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Blog - 28

Spafinale 2014. 10. 13. 10:08

   독자께서는 이번에 전개될 이야기로 플로렌타인 호프만(www.florentijnhofman.nl)의 리버덕 프로젝트를 예상하셨을까? J는 영화 소재로 알맞도록 급박하게 어쩌다 감금당하고 구출을 기다리다 지쳐 직접 탈출을 도모할까? 미안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흐뭇한 마음을 감추기는 싫다, 송구스러우니까. 그런 예상은 아쉽게도 틀렸다. 그렇게 유명한 프로젝트인데 굳이 여기서 뒷북을 때릴 필요가 없다. 어차피 결국 그게 무슨 상관이랴, 독자가 예상치 못한 흐름을 가져가고 싶은 마당에, 가난한 작가도 어지간히 능청맞다. 차라리 실내 수영장에 가서 오리발을 신는 게 딱 맞겠다. 그래야 어울린다.
   무릇 게임이나 스포츠, 몇 세기에 유행한 타인과의, 시대와 관계없이 영원할 자기 자신과의 대결에서 그 승부의 직접적인 당사자들은 아무래도 전체적이고 세밀한 흐름과 맥락과 반응을 읽는 데 어느 정도 선의 언덕을 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코치가 있고 감독이 있으며 전문 서적과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존재한다. 또 다른 하나의 단어로는 그걸 훈수라고도 한다. 또는 객관화나 질서 그리고 수많은 긍정적이거나 어려운 단어와 적절히 비관적인 용어들도 있을 것이다.
   독자를 주인공으로 생각하도록 느끼게끔 나름 기교을 부린다고 정확한 지역명 없이 등장인물도, 대화도, 사건도, 속도도 뭐든 (문체는 예외로) 간소하게만 써 왔는데 새로움과 참신함, 흥미로움등의 몇가지 기준을 놓고 생각해보니 조금은 챙피한 일행과 일부러 5미터, 3미터 거리를 두고 뒤따라가는 한 명의 엉뚱한 그 일행 중 한 명처럼 창작자보다 이야기가 앞서가는 결과가 되버린 것 같다. 정겹지 않게 새침한 발빠른 이야기를 쫓아가면 창작자가 고생한다. 배배 꼬인 문학적인 전문용어는 필요없이 지금 이 마당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야기를 좀 얘기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시켜야겠다.
   그러므로 그 동안의 방식과는 달리 이번 한 번만 줄거리의 일관성을 깨트려 보고자 한다. 가능한 능력치 내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라는 간략한 명제를 만들고 나니 이런 몇 가지 할 일이 떠올랐다. 첫째, 1인칭으로 써 보기. 그러고 보니 이것이 살면서 또는 최근에 제일 안(못) 하고, 하면 안될 것 같고, 유달리 꺼려했다고 할까, 쉽게 하기 정말 어려운 일들 가운데 하나였던 듯 하다. 그럼 1인칭으로 쓰기, 그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안 해봤으니 잘 모른다. 해보고 나서 아, 이렇구나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직업을 딱 정하기. 앞서 이야기는 직업이 정해지면 뻔한 견적이 나온다 어쩐다 해서 직업이 없던가 백수나 소설가 지망생으로 정했는데 그 룰을 없애야겠다. 셋째, 욕망과 욕구를 정확히 표현하기. 아무래도 좀 어렵겠지만 이러면 할 이야기가 좀 더 나올 듯 하다. 어쩌다 이런 색다른 시도 후 운이 좋으면 소설 분량이 나오는 것이고 극소수에게 동기부여도 되고 한 번쯤 해 볼 만한 일이다.
   소설 전체를 건 반전은 없지만 미리 알리지만 이미 한눈에 파악하셨겠지만 다음에 나오는 1인칭 액자소설의 반전?은 아니지만 아~하 포인트는 있다. 몇 챕터 지나서 나온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라.

   (이런 미쳤어-미쳤어-미쳤어) 또 글이 길어졌다. 대문호처럼 폼잡고 고상한 음악을 들으면서 단 몇 문장 만으로 극의 전개를 바꾸고 독자의 마음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들었다 놓았다 할려고 했는데 그게 쉽게 될 리 없다.
   참 대인관계에서 또는 글쓰기에서 사람은 너무 솔직해도 너무 멋져 보일려 해도, 또 너무 뭐뭐 할려고 해도, 이 너무가 너무 자주 쓰여도 탈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일상적인 용어가 있다. 가령 어느 일반인은 '완전'을, 어느 시인은 무엇을, 당신이 아는 사람은 '그러니까'를 또는 '아주'를. 본지 오래되거나 멀리 사는 그리운 이를 떠올릴 때 사람들은 그의 억양과 자주 말하는 단어, 어법, 몸짓, 표정과 습관 그리고 포즈를, 작가라면 명사와 동사, 스타일, 문장, 언어 그래 맞다 언어! 그런 전체적인 뭉게구름을 떠올릴 것이다. 왜 이런 헛소리를 하는고 하니 아마도 독자를 쥐었다 폈다, 살짝 띄웠다 하늘 높이 공중부양-시켰다 할려다가 잘 안되어서 글쓴이 혼자 경기를 일으키고 막 속이 울렁거리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한 여인의 초상이라서 설명하기는 곤란하지만 적잖이 머리가 아프다. 그 책을 썼던 근대 영미문학의 거장, 무슨 꿍꿍이인지 상당히 모호한 썩 난해한 표정과 문체, 긴 말 하지 않겠다.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소설이 아주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줄 모르면서 망망대해로 우주로 떠돌고 있다. 아무튼 자,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