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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클러만이 (고품격) 남자는 아니다. 201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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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영국 남자의 문제/하워드 제이콥슨> 405페이지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페이션쇼와 포커...... 무슨 차이지?" 비슷하게 (수준 낮추어) 바꾸어보면 이와 같다. "핑클러적과 부유함 또는 지성의 포만감, 아름다운 감성의 풍만함, 도발적이고 쇠뇌적인 외모...... 무슨 차이지?"
  이 소설 전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인 <유대인>에 대한 서술은 전문가를 위해 양보하고(?) 아무래도 핑클러적이란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핑클러적>이라는 단어는 더불어 <트레스러브적> 또는 <헤프지바적>이란 단어로 교체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핑클러적>이 있다면 <달라스적>도 있을 것이고 인간적, 남성적, 마초적, 여성적등 여러가지로 변형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디아스포라, 해외파, 여러 유형의 약자와 소수, 대다수를 가리킬 수도 있다. 핑클러적과 이와 같은 수많은 대체 명제 사이의 교집합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는데 달리 생각해보면 교집합이 아닌 엶게 펼쳐진 합집합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재미난건 아무래도 이게 아닐런지... <핑클러적>은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2007)의 고은찬스런...을 예찬하는 진하림 대사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요런 정도 마초 말고 그에 대비되는 단수가 낮은 마초의 예로 2가지가 있겠다. 물론 마초보다 마초 단수에 연연하지 않는 벌레먹은 과일이 문제일 수도 있다.

  • "째 내가 꼬셔줄까?" 이런 우울한 멘트를 날리는 끕
  • "우리는"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꽈

  소설 <The Finkler Question/Howard Jacobson>에는 <템테이션/더글라스 케네디>에 나오는 브랜드명 만큼이나 사람이름과 국가명, 민족, 정체성, 철학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시작부분 말고 초반부에는 아주 재미있었는데 차츰 약간 흥미가 하락하다가 후반부에 흥미진진 곡선이 쭉 올라갔다.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해보니 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니까 커다란 스케일과 함께 스콧츠맨의 평처럼 통렬하며 지적인 영역을 끊임없이 전체에 걸쳐서 다뤄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독자 의견이 반영되서인지 다른 문학상 보다 월등히 대중성을 갖춘 것 같다. 다른 부커상 작품은 다를 수 있지만) 즉 부커상으로는 딱 적합한데 베스트셀러로는 뭔가 아주 약간은 안어울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부러움, 시기, 질투, 선망, 동경 그리고 각 개개인의 천성을 말하는 격조가 드높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여러 비례 관계를 말하듯이 그런 그래프들의 한 영역을 잘 다루고 있다.

  • 부모 소득 수준과 자녀 성적의 정비례
  • 스포츠 구단 투자&운영비와 성적의 비교
  • 자동차 흡배기 엔진음과 가격의 대비
  • 구두굽 소리등 모든 시청각 사례등

  소설 <영국 남자의 문제/하워드 제이콥슨>를 읽으니 문득 떠오르는 작품이 2개 있었다. 이 두가지보다 어떤 부분으로든 훨씬 근사치 작품이 많겠지만 가장 최근에 봤기 때문에 연관되어 기억난 것 같다. (얼마전에 읽었는데 이것마저 잊어먹으면 정말 슬프다) <명예/다니엘 켈만>는 핑클러 퀘스천과 닮았지만 분위기가 좀 무거웁다. 그리고 <템테이션/더글라스 케네디>는 인물 설정에서 다음과 같은 매칭을 약간은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 템테이션의 데이비드 아미티지 : The Finkler Question의 줄리언 트레스러브
  • 템테이션의 마사 : The Finkler Question의 헤프지바
  • 템테이션의 바비 바라와 필립 플렉 : The Finkler Question의 샘 핑클러

게다가 샘 핑클러의 아내 헤프지바를 자꾸 <헤프지마>로 읽는 많은 반(反 or Half) 핑클러족들도 아마 있을 것이다. <헤프지마>와 비슷한 대사는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의 "사라시바"
  줄리언 트레스러브는 정말 무엇을 바랬던 것일까? 유대인같은, 핑클러적인, 통속적인, 속물스러운 드라마틱한 낭만적인 그러면서도 완전무결한 무엇? 줄리언 트레스러브가 정작 유감스럽게 은밀히 품었던건 자신이 갖지 못한 (자신에게는) 불가능의 영역에 대한 본능적인 어떤 감정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그것이 소유의 개념이든 망각이든 다른 차원의 품위가 되었든 그냥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줄리언은 그냥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리보크와 말키의 스윗홈 분위기 연주를 코믹하게 바꾸어 표현하자면 영화에서는 말키를 어느 직업 연주자가 쉬이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의 쇼팽 마주르카 초특급 스페셜리스트로 그렸을 수 있고 현실에서는 김광민 연주자 깜냥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문세나 신승훈이 공연이나 방송을 보는이들에게 침을 흘려도 감지하지 못하게 마비시키는 정도로 수많은 가수들 모창을 하는 것처럼
  "(playing) 어때요 키스 자렛 비슷하죠? 그리고 글렌 굴드? (playing) 밥 제입스는 이렇죠. (playing) 발터 기제킹이라면 (playing) 살아생전 라흐마니노프가 쇼팽 2번 소나타를 이렇게 연주했죠 (playing)" 

p.39 그가 메르세데스를 원했나? 아니다. 그가 술 취할 것 같은 밤에 운전기사를 원했나? 아니다. 그가 원한 것은 아내였고, 샘은 더 이상 아내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갖지 못한 것 중 샘이 가진 것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아마 자존심을 제외하고는.
p.67 그래서 핑클러는 리보르가 느끼는 것을 느낄 수 없는 걸까?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는 성품을 타고났다고 확신했지만─모든 것을 말하고 행하는 그가 무엇을 부러워하겠는가?─그럼에도 부러웠다. 말키가 더 오래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리보르가 느끼는 비탄의 넓이가. 그는 리보르처럼 슬픔을 미래에 투사할 수 없었다. 그는 미래의 타일러가 그립지 않았다. 그저 과거의 타일러가 그리울 뿐.
p.364 "그가 똑똑해서? 유명해서? 유대인이라서?"..."그러면 내가 대신 말해주지. 자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유대적인 부분이야."
p.359 왜 다들 그를 토닥댈까? ... 말키는 그걸 알아차렸어. 그녀는 자네 앞에서 슈베르트를 연주해도 되는지 고민했지. "그를 부추길 필요는 없어요." 그녀가 말했었어. "뭘 부추기는데요?"
"스스로를 불길에 내던지는 것. 내 조카의 손녀와 지내고 모세스 마이모니데스를 읽는 것도 그런 것 아닌가?"...
"그런가? 그러면 대체 뭘 걱정하지? 자네가 얻고자 했던 것을 얻은 것 같은데. 유대적인 게셰프트(일). 자네는 그것이 재난으로 통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난 자네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을 거고."...
"... 자네는 유대인을 보면서 아마겟돈을 생각하지. 우리는 멋진 창조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파괴 이야기가 더 멋진 법이야. 우리는 불꽃 속으로 던져 넣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채 우리 옆에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지. 둘 중 하나야. 기질적으로 자네는 후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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