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왕따 명령자의 성격 (그리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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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남긴 칼럼에서 일부 누락된 내용이 있어서 살짝만 떽떽거리자면 다음과 같다.
모세의 기적이 연출됐던 당시 필자의 기분은 그랬다. 특이한 쾌감을 느낀 것과 별개로 하루아침에 알던 사람과 남남처럼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해야 했던 점.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는 점. 즉, 하나 좋고 하나 나쁘고! 리더가 웬 괴팍한 결정을 내리니까, 뭔 여러 사람 달갑지 않거나 웃기거나. 허허. 것 참 나! 그 양반 혹시라도 소식이 들린다면 그 성격 그대로인가 살짝 궁금하네. 철없던 시절 당시는 그랬다 치고.
그럼 그분께서는 지금 전혀 다른 교양맨이 되셨을까? 아마도 좋은 아빠에 친절한 이웃이자 다정한 남편으로서 중간은 갈 것이다. 허나, 인생 그래프가 약보합세에서 변곡점을 지나 어떻게 되면 그 혈기 그 승질(성질) 어찌 숨기겠나. 오락산업에서 출연진간의 화학적 어울림, 연인끼리의 조화스러움, 친구간에 티격태격 다퉈도 서로 얼마나 친하냐. 다 거기에 달렸다.
이런 설명 원만하지 않으신 분께서 들으시면 약간 섭섭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조금만 덧붙이자면 이렇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친해진다. 우리는 누굴 만나든 마음을 열건 뺐건 쥐었졌다 펴지건, 일단 친해진다. 일단 친해진다고. 우리는 만나자마자 오빠라고. 뻥이 좀 심해서 그렇지 동년배에 성격이 모나지 않은 이상, 파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 부대 아저씨들과 친해진다. 학교 다닐 때처럼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친교가 자기도 모르게 형성되는 몇몇 사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러므로 더없이 타당한 얘기. 불합리한 인간의 합리적인 질서. 그런데 저 때는 상황 발생 전에 뭔지 모르게 싸한 느낌이랄까, 왠지 서먹서먹한 분위기 일색. 때문에 딱히 다수 중 일부와 친해지지 못했다.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고. 그렇게 전체적으로 알게 모르게 흐르던 정서의 기운이 뭔가 그럴 만했었네, 라는 것. 지금이니까 설명할 수 있다. 예전엔 뭐 그냥 그런 일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쯤 겪지 뭐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유난 떨 필요 있나? 그렇게 생각했고. 난 특별해 그래서 장발도 했었고 파마에다 자주색으로 염색도 해 봤고, 실연 당해 빡빡 머리도 밀어봤고. 특별한 개성에 더 특별한 정체성을 겉으로 드러내는 거도 좋은데, 남들도 다 겪고 아는 얘긴 굳이 수다 3시간으로 소란 피울 것 있나. ~라는 생각이 옛날엔 더 짙었다고.
그 아저씨도 사람 자체가 나쁜 건 아니겠으나. 그러나 당시 스스로 멋져보인다며 좋아했는데? 다, 잠자는 척 모두 들었는데? 뭔 얘기를 하고 어떻게 논평했는지 싹 들었다고! 폼 잡고서 쟤는 1인자라느니 아니 쟤가 전권을 넘겼다느니 뭐라느니. 뽐내기 좋아하고 허세 쩔며 꼰대지수가 딱 드러나진 않을지언정, 그 방식이 고유한 자기식인데?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다. 사람이 발전하고 성장하며 둥글둥글해질 수는 있는데, 그러나 DNA 자체를 바꿀 순 없음. 세상사 정보에 밝으면, 골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72타를 칠려면 스파르타 학원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있어 보이려고 뭔 명언을 인용하고 어쩌고 그래 봐야, 조사하면 다 나온다. 안다박사도 급이란 게 있다. 인문교양서에서야 화가─음악가─운동선수등 특급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라면 투입한 노력 대비 최적의 방법으로 최고의 단계까지 최단 시간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건 타고난 재능에 따라 어디까지나 한계점이라는 게 있다. 하이에나로 태어나서 임계치를 넘어 사고방식까지 바꿔서 사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씨가 중요하냐 밭이 중요하냐, 둘 다 중요하다. 수월성(excellence)과 기타 제반 여건을 극도로 효율을 높여 문화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동기부여 강좌. 물론 훌륭하고 귀감이며 미덕이다. 그건 좋지 왜 안 좋겠나. 단지 백합 씨앗으로 코스모스를 꽃 피울 수도 없고, 복숭아 나무에서 오렌지가 열릴 수는 없다는 점만 알면 된다. 천재성을 타고나지 않아도 중간 정도의 재능&탁월한 교습법&특급 노력으로 도달 가능한 지점인 일류, 관찰력─눈썰미─감─느낌─직관등을 타고나야만 가능한 초일류. 전자와 후자의 차이. 그게 학벌이든 예술가 기질이건 연예인의 끼이건. 그 미세한 차이는 없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교양서와 교양강좌에서 수없이 반복하는 게 바로 이 전자에 관한 얘기다. 과학적 증명과 수많은 실험으로 밝혀진 내용. 곧 분야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을지언정 평범해도 얼마든지 일류가 될 수 있는 반면, 초일류는 약간 다르다는 거. 다시 말해 씨앗에 따른 차이점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 곧 선천적 한계점이야 좋은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이상, 받아들이면 그만이고. 또 나중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을 하느냐,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경영하느냐. 그건 각자의 몫이란 점만 알면 된다.
뭐 어쨌든 당시 왕따 엄호령을 내렸던 타 부대 말년 병장 아저씨와 우리의 대립. 개성과 정체성과 정서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던 천성이자, 대치되기 딱 좋은 그분 성격이었던 것이다. 곧 내가 장미냐 해바라기냐 늑대냐, 타고난 건 어쩔 수 없고. 살면서 튤립꽃을 피우느냐, 바나나 나무에서 호박이 맺히느냐. 그걸 연구하고 생각하며 진보하면 된다. 나중 옛날을 회상해보면 아아 그때 그 양반, 썩 나쁘지도 싫지도 않았던 사람이었어 ~라고 누군가에게 기억되느냐. 그건 가능한 문제다. 주시안과 사고방식과 외양 전체를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그런 가능과 불가능, 그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바로 그 말을 덧붙이고 싶었음. 삼천포로 빠진 잔소리는 여기서 끝.
2
칼럼이 너무 민감한 내용을 다룬 거 아니냐 라는 이의가 없진 않을 테니, 고로 그에 대한 해명을 짧게만 집고 넘어가자면 이와 같다.
후발주자 흡 잡고 단점 꼬집고 장단점 분석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 아닌 건 아니다, ~라고 인지하기가 좀처럼 어려운 의식. 피를 어찌 속이나.
입장 바꾸지 못하면 남자가 여자를, 여자를 남자를 99퍼센트 추론은 하나 100퍼센트 이해할 수 없는 한계점. 일평생 화장하며 틈틈이 화장 고치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서 매일 립스틱을 바르며 거울을 봐야 하는 그녀들. 하얀 치아에 새빨간 립스틱이 묻었나 묻지 않았나, 수시로 거울 보며 확인해야 하는 그녀들. 초경─가임기─폐경을 경험하며(경험하고 싶지 않아도 그럴 것이며. 생리 기간에 기분이 저기압인 여자가 있는 반면 성욕이 폭등하는 여자도 있음. 뭐? 그래프와 여성잡지 1과 2의 차이는 이따 우리끼리. 혹시...! 쑥덕쑥덕 속닥속닥 큭큭큭) 나중 혹시라도 「여자 나이 50 넘으면 누가 쳐다본대유?」 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숙녀까지. 「늙으면 어째야지」 라는 말을 해도 되는 자격이 뭔지는 그대가 모르시겠나 소생이 모르겠나. 노신사는 데이지든 뭐든 들꽃을 꺾을 수 있다. 일생 사랑을 연필로 썼건 어쩌건 귀옆에 만년필을 꼽을 수도 있고, 사인회를 열었는데 파리가 날릴 수도 있고. 질 나쁜 저질 설탕물이건, 까진 오렌지든, 벌레 먹은 사과건. 여전히 헤비메탈을 애호하는 상남자들끼리 으쌰으쌰하며 「나 머리에 꽃 꼿았어」 라며 으시댈 수 있다고. 가능, 하다고. 그런데 할미꽃도 꽃인데. 호박꽃도 꽃이지만 꿀벌들은 바쁘게 가는 곳만 간다. 빼빼 마른 당근이건 통통한 피망이건 우리는, 한마디로, 가능하다. 가능 하다고! 우리가 섹시한 웨이트레스를 꼬실 수 있냐 없냐, 가 아니라 쥐락펴락은 불가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가능의 문제라고. 저 하늘의 별을 땄으니 더 막 계속 따지 않는다 뿐이지,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준다고. 과부 마음 홀아비가 안다지 않나. 여성잡지2는 뗐어도 옛날에 떼신 여인께서 유산상속녀라면 또 모를까, 못생긴걸로도 모자라 가난하기까지 하다면. 설마, 성격까지? 우리는 그분들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뭐, 늬가 더 나뻐, 는 일단 통과)
어쩔 수 없이 정해진 관습을 따르고 하는 수 없이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는 처지. 타고난 정서. 바꿀 수 없는 정체성. 좋든 싫든 내게 모국어는 (일반적으로) 1개니까. 그처럼 너와 나의 기준 자체가 다른 부분. 그건 당연하지만 어이없이 부당한 사례도 있으니까, 따라서 딱 그런 특정 사안에 대해서 포장을 풀르고 (특급 기밀) 내용물 정보 보고서를 공개한 것일 뿐. 다른 건 없다. 세계인이 모이는 살사 파티에 가서 칼럼니스트가 뭐 바보도 아니고, 만취해서 흐느적거리며 그렇게 외치겠나. 내가 최고야~! 헤어질 때 눈물샘 수도꼭지 틀고서 여자들 질질 짤 텐데. 몇몇은 진짜로 인형극에 나오는 인형 가면처럼 울텐데, 거기다 대고 내가 최고야.
그럼 길고 짧은 건 대보는 게 낫지 않겠수? 라면서 우르르르 웃기기의 명수들이 좀 많이 모여들겠나. 그래 너 잘났다 그의 거위는 모두가 백조란다, 이해하지 물개박수 싫지도 않고. 그런데 또 병풍과 신부들러리만 있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거든. 쟬 내가 어떻게 잘만 하면 어떻게 쫌, (두손을) 슥삭슥삭 (김이) 모락모락. 그녀를 어떻게 좀 어떻게 한번 해 보겠다? 늬가 그 유명한 허당계 싸움 순위 1등이야? 나와서 나랑 한판 뜨자! 뽐낼 만 하네 애 쓴다고, 허나 길고 짧은 건 대보자니까요. 벤치 클리어링이라는 직접 경험 때문에 뭔가를 깨닫고서 직업을 바꾼 사람, 왜 없겠나. 난다 긴다 안다 한다(핥다 빨다 까진 가지 말고), 의 대가들이 다른 건 다 참아도 그 명장면 만큼은 봐 주기 싫어하실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일부러 저변에서 활동하시는 실력자들. 찾아보면 적지 않다. 쉬쉬하면서 알게 모르게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정하고 알아줄 뿐. 전면에 나서지 않고 베일에 감춰져 있고. 케첩 회사 주식만 만지작만지작. 울고 싶은데 때마침 누가 뺨을 때려줬다느니, 손 안대고 코 푼다느니 뭐라느니. 어쨌든 선발-중견-후발주자라는 주제를 꼬집어서 비유하자면 뭐 어떻다? 일부러 그 얘길 할려는 의도로 칼럼을 쓴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사연 그대로 진짜로 그런 일이 있었다. 바로 그걸 말하고자 했는데, 그런데 어쩌다 보니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것처럼. 장님 코끼리 다리 만졌을 뿐인데 그게 진짜로 천사들이 사는 낙원의 성 기둥일 줄이야. 필자가 무슨, 표본 추출로 전체를 일반화하는 제약사 연구개발원도 아니고. 본인이 무슨 효능이 어쩌니까 약발은 어쩔 것이다, 라면서 쉽사리 예견하는 약사도 아니고. 그분들 누구누구 뻔히 울상짓고 뻔언히 포커페이스 잠시 놔버릴텐데 서술자가 뭐한다고 악수를 두겠나. 무슨 푼수대회 출전자격에 헷가닥 하지 않는 이상 그럴 수는 없는 일. 뭐 아무튼 그건 그거고.
어쩌다 그게 이거와 비슷하다 라는 어설픈 핑계는 이쯤에서 줄인다. 예언발 안 먹히는 점쟁이 같은 얘기. 조명발 안 받는 무용수 같은 기분. 말발 안 서는, 연속극에 나오는 약장수 같은 얘기는 이쯤에서 줄인다고. 설마 이게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일만은 아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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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육체적 사랑
내용: 사랑의 행위 그 정신없는 순간. 나는 절정에 이르고 싶지 않다. 단지 남자들 으쌰으쌰하며 오다가다 만난 스파링 파트너에게도 최소한의 예우가 있어야 한다는 점엔 이의 없고. 단게임이니 특별 경기니 친선경기니, (손차양), 전적이야 뭐 인생을 잘 모르던 풋내기 시절 풋사랑이고. 필자 얘기가 아니라 내 친구들 얘기. (뭐 좋은 건 내 얘기요, 나쁜 건 죄다 친구들에게 떠 넘기는 거 아니오? 노코멘트!)
그분들 얘기는 그만 하고. 첫눈 오는 날 오작교에서 만나야 할 우리. 곱디고운 새하얀 도화지에 신기한 요술로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야 하는, 이를 테면 의무방어전이다? 지명방어전과 똑같아서야 쓰겠나. 혹시라도 몇몇 분들은 향후 패자부활전까지 생각해야 하거늘. 부들부들한 교감과 기타 등등 다 좋으나. 그러나 나는 어떤 생물학적 절정에 이르고 싶지 않다. 그러기 싫음. 아니 어째서? 왜냐하면 나는 최고의 즉흥 연주자요 시인이자 마법사요, 그녀는 나만의 악기이자 카덴차이며 요정이고 천사니까. 나는 위인이다 나 잘났다 내가 최고다, 라는 말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희망사항이라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래서, 전두엽쪽인가 측두엽쪽이던가. 그 어딘가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사람 표정 관찰만 도맡아 반응한다는 그 부위만 자극시키길 원한다는 게 솔직한 심정. 그 정신없는 아이~ 좋아라 그 순간조차. 남자의 절정 대 여자의 표정을 관찰하기냐, 남자의 절정 대 부드러움의 극치냐. 그 뭘로 보든지 절정은 후순위요 제일 꼴찌. 생략되어도 그만. 남자의 절정 VS 여자의 교성뿐이냐, 남자의 절정 VS 다정한 교감일 것이냐.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음. 재고의 가치도 없음. 물론~ 뻥도 섞였고 사적 일기니까 지나치게 솔직한 점은 남부끄러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뭘 알아도 제대로 아는 게, 잘못 알거나 오해하거나 틀리도록 아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살다보면 별을 딸려고 하늘을 볼려는데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을 수도 있다. 말하자면 사랑에 대해 각자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은 사람따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1회성 만남 더티러브 상대와 야구장 데이트를 갔다가 키스타임 카메라에 딱 걸린다면야, 그럼 뭐 시간에 쫓겨 아무나 붙잡고 골 넣는 거고. 누가 됐든 뻔트면 그뿐이고. (그게 모범이다 라는 말이 아니라. 꼬여도 이상하게 꼬이거나 1 대 몇 명이 붙는 양상이 벌어지면 다수의 승질머리, 뚜껑을 열리게도 발가벗고 춤이라도 출 정도로 설레게 만들 수도 있어서 하는 말. 똑같은 이치로 1명은 몇 명이라는 경우의 수를 상대하려면 똑같이 치졸해질 수도, 더더욱 졸렬해질 역할이라도 마다할 수 없다는 뜻. 그 어떤 가전제품이라도 매번 체감하고 변신하며 레이저를 쏘든 화염방사기와 세차기 물을 뿌리던. 걷는 건 사치일 정도로 달려야 하는 상황도 있음. 매우 드물게. 분명 그건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특이한 경우. 고로 마술쇼 전에 절대로 따라하지 말라는 경고문 내보내는 것처럼 다만 영화 같은 일일 뿐. 이길 때 확실히 이기고 질 때 화끈하게 지는 것. 그거 결코 쉬운 거 아님. 고수들 경기만 봐도 큰 기술은 드물고 잔기술이 전부.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잔뻔치가 나중 보면 일낸다. 큰 기술은 물론 잔재주마저 부족한 걸로도 모자라, 가방끈 짧고 위스키바에서 선택 받지 못한 남자를 달래줘야 하는 건 논외로 치고. 보통 체급이 없는 종목의 세계1인자는 너도 알고 나도 안다. 보통 그렇다. 그러나 체급이 있는 종목의 세계1인자는 이름을 대면 생판 처음 듣는 일이 허다하다. 걔 누구야? 하버드 닭장에 설치된 자판기 주인이야 누구야? 그처럼 체급이 나눠진 한정된 영역에 일반적으로 설정된 유리 천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뭐랄까, 유달리 유명한 선수들이 있지 않은가. 하여간 더럽게 재미없기로 유명한 챔피언, 또는 속 시원하게 지고 화끈하게 이기는 올드보이. 장비발이 중요한 눈속임 마술이건 진짜 초능력 마술이건, 종류를 막론하고 마술쇼에서 절대로 따라하지 말라고 하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 으쌰으쌰 으쌰으쌰 야 돌격 앞으로~! 진짜로 선동자의 말을 믿었다가 약속 장소에 갔더니 아무도 없더라, 친구 커플들 빈말에 넘어가 여행지에 따라갔다가 중간에 슥 빠진 사례들처럼. 거기까지) 그런 예라면 어쩔 수 없이 내 별만 따겠으나, 그런 애들 장난 같은 불장난. 떼도 옛날에 뗐어야 좋다는 뜻이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네, 늦바람이 무섭네. 너무 전자쪽어도 과도히 후자쪽이지 않으면 된다는 것. 꿈이 없어도 너무 이상하게 생각치 않아도 되고, 뭔 멋진 말 할려고 어른께서 일장연설을 하셔도 걸러서 받아들이면 된다. 의도는 좋고 내용은 지루하고 화법도 식상하고. 그럼 의도만 받으면 된다. 당연히 육체적 사랑과 푸른 꿈과 신나는 모험의 실현도 늦어도 되고. 늦어도 너무 늦으면 애석하기야 하겠지만 일단은 그렇다. 어른들은 뭔 말인 줄 안다. 다만 내가 직접 설명하기는 퍽 옹삭할 수도 있고. 행복하던 호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영화 대사. 울고 싶다는 노래 가사. 어딘가 모르게 부쩍 공감 가는 얘기다. 하지만 세상사를 듣고 보며 겪고 알게 되면 내 투정은 아마도 배부른 소리. 인생까지 범위를 넓히지 말고 다시 사랑까지만. 플라토닉 같은 썸만 타는 연애감정을 방임하느냐, 아니면 단순히 육체적 사랑만은 절대 방관치 못하느냐. 남녀의 관점이 약간씩 갈리는 부분이 있긴 한데, 남자는 고추 달렸고 여자는 가슴이 나왔으니 서로 약간씩 다르다고 보면 된다. 멜로드라마에서 아내가 남편의 과오를 질책하며 하는 말─문화권마다 그 유명한 대사는 아마도 공통되지 않을까─어떻게 넌 붙어도 붙어도······ 에라 인간아~! 그러니까 으쌰으쌰 화병에 피앙새의 고결한 부케를 꽃았겠다, 그렇고 그런 흔한 사연에 대해 어른들은 모를 수 없는 일. 그럼 전이냐 후냐 그 차인가?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 VS 미녀와 야수>. 뉴튼의 과학적인 사과랄지 백설공주 동화의 사과냐 VS 아님 벌레 먹은 사과냐! 화목한 가정이자 단란한 집안에다 즐거운 인생,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함과 별개로. 남녀 공히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다는 것. 어쨌든 최고의 사랑은 한 침대에서 등만 돌리고 자도 배신이라는 것. 그건 그렇고.
비뇨기과 의사가 더 잘 알겠으나, 종교계에서도 물질적으로 일부분 증명된 일. 그게 뭔지는 어른들이 잘 안다. 정식 학문이든 궁중술 비화든 굳이 산 정상까지 오르지 말 걸 권유하기도 한다. 여자 말고 남자 말이다. 물론 젊은 혈기라면 어려울 테고. 참고 참고 또 참고 꾹 참고 끝까지 참기가 결코 쉽지는 않겠으나. 그러나 그녀의 오르가...카타르시스와 반응을 감상한 채 그녈 황홀한 낙원으로 보내주고자 하는 마음. 그 찰나의 얼굴. 어쩌면 사랑이고 혹시라도 흑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