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포영화를 볼까 미래의 운명을 점처볼까. 개인적 행복만 추구하느냐 사랑스러운 연애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느냐. 그런데 가슴 뭉클한 사연을 새로 만드는 것도 벅찰 게 뻔하다. 그러든 어쩌든 바보 같은 여행은 계속됐다. 삶이 섬뜩하든 인생이 엉뚱하든 얼마만의 자유인데. 그런데 여기까지와서 옛 정부를 만나겠나 그때 그 애인이 쫓아올 리 있겠나. 새로운 숙녀도 관심없다. 나는 어떤 수도승처럼 무엇에도 애착을 갖지 않게 되었으니까. 뭐야 벌써 시인이 된 거야? 부정할 이유도 없다. 그래도 뭔가 유쾌한 일 없을까 생각해봤는데. 없다. 그러지 말고 오페라를 보러갈까 아니면 축구장에 가서 고함이라도 지를까.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라 난처했다. 기쁨고 들뜸과 흥분도 어느새 가라앉은지 오래. 허나 이 불안한 떨림은 대체 뭐란 말인가. 아마도 웃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좌우지간 시간은 잘간다. 하긴 못 갈 게 뭔가. 그렇긴 한데 왜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 거지? 꼭 복귀 욕구가 없다 까지는 아니지만. 뭐랄까 도시의 삶이 뭔가 피상적이라고나 할까? 그럼 딴 사람들은 안 그렇게! 이건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없이 뭘 해도 재미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말로 늙었다? 이런 젠장! 허나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에서 외계인을 만났냐 못 만났냐, 만났을 리 있나. 이러니 방황은 거부할 수 없었다. 물론 나는 어른들의 권태를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하겠지. 허나 타인이 내 성감대를 궁금해하도록 관여할 수는 없는 법. 뭐? 아무래도 이게 사교가 망가졌기 때문인 듯 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알아서 뭐 하나. 차라리 허접한 감성을 끌어올리는 게 나을 것만 같았다. 아니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환상은 끝나버렸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연애론은 물론이요 사람들과 사귀는 법도 잊어버렸으니까. 그럼 이제 어쩌면 좋나. 어쩌긴 신비로운 UFO를 찾아 탐험해야지. 그런데 어디 가서! 그러니까. 때문에 나는 전례없는 새로움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비밀은 없을까? 재미없는 열린 결말만 남은 듯 해서 찜찜할 따름. 그렇다고 지금 와서 성과만 추종할 수도 없는데.
그러던 어느 날 뭔가 의뭉스러운 발단이 내게 찾아왔다. 그건 무엇이냐, 날마다 여러 사람이 내 옆을 스쳐지나가면서 한 발음을 내게 쓱 흘렸다는 점. 이를 테면
첫째 날, 스
둘째 날, 너
셋째 날, 프
말을 걸지도 않고. 공원 의자에 앉아있으면 옆에 자리잡고서 혼잣말을 하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통화하는 듯이. 꼭 나한테 뭔가 알려준다는 것처럼. 그렇게 하루에 여러 명이 한 음절씩 속싹이길래 뭔가 했다. 그런데 그게 며칠 계속되니까 우연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단어가 왜 하필 그랬는지. 어쨌든 넷째 날부터는 잠잠했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는지 아니면 뜸을 들이는지 몰라도. 나중 제의가 은근히 발생한다면 받아들일 건가 말건가 고심하라는 뜻이었을까? 그렇게 주말이 되어 나는 근처 바닷가 해수욕장을 찾았다. 전망 좋은 자리에서 적당히 구색을 갖춘 다음 일광욕을 하는데. 아 글쎄 조용하던 바람잡이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언제 다가온지도 모르게 다가와서 슬쩍 건네는 말이.
「받으시겠습니까?」
「네?」
「제가 들고 있는 USB를요. 이게 뭘까요? 아마도 아실 것 같은데.」
「글쎄요. 그걸 제가 무슨 수로 알겠습니까.」
「좌우지간 간략히 말씀드리죠. USB 안에는 딱 한 개의 동영상만 있답니다. 그 동영상을 틀면 재생이 끝날 때까지 컴퓨터의 모든 기능은 말을 듣지 않죠. 뿐만 아니라 반경 몇 킬로미터의 프로토콜 자원을 제어하는 통신소이자 방화벽 기지로 작동하는데. 더 자세한 내막은 말씀드릴 수 없고. 그 동영상이 끝나면 USB는 내부 회로가 망가지면서 알아채지도 못할 정도로 안에서만 폭발합니다. 말하자면 딱 한 번만 시청할 수 있다는 거죠. 여기서 옵션 2가 있는데 이건 거기서 발전한 것으로 한 번 동영상을 본 다음에 재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 다르죠.」
「당신은 누구시죠?」
「그건 알 필요 없겠죠. 어때요, 생각있습니까? 가격은 최신 아이폰 가격과 동일하죠. 드라마와 영화에서 봤던 것과 달리 가치가 턱없이 소소하긴 하죠? 그래서 의심해볼 만 하건 알겠는데. 밑져야 본전 아닐까요? 굳이 이렇게 은근한 제의를 주고 받게 된 시점에. 최근 AI의 발전에 대한 어느 SF 작가의 소회를 인용할 것까지도 없이. 미래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앞날이 벅차든 눈부시든 그건 모르겠고 일단 눈앞의 쾌락을 마다하기 싫으신가요. 어찌 됐든 그대가 AI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해도 꽤 골치아플 거라는 점. 대충 짐작은 가능하겠죠. 자, 긴말 필요없이 말로만 듣던 동영상. 가감없이 보고 싶은 욕망을 부채질하기 시작하진 않으시겠지만. 아마도 거절한다면 나중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있나요? 앞서 말했듯이 속는 셈치고 물물교환을 하는 게 어떨까요.」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처음에 그분이 롤스로이스를 타고 와서 뒷자리에서 문을 열어줘서 내리길래 보는 둥 마는 둥 했는데. 내게 말을 걸었던 사람과 동일 인물임을 눈치채고. 어떻게 된 게 내가 장지갑을 마련한 뒤로 빳빳한 현금을 그 정도 가지고 다녔다는 게. 아마도 현실에서는 우연이요 허구적으로는 첩보일 수 있으나. 결론만 말하자면 해수욕장에 가지고 갖던 맥북에어로 즉시 그 USB 안의 동영상을 재생해봤는데. 그건 스너프가 아니라 스머프 영상이었다. 뭐? 이런 젠장!
그러다 한달이 지났다.
이번에도 매일 슬쩍 정보를 흘리기 시작하는데.
첫째 날, 스머프 공원에 가보자. 갑시다. 가볼래? 가보쇼. 거기 안 놀러가고 뭐해유? 등등.
둘째 날, 스머프 공원에 가보면 누군가 다가오는데. 그렇게 만나 어쩌고저쨌다 라는 얘기.
셋째 날, 스머프 동영상 1,000개를 봤는데. 관련 유튜브를 모두 뒤져봤는데. 어떻게 어떻게 이상한 걸 누가 봤다더라.
그래서 나는 결국 스머프 공원으로 발길을 돌리고야 말았다.
2
나는 오늘 스머프 공원에 도착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스머프 마을의 비밀을 캐내어볼까? ~라고 자신있게 기대감을 피력하면. 만약 그걸 누군가 엿듣는다면 당연히 간혹 험한 말 엄청 얻어듣기 딱 좋을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언젠가 게임할 때 정확히 그랬으니까. 허나 이렇게 분위기를 고조시켜야지 나중 또 엄살떨 근거가 마련된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는 점. 그렇긴 한데. 그렇지만 이게 너무 유난떤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발생한 일들이 장난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럼 이제 어두웠던 과거를 말끔히 만회할 만큼 신비와 환상과 모험을 일망타진하게 될까? 너무 앞서가지 말자. 그렇지만 나는 동시에 초월주의, SF, 미스테리와 스릴러 장르에 대한 예감을 차마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대체 언제 철들지? 대답은 회피하는 걸로 하고. 그런데 왜 갑자기 지난 영화감상 기억들이 회상되는 거지? 그럴 수 있다. 다만 태양광 패널에 빵구나는 소리 참을 줄도 알아야 어른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런 저런 잡념 기억도 못하는 사이 나는 어느새 스머프 공원 안내판을 보고 있었다.
내부 수리중이므로 약 3달 동안 문을 닫는다나 뭐래나! 뭐야?
나는 실망하기를 멈춘 다음 근처 뒷산에 올라가기로 했다. 운동 + 전망! 기분 전환에 꽤 괜찮을 테니까.
그렇게 초입부를 걷는 도중 웬 고상한 여인이 내 옆에서 걷고 있다는 걸 나중 눈치챘다.
「아저씨. 제 남편 좀 찾아주세요. 제 남편이 글쎄 우리집 하프시코드를 박살낸 다음 가출했거든요. 특별히 화낼 이유도 없었어요. 평생 부부싸움 한번 해보지도 못한 사람이거든요. 근데 이 양반이 최근 왜 이럴까요. 부쩍 짜증이 많아지더니 글쎄 부부관계까지 거부하네요. 초면에 이런 얘기까지 꺼내서 죄송하긴 한데. 실례지만 오빠는 우리 남편과 뭔가 느낌이 많이 닮았다고나 할까요? 왠지 모르게 바로크 사람 기분이 들거든요. 그야 어쨌든 나중 왜 내 남편을 못 따라가서 내 남편이 딴년과 놀아나게 만들었냐 따지지는 않을 테니. 놓쳐도 좋으니까 그래도 잘 감시해주시겠어요? 사례는 충분히 해드릴께요. 전 가진 게 돈 밖에 없는 여자거든요. 무식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친구도 없고 돈을 쓸 데도 없으니까요. 이상하게 나이가 들어 변한 게 뭐냐면 뭘 가지고 싶지가 않아요. 만약 이런 내가 오빠와 연애하면 이런 권태를 치유할 수 있을까요? 괜한 궁금증 망측하기도 해라. 저기 보이시죠? 어서 저 냥반을 곧장 따라가세요.」
이러면서 슥 빠지는데 글쎄 그녀는 뒤로 내뺐고 앞서가는 그녀의 남편은 유독 발걸음이 빨랐다.
그런데 그녀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난 동의한 적 없지만 답변할 기회가 있었어야지.
나와 직관된 일이라면 무시하든 개입하든 할 텐데. 어정쩡허니 중간에서 멈추기도 그렇고.
그렇지만 어차피 가는 길이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남편을 따라가기로 했다.
한 30분 정도 경과했을까?
남녀 성비가 균등할 뻔하다 여자쪽이 좀 더 많은 모임이 휴식하고 있길래. 나도 근처에서 쉬기로 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마음도 없고 맛난 음식을 권한다면 사양할까 말까 고민할 예측도 하지 않았다. 그때 다른 일행이 뒤따라와서 사진을 찍어달래길래 가볍게 사진을 찍어줬는데 글쎄.
「오빠 저기 저 리얼돌들은 뭐지? 설마 예술작품일까?」
「누가 버린 거겠지.」
나는 옆에서 이분들 대화를 엿들은 다음 깜짝 놀랐다. 앞서 남녀 성비가 어쩌고저쩌고 그분들이 글쎄 죄다 마네킹이었다고? 다시 보니 정말 그랬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때 이 커플은 내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근데 아저씨 저 인형들 혹시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않으셨어요?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서요. 저희도 얘기 듣고 알았어요. 이곳에 오면 환영을 본다나 뭐래나. 그 때문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대요. 오히려 대부분이라던가. 하긴 우리도 그래서 온 거긴 하지만요. 그래도 그 환각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당부받은 정보가 있어서 우리는 헛것이 보이지는 않죠. 공원에 있는 약수터 물을 마시지 마라. 자판기 음료를 먹고 싶어도 참아라. 특히 전날 근처에서 절대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 그 외 또 몇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그대로 따랐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부러 그걸 경험하러 온 게 목적인데 그 충고들을 따르면 어떡하자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오히려 이분께 우리가 세이렌이 되는 건가?」
말만 걸었지 지들끼리 몇 마디 나눈 다음 이분들은 서둘러 먼저 떠났다. 뭐야 이거! 여기 괜히 온 거 아냐? 나는 망설였다. 발걸음을 돌릴까 말까. 아무래도 더이상 흥미로운 전개는 없을 듯한 예감. 믿지 말까? 그렇지만 지루한 발단만 내내 지속되다가 갑자기 황홀한 절정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역시나 기대는 실망으로 끝났다. 하긴 세상 그 무엇도 환상적 기반에 근거하여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설마? 이럴 줄 알았다면 내부수리중이라는 안내판을 본 다음 발걸음을 놀이공원으로 돌렸여야 옳다. 그래? 지금이라고 늦지 않음. 그렇게 딱 놀이공원으로 출발하려던 순간 어쩐지 엉덩이가 따끔거리다니. 이거 뭐지? 그렇게 뭔가 이상함을 인지하자마자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왜냐하면 누군가 내 엉덩이에 삼지창을 푹 쑤셨기 때문이었다.
3
내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어떤 여인이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언뜻 봐서는 이십대 숙녀 같은데 찬찬히 그녀의 인생을 가늠해보니 소녀인 듯 보이기도 하고. 다시 청초한 그녀의 낯빛을 감상하자니 젊어보일지언정 30대 후반을 지나 어쩌면 40대 어느 즈음일 것 같기도 한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래도 잠깐 현 상황을 설명하자면 그녀는 웬 노트북으로 나를 찍고 있었다. 동영상인지 사진인지 몰라도 간편한 핸드폰을 놔두고 왜 하필? 그야 그녀 소관일 테고 살다보면 일부러 그러고 싶을 때가 있을 수 있으니까 이해는 하는데. 근데 왜 이따금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이런 배역과 마주쳤는지 의아해해봐야 뭐 하나.
「어머! 정신차리셨어요? 이 노트북이 당신의 정력을 저하시키지는 않을 테니 걱정마세요.」
「깜빡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사람한테 건넬 첫마디로 꽤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때요? 아저씨가 회사에서 만년 승진 못해 직업을 그만뒀는지 여기 저기 막 돌아다니기 바쁜 플레이보이일지 알 게 뭐예요.」
「그대는 혹시 평범한 대화에 대해서라면 신물이 났나요? 그게 본캐릭터에요 아님 부캐인가요?」
「그게 왜 궁금한데요! 오빠야말로 왜 우리가 갑자기 말을 섞게 됐는지 알고 싶어해야 하지 않나요?」
「그야 그런데. 아직 아무 생각이 없군요.」
「그럴 수 있어요. 아저씨 같은 사람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지는 않지만.」
「그건 또 뭔 얘기죠?」
「몰라도 된답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을 테니까요. 어쨌든 왜 정신을 잃게 됐는지 기억나세요?」
「네. 누군가 내게 장난감 화살을 쏜 거 같아요. 애들이라면 큐피트겠거니 하겠는데. 하긴 상대가 누군지 알 겨를이 없었죠.」
「그런데 오빠 얼굴이 점점 파래지는 거 모르시죠?」
「네?」
「봐봐요. 자, 핸드폰으로 비춰줄께요. 흐흠. 그렇죠? 어떻게 사람 피부가 이럴 수 있죠?」
「그거야말로 제가 묻고 싶은 질문이군요.」
「그러게요.」
「근데 이건 일시적인 증상일까요 아니면 말도 안되는 영화 같은 현상일까요!」
「그야 두고 보면 알겠죠. 어머머 어쩜 좋아 어쩜 좋아! 오빠 코가 동그래지고 있어요. 코 뿐만이 아니에요. 흐흠. 자, 봤죠? 설마 제 핸드폰이 조작 아니냐구요? 그럴 리 있겠어요. 그럼 제 손거울로 비춰드리죠. 흐흠. 제 손거울 딱 봐도 변조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죠?」
「근데 이 손거울 어디서 샀어요? 아님 누구한테 선물로 받았나요? 누가 선물했죠? 설마 첫키스 기념으로? 아니면 이별여행 때문에? 근데 이별여행은 왜 떠나는 거죠? 한번 하자는 걸까요? 해요? 하긴 뭘 해요!」
「이 아저씨가 아직 제정신이 아닌가 보네. 보아하니 아마도 전생엔 마법사였을 테고 현생엔 난봉꾼이겠네. 그럼 다음 생엔 뭐지?」
「뭐요? 사람을 뭘로 보는 겁니까? 나는 그럼 남자가 아닙니다.」
「그야 내 알 바 아니죠. 어쨌든 전 바쁘니 이만 가야겠어요. 우리가 너무 친해지면 안될 것 같지 않나요? 그렇죠. 지금이 헤어질 시기라는 거죠. 잘있어요 오빠.」
「그냥 가면 어떡해요? 전 어떡하라구요?」
「앞서 말했잖아요. 내 알 바 아니라구요. 다만 아저씨 핸드폰에 제 연락처가 찍혀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딴 남자들이 글쎄 한 천 명쯤 될려나. 그렇게 제 번호를 따고 싶어서 환장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오빠한테 처녀의 연정을 선사하는 것처럼 번호를 알려줄 줄이야.」
「정말 갈 꺼에요?」
그렇게 이름 모를 소녀는 가버렸다. 그래도 나는 그녀를 쫓아갈려고 시도는 해봤다. 그런데 만화영화 스머프에 나오는 것처럼 내 팔과 다리와 몸 전체가 둥글게 변해버렸으니. 그녀를 쫓아갈 수가 없었다. 뭐 적응하면 나중 괜찮아지겠지만 지금은 첫경험 아닌가. 그렇지만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변신은 대체 뭐지? 이걸 믿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볼 수도 없고. 어떡하지? 그렇다고 나랑 비슷한 스머프들만 사는 마을을 찾아나서는 것도 말이 안되고. 그런 세상이 존재하는지 안하는지 그걸 궁금해할 때도 아닐 뿐더러. 이렇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럼 사랑도 못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연하게 아니면 진하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왜냐하면 근처에 인간들은 없었지만 청력이 초인적으로 발달해서인지 막 멀리서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악당들의 얘깃소리들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시력은 또 얼마나 좋아졌는지. 더더군다나 저 멀리 보이는 동네 아저씨들이 죄다 가가멜처럼 보이다니! 이미 나는 스머프가 되어버린 건가? 무슨 이런 개뼉따구 같은 일이 다 있지?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옷으로 가리고 사람들을 피해서 별장으로 돌아오긴 했다. 그렇게 딱 숙소에 도착했더니 그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스머프 웹사이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대요. 저도 누구한테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채 하루를 못 넘긴다나? 그러므로 매일매일 스머프 웹사이트를 끼고 살아야겠죠? 스머프 그림도 그리고. 스머프 소식과 살며. 오늘은 스머프 마을에서 어떤 시트콤이 펼쳐졌는지 궁금해하는 건 물론. 스머프 마을의 전설. 스머프 개개인의 특징들. 스머프는 어떻게 성장하고, 사랑하며, 늙어가는지. 스머프는 쾌락을 어떻게 추구하는지. 그곳과 그들이 인간세상과 무엇이 같고 다른지 등등. 그걸 주의깊게 또 악기 연주처럼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면 인간의 육체가 스머프로 변하지는 않는다고 어떤 사람이 아저씨한테 알려주랬어요. 아셨죠?」
「무슨 이런 가가멜 눈썹 타는 얘기를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뭐야? 내가 이런 허접한 연출에 속을 줄 알아? 그리고 이게 무슨 해독제야? 미친 거 아냐?」
~라면서 나는 그녀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역시나 받지 않았다. 아니 근데 이건 설마 불치병? 이건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건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냔 말이야. 그렇게 나는 날이면 날마다 인터넷을 뒤졌다. 스머프북 닷 컴. 무슨 http://www.instagram.com 을 빙자한 스머프그램? 또 설마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있나 없나 살폈는데 그 웹사이트가 최근 나스닥에 상장을 했다니. 그래서 http://www.reddit.com 도 날마다 뒤졌다. 그러다 어떤 웹사이트를 알 게 됐는데. 혹시 해서 레딧 주식과 게임스탑 샀다가 망했네 어쨌네 글 쓰고 댓글 달면서. 여기 혹시 나랑 비슷한 사람 없나요? 라는 취지로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당연히 반응은 없었다. 있을 턱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귀찮아서, 게을러서, 뭔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서?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웠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와 같은 어떤 극심한 권태감에 말미암아 며칠 스머프 웹사이트 중독을 멈춰봤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알듯 커피를 끊었더니 어떻다더라 금단 증상 과정을 견디면 그 다음이 있다더라 어떻다는 둥. 그 상투적인 사실이 과연 내게도 적용되었을까? 처음에는 내 신체 일부분이 스머프로 변하는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 스머프 웹사이트를 날마다 들여다봐야 하는 압박감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뭐랄까 후천적인 운명? 이유? 뭘로 표현하든 일종의 해방이랄지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자유. 그에 대한 불이익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된 건데. 그런데 그러면 뭘 하나! 부작용이든 뭐든 만약 스머프 웹사이트 중독을 멈춰도 아무런 손해가 없지만. 그렇지만 그걸 이미 중단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고 말았는데! 뭐라고? 그럼 이걸 평생 지속해야 한다는 말인가? 일단 지금으로써는 그렇다. 물론 가까운 미래는 예측가능하고 먼 미래는 예상이 덜 쉽겠으나. 이건 앞날의 가정이 꽤..가 아니라 순수하도록 일관적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는 점. 물론 그게 크나큰 노고를 필요로한다든지 좋든 싫든 악취미의 폐해에 심신이 영향받는다든지 그와는 달리 별다른 영향은 없다는 점도 부정 불가능. 그렇지만 다만 그걸 평생지속이라니! 어떡하지? 특별히 어려울 건 없다만. 아무리 그래도 평생지속? 숨쉬고, 잠자고, 먹고 마시고. 씻고, 개처럼 싸고? 냄새 맡고 생각하고 감성과 이성을 쥐락펴락할려다가 웬 말괄량이한테 (그냥 말로써만) 된통 당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웃어서 더없이 좋긴 할 텐데. 그처럼 그냥 사는 일. 인생. 나이듦. 또는 좋게 말해 웰빙? 가난을 탈출하는 대가로 악마와 거래한다는 통속극 설정도 상상해볼 수 있다만. 뭘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있나. 단순히 젊음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것과 달리 아예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 어쩌면 뭔가 짠할 수도 있고, 혹시나 비인간적일 수 있을 것이며, 아마도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아득하다는 게 뭔가 마음에 걸렸다는 점. 결코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자유를 갈망하든지 해방을 원하든지 나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려고 시도를 반복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안됨. 근데 정말로 그때부터 내 삶이 서서히 가난에서 부유함으로, 뭘 해도 재미없음에서 약간씩 활기참으로 변화하는 걸 알게 됐다. 이건 완전 신기한 우연일 수도 있다만 무슨 복권 당첨번호 점지의 개꿈도 아니고. 난 그런 거 안 믿음. 그러든 어쩌든 이대로 갈 데까지 가보자 라는 빽넘버와 더 늦지 않도록 탈출해야만 한다는 대타 그 둘의 싸움. 그걸 지켜보며 웃고 울며 신나는 관전의 쾌락? 그게 아니라 그걸 결코 관망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기보다 시청자 감상자가 아니라 온전히 고대 로마 콜로세움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검투사의 입장. 요컨대 딴생각은 줄어들고 역시나 뭐든지 운신의 폭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점이 날 가만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백방으로 알아봤다. 지킬과 하이드 관점으로 봤을 때 아직은 지킬의 행동력이 하이드의 사고력이랄지 명령, 조종, 꼬드김, 유혹, 우리 리모콘 함께 누르면서 축제를 즐기자는 설득? 아직은 지킬의 제정신이 우세했기 때문에, 따라서 나는 과거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봤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어디에서? 아쉽게도 스머프 웹사이트에서! 그러다 어느 날 알게 됐다. 어딘가에 가면 박물관의 유물처럼 보관중인 가면이 있는데. 그걸 딱 쓰면 스머프 웹사이트 중독이 말끔히 해결된다나 뭐래나! 정말로 그럴까? 물론 믿거나 말거나일 것이다. 그러니 무작정 애처럼 장난감 사러 가는 마음보다 뭔가 가능성 높은 (웹사이트 게시글) 작성자의 글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다가. 어떤 작성자의 의견에 신뢰감이 부풀어오르다가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그분이 직접화법으로 야 만나자 그랬는지, 중간에서 누가 주선했는지, 아니면 내가 다가갔는지 지금 말해도 되긴 되는데. 그걸 못 알려줄 이유가 딱히 있다는 건 아닌데. 어쨌든 우리가 만났다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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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에 맥도날드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딱 나갔더니 핸드폰으로 알려왔다. 접선 장소가 스타벅스로 바꼈다고. 그래서 자리를 옮겼다.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당신 나 알아볼 수 있냐고, 우리가 이렇게 만나도 괜찮은 거냐고 그리고 뭐랬더라? 마음의 준비가 됐냐는 둥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는 둥. 이 냥반 멜로드라마 것도 옛날옛날 꺼 너무 많이 보셨네. 응? 안 만날려며 관 둬! ~라고 저속히 표현하자면 때려치울까 말까 살짝 고민했지만. 그래도 기왕 목적과 대의와 이것도 어쩌면 삶의 낙이겠니 라는 긍정적 사고 때문에. 상대의 주문에 따라 어디서 노란 모자를 급히 구해와서 그걸 쓰고 기다리는데. 뭐야 또 장소를 근처 베스킨라빈스로 바꾸네? 뭐 이번 기회에 오랫만에 아이스크림 먹어보지 라고 생각해서 또 자리를 옮겼음. 그렇게 웬 숙녀를 만나게 됐는데.
「저기 있잖아요. 인사는 생략하고. 요점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당사자가 아니랍니다. 심부름꾼이죠. 아르바이트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미니스커트는 왜 입고 나오셨어요? 거기다 그 스타킹은 또 뭐구요? 물론 옷차림이야 자유이자 아름다움이지만 마법사는 전데 우리가 왜 조수 놀이를 해야 하냐 이거죠.」
「마법사가 아저씨라구요? 뭔 뚱딴지 같은 얘기에요?」
「아, 제가 잠시 착각했습니다. 죄송해요. 딴 생각하다 그만!」
「그건 그렇고. 이 쪽지 받으시죠. 그럼 이만 전 가볼께요. 앞으로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죠. 아셨죠? 그래도 나중 혹시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절 알아보셔야 해요. 왜냐하면 만약 그때 못 알아보면 제가 당신 귀방망이를...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아니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아무튼 잘 사쇼.」
그렇게 가버린 숙녀. 뭐야 지가 드라마 주인공 하다 갑자기 낙차해서 짜증난다는 거야 뭐야? 어쨌든 쪽지를 펴보니 거기엔 어떤 호수 중간에 있는 섬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오늘 못 오면 언제든지 오래나? 지가 무슨 챔피언이야 뭐야? 나는 결정했다. 안 간다고! 가기 싫다고 말이다. 이거 무슨 똥개 훈련시키는 일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거야, 어? 누굴 허쉬퍼피로 알아 닥스훈트로 알아? 내가 왜 비글이나 동네 똥개여야 하는데! 안 가. 가서 뭐해? 어차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었음. 게다가 아쉬울 거도 없음. 더더군다나 만나봤자 큰 이익도 기대할 수 없을 테고. 심지어 만약 수중의 물건이라도 빼았기고 몇 대 쥐어터지면 어떡하나? 차라리 마주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옳커니! 내가 무슨 어? 우연히 만난 고객이 하필 부자였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못생기지도 않고 뭐 썩 빠지지도 않으니까, 따라서 단물 쪽쪽 빨려줘야 하는 그런 만만한 먹잇감이야? 어디서 먹음직스럽기 때문에 허접한 늙은이이자 볼 거 하나없는 아저씨를 쥐어 짤려고 말이야. 무슨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 고급 별장 수영장을 가득채우겠다는 심보야? 아니면 실적과 전망이 불투명한 애플은 브랜드고 나는 사과처럼 뭐 달콤한 과즙을 헌납해야만 하는 숙명에 굴복할 테니까 자긴 뭐 착즙기다? 진공청소기 최신품들 발매는 끝이 없으니까 냉큼 갖다쓰고 버리겠다는 거야 뭐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속담도 있다만. 굳이 늑대 것도 굶주린 늑대가 여우들 영역을 침범해봐야 좋을 일 없을 듯. 걔네들 세상도 질서와 상도덕과 순리라는 없지 않을 테니까. 물론 살면서 어떤 때는 정물화의 과일이랄지 요염한 누드모델처럼 꽤나 정적이어야 한다랄지 이따금 피동적이거나 못 이긴척 져줘야 할 시기도 있는데. 지금 나는 웬 너구리한테 따먹힐 과일은 되기 싫었다고나 할까? 아니면 과일은 과일인데 왜 하필 벌레먹은 사과여야 하냐 그 말일 수도 있다만 어쨌든. 그러므로 애초에 불여우 근처에 가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조금만 더 덧붙이자면 아닌 게 아니라, 어?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회귀본능도 심오하지만. 그러다 불곰한테 꿀꺽 잡아먹히면? 2200마리의 알래스카 곰들이 연어를 폭식하는 걸 굳이 육안으로, 코앞에서 보지 않아도 아니까 말이다.
5
어느 날 문득 나는 스머프 고기가 궁금해졌다. 물론 만화영화와 현실을 구분 못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자꾸자꾸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개구쟁이가 되어버린 걸 어쩌란 말인가. 항상 그런 건 아닌데 뭔가 이상해졌단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드라마 주인공 덱스터도 아니고. 영화 배역 뭐지 거 엄청 많지 않나. 다만 뭘 해도 재미없는 어른으로써 하다하다 생각한 게,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하긴 권태를 길들이고자 안 하던 게임도 다 해봤다. 그러다 Steam의 Escape the Backrooms이라는 게임에 잠시 빠졌다. 그건 1~4인 협동 공포 탐험 게임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미지의 세계에 갇힌다는 흔한 괴담을 바탕으로 어쩌고저쩌고인데. 그런 한편 갑자기 궁금해졌던 것이다. 스머프 고기를 구하러 어딘가로 갔는데 접선 장소에서 막 이동 이동, 계속 이동 그래서 딱 도착. 근데 거기서 안개라는 제목의 무슨 게임과 영화처럼 어떻게 어떻게 막 막, 어? 막 막 그 뭐 막 어떻게 어떻게 딱 스머프 고기를 구했어. 그래서 탈출했어.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어. 근데 소요된 시간은 불과 얼마에 지나지 않음. 이처럼 설마 말 같지도 않은 공상이 실제로 벌어지면 어떡하나 라고 말이다. 바로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것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게 최근 삶이 너무 단조로웠기 때문이다. 감정의 고저가 넓지 않고 인생의 다채로운 보폭이 비좁은 걸로 봤을 때. 설마 이대로 인생이 끝나버리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래서 새로운 취미를 만들겠나 식탐에 빠지겠나. 지나버린 과거는 몰라도 어느 만큼 정리된 여기서 언제까지 대략 단 한마디로 현재의 인생, 멀지 않은 미래까지. 그걸 축약해보니 정말 보잘 것 없었기 때문에 그러므로 스머프 고기 같은 말 같지도 않은 상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 요점이 뭐냐, 내 인생에 대해 사랑의 서사시로 옮기겠나 아니면 장편 드라마로 각색하겠나. 지금 딱 보니 뭐랄까 허무하다고 해야 하나 허접하다고 해도 안 이상한 건가!
그러니까 그게 뭐냐? 첫째, 둘째, 셋째...가 아니라 순번 없이. <건강 | 스너프 | 블로그 | 주식> 이렇게 4가지. 그 외 본능? (미래의) 성적 생활? 진한 사랑? 또는 종족 보존? 다른 말로 외면할 수 없는 이성적 관심? 그건 죄다 건강으로 합산하면 됨. 그 외 다 부차적이거나 사소한 취미, 여가생활, 어쩌다 여행, 드라이브... 같은 삶도. 식어버린(?) 인생에서 기본적인 요건이라 치면 그마저 건강에 포함된다 치면. 지겨운 말이지만 이건 한마디로 늙었다는 얘기? 뭐? 미치고 환장할 노릇. (절레절레) 아 이래서 어른들이 늙은 것도 서럽다 그랬던가? 어쨌든 무슨 희망이 있나 호기심이 남았나 바닥나지 않은 새로움과 더불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아니라 당당히 밝힐 수 있는 꿈이 있나. 아님 자유? 없음. 있긴 있으나 딱 제한적. 그야 나만 동물원의 너구리 신세가 아니라 행동반경 감안하면 누군들 안 그러겠나. 우리 모두 비슷하겠지. 그래도 먹고 마시고 놀고 춤추며 노래하고 돌아다니고. 난 아직 늙지 않았어 막 그러면서 억지로 할 수는 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는 건가? 그럼 내일은 없어 라는 좌우명으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꼭 그분들이 멋지고 부럽다는 게 아니라. 이젠 더 이상 오늘만 살 수 없다는 점. 그걸로 따지자면 젊음은 끝난 거다. 완전히 끝남. 뭐? 이런 젠장! 태생적으로 인생에서 총 몇 시간을 놀고 방황하며 막 살 수 있는데. 그 막대그래프를 다 채워버린 느낌? 어른들은 다 안다. 모르는 늙은이 즉 非젊은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바로, 그래서 사람들은 병풍을 선호하고, 만만한 신부들러리를 곁에 두고자 하며, 막연한 방향성은 공통된 것이다. 그러나 못 할 게 뭔가. 지금이라도 어떻게, 아니다. 어차피 금방 퍼질 게 뻔하다. 지쳤어 지쳤어 힘빠졌어 힘빠졌어... 이젠 관절 생각 안 할 수 없음. (절레절레) 육체도 육체다만 정신 (몸짓 똑똑똑) 이 영혼부터 늙어버렸단 말씀. 그런데 무슨 게임을 하고 놀러다니고 오늘만 사는 것처럼 웹툰 보고 유행곡 듣고 춤추고 그래.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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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머프 웹사이트에서 찾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접선 장소에 도착했다. 거긴 스머프 공원이었는데. 내부의 어떤 개구멍을 통해 어떻게 어떻게 딱 들어갔어. 응? 어떻게 들어갔다고! 그런데 난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뭔가 너무 잘못됐다고 느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일이지? 누가 알면 완전 비웃을 거 아냐. 나중 스스로 생각해봐도 이런 걸 회상하면 어떡하나. 역시나 도전은 허접했다. 괜히 일을 벌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돌아갔다. 내가 여기 두 번 다시 오나 봐라 막 그러면서 말이다. 앞서 건강 관련하여 일주일에 콜라를 딱 한 번, 정말 많아 봐야 두 번 마실 수 있는 인생. 그게 재밌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언젠 안 그랬나. 아울러 싸구려 피자만 먹어도 썩 불만스럽지 않은 삶이니 고로 딱히 손해본 건 없네. 그럼 밑져야 본전 아냐? 그게 또 그렇게 되나? 논리 전개가 뭔가 이상한데? 그래도 이상할 수 있다. 또 그래도 된다. 가만보니 돌이켜보니 줄곧 그렇게 살아왔네. 그러면서 뭘 그렇게 투정부려. 어쨌든 여기서 멈췄으면 된 거다. 아무도 모르면 되니까. 아니? 누가 알아도 인정 못 할 거도 없다. 그보다 일단 아무도 관심 없음.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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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는데. 집으로 누가 찾아왔다. 누군가 용건이 있다고 하여 집 마당으로(휴양지 임대 거처) 나가 만났는데. 아니 어떻게 이런 미인이 내게 용건이? 난 재산도 젊음도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데 뭐 하러 날 만나러 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대 그냥 가시면 어떡합니까? 우리는 어떡하라구요? 뭐 바람둥이 말마따나 내 알바 아니다 그런 말 하실 거면 입도 뻥끗 마세요.」
「네? 그게 무슨...」
「그게 무슨...? 말을 할려면 끝까지 하세요. 뭔 남자가 흐리멍텅해가지고 눈에 힘도 없고 사람이 매가리가 없어. 어? 그래가지고 여자랑 사랑할 수 있겠어요? 초장에 잡히기도 전에 숙녀는 도망갈 거 아니냐구요, 네? 설마...!」
「설마, 뭐요? 당신 뭡니까? 네? 설마, 라니요. 네? 이 사람이 이거 보자보자 하니까 증말!」
「그런 반응 좋아요. 그걸 원했어요. 호호호호호. 근데 그 다음이 없잖아요! 네? 당신은 남자에요. 네? 전 여자구요. 네?」
「누가 아니랍니까?」
「그럼 절 어떻게 해보세요. 왜, 마음으로는 절 어떻게 자빠트리고 싶은데. 아니 아니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라. 어쨌든 오빠는 여자를 만족시켰던 경험 없지 않죠?」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하시죠?」
「궁금하지 않아요. 다른 말을 꺼내기 위한 서두에 불과한 말인데 잘못 집으셨군요. 그렇게 직접화법을 선호하시니 여자를 못 꼬시지. 제가 가르쳐 드려요?」
「가르쳐주긴 뭘 가르쳐줘요. 제가 앱니까? 그나저나 대화에 진전이 없군요. 소득도 없구요. 우리가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러게요. 만약 그걸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당신은 스머프 만화의 가가멜이 될 거에요. 물론 가가멜은 스머프 스프 만들기에 실패했지만 당신은 다를 거구요.」
「아니 그럼 스머프 고기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오신 거에요?」
「이제야 아셨군요.」
「」
「그런데 왜 말이 없으시죠? 예전 만나던 그녀들은 모두 말없는 남자를 좋아했나보죠? 아니면...」
「아니면...? 거 참 증말...!」
「흥분하지 마세요 오빠. 제가 있잖아요.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막장 드라마 어법을 빌리자면 까놓고 말해서? 아니 어떻게 그런 말을! 그런 상스러운 말은 입에 담지도 마세요. 아, 오빠는 조용하시군요. 어쨌든 오빠 혼자 집에서 데스크탑으로 막 섹시한 여자 사진 보면서 시간 보내는 거 보단 저랑 대화하는 게 낫잖아요. 것도 백번 천번!」
「제가 한가하게 인터넷으로 여자 사진이나 본다고 누가 그럽디까?」
「그럼 그렇지 않았나요?」
「」
「왜 말을 못하세요?」
「잠깐 딴생각을 했소 낭자.」
「뭐 낭자? 으으으윽 구려!」
「근데 언젠가 인터넷으로 본...」
「제가 걔냐구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지도 모르죠. 그런데 우리 어디서 만난 거 같지 않아요? 아니면 오빠 혼자 저를 유튜브로 보신 건가? 뭐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그걸 숙녀한테 거칠게 물어보시면 어떡합니까? 연애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그러니까 헤어지는 법도 모르시겠죠. 그렇죠?」
「그건 대체 뭔 얘기죠? 제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자랑이십니다. 그런데 스머프 고기는 왜 찾으시는 거죠? 혹시... 정력 때문에?」
「뭐, 뭐요? 지금 말 다했어요? 제 정력이 왜 궁금하신데요?」
「좌우지간 만화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거나 아님 잘못된 마법 지식에서 아직 못 헤어나오신 거군요. 제 말 맞죠?」
「그런데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만담을 나눠야 하죠?」
「글쎄요. 우리가 사랑할 때까지? 호호호호호. 일단 오늘은 제가 이쯤에서 후퇴할께요. 하지만 아주 물러난 건 아니란 거. 그것만 알아두세요. 조만간 어떤 소식이 있을 테니까요.」
「당신들 대체 정체가 뭐야?」
「너무 많이 아실려고 하지 마세요, 오빠! (윙크)」
그녀는 떠났다.
「쟤는 뭐지? 뭐 하는 여자야? 흥!」
6
어디선가 스머프 고기 냄새가 난다. 뭐라고? 내가 언제부터 스머프 고기 냄새를 맡을 수 있었을까. 혹시 그냥 싸구려 향수 냄새를 잘못 맡은 거 아냐? 아닐 것이다. 이건 지금까지 보도 듣도 못한 향기니까. 그런데 그게 스머프 고기 냄새라고 어떻게 장담하지? 왜냐하면 누가 그러지 말라고 말리지 않았기 때문.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얘기는 재미없고. 그러다 나는 바로 오늘, 근처에 사는 장기휴양족의 저녁 식사 초대가 있다는 걸 기억해냈다. 구글 캘린더, 핸드폰 알람 설정, 메모나 달력에 기록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은 건 왜냐. 그건 처음에 그분들의 권유를 믿지 않았던 탓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약속시간이 되어 생각해보니 구태여 속아서 나쁠 것도 없을 것 같아서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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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나름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였다. 촛불과 음악은 물론 적당한 온도와 습도. 어디서 구했는지 임시 거처임에도 불구하고 카페트도 깔고. 말 잘듣는 강아지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식사 초대를 처음에 안내켜 하시던데. 저희는 그대가 오시지 않을 줄로 알았어요. 혹시 스머프 고기 냄새를 맡고 오신 거 아닌가요?」
「네?」
「이거 내 정신 좀 봐. 일단 스머프 고기부터 내오기로 하죠. 참고로 무슨 고급 레스토랑이나 유럽식 정찬처럼 긴 코스를 기대하진 마세요. 스머프 고기가 있는데 그런 게 무슨 소용있겠어요. 안 그래 여보?」
「그럼. 형씨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정이 들어버렸는데. 스머프 고기 대접하는 게 무슨 대수겠수.」
엥?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정이 들어버렸다고? 아닌데. 정이 들고 말고 할 거 없는 사이인데. 내가 혹시 잘못 온 거 아닐까 하면서 뭔가 조짐이 이상했다.
「짜잔~ 스머프 고기에요. 일단 감상부터 하시죠. 처음 생육을 입수할 때는 꿈과 비전 때문에. 조리를 시작할 당시에는 짜릿한 폭식에 대한 희망과 바람으로. 그런데 바라던 모습으로 조리된 이 모습을 보고나니 감당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제정신을 잃을 것만 같아요. 안 그래 여보?」
스머프 고기? 이건 흔한 케익 위에 얹은 모습, 그 뭐지? 식용 가능한 그런 캐릭터가 분명했다. 초코랑 고형분 버터? 성분은 잘 몰라도 어떻게 어떻게 만들어진 곰. 무지개. 생일 축하합니다 문구. 산타. 요술지팡이. 단지 케익 장식일 뿐인데 모양과 색상만 스머프 모양. 이 사람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건가 아니면 원래 상태가 안 좋은 거야? 종잡을 수 없는 상황 전개인데. 황당한 절정으로 이어지기 전에 도망갈까?
「저기 제가 몸이 갑자기 안 좋아서 먼저 일어서야겠어요. 죄송합니다. 다음에 제가 대접할께요.」
「네?」
「스머프 고기를 시음할 기회는 결코 흔치 않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죄송합니다.」
「왜 그러시지?」
「글쎄요 여보.」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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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뭐 하는 사람들이지? 혹시 내가 그분들한테 스머프 고기를 먹고 싶다고 애원했던가? 아니다. 그럼 함께 영화라도 찍자는 거였나? 장단 못 맞춰드릴 거도 없다만. 무슨 카메라도 뭣도 없는데 연기라니.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평생 드라마로만 봤지 그걸 어떻게. 그런데 만약 그분들이 말하는 스머프 고기를 먹었다고 쳐. 그럼 그 다음은? 스머프 그룹을 나한테 소개시켜줄려나? 그런 상상이 불가능하지도 않다만. 굳이 도망올 이유도 썩 설득력이 부족한 건 맞다. 아무리 사람들과 못 어울리고 돈 없고 지겹게 살고 있지만. 사회성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럼 다시 가볼까? 그럼 그러겠지. 몸이 다시 괜찮아졌수? 라고 하시겠지. 그럼 뭐 능청스럽게 갑자기 좋아졌다고 하면 그만. 그럼 진짜로 다시 가볼까? 혹시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됐을지 누가 알겠어. 그럼 막 가면무도회처럼 비엔나 왈츠를 필두로 막 영화에서 보던 막 무녀들은 나체에다, 뭐? 아이즈 와이드 원샷? 혹시 알아? 나는 다시 돌아가보기로 했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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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가 지인의 집 창문으로 보던 장면은 뭐냐? 다름 아니라 스머프들이 긴 식탁에 모여 앉았음. 근데 긴 식탁 위에는 지인녀가 누워있음. 영화에서나 보던 바로 그 장면! 뭐지 이거? 낯선데? 당연히 실감이 나지 않음. 물론 믿기지 않을 테니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게 앞서 스머프 고기 식사 초대받아 저 자리에 내가 있던 당시. 뭔가 식탁이 이렇게 길다랄 필요가 있나 싶었음. 아니 정말로 뜬금없이 웬 SF 정서라니. 근데 진짜일까? 가만보니 그런 것 같았다. 그럼 저들이 진짜 스머프들? 혹시 인형극에 나오는 그런 변장이 아닐까 찬찬히 살펴봤는데. 깜빡 속아넘어갈 정도로 정교했음. 아무리 그래도 이걸 믿어 말어?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믿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저 식탁 위에 지인녀는 스머프들한테 잡아먹히는 거 아냐? 그러고 보니 나체는 나체였다. 그런데 스머프들은 생식을 좋아하나? 뭐지? 진짜 뭐지? 미처 대응하는 방법을 그 어디서도 배우지 못한 현실. 빠져나갈 수도 전원을 꺼버릴 수도 없고. 어떡하지? 들어가서 말릴까? 아니면 합석을? 합석은 뭔 합석. 그런데 앞서 지인 남녀가 나를 나를 불러 셋이서 스머프 고기를 먹자했는데. 그땐 케익 데코레이션에 불과했는데. 혹시 그것 때문에 저 스머프들은 위협감을 느꼈던 것일까? 말도 안돼! 쟤들이 무슨 저승사자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 이건 단지 나를 위해 꾸며진 연극에 불과하더라? 아직 과거형이 아니니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럼 은근히 진심을 떠볼 필요없이 노골적으로 물어보면 될 것이다. 일단 들어가서 멱살 잡기가 곤란하다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는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 혹시 당신은 초대받지 않은 잔치니까 빠지라고 할까? 근데 스머프랑 나랑 말이 통할 리가 없잖아. 믿도 끝도 없이 다 늙어서 중년이 갱년기랑 싸워야지 이게 대체 뭐 하는 상황이지? 그러게 말이다. 근데 쟤들은 행동이 왜 저렇게 느리지? 게다가 왜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은 끼는 거고. 설마 비가 오지는 않겠지. 만약 소나기가 내리면 맞으면 된다. 설마 눈이 내리지는 않을 거 아냐? 근데 그게 지금 이 엄청난 사건과 대체 뭔 관계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이건 내가 평소 내 블로그에 업데이트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3분~15분짜리 짧은 영화 각본도 못 쓰니까 이처럼 가난한가 의심하던 찰나. 그래서 오늘 이런 난감한 상황이 닥쳤을까? 근데 쟤들은 무슨 음악을 듣고 있지? 잠깐 관찰해봐도 쟤들이 본능적이고 내가 논리적인 게 아니라. 그냥 양쪽 다 초현실적 배역인 듯. 그러든 어쩌든 왜 나는 저 스머프들한테 알 수 없는 친밀감을 느끼는 거지? 함께 얘기하고 웃고 떠들며 마시고 놀고 돌아다니며 사진에 동영상도 찍어서 같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대체 왜일까? 물론 그럴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에서 곰돌이가 노는 것만 봐도 그러니까. 좌우지간 내가 만약 저곳으로 쳐들어가서 딱 어떻게 더 부정적인 진행은 막았다고 가정했을 때. 그런데 만약 내가 쟤들한테 우리와 함께 하자 인간 고기가 그 얼마나 맛있는지 아냐 라면서 설득당하면 어떡하지? 그럼 난 과학적으로 인육은 못 먹거나 아마 예술적으로 맛 없을 것란 생각부터 하겠지. 그러면서 아니 스머프가 우리 인간이랑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네? 그럼 뭐 나라고 스머프 언어를 구사 못 할 줄 아냐? ~라고 꽁트를 진행한다는 게 정말 우스꽝스럽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나저나 우물쭈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는데 설마 쟤들도 뭔가 헤매는 거 아냐? 이럴 줄 알았으면 BB탄 권총이라도 준비해둘 걸 그랬나? 그래서 전용 멜빵으로 구색도 맞추고?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상상을. 근데 왜 하필 난 지금 혼자지? 누구 도와줄 병력 없나? 병력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입부터 험해지면 안되는데. 지금 안 그러게 생겼어? 어쨌든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놀이공원에 가서 아르바이트 인형맨들이랑 재밌게 놀기라도 할 걸 그랬다. 막 사진도 찍고 솜사탕도 사먹고 그렇게. 근데 혼자서 가봐야 재미없을 게 뻔하다. 물론 안 그럼 나 혼자 심심하겠지. 그때 나는 보았다. 저 스머프 가운데 1명이 슬쩍 미소짓는 걸 말이다. 그게 혹시 신호탄이었을까? 그러니까 쟤들은 내가 엿보며 동태를 살피고 있는지 알면서 모른 체. 다만 탐스러운 먹잇감이 추가로 생겼다며 속으로만 기분 좋아해. 결국 저 스머프들이 나를 언제 자빠트리냐는 시간 문제였던 건가? 자빠트리긴 뭘 자빠트려! 내 그러니까 좋게 여행지에서 집으로 돌아가 소파에 자빠져 TV나 볼 걸. 괜히 난처한 형세에서 옴짝달짝 못하는 신세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데없이 난 저 스머프들의 인생을 궁금해하냐고. 바로 그때!
땡~!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잠깐 변경하자면. 앞서 나를 불러 스머프 고기 시식 잔치에 초대했던 지인 남녀. 그 가운데 지인남이 어디서 구했는지 후라이팬으로 내 뒷머리를 냉큼 때렸던 것이다. 땡~! 눈에 불이 번쩍 하고 자시고 할 거 없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꿈을 꿨다. 걸리버여행기의 그 장면부터 막 갑자기 확 확 바뀌고. 왜 변하는지도 모르고. 막 그러다가 딱 깨어났다. 그런데 아뿔싸! 어? 맙소사, 내가 앞서 봤던 식탁 위에 누워있다니. 설마 지인남녀는 고기가 상했던가 뭔가 푸석푸석했기 때문에 요리감 교체? 무슨 선수 교체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냔 말이다.
「어머머머. 깨어나셨어요? 앞서 집에 돌아가셨는데 왜 말도 없이 우리를 엿보고 계셨죠? 그래도 괜찮아요. 오히려 그러기를 바랬거든요.」
「잠시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아무일도 없었어요. 게다가 스머프 고기는 아직 그대로구요. 왜 저희가 모두 먹어버렸을까 봐 걱정했어요? 여분은 냉장고에 얼마든지 있으니 마음껏 드세요. 아, 왜 자기가 식탁 위에 누워있냐구요? 어쩐 일인지 그대가 문 앞에 쓰러져있길래 이곳으로 데려왔죠. 그런데 침대는 없고 땅바닥에 눕히기도 그렇고. 마침 식탁이 꽤 기니까 뭐 이렇게! 그런데 설마 꿈꾸셨어요? 안색이 파래요. 호호호호호.」
나는 그날 이후 지인 남녀를 두 번 다시 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7
그날 기분은 그저 그랬다. 항상 그런 식이지. 그럼 뭐 누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춤추고 들뜨며 흥분하지 않겠지. 그럼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반증인데. 그게 나쁜 건가 하면 아닐 것이다. 어쨌든 해는 떴고 내일이 오기 전에 나는 오늘 어떤 의미를 찾아야 했는데. 불분명한 목적은 익숙해도 굳이 달콤한 성과가 찾아와준다면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만.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스누피 박물관을 가냐 아니면 스머프 공원을 방문하냐 그 고민이구만. 좋았어. 결정했어. 후자다. 어찌 됐든 스머프 고기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만약 갔는데 누군가와 만나서 갑자기 사랑을 하고 나서 스머프 고기를 먹게 됐다? 그럴 일은 없겠으나 혹시 모르지 않나. 원래 인생이란 알 수 없는 법이니까. 그래도 실망이 클 수 있으니 미리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내가 스머프 공원의 외로운 의자에서 쉬고 있을 때 웬 스머프가 내 옆에 앉았다.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스머프 공원에 무슨 일이십니까?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진짜로 대답해주지 않으실려고 했어요? 깍쟁이 아저씨. 그럼 그 대신 저랑 연애라도 하시던가요. 왜, 제가 스머프 인형 탈을 썼기 때문에 이쁜지 안 이쁜지 가늠이 안되세요? 저 엄청 이뻐요. 주변에서 막 난리거든요. 허나 그건 제 판단이고 아저씨 취향은 다를 수 있죠. 인정해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저씨 눈에 제가 썩 못생겨보이진 않을 거예요. 장담해요. 그럼요. 아 글쎄 그러니까 여기 뭔 일로 오신 거에요? 설마 스머프 고기? 아저씨도?」
「」
「왜 갑자기 눈을 똥그랗게 뜨세요? 아님 말을 하시던가요. 말 하기 싫으세요? 혹시 제 말 듣기도 싫으신 건 아니겠지요. 그러든 어쩌든 저랑 대화 나누는 게 귀찮으시면 그냥 냅다 뽀뽀나 할까요? 농담이에요. 뭐 꼭 못 할 거도 없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언제였더라. 한 10년 전이던가? 아저씨처럼 뭔가 오묘하고 왠지 모르게 느낌이 이상하고. 분위기 쎄한 아저씨가 찾아왔었죠. 참고로 제가 여기서 제일 고참이거든요. 저처럼 오래 버틴 스머프는 한 명도 없었어요. 아무튼 그날 그 아저씨도 저에게 그랬죠. 스머프 고기에 대해 아냐구요. 물론 지금 제 앞에 저와 눈빛이 교차중인 아저씨는 묻지 않았죠. 제가 스머프 고기를 아냐랄지 우리 함께 애절한 사랑을 나누지 않겠냐든지. 그렇다고 꼭 말로 해야 아나요? 눈빛만 보면 알 수 있죠. 근데 아저씨 눈빛은 뭔가 흐리멍텅하면서도 매가리가 없군요. (절레절레) 그래도 낙담하지 마세요. 그런 아저씨도 놀려먹는 재미가 꽤 쏠쏠하거든요. 무슨 그런 말장난을 하냐구요? 당시 그 아저씨도 그랬거든요. 실은 그 이후로 그 아저씨랑 저는 살림을 차렸어요.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답니다. 애는 낳았을까요? 근데 거짓말이에요. 저 혼자 그 아저씨를 짝사랑했거든요. 어찌 됐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제가 아주 그냥 살벌한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듣고 나면 소름이 돋을 거예요. 그럼요. 알려진 풍문에 의하면 그 비밀을 알고 난 뒤로 평생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는 사람도 있대요. 정말이에요. 그런데도 알고 싶으세요? 그런데 공짜로요? 그럴 순 없죠. 아저씨도 뭘 하나 걸어야죠. 안 그래요? 그럼 뭘 거실 건데요. 보아하니 돈은 겁나게 많으실 테니 저처럼 허접스럽게 돈으로 승부하는 멜로드라마는 좋아하시지 않으실 거 같고. 그럼 포옹을 해준다? 그게 뭐에요. 저는 얻는 게 없잖아요. 왜요 제가 뭘 원하는지 모르시니까 신중하신 거에요? 알겠어요. 아저씨가 왜 저를 좋아하는지를요. 뭐 우리가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러냐구요? 그럼 어때요. 우리는 영화처럼 만났는데요. 그러든 어쩌든 꼭 아저씨는 늙은 개처럼 말수가 없군요. 평소에는 안 그러시겠지만 설마 어디서 데였나요? 그렇죠? 말 많은 여자한테 아주 제대로 당했나보군요. 그래서 실어증에라도 걸린 거에요? 살짝 웃으시는군요. 그럼 제가 앞서 말한 비밀을 공짜로 알려드릴께요. 왜냐하면 공짜가 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법이니까요. 그렇다고 여기서 더 뜸들이지는 않겠어요. 그 환상적인 비밀을 공개하길 미뤄봐야 아저씨가 저랑 살림을 차리진 않으실 테니까요. 아니에요? 왜 저를 데리고 사실 거에요? 그래도 이미 데리고 사시는 분께서 안좋아하실 거잖아요. 상관없어요? 제가 상관있죠. 그럼 전 세컨드가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아, 비밀!
그 비밀이란 이거죠. 스머프 고기를 찾는자는 스머프가 된다. ~라는 속설이 이곳에서는 꽤 유명하죠. 아니 저명하죠. 알게 모르게 그 때문에 스머프 고기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으니까요. 다들 능청꾼이 따로 없죠. 근데 아저씨는 세계 엄살러가 아니시군요? 그래서 유난떨기도 싫다 넉살도 과장도 투정도 아니다. 질투니 뭐니 응석이니 그걸 내가 왜 해야돼 그런 분과 인간이다 뭐 그거죠? 그래서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스머프가 되면 되는 거고 혹시 모르니까 이렇게 저 같은 위장 스머프한테 접근하신 거군요? 맞죠? 그렇죠? 제가 제대로 봤죠? 근데 제가 위장 스머프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세요? 저는 진짜 스머프에요. 그럼요. 만져보세요. 냄새도 맡아보구요. 개처럼요. 일단 사진이라도 함께 찍으세요. 기념으로요. 어차피 안보신다구요? 그럼 어때요. 그게 놀이인데. 사람들 다 그래요. 어차피 버릴 거 사고 쓰고 갖고. 인생이 뭐 별건가요? 아니 근데 설마 아저씨가 이미 스머프 아닐까요? 우리들 세계 격언에 따르자면... 그게 맞는데. 정말인데. 그럼 이건 뭐죠? 아무리 그래도 제가 숨겨둔 스머프 고기를 보여드리면 어떡하실 건데요. 저라고 뭐 비장의 카드가 없을 거 같아요? 원래 저 같은 미녀가 남자한테 한번 빠지면, 뭐요? 뭐가 어쩌고 어째요? 갑자기 남자 얘기가 왜 나와요? 네? 제가 뭐 남자에 환장한 년인 줄 아세요?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죄송해요. 괜히 흥분했네요. 그래도 그럴 수 있어요. 딴 실수 한 건 아니잖아요. 저는 영화에서처럼 서서 오줌 싸는 여자가 아니거든요. 또 어때요? 좌우지간 이렇게 된 거 우리 함께 무인도 여행이나 떠날까요? 왜 짜릿한 첫날밤을 그곳에서 보내기 싫으세요? 이 양반도 호캉스 좋아하시네. 말 바꾸면 늙었어. 왜, 듣기 싫어요? 아니란 표정이네요. 젊음에서 멀어지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도 없어요. 그러니까 해탈하셨다? 일찍도 철드셨군요. 그렇지만 살면서 철들지 않아야 할 때가 있죠. 바로 저 같은 숙녀와 함께 할 때 말이에요. 근데 꽃다발도 없이 그냥 오셨어요? 하긴 처음 봤는데 다짜고짜 빽허그도 말이 안돼죠. 이해해요.
그런데 아저씨 어쩜 그렇게 태평해요? 스머프가 된다는 게 뭔 줄 모르세요? 그건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거라구요. 그러니 우리 세계에서 그건 그냥 불문에 부치는 거라구요. 아 떨려! 미치겠어요. 언제 어떻게 바람이 불지 모르는데 그럼 제 소원 하나만 들어주시죠. 어차피 아저씨는 이미 스머프가 되신 거 같은데. 제가 이렇게 스머프 탈을 쓰며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는 신세. 이상하지 않아요? 저랑 바꿔요. 네. 그게 좋겠어요. 난 가짜고 아저씨가 진짜잖아요. 세상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제 말이 맞죠? 이미 설득되셨구만. 그럼 일단 저기 레오폴트라는 카페에 제가 말해놓을께요. 아저씨가 절 사랑하신다구요. 호호호호호. 그나저나 저는 십년 째 이 일을 때려치지 못하고 있지만. 살다 살다 진짜로 스머프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무슨 추억의 TV 단막극으로 보는 환상특급 뭐 그런 거에요? 볼을 꼬집어봐도 진짜인데. 아니 근데 말이에요, 네? 우리가 바라던 이상적인 스머프가 아닌 건 그런가 보다 하는데. 너무 낭만이 없잖아요. 게다가 너무너무 느닷없다구요. 심지어 영화배우처럼 잘생기지도 않았어. 하지만 잘생긴 사람들만 영화배우를 하는 건 아니니까 이해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맹한, 뚱한, 몽롱한? 설마 멍청하시진 않으시겠으나. 아무튼 이건 너무 꿈같아요. 뭐라 설명할 수 없다구요. 그래도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그런데 대체 왜 말이 없으세요? 하긴 제가 미처 말할 기회를 드리지 않았으니까요. 아니 근데 아저씨 지금 뭔 생각해요? 설마 제 나체를 상상? 아닐 꺼야. 왜, 제가 오빠라고 불러드리지 않아서요? 그게 뭐 어렵다구요. 오빠! 오빠~!
아무튼 약속하신 거에요. 제가 한 시간 신나게 떠들어드렸으면. 그럼 오빠가 제 인형옷을 입고 1시간 공원에서 일하는 거. 근데 그럼 내가 손해인가? 뭐 손해 좀 보죠. 내가 오빠를 큐피트로 만들어드리고 나는 행운의 여신을 맡으면 되니까. 그치 오빠? 오빠 내 말 듣고 있어? 왜 잠와요? 아 졸린 게 아니라 원래 눈매가 그렇군요. 그럼 저한테 한번 맞아볼래요? 그래도 제가 어떻게 오빠를 때려요. 안할래요. 그러지 말고 우리 원없이 연애나 할까요? 아 글쎄 드린다구요. 제 마음을요. 왜, 싫어요? 오빠. 그럼 나 실망한다. 하긴 이렇게 뜬금없는 건 말이 안되지. 그런데 만약 내가 오빠를 떠나면 어떡하지? 오빠는 나를 대체 얼마나 기다려줄까? 1년? 5년? 10년? 100년? 아니면 내가 떠나자마자 마침 잘됐다 싶어서 새장가갈까. 근데 이 냥반 어떻게 해야 웃는 모습을 보지? 왜 안 웃어? 억지로 간지럽힐까? 그게 아니라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아 보이는데. 썩었나? 설마. 그러든 어쩌든 오빠한테 근사한 선물도 못 받아보고. 화사한 꽃다발은 커녕. 다정한 속삭임과 애정의 표현들 하며. 우리 정말 왜 이렇게 헤어져야 하죠? 그렇지만 나는 오빠를 떠날 각오를 해야 하고. 오빠도 스머프가 될 운명을 거절할 수 없다면. 그러면 우리의 사랑이 완성되는 건가? 무슨 이런 바보의 시가 다 있담. 이런 바보 같은 말로 오빠를 웃겨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닌데. 그건 아닌데. 드라마 보면 그렇잖아. 마지막에 역할 바뀌는 거. 반전이네 뭐네 그처럼. 그럼 오빠가 이 한적한 공원에서 스머프 인형극을 할 때 언젠가 누가 또 찾아온다는 건데. 만약 안 찾아오면? 그럼 평생 해야겠지. 뭐? 그런데 이 오빠 못해먹겠다면서 도망가면 어떡하지? 뭐 잡아다 족쳐서, 아니 그게 아니라. 잘 타일러서 자리에 앉히면 그만. 원래 이런 사람들이 말은 또 잘 듣거든. 근데 아직 한 시간 안됐나? 아니 정말 내가 왜 이 오빠의 의중을 미리 알아채서 만족시켜드려야 하지? 뭔가 반대로 됐잖아. 하긴 나도 모르는 바는 아냐. 우리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거도 잘 알고 말이야.」
그 뒤로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안 그러게 생겼나.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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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전환.
「어이 형씨. 아 놀고만 있을 거야? 가서 손님들 사진도 함께 찍어드리고. 전단지도 나눠드리고. 아 글쎄 일을 찾아서 하란 말이야. 대체 저렇게 게을러서 어떡하지? 지가 진짜 인형이야 아님 늙은 개야?」
일주일 후 나는 그 일을 그만뒀다. 그런데 웬 세끈한 컨버터블 최신차. 그걸 그녀가 남겼다면서 가져가라니. 싫진 않은데. 혹시 이게 퇴직금일지 유품일지 어떻게 알고. 그래도 일단 그걸 몰고서 나는 스머프 공원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