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Blog - 24

Spafinale 2014. 9. 18. 21:10

   굉장히 나이 어린 치기와 실제 어리숙하면서도 학창 시절의 수줍음부터 노년의 초연함에 이르는 그런 심연의 차분하고 광범위한 계층도를 포함한 순수함이, 막연한 순수함이 아닌 이런 순수함이 음 뭐랄까 아무래도 연애 칼럼니스트나 잘 나가는 정신병원 의사의 모범적인 상담 사례에, 예를 들어 인기있는 소설가들의 짜임새 있는 플롯을 짤 수 있는 능력에 포함된다 일컫을 수도 있다. 또한 좋은 목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은 목소리가 크고 우렁차고 (듣기에) 홀딱 넘어갈 듯 하면 (오바하면) 절반 먹고 들어가는 셈으로 칠 만큼 그 설득력과 논리가 청자의 심금을 울리고 화자는 영향을 주는 기쁨을 맞보게 있다. (절반이 뭐야..)
   한 편의 소설 전체가 숨막힐 듯한 세밀한 묘사와 압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만 전체 내내 줄곧 이어진다면 그걸 읽는 언론사 북 칼럼 담당자처럼 완전 몰입한다면 진짜 숨막히고 짓눌리는 압박감에 무척 답답해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흔히 일부 고전소설이나 수준 높은 현대 작품이 이래서 범인(현상범이 아닌)들에게 잘 안 읽힌다. 학교에서 많이 알려진 예술작들과 비슷하게 학문적으로 규정된 테두리라는 룰로 만든 소설은 문학이라는 과목에는 아무래도 무례하겠지만 약간 그런 경향이 없다고 아예 부정하기는 힘들다.
   왜 사람들이 하나의 소설을 끝까지 읽지 못할까, 왜 안 읽지, 왜 드라마나 영화를 중간에 보다 말까 왜. 왜냐하면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낫겠다, 다음에 어떻게 될지 너무 빤하다, 또는 잠온다와 이미 뻔하지만 계속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썩 즐겁지 않고 그만저만 하지만 아무래도 교묘하게 시간 할애-하게 만든다는 그래서, 그래서와 그다음에, 그다음에 같은 단어가 작품 창작자의 머리 꼭대기에서 빙글빙글 교차하며 조그만 새들 지저귀는 효과음 소리를 내면서 어지롭게 돌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충 킬링 타임용으로 만들었는데 대박 나거나 뽀너스로 넣었는데 잭팟을 터트리는 경우는 참으로 운이 좋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움베르토 에코가 “최근 100년간 출판된 소설 가운데 가장 재미있고 진실하고 잔인할 정도로 유쾌한 소설 (중 하나)"라고 극찬한, 젊은이는 아무래도 안 좋아라 할 어느 소설이 다루는 주제는 그것이다. 에코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런데 에코 팬층의 분석도를 다룬 기사가 있을려나... 여러 이야기 가운데 아무래도 남녀간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가장 재미있지만 주로 남자의 선수(先手) 혹은 여자의 눈빛에 의해 그 발단은 시작된다. 그런 여자 뒤꽁무니 쫓아다니는 행동과 여자와 모든 사람을 배려하는 신사의 품위는 도대체 얼마나 다른 것일까. 아무래도 그 간극은 많이 희미해지고 있고 그 사이에서 코메디의 중요성은 더없이 부각되고 있지만 어쨌든 그런 남자의 성적 본능이 없었다면 인간이라는 동물은 인류라는 문명은 지금쯤 아마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이미 옛날에 공룡과 똑같이 멸종했을 것이다. 종족 번식은 천연기념 유산으로 줄어들고 그러다 멸종. 참으로 멸망 안 해서 완전 다행이다. 그래서 그분들에 대한 변론이 좀 필요하다. 앞서 푼 단락으로 멋지고 댄디한 남성의 모양새가 구겨진 감이 없지 않으니 조금 추가 설명이 있어야 할 듯 하다. 그분들끼리만 사는 세상이 어떠하리라고는 별로 떠올리기에 아름답다 하기에는 상당히 괴로우니까.
   꽤 은근하고 우아하고 고상하며 근사한데다 세련되고 특별한 자상하며 잘생긴 남자! 그런 부드러움을 아는 남자는 없다. 있는데 결혼했거나, (레슬링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또는 론다 로우지 같은) 짝이 있거나, 만수르끕 상류층이다. 아니면 게이다. 또는 혼성이다. 그것도 아니면 무공을 익혀 다른데 쓸지도 모르지만 조련시키는데 수십년이 걸린다. 훌쩍! DNA라도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이상형 남자와 같은 스토리를 쓸려다 보면 막상 실제 잘 안된다. 그래서 오페라든 뭐든 막간이라는 게 있고 학원에도 쉬는 시간이라는 게 있다. 이번 장은 또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괜히 험담하느라 힘 빼지 말고.
   여자들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만나면 여자(이성)와 돈, 술, 예술, 문화, 낚시 외에도 그 말하는 주제가 심히 방대하다. 그 가운데 하나로 자동차를 빼놓을 수 없다. 부가티, 페라리, 벤틀리... 조금 건너와서 뭐뭐뭐. 그런데 아주 특이한 동네나 극소수를 제외하고, 그런 차에서 내리시는 사람들을 잘 살펴 보자. 대놓고는 보지 말고. 그분들의 인격을 들추고 파헤쳐 보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차에서 문을 열고 내리시는 인물들을 대충 보자면 대부분 중장년 층이다, 대부분. 그 장렬한 브랜드 얘기는 목소리 키워 젊은 친구들이 하는데 정작 그런 브랜드에서 내리는 사람은 나이가 많아. 대관절 뭔가 이상하지만 남자들도 또 나름 다 이유가 있다. 젊은 시절은 한 번 지나가 버리면 결코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요, 아무래도 일이나 삶의 품위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절대 해가 되지는 않기도 하려니와 정작 중요한 작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무리해서 클래스를 높이다 보면 F1보다 약간 한 끗발 아래이지만 반올림 20년 경력의 자동차 정비 엔지니어의 말을 들어봐도 알 수 있듯이 괜히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 승용차를 타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좀 뭐하드라, 그래서 착실히 알맞게 적당히 검소한 차를 타는 남성이 알고 보면 알부자가 많드라는 말을 듣고, 그런가 보다 하고 스스로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된다. 하나 더, 차의 배기량을 올리거나 좀 더 괜찮은 차를 알고 타게 되면, 겪어보니까, 타보니까 어떻다고들 뭐라뭐라 하지만 형편이 어렵게 되면 똥줄 타게 되면 오래된 외국 영화에 나오는 허름한 볼보 보다 훨씬 더한 중고차, 다 타게 되어 있다. 정말 눈 높이가 올라가면 되돌아오기 힘든 종목은 취향과 안목이다. 나이를 괜히 먹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또 무조건 자기 남자를 새로 만나는 남자를 이도 저도 따지지 않고 차만 보지는 않는다. 이도 저도 따지지 않고 차만 보는 여자라면 항아리형 그래프에서 제일 끝에 위치한 타입으로 마치 자기는 공주 취급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그래야 만족한다는 성향을 보여 수많은 미사여구와 코메디를 듣고도 "할 말 없지?"라고 찬물을 끼얹으는 부류도 없잖아 있다. 완전 재수없게도! 이러면 아무래도 건너편에서는 상대방의 오로지 쇼핑만 좋아하는 인성과 고결한 지성, 퍽이나 높은 안목에 대해 의심을 사게 된다. 바로 견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또 다음과 같은 대화는 남자의 항아리형(?) 그래프의 끝부분에 위치하는 인물을 다루고 있다. 항아리형 그래프의 양 사이드는 원래 그 숫자가 적다. 사람들은 대개 얼마간 착하다. 기억을 잘 못하거나 잘 안듣거나 뭐 하거나 그래서 탈이지.

   "오빠 텔레비전 소리 좀 줄여, 안 시끄러워?"
   그는 리모콘을 거꾸로 잡고 소리를 높인다. 텔레비전 소리가 올라간다.
   "뭐야, 소리 줄이라니깐 정말... (걸어서 거실로 나오며) 뭐 하고 있어, 아까 공원에서는 집에 가서 누워서 텔레비전 보고 싶다며."
   낚시, 골프, 게임기, 전자기기, 새 쇼핑리스트를 온통 내놓고서 만지고 있다.
   "잠깐만 만지고 들여놓는다는 게 길어졌네. 금방 치울께."
   잠시 후
   "자기야 우리 오랜만에 영화 한 편 보자. (뭐) 어때?"
   "..."
   남편은 딴 생각하고 있다. 원래 중요한 얘기가 아니면, 소리나 액션등이 크지 않으면, 내가 관심 기울이는 분야나 상황이 아니면 별로 신경을 잘 안 쓴다. 묻는 사람 답답하게도. 그래도 처음에는 잘-못-들었겠지, 나중에는 피곤한가보지, 오래된 후로 저 인간이... 그런다. 사람은 원래 바뀌지 않는다. 타고난 데로 쭉 살다 간다. 다른 게 아니라 그게, 그것도 인생이다.
   "자기야 다음에 (애 이름) 친구네랑 식사 한 번 하자. 요 근처로 이사 오셨다는데 요즘 선선해지고 시간도 괜찮자나."
   "..."
   또 딴 생각인데 그나마 생각이 좀 멀리 있다가 이쪽으로 슬며시 건너 왔다. 그 아저씨 나보다 훨씬 좋은 차 타는데... 그 아줌마 ... ㅎㅎㅎ ... 으으으.
   "자기야 다음에 언제 멋진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깐소네 들으면서 파스타 한 번 먹자."
   "..."
   항상 그 남자는 속으로 뭔 생각하는 것일까. 제인 오스틴 소설 속 인물이 의뭉스러운 게 아니라 바로 이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의뭉스러운 인간이다. 그런데 또 바깥에 친구들 만나러 가면 눈동자가 살아난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또 몹시 뭐하다. 그이는 친구도 없는 것 같다. 바른이 아니라 좋은 친구. 아니면 그 반대인가 둘 다인가. 이 남자는 술도 안 먹는다. 오직 여자 아니면 도박, 딱 2가지가 인생의 전부다. 그래서 친구는 있는데 좋은 친구가 없다. 혼자서도 친구를 만나서도 상대방이 "어머 기다리고 있었어요."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헤픈 여자만, 따 먹을 여자만 찾으러 다니니까, 술은 입에도 안 대고. 그래도 그이는 틈틈히 집에서 뭐하고 애랑 잘 놀아주고 뭐하고... (이 말 하면 좀 삶이 우주가 슬프지만) 그것도 안하면?
   "자기야 수제 (no스트레스 유치원에서 성장한 뽀끄) 소시지 사왔는데 그거 해줄까? 아니면 뭐 먹고 싶어? 말만해, 어지간한 건 다 있어."
   "..."
TV 채널 돌리고 있다.
   "자기야 말 좀 해보라니까~ 너 말하는 거 까먹었어? 이 인간이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
   '아이 정말 귀찮게 좀 하지 말지. 게임도 하면서 음악도 틀어놓고 시끌벅적 우당탕퉁탕 그래야 하는데 말야. 게다가 핸드폰을 하나 더 사야겠는데, 첩보 영화가 현실이니 이거 원... 도무지 나만의 공간, 사생활이 없단 말이야.
   "자기야, 아 정말 너무한다. (큰 목소리로) 뭐 먹을꺼야?"
깜짝 놀라는 그분.
   "어 여자."
... 서로 눈이 똥그래져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이때 어린 딸이 방에서 놀다 나온다.
   "난 크면 아빠랑 결혼할꺼야."
   "아이쿠,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큰일 난단다."
   "큰일? 무슨 큰일?"
   "넌 아직 모를꺼야. 어른이 되면 알게 돼. 인간, 삶에 대한 회의를."
   "엄마, 회의가 뭐야(뭐여)?"

   유행가 가사나, 우화와는 동떨어지고 연습곡 랩 가사를 표방한 듯 한데 그것도 아니고 괜히 소설 한편 쓸려다가, 이러다가 정말 사람 잡겠다. 누군가는 살면서 미적지근한 지인으로부터 대뜸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왜, 자고 싶어?"

   처음 알기 전, 말을 나누어 보기 이전에, 안면은 있는데 가까워지고 싶은데 좋아하는데 그 사람 근처에서 조심하면서 차를 마시다 그러면서 심하게 사레들리는 그런 분위기를 살면서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3~5분 정도의 짧은 음악을 듣나, 안 그러는 사람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