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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빅 픽처/더글라스 키네디>를 읽을 때 유명 언론사 가운데 빠진 곳이 어디인지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타임'이란 단어는 몇번 등장하는지 세어보지 않았다. 또한 배우를 들먹일 수도 브랜드 이어말하기를 끌어들이기에도 알맞지 않았다. 세세한 관련 자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그 방식은 이미 써먹어 버렸기 때문에 다른 뭔가 특별한걸 적어야 하는데 마감일에 콧방귀를 끼는 루디 워렌의 필력은 없으니까 한국 개그맨 박명수처럼 일순간 답답하고 매우 초초했다. 눈깜빡깜빡하고 손꼼지락거리기 말이다. 그렇다고 출연진들의 차종이 특별하지도 않고, 초반에 벤이 먹는 알약들을 얘기하기도 또 카메라 종류를 열거하기도 좀 안내킨다. 그건 별로 빛을 발하지 않으니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제일 마지막에 번역자의 말이 있다. 옮긴이의 말에 이와 같은 내용이 있다. "독자들은 벤이 살인자라는 걸 알면서도 살인사건이 완벽하게 은폐돼 벤이 결국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심리상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늘 책읽기를 마친 어떤 독자는 한마디로 그런 경험 못했다. 즉 적당히 재미있었지만 작가의 다른 소설 템테이션 보다는 몰입도가 뒤쳐졌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좀더 수준 높은 감상기를 원하는 블로그 써퍼라면 아마존이나 Goodreads, multi language Googling을 강력 추천한다.
  아주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은 최근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를 볼 때마다 본인의 일부 처지와 그리고 자아와 극중 일부분 상황 또는 어떤 성격이 어쩜 그렇게 비슷할 수 있는가 의아해하는 황당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아주아주 극소수니까 그 숫자는 크게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이건 꼭 극소수에 한정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다 크고 작은 비밀과 자기만의 정말 특별한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고서 가정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그냥 헛생각하기를 즐겨하는 몽상가라면 당연히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주인공 직업 변화: 변호사 → 직업 사진가 → 3류 사진가 또는 가정주부
  • 주인공 직업 변화 변형?: 전투기 조종사 → 항공업계 로비스트 → 미술계 쁘로커로 위장한 백수?  
  • 배경이 미국내니까 유럽으로 바꿔도 색다르겠군

그외 주인공 1인 외에 비중있는 인물이라면 누가 있을까. 주인공을 제외한 출연진 가운데 영향력 비중과 통제권 사슬을 떠올리기에는 너무 주인공 단독 비상 비행이 많기 때문에 인물이 아니라 다른 무엇에 초점을 맞추는게 좋을 것 같다. 그 포인트는 그 포인트는 우연성 같다. 즉 과장, 가정, 비약, 대조, 비교에 대한 파생 컨셉이 아니라 이 소설의 주제는 한 단어로 의심이다. 개연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거의 빈틈없이 짜여있기 때문에 헛점을 찾는데 힘쓸 필요는 없고―복잡한 영화를 볼때 가끔 분석하고 연결하기는 아예 포기해 버리는게 현명한 것처럼―우연히 이렇게 흘러가는 구나. 의심으로 저렇게 굴러가지 못하란 법은 없겠구나.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이와 같은 포스트모던 추리 특수 소설 읽기의 한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주제가 의심이라면 그럼 현실에서 내 경우라면 어떻겠구나..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과거와 현대의 차이 가운데 인터넷이라는 초거인이 자리 잡고 있지만 매체가 아닌 소설의 인물에 집중한다면 누구나 아는 손쉬운 다른 점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어떻다 재미있다가 아니라 책을 읽은 전과 후의 독자의 변화란 무엇인가를 자문해 본다면 그것이 의심하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사진들을 보고서 이럴 수 있지 않겠는가. "어 이 작가 과거력이 의심되는데..", "이건 저널리즘을 제대로 아는 초절정 사진학자의 시선이야. 이 양반 저널리즘 석사는 마쳤겠는데. 주로 서유럽쪽에서 활동했겠군." 옛날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명이었지만 이제는 적잖이 평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소설 빅 픽처 만큼은 아니지만 사실 사람들은 크고 작은 환생의 순간을 드물지 않게 경험한다. 또는 실수한다. 3년간 찐하고 애잔한 가슴이 찢어지는 연애 후의 오랜 결별감, 6개월 동안 기른 콧수염을 깨끗하게 정리한 후의 개운함, 마법처럼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생리통에서 벗어났을 때, 혼수상태에 빠질만큼 술 마신 다음날 숙취에서 해방되는 순간등 찾아보면 환생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과장하면 조금은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을 가끔 느끼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소설 빅픽처같은 신분세탁 내용은 정말 사람들 기억속에서 잊혀질만 하면 등장하는 소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다루어지는 예술 작품의 단골 메뉴 같다. 미야베 미유키作 화차 소설과 영화, 그외 수많은 영혼 체인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현실에서도 니키타류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여 까마득히 많은 노트북과 핸드폰, TV 모니터를 달구어서 사람들 눈을 붉게 충혈시킨다. 그래서 빼먹지 않고 눈영양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몬태나 주와 인연이 깊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영화들에서도 그의 팬들은 손쉽게 몇 작품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신분세탁 까지는 아니더래도 대중들은 실제로 빈번히 정체성의 혼란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부탁치기 때문에 주인공 벤처럼 약빨에 의지하거나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앗 벤이 운동을 싫어했었나..?) 그레고리 번스는 "단기 스트레스 요인인 육체적 활동은 만성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최고의 구제책"이라고 책 ICONOCLAST에서 알려주고 있다. 내용도 그렇지만 결론도 참 허무하다.

P.53 "매일 독자가 기고한 원고를 다섯에서 일곱 편까지 읽어야 해요. 모두들 G스팟을 찾는 우울하고 외로운 여자들 이야기죠." 나는 아내의 그 말에 피식 웃었으며, 그 즉시 반했다... "..엄마는 스스로 허락한 인생을 말없이 증오했어. 우리 엄마 세대의 다른 모든 여자들처럼. 엄마가 암에 걸린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일 거야. 점점 싫어지는 남자에게 기대 평생 집안일만 해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끔찍한 스트레스였을까? 자기 자신이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암을 키운 거지."
p.442 "여자를 안달 나게 만드는 법을 정말 잘 알고 있군요."
p.458 "내 착한 사마리아인 역할은 언제 끝나게 되지?"
p.472 "샌프란시스코 출신 눈에는 누구나 천재로 보이는 법이지."
p.475 "..처음에는 벤, 다음은 게리. 아니, 순서가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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