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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94

from 소설 2023. 5. 23. 15:24

    1

    마판이 안되려면 당나귀 새끼들만 모여드는 법. 때를 괜히 보는 게 아님! 그에 앞서 내 형편을 보아하니 지붕 위 호박도 못 따면서 저 하늘의 별을 따겠다고? 하여 못 따먹는 과실을 보며 여우가 저 열매는 시디 실 거야 라고 하나. 하긴 타석에 들어서지도 못했는데 돈키호테처럼 허깨비한테 덤벼봐야 소용없다. 세상사가 그렇다. 더더군다나 엉망이된 타격감은 꿈쩍도 않는다. 속절없이 꽃 없는 나비 신세. 어쩌지? 뭘 어째. 쥐 잡는 데는 천리마가 고양이만 못하다. 수줍은 소망과 귀찮아 짜증나는 그녀들의 애원들까지 몽땅 일망타진할 수 있는 마술사한테 알맞는 조수를 기용해볼까 했는데. 있어야 말이지, 어? 게다가 그건 나 스스로 마술사라고 단정하는 식인데 그게 말이 되나 말이. 그럼 이 세상에 요술쟁이 아닌 사람 하나 없겠네. 이제 내가 기댈 수 있는 것이라곤 몽환적인 환청을 부풀려 소설로 승화시키는 일. 근데 허접한 품위유지비와 멍청한 영감은 딱 정비례. 그렇다고 성에 차도록 짝사랑 받지 못한 울분을 책으로 써낼 수도 없는 일. 나는 정말 인생을 잘못 배운 걸까? 헌데 누가 가르쳐 줬어야 말이지. 그래도 알아야 한다. 사랑은 아름답다는 것을! 뭣이 어쩌고 어째? 그래도 내일 서쪽에서 해가 뜰지 어떻게 알아! 하지만 그렇게 보자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SF 영화 속 주인공이 될지도 모를 텐데. 그럴 거면 차라리 로또복권이나 사자. 그게 좋겠다. 간단히 말해서 이제 남은 건 하나 밖에 없다. 물 오른 미모를 뽐내는 배우지망생을 꼬셔서 결혼하는 일.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녀 집안은 거물 중의 거물? 마음에도 없는 상속은 바라지도 않을 테나 싫다는데 주는 걸 어째. 꿈도 야무지다. 근데 나는 왜 이런 개뼉따귀 같은 공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는 거지? 개구멍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으니 탈출할 수도 없는데. 이처럼 허영기만 충만해가지고 어떻게 뭇여성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냔 말이다. 그래도 믿는 구석은 오직 하나 허세대회 뿐이었는데. 그마저 사기꾼들이 몰려와 망해버렸다. 아무리 그렇긴 해도 사랑의 극치감을 만끽하는 연애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까짓것 하면 되니까. 그런데 말과 달리 삶은 벌써 꽉 끼는 삐에로 가면을 벗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를 괴롭힌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에 다만 나는 없었으면. 그러든 어쩌든 개뼉다귀 우려 먹듯 다시 또 '없다'논리를 애용하고 싶진 않다. 하지면 과연 고양이가 생선을 마다할까? 아니면 개가 개뼉다귀를 싫어할까. 다 부질없다. 뭐야 또 없다 잖아? 이런 젠장! 그래도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 어떤 각선미도 탐미한 적 없다. 또 설마 아직도 가터벨트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양반들이 있나 없나 모르겠다만. 적어도 난 아니다. 어디 그런...! 게다가 시시콜콜한 멜로드라마 소재들이 대체 나랑 뭔 상관인가. 다 시간낭비다. 그러게 내가 뭐랬나. 난 암말도 안했음. 뭐라고? 잘도 둘러댄다. 어떻게 먹고살지를 걱정해야 하는데. 이게 뭐지? 허당들한테 능청꾸러기란 별명을 뺏어서 뭐 하자는 거냔 말이다. 그러지 말고 좋게 들어보지 못한 모험에 대해 떠들어봐야겠다. 근데 그게 뭐였더라? 까먹으면 까먹은 거지. 괜찮다 괜찮아. 썩은 미소는 바닥을 차고 올라가면 되지만, 웃음기 사라진 건 답이 없으니까. 그러든 어쩌든 당분간 말을 말아야겠다. 그게 좋겠다. 
    그런데 정말 그럴려고 했는데...! 이렇게 그 어떤 행운만 기다리다가는 날이 샐 것만 같아서. 도저히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동호회에 가입했다. 그곳 이름은 비밀이다. 다만 뭘 하는 곳인가는 말할 수 있다. 바로 캠핑 + 카약. 그런데 때마침 모임 번개 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좋았어. 모임장소와 준비물이 무엇인지 찬찬히 읽어봤는데. 나 같은 초보는 몸만 오라그런다. 그래서 갔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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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하여 노트북을 열어 동호회 카페에 들어가보니, 아뿔사! 모임이 취소됐다네? 이런 젠장! 어쩐지 일이 잘풀린다 그랬다. 그럼 그렇지. 때문에 나는 의도치 않게 어느 해변가에서 차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 사용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침낭이 차 트렁크에 있겠다, 또 그냥 가기엔 왠지 지는 거 같거든. 인생은 짧은데 언제까지 패배주의만 신봉할 수는 없는 법. 고로 나도 모르게 나는 '한다면 한다'맨이 된 것이다. 근데 밥은 어떻게 먹지? 또 샤워는? 게다가 어떤 불량배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면 또 어떻고. 그야 영화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지언정 나는 갑자기 사랑이 하고 싶어질 지도 모를 일. 사랑? 진한 사랑 아니면 소설 같은 순애보.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고 누가 번호표 들고 기다릴 리도 없고. 따라서 나는 그 한적한 해변가, 외진 캠팽지, 심심한 관광지까지 가서 또 웹서핑 밖에 할 일이 없었다. 대체 왜 나는... 어차피 할 말도 없고. 밑져야 본전. 그러다 운 좋으면 드라마처럼 외로운 숙녀와 연애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좋다 좋아. 그렇게 나는 주식창도 봤다가 동영상도 구경하다가 야심한 밤이 되었다. 그러다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마음 먹고 차를 딱 봤는데. 뭐야? 차가 없어졌잖아? 어디 갔지? 왜 없어졌어? 어떻게 된 거야? 
    그러다 생각났다. 핸드폰 어플로 애마의 실시간 위치를 볼 수 있다는 걸. 그렇게 어플을 봤는데... 뭐야. 혼자서 어디로 가고 있잖아? 누가 내 차를 훔쳤어? 똥찬데? 아니 왜? 뭐 하러? 그렇다고 지금 이 외딴 곳으로 택시를 부르기는 뭐 하고. 뜻밖에 탐정의 활약을 기대해 볼 수도 없고. 제일 가까운 곳에 누가 살지? 발렌타인 아니면 조니. 아르마니는 이민 갔음. 티파니는 허영심 못 견뎌서 내가 찼음. 셀린느도 어장 관리하느라 정체가 탄로나 정 떨어졌고. 지금 이 시간에...만만한 건 조니 밖에 없었다. 그래서 녀석과 통화해 불렀다. 그런데 도착한 녀석은 발렌타인.
   「늬가 여기 웬일이니?」
   「나라고 뭐 널 보고 싶었는 줄 아니?」
   「빈말이라도 그래 줄 순 없니? 또 알아? 내가 끝내주는 숙녀를 소개시켜줄지 말이야.」
   「너 나 알잖냐. 일부러 분위기 뚝 떨어트려서 시작하는 거. 그래야 그녀들이 감동하거든.」
   「너 아직도 그러고 다니냐?」
   「아니. 여자 싹 다 떨어져나갔어.」
   「너도 나랑 같은 신세구나.」
    인사말은 그 정도면 됐고. 나는 웬 악당인지 바보인지가 내 차를 훔쳐갔다며 어플을 켜서 보여줬다. 
   「안 그래도 엉덩이 근질근질했는데 뭐해? 따라가야지.」
    그렇게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애마를 뒤따라잡았다.
   「옆으로 붙여봐. 대체 누구지?」
    내 애마 옆으로 조니의 자동차는 붙었다. 근데 차에 아무도 없네? 귀신이야? 더군다나 나는 유령도 믿지 않는다. 그럼 뭐야?
   「너 정말 나를 깜짝 놀래켜주는구나. 대체 저 안에 뭐가 있는 거냐?」
    알고 봤더니 그 안에는 웬 난장이 아저씨가 타고 있었다. 근데 알고 보니 <난장이 + 다운증후군>. 뭐라고? 뿐만 아니라 사정을 듣고 보니 딱했다. 그렇다고 동정심한테 휘둘릴 수는 없는데. 사연을 듣고 보니 어떻게 어떻게 해서 딱 30분만 드라이브하다가 곱게 원위치 시켜놀라 그랬다는데. 그래서 나는 공짜로? 그렇게 녀석을 떠봤다. 그렇다고 기똥찬 처녀를 내게 소캐시켜준다며 녀석이 퉁치자네? 솔직히 나는 어디서 좀 놀지 않았는데. 얜 내 눌변을 쥐락펴락 가지고 노는 걸 보니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체 얼마나 놀라운 그녀인데 얘는 나랑 흥정을 하자는 거지? 더더군다나 2 대 2로 소개팅하면 어떻겠냐는 거다. 그야 싫지 않았는데 나는 이 친구가 더 궁금했다. 그야말로 오랫만에 내 호기심에 불을 집힌 거지. 하여 나는 물었다.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요?」
   「저 말이오? 나는 사람이 아니올씨다.」
   「형씨가 괴물이면 난 뭐 괴물의 호적수인 줄 아시오?」
   「모르겠소.」
   「근데 거 어째 아까부터 우리는 좀 말이 잘 섞이지 않는다는 느낌 들지 않았소?」
   「잘 아시구만 그래.」
   「지금 나를 들었다 놨다 길들이는 거요? 아니면 만만한 감수성 아이고 잘 걸렸다 싶어서 은근한 최면을 거는 거요.」
   「그럴 리 있겠소. 우리는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오.」
   「그럼 뭘 하겠소. 내가 이렇게 정신 못 차리는데.」
   「내가 여자 소개시켜준다는 제안이 그렇게나 당신을 감동시켰소?」
   「거 참 이 양반이 못하는 소리가 없네. 난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한다오. 당신도 내가 뭐 오빠란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는 푼수로 보이는 건 아니겠죠?」
    그렇게 오다가다 만난 사이를 훈훈한 우정으로 연결시키자는 약조 없이 우리는 헤어졌다. 또 소개팅 장소로 곧장 가라고 하여 우리는 곧바로 떠났다. 근데 중간에 조니가 바쁜 일이 있다면서 내뺐다. 왜 숙녀의 마음을 자빠트릴 용기가 없나보지? 근데 나 혼자서... 아차. 녀석은 "난쟁이+다운증후군" 총각의 말을 믿지 않은 거였다. 그럼 내게도 귀뜸을 하던가. 의리 없는 놈. 그럼 나 혼자만 그 아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좋아했던 거잖아? 이런 젠장! 어쨌든 못 만나면 말고 약속장소에 다 왔으니까 기다려보기로 했다. 거긴 카페였다. 나오면 곧장 마음을 빼았으면 그만이고. 안 나오면... 나는 더 시간을 뺐기지 않아서 역시나 손해볼 거 없어 나쁘지 않고. 근데 이 흥분감은 또 뭐지? 나는 정말 낯선 숙녀가 기다려지는 걸까? 이러다 배우병 도질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내가 언제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했다고. 그나저나 정말 소개팅녀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 여기까지 순순히 먼저 나온 내가 바보다. 뭘 기대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집에 가서 TV나 보자. 엎드려 턱에 팔을 받치고든지 소파에 자빠져서든지. 거만해도 누가 나한테 뭐라 하는데. 그러면서 딱 카페에서 나왔는데. 
    뭐야? 저 앞에서 "난쟁이+다운증후군" 총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다짜고짜 고함을 지를 마음도 없고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왜인지 몰라도 녀석은 속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권총이었다. 몇 구경인지 대략 가늠은 되는데 "난쟁이+다운증후군"라는 사정을 감안하니... 웃겼다. 
    근데 뭐야, 녀석이 정말로 나를 조준하잖아? 피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이미 비비탄을 맞고 말았으니 말이다. 





    2

    "난쟁이+다운증후군"는 나를 납치했던 것이다. 내가 눈을 뜨자마자 거울이 보였는데 뭐야 이거? 내 코 아랫선 수평 + 입꼬리 수직선 = 그 위치에 점이 생겼다. 엄밀히 말하면 옛날에 나는 그 점을 뺐었는데. 그게 다시 생긴 걸까? 아니다. 카페 앞에서 녀석이 쏜 비비탄이 딱 거기 맞았고, 그 충격으로 시퍼렇게 피멍이 든 것이다. 근데 녀석의 정체는 뭐지? 그러다 정신을 차렸다. 
    나는 의자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이게 그 드라마에서나 보던... 한니발? 제목이 뭐였지? 팔걸이에 올려진 내 팔 위로 반원인가, 터널 모양처럼 약간 더 구형인가. 그러니까 이건 특수 초합금? 누군가 버튼을 누르면 그게 딱 풀리고? 밑도 끝도 없이 이거 대체 뭐 하자는 거지? 이처럼 뭔 상황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앞에서 웬 남녀가 사랑의 행위에 집중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내면 연기. 고전적 용어로 합궁? 에로 영화에 나오는 바로 그 장면. 근데 이건 실제 상황! 기분이 묘했다. 뭐랄까 누구에게나 내재된 어떤 변태 성욕을 자극하는 건가? 근데 정말로 단계를 거쳐서... 정말로... 진짜로... 어... 이래도 되나? 라면서 내가 잠깐 눈을 돌렸다 다시 볼 수 밖에 없으니까, 기왕 보려면 제대로 봐야 하기 때문에 딱 현장을 정밀히 봐둘려던 그 순간. 그 남녀는 사람 크기 인형으로 바껴버렸다. 뭐야 이거?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사람과 같으면서도, 정말 만지고 싶을 정도로 보드라울 것만 같은 피부. 게다가 여기까지 온기가 느껴졌다. 
    바로 그때 저쪽 대형 TV가 켜졌다. 거기서 좀전에 봤던 그 장면이 보여진다. 그럼 걔네들이 저 TV 안으로 들어간 건가? 그러다 또 TV가 갑자기 꺼졌다. 그래서 다시 실제 남녀가 있던 곳을 쳐다봤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남녀 가운데 여자는 실제 사람인데, 남자는 아까처럼 사람 크기 인형이었다. 근데 여자는 그 남자 인형을 진짜 사람으로 인식으며 그 사랑의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건가? 내가 가서 그건 사람이 아니라며 그녀를 진정시켜주고 싶었다. 진정? 그게 그러니까 왜 그러는지 무슨 사연으로 이래야만 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아무 생각없이 지켜보던 중 알게 됐다. 남자 인형을 안고서 신음하는 그녀가 서서히, 조금씩, 슬며시 대리석으로 바뀌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남녀가 고대 그리스로마 대리석 조각상으로 바껴버리던 과정이 완성된 시점. 딱 대리석화가 마친 순간. 그때 손발을 묶고 있던 초합금 장치는 풀렸다. 그런데 그건 초합금 장치가 아니라 허술한 밧줄로, 심지어 겁나 허접하게 묶여있었던 것이다. 이건 또 뭐야? 그러든 어쩌든 난 모르겠고. 일단 서둘러 그 조각상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만져봤다. 진짜 대리석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리고 이 빈집은 다 뭐야? 이곳은 고급 호텔 같은 분위기인데 사람이 살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다. 드라마 장면들이 연출되고 꾸며진 것처럼 아마 이곳도 그럴 것이다. 근데 나를 도대체 왜 불렀지? 그 "난쟁이+다운증후군" 총각은 어디로 가버렸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기도 뭐했다. 왜냐, 여기가 궁금했거든. 또 없는 게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그래서 나는 걱정됐다. 
    가족이 날 찾았는데 내가 없어졌다? 막 실종 신고하고, 누구를 찾습니다 어쩌고저쩌고. 그 혼란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물론 자주 보지 않으니 당분간은 아무 걱정 없다만. 어쨌든 벌써 1주일이 흘렀는데. 일단 가서 상황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때문에 난 여기 더 머물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걸어서 가야 할까? 이상하게 내 자동차는 집 바깥에 있었다. 그야 뭐 "난쟁이+다운증후군" 총각이 내 차를 몰래 빌려썼으니 미안해서 대령해놓은 거겠지.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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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도착해서 알았다. 컴퓨터를 켜서 시간도 보고, TV 뉴스도 봤다. 밖에 나가 사람들한테도 물어봤다. 그런데 이곳의 시간은 불과 단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뭐지? 그곳의 일주일은 여기의 하루? 1주일 대 1일? 비율은 7 대 1? 나보다 더 연로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신 얘기지만, 다 늙어서 이제서야 뭐 모험? 놀고 있네. 이게 무슨 개떡이야. 게다가 주인공도 아니잖아? 더더군다나 내가 사랑의 행위 그 주인공도 아니었어. 그렇다고 엄밀히 따져 관객도 아니었는데. 또 그게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그 뿐만이 아니라 돈을 원없이 벌어서 막대하도록 부풀리는 것도 아니고. 뭐 시간을 벌어? 어른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던 소년이 진짜 늙어죽도록 소년으로 남는, 막 그런 판타지 영화도 아니고. 그렇지만 그때부터 내 기억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때문에 시시때때로 그 농밀한 장면이 떠올랐다. 마치 사춘기 애들이 막 뭔가를 알게 됐는데, 누구나 아는 몇몇 기억처럼. 더 문제는 뭐냐면 그 다음으로 어떤 타자가 등장하냐는 것. 혹시, 아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정말 안되는데. 다 큰 처녀가 양손으로 눈을 가렸는데 어느새 손틈을 벌린다? 엿보긴 뭘 엿 봐! 
    그러든 어쩌든 나는 그날부터 "난쟁이+다운증후군" 총각을 찾아다녔다. 이건 뭐랄까 30년~50년 전 드라마랑 비슷한 설정이구나. 마약 중독 어쩌고저쩌고! 맞나? 아닌가? 
    그러던 어느 날 시내를 떠돌고 있었는데. 인파가 갑자기 많아졌다. 좁은 골목이었는데 우리는 오도가도 못하고 막혀버렸고. 나도 역시 고개도 못 돌릴 지경이었는데. 뒤에서 누가 말했다. 
   「형씨, 내 목소리 기억하시죠? 설마 모르시는 거 아니죠? 애마의 내비게이션에 입력해뒀다오. 기다리겠소.」
   「당신 누구야?」
    고개를 돌릴 수는 없고. 만약 돌렸다가는 돌처럼 굳어버릴 것만 같고. 그때 거짓말처럼 인파 정체는 풀렸다. 당연히 그 인간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럼 다음 수순은? 나는 그곳으로 떠났다. 





    3

    내비게이션에 기록된 마을 이름은.. 뭐였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와서 최대한 비슷한 명칭을 떠올릴 수는 있다만 그건 썩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 다시 말해 드라마로 나오더라도 시청자 역시나 1주일이면 잊어먹을 게 뻔함. 어쨌든 내가 도착한 비밀 기지는 사족보행 마을을 먼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염탐 장소였던 것이다. 사족보행? 그곳을 낮에는 일반 카메라와 고성능 쌍안경으로 관찰하고, 밤에는 적외선 카메라와 잘 알려지지 않은 우주용&군용 특수 기계로 그곳을 지켜봤다. 그랬더니 나도 어느새 직립보행을 잊어버린 것만 같았는데. 대체 저 녀석들은 뭣 때문에 사족보행을 고집하는 거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변변찮은 할일, 중년의 권태, 가난의 염증, 희망과 불친, 행복이 뭔지 알지도 못하던 내 삶이 갑자기 바빠졌다는 점. 아마 나는 겨울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신나게 연애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곰탱이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 덕분에 캠핑 문외한에서 전문가로 슬슬 변신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녀석들 정체를 간파했다. 바로 낮에는 인간, 밤에는 레고! 기막힌 성과였다. 그래서 언젠가 야심한 시각에 딱 몰래 현장으로 침입했다가. 뭔가 위치를 바꿔놓는다거나, 누군가를 몽유병에 걸리게 할 수도 있었는데. 때로는 내 낡은 최저가 노트북을 웬 갑부의 최고급 노트북과 내용물을 교환하는 작업. 시간도 충분하겠다, 관련 하드웨어를 준비해놨고. 최적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그마저 손쉽게 뚝딱 처리. 그럼 이제 다음으로 내 똥차를 대체 무엇으로 바꾸어볼까를 궁리하던 찰나. 아뿔사! 이건 생각도 못했던 전개였는데. 그게 뭐냐? 
    바로 언젠가 내가 남겼던 블로그 소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하도 많이 써서 그런가는 모르겠고. 
    a) 어쨌든 말도 안되는 발단
    b) 웬 뚱딴지 같은 전개
    c) 개 풀뜯어먹는 절정
    d) 밑도 끝도 없이 해피엔딩!
    뭐야 이거. 표정이 썩고 젊음이 망하는 문학. 그걸 양산하던 언젠가 그 시절. 그래서인지 어쩐지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는데. 웬 괴짜가 그걸 나와 또 계약맺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영화학과 대학생이 졸업작품 찍느라고 어쩌고저쩌고 신경도 안 썼던 일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그게 간단히 말해 허접한 단편영화로 만들어짐. 그런데 내가 만들었던 주인공의 영험한 능력. 못 믿을 신통함. 그게 바로 내 영혼을 단편영화 속으로 가져가버렸는데. 하필 작품 내용에서 중간에 뭐더라? 앞서 내용처럼 어떤 신비한 마을을 몰래 감시하던 생활. 그렇게 망원경 몇 개로 딱 보고 있던 중. 누군가 거인이, 내가 난쟁이였는지 어쨌는지 하여튼 그 인간이 내 엉덩이를 지긋이 밟네? 그로써 사춘기 때 기억이 연상되고. 그렇게 내 정신을 흡수. 따라서 그때부터 나는 단편영화에 딱 갖혀버림. 어떡하지? 뭘 어떡하나. 내 힘으로 탈출은 불가능한데. 
    그때부터 나는 단편영화가 재생되는 것과 같이. 시간 A에서 B까지가 반복되는 SF 영화처럼. 그렇게 무한 반복되는 로보트로 살게 되었다. 물론 장편 드라마라면 극중 인물인 내가 눈빛을 내 마음대로. 극에 최적화되지 않도록 내 마음대로, 오직 딴 데를 훔쳐보는 것만 가능했으므로. 나만의 엑스마키나는 오직 딴 건 다 연기의 화신인데. 눈빛은 뭐랄까 요망했다고나 할까? 즉 그게 단편영화라서 그다지 문제되지 않았던 것. 그래서 나는 힐끗힐끗 쳐다볼 수 있었다. 감상자는 대부분 다양한 사람들. 취업준비생도 있었고, 퇴근후 원룸에서 취미로 단편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도 있었고. 당연히 나는 그분들의 침실, 거실, 소파. 자동차 안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봤다면 그 자동차 내부. 텐트에서 아이패드로 보고 있으면 내가 볼 수 있는 건 오직 텐트 내부만 흠찟흠찟 째려볼 수 있었다는 점. 그런데 그렇게 유튜브 영상이 막 조회수 얼마네 그런 것처럼. 나는 힘든 것도 모르고, 권태로움도 친구가 되어가던 찰나. 누군가의 데스크탑이 딱 고장나버렸는데. 
    하필 그 컴퓨터의 주인공은 자동차광처럼. 컴퓨터를 자기 신체와 막 복잡하고 엄청나게 정밀하도록 연결해서 단편영화를 보던 사람. 가령 

도표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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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상품명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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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메모리
그래픽카드
SSD
쿨러
메인보드
케이스
파워
운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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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영화 양들의 침묵 (1991년)이던가? 레드드래곤,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의 연관 순서는 모르겠다만. 머리를 냄비 뚜껑 여는 것처럼... 그렇게 까지는 아닌데. 막 운동선수들 몸에 뭘 붙여서 수많은 선을 컴퓨터와 연결. 그런 것처럼. 특수한 연결성을 기반으로 하여 단편영화를 감상하는 괴짜. 하필 그분의 데스크탑 어딘가가 딱 고장나버림과 동시에. 어떻게 어떻게 해서 그 냥반과 나는 육체 교환. 달리 말해 정신이 서로 바꼈을 수도 있는데. 아무튼 그때부터 나는 단편영화 무한 반복이라는 지옥을 탈출하게 된 것이다. 근데 날 대신에 갖혀버린 그분께는 죄송하지만. 이걸 어떻게 원위치시킬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만,
    첫째, 새로운 사람의 인생을 탐색하느라 1달
    둘째, 새로운 사람으로 삶을 사는데 적응 1달
    셋째, 새로운 사람의 재산을 몽땅 탕진...은 아니다만. 통속적으로 말해 잠깐 돈쓰는 재미에 빠짐 1달.
    넷째, 아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나는 낮에는 연구에 정진했다. 
    그건 뭐냐? 바로 나처럼 단편영화랄지 각종 허구에 갖혀버린 인간이 있나 없나에 관한 연구에 빠져버렸다는 점. 만약... 생각 많아지니까 말이다. 근데 그게 잘 됐을까? 그럴 리가 있나. 그래도 하는 데까진 노력했다. 그러다 실험체의 눈이 깜빡깜빡 막 그러는 동안. 이마 위로 선을 그어 딱 그걸 밥솥 여는 것처럼. 또는 아예 냄비 뚜껑 열듯이 분리하던가. 그렇게 뇌를 포크로 또는 거기에 선을 연결해서. 막 그런 비밀단체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 그걸 한참 알아보다 실패. 어쨌든 백방팔방 동화책이든, 연극대본이든, 막장드라마든지 단편영화에 갖혀버린 사람을 조사해서 일단은 엑셀파일을 완성하는 것. ~라는 할 일이 생겼는데. 한마디로 성과는 보잘 것 없었다. 물론 낮에는 그랬고 일과가 끝나면 자유시간. 그렇게 나는 새로운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4

    그렇게 저녁 시간에 혼자 유튜브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여자가 유튜브를 보며 자기위로 → 그럼 유튜브 주인공이 그녀를 방문 → 곧장 내면연기.
    처음 꿈에서 깼을 땐 뭐 이런 개꿈이 다 있지? 왜 내가 꿈에서 여자였지? 막 그랬는데. 또 한번 같은 꿈을 꿨는데 그래도 뭐 그럴 수 있다 했는데. 뭐야 계속 꾸잖아? 꿈에서 영화를 보며 막... 자세히 설명은 안하겠다만. 사람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즉 성 정체성에 알맞도록 남자로 막 그랬다면 단꿈이었겠으나. 이런 개꿈은 한마디로 악몽이라고나 할까? 괴상했음. 그런데 꿈을 깬 어느 날. 내가 드라마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12살 때처럼 바닥에... 막 그러고 있었는데. 딱 그 순간 방문을 열고서 그 드라마 주인공이 나를 찾아왔다. 어머나 이걸 어쩌나! 그렇게 그녀는 나를 덮쳤다. 뭐 자빠트리고 자시고 그럴 겨를이 없었음. 그냥 막무가내로 에로연기.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날마다 반복. 당연히 처음에는 좋았다. 근데 기력 바닥. 정력 탕진. 완전 초최. 거의 산송장에 근접. 당연히 쌍코피 터짐. 한두 번도 아니라 계속. 막 터짐. 식은땀으로 심심하면 샤워. 물론 뻥이다. 상상만 해도 식겁하지. 
    그러든 어쩌든 (내가 새로 얻은 육신의 주인) 이 인간은 뭐랄까 나랑 굉장히 비슷한 녀석이었다. 한마디로 한심했지. 인생이 허접. 덜떨어진 놈. 다만 나보다 나은 건 컴퓨터와 육체를 연결해 어쩌고저쩌고. 그렇다고 그걸 누가 알아줘? 쓰잘데 없음. 어쨌든 (약간 중고긴 하지만 그래도 그 연식이 어딘데) 새로운 신체를 얻자마자 녀석의 두뇌로 내 영혼은 업그레이드됐는데. 물론 다운그레이든지 변형이든 그건 그렇고. 곧장 모든 기억을 흡수. 아니 그 자신이 되어버림. 단순히만 봐도 30대 초반부터 음악을 안 들음. 핸드폰은 7년인가 8년째 최저가 구닥다리만 사용. 한 3년 더 애용할 계획. 자동차는 10년도 넘은 하이브리드. 게다가 30대 초반부터 사진도 거의 안 찍음. 또 아이폰 ↔ 애플 그 실시간 경험도 없음. 당연히 최신곡 들은지도 15년이니까 노래 부르는 것도 까먹음. 여자 꼬시는 재주도 썩음. 키스 어떻게 하는지까지도 새까맣게 잊음. 재미 더럽게 없는 인생. 옷도 안 사입어. 신발도 1개. TV도 안 봐. 만나는 사람도 없어. 만나도 사람들과 대화도 안됨. 뭐 이딴 인간이 다 있지? 말이 심했다만 한마디로 바보였다. 물론 다른 분들이야 번잡하지 않다거나 좋게 표현할 방법 많지만. 얘는 그냥 바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 얘가 나였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여자를 언제 만났는지 기억도 안남. 아예 풋사랑과 육체적 사랑은 있었을망정. 태어나서 지금껏 여자를 단 한 번도 사겨보지 못함. 즉 연애 무경험자. 근데 또 전립선 건강 걱정해서 어쩌다 하는 수 없이 에로비디오는 드물게 본단 말이지. 싫든 좋든 남자의 운명이란 말이야 뭐야. 물론 남자들끼리만 아는 진실. 하긴 그렇다고 몽정을 하면 건강이겠으나 못하면 또 어쩌다 부쩍 걱정돼거든. 그러든 어쩌든 약속이 없어. 사람도 안 만나. 대체 뭔 재미로 살지? 
    그러다 나는 이 멍충이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해줬다. 언제 녀석과 내가 뒤바뀔지 모르나 일단은 그게 좋았을 테니까. 그런데 평생 이러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날이면 날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쳐다보는 거지.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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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93

from 소설 2021. 12. 30. 19:08

    1

    잠꼬대 같은 공상은 재미없다. 그럼 이제 고양이 손을 빌어 불 속의 밤을 끄집어내볼까? 근데 문제는 주변에 탐스러운 복숭아는 커녕 파리새끼 한마리 얼씬하지 않음. 그러니까 아는 동생들이 다 도망갔지. (절레절레) 그런데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 제 발로 굶주린 늑대에게? 놀고 있네. 허나 구름이 걷히면 달과 별을 볼 수 있다. 권태에 주늑든 게 자랑은 아닐 테니까. 그 결과 NB는 허영심을 파괴했다. 다만 오히려 허영심 2가 부활했다는 게 거북할 뿐. 그러니 고귀한 이상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나. 때문에 어떤 욕망마저 퇴색했을 것이다. 더구나 일단 잘나지 않았으니까 잘난 척도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아는 척을! 이러니 기쁜 바쁨이 아니라 불쾌한 일정 없음만. 일전에 나는 미치지 않았다더니 이제는 난 늙지 않았다로 바꼈을까? 둔갑술은 딱하고 여자말 번역기도 고장났다. 마침내 마술도 썩었다. 희망도 멍청해지고 소망도 곯았다. 그런데 사랑이 허접하지 않다고? 최소한 멜로드라마는 유치하다. 이래서 반짝이는 짝사랑복도 믿을 게 못된다. 이 여자 저 여자 다 따먹고 다니더라는 허풍만큼 재미없는 게 어딨나. 부질없다. 소용없어. 가라 그래. 저리 비켜? 아무도 없음. 꽃과 하늘과 별과 그대의... 시도 안 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비너스의 매력을 측정하겠다니. 말이 되나 말이. 이러니까 고상한 세련됨은 허랑방탕함에 희석되지. 결국 정체는 탄로난 셈. 풍운아가 아니라 그냥 몽상가. 그래서 오늘도 백판 자빠져 놀고먹기 좋아하시나? 말을 말자. 이런 형편에 이 세상에 둘도 없는 희열을 걘 털어놓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들어줄 사람도 없거니와 뭘 모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록빛 다정함과 신비로운 부드러움? 놀고 자빠졌다. 그런 의미에서 질투심을 팔고 호기심을 부풀렸는데. 알고 봤더니 남은 건 뭘 해도 재미없음. 뭐라고? 그러니까 지난 날을 돌아보니 누구에게나 만만히 보였거나, 아니면 (개)엄살! 그래서는 야망은 커녕 사랑도 소망도 다 놓친다. 물론 알긴 아니까 이 시대에 능청이 웬말 막 그러면서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가 봐야 또 이용당함. 솔직히 말하자면 허당이 아니라, 좋게 얘기해서 허당일 따름. 그러니 정말로 잔뜩 굶주린 늑대는 고독에 지친 거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그는 욕심이 없다기보다는 그냥 무지했으므로 다른 별명 다 포기한 체 어엿한 몽상가로 남은 것이다. 좋았어. 훌륭하군. 대단해. 가련하다? 미련한 거지. 허허허. 이처럼 한량으로써 소임을 다하다 보니 언젠가 꿈이 평생 놀고먹는 거라는 걸 기억도 못해. 아무튼 백판 자빠져 노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행복한 사색가의 팔자래야 밤이면 술꾼으로 변신한다는 거? 더럽게 재미없는 사실이 그거다. 게다가 흉금을 털어놓을 말상대는 없지, 만약 있다고 하여도 할 말 떨어진 실정. 그래서인지 몰라도 살다보니 숙녀에게 나이는 묻지 않을지언정 놀기 일하기 다 싫증났다는 거짓말을 누구도 들어주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데 이 마당에 여심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을 어떻게 발달시키나. 못한다. 불가능하니까. 그러나 정말로 무대 근처도 서성이지 못하는 운명이 밉지는 않을 텐데. 그래 봐야 얄미운 패배주의는 쓴웃음을 끝없이 선사하는 것. 삶에 흥미를 잃었군. 그러니까 사는 낙이 뭐야? 대체 그걸 알아서 뭐 하겠나. 안 그래도 사랑은 없다. 더더군다나 어차피 식을 건데 사랑을 뭐 하러 하나. 그러게 뭇여성을 꼬실 생각을 왜 해. 운명의 여신은 노크할 마음도 없는데 문만 열어놓다니.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래서 녀석은 아무 생각없이 놀이공원에 갔다. 이유가 무슨 필요있나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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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소포일러를 살짝 귀뜸하자면 그는 숙녀를 꼬셨다. 아니, 뭐 어떻게 어떻게 NB는 여자들한테 꼬심을 당했다. 이를 테면 
   「오빠 혼자 왔어요?」
   「쟤 왜 갑자기 아저씨한테 말 걸지?」
   「갑자기 부인이랑 애들이 아빠한테 다가오는 거 아냐?」
   「그러게. 그러니까 내가 4 대 4 소개팅 나가자고 했니 안했니!」
   「근데 이 오빠는 왜 말이 없지? 말 못하는 거 아닐까? 아님 안 들려?」
   「넌 왜 멀쩡한 오빠를 놀리고 그러니? 못됐어.」
   「그렇지만 저 오빠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지 않니?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가 뭐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냐 그 말이야 내 말은.」
   「그러든 어쩌든 이 오빠 기본 좋나봐. 들떴어. 혹시 이 오빠도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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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애초에 그녀들 가운데 누군가를 어떻게 한번 자빠트려볼 흑심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녀석을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그게 지금 왜 궁금한데. 아무도 관심없을 뿐. 그러든 어쩌든 이곳은 그녀들끼리 사는 숙소다. 그녀들은 함께 산다. 불여우 4 마리가 왠 토끼 1 마리를 소굴로 불러들인 건가. 세상에 이런 일이! 그렇다고 이런 일이 아예 있을 수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 고로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수 밖에 없는데. 그러던 순간 여자 1명은 거실에서 소파에 놓여진 옷을 치우고, 여자 3명은 다른 방으로 갔다. 뭔가 음료를 준비한다랄지 그런 목적일 것이다. 그런 다음 일단 여자 1명이 NB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코피를 흘렸다. 뭐라고? NB라고 에티켓을 모를 리가 있나. 그래서 아기처럼 손바닥으로 그걸 닦아줄려는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손이 그쪽으로 갔다. 그러나... 아뿔사! 
    NB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그렇다고 바지에 오줌을 지리지는 않았다. 허나 안심하다가 설마 바지에 똥을 쌌다? 아 글쎄 그러니까 뭣 때문에! 설명이 늦었다. 그렇다고 말 나온 김에 계속 뜸만 들일 의도를 품고 서술자가 애독자를 골탕먹일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애독자 자체가 꼴랑 4,5명쯤에 불과할 테니까. 물론 많아 봐야 무척 낙관적으로 예상했을 때 말이다. 어쨌든 왜 NB가 입에 군침이 흥건했는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왜 녀석의 심박수가 부쩍 상승했는지, 무엇 때문에 트럼프 카드에 나오는 네 가지 모양 가운데 하필 하트가 벌렁벌렁했는지 그 이유를 말해볼까? 아니나 다를까 혹시 NB는 지금 딴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제정신이라면 분명 바지에 똥을 싸을 테니까. 즉 군대에서 휴가 나와 웬 신학대학교 도서관에 들어가 악보를 찢고 지갑을 왜 훔치도록 만들었는지, 그게 원인이 되어 1,2년 뒤 도심지 시내 미용실에서 전화왔었던 일. 당신 지갑이 우리 미용실에 떨어져 있으니까 와서 찾아가시오, 만약 찾아가기 싫다면 그러든가 말든가. 까지는 아닐지언정 이를 테면 이런 쓰잘데기 없는 잡념들. 물론 여자들 넷이 사는 집에 늑대 1명이 초대받았는데 그런 뭐랄까 잠깐만 옐로카드 받는 셈치고 심한 말 딱 1번만 하자면. 뭔 말 할지 까먹었음. 
    아무튼 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코피를 닦아주려 했는데. 그런데 알고 보니 조금 전과 상황이 전혀 달랐던 것이다. 무엇이 달랐을까? 
    첫째, 그녀는 숙녀가 아니라 마네킹이었음
    둘째, 코에서(콧구멍에서?) 흐르는 피는, 다시 보니 눈에서 흐르는 하늘색 액체였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막 그러면서 NB는 다른 쪽에 있을 여자 3명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녀들도 모두 마네킹이라니! 그래서 그는 다시 여자 1명에게 돌아왔다. 
    물론 여자 1명은 좀전에 분명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벌떡) 일어서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NB의 팬티는 팽창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왜? 뭐 변태야? 아니면 전문용어 무슨 도착이야? 그는 대번에 정신을 차렸다. 따라서 그녀들이 귀신인지 유령인지 몰라도 걔네 작전대로 허둥대다가는 자기까지 마네킹으로 변신할 것만 같은 불안감. 이제야말로 바지에... 쉿! 결국 그는 도망갔다. 





    2

    그 뒤로 그는 여자 네 명은 무조건 피해다녔다. 또 이따금 코에서 뭔가가 흘러나왔다. 그게 또 이상한 게 밖에서는 정상적인 콧물이 흘렀는데. 집에서는 초록색 콧물이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데. 이걸 말하면 누가 믿어줄까? 결국 NB의 코는 성감대로 바뀐 것인가 아닌가! 그래서 그는 비정상적으로 아찔한 착상을 번뜩이는 영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듯이 별 허접한 허구를 쓰기 시작했다. 이를 테면 주인공의 성행위 빈도에 따라 콧물 색상이 변한다나 뭐래나.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무슨 말도 안되는 걸 뭐 하러...! 그러게 뭐 한다고 놀이공원에 가서 꼬심을 당하나. 아니나 다를까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써내려간 공책을 찢어서 그는 던지고, 물고, 뜯고, 뭉쳐서 던져버렸다. 또 무슨 밑도 끝도 없이 뭐 하늘색 눈물과 초록색 콧물? 이런 개뼉따귀 같은.. (절레절레)! 그렇지만 엇그제 놀이공원에서 있었던 일은 전부 사실이고. 또 그녀들 숙소에서 벌어졌던 황당한 사건. 그건 대체 뭘로 설명할 건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불가사의를 남한테 고백한다? 답답하다. 아니면 그걸 빌미로 소설을 써서 순진한 양반들을 속여서 때돈을 번다? 허접해 허접하다고. 그럼 그걸 다 없던 일로 치분한다? 그건 또 아니지. 따라서 그는 그녀들 숙소에 다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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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그녀들의 숙소를 찾을 수 없었다. 분명 이 근처 어디였는데... 왜 찾을 수 없지? 막 그러면서 수없이 헤맸는데 도저히 그녀들 숙소 비슷한 건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어떻게 좀 닮은 거라도 발견하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왜? 그걸 필자가 아나 독자가 짐작하시나. 누구도 모를 일일 따름. 그렇게 포기한 채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저기 저쪽에서 그녀들 4명이 정답게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막 룰루랄라 룰루랄라 얍 얍 뿅 뿅, 어쩌고저쩌고 수다 떨면서 말이다. 그걸 본 순간 NB는 다리에 힘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다. 그렇다고 길바닥에서 엉거주춤 서서 바지에 똥을 싼다? 요의도 전혀 느끼지 않았고. 그는 덜컥 겁이 나서 도망가려고 했다. 그런데 몸이 말이 듣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점점 그녀들은 다가오고 있었는데. 
   「어머머 얘들아 이 마네킹 뭐니?」
   「뭐지? 특이하게 생겼는데?」
   「못생긴 거지 이게 이상하다고?」
   「그러든 어쩌든 어딘가 모르게 수상한데.」
   「너도 그렇게 느꼈니? 나도 왠지 모르게 느낌 세해.」
   「아마 이거 누가 버린 거 같은데. 얜 어쩌다가 주인한테 버림받았지?」
   「그런 의미에서 낙서라도 해줄까?」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 데려가서 그림을 그려주자. 옷을 입혀주고 막..」
   「너 방금 뭐 생각했어?」
    그렇게 NB는 그녀들한테 붙잡혀서 꼼짝도 못한 체 불여우 굴로 끌려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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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잠에서 깨어났다. 장소는 그녀들 숙소 소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는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왜냐하면 근처 어딘가에 마네킹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기 싫었으니까. 만약 있다면 그녀들일 테고, 없다면 또 뭔가 꿍꿍이 때문에 자기를 요리할 조미료를 사러 갔을 테고. 케찹도 사올려나? 막 파스타 소스랑 뭐랑... 안돼 안돼. 그래서 그는 도망갔다. 만약 잡혀서... 상상도 하기 싫었으니까. 





    3

    어느 날 NB는 꿈을 꾸었다. 유령이 나타나 그녀들 4인방을 다시 만나라나 뭐래나. 내용을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게 뭐랄까 꿈이야 어차피 몽환적이기 마련이다만 이건 극히 사실적이다가 또 이상하게 만화영화처럼 다채로웠다가. 그래서 꿈을 깨고 나니 침대 시트가 흥건하니 젖었다는 것. 또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다시 그곳으로 가보면 뭔가를 발견할 것이다 라는 귀신의 속삭임? 무슨 뚱딴지 같은 개꿈을 꿔서... 또 속아넘어가라고? 허나 속는 셈치고 녀석은 또 바보처럼 자기도 모르게 다음 날 그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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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는 왜 몰랐을까? 그곳은 동네 전체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신을 앞두고 있었다. 때문에 인적이 드물어지고 이 다음에 어떻게 되겠다를 아무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는 단계. 그런데 이런 과정이 왜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그게 아마 다 그녀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든 어쩌든 꿈의 계시 때문에 복권을 살 걸 괜히 여기까지 또 고생스럽게 발걸음을 했다면서, 막 녀석은 또 인상 팍 쓰면서 이러쿵저러쿵 혼잣말을 내뱉으면서 그녀들 숙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머나! 오늘은 웬 비밀번호를 요구하네? 전에 미처 못 봤던 것일까? 인적 없고 사람도 살지 않으며... 그런데 왜 이런 출입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지? 물론 전엔 항상 열려있었으나 도둑고양이가 뭘 잘못 건드려서 문이 딱 닫혀버렸어. 그런데 고장났던 비밀번호 문짝이 어느 날 정상작동했다? 그럴 수 있다. 어렵겠으나 녀석은 그런 거까지 의심할 만큼 심기가 편치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비밀번호는 뭐지? 아하! 마네킹들 뒷목에 전부 파이(π) 기호가 각인되어 있던 걸 기억해냈다. 그렇다고 시그마니 루트니 뭐니 수학책에서 봤던 기호를 죄다 동원할 필요까지 있겠나. 비밀번호 입력창에 딱 3141, 딩동댕!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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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아니 어떻게... 아뿔사! 맙소사, 소파 앞 탁자에는 정말로 007 가방이 있었다. 전에 봤던 마네킹이랄지 또 마네킹이 없을 땐 진짜 사람 즉 여자들. 그런 건 죄다 사라진 채 이제 남은 건 오직 007 가방뿐. 그럼 그녀들과 다정한 모습들과 은근한 유혹... 그런 게 모두 이 가방으로 들어갔다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가능성도 농후하다만. 꿈을 믿을 마음은 없었다만 속는 셈치고 와서 지금 이렇게 식겁한 상황. 대체 저 안에 무엇이 들었길래...! 뭐지? NB는 일단 가방을 들고 그곳을 나왔다. 물론 케익 상자를 당장 열어서 생크림 맛을 보는 것도 좋고, 멋지며, 가능은 하겠으나. 동네 분위기가 어떻고 또 꿈에서 뭔가를 알려줬는데 그걸 드라마처럼 뭘 좀 알아야지, 밑도 끝도 없이 당장 사실주의? 일단은 이기주의자로써 영화 주인공인 척 녀석은 그 가방을 자기 사무실로 옮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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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녀석 사무실. Handel / 세속 칸타타 ‘사랑, 잔인한 폭군’ HWV97 자, 일단 (TV로 흔히 봤던 표정과 몸짓처럼) 그는 양손을 비볐고 이제 한번 시작해볼까 막 그러면서 뜸을 들였다. 근데 대체 안에 뭐가 들어있길래... 설마 고액권 다발이? 만약 그렇다면... 또 그게 아니라... 혹시 코카콜라 제조 비법이 적힌 수첩이? 더 뜸들였다가는 신비감이 실망감으로 변하는 마법이 실현될지도 모르므로, 따라서 NB는 당장 가방을 열었다. 그런데 잘 열리지가 않네? 아니 왜? 당연히 뭔가 장치가 있겠지. 자기를 뭐 조심스럽게 다뤄주라 그건가? 우리 서두르지 말아요 뭐 그러냔 말이다. 그래서 손잡이를 잡고 어떻게 할까 했는데, 그 손잡이를 (일부러 그렬려는 건 아니었다만) 딱 트니까 가방이 찰칵 하면서 열렸다. 그럼 내용물은? 
    안에는 작은 카바레, 즉 극장식 카바레가 구현되어 있었다. 또는 인형극 극장 무대라고나 할까? 뭐랄까 막 뭐지 뭐지 그러는데 모차르트, 비발디, 브람스, 베토벤... 그런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들렸는데. 가방은 직각까지만 열렸고. 왠지 모르게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만 150도 각도까지 젖힐 수 있을 걸 예상할 수 있었으며. 그 안에 무대에는 1명 인형만 올릴 수 있었고, 대기자는 3명. 물론 지금 무대는 공석. 그래서 발레리나 후보는 총 4명. 그런 누구부터 메조소프라노로 간택한다? 콜로라투라는 그러니까 스킬레토힐을 일단 벗겨서, 에라 모르겠다 너부터 프리마돈나로 나서자. 왜냐하면 못 고르겠으니까. 그렇다고 공평하게 공연 때마다 바뀌도록 막 뮤지컬 제작 기법을 적용할 수도 없고. 그래서 네 명 숙녀 가운데 일단 아무나 무대로 올렸는데. 그러자 '백조의 호수' 노래가 모차르트 21번 피아노 협주곡 2악장인가 그걸로 바뀐 거 말고는 변한 게 없었다. 뭐야 이게! 별것도 없잖아? 아직은 NB가 장차 뭔 기발한 작풍이 자기를 들었다 놨다, 밀었다 당겼다, 쥐었다 폈다, 감았다 풀었다 그럴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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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평소처럼 출퇴근하는 삶을 살았다. 친구를 만나서 넌 최근 누구를 꼬셨다며 떠보고. 술집에서 바텐더한테 소파에 자빠져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무엇이지 성의 없는 립서비스를 받고. 그러다 글이 안 써진다며 무작정 발길을 옮긴 곳은? 미술관. 동물원. 공원. 또 드라이브! 기타 등등. 변한 건 없는데. 딱 하나 바뀐 건 새로운 여자들을 만났다는 점. 물론 요점만 말하자면 진한사랑은 다 실패했다. 당연히 말이 통하고, 사랑을 논하며, 멜로드라마를 반역하네 마네 라는 줄거리도 없이 진한사랑 만을 추구한 건 아닌데. 성적표를 말하자면 그랬다는 것. 그러다 NB는 어딘가 모르게 그게 혹시 007 가방에서 무대에 벨벳 드레스를 올렸기 때문이가 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사무실에 있는 가방을 열어 1명만 올라갈 수 있는 모노드라마 주인공을 교체했다. 그랬더니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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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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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뜸들이지 않고 곧장 말하겠다. 그는 침대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아니... 그게...! 새로 만난 그녀의 이름은 샤론이었는데 왜 하필 그 순간에 눈물을? 기뻐서 흘리는 게 아님. 또는 슬퍼서 눈물이 나왔다? 역시나 아니었는데. 그럼 왜! 왜인지 알 수 없었다는 건 나중 그녀가 말해서 알았고, 또 당시에도 그녀가 막 잡아끌고, 자기를 다시 어째주라... 그런 여러 정황과 근거와 몸의 언어로써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근데 이상한 건 그런 그녀의 의사와는 달리 그녀의 몸은 차갑게 식으면서 눈물을 흘리더라는 점. 왜일까? 당연히 그녀와 연애하고, 오래 사귀며, 많이 대화를 나눠보면 알 수 있었겠으나. 어색한 만남은 오래가지 못했고. 또 더더욱 괴상한 건 다음 만나는 여자도 똑같이 키스하고, 손잡고, 포옹하고... 다가온다 다가온다 미치겠다 미치겠다 뜨겁다 뜨겁다 흥분한다 흥분하다...! ~라는 과정을 거친 다음 그녀 또한 눈물을 흘렸다는 점. 그래서 녀석은 누구와도 그 다음을 결코 진행할 수 없었다. 





    4

    이처럼 여자 10명을 만나면서 알게 됐다. 그게 다 가방 때문이라는 걸! 빨랐는지 늦었는지 이제야 원리를 깨달았던 것이다. 
    (1) 플리츠 스커트
    (2) 고급스러운 실루엣
    (3) 고전적인 매력
    (4) 윙클 드레스
    가방을 열면 고정된 무대. 거기에 등장시킬 수 있는 인원은 딱 1명. 누구를 퇴장시키면 무조건 다른 1명을 다시 올리지 않으면 안되도록 설정되어 있음. 이게 그 때문? 이건 연극보다는 장편 드라마에 어울리는 소재인데 아무튼 은근함을 퇴출시킨 채 확실히 말하자면 이렇다. 
    (1) 플리츠 스커트      → 눈물
    (2) 고급스러운 실루엣 → 코피
    (3) 고전적인 매력      → 귀에서 피
    (4) 윙클 드레스        →  ....애...액? 
    물론 1~4번 모두 의상이 가방을 열 때마다 매번 변한다는 걸 녀석은 정말 오래오래 지나서 알게 된다는 건 귀뜸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그만큼 녀석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점을 모르면 안되니까. 여기서 혹여 누군가는 4번 애...뭣이면 좋지 왜 나쁘겠냐며 환호성을 지를지도 모르겠다만. 그게 마냥 쾌재를 부를 일만도 아닌 게 뭐냐면! 그가 접근하는 여자가 이를 테면 브랜드 마케팅처럼 표적이 최적화되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 뭐 아무나... 막... 누구나? 골치아퍼진다. 왜 난감하지 않겠나. 
    여기서 통계에 따른 도표, 수치, 기록,,, 그래프가 어떠하니 뭐가 어쩌고저쩌고더라? ~까지 설명할 수도 있다만. 그 가운데 최우선으로 말해야 할 게 있다. 그건 무엇일까? 바로, 1, 2, 4번은 사실주의이고 3번만 환상파였다는 점. 그게 대체 뭔 말이지? 즉 결말에 가서 어퍼지든 찬물을 확 끼얹든 어차피 정점은 못 찍을지언정. 합방을 하게 됐는데, 합궁을 하니 마니, 속궁합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마침내 비밀스러운 성감대를 딱 대번에 찾아냈는데. 그러든 어쩌든 나머지는 싹 다 사실주의. 그렇지만 죄다 실패. 그런데 유독 3번만 마술적인 환각으로 NB의 마음을 황홀하도록 미칠 듯이 흔들어놓았는데. 다시 말해 3번도 역시나, 기왕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애독자여! 그대여 한번 상상을 해보시라. 그러세요 제발! 딱 어떻게 어떻게 딱 그럴려고 하는데. 그런데 상대방 귀에서 피가 나오는데 더 진행한다? 못한다. 또 갑자기 쌍코피가 흐르는데 키스를 계속한다? 말 같지도 않음. 눈물은 앞서 말했고. 경험한 사람들 거수? 물론 4번 애... 그건 우리가 만약 사후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경우의 수만 따져도 생지옥이 따로 없을 거라는 점. 그래서~ 은근이라는 간접화법이 없을 수 없는데. 그처럼 4번 만큼 곤혹, 짜증, 뚜껑열림에 대해서는 애처롭게 말을 아낌. 머리에서 부글부글 수증기가... 모락모락... (절레절레)! 근데 왜 갑자기 어디서 문어 썩은... 쉿! 
    보아하니 누구를 타석에 등장시켜도 전부 실패. 아무리 시기 적절하게 교체를 해도 누구나 헛방망이. 아니면 솜방망이? 헛발질도 한두 번이지 차라리 망신 안 당하도록 집에서 혼자 영화나 보는 게 백번 천번 나을 건 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가 쌓이다보니 NB는 알 게 됐단 말이다. 나머지는 모두 사실주의였으나 오직 3번만 환각, 환상, 환영... 마술적인 판타지였다는 걸! 즉 귀에서 피가 흐르는데 어떤 날은 그게 청록색이었다가... 누군가 귀에서 흐르는 액체는 거의 진짜 케찹과 흡사하기도 하고. 또 연보라색 액체가 귀에서 흐르자마자 막 증발하는데. 그 기체가 커졌다 작아졌다 반짝였다 초소형 불꽃축제처럼 터지다가. 물론 이건 극중 농밀한 정사씬? 머머씬? 그런 정신없는 순간에 뜬금없이... 남녀 모두 미칠 노릇인데. 여자도 여자지만... NB는 밑도 끝도 없이 뭐 귀에서 흐르는 피가 어느 날은 주황색이었다가 또 다른 여자를 만나서는 뭐, 어? 귀에서 무지개색 변화무쌍한 액체가 흐르더니 막 증발해서, 다음에 코앞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고? 누가 믿겠어. 허나 사실인데? 물론 그놈 딱 1명에게만! 
    딱 여기까지만 해도 편당 30분 잡고 20부작쯤 거뜬히 뽑을 수 있을 텐데. 
    중요한 건 어느 날 녀석은 또 꿈에서 계시를 받았다는 점. 내용은 무엇을까? 
    저번에 선물했던 그 가방을 찾으로 왔노라 어쩌고저쩌고! 그랬더니 집에서 일어나자마자 그는 사무실로 뛰어갔다. 
    그랬더니 정말로 그 마술 가방은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정말 어떻게 됐을까? 그 다음에 그 다음에... 아 글쎄 어떻게 됐냐고? 





    5

    요술 가방이 선사한 원리. 그건 앞서 괴상한 꿈을 꾼 뒤로, 요술 가방이 선사한 원리는 반대로 바껴버렸다. 
    즉 이제부터 NB는 누군가를 만나면 이상하게 눈물을 흘렸다. 
    또 어느 날 인연을 맺게 된 어떤 숙녀와 친해져서 데이트르 하고. 
    그러다 연애의 진도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끝에, 아차! 아니 저런... 저... 저...!
    딱 중요한 순간에 NB는 코피를 흘리네? 키스하던 그녀는 표정 싹 바뀐다. 
    또 딴 분을 만났더니 글쎄 이상하게 오줌마려워. 막 자주 그래. 근데 화장실에 가면 또 안 마려워. 
    뭐지? 뭐지? 이거 대체 뭐지? 그러니까 대체 누구를 만나면 귀가 가렵고, 누구와 함께 있으면 쌍코피가 나게 되어 있을까. 
    이를 테면 딱 거사를 치른 다음에 뭐 쌍코피가 터지든 말든 해야 할 건데. 무슨 뭐 마침표도 못 찍고, 어? 느낌표는 커녕, 에잇! 
    말 말자. 어? 묻지 말라고 글쎄 이 양반아. 거 사람 미칠 노릇이 이거니까 말이야. 아주 그냥 환장할 일이지 그냥. 돌아버려. 
    좋다 마는 거도 한두 번이지. 뭐가 어쩌고 어째? 
    C.P.E.Bach / Magnificat Wq215
    그래서 녀석은 결국 장편 드라마를 1단계는 1부작에서 20부작까지, 2단계는 1부작에서 30부작까지 마쳤으니까. 
    이제 서서히 다음을 구상하여 수동 기어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기어 조작을 했을까? 
    정답은 엑셀!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니까 <어떻게>부터 알아봐야 하지 않겠나. 따라서 일단 만나봤다. 
    스타벅스 커피숍에 취직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물론 모든 걸 엑셀표에 적었다. 뭐든지 기록했다. 
    그런데 스타벅스 유니폼을 입는 동안 녀석은 여자를 단 1명도 못 꼬셨다. 또 아무도 그를 유혹하지 않았다. 
   (절레절레) 그래서 그는 스타벅스를 때려친 다음 버거킹에 취직했다. 유니폼을 바꿨기 때문일까? 버거킹 매장 
    내에서는 별 일이 없었다. 다만 우연의 일치 때문인지 뭔지 날이면 날마다 그는 여자를 갈아치웠다. 그렇다고 속된 말로 막 그냥 씨를 막 뿌리고 다닌 건 아니었다. 뭐?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농담이고. 그럼 뭘 해? 
엑셀에서 주의할 만한 부분은 아무 것도 못 건졌는데. 하여 다시 유니폼을 또 맥도날드로 바꿨는데. 
    다시 말해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코피가 나지 않음. 눈물이 말랐나? 이러면 엑셀표를 작성하는 의미가 없잖아? 왜 아니겠나. 
    호시절이 다 가버린 건지 아닌지 화려한 전성기는 다시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럼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좋잖아.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누가 알겠나 그 꿍꿍이를. 





    6

    그러던 어느 날 NB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놀고 있었다. 빈둥빈둥 호랑방탕한 놈 같으니라고, 뭐 평생 놀고먹겠다고? 그 심보를 어디서 배웠는가는 몰라도 설마 어려서부터 꿈이라면 또 몰라도. 아니, 설마 어려서부터? 무슨 그런 개똥 같은 소망을 일찍부터! 그나저나 그가 받은 문자는 무엇일까? 요약하자면 이랬다. 
   "어디어디 모텔 몇 호실로 오시오. 우리의 제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대가 더 잘 알 것이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가 당신을 자기라 불러도 될까요? 안 될 건 또 뭐겠소. 더더군다나 방금 뭐랬냐, 우리 라고 하지 않았겠소. 그럼 그대는 1명인 반면 우리는 2명이지 않겠소. 왜, 생각이 많아지시오? 그러든 아니든 우리는 반드시 만나야 되는 것. 아무튼 방문은 1시간 뒤 약 5분 동안 열려있을 것이오. 혹시 늦더라도 당신의 발걸음이 느려지지 않도록 다 조치해놓을 것이오. 그럼 도착하여 우리를 뭐라 불러드릴 생각이오? 아직 우리가 누군지 모르겠소? 궁금함에 마음에 별나라로 도망가기 전에 어서 만납시다."
    이런 느낌 처음일까? 쿵쾅쿵쾅 녀석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어디 하트만? 
    장면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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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어디 모텔 몇 호실에 딱 들어섰는데. 거기에는 뒤늦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려는 것인지 막 반짝반짝, 뿌잉뿌잉, 들썩들썩 막 그랬다. 축제 기분이 고조되는 느낌으로 장식도 꾸몄고 음악도 알맞고. 그런데 그의 앞에는 웬 마네킹이 2명 서있다니! 아뿔사...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녀석은 갑자기 자기 몸의 중간, 그곳이 따듯해지는 걸 감지했다. 그때 핸드폰은 마구 울렸다. 왜냐하면 자기 사무실 출입 시스템이 경고음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불시에 누가 침입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건데. 아니 누가? 그러게 말이다. 왜 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게다가 어째서 지금이냐고. 심지어 몰래 침입해서 특수 선그라스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막 선홍색 레이저, 하늘색 레이저를 일부러 건드려서까지. 꼭 그렇게 해서라도 자기 사무실에 들어와야 할 긴박한 이유라도? 일단 뭐 가보면 알겠지. 그래서 얘네들을 어떻게 요리할까는 잠시 뒤로 미룬 체 NB는 자기 사무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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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음악을 누가 틀어놨지? Viotti / Violin Concerto No. 22 게다가 텔레비젼도 켜져있고. 무선청소기 역시나. 대체 누구야? 그런데 아무도 없어. 그렇다고 특수 침입 시스템이 오작동할 리도 없고. 그건 연방 준비위원회는 물론 스위스와 전세계 곳곳의 조세회피처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비밀 장소에서도 신뢰하는 그런 프로그램인데. 아니 어떻게... 허무감이 밀려왔다. 뭐야? 그런 허전함을 날려버릴 해결사가 바로 녀석 등 뒤에 있었다는 사실을 그땐 왜 몰랐을까. 알 리가 없지. 그때 NB는 왠지 모르게 자기 팬티를 열어봤다. 그런데 그 물건이 뭣 때문에 대리석으로 변해있지? 알 수 있나. 모를 수 밖에. 그러다 갑자기! 
    벽에 걸리 명화 속 마네킹은 느닷없이 하늘색 레이져를 녀석한테 쏘았다. 그래석 NB는 마네킹으로 바꼈고, 명화 속 nb는 밖으로 뛰어나와 녀석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제 숙주를 탈환하는 방법이 새롭게 발전했다고나 할까. 그걸 누가 감탄할 기회도 주기 싫다는 듯이 nb는 서둘러 어딘가로 뛰어갔다. 거긴 어디일까? 어디겠나. 앞서 NB가 어디어디 모텔 몇 호실 바로 거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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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어디 모텔 몇 호실. 도착하자마자 nb는 연분홍빛 레이져를 마네킹 2명에게 쏘았댔다. 그녀들의 마음을 녹여서 부드럽고, 다정하며, 따스한 육신으로 변신하게 하기 위해서! 뭐라고? 바로 그 찰나, NB의 사무실에 또 누군가 도착했음을 nb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겨를이 어딨겠나. 생각이 어디 가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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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플리츠 스커트
    (2) 고급스러운 실루엣
    (3) 고전적인 매력
    (4) 윙클 드레스
    그 넷 가운데서 또 다른 멋진 패션으로 변신한 2명. 그녀들은 NB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미 NB가 마네킹으로 변해있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녀들도... 아니다. 그녀들은 눈에서 레이져가 나가지 않음. 따라서 레이져 대신에 녀석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그녀들 본거지로 그 마네킹을 데려갈 수 밖에 없었는데. 근데 몸이 아니라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그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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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서 그녀 2명은 눕힌 NB 마네킹의 발바닥을 한 명씩 담당하고 있었다. 나머지 2명은 아직 아마 출타 중이었을 건데. 그녀들이 어서 돌아와 녀석의 두 손을 담당해서 어떤 마법을 완성시키면 녀석은 다시 사람으로 변신할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7

    1주일 후. 
    시간은 후딱 가버렸다. 
    장소는 시내. 시내에서 더더욱 멍청해진 NB를 양쪽에서 부축하여 걷고 있을 때. 저 앞에서.... 저 앞에서... 
    다음 장편 드라마는 방영되면 확인하는 걸로. ~라고 환상극은 끝날 뻔했는데. 이걸 어쩌나? 녀석은 통 무대에서 내려갈 줄을 몰랐음. 자,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이어가자면, NB는 인파가 꽤 되는 시내에서 웬 유리창에 부딪혀서 넘어졌다. 쇼윈도우라고 하나? 그럼 이미 마네킹들이 녀석을 아이쇼핑했을 수도 있다는 얘긴데.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주목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은 그 장면을 보고서 웃고, 잡담하고, 미소를 감추거나 키득키득. 그렇다고 숙녀가 그 몸짓에 어떤 성적 상징이 숨겨져 있나 라면서 희번덕거릴 수 있나. 말 그대로 몇몇은 웃고 몇몇은 제 갈길 가고. 그런데 중요한 점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NB는 정상으로 복귀했다는 점. 양쪽에서 팔짱 꼈던 그녀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역시나 정면에서 작은 nb도 거울처럼 그렇게 자기한테 다가왔는데. 쇼윈도우에 부딪힌 다음에는 여자-nb-여자... 걔네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바로 그때! 
    옆에서 NB를 부축하는 마초 2명. 
   「아이쿠, 괜찮은세요?」
   「어르신, 어쩌다 넘어지셨어요? 설마 드라마처럼 저 안쪽으로 쓱 통과하실 수 있을 것 같았나요?」
   「그러게 말예요. 정신이 좀 드세요? 설마 그게 가능했다고 해도 그럼 이 세상에 초능력자 아닌 사람이 어딨겠어요. 안 그래요? 저희 같은 잔챙이라고 뭐 불행과 가난만 양쪽에 꿰차고 살란 법 있냔 말이에요. 기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건 아마 계획에 따라 실행된 작전은 아닐 겁니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아냐구요? 그야 뭐 엄마한테 물어보면 알겠죠. 그러지 말고 '엄마한테 말하지 마'라는 나이트클럽에나 갈까요? 무슨 이런 재미없는 농담도 농담이라고. 개똥 같은 잡담 그만하고 일단 우리랑 갑시다. 어디로 갈지는 가보면 알겠죠. 물론 고급스러운 리무진을 타고 갈 테니까, 칵테일도 드실 수 있죠. 당연히 마술사의 조수는 미녀일 테구요. 어떻게 취향은 그냥 치마, 아니면 치마+스타킹? 그런데 저희도 주어진 좌표로 가는 게 임무일 분 그곳에 어떤 귀빈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기가 막힌 파티가 벌어지고 있을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요. 다만 형씨께서는 가셔서 결코 손해보시진 않을 테고. 우리가 선생을 모셔가는 데 실패하면 우리는... (절레절레) 말도 말어요. 말도 마시라구요. 왜냐구요? 아 글쎄 묻지 마시라니까요. 그래도 뭔가 궁금하니 조금 힌트를 쓱 흘릴까요? 영화에서 보셨어요 안 보셨어요? 황홀한 몸매, 천상의 목소리로 마음을 녹여주는 교태. 귀여운 게 강아지랑 똑같네. 웬 나이트가운과 파티복과 무슨 패션쇼를? 그런데 무슨 가면무도회도 아니고 막 사람들이 쓴 가면은 초정밀한 상어대가리, 독수리 머리, 돼지 머리, 코뿔소 머리... 등등. 그럴 줄 알았죠? 아니에요. 모두 나체. 그리고 선그라스. 또 하나? 마스크!」
    리무진을 타고서 도착한 곳은 말 그대로 대저택. 
    정문부터 또 다른 정문까지는 멋진 오픈카를 타고 이동. 
    다시 2번재 정문부터 3번째 정문까지는 적토마, 백마, 천리마...애마를 타고서. 
    그렇게 어떻게 어떻게 파티장에 입성. 중간에 물론 8 대 2 가르마가 깔끔한 요원들이 암구어를 물어봤을 테고. 
    주변에는 가죽점퍼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는 건 NB 혼자! 
    그렇게 딱 들어갔는데. 진짜로 앞서 말했듯이 모두 나체! 심지어 속옷을 하나도 안 입음. 
    그런데 알고 봤더니 죄다 마네킹. 그런데 100명? 200명? 몇 명인지 몰라도 전부 다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없고. 요한 쉬트라우스인지 그 주니어인가 2세인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미묘하게 눈을 돌릴 때, 
    발걸음을 멈췄다가 움직일 때. 시선을 돌릴 때. 뭔가 관심을 보일 때. 호기심을 발동하는 그 순간. 
    여러 마네킹들은 미묘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 그래서 너무너무 이상하다 싶어서 그는 그 가운데 
    새끈한? 어떤 숙녀를 만져봤다. 뭐야? 따듯하잖아! 그래서 알게 됐다. 
    이 수많은 마네킹들은 전부 다 마네킹이 아니라는 점. 그럼 누구는 하체만 사람이요... 
    또 엑셀파일처럼 자료 입력해서 휘리릭, 삐리릭 CPU 돌리고 RAM 구동시켜야 하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음악 장르가 뒤바뀌며, 드라이아이스 수증기를 비롯해 변화무쌍한 분위기. 어떤 줄거리가 이어질까, 
    배후에 감춰진 속임수는 무엇이며, 유인하여 몰고갈 다음 등장 인물을 예상하도록 귀뜸해줄 텐데. 
    ... 라고 골똘히 전머리를 너무 굴렸기 때문일까? 그는 소파에 자빠져 스르륵 잠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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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류 나이트클럽. 허나 한땐 더 잘나가는 클럽이 없었다더라 어쩐다더라. 심지어 일부러 삼류로 꾸몄을 뿐 그 안에서만 비밀문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사설 비밀 클럽이 있다더라. 소문만 무성한 그런 나이트클럽. 거기서 그 뭐지 고전영화 죠스에 보면 철창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그걸 바다 밑으로 들여보내 어쩌고저쩌고. 그런 철창 비슷한 데서 NB는 깨어났다. 근데 복장이... 나체에다 황금색 반짝이 팬티! 그리고 부족한 근육은 실리콘으로 붙이고 어쩌고. 또 얼굴은 뭐가 씌여져 있는데 본인은 알 수가 있나. 설마, 넘어가고. 또 SF 영화에 나오듯이 로봇의복을 입고서 막 전투하고 그러는 것처럼, 로봇이 그의 등과 팔다리 곳곳에 부착되어 있거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연결만 되어있는데. 그렇게 관절꺾기 인형 이름이 뭐지,,, 막 로보트 춤을 출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면 삼류 나이트클럽 손님은? 다음 내용은 장편 드라마로 개봉되면 관람하는 걸로. 





    8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인생이란 잠깐 기분 좋았다가 대부분 빈정상하는 건가! 말할 것도 없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아니어야 하니까. 이처럼 녀석은 끊임없는 공상 때문에 괴로웠다. 상념은 늘 그를 괴롭혔다. 게다가 슬럼프와 부쩍 친해지기까지. 심지어 가난은 끈질기도록 NB의 뒤꽁무늬만 쫓아다닐 따름. 뭐가 어쩌고 어째? 말하자면 탐스러운 열매는 자꾸 미래로 도망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정말로 그는 괜찮은 애마를 배당받지 못한 걸 늘상 망각했다. 그러면서 이따금 내뱉는 혼잣말은, 아니 누굴 바보로 아나! 물론 농담 반 진담 반. 그게 아니라 풍문으로 전해질 수 없는 긴가민가일 뿐. 그러므로 밝은 내일에 대한 가슴 부푼 희망 대신에. 그 대신에 자기도 모르게 어떤 저속한 제목을 떠올릴 것이다. 다름 아니라 뭐, 경리녀 따먹기 같은 삼류 드라마 제목을 말이다.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아직도 그런 개뼉따귀 같은 잡담에 귀기울이는 사람이 있나? 필자가 알기로는 단 1명도 없다. 이 세상을 오락산업이 떡 주무르듯 하는 시대에 그런 개 풀 뜯어먹는 헛소리가 재밌다는 것부터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신비로운 상상력을 어떻게 쥐어짜내려고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그게 한다고 되나? 그럼 얼마나 좋겠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건 멜로드라마 주인공들 얘기일 뿐이다. 그러든 어쩌든 흠모하는 애정은 끈질길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군지는 몰라도 공공연히 알려진 진실은 아마도 그것. 짧게 말해 뉴 페이스? 이럼에도 불구하고 소망 충족을 어떻게 하나. 그래서 식탐이 농간을 부렸다. 곧 그는 실수로 폭식에 몰두한 것이다. 쯧쯧. 물론 오래가진 못했다. 결국 현실 초월과 초망 충족은 택도 없는 희망에 지나지 않은 것. 고로 남은 건 애만 태우는 재미없음. 아니면 쩔쩔매는 가난? 그럼 지금이라도 어떻게 비밀이나 추억에서 둘 중 하나를 만들어볼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님. 고로 남은 건 세상의 기쁨, 환희, 만족, 선망을 두고 보고만 있어야 하나? 그러던가. 아니면 내 불만을 애써 눈치 못 챈 척하든가. 그게 뭐야! 결국 아니나 다를까 꼼작없이 심심함. 할 수 없이 따분. 어쩔 수 없도록 재미없음. 당연히 권태한테 맺집 부르트도록 샌드백 신세. 이래서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뭐랄까 우리는 엉덩이 근질근질한 거 못 참는다고나 할까? 농담이고. 
    그래서 녀석은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뭐, 또? 말하자면 자기 자신에게만 보이는 등에 딱 달라붙은 로봇. 타인에게는 보이지도 않고 누구도 볼 수 없는 그것. 그것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떡해야 하나를 고민하기 위해서였다고나 할까.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오줌을 눠도 알록달록 무지개빛이요 뭔가를 집어도 홀린 듯 제 의지와 때때로 다르게 움직이는 생활. 그래서 그는 마침내 X맨 연구소로 찾아갔다. 끝까지 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언제까지 웜홀 연구만 할 수도 없고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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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21. 10. 31. 16:48

    1

    사색가로써 전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인생. 그래서 역전을 꿈꾼다? 바라든 아니든 갑자기 외계인으로 변신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마음에 없는 말과 욕망은 아마도 상치될 텐데. 그로 미루어 짐작하면 그 둘이 대치하면 뭘 하나. 재미없음과 심심함이 대적한다 한들 그 어떤 황홀함은 그림의 떡일 뿐인데. 말이 너무 심했나? 첫째 심하다기엔 좀 뭐하고, 둘째 아무도 듣지 않으며, 셋째 현재 NB한테 떽떽거리고 닦달하며 잔소리 얻어들어도 정신 못차릴 지경이라는 게 중요할 따름. 그래? 뭐가 그래. 그러긴 뭐가 그래! 이런 형편에 어떻게 듣도 보도 못한 사랑에 빠지겠나. 어림없다. 멜로드라마는 관심 없고 야망은 통 말을 안 듣고. 어쩌지? 그야 본인 알아서 하겠지 뭐. 그러니까 이제는 마음은 새파래졌고, 피부는 핏기를 잃었으며, 세상이 노랗게 보일 지경. 그러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하늘이 연분홍빛으로 보이네? 단지 석양이었다. 시간이 정지된 줄 알았겠지. 한편 갑자기 그는 인터넷 대작 게임에 빠졌다. 흡사 청초한 미녀에게 첫눈에 홀딱 반한 것처럼. 그러나 예사롭지 않은 친밀감은 3일에 불과했다. 그럼 그렇지. 하여 이제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낙옆만 봐도 웃을 수 없는 중년. 드디여? 사랑에 대한 애착이 돈독하면 뭘 하나. 결국 말만 무슨 머쉰이라는 둥 그랬지 알고 보면 허당 중의 허당. 이래서 우리는 무언가를 알 수 있다. 즉 숙녀에게 반하기는 쉬워도, 능력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뭐라고? 하오나 무능력자가 뭐 어떤가. 적당히 행복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이제 와서 사교계에 늦깎이 데뷔를 왜 하나. 그 때문에 잔머리는 아마 이렇게 돌아갈 듯. 심심한데 마술을 독학할까, 여자말 번역기 학원에 다녀 그녀들의 마음을 녹여줄까, 아니면 청개구리 허당계를 창단할까. 뭐라고? 생각한다는 거 하고는. 이래서 여자가 없지! 그러니까 사랑은 완성하기 힘들다. 행복을 어떻게 정복하나. 가난한테 눈탱이 맞지나 않으면 다행. 말이 심했다만 다 웃자고 하는 말인데 듣고 보니 안 웃기군 그래. 그래서 어떻게 숙녀의 손금을 봐주겠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됨. 결국 그는 권태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남자였다. 그럼 이제 권태기가 복수할 차례일까? 차례는 무슨.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 연애를 해보고 싶다고?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는 그냥 소파에 자빠져 TV나 보라 그래. 시내에 나가 눈 돌아가면서 평균연령이나 깎아먹지 말고 말이다. 다 커서 그게 뭐야! 찌질한 녀석. 한심하다 한심해. 한편 뉴스에서 또 토마토와 마늘이 정력에 좋다더라 라는 걸 보고서... 귀 얇으면 피곤하다. 그러니 젊음을 탕진해서 현재 지갑 없음? 허나 고깝게 듣지 말자. 왜냐하면 미련한 놈이 곰 잡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기나긴 푸념은 대체 언제 끝날까? 그야 허당이 골든벨을 울리면 끝나겠지. 아니면 복권은 꽝되던가. 아예 사본 적도 없다고? 그러든가 말든가. 이래서 늦잠 자며 꿈에서 깨어나기 싫을 텐데. 그래 봤자 개꿈은 꾸나 마나다. 그러니 또 단꿈이 선명치 못하니까 반투명한 공상이 대신할 것이다. 가령 이런 식. 나는 어제 누구를 자빠트렸을까, 아니 나는 지금 뭐 하고 자빠졌나! 또는. 심심한데 (피동격으로) 짝사랑이나 받을까 아니면 (능동적으로) 누군가를 유혹할까.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건 그렇고. 그는 갑자기 뭔가 놀랄 만한 전개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아지트에 가보기로 했다. 실상 도망가버린 젊음 때문에 상심할 수도 없는 노릇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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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트는 문 닫았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나는 야외로 한바퀴 돌기로 했다. 드라이브! 혼자? 조용해서 좋지 뭘. 그렇게 사무실에서 아지트까지 걸어갔다가 아지트가 닫힌 걸 보고 야외로 자동차 타고서 나가려고 했는데. 그런데 내 자동차가... 어디로 갔지? 주인은 여기 있는데 지 혼자 어디로 가버렸나? 그렇다고 세계적인 미술품 수집가의 수하에 있는 중간보스가 내 허름한 중고차를 훔쳐갈 리도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뭐지? 아니면 웬 바보가 지 혼자 영화 찍는다면서 내 차가 마음에 들기 때문에 문을 딴 다음, 드라마에 나오듯이 파란선-빨간선-초록선-노란선에서 피복 벗겨 뭐와 뭐를 연결했더니. 그렇게 시동 걸어 몰고 가버렸을 리도 없을 텐데. 거 참 이상하네. 그런데 어쩐지 동네에 캠핑카가 최근 세워져 있었고, 사람들이 이따금 들락날락하는 걸 알아보니 그건 점집이었다. 웬 영험한 도사가 일시적으로 땅기운이 좋기 때문에 머물르면서 사람들 점을 봐준다고 하는데. 그 양반한테 물어봐야겠군 그러면서 나는 그 캠핑카에 방문했다. 
   「도사님. 제 차가 사라졌어요.」
   「그랬어요?」
   「되묻지 마시구요.」
   「그건 제 마음이지요. 찬찬히 상황을 확인하고자 수긍하는 건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그랬나요? 그럼 저를 다그쳐주세요. 딱 보니 저 같은 허당 혼내주시는데 재주가 탁월할 걸로 예상합니다.」
   「네? 그건 또 무슨... 형씨는 저랑 말이 잘 섞이질 않는군요.」
   「그래요?」
   「그래요? 되묻지 마쇼. 거 참 우리가 왜 만났는지 자꾸 헷갈리게 만들거요?」
   「네? 그건 제 마음이지요.」
   「벌써 날 따라하시네. 아, 그러고보니 제가 먼저였군요. 오랫만에 적수다운 적수를 만나 반갑습니다. 아, 제 말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우린 꽤 말이 잘 통할 것 같다 그런 얘깁니다. 섭섭히 생각하지 마시구요.」
   「아니요. 무척 고깝게 들립니다.」
   「거 참, 이럴 게 아니라 인사말은 이 정도로 하고. 그만 왜 날 찾아왔는지 본론을 얘기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게요. 제가 선생님을 왜 찾아왔죠?」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합니까! 설마 저한테 여자를 소개받고 싶으신 건 아닐 테고.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요, 네?」
   「제 눈엔 선생님 얼굴이 생선 대가리로 보입니다.」
   「허허허. 재미없는 농담에 미소로 답하지 못할 만큼 난 답답한 사람 아니라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당신 새대가리요? 미안하오. 실언했소. 허나 당신이 심했어. 알아?」
   「그러니까 실없는 농담으로 분위기 떨떠름하게 만드는 난 형편없는 작자란 말이오?」
   「내가 언제 그랬소. 이 양반 그러고보니 자꾸 내 부아를 돋구는데. 그런다고 설마 내가 형씨 손금이라도 봐줄 줄 아시는 거요?」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제 성적 취향에 대해 섣부른 판단은 참아주시죠.」
   「그러게 왜 아까부터 자꾸자꾸 깐족거리고 그러시오.」
   「제가 언제 깐족거렸다고 그러십니까. 며칠 캠핑카를 관찰해보니 성별, 연령별, 매력, 감정, 외모 분포가 구분되더라. ~라며 선생님을 협박할 의도는 없다오.」
   「네? 지금 말 다 했소?」
   「저는 말 많은 남자가 아니란 것만 알아주십시오.」
   「그럼 지금 나보고 말 많다고 면박주는 거요, 것도 면전 앞에서?」
   「근데 도사님은 왜 자꾸 아까부터 제 말을 비꼬아 듣는 겁니까?」
   「내가? 아무래도 우리...끼리는 대화가 길어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소. 동의하시오?」
   「제가 왜 싫겠습니까. 저도 바쁜 사람입니다.」
    나는 그렇게 캠핑카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캠핑카 앞에 내 자동차가 있었다. 그 찰나 사이에 누가 여기다 내 자동차를 가져다 놨지? 그게 저 괴팍한 도사가 다 짜고 그랬을 리는 없을 텐데. 설마 그렇다고 할지라도 속을 나도 아니고. 싸구려 발단과 허접한 전개는 식상하다. 삼류 드라마로 날 어떻게 한번 해보시겠다? 나는 말려들 생각 없다. 사람을 뭘로 보고! 저 양반의 전직이 뭔지 의심스럽긴 하다만 그의 인생이 속된 말로 아마도 꿀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의 찬란함은 나한테 상대도 되지 않을 테니까. 하긴 유치하게 내가 저 냥반을 찾아온 것부터 문제다. 뭐 자동차야 원래 여기 있었는데 내가 막 드라마처럼 없는 자아를 분열시키고, 없는 인물을 만들어내서 반전의 반전. 그게 일시적으로 착각한 걸 수도 있다. 때문에 나는 내 자동차가 밑도 끝도 없이 캠핑카 옆에 짠~하면서 나타난 것에 대해서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바로 그때! 캠핑카가 움직였다. 뭐야, 저건 RV카랄지 자동차가 끌어서 이동하는 캠핑카인데. 당장 뭔지 모를 세한 느낌. 새파란 직감은 달아오른 흑심을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뭐? 어쨌든 저 캠핑카는 내게 말하는 듯 했다. 자기를 따라오라고! 그래? 그럼 못 따라갈 내가 아닌데. 왜냐, 내가 못할 줄 아냐? 라는 말은 참고 그냥 따라가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아서. 그렇게 녀석을 따라간지 약 30분 경과.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녀석을 놓쳤다. 그럴 거면 뭐 하러 따라오라는 것처럼 내게 도발한 거지? 물론 내 오해일 수도 있다만. 아니 근데 여긴 대체 어디야? 이게 정말 용한 점쟁이 짓인지 돌팔이 마술사가 내게 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니 증말 여긴 어디지? 차에서 내린 나는 선명하거나 상쾌한 경치를 보다가, 갑자기 그게 바뀌는 장면까지 보게 됐는데. 
    알고 봤더니 '나&자동차'보다 크게 자동차 모형이 있었고. 그 안에 '나&자동차'가 그 큰 모형 안에서 자동차 실내 디자인을 감상했는데. 알고 보니 실내 디자인을 둘러싼 화면들 전체가 일종의 TV 브라운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게 다 진짜가 아님을 알게 된 바로 그때. 저쪽에서 무당벌레 3,000만 마리가 나를 향해 맹렬히 날아오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그 위세에 눌림과 동시에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갔는데. 그러다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고 또 몇 바쿠 땅바닥을 구르다가. 그러다 어느새 정신을 잃어버림. 
    그래서 나는 어디서 깨어났을까? 
    다름 아니라 캠핑카였다.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린 자세로! 
   「선생님. 그 짧은 틈을 쪼개서 낮잠까지 주무시네요? 대단합니다.」
   「선생님? 아, 잠깐! 다리에 쥐났어.」
   「어디요? 어디요?」
   「어딘지 알면?」
   「제가 주물러드려야죠.」
   「저리 가.」
   「지금 저 보고 저리 비키라 하셨어요? 서운해요. 사람 섭섭하게 우리 정말 이러기에요?」
   「그런데 내가 왜 당신한테 선생이란 호칭을 들어야 하는 거요?」
   「무슨 소리에요, 나 같은 미녀 조수가 또 어딨다고. 선생님도 엉터리 마술사에서 쪽집게 점쟁이로 대변신할 수 있던 사연도 다 제 덕택인 거 인정하셨잖아요.」
   「제가요? 언제요! 아니 당신은 누군신데...」
   「개꿈 꾸셨어요? 설마 그 내용에서.. 저를 겁탈? 이래서 내가 앙탈을 안 부릴래야 안 부릴 수가 있나. 또 또! 쌤, 대체 언제 정신차릴 거에요, 네? 또 저한테 비법은 언제 전수해주실 거구요. 저기 줄 엄청 긴 거 안 보이세요?」
   「」
    나는 그제사 눈치챘다. 내가 돌팔이 점쟁이로 돌변한 사실을. 이게 다 어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기억을 복구하고 과정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 저 긴 줄을 어떻게 내가 다 상대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냅다 도망갔다.
   「저기 저 인간 도망간다.」
   「인간이 아닌가? 저 놈 잡아라.」
   「기와 이렇게 된 마당에 개를 패자!」
   「하필 우리 차례 다 됐는데 도망가다니. 야 잡어. 뭐 해 안 뛰고!」
   「저 놈 잡히면 가만 두나 봐라.」
   「잡힐지 안 잡힐지 일단 잡고나 보자.」





    2

    2탄을 예고하지 않는 드라마. 그래 봐야 다 방법이 있다. 그래 봤자 웬만하면 1탄 따라가기 힘들다. 그래서 결국 남자들은 새로운 여자를 결코 싫어하지 않는 건가? 사랑 얘기라면 싫증 정도가 아니라 속에서 쓴물이 올라온다. (당신은 단물이 고인다고? 절레절레) 그렇다고 꼭 블로그가 개 같단 말은 아닌데. 어쨌든 그는 상냥함을 싫어하지 않았다. 하긴 남자라면 어떻게 축복 받은 몸매에 화낼 수 있을까! 물론 NB가 아무 여자한테나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육덕녀의 관능미가 짜증났다. 그러므로 상쾌한 건수니 아름다운 유혹이니 다 지겨웠다. 또 풍운아를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즉 주술사가 아니라 작명가인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건가? 퍽이나 기특한 발상이군 그래. 석연치 않은 세상사의 복잡함은 모르겠고 그냥 놀고 먹겠다? 그래서 선뜻 인생의 신비로움을 포기해버렸나! 글쎄 아무리 쫓아도 사랑은 잡히지 않았으니 그러겠지. 이럴 때 깜짝 놀랄 만한 특별함, 색다름, 새로움이 그를 초대하면 얼마나 좋겠나. 이처럼 그는 권태로운 인생에 너무도 잘 적응해버렸다. 뭐 누군들 안 그러겠나. 이처럼 식상한 전개는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그래서 더 이상 멍청이로 살지 않겠다는 바보 선언을 했다. 그럼 뭘 해? 아무도 들어주지 않음. 실망도 옛날에 익숙. 그러니 오늘은 왜 절망이 안 오지? 체념아 놀자 그거네. 안 그래도 팔랑귀구만. 그래서 달아나는 노루 보고 잡은 토끼도 놓쳤어. 하여 이제 몸은 얼어버린 수탉이요 마음은 어쩌면 냉동참치? 그러나 잡초는 빨리 자란다. 하여 욕망이 어떻게 멈추나. 원래부터 요란한 공상은 미움받을 수 없단 말이네. 그래도 헛된 탐욕을 사랑하잔 뜻은 아니겠으나. 속된 표현마따나 백판 자빠져 놀고 먹는 놈팽이에 적임자가 아니라 딱 허당이잖아? 괜찮다.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 거야 당연하지. 그래서 웬 숙녀를 자빠트리지 못할 바에야 소파에 자빠져 TV나 보겠지. 그런데 말로는 사욕에 초연하다? 전적 없음을 좋아한다는 말처럼 거짓말인 건 뻔하다. 이래서 녀석은 기분이 나빠졌다. 어떻게 분위기가 좋아지기를 바라겠나. 하긴 그런 말도 있다. 그림의 떡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다. 뭐, 뭣이 어째? 나 참 말문이 막히네. 그건 그렇고. 그처럼 잠자코 가택감금 상태로 지내기에 엉덩이가 근질근질했으므로 그는 조용히 아지트 근처를 배회했다. 기웃기웃 하면서 새로운 얼굴 없나 직접 들어가서 탐문하긴 그렇고. 하여 얼쩡얼쩡 역시나 관찰자 직분에 충실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캠핑카의 미행을 눈치채게 되었는데. 아니 왜 나를? 그리고 미행을 하려면 안 들키도록 몇몇 조로 나누거나 위치 추적을 자동으로 할 수도 있을 텐데. 일부러 어리숙하다는 건 무언의 의사 표시일까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일부러 캠핑카를 앞서 보낸 다음 곧바로 우리의 입장을 뒤바꿨다. 이제 내가 캠핑카를 추척 중이고, 녀석은 내게 미행을 받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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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도착한 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 지대에 캠핑카가... 몇 대야? 한마디로 개수를 셀 수 없을 정도. 흡사 수출용 차량을 선적에 싣기 전에 대기 장소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여기까지는 배가 들어올 수 없는데. 그야 뭔가 사정이 있을 테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는 왜 내게 이 광경을 구경시켜준 것인지 아직도 알 수 없을 따름. 이처럼 잔머리를 굴릴 동안 내가 미행했던 캠핑카가 어디로 갔는지 놓쳐버렸다. 더더군다나 이 근방에 보이는 캠핑카는 모양과 색상과 모델이 거의, 거의 다 비슷비슷. 따라서 나는 곧장 따라갔던 캠핑카를 찾는 건 포기했다. 
    다음으로 인적이 없었으므로 소리를 질렀으나 인기척은 없었고. 사람 이외의 반응도 전무. 그래서 혹시 모르니까 캠핑카들을 열어봤는데. 그렇게 잠겨있고, 잠겨있고, 잠겨있고... 앗! 문이 열리는 캠핑카가 드물게 있었는데. 그런 캠핑카들 안에는 여지없이 곰돌이 인형들이 앉아 있거나, 아니면 아주 드물게 멧돼지나 강아지가 나를 반겼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꿈은 아닐 테고! 
    그러다 나는 단번에 깨달았다. 저멀리 보이던 캠핑카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여기가 무슨 우주도 아니고 내가 언제부터 천문학자? 잠깐 한눈을 팔고 나니까 저 까마득히 보이던... 허나 휘청하면서 쓰러지지는 않았다. 일단 뭐가 뭔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을 뿐. 그렇게 근처에서 뭔가를 탐방하며 추측하다가 바둑판처럼 세워진 대열에서 빈 공간을 보자 정신을 잃고 말았다. 





    3

    내가 깨어난 곳은 우리 동네 캠핑카 안. 깨어나서 바깥을 엿보니 사람들이 줄서서 대기중이라니. 나는 뒷문으로 도망가려다가 잠겨있길래 창문..도 안 열렸고. 어떻게 어떻게 뚜껑을 열고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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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도 NB는 사무실에서 저속한 말로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 중. 그러다 전화도 없이 미카엘이 벌컥 사무실 문을 열고 나타났다. 
   「미카엘!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연락을 미리 하면 너가 여자들을 빼돌릴 것 같아서.」
   「응? 그럼 실망했겠구나. 어쩌지?」
   「뭘 어째. 어쩌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난 절망했으니까.」
   「너까지?」
   「뭐? 너 여전하구나.」
   「그러면 너가 날 변화시켜줄래?」
   「내가 왜? 너 알아서 해. 그러니까 연애를 하던가.」
   「말하는 폼을 보니 너 연애 얘기 하러 왔구나.」
   「넌 눈치가 그렇게 빠른데 왜 여자가 없냐?」
   「없기는 누가 없어? 지금도 나는 활발한 현역이야 임마. 어?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라고. 알어?」
   「알든 모르든 오늘은 내가 화자다. 넌 청자니까 일단 듣기나 해.」
   「뭔 말을 하려는 건데?」
   「얘기가 좀 길어.」
   「예상하고 있었어. 어서 털어놓지 않고 뭘 해?」
   「급하기는. 그렇다고 내가 성급하게 거짓말을 지어낼 수는 없는 거 아냐. 안 그래?」
   「난 너 보고 소설 쓰라고 한 적 없다.」
   「알아. 그래서 더더욱 나의 로맨스는 아름다울 뿐.」
   「너 못 보던 새에 많이 유치해졌구나. 난 계속 듣고 있어야 하냐?」
   「응.」
   「일단 우리가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지? 넌 그게 문제야. 기억력이 여자와 관련되어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 그나저나 내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지? 아, 그거구나! 나는 말이야, 음 최근 부쩍 상상력이 빈곤해졌어. 허나 나는 재미없는 삶에 괴로워하지 않았다구. 왜냐하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현실을 환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내가 뭐 영화처럼 짜릿한 사랑을 꿈꾸지는 않았어. 내가 언제 야망 키우는 거 봤니? 그런데 이런 내가 애인에게 무엇을 선물할까를 왜 고민해야 하냐. 안 그래? 근데 이런 비논리적인 화법 나도 적응이 안돼. 그러든 어쩌든 참다못해 드디여 타락해야겠단 말은 아니야. 왜냐하면 사교계도 귀찮고 무도회마저 관심 없으니까. 그래? 그러거나 말거나! 좌우지간 흔해빠진 지겨움은 아무렇지 않을 거야. 너도 그래? 몰라. 너가 나처럼 여자를 많이 만나봤어야 인생이 뭔지를 알지. 어? 그러게 언제까지 대어만 노릴 거냐, 어? 늑대는 잡어야. 알아? 그만 소망으로 목표를 바꾸란 말이야. 너 그러다 날 샌다. 아끼다, 말 말자! 이러니 판에 박은 권태야 친숙할 따름. 왜냐, 그러다 소 뒷걸음질에 쥐를 잡을 수도 있거든. 허나 말이 쉽지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하냔 말이야. 만약에 삶이 식상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함.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 당혹스러운 짝사랑? 개한테 풀이나 뜯어먹으라 그래. 무슨 개뼉따귀 같은 잔소리를. 너도 내가 약장수로 보이냐? 나는 낯술 하지 않았어. 흐흠. 일단 웬만한 숙녀들은 너한테 속아넘어갈 리가 없다는 거만 알아둬. 그렇다고 늑대의 인생을 폄하하겠다는 말은 아니다만. 뭘 해도 싫증이 빠른데 어쩌란 말이야. 하여 오늘도 아마 희망찬 미래에 대해 한바탕 떠들어볼까 생각하다가 느닷없이 동공이 확장되는 너가 생각나서 찾아왔어. 왜냐,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심심해할 거거든. 그럼 전화를 하던가. 왜 너는 부를 때만 타석에 등장하냐, 어? 늬가 무슨 대타냐?」
   「어.」
   「그래? 그럼 그렇고. 하긴 만일에 개뼉따귀를 보고도 개침을 흘리지 않는다면 그건 개가 아니지.」
   「그건 또 무슨 얘기야? 너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정신차려 이 친구야.」
   「나는 정신을 잃지 않았어. 나는 인간이야. 난 남자라니까. 남자는 여자를 탐하게 되어 있어. 물론 여자도 똑같지. 그럼 여자도 혹시...? 에잇 설마~! 신바람 나는 멜로드라마에 혹여 내 추종 세력들이 짜증낼지 모르니까 헛소리만 하는 건 아닌데. 기발한 환상극을 절대 못 써서 창작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두면 돼. 너도 알다시피 나 영화판 때려쳤어. 직업을 바꿨단 말이야. 물론 전업이 완성되진 않았어. 내가 미완성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계절이 바뀌는 그 찰나의 여심을 내가 가만놔둘 수는 없으니까. 물론 농담이야. 근데 내가 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지? 그러게 중간에 내 얘기를 끊어야 할 거 아냐. 왜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건데?」
   「왜냐하면 나는 듣는 건 잘 되는데 끌고 끊는 건 잘 안돼. 그래서 나는 너네들이 연락할 때 다 갔어. 언제 너네들이 나한테 연락했을 때 내가 안 간 적 있냐? 없어. 그런데 동시에 내가 너네들한테 먼저 연락한 적 있든? 없어. 그러니까 제발 날 묻어가게 해줘. 너도 알다시피 난 그냥 업혀거야 하거든. 이래 뵈도 날 업어본 여자도 있다 너, 아니? 아무튼 생각해보니 내가 무슨 마누라한테 잡혀살아 찍소리 못하는 남편도 아닌데.. 왜 난 그렇게 살았지? 정말로 난 감독 손끝만 보고 산 듯 하단 말이야.」
   「그걸 이제 알았냐? 그래서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알아?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라고. 그러게 어디 연애 아카데미 같은 데라도 등록해서 좀 배워. 어?」
   「그래서 남은 건 뭐 맥 빠진 인생과 김 빠진 사랑? 놀고 있네. 재미없다. 알고 보면 여자들이 미남한테 환장한다는 비밀도 녀석은 지 입으로 말 못하겠지. 뭇여성들이 어떤 매혹에 대한 욕망이 굴뚝같단 말을 어떻게 자기 입으로? 혹시라도 풍문으로라도 듣는다면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면 그만.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 모두 법 없어도 살 사람들이라면 좋겠지만 그건 꿈이니까. 뭐? 멍청함에 약은 없다. 그러게 내 뭐랬나. 아니다. 쥐구멍에 볕 뜨지 말란 법 없다. 더더군다나 녀석도 뭔가를 기대하는 것도 같은데. 그 꿍꿍이가 대체 뭐지? 지가 뭘 안다고. 그런데 그게 어때서?」
   「너 못 보던 새에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구나. 원래 정상이 아니란 거 정도는 우리들도 반신반의했는데. 너 이 정도였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왜 늬가 하냐?」
   「너 보다는 내가 그나마 정상이니까.」
   「너 말 다 했어?」
   「어허. 머쉰, 왜 그래?」
   「내가 무슨 머쉰이야. 나는 그냥 말이야. 너가 터미네이터지.」
   「나는 터미네이터가 아니야. 늬가 우머나이저지.」
    이런 식상한 얘기를 한도 끝도 없이 읽어달란 말은 아니다. 밑도 끝도 없는 헛소리를 대체 누가 반기겠나. 이런 개뼉따귀 같은 대화 증말 징글징글하다. 밤이나 낮이나 이런 (저속한 표현마따나) 개소리 누가 못 지어내나! 안 그런가? 흐흠. 





    4

    그나 저나 NB는 찬찬히 미카엘의 얘기를 장장 1시간 들어줬다. 그래서 1시간이 경과하여 미카엘은 겨우 몸이 풀린 정도라고나 할까? 그러다 미카엘은 1시간 30분 정도에 마침내 본론을 꺼내놓았다. 듣고 보니 최근 어느 여자를 만났는데 둘이 한편의 낭만극을 찍었다는데. 살림도 차리고 남들 하는 거 다 했다는데. NB는 미카엘과 절친한 사이일 뿐만 아니라 미카엘의 친구를 거의 다 알고 있었다. 미카엘의 모르는 인생사도 별로 없을 정도로. 그런데 미카엘이 털어놓는 얘기가 신빙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들어줬을까? 믿기지 않았으니까. 늬가 어디까지 나불대나 보자 까지는 아닐지언정. 왠지 모르게 나도 미카엘처럼 가슴 절절한, 코 끝이 찡한 사랑을 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NB는 듣다 듣다 녀석의 말을 확 끊었다. 
   「너 언제까지 여자 얘기만 할래? 듣고 보니 얘 안되겠네. 뭐 아까 말한 누구? 그런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났다고? 너 원래 여자 없었어.」
   「」
   「」
   「너 원래 여자 없었단 말이야.」
   「그래?」
   「그래 임마. 너 저번에도 그랬자나. 오늘 갑자기 늬 차가 없어졌다고. 뭐 페라리 FF인지 루소인지? 멋진 차가 왜 갑자기 사라지냐. 원래 없었으니까 그랬지. 대체 누가 널 이렇게 만들어냐. 그게 궁금하다.」
   「」
   「」
   「늬가 말하니까 정신이 번쩍든다.」
   「그럼 만약에 내가 말하지 않았다면 너 오늘 밤새도록 얘기하려고 했니?」
   「응. 왜냐하면 내 정신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럼 너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잖아.」
   「알아 임마. 말하지 않아도 돼. 늬가 생각하는 거나 내가 생각하는 거나. 너나 나나, 응?」
   「그나저나 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제야 하는 말인데 아아 그렇구나. 이제 생각났어. 그게 다 오오 이제 보니 그 모든 게...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는 거네. 캬,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듣고 보니 미카엘은 새로 사귄 친구 초대로 웬 대형 농공단지에 놀러갔다가 논 다음 집으로 복귀했는데. 그날 갔다 다음 날 왔는데. 1주일이 훅 가 있었다는 거다. 즉 1주일 기억이 확 날아가버렸네? 녀석은 그때 이후로 자기도 모르게 환상을 지어내서 자기가 막 믿는 삶을 살고 있더랜다. 
   「거기가 대체 어디야?」
    우리는 그곳으로 출발했다.





    5

    거긴 캠핑카 결집지였다. 물론 그 둘은 당장 그 한복판까지 진출하진 않았다. 그곳을 조망할 수 있는 요새 같은 정찰지를 탐방하여 괜찮은 관측지에서 그곳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너 내가 언제 거짓말 한 거 본 적 있냐?」
   「넌 옛날부터 입만 열면 거짓말이었어. 물론 참말도 했지. 그래서 종잡을 수 없었어.」
   「그래도 넌 잘 구분할 수 있었을 거 아냐. 왜냐하면 친구니까. 우리들은 늘상 만나는 친구끼리만 놀았고. 그런데 어떻게 농담을 구분 못해?」
   「이런 상황이 닥칠지 미리 예견했다고나 할까?」
   「늬가 노스트라다무스냐?」
   「그나저나 저기에 내려가 볼까?」
   「너가 가자면 갈 수는 있는데 난 별로 추천 안한다. 왜냐, 너도 나처럼 될 수 있거든. 내가 이상하게 변했으니까 오늘 너가 내 정신을 깨워줬잖아. 근데 너가 이상해지면 누가 널 챙겨줄 건데. 나? 나는 여자 만나느라 바뻐 임마. 물론 노력은 하겠으니 난 너 감당 안돼.」
   「나도 너가 날 챙겨주는 건 기대도 안해. 바라지 않아. 더구나 나도 새로운 육덕녀를 영입하면 그만.」
   「뭐 새로운 슈퍼모델을 벌써 선점했다고?」
   「그런데 있잖아 저기는 내가 최근 방문했던 곳이거든.」
   「너도?」
   「그래. 근데 내가 저기 가봤을 때는 저런 농업지대가 아니었어. 지금 보면 비닐하우스가 바둑판처럼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는데. 내가 저기 갔을 때는 그게 아니라 캠핑카들이 약간 느슨하게 줄지어서 꽉 차 있었거든.」
   「그게 언젠데?」
   「한 2,3주 됐나?」
   「정말이야?」
   「정말이지. 지금은 뻥칠 때가 아니잖아.」
   「그때 거기 가서 뭐 했는데?」
   「딱히 한 건 없어. 다만 이상하긴 이상했지. 왜냐하면 그곳을 둘러보다가 나는 정신을 잃었고, 깨어났을 때 우리집 근처 캠핑카 안이었으니까.」
   「진짜야?」
   「아 진짜라니까 글쎄.」
   「그러든 어쩌든 오늘이 중요해.」
   「그럼 내일은 안 중요하냐?」
   「내가 언제 내일이 없댔냐? 나는 오늘만 사는 남자가 아니야.」
   「그럼 나보고 어제에 묶여 있는 늑대로 살란 말이냐?」
   「그러지 말고 늬 생각을 말해봐.」
   「아무래도 가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아.」
   「너도?」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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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전환.
    NB와 미카엘은 함께 현장까지 내려갔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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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도착했더니 거긴 농공시설이 아니라 종교시설! 뭐지? 
   「저길 꼭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일단 철수하는 게 어떨까?」
   「그게 좋겠지?」
   「그래. 술이나 먹으러 가자.」
   「내가 좋은 델 알고 있어.」
   「가자.」





    6

    인생이란 네모난 구멍에 둥근 뚜껑일까? 그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린가. 그게 그러니까 한갖 감상적 기분에 젖어있을 때가 아닌데. 그럼 뭐에 흠뻑 젖어야 하냐고요? 질펀한 상상력은 남자도 짜증낸다. 그런데 어떻게 숙녀가 음습한 분위기를 좋아하기를 바랄까. 다 부질없다. 소용없어. 가라 그래. 필요없으니까. 자, 이제 절망과 상심과 체념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음. 또 누가 아나? 해가 동쪽에서 뜰지 말이야. 아, 그게 정상이구나. 난 또 뭐라고. 이래서 나는 어떤 저질 성적표를 용서할 수 밖에 없었다. 초라한 전적에 대해 후회가 있을 턱이 없지. 안 그래도 지적 호기심도 바닥났다. 그렇다고 특히 시간 낭비에 민감하던 청춘을 되찾고 싶단 말은 아닐 테지만. 뭐랄까 절망에 무감해질 거라는 예감이 적중한 게 아니라 그냥 늙은 건가? 답답하군. 왜 한심하지 않겠어. 하긴 시간은 유독 그대만 비켜가는군요, 라는 대사를 읊을 기회가 없으니 당연할 테지. 이런 와중에 점을 쳐보면 어떨까. 추정컨대 내가 운명을 썩 신뢰하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희망은 멀어져가고 슬럼프는 내 바지끄댕이를 붙잡은 체 놓아주질 않고. 어쩌지? 뭘 어째. 어쩌긴 뭘 어쩌냐고. 완전 기쁜 연애를 하면 된다. 그렇지만 신나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감으로 나는 부적합인 현실. 받아들여야지 안 받아들이면 어쩔 건데. 이래서 사교계가 날 거절했구나. 엑스트라와 부합하지도 못한 허당이니까 이해는 하는데. 거 참 너무한 거 아냐? 아니다. 번민과 빈곤과 고뇌와 더불어 절망까지 감수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러니까 사색가도 모험가도 풍운아도 해결사도 웬만한 별명들은 날 도저히 공인할 수 없는 거다. 그렇다고 불만족이 뭐 자랑이란 말은 아니다만. 거 기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만 사랑을 모를까? 굶주린 늑대들이 뭘 안다고. 불여우도 똑같다. 어쨌든 타오르는 욕망의 본심이 뭐냐고 묻지 말자. 차라리 애인한테 비키니를 선물하자. 아니면 뜬금없이 여행이나 갈까? 내가 지금 개소리를 지껄일 때가 아닌데 라면서 자학하고 싶단 말이 아니라. 정말로 어디서 개 짓는 소리가 들려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럼 뭐 언젠 안 그랬나? 근데 내가 지금 뭐 하고 자빠져 있는 거지! 일하기 싫어 핑계 삼아 앓는 소리 남발할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떠나자. 한다면 한다. 가면 된다. 미술관 왜 혼자 가면 안되나. 놀이공원에 혼자 가서 뭇여성들 뒤꽁무늬를 따라다니겠단 말은 아니다만. 멋진 해수욕장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러나 사무실을 나가면 귀찮은데... 그래서 소파에서 나갈 궁리를 않음. 이처럼 나도 어느새 말이 많고, 좋고, 길어져버렸다. 이걸 대체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긴 뭘 어쩌면 좋아! 이번 기회에 새끈한 자동차를 사고 여자도 바꾸면 되지. 아니, 그게 아니라 말이 그렇단 거고. 이처럼 낭만은 멀고 초현실주의로부터 간택받을 수도 없는 실정. 그러니까 만만한 인공지능을 불러도 대답이 없지. 또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인공지능?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럼 또 패자무언이냐, 핑계 없는 무덤 없다. 전자와 후자 사이에서 난처해 할 거 뻔한데. 미련한 놈 쓰잘데기 없는 생각만 부자구만. 곰은 대체 언제 잡을려고 말이야. 이런 마당에 내가 어째서 사랑의 기쁨을 선망해야 하나. 차라리 사랑의 슬픔에 짜증내는 게 좋지는 않을지언정. 혹시라도 뿔을 구하러 갔던 낙타가 귀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냥 시나 쓸까? 날마다 하는 일이 그건데 무얼 더! 뭘 해도 재미없음이 다 늙음 때문이라는 걸 빤히 연구해봐야 부질없다. 
    그래서 NB는 미카엘한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없는 전화번호라고 하네? 이 자식이...!
    하는 수 없이 NB는 혼자 캠핑카 천국 & 농공지대 & 종교시설이던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녀석은 혼자 그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무지 거길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산세가 막 많이 변한 것도 아님. 어떻게 된 거지? 숲 안에 있을 게 아니라 좀 멀찍이 떨어져서 봐야 하나? 하여 전망대까지 가서 조망을 살펴봐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원래 장소인 공원에 도착했는데,,, 공원 어딘가에 숨어있을 리는 없고. 이상한 <관계자외 출입금지> 구역이... 설마... 혹시 전체가 다 공원으로 바꼈나? 지금으로서는 그거 말고는 답이 없었다. 아니 진짜로 오직 그것만이 사실인 듯 하다. 어떻게 된 거지? 일단 NB는 철수했다. 
    그리고 그날 그는 집에서 혼자 거울을 보다 허물을 벗었다. NB의 외피를 벗기면서 nb가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에 nb는 곧바로 로봇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A) 캠핑 축제 → 숙주찾기
    B) 농업 단지 → 허물벗기
    즉 A,B 출신들은 각자 자기가 소멸하기 전에 옮겨갈 숙주를 찾는다랄지 또는 허물을 벗고 알까기를 한다랄지. 여기까지는 nb가 체험한 직접경험이고. 그와 더불어 공중부양, 유체이탈, 부활 등을 추가하여 각종 도표에 따라 인물관계도를 한쪽 벽면에 그려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다. 
    바로 그때 미카엘의 아들이 nb 집 밖에 도착해서 그를 불렀다. 
   「대부.」
    당연히 nb는 천리안이자 은하계 바깥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으므로 고개를 까딱했다. 
    올 것이 왔을까? 그런데 뭐 하러! 뭔가 목적이 있겠으나 남자끼리 만나서 뭘 하게. 
    뭐 남자 둘이서는 극장 조조 프로만 봐야 하거나, 남자 셋 이상일 땐 저녁 영화를 봐도 되는 암묵적 규약에 서명하려고? 아니면 갈 데까지 갔나.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없애는 그 머드라 그 거 있잖나... 제거... 뭐 그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느낌 세한 상황을 nb가 예상하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그는 미리 천적 관계에 해당하는 누군가를 
근처에 서성이게 만들었는데. 그와 같은 쫓고 쫓기는 드라마의 몰입도는 아마 nb가 봐도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걸 영화화시킬 수 있는 제작사를 알아보기로 했는데. 다음 내용은 다음 기회에! 





    7

    NB는 깨달았다. 황홀한 사랑을 꿈꾸어봐도 소용없다는 걸. 그럼 어차피 칙칙할 거라면 차라리 nb한테 재량권을 내어줘버릴까도 생각해봤다. 그렇지만 언제 녀석이 노크하는지 알 수가 있나. 그 때문에 뭇여성들한테 윙크하는 추태를 부려서도 안될 것이다. 하긴 연애도 무기한 찬란할 수 없다.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 법이거든. 그럼 작명가의 이상은 영원할까? 하다 하다 밤의 황제라는 호칭을 스스로 부여할 생각을 하다니. 그런데 이런 녀석을 잡지사는 왜 은퇴시키지 않는 걸까. 그 허접한 이유를 알아서 뭐 하나. 그나저나 흠모하는 그녀의 애정에 도취되어 로맨스에 흠뻑 젖는 공상의 노예 신분에서 도망가기를 소망하는데. 꽃병은 꽃을 위해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액자 같은 남자는 명화를 기다리는 수 밖에. 맥 빠진 현실이다. 아니면 매가리 없이 잘생겼다는 칭찬조차 못 받는 신세인가? 그래서 그는 아찔한 시상을 떠올렸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일 테지. 젊음은 아름답다. 허나 사랑은 냉혹하다. 따라서 야수여 뜨거운 열정으로 그녀를 만족시켜라. 만족,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쳇! 그게 시적 상상력이라면 이 세상에 시인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겠네. 맘 편히 만화영화를 보며 게으름 피울 때인 줄 아나 보지? 허나 눌변의 대명사인 NB도 어느새 말이 늘었다. 고로 변명이 왜 없을까. 어디서 또 주서들었을 것이다. 비밀을 얘기하면 그 사람의 종이 된다고! 하오나 귓구멍은 메울 수 없는 법. 그래서 차라리 귀에서 피가 나는 게 더 나을까? 낫긴 뭐가 낫나. 말을 말자. 어쨌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뭐야? 그럼 기똥찬 어제는 가버렸단 말이잖아? 투정과 작별한 게 언젠데 아직도. 남자고 나발이고 녀석은 철들려면 멀었다. 그러니까 속 없는 남자. 설마 지금도 질나쁜 누구를 기억하나? 이러니 행복이 선명해지기는 커녕 날씨까지 변덕이지. 지구 기상이변도 다 걔 때문이다. 고로 자기도 모르게 지구의 운명까지 걱정하시겠다? 꿈도 크다. 아주 야무져요. 잘났어 정말. 이러니 아직도 에로영화 무대 주변을 서성이는 망상에 빠져있지. 인생이 참말로 멜로드라마와 정반대다. 그렇지만 뭐랄까 녀석이 꼭 측은하다는 건 아니다만. 이제 알겠다. 따분하기 이를 데 없으니, 그래서 타인의 삶을 엿본다는 걸. 그럼 뭐 관음증? 수전증부터 머머증 겁나게 많네. 좋겠다. 허언증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이러니 아프로디테의 변치 않는 미모를 믿기보다는 상남자들이 오늘의 건수를 선호할 수 밖에. 그럼 또 식상한 인생은 물들어서 NB마저 육체적 사랑을 편애할 수 밖에. 그런 건 또 어떻게 금새 배워요. 이래서 사랑도 부질없다. 정결한 여신은 뭔 정결한 여신. 예술도 가련하다. 블로그? 불쌍해. 그럼 달콤한 쾌락은 끝났나? 최소한 신비한 후속타는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군침부터 말라버렸으니까. 아주 그냥 사막이다. 신기루 구경도 못한다. 그런데 그게 혹시 얕은 물에 큰 고기 없기 때문일까? 아무리 그래도 큰물로 가봐야 뱁새는 뱁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듣는 뱁새 기분 나쁠 것이다. 이래서 NB는 똥차도 없지. 하긴 똥차를 똥차라 그러지 그럼 뭐라고 해! 한편 또 남의 것도 아닌 자기 정신을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하는 걸 감지했으므로 녀석은 분위기를 바꿨다. Vivaldi / ‘Magnificat’ RV610a 허나 기분전환이 쉽게 될 리 있나. 그러니 최후의 방편으로 한동안 들리지 않았던 아지트. 그는 그곳으로 향했던 것이다. 내가 아지트에 두 번 다시 가나 봐라 만약 가면 나는...라고 했으나. 제1 정체성 바보는 죽었는데. 다시 부활했으니까 말이다. 그럼 도대체 대타들이 몇 명이야?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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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91

from 소설 2021. 9. 15. 17:06

    1

    즐거움은 부재중. 기쁨은 외출중? 아니다. 좌 재미없음 우 심심함이 그 얼마나 다행인가! 그나저나 오늘은 비둘기가 첩보를 가져오지 않는다. 오늘은? 그게 다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이라며 변명하는 녀석. 지금 어떤 대회에 출전을 준비 중인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허영심 대회는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로? 아니다.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지만 누가 모일지 뻔하다. 시간낭비에 지쳤거나 욕망이 이상해진 친구들이겠지. 근데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하지? 그러게 말이다. 말도 안되는 헛생각은 말할 것도 없다. 말 같지도 않은 농담 그게 뭐가 웃기다고. 그런데 말은 느는 반면 철은 없고. 돈도 없고. 사랑도 없고. 정작 있어야 할 건 없고 남는 건 다변이라니 (절레절레)! 자, 무작정 저 푸른 바다로 떠나자? 집나가면 고생이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nb는 주인공감이 아니다. 조연에서도 낙마. 심지어 이젠 병풍역마저 딱 끊겼다. 터놓고 말해서 그는 뭘 해도 재미없을 것이다. 더 이상 젊음의 행진과 친하지 않거든. 허나 이럴 때일수록 미지의 이상에 긍정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NB는 희망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뻥이다. 그래서 찬란함과 아름다움과 매혹은 멀어져가고 남은 건 허접함 뿐. 뿐만 아니라 새로운 손님은 다름 아니라 가난? 짜증 계기판은 오늘도 쉬지를 않는구나. 그럼 또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빨아들이던 그때를 회상하겠지. 왕년에 안 그랬던 늑대들도 있나? 놓친 고기는 다 크다. 게다가 속옷 상표가 비너스요 피로회복제 이름이 박카스면 뭐 하나. 행운의 여신은 멀리 떠나셨는데. 이래서 빈센트 반 고흐처럼 그림 그리는 재주가 유별나지 않으니까 걔는 거울을 보겠지. 그런데 거울 속의 도플갱어가 자길 비웃네? 이젠 냉소에서도 패배. 그렇지만 이제라도 낭만과 사랑과 대망에 도전해볼까? 행운아 후보군조차 마감되지 옛날. 그러게 좌 조롱꾼 우 호사가 같은 공상은 하지도 말라니까 녀석은 자꾸 왜 그러지? 알 수 있어야지. 이제 보니 투정만 예술이구만. 지가 뭘 안다고 이제 와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기초하여 환상기계를 만들겠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 그래. 혹시, 어릴 때 별명이 꼴통? 에잇 설마... 아니 진짜? 이러니 날이면 날마다 어디 쥐구멍 없나. 유혹하는 그녀의 응큼한 상상력을 눈치채고서 중년운을 봐주고 싶어도 주위에 사람이 없어. 그런데 손금을 어떻게 봐줘? 못해. 다 도망갔으니까. 하긴 아는 동생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지들도 지 인생 살아야지 허당 뒷바라지를 왜 해. ~라는 잡생각은 도무지 끝나지를 않으므로 그는 일단 퇴근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별장으로 떠났다. 각본에 대한 아찔한 착상은 딱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2

    어느 바람 많이 불고 경치 좋은 휴양지에 도착했다.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쉴 별장도 찾았다. 들어가서 짐도 풀었다. 씻고 쉬고 먹고. 이제 남은 건 놀기와 일하기 뿐이었다. 둘 중에 뭘 먼저 하지? 무작정 놀기 시작하면 웬 허당이 우리 동네에 나타나 물을 죄다 흐리고 다닌다는 비난을 파히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일단 일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고 나야 뿌듯한 기분으로 마음 편히 오픈카를 타고다니면서 해변가 비키니를 구경해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나는 평범한 남자들처럼 막 눈이 아무 때나 아무한테나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분들과 우리는 목표가 다를 따름. 물론 나도 남자다. 내가 여잔가? 아니다. 우리는, 아 지금 일을 해야 하는데 또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인터넷 쇼핑하는 것처럼 시간만 떼우고 있구나. 이래서는 안된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모아 왼쪽 팔뚝을 치는 시늉) 시간이 없다. 바쁘다 바뻐. 안 그래도 내 인생을 돌아보니 시간낭비한 총량과 허망한 경험과 정력의 막대한 손실, 솔직히 말해서 후회할 만 할 것이다. 그래서 그거 밑천 삼아 칼럼 쓰면서 저속한 표현마따나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사는데. 아무튼 여기까지 와서 넉살 자랑할 일 있나? 그래서 나는 노트북을 펴고 일을 했다. 그런데 어떻게 했을까? 그렇지. 일단 음악을 튼다. Andreas Romberg / Violin Concerto no.9 둘째로 커튼을 친다. 정체성 의심스러운 도플갱어를 뱀파이어로 착각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 다음 셋째로 엑셀 파일 켜서 발상들을 열심히 기록하고. 또 인터넷에서 자료 찾고 정보 탐색. 그런데 자꾸 아까부터 웬 개소리가 들리지? 그냥 지나칠 단계를 훌쩍 뛰어넘었으므로, 따라서 나는 옆 방으로 가봤다. (별장인데 오피스텔식 별장으로 구조가 이상한데 그건 영화로 나오면 감상하기로 하고). 그렇게 딱 옆 별장에 도착. 
    나는 정중히 노크해서 개가 어디 아프지나 않은지 물어볼려고 했다. 그렇다고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이미 들은 셈치고, 또 내가 발정기란 말은 아니니 안심하쇼 라는 공상은 잘 타이른 체 말이다. 그렇게 딱 노크를 하려는데 문이 살짝 열려있네? 왠지 모르게 느낌이 차가웠다. 뭐랄까 겨울잠에 빠진 호기심이 되살아났다고나 할까? 나는 궁금함을 참고 돌아가서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떨떠름하냐, 아니면 의구심을 해소하여 어떤 불이익이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냐. 전자와 후자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이걸로 이번 연재편을 때우자 라는 생각은, 나를 자동적으로 그곳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들어가기 전에는 비글일까 코카 스파니엘일까 설마 그레이트 데인은 아니겠지 라면서 은근 설렜는데. 들어가서 보니 그건 강아지 인형 가슴에 장착된 소형 라디오 같은 데서 재생되는 개소리였던 것이다. 뭐야! 그때 인기척을 느꼈다. 돌아봤다. 여자다. 왜 갑자기 아리따운 숙녀가... 설마 주인? 
   「뭘 쳐다보시오?」
   「네? 아, 저는 주인이 아니라 웬 개소리가 들려서 찾아온 옆 별장 사람입니다.」
    그런데 내가 잘못 들었을까? 숙녀가 날 보자마자 다짜고짜 저렇게 말할 리는 없다. 웬만해선 그러지 않을 텐데 숙녀가 억센 할머니 같은 화법으로, 심지어 거친 아저씨 억양으로라니. 나는 잘못 듣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나는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그녀의 말 한마디에 이처럼 잡념에 시달리고 있으니까.
   「방금 뭐라 하셨소? 아, 오빠가 주인이 아니라고 하셨죠. 알아요. 개소리가 들려서 찾아오셨겠죠.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네?」
    설마 저 여자의 선행 경험을 나는 그대로 똑같이 답습하는 건가? 그럼 다음 단계는 뭔데!
   「귓구멍이 막혔소? 아, 내 정신 좀 봐.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배우인데 새 영화 배역을 연구하고 연습하다 보니 이처럼 남자 목소리로 자꾸 말하게 되는군요. 이해해주세요.」
   「그럼요. 이해하다마다요.」
   「정말요?」
   「네?」
   「그럼 외로운 절 즐겁게 해주시겠어요? 농담이에요. 근데 우리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요?」
   「네? 그건 대체로 남자 대사로 심심치 않게 사용되는 건데. 뻔하지만 뭐랄까 질리지 않는 팝콘 같은 느낌에 걸리나 보자라는 목적일까요? 근데 그렇게 막 던지는 대사를 왜 제게...」
   「농담도 못합니까? 오빠 어디 소속이오? 그러든 어쩌든 여자한테 나이는 묻지 마세요. 아시겠소?」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게 뭐 있다고 감히...」
   「그런데 거기 계속 서 있을 거요?」
   「」
   「그 집 빈집이란 말이오. 그리고 그 인형은 제가 갖다뒀어요. 들개들이 자꾸 찾아와서 거기 살길래 녀석들을 쫓아내려고 말이에요. 그런데 오빠 제 얘기 듣고 있어요?」
    그러면서 어느새 그녀는 내게 다가와 내 볼에 손을 갖다대었다. 그러면서 윙크를 하는데. 나는 그만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면서 어딘가 모르게 작품 줄거리 구상과 흑심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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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나 보니 내 별장 소파였다. 아니 어떻게...! 뭐지? 별 이상한 여자랑 기묘한 대화를 나누다가... 그녀가 나한테 최면을 걸었나? 대체 내게 뭔 짓을 한 거야! 드라마처럼 막 날 침대에다 묶고 어쩌고 최소한 그러지는 않았군. 어쨌든 별일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개소리가 또 들렸다. 옆 별장에 다시 가보는 게 좋을 것만 같았다. 안 그럴 수가 없었다. 뭐랄까 그곳이 자꾸 날 이끄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럼 아는 동생들 다 떠나버리고 내가 외로운 남자인 건 여자들이 날 멀리하는 척력 때문인가? 몰라.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없다. 그렇게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옆 별장으로 가봤다. 
    도착해보니 웬 들개들이 몇 마리 보였다. 얘네들은 또 뭐야! 아, 맞다. 앞서 그녀의 얘기가 생각났다. 그럼 그녀가 (자동 재생) 개인형? 곰인형을 가져다 놓기 이전으로 시간이 앞당겨진 건가? 시간 여행은 무슨. 타임머신은 나다. 내가 걸어다니는 환상머신임. 샤워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나오면 그게 터미네이터고. 판타지랑 스릴러와 미스테리 별거 없다. 웬만한 건 다 뻥이다. 또 스릴러도 죄다 시간 배열을 짜집기해서 간질간질 장난치는 거다. 알고 보면 다 나중 신경질 나도록 시간만 허비해서 짜증나게 만든다. 또 어디 가나 (자기 얘기는 뻔한 것과 쓰잘데기 없고 쓸모 없는 내용들만 요만큼 꺼내놓고 반면) 듣기만 해서 정보만 빼내고, 담아두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양이 같은 배역. 그리고 중간중간 계기판 압력을 해소시켜서 풀어버리는 불여우. 그리고 이따금 레깅스가 자주 보이다가 또 웬 장화 신기가 유행한다. 뭐든지 돌고 돈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다가도 고전주의처럼 마술사 모자는 못 쓰고 다니니까 복고풍 숙녀옷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서서 궁상을 떨고 있지? 내가 왜 여기 벌서듯 서서 잡생각한테 얻어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모르면 단가? 아하! 그게 다 개소리 때문이구나. 이제 알았으니 나는 그만 돌아가서 일을 해야 한다. 그렇게 딱 거기에서 빠져나왔는데 웬 숙녀들이 내 옆 별장으로 걸어가서 들어갔다. 저 미녀들은... 오직 나를 위한 기쁨조? 그런데 그 가운데 한 명은 나랑 아까 대화했는데... 정말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건가? 나는 무중력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우주복처럼 내 별장으로 돌아갔다. 





    3

    다음 날. 별장에서 할 일이 없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호박이 제 발로 내게 찾아온다? 그런 우연 바라지도 않는다. 행운도 너무 쉽게 찾아오면 재미없다. 그렇다고 별장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기록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실토하기엔 은근 떨리는 실화들은 나한테 (몸짓) 비밀 엄수를 애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1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영화가 잊혀진 다음 감독판에만 조용히 담기로 하고. 나는 그렇게 동네 아가씨들을 울리지도 않고, 술집에서 떠들지도 않은 체 조용히 지냈다. 그러다 친구도 몇몇 사겼다. 걔네들이 나보고, 늬가 우리 동네 여자들 다 따먹고 다닌다면서 그게 바로 너냐 라는 겁박도 기쁘게 들었다. 그게 아마 여기 여자들과 또 나처럼 놀러오거나 쉬러온 숙녀들이 헛소문을 퍼트렸기 때문일 텐데. 실속없이 나는 방패막이요 달콤한 연애, 짜릿한 불륜극, 극적인 사극은 죄다 다른 사람들이? 병풍만 몇 년인데. 내 주제를 잠시 잊은 것이다. 그게 다, 아니다. 나까지 남 탓과 투정과 짜증 부리기에 익숙해져서는 안된다. 그래서 나는 근처 관광지를 여행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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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관광지에서 그녀를 만났다. 저번에 자기가 들개들 쫓느라 곰인형을 가져다 놨다던 그녀 그리고 걔 친구로 보이는 매력녀. 그런데 뭐랄까 그녀는 내숭미 때문에 일부러 내게 괴팍하게 눈길을 도도한 척 흘기는 듯 했고. 그녀의 친구는 대놓고 내게 적극적으로 유혹하며 눈빛으로 요염히 날 꼬시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만 같았다. 
   「여기서 또 보네요.」
   「와, 너 이 오빠 알아? 나 소개시켜줘.」
   「소개랄 게 뭐 있지. 신경쓰지 마. 허당이니까.」
   「아 왜? 너 나 몰래, 혹시...」
   「뭐가 혹시?」
   「설마...」
   「너 자꾸!」
   「늬 비밀 그럼 내가 오빠한테 다 얘기해줘도 돼? 그러는 걸로 알고 있을께.」
    나는 굳이 그녀들과 말 길게 할 필요 없다는 것처럼 돌아섰다. 점잖게 그녀들 다변에 껴들지 않는 게 좋을 듯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들은 내가 멀어지지 않았는 데도 불구하고 벌써 내 험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도 없이 그냥 가버리네. 정말 허당 맞구나.」
   「내가 뭐랬니. 마른 장작이 잘 탄다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알만 하다」
   「그러니까 여태 혼자겠지. 설마 모태솔로?」
   「신경쓰지 마.」
   「그러면서 넌 나 안심시키고 몰래...」
    나는 며칠전 자는 개는 깨우지 않는다를 실천했다. 그럼 지금은 그 차례일까?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에잇 재미없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어떤 어르신들끼리 하는 얘기를 나도 몰래 엿듣게 되어 안 사실. 그 배경지식이 정말일지 아닐지는 가봐야 아는 건데. 일단 그 일반상식을 알게 된 이상 나는 잔지식의 노예가 되어버렸기 때문일까? 근처 영업 중단된 놀이공원에 놀러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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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버린 놀이공원에는 멈춰진 회전목마가 있었다. 바이킹도 있었고 대관람차도 보였다. 그렇게 여기저기 둘러보긴 했으나 별다른 건 없었다. 그런데 어디서 고라니 소리가 들리네? 그쪽으로 가보니 웬 나체로 남녀 몇 명이서 맷돼지를 뜯어먹고 있었다. 뭐야? 저건 뭐 나체 동호회 회원들이야 뭐야! 그리고 맛이 하나도 없을 맷돼지를 뭐 하러 생식? 게다가 이런 엽기 사건을 왜 하필 코앞에서 것도 내가 목격해야 할까. 그러다 누가 내 어깨를 탁 짚었다. 그녀와 그녀 친구였다. 
   「우연처럼 자꾸 동선이 겹치는데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형씨. 난 실비아 얜 신시아.」
   「안녕 오빠. 둘 중에 누구야?」
   「너 이 오빠 꼬시지 마라.」
   「저는 나쁜 남자가 아닙니다.」
   「그럼 우리가 말괄량이 할까?」
   「오빠 설마 내 친구한테 첫눈에 반했어?」
   「넌 뭐 그런 걸 물어보고 그러니. 그런데 오빠 내 첫인상이 어땠어?」
    나는 그녀들과 대화를 나눴으므로, 고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즉 좀 전에 봤던 나체맨들이 맷돼지를 막 뜯어먹던 장면은 내가 잘못 봤던 거였다. 다시 말해 들개들이 웬 마네킹을 막 핥아먹고, 빨고, 물고, 비비고, 킁킁킁 냄새 맡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오빠 나랑 결혼할 거야? 아니면 얘를 데리고 살 거야! 그러지 말고 오늘 우리 별장에서 파티하니까 거기나 오시지. 드레스코드는 알아서 생각하시고.」
   「이 오빠 정말 올까?」
   「혹시 속았다고 짜증내지는 않겠지?」
    그러면서 그녀들은 가버렸다. 쟤네들은 지들 맘대로 왔다 가버리네. 도대체 뭐 하는 애들이지? 일부러 날 따라다니는 거 보면 썩 질나쁜 애들 같지는 않은데. 쟤네들 하는 거 봐서 괜찮은 남자 소개시켜주는 거 생각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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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별장에 도착.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분위기가 뭐 이래? 안에는 마네킹들만 가득했다. 그럼 그렇지. 난 설마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어차피 애초에 나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빈정상하지도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 별장으로 돌아가서 곧바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미련한 상심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니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모면하나. 그 때문인지 몰라도 왠지 모르게 나는 엉덩이가 근질근질했다. 허나 누구나 알다시피 내가 꼭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안달난 건 아니다. 그런데 왜 이처럼 싱숭생숭하지? 그러게 말이다. 허나 시원찮은 애마가 없어 아쉽지는 않다. 사랑이야 도망가든 말든 관심없으니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난 최근 전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생각해보니까 괜찮은 영화가 흔치 않으니까. 그런데 영화감독으로 직업을 바꾸면 희곡이 또 문제인데. 하여튼 젊어서는 신용카드 돌려막기요 일상적으로 돌려입기, 칼럼도 알고보면 돌려까기? 잘한다 잘해. 그럼 뭐 마감일에 쫓기는 소설은 말 지어내기네. 난감하다. 한심하구만. 하긴 언젠 안 그랬나? 굶주린 늑대가 진한 사랑의 무대로부터 멀리 있으니 딱하단 말은 아니다만. 정말 왜 나는 절망과 가난과 무정에 대해서 지역방어만 해야 하나. 그럼 아는 동생들도 다 떠난 마당에 새로운 숙녀나 사귈까? 제발 한번만 만나달라며 애원하는 여자가 몇인데. 귀찮다. 뿐만 아니라 풍차도 멈췄다. 이대로 젊음은 썩었을까? 아니다. 미소만 썩었다. 침대를 준비하는 사람 따로 있고, 침대에 눕는 사람 따로 있다만. 패배주의 증후군이라는 형기는 가혹할 따름. 그러나 나는 불곰이 아니다. 때문에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사냥하지 않아도 된다. 좌우지간 이렇게 응석부리느니 차라리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가볼까, 하면 한다면 한다 좌우명도 소용없다. 이상은 멈췄다. 좋은 징조네. 역시나 잡념에 쩔쩔매는 중. 대체 이 일을 어쩌면 좋지? 뭘 어째. 어쩌지 않아도 된다. 그 누구도 날 유혹하지 않으니까. 그러니 얼마나 편해. 괜한 축제에 들러 아닌 척 눈을 희번덕거릴 필요도 없고 말이야. 그러나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 허나 그런다고 뭐가 바뀌나. 이래서 사람들은 청춘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라면서 뻔한 타임머신 드라마를 보는 건가? 그래도 마음을 달래면 된다. 아울러 사랑에 대해 탁월한 학식을 자랑할 마음도 없다. 뿐만 아니라 금단의 열매를 따먹으라고 은근히 부추겨봐야 통 말길을 못 알아먹음. 속편하네. 아님 속이 없나? 솔직히 말해서 음탕한 상상을 억제하기 전에 벌써 동심부터 회복됐는데 어쩌란 말인가. 더더군다나 세계마초협회로부터 감시를 받지도 않는다. 그런데 허당들이 왜 날 추격해? 보아하니 마지못해 허영심이라는 왕좌에 앉아버린 거다. 실상 블로그에 너무 많은 비밀을 누설해버려서 기력이 소진됐을 것이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솔직히 말해서 재미없음과 심심함과 권태와 가난에 만족하지 않으면 안될 형편. 허나 모험과 호기심과 감수성에게는 문을 열어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날 찾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탄력을 받나. 고전주의는 잊혀졌다. 복고풍도 더럽다. 그래. 풍운아가 되긴 글렀다. 그건 그렇다만 나는 대체 누구일까 라는 생각이 쓱 고개를 드는 걸 보면 어느새 철학자. 더더군다나 나는 사랑을 아름답다 말한 적 없다 라는 착상? 일찍이 시인. 아무리 그래도 가난한 예술가. 그런데 왜 하필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내가 전담해야 하는지. 이처럼 나는 지독한 슬럼프에 직면했다. 그나저나 징을 치는 것은 토끼를 잡는 방법이 아니다. 헌데 뭘 잡으려는 줄도 모르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아마도 난 좀 더 멍청해진 것만 같다. 무슨 개뼉다귀 같은 공상은 끊이질 않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럼 언젠 영특했나 하면 것도 아니다. 더불어 정체성 역시나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인가? 옛날에는 그랬다. 잔소리든 잔지식이든 한 귀로 들어갔다가 다른 쪽 귀로 빠져나갔는데. 뭐든 한 귀로 들어갔다가 다른 쪽 귀로 빠져나가지를 못하는 실정 (절레절레). 이래서 세상의 비밀을 어떻게 탐구하나. 여심조차 엉뚱하도록 추측하기 마련. 물론 숙녀의 감성이 결코 만만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시는 사랑을 얕잡아봐서는 안될 테니까. 인생은 영원할 수 없는데 멜로드라마한테 또 농락당하라고? 그래서는 안된다. 그럼. 품위 유지비가 부족하고 지성이 메말랐다는 얘기 더 해서 뭐 하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래서 나는...>





    4

    내가 이 낯선 휴양지에 온지 며칠째인지는 벌써 잊어버렸다. 어떤 들뜸과 설렘에도 무감각해졌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또 권태한테 발목잡히는 건가 싶을 때. 바로 실비아&신시아가 찍는 단편영화에 조연으로 참여하게 됐다. 
   「오빠. 영화 찍어봤어?」
   「아니.」
   「그럼 주연이나 조연 경험은?」
   「영화판에서 날 불러주지 않는다고 나는 슬퍼하지 않았어.」
   「그럼 이 오빠 우리 영화에서 데뷔하는 거야?」
   「너네들이 영화에 대해 뭘 알아?」
   「이제 알았다. 오빠 농담은 바로 이런 식이구나.」
    그녀들이 찍는 영화는 웬 난장이가 어린이들을 만나 비밀스러운 UFO 생산기지를 염탐 및 침투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장편을 드라마 40부작으로 늘리는 것과 달리, 장편영화를 단편 시리즈로 나누는 방법을 간택했다고 할 수 있는데. 
   「오늘 실비아는 일체복에 하이힐을 신었구나. 신시아는 멜빵에 숏팬츠와 스타킹 그리고 빵모자? 너가 예술가니! 아, 지금 영화 찍는 중이니까 틀린 말도 아니네.」
   「오빠가 우리 칭찬하는 거니?」
   「그런 거 같은데. 놀리는 걸로 들리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각본을 읽어봤는데 난쟁이와 어린이가 주연이고 나머지 등장인물은 없는데. 난 대체 무엇을 해야 하지?」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
   「미안. 내가 알아서 할께. 아하, 그런 걸 바란 거구나. 원하는 그림이 바로 그런 거였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참고로 말하자면 그녀들이 챙겨온 장비는 매우 간단했다. 다만 옵션이 비싼 자동차처럼 정작 주카메라는 핸드폰에 불과했으나 나머지 악세사리들이 전문가용이라는 점. 예사롭지 않았다. 그녀들이라면 나를 흔치 않은 신부들러리로 꾸며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이런 느낌 처음일까? 그럼 처음이지 내가 뭐 냉동 참치인가! 나는 백곰도 불곰도 팬더도 아니다. 나는 남자니까 말이다. 
    필름 빨리 감기.
    필름 빨리 감기.
    필름 빨리 감기.
   「그런데 이 오빠 내 핸드폰 동영상에서 보이지가 않는데. 왜 이러지?」
   「그게 무슨 소리야?」
   「봐 봐. 다른 건 다 정상이야. 다른 사람들은 다 보이잖아. 저 까마귀 떼까지. 그런데 저 오빠는 왜 화면에 나타나지 않지?」
   「너 대체 카메라한테 뭔 짓을 한 거니?」
   「넌 지금 카메라를 악기로 비유한 거니? 그 말은 날 남자로...! 내가 아무리 굶주렸기로서니 얘. 나는 굶주린 늑대가 아니야.」
   「뭣이 어째? 누가 너한테 굶주릴대로 굶주린 늑대라고 했니? 누가 그랬어? 어? 내 이년을 당장, 대체 언년이 우리 실비아를 놀려? 얘 마음의 상처 치유하자. 오빠한테 맛난 거 사달라 할까? 오빠. 왜 오늘 빈 손으로 왔어?」
   「내가?」
    나는 자켓 안주머니에서 꽃 한송이가 귀엽게 포장된 꽃다발을 그녀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줬다.
   「와! 이 오빠 은근 감동인데. 오빠 여자를 알아?」
   「이 오빠 혹시 마술사 아니니? 근데 생긴 게 왜 이래.」
   「혹시 우리한테 모자를 선물로 받고 싶어서일 수도 있어. 지켜보면 알겠지. 언제 흑심을 드러낼지 말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이미 보이지 않는 군침을 읽었어.」
    뭐가 어쩌고 어째? 지들끼리 아조 그냥... 허허허. 지들이 내게 눈독들였으면서. 또 영화배우로 날 스카웃한 것도 지들이고 말이야.
   「아무튼 늬 핸드폰이 맛탱이가 간 거 같아. 새로 나온 최신품들 많잖아. 바꿔. 아니면 저 오빠가 사줄 거야. 그치 오빠?」
   「나는 여자한테 돈 쓰도록 허락하지 않아.」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럼 여자한테도 돈 못 쓰게 하고 오빠도 안 쓰고, 어? 그럼 어쩌자는 거야! 이 오빠가 증말... 허허허. 농담이야 오빠. 그런데 가만 보니 오빠는 지갑 없는 거 같은데, 왜지? 무슨 사연이라도 있어? 줄거리 있으면 귀뜸해줘. 우리가 영화 찍어줄께. 잠깐만. 그러면 손수건도 없는 거야? 하긴 넥타이 맬줄 아냐 모르냐를 따져서 뭐 하겠니. 좌우지간 그건 그렇고. 내 핸드폰으로 찍을께. 그럼 됐지? 게다가」
    그녀는 핸드백을 열어서 그 안에 가득 담긴 핸드폰 여러개를 보여주었다.
   「역시 너다. 호호호. 넌 너라구!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아.」
    잠시 후.
    실비아 다음으로 신시아 핸드폰 동영상 화면에도 나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뭐야? 정말이야?」
    나와 실비아는 서둘러 신시아의 핸드폰을 봤다. 
   「뭐야? 정말 내가 없잖아?」
   「이 오빠 봐 봐. 오빠가 저쪽에서 내게 왔으니까 당연히 없지. 그렇지만 신시아는 확인했지?」
   「응. 그럼. 난 혹시 늬 핸드폰 화면에서도 오빠가 없을까 봐 쫄았잖아. 이게 무슨 공포영화도 아니고 말이지. 그렇지만 난 겁먹지 않았어. 뭐야, 오빠 표정이 왜 그래? 설마... 바지에... 그러지 말고 내면연기 신경 좀 써. 이거 장난 아니야. 세계적인 영화제는 물론 넷플릭스가 우리한테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니까. 이미 계약했어. 수많은 소속사들이 거액을 제시하는 중이란 말이야. 오빠 나중 우리한테 고마워해야 할 거야.」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우리가 머문 공원에서 원하는 구간을 모두 찍었다. 커피, 빵, 음료수를 먹으며 쉬기 위해 장소를 옮겼다. 도착해서 좀 전에 찍은 동영상을 함께 감상했다. 그런데... 그런데... 화면에 내가 보이지 않았다.
   「뭐니?」
   「글쎄. 뭘까!」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데. 너 뭐 아는 거 없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구나. 이걸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오빠가 설명해 봐.」
   「응?」
   「뭐해? 우리가 알 수 있도록 뭔가 말해달라고. 응?」
   「나는 여자의 마음을 훔치지 않았어.」
   「뭐? 오빠가 우리 나체를 훔쳐보는 상상을 했다고? 하긴 나 아까 봤어. 오빠가 신시아 엉덩이를 찬찬히 엿보는 걸 말이야.」
   「내가 언제!」
   「농담이야. 근데 왜 발끈해? 더 수상한데.」
   「내가 언제!」
   「(따라하기) 내가 언제!」
   「아니 근데 왜 동영상에 오빠는 없는 거지?」
    우리 셋은 벙쪘다. 모두 말수가 부쩍 줄었다. 
    그렇게 오늘, 내일, 내일 모레... 만나는 횟수도 줄었고. 연락도 끊겼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들은 떠났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나갔다.





    5

    찬란한 황금빛 미래를 앞당기고자 주도하는 일은 무엇일까? 모른다. 이상적인 환상이 우리를 매혹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을 따름. 하긴 장밋빛 인생은 유행가 가사에 다 있다. 반면 아름다운 사랑은 내게 없나? 있는지 없는지 관심은 딴 데 있을 뿐이지. 결국 흑심의 사냥개일 것이냐 사랑의 포로일 것이냐 사이에서 고민할 수도 있는데. 정작 달콤한 당근은 어디 가고 남은 건 채찍만이 (절레절레)! 보아하니 좋은 개뼉따귀가 착한 개한테 꼭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격언. 다 큰 어른이 그런 말에 꼭 감동받아야 하나? 개 풀 뜯어먹는 헛소리는 웬만한 바보들도 안한다. 이처럼 더럽게 재미없는 일상에 신나는 전개가 임박했다는 암시, 이젠 기다리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신비스러운 기쁨이 종적을 감췄든 숨었든 만족과 불평을 구분하지 못할 지경이니까. 그래서일까? 우리는 보면 특별함에 실망하고 평범함에 안심하는 측면이 없잖아 있다. 하긴 우리 나이 정도 되면 열띤 질투심도 탐욕스러운 욕망을 더 이상 부채질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걸 꼭 농담 반 진담 반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건 그래도 다정한 행복과 치명적인 쾌락을 뒤늦게 일망타진하지 말란 법도 없다. 말하자면 우리는 막살자 별칭과 과도하도록 친하지 않은데. 내가 벌레 먹은 사과가 될 수도 없고 타락해서도 안될 것이다. 허나 건전한 관심사만 추종하다가는 꽉 막힌 어른이 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므로. 자,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놀면 된다. 아니면, 놀면 뭐 해? 자, 뭔지는 잘모르겠다만 걷잡을 수 없는 흥분감은 자제시키고. 좌우지간 새 구두가 손에 들어올 때까지 헌 구두를 버리지 말라 하지 않나. 근데 탐스러운 열매가 제 발로 걸어온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내 손에 호박은 없다. 그러게 낭만적인 로맨스는 생각도 말자. 지금은 전심을 다해 회전목마를 탈 때가 아니다. 어디서 보물을 찾고 어떻게 로얄제리를 따먹을 것인가? 그러든 어쩌든 자유를 만끽하다 실망할 것이다. 하오나 미리 실망할 시간낭비를 사전에 방지하니 다행히긴 한데. 그렇다고 병풍 배역에 싫증났단 말은 아니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꿈과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 뿐만이 아니라 허풍은 더럽다. 다변이 뭐가 유쾌하나. 물론 그렇다고 희망이 땅에 떨어졌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미련한 열망은 뭔가 가엾다고나 할까? 그게 대체 뭔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다. 누가 아나? 아무도 관심없을 따름. 뿐만 아니라 가진 돈 전부를 털어도 고급스러운 애마를 살 수 없다. 하긴 만약 가져도 금새 지겨워질 수도 있다. 그럼 또 바꿔야 하는데 귀찮아질 따름. 그렇긴 하다만 돈 쓰는 재미가 지겹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면 사는 낙이 진부해진 건가? 아무래도 생각이 낡아버린 것만 같다. 그에 대한 꽤 괜찮은 처방은 다름 아니라 새로움일 텐데. 그나저나 난 왜 웃지 않을까? 쾌활함을 잃어버렸으니까 그렇겠지. 그게 뭐 놀라운 일인가. 좀처럼 재밌지 않을 뿐. 그렇다고 뭐 울어? 만약 울어도 옆에서 말릴 사람도 없다. 설마 더 따분할 수 없는 현재는 아마도 언젠가 신기해서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은 미래에 대한 전조인가? 그러든 아니든 고전주의는 늙었다. 낭만파의 젊음도 가버렸다. 혹시 너 나 할 것 없이 웬만한 어른들 기분은 다 이러나? 알 게 뭐야. 나도 한땐, 아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해봤다. 그러다가 동네 산책이나 하고 오자 라면서 별장을 나갔는데. 실비아와 신시아가 내 앞으로 지나갔다. 시간이 잠깐 정지됐다가 슬로우 모션으로... 그때 나는 보았다. 실비아와 신시아가 아닌 증거를 발견한 것이다. 즉 실비아는 눈 옆 살짝 밑에 점이, 신시아는 입 옆 살짝 아래에 점이 있었다. 그리고 매력적인 몸매는 예전 그녀들보다 약간 어땠고. 뭔가 달랐으며. 상당히 젊어졌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일주일 전에 실비아와 신시아가 늙었다는 말은 아니다만 이건 뭔가 이상했다. 그때 그녀들이 행군하는 군인처럼 뒤돌아서서 내게 돌아왔다. 그리고 로보트처럼 내게 물었다. 
   「오빠. 우리한테 할 말 없어요?」
   「너는 처음 보는 남자한테, 아저씨 죄송해요. 신경쓰지 마세요.」
   「아니.. 그게...」
   「왜요? 우리를 아세요? 모르시죠? 그렇지만 우리는 오빠를 알아요.」
   「그치? 뭐 자세한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 오빠 (윙크)」
    둘이서 돌아서서 걸어가는데 윙크한 실비아는 돌아보지 않았다만, 윙크하지 않은 신시아는 뒤돌아보며 입술을 살짝 깨문 표정을 내게 보여주었다. 저것이...!
   「실비아랑 신시아 맞는데. 아닌가? 그럼 누구지? 설마 시간이 필름을 빨리 돌린 것처럼 흘러서... 걔네들 딸이야? 그건 아니잖아. 그럴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 후 나는 그녀들을 당분간 볼 수 없었다. 또 일도 하기 싫고 돌아다니기도 귀찮아 별장 소파에 자빠져 TV를 봤다. 바닷물이 사라지는 드라마가 종료된 다음 볼 만한 작품이 없었는데 때마침 괜찮은 걸 발견. 내용은 이랬다.
    (A) 영화 파일에서 어떤 배역만 감쪽같이 사라짐. 거짓말처럼! 데이터베이스는 물론 흩어진...아니 어떻게?
    (B) 졸업 앨범에서 누군가 지워짐. 탄소 기반 종이임에도 불구하고...어떻게 모든 졸업자들 앨범에서..?
    (C) 음악 앨범에서 처음엔 제2바이올린 파트 몇몇. 다음엔 목관악기 다음엔 더블베이스...! 처음에는 황금귀 1단 2단들만 의구심..쉬쉬하며 알려지다가. 나중엔 아마추어 1급 2급들도 모두 알게 되어 소문남.
    그런데 재밌는 점은 또 있다. A는 사후세계, B는 미래세계, C는 외계인 관련설. 그렇게 A + B + C = 드라마 장편 시리즈. 
    그렇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잠자는 시간만 빼고 이틀만에 다 봐버렸으므로, 또 심심해졌음. 





    6

    어느 날 나는 멈춰버린 놀이공원에서 나체로 요가하는 4명을 보게 되었다. 아니 어떻게... 저 가운데 2명은 실비아와 신시아고. 그런데 왜 전체 모습은 내게 안 보이는 거지? 쭈삣쭈삣 의도치 않게 나는 막 몸을 비틀고 그랬는데. 나머지 2명은 입 옆 눈 옆에 점이 있는 실비아와 신시아. 그런데 뭐 한다고 나체로 요가를. 내가 딱히 그녀들 근황을 궁금해하지 않았건만 아니 어떻게 여기서 그녀들 모습을 다 함께 보게 되지? 설마 꿈인가? (딱)~! 나는 그날 늦잠에서 깨어났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그렇다고 실망한 건 아니다. 난 그녀들 속살을 보고 싶어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게 왜 궁금해? 관심없다. 그건 그렇고. 
    실비아&신시아를 닮은 그녀들은 나를 바베큐 파티에 초대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먹어, 오빠.」
   「정말 차린 게 없네.」
   「그래서, 실망이야?」
   「아니. 번잡하지 않아 좋단 얘기야.」
   「그럴 줄 알았어. 이 오빠 우리랑 통한단 말이야.」
   「그런데 오빠. 우리한테 뭐 할 말 없어?」
   「내가? 너네한테?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나... 없지?」
   「우린 아직 통성명도 안 했잖아.」
   「아, 내가 숙녀한테 나이를 묻지 않는다면서 이름도 안 물어봤구나. 그렇지만 둘 다 물어보느냐, 아니면 누구를 먼저 물어보느냐. 난 플레이보이가 아니란 거만 알아두자.」
   「뭐야, 정말이었어?」
   「뭐가?」
   「오빠가 이 동네 숙녀들 다 따먹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던데?」
   「너네 그런 헛소문 또 어디서 들었니?」
   「뭐야 오빠도 아는 얘기야?」
   「그럼 오빠가 개뼉따귀 같은 추측성 염문으로부터 썩 자유롭지 않단 말인데.」
   「뭔 소리야. 말도 안되는 얘기 너넨 믿니?」
   「그러든 어쩌든 오빤 우리를 조력자로 보면 안돼.」
   「오빠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 글쎄.」
   「근데 있잖아. 오빠 우리한테 뭐 부탁할 거 없어? 우리는 오빠 업어보고 싶은데.」
   「(딱)! 생각났어.」
   「그게 뭔데?」
   「검지에 침 묻혀서 네 눈 옆에 점, 네 입 옆에 점. 지워봐도... 안되겠지? 안 될 걸 난 왜 말했을까. 그러고 보니 너네 유도심문에 일가견이 있구나?」
   「못 할 건 또 뭐야! 어서 해.」
    잠시 후.
   「안 지워지지?」
   「내 그럴 줄 알았어.」
   「알긴 뭘 알아. 그러지 말고 바베큐나 먹자. 베고픈데 말만 너무 많이 하지 말잔 말이야.」
   「근데 이거 바베큐 맞니?」
   「와, 오빠 눈썰미 좀 봐. 오빠 바베큐에 대해 알아?」
   「내가 왜 몰라! 내가 바베큐만 지금까지 1,000마리를 먹은 사람이야. 알아?」
   「뭐 흑돼지 10,000마리를 오빠가 생으로 먹었다고?」
   「그런데 왜...」
   「그럼 이거 혹시... 바베큐 아니니?」
   「아니지. 아직도 모르겠어?」
   「바베큐가 아니면 뭔데? 설마...」
   「하이에나.」
   「하, 뭐?」
    왜일까 나는 갑자기 밖으로 나가 토하고 싶어졌다. 뭐랄까 그와 같은 충동이 뜻밖에 발생했다기 보다는 어딘가 울렁울렁한 느낌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묘한 신체 현상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 정원에 토했다.
   「오빠. 농담이야. 오빠한테 농담도 못하겠네.」
   「근데 이 오빠 비위 상해서 토하는 게 아닌 듯한데. 이 오빠 뭔가 이상해.」
   「오빠 대체 왜 그래?」
    내가 한참을 헛구역질하는 동안 그녀들은 뭔가 낌새를 눈치챘던 것만 같다. 왜냐하면 그 즉시 나는 새끼 하이에나를 입으로 토해냈기 때문이다. 뭐야 이거! 말도 안돼. 이게 어떻게 가능해? 설마 얘네들이 내게 무슨 약을 먹였나? 이건 환각 증상이 아니라 진짠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게... 이거... 아니...」
   「오빠... 괴물이구나.」
   「무서워.」
   「나 오줌마려워.」
   「얘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녀 말마따나 새끼 하이에나는 우리와 다른 물리적 시간을 겪고 있었다. 때문에 급속도로 하이에나 성체로 성장하는데. 그렇게 순식간에 다 커버리자마자 하이에나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더나 그녀들에게 눈독을 들였다. 물론 그게 단순한 흑심에 불과한지 야성적인 맹수 본능인지는 더 두고 봐야만 확실해질 것만 같았다. 그러다 어쩌다 하이에나는 실비아&신시아를 닮은 그녀들 쫓았고, 실비아&신시아를 닮은 그녀들은 하이에나한테 쫓겨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말로 내 육안에서 사라지는 건 금방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왜 지금... 물론 분위기가 좋든 말든 이게 다 뭐냔 말이다. 
    그리고 그날 나는 그녀들을 볼 수 없었다. 물론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취기도 올랐겠다 바베큐도 남았겠다 혼자 먹다 뻗었다. 





    7

    그 일이 있은 후 내 일과는 완전히 뒤바껴버렸다. 오전에는 하이에나를 찾아서 헤매고, 오후에는 실비아&신시아를 닮은 그녀들을 방방곡곡 찾아다녔다. 그러나 허탕만 치기 일쑤. 그렇게 딱 3일 경과! 
    나는 뒷산 동굴까지는 아닌 웬 구덩이에서 실비아&신시아를 닮은 그녀들이 나체로 멧돼지를 뜯어먹는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아니... 저건... 지들이 좀비야 뭐야? 게다가 멧돼지는 TV로 동물의 왕국처럼도 아니고 거의 산 체로 죽은 듯 산 듯했다. 나는 가서 감염될지 모른다 맛은 있냐 라면서 뜯어말리기 위해 그녀들한테 접근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오빠 지금 우리 앞에서 발가벗고 뭐해?」
   「오빠 제정신이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내가 스스로 옷을 벗은 게 아니야. 저기서 내가 너희들을 봤을 땐 분명 나는 멀쩡했고 너네들이 나체로 멧돼지를 뜯어먹고 있었어.」
   「멧돼지? 무슨 멧돼지?」
   「반 죽은 멧돼지. 근데 멧돼지 어디 갔니?」
   「무슨 멧돼지 개뼉따귀 같은 소리야 그게!」
   「와, 근데 저 오빠... 봤니?」
   「넌 무안하게 너무 빤히 쳐다보는 거 아니니? 근데 너도 잔근육 좋아하니?」
   「하긴 그게 잔소리보단 낫지 않을까?」
    물론 그녀들은 텐트 쳐놓고 캠핑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정신사나워서 서둘러 도망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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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개떼에 쫒겨 들어간 외딴 집. 그 외딴 집에 나는 들어가선 안되었던 것일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슈? 일단 들어보셔 형씨) 그 안에서는 뭔가 어떤 심각한 분위기 가운데 머리에 동물 마네킹 입체가면을 쓴 사람들이 무엇에 빙 둘러 서 있었다. 그걸로 판단컨대 걔네들은 어떤 집단 모임원인 것 같았고, 그들이 빙 둘러선 그 원 안에 대체 뭐가 있는지 몹시 궁금해 미칠 지경이라는 점. 때문에 나는 엉덩이가 근질근질하여 실례합니다 저기요...같은 인사말은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쓱 접근하여 기웃기웃 그 안에 대체 뭐가 있길래 느낌 세한 것인지를 알게 됐는데. 대관절 그 원 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들이 원형으로 둘러서 내려다보는 침대에는 다름 아니라 내가 누워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누워 있는 나의 눈 코 끝에 조그만 점이 있다는 게 다르다면 달랐을 것이다. 지금 와서 얘기지만 나는 손에 침을 묻혀 그걸 지워보려고 시도라고 해봤으면 좋으련만!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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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아&신시아를 닮은 그녀들은 나를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나는 그녀들과 퍽 흡족한 캠핑을 즐기게 되었다. 





    8

    별장 근처를 지나다니는 여자들과 더불어 인근 휴양지에서 흔히 보이는 패션. 그건 다름 아니라 호피 무늬 패션이었다. 꼭 그 때문은 아니겠으나. 또 최면이라는 퍽 타당하지 못한 동기를 탓할 수도 없겠으나. 나도 예전에 한 번쯤 그런 옷을 입어보고 싶기는 했다. 아마 혼자 있을 때만 말이다. 아니면 여자친구랄지 애인한테 어떤 복장을 입는 깜짝 이벤트를 선물받는 건 꿈도 못 꾸었으나. 어찌 됐든 주변에서 하도 호피 무늬가 자주 보이길래 나도 보르게 비슷한 옷을 거리에서 구입했다. 별장에서 일할 때 즉 오직 노트북 앞에서만 입기 위해서. 그렇게 정작 입어봤더니 느낌이 색다르기는 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 노트북 앞에서 속옷도 입지 않고 딱 호피 무늬 복장만 즐겨입었더니 그때부터 이상하게 나는 생식을 먹고싶어졌다. 익은 소고기보다 생고기. 육회. 돼지고기 요리보다 생돼지고기. 또 조류, 생선, 기타 등등. 뭐 거기까진 괜찮다. 그런데 또 다시 그 다음. 
    내 헤어스타일이 지 혼자 변했다. 옆머리에 듬성듬성 보이던 새치. 그게 싹 다 없어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왜냐하면 옆머리가 다 빠져버린 다음 짐승처럼 뻣뻣한, 멧돼지 털 같고 진짜 하이에나 같은 털이 자라났기 때문이다. 또 눈탱이가 밤탱이나 된 것처럼 다크써클이 짙어졌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동물화가 진행되더니 마침내 나는 한마리 하이에나가 되어버렸다. 다시 말해 나는 숙주를 빼앗겨버린 것이다. 앙탈은 통할 수 없었다. 게다가 대비할 여유도 없었는데 마음의 준비를 어떻게 하나! 그러니까 반격을 어떻게 해. 심지어 눈에 보여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든 말든 할 건데. 이건 뭐... 애시당초 나는 상대도 되지 않았구만 그래. 이처럼 도저히 덤빌 수 없는 상대의 정체조차 나는 몰랐다. 
    그런데 대체 누구한테 내 원래 육신을 빼앗겼을까? 그걸 알면 아마도 애초에 나는 내 숙주를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다. 대략 언젠가 뺏기긴 뺏기더라도 최소한 훨씬 그 예상 기간을 늘릴 수 있었을 거란 말이다. 육체강탕일을 그처럼 미루든 사전에 방지하든 그랬어야 했는데 이미 불어진 일. 없지러진 물. 그럼 이 경험을 어떻게 다시 살렸나? 그 뒤로 내가 계속 하이에나처럼 산과 들과 숲을 떠돌아만 다녔다만 당연히 사연 많은 인생에 대해 세상에 알릴 수 없었을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가 몸둥이를 빼앗겼던 것처럼 새로운 숙주를 탈취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줄거리를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노트북 앞에서 일어나 잠깐 거울을 보니... 잘생겼다. 물론 뻥이다. 왜 하필 영화배우나 모델처럼 멋진 숙주를 탈취하지 않은 채 허접한 허당 속으로 들어간 다음, 내가 당했던 것처럼 녀석을 짐승으로 둔갑시켜 발로 뻥 차서 숙주에서 쫓아내버렸나. 왜냐하면 그거 저거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난 정말 걸핏하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인생이구만. 재미없다. 그럼 나에게 숙주를 강탈당한 녀석은 나한테 배우긴 배운 걸까? 하긴 나야 도플갱어한테 당할 만큼 당했으니 이와 같은 육체 뺏기가 가능했던 거고. 도플갱어든 유령이든 귀신이든 그런 신기한 경험을 전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뜬금없이 육신 탈취를 스스로 깨우치기는 힘들 것이다. 그나저나 나는 나를, 즉 원래 나를 쫓아가서 설득하든 때리든 나를 되찾아야 한다. 그런데 걔가 어디로 가버렸지? 위치추적이라도 가능하면 좋을 텐데. 설마 또 뭇여성을 냅다 꼬셔서 만나자마자 신혼여행을 떠나버린 걸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면 되잖아? 그게 아니라 지금 그런 말을 하자는 게 아니라. 혹시 그렇게 삼자대면을 하더라도 만약 내가 실패하면 내 숙주를 빼앗은 신비스러운 마귀는 날 가만두지 않을 것 아닌가. 왜냐, 나 때문에 다 된 밥에 코 빠트렸을 테니까. 그럼 나라고 뭐 뻔뻔히 닭 쫓던 개처럼 지붕만 쳐다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도망가도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섣불리 녀석한테 덤비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 어떡하지?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9

    나는 드디여 드라마에서 봤던 그 흔한 장면. 벽면 전체에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는 걸 따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중간중간 거울을 봤다. 일단 새롭거든. 너무 낯설기 때문에 거울을 중간중간 안 볼 수가 없었다. 타인을 못생겼다 평가하거나 내 주변에 죄다 단춧구멍들 밖에 없다는 숙녀의 푸념을 조용히 경청만 하거나. 그게 아니라 일단 이 숙주는 지금 내 것이니까. 감상해도 된다. 그래야 한다. 환생한 기분이니까. 일단 부활했는데 생판 처음 보는 육신이네? 이 정도면 뭐랄까 늬가 어디 여자들 다 따먹고 다닌다며? ~라는 놀림을 받아도 썩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뭔가 가당키나 하던가 쌍방 농담을 인식할 형편이라면 또 모를까 날 없신여기는지조차 구분 못 할 위인인가는 잘 모르겠다만. 새로운 숙주의 성격을 이어받지 않을 걸로 보건대. 한마디로 나쁘지 않다. 하긴 생각해보니 지금의 제2숙주라면 또 모를까 그 전 제1숙주. 즉 최초 숙주 상태에서 저 오빠가 (지명) 여자들 다 따먹고 다닌다며? ~라는 말이 일부러 들리도록 흘려지면 그건 누가 봐도 멕이는 것이다만. 지금은? 아, 잠깐! 그럴 게 아니라 이승에서 제1 숙주에서 제2 숙주로! 그걸 연구해서 자본주의의 꿀맛을 보면 되잖아? 어차피 사후세계는 모르니까 궁금한 게 당연한데. 소멸, 환생, 천국, 연옥, 지옥, 환생주기가 길어지면 방황, 패자부활전, 또는 불교의 윤회를 비롯해 우리가 상상도 못할 방정식에 따라...... 논란은 분분하다만 누구도 모른다.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뭔가 은그할 뿐! 이걸 현생에서 증명했으므로 이제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 문제잖아? 농담이고.
    한편 내 원래 숙주는 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아마도 여자 뒤꽁무늬나 쫓아다닐 게 뻔하다. 분명히 군침은 흥건할 테니까. 왜 아니겠어? 녀석은 내가 잘 아는데 그야말로 흑심이 질펀한 걸로도 모자른다. 찌질한 녀석. 분명 방탕과 타락 사이에서 흔들릴 거야. 때문에 녀석은 블로그를 그냥 방치할 테니까 나라도 일단 업데이트는 해야 한다. 하던 일 해야 하니까. 그런데 녀석이 옛날의 나처럼 굶주릴 대로 굶주린 처지가 아니면 어떡하지? 그야 만나봐야 알든 모르든 할 텐데. 가만 있자 (몸짓) 녀석을 어떻게 골탕먹이지? 꼼꼼히 작전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안 그러면 역으로 당할 테니까. 따라서 나는 감정적으로 녀석처럼 환장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안 그래도 우리는 원래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한다. 숙녀? 관심없다. 우리가 뭐 웬만한 허당들처럼 아무한테나 첫눈에 반하는 줄 알면 오산이다. 그럴 일 없다. 근데 사랑도 없을까? 그걸 알아서 뭐 하나. 좋든 싫든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좌우지간 우리는 미녀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런 남자 아니다. 딸아 아빠만 빼고 이 세상 남자들은 모두 늑대이니라, 라는 전제에서 바로 그 아빠가 우리다. 근데 어째서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지? 알 게 뭐야! 그런데 뭐라고나 할까 그 그게 그러니까 어떤 격언이 떠오른다. 그건 대체 뭘까? 꽃도 꺾을 때 꺾어라. 뭐,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아, 흥분하면 안된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니까. 나는 일단 새로운 숙주의 뚜껑 없는 오픈카를 타고서 휴양지 호텔로 떠났다. 일 먼저 하려다가 일을 뒷전으로 미뤘냐, 가 아니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 가서 일도 하고 놀기도 하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얼마나 좋나. 그렇게 나는 벌렁벌렁 들떴다기 보다는 희망찬 기대를 품고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체 떠났던 것이다. 





    10

    엄살은 남 얘기다. 유난 떨기도 지겨우니까. 그런데 어떻게 사교계에서 플레이보이로 복무하는 게 재밌겠나. 부질없다. 그러니까 여심을 간파하는 데 기복이 심한 게 아니라 녀석은 깨달았다. 멜로드라마에 복귀할 수 없다는 것을. 왕년에 아는 (여)동생들한테 지 맘대로 빽넘버 부여하고, 아는 (남)동생들한테 뭇여성들 꼬셔준다면서 떠벌린 허풍. 그 때문에 NB는 결정적으로 지금 지갑도 없었다. 그런데 무슨 수로 허영기 발랄한 숙녀한테 고상한 연애를 가르쳐주나! 게다가 말로는 영화감독으로 전업한다면서 맨날 소파에 자빠져 그게 뭐 하는 거야? 허구헌 날 여자만 자빠트릴 생각은 안 할랑가 몰라. 자빠트리긴 뭘 자빠트려! 탐탁치 않은 연애사 전적 탓을 해서 뭘 하나. 소용없다. 좋게 뚜껑 열리는 데 순종하는 수 밖에. 보아하니 기쁨이 넘치는 진공청소기 같은 행복은 잡히지 않는 나비요, 짜증으로 가득찬 커피포트 같은 불쾌지수라는 나방만 남은 득점판인가? 결국 그 인간은 지식노동과 지적 허영심을 분간 못하는 갱년기에 도달하려는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몽정기? 그는 애써 부정하므로 하늘을 쳐다봤다. 그런데 통 별이 보이지 않네? 설마 미래도? 낮인 걸 깜빡했음. 근데 그는 어쩌다 마감일을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아무일이 없네? 그럼 그냥 이참에 확, 아니다. 그처럼 딴청만 피우며 엄살이나 떠는 주제에 뭘 하겠다고. 고로 녀석은 또 다시 도플갱어한테 숙주를 내어주고 말았다. 자, 이제 나는 무엇을 할까? 평소에 NB 녀석이 얼마나 숨어지냈는지 알만 하다. 보아하니 바쁘지도 않고, 잘 보일 사람도 없으며, 그 때문에 뭇여성들 마음에 들기 위해서 인터넷 쇼핑이나 했구만 그래. 그렇게나 즐거운 인생은 잡히지 않았던 건가? 행복한 사랑이 대체 뭐 어렵다고 말이야. 옛말에 그랬다. 열려 있는 문으로 개가 들어온다고. 허나 다리 떨면 복 달아난단 말이 왜 갑자기 떠오르지? 가뜩이나 개구멍도 보이질 않고 쥐구멍조차 막혀버렸는데. 이제 정말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닙니다 라는 너스레 떨 기회조차 박탈당했단 거야 뭐야. 그러거나 말거나 이럴 때 애인이 나타나 오빠를 위해 준비했어 라고 속삭여주면 좋을 텐데. 놀러가자는 친구는 커녕 돌아가는 세상사가 결코 심상치 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기 전에 일이다. 아직은 말이다. 그건 그렇긴 하다만 젊음과 꿈과 기쁨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걸 지금 왜 궁금해 하는데. 이러지 말고 유쾌한 일을 하나 만들까? 그런데 어떻게, 그게 문제다. 그렇지만 뭐랄까 설마 설마 하니 이대로 사교계와 영영 등돌리고 살 것인가? 아니다. 그러면 안되니까. 언젠가 때 되면 사랑은 또 온다.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일지도 모를 일. 물론 말이 그렇고. 하다못해 맘 먹으면 당장 어디든 떠날 수 있음. 다만 그대를 기다리는 숙녀가 (손차양) 썩 거론하기에 속상하다만. 어차피 한 발에 두 신을 신을 수 없다. 그래서 혹시 그분들께서 신발만 무려 100켤레? 알 게 뭐야. 그러든가 말든가. 아무튼 이번 연재 분량은 이 정도면 됐다. 더 했다가는 여기저기 커피포트 바빠질 일만 남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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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90

from 소설 2021. 7. 30. 21:36

    1

    탁월한 새로움은 우연처럼 우리에게 찾아올까? 행운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아니면 운명을 믿어보든가. 적어도 사랑에 대해서는 잘 알지 않나. 그러나 정작 가난한 쉐도우복싱이 꺼내들 수 있는 뒷패는 단 몇 개 되지 않음. 이와 같은 형편에서 판단했을 때 인생은 아름답지 않고 사랑은 더럽다고 예단할 수도 있는데.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는 건 썩 좋은 해법이 아니라는 거. 결국 녀석은 권태에 복종한 셈인가? 그러든 어쩌든 젊음에서 멀어졌다는 건 분명하다. 벌써 마음부터 늙어버렸겠지. 그래서 미소가 썩을 수 밖에. 허나 막살자 좌우명에게 포섭되면 안된다. 하긴 어쩌면 대충 사는 게 다행스러운 건가. 살다보니 커피는 에스프레소, 사랑은 진한 사랑, 술은 독주가 좋긴 좋으나 누가 그걸 모르나!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란 말이 아니라. 귀중한 삶 투정만으로 보내버리면 쓰겠나. 요정을 만나 남몰래 사랑한 추억이라도 지어내든가 해야지 말이야. 어차피 뜨거우면 식는 게 수순 아닌가? 그러면 애초에 연하고 옅으며 풋풋하게 시작할 일. 물론 말이 그렇단 말이고. 아무튼 NB는 전망이 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전망이란 대체 무엇에 대한 전망인가? 그걸 알아서 뭐 하게. 알아 봤자 시간낭비다. 왜냐하면 그는 오늘도 팔랑귀처럼 남의 말에 액면 그대로 혹할 테니까. 그렇게 부추김을 받아 이번에는 또 어떤 잡념에 사로잡혔을까? 아 글쎄 보나마나 잠깐 헛생각 하다 마는 것임. 찬란한 젊음, 반짝이는 짝사랑복,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이 아니라 후보군엔 대타 없음. 그래서 비현실적인 희망을 포기했으나 착찹한 마음에 블로그 업데이트를 기대했는데. 벌써 바보가 되어버렸는데 그게 또 잘될 리 있나. 유행가 몇 번 들으면 질리는 것처럼 결국엔 싫증과 변심과 권태만이.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NB의 머리카락은 새파랗게 변해버렸다. 이걸 어쩌면 좋지? 믿을 수 없어. 그러나 거울 속의 저 멍청한 녀석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그러게 말이야. 어떡해야 하지? 어쩌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그건 녀석의 일시적인 착시였기 때문에. 여기서 잠깐! 어쨌든 녀석은 아무리 잘 봐줄려고 해도 너무 허접했으므로, 그냥 녀석을 내가 움직이기로 했다. 자, 한번 시작해볼까?
    나는 사무실에서 인터넷 쇼핑을 했다. 고전미가 돋보이는 감성. 옷감은 흠잡을 수 없고 은은한 색채감은 거의 아찔할 지경. 얘만 입으면 한마디로 여자들이 줄줄 따르겠구만 그래. 아무리 싫어도 바텐더한테 독보적으로 손꼽힐 수 밖에 없을 테니까. 정말로 얘만 입는다면 이건 뭐 거의 마술사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에, 따라서 이제부터 숙녀깨나 줄줄 울릴 걱정부터 앞서니. 고민하고 자시고 시간끌 필요 뭐 있어! 당장 구입. 그렇게 엇그제 쇼핑했는데 오늘 사무실로 웬 디자이너가 직접 나를 찾아왔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본 제품 디자인 책임자 지아니 도나텔라라고 해요. 선생님이시군요. 제 디자인의 고급스러움을 눈치채신 형씨가 말예요.」
    형씨? 이 여자가 어법이 많이 이상한데? 게다가 지가 디자이너면 디자이너지 왜 여기까지! 심지어 차림새가... 섹시하잖아? 나는 유혹에 넘어가기 싫었다. 그러나 내가 그처럼 매정한 남자였으면 왕년에 그녀들이 어떻게 나만 좋다면서 따라다닐 수 있었겠나. 하여 내가 뭔가 그녀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답변을 하려던 찰나, 이미 그녀와 나는 소파에 함께 앉아 있었다. 
   「제가 패션계에 미쳐서 사랑도 모르고 살았던 탓에 이처럼 말투가 어색해요. 이해하시죠? 그럴 거예요. 딱 봐도 촉이 둔한 남자가 아닐 거라며 직감이 은근 뭔가를 알려주거든요.」
   「아니 근데...」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진 마세요. 때로는 모르는 게 좋을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고객 행사 서비스에서 우연히 당첨되셨기 때문이겠죠. 싫진 않죠? 그런데 제가요 아니면 이 옷이요!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그때 핸드폰 메시지 알람 소리가 울렸다. 아마도 택배 배달인 듯 한데... 그러면 저 문을 열면 내가 주문한 옷이? 그럼 이 여자는 누구지? 벌써 그걸 알아차린 것 같은데. 
   「당신 누가 보냈어?」
   「당신, 방금 오빠 나보고 당신이라고 했어요? 우리.. 어쩌면 너무 일찍 친해지는 거 아녜요? 서두르지 말아요. 시간은 많아요.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거든요.」
   「그럼 내가 당신의 연인이 되야 한단 얘기요?」 ~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나. 아니면 내가 글을 너무 막 쓰느라 지금 나는 헛것을 보고 있는 걸까? 이게 정말 환각이라면 나는 그녀의 언변에 녹아들어서는 안되는데. 왜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는 걸까?
   「있잖아요. 음 몇번 동안은 흰색을 포함한 연한색상의 의류와는 가급적 함께 착용하지 마세요. 아시겠죠?」
    일단 나는 칵테일을 대접하기 위해 간이 탁자로 다가갔다. 마티니를 내려놓으면서 잘 타일러 상태가 많이 안 좋은 듯한 그녀를 되돌려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오빠. 오빠가 보기에 저는 내일이 없는 여자일 거 같아요? 아니예요. 저도 조용할 땐 조용해요. 누가 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입에서 화염방사기를 뿜는 줄 아세요? 저도 다 세침하고 내숭떨며 지적 허영심이 무언지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그렇게 칵테일을 준비한다는 게 그만 그녀의 설변에 그만 나는 정신이 나가버렸기 때문인가? 나는 나도 모르게 음악을 틀었다. 
    Rossini /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2막 - 백작의 노래 “더 이상 저항해봤자” 
    그때 마침 노트북에 메세지가 떴다. "친구, 도망가. 그녀는 가짜야!"
    가짜? 뭐가 가짜. 그럼 나도 가짜가 되어볼까? 그러든 어쩌든 나는 그녀를 달래서 돌아가게 만들려고 칵테일을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왜요, 이거 마시고 가라구요? 저 여기서 살 거예요. 왜 그렇게 놀라세요? 그런데 우리 어디서 만난 거 같지 않아요? 내가 하나 재밌는 사실을 말해줄까요? 그러지 말고 제 친구들부터 소개하고 시작하죠.」
    시작해? 뭘 시작해! 시작하긴 뭘 시작하냐고, 어? 그런데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을 열고서 그녀의 친구들이 왕창 사무실로 들어왔다. 뭐랄까 대학교 패션학과 한 학년 전부. 또는 유명 패션학원 몇 기생 전부? 그렇게 사무실이 꽉 차게 되었다. 숨쉴 틈도 없었다. 때문에 TV에서 영상을 봤든가 인터넷으로 사진을 봤던가. 소형차에 사람 많이 타기 기네스북 기록. 그처럼 그녀의 가슴에 내 홍조 띤 볼에 닿았고. 또 다른 숙녀의 엉덩이는 이미... 그러므로 난 벌써... 바로 이때! 나는 제정신을 차리게 됐다. 왜인지는 몰라도 뭔가 산뜻한 효과음이 들렸던 것도 같고 잘 모르겠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무실 안에는 여자들이 아니라 웬 개들이 몽땅 들어차 있었다. 얘들은 대체 뭐지? 잠시 황당한 공상을 사실로 딱 믿었던 난 또 뭐고! 그리고 얘네들은 여기 대체 어떻게 들어왔어? 일단 나는 녀석들을 바깥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문을 열었다. 그럼 지들이 양떼인 줄 알고서 목장이든 어딘가로 갈 테니까. 그렇게 문을 열었더니 너 잘 만났다...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녀석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뛰어갔다. 몇 마리인지도 모르는 개떼들이 전부 다. 그래서일까? 나도 마치 아프리카 들개랄지 킬리만자로의 하이에나인 것처럼 녀석들을 쫓아갔다. 
    그래서 도착한 곳은 어디냐? 웬만한 도시 면적 만한 크기의 UFO 앞이었다. 그렇게 내가 초거대 원반형 UFO 안으로 딱 들어갈려할 때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왜냐하면 침대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2

    앞뒤가 맞지 않는 공상은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하여 NB가 나이먹고 뒤늦게 친외계인적 성향을 고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뜻밖의 발단이 제 발로 찾아왔다? 그럴 리는 없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니까. 그래서 녀석은 더더욱 영화에 집착하는 건가. 모를 일이다. 알아도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말이다. 결국 뭘 해도 재미없는 일상은 어려서 꿈꾸던 어른의 삶이 아니란 거네. 훨신 기대에 못 미치는 환상감마저 올 뻔하다 말았으니 이해는 되는데. 그 때문에 녀석은 알게 됐다. 자기가 신나는 인생의 목표값을 너무 낮게 설정했다는 걸 말이다. 허나 뒤늦게 그걸 알았다고 어떡할 건데! 고로 새로운 야망을 선뜻 수락하지 못한 체 또 망설이기 일쑤. 고로 녀석에게 신비스러운 인생이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그대일 수 밖에. 그렇지만 사랑과 대망과 행복이란 너무 막연한 대상. 그래서 나비와 나방마저 착각하기 쉬운 것. 그 때문일까? NB는 참기 힘든 욕구 가운데 하필 식탐에 더더욱 빠져들었다. 그런 실정이니만큼 이런 생각 아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내 이처럼 따분할 줄 미리 알았다면 진즉 사교계와 친분을 돈독히 해놓을 걸.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오지도 않은 전성기가 끝났다는 사실에 결코 동의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NB는 사랑에 속고 인생이 불행하기 위해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게 아닐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장할 게 뻔하다. 자긴 난봉꾼 기질을 절대로 타고나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럼 뭘 해! 동경하는 사랑의 아름다움 그 비밀스러운 정체는 다름 아니라, 쉿. 재미없다. 그러든 어쩌든 그게 뭐가 중요한가. 순수한 애정이냐 더러운 사랑이냐, 인생이란 거기서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게임이 아니다. 근데 그게 뭔 말이냐? 몰라. 알 필요없으니까. 하긴 어떻게 아름다움이 모두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그러니 기쁨도 불완전해도 되나? 허나 그러면 흠모하는 그대가 실망할지도 모를 일. 그처럼 NB는 놀기를 포기하고 일에만 매달렸는데. 그런데 성과가 없단 말이지. 이를 어떡하지? 그렇게 다정함도 부드러움도 포근함마저 모두 그에게서 멀어져가는데. 뭐랄까 결국 새로움이란 유독 내게만 너무 불친절하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그는 뻔트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소망도 야망도 아니고 또 뻔트? 사랑이란 축복받은 몸매한테 한눈파는 게 아닌데. 걘 대체 언제 철들까! 형편없는 찐따 녀석 같으니라고. 이미 어른이기 때문에 꿈과 희망도 모른다는 건가? 알 수 없다. 그래서 녀석은 그냥 짜증과 친해진 것만 같다. 그는 그렇게 사무실에서 뚜껑 없는 차를 구경하다가 퇴근하기로 했다. 
    퇴근길에 나는 공원 놀이터에 들렸다. 거기 조그만 운동장이 있는데 이따금 단일 견종들이 떼거지로 모이거나, 여러 종들이 함께 놀거나 구경하기 좋았으니까. 그렇게 거기에 딱 도착했는데.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채 녀석들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걔네들한테 나는 그냥 이방인에 불과했지만 기분이 그랬으니까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나는 풀밭과 여기저기를 오가면서 개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녀석들은 사람들로 바껴버렸다. 그래서 나는 인파 한가운데서 넋을 잃을 수 밖에. 그때 누가 지나가면서 내게 한마디 툭 던지고서 그냥 그대로 지나갔다. 
   「우리들 꿈에서 빠져나갈 생각 마시오.」
    뭐라고? 여긴 대체 어디지! 그때 어딘가 내 하체가 어색했기 때문에 나는 아래를 쳐다봤다. 그랬더니 내 신발은 반투명한 무지개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내 하체도 투명인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걸 어떡하지? 그러다 사람들 얼굴이 동물로, 또 사찰 입구를 지키는 사천왕처럼 보이는 환각 증상에 나는 시달리게 되는데. 제정신이 아니라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나는 그곳에서 도망갔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그렇지만 나는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도망갈수록 원근감은 나를 속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딘가에서 서성이던 중 난 나와 비슷한 3명의 사람을 만났다. 그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나와 비슷한 줄거리에 따라 나를 만났다고 하더라. 다만 나는 도망갈려다가 그들을 만난는데, 그들은 도망가기에 중간의 성공을 했다가 그러다 다시 미로에 빠져 나를 만났다는 점이 달랐다. 일단 그 3명은 옥수수밭, 안개, 꽃밭을 헤매다가 겨우겨우 그곳을 탈출했는데. 그때 어딘가에서 노랫소리가 들려 우리들은 그쪽으로 저절로 이동하게 되었다. (지금이니까 미리 말한다만 나는 그 음악이 무슨 노래인지 알고 있었다. 내가 그 쉬운 걸 모를 줄 아나? 그건 바로, Il Cielo In Una Stanza - Gino Paoli) 그는 도중 우리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형씨. 형씨는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소?」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그랬군요. 그런데 잊어버렸소. 다시 말씀해주시면 안되겠소?」
   「안되오.」
   「알겠소. 그럼 그댄 내 달콤한 열정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소?」
   「기분이 씁쓸하군요.」
   「알겠소. 미안하오. 설마 내 눈빛이 애욕에 가득찾다고 오해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소. 왜 대답이 없소? 답하지 않아도 좋단 말이오.」
   「그런데 저 언니는 원래 저렇게 말이 없소?」
   「내 친구 원래 조용해요. 궁금하죠, 왜 좀전에 소리소리 지르며 뛰어다녔는지? 상태가 안 좋아요. 왜, 더 알고 싶으세요? 알고 나면 후회하실 텐데두요?」
    그때 우리 앞에 세 방향으로 옥수수밭, 안개, 꽃밭이 나타났다. 
    그러자 말없이 내가 만난 3명의 인물은 자기들이 이미 경험해봤기 때문인지 앞서 다녀왔던 옥수수밭, 안개, 꽃밭을 향해 자연스럽게 나아갔다. 나는 말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정신이 나간 듯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만 가만히 있어야 하나? 그렇지만 그들을 따라가면 왠지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매우 찝찝했다. 또 저 세 명 가운데 누구를 따라간단 말인가. 옥수수밭? 안개? 아니면 꽃밭? 대체 여기서 나는 어떻게 탈출하지! 바로 그때 우리가 걸어왔던 행로를 따라 네 명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직감했다. 분명 녀석들은 우리처럼 1명은 남고 세 명은 옥수수밭, 안개, 꽃밭으로 향할 거라고. 뻔한 거 아닌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도움을 요청해볼까? 그래서 나는 외쳤다. 여보시오, 여기까지 어떻게 왔소? ~라고 소리쳐 물었는데 당연히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러면 내 모습까지 보이지 않는다는 걸까? 저분들의 세계관과 연애 전적과 심성까지 모두 꿰뚫어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내가 만약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면 나는 돌아가서 점쟁이로 전업해야 하나 마나를 걱정하게 만드는데. 그렇지만 나는 너무 가엾었다. 왜냐하면 헛생각에 빠져 우리 뒤로 우리랑 똑같이 왔던 4명 가운데 3명이 옥수수밭, 안개, 꽃밭으로 들어가는 뒷모습까지는 목격했으나 뭐랄까 내 대역이라고나 할까? 그분이 어디로 가는지는 깜빡 놓쳤기 때문이다. 오오 이렇게 미련할 수가! 그럼 난 이제 정말 어떡하지? 나는 부쩍 당황했다. 그 때문에 너무도 오줌이 마려웠다. 그렇지만 대충 어딘가 풀숲에다... 아니다. 이상하게 누가 날 보고 있는 것만 같았기 때문에 난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저기 보이는 저 오두막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언제부터 저게 저기에 있었지? 나는 또 그걸 어째서 이제야 발견한 거고. 그나저나 저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듯 한데. 설마 저기에 들어가면 막 돼지머리...아니면 젊은이들이 나체 파티를 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같이 놀자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나보고 그저 관찰자로써 동영상만 찍어달래며 부탁하면 사양해야 하나. 너무 앞서 나갔다. 이러다 바지에 오줌싸겠다. 나는 뛰어서 저기 보이는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만 기억난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취조실.
   「정말 그분들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게 맞습니까?」
   「네. 정말이에요.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런데 그분들 가운데 몇몇은 예전에 당신과 안면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누가요? 우린 통성명도 나누지 않았어요. 그 몇몇이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분들과 친교를 나눈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맞습니까?」
   「네. 대체 몇 번을 물어보세요? 당신 내가 누군지 알아?」
   「당신이 누구신데요?」
   「그러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여보세요. 지금 장난해요?」
   「제가 지금 당신과 장난할 기분인 줄 아십니까?」
   「거 참 말씀 이상하게 하시네. 왜, 심문 담당관을 교체라도 시켜드릴까요?」
   「그래주라면 그렇게 하시겠소? 아니지 않소. 허허허.」
   「그러지 말고 어서 보고서 작성하고 일찍 끝냅시다. 저도 이 일만 잘 완수된다면 곧장 바캉스 떠날 거거든요. 형씨도 시간 아끼고 좋지 않소.」
   「아는 걸 다 말했는데 그럼 저보고 뭘 지어내서 말하란 말입니까?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사실만 말씀하셨다는 건 잘 알겠는데 블로그에 지어낸 얘기들은 다 뭡니까?」
   「블로그?」
   「네. 혹시 블로거 아니시오?」
   「나는 칼럼니스트입니다. 아재는 심문관이죠?」
   「그렇죠.」
   「그런데 형씨는 왜 미리 계획한 결론에 도달하도록 저를 설득시키지 못하는데요!」
   「혹시 우리 계획이 뭔지 아십니까?」
   「관심없소.」
   「정말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실 겁니까?」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소. 형씨야 말로 이제 내게 자유를 선물해주시면 좋겠소. 좋은 말로 할 때 말이오.」
   「좋은 말로 할 때?」
   「지금 나한테 덤비는 거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나저나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소? 듣자하니 몇몇은 아직 행방을 모르는 것 같고, 몇몇은 다단계 사업과 연관된 거 아니오?」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오?」
   「앞서 그렇게 단정짓도록 단서를 쓱 흘리시지 않았소. 내가 무슨 요정도 마녀도 아닌데 뿐만 아니라 난 왜 내가 여기 앉아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소. 아시겠소?」
   「제가 선생님 마음이 흑심으로 가득찼는지 아니면 딴맘 품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으신지 어떻게 알겠소. 일단 저는 형씨와 달리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가 아니란 것만 알아주시기를 바라겠소.」
   「그건 대체 뭔 말이오?」
    그렇게 소득 없는 대화에 지쳤는지 그들은 나를 풀어주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건가. 생각이 없었다. 





    3

    왜 그녀들은 바들바들 떨며 내게 애걸하는 걸까? 어째서 그러냐 라는 공상부터 잘못됐다. 난 아마 세상을 우습게 보며 까불고 혼잣말하는 게 벌써 취미라니.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정말 뭐라도 해야 할까? 그렇다고 지금 와서 힙합과 로보트춤을 배울 수도 없지 않나. 그러지 말고 그냥 예쁜 영화배우나 자빠트려서 결혼이나 할까? 나는 막살지 않는다. 사석에서 막말로 여자는 쎄고 쎘다고 말해주는 친구도 없다. 나는 벌써 시인이네. 하여간에 밤이고 낮이고 잡생각만 요동을 치는 구나. 이래서 어떻게 행복과 사랑과 희망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하긴 뭐 누가 좋아서 투정을 일삼나. 왕년에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들이었는데 뭐 하러 잡념을 서슴없이 고백하겠나. 일부러 바보 중의 바보로 공인받기 위해서? 말도 안되는 소리! 어쨌든 개뼉따귀 같은 신랄한 잡담 또 시작됐다. 그러니까 그만하자. 재미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옛날에 말이야 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카페에서 즉흥적으로 숙녀를 도화지에 담으면, 내게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단 1명도 없었다. 또 이상하게 내가 사진만 찍어주면 그녀들은 무슨 요술에 걸린 것처럼 내게 빠져버렸는데. 근데 내가 이런 비밀을 왜 털어놓는 거지? 물론 아는 동생들 명단에 여자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키운 남동생들 가운데 카사노바 교습소는 물론 각종 아카데미도 운영하는데, 거기에 특급 초빙하고 싶은 명사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뭐? 그래서 나는 돈주앙 학원 전화번호를 핸드폰 수신거부 목록에 올려놨다. 큐피트 마술사 별명을 내려놓은지 언젠데. 귀찮아서 살 수가 있어야지. (절레절레) 할 말은 아니지만, 아니다. 아니지. 굳이 이런 말까진 하지 않으려 했는데, 하지 않으려 했으면 그냥 하지 말자. 그걸 듣고서 정말 놀라 자빠질 지경이든 아니든 일단 듣고 봐야, 아니다. 왜냐하면 들어보나마나 뻔한지 아닌지 몰라도 먼 얘기를 하려고 했던지 까먹었으니까. 그래. 놈팡이가 뭘 알겠어. 게다가 허당은 남잔데 내숭을 왜 떨어. 나는 식어버린 피자, 먹다남긴 파스타, 김 빠진 콜라 같은 남자가 아니다. 그런데 남들이 특히 여자들이 그걸 알아주나? 타인의 인생과 숙녀들의 취향이야 존중하면 그뿐. 그러게 신나는 모험을 부흥하기가 어디 쉽나. 뭇여성들은 미모가 물이 오른 반면 난 그냥 권태라는 독이 오른 셈. 어쩌지? 뭘 어째. 오픈카와 펜트하우스는 내 것이 아니다. 그건 그런데 이제 좀 쉴 때도 안 됐을까? 절간의 쥐 같이 배고픈 건 또 뭘까. 마술쇼는 마술사의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봤더니, 아니다. 쓸 만한 카드는 하나도 없이 악수들에 빽빽히 둘러싸인 형세. 이렇게 젊음은 도망가는 건가? 툭하면 잔소리. 그래서 나는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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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아지트에 도착. 
    별다른 일 없던 중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녀석들이 그랬다. 최근 각자 어디를 다녀왔는데. 하필 그곳이 안개, 옥수수밭, 꽃밭이래나. 나는 느낌 세했다. 얘네 뭐지? 설마 날 미행했나... 아닌데. 그럼 엇그제 걔네들이 얘네인가? 것도 아닌데. 그때 갑자기, 
   「내가 거기서 웬 오뚜막을 발견했는데 나도 모르게 거기 들어갔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좀 기다려 봐. 그런데 있잖아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니 누가 사는 것 같아서 나올려고 했지. 그런데 웬 숙녀가 나타나서 나보고 가지 말래. 나는 지나가다 버려진 집 같아서 잠깐 둘러본다는 게 그만, 그러면서 죄송하다면서 가려고 했어.」
   「그런데?」
    나는 녀석의 말을 더 들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다시 엇그제 멤바를 구성해서 그곳으로 다 함께 가자고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분 묘해지는 순간 그래서 나는 말없이 조용하게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제 어디로 가지? OK~ 결정했다. 최근 봐뒀던 장소가 있지. 거긴 어디냐? 담배밭이었다. 술 끊은 친구한테 술 권하는 게 아니라 뭐랄까 그냥 담배밭일 뿐. 거기 가면 버려진 카페가 있고 또 운영하지 않던 모텔이 있었다. 그렇다고 무슨 탐방할 뭔가가 있지는 않겠으나 최소한 유튜버들 탐사지 목록에 오를 정도는 아니니까 고로 나처럼 적당히 기분 전환하기에 딱인 목적지였다. 그 담배밭도 농부가 중간에 그냥 포기한 듯 했다. 게다가 코카인 밭도 아니고 담배밭인데 가서 쓱 한번 둘러보고 오는 게 뭐 책 잡힐 과거 만드는 일도 아니었기에. 나는 곧장 그곳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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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했다. 그런데 담배 식물은 보이지 않고 전망에 보이는 거라곤... 이게 뭐지? 포도...는 아닌데. 설마 코케인? 그때 누가 내 어깨를 툭 짚으면서 얘기했다. 
   「형씨. 혹시 저기 저 식물이 무엇인지 아시오?」
   「네? 아니요. 모르겠어요. 만약 아신다면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싫소. 알지만 싫단 말이오.」
   「네?」
   「농담이오. 왜 썰렁했소? 내가 원래 안 이랬는데 세상사에 많이 닳아졌기 때문인 듯 하오. 재미없었다면 미안하오. 허나 조금이라도 웃겼다면 형씨는 내게 빚진 셈이오. 자, 그럼 그 빚을 어떻게 갚을 생각이오. 그냥 입 싹 닫고 몰래 도망치실 양반처럼 보이진 않소만. 보아하니 하시는 일이 지식노동으로 고통받는 듯 하므로 지금 당장 지갑을 꺼낼 생각이오? 그럼 난 뭘 꺼내지. 그렇다고 내가 가죽점퍼 안에 찬 멜빵에서 물총을 꺼낼 거란 상상은 하지도 마시오. 아시겠소? 내가 잡담만 늘어놔서 어딜 가나 웃겨주라던 개그맨 명성에 금이 갔으니. 형씨가 내게 빚진 것과 뭐 퉁칩시다. 그럼 되겠소? 아, 내 소개가 늦었군요. 그런데 오다가다 만난 사람들끼리 격식 차리고 굳이 통성명할 필요 있소? 우리가 지금 드라마를 찍는 것도 아닌데 말이오. 그나저나 내가 봤을 땐 저기 저 식물들은 코카인이 아니오. 단위면적당 최고로 비싼 식물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어딘가 모르게 저 녀석들은 잘만 변화시키면 어떻게 다이아몬드에 필적할 만한 영양 식품으로 생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근데 형씨는 저 식물이 아직도 뭔지 모르겠소?」
   「네. 몰라요.」
   「저건 커피요.」
   「커피요?」
   「근데 혹시 담배밭을 구경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요?」
   「그게 그러니까... 그게 말이오... 아니 난...」
   「만약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이만 헤어져야 하오. 담배밭은 저기 보이는 무지개 쪽으로 쭉 가다보면 나오니까 말이오. 가다가 마음 바뀌면 다시 돌아오시오. 그땐 내 아리따운 숙녀들을 소개시켜드리겠소. 그럼 형씨는 내게 뭘 해주겠소?」
   「네?」
   「그만 떠나지 않고 뭐하시오? 내 말 듣다보면 그 끝은 없다는 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겠소? 아직도 안 떠났소?」
   「아, 네. 지금 가려고 했어요. 그럼...」
    그렇게 나는 웬 이상한 아저씨가 은근 뭔가를 암시하는 담배밭을 향해 차를 몰고 갔다. 근데 저 아저씨는 뭐지? 뭐 하는 사람인데 나보고 커피나무도 모르냐, 담배밭은 왜 찾느냐. 지가 뭔데 나한테 너도 영화를 많이 봤냐는 식으로 추궁대는데. 가만 생각하니까 마음에 안 드네. 차를 확 돌려? 아니다. 참자. 별일도 아닌데 그럴 것까지야. 내가 안 참으면 누가 참는데. 그래도 거 어째 자꾸자꾸 생각난다 말이지. 기분 언짢아지게 말이야. 그렇게 차를 몰면서 나는 짜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차분한 음악을 틀었다. 
    Vivaldi / 오페라 ‘그리젤다’ RV.718 ‘신포니아’
    그렇게 내가 찾던 담배밭에 도착했다. 그런데 내가 여기 왜 온 거지? 그러게 말이야. 무슨 담배에 고기를 싸먹을 일이 있는 거도 아니고. 어디서 뭐 개뼉따귀를 찾아서 발견하면 동네 똥개한테 갖다주게? 근데 그 똥개가 하필 내 거기를 물면 어떡하지! 그게 뭔 소리야? 개 풀 뜯어먹는 헛소리 지겹지도 않다. 날씨가 더우니 그럴 만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다 나는 저기 보이는 폐업한 카페에 들어가서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딱히 뭔가가 없어도 그냥 한번 둘러보는 재미가 있긴 있으니까. 그렇게 딱 그 카페에 들어갔는데. 뭐야 이거! 거긴 망하지 않은 카페였다. 운영 중이란 얘기다. 그래서 그냥 나올려고 했다. 





    4

   「왜 그냥 가시오?」
   「네? 모텔이 아니니까요.」 (이렇게 변명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속칭 대충 떨어질 줄 알았단 얘기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그만... 그랬다는 뜻)
   「나는 숙박업도 겸한다오.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저쪽으로 가시오. 잘해줄 거요.」
    뭘 잘해줘? 모텔 이름은 피아첸자였다. 피, 뭐? 근데 나는 왜 저분한테 모텔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말했지? 그나저나 일단 마음이 바꼈다. 내가 모텔을 왜 가? 그래서 변심은 나를 자동적으로 공원 쪽으로 드라이브하도록 만들었다. 근처 경치도 둘러볼 겸 고독이 싫증나면 바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둘러보면서 웬 자판기 앞에서 멈췄다. 나는 자판기에서 콜라를 뽑았다. 그때 웬 청순한 미녀가 내 차에 탔다. (조수석이 아니라 운전석) 뭐야 저 여자는?
   「저기, 아니 왜,」
   「뭡니까?」
   「네? 이거 제 차인데요.」
   「그래요?」
   「네.」
   「그걸 누가 몰라요?」
    그런데 이 여자는 왜 상남자처럼 얘길 하는 거지? 목소리랑 외모만 여자지 마치 드라마에서 성별이 바뀐 듯 내게 말하고 있잖아? 누굴 바보로 아나?
   「혹시 모르실까 봐...」
   「나는 그 정도도 모르는 숙녀는 아니니까 안심하시오.」
    그러면서 그녀는 눈빛으로 저쪽을 가르켰다. 뭐야 저건? 최고급 오픈카였다.
   「설마 저거랑 이걸 바꿔 타자는 뜻입니까?」
   「(끄덕끄덕)」
    그녀는 곧장 가버렸다. 이건... 처음 봤는데... 나 잡아봐라? 파라솔과 비키니와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 해변가에서 그녀와 나는 연인? 나는 직감했다. 이건 아마 꿈일 거라고. 그런데 꿈이 아니다. 그때 내 손가락이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등이 굽어질려고 했고 발과 종아리에 쥐가 났다. 필경 이건 도플갱어가 내 책상에서 글을 쓰다가 막히니까 종이를 찢어서 구긴 다음 뭉쳐서 집어던질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걸 몇 번 당하고 보니 이제는 나도 대처법을 알게 됐다. 따라서 나는 구부려지려는 손가락에 힘을 줘서 폈다. 쥐가 오른 종아리도 힘을 빡 줘서 꾹 참았다. 막 그러니까 상상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심지어 잘만 하면 그녀와... 그냥 이걸 현실로 굳히고 내 본분이든 숙주든 도플갱어가 원하는 거 줘버리지 뭘! 그렇게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 그렇게 인적이 없는 도로에서 나는 그녀의 옆으로 달렸다. 그때 그녀는 내게 윙크했다. 설마... 그러면서 그녀는 내 오픈카 안으로 웬 명함을 던졌다. 우리는 뮤직드라마라도 찍는 것처럼 슬로우 모션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그 명함에 씌여진 글씨를 읽을 수 있었다. 예지몽 주식회사 누구누구? 뭐야 말단 경리 아가씨잖아. 그럼 더 좋지? 나는 이게 자각몽이든 악몽이든 끝까지 가보고 볼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때 반대편에서 또 옆 교차로에서 내 차랑 똑같은 자동차 동호회원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어 우리와 합류했다. 그래서 나는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젠장! 좋다 말았잖아? 그럼 이제 어떡한담...! 일단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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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무실로 가던 중 뒤에 누가 따라오는 걸 감지했다. 그래서 차를 세웠다. 그랬더니 뒷차도 멈췄다. 안에서 경찰이 내렸다. 그런데 복장이... 우리나라 경찰이 아니라 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모습이었다. 
   「신분증 제시해주세요.」
   「네?」
   「귓구멍이 막혔소?」
   「내 귓구멍은 막히지 않았소.」
   「그럼 어디가 막혔소?」
   「꽉 막힌 당신이 나보고 지금 어디가 막혔냐고 물었소?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소?」
   「흐흠. 농담이 지나쳤소. 인정하오. 미안하단 말이오. 일단 신분증 좀 봅시다.」
    그러는 당신부터 관등성명 대시오. ~라고 말할려다가 나는 기세에 눌렸다. 그래서 신분증을 찾는 척했는데. 바로 그때 진짜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내 차 앞에 멈췄다. 그렇게 외국 경찰 복장을 한 아저씨를 잡아서 미란다 원칙 읊고, 수갑 채우고, 차에 태워 연행해갔다. 보아하니 임의동행이 아닌 게 분명했다. 긴급체포...면 이미 영장을 받았단 얘기잖아? 그 정도는 나도 안다. 
   「선생님. 뭐 뺏긴 거 없어요?」
   「네. 신분증을 보자길래 지갑을 찾던 중, 아까 그녀와 사랑을 했어야 하는데. 딴년들 다 따먹고 다지지 말고 나랑 연애합시다 라고 말하는 듯하던 그녀의 표정.」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튼 긴급수배범은 우리가 체포해갑니다. 우리쪽도 경쟁 붙었거든요. 그럼 이만.」
    그 경찰이 경례하길래 나는 나도 모르게 왼손으로 경례를 받았다. 이건 뭐지? 오늘 참 이상한 날이다. 숙녀를 놓쳤지 가짜 경찰도 보냈지. 진한 사랑 때문에 힘을 빼도 모자른데 힘 빠지게 이 무슨 삼류드라마도 아니고.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바로 그때! 떠나려던 경찰은 내게 다시 돌아왔다. 
   「저기 혹시 모르니까 신분증 좀 봅시다. 의례적인 절차니까 불편해도 협조해주시죠. 우리도 웬 쥐새끼 같은 잡법 때문에 요즘 골치가 아파요. 자세한 얘기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때 저쪽에서 나와 얘기하는 경찰의 하급자로 보이는 경찰관이 다가오더니 서로 귓속말로 쑥덕쑥덕. 그러다 말겠지 그러면서 뭔가 의심은 착오로 판명나겠지 예상했는데. 남은 경찰 1은 무전기 답신을 기다리고 핸드폰 화면으로 자료 결과를 검토. 그때 또 돌아갔던 동료는 저쪽에서 달려오더니 냉큼 경찰 1을 날라차기로 퍽~! 정말로 강타했다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어떤 신호인 듯. 아니 잠깐만... 날라차기? 설마, 얘네들도 술값 서로 낼려고 경쟁하다 딱 결판 짓는 특별한 기술이 다름 아니라 뭐, 날라차기? 하여간에 그놈의 날라차기 정말 징글징글하다. 하여튼 징하구만 그래. 도대체 "형 저도 날라차기 맞고 싶어요"~라는 명대사는 어떡해야 잊을 수 있을까?! (절레절레) 그렇게 자기들끼리 진지한 협의와 심각한 대화가 끝나자마자 나는 마지막 말을 듣고야 말았다. 그 어떤 얘기가 내 귓가에 들려버렸다. 이 뚜껑 없는 차가 도난신고 당한 차래나 뭐래나!
   「서까지 같이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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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랑 똑같은 수법에 차를 빼앗긴 사람들 여기 나까지 총 3명. 1명은 옥수수밭, 1명은 안개 속에서, 1명은 바로 나. 이때까지 또 거기서 풀려날 때까지 나는 그녀가 내게(만) 전해준 명함을 깜빡 잊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신분 확인됐고 수사도 어느 정도 진척되던 중 풀려나게 되었다. 





    5

    나는 집에 와서도 그 명함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건 내 옷 주머니에 있었는데. 그걸 왜 뒤늦게... 만약 일찍 발견했다면 나는 그녀와 여행을 떠났을 테고, 여행을 떠났으면 그럼... 첫날밤에 단지 샴페인만 터트렸을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걸 일찍 생각해내지 못했지? 일단 너무 앞서나가면 안되니까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얘기하자면 나는 다시 심심함이라는 올가미에 걸려들었다. 재미없음이라는 발찌는 반경 얼마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나를 협박했다. 나는 그렇게 권태의 노예가 되어 가짜로 막 희망과 꿈을 지어내고 있었는데. 또 경찰서에서 만난 나까지 3인방. 안개, 옥수수밭, 꽃밭. 목록에서 빠진 인물을 찾아 수사하고 뭔가를 찾아내면... 그분들과 헤어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난 바보다. 다 놓쳐버렸다. 사랑과 열정도 바닥났다. 그럼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하나. 일이나 해야지. 
   <신나는 모험과 아름다운 절정에 혼미할 지경, 마침내 우리는 개꿈에서 깨어난다. 그 우리가 대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NB는 탐미주의자이기를 포기했다. 왜냐하면 절망과 상심과 체념과 상처에 된통 당할 뿐이기 때문에. 결국 사랑에 실패하니까 인생에 패배한 느낌 짙은데. 그러나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역전승이라는 게 있거든. 세상사가 그렇다. 말하자면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반면 그 반대는 성립될 수 없는 법. 그래서 초식동물은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인가, 아니면 회전목마 근처에서 숙녀를 꼬실 것인가. 꼬, 뭐? 지긋지긋하다. 사랑론이라면 징글징글 왜 안 그러겠나. 그처럼 녀석은 TV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멍청해진 건가, 아니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허접한 건가. 뭐가 됐든 사랑의 성적표가 영 초라했으므로 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긴 비너스와 모나리자와 아르테미스가 어떻게 제 발로 그에게 찾아오겠나. 산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아니다. 보아하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에게 알맞는 격언이 생각났다. 바로, 지갑이 무거우면 마음은 가볍다. 그 말이 뭐겠나. 지갑이 가벼우니까 마음이 무겁지! 게다가 그녀를 자빠트리지 못하니까 지 혼자 소파에 자빠져 TV나 보지. 그러면서 혼잣말은 젊음을 희생했는데 신비주의로부터 구원받지 못했대. 그게 뭐야? 순 엉터리 낭만주의자. 그렇게 공상할 동안 욕망을 만족시킬 기회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결국 좋건 싫건 항상 권태와 직면. 제발 한번만 만나달라던 그녀들의 애원에 순순히 응할 걸 그랬나, 아직도 그런 생각. 오, 저런! 푼돈은 아꼈을지 몰라도 청춘을 허비했군. 게다가 이제 와서 어떻게 여자 꼬시는 방법을 독학해. 못해. 누가 말리지도 않을 거야. 근데 정작 전례 없는 슬럼프라는 걸 본인만 몰라. 그러니 멜로드라마로부터 버림받지. 그렇다고 타락하여 방탕에 젖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막살지는 않는데. 고로 싫어하는 기색없이 대충 살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됐다? 그럴 리 있겠나. 그처럼 물 오른 미모와 굶주린 늑대는 정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말인가! ~라고 걸핏하면 몽상에 잠기니까 여태 혼자지. 놀고 있네. 가련한가? 미련하다. 멍청. 허접. 결국 사랑의 의미마저 더러워짐. 그러다 마침내 그는 허영기를 불신하기로 했다. 허나 지켜질 수 없는 약속처럼 변심에게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데. 
    그래서 그는 무턱대고 소풍을 떠났다>
    말 나온 김에 진짜 소풍이나 갈까?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내 차는 어떡하지? ~라고 말이다. 그러자 갑자기 차를 바꿔 탄 그녀한테 받은 명함이 기억났다. 아차, 그걸 까먹고 있었네. 서둘러 명함을 찾았다. 다행히 옷은 빨지 않았으니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그 명함에는 달랑 웹사이트 주소만 적혀 있었다. 주소는 www.wearealiensinearth.com 뭐야 이거? 인터넷 창을 띄어 그 주소를 입력해보니. 커피밭으로 와 달라! ~라는 문장 딱 1개만 보였다. 뭐지, 정말 이거 뭐지? 그럼 또 난 그 숙녀가 오란다고 정말로 가야하는 걸까? 이게 운명인지 아닌지 장난일까 사랑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가지 않았을 때 불이익과 진한 사랑의 예감을 무게 저울 양쪽에 올려놓을 수는 없었다. 다만 남몰래 혼자 영화를 찍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나는 커피밭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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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밭에 도착. 정말로 저기에 내 자동차가 있었다. 지금 와서 말이지만 탈 만큼 탄 저 똥차. 굳이 애써 찾지 말고 저속한 표현마따나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었으니 딴 차를 사도 괜찮을 텐데. 딱히 정들었다는 느낌도 그다지...그래도 반갑긴 했는데. 뭐야? 자동차에 타서 딱 사무실로 돌아갈려는데 하필 조수석에 또 메모장이 붙어있다니. 
   "담배밭에 가보시오."
    뭐야 지금 나랑 사랑하자는 거야? 아니면 뭐 똥개 훈련시켜, 어? 이 여자가 증말 보자 보자 하니까... 흥분할 때가 아니다. 게다가 담배밭까지 가보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심지어 늑대의 본분을 잊어먹어서도 안된다. 또 혹시 보물을 잠깐 보관만 해달라 랄지 지폐 가득한 007 가방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렇게 인근 담배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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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밭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가방을 발견했다. 도시에서라면 이 가방에 손대지 않는 게 상책일 텐데 지금 나는 드라마를 찍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서둘러 그녀의 가방을 열어봤다. 별다른 내용물은 없었다. 다만 어떤 좌표값이 적혀 있는 종이 쪽지가 가방 안에 있었다. 이건 또 뭐지? 설마 나보고 이 좌표값으로 와달라는 건가? 안 가볼 수 있나! 따라서 내가 그 좌표값까지 가봤더니 어떻게 됐더라? 
    내가 그 좌표값에 가봤더니, 거긴 다름 아니라 옥수수밭이었다. 이게 뭐야? 좀 더 면밀히 탐색 후 알게 됨. 옥수수밭 내부에 꽃밭이 있는데 그게 대마밭이었음. 그렇지만 그마저 위장! 즉 양귀비꽃밭이긴 하나 이를 테면 양귀비꽃 300종 가운데 마약성 금지 목록은 단 몇에 불과. 그럼 여기서 끝일까? 그 지하로 들어가는 작동 버튼을 찾는 게 급선무인데. 근데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여기서 왜 이래야 하는데! 내가 정말 허수아비도 아니고 꼭두각시처럼 보물찾기 놀이를 이 나이 먹고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그러다 나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둘 중 하나일 테니까. 첫째 똥개 훈련, 둘째 덫! 왜냐하면 일단 원맨쇼는 아닐 테니까. 그렇지 않나! 이러니까 여기에 엮이면 나중 골치아파질 게 뻔하므로 절대로 말려들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도망갔다. 





    6

    오늘 나는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더위에 지쳤나? 그럴 수도 있는데 꼭 다람쥐 챗바퀴 도는 삶에 싫증났단 게 아니라. 뭐랄까 이건 사춘기 아니면 갱년기 같은 증상일 수도 있는데. 아마도 번아웃 증후군이 의심되는 상태. 그럼 무작정 도망갈까? 갈 데는 많은데 오라는 데가 없다. 많이 놀아봐서 자유도 재미없다는 걸 모르는 나이도 아니다. 근데 나이 얘기를 왜 하나. 그렇다고 날씨가 짜증난단 말은 아니다. 근데 내가 뭔 얘기를 하고 있지? 이럴 게 아니라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일찍 퇴근하는 게 상책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동네를 한 바퀴 돈 다음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내 옆으로 웬 오픈카가 지나가다가 멈췄다. 
   「저기요 아저씨. 괜찮으시면 이 근처 오리배 타는 공원이 어딘인 줄 알려주시겠어요? 어! 오, 오빠다. 오빠 맞지? 그치?」
   「네?」
    그녀는 갑자기 마스크를 벗었다. 그녀였다. 며칠 전... 우리끼리 뭔 일이 있긴 있었는데. 그게 딱히 드라마 같은 일도 아니었을 뿐더러 그걸 꼭 우리가 친해졌다고 판정하기에도 상당한 무리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 여자는 내게 너무 살갑게 구는데, 왜일까? 도대체 그 꿍꿍이가 뭐길래...!
   「오빠 왜 말이 없어? 설마 내게 벌써 반한 거야? 아니면 우리 아직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날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흑심이 발동한 거야, 응? 뭐야? 오빠 지금 당황했어? 허를 찔렸구만. 혹시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지?」
   「아니 그게. 아, 좀 전에 오리배 어디서 타나 물어보셨죠?」
   「오빠. 실망이야. 서운하게 왜 이래? 왜 갑자기 존댓말 하는데! 우리가 그런 사이였어?」
    그럼 우리가 몰래 사랑하는 사이였니? ~라는 말이 딱 목구멍까지 올라왔다마는 차마 할 수 없는 말. 왜냐하면 수다쟁이 그녀를 자극했다가는 내 귀에서 피가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
   「오빠. 그러지 말고 일단 타. 응?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잖아. 안 그래?」
    나는 어정쩡하게 오픈카에 탔다. 또 왠지 심심한 날 바람도 불지 않는데 무턱대고 선풍기 앞에만 앉어있는 것도 모냥새가 좀 그랬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오빠. 나 안 기다렸어? 우리 처음 만난 날 좀 그랬지? 그게 다 우리가 영화 주인공 같은 만남이기 때문에 그런 거야. 그게 뭔 줄 알아? 뭐겠어 운명이지. 그럼 나는 이미 사랑에 빠진 걸까? 부끄럽게 그런 얘긴 하지 말자. 오빠 요즘 어떻게 살았어?」
   「응?」
   「아, 우리가 서로 아는 게 별로 없구나. 뭐 차차 알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어? 나는 내 친구들 오빠한테 전부 소개시켜줄 수 있어. 오빠는?」
   「나?」
   「아, 오빠 친구 없구나. 괜찮아. 내가 오빠를 친구 많은 남자로 만들어주면 되잖아. 나는 할 수 있어. 왜 부자가 되고 싶어? 내가 만들어줄께. 왜, 내가 사기꾼처럼 보여? 이렇게 이쁜 사기꾼이 어딨니. 오빠도 참! 그러지 말고 우리 함께 능청 대회에 나가보는 건 어떨까? 그렇다고 오빠 혼자 세계 마초협회에서 심부름이나 하도록 내가 내버려둘 수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엇그제 우리가 영화 같은 데이트를 할려다가 뭔가 일이 틀어진 건 다 오늘을 위해서였어. 응?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잡어한테 농락당하는 날이 있으면 대어를 낙는 행운도 있는 법.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몰라? 왜, 오빠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남자야? 만약 그렇다면 그래도 괜찮아. 왜냐하면 내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여자가 되어 오빠를 재밌게 만들어드리면 되니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그러지 말고 이리 가까이 와 봐. 아니다. 이따 차에서 내려서. 그럴 게 아니라 일단 커피나 마실까? 오빠 뭐 마실래? 오빠 뭐 먹고 싶어? 뭐, 여자? 이 오빠가...!」
   「내가 언제...」
    대체 얘는 뭐하는 애지? ~라고 생각하자마자 그녀는 검지로 내 입을 막았다. 그런데 운전 중에 돌맹이를 밟았기 때문일까? 그녀의 손가락은 하필 내 입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렇게 그녀의 손가락은 막대사탕이 되어 나는 그녀의 손가락을... 손가락을... 이게 대체 뭐하는 상황이지? 
   「오오, 오빠 섹시한데? 근데 오빠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오빠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나저나 오빠 뭐 바쁜 일 있는 건 아니지? 있으면 어쩔 건데. 내가 다 처리해줄께. 그럼 되고. 바쁜 일 없으면 나랑 데이트하면 되고. 좋지? 나는 못이긴 척 바쁘나 안 바쁘나 고민 좀 할려고 했는데. 뭐야, 이 오빠가 벌써 나를 꼬셨잖아? 오빠 학교 다닐 때 공부 안했구나. 와, 오빠 여자 금방 꼬신다. 설마 오빠도 아는 동생들한테 막 그랬어? 내가 저년들 싹 다 꼬셔줄께~! 요즘도 그런 바보들이 있을까. 그렇다고 오빠가 바보란 말은 아니야. 만약 오빠가 바보일지라도 내가 오빠를 천재로 만들어줄 자신 있어. 응? 오빠, 날 한번 믿어봐. 나야 나. 응? 나 알지?」
   「저기... 당신, 아니 난 네 이름 아직 모르는데.」
   「뭐?」
   「」
   「내가 왜 오빠한테 내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는지 알아? 모를 거야. 그럼 내가 가르쳐줄께. 왜 내가 오빠한테 내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냐. 나는 이름을 바꿨거든. 하긴 내 친구들 가운데서도 내 진짜 이름 아는 애들 거의 없어. 나는 정말 알 수 없는 여자거든. 호호호. 아, 오빠한테 멋진 숙녀로 보이고 싶은데. 유행가 이거 너무 촌스럽지 않아? 그런 의미에서 내가 최근 깜짝 놀란 음반이 있는데 들어볼래?」
   「」
   「Johannes Brahms /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77
    바이올린은 Michele Auclair. Wiener Symphoniker/Willem van Otterloo 1958 
    내가 이 음반 어떻게 구했는 줄 알아? 그걸 말해주면 오빠가 따라할지도 모르니까 알려주지 않겠어. 다만 내가 이 음반을 구하기 위해 장장 5년 6개월을 쫓아다녔다는 건만 알아둬. 왜 듣기 싫어? 들어봐. 그녀가 왜 후진 양성에만 노력했는지 얄미울 지경일 테니까. 그런데......」
    나는 침을 흘릴 뻔 말 뻔 졸지는 않았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 다음 그녀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 하나도 몰랐다. 간혹 뭔 얘긴인지 알아채어도 다 한 귀로 들어갔다가 한 귀로 나가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오리배 타는 공원에 도착했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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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남자가 왜 그처럼 비실비실해? 농담이야. 근데 오빠 맥없는 남자야? 오빠. 남자는 하체야. 알아? 모르진 않겠지. 그럼 좀 힘차게 굴려. 왜 날씨가 너무 더워? 하긴 오늘 같은 날 오리배 타는 사람이... (손차양) 덥긴 덥네. 그렇지만 나중 후회하지 않을 걸. 호호호. 그런데 오빠가 날 꼬신다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넘어가버린 난 또 뭘까? 허허허. 뭐야, 저 옆에 오리배는... 손에 미니선풍기를 들고 있잖아? 오빠는 저런 것도 챙기지 않고 뭐했어? 아, 내가 오빠한테 잔소리하려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쟤네들은 오렌지 쥬스를 들고 있고. 근데 쟤들 옷차림이 저게 뭐니? 촌스럽게 말이야. 저 촌년 화장도 이상하게 했어. 지랑 안 어울리는 멀쩡한 남자 또 어떻게 꼬셨나 몰라. 멍청한 년. 진짜 그렇단 말이 아니라. 오빠가 날 좋아하는 표현을 잘 하지 않으니까 그렇지. 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오빠 뭐 좋아하는데! 서두르지 말자. 시간 많잖아. 인생 길다 오빠! 그런 의미에서 피카소 소품 저렴하게 나온 거 있는데 하나 선물해줄까? 오빠는 렘브란트보다 뒤피 쪽인데. 이따 우리집에 들려서 아무거나 찍어. 걸려있는 거 다 진짜니까. 찍어서 오빠 가져. 오빠가 어디 내 마음만 가졌나? 근데 나는 이렇게 다 주려고 하는데 왜 오빠는 말을 안 하는데? 왜, 내가 겁나? 도망갈 생각 꿈도 꾸지 마. 오빠는 내게서 멀어질 수 없어. 나한테 찍혔거든. 허허허. 그게 무슨 말인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꺼야.」
    그런데 내가 아무리 환상머신 별명 챔피언벨트를 빼앗겼을지언정 왜 하필 수다머신한테 농락당해야 하는 거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근데 오빠 여자 만날 때만 말수 없는 거야? 아니면 아직 여자한테 환상이라도...! 만약 그렇다면 내 그대를 만족시켜드릴 수 밖에. 호호호. 딱 걸렸어. 기다려.」
    그렇게 나는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나도 모를 사이에 우리는 왠 이상한 통로로 들어와버렸다. 
   「들어와. 내 별장이니까. 오빠를 위해 준비했어.」
   「넌 정말 거짓말이 입에서 자동적으로 나오는구나?」
   「어? 잘 못 들었어.」
   「아무 말도 아니야. 너 이쁘다고.」
   「어머 오빠는. (그러면서 여지없이 그녀는 내 팔을 툭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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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나보고 씻으라고 했다. 그럼 뭐 내가 못 씻을 줄 알았나? 날씨가 너무 더웠기 때문이라고 핑계대는 게 아니라. 이상한 분위기 탓에 그냥 그렇게 됐다. 그렇게 다 씻고난 다음 그녀는 다짜고짜 나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내 양팔과 양다리를 수갑채워 침대에 X자로 날 결박했다. 뭐야 이거? 그러면서 그녀는 어디서 배웠는지 최면술로 나를 기절시켰다. 





    7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장소는 바뀌지 않았다. 다시 말해 꿈도 아니었고 도플갱어의 수작 역시나 아니었다. 그리고 손과 발이 자유로운 걸 보니 그녀가 일시적으로 묵는 척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대체 어디일까? 또 나는 대체 몇 시간을 잔 거지? 아, 핸드폰이 있구나. 앗, 깜짝이야. 겨우 30분 잔 거잖아? 난 것도 모르고. 나는 이 창고인지 비밀 기지인지 모를 장소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햇볕이 들지 않는 대신 매우 깨끗했다. 또 곳곳에 잠망경 같은 게 있는데 그걸 들여다보니 무슨 침대가 보였다. 나는 직감했다. 여긴 놀이공원 사장의 별장을 (직접) 염탐할 수 있는 비밀 공간이라는 것을. 또 각 방에 CCTV 장면을 비춰주는 화면들이 가득했다. 옛날에 언제던가 나이트클럽 사장실은 가봤는데, 오늘은 놀이공원 사장실을 원격으로 보게 되다니.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그렇지만 나는 순진하게 그걸 모두 믿을 수는 없었다. 때문에 이건 아마 모두 정밀히 가공된 설정이라고 단정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때 데스크탑만 살펴본 게 아니라 소파 앞 탁자에 놓여진 노트북을 열어본 게 오히려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일단 데스크탑에 펼쳐진 상황들은 모두 그걸 보고 속아넘어가는 누군가를 위해서일 테고. 그걸 신뢰하지 못하는 나 같은 허당들은 마저 맥북으로 정신차리도록 만들려는 속셈이 작전계획일 수도 있는데. 그런데 거기서 본 걸 왜 나는 모두 발설하지 않느냐? 왜냐하면 나는 아직, 아니 어쩌면 영영 그녀의 정보망을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에. 그러든 어쩌든 나는 데스크탑 설정들을 믿지 않았다. 다만 맥북에서 본 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인 걸 말할 수 없는 심정. 아마 끝까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 기분 세하다만 그래도 조금만 맥북에서 봤던 걸 얘기하자면 이렇다. 
    맥북에는 동영상들과 어떤 특이한 엑셀파일이 있었다. 동영상들은 웬 폴더별로 나눠져 있었는데. 그걸 하나씩 열어봤더니 나처럼 그 비밀 기지로 오기까지 친해진 과정. 함께 나눈 얘기들. 그게 모두 초소형 카메라로 찍어서 기록되어 있었는데. 다른 폴더를 열어보니... 이게 바로크 이전 음악인가 아니면 미사곡? 오페라? 뚜껑 없는 차를 타는 그녀. 그녀가 혼자서 티본스테이크를 먹는 장면인데. 설마... 그 스테이크는...? 나는 갑자기 인도네시아 훈제족이 생각났다. 그럼 나는 왜 풀어주는 거지? 바로 그때 다른 동영상 파일을 열어봤는데 그녀가 비키니를 입고서 햄버거를 만듦. 이어서 햄버거가 완성되자 비키니마저 모두 홀라당 벗음. 곧이어 그 나체 상태로 직접 만든 햄버거를 먹었고(그 모든 과정들을 정성스럽게 동영상으로 만듬). 그러고 나니 막 그녀의 얼굴에서 눈, 코, 입, 귀, 눈썹...이 자유자재로 온 몸을 떠돌아다는 것이었다. 코가 꼬리뼈 쪽으로 옮겨가고 눈은 이마 가운데를 거쳐서 배꼽 옆으로 또 이어서 손 바닥으로. 귀도 피부 바깥을 이동하다가 뭐랄까 창자 안쪽을 헤엄치다가 다시 피부 바깥으로 부상. 뭐야 이거... 컴퓨터 그래픽이기를 바랬는데... 정말이야? 나는 다음으로 엑셀파일까지 열어보고 나서 알게 됐다. 무엇을 알게 됐는지는 말해서는 안된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그곳에서 도망쳤다. 물론 중간에 아무런 일 없이 무사히 집으로 왔다. 그럼 그녀는 날 가지고 노는 건가? 아니면 혹시 내 애독자...! 에잇, 설마... 아닌가? 아닌 게 아닌가? 모르겠다.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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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이 지났다. 어느 날 나는 사무실로 출근해서 그녀에 대한 희곡을 쓸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혹시 그게 내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 농담이고. 그냥 나는 평소처럼 다음과 같은 낙서를 컴퓨터 메모장에 끄적거렸다. 
   <나는 꿈 속에 살고 있는 몽상가가 아니다. 제정신이다. 난 미치지 않았다. 시원찮은 돈벌이 때문에 투정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해 기 막힌 팔자의 꼭 다문 입은 아마도 응큼한 상상과 친하지 않을까 라는 시상도 지겹다. 환상기계의 거물이 되고 싶다는 희망의 끈은 옛날에 놨다. "대체 뭘 꾸물대는 거야?" 라는 도플갱어의 추궁마저 한 귀로 들어와서 한 귀로 나간다. 이런데 미지의 이상을 탐구하려는 열망이 다 뭔 소용인가. 슬럼프 극복 다음 곧바로 대망 충족한다는 보장이 있나? 관심없다. 그럼 악마적인 신비감이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주인공을 상상해서 대리만족? 들뜬 권태에 굼뜬 행복이다. 눈에 띄도록 인생이 부쩍 재미없어진 기분. 왜일까? 느낌 세하지 않을 수 없음. 이러니 미적대는 발단과 꿈쩍도 않는 전개만 일쑤. 그러니 흥미로운 절정부터 상쾌한 쾌감, 해피 엔딩까지 그 모두는 정체될 수 밖에. 이해할 수 없는 신비와 납득 못 할 환상? 넉넉히 받아줄 수 있는 불손한 앙탈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어쩐지 뭔가 갑자기 나타날 것만 같은 예감은 또 뭐지? 그러지 말고 점집에나 가볼까! 가지 말자. 혹시 모르는 막후의 비밀스러운 음모, 다 드라마 속 얘기니까. 나는 결국 사랑의 패자다. 그런데 밀애의 행운을 어떻게 수소문하겠나. 혹 있을지 모를 어복은 생각도 않는 게 좋다>





    8

    어느 날 나는 왠지 모든 게 싫증났다. 무력감한테 당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어떻게 권태는 져줄 줄을 모르는 걸까. 지적 허영심도 바닥났다. 자기 합리화가 뭔지도 모른다. 그런데 허세를 어떻게 아나. 내가 뭐 잘났다고 투덜거리겠나. 이거 혹시 번아웃 증후군? 그래서 나는 기분 전환을 핑계로 잠깐 드라이브나 하고 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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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 대기 중! 뭐야? 옆에 오픈카가 서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네? 
   「그대여 얼굴을 들라!」
    라는 대사부터 떠올랐다. 아니 야 너, 당장 선그라스 벗어. 라고 명령할까도 생각해봤다. 당연히 실행하진 못했으나 뭔가 찜찜한 기분은 마침내 쟤가 누군인가를 알도록 만들었다. 걔네. 최근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그녀. 이때 신호가 바꼈다. 그녀는 쏜살같이 앞서 나갔다. 놓칠 순 없지! 나는 곧장 추격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 귓가에는 낭만적인 영화 OST가 들리고 있었다. 물론 가상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그야말로 흥미진진했다. 만약 내가 저년을 잡으면 아니, 말이 심했다만 그건 다 우리가 친하다는 가정 하에 아무도 듣지 않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만. 저 아리따운 숙녀를 따라잡아 오늘 우리가 커피를 마실지 뜨겁게 키스할지 몰라도 나는 일단 물어볼 것이다. 왜 자꾸 날 헷갈리게 하냐고! 근데 그건 너무 여자 같잖아? 그렇다고 다짜고짜 뺨을 때릴 수도 없지 않나. 그래? 옳지! 그녀의 가면을 벗겨야 겠다. (옷을 벗기겠단 말이 아님) 그래야 한다. 정말로 얼굴 팔리는 거 좋아하지 않는 허당처럼 팔리지 않는 허구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만. 터놓고 말해서 막말로 말해서 라는 대사마따나. 어? 그동안 그녀의 정교한 화장발에 속아줬으면 할 만큼 한 거 아닌가? 그렇지만 중요한 건 그거다. 우리는 갈 데까지 간 게 아니라는 점. 응? 마침표든 느낌표든 찍어야 한다는 거. 하긴 살면서 장미 가시에 이 정도 찔려봤으면 그만해도 될 것이다. 게다가 장미만 꽃인가? 튤립은 일단 가시가 없다. 알고 보면 이름 모를 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데. 심지어, 아니 어떻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정말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그녀를 따라잡을 거 같은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저 예쁜 천도복숭아를 따먹든 나쁘지 않은 능금을 정복하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마침내 나는 그녀를 놓쳤다. 대략 한 30분에서 1시간 정도 따라갔나? 모르겠다. 근데 여기는 어디지? 뭐야! 여긴 영화에서나 봤던 사막이잖아? 내가 알기로는 이 근방에 이런 장소는 없었는데. 있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그녀야 나중 오다가다 보면 보는 거고, 못 보면 마는 건데. 허나 그건 여기서 무사히 탈출한다는 가정 하에 나중 생각해도 늦지 않을 텐데. 어떡하지? 그때 갑자기. 저쪽에서 아프리카 개떼들이 떼거지로 이동하는 게 보였다. 무슨 철새들 이동도 아니고 양떼 무리들 대이동도 아닌데 저건 또 뭐야? 그때 또 갑자기! 
    저쪽에서 뚜껑 없는 차가 내 쪽으로 맹렬히 질주해오고 있었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내게 온다 내게 온다. 그럼 이제 우리는 우리는, 아니. 그게 아니라. 다시 말해 오픈카는 엄청 빠른 속도로 내 앞을 지나갔고 그녀를 쫓는 차도 지나갔다. 이제 보니 뚜껑 없는 차를 모는 사람은 그녀였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사람은 다름 아니라 나였다. 그럼 나는 4차원으로 튕겨나간 건가? 밑도 끝도 없이 어떻게 내가 유령이야! 드라마에서라면 나는 쟤들을 쫓아가야 한다. 그래야 개연성은 흥분과 눈꼽 만큼일지라도 감동을 불러오니까. 그러다 저속한 표현대로 반전이 얻어걸리든 아니면 누군가 만만한 구멍을 조지든지, 그도 아니면 개구멍부터 쥐구멍까지 이야기를 풀어갈 방법은 많다. 그렇지만 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님. 그런데 내가 영화를 왜 찍어? 기름값 아깝다. 따라가기도 귀찮다. 심지어 만약 내가 쟤들을 잡는다 해도 걔들도 순순히 내게 항복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타일러서 녀석들을 감화시킨다고 할지라도 초정밀 마스크를 벗기면 엉뚱한 조연들일 게 뻔하다. 따라서 나는 녀석들의 속임수에 걸려들지 않는 게 상책일 따름. 근데 대체 여기는 어디지? 아, 우리들이 진행했던 방향과 빗대어 저쪽에 무지개가 보이는구나. 저쪽까지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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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10분 가다가 포기했다. 마음이 바꼈으니까. 우리는 변심에게 그토록 매정하지 않다. 우리가 괜히 여심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건 아니거든. 그런데 웬 사막에 요트가 보이고, 테트라포트 중소형과 대형까지. 또 몇몇 선박. 나룻배. 파라솔. 버려진 수영복. 튜브. 설마 여기가 바다였나? 아니면 유원지 호수인데 지금 극심한 가뭄이라서 물이 빠진 건가? 그때 저쪽에 모텔이 보였다. CROWN MOTEL! 나 혼자 저기 숙박할 일은 없다만. 뭐 저기 가면 바에서 콜라 한잔을 마시든지, 아니면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그쪽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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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에 착석. 손님으로 여자 2명과 남자 1명. 그럼... 내가 쫓던 여자. 그리고 내가 추격을 포기한 다음 내 앞을 지나갔던 남녀 1조. 그럼 얘네가 걔들이잖아? 처음 바에 들어왔을 땐 보사노바, 재즈, 유행가, 아카펠라... 괜찮았는데. 갑자기 음악이 바꼈다. Handel / DIXIT DOMINUS, HWV 232 뭐지? 기분이 왜 이래!  근데 쟤들이 나를 알아보고서 아까 왜 쫓아왔냐고 추궁하면 어떡하지? 
   「형씨. 이 누추한 곳까지는 웬일이시오?」
   「네?」
   「보자마자 형 동생 하잔 말은 아니니 안심하시오. 그렇지만 인적 드문 곳에서 몇 마디 말 섞는 거도 다 사는 재미 아니겠소.」
   「아, 저는 그냥 바람 쐬러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어쩌다가...」
   「그럼 딱히 목적 없이 오셨단 얘긴데. 오면서 누가 돌아가라 얘기 안 합디까?」
   「네? 인심 좋던 걸요 뭘.」
   「그럼 눌러 사시는 건 어떻소? 왜냐하면 백 년에 한 번 지옥문이 열리는 때를 빼곤 여기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라오. 정 붙이고 살면 다 살만 하다오. 허허허.」
   「네? 제가 지옥에서 온 머리 셋 달린 개라구요?」
   「거 형씨 유머가 참 남 다른 게 인상적이군요. 허허허.」
   「그런데 여긴 어디죠?」
   「여기요? 여긴 알라스카라오.」
   「알라스카요? 알라스카는... 저는 연어가 아닙니다.」
   「그럼 뭐 우리는 그리즐리 곰으로 보이오?」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정말이오. 알라스카.」
   「네?」
    그때 저 양반 옆에 있던 숙녀들은 둘이 가위바위보를 했다. 마치 이긴 사람이 나를 차지하는 행운을 얻기 위해서인 듯. 
   「아저씨는 여기 사신지 오래되셨소?」
   「저 말이오? 저는 여기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정말로 하는 얘긴데 여기 사시는 건 어떻소?」
   「좋소.」
   「거 호쾌하시구만. 허허허.」
   「그런데 난 돈이 없어요.」
   「그야 있다가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게 다 돈 아니겠소?」
   「형씨는 철학자시군요.」
   「내가요? 그럼 그대는 혹시 영화감독이오?」
   「네.」
   「정말이오?」
   「아마추어입니다.」
   「그게 어디요. 허허허. 그럼 우리도 찍어주실 수 있소? 우리 셋 멜로드라마는 어떻소, 그림 나오요? 에로...도 생각이 없진 않소. 허허허.」
   「」
   「뭐라고?」
    그들은 생필품 운반선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텐더까지 모두 그쪽으로 가려고 했다.
   「아, 아까 어떻게 돌아갈 수 있냐고 물었지요? (북쪽을 가르키며) 저쪽으로는 산을, 여기서 산은 고만고만한 언덕이 아니라 산맥을 뜻하오. 산을 한 대여섯 개 넘어서 쇄빙선을 타고 떠나면 되오. 그리고 저쪽은 길이 없소. 그리고 반대쪽은 절벽에다가 풍수지리학적으로 여긴 요새 중의 요새라오. 지금 정신이 살짝 아리송 하시죠? 극너 남아메리카 축구 대회에서 막 고산지대 원정경기에서 맥을 못 추는 증상과 비슷하다오. 곧 적응되실 테니 걱정 마시오. 허허허. 그럼 우리는 삐삐차가 와서 거기 갔다와야 하니 잠깐 헤어지는 걸로 합시다. 아, 형씨도 같이 가면 어떻겠소?」
    그렇게 나는 그들을 따라갔고 잠시 후 웬만한 도시 크기의 원반형 우주선을 코앞에서 보게 되었다. 
    나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했는데 웬 초음파, 원적외선, 오로라 가시광선, 무진동 바람소리, 잔잔한 배경음악...화이트소음인지 뭔지. 기타 등등 분위기를 비롯해 몇몇 환경으로 인해 나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되었다. 





    9

    나는 CROWN MOTEL에 갖혔다. 처음에는 단지 풍습에 따라 외지인 어쩌고저쩌고 그런 통과의례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 알고 봤더니 관여한 부족들이 꽤나 많았다. 그래서 알라스카족은 내게 경전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저번에 나랑 대화한 알라스카인은 그 모두를 내게 통역해주었다. 또 필요한 물품에 관해 내게 쪽지를 받든가, 감옥 면회처럼 1주일에 한두 번 매면 면회는 그 남자와만 가능했다. (조용조용히) 지금이니까 또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인데 저번 바에서 봤던 2명 여인. 그 숙녀들이 조용히 밤 중에 또는 새벽에 내 숙소에 왔다 가곤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인디언족은 인문교양서를 요구했다. 그런데 내용은 무엇에 관해서? 
    1922년 이집트에서 고대의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 당시, 직간접 인원 약 2만명 됐나? 그 가운데 나중 자연사 또는 의문사 비율 몇 퍼센트. 그건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쳐도. 투탕카멘? 이집트 신왕국 제18대 왕조 제13대 파라오! 재위기간은 기원전 1333년부터 1323년으로 추정. 크고 작은 약 1,300여점 유물들 보면 황금빛에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데. 캬~ 기가 막힘. 응? 끝장! 또 기자의 대피라미드!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대피라미드로 건립 연대는 기원전 2500년대. 중력계나 전자파 레이다, 비파괴 엑스선 기타 등등 특수 장비로 탐지하지 못했던 비밀들 아직도 그 끝을 잘 모르는데. 이집트에서 3,500년 전 미라와 4,400년 전 무덤이 발굴되는 건 보통에 불과한데. 그와 같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외에도 기원전 246년에서 208년까지 38년간 공사했던 진시황릉. 또 멕시코 유적들. 그리고 백제왕과 신라왕릉들, 이집트에 비할 바는 못돼지만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 묻혔던 당시에 정황이 어땠는지... 지금을 흡사 예상이나 했다는 듯이. 옛날 사람 뿐만 아니라... 통과. 그런데 왜... BC 660년에 있지도 않았던 일들을 억지로 연결해서 가짜 귀신이자 현인신까지 만들고. 계보가 몽땅...자기 밖에 모르는 아마존 원시부족에 대해 연구서 써달라는 청탁. 처녀분과 도굴분의 차이 등등. 나는 여기까지 와서도 일복에 시달렸던 것이다. 간략히 무슨 내용인가 들여다보자면 다음과 같다. 





    10

    이집트의 스핑크스. 기원전 그리스 제국이 몇 백년, 기원전 그리스 제국과 기원후 로마 제국까지. 유럽에 즐비한 그리스-로마 유적과 그 영향을 받은 흔적들. (가까운 역사로 넘어와서는 합스부르크 왕조가 프랑스를 제외한 전유럽을 600년 동안 쥐락펴락) 페르시아 제국들을 살펴보면 메디아는 기원전 728년 - 기원전 550년까지. 다음으로 아케메네스 왕조는 기원전 550년부터 기원전 330년까지. 그게 진짜 기원전인데. 그럼 가짜 기원전도 있다? 일본 천황가 계보를 다 가짜로 날조했으니 전국에 쫙 깔린 신사들 안내판들은 몽땅 가짜 기원전 기원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 두껍기 대회 1인자이므로 Ctrl+C / Ctrl+V! (절레절레) 저 예시들은 모두 진짜 기원전, 천황가 초대신은 가짜 기원전! 천황도 가짜 현인신, 그렇지만 천황 폐하 만세 만세 전통. 인도네시아 훈제족 / 북부 태평양의 인소바비 족 / 코로와이족 / 중앙고산지대의 다니족 / 아프리키 피그미족 / 바누아투 원주민...... 코코넛 전쟁 등등. 진짜와 가짜는 너무 비교됨. 우리는 더글라스 맥아더를 슈퍼스타로 떠받들어 공경하며 사랑했는데, 너네는 왜 우리처럼 신사참배하며 천황을 존경하지 않냐? 최소한 전에는 잘 하더구만 뭘! 점령군 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는 천황 제도를 살려주었던 건 다 사람 대 사람이니까 그랬던 거고. 반대로 大일본제국이 조선 전국민 이름을 바꾸고, 전국민을 신사참배시키며, 전국민을 군함도를 비롯해 노예로 전락시킨 건 사람 VS 혐오곤충이기 때문. 그래서 더글라스 맥아더는 천황과 우정을 나눈 반면, 조선의 왕비는 발가벗겨져 불태워죽임. (정확히는 칼로 베어 1차로 죽인 다음 태워서 2차로 죽임. 또 관련 지식으로 명성왕후는 부모묘던가 조상묘를 28년 동안 4번을 옮김. 즉 평균 7년에 1번씩 최상의 묘터를 찾아 계속 옮겼는데 후대의 최후는 참극으로 결론남) 그러니까 더글라스 맥아더는 경제도 부흥시켜주고 일본어도 자유롭게, 반면 한국어 폐지는 물론 민족 말살정책. 다 사람 대접 해주면 안되니까. 일본은 다 서구사회와 동격이기 때문에 일본어를 폐지시키지 않았음. 일본은 아시아의 유일한 유럽이기 때문에, 연합군은 일본 전국민의 성씨 개명을 시도는 물론 생각조차 않았음. 다만 천황의 부인 즉 황후, 그 황후의 아버지던가...가 전범으로 사형당한 건 유감. (그 때문에 황족의 범위도 대폭 축소된 것임) 물론 엑셀파일도 유감이면 끝난 거지 더럽게 짜증냄. 단! 원자폭탄 얻어맞은 건 원래 전쟁이란 그런 것일 뿐에서 딱 예외.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에 몇몇이 해당할지 아니면 SF 드라마들 내용을 피타고라스 원리, 수학 방정식, 상대성 원리처럼 딱 공식에 따라 단죄할지. 나중 올라가보면 알게 됨. 그러나 야만인들은 아무리 힌트를 줘도 줘도 모름. (오히려 악용 / 적반하장 / 날조 / 왜곡 / 거꾸로 / 야만......) 아니, 왜? 무조건 자기들만 옳기 때문. 듣기 없이 말하기 밖에 모르는 이치. 들어도 이해해도 교양은 싫음. 악녀의 인생을 찬미해주고, 관심 가져주고, 칭찬해주기만 바람. 만약 AD 700년 기기(고사기+일본서기) 집필 준비 기간에 그리스 로마 문명, 멕시코 등 세계 유산들, 이집트 기원전 문명을 알았다면. 만약 그랬다면 일본 초대신으로 기원전 660년으로 설정했을 리 없음. 아마도 0을 하나 더 붙여 기원전 6660년으로 했겠지. 그런데 그건 뻥이고 투탕카멘과 미라들과 피라미드는 진짜인데 이걸 어쩌나... 철면피 그래 봐야 꿈쩍도 않음. 더 뻔뻔해짐. 더 독해짐. 결국 이게 바로 문명과 야만의 차이점이다. 
    (A) 일본 ↗: 삼광작전/조선왕비능멸/강간/대량학살/인종청소/언어말살/창씨개명/관공서처럼 전쟁성노예
    (B) 일본 ↘:            /천황기사회생/                                                        /관공서처럼 전후성노예 운영(미군부대를 위한 공무원)
    여기서 정반대로 극명히 대비되나, 대비되지 않은가? (A) 일본 ↗에서는 야만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B) 일본 ↘에서는 문명성을 여지없이 대우받음. 동그라미(○) 바깥으로는 야만, 동그라미(○) 안쪽에게는 문명 대우해달라. 만약 유럽으로 인식해주지 않으면? 하와이 진주만 기습과 동남아시아 묵사발. 호주와 캐나다 일부도 묵사발. 가능하다면 전세계인의 천황 숭배가 목적! 물론 1차 시도에서 짜릿함을 참 오래도록 맛 봤기 때문에 늑대새끼는 죽어도 피 맛을 잊을 수 없음. 아시겠소? 야생동물에게 어떻게 문명의 굴레를 뒤집어 씌울 수 있는지 (절레절레)! 그럼 시선을 돌려 유럽사를 놓고 봤을 때 자국민 혁명에 의해 군주제가 종료된 예시는 빼놓고. 타국 군대에 의해 자국 왕과 왕비와 그 일가가 몰살된 예는 많을까 적을까! 진짜 조물주라는데 알고 봤더니 짝퉁이요 괴상한 사이비 종교. 교주도 다 뻥인데도 불구하고 Ctrl+C, V 해서 최신판이 그대로 교주 행세. 교서 즉 경전은 있나? 없음. 신도라는 종교도 다 짜집기. 초대 교주도 다 뻥. 초대부터 10대까지는 소설이고 제일 윗대와 상당 부분 모든 것은 다 옆동네 일색. 그래서 결국 1500년 내내 신분세탁, 역사왜곡. (A)는 전쟁이란 원래 그런 것일 뿐 유감스러우면 그뿐이요 지나가면 그만. 희망찬 내일로 나아가면 그만이지 뭔 말이 많아. 반면 (B)는 야만인이 문명인 대접을 받다보니 눈에 뵈는 게 없음. 정말로 멜로드라마 시점에서 보자면 눈에 뵈는 게 없는 치정극. 막장드라마. 사극.
   앞서 "A는 밖으로 야만성 뽐냄, B는 안으로 문명성 존중받음" 라는 중요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 때문에 속된 말로 기고만장이란 얘기가 절대로 아니다. 거기서 오해하면 죽도 밥도 안됨. 만인이 거기서 오랑우탄과 고릴라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칼럼이 길어지는 것임! 즉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감정적으로 따질 사안은 절대 아님.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컨대 원시부족 습성이 원래 그럴 뿐! 비감정적 관습 + 비인간적 문화 = 답은 뭐다? 원시부족 야만성! 그러니까 밖으로 야만성 무참히 과시, 안으로 문명성 대우 톡톡히 그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현지 학자들 말하기로 탈도덕 즉 부도덕, 비윤리, 살쾡이 기질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보면 됨. 즉 문명성 대우를 받았기에 그 정도에 그쳤지 야만성 잔치와 축제를 벌였던 걸 똑같이 거울로 되갚아줬다면 다른 원시부족처럼 멸종. 실제 사이판과 괌에서 몽땅 떼죽음 또는 마지막 1명까지 자결. 오키나와 떼죽음. 그게 다 천황폐하를 위해서, 근데 나중 오키나와를 비롯해 죄다 천황한테 뒤통수 맞음. 해군함은 떠다니는 육지이기 때문에 무조건 상시 국기를 걸어야 하는데, 전시니까 당연히 일장기+욱일기! 그 깃발이 가라앉게 생겼는데 항공모함 가라앉는 동안 항공모함 전부대원 갑판으로 부대 차리엿, 천황폐하 만세~! 단 1명도 도망가지 않고 그 상태로 천황폐하를 위해서 당당히 죽겠다며 실행. 살아서는 천황폐하를 위해서, 죽어서는 야스쿠니 신사에 묻힐 수 있다! 금메달처럼 승전보에 전국이 들썩들썩 으쌰으쌰. 근데 나중 천황한테 뒤통수 맞음. 책임자는 아무도 없고 거의 다 면책. 오히려 피해자로 탈바꿈. 절레절레! 교양권 기준으로 문명인일 수 없는 이치. 딱 불가능. 이래서 자기 밖에 모름. 뒤통수? 아직 시작도 안 했음. 지금보다 억조배 더 고급스럽게 길게...길게...! 뒤끝으로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음. 1500년 내내 앙심 품었으니까 기원전 기원전 영원히 그럴 거라는 점. 또 망언? 엑셀파일 슈퍼데이터조차 천문학적으로 계속될 전망. 물론 그게 현지 기준으로 절대로 나쁜 것도 아님. 고로 아돌프 히틀러가 제대로 꿰뚫어봤음. 이를 테면 종 자체가 다른데 말이 어떻게 통해? 안 통함. 그래서 다음 칼럼 개봉 박두!
    개봉 박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시 모든 게 천황 허락과 직인에 따라 군국주의는 실행됐는데. 단순히 천황만 77년 중후반부 내내 언제나 군복입고 지휘했으면서, 이상하게 천황의 장인어른은 사형당하고 천황은 지만 비겁하게 면책받아 인간선언하고. 나중에도 무책임이자 무병장수. 바로, 그래서 무사의 철칙 중의 철칙은 아무도 믿지 말라임. 속고 또 속고... 이용당하고 이용당하고... 그래서 <음흉함/교활함/야비함>이 기본값. 문명권에서야 그게 죄악이지만 원시부족 사회에서는 안 그러면 죽음 뿐이니까. 이러니까 세계평균을 보자면 "우리나라"라는 낱말은 공통되나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라는 말 자체가 없거나 거의 드묾. 왜? 아무도 믿으면 안되거든. 천황도 언제든 뒤통수 칠 만반의 준비, 무사가 전면에 나서 무사시대를 펼치거나, 아니면 그림자 무사가 뒤에서 조종하거나. 바로 이래서 전국민은 거의 다 겉으로만 사귐. 그래서 태생자 아니면 오래 살아도 보이지 않는 벽에 딱 막힘. 실제 애사심과 충성과 복종 지수는 놀라울 정도인데 가업을 물려받는 장인 정신은 좋은 반면, 얼토당토 않도록 기원전 660년 뻥에 대해서는 완전 진지함. 서구사회 개인주의와 겉만 봐서는 친절친절 비슷한데, 벗기면 벗길수록 괴상망측. 아무도 안 믿어! 풀 베듯 쓱. 무사 윗계급인 사무라이가 새 칼 장만하면 밖에 나가 시험삼아 쓱. 그냥 쓱. 그런데 속마음을 어떻게 말해? 아무도 안 믿음. 일본사에서 칼 수집이 크게는 3번 작게는..넘어가고. 그래서 일본사를 보면 180도 전환이 틈틈히 발생. 이걸로 보자면 세계 평균의 혁명과 비슷해보이지만 오직 겉만 비슷할 뿐. 그러니까 앞에서는 천황을 신격화요 천황교 신봉일지라도 일본인이 존경하는 위인 1위는 탈번해서 일본 체계를 개혁했던 인물. 그러므로 언젠가 사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 함께 빨간불을 건너갈지도 모를 일.
    우리 주위를 둘러봤을 때 사교계든지 친구든지, 통상 살면서 너나 나나 상식과 교양이 일치하나? 요컨대 대체로! 그럼 세계 평균과 다르다면? 너와 나 사람들의 지식에 대한 의견과 감정과 판단 등에 대해서, 대체로
    도표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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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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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같음       다름
타인                앎         모름
언행                솔직      겉마음 (가식/위선/착한 척/떠보기/간보기/.../기본은 겉마음/속마음√은 본인도 모름)
마음                투명      불투명
욕                   발달     비발달
"우리나라"표현   익숙      없음/희박
국명 대체         비발달    발달
감정 표현         보통       감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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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은 차이는 뭘 뜻한다? 비일본만 우수하다는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단지 잉글랜드&웨일즈 섬문화까지는 괜찮다만. 거긴 여왕도 독일계요 영국왕 족보를 따져도 합스부르크를 비롯해 비영국적일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영국왕 계보 연구를 금지시키지도 않고, 오락산업에서 비꼬며 조롱해도 됨. 또 자발적으로 왕족이 살아남기 위해서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성을 갈아치웠음
    반면 일본은 초대 일본왕이 전부 다 백제왕이었음. 진씨 → 부여씨 → 사택(沙宅)씨 → ......소가, 후지와라, 미나모토, 아시카가, 도쿠가와......그러다 천황가 성씨를 없애버렸음. 왜? 현인신이기 때문에. (그래서 720년 일본서기가 거의 천황교의 교전으로 칭송됨. 그 교전에서 일본의 초대신을 귀신으로 연결시켰기 때문) 그렇게 초대 천황도 하느님이요 현천황도 하느님. 그럼 현인신의 나라는 뭐다? 신국. 또 현인신인데 인간과 결혼한다? 유럽 합스부르크 왕조 600년처럼 근친혼만 했음. 또 현인신의 나라인 신국이 미국한테 진다? 패전이란 말도 없었고, 책임도 당연히 없으며, 큰 아량 베풀어서 종료. 큰 선심 써줘서 세계평화를 이룩한 걸로! 오히려 항공모함 위에서 물 한 컵 안 줬다고 왕삐짐,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서. 중국에서도 상대하지 않겠다 선언! 웃김, 정말 웃긴가 웃기지 않은가요? 반면 문명권인 영국은 일본과 근본부터 다른데 섬문화 특성상 비슷한 부분이 매우 많음. 예를 들면,
    국명 발달도 UK, Great Britain, ENGLAND, 웨일즈, British.... 현지인들도 모르는 사람 태반. 헷갈림. 그래도 거긴 괜찮음. 일단 국교가 문명권이고 국기도 잉글랜드는 십자가, 유니언잭도 "십자가 + X"이기 때문. 여자의 NO는 YES다? 넌센스와 농담과 진심이 구분됨. 다 가능. 
    반면 겉으로 보면 일본도 비슷 겉만 보면. 일본이라는 국명을 달리 부르는 용어, 겁나게 복잡함. 야마토, 닛폰, 니뽕, 닛폰햄, 니혼... 겁나게 복잡. 연도 표시도 겉으로는 서기를 따르는데. 이슬람교한테 천황교가 질 수 있나? 천황교는 이슬람교한테 무릎 꿇을 수 없음. 고로 신의 데뷔를 불인정. 그래서 연도도 쇼와 20년(123대 천황 재위부터 몇 년), 헤이세이 헤이세이 23년 (=서기 2011년)... 겁나게 복잡. 이분들 속마음은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서기를 "현천황 재위 몇 년"으로 바꾸기를 원함. 절실히 바람. 시도 전력 있음. 성과도 훌륭. 뭘로 봐도 야만족. 이렇듯 원시부족은 최신판이 현인신이요 교주. 그래서 아주 살발함! 일단 천황부터 뒤통수는 보통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뒤통수는 기본값이기 때문에, 따라서 앞에서는 간이고 쓸개고 뭐든지 다 내어줄 것처럼 수줍수줍 악의 없이 부끌부끌 친절친절. 허나 등 돌리면? 우리도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극우 서적 출판. 그 후 번역 거절, 번역자 명단에서 빼버림. 이득은 취해야 하니까 고마워하면서, 울면서, 옆동네 애국가도 함께 불러주는데. 그런데 돌아가면 손가락질, 험담, 혐한 서적 앞장섬. 뭐든지 뒤통수가 기초요 기본값. 설정 자체가 뒤통수로 되어 있음. 남의 마음을 도저히 알 수 없는데, 그런데 우리나라? 그런 말 없음. 타인을 믿을 수 없는데 믿어서도 안되는데, 그런데 우리나라? 주인 바뀌면 곧바로 적응. 주군 잃은 사무라이 만큼 서러운 것도 없는데, 그런데 우리나라? 기사가 새 주인을 찾든가, 연고팀을 바꾸면 됨. (그래서 현 연고팀 일본을 우리나라라고 지칭하지 않는 것임) 또 짜증지수를 중간중간 풀기가 절대로 아님. 완전히 금기시되는 터부! 곧 인내력..참을성..끝까지 참음. 그러다 마지막에 무너짐. 폭발. 터짐. 그게 극단적으로 치다르면 야만. (이건 영국과 똑같음) 즉 문명권 문화에서 멀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던가, 아니면 중간중간 스트레스를 풀 텐데. 야만성 문화에서는 끝까지 참아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돌변할 가능성은 낮을지언정 중간중간 풀지 않기 때문에, 또 원시부족 인습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엑셀파일이 가능하게 됨. 물론 그건 자기합리화, 역사도 안 가르침. 오히려 정반대로 죄다 남 탓으로 돌려버림. 또 당한 건 뒤끝 오짐. 따라서 불리한 건 전부 다 궤변에다 억지. 그래서 가해자와 엑셀파일은 없어져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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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한번 생각을 해봅시다. 그토록 미칠듯이 천황교를 맹신하는데 왜 "우리나라"라는 표현이 없거나 발상 자체가 그걸 허락치 않는 걸까? 여자세계 원리만 봐도 뻔함. 나 잘났다 잘난 척하면 여자들이 그걸 예쁘게 봐주나? 얼마나 꼴보기 싫은데. 그래서 겸손 겸손 겸손...나를 낮출수록 뭐 어쩐다, 신부들러리들이 알아서 칭찬해줘야 속 시원함. 그런데 "우리나라"라는 표현이 어떻게 자연스러울 수 있어? 없음. 못해. 안해. 싫거든. 잘난 척? 솔직하면 죽음. 솔직하면 사회에서 매장. 왕따돌림 각오하고서 라는 단서가 붙어야만 직언. 그 예외에 해당하는 예시 그게 180도 전환이요 탈번임. 조슈&사쓰마 파벌이 77년 90% 장악이 뭘 뜻하냐? 앞에서는 절대 복종. 굽힘. 충성. 그러나 어떻게 잘만 하면... 조용히 머리꼭대기로 올라감. 이래서 천황교는 최신판이 교주가 되어야 하고, 따라서 천황이라는 얼굴마담은 붙박이이지 않으면 안되는 이치. 일단 700년 이전은 자세히 얘기하는 걸 싫어하는 이유 분명하고, 천황교 만인의 교주인 천황가 계보의 최고 윗대도... 그런데 하필 천황이 어떤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아무리 천황이라도 참지 않음. 2번 경고는 없음. 그런데 "우리나라"라는 낱말이 어떻게... 종이 1장 차이는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음. 지금도 천황은 1년 내내 귀신한테 제사지내고 경제-정치-사회...총리 권한 위에 모든 건 천황의 직인과 임명장 수여가 있어야만 일본이 돌아감. 그 직인 무게, 크기, 모양이 특별한데 넘어가고. 이처럼 뭐든지 천황 위주인데 총리가 길게 하면 어쩌고 단명하면 무슨 소용있나. 다 필요없음. 다만 고이즈미처럼 부시한테 큰절해주면서 북한도 갔다오고 노무현한테도 굽히는 대신에, 야스쿠니 참배하는 정도만 사회지도층이 뒤에서 흐뭇해함. 나머지는 그냥 별볼일 없는 중간보스요 임시직일 뿐임. 원시부족 수장인 천황의 인생도 백분율로 따져 순위 1번은 접대, 또 2번 뭐... 황족은 총 30명 되던가... 구조도와 모든 게 투명함. 다만 막사는 황족도 있는데 사회지도층이 다 오락산업에서 걸러줌. 걸러주니까 TV는 또 원자폭탄 타령과 피해자 코스프레만 내보냄. 계속 악순환. 천황교만 신봉하던가/그냥 존중하던가/무관심이던가. 사극을 위한 최적의 조건임. 다만 최신판이 교주니까 일단 선을 넘지 않는다면 신성함이요, 선을 넘지 않기만을 바랄 뿐. 그렇게 됨. 
    털어놓고 대드는 적이 숨기는 벗보다 낫다. 근데 숨기는 적은? 느와르 영화가 괜히 재밌는 게 아니다. 우리 일본이 믿고 있는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天照大神)가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신이므로, 뭐 하나 경배하지 않고? 전국민은 물론 전세계인의 오직 신사참배뿐 아니면 죽음. 둘 중 하나뿐. 그걸 위해 엑셀파일 통계 쑤두룩. 123대 천황 죽을 때 막 옆에서 정(正), 십(十), 사(士), 일(一) 자 쫙 옆에서 뒤에서 도와주고. 레고 머리를 리본으로 묶어서 케익상자에 담고 어쩌고. 현천황도 나중 모든 천황도 자기 아버지 시신 옆에서 목욕하고 신복으로 갈아입고 현인신 되기. 나중 그 아들도 똑같이. 무수한 제사들과 궁내청만 지낼 수 있는 정기 제사들에서 우주신임을 꼬박꼬박 확인. 단, 전세계에서 황제라 불러주기는 하는데 단지 그뿐. 그 뿐만이 아니라 Ctrl+C / Ctrl+V, 부수고 다시 짓고, 하늘에 제사지내고...? 현천황 = 현인신! 무슨 짝퉁 명품 옷, 시계와 판박이야? 여담이 길었다만 여기서 줄이고. 





    11

    그래도 CROWN MOTEL 생활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불쾌하지도 않고. 상당히 쾌적. 별 3개~4개 정도 호텔급. 부족한 것도 없고. 다만 자유롭지 못한 대신 누릴 수 있는 게 많긴 한데. 굳이 날 덥거나 추운데 바깥으로 나갈 필요 있을까? 나는 이제 CROWN MOTEL에서 벗어나기 싫어졌다. 나가봐야 금방 싫증날 거도 충분히 예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톰(내가 붙여준 별명)과 연락이 되질 않아 망원경으로 밖을 살폈다. 그런데 원시인이랄지 원주민 등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웬 돼지들과 양떼들만 보였다. 물론 아프리카 개떼들도 보였다. 그래서 느낌 세하길래 혹시 몰라 모텔 문을 열어봤는데 어머 열리네? 그런데 이거 정말 나가야 돼 말아야 돼! 고민인데. 그래도 용기 내서 나갔다. 나가보니 괜찮았다. 다음으로 주차장에 있는 내 차가 궁금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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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까, 말까? 탔다. 그렇게 그곳을 탈출했다. 얼마나 간지 모르겠다. 한 2시간 운전했나? 나갈 수 있는데 무슨 산맥을 몇 개 넘고 막혀 있고 그거 다 거짓말이었잖아? 아, 저기에 안내판이 보였다. 헤비메탈 페스티발! 저거만 잠깐 구경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되겠네. 그렇게 헤비메탈 페스티발 장소에 도착. 구경꾼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 나는 크라운 모텔 바에서 봤던 3인방을 보게 되었다. 쟤들이 왜 저기... 날 쫓아오면 어떡하지? 나는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일단 여기까지가 간략한 줄거리고. 지금은 차마 밝힐 수 없다만 또 비화가 있다. 아무한테나 팔 수 없는 얼굴이 기원전 언제적 투탕카멘 어쩌고저쩌고인 것처럼. 한정판이라는 게 또 있거든. 그 숨겨진 이야기가 설마 몰래한 사랑? 그건 너무 일찍 말하면 나 뭐 먹고 살게!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잠 좀 자자. 개 좀 그만 짓게 해라. 오빠 달려? 쉬어야 또 달릴 거 아닌가. 뭐 오빠가 아니라 토끼? 하긴 플레이보이의 상징이 토끼니까. 





    12

    멜로드라마가 묘사하는 사랑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동시에 짝사랑 받기를 마다할 수야 있나. 그런데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공포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간다. 그럼 그는 벌써 사랑의 시로써 여심을 설득시키기를 포기했다는 건데. 참 납득하기 힘든 녀석이군. 그래 봐야 환상기계는 복원하기 힘들었다. 대안으로 잔치를 생각했는데 초대장은 구경도 못해봤으니. 약속없음은 참으로 감탄할 지경. 하긴 어쩌면 진한 사랑을 꿈꾸는 것부터 부적절할 수도 있다. 하오나 벌이 꽃을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다. 결국 그렇게 NB는 추접스러운 낭만주의자임을 인정할 것인가? 불인정하니까 자꾸 예술가에서 삼류 허당으로 변신하는 거겠지. 왜 아니겠어. 구태여 이런 사실까지 알려드려도 되나, 굳이 이런 말까지 꼭 해야 하나... 차마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멋쩍은 듯 그것도 모자라.. 쉿! 됐다. 재미없으니까. 심심하다보면 언젠가 정신차릴 것이다. 그러다 혹시 우선 저질러놓고 보는 게 사랑이다 라는 사랑론을 쓰면 어쩌나. 허나 힘빠졌다. 지쳤어. 지가 무슨 아르키메데스도 투키디네스도 플라톤도 아니고 말이지. 그 때문에 그는 냉철한 이성에 따라 오락산업을 질투하지 않기로 했다. 즉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는 걸로. 그런데 문제는 험담가 자격이야 예전에 박탈당했을지언정 조롱의 재능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는 거. 그래? 그러든가 말든가! 관심없어. 그게 뭔 소용인데? 필요없다고. 어쨌든 그래가지고 어떻게 모든 여자의 마음을 빨아들이겠어. 그런 의미에서 못생긴 여자와 연애나 해볼까? ~라고 설마 생각하는 건 아닌가 몰라. 예쁜 숙녀에게 공식적인 구애를 할 바에야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고 말겠다. 한편 난봉꾼을 대만족시키는 첫인상은 좀처럼 보기 드물었는데. 왜냐하면 죄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동생들은 틈틈히 그를 찾아왔다. 이따금 전화했다.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데이트 딱 1번만 해주시면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을께요! ~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건 사실일까 그의 공상일까? 그게 지금 왜 궁금하나. 그러다 오늘은 어떤 칼럼을 쓸까 고민하면서 그는 동네 카페로 향했다. 아마도 왠지 모르게 호감가는 웨이트레스를 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물론 먼발치서 안 그런 척하면서 말이다. 허나 수상쩍은 눈빛에 민감한 그녀는 미리 눈치채고 아르바이트를 그만 둠. 그런다고 NB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 인물인가? 그럴 리 있겠나. 세상은 넓다. 미인은 많다. 꽃은 지고 또 시드는 법. 사랑은 요술도 아니고 여자가 벼슬일 리도 없다. 대타도 화려하다. 멋쟁이들 계속 대기중이다. 그런데 왜 내 선수진만 두텁지 않지? 그렇게 덕망은 멀어져만 간다는 건데. 고로 우리는 이미 늙어버린 걸까? 그 우리에서 제발 나는 빼달라는 외침, 듣지 않고도 귀청 따가울 지경. 그러니까 단물 빠진 개뼈다귀를 쳐다보지 않는 똥개 심정 같은 얘기 그만 좀 하자니까 증말! 아니 진짜 우리가 난봉꾼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숙녀의 인생까지 걱정해야 하나? 우리는 그렇게 한가하지 않음. 한편 오늘도 녀석은 퇴근길에 낯선 여인에게 첫눈에 반해버리는데. 그럼 그녀도 동등하게 NB에게 홀딱 반했냐?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던 어느 날 옛사랑이 날 찾아왔다, 그런 건 일일드라마에서도 썩 애용하지 않는 설정. 이거 이거 그러고보니 녀석은 유행지난지 한참된 복고풍 같은 남자구만. 고전주의 좋아하시네. 다 들통났어. 호색한에다 색정꾼이라고. 말이 심했다만 농담마저 남발할 기회가 없는 이때. 그는 하다 하다 스타벅스에 취직하려고 도전했는데. 거긴 뭐 아무나 뽑아주나? 당연히 낙방. 인생이 노잼. 지적 허영심이라는 순풍에 힙입어 칼럼 남발하며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했는데. 이젠 일감마저 싹 끊겨버림. 그는 슬슬 전업을 해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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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89

from 소설 2021. 6. 30. 16:52

    1

    본의 아닌 청빈은 운명일까? 아직까지는 그런 셈. 그렇지만 뭘로 보나 가난은 NB 책임이다. 아니면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하지 말든가. 대책없는 이상주의자군 그래. 아름다운 상상력은 불만족만 자꾸 부채질하고 말이야. 그러므로 녀석은 깜작 놀랄만한 발상에 덤빌 수 없었다. 일단 지 편이 아니거든. 그럼 용케 덜 깜짝 놀랄만한 줄거리를 가늠할 수 있었냐. 그럼 얼마나 좋겠나. 못했다. 하여 그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바로, 바캉스! 그래? 그래 봐야 안 갈 거 뻔하다. 영 거북한 가정은 여지없이 무성과로 판명날 테니까. 고로 다음과 같은 가정은 아마도 꽤 예리한 추론일 것이다. 그건 뭐냐! 바로, 뭘 해도 재미없기 때문에 아예 뭘 하지 않는 게 최선의 이익일 거라는 점. 틀린 말은 아닌데. 거 어째 듣기에 썩 상쾌하진 않음. 하긴 잡생각이 퍽 가상할 리는 없다. 허나 그럴수록 오히려 남자의 열망을 잊으면 안되는 건가? 그러든 말든 모르겠고. 당장 오늘 심심하니까 내일은 더 따분할 걸로 예상되는데. 벌써 이런 발상부터 그는 미지의 환상으로 전진하는 게 아니라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형세. 애초에 정서적으로 좀 모자른 건가? 정체성부터 흐리멍텅이요 말수부터 없음. 좌우지간 핑계 대회 도전이 의미없는 이 마당에 사랑의 시를 써서 뭐 하나. 필요없다. 애인은 있나? 사랑 싸움 안 해서 편하다. 이처럼 나는 자유롭다. 그럼 이제부터 적자색 너구리를 키워볼까 아니면 흰 족제비를 한마리 만들어낼까. 얍~ 막 주문을 외우면서. 덜 떨어진 소리 하지도 말자. 근데 왜인지 밖은 유난히 어둡다. 대낮인데 말이다. 바람도 곧잘 부는데 베스킨라빈스에 들려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그러든 어쩌든 나는 던킨도넛 유니폼 입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나른한 오후 겨우 권태한테 질 수는 없으니까 산책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렇다고 단골 커피숍 웨이트레스의 밝은 미소를 보고 싶어서는 아닐 것이다. 아닌가? 모르겠다. 최근에는 칼럼도 조용하다. 하긴 내가 뭘 안다고! 게다가 어느 파티에서도 나를 불러주지 않는다. 조촐한 축제에도 초대받긴 글렀다. 심지어 또 통장잔고는 바닥이다. 뭐 그게 자랑이냐? ~라는 핀잔 느낌의 환청도 뚝 끊겼다. 그래도 비위가 상하지는 않았다. 나는 빈정상한다는 게 뭔지를 모른다. 그 무엇에든 들들볶여져도 아무렇지도 않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누가 나한테 뻔뻔해지라고 시켰나? 아니다. 나는 능청떨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니까. 그렇다고 하여 거짓말쟁이라고 입길에 오르내릴 것 같은 예감도 아무 걱정없다. 핑계대회 1등감과 조롱꾼 야유들도 모두 한 귀로 들어가서 한 귀로 나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이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애석함 그런 게 어딨나. 그냥 생각이 없는 거지. 그나저나 내가 흔치 않은 바보임을 결코 부인할 수 없는데. 집에만 있다가는 더 바보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 찢어버려야 하나? 말이 심했다만. 
    그래서 나는 일단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나는 아지트로 갔다. 꼭 갈 데가 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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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아지트다. 오늘은 손님이 없다. 바텐더는 아예 공석. 근데 하필 옷 갖춰입고 왔는데... 거울을 보니 왜 난 웨이터 같지? 남들이 턱시도 입으면 명사요 난 다른가? 내가 그래서 제비복을 입지 않는다. 우리는 옷걸이가 좋거든. 그게 대체 뭔 말이야? 뭐 그래서 여자를 꼬시지 않는다 또 그 말 하려는 건 아닐 것이다. 그때 놀란이 내게 말을 걸었다.
   「왜 혼자 있어?」
   「그러는 넌?」
   「나야 아는 동생들이 하도 귀찮게 하니까 도망온 거지. 설마, 너도?」
   「이젠 하이파이브 하기도 귀찮다.」
   「그러지 말고 멧돼지 사냥이나 갈래?」
   「멧돼지를 왜 사냥해? 그냥 피해.」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점점 줄어가는데. 그런데 넌 이 세상의 슬픔을 모른 체하겠다고? 너 너무 능청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러는 넌! 넌 뭐가 잘났는데?」
   「그래. 나 못났다. 넌 잘나서 좋겠다. 그러니까 난 뭐 잘난 척하면 안되냐? 나도 말 좀 하자!」
   「누가 말하지 말래? 너 많이 컸다.」
   「내가 너만 하겠냐.」
   「근데 이런 퉁명스러운 분위기. 너 혹시 여자친구랑 헤어졌냐?」
   「어떻게 알았어? 헤어진지 1년 됐는데. 친구야 듣자하니 거 적잖이 섭섭하네. 응? 허허허.」
   「서운해하지 마. 내가 괜찮은 애들 소개시켜줄께. 너 내 별명 뭔 줄 알지? 이거 꼭 내 입으로 말 해야 하나! 터미네이터? (몸짓) 옛날 얘기. 우머나이저? 징글징글하다. 내 새로운 애칭은 바로 그거야.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
   「그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 원산지는 어딘데? 뭐 늬 입으로 늬가 뭐 다비드는 다비든데 어디산 다비드다, 그 말이냐?」
   「하여간에 비꼬는 걸로 내가 널 어떻게 이기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넌 나 같은 친구 둔 걸 고마운 줄 알아야 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 바로 그거거든.」
   「아니 근데 내가 그걸 왜 축복으로 여겨야 하지? 그 이유를 말해줄 순 없겠니?」
   「왜냐하면 내가 웬만한 숙녀들쯤은 죄다 꼬셔줄 수 있으니까. 말만 해! 싹 다 꼬셔줄께. 어?」
   「너 아직도 이러고 다니냐? 늬가 이래서 안되는 거야. 늬가 이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라고. 답답하다 증말!」
   「근데 나도 나다만 너도 상태가 만만치 않아. 결코 만만치 않다고.」
   「알아. 나는 최소한 부정하지 않지.」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
   「뭐가 어쩌고 어째?」
   「너 말 다 했어? 그 말 다시 말해봐.」
   「뭘 입 아프게 다시 말해. 안 들었으면 잘 생각해봐. 분명 들었으니까 알 거 아냐.」
   「너 정말 나한테 혼나고 싶냐?」
   「너나 잊어먹지 마. 내가 널 업어키웠으니까. 내가 또 3 대 3 소개팅 껀수 물어오면 은근슬쩍 묻어갈 생각 말고.」
   「내가 너한테 왜 업혀가냐. 싫다. 됐거든!」
   「되긴 뭐가 돼. 안돼.」
    바로 그때 조지가 나타났다. 
   「가자. 멧돼지 사냥. 가서 토끼를 잡든가 고래밥이 되든가. 여기서 말로만 끝낼 거야?」
   「나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그럼 넌 가지 마.」
   「너도 휴가 다 썼잖아.」
   「난 때려칠 거야.」
   「그럼 얘 빼고 우리끼리만 갈까?」
   「내가 언제 안 간댔어?」
    그렇게 나, 놀란, 조지 그렇게 세 친구는 멧돼지를 사냥하러 떠났다. 





    2

    멧돼지 사냥터. 
   「그런데 멧돼지가 어디 있는데? 여기 멧돼지 농장 맞냐?」
   「영화처럼 우리가 멧돼지 탈 쓰고 막 우리가 멧돼지가 되어 쫓기게 되는 거 아냐?」
   「우와 재밌다! 너 못 보던 새에 유머가 늘었는데?」
   「하여간에 멧돼지는 커녕 토끼도 거북이도 안 보인다.」
   「야, 저기 저거. 혹시 멧돼지 아니냐?」
   「맞네. 아닌가?」
    그렇게 우리들은 긴가민가 약간 알쏭달쏭 불확실한 무리들을 쫓아갔다. 그때부터 우리는 한참 동안 녀석들을 따라갔다. 
   「얘들아. 근데 저거 멧돼지 맞냐? 멧돼지가 뭐 저렇게 빠르냐?」
   「그러게. 우리가 탄 지프가 느린 건가!」
   「지금 우리가 웃고는 있는데. 이게 웃을 일인지 뭔가 느낌 세하네. 너넨 안 그래?」
   「그럼 늬 말은 저게 무슨 괴물 멧돼지라도 된단 말이냐?」
   「저게 정말 공룡 멧돼지면 어쩔 건데. 너 나랑 내기할래?」
   「그냥 내가 진 셈치고 너가 나 여자친구 소개시켜주기로 하자.」
   「누구 맘대로! 아니 근데 왜 거리가 좁혀지지가 않냐.」
   「설마...저... 안에 무슨 모터 장착되고 막 로보트 아냐?」
   「넌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어. 그래가지고 너가 여자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 거 같냐?」
   「여자 얘기가 지금 왜 나와? 넌 그러니까 안되는 거야. 알아?」
   「뭘 알아? 몰라. 그런데 지금 우리가 잘하는 거 맞을까?」
   「글쎄. 뭔가 잘못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약간 이상하게 엮여든다는 기분 들지 않니?」
   「하긴. 좀 말려들고 있다는 징조. 없잖아 있는 둥 마는 둥. 허나 결코 무시할 수 없어.」
   「그래? 혹시 우리가 쟤네들 꾀임에 빠져드는지도 모르게 빠져버린 걸까?」
   「만약 그랬다면 누군가 리모콘을 눌렀겠지. 적어도 멧돼지가 우리보다 더 영리하진 않잖아.」
   「그럼 우리가 지금 누구한테 속는다는 말인데. 그 말은 곧 우리만 멍청하다는 거잖아?」
   「그럼 뭐 여자들이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만 화장을 하는 줄 알았냐?」
   「너 자꾸 아까부터 여자 얘기하는데. 정말 계속 할래? 너 정말 나한테 혼나볼래?」
   「그래. 혼나자. 대신에 넌 3 대 3 소개팅에서 빠져. 너 말고도 대타들 많아. 겁나 많아. 응?」
   「이 자식이... 우리 사이가 겨우 이 정도 밖에 안되냐? 어?」
    그러다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늪으로 빠져든다는 걸 왜 그땐 몰랐을까! 
    결국 멧돼지 사냥을 하러 왔는데 우리들은 누구도 모르도록 옥수수밭으로 제 발로 걸어들어간 것이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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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이거! 여긴 옥수수밭이잖아?」
   「그러게. 태풍의 눈처럼 사하라 사막처럼 큰 옥수수밭에서. 마치 태풍의 눈 같은 평평한 지반에 우리가 도착한 셈이지.」
   「그걸 늬가 어떻게 알아?」
   「봐도 모르겠냐?」
   「믿기 싫으니까 그러지. 지금 이게 장난이냐? 장난이면 좋겠으니 하는 말이잖아. 넌 사람이 뭐 그렇게 꽉 막혔냐?」
   「뭐?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다. 너나 친구를 너무 하대하지 말라. 사람 빡빡하게 친구끼리 이러기냐? 여자들 앞에서 내가 너 흉보면 좋겠냐?」
   「짜증난다 여자 얘기.」
   「내가 더 짜증난다.」
   「얘들아. 그러지 말고 해결책을 내나 봐.」
   「무슨 해결책? 그런 거 없어. 대책이 어딨냐!」
   「근데 무대책은 곧 뭘 뜻하지? 지금 안심할 때가 아니야.」
   「누가 그걸 모르냐.」
   「그러게 내가 그냥 낚시 하는 척 폼만 잡다가 고기나 꿔먹자고. 말 했어, 안했어?」
   「그 제안 내가 제일 먼저 했는데. 너가 처음에 찬성했다가 멧돼지 사냥으로 튼 거도 너고.」
    바로 그때 갑자기! 멀쩡하던 평지가 쑥 꺼지면서 마치 우주선이 들어갈 수 있도록, 비행기에서 화물이 내리듯 막 그렇게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나타났는데. 
   「들어가 볼까?」
   「하긴 안 들어갈 수도 없잖아.」
   「차 기름도 떨어지고. 걸어서는 나갈 수 없고. 그럼 들어가는 거 말고는 없네.」
    그렇게 우리는 내부 비밀기지로 들어갔다. 미로 같은 공간을 정탐하던 끝에 우리는 어떤 출입금지 방을 발견했다. 
    어떻게 어떻게 들어갔다. 그런데 그 안에는...... 석상... 두상... 뭐야 저거!
    바로 그때 친구들은 증발하거나 옅어지다가 수축되어 소실됐고. 나는 마구 종이장처럼 찌그러지다가 구겨져서 종이가 됐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훨씬 이전 쓱 굽히고 다니던 도플갱어. 녀석이 드디어 나를 연습장으로 몰아낸 것이다. 
    마침내 녀석은 깨어나자마자 공책에 신들린듯 아찔한 착상을 써내려가는 날 못 봐주겠다는 듯. 
    그렇게 공책을 찢고, 구기고, 뭉개서 집어던졌던 것이다. 





    3

    그런데 도플갱어는 탁월한 착상이 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일까? 마음이 바껴서 지금은 그냥 녀석한테 모험을 즐길 자유를 선심써서 선물해주기로 마음먹었음. 따라서 막 종이조각처럼 구개졌던 내 몸은 스르르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물론 당시에 내가 그걸 알 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다시 멧돼지 사냥 → 옥수수밭 지하 비밀기지 → 미스테리 영화를 이어서 찍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애독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요, 그냥 독자는 신경질 내고 짜증나며, 작은 nb에겐 죽을 동 살 동 그건 안중에도 없는 일. 아울러 나는 이와 같은 사정을 알 길이 없었다. 그렇지만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었냐, 하면 그건 조지와 놀란이 정밀한 안면 마스크를 찢어서 벗어버렸기 때문이다. 저속한 표현마따나 이 밤을 찢어버리자 어쩌자 막 그러고 놀기 시작할 때가 좋긴 좋다. 왜냐하면 첫 끗발이 개 끗발이니까. 밤새 놀면 피곤하고 중간에 다 퍼진다. 자긴 막 센 척 아닌 척 하지만 다 거짓말. 모두 뻥. 극히 일부 야행성 맹조류만 빼고 나머지는 몽땅 뻥. 내가 택시운전할 때 클럽 앞에서 밤을 새워 놀던 젊은이들 한두 명 태워봤겠나. 아침에 클럽에서 나온 친구들 태워서 터미널로 가는데 그냥 접힌다. 뻗는다. 사람은 잠 안자고 못 산다. 고문과 훈련 가운데 혹독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잠 안재우기! 근데 그 배경지식이 왜 갑자기 툭 튀어나왔지? 그건 멧돼지 사냥 → 옥수수밭 지하 비밀기지 → 미스테리 장르는 현실이란 걸 강조하기 위해서.
   「야 놀란. 늬 정체가 스톰트루퍼였어?」
   「」
   「말을 할 줄 모르는 거야, 아니면 하지 말라는 지령이야!」
   「」
   「조지. 너 조지 맞냐? 늬가 무슨 다스베이더야, 어? 그게 너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
   「정말 말이 없네. 그럼 얘네는 조지와 놀란이 아니란 말이잖아. 앞서 멧돼지 사냥할 때까지는 프로그래밍된대로 단지 읊었을 뿐이고. 그럼 지금은? 날 잡아먹겠다고? 쟤네들이 불여우도 아닌데 늑대를 뭐 하러 잡아먹어. 어? 내 말이. 내가 무슨 영양가가 있다고. 근데 얘네 배후에는 대체 누가 있고, 또 여긴 대관절 어디야? 뭐지 여기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는 이렇게 물어봤다. 
   「너네 혹시 도플갱어가 보냈냐? 대답 없다라...! 너네 영화 찍니? 나랑 장난하자는 건 아닐 테고. 그럼 뭐지? 난 집에 어떻게 가란 말이야. 응?」
    바로 그때 사이렌이 울렸다. 아마도 긴급 상황인 듯 했다. 
    설마... 침입자가 발생했을까? 주변에 보이던 스톰트루퍼들 전원이 신속히 어딘가로 뛰어갔다. 당연히 스톰트루퍼와 구분되지 않는 조지와 놀란도 그쪽으로 달려갔다. 
    이때 나는 저들을 따라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들을 기다리는 게 좋을까. 
    나는 결정했다. 그들과 반대로 가기로 라고 말이다. 
    그렇게 슬금슬금 내빼다가 작정하고 도망갔다. 
    그랬더니 내가 들어왔던 출구, 아니 입구가 보였다. 
    나는 곧장 그곳을 빠져나왔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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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은 조금 전 그곳이었다. 다만 해가 약간 기울어 덜 환하다는 거 말고 변화는 없었다. 
    바로 그때 저쪽에서 지프 랭글러가 내쪽으로 달려왔다. 이런! 
    젠장, 그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니라 놀란과 조지였다. 
   「너 대체 어디 갔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너네들 나랑 같이 있었잖아.」
   「장난치지 마. 우리가 널 얼마나 찾아헤맨지 알기나 하니?」
   「아니 근데 너네 방금 저 밑에 있다가 사이렌이 울려서 긴급출동했는데. 어떻게 저쪽에서 나타나니?」
   「우리가 왜 저기서 나타났냐고? 널 찾아헤매고 다녔으니까 그렇지.」
   「무슨 소리야? 방금 전에 멧돼지를 쫓아가다가, 길을 잃었고, 다음으로 우리는 옥수수밭 한가운데 남겨졌어.」
   「옥수수밭? 옥수수라...」
   「그래 옥수수밭.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란 말이야. 응?」
   「옥수수밭이랑 우리랑 뭔 인연이 있을까.」
   「그 옥수수밭 밑에 비밀기지가 있었어. 갑자기 땅이 꺼지더니 비밀 통로가 나타났다구.」
   「그래서 우리들은 그곳으로 들어가서 갑자기 조지랑 내가 가면을 벗었다? 너 아직도 그런 영화에 빠져살고 있니? 한심하다. 대책이 없네.」
   「아, 정말이라니까. 왜 날 안 믿어? 너네 방금 나랑 같이 있었잖아.」
   「뭘 같이 있어? 같이 있었으면 우리가 널 찾아러 다닐 필요가 없었을 거 아냐. 그런데 어떡하니, 우린 방금 똥개 훈련 제대로 했는데. 안 그러냐, 놀란?」
   「말도 말어. 난 제가 혹시 멧돼지로 변한 줄 알았잖아. 통 찾을 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우리는 말도 안되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나는 포기했다. 
    이게 정말 녀석들을 설득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나도 녀석들 말을 믿지 못하는 건 똑같았으니까. 
    뭐 그래서 일단 후퇴. 그렇게 우리는 다시 멧돼지 사냥을 계속하기로 했다. 멧돼지가 당최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멧돼지를 찾으러 다니다가 우리는 서로 눈빛을 보며 알게 됐다. 
   「너네들 마음도 나랑 같냐?」
   「너도?」
   「난 한참됐어.」
   「갈까?」
   「진작 갈 걸 그랬다. 아니 오지 말 걸 그랬나? 어떻게, 가서 3 대 3 소개팅이나 할까?」
    그렇게 우리들은 도시로 철수했다. 그리고 가던 길에 녀석들은 나를 우리집 인근 동네에 내려주고 그대로 녀석들은 집으로 갔다. 





    4

    녀석들이 나를 집근처에 내려줬는데 거긴 하필 감자밭이었다. 뭐야 왜 하필 걔들이 날 깡촌에 내려준 거지? 일부러 그랬을 리는 없는 거 같은데. 설마 아직 제정신이 들지 않은 건가? 전화해서 물어보면 됨. 그렇게 전화를 했는데 둘 다 받지 않았다. 그때 저쪽에서 또 지프 랭글러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조지와 놀란이었다. 
   「어디갔었어? 한참 찾았잖아!」
   「(검지를 귀옆에 붙이고 빙글빙글)!」
   「아 글쎄 어디 갔었냐고.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너네 방금 전까지 멧돼지 사냥 중이었냐?」
   「그러면?」
   「그러니까 오늘 우리가 여기 함께 온 뒤로 줄곧?」
   「그렇지 않으면!」
   「그럼 아까 옥수수밭 못 봤니?」
   「무슨 옥수수밭? 넌 봤냐?」
   「아니. 아, 차에 콘푸레이크는 있어. 어떻게, 배고프면 그거라도 먹을래?」
   「장난 아냐.」
   「그럼 우린 장난이냐?」
   「」
   「그러지 말고 저기 저쪽까지 딱 한 번만 돌아보자. 그런 다음 집에 가는 걸로.」
    그렇게 우리들은 어딘가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다녔다. 
    그런데 이상하게 걷는 발걸음이 이상해지고, 어디가 막 가렵다가, 피부가 딱딱해졌다. 
    또 안면이 새처럼 앞쪽으로 쭉 길레 튀어나오고, 두 발로 걷다가 어느새 우리는 네 발로 걷고 있었다. 
    나는 조지와 놀란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녀석들은 언제 바뀐지도 모르도록 자연스럽게 멧돼지가 되어 있었다. 
   「너네 왜 그래?」
    오, 이런 젠장! 나는 녀석들한테 이게 무슨 일인지를 물어볼려고 했는데. 그런데 내 입에서는 멧돼지의 꿀꿀꿀 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난 그때 헤롱헤롱 멍하더니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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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전환.
    정신을 차리고 개꿈 복기하기를 멈췄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동안 기억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알고 봤더니 내가 깨어난 곳을 병원이었고 내 옆에는 놀란과 조지가 있었다. 
    녀석들도 마침 깨어났고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나중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물어봤더니 웬 오두막 옆에 남자 셋이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외계인이 우리한테 혼을 쏙 빼놓은 체 자기들 필요한 정보를 모두 몽땅 빼내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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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내게는 2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그건 무엇일까? 
    첫째, 놀란과 조지는 처음에 나를 슬슬 피했다. 다음으로 도망다녔다. 마침내 우리는 멀어졌다.
    둘째, 이상하게 주위 사람들이 내게 긴밀히 접촉해왔다. 자기들과 멧돼지 사냥을 함께 가줄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는 일. 한두 명이 아니라 이젠 만나는 사람마다 족족! 대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나도 알 수 없다. 아니 알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방법이 없다는 거. 어떡하지? 뭘 어떡하나. 어쩌지 않는 게 정답일 따름. 





    5

    어제 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잠이들었다. 
    Joseph Haydn / Missa in tempore belli(PaukenmesseHob.XXII9)
    오늘 소풍을 갈까 아는 여동생들한테 커피나 실컷 사줄까 고민하면서. 
    그렇게 개꿈도 꾸고 피로를 풀면서 깊은 잠에서 깨어났는데. 여기는 어디일까? 
    취재실에서 듣고 나서 알게 됐다. 세계 멧돼지 협회와 밀접한 관련성을 부인하기 힘든, 어느 정보단체 취조실이란 걸 나는 직감으로 깨달았다. 
   「말하시오. 당신은 어떻게 하여 멧돼지 사냥을 떠나게 된 것이오?」
   「네? 그건... 제가... 아, 맞다. 옛날에 가긴 갔어요. 그런데 그냥 근처만 배회하다 온 걸요.」
   「말 돌리지 마시요. 나한테는 통하지 않을 테니까. 곧 이어 당신은 내게 모든 걸 실토할 것이라 내 장담한단 말이오.」
   「실토요? 뭘 실토요?」
   「잡아떼지 말라니까 거 참! 도대체 어떻게... 아니 일단 자료를 보여드리겠소. 아니, 준비되지 않았다 하오. 그럼 내 곧장 묻겠소. 멧돼지 사냥터, 옥수수밭. 전자와 후자의 거리를 당신은 어떻게 줄인거요? 대체 무슨 요술로 그 거리를 단축시켰소. 우리가 당신을 미행하면서 관찰하기로는 당신은 결코 빠른 속도로 그 둘 사이를 오가지는 않았소. 그러면 어떻게 멧돼지 사냥터에서 옥수수밭으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느냐? ~라는 의문은 지당할 텐데. 여기서 합리적인 의문에 대한 추리력과 의뭉스러운 호기심이 입씨름할 동안. 당신은 우리한테 정밀한 사고력이 꽤 타당한 가설을 도출해내기도 전에. 넌 곧장 옥수수밭 지하에 기지를 만들어냈단 말이야. 알겠어? 아, 내가 잠시 흥분했소. 사과하리다.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면, 내 여동생을 소개시켜드릴 용의도 있소. 내 여동생 이뻐 이 양반아. 어때, 만나보고 싶지 않아? 그녀의 섹시함 앞에서 당신은 다리에 아마 힘이 풀릴 텐데. 그러니까 어서 보고서 작성하고 취조 끝마치자 그 말이란 말이오. 아시겠소?」
   「모르겠소. 무슨 말이지 하나도 모르겠단 말이오. 옥수수밭...은 알겠는데. 그걸 무슨 심시티 게임도 아니고 어떻게 멧돼지 사냥터 옆으로 옮긴단 말이오. 당신이 생각하기에 그게 말이 되오? 말이 안되지 않소.」
   「말 같지도 않은 변명 그만하는 게 좋을 거요. 아시겠소?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말하시오. 어떻게 요술을 부렸는지를 말이오.」
   「아 글쎄 난 대체 무슨 얘기 중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니까요. 여긴 대체 어딥니까?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구요.」
   「안되겠소. 당신은 나랑 맞지 않아. 오늘은 나도 상태가 좋은 않은 듯 하니. 따라서 심문관을 교체하겠소. 딱 기다리시오.」
   「누가 기다리라면 못 기다릴 줄 알아? 이거 왜 이래, 어?」
    잠시 후.
   「안녕하시오. 앞서 심문관은 허당이었소. 난 딱 봐도 호락호락해 보이진 않죠? 그럴 줄 알았소. 허허허허허.」
   「당신 돈 많소?」
   「돈이요? 돈은 왜 갑자기... 그건 뭣 때문에 묻는 거요?」
   「그냥 던져본 질문이오. 당신이 대답을 하나 안 하나 궁금했으니까.」
   「그게 왜 궁금하오?」
   「물론 당신이 부자인지 아닌지 나에겐 중요하지 않소. 그러므로 그건 내 관심사 밖에겠죠. 그건 뭘 뜻하냐? 당신도 여지없이 허당이라는 말이지요. 허허허허허.」
   「이 사람이... 당신 매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소?」
   「나는 이미 제정신이오. 당신이나 미친 척하지 마시오.」
   「뭐 미친 척? 거 말이 너무 심하잖아 이 양반아. 안되겠네. 단단히 각오하시오.」
   「뭘 각오해! 내가 먼저 말하겠소. 나는 당신 같은 삥바리는 상대하지 않아. 당신 최윗선을 데려오시오.」
   「내가 대장이오. 아시겠소?」
   「모르겠소.」
   「뭐 몰라? 알게 만들어드려?」
   「그런다고 내가 모르는 걸 알게 될 거 같소? 헛고생하지 마시오. 좋은 말로 할 때!」
   「당신 지금 나 협박하는 거요?」
   「나는 그럴 의도도 없고 그런 행위를 하지도 않았죠. 허나 당신 스스로 지금 바보가 되버린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소?」
   「뭐, 바보?」
   「그렇소 바보. 바보가 되기 싫으면 내게 3장을 건네시오. 그럼 내 당신에 대한 모든 걸 말해드리겠소. 당신이 누구와 결혼할지 궁금하지 않소? 나는 그대의 미래가 보인다오. 물론 형씨 재물운의 그래프도 내게 훤히 그려지지요. 좋다. 기분도 그러니까 인심 썼소. 2장만 주시오.」
   「이거 이거 말이 안 통하는구만.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오. 당신 정말로 나한테 혼나고 싶소?」
   「설마, 당신 정신분열증을 앓은 적 있소?」
   「정신, 뭐요?」
   「솔직히 말해도 좋소.」
   「내가 언제 가식적이었단 말이오? 우리 남자 대 남자로 대화합시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얘기 중이었더라?」
   「허허허. 날 자꾸 말려고 하는데. 내가 무슨 카페트인 줄 아시오? 나는 결코 두루마리 화장지 같은 남자가 아닙니다.」
   「그럼 난 뭐 길바닥에 버려진 빈 깡통 같은 남잔 줄 아시오?」
   「거 듣자 듣자 하니 화법이 이상하시네. 어? 자꾸 내 짜증을 돋구어서 결코 좋지 않을 텐데.」
   「그건 내가 할 소리. 당신이나 내 부아를 돋구지 마시오. 알겠소?」
   「그나저나 당신은 세계 멧돼지 협회랑 무슨 관계요?」
   「세계 멧돼지 협회? 그런 거도 있단 말이오? 처음 들어보는 얘깁니다.」
   「그럼 혹시 세계 마초협회에서 당신을 보냈소?」
   「이 사람이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한 걸 영 인지하지 못하는데. 꼭 현장요원을 불러줘야 정신차리겠소?」
   「현장요원?」
   「그럼 당신은 실내요원이요?」
   「나 당신이랑 말장난할 기분 아니오. 이렇게 시간 끌면 당신한테도 손해란 말이오. 아시겠소?」
    그렇게 한참을 입씨름하던 끝에 그들은 결코 나를 돌려보내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적당히 그러다 말겠지 오해가 생겼을 거야 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시간이 자꾸자꾸 지나고 피곤해지며 정신마저 몽롱해지던 끝에. 마침내 그들은 나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기 때문일까? 나를 잠재우지 않았던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나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거기서 1주일을 견뎠는지 1달이 지났는지 하나도 기억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된 다음 어떻게 어떻게 나는 풀려났다. 물론 눈을 가리고 어디부터 어디는 걸어서 이동, 또 차를 옮겨타고, 배타고, 비행기 타고, 말 타고. 그렇게 집 근처에 다 와서 눈을 가린 안대를 풀어줬다. 
    그 다음 1달이 지났다.





    6

    나는 별 생각없이 아지트에 들렸다. 
    아지트 도착. 아니 어떻게... 저기 보이는 저 친구들은 다름 아니라 놀란과 조지였다. 
   「얘들아. 그동안 너네 어디갔었던 거니?」
   「가긴 어딜. 난 아무 데도 안 갔어.」
   「나도. 그나저나 너 어디 갔다온 거니?」
   「모르겠어.」
   「우리가 아는 건 뭘까?」
   「있잖아. 너 혹시 세계 멧돼지 협회에서 연락오지 않았니?」
   「멧돼지, 뭐? 아니 근데 너네들 얼굴이...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너네들 왜 갑자기 겉늙었니?」
   「그럼 넌 젊어진 줄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래. 우리는 겉늙었어. 그게 다 너 때문이야?」
   「그게 나 때문이라고?」
   「그래. 저번에 멧돼지 사냥 갔다온 뒤로 우리는 이렇게 됐어. 누가 보면 우리를... 많이 알려고 하지 마.」
   「설마... 그래서 사람들이 나한테 찾아온 건가?」
   「사람들이 너한테 찾아왔다고? 찾아와서 뭐랬는데?」
   「나랑 멧돼지 사냥을 함께 가자던데.」
   「그럴 만하니까 그러겠지.」
   「그게 무슨 소리야? 너네들 뭔가 아는 게 있구나.」
   「그럼 넌 아직까지 몰랐니?」
   「뭘 말이야?」
   「모르면 그냥 끝까지 모르는 게 나을 거야. 날 봐. 날 보라구!」
   「뭘 봐? 어? 그러니까 그게 뭔데?」
   「나도 몰라.」
   「모르긴 뭘 몰라. 뭔가 아는 눈친데.... 왜 내게 말하지 않는 건데! 응?」
   「넌 알면 안되니까.」
   「그 말은 곧 넌 알고 있다는 얘기잖아.」
   「나도 몰라.」
   「너네 정말 이러기냐?」
   「그래. 이러기다. 왜냐하면 우리 사이는 이 정도에 불과하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
   「실은 우리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너가 이해해라.」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야?」
   「그만 갈께.」
   「야, 같이 가.」
   「안돼. 우리 2 대 2 소개팅 있어.」
   「그럼 내가 그냥 병풍 맡으면 되겠네. 너네 나 알지? 나 병풍 전담만 평생 했던 거.」
   「알든 모르든 그건 딴 데 가서 해.」
   「뭣이 어째? 너네 소개팅하러 가는 거 아니지? 그치?」
   「그만 물어봐.」
    그때 아지트에 심문관이 나타났다. 나는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뭔가 기억일 날 듯 말 듯...그러다 제대로 기억해냈다. 그 순간 녀석들은 도망갔다. 그러자 심문관이 내게로 다가왔다. 알고 보니 녀석은 심문관 중의 에이스였다. 그런데 녀석은 내게 뭔가 용건을 말할 것처럼 다가오더니 그냥 옆을 스쳐지나갔다. 얜 또 뭐야? 역회전볼이야 슬라이더야! 그럼 난 포크볼인가? 그 뒤로 나는 지금까지 세계 멧돼지 협회의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7

    아지트에서 심문관이 내게 말을 걸 뻔하다 말았던 것처럼. 멧돼지 사냥터에 봤던 마초가 언젠가 시내에서 날 알은 척했는데... 여자를 소개시켜 줄 것처럼 분위기를 잡다가 도망가버린 일이 있었다. 서로 연락처도 교환했는데 나중 걸어보니 없는 번호래나 뭐래나. 그날 함께 술도 마시고 나이트클럽도 가기로 했는데, 걔가 부른 아는 동생들. 날 들뜨게 만들어서 술값만 괜히 나한테 덤탱이 씌워서 난 지금 긴축재정에 허덕이는 중. 그 뒤로 백화점에서 또 옥수수밭 근처에서 봤던 예쁘장한 아줌마. 그녀를 백화점에서 봤는데 어머 우리 봤죠, 오빠 근데 저보다 나이 많아요? ~라면서 접근하길래 살짝 설렐 뻔하다 말았던 적도 있었는데. 뭔가 갑자기 친해질 뻔하다가 화장실 갔다가 돌아오는 그녀의 남편. 무섭게 생겼다. 그 뒤로 나는 밤에 꿈에서 멧돼지한테 쫓기는 꿈을 꾸고, 낮에는 웬 승용차들이 가끔 멧돼지로 보이는 환청을 겪고 있다. 차마 이런 말까지는 애써 참아왔다마는, 하다 하다 지인 얼굴이 말(대가리)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수상쩍은 웹사이트를 하나 발견했다. 
    제목: 멧돼지 로봇 사냥에 참가하세요.
    내용: 멧돼지 로봇 사냥은 태평양 원시부족 후원, 대서양 어디어디...섬처녀들과 데이트 기회 제공... 그랑프리는 상금 얼마! 
    조건: 단, 혼자만 와야 함. 또 핸드폰 없이. 위치 추적기 없이. 누구한테 어디 간다 말하고 와서도 안됨.
    이건 설마 날 표적 삼아 만든 웹사이트? 나는 구미가 당겼다. 
    구간 빨리돌리기.
    구간 빨리돌리기.
    구간 빨리돌리기.
    멧돼지 로봇 사냥에 참가한 사람들은 좀 그랬다. 사람들은 착해보였다. 또 내게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조금은 찐따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랑 많이 비슷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남자들은 뭐랄까 여자친구가 없는 듯 했고. 여성 비율도 아주 낮지는 않았으나 성격이 괴팍하지 않을까 뭔가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 그렇게 적당히 인사도 나누고 사냥 후 파티에 대해 얘기로 분위기는 좋아졌다. 걔중에 일부는 막 처음 봤는데 평생 친구할 것처럼 전화번호 교환하고 으쌰으쌰! 아, 핸드폰을 몰래 밀반입한 사람들은 적발되어서 퇴장시까지 본부에 보관시키기로 했다.
    화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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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 전환.
    우리는 신나게 멧돼지 로봇을 사냥했다. 그런데 멧돼지 로봇이 턱없이 부족했다. 뭐라 뭐라 변명을 하더니 이번에는 인터넷 게임으로 멧돼지 사냥을 하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 참가했다. 그러다 멧돼지 로봇을 충분히 공수해왔기 때문에 다시 사냥을 하자고 부추겼다. 시작됐다. 그런데 이때 영화 같은 일이 발생했다. 누군가 재빠른 외부 인원이 몰래 나타나 케찹을 뿌리질 않나,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로 때리고, 막 모래를 뿌리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러다 중간중간 또 육식동물을 풀기도 하고 사냥개가 나타나기도 했는데. 그렇게 당황하던 순간 안내방송으로 우리를 저기 보이는 저 옥수수밭까지 달리라고 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막 영화처럼 그러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모두 전력질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힘빠지고 지치고 퍼졌다. 그렇게 중간중간 쉬다가, 이번에는 훨씬 강력한 멧돼지 로봇들이 나타났다. 즉 우리보다 3~4배 큰 멧돼지 로봇! 덩치 비슷한 멧돼지도 있었고 막 5배 큰 녀석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뭐라고? 그렇게 우리 참가자들은 모두 멧돼지 로봇 군단한테 쫓기니까 옥수수밭까지 도망갈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중간에! 
    누가 나를 낚에 채더니 수풀 사이로 숨겨주었다. 놀란과 조지였다.
   「너네 여기 웬일이야?」
    쉿!
   「아무 말도 하지 마.」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말라구.」
    그러면서 녀석들은 나를 비밀통로로 데려갔고, 어떻게 어딘가로 빠져나와 대형 RV 차량에 탑승했다. 
    그렇게 우리가 탈출하려던 순간 비상벨이 울렸다. 
   "긴급상황 긴급상황. 실제상황입니다. 
    쥐새끼 침입 쥐새끼 침입. 
    지금 이 시간부로 불독을 풀겠음. 불독을 풀겠음."
    저건 또 뭐야? 그럼 톰은 어딨는데. 
    그 때문에 우리는 도시로 갈려다가 할 수 없이 옥수수밭 중간, 지하 비밀기지로 향하게 됐다. 
   「여기 지도.」
   「나중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절대 뒤돌아보지 마. 연락도 하지 말고.」
   「나가서 절대 우리를 만나다고 하면 안돼. 알지?」
   「그럼 우리 간다. 다음에 보자! 잘가. 뭐 해 안 가고!」
    나는 촉박한 상황에 쫓겨 그곳에서 탈출하는 데 급급했다. 





    8

    나는 쾌활함을 잃어버렸다. 젊음이 도망갔기 때문인가? 모르겠다. 행복과 환희와 소망도 알 수 없다. 난 정말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다 잊어먹었다. 허나 그렇다고 뭘 해도 재미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그럴 뻔하다 말았다. 새로움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의욕도 자취를 감추었지. 나는 뭔가 변화를 시도할 생각을 못했다. 무심함은 나를 더욱 절망케 했다. 권태는 절정에 이르렀다. 사색과 모험과 호기심마저 나를 버린 것이다. 어떡해야 할까? 어떡할 필요없다. 그러든 어쩌든 나는 가난한 예술가의 생애를 지망하지 않았다. 그럼 타인이 나의 그런 삶을 원한건가? 알 게 뭐야. 괜찮다. 불운을 만회할 구원투수는 언제든 등판할 수 있으니까. 그 쥐구멍에 볕 들 때까지 일복이야 선용하면 그만. 근데 속마음도 정말로 그렇냐 하면 아니겠지요. 허나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실은 일하기 싫다. 싫은 건 싫은 거다. 놀지도 못한다. 왜 일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욕(만) 얻어듣기 위해 태어난 건가? 뭘 알 수가 있어야지. 하긴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는 게 인생. 그래서 뭐! 저리 비켜. 저건 또 뭐야? 소용없어. 다 필요없다고. 뭔 보람이 있어야 말이지. 뭘 해도 재미없기만 해. 그렇게 심심하기도 해서 나는 방사성 탄소(C14) 연대측정 기구와 (탄소 연대측정보다 훨씬 비싼) 열형광 연대측정 도구를 구해서 내 나이를 측정해봤다. 그랬더니 1만살. 뭐? 뻥이다. 그래도 UFC에서 지금 잘나가는 애들을 옛날에 흠씻 뚜들어패며 교육시켜주던 때가 즐거웠다. 근데 또 전화가 오네? 맨날 만나주라며 애원하는 여자들 증말 짜증난다. 연애라면 징글징글하니까. 지겨워서 전화번호 바꿔도 어떻게 귀신처럼 알아낸다. 또 만나서 교제해도 걔네들 말이 이상하다.
   "오빤 꼴통이 아니야 오빠가 개판과 도대체 뭔 관계인데, 오빠가 언제 깽판부린 적 있어? 근데 그런 말을 내게 왜 하는 거지! 누가 오빠 보고 쩜팔이라 그래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누가 오빠한테 백판 자빠져 놀고먹기나 하는 주제에 어쩌고저쩌고 막 그렇게 놀려? 내가 가만 두지 않겠어. 딱 기다리라고 해. 그렇다고 그거 다 오빠가 지어낸 말 아니지? 아닐 거야. 왜, 찔려? 내게 뭘 잘못했는데 그러지. 알 수 없네. 그러나 딴 오빠들한테 또 질 수도 없잖아. 안 그래?"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멍청한 년. 물론 누구를 콕 찍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말이 심했다만 그러니까 그런 말을 내게 왜 하는 거냐고. 기집애. 아름다움을 예찬해줘도 말귀도 못 알아먹기나 하고. 헛바람 잔뜩 들어 허영심한테 끌려가기만 해. 애쓴다 애써. 그렇다고 걔네들이 미친년이란 말은 아니다. 단지 내가 사랑에 무관심할 뿐. 다정할 수는 있는데 난 아마 무심한가 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좌우지간 제 복(福) 개(犬) 줄까. 무슨 개똥 같은 말 쉬지를 않는다. 개 풀 뜯어먹는 공상은 죄다 흑심한테 져버렸기 때문일까? 그게 지금 왜 궁금한데. 다 부질없다. 어차피 인생은 짧다. 물론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말이다. 그런데 이런 개뼉따귀 같은 얘기를 내가 왜 해야 하는 거지? 알 수 없군 그래. 알고 싶지도 않아. 그러든가 말든가. 그나저나 세상사란 곧 돈이다. 물론 돈이 전부라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돈 빼고 뭘 논할 수도 없다. 백날 칼럼 써제끼면 뭘 하나. 수중엔 공기 밖에 잡히지 않음.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렇게 소망은 가고 야망도 포기요 꿈도 접었다. 아주 옛날에 말이다. 이럴 땐 아이스크림? 살만 찐다. 그냥 잠깐 좋다 마는 거다. 그런 거 말고. 그래서 나는 사무실 그림을 바꿨다. 진주 귀걸이를 하는 소녀로! 물론 진품이다. 당연히 껌값이지. 안 그래도 저 정도면 나도 쫌만 배우면 금방 따라할 거 뻔하다. 저거 일도 아님. 식은 죽 먹기지. 우리는 독학의 대가거든. 뭐든지! 그럼 별명도 아무거나로 바꿀까? 그러지 말자. 너무 뽐내면 왠지 미안해지니까. 그렇지만 나도 자랑 좀 하자. 근데 어째 가난한 게 억울해서 억지로 과시욕에 헛바람 넣는 거 같은데. 어딘가 모르게 지는 거 같으니까 그러지 않기로. 그러지 말고 나는 집에서 당근를 포함하여 각종 채소, 야채가 들어간 빵을 만들어먹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다 만들다 포기했다. 그냥 사먹으면 될 걸 뭐 하러...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다. 하여 나는 사무실에서 좋아하는 음악이나 실컷 들었다. 허나 그게 품위유지비 부족을 해결해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세계 멧돼지 협회가 내게 건넨 은밀한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이냐고요? 그걸 벌써 알려드리면 난 대체 뭘 먹고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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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88

from 소설 2021. 6. 15. 21:04

    1

    새로움 없음에 직면한 절망감. 비공식적인 연애는 무정하고. 공식적인 첫사랑마저 소식 없지. 달콤한 낭만도 멀다. 그러니까 미소는 씁쓸하기 마련. 이래서 녀석의 상심은 끝이 없다? 아직도 어떤 환상에 대해 체념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따라서 나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이 싫증난 끝에 결국 도플갱어 자격으로 NB를 괴롭힐 궁리를 하게 됐다.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 소파에 자빠져 TV에 만족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시간낭비가 지겨워지면 슬슬 날 궁금해하지 않을까? 아닐 것이다. 왜? 멍청하니까. 형편도 허접하거든. 그러다 녀석은 어느새 내게 조련당함이 최고의 기쁨이 되어버린 줄도 모르게 되었는데. 그건 곧 그는 양치기 소년 본능마저 잃어버린 실정. 남은 건 유들유들 능글능글 허당 본색뿐. 자, 이때 나에게 한손에는 채찍 한손에는 당근이 있는데. 녀석한테 어떤 선물을 제공한다? 아니면 황당한 모험을 부탁하는 척하면서 골탕을 먹일까. 그러지 말고 세련된 심신분리, 근사한 공중부양, 고상한 순간이동을 공상하도록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그리하여 만사에 감사하며 숙녀를 칭찬하고 세상을 축복할 줄 알았는데. 아예 푼수가 되어버렸네? 이걸 어쩌나. 난감하네. 허나 성과도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과 화해했으니까. 그럼 뭘 해? 지가 아직도 어린이나 마찬가지인 줄 아는데. 한심한 친구 같으니라고! 지 앞가림도 못하는데 뭐 패션? 뭘 안다고. 그러다 돌아가는 형세는 허영심과 추리력이 실권을 두고 다툼. 결과는? 보나마나 그 둘이 다툴 동안 탐스러운 개뼉따귀는 제3의 대타가 물고 튐. 근데 그 제3의 대타가 누구인고 하니, 정말 누구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그건 그냥 잡생각이었다. 그러고보니 멜로드라마에 너무 긍정적인 게 탈이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지금도 색다른 취미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실정. 이래서 여심이 어떻게 그에게 호의적일 수 있나. 없다. 못한다. 안하지 왜 해? 고로 연애사 전투력은 급격한 쇠락기에 접어드는데. 호기심마저 둔화. 결국 옛날이나 지금이나 뭘 해도 재미없는 건 똑같다는 말이잖아? 사람 일관됐구만. 안 변해. 대단하다. 한편 지대한 관심사에 대한 변화는 꿈쩍도 않는데. 그래서 그는 사랑과 야망 가운데 무엇을 선택했을까, 둘 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얼마나 좋을까. 톡톡한 실리와 넉넉한 재력과 사교적인 인기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더더군다나 상허당한테라면야 당연히 더 어렵겠지. 황금만능주의한테 총애를 받을려다가 자본주의의 노예로 낙마. 뭐라고? 미안하데 굳이 이런 얘기까지 하진 않으려 했다만, 아니다. 아침에 쇼팽을 듣고, 낮에 미지의 이상을 상상하며, 저녁에는 뭐 밤의 황제를 질투한다? 독수리가 파리를 사냥하는 게 낫겠다. 개도 여간해선 풀을 뜯어먹지 않는단 말이다. 그러게 섬세한 쾌감을 상상하는 데 늘상 골몰하니 그렇지. 갈 데까지 갔나? 또 또. 이처럼 뭔가 재미난 일이 발생할 것만 같다는 낌새, 냄새도 맡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므로 그는 때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는데. 어디서 불어온 바람에 헛바람이 들지 않은 건 좋은데. 있잖아 있잖아 들어봐 봐 들어봐 봐 있지 있지...라는 환청 무시해버리면 되는데. 그런데 왜 하필 패션학을 성가시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한편 NB는 퇴근길에 왠지 모르게 새로 생긴 카페에 방문하고 싶어졌다. 자기도 모르게 그 카페가 그를 빨아들이는 듯한 마력을 내뿜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는 거기 들려 차 한잔 마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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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트에서 nb는 친구들을 만났다. 에드워드, 찰리, 케빈, 더글라스, 잭, 제라드, 스티븐. 그런데 별로 할 얘기도 없고. 남자들끼리 바텐더 앞에서 말 많이 하기도 귀찮고. 그래서 그들은 근처 가까운 극장식 카바레에 가기로 했다. 시시콜콜한 대화들도 생략한다. 극장에서야 굳은 자세와 표정으로 지루한 과정을 지켜봐줄 수 밖에 없지만. 집에서 혼자 볼 때 또 그 경험을 어딘가에 얘기할 땐 다르니까. 그 뿐만이 아니라 하도 드라마를 많이 봤기 때문에 모르는 게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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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식 카바레. 그곳은 사람 1명이 나와서 마이크 들고 그냥 말로 웃기는 쇼. 그게 9할이면 나머지 1할은 정식 마술사가 나오는 마술쇼. 이 역시나 숱하게 보셨을 테니까 넘어가고. 타율 10% 정도로 뭐 그럭저럭 재밌다, 아주 수준 낮지는 않다 라면서 그들은 극장식 카바레를 나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그동안 그들은 며칠 전 8명이 모여서 갔던 것처럼 극장식 카바레에 들르지 않았다. 단지 개별적으로 몇몇이 혼자서 심심할 때 들렸을 뿐. 그러다 그들은 각각 이상한 증상들이 발생했기 때문에 친구들한테 비밀을 털어놓게 되는데. 너도? 너도? 나만 그러냐? 나만? 막 그러면서 문제가 심각함을 알게 되었고 1달쯤 지난 다음. 어느 날 인터넷 채팅방에서 화상회의를 하게 됐다. 
   「그 마술사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넌 어떤 증상인데? 설마 꼬리라도 자라나니?」
   「응.」
   「뭐? 정말이야?」
   「나도 그래.」
   「그럼 딴 사람은? 더 없으면... 일단 꼬리 자라나는 사람 2명. 근데 돼지 꼬리 아니면 불여우 꼬리?」
   「꼭 그것까지 말해야 하냐? 넘어가자.」
   「얘들아 난 있잖아. 나는 시야각이 직사각형으로 보여. 통상 넓은 타원형이자 시야각 끝부분에 별 신경을 안 써야 하거든. 그런데 난 어떻게 된 게 어느 날 갑자기 그 시야각이 직사각형이 됐어. 내가 무슨 모니터라도 되냐?」
   「병원에 가봤어?」
   「안 가봤겠냐!」
   「또 딴 애들 뭐 이상한 거 없어?」
   「나는 몸에 털이 겁나게 많이 나.」
   「너 원래 가슴털 많잖아?」
   「그거 말고. 개처럼 많이 나고 있다고. 심각해. 그러는 넌?」
   「나? 나 정말 창피해서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창피해? 왜 넌 털이 빠지니? 그럼 털 뽑힌 닭, 촌닭이네?」
   「아 증말! 나는 고추가 작아지고 있어. 그리고 고추가 은색으로 변해. 장난 아니야. 어?」
   「나는 쉬지 않고 먹어. 내가 버는 돈. 지금 식비로 다 쓰고 있어. 뿐인 줄 아니? 모아놓은 재산마저 몽땅 식비로 다 쓰게 생겼어. 내 이 자식 잡히면 가만 두나 봐라.」
    그래서 그들은 극장식 카바레에 쳐들어가기로 했다. 달리 의심할 무엇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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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식 카바레에 도착했는데. 운영중이 아니네? 어떻게 어떻게 열린 창문을 넘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딱 연습장에 들어섰는데. 미녀 조수만 미니스커트와 망사스타킹과 스킬레토힐을 신고서 그들을 맞이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그들은 이상 증상을 어떻게 어떻게 설명하기는 했다. 
    그 얘기를 듣고서 마술사 조수는 서류를 보여줬다. 동영상도 보여줬다. 그런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괜찮다 라는 서명, 또 그건 모두 마음에 흑심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마술쇼 매점에서 파는 동기부여 비디오를 사가지고 집으로 간 다음, 집에서 그걸 꼬박꼬박 보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했다. 또 좀 더 규칙적으로 극장식 카바레에 들리면 훨씬 나아질 거라고 했다. 무슨 게릴라 마케팅도 아니고 무슨 수작이지?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뭐라 답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술사 조수의 복장을 트집잡겠나 저번에 봤던 마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논평하겠나. 그래서 그들은 왈가왈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다 딱 결론내렸다. 마술사 조수의 마술쇼를 관람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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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술쇼는 적당히 끝났다. 초급, 중급 정도로 괜찮았다. 그래서 뭐 이상 증상이야 시간 지나면 차차 나아지겠지 그러면서 모두 밖으로 나갈려고 했다. 그렇게 딱 문을 열었는데! 뭐야? 바깥은 우주였다. 저 멀리 태양이 보이고... 저건 무슨 행성이지... 더 멀리에 은하계도 보이고... 설마 저건 보이저 2호? 이건 또 무슨 개수작! 다 뻥일 것이다. 라면서 서로서로 막 쳐다봤는데. 
   「야, 이런 마술은 나도 해 나도. 어? 내가 한때 요술로 먹고 살았던 요정이라고 말 안했니?」
    그러면서 찰리가 밖으로 딱 나갈려고 했는데. 그렇게 발을 뺐다가 급히 돌아왔다. 왜냐하면 바깥은 엄청나게 추웠기 때문에. 그럼 정말로 극장식 카바레 바깥은 우주야? 그럼 어떻게 극장식 카바레만 우주 공간에 떠다닐 수 있지! 
   「그럼 우리 갖힌 거냐?」
   「말도 안돼.」
   「이건 아마 개꿈일 거야.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될 테니까.」
   「그렇지만 배가 고팠다가 화장실도 갔다가. 우린 멀쩡한데?」
   「그건 그렇지.」
   「그럼 이제 어떡하지?」





    2

    그때 에드워드는 종이 1장 두깨처럼 얇아졌다. 즉 정면에서 보는 건 그대로인데 입체감은 없어지고, 옆에서 봤을 때 종이 1장 두께! 그 다음에 찰리. 찰리의 꼬리는 처음에 돼지꼬리가 커지다가 캥거루 꼬리로 바껴서 바지를 뚫고 나왔다. 그러더니 멈추지 않네? 결국 공룡꼬리처럼 길어질 뻔 말 뻔...그러다 점점 녀석은 희미해졌다. 점점 불투명해졌다. 그러더니 드디어 증발했다. 어디로 갔지? 그 다음 찰리. 찰리는 입이 맨살처럼 메꿔졌다. 그러면서 컴퓨터 그래픽처럼 얼굴이 희미해지더니 점점...점점...결국 마네킹이 되었다. 케빈은 이미 언제 바뀐지도 모르게 인형으로 변해 있었다. 더글라스는 어느새 저쪽 문을 열고 우주 밖으로 나가버렸다. NB가 쫓아가서 문을 열어보니 그냥 우주 광경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잭은 막 나머지 친구들한테 살려주라 얘기를 하는데 발음이 나오지 않다가 점점 증발해버렸다. 이어서 제라드... 스티븐... 소리와 빛으로 바뀌더니 어딘가로 가버렸다. 그렇게 혼자 남은 NB! 
    ~라고 여기까지 쓰다가 그는 연습장을 찢어서 구기고 뭉쳐서 던져버렸다. 만년필도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재미 하나도 없잖아? 말도 안되고. 엉망진창! 뭐야 그게? 이런 젠장. 형편없어도 정도가 있지 (절레절레). 밑도 끝도 없이 뭐 우주 공간? 뭐 하자는 거냐고! 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 개연성이고 뭐고 다 어디다 팔아먹었길래. 뭔 얘기가 되야 납득이 되고 일단 더 재미있어지기를 기다려보기라도 할 텐데. 무슨 개뼉따귀 같은 상상력가지고 뭘 해보겠다고. 이런 개 풀 뜯어먹는 허구는 아무나 다 지어낼 수 있다. 막 그렇게 씩씩거리면서 NB는 퇴근하려고 사무실을 나왔다. 그렇게 건물 내 2층 사무실에서 나와 1층을 내려갔고, 딱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뭐야? 정말로 바깥은 우주공간이네? 어떻게 된 거지? 이건 아마 내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너무 일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라서 발생한 현상일 거야. 그러면서 그는 일단 진정하기 위해 자기 사무실로 다시 되돌아갔다. 
    사무실 도착. 소파에 자빠져 TV를 틀었다. 채널 몇 번 돌리다가 TV를 껐다. 그런데 누가 자기를 부르네? 고개를 돌려보니 액자 속 그림. 그 그림에서 마네킹 인간이 그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상태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그러면서 그는 막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머리에 붓고 막 그랬다. 그래도 마네킹은 계속 말했다. 뭔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내가 늬 친구로 보이니? 난 네 친구야. 만약 아니라고 내가 우기면 넌 또 그럴 테니까. 너 나한테 늙었다고 하려고 했지? 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난 네 친구야. 우리는 명콤비란 말이야 이 녀석아. 알아? 그런데 너 지금 내 말 듣고 있니? 왜 밖에 나가봤더니 우주공간이라서 못 나가겠든? 내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 뭘 준비했냐고? 궁금하면 물어 봐 입만 바보처럼 벌리고 있지 말고. 거기 바닥에 있는 카펫을 열어보렴. 언제 카펫이 여기 있었지, 라고 생각했지? 다 널 위해 미리미리 마련해놨어 이 친구야. 뭐해 어서 열어보지 않고. 이게 뭐 포장지 푸는 기분인 줄 아냐면서 나한테 따질 생각은 하지도 마. 어? 왜냐하면 늬가 뭐라 물어도 난 답해주지 않을 거니까. 알아들어? 못 알아듣겠으면 혼자 잘 생각해 봐. 알았어, 몰랐어? 어? 뭐 그러니까 날 소로 아느냐! 응? 너 나랑 지금 투우라도 하자는 거냐! 응? 뭐 그렇다면 그런 거고. 뭐해 이 친구야. 퇴근할 방법은 그것 밖에 없는데. 오늘 퇴근 안 할 거야?」
    그렇게 NB는 카펫을 들춰봤고, 언제 생긴지도 모르는 비밀문을 열었고 그 통로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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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옆의 옆의 앞의 옆. 문을 여니 자기는 어느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녀석은 생각없이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 
    그런데 집의 물건들이 왜 다 막 흐트러져 있는 거지? 설마... 누가 왔다 갔나.. 아닌데. 혹시... 집이 우주공간에 떠다녔기 때문에 무중력 상태 원리에 따라 녀석들이 비현실적으로 중력을 벗어났다가 원위치됐기 때문에? 말도 안돼. 그런데 왜?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누가 알려줘도 듣기 싫어. 근데 이런 분위기에서 휴식을 어떻게 취하나. 그래서 그는 사무실에서 쓰다 만 그 극장. 거기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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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나 다를까 극장 투명 유리벽 너머, 즉 그 안쪽에는 녀석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문을 열어 녀석들을 밖으로 나오도록 도와줬는데. 그때부터 기겁하는 친구들. 말도 제대로 못하고 바지에 막 오줌싸기도 하고. 그러면서 모두 도망가버렸다. 이때부터 NB는 친구들한테 법사로 불렸다. 마법사에서 어두 떼고 법사. 물론 그는 무슨 영문으로 걔네들이 거기 갖히게 되었는지 몰랐고. 당연히 친구들은 분명 자기들과 함께 있었던 NB가 어떻게 밖에서 그들에게 다가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3

    치명적 유혹은 아무나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근데 그걸 누가 모르나? 허나 사랑의 논리를 모른 척 애쓰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도발적인 백치미는 필경 NB와 별 관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처럼 욕망이 잠잠하다보니 이 세상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건 바보들의 특기다. 머머(만)? 곧 진짜 바보로 간주되지 말자며 그는 혼잣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수중에 보유한 복안이라고는 모두 빈칸.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꿈이 생겼다. 그러나 그건 개꿈이었다. 당연히 뜻밖의 만남 없음. 예상 밖의 성공 더 없음. 때문에 그는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사랑을 몰래할 수 없다는 건가? 어릴 때 추억을 못 만들었으니, 고로 어른이 되어 비밀도 못 만드는 건 아닌지. 갑자기 표정은 의뭉스러워졌던 것이다. 결국 세상을 잘 몰랐기 때문에 자긴 병풍역에 주력했고 인물구조도에 보조한 셈. 그런데 이제 와서 느닷없는 역전극? 추산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인생론은 언제나 허접한 건가? 알 거 없다. 모르는 게 차라리 나을 테니까. 그럼 화려한 날은 가버린 게 아니라 아예 오지도 않았던 거구만. 그러니까 지금 와서 연애론을 새롭게 배울까 하다 말았겠지. 성과 없음에 부쩍 부끄러웠으나 얼굴은 빨개지지 않았거든. 가짜 홍조에 혹하기 밖에 더해? 바로 그때 소파에 자빠져 TV 드라마를 봤는데 하필 대사는, 분칠하는 어쩌고저쩌고. 뭐라고? 드라마는 드라마다. 자, 그럼 이제 놀라운 반전을 계획해볼까? 본격적으로 신나는 전개를 원한다고 뭔 소용있나. 필요없다. 그러므로 자기 연민은 탄력받다 못해 뒤늦게 짝사랑복이 조과가 톡톡할지도 모른다는 시각에 꽤나 부정적인 먹구름을 지배적으로 덮어씌웠다. 하여 운명에 퍽 낙관적일 수 없었고, 또 행운마저 퍽 탐탁지 않도록 여기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제야 인생에 대한 거품이 가라앉었다는 뭐랄까 안심이라고나 할까? 야심찬 자긍심에 굳이 부정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는데. 그럼 뭘 해? 그래 봤자 결국 쉐도우 복싱 아니면 뻔트. (물론 결과는 뻔트+실책=2루타가 아니라 잔뻔치 얻어맞기. 고로 맺집만 맺집만...절레절레. 설마 맺집을 위해서 태어난 걸까? 넘어가자) 쳇, 사랑과 야망 두 마리 토끼 다 놓쳤구만. 애초에 목표를 뚜렷이 정하지도 않았어. 머저리 같은 놈. 영락없는 푼수구만. 알고 봤더니 여자의 마음도 몰라. 그래가지고 뭐 여자말 번역기? 놀고 자빠지셨어. 말이 좀 심했다만 다 정신차리라고 하는 말. 우리끼리 얘기니까 제한적으로 조금만 더 저렴한 화법의 힘을 빌리자면. 뭐 명색이 칼럼니스트인데 어쩌고 어째? (피동적으로)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색마의 먹잇감, 알고 봤더니... 다음 대사는 어른들 익히 아시는 말이므로 생략. (능동적으로) 거의 자빠트릴 뻔 말 뻔 넘어올 뻔 말 뻔하다 놓쳐버린 사랑? 나비가 아니라 나방에 불과. (절레절레) 답답하다. 한심해요. 어? 그러니 변화가 없지. 인공지능조차 새로움을 어떻게 주선하나. 못한다. 안한다. 그래서인지 아닌지 몰라도 일단 탐욕마저 섬세하지 않은데. 삶의 목적은 막연할 뿐이고. 막 살자 분과는 아니다만 사는 낙이 무언지도 모르겠고. 하여 올 게 확실하기 때문에 소풍과 택배와 주말은 언제나 기다려지지만. 통상 오지 않을 사교계의 러브콜과 영화계의 빽넘버야 어차피 안 올 게 뻔하니까 언제든지 포기해서 마음 편하다만. 도통 올지 안 올지 알 듯 모를 듯 거의, 거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 혼자 소파에 자빠지기 일쑤니. 
    그래서 녀석은 또 무작정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딱히 확실한 목적지 없이 산책을 시작했다. 그러다 어딘가 모르게 극장쪽에서 자길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 식상한 전개에 따라 움직이면 왠지 지는 것 같은 기분 때문일까? 그는 딴 데는 다 가도 그곳 만큼은 가지 않으려고 했다. 허나 어딘가 모르게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으므로, 그는 저절로 자기도 모르게 그곳으로 벌써 가고 있었다. 그렇게 딱 그는 그 극장에 도착했다. 뭐 기왕 왔으니 살짝만 두리번거리다 가자고 생각했는데. 구태여 뭔가 음산한 비밀을 캐내고자 하는 탐욕은 없었다. 그러다 뭔가 캥기는 꼬투리가 얻어걸리겠지 라는 추측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뭐랄까 자기를 끌어당기는 묘한 흡입력. 그 기묘한 척력은 결국 이상한 제사 장면을 보고야 말았는데. 극장 내부 깊숙한 통로를 지나서 이쪽으로 꺾고 저쪽으로 가서, 다시 살짝만 돌았더니. 아 글쎄 슬쩍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제사 장면... 공포 또 스릴러 영화에서 흔히 듣는 영화음악. 벌써 그는 식은땀을 흠뻑 흘리고 있었다. 이미 물씬 젖어버렸다. 아니 근데 그 제사 장면이 도대체 뭐길래? 그건 바로 제삿상에 모셔진 제삿상 차림이 기가 막혔던 것이다. 
    고인의 영혼과 조상님 영령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의식이자, 지금과 내일을 위한 예례. 순서는 어떻게, 줄에 맞춰서 음식을 놓고. 동서남북을 참고하여. 시간과 형식에 알맞도록. 가령 과일, 야채, 반찬, 생선, 고기, 요리...그래야 하는데. 저기 보이는 저 제삿상 위에는... 죄다 동물들 머리가 있었다. 쥐, 사슴, 염소, 칠면조, 닭...... 삶은 돼지머리와 소머리. 그런데 중간 중간... 듬성듬성... 띄엄띄엄? 그는 하트가 벌렁벌렁했다. 안 그럴 수가 없었다. 돌아버리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니까 저기 보이는 저 얼굴은... 육안으로 보고 있는데 안 믿을 수도 없고. 아니, 진짜로 사람?





    4

    나는 일단 배경지식을 검토했다. 아, 필자가 아니라 그는! 오픈북 시험이라면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될 테고, 인터넷에서 찾으면 찾는 족족 엄청난 자료들이 많을 테나. 굳이 관련 학식을 애써 습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알고 있는 배경지식. 그건 이랬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 사는 원시부족, 그들의 사람 머리 훈제 장식 관습. 세계에서 섬 많기로 1,2위인 인도네시아와 일본. 둘 다 약 7,000~~8,000개. 국기도 비슷. 특히, 원시부족 전통을 위한 최적의 환경! 원시부족 지상 천국.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봤다. 제목은 제2차 세계대전의 비화─머리 사냥꾼. 한마디로 원시부족은 (멜로드라마 기준으로) 사람이 아닌데. 사람이라 할 수 없는데. 지칠 줄 모른 체 남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여자는 살쾡이, 인간과 파충류 두뇌의 판박이...라는 얘기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만. 그건 비정상적일 때 얘기다만 원시부족은 정반대로 그게 정상. 오직 그것만 허용. 오히려... 全세계 원시부족들 공통점이 바로 그러한데. 아니 어떻게 저기.. 저... 말도 안돼! 물론 이런 예시는... 통과.
    물론 그 가운데 최악은, 양의 탈을 쓴 늑대. 게다가 원시부족과 문명인에 양다리. 차악은 원시부족 아닌 척? 일단 모른 체. 과거와 이혼에 대성공. 허나 유리한 건 광고이자 Ctrl+C Ctrl+V...뿌수고 다시 짓고 뿌수고 다시 짓고. 원본과 사본은 같아졌다, 고로 사본에(만) 오직 충성하자.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기. 이유는 없음. 듣기 없이 막 지어내서 죄다 사실. 천문학적인 배경지식에 대해서 그대는 정말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되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 판에 박은 표정들. 원시부족과 어떻게 말이 통해. 그래서 겉은 완벽한 문명인 속은 원시부족, 따라서 겉으로 차별은 없다 정말 좋다...라고 느낄 텐데. 시간이 점점 흐르면... 느끼게 되면... 알아가면...! 그러니까 사람은 직관, 동물적 본능, 직감 등이 중요한 것. 그 때문에 배경지식의 총량과 질적 가치를 따지는 것. 그와 비례하여 상상력이지, 그와 무관계하도록 상상력만? 명화는 비싸다. 반면 애들 그림은 처음엔 다 좋아하지만 나중 싹 다 버린다. 앨범? 앨범? 부모님집에다 쳐박아두고 모른 체. (몸짓) 재산 증식이 더 중요하지, 사진앨범 같은 건 (부모한테) 짐을 떠넘겨.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또 나중 재산상속 1명이면 깔끔한데 여러명이 욕심 많아 합의가 안되면. 또 불타서 앨범 없어지면 왜 앨범 간수 못했냐 탓하면 어쩌지.
    숲과 나무 얘기가 나와서 부언 설명 조금만 더. 그 때문에 누구나 아는 그 말이 떠오를 수 밖에. "너도 너 같은 애 낳아 길러봐라...!" 그렇게 애 낳아서.... 걔도 사진앨범 부모한테 짐지우고, (따로 사는 자기 집으로) 안 가져가. 싫거든. 유복하게 성장했거나, 인기있는 환경이면 몰라도 태반이 그럼. 근데 이상하게 핸드폰으로 뭐만 보면 사진 찍으려고 하고. 어른 3명이 길을 가다가 1명이 상점에 들어가서 자기 먹을 요구르트만 1개 달랑 사오는 일. (1살 지능 nb가 속에서 조종하면) 어른은 그럴 수 있다. 그래도 작게 이기적이면 그나마 나음. 근데 그런 건 잘 알면서 개인 야망을 위해 자기 밖에 모르면? 그거 받고 아예 문화가 자기 밖에 모르면. 차라리 연애할 때 넌 너 밖에 몰라 라는 말 듣고 이별당하는 게 차라리 낫다. 백번 천번 좋다. 신혼 준비하는 예비 부부, 하필 여자가 유부남이랑 바람피면서 동시에 신혼 준비하다 극적으로 걸렸다? 조상님께서 도왔다는 중론 자자. 긴 설명에 앞서 "사랑과 야망"처럼 쌍팔년도 주말드라마 제목만 놓고 봐도 사연은 차고 넘침. 숲과 나무 얘기가 이렇다. 내가 자녀였을 때... 나중 자식 낳아 길러보니... 그런데 자식을 낳아 길러보지 않았는데 그 원리를 어떻게 알아? 알긴 앎. 다만 간접경험과 단순 지식일 뿐. 원시부족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머머족 머머족.. 놀자족 딩크족. 여자들 우정이 오래가기 어렵다는 건 여성잡지 1 알기도 전부터 잔소리 듣기로 습득하는 이치. 카페 아르바이트만 해봐도, 여자들 9명 모였는데. 누구는 애 데리고... 누구는 빨간 립스틱에 미니스터트에 하이힐. 공통된 화제도 어울리지 않고. 그러니 친교도 (대체로) 생화처럼 키우고 유지했을 때 얘기. 가짜꽃처럼 그때 친했으니까... 연락 안하는 게 나은 예시들 누가 몰라. (그 원리 때문에 다 죽어가는 가게를 대박 가게로 역전은 가능. 반면 완전히 망해버린 가게는 회생불가) 얘기가 곁으로 흘렀다만 돌아와서. 부모집이 창고도 아니고 그래서 있을 때 잘하라 그러지. 있을 때. 허면 있을 때 못해서 저 제사를...? 잘했든 못했든 최우선 목적은 만인의 원시부족 족장 숭배. 그걸 위해 저 돼지머리... 소머리... 그 옆에 무엇! 아무튼 숲과 나무 원리 때문에 말 길어지는데. 말괄량이 낳아 길러보니까 부모 마음 알겠다 라는 일리처럼. 내부승진 해보니까 이분들 마음 이해하겠다 그게 가능할 수 있지 않나? 내부에서 내부파로 살아보지도 않으면서 내부의 불문율과 계파간 차이점과 욕심들을 어떻게 아냐고. 해외파처럼 하늘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면 그에 따른 장점도 물론 있는데. 같은 디자인 업계에서 일했다가 러브콜 받고 CEO, CMO, CTO...로 두둥~, 또 똑같이 축구공 갖고 놀다가 여기서 저기 감독으로. 근데... 넘어가고. 내부승진이고 뭐고, 낙하산이고 나발이고. 원시부족(만) 찬양... 원시부족(만) 숭배... 그러니까 말이 안 통하지. 알맹이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훈제 장식 관습. 선망은 뭘 좀 아는 남자 어디 없나. 근데 속마음은 정작 뭘 좀 몰라! 심지어 옆동네 가서 뭇남성 따먹고 오고, 홈경기에서는 내숭 떨며 착한 척 조신한 척! 뭐, 어쩌자는 겁니까? 네? 그러므로 결국 정답은 (예상대로) 말만 많고, 길고, 좋고. (몸짓)! 통 듣지를 않아 듣지를. 
    아무튼 과학공상 드라마처럼 Ctrl+C Ctrl+V 해서 외계인이 사람과 똑같으면 그걸 어떻게 분간하나. 못한다. 철저히 연기했을 때 또 속마음에 관한 인습이 1만년 누적됐을 때. 외부인은 그 속을 알 길이 없다만. 순진한 바보부터 평범한 민초들, 당하기 딱 좋으니까 살살 감고. 착착 말고. 알게 모르게 또 자기도 모르게 원시부족의 노예로 길들여지다 보면 나중... 그러니 누군가 BLOG만 붙잡고 늘어지는 것. 그런데 진짜 중요한 점은 대작 인터넷 게임처럼,,, 아니 것보다 훨씬 초자연적으로 그걸 다 판 짜고, 구경하며, 감상이자, 드리블에다... 나중 어떤 근거가 되리라는 점. 좌우지간, 저기 저 장면은? 믿을 수 없지만 어떻게 보고도 못 믿냐고.
    그는 일단 그들과 거리를 두어 멀찍이 떨어졌고 조용히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그 다음 경찰에 신고했다. 무슨 방범대에도 연락을 취했다. 그 외 지방지, 석간지, 주간지, 일간지, 격주지, 월간지 기자들도 몽땅 불렀다. 메이저는 물론 영세 방송사도 빠질 수 있나. 싹 다 불렀다. 당연히 모스맨 연구소 애들도 죄다 호출했다.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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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는 완성됐다. 꽤나 소란스럽고 오래도록 떠들썩하겠으나. 마침내 악당들을 일망타진하는 배역이 내게도 찾아오는 구나. 라는 설레발을 잠재운 체. 슬슬 커튼을 열어 서곡이 연주되어야 하는데. 그가 봤던 제삿상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는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었던 것일까? 그러든 아니든 아마도, 언젠가 밝혀지겠으나 일단 왠 똥개가 귀신들에 앞서 젯밥 맛 봐버린 꼴. 
   「그러게 내가 뭐랬어. 처음부터 왠지 이상하더라.」
   「저 냥반 뭐하는 사람이래? 그러니까 난 안간다 그랬잖아.」
   「느낌 딱 오더라. 일찍 서두를 필요 없다고 내가 했어, 안했어?」
   「난 혹시나 했지. 특종도 없는데 내가 개를 물 수는 없잖아!」
   「어이없어. 시간낭비 힘들다 힘들어.」
   「저 친구 제정신인 거 맞아? 근데 어째서 상태가 저래. 응?」
   「그래도 모르니까 A조는 여기 남고. B조는 저 사람 따라붙어. 그리고 우리는 정보 조사. 알았어?」
    ~라고 여기까지 쓰다가 그는 연습장을 찢어서 구기고 뭉쳐서 던져버렸다. 





    5

    그는 사랑을 권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걸까? 헌데 왜 본인은 연애를 열망하지 않는데. 답이야 어떻든 사랑을 완성해봤자 실패할 거라는 변명은 아마 하기도 귀찮을 것이다. 그 때문에 걔 인생은 사랑의 계절이 아닌 셈. 결국 권태에 속박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로 장담컨대 녀석은 분명 허접한 성장기를 보낸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날이면 날마다 패배주의자의 마음을 대변하지. 그래서 놀라운 영감이 어떻게 떠오르나. 말도 안됨! 하여 두리번두리번... 흔지 않은 새로움 어디 없을까, 없다. 아울러 세상이란 자고로 거칠은 법. 놀부한테 선심 쓰다가 자루까지 빼앗긴다. 어쨌든 다행이다 속 편해서. 생각이 없어. 그래서 의심이 들었다. 혹시 블로그 때문에 더 멍청해진 건 아닌지 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그런 격언을 발명했기 때문에. 바로. 인생이란 (포장을) 벗겨보나 말거나 아름다운 것. 뭐시라고? 혹시 인생이 아니라 사랑 아니야? 알 게 뭐야. 복숭아 씨나 살구 씨나. 그런데 그게 다 욕망의 불만족을 묵과하기 때문인가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가능한 소망 충족이 무엇인고 하니. 뭐였더라?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뭘 해도 재미없기 때문에. 따라서 본 게임이 임박하지 않은 것을 알았으니 차분해야 하는데. 깜짝 놀랄 만한 흥분감을 기대하지 않아도 좋은데.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나! 아마 그게 다 쓸 데 없는 상상에 기력을 과도하게 소진하였기 때문. 하여 즉위한 지위는 허당 중의 상허당. 이제 슬슬 행운이 찾아올 때가 됐는데 아무도 사랑의 노크를 하지 않음. 그래? 그러라 그래. 그러고 보니 NB도 웃음을 잃어버렸다. 어쩐지 운명적인 사랑에 관심 없더라. 때문에 내가 남이냐 라는 잔소리 들을 일 없어 퍽 다행스럽긴 한데. 별과 바람처럼 익숙한 신비함과 아름다움은 하필 막연하다는 점. 아쉽다면 아쉬울 따름. 그 때문에 애석할 듯 아닐 듯 그는 말수가 더 없어졌다. 부쩍 조용해졌다. 이래서는 명작을 고대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그래서 그는 일단 아지트에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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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아지트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이 잠겨있네? 하여 그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제 깨달았다면 너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을 테지만 뭐랄까 이미 알고 있었다고나 할까? 자기는 김 빠진 맥주 같은 남자라는 걸 말이다. 사무실 도착. 
    어? 그런데 저 작은 카펫을 진짜 자기가 언제 깔았던가... 수상쩍었다. 설마 진짜로 저걸 들추면 비밀문이 있는 거 아냐? 들춰봤다. 당연히 없었다. 그래서 만진 김에 카펫을 똑바로, 사무실 구도와 평행하도록 맞췄다. 그랬더니 하필 딱 동시에 그림이 삐딱하게 수평을 잃었다. 저건 또 뭐야! 그림이 언제부터 갸우뚱 기울어있었던 거지...! 언제부터가 아니라 방금인데... 그러면서 그는 그림의 수평을 맞췄다. 그랬더니 다시 카펫이 처음 모습으로 복귀했다. 뭐야, 이 둘이 사귀나? 일부러 나보고 힌트를 주려고 이렇게 연관된 건가! 그래서 그는 스피커로 카페트를 눌렀고, 그 상태에서 그림의 수평을 맞췄다. 
    그랬더니 동그란 시계의 중심 부분 동그라미가 번쩍번쩍했고. 다음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의 직사각형이 커졌다 작아졌다 커졌다 작아졌다 그랬다. 그 다음으로 저기 저 인형의 귀걸이, 그 삼각형에서 레이저가 나갔다. 그럼 그 레이저가 도착한 방향은 어디냐? 저쪽 손거울에 반사된 다음, 빛의 도착지는 NB의 이마였다. 그 레이저를 맞고 나니 NB의 이마에 눈동자가 생겼고. 그 이마에 나타난 눈동자가 무슨 문짝처럼 딱 열리더니 그 안에서 뻐꾸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효과음을 들려주는데. 그렇게 시간은 정지됐다. 물론 NB와 도플갱어의 주관적 시간일 것이다. 그러자 NB의 머리 즉 눈썹 수평선의 끝부분을 축으로 하여, 그의 머리가 열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은 NB가 나왔다. 
    그 작은 nb는 컴퓨터 앞에 앉아 엄청난 해킹 작업을 했다. 그렇게 약 1시간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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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nb는 열려있던 큰 NB의 머릿속으로 다시 들어갔고, 그렇게 들어가면서 열려진 NB의 뚜껑을 닫았다. 그러자 다시 큰 NB는 제정신을 차렸다. 
    어,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그때 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보니 친구들이 그를 보고 있었다. 
    에드워드, 찰리, 케빈, 더글라스, 잭, 제라드, 스티븐.  
   「연락도 없이 갑자기 웬일이니? 어디 놀러가려고? 나도... 갈까?」
    그런데 평소와 달리 녀석들은 말이 없었다. 
   「왜 말이 없어? 그런데 왜 날 그렇게 쳐다보니... 내가 더운땀을 흠뻑 흘리는 걸 꼭 보고 싶냐?」
    녀석들은 그때 각자 들고왔던 가방을 그 앞에 내려놓고 말없이 그대로 모두들 돌아갔다. 
   「야. 야 임마! 그냥 가? 이 자식들이... 내가 아이스크림 사줄까? 뭘 원하는데,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저 자식들이...」
    근데 이 가방들은 다 뭐지? 죄다 비싼 가방들인데...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디올, 베르사체......! 
    여자들이 좋아하는 이런 가방에 대해 녀석은 일가견이 없었다. 다만 그 가격이 비싸다 정도는 알고 있었고, 또 동전지갑이든 이따만한 가방이든 생각보다 가격은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라는 배경지식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딱 봐도 이 가방들은 특수품이자 한정판이기 때문에 아주 비싸지 않을까 라는 예측, 가능했다. 그런데 여기 뭐가 들어있는 거지? 그러면서 그는 그 가방들을 열어봤다. 안에는 모두 레고 머리가 들어있었다. 엄청 큰 레고머리! 그리고 뭐 이렇게 죄다 무거워? 당시 그의 눈에는 그게 레고 머리로 보일 수 밖에 없었나,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작은 NB한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우리가 어찌 알겠나. 일단 녀석은 그 무거운 가방들을 사무실로 옮겼다. 낑낑대며 겨우겨우! 
    사무실에 옮기고 난 다음에 쪽지를 발견했다. 이런 장난 치지 말라는 둥 다시 보지 말자는 둥! 뭐야 이거? 전화해서 통화하고 나니 알게 됐다. 누군가 녀석들한테 이 가방들을 전달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조사하고 나니 NB의 의뢰였다나 뭐래나. 뭐? 자긴 그런 의뢰를 한 적이 없는데. 그럼 또 누가 자기를 부르는 거야, 부를 꺼면 그냥 1 대 1로 대면하든가. 아니면 뭐 직접 찾아오는 거 체면이 허락치 않는다는 건가? 대체 나와 뭘 하자는 건지 그는 도무지 감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그 레고머리를 살펴보니 모두 귀걸이를 하고 있었고, 그 귀걸이의 일련번호와 몇몇 내용들을 조합하고 맞춰보니 어떤 웹사이트 주소를 암시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딱 인터넷 창을 켠 다음 주소를 입력했다. 
    www.google.com  
   아, 아니구나. 잘못 입력했네. 그는 그런데 자기가 뭘 입력하려고 했는지 까먹었다. 그럴 수 있다. 그때 큰 NB가 아니라 작은 nb. 그 녀석이 속에서 꿈틀꿈틀했다. 그러자 밖으로 나타나지 않았던 NB의 이마 눈동자가 잠시만 번쩍번쩍하더니 불빛은 사라졌다. 그렇게 NB는 웹사이트 주소를 입력했다. 
   www.thisisneverthatandthisismine.com
   그렇게 녀석은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숨겨진 비화도 읽었다. 세밀한 구조도 다 파악했다. 왜 이렇게 돌고 돌아 무거운 가방들이 자기한테 전달되었는지 이제 이해했다. 그리고 배후에 누가 있는지, 그건 몰랐다. 그러나 그는 왠지 모르게 멋져보여야 한다 라는 자기 암시 때문에 아는 척했을 뿐.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단지, 레고 페스티발에 제 발로 찾아오면 이 가방들을 모두 조용히 처리해드리겠다는 정도만 눈치챘을 따름. 시간이 없었다. 달리 할 일이 밀려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 레고 페스티발로 찾아갔다. 





    6

    레고 페스티발에 도착. 1시간 걸려서 왔는데... 뭐 이렇게 조용하지? 아무도 없잖아. 설마 잘못 알고 왔나... 알아봤더니 제대로 왔다. 뭐야 이거? 뭔가 헛것에 홀린 듯한 기분, 느낌 쎄해서 그는 친구들한테 전화로 물어봤다. 너네들 그 가방을 왜 나한테 주고 갔냐고! 그런데 친구들은 전부 그런 가방을 주고 간 사실이 없다네? 뭐야 이거! 그는 뭔가 아차 싶었다. 그래서 재빨리 자기 사무실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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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로 뛰어들어와보니 그 가방들은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거야? 그런데 컴퓨터는 왜 켜져 있지... 누가 왔다 갔나? 설마 아는 동생들이... 좋으면 좋다고 할 것이지. 아 글쎄 만나달라고 하면 다 만나드린다니까 그러시네. 그러니까 미리미리 친교를 위해 데이트도 하고. 드라이브도 갔다가. 응? 그런데 여긴 무슨 사이트지...
    드래곤 라자. 원작 그 이상의 감동. 
    D-Day 카운트 다운... 째깍째깍...
    일정: ......
    (링크) 사전예약 바로가기
    당신의 판타지가 이젠 내 손에서 다시 펼쳐진다... 어쩌고저쩌고........
    판타지가 이젠 뭐가 어쩌고 어째? 놀고 있네. 그는 웹사이트를 당장 껐다. 
    그렇게 그날 일과는 별일 없었다. 오늘 일은 여기까지, 라면서 그는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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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은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집 앞에서 누가 기다리네? 누구지? 설마, 나를? 점차 점차 다가오더니 그 낯선 아저씨는 정말로 말을 걸었다. 
   「형씨 가방을 돌려주시오.」
   「네? 무슨 가방이요?」
    다음 대사는 생략한 채 낯선 아저씨는 후드모자를 벗었다. 그러더니 웬 돼지머리가....! 근데 이거 삶은 거야 쌩짜야? 특수효과를 위해 제작된 뭐 그런 건가?
   「형씨 그 가방에 중요한 게 들어있을 텐데.」
   「난 모르는 일이오.」
   「저는 아직 이승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오. 저뿐만이 아닙니다.」
   「그럼 혹시 저승의 비밀을 아십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모른다! 그럼 나도 가방의 행방을 모르오.」
   「정말 이렇게 나올 거요?」
   「당신 누가 보냈어?」
   「당신이야말로 그 능청 누가 시켰어? 어서 말 안 해?」
    그때 NB의 이마에 숨겨진 눈동자. 그건 ┼로 또 X로 막 살짝 반짝였다 사라졌는데. 
   「재수없게!」
    그러면서 그 낯선 아저씨는 조용히 사라졌다. 쟨 또 뭐야?





    7

    녀석은 오늘 미술관에 들렸다. 전시된 작품들이야 자기도 그릴 수 있다면서 거드름을 피울까 말까 하던 중. 야외 설치미술이 눈에 띄었다. 근데 모니터에서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됐다. 저게 뭐야? 눈썹 수평선의 끝부분을 축으로 누군가의 머리가 문처럼 열리고, 거기서 피규어가 나오는 모습. 
    그때 갑자기 어떤 숙녀가 아는 체를 하는데. 어디서 봤더라... 아하! 마술사의 미녀 조수구나. 
   「오빠. 저 아시죠? 난 또 누구라고! 여기서 우연히 만날 줄이야. 오빠가 은근 내 마음을 잘 아는 건가? 아니면 내가 은밀히 오빠를 미행한 걸까. 어쨌든 우리 인연, 완전 남남은 아닐 거 아녜요. 안 그래 오빠? 오빠 보고 싶었던 아가씨를 만났는데 반가운 척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왜 말이 없어! 이 오빠 너무 내성적인데. 설마 가짜로? 내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요. 이게 다 오빠를 위해서. 뭐 나는 생색낼 줄 모른 줄 아시나. 허허허허허. 좌우지간 내가 원래 말수 없는 여자는 아닌데. 오빠 앞에서 내숭떨 시간도 없고. 수줍은 척 연기해서도 안되고. 상황이 딱 그렇게 되었으니. 고로 내 할 말만 딱 건네고 떠나겠수다. 아시겠소 마술쇼 관객 양반? 어허, 근데 진짜 말이 없네. 왜, 내가 매력 없어? 설마 나 사귀기 싫어서 그래? 실망이네. 난 반가운데. 솔직히 좋아. 기쁘다고. 응? 여자가 뭐 이렇게 스스럼없이 고백하기 쉬운 줄 알아! 그러지 말고 그냥 오빠 사는 집 어떻게 생겼나 가봐야 하나. 말 나온 김에 미루지 말고 당자? 일단 생각 좀 해 보고...」
    ~라면서 3박4일 쉬지 않고 떠들 것 같던 그녀. 중간에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왜냐하면 그녀는 급한 일이 있다면서 갑자기 웬 가방을 맡기면서 가버렸으니까. 근데 이 가방은 뭐지?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보테가베네타...과 다름없는 가방인데. 대체 안에 뭐가 들어있는 거지? 그리고 그걸 왜 자기한테 맡긴 체 그녀는 떠나가고. NB는 당황스럽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열어볼 수도 없고... 혹시 이걸 누구한테 전달해주라는 건가? 그런데 누구한테! 그렇다고 그녀를 알긴 아니까 또 그냥 여기 놓고 갈 수도 없어서. 그래서 그는 그냥 그 가방을 들고서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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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도착. 얘를 대체 어떡하지? 설마... 안에 혹시 다이아몬드, 초호화 보석, 황금으로 치장된 레고 머리가 들어있는 거 아냐? 궁금하긴 하나 왠지 무서워서 열어볼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극장 입구에 놔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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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똑같은 가방을 든 사람들... 인파는 점점 늘어만 갔다. 게다가 그 사람들도 NB처럼 자기 밖에 없겠지 라면서 왔는데 똑같은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들을 보며 당황한 기색. 그렇다고 겉으로 흥분감을 표출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그렇듯 자연스럽게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누가 먼저 통 나서지를 않는데. 그럼 쟤네들도 죄다 나처럼 가방을 조용히 몰래 놓고 가기 위해서 온 건가? NB는 잔머리 겁나게 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떡하지? 이제 정말 어떡하지? 그냥 여기서 확 열어볼까? 그러다 사람들은 슬슬 자리를 뜨는 듯 보였다. 그래서 NB도 일단 후퇴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했고, 그렇게 사무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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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 도착. 그는 컴퓨터를 켰다. 
    www.thisisneverthatandthisismine.com 에 들어갔다. 그런데......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www.thisisneverthatandthisismine.com에 오타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철자가 올바르다면 Windows 네트워크 진단을 실행해 보세요.
    DNS_PROBE_FINISHED_NXDOMAIN
    어느새 그 사이트는 도메인을 차단시킨 것 같았다. 이런 젠장! 
    그래서 그는 그럭저럭 빈둥거리다가 낮잠을 잤다.





    8

    다음으로 녀석 눈썹 수평선의 끝부분을 (큰) NB 머리가 문처럼 열림. 거기서 (작은) nb가 튀어나옴. 
    ↓
    (작은) nb는 가방을 냅다 열어서, 내용물을 막 게걸스럽게 먹어버림. 가방은 내버려둠. 다는 아니고 1/5 정도 남겨놓음.
    ↓
    (큰) NB가 깨어나 열린 가방을 보며 허탈. 허망. 허무. 망연자실이라고나 할까? 모종의 환멸감도 없잖아 있었고. 깜짝 놀라서 뜬금없는 공포심에 부들부들 떨었음. 
    ↓
    그렇게 며칠이 지남. 그는 평소처럼 집과 사무실만 왔다 갔다. 그리고 가방은 사무실 구석에 그대로 내비둠. 그런데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가방이 커져만 간다는 사실을 모른 체 지냄.
    ↓
    어느 날 보니 가방은 처음 크기보다 최소 5배는 커졌는데. 열려진 상태로 내버려뒀던 가방, 그 안에는 어딘가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보임. 그는 가방 속으로 들어감.
    ↓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일단 여기까지 드라마로 만들어진 상태일까? 아니다. 왜냐하면 모두 사실이니까. 그렇게 들어가서 어딘가 광장에 도착했는데. 이번에는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인파를 만나게 됨. 저번에 가방만 들고 있던 사람들을 만났던 장면. 거기서 가방만 없는 상태. 그럼 이 사람들도 모두 NB처럼 여기까지 온 건가? 알 수 없음.
    ↓
    그래서 그는 그 가운데 누군가, 유난히 자길 끌어당기는 듣한 누군가를 미행하기 시작함.
    ↓
    그렇게 도착한 장소는 웬 레고 동네. 알고 봤더니... 이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감 안됨. 결국 동네가 아니라 레고 나라? 레고 세계! 아니 어떻게... 건물과 집들이 죄다 레고 머리 모양이라니. 그럼...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건가? 그는 섬뜩해짐. 
    ↓
    도플갱어 즉 (작은) nb는 언제 탈출한지도 모르게 탈출했음. 따라서 녀석 사무실에서 (작은) nb는 핸드폰으로 레고 세계에서 허둥대는 (큰) NB를 보며 좋아함. 웃김. 즐김.
    ↓
    그러던 어느 날. NB는 개고생을 이겨내고 복귀에 성공. 그렇게 딱 사무실 문을 열었는데. 그랬더니 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하면 아무도 없었음. 그런데 갑자기 그는 누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오빠~ 가방에서 나와~!" 
    뭐,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아닌데, 제대로 들은 거 같은데.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는 정말로 가방에 있었다. 놀이공원에 있는 귀신의 집처럼, 가방의 집이라는 게 있었는데. 
    놀이공원 바깥에서 통 나오지 않는 녀석을 보며 친구들이 소리쳤던 것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저기 바깥에 보이는 밝은 빛을 향해 그는 계속 걸어갔다. 그렇게 딱 바깥으로 나갔더니, 그곳은 놀이공원이 아니었다. 
    밝은 빛, 그건 사무실 LED 조명발이었다. 그때 갑자기 그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정말로 자기를 누가 애타게 불렀기 때문에. 
   "오빠~ 오빠도 가방으로 들어와~"
    알고 보니 소파 앞, 탁자 밑, 거기에 저번에 봤던 그 가방이 있었는데. 
    그 가방은 실제 크기. 그리고 사람이 머리부터 들어가면 딱 알맞은 크기. 그럼 깊이는? 
    그는 심연을 못 짐작할 그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자기도 모르게 그 목소리의 정체를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래서 그는 어떻게 됐을까?
    일단 (작은) nb는 녀석을 그 정도까지만 유인했고, 그 다음은 일단 드라마로 제작된 다음에! 





    9

    그가 진정 짝사랑복의 부활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좋든 싫든 꽃 들고 애원하는 숙녀가 없다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퇴짜 맞을 구애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건가? 물어보나 마나 답은 뻔하다. 핑계 대회 출전 자격은 박탈된 셈이니까. 고로 사교계의 지지를 받지 못한 꼴. 그러니 잘나가는 나이트클럽 입장 역시 불허. 다만 우연찮게 그런 불합리함이 일하기엔 이익이요 놀기에게만 매정이라는 점. 당연히 퍽 동의하기 싫겠지. 그래 봤자 좋지 않은 사정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형편이 이러하니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의 불만은 점점 커져만 갔다. 심지어 걘 초능력이 불가능한 현실을 용서해버렸다. 안 그럴 수가 없거든. 고로 자유를 박탈당한 운명에 항복한 셈. 결국 인생의 흥미는 쇠퇴했다. 뿐만 아니라 정력마저 감퇴? 말도 말자. 왜냐하면 우선 탐욕부터 싸늘하니까. 그렇다고 기회는 흔한가? 뭘로 봐도 잔기술 역시나 바닥났다. 그런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지어내겠나. 그 때문에 희곡 일감도 싹 끊겼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놀기 딱 좋은 호시절은 바로 지금인데. 좋게 봐서 그렇다는 말이고. 그럼 속사정은... 넘어가는 게 좋겠다. 아무도 관심없으니까. 아아 그처럼 그는 행복한 웰빙에서 자꾸만 멀어져가는데. 그러다 갑자기 드디여 회심의 역전타를 때릴 수 있을까? 순위쟁탈전은 커녕 복수전 기회마저 박탈당할 정도로 고인물. 그러니까 야망 없는 남자는 가난으로 징벌받는 거네. 아니라고? 아니면 아니고. 그러든 어쩌든 녀석은 도둑 못 지키는 개요, 쥐 안 잡는 고양이 신세. 그러다 뜬금없이 꿈이 생겼다? 옛날에도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그럴 리는 만무. 의심의 여지 없이 고독한 도시의 사냥꾼으로 완벽히 정착. 그런데 어떻게 지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미녀들 잔치에 초대받겠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겠지. 그래서 마침내 홀로 모험 여행을 떠날까 하는데. 가 봤자 별거 없다며 변심한테 져버릴 텐데. 바로 그때 친구한테 전화와서 자긴 낮에는 사교계 밤에는 화류계에서 노는데 넌 어떻게 사니? 라며 안부를 묻는 우정조차 없었다. 그 때문에 패션계 아는 동생들한테 전화를 걸어보는데 전화번호 다 바뀐지 오래. 모든 교류는 멈췄다. 친분도 다 끊겼다. 통장잔고도 없다. 오락산업한테도 배신당했다. 그러니 미소가 썩지 않을 수 있나. 이게 다 평생 병풍만 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릴 때 이제사 뒤늦게 주인공병. 그럼 정말 지금은 누구도 진한 사랑에 열광하지 않는 시대인 걸까? 통계를 보아하니, 됐다. 한송이 꽃을 봐도 감흥은 없고, 여인의 향기마저 별 감정없는 지금. 그는 생각했다. 쥐 잡는 데는 천리마가 고양이만 못하다고. 그런데 여기서 쥐는 뭐고 고양이는 누구일까? 하다 하다 이젠 시인이 됐네. 잘한다 잘해. 살다 살다 이런 바보가 실제할 줄이야. 그럼 이제 마침내 미칠 차례만 남은 건가, 아니면 벌써 미친 건가!? 헌데 무엇에 대해! 또 전망이 어두운 미래를 굳이 꼼꼼이 예견하기조차 다 귀찮아졌을 것이다. 안 봐도 뻔하니까. 고로 결국 그에게 남은 비책, 숨겨진 카드는 결국 그거 밖에 없었다.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 무조건 밖으로...! 그런데 이게 어디 NB만의 근황일까 하면 아니겠지. 자, 그럼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만 하는 걸까? 놀이공원, 동물원, 미술관, 극장식 카바레, 빠...가 아니라. 언젠가 우리를 희망찬 낙원으로 보내줄, 그 어떤 궁금한 내일일 거라는 점. 부정할 수 없어 안타깝지는 않은데. 가엷은 인생이 미련한 애정을 포옹하든, 몰래한 사랑이 드라마 장르를 바꿀지는 찬찬히 지켜볼 일. 두고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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