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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8. 9. 30. 23:49

    1

    남녀의 연정이란 암캐가 수닭을 유혹하고, 늑대가 양의 환심을 사는 일. 어머머머머 그이가 날 좋아한다니, 라는 어리둥절함에 깜짝 놀라 숙녀는 사랑에 빠짐. 그런데 여자의 마음이 변심과 친하듯 사랑이 절망으로 돌변하는 일은 (확률적으로 말해서) 시간 문제일 터. 어쩌면 사랑은 인생의 전부가 아닐지도 몰라. 그래서 아마도 황금과 인기 같은 덕목의 행복이 차라리 훨신 더 의리 있는 건 아닐까? 결국 인생교본의 제목은 평생 놀고 먹는 법이다. 내 비장의 히든카드와 내 사냥개는 타인에게 독심술 기초이자 햄스터다. 그러든 어쩌든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고귀한 아름다움일지라도 세월이 가면 꽃은 진다네. 이별은 슬프겠지만 우리는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나중 반갑게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까 사소한 오해와 앞서가는 욕심은 흔하다는 점. 수컷 공작새의 화려한 군무가 아니라 거꾸로맨은 천진하게 제멋대로요 으쌰으쌰만 좋아한다나 뭐라나. 무얼 하며 어떻게? 뭘하든 그게 무엇이든지, 오랑우탄이 제 가슴을 마구 두드리듯이. 아니, 고릴라던가? 알 게 뭐야! 꽃다발을 바라는데 솜사탕을 안겨 줄터이니 더 이상 뭘 바래. 하여간 다이아몬드 광고가 나오는 여성잡지2를 둘러보니 여성잡지1을 장식하는 숙녀들 세상이로구나. 잘나가는 것들, 재수없어. 겸손한 척하기는, 차라리 쇼맨쉽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학원을 다니시지. 그래서 이제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화사한 꽃다발이라니. 내가 언제 이런 거...... 차라리 10주년 기념으로 그래프 선율이 어떤 버크셔 헤더웨이 종목을 10년 전에 사두었던 거라면서... 꿈은 일찍 깰수록 좋다. 일일드라마는 재미없고 시트콤도 뻔하다. 곧 현실은 환상이 아닌 법.
    그러므로 거꾸로맨들의 마음에게도 (내) 이해는 간다. 오지 마라? 여심은 해도 해도 모르겠고, 통장잔고는 바닥을 기며, 내 첫인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꽃밭은 찾아도 찾아도 아무리 찾아 헤매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애석하기 그지없도다. 그렇다고 인생의 포지셔닝은 줏대없이 첫눈이 올 때마다 바뀐다. 다시 그렇다고 사랑의 도전 그 슬로건을 수정하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구나. 그러면 남은 건 결국 추접스러운 우정뿐. 스캔들을 기다리다간 날 샐 테니까. 그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수신음만 뚜─뚜─뚜! 저쪽에게는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반갑지 않은 부제중 전화 1통, 이쪽에게는 으쌰으쌰의 상대를 바꾸면 그만. 어쩐지 단짝이 한동안 길게 간다 했다. 그렇게 인생을 돌아보니 황홀한 사랑 그거 다 순 거짓말인 것만 같다. 왜냐하면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니 뭐니 해도 어디에 가면 하루에 12번이 뭐야 120번도 첫눈에 반할 수 있으니까. 그러다 제2범주로 서로 거리를 유지하는 오빠와 숙녀, 다시 말해 남자는 롤러코스터고 여자는 회전목마구만. 동물원에서 여자를 찾으니까 그게 문제지, 숙녀 혼자 미술관에 가면 뭘 하냐고. 괜찮은 사교계의 전성기는 길지 않고 나이트클럽의 과장 광고도 믿을 게 못된다. 화장발에 속고 조명발에 넘어가는 것조차 감지덕지일 수 있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닌 숙녀들이 평균이라면 곤란할 테지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아는 동생에게 연락이 오네? OK~! 그래 봐야 들썩들썩 비트에 으쌰으쌰 선동일 줄 알았는데, 마침내 아디지오이자 칸타빌레로부터 냉엄한 지령도 아니고 다정한 안부라니. 그러니까, 라르고?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천지창조야 뭐야. 아니면 영화 ET에 나오는 식으로? 그야 뭐 만나보면 알겠지.
    그렇게 나는 샐리에게 뜻밖의 전화를 받았고, 약속을 잡았으며, 지금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너무 들뜨면 안된다. 미리 설레면 나중 체념을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르니까 차분히 작전을 짜야지. 그런데 참 어떻게 된 일인지 그녀로부터 연락이 온 시점도 특별했다. 인생은 어쩌면 그게 아닐까 라고 골똘히 고민했거든. 즉 스위트룸에서의 행복한 출발이냐, 밀월여행도 못가본 불행한 인생이냐. 그야 어쨌든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녀를 만나러 갔다. 샐리의 순수한 마음은 과연 어떤 꿈과 찐한 사랑을 동경하는 것일까 라는 직감을 대동하고서 말이다.




    2

    그이의 남자다움에 끌려서 마음이 흔들리면 여자는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남자는 가능하다. 무엇이? 적어도 하루에 12번도 더 첫눈에 반하는 일. 어디 남자만! 사랑이라면 여자는 남자한테 지기 싫어한다. 그럴 수는 없는 것. 그래서 여자는 툭하면 애정을 생각하고, 걸핏하면 사랑 받음을 회상한다. 뭐 동경? 회상인 걸로! 때문에 남자와 달리 여자는 최소한 1년에 12번도 더 짝사랑을 하는 것이다. 지금 최고의 사랑을 하고 있든,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든 어쩌든.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데 어떻게 아닐 수 있겠나. 그래서 오락산업은 그런 여심에게 살며시 노크한다. 왜냐하면 그분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인생이란 게 다른 게 아니거든. 사랑이 꽃 피는 희망의 나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라면서 여성잡지는 은글슬쩍 그녀를 쓱 유혹한다. 우정으로 모든 게 해결되나요 누가 그럽디까, 정말로 순진하게 우정이 인생의 비밀이라고 생각합니까, 라면서 추리소설─미스테리─스릴러─호러─판타지는 그녀의 마음을 뒤흔든다. 사정없이 뒤흔든다. 그래서 그녀는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다. 광고, 보면 안된다. 신제품? 나오면 산다. 그렇다고 마시던 커피를 끊겠나 고집 센 지성을 키우겠나. 하여간 그랬는데 행복이 싹틀 줄 알았는데, 욕망은 끝이 없더라? 그녀는 절망한다. 그녀는 깨닫는다. 기대와 실망은 정비례는 아니지만 비선형으로 비례한다고. 약간 그런 것 같다고. 그러면 숙녀는 진화하게 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속아야 속 편하다. 당해야 마음이 놓인다. 마조히즘이 무엇인지 속으로만 알게 된다. 타인에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비밀을 훤하게 방송한다면 모를까. 그러다 취미를 바꾼다. 그런데 장비가 뭐하네? 취미를 또 바꾼다. 그런데 싫증은 지치지도 않는구나. 그러니까 이번에는 이사다.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퍽 나쁘진 않네. 그렇지만 삶은 솔직히 말해서 재미없다. 뭘해도 재미없다. 옛날부터 쭉 그랬다. 늘 그랬다. 항상 그랬다. 그래서 이번에는 드디어 이직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인생은 새로움이 최고다. 재미 가운데 단독 1등은 소비인 것처럼. 통속적이긴 하지만, 다른 말로 돈 쓰는 재미! 뭐? 통과! 그런데 뭐야 옮긴 직장이 전보다 못하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다. 자존감 화장품을 애용하는 그녀가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구관이 명관이냐고? 회사는 그랬는데 남자친구는 정반대였음. 어쨌든 지금은 혼자. 그래서 숙녀는 생각한다. 그녀는 공상가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쉬지 않고 상상한다.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날 미지의 남자친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이는 백마 탄 왕자님일까 라면서. 사랑의 열정은 어떻고, 대망의 성취는 어땠으며, 행복의 발라드를 읊어줄 수 있을까 라면서. 얼굴도 모르는 그분의 변천사로 드라마를 쓰고 또 쓴다. 그런데 어머나! 불륜의 1번은 단연 동료 사이라는데, 직장에서 측은함도 불미스러움도 아닌 아름다운 사랑이 잘하면 탄생하겠네? 미심쩍은 낌새라기 보다 기쁜 예감이라니, 어머머머머! 아 글쎄 그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니! 그래서 그녀는 어필한다. '우리'라는 말을 그이에게 강조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술에 취했는데, 같은 과 남자애가 지갑을 훔쳐갔다, 그래서 내가 그 뒤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사랑의 신호를 고이 보낸다. 그러나 결론은 풋사랑.
    그처럼, 나이트클럽이 2가지가 있듯 풋사랑도 2가지가 있어, 라면서 수다 꽃을 피울 때. 바로 그때 나는 샐리를 만났다. 곧 샐리는 친구들과 있었던 것이다.
    그 어떤 심술쟁이 숙녀도 단 몇 마디로 설레게 만들 수 있는, 내가 그런 천하의 카사노바도 아닌데 얘는 날 왜 불렀지? 내가 무슨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그런 숙녀들의 이상형도 아닌데 말이야. 설마 또 사랑학을 얘기하자고? 오빠의 세계관이나 들어보자니, 지가 무슨 면접관이야 뭐야! 그러니까 뭐, 환상론을 실토하라고? 호텔 아르테미스에 입성해도 괜찮을까 말까인 마당에, 뭐 무도관에 정기적으로 출근해서 막살자씨와 친해지자 라니! 뜨거운 사랑의 격정에서 따뜻한 애모로 사랑이 변하는 것, 나도 안다. 그처럼 사랑이 식는 건 좋은데, 난 대체 차가운 무심함을 도저히 모르겠다느니, 나는 남자의 무정함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또 그 얘기? 날 그렇게 혼잣말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나는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대번에 난 기 빨릴 텐데. 빨려도 많이 빨릴 텐데. 이젠 정말 어떡하지? 큰일인데! 오빠는 유쾌─상쾌─통쾌해 라며 내게 아양 떨고서 오빠는 촌닭 나는 촌년 그러지도 않을 거 아니냐고. 고양이의 욕망과 강아지의 꿈. 그 둘의 만남은 과연 어떻게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연출할까? 재밌는 불행일까 아니면 다정한 기쁨일까. 결론은 그거다. 여자와 대화하는 건 항상 어렵다는 것.
    그 자리에는 샐리외에 내가 아는 사람도 있었고, 모른 사람도 있었다.
   「오빠. 오랫만이야? 왜 연락 안했어? 기다렸는데. 그런데 오빠. 있잖아, 나 오늘 생일이야.」
   「뭐 생일이라고? 그런데 케익은!」  나는 그렇게 살짝 동작만 취했다. 날 붙잡지 않을 리가 없거든.
   「가지마 오빠. 실은 얘 차였어.」
   「뭐, 차였다고?」
   「오빠 드라마 주인공 따라하는 거야? 차였다는 걸 또 반복하면 어떡하니?」
    윙크. 손짓. 몸짓. 미소. 깜짝 놀라는 표정.
   「오빠. 불행을 찬찬히 관찰해본 적 있어?」
   「뭘, 관찰해?」    얘가 오늘 낮술을 자셨나!
   「아니야 아니야. 분위기 쳐진다. 그러지 말고. 자, 마셔! 응? 오빠.」
    그래서 나는, 백 번 양보해서, 마셨다. 술도 마시고 음식도 막 맛있게 먹었다. 그야 어쨌든 시시콜콜한 대화는 다 건너뛰고.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나는 그날 일행이었던 비비안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오빠가 오늘 샐리 책임져!」
    뭐? 나는 등에 식은땀이 쭉 났다. 아니면 난 기쁘다며 막 방방 뛰어야 정상인 걸까? 만약 그게 정상이라면 나는 비정상인 게 분명했다. 하긴 옛날에 그런 일을 실제 겪었다. 그날 나는 그녀의 모자를 빼았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별일 없었다. 아니지 아니지. 으흐흐흐흐. 푸하하하하. 아닌 게 아니지. 어디 그런 일이 한두 개도 아니고 말이야. 으흐흐흐흐. 푸하하하하하하. 으흐흐흐흐. 어쨌든 넘어가고.
    그런데 얘는 왜 이렇게 무거워? 숙녀를 업어보시라, 엎고서 어디서 어디까지! 한마디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퍼진다. 지친다. 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얼만큼 숨이 차냐고? 음... 그러니까, 경마대회에서 1등으로 꼴인하는 '아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마와 꼴등으로 뛰다 중간에 포기한 '아내는 아무것도 모른다'마. 그 둘로도 모자라 나머지 출전마를 모두 합친 만큼 숨이 찬다. (전적이 미미한 친구가 할 말, 머머해봤냐, 하수의 말은 믿고 건너뛰자) 드라마에서 멋지게 업는 모습? 그거 다 뻥이다. 헤라클래스 대회 우승자는 모르겠다만, 무슨 웬만한 대회 우승자? 일단 종목을 모르니까, 그분들은 몰라도 허풍 대회 우승자는 중간에 거의 쓰러진다. 아 나 이거 정말 참 나, 못 헤먹겠네! 라면서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든 어쩌든 남자는 계산적이고 여자는 타산적이다.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샐리를 업고서 권태와 심심함의 정반대인 기쁨의 천국으로 향하는 것일까? 그러나, 흔한 말로 우리는 이성으로 보는 사이가 아니었다. 샐리는 남자를 좋아하고 나는 여자를 좋아하는데, 나만 샐리를 좋아했나? 농담이고. 그녀는 중간에 내 등에 한번 실수를 했고, 우리는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마침내 거기서 정점을 찍었다. 그녀는 화장실 입구에서 실례를 또 했다. 다시 말하자면 아까는 위 지금은 아래. 이런 젠장! 나는 후회했다. 다정한 남자? 그대에게 양보하겠음. 친절함과 자상함? 다음 기회에. 어리숙함과 여자 말 잘 들을 것 같은 느낌이든 양날의 검이든, 지금 같아서는 싹 다 포기하고 싶다. 적어도 지금 심정은 그랬다. 그러든 어쩌든 나는 그녀와의 비밀을 무덤까지 안고 가야지 뭐 별수 있나. 
    그렇게 해서 그녀는 자기 집에 남고, 나는 그녀의 집에서 나왔다. 그런데! 내 앞에는 내 친구 누노가 있네? 누노도 그렇고 우린 모두 아는 사이다. 친한 사이인가는 장담하기 꺼림직하지만.
   「늬가 거기서 왜 나와?」
   「나? 그러는 넌 무슨 일인데?」
   「나? 그러니까! 내가 여기 뭐하러 왔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한테 묻지 않았어. 내가 헷갈려서 그런 거라고. 그건 그렇고. 반갑다.」
   「어. 반갑네.」
   「그렇게 어색하게 굴 거 있어? 우리가 또 그렇게 내외하는 사이는 아니지 않냐. 뭐해 악수 안 하고.」
   「뜬금없이 뭔 악수야? 내 친구 중에 악수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누가 있을까. 가만 있자. 딱 정해져 있네. 악수는 관료. 하이파이브는 자유인. 한량은 말발. 플레이보이는 명대사. 중간 보스도 명대사. 또 있다. 군인의 화법. 학자의 논리. 부자의 아량. 그 가운데 너는, 너는 꽤나 애매한 유형인데.」
   「친구끼리 이러기야? 어?」
   「이게 뭐? 어? 뭐? 뭐 잘못된 거 있어?」
   「아니 없어.」
   「그럼 됐고.」
   「그런데 이거 무슨 냄새니? 가만 있자... 오 사랑이여! 아아 큐피트여!」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찬란한 환희 가슴 뭉클한 사랑, 그거 다 늬꺼해라.」
   「뭐?」
    그러다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로.




    3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한말씀.
    앞서 말했다. 숙녀를 업어서 여기서 저기까지 이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진짜로 그렇다. 그와 관련해서 한 가지 꼭 집고 넘어갔으면 하는 게 있다. 곧 그 상황이 만약 어려운 상황이었을 때를 말이다.
    사극 영화에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온다. 퇴각하라 퇴각하라! 그때 부상당한 동료를 둘러메고서 안전하게 후퇴? 그거 뻥이다. 아마도 힘들다. 또 그것도 있다. 큰 부상을 입은 동료가 있는데, 데리고 가면 좋은데 어쩔 수 없이 동료를 뒤로 하며 눈물을 머금고 떠나는 장면. 한두 번 본 장면이 아니다. 사태를 이성적으로 따져보자면 그게 옳다. 왜냐하면 위험을 무릅쓰다가 둘 다 망할 공산이 크니까. 그렇지만 도덕적으로 보자면 관객 중 일부는 갸우뚱할 수도 있다. 모험을 걸어 볼만도 하니까. 그건 아마 연출을 잘 못해서일 수도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산악 등반 영화. 영화는 현실이고, 현실은 영화다. 실화도 있다. 경주 스포츠처럼 4명이 한 팀이고, 한 팀에서 1등과 4등의 평균값을 내고, 그걸 모두 비교해서 팀 경주의 1위를 꼽는 스포츠도 연상된다. 아무튼 가령 산악 등반의 극한값을 가상으로 그려보자. 2명이건 그 이상이건 팀 등반을 하는 상황. 고지를 찍고 내려가는 길. 그런데 악천우 발생. 그와 동시에 낙오자 발생. 아직 안전 지대까지는 멀다. 그때 부상자를 어떻게든 데리고 내려간다? 도의적으로야 재고의 여지도 없는 판단이지만, 이때 경우의 수 발생.

  1. 공멸 (큰 부상 입은 동료를 그 험준한 여정에서 데려간다는 게 쉽지 않음. 그래서 시도하다...꽝)
  2. 이기주의자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든, 하다 하다 최후에든, 1명 포기하고 이별. 나머지는 안전지대까지 대피하여 지원 요청)
  3. 범죄 (영화 소제)
  4. 해피엔딩 (몇몇 상황을 가정해서 어떻게든 성공)

    3번은 일단 제외하고.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상황을 설정해본다면 과연 1번과 4번이 쉬울까? 하는 수 없이 2번이 될 수 밖에 없는 일. 현장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정도 되면 모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다시 소재를 뜬금없이 돈 문제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돈 문제로 민사상 채무자와 채권자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다음 경우의 수는 이럴 것이다.

  1. 같이 망함 (단 둘만)
  2. 같이 망함 (다단계처럼 피라미드 효과)
  3. 범죄        (영화)
  4. 채권자가 채무자한테 끌려다님 (처음에 거금을 투자했건, 소액으로 시작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됐건)
  5. 채권자가 용단을 내려 포기     (늪에서 빠져나와 내 인생 살기)
  6. 진흙탕
  7. 법정 출두
  8.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9. 열린 결말 (받긴 받았는데......)
  10. 해피 엔딩

    애초에 변호사를 통해서 꼼꼼히 서류에 근거하여 채무 관계가 설정됐다 하더라도, 나중 원금을 받을 방법이 힘든 경우도 있다. 많나? 또는 돈이 아니라 이권을 놓고 어떤 관계가 형성됐을 때. 나중 드라마처럼 배신감이 있을 수도 있다. 하나가 가면 하나가 와야 하는 법칙은 동의하겠지만, 그 기준에 대해서 너와 내가 다를 공산도 적지 않다. 일단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심지어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기분이 같기를 바라는 건 너무 순진한 짓일까! 그런데 그 모든 악수와 힘든 난관, 억울한 역경을 모두 이겨내고서, 짜잔~ 10번 해피엔딩을? 이른 시점이면 모르겠는데 손가락 까딱하거나 문지방을 넘기에 어쩔 때가 되서야 비로소 해피엔딩이라면 어떡하지! 그래서 가족도 포함하여 가까운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썩 드물지 않다. 미래를 측정할 수 없는데 현실을 꿈처럼 낙관하기만 한다? 그래서 비판적 시각도 필요하고, 냉소적 관점도 중요하다. 새가 좌우 날개로 날고, 자전거가 양쪽 페달로 가듯이. 한번 생각해보자. 순진한 사람들, 사랑의 바보들, 절대 긍정주의자와 선천적 팔랑귀, 그리고 뭐라 말해도 일절 의심 없이-철석같이 믿어버리는 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면. 그럼 이 세상의 사기꾼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그분들께 지상 천국은 따로 없을 것이다.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한말씀 끝.




    4

    누노와 나는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누노가 이런 데를 어떻게 알고 있었지? 누노와 도착한 위스키 동호회는 한마디로 지상 천국이었다. 나는 긴가민가 농담 반 장난 반으로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난 정말 설마-했다. 그런데 역시나, 가 아니네? 오, 맙소사! 그건 완전 대-반전이었다. 난 미리 할 말까지 준비해두었다. 남자가 8할일 테니, 누노한테 따질려고 말이다. 너 저분들 심정이 어떤지 알기는 아니 라고. 그런데 우리가 2할에 속하다니. 어디에 감사해야 할지 몸들바를 몰랐다. 이거야. 이거라고. 이거라니까~! 나는 흥분했고 긴장했다. 입이 귀에 걸렸다. 누노 말대로 진짜로 남녀 비율이 그랬다. 8 대 2! 설마... 하면서 남자가 8이겠지 그랬는데 여자가 8이었다니. 흐흐흐흐흐! 얘 좀 봐라~! 나는 연신 싱글벙글 계속 좋았다. 그래서 위스키는 냄새도 맡아보지 못한 채 생각은 많아졌다.
    나는 그랬다. 새로운 미래와 유쾌한 변화가 그 무엇보다 절실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왜냐하면 위스키 동호회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세상사를 다 안다는 듯이, 나중 후회 막심, 그 다음 순서로 나의 인생은 불행했다? 이런 젠장! 상상만 해도 사람 긴장하게 만드는 일. 남의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왜냐하면 위스키 동호회가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는 아침마다 고민에 빠졌다. 내 초심은 동심이었을까, 어쩌면 내 본심은 흑심이 아닐까 라는 것.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왜냐하면 위스키 동호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과의 새로운 친분이라면 집에서는 금주요, 여기에 와서 위스키 구경 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쓸데없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자, 약속을 잡고 계획을 세우며 개별적으로 작전을 실행에 옮겨볼까? 그렇지만 서두르면 탈난다. 그럴 것이다. 차분해야 한다. 흥분하면 안된다.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지만 찬탄을 걷으로 드러내면 안된다. 그러든 어쩌든 나는 좋다. 완전 좋다. 왜냐하면 위스키 동호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30분 정도 지났나? 나는 대충 분위기를 파악했다. 혹시 얘네들 아르바이트 아닌가 하고. 원래대로라면 꼬셔도 진작 꼬셨어야 했다. 그래야 옳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뭔가 이상했다. 정상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교양미도 부족했다. 화장은 잘하나 몰라도 뭔가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속빈 강정이었다. 더군다나 다 조명발 같았다. 그때 누노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친구. 손꼽히는 자본가의 반열에 올라서고 싶은가?」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무슨 사회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얘기를 하고 그래? 어울리지도 않게 말이야.」
   「뭐 어때! 어쨌든 내 말 맞지?」
   「인정. 그건 좋아. 딱 좋아. 많이 좋아.」
   「내가 초대한 잔치는 그러니까 썩 나쁘지 않다는 말이네?」
   「어 그래. 그런데, 뭐랄까, 그런데 뭔가 잘못 초대 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뭐? 좋다고 했다가 이상하다고 했다가. 참 어렵게도 말한다. 그러니까 뭐 힌트라도 주라 그 얘기니? 그럼 그렇다고 진작 말을 하던가.」
   「아니~. 내 말은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런데 너 예전부터 그렇게 눈치가 빨랐니? 내가 뭔 생각을 하는지 알긴 아니?」
   「어떻게 몰라? 어찌 모를 수 있겠나, 친구여.」
    그러면서 누노는 딱 3명을 지목했다. 1번은 검정색 원피스에 검정색 하이힐. 2번은 가터벨트. 3번은 그걸 뭐라 그러지 하이힐인데 장화처럼 무릎 위로 올라오는 그 구두, 그리고 어깨를 드러낸 의상. 누노는 그렇게 세 명을 지목했다. 알고보니 내가 잘 둘러보지도 않고서 서둘러 실망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흐흐흐흐흐.
   「가서, 말해.」
   「말해?」
   「어. 말해.」
   「말하다니. 뭘 말해?」
   「뭘 말해? 뭘 말하냐면, 주라 그래. 주라고 말하라고.」
   「주라니? 뭘 주라고?」
   「너 그 정도 마술은 할 줄 알잖니.」
   「할 줄 알긴 누가 할 줄 알어? 그러니까 뭘?」  
   「아가씨. 꽃을 주세요. 한 손을 그녀의 머리카락쪽으로 슬며시 가져가며 그녀의 주의력을 분산시킨 다음. 그녀의 가터벨트를 보고 딱 놀라는 거야. 어머! 웬 꽃이야? 그러면서. 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무슨 멜빵으로 차고 다니는 뭐 그런 거나 되는 줄 알았소. 너 그런 말 잘하잖아. 하나. 그녀의 귀걸이를 바라본다. 둘. 그녀의 취향에 의구심을 품은 채 물어본다. 왜 반지가 하나도 없는지, 무슨 사연으로 매니큐어 꾸밈이 전혀없는지를. 그런 숙녀 참 오래간만이라는 듯이. 셋. 그러면서 다짜고짜 따지는 거야. 아니 글쎄 핸드백에 새를 가둬두면 어떡하냐고! 핸드백이 무슨 새장이라도 되냐는 듯이. 응? 어때. 할 수 있겠어? 아니다. 그건 어렵겠다. 할 수 있어도 쟤네들은... 음... 아니야. 너도 아마 느꼈을 텐데. 쟤들이 바로 그런 부류라는 거. 뭐랄까, 백치미? 알고보면 남자들이 또 좀 까다롭니! 언제나 미녀들로 가득찬 낙원을 상상하며, 항상 그녀들의 영원한 오빠로써 다양한 음조와 상냥한 목소리로 그렇게 하루에도 각기 다른 음성으로 골백번도 더 <오빠>라는 단어를 듣고 싶어한다는 점. 그런데 중요한 게 뭐냐면, 마치 연예계에 새롭게 등장해서 관심을 끌었던 그녀가 어느 날 보니... 완전 푼수임이 증명돼면 차갑게 식어버리는 남자의 마음. 어디 여자의 마음만 신기하며 예측할 수 없는 거냐고. 우리 남자라고 뭐 얼마나 빠지겠어? 그러니까 우리, 오늘은 참자. 내가 아까 뭐라 그랬어? 8 대 2! 오늘 내 말 맞다는 거 증명됐지? 그런데 다만 그 어떤 고급스러움은 살짝 들쑥날쑥하다는 거. 그 정도는 이해해주지 않으렴? 그렇지만 네가 뭔가 아쉬울 테니 음 어떡하지! 정 못 참겠으면...」
   「정 못 참겠으면?」   
   「어. 정 못 참겠으면!」
   「뭐? 정 못 참기는 누가 못 참아! 얘가 오늘 왜 이래?」
   「아 왜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 그러는 늬가 더 이상해!」
   「그래?」
   「어. 딱 그래.」
   「그러든가 말든가!」
    우리는 일단 아쉬움을 뒤로 한채 일단 후퇴하기로 결정을 봤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냐 그거였다. 보물 창고는 알아놨으니, 서두를 거 없다 그거-였다.
    그런데 그날 3가지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샐리를 데려다 준 일과 우연히 누노를 만난 일은 그렇다 쳐도, 어딘가 모르게 내 마음을 은근히 잡아끄는 일. 넌지시 내게 허락도 받지 않고서 내 동심을 사로잡은 일이 있었다. 뭐랄까, 분명한 건 그거다. 나는 누가 뭐래도 사랑의 바보라는 점. 나 역시 허당이자 삼류였고 푼수였다. 그런데 세상이 재밌는 게 뭐냐면 행운은 도돌이표로 되돌아오며, 당김음에 약하고, 스타카토를 좋아한다는 것. 기회 타령을 하는 사람이야 인생에 큰 기회는 딱 3번 온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 타율왕은 뻔트만 대도 런닝 홈런인 법.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신경이 씌여 상대팀 셰터와 리베로와 거포는 실수를 연발한다는 점. 그게 바로 인생이다. 풍운아가 다른 게 아니거든. 아무튼 쓸데없는 얘기는 됐고.
    그날 있었던 3가지 특이한 일은 이랬다. 첫째, 그 위스키 동호회 장소로 입장하는 통로에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둘째, 퇴장하는 통로에서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듣게 된 점. 셋째, 위스키 동호회에서 먼저 몰래 빠져나갈 때 누군가 그랬다는 점. 오빠 벌써 가?, 가 아니라 뭔지 알 수 없는 말이 내 귀에 쏘옥 들어왔다는 거다. 그건 무엇이냐, 그거였다.
   「누노씨, 장외 시장에서 스파피날레 사세요! 늦기 전에요! 꼭!」




    5

    사실만 말하자면 누노는 장외 시장에서 진짜로 스파피날레 주식을 샀다. 그것도 세 장을 투자해서. 뭐? 뭐야 이거! 누노는 임팔라가 아니라 코끼리였어?
    행복을 예고하는 새로움의 추구냐, 쾌락을 요망하는 마담과의 독대냐. 삶은 다름 아니라 그것이 문제였다. 물론 인생의 기대감을 듬뿍 낮추었을 때 말이다. 그러니까 중간 보스 건너뛰고 교본 1권 독파한 다음, 곧바로 관중과 운명적으로 조우할 것인가. 아니면 기본-학습-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서 꿈을 거의 다 이루기 직전에 포기할 것인가. 곧 버킷 리스트니 뭐니 그건 (개)고생이고, 안도감을 고백하자면 쇼핑 리스트나 업데이트하자 그거였다.
    그러나, 알고 보니 내게는 누노가 있었다. 최근 급히 더더욱 부쩍 친해진 누노. 아하~ 그게 있었지 라고 생각할 순간. 우연처럼 누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왜 아무 말 안해?」
   「어?」
   「뭔 상상을 한 거야? 설마, 또?」
   「또긴 뭐가 또야!」
    그렇게 누노와 나는 만났고, 꼭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이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로 향했다.
    누노는 뭐랄까 그런 남자다. 폼나게 살지 못해도 찌질하게는 살지 말자! 라고 말하고 싶은 스타일. 그러니까, 얘가? 그 말을 뒤집어 보면 그거다. 숙일 때 숙이고 간사할 때 간사해야 하는 법, 나도 안다. 그런데 왜 잡을려고 하면 행복은 도망가고, 내 어깨에 살며시 앉은 나비는 알고 봤더니 불나방인데 나 보고 어떡하란 거냐고. 어쩌다 드물게 파랑새가 내 어깨에 사뿐히 앉아도 뭐가 그렇게 바쁜지 금방 달아나버리면 그나마 다행이게? 어깨에 뭐가... 무슨 이게 그 유명한 새똥이라니! 곧 뭘 해도 안되고, 뭘 해도 재미없다? 다시 말하자면, 혹시 나는 폼나게 살지 못하기 때문에 허접한 아부의 필요함을 부정하는 것 아닐까? 한마디로, 자기 합리화. 그렇게 생각하는 누노와 내가 너무 성급한 단짝 결성이라니. 무슨 늦깎이 예술계 데뷔도 아니고 말이야. 어쨌든 우리는 타산적인 사심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챙겨야만 한다는 듯이 목적지로 향했다. 마치 사랑에 빠진 발레리나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야무졌고, 과감했으며, 배짱이 두둑했다. 강박증은 내다 버렸다. 우리는 꼴찌가 아니었고, 패자이기를 자처하지 않았으며, 바보 천치로 불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위스키 동호회 회원들이 꿈의 파티에 취해 있는 그곳에 도착했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 나는 꽃길을 걷는 듯 했고, 달콤한 꿈 속에서 허우적거렸으며, 엘가던가 뭐든가 사랑의 인사를 흥얼거렸다. 진짜로 파티장 입장 통로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가운데 어떤 부분을 운명적으로 듣고서 휘청했다. 그런데!
    오늘도 저번과 같은 8 대 2일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럴 수가... 뭐야 이거. 이번에는 남자가 8이었다. 이런, 젠장!
    가설─실험─검증, 그 3단계 논증. 그것의 구현에 대해서 나는 둘로 나눠봤다. 첫째 탐미적 행복, 둘째 말초적 쾌감... 내 마음은 요염한 천사와 유혹하는 요정들로 가득했는데, 저런!
   「야 누노. 오늘 우리 망한 거니?」
   「기다려봐. 곧 좋아질 꺼야.」
   「그래?」
   「그렇다니까.」
   「그럼 너만 믿겠다.」
   「뭘 너만 믿어? 그런 얘기하지 마. 날 겁쟁이로 만들고 싶니?」
   「뭔 소리야 그게?」
   「아. 환청이 들려서. 난 늬 말을 그렇게 들었거든. 나보고 늬가 여장하라는 말인 줄 알았어. 내 실망감, 들켰니?」
   「하긴. 사랑보다 중요한 게 어딨어?」
   「그건 또 뭔 소리야?」
   「그러니까. 뭔 소리지? 늬가 헛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나는 환각이 보여서 그랬던 거 같아. 그런데 왜 갑자기 난 늬 얼굴이 느닷없이 코끼리로 보이는 거지? 잠깐! 다시 제대로 돌아왔는데, 잠시 전에 진짜 그랬다니까.」
   「뭐라고? 너 어디 아프니? 그거 중증인데. 내가 알기로는 그래. 그걸 일컬어 세간에서는 그러더라고. 거울 증후군이라고. 뭔 말인지 알겠니?」
   「뭐?」
   「뭐야! 그럼 난 일전에 늬 얼굴이 생선 머리로 보였는데... 그럼 설마...? 이런 젠장!」
   「내 얼굴이 생선으로 보였다고? 그러니까 늬 말대로라면 내가 참치라고?」
   「어. 동시에 내가 참치일 수도 있고. 왜, 싫어? 다랑어나 청새치면 좋겠니?」
   「너나 다랑어 해라. 너나 청새치 해라. 그런데 있잖아. 가만 보니 너도 관상이... 뭔가 수상한데.」
   「그래?」
   「응. 너 지금 내가 혹시 돌고래로 보이지 않니? 찬찬히 보아하니 돌고래랑 닮은 것도 같잖아. 눈 하며 코 하며 입도 그렇고... 안 그래? 그러네. 진짜 그러네. 야~ 이거 생선상이라니, 그 관상 정말 드문데 오오 대단한데. 만만치 않아. 음. 정말 그래.」
   「듣고 보니 또 그런 거 같네.」
   「넌 딱 보니까 얼굴이 상어다 상어. 눈 2개. 귀 있고. 코도 있고. 입이 수평이고. 맞네. 그러네. 완전 똑같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아니라 늬가 생선이라고. 알어?」
   「뭐!」
    그렇게 우리는 모사꾼과의 친분이 없었고, 난감한 인기도 없었다. 이러다 또 없어-신드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게 아닌가 덜컥 겁이 났다. 뭔가 많이 부족해도, 뭔가 많이 잘못됐어도 처음의 그 비율을 회복하고 싶었다. 천사 같은 미소, 그거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저번에는 내 진정 누노에게 감읍할 만 했는데, 오늘 나는 누노를 때리고 싶은 걸까? 애꿎은 숙명을 미워하겠나 부질없는 야망에 싫증내겠나. 누굴 탓하리요. 그렇게 우리는 삶의 목표를 수정하냐 마냐를 따지고 있을 때 어느 점잖은 어르신께서 다가온 줄도 모르게 다가와서 우리와 말을 섞고 있었다. 정말 귀신처럼 다가왔고 유령처럼 대화를 이끌었다. 나이는 대충 보아하니 인생 후반기. 외양은... 나비넥타이와 커프링스를 보건대 그거네. 웨이터 에르메스는 이름만 그랬는데, 이분은 악세사리가 에르메스라니. 이런 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설마 이분의 인생 슬로건은 그럼 막살자? 농담이고. 무엇보다 이 분의 치명적인 매력은 그거였다. 유창한 언변. 값싼 코메디식도 아니고, 직업적으로 숙련된 기술도 아니며, 방송계랄지 시장 분위기도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정치가 스타일도 아니고. 그건 뭔가, 한마디로 신비로웠다.
    뭔가 멋진 얘기가 길게 이어질 줄 모르니, 문단을 떼서 가자.




    6

    「잘생긴 친구 둘이서 뭐하시나? 이 몸이 단짝의 우정에 끼어들면 실례가 될까? 아니겠지, 젊은이? 아니기를 바라네. 날 너무 싫어하지 마시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우릴 무슨 무례한 교양인으로 만드시는 군요? 라는 듯한 그 표정! 좋아. 아주 좋아. 그건 좋고, 나는 아니고. 음 그렇지. 아니지 아니지. 곧 그 반대는 여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 친구야. 연애라면 그대들이 나보다 한 수 위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실례를 범한 셈이군 그래. 안 그런가? 결국 그대들 기분을 추측해보자니 그런 셈이군. 나는 꽤 괜찮은 사설을 겨우 완성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낙서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저번에는 남녀 비율이 딱 좋았는데, 왜 이번에는 이 모양일까! 설마 그런 생각, 하지 않았나? 허허. 농담일세. 그 정도로... 하수로 보이지 않구만 그래. 아 여자들이 그러지 않나. 우리에게 영원한 미스테리인 여심. 그분들은 뭐 여자의 변심은 행복이고 우리의 에스코트는 언제나 부족하다 뭐 그건가? 꼭 보면 말이야, 어?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신 거 같은 숙녀께서, 간혹! 아주~ 드물게 그렇다는 말씀이야. 지금 이 자리에 우리 셋 말고 여자, 있나 없나? 어? 남자 대 남자로 이런 말 하면 안되나? 아 내 말이 틀렸냐고 이 양반아. 자네들도 그런 말 들어봤을 것 아닌가. 간접 경험으로 드라마 대사를 기억하고, 연애소설에서 본 것도 같고 안 본 것도 같고, 극장에서 보긴 본 것 같은데 남자가 뭐라고 맞받아쳤냐, 딱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않는 그녀의 절규. 그건 뭐냐. 이거지. 이거라고. (여자 성대 모사) 나 아니어도 되잖아? 꼭 나일 필요는 없었잖아! 다른 누구라도 되는 것 아니었어? 그런데, 그런데 왜! (성대 모사 끝) 창밖으로 가로수가 보이는 전망이 멋진, 그런 분위기 괜찮은 2층 카페에서 헤어지냐 마냐. 기로에 서 있는 연인. 파괴적 낭만이냐, 아니면 사랑의 기쁨은 회복기에 접어드느냐. 딱 보니 자네들은 그녀의 마음을 살살 녹여주며 똑 부러지는 논리로 그 위기를 빠져나가겠구만 그래. 단언컨대 그 핑계를 대야 모범이라는 거지. 그게 뭐다? 그렇지, 운명! 그거면 다 되거든. 여자들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드라마, 동경하는 주인공의 특징이 뭔가. 아 우연 또 우연 계속 우연 막 우연, 밑도 끝도 없는 우연 아닌가. 안 그런가? 물론 그런 힌트 일절 없이 드라마를 보며 대사를 듣고,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에게 공감한다면 사람에 따라 생각도 안 하고 동의할 수도 있어. 듣고 보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거든. 그 애절함이 내 몸으로 빙의하니까 말이야. 응? 감상적으로 감명 깊게 연애 영화에 빠져 있는데, 그분들께서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 그 기분 어찌 속이겠나. 들켜도 옛날에 심지어 자주 들킨 텐데. 곧 주관이 약하고, 줏대가 흔들리며, 성격 좋은 양반들! 임팔라, 팔랑팔랑! 듣고 보니 그 말이 완전 맞는 거 같거든. 응? 찬성이라 그거지. 생각도 안 한 체 말이야.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어딨어, 최소한 그 순간 만큼은 완전 동감인데. 그러다 나중에 가서는 그래. 내가 왜 그때 생각도 없이 그랬지? 라면서.
    생각이란 게 그런 거거든. 지금 생각은 지극히 합리적인 것 같은데, 먼 나중 보면 내가 그때 왜 그랬지? 라는 거. 한번 예를 들어볼까? 탐지되는 석유 생산량 추정분은 아직도 계속 늘어만 가는데, 미리미리 준비한다면서 제2 제3의 전력에 대해 얘기가 오고 가지. 그 가운데 하나로 태양광!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기술력 대비 효능 측면에서 한마디로 탁월한 에너지지. 현재 단계는 그래. 그런데 태양광? 좋긴 좋아 그런데. 그런데 아직은 원자력처럼 기술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분포도 낮어. 면적 대비 효과도 아직 흡족하지 못하고 말이야. 풍력은 모르겠는데 태양광은 그래. 현재, 그렇다고. 에너지계를 선도할 정도로 태양광 분야가 뛰어나다면, 그 만큼 기술력이 탄탄하다면 호주 사막지대 반틈에다 태양광을 도배하면 될 거 아닌가. 그 말은 곧 태양광은 좋다는 얘기야. 단! 다만, 다른 에너지 생산 수단들이 모두 비리비리하다는 전제 하에서만. 그래서 관료주의로써 또 판단 미스가 발생해. 막 호수 한두 군데도 아니고 무더기로 막 계속 늘려가. 어디에? 호수란 호수에 막 계속. 그게... 뭔지 참 나! 아 다른 에너지 생산 수단들이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었으면 또 몰라. 그런데 무슨 유행도 아니고 대체 로비를 어떻게 한 거지? 총천연색 사진과 TV 광고용 화면에 나오는 오스트리아, 스위스, 어? 그곳들 호수 한복판도 태양광 전력판이 점령했을까? 그게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단위 면적당 에너지 생산량을 10배 100배 끌어올리는 게 먼저지, 직각면이랄지 활용 가능한 벽면들에서 방법을 찾는 게 먼저지, 그냥 멀쩡한 산의 숲을 몽땅 없애면서까지 뭐하러 그렇게 태양광에 매달리는지 난 통 그 이유를 모르겠네. 유리창과 지붕과 바닥등 원-기능과 에너지-기능 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을 1000배 발전시키는 게 낫지, 안 그래도 좁은데... 노는 땅과 건물이 그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왜 하필! 자기 땅에 자기 재산 같으면 일조권 그렇게나 따지면서, 어? 임자 없는 이권이요 정처 잃은 정책이라는 건지 뭔지. 그나마 환경과 케이블카의 공존을 모색했던 유럽에서 그건 왜 앞장서지 않았을까. 그게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절레절레)! 어쨌든 생각이란 게 그런 거네. 쏠리고 몰리며 휩쓸리면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두서 없이 말해서 자네들 정신 없겠지만, 이미 우리는 내기를 시작한 거라네. 내 얘기가 재미없으면 내가 자네들한테 특급 소개팅 3연타를 선물하겠고, 내 얘기가 재미있으면 간혹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이, 아니 그냥 이처럼 오다 가다 만난 것처럼 내 얘기만 들어주면 되네. 어떤가. 썩 손해보는 내기는 아니지 않나? 말하자면 말일세. 난 살면서 실패를 유독 많이 했네. 왜? 성공하고 싶었으니까. 헨리 제임스의 어느 소설에 나오는 대목이던가, 주인공이 하는 말이 그랬거든. 자기는 최대한 많은 쾌락을 경험하고 싶다고. 정확한 대사는 아닌데 대충 그래. 나도 자네들처럼 젊었을 땐 딱 그랬거든. 그래서 나는 아마추어 7군이든 프로 3부 리그든 쉬지 않고 달렸어. 막 그냥 막! 그런데 세상이 어디 그렇게 녹록하던가? 아니지 아니지. 요컨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진짜 중요한 인생의 비밀은 그게 아니거든. 사랑도 마찬가지지만 쉬쉬하며 자기들끼리만 아는 진짜 교훈은 다른 거더라고. 그게 뭐냐? 뭐냐면 바로 나는 놈 위에 하는 놈 있다-지! 뭔 말인 줄 알겠나? (딱) 그거! 방금 그거! 그 웃음. 그 생각. 그 무의식. 바로 그거. (딱) 사람은 말이야, 그런 얘기를 듣고 읽고 어쩌다가 알게 되던 스치며 감상하든, 일단 알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다네. 어떻게? 부정적인 예시 먼저 즉각적으로 연상한다네. (딱) 자, 투명인간! 허허허. 그거야 그거~! 그렇지만 뭐 우리끼리 얘기 못할 거도 없지 뭐. 운 좋게도 아니면 재수 없게도 근사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숙녀는 오늘 모두 바쁜 거 같으니까 말이야. 거기 귀공자 거기 행운아, 그대에게 이 박식가 지망생이 한말씀 하겠네. 그래도 되겠지? 허허. 이쯤해서 쓱 꽁무늬를 빼면 또 그것 만큼 얄미운 게 어딨겠나. 여자는 그렇게 안달나는 법이겠지만 말이야. 아 그런데 내가 뭔 얘기를 할려고 했더라? 아하! 뭘 한다─해도 된다─하면 안된다─이미 했다─너 뭐 해 봤어?, 그거였군. 곧 뛰는 놈 위에 하는 놈 있다라... 내가 아는 친구1은 그랬어. 그 친구가 듣기로 그랬다더군. 과장하자면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던 어느 날 부유한 친구2 집에 놀러가서 옷장을 열어봤는데 CD, 제냐, 무슨 라벨, 디올, 뭐 뭐 뭐! 전부 다 그래서 당시 친구1은 속으로 그랬다고. (남자 성대 모사) 옷장을 딱 열었는데, 와 다 훔치고 싶더라! (성대 모사 끝) 물론 훔치지 않았지. 우정인데? 그런데 내가 아는 또 다른 친구3은 그랬어. 인생의 슬럼프를 겪던 어느 날 삼각관계랄지 무슨 사연이랄지 그런 게 아니라 물질을 훔치는 경험을 했다고. 정신병자도 아닌데 어떻게 그 친구 말을 실현시킬 생각을 했는지, 참 나! 친구3이 친구1과 또 친구였는데, 그 말을 기억했던 것 같아. 그것도 또렷이. 걔 사이코 아니야? 아무튼 그러더라고. 그나저나 그건 부정적인 예고, 그럼 이제 긍정적인 얘기를 한번 해 볼까? 그래, 여자의 마음! 여기서 뛰는 놈은 여자의 마음을 빼았고 싶다-겠지. 다른 말로 허세! 또는 날 부러워하지 말던가. 너네 뭐뭐 해 봤어? (턱 쭉 빼기) 너가 그처럼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과일─훔쳐보는 아리따운 꽃밭, 그 가운데 늬 꺼 없다. 알어? 라~고 차갑게 짓는 냉소.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뛰는 놈은 딱 거기까지겠지. 많이 쳐 줘도 말이야. 그럼 있잖나. 그럼 그 다음으로 뛰는 놈이 아니라, 하는 놈은 뭘까? 하는 놈! 하는 놈? 뭘 해! 누가? 그분은 아마도... 습관적으로 여심을 훔치는 놈,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하지 않았나. 여자가 안달복달 초조해하며 그 오빠만 막 좋다고 난리니까. 여자가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웃으며 마음을 전달하는데 그걸 모르는 게 어디 남잔가? 그런 남자도 있긴 있지. 그걸 모르는 남자와 그걸 알지만 통 여자의 유혹이 감감무소식인 친구. 그 둘은 단짝일 테고. 그런데 그와 반대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서 그녀의 마음을 빼았았다? 말 다 한 거지! 입도 뻥긋, 아니 경우에 따라 입이 적지 않게, 아니 꽤나 많이 바빠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녀의 마음 속으로 사뿐히 들어가기에 성공하시는 분. 그 차이라고. 그 차이야. 물론 그 중간에는 농담도 있고, 허풍도 있겠지. 픽션이 다른 게 아니라 그런 거 아니겠나. 안 그런가? 어떤가. 내 얘기 별로 재미없나, 아니면 뭔가 솔깃한가? 약간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일단 더 들어나보세. 허허. 허허허.
    (그러던 찰나 언제 받은 줄도 모르게 받았던 그분의 명함을 보니 그렇게 씌여있었다. 스파피날레 대표 자콥 커퍼필드)
    일단 나는 깍쟁이가 아니니까 내 정보를 먼저 투명하게 공개한 다음 시작하고 싶네. 만약 그렇게 우리가 최소한의 친분을 쌓아도 된다면 말일세. 나는 부다페스트 태생이네. 내가 헝가리 왕국 역사는 대충 알지만, 그러나 헝가리어는 일절 못하네. 자랑은 아니네만 살다보니 어떻게 그렇게 됐어. 삶이 뭐 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그 다음에 나는 피렌체에서 동화책을 읽었고, 밀라노에서 사춘기를 겪었다네. 그때 당시 나는 내가 방랑벽을 학습할 줄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네. 어느 날 외교관이신 부모님을 따라 또 멜버른에서 교복을 입고서 첫사랑을 만났네 글쎄. 새록새록하지. 그걸 어찌 잊겠나. 아니 그런가? 허허. 세상에서 뭐라 그런가. 흔한 말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둘 다 처음이니까. 미숙하니까. 사랑인 줄 모를 수도 있으니까. 둘 다 어린데? 허허! 물론 나도 그랬어. 그렇게 나는 역마살이 끼어버린 것일까? 나는 어느 날 보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스코트랜드 던디를 오가며 무역업을 하고 있더군. 내 꿈은 아마도 달랐겠지만 말일세. 그러다 나는 당시 남자들이 익히 아는 밤의 세계, 거기서 제왕까지는 아니어도 단골은 됐네. 그래. 일 때문에. 아 맞다. 바로 그 전이었군 그래. 즉 밤의 세계에 취미를 붙이기 전. 그러니까 착실히 일만 하다 밤에 놀기만 하던 시절. 여자들 꽁무늬나 쫓아다니고 어떻게 하면 숙녀를 꼬실 수 있을까, 그 궁리만 하던 때. 당시 단짝과 나는 마치 내기라도 하는 듯이 우리는 미친듯이 여심을 탐하고 다녔다네. 당시 단짝과 나는 놀기만 같이 했던 게 아니라 한 사무실에서 동업하던 처지였거든. 그 개념으로 당시 우리는 인생의 절정을 맛보고 있었겠지.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여자를 꼬셨네. 내가 마음 먹으면 웬만한 아가씨는, 어? 넘어올 수 밖에 없어. 어? 허허. 농담이고. 뭐 농담도 아니지. 허허. 아마 나와 똑같은 과정을 거친 사람, 과연 한두 명일까? 하지만 걔네들 나한테 안돼. 농담 아니야 이 친구야. 허허. 아무튼 그걸로 보자면 사람은 똑같다고 할 수 있어. 인문교양으로 빠지지 말고 계속 라디오 1인극이나 듣세나.
    하던 얘기 마저 이어가자면 그랬네. 그렇게 알게 된 그녀. 어느 날은 유치원생들이 쓰는 연보라색 빵모자. 또 어떤 날은 반투명한 청록색 선그라스. 또 다른 날은 연분홍색 원피스. 지나친 묘사는 생략하겠네. 새침하고, 정숙하며, 눈 부시게 아름다웠냐고? 꼭 그렇지는 않았어. 다만 그런 느낌은 있었지. 얘는 모르긴 몰라도 둘 중 하나-겠다 라고. 모 아니면 도라고. 뭔 말인지, 알겠지? 알 꺼야. 알아야 돼. 그걸 모르면 안돼지. 그러면 뭘 좀 아는 남자라는 얘기는 아무리 기다려도 못 들을 테니까 말이야. 아울러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올 뻔 거의 그럴 뻔 하다 말아봐? 퍽이나 기분 좋겠네. 응? 허허. 그렇게 그녀와 나는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만나면서 그랬네. 당시 나는, 나 가져요 라는 신호를 그녀에게 무던히도 받았네. 감사하게도! 그렇지만 나는 끝까지 모른 체 했지. 미안하게도! 그걸 외면하는 남자가, 그게 어디 남잔가? 고추 달린 남자가, 그게 어디 쉬웠겠냐 이 말일세. 잠깐만, 뭐 가져? 뭘 가져! 허허. 남자 대 남자로 얘기해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그렇게 우리는 한두 번 만나고 또 만나고. 그러다 어느 날 단둘이 함께 했던 자리에서 그녀의 고백을 들었지. 그것도 취중고백. 어떤가, 흥미롭지 않나? 그거 무슨 고백일까! 아주 구체적으로 이 얘기 저 얘기 주절주절. 많지는 않아도 그 모든 것을 빠짐없이 실토하더라고. 왜? 기분 좋고 딱 취했으니까. 원래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오빠한테는 솔직한 여자일 테니까. 그녀의 말인즉슨 이랬어. 이건 성대 모사하지 않을 테니 알아서 변조하시게. 발음도 절반쯤 알아서 꼬고 말이야. 흐흠. 나는 오빠랑 결혼 못하겠네, 끝까지 조신한 척 연기해서 결혼할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러기 힘들 것 같네, 그래서 오빠는 우리 엄마를 만나봐야 하네, 우리 엄마 이뻐, 언제 시간 봐서 만나게, 또 오빠는 내 인생의 단짝인 내 가장 친한 언니를 만나봐야겠네, 그 언니 어디 살거든, 언제 우리 언니 만나러 같이 그곳으로 놀러가게 오빠. 그리고 또, 내 엄마랑 아빠가 옛날에 어떻게 싸웠고 아빠의 직업은 무엇이었으며, 부부 싸움 할 때 아빠는 어떤 행동과 특정한 말을 반복했고 엄마는 또 어땠고. 그리고! 그리고 자기는 화류계 생활을 하며 수집한 CD, 제냐, 무슨 라벨, 디올, 뭐 블루라벨, 에르메스 뭐 뭐 뭐. 그거 다 버렸다고. 전부 다 갖다버렸다고. 그래서 나는 한때 서점가에서 돌풍은 아니지만 작은 바람을 일으켰던 그 책을 읽지 않았네. 나는 사치품을 모두 갖다 버렸다나 뭐라나, 그런 원제던가 부제던가 그런 책 말이야. 그런데 다른 얘기 하나 하나까지 자세히 기억하는 줄 알면 그녀는 아마 창피할 텐데. 하오나 말할 수는 없고. 모를 테지? 그럴 꺼야. 여기 이렇게 우리들 남자 뿐이 없으니까. 젊어서는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더니, 최소한 사랑 같은 감정에 솔직해져야 할 이 시점이 되고 보니 이제는 입이 근질근질하다네. 허허허. 그걸로만 보자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온 건 맞는데, 나 아직 젊어 이 사람아. 응? 내가 하루에 팔굽혀 펴기 몇 개 하는 줄 아나? 100개? 으잉~ 120개! 그것도, 하루도 빼지 않고. 허허. 사랑의 시점이라... 나는 모르겠네만 적어도 자네들은 너무 늦진 않았겠지? 너무, 가 뭐야 아직 전성기에 접어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농담이 과했나! 곧 내 인생 후회는 없네만 살날이 구만리 같지는 않지만서두, 그래도 아직 삼만리 같다고나 할까? 허허. 농담이고. 아 이 날 이 때까지 그 어떤 사연들을 그 뭔가 찡한 사랑 이야기를, 말 못한 이 내 심정은 어죽허겠냐고. 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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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어머나! 그럼 입장을 바꿔서 우리 남자들이 어땠는데, 어쩌는데, 어쩔 건데! 어떻게 하면 틈만 나면 어떻게 한 번 해 볼까..., 어? 그럼 여자들은 그렇게 벌떼들한테 평생을 시달리면서도 그렇게나 어떤 패턴을 반복하면서, 그 남자 만큼은 절대 포기 못한다? 세상에나~! 모르고 겪어도, 알고 봐도 여자들이 진짜 독하다니까. 말도 못해. 물론 연기는 잘할지언정 끝까지 순진한 그녀도 있을 테고 말이야. 그런 한편 아무리 기다려도 꽃을 꽃이라고 불러주지도 파리조차 날리지 않는 입장은 또 뭐고! 부익부빈익빈이라... 허허허. 그녀의 고백을 듣던 날, 나는 아니겠지 아니겠지 아닐꺼야 라는 심정이 무너졌어. 그렇게 절망해서 어쩌다 구닥다리 소형차에 우린 함께 타고서 차분히 얘기를 한다는 게 그만, 이동을 했어. 그래서 한 180, 200 밟았던가 그래. 연애 좀 해 본 여자들의 공통점이 무언 줄 아시나? 그건 바로, 극적인 순간이 닥치면 무조건 말한다는 것. 무엇을 말하실까? 뭐겠나, 다음 사람에게는-이지! 무조건, 다음 사람에게는-이라고! 어? 심지어, 남자 좀 만나본 여자는 '다음 사람에게는'이라는 노래만 남자가 불러도 과장하자면 핑~ 돈다네. 꺼뻑~ 넘어가. 왜? 황홀하거든. 어? 생각만해도! 물론~ 그 남자가 완전 싫은 스타일이 아니라는 조건하에! 흐흠. 그렇게 그녀들은, 괜히 좋다네. 곧 입술을 허락한다네. 아니 입술이 대순가! 아시겠나? 마음도 반틈은 주고 시작한다 그거라고. 처음 알게 됐냐, 오래 아는 사이인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이 양반아. 어? 그거란 말일세. 참고로 말일세, 어떤 명대사들이 만인에게 공통되지 않으면 난 입도 뻥긋 안한다네. 내가 이럴려고 오빠 만나? 허허. 바로 그래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숙녀, 뭘 좀 아는 남자에게 '뭘 좀 아는 오빠네'라는 말을 하는 여자. 그녀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하는 법. 곧 플레이보이와 쑥맥! 그 둘 가운데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고민하고-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플레이보이라고! 단박에. 망설임의 여지도 없이. 그녀들은, 서슴없이, 플레이보이를, 선택하지. 일 때문에 선택을 많이 받아봤던 여자들, 뿐만 아니라 점쟁이와 팔짜가 거의 똑같은 연예인들도 하나같이 그렇게 말해. 왜? 왜냐하면 그럴만 하니까 그런 거라고. 아 글쎄 재고할 일을 재고해야지. 남자를 아는데? 연애 좀 해 봤는데! 그걸로 어디서 썩 빠지지 않는데? 그렇거든. 그런 거라고. 허지만, 성장 환경에서 아빠의 플레이보이 활약상을 많이도 봤다거나, 그런 남자만 만났다거나, 그러면 또 다를 수도 있고 말이야. 정작 내 짝은 실한 놈으로 고르겠지만, 적어도 웃자고 하는 사랑의 대화에서는 적어도 그렇게 고른다, 바로 그 말이라고. 알겠나? 말하자면 순진한 여자는 몰라도 연애를 아는 여자는 생각을 하던, 말을 하던, 그냥 기분이 찡하던 그런다네. 그런다니 뭘 그런다? 기대한다고. 응? 기대한다고! 그녀들은, 기대를, 한단, 말일세. 뭐 더 자세히? 무엇을 기대하냐, 음, 내 사랑의 전과 현재와 다음을! 곧 내 첫사랑은, 순수함 같은 덕목으로만 따졌을 때 청소년 드라마의 첫사랑과 딱 부합했다고 할 수 있지. 그럼. 그런데 그 우유 같은 첫사랑은 실패로 판명나고, 그리고 몇 년 후, 첫사랑의 이니셜이 반복되네? 그런데 그녀의 고백을 듣고 보니 연예계도 아니고 스포츠계도 아니고, 뭐 화류계? 이런 이런 이런! 이걸 운명이라 탓할 수는 없지만 비운까지는 아니겠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니까 말이야. 그러다 발목 잡히지 않아서 다행일 수도 있고, 불행일 수도 있을 테지만. 내 말은, 그 업계 종사자를 감싸주지 않겠다 편들기 싫다, 그게 아니라 이니셜의 반복에 대해서 극명하게 상반됐다는 게 핵심이란 말일세. 응? 만인이 경험하는 첫사랑. 아 만인이 아닐 수도 있겠네만, 몸이랄지 마음이 불편하신 분들이 듣기에는 심간 편헌 소리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음 그래서 말을 바꾸자면 그래. <만인이>가 아니라 많이들 경험하는 첫사랑. 그 순수함 다음에 인생 경험이 지속된 다음 음... 그래! 너무 비교되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여자 이야기라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법. 곧 나중 시간이 훨씬 지나서 또 생머리 휘날리며 내가 괜찮아라 하는 스타일을 내 친구의 여자친구가 소개시켜줄려던 적이 있었어. 자기 친구 누구는 살면서 연애를 딱 3번 해봤는데, 그 3번이 모두 화류계 남자였다고. 그처럼, 그 말을 내게 슬쩍 흘림으로써 날 한 번 쥐었다 펴네? 친구의 여자친구가 말이야. 내게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줄까, 말까 막 쟤면서 말이야. 날 한 번 들었으니, 말 나온 김에 놓을 게 아니라 여세를 몰아 한 번 더 들어야 하는 법. 자기 친구 집이 시골에서 뭐한다면 부자라네? 이 내 두 귀가 팔랑팔랑, 한번 더, 또 다시 팔랑팔랑! 집에 가서 딱 잠을 잘려는데 막 생각나고. 어? 그렇지만 당시에~, 난 뭐 딴 생각을 하는 척 딴청을 피웠지. 그때 그 언젠가 내 친구가 내게 말한 명대사가 그거였고. 늬가 (내 부인) 데리고 살래? 뭐! 오, 땡큐?
    그 이야기의 결론은 이렇지. 첫인상이든 첫사랑이든 첫눈이든, 내 첫 무엇! 그 첫머머와 이니셜이 공통된 다음 타자의 등장. 짜잔~! 그것의 성공 가능성은 반반. 그것이 월척인가 라는 가망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반반! 곧 50 대 50! 따라서 이니셜에 지나친 가중치는 삼갈 것. 고로 좋은면 재구입, 아니다 싶으면 일찍 작별을. 직관과 직감 키우느라 굳이 30년 헤맬 필요는 없단 말이네. D 브랜드가 내 첫 차였어도 나중 F 브랜드로 바꿔도 돼. P 카메라로 시작해도 중간에 R 카메라로 왜 못 바꾸겠나. 물론 사랑이 우연도 아닌데 기적처럼 미들네임 이니셜이 내내 반복된다면, 저 하늘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인생도 그래. 오프라 윈프리 말마따나, 지금 리무진을 같이 탈 사람은 많다지만 나중 버스를 같이 탈 사람은 많지 않다고. 정작 소중한 사람은 그대의 리무진이 고장났을 때 버스를 같이 타줄 사람이라...! 좋긴 한데 좋은 말이긴 한데, 그냥 딱 듣자마자 끄덕끄덕? 그거 너무 애들 같지 않냐 그 말이라고. 그런데, 그럴까? 정말로? 인터넷을 둘러보면 흔히 보이는 명언 덕분에 내 또 하나 배웠네. 과연 무엇을 배웠을까! 하여간 좋아. 좋다고. 다 좋지 뭐가 나쁘겠나. 하지만 우리, 거기서, 만족하지는 마세나! (손짓) 응? 소셜 네트워크에서 사진 한 장 보며 캬~, 글귀 하나 보고 와~! 응? (손짓) 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 우선 나부터 반짝반짝, 새콤달콤, 응애응애를 싫어하진 않거든. 으쌰으쌰를 좋아하는 건 죄가 아니라고. 어? 신부 들러리가 해산한다고 꼭 구식 병풍만 내 편이라며 우기는 건 좀 고수답지 않는 일. 어차피 내 편만 남게 된다는 둥 뭐라는 둥. 그럼 뭐 자기는 남에게 진심 어린 편이 되어주지 못한 채 무조건 천동설처럼 어차피 내 편만 남게 된다 어쩐다? 아무리 인성이 좋고, 성격 나무랄 데 없고, 배울 점 많으며, 재밌고, 분위기를 주도하며, 웃기고, 언제나 행복감과 에너지를 선사하는 그~런 친구일지라도. 그 친구가 아무리 99 대 1 비율을 넘어설 정도로 내게 줄기차게 연락하며, 끝까지 우정으로 남는다고 할지라도! 그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대는 그 친구를 피도 눈물도 없이 버린다네. 아니라면 그건 거짓말이야. 그건 사람이 아니라고. 그게 이 세상의 법칙이야. 안 그런가? 그거야. 그거라고. 어차피 내 편만 남게 돼 있다? 자긴 뭐 얼마나 남들한테 그의 편이 되어줬다고! 어? 그거 너무 이기적이고, 너무 자기중심적이며, 너무 애 같지 않나! 버스를 같이 타줄 사람은 적고, 리무진을 같이 탈 사람은 많다? 곧 만약 내가 떴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사교계 명사와 연예계 친구와 예술계 인사를 알게 됐다고 가정해보세. 정계의 러브콜은 정중히 사양하고 학계는 물론이고 한마디로 그대는 떴어, 최고로 떴어. 자, 그 다음은 경우의 수랄지 X축-Y축 도표로 구분된 도형이 딱 떠오르지 않는가? 앞서 인용한 말처럼 내가 떴어 그렇게 중간은 건너 뛰고, 어떤 계기로 인기는 망하고 황금은 망쳐서 옛날의 찌질이로 돌아왔다고 보자고. 그러면, 다시 초기화가 됐으니 버스를 같이 탈 친구들이 100퍼센트 남아야 정상일까? 그럴 리가 있나! 그 중에는 드물게 예전의 나처럼 최고로 뜬 친구도 있을 꺼 아닌가! 적당히 부자가 된 친구라고 왜 없겠나. 그 친구가 거렁뱅이 같은 내게 손을 내밀면, 그럼 나는 좋아할까? 얼씨구나 진정한 우정이로구나 하면서? 글쎄, 나 같으면 그다지 그러고 싶진 않을 것 같구만. 그대는 자존심이 허락할려나 몰라도 그거 아마 쉽지 않을 듯 해. 응? 리무진은 떠난 다음 버스를 같이 탈 친구는 언제, 어디서나, 사정과 이유 불문하고 나와 함께 버스를 타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닐 걸세. 어떻게 딱 그 준비 하나만 하면서 살라고? 그거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치 않나? 음. 듣고 보니 그렇지? 그럴 꺼야. 그럴 수 밖에 없어. 적지 않은 게 그럴 걸. 많은 생각에 대해서 내게 말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뉠 거라고. 두고 봐~ 허허허! 우리의 새로운 만남. 그것의 불길한 징조가 결국 냉혹한 경주대회에서 그랑프리로 당첨될지, 아니면 장밋빛 인생이 막판 역전극을 펼칠지 그건 우리 차차 지켜보기로 하세나. 허허허. 응? 앞서 말했듯이 내가 흥했을 때 리무진을 같이 탈 사람은 많겠지만, 그보다 우선 내가 바뻐. 정신이 없어. 나도 썩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된 골프 친구도 사귀고, 말이 통하는 업계 동료도 만나야 하고, 한편 옛 친구인 '막살자'씨 하며 또 지난 우정인 '대충 살자'까지. 어? 다 챙긴다고. 얼마나 자주 만나게 될지는 몰라도 말이야. 그렇지만 내 전성기가 안정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 쉬운 말로 망했을 때. 꽝이 됐을 때. 슬퍼졌을 때. 전-재산을 탕진한 채 빛더미만 떠안게 됐을 때! 그러면 1층에 내려갔더니 개미 새끼 한마리 없더라~! 그런... 찰나에 그런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있긴 있겠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야. 그건 나중 고비를 넘겼을 때나, 넉살 같은 여유가 생겼을 때나 하는 말이라고. 아시겠나?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 하니까 재도전도 하고, 방법을 모색하며, 변신을 시도하는 게 먼저란 말이야. 앞으로 먹고 살 궁리를 해야지, 언제까지 신세 타령이나 하며 고점을 찍은 추억만 회상하고 있겠나. 아니 그런가? 무턱대고 황새들과 어울렸다가 뱁새라는 원위치로 복귀했다고 하여, 내 주제를 다시 깨닫고서 뱁새들과 어울리는 것도 결코 나쁜 것도 아니겠지만 말이야. 거지1과 거지2의 우정. 그 둘의 경우의 수, 몇 개 안돼. 왕자와 거지라는 우화처럼 그 둘이 친구가 될 수도 있지만, 마법에 걸려 개구리가 된 왕자도 있을 테지만, 일단 왕자가 됐는데 왕자와 거지가 자주 만난다? 세상은 그 둘을 자주 만나도록, 절대로,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네~! 아시겠나? 가끔 만나도 그래. 뭔 인사말 좀 하고 옛 얘기 좀 하려고 하면, 사인해주세요 같이 사진 찍어요 주위에서 (수근수근) 야 야 누구다 누구 아 누구라니까 (수근수근)! 어? 거지 기분 솔직히 말해서 좋을 리가 있겠나. 한두 번은 좋을 수 있는데, 2번 3번 4번... 거기다 무명인 친구의 스케쥴에 맞추겠나? 무조건 유명인 친구의 스케쥴을 근거로 만날 수 밖에 없어. 옛 친구로부터 연락이 와도 평민 쪽에서 저절로~ 거절할 수 밖에 없다고. 그러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겠나, 슬슬 자연스럽게 멀어진다고. 멀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것. 그렇게 되면 자주 못봐. 물론 8 대 2가 그렇다는 얘기지만 그와 별개로 사람들 사교가 다 그런 식이라까. 뭘 하든지 새로운 친구가 생기고, 자주 보는 얼굴은 덜 자주 보게 되며, 안 보면 대개는 멀어져. 어쩔 수 없어. 그러니까 오랫만에 다시 보면 반가운 거 아닌가. 그럼. 어떻게 자주 보겠나. 소셜 네트워크 놀이, 그것도 수준 좀 높였으면 좋겠네. 그처럼 나도 친구가 리무진 태워주면 좋지 왜 안 좋겠나. 그런데 말일세, 그 친구가 나중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던 어쩌던 그 친구 어려워질 때까지, 내가 그 녀석 옆에 매미처럼 딱 달라붙어서 반드시 기다려줘야만 할까? 그것만이 미덕일까? 나는 내 인생 내버려둔 채? 난 아무것도 못 하라고? 진짜로 내 인생을 내팽개친 채, 난 뭐 평생 5분 대기조로 영원히 살라고? 그 친구만을 위해서? 그게 내 인생의 임무이자, 내 삶의 목표이자,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목적일까? 과연? 정말 그래야 할까? 오직 그것만이 좋은 친구일까? 그렇게 꼭 좋은 친구라는 호평에만 나는 매달려야만 하냐고. 응?
    우리 정도 나이 되면 <꼭 그런 건 아니다> 라고 딱 부러지게 답할 수 있다네. 절대, 절대로 아니거든. 매미처럼 꼭 달라붙어서 영원히 그 친구의 병풍이 되라고? 내 인생 포기하고? 어? 나는 그러니까 끝없는 2인자? 친구가 반-재산을 손해보자마자 옆에서 충고하면 그 친구 참으로 좋아하겠네. 퍽이나! 그걸로도 모자라 전-재산 탕진한 친구에게 위로랄지 폼 잡고 뭔가 조언을? 아 글쎄 모른 척 해줘야 좋을 때도 있다니까 그러네. 나 잘나갈 때 옆에서 최고 최고 으쌰으쌰 최고 최고, 완전 최고라며 물개박수 부대들, 어? 침체기를 지나서 내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니까 스카이라운지에서 차근차근 뭐 그렇게 슬슬 하나둘 날 외면하다가, 나는 1군-2군-3군 계속 밀려나더니 난 끝내 패망하여 초라한 모습으로 1층에 내려갔더라, 그랬더니 아무도 없더라! 개미 새끼조차 보이지 않더라? 그런 얘기 몇 번 들어봤을 꺼야. 그런데 왜 없을까? 꼭 있어야만 정상일까? 그럴까? 아 신부들러리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닌가! 나는 뭐 아부하며 공짜술 얻어먹은 적 일절 없을까? 이왕이면 축제와 잔치와 소풍에 마음이 기울지 상갓집과 불행과 인상 팍~팍 쓰는 친구들만 골라서 위로하는 삶을 살라고? 그게 직업일 수도 있는데 직업이 아니면 나도 먹고 살아야 한다니까 그러네. 인터넷에 흔히 보이는 명언와 TV 토크쇼 이야기대로라면 우리는 내 꿈은 포기한 채 언제 갑자기 슬럼프에 빠질 줄 모르는 친구들만 챙기고, 완전 망했거나 재산을 탕진한 친구들만 골라서 곁을 지켜주란 얘기 아니야? 어? 진짜 그러라고? 정말로, 그러라고? 그렇게만 살려면 내 인생은 병풍으로 컨셉을 잡지 않는 이상, 안되는 거야. 어떻게 그러나! 어? 인터넷에 흔히 보이는 명언와 TV 토크쇼 이야기도 좋지만, 앞뒤 떼고 사연도 생략한 채 두둥~ 캬! 짜잔~ 캬~?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거 아니라고. 응? 같은 공무원일지라도 왜 교도관 분야는 경쟁률이 비교적 낮을까? 다 어떤 원리와 질서가 있는 거거든. 곧 내 인생이 먼저라고. 어차피 내 편만 남게 되어 있다? 응애응애 삐악삐악, 자기는 얼마나 타인에게 편이 되어 주는지 굳이 자세히 알고 싶진 않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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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예를 들어보세나. 동창회에서 곗돈 몰래 쓴 친구에게 한마디 거들면 그렇게 된다네. 다 같이 모였을 때 주위에서 하나, 둘, 셋, 넷... 한마디 씩만 거들어도 이만~해져. 이만~큼! 악역 입장에서는 아마 이따~만큼이겠지? 허허. 응? 그런데 순번이 늦은, 또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나서기보다 일단 전망을 살피며 관망하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눈치 없게 숟가락을 쓱 올리지. 순번이 늦더라도 재발 만큼은 막아야 하니까.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래서 그 비리비리한 바보가 한마디 툭 던질 테지. 그러면 곗돈 즉 사정상 공금횡령한 친구는 눈빛에 독기가 서리는 법. 왜?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기분이 나쁘거든. 많이 나쁘거든. 어마어마하게 나쁘거든! 한 사람 정도에게는 할 말 하고 싶거든. 그래서 녀석은 딱 한 명 지목해서 그런다네. 너 여기서 빠지라고! 왜? 단짝 우정을 받아주지 않은 친구거든. 왜? 연락하는 비율이 9 대 1도 모자랐거든. 왜? 뭐 사랑도 아닌데 우정에게 줄기차게 구애했거든. 왜? 제일 만만하거든. 왜? 제일 친했거든. 왜? 제일 편하거든. 왜? 제일 믿었거든. 그런데, 너마저? 그렇게 되는 거라네. 그처럼 조언해서 어떤 표정을 동반한 반응이 내 기억에 영원히 각인되느니 차라리 모른 체가 훨씬 안전빵일 수도 있다~, 뭐 그런 말이지 내 말은. 잡은 물고기한테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다, 그것도 그래. 잡은 물고기한테 먹이를 줄만 하면 주고, 안 줄만 하면 안 주고. 그거라고.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정답은 없어. 무엇보다 나는 월척인가 아닌가, 그 생각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흐흠. 인생 그거 절대 만만한 게 아니야. 부드럽게 거절하기 힘들다고 예스맨의 운명을 덥썩(?), 결연히 받아들인다? 인생은 냉정할 때 냉정해야 하는 법. 거절 잘하는 법을 배웠더라도, 아무리 학습해도 안되면 단호히 거절할 수 밖에. 여자들이 친한 친구에게 제 비밀을 어디까지 딱 잡아떼는 줄 알기는 아신나? 허허~ 말도 못한다네. 그녀들 세계는 우리 남자들이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어. 단언컨대, 상상 초월. 불여우들의 생리는 딱 그 만큼이야. 인생이란 도리어 욕을 듣더라도 안심해야 하고, 숫제 매도 일찍 맞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이 양반아. 어?
    이상이 내 옛날 이야기였다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1집. 1집이 10집이 될 때까지 계속 신기록이면 좋겠지만 대개는 그만그만이지. 많은 경우 1집이 제일 나을 수도 있고. 아니면 1집과 함께 나머지도 다 꽝일지도 모르고 말이야. 다시 말해 1집 증후군은 셋으로 나뉜다 그거지. 첫째 평행이론, 둘째 X이론, 셋째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여기서 둘째인 X이론. 그냥 내가 즉석해서 지은 거야.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있어 보이지 않나? 새로운 이론의 고안이랄지 신세계 발견, 머머주의의 창시 그런 느낌이니까. 허허. 곧 X이론의 끝이 좋을 리가 있나. 그래서 짧게 단언하지 말고 인생은 길게 봐야 한다 그 말일세. 그래야 한다고. 그래서 말인데, 난 뭐랄까 마라톤에 대해서 약간 불만이랄까. 그런 게 하나 있어. 마라톤의 변천사 말일세. 마라톤. 요컨대 기록을 위해서 재미를 포기한다는 것! 하긴 그건 프로가 있긴 있어도 완전 상업적이지는 않지. 그래서 이해는 하네만... 그래도 재미없는 걸 재미없다고 하지 뭐라고 하겠나. 마라톤이 딱 그렇거든. 옛날에는 도로 사이클 경주처럼 마라톤도 굴곡이 있었어. 많았어. 마라톤도 그랬다고. 막판 뒤집기도 아마 꽤 있었을 거야. 평균 경사도 얼마, 따라서 큰 고비는 2개 기막힌 승부처는 3곳, 절묘한 눈치 작전은 4할 남은 지점부터 끝까지! 그렇게 말이야. 그런데 현대 마라톤은 뭔가? 한마디로 일자야. 딱 1자라고. 굴곡 그런 거 없어. 연습 방법이 발달하니까 기록도 좋아졌지만, 밋밋한 롤러코스터로 세계 신기록? 그게 무슨 세계 신기록이야? 어? 장난해? 어? 롤러코스터가 밋밋하면 그게 기차지 무슨 롤러코스터야! 안 그런가? 하긴 아마추어니까 이해는 하는데, 좀 그래. 어차피 트랙경기의 연장일 뿐이지만 그건 좀 서운해. 올림픽의 기원이자 상징적으로 올림픽의 꽃 같은 종목인데, 너무 밋밋해. 올림픽의 상징인데... 그래도 하나쯤은 프로면 안되는 건가? 프로가 활발한 종목들이 올림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종목들도 적지 않아. 그럼. 아 그럴 꺼면 런닝머신 종목도 추가하시지, 흥!
    그러니까, 아 영화를 왜 보냐고! 극적인 사랑, 짜릿한 액션, 섬찟한 공포, 신기한 판타지, 오묘한 스릴러, 놀라운 미스테리, 감동적인 드라마, 애절한 로맨스 고혹적인 멜로. 그래서 극장에 가는 것 아닌가? 아... 아... 아 맞다... 선심성처럼 다른 장르도 있구나. 다큐멘터리도 빠질 수 없고. 너무, 너무 내 생각만 했네. 허허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시게. 그렇지만 산업혁명 그리고 고전예술의 제1전성기의 종료, 그 둘의 발생 시점이 큰 차이는 아니기 때문에 난 어릴 때 뭐랄까, 뭔가 많은 시간을 허비한 듯한 느낌이야. 물론 방황으로써 얻은 값진 경험도 많았을 테고 말이야. 보아하니 규모의 혜택으로 이득을 본 분야는 좋지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사람들이 말이야 규모가 아닌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에 대해서라면 시간 낭비일지언정 선심성으로 시간 때우려하지 않았음 좋겠어. 화폐 가치 때문에 대중예술과 오락, 대중예술과 게임, 대중예술과 장난, 대중예술과 시간떼우기의 구분이 뭔지를 모르겠어. 자네들은 알겠나? 난 모르겠어. 음. 음악, 미술, 건축과 같은 예술도 그래. 현대식 교양 그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 문학을 학구적으로 전공한 학자의 글을 읽어보면 그 느낌이라는 게 있어. 그런데 또 이니셜이 반복된 대중예술들을 보면 뭐라 할 말을 읽게 되지. 유럽 문화를 답습하여 지구 반대편에서는 언어라면 합리적인 인문교양적 논리를, 오페라는 뮤지컬로, 그리고 과학과 상업과 오락산업으로 유럽의 바톤을 이어받았으니까. 그래서 익히 아는 화가─작곡가─작가 라는 기반 없이 문학계의 세계적인 거장이자, 순수예술계의 이단아라는 둥, 대중문학의 뭐 잭슨 폴록? 글쎄요. 웃기고 자빠졌네! 뭔가 이상해. 도저히 마음이 가질 않아. 유럽의 정신을 토스 받아 반대쪽에서 규모로 스파이크를 쳤다, 그런데 글은... 논픽션과 인문학에 최적화되서 그쪽의 허구는 영상은 몰라도 글은 뭔가 이상해. 화가─작곡가─작가 라는 고전적 기반은 현대와 어쩌면 정비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정말 없을까? 쉽게 말하자면 그래. 세계 지도를 절반으로 접어보자고. 그럼 그 단위 안에서 소비재, 오락산업, 경제 규모는 예술의 수준과 비례할까? 그랬으면 나도 좋겠네. 바라지 않는 게 아니라고. 내가 지금, 괜한 걸, 트집잡는 걸까? 글쎄나... 괜한 간섭은 아닌 듯 하네. 럭셔리 브랜드, 대중 브랜드, 우주 과학 기술, 인문학, 공학, 생물학, 물리학, 의학, 인터넷 사업...! 오롯이 문자로써 환상과 신비와 장르를 구현하는 일마저 그와 비례할까? 글쎄나... 학교에서 배운 미술사,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 수염을 길렀던 옛 문호들. 그 명맥 대신 경제의 수혜에 힘입어 짧은 시간에 탄생한 열매는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 같아. 철저히 오락산업의 논리를 바탕으로 성장하며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환경의 생리를 배우며 자란 세대. 그들에게는 뭔가 한계점이라는 게 있는 듯 해. 내 이야기 세상 이야기도 좋지만 내가 보고 배운 게 그랬는데 뭘 더 바라겠나. 플라톤이니 미켈란젤로니 미술의 인상주의와 음악의 후기 낭만주의, 그것은 몇 천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어. 종교와 법이 그저 좋게 좋게 그처럼 쉽게 분리된 건 아니거든. 그런데 한쪽에서 규모의 순위를 가져왔다고 하여, 모든 걸 다 가져온 건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이라네. 왜 저기서 배워서 여기서 가르치냐,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니까 그러지. 자기중심적인 사고라면 몰라도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지는 않거든. 학생들이 배우는 과목을 보면 훤해.
    (광고 시간)




    9

    수학의 기초, 과학의 근간을 비롯하여 발명과 창안등 태초의 시작은 거의 완전히 일방적이지. 볼펜, 선풍기, 컴퓨터, 핸드폰, 진공청소기, 오디오, 스피커, 마이크, TV, 미러볼, 식기세척기, 전자렌지, 에어컨, 라디오, 사진기, 허블망원경, 세탁기, 헤어드라이어, 텐트, 우주복, 시계, 전화기, 전기까지. 물론 내가 일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있을 수는 있는데, 일단은 그래. 곧 별명은 전부. 한쪽에서. 전부 다! 단, 브랜드는 아니고. 그런데 누가 처음에 만들었든 지금은 다 같이 사용하고 각자 만들어. 별다른 차이는 없다고.
    그렇지만 딱 하나, 바로 생각. 생각이 작동하는 원리. 사고가 동작하는 구조. 무의식이 의식으로 발전하는 방식. 그것이 뭔가? 과학이라고 할 수도 있고, 글이라고 할 수도 있어. 그래, 글! 다른 말로 언어. 전 세계를 돌아다녀보든, 돌아다니지 않은 채 알아보든, 사람들 사는 생활을 면면히 살펴 봐봐. 약간의 인프라스트럭쳐, 대동소이한 생활방식과 문화 차이를 빼고는 다 비슷해. 다 비슷해. 그렇지만 그 중에 딱 하나. 글은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게 내 결론이네. 반올림 1세기 동안 연구한 결과,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더라 그 말씀이네. 흐흠. 그렇지.
    그럼 왜 유독 글에 대해서만 그런 차이가 발생했느냐, 그것이 궁금할 수도 있어. 어째서? 생각해보면 돼. 그럼 알 수 있어. 궁금함, 그거 풀고 가세나. 떠안고 살면서 내내 끙끙 거릴 필요 있나. 응? 왜 유독 글에 대해서만 그런 차이가 발생했느냐,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지.
    첫째, 현대 문명의 발명과 견자 역할, 즉 미술의 황금기와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라는 잔치에 초대 받지 못했으니까.
    둘째, 문화적 배경─민족성─정서의 차이 때문. 첫째와 같은 기반을 바탕으로 오락산업과 증권가라는 현대 문명의 쌍두마차와 함께 함은 똑같아. 하지만 문화적 기틀과 지역 정서는 정반대되는데? 한마디로 현대 문명의 기준은 그것이지. 내가 최고─잘난 척─이쁜 척─튀는 마! 야생마든 경주마든 유니콘이든 페가수스까지 공정한 기준으로 경합해서 그 중에 1등이 꼽히니까 가짜가 아니라 진짜가 자연스럽게 인기마를 타게 된다고. 그렇지만 후자주자 문화권에서는 요컨대 지역 정서가 그걸 좋아하지 않아. 그쪽 속담으로 그런 게 있지.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곧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새로움과 진짜와 강직함과 정의와 혁신은 유리 천장과 싸우기 마련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일단 시작부터 모순이야. 괜히 노이즈마케팅이네 가짜 뉴스에 오락산업계를 이끄는 풍운아의 폭주네, 그러는 게 아니라고.
    셋째, 도시화. 도시화가 비교적 더뎠으면 그 모든 것은 전부 현대화가 됐더라도 단 하나. 생각이 오롯이 드러나는 말과 글까지 강압적으로 세련되긴 어려울 수도 있다 그거야. 도시와 시골의 인구 비율이 어떻게 바꼈나? 요컨대 2 대 8에서 8 대 2로 역전됐어. 응? 그래프로 따지자면 거의 한순간에. 그게 어디 보통 일인가? 자, 일단 시골의 정서를 알아보세. 깊이 들어갈 필요없어. 내 인생을 통틀어 보자면 시골 사람의 정서를 딱 한마디로 꼽을 수 있는 게 기억나.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 놀러가서 그곳 어린이들과 잠시 만났던 경험. 정식 인사를 나누지 않은 채 서로 상대를 살피게 됐지. 경주마와 야생마라... 그때 내가 들은 말이 뭐겠나. 그거였어. (옷깃이 있는 투버튼 재킷의) 단추 잠궈라! 어? 그게 인사말이었다고. 해석하자면 너 잘난 척하지 마라. 더 압축하자면 겸양이지. 내가 군복을 입던 때 듣던 말에서 하나를 꼽을 수도 있어. 계급 차이가 많이 나는 상사가 보내는 눈빛, 그 의미가 뭐겠어. 주머니에서 손 빼라, 그거지. 하의에 손을 꼽으면 그렇고, 상의에 손을 꼽으면 그나마 말이 아니라 눈빛 정도로 넘어가고.
    이렇듯 모순1─모순2─모순3이 한편이 됐는데, 다른 건 다 어른스러워도 아동은? 이때 아동이 뭔가, 글! 아이를 기르려면 무당 반에 어사 반이 되어야 한다는데, 글이라는 아동께서 쉽사리 철이 들겠나. 어른마저 철들면 안돼 라면서 막 으쌰으쌰하시길 좋아하는데, 어? 그럴 수는 없어. 그럴 수는 없는 법이라고. 아니 그런가? 바로 그래서 글에 대해서 나는 뭐랄까 음... 깍쟁이처럼 재수 없지. 그래서 그래. 놀이이면서 일이니까. 시간이란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안 그럴 수 없으니까. A지역이라면 패션과 고전예술과 풍광과 외모는 기가 막혀. 그렇지만 A의 소설은 좀 그렇지. B지역이라면 음식 문화가 놀라울 정도고 만화와 무엇 무엇은 좋은데, 나머지는 다 좋은데 글은 또 어떻고.
    뭐 아무튼, 그 얘긴 그만허고.
    첫사랑은 순수했는데, 첫사랑의 이니셜이 반복된 건 화류계라니... 그런데 내 친구들은 아직도 밤의 황제를 부러워 해. 그건 또 뭐야. 참 나~! 뭇남성들의 자유, 로망, 이상, 미지의 선망. 하긴 나도 한때 밤의 세계의 장본인이었군 그래. 선택을 받는 여급이 아니라, 풋사랑의 가능성이 농후할 수도 있는 마담이 아니라, 바로 손님으로 말이야. 첫사랑과 같이 잤는데 손도 안 잡고 잤고, 첫사랑의 이니셜이 반복된 숙녀와는 그 많은 기회니 신호를 다 무시했다니. 뭐야 그거. 둘 다 꽝이잖아? 이런 젠장! 그래서 에르메스와 디올과 CD를 죄다 내다버렸던 그녀에게 언젠가 전화하니 그러더군. 이제 나한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하긴 예술가도 대중예술과 순수예술로 나뉘듯이 개그맨도 밤무대에 서긴 하니까 뭐 이해는 되네. 이해는 하네. 해야지 어쩌겠나. 내 인생 내가 책임져야지 누구한테 따지겠나. 아니 그런가? 그래도 돈과 인기만 쫓는 세태를 보면 살짝 착찹하긴 착찹해서 하는 말일세 그려. 응애응애 삐악삐악, 뭘 잘 알지도 못하면서 꼬끼오꼬꼬댁 꼬끼오꼬꼬댁~! 아 시끄러워. 아 번잡해. 너무 조잡해. 내 과거가 그처럼 구질구질한 걸까? 내 전적이 그만큼 허접한 걸까? 내가 꿈꾸고, 내가 사랑하고, 내가 받은 사랑들이 그렇게나 천박했던 건 아닐까 심히 걱정되네 그려. 내가 창조한 이론이 그처럼 보잘 것 없는 거냐고. 허허. 벅찬 감동 가슴 뭉클한 기쁨, 그런 거도 없으면서 내 말이 많았네. 미안하게 됐네. 그대에게 고맙고 말이야.」
    연설 끝. 그 아저씨 말 한 번 더럽게 기네!




    10

    나는 상체는 지적이고 하체는 부실했을까? 아니면 반대로 상체가 실하고 하체가 허약했을까! 힘은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기분의 버릇처럼 밑에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태양의 인력처럼 분위기는 수평적으로? 모르겠고, 어쨌든 환상머신은 혹사당했고 행복론은 미완성이다. 말하자면 원활한 두뇌 회전으로 말미암아 일이 잘되고, 일이 잘되면 최고급 벨트를 매든 슬리퍼를 신든 놀기도 재미있었을까. 재미없는 얘기는 집어치우고 아니 넘어가고. 한마디로 둘다 그만그만했다. 죽도 밥도 아니었단 말이다.
    그렇지만 또 전화는 걸려왔다. 누구긴 누구겠나. 누노였지. 저번에 누노와 알게된 노신사. 자콥 커퍼필드가 명색만 그런지 뒤에서 조종하는지 몰라도 그가 알려준 스파피날레라는 회사는 그런 회사였다.
    한마디로 술을 동력원으로 사용하여 기계적인 에너지를 실현시키는 일. 다시 말해 연료는 술이요, 기계는 엔진.
    자, 엔진에 대해 간략히만 알아보고 가야겠다. 배, 비행기, 모터사이클, 자동차 다 똑같다. 석유 기반 원료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는 점.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 자동차의 연료는 1가지가 아니다. 휘발유, 경유, 가스, 전기, 수소, 곡물 추출 연료등. 인력도 있다. 생산성 대비 이득이 낮아서 그렇지, 그외 가능은 하나 시도하지 않는 것도 많다. 즉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기계적 에너지를 만드는 것, 그것을 엔진이라고 하는데. 그 과정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연료와 공기를 연소실에 흡입시키고, 피스톤이 내려가면서 동력을 발생시키며, 배기 밸브가 열리고 연소 가스가 배출 어쩌고저쩌고. 그런 엔진의 운동 특징 상 완전 연소가 일어나면 무엇이 발생하냐, 물이 발생해 물. H2O, 수소 2개 산소 1개. 운전할 때 신호대기중에 뭐가 보일까, 앞 차의 배기구에서 물이 똑똑똑 떨어지는 모습. 학교에서 배웠던가... 그랬을 것이다. 다시 말해 엔진이 건강하면 그처럼 물이 나와야 정상. 그런데 엔진에서 완전 연소가 아니라 불완전 연소가 발생한다? 그러면 물 대신에 새까만 연기가 나온다. 그거다. 그렇게 과정의 일리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막 계속 막 계속 나온다. 그래서 석유를 먹는 엔진이 필요없는 전기 자동차는 그런 엔진이 필요없다. 전기를 즉각 힘으로 전달하면 되니까 모터 하나면 끝.
    더 간단히 말해서 엔진과 모터의 차이가 뭐냐? 매우 타당한 의문점이다. 원론적으로는 이렇다. 모터는 전력 에너지를 받아 동력 에너지로 변환하는 전동기요, (여기서 말하는) 엔진은 석유-가스 에너지를 동력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계.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사람 + 자전거 = 자동차>라고 가정했을 때, 모터는 내 의지를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내 몸에 에너지가 있으니까 곧바로 페달만 밞으면 그만. 그러나 엔진은 내 몸 자체가 엔진이다. 내가 음식물을 섭취해서 칼로리를 얻고, 그 칼로리를 소비해서 힘을 내는 전-과정. 그것이 엔진이다. 말하자면 모터는 실한 하체, 엔진은 눌변 뿐만 아니라 정신을 포함한 내 몸 전체. 그러니까 모터에 비하면 엔진은 훨씬 복잡한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 튜닝의 끝은 엔진 튜닝일 테고. 그처럼 사람은 음식물을 섭취하고, 할동하며, 화장실에 간다. 그러듯이 자동차는 석유와 공기를 먹고, 달리며, 물과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그럼 남자의 마음은 모터고, 여자의 마음은 엔진인가? 넘어가자.
    바로, 그런 원리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자콥 커퍼필드 아저씨가 그랬다. 세계8대 자동차 엔진을 분해 연구하고 또 연구하면서 마침내 어떤 기술을 개발했다고. 바로 술을 원료로 하여 기계적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엔진을! 다만 아직 기술은 90퍼센트 정도 완성 단계였고, 양다리는 안된다고 했다. 그건 곧 위스키는 위스키만. 포도주는 포도주만. 탁주는 탁주만. 맥주는 맥주만. 그런데 이 기술이 만약 완성되면 기존 산업계에서 가만 있겠냐, 자기들 망하는 거 시간 문제인데 들고 일어설 거 아니냐.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또 해야 한다면서 침을 튀기면서 연설하셨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농담인지 왜 몰랐겠나. 그런데 자콥 커퍼필드 아저씨의 말발에 우리가 넘어가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그러지 못했다. 그 양반의 탁월한 언변에 설득되지 않고 고집 피우는 게 가능했을까? 불가능했다! 아저씨의 과학적인 설득에 우리는 감동했고, 아저씨의 수학적인 뚝심에 우리는 마음이 약해졌다. 아저씨의 배짱 뿐만 아니라 우리는 기어코 비밀스런 연구소까지 방문해서 실체를 보고야 말았다. (딱)! 아 진짜구나, 우리는 홀딱 넘어가고 말았다.
    지폐 인쇄술이니 뭐니 수표와 채권 증서를 찍는 기계니 뭐니, 그런 사기 뉴스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었다. 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영업을 한다면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다가 암웨이인지 어딘지 모르겠는데, 어느 다단계 빌딩인 줄도 모르고 덥썩 들어갔다가 그곳의 높은 직급에게 딱 걸려서 혼쭐이 난 적이 있다. 당시 역으로 당해서 풀이 죽은 채 절망한 사례가 있다. 명함은 함부로 내미는 게 아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고! 더군다나 누노는 먼 과거도 아니다. 누노는 불과 얼마 전에 당했다. 무슨 위인들에게? 비타민 담배 관련 사업단에게! 비타민 + 담배 = 비타민 담배! 두둥~. 심지어 누노는 나한테 딱 3장만 뜯겼다고 했지만, 눈치를 보아하니 적어도 7장 정도는 손해본 거 같았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자콥 커퍼필드는 그 모두를 뛰어넘는 초절정 고수라는 점.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급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누노와 나는 그렇게 됐다. 하루는 투자 설명회 하루는 위스키 동호회. 물론 투자 설명회에서 우리는 바람 잡는 역할도 뭣도 아니었다. 물론 우리는 위스키 동호회에서 위스키 냄새도 맡지 못했다. 정말로 위스키 동호회에 처음 간 날만 여자가 8이었다. 그 뒤로 나머지는 남자가 거의 100퍼센트. 억울해도 정도가 있지 그건 망해도 한도 끝도 없이 억울했던 거다. 부득이 일은 그렇게 됐던 것이다. 누굴 탓하겠나.
    이렇게 우리가 당하고 또 당하니, 속고 또 속으니 허세와 허풍이 발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거다. 안 그런가? 곧 우리는 허영심의 노리개로만 살 수는 없는 일. 그러나 그걸 천대하면 허세의 어깨 뽕이 튀어나온다는 점. 고로 그 애증 어린 우정의 시소 게임에서 중재자로 나서야 할 제3의 인물은...... (두근두근 조바심 부채질, 두근두근 궁금증 부추김)...... 결국 허풍일 수 밖에! 뭐라고?




    11

    최근 나는 투자설명회에서 발길을 돌렸다. 내 삶을 살아야 하니까. 그런 황당무계한 얘기는 단지 허구일 뿐이니까. 그러나 자콥 커퍼필드 아저씨의 명-연설이 내내 내 마음을 잡고서 놓아주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그곳에 들려서 17살 때 시도했던 일을 반복했다. 곧 그때는 정치-외교 과목 선생님의 설변을 속기사처럼 기록했지만, 지금은 자콥 커퍼필드 아저씨의 강의를 채록해서 집에서 복기해봤다. 다음은 최근 그분의 연설 일부분이다.
   「여러분. 오늘의 주제는 이기주의입니다. 일상을 둘러봅시다. 개인사, 가족사, 친족 갈등, 사업운 기타 등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그렇죠? 사람이 살면서 걱정 하나 없이 살면 그 또한 재미가 없겠죠. 그렇지만 그 걱정이 내 삶을 이끌면 안되겠죠. 그럼요. 그렇지만 그런 일들이 결코 드물지도 않고, 나이가 들어도 오히려 잦아질 수도 있어요. 속칭 잘나가는 멋쟁이라면 몰라도 보통 사람들은 호쾌히 동의하실 겁니다. 그렇죠? 왜 아니겠어요. 그처럼, 왜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웃음이 줄어들까 그걸 한번 생각해봤어요. 뭔가 이상했거든요. 딱 봐도 10살보다 70살이 상식적이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아니죠. 그럴 때도 있는데, 아닐 때도 적지 않다는 것. 누가 모르겠습니까. 그럼요.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모르는 일도 없고, 굴곡도 겪을 만큼 겪고, 사랑도 해 봤다 행복이 무엇인 줄도 아는데? 그처럼! 재주 많은 팔방미인이신 어른들께서 애보다 훨씬 현명하고 항상 즐거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정상 아닙니까? 이론적으로는 그렇죠.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아니죠. 그럼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허허허.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구요.
    때문에 어른과 아이는 이기주의의 격부터 다르다, 그겁니다. 특히 돈 문제! 1인에게 한 번, 두 번, 세 번......! 한 번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몰염치와 몰상식은 탄탄대로죠. 어렵지 않거든요, 그 때부터는. 3번째부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가 될 가능성마저 꽤 농후할 껄요. 그런데 양이 크거나 1번에 1인이 아닌 건 또 뭐구요. 주객전도, 그거 쉽상입니다. 집안 일이든 뭐든 끌려다니기 전에 내 기준선은 내가 지켜야 합니다. 아차 하다가 어느 선부터는 포기도 못하죠. 타인은 절대 그 기준선이 슬퍼지는 사정을 알아주지도, 이해해주지도 않습니다. 주도권을 챙기고, 꼭 여심을 유도하며, 반드시 분위기를 이끌 필요는 없겠죠. 그러나 엉뚱한 주동자의 폭주에는 저항하고, 말도 안되는 괴짜의 선동은 사양할 줄도 알아야 하겠죠. 으쌰으쌰 난리도 아니길래 순진한 남자가 총대 메고 팀장한테 따져 보면 어떻게 될까요! 팀장 이 인간, 반성하라 반성하라?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세하길래,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니! 어? 이런! 뭐야? 허허허. 세상이 그런 거거든요. 그렇다고 그 다음 날 친구들한테 위로 받고 으쌰으쌰? 다시 그 다음 날 약속 장소에 나가보면 뭘 하나요, 아무도 없는데! 그렇죠? 알고 보면 인생 참 웃겨요. 허허.
    그러므로 연설은 요점은 이렇습니다. 타인의 이기주의에 내 이타주의로 답할 수 있는 한계는 사전에 정해놓을 것. 내 이기심의 양보 기준을 바꾸지 말 것. 마음 약하다고 이별을 못하면 나중 사랑도 아니고 뭣도 아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가 좋을 때도 있는데 그 반대도 있겠죠. 곧 맺고 끊기! 그걸 못하면 행운은 멀어지고, 행복보다 불행쪽으로 점점 어영부영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구요. 단, '업어 치나 매 치나'가 괜찮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는 구분해야 하고요. 말하자면 괜히 사람들이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라~는 처지에 빠지는 게 아닙니다. 바로 그걸 깊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란 걸 어른들이 왜 모르겠냐마는, 알면서도 당하는 세상! 속고 속이고, 믿거나 반드시 믿도록 만들고. 고로, 우리의 사업 목적과 목표는 믿거나 말거나? 넘어가죠. 단, 비밀만은 꼭 엄수합시다. 아시겠습니까, (쿵)? (합창)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합창) 우리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허허허허허. 감사합니다.
    얘기를 이어가자면 이렇습니다. 밀고 당기고 쥐락펴락! 오락산업도 다른 게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제아무리 성격 좋은 남자라도 한두 번 넘어지겠죠. 그러다 배우겠죠. 잃어도 될 만큼만 빌려주자 라구요. 왜요? 같이 망하니까. 그러면 우정도 돈도 행복까지 다 안개처럼 사라지니까요. 그렇게 그분은 인생을 배웁니다. 성격 좋은 남자가 말이죠. 그래서 그분은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당차게 변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성격 좋은 남자일 테죠? 그래서 인생의 교훈을 알기 전이 아닌, 지금의 나를 농락할 수 있는 고수들에게 끌려다니지 말란 법은 없겠죠. 그분은 돈 거래에 대해서 샐러리맨 주급 정도까지가 상한선일 테니, 지켜지지 않을 약속은 줄을 설 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줄이...... (손차양)...... 차마 끝이 안보이는군요. 허허. (절레절레)!
    속된 말로 웃자는 식으로 그렇게 말하죠. 있는 놈이 더한다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물론 웃자는 얘기겠죠. 허나, 내가 있는 놈이면! 내가 1등이면! 어른들이 그렇죠. 마음 속에 뭐가 들어앉았는진 몰라도 어른들이 그래요. 응석은 기본이요, 돈 빌려주라고 하면 죽는 소리 하는 투정은 더 기본! 곧 익살꾼은 재롱이요 냉소꾼은 조롱. 허풍꾼의 농담은 또 어떻고요. 어린이가 담백한 우유와 달콤한 음료수를 마실 때 어른들이 멋모른 채 씁쓸한 독주를 들이켜는 일. 괜히 그러는 게 아니겠죠. 허허허. 그래서 우리가 신-사업의 공략 지점을 잘 잡았다, 못 잡았다? 워─워─워! 곧 인생은 쓰디쓴 스카치위스키 같은 거거든요. 나서서 동의하지는 않을 수 있으나, 어른인 이상 누가 그걸 부인하겠소, 안 그렇수? 그처럼 고양이가 쥐 (입장) 생각 못한다니까요. 여우와 두루미만 봐도 되겠죠. 교양이니 인문학이니 법이니, 그 어떤 문제든지 한가지 기준으로만 보면 됩니다. 어려울 거 뭐 있어요? 그럼요. 즉 그건 뭐냐, 상식이죠!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럼요. 명쾌하죠. (눈빛)? 에이~!
    그런데! 상식의 제1제한선을 줄타기하고, 호혜성을 요구하고, 사람 감동시키며 향긋한 치즈에 달린 줄을 살살 잡아당기는 남자. 심지어 여자 마음 안달복달하며 떨리게 만드는 재주랄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그 비장의 뭔가가 있다면! 그러면 적어도 그럴 공산이 크겠죠. 곧 행복해도 가난해야 한다고. 재미없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드문 궁합으로 보자면, 하루는 싸우고 하루는 화해하는 과정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고. 그래서 저는, 무슨 자동 청소 기계도 아니고 인생이 스스로 즐겁게 진화할 거라며 장담하지 않습니다. 이 놈은 사랑이 마냥 아름다울 거라며 거짓말하지 않는다구요. 차라리 피 터지게 싸우고 미운정-고운정이 들라고 권고한다면 모를까, (갸우뚱)? 물론 때와 장소, 그리고 상대를 봐 가면서 말이죠.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녀 간의 사사로운 연정일 테고, 우리의 원대한 대망은 무엇이다? 쉿! 007 작전처럼 쉬쉬하는 그 자세, 아주 좋아요. 그럼요. 허허허.
    여러분! 저기 저 숙녀분께서 우정은 왜 추접스러운 거냐고 묻는 듯 하군요. 그럼 우정이란 주제도 짧게나마 간략히 다루고 넘어가보죠 뭐. 간결하게만 말이에요. 앞서 강의에서 제가 리무진이 어쩌고저쩌고 그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거 왜 이런 말 있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일단 듣고 보면 좋은 얘기란 거 누가 모르겠어요. 단지 무슨 얘기인지 잘 알지만 자기도 모르게 의역을 때로는 직역으로 대체한다는 게 문제죠. 안 그래요? 친구가 어려울 때 옆 자리를 가만히 지켜준다랄지, 친구 얘기를 잘 들어주라는 뜻일 꺼에요. 그런데 그런 의역이 아니라 저 말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기준은 나요 상황도 나죠. 곧 자기중심적으로 나는 남한테 어떨려나 몰라도, 친구는 나한테 내가 좋을 때든 나쁠 때든 나 어려울 때 모른 체 하는 친구는 뭐 어쩐다,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거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 어려운 친구 10명이 성격 좋은 친구 1인에게 집중될 수도 있다는 것. 간혹 보면 직접 경험으로 깨닫는 분도 계시다니까요. 30년 우정을 쌓기는 힘든데 사소한 1번의 오해에 대해 총 합해서 100분 분량을 소통한 결과 영원히 남남이 되는 사례, 제 친구 사례니까요. 30년 40년 친분을 일정선 유지하느니 저렇게 갈라서는 우정이 아마 덜 힘들 걸요? 모르긴 몰라도 그래요. 어차피 으쌰으쌰할 때나 친구지 몇몇 조건에 따라 친구는 멀어질 수 밖에 없어요. 가령, 인생이 후반기 쪽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우정의 전성기가 한두 번 끊긴 다음부터! 꼬박꼬박 얼굴 보지 않으면서부터! 그 다음으로 우정은 거의 단교의 과정을 완수하는 건 어쩌면 시간 문제죠. 은혼식이 힘든 것처럼 우정도 반올림하면 100퍼센트 단절됩니다. 물론 짠한 얘깁니다만, 찡한 거 미리 알긴 알고서 인생을 사는 게 좋을 겁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하나 같이 말씀하시는 우정의 결론은 이렇죠.
    첫째, 친구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말자.
    둘째, 오래 보면 좋은 거고 멀어짐은 당연한 것.
    친구란 서로 둘 다 만년 1순위인 단짝 빼고는 말 그대로 친구일 뿐. 살면서 그런 예를 본 적은 제가 기억하기로 아마 한두 번 정도인 듯 해요. 곧 오래 보면 좋은 거고 멀어짐은 당연한 것. 무소식이 희소식이든, 잊지 않든 각자 자기의 삶을 산다는 것. 그 말은 곧 친구를 무슨 내 수호신이랄지 불사신 정도로 격상하지만 않으면 된단 말이죠. 어른들 삶을 알고 보면 자기는 괜찮은 친구가 단 1명도 없다는 사람, 결코 적지 않거든요. 사랑이 품위 유지비를 벌어주지도 않고, 우정이 밥 먹여주지도 않아요. 먹고 사는 생계 앞에 낭만과 더불어 우정 또한 어떻게 보면 사치겠죠. 그걸 전제로 우정과 의리를 구분하는 게 낫지 그냥 직진만 하다가는 인생 괴로워질 수도 있다니까요.
    (광고 시간)




    12

    특히 단절된 우정을 오랫만에 다시 만났는데 섭섭한 마음의 토로가 많죠. 그렇죠? 그건 쉬워요. 전혀 어렵지 않다구요. 앞서 말한 친구라는 관계 때문에 화자의 입장은 뻥카─뻔트─예절─사교─의리─추억─신부들러리─친분등 이유가 아무래도 복합적일 수 있으니, 따라서 (더군다나 오랫만에 보면 생활 수준 차이와 친밀감의 변화도 감안해야 하니까) 청자와 화자의 속셈이 같을 수는 없으므로, 고로 맺고 끊기는 내 고유한 권한이니 만큼 설혹 오해랄지 서운한 감정이 발생하더라도 그렇게 결론내는 게 좋다 그 말입니다. 그 결론은 뭐냐? 그 섭섭함, 내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는 거죠. 친구는 내게 회포를 상기시키는 우정의 회복을 툭 던졌고─한마디로 응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그런데 분명 맺고 끊는 권한은 내쪽에 있었고, 따라서 준 만큼 내가 못 받는다고 할지라도 상심하지 말 것. 그 균형감은 대부분 처음부터 불가능을 전제로 하는 것일 테니까요. 그렇게 내 마음을 달래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요? 물론 상처 받으신 분들께 쉽지는 않겠지만요. 애초에 내 선의도 오롯이 순수하지만은 않았을 테니, 타산적으로 되돌려 받아야 할 부채는 흔한 핑계로 치부된다고 해도 실망할 명분이 다소 부족하겠죠. 최소한 어른스럽진 않죠. 아마도 동심에 가까울 테구요. 따라서 처음에 내 선의에 대해서 돌려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전제 하에 마음과 행동이 함께 해야 좋다는 것. 프로야구, 프로축구 선수는 현역 시절 반짝 벌어서 은퇴 후 긴긴 삶을 살아야 해요. 그래서 전성기 때 빠싹 벌어야 한다구요. 그렇지만 기쁜 날이 있으면 좋지 않은 날도 있는 법. 연봉에 걸맞는 활약상을 펼치지 못하면 팬과 언론으로부터 뭔가 말이 나와도 나오죠. 그 흔한 표현, 이 중에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시장은 내 마음과 같기 힘들 테니까 변수가 적지 않다 그 말이죠. 그처럼 그대의 선의를 먼저 입은 친구가 나중 눈꼽 만큼의 선의일지라도 되돌려주고 싶겠지만, 막상 살아보니 변명이 앞서는 게 뭐 어렵겠습니까. 그런 일이 어디 드물겠습니까!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랑 나올 때는 천양지 차이인데요? 게다가 앞으로 얼굴 볼 일 대체 몇 번이나 된다구요! 그러니까 친구의 우정이란 장사꾼이 꼭 지키는 법칙과는 약간 상이한 거다 그거죠. 곧 하나 주면 무조건 받는다, 하나 받으면 반드시 나도 하나 준다! 아마도 그럼 우정도 절반쯤 계산적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일까요? 특히, 돈-봉투를 주고 받는 문화 같은 게 있다면 특히 더하죠. 서로 돕고 좋게 좋게 챙기자, 의도는 좋죠. 이론적으로 최고에요. 하오나, 나는 친구들 2번 3번 결혼할 때 또 어떨 때 죄다 찾아다니면서 총합이 얼마가 됐는데. 그런데 난 정작 거의 반 세기가 가까워서야 1번째 결혼에 골인. 그런데 뿌린 만큼 거두지 못했으니, 고로 섭섭하다? 섭섭한 게 당연하긴 당연한데, 너무 천진한 발상이죠. 어차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거, 설마 모르지 않았을 거 아니냐구요. 왜 누군가 그러겠어요, 우정은 추접스러운 거라고. 웃고 떠들며 재밌을 때만 대체로 친구니까 그렇죠. 나 힘들 때 쩜쩜쩜...... 이론적으로 그때 곁에 있는 친구가 좋을 듯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글쎄요, 썩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거. 어른인 이상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어쨌든 어떤 결과가 내 마음에 안 들 때 반틈은 내 책임이다, 그 말씀입니다요. 1번 가고 1번 오고 정황을 봤을 때 일단 계약서를 쓰는 사업도 아니고, 계약서 상의 독소 조항이 인습에서는 어쩌면 멀어짐 같은 거 아닐까요? 사회적 전례를 지켜야 하는 도덕적 강제성이 상대적으로 큰 혈연 관계도 아니고, 단지 우정이니! 애초에 맺고 끊는 권한은 내쪽에 있었고, 응분의 보상을 100퍼센트 받을 것을 상대 또는 미래의 동의도 없이 내 마음대로 정했으며, 그것을 전제로 행동했던 선의이니 만큼 실망감도 반틈은 내 탓이라 그 말씀입니다요. 제 말이 틀렸을까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구요. 네? 감정적으로는 적지 않게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풀어서 알아보니 이렇다 그 말씀입니다. 네. 그렇죠. 이성적 결단이라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게 푸념보다 조금은 나은 것 같아요.
    자, 우정 얘기는 여기까지. 그래서 강의를 끝......내기는 아직 아쉽죠. 허허. 한쪽은 푸하하하, 한쪽에서는 룰루랄라, 또 다른 한쪽에서는 거의 뒷목 잡기 직전이시네. 네. 네, 알겠습니다. 짧게 가겠습니다. 저도 그런 거 좋아해요. 그럼요. 왜 싫어하겠어요. 누가 됐던지, 우리는 일단 상대를 보면 속으로 이미 실측을 끝마친 상태라니까요~. 분석 착오 그런 게 어딨어요, 사람이 계산하는 것도 아닌데. 네? 뭐야! 말하고 보니 완전 재수없네... 우웩! 농담이 심했습니다. 인정. 주의하겠습니다. 허허. 아무튼 우정이란 그런 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친구끼리 티격태격하며 다투고 으쌰으쌰하며 재밌고. 그러다 애인한테, 애인이 없으면 일기장이든 소셜 네트워크에 그러죠. 뭐라구요? 아 우정 그거 짜증난다구요. 물론 투정이랄지 농담으로 말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우정은 그런 거 같아요. 꼭 우정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말이에요. 네. 그럼요.
    곧 <낙관적인 기질 대 회의적인 천성>! 그게 사람에 따라 8 대 2도 있고, 그 반대도 있고, 반반도 있을 테죠. 그냥 쉽게 구분하자면요. 그런데 문제는 그거죠. 어른인데 초딩처럼 예측 가능하냐! 네? 전문가인데 비전문가로 대체 가능하냐! 네? 상남자인데 알고 보면 옹졸한 걸로 어디서 그 짝을 찾을려고 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네? 얘는 재밌는데 타율마저 좋다, 허나 쟤는 재밌는데 아 말 말자! 네? 얘는 장르가 장르가 매번 새로운데, 재는 뭐야 아쉬운대로 매꾸고 여전히 뻔하네! 네? 그처럼 사람을 사귀고 겪어 보면 고수와 하수, 그거 어떻게 보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연애도 똑같다니까요 그러네. 어쨌든 일반적인 방정식은 그렇죠. 네. 수학의 난제를 풀거나 공식을 만든 사람이 있으면 푸는 사람도 있다는 것. 공부, 하기 싫거든요.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 아닌가요? 다시 돌아와서, 1차적으로는 그렇죠. 뭐가 그렇냐, 내게 유리하면 긍정이요 내게 불리하면 인상 팍이라는 점. 그렇죠? 보통은 그게 정상이에요. 곧 성격이 앞서 말했듯이 8 대 2든, 2 대 8이든, 장조와 단조가 반반이든. 일반적으로는 그래요. 한두 번은 모르는데 사람을 오래~ 함께 하며 해프닝도 겪고 그렇게 친해지면 그건 드러나지 않을 수 없는 거거든요. 네. 그럼요.
    그래서 이쯤 하여 그 다음으로 1차 방정식을 2차로 발전시켜보자구요.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내 마음에 안 드니까, 내 기분 나쁘니까 부정적인 반응을 숨기지 못하는 것. 그거 오히려 반대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그게 되면 그 다음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내 한계를 내가 뛰어넘지, 어? 누가 요술로 날 띄울 수도 없고, 양치기는 개꿈이나 꾸지 양치기가 양 생각 하겠어요? 그거거든요. 바로 그거라구요. 내 밥 그릇은 내가 챙겨야 하고,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그건 여기서 할 애기가 아닌 거죠. 네. 그럼요. 그렇지만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안 되면 언제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하나 내내 그 수준에서 그냥... 그냥 뭐... 그만그만하게 갈 수 밖에 없겠죠. 그 나물에 그 밥이 다른 게 아니겠죠. 허허. 네 그럼요. 안 그렇겠어요? 물론 이것도 이기주의는 이기주의인데 단순한 이기주의와는 또 다르다 그거죠. 네. 그럼요. 왠지 싫지만 쟤한테는 뭔가 배울 점이 있네, 내게 쓴소리지만 난 이걸 새겨듣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듣기 싫고 견디기도 어렵지만 이 고비만 넘으면 이거 분~명 언젠가 어떻게든 내가 최소한 한번은 써먹을 수 있겠구나! 바로 그런 예가 있겠죠. 값싼 질투가 있으면 고급스런 질투라고 왜 없겠어요. 이 얘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테지만, 실천하는 사람도 어쩌면 그리 많지는 않을 거 같아요. 그럼요. 이게 바로 레벨1에서 2로 발전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여러분. 말은 쉬운데 실천이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 그거죠. 그럼요. 한마디로, 지는 비교! 그걸 무의식이 하면 열등감. 내가 하면 자존심. 화장품 광고가 독려하면 자존감. 부인의 잔소리는 뭐겠어요, 직접화법이죠. 허허. 유난 떠는 게 웃기면 유대감이고, 푼수의 잘난 척이 웃기면 코메디 아니냐구요. 쟤는 왜 저렇게 낄 데 안 낄 데 다 끼는지, 대체 왜 저렇게 나대는지 이해가 통 어려우면 내게 연민이 부족한가 감정이 매말랐나, 한번 생각해봐야 하구요. 이만하면 웬만한 중고차 값 내고서 세계적인 강연을 굳이 꼭 가서 볼 필요 없지 않나요? 그분들과 제가 1 대 1로 말싸움하면, 제가 질 거 같아요? 저는 자신 있습니다. 누가 됐든, 아주 그냥 혼쭐을 내줘서, 눈물 콧물 쏙 빠지게 만들 자신, 있습니다. 그럼요. 말만 하세요. 저는 자신 없는 걸 자신 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자신 있으면 저는 제 말에 책임을 집니다. 뭐든지 그 뭐든지 걸 수 있으니까요. 그럼요. 허허. 듣고 보니 재수없네. 죄송헙니다~ 허허. 그야 어떻든 우리의 사업 슬로건이 뭐다? (마이크를 관중석으로) (007게임처럼 무음으로 화답) (대체 어떻게 학습된 건지 참 나!)
    자, 우정 얘기 진짜로 끝. 그 다음으로......」
    그 다음 이야기는 생략한다. 알고 보면 자콥 커퍼필드, 참말로 할 말이 산더미 같은 인간이다. 자콥 커퍼필드, 보면 볼수록 미스테리한 인물인 듯 하다. 바로 이래서 등 돌렸던 내 마음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철지난 유행가처럼 그랬다. 미워도 다시 한번!




    13

    나는 자콥 커퍼필드가 풀어놓는 다변의 특징은 무엇일까를 분석해봤다. 누구든지 무엇이나 단박에 설득하는 법, 같은 기본기도 아니다. 정치색 짙은 단체에서 가르치는 전형적인 방법도 아니다. 선동가의 논법도, 주동자의 배짱일 리도 없다. 잡지풍 글발처럼 자극적이지도, 연설가의 말발처럼 유려하지도 않다. 그렇지 않나? 언어에 최적화될 만큼 구조적이지도 않고, 결점과 흠과 단점을 최소화할 만큼 논리적이지도 않다. 아닌가, 아닌 게 아니기를. 그럼 뭐냐? 모르겠다. 향수를 건드리고, 동정심에 호소하며, 무의식에 손짓하는 판에 박은 수법. 그건 그것대로 절실히 필요할 때가 따로 있다. 물론 그것도 아니었다. 그럼 뭐냐? 모르겠다. 어쩌면 인공지능이 탑재된 환상머신의 지령을, 귓등에 붙인 손톱 만한 살색 스티커를 통해서 듣고, 그걸 토시 하나 틀리지 않도록 읊는 것일까? 모르겠다. 그걸 누가 알겠나. 그렇다면 그건 아마 무대책 궤변일까 아닐까. 대부분 알고 싶지 않을 것이다. 관심조차 없겠지. 허나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야. 그래서 남는 답은 단 두 개였다. 그건 곧, 첫째 그럼 뭐냐, 둘째 모르겠다. 따라서 그가 손꼽는 핵심은 이렇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볼 수 밖에. 당신의 어법을 빌어서, 당신의 몸짓을 본따서, 당신의 감흥을 베껴서 말하자면 이렇다.
   「그러니까 언제 장기 투자하고 어느 세월에 신의 한 수를 노리냐 그거지. 신제품은 나오고 또 나오고. 단짝은 바뀌고 또 바뀌고. 뭐, 마누라인지 뭔지 남자친구마저 바꾸도 또 바꾸고? 통과! 아무튼, 바쁜 세상 기분은 날 따돌리고 행복마저 날 끌고가지 않나요, 네? 그렇죠? 그럼요 그럼요. 감수성은 어떻게 작동하고 긍정적 정서는 무엇이며 행복에도 공식이 있다? 잠깐 반짝은 할 수 있는데, 잠깐 이후에 금새 잊혀져요. 훅~ 끝! (몸짓) (표정) (반응) 정서와 동기의 얽힌 관계, 언어와 사고의 동반적 운명? 당장 채널 돌아갑니다. 학습과 성장은 무엇이고, 왜 나이를 먹으면 웃음이 줄며, 그럼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면서 뭔가 설을 풀려고 해 봐요. 아 진짜 그래 보세요. 말발 좋은 꼬마 녀석 당장 치고 들어옵니다. 노크도 없어요. 힌트가 다 뭐에요. 예법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니까요. 하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긴 하겠지만 말이에요. 뭐 어른들만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란 법 있습디까? 그거거든요. 건방진 장난꾸러기 같으니라고, 요만~큼도 기다려주지도 않아요. 넌지시가 다 뭐에요 어디서 배웠는지 직설화법도 이미 고급 단계로 접어든지 한참 지났을 껄요~. 걔가 뭐라 하겠어요. 이렇게 말하겠죠.
    공부 그거 다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아저씨 돈 많아요? 그래서 아저씨 행복해요? 거짓말 마세요. 이미 얼굴에 딱 써 있네. 나는 불행하다 나는 뭘 해도 재미가 없다 라구요. 푸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이 자식이......!
    바로 그거죠. 바로 그거라구요. 네. 그렇죠. 내가 아무리 공상을 좋아하고 몽상가로 유명해지고 싶어도, 그게 어디 쉽나요? 신기한 상상력은 아무리 날뛰어봐도 어린이한테 안되고, 놀라운 가상 세계와 달콤한 환상은 내가 제아무리 뛰고 날아봐야 그분들께 안됩니다. 그분들이 누구겠어요, 매스컴에서 말하는 누가 돌아왔다-겠죠. 네? 그렇죠?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뭔가 멋진 말을 꺼낼려고 하면 이미 꺼내기도 전에 옆에서 그래요. 무슨 얘기할 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저급한 과시욕과 허접한 허세는 부지런한 호기심과 성실한 허풍, 특히 지적 허영심한테 상대도 안된다 그 말이죠. 네? 아 진짜 그렇다니까요.
    그래서~! 저급한 과시욕과 허접한 허세는 과연 어떻게 우리를 농락하는가, 그 얘기를 짧게만 알아보죠. 무엇을 예로 들까요... 아하! (딱) 그 가운데 일단 좋은 거부터 시작하죠. 그럼요. 그래프가 어쩌니까 중요한 일은 오전에 하라, 그렇지만 행복도는 해가 저물어가면서부터 올라간다? 오전에 최선을 다하자, 낮에는 대충 살자, 밤에는 막살자 그 얘기 아닌가요! 네? 공부는 쉽고 일은 재밌다? 그거 다 뻥이에요. 무지보다 앎, 아는 것보다 노는 것, 노는 것보다 즐기는 게 최고다, 고로 현재를 즐겨라? 그거 다 뻥이에요. 네? 저 뿐만 아니라 우리의 친구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막노동 십장, 사기 및 도박 및 알선, 한 명은 머머 출신에 한 명은 주술사라...! 뭐 어쨌든 힘든 과정을 즐겨라 그런 말 다 뻥이라구요. 몽키스패터가 별명이면 웃긴데 공구면 힘들답니다. 야구방망이가 야구하는 데 쓰이지 않으면 할 말을 잃게 된다구요. 네? 머머하면 머머하니까 따라서 즐겨라? 웃기시네! 다 뻥이에요 싹 다 뻥! 벽돌 메고 계단을 올라가 보세요, 그런 말이 나오나. 삽으로 땅을 파고 곡괭이로 맨땅을 파 봐요. 돈이 나오나. 어머나! 그런데 누가 진짜로 땅에다 보물을 파-묻었다, 불법으로 번 거액을 그렇게 발견했다 라는 뉴스가 간혹 우리를 웃겨주긴 하죠. 네. 하여간, 뭐 멋진 얘기 있어 보이는 연설, 혹하는 말발 그거 절반은 뻥이에요. 네? 블루컬러잡이라고 뭐 죄다 맷 데이먼처럼 수학 천재인 줄 아시나! 도박업이 어떤 일인데 그분들이 뭐 바보도 아니고 일류대 박사님들한테 당하고 또 당하고 어쩌고? 희박한 전설 빼고는 다 뻥이죠. 요만~한 일을, 이만~하게! 그래서 우리가 드라마 보고 익힌 건 한두 개가 아니라구요. 하여 영화만 보면, 책만 읽으면 뭘 자꾸 따라하는 친구들. 조심해야 해요. 드물게 나중 일낼지도 모르거든요. 진흙 속의 진주처럼 우리 주위에도 물건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럼요. 물론 당시에 즐기는 일도 있는데, 대체로 나중 포장한 경우가 많다는 말이죠. 내가 지금 행복한데 행복에 몰입됐고 행복한 줄도 모른 채 이처럼 따박따박 나불대고 있는데, 그런데 뜬금없이 나 행복해? 뻥이에요 다 뻥. 즐긴다는 둥 만끽한다는 둥 그거 말이 쉽지, 즐긴다 그게 어디 남의 집 개 이름이냐 그 말이죠. 단, 멍석이 깔렸다 싶으면 막 밑도 끝도 없이 막춤 추며 난리 부르스라도 춰야죠. 왜? 자랑 대회와 허풍 대회 출전 자격을 그걸로써 얻을 수 있으니까요. 고급 패턴과 배운 어법에다 전장에서 익힌 술법은 그 대회에서 받아주지 않는데 어떡합니까? 허허허!
    지난 날 내 못났던 이기심에 복수하고, 무던히도 종잡을 수 없었던 질투심을 길들일려다가 팬들 다 떨어져나가요. 괜히 조증을 따라해봐요, 애인이 뭐라 하겠어요. 평소대로 해, 그런단 말이에요. 사람이 갑자기 이상해지면 뭐 어쩐다나 뭐라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요목조목 설명해봐요. 친구가 하는 말은 뻔하겠죠. 뭐라 할까요, 이렇게 말하겠죠. 우리는~ 뭐라뭐라! 그렇죠? 벌써 웃었네 벌써 웃었어. 그런 경험 하신 분이 한두 분이 아니구만 그래. 어렵게 외우고 분위기 만들어서 뭔가 설득할려고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지죠. 무엇에요? 아 <우리는>에! 허허. 어쨌든 긴말 필요없고, 군말도 여기서 할 게 아니라 분위가 좋은 카페에서 애인한테나 해야겠죠. 그런데 애인이 없다고? 나 보고 어쩌라고! 농담이에요 농담.
    여러분, 저는 응원합니다. 사랑의 지망을.
    여러분, 저는 바랍니다. 행복의 소망을.
    여러분, 저는 기원합니다. 흑심의 다망을.
    네? 당신의 다변은 답이 없다구요? 일단 넘어가죠.
    여러분, 저는 애원합니다. 유복한 호사과 우리들 베팅의 축복을.
    뭐 어쨌든 쓰잘데기 없는 얘기는 이만하면 됐고, 이제 그만 결론을 슬슬 정리해보죠.
    자, (쿵) 그럼 당장 결론을 꺼내보죠. 흐흠. (쉭──쉭──쉭) 곧 제 말은 그거에요. 언제 그 모든 과정을 다 거치냐. 네? 스킨쉽에 말을 놓고 유혹하며 어쩌고저쩌고 분위기 파악하고 성격 측정하며 낭만감을 한 발 앞서 간파하다가는, 네? 그랬다가는, 날샙니다. 네? 그녀는 도망간다구요. 도망가도 진작 도망가죠. 어디서 기생 오라비 같은 놈한테 홀딱 반하더니 날 언제 알았냐는 듯이 한순간에 딱 등 돌려버린다구요. 네? 바로 그래서~, (딱) 다섯 가지를 한꺼번에 하라 그 말이라고. 응? 그건 뭐냐,
    첫째, 다수의 귀추를 대번에 끌어모은다.     
    둘째, 저변의 편을 든다.             
    셋째, 평균을 자극한다.         
    넷째, 리더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마지막 다섯째 두둥~!
    다섯째, 마침내 여심을 빼았는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뭐라고? 그거네. 첫째는 쇼, 둘재와 셋째는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넷째는 약점 물고 늘어지기. 다른 말로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다섯째는 그 뭐야 명당에 미끼에 기다림과 입질까지, 만반의 조건과 최적의 행운까지 충분하니 누가 걸려도 걸린다? 남은 일은 관상만 보면 된다 그 말이구만 그래. 말상인지 개상인지 그것도 아니면 생선상인지를. 이 인간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야? 어디서 난봉꾼 주제에, 어? 이런 날땅보를 내 그냥......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뭐야 그거! 애초에 자기 빠져나갈 구멍은 미리 다~ 마련해 놓고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 일! 그거 아닙니까? 으쌰으쌰──으쌰으쌰──으쌰으쌰, 너도 나도 동네 똥개마저 들썩일 때 자기만 쓱 빠져. 언제 빠진 줄도 모르게, 뭐 담 넘어가듯이 쓱~ 빠져. 그렇게 어디에 가서 야자수 + 비키니 + 칵테일 + 해먹 + 레게풍 유행가? 그러다 추리소설은 따분하니까 읽다 던져버리고, 여성잡지1 애독자와 라디오 드라마 애청자 하며 여성잡지2 편집장까지 분위기 좋고 기분도 좋고, 사교의 공식을 새롭게 쓰며, 무도회에 갈 채비만 내내 반복하시겠다고? 또? 거기서 누가 알아 본다고, 그 말이구만. 도시에서 '최선을 다하자'와 '대충 살자' 사이에서 아웅다웅할 필요도 없고. 어? 대놓고 막살겠다고? 진짜로 그러시겠다? 그거야? 어? 정녕 그거냐고!
    ...... (침묵) ......
    야 야 눈치챘어 눈치챘어, 뭐해 뭐해 튀어 튀어! 일단 튀라고, 어?




    14

    말도 안되는 꿈은 소망하기에 너무 노골적이다. 또 말이 되는 꿈은 너무 막연하다. 흔한 게 좋지만 그 또한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처럼 시시할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꿈은 뭐랄까, 뭔가 잘만 하면 잡을 듯 말 듯, 잡을 뻔 하다 안타깝게 놓친 다음 7전 8기로 겨우 잡을 수 있는 말 그대로 꿈. 극적 고조감이란 곧 그래야 한다는 말인데... 가만 있자. 즉 가능성의 극한값과 최저값, 그것의 평균이 좋다는 말인데...! 그러면 또 왠지 모르게 남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 우승 소감과 향후 포부, 그거 다 똑같지 않냐 그 말이다. 그러면 개성이 없어보인다. 솔직하지 않단 말이다. 속으로는 그냥 한심한 탐욕, 겉으로는 사랑을 탐구하기, 요란한 행복감. 있어 보이는 말, 할 만큼 했다. 멋져 보이는 잘난 척, 할 만큼 했다. 아직 덜 했나? 됐고. 과감한 시도 후 참담한 실패, 그 역시 할 만큼 했다.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허당들 따라하기? 할 만큼 한 게 아니라 나보다 더 잘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큰소리 떵떵 칠 정도로 했다. 그러면 그 다음은? 그래서 일찌감치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뭐라고?
    꿈은 없고 욕망은 있다고! 뭐야, 그냥 내뱉은 말인데 멋진데. 명언 같은데. 나 천잰데! 미안하지만 아니다. 왜냐하면 노력은 쓰고 열매는 달다 라는 말과 별 차이 없으니까. 거꾸로맨들한테 그건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 그렇지만 내가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혹시 패배의식? 루저왕? 눈 한 번 깜박만 하면 새로운 절망감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소질일까?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대체될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심심함, 권태, 일병, 중2병, 아티스트병, 할리우드병 기타 등등.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일하기에게는 관대하고 놀기한테는 까다로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인과관계가 썩 부족하다만 나는 친구 피오렌티나 몽키스패너한테 연락하기로 했다. 한동안 조용하다 싶었는데 또 다시 으쌰으쌰 달릴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잘 놀 수 있을려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따라 집에서 멀찍한 공원에서 잠들어 있는 애마에게로 걸어갔다. 뚜벅뚜벅. 콧노래를 부를 만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렇게 도착했다.
    그런데, 무작정 내 웨건에 올라타서 핸드폰으로 피오렌티나 몽키스패너한테 연락을 하려던 바로 그 순간, 아뿔사!
    나는 특종 완전 특종에 해당하는 광경을 목도하고야 말았다. 그건 무엇이냐?
    공원에서 보니 어느 최고급 승용차에 누군가 위스키를 주유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저건... 뭐지? 뭐야! 설마 날 모르는 척 하면서 일부러 보라는 듯이? 그럴 리는 없겠지.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지 않나. 나는 흡사 최면에 걸린 마법 토끼라도 된다는 것처럼 그를 따라갔다. 일명 추적! 다른 말로 추격전.
    그렇게 어딘지도 모르고서 한 시간, 두 시간을 쫓아갔다.
    도착한 곳은 꿈 같은 해변.
    그 다음으로 나는 차근차근 그가 무슨 일을 하고, 누굴 만나며, 내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찬찬히 관찰했다.
    여기까지는 은빛 모래밭. 저기서부터는 푸르른 바닷물. 바람과 온도는 딱 좋고. 숙녀들이 선망하며, 뭇남성들이 부러워할 만한 천혜의 휴양지. 번화가에서 사람을 구경하듯이 비키니를 목격하는 건 지겨울 정도. 그렇게 저 수상한 인물은 파라솔 밑에서 엎드려 책을 읽음. 누군가 우연히 그에게 알은 체를 하네? 입술만으로 말을 해석하는 독순술. 어디서 뽐낼 수는 없어도 나도 나름 일가견이 있는 기술. 따라서 나는 그들의 대화를 유추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통역도 된다. TV를 보면서 애인에게 말도 안되는 뚱딴지 같은 통역, 자신 있다. 왜? 어차피 애인도 모르거든. 때문에 진짜인 것처럼 상황에 어울리게 대충 꾸며서 지어내면, 그녀가 곧이곧대로 믿는 건 일도 아니다. 넘어가고. 그처럼 그들의 대화를 유추하자면 이와 같다.
   「가슴이 파인 그 옷차림은 뭐요, 숙녀여.」
   「뭐겠어요. 해묵은 욕망을 되살리려는 것 아닐까요?」
   「무슨 가당찮은 소리를. 그대여. 오늘 밤, 기대해요. 알겠소?」
   「기대하긴 뭘 기대해요! 또 어디선가 낯선 전화를 받고서 급한 일이라며 도망칠 거면서. 지가 무슨 추리소설 주인공이야 뭐야! 안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 품위를 포기하지는 맙시다. 그렇긴 해도, 어쩜 그대는 징징거리는 그 모습마저 아름다운지. 아직도 모르겠소? 내 마음은 여전히 떨린다는 것 말이오.」
   「그렇게 날 안심시키기로서니 내가 넘어갈 줄 알아요? 어림 없어요. 알겠어요?」
   「그대여. 지금 날 힐난하는 거요? 난 그럼 행복하오. 참치와 고래는 바다에 살고, 나무는 바람과 친하며 태양광이라는 축복에 힘입어 성장하는 것처럼 나는 그대의 잔소리까지 사랑한다오. 아시겠소? 아 지금 보이지 않냐 이 말이오. 바로 이 내 떨려하는 마음 말이오. 응? 순수한 사랑. 그리고 다정한 열정. 또 고결한 행복. 허허허.」
   「아 글쎄 여태 여자를 대체 몇 명이나 꼬셔본 거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아주 그냥 술술 나오네 술술 나와.」
   「우리, 그러지, 맙시다. 내가 은퇴를 해도 진작에 했는데, 했어도 10번은 했을 텐데, 아직까지 그러면 내가 조금 민망하단 말이오.」
   「그 놈의 말이오 말이오. 내가 어쩌다 그 말에 넘어갔느지, 나도 참! 그건 어쩜 내 '말이야 말이야'식 수다와 기막힌 한쌍이었을지도 몰라. 그래도 난 당신이 '우리는'을 자제하는 것에 대해 음... 조금 고마워요. 너무 남발하면 재미없으니까요. 호호호.」
   「허허. 그러니 그대도 이만 허당계의 규칙을 인정하시는 게 어떻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거나, 아예 막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 이제 뭔가를 내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소? 혹시라도 우리가 나중 혹은 지금, 대충 살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우리, 애틋한 사랑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려놓지 말기로 합시다. 맹세코! 응? 절대로! 아시겠소?」
   「하여간 말은 말은!」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그 세침한 표정. 나쁘지 않소. 더없이 사랑스럽소. 여전히 그대는 아름답구료. 눈부신 천사 같고 어여쁜 요정 같소. 정녕 그걸 모른단 말이오?」
   「」
   「전 거짓말을 못한답니다.」       
    그 얘기를 추정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늬가?」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들이 했던 말은 모두 외국어? 그러든가 말든가!
    하여간 상황은 다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듯 했다. 곧 저 인간은 아름다운 아가씨와 함께 또 다시 어디로 떠나네? 나는 계속 추적했다.
    그렇게 한두 시간 경과. 결국 종착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자콥 커퍼필드가 리드하는 비밀사업체의 본사인 스파피날레! 저런...? 그래서 나는 이런 일에 대해 조예가 깊고 마당발이자 잔머머의 황제인 존티를 찾아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나와 누노로써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차원으로 진입해버렸기 때문에.




    15

    그래서 나는 다음 날 찾아가서 존티를 만났다. 만나자 마자 그 얘기를 꺼내기는 좀 그래서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마라는 뭐하니? 뭐 일하고 있겠지. 샐리와 비비안 소식은 들었니? 자기들 알아서 잘 살겠지 뭐. 그런데 너 원래 그렇게 눈이 튀어나왔니? 난 왜 몰랐지. 뭐야, 입도 튀어나왔잖아? 젠장 이제 알았어. 그런데 있잖아. 이브나 도나는 뭐하고 있을까?」
   「걔들이야 뭐, 보나 마나 카페에서 죽치고 수다 떨기 밖에  더 하겠어.」  존티 이 녀석... 성격 좋네?
   「그럼 걔들이 우릴 흉보고 있다고?」
   「우리? 뭐가 우리야! 나 말고 너! 너만 흉보고 있겠지. 그러나, 그것도 관심이니까 굳이 마음에 담아둘 필요없어. 알겠니?」
   「넌 꼭 보면 믿거나 말거나-식 얘기를 아주 기가 막히게 둘러댄단 말이야. 속아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여태 귀가 얇은 난 또 뭐냐고! 것 참 나.」
   「너 보기엔 내가 깨작깨작, 어? 뭘 해도 얼렁뚱땅, 응? 아무리 봐도 허접하고 매가리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도 나름 어디 가서 리더 노릇 한다네. 특히 입소문. 그러니까 앞에서는 강연이요, 사석에서는 속된 말로 '입방아'의 주제만 툭툭 던져서 일파만파 파급을 일으킬 수 있는 장본인. 그게 바로 나란 말씀.」
   「내가 그걸 왜 모르겠냐. 모험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너인데.」
   「내가? 그런 얘긴... 처음 듣는데.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 그게 올바른 표현 아니니? 실상, 나와 너무 멀리 동떨어진 얘기도 아니고 말이야. 허허.」
   「그건 그렇고. 넌 요즘 어떻게 사니? 뭐 재미난 일이라도 있어?」
   「어떻게 살긴. 그냥 그렇지 뭐. 나 남자잖아? 남자들이 별수 있니. 다른 남자들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원래 남자란 게 다 그렇잖니. 일단 나만 봐도 그래. 객관적으로 말이야 내가 3인칭이 되서 날 보아하니 그런 것 같아. 나는 뭔가 타는 걸 좋아하는 듯해. 자동차! 어? 승마! 어? 나 요즘 경륜 출주표를 보면서 관상 대비 전법을 따져서 건다. 난 마권 살 때도 말 관상 사람 관상 다 봤어. 또 연대율 대 삼-연대율의 비율도 따지고. 물론 미신, 있지. 지금은 일단 2번, 3번, 5번, 7번이 명당. 하여간 하다못해 우리는 놀이공원에 놀러가서-까지도 범버카든 회전목마든 뭐든 타. 안 그래? 또 우리는, 달려야해. 공을 어디에 꼭 넣어야 해. 치고 때리고 달리고. 모 아니면 도라고. 나도 남자니까 거기서 뭐 얼마나 다르겠니.
    그럼, 여자들은? 여자들이 하는 얘기야 뭐 여성잡지1과 2와 교양미가 전부 아닐까? 조용조용히 연예계 얘기도 할 테고 말이야. 사랑이냐 행복이냐, 어차피 시소의 양편에 뭔가를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수다. 그거야. 그거라고. 나는 1 친구는 1.5! 친구끼리 친한가 아닌가는 그걸로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애정을 논하고 유행에 마지못해 따르기. 못이긴 척 사랑의 새로움을 동경하기. 응? 다시 말해 첫째 화장술, 둘째 조명발, 셋째 독심술 즉 직관, 넷째 애인이 한눈팔지 않게 마음을 놓지 않기 곧 직감, 다섯째 황금과 인기, 여섯째 사랑과 우정, 일곱째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다, 여덟째 평생 반복돼도 아무리 반복되어도 결코 지겹지 않은 말들. 가령, 지겹다 따분하다 지루하다 심심하다 뭘 해도 재미없다 요즘 뭐 재미난 일 없니 등등.
    너, 왜 여자의 마음이 신비로운지 아니? 그녀는 변덕쟁이네 심술쟁이네, 왜 사랑은 변심을 경계해야 할까? 왜냐하면 여자들이 사랑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 겪는 일의 정형화된 과정을 보면 그 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야. 그분들 삶의 특징과 인생의 패턴을 딱 따져보라고. 답은 뻔하거든. 간단해. 그게 뭐냐, 바로 이거지. 곧 나이 들면서 믿고 속고, 다시 믿고 속고, 또 다시 믿고 속고! 그러다 결국 나를 믿고 나한테 속고. 그러다, 한방! 어? 인생, 어?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지만, 미래는 몰라도 지금은 그래. 지역적으로 어딘가에서의 결혼은, 곧 여자의 성씨를 남자와 동일하게 바꾸는 일이라고. 여자 인생에서 남자 잘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여자, 음 여자! 나를 가꿈으로 얻는 뿌듯함, 나를 꾸밈으로 빚어지는 들뜬 기분. 화장이란 말이야 순수한 자기 만족이 제1목적이요, 얻어걸리는 유혹의 찬사는 자연스러운 부록. 떳떳하게 나는 인기와 황금이 좋다면서 그게 제1.5 목적이라시는 분도 있어. 그걸 싫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왜 겉으로 그걸 말하면 안되냐며 말이야. 또는 대놓고 그게 1번이고 나머지는 다 벤치멤버라는 분도 있겠지. 여자들끼리 적어도 단짝끼리 그런 얘기, 하지 왜 안 하겠나. 꽃에게 벌과 개미와 나비가, 과일에게 곰의 손길이랄지 파리가 날리는 일. 그게 사랑이지 뭐가 사랑이겠나. 그런데 그럴지언정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과 기쁜 우연도 있을 테고, 슬픈 사연도 있다는 게 우리네 인생사. 그게 세계에서 최고로 드문 일이란 걸 잘 아시는 숙녀의 슬픔. 우리는, 그녀를, 이해해야 한다네! 안 그런가? 남자는 우리를 가르치려 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존중 받아야 하고, 자기는 살면서 말이 통하는 남자는 단 1명도 못 만나봤다는 그녀만의 순정을 배려해야 하겠지. 누가? 아 우리가! 왜? 왜냐하면 그녀의 순정은 이렇다 할 구애가 조심스러워도 너무 조심스러워서 객관적인 비인기라는 그 드문 사례가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네. 아하 사랑이라...! 나비가 꽃에 앉았다가 때 되면 떠나고. 남자가 하는 일이 뭐니. 씨를 뿌리고 설을 풀고, 어? 그거 아니냐고. 응? 아침에 면도를 하는 남자도 있고 넥타이를 매는 남자도 있지. 샤워는 꼭 밤에 하는 여자와 샤워를 꼭 아침에 하는 남자가 만나 봐. 첫날밤에는 샤워하겠지 왜 안 하겠어. 그런데 딱 첫날밤에만! 그 다음은 아아, 상상만 해도 커피포트 바빠진다구. 허허. 어쨌든 남자가 아침에 뉴스를 보든 음악을 듣던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지. 그러면 그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 하루를 얼마나 보람차게 보낼까, 성과를 위해서 어떻게 노력할까일 수도 있는데. 음 그런데 보통은 별 생각이 없을 꺼야. 어제와 오늘은 별 차이가 없을 테니까. 여자도 똑같아. 아침에 거울을 보며 정성스럽게 립스틱을 바르고, 핸드백 내용물을 점검하며, 거울을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끝까지 보는 일. 그러고서 아침마다 희망과 동경심과 사랑을 꿈꿀까? 그럴 리가 있나. 그냥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시작하는 것일 뿐. 공부는 재미없다 일하러 가기 싫다! 그게 진짜라고. 어? 그게 진짜야. 그럼 그 가운데는 또 딴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 어떻게 없을 수 있겠니. 그러면 부적절한 관계도 있고 아슬아슬한 긴장감도 있을 꺼야. 허허허. 그런데 내가 이런 얘기를 지금 왜 하고 있지? 왜 그랬지? 넌 혹시 알고 있니?」
   「나?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니!」
   「그럼. 좋아. 그걸 늬가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야. 늬가 무슨 시리도 아니고 말이야. 허허. 그런데 너 왜 웃어? 내가 우습니? 어? 지금 웃을 일이 아니야. 지금 웃을 때가 아니라고. 어?」
   「우습긴. 늬 얘기가 웃겨서 그렇지.」
   「그래? 그럼 넘어가고. 하긴 그 뭔가 이상한 상황에 대한 어떤 까닭을 너는 계속 모른체 해. 말을 해도 내가 해야지. 다만~ 너도 말을 하고 싶으면 제지를 해. 내 말을 딱 끊으라고. 치고 들어와. 어? 맞 받아 쳐. 어? 의견이 다르면 반론을 펼쳐. 어? 왜? 우리는 그래도 되는 사이니까. 뭐라고? 나도 말 좀 하자 라고! 어? 왜 그래야 하냐, 뭐 그걸 설명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르겠지마 말이야. 하여간 내가 말로 할 수 있는 욕은 단 몇 개. 허나 글로 쓸 수 있는 상스런 말이라면 말과 똑같아서는 절대─절대─절대 안됨. 내 기준이 그러니까. 곧 글이라면 차라리, 외국어로, 짧게! 그것도 거슬리니까 안 하겠지만 말이야. 그럼 이제 한 번쯤 해 볼까? 에잇, 하지 말자. 재미없다. 뭔 말을 할지도 잊어먹었는데, 거 무슨! 그런데 그 눈빛은 뭐니? 날 보고 마치 무슨... 아무말 대잔치랄지 벼르고 벼른 허풍 대회에 출전해서 예선 탈락한 루저라도 되는 듯한 그 측은함. 내가 모를 줄 알아?
    어쨌든 서론은 이만 하면 됐고. 자, 본론은 뭐니? 여기서 내가 더 이빨 까다가는 내가 먼저 지치겠다. 그러면 용건을 못 들어주게 될 테고. 그러면, 헤어지게 될 테고. 다시 그러면 밤에 궁금해서 도저히 잠을 못 이룰 거 아니야? 안돼 안돼 그러면 안돼. 자, 어서 말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
    바로 이렇게 하여 내 설명을 찬찬히 듣고 나서 존티는 뭐라고 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 나 이런! 야 이런 순박한 친구야. 아 글쎄 그런 일이 있으면 곧장 날 찾아왔어야지! 응? 전화기 뒀다 뭐하냐구. 어? 조심하며 어려워 할 친구가 따로 있지. 자기들은 본선 진출해서 아차상이네 인기상이네 깜작상이네 좋은 건 지들끼리 다 해 먹고, 어? 예선탈락용으로 따돌릴 친구가 따로 있지. 뭐? 내가 뭐 팽당한 토끼야 뭐야! 그럼 난 지금까지 사냥개도 뭣도 아니었어? 허허. 우리 우정이 겨우 이 정도니? 내 이것들을 가만 두나 봐라. 아주 그냥 본때를 보여줘야지. 따끔한 맛을 보고 싶다면야 뭐 원하시는대로.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어! 아니지. 난 들은 얘기가 아직 없지? 어쨌든 농담이고. 지금이라도 알았으니까 됐다. 어디야, 거기! 자, 어서 가자.」
    바로 이렇게 해서 존티는 나와 누노와 함께 트리오를 결성하게 되었다. 나는 그날 일단 존티를 안심시켰고, 우리는 다음 날 그곳으로 쳐들어가기로 했다.
    그 셋의 모험담은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내 삶을 잠깐 점검하자면 이렇다. 그것을 나는 일기로 썼다.




    16

    일기: 제목 없음.
    내용: 말년에 가택감금에 처해진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비하면 나는 뭐 거의 천국에 사는 거나 다름없다. 조금 단조롭긴 하지만 TV로 여행하고, 기쁨과 즐거움은 인터넷에도 있고, 술값도 거의 다 친구가 낸다.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라고 유감스럽게도 뚱한 표정이니? 내 말이! 그러니까 혹시 부족한 건 쾌락? 경박한 모험이라도 어떻게...! 거 무슨 쓸데없는 소리씩이나. 그렇지만 말이야... 왜 말을 할려다 말아? 더, 더더욱 귀가 팔랑거리게 말이야. 내가 무슨 임팔라야 토끼야? 이거 정말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이야. 어? 그러니까 내 말인즉슨 차라리 학자보다 내가 먼저 선수쳐서 쾌감과 행복의 비례에 대한 논증을 정량화할까? 논문 쓸려다가 허풍선이 될 일 있나. 다 됐고, 딱 두 가지만 하자. 라고 나는 생각했다. 결국 일하기 아니면 놀기. 그 2가지 밖에 없었다. 자콥 커퍼필드는 사기꾼인가 아닌가. 지주회사 스파피날레에서 새롭게 선보일 사업은 과연 진짜일까 가짜일까 라는 것.
    그건 그렇고. 어디선가 우연히 사랑의 유행가가 들려오길래 나는 3분의 마법에 걸린다. 그래서 사랑을 생각해봤다. 혹자는 묻는다. 천리안 씩이나 되면서 옆 동네에서 발생하는 무작위의 속삭임도 듣지 못하냐고. 너 바보냐고! 말하자면, 사랑에 대한 요점은 그거다. 그분들 말씀은 그거다. 남자든 여자든. 남자라면 이러겠지. 당신이 플레이보이라고? 만약 그렇다면 나는 사랑의 큐피트겠네! 확인하지 않아도 뻔할 테지. 허허. 또 사랑하는 애인의 다변을 듣고서 그 남자는 대변인처럼 말할 것이다. 고수든 하수든 내 알 바 아니고, 나는 그것을 알고 싶다고. 믿거나 말거나 같은 그대의 허풍은 난 관심 없고, 말 그대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남의 얘기 말고 자기의 사랑 가운데 첫 번째, 그 하나를. 처음이든 최후든 그 최고의 1개만을! 코 끝이 빨개지고, 가슴이 찡하며, 눈물이 핑~ 도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서정적인 애원보다 아마 꾸지람이 포함된 성원일 수도 있을 헤아림이다. 곧 처음 만나 키스하고, 두 번째 만나 또 키스하고, 세 번째 결혼하자─떠나자─암묵적인 짬짜미로, 거리에서 손 잡고 걷기는 나중에 하자! 라~는 전형적인 플레이보이 이야기 말고, 어? 진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뭐랄까, 야유?
    그렇지만 나는 그런 가상의 요청을 거절하고 싶다. 왜냐하면 네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나는 그걸 잘 못하고, 둘째 그건 간접적으로 은연중 드러나기를 바라며, 셋째 그걸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차마 셀 수 없이 저 하늘의 별처럼 세상의 모래알처럼 많을 테고, 넷째 그 사랑은 진짜로 애절하고 참으로 촌스러운 사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그건 정말 너무너무 고귀한 운명이었다고. 사랑의 작전이자 하늘이 점지해준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때문에 선생님의 첫사랑은 들을 필요도 없고, 사랑이란 멀리 볼 필요도 없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부모, 형제, 친구, 지인의 사랑만 잘 관찰해도 충분하다. 그 사정만 묻고 그 사연만 들으면 된다. 그거면 된다. 대체로 그렇다. 아닌가? 아닐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겠네. 정말 그렇겠네. 그걸로 부족할지도 모르겠군. 아니, 완전 부족할까? 어쨌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그걸로 충분하다는 가정하에 말하자면 이렇다. 유명한 영화니 일상적인 드라마니, 인상적인 허구는 다 필요없다. 왜냐하면 최소한 현실적인 사랑과 이상에 가까운 꿈의 사랑은, 적어도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처럼 내 주위의 그분들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고, 중간에 아름답게 사겼는지 멋지게 헤어졌는지, 사랑은 그것만 알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단! 부모, 형제, 친구, 지인의 사랑만 잘 관찰해도 충분하다는 가정 하에서만. 물론 TV와 픽션등 간접적으로 체득한 정보도 결코 만만치 않겠지만 말이다. 그게 오히려 그럴 수 있겠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무엇. 아무튼 사랑 이야기는 여기까지. 끝!
    뭐? 아니, 지금 옆에서 연인들이 대판 싸우고 있다고? 우리 엄마 아빠는 하루라도 다투지 않으면 엉덩이에 뿔이 난다고? 그래서 키우던 강아지 머리에 뿔이 나서 그 개는 마침내 유니콘이 됐다니! 오오, 아아! 곧 있으면 그 개, 아니 그 말 내일 모레 코뿔소 되겠네. 그럼 난 그 코뿔소가 고슴도치로 변하지 않기를 기도해야 하나? 듣자하니 뭐 원래 고양이의 수염이 변해서 뿔이 됐다나 뭐라나. 개 털이나 너구리 털이나. 여시 꼬리나 족제비 꼬리나. 악어 가죽이나 실험용 쥐 가죽이나. 사자 갈기를 골든 리트리버한테 뗐다 붙였다, 가 그저 애교라니. 즉 미용실에서 거금을 투자하여 하이에나 갈기처럼 헤어스타일을 완성했는데, 여자친구왈 오빤 촌닭이니 쌈닭이니 뜬금없이 웬 닭 벼슬? 라는 핀잔에 울컥하여 삭발하며, 남자가 여자 모자를 썼다 벘었다! 잔말 말고 따라와, 의전이 그게 뭐니 참 나. 우리가 적어도 에스코트를 하고 받을 사이는 아니지 않니? 우리가 왜 밀고 당겨야 하는데! 설마... 난 아니다 난 아니야. 하여간, 내가 졌다 내가 졌어. 난 루저, 유 윈!




    17

    카운트다운은 끝났다. 결전일이 임박했네 어쩌네 뜸들이며 거드름을 피우다가 들뜸을 타이르는 시기는 벌써 지나갔다. 자콥 커퍼필드가 허락하든 어쩌든, 우리가 '술-주유' 사업 주체인 스파피날레의 섭정을 떠맡든 어쩌든 일단 부딪혀보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그래서 누노, 나, 존티. 이렇게 셋이서 곧바로 그곳으로 출발했다.
   「존티. 그래도 그렇지, 이래도 되는 거니?」
   「안 될 건 뭐야. 쇠뿔도, 단김에, 빼랬어. 응?」
   「너가 보기에 '술-주유'사업이 쇠뿔처럼 보이니? 내가 말을 말어야지. 그런데 넌 뭐가 그렇게 당당하니?」
   「나? 늬가 내 찌질한 모습을 못 봤으니까 그렇지. 내가 기 죽고 소심하며 절망하는 장면을 늬가 보게 되면... 말 말자. 어쨌든 난 뭐 항상 얌체에 뺀질이만 떠맡으란 법 있냐. 잔말 말고 형만 따라와. 알았어?」
   「좀비 명단이라도 있는 거니? 이거 이거 너무 깊이 연루되는 듯 해서 좀 걸리는데. 적당히 하다 빠지는 거, 꼭 약속 지켜라. 응?」
   「만약 지금 이보다 더 흥미로운 무도회 있으면 발길을 돌리자. 있어? 만약 지금 이보다 훨씬 재밌는 놀기가 생각나면 말해. 나 그쪽으로 갈께. 응? 만약 지금 이보다 최소한 흐지부지가 아니고 약간 근사하며 듬뿍 고상한 사교 모임 있으면, 차라리 우리 그쪽으로 가자. 응? 어때!」
   「늬 말이 맞긴 하다만, 거 어째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느낌. 뭔가 께름직하긴 하다. 이 일을 괜히 너한테 말한 결과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넌 정말 지금 들떴어. 알어? 이게 무슨 너의 못마땅한 '필생의 꿈'이라도 되는 거니?」
   「우리 있잖아. 말 너무 많이 했어. 우리끼리 이러는 거 아니다. 알지?」
    우리는 그렇게 자콥 커퍼필드가 이끄는 '유류대체 신연료' 사업체인 스파피날레에 도착했다. 그런데 뭐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해야 하나. 그날은 무슨 기념회인지 뭔지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물론 음악은 3박자 왈츠. 그래서 말단 경비원을 비롯하여 경호 인력까지 전부 파티장에 총출동하여 여흥을 즐기는 듯 했다.
   「그럼 그렇지. 야 뒤져!」
   「뒤져? 뒤지긴 뭘 뒤져?」
   「지키는 사람 아무도 없다니까 그러네. 드라마에서 본 거 그거 다 뻥이야. 알어? 일단 지휘부로 보이는 사무실쪽으로 접근하면서 문이란 문은 다 열어봐. 필경 한두 개는 열려있을 테고, 특히 중요한 VIP룸은 무조건 열려있어. 알았니?」
    나는 항상 일하기는 열띠었고 놀기는 딱했는데, 지금은 존티가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30분 경과.
    딱히 큰 성과는 없었기 때문에 각자 흩어져서 조사한 결과를 얘기하는 데까지 구간 당기기를 하자.
   「얘들아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문은 다 잠겨있고 별거 없든만. 넌?」
   「어 그게 있잖아. 나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어. 그러는 넌?」
   「나? 난 있어.」
   「뭐?」
   「뭐야?」
   「나 있잖아. 샐리를 봤어. 무슨 비서실인가 분장실인가 그런 것 같았거든. 그런데 못 볼 걸 봤어.」
   「뭘 봤는데?」
   「설마, 누드? 혹시, 올-누드?」
   「아니 그게 아니라. 처음에 내가 본 건 샐리가 아니었어.」
   「그럼 뭔데?」
   「그는... 자콥 커퍼필드였어. 그런데 그 인간이 글쎄, 괴기 드라마처럼 분장을 벗는 거야. 그러니까 가면을. 어? 그러더니 그 안에 나타난 인간은 바로 샐리였다고. 그렇다면 내가 그걸 보고 믿었겠냐? 믿기 싫었지.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믿지 않고 어떻게 해? 그렇다고 그 분위기에 내가 정체를 드러낸 채 가서, 야 이게 누구야 샐리 반갑다, 라면서 인사할 수도 없는 거잖아? 안 그래?」
   「거기 어디야?」
   「어디면! 가게?」
   「그 반대로 갈려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 나도 같이 가자!」
   「너네들이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내 꼴은 뭐가 되겠니? ...... 일단 후퇴할까!」
   「어째 이거 돌아가는 분위기가 영 찜찜하다. 돌아가는 게 영 거시기하잖아? 안 그래?」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존티에게 말리는 건지, 아니면 자콥 커퍼필드의 수작에 엮이는 건지 모르겠다만. 그렇다면 차라리 파티에 취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처음에 존티 말처럼 이건 정말 쇠뿔도 단김에 뺄 일이 아닌 것 같아. 뭔가를 캐낼려면 일단 동화되는 게 첫째야. 응? 그래, 보호색! 우린 먼저 비밀스러운 마법 같은 매력에 은근히 유혹돼야 한다구. 그렇잖아? 그래서 그 다음은? 순수한 열망과 저질 탐욕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오리오, 무엇이겠나, 하는 수 없이 샐리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줘야지. 곧 앵무새 따라하기.」
   「뭔 소리야? 넌 여기까지 와서 쓸데없는 공상을 하고 있니!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어?」
    그래서 우리는 일단 파티장으로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파티장에 도착했다. 그 파티장의 느낌은 어땠을까? 분위기는 아름답고 기분은 기쁘며, 그들은 당장 파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파티는 어떨란가 몰라도 나머지는 그랬다. 사랑은 당당하고 우정은 치졸한 것. 그 반대일까? 아니면 우정은 쪼잔하고 사교는 추접하다는 어떨까! 차라리 외교는 응석이고 친교는 투정이라고 하는 게 낫겠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다. 그건 곧 한마디로 세 친구 모두 파티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숙녀들은 그 흔한 조명발에 지치고 그 뻔한 화장발로 피곤해하는 그런 아가씨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동안 우리는 겁없이 사랑에 빠지고 함부로 꿈을 바꿨던 건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그곳은 군말 필요없을 정도로 뛰어난 그런 가면 무도회였던 것이다. 세련되고 우아하며 격조 높은 이런 분위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이런 파티에 단 1번도 초대 받기 힘들다.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파티 참가자들은 대부분 가면을 쓰고 있는데, 그들은? 복장이 완전 비교됐다. 게다가 존티는 가죽점퍼. 심지어 누노는 하필 슬리퍼! 뭐야 이거?
    그러던 바로 그 순간!
    그들은 파티장에서 자콥 커퍼필드가 휠체어에 마네킹을 실은 채 파티장을 왔다 갔다 하며 사람들과 얘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건... 뭔가... 이상했다. 수상했다. 잘못 걸렸다간 인생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사극에서 보는 칼춤 장면도 아니고, 공포 영화에 나오는 상징적인 모습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결코 다짜고짜 모른 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그 뭔가를 더 떠벌려서도 안될 테고, 그 어떤 비밀을 살살 뽑아내서도 안될 것이라 추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졸지에 그들은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그럼 이제 중요한 건 목숨을 부지하는 일? 놀라운, 사랑의 낙원은 무슨! 모험은 한마디로 말해 꽝이었다. 바라노니 고이 탈출할 수 있기를 간구했다.
    그렇게 세 친구는 곧장 '에너지 신사업 유류대체품' 사업체인 그곳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18

    요점만 말하자면 이랬다. 누노, 나, 존티 이렇게 셋이서 각자 차를 몰고 스파피날레 본사를 나가는 길에 그럴싸한 장면을 목격했다. 곧 경찰과 검찰진 차량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자콥 커퍼필드를 잡으러 가는 장면. 들고 가는 건 압수 수색영장일 테고, 벌어질 일은 관련자 전체 연행일 것이다.
    그 후 3시간 경과. 세 친구는 다시 스파피날레 본사에 도착했다. 얌전한 여우처럼. 응큼한 족제비처럼. 꾀바른 늑대처럼. 뭔가 구경 거리가 쏠쏠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니까.
    다시 2시간 경과. 소득은 없었다.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함. 그래서 세 친구는 위스키 동호회로 출발했다.
    그들은 위스키 동호회에 도착했다. 당연히 남녀 비율은 2 : 8도 모자랐다. 곧, 대실망!
    모험은 결국 사달이 났다. 어쩌면 아무일 없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체면을 구겨서 오히려 안심이 됐다. 머릿속이 하얘질 만큼 이미 멍해졌고, 수심에 잠길 만한 여유도 없었다. 삐딱한 공상 까칠한 농담도 생각 없었다. 닳고 닳은 사랑의 결말처럼 그들은 풀이 죽었다. 좋게 집에서 신분 상승을 고민할 걸 그랬나, 그들은 각자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들은 그날 뒷모습이 초라한 채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야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니었으니까 내일을 기약하는 약속도, 희망의 찬가도 필요치 않았다.




    19

    나는 내 인생의 포지셔닝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내 아무리 관광지에서 (개)고생하는 초라한 조랑말의 숙명이라지만 내게도 꿈이 있었다. 평생 놀고 먹기라는 그런 사적인 소망 말고, 이를 테면 잠깐 잠깐씩이나마 하고 싶은 일과 되고 싶은 무엇이 있었다. 예를 들면 조류학자는 어떨까, 심리학을 배워볼까,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볼까 같은 것. 그렇지만 비과학적 애정을 체험하려는 진지한 시도 같은 건 머리 아프고. 하여 난 아마 살면서 최소한 두 가지를 추구했던 것 같다. 첫째 몰입할 수 밖에 없는 환상, 둘째 거역하지 않을 수 없는 신비. 하지만 그것은 뭔가 있어 보이게끔 다듬은 겉꾸밈일 뿐이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 삶의 슬로건은 아마도 없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하는 둥 마는 둥,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 통과! 즉 나 유리할 때만,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마침내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양쪽에 꿰찬 것처럼 옛날에 그런 일도 있었다. 친구들과 또 친구의 여자친구의 친구들과 모여서 1박 2일 여행을 갔을 때. 날 짝사랑하여 날 찍은 사진을 간직했던 '흥'하면 절대로 그 어디서건 빠질 수 없던 조증녀, 그리고 헤프기로 소문 났던 조증녀의 친구(선천적이든 후천적인 트라우마 때문이든 그야 모르겠고). 그 둘이서 날 팔짱 끼었을 때! 난 아마 둥둥 떠다니듯 기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하자면 그렇다. 하나는 사랑의 이기주의자였고, 또 하나는 쾌락의 마성녀 아니었을까? 후자로써 기억 나는 숙녀라면 하나, 둘, 셋, 넷......! 그러나, 기회는 많았는데 후자라면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이때 반반으로 나뉠 테니까. (조증녀? 구애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지만 만약 그 동생한테 발목 잡혔다면... 허걱! 기가 빨려도 아주 그냥 제대로 빨렸을 텐데. 기 쪽쪽 빨리다 빨리다 글쎄 살마저 쭉쭉 빠졌을지도 모르고!)
    그건 그거고 꿈에 대한 예측값은 청춘에게 일임하는 게 좋겠다. 그래야지 우리는 한심한 현실을 직시하며, 끔찍한 야심을 통찰할 수 있으니까. 학자연 하듯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프고, 귀에서 피 나올 일은 나중 일일 테니 일단 먼저 생각을 하자. 그래서 할 말 보따리를 풀어나 보자. 그래야 사랑의 찬가인지 인생의 불만인지 뭔지가 뚜렸해질 테니까. 아하~! 알게 됐다. 내 생각이 무엇인지를. 벌써? 빙고! 그것은 곧 환상은 환상인데 뭔가 멍청한 환상이다. 요령껏 꾀 부리고, 이해득실 따져서 끼 부릴려다 망하기. 무심결에 내 탐욕에 내가 놀라기. 마침내 깨달은 사랑이란 바로 한마디로 민망한 것.
    말하자면 내 삶은 이랬다. 아침에는 최선을 다하자 < 낮에는 대충 살자 < 밤에는 막살자? 결국 인생은 1번으로 동심, 2번 사심, 3번 흑심이군. 그럼 4번 타자는 뭐 뻔~트? 이런 이런! 그렇담 사랑은 언제하고? 참 나! 하긴 사랑도 그렇잖아. '최선을 다하자'로 시작해서 '대충 살자'로 바뀌는 일. 그러다 '막살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뭐 어쩌는 거고. 취미도 똑같다. '대충 살자'에서 '막살자'로 바뀔 즈음에 그러는 거다. 머머 접습니다 라면서 장비를 내놓는 일. 그러면 뭐든 그 패턴이라고? 최선을 다하고, 대충 살고, 막살고 끝! 저런 저런. 그렇다면 인생도? 그러므로 둘 다 아니란 거네. 첫째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 필요도 없고, 둘째 늦바람이 무섭다는 것처럼 앞만 보며 살기엔 뭐하다 그거 같다. 좌우지간, 자기계발이니 인문교양이니 그쪽에서 하는 말은 쉽게 말해 이 가운데 하나다. 곧 (최선을 다하자─대충 살자─막살자) X (아이 좋아라─워매 좋은그─끝짱 완전 끝짱)! 곧 3 X 3 = 9. 행복은 어디 있고, 사랑은 필연이든, 주제가 무엇이든지 말이다. 뭐 어쨌든,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공부가 때로는 재밌는 것처럼 남자는 일단 바깥에 나가면 둘 다 가능하다는 것. 그 둘이 뭐냐, 일하기와 놀기다.
    자, 답은 나왔다. 정답은 곧 일단 나가자 라는 것. 그런데 어디로? 사무실은 왠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럼 어디로 갈까!
    그게 무엇이든 객관식 보기는 딱 1개 밖에 없었다. 그것은 곧, 위스키 동호회. 뭐?




    20

    우리는 위스키 동호회에 가기로 했다. 최근 어쩌다 자연스럽게 트리오가 결성되어버렸다. 때문에 당분간 꽤나 붙어다닐 게 뻔하다. 우정이란 이런 것이다. 다시 말해 뜬금없는 것. 으쌰으쌰라는 게 그렇다. 예술계의 질서를 방관하든 어쩌든 우리는 남자의 우정에 조예가 깊은 것이다. 곧, 지금은 대천사가 시샘하는 사랑의 계절. 계절이라 함은 그렇다. 봄은 여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여름은 바다로 떠나야 하는 법이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고, 겨울은 고독한 남자의 계절이라는 둥 뭐라는 둥. 다 됐고. 얼렁뚱땅 트리오가 결성됐으니 만큼 흥청망청 방탕만 일삼거나, 성과에 어리버리 불성실하지는 않겠다. 단지 우리는 최소한 행동하면 그뿐. 그래야 한다. 할 수 있다. 실패해도 좋다. 그래서 우리는 위스키 동호회에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인생의 동경심은 일단 규명하고 보며, 사랑의 감수성을 우선 숙녀에게 조장하고 볼 일이라는 속셈은 꼭 없었지만 말이다.
    뭐, 뭐라고? 아조 법석을 떨고 있구만 놀고 자빠졌네! 라~는 혼잣말이 진짜로 들리는 것만 같다.
    아무튼 우리는 만났고,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어머나, 그런데!
    저기 보이는 저 인간은... 다름 아닌 자콥 커퍼필드? 뭐야, 어떻게 돌아온 거야! 말하자면 그때 잡혀가서 무혐의? 우리는 동태를 살피느냐, 아니면 이대로 발을 빼느냐. 그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콥 커퍼필드의 설변에 빠져들고 설득되어 신기한 궤변에 녹아들 생각을 하니, 아이고야! 그 어떤 주제가 나와도 술술 그냥 술술, 아주 살살 말고, 그저 착착 감고, 너끈히 슬슬 엮으며, 그래서 결국 유류 대체 에너지 사업 개념은 우리들 머릿 속에 쩍쩍 들러붙을 텐데... 맙소사!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하지? 그 생각 뿐이 없었다. 우리는 지금껏 위스키 동호회 활동을 했지만, 왜 아직도 위스키 냄새조차 맡지 못했을까? 모처럼 위스키 동호회가 8 대 2에서 8이 숙녀인데, 왜 하필... 사랑의 신호이자 애정의 향기가 폴폴 풍기지만 왜 하필... 죄다 조명발에 화장발일까. 교태는 어설프고 애교는 급조된 듯한 느낌도 없잖아 있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돌아온 자콥 커퍼필드는 또 뭐고! 그건 곧 부활인지 회생인지 뭔지, 공권력마저 거뜬히 이겨냈다는 거 아니냐고. 뭐 영화 찍어? 자세한 사정은 알아봐야겠지만 대략 형편은 그런 듯 했다. 그래서 보나마나 우리가 듣게 될 말은 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일 테지.




    21

    구애는 어쩌면 최선을 다하자-일까? 그러나 사랑은 아마도 '대충 살자'인 것!
    앞서 걷는 연인을 딱 봐도 알 듯 모를 듯.
    남자는 대충 살자, 여자는 최선을 다하자?
    누가 됐든 막살자만 아니기를! 혹시라도 모를 슬럼프를 탈출하기를.
    어찌 됐든 그녀에게만은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결국 상남자들에게 모처럼 심각한 다변의 근거, 그녀들끼리 나누는 수다는 그것.
    첫째,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둘째, 최선을 다해야 할까 대충 살아야 할까 아니면 막살까 라는 것.
    셋째, 잊혀진 대망 그런 거 난 모르겠고, 솔직히 말해서 평생 놀고 먹기도 엄연히 꿈 아닐까 라는 점.
    고로,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늦바람이 무섭다!
    살아보니 인생이란 '전자냐 후자냐'가 아니다. 그럼 뭐냐?
    상이 차려지든 말든 일단 숟가락 먼저 올리기라는 것.
    왜냐하면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
    세상의 교훈이야 배 들어올 때 노 저으라지만,
    우리는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문지방을 넘을 수만 있으면!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는 점.
    (그렇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오지 않는 인간은 또 뭐야!)
    그런데, 배 부른 고양이는 쥐를 잡지 않는다고?
    곧 우리네 삶이 다큐멘터리 동물의 세계와 참 많이 비슷해도 다른 것도 있음.
    봄바람이 불면 여심이 들뜨고 꽃이 피는데, 탐스런 과일에 나비가 춤 추는데?
    아무리 장미꽃밭이 그림의 떡이라지만, 남자는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
    살아보면, 나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까운 일이 어디 드물던가.
    인생은 다른 게 아니다. 따라서 나는 로또 복권, 너는 마권 사업.
    그렇지만 그녀는 아직도 보봐리 부인과 인상주의 그리고 낭만파라는 것.
    그와 별개로 내 친구 웨이터의 이름은 막살자, 바텐더의 별명은 못 말려! 또 나는 여전히 기분파.
    단,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기>와 <막살라>의 구분은 다소 모호할 수 있다는 점.
    그러든 어쩌든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말이다.
    남이야 전봇대로 이를 쑤시건 말건 고로, 도전─행동─성과─꿈!
    숙녀도 그렇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으라고, 내 거울이 수정구슬인가 아닌가를 바로 알기.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인지 아닌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내게 맞을지 어쩔지를.
    물론, <아니면 말고>와 <하면 된다>의 구본 역시 애매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분명한 건 그것. 길고 짧은 것은 대어 보아야 한다는 점.
    말과 행동은 다를 테니까. 아 옛말에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하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타석주의와 타율의 격조는 구분할 것. 종이 한 장 두께 차이는 그거니까.
    그야 어떻든 쾌락은 지금 행복은 다음에! 그리고 으쌰으쌰는 묻지 마?
    어쨌든 행운은 고맙고 실패는 아니면 말고. 꿈은 행동인 것. 그러나 그 언제나 뻔트는 내 운명!
    보아하니 삶의 열정은 품위 유지비요, 인생의 희망은 플레이보이의 4대 요소인 것.
    (뭐 이미 어마어마한 전적을 성취하지 않았냐고? 허나, 같은 떡도 남의 것이 커 보이는 법.
    남자는 숟가락 어쩌고저쩌고, 우리는 이러쿵저러쿵...!)
    말하자면 우리의 문제는 그것. 투정은 측정 가능하나, 사랑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
    그러다 돌아온 탕자의 방탕기를 듣고 나니 풍운아의 모험심은 또 다시 들썩거리는구나.
    그러므로 마법에 걸린 남자가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선사하는 풍성한 꽃다발,
    은 잠시 미루고 우리는 인기마에 올라타 밝은 내일로 나아갑시다.
    미래는 모르는 거지만 사랑도, 인생도 대체불가능이라는 기준은 준엄한 것.
    바꿀 수 없는 것 빼고는 다 대체된다, 버릴 수 없는 것 빼고는 언젠가 모두 날 떠난다. 그것이 인생이죠.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 애착심이 너무 강해 도저히 뭘 버리지 못하는 성향도 존중해야겠지만요.
    뉴스에 보면 간혹 나오죠. 목숨 하나 빼고 물이든지 불이든지 그 때문에 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일.
    그건 커다란 슬픔이지만 어쩌면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살 수 있는 계기 같은 것일 수도 있답니다.
    농담으로야 우정은 추접스럽네 사랑은 '대충 살자'네 그러지만,
    영화에 간혹 나오듯이 젊어서 은퇴한 요원이랄지 망명자의 신분 세탁. 그런 게 정말 영화 같은 인생이죠.
    성형 수술과 함께 믿지 못할 소식만 남기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대-사기꾼의 묘연함처럼요.
    버릴 수 없는 것, 손꼽아서 엑셀 파일로 정리해보세요. 대체 그게 몇 가지나 될지.
    대체 불가능한 것, 그 역시 손꼽아서 수첩에 적어보세요. 대체 그건 몇 가지나 될지.
    끙끙 앓던 남부끄럽지 않은 소원이던,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남몰래한 사랑이든 멋진 연애든
    혹시 버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우리가 그걸 가능하게 합시다. (007 게임처럼 무언으로 합창)
    혹시 바꾸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우리가 그걸 가능하게 합시다. (007 게임처럼 무언으로 합창)
    마무리 치고는 여운이 꽤 뭔가 좀 짠합니다. 허허. 이럴 때도 있어야죠. 허허.
    이런 말씀 드리긴 뭐헙니다만, 이대로 끝내기는 서운하니까 한말씀 더하자면 이렇죠.
    들으면 병이요 안 들으면 약이라고, 이거 괜히 병 주고 약준 듯 무책임한 낭설만 늘어놓은 듯 하여 죄송합니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그냥 난리도 아니었구먼유 그래. 허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주제 넘게 얘기가 길어졌소이다, 다음번에는 내 반드시......!
    아무튼 죽쑤어 개 좋은 일 한다고, 우리는 유류 대체 에너지 사업에나 전념합시다.
    아 쥐 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하지 않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냐 이 말이오.




    22

    나는 위스키 동호회의 숫자일 뿐인 8 대 2 비율에 만족할 수 없었다. 역시나 자콥 커퍼필드의 낭설도 더 이상 만끽할 수만은 없었다. 물론 깜짝 놀랄만한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러니 기막힌 반전은 기대할 수 없었을 테고. 그런데 갑자기 예감이 우리를 꿈의 낙원으로 데려가겠나, 아니면 권태의 족쇄를 풀어 쾌락의 끝을 구경시켜주겠나. 보다시피 애초에 느꼈던 어딘가 불길한 기쁨은 역시나 잔잔한 실망으로 밝혀졌다. 곧 심심한 발단과 이상한 전개는 넉넉한데, 문제는 으리으리한 절정이 없다는 것. 고로 우리는 자콥 커퍼필드의 연설에 질릴 만도 했다. 때문에 우리는 위스키 동호회의 턱없는 비율에 질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방법을 정했다.
    첫째, 주류 에너지 대체 사업인가 뭔가 그 본부 앞을 하루에 1번씩 드라이브하며 분위기를 살피기.
    둘째, 위스키 동호회 모임에 1명을 선발대로 보내서 전망을 살피기. 꽝이면 1명이 감당하고, 아니면 긴급 연락!
    말하자면 '교대로 번갈아가며' 라는 단서를 붙였다. 이를 테면 분업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랄까. 그래서 특훈이든 특명이든 그런 건 잊고, 우리는 다시 으쌰으쌰의 약한 연결 상태로 돌아갔다. 곧, 개인 플레이. 그래서 나는 또 인생, 사랑, 꿈 이런 상념에 관하여 생각했다. 그러다 버킷리스트에 추가할 한 가지가 생각났다. 바로, 리무진 타보기! 나 같은 사람은 한마디로 버스를 타볼 만큼 타 봤다. 따라서 당신이 잘나갈 때 리무진에 같이 탈 친구는 많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버스를... 어쩌고저쩌고. 우리는 그런 얘기에 혹하지 않는다. 물론 그 말도 좋다만, 우리는 항상 기다린다는 것이다. 리무진 탈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믿는다. 싸구려 오픈카를 중고로 사든, 서글서글한 리무진을 빌리든지 여행을 떠나면 그만이라는 것을. 우리 같은 소년들이 꿈도 야무지지 버스를 같이 탈 친구들만 챙기겠나. 버스를 같이 탈 친구들도 언젠가 100퍼센트 멀어진다. 자기들 먹고 살기 바쁠 텐데 언제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겠나. 친구도 좋지만 가족이 먼저일 테니까. 그건 그렇고 나는 인생, 사랑, 꿈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인생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지도 케익처럼 포근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랑의 나비를 공모했는데 정작 뽑힌 건 결국 쾌락의 나방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꿈을 생각한다. 꿈? 꿈!
    꿈을 향한 도전과 사는 낙이 정비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분 비례할 수는 있다. 그것을 과학에서는 선형이 아니라 비선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야망이 탁하거나, 소원이 불투명하며, 내가 나를 잘 모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이따금 살면서 아르키메데스가 되는 것이다. 누구야 이 구두 어디서 샀냐, 누구야 이거 내꺼 하자, 오빠꺼랑 내꺼랑 바꾸자, 형이 지폐2장을 건네면서 슥~! 억지로 비교하자면 이건 콜롬버스의 신세계 발견이다. 그렇다고 단테가 환상론을 포기할 수야 있나. 아인슈타인은 논문만 쓴 게 아니라 바이올린도 연주했고 냉장고도 발명했다. 따라서 저 누구가 그 누구이건, 우리는 새로운 기호학을 고안해내야 한다. 취향은 어떻고 안목이란 무엇이며, 신제품에 대해 얼리어댑터가 될지, 고전적인 격조를 포기할지 말지를.
    따라서! 따라서는 뭐가 따라서야? 결국 나는 품위 유지비를 벌어야 하므로 칼럼을 써야만 했다. 뭐-뭐라고? 난 또 뭐라고! 이 자식이...?




    23

    제목: 리무진 타보기
    내용: 가설은 이렇다. 리무진을 같이 탈 친구가, 나 힘들 때 버스를 같이 타줄 친구보다 많다! 이와 같은 올바른 경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가설의 옳음을 증명하는 것보다 가설의 역설에 대한 타당함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 설명이 꽤 합리적일지 억지 같은 말장난이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가설은 맞는 얘기다. 좋은 얘기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단, 1차적으로는! 그 당연한 진리는 그대도 알고 나도 안다. 어른은 다 안다. 그렇지만 우리, 개미와 베짱이 동화처럼 동전의 앞면 같은 교훈만 편들지는 맙시다. 어려서는 개미처럼 부지런하기를, 커서는 벌처럼 난봉을...!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요점은 이렇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같은 식상한 주제에, 우리가 도대체 언제까지 발목 잡혀서 끌려다녀야 한단 말인가.
    피자 배달원에게 익숙한 동네는 둘로 나뉜다. 첫째 먹고 살기 좋은 동네, 둘째 거쳐가는 동네. (대체로 1.5겠지만 둘째도 확실히 있긴 있다) 둘째에 살아본 사람들은 모를 수가 없다. 거긴 대강 2할만 원주민이고 8할은 언제 떠도 뜬다는 것을. 반올림하면 주기적으로든 불규칙적으로든 멤버는 계속 바뀐다는 거다. 곧 대부분은 서로서로 그 뭔가를 같이 응원하며 기원한다는 점. 즉 버스를 원 없도록 많이 많이 타본 어른들은 알고 있다. 시시콜콜한 TV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토끼와 거북이 같은 주제가 나오기 전에 채널을 틀고 또 틀고, 그러다 오랫만에 NC에 가는 기쁨을. 과연 입장 금지 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진짜 고민이지, 언제까지 우리가 여우와 두루미를. 보아하니 리무진과 버스 얘기는 한마디로 그거다. C+에서 A+++ 상류 사회로 승급하는 친구를 배웅하는 심정이랄까? B--에서 B++학교로 전학가는 친구에게 선물하는 연필 같은 마음 아닐까? 7부 리그 팀에서 유일하게 중간 단계 건너뛰고 1부 리그로 직행하는 선수를 보내는 작별식, 그런 거 아닐까! 아니다. 아니다. 모두 아니다. 왜냐하면 리무진을 타면 리무진급 친구가 생기고, 버스를 타면 버스를 함께 타는 친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악마만 새로움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천사도 마찬가지다. 새로움은 그렇고 익숙함도 그렇다. 유령이 하는 일은 딱 몇 개 정해져 있다. 야수도 자기 스타일 몇 가지만 일평생 줄기차게 반복한다. 천재든 범인이든 색다른 발상을 좋아하는 누군가만 뭘 버리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똑같다. 우리도 '머머 접습니다' 전까지는 1가지만 한다. 특별한 경우 약간 다를 수는 있음. 하여간, 밀림의 사자─표범─퓨마─치타처럼 최적의 먹잇감이 출연하기 전까지는 요컨대 (웃자고 하는 말로) 막사는 것이다. 개 팔자가 상 팔자라고 어찌 보면 개처럼 사는 게 최고다. 고양이는 다르겠지만. 어떤 유형을 고수라 부르고, 하수의 장점도 있겠으나 요점은 이와 같다. 어설픈 허세로 평소에 힘 빼면서, 일하며 스트레스 받고, 밤의 세계에서 오픈발-화장발-조명발에 속고, 놀면서 조증녀한테 기 빨리며, 친구한테 그러면 날 부러워하지 말던가? 나는 차 욕심 없다 라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바란다고 뭐, 재산 증식 그런 거 일절 관심 없다니! 자기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한다는 말과 도대체 뭐가 다를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다나 뭐라나. 남자 세계에서는 곧 허세부터 밀리면 김치국 먼저 마시는 게 취미가 된다. (설레설레) 아니다 그건 아니다. 그래서는 허영심을 길들일 수도, 여심을 꼬실 엄두도 낼 수 없다. 삶이 재밌는데 재미가 없어진다.
    결론은 그거다. 항상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 그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 모든 숙녀에게 다정하면 애인이 질투한다. 친구와는 허세로 경쟁하고, 아는 여자들한텐 양의 탈을 쓰며 자상함과 억지 매너로 꾹 참고 어필하기? 안 하던 차 문 열어주기와 애인에게 뜻밖의 에스코트를 밑도 끝도 없이 새롭게 시도해보자. 그러면 과연 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안 봐도 뻔하다. 그게 좋으면 당사자 마음이겠으나, 내가 굳이 세상만사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다는 점.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어?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라고~! 라~는 지적을 듣는 친구는 곧이곧대로 자신있게 말한다. 자기는 여자를 만나면 최선을 다한다고! 그래? 그렇다고? 좋다. 바람직하다. 나쁘지 않다. 괜찮다. 보통이다. 중간은 가네. 다만 사랑이 일이라거나 말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와 오빠 말발 좋다 라는 칭찬은 10년 통틀어 딱 1번만 들어도 충분하다는 것!
    그 얘기는 곧 그거다. 대충 살면서 때를 기다릴 줄 알기. 놀면서 행운을 부를 것. 사랑운이든 재물운이든 환상적인 운명이 미완의 상태일 때부터 미리미리 장기적으로 찬찬히 준비할 것. 적어도 플레이보이는 <최선을 다하자─대충 살자─막살자>의 구분이 매사 선명하게 된다는 점. 선동했다가 슥 한 발 뺐다가, 끝물이나마 막판 파도를 탔다가 썰물처럼 다시 슥 빠지고. 그러다 관망에 지치다 못해 마침내 기다려온 대망의 급물살에 승부수를 거는 일까지. 물 들어올 때 노 저을려는데 물이 안 들어오네, 레인메이커가 되어 수작을 어떻게 어떻게! 곧 내게 완비된 에너지는 분기당 딱 100개인데, 그런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 글쎄요 글쎄요! 아무리 기 받고 기 빨리며 가전제품을 애호해도, 그 누구든지 에너지는 어차피 100에서 +-오차 범위 얼마 이내다. 한정된 자원을 모두 애정 사업에 투입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테면 먼저 할 일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견적─직관─직감─떠보기─형편─수읽기─일기─독서─잔머머 학습─슬로건─포지셔닝─예측─추론─나를 알기! 무계획이란 말은 그렇다. 나는 계획 그런 거 없다? 좋을 때는 뻥이고, 아닐 때는 허세도 됐다가 핑계도 되고 투정도 된다. 그걸 재밌게 돌려 말하면 그건 다름 아닌 허풍이고. 또 목표 변경도 임시방편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성공도 내 할 일을 다 했을 때, 절반은 운이다. 노력도 없이 운부터 바래서는 안된다는 거다. 아무리 만반의 노력과 천우의 기회로 최적의 조건이 갖추어져도, 절반인지 뭔지 행운의 여신과 척질 수는 없다는 거다. 도박사를 승부사로, 전문가를 해결사로 격상하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결정이 단호하고 포기가 빠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구분은 있다. 최선을 다하면 시간당 한정된 에너지가 소비되는 점은 똑같은데 다음과 같은 구분은 있다. 곧,

  1. 모험      = 고베팅&저승률 (가능성 희박&뒷감당 큼. 정력-돈-시간 낭비&재기에 대한 부담이 큼)
  2. 능력UP  = 최선을 다하자  (노력과 실력이 비례하여 상승. 성과를 향한 질주. 당근보다 채찍)
  3. 능력UP  = 최선을 다하자  (2는 연봉, 3은 창업이랄지 비상장 주식 배당, 연구 개발, 오랜 무명 생활)
  4. 현상유지= 대충 살자       (2는 개인-상사-환경등 최선의 성과, 4는 위-아래 모두 평범한 월급쟁이)
  5. 체력저하= 하위 리그행    (지식 노동보다 기술직이랄지 운동 선수에 해당)

    ※ 그외 경우의 수는 생략. 그리고 번호 변경은 여러 이유가 있음. 가령 개인 의지 문제, 업종 변경, 스카웃, 베텐더 충고등.
    ※ 참고로 여-바텐더 말마따나 어영부영 80퍼센트만 실력 발휘했다가 잘못 걸리면 낭패를 볼 수도 있음.
    ※ 평범한 봉금쟁이: 상급자의 일관된 비꼼을 끝까지 넉넉하게 200퍼센트 받을 자신이 있는가.
    ※ 업계의 텃새: 조직체에서 연대된 냉대를 꿋꿋이 이겨낼 수 있는가.
    ※ 착각 혹은 과정: 나는 정말 천재적인 이단아일까, 아니면 응석쟁이-천덕꾸러기-심술쟁이-뻔뻔한 고문관일까.
    ※ 인생에 대한 포부: 그 어떤 풍파와 불운을 감수하고서라도 나는 꼭 이 길을 가야만 하는가. 내가 원하는 게 정말 이 길인가.
    ※ 진로 고민: 그 혹독한 여정을 겪고서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예의인가, 리그를 수직-수평으로 옮길 것인가. 전업도 있음.
    ※ 콜라 없는 최저가 햄버거 먹기는 그저 너스레일 뿐이고, 눈물 젖은 빵 먹기는 나중 그림을 위해 필요할 수도 있음. 먹고 사는 일이 다 그런 거니까.
    (어제 꿈에서 돈 주고 듣기 힘든 개-갈굼을 당함. 캬~! 경제부에 정식으로 들어가서 지옥을 체험. 과학부에 옆문으로 들어갔는데 사수 별명이 하필 악마. 미술부에 뒷문으로 들어가서 일 못한다며 뭐라뭐라, 뚜껑 제대로 열림. 밀고 당기는 사랑처럼 보통은 다독임과 격려를 섞기 마련인데 어떻게... 저렇게... 진짜 나가란 말인가. 완전 사실적인 꿈이었음)

    이처럼 베팅-한방-행운-액면-자금-실력등이 중요한 분야도 있고, 평범한 삶에 해당하는 분야도 있다. 그야 어쨌든 베팅이 있으면 뻔트도 있는 법. 뻔트가 반복되면 직장인은 이직이 잦고, 사업가는 도전 종목이 많게 됨. 곧 적게 걸고 적게 따거나 읽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고, 재산을 탕진하거나 은퇴를 앞당길 수도 있다. 그걸로 도가 트는 기간을 버틸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할 수도 있고,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애초에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
    자, 진짜 결론은 이렇다. 동물의 세계를 보시라. 왜 사자는 생쥐를 쫓을 때도 최선을 다할까! 왜 치타는 평소에 대충 살고, 왜 표범은 평소에 난봉꾼처럼 막살까? 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까 어떤 말이? 잡은 물고기한테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다!




    24

    제목: 리무진 타보기2
    내용: 리무진 타보기 2편이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당신은 가진 게 많고 욕심도 많아서 단지 리무진을 타지 않는 것 뿐이라고.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하고 싶고, 내일보다 모레 더 잘살고 싶으니까. (물론 내일은 없다와 으쌰으싸가 어찌 다른가는 논외로 하자. 그건 따로 우리끼리.... 키득키득...) 때문에 그대는 대중교통─대중 브랜드─대중예술─대중 사교계를 애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킬 게 많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무료함을 달래는 평범한 삶, 아무말없이 가만 있는데도 불구하고 뻔뻔한 탐욕에 미련한 타율을 지적 받는 루저를 살살─간질간질─딸랑딸랑 기 살려주고, 돌아서서 저쪽에 가서는 또 재단사는 칫수를 재느라 바쁠 것이다. 누구의? 가만 있어도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플레이보이와 복권 당첨자, 백조에게! 촌닭과 촌년으로 전석 매진되는 동기 부여 강연과 책, 웅변술, 요술, 환상론, 독심술, 허언증, 교양학. 그것의 학습에 대해서 그 부여잡은 끈을 놓치만 않으면 가능하다. 무엇이 가능할까? 바로 그분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것이!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대충 흉내는 내게 될 수 밖에 없다. 그 서당개는 단지 잃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진짜 신비가 무엇인지 확신하거든. 인생과 사랑과 미래를 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다시 대중매체와 대중교통, 대중 브랜드를 선호하시는 분들께 집중하자면 이렇다.
    가깝냐 머냐에 따라 차이는 있다. 직관, 교양, 상식에 대해서. 현지인은 스치듯 처음 봐도 대충 구분한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냐를. 반면 지구 반대편 사는 사람들은 잘 구분하지 못한다. 헝가리, 체코, 우크라이나 사람이냐를. 물론 눈썰미 좋은 사람은 단지 첫인상만으로 일찍도 파악한다. 직업, 성격, 재산, 출신, 성 정체성, 행복, 사랑등을.
    직감이 그렇다면 인습은 이렇다. 하루 아침에 유명해져도 애틋하니까 자기는 그게 좋으니까 무명 때 사귄 친구들만 만날 수도 있다. 한편으로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국적을 바꿨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리무진과 버스 얘기도 똑같다. 그때 그때 형편에 따라 오랜 친분은 정답고, 새로운 교분은 반갑다. 문화권에 따라 덧치페이의 강약 차이는 있어도, 사정이 비슷비슷한 친구의 우정을 (비교적) 선호함은 차이가 없다. 자랑 대회에서 예선 탈락하고, 허풍 대회에서 우승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밑도 끝도 없이 우리가 너네보다 잘산다, 앞뒤 없이 내가 너보다 잘생겼다─돈 많다─키 크다─힘 쎄다─차 좋다─이 가죽 진짜다 라는 '불쑥'은 없다. '갑자기'도 종이 한 장 차이가 중요하고, 예기를 뽐냄도 최소한의 멍석을 필요로 한다는 점. 누가 모를까! 친구끼리라면 심리적인 눈 높이 그런 거 따지면 그만이다. 늬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라며 호혜성을 요구하는 기술, 어른들은 출중하다. 친구 사이에서 <난 이렇게 잘났다, 알어? 그리고 나 참고 있어. 알어? 그러니까, 꺼져!>도 재밌다. 하지만, 더 재밌는 건 그거다. 즉 <넌 뭐 그렇게 잘났냐─늬 까짓게 뭔데>라는 친구만의 원맨쇼도 인기 괜찮다.
    그런데 문제는 모르는 사람끼리라면 어쩌다 괜한 오해가 뜬금없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 이를 테면 기준 자체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결혼식 피로연에서 주인공의 시골 동창과 도시 친구 간의 일부 부자연스러움과 어색함.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의중을 떠보고, 애정을 간보며, 대체로 선동은 피해야 한다. 진짜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만 살라는 말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내가 총대를 매더라도 쓴웃음일지언정 포장은 하고, 밉상에게도 빠져나갈 구멍 정도는 마련해주기. 나 역시 전공이 뻔트고 특기는 개구멍 만들기니까. 다만 개인차는 있다는 것. 언제나 약삭바르고 매사 무조건 타산적이요 뭐든지 계산적이냐, 아니면 적당히 이타적이고 슬기롭게 이기적이냐. 전자만이 오직 성공의 기준인 사회이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 그것이 다름 아닌 리무진과 버스 얘기일 것이다. 그건 곧 전자 부류를 알고, 친하며, 나도 때때로 전자일 수 있는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개인의 성공, 행복의 정복, 사랑의 완성도 그렇다. 완벽하게 큰 재능 100점만으로 유명해진 사람은 많지 않다. 거의 없다. 대게는 보통 정도의 재능, 지속된 노력, 최적의 제반 여건, 과분한 행운이 합심한 결과일 뿐. 그 반면 대게는 잔재주만 100개요 잔소리나 잔뻔치, 즉 잔머머 전문일 테고. 뭐 또 뻔트?
    그래서 세상은 말한다. 나도 알고 상대도 알라고! 나를 아냐 모르냐, 상대를 아냐 모르냐. 일단은 경우의 수 4개. 그외 너와 나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 그것이 오직 내게만 치우치던가 이권의 목적 때문에 일방적으로 아부로만 표출되던가, 곧 모 아니면 도 밖에 없으면 허세 지수 적어도 80 초과다. 소문대로 그 분의 자존심은... 통과! 또 귀가 팔랑팔랑 마음이 들떴다가 동요하며 빼았기기까지 서슴치 않는다면 그건 허영심 지수 최소한 51이다. 물론 허세의 모범은 가령 알레그로─안단테─론도의 흐름을 타면 그만이요, 허영은 몰토 알레그로─안단테─메뉴에토 트리오─알레그로 아싸이라는 행운의 구름에 사뿐히 안기면 미덕인 것. 바로 그것이 허세의 멜로디와 허영의 환상에 대한 모범이다, 라는 가정하에 하는 얘기다. 이어서. 반면 주관이 약하고 권위에도 약한 친구, 소심하고 순진한 청춘, 말수 없고 뭘 해도 재미없는 아저씨,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숙녀까지. 허세 지수 20에 허영심 지수 30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그분들 마음은 이렇다. 내 말 좀 들어봐 라는 친구, 할 말이 많은 사람들, 나서기 좋아하는 재주꾼들, 일단 속이고 보자 라는 오락산업, 그녀를 어떻게 한 번 해 볼까... 어찌 하면 그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까 라는 흑심, 일단 벗겨먹을려고만 하는 거친 세상사. 바로 그 틈바구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분들의 이마에 대체 뭐라고 씌여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넷 중 하나라고 봐도 된다.
    첫째, (직설법#) 나도 말 좀 하자!
    둘째, (직설법♭) 거 좀 조용히 좀 해라.
    셋째, (절레절레 혼자 삭힘) 거 참 말 많네!
    넷째, (야 야 떴어 떴어/진짜 가지 가지 한다) 도망가자─일단 튀자─우선 피하고 보자.
    하여간, 동요나 유행가와 작품과 논픽션도 다른 게 아니다. 그게 어쩌다 일을 크게 만드는 스타일에게 책잡히면 바로 저급한 '리무진 타보기2' 칼럼이 되는 것이다.




    25

    제목: 잘난 척
    내용: 특히, 잘난 척도 진짜 잘난 사람이 잘난 척하면 재밌다. 좋다. 웃긴다. 괜찮다. 또 보고 싶다. 그분들께서 중간에 허당계를 거치실 수도 있고 건너뛸 수도 있는데, 결국은 나중 언젠가 허풍계로 수렴한다. 아무튼 그분들께서 앞으로 겸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 받는다. 많이 받는다. 기 받다가 젊어질 지경이다. 벌써 어려졌다. 호감이다. 볼수록 매력이다.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눈물이 다 난다. 도저히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다. 완전 빵 터졌는데 계속 웃긴다. 신기하고 계속 재밌다. 빵끗 웃지 않고 어떻게 배기겠나. 그 때문일까? 그래서 누군가 또 덩달아 따라하네... 저분은... 습관적으로... 저분은... 아아 절레절레 애쓴다 애써 그만 그만! 다시 말해 말 그대로 진짜 잘난 우리의 스타들 쇼맨쉽이 먹힌다고 가짜 잘나신 뭔가 애매하신 분들께서도 똑같이? 정말로 똑같이? 진짜로? 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 그분들께서는 기왕 자랑과 뽐냄으로 갈 거라면 허풍쪽으로 가야지, 그게 아니라 허세로 간다면? 그건 정말 오 제발! 전자는 웃고 좋아라도 하지, 후자는 자칫 잘못하면 푼수에 바보요 얼간이로 보여질 수도 있다. 시대와 유행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차이점인 것. 이를 테면 권위적인 사회이자 어려운 시절이라면 응당 '겸양'의 가치를 아마도 다소 드높게 요구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누구에게? 속된 말로 딴따라에게! 그런데 오락산업이 호시절을 맞았는데 아직도 언제처럼? 그래서 또 어디서나 너무 가버리는 경우가 없잖아 있다. 흔하다. 많다. 오리가 촐랑거린다고 닭은 더더욱 까불까불? 허허 글쎄요 글쎄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 촉새가 백조를 가르치려들다간 끌려내려갈 수도 있다. 살짝 정리하자면 이렇다. (연예계 뿐만 아니라 타 분야도 대동소이함. 연예인 자리에 영화배우, 가수, 감독, 작가, 연기자등을 대입해도 비슷. 잘난 = 1류, 그냥 = 2류, 못난 = 3류)
<유명인>

  1. 잘난 연예인 ─> 잘난 척 = OK (인기. 열광. 스타)
    잘난 연예인 ─> 겸손     = ?   (노 재미. 애매함. 식상함)
  2. 그냥 연예인 ─> 잘난 척 = NO (밉상)
    그냥 연예인 ─> 겸손     = ?   (노 재미. 애매함. 식상함)
    그냥 연예인 ─> 까불다  = NO (허세-설친다-나댄다-얼간이-머저리-꼴불견-왕재수. 저분은 왜...!)
    그냥 연예인 ─> 껴들다  = OK (먹고 살기)
    그냥 연예인 ─> 깐족     = OK (먹고 살기)
    그냥 연예인 ─> 허풍     = OK (재미)
  3. 못난 연예인 ─> 잘난 척 =
    못난 연예인 ─> 겸손     = ?     (노 재미)
    못난 연예인 ─> 타율주의 = OK (인기)
    못난 연예인 ─> 타석주의 = OK (먹고 살기)

    ※ 글쎄요... 나는 <OK : NO> 그게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 한마디로 1번이 웃자는 뜻으로 농담하는 왕자병은, OK! 그런데, 2-3번이 습관적인 농담으로 1번과 똑같이? 완전 똑같이? 워──워──워! 바로 이래서 2번과 3번은 리듬을 타며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양다리가 불가피하다 라는 뜻. 그러면 사랑도 약간...? (먼 산 쳐다보기)! 특히 연예계는 그렇다 쳐도, 예술계로 가면 겸손과 자학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그야말로 재밌어진다. 왜냐하면 연예계는 스타성과 쇼맨쉽을, 정치권도 인기를, 예술계마저 인기와 황금을 최고로 치니까. 그러면 작품성은? 지금 세상에 누가 안델센과 베르디의 아성을 넘을려고 하겠나. 어차피 관건은 유명세일 뿐. 순수예술계도 선심성 같은 실수도 하며 콧대 높은 기준만 고집하기엔 피곤할 수도 있는 법. 곧 스티븐 킹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J.K. 롤링은 방관하는데, 그런데 서로 막 나서서 자기가 진정한 노벨문학상 후보라는 둥 뭐라는 둥 들썩들썩. 코메디언 왈, 나는 순수예술가 너네는 대중예술가! 결국 유명하면 모두 연예인이다! 지금은 소비의 시대이자 오락산업이 최고다. 누가 됐든 우리는 나 잘난 맛에 살아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한두 명도 아니다. 찬 밥 더운 밥 가리든지 말든지, 일단 귀 막고 숟가락부터 올려야 한다. 안 그러면 밀려나기 일쑤다. 잊혀지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우선 다빈치, 미켈란젤로, 셰익스피어, 바흐, 모차르트, 빅토르 위고, 톨스토이, 피카소, 조지 오웰과 같은 거의 영구한 1류에 이름을 올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므로, 예술가들도 나 잘난 맛에 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잘난 연예인의 잘난 척이 OK라고, 덩달아서 '그 외'마저 무리수를 두고 또 둔다. 연예인병은 모종의 과정이라지만, 아티스트병은 일종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뭔가 애매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짜냐 가짜냐, 도 그렇다. 에드바르드 뭉크의 절규처럼 정말로 가치 있는 뭔가를 이 세상에 호소한다면 재미가 없어도 괜찮고, 필요하며, 좋다. 참을 수 없는 외침, 의미 있다. 예를 들면 흑인이 힙합을 하면 어울린다. (이때 슥 인종차별로 끼어들지는 말기) 왜냐하면 R&B랄지 힙합 같은 장르는 마음 즉 무의식에 그 뭔가가 쌓였고, 그걸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드러내는 데서 아하~ 하게 되니까. 쉽게 말해 힙합 가수 절반은 화난 상태로 무대에 오른다. 그래서 화나 있지 않은 상태로 무대에 오르면 뭔가 이상할 수도 있다. 뒤늦게 발동이 걸릴지도 모르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저분은 글쎄... 저분 인생은 썩 열 받고 쌓이지 않으신 분 같은데... 자기 불리한 건 생쥐처럼 잘도 피해 다니면서... 괜히 후발주자로써 누구들 흉내낸다면서 똑같이 막, 나 화났어? 허허, 이상하다! 나 뿔났어? 코메디 같다! 나 열 받았어? 그러니까 자기가 커피포트라는 말인지 뭔지...! 이때 진짜 프로는 깨닫고, 어설픈 프로는 기분 나빠한다. 아주 그냥 짜증나는 거지. (물론 심하게 말해서 그렇지 틈새 시장을 잘 파고드시는 분들 결코 드물지 않음) 물론 진짜로 가방끈이 짧고 파란만장했던 인생에 대해서 할 말이 많으면 그건 가짜가 아니라 진짜다. 따라하기가 아니다. 바로 거기서부터 그게 시작된다. 무엇이? 날 따라해봐요 이렇게! 오락산업에서 급한대로 슥 이용해먹고, 단물 빠지면 흔하디 흔한 대체품 건전지처럼 유행에 맞게 또 다른 누군가를 살며시 밀어준다. 약발 떨어지면 유행도 바꾼다. 어차피 증권시장과 오락산업이 지금 세상의 양대 산맥인 만큼 지망생은 셀 수도 없으니까. 이건 글이야 해서 발표했는데, 무슨 카페 녹취록인지 뭔지. 스스로에게 솔직하여 내가 뭔가 화나 있지 않으면 무대에 올라 연기하지 않는 게 옳다. 물론 이론은 그렇고, 실제는 다르다는 거다. 어차피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는 끝나도 옛날에 끝났는데, 내가 입만 뻥끗해도 대중매체가 뒤집어지고, 내가 손만 까딱해도 만인이 열광하는데? 다른 게 아니라 먹고 사는 게 그런 거란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손가락만 까딱할 수 있으면, 문지방을 넘을 수만 있다면 뭐 어쩌는 것일까? 그건 일단 넘어가고. 그러든 어쩌든. 솔직한 건 솔직하고 감출 건 감춘다, 를 뭐라고 할까? 뭐긴 뭐겠나 포장이지. 그런데 포장을 풀르면... 뭐야 이거, 아무것도 없잖아? 이런 젠장! 바로 그래서 제품보다 비싼 별책부록이 인기인 것이다. 다른 말로 거품 산업. 햄버거를 샀더니 장난감을 주네? 꼬마들이 싫다고 하겠나 짜증내겠나. 1.광고하고─2.소비하고─3.버리고! 그 3박자의 끝없는 반복. 여기서 '버리고'를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시간 떼우기, 속고 속이기, 선심성, 건전한 취미, 시간 낭비, 방황, 방탕, 기분 전환, 분위기 반전, 밤의 세계 등등. 좀 더 들어가자면 다음으로는,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가 뭐 별건가? 무대 위에서는 '최선을 다하자', 무대 밑에서는 '소탈하다는 둥 인간적이라는 둥' 그것에 대해서 대충 살자, 그리고 진짜 프라이버시는 막살자? 그거 아니냔 말이다. 뭐 어쨌든! 그 어떤 종이 한 장 두께 차이에 대해서 일반인은 과연 어떤가, 간략히만 알아보면 이렇다.
<일반인>

  1. 잘난 친구 ─> 잘난 척 = 허세 (듣는 데 한계가 있음. 그래도 중간은 간다. 마이크 혼선 대기중)
    잘난 친구 ─> 겸손     = 허영 (얘가 더 밉다? 젠장, 바텐더 눈이 삐었지)
  2. 그냥 친구 ─> 잘난 척 = 허세&허영. (루저의 친구는 루저. 합리화와 투정마저 없으면 슬프니까)
    그냥 친구 ─> 조용     = 딴청, 듣기, 원샷, 혼자 삭힘. 어쨌든 결과는 모두 쌓임. 언젠가~ 뚜껑 열림.

    ※ 여자들한테 물어보자. 1번은 성격 좋고 2번은 공주병이라면! 바로 그때 누가 말릴 틈도 없이 3번이 대번에 나서더니...... 자기가 지금까지 남자를 진짜 진짜 많이 만나봤는데~ ......? 워──워──워! 웃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거다 이거. 이거야 이거. 어? 이거라고. 바로~ 이거라니까~! 옛말에 사또 보다 이방이 날뛴다고, 이거라니까 바로 이거라고!
    ※ 심하게 구분하지 않아서 그렇지, 일반인의 1-2-3이 왜 그렇게나 복잡할까? 왜냐하면 그만큼 각자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하면 된다. 같은 반인데도 1년 내내 말 한마디 섞지 않은 친구, 많다. 같은 반인데도 1년 내내 말은 한두 마디 나눴어도,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했던 친구들 쑤두룩하다. 인기가 많은 친구는 그나마 나은데, 인기 없는 친구는? 여기서부터는 여자들 얘기가 더 호소력이 짙다. 어쨌든, 친구 사이라면 열등감을 안고서 우정은 성립한다. 그런데 문제는 인터넷 놀이터, 사석 토론장, 스치듯 만난 사이.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만고불변의 진리는 진선미라는 것. 때문에 남자는 다 똑같고 여자도 다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본론. 남자 ABC, 여자 ABC! 오직 편의상 설명을 위해 나눠보자. 바로 앞서 말했던 여자의 말,  「내가 지금까지 남자를 진짜 진짜 많이 만나봤는데~ 말이 통하는 남자는 단 1명도 없더라!」  그 말을 여자 누가,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천양지차이다. 여자 단짝끼리라면 뭐가 문젠가! 그러나 가까운 지인 남자들이 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면 길이길이 기분과 분위기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두고두고 생각난다. 시시각각 사람을 귀찮게 한다. 즉 앞서 지적은 3번을 뜻한다. 그러니까 이제는 우리가, 숙녀에게 또 애인에게 물어보자. 그대라면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겠냐고. 한번 생각을 해보라고. 정녕 말이 안 통하게 생겼는데, 모든 남자를 싹 다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그 들뜸에 대해서 과연 참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진짜 정답은 여자는 대체로 못 참고, 남자는 대체로 참는다. 고로 이제 가짜 정답을 알아보자) 역시나 이때도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첫째 한다, 둘째 못한다, 셋째 안한다, 넷째 어떻게 하나 해서 쓰겠나, 다섯째, 원래는 하지 않는데 내 이번에 딱 1번 총대 메고 했다 라고. 그대 진정 부디 몇 번이기를!
    한편 이 상황에 대해서 남자 빼고, 여자들끼리 그녀를 인정할까? 만일 내가 여자라면 다른 건 다 봐도 그 꼴 만큼은 못보겠다. 솔직한 말로 그걸 멋지게, 좋게, 아름답게, 고상하게 보는 여자는 여자가 아니다. 그게 어디 여잔가? 어? 그러한 그녀는 군말없이 고추를 달아야 한다. 그녀는 곧 남자다. 실없고 어이없어서 식 웃는다면 또 모를까, 그 심정 이해한다? 어찌 여자가! 물론 서술자는 남자니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슥 흘려야 한다. 그럴 수도 있고, 뭐 어물쩍 넘어갈 수 밖에.
    (뭐 그게 더 싫어? 늬가 더 밉다고!)
    이 문제는 발언의 수위 문제도 있고, 발언자의 급 문제도 있다. 곧 발언 수위와 발언자의 급, 곧 대충 3 X 3 = 9. 다른 예를 들어보자.  「나는 남자가 180CM 미만은* 루저라고 생각해요.」  이 정도까지는 여자 ABC든 어떤 상황이건, (루저왕인 필자는) OK! 키 큰 남자가 멋지더라, 와 똑같은 말인데 단지 그 차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점. 단, 공개 석상에서라면 적극(!) 말리는 게 좋음. 허나 여자들끼리 사석에서라면 뭔 얘기를 못하겠나. 그런데 여자 단짝끼리의 자리가 아닐 때. 인터넷 놀이터든 지인이 낀 자리에서든 똑같은 말은 어떻게 바뀔까, 이렇게 바뀐다. 자기는 180미만은 남자로 보지 않는다고. 그 말은 곧 180미만 남자는 사람이 아니라, 개─소─말─돼지라는 말과 똑같다. 그럼 남자들 가만 있겠나. 남자도 똑같다. 야 야 뭐해 뭐해 몇 시 방향 몇 시 방향, 어디 어디...... 이 자식이....! 속았지? 남자는 그렇다 치고. 실제 어떤 숙녀께서 왜 그렇게 말씀하실까, 왜 그렇게 강하게 발언하실까, 사정을 알고 나면 단지 끄덕끄덕할 뿐. (* 번역본과 시대에 따라 약간씩 다른 값으로. 네델란드에서 188 미만은 남자로 안 본다는 숙녀께서 어디에 갔더니... 거기까지. 거기까지로 끝내긴 살짝 섭하군. 그래서 조금만 더. 여자가 키 작은 남자를 덜 선호할 수도 있고, 차 없는 남자가 덜 유리할 수도 있다. 조명 받는 일이 무엇인지 당사자가 잘 아니까 조명 받는 상대는 사양하는 경우도 있고, 성실함 하나만 보는 여자도 많다. 결국 남녀의 연애 대상 기준은 남자가 비교적 좁고-공통되며, 결과적 기준은 여자쪽이 비교적 넓고-분산된다. 왜냐하면 첫째 본능, 둘째 인습 때문. 첫째는 만고불변의 진리. 둘째는 가장무도회에서 춤을 신청하고 무도의 환희를 이끄는 쪽은 대개 남자이듯이 구애─유혹─설득─청혼은 남녀 각기 역할이 다르다는 것뿐. 그건 알겠는데, 과정 가운데 왜 그처럼 그 무언가가......? 아하! 그건 한마디로 정리됨. 바로, 우리는! 어? 우리는~ 뭐라뭐라. 끝. 농담이고. 그러니까 그러냐 하면서 잘 알겠다며 물러서긴 남녀 공히 뭔가 약간 서운하다. 그래서 끝내 말수 없던 남자까지 껴든다. 힘들고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고 까다로우며 험난한 일─가령 인프라스트럭쳐, 막노동─그로써 완성된 사회 체계. 만들기까지는 남녀불평등, 만든 다음부터는 남녀평등이냐고. 힘들고,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고, 까다로우며, 험난한 일은 왜 만년 남녀불평등이어야 하냐고. 남자가 애를 낳지 못하는 게 어떻게 남녀불평등이냐 그 말이지. 인종차별처럼 남자가 잘하는 일은 설혹 남녀불평등처럼 보여지더라도 굳이 제도적으로 심하게 제한된 기준을 가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걸로 지구상에서 제일 앞서는 권역조차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니까, 그건 뭐 차차 풀어가야 될 숙제라고 보고. 통과)
    따라서 요점은 단짝이나 애인끼리만 할 얘기가 있고, 아닌 게 있다는 거다. 내 주변엔 전부 단춧구멍들 뿐이 없어, 오빠! 애인이나 남녀의 우정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된다. 그래야 한다. 단지 그 상황이 아닐 때만 문제가 될 뿐. 남자A와 여자A도 심한 말을 하겠지만, 딱 봐도 비교적 덜할 것이라는 점. 그걸 어찌 모르리! 단지 내 입장이 아니므로 99퍼센트 추정은 하나 100이해는 못한다는 게 섭섭할 뿐. 사람이기 때문에 본능이 아름다움, 이쁨, 멋짐, 잘생김으로 향하는 건 좋다. 당연하다. 아니면 비정상이다. 그래서 남자들과 여자들이 다비드 상만 바라보니까 피카소의 판화 같은 유형은 자연스럽게 소외된다. 그 상처 받은 마음이 일평생 쌓인다고 생각해보시라. 당사자가 아니면 그 마음 모른다. 절대 모른다. 때문에 남녀 공히 평균적으로 <아름다움─이쁨─잘생김>의 반대 급부를 뭐라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살짝 불씨만 던지면 (그런 거 좋아하시는 분들만) 이러쿵저러쿵 부글부글하기 십상이다. 이게 뭔가? 완전한 부익부빈인빈 현상인 것! 그러므로 남녀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 잘난 1류─그냥 2류─못난 3류에 대해서 각자 선호도가 나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은 <아름다움─이쁨─잘생김>을 결코 싫어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자들도 남성을 볼 때 잘생기고, 키 크고, 돈 많고, 말 잘하고, 웃기며, 젊고, 자상하고 여자를 아끼면 좋아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인 것. 그에 대해 남자는 둘로 나뉘고. 여자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남자와 아닌 남자로. 다만 내가 C인데 무턱대고 A만 바랄 수는 없다는 것. 남자도 여자도 똑같다. 피자 배달원의 경험은 여기서도 크게 다르지 않게 적용된다. 만고불변의 진리에 대해서 울컥하는 비율은 대체로 위보다는 밑이 비교적 민감한 것이다. 드물게 솔직한 캐릭터가 인기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뭐, 여자들이 오직 자기 만족만을 위해서 화장을 한다고? 그걸, 누가, 믿겠나! 바~로 이때, 이 언급을 듣고서 여자라면 발끈해야 정상이다.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는데, 어쩌면 덜렁덜렁 고추를 다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큰 거 작은 거, 바나나 아님 고추? 왜냐하면 꼬마 때부터 소꿉장난할 때부터 거울 보며 화장하고 눈꺼풀 깜빡깜빡, 그것은 여성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활이랄까, 뭔가 세면 같은 기본 습관과 예의 같은 일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루저네 어쩌네 라는 발언처럼 여자의 허영심은 남자의 열등감과 탁월한 한 짝인 것이다. 남자들이 그렇게나 많이 들어본 말들 가운데 하나, 지는 비교! 그것도 그렇다. 처음에는 공주 대접이었는데, 이제 와서 대충 살자? 나는 그이만 믿고 사랑 하나만 바라보며 이 날 이 때까정 살았는데, 마침내 이제 와서 꽃은 시들고 어쩌고저쩌고. 그녀의 자존감 하락한다. 많이 하락한다. 슬프다. 연기가 반복되고 말이 많아진다. 잔머머로써 남자 뚜껑 열리기 딱 좋은 상황이지. 때문에 이 역시 남자의 자존심에 여자의 자존감이 대칭하는 것이다. 살짝 살짝 다를 뿐 남자와 여자는 방식이 다르지 똑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화장실도 가지 않는 단아하고 꽃다운 여자로 대접 받아야 마땅하다. 그렇다. 정말 그렇다.
    (뭐야 너만 살자고? 또 개구멍이라니, 이 자식이...! 너만 여자들한테 점수 따면 다냐?)
    진짜 여자들 세계가 어떤지 그 진실을 얘기할까, 얘기하지 말까? 아마존 생태계의 질서, 말 말자. 알고 나면 남아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거나, 상남자들 머리 아플 수 있으니까. 남자들은 제대로 알고 나면... 안된다. 절대 안된다. 오오, 저런! 끝까지 모르는 게 오히려 더 낫다. 친구의 갓난 아기 보고, 늬 애기 못생겼어 알어? 어? 완전 못생겼어? 앙칼진 고양이 성질 나면 무섭다. 우리는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숙녀를 지켜주고 싶다. 총대는 우리가 매야지, 그럼. 그건 그래도, 우리네 속좁고 제멋대로요 찌질한 남자들은 굳이 단점을 거론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입 아프게 뭐 그럴 필요 있나. 어차피 이미 많이 밝혔으니까 말이다. 그런 측면으로 보자면 차라리 남자는 단순하다. 그러니까 하다 하다 그 얘기까지 나온다. <잘생김 못생김 X 착하다 못됐다> 그 경우의 수에 대해서 뭐가 최악이라고! 어쨌든 남녀 모두 루저는 괴롭다. 거기서 둘로 나뉘고. 루저인데 밝냐, 루저인데 어둡냐로! 어차피 남녀 공히 외모를 먼저 보지만, 남자는 경제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여자는 남자보다 꽃이 화사할 개화기가 지나면 어떻다는 점. 그 차이 밖에 없다. 후천적 조건은 모르겠는데, 선천적 조건이라... 난 영원히 안되는 거라고? 에라 같이 망하자! 라~는 친구들 꽤 될지 어떨지 까지는 침묵합시다.
    결론은 이렇다. 여자 남자 다 똑같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는, 그분들을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이 놈 봐라! 늬가 더 나빠?)
    ※ 우정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 남자와 결혼하면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는 하나가 됐다느니, 남자는 무심하네 말이 짧네 어쩌네...! 장난하나? 어? 또? 웃자고? 어? 또? 진짜? 어? 그거 다 뻥이다. 과장이다. 억측이다. 응석일 뿐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자가 무슨 바본가! 괜히 잡은 물고기 어쩌고저쩌고 그러는 게 아니다. 여자들 귀에서 피가 나와 봐야 정신 차릴까? 그럴까? 전 세계의 남자들이여! 세계 상남자협회 아태지역 회원과 전-라틴 마초 클럽 여러분. 그리고 대서양 경제 연맹 남자분들, UFC를 간혹 보는 상남자들이여. 네? 우리가 언제까지 그녀들한테 기 죽어 살아야 합니까? 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네? 딸랑딸랑도 한두 번이지 시도 때도 없이 기 빨리고 응애응애? 이게 뭡니까, 네? 이게 말이나 됩니까? 네? 이게 어디 사는 겁니까? 네? 참말로 보자 보자 하니까 ...... 워──워──워! 연애에 최선을 다하는 남자, 사랑도 좋지만 대충 살자로 돌아온 남자. 전자에서 후자로 바뀌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 그러는 게 이상한 거다. 사랑에 막 빠져들었을 때야 그녀를 아름다운 공주처럼 떠받들어주지 왜 아니겠나. 시작은 자기를 최고의 브레이저처럼 최적으로 딱 맞게 포근히 띄워줘서 좋았어, 그 다음으로 여자들이 원하는 건 하나다. 그 분위기가 그 언제까지라도 이어졌으면! (이건 아니겠지만) 혹시라도 끝내도 내가 끝냈으면. 그렇지만 현실은 무엇일까? 둘 중에 하나다. 첫째, 그녀의 귀에서 피가 나는 것(그래 봐야 정신 차릴까 아닐까). 둘째,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 법. 여기서 1.5가 대충 마음에 들거나 견딜 만하면 계속 가는 거고, 아니면 그 다음이고. 뭐,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싸운다? 그러든가 말든가!
    ※ 사랑이란 결국 그런 것 같다. 그것은 곧 뭐라 말하기 곤란한 것. 살면서 얼마나 생각이 바뀌고 사랑에 대한 정의가 보통 심하겠나. 여자는 모르겠고 남자의 우정에서 사랑을 얘기해봤다? 그런 사람이 있나 없나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지금껏 그런 적이 1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0번일 것이라 자부한다. 내 장담할 수 있다. 그 특징을 알고서 웃어도 웃어야지, 그냥 무턱대고 그이는 무정에 딴청에 직감이 떨어진다? 숙녀가, 진짜 직감 좋은 남자를 만나봐야 정신을 차리지! 안 그런가? 그녀들은 알고 있다. 특히 여성잡지1보다 여성잡지2의 애독자님께서. 무엇이냐,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최고 중의 최고 왕자님을 만나더라도 24시간 365일 긴장하며 정신 차리고 떨려서 소화도 안 되어 내가 소화제를 자주 찾아야 하는 남자를 만나느니, 차라리 바보를 만나는 게 낫다고. 어차피 0순위를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사랑에 대한 결론은 이렇다. 공식적으로 7번 밖에 결혼하지 못해서 아쉽게도 8번은 못 채운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인생도 있고, 반세기를 막살던 대충 살던 딱 반세기 만에 1번째이자 마지막 사랑을 하는 연애도 있다고. 결국 지금의 사랑이 최고라고 말이다.
    ※ 만약 같은 줄끼리 친구면 문제 없음. 여자의 우정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남자는.
    ※ 그외 친구의 단점을 칭찬등이 있음. 어중간함은 생략.




    26

    아무도 몰래 연구되어 완성을 목전에 둔 주류 엔진. 듣도 보도 못한 신-에너지 사업이라니. 혹시나 해서 얘기하는데, 과연 완성이 되나 어쩌나 지켜보는 재미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밑도 끝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신뢰. 전자도 후자도 아닌 애들 장난 같은 일이었으니까. 솔직함과 가식의 딱 중간선에서 말하자면 이랬다. 기대감, 있었다. 조바심? 왜 없었겠나. 더불어 제2의 정체성은 속 시원한 결과를 캐내라고 날 제촉했고, 제3의 동겸심은 탐정이든 뭐든 동원하여 정체를 어서 밝히라고 성화였다. 곧 내게 주어진 전개는 젊음의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이상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던 것이다.
    어쨌든 뭔지 모를 장르에 질질 끌려다닐 수는 없으니 우리는 약속했던대로 망보기를 실행했다. 그렇게 어제 나는 당번이었다. 당번인 날도 바람 쐬러 슥 지나갔다 오면 그만이었다. 바람잡이보다 훨씬 쉬운 일이 분명했다. 그렇게 방법을 정하니 무척 홀가분했다. 물론 즐길 수 있는 밀회가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 비번을 맞이했고, 나는 내 상냥한 동심에게 폭넓은 아량을 베풀어서 한적한 공원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오기로 했다. 텐트 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 주변에서 얼쩡거리기. 그러다 소셜 네트워크로 옛 친구에게 청첩장 언제 줄라냐고 따지기. 보아하니 그처럼 판타지에 대한 바램과 미스테리에 대한 이해심은 잠시 잊어버리는 데 거의 성공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목적지였던 유원지로 가는 길에 신호 대기에 걸렸다. 그런데 내 바로 옆에 웬 리무진이 서 있네? 왠지 궁금한 마음에 차창을 내려서 육안으로 구경했다. 그런데 그 순간 리무진의 창문도 내려갔고, 나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을 몇 초간 멍청하게 쳐다봤다. 쟤가 왜 저기 있지? 라면서 뭔가 이 상황이 의아했으니까.
   「야 핀. 너 거기서 뭐해?」
   「이게 누구야! 어떻게 이렇게 만나지?」
    그러다 신호가 바껴서 우리는 어찌어찌하여 근처 공터에서 만났다.
   「그런데 리무진은 웬 거니? 너 어디 취직했냐? 왜! 갑자기 파란만장한 인생을 돌아보니, 안 해 본 일 가운데서 지금이라도 뭐 하나를 꼭 해봐야겠다. 그래서?」
   「뭔 소리야? 나 리무진 운전수 아니고 리무진 주인이야.」
   「그럼 리무진 운전수는 휴가 갔니?」
   「리무진을 주인이 몰 수도 있다니까 그러네. 아 증말!」
   「뭐? 그럼 뭐 회장님 모시는 그런 일이 아니라, 비정기적으로 손님을 맞는 그런 사업할려고?」
   「아 뭔 소리야? 이거 내 차라니까. 난 그냥 차만 바꿨을 뿐이야. 그냥, 이동수단! 어? 집에서 사무실까지 갔다 오기. 마트에 갈 때 이용하고. 또 1년에 1번 파도타기하러 갈 때. 1달에 1번 극장에 갈 때. 그게 다야. 끝. 됐냐?」
   「그러면 다른 차도 많은데 왜 하필 리무진이야? 이건, 뒤에 타야 그럴듯한데. 뭔가 좀 그래야 하지 않을까? 물론 너처럼 직접 몰지 말란 법도 없다만.」
   「그래. 이해는 한다. 너 같은 얘길 내가 하도 많이 들어가지고, 어? 보이냐? 내 귀에 피가 났다가 이제 겨우 말랐어. 그런데 또 지금 너가 내 귀를 들쑤시고 있다는 거. 뭐 어쨌든 나도 모르게 그냥 어느 날 느닷없이 이걸 타고 싶었어. 엑스맨 영화에 한번 나오던가 그랬어. 앞 세대 돌연변이가 거기서 리무진 탔거든. 마벨 영화가 하도 많아서 AA급만 볼려고 고집 부렸으면 몰랐겠지만. 이제 일이 어떻게 된 건 줄 알겠지?」
    그렇게 우리는 같이 놀기로 했다. 내 차는 어디 근처에 대충 정박해두고, 우리는 같이 리무진을 타고서 정처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노상 알기만 했던 리무진을 타보기는 처음이었다.
   「핀. 그런데 있잖아. 나 뒤에 타면 안 될까?」
   「무슨 말을 더 듣고 싶니?」
   「농담이야. 아, 정색은!」
   「그건 그렇고. 특종 뭐 그런 거 없니?」
   「그게 그러니까... 있을 뻔 했는데, 아직은 아니야. 뭔가 확실해지면 그때 알려줄께.」
   「그래?」
   「일단 기다려.」
   「오오! 뭐야, 부다페스트에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냐? 아니면 베네치아에 놀러갔다가 만난 거액 상속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데... 뭐지? 뭘까? 아 궁금하네. 뭔가 있는데... 아 힌트 좀 줘봐.」
   「」
   「뭐야 미친 척? 뭔가 있네 뭔가 있어. 진짜 미친 건 아닐테고. 내가 널 모르니? 좋은 패 들어오면 얼굴에 화색이 돌며 홍조가 울긋불긋한데, 어? 최소 트리플, 보통은 풀하우스, 운 좋으면 A 하트 포카! 그런데, 그게 뜨면 뭐하냐고! 어? 포커페이스가 안되는데. 참 나! 그러니까 넌 말이야 우리들 도박사 세계에 괜히 멋 모르고 껴들면 안되는 거야. 그래도 뭔가 심심하다 싶으면 직접하지 말고 마권 같은 걸 사. 응? 스포츠 복권 그런 거 말야. 알겠어?」
   「적당히 해라. 고마하란 말이다.」
   「전하, 고정하시옵서서」
   「그건 또 뭔 소리야?」
    그러다 우리는 핀의 리무진 네비게이션에 기록된 단1개의 목적지로 무작정 출발했다. 녀석은 중고로 구입한 다음 그걸 한번도 사용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 목적지가 그러니까... 정식 이름은 아닌 것 같고, 무슨 알파벳과 숫자 조합으로 뭔지 모를 이름이었다. 과연 그곳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슬슬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 세이렌의 노래가 안겨주는 미칠듯한 희롱일까, 아니면 패배왕의 마지막 희망과도 닮은 궁전일까. 우리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그곳을 향했다.




    27

    우리는 핀의 리무진 네비게이션에 기록된 목적지 단 1개 그곳으로 출발했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은 알고보니 자콥 커퍼필드의 사업체였던 것이다. 뭐야 이거!
    그래서 나는 이상한 공상이 떠올라 잠깐 아찔했다. 내가 만약 자콥 커퍼필드에게 내기 골프를 제안하고, 경기가 성사돼고, 그렇게 18홀을 모두 돌기 직전. 처음 약속은 이랬다. 내가 이기면 내 세 가지 소원을 당신이 들어주고, 내가 지면 내 비밀을 1가지 알려주겠다. 뭔가 불공평한 듯 하지만 어쨌든 만약 그렇게 정한 다음 경기 끝. 결과는 내가 딱 이겼어. 그런데, 이런저런 소원을 다 말한 다음에 난 희희낙락거리고 있을 즈음 급한 일 때문에 자콥은 먼저 떠남. 그러다 골프장 카페에 들어섰는데, 골프장 사장님이 날 직접 접대하며 나한테 그러는 거지. 최근 그런 손님이 일절 없었는데 어떻게 18홀을 앞뒤 3구간을 모두 비워서 혼자 치실 생각을 다하셨냐고. 무슨 중요한 사업 결정을 하셔야 했나 보다고. 뭐? 그래서 나는 CCTV를 확인해보고, 나 혼자임을 확인하는데... 그럼 자콥은 뭐야, 유령이야? 꿈은 아니고, 이건 뭐지! 그런데 바로 그때 자콥의 비서라는 어느 아리따운 숙녀가 내게 슥 접근해온다. 뭔가 줄거리가 연상되는 그 즈음...... 다정히 눈을 맞춘 후 갈망하던 쾌락마에 딱 올라탈려던 순간, 공상은 거기까지.
    달콤한 상상은 그처럼 짧게 끝났다. 잠깐 얼떨떨하다 말았던 것이다. 우리는 둘 다 무표정이었다. 할 말도 없었다. 할 일은 능동적이면 안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무작정 정적으로 누군가를 기다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러다 흡혈귀를 만나게 될지 자콥 커퍼필드의 영접을 맞이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리도 조용할 수 있을까? 이 큰 사업체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파리 한 마리 구경할 수 없었다. 아, 사람만 없다 뿐이지 동물은 드문드문 보였다. 사장의 7번째 사업 이념 때문인지 뭔지 여긴 유독 동물들이 많았다. 노루, 멧돼지, 토끼, 사슴, 개, 돼지, 당나귀, 고양이, 다람쥐, 딱따구리, 앵무새, 펠리컨, 까마귀... 일단 보이는 건 그 정도였다. 설마 그 동물들을 다 우리를 위해 준비한 것도 아닐 테고, 우린 어차피 할 말이 없었지만 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사람 하나 바보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는 듯한 뭐야, 도전장이야 힌트야! 그렇게 우린 왠지 모르게 고고학자랄지 낯선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 때문에 뭔가 비밀스런 사연을 알게 될 듯한 예감에 빠져들었다. 이러다 저 하늘의 구름이 우리 옆으로 슬그머니 내려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이건 뻥이 아니라 100퍼센트 실화였다. 게다가 우리는 혈중 알콜 농도도 완벽하게 0인 상태였다. 무슨 이상한 약을 먹고서 보는 환각도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 앞에 고래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공룡과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따라서 우리는 마음 놓고 그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주차장 한복판에서 동물들이 기웃거리는 동안 시를 쓸 수는 없었으니까.
    우리는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본부로 보이는 건물에 들어갔고, 저 앞에 접견실이라는 이름표를 보았다. 아직까지도 역시 사람은 개미 새끼 한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딱히 무서울 것도 없었고, 외롭지도 않았다. 그러다 쥐새끼 한마리가 기어간다면 놀라자빠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러다 만약 복도에서 쳄발로 소리가, 접견실로 들어갔더니 오르간 음악이, 그리고 음침한 어떤 여인이 트럼펫 음률과 함께 딱 나타나서... 아니다 아니다. 그건 아니다. 그건 불가능. 영화를 아무리 많이 봤어도 현실과 비현실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핀. 나중 이 순간을, 기억할 거지?」
   「너. 지금 나한테 겁주냐?」
   「그게 아니라. 긴장감을 즐기자 그거지.」
   「지금 그러게 생겼냐? 당장 내가 널 꼬집을 수도 없고, 때리고 싶지도 않고. 모르겠다. 우리가 대체 여긴 왜 왔을까?」
   「그러지 말고 일단 앉자, 어? 접견실에 들어왔으니까.」
   「참새가 방앗간 앞을 지나치랴 고양이가 생선을 마다하랴.」
   「그건 좀...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 듯 하오. 너 겁먹었지? 그치?」
   「내가 느끼는 왠지 모르게 불결한 쾌감 같은 걸 늬가 알 턱이 있나. 왜! 어떻게, 절묘한 환상 극적인 신비가 10분 후에 발생할 거라고 예견이라도 하리?」
   「그런데 있잖아. 왜 나는 지금 가슴이 설레지 않을까?」
   「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너 너무 예민한 거 같아. 그렇다고 그런 널 보며 내가 고소해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알지?」
   「그건 뭐 순수한 동정심이니? 늬가 언제부터...! 말 말자. 나는 솔직히 말해서 순결한 행복감, 너무 오랫만이야. 알어?」
   「그걸 나보고 믿으란 말이냐? 늬 얼굴에 딱 써 있네. 거짓말이라고!」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왜, 후끈 달아오르니?」
   「달아오르긴 뭐가 달아올라! 어딘가 모르게 음산하구만 그래. 소름 돋기 직전이야. 진짜야. 끔찍한 사랑에 못마땅한 우정이라니... (절레절레) 내 미리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여자 꼬시러 갈 걸 그랬어. 그렇다고 진짜로 여자 꽁무늬나 쫓겠다는 건 아니고.」
   「뭐 아무튼. 우리 정신 똑바로 차리자. 아 체스도 아니고, 무를 수도 없잖아! 안 그래?」
   「그런데 있잖아. 저건, 뭘까?」
    그들은 벽면에 걸린 액자를 유심히 관찰했다. 핀은 그 사진을 응시하다 촛점이 흐릿해졌고, 나는 내 얼굴이 마치 참치나 다랑어랄지 상어, 돌고래가 된 듯한 환상에 빠지고 말았다. (설마 내 면상은 개상이 아니라 물고기상? 저런!)
    말하자면 벽에 걸린 사진은 그랬다.
    1번째. 소극장에 빼곡히 만석. 그런데 모두 양. 그 가운데 양의 탈을 쓴 자콥의 모습. 웃을 듯 말 듯 이상한 표정이네.
    2번째. 소극장에 빼곡히 만석. 그런데 모두 늑대. 그 가운데 늑대의 탈을 쓴 자콥의 모습. 뭐야! 왠지 모르게 날 보고 비웃는 거 같은데? 이런 날을 예상이라도 한 건가!
   「저거 아무리 봐도 진짜 사진인데. 유명 사진사 작품이 틀림없어. 아!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저 사진에 나온 소극장인지 대극장인지 아까 본부 건물 옆에 있었잖아? 우리 거기나 가볼까?」
   「그럴...까?」
    핀과 나는 가까이 있는 소극장으로 출발했다.




    28

    우리는 대극장 같은 소극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대극장인지 소극장인지에 입장했다.
    사업이 성장세인지 아니면 세계 유류 협회로부터 간섭을 받는지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야 그네들 사정이고. 우리는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움을 목도하던가, 아니면 턱없이 부족한 황금 더 부족한 인기만 챙기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될려만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야 어떻든 소원의 실현 가능성, 그런 거 따지지 말자. 그늘 한점 없는 애정? 앱을 켠 채 마라톤 대회에 나가던 놀이공원에서 기구를 타던, 사랑에 빠지고 만끽하며 어느덧 정력기를 훌쩍 지나가버리기 전에는, 사랑은 아무래도 지금은 알 수 없는 것 같다. 즉 사랑하던 시절 그때는 내 사랑에 대해서 뭐라 단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살면서 어차피 절망은 익숙하고 체념도 친해졌으니, 사랑은 모르겠고 우리는 오늘의 운세에서 최소한 '대충 살자'는 확보할 것. 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소극장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괜한 소란을 자초한 것일까. 꽃단장한 숙녀들이 단 1명도 없잖아. 뭐 꼭 우리가 초대 받은 손님은 아니라도 뭔가 섭섭했다. 또 그걸 뭐 얼마나 애타게 바랬다는 것도 아니다. 따분한 세상이자 순진한 인생에서 이 정도 모험은 솔직히 우리에게 감지덕지였다. 잔말 말고 어서 말하라고? 뭘 봤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어떻게 됐는지를!
    우리가 본 장면은 그랬다. 양심의 가책 없이, 본심에 호소하는 책망감에서 자유로운 채, 뜸 들이지 말고 말하자면 이랬다.
    일단 제일 먼저 파악한 건 시설이었다. 마치 고급 장비를 욕심내는 아저씨처럼. 곧 극장식 카바레의 전 좌석은 아마도 100퍼센트 물청소가 가능한 설비로 예상됐다.
    보아하니 우리 앞에는 그 의자에 모두 고양이가 앉아있었던 것이다. 즉 접견실에서 봤던 바로 그 사진. 그것의 실제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이 보게 된 것이다.
    객석은 그처럼 진짜 고양이로 전석 매진이었고, 무대는 그랬다.
    '벽에 걸린'이 아니라 무대 위에는 꽉 채워서 전원 개! 저건...... 저건...... 그......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다. 단지 입이 근질근질할 뿐!
    그리고, 관객석은 전석 꽉 채워서 고양이!
    뭐야 이거? 지금 뭐하자는 거야!
    그런데, 바로 그 가운데 고양이의 탈을 쓴 자콥.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약속은 없고 기분은 맥 없으며 공상마저 귀찮아질 때'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거 뭔가 잘못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곧 사람 진을 빼는 일이냐, 기 빨리는 만남이냐. 그런 건 모르겠고 우리는 그저 어디로 숨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그러나 딱히 통탄이랄지 달관 같은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시라. 이런 광경을 코 앞에서 목도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그랬더니 글쎄,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능한데 뭐하러 그 고생을 한다요? 그래... 그러고 보니 또 듣고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우리만 봐서 미안허니까 하는 말이다. 그걸 정말 그대께서 봤어야 했는데! 와, 우와, 이거 뭐 거의, 와, 뭐라 말할 수 없는 장관이었으니까.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
   「대답하기 싫어?」
   「지금 말이 나오게 생겼냐?」
   「아 믿기지 않으니까 그러지. 안 그래?」
   「그러긴 그래. 이게... 말이... 되냐?」
   「안되지. 이게 어떻게 말이 되니!」
   「그러니까. 말도 안돼!」
   「저기 저 고양이의 표정 봤니?」
   「어디?」
   「쟤가 이랬어. 그러면 누가 부러워할 줄 아니?」
   「뭐?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진짜야.」
   「허허. 그럼 저기 저 친구는 너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거 참 딱들하시네! 라고.」
   「뭐 임마? 이 자식이...!」
    바로 그 순간. 자콥 일행은 서둘러 극장식 카바레를 빠져나갔다. 뭐지? 뭐가 됐든 우리도 긴급히 그들을 따라갔다.
    그런데 자콥 커퍼필드 일당이 리무진을 타고서 어딘가로 출발하네?
    우리는 쫓아갔다. 리무진이 리무진을 미행하게 된 것이다. 리무진끼리의 추격전은 시작됐다. 단지 살짝 밋밋하긴 했다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29

    자콥 커퍼필드 일당은 위스키 동호회 모임에 도착했다.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이지, 라는 말도 아까웠다. 왜냐하면 뭔지 모르게 우리는 실망했으니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든 어쩌든 우리도 따라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나는 누노와 존티에게 얼른 오라고 연락했다. (미리 말하자면 녀석들은 온다고 해놓고 오지 않았다. 의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들어가서 분위기를 살피니 특별한 건... 딱 하나였다. 바로 남녀 비율! 그건 좋았다. 그런데 그것만 좋았다. 그게 문제였다.
    다시 말하지만 위스키 동호회는 이번에도 딱 하나만 좋았다. 그 1개가 무엇이냐, 오직 비율이었다. 최소 80퍼센트가 숙녀였는데, 그냥 비율만 그랬다는 거. 뭐라 논평하기 곤란한 어정쩡함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은 이만 일찍 철수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대로 자콥 커퍼필드를 따라다녀봐야 성과는 전무할 테니까. 우리가 살면서 영화를 너무 많이 봤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온 순간!
    어머머머머! 이거 뭐야?
    야외 주차장에는 비슷한 리무진만 수백 대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저런 저런! 대충 약 90퍼센트가 검정색이었고.
   「야 피노키오. 이제 우리 어떡하냐? 너 무선 열림 장치 그런 거 돼 있지? 그렇지? 설마...」
   「어쩌지? 설마...가 맞는데!」
   「뭐?」
   「그 기능 있는 건 비싼 거 밖에 없더라고. 리무진이 뭐 동네 구멍가게에서 파는 무슨 장난감인 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야! 그럼 이제 우리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아 집까지 걸어갈 수야 없는 거 아니냐. 야! 찾어.」
   「뭐?」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리무진을 찾고 있었다. 바로 그때 평상복 차림의 형사가 접근.
    어떤 얘기를 우리에게 전했는지는 뻔하니까 필름 구간 댕기기를 실행한다.
    뭐라뭐라.
    어쨌든 요점은 그거였다. 우리가─당시 알파벳 3개를 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뭐였는지 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자콥 커퍼필드의 사업체를 주시하고 있다. 세계 수소 협회, 전기 자동차 연합회, 유수의 석유 업체등이 우리에게 풍부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와 별개로 우리는 비밀리에 조사중이다. 아직 막후에서 이렇다할 불법 사항을 적발하지 못했다만, 지금 당장 입건하는 건 일도 아니다. 다만 아직은 애매한 상태니 덩치를 키워서 잡을 생각이다. 그러니 앞으로 작은 협조를 부탁한다.
    요점은 이랬다.
    그를 보내며 존티의 한마디.
   「아마도 경쟁사의 중간 보스 냄새가 나는데. 안 그래?」
   「뭐를 근거로?」
   「근거 같은 게 어딨어!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중간 보스 치고는 좀 허접하지 않냐? 싸움도 별로 못할 거 같은데! 안 그래?」
   「어쨌든 있잖아. 이거 혹시, 함정 아닐까?」
   「그야 뭐 지켜보면 알겠지.」
    그 뒤 3개월 경과.
    우리는 그다지 위스키 동호회 활동에 넌덜머리가 나지도 않았고, 철부지처럼 자콥 커퍼필드를 미행하지도 않았다. 그저 우린 후자에 대해서 말없이 관심을 뗐고, 전자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했다. 어째서? 여심의 미스테리 때문에! 뭐랄까, 남자들은 여자가 보기에 꼴 보기 싫은 여자한테 맥을 못추는 걸까? 말하자면 위스키 동호회는 간헐적으로 분위기가 괜찮을 때도 틈틈히 있었고, 그 뭔가가 점점 나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 다시 3개월 경과.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신-에너지 사업체, 주류 엔진 업체 앞을 운전하며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굳게 닫힌 문에 웬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읽지 않더라도 대충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는 얘기들.
    A라는 채무가 B로 넘어갔으나 해결되지 못해서 동산 및 부동산이 C로 압류됐다, 그래서 무엇 무엇을 안내한다, 책임자 누구 어쩌고저쩌고!
    저런! 자콥 커퍼필드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조직은 해체되었을까? 아니면 무슨 비밀결사대처럼 명맥을 근근히 잇고 있을까? 초기 르네상스의 보티첼리, 중기 르네상스의 라파엘로, 그리고 후기 낭만파의 프란츠 리스트까지! (정말 살짝만 과장하자면) 그때 그건 지금의 문학 동호회처럼 흔했다는데. 뭐 그건 그거고.
    나는 샐리가 자콥 커퍼필드 변장을 벗는 모습을 목격했는지, 반대로 자콥 커퍼필드가 샐리 변장을 벗는 광경에 까무러쳤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왠지 모르게 앞으로 언젠가 자콥 커퍼필드 본인 또는 동명이인과 친해질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그 직감은 썩 의심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30

    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 신물이 난다는 둥 사랑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 둥.
    전자와 후자를 오가는 리셋증후군. 꼭 사랑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또 어른들이 뭘로 보나 엄살과 잔머머로써 어디서든 썩 빠지지는 않을 테니까. 곧 사랑 뿐만 아니라 인생에는 언제나 진정한 강자들이 우정 출연을 상시 준비중인 것이다. 그 실력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장난이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예를 들면 심심함, 지겨움, 따분함, 지루함, 신부들러리, 병풍, 싫증, 예선 탈락, 복권 꼴찌, 변심, 권태, 타성, 쾌락마, 기 받을려다가 기 빨리듯 기대에서 실망으로의 변화까지. 그러니까 루저의 연패는 다음처럼 되기 마련이다. 나름 운수가 좋다면 성격 좋다는 얘기도 틈틈이 듣고, 거절을 좀체 못하며, 권위에 약하고 주관은 더 약하고, 귀는 임팔라처럼 쉴새없이 팔랑팔랑한다? 잘 믿고 툭하면 속는다? 동심인지 흑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심은 여심처럼 소프라노가 부르는 아리아와 똑같다? 삶이란 쉽지가 않다. 먹고 살기도 쉽지 않다. 한눈팔기도 바쁘다. 눈독 들이기는 어디 쉬운 줄 아시나. 그런데 황금은 도망가고, 가짜에 또 속으며, 행운은 사뿐히 날 건너뛰기 좋아한다? 그래서 일시적일지언정 사람은 둘로 나뉜다.
    첫째, 인문교양서처럼 머머해라─머머하지 마라─머머하자 라면서 으쌰으쌰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유형. 나는 행복하다! 나는 만족한다! 나는 그 무엇도 부럽지 않다! 나는 대인배다! 까지. 속으면 야망이랄지 달콤한 욕심 탓이고, 속지 않으면 대체로 뒷북이다. 결국 모든 건 세상탓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시작은 할 수 있다요, 끝은 아니면 말고!
    둘째,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주든 안 주든 날 속일 필요 뭐 있나. 나까지? 그건 아니다. 그건 아니야. 그래서 그 무언가를 속 시원하게 인정하는 부류. (다만 나는 천문학자요, 너는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5살, 12살, 스무살 지나서 언제 어디서나 제일 많이 했던 말은, 심심해! 제일 많이 느낀 기분은? 뭘 해도 재미없어! 시간 때우거나 분위기 때문에 처음에만 으쌰으쌰, 약속 장소에 나가면 나 혼자! 그러므로 둘째는 모든 건 NC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바로 그 차이란 걸 잘 아니까, 그래서 속 시원히 인정하는 거다. 허세 < 허영심! 라~는 것을!
    다시 말해서 첫째는 응큼한 허세요, 둘째는 성숙한 허영심이다. 그러든 어쩌든 둘 다 단점은 있다.
    먼저 첫째. 첫째는 매번 예감을 체념으로, 희망은 절망으로 기우는데? 슬슬 입이 근질근질하면서 커피포트가 바빠지던가, 슬슬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면서 나도 솔직히 둘째라는 걸 과연 인정해야 하는가 고심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허세─허영심─허풍이라는 클린업 트리오가 그분을 가만 놔둘 리가 있나. 절대로 가만 놔두질 않는다. 역시나 여간해서는 속마음을 인정하기 싫은 거지. 실제 맛난 음식을 먹거나 쾌감이라면 나도 일가견이 있으니까 대놓고 소셜 네트워크에 쓴다. 난 행복해 라고. 그런데 평판은 알고 보면 그렇다.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너무 많은 걸 알면 실망할지도 모르니 호기심은 다음을 위해, 워워워. 그러니까 이름은 브랜드나 머머주의가 되긴 어렵고, 스타마를 타기도 힘들다. 그래서 세상에 기억되기 힘들 묘비명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봐도 된다. 뭐라고? 그는 불행했다고! 뭐라고? 이런 젠장! 그러면서 영화 예고편을 본 다음 골프장 플레이를 예약한다.
    그리고 둘째의 단점. 기대치를 낮추면 좋긴 좋은데 어설픈 촌년도 다 예뻐보인다는 것. 애매한 촌닭도 다 멋져보인다는 것. 판타지,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장르는 일단 믿고 본다. 추천과 권유와 찬사에 속아야 마음이 놓인다. 변태야 뭐야? 친구의 수다도 반겨야 한다. 탐구심, 낭만감, 동경심, 감수성... 차마 외면할 수 없다. 행복의 논리가 수시로 바뀐다. 사랑해야 할 숙녀들이, 좋아해야 할 미남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걸핏하면 남자 생각, 꿈에서도 여자 생각, 거리에서 보는 거라고는... 가방? 잔머머는 되는데 큰 재주가 없다. 오히려 패배를 좋아할 수도 있다. 알고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선망과 작별할 수도 없다. 부러운 건 너무 많다. 끝이 없다. 그러다 꿈은 '없다─있다─바뀐다'를 매번 반복한다.
    따라서 세이렌은 세이렌이고 어찌 됐든 관건은 나다. 태양이라는 최고의 조명도 날 위해 존재한다. 첫째와 둘째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도 할 수 있다. 그분들은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든가, 혹시라도 모를 스캔들을 걱정한다. 최소한 돈 문제로 고민한다. 곧 인류애도 좋고 이타심이 왜 나쁘겠냐마는 고양이가 쥐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거다. 별명이 똑진이야 뭐야? 그러다 지치고 힘 빠지고 싫증나면 한눈팔기! 잠깐만, 고양이는 쥐의 걱정까지 해주지 않는다고? 그러므로 늑대는 일단 양의 탈을 쓰고 봐야 한다. 탐스런 과일을 따먹고 강아지가 꽃을 꺾어 머리핀처럼 꼿아야 한다. 나 예뻐? 막 그러면서. 하이에나가 아프리카의 고봉을 오르고, 드물게 양이 양치기의 거짓말에 대해서 소설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은 사자가 여우에게 월계관을 씌우든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든, 우리는 행복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삶이 재밌어질려면, 본격적으로 인생이 즐거워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사는 것이 흥미로워질려면 사는 낙을 찾아야 한다. 사는 낙을 찾을려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미술관에 가서 여자를 꼬셔야 한다. 농담이고. 친구를 만나고, 옷을 사며, 잘난 척에 속아야 한다. 속된 말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 땀과 노력이라면 롤러코스터와 회전목마, 두 가지를 타봐야 한다. 그러나 여건이? 꼭 내 처지에서 할 수 없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페라리와 포르쉐 둘 다를 소유한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된다. 이왕이면 웨이터도 막살자씨보다는 에르메스를, 바텐더도 남자보다는 숙녀를! 농담이고. 그렇다고 나는 사치품을 모두 버렸다는 책을 읽고 따라할 것인가, 크게 딸려면 베팅도 커야 한다는 동기 부여업계의 지침에 따라 과감히 재산을 탕진할 것인가는 각자 몫으로!
    그래서 결론은? 결론이 뭐냐고! 주제를 만들어 볼까? 이제사라니! 세상에는 영보이와 올드보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에는 짧은 연애도 있지만 오랜 행복도 있다. 언제까지 집에서 TV만 보다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NC에 가야 할까? 지겹지도 않나! 그러므로 나 NB는 생각했다. 인생에는 이상한 신비도, 뜻밖의 우연도, 극적인 운명도 있다고. 그래서 나는 끝으로, 이상하고 새로운 환상을 만나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니까 결심은 끝났으니까 이제 행동할 차례가 된 거다. 뭐야, 그런데 그건 한마디로 색다른 관심사자나!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또? 그 한마디를 위해서 이렇게 짜증나는 장광설을 읽고, 듣고, 그 끝에 뭐가 나올려나 지켜봐야 했다고?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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