image: https://www.facebook.com/goldenretrieverbrasil/posts/10152103099477973

   지난 글들을 돌이켜 보면 어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네 뭐가 좋네 어쩌네 하면서 어설프게 전문가 흉내를 내는 가운데 뭔가 그럴듯하면서 뭔가 엉뚱한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겼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패턴이 어느 정도 계속되다 보니 약발이 떨어진거야. 감동 어쩌고 저쩌고 하는 궤변이 한계에 달하다 보니까 다시 공포의 불안 초조 증상이 찾아왔다. 소설 속죄에서 로비가 쓴 편지를 교도관들이 검열하고서 내린 진단이 성욕 과다증이라고 했는데 그쪽 학계에서 일부 학파가 보았을 때 이를 두고 신종 주기적 불안 공포 증후군으로 이름 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숨겨진 위장된 조꺼를 찾아야만 했다.
   어떤 영화감독은 5년에 1편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어떤 소설가는 꼭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10년에 1편의 작품을 출간한다. 유명 록밴드도 앨범 발매 주기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즉 제각기 예술가는 작품 발표 주기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C 이하는 모두 폐기하고 B 수준 이상의 작품이 만들어지면 출고한다거나 주 35시간 노동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적용해서 완벽하게 공장 시스템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사는 화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보통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간과 촌스러움이 약간은 비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소설이나 그림과 클래식 음악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좋은 작품일 경우 고풍스럽다거나 우아하다거나 그렇게 평가도가 올라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명화의 가격을 생각할 수 있다. 곧 대중예술은 1인 명작에 비해서는 좀 뭔가 억울한 감이 없잖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대중예술은 (미래) 대가들이 성장하는데 영향을 끼치듯이 짧고 가벼운 글은 무겁고 진중하고 격식있는 작문들이 건드릴 수 없는 다루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고민해서 쓰고 그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런 이론과 상황을 두고 며칠 동안 만만한 주제에 대해 생각한 가운데 철지난 책의 밑줄 긋기를 정리하던 찰나에 괜찮은 게 하나 보였다. 냅다 포착했다. 그 탁월한(?) 발견은 바로 블링킹과 씽킹이다. http://julianseo.tumblr.com/post/72313547182 모든 일반인이 공감할 수 있고 쉽게 다른 이야기와 연관되고 대입되면서도 용어 자체가 뭔가 괜히 있어 보이니까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그런 담장을 걷는 아슬아슬한 1.5포인트 글쓰기로 꽤 적합한 주제라고 예상했다. 고품격 작품 하나 읽고 포스트 하나 작성하는 속이 보이는 얘기와는 또 다른 방식이라서 무슨 화법의 논리가 이어질지 궁금했다.
   톰 피터스, 말콤 글래드웰, 세스 고딘류 책을 보면 직관이란 단어를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블링킹이 어떻다 현대는 직관의 세계네 뭐네 하는.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문교양서에 나오는 얘기다. 근엄하고 성실하고 권위있는 그리고 지성적인 학자의 이론이고 목소리다. 그러면 일반인의 블링킹과 씽킹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새로운 이론을 생각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지만 단어 자체의 뜻에 그대로 따르면 된다. 그냥 몸을 실으면 된다. 어떤 대상을 처음 보자마자 떠오르는 생각, 단상, 상념, 관념, 번개 같은 스케치 그런 것들. 학교나 직장에서 개패에서 클럽에서 또는 서점에서 첫 눈에 누군가를 보고서 떠오르는 무엇. 대화 중에 긴급하게 갖다 붙이는 블루 거짓말. 바로 그런 것들이 일반인의 블링킹과 씽킹이다. 만약 당신 앞에 12개 나라에서 초특급 호텔의 쉐프로만 20년 일했던 인기 끝장 요리사가 만든 고급 케익이 눈 앞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맛나겠다? 누구와 먹지? 어디서 먹을까? 무슨 음악을 틀까? 지금 먹을까 포장해서 가져갈까? 옛날 일이 생각나는가? 그런 것 말고 그 전에 했던 생각... ... 뭐라구요? ... 그래 그거다. 그게 블링킹이다. 자, 그러면 당신 앞에 튼튼한 후라이팬이 하나 있다. 그러면 ... 그렇다. 그게 직관이다. 럭셔리 카를 본다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결혼을 조금 미루고 도시의 이성들을 모두 꼬셔버린 후 카사노바계의 역사를 새로 쓴다거나 또는 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생각나는가? 처음에 들었던 생각. 옆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지금 빛의 속도로 당신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생각. 그래 그게 블링킹이다. 이 짧아진 시간, 이건 학습이라고 부른다. 축하한다. 당신은 천재적인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다. 유명 작곡가들이 술집에서 즐겁게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테이블 밑에 고개를 쳐박고 악마에게만 살 수 있는 악상을 허밍으로 즉시 녹음하는 모습... 그런 것이다.
   일반인에게 블링킹은 뭔가 고차원적이고 특별한 예술이 아니다. 여자들이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즉시 상대방의 전체 외관 견적을 내고 향수 계열 파악하고 목소리로 직업, 사용 어휘로 교양 수준과 학벌 등등을 파악하는 것, 약간의 씽킹이 포함된 블링킹이다. 남자들이 새로운 이성을 보면 순간 작업 기간이 얼마 걸리겠다, 돈은 어느 정도 들겠네, 어느 단계까지 도달할 것 같다, 진도는 뭐하겠다, 몇 마디 반응을 살펴서 살아온 인생 궤적까지 순식간에 꿰뚫어 보는 것? 누군가는 블링킹이라고 우길 것이다.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는 2014년 현재 실존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의 마음을 처절하게 공감한다. 굳이 영화를 떠올리지 않드래도 땅이 크거나 인구가 많거나 부자 나라는 뭔가 비밀의 스케일이 다를 것이라는 당신의 막연한 김빠진 뚱딴지 같은 공상 말이다. 지금 당장 지구인은 우주여행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현대과학으로 영화 인셉션처럼 꿈을 조작하는 것? 가능하다. 또 영화 뭐뭐뭐... 능히 가능하다. 한 사람의 미래? 거즘 예상할 수 있다. 굳이 스케일이 크지 않드래도 당신이 한 사람과 몇 년 사귀거나 몇십 년을 함께 산다면 어떻게 그 사람을 모를 수 있겠는가? 당신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무슨 책을 읽고 몇 페이지, 몇째 줄에 밑줄을 왜 그을지 모두 다 예측 가능한 세상이다. 빠싹 엎드려야 한다. 레옹, 니키타, 본? 멋지지만 모두 기구한 운명일 뿐이다. 하지만 영화 쥬라기 공원, 아바타? 실제 있다. 굳이 경제학 용어를 들먹이지 않더래도 그냥 있다고 긍정하는 것이 당신 삶의 행복도 총량을 증가시키면 시켰지 깎아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자, 마초들이여 내기를 하시라. 초현실주의에 대해서. 몽정 터프가이가 무조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앗 오타다. 정정한다. 몽상 터프가이로. 독자의 너그러운 관대함을 테스트했다고 치자.
   원래 명왕성에서 온 이방인과 지구에서 살고 있는 남자는 케미컬이 그다지 맞지 않는데 어쩌란 말인가?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다'에 대한 반어적 표현? 그건 실제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만 그냥 '원래 그런거야' 법칙이다. 하지만 이건 사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류 어른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현실일 뿐이다. 그런 마음의 병을 다룬 작품들이 많지 않은가. 어떤 외국 영화가 생각난다. 조연을 맡았던 어느 여학생의 대사, "우리 반(과)에서 잠을 자보지 않은 애는 너가 마지막이야." 소설 내 말 좀 들어봐. 소설&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영화 해안선...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첫인상을 만들 기회는 1번 뿐이라는 것? 상식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아한 미모가 아닌 험악한 인상이 중요시되는 수컷들의 세계도 치열하지만 인간계 자체가 매우 힘든 세상이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 그 말의 진위를 판단해야 하고 표정도 살피고 스누핑도 하고 비유와 은유 그리고 직설법인가도 판단해야 한다. 이 사람이 블링킹으로 말을 하는지 씽킹으로 말을 하는지도 봐야 하고 귀와 꼬리도 봐야 한다. 그 꼬리조차 개꽈인지 여우꽈인지도 물론 살펴야 한다. 말은 몇바퀴 돌려서 하는지 읽는 타입인지 쓰는 타입인지 딜레탕트인지 보편주의자인지 고품격 전문가인지 또는 하이브리드인지. 얼굴 두께와 기억력, 양심, 견적내는 스타일도 다 다르다. 이 세상은 말빨 좋은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들은 전문용어 한 단어로도 뻥뻥 터트린다. 꼭 살아있는 세일즈맨의 전설이 아닐지라도 TV만 틀어봐도 모두 다 한 말빨 한다. 이 세상에서 수십 년 살게 되면 모두 말빨의 귀재가 되는 것일까? 말빨 안좋은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힘들고 피곤한 세상이다. 나를 찾아줘(by 길리언 플린)에서 에이미의 친구가 괜히 적은 게 아니다. 황홀한 특작 재능이 없다는 게 슬플 뿐이다. 그러니까 말빨 약한 사람들은 다른 재능을 키워야 한다. 몸빨이든 글빨이든 옷빨이든 또는 특수 공감각빨이든. 특급 탐지견 수준 개코이면서 완벽한 포커페이스 어른들을 상대할려면 말빨과 블링킹, 씽킹을 키우는 방법 밖에 없다. 아니면 로빈슨 크루소로 살아야 한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이제는 씽킹을 파악해보자. 그렇다면 정확하게 구분되는 씽킹은 무엇일까? 알고 싶나? 궁금한가? 또는 별로 혹은 전혀 알고 싶지는 않지만 뭐 들어줄 용의는 있는가? 다 이해한다. 알려주겠다. 영화 Submarine, 소설 The Job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동기부여의 마왕, 입담의 제왕들이 떠오른다. 즉 미칠듯한 궁금증 때문에 그런 재담꾼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바로 씽킹은 이런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직후 그 순간, 그 찰나의 자신을 면밀하고 냉철하게 관찰하라. 

  • 당신의 첫 (  )는 언제인가. 또는 언제일 것인가?
  • 당신의 마지막 (  )는 언제인가. 또는 언제일 것인가?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by 사강)에 나오는 로제의 68페이지 생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것이 일반인의 씽킹이다. 명확하고 깔끔하지 않은가? 참고로 구원(by 자크 스트라우스)에서 소년 잭 필제는 샴푸병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이런 이런... 뭔 생각하시는가? 자전거 타기, 탁구, 미술관 방문, 셀피, 길 안내하기, 뒷사람 음료값 지불하기, 연인 연결시켜주기등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게 많은데 뭔 생각하시는가? 안되겠다 당신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3번 정독할 것을 명한다. 웃을 일이 아니다. 분위기를 바꿔서 D 매니아들은 분명 그 장면을 생각할 것이다. A가 엘리베이터인가 차인가 그 질문을 했드니 K의 반응... 이것도 씽킹이다. D 매니아가 아니었다면 신사답게 점잖게 아무 것도 모른 척, 무관심한 척 넘어갔으면 좋겠다.
   전문가에 비해 일반인들은 보통 블링킹에 약하다. 일반인 가운데서도 소득수준에 따라 창의성의 발화 요인에 한계가 따른다. 하지만 지독하게 가난한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다 방법이 있다. 전주없이 그 비밀을 즉시 알려드리겠다. 바로 다양한 책읽기와 생활 범주화 주의라는 평범한 이치다. http://julianseo.tumblr.com/post/73390632360 고품격 소설이라는 약발이 떨어지면 또 다른 차원의 격조 소설이라는 새로운 물약을 찾으면 된다. 그 다음이 걱정이지만. 이 얼마나 손쉬운 방법인가. 이것의 이름은 무엇일까? 바로 어이없는 생색내기라고 한다. 다른 표현으로는 고품격(?) 코메디라고도 한다. 세련되고 청아한 이름짓기가 아니라서 적잖이 실망스럽다. 아찔한 지성에 도달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책을 읽는데 어떻게 된 게 읽으면 읽을수록 정신 연령이 밑도 끝도 없이 내려가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블링킹과 씽킹에 대한 완전 심도있는 분석을 마쳤다. 조금은 정신이 혼미하고 아주 약간 찐이 빠진다. 어떻게든 뒤죽박죽 정신없는 잡문을 그럭저럭 모양새를 갖추어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일부 선구자들은 꿈과 이상 그리고 사랑과 행복을 위해 일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 블링킹과 씽킹도 급박하게 별 생각없이 할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개개인과 인류의 행복 같은 형이상학적인 요인들과 연결시키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일반인에게 비난 받거나 요원에게 잡혀가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에 대한 놀랍도록 아름다운 아주 수준 높은 명문장들도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은 뭐니 뭐니 해도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더 좋아한다. 임팩트 있는 그런 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불세출의 기인들은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해주실 것으로 짐작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젊은이가 어떻게 살아가든 그 ROI에 대한 중요한 수없이 많은 기준 가운데 하나는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서와는 또 다른 교과서를 얼마나 어떻게 만나느냐일 수도 있네. (또는) 미슐랭가이드 넘버 쓰리 기준선을 동네 구멍가게에 들이대지 말게나.
   사람들은 가끔씩 심장 박동수가 한순간 치솟는 경험을 한다. 예를 들면 제동장치를 달지 않은 픽시는 브레이크 없는 벤츠라서 경사가 엄청 심한 내리막길에서 체인이 끊어지면 일순간 매우 답답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런 때는 블링킹, 씽킹이 아니라 반사신경이 중요한데 그보다 앞서 인간은 감탄사를 내뱉게 되어 있다. 그리고 앞서 나왔던 괄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수많은 단어들. 야하거나 은밀하거나 심오한 또는 거창한 그리고 일상적인 그런 들어들. 블링킹과 씽킹 만으로도 도파민이나 엔돌핀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살면서 하루 몇 시간, 일주일 몇 일 내내 언제든지 항상 웃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5세부터 12세의 어린이들 인생에 좋은 영향을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하고 위대한 작품을 찾아 헤매고 경험하는 것이 조금은 덜 미안할 것 같다. 일부 몸이나 마음이 불편한 다른 어른들에게.
   아, 이간질을 거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새로움은 찾을 수 없었지만 글쓰기 목적에 큰 오점은 더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끝마치려는데 귀가 간지럽다. 소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 그건 정말 우연이다. 좀 아껴라. 그게 멋지다. 조금 숨겨라. 그게 아름답다. 약간 감춰라. 그게 나을꺼다. 때로는 숨어라. 그게 편하다. 모든 것을 말하지 말라. 그게 신비주의 컨셉이다.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말라. 그게 미스테리 행복 법칙이다. 휴- 이제 마친다. 무슨 단어 어떤 전문용어로 요약할 수 있을까?

사랑, 그리고/줄리언 반스
p.20 우리는 만났고, 사랑에 빠졌고, 결혼했다. 결혼은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했는데도 이야기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실수를 나는 저질렀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실수를 저지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영화를 너무나 많이 보았고, 그런 책을 너무나 많이 읽었고,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너무나 많이 믿는 실수를 저질렀다.
p.39 미국에서는 하루는 부동산 중개업자이고 다음 날은 판사가 되는 연수를 받는다. 나는 음식을 좋아하고, 돈을 이해했다. 그리고 요리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장소를 물색하고, 대출을 받고,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직원을 뽑았다. 그랬더니 당장 식당이 생겼다. 간단하다. 실천이 간단한 게 아니라, 생각이 간단하다.
p.40 그러나 얼마 후에...... 이것이 바로 미국적이다. 영국에서는 그것을 <인내심 부재>라든가 <갈팡질팡>이라고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게 정상적이다. 당신은 성공한다, 당신은 성공할 다른 무언가를 찾는다. 당신은 실패한다, 당신은 성공할 다른 무언가를 찾는다. 정말로 완전히 낙천적이다.
p.42 사람의 생애에서 시간은 대부분 발을 질질 끌며 아랫입술을 삐죽 내민다. 어쩌다 아주 짧은 행복한 순간, 즉 집에 기쁨의 향기가 서린 듯한 마르가리타의 순간을 맞이하지만, 그 순간은 마치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접대하는 여종업원처럼 휙 지나가 버리고 만다. ma belle(내 사랑)에게 존경과 충성으로 무릎을 꿇는 순간 시작되는 행복한 시간을 놓치지 말자. 그 행복의 시간이 내가 지난번 여러분과 헤어져 파리로 향했던 바로 그 순간 끝날 줄이야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접시를 높이 들고 매섭게 노려보는 그 왈가닥 여종업원이 언제 다시 한 번 행복의 시간을 접대할지 어찌 예측할 수 있겠는가?
p.152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게 아닐까? 몇 가지는 회피하라. 몇 가지는 무시하라. 어떤 문제는 멀리하라. 그것이 정상적이고 성숙한 삶의 방식이다. 바쁜 경우라면, 즉 직업이 있고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그것이 유일한 삶의 방법이야. 만약 당신이 젊다면, 또는 직업이 없다면, 또는 부자라면, 만약 당신이 시간이나 돈이 있다면, 또는 둘 다 있다면 당신은 모든 일에 뭐랄까, 당당히 맞서고 당신의 모든 관계를 검토하고, 당신이 정확히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질문해 볼 수 있지.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계속 살아갈 뿐이라고.
p.163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내 경험에 의하면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다음에 그 사람에 대한 일정한 양의 증거를 입수한 다음에 그것을 근거로 그 사람을 좋아하기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와 반대이다. 어떤 사람을 좋아한 다음에 그 감정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는다.
p.200 만약 당신이 사랑의 문제에 있어서 사람들을 나누고자 한다면, 나는 이렇게 나눌 것을 제안하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몇 사람을 차례로나 겹치기로 사랑할 만큼 운이 좋거나, 운이 나쁘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운이 좋거나, 운이 나쁘다. 이런 사람들은 한번 사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사랑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을 단 한 번 할 수 있다.
p.302 앞으로도 항상 사랑할 것이라고 상정함으로써 나 자신을 속여 왔다는 것이다. 앞 문장에서 말한 질리언은 12년 전의 질리언이다. 나는 그 질리언이 내가 항상 사랑할 질리언이라는 것을 안다. 항상 말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 사랑은 하드 디스크 속 사랑이다. 내 심장을 박살 내려면 큰 망치를 든 우람한 남자들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