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Talk

Hopefully: 문명인 몰리의 제국 그리고 정부들

Spafinale 2013. 7. 14. 10:09

소설 암스테르담 해외 로케이션. 기막히고 번쩍이고 멋드러진 내용이 안나와서 소설의 주무대 런던에서 먼 곳을 영화처럼 적어봤다.

  • 1978년 스크트랜드 저택. 크리스마스 파티의 빨간 당구공
  • 1980년대 중반 휴가. 이탈리아 움브리아 별장
  • 1980년대 중반.. 보스톤. 몰리가 한때 주거. 클라이브의 케이프코드 해변 휴가
  • 1980년대 중반.. 로마. 버넌의 로마 특파원 시절
  • 1980년대 중반.. 워싱턴. 버넌의 워싱턴 특파원 시절
  • 1970~80년대.. 클라이브와 버넌의 별장 여행. 그리스의 북부 산악지대. 롱 아일랜드 해변
  • 1997년.. 마지막 암스테름담

  1998년작 <암스테르담/이언 매큐언>에 대한 부커상 수상 인터뷰에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짤막한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서너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그런 소설 말이죠. 소설이란 것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독자가 구조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요. '암스테르담'을 쓰면서 가졌던 욕심은 독자와 그런 플롯을 공유하는 거였지요." 착 감기는 느낌 때문에 오래 읽기는 했지만 서너 시간 안에 읽을려면 책을 무척 빨리 읽어야만 가능할 것 같다. 정말 재빨리 읽으려면 읽기야 하겠지만 그러면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고 또 초반에 천천히 연이어서 진득히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시간상으로 대략 사나흘 탐독한 셈이 되었다. 몰리의 정부들에 대한 재력과 외모, 매력도 순위를 매기고 싶어서였을까?
  <암스테르담/이언 매큐언>의 시작은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과 약간 첫장면이 비슷하다. 소설은 1997년 2월 영하 11도인 런던의 어느 장례식에서 시작된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분량과 함께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발표된지 16년된 유명 작품의 새로운 관점을 찾기 힘들 것을 미리 예견해서?―때문에 인물에 대한 특징을 소설에 나온 그대로 간추려서 요약해보았다. 그외 중요한 부분들을 간략하게 몇몇 집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건 전개 발달과정에서 버넌은 몰리의 법적 상속인인 조지로부터 제의를 받는 점, 사건의 절정을 넘어설 때 클라이브의 심정에 대해 비행기 의인화로 설명된 부분과 함께 몇가지 소설 전후로 대칭되어 알려주는 넛지들이 나온다. 장례식, 당구대 위의 빨간공에 대한 묘사와 성당, 별명, 겨울과 회상이 그렇다. 참고로 이와 같은 기법을 정확히 뭐라하는지 모르는게 차라리 속편하다. 또한 초반에 나오는 (버넌의 상상) 클라이브의 수면제 서른 알을 막자사발에 넣고 빻은후 위스키에 넣는 장면. 그리고 후반에 (클라이브와 함께 버넌도 변칙적으로 실현한) 의사 처방된 수면제 종이 봉지를 풀어서 위스키에 붓는 부분. 그리고 버넌과 클라이브가 말과 글로써 자신의 암스테르담 스타일 최후를 서로에게 부탁했는데 각자의 말과 글처럼 암스테르담식 인생 말로는 그 역할을 최종으로 다른 정부에게 위임하는 모습을 보인다. 암스테르담 스타일 최후를 클라이브는 만나서 말로써 고백하고 버넌은 혼자서 메모를 통해 답변한다.
  보통의 관점에서 보자면 클라이브의 작곡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해주는 서술도 좋지만 버넌에 대한 분석이 좀더 중요한 것 같다. 왜냐하면 버넌은 그 4명의 정부 가운데서 가장 나약하고 시류에 휩쓸리는 존재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버넌은 몰리의 남자들 가운데서 가장 낮은 지명도를 기록하고 이루어 놓은 인생의 사회적 물질적 성과도 가장 빈약하다. 또한 사내외 암투 때문에 회사에서 실직되어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 끝은 2인자 버넌에게 호사라는 구름, 호혜 페이스 안개 그리고 bromance 그늘(?)에 조금은 묻힌 묻어가는 분위기를 안겨준 클라이버와 함께하게 된다. 극중에서 버넌과 클라이버가 서로 친하게 나왔다가 애증의 관계를 거쳐 최후를 다정히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버넌은 레이시(너무 과대평가인가ㅋ), 클라이브는 핑클러(몹씨 과소평가?)와 닮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 번역본 표지에서는 그 둘의 초상화 또는 커리커쳐가 그려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안그랬으면 어쩔 수 없다.
  전체 내용과 줄거리는 인물 분석과 인용문을 읽어보면 누구나 대충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패스하고 만일 당신이 나태한 꽤재재한 고무인간 독서가라면 다음과 같은 유치한 결론을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1. 보통 사람에게는 윤택하고 안정된 생활도 긴요하지만 로즈 가머리의 원칙인 7시간 수면이 무척 절실하다. 그래야 책 읽는 속도를 더 높일 수도 있고 독서만이 아닌 삶의 속도감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잠은 결코 시시하지 않다. 잠은 완전 중요하다. 잠은 아주아주 막중하다. 어느 정도냐면 Karim Rashid는 '나를 디자인하라'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하루에 네 시간만 잔다고 호언장담하는 유명 인사들의 말을 무시하라. 만약 열 살 이상 젊어 보이고 싶다면, 하루에 여덟 시간 정도 자라. 낮잠을 즐길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그 여덟 시간을 낮과 밤으로 쪼개서 쓸 수도 있다." 그보다 앞서는 철칙도 있다. 패션모델 미란다 커(Miranda Kerr)가 철저히 지키는 10시간 수면은 참으로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2. 자의든 타의든 보통 사람들은 약간의 투명성을 가지는 것이 좋고 슈만의 카니발 같은 높낮이로 개개인의 가면이 모두 벗겨져 버리지 않는 길이 주위에 덜 소란스러울 것이다. 즉 소설에 등장했던 가머니의 사진과 샴 쌍둥이에 대한 얘기, 영화 The Host 2013에 나오는 내용등을 떠올릴 수 있다. 
  3. 소설을 읽고 나면 첫째날 밤 환상적인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자신의 나이가 7살 젊어진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직업과 사회적 기타 쩍쩍 위치를 가진 상태에서 대학 동창을 만난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새로 시작하게 되고 미팅을 하게 되어 어느 일류 대학에서 미팅녀에게 스토킹을 당한다. 그 스토킹녀를 피해다니던 찰나에 학내 밴드부에도 들고 미술부에도 가입해서 대학교 초년생과 즐겁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야릇하고 은밀한 연애감정 비슷한 기분을 경험한다. 그리고 둘째날 밤에는 영화 본 시리즈에 필적하는 아니 오히려 전혀 새로운 양식의 추격전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즉 첫째날 밤 꿈은 판타지 둘째날 새벽 드림은 어드벤처, 액션 장르다.
  4. 뭐 심오한 내용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별거없다. 소설이 아니라 감상문이. 당분간 소설을 읽지 않던가 또는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율리 체> 같은 두꺼운 소설을 읽더래도 밑줄긋기 수준의 문장만 찾아봐야겠다.

  소설 전체에서 보여준 버넌과 클라이브의 우정에 대한 말과 글 그리고 그들의 생각처럼 남자들은 수없이 그런 말들을 노래한다. 넌 나의 첫번째가 아니다 또는 너보다 내가 더 누구와 친하다 같은. 이렇게 불필요하고 약간 과시적인 언사를 말이다. 억양이 안이쁜데다 조금 어리석어 보여 심하게 균형을 읽어버리는 말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랑스럽도록 얘기한다. 소설속의 버넌과 클라이브 사이처럼 현실에서 그들의 우정은 참으로 단순하다. 누군가에게는 우정이란 독점권과 소유욕 그리고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에 대한 다른 표현, 감정일 수도 있다. 영화 제목으로 빗대자면 (극히 미화하자면) 금성무가 나오는 영화 턴 레프트, 턴 라이트(向左走, 向右走: Turn Left, Turn Right , 2003)다. 그리고 래넉에게 버넌과 클라이브가 술잔을 건네는 야바위 경우의 수 장면은 소설 말미의 묘미다.
  결말은 어떻게 보면 어수룩한 법적인 최종 남편 조지가 몰리 연애사를 모두 정리한 유화의 모습을 띄고 있다. 아니면 몰리가 정말 대단한 여자라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 적어도 (소설에서 한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았던) 몰리는 대단한 행동주의자라는건 분명하다. 그리고 그 무대는 결코 하원(下院)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lower house가 안좋다는 뜻은 아니다.

몰리 레인

  • 1950년생
  • 파티를 즐기는 레스토랑 비평가이자 사진작가. 보그지 근무
  • 46세에 옆으로 재주넘기를 거뜬하게 하는 활달한 성격으로 죽어서도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4명의 애인을 거느렸다. 
  • 바흐와 스트라빈스키를 듣고 아주 드물게 모차르트를 즐긴다.


정부 1. 조지

  • 살아서 몰리에게 홀대받은 유일한 법적상속인 최종 남편
  • 겉과 속이 다른 인간으로 까탈이 심하고 병적으로 소유욕이 강한 남자. 
  • 우중충한 출판업계 부자로 메이저 일간지 '더 저지'의 지분 1.5% 보유
  • 영국 런던 홀랜드 파크 거주

정부 2. 클라이브 란리

  • 1968년 몰리와 대학생 때 하숙집에서 첫만남 이후 1969부터 1978년까지 10년간 동거
  • 절대음감 소유자로 70년대 중반에 지명도를 얻는 작곡가. 
  • 베토벤이 영국인이 아니라는데 유감을 품는 남자
  • 1979년 몰리와 재결합. 그후 몰리와 헤어지고 나서 두번 결혼과 이혼 후 세명의 애인을 만났다. 현재 독거중으로 뉴욕에 요염한 정부가 살고 있다.
  • 1970년에 대저택을 상속받음. 80년대초에 부자 반열에 오른다.

정부 3. 버넌 핼리데이

  • 1974년 파리에서 몰리와 1년간 동거
  • 첫직장 로이터통신 / '더 저지' 평기자―로마 특파원―워싱턴 특파원―5대 편집국장
  • 80년대 초반에 처음 결혼해서 두번 이혼후 세번째 결혼하여 현재 안내 맨디와 살고 있다.
  • (얘네들은 먼 슈퍼 거미줄처럼 정부 사슬이 얽혀있어) 하원에서 일하는 정부 데이나와는 현재형이다.

정부 4. 줄리언 가머니

  • 1946년생 유별난 인간으로 드라마 <결혼의 여신>의 염동헌 스타일에 얼굴선이 조금 더 날카로운 외모다.
  • 전 내무장관, 현 외무장관으로 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 부인 로즈 가머니에게 죽은 몰리와의 외도가 들통나고 그 외도가 자신의 부인과 정부 3에 의해서 세상에 공인 및 공표된다. 가엽게 정치세계에서 물러나게됨과 동시에 부인에게 주도권이 탈취된다.

암스테르담/이언 매큐언

p.89 비웃어 마땅한 사진이었다. 실제로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클라이브는 어딘지 경외심을 느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나 아는 게 없다. 대체로 우리 모습은 빙산처럼 대부분 물에 잠겨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사회적 자아만이 하얗고 냉랭하게 밖으로 솟아있다... 클라이브는 처음으로 가머니에 대한 마음이 누그러지는 기분이었다.
p.94 "몰리 때문이네. 우리는 가머니를 좋아할 수 없지만 몰리는 그를 좋아했어. 가머니는 몰리를 믿었고 몰리는 그의 믿음을 높이 산 거야. 이 문제는 그들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라고. 이 사진은 몰리의 것이고 나와도 자네나 자네의 독자들하고도 아무 상관이 없어. 몰리는 자네의 이런 행동을 경멸했을 거야. 솔직히, 자넨 몰리를 배신하고 있어."
p.137 한 젊은 기자는 나중에 구내식당에서 동료에게 자기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고 한다. 마치 아는 사람이 대중 앞에서 옷을 벗고 채찍질 당하는 모습을 보는 듯하더라고. 가면이 벗겨지고 형벌을 받는 모습 같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