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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e Lacey Geuss(Guiness) 2013.06.26

The Lacey Geuss(Guiness)

from Small Talk 2013. 6. 26. 23:55


image: http://www.flickr.com/photos/rizon/5844596287/

  학계에서 묵시적으로 열렬한 지원과 경탄을 받는 중견 문학평론가라면 스티브 마틴의 소설 레이시 이야기(An Object of Beauty by Steve Martin)를 공개적인 지면으로 드러내서 이야기 하는걸 좀 꺼려할 것 같다. 일반인들이 봐도 그 조합은 좀 안어울린다. 왜냐하면 레이시 이야기는 그렇게 평론 받기엔 좀 안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냥 안어울린다는게 이유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또는 전세계적 그리고 시대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중견 문학평론가는 그리 많지 않아서 지금 이 순간에도 스타벅스와 엔젤리너스의 어느 탁자 좌우상하에서는 이 책에 대한 담소들이 오가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소설과 관련되어 떠올릴 소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다음 몇가지를 공통적으로 대화 나누었을지도 모르겠다.

  1. 소설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2. 소설과 드라마. 스타일/백영옥
  3. 영화 칠수와 만수
  4. 소설 영국 남자의 문제. * The Finkler Question이 영국 남자의 문제로 번역된데 반해 An Object of Beauty는 레이시 이야기로 번역되었다.
  5. 미술관 실내 디자인의 정석에 알맞는 영화 Ruby Sparks 집 실내 정경
  6. 영화배우 이정재의 옛날 인터뷰中 실내에 액자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

여기까지는 흔히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고 좀더 그럴싸한 분위기로 묘하게 닮은 느낌을 찾자면 소설 어떤날 그녀들이(임경선)에 대한 박현주 에세이스트 수필의 문장들이 떠오른다. (단편집도 좋고 수필도 호평인데 일부분만 딱 떼어놓으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레이시 이야기를 읽은 후의 감정을 얘기하기 위해서 인용하는 것이다)
"다 읽은 후의 느낌도 그런 사람과 소개팅을 한 후와 비슷하다. 좋은 상대였다. 같이한 시간이 즐거웠다. 그런데 별일이 없었다. 부분적으로는 이 책이 단편집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 매 편 좀 더 읽고 싶어지는 지점에서 끝이 난다."
from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87714.html
  유사점은 이렇고 만인의 핑클러적 로망에 대한 민감한 부분도 이와 같이 화자될 것이다. 곧 1~5번과 여러 생각들도 좋지만 6번이 제일 신간 편하다. 그림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굉장히 비싼 그림 10점을 일생일대에 걸쳐 수집해 놓고서 10년간 집에서 지겹도록 보던 가운데 2점은 도둑맞고 5점은 빚으로 대체 탕감하여 그나마 덜 나은 작품 단 3점만 남느니 아예 깔끔한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태평양 어느 12km² 개인 섬에서 필립 플렉처럼 사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어느 대도시의 경치 훌륭한 위치에 있는 12평 원룸에 살면서 옆집 강아지 구경하고 동네 주민과 녹차 마시는 삶도 결코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나은 점도 많을 것이다.
  레이시 같은 인물이라면 여러가지 변주가 가능하겠지만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수많은 작품들과 연관지어 생각하기 보다는 개개인의 취향에 대해 불확실하고 궁금하지만 어렴풋하게 어쩜 그럴지도 모른다는 아련한 또 막연한 가설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할지도 모른다. 즉 취향이란 아무래도 이런게 아닐런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누군가에게 질문을 해본다. 만약 당신이 지금부터 10년간 하루 5시간 미술공부와 일주일에 5일간 미술관 관람을 열심히 한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후 다시 10년 동안 훨씬 여유로운 미술품 애호 취미생활을 격조높게 품위를 갖추고 기품있게 즐긴다고 가정을 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처음과는 많이 달라지겠지만 아마도 절반쯤은 처음과 나중의 취향이 똑같을 것이다. 이게 취향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또는 한계라거나 재능이라거나.
  여담으로 취향에 대해 한 얘기하자면 주량이 낮으면 술값도 싸게 들고 금방 취하고 (술마시기 시합만 아니라면) 딱 좋지만 (재능이나 능력이 받쳐 주지 않고) 취향만 고급이면 가랭이 찟어지기 딱 좋아서 살아가는데 있어서 대체로 별 도움은 되지 않는 것 같다. 피카소를 싫어하는 눈이 하늘보다 높은 어른들은 아마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꺼 같다.
  일부 어른들은 이 소설을 재미있게 잘 읽고 나서 또 이렇게 투덜거리겠지. (그런 용어가 있을지 몰라도.. 없으면 만들면 되고) "고품격 순수문학이 좀더 나은 것 같아, 뭔가 괜찮기는 한데 조금은 서운한 느낌이 남네.. 요즘 썩 괜찮은 작품을 많이 봐서 그런가..." 즉 이건 고품격 (그 놈의 고품격) 쁘띠 프랑스 카페에서 맛나게 식사를 하고 나와서 투덜대는 것과 비슷하다. 그건 그렇고 Amy Adams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라는데 Amy Adams도 괜찮지만 만일 가능하다면 그녀보다는 Elizabeth Banks 성격 + Emma Roberts, Bryce Dallas Howard 외모 + Judy Greer 분위기를 조합한 사이보그가 더 어울릴듯 하다. 영화는 비밀리에 작업중인가 보다. http://www.imdb.com/title/tt2229313/ 영화로 만들어지면 The Details(2011)에 나오는 다리 위에서 돈 뿌리는 장면 같은 오소독스한 컷도 포함될 것 같아 기다려진다.
  며칠동안 반짝 소설 한권 읽었는데 풍성한 포스팅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인용문을 길다랗게 써놓는다. 어설픈 호빵맨 잡문보다는 베스트셀러 단행본 밑줄긋기가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고의 작품도 대부분 한번 읽히고 잊혀지지 않는가?
  오토바이는 값비싼 그림과 같다. 오토바이를 보면 생각난다. 7살쯤 되었을까 할아버지가 모시는 오토바이 앞자리에 타고 시골길을 달렸던 기억. 바람 때문에 눈물이 났었다. (그때 헬맷을 안써서 그런지 이제야 꿈에서 헬맷을 써가지고 믿을 수 없는 판타지를 현실로 꿈꾸고 있다) 그리고 나중 할아버지는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뒤로 1995년에 약간 <차인표+장혁> 닮은 형이 모는 오토바이 뒤에 탔을 때 소리를 지른 후 당구 쳤던 기억이 난다. (조금 산뜻한) 오토바이는 언제봐도 멋져보인다. 하지만 위험하다. 많이 위험하다. 사랑도 어쩌면 그와 비슷할 것이다. 우리네 삶도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레이시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또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레이시 이야기/스티브 마틴
p.246 처음부터 날 사랑할 준비를 하고 다가오는 작품은 오히려 금세 질려. 우리는 미술을 사랑하고 바깥 사람들은 미술을 혐오하는 이유도 그런 거야. 그 사람들은 거기에 들인 시간이 없거든. 우리 같은 사람은 좋든 싫든 작품을 보고 또 보지. 갤러리에서 보고, 집에서 보고, 미술잡지에서 보고, 나중엔 경매에서 보고 하지만 바깥 사람들은 한 번 보거나 들은 게 다잖아? '선만 구불대면 다 작품이야? 저런 건 우리 애도 그리겠다.' 어쩌고 하면서 모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잭슨 폴락처럼 그리는 꼬마가 있으면 정말 좋게? 프로라면 0.5초 만에 차이를 알아보지만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몰라. 사람들은 폴락이 피땀 흘린다고 생각하지 않아. 장난한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게 장난인가? 나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칠 때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 미술관에 데리고 가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이런 게 예술이야. 너희들은 절대로 못하는 거지.'"
p.389 미술계를 한심하게 보는 기사 일색이었죠. 하지만 나는 그 작품을 보고 맘에 들었어요. 따라서 나는 '2만 파운드면 바싼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 자리에서 사형당하고 싶지 않고서야 재판에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죠. 대신 배심원을 향해서 이렇게 말하겠어요. 여러분이 강아지를 한 마리 살 계획이라고 합시다. 황색 래브라도를 사고 싶어요. 귀여운 누렁이 래브라도 강아지. 좋은 놈을 사려면 전문 사육자에게 가야 한다고 합니다. 데려왔는데 골골대면 낭패니까요. 그래서 여러분은 사육자에게 갑니다. 가 봤더니, 잉글리시 래브라도가 있고 아메리칸 래브라도가 있는데, 아메리칸 래브라도는 몸이 유연해서 사냥개로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사냥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땅딸막한 잉글리시 래브라도를 데려옵니다. 그런데 사육자가 래브라도 종자 중에 제일로 쳐주는 놈은 머리가 큰 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가 마침내 머리가 엄청 큰 놈을 얻습니다. 여러분은 대두 강아지를 집에 데려와 친구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하죠. 내가 애완견 대회를 휩쓸 기막힌 강아지를 사왔어. 들어는 봤나, 대두 잉글리시 래브라도. 그런데 여러분의 친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젠장, 강아지 한 번 더럽게 못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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