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좀스러운 사교가 아니라 단절된 인맥. 원만한 연애와 달리 불친절한 사랑. 때문에 행복과는 서먹한 사이? 심란할 거야. 고로 잔머리 엄청 굴릴 수 밖에 없을 거거든. 심술궂은 가난 적응한지 오래긴 하겠으나. 고대하는 소망이 어딨어. 그렇다고, 체면따위 아랑곳 없이 아주 그냥 질펀하게 놀아볼까? 라며 NB 그 인간이 딴맘 품을 배역인가 어디. 그건 그저 삼류 드라마 대사일 뿐. 농담이 아니다. 첫끗발이 개끗발, 끝이 안 좋은 팔짜 뭔 줄 모르지 않을 뿐. 그럼 보자.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행운의 멜로드라마를 써볼까? 하면 영감 바닥났음. 그간 챙겨준 정감이며 사준 커피가 몇 잔인데 아지트에서도 인기 없음. 뭘 어쨌다고 그래? 어쩌면 다행스러운 중년운. 바라는 건 많지 않으니까. 하여 nb는 생각했다. 그러게 웬만하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걸 그랬나? 언젠 안 그랬나. 바가지는 깨진 데서 샌다. 다만 재물운이 없었을 뿐. 남은 건 일복뿐! 뭐? 그러지 말고 좋게, 칼럼이든 드라마든 순식간에 해치우고 떠나자! 당장, 어? 가서 아르테미스와 나 잡아봐라 그러면서 놀든가 타인들만 애타게 부러워하다 끝나든가. 그래도 가봐야 무지개 너머에 뭐가 있는 줄 알 거 아닌가. 허나 어른들이 모르는 게 어딨나. 가봤자 금새 지겨워져서 돌아올 게 뻔하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NB가 지금 맡아야 할 중역은 야심가도 유혹자도 아니었다. 벌꿀처럼 이 꽃 저 꽃 막 죄다 껄떡거려도 안되는 건 당연지사. 힘닿는 데까지 매일 하던대로. 집 사무실 집 사무실. 어쩌다 중간에 과수원? 또 언년을 꼬드기려고. 라는 말 정말 들리는 것만 같다. 밑도 끝도 없이 잡념 부풀려지는 거 지겹지도 않고.
그래서 그는 아지트에나 놀러가려고 했다. 그렇게 딱 퇴근하려던 찰나 앞사무실 주인장이신 가브리엘이 놀러왔다.
「가브리엘. 웬일이야?」
「왜, 내가 못 올 데 왔나 친구?」
「우리 사이가 그렇진 않지. 허허. 요즘 어때?」
「요즘 키스를 너무 많이 했더니 미치겠어. 내 별명 뭔지 알지?」
「마른오징어?」
「어허. 자넨 아첨꾼처럼 굴다가 뜬금없이 몽상가연하는 태도가 문제야. 알아?」
「내가 그랬나?」
「뭐 그건 그렇고. 어디 가게? 나랑 놀아줘. 나 얘기할 사람이 없어.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나 친구 없다는 거.」
「그럼 난 추종세력 많나?」
「그러니까. 우린 궁짝이 맞는다 그거지. 이런 의미에서 내가 최근 사귄 여자 얘기 하나 해줄까?」
「뭐 여자? 너 여자도 만나?」
「그럼 이 나이에 남자를 만나리? 걔로 말할 것 같으면 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일단 그녀는 말이야, 이뻐. 섹시하거든. 헌데 조신해. 섹시하다고 다 헤프단 말이 아니야. 오해하진 말고. 그렇다고 또 지성이 부족하냐 것도 아니야. 근데 사겨보니까... 하여튼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행복해. 정말이야. 나 거짓말 못해. 자네도 잘 알잖아. 난 숨기는 거 없어. 못 믿겠다면 내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전부 다 보여줄께. 아니. 그러지 말고, 자네가 내 피후견인 되는 건 어떻겠나.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하자구. 아, 자네 돈 욕심 없지. 그래도 줄 때 받아. 응? 난 가진 게 돈 밖에 없어. 아 맞다, 내 여자친구 얘기 중이었지. 그녀는 말이야, 허허. 걘 정말 용케도 잘 빠져나간단 말이야. 능글맞은 녀석. 그러라 그래. 도망간다한들 어차피 부처님 손바닥, 여심은 우리한테 쥐락펴락 녹아들게 되어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또 모를까, 우리가 여성잡지를 정기구독할 일이 어딨겠나. 하여튼 말이다 후끈 달아올라 잔뜩 신이 난 끝에 더운땀에 흠뻑 젖어버림을 넘어서, 띄엄띄엄 알던 환상감에 흥건해지는 일. 그건 대체 무엇일까? 알고 싶지도 않음. 하마터면 또 녀석의 허접한 응석을 대변해줄 뻔했잖아? 그래도 양대 여성잡지로부터 압박받으니까 뭐 봐 주자고. 마감일 다가오니 또 배려는 해드린다 그러지. 허허. 근데 걘 시도 때도 없이 걸핏하면 상상병에 빠지고 난리긴 난리야! 어디서 또 주서듣고 허세지수 푸쉭푸쉭. 그러다 금새 허영심 바람 빠짐. 뭐 바쁜 입을 앙다물고 행동할 때래나 뭐래나.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말이야. 기왕 탄력 받은 김에 할 말 아끼지 않고 말하자면, 기꺼이 수줍은 촌평 꺼내놓자면 뭐랄까. 결국 상상력만 포동포동 성과는 비실비실. 마침내 할 말 떨어졌으니 엉덩이가 근질근질하시는구만 그래. 그럼 그 응큼한 의중을 투명히 들여다봤을 때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심심한데 오리배나 타러갈까? 재미없다고 뭇여성들한테 추태를 보일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이 봐 이 봐, 이거 보라고! 허허.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뭐만 하면, 입만 뻥끗 하기도 전에 잔머리 굴리기만 하면 글쎄, 누가 뭐라 할까 봐. 남들이 뭐라 할까 봐 암것도 못하겠네.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 그럼 사랑을 어떻게 하시려고! 커피가 식기 전에 사랑이 끝날 일은 없다. 아닐까? 그러든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해. 좌우지간 좋든 싫든 여복의 총애를 받지 못한 애정사, 회심의 한방을 기다릴 뿐. 헌데 유감스러운 운명은 심하도록 이상하다고나 할까? 어쩌면 민첩한 기쁨과 황급한 재미가 나중 한꺼번에 오면, 또 그걸 다 어떻게 감당하냐고. 결론적으로 말해 이처럼 걘 기분은 만족스러우나 품위를 잃었다. 아니다. 기분도 꽝이다. 노잼.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 특별히 염두에 둔 환상이 있을 리가 있나. 각별히 희망하는 사랑, 낯뜨겁게 상상도 못함. 유난히 애착하는 장비발, 취미가 없는데 어떻게 가능하나. 하오나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란 법 있나? 삼 년 장마가 볕 안 난 날이 없다. 근데 쥐구멍에 볕 뜨긴 뜰까? 조명을 쥐구멍이 아니라 설마 개구멍에 비춘 거 아닌가 몰라! 그러게. 이처럼 허언증 달래서 공상만 지속하다가는 될 진한사랑도 안되겠다. 이런 젠장! 이러지 말고 좋게, 아니다. 됐다. 됐다 그래. 근데 누구한테? 그러게 말이야. 그러니까 좋게, 아니다. 됐다니까 글쎄.
아니 근데 내가 왜 혼자서 독백을 하고 있지? 자네랑 대화중이라는 거 잠깐 까먹을 수 있어. 그럼. 난 그럼 먼저 갈께. 여자친구랑 데이트하기로 했거든. 오늘은 달력에 표시해야 하니까. 내일 보자구 친구.」
저 자식은 같이 놀러가자, 2 대 2로 소개팅하자, 걔 친구 소개시켜줄께. 것도 아니고 잔뜩 지 할 말만 하고 가버렸잖아. 뭔가 있을 것처럼 재미난 얘기를 들려줄 뻔 말 뻔하다 헛바람만 빼버린 거 아니야고. 김샜네 김샜어. (절레절레)
2
다음 날이 됐다. 오전에는 점심 뭐 먹을까, 오후에는 퇴근하려면 몇 시간 남았나. 전자와 후자를 뒤로 하고 행복도가 높아지는 나른한 시점. 깜빡 까먹었던 약속이 생각났다. 여성환상 1.5 사라가 자기 친동생이 문단에 데뷔하려는데 뭐 훈수두긴 뭐 하고. NB 소개시켜줄 테니 몇몇 조언만 해주래나 뭐래나. 그런데 때마침 불쑥 그녀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불청객치고는, 아름다웠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달리아에요. 초면인데 어디식 인사 바라시는 건 아니겠죠? 알고 있어요. 허나 꼭 뭐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들었어요. 아 근데 뭘 들었더라? 당장 떠오르지 않으면 나중 생각나겠죠. 언젠가 만날 사람은 만난다구요. 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구요? 왕년에 뭇여성들 웬만히 울린 솜씨, 저한테 제발 뽐내지 마세요. 저 이래뵈도 숙녀라구요. 아셨어요? 모르시다면 자, 이제 정말 정식으로 인사하는 건 어때요. 아, 그러고보니 이 양반 약식 좋아하시는구나. 관상이 그래요. 제가 또 인상에 꽤나 정통하거든요. 뿐인가요? 저명한 작명가들 저한테 도움 많이 받았어요. 아직 뭘 모르시네. 그리고 얼굴 좀 펴요. 또 헤어스타일이 그게 뭐에요? 오빠가 무슨 거울도 안 보는 남자에요 뭐에요? 자, 들어봐요. 일단 듣기나 하시라구요. 알아들었어요? 봐 봐요. 남자는 이마를 까야 돈이 들어와요. 방금 그 생각하셨죠? 난 이마를 깠는데 왜 돈이 안 들어오지?! 라고 말예요. 알아요. 그럼 뭐 이마 까면 아무나 다 돈이 들어오면, 이 세상에 이마 드러내지 않는 사람 하나도 없겠네요. 말이 그렇다 거지요. 그래도 제 충고 귓등으로 듣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선생은 어떻게 저처럼 말 많은 여자 마음 좀 아세요? 설마 지 혼자 고고한 척하다 수다머신 멈출 줄 모르는구만. ~라고 생각하신 거 아니겠죠? 아닌 걸로 하죠. 만약 그랬으면 진즉 제가 형씨 멱살을 잡았을 테니까요. 허허허. 좀 웃어요. 거 어째 표정이 그리 뚱해서... 어떻게 여자 꼬실 수 있겠어요? 어떻게 정력 쓸 데는 있구요? 생긴 건 매가리 없는데 어떻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기)... 쯧쯧. 운동 좀 해요. 그래야 하니까요. 활력에 좋거든요. 안 그래요? 에잇 알면서 뭘 그래요, 마른 장작이 잘 탄다는 걸요. 말랐는데 난 왜 이 모냥이냐구요? 이러게 내가 뭐랬어요, 네? 아, 맞다. 우리 초면이죠. 제가 오빠를 마음에 들어하나봐요. 그럴 수 있는 거 아녜요? 사람이 사람 좋아할 수도 있는 거죠. 그걸 뭐라 하냐, 첫인상이라 하죠. 허허허. 근데 또 이상한 게 뭔 줄 아세요? 첫인상과 짝사랑복이 왜 다른 말이겠어요. 약간 교집합은 있는데 어째서 같은 말이 아니겠냐구요. 왜냐하면, 네? 왜냐, 짝사랑복 좋아봤자 그 누굴 보세요 그 냥반 형편이 어때요 어떠냐구요 그 때문이죠. 네? 아직 뭔 얘긴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이렇게 정의합시다. 자, 보자구요. 첫 끗발이 개 끗발이다! 들어보셨죠? 그거죠. 허허허허허.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사라한테 얘기 들었죠? 일단 제 원고는... 어딨더라? 뭐야, 노트북 놓고 왔잖아? 괜찮아요. 전 멍청한 여자가 아니거든요. 그까짓것 (검지를 귓가에 대고)이 머리에 다 있어요. 설마 저 보고 (검지를 귓가에 대고 빙글빙글)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지 오빠? 그치 오빠? 그럴 꺼야. 오빠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거든. 자, 그런 의미에서 일단 지갑 좀 줘 봐. 뭐 지갑 없다고? 그럼 내가 사주면 되겠네. 안 그래도 나 오빠한테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대체 뭘 선물해주면 우리 오빠가 좋아할까 그 생각했거든. 근데 왜 갑자기 말을 놓냐고?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반말은! ~라고 날 다그칠 놈 같지 않았으니까. 오빤 다정해보여. 남잔, 어? 부실하지만 않으면 돼. 그렇다고 또 너무 안심하진 마셔. 가만. 내 정신 좀 봐. 사라한테 들은 것처럼, 일단 들어봐. 응? 들어보라고. 듣기나 하셔. 난 다 외웠으니까. 자, 보자. 곧장 시작해주지. 그래는 드릴께. 허허허.
짜증나게 왜 항상 투정을 그치질 않고 난리야 난리긴! 귀찮게 하지 말라 전해. 근데 누구한테? 그러게 말이야. 관둬. 때려쳐. 그만 두면 될 거 아냐. 저리 비켜! 뭐야, 근데 아무도 없잖아. 젠장. 하여간에 예감은 뒤숭숭 기대마저 안절부절. 뭐 하나 되는 게 없어. 서술자가 그렇단 말이 아니라, 못난 주인공 NB가 말이다. 아니 잠깐. 뭐 NB? 누가 보면 미친놈인 줄 알 거 아냐. 올드보이 주제에 뭔 가슴에 NB 로고. 웃기지도 않다. 또 여자들은 얘 얘 들어봐 들어봐, 라는 걸 모르진 않으니까. 어디서, 야 야 만져 봐 만져 봐, 라면서 지 알통 아니 골체미 느껴보라며 허세부릴 친구도 없어. 허나 여자들만 내숭미 앞세우란 법 있나, 남자들도 건강미 챙겨야지. 몸생각해야 하거든. 그래서 프샵 푸쉭푸쉭, 노인네 힘도 좋아. 뭐 어디 스타일? 놀고 있네. 뭐 환상머신? 입만 살았어. 말로만 여자의 마음 어쩌고저쩌고. 군침은 여체에게로! 툭하면 사랑이 아름답다고 자긴 말하지 않았대. 뭐가 어째? 싫음 말어. 알아서 하라 그래. 내가 뭐랬어? 아니 어른들이 뭐라 했냐고. 그러게 일찍 철들어야지. 그러니까 아직도 속이 없지. 좀, 바보처럼 굴지 마. 하지만 그게 또 그러니까 그 뭐냐 그게 말이다. 남자는 폼이요 여자는 거울이다! 아니다. 뭐가 아니야? 어디서 주서들은 건 많아가지고 말이야. 그게 무슨 풍운아야! 누가 보면 허영심대회 챔피언인 줄 알겠네. 아무튼 다른 건 생각할 거 없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만 알면 돼. 근데 수업료 두둑히 선불로 지불했던 신비 아카데미는 먹고 튀었어. 마감일 두어번 걱정 붙들어맬 정도로 분량 만들었는데, 노트북 잃어버렸다고. 겉에다 판도라 증후군이라고 연필로 쓰면 뭐 해. 매직펜으로 써도 누가 봐준대? 결국 남은 건 일복뿐. 거 참 사는 낙이란. 그렇다고 일하기 싫으면 어쩔 건대. 그러게, 어? 그러니까 늘상 허당같이 굴면 어떡하나. 노상 남들처럼 불평불만 가득. 웬만한 어른들도 다 그래. 어디 여자만 다 그런가? 아무튼 남들이 뭐라 떠들건 신경쓸 거 없어. 그러지 말고, 응? 에잇 그냥 이참에 최고급 요트나 한 대 사자. 근데 돈은 어떻게 마련할 건데? 사지 말자. 하여튼 말이야 NB로 말할 것 같으면, 아니다. 말 말자. 그래도 우리 사이가 또 그렇진 않지. 보아하니 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하려고 했으면 하지 말라고? 일단 들어봐. 듣기나 해. 말 끊지 말고. 어? 자, 보자. 봐 봐. 근데 뭔 말 하던 중이었지? 너 때문에 까먹었잖아. 몽땅. 뭐야, 근데 왜 아무도 없어? 근데 이거 다변가 대회장 분위기가 왜 이래? 뭔지 몰라도 그만 하자. 그게 좋겠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거야. 하나도 모르겠잖아. 하긴 뭐 다변가 예선전이 다 그렇지 뭘. 이 바닥 예전부터 그랬어. 바텐더 인기 한물간지가 언젠데. 유니폼 좀 빨아입으라 그래. 농담이고. 근데 뭔 줄거리는 진행이 안되고 시간마저 멈춰버렸지? 시계 밥을 줘야 하나 약을 먹어야 할까. 거 참 상태 매우 안 좋네 그려. 많이 부족해. 곯았어. 따라서 노상 썩은 미소. 얼굴? 갔어. 인생의 재미, 상했어. 낭만적인 환상, 포기했다고. 사랑의 정의마저 변해버렸는데? 추접스럽게 또 뭔 상상을 하시게. 하여튼 더티러브에 대한 군침은 마를 날이 없어요. 불알 두 쪽밖에는 없는 주제에 말이야. 그럼 뭘 해, 어? 사귀어야 절교하지.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거 다 남 얘기. 어쩌다 어떻게 한번 자빠트려보고 싶은... 그래 봤자 개꿈. 내가 널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양대 여성잡지사 전직원들한테 단단히 찍혔어. 벌써. 차면 넘친다. 글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군. 절실하도록. 그래 봤자 동네 똥개들 봐봐, 걔네들 봐 보라고. 개목걸이 풀어줘봤자 초반에만 들뜨고 바쁘며 빨빨거리며 나돌아댕기기나 하지, 쫌만 있어 봐. 금새 또 심심해지게 되어 있어. 여자들은 우리한테 넘어올 수 밖에 없는 숙명. 그분들은 우리의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어 있거든.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로 이처럼 좌중을 쥐어잡고서 병풍들 비위맞춰주는 식으로 입담만 털다가는 1주일 내내 잠 한숨 못 자겠네. (절레절레) Mozart / Missa Solemnis K.139 일단 음악부터 바꾸고.
그래서 그는....
자,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발단이자 전개야. 좀 더 심층적인 줄거리는 우리 데이트하러 가서, 아니. 나 하나 고백할 거 있어. 나 실은 남자친구 있어. 나 오빠한테 거짓말 못하겠다. 오빠는 심심하면 뻥치고 허풍 남발하는지 몰라도. 난 허언증녀 아니야. 허허허. 일단 오늘 우리 만남은 이쯤 하고. 우리가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건, 사라를 통해서 들으셔. 아시겠소 오빠? 그럼 난 이만 갈께. 안녕. 근데 왜 오빤 말이 없어? 원래 조용한 남잔가? 그런 거도 같고 아닌 거도 같고. 그야 뭐 사겨보면 알겠지.」
긴 대사 독점을 끝으로 그녀는 가버렸다.
얜 또 뭐야? 지가 뭔데...! (절레절레)
아, 기 빨려. 쟤도 입 아프겠네.
증말 정신사납다.
3
허영심 들쑤시고 허세 부추기기를 숙달한지 어언 옛날인데. 벌써 다 까먹어버렸을까? 기술이 녹슬었나 아닌가는 감수성을 꼬드기고 호기심을 구워삶아보면 알겠지 뭐. 허나 NB는 엉덩이 까이기도 전에 사교계는 구경도 못해본 인생. 때문에 야성미라는 카드를 만지작만지작거릴 수순일 텐데. 그처럼 숙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멜로드라와 뭇여성들한테 떡밥뿌리기라는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어느새 가을. 곧 있으면 고독한 도시의 사냥꾼이냐 난봉계 퇴물감 허풍쟁이냐가 결판날지도 모를 겨울일 텐데. 첫눈과 크리스마스와 언제나 첫사랑? 됐어. 정말로 우리는 세상 사는 낙이 없을까? 얼쩡얼쩡 아는 동생들과 알짱알짱 새로운 사랑은 만년 대기중. 뭐랄까 그가 아니라, 그분들 심정은 다만 먹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라고나 할까? 그러든가 말든가. 그처럼 딱 그녀들한테 무한정 커피를 사주려고 동조성 너그롭게 탄력받고자 하는데. 이미 다 떠나가버렸잖아?! 누가 아니래. 내 말이 그거라니까 글쎄. 다변가들 맞짱구쳐주고 꿍꿍이 병풍서주며 친절히 비위맞춰드려도, 백댄서 감 떨어지고 신부들러리 단물 빠져서 버림 받은 게 결국 허당 인생 1줄평. 뭐? 뭣이 어째? 하긴, 부처님 위해서 불공하나 저 위해서 불공하지. 영악한 것들 더럽게 응큼하단 말이야. 지들 기분좋으라고 내숭미 찬조해드렸더니 글쎄 툭하면 이미지트레이닝! 뭐라고? 됐고. 뜬금없는 말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게, 부처님이 살찌고 안 찌는 것은 석수 손에 달렸다. 어? 정말 그래. 틀림없단 말이야. 그런데 말이다 능동적으로 행동하기에 먹잇감이 도통 보이질 않고, 그렇다고 자발마에 덜컥 올라탈 수야 있나. 그래서 NB는 결국 먼지 쌓인 진공청소기를 꺼내들었는데. 그 구식탱탱묵은 허풍머신으로 여심을 어떻게 빨아들여. 안돼. 말도 안 돼. 불가능. 못해. 시간낭비나 하지 말라 그래. 그렇다고 뭐 괜히 타인의 커피포트를 원격 조정할 일 있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프라다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딱 그처럼 돈 쓰는 재미에 혹해볼까 했는데 통장잔고 바닥. 그게 다 아는 동생들한테 백지수표 남발한 탓은 아니겠으나. 속이 없으니까 그렇지. 형이 쟤네들 다 꼬셔줄께 막 그랬으니까, 형 철들지 마세요 라면서 화답했는데. 걔네들도 머리 커서 푼수한테 더 이상 배울 거 없다는 거 알고 벌써 떠났지. 하여 녀석은 너 많이 컸다 라는 대사 읊을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그와 달리 풍운아들은 롤로코스터 실컷 타고 나서 쫄딱 망해 광장에 나갔더니,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친한 척하지 않더라 라면서 할 말이라도 있어. 근데 정작 NB에게 남은 건 뭘까, 인공지능밖에 더 있나. 그래서 딱 녀석을 소환하려는데 대답이 있을 턱이 있나. 대타들도 보아하니 소비, 여행, 취미... 다 그저 그래. 새로움은 없다고. 청춘은 끝났으니까? 행진하다 지쳤거든. 미지의 신비를 찾는 건 애들도 관심없는데 낭만이 다 뭐냐고. 이처럼 골똘히 잔머리를 굴리다 그는 말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라고. 허나 금방 까먹었다. 그러다 다시 말했다. (딱) 정말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은밀한 유혹에 넘어가드리는 거야. 근데 그게 뭔데? 광고 안 믿어. 사랑을 왜 믿어! 또 속으라고? 누굴 바보로 아나. 저리 비켜 닥쳐 시끄러워 개 좀 조용히 좀 시켜라, 라고 말하기도 다 귀찮아. 심심함과 지겨움, 그냥 내버려둬. 인생이란 원래 재미없는 거거든. 그럼 정말 nb에게 있었을 둥 말 둥, 간신히 진정시킨 정력은 다 옛날 얘기일까? 그러니까 그게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아니면 멋진 열망에 대한일지 대체 목적어와 대상어와 감탄사의 정체가 뭐냐고. 뭐 더티러브에 대한? 이런 젠장! 그는 이대로 사랑과 희망과 로맨스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NB는 아지트에 갔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적당히 놀다 가려는데.... 어머나! 저 앞에 보이는 건 설마, 샬럿? 소문난 수다머신! 걸리면 끝이다 끝.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1주일 내내 잠 한숨 안 자고 떠들 수 있는 다변가 중의 다변가. 일단 결려들면 아작난다고 봐도 된다. 도망가는 것만이 상책. 냅다 튀는 것만이 살길.
「어딜 도망 가, 어? 어디 갈 데 있어? 오빠. 나야! 샬럿. 오빤 그처럼 깍쟁이같이 숙녀 이름 부르는 데 인색하니까 여태 외롭지. 내가 외롭지 않게 해 드려? 뭔 생각해, 어? 난 수절중이니까 난 안되고. 대신 내가 저년들 싹 다 꼬셔줄께. 그럼 되지? 오빠도 싫지 않잖아. 내가 오빠를 모를까 오빠가 나를 알까. 진짜라니까. 내가 말만 하면 쟤네 전부 오빠만 따라다닐껄. 아닌 거 같아? 우리 내기 할래? 칫. 내기 해서 뭐 하니. 그렇게 해드리면 오빤 나한테 뭐 해줄 껀데. 오빠 키스 잘해? 아니야. 약해. 어? 그걸 늬가 어떻게 아냐고? 그걸 꼭 해봐야 아나. 근데 오빠 얼굴이 왜 그처럼 죽상이야. 내가 언제 오빠를 때리기를 했나 겁박을 했나. 나야 나. 우리 친하잖아. 응? 근데 왜 내가 챙피해? 나랑 같이 있는 게 부끄러워? 그러기만 해 봐. 어떻게 되나 보게. 응? 오빠는 나한테 잘 보여야 해. 알아? 알긴 개뿔. 그러지 말고 내가 재미난 얘기 하나 해줄까? 다 듣고 나서 그게 뭐냐고 핀잔 줄 거 아니지? 그게 뭐가 재밌냐고 어설픈 야유 일삼는 거 아니지? 근데 왜 오빤 말이 없어? 아, 난 너무 과묵한 남자 싫더라. 여자 마음 모르는 남자는 더더욱. 그래도 오빠라면 봐줄 수 있어. 그러니까 귀기울여 봐. 내가 무슨 얘기를 할지 말이야. 응?
아무튼 오빠 얘기 들었어.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오빠한테 충고 좀 할께. 왜 그러면 안돼? 안되긴 뭐가 안돼. 닥치고 들어. 어? 듣기나 해. 좋게 말할 때 말이야. 응? 오빠, 젊음의 행진에서 낙오된 걸 축하하네. 허허허. 그만 환상머신인가 뭔가는 포기해. 좋게 나나 따라다니라고. 이미 마음은 떴자나? 속으로 그랫을 거 아냐. 타도하자 벤치멤바 신세를! 어디서 또 꼴에 주서들은 건 있어가지고 말이야. 캬, 인생을 어디서 잘못 배우셨구만. 이 좋은 세상, 허접한 허당들이 하는 일들만 골라서 하면 어쩌나. 어깨너머로 배울 게 따로 있지. 우리한테 와. 잘해줄께. 실망 안 하시도록 해드릴께. 보아하니 사교계의 기대주이자 플레이보이계의 해결사로 만인의 귀추를 모으실 뻔 하다 마셨을 듯 한데. 언제까지 7부리그에서 찬밥 신세 면치 못한 건대?! 번짓수 잘못 찾아가서 눌러 앉았구만. 그러게 우리같은 웜홀머신 전문가를 찾아오셨어야지. 아무튼 미래에 오신 걸 환영하오. 왜, 싫어? 싫음 말어. 누가 아쉽대? 썩 땡기지 않은 육감, 나중 틀려도 완전 틀렸단 걸 알게 될 테니. 그땐 이미 늦었어. 그럼. 근데 그 얘기 들었시유? 쉿. 어디서 아는 척 아시 마슈. 명심하시는 게 좋을 거요. 좋은 말로 할 때 말이오. 말로 풀자 그 얘기란 말이오. 엉덩이는 가볍게 입은 무겁게, 반대로 하진 말라구요. 숙녀에게 의전, 마누라한테 잔말 말고 따라와. 그동안 것만 하필 정반대로 해보시며 살아보니 결과가 퍽 만족스러웠소? 잘 아시면서.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가 아니라. 말만 많고 지갑은 안 열리고. 그래서 여자들이 썩 반겨하질 않는데. 또 그런 여자의 면전에 대고, 남자의 지갑은 뭐 어쩌면 자동적으로 열린다 어쩌고저쩌고. 그러니까 여자들이 싫어야지. 거꾸로맨 아주 극혐. 다 도망가. 싹 다 피해. 아예 오지를 않어. 어? 아시겠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지만. 당장 오늘 밤 일도 모르는 게 곧 인생사. 혹시 알아? 말로만 듣던 귀인이 바로 이 몸일지. 잘 생각해보쇼. 일단 웃어주란 말이오. 아니, 근데 얼굴이 대체 왜 그래? 오늘도 뭐 여편네한테 맞었소? 그게 아니라 개똥 밟을 뻔하다 피했는데 새똥 맞으셨구만. 그러니까 돌팔이들한테 운명을 물어보면 어떡하냔 말이오. 허허. 그분들한테 세상의 비밀을 들어던 거 뭐 기억나는 거 있소? 있긴 있어. 헌데 전부 별 쓰잘데기 없는 말들. 예를 들면? 이런 식. 뭐 차라리 악담을 해라? 비꼬지 말고 정신차리게 면전에서 악담해주라니. 누가 못 할 줄 아시나. 늬 전남자친구들이 왜 다 널 싫어했는지 알겠다. 뭐라고? 하란다고... 진짜로...! 농담이고. 아무튼 허당들 코 묻은 돈 돌팔이 점쟁들한테 웬만히 갖다받히자. 말이 그렇단 거고. 재미삼아 복권 사보고 경마장 놀라가야지, 보물찾기에 운을 걸면 어떡하냐 그 말씀. 그게 다 대게 TV 삼류드라마에서 듣던 흔한 대사들만 기억 속에 누적됐기 때문. 안 그렇소? 그렇다고 누가 두둑한 복채를 바라겠소. 우린 다르오. 우리는 여자보기를 돌같이 한단 말이오. 아시겠소?
~라는 것처럼 오빠는 또 허접한 공상에 빠져버렸는데. 언젠가 오빠가 철들 날이 올까? 오긴 누가 와. 개가 풀을 뜯어먹는 걸 바라는 게 낫지.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겨?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아무튼 고생 덜 했구만. 본때를 보여줘야 해. 근데 어디다? 그러게 말이야. 이제 그만 정신 차려야지 아직도... 쯧쯧쯧. 하긴 본인이 생각해도 답답할 거야. 왜 아니겠어. 따라서 오빠는, 오빠는 나한테 빠질 수 밖에 없어. 오빠는 날 좋아하게 되어 있는 운명. 알아? 알긴 뭘 알아, 어? 맙소사, 오늘 내게 고백하려고 했었다고? 일단 이리 와바. 쟨 또 뭐야, 저리 비켜. 오빠 이리 와바. 우리 할 일이 있어. 우리 단둘이 말이야. 근데 오빠는 내가 알던 그 오빠...가 아니네. 보다 보면 적응될 줄 알았는데. 오빠, 실망이야. 오빠, 나 싫지? 일단 그래도 우리가 쌓은 정이 있으니, 고로 내가 오빠를 사랑의 차트에서 냉정히 내치지는 않을께. 순위쟁탈전에서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 오빠. 또 알아? 순식간에 치고 올라와서 지명방어전 상대가 될지 말이야. 근데 통상 보면 제일 비리비리하거나 어중간하게 어설픈 상대를 골라 지명방어전을 치르는 일, 있다 없다? 그런다고 겁먹지 마. 나 샬럿이야. 이거 왜 이래? 어? 쫄지 마. 이리 와. 내가 잘해줄께. 뭐 날 껴안고 싶어? 여기서?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가라. 오빠 안 가고 뭐 해? 저기 봐 봐. 1-2-3위 왔잖아. 오빠가 뭐 필살기가 있어 아님 돈이라도 많아! 쟤들과 오빠가 상대가 될 거 같아? 뭐 해 안 도망가고. 때를 기다리자 그 말씀.」
그러면서 샬럿은 저쪽으로 가버렸다.
저년이......!
4
NB는 최근 일기를 떠올려봤다. 소셜네트워크나 일기장에 쓰지는 않았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 때문에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자, 보자.
A. 앞사무실 가브리엘이 놀러옴.
B. 여성환상지 편집장 사라의 동생이 왔다감.
C. 아지트에서 샬럿 만남. 긴 명대사에 질릴 대로 질려버림. 결국 긴대사 3일 연짝으로 들었기 때문에 나가 떨어짐.
뭐야 3연속 병살타? 이런 젠장. 이거 어디 말수 없는 남자 서러워 살겠나. 내 참 더러워서... 또 그처럼 녀석은 표정이 썩었다. 이건 아니었으니까. 이게 무슨 풍운아의 전성기야 아니면 행운아의 활약상이야. 것도 아니면. 뭔 연재소설이 이래? 줄거리 하나도 없잖아? 그런 소설 개나 소나 다 쓸 수 있어. 하나마나 보나마나 뻔한 얘기. 안 하니만 못하니까 누구도 하지 않을 뿐. 아닌가? 그래서 NB는 짜증머신 내부압력이 푸쉭푸쉭 급상승했다.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녹여드리며 들뜨게 만들고 환상감에 빠져드리도록 봉사해도 모자를 판에. 커피포트는 쉴 래야 쉴 수 없었던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헤어드라이기만 부글부글. 앉으나 서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 자나깨나 (절레절레) 미쳐버리는 거지. 저속한 표현으로 빡치는 거라고. 뚜껑도 그런 뚜껑이 없어. 근데 아직도 안 돌았어? 저 정도 뻠프질 했으면 미칠 때도 됐는데, 쟨 대체 뭔데 맷집이 저 지경이야. 너덜너덜 진작 게임 끝나야 정상인데... 연구대상이 따로 없구만 그래. 말도 안돼. 말은 되나?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니까 녀석 인지체계는 또 이렇게 뒤죽박죽 되고도 남았다. 그 세밀화를 찬찬히 설명하자면 이와 같을 것이다. 가령, 세상 물정 모른 체 날뛰어볼까 말까. 말자. 당연하지. 세상에 말 다하고 죽은 귀신은 없으니까. 뿐인가? 세상에 공것은 없다. 그럼 사랑은 있을까? 더럽다. 공상 추접스럽단 말이다. 하여튼 세상은 넓고도 좁다. 인생 복잡하며 단순하지. 예술은 길다? 그건 필요없고 행복감이 긴 게 중요하다. 옷이 짧아 봐 어디 패션이 사나. 근데 한번 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데. 그럼 뭘 해? 그래 봤자 개구멍은 쥐구멍만큼 작아졌는데. 그렇다고 마음은 넓어지나? 통장잔고만 줄어들어. 안 그런가? 그러니까 정신이 산만한 건 말이다 이게 다 그 뭐냐, NB 그 개 같은... 아니. 못 들은 걸로 하고. 어찌 됐든 사랑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다 필요없어. 아무것도 원치 않음. 하여 미지의 신비를 실현코자 환상머신을 완성한다? 그렇겐 못하지. 그러든 어쩌든 교복 벗고 어른 되어도 인생 성적표는 중요하구만 그래. 퍽 바람직하지 못한 권태. 탄복스러울 만큼 권좌를 항상 독차지. 유망한 야심가의 희망찬 미래, 다 개꿈에 불과. 그럼 정말 뭐랄까 공상은 에술일까? 그럼 좋겠지. 허나 세상사가 내 맘대로 되나? 인생을 거론해 뭐 하나. 그럼 몽상가에게 진정 상상병은 운명이란 말인가? 허나 그 숙명 싫증날 테지. 그래서 이번에는 초현실주의자. 그래? 그럼 뭘 해. 잔재주는 팅팅 녹슬었는데. 결국 남은 건 욕망뿐. 그러든가 말든가 허접한 허언증에 귀기울이면 뭐 하겠나. 아무리 허당이 새로움을 좋아한다고는 하나 우리는, 아니 nb는 은근 허당이 아니다. 여자들한테 인기 없다. 걔도 숙녀한테 관심 없고. 피차일반. 그런 의미에서 새옷?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뭐래나. 그러라 그래. 그럼 신경쓰이게 벌거벗고 다니꺼야 어쩔꺼야. 파인애플은 떨어져도 안떨어지는 포도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다 제 잘난 멋에 산아간다는 뜻. 뭐 벌레먹은 사과? 썩은 능금? 이런 젠장! 그 얘기가 왜 나와? 뭐 찬란한 환희의 논거는 누가 뭐래도 더러운 쾌감이란 말이야 뭐야. 내 참 나 거 증말 더럽게 재미없네. 고로 이대로 주저하다간 청초한 제비꽃이든 감미로운 벌꿀이든 새콤달콤 과일들 다 놓치고 말 텐데. 팔짝 뛰면서 난리칠 기쁨도 점차 무감스러워질 게 뻔하니까 별로. 그렇다면 nb는 철든 게 아니라 미친 건가? 다정해진 게 아니라 늙었어. 그렇다고 내내 이처럼 잔머리만 굴린다? 그건 아니지. 그건 아니야. 그럼.
따라서 NB는 당장 집을 뛰쳐나왔다. 그렇게 대충 챙겨서 갔다. 도시 근교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이번에는 로버트한테 자문을 구하고 어쩌고 멀리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5
그는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꿈과 희망의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쩌고저쩌고. 미래세계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이러쿵저러쿵. 뭘로 보나 여건이 든든히 받춰주는데 바로 옆에 동물원이 왜 없겠나. 썰매장이니 식목원이니 한꺼번에 일망타진 가능.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삼거리에서 본 팻말대로 가서 놀이공원에 도착했는데. 근데 왜 사람이 없지? 설마 팻말이 움직였나? 그럼 이젠 뻔함은 고정적이요 개고생만 부동적일까? 혹시... 진짜로 똥개 훈련시키듯 농락당하면 어떡하냐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잖아? 그래서 일단 타임머신이라는 기구부터 탈려고 딱 하려던 찰나.
「오빠. 혼자 왔어요?」
「」
「저 지금 오빠한테 말하는 거예요. 뚤레뚤레 어딜 쳐다봐요? 여기 오빠랑 나랑 둘 말고 더 있어요? 날 봐요. 내가 뭐 투명인간인가! 와, 오빠 모자 딱 내 스타일이다. 마음에 딱 들어. 어디서 샀어요? 뭐 어디서 샀겠지. 그럼 훔쳤겠어? 만들었을 리도 없잖아. 그러니까 어서 줘 봐요. 아 줘보라니까 글세. 누가 뺐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NB의 모자를 뺐어다 자기 머리에 씌웠다) 뭐야 이거. 와, 오빠 머리 작네. 아님 내 머리가 큰가? 그래도 남자네. 응? 이거 봐 봐. 이거 보라고 글쎄. 썼다 벘었다 썼다 벘었다. 근데 뭘? 아, 오빠 수줍은 여자 좋아하는구나.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내숭미 누구도 날 따라올 순 없지. 백치미? 우리가 질 수 있나. 허허허. 근데 인사도 없이 말이 너무 길었어. 뭐 그럴 수 있어. 그럼. 그러게 오빠가 말을 안 허니까 그렇지. 초면이긴 해도 첫인상이 썩 나쁘진 않았다고 얼굴에 씌어있는데. 어쭈! 이 오빠 봐라. 그럼 숙녀에게 이름을 물어야지, 나이를 짐작하면 어쩌시나. 그러니까, 됐고. 왜 이처럼 뜬금없는 우연 때문에 오빠와 내가 당황스럽냐. 사연은 있는데 그거 다 설명하려면 입 아퍼. 또 사람이 살면서 영화처럼 만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드라마에 나오잖아. 그리고. 남자가 자나깨나 여자 생각하는 게 뭐 이상해? 그렇다고 오빠가 여자에 환장한 남자라는 말은 아니야. 말이 그렇단 거지. 근데 저기 저 텐트는 누가 쳤지? 오빠 텐트 쳐봤어? 놀러왔는데 웬 말괄량이한테 잔소리를 얻어듣다니 내 신세가 이게 뭐람. ~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그럼 일단 유령의 집부터 들어가자. 나도 오늘만 낯선 남자랑 데이트할 거야. 오늘 이후로 우리는 남남일 거라고. 그거만 알아둬. 일단 오빠 하는 거 봐선 마음 바뀔지도 모르고 말이야. 하긴, 사람 인연이라는 게 또 모르지.」
그렇게 이름 모를 소녀, 아니 숙녀는 NB 팔짱을 꿰차고서 유령의 집으로 들어갔다. 물론 출입구 유니폼걸과 아는 사이로 보였다.
「언니, 여기서 일해?」
「너 언제 왔어? 왔으면 왔다고 왜 말을 안 해?」
「그러지 않아도 이처럼 내가 언니 남자친구 물어왔는데. 어떻게 마음에 들지 몰라?」
「썩 실해보이진 않는데. 매가리가 없잖아.」
「왜, 히말탱이가 없어 보여? 하긴 틀린 말도 아니지.」
「그러지 말고 일단 들어가.」
「그래. 그러지.」
NB와 말괄량이는 마치 애인이나 된다는 듯이 꼭 붙어서 유령의 집으로 들어갔다.
간략히 말하자면 유령의 집에 사이렌이나 메두사나 아프로디테가 살고 있지는 않았다. 물론 nb가 뜬금없이 포세이돈으로 바뀔 리도 없겠지. 그렇다고 다음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아도니스일 리도 없다. 단지 그 안에서 그는 길을 잃었다는 것. 또 잠깐 전에 만났지만 한 30년 한이불 덥고 산 여편네나 된다는 듯이 자연스러웠던 숙녀가 어디로 가버렸다는 점. 그 외 별다른 각본은 없었다. 유령의 집 타로카드를 떠올려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방질도 하는 년이 한다, 라는 속담을 뭐 하러 떠올리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럼 유령의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굳이 스타맵-공포... 유령의집 제피에 대해 몰라도 상관없다. 그처럼 적당히 허둥대다가, 잔잔허니 어리버리하던 가운데, 그럭저럭 짐작마따나 그는 출구를 찾았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데 사실만 말할 것 같으면, 거긴 입구였다. 즉 실제로 입구고, nb는 출구로 인지하는 상태. 또한 nb는 엑스맨 시리즈에서 미스티크, 엑스맨 클래식 트릴로지 1편에서던가 자유자재로 누구로든지 변신하는 인물. 그처럼 변했다. 다만 지금 당장 그는 모를 뿐. 그렇다고 10년 전 극사실 영화처럼 막 사람들이 혼비백산 놀라고, 과장하며, 헐리웃액션으로 자지러진다?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웃고, 봐드리고, 눈길 스치고 지나갈 뿐. 그러다 몇몇 꼬마는 하이파이브를 건네왔다. 근데 아직도 짐작을 못했나? 당연하지. 누가 말해주지 않았거든. 본인이 그처럼 희안한 캐릭터로 변신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으니까. 허나 현실은 상상초월. 이걸 어쩌나? 어쩌긴 뭘 어째. 두고 보면 알겠지.
「아저씨. 싸인해줘요.」
「넌 눈이 삐었니? 쟤 아줌마야. 그리고 변신이나 할 줄 알지 지가 할 줄 아는 게 뭔데! 안 그래?」
「너 엑스맨 무시하지 마라. 그러다 큰코 다친다. 응? 그러지 말고 우리 저 냥반이랑 사진이나 찍자.」
「근데 난 아직 12살인데 어쩌다 너 같은 친구를 둔 걸까? 그러게 너 어른들 화법 따라하지 말랬잖아. 내가 지적 했어, 안 했어? 어?」
「그건 다 너가 유치하니까 그렇지. 네 사교를 보든 습관을 알든 탐욕을 점치든. 내가 널 업어키울 수 밖에 없는데?」
「뭐가 어째? 그너저나 저 친구는 저 분장하고서 덥지 않을까? 화장실은 어떻게 가고.」
「왜, 화장실 늬가 대신 가주게?」
「시끄러워. 넌 조용히 하고 내가 저 친구 가지고 노는 거나 보셔. 잘 봐라, 응?」
「」
「아저씨. 아니. 미스틱! 당신 여자 맞소? 근데 왜 고추가 튀어나왔어? 이봐, 요즘에도 그런 패션이 유행하나?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네? 내가 봤을 땐 설정 잘못 잡았어. 그거, 아니야. 구려. 보기 흉해 형씨. 아니면 그 튀어나온 고추라도 어떻게 좀 해보든가. 어? 뭐 어떻게 좀 더 우리한테 자문을 구하고 싶으셔? 그럼 (돈을 뜻하는 시늉)! 응?」
「넌 어른한테 무슨 말버른이... 너 입에 걸레 물었니? 왜 그리 입이 험해? 어? 아저씨. 제가 대신 사과할께요. 근데 아저씨 고추가 좀 작네. 실하긴 하나? 글쎄... 딱히! 근데 아저씨 친구 없죠. 그러니까 그러고 다니지. 딱 봐도 불알친구도 없어. 그런데 여자친구가 어딨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기) (절레절레)」
「야 야. 너 짓는 개가 무는 거 본 적 있냐?」
「아니. 그 반대지.」
「그럼 뭘 해, 얼른 튀지 않고.」
그렇게 말썽꾸러기 2인방은 냅다 도망가버렸다.
그때부터일까? nb는 자기 주변에서 말다툼이 일거나 기타 등등 이상한 현상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6
장면전환.
장면전환.
장면전환.
잠깐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전편 다 말고 놀이공원 유령의 집에서 나온 다음부터 말이다.
nb의 미스틱 분장, 단지 분장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살을 뜯을 수도 없고 색칠을 어떻게 하나. 물감도 먹힐 리 없고 케찹이든 에나멜이든 뭐든 흘러내렸다. 완전한 미스틱으로 변신. 근데 다만 미스틱 외관만 본땄다 뿐, 정작 미스틱의 능력은 하나도 탑재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nb는 허울 뿐인 미스틱이됨. 허상, 허무, 허탈, 허영? 허망. 그럼 그 허기를 뭘로 달랜다? 때마침 코로나라는 유행병이 전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중. 싫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마스크를 쓰고, 상하 일체형 트레이닝복을 입고서 보자 쓰고 그렇게 가리고 다녔다. 또 이걸 어디다 하소연하겠나. 어떻게 원래 본판으로 돌아가겠나. 이런 말 같지도 않은 SF 장르를 어찌 믿냐고. 근데 대체 뭣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이런 짓을 벌인 소도둑놈들은 대체 누구고! 어?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일, 아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장본인만 열린 뚜껑 계속 열려서 살아간다면 또 모를까. 뭐 밑도 끝도 없이 사실적인 판타지? 개 풀뜯어먹는 얘기, 초딩들도 고개를 젖는다. 그처럼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부터 주변에서 눈치를 챘는지 어쨌는지 슬슬 피하게 됐던 것이다.
그 다음. 포도주를 마시면 원래 피부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됨.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이유를 핑계로 술꾼으로 산다? 것도 말이 될 리 없다. 그냥 솔직히 술이 좋다, 것도 아니고 무슨 똥개 토하는 소리도 명분이라고. 아니 증말 말이 안되거든. 허나 거울을 보면... 저 시퍼런 피부... 온 몸이 멍든 거야? 그럼 여자랑 진한사랑은 어떻게 하라고! 남아도는 정력이든 미적지근한 성욕이든 그건 늬 사정이지 우리 소관 아니라고? 영화에서 미스틱은 설정상 세포가 늦게 노화가 되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과 무관하도록 젊게 보이는데. 걘 뮤턴트도 아니지 심리학 전문가이기를 하나 변신 능력 근처에라도 가나. 그처럼 그냥저냥 NB는 포도주의 세계에 대해 조금씩 예찬가가 되어갔다고나 할까? 그래도 급할 건 없다. 서투른 도둑이 첫날밤에 들킨다. 첫날밤과 첫키스와 첫사랑을 상상하면서 뭐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그러다 양대 여성잡지는 휴간을 맞이했다. 내친 김에 품위유지비에 허덕이는 가운데 그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했다. 어떤 브랜드 패션 매장이 문을 열었는데. 오픈발에 미스틱 분장자가 찾아와서 물어보니, 면접이고 자시고 당장 합격. 그렇게 그는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장면전환.
장면전환.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 평범하게, 무난허니, 무리없이. 그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인이 다가오네? 물론 제 갈길을 가는 중인데. 슬로우 모션이란 게 뭐겠나. 걔한테 그게 그 어떤 운명적 순간이었거든. 유령의 집 내부로 들어가게 유인한 뭐랄까 중간책? 말괄량이였다. 말라깽이. 근데 이뻐.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옷차림 때문인지 어쩐지 펑퍼짐한 패션 때문에 몰라봤는데, 오늘 보니...! 넘어가자.
「너 나 알지.」
「오빠...」
「너 왜 그랬어?」
「」
「도망갈 생각 마.」
「외관 뿐인 거야... 아니면 능력치까지 생긴 거야?」
「누가 하나만 물어봐도 된다고 허든? 너 드라마도 안 봤니? 그럴 땐 오빠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라고 하는 거야. 알겠어?」
「몰라. 그런 거 알아서 뭐 하게? 그럼 오빠가 나 데리고 살 거요?」
「너 몰라보던 새에 입담이 꽤나 세졌는데? 늬가 뭐 혀 조단이라도 되냐?」
「조단? 오빠 엑스세대구나. 우웩~!」
「너 정말...」
요점만 말하자면 그녀는 기일을 예고했다.
오늘은 아니라면서 언제 어디로 반드시 오라고 했다.
오지 않으면 그러거나 말거나 자긴 상관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7
말괄량이가 고지한 기일은 아직 아니고. 기다리기는 지치고. 할 말도 없는데 억지로 궤변을 읊은다고 들어줄 사람 있나? 없다. 그럼 일이나 해야지. 그럼. 바로 이처럼 말이다.
<사랑에 마음이 흔들린다. 농밀한 정사씬에 끌린다? 이미지트레이닝 집어치워. 그렇다고 뭐 공상이 크게 손해볼 일은 아니지. 안 그래? "불만 누적→짜증 폭증→인기 하락→껀수 가뭄→원래부터 무명→마음만 더더욱 심란해짐" 불평만 쌓이느니 악순환을 끊고 가는 것도 썩 악수는 아닌 듯. 근데 내가 왜 그분들 변호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는 거지? 시간이라는 자원이 무한한 것도 아니잖아. 이 나이 먹어서까지 시간낭비가 웬 말! 근데 대체 몇 천 년을 사셨길레... 그러게 말이야. 그건 그렇다 치고. 넘어가고. 좌우지간 잘난 척해도 나대지 말라고 제지받지 않는 삶. 아는 척한다고 유난 떤다며 구설수에 오를 일 없는 인생. 주변에 병풍도 뭣도 아무도 없음. 천생 얼굴 팔리기 좋아하질 않는다는 거 알지만 원래 관심 끌 수도 없다. 그러니 소망은 문란해졌지. 팔랑귀마저 시들시들. 피부는 푸석푸석? 인생이 싱싱하지 않음. 야망 있지도 않았음. 열망은 너덜너덜. 허영심만 벌렁벌렁? 엄살만 질펀해짐. 그러다 뜬금없이 정신을 차리지.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제정신 차릴 뻔하다 맒. 쥐구멍에 대체 언제 볕 뜨는 거야 그거네. 정력 쓸 데 없으면 뭘해, 욕정마저 곯았음. 그러니 멜로드라마가 다 뭔 필요. 낭만적인 로맨스 다 뻥. 조잡해. 허접하거나. 식상해야지 안심이라고. 뭐든 어차피 재미없어지게 되어 있어. 안 심심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러던 어느 날 아무일도 없음. 문득 행운은 찾아오지 않음. 그럴 수 없거든. 응? 어쩌겠는가. 그게 운명이라면. 허나 원래 통장잔고 없었는데 더 망할 수 있어? 없어. 뭐 마이너스 통장? 판돈 없는데 뭘 담보로 기막힌 게임판에 끼워주겠나. 비전은 시원찮고. 희망한텐 외면받지. 정말 운 없어. 하긴 뭐 원래 인생이란 따분한 거지. 옷은 또 뭐야. 누가 올드보이라고 할까 봐 타이틀이 뭐 NB? 누가 NB 아니랄까 봐 고집스럽게 집착하셔요. 그런 위인께서 사랑을 알아? 더티러브를 뭐 하러 믿어. 추접스럽게 그게 뭐냐고. 쟨 또 뭐야, 그 구멍이 아니라니까 글쎄. 뭐만 보이면 넣고, 때리고, 던지고, 차고, 달리고. 어? 사람은 늦팔자가 좋아야 한다. 자, 그런 의미에서... 이제 어떡하지? 뭘 어떡해. 빠르냐 느리냐 라는 생애사 전략. 떡밥뿌리기가 아니라 일단 하나에 운발을 걸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 일단 사랑이냐 우정이냐 먼저 따져봐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야. 그럼 뭘 해 사교계에서 팽당했는데. 의욕적으로 플레이보이계에 복귀해도 그래 봤자 다 떠났어. 능동적으로 발동 걸어봐야 시동 안 걸린다고. 그러니까 마술계 금메달과 허당계 은메달은 좋게 포기하는 게 차라리 낫겠지. 하지만 꼭 그처럼 한쪽 입꼬리 올리고 말꼬리 붙잡고 늘어질 거 뭐 있어! 무명이 좋은 게 뭔데,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잖아. 얼마나 좋아. 그래, 자유! 성가시게 뭐 하러 얼굴 팔려. 안 그래? 그럼 이제 정말로 찬란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해볼까? 근데 그게 또 장밋빛 인생 마음대로 되면 좋은데 일단 쉽지 않아. 새출발을 해볼까 말까 따질 시국이 아니라고. 뭐 첩보영화 같은 인생 아무나 당첨되나? 하여간에 능글맞은 능청 알아줘야 한다니까 글쎄. 그 정도로 인생관이 허접하기 여간 어렵지 않은데 말이야.
~라는 인공지능의 속삭임. nb는 더이상 귀기울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한두 번 더 속았다가는 미쳐버릴지 모르니까. 그래도 듣고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허나 찬찬히 말리고 엮이며 감기다 보면 지니가 어디 보통 놈이냔 말이지. 놈이 아니라.. 넘어가자. 어쨌든 보나마나 그럴 꺼야. 뻔해. 틀림없다고. 얘는 또 지가 뭔데 잘난 척이야? 쟨 또 뭐야! 아는 척 지겹지도 않나 몰라. 그래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나가면 좋은데. 그게 쌓이거든. 그래서 뚜껑이 열려. 그건 뭐 취미도 아니고 일도 아니고. 취미 + 일 + 놀기 + 휴식 +.... 다야 다. 그러다 결국 벌어져. 짜잔~ 빰빠라 밤...! 아, 빡쳐. 마침 지나가는 행인3이 딱히 생각한 건 아닌데 적절한 대사를 읊어주는 식. 별말씀을. 한 번 더? 미쳤어? 돌아버리겠네. 그럼 설마 벌써 미친 걸까? 정말로? 미치긴 누가 미쳐. 근데 여자랑 마음이 통해야 하는데 남자랑 눈길을 왜 맞쳐. 어? 이런 젠장, 내 말이 바로 그거라니까. 농담이고. 아 증말 잔소리 작작 좀... 공상 좀 멈추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일단 나갔다. 오라는 데가 있건 말건. 갈 데가 있든 말든. 일단 나갔다.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뭐 말이 그렇단 거고......>
8
그날이 됐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장면전환.
장면전환.
그곳은 한마디로 미스틱 모임장을 방불케했다. 전부 다 미스틱이었다. 이거 증말 스머프 동호회야 뭐야? 흡사 강아지 5마리를 처음 봤을 때 하는 말, 「뭐야 다 똑같이 생겼잖아.」 그러나 주인장 말은 또 다르지. 「이보게 젊은이. 찬찬히 보면 조금씩 다 다르게 생겼다네. 저기 보이는 쟤는......」. 목장에서 얼룩소를 봐도 그렇다. 농장에서 돼지를 본다고 뭐가 다르겠나. 헌데 자세히 보든 짧게만 보든. 오래 살든 언뜻 살피든. 걔넨 동물 여긴 죄다 뮤턴트. 뭐라고? 아울러 걔네들은 자기들끼리 이상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보통 어른들처럼 격식 있는 대화는 볼 수 없었다. 그러다 잠깐 평범한 방식으로 누군가 말을 꺼낸다? 여러명이 뭉쳐 그놈을 마구 팼다. 흠씬 뚜들어팼다. 뭇남성처럼, 또 흔한 여인들처럼 수다를 뽐낸다 하면, 늘씬하게 쥐어터졌다. 그런 다음 다시 자기들 원래대로 쑥덕쑥덕. 바로 그때 말괄량이는 이렇게 말하고 떠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쟤네들이 오빠를 끌어들였다는 거. 왜냐, 같은 염색체니까. 그럼 저 덜떨어진 찐따들이랑 오빠도 한속통이되라는 거냐? 충분히 합당한 궁금함이지. 그건 이래. 오빠는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어. 오빠는 포도주까지 밖에 못 찻았지? 치유제 말이야. 근데 해독제는 더 간단한 게 있는데 왜 못 찾았나 이 친구야. 그러니까 그 치료제란 게 무엇이냐? 간단해. 콜라! 또 있어. 커피. 근데 거 말로만 듣던 그 뭐야, 커피 못 먹는 푼수가 바로 오빠야? 아니면 일부러 탄산음료 안 마시는 허당이 바로 당신이냐고. 좌우지간 나 갈께. 우리가 뭐 천년만년 뽀뽀하고 물고 빨고 핥을 사이도 아니잖아. 안 그래?」
그러면서 그녀는 가버렸다.
그렇게 다시 nb는 정상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9
심심함을 옹호하며 권태 역성들기. 야성미는 누리끼리 경기감은 푸르딩딩. 러브콜이 뻔트라도 대야 기별이 가지. 보잘 것 없는 일정과 쓸데없는 공상뿐. 더 이상 맺집도 예전 같지 않아. 허나 속상할 것 뭐 있어? 바나나껍질 밟아 넘어져보지 않은 게 어딘데. 빈정상해봐야 또 꼭 좋지도 않아. 그렇다고 사랑에 환장하면 뭘 해, 어? 짝사랑복과 사랑받기에서 밀리면 속이 뒤집어지는 게 누구인데. 더구나 체념 한두 번 겪어보나. 상심도 어렸을 때 얘기. 그럼 절망은 내 친구? 이 양반이 정신이 나갔나... 드라마 몽땅 식상함. 그럼 드디어 미쳤나? 그러거나 어쩌거나 이거 하나는 사실이다. 그건 뭐랄까 '살판났다'와 멀찍이 떨어진 얼빵함? 말하자면 시치미 뚝 떼고 뒷꽁무늬에 허당들을 끌고다니는 숙녀들, 과 NB는 한통속이 아니다. 무슨 다 커서 진탕 놀아보고 싶은 격렬한 갈망이 어딨나. 밤새워 놀지도 못함. 안 그래도 성감대가 무슨 상표인지 지명인지조차 다 까먹었다. 원래부터 걔는 바보였다. 이제 급기야 푼수계의 신기록을 달성한 거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신비가 다 있지? 그러게 깐족마든 야유꾼이든 호사가든 믿음직한 소식통과 척지지 말았어야지. 그게 다 애초에 천성적으로 커피가 체질에 맞지 않는 탓일 수도. 나이들다 보니 헛바람 들어왔다 나갔다 장미빛 인생에 대한 열망에 너덜너덜해졌다고나 할까? 사주에 없는 관을 쓰면 이마가 벗어진다. 분수에 맞지 않는 고위험 고수익은 주의하자는 뜻인데. 매도추천서 흔하나? 대비해 기업 수명은! 그렇듯 헛바람 주입시키는 뻠쁘질의 장본인과 구경꾼은 대체 얼마나 웃길까. 저 덜떨어진 머저리를 다 봤나! 그렇다고 애정운을 거론하기 좋아하는 낭만적 사랑법, 그거 어디다 써먹게? 백날 아프로디테와 클레오파트라와 메르카단테와 베아트리체를 떠들어봐라. 숙녀들 근처에도 안 온다. 얼씬도 안 해. 그럼. 호박은 뭐 아무한테나 제 발로 굴러가는 줄 아시나? 연애사를 또 봐 봐. 남의 사정 봐주다 보니 한 동네 시아버지가 아홉이다. 마음 약하면 안된다니까 또 남자는 폼이래. 근데 광고를 봐 바, 모델마저 버겨운 옷이 있다 없다? 개폼. 똥폼. 노잼. 쉽게 말해 판세를 읽고 전망을 따질 줄 알아야지. 보아하니, 사슴을 쫓는 사냥꾼에게는 산이 보이지 않는다. 먹잇감을 포착한 사자에게 킬리만자로가 눈에 들어올 겨를이 어딨겠나. 근데 심지어 그 사자는 사흘 굶었어! 응? 그럼 뭘 해?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는, 끝끝내, 마침내 군침이 말라버렸다. 뭘 해도 재미없기에 앞서 별 생각이 없는 거지. 하긴 뭐 사랑의 부재라는 한파를 쓸쓸히 견디는 중년운. 뭐 썩 나쁜 것도 아니다. 중년? 누가 중년이래. 됐고. 잔머리 굴려봐야 결론 없다.
그래서 NB는 일단 양대 잡지사에 들렸다. 왜냐,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업무회의 마친 후 휴가를 떠나기 위해서. 그렇게 딱 그곳에 도착했는데.
「마라. 어째서 스테파니는 안 보이지?」
저번에 봤을 때 얼굴이 푸르스름한 걸 보니 뭔가 수상쩍든데? 라는 말은 잘 참은 것일까 아닐까.
「걔 내가 좀 쉬랬어. 특종 취재차 어디로 보냈거든. 너도 좀 생각을 해 봐. 걔가 글쎄, 어? 말 말자.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응? 그년이 웬 덜떨어진 허당한테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던 끝에 일을 엉망으로 하는 거 있지? 나 참 기가 막혀서! (절레절레)」
그럼 오늘 사무실에서 본 가브리엘 얼굴이 파랗게 뜬 건 대체 뭔 징후지? 느낌 세했다. 뭔가 이상해서 nb는 귀에서 털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마라의 팔목이 새파란 게 그의 눈에 띄었다. 그는 서둘러 그녀의 소매를 걷어올려봤다.
「왜 그래? 내가 무슨 야성녀 발족회라도 열었을까 봐 그러니? 난 놀자족 아니다. 너 사람 잘못 짚었어. 알아?」
이럴 수가! nb가 최근 집에서 양치질하며 거울을 볼 때 목부분이 유난히 파랬는데. 그 다음날 뜬금없이 고급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
「수석디자이너 엘레나. 걔 왜 그런다니? 무슨 동자승 맨머리라도 만졌다니?」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 진짠데. 그 내막을 얘기해줄까? 아니다. 마감일 전까지 입이 근질거려도 자중해야 돼. 그러니까 오빠도 조심해. 알아들었어?」
뭐야, 정말이야? 그럼 저번주, 저저번주에 누가 얼굴이 유독 파랑게 보였더라? (딱)~!
「에이비. 스누크. 테일러는 왜 요즘 안 보이니?」
「에이비는 무슨 헤비메탈 밴드 조직해서 음반낸다면서 사표냈고. 스투크는... 나랑 다툰 다음 무단 결근중. 내일 나올 꺼야.」
「안 나와.」
「그걸 늬가 어떻게 알아?」
「테일러는?」
「단편영화 찍는다며 그만뒀지.」
「그 뿐만이 아니야. 그럼 또 넌 뭣 때문에 프레야 옆구리를 꼬집었니. 단순히 장난이 아니던만. 너 프레야 때렸니?」
「아니. 난... 그게 그러니까... 근데 늬가 그걸 다 어떻게 알아?」
「프레야가 배꼽티 입던 날, 피부가, 배꼽 주위로 그 부분이 새파랗게 보였거든.」
「너 정말... 에잇 설마...!」
「너 혹시 돈 가진 거 좀 있니?」
「그건 왜?」
「세계적인 도박사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내기 하려고. 엘리스 내일 귀 뚫을 거야. 저 순둥이를 글쎄... 대체 누가 뽐뿌질한 거야? 쟤 순정은 내가 가르쳐야 하는데 누가 쟤 인생에 초를 친 거냐고. 어?」
「너 진짜 신내림이라도 받았니? 와, 이런 미친...! 맙소사...」
뿐인가? nb는 친구 스톨러리한테 복권을 사랬는데, 녀석이 복권을 사자마자 2등에 당첨됐다. 단순히 스톨러리 얼굴이 파랗게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무슨 사이렌처럼 깜박깜박했거든. 그렇다고 타일러 사례를 어찌 빼겠나. 어느 날 아지트에서 타일러 얼굴이 평소와 달리 새파랗게 보이갤래... 기분이 이상했지. 좋은 예감은 아니었으니까. 이건 또 대관절 뭔 징후일까 갸우뚱했거든. 근데 아니나다를까 글세... 이 얘기까진 차마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좋게 하지 말자. 그게 좋겠다. 기왕 말 나온 김에 싹 다 불어버릴 것처럼 떠벌릴 땐 또 언제고, 어? 신나게 들쑤시다가 발동 걸려 부추기고 탄력받아 남들 바쁜 귀를 펄럭이게 만들었다가. 뭐 이제 와서 그만하자고? 이 양반이 이거 돌았나? 그럴 수도 있고. 하도 조르고 조르고 또 졸라대서 못 들을 거일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정말 듣고 싶냐? ~라는 당부를 못 이긴 셈치고 알려줬더니 또 너 아직도 입방정 못 끊었녜. 정말 심각해보여서 여자들끼리 논의하고, 토론하며, 협의하던 끝에 참지 말자 알리자 꼭 핵심만 말해주자. ~라고 해서 걔 남편 수상한 거동을 알려줬더니 글쎄. 그 뒤로 걔랑 영원히 연락 끊김. 단절된 우정. 어차피 절교는 예상된 건가? 말해 뭐 하나. 사람 좋아 자상할 수도 있고. 유난히 호인이라 숙녀들이 반겨하기도 하는데. 성격 좋은 냥반들 결코 흔치 않다. 성급한 놈이 술값 먼저 내고 간다. 어른이 되면 간접화법과 직접화법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단 말이야. 야~ 팀장 나오라 그래, 나 울통벗어던졌어, 나 내일은 없어 팀장 나오라 그래... 안 봐도 알만 허다. 그래서 nb는 당분간 자발적으로 가택감금하기로 결정했다.
10
겁나도록 애태우는 절정감 끊임없는 인생, 그건 드라마고. 장난감 가지고 놀 나이도 아니고 말이지, 우리 연배쯤 되면 혼자서 영화찍는 일도 재미없다. 물론 나는 고작 20대에 지나지 않는다만 말이 그렇단 거다. 순진한 주인공과 약삭빠른 조연들 즐비한 세상사. 그 거친 무대에서 그러니까 어른들이 닳아지고 세상만사에 부데끼다 보면 능글능글해지기 마련. 그렇다고 뭐 어떻게 한번 해 보겠다는 게 아니라, 여자를 자빠트리는 공상 우린 그런 거 취미 없다. 뭐, 생선 음식에 고양이 발 드나들듯 쓱? 아니 뭐 하러. 그러다 다 된 밥에 코 빠트린다.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본다. 피 맛을 알아버린 맹수 새끼, 무섭긴 하겠으나 다큐멘터리 한두 번 봤나? 여심을 떡 주무르듯 쥐락펴락 들었다놨다 그게 뭐가 어렵나. 뿐만 아니라 늑대 새끼가 똥개 밑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 심지어 조그만 화분에 거미를 키워봐도 알 수 있다. 날것을 잡아먹고 사는 야생마. 근데 거미줄에 설탕을 뿌려봤더니... 흑설탕, 갈색 설탕, 흰 설탕. 거미는 신세계를 만난 셈. 설마... 여자도 그처럼 남자에 환장... 뭣이 어째? 워 워 워. 좌우지간 그렇게 기성복을 입고 경주마처럼 질주하며 나이들기 마련인데. 여심을 실측할 필요도 없이 투시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여자말 번역기 고장난 진공청소기 같은 인생, 설마 벌써 갱년기? 뭔지는 몰라도 혹시 모를 실망감 때문에 섣부른 기대는 금물. 하여 난 달콤한 예감 그거 함부로 타석에 들이지 않는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타석엔 누가 있어도 있으니까. 근데 난 어쩌다 이처럼 능청스러워졌지? 장난꾸러기 축에도 못 끼는 삶이었는데 아니 어쩌다가! 떠안기에 부담스러운 사색가라는 호칭, 어쩌면 뜬금없는 공상 때문에 너무 민감한 탓일 수도. 어쩌면? 아마도, 가 아니다에 절반 걸어도 됨.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난 어쨌든 시인이 아니다. 샤우트 창법과 바이브레이션 둘 다 가능하긴 하나. 대중예술 관심없다. 얼굴 팔리기 싫어하는데 딸랑딸랑 조명발을 뭐 한다고 부러워하겠나. 근데 너스레 빽넘버는 교체될 적기를 아직도 모르나? 아마도 이제는 행복업에서 은퇴할 때가 된 거 같다. 뭇여성들의 러브콜 다 귀찮아졌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허세 의존성향 더 이상 세계허세대회에서 먹히질 않는다. 허영심 대회에서 예선탈락할 때가 좋았던 거라고. 통장잔고 부족, 손님 한도 초과입니다 다른 카드 없으실까요, 신용카드 돌려막기. (절레절레)! 결론적으로 무의미한 마법사가 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인데. 그게 다 사는 동안 뜬구름잡는 허상을 과도하게 탐했던 탓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리 그래도 오락산업에 통 애정을 못 느끼는데 이제 어쩌지? 게다가 품위유지비 바닥. 심지어 커피까지 당기지 않아. 마침내 나는 늙은 거다. 이런, 젠장! 나이트클럽 같은 밤문화에 딱히 남다른 애착을 소유한 적은 없다만. 어떻게, 지금이라도 한물간 극장식 카바레라도 기웃거려봐야 할까? 카바레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사랑하는 숙녀를 자빠트리겠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심함 지긋지긋하다 그냥. 백치미? 저리 가라. 애교마? 저리 비켜. 모르긴 몰라도 있을 듯 말 듯 있긴 있었던 야성미마저 썩었다. 그런데 카리스마가 다 웬말인가. 그러면 말이다 뭐랄까 많긴 많겠으나 그 가운데 하나 못해본 걸 뽑는다 치면. 이제 와서 던킨도넛, 맥도날드, 버거팅 아르바이트하기? 베스킨라빈스 점주가 낫겠다. 이거 정말 여자의 마음을 녹여주고 싶어하는 젊은이들한테 좋은 거 가르쳐주고 있네. 그러니까 초딩한테 상욕을 얻어들었지. (절레절레) 소망은 더렵혀졌다. 낭만감은 퇴색했다. 열정은 늙었다. 야망은 퍼졌다. 미소는 상했어. 것도 팍 상했어. 맹렬한 짝사랑복 그저 꿈일 뿐이다. 군침도 말랐다. 놀기도 싫증났다.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간지 옛날. 친구도 없다. 그러니 사교라고 있겠나. 사랑도 끝났다. 투정만 끝없다. 바람이 분다. 그래? 그러라 그래. 다변이여, 멈추어다오. 날씨가 추워진다. 현란한 혀놀림 멈출 때도 됐다. 일이나 하러 가야겠다.
'소설'에 해당되는 글 198건
- BLOG ─ 177 2020.10.30
- BLOG ─ 176 2020.10.15
- BLOG ─ 175 2020.09.30
- BLOG ─ 174 1 2020.09.15
- BLOG ─ 173 2020.08.31
- BLOG ─ 172 2020.08.15
- BLOG ─ 171 2020.07.30
1
올 것이 왔다. 진짜? 뻥이다. 때이른 풋사과가 호박처럼 제 발로 굴러오는 일. 그럼 안되나?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말 말자. 숙녀에게 나이를 뭐 하러 묻나. 나대지 말란다고 순종적으로 말 들으실 분인가. 나서기 좋아한다는데 잔말 말고 따라가 드려야지. 우린 퍽 매정한 촌닭은 아니거든. 근데 그게 불여우든 순정파든 눈씻고 찾아봐도 아무도 없다. 내 이럴 줄 알았다. 플레이보이계에서 참 좋은 거 배운 결과다. 그럼 난 정말 인생에서 배운 게 다 그저그렇단 말인가? 그러거나 아니거나 결과적으로 가난하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게 중요하지. 그럼. 보아하니 넌 나의 유일한 기쁨이니 환생한 거 같다는 둥 다 뻥이다. 오빠 한번 믿어봐? 두고 보면 안다. 세상사가 흔히 그렇다. 기왕 말 나온 김에 한번 물어봅시다. 필자 맘대로 우리 조금은 친해졌다고 가정하고 말이오. 그러니까 말이지, 속는 셈 치고 행복업자한테 투자해서 과연 어떻게 됐나요?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렇다니까 글쎄. 그래서 우리는 엉덩이가 무겁다. 입은 더 무겁다. 간질간질 응애응애 삐악삐악 잔베팅 잘 하지 않는단 말이다. 결국 홈런 아니면 뻔트! 그런 양반께서 왜 지금... (절레절레). 안다. 응석 지긋지긋하다는 걸. 투정 저급하단 거 어찌 모르겠나. 허나 야전을 누빈 노장의 관록미, 쏙 빼닮지는 못했을지언정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했으니 만큼. 따라서 우리는 인생의 비밀 대충은 알고 있다. 팔랑귀 구워삶는 거 우리보다 더 전문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큰소리 떵떵...치기에 앞서. 왜 갑자기 귀가 간지럽지? 그러게 말이야. 그러든 어쩌든 마이크 잡은 김에 남자라는 동물에 대해 소상히 알려드릴까 말까.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숙녀에 대해 낱낱히 보고하면... 아아 그냥 하지 말자. 딱 괴로운 게 그거니까. 그러니까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아 글쎄 됐다니까 증말. 거 참 말귀 못 알아들으시네 그려. 근데 내가 뭔 얘기를 하던 중이었지? 몰라.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어쨌든 사랑론 다 필요없다. 어른들 농담삼아 하시는 말씀마따나 자식놈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 하시지 않나. 우리는 여자보기를 돌맹이 보듯 한다. 안 그래도 말수 없고 돈 없고 안 웃긴 남자를 누가 좋아하나. 할 말도 떨어진지 오래. 마감일에 치어사는 인생. 그래도 단 몇 명에 불과한 애호가들께 무정할 수야 있나. 다정한 남자로 자부하여도 여자들한테 인기 없을지언정 그분들께 그래서는 안되지. 하여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라는 연재 분량. 알고 보면 난 또 뭐라고! 뭣어 어째? 뭐가 어쩌고 어째? 농담이고.
좌우지간 이제 정말 환상머신과 이별한 것일까? 무도회는 끝났다. 바보들의 행진조차 초대받지 못했다. 사랑은 없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낼모레 환갑인데도 불구하고 여자를 한번도 사겨보지 못했는데, 어? 사랑이 아름다운지 더러운지 우리가 어떻게 아나. 몰라. 오빠도 똑같아 = 여자는 다 그래. 단지 그 정도? 재미없다. 그런 거 알아서 뭐 하게. 늬가 드디여 미쳤구나? 라는 농담따먹기 오갈 친구도 없다. 먼저 연락 안 하는 친구 특징... 내가 저렇게 20년 살고 나니 친구 1명 남았다. ~라는 분 비꼬는 게 아니라 그분 성격도 알만 하다.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마우스동호회를 기웃거리고, 스트라이더 동호회 모임까지 나갔지. 그럼 정말 때가 때인 만큼 엑스트라의 제왕으로 우뚝 서기? 누구 맘대로. 신부들러리랑 백댄서는 뭐 아무나 시켜주간디? 허접한 러브콜조차 딱 끊겼다. 근데 난 말수없는 남자인데 거 어째서 마네킹이 앵무새나 된 것마냥 나불대고 있지? 유쾌한 탐색전 구경도 못하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타로점 보고 수소문해서 용한 점쟁이를 찾아가면 뭘 해. (느낌이겠으나) 먼 점쟁이가 더 용하다? 그래 봤자 타고난 팔자 못 고친다. 그분들한테 훈수받고 난다긴다하는 만담가들한테 조언들어서 운이 트일 거 같으면 이 세상에 행운아 아닌 사람 하나도 없겠다. 아니 그런가? 그러던 어느 날. 정말 거짓말처럼 마치 영화처럼 흡사 꿈결처럼 말이다. 난 어떤 황홀한 숙녀에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난 그녀와 홀딱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정말로? 뻥이다. 다 뻥. 개 뻥. 우리한테 애인이 어딨나. 남은 건 넉살. 푸념만 늘었다. 바텐더도 더 이상 우리를 반기지 않는다. 허당인 거 딱 탄로났는데 친한 웨이트레스 표정 보면 안다. 그런 의미에서 난 둔갑술을 익혔지. 허허허. 허나 변장술 허접해서 써먹지 않으니 다 까먹었다. 때문에 난 사교계에서 잊혀진 남자 축에도 못 낀다. 듣고 보니 재밌다고? 재밌긴 뭐가 재밌어. 그러지 말고 일단 뽀뽀부터 하고 시작하자. 뭐? 이 사람이... 이 양반 상태가 많이 안 좋네... 선생 거 참 방황 많이 아셨구나... 쟤 대체 왜 저래? ~라는 말 들을까봐 겁나기에 앞서 이미 난 찍혀버린 거다. 여 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라는 안내문 괜히 공지했겠나. (절레절레)!
근데 여긴 대체 어디지? 밑도 끝도 없이 혼잣말하다 내가 대체 어디까지 와버린 거지? 나는 놀기도 싫증나고 일하기도 재미없어서 사무실 근처를 산책한다는 게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거다.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은 물론 심지어 혼잣말까지 긴 대사. 근데 저 앞에는 웬 간판에 씌여진 글씨가 제법 짧지 않네? 그건 이랬다.
2
어디로 갈지 모르는 가상머신.
뭐라고? 뭐 딱히 흥미로운 일도 없는데 일단 들어가보기로 하지. 그래서 딱 들어가려는데 인공지능 목소리가 들렸다. 돈을 투입구에 넣고 어쩌고저쩌고 하라는 거였다. 나는 짜증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단지 순순히 따르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절차를 거쳐 딱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내부는 뭐랄까 TV에서 보면 투명 케이블카 있지 않나. 바닥이 훤히 보여서 저 아래 깨알같은 장면이 그대로 보이는. 근데 이상한 게 뭐냐, 바닥을 축으로 나와 180도 방향만 다를 뿐. 뭐 어디서 잘 본따 만들었네. 제법 그럴 듯해. 투자 대비 수익, 뭐가 나올지 모르는 자판기처럼 썩 나쁘지 않음. 때문에 잠깐 즐기고 딱 나가려는데. 출구 바깥으로 웬 회전문이 보였다. 내부가 언뜻언뜻 보일락 말락. 대충 둘러보고 나가기 뭐 해서 마저 보고가지 뭐. 그렇게 딱 옆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Vivaldi / Recorder Concerto in c minor RV441 방금 전 180도 거꾸로 보았던 그 장면이 있는 그대로. 그건 뭐라고나 해야 할까, 허름한 술집에 걸려진 달력에 보면 유난히 야한 모델이랄지 멋진 풍경 있지 않나. 조는 술친구 옆으로 그 모델이 슥 나타나는 일, 연출일 테지만. 그 멋진 풍경 달력을 보며 최면에 빠져버린다는 게 그냥 환상의 영역까지 건너가버렸다고나 할까? 꽤 정교했다. 홀로그램 기술 좋다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혼자 보기 아까우니까 말이다. 이처럼 감탄함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왜 갑자기 가녀린 신경질이 나는 거지? 믿기지 않을 환영 그게 가짜가 아니므로? 아니면 뭐 정말로 저 끝까지 가보고 싶은데, 뿌리치기 힘든 유혹에 못 이긴 척 따라가기엔 내가 너무 새가슴이라서? 어쩌면 슥 한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둥 마는 둥 그걸로 줄거리 알아버렸기 때문일 수도. 설계자의 의도는 가상머신 속 진짜 모험을 체험해보라는 권유...가 아니라. 아마도 가상머신 내부 건너편엔 또 다른 뭔가가 기다릴 거라는 예고. 예감하지 못할 만큼 난 순진하진 않은 걸로. 이대로 내 앞의 정경을 탐사하다가는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고. 그런다고 영화처럼 예측하지 못한 악당한테 쫓길 리는 없을 것 같고. 추정컨대 가상머신 내부 건너편을 꼭 확인해봐야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회전문을 나와 그쪽으로 갔다. 거긴 나일론이나 폴리우레탄 장판 같은 소재가 가로 5~10cm 세로는 천장 고정이요 하단 허벅지 정도까지. 하여 시원한 바람이 불면 내부가 보일 듯 말 듯 야시시. 뭐야 이거 고급 살롱이야 뭐야. 일단 들어가볼까? 야, 거긴 하다 하다 똑같은 장면이 90도로 눞혀져 있었다. 물론 내게는 그 구도일 테지만 그쪽 입장은 그 방향이 정상적인 중력. 그러니까 이건, 거꾸로 → 정면도 → 측면도? 난 최근 몇몇 새옷을 구입하느라 익숙한 습관, 즉 즉각 행동하기보다 시간을 벌어 신중히 구입하는 소비처럼. 우선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 가상머신을 모두 결산봐버리면 결국 섭섭한 결말 뻔할 것만 같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껴두었다가 좀 더 극적인 신비감을 체감하고야 말겠다는 추산, 없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난 일단 '어디로 갈지 모르는 가상머신'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일단 철수.
3
그 후 나는 어떻게 했을까? 여기서 낯설게 하기, 미술 수업에서 배우는 용어들처럼 드라마 편집 기법으로 요약해 설명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숱하게 듣고 보며 알고 빤히 예상 못할 수 없는 줄거리 구간이니까. 그 지겨운 2막을 무슨 20막으로 늘일 일 있나.
그렇게 나는 친구를 가상머신에 데리고 갔다. 결과는? 가상머신 하우스는 사라졌다. 친구녀석 반응은 생략하기로.
나중 또 나 혼자서도 그곳에 가봤다. 못 잊어서? 혹시 모르니까. 그렇다고 없어진 가상머신이 돌아왔겠나.
끝났네. 환상 시작도 하기 전에. 잊어. 덮자. 결국 정답은 기다리기로.
잡히지 않는 고매한 이상, 애초에 없었다. 머저리 같은 생각 겁나게 지겹다. 아니, 내가 원래 미련곰탱이. 그러다 TV 드라마를 한번 봐볼까 했는데 결과는, 난 또 뭐라고! 자, 그럼 이제 정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볼까? 남들이 듣고 짜증낼 뻥 증말 징글징글하다. 재미 하나도 없다. 색다른 관심사가 어딨어. 취미가 없으니 애착하는 장비발도 없다. 신나는 뭔가를 모색하고자 밖에 나가봐야 별볼일 없음.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허당운이라고나 할까? 3분의 마법을 들어도 마음은 들썩거리지 않으니. 때문에 그럼 난 정말 늙어버린 걸까? 우리는 커피 없으면 못 산다. 뻥이다. 커피가 당기지 않는 것도 아마... 짐작은 간다. 뭐 슬럼프가 아예 평균이 될거라는 징후는 아니겠지. 근데 정말 더럽게 심심함만 지속되면 그때 난 정말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누가 환영하든 말든 기분은 꽝. 예감은 옅음. 전성기 있지도 않았음. 청춘은 끝남? 사랑은 없음. 쾌락은 짧다. 아예 욕망부터 바닥. 만족과 안 친함. 투정만 늘어. 그런다고 누가 넉살대회에 등떠밀어준대? 능청도 지친다. 능글능글도 퍼졌다. 불끈불끈에서 멀어짐. 가슴만 두근두근. 그래 봐야 권태와 타성뿐. 만사가 귀찮음. 연애감은 더 둔화하기 어렵도록 망가짐. 분위기가 이러니 기발한 착상이 뭔 말인야. 여자말 번역기는 증말 심각한 수준. 이러니 무슨 환상머신을 꿈꾸며 여심을 쥐락펴락? 말도 안된다. 허영심을 밀고 당길려다 다들 피하기 마련. 허영심녀한테 쥐어터지지나 않으면 다행. 따라서 이제 정말 절박한 시기이니 만큼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는데. 근데 뒷패는 진즉 바닥났는데 어쩌라고. 뭘 어째. 그래서... 때가 아니다. 좀 더 재미없어져 봐야, 아니. 폴짝 뛰기 전 움츠린 개구리처럼. 일단 생각 좀 하자. 속 없단 소리 섣불리 듣지 말고. 툭하면 못 말려, 걸핏하면 나대지 마. 바로 그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나는 가상머신 관련 서적을 몽땅 샀다. 자료조사 의뢰도 고액에 맡겼다. 인터넷을 파헤쳤다. 오랫만에 독학을 시작했던 것이다.
4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한 정력감퇴, 확인할 길 없음에 앞서 시험을 어찌 하나. 사랑론에 대한 논점을 흐리는 허풍만 난무하는 공상. 누구 하나 듣고 싶지도 않음. 하긴 타인의 허영심 일기장을 뭇남성들이 굳이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건 그렇다만 헛된 꿈과 거품같은 쾌감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오락산업, 또 없이 살기엔 너무 무미건조할 수도 있다. 허나 시간낭비야말로 막대한 비용. 공짜만큼 비싼 건 없다고 봐도 된다. 근데 또 이상한 게 잡생각을 줄인다고 해서 당장 야망이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대망보다 소망을 편애하는 게 낫긴 나은데. 그래 봐야 마침표는 결국 운발이 크나크게 작용하므로. 따라서 결국 내 인생 성적표는 통장잔고 부족이요 연애사 현황은 극심한 가뭄. (절레절레) 뭘 해도 재미없음, 뭘 해도 성과없음. 마침내 전자와 후자를 양쪽에 꿰찬 건가? 그거 받고 뭘 하나 더 얹어야 트리플크라운이 완성될까? 완성은 무슨, 그게 뭔 자랑이라고! 그럼 기왕 쉬어간 김에 사랑의 불경기이니만큼 연애론 같은 거 대충 써서 유명해져볼까? 우리는 얼굴 팔리는 거 싫어한다. 내가 그 쉬운 작업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하오나 숙녀들한테 커피 무한대로 사줘봐야 나중 연락 끊기고, 대중의 기억 속에 안착해봐야 귀찮기 밖에 더 하나. 명테너든 전설적인 바리톤이든 여자의 마음이야 오페라 아리아 제목일 뿐이고. 우리는 남자! 어? 캬- 남자. 그래서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 놀고 있다. 웃기시네. 미치긴 누가 미쳐. 미침 어지간히 좋아하시다고 글쎄. 오늘은 또 누구누구한테 홀딱 반했더라? 뭐 툭하면 환장? 어허. 그래가지고 어떻게 환상머신을 완성하겠나. 여심을 만족시켜도 일이 될까 말까인데. 하여간에 희망의 웜홀머신은 미완성으로 남겨놓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아니 내내 운명처럼 껴안고 살지 않을 수 없는 마감일 걱정이나 하는 수밖에.
그래서 나는 또 어딘가 은둔처로 떠나기로 했다. 거긴 당연히 로버트를 닦달해서 끝끝내 녀석을 추궁한 결과 알아낸 별장이다. 그동안 물색해둔 저 비밀장소는 그 어디에도 발설하지 않았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으니까. 근데 왜 하필 이 때냐, 논리적으로 썩 나쁜 시기도 아니거든. 물론 그대는 정녕 누구시기에 로버트를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 거지, 라는 의문점 있을 수도 있는데. 그냥 대충 그렇다고 보면 된다. 당신은 대체 뭐 하는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여성잡지 얼마 팔리지도 않는다. 미스테리아 언제 있었는지도 모를 텐데 걔네들 운영자들도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 근데 난 어쩌다 이렇듯 유령작가 라는 직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더라? 그걸 알면 무명과 친했겠나 품위유지비에 허덕이기를 즐겨하겠나. 어쨌든 난 떠났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그래서 어디 멀리 떠났을까? 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 또 어차피 귀찮다. 집 떠나면 고생. 필경 난 장외홈런보다 뻔트를 좋아한다는 걸 어찌 숨기나. 어쨌든 내가 도착한 비밀스런 장소는 다름 아니라 아지트였다. (절레절레) 내부에 별다른 새로움은 없었다. 대화 상대로 때마침 크리스탈이 있었고.
「오빠 어디 갔었어? 얼굴 보기 힘드네.」
「무슨 소리야, 여기 출석률 내가 1위인 거 몰라? 너가 바쁘니까 그렇지. 나 인기없단 걸 꼭 그렇게 표현해야 할까? 비교된다.」
「왜, 그럼 오빠 나한테 묻어가는 거 어떠슈?」
「묻, 뭐? 너한테?」
「아니다. 오빠가 무능력하기를 하나 자존심이 없나. 그래도 슬럼프 탈출하기 힘들면 말하셔. 내 친구 소개시켜줄께.」
「뻥치지 마. 안 속아.」
「그럼 어떻게 깔삼한 숙녀 내가 대신 꼬셔줄까?」
「뭣이 어째?」
「왜, 쌈빡한 건수 환영하고 싶어도 통 오지를 않잖아.」
「너처럼 고상한 여인이 어쩌다 그리도 아줌마 정통 통속화법을... 내 사정 빤히 알면서, 어? 설마 쟤가 나한테 배운 건가... 이보다 더 허접한 궤변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진짜로 너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아니면 내 입이 방정인 건가.」
「나 남자친구 없는 거 알면서. 그러지 말고 뭐 재미난 일 있으면 하나 털어놔 바.」
「다짜고짜 명령조냐 넌 친애하는 오빠한테?」
「왜겠어. 왜냐하면 남달리 왕성한 호기심 시든지 오래니까.」
「근데 너 정말 아까부터 꼭 남자처럼 말하네. 너 남자가 그렇게 좋냐?」
「내가 뭐 오빠처럼 여자에 환장하는 그런 빽넘버인 줄 알어? 좋은 말로 할 때 웃기지 마. 하나도 안 웃기니까. 오빠 재미없어진지 오래 됐거든.」
「뭐라고? 허당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못 꼬시는 여자 빼고 다 꼬신다. 말만 해. 너가 찍으면 이 오빠가 싹 다 꼬셔줄께.」
「뭐라고? 뭣이 어째?」
「아, 증말! 따라하지 마.」
「따라하지 마. 식상하다. 그러니까 여태 혼자지. 그나저나 늑대가 애걸하는 이상은 무엇일까? 여우가 갈망하는 행복감 논해 뭐 하나.」
「너 봄타니? 근데 지금 가을인데.」
「알아. 근데 오빠 자칭 가을남자라면서 패션이 그게 뭐니? 응? 자네 표정이 왜 그래? 어? 넌 정체가 대체 뭐야?」
그처럼 말 같지도 않은 덤앤더머 대화는 대충 마무리됐다 치고. 곧이어 나는 저번에 봤던 어디로 갈지 모르는 가상머신에 대해 그녀한테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근데 반응을 보니 퍽 싫어하지 않는 눈친데? 먹이를 탐내는 고기는 잡힌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못난 놈이 잘난 체 모르는 놈이 아는 체 없는 놈이 있는 체한다. 아니, 아니 것도 아니고. 그 말이 아니라.
「그래서 오빠 마음이 뒤숭숭하시다? 우중충한 표정이야 다 아는 거고.」
「그래서 말인데, 있잖아. 그게 그러니까 내가 뭔가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아, 쫌! 할 말 까먹었잖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농담이야. 나 때문이야. 아니야. 몰라.」
「오빠. 나한테 맞고 싶어? 백댄서 양말에 빵구난 얘기 그만 좀 하자. 응?」
「이거 하나만 더. 앞서 말한 일 때문에, 있지. 있잖아. 응? 들어 봐. 금방 끝나. 들어보라고.」
「아, 듣고 있어.」
「말하자면 그 때문에 난 드문드문 사물이 비틀어져 보인다고나 할까? 전에 다 똑바로 보이던 것들이 말이야. 약간 (몸짓) 이렇게. 살짝. 기우뚱. 응? 뭔 말인지 알지?」
「오빠. 오빠 고개가 삐딱하네. 그니까 기울어 보이지. 어딜 쳐다 봐? 몇 시 방향인데. 볼 데가 많으니까 그렇지. 한눈팔기 그거 오빠 특기잖아. 늘상 먹잇감 안 나타나나 레이다는 상시 풀가동. 어? 오빠 사진관에 가서 사진 찍어봤지? 딱 그때 사진사 아저씨가 오빠한테 뭐랬어? 어? 고개 똑바로! 자세 잡아줬어, 안 그랬어? 어? 오빠 고개가 쳐져서 일부러 틀어보는구만 그래.」
「넌... 넌... 거...」
5
다음 날이 됐다. 나는 모스맨 연구소로 놀러갔다. 차마 미련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야, 뭐야. 또 너냐?」
「넌 또 뭐야?」
「너 말고 고위급 없어? 너 언제부터 여기서 일해? 나한테 귀뜸이라도 해줬어야지.」
「왜, 너가 나 더 좋은데 꼿아줄 수 있는데. 또 그런 헛소리하시게? 됐다.」
「야, 에드워드. 넌 내가 키운 거나 마찬가지야. 알아?」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엎어키웠지. 말은 바로 하자.」
「근데 우리 언제 철들까? 아직도 이처럼 꺼벙한 말장난 계속 해야 하냐?」
「그게 다 너 때문이야. 난 안 그러고 싶은데 자꾸 너한테 말리는데 그럼 난 어떡하냐. 응? 너가 속차리면 다 돼. 어?」
「속 없는 건 너도 마찬가지야. 엉뚱함이든 허영심이든 난 너한테 상대도 안돼. 알아?」
「몰라. 근데 웬일로 납셨냐?」
「웬일은. 너네 웜홀머신 테스트나 할겸해서 왔지 뭐.」
「그거 완전체 될 가능성 희박하다는 거 늬가 더 잘 알잖아. 웜홀머신 영원한 미완성품으로 남을 꺼야. 우리도 손놨어.」
「뭐? 그럼 안돼. 내가 부탁할께. 3일전으로 날 보내줘. 딱 15분만 놀고 올께.」
「그게 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되든 안되든 임상실험 내가 해줄께. 좋든 싫든 그거 밑그림 그린 거 나다 너. 알지? 그 최초 기획자는 바로 나란 말이야.」
「아는데. 아 참 나 이거 증말... 이제 이거 완전히 폐기된 프로젝트거든. 언제 고물상으로 넘기든가 할 거야 진짜.」
「넘기긴 왜 넘겨 이걸. 어? 얘가 돌았나 미쳤나. 어?」
「왜, 과거로 돌아가서 꼬시고 싶은 여자라도 있냐?」
「나 여자 관심없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알만한 친구가 거 어째 내 속을 몰라줘, 어?」
「너도 알겠지만 웜홀머신은 타임머신이 아니야. 근데 왜 그래?」
「그럼 넌 뭐 우머나이저냐? 나도 터미네이터가 아니야. 누가 저게 환상머신이래?」
「너 또 시작했냐?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 그만 좀 하라니까 글쎄. 날 좀 내버려 둬.」
「내 말 좀 들어봐,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듣긴 뭘 들어. 안된다니까 증말.」
「잔말 말고 듣기만 해. 너한테 좋은 얘기니까. 너 여성환상 1.5에서 누구 마음에 드는 애 있어? 걔네들 내가 꽉 잡고 있다는 거. 알아, 몰라?」
「어허! 너랑 나랑 보통 사이냐? 사람 섭섭하게 왜 그래? 나 그렇게 속좁은 남자 아니다. 응? 내가 일부러 너 생각해서 생각 한번이라도 더 하도록 밑밥 깐 거 몰라? 알아, 몰라? 다 나나 되니까,」
「생색은 그러고 보면 늬가 나보다 한수 위다. 인정!」
그렇게 나는 웜홀머신으로 들어갔다. 기어서, 가 아니라 걸어서!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Bach / Magnificat BWV243
그 외 조명 번쩍번쩍. 효과음 퐁퐁. 진동 두근두근. 황홀함 으리으리....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나는 느긋하게 웜홀머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것 봐, 내가 안된다 그랬자나. 내가 말했을 때 들었어야지.」
6
뻔뻔스러운 무료함. 한심한 지루함. 끝내주는 진부함. 뭘 해도 재미없다. 항상 따분하다. 늘 그랬다. 언제나 그렇지 뭘. 재미없지 않으면 그게 이상할 뿐. 그렇다고 이대로 더욱더 심심해지도록 방관만 해야 할까? 허나 타락마를 탈 수는 없다. 허당이기는 하나 막살기는 싫단 말이다. 그럼 어떻게 변화를 시도할까? 욕구불만이 지속된 끝에 성욕마저 바닥. 새로움에 대한 의욕은 비리비리. 이처럼 싫증과 변심이 양쪽에서 포박한 일상. 대체 어떻게 타개한담? 근데 굳이 꼭 일부러 능동적으로 나설 필요 있나. 피동적으로 행운이 스스로 찾아오던가, 아니면 때 되면 알아서 탄력받겠지. 긍정적인 소녀감성마따나 아저씨 낙관주의가 딴 게 아니니까 말이다. 맞다. 그렇다. 다정한 마음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기 마련. 정말 그렇다. 물론 말만 그렇다. 이 나이에 곧이곧대로 남의 다 믿으라고? 팔랑귀가 인생을 그 어디로 끌고 갈지 말도 못한다. 그래도 아마 끝나버린 짝사랑복 눈부시게 부활할지 예쁘도록 환생할지 또 혹시 모른다. 흐흠. 허허허. 호호호. 빼곡한 일정은 다정하다. 뻥이다. 갈 데도 없고 핸드폰 있어 봤자다. 그래도 말이다 음..음. 사는 건 뭐랄까 꽤 즐거운 일이다. 진짜로? 뻥이다. 케케묵은 소원과 구식탱탱묵은 대망은 잊혀진지 오래다. 이처럼 아찔한 아름다움 매혹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개 뻥. 숱하게 많을 뿐. 여성잡지2 말마따나 같이 살아보면 알게 된다고도 한다지?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그건 그렇고. 말 꼬리에 붙은 파리가 천리를 간다는데. 어디 은근슬쩍 환상적인 모험에 묻어갈 일 없을까? 있을 턱이 있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바램. 매가 꿩을 잡아 주고 싶어서 잡아 주나? 남 좋은 일을 왜 하나. 예술적인 광고가 어디 소비자 생각해줘서 허상을 예쁘게 포장하냔 말이다. 다 지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어쨌든, 늬가 드디어 미쳤구나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구나! ~라는 대사 현실에서 읊을 기회가 없다는 거만 알면 된다. 엑스트라 누가 시켜주지도 않는다. 신부들러리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병풍도 다 병풍 나름. 공짜로 우주여행을 어떻게 하나? 어차피 간접경험도 그저그렇다. 그렇듯 소망은 썩었다. 미소는 곯았다. 사과는 풋풋하다. 환상머신은 나쁘다. 멜로드라마 더럽게 재미없다.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따라서 나는... 나는... 모스맨 연구소를 재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뭔가 있을 것 같거든. 그게 뭔지는 몰라도 어딘가 수상해. 어떤 낌새가 엿보이지는 않는다만.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의뭉스럽다고. 너무 혹하면 그건 꾀임이고. 왠지 끌리는 마성의 기운이라고나 할까? 그런 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말까. 꼭 그처럼 억지로 갖다붙이는 직감이 아니라도 내가 그곳에 가야 할 이유는 많았다. 굳이 여자의 육감을 빌릴 필요가 뭐 있나. 풍운아의 경기감각 딱 보면 감 온다. 그런즉슨 갈고닦은 잔꾀가 녹슬지 않도록 무던해 애를 쓰던 시절은 지났다. 젊음은 끝났다? 그게 아니라. 제7의 전성기에 대한 열망이 마음대로 쓱 고개를 들었을 뿐. 인생이란 곧 재미없음과 심심함 가운데 몇몇 뻔트가 우리를 달래주는 것. ~이 아니라고 썩 부정하기도 다 귀찮으니까. 근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결코 바닥날 일 없는 다변가의 할 말, 상상만해도 멈칫하기 마련. 바로 그 수다쟁이가 나이면 곤란하므로, 따라서 나는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모스맨 연구소에 놀러가야만 했던 것이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이번에도 에드워드 밖에 없었다. 뭔고 하니 굳이 설명 듣지 않아도 알만 했다. 걔네는 모스맨 연구소 2 즉 신사옥을 새로 만들어 나갔고 구닥다리는 에드워드한테 헐값에 넘긴거고. 딱 봐도 그랬다. 어리숙한 녀석. 어디서 내숭을. 우리끼리 할 얘기가 더 남은 거도 아니고. 사소한 말장난 옮기기는 난처하고. 하여 중간 과정 생략하고 어떻게 내가 녀석을 구워삶았다치고.
「웜홀머신은 포기했다만. 너 저기 한번 들어가볼래?」
「저건 또 뭔데?」
「들어가 보면 알아. 너 나 알지?」
「너 나 믿냐?」
「나 여자 좋아한다.」
「그럼 난 남자 좋아하냐?」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
「에드워드. 난 아니다. 난 아니야.」
「누가 아니야. 지금 그 얘기가 아니라니까. 늬가 그래서 여자가 없는 거야. 넌 그러니까 뭘 해도 안된다고. 잔말말고 어서 들어가기나 해.」
「근데 최소한의 설명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니니? 저게 무슨 핀란드식 사우나야 아니면 비너스 감성머신이야, 응?」
「너무 많이 알면 재미없어.」
그렇게 나는 이름 모를 대형 상자로 걸어들어갔다.
결과는? 역시나 달력에서 봤던 멋진 풍경. 시력측정기에 보이는 화면. 마이크로소프트 구형 윈도우 초기 배경화면. 기타 등등. 향기는 샤넬 넘버 5? 윽 촌스러워. Handel / 명랑한 사람, 슬픈 사람, 온화한 사람 HWV 55. "내 말 들리니?" 에드워드의 말은 에코로 처리됨. 진동은 무엇을 닮음. 기타 효과음 끝장. 한데 여기서 끝이냐? 그럴 리는 없다. 바로 그때 뭔가 변화가 일어났다. 한때 내가 믿었던 세계7대 불가사의 같은 일이라고나 할까? 능청 작작 좀 부리고. 사실만 간략히 말하자면 이랬다. 정말 초미세 실사화라서 정말 손을 뻗고, 걸어가서 느껴보려던 그 정경이. 초침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자시계말고 아날로그 시계의 초침은 크게 나누어 2가지로 나뉜다. 째깍째깍, 부드러움 바늘 움직임으로. 이번에는 후자였다. 그러니 내 정신이 온전함에서 심신분리로 바뀌지 않고 배겨? 슬슬 난 저절로 유체이탈에 탄력받고 말았다. 그렇게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7
어디서 깨어났지? 더 이상 공간이동은 없었다. 말도 안되지. 뭐 웜홀머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몇몇 비밀스런 줄거리는 몽땅 진실이었으나. 그거 빼고 나머지는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면 그때 판단하기로 하고. 아무튼 세상사가 그렇다. 문 연 놈이 문 닫는다. 근데 내가 실험기 안에서 깜빡 잠이 들어기 때문에 이번에는 에드워드가 날 깨웠다.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어쩌고저쩌고. (때로는) 무대책이 상책이다. 나는 계속 자는 척했다. 그러니 또 녀석은 너 자는 척하는 거 다 안다나 뭐래나. 그러게, 어? 그러니까 말이지 녀석은 완성시키라는 웜홀머신은 내버려둔 채 이게 뭐냐고. 차 떼고 포 떼고 거의 성공할 듯 말 듯 말만 미완이지 거의 완성된 거나 다름없던 환상머신. 내가 아는 자료를 모두 전수해줬으면 뭐 하나 만들 때도 됐겠다. 근데 걔는 날이면 날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못된 고양이 잡으라는 쥐는 안 잡고 씨암탉만 잡는다고 알만 하다 알만 해. 그렇게 나는 실험기계에서 딱 나왔다. 근데 내가 나오자마자 저기 저 웜홀머신에서 웬 개가 한마리 걸어나오네? 거의 나랑 간발의 차이로. 견종은 비글이었다.
「에드워드. 너 비글 키우니? 아니, 언제부터?」
「나 개 안 키워. 나도 처음 보는 앤데.」
「너가 쟤를 처음 본다고?」
「너도 그렇지? 나도 그래.」
「뭐가 그래!? 어? 너한테 비글이 웬말이니. 너랑 비글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넌 불독이 어울려. 것도 정통 불독. 톰과 제리에 나오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뭘 그렇게 생각해? 나 쟤 처음 본다니까 글쎄. 거 참...」
「정말이야? 그럼 쟤가 저기 어떻게 들어갔는데?」
「나도 모르지.」
「저 안에... 너 아까 그랬잖아. 웜홀머신 작동 안된다고.」
「그랬지. 그랬어. 누가 아니래? 난 뻥 안 쳐. 나는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왜 그래?」
「그게 그러니까 저 비글은 밖에서 이곳으로 들어오지는 않았고. 그럼 뭐지?」
「어디서 왔겠지.」
「웜홀머신 가동 안된다며?」
「그래. 가동은 안돼. 다만 보낼 수는 없는데 누가 오는 건 못 막겠지? 안 그러니?」
「」
「너 통장잔고 얼마 있어? 나한테 1장 꼿아줄 수 있어? 폰뱅킹이든 인터넷뱅킹이든 방법은 많은데 돈이 없잖아. 근데 난 너한테 1장 보낼 수 있어. 뭐 정말 보내주라고? 미쳤냐 내가 너한테 1장을 투자하게. 세상에 공짜는 없어~! 넌 맨날 사랑은 없다는 둥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는 둥 허황된 잔소리만 재탕삼탕이 특기인지 모르지만. 난 아니다. 어? 난 아니라고. 우리는, 한다면 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너처럼 내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줄 아니? 착각하지 마. 내가 너랑 같냐? 내가 무슨 허접한 푼순 줄 아니? 너도 그러니까 이제 그만 찌질함 졸업하는 게 좋을 거야. 너 언제까지 꺼벙함 껴안고 살 건데? 지겹지도 않니? 어? 너 잔꾀 바닥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 모양이야? 너 옛날에 뉴욕 5번가에서 지하철탈 때 꾀죄죄한 복장으로 한적한 좌석에 딱 앉으니. 앞에 앉은 숙녀가 쳐다봤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것도 여자들만 아는 표정으로 말이야. 응? 기억나, 안 나? 그게 늬 일이지 내 일이니. 근데 내가 뭐 한다고 너한테 설교하면서 정력을 낭비하지? 그만하자. 재미없으니까.」
「그럼 쟤 누가 보냈는데?」
「그걸 내가 알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냐?」
「에잇~ 말도 안돼. 밑도 끝도 없이 쟤 혼자 어디서 여기로 뚝딱 공간이동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너한테 믿으라는 말 나 한 적 없다.」
「왜 그래 갑자기 진지하게?」
「진짜니까.」
「정말이라고?」
「내가 뭐 한다고 너한테 뻥치겠냐. 너 나 알지?」
「내가 널 모르냐?」
「그거라고.」
「근데 내가 널 다 아나? 아직 모르는 게 남지 않았을까? 것도 많이.」
「그래서 넌 아마추어 난 프로. 어? 이제 좀 이해가 되니?」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렇게 모스맨 연구소에서 나는 나왔다. 녀석이야 애완견이랑 정답게 살면 그만이고. 나는 나고. 무슨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 믿든 말든 할 거 아닌가. 뭔 밑도 끝도 없이 비글이 지 혼자 짜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어디서 약팔려고. 그렇게 나는 고독한 문학도로 변신했다. 난 다시 외로운 환상머신 연구생으로 돌아온 것이다.
심심함과 재미없음을 타개하기 위해, 일단 무작정 빨빨거리며 나돌아댕기라는 무언의 압박. 무시하면 그만. 그렇다고 그 허탈감을 방탕과 퇴폐미로 벌충해? 아니 될 소리. 결국 이제 와서 재물운의 불행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게 된 셈이란 말인가. 아니지. 또 몰라. 혹시 알아? 자, 그럼 이제 풍운아의 미결산 이익을 본격적으로 따져볼까 말까. 하지 말자. 그걸 뭐 하러! 그래도 궁금하단 말이야. 뜬금없이 의아할 수도 있거든. 호기심를 어떻게 내팽게치나. 그래서 당장 무엇이 궁금한고 하니, 은근 허당이 아니라 은둔 허당으로써 숨겨둔 미실현 이익은 무엇일까? 미실... 뭐라고? 뭐가 어쩌고 어째? 흥분하지 말자. 내친김에 정력도 아끼고. 뭐? 됐고. 좌우지간 말썽꾸러기의 밝은 미래를 예견해서 뭐 하나. 난봉계 퇴출감한테 뇌물 받고서 삼류 점쟁이가 어설픈 낙관주의를 남발하라고? 누구 맘대로 희망찬 미래의 선명함을 트집잡으려고. 의미 없다. 비전은 더 없고. 뭐 아무튼 기왕 할 말도 떨어지고 엉덩이도 근질근질하지 않으니, 다정한 행복 때문에 설레기를 하나 부드러운 쾌감 때문에 들뜨기를 하나. 그처럼 신나는 미래를 점춰볼 시간에 좋게 소파에 자빠져 TV나 볼까? 어차피 더럽게 재미없어 할 꺼 뻔할 뻔자. 그러니까 행운의 불확실성에 찬사를 보내는 게 곧 인생인데. 다들 아시겠지만 삶이 어디 내 맘대로 되냔 말이다. 난들 뭐 이렇게 살게 될 줄 알았수? 라는 말 뻔히 상상됨. ~을 넘어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환청도 무뎌진다. 뭐 그건 그렇다 쳐도 우리네 연애사 침체기는 정녕 불경기에서 대체 언제 빠져나올 수 있단 말인가. 허나 요정의 신비주의와 천사를 홀딱 반하게 만드는 멜로드라마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면 그게 어디 환상인가? 한정판이 괜히 있냔 말이다. 그래서 인생이라는 도박판 아니 건전한 경주를 내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팔이 짧어. 세칭 일컫기로 금수저가 아니야. 그렇다고 미남과 성우와 재주꾼을 좋아하는 여자들만 탓할 수 있나. 그분들 애정하다가 어차피 우리 허당들한테 넘어오는 게 순서이긴 하니 뭐 그러려니. 근데 또 그 얘기가 왜 나와?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라니까 글쎄. 이대로 질주하다간 사랑의 포로는 커녕 공상만 하다 날새겄네. 때문에 난 정말 상상병 의존도를 줄이고, 숙녀들한테 인기 있는 남자이고 싶어졌다. 아니?! 실제로 버는 돈 절반을 그녀들 커피사주는 데 몽땅 썼다. 반재산 투자. 근데 결과는? 다 떠났다. 싹 다 갔다. 한 명도 안 남았다. 나만 팽당한 거다. 하여 결론은 플레이보이 연애사에서 전례 없는 불황. 어? (절레절레)! 그럼 이게 다 사랑론 칼럼을 남발했기 때문에, 따라서 통상 사랑의 비밀은 누구에게나 하향 평준화되었으므로, 고로 파랑새 인플레이션 효과라 아니 할 수 없는데. 너도 나도 팔색조요, 너는 우머나이저 나는 터미네이터 일색. 그게 다 자업자득이란 말이냐고. 안되겠다. 이저럼 주춤하다간 영영 찌질한 허당으로 눌러앉지 말란 법도 없다. 따라서 더 허접해지지 않기 위해서 난 뭔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허나 품위유지비 저조는 정말 끈질겼다. 좀처럼, 이 아니라 간지러운 껀수는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아예 사람들이 다 어디로 숨어버렸던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떡한담? 뭘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꼬리가 길면 밟힌다. 따박따박 잔소리를 반길 정황이 있고 벌렁벌렁 혼자 흥분감을 다스릴 적기가 다 따로 있는 법. 그래서 난 갈 데가 사무실 밖에 더 있나? 그러다 뭐 쥐구멍에 볕 들 날 있던가. 코끼리 뒷걸음질치다 너구리 잡겠지. 못 잡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래도 뭔가 아쉽다면 또 다 방법이 있다. 떡밥뿌리기니 일단 뻔트 먼저 대본다는 둥 우리의 관록미는 끝이 없단 말이다. 근데 그 카리스마 단지 말뿐? 현란한 혀놀림 증말 징글징글하다. 아조 말만 말만 허세 세계챔피언감. 대체 언제까지 허풍으로 입에 풀칠하고 살 생각인데? 속도 없어. 거 참 말 더럽게 많다고. (절레절레)
8
최근 에드워드 거동이 수상했다. 거리에서 마주칠 때, 인스타그램, 들리는 소문...... 미녀를 1주일이 멀다 하며 갈아치움. 그럼 정말로? 혹시... 웜홀머신으로 당도하자마자 귓가에 최면가를 슥 불어넣었을까! 아니면 그 옆에 있던 실험기로 숙녀들 혼을 쏙 빼놓은 걸까. 대체 뭐지? 녀석이 대관절 어떤 방법으로 그처럼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느냐고. 이건 말이 안되거든. 나는 그런 에드워드의 믿을 수 없는 난봉기를 보며 충격받았다. 당연하지. 그렇다고 저속한 표현으로 빡치지는 않았다. 단지 말이 그렇다뿐. 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있는 게 틀림없다. 아니면 그런 말도 안되는 연애 때문에 녀석 입이 귀에 걸리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말 같지도 않은 미스테리. 하오나 사실인 걸 어떡하나. 꼭 녀석이 내 라이벌은 아니겠으나 영화 장르처럼 우정이란 단어도 간지럽긴 마찬가지. 괜히 나만 팽당한 것마냥 왠지 울적한 기분 달랠 수가 없었다. 뭐랄까 말하자면 부러워서하는 말은 아니다만 나는 웜홀머신의 정체를 꼭 벗겨버리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이건 다시 없을 좋은 기회가 틀림없다. 일고의 과장없이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말하자면, 뭔가 복잡한 내막은 없을 게 뻔하고 얄팍한 수작이라는 한꺼풀만 벗기면 끝. 포장지를 깠더니 더 야릇한 포장지가? 그럴 리는 없다. 내가 녀석을 잘 알거든. 괜히 모스맨 연구소 1기 멤바들이 알맹이는 빼가고 껍데기만 에드워드한테 넘기지는 않았을 테니까. 녀석이야 뭐 허당이니까 얼마에 그걸 양도했는지 꼬치꼬치 물어보면 얼굴 어두워질 거 확실하고. 아무튼 그래서 나는 야심한 시각에 어떻게 어떻게 웜홀머신이 있는 사무실 내부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나는 웜홀머신 내부에서 비밀통로를 발견했다. 들어갔다. 따라갔다. 계속 갔다. 멈출 수 없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대체 이 길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 거지?
그러다 숲이 나왔다. 상시 개방하는 수목원도 아니요, 초갑부 소유 사립지처럼 멋지지는 않다만, 허나 1세기에서 단 몇 퍼센트 기간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은밀하도록 조용히 놔두는 왕궁길. 그와 흡사했다고나 할까? 대체 어떤 원리 때문인지는 차차 파고든 결과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데. 녀석 대체 뭔 꿍꿍이를 현실로 옮겨놓은 건지 신통방통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그렇게 숲길을 걷다 도심지로 보이는 정경이 저만치 보였다. 나는 더 힘을 냈다. 그렇게 좀전에 봤던 주택가에 도착했다. 이제 보니 거긴 우리 동네였다. 내 집과 사무실 중간쯤. 근데 바로 그때 저기 저 인간은.... 저 사람은 바로, 나잖아? 뭐야 이거! 동시에 같은 시간대에, 것도 같은 공간에 1개체가 2로 분리되어 공존할 수 있다고? 물론 뒷모습은 나였다. (정)옆모습은 안 보였다. 살짝 측면은 보였다. 아무리 봐도 나였다. 나는 그 인간을 따라갔다. 그렇게 녀석은 내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이대로 놓쳐버리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뛰었다. 아니, 막 뛰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때 옆에서 에드워드가 톡 튀어나왔다. 그렇게 날 가로막더니,
「따라가지 마.」
「」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
「」
「설혹 뭔가 심증이 사실과 일치한다는 걸 알게 되어도」
「알게 되어도?」
「득보다 실이 많을 거야. 훨씬! 뭔 말인지 알지?」
「아니, 아니 그게, 아니 난...」
「근데 너 어디서 오는 길이니?」
「」
「너 나한테 빚진 걸로 하자.」
「」
「갚으라고 독촉하지 않을 마음의 채무.」
「」
「알아. 이것과 네가 애초에 넘겨준 환상머신 초본. 내 말은 그러니까, 그 둘 퉁치자는 말이야. 알겠지? 알아, 몰라? 아무튼, 절대, 따라가면 안돼. 알았어?」
「」
「그만 술이나 먹으러 가자.」
9
나는 통보없이 모스맨 연구소에 놀러갔다.
그렇게 곧장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일단 내부에 누가 있나 창문으로 살펴봤다.
그런데 창문 너머로 마라가 에드워드로 변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아니, 저년이!
일부러 염탐할 의도는 없었다. 근데 마라가 옷 갈아입는 장면도 아니고, 걔가 에드워드로 변신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그래? 그러면...! 그렇다고... 어라? 얘 봐라. 어쭈, 그래?
그건 뭘 뜻하지? 미녀를 1주일이 멀다 하며 갈아치웠던 일은... 다 마라 친구들-동료-선후배들일 테고.
그럼 왜? 아마도... 비밀스런 종신계약 때문이라니.
「이제 알겠다. 그럼 그렇지. 그 착한 위인. 선량한 촌놈. 고지식한 촌닭나리 에드워드께서 버뮤다 처자들을 다 따먹고 다녔을 리가 없지. 허허. 나도 나다. 깜빡 속을 뻔 했다니. (절레절레) 이제 알았어.」
그럼 에드워드는 어디로 갔지? 나는 미스테리아 소유 별장으로 곧장 떠났다.
위치추적 화근이 될 만한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미스테리아 소유 별장 도착. 어렵게 어렵게 내부로 진입 성공. 건물 내 유일하게 감시망이 놓친 개구멍을 통해.
그 다음 친구한테 배웠던 잔기술로 보안시스템 무력화.
단 10분 안에 에드워드를 찾아야 함. 최장 길어도 15분.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찾음.
「하여튼 말이야, 내 이 비상한 추리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글쎄. 이러니까 여자들이 뻑이 가지. 안 그러고 베겨? 말 하나마나!」
여기서 에드워드와 나의 통상적인 대화는 생략하기로 한다. 굳이 옮길 만큼 긴박한 중요도는 없기 때문에.
그렇게 일단 에드워드는 적당한 은신처로 피신해 당분간 쉬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10
다음 날 나는 집에서 일어났다. 개꿈을 꿨는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 일과를 마치고 출근하려고 딱 나서려는데. 문을 열자마자 어떤 거대한 기운이 그 문을 닫혀버렸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랬다. 앞뒤 떼고 핵심만. 요점은 이랬다. 바로,
... 우리집이 통채로 가상현실 기계로 변한 것이다.
A면은, 바닥을 축으로 나와 180도 방향만 다를 뿐
B면은, 정상 풍경인데 초현실적으로 실사화
C면은, 90도로 눞혀짐
... 이 분야의 권위자 가운데 내가 아는 사람이 에드워드 밖에 더 있나?
... (따르릉)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사안 설명과 1절은 생략함)
「양자역학에 따르면... 반물질 알지?... 그건 말이야... 바깥의 힘이 아니야... 늬가 반작용 매개체도 아니고... 일단 일반상대성 원리로써 말하자면 너에게 이해시킬 수는 있는데. 이건 뭐랄까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거든. 따라서 결국 특수 상대성 원리를 대입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어. 허나 그걸 너가 말하면 아니? 당연히 모르겠지. 자, 그러니까 좋게 나한테 말해. 뭘 말해? 뭐긴. 반물질 생성이 의심스러운 뭔가를 집에 들여다 놓은 적이 있냐, 에 대해서. 물론 네가 물리학과 교수와 친해서 그분을 집에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잘 헤어졌는데 그분이 007 가방이 집에 놔두고 갔더라? 바로 그런 거. 뭔가 켕기는 거 없어?」
「있어. 척키 인형.」
「어디서 주웠는데?」
「어디로 갈지 모르는 가상머신, 그 뭐랄가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유령의 집 있지? 그런 것처럼 무인가상현실 하우스가 있길래 탐방했지. 그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 방금 전 우리집에서 똑같이 일어났고. 그리고 그날 그곳 마당에서 그 인형을 주워서 집에 왔어. 그게 다야.」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늬가 언제 물어봤냐?」
「안 물어봤어. 그래도 그 정도 사안이면 딱 딱 맞춰서 재빨리 보고를 해야할 거 아니야. 어?」
「너 내가 엎어키웠다는 거 잊지 마. 안 그래도 너 여자 뒤꽁무늬 쫓아다니느라 바쁜데, 나까지 널 귀찮게 해야 한다는 게. 그게 말이 되니?」
「말이 되든 말든 그건 내가 판단할 일. 따라서 일단 선보고 후조치. 어?」
「넌 허당 난 고수. 넌 엑스트라 난 주인공. 너만 원맨쇼하게? 신부들러리 증말 징글징글하다. 어? 늬가 언제부터 나랑 명콤비였냐. 응?」
「근데 너 원래 그렇게 말 많은 남자였냐? 됐고. 그거 옆에 있어?」
「응.」
「전원 차단시켜.」
「버튼은...없는데... 켜있는지도 모르겠어.」
「그럼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겠니? 필요없으니까 구현하지 않았을 뿐. 그러니까 배터리를 빼던가 어떻게 해보라고.」
「(잠시 후) 배터리 뺐어.」
「잘했어.」
「정말 잘한 거야?」
「보면 알 거 아니야. 어때?」
「와! 없어졌어.」
「것 봐, 내가 뭐랬니. 내가 이런 사람이야. 알아? 너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마. 알았어?」
「그럼 이대로 끝난 거니?」
「그럴 리가 있냐. 사건 규모, 상상 안돼?」
「설마... 혹시... 장난 아닌 거니?」
「그래. 그러라니까. 바로 그러라고.」
「그럼 난 어떡해야 해?」
「뭘 어떡해. 누가 뭘 어떡하냐고. 내가 지금 그리 갈께. 아니다. 너네 사무실에서 만나자.」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나는 사무실에서 녀석과 만났다.
「에드워드. 날 띄워라.」
「뭐 어째? 늬가 날 인기남으로 만들어라. 차라리 그러자. 제발 좀 그러면 안되겠니?」
「근데 우리 이제 어떡하냐? 배후에 대체 누가 있는데?」
「가만 있어 봐. 척키 인형은?」
「아, 맞다. 집에 놓고 왔어. 챙겨온다는 게 깜빡했어.」
「그걸 깜빡하면 어떡해? 야, 뭐 해? 당장 집으로 가야지. 그 안에 다 들어있어. 어서 와.」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에드워드와 나는 우리집에 도착했다. 들어갔다. 샅샅히 뒤졌다. 그러나 없었다.
「사라졌어.」
「사라... 방법은 하나다.」
「그게 뭔데?」
「넌 지금부터 바보가 되어야 해. 것도 역대급 왕가슴. 아니 희대의 바보. 사극에서 많이 봤지? 왕과 거지 동화처럼 내가 늬 대역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알겠어?」
「정말 그러면 된다고?」
「이 형만 믿어. 넌 늬가 여자들 다 꼬셔준다며 큰소리 뻥뻥 자신있게 뻥쳤지만. 난 너 안 믿었어. 허나 지금은 장난이 아니야. 알겠어?」
「(끄덕끄덕)」
「그러니까 당분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지내기만 하면 돼. 걔네가 누군진 모르겠다만 괜히 막 들쑤시고 다니는 놈이 걸리기를 바란 거라고. 딱 봐도 그래.」
11
줄거리 위주로 너무 급박하게 이야기가 진행됐으므로, 고로 잠시 완급조절. 그렇듯 본 문단은 쉬어가는 의미. 근데 괜히 밑도 끝도 없이 쉬어가는 문단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 앞서 줄거리에 나왔듯 <1달전 아무것도 몰랐던 때처럼 살기로 하자>라는 작전 때문임. 자, 뭔 얘기인지는 몰라도 어떤 말보따리를 풀어야 1달 전 아무것도 몰랐던 순진한 순둥이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그건 이거다. 자, 일단 한번 들어나 보자.
바느질 못하는 년이 실은 길게 꿴다. 짧은 쾌락에 한맺혔단 말이 아니라. 그래도 기왕지사 산뜻한 포부를 위해서 장비발 신경쓰는 게 좋지 않을까? 아마도 나쁠 건 없겠지. 다만 변심이 문제일 뿐. 그처럼 대체로 꿈은 포기와 친하다. 쾌락도 덧없다. 대망 당연히 잊혀지지. 재산목록 3호 것도 맨발의 청춘 때 얘기. 만약 졸부가 되어도 부자 돼도 별거 없다고 한다. 인기 싹 다 거품이다. 유독 나에게만 친절하지 않은 사랑, 부러워할 거 없다. 어차피 애정마도 초반에만 뜨겁기 마련. 놀기도 날마다 놀면 금방 싫증난다. 자랑도 귀찮아서 안 한지 오래. 취미 진득하니 오래가나? 물에 빠진 건 건져도 계집에게 빠진 건 못 건진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장타, 단타, 평타, 범타, 뻔트, 뻥카... 세상물정 그렇다는 의미. 근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여기까지 와버렸지? 내 말이 바로 그거라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뭐니 뭐니 해도 사랑이 최고의 주제이긴 하겠으나. 아 글쎄 진짜로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디 흔한가? 길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웬만한 어른들 지금 그처럼 사실 줄 예전에 미처 아셨냐고 여쭙기 송구스럽다는 걸. 뭐 그건 그거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흐린 날 있으면 바람부는 날도 있기 마련. 혹시 오늘만 사는 풍운아 아니냐구요? 칭찬이야 조롱이야 의뭉스러운 속마음 당최 알 수가 있어야지. 알 수 있다. 안 봐도 뻔하거든. 웬만하면, 애정에 굶주린 양떼를 목도한 늑대의 흑심. 그러니까 타락할 뻔했다 정신차린 영혼과 더러운 사랑이란 말이지, 그래? 우리가 아름답게 만들어드리자. 뭣이 어째? 농담이고. 이제 헛소리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아니다. 자발마는 더 특훈 시키기로 하고. 지금은 액면이 완성되지 않았다. 밑그림 구상 추상적이면 안된다. 그처럼 기발한 활약상은 몰라도 혹하는 발단 낌새도 없다. 고로 민첩한 심부름꾼처럼 나는 양대 여성잡지사로부터 내내 기죽어 사는 형편인데. 지들이 언제부터 내 상전이었다고. 뭣이 어째? 됐고. 뭐 아름다운 인생을 향한 열망? 나가있어. 고혹적인 사랑의 태도, 저리 비켜. 새하얀 도화지에 순결한 청춘스케치를 그리시겠다, 조용히 해라. 그럼 정말 닥치고 일이나 할까? 좋든 싫든 할 건 하는 거고. 그와 별개로 도대체 어떻게 놀아야 놀랍다고 소문이 날까? 얼굴 팔려 좋기도 하겠으나 우리는 그거 그리 반기지 않는다. 오죽하면 우리가 여자에 관심 없겠나. 그래 봐야 만담가의 허세와 정력가의 허풍 그거 다 뻥이다. 개 뻥. 그러든 어쩌든 첫눈 오는 날 할 일 없을 거 뻔하다. 근데 타인의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왜 궁금하겠나. 할 말도 없다. 모험심도 지쳤다. 감수성은 진즉 퍼졌다. 호기심은 동면에 들어갔다. 질투마는 말도 듣지 않는다. 군침마가 언제 내게 우군이었간디? 매번 권태마만 내게 최적화된 거지. 결국 타성 편향적인 인생. 뭘 해도 재미없는 아저씨. 아줌마들도 그래서 말만 많다. 무명들이 그래서 남 얘기 빼면 뭐가 남나. 그래? 그럼 이번에 정말로 여중-여고-여대 앞에서 문구점 사장이랄지 분식점 점주가 되어볼까? 되긴 뭘. 하나마나지. 보나마나 뻔해. 어? 초반에만 혹하겠지. 결국 식상해질 테고. 그걸 뭐 하러? 나 아니어도... 그만 하자. 입 아프게 뭐 한다고 쓰잘데기 없는 잔소리를, 듣는 사람도 없는데 바가지 긁을 일 있나. 아니면 좀 더 개처럼 살아주라며 떽떽거리는 마누라가 있기를 하나. 북어와 여편네는 이틀에 한번씩... 아니. 그 얘기가 아니지.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솔직히 고백하고 말 거도 없다. 허언증 도졌다는 것 말이다. 그러게, 어? 웜홀머신 증후군이 가면 어디까지 가겠나. 아직도 판타지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나? 뭔 생선 같은 놈 나와서 여자랑 연애하는 이야기?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걸어만 다니다 끝나는 장르? 칼럼과 연재분량이야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고. 꼭 그렇단 말이 아니라. 말하자면 속된 말로 입에 풀칠하는 게 급선무. 안 그래도 여심은 모두 이 손바닥 안에 있다. 여자의 마음? 밀었다 당겼다 들었다 놨다 쥐었다 폈다, 그것만 하면 된다. 어려울 거 없다. 하면 된다. 안되면 말고, 걔네들 우리가 불세출의 플레이보이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쉽다. 엄청 쉽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연예인 누구? 그녀랑 결혼하는 법 알고 싶으면 날 찾아오면 된다. 남들말 들을 거 없다. 특단의 대책이니 신기한 묘수니 우리는 아는 동생들이 애칭 붙여주기로, 일명 코치였다. 단짝도 날 하다 하다 '말'이라 불렀다. 미스터 말, (성씨)말. 근데 왜 난 지금 이 모냥 이 꼴이지? 그러게. 말해 뭐 하나. 그렇다고 세상이 야속하단 말은 아니다. 우리는 차 욕심 없다.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한다.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기, 우리 얘기다. 아직도 여자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는 마초가 있나? 그분들도 참! 아 글쎄 요즘도 숙녀가 대체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상남자가 있냐고. 쳇! 웃기지도 않다. 여심 별거 없다. 뭐 여체가 별거 없다고? 계란후라이 패션? 웃자고 한 얘기에... 뭐 그러지 말자. 마음의 여유를 찾잔 말이다. 어쨌든 허당계는 내가 꽉 잡고 있다. 차기 물망에 오르는 누구라는 둥 러닝메이트요 조명발들? 걔네들 옛날 보기 흉했다. 이마에 보형물 넣고 주사 맞고 라미네이트 하지 않은 유명인, 별로 없다고 봐도 된다. 안 그래도 걔네들 다 내가 키웠다. UFC 현직 전직 챔패언들, 내가 꼽아줬단 말이다. WBA, WBC 유명인들 상당수 옛날에 내 앞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고개도 못 들었지. 어디 눈을 맞춰? 찍소리도 못했다. 바지에 오줌이나 저리지 않으면 다행. 물론 뻥이다. 난 찐따다. 정말이다. 하다 하다 '찐따'라는 상표에 관심가는 거 숨길 수 없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다변 증말 징글징글하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그 얼마나 지긋지긋할까를 생각하면... (절레절레)! 말 말자. 이게 다 그대 생각해줘서 얘기하는 건데 이러쿵저러쿵, 생색내기 시작도 하기 전에 들을 말은 뭐다? 너나 잘해! 지가 뭔데... 어? 넌 뭐 얼마나 잘났다고... 응? 늬가 우머나이저면 난 터미네이터야. 알아? 그만하자. 그게 좋겠다. 거 참 더럽게 말 많다는 얘기 듣기 싫다면 말이다.
12
개는 자기가 토한 곳으로 돌아온다. 물론 곧장 처음 가상머신 하우스를 발견한 장소를 재방문하지는 않았다. 글쎄 뭐랄까 난 어쩌면 상투적인 전개를 걱정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음 그게 말이다, 그게 한마디로 직업병 때문. 아무일도 없을 걸 뻔히 알면서 괜히 있지도 않은 일을 과장해서 억지로 원고를 넘기고. 그럼 또 투정꾼들께서 잡지 팔아먹을려고 별의별 허당을 혹사시킨다는 둥 단기이익 쥐어짠다는 둥. 하다 하다 걔 혹시 계열사 실세의 사둔의 조카의 조수는 아닌지 의심하면 어떡하나. 꼭 그렇진 않겠으나 그 외에도 시간낭비 뿐만 아니라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진부함. 소녀들 특징이 뭔가. 수줍어하기. 들뜨기. 설레기. 수다. 남얘기하기. 듣기. 침묵하기. 바람에 구르는 낙엽만 봐도 꺄르르 웃기. 그리고 중요한 한가지, 바로 뭐든 거론만 하면 하는 말은? 식상해! 그 지겨움에 나까지? 더운땀이 아니라 식은땀 날 일이 그거다. 그래서 몇몇 후보군을 검토해보게 되는데. 가령, 몇몇 경우의 수 생각으로 풀 수도 있다. 결국 3번째인가 4번째에 해당할 텐데 어쨌든 그곳으로 딱 찾아갔는데,
A. 나처럼 전번 특별한 경험 때문에, 나랑 똑같은 이유로 찾아온 사람들 다수 (드라마 머, 뭐...)
B. 딱 도착했는데 어떤 노신사께서 충고, 들어가지 마시오...! 식겁한 끝에 부인이 나타나 이 양반 어쩌고저쩌고 신경쓰지 마시라. 그들이 떠난 후 웬 강아지가 나타나더니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이 앞서가다, 쳐다보다, 앞서가다, 뒤돌아보다... 반복. 따라갔더니 거대한 UFO 발견...
C. 찾다 찾다 길을 잃음. 끝끝내 도착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10년이 훌쩍 가버림. 내부는 거울의 집. 거울을 보니 벌써 20년 늙어버림...
D. 도착해서 딱 들어갈려던 끝에 비명소리를 들음. 흔한 스릴러 영화 소재.
E. 도착해서 딱 들어갈려는데 누가 나오면서 하는 말. 안에 아무것도 없소. 확인해봐도 좋소. 근데 혹시 예전 어떤 기억이 끝끝내 당신을 괴롭히지 않소? (그러면서 2개의 봉투를 전달) 마음의 안정을 원하면 파란색 봉투를 12시간 후에 열어보시오. 비밀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24시간 후 빨간색 봉투를 열어, 단지 열지 말고 잘 뜯어보시오. 내용물은 없을 테지만 겹겹이 붙여진 봉투 안에 뭔가 있을 테니 말이오. 그리고 왜 12, 24시간 후냐? 다음 타자를 만나면 그분께 여쭤보는 게 좋을 거요. 내겐 묻지 말아줬으면 하니 말이오. 아시겠소 젊은이? 이 내 배꼽 근처까지 내려온 수염을 걸고 드리는 힌트니 부디 믿어줬으면 좋겠소. 우리 인연이 여기까지인지 또 다음에 혹시 만날지도 모르오만. 또 아시오? 선생 팔짜를 고쳐주진 못할망정 그대 야릇한 여복을 점춰줄지 말이오. 아니, 그러지 말고 기왕 말 나온 김에 내 손주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소? 내 손주 이뻐. 아니, 걔 아직 유학가서 돌아오려면 좀 기다려야 하니. 그러니까 내 친구의 딸을 만나보는 게 어떻겠소. 아마 그런 미인은 살면서 몇 번 보지 못했을 거라 내 장담하오만... 듣다 듣다 지쳐서 실례한다면서 청자가 먼저 자리를 뜨기 전에, 노인이 먼저 주저앉음.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일시적으로 기력이 떨어진 것임. 어떻게 어떻게 절정으로 치닫고 해피엔딩.
F. 그곳 자리에 극장이 생겼음. 간판을 보아하니 볼만 한 영화. 쥬라기 공원, 돌아온 티라노! 관람 후 알게 됨. 그건 쥬라기 공원 100번째 후속편이란 것을. 또는 스타워즈 (1977)이 시리즈로 이어진 끝에 100번째 후속작. 뜬금없이 미래세계에 도착한 것임.
A, B, C, D, E, F... 다 아니었다. 어쨌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13
자세는 (광고 과장글처럼 포복절도하다가 아니라) 포복. 즉 엎드려 보기. 3인칭 관찰자 시점. 당연히 망원경을 준비해가지 않았기 때문에 두손을 계란을 쥐듯이 오므려 두눈에 갖다대기. 나는 바늘 끝에 계란을 세울 수 있다. 거짓말이다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렇다는 거고. 허나, 바늘 끝에 달걀 올려 놓기? 애초에 승산도 가망도 없을 일이 태반이겠으나. 지금 상황은 그게 아니다. 그러니까 왜? 왜냐하면 2문단에서 가상머신 탐방, 3문단에서 친구랑 재방문했는데 가상머신 없어짐, 12문단에서 혼자서 재방문했는데... 누군가 안에서 나오는 걸 목격했기 때문.
그럼 과연 누가 그곳에서 나왔나? 걸어서 나왔나 재빨리 튀어나왔나. 설마 슥 기어서? 누가누가 나왔냐면 바로 이랬다.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루시, 아르디피테쿠스케냔트로푸스 플라티오프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헤이델베르겐시스, 네안데르탈인...
멸종동물: 2018년 1월 29일에 공식적으로 멸종됐다는 '동부 퓨마', 포클랜드 늑대, 숀부르크 사슴, 아메리카밍크속,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세인트헬레나집게벌레, 사르데냐우는토끼, 하우긴귀박쥐...
처음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오니 저건 또 뭐야! 당연히 그랬다. 누가 값비싼 복장 입고서 쇼하는 거라고. 근데 찬찬히 살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잔지식 총동원...으로는 부족하니까 황급히 핸드폰 앱을 켰다. 갔다 비추기만 하면 위키피디아 뜨고, 기타 등등 쫘르륵. 뭐야 이거! 뭐지? 대체 뭐야 이거, 어? 무슨 표토르 도스도예프스키 소설에 나오듯 뜬금없이 실신하고 누가 살해당하고 다음 날 어쩌고. 그것도 아니고. 뭔 알베르 카뮈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저승사자 명부에 누구 이름을 쓰면 뭔가 제거되고. 구식탱탱묵은 소제도 아니고. 근데 바로 그때!
엎드려 관찰자 자세인 내 옆으로 제라드가 나랑 똑같이 엎드려 누가누가 나오나 보고 있었다. 얘는 대체 언제 왔지? 또다시 갑자기. 도대체 어떤 녀석이 내 엉덩이를 밟지 하고서 딱 돌아봤더니, 그건 사무엘. 우리는 말이 필요없었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14
우리 셋은 도심지로 돌아왔다.
장소는 내 사무실. 분위기 상 차분한 음악이 절실했다.
Leopold Mozart / Missa Solemnis
「그러니까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봤잖아.」
「하긴 안 믿을 수도 없지.」
「못 믿겠으면 우리도 네 앞에 나타날 일 없지 않을까?」
「누가 다 부정하겠대?」
「그럼 네가 예전에 썼던 칼럼. 몇몇 오점 있긴 있을 텐데. 그 가운데 하나. 신 : 인간 = 인간 : 동물. 그 비유를 설명했던 거. 문맥상 의미는 알겠으나 이제 생각해보니 아차~했던 거 하나 있지 않을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동물의 의식을, 한두 명도 아니고 수없이 걔네들 의식을 조종하며, 만인의 팔짜를 정해진 대로 진행시키는 운명. 사람은 동물을 인위적으로 거주지 제한이랄지 기타 등등 그건 가능할 테지만. 과학적으로 유도하거나 맹수와 곰들 목에 위치추적기 다는 거 말고 SF 영화처럼 텔레파시로 실시간 조정이랄지, 각본 씌어진 대로 살도록 만드는 건 못하잖아. 계, 문, 강, 목, 아목, 하목, 상과, 과, 족, 아족, 속... 그 종들. 웜홀 머신 연구하다 보니 어쩌다 그 멸종된 종들까지 알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고. 근데 내가 뭔 말을 하는 중이지?」
「그러게. 그러지 말고 심심한데 토끼나 한 마리 잡아먹을까? 내가 자칼이나 불여우도 아닌데 토끼는 무슨. 그러지 말고. 좋게,」
「좋게, 뭐?」
「넌 지금 관찰자 시점이란 거 아직도 모르겠냐? 또 우리 말 끊고 궤변으로 여심을 감으려고? 감길 여심이 지금 어딨냐. 우리도 이제 안 말려. 우리가 무슨 줄 달린 치즈냐? 넌 또 이런 말 하려고 했지? 너도 이미 연구 끝났어. 가령,
밤새도록 생각해낸 잔꾀가 결국 부질없는 공상. 남이야 그러든가 말든가. 아, 맞다. 근데 걔가 나구나. 근데 그게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이지? 몰라. 그게 뭘 어쨌다고. 왜 그러는지 내가 알기나 한대? 모른단 말이야. 이놈의 잡념은 더더욱 엉망진창. 나는 불후의 명작을 집필하는 데 실패했다. 타임머신은 무슨. 아울러 뭇여성들의 환심을 사는 것도 포기한지 오래. 허나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다. (세속적 표현마따나) 툭하면 우려먹어 보건대? 반복해 보건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자를 꼬실 수 있다. 누구나, 어디서든, 단 몇 마디면 충분하다. 뻥 아니다. 진짜다. 아니다. 뻥이다. 노잼. 솔직히 말해서 뭘 해도 재미없다. 늘상 아지트에서 듣는 말은 두 가지. 늬가 그래서 안되는 거야, 오빠는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전자든 후자든 무감각해진지도 옛날. 빠져든다 빠져든다 제대로 빠져든다, 빠져들긴 뭘 빠져들어! 나는 그야말로 푸석푸석 식어버린 감자튀김 같은 남자다. 그 다음. 어쩌고저쩌고. 또 다시. 이러쿵저러쿵. 또또 계속. 미주알고주알. 끝.
안 그래? 뻔해.」
「너네 너무 멀리까지 갔어. 알고 있어?」
「우리만 갔겠냐? 우리가 지금 누구랑 같이 있는데.」
「내가 바보냐? 나도 알아. 박복한 과부는 재가를 가도 누구를 만난다. 운발을 보아하니 자중할 시기라는 거 왜 모르겠냐.」
「바늘만 있고 실이 없다. 남자들만 남자들만...! 꽃이 있어야 나비가 모이는데 누가 헛소문 퍼트렸구만.」
「너 거 참 그.. 어?」
「곁길로 새지 말고 요점만 말하자. 환상머신 계획은 폐기. 무도회도 폐막. 청춘은 즐기면 그뿐. 웜홀머신은 절반의 성공. 행복은 미완의 예술? 농담이고. 결국 늬들 말과 성과는 그거잖아? 소환기! 근데 현세랄지 동급이랄지... 그건 안되고. 보내는 거도 안되고. 타임머신은 말 같지도 않고. 이거 정말 마술이냐 과학이냐? 어? 늬들 통 속을 모르겠다. 또 마라 걔는 왜 또 끌여들였는데? 지분 구조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어? 어쩐지 이상하다 싶드라. 그러니까 말하자면 웜홀이든 심신분리든 공간이동이든 다 안되겠으니. 결국 소환기? 그 어떤 이미지트레이닝에 자꾸자꾸 소환되는 남자의 입장. 너네들이 알기는 아냐? 당해봤어야... 당해봐도 모를 텐데. 알 수가 없잖아?! 아니 근데, 어? 누가 걸핏하면 출석요구서 남발하는지 도통 알길이 없지 않냐고. 아 나 이거 증말 거 참 나 원 참. 뭐야 이거, 어? 뭐가 문제야? 난 말이야, 보아하니, 아니. 아니 내 말은 그게 그러니까.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말이야. 기왕 말 나온 김에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게 뭐냐면. 너네 대체 뭣 땜에 그러는데? 늬들 나한테 숨길 것 없어. 우리가 어디 그런 사이냐?」
「뭐 긴 얘기는 필요없고. 이만 하면 잡지사 의도는 전달한 듯 싶은데. 똑뿌러지게 줄거리 말하지 마라 했으니. 넌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만. 통쾌한 1줄평으로 네 의구심 해소시키지 말라 했거든.」
「누가! 어? 누가? 아 대체 누가?」
「명쾌한 식상함보다 은근한 신비감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 말이야.」
「뭐? 뭣이 어째? 뭐가 어쩌고 어째?」
제라드와 사무엘은 더 이상 말해 뭐 하냐는 뜻이기 때문일까? 걔네들은 곧장 일어서서 사무실을 나갔다.
「야, 가냐? 이제 난 늬들 꼬봉이냐 뭐냐? 어? 나 말 안 끝났어. 이 자식들이...」
무정한 자식들. 왜 속시원하게 보고서를 고지하지 않는 거야. 왜지? 어째서? 대체 뭣 때문에. 제품설명서 어딨어? 누가 논문 쓰래? 최소한의 근거와 최선의 요점, 모범적인 줄거리 다 어디 갔냐고. 근데 갔던 걔네들이 다시 돌아와서 이 말을 마저 전하고 돌아갔다.
「늬 마음 알아. 긴가민가하지? 오락가락하겠지. 안 그럴 수가 없으니까. 말도 안되거든. 허허. 허나 어떻게 보고도 못 믿냐고. 미칠 거야. 왜 아니겠어. 이해해. 딴사람도 아니고 하필 본인이 영화찍고 있으니 당연하지. 그러면 말이야 그럼 다음 차례는 말이야, 그 어떤 의구심이 슬며시 네 마음에 노크하지 않을까? 저처럼 멸종이 아니라 보전종. 즉 다음으로 식물일지 괴물일지 아니면 멀쩡한 거지일지. 누가 알아! 과연 누가 소환될지 어떻게 아냐고. 부쩍 알고 싶어지지 않니? 물론 난 말만 전했을 뿐이야. 우린 그냥 중간책이라 그 말이지. 허나 잔머리 너무 굴릴 필요없어. 잔꾀 바닥났다고 걱정말라구 친구. 털끝만큼의 호기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이상, 넌 하던대로 허당이면 돼. 아마도 기다리라는 지령 아닐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 뭐. 아무튼 뭔가 재밌어지는 진행이라는 거 너도 썩 부정하진 않을 거 아니야. 안 그래? 허허허. 그러니까 지켜보자고.」
그렇게 대답은 듣지도 않고 녀석들은 가버렸다. 지들 말만 전하고 말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 육성을 직접 듣고 작성한 것이다.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다.
하여간에 여자들 은근한 거 겁나 좋아해. 은근 허당 아닌 사람 명함도 못 내밀겠네 그래. 그러니 섭섭한 마음 뭘로 달랠까 (절레절레)
15
뭐랄까 허당이 늙은 증거는 커피와 멀어진 거? 허나 우리는 청춘과 이별할래야 할 수가 없다. 그래도 허세대회 그랑프리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우리꺼나 마찬가지니까 좀 더 느긋해지자면. 어쩌면 그 어떤 군침으로 홍수를 이룬 죗값은 결국 일복일지도 모름. 아닌가? 허나 여자라고 뭐가 다를까. 그러니까 불경스러운 대망과 순결한 소망 사이에서, 끝끝내 너와 나 누구나 황금만능주의자일 수 밖에 없을 텐데. 세상사를 보아하니 나는 착하게 살고 싶은데 꼭 보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은 흔하디 흔하다. 푼돈 아끼면 뭐 하나, 사이렌의 속삭임 같은 광고에 혹하여 거금 홀라당. 인생은 한방이다, 그게 그거랑 다른 건데... 넘어가고. 우연이라는 훈풍에 힘입어 극적으로 출세하나 했는데 딱 그러다 맘. 그렇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꿈은 잊혀진다. 탐욕마저 막연해진다. 멜로드라마는 재미없다. 남녀의 애정은 유치할뿐. 자동적으로 연식은 고풍스러워짐. 바보들의 행진을 왜 하나. 젊음과 친하다는 건 내 생각일 뿐. 일단 속마음이 옹졸하거나 변심마저 이랬다 저랬다. 배부른 배불뚝이 아저씨 처녀 땐 귀여워보였는데 마른 장작이 잘 탄다는 조언을 왜 그땐 귓등으로 들었을까. (말이 그렇단 거지 웃자고 하는 얘기에... 그건 그렇고) 뚝딱 세월을 건너뛰니 매사 부정적인 남자가 내 남편이더라? 알고 보면 호인인데 집에서는 가부장적 제왕이요 밖에서는... 미련한 사랑 유행지난지 오래. (옛말로야 여우같은 부인과는 살아도 곰같은 부인과는 못산다지만, 요즘엔 반대로 곰같은 부인과는 살아도 불여우같은 부인과는 못산다고도 함. 그게 다 양쪽 말 들어보고 어쩌고저쩌고 말만 많아짐). 그러니 가족장르와 웬만한 판타지를 마초들이 어찌 진득이 감상할 수 있나. 억지로 체면과 입장이 있으니 연기하는 것뿐. 먹은 개는 짓지 않는다. 뭐야, 그럼 다시 굶주린 늑대로 돌아가기? TV 채널만 돌려봐도 돌아온 싱글 형편 뻔하다. 그럼 뭐 어쩌라고, ~라는 투정 이미 들렸다. 보나마나 뻔하지. 하여 다른 타로카드를 꺼내드니 이렇게 씌여있는 식. 그건 뭐다? 매인 말은 항상 뛰고 싶은 생각만 한다. 아하, 자유를 애타게 갈구하시는구나. 자, 모험심이라면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오셨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맞는다. 맺집 보소. 개 발은 아니구만. 근데 가만 보니 어설픈 실패담 밖에 없는데 이걸 어쩌지? 그걸 왜 남한테 물어보나. 오다 가다 만난 사이에 언제 봤다고 친한 척. 좌우지간 심심하다고 인터넷 놀이터에서 뉴페이스 발굴하느라 지친 일상 그 마음 잘 안다. 꼭 악마만 새로움을 추구하란 법 있나. 마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기분까지는 아니어도. 새출발은 취미만 바꿔도 느낌 안다. 그래서 새롭게 영입한 대타는 뭔고 하니... 그걸 공짜로 알려드릴 수야 있나. 허나 힌트는 드릴께. 일단 놀라지 말기. 그게 정말 뭔고 하니, 아직은 묻지 마. 아, 일부러 반말한 게 아니라. 여자의 나이 함부로 묻는 거 아니다. 뭐, 나대지 마? 이 사람이...! 농담이고. 그대가 사랑을 싫어하시나 우리가 우정을 모르나. 말리지 마? 말려주란 말이지 않나. 결국 보따리에 무슨 괴물이 들었다는 둥 신통방통 영험한 효력은 확실하다는 둥, 옛날 시장판에서 약팔던 입담과 왜 갑자기 닮아가는 거지? 그러게, 응? 그러니까, 어? 애들은 가라. 공부하기 싫은 사람? 엄마말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게 좋다. 어른 말 안 들을 땐 기다리고 기다리고 절반 잃어도 기쁠 만큼 확실한 적기라는 게 있는 한도에서만. 그러니까 선생 말씀은 뭐 듣지 마?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작전 들통났다. 대타 바닥났다. 푼돈 안 모인다. 관중 얼씬도 안한다. 초딩한테 상욕 얻어듣기 전에 좋게 자유를 찾아 떠나자. 기분파에서 낭만파로 왜 변신 못하냐 그 말이다. 아름다운 선망이니 고결한 여심이니 허황된 얘기? 다 뻥이다. 꼭 그렇단 말이 아니라. 솔직히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기왕 말 나온 김에 하나 고백하자면 그렇다. 여성환상 1.5 잡지사 전직원들이 다 날 좋아한다. 진짜로? 뻥이다. 재산도 없다. 가난뿐이다. 외롭다. 뭘 해도 재미없다. 할 말도 없다. 벅찬 감정은 이성을 마비시켰다. 뻥이다. 들뜬 심정 또한 심신분리에 성공했다. 가짜다. 근데 유체이탈은 금새 끝났다는 게 아쉬울 뿐. 그럴 리가 있나. 그처럼 달콤한 행복감은 짧았다. 이게 바로 허당 인생이다. 그러니까 일찍일찍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 게 좋긴 좋은 걸까? 얘기 잘 나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자나. 이게 뭐냐고. 또 어떤 인공지능한테 휘둘리는 거지? 숙녀들의 마음을 끌어도 모자를 판에 또 공상에 질질 끌려간 건가? 진한사랑에 대한 예감이 풍만해지는 게 아니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에 말려버렸잖아? 허당과 푼수와 바보로 잘못 판단할 수도 있는데, 왕년에 남자 꽤나 홀리고 여자깨나 울렸던 그분들. 실망으로 끝날 기대감 그만 좀 감자. (절레절레)
1
나중 알고봤더니 정력낭비 시간낭비 돈낭비에 후회 막심이더라! ~라는 미련 안고서 도전할 꿈이 어딨나. 우리에게 남는 건.. 넘어가고. 아 글쎄 이런 어리광이 더 문제. 공연히 헛소리만 지껄이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닌데. 이 양반이 진짜... 정말 들린다. 안 들릴 수가 없지. 천리안인데? 놀고 있네. 무슨 만화영화 주인공도 아니고 눈에서 레이저가 왜 나가. 열락의 개뼉따귀를 꿈꾸는 상상. 징글징글허단 말이다.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어? 아무나 보면 홀딱 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겁나 많음. 아마... 쉿! 어찌 됐든 고귀한 환상이란 어쩌면 새로운 인생. 그러니까 뭐 나는야 거동이 수상한 허당, 허당에게도 사정이 있다? 허풍꾼 입장 들어서 뭐 하게. 형편이 뭐 그렇긴 해도 그게 말이다 그 뭐냐. 품위 유지비 가뭄에 허덕여도 풍악은 갖춘다. 남자는 폼! 사랑은 없어? 시방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과녁 없이 쏘는 활처럼 오늘만 살아서야 쓰나. 오늘을 즐겨라? ~도 좋지만. 그래도 낫긴 나은 게, 오늘을 살자. 아니면 말고? 떡밥 뿌리기부터 시작해도 좌우명 잔소리는 길어지니까 넘어가고. 내일은 없다, 말만 그런 것. 그래서 내가 지금 정작 만지작만지작거려야 할 비장의 카드라는 게 무엇인고 하니. 그게 든든했으면 이처럼 현란한지 하찮은지 입담 털고 있겠나. 한심하기는! 비리비리 인생 허접하니까 이러지. 그렇긴 하나 우리가 뭐 일하는 기곈가 돈 버는 터미네이터인가. 우리는 우머나이저가 아니다. 일만 하고 쉬며 놀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과로 끝에 잔병 얻을지도 모름. 자, 그럼 어떻게 놀아야 재밌게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허나 아직 탐스런 먹잇감이 포착되지 않았다. 레이더는 신호를 감지하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공작은 깃을 아끼고 범은 발톱을 아낀다. 샘물론이냐 곶감론이냐에 근거하든 단순히 배 부르기 때문이든, 지나치게 자중해보시라. 지 몸 아낄라고 금욕한다는 둥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둥. 뭐 또 언년을 꼬실려고 패션에 관심갖냐고? 저런 저런. 어설픈 런닝머신 같은 신비주의 아이디어를 떠올려놓고서 환희라 지레짐작하며 들뜨지 말자. 그러든가 말든가 넘어올 듯 말 듯, 뭘 해도 재미없는데. 이러다 정말 미쳐버리면 어쩌지? 그땐 정말 어떡하지? 아니면 이미 벌써 상태가 안 좋은 건가? 꽤나? 많이? 심하도록? 귀여워하던 애마가 알고 봤더니 광마? 광마 중의 광마?
따라서 그는 로버트의 소개로 어느 별장으로 떠났다. (중간 건너뛰고 결과만 말하자면) 별장엔 이미 손님이 있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살기로 했다나 뭐래나. NB는 자기도 그렇다 누구 소개로 오셨냐 별장 주인을 내가 키웠다 당신은 어떻게 성장했냐, 라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말을 나눠본 결과 양측 모두 이상한 건 없었다. 다만 NB가 늦게 왔다는 것뿐. 그래서 끝인사를 나누고 NB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기차에서 창밖을 보며 앉아있는데 누가 말을 걸어왔다. 거기가 제 자리 같은데... 혹시 잘못 앉으신 거 아니냐면서. 그렇지만 표를 보니 그는 자기 자리가 맞았다. 그렇냐 그럼 표를 비교해보자, 그렇게 틀린그림찾기처럼 표를 대조해보니 둘 다 자리는 맞았다. 단지 NB가 소지한 기차표의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것뿐. 집으로 돌아와서 극장에서도 한번 그랬다. "어, 거기 제 자리인데요..." 역시나 어제 날짜 영화표였다. 매번 그렇지는 않았다. 모든 게 그런 식도 아니었다. 허나 뭔가 이상한 건 왜일까? 그걸 동네 똥개한테 물어볼 수는 없으니, 고로 그는 스티브와 세바스찬을 불러모았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필름 빨리 돌리기. 필름 빨리 돌리기.
음소거. 음소거. 음소거.
NB는 모스맨 연구소 얘기를 꺼냈다가 엄청 얻어들었다. 헛소리 그만 좀 지어내라면서 면박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증거도 없이 이럴 줄 아냐, 너넨 그런 일 없었냐 라면서 따졌는데. 스티브가 그랬다. 모스맨 연구소 이사갔댄다. 그러자 세바스찬은 반박했다. 자기가 알기로 모스맨 연구소는 폐업했다나 뭐래나. 그러자 NB는 핸드폰 없던 어린시절 동심처럼 당장 거기로 가보자, 라고 했다. 그러자 그럴 필요 뭐 있냐, 가장 최근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으면 되지 않냐. 실시간 광경이든 뭐든 말만 해라. 그래서 결과는 모스맨 연구소는 없어졌고 지금 한창 터닦기 공사중이었다. 그래서 남자들끼리 뭐 이런 시덥잖은 주제로 얘기 길게 할 거 있냐 좋게 본 게임을 위해서 힘을 아끼자. 라면서 녀석들은 먼저 갔다. NB만 허탈한 마음 달랠 길 없으니까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럼 여기서 그 주제는 끝난 걸까? 영영 폐막? 그걸 왜 듣는 사람도 없는데 필자는 맥빠지게 물어보는 건가. 근데 이미 물어봤는데 어쩌라고. 아니~ 어? 어쩌라는 말이 아니라 그냥 그럴 수 있다 그거지. 아니면 말고? 뻔트대서 팔짜 고칠 일 있나. 다음 기회에. 그럼 이제 정말 진짜로 재미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볼까? 그럴까 말까? 허나 제17회 허풍대회는 주최측의 농간 때문에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한때 꽤나 잘나갔던 수다대회는 또 뭔 공금횡령으로 검찰 조사 중이래나 뭐래나. 세계상남자 협회 역시나 새가슴들만 모인다고 소문 쫙 퍼졌다. 꽤 괜찮은 나이트클럽, NC에 요즘 누가 가나. 웬만한 허영심대회 누가 말 꺼낼 기미만 보여도 죄다 짜증낸다. 아직도 능청 뽐내기 대회를 기억하는 한량이 있나? 추억은 유치하다. 화려한 시절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사랑은 없다. 환상은 끝났다. 미소는 진즉 썩었다. 구단도 팔렸다. 등번호 좋아도 관중이 안 모인다. 전성기 구경도 못했다. 슬럼프만 늘상.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무조건 밖을 나가야 한다? 구식탱탱묵은 격언 곧이곧대로 따라했다가 실패한 얘기 때문에 귀에서 피나기 싫으면, 어? 좋게 어설픈 얘기 꺼내지 않는 게 좋다.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 이 양반이 시방...! 쓰잘데기 없는 발단 아마도 기발한 전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제발 틀렸으면! 허나 기대는 곧 실망. 하여 일단 떡밥뿌리자며 가짜 미끼 툭 던지는 심보는 아닌데. 공짜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거든. 그럼 뭐 사랑은 벌인가? 상사병 아무나 걸리나, 첫눈에 반하는 건 누구나 한다. 개침이 뭔 독보적인 재주라고. 군침이야 평범. 눈독은 취미. 드라마 거 다 과장. 영화도 태반은 뻥. 개 뻥. 재미 하나도 없다. 연재소설이 이러니 월간지 미스테리아가 이 모냥이지. 것도 한물갔어, ~가 아니라. 옛날부터 사주가 심심해서 꾸역꾸역 재미삼아 운영 중일 것이다. 보나마나 뻔해. 왜 아니겠어.
그럼 NB는 이제 어떡하지? 현실에서는 엑스트라병 허구에서는 주인공병. 가상의 환상머신 이대로 없던 일로 할까? 근데 걔 걱정을 왜 우리가 대신 해주나. (절레절레)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그 뭐랄까. 아름다운 연정을 흠모할 것인가 아니면 무턱대고 더티러브만 추종할 것인가. 둘 다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추접스러운 사랑 애호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과연 인생의 비밀은 무엇일까? 있든 없든 그걸 왜 알아야 하나. 몰라도 돼. 왜냐하면 단언컨대 간명히 확답해도 걸핏하면 바뀌기 마련이니까. 뭔 말만 하면 몽땅 다 믿는 아가씨 마음 흔드는 게 뭐 어렵다고. 그녀들은 우리한테 넘어오게 되어 있음. 뭐? 그게 아니라. 요망한 얘기 정말 짜증난다 짜증나. 어? 뭔 맥락도 없이 진한사랑 타령, 밑도 끝도 없이 잔소리. 증말 짜증난다 짜증나. 이러니 사석에서 친구들끼리 아 빡쳐 뚜껑열려 막 그러지. 밑도 끝도 없이 말 같지도 않은 얘기만 계속 나불나불. 뭔가 있어 뭔가 있어, 뜸들이다가 그냥 끝남. 그게 뭐야? 어? 뭐 말하자면 그런 거? 보아하니, 도련님은 당나귀가 제격이다. 그럼 허당에게는 라 페라리가 안성맞춤? 시끄럽고. 이 정도 했으면 뭐 일단 몸풀기는 된 거 같으니. 따라서 허접한 발단은 이쯤에서 끝내자. 좋게 그러자. 제발 좀 그러자고.
2
헛된 몽상 같은 인생, 더 헛된 망상 같은 인생으로 결판날지 모르니 좋게 공상은 때려치우자. 정신차려 이 친구야. 응? 뭐 저런 게 다 있어, 라는 허언증으로 빠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넌 또 뭐야! 어? 뭐냔 말이야. 응? 정신 없지? 그치? 그러게 몽정기에 엄마말 들었으면 지금 공상을 왜 해? 벨트 차고서 세러모니하는 챔피언. 걔네 의무방어전 걱정을 늬가 왜 해? 늬 앞가림이나 잘해라. 너나 잘해 제발. 뭐야 이거, 또 누가 NB 정신을 빼앗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공상 끊을 꺼야 말 꺼야 그것만 말해. 시간 없어. 뭐? 아 쫌! 그럼 뭐야 이거. 정말로, 응? 진짜로, 어? 완전히 미쳤나? 말도 안돼. 그럴 리가 없어. 아니 어떻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억측을. 아니. 아닌 게 아닌가? 그만 좀 하자. 거 참 피곤한 스타일일세 그려.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아무튼 말이야 뭘 해도 재미없단 얘기 할 거면 입도 뻥끗하지 마. 왜, 많이 심심해? 상상을 해 그러면 돼. 가까이 온다 가까이 온다 만진다 만진다... 더 짜증나는군. 그러니까 녀석은 무슨 문학적인 상사병도 아니고, 밑도 끝도 없는 상상병 뿌리치지 못하니까 인생이 그렇지. 뭔 환상머신을 뉘 집 똥개 부르듯. 떡주무르듯 신나게 쥐락펴락 당했던 허당 인생 생각도 안 하나. (속설에 의하면) 남의 말 다 들어주다가는 갈보 된다. 봉이자 호구가 딴 게 아니니까. 말이 심했다만 그게 다 NB 인생 생각해줘서 스스로 칼럼니스트와 미스테리아 작가로 양분하여 탄생한 새로운 정체성이 충고해주는 것. 아니 정말로 옛말에도 있지 않나. 남의 사정 다 봐주다가는 집안에 시아버지가 열 둘이 모인다나 뭐래나. 어쨌든. Donizetti / 오페라 <사랑의 묘약> - 네모리노와 둘카마라의 이중창 “말하자면, 사랑을 깨워주는 묘약 말이에요” 이런 고리타분한 음악 웬만치 좀 듣자. 라고 NB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식상한 전개로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따라서 본격적인 전개를 쓰려고 했는데. 그게 말처럼 쉽냔 말이지. 하여 NB는 딱 뭔가를 하려고 하던 찰나. 막 뭔가 딱 뭐든지 하려고 했는데. 딩동~! 하면서 핸드폰 알림음이 울렸다. 퐁~ 하면서 심상 속 효과음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살짝 들뜰 듯 말뜻 하다 말았다. 일단 확인 먼저 해야 했으니까. 딱 그렇게 핸드폰 메시지를 읽었는데. 그건 무엇일까?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에서 알리기로, 선물이 도착했어요. 사무실 문을 열어보니 정말로 선물상자가 떡하니 있음. 리본도 달려있고 구색 대충 갖춰졌네? 일단 갖고 들어와서 그는 딱 열어봤다. 왜냐하면 그건 뜸들이기나 말꼬리잡고 늘어질 사안이 아니니까. 그래서 결과물은 무엇인고 하니, 그건 바로 티셔츠였다. 느와르. 스릴러. 액션. 지하조직 세계의 상징이 뜻하는 뭐 그런거? 누가 못 입고 다닐 줄 알어! 라면서 그는 딱 입었다. 때 마침 옆사무실 숙녀가 찾아옴. 남의 선물을 왜 맘대로 뜯어보냐면서.
「사랑합니다. 내가 오빠를? 꿈도 야무져. 냉수 마시고 속 차려. 왜 남의 선물을 먼저 열어보고 난리긴 난리야 글쎄. 어? 현장을 딱 걸렸는데 뭐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한번으로 대충 때우게? 그러니까 오빠가 여태 혼자지. 그래서 오빤 여자가 없는 거야. 응? 그래서 안된다고. 알아? 그러니까 여자 마음을 알 턱이 있나. 혼자서 여심을 쥐락펴락 상상면 하면 다냐고. 응? 오빤 그런 말도 안 들어봤수?
동서 모임은 독사 모임이다.
것 봐 아직도 여자를 모른다니까 정말. 그러지 말고 오빠 지갑 줘 봐. 지갑 없지? 아님 돈까지 없나. 뭐 가난? 소파에 자빠져 TV나 봐. 내 마음 꿈쩍도 않을 테니까. 딴 남자는 이처럼 나한테 선물을 보내는데. 그보다 더 한 노력을 해도 될까 말까인데. 뭐 중간에 그 선물을 몰래 열어봐? 지금 뭘 잘했다고 똥글똥글 눈동자를 굴려? 눈 깔어. 어? 뭐야, 내 말 안 들어? 눈 들어. 어딜 쳐다 봐? 날 봐. 어? 날 보라고. 왜, 듣기 싫어? 그러면 선물을 몰래 엿보질 말던가. 아니면 뭐 어디서 내 험담하고 다녔어? 그랬네. 그랬어. 허허. 딱 걸렸어. 누굴 속여! 예상은 했어. 틀림없이 오빠일 거라고. 오빠는 그냥 은근 허당의 땜빵일 뿐이야. 그러다 주역이 등장하면 오빠는 쓱 병풍으로 밀려나는 거고. 많이 해 봤자나? 그마저 못해봤다고? 힘내. 포기하지 말자. 왜, 내 친구들 소개시켜줄까? 오빠 옷 잘 입어? 소개팅 시켜주면 또 그 츄리닝에 쓰레빠 신고 나가게? 동생이 형보다 낫다면 싫어해도 아들이 아비보다 낫다면 좋아한다. ~라는 말도 몰라? 오빤 그냥 바텐더한테나 잘 보여. 우리 중에 돈 제일 많을 거 같은 사람이 누구로 보여요? 꿈 깨지 마 그냥. 어? 안 그래도 식상한 말발, 여자들이 외면하기 딱 좋음. 또 자기한테 투자를 안 해. 뭐 우리는 여자한테 돈 못 쓰게 한다고? 여자한테 돈 못 쓰게 하면 뭘 해, 자긴 더 안 쓰는데. 어? 그게 말이야 양파야? 어? 왜, 이쯤 되면 어렸을 때 못해본 뭔가가 떠오를 테지. 왜냐하면 슬슬 정신이 나갈려고 할 테니까. 붙잡아. (딱) 정신차리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어? 오빠 앞에 여자 1명이 아니라 오빤 지금 대극장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라고 생각하란 말이야. 그래도 여자가 붙을까 말까인데, 어? 정신없지? 그럴 줄 알았어. 그래가지고 뭔놈의 아무말 대잔치에 기웃거릴려고. 뭐 내 첫키스가 궁금해? 오빠 첫경험이나 떠올려. 응? 이 양반이 시방 낼모레 환갑잔치를 앞두고서 말이야. 아직 아닌가? 어차피 기다리면 다 오게 되어 있어. 어? 뭐 최후의 만찬이 까마득해? 숙녀와 멜로드라마를 목전에 두고서 그게 어디 할 생각이야? 어? 그러게, 어? 왜 내 말을 안 들어. 어? 오빤 그냥 아쉬운 남자야. 뭐 몰래한 사랑? 얄미운 애정이 아니라 추접스러운 사랑. 진한 사랑? 연한 연정도 아까움. 오빠 지금 그 생각했지? 쟤가, 언제부터 저렇게 말발이 좋았지? 근데 찬찬히 듣고 보니 성격까지 더럽네? 허허. 허허허허허. 뭐 웃어? 진짜로 그처럼 생각했단 말이잖아? 어? 딱 걸렸어. 응? 누굴 속이려고. 오빠 여자한테 귀빵맹이 맞어봤어? 오빠 진짜로 나한테 따귀를 얻어맞고 싶은 거야? 말해. 말만 하라고. 어? 그러게 왜 남의 선물을 열어보냐고 증말! 어? 그건 그렇고. 우리 사교계 3대 허당이 누군지 알아? 모르지? 안 갈켜줄 거야. 오빠가 그거 알아서 뭐 하게. 오빠만 아니란 거 알아둬. 어? 누가 누구한테 지적질이냐고? 정말 이 오빠 어떡하지?」
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자기 선물을 빼앗어 가버렸다.
뭐야 이거!
3
다음 날이 됐다. 옆사무실 그녀가 찾아왔다.
「오빠. 나야. 아, 나라고. 왜 반가운 척 안 해? 그게 더 서운해. 오빠랑 나랑 그럴 사이야? 정말 그렇게 나오기야? 그럼 나 온 동네방네 다 소문내버린다. 그래도 돼? 어? 그래도 좋냐고. 우리가 어떤 사이라는 거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아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오빠가 그 모양이지. 왜, 이게 뭐 어때서! ~라고 하려고 할까 말까 망설였지? 내가 오빠를 모르니, 내 친구들이 오빠를 모르니. 오빤 다 얼굴에 드러난다니까. 지금 얼굴에 뭐라고 씌여있는 줄 알기는 알아? 보아하니, 귀신도 모를 일이다 쟨 왜 또 나타나서 날 정신사납게 만드는 거야. 허허허. 오빠 그 츄리닝 산 거 후회하지? 최저가에 혹해서 샀는데 마음에 드는 거 제값으로 사서 것만 입을 걸 그랬지? 그렇다니까 글쎄. 허지만, 어? 달팽이 뿔도 뿔은 뿔이야. 그래 봤자 그 마음 얼마나 갈 거 같아, 응? 뭐 나대지 말라고? 내가 안 나대게 생겼어? 자꾸 내가 이처럼 들쑤셔줘야 그래야 혹시 오빠한테 아찔한 착상이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점. 그거 부인할 거야? 짐작해 봐, 왜 가늠 못 해? 제목은 뭐랄까 그래, NB 뜻밖의 횡재를 만났다. 왜, 유치해? 사랑이 원래 그래. 뭐 여잔 다 그래? 나 그런 여자 아니야. 이거 왜 이래? 어? 사람을 뭘로 보고. 나 꽃이야. 그럼 뭐 오빤 난봉꾼? 오빠. 휴~ 응? 오빠.
때리는 척하거든 우는 척도 해야 한다. 몰라? 이거 봐. 이거 보라고. 뭘 좀 모르시네. 뭘 모르니까 여자들이 안 좋아하지. 안 그래? 오빠가 여자면 오빠 같은 남자를 좋아하겠어? 어? 그러고 싶겠냐고. 하여튼 말이야, 아니 됐다. 기회만 엿보다 적기와 호박 그 모두를 놓쳐버린 연애운. 그걸 누굴 탓하겠어. 또 누가 늑대 아니랄까 봐 무슨 또 속으로 생각하는 거라고는 글쎄 뭐? 무명 허당으로써 언제나 탐나는 미결산 이익 그건 대체 무엇일까? 웃기고 자빠졌어. 따분하고 말고 할 게 뭐 있나 잔머리 굴리면 뭐 해. 할 말 떨어졌어. 엉덩이 근질근질하다 만사가 귀찬해졌어. 돈 떨어졌어. 일도 끊겼어. 사랑은 없어. 근데 공상을 끊어? 뭘 끊어. 참긴 뭘 참어. 정말로? 정말로? 말하자면 관상을 보니 딱 그거네. 딱따구리를 그린다는 것이 오리를 그린 인생. 아 글쎄 새하얀 도화지 같은 숙녀와 연애하는 공상 때려치우지 못하니 그렇지. 허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입장, 허영심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숙명. 그게 대체 뭔지는 모르겠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근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하다 말았지? 아니 근데 저 오빤 왜 내 잔소리를 얻어듣고 난리야 난리긴. 오빠. 오빠 정말로 여자한테 다변 얻어듣는 거 좋아해? 진짜야? 그럼 더 닥달해줘? 그만해? 왜 말을 안 해. 이 오빠 이상해. 정말로 이상하단 말이야. 오빠 바보야? 생각 없어? 이거 뭐 들들 볶으란 말이야 말고 감고 당겨서 쥐락펴락 해주란 말이야. 도통 속을 알 수가 있어야지. 근데 또 군침은 입에 가득. 영혼은 온통 흑심. 속이 없네. 낭패뿐인 연애사. 뭐든 초라한 전적 이전에 출전 경험 자체가 없음. 퇴짜맞을 게 뻔한데 개꿈을 뭐 하러 꾸나. 잔뻔치 맞느라 정신 없으면 아픈 시늉이라도 좀 하라니까 글쎄. 아무튼 인사말은 1절로 줄이고.
내가 여기 온 용건을 말할께. 뭐 일찍도 말한다? 이 사람이...! 오빠 나 만만하게 보는 거니? 그런 거니? 응? 그건 그렇고.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재미난 얘기를 해줄까? 하오나, 어? 뭔가 있는 듯한 재미난 얘기, 들으나마나다. 정말 뭔가 있을 것만 같은 발단, 들어봤자 공연히 헛수고. 그래도 모르니까 혹시나 해서 귀기울려봐야 시간낭비. 아니 근데.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오빠는 날 무슨 얄미운 시누이 같은 존재로 보는 건 아니지? 그러니까 좋게 고백해. 내가 그렇게 좋아? 왜 좋은데? 변심 안 할 자신은 있고? 어허. 그렇다고 내가 사랑을 모를까. 옛말에 그랬어. 둘째 며느리를 얻어보아야 맏며느리 착한 줄 안다고. 어딘가에 헐값에 넘겨버린 환상머신 이제 와서 아쉬운 건가? 쪼잔하긴. 아니면 뭐 새로운 여자를 원해? 이거 봐. 이거 보라고.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캬, 남자네. 어? 멋져. 끝장. 환장? 개뿔. 밑도 끝도 없이 무슨 개뼉따귀 같은 소리. 동네 똥개들 죄다 깨우는 소리 그만 좀 하자. 응? 좀 그러면 안되겠니? 아, 오빤 청자고 난 진행자구나. 그래 봐야 오빠나 나나 동반자야. 응? 내 티셔츠에 뭐라고 씌여 있어? 그렇지~ (딱) RUNNING MATE. 오빠와 나는 그런 사이야. 알아? 아무튼 말이야
동서 시집살이가 시어머니 시집살이보다도 더 맵다고, 어? 오빠 나 허트루 알지 마. 누굴 띄엄띄엄 아시나...! 나 이대로 안 물러나. 또 언년이 오빠를 껄떡거리는지 아직 간파하진 못했으나. 어차피 걔네 나한테 걸리는 거 시간문제. 그런다고 뭐 내가 오빠한테 막 달라붙어서 막 딱 초밀접 대인방어해서 막 그럴 줄 알아? 오빠 한번만 만나주세요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꿈 깨 이 양반아. 어?
좌우지간 내가 여기 온 용건을 말할께. 진짜. 근데 내가 여길 왜 왔지? 아, 내 손에 들고 있는 거. 어제 내가 뺏어간 선물. 그거 오빠 거네. 내가 착각했어. 그럴 수 있어. 응? 왜, 기분 상했어? 난 오빠보다 더 빈정상했어. 이거 왜 이래? 어? 뭐 오빠만 내 맘 들여다볼 줄 아니? 난 오빠 속 뻔히 파악하고 있단 말이야. 왜 그럴 수밖에 없냐, 오빤 내 손바닥에서 노니까. 어쨌든 돌려줄께. 그리고. 얼마 필요해? 용돈 떨어졌으면 말하라니까 왜 표정이 그 모양이야? 얼굴 좀 펴? 왜, 속옷 없어? 가서 사. 최고급 실크 팬티, 그걸 내가 사줄 수는 없는 거잖아. 우리 좀 어른스럽게 살자. 응? 그러면 안되겠니? 답답하다 증말. 언제 철들래? 오빠도 이제 연식도 됐고. 정말 뭘 좀 알만해질 때도 됐지 않나? 안 그래? 요즘도 그래? 일기장에 막 난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그런 낙서나 아직도 끄적거려? 정말 그래? 그래 안 그래? 어? 왜 말이 없어? 그러니까 뭐 이 선물의 의미? 보낸 사람 누군지는 안 봐도 비디오고. 쌍팔년도 영화에 나오듯 뭐 상징적인 의미고 뭐고. 잘 생각해 봐. 왜겠어, 왜겠냐고. 오빠 보고 뭘 하라는 게 아니라, (검지로 이리 와 이리 와 손짓). CALL! 아직도 몰라? 오빠 패 돌아간다 정신 차려. 어? 난 이만 빠질께. 여기 있어 봤자 비전 없어. 아무튼 다음에 보자고. 그땐 그처럼 꾀죄죄하게 입고 있으면 정말 혼난다. 알았지? 나 갈께. 보고 싶으면 전화하고. 아 내 전화번호 모르지? 잘 수소문해 봐. 그럼 나 정말 간다. 안 잡어? 저놈이...」
긴 명대사, 아니 그냥 긴 대사만 남기고 옆사무실 그녀는 가버렸다.
「쟤 뭐야? 지가 뭔데......!」
「지가 뭘 안다고...」
「왜 지가 큰소리야..」
「근데 왜 내가 뭘 잘못한 거 같지?」
4
사석에서들 말한다. 허영심 대단한 숙녀치고 내숭 없는 년 못 봤다 라고. 여자들끼리야 불문율 지엄하다지만 남자야 불여우 꼬리에 반색하든 환장하든 뭐 그러려니. 그럼 허풍 센 늑대치고 정력은 더 센 촌닭은 얼마든지? 그게 대체 뭔 말이야! 에잇 그런 사람이 어딨어, 그처럼 굶주린 촌놈들 나와보라고 해 봐 봐. (손차양)......! 차마 셀 수가 없군 그래. 근데 거 기왕 말 나온 김에 옛말 하나만 더 가져다 쓰자면 이렇다. 푼수 야망은 설교로 고치고, 곰탱이 허풍은 몽둥이로 고친다. 아니 그게 아니라. 굳이 곰탱이 미련한데 개꿈에서 깨어나면 재미없지 않을까? 소원 들어드리지 뭐. 근데 거 어째 자꾸자꾸 옛말 들먹이고 속담 갖다붙이고. 나 때는 말이야~, 꼰대지수 부쩍 급상승하는 것만 같다. 그러니 그 얘기는 그만. 딴 얘기 하자. 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할 얘기가 없는데. 할 말 떨어지기도 전에 애초에 말수 없는 그놈.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럼 결국 남 얘기? 험담 재미없다. 뒷담화야 시시콜콜하든 솔깃하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근데 거 그게 그 들어왔다가 안 빠져나간 얘기. 그게 뭐냐고. 몰라. 어떻게 알아. 타인의 속마음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도 아닌데. 하긴. 남들 마음을 다 알아도 것도 장난 아니도록 피곤할 테고. 이처럼 NB는 정체된 중년운을 타박하던 끝에 결국 새로운 인생을 갈망하게 됐을까? 하면 그래 봤자 푸념뿐. 아는 여동생들의 열렬한 환호, 미칠 듯한 러브콜, 부동의 인기. 다 뻥. 걔네들 때문에 괜히 그 인간 버릇만 잘못 들여놨어 그냥. 저조한 성적표를 내밀면서 넉살을 애초에 차단하면 녀석이 좋아하겠냐고. 말씀 너무 심하시네, 라는 말조차 쏙 들어갈 게 뻔함.
그래서 NB는 시동을 걸기로 했다. 언제까지 발동이 걸리기를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 근데 그건 과연 무잇인가 라는 주제를 정하지 못했을뿐. 그러다 그는 깜빡 잊었던 선물을 떠올렸다. 이미 옆사무실 그녀가 썼다 벗었다 썼다 벗었다 간봐버렸지만. 그래도 선물은 선물. 그래도 옷이기 망정이지 뭐 딸기잼이랄지 그랬으면... 맛 봐버렸다? 진짜로 집도 절도 없는 똥개가 젯밥 맛 봐버렸다고? 무슨 그런 개뼉따귀 같은 공상을. 그만. 아무튼 그래서 NB는 결정했다.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에 방문하기로.
재차 강조하지만 누가 보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고 묻지 마! ~라고 말하기에 앞서 누가 알고 싶어하는 사람 하나 없다. 하나도 읎다고 글쎄. 그런 시시콜콜한 잡담 궁금할 만큼 인생이 어디 한가한가. 아무튼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내 지루한 발단, 마침내 덜 지루한 전개로 이어지게 됐단 말이다. 더럽게 재미없는 절정에 이어 (조용조용 우리끼리만 사석에서 친한 친구들끼리 어쩌다 드물게 애용하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상욕 나오는 결말로 마무리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방문.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방문.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방문.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5
물론 그는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에 곧장 쳐들어가지는 않았다. 한번 보고 두번 생각하고 세번 재고하다가 마침내 살까 말까 망설였는데. 간당간당하던 통장잔고에서 자동이체 때문에 남은 푼돈마저 빠져나가버려, 쇼핑리스트는 물 건너갔더라? 그게 아니라. 딱 3일 고민하다 충분하다 싶어서 무거운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단 말이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앞.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앞.
매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당연히 NB는 미처 몰랐겠지. 예상을 어떻게 해. 자기가 여기 왜 온 건지조차 긴가민가하는데? TV 광고만 봐도 현대인은 스스로 최면에 빠져들기 일쑤이니 그라고 뭐 빠지겠나. 어쨌든 매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 줄이 길게 서 있는데. 매장 관계자인지 누군지가 느긋한 걸음걸이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그러다 딱 NB 앞에 섰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요렇게 요렇게. 그러자 줄서있는 사람들은 뭐 약속이나 한 듯이 환호성 일색. 분위기라는 게 뭔가. 저요? 저요? 왜 나만? 진짜 저요? 나 말이오? ~라는 듯이 의아한 표정과 황당한 느낌을 안고서 그는 관계자를 따라 매장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줄서있던 사람들은 매장 입장을 포기한 채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매장에 들어서자 보이는 사람은 로버트.
「야, 너 로버트 아니야?」
「어, 형. 여기 웬일이야?」
「나? 내가 여기 웬일이나면... 내가 여기 왜 왔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근데 너 하다 하다 의류업까지 진출했냐?」
「왜 난 패션과 거리가 멀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너 패션쇼 가봤어?」
「형은 안 가봤어? 안 가도 돼. 나 봐. 옷걸이 좋잖아. 형은 맞춤복 같은 남자, 난 옷걸이. 허허. 우리가 아직도 넌 우머나이저 난 터미네이터 그렇게 놀아야 하나? 여태 눈치 못 챘어? 이게 의류매장 같아?」
「그럼... 설마... 혹시...」
「그래. 웜홀머신 업그레이드 버전. 웜홀공장이란 말이지.」
「그 미완성 환상머신을 뚝딱 웜홀머신으로 개조한 건 알겠는데. 너 나랑 장난하니? 그게 말이 되냐. 지금 영화찍냐? 어?」
「안 믿기면 밖으로 나가 봐.」
「그래. 그러자. 그럼 알게 될 테니까.」
그렇게 NB는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밖으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거긴 놀이공원이었다. 성황 중이 아니라 휴업중인 놀이공원. 뒤 따라 나온 로버트가 손을 들어 NB 어깨를 툭 짚었다.
「이제 현실감과 환상감 구분 하겠어?」
「이거... 이게... 꿈이냐 생시냐? 대체 뭔 속임수야?」
「이게 어떻게 속임수야? 단지 놀이공원이 운영하지 않는다 뿐 다 진짜잖아? 왜, 안 믿겨?」
「신뢰할 수 없어. 말도 안 돼!」
「그래, 개뼉따귀 같은 일이지. 정말 그래. 근데 사실인데? 허지만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뭘 어떻게 돼. 어떻게 되긴 누가 알아. 대체 이게 뭔 수작이야. 그리고 왜 나한테!」
「그렇다고 우리가 심신분리 놀이를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 순간 NB는 놀이공원에 기념탑처럼 솟은 시계를 보았다.
상징 조형물탑은 세모요
동그라미는 시계였고
그 아래 네모에 씌여진 날짜는... 미래였다. 먼 미래!
그 순간 갑자기 로버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응, 마라.. 나야.. 나랑 같이 있어.. 고분고분하지.. 지가 어쩔 건데.. 꼼짝없이 잡혔어.. 꿩 잡는 건 매라지만 칠면조든 딱새든 다 우리 판 안에 있어..」
그러다 로버트는 뭔가 더 중요한 얘기가 있는지 저쪽으로 가서 심각한 통화를 계속했다.
통화를 마친 로버트는 돌아와서 뭔가를 말할 듯 말 듯 하는데.
「형, 그거 알아?」
「」
「마이크로소프트. 그 회사가 미스테리아를 샀어.」
「뭐 하러?」
「근데 사자마자 다시 팔았어. 어디다 판 줄 알아?」
「어디다 팔았는데?」
「어디겠어 구글이지.」
「진짜야?」
「지금이야 아니 형이 살던 세상에서야 헛소리겠으나. 현재와 미래의 중간 그 완충지대. 웜홀머신이 우릴 지금 그곳으로 데려왔자나. 여기선 다 알 수 있어.」
「」
「근데 형 TESLA 주식 사놨어?」
「아니.」
「잘했어.」
「왜?」
「나중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언제 사야 할지를 알려주겠다는 거야?」
「감 녹슬지 않았군.」
「공짜로?」
그때 다시 로버트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여성환상 1대주주 사라가 아니신가... 허허허허허... 다 잘 되어가고 있어... 걱정 붙들어 매. 숙녀여...」
로버트는 NB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했다.
「저기 보이는 저 유령의 집에 가서 지금 당장 일하라고? 아니면 난 돌아가지 못하는 거야?」
「아니면 전성기인지 방랑기일지 모를 젊은 시절을 생략한 채 미래로 곧바로 건너뛰고 싶어? 그게 희망찬 내일일지 불운의 암흑기일지 어찌 알고.」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 그는 유령의 집에 들어가 잔꾀를 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무슨 중간지대인지 뭔지에까지 와서 잔머리를? 응큼한 잔상만 해도 얼만데...! 이거 딱 봐도 NB는 정체 모를 모스맨 일당의 잡부로 전락한 거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6
그가 유령의 집에서 번개처럼 작성한 낙서는 이랬다.
<애들은 사진도 잘 안 찍는다. 60대는 편의점 갈 일 좀처럼 없다. 중년은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 중년만? 젊음의 행진을 왜 하나. 줄 달린 치즈를 적당한 자리에 툭 던져놓으면 그만. 반응이 별로면 막강한 미끼도 많음.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며 빨빨거리며 돌아당겨 봐야 금방 지침. 발품 팔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둥 뭐라는 둥 반대말도 흔하다. 한우물 못 팠던 사람들이 보면 산전수전 다 겪었다나 뭐래나 입담 세지 않나. 떡밥 막 뿌려봐야 잔챙이 밖에 안 걸리는 게 세상사. 대어 구경하는 게 어디 쉽나. 달 밝은 밤이 흐린 낮만 못한다. 뭐? 그 얘기가 아닌데. 아니면 뭐, 달콤한 사탕이 우선 먹기는 좋다. 급히 먹다 채한다. 아니다라고? 더러운 물로 급한 불 먼저 끈다고? 썩은 사과 타령 그만 좀 하자. 거 더럽게 벌레 먹은 과실 얘기... (절레절레). 뭐 낙과? 추접스럽게 진한사랑 공상 짜증난다고. 아니 근데 이런 개뼉따귀 같은 허구를 연재해도 건재한 여성잡지. 걔넨 대체 뭐지? 뭐야 걔네, 어? 참으로 정체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어 그냥. 응? 그 의뭉스러운 여성환상 1.5를 이끄는 맹장이 누구야? 알고 봤더니 꽤죄죄한 졸병이 대주주? 누구라고 말은 안 하겠는데 칼럼니스트 그 인간, 빈둥빈둥 놈팽이 생활 대체 언제 끝나나. 필자가 걔 마음 대신하는, 녀석 변호인은 아니다만, 걔 대필해주느라 이 고생 하는데. NB로 말할 것 같으면, 드디여 걔가 미쳤구나. 마침내 미쳤군 그래. 많이 버텼어. 오래 참았지. 갈 데까지 간 거야. 볼짱 다 봤나? 몰라. 몰라 몰라. 근데 이게 다 뭔 얘기야? 모른다고 글쎄. 됐고>
일단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이게 정녕 생시인지 꿈인지 확인코차 그는 다시 바깥으로 나오려고 했다.
허나 무섭게 생긴 보디가드들이 그를 가로막았다. 그는 다시 들어가서 몇 글짜 더 끄적거릴 수밖에.
<허영심의 열띤 공감에 기반을 둔 고혹적 선망, 반길 생각 없음. 키우다 보면 과소비요 허락하다 보면 정신산만. 허나 재미없음에 반기를 들래야 활력은 이미 하락세. 지적인 열망마저 시름시름. 자타공인 갈채받아 마땅한 목표가 뚜렷한 인생이야 드라마 속 얘기고. 틈만나면 쓸데없는 공상, 더 쓰잘데기 없는 개침. 날씨는 쾌적한데 유쾌한 친교는 다 옛날 얘기.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 불가능한 신비, 비밀스러운 행복감. 전자와 후자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열정을 마다하지 않을 텐데. 근데 성과는? 못 말리는 환상은 허황된 욕망으로 판명남. (절레절레) 그거야 바로 그거야? 노잼. 꽝. 긍정적인 낭만과 헤어나올 수 없는 포만감. 바램은 건배사 같은 인생, 현실은 안주 이름이 아무거나. 뭣이 어째? 흥분하지 말자. 남 얘기가 아니니까. 말하자면 재미없다 했을 때 F1 대회 우승자처럼 집에서 혼자 샴페인이나 터트려볼까? 소파에 자빠져 TV만 보기엔 뭔가 짠하다. 이대로 권태에 굴복할 수는 없다. 심심함에 순응하기에는 명검이 너무 짧다. 자, 그래서 NB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진한 사랑이라는 목적을 생각하는데. 그래 봐야 허탕. 뭘 해도 안됨. 뭘 해도 재미없음. 항상 노잼. 언제나 꽝. 늘상 곯음. 팍상 상함. 하여 썩은 미소 고정. 웬만하면 다 뻥. 개 뻥. 몽땅 뻥. 그렇다고 재물복을 탓하며 애정운을 새롭게 점쳐보긴 너무 궁상맞지 않나. 그래도 Bellini / 오페라 <몽유병 여인(La Sonnambula)> 1막,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 이런 고상한 음악에 마음이 흔들리면 안된다. 팔랑귀에 쥐락펴락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테니까. 대문은 넓어야 하고 귓문은 좁아야 한다. 귓구멍이라고 했나? 귀 간지러운 얘기는 자제하자. 그러는 게 좋겠다. 뭐 귀걸이? 됐다니까 글쎄. 거 참...! 그래서 적극적으로 뭔가 시동을 걸려하나 여의치 않고. 능동적으로 자발을 앞세우기도 그렇고. 피동적으로 탄력을 어떻게 받나. 행운의 여신은 올 뻔 말 뻔 하시다 딴 데로 행차하셨겠지 뭐. 그러던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어라! 대문 턱 높은 집에 정강이 높은 며느리 들어온다. 일이 우연히 잘 들어맞네...싶은 껀수일까 아닐까. 일단 들어나 봐야지. 그래서 딱 전화를 받았는데 장난전화. 뭐야 이거. 이런 젠장! 그래서 그는 일단 밖으로 나갔다. 어딘지는 다음 편에 귀뜸할 수도 있고 비밀로 남겨놓던가 하기로!>
다시 바깥 형편을 정탐하고자 그는 관찰자로써 바깥으로 나왔다.
근데 햇볕에 머리가 핑 돌았다. 때마침 퐁 하는 효과음마저 들렸다.
귀울림이랄지 가녀린 뇌전증과 다시 한번 퐝~하면서 얍~ 얍~! 막 그런 기합인지 환청이 들렸다. 그렇게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7
NB는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에서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었다. 귀신에 홀린 느낌? 기분이 이상했다. Johann Georg Pisendel / Violin Sonata in a minor 대체 방금 그 줄거리는 뭐지? 뭔지 모르겠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소용없기 때문에 그는 일단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문 밖에서 옆사무실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나야.」
「」
「내가 넌 줄 모르니? 라고 말하려고 생각하진 않았지? 알고 있어. 근데 내가 어떻게 여기 왔냐고? 글쎄요. 누가 알려줬을까 아닐까. 한번 맞춰보시지?」
「」
「왜 말이 없어? 근데 난 왜 보고 싶었는데? 내가 언제 너 좋다고 한 적 있냐고? 또 오리발? 이런 촌닭을 다 봤나. 그나저나...」
「한편...」
「한편?」
「아, 쓰고 읽기가 아니라 나 지금 사람과 대화중이구나. 너 혹시 웜홀머신에 대해 아는 거 있니?」
「뭔 머신?」
「아니 됐다. 내가 너랑 뭔 얘길 하겠니.」
「오빠 왜 날 무시해? 날 뭐 멍청녀로 보는 거야? 이 아저씨가 진짜...! 아무튼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오빠가 대필한 중편. 지금 영화로 나왔대. 어서 보러 가자. 무대인사 준비되어 있어. 근데 오빤 유령작가야. 마라 언니 왈, 전면에 나서도록 놔두지 않겠다나 뭐래나.」
「뻥치지 마.」
「뻥 아니야.」
「그리고 1년 후에나 탄생한 작품이고.」
「그건 또 뭔 소리야? 너 날 물로 보니? 내가 뭐 봉인 줄 알아? 나 카리스마 끝장이야. 대체 몇 명의 여자들이 나한테 뻑간 줄 알기는 알어?」
「뻑가는 소리 좋아하시네. 어? 놀고 있어 아주.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하셔.」
8
그 이후 별다른 일은 없었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 성공적인 심심함이라고나 할까? 차라리 더럽게 말 많은 것보단 나을 수도 있다. 말이 그렇단 거다만.
미칠듯한 흥분. 끊임없는 몰입감. 기똥찬 감수성. 벌렁벌렁 황홀감. 벌컥벌컥 호기심. 세계 상남자 협회 지존 기록 갱신을 향한 질투심. 대천사와 사랑에 빠진 것만 같은 환희. 온갖 요정들의 달콤한 애원처럼 들끓는 쾌감. 도저히 지침을 모르는 정력? 불가사의하도록 마르지 않는 정욕? 천국을 만난 것만 같은 쾌락.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만인의 교성과 만방의 신음을 몽땅 혼합한 듯한 기쁨. 참을 수 없는 재미는 차마 멈출 줄 모르고. 결코 실망스럽지 않을 게 분명한 기대감 만빵. 예고했던 행복을 어김없이 만족시키는 정도를 무색케하는 게 그 뭐랄까... 장난 아님. 진심으로 비너스가 아닌가 의심스러운데 다가온다 다가온다...! 어쩌다 아르테미스가 내 엑스트라병을 말끔히 치유해주겠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줄거리. 잔뜩 달아올라 흠뻑 젖어버릴 거라는 예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정말로?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달콤한 과즙 벌레가 먼저 시음해버림. 달지 않은 도넛을 왜 팔아! 소망은 헛된 몽상. 개꿈은 개꿈일뿐. 단지 그뿐. 마른 안주 같은 촌놈이 꿈꾸는 공상 하나도 앗 웃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아이디어 들으나 마나. 하다 하다 환청은, 오빠 혹시 그거 알아? 말도 말어. 귀찮게 하지 말라 그래. 조용히 해야지. 왜 저래 진짜!
이처럼 혼란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까? 각자 나라면...의 후보군들이 화려하실 텐데. 그런 한편 NB가 택한 비장의 카드는 뭔고 하니, 뭐더라? 뭐지? 뭐야, 뭐냐고. 그야 뭐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관심사의 부재쯤이야 익숙할 뿐. 뭐 재미난 일 없을까? 있을 턱이 있나. 무도회는 끝났다. 청춘은 퍼졌다. 사랑은 없다. 오락산업은 식상하다. 권태는 심각하다. 미소는 썩었다. 사교계는 망했다. 희망은 잊혀졌다. 상심은 단짝. 절망은 내 친구. 실망 떠나면 섭섭하고. 야망이야 불러도 대답이 없지. 소망마저 토라짐. 쾌락마야 딴청. 대타들은 모두 지각에다 경기감 바닥. 쓸 만한 인재는 경쟁팀에서 몰래 빼간지 오래. 스카우트 자금도 거덜남. 감독까지 러브콜받고 도망감. 그래도 쓴 맛 단 맛 산전 수전 겪은 인생, 방법이 왜 없겠나. 자, 거울을 한번 봐볼까? 슬럼프를 벗어날 조과운을 점쳐보게 말이야. 점쟁이도 심심하면 화장도 하고 동화 주인공처럼 수정구슬도 쓱싹쓱싹 만질 것이다. 아님 유달리... 망측하다.
남의 남편을 탐하지 말라.
남의 남자친구한테 껄떡거리지 말기.
친구의 남자친구를 상상하며 흥분하지 말자.
근데 오늘도 이미지 트레이닝? 심심하면 아무 남자한테나 꼬리치기? 그러니까 남자들이 쉐도우복싱 같은 허세로 인기없음을 달랠 수밖에. 좌우지간 우리도 관상 볼 줄 안다. 손금 딱 봐도 대번에 행운아인지 풍운아인지쯤은 구분한다 그 말씀. 자, 잔말 말고 거울을 들여다보자. 뭐야 저거! 다시 다시. 다방 출입 십 년에 남의 얼굴 볼 줄은 안단 말이다. 뭐야 저거!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이자나? 이런 젠장. 젠장 관상 아니 본만 못했네 그려. 허나 그런 말이 있다. 늙을수록 욕심은 젊어진다. 굳이 삐딱하게 해석할 일만도 아니다. 메달의 뒷면 먼저 보고자하는 심리, 역으로 봐도 뒤집어 봐도 욕심 너무 없어도 문제. 대체로 적당한 게 좋고, 리듬을 즐기며 행운의 구름을 탈 줄 알아야 한다 라는 말이다. 그런즉슨 아는 여동생들 다 떨어져나간 마당에 남자들 우정을 믿어보면 어떨까. 너 저 웨이트레스 좋아하니? 너 혹시 그 바텐더 마음에 드냐? 그럼 넌 치어리더 싫어하냐? 그럴 때도 지났다. 이러니까 마른 오징어 같은 남자가 특종을 쥐어짤 수가 있나.
따라서 NB는 무작정 일단 집을 나왔다. 아니. 사무실에서 일찍 퇴근했다. 그렇게 아지트로 향했다. 도착했다. 그는 막 아지트로 들어가려던 찰나.
으잉? 그 앞에 브랜드 NERDY 대리점이 생겼네!
업종이 의류에서 장난감으로 바뀐 점 때문에 무언가 의아함 가득.
그래서 그냥 한번 들어가 볼까? 라고 생각하자마자 방문.
브랜드 NERDY 대리점 내부.
친구이자 동생인 로버트와 꽤 닮은 젊은이가 보임.
「저기... 혹시 로버트 동생이세요?」
「로버트를 아세요?」
「알다마다요. 절친한 사이죠. 우리는 아주 특별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마다요.」
「그래요? 연배를 보아하니... 우리 아버지랑 호형호제하시기엔... 우리 아버지의 삼춘의 당숙벌 아닌가요?」
「당, 뭐요?」
「저도 얘기를 듣을 것도 같고...」
「그럼 제가 미래에서 왔을 리는 없으니까. 자, 거울을 한번 봐볼까요?」
「여긴 거울 없어요. 핸드폰 카메라로 비춰보시죠.」
NB는 본인 얼굴 모습을 확인하기 전에 자기 거동으로 판단하건대... 눈치깠다.
자기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언제로 갈 수는 없기 때문에, 고로 밝은 미래가 당겨져온 것일까?
정답은 브랜드 NERDY 본사 또는 모스맨 연구소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거 말고 이런 개수작...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그는 아지트고 뭐고 당장 그곳으로 출동했다. 결과는 차차 알려드리든가...
열린 결말로 끝맺어 드라마로 확인하기로 하고.
9
바보 투정은 고기로 달래고, 허당 응석은 껀수로 달랜다. 아 작업이 아니라 멜로드라마. 뭐 또 영화 찍게? 늘상 잔꾀. 언제나 잔머리. 그러니 잔소리 얻어듣는 복 한번 기가 막히다 그 말일세. (절레절레) 어? 누군지 몰라도... 통과. 근데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기를 하나, 아니면 열망하는 꿈이 있나. 애원하는 내 님도 없어 아끼는 장비가 어디 있어. 딱 사교계 퇴물. 플레이보이계 퇴짜. 삼류 나이트클럽에서도 안 받아줌. 근데 누가? 몰라. 누가 알아. 왜 알아야 하냐고 우리가 푼수 인생을. 좌우지간 말이야, 어? 보아하니 NB 걔 아직도 그러고 다니나? 막 핸드폰 열어서 친구랑 남자 후배들한테 보여주면서, 아는 여동생들 누구 소개시켜줄까 말까 뜸들이기나 하고. 실속은 없고. "야, 너도 할 수 있어. 형이 여자 꼬셔주는 거도 한두 번이지.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 응?" 어쩌고저쩌고. 다 뻥. 개 뻥. 몽땅 뻥. 죄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그래서일까? 그는 부쩍 작업량이 줄었다. 뭐든 허탈 결국 성과 없음. 설마 정력은 몰라도 성욕까지? 갑자기 말이 없으시네. 왜일까? 왜지? 아니 왜? 대체 왜냐고! 어? 왜겠어. 가만 있어 봐, 나 얘기 좀 하게. 말리지 마. 어? ~라는 인공지능 지니가 잠잠하니까 그렇지. 뚜껑 한두 번 열리나. 장사 하루이틀 해? 여러분~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선동가 역할 누가 단골이었냐고. 놀아주는 사람 없으니까 따분해질 수 밖에. 혼자 놀다 퍼졌어. 뻔해. 필경 어쩔 것이다 라는 예언 필요도 없어. 은근히 추측을 왜 해. 예사롭지 않은 추정이든 달콤한 예상이든. 추리와 추론이 은밀하든 말든. 떠보든 말든 추궁이고 자시고 답은 뻔하다니까 글쎄. 실상 성격 좋은 신부들러리들 알고 보면 인기 좋다. 다만 실속 못 차리면 NB처럼 되는 거고. 왕년에 잘나갔던 연예인이 현역 스타를 보면서 하는 말. 널 보면 마치 내 과거를 보는 것 같아! 딱 보니 이제 외로운 병풍. 각나라 1부리그를 전전하던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한 채 자국 리그 복귀를 뿌리치며 허당계 복귀를 눈앞에 둘 처지냐고 지가. 응? 엑스트라만 맡다 보니 딴 걸 못해. 남 비위맞춰주는 일중독 같던 생애사 전략을 땔감으로 칼럼 써서 입에 풀칠하고 살다가. 할 말 떨어진 거지. 더군다나 툭하면 일하기 싫증나고. 더더군다나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 그 뿐만이 아니라 통장잔고 바닥. 게다가 양대 잡지사로부터 오늘은 마감일 독촉, 내일은 이별 압박. 쥐었다 폈다 들었다 놨다. 줬다 뺐기? 당근과 채찍. 심지어 사람은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면서 뭐 어떻게 고기를 먹었어. 막 먹었어. 계속. 여러번. 일단 먹었다고. 양질의 고기든 싸구려 햄버거든. 근데 힘이 불끈불끈? 사랑의 하트가 벌렁벌렁? 핑크빛 아기돼지 같은 청초한 단꿈과 달리 웬 불고기 요리 효능은 괜찮기 때문? 결과는 한마디로 식상한 말로 회춘 저급한 코메디로 따져 몽정기. 하여 잊었던 배경지식 세삼 느끼지 않을 수 없음. 아아 이래서 불교계 그분들께서 양파, 고기, 부추... 섭취를 금기시하지. 정작 알던 잔지식은 쓸모없고 남아도는 정력은 더더욱 쓸 데가 없고. 근다고 뭐 누가 오빠 제발 한번만 딱 1번만 만나주라며 쫓아다녀? 어림도 없음. 바랠 걸 바래야지. 어? 그러니까 말이지 여자들이 수다대회 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것. 보아하니 자기랑 놀아주면 좋아하는 중년. 여성잡지 2들께서 그분들 정신분석 만큼은 꾀차고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배가 부르면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한눈파는 게 어쩌면 영원한 취미인데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왜 줘? 포획한 사냥감을 보며 흐뭇해하는 전문가들도 많다만 베일에 감춰진 게 진짜. 그분들이 누군가. 왜 얼굴 팔리기 싫다고 하시겠나. 어? 사냥하기 라는 짜릿한 몰입감을 외면할 수 없는 선수. 영원한 현역. 그래서 오늘도 방생? 말해 뭐 해. 근데 그거랑 사랑이랑 뭔 상관인데. 내 말이. 그리고, 어? 그 얘기 저번에 했잖아. 또? 툭하면 그 얘기? 어? 허나~ 사람이 어떻게 새로운 말만 하며 살 수 있나. 아무튼 그런 말이 있다. 농작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에 큰다. 부지런한 농부 대체로 풍년과 친하기 마련. 말하자면 자연의 이치라는 게 봄바람이 불면 숙녀 마음 싱숭생숭하기 마련. 봄이 오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씨앗을 더 막 뿌려대다가... 뭐? 밭이 워낙 좋으니 어떤 씨앗을 뿌려도... 뭐 남자는 꽝이고 여자만 특A급이란 말이야 뭐야. 참 나 거 나 이거 증말 뭔 밑도 끝도 없이 (절레절레). 이러다간 두 마리 토끼 다 놓친다. 딴 인생 좌우명 다 놔둔 채 왜 하필 그 포지셔닝을... 넘어가고. 사실이 그렇다. 늘 그랬다. 누가 모르나. 잘 아시지 않나. 귀찮아서 타켓층을 딱 찍기도 벅차고. 힘 빠져서 떡밥뿌리기마저 여의치 않을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단 말이다. 고로 NB는 겁이 덜컥 났다. 공포심? 영화라도 보면서 무료함을 달래면 좋긴 하나. 인기는 원래 없었고 아는 여동생들 다 떠나갔는데? 따라서 그는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뭔가를 하기로. 근데 뭐를? 어? 뭘 말이야. 이만 줄이자. 그게 좋겠다. 진짜로.
1
어디까지나 취미생활 잔재주에 따른 어복, 라는 미명 하에 여복도 마찬가지로? 유난히 저조한 전적 다 이유가 있다. 전략적 고의 패배 (전문용어) '탱킹'에 대한 유별난 집착? 그건 강등이 없으니 반칙왕 기살려주는 거고. 나 난봉꾼 자격 없다, 넌 우리 허당계에서 빠져라, 아니다 쟤 아직 쩜오로 꽤 쓸 만한 쩜팔이다...? 우리는 져주는 거 싫어한다. 메소드 연기로 아슬아슬하게 져주는 거 누가 모를 줄 아나. 핸디캡 감안해서 비례대표로 부유층 묻어가기? 잘 안 섞인다고 싫어할 거 뻔한데 뭐 하러 꿇리고 들어가나. 하위팀일수록 높은 순위 유망주 지명권 남용되니까, 경기 수준 떨어지고 관중 하락. 그거 단계별 리그 운영이 아니라 경마-경륜-경정 마권 베팅이랑 똑같은 방식인데...! 그러니까 언제까지 그 더럽게 재미없는 옥타곤에서 빌빌거릴 건데? 나와 냉큼, 자기 잘난 지를 아직 잘 모르시구만 이 양반이... 우리한테 오라고 내가 잘해드릴께! 원맨쇼 독무대 만들어드리는 거 일도 아니란 말이오. 허허허. 그래서 나는 신나는 새 판을 짰을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현란한 혀놀림인지 허접한 궤변인지 그걸 누가 값나가도록 산다고. 나는 사교계에서 은퇴했기 때문은 아니겠으니, 결국 현실적으로 비사교적인 허당이 되었다. 게다가 플레이보이계에서 퇴출당해 여자말 번역기는 영영 고장나버렸던 것이다. 심지어... 됐다. 정력감퇴? 다 필요없다. 애초에 타석에 등장 자체를 못한다. 그러게~ 그만. 그럼 정말 애원하듯 애처린 눈빛으로 바라볼 건 정녕 환상머신 뿐이란 말인가? 넌 터미네이터 난 우머나이저 말장난 재미 하나도 없고. 그러므로 난 뭔가 결단 내리고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뭐냔 말이지. 어? 개구리 주저앉은 뜻은 멀리 뛰자는 뜻. 그건 내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뭔 쉐도우복싱만 뭐 십년하게? 뻔트만 대다 영화 끝나게? 대체 언제까지 쥐구멍에 볕들 날만 기다려야 하느냔 말이다. 그래? 같은 값이면 처녀 장가다. 새것이 좋긴 좋거든. 믿을 건 쇼핑 밖에 없다. 뭘 사면 일단 기분 좋거든. 속된 말로 돈 쓰는 재미. 그래서 뭔가를 사긴 샀는데... 뭐야 이거. 벌써 잔고장? 옛말에 같은 값이면 과부 집 돼지를 사랬다. 싼 게 비지떡. 통장 잔고 간당간당이니까 어설픈 타협. 이러니 마침내 난 또 칼럼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인데.
그래서 나는 드디어 완성했다. 환상머신의 마침표를 마침내 찍었단 말이다. 어떻게 그 믿기지 않는 걸작을 만들었냐? 하면 그건 비밀. 그거 다 공개하면 난 뭐 먹고살라고. 안 그래도 품위 유지비 간당간당인데? 어쨌든 그 환상머신은 정말 기가 막힌다. 완전 끝장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된다. 아주 그냥 오금이 다 저려. 대박, 완전 소름! 밑도 끝도 없이 인간복제? 유전자 조작이 아니라 상자1에 들어갔더니, 뚝딱 상자2에서 원본이 나오고 상자1에서는 그 껍데기가 나오고. 말이 껍데기지 그 역시 원본과 똑같다. 레이저 스캔해서 복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자 안에서만 시간을 정지시키는 원리. 그럼 신체는 그런 경험이 없는데 가만히 정지된 체 바보처럼 시키는 대로 멈춰있으라고? 그럴 리가 있나. 꼭 나서기 좋아하는 말괄량이가 아닐지라도 멈출 수 없는 바로 그 관성을 이용. (더군다나 자발도 대기중이지 기타 등등 끝이 없음) 때문에 원본을 뚝딱 상자2로 옮기고, 복사본은 상자1에 남는 이치. 말이 복사본이지 그걸 뭘로 불러도 마찬가지다. 껍데기? 내 과거. 단순히 3초 전의 모습일지라도 걘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대신 그 장난스러운 약발은 약 7분 정도 유지되다가 서서히 반투명해지다 거의 투명해던 끝에 연기처럼&안개처럼 사라짐. 그래서 환상머신은 달리 불러도 된다. 그럴 수 있으니까. 인간 복사기. 심신분리기. 유체이탈기? 시간조작기. 분신마술기계. 그야 어쨌든 이 신기한 물건을 나만 알고 있으면 뭔 재민가. 하여 난 환상문학잡지 경리인 에밀리를 불렀다. 알고 보면 걔가 거기 실세니까.
2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녀를 정식으로 초대했다치고. 자상한 응대로 그녀의 마음을 빼앗은 다음. 사무실에서 난 에밀리에게 설명을 마친 상태. R. Broschi / Arias for Farinelli 음악으로 그녀를 뿅가게 할 수야 있나. 내가 먼저 아찔한 감상에 흠뻑 젖어드는 것처럼 꾸미면? 진공청소기 같은 남자를 동경하는 그녀 심리상, 집단최면엔 강하나 숙녀 마음 유도술엔 약할 수 밖에 없는 그녀. 내가 떨리는데 그녀도 따라서 설레게 되어 있음. 따라서 곧장 그녀는 환상머신에 끌리지 않고 베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체 이게 뭔데 그래?」
「말은 필요없어.」
난 세세한 과정에 그녀가 따라오도록 촘촘히 준비했고 그녀는 잘 따라왔다. 가령 그녀는 사무실로 들어올 때 마리아 칼라스의 음조를 듣는다. TV화면으로 UFC 선수의 삽질 세러모니를 잠깐 언뜻 스치듯 봤다. 펼쳐진 잡지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후손이 그의 관짝을 열어달라는 소송 어쩌고저쩌고도 보였다. 저기 보이는 저 상자가 설마 환상머신일까? 어떤 사연을 좋아할 테니까 애증이 뭔지 아는 그녀는 마침내 발동된다. 딴 게 아니라 하필 자발이 탄력받은 것이다. 허나 숙녀가 먼저? 애가 탄다 애가 타. 당연히 모델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배우와 기타 등등. 내 아는 남동생들이라면서 아무나 골라라, 이 오빠가 전부 소개시켜주겠다, 걔네들이 너 좋다고 쫓아다니게 만드는 거 일도 아니다. 그녀 기분 띄우는 건 식은 죽 먹기. 마침내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프랑켄슈타인을 대면하진 못했으나 유령도 아니고 (바닥에 눕혀진) 아이언메이든이 기립한 상태. 아하! 바로 그게 저 상자구나 라고 느낄 테지. 안 그럴 수 없거든. 그렇다고 고매한 허영심 바람이 빠지면 쓰나. 내가 입은 트레이닝복 세트가 하필 바람에 나부끼면 적당히 안에 바람이 들어가는 게 기가 막힘. 미쉐린 타이어 로고랑 완전 똑같음. 난 그녀의 교양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윗과 '그의 새끼 암양' 한마리 얘길 슬쩍 흘렸다. 내가 어디서 주서들은 얘기, 그녀가 큰 관심 없어도 괜찮다. 세침한 에밀리는 나의 어설픈 잔지식보다 훨씬 뛰어난 잔재주에 익숙하니까. 고로 그녀는 자동적으로 아하스에로스와 에스더 같은 얘길 딱 꺼내려던 도입부. 난 서둘러 검지를 그녀 입술에 갖다댔다. 너처럼 아름다운 숙녀가 날 꼬시려 들면 쓰나, 그래서는 안된다. 아무나 골라라. 단지 한 명도 아니다. 남자 후배들한테 지키지도 못할 호언 남용하다면 저년들 다 꼬셔줄께? 이미 내가 시키는 대로 널 만족시킬 남자들, 1번부터 너가 그만 하랄 데까지 준비 완료. 고혹적긴 숙녀여 그러니까 날 유혹하지 마시라. ~라면서 난 멋진 몸짓으로 가르켰다. 어서 환상머신에 탑승하지 않고 뭐 하냐는 거지. 못 알아듣는 그녀가 아니니까 다변가 출신 그녀는 시험자로 변신했다. 자, 그녀는 들어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결과는? 그녀가 나왔다. 세워진 상자 2에서 에밀리가 먼저 나왔다. 곧바로 상자1에서 에밀리가 또 나왔다.
「꺄악~!」
「놀라는 척 어쩜 제법인데? 많이 놀라봤던...건 아니지?」
「쟤가 나야?」
「보시는 바와 같이.」
「쟤 우리 얘기 듣는 거야?」
「그럼 그건 만화영화겠지. 우리는 현실에서 살고 있는데 이걸 어쩐다니? 쟨 아마 7분 정도 후에 증발해.」
「증발한다고?」
「너가 여기 있으니까.」
「그럼 쟤랑 나랑 어떻게 분간하는데?」
「가서 봐 봐. 쟤 목 뒤에 표식이 있어. △□○」
「△□○? 그게 뭔데?」
「△는 반자동. □는 멈춤. ○는 자동.」
「(유령 에밀리의 목 뒤 표시를 보면서) ○에 불이 켜있는데?」
「그러겠지.」
「근데 □는 왜 있는 거야?」
「□이 뭐랬니 아까? 멈춤이랬지. 그건 왜 있을까? 늬 친구 로즈마리. 걔 자발이 좀 대단해야지. 우리가 말린다고 듣니?」
「그럼 나대든 자소곳하든 7분은 왜 그러는데? 그 이상은 안돼?」
「그 이상이면 그건 뻥이지 진짜겠니. 오빠가 은근히 사기꾼이니? 대놓고 허당이잖니. 유령 에밀리가 부드러운 거동과 거친 처신에 대해 자유를 얻게 되면. 그게 만화영화지 진짜겠냐고. 최근 나온 영화 테넷 (2020)? 그거 다 뻥이야. 그 영화가 관객을 설득하는 수법은 간단해. 베베꼬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하면 이해는 되겠지. 대신에 재미를 잃고. 그러니 영화기법상 꽈배기는 기본. 많이 꼬면 많이 꼴수록 영화 분량 늘이기 딱 좋음. 따라서 드라마 연작 분량에 어울릴 각본과 구조. 속도감으로 압축하고 자, 영화와 닮은 게 뭐겠니. 종합예술이라는 오페라일 때도 있으나 아마도 뮤지컬. 때로는 현대미술. 때문에 현대미술의 제1철칙은 뭐다? 일단 이해 못하게 하라. 절대로 뭐가 뭔지 못 알아보도록. 그래서 옷발 구경하고 풍광에 뻑가며 뭔가 있는 듯한 낌새로 궁금증 자극. 아직 진짜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호기심 부풀리기. 영화음악은 쾌감을 자극하고. 그러다 훌쩍 2,3시간 가는 거지. 끝나고 나면 뭐야 이거, 별거 없거든. 허나 누가 그거 소비할 뿐이지 달달 외울 일 있니? 달지 않은 도넛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그만. 달달한 꽈배기 먹고 각자 인생 사는 것. 줄거리? 별거 없어. 시간여행? 다 뻥. 그래도 친구랑 최근 볼 영화 없냐, 엇그제 여자친구랑 봤는데 뭐 그럭저럭 괜찮았다. 싶으면 다행이지. 그 정도면 되는 거 아니겠어? 오락성, 흥행률, 줄거리, 대중예술론, 몰입감, 긴장감, 호기심 충족, 기대는 역시 실망, 영상미. 그거 다 따져도 대충 여자친구랑 즐겁게 보면 그만 아니겠냐고. 무슨 큰 감동 바랄 일 있니. 수익분기점 근처에만 가면 됐지 뭘. 값비싼 루벤스 명화처럼 두고 두고 분석할 일 있냐고.」
「영화는 영화다?」
「제법이네.」
「오빠도 법사 다 됐다.」
「법사?」
「마법사.」
「비꼬는 거 아니지?」
「그러니까... 됐다. 와, 정말 쟤 점점 희미해지는데? 나처럼 불투명했는데 점점 증발해 지금.」
「내 뭐랬니 아까. 오빠 이런 사람이야, 어? 내가 여자가 없긴 왜 없어. 응? 오빠라니까 글쎄.」
3
다음 날이 됐다. 오늘 에밀리는 로즈마리를 데려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앞서 과정 어제의 에밀리와 다 똑같았는데 로즈마리 도플갱어는 생명력이 대단했다. 7분을 훌쩍 건너뛰고 15분이 다 됐다.
「오빠. 쟨 왜 아직 살아있는 거지?」
「왜겠니.」
「그러게. 야 로즈마리. 너 왜 그랬어? 어? 너 그렇게 살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니.」
「내가 뭘? 말 해? 정말 말 해? 나 말 한다? 내가 말 못해서 안 하니? 나 할 말 많아? 알아?」
「진정해. 이년이 오빠 옆에서... 아 미안. 나 에밀리야.」
「오빠. 그니까 나 아니 쟨 왜 아직 그대로인데? 7분까지라며!」
「알고 싶어? 말해줘?」
「당연하지. 알려주지 않고 뭐 해?」
「그렇다면 대답해야지. 어쩔 수 있나. 아니, 말하지 말까? 아마도 그러는 게 좋을 거 같긴 한데.」
「오빠. 1절만 하자. 좋은 말로 할 때. 왜야, 왜냐고. 어?」
「왜냐하면 왜겠니. (몸짓) 쟤가 독하니까 그렇지.」
「뭐 내가 독한 년이라고?」
「내가 언제 너보고 독사랬어?」
「뭐야 이거. 무슨 생선같이 생긴 놈 나와서 여자랑 연애하는 영화야 뭐야? 어? 오빤 그 관상부터 문제야. 뭔 허접한 똥개처럼 생겨가지고 뭐가 어쩌고 어째? 듣자 듣자 하니까 말이야.」
「로즈마리. 진정해. 응?」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넌 그래서 문제야. 평소엔 간접화법 애용하다 왜 갑자기 발끈? 어째서 갑자기! 독하단 뜻이 뭐겠니.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마음.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가 아니라는 의미 아닐까? 뭐야, 너 그러고 보니 수절녀? 정절을 지킨다는 뜻이네. 좋은 말이구만 그래. 지조 있는 숙녀. 얼마나 좋아? 뭐야! 근데 넌 왜 15분 넘어도 되고 난 고작 7분이야? 뭐 난 헤프단 얘기야 지금? 이 사람이 지금 보자 보자 하니까.」
「진정해 에밀리. 너 갑자기 왜 그래? 너 그런 애 아니잖아. 흥분하면 쓰니, 응? 7분이면 그나마 나은 거야. 사랑의 단계에 충실하고 남자가 찬찬히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제비복 갖춰입고. 그렇게 쳄발로 연주하다가 중간에 심하도록 흥분해서 연주가 멈추면 안되니까, 어? 딱 버튼을 누르는 거지. 자동! 쟤 로즈마리2 목 뒤에 뭐라 써 있니. △는 반자동. □는 멈춤. ○는 자동. 연주자가 형편없으니까 스프린터일 수도 있는데 널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럴지도 몰라 얘. 널 정말 사랑한다? 약은 왜 없겠니. 최고로 비싼 플룻인데 겉만 애무하다 정작 연주하자마자 끝낼 일 있니. 자동, 반자동, 기타 등등 방법은 많아~! 사랑은 없어? 그러게 내가 뭐랬니.」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 오빠가 다 듣고 있어. 너 원래 이런 애였니? 난 아니다. 난 아니라고.」
「늬가 그럼 난 뭐가 되니? 어? 망해도 같이 망하자. 너만 살겠다고? 와, 대박! 널 믿었던 내가 미친년이지. 어쩜 좋니 어쩜 좋아. 나 완전 망한 거 같아.」
「오빠가 이해해. 기적을 보는데, 아니 우리가 주인공인데 우리가 지금 흥분하지 않게 생겼어?」
「흐흐흐. 허허허. 흐흐흐흐흐흐.」
「오빠는 아직도 가짜웃음이 안되니? 그게 그렇게 어려워? 내가 정말 가르쳐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빠.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우리야? 이거... 그냥 우리만 알고 묻힐 물건이 아닌데. 오빠 이거면 요트 살 수 있지 않을까?」
「요트? 사서 뭐 하게. 장만해 봐야 일만 커져. 얼굴 팔리면 사람 얼마나 피곤해지는지 알긴 아니? 꼭 마누라 등쌀에 못 이겨서는 아니겠으나 자동차 100대를 소유한 코메디언? 우리는 매사 부정적인 남자가 아닌 대신에, 뭘 귀찮해 하는 남자. 정력 좋은 척 허세부리진 않는데 피로감이 얼굴에 곧잘 드러남. 더불어 트레이닝복 가을용 2개로 돌려. 겨울용 2개는 구입 예정. 양복 3개로 돌리는 게 최고라니까. 물론 많으면 좋겠지. 근데 인생이 그리 한가하나. 내가 왜 너네들한테 이걸 알렸겠니. 나 좀 살려주라 그러라고, 응? 마감일에 쫓겨 나 빼빼 마른 거 안 보이니? 일단 마술계 판권만 팔아도 억만장자 따논 당상. 근데 왜 너네들 먼저 불렀겠냐고.」
「소멸장치 제어기판에 있는 그 뭐야. 노란색, 하늘색, 선홍색... 뭔가 단절해서 걔한테 자유를 주고 오빤 놀러다니시겠다? 그러니까 바라는 게 휴가? 자유? 아니면 마라랑 사라 그년들 잔소리 듣는 역할만 오빠 2한테 대신 뒤집어씌우계? 이 오빠 선수네. 허당이 알고봤더니 극심하도록 간사하다? 보아하니 허접하다.」
「넌 그 말이 여기서 왜 나와? 오빠 계속해.」
계속해? 뭘 계속해. 어? 계속하긴 뭘 계속하냐고. 하여간에......!
「일단... 우리 생각 좀 하자. 난 뭐 환상머신이 이처럼 끝장일 줄 알았니? 이만큼 기똥찰 줄 미처 상상도 못했어.」
「그래. 일단 시간 좀 벌고 보자.」
4
나는 뭇여성들과 아는 여동생들한테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어 차마 싫어할 수 없는 오빠다. 필경 거짓이 아니기를. 허나 뻥이다. 난 그분들 심복이고 싶으나 어디 나만 좋으면 그만인가! 이놈의 저질 허세라는 고질병. 세계 상남자협회에서 거들떠도 안 보는 엑스트라병. 지역 허풍토너먼트 예선탈락감. 허접한 넉살 정말 지겹다만 만성인데 어떻게 멈추나. 정녕 이 허접한 허언증 어떻게 치유한단 말인가. 그나 저나 기준을 대망으로 잡든 재산으로 설정하든 내 인생 현-성적표? 이 나이에 장난감 사달라며 떼쓰겠나 숙녀들아 나랑 놀자며 땡깡부리겠나. 설마 하니 난 정말 때로는 그런 사람인 것만 같다. 공것 바라기는 무당 서방 같다! 뭐라고? 타인 뜨끔하란 말이 아니라 공짜가 제일 비싼 미끼니까 하는 말. 어쨌든. 도축된 돼지가 벌떡 일어날 만한 신비, 아프리카 동물들 송장도 꿈틀거릴 만한 환상머신 완성에 대한 미련은 버리는 게 좋겠다. 차라리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나 듣는 게 낫겠지. 뭐 이처럼 재미없는 인생이 더 심심해질지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기 때문에, 고로 욕망 숨길 거 뭐 있나. 그러니까 이참에 두눈 딱 감고 휴양지에 즐비한 멋진 별장이나 하나 살까? 살 때만 기분 좋으니까 그러지 말자. 그러면 도심지 고급 빌딩에나 눈독들일까? 사는 건 쉬운데 귀찮아지니까 것도 별로. 참 나, 빌딩이 뭐 동네 똥개 이름인가. 그러니 일이나 하는 수 밖에. 쇼핑도 질리고, TV보기는 지겹고, 연애도 별로. 날마다 놀아도 금새 싫증나기 마련. 결국 남는 건 일 밖에 없다. 게으른 촌닭 뒤늦게 부지런 떤다 라는 핀잔 들을까 봐. 난 서둘러 마감일보다 훨신 앞서 부산을 떨었다. 근데 성과가 없네? 어쩌라고. 아니 뭐 어쩌란 말이 아니라 말이 그렇단 건데.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너스레가 통 멈추지 않는 건 대체 왜일까, 아니 정말 왜! 어째서? 인생의 기쁨을 만끽하려다 절망에 흠뻑 젖어버렸기 때문일까? 뭐 고추가 커야만 맵다더냐? 탐스런 과일 더럽게 떫을 수도 있다. 뭐 아름다운 사과보다 벌레 먹은 사과? 아니 지금 인생을 논하는데 그 얘기가 왜 나와. 참 내 (절레절레)! 다시 한번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게 그게 그러니까 뭐였더라? 어디까지 했지? 그러니까 뭔 얘기 중이었냐고. 좌우지간 다름다운 사랑과 새로운 인생에 대한 열망이고 뭐고 간에. 에 아 나 이거 증말 그게 참 나. 잔말 말고 지금은 낮은 포복으로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나? 대체 이 환상머신으로 뭘 할 수 있을까? 1주일 내내 고민 중인데 뚜렷한 아이디어, 뾰족한 묘수, 기발한 안건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하여 좀 더 골똘히 생각해볼 수 밖에 없었다.
5
요점부터 말하자면 NB2가 말썽을 일으켰다.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에밀리와 비밀유지로 어디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로즈마리. 누구한테 쓱 힌트를 흘리지 않았겠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괜한 짓을 한 걸까? 그녀들 입이 근질근질 난리도 아닐 텐데... 하지만. 내가 그동안 지들 커피 사준 것만 해도 얼만데. 어디 커피만? 그래 봐야 내가 뭐 아쉽나? 난 차 욕심 없다. 그렇지만 아예 없진 않다. 난 돈 싫어하진 않거든. 우리한테 내숭이 뭔 말인가. 품위유지비 끝없으란 말이 아니라 적어도 간당간당한 통장 잔고 그거 어떻게 안되나 그 말이다. 그래서 난 얼굴 팔리고 부자 아닐 바에야, 얼굴 안 팔리고 좀 가난한 게 마음에 들었다. 그에 대해서 썩 불만족은 아니다는 거다. 따라서 난 재산은 아는 여동생들한테 탈탈 털렸지 잔재주야 마라&사라 일당한테 기 쪽쪽 빨렸지. 정력 재충전이 몹시 시급한 형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환상머신에 스스로 들어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집어넣었다. 물건. 잡것? 들어가보니 뭐 들어갈 만 했다. 나쁘지 않네. 괜찮아. 아늑하다고. 생각보다 꽤 포근하데? 쿠션은... 푹신푹신 슬리퍼 1 쫀득쫀득 슬리퍼 2만 사면 딱. 그렇지만 다시 말하지만 NB2가 말썽을 일으켰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사라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야, 너 뭐 하는 놈이야? 어서 와서 데려가.」
「데려가?」
「아 NB2인가 뭔가 얼른 데려가라고. 지금 우리 직원들한테 껄떡거리고 난리났어. 너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 응?」
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제발 그 찝쩍만은 녀석이 참았어야 하는데....!
마라는 아예 한술 더 떠서 소셜 네트워크에 도배를 했다. 지가 직접 또 아는 애들 다 시켜서. NB2를 누가 보냈는지 모르겠는데 걔 군침으로 온 동네방네가 샤워중이라고. 개침 난리도 아니라고. 그 눈독 마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다나 뭐래나. 아니 여자에 환장해도 분수가 있지 어쩌고저쩌고. 그럼 설마 NB2가 진짜로 흑심을? 아마 그건 NB2의 큰 그림이기를 바랄 수 밖에. 뭔가 배후가 있던가, 아 그 배후는 나지. 어쨌든 뭔가 오류가 발생한 거네. (절레절레) 좌우지간 걔는 걔고 나는 나고. 걘 NB2 난 NB. 아, NB1! NB2를 밖으로 막 굴린다고 어찌 저렴히 말하나. 그 속된 말 어떻게 내 입으로 실토하냐고. 근데 사실만 놓고보자면 일단 NB2가 걸어다니는 터미네이터나 된다는 둥 자랑스럽게 활약중이니까 NB는 우선 뒤에 1을 붙일 수 밖에 없는 실정. 뭐 그건 그거고. 너는 너 나는 나. 지금 남 걱정할 때야? 너나 잘해~ 라는 환청 모른 척할 수야 있나. 좋게 내 살 궁리나 하자. 허허허. 흐흠.
사교계에 출마할까 플레이보이계에 입당할까, 구구절절 말 같지도 않은 허풍. 그걸 알면 숙녀들께서 퍽이나 반가워하시겠네. 그럼 미친 척 나 혼자 OB의 허당계 복귀를 자축할까? 놀고 있네. 웃겨야 말이지, 말도 안된다고. 웃기고 자빠졌는데 하나도 안 웃겨, 어? 거 참 더럽게 재미없단 말이야. 완숙한 노련미 덕 톡톡히 보긴 뭘 톡톡히 봐. 또 아무 여자한테나 첫눈에 반하고 숙녀들의 교양미를 열렬히 찬양하시게? 미친년처럼? 남달리 뛰어난 허영심 우린 취미 없다. 하늘을 우러러 꺼리낄 게 뭐 그렇게나 많나, 그래서 공상을 끊어야 하는데. 그게 쉬우면 말이나 안 하지. 그러던 어느 날 척하면 척, 낌새도 없이 그 어떤 부추김도 없이 새로운 껀수가 나타났다? 바로, 내게? 그럴 리가 있나. 있어도 뻥. 다 뻥. 몽땅 뻥. 개 뻥. 따라서 이건 특훈이 아니라 특명을 시행할 히든카드를 꺼내야 할 적기인 셈인데. 있어야 말이지! 누가 아니래. 내 말이 그거라니까. (절레절레) 권태라는 악재 정말 질기네. 심심함 그 녀석은 증말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도통 떨어지지를 않는단 말야. 그렇다고 끈덕지게 구애하는 아는 여동생과 사겨 말어? 일단 그녀들에 대해 말하자면 말이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불여우의 불여우일 텐데? 말 많고 나서기 좋아하고, 호기심 1등에 궁금하면 절대 못 참는 성격. 오지랖 대마녀? (절레절레) 근데 만약에 그녀가 돈이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면 어떡하지! 팔자 고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어? 운이 좋은 자에게는 수탉이 알을 낳아준다. 농담이고. 좋게 냉수 마시고 속이나 차리자. 뭐하시오 일하시지 않고, 칼럼이든 연재장편이든 끝났단 말이오. 뻥이란 말 꼭 덧붙이기도 힘빠진다 (절레절레). 뒷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고 뻥치는 위인 따로 있고. (절레절레)
6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모스맨 주식회사였다. 용건은 뭐라더라? nb2를 데려가라! 무슨 사정인지 물어볼려고 했는데 지 할 말만 하고 전화는 뚝 끊겼다. 날 뭐 지 영감탱이로 아는 건가? 난 그런 여편네 둔 적 없는데. 뭐 그런 할망구가 다 있어? 이놈의 마누라... 흥분을 가라앉히자. 대체 왜 nb2는 거기까지 갔지? 혹시 내가 보냈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럼 뭣이 중헌디? 일단 사태를 수습하는 거. 그래서 난 당장 모스맨 주식회사로 갔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모스맨 주식회사는 레너드와 제라드 2인 체제로 운영되는 벤처기업이다. 마치 테슬라의 초기 모습처럼. 근데 녀석들은 친구를 오랫만에 만났으면 반가운 척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 최근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상태가 안 좋아진 건가? 뭐 그렇다고 해두지. 그럴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뭐 성격 더러운 마초로 변신할 수 있는 거도 아니고. 그럴 마음도 없고. 그래서도 안될 테고 말이다. 그렇게 난 걔네 팀장실에서 레너드와 제라드 그 둘과 소파에 앉았다. Handel / IL Delirio Amoroso 말없는 녀석들 분위기 겁나 무겁게 잡네. 뭐 지들만 폼잡을 줄 안다 그 얘기야? 난 뭐 고급수트 입을 줄 모르냔 말이다. 좌우지간 내게 긴히 할 얘기가 있는 거 같은데. 그게 꽤나 심각한 사안으로 짐작되는데... 뭐지? 뭘까? 대체 뭐냐고. 일부러 불길한 예감을 조장하는 건가? 아님 엇그제 뭐 뜸들이기 대회라도 나갔다 온 거 자랑하려고 그러나? 뭐냐고 대체 뭐냔 말이다. 이 자식들이 언제부터 이리 진지했다고, 내가 아는 녀석들 비밀만 해도 대체 몇 갠데.
「일은 잘 되니? 잘나간다면서. 비상장 주식거래 웹사이트에서 너네 회사 구경할 수 없지? 나도 알아. 왜 내게 말 안 했냐. 초기에 말했으면 내가 투자 안 했을 거 같아? 날 뭘로 보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러면서 제라드는 리모콘 버튼을 눌렀다. 그 때문에 팀장실 커튼이 열렸다. 그래서 전면 유리창은 저쪽 큼직한 나머지 전체 사무실을 훤히 볼 수 있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낯뜨거운 장면은 그때부터였으니까. 가만 보니 바깥에서는 내가 있었다. 아, nb2가! 근데 그게 nb2는 웬 마네킹을 사정없이 핥고 물고 빨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 많이 말려도 봤고 설득도 했을 테고 뭐든 하긴 했다 그랬다. 근데 말릴 수 없었다네?
「너 쟤 어떻게 만들었니?」
「그러니까. 우린 처음에 넌 줄 알고 깜빡 속았잖아. 근데 말이 안 통하대. 느낌 세해서 뒤통수쪽을 봤지. 아니나 다를까 △□○ 표식이 있더라고. 어차피 우리 회사 개발하는 주종목이 그와 관련된 거 아니겠냐.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식겁했어. 설마 너가 먼저 뭔가를 완성했는가 하고 말이야. 근데 저 녀석 상태가 몹시 안 좋더라고. 보시다시피 말이야. 설마... 저게 원래 너니? 너 평소에 저러고 다니냐? 진짜?」
「뭔 소리야?」
「뭔 소리야? 저거 보고도? 쟤 좀 말려라. 우린 못 말리니까. 저 봐 봐. 어? 저 보라고. 또 부위가 바꼈어. 이젠 하다 하다... 말 말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글쎄. 내가 그래서 옛날에 내 여동생 얘한테 소개 안 시켜줬잖아. 어디 내 친-여동생 뿐이겠어? 너네도 알다시피 내가 한때 잘나갔잖니. 나 아는 여동생들이 좀 많았니? 지금이라고 그 인기 어디 가겠냐마는. 내가 왜 핸드폰 자주 바꾸는 줄 아니? 에잇. 설명하기 귀찮다.」
「이것 봐라. 이젠 하체다. 어? 이젠 빨다 빨다 하체로 내려갔어. 살다 살다 이처럼 민망한 장면을 마주할 줄이야. 예전엔 미처 몰랐다. 응?」
「나 쟤 모르는 사람이야. 나 쟤 몰라.」
「야 한번 생각을 해봐. 쟤가 만약에 어디 딴 데 가서 사고를 쳤어 봐. 그럼 넌 어디 가서 얼굴 들고 못 다녀. 알아?」
「그건 그런데. 아니 대체 얘 저걸 대체 어떻게 만든 거지?」
「그러게. 신기한데... 얘가 우리한테 그 비법을 알려줄까?」
「쟤 봐 봐. 귀 만진다. 귓볼이 부드럽나 봐. 완전 개 같다.」
「너 지금 나 보고 개 같다 그랬냐?」
「너 말고 쟤. 어? 늬 말고 늬 언니.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아직도 삼류 에로영화 제목 기억하고 다니냐?」
「너도?」
「뭐가 너도야? 난 아니다. 내가 너네랑 말하다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만. 자꾸 말리는 거 보니 너네 아직도 이러고 노냐? 어?」
「귀 풍년에 입 가난이다. 특급 정보 위주로 수집한 황금귀, 어설픈 가짜만 주서들은 팔랑귀. 전자와 후자는 다른단 말인데. 최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허지만 말이야 우리 사이가 어디 보통 사이니? 그래서 기왕 말 나온 김에 특급 정보 하나 슬쩍 흘릴까 말까. 에잇. 됐다. 아무튼 너 조심해. 어? 그러는 게 좋을 거야. 최근 애들 사이에 늬 얘기 심심치 않게 나와. 왜일까? 그건 별들한테 물어보고. 그리고. 우리 직원이 어디서 개뼉따귀 하나 구해서 쟤한테 넘겨주기 전에. 어서 쟤 데리고 가라. 우리 일해야 하니까. 그리고 너 모임에도 좀 나오고 그래. 애들이 최고의 병풍 왜 요즘 잠잠하냐고 난리도 아니야. 신부들러리가 없으니 서운한 거겠지. 너 같으면 안 섭섭하겠냐? 쩜팔이가 자유를 만났는데?!」
무슨 대화 같지도 않은 대화는 뭐 그렇다 치고.
난 그렇게 nb2를 데리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내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nb를 데리고 내 사무실로 갔다.
그런 다음 곧장 녀석 뒤통수쪽 조작부를 열어 하늘색-연분홍색-연노랑색-선홍색...딱 딱 작업을 마쳤다. 그렇게 nb2는 얼마 후 증발했다.
7
△□○ 문양 패션이 유행
↓
△□○ 문양 스티커도 대유행
↓
난 왠지 환상머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짐. 고로 롭에게 의뢰해서 괜찮은 별장을 소개받고 떠남.
↓
휴양지 도착. 1일, 2일, 3일... 난 이런 아름다운 환경이라면 글이 저절로 써질 줄 알았다. 아름다운? 공기 좋고. 물 맑고. 귀찮은 일 없고. 소란스러운 잔치 구경하고자 하면 찾아보니 있고. 떠들썩한 시내? 멀지 않은 근처. 풍광을 봐 봐 도시생활과 뭐가 달라도 다름. 근데 어딘가 모르게 나 행복해 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오지는 않고. 꼴에 수캐라고 다리 들고 오줌 눈다, 라는 말 듣든 말든 늑대는 굶주리든가 배부르든가 둘 중 하나. 그렇다고 나 아는 사람들 아예 없다고 추접스럽게 놀 수도 없고. 방탕은 내 갈길 아니며. 뭐 하나 불만 없는 쾌적한 분위기인데 어째서 아찔한 착상은 떠오르지 않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유쾌한 건수 굳이 없어도 싱글벙글. 일단 기분부터 상쾌한데 뭔지 모를 이 허전한 느낌. 그게 대체 뭐냐고. 그렇다고 팔자 좋게 넉살 띄우고 응석부리면 사람들이 뭐라겠나. 쟤 뭐래?! 그러니까 이거 시방 무슨 상황이여! 허나 내가 누군가, 허당 인생이 뭐 괜한 통밥인가. 따라서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아니면 말고? ~가 아니라. 일하기? 일도 아님. 숙녀 꼬시기?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놀기? 문제없음. 일하기? 마른오징어도 탈수기로 짜면 짤수록 나온다. 근데 뭐가? 아 지금 그 얘기가 아니지. 설마 완전히 미친 건 아니겠지? 그치? 그러든 아니든 지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나 하고 있어 짜증나게. 너 이러는 거 재밌냐? 뭐야, 또 환청! 이제 정말 도시로 돌아갈 때가 된 건가, 온지 얼마나 됐다고.
잔머리 굴려봐야 고양이 손바닥. 살쾡이 손바닥 들여다보듯 늑대 심정 훤히 보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꽃도 시들면 오던 나비도 아니 온다. 자, 일단 꽃이 많은 곳으로 가자. 그래서 난 결국 낌새 들통났기 때문에 도시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8
내 사무실에 갔더니 NB2가 날 반김. 썩소는 잠깐이고 정색. 자기가 대타역할 할 테니 넌 놀러나 다녀라 라면서 날 타이름. 이게, 대체, 뭐지? 정말 뭐야 이거! 기러기가 가면 제비가 온다는데. 그럼 난 이제 유령인간인가?
(유령인간으로 살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과연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 때문에 심신분리. 곧장 유체이탈. 때문에 나는 환상머신이 혼자 저절로 작동해서 또 NB2를 하나 더 만들어냈는지~까지는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 내가 nb2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가물가물. 유령작가면 자유를 얻을 테고, 자유를 얻으면 놀러다닐 수 있고, 놀러다니다 보면...... 흐흐흐...)
아무튼 쟨 진짜 새로운 놈이기 때문에 저번처럼 △□○ 대충 눌러서 말릴 수도 없고. 쟤 잠잘 때 어떻게 어떻게 해서 증발시키는 건 더더욱 어려울 테고. 어쩌지? 어떡하지? 이걸 정말 어쩌면 좋나. 허나 이렇게 생각해볼 여지도 있다. 이제 저 고비를 넘으면 진짜로 신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걸까? (딱) 길한 일에는 훼방이 따르기 마련. 그럼 난 그냥 계속 놀면 된다. 돈은 쟤가 다 버는데 내가 뭔 걱정. 난 한량이고 쟨 나의 ATM! 이보단 더 기똥찬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허나 그건 멀리 보지 못한 거고. 장거리로 길어졌을 때. 말하자면 이렇다. 꼬리가 너무 크면 흔들지를 못한다. 보아하니 쟤가 내 모든 걸 꿰차버리면, 난 낙동갈 오리알 신세가 될 게 뻔한데. 그땐 어떡하지? 그럼 쟤가 날 가만 놔둘까? 영화처럼 누군갈 보내면 어떡하지? 이미 그전에 현란한 혀놀림으로 날 세뇌시켜버리면. 나 같은 팔랑귀가 안 넘어가고 버티겠나. 설득 되고도 남겠지. 그럼 내 입장에서는? 꼬리표를 붙여라. 떠나보내 마음을 접든 아님 일단 후퇴. 멀리 볼 거 없다. 꽃은 반만 핀 것이 좋고 복은 반복이 좋다. 청춘은 지금!
Vivaldi / L'Olimpiade, RV 725, Act II: Siam navi all'onde algenti
그래서 난 자동차 음악 소리를 높이며 멋지게 엇그제 묵었던 휴양지로 되돌아갔다.
9
쉬어가는 문단.
그런 의미에서 녀석 의상을 잠깐만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기 섭하다. 일단 그가 입은 티셔츠에 씌여진 글귀, 뭐래더라? 허나, 그건 디자인 컨셉일 뿐이고. 상상은 읽는 사람 마음 아니겠나. 자, 보자. 뭐? The Intelligent Choice? 그럼 디자인 원문 이녀셜을 거꾸로 하면... (조용조용히) "그만 하자"라는 말 나오기도 전에. 시작도 말자. 그게 좋겠다. 괜히 했단 생각 드는 거 금방이다. 후회 막심할 게 뻔하니까. (절레절레)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그러게 넌 내가, 쉿!
아니 잠깐만. 뭐, 뭣이 어째? 망했다. 미소 짓기도 전부터 썩어버렸다. 누가 시켰나? 그랬네. 휘둘렸음. 감기고 말았다. 난 돌돌 말린 거라고. 쥐락펴락 하필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나. 들려졌다 펴졌다 쥐락펴락. 밀고 당기기 지친다 지쳐. 그래. 난 조종당한 거다. 애초에 그처럼 프로그래밍되었을 것이다. 작업당한 거라고. 고급스러운 해킹이라고 해둘까? 재미없다. 누가 해킹 못해서 안 하나. 딱 봐도 마리오네트구만. 이를 테면 허수아비랄지 속어로 바지. 대역. 대타. 부려먹고 또 부려먹고. 스턴트맨으로 힘든 일만 시키고 쇼맨쉽은 안 맡겨. 뭐? 현란한 립서비스 귀동냥으로 그간 수집한 노고가 어딘데. 채록한 명대사는? 발굴한 사연은 또 어떻고. 그동안 빼앗아버린 여심이 과연 얼만데, 어? 캬~ 어? 왜 더 여자의 마음을 훔치지 않느냐는 애원, 지겹다. 짜증난다. 질린단 말이다. 빅데이터 그 공든 탑을 도대체 누가 쌓았냐고. 말길 못 알아먹는 푼수역마저 떠넘겨. 쾌조의 타율 딱 보장될 때만 잔말 말고 따라와. 영악한 것. 타석에 들여보내주지도 않으면서 할 말 떨어졌녜. 말할 기회조차 일절 허락치 않으면서 뭐 저분은 왜 말이 없냐고? 웃기다 증말. 잘났어 정말. 아이고야 재밌네. 심심할 수가 없어 그냥. 허허. 진짜로? 뻥이다. 개 뻥. 심장이 콩닥콩닥? 영혼이 벌렁벌렁하구만 그래. 우리가 뭐 개침 질질 흘리는 똥개도 아니고 말이야. 대낮에 개꿈을 왜 꿔? 그런 개 풀 뜯어먹는 소리 지겹지도 않아. 징글징글 질릴 대로 질렸으니까. 밑도 끝도 없이 뭐 개만 잡고 늘어지는 거야 뭐야. 무슨 대주자가 개뼉따귀도 아니고 말이지. 어? 하트 뿅뿅 다 뻥. 사랑은 없어. 농담이고. 끝으로 그럼 나도 한마디 해보자. 어? 나도 거 말 좀 합시다.
「낭자 아름답소. 그 고운 얼굴 고개를 드시오. 마스카라 거 비싼 거 쓰셨구만. 일단 터놓고 얘기 좀 합시다 그려. 뭐든지 기똥찬 상담 해드릴께. 그대의 봉이 되어드린단 말이오. 난 봉이야. 아마도 왜 이제야 왰냐고 나중 애달파 하실 게 뻔한단 말이오. 네? 그러니까 어떻소, 나와 아름다운 사랑. 하면 좋을 것 같소만.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시오, 그대와 내가 과연 어울리는 천하의 한쌍인지 아닌지를. 그렇다고 시킨다고 정말로 물어보면 곤란하오. 왜냐, 남들은 타인의 삶에 그다지 큰 관심 없으니까 말이오. 이 거친 세상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 괜히 능글능글 능구렁이가 다 됐겠소. 남 안 되는 것을 저 잘 되는 것보다 좋아하는 허당, 심심치 않게 만나봤지 않겠소. 내 친구 가운데도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허당 몇몇 있소. 허허. 그대와 스쳐지나간 인연, 상심이 태반이었을 텐데. 난 다르오. 전 달라요? 우리는 진짜로 다른단 말이오. 입만 산 그런 허풍이 아니니 허트루 듣지 마시길 바라오. 네? 어떻소 이 오빠 꽤 끌리는데? 방금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죠? 마음 다 읽힌다니까 그러시네. 나 이 오빠 사귈래 만약 나중 딴년한테 뺐기면 억울해서 그걸 어째, 다 들린다오 낭자. 허허허허허허. 그렇다고 난 반칙 싫어하오. 내가 왜 백댄서들 데리고 다니지 않는데. 내가 뭐 은근 허당 못되서, 그런 병풍들 딱 옆에다 붙여놓고 일부러 대비효과를 노릴 줄 아오? 사람 잘못 봤소. 우린 정면돌파 좋아하는 기분파란 말이오. 뭐 항상 그런 건 아니오만 말이오. 달리 말하자면 팔색조로 볼 수도 있소. 정말로 그런지 아니지 궁금하지 않소 낭자? 구경은 하셨나 몰라 놀라운 파랑새를 말이오. 허허허허허허허. 근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거 옆에서 누군가 딱 딱 거들으면 좋긴 좋을 텐데. 뭐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리가 뭐 언제부터 비서진 거느렸다고. 아무튼 내 아까 뭐랬소. 자, 그러지 말고 고개를 드시오 낭자. 그렇다고 진짜로 들란 말일까요? 늬 말고 늬 언니? 농담이오. 기분 나빴으면 사과드리오. 어떻게 무릎이라도 꿇을 까요? 뭐 다짜고짜 우선 키스부터 하자고요? 거 못 할 거도 없소만 너무 진도가 빠른 것 같지 않소? 전성기 때야 뭐 초면에 만나자마자 신혼여행 가는 거 일도 아니었소만. 닥치고 손잡기 건너뛰는 거 흔하디흔하다 내 입으로 차마 말 못하지만. 이제 나이도 먹고, 어? 우리 나이쯤 되면, 아니 그게 아니라. 다 체면 차리고 남 생각 해야 하지 않겠소. 아니 그렇소? 근데 대체 아까부터 몇 번을 말하오, 네? 자, 그러지 말고 어서 죄인은 고개를 들라. 아니, 아름다운 그대 고개를 들지 않고 뭐 하시오 대체. 뭔 죄졌소? 예? 아니 숙이시오. 아직 때가 아니니까. 내 급한 약속이 있단 걸 깜빡했단 말이오. 아무튼 나중 꼭 다시 들리리다. 난 한다면 한다오. 우리는 한 입으로 두말 하지 않는단 말이오. 아닌 것 같소? 좋은 날 있으니 기다려보오. 오빠 오빠 보채지 않아도 우리가 다 사랑해드린 다니까 그러시네. 좌우지간 밀고 당기기는 그때 가서 합시다. 그때까지 이 촌닭 얼굴 까먹으면 안된다오. 절대 안됨. 아시겠소? 잊을 게 따로 있지. 허험. 흐흠. 허허허. 그러니까 말이오, 어디 오늘만 날이오? 희망찬 미래가 다가오면 인공태양마저 뜰 거 아니겠소. 그러니까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지 않겠소. 이 양반이 시방 여자 마음 들었다 놨다 지금 장난하냐구요? 그게 아니오. 그게 아니란 말이오. 왜 이 내 마음 몰라주오 낭자. 우리는 순수가 아니면 상대를 하질 않소. 우리가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건 다름 아니라 순박한 그대 마음. 애틋한 사랑이면 사랑, 다정한 낭만이면 낭만, 부드러운 멜로드라마면 멜로드라마. 뭐 격정적인 에로? 뭐가 문제요. 아무것도 문제될 건 없소. 아주 그냥 정력, 말도 마시라니까요 글쎄. 천국에 보내드리리다, 물론 보냈다 데려왔다 보냈다 데려왔다. 들었다 놨다 그게 우리 특기이지 않소. 우리는, 어? 취미가 쥐락펴락이오. 내 정말 최고급 브레지어이자 신기한 맞춤복 같은 남자라는 걸 정녕 못 알아보시겠소? 그러지 말고 일단 이리로 와보시오, 낭자. 시간이 없소. 아 글쎄 여심을 측정해야 그대를 만족시켜 드릴 것 아니겠소. 그럼 오빠가 다 호사에 대한 탐구심도 충족시켜드려, 소망과 희망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말만 하시오 말만. 뭐든지. 허허허. 오늘처럼 좋은 날 우리 사랑합시다. 네? 청춘은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 이미 당신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내 별명이 뭐요, 타임머신! 왜? 여자 나이 절만 줄여드릴 수 있거든. 누가? 내가 이 오빠가 말이오. 허허허. 장안에 소문 자자하다니까 글쎄. 벌써 추문의 주인공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 줄 쫙 섰어 이 양반아. 허허허. 희대의 풍운아 그놈이 대체 누구냐고 지금 난리란 말이오. 허허허. 그걸 꼭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 하나? 못하지. 아니 어떻게? 안 해. 왜 해? 뭐 하러. 좋으면서 내숭? 싫어. 생각 없소. 허허허. 어쨌든 말도 마 이 양반아. 어? 우리는 걸어다니는 우머나이저. 이런 터미네이터 아무나 만나는 거 아니라오. 조상 대대로 7대의 공덕을 쌓아야만 겨우겨우 될 동 말 동. 네? 내 그대를 알현하기 위해 전생에 그 얼마나 모진 운명을 감수했는데. 난 7대는 뭐야 8대의 할아버지 시절까지 다 기억나는데?! 그럼, 우리 나중 행운의 2세는 대체 불세출의 점쟁이가 몇 명을 점지해 줄 것 같소? 지 점도 못 치는 점쟁이가 뭘 알겠소. 지가 뭘 안다고. 돌팔이 같으니라고. 순 사기꾼들. 걔네들 믿지 마오. 이 오빠가 있지 않소. 허허허. 이게 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이처럼 신기하단 말이오. 흐흠. 이래도 내 순애보가 못 미더우오? 다른 사람한테 다 물어보시오. 이 내 순정에 대해서. 어쩌면 우리 사랑은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에 이미 예언되었을지 모르는 것 아니겠소. 뭐 까짓 껏 좀 더 써서 5만년 합시다. 아니면 다른 별에서 온 사랑도 나쁘진 않겠죠. 아 나 이거 원 참 나 거 증말 또 까먹네. 계속 잊어먹네. 그게 다 당신 물오른 미모 때문 아닐까요? 난 어쩜 그대를 보자마자 홀딱 반한 것 같소. 그러니까 어서 냉큼 고개를 드시오 낭자...... 아니오 다시 숙이시오. 올렸다 내렸다 들었다 숙였다, 내가 뭐 조명기구냐고요? 그럼 난 뭐 선풍기요? 내 말은 그게 그러니까 당신께서 가전제품은 아니나, 내가 과연 진공청소기처럼 여자 마음 홀려버릴지 아닐지 궁금하지 않단 말이오 정녕? 여심 녹여는 드릴께, 네? 돌아버린다니까 글쎄. 끝내준다고요. 허나 바겐세일은 없소. 허허허. 그러니까 말하자면 숙녀 감성부터 인간적으로 여인의 황홀감까지 뭐든지 주문만 하시오. 손만 까딱 하기도 전에 우리는 여자의 마음보다 한 30수 앞서갈 수 있으니 말이오. 허허허허허허허. 보아하니 아직도 고개를 들까 말까 망설이시는 거 같은데. 그러지 말고 자, 고개를 듭시다. 아니, 다시 숙이시는 게 좋겠소. 네. 그게 낫겠소. 컨셉 갑자기 바꾸면 무척 당황스럽단 말이오. 안 그래도 어째 서둘러 신비주의 포기하기엔 그동안 수절한 게 얼만데. 뭐 아니라구요? 또 또 또 이미지 트레이닝. 그야 어쨌든 그처럼 고혹적인 얼굴 왜 감추냔 말이오. 고개를 드시오. 아니, 다시 숙이는 게 좋겠소. 내 깜빡 했소. 미안하오. 나 원래 그런 사람 아니오.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어디 여자들만 그런 쌍팔년도 대사 읊으란 법 있소? 없소. 있을 턱이 없단 말이오. 아무튼 어설픈 쥐락펴락 궤변 그거 괘념치 마시오. 우린 아직 분위기를 띄워야 한단 말이오. 때가 아닐 수도 있소. 잠깐만. 어허 이거 이거 또 전화온다. 아는 여동생들이 오빠 제발 꼭 한번만 만나달라고 난리도 아니어서 전화번호 바꾼지가 얼만데. 그새를 못 참고 또 또 또. 일단 나 먼저 자리를 뜨오. 나중 우리 못 다한 얘긴 그때 다시 합시다. 아, 까먹을 뻔 했는데 이거 하나만 더. 앞서 누누이 강조했든 우리 인연 지고지순하듯. 그런 의미에서 내 그대에게 일단 등번호 7번을 부여하오. 부디 기억하시오. 꼭 잊지 마시오. 물론 절대 비밀로 해야 하오. 나중 날 만나면 내게 긴히 귀뜸해주길 바라오. 오빠 전 빽넘버 7번이에요. 라고 말이오.」
「저 인간이...」
10
휴양지 생활 1주일. 일 할 만큼 했다. 산책 지겹도록 반복했음. 여자? 꼬셨지 왜 못 꼬셨겠나. 농담이고. Beethoven / 58분에 끊는 9번 교향곡, 괜찮은 음악도 꽤나 들었다. 게다가 바텐더와 우정을 나눴다. 정말인지 모르겠다만 자기 여동생을 나중 소개시켜준다고 했다. 난 마다하지 않았고. 또 레스토랑 사장은 오디오광이었다. 그분 초대로 집에 방문해서 진공관&트랜지스터 쌍립 오디오도 구경했다. 더 할 게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귀신이 씌였던 것일까? 마른오징어를 쥐어짜기도 전에 지 혼자 알아서 일은 저절로 됐다. 물론 도입부와 중간 휴지기, 막간극, 간주곡, 폐막무대 등 같은 단문만 써졌고 줄거리랄지 꽤 괜찮은 소제는 떠오르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식탐을 만족시킬까 모험심의 고삐를 잡아당길까. 아무래도 왕성한 정력을 달래는 게 낫지 않을까? 웃기고 있네. 하긴 숙녀의 낭만을 추측하기 잘하면 통장잔고가 늘어나나? 여심을 쥐락펴락 숙녀 마음 들었다 놨다, 그래서 좋을 때도 있다만 그래 봤자 주전 아니면 희망 없다. 상남자들 질투심 부채질해서 좋을 일 없단 말이다. 하여간에 난 최근 뒷담화하기에 재주 없고 험담 듣기에 기 빨리다 못해 퍼졌는데. 벌써 그러기 전에 아는 동생들 촉 좋으니까 진즉 떠나버렸는데. 이제 남자들이랑 놀려니 또 걔네들 전화를 안 받음. 눈치 챘나? 너 혼자 놀라 그 말이군 그래. 누가 혼자 못 놀 줄 알아? 그래 봐야, 뻔하디 뻔한 공포영화 예고편 같은 남자로 전락한 기분. 언제나 분위기 꽝. 뭘 해도 재미없음. 일단 난 알고 보든 모르고 보든 노잼. 딱 노잼! 한다면 한다? 뭘 해, 하긴 뭘 하냐고 내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걸어다니는 우머나이저 일도 아니다. 미지의 신비감을 선사하는 환상머신 이미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 근데 또 속나? 당연히 뻥이지. 허나 이번엔 진짜다. 언젠가 그랬다. 허당이 일낼 거라고. 일내도 크게 낼 거라고. 우리는 간지럽게 뻔트 선호하지 않는다. 그럼 떡밥뿌리기는 뭐냐고?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자나. 진짜라니까 이번엔. 정말로. 그니까 그게 뭐냐, 그건 일단 더 뜸을 들여야 한다. 긴장감을 잔뜩, 빠짝 고조시켜야 하니까. 좌우지간 이 뭔지 모를 이상한 심리의 정체는 아마도 그거 아닐까? 비속어 옐로카드 딱 한번 눈감아준 셈치고. 뭐랄까 난 정말 뻥카를 남발해서 미칠듯이 행복하다. 근데 왜 뭘 해도 재미없어 하냐고. 그러게 말이야. 누가 아니래? 그러니까 이게 다 어쩌면 사랑의 부재 때문 아닐까 싶은데. 대체 어째서 여자들은 다정한 허당을 몰라주냐 그 말이다. 말이 그렇단 거고. 그나저나 기분도 꿀꿀한데 과자나 원없이 퍼먹어버릴까. 그래 봤자 입천장 다 까진다. 그럼 최고급 만찬을 조져? 조, 뭐? 과소비 즐길 수는 있는데 어차피 기쁨은 잠깐. 지나고 나면 또 다시 심심해지기 마련. 개는 개뼉따구 핥아먹을 때나 즐겁지 단물 빠지면 금새 따분해하시는 인격. 우리가 사치 못 누리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근데 어쩌다 난 또 이처럼 다변을 자랑하고 있지? 왜 따분한 공상 통 멈추질 못 하냐고. 하긴 그게 뭐 내 맘대로 되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모험에 나서볼까? 맞다. 껀수가 없다. 그럼 햄버거로 식사 대충 때우고 잡지사에나 놀러가야겠다. 근데 어차피 가 봐야 환영받지 못할 텐데. 그럼 이제 뭘 하지? 그러게 말이다. 차라리.. 아니다. 됐다. 시끄럽다. 조용히 해, 라고 닦달할 상대도 없다. 떽떽거릴 마누라가 있나 내숭떠는 애인이 있나. 시간낭비 말고 말을 아끼자. 그게 좋겠다. 정력 과소비할 필요 없이 쓸 일도 뭣도 없다는 게 뭐가 나쁘나. 안 그런가? 안 그렇...다? 그나저나 누군 뭐 이와 같은 공상병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줄 알았나. 예전엔 미처 몰랐다. 사랑이 아름다운지를. 아니 사랑은 없다는 걸. 아니 그게 아니라 인생이 개떡같다는 걸? 어쨌거나 저쨌거나 난 정말 마감일에 쫓겨 똥줄타는 인생. 허당 인생 원래 그렇지 뭘. 화려한 골세러모니 다 끝냈는데 업사이드. 홈런은 홈런인데 파울홈런! 경기가 뭐 이래? 이번엔 진짜다 싶어서 올인 했는데 그쪽 아니래. 드디어 보물을 덥썩 쥐었는데 개꿈. 그러든 아니든 개 풀 뜯어먹는 잡담 웬만치 좀 하자. 이거 어디 정신사나워서 살 수가 있나. 귀동냥으로 주서 들은 배경지식이 얼만데 아직도 더 습득한 잔지식이 남았나? "말해줘. 어서 떠들지 않고 뭐 해?" 라는 인공지능 지니의 외침. 못 들은 척 생까지 않을 수 없다. 사람 피곤하단 말이다. 오빠 달려? 걷자. 쉰 다음에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릴 테니. 정말로? 뻥이다. 아무튼 거 참 말 많네. 이처럼 허영심 들쑤시고 감수성 예민하도록 부추기는 헛소리만 나불댈 순 없으니,
따라서 나는 일단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꼭 그렇단 말이 아니라. 그 말을 거꾸로 하면 뭐, 여자는 밖에 나오면 안된다? 됐고>
그처럼 휴양지 생활 1주일. 점점 무료해지던 찰나 크리스한테 전화옴.
「친구. 휴가는 재미있어?」
전화통화 내용은 생략.
전화통화 내용은 생략.
전화통화 내용은 생략.
물론 덥썩 응했을까? 꼭 내숭이란 말이 아니라 혹시 미끼일지 모르는 법. 빈말에 또 속으라고? 민첩한 행동 전에 조심성은 필수. 누군 뭐 립서비스 털 줄 몰라서 안 터나. 우리가 한번 작정하면, 됐다. 어쨌든 알고 보니 호텔 사장은 크리스랑 예전에 절친한 선배였다. 설마 뻥은 아니겠지? 왜 녀석의 진짜 같은 거짓말에 신뢰감이 얻어졌냐 하면... 그건 말하기 곤란한 부분이니 넘어가기로 하고. 아무튼 난 녀석 집으로 놀러갔다.
11
나는 크리스 집에 도착했다. 근데 크리스는 집에 없었다. 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 왔어? 5분 전까지 난 거기 있었는데 이걸 어쩌지? 급한 용무가 생겼어. 너 테슬라 대항마 알지?」
「테슬라 대항마?」
「어.」
「에디슨?」
「아이 참. 루시드 모터스에서 루시드 드림이라는 신차를 발표했거든. 한데 내가 거기랑 굉장히 밀접한 관계거든. 내가 많이 도와준 게 있어. 그래서 이번에 시판 하기도 전에 그걸 나보고 시운전하라래? 난 거절했지. 허나 듣고 보니 말이야, 어? 한번 충전으로 최대 800킬로미터 이상 주행할 수 있고, 제로백은 단 2.5초, 최고 속도는 무려 시속 320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하더라고. 제법이더라고. 아무튼 자네 온다고 해서 내 준비한 건 많고도 많은데. 설마 사랑의 마법이 빠질 리 있나. 아마 자네 알고 나면 오금이 저릴 걸? 그래도 먼저 자네 혼자 놀라고 할 수야 있나. 준비 운동만 하고 있어. 내 금방 갈께. 근데 재밌다 못해 일정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이해하고 말이야. 알겠지? 이만 끊네.」
뚝. 어쩐지 말린 거 같은데...! 그러든 아니든 녀석과 난 아주 막역한 사이. 난 녀석 집에서 냉장고를 거덜내고 집안을 어지럽히고 난동을 피웠다.
그렇게 3일이 경과했다. 내가 더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뭔지 몰라도 때려쳐야 할까. 아니나 다를까 사무엘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어디냐니?」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다짜고짜 내 목소리 크면 다 이유가 있다는 거 몰라서 그래?」
「크리스 집이야.」
「거기서 뭐 하는데?」
「크리스 기다려.」
「늬가 크리스네 집 개니? 늬가 뭔데 걔네 집을 지켜? 네 실추된 자존심 내가 회복시켜 줄께. 너의 그 낙심한 탐미주의 바로 이 형이 부풀려준다고. 나 한다면 한다. 어? 안 그래도 늬 신비감 나랑 똑같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또 그 뭐야. 크리스? 소문 쫙 퍼졌어. 삼류 난봉꾼인 거 탈로나서 아는 여동생들 싹 다 떨어져나갔다고. 너 한번 생각을 해봐, 어? 그럼 그 인맥이 다 어디로 갔겠니. 그래~ 그거야~ 그거라고. 원래 안 그래도 난 내 팬클럽 관리하기에도 벅찼는데. 그럼 이제 난 어떡하니? 조력자가 필요하겠지. 어때, 구미가 땡기지 않아? 언제 내가 허튼 소리한 적 봤니? 많이 봤다고? 뭘 많이 봐. 그래도 내 타율이면 꽤 쓸 만하지 않니? 나 사무엘이야, 어? 이거 왜 이래? 너 지금 듣는 음악 내가 맞춰볼까? Mozart / 돈 지오반니 中 그대 손을 나에게 & 그대 창가로 와주오. 그래 핸드폰 어플 이용했다. 장비발 뒀다 뭐하게. 이 방법으로 내가 꼬신 여자만 해도, 됐다. 누가 그처럼 어리숙하니까 여자들이 불을 뻔 말 뻔 장기전을 가늠하다가 다 떠나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겠니? 사랑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뭐. 꿀 항아리에 개미 덤비듯 한다는 거 너도 잘 알잖니. 허나 꽃을 탐내는 나비가 거미줄에 꼴까닥하는 수도 있음. 꿩 잡는 게 매라지만 꿩이 뭐 바본가? 촌닭은 말하자면 통상 꿩 놓친 매 신세.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지 않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근데 어디까지 얘기했지? 넌 딱 딱 옆에서 추임새를 넣든가 옆길로 빠지는 시간이 길어지면 옆에서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어? 늬가 그러니까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는 거야. 늬가 그래서 안되는 거라고. 날 봐, 어? 날 보라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근데 내 얘기를 왜 허접한 늑대한테 해야 하지? 늘씬한 아가씨와 섹시한 육덕은 물론 내 추종세력들 다 놔둔 채 말이야. 어때! 내 핸드폰 연락처가 어떻게 업그레이드됐을지 궁금하지 않니? 좋게 오랄 때 와. 크리스 그런 쩜팔이랑 붙어있어 봐야 백날 해도 여자 못 꼬셔. 늬 인생만 더 허접해져. 내가 그걸 가만 보고 있겠냐? 어? 걘 딱 2퍼센트 부족한 애니까 너 생각 잘해라. 좋은 말로 할 때 나한테 와. 응? 그리고 막말로 내가 걔보다 싸움도 잘해. 어? 돈? 누가 많은지 너도 잘 알잖아. 안 그래? 그리고 걔 잔재주 요즘 누가 반기니. 물론 우리들 우정 모르지 않은데 크리스 그 녀석도 호인은 맞다만. 걔도 최근 아마 꽤나 허덕인다지? 고양이가 쥐 걱정을 왜 해주나. 걔 이미 삼류야. 그러니까 좋게 넘어와. 알았어? 뭐해 안 넘어오고.」
나는 그렇게 크리스를 버리고 사무엘이 차린 연예기획사에 놀러갔다.
12
나는 사무엘네 연예기획사로 놀러가고 있었다. 근데 이거 뭔가 수상하네? 이 의뭉스러운 느낌. 기분 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착착 말려들어가는 몰입감. 하필 주인공이 나네? 아마도... 설마! 아니다. 설마, 가 사람 잡는다. 어쩌면 난 이미 엄청나게 늦도록 깨달은 것만 같다. 틀림없다. 이게 다 모두 nb2의 치밀한 뺑뺑이 작전이었게 뻔하다. 돌리기 수법에 왜 내가 주인공이냐. nb2는 달리 점찍을 사람이 없었겠지. 그 이상한 상자. 이름도 다양하지. 인간 복사기. 심신분리기. 유체이탈기. 시간조작기. 분신마술기계. ATM 복제기. 아, 맞다! 난 이제 기억해냈다. 떠올랐다. 왜 그걸 여태 몰랐지? 누가 최면을 내게 걸었을까. 그 환상머신을 만들던 당시 설계도에 내가 기록해놓지 않았나. 일반적으로 7시간, 한정판으로 7일. 조작부 리모콘은 목 뒤에 고정시키고 버튼은 딱 3개로 한정. 물론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 키면 조종할 수도 있긴 한데. 하늘색, 연분홍색, 다홍색...구리선을 강제로 끊었을 땐 녀석 생명력은 무한 확장. 허나 그럼 일 커지게? 난 다 대책을 마련해놨던 것이다. 신발, 운동화, 옷, 자동차, 사무기기, 생활용품...들 수명이 무한대는 아니지 않나. 다 일부러 1년만 쓰도록, 최대 10년 넘지 않도록 정해두는 것. 왜? 또 사도록, 재구매자 스스로 일찍 질릴 테니까 대비책으로, 싫증나기도 전에 신상품 사기 위해 길들이는 식. 충성도 어쩌고저쩌고 마케팅팀 애용하는 용어들이 그거다. 그럼 그분들만 그러겠나, 나도 다 복사판 만들어질 때 70일 되면 자동적으로 증발시키게끔 다 손을 써놨다. 근데 NB2가 놀랍도록 똑똑하다 했을 때 외부에서 다른 방법을 찾고자 노력할 텐데. 아무리 멍청해도 방법을 결국 날 녀석의 안으로, 내 두뇌와 걔 두뇌를 동기화시키려고 하다가 그건 도저히 안되니까 실패할 테고. 따라서 방법은 내 두뇌를 걔 두뇌로 이식시키고자 할 텐데. 날 이렇게 멀쩡히 나돌아다니도록 풀어두는 건 다 녀석이 인자하기 때문은 아닐 거란 말이야. 그럼 내가 먼저 녀석을?
이처럼 나는 사무엘네 연예기획사로 가다가 깨우쳤다. 그래서 행선지를 바꿈.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새벽 3시에 우리집 급습. 녀석 뒤통수의 버튼을 눌러서 증발시킴.
(행별로 세 단추를 한꺼번에, 열별로 위에서 아래대로 눌러야 함)
△□○
○△□
□○△
○△○
□○○
○○△
□□○
△□
△○
□○
△□○
이로써 난 재차 생각했다. 꾀가 힘보다 낫다는 걸. 멍청하면 발품 팔아야 한다. 몸이 고생하면 그나마 다행. 산전수전 다 겪을 수도 있단 말이다. NB2가 보통 놈이게? 하마터면 녀석한테 골로 갈 뻔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뭐라는 거야. 그러지 말고 우리 잽싸개 뭘 할까? 근데 너 그거 뻥이지? 뻥이지? 그렇지? 내가 널 모르니....... NB2는 어떻게 처리했다만 내 안에 심어진 인공지능 지니. 녀석이 대체 어떻게 내 안으로 들어와버렸는지. 그건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열락감은 그리 길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13
듣기 좋은 아부, 반갑기 다정한 요설로 남발하는 뻥이 아니라. 오빠 제발 한번만 딱 한번만 만나달라며 아는 여동생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어서, 캬~ 어? 난 버티다 버티다 하는 수 없이 번호표 발부기를 구입했다. 정말이다. 내가 이래서 연애를 안 한다. 물론 난 태어나서 거짓말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근데 오늘 알았다. 내가 뭔가 큰 착각을, 아니 그게 어느새 취미라는 걸. 알고 봤더니 난 허언증 없지 않았던 것이다. 제발 딱 한번만 만나달라는 애원? 뻥이다. 다 뻥이다. 개 뻥! 난 최근이 아니라 멜로드라마처럼 연애하는 거 한 번도 못해봤다. 전문용어로 모태솔로. 개들한테 단물 다 빨려서 똥개들이 쳐다보지도 않는 마른 뼈 같은 남자? 그게 나다. 원래 개뼉따귀 던져주면 개들 미쳐버리는데. 개들 환장하는데. 얼마나 단물 빠지고 기 빨렸으며 웬만한 개들마저 쳐다보지도 않을까? 가련한 늑대 불쌍한 척 그만 좀 하자. 젠장. 물론 징징거리는 거 나도 질색이다. 그치만 이거 다 여성잡지에서 나한테 시킨 일이다. 아는 여자애가 사정 사정해서 오빠 제발 너스레 떨어달래서 어린양 받아준 셈치고 하는 말장난이다. 그렇구나? 당연히 뻥이다. 좌우지간 소파에 자빠져 멜로드라마를 보면 뭘 하나. 낌새 의뭉스러운 연애? 장거리를 왜 가나 시승만으로 끝. 광고야 승차감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더라도 허영심은 당연히 하차감. 허나 사교계의 관심을 끌 주인공이 바로 나일 리가 있나. 들리는 바에 의하면 숙녀들은 허당 아주 그냥 질색이라더구만. 그러니 몰래한 사랑이라는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올 턱이 있냐고. 호시절 역시나 있을 뻔 말 뻔하다 말았지. 그럼 제7의 전성기는 과연 언제 오는 것일까? 온다고? 꿈도 야무져.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것마냥, 오빠 나 왜 사랑해?,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하겠소 라는 보장처럼 자신 있는 전제랑 똑같군. 뭐 근거 있거나 말거나 자신감? 그렇지만 전혀 흥미롭지 않은 침체기, 한방에... 꿈 깨자. 그게 좋겠다. 은밀한 전개가 어딨나 은근 허당도 못되는 주제인데. 노잼이면 딴 거라도 되야지, 잔재주 녹슨지가 언젠데. 요즘도 허접한 허풍 좋아하는 여자도 있나? 안 그래도 해묵은 대망 원래 있지도 않았고. 헛바람들어서 상상한 개꿈 바라지도 않음. 그러나 그 말 있지 않나, 가득 차면 넘친다. 군침은 마를 날이 없단 뜻이군. (절레절레)! 그래도~ 우리는 여자 관심 없음. 고니의 날개는 물에 젖지 않는다. 심지가 궂냐 팔랑귀냐 선량하냐, 허나 운명은 야멸찬 것. 숙명까진 넘어가진 말고. 그럼 정말로 개 눈에는 똥만 보이는 걸까?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근데 이러다간 진짜로 공상대회에 단골 출전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환상머신에 들어갔다.
허황된 복제기계. 세상에 내놔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조용히 묻힐 게 뻔할 텐데. 그래도 환상머신 아닌가. 인간 복사기. 심신분리기. 유체이탈기? 시간조작기. 분신마술기계. 준치는 썩어도 준치! 뭐야? 그럼 환상머신이지만 썩었다? 썩은 미소 그만 좀 짓자. 이상한 기분 지겨울 때도 됐다. 쟤 표정이 대체 왜 저러냐? 허당들한테 들을 말 당연하지 않나. 아빠 나 저 아저씨 웃는 거 한번도 못 봤어. 꼬맹이님께서야 그렇게 논평하실 테고. 숙녀는?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좌우지간 환상머신은 환상머신인데 돈과 직결되지 않음. 물론 물리학과 학계 수장들과 여러 산업군 권위자들과 줄다리기를 안 한 건 아니다. 근데 하나같이 쓸모가 없다네? 내가 봐도 그렇다. 이걸 누가 믿냐고. 나도 당최 믿기지 않는데. 근데 또 그게 이상한 게 뭐냐면 진짜로 판박이처럼 날 만들어준단 말이지. 그러니까 도대체 왜 나랑 지인들 있으면 멀쩡한데, 투자자 앞에서만 서면 오작동이냔 말이다. 그걸 쫌만 보완하면... 그게 그러니까... 잘만 하면 (돈 세는 시늉) 실현시켜주긴 할 수도 있는데. 그럼 그 파장은? 복제양과 더불어 동물들은 이미 성공 사례가 많음과 동시에 불미스러운 폐해도 만만치 않고. 사람은 윤리적으로 걸리니까... 지금 어디까지 와 있나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가 이걸 숨기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부러 여자를 멀리하는 거라고. 농담이고. 말 같지도 않은 핑계 그만 좀 대고. 곧장 줄거리 이어가자.
난 환상머신에 들어갔다. 딱 들어가서 버튼을 눌렀다. 평소대로라면 난 상자 1에서 2로 옮겨가서 나와야 한다. 그렇게 내가 상자 2에서 나와서 슥 옆을 쳐다보면 간발의 차이로 막 (상자 1에서 나온) nb2가 날 따라하는 거지. 쓱 쳐다보는 게 왠지 기분 나쁜데? 너 나 험담했지? 그건 아니다만. 어쨌든 그래야 했다. 근데 이게 뭐야? 난 상자 1에 그래로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일단 버튼을 눌르자마자 어떻게 됐는지 그 눈 깜짝할 순간을 좀 더 극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드라마처럼 상상해보는 게 좋겠다. 물론 난 사실 독자는 간접경험. 난 직접화법 현실 애청자는 몰임감 팽배.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앗, 깜짝이야. 뭐야 너넨?」
내 앞에 스티븐과 세바스찬이 나타났다. 눈 깜짝할 새에 말이다.
「넌 뭔데?」
「내가 먼저 물었잖아? 설마...」
「오해하지 마.」
「왜 오해를 하게 만드냐고 내 말은.」
「누가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나?」
「그러니까 설명을 해 봐. 어떻게 변명할 건데?」
「뭔 생각하는 거냐?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뭔데?」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스티븐과 세바스찬 설명을 듣고 보니 사연은 이랬다. 녀석들은 각자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최근 모스맨 연구소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단다. 솔깃한 러브콜 도저히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걔네들은 합류했고. 요점만 말하자면, nb2가 그냥 조용히 무대로 내려갔겠니? 라고 내게 묻길래 난 살발한 기분에 느낌 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황은 그랬다. nb2가 내 환상머신을 통채로 복사하여 모스맨 연구소에 기증했다는 거다. 원래 내 환상머신은 내용물을 심신분리이자 2탄을 만들어주는 건데. 어떻게 그 원리를 역이용해서 환상머신 자체를 복제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내가 놀던 과정 거쳤고, 아는 여동생들 데려다 시연시켜준 줄거리 다 거쳤는데. 결국 거기서 멈출 모스맨 연구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가 거의 뭔지 모를 혁신적 업그레이드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래서 끝끝내 기존 환상머신을 개조하는데 성공했어?」
「못했어.」
「못했다고.」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럼 실마리가 풀리자마자 너네들과 내가 만난 거라 그 말이니?」
「빙고~!」
「그럼 뭐 너네 연구소에서 상자 1에 들어갔는데 내 사무실 환상머신 상자 1로 왔다고?」
「그거지. 그거라고. 바로 그러라니까. 응? 그러야. 허허허.」
「그게 말이냐 솜사탕이냐. 그게 말이 되냐? 어?」
「말이 안되지? 근데 이걸 어쩌나. 말 같지도 않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재현은 되고? 증명은. 근거는 논리식으로 풀 수 있고? 공식 만드는 거 내 도움 필요한 거 아냐?」
「넌 빠져. 라는 말 할 필요도 없지. 너가 일단 환상머신 1탄을 만들어만 준 거도 어딘데.」
「아 글쎄 그러니까 너넨 시험운행에 성공했으니 기쁘겠지만 난 뭐 아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보여줄께.」
그러면서 스티븐과 세바스찬은 내게 주문했다. 내 발바닥 옆 바닥에 손바닥을 붙이라고 했고. 난 바닥에 손바닥을 붙였다. 스티븐은 옆면에 손바닥을 붙였고, 세바스찬은 천장에 손바닥을 붙였다. 그런 다음 상자 1 천장 구석지에 있는 버튼 △□○. 그 3개를 동시에 눌렀다. 그러자 어떻게 됐을까? 중력이 뒤틀렸다. 시간이 구부러졌다. 정말로 쿵 소리가 났다. 마치 상자가 90도 회전하는 것만 같았다. 진짜로 상자가 눞혀졌든가, 아니면 일자 모양 상자가, 상단부를 축으로, 위로 들어올려졌다.
14
「자, 나가자고 친구.」
「나와보면 알아.」
「뭔 수작이야? 야 개수작은 나한테 배워도 다 못배운다니까 그러네. 그동안 내가 키운 마술사들이 얼만데. 오락산업에 내가 꼿아준 애들 쑤두룩해. 내가 아는 속임수만 익혀도...」
그렇게 우리 셋은 상자 1에서 나왔다.
원래대로라면 여긴... 내... 사무실이어야 하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렇다고 바지에 오줌을 쌀 수도 없고.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 거도 아니고. 이건 너무 멀쩡하잖아? 현실은 UFO 영환데 난 뭐 이게 당연하다는 듯? 다시 한번 말해 두지만, 여긴 내 사무실이어야 하는데... 이런 젠장. 뭐야 이거?!
그곳은 모스맨 연구소였다.
「너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보다시피.」
「이게 다 자네 덕이네, 친구.」
「공간이동한 거 축하받기엔 아직 이를까? 허허허. 우리도 그랬어. 허허허.」
「시간압축이라고 할 수도 있어.」
「영화에 나오는 타임머신 그거 다 뻥이라는 거 알지? 또는 타인의 시간만 정지시켜놓고 난 시간에 속하는 일. 남은 망부석 만들어놓고 난 투명인간처럼 난동피우겠다? 그거 다 뻥. 허나 우리는 완성했어.」
하이파이브~! 골 세러모니~! 환호성~! 변해라~ 얍! 진짜 변했어.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지?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녀석들은 모스맨 연구소에서 칠판에 웜홀기계의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난 이해하는 둥 마는 둥 어리둥절할 수밖에.
「어떻게 좀, 돌아가는 견적 보여? 그러셔?」
「뭐 사고 싶은데?」
「아니, 어디로 떠나고 싶어?」
「귀찮음 다 (웜홀기계를 다독이며) 얘한테 맡겨.」
「이거 정말이니?」
「그럼 이게 꿈이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뭐지?」
「너 너네 사무실 상자 1에 있었잖아.」
「그렇지.」
「근데 단지 문만 열었는데 모스맨 연구소에 있을 수 있어? 그게 말이 돼?」
「그 뭘로도 설명이 안되지.」
「허나, 우리, 웜홀머신이라면 말이 되지.」
「」
「밑도 끝도 없이 공간이동. 그래 처음에는 안 믿겨. 황당하지. 당연할 수밖에. 왜 안 그렇겠어. 영화에서나 보던 건데?」
「우리가 늬 생각 안 한 줄 아니? 왜 널 모스맨 연구소로 영입하지 않았겠니. 언제나 늬 자리는 공석이었어. 너 혼자 끙끙대느라 힘겨워하는 거 다 알고 있었다고. 어쨌든 누가 해도 완성됐잖아. 환상머신을 개조해서 짜잔~ 웜홀기계.」
「그래, 어? 너 백날 집에서 하는 일이 뭐지. 인터넷에서 이거 저거 구경하고. TV 채널 돌리느라 지겹고.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다가 개새끼 나오면 혼잣말 하잖아. 저런~ 개뼉따구 같은 놈 어쩌고저쩌고. 응? 다 알아. 왜 몰라? 중견 가수랄지 실력파들 백전노장들 가왕들. 응? 메들리 부르듯이 10명 100명 똑같이 따라하잖니. 개그맨들도 동료들 한 7명 똑같이 흉내내. 영화배우라고 뭐 달라. 환상머신을 어떻게 하면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난 결국 인문학 배경지식과 고상한 감성, 탁월한 안목, 근사한 취향, 고결한 정감, 우아한 허영심. 또 뭐 있지? 기똥찬 허풍. 재미난 허세. 과감한 베팅감. 뭐 아무튼 그처럼 너의 식견을 이해해야만 뭔가 실마리가 풀릴 거 같았거든. 일단 환상머신 창시자가 너거든. 발명가 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더라고. 아주 후끈했어. 비속어로 깔쌈? 우리는 그처럼 선구자 정신분석을 기본으로 깔고 시작했다고 볼 수 있어. 그래서 우리가 너 뒷조사는 물론 너한테 사람을 붙였어. 1급으로. 전직도 아니야. 군기술만 이용된 줄 아니? 우주과학 죄다 붙였어. 왜? 그래야 환상머신 개조가 가능할 테니까. 결과는? 이렇듯 웜홀머신! 물론 앞뒤가 바꼈고 뭔가, 그래. 나 내 모든 걸 자네한테 보여줄께. 그렇다고 나만? 웃겨 드릴께. 다 드린다고. 일단 나도 널 따라해볼까. 내가 뭐 너 흉내 못 낼 줄 아니? 자, 보자.
A급 사교계의 동태를 살피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는 게 뭐냐. 그걸 말해서 뭐 하나. 더불어 제법 신나는 게임을 암시하도록 누군가 내게 넌지시 게임을 신청해올 리도 없다. 허나 막돼먹은 허당이 아니면 된 건데. 세상을 살아보니 그게 말이야. 꼴깍, 탐스러운 먹잇감을 보며 침 안 삼키는 늑대 없다지만. 우리는 여자 관심 없다. 그렇다고 내가 여자란 말이 아니라. 난 남자거든. 사랑의 열망? 키우지 않음. 뭐 하러? 허나 잔뻔치도 많이 맞으면 아프다. 잔불이 큰불 되는 법. 그래서 하는 말인데 친구들과 동생들이 하도 소개팅 나가라고 부추기는데 못 이긴 척 한번 들어줘? 뻥이다. 다 뻥이다. 싹 다 뻥이다. 그래서 TV를 틀었더니 '사라진 바닷물' 그 드라마 끝나니까 재미없는 프로그램들 일색. 제목이 뭐 따봉마 뚜겅을 열어라? 놀고 있네. 따봉마 같은 소리나 하고들 있어. 하여, 채널을 돌리니. 저년 저거 어디서 굴러먹다 하필 여기까지 굴러온 거야, 지가 호박이야 뭐야. 상스러운 대사 자동적으로 외워질까 봐 겁난다. 그냥 TV를 끄자. 내가 언제부터 TV를 좋아했다고. 좌우지간 남자는 폼! 굶어도 허당 멋에 산다. 근데 최근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단 말이야. 이걸 어째? 어쩌긴 뭘 어째. 잠자코 때를 기다리는 거지. 별수 있어?
어때, 좀 비슷해?」
「근데 너 참 말 많다. 너 원래 이런 애였니? 내가 언제 돈방석에 앉고 싶댔냐?」
「기왕 이렇게 된 거. 따져봐야 할 계산이 꽤나 규모가 큰 거 같지 않냐?」
「그러게. 그랑프리는 따논 당상인데. 본게임 끝난 거나 마찬가지인데. 전망 좋은 어딘가에서 노트북에 엑셀 파일 띄워 뭔가를 가정하면서 즐겁게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웜홀머신을 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따져보기 위해 휴가를 떠났다.
15
휴가에 대한 요약, 뮤직비디오처럼 간추렸다치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우리는 휴가를 마치고 모스맨 연구소로 복귀했다.
환상머신 아니 웜홀머신이 설치된 사무실로 들어갔다.
나와 스티븐과 세바스찬.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왜냐하면 웜홀머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어쩐지 캥기더라.」
「뭔데?」
「야, 따라와.」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모스맨 연구소 주차장.
3급 기밀 허가증만 소유한 어떤 말단이 뭔가를 차에 싫고 튀는 모습. 우리는 곧장 쫓아갔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영화에 나오듯 숨막히는 추격이 아니었다. 쫓고 쫓기는 긴장감 하나도 없었다.
「쟤 우리가 쫓는 거 알고 있는 거 맞니?」
「아니면 우리가 잘못 쫓는 건 아닐까?」
「틀리지 않았어. 맞긴 맞는데. 그게 그러니까...」
「뭔데?」
「뭔데 그래? 어?」
「쟤한테 우리가 안 보이나 봐. 쟤 두뇌로는 우릴 인지할 수 없는 거지. 우리가 안 보여.」
「우리가 안 보여?」
「어. 그러니 모를 수 밖에.」
「그게, 뭔 소리야?」
「그야 뭐 따라가 보면 알겠지.」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목적지에 거의 다다른 거 같은데.」
「그래. 도착 직전이네.」
「낯서니 여기?」
「낯이 익어.」
「빨리도 말한다.」
「야, 뭐야. 우리가 쟤넬 따라붙은 시발점이 우리 연구소였는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거야?」
「게다가 우리가 아는 길 빼고 참 많이도 돌았다.」
「근데 쟤가 우릴 못 본다고?」
「우리도 여기로 되돌아올 줄 몰랐잖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뭣이 중헌디?」
「뭐긴 뭐야. 아 뭐해, 쟤 안 따라가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우리는 녀석을 따라붙었다.
녀석은 웜홀머신을 모스맨 연구소 어느 사무실로 옮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말 녀석들은 우리들을 하나도 못 알아봤다. 그러니 숨을 이유도 없었다. 옷이라도 벗을까?
알고 보니 사무실 안에는 우리가 있었다. 나와 스티븐과 세바스찬이. 쫄따구는 임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거 같았다.
그럼 우리가 미래야 쟤네가 과거야?
16
스티브와 세바스찬 그리고 나. 우리는 사안의 경중을 따지고 자시고 할 거도 없었다. 추리고 뭐고 이건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각자 분담해서 비밀리에 관찰에 집중하기로 했다. 모험심 충족, 기대 충만, 예감 들뜸. 그 뿐만이 아니라 이건 결코 '아니면 말고'처럼 그저 그런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긴말 필요없이 예삿일이 아니거든. 따라서 일단 먼저 핸드폰을 끄고 동화던가 단편이던가 '왕과 거지'처럼 위장이 기본이었다. 신분 세탁까지 갈 수도 있는데 아직 2단계는 더 두고 보는 거고. 그래서 구KGB와 모사드, CIA, MI6 관련 특수장비를 어떻게 입수했고. 첩보원 생활을 하기 전에 일단 뺑뺑이를 돌았다. 상대가 누구든 우린 손바닥 위에서 노는 쥐새끼처럼 감시받을 게 뻔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단 종횡무진 돌아다녔다. 그처럼 짧은 기간에 위치추적 잘 되도록 핸드폰을 키고 어딘가에 멈추어 신호 끄고. 변장을 넘어 변신 완료 후 영화주인공으로 둔갑 완료. 그렇게 당분간 캠핑 생활을 이어갈 주둔지 마련도 마침. 아무도 모를 곳에 말이다. 그만큼 기가 막힐 외계인의 음모가 대기중일 테니까 안 그럴 수가 없었다.
일단 스티브는 인터넷 조사. 최근 잘나가는 해커들 뺨치고, 한때 해커&크래커계를 뒤흔들었던 실력은 못 될지언정. 나름 스티브 그 방면에 일가견이 있었다. 때문에 모스맨 연구소 그 배후가 누구인지, 무엇과 관련되었는지, 어떻게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나누었는지 파악하려면 인터넷 조사가 필수였다. 대체 어떤 원리로 단 7일 내에 증발하지 않고 우리들을 한공간에서 따로따라 자유도를 무한대로 설정할 수 있는지. 단지 거기까지라면 몰라도 환상머신을 어떻게 해서 웜홀기계로 개조시켰는지. 깨알 같은 조사는 무조건 필수였다. 통신 감청은 추리소설에나 나오는 거니까 우린 증거 수집보다 한발 앞서가면 그만. 고로 인터넷에 모든 증거가 남지 않을 수 없으므로 스티브는 인터넷 전담. 캐면 캐는대로 먼지 한톨만 걸려도 걸리면 어떻게 되나, 말꼬리 잡고 늘어지듯 걔넨 우리한테 바지끄댕이 잡힌 거나 마찬가지. 그건 그렇고.
다음으로 세바스찬. 모스맨 연구소는 하필 전형적인 요새이기 때문에 적당한 대공 초소 지점을 물색 완료. 비밀기지로써 천혜의 명당이니만큼 매우 꼼꼼하게 자리를 알아본 끝에 출입자 명단을 파악할 최적의 장소에 우리도 기지를 설치 완료. 그리고 녀석은 기타 잡무 담당.
그럼 난 뭐 하지? 다름 아니라 현장요원. 뭐니 뭐니 해도 내게 주어진 주임무는 그랬다. 환상머신 → 웜홀기계! 도대체 어떻게 그걸 개조했는지. 조사하면 나온다. 물론 드라마 주인공 따라하려면 당연히 일단 쇼핑부터 필수. 궁색하게 대충 따라했다간 기분 잡침. 분위기 살지 않음. 따라서 우선 겉멋부터 쫙 갖춘 다음에 시작했단 말이다. 어쨌든 곧 있으면 전말은 밝혀지게 되어 있다. 숙녀들이 우리한테 넘어올 수밖에 없듯이. 걔네가 누군지 정체를 드러내는 건 시간문제인데? 이러니까 여자들이 뻑이 가지. 존나~ 카리스마 있어! 끝장. (절레절레)
17
그렇게 해서 과연 모스맨 연구소의 복면을 벗길 수 있었을까? 너무 많은 걸 알려줄 수는 없다. 난 몰라도 스티브와 세바스찬도 먹고 살아야 하거든. 어쨌든 우리가 어릴 때 촌에서 뛰어놀던 것처럼 웜홀머신 배후를 염탐하는 일. 설마 별 소득 없을 것 같나? 첫째날 으쌰으쌰. 둘째날 그럭저럭. 셋째날 슬슬 바람이 빠지기 시작. 결국 꿀 단지 겉핥기. 근데 참 재미난 얘기를 들려드릴까 말까. 꽃 피자 임 오신다고 로즈마리, 에밀리, 마라, 사라 그녀들이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어떻게 비발매 특수 핸드폰에 통화를... 하긴 걔네들 마음 먹으면 암호문이 적혀진 쪽지를 묶어서 비둘기라도 띄울 숙녀들이지. 그렇게 날짜 가는 줄도 모르며 언젠가 걸출한 성과를 확보하기도 전에 우리는 설득됐다. 요컨대 거기가 아니랜다. 자기들이 모스맨 연구소는 꽉 잡고 있다나 뭐래나. 웜홀머신 그거 별거 아니라는데, 우리는 또 솔낏솔낏 귀가 팔랑팔랑 혹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와 같은 줄거리 그 다음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남겨놓기로 한다. 물론 모스맨 연구소에서 마라 일당에게 우릴 말리라고 시켰을 수도 있고, 그처럼 대행자 개입시킬 필요도 없이 가짜로 우리를 자기네한테로 유인할지도 모른다는 점. 일단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 쏠쏠은 무슨.
18
(옛말처럼) 과부집 수캐마냥 난 일만 저지르는 것일까? 뭘 해도 심심한데 일을 저르르긴 어떤 일을 저질러. 껀수가 있어야 뭘 해도 허지. 우리가 무슨 과부집 수코양이도 아니고 말이지. 뭐 그렇긴 하나 허당이 성격 좋으면 봉 되기 십상. 과부가 마음이 넓으면 동네... 쉿. 헤프든 정절녀이든 우리는 여자 관심 없다. 어찌 됐든 인생살이 쉽지 않다. 그게 그러니까 현 시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작전이니 수작이니 무슨 대회를 나가든가 상대가 있어야 뭘 해도 할 거 아닌가.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 근데 굶주린 늑대가 하이에나 심정 몰라서야 쓰나. 아는 여동생들 흉 웬만히 트집잡고 이제 그만 남자들이랑 놀까? 그게 그러니까, 과부살이 아니 혀 메시 생활 십 년에 독사 안되는 년 없다? 거 어째 말이 심하긴 하다만, 년이 아니라 놈? 아무튼 '그년이 그년이다'라고 어떻게 우리 입으로 말하나. 단지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 듣고 살짝 웃을 뻔 하다 말든가. 그야 어쨌든 살살 부추기고 슬슬 발동걸며 슬며시 헛바람 주입시키는 게 우리 전공. 타고난 재능이 어디 가간디? 뽐뿌질 시작만 했다 하면 선풍 미풍 그러다 느닷없이 강풍. 진짜인지 가짜인지 근데 것도 다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보아하니 인생이 재미없으니까 예술을 빙자하고 사욕만 채우는 거구만 그래. 캬~ 어? 칼럼에 어쩌고저쩌고 연재소설에 이러쿵저러쿵. 안 그래? 안 그러긴 뭘 안 그래. 고니를 조각하다가 안되면 그와 비슷한 따오기라도 된다. 하는 데까지 하자. 뭐 그러다 어떻게 하나 얻어걸리겠지. 살면서 잔뻔치 좀 많이 맞아봤나. 딴 건 몰라도 우리가 얻어터지는 건 일가견이 있다. 어설픈 쉐도우복싱마저 그 앞에서 할리우드 연기 왜 못해. 큰 재주 없는데다 잔재주마저 후달리면 맷집이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나. 그러다 어퍼컷 한방! 인생 한방이다. 아 글쎄 상대가 없다고 상대가. 회심의 역습? 갈 곳은 많아도 오라는 데가 없다. 소 뒷걸음질치자 쥐 잡으면 기분 좋은 거 누가 모르냔 말이다.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새로운 인생 계획을 비밀리에 재정비하기 위해 사무실로 갈 수 밖에 없었다.
1
웃을 일이 아니다. 어떤 상상이든 대만족시켜줄 섬뜩한 환상머신의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가, 불행 중 다행인 걸까? 그 개꿈은 결국 미완성으로 종결. 물론 놓친 물고기는 다 큰 법. 환상머신이고 자시고 다 뻥. 몽땅 뻥! 밑도 끝도 없이 환상머신의 신비함에 대해 떠벌리면 당연히 누구든 NB를 좀 모자란 사람으로 볼 게 뻔하니. 설마 그래서 일부러 미완성에서 멈춘 것일까? 일부러는 개뿔. 허풍대회 근처에도 못 갈 넉살. 근데 진짜로 어느 날 갑자기 그 뭐야. 터미네이터 + 우머나이저 = 환상머신...을 완성했다더라? 약 먹을 시간인 거네. 어차피 끝내기 홈런 못 치니까 인생 내내 뻔트. 허세. 응석. 어? 시작이 반이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다. 그럼 또 NB 그 꺼벙한 녀석은 희망찬 미래를 낙관할 꺼야, 별거 아니라고. 별거 아닙니다? 뭐가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긴 뭐가 별거 아니냐고. 돌아온 탕자야 꿈 같은 난봉기 근처에라도 가 봤겠지, 허나 걘 탕자가 뭔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필자 뿐만 아니라 누가 됐든지 그 인간이랑 별로 안 친해. 당연하지.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에잇 나도 모르겠다. 기왕 말 나온 김에 녀석 험담 하나만 더 할까? 폭로야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까 말이다. 근데 그게 뭐였더라? 됐다. 재미없다. 기대는 김샜다. 들뜬 분위기 망했다. 괜히 몸만 풀었다. 다변 시작하니 않으니만 못하도록 말이다. 이러니 수다대회에서 안 받아주지. 할 말 떨어지기도 전에 먼저 기 빨리고 출발하는 거 아니냐고. 어쨌건 인생은 재미없고 사랑은 없어. 늘상 노잼! 그래서 아마도 그 말이 진리. 그건 뭐다? 개는 뼈다귀를 주어 만족시키고, 여자에게는 거짓말로 만족시켜라. 근데 일단 여자가 없어. 그동안 사준 커피가 얼만데 다 도망갔어. 의리없는 것들. 그러게 NB도 NB지. 지가 뭔데 환상극 애호가, 기분파, 낭만파, 게다가 점잖은 늑대와 허영기 강렬한 불여우는 물론 심지어 허당파까지 들쑤셔놓냐고. 뭐 미스테리아 다음편 개봉박두? 놀고 있네. 아주 그냥 웃기고 자빠시셨어. 예고편만 끝장. 뚜껑 열면 아무것도 없음. 그게 뭐야, 어? 지금 장난해? 드디여 올 것이 왔다? 오긴 누가 와! 어? 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열띤 정력 달래며. 들뜬 모험심 아끼자. 왜? 왜냐하면 그가 결국 꺼내든 카드는 하는 수 없이 그것이었으니까. 그건 뭐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다. 근데 그게 또 시국이 장난 아니란 말이지. 그럼 이제 정말 어떡한담?
그래서 그는 마침내 소개팅에 나갔다. 말은 안 해도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말만 앓는소리 일색이면서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갔다는 둥 커피값만 아꼈어도 뭐 어쨌을 거라는 둥. 몰래 몰래 다 추종 세력 관리 했구만 그래. 과연 진짜인지 아닌지 아무도 알고자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걔도 남자라고 꼴에 사랑은 하고 싶은가 보지? 목적은 플라토닉? 아니면 진한 사랑 꿈도 꾸지 말라는 그녀의 겁박? 어딜 넘 봐 라는 말이라도 좀 들어보자, 난 대체 왜 안 되냐 라는 엑스트라병 또 도졌네. 어쨌든 그는 소개팅 장소에 나갔다.
카페 이름은... 몰라. 관심도 없고.
Mozart / 오페라 <이도메네오> - “바다에서 살아났지만”
음악이 뭘 이래? 뿐만 아니라 숙녀가 좀 많이 늦네?
뭔가 느낌 세하길래 NB는 주선자인 동네친구 폴한테 전화했다.
「폴. 그녀가 못생겼으면 좋겠다. 정말로? 뻥이야. 일단 마음은 착하겠지. 덤으로 은근히 이쁠 꺼야. 적어도 뒷모습은? 근데 설마 역대급 왕가슴일 리는 없겠지? 너 내가 언제 여자 얘기 한 적 본 거 있냐? 뭐 계란후라이? 난 패션과 거리가 멀어. 아니 내가 왜! 그건 그렇고. 근데 이분께서 너무 늦는 거 아니니? 지금 시간이 몇 신대...」
「뭔 소리야? 내가 말 했잖아.」
「뭘 말해?」
「소개팅녀 코로나19 걸려서 보호소로 갔어.」
「뭐? 그걸 왜 이제 말해줘?」
「저번에 말 했어.」
「언제?」
「언제더라?」
「너 똥개 훈련시키냐?」
「그럼 늬가 똥개냐?」
「아니지. 난 촌닭이지. 뭐 촌놈? 그러는 늬가 똥개냐?」
「돌아올 때 개똥이나 밟지 말기를 바란다. 개똥 피하려다 새똥 겨우겨우 피했는데, 그는 결국 바나나껍질을 벗기듯 숙녀의...」
「뭔 소리야? 너 미쳤니?」
「누가 말 끊으래?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야. 야, 기분 나빠졌어. 전화 끊어. 너 당분간 나한테 전화하지 마. 나 뿐만이 아니야. 딴 애들도 다 너 피해. 알아? 알든 말든 모르겠고.」
뚝.
「이 자식이...」
아닌게 아니라 폴은 정말로 전화를 끊었다. 뭔 유행병에 걸렸으면 진작 불미스러운 소식을 전하든가 했어야지, 어? 지가 비보든 신보든 얘기도 안 해줬으면 왜 지가 짜증내? 무슨소개팅이 이래? 내가 애초에 여기 나오면서부터... 이거 정말 괜한 짓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아니라 NB가! 어? 어쩐지 일이 잘풀린다 그랬어. (절레절레)
2
허당의 인생이란 나서기 즐겁도록 건수가 항상 풍년은 아닌 것. 곧 그는 침체기가 너무 길어져서 탈이었다. 보기 좋게 무대에서 멀어지는 형세인 것처럼. 정말 신기하게도 전적이 어쩜 이리도 조용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 모험도 사랑도 낭만도 모두 붙잡지 못한 체 탕진할 재산도 못 모으면 어쩌지? 불태울 젊음이 벤치 신세를 못 벋어난 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면 어떡하냔 말이다. ~라는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서 NB가 과연 무엇을 했을까? 아무것도 못했다. 그럼 그렇지. 할 게 있어야 말이지. 번뜩이는 상상력 빈곤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 통잔 잔고 때문에 남는 건 썩은 미소뿐. 심지어 뭐니 뭐니 해도 사랑의 차트 근처에 개미새끼는 커녕 파리 한마리조차 얼씬도 안 했음. 이러니 더 말해 뭐 하나! 그렇다고 타락마를 탈 것이냐 영화를 찍을 것이냐, 당연히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 근데 누가 영화판으로 모셔준다 나서겠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는 게 탈일 뿐. 그처럼 건전한 희망에 흠뻑 젖을 감성이 좋긴 하나, 질펀한 방탕에 관심 없더라도 건수는 또 다른 얘기다만. 그럼 이제 어떡한담? 먹음직스런 음식을 보고서 개침 질질 흘리는 골든 리트리버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서 NB는 작정했다. 마치 이렇게 씩씩거리면서 말이다. 못 먹는 감이 떫다. (동화에서 여우는) 포도를 얻을 수 없으면 포도가 시다고 욕한다. 그림의 떡? 가장 달콤한 포도는 가장 높이 달려있다. 목표는 크게 실망은 더 크게! 이처럼 무작정 집을 나섰는데 근데 갈 데가 없네? 숫말들이 있는 곳에 암말들이 모인다. 허나 최근 아지트 분위기가 영 별로란 말이야... 이걸 어쩌지? 근데 정말 뭔놈의 능청이 이리 심해, 어? 진짜 이놈의 어리광 이게 말이 되나? 말도 안됨. 말 같지도 않음. 밑도 끝도 없이 애도 아니고 또 심심하다고? 재미없음 이라는 엄벌을 받아 마땅하구만 그래. 잡것!
기왕 이렇게 된 거 줄거리 없는 공상? 그게 뭐가 어렵다고.
잔소리 안듣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딘가. 추접스러운 사랑 관심 없다. 돈도 필요없고 껀수는 뭔놈의 껀수. 다 가라 그래. 여복이라면 귀찮아 죽겠는데 추종세력들 신경써줘야 할 이유 역시나 없다.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 한번 못해봐서 못살겠네? 우리는 정반대. 사랑이라면 징글징글. 현실은 물론 인터넷 놀이터에서조차 한눈팔고 싶지 않음. 색정이라면 딱 거절! 근데 그건 그거고. 한편 정말로 들으면 깜짝 놀라지 않고 못 배기는, 그처럼 재미난 얘기를 들려드릴까? 아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진짜로 알고 나면 완전 신나서 기분 끝장인 사연을 알려드릴까 말까? 그만하자. 귀에서 피가 나는데 이제 그만 자중합시다. 그러는 게 좋겠다. 안 그래도 알게 된 시점 딱 그때 잠깐만 즐겁지 시간 지나면 금새 잊어먹게 되어 있다. 때문에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럼 아는 게 힘은 무엇일까? 알든 모르든 흔하디흔한 추문 또 하나 알게 되면 옷이 생기나 재산이 느나. 다 부질없음. 타인의 사랑 신경 끄고 내 인생이나 건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되니까. 아니 근데 말이다 그게 그러니까 말이다 그 뭐지? 거 언제부터 정말로 궁금했단 말이 아니라 지금 생각나서 하는 얘기긴 하다만 거 뭐랄까. 연한 애정의 다정함과 진한 사랑의 격렬함, 둘 중에 과연 뭐가 오래갈까? 오래가고 자시고 지금 그게 문젠가. 사랑이고 나발이고 지금 그제 중요하냐고. 어? 그럼 소녀감성을 만족시켜드리는 희망이 과연 NB에게 숙제란 말인가? 하면 아니겠지. 따라서 지금 아니면 언제 놀겠나 하면서 으쌰으쌰 떠나자? 떠나긴 뭘 떠나. 매번 허탕인데 (절레절레)! 낭만적인 멜로드라마 줄거리를 추측하는 동경심과 그 녀석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멂. 녀석의 꺼벙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잠 안자고 일주일 내내 고자질 못할 것도 없다만 그래서 뭐 하게. 새로운 사랑의 운명적 출연을 철석같이 믿는 감수성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위인들이 누군인가 듣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쾌락마에 대한 탐욕이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란 말이 아니라. 그건 딱 사양. 그래도 남녀의 사사로운 연정이라면 애처롭고, 그리움이라면 애달프며, 상사병이야 당연히 애절하니까 또 여심을 우리가 마다할 수는 없는데. 애석한 껀수 없음이야 당사자 알아서 할 일이고.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 제발 만나줘요 오빠 고마워요 오빠 보고싶어요..."라는 그녀들 요청 때문에 번호표 뽑는 기계를 장만하기엔 그건 좀 아닌 거 같고. 그래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웬만한 아니 거의 모든 남자들의 대망은? 사족을 못 슬 정도로 여심을 아끼기. 그 말은 여자도 똑같다는 뜻. 오히려... 말 말자! 말해 뭐 해, 어? 하여튼 말이야 늑대도 늑대지 불여우들끼리 죄다 서로 백댄서하기 싫다는 거 알면서? 그래도 사랑이라면 환장할 만큼 숙녀를 좋아하기. 첫눈에 홀딱 반하는 게 다름 아니라 취미인 인생? 그놈의 추접스러운 사랑 은밀한 더티러브 공상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지긋지긋 신물이 난단 말이다. 물론 필자가 아니라 NB가 말이다. 그치만 내숭이란 게 무엇인가. 그럼 여자들도? 그분들께서 어 응큼하시는 걸 굳이 말해서 뭐 하나. 득될 거 하나 없지. 다만 우리는 흡수력 좋은 그 어떤 면제품처럼 특유의 흡입력으로 그분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뿐. 자연스럽게~ 그분들은 우리들한테 넘어오게 되어 있음. 우리가 꼬시는데 안 넘어오고 어떻게 베겨, 못 베겨! 우리한테 홀딱 반할 수 밖에 없단 말이다. 유혹과 질투를 양쪽에 꿰차신 그분들, 진짜로 우리한테 넘어올 수 밖에 없음. 숙녀는 우리한테 끌릴 수 밖에 없는 운명. 무조건 말이다. 허허허. 근데 껀수는 대체 언제? 그건 그렇긴 하다만 과연 귀신이 잡아가지 않고 뭐하는지 애석할 따름인 그 인간. NB가 끝끝내 꼭꼭 숨겨놓은 채 털어놓지 않은 신비스러운 비밀이 한 가지 있는데... 아 글쎄 그건 과연 무엇일까? 없다. 뻥이다. 있을 턱이 있나. 그런 놈은.. 됐고.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오랫만에 인공지능 지니를 깨워서 NB 그 인간을 괴롭혀볼까?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자고 있는 개는 내버려 두어라?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자. 농담이고. 잔뻔치 잔근육 잔소리 언제까지 뻔트만? 아무리 기다려도 쥐구멍에 볕들지 않는데... 그래서 찾은 개구멍이란? 두 여인이 갑자기 가까와진다는 것은 제 3의 여인이 두 친구를 잃는다는 징조일 수도 있음. 근데 그 말이 지금 왜 나와? 그거아고 공상아고 대체 뭔 상관인데? 밀접한 연관성 좋든 싫든 너나 잘하라고? 넌 뭐 얼마나 잘나서... 그만 하자. 이런 말 같지도 않은 공상 옮기는 심정은 오죽할까. 무슨 개 풀뜯어먹는 헛소리 멈추질 않는데 그놈의 개뼉따귀를 탐하는 것처럼 만인에게 절대적인 관심사는 사랑이 부동의 챔피언이고.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만사에서 최고가는 주제. 뭐, 사랑? 아 쫌!
3
끝내 대타는 바닥나고 그는 결국 공상대회에 출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온전히 참가해서 어떻게 인기상이랄지 아차상이라도 탔을까? 그럼, 얼마나, 좋겠나. 그마저 출전 최소인원 부족 때문에 대회는 취소되고 말았던 것이다. 뭐라고? 참 나 하여간에 무슨 별의별 아니 잠깐만. 그 뿐이면 다행이게? 그 믿었던 사라와 마라. 여자의 변심이야 우리가 얼마든지 아름답게 포장해드릴 수 있는데. 아가씨의 입방정과 숙녀의 허영심이든 뭐든 우리의 립서비스에 녹아나면 환희를 맛보도록 되어 있는데. 값싼 사탕발림과 어설픈 띄워주기가 아니라 여심은 달콤하며 애달프고 홀딱 미쳐버릴 만큼 들었다 놨다 일도 아니다만. 그와 달리 미스테리아&여성환상 1.5! 그 두군 데서 NB는 모두 팽당했던 것이다. 계약 종료인지 파기인지 뭔지. 지들 맘대로 법적 절차 완료됐대. 그럼 남은 건? 요컨대 NB의 실직. 뭐가 어쩌고 어째? "도대체 네 영혼 속엔 뭐가 들어있는 거냐?" 라는 인공지능 지니의 잔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만 같았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봐라, 너 같은 바보가 어디 흔한가 라고. 그 식상한 잔뻔치. 그분 꿍꿍이도 뻔할 뻔자. 어라~! 맷집 좋으니까 더 때려야겠네. 라는 심술을 뭐하러 비싼 값 주고 살 일 있나. 울적한 기분 가만 놔두면 괜찮아지겠지. 속상하긴 하나 그래도 우리는 영원한 몽정기라 뭐 그 말인가? 재미없다. 더럽게 지겹다. 신물이 난다. 하여튼 간에 그놈의 정력타령 징글징글 쓴물이 올라온단 말이다. 한편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더니, 오빠 바쁘세요? 바쁘긴 누가 바빠. 그런 전화 걸려올 턱이 없는데. 주사위는 던져졌다. 따라서 NB는 궁지에 몰렸으니까 버뮤다 대학교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딱 도착.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피서지에 도착해 바캉스를 즐기려하는데. 고급 호텔에서 숙박할 처지일까? 버뮤다 대학교 인근 아는 동생네 집 다락방 구석에서 빌붙어 지내게 되었다. 그 아는 동생이 누구인가 까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냥 조연 3이라고 하자. 그러든가 말든가. 근다고 그 아는 동생의 사는 형편이 넉넉하냐, 초갑부가 아닌 건 분명했다. 게다가 NB는 품위유지비가 간당간당했다. 식료품을 사면서 계산하는데 한도초과입니다, 라는 소릴 들을까봐 겁먹지 않을 수 없었다. 조마조마한 거지. 따라서 그는 거기까지 가서도 벤처캐피틀이 후원하는 어느 펀딩사이트에 '줄거리 관련 입담 터는 초안'을 올려 돈을 벌 수밖에 없었다. 그건 이랬다.
<나대지 마 VS 빌빌거리지 마! 사랑이란 그 신나는 명승부에서 과연 누가 이길 것이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자. 더럽게 재미없는 얘기 그만 좀 하잔 말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우리는 사랑이 아름답다고 한 적 없단 말이다, 어? 내 맘 모르겠니? 정말 몰라? 누가 몰라, 모르긴 뭘 몰라! 자칫 잘못했으면 시작할 뻔 말 뻔 하다 김새버린 일장 설교는 됐고. 딱 됐고. 상남자로써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이상적 갈망이 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게 그러니까 근데 도대체 뭔 얘길 하고 있었던 거지? 아무튼 말이야, 삐걱대는 바퀴가 기름칠을 받는다. 우는 애 젖준다. 허나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면 안된다. 괜히 벌통을 쑤실 일 있나. 그렇다고 뭐 NB가 아는 여동생들한테 왜 커피사주란 말 요즘 하지 않냐고 따져야 할까? 따지긴.
그때 갑자기 NB는 전화를 받았다. 보나마나 여자였다. 제발 부탁하니 오빠 한번만 만나달라는 애원일 테지. 팬클럽 증말 극성이구만, 추종세력 아직도 바쁘다 못해 내 꺼 하자고 난리. 그런데 듣고보니 정말이었다.
"오늘 나 쉬는데 뭐 할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라고만 하지 말아줘. 응? 제발. 부디 날 데리고 살겠다는 결심이 굳으면 더 좋을 테고 말이야. 오빠야, 아니면 나 같은 딸 낳아줄까? 말만 해. 당연히 뻥이니까......"
말하자면 그녀의 말을 전부 옮기지 못하는 게 아니다. 왜냐, 너무 섹시하니까. 진짜로? 물론 뻥이다. 당연히 뻥이지.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간 걸로도 모자라 속된 말로 일절 여자가 꼬이지 않는 인생. 숙녀들이 귀찮게 하지 않으니까 뭐 살맛나는 거지. 허허. 그런 꺼벙이, 쩜팔이, 곰탱이 주제에 어? 쾌적한 발단과 대비되는 심상치 않은 전개 그런 게 어딨어. 바랠 걸 바래야지. 꿈도 야주져 하여튼. 그러니까 숙녀는 저런 남자를 만나면 안된다. 저런 인간? 넘버쓰리로 자길 보필하기에 썩 불만족스러워하는 친구한테 얻어듣는 소리는, 그러고도 늬가 사람이냐?! 우리 여성분들, 대체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할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NB 같은 남자를 만나면 되니까요. 진짜로? 뻥이다. 개 뻥. 그나저나 날도 더운데 뭔가 가슴을 뻥 뚫어주는 속시원한 줄거리 어디 없을까? 있을 리가 있나.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의 마음을 슬쩍 엿보기에 또 필자는 남다른 재능을 자랑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뭔가 겸연쩍어하실 수도 있는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다 뭐라고 간접화법을 번안해야 할까. 아니면 여자말 번역기 툭하면 잔고장이라고 솔직히 실토할까 말까. 우리끼리 얘기지만 아니 정말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다만 그게 그러니까, 어? 아 글쎄 지금 이 기회가 지나면 언제 또 아뢰옵기 황공할 사연을 전할 수 있을까 라는 의미에서 한말씀 드리자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을 잔소리의 결론은 그거다. 바로, 개가 없으면 고양이가 나댄다? 고양이가 없으면 쥐들이 설친다. 하지만 쥐들이라고 맨날 쥐구멍에 볕들 날만 기다릴까. 대체 언제까지. 그래서 그분들께서도 때로는 빨빨거리고 나돌아댕기지 않을 수 없는 것. 따라서 개처럼 생긴 NB는 뭔가 의심쩍은 개구멍을 하나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4
오늘 NB는 버뮤다 대학교 휴게실을 통채로 독차지한 듯 실내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 가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건 무엇일까?
첫째, 커다란 명화 액자가 통채로 문이었음.
둘째, 그 문을 열고 핀이 나타남.
「야, 핀. 늬가 거기서 왜 나와?」
「그러는 넌 여기 웬일인데?」
「나야... 내가 먼저 물었잖아!」
「그러게 뭐 하러 늬가 먼저 물어봐. 어? 누가 너보고 먼저 물어보라고 시키든?! 늬가 먼저 물어봤으니까 늬가 먼저 답하면 되겠네. 동의하지? 그래. 그렇게 하자. 근데 내가 뭘 물어봤지?」
「몰라. 뭐 중요하지 않은 거겠지. 근데 너 일 안해?」
「그러는 넌 놀러 안 갔어? 어디 휴양지랄지 깡촌, 깡섬, 아니면 호캉스. 왜 하필 여기야? 내가 널 여기서까지 봐야 하다니!」
「너 그렇게 한가한 남자였냐?」
「너도 만만치 않아. 넌 뭐 허접한 게 자랑이냐?」
「너 저번에 비꼬기 대회 나갔다가 예선탈락했다면서? 내 그럴 줄 알았다.」
「뭔 소리야? 비아냥 대회 아예 열리지도 않았어. 그러는 넌! 공상대회는 안될 것 같고, 허세대회에서 초대는 안 하지. 어? 웬만치 껄떡거려. 넌 여자가 그렇게 좋냐? 어?」
「난 여자 관심없어. 그러는 너나 찝쩍거리지 말어라. 제발 부탁이니. 응? 그나저나. 저 안에 뭐가 있더라? 내가 1년 전에 들어갔었나... 나 아니던가...! 자, 한번 모험을 시작해볼까?」
「문 잠겼어.」
「뭐?」
「저 문은 미남한테만 열려. 넌 아웃!」
「이 자식이... 그러는 넌 무슨 특권으로?」
「특권이 아니라 정당하게. 합당하도록. 그 타당한 이치, 이의없지? 있을 리가 있나.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야. 어? 그래서 넌 아직까지 혼자인 거고. 왜, 형이 여자 소개시켜줘? 근데 소개시켜주면 뭘 하니. 여자가 도망가는데. 너도 알다시피 내 아는 여동생들이 좀 많니. 정말 귀찮아죽겠다. 내가 통화 차단한 여자들이 대체 몇 명인 줄 알기는 아니?」
「너 아직도 그러고 다니냐? 웃기지도 않다. 아주 그냥 징그러워. 누가 옆에서 안 가르쳐주든?」
「시끄럽고. 소개팅할래? 3 대 3으로 3연타. 요즘 남자애들이 왜 그렇게 바쁘다니?」
「진짜야?」
「뻥이야. 진짜겠냐.」
「알고 있었어.」
「아니야. 넌 또 속았어. 허허허. 재밌다.」
「재밌긴 뭐가 재밌어. 속아주는 척 연기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늬가 알겠니.」
그렇게 약 1분 동안 그들은 대화가 없었다.
그러다 휴게실 바깥으로 웬 뚜껑없는 그 뭐야 새끈한 자동차가 등장했다. 당연히 운전석엔 섹시한 숙녀.
「친구. 나 간다. 너도 어서 여자 만나라. 연애도 좀 하고 그래. 그게 뭐 어렵니? 여자 마음 모르겠으면 형한테 말하고. 갈께. 다음에 보든가 말든가. 좌우지간 돈 떨어지면 말해. 일단 말만 해. 근데 내가 바쁘면 전화 안 받을 수도 있으니까 끈기 잃지 말고 친구. (윙크)」
저 자식이...!
가라 그래. 누가 붙잡는데? 벌써 갔네.
보아하니 날도 더운데 심심하다고 아무 똥개한테 뽀뽀할 수도 없고. 하여 NB에 대해서나 알아볼까? 희박하디 희박하겠으나 단 7명 애독자 있는 게 어딘가.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가 폐간 안된 게 어딘데. 자,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지. 가난은 끈질겼다. 젊음은 끝물인가 아닌가는 몰라도 청춘가가 다 뭔가. 일단 몇몇 징후만 봐도 뻔하다. 유행가 안 들음. 말수 줄어듬. 패션 관심 없다가 억지로 새옷 막 사들임. 민무늬 티셔츠 몇 개로 돌리다가 일부러 젊은이들처럼 디자인 들어간 거 입기 따라함. 그럼 정말 행복 끝 불행 시작일까? 뭐 언젠 안 그랬나. 사교계에서조차 제명당함. 플레이보이계에서 엉덩이까임. 숙녀들한테 호색한인 거 들통남.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감. 정말 있었는지 아닌지 그 허풍 어떻게 믿어, 못 말려. 어? 예술적 감수성을 추측하며 아찔한 착상을 기다린다? 개침 질질 상상력 벌렁벌렁. 말도 못함. 말로야 아름다운 인생이자 신나는 세상 어쩌고저쩌고 그거 누가 못해? 다 뻥. 개뻥. 몽땅 뻥. 여심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질투녀들의 제왕'은 무슨, 개뿔! 병적인 색마. 허당계 총아. 신기한 환상머신 포기한지 오래. 칼럼니스트 직명도 불쌍해서 여성잡지 두 군데에서 먹여살리는 중. 웬만한 아가씨들한테 저울질당하기는 커녕 그분들 어장관리 후보군은 꿈도 못 꿈. 뭐 여심을 들었다 놨다 밀고 당기기 쥐락펴락? 이젠 정말 하다 하다 들려졌다 밀려졌다 쥐어졌다 펴졌다 밀려졌다 당겨졌다... 그랬던 시절이 좋긴 좋았지. 그런 호시절의 복귀 가당키나 한가. 이미 7부 리그는 커녕 저 먼발치로 밀려난지 오래. 그럭저럭 뭐 어떻게 정착한 최후의 취미는 알고봤더니, 뚜껑 열리기? 놀고 있네. 허허허. 근대 대체 왜 녀석에 대해서 이처럼 정신분석을 하고 또 해야 하지? 그러게 말이야. 발단 뻔하고 전개는 없으면 줄거리 자체가 허접하니까 그렇지. 새로운 인생 기대하지도 못함. C.Ph.E.Bach / Sonata for flute solo in a minor Wq132 고결한 척하면 누가 먹여살려줘 돈을 줘? 그렇다고 허당 주제에 또 꼴에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말이야, 뭐? 뭐래더라 어딘가에서 주서들은 속담은 뭐? 새 포도주를 헌 병에 담지 마라. 하긴 공상도 지겹고 타겟은 그거로구만. 바로, 새로운 사랑! 그럼 뭘 해, 어?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그거 누가 몰라? 일단 오지를 않잖아. 아무리 호박이 제 발로 굴러간다지만 뭐 그분들이 바본가? (절레절레) 누군 뭐 군침 흘릴지 모르고 호사가 무엇인지 모르냔 말이다. 젠장, 이런 젠장! 그러니까 언제까지 따분한 일하기가 완전 재밌는 척 연기만 할 거냐고. 일하기 싫으면서 또 아닌 척 내숭떨고 대체 어떻게 해야 솔직할 거냐고. 어? 말로는 고결한 채식주의자인 척, 속으로는? 지글지글 지글지글 사람은 고기를 먹어줘야 해,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둥 지글지글 지글지글 육즙이 그냥 기가 막힐 것이다 라는 상상! 캬, 어? 난 비위 좋다 먹성은 더 좋을 것이다 라는 예언. 또 그림의 떡? 따라서 뭐 또 떠나자? 그래 봤자 돈 낭비 시간 낭비 정력이야 뭐 낭비하고 싶어도 못함. 집 떠나면 고생. 그렇다고 소파에 자빠져 다큐멘터리 쳐다보면 뭘 해. 그래 봐야 에잇 됐다. 전날 연예계 싸움 순위 1등이 집에 찾아와서 야 한판 뜨자 라며 언제 찾아올지 몰라, 좋은 말로 할 때 블랙리스트에서 자길 빼주라는 장본인과 딱 똑같으면서, 어? 말로는 뭐 세계마초협회 선정 올해의 상남자한테 야 한판 떠! 뭘 떠, 뜨긴 뭔 뜨냐고. 뭔 말만 말만... (절레절레).
그래서 NB는 혼자 버뮤다섬 일주를 시작했다.
결과는? 뭔가 있었으면 그건 아마 뉴스에나 나왔겠지.
5
다음 날이 되었다. NB는 사무실에서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었다. 마냥 노는 것처럼 보일까 봐 당연히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걸 잊지 않았다.
Bellini /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 2막 - ”아,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
그러다 핀이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는 잘됐다고 생각했다. 저 명화 문짝 뒷편에 대체 뭐가 숨겨져 있는지. 그게 미로인지 단순한 보물창고인지 그거나 물어보자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대충 한 10분 정도 농담따먹기를 했나? 왠지 모르게 NB는 핀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어깨동무라면 그는 잘 하지도 받지도 않는데. 특히 동성친구들과 별로 그렇게 놀지 않는데, 옛날 친구들이랑 놀 때 친구의 여자친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냥 남자라는 느낌 으쌰으쌰 어깨동무했던 게 거의 전부였을 것이다. 보아하니 (사랑 가능성이 없는) 여자한테 어깨동무를 하고, 여자를 엎고 여자한테 엎히고. 그거 전문? 그러거나 말거나 거 어째 '남자로 상정한' 여자한테 어깨동무를 했는데 그게 뭐 큰 잘못이었을까. 친한 친구, 즉 친구의 여자친구랑 친했던 게 걸렸다. 당시는 자연스러웠는데... 지금 생각하니... 친구가 유학 비슷한 걸 갈 때 공항까지 걔 여자친구랑 셋이서 같이 가서 친구를 베웅하기. 친구 여자친구 집까지 셋이서 놀러간 적도 있는데... 냄새가... 지금 생각하니...! 무슨 과수원 막 포도밭에서 신발끈 고쳐메지 않아야 함. 레코드숍에 CD 들고 들어갔을 때 점원에게 미리 말했는데 그분 싫어했음, 다음에 그러지 말라고. 어쨌건 핀은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 응큼한 흑심을 드러냈다는 말이 아니라 특수분장 가면을 벗은 것이다.
「오빠. 저 핀 동생이에요.」
「헉! 네?」
「오빠 방금 나한테 어깨동무했죠. 그럼 이제 제가 팔짱끼면 되는 거죠? 에잇 말 놓자. 우리 이제 사귀는 건데. 나 같은 여자친구가 어디 흔하나? 안 그래 오빠?」
「네?」
「어깨동무 때문에 연인 관계로 발전한 남녀. 만약 남자의 변심으로 헤어지면 그 뭐래더라? 남자의 정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문. 못 들어보셨수? 원하신다면야 읽어보시라고 어디서 구해다드릴께.」
「당신 뭐야? 누구야? 대체 누군데... 괜한 수작 부리지 마. 흐흠. 아가씨. 당신 누가 보냈소.」
「아가씨 당신 누가 보냈소? 뭘 누가 보내. 어? 내 발로 왔다. 왜?」
「아니~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닌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 안되질 않소. 저 특수장비 대체 얼마주고 장만했소. 가만보니 싸구려는 절대 아니고. 뿐만 아니라 내가 뭐 바보요? 보아하니 나 같은 비리비리한 동네 아저씨를 이상형으로 손꼽는 처년 아닌 것 같고. 대체 꿍꿍이가 뭐요?」
「알고 싶어요?」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오. 어서. 어허. 좋은 말로 할 때.」
「좋은 말로 할 때? 그럼 숨겨진 사연 고백하기를 자꾸 뜸들이면 뭐 제게 뽀뽀라도 하실라오?」
「그깟 뽀뽀가 문제요?」
「아하 이제 알겠다. 오빠가 이 따위 꽁트를 좋아하니까 그동안 여자가 없었군. 알 만하다. 알 만해.」
「뭣 때문인지는 몰라도 엉뚱하도록 잘도 갖다 붙이는군 그래. 허허. 허허허.」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고 하니...」
「」
「대체 뭐였더라?」
「지금 날 갖고 노는 거요? 차라리 똥개 훈련을 시키시오. 아니면 정식으로 데이트를 하던가. 이게 뭐요, 네? 아니면 내 사랑을 받아주오 라면서 당차게 구애할 분위기를 만들던가. 사람 기분 이상허게 이게 대체 뭐냔 말이오. 어서 말하시오. 누가 보냈소? 작전명은 뭐고. 대체 원하는 게 뭐냔 말이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좀전엔 어깨동무하더니 벌써 은근 막 가까이 오네.」
「뭔 소리요? 당신이 내게 접근해오지 않았소. 지금 엉덩이 크다고 자랑하는 거요? 그렇소?」
「남자네. 남자야.」
「그럼 내가 여잔 줄 알았소?」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이거 왜 이래, 난 당신 여자로 안 봐. 내가 당신 어깨동무를 왜 했는데. 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그 말씀.」
「그래도 사랑은 사랑이네요? 그쵸? 이거 봐 이거 보라니까 글쎄. 남자구만. 상남자 중의 상남자.」
「그게 뭐 어때서!」
「내가 누군 줄 알려드려요? 정말로? 긴말 필요없이 곧장?」
「」
「난 저번에 당신이 험하게 얻어들었던 명대사를 읊었던 이곳 청년회장의 여동생이랍니다. 그때 당신께서 심하게 얻어들었던 말이 뭔지 기억나세요? 네?」
「저번에? 저번에... 뭐지? 내가 왜 그런 폭압적인 대사를 얻어들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뭐였더라?」
「그때 당신께서 들었던 대사는 그거였소. 바로, 당신이 이 고장 처녀들 다 따먹고 다닌다면서요? 그놈이 바로 당신이오?」
「뭐? 뭔 소리야? 난 아니야. 난 아니오. 사람 잘못봤소. 안 그런 인물과 거리가 멀다오. 아시겠소? 우린 인연이 아닌 듯 하오니 이만 헤어집시다. 가시오. 보내드릴 때. 난 가는 여잔 잡지 않소. 뭐 천상천하유아독존? 남자에 환장한 년 같으니라고. 아무튼. 숙녀가 그런 상스런 말 함부로 입에 담는 거 아니오. 그런 말괄량이 인물유형은 드라마의 기본도 아니란 말이오.」
「누군 뭐 그런 말 하고 싶어서 한 줄 아나? 다 내기에 져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러게 내가 왜...! 아니. 혹시? 에잇 설마! 아니지. 오빠가 진짜로 여기 여자들 다 따먹고 다녔단 말이야? (몸짓)」
「뭔 소리야 그게?!」
「나 이 오빠 갑자기 싫어졌어. 있는 정 없는 정 뚝 떨어졌단 말이야. 와 사람 다시 볼 일이네. 아니 어떻게...! 그럼 설마 이런 인간이... 하긴 관상을 보아하니 마누라 등쳐먹고 사는 관상이네. 이런 인간 여편네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이 인간 여복의 정체는 대체 뭐지?」
「네? 그게 무슨... 여복이 지금 왜 나와! 어?」
「아무튼. 오는 여자 막지 않는 게 당신들 불문율 아닌가요? 왜 내가 싫어! 나 어디를 가든 썩 안 빠지는데. 마음은 있는데 몸이... 그럼 결국 문제가 있단 말인데... 이 인간... 당신 혹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훒어보더니 결국 시선은 어딘가에서 멈춤. 딱 멈춤)...」
「어허 이 사람이...! 아 증말 이거 거 진짜 어허. 어? 거 어째 교양 알 만하신 분께서. 당신은 내숭도 모르요?」
「오빠. 나 솔직한 여자야. 난 가식과 안 친하거든. 좀 더 정직해볼까? 난 태어나서 남자를 껴안아본 적이 단 1번도 없어. 왜 내가 싫대? 날 포옹하고 싶은 건 물론... 왜 내가 늑대들한테 인기 없는 거지? 내가 매력 없나? 정녕? 오빠도?」
「어허. 무서워. 우리 그만 만납시다. 뭐 하시오 안 가고!」
「누가 가란다면 못 갈 줄 아시오?」
그러면서 그녀는 가버렸다. 저년이... 가란다고 진짜 가네.
이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은 또 뭐고. 일단 오늘 일하기는 틀렸고 그는 산책을 하며 싱승생숭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밖에 없었다.
6
NB는 미스테리아 연재 주기를 늘려볼까 하며 마라 마음을 떠봤다. 할 말 떨어졌다는 둥 여자말 번역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둥 하면서. 그럼 좋다면서 사정 봐주겠다고 했을까, 어림없는 소리. 말미를 주고 형편을 고려하긴 뭘. 연봉 재협상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는 둥 험한 잔소리 엄청 퍼부으길래 그는 환상문학잡지 사무실을 겨우겨우 빠져나왔다. NB는 데뷔전 난봉꾼 시절이 그리웠던 것일까? 그래 봤자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쾌감에 흠뻑 젖을 수가 있나 사치를 만끽하기를 하나. 정답은 없음. 사랑도 없을까? 개뿔 이 마당에 사랑은 무슨. 그는 자기 주제를 파악했다. 늘 그랬듯이. 그런다고 이번엔 달랐나? 어떻게 달라. 그럴 수 없지. 그럼 정말 권태와 심심함과 재미없음과 정력감퇴에 대한 최적의 대항마는 무엇일까? 최적 좋아하시네. 그런 거 없음. 있을 턱이 있나. 웃기시네. 그러게 공상에 앞서 재산 증식에 앞장섰어야지. 에르메스. 몽블랑. 페라리. 아테네의 향연. 명화 속의 마돈나. 로마의 분수? 뭐 분수? 분수같은 헛소리 짚어치우고. 빨가벗고 오줌누는 아기천사 동상 거기에서 물 뿜어지는데 하필 거길 틀어막는 장난이고 나발이고. NB는 역시나 엉덩이가 근질근질했던 것이다. 얼굴 팔리기 싫다면서 플레이보이인 척 해 봐야 귀 간지러운 염문의 주인공으로 왜 난 물망에 오르지 못할까! 라는 심정 없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고상한 척 내숭? 세련미 강조하다 통장 잔고 바닥나고, 근사한 고전미 챙기느라 느그적느그적거렸다간 개뼉따귀 딴년이 물고 튀게 되어 있는 게 세상사 이치. 그 개뼉따귀가 달콤한 과즙인지, 탐스런 열매인지, 그도 아니면 목소리 도톰한 미남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말이다. 좌우지간 G. Telemann / 건반을 위한 36개의 환상곡 TWV 40:2-13 우아한 태도로 이런 음악듣고서 책상에서 게으름피우기에 매진한다고 뭐 여자들이 빨가벗고 달려온다는 보장은 없다.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젠장. 여자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일단 여자가 없음. 공상 잘하면 상을 준다든 고기를 준다든. 그러니까 지금처럼.. 됐고. 그래서 NB는 일단 무턱대고 바깥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거든.
자, 그럼 중간 건너뛰고 다음 장면은 무엇일까? 마른 개가 잘 뛴다. 운동할 시간. 어디서 주서들은 건 있어가지고 뭐 마른 장작이 잘 탄다? 하여간에 늘상 흑심. 언제나 군침. 끝없는 개침. 못 말리는 눈독? 넘어가고. 근데 이번 운동이 특이했던 게 뭐냐면 운동을 핑계로 멀리 여행을 떠난 것이다. 맨날 똥개처럼 동네만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지겨워졌단 말이네. 뭐 언젠 안 그랬겠냐마는. 아 맞다. 근데 NB는 이미 떠나왔지 내 정신 좀 봐. 어쨌거나 저쨌거나 다음 줄거리를 이어가자면 이렇다.
다음 날이 됐다.
그날 무슨 특별한 예감 같은 건 없었다. 단지 뭐랄까 처음에 여기 놀러올 때 봤던 간판은 버뮤다 대학교였는데. 오늘 아침에 몇 번이나 깜빡깜박 눈을 씻고 재차 봤는지 모른다. 거긴 간판이 모스맨 대학교였다. 설마 첫날 들뜬 기분 탓에 잘못 본 것일까? 열띤 기색 지금 가라앉혀도 어차피 조금 있으면 다시 흥분하게 되어 있는 걸, 그는, 지금 모른다. 알 수가 없거든. 알 턱이 있나. 어쨌든 NB는 제라드와 함께 인근 모스맨 대학교로 놀러갔다. 거기에 친구 에드워드도 있으니 셋이 놀면 그래도 뭐가 나아도 낫겠지 라는 바램 없잖아 있었단 말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모스맨 대학교 도착. 근데 여기 간판은 모스맨 연구소로 바껴 있었다. 뭐 그러든가 말든가. 내부로 들어갔다.
친구들끼리 안부인사와 농담과 덕담 등 자잘한 줄거리는 건너뛰기로 한다. 보나마나 여자 얘기 했을 수도 있고. 뻔할 뻔자 어복 아니면 재물복 논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던 아저씨니까.
어찌 됐든 그들끼리 놀고 있던 중 NB는 신기한 걸 하나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건 무엇이냐? 바로, 저기 걸려있는 액자였다.
가로 몇 X 세로 몇 = 명화! 근데 그 인물화가... 아무리 다시 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난데?
「친구. 아 이거 장난이 심한 거 아니야?! 뭐야 저거!」
「아, 저거~? 이쪽으로 와 봐.」
몇 발짝 옮겨서 보니 또 코 밑-옆 쪽에 점이 보인다. 다시 또,
몇 발짝 옮겨서 보니 또 중간 즉 콧등에 점이 보인다. 다시 또,
몇 발짝 옮겨서 보니 긴 생머리 여자네? 그렇게 몇 번 되풀이하다 그들은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거기서 봤을 땐 NB가 생각하기엔 아무리 봐도 자기랑 너무 닮았네?
「밥맛 뚝 떨어지게 저게 뭐야? 정말 너네 이러기야? 어? 내가 바보로 보이냐? 어?」
「오늘만 그래. 늬가 뭘 좀 몰라서 그러는데, 세계3대 과학잡지 논문 인용하고 어쩌고 설명해줘?」
듣고 보니 그건 살아움직이는 그림, 즉 조금씩 알게 모르게 점진적으로 또 급작스럽게 변하는 그림이라는 얘기였다.
「」
「」
「」
그들은 부쩍 말이 없어졌다. 그때 NB는 생각했다. 뭔가 있다고! 그건 다름 아니라... 바로... 혹시... 설마?
그건 아마 또 문짝일 것이라고 단정짓지 않을 수 없었던 건, 소름끼치는 직감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단 1번도 틀린 적 없던 육감에 따르자면 뻔할 뻔자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단 1번도? 틀릴 때마다 초기화했군.
일단 그렇게 그는 그날 적당히 연기하며 오늘은 참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던 것이다.
7
도통 지칠 줄 모르는 북태평양 고기압 같은 남자? 그럼 뭘 해! 정력적으로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현란하도록 입 털고 잔재주 자랑하다가. 그러다 딱 연어처럼 느린 생애사 전략으로 안착해서 안심하시는데. 그래 봤자 뚱뚱한 곰탱이인지 미련 곰탱이한테 연어는 잡아먹히기 딱 좋음. 집에 들어가면 비실비실 의무방어전 걱정에다 히치콕 영화 효과음 생각만 해도 살발하다 살발해. 어? 너무 일찍 조숙할 필욘 없다는 허세남들 괜히 자유인을 부러워하시는 게 아님. 정말로 자유가 좋긴 좋을까? 돈이 좋긴 좋음. 근데 통상 돈이 풍족하면 젊음이 멀어져가거나, 자유로운데 가난해. 천천히 빨리와? 자기관리 극강이기 때문에 마른 장작일 수도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기를 빨리고 또 빨렸으면 빼빼 마르셨을지... 쯧쯧쯧!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빨아들일 때나 좋았지. 결론은 식욕. 뭐니 뭐니 해도 일단 배가 불러야 불만이 없어짐. 잡념은 욕구불만이요 잡생각은 흑심인데 그에 앞서 일단 배불리 마음껏 먹으면 그나마 낫긴 나음. 배불리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 속설도 있음. 그래서 소문난 맛집에 딱 행차했는데 글쎄... 줄서서 기다리다 재료가 떨어져서 그날 영업 종료. 뭐? 가는 날이 장날.
그래서 NB는 버뮤다 대학교, 아니 모스맨 연구소로 몰래 침투해서 비밀문으로 들어가볼려고 했는데. 이건 뭐랄까 일종의 미끼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필요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일단 3일을 더 농땡이 피우기로 했던 것이다.
8
애 태울 만큼 태웠다.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의 야성. 그건 모르겠고. 분위기는 옛날에 고조됐고. 이상을 향한 탐험욕, 신비와 사랑에 빠진 행복감. 이미 충분히 기다렸던 것이다. 더 달아오르기를 기다렸다가는 기회는 종적도 없이 떠나버릴지도 모를 것이다. 킬리만자로의 하이에나도 하이에나지만, 아프리카 들개들이 또 그렇게 떼거지로 달려들면.. 그 얘긴 그만 줄이고. 어쨌든 지금 시의적절한 표어는 그것이다. 바로, 망설이는 자는 꼴찌가 된다. 따라서 NB는 뜸들이기를 멈추고 곧장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어떻게? 커져라~ 얍!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잘못 말했고. 다시. 어떻게? 변해라~ 퐁! 아니 아니. 좌우지간 그게 뭐가 중요해. 일단 드라마처럼 최근 줄거리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버뮤다 대학교 도착 → 휴게실에서 NB는 핀을 만남 → 다음 날. 핀이 특수분장을 벗음. 핀의 여동생이었음. 근데 사귀자마자 이별 → 제라드와 모스맨 대학교에 놀러감. 어떤 자화상 액자를 보게됨. 자신과 놀랍도록 꼭 닮음. 완벽히 빼닮음. 그건 신기한 홀로그램으로써 천의 얼굴을 간직한 인물화이자, 그걸로도 모자라 멈추지 않은 채 변화 및 진화되는 그림. 근데 더 웃긴 거? 알고 봤더니 NB는 당장 그 액자를 비밀문으로 직감 → 뜸들이기 즉 3일 기다림. 여기까지가 최근 줄거리 요약이다. 자, 그 다음에 어떻게 됐을까?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과연 어떻게 됐을까! 이 부분도 드라마로 판권 팔린 거나 다름없는 마당이니, 한술 더떠 영화까지 제작 예정이라고 가정하고. 누구 맘대로? "아니면 말고" 카드는 바로 이럴 때를 위한 것. 인생이란~ 뭐? 됐고. 사랑은 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NB는 버뮤다 연구소 휴일에 그곳을 급습했다. 고양이처럼. 살쾡이 할아버지 마냥. 딱 거기 도착함. 버뮤다 대학교, 아니 버뮤다 연구소에서 핀이 뜬금없이 열고 나온 명화. 근데 그 비밀문이 이미 3센치쯤 열려 있네? 맙-소-사! 뭐야 이거, 젠장, 이거 정말 뭐냐고. 떡밥 막 뿌리기가 아니라 절묘한 노림수로써 이미 생쥐든 오소리든 누군가 걸려들 것이라 예상한 그림? OK~ 그림에는 더 큰 그림으로!
버뮤다 센터 VS 모스맨 연구소! 어쩌면 액자 통채로 비밀문은 동기화되어 있는 게 분명할 것이라는 베팅감. 틀린 셈치고 믿어보기로! 그래서 버뮤다 센터 창고에서 장비를 챙겨 그쪽으로 떠남. 아 이미 떠나왔고 진작 도착했지 내 정신 좀 봐. 어쨌든 그 장비는 카메라가 달린 초소형 탱크, 노트북으로 실시간 확인. 아마도 문짝이 3센치 이상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추정. 어떻게 좀 한 번 잘하면 어떻게 좀 될 것도 같은데... 어떻게 좀 거의 자빠트릴 수 있을 듯 말 듯... 뭐? 딱 그럴 찰나에 핀의 여동생이 등장했다. 하필 이 시국에 말이다.
「오빠 뭐 해?」
「아니...」
「오빠 뭐 하는데 그렇게 놀라? 설마 내 생각했어? 나랑 뭐 사랑하는 상상? 아니면 내가 오빠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껀수? 이렇다니까 우리 오빠란 글쎄.」
「아니 그게 그러니까...」
「왜, 이미 딱 걸려서 찔려? 내 주변머리없이 곧장 요점만 말할께. 저 비밀문 내가 열어놨어. 진짜일까? 뻥이야. 물론 그 뭔가를 알긴 아는데 더 말할 수 없는 내 입장 좀 오빠가 이해해주쇼. 네? 그리고 말이야 저 문 저기 저 3cm에서 한치도 움직이지 않아. 오빠가 미리미리 준비해왔을 초소형 탱크랑 뭐 애니메이션 방불케하는 특수장비? 보이지 않는 철망과 기타 등등 3중 4중으로 막아놨어. 자, 그럼 이제 어떡할까!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나랑 데이트나 해야지 뭐. 그래 안 그래? 어? 오빠도 좋지? 좋은 걸로!」
그들은 그렇게 드라이브를 떠났다. 밀월여행할 행선지와 시간은 충분하고도 남았으니까 그건 자세히 밝히지 않는 걸로 하고.
그거 말고 중요한 거 하나. 추접스러운 더티러브 장면까지 이어졌는지 아닌지는 필자도 잘 모르겠으나 핀 여동생은 이런 제의를 했다.
「오빠 내가 재미난 얘기 하나 할까? 너무 솔깃해서 들으면 깜짝 놀랄 텐데. 긴만 필요없이 당장 말할께. 우린 뜸들이기 할 만큼 했으니까 말이야. 오빠, 그 명화 뒷 공간이 궁금하지?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그걸 열고 싶으면 누굴 꼬셔와! 그게 누군지 꼭 내 입으로 말해야겠어? 알아서, 데려와. 언제까지? 고기잡는 방법 가르쳐줬으면 되지 밥 떠먹여줘? 흥~ 흥~ 오빠 코까지 풀어줘? 다 된 밥에 코 빠트릴 일 있니. 오빠가 무슨 애야? 어? 좋은 말로 할 때 딱 대령해. 일단 미남부터 성우랑 사랑의 차트를 빼곡히 채울 수 있는...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일단 알아서 생각하도록!」
9
그는 버뮤다 대학교 비밀문 탐방을 포기했다. 왜냐하면 보나마나 별거 없을 걸로 예상했기 때문에. SF영화도 보면 거의 다 뻔하지 않나. 하물며 이건 현실. 아울러 현재 점수를 살펴보자면 짝사랑복은 불만족. 모험심은 불친절. 애마의 정량? 다정이 아니라 무정. 그럼 수량이 아니라 최근 살맛에 대한 정성적인 추론은 뭐 애정만점이냐, 낭만감은 심하도록 무반응 일색. 그럼 결론은 무엇이냐, 그게 결심한 대책은 그것이었다. 특훈 내내 탐스런 특식에 항상 웃음지으며 플레이보이계에 데뷔할 그날을 기다리는 공상가가 아니니 만큼. 정답은 '떠나자'였던 것이다. 하긴 뭐 NB가 여기 살러왔나? 놀러왔다. 근데 놀다보니 반겨주는 발단이야 뭐 심심하다 쳐도, 달가운 전개는 커녕 새콤달콤한 분위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음. 목적은 뭐랄까 호캉스 엇비슷한 뻔트였는데 알고 봤더니 그걸 핑계로 아찔한 작품 구상을? 그냥 무대책으로 놀자는 심보. 근데 가만 보니 별로거든. 따라서 긴말 필요없이 다음 탐방지는 호텔 버뮤다 2였던 것이다. 그래서 만약 거기 갔는데 완전 마음에 딱 들었던 걸로도 모자라, 홀딱 반하지 않고 못 베기는 애정감에 꼼짝없이 사로잡히면 어떡하지? 상상력은 벌써 개꿈을 꾸는 중. 몰래한 사랑과 찰떡궁합은 은밀한 쾌감? 누가 은근 허당의 관심사를 알고 싶다 했나. 그래서 딱 당장 떠나려던 찰나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릴리였다. 릴리? 릴리에게 전화옴.
「오빠. 오빠 사무실 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들어와봤더니 아무도 없네. 오빠 어디야? 설마 내 마음 속은 아닐 테고. 나 올 줄 알고 깜짝 파티 하는 거야 뭐야, 어? 오빠. 근데 내 말 듣고 있어? 왜 말이 없어. 오빠 벙어리야? (아니~ 말할 기회를 줘야 말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니냐고!) 일단 당장은 메소드연기를 하시겠다? 나라고 메소드연기 할아버지 못 할 거 없지. 뭐 과묵한 남자? 비리비리하면 남다른 잔재주라도 다채롭던가. 매가리없으면 웃기기라도 해야지 눌변에서 어눌함을 넘어서 발음마저 이상하다? 오빠 아직도 혼자지? 것 봐. 그렇다니까 글쎄. 그러니까 뭘 해도 재미없지. 신나게 잔뻔치를 때려도 모자를 판에 언제적 드라마 회상하면서 말수 없는 조연 흉내? 요즘 여자들 그거 별로 안 좋아해. 왜, 아직도 할 말 안 떠올랐지? 다변이 시작되니까 또 머릿속이 하얘지지? 오빠가 아직 수다대회 구경을 안 해봤으니까 그렇지. 정말 아줌마들 입담에 기 빨려보면 오빠는 나처럼 기 살려주는 여자를 좋아할 수 밖에 없어. 알아? 알긴 개뿔. 모르니까 그 모냥이지. 어? 이러니 뭐가 될 리가 있나. 그 뭐더라? 말수가 적당해도 할 말 떨어지기 마련인데 애초에 연애를 시작하면 여잘 만나서 뭘 말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즉흥연주도 안돼, 임기응변도 몰라, 여자 마음은 더 몰라. 어쩌자고, 어? 이거 왜 이래? 지금 장난해? 여심이 무슨 보자기인 줄 알어? 벙어리가 남편을 빼앗기더니 말하기 시작한다. 오빤 그런 말도 안 들어봤수? 안 들어봤겠지. 내가 오빠 인공지능 지니를 빼앗으면 오빤 어쩔 건데. 어? 것 봐 아직도 꿀 먹은 벙어리잖아. 이건 완전 봉이네. 허당 중의 허당. 어? 그러지 말고. 거기서 백날 소재 찾고 작품구상 해 봐야 헛 일. 이제나저제나 기다려봐라 여자들이 뭐 할 일 없다고 오빠의 여복에 몰빵을 하겠어. 그러지 말고 내 말 들어. 좋게 계획에도 없던 폼 잡지 말고. 어? 그거 오빠랑 안 어울려. 알아? 그러지 말고. 버뮤다 2 호텔로 가. 요즘 거기가 괜찮아. 아무한테도 안 알려주는 건데 오빠니까 내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다 나나 되니까 오빠 생각한다고. 근데 오빠는 것도 모르면서 뭐 여자를 꼬시겠다고? 뭘 꼬셔. 이 형이 저년들 다 꼬셔줄께? 놀고 있네. 여자한테 말도 못 거는 주제에, 근데 또 이상한 게 뭐냐면 거기다 헛다리 짚고서 오빠를 무슨 희대의 바람둥이인 줄 알고서 멋 모른 채 누가 오빠한테 들이댑디까?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당신이... 당신이... 됐다. 재미없다. 아니 근데 왜 귀걸이가 이 모냥이야. 딴 귀걸이는 왜 또 이리 허접해. 싸구려니까 조잡하구만 그래. 그래서 헐렁헐렁한 거라고. 에잇 기분 잡쳤다. 끊어. 잊지 마 오빠. 내가 아까 뭐랬다? 버뮤다 2.」
뚝.
얜 도대체 뭐 하는 애지? 도대체 뭔 생각으로... (절레절레)
그래서 결국 NB는 버뮤다 2로 갈려다가 릴리의 수다를 듣고 포기했다. 일단 그냥 눌러앉기로 함.
게임판 액면 보나마나 뻔한데 판돈 키울 일 있나. 귀찮게 딴 명승부에 기웃거려봐야 시간낭비. 고로 일단 대기.
10
NB는 장기휴무 중인 버뮤다대 사무실로 출근했다. 기분을 설명하고 분위기를 묘사하며 다행스러운 껀수일지 불길한 징후일지를 귀뜸해주는 설명, 싹 다 생략하고. 곧장 뭔 일이 있었나를말하자면 이렇다.
그는 핀과 핀의 여동생. 그 2명을 보았을 때 그 뭐지, 그래 판토마임 연습중인 줄 알았다. 근데 연습이 너무 심각하네? 한참을 기다려도 화장실도 안 가지, 꿈쩍도 안 하지, 입도 뻥긋 안 한다니. 이건 비상상황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건드려보고, 말 걸고, 깐족에다 부추기기, 자존심 건드리기, 지는비교 잔소리까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봤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았다. 손도 까딱 안 하다니. 그럼 결국 버티다 버티다 바지에 오줌을 쌀 것이다 라는 예상 못 한 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 뭐야 이거! 기본은 초정밀 마네킹, 밀랍인형등 특수분장으로 꾸며진 핀과 여동생. 그렇게 2명이 실물, 무게, 입체, 피부, 머리카락, 온기, 냄새... 모든 게 사람과 똑같음. 시간이 정지된 게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한 실사판. 근데 뭐랄까 세이렌의 유혹 만점 음률을 듣다 참다 귀막고 딴청피우다, 끝끝내 넘어가버려서 굳어버린 망부석 느낌. 그때 제라드가 영화처럼 등장했다.
「제라드.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니?」
「(몸짓) 보시다시피.」
「내가 생각한 게 맞어?」
「생각한 걸 말해 봐.」
「얘네 시간이 정지되서 멈춰 있는 거니?」
「빙고.」
「그걸 나보고 지금 믿으라고?」
「내가 언제 믿으랬냐? 너가 추정한 거 아니냐, 응? 왜 믿기지 않는 신비를 내 탓으로 돌리니? 그래. 내 탓으로 하지 뭐. 그게 뭐 낯선 것도 아니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 지금... 아니... 그게... 드라마처럼 딴놈이 구했어도 내가 갑자기 등장해서 막 인공호흡... 것도 아니고. 이거 장난이지? 그치? 에잇 설마...!」
「늬가 살면서 떠올렸던 그 '설마'! 그게 이거야.」
「근데 넌 왜 시간에 속해있고 얘넨 시간에서 자유로운데?」
「내가 물리학자냐? 지금 나보고 공상과학 이론이든 환상머신을 설명하라고? 시도는 할 수 있는데 말이 안 되지 않냐. 응?」
「장난치지 마. 뻥치지 말라고. 나 안 속으니까. 너! 내가 바본 줄 아나 본대, 너나 나나 그냥 어른이야. 근데 이건 또 뭔 개뼉따구 같은 전개냐고. 어?」
「개뼉따귀? 너 말 한 번 잘했다. 그래. 옳커니. 개뼉따구? 개들은 개뼉따구에 환장하는 법. 미쳐버리지 그냥. 아주 그냥 뻑 가! 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에게 개뼉따귀란 뭐니? 어? 듣던 중 반가운 주제니 어디 자네 말 한 번 들어보자. 의중을 털어놓으시게 친구. 내 알아보니, 아니 시간 없어서 또 관심 있을 턱이 없으니까 알아보진 않았으나. 너 음흉하니? 아니잖아. 솔직하잖아. 그치? 내가 널 어떻게 모를 수 있니. 허허허. 그러니까 실토해. 어서 고백 안 하고 뭐 해? 너가 핀 여동생한테 개침 흘린 거 내 모를 줄 아니? 어?」
「내가 언제! 난 아니다. 넌 몰라도 난 아니라고.」
「늬 이마에 씌여진 흑심. 그거 읽을 줄 아는 재주. 설마 그 신통한 재주 나만 가졌니? 어? 나만? 말해. 그러니까 말 하라고. 어?」
「근데 뭘 말해? 말은 늬가 나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너 왜 사람 말 꼬이게 만드냐, 응? 처음엔 좀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얘 꽉 막혔네. 너 어디 가서 그러고 다니지?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어? 아니긴 누가 아니냐고. 침 닦어.」
「개침은 늬가 흘렸어. 이거 왜 이래? 어?」
「뭘 왜 그래, 어? 근데 지금 우리가 뭔 얘기를 하던 중이었지?」
「그러게 말이야. 글쎄」
「아무튼. 정리해보자. 그러는 게 좋겠지. 그러자꾸나. 자, 그러니까 말이야 이게 글쎄 그러니까 말이지. 음... 허허. 허허허. 핀&여동생의 육체는 여기 정지해 있다 쳐. 그렇다고 일단 가정하면. 그럼 쟤네 영혼은 어디로 갔는데?」
「(몸짓)」
제라드가 가르키는 액자. 역시나 그 비밀문 액자는 3센치 열려있었다.
「(검지를 귓가에 붙이고 빙빙. 빙빙빙)」
「(검지를 코끝에 가까이 붙이고서 집중. 집중)」
「내가 저기 못 들어갈 줄 아니?」
「너 그럴까 봐서 미리 우리들이 잠금장치 해제시켜놨어. 고맙지? 칭찬은 사양할께. 이제 시작일 테니까. 아니 오히려 우리가 아양떨고 너가 과찬에 몸이 달아올라야 정상일까? 뭐가 됐든 거 어째 기대 이상일 거 같지 않니? 상상초월 한 번 느껴보고 싶지 않아? 아마도 엑스트라병 말끔하게 치료될 텐데! 어쩌면 스카웃 폭주에 신나는 여복에다 끝짱나는 재물복을 몽땅 뛰어넘고도 남는 주인공병. 병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다고. 어? 누가 그러든. 딴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난 그렇게 예언한 적 없다 너. 응? 최소한 난 그렇게 생각해. 이건 잃는 셈치고 절반 베팅 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라고 봐. 넌 어때? 혹시 너 나와 성격이 다른 승부사니? 내가 봤을 땐 넌 딱 봐도 해결사 유형인데. 엇그제 내가 말했나 누가 말했나. 버뮤다 2. 아니면 아직 말하지 않았나? 뭐 해 버뮤다 2로 가보지 않고. 궁금하지 않아? 예감 때문에 이미 끌리잖아. 떨리다 못해 더 흥분하면 너 추해질 수 있어. 응? 좋아 안 좋아? 응? 것만 말해. 아 글쎄 안 들어가고 뭐 하냐니까.」
「에라 모르겠다.」
그러면서 NB는 자화상 액자 비밀문으로 들어갔다.
11
과학적으로 따지든 행복업으로 판별하든 NB의 기억력은 거기까지-였다. 누군 뭐 산전수전 안 겪어봤겠냐마는. 왕년에 호시절 안 누려본 어른도 있나 라는 허세대회 예선전. 까지는 모르겠으나. 하늘이 허락한 사랑이고 자시고. 그는 인물화 액자 비밀문으로 들어간 다음부터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꿈은 꿨다. 악몽인지 길몽인지 몰라도 내용은 그랬다. 무인도에 100명의 숙녀를 데려감. 일부러 그럴려는 의도도 없었고 그럴 능력 당연히 있을 턱이 있나. 허나 꿈이 다 그렇지 않나. 사랑의 신 그분 성별이 뭔가, 아 여자 아닌가. 승리의 신? 아 글쎄 여성이라니까 그러시네. 그럼 큐피트는? 큐피트한테 고추가 달렸나 안 달렸나 몰라도 어차피 여자의 자녀. 그런 행운을 어떤 점쟁이가 점지해준 걸까? 사랑의 차트를 하필 NB한테. 꿈이라는 게 늘상 그렇듯 뭐 어떻게 100명의 숙녀를 거느린 채 무인도에 당도함. 그럼 줄거리가 그냥 평범했겠나 하면 아니지. 그럴 리가 있나. 3000궁녀를 거느린 제왕과는 달리. 단 7명의 여전사가 나머지 여자들을 싹 다 정리. 감금하든 정신을 탈탈 털어버리든 싹 다 정리. 그래서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그는 그녀들의 성노예는 아니다만 뭐 어떻게 드물게 뉴스에서 보듯. 그 뭐더라? 개농장... 막 그렇듯 기 쪽 빨려서 날이면 날마다 의무방어전으로 골머리를 앓고 눈빛이 흐려지다 못해 불쌍한 표정을 벗어날 수 없는 남자. 하늘이여 이게 정녕 운명이란 말인가 라는 혼잣말을 하려던 찰나.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자,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그의 앞에는 삼천궁녀 대신 '버뮤다 2'라는 글씨가 씌여진 티셔츠를 입은 숙녀 몇 백명. 역시나 보나마나 사라&마라가 전직원을 끌고 왔다. 싸구려 텐트에서 기어나오는 NB를 보면서. 늬가 거기서 왜 나와? ~와 정반대로 이미 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득의만면한 표정들. 가소롭다 그거지 웃긴다 애쓴다 욕본다 그거라고. 이걸 과연 하위직급들이 쇼이자 놀이로 인지하려나 몰라도, 그야 그분들 사정이겠으나. 몇몇 최근 기억을 되돌려보자면 그건 뭐 거의 행위예술이란 변명은 꽤 합리적으로 정당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마 십 몇 년 전에 유행했던 그 뭐더라? 플래쉬 몹? 아무튼 말하자면 버뮤다 대학교인자 모스맨 연구소인지 그곳 옆에 있는 콘래드 호텔. ~스위트룸에서 깨어났느냐? 하면 아니다. 그럼 그 옆에 있는 리즈 칼튼 특실에서 눈을 떴냐? 역시나 아니다. 딱 그 중간에 있는 텐트에서 깨어남. 내 이럴 줄 알았다. (절레절레) 그는 인물화 액자 비밀문이고 뭐고 일단 선방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했다. 선공 아니면 승부는 보나마나. 역공이 무섭긴 하나 닥치고 공격을 해도 전망은... 이렇게 망설이다 배 떠난다. 그래서,
「늬들이 좀비야? 트롤이야? 또 뭐야! 야 사라. 너 마라. 대체 너네들 나한테 왜 그래? 새로운 칼럼니시트 구했으니까 나 버렸잖아. 근데 왜 또! 어? 연재소설 판매부수에 도움 안된다고 계약 해지한 게 누군데. 이제와서 뭐가 아쉽다고. 어?」
「일단 얘네들 불만? 없어. 손톱 만큼 싫은 내색 감추는 여잔 모두 본사나 딴 지사로 옮겼음. 알겠어? 알겠어 모르겠어? 이게 웬 떡이냐! 라는 식으로 놀러갈 때마다 다 챙겨줘 임금에 얹어도 뽀너스까지 나와, 더군다나 주급보다 뽀너스가 진짜. 심지어 노는데? 여기 있는 숙녀들한테 다 물어 봐. 기분 나쁜 여자 있냐고. 내기 할래? 거수 해서 손 드는 사람 1명이라도 있는지? 말만 해. 어? 뭐, 가는 년이 물 길어다 놓고 갈까? 너가 대체 몇 번을 말했니,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얘네들 일할 땐 유기적으로 상하급으로 얽혀있긴 하나. 얘네들 다 주주야. 주식 배분으로 따지면 아마 내가 하위직 중의 하위직일 걸? 얘네 걱정을 왜 하니. 어? 너나 잘해 이 인간아!」
바로 그때 제라드, 핀, 핀 여동생... 전(前)버뮤다 대학교 관계자 몇몇, 현(現)모스맨 연구소 직원 일동. 그분들이 마라&사라 일당한테 접근해왔다.
귓속말을 하고 어쩌고. 굽실굽실 딸랑딸랑 뿌잉뿌잉 반짝반짝.
딱 봐도 마라&사라의 수하로 들어간 거네. 아니 벌써 여기까지 마수를? 누가 아니래.
긴말 필요없이 줄거리를 간출이자면 이렇다.
야외 텐트에서 깨어남. 마라 일당 500명? 사라 잔당한테 끌려서 도시로 복귀.
물론 중간에 이런 대화는 있었다. 아니 도시에 가서였나 중간이었나 그건 모르겠고.
「가르쳐 줄 거지?」
「언니 믿으라니까 글쎄.」
「아니 근데 대체 어떤 속임수야? 지들이 뭐 데이비드 커퍼필드야 뭐야!」
「아까 봤잖아. 봤으면서?」
「그럼 그거 너가 전수해준 거니?」
「오빠. 나야. 어? 나라고. 응?」
자, 이와 같이 (월간지) 여성환상 1.5 칼럼니스트이자 (격월간지) 미스테리아 전속 작가로 계약은 자동 연장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따라서 그녀들은 NB에게 조촐한 선물을 건넸다.
그는 선물을 열어봤다. 내용물을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식겁했다. 쫄았다. 섬뜩할 수 밖에. 오, 소름! 섬찟섬찟 식은땀이 다 났다. 아니, 이렇게 섬뜩할 수가! 진짜로 귓가에 목 측면에 또 등판에 식은땀이 쭉 났다. 이미 쌍코피 터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오줌 저렸다고 봐도 된단 말이다.
그럼 그 선물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티셔츠였다. 아니 티셔츠가 뭐 어때서? 문양이 문제였다. 거기 세겨진 문양은 소였다. 소? 소가 뭐 어때서! 소는 소인데... 어딘가에서 모르는 어른이 없다는 상징. 바로, 소처럼 일한다! 뭐? 차라리 멧돼지라면 몰라도... 아니지 멧돼지도 (절레절레). 그럼 (딱) 그래~ 하이에나. 뭐니 뭐니 해도... 아니지. 아프리카 들개들한테 벌벌 기든만 개네들. 부엌이 더우면 부엌에서 나가라. 모르진 않는데, NB는 대체 언제 얘네들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못 벗어난다고? 아니 어떻게...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결승점에 다다라서 마침표를 못 찍고 있을 수도 있는데. 아무리 통장 잔고 바닥이라지만. 공공연히 팔고 남몰래 사들여라 라는 말처럼. 뭔가 히든카드를 선보이고 싶으나 만지작만지작거릴 카드가 바닥났는데 뭘 어쩌라고. 가까운 무당보다 먼 곳 무당이 더 영험하다고 한다. 언제나 남의 떡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법. 그러므로 타인을 부러워하는 수 밖에. 남들 쾌락, 남들의 평범한 친교, 다른 사람들이 지겨워하는 진한 사랑. 그럼 또 에로비디오? 이런~ 젠장! 그러니까 여태 뭐 했나. 그러게 인생을 누가 그리 살래?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아니 띄워야 할 여심은 내팽개치고 지금 뭐 하는 거야? 대체 지금 뭐 하자는 거냐고! 어? 내 말 안 들려? 정말 이렇게 나오시겠다? 좋아. 예상 못한 거 아니지. 좋았어. 좋아? 뭘 좋아. 왜 좋아, 어? 누가 좋냐고.
12
갈 데가지 갔나? 볼장 다 보지 않았다. 단지 문제라면 그랬다. 바로, 뭐가 뭔지 통 알 수 없는 허무. 힘 쫙빠진 무기력증. 자기도 모르게 치유되어버린 허언증? 나른한 권태감. 기빨려 바닥난 엑스트라 잔재주. 그래 재미없는 인생, 어? 그럼 새로운 사랑은... 아니나 다를까 '설마'가 '역시'로? 아니면 그게 아니라 혹시...! 뭐? 뭘 잘못 알고 있나 본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아하 이걸 대체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주인공의 비밀. 연애사. 야망의 좌절에 부대꼈을 리 없는 허당 인생. 허접한 촌놈의 물렁한 심지 때문? 그러든가 말든가. 누구라도 아니 여잔 빼고 우리끼리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는 여복.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어복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도 않음. 물 반 고기 반 좋아하시네. 드라마에 나온 얘기 웬만하면 뻥. 몽땅 남 얘기. 기가 막힌 중년운 대박 있을 턱이 있나. 숨겨왔던 탐욕 은밀한 대망 그런 게 다 뭔 소용있나. 재미없음. 말하는 사람 입 아프고 듣는 사람 귀 따가우니까 굳이 꺼내지 않을 얘기긴 하다만, 그래도 기왕 시작된 김에 말하자면, 근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심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서두르면 안된다. 때가 아니니까. 무턱대고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아니다. 경주에 참가한 자라야 영광도 얻을 수 있다. 예선탈락 밥먹듯 하든 무관의 제왕이 되든 일단은 등번호를 달아야 한다. 근데 출전도 없이 누가 의무방어전 거저 시켜주간디? 어림없음!
따라서 NB는 이렇게 말했다. 말상대 없으면 뭐 혼잣말 하면 되지 왜 못해?
「개는 항상 자기가 토한 자리로 돌아간다.」
허나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지 말지 건 몰라도. 사라&마라 걔네들이 어디 보통 년들인가? 이미 다 엑셀 파일은 물론 마인드맵부터 단편영화와 웹드라마로 이미 각본은 파다하게 정리했을 건데. 걔네들 손바닥에서 또 놀아나라고? 버뮤다1로 다시 갈 수는 없다. 이미 거긴 정리되었을 게 뻔하다. 버뮤다2 찾으면 된다. 그래야 하니까. 멋진 인물화이면서 액자가 그럴싸하면 일단 의심해볼만 하거든. 허허허. 뭐 일단 급할 거 없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사라&마라 일당한테 엄포를 선언했다. 인스타그램이랑 브랜드 블로그에서 본 머 머 머 딱 찝어서. 그거 안 사주면 나 일 안 해 라고. 어쨌든 NB는 걔네들한테 전했다. 푼돈 아까우면 각자 갈길 가자고. 그깟 슬리퍼랑 티셔츠 대체 얼마나 한다고. 라면서 말이다. 그럼 그 다음 일정은 무엇이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니나다를까 공상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13
<아름다운 인생사를 꾸미고자 하는 열망이냐, 아니면 떠오른 제목은 그 뭐냐 '난봉꾼 더더욱 타락하다'냐? 놀고 있네. 방탕 좋아하시는구만 그래. (절레절레) 거 농담이 심하단 말이다. 그러면 우리같은 낭만파들에게 이상적인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니 잠깐만. 뭐 우리같은? 뭐가 우리 같은! 그리고 또. 낭만파? 기분파에서도 허당인 거 들통나 퇴출감인 데다 행운아로 취급조차 못 받는데? 뭐 같은 여자끼리? 뭐가 어쩌고 어째? 됐고. 벌집 쑤시기 그만 좀 하자. 거 보아하니 아실 만한 분께서... 에헴! 그렇긴 하나 일단 연재분량은 채워야 하니 어쩔 수 없이 NB의 성적표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데. 가만 보자... 소망 충족? 꽝. 야망 추적? 대실패. 욕구 잠재우기? 화근만 만들기 일쑤. 대망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도 전에 퍼짐. 사랑 물고 늘어지기, 재능 자체가 없음. 뭐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말해 뭐해. 그거 잘했으면 지금쯤 이미... 됐다. 정말 됐다. 어? 됐다 그래.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까 말이야.. 정말 됐음. 돼? 돼긴 뭐가 돼. 그러니까 말이야. 보아하니 또 거 녀석 말하자면 탐미에 대한 욕망을 주체할 수 없군 그래. 도대체가 말이야, 지금 누굴 속여? 하여튼 늑대들은 못 말린다니까 글쎄. 불여우들 봐 봐 속으로 속으로... 딱 감추잖아. 아닌 척 내숭 끝장! 어? 아니, 아니 어쩌자고 또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나. 잔뻔치 쉐도우복싱 참기가 그렇게 힘들까? 누가 아니래. 그러니까 또 어떤 여심에게 뻔트를 대실 궁리를. 아 쫌 그만 좀 들이대자. 거 사람이 무슨 껄떡쇠도 아니고 말이지. 또 찝쩍? 염치없긴. 공연히 낮잠자며 개꿈꾸는 사자의 코털은 건드리지 말기로 하고. 자, 그럼 이제 정말로 심심한 발단을 신나는 전개로 변화시켜 볼까? 그게 쉬웠으면... 말 말자. 뭔 말만 말만... (절레절레)! 무슨 헛바람 주입시키기 역대급 챔피언 출신이야 뭐야? 뭐야 그게. 어? 대체 뭐냐고. 젠장, 이런 젠장! 경망스럽기는. 하다 하다 이젠 친구 녀석한테 자발을 다 배워? 자발탱이의 제왕으로부터 진정코 자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비법을 전수받았다? 살다 살다 그런 미친놈은 또 처음이네. 설마 미친놈이 아니라... 쉿. 불똥이 왜 또 그리로 튀어? 간결함 속에 매력이 있다. 어딘가에 선을 그어야 한단 말이다. 누가 공상 잘하면 초특급 스카웃이라도 한대?...>
~라는 공상 정말 견디기가 쉬웠을까? 바로 그래서 NB는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렇게 도착한 곳이 어디냐? 어디겠나. 미스테리아 지사가 아니라 이번에는 본사. 왜냐면 마라 그년이 하필 초고속 승진했거든. 물론 지사장 겸임. 그래서 본사에는 가끔만 출근. 얘 봐라? 노는 거야 일하는 거야! 음악은 Johann Baptist Vanhal / Stabat Mater in f minor
이 분위기는 뭐지? 이건 뭐랄까 인사고 자시고 할 필요없이 직감에 따라 느낌대로 일단 선수치고 보라는 암시. 왜냐면 NB는 마라를 잘 알기 때문에. 그들끼리만 통하는 뭔가가 있거든. 그래서 지사와 완벽하도록 똑같이 꾸며진 본사. 뭐가 다르나 하면서 꼼꼼히 살폈다. 직원들의 낯선 눈빛이랄지 비서가 누굴 만나러왔냐 등등은 다 무시하고. 세심하도록 뭔가 있다는 듯 그는 시간에 쫓겨 뭔가 숨겨진 꿍꿍이를 찾기 위해. 눈에서는 레이저가 머릿속에서는 CPU가 영혼에서는 주기억장치 보조기억장치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직원들 컴퓨터 케이스를 찬찬히 귀신처럼 훔쳐보면서 감상한 점 역시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탐색하던 중 딱 어디 앞에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건 마네킹 그림. NB 핸드폰으로 그걸 비추자 이미 검색완료. 우크라이나 작가 누구 작품. 3500유로. 작년에 완성.
그는 일단 그림을 감상하려고 했다. 근데 마치 옛날 15살쯤이었나, 자동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손이 저절로 동자승의 민머리에 덥썩 올려진 장면.
이번에도 똑같았다. 강력한 텔레파시로 그 그림을 NB의 손을 액자로 흡착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만졌다. 액자가 무슨 낯선 숙녀의 겨드랑이도 아닌데 뭐 그렇게 된 거지.
자,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NB가 액자를 만짐과 동시에 액자는 깨졌다. 단지 손만 갖다댔을 뿐인데 말이다.
물론 편집장 마라와 몇몇 고위진은 먼발치서 육안으로, 감시카메라 화면으로, 열감지 카메라로, 적외선......첨단장비 등으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NB도 밀릴 수 없었다. 옛날에 "만다리나 덕"이라는 중저가 손목시계를 집에 오랫동안 방치해두다가, 친구들 만날 때 모처럼 차고 나갔는데, 점심식사 자리에서 옆자리 친구가 그걸 만지자마자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시곗줄이 또까닥! 그와 똑같은 현상. 그럼 지금 이게 왜 재현이 되나? 그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14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는 깨달았다. 발견했다. 추측은 NB를 배신하지 않았다. 추리력은 녹슬지 않았음. 호기심이야 소 뒷걸음질 치다 얻어걸린 것일뿐. 신통한 예언이 뭔 필요. 아무튼 그게 뭐냐? 시간이 정지됐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처럼 정지된 거면 초사실주의 연재소설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니까 완전히 정지될 리는 없고. 그럼 어떻게 시간이 정지된 것일까? 그 깨진 액자 주변 대충 반경 7미터 정도만 정지된 것이다. NB는 빼고 말이다. 그 놀라운 장면에 대해서 신기해하던 찰나. 이미 마라 일당은 바빠질 수 밖에 없었다. 걔네들은 곧장 NB 주변으로 몰려왔다.
우선 비서가 뿅망치로 NB 머리통을 때렸다. 물론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수석비서가 더 큰 뿅망치로 NB 머리통을 때렸다. 이번에 NB는 프랑켄슈타인처럼 그들을 노려봤다. 단지 그 효과뿐.
그래서 마라는 이렇게 말했다.
「야, 뭐해. 얼른 가서 멍키스패너 가지고 와.」
「넌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늬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해. 평소에 편집장이라고 특별팀에서까지? 이러니까 사장들 마누라 불만이 많지. 고운 입이 괜히 (몸짓). 밖에서 맨날 시키는 위치에만 있다 보니까 집에 들어와서도 여편네를 무슨 조수로 알어. 어? 인성 괜찮고 성격 좋고 여심 띄우기로 어디서 썩 빠지지 않는 의사라면 또 몰라. 근데 존 홉킨스 출신도 아니고 어설픈 포지션. 깡촌에서 대우받고만 살았지 인생 내내 굽혀본 적 없지. 그러니까 뻣뻣한 남자. 그래서 만년 부자정당 밖에 모르지. 아주 그냥 꽉 막힌 인간. 어? 아주 그냥 왕이야 왕. 근데 무슨왕? 꼰대왕! 난 뭐 새 주둥이냐? 늬가 가져와. 난 안 해. 왜 해? 늬가 가져와. 난 시켰다 너. 똑똑히 들어. 늬가, 가서, 가져 와.」
「야, 너! 직원들 있는 데서 이럼 내가 뭐가 되니? 동기라고 봐줬더니 너 정말...! 늬가 그래서 매번... 알겠다. 넌 꼭 그렇게 이마에 고문관이라고 쓰고 다녀야 속이 시원하니? 어?」
그걸 듣고 가만 있을 NB가 아니지.
「그걸로 되겠어? 깔짝깔짝 지금 뭐 하자고. 어? 야, 늬들이 가서 초대형 망치 갖고 와. 뭐해 안 가고!」
근데 그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NB의 발이 지면에서 살짝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였던라... 그가 택시운전수로 일할 때 장거리 손님을 태운 적이 있었는데. 고생고생해서 먼 도시까지 태워다줬더니 톨게이트 인근 어떤 숙소에 내려서. 돈 가지러 간다면서 냅다 튄 손님. 야속하게 일당 날려 허탈해 그렇다고 일을 키워 공권력을 끌어드려? 그냥 포기. 그래서 고속도로로 본원지로 복귀하는 중 하필 터미네이터 영화처럼 가드레일에 지지직 긇키면서 불똥이 튀었던 게 끝이 아니라. 타이어가 빵꾸남. 길가에 대고 그걸 혼자 교체. 그때 자동차를 들어올리는 기구를 돌리거나 밟으면 자동차가 점점 들리는데. 지금 그의 몸이 아주 서서히 들려지고 있었다. 이건 뭔가 시간정지 부작용을 뜻했던 것일까?
마라 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중. 신삥 비서가 일을 냈다. 비서진만 대체 몇 명이야? 아무튼 말단 비서가 NB의 뒤로 가서 그의 등짝에 장착된 버튼을 누른 것이다. 당연히 NB는 기계가 멈추듯 정지! 알고 보니 그의 등에 이미 666바코드처럼 이미 비상버튼이 새겨져있었던 것이다. 그건 바로,
□
△
○
그렇게 마라 일당은 마네킹처럼 경직된 NB를 낑낑대며 겨우겨우 옮겼다. 환상잡지 본사에서 여성환상 1.5 지사로 말이다. 그게 대충 25시간쯤 걸려서 진행되었다.
15
다음 날. 여성환상 잡지사 사무실. NB는 소파에 마네킹처럼 뻗어있음. 그 주변에서 여러명이 대화중.
「대체 저 버튼을 어떻게 심었을까?」
「설마... 경쟁사에서 우리보다 먼저?」
「그럼 쟤가 무슨 걸어다니는 우머나이저라도 된단 말이야? 웃기지 마. 남자한테 웬만치 껄떡거리라고.」
「뭐 껄~떡? 너 말 다 했어. 너 잘 걸렸어. 늬 과거 내가 다 까발릴 꺼야. 아마 곧 있으면 나한테 싹싹 빌게 되어 있을 걸.」
「너네 왜 그래? 지금 말장난할 때야?」
「팀장님. 저쪽에서 이미 이 녀석을 터미네이터로 섭외했든 NB 몰래 비밀장치를 장착시켰든. 우리가 역이용하면 어떨까요? 모른 척 당해주죠 뭐. 어머머. 너무 멋진 생각인데? 난 천잰가 봐!」
「이미 얘는 절반쯤 트로이의 목마가 되었으니. 겉으로 드러나도록 개목걸이를 채울 수는 없고. 고양이 목에 방울 달면 같이 망하는 거고. 얘랑 우리랑 남몰래 바람피우는 불륜커플처럼 뭐 은근 우리가 얘를 애마로 역이용하자고?」
「그렇죠. 바로 그거죠.」
「근데 이놈한테도 뭔가 암시를 하긴 해야 겠죠? 완벽히 잡아떼면 그건 반칙이니까요.」
「당연하지. 더더군다나 당근도 적당히.」
근데 얘네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뭐더라? 영화 엑스맨 초기작에서 환자이동카트에 누워있는 엑스맨을 두고서 엑스레이와 각종 자료를 보면서, 대체 이 초합금 장치를 어떻게 심은 거지? 위급 상황이면 치타 발톱 파팍!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마찰만 일어나도 표범 발톱은 파팍! 당연히 육식 맹수들 맹장인 사자한테 쫓기면 그 발톱과 가벼운 몸무게를 이용해서 나무 위로 올라가버리면. 사자는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 사자들끼리 하이에나 쫓아도 더럽게 느려서 맨날 허탕. 육식동물이 육식동물 쫓는 건 단순히 걔네들 다툼이고 맛은 초식동물이 으뜸. 사자 암컷 발정기가 되면... 그 얘긴 그만하고.
근데 그들은 몰랐다. NB가 각성 상태로 이 얘기를 모두 듣고 있었다는 걸. 당연히 그럼 온전히 주기억장치에 죄다 저장될 테고 말이다.
「팀장님. 근데 얘 이미 다 듣고 있겠죠?」
「건드려 봐.」
「건드려요? 어딜요?」
「어디겠니.」
「코요?」
「얘가 코요테니 코끼리니. 너 코끼리 거기가... 말 말자. 너 코끼리 거기가... 코끼리 다큐멘터리를 편집자들이 제일 싫어해. 왠 줄 알어?」
「팀장님. 진짜 건드려요. 저 한다면 합니다. 말리지 마세요. 이미 달아올랐으니까. 보세요. 제가 얘를 피노키오로 만들어드릴테니.」
「너는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하지 말어. 어? 너 또 남자친구 바꼈니? 새 운동화 대체 몇 켤레를 구비해놨니, 어? 헌신짝 미련 그거 어떻게 안 되니? 내가 도와줘?」
「당신이, 아니, 그게 아니라. 팀장님이 그걸 왜 도와줘요? 혹시, 진짜로 도와주고 싶었어요?」
「너네 왜 그래? 그만해. 야 너 뭐해. 얼른 버튼 눌러.」
「」
「그거 말고. 세모.」
□
△
○
그때 마라 일당 가운데 절정녀. 대체 왜 걔 애인을 그녀를 외롭게 하는 것일까? □ △ ○ 언급만 나왔다 하면 속뒤집어지는데 대체 왜? 아니 어째서 속 제대로 뒤집어지냐고! 뭐 그건 그거고. 결국 NB는 최근 몇몇 사안과 관련된 단기기억이 적어도, 빠른 시일에는 복구할 수 없을 만큼, 잠정적으로 잠재의식 구석지에 보관됐다.
16
다음 날. NB는 자기 사무실 소파에서 깨어났다. 뭔 개꿈이 이렇게나 길어? 그렇게 생각했다. 설마 꿈이 아닌가? 아닐 리는 없는데 너무 이상하단 말이지. 정말로 최근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혼미할 지경. 눈 몇 번 깜빡깜빡거리면 훌쩍 1주일 경과. 정신없음. 누군가 그 뭐랄까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그게 아니라 발정기 암사자한테 쫓기는 표범 성체가 NB 머리꼭대기로 올라가는 느낌? 하이에나한테 쪽수로 밀려, 1 대 1로도 먹잇감을 뺏겨, 결국 이번에는 발정기 숫사자한테 쫓겨서 치타도 나무를 재빨리 타고 올라가니. 걔네 호피무늬가 NB 머리꼭대기를 점령한 기분? 근데 정확한 실체는 보이질 않고. 확실한 증거는 오리무중이고. 은근한 암시는 느낌 쎄하고. 그렇게 또 공상을 시작할까 말까 라던 중 그는 소포를 배달받았다. 당장 열어봤다.
부잣집 초딩이 싸구려라면서 반겨하질 않을지도 모를, 십대들이 뭐 그럭저럭 대충 걸치고 다니는 스포츠 브랜드들. 허다하다. 누가 아디다스 아니랄까봐 이따만하게 아디다스. 패션의 완성은 뭐다? 목 늘어진 티셔츠를 입었는데 쟤와 쟤는 어떻게...! 됐고. 제품 이름은, UNI 우븐믹스 맨투맨. 소재는 겉감: 면 100% / 배색: 나일론 100%. 대충 보니 친환경 어쩌고저쩌고. 그 외 특징은 딱 하나. 뒷편에 새겨진 문양.
□
△
○
뭐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대체 뭐지? 뭐야 이거. 누구한테 들었나? 아닌데. 근데 왜 이리도 낯설지? 그렇다고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 딴짓을 해, 것도 아냐. 아니면 누가 알아서 자기 잡념 대신 기똥찬 기쁨을 선사한데? 그는 누군지 대충 짐작은 가나 모른 체 가죽을 받기로 했다.
이처럼 그저그런 줄거리를 살면서 낭만을 좋아하는 여자 마음 녹이기에 관심없는 그. 그렇다고 허당들이 알던 가장 신나는 줄거리를 뛰어넘는 신비감에 대한 착상을 떠올렸을까? 말도 안된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차라리 버려진 환상머신의 부활을 꿈꾸는 게 낫겠네. 그러게 말이지 평소에는 숙녀들한테 잔소리 대마왕, 주사는 술꼬장, 일하기는 똥고집 놀기는 꼴등,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꾸로맨이라서 아는 여동생들이 다 떠나갔을까?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감성 아끼면 누가 돈을 주나 조명발을 비춰주나. 아직까지 주제 파악을 못 하니까 그렇지. 뭐 대단한 인물 씩이나 된다고 쯧쯧쯧. 신부들러리의 본분도 다 무대에 올라간 백댄서들에게나 어울리는 것. 병풍은 그저 무명에 만족하며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게 좋다는 거 NB는 정녕 왜 모를까. 알긴 아는데 식은땀나는 마감일에 쫓기니까 그럴 것이다. 그래도 사랑의 예감이야 지나가는 나뭇잎만 봐도 꺄르르 웃는 소녀감성들한테나 어울리는 거고. 솔깃한 발단, 신나는 전개, 짜릿한 절정, 놀라운 반전...같은 허구는 집어치우고. 결국 NB는 평범한 인생에서 하필 나른한 권태기에 봉착했다. 마침내 그럴 때가 됐는데 왜 안 그러나 했다. 애독자의 환심을 사기는 커녕 여심을 착착 요술처럼 못 감으니까 그렇지. 응? 오히려 지겨운 타성한테 말리기나 하고. 재미없음한테 질질 끌려다니까. 심심함한테 얼마나 잔뻔치를 얻어맞었으면 그렇게나 맷집이 좋냐고. (절레절레)
17
우선 그의 마음을 들여다볼까? 엿본다고 들키기를 하나 들통났다며 심술부릴 줄을 아나. 보아하니 심술기 가득한 척키상 숙녀와의 연애. 말하자면 환상적인 사랑을 동경하는 맹렬한 기분파의 낭만이 허당에게 가당키나 한가. 어림없는지 아닌지 본인이 더 잘 알 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순순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짝사랑복을 꿈꾸기 바쁘다니. 아닐 수도 있다만 아마도 그렇겠지. 뻔해. 왜 아니겠어. 하긴 공상을 어떻게 실행에 옮겨. 이제 겨우 25살인데 어떻게 극장식 카바레에 기웃거릴 수 있겠는가, 말도 안 되지. 정말로? 물론 뻥이다. 나이는 묻지 말기로 하고. 기왕 말이 나왔으니 다행까진 아니어도 뭐랄까 불행은 결코 아닌 건 분명한 게 뭐냐면. 만약 말이 안 나왔어 봐! 어? 뭐? 뭐라고? 뭣이 어쩌고 어째? 워 워 워. 흥분할 시점이 아니지. 그럼. 끝내주는 환상을 안겨줄께. 왜, 꿈같은 기쁨 선사받고 싶지 않니? 어디서 반말...이냐고요? 그러니까 그게 말이다, 우리는 그대를 띄워주지 못해서 안달인데 아니 왜 대체 내 맘을 모르실까. 허허허. 하여간에 말이야 그 인간은 아주 그냥 있는 욕망 없는 욕망 상상력 하난 끝내준다니까 글쎄. 그럼 뭘 해. 그래 봐야 아무 쓰잘데기 없는 몽환. 잡생각만 많아짐. 그 폐급 잡념만 쌓여감. 그렇다면 정말 NB 뿐만 아니라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실패한 야심가? 딱 옳커니 맞장구 치긴 좀 뭐해도 그렇다고 썩 틀린 말도 아니다. 바로 그런 분들을 대리만족시켜드리고 건전함과 동시에 유쾌한 취미생활에 도움을 드려야 마땅한데. 지 앞가림부터 못 하니가 문제. 뭐든지 매사 싫증은 재빠르고 걸핏하면 헛스윙에 심심하면 개 발. 뭘 해도 번번이 꽝 아니면 뭘 해도 재미없음. 그렇다고 심심함을 날려버릴 특단의 대책? 있을 턱이 있나. 그러던 어느 날 NB는 갑자기 어떤 미모의 삼류배우와 불미스러운 추문에 휩쌓이고 말았던 것이다. 정말로? 뻥이다. 당연히 뻥이지. 말이 안되거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바램이라니. 아지트에서 경질당하고, 사교체에서 퇴출되기도 전에 입단부터 거절에다, 아는 여동생들한테 전부 따돌림당했음. 달콤한 예감 < 불길한 징조? 젠장. 그나마 그 역시나 기대는 곧 실망. 끝끝내 절망에 중독. 상심이 기본. 하여, 이건 아니다? 지친다. 지겹다. 짜증나겠지. 기분 이상할 거라고. 아마도 불쾌지수는 내려갈 줄 모를 걸? 그러길래 왜 하필 전공이 바지냐고. 허수아비 같은 놈.
그래서 NB는... 그래서 NB는... 그건 다음편에 알려드리겠음. 끝.
1
쇠는 달구어졌을 때 두드려야 한다. 근데 시도 때도 없이 애무? 배 들어왔을 때 노 젖자. 아무거나 아무데나 숟가락 먼저 올리지 말고. 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잘 쉬어야 한다. 최적기를 위해 사자는 힘을 비축해야 하는 것. 느그적느그적 매가리없이 낮잠자기. 그래 봤자 아무리 기다려도 먹잇감이 나타나질 않음? 원래는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에 충실한 마초가 어째서 언젠가부터 나쁜 남자로 변해가는 것일까? 날 때부터 악녀일 수도 있고 세상이 그분을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장미는 가시가 있는 것! 사람 가려서 사귀지 않으면 안됨. 오는 놈 아무나 받아주라고? 그거... 그거... 그게 뭔지 누가 모르나. 그러니까 앓는 시늉, 불쌍한 척, 친한 척... 그러다 전세 바뀌면 수평에서 느닷없이 수직으로. 권력간격지수 높으신 분들 말 안 통하는 이유. 사회생활이야 뭐 그렇다 쳐도 여자까지,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뭐? 할 말 있으면 먼저 하면 될 것을 또 천동설식으로 억지 입질 만들어서 낚싯줄 감기. 난 아마 그처럼 여성환상 1.5와 격월간지 미스테리아에 착착 감겨버린 것만 같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돌려까기, 말꼬리잡고 늘어지기, 뻠프질... 그녀들한테 제대로 전수받은 셈이지. 그럼 대체 그분들과의 협업 그 졸업일은 언제일까? 그걸 동네 똥개가 알겠나 제비가 궁금해하겠나. 목 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나도 잔머리 굴리며 요령껏 일해야지 곧이곧대로 걔네 형편 봐주면서 마감일에 쫓기다간 승질 더러워질 것만 같다. 추접스러운 사랑은 꿈도 못 꾼 체 안 그래도 재미없는 인생 불행해질 것만 같았단 말이다. 핵펀치 챔피언한테 사각링이든 지옥의 옥타곤이든 구석에 몰려서 험하도록 얻어터지는 일. 모든 개에게 쫓기는 심정. 악몽은 깨어나기라도 하지.
자, 그렇게 난 그녀들은 물론 아는 여동생들 커피 사주다가 재산 탕진할 것만 같아 낯선 여행지로 피신해왔는데. 휴양지가 뭐 이래? 빨주노초파남보 뿐만 아니라 디자인 다양한 비키니야 우리는 관심 없다만 무슨 동네에 개뼉따귀도 없냐고. 카페에 들어가면 파리도 안 날려. 편의점에 가 봐도 똥파리도 없어. 무슨 사람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그럼 대체 숙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자를 썩 좋아하지 않는 우리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무관심. 걔네가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매달려도 우리는 무반응. 플레이보이는 냉정할 때 냉정한 것. 아닌 건 아닌 거니까. 그럼 뭘 해? 뭘 해도 재미가 없는데. 그래서 나는 일광욕이나 하러 바닷가로 떠나 혼자 놀았다. 바캉스 즐긴다면서 도시를 떠나 여기까지 왔는데 호캉스만 만끽한다고 만족할 우리가 아니지. 그럼. 그렇게 나는 해수욕장에 내가 힘들게 텐트를 친 게 아니라, 누가 버리고 간 텐트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다고 무슨 뜬금없는 발단이 날 초대할까? 그럴 리는 없다. 아니면 천재적인 발상, 악흥의 기쁨, 기발한 영감 때문에 겁나게 바빠질까? 그럴 일은 만무하다고 봐도 된다. 그렇다고 여자를 꼬셔? 새로운 아가씨 꼬시는 건 식은 죽 먹기다만, 땅 집고 헤엄치기 우리는 흥미 없음. 아는 남동생들이나 있으면 또 모르지 걔네들 한명씩 전부 다 꼬셔준다면 또 모를까. 따라서 지금 제발로 타석에 들어선 대타는? 타율이든 뭐든 비리비리한 공상이지 왜 아니겠나. 그처럼 난 궁상맞게 여기서까지 몽상가이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 슬로우 모션과 썩 어울리진 않으나 선곡은 이랬음. Beethoven / 소프라노를 위한 아리아 “아니요, 걱정하지 마세요”. 공상은 예를 들면 이런 식.
2
<낮잠 자다 꾼 개꿈은 포메라니안이 '덤벼볼테면 덤벼 봐 쬐그만 친구' 막 그러면서 얼쩡얼쩡거리고. 밤잠 자다 꾼 악몽에선 웰시코기가 사람 말을 하면서 '이런 고추 짝은 새끼 나한테 혼나볼래? 매운 맛을 못 보셨군. 내 이번에 본떼를 보여드릴께. 딱 기다려!' 딱 험하게 대드니 NB는 심하게 겁먹다가 오줌을 싸는데. 깨어나보니 정말로 팬티에... 몽정기 졸업한지가 언젠데. 여심을 슬쩍해도 모자를 판에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걘 그처럼 말 같지도 않은 공상에 이젠 정말 넌더리가 났다. 지겹겠지. 징글징글 안할 수 없을 테니까. 지쳤을 거라고. 퍼졌네 퍼졌어. 실망스러운 인기 없음. 따분한 일하기. 심심한 놀기. 뭘 해도 재미없는 중년이거든. 그러니까 맹목적으로 젊은 친구들 입는 중저가 패션 브랜드에 집착하면 뭘 하냐고. (그마저 용돈 궁한 젊음 가난한 가정에서야 중고가이긴 하다만). 그럼 누가 알아줘? 차라리 특정 이니셜 티셔츠가 어울리긴 어울리겠네. 누굴 속이려고. 이렇듯 초저타율 뻔트 전문 만년 벤치멤버는 슬슬 NB의 잠재의식에서 깨어나 그의 조정석까지 기어오르고야 마는데. 마침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걸 대체 누가 알고 싶어하냔 말이지. 그게 문제로군. 여자 꼬시기엔 애송이, 여자 꼬시는 거 빼곤 싹 다 허당. 몽땅 찌질. 허접한 인생이네. 추접스러운 사심. 쯧쯧쯧.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니 지가 한 게 뭐라고? 이제 딱 궁지에 몰렸어. 쨉쨉 쨉쨉쨉 잔재주 못살렸던 연애사, 이제 기어코 세상사로부터 잔뻔치를 몰강스럽게 얻어맞고 있는 거네. 탄력 받았어. 제대로 받았어. 맺집도 좋아 그 친구. 허허허. 그러게 진작 돈 벌라는 숙녀들의 부탁 듣지 않더니 이게 뭐냐고. 공부하라는 잔소리 잘 실천했으면 품위 유지비가 부족할 일이 없었을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NB 그 인간 속을 떠보고자시고 할 필요도 없어. 환상머신이고 나발이고 아찔한 착상이니 뭐니 그건 그냥 망상. 걸핏하면 공상. 지금도 몽상. 그래서 입에는 개침. 눈은 눈독. 몇 시 방향? 이런 젠장. 어딜 넘 봐? 그렇다고 닦달한다고 알아 들어? 것 봐 또 그 생각! 이건 그냥 관대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구만 그래. 어딘가 힘 쓸 데가 없는 늑대들 심정이 웬만하면 그래. 굶주릴 대로 굶주린 하이에나들 다 똑같지 뭐. 어디 남자만? 여자도 다 그래! ~라면서 NB는 잔머리 굴리다가 끝끝내 캠핑 여행을 떠났을까?
그래서 그는 캠핑 그림이 새겨진 싸구려 티셔츠를 샀다. 꿩 대신 닦인 거니까. (1) 아빠 나 저 아저씨 웃는 거 한 번도 못 봤어 (2) 친구 타도타기로 알게 된 친구 왈, 얜 웃상이니까 (내) 기분 좋다니까. 1보다 2여야 하니까. 그렇다고 1이 나쁘단 말이 아니라 시트콤 소재처럼 여자말 번역기 공부하고, 간접화법 대처법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인문교양서 보면서 '잘 웃어라'를 실천하니까. "너 지금 나 비웃냐?" 농담이고. 그게 우습단 말이 아니라. 남자 A와 B, 옷 똑같이 입는데 왜 A만 옷 잘 입는다는 건지. 하여간에 여자들 마음이란! 아, 지금 그 얘기가 아니라. 아무튼 챔피언스 리그 직접관람을 뭐 하러 해? 세계마초협회에서 알아주는 마초들한테 쥐어터지고 개고생하면 손해가 막심. 때문에 좋게 최고급 가죽이 아니라 허접한 비닐 소파에 자빠져 TV 채널이나 돌리는 게 신간 편하다. 실상 그게 투자 대비 효과가 최고거든. 집 떠나면 고생. 우리가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 못 가서 안 가는 게 아님. 우리도 다 숙녀들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음. 절대로 못하는 게 아님. 그런가 안 그런가? 물론 고기도 먹는 놈이 잘 먹는다고 채식만 했더니 비길비길 비리비리, 그래서 떠난 여행 종종 흥미롭고 왕왕 신날 때도 있는데, 놀러가서 놀고 있으면서 그런 혼잣말 하는 사람들. 있을까 없을까?
「아아, 집에 가서 TV 보고 싶다.」
(물론 집에 가서 소파에 자빠져 TV 보더라도 할 말은 거 참 더럽게 재미없네) 근데 집에서 TV로 드라마 보고 있는데, 날 닮은 웬 놈팽이도 극중에서 나랑 똑같이 소파에 자빠져 TV를 보네? 왠지 모르게 처량해짐. 어딘가 모르게 빡침. 갑자기 울적해짐. 이유없이 뚜껑 열림. 내가 이럴려고 발버둥치며 빠른 생애사 전략에서 느린 생애사 전략으로 넘어왔을까? 라는 인생사 논평이 아니라, 내가 이럴려고 오빠 만나? ~라는 전전전 여자친구도 보내고. 넌 너 밖에 몰라, 라는 말 들어도 퍽 나쁘지 않을 전전여자친구도 고이 보내드리고. 이젠 정말 얜 유행가 가사 같은 운명일 줄 알았는데 전여자친구한테도 차이고.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데, 그럼 뭘 해, 근데 숙녀가 통 나한테 오지를 않네? (절레절레) 괜히 기분 나빠짐. 하다 하다 집에서 혼자 TV 보면서 과자를 과자를 엄청 퍼먹었기 때문에, 그러므로 입천장 까임. 값싼 인스턴트 식품으로 배 왕창 채워서 정찬도 생각없음. 팬티 달랑 3개로 돌리다 빨래 밀려서 결국 노팬티. 아예 기저귀를 차라 기저귀를 차. (절레절레) 아니 근데 진짜로 영양제 대신에 갓난아기 분유를 먹네? 공갈젖꼬지야 백날 빨아봐야... 그게 아니라 축구 동호회 나가도 개발이니까 스트라이커 시켜주지도 않음. 그러니까 공갈젖꼬지 꼴 세러모니 할 기회가 있나. 근데 정말 언제까지 혼자 떠들고 혼자 박수쳐야 하지?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글쎄>
3
해수욕장 인근 특급호텔 생활 3일째. 와, 근데 여기까지 와서 한 게 아무것도 없네. 내가 뭔 돼지도 아니고 똥개도 아니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쾌락마만 원없이 상상하고. 어? (절레절레)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그렇다고 특단의 대책? 있을 턱이 있나. 그랬으면 진작에 돈 많이 벌고 호사를 누리며 행복한 가정에서 마누라 궁둥이나 신나게 두드리고 있겠지. 그게 뭔 아기들 장난감 북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말이 그렇단 거고. 하긴 내가 봐도 그렇다. 생긴 건 매가리없고 속은 매정하고. 이따금 멍청. 아니 평소에 꺼벙. 뭘 해도 허접. 아니면 어설픈 공상. 잔재주도 엉망진창. 잔근육도 볼품없음. 무엇보다 재산이 형편없음. 정력은 쓸 일도 없음. 근데 껀수가 어딨어? 있을 턱이 없음. 이런 바보퉁이를 다 봤나! 근데 이런 재미없는 소설 뭐 한다고 미스테리아에서는 계약을 끊지 않지? 안 팔리는 걔네들은 또 뭘 먹고 살아?
Handel / 오라토리오 벨사살 HWV61
음악을 듣고 쇼핑을 하고 빵을 씹어먹고 우유를 퍼마셔도 분위기 전환은 비리비리.
그러다 또 무슨 인터넷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읽음. 거 뭐냐 국내 인터넷회사 별볼일 없다면서 사내 직원들은 전부 아마존, 구글... 그런 것만 쓴다고? 그건 성장지속력 어쩌고저쩌고 마감일에 쫓겨 글 억지로 쓰는 증권리포트랑 비슷한 얘기. 통찰력과 별 관계없는 잡담. 왜냐? 야후 직원들도 지메일 쓰고, 구글 직원들도 상당수 애플만 애용하며, 페이스북 직원이라고 뭐 페이스북에서 내내 살겠나.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의 애사심에 한발 건친 자사품 애호? 더 말해 뭐 하나. 그 업계 업무자들이 약아빠지고 예언력 신통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바닥이 원래 타성이 일찍 옮. (잔꾀바른 친구들 일 열심히 시켜서 개미들한테 돈 뜯는 이치라고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하나? 순진한 감성 고결한 심성 평범한 벌꿀 보편적인 꽃들이 그 말 들으면 퍽이나 좋아하실까. 합당한 상업이자 살발한 다큐멘터리 생존시장, 누군 뭐 남들 안 벗겨먹으려고 하나? 화술과 어법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다를 뿐인 원리. 내가 하면 합리적인 도전 남이 하면... 됐고) 권태기 먼저 겪고 장외홈런치는 사랑도 있듯. 능력 출중해서 러브콜 얻어걸러서 어쩌다 마지못해 철새되는 축구계 거성들. 특별히 유벤투스 평생팬인 선수랄지 리버풀 FC에 뼈를 묻겠다는 선수, 그리 많지 않은 이치와 똑같음. 무슨 에르메스 본사 직원들이 전부 에르메스만 이용할까? 페라리 디자인팀에서 최신 페라리 타는 사람이 과연 많은 줄 아시나? 링크드인 조사하니까 테슬라 핵심멤바들이 유독 1줄을 추가했더라, 따라서 전망이 밝지 않다? 더 잘 나간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 찬찬히 살펴보니 맥북만 쓰며 헛바람들어서 구글만 편애하더라? 마이크로소프트 끄떡없다. 2인자, 3류, 7부 리그와 업계 지존을 비교해보면 다 비교가 된다. 괜히 남자들이 여편네 지는 비교 잔소리에 잘 참다가 자기들끼리 구석지에서 찌그러져 울분을 터놓고 얘기할까. 프로듀서 감 떨어지면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주나. 기미 보이자마자 교체. 그래서 또 인스타그램, 플리커... 한물갔으나 저력 괜찮은 플랫폼들 직원들이 애용하는 진짜를 만들자면서 으쌰으쌰? 딱 만들자마자 펀딩액 날림. 투자액 회수 못함. 수익분기점 넘기가 어디 쉽나? 이유는 많음. 인터넷 메이저 회사직원들 마음에 쏙 들도록 새로운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어렵고, 경쟁 심하고, 만들었다 쳐도 완성 후 처음의 타겟층은 벌써 늙어버림. 유행은 날마다 바뀜. 변심은 기본. 아마존 직원은 아마존 안 쓴다고요? 젊은이들이 봤을 때 아마존 직원쯤 되면 그건 이미 꼰대! (진짜 꽉 막힌 꼰대란 말이 아니라) 벌써 청춘에 비해 뭐 어떻다는 뜻. 중년 입장에서도 당연히 윗 세대... 이치는 똑같음. 70살 드시고 어디 가서 굽실굽실, 80살 자시고 윗분들 수발든다? 밑도 끝도 없이 전 치실을 애용합니다 어쩌고저쩌고... 어려서 이수시게 사용하시는 거 떠올리면서 그거 보는 젊은이 속으로 뭔 생각을 하실까! 5살 땐 20살 삼촌이 완전 어른. 새파란 20살 때야 5기수나 10년 선배는 일부분 과대평가됨. 근데 그분들께서 중년이 되면? 지금 생각해보면 애기! 이치 알고 원리 듣고보면 뭔가 짠해짐. 슬퍼짐. 돌아가서. 뭐 어렵싸리 그분들 만족시켜드리도록 뭔가를 완성했다고 가정해도 애초에 타켓층부터 곧 있으면 흰머리 희끗희끗. 낼모레 환갑잔치 예정. 괜히 광고위원회 관련 법률에서 0~10세와 사춘기 발정기 변성기 소년소녀들에게 먹히는 반칙을 제재하는 게 아니다. 한번 생각을 해보시라. 한철 장사가 나을까 아니면 인구구성이든 뭐든 꽃놀이패로 놀고먹을 정도로 노른자감이라는 버크셔 헤어웨이류 주식이 장기적으로 이득일까? 허먼 밀러 의자에 앉으신 프로그래머, 꽉 막힌 상남자는 아닐지언정 젊은피들이 보기에 (악의와 더러운 뜻이 아닌) 완벽한 꼰대일뿐. 젊은 친구들 노는 데 막 기웃거리면서 왜 난 클럽에 입장할 수 없냐 면서 따지면 안됨.
뭐야 이거? 근데 또 인터넷 놀이터 따분한 농담에 낚여버렸잖아? 숲의 나무 구성 분포와 과학적 분석 그런 거 모르겠고, 나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기 싫은 말 거르고. 왜 그걸 대충 보고 못 넘어가냐고 참 나. 나만 아는 척했냐? 어? 쟤만 이쁜 척했냐? 나만 잘난 척했냐...라는 미끼에 또 걸려버린 거네. 바보처럼. 줄거리 구상에 기획의도 고민에다 기승전결은 다 어디 가고. (절레절레)
그래서 나는 해수욕장 근처를 빨빨거리며 나돌아댕겼다. 겁나 싸돌아다녔단 말이다. 카페. 빵집. 옷집. 음식점. 그러다 딱 저녁에 레스토랑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인들을 마주쳤다.
「어머. 어머머머머머. 이게 웬일이야?」
「젠장 여기서 또 보네. 이게 웬떡이야?」
「웬 머?」
「아 미안 말이 잘못 나왔어.」
그 명콤비 둘은 장안의 화제까지는 아니고 최근 붙어다니는 단짝 샐리와 이브였다.
「아니 너네는...」
「왜 벌써 우릴 잊은 거야?」
「에잇 설마. 아니겠지. 혹시 그새 딴년이? 언년이야! 내 이년을 콱 그냥...」
「야 참어. 늬가 참어. 아님 내가 나서? 내가 총대 메고 나선 그 사이에 너가 저 개뼉따귀 들고 튀면 난 뭐 되는데?」
「뭐긴. 새 되는 거지. 어머 얘, 우리 오빠 앞에 모셔놓고 못하는 얘기가 없네. 조심하자. 응?」
「오빠. 나 샐리 얘 이브. 이름 좀 불러주라. 오빠가 그래서 여자가 없는 거야. 알긴 알어? 아님 우리한테 딱 벽 세우고 선 긋는 건가?」
「넌 몰라도 난 아니다.」
「나 쉽게 안 떨어져. 얘 봐라. 맞받아치는 말에 뼈가 있네. 어영부영 날 경계하기? 안되겠다. 내가 먼저 치고나가야지. 오빠~ 응? 오빠~ 나랑 데이트하자. 저번에 오빠가 사준 커피 너무너무 고마웠어. 내가 살면서 마셔본 커피 중에 최고. 오빠. 제발 나랑 한번만 놀아주라. 응? 그럼 안될까? 안 될 거 뭐 있수, 말 나온 김에 나랑 단둘이 그거하자. 나 잡아봐라~ 저기 저 해변이 우릴 부르네 오라버니.」
「오빠. 얘 말 믿지 마. 엇그제 소개팅했어. 넌 딴 데서 저울질하고 엄한 데서 우리 오빠 펌프질하냐?」
「너 정말...」
「너네 왜 그래?」
「왜 겁나? 우리가 오빠 잡아먹을까 봐? 내 이럴 줄 알고 미리미리 새빨간 립스틱을 준비했지. 살쾡이가 생닭 잡아먹은 것 마냥 새빨간 립스틱 보고 오빠가 쪼니까 귀여운데? 그치, 그치? 아아~ 도발적인 색깔로. 탐스러운 섹시미? 앙큼한 불여우한테 딱이지 뭐. 뭐랄까 키스받을 수 밖에 없는 마성?」
「너네 누가 보냈어?」
「이 오빠 눈치 한번 빠르네.」
「그러게. 백여시가 따로 없다니까 글쎄. 에잇 이왕 탄로난 거 우리 오빠한테 거짓말 못하겠다.」
「뻥치지 마. 뻥쳐도 내가 안 속으니까 작전 바꾼 거잖아. 아니면 다 계획된 거? 난 너네 여자로 안 봐~!」
「헷. (하이파이브) (얼떨결에 난 둘 중 하나와 벌써 하이파이브를 해버림) 사랑은 없어.」
「난 있어. 넌 애증 때문에 겁나나 본대 난 아니다 너. 응? 우린 뭐 오빠를 남자로 보는 줄 아우? ~라고 말할 줄 알았지 오빠. 응? 아니야. 얜 몰라도 난 아니라네.」
「늬가 더 무서워.」
「물건.」
「잡것.」
「나 돈 없어.」
난 얘네 둘만 상대해도 벅차기 그지없는데, 또 딴년 아니 고상한 숙녀의 잔소리를 내면에서 상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말이다.
「늬가, 아니 오빠가 뭘 좀 모르나 본대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에잇 말 말자. 말해 뭐 해. 말해봤자 화자 입 아프고 듣는 청자 귀 따갑고. 안 그래? 그렇다고 뜸들이고 기다린 만큼 본론은 실하냐, 장담하는데 판돈 걸긴 곤혹스럽지. 아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다 시선은 어딘가에 멈춤. 딱 멈춤) 호호호. 허허허. 아마 부실하진 않겠지? 문제 없을 거야. 아님 힘 뺄 데가 없나? 말이 너무 심했나? 심하면 어때. 여기 오빠랑 나 밖에 누구 더 있어? 오빠랑 나랑 어떤 사이인데! 응? 호호호. 뭐 1절만 하라고? 어딜 찾나 몰라도 번짓수 잘못 찾아오셨군. 허세대회 갈려다 다변가 예선전에 오셨으니까.」
딱. 딱. 샐리와 이브는 손으로 딱 소리를 냈다. 골 세러모니도 했다.
「오빠 뭔 생각해?」
「이 오빠 상태가 안 좋네.」
「혹시 이 오빠 허언증 도진 거 아니야?」
「오빠 허언증도 허언증이지만 네 과대망상, 특히 남자 탐하는 욕망. 좀 줄이면 안되겠니?」
「내가 언제? 얘 괜한 사람 잡네? 너 나 알지? 나 네 비밀 폭로할 거 많아. 이거 남들이 알면... 너 나한테 잘해야 돼. 모르지 않지?」
「야. 그러지 말고. 남자 만나러 가자. 내가 남자 소개시켜줄께.」
「여기 남자가 어딨어?」
「새로운 남자 내가 꼬셔줄께.」
「정말이야? 믿어도 돼?」
「난 남자 아니니? 거 듣던 중 심하게 서운한 소린데. 응?」
「오빠랑 우리랑 뭐 법적으로 맺어질 인연도 아니고. 오빠 여자는 오빠가 찾든가 말든가. 우리 젊음의 애정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소. 아시겠소? 내 말 알아듣겠수? 그리고. 넌 왜 그래? 친구에 대한 애증이 확 끌어오르니?」
「근데 너네 여기 놀러온 거니?」
「우리가 우연히 만났을까? (몸짓)」
「그럼 혹시...」
「다음 마감일 일찍도 독촉하는 거니까 그리 아슈.」
「거 참...」
「왜 섭섭하쇼? 그러요? 진정 그렇소? 정녕 그렇단 말이오? 그럼 우리 둘이 밤새 놀아드려? 오빠도 썩 반가운 계획은 아닐 텐데... 안 그렇수?」
「아 나 이거 증말 얘네 사람 들었다 놨다. 내가 너네랑 연애할 사이니? 웬만히 밀고 당겨, 어? 쥐락펴락할 남자가 그렇게 없니? 너네가 그래서 안되는 거야. 너넨 그러니까 남자가 없는 거라고. 알아?」
「알긴 누가 알아, 어? 지금 오빠 말 다 했어? 어?」
「야, 참어. 그러지 말고. 가자. 즐겨도 시간이 아까운 청춘이잖니. 저 오빠가 YB인 우리랑 같니? 저 봐. 저 보라니까 글쎄. 옷도 OB네. (절레절레) NB는 개뿔!」
「그래. 가자. 오빠 우리 간다. 또 그런다고 삐지지 말고. 남자가 쪼잔하게 말이야, 어?」
저것들이......!
4
NB 그인간이 허구헌 날 하는 일이라고는 개연성 무시한 문학, 작위적인 공상, 신빙성과 안 친한 허풍. 왕년에 여자깨나 울리긴 뭘 울려. 패션이고 나발이고 트레이닝복셋 3개로 돌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2벌도 간당간당. 우기기는 YB 실제로는 OB. 단골 술집 마담들 뿐만 아니라 뭇숙녀들마저 썩 달갑지 않은 고인물 신세. 기다려지는 소풍도 없고 반겨주는 동네 똥개도 멀리 살고. "너 돼지냐? 그럼 제가 하마겠소." 라면서 아는 여동생들이랑 농담따먹기하기도 지겨움. 아예 걔네들끼리 녀석을 따돌림. 그러니까 말이지 그게 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신산만함 때문일까? 아니면 말 많기로 어디서 둘째가랄 수 없는 다변가들 비위 맞춰주기가 어설퍼서? 신부들러리 하다 하다 지친 거네. 아님 허접한 허당은 새로운 인생에 대한 몽상만 물고늘어지다가 정신 못 차리는 거든가. 그러던 어느 날 사무엘이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라면서 솔깃한 제의를 건네서 듣고 보니 별 거 없어. 한편 제라드가 자기 여동생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체 뜬금없이 소개시켜준다면서 뜸만 들이다 끝나던가. 그도 아니면 에드워드가 근사한 걸 사준다는 둥 어디 파티에 초대한다는 둥 알고 보면 다 뻥. 개 뻥. 몽땅 뻥. 재미 하나도 없어. 우정은 말도 안된다. 사랑은 없어. 허세대회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잔치 같으니라고. 그 뿐만이 아니라 아는 동생들 커피 사준 게 얼만데, 그거 모았으면 카페 몇 채 차리고도 남았음. 물론 누가 걔네들 커피 사주느라 재산 거덜나라고 등떠밀진 않았다만 말이다. NB에 대해 너무 쓸 데 없는 말을 지껄이는 것 같지만 걔는 좀 얻어들어도 된다. 누가 지 뒤에서 신나게 험담하는 거 혹시 돌려까기로 들어도 맹숭맹숭하거든. 딱~ 봉! 어? 전설적인 호구! (킁 킁) 늬 사촌동생 멍청하더라 라는 말, (킁 킁) 늬 사촌동생 여자친구 없어보이더라 라는 말을 전하는 것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만 걔도 똑같아.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성격 좋긴 누가 성격이 좋아. 그냥 남자들 놀림감이자 밥에다 호구였어. 그렇게 어른이 되어 NB는 어떻게 인공지능을 입양했는데, 와~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임자 제대로 만났군 그래. ~라면서 신기해하면 뭘 해, 그래 봤자 인공지능 고장남. 그래? 그럼 어쩔 건데 자신이 걸어다니는 환상머신이라면서 뻥칠 수도 없는데. 시시한 얘기 집어치워. 미친놈. 그래서 그는 드디여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꼭 뭐 볼장 다 본 건 아니겠으나, 산전 수전 다 겪으며 파란만장한 인생 자랑할 만담가도 못 되니. 뭐 때가 때인 만큼 엉덩이가 근질근질거렸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할 말 떨어진 김에 당장 떠나기로 했다. 이번엔 어딜까?
아, 이미 떠나왔지. 여기가 사무실인지 피서지인지 구분도 안되네.
말하는 와중에도 이게 정말 1인칭인지 3인칭인지도 분간 못한다고. (절레절레)
13가지 손재주, 14명의 거지. YB면 몰라도 물 오른 미모를 뽐낼 OB가 뭐 하러 똑같이... 잔재주 늘리기는 공상으로만. 떡밥뿌리기 재미없다. 여자? 관심없음. 뭐야! 난 차 욕심 없어 라는 말처럼 들리네. 그래서 우리는 닥치고 실전. 근데 오라는 데가 없는 걸로도 모자라 갈 데도 없는데. 만날 친구가 어딨나.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간 얘기하기 좋아하니까 바텐더 질려서 일 때려쳤다질 않나. 허당한테 질려서 도망간 거지. 웬만해야 말을 안 하는데 딱 1번 돈 제일 많을 거 같은 남자로 첫손 꼽아줬다고 그 얘기만 몇 십년째 우려먹어? (절레절레)! 그 인간 대체 뭐 하는 작자야, 어? 단골술집 바텐더 그만 둔 걸로도 모자라, 아는 술집 마담조차 장사 접었다지 아마? 뭐 툭하면 폼잡고 한다는 얘기가 글쎄 뭐래더라? 악마는 이미 젖은 곳에 물을 붓기 좋아한다? 더럽히고 싶은 새하얀 도화지 같은 남자도 있다. 꼬리치지 못해 안달난 여심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남자. 그래 봤자 '그때가 좋았지' 영웅담. 근데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왔지?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공상이라는 쓰잘데기 없는 취미에 지치면 또 인터넷 쇼핑. 옷구경하다 보니 브랜드 "르 꼬끄 스포르티브". 약간 시트로앵 느낌. 이거 정말 귀신에 홀렸나 머리가 돌았나. 드디여 정말 미쳤나? 너무 이상해. 왠지 모르게 느낌 세하단 말이지. 그래서 난 곧장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 고전음악을 틀었다.
Donizetti / <Lucia di Lammermoor> 이제 곧 버려진 무덤이 나의 안식처가 되리
아니 정말로 특급호텔 4일째도 이렇게 지나가는 건가? 이럴 거면 뭐 하러 돈 쓰고 시간낭비하고...!
특훈을 할 수도 특종을 캐내기는 커녕 뻥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고로 난 결심했다. 작정 하자마자 곧바로 실행했다. 근데 과연 무엇을 실천했을까? 뜸들이지 말고 즉답하자면 이렇다. 바로, 머리를 빡빡 밀었던 것이다. 머리카락을 빡빡 밀고나니 어쩐지 괜찮은 선택인 것만 같았다. 머리카락 길다고 여자를 꼬시기를 하나, 아니면 숙녀가 제 발로 굴러온 호박처럼 내게 유혹하고 꼬리치고 엄청 공격적으로 날 꼬드기기를 하나. 이 정도 일탈 못 할 이유가 없었다. 하고 보니 진작 할 걸 그랬다. 거울을 보면서 나름 자존감 1 상승, 자신감 0.5 자존심 하락? 뭐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5
본 문단은 립서비스 생략. 헛소리 금지. 개소리 엄금. 뜸들이기 그만. 특히! 말꼬리잡고 늘어지기, 취미 없음. 생트집을 뭐 하러 잡나, 재미 하나도 없는데. 여자? 무관심. 껀수? 불필요. 무작정 떠나기? 이미 떠나왔음. 세상 모든 여자를 전부 다 말 몇마디면 꼬신다는 허풍 그거 다 뻥. 무반응녀 걸르고, 도도한 숙녀 미루며, 돈 쓰고 공들이며 여자들 꽁무늬 쫓는 정력을 뭐 하러 낭비하나. 다 유인책 있고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빨아들이면 그만.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거 봐 봐 또 전화온다. 미치네 미쳐! 우리는 늑대가 나타났다 라면서 소란 피울 필요가 없다. 그분들께서 자기들 사랑의 차트, 그 혼돈의 어장관리에 우릴 초대못해 안달이신데? 그 뿐만이 아니라 열려라 참깨~ 라는 주문을 외워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게 만들면 그만. 그게 해도 해도 안되는 분들이 마지막에 하는 게 뭐냐? 오픈카 타기. 실력으로 안되니까 물량 공세하는 거지. 찬밥 더운밥 가릴... 쉿. 여심 들었다 놓는 거 일도 아니다만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거면서 여인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말 함부러 할 수 없음. 좋아하지도 않을 거면서 아쉬운 소리 해서는 안됨. 그래서 지금껏 여태 사랑해 라는 말 단 1번도 못해봤을까? 그러니까 여자를 못 사겨봤지. 그래서 지금... 뭐 사랑은 그렇고.
다음으로 꿈과 성공. 떡밥뿌리기 아니면 최적의 먹잇감이 나타날 때까지 끝끝내 기다림. 최후에 남는 1인이지 않으면 안될 게 있고, 선착순이 좋을 때도 있고.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산을 칭찬하고 평지에 머물러라. 계산기 두드릴 필요도 없이 암산으로 비전 괜찮네, 전망 밝아, 희망이 뒤에서 밀어준다 싶으면? 못 이긴 듯 꿩 먹고 알 먹기. 말수 들쑥날쑥 말하기와 듣기, 놀기와 일하기의 황금비를 최적화할 줄 아는 우리. 나설 때 나서고 참을 때 참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적임자로 나 아니면 안되니까 다 우리가 남동생들한테, 저년들 몽땅 이 형이 전부 꼬셔줄께. ~라면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 남발하는 것임. 그렇듯 남자야 뻥 남용에 종종 뻔트 대고 왕왕 상대의 실수를 틈타 단타에 성공하다가, 인생이라는 영화는 가족 장르로 치우친다지만. 남자처럼 빠른 생애사 전략에서 느린 생애사 전략으로 갈 수 없는 여자의 마음. 타율과 소문과 과거와 미련과 평판과 애정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그분들. 여기 우리 여성분들에게 딱 적합한 속담이 있다. 그건 뭐냐 바로, 양을 염소에게서 떼어놓고, 밀에서 쭉정이를 가려내기. 즉 옥석을 가려라.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사람이... 아니 근데 이번 문단에서는 잔말 말고 줄거리만 요약하기로 해놓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내가 뭐 한다고 진한 사랑 공상하기나 실행할 궁리만 해도 힘 빠지는데... 내가 뭐 미쳤다고 쉿! 아 쫌. 곧장 줄거리 중심으로 간략히 얘기하자면 이렇다.
09:00 미용실 : 친구 DELL은 환상문학잡지&여성환상 1.5로부터 의뢰받은 작업을 진행... 착수금:성공보수 = 5:5 ...... 플러스 알파 →
12:00 호텔앞 : 나는 호텔로 놀러오기로 했던 친구 델을 만남 →
13:00 카페 : 우리는 해 진 다음에 함께 놀기로 하고 에스프레소 함께 마신 후 헤어짐 →
15:00 미용실 : 난 미용실에서 머리를 빡빡밀어달라 주문 (이걸 인스타그램에 예고한 게 화근) →
15:30 미용실 : 나는 최면에 걸려 잠듬. 그 사이에 아줌마 파마 완료 후 특수분장으로 빡빡인공피부 입힘 →
17:00 미용실 : 오빠~ 포근한 속삭임에 잠에서 깨어난 나는 빡빡머리에 만족함. 요금 지불 후 숙소 복귀 →
17:30 숙소 : 샤워 후 때늦은 낮잠으로 꿈나라에서 개꿈 꾸는 중 →
17:45 숙소 : 요원이 몰래 숙소에 잠입. 빡빡 분장을 벗겨 파마 머리를 노출시킴 →
18:30 숙소 : 대충 옷 걸쳐입고 친구 델을 만나러 나감.
19:00 카페 : 델에게 전화옴. 여자와 선약 있다는 걸 까먹었다고 함. 너 아직도 여자한테 잡혀 사냐? 라고 따지니까 사실은 8촌인지 10촌인지 친척이 돌아가셨다고 함. 그래도 너 봐서 얼굴 보고 얘기해야겠다면서 통화 중에 카페로 난입. 또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어디서 연애학습서 웬만히 주서읽고 어설픈 허풍 어지간히 얻어들어야지 말이야. 행복론이라면 바로 이 몸에게 귀동냥을 얻을 것이지... 통과.
「너 머리 파마했니?」
「아니. 빡빡 밀었는데.」
「뭔 소리야?」
그러면서 핸드폰 카메라ON 화면을 비춰줌.
난 거울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뭐야! 불과 얼마 전까지 스킨헤드였는데... 갑자기 빠마머리가 자랐다고? 단 30분 사이에? 대체 뭔 발모제길래... 그 속도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떡실신 할 뻔하다 겨우겨우 정신차림. 전머리 굴림.
「친구. 그럴 수 있어. 너가 아까 동네아줌마 파마 했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착각했을 수도 있고. 원래 상태가 안 좋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너 또 그 생각했니?」
「뭔 생각?」
「지금 그 생각.」
「지금... 이 자식이... 그럼 너도?」
「난 아니다. 난 아니야. 그게 뭔지는 몰라도.」
그러면서 델은 냉정히 가버렸다. 난 새된 거지 뭐.
6
만성적 건수 없음에 대한 노골적인 상심, 표출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유지해야만 할 체면, 말하자면 플레이보이계에서 소문난 행운아의 숙명이 무엇인지 NB는 알고 싶어하지 않는단 말이다. 어디 가서 추근대고 누구한테 껄떡거리며 안 가리고 찝적. 거리가 먼 인생. 여자한테 나대지 말란 말 못하니 그러니까 들이대지도 못하겠지. 하여 못 말린단 말 들을 수가 없어. 그와 같은 근거에 기인하여, 고로 걘 여복 관심없다. 드센 여자한테 부담이 되기도 싫겠지. 당찬 숙녀한테 꽉 잡혀사느라 피골이 상접한 체 기 쪽쪽 빨려 사는 남자 심정, 그러니 알 턱이 있나. 모를 수 밖에! 안 겪어봤거든. 아님 상상 속에서만? 통과.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소년의 모험심 정말 되찾긴 힘든 건가? 진짜로 정력가의 탐구심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녀들 가방엔 대체 뭐가 들어있을까 라는 추측은 사라지고 나이는 많아지고? 타인을 관찰하기 좋아하나 뭇여성들로부터 주시받지 못하는 삶. 그 흔한 동네 아저씨 아줌마처럼 패션에도 흥미 잃음. 커피 사주기로 유명해지느라 재산 거덜라서 이젠 아는 여동생들도 걜 더 이상 주시하지 않음. 쪽쪽 빨렸던 단물 더 이상 빨리지 않기 때문인가? 비전 없으니까. 허나 마른 오징어도 쥐어짜면 바닷물 펑펑 나온다. 이럴 땐 답은 그거다. 인형극에 나오는 눈물 분출 기계, 모터 달린듯 꼬리치는 여심, 눈에선 레이져가 입에서는 화염방사기가. 누군 뭐 진공청소리를 열망했으나 결론적으로 커피포트 아니면 헤어드라이어기 같은 인생일 줄 미처 알았나? 예상도 못했겠지. 사전에 그와 같은 절망을 미리미리 전망을? 어림도 없지. 그러게 용한 점쟁이한테 속는 셈치고 중년운이라도 진단 받아볼 걸 그랬을까? 불세출의 예언가가 알고봤더니 덕망 두터운 사기꾼일지도 모르니 그건 아닌 걸로. 심중을 털어놓아도 뻔할 뻔자니 입이 근질근질거리지도 않고. 흉금을 터놓고 사심과 야욕과 욕망을 넌지시 비추어도 웃기다고 누가 반기기를 하나. 어? 자, 그럼 새로운 인생을 철저히 준비할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만. 일단 품위 유지비부터 태부족. 잡지사의 그녀들도 NB를 더 이상 꾸짖기를 포기했으니 이젠 정말 외톨이란 말이군 그래. 열띤 기색 가라앉히시지, 그 인간 대변인처럼 굴어서 좋을 게 뭔데. 녀석이 뭐 뭐든 일단 입에 넣고 보는 펠리컨도 아니고, 뭐 아무거나 막 쪼아대는 딱따구리도 아니고. 난 대체 뭐지? 아니 걘 도대체가 말이야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여자도 못 꼬셔 일도 못해 무엇보다 돈이 없어. 무능력하진 않으나 잔재주 어디다 써먹을 데가 없거든. 어? 꼴에 고전음악광이라면서 Mozart / Piano Concerto No.26 K.537 / Gelber Orchestre de Paris, Bruno Leonardo Gelber [pf]. 그런 거 찾아들으면 뭐 황금이 나오나 여자들 마음을 빨아들일 수 있나. 바라는 건 오직 허세대회 그랑프리가 아니라 허풍이 진짜가 되는 거? 웃기고 있어. 아니 웃기지도 않다고. 말도 안되는 공상 집어치우라고 증말.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취미도 취미라고. 밑도 끝도 없이 또 그 생각? 저런 개뼉따귀 같은 놈을 봤나.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도 한두 번이지, 어?
~라는 그의 마음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구태의연한 표현으로 문학적으로 말해 의식의 흐름이 그쯤 되고 보니 또 어디로 도망갈 궁리를 한다는 추산은 여지없이 들어맞을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가만 있질 못하거든. 허허허.
그래서 NB는, 아니 나는 허영심을 달래서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7
나는 돌아가는 자동차에서, 어딘가 모르게 촐싹맞게 퇴장하면 궁상맞을 거 같아 고전음악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Donizetti / <Lucia di Lammermoor>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올라간 그대여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중간에 칼럼쓰기 대회장을 보게 됐다. 그래서 그래서, 아 글쎄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독자가 아예 없진 않은 것 같긴 한데... 왜 내 지갑엔 아니 난 지갑조차 없냐고. 이런~ 젠장! 어쨌든 난 생각했다. 참가해볼까? 아니다. 하지 말자. 그렇지만 구경은 괜찮겠지? OK!
그렇게 구경하자마자 웬 청초한 숙녀가 날 부추기더니 자리에 앉게 만들었고 어영부영 난 어느새 칼럼을 쓰고 있었다. 주제는 없었다. 일단 쓰랬다. 늘 그런 식이지. 익숙해. 낯설지 않음. 뭔가 부담감 때문에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그렇게 생각을 해보라고 했다. 이거 마무리하면 자기랑 신나는 데이트 1차, 달콤한 데이트 2차, 짜릿한 데이트 3차까지 다 할 수 있다나 뭐래나. 물론 그 빈말 난 곧이듣지 않았다. 무슨 그런 개뼉따귀...! 허나 듣기 싫진 않았을 것이다. 안 그래도 이미 끝난 일. 난 뚝딱 칼럼을 작성했다. 흡사 낙서와도 비슷하게 말이다.
<NB는 뭇여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줄, 여심에 대해 정통한 권위자나 된다는 듯 단단히 착각한 삶을 살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늘상 친구들로부터 들을 말은 뭐다? 넌 그래서 여자가 없는 거야, 늬가 그러니까 안되는 거라고! 증말 들었던 얘기 아무리 들어도 모자를 판이네.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근데 흔히들 그러지 않나? 꼭 그런 건 아니겠으나, 일부분 안 그러면 안 친한 반증일 테니까. 물론 식상한 농담 몇 개 던져 고급스러운 유머 한두 개 건지는 타율이란 게 있으니까 말이 그렇단 거고. 설마 그러다 어떤 숙녀의 마음이 어쩌다 떡밥뿌리기에 얻어걸렸다? 그건 여잘 잘 꼬시는 게 아니라 이미 애초에 여자가 걜 찍은 것일뿐. 넘어가고. 아무튼 또 일하기 싫어졌구만. 벌써 사랑에 싫증난 것 마냥. 그러니 여자들이 남자 말을 믿느니 옆집 똥개 말을 믿고만다 그러지. 안 그럴 수가 없거든. 근데 여자말 번역기랑 NB의 인생이 대체 뭔 관계인데? 그러건 어쩌건 NB한테 웃기지 말라 그래. 머저리 같은 놈. 허접한 사랑론은 개뿔. 옷에 가려 안 보이는 거 같지만 똥배 뽈록 튀어나와가지고 말이야 벗겨 놓으면 누가 봐도 돼지. 일부러 배에다 힘 살짝 주고 있어 배 안 튀어나오게 하려고. 돼지 같은 놈. 물론 딴 분들이야 나이살에다 애교살이요 섹시배라지만 걔만 똥배. 허허. 한편 딱 1번 들어봤을까? 누구 같은 애가 살 찌면 잘생긴 얼굴이야 라는 말 실천하지도 못 할 놈. 왜?
첫째, 소심하니까
둘째, 순진하니까
셋째, 뭐니 뭐니 해도 마른 장작이 잘 탈 테니까.
그럼 뭘 해? 그래 봤자 껀수 없음에 허덕인지가 언제부턴데. 최후의 만찬이 언제라더라...! 답 없음. 비전도 없음. 통장잔고도 바닥. 하긴 이젠 마침내 현실 부정, 자기 합리화, 정신 승리, 공상도 재미없을 거야. 형 철들지 마 라면서 따르는 남동생들이 있나 아니면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오빠 커피 한잔 사주세요 오빠 우리랑 같이 놀아요 라며 졸졸 쫓아다니는 여동생들이 있나. 딱 외톨이. 친구 없어! 하긴 걔 정도 되면 입에 풀칠하기 허덕이는데 친구가 뭐가 중요해? 우리 나이 정도 되면~ 라면서 하다 하다 "중년"이란 제목의 칼럼까지 언제 잡지사에 보내느냐는 통첩 카드만 만지작만지작 그럼 뭘 하냐고. (절레절레) 따라서 쏠쏠한 과소비, 짭잘한 쾌락마, 달콤한 과즙, 새침한 군침 밖에 모르는 NB는 열심히 일이나 하는 수밖에. 근데 이게 웬일이야? 이게 왠 떡이야 라는 대사를 드디여 읊을 기회가 내게도? 거 어째 시시한 기대를 예감케 하는, 허접한 칼럼과 환상문학 구상을 하던 중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다. (딱) 그렇지~ 하면서 전화를 받았는데>
이처럼 완성한 칼럼을 심사부에 제출했다.
「와, 오빠! 오빠가 NB야? 오빠 재밌다.」
「네? 어. 나 능력없어. 재능 그만그만. 잔재주는 돈이 안돼. 다만 잔소리는 들어줄 수 있지. 잔뻔치? 말해 뭐 하겠니. 맷집 바닥난 김에 얻어맞다 얻어맞다 독이 올랐을까? 잠만 늘었어. 그래. 무기력증. 근데 그대와 난 어떤 사이지? 하긴 우리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관계를 정의하긴 좀 이르지. 근데 일단 뭐 마실 거 없을까? 목이 마른데.」
그녀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스프레소 1 + 저지방 우유 1"를 내 앞에 놓아주었다.
뭐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
설마 날 보고서 환상머신이 되어주란 얘긴 아니겠지? 하긴 휴양지로 떠나나 집과 사무실만 오가나 재미도 없는데. 여기서 이름 모르는 아가씨한테 나이를 묻지 않고 노는데 얼마나 좋아. 내가 뭐 어디 적을 뒀나 얽매인 장르가 있나. 바가지 긁는 수다머신도 없어 얼마나 좋은 날인가. 근데 실상은 품위유지비 없음에 적지 않게 놀라고, 아는 여자애들 몽땅 떨어져나간 데 더 깜짝 놀람. 이게 뭐냔 말이다. ~라는 찰나 우연치고는 너무 아름다운 아가씨가 대체 왜 내게 호의를 보이지? 난 궁금했다.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그녀는 잠시 저쪽에 볼일을 처리하고 다시 온다고 했다. 물론 지금이나 되니까 하는 말이지만 당시 그녀는 그렇게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 그때 난 뭘 했을까? 한참 빠져있던 취미 바로 공상 말고 뭐 있겠나. 바로 이처럼 말이다.
말하자면 톰과 제리인지 뭔지는 또 말다툼 시작했다. 왜 사랑싸움 안 하나 했다 글쎄. 보아하니 이젠 하다 하다 공상도 진화를 거듭한 끝에 대화형!
8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보고 싶어? 아니, 잘못 말했네. 듣고 싶어? 뭐, 하고 싶다고? 그니까 뭘? 그게 아니라 입도 뻥끗 안 했다는 거잖아? 손도 까딱 안한 게 죄야 넌. 욕심 내야지 왜 욕심 안 내? 허당의 허욕은 허탕으로 끝날까 봐 또 떡밥뿌리기라니 글쎄. 진공청소기 작전 때려치고 직접 나서라고, 어? 산이 마호메트 쪽으로 오지 않겠다면, 마호메트가 산으로 가야지. 왜 가려고 했는데 또 딴년이 눈에 들어오니? 또 첫눈에 반했어? 첫눈에 홀딱 반하기가 뭐 취미니? 잘났어 정말~! 거 참 취향 고급스럽군 그래. 그게 아니라 아무런 의욕이 없다고. 성욕마저? 까다롭게 굴기는. 남자가 그렇게 깐깐해서 큰일 어디 하겠나. 배짱없이 속좁은 남자 나중 여자가 퍽이나 이뻐하겠네. 그 허접함으로 허영심녀한테 귀염받으시게? 야망 한번 꼼꼼하시군. 누가 난잡한 촌닭 아니랄까 봐. 혹시, 그러다 더 허접한 촌놈한테 밀릴까 봐 겁나진 않수? 안 그래도 똥파리한테 까이고 하이에나한테 후순위로 밀렸다면서? 에잇 말 말자. 더 말해 뭐 해!」
「이거 왜 이래! 제발 소원이니 한번만 만나달래는 여동생들이 대체 몇 명인 줄이나 알아? 어? 걔네들 잔소리 옮기자면 이래.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줘요. 자주 귀찮게 하진 않을께요. 오빠가 하라는 대로 한다구요. 그 뭐든지요. 아님 그냥 제가 오빠 먹여살릴까요? 반말 좋아하면 반말, 존댓말 원하사면 존댓말. 아하, 밤과 낮 알아서 다르도록? 아하 오빠 그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알았어. 좋았어. 딱 좋다고! 내가 오빠 마음을 녹여드릴께요. 네? 그러니 우리 부디 당장 데이트합시다. 네? (......휴......) 캬~ 어? 내가 이런 사람이야. 여자? 뭐 여자? 여자라면 신물이 난다고. 그래서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 보듯 하는 것. 어른들 사심 뿐만 아니라 말발부터 건들기 얼쩡얼쩡 알짱알짱 간보기 뜸들이기 떠보기 말돌리기 표정과 몸짓이든 뭐든 능글능글하듯, 우리들 역시나 여자라면 징글징글. 우린 숙녀 관심 없음. 우리가 그분들 왜 챙겨드려야 하는데. 가라 그래. 됐다고 전해.」
「너 같은 놈팽이한테 어울리는 격언이 있지. 그 신기한 속담이 뭔 줄 아슈? 바로, 현자는 긴 귀와 잛은 혀를 갖고 있다. 그래? 그래서 말수 없는 남자로 살았더니 여자가 얼씬도 안 해. 네가 그렇다니까 글쎄. 어?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쾌락은 행복하고 진한사랑은 달콤하며, 노껀수는 재미없고 권태는 심심하다. 아주 그냥 더럽게! 어? 지금 놀지 그럼 언제 놀아?! 다 늙어서? 빨리 익으면 빨리 썩을 거 같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일찍 성숙했던 그분들이 너무 조숙할 필욘 없다며 허세 허영 허풍을 쥐락펴락 말장난하시니까 뭐 진짜로 그런 거 같지? 여름해가 일찍 뜨면 여름해는 엄청~ 늦게 진다네. 허허허허허. 세월은 타락마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게 그러니까 막살자 그런 말이 아니라. 나이들수록 민무늬 면티만 입고 유행가 관심없다니까 일부러 젊은 척. 그럼 자네만 피곤할 걸세. 허허허. 허허허허허. 하나 더 듣고 싶나? 뭐 어려운 일 아니니 그럽시다. 공부만 하고 놀지 않으면 아이는 바보가 된다. 캬~ 어? 근다고 내가 어린애란 말이 아니라! 아니, 사람이 어떻게 일만해? 우리가 진짜로 런닝머신이야 아니면 ATM이야? 그도 아니면, 어? 난 우머나이저 넌 터미네이터? 놀고 있네 바보들! 그 대표주자는 뭐니 뭐니 해도 너! 바로, 너!」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어이 친구 거 소심하게 왜 그래! 약해? 약하면 미풍을 강풍으로 올려드리고. 말씀만 하시라니까요, 네?」
「거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맹물로 아나?! 어? 지금 말 다 했어? 어?」
「부추김이 약했다면 용서해줘. 뽐뿌질 방법은 많고도 많으니까. 안 그래도 너가 조잡한 칼럼에 쓰는 글들 뻔해. 어? 사랑할 땐 화끈하고 놀 땐 소심하고. 그랬을지 아닌지 몰라도 인생을 신나게 바꿔볼까? 할 수 있어야 말이지. 그래서 당신이 여자가 없는 거야.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라고. 알아? 알긴 개뿔! 그렇게 썩은 표정 짓지 마! 인생 한방이니까. 엉덩이 근질근질해도 잠자코 기다려보시라니까 글쎄. 안 그래도 입이 근질근질 막 그러진 않잖아? 말수 없으니까 여잘 못 꼬시지. 허허허. 호호호호호. 얼굴이 먹혀 목소리가 먹혀 아님 옷을 잘 입어 그도 아니면 돈이라도 많아? 아무것도 없잖아. 어째서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있어? 뭐 마땅히 받아칠 말이 떠오르질 않아? 것 봐, 그래서 늬가 안되는 거야. 어?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아니다. 됐다. 뭐 알고 싶어? 근데 뭘! 아님 하자고? 그러니까 뭘! 어? 니, 내 누군지 아나? 뭐 또 아따 좋은그~ 워매 좋은그~? 것 봐유 거 보시라니께유~ 참말로 못 말린다니까 글씨. 넌 날 몰라도 난 널 알아. 정말로? 뻥이야. 허허허허허. 자, 몸 풀었으니까 본론을 말해볼까? 언젠가 네가 날 지니라고 불렀던 거 기억하지? 알라딘의 램프에서 오랫만에 나왔더니 입담이 통 멈추질 않네 그려. 좌우지간. 자, 말해 봐. 3가지 소원을. 재산목록 3개로 부족해? 그러니까 어서 무인도에 데려가고 싶은 3인방을 말해보라고. 대답 잘해. 끝났어. 시간 지났어. 그러게 말하라 그랬을 때 말 했어야지. 쯧쯧쯧. 쪼잔한 놈. 응큼한 녀석. 저질. 호색한. 색마. 변태. 밥통. 푼수. 곰탱이. 돼지새끼. 개. 똥개. 새. 참새. 벌새. 너구리. 두더쥐. 더러운 공상. 맞지? 아니 리가 있나. 왜, 눈에 뵈는 게 없냐? 아님 정곡이 찔리니까 할 말을 못하는 거니. 와.. 이게 대체 뭔 일이래? 근데 너 대체 얼마를 굶주린 거니, 응? 그 거 뭐야 말로만 듣던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가 바로 너? 대단하다. 대단해. 짝짝짝. 이런 찌질이 하이에나 같은 놈. 왜 이리 조용하니? 늬가 졌지? 또 그놈의 패배주의 들먹거리시게? 넌 그래서 안되는 거야. 인정머리 없는 놈. 한심한 녀석. 불쌍한 촌닭. 아무튼 네 약점은 더티러브라는 거 역력히 드러났어. 네 욕망 여실히 노출됐다고. 알아? 아니 근데 너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또 한눈 팔아? 저 봐 봐 저 보라고. (절레절레)」
시간이 언제 지난지도 모르게 해가 저물고 있었다. 물론 주위에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난 뭔가 느낌 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아마 어떤 계략에 제대로 농락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아닐 수 없으니까. 이런 쉬운 수작마저 직감 못 할 내가 아니다. 놀라운 추리력이 돋보여서도 아니고. 여자의 육감을 능가하며 제7의 신비를 촉지할 수 있는 무슨 신통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린애라도 이처럼 의심쩍은 작전은 눈치채지 않을 래야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설마... 환상문학... 여성환상... 걔네들한테 작업당했을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 농후. 걔네들이라면 예보 없이 날 가두고도 남으니까. 대충 알만 했다. 하긴 바쁜 일도 없고, 내부 시설도 괜찮은 데다, 뭐 하나 부족한 거 없지 나 혼자 여길 독차지하라고? 못할 거 없지. 말괄량이들한테 질 수야 없다. 버티면 된다. 언젠가 자기들 장난이 심했다면 굽히고 들어올 것이다. 끝까지 견디면 그 뭐야 교수들이 1년 2년 막 쉬는 것처럼 나도 걔네들과 업무 협상을 새로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웬 낯선 숙소에서 내 감금생활은 시작됐던 것이다.
9
그렇게 다음 날이 됐다.
남자 나이는 느끼기에 달렸고, 여자 나이는 얼굴을 보면 안다. 하오나 숙녀의 나이? 묻지 말기. 그래서 아줌마 본인께서 말씀하신다, 누가 50 넘은.. 쉿!
근데 그런 생각을 왜 하지?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말이다.
그러다 핸드폰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보니 메시지가 있었다.
내용을 옮기기엔 너무 유치하니까 생략하기로 하고.
자기들 판매 부수 급락에 정기구독 떡락 때문에 피치 못하게 날 조커로 활용할 수 밖에 없단 얘긴데...!
당분간 져주기로 했다. 기왕 칼럼쓰기 대회장인데 분위기에 힘입어 대충 하면 된다. 못할 거 읎으니까.
Johann Baptist Vanhal / Missa solemnis in Eb major
<다짜고짜 피서지로 떠날까? 그처럼 놀아봤자 어차피 들뜬 기운 열띤 허영 가라앉으면 돌아오고 싶어짐. 때문에 조용히 일이나 하는 게 낫긴 나음. 바캉스고 뭐고 집에서 마음껏 TV 보고 인터넷 쇼핑하며 먹고 마시는 게 좋을 것이다. 그래 봤자 아무도 관심 안 가지겠지만 말이다. 그걸 누가 알고자 하겠냐고. 보고가 늦었기 때문에 인공지능 지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면 또 모를까. 글쓴이가 누구라고 말은 안 하겠는데 NB 입장 대변해주는 거 증말 신물난다. 그놈의 능청 정말 징글징글허다. 혼자만 친하다고 일방적으로 생각한 끝에 바텐더한테 욕해주라질 않나 인생 잘 살고 있네. 하긴 와 정말 미치겠네 라는 엄살 누가 들어주냐고. 거 참 꾸준하다. 늘 한결같아. 또,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는 어른들 말씀에 쓱~ 묻어갈 궁리? 그렇다고 자기 연민 대회에서 끼워주기를 하나 허풍잔치에서 초대를 하나. 허세마저 웬만한 촌닭들한테 명함도 못 내밈. 그래서 축 처진 어깨 뿐만 아니라 어중간한 어좁은 동네 바에 들려 여심에게 노크하려 하는데. 여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뭐? 이런 젠장. 그러니까 말이지 허당들의 낙원은 어디일까, 한량에게 천국이란 무엇일까.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뭐 하러 하냐고. 돌았나? 누가 돌아! 뭐 하러 도냐고. 얼마면 되겠냐, 어? 1장? 2장이면 돼? 뭔 소리야 쟤 뭐래! 걘 곧 엉터리 예언가이자 돌팔이 안다박사님. 무기력한 가택감금에 시달리는 심정 이해한다 이해해. 이처럼 녀석의 썩 유쾌하지 않은 심기와 필자의 마음이 동기화됐기 때문일까? 난 녀석의 환청을 이렇게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이웃집 닭은 거위다. 원래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 그럼 그림의 떡은 얼만큼 탐스러울까? 말해 뭐 해! 그래서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것일까? 그러니까 미리미리 어딜 넘 봐 라는 듯 개침을 주의하는 것. 사랑이 뭐 딴 게 아님. 허나 사랑의 아리아라는 게 말이지 세레나데 부를 때야 꽃피는 춘삼월이다만,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 것.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물론 말이 그렇단 거고. 그렇긴 하다만 난 촌닭 그녀는 백조라... 이거 정말 세상 불공평하다.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고로, 고로는 뭔놈의 고로?"
한편 NB는>
여기까지만 작성해서 메일로 보냈다.
근데 설마 걔네들 이걸로 날 유령작가로 만들려는 거 아닐까?
과연 언제가 되어야 걔네들이 날 풀어주지?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
10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1주일 경과되었다.
전화로 설득하고, 법정대리인을 보내서 회유하며, 물량공세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기들 장난이 심했으니까 그만 오빠 제발 그만 돌아와달라는 거였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오빠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네?
~라는 말 우리가 언제 들어봤기를 하겠나 기대를 하겠나.
형이 여자 꼬셔줄께 라면서 괜히 후배 예감을 들쑤셨다가 면박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당시 녀석은 새파란 놈이 형한테 인상 팍 쓰면서... 됐다. 걔가 나한테 날라차기를 안 맞아봐서 그랬겠지. 날 몰랐으니까.
한편, 여성환상 1.5 사라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정말 안 돌아올 거야? 오빠 정말 그러면, 어? 오빠 진짜 그렇게 나오면 나 꼬부랑 할머니 될 때까지 수절하는 수가 있어.」
「뻥치지 마. 안 속아.」
「오빠. 내 친구 소개시켜줄께. 물론 오빠 마음에 쏙 드는 애들로 이미 7명 엄선해놨어. 내가 누구야, 어?」
「너 저번에도 그랬다가 내 썩은 미소 보면서 완전 좋아했잖아. 또 골탕먹이게?」
「안되겠다. 그럼 애들 보낸다. 그래도 되지?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뭔 애들! 웃기지 마. 하나도 안 웃기니까. 난 가기 싫어졌어. 내가 왜 돌아가야 하는데. 날 여기 눌어앉도록 만든 건 너네들이야. 벌서 잊었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우리가 선사하는 호사, 오빠의 마음보다 앞서가는 사치, 우리 함께 시트콤이든 멜로드라마든 뭐든 재밌게 지낼 수 있는 줄거리와 특급호텔 숙박권 기타 등등. 선물 무한 제공한다니까 그러네. 그러니까 그만 퉁치자고. 어?」
「내가 싫다고 했어 안 했어?!」
「이 오빠 이처럼 꽉 막혔으니까 아직도 혼자지. 그러니까 오빠가 여자가 없는 거야. 호기심은 발동하는데 말 몇마디 섞어보니까 말이 잘 안 섞여. 어? 그래서 오빠가 안되는 거야. 알아? 오지 마. 거기 살어. 눌러 앉어.」
다음 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오늘의 태양이 어제 희망했던 태양인가 몰라도 일단 날이 바꼈다.
음악이나 듣고 일이나 하자. Bach / <사냥 칸타타> BWV 208
어차피 돌아가봐야 재미 하나도 없다. 누가 반기기를 하나 쾌활한 껀수가 있나. 아무것도 없다.
인생무상. 허송세월. 오늘 내일 하는 사랑 다 남 얘기.
끝끝내 편집장 마라는 자기네 지사 전직원은 물론 타지사와 본사와 어디서 아르바이트생 겁나게 동원해서 대충 몇 백명 되는 숙녀들을 이끌고서 날 찾아왔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말이야... (절레절레)
「야. NB. 이런 고인물 같으니라고. 늬가 뭐 영화 대부에 나오는 알파치노냐? 어? 늬 주제를 알아, 어? 우리가 그만큼 저자세 취했으면 너도 뭔가 성의를 보여야 하는 거 아니니?」
「마음이 바꼈어. 움직이기 귀찮아. 날 그냥 내버려둬.」
「뭘 내버려둬. 너 우리한테 손해배상청구 받아볼래? 어?」
「할 테면 하라 그래. 겁나지 않아.」
「아 나 이거 증말, 너 또 똥고집? 늬 마음대로 해.」
「너네나 늬들 마음대로 해. 좋은 말로 할 때!」
「얘 봐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응석. 응? 내가 늬 엄마니, 왜 나한테 어리광인데!」
「내가 왜 늬 아들이어야 하는데. 난 너 같은 딸 둔 적 없다 너?! 나 너 아니어도 다정해야 할 추종세력 많아. 알아?」
「뭘 알아. 어? 알긴 뭘 알아. 너 팬클럽 웹사이트 문 닫았어. 내가 걔 누구니 웹사이트 회장 롭 모를 줄 아니? 걔도 이미 내 똘만이야. 알아? 벌써, 옛날꼿날에 내 수하로 들어왔어. 굽히는데 안 받아줘? 허허허. 넌 놀아봐야 내 손 위야. 알아?」
「몰라. 그러든가 말든가.」
「그래. 뭐 우리 사이에 모른 체할 수야 없으니까. 원튼 아니든 필요한 거 꼭 긴요하진 않더라도 보내줄께. 옷. 만년필. 생필품. 피자. 포도주. 뭐 여자?」
「내가 언제 여자래? 너 또 생사람 잡니? 어? 야, 어? 야, 가라. 그런 말 하려면 가. 어서 가.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그럼 내가 여기 살 줄 알았니?」
그러면서 그 수백 명 되는 인원은 몽땅 가버렸다.
11
욕구불만 탐욕불충족인 불여우는 마음이 벌렁벌렁한다. 오글오글 알콩달콩한 사랑? 그런 숙녀를 만족시켜드리지 못하는 늑대도 불안불안 조마조마 두근두근 심기가 불편하긴 여심과 마찬가지. 그래서 촌놈은 결국 시름시름. 알고 보면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강경한 태도,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음. 다채로운 과일들이 군침도는 먹잇감이란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NB의 인생을 보아하니 마법의 주문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마술을 부릴 줄 알아야 말이지. 미완의 환상머신 왜 통 진전이 없냐며 길길이 날뛰지나 말기 전부터 능청꾸러기의 허세와 투정꾼의 허접한 응석을 어떻게 말리나. 못 말림. 안 말림. (이런 건 허당이 나서야 하는 거야, 알겠어 모르겠어? 어딜 쳐다 봐! 또 그놈의 흑심. 하여튼 남자들이란. 뭐 여자가 더 응큼하다고?) 그렇듯 노상 물고늘어지는 건 탐욕의 뒤꽁무늬 아니면 공상의 말꼬리. 미지의 희망은 사치스러운 습관이란 말이네. 정말로? 땡! 그래 봐야 거짓말. 다 뻥. 웬만하면 뻥. 안 그래도 변심. 흔한 게 변덕. 세계 허풍 대회 챔피언의 발랑까진 엉덩이에 키스라도 시도하는 게 차라리 낫겠네. 딩동댕~? 뭐! 김 빠진 맥주도 아니고 썩은 허영심. 더럽게 재미없기 밖에 더 해? 안되겠다. 이건 아니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을 작심했을까? 그건 모르겠고.
따라서 나는... 뭔가 행동을 하려면... 그럴려면 도시든 휴양지든 둘 중 하나로 가야하는데. 이건 뭐 무인도나 다름 없잖아? (절레절레)! 난 괜히 오기가 발동했다. 하필 시동이 그렇게 걸리네. 걔네들이 다시 온다면 돌아갈 용의가 없는 건 아닌데... 정말 안 오려나? 매정한 년들. 그저 남자만 보면... 됐다 그래. 누가 아쉽데? 지들이 서운하지 난 결코 섭섭치 않음. 내가 그 얼마나 짠하지 않도록 내 전재산을 투자해가면서 커피를 사줬는데. 근데 뭐 걔네들 다 듣는 데서, 우리 직원들한테 웬만히 껄떡대? 뭐, 껄떡? 지금 말 다 했어? 아, 그때도 벌써 한참 됐다.
아무튼 최근 사연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A) 도시로 가던 중 칼럼쓰기 대회장을 보게 됨. 참가. 중간에 포기하고 가려는데 잡힘. 갇힘
B) 의뢰인 또는 작업자의 설득을 계속 거절
C) 녀석들의 설득작업은 계속 됨. 거절. 고립
그럼 정말 여기서 연재 분량은 끝인 걸까? 그럼, 얼마나, 좋겠나! 아쉽게도 아직 방황은 끝나지 않은 것만 같았다. 그게 그러니까 자발적으로 돌아이 본색을 드러냈냐 하면 꼭 그렇게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의도적으로 저쪽에서 리모콘을 누르고 흑마술 장면처럼 인형을 찌르고 맞추고 막 그랬으니까. 따라서 난 마침내 미쳐버렸냐 하면 그도 아니다. 좌우지간 여기서 끝내면 뭔가 볼품없다고나 할까? 그럼 또 사춘기 발정기 몽정기 응석 밖에 안되는데. 하긴 걔네나 나나 공범에 동업자요 조력자이자 순응자 동업자 뭐든지 아무거나 막 갖다붙일 사이이긴 하다. 왜 아니겠나.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꼬여도 이처럼 말도 안되도록 꽈배기가 되어버리다니. 어쩌다 사랑은 더러워졌을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 살면 된다. 지금 절실한 다짐은 "할 수 있다 > 안되면 말고!"일 테니까. 근데 내가 지금 뭔 말을 하려던 거지? 거창한 무슨 광시곡을 쓰려는 거야 아님 또 공상? 그러게, 어? 하나만 해야지. 칼럼만 쓰던가 소설만 연재하던가. 두 마리 토끼 잡겠다더니 결국 고약한 심보라는 바늘을 적당히 솜사탕과 찜빵 같은 미끼로 포장해서, 막 그냥 떡밥만 막 뿌려대더니 심술만 늘었잖아?! 내 이럴 줄 알았다. 어쨌든 자기 밖에 모르는 숙녀한테 덴 게 얼만데. 타인의 바쁜 일정과 신나는 활약상과 기막힌 껀수를 배려하여 이제부터 줄거리만 간략히 옮기는 게 좋겠다. 그러자. 진작 그럴 것이지. 잔소리 그만하고.
12
A) 마라와 사라 일당 예닐곱 명이 또 또 찾아옴. 접대. 대화. 줄다리기. 말다툼. 화해. 눈치작전. 회유? 떼쓰기. 독려...
B) 난 심각한 말을 건네는 척 하다가 그녀들을 가둠. 중앙집중관리니 기타 등등 그 최첨단 제어시스템에 통달했으니 가능. 반나절 후 풀어줄 계획. 그렇게 나는 동네친구를 만나러 감. 이미 동네 남자들과 친분이 돈독. 동네 여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음. 우리는 누구든 만나면 금방 친해짐. 그렇게 마을로 떠남.
C) 동네친구들이 모인 아지트에 도착. 근데 다 어디 갔지? 알고 보니 꽃사슴이 탈출해서 그거 잡으러 갔다고 함.
D) 동네친구들과 만남. 결국 동네친구들은 내게 따짐. 대체 왜 꽃사슴을 별장에 가뒀냐고. 뭐라고? 난 사라와 마라 등 내 여인들을 가뒀지 꽃사슴은 구경도 못했는데?
E) 내 별장에 도착. 정말로 사라와 마라 일당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고, 달랑 꽃사슴들뿐!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난들 아나. 별들에게 물어보든 동네 똥개 탓을 하던가 해야겠지.
F) 다음 날. 나는 꽃사슴 목장으로 가서 내가 들어가고 꽃사슴들은 전부 내보냄. 왠지 그러면 마라와 사라 일당이 날 구하러 올 것만 같다는 긴박한 영감을 실행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 그런데 결과는? 동네친구들한테 험하게 꾸중듣고 혼쭐이 난 끝에 타협 없이 나만 망신당한 체 어정쩡한 시트콤은 끝남.
G) 난 고집도 아닌 고집은 없었던 걸로 하고 도시로 돌아갔다. 그 소식을 알고서 그녀들이 깐족을 참을 수 있었을까? 그럴 리가 있나. 인스타그램 댓글로 드러난, 대표적으로 그 깐족 가운데 딱 1개만 손꼽자면 이렇다. "오빠, 왜 벌써 와? 이럴 꺼면 뭐 하러 거칠게 반항한 거야? 또 앙탈? 아니면 뭐, 뭐 막, 뭐 딱 막, 뭐 사랑하자 사랑하자~ 또 뭐 가까이온다 가까이온다 눈부시다 눈부시다 뜨겁다 뜨겁다 옷을 벗는다 옷을 벗는다 키스한다 키스한다...... 이런 젠장! 또 그거? 가지 가지 한다. 정말 해도 해도 더럽게 재미없다고. 오빠가 그래서 안되는 거야. 어? 그러니까 오빠가 아직까지 혼자인 거란 말이야. 뭘 알아야 여자를 꼬시지. 여자 마음 뭣도 모르면서 대체 뭘 한다고. 응?"
13
전화도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대에 당시 플로베르가 모파상에게던가 2시간 내내 정물화만 묘사할 줄 알아야... 어쩌고저쩌고 그랬다는 일화. 그야 고전음악 제1 전성기 얘기. 지금 세상에 드물게 고집스럽도록 수작업을 알아주는 분야도 있겠으나 아무거나 무엇에서나 그랬다가는... (절레절레). '잭 트라우트&알 리스'의 저작은 다 읽었는데 누군가 왜 피터 드러커의 작품은 시도는 하는데 띄엄띄엄 읽을까? 단언컨대 시대성 때문. 그 둘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음악, 미술, 영화... 작품 정량과 반복이란 거의 정비례하는 것. 문학으로 넘어가도 화제성이 딴 게 아니니까. 그처럼 미술이라고 썩 다르지 않듯, 플로베르가 말한 대로 곧이곧대로 해 보시라. 미술대학교 위작 수업도 의미 없진 않다만 나중 과연 몇 명이나 전공으로 밥 벌어먹고 살아갈 것인지, 정말로 고전음악 전성기가 끝나버린 시대에 그분들은 미래 프랜시스 베이컨의 명성 반의 반의 반틈 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그 말은 뭐냐, 유명인들 말 걸러서 들으시란 말씀! 일단 무명에서 유명으로 바뀌면 무명이었던 나는 배후로 내려가게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유명세 알게 되면 괜히 어쩌는 게 아니다. 부모님 말씀 대부분 옳고 좋고 현명하다만 어느 땐가 스스로 살지 않으면 안되듯 타석에 나 혼자 들어서는 게 인생. 마음 약한 여자는 남자 조심하고, 순진한 촌년 역시나 권위의 합리성과 무분별함에 대한 구분 꼭 필요하다는 뜻. 고리타분한 나보코프의 문학강의조차 기똥찬 분석 있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말 따로 있는데... 그런데... (절레절레)! 전문가에 대한 맹신과 권위자 말씀 참조, 와 별개로 결정도 나 책임도 나! 피터 드러커가 그 얼마나 똑같은 말을 차마 셀 수 없이 반복했는지 말도 못한다.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좋은 얘기도 있다만 태반은 구식탱탱묵은 잔소리들. 간접화법 대 직접화법만 해도 그렇다. 베팅연습기 장난감이든 진짜 베팅볼이든, 공을 끝까지 봐! 그랬더니 글쎄 진짜로 공을 끝까지 봐. 그걸 보는 아빠는 고개 푹 숙이니까, 아빠 왜 그래? 근데 커서까지?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래서 그나마 남아있던 아는 여동생들도 몽땅 떠나. 안 그럴 수가 없거든. 단기전에 대한 선구안도 별볼일 없지, 장기전 가 봐야 의무방어전이라면 표정 바뀌지. 인생이란 원래 쉽지 않다는 건 애들도 다 안다. 그렇다고 뻔트를 애호하면 뭘 하나, 그래 봤자 껀수가 없는데. 딱 봐도 플레이보이계 퇴출감이 아니라 남은 건 허무맹랑한 공상 밖에. 근데 어쩌다 또 필자가 NB의 신세 한탄을 대신해주고 있지? 애들도 안 하는 자기 비하, 그렇다고 녀석이 자기 합리화를 잘 할줄 알기는 하나 그러니까 이렇지. 걸핏하면 뭘 감상할 궁리 아니면 공을 골대로 차고, 구멍에 넣고, 방망이로 때리며 안 넣어도 될 거까지 넣을려는 망상까지. 못 본 척할 수 없는 심심함, 본 체 만 체보다 아는 체할 수 밖에 없는 재미없음. 무엇보다 권태가 일하기와 놀기를 양쪽에 꿰찬 게 제일 큰 문제. 그럼 이제 NB에게 본격적으로 촌년의 조증과 도시녀의 허언증을 치유해 줄 적기가 임박한 것일까? 임박 좋아하시네. 그걸 누가 바란다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편들기,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그러게 엄살은 기가 막히고 과장 심하며 투정 끝장인데, 왜 하필 맷집이 좋아? 맷집 좋은 거도 간접화법처럼 좋을 때가 따로 있음. 직접화법처럼 잘못 걸리면 어라~ 맷집 좋네? 더 신나게 뚜드려맞음! 누굴 흠씬 쥐어팼다는 건 영화 찍거나 소설 속 얘기고 현실에서 맷집은 몽둥이질을 절로 부름. 말이 그렇다는 거다만 코메디언조차 누군 맞어야 제맛이라고 하질 않나. 깐족 당하고 놀림 더 당하고 계속 깐죽! 그러게, 어? 축구선수들만 할리우드 연기력 연습하겠나, 맷집 약한 척 왜 못해? 생생한 쾌감을 안겨주지 못하는 숙명에 대한 때 이른 미련이고 자시고. 생각 많아봐야 성과는 행동에 의한 것.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또 그 말이구만 그래. 누가 모를까 봐서? 그래서 NB는,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야. 됐다 그래. 누구한테? 그걸 알면 지금... 됐다 그러라니까 글쎄.
1
케케묵은 일하기. 촌스러운 놀기. 더럽게 재미없는 쉬기. 상투적인 건수 없음. 인생사라는 건 정말 모를 일이긴 하다만 선홍색 기대와 새콤달콤 예감을 양쪽에 꿰차지 못한 일상, 다름 아니라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두 귀는 백 개의 혀를 마르게 한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허둥대느라 칼럼 연재하면서 나름 품위 유지비 넉넉히 벌었는데, 내가 아니 NB가 왜 요새 편집장 마라와 본부장 사라를 피해 다닐까? 왜냐, 오빠 할 말 떨어졌지 라는 말 들을까 봐! 언제는 말이다 귓구멍을 메꿀 수는 없다는 둥 글쟁이는 글을 쓰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둥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 겁나게 막 난리도 아더니만. 어? 뭐 이제 와서는 딱 잡아떼며 모른 체 시치미 뚝! 의리없는 년들. 더럽게 응큼하기로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있어야 말이지. 내 그럴 줄 알았어. 걔네들 순 지들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 넌 너 밖에 몰라 라는 말 퍽이나 많이 들었을 꺼야. 틀림없어. 근데 내가 걔네, 아니 필자가 NB와 걔 어장관리 걱정을 왜 해,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들 기 빨릴까 봐 우려되어 일부러 자진해서 슬럼프에 빠진 건데. 뭐가 어쩌고 어째? 나도 바빠. 할 일 많음. 내가 왜 한가해? 하여 통상 스스로 바쁘단 걸 모르진 않는데. 근데 그게 말이다 지역 연고지 축구팀 서포터즈에 놀러나가면 들을 말 뻔하니 거기 나갈 수도 없고. 너 뭐 할줄 아는 거나 있냐? 축구팀에서 구멍은 아닐 테고 달변은 곧잘 하니? (절레절레) 남자 여왕벌들 50%에 친구없는 어리버리 촌닭들 반, 나머지 남자 여왕벌들 수발드는 성격 좋은 양반들 반. 거기 가도 영양가 없음. 재수없기 밖에 더 하나. 그럼 뭘 하지? 확 그냥, 푸른 바다와 빨주노초파남보 비키니와 젊음이 가득찬 해수욕장으로 떠나버릴까? 가 봤자 더워. 겁나 더워. 귀찮음. 어차피 가도 다시 와야 해. 아니면 수치스러운 사랑과 모욕적인 우정 둘 다 선사하는 애인과 데이트를? 추접스러움. 우리는 풋사랑 졸업한지 이미 옛날. 멜로드라마도 재미없고. 최고로 닭살 돋는 영화 장르는 거의 고문에 가까울 뿐. 비전 별볼일 없음. 그래?
그러므로 그는 결단을 내렸다. 냉큼 특단의 대책 건너뛰고 냅다 행동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NB는 팬 사이트 회장 롭과 축구경기를 보기로 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아직 아무도 없길래 그는 롭한테 전화를 걸었다.
근데 전화를 받지 않네? 느낌 세했다.
뭐지? 곧바로 롭한테 전화가 왔다.
「너 왜 안 나와?」
「왜 안 나오다니? 어딜?」
「우리 같이 축구 보기로 했잖아!」
「우리, 같이? 남자들끼리 축구를 왜 봐? 아는 여동생들 커피 사주기도 바쁜데. 나 따라다니는 숙녀들 번호표 발부하며 만나주기도 벅차. 나 인기 많아 귀찮다는 거 형 모르지 않지? 그 가운데 최고의 숙녀와 더없이 아름다운 여인들을 엄선해서 형한테 소개시켜주려는 내 마음. 형 나 나중 팽당하면 섭하다. 나 걔네 관리하려면 뻗치단 말이야. 근데 내가 언제 형이랑 축구 약속을 했지? 난 그런 적 없는데.」
「그래? 그럼 너가 아니었나? 아닌데...」
「내가 아닌가 봐. 형 요즘 상태가 안 좋은 게 아니라 형 원래 좀 그래. 설마 부정하는 건 아니겠지? 성격 나쁜 나랑 형은 다르니까 뭐 난 형 걱정 안 해. 만약에 나랑 형이랑 축구 같이 보기로 약속을 했더라도 형이 아마 나랑 놀도록 여자들이 가만 놔두질 않았을 걸. 그렇지? 내 모를 줄 알어? 형, 내 레이더 시피보지 마. 응? 형의 일거수일투족 다 내 레이다망에 걸리니까 말이야. 안 그래도 최근 축구 재미없어. 게다가 사람들도 집에서 밖에 잘 안 나가. 심지어 웬만한 남자들도 여자 뒤꽁무늬 쫓아다니기 지쳤대. 시선 분산하는 거조차 싫증나는데 왜 아니겠어. 형이 잘 생각해 봐. 아마 형이 낮잠 자다 개꿈꿨을 테니까. 아무튼 나 아가씨 만나러 가야 해. 이만 전화 끊는다. 나중에 통화해. 내가 곧 있으면 괜찮은 여자 소개시켜줄께. 형 나 믿지? 뻥 아니야. 진짜 아니야. 진짜로 뻥 아니라고.」
뚝.
「늬가 소개시켜준단지가 벌써... 뭐야. 전화 끊겼잖아?」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 때마침 비가 왔다. 소나기.
그는 우산도 없이 흠뻑 젖어버렸다.
그렇다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기엔 왠지 허전할 테지.
고로 그는 사무실 소파에 자빠져 TV를 틀었다.
2
멜로드라마에서는 말다툼 중.
「가난하게 자란 게 무슨 자랑이니? 꼭 보면 찌질한 촌닭처럼 못 배운 티를 낸다니까 글쎄. 누가 허접한 가문 출신 아니랄까 봐. 누가 무능력하단 걸 몰라봐줄까 봐 감히... 주제도 모른 체 설치는 저 꼴 좀 보란 말일세. 나대긴 어디다 나대. 너 학교 다닐 때 별명이 '나대지 마' 였지? 안 봐도 비디오다. 여자들이 상대하면 황당해라 하는 못생긴 암컷 싸움닭, 좋게 걔네들이나 찾아 봐라. 너랑 천생연분일 테니까. 어딜 넘 보냔 눈치 모른 체하기 힘들지 않니? 너 집에서 그렇게 배웠니? 부모 망신 웬만치 시켜라, 어? 여자들이 아니 사람들이 어디 너만 욕하겠니. 근데 이상한 게 거 보면 참 나 무슨 지가 뭐, 정말로 챙피한 줄도 몰라요. 기가 막힐 일이지. 넌 돌쇠감도 안돼. 알아? 너랑 사랑하고 결혼하면 여자들 신세 망치기 딱 좋다니까 글쎄. 어? 너처럼 숙녀 알기를 띄엄띄엄 아는 놈은 외로워야 해. 버릇 없어도 유분시지 늬가 무슨 초딩이니?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니. 놀았니 일만 했니. 근데 돈이 없어. (몸짓) 졸라 이기적인 새끼 어떻게 지 밖에 몰라?! 이 험한 세상을 사는데 남 생각 안 해? 바보야? 돈 없이 사랑을 하겠다고? 딴 데 가서 알아 봐라. 무엇보다, 넌 가서 거울이나 보고 와. 꼭 보면 너 같은 애들이 나중 마누라 뚜들어팬다, 너? 내기에 져 게임도 못 해 베팅은 더 못해, 그래서 여편네 엎신여겨. 어? 넌 딱 봐도 마누라 등쳐먹는 관상이야. 알아? 야 뚜벅이! 늬가 무슨 고독한 사냥꾼이니 뭐니. 내 새끼손가락만한 촌놈, 내 새끼발가락만도 못한 그거. 부끄럽지도 않나 몰라. 얼굴 두꺼운 걸 무슨 큰 복이나 받은 줄로 아네 그래. 멍청해도 좀 정도껏 멍청하자, 응?...」
~라는 멜로드라마 대사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NB는 이처럼 공상을 남발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중년 허당. 더불어 그분의 절박한 체통. 허나 이상과 달리 현실은 현실은. 달콤한 사탕을 향한 번득이는 개침? 탐스러운 공상 그만 좀 하자. 그 말 같지도 않은 몽환의 제1인자가 누군고 하니 다름 아니라 누구라더라? 신뢰감 두둑한 소식통에 의하면, 소식통 연락 두절. 그래서 추측컨대 보아하니 NB는 고독한 사냥꾼의 눈길을 내리깔지 않을 수 없었다. 보나마나 뻔해. 어디 사랑만 뻔하겠나. 그럴 리는 없다. 그러므로 귀동냥으로 듣자하니 그는 젊음의 행진을 위해 건수를 찾고자 안간힘을 쓰며 내 사랑 찾기는 이미 포기해버린지 오래.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생각하는 거 하고는, 아휴 민망해! 그런데 갑자기 아니 어떻게... 내 새로운 인생이 이리도 흥미진진할 수 있다니! 라는 NB의 생각 물론 뻥이다. 신비스러운 사랑, 다 남 얘기.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빨아들이는데 인기를 뭐 하러 구걸하나. 이거 봐 이거 봐 또 전화온다, 오빠 제발 한 번만 만나주세요... 오빠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 질리지도 않나 몰라. 그래 봤자 형이 여자 꼬셔준다면서요 근데 왜 말도 못 걸어요? 아니면 날라차기를 재현하기를 하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어?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 그럼 뭘 해!>
3
당나귀가 너무 편하면 비밀을 폭로한다. 그렇듯 세상사란 은근 기분 좋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비밀을 털어놓는 코끼리가 되도록 부추김당하는 것. 과장광고에 넘어가면 골치아프다. 안 그래도 병풍 배역을 노골적으로 암시하거나, 잔치상 차려지건 말건 일단 숟가락부터 올리기는 흔하디 흔함. 그래서 푼수는 만사를 떠벌리기 좋아하는 것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웬만한 허당들조차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함. 어떻게 말려? 나대지 말란다고 말을 들으시겠나. 그러므로 사람은 이타적인 가운데 이기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근데 말이다 쾌활한 자긍심과 때 묻었다가 말끔히 치유된 자존심, 나름 북돋워주며 칭찬한다 치고 녀석들한테 어떤 호의를 베풀지? 내가 내게 선물을? 호사는 됐고 망신이나 당하지 말자. 순수한 자존감 상처입을라. 순진한 촌닭이라고 순정 없을까. 근데 대체 뭔 얘기를 하다 말이 길어졌지? 하여간에 NB는 1부 리그 쉐도우 스트라이커는 커녕 7부 리그 리베로로 쓰기도 아까움. 그래서 그는 역시나 문턱이 닳도록 아지트에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기서 친구들과 나누는 정담들이란 매번 이런 식. 예를 들면,
「친구. 최근 어떻게 지냈어? 내겐 보나마나 재미난 일 없으니까 자네 근황이나 털어놓으시지.」
「나? 뭐 그냥. 난 항상 그날이 그날이지. 늘 그래.」
「뭐 그놈이 그놈이라고?」
「내가 언제 그년이 그년이랬어?」
「그거나 그거나. 근데 너 어째서 발끈해? 무슨 일 있어? 누구야? 어? 남자인 네가 생리할 리도 없고. 왜 그래, 친구?」
「난 미치지 않았어.」
「누가 너 돌았다 그러든? 누가 그래? 걔 오라 그래. 내 이 자식을 그냥...」
「내가 봤을 땐 나보다 늬가 더 걱정이다. 너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여. 열 있냐?」
「그럼 넌 몸이 차갑냐? 손이 차가운 숙녀가 생각나는군.」
「너가 그런다고 나까지 홍조가 유독 돋보이는 아가씨가 기억나는 건 아니야. 뻠쁘질은 사양하겠어.」
「그럼 너가 먼저 꽤 괜찮은 껀수를 하나 제의해 보던가.」
「글쎄 내가 선제적으로다 밑장 빼기로 히든카드를 선보인다고 가정한다 치고, 그걸 과연 너 따위가 감당할 수 있을까? 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쟤들은 아니라고 볼걸.」
「그게 뭔지 못 이긴 척 승락하든 단호히 거절하든 벌써 듣고 싶은 마음 싹 가셨어.」
「뭐 또 변심? 너 여자냐?」
「아이쿠 사돈. 자네 허영심이나 관리하시지.」
매를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꿩들은 어리석다.
이거 이거 돌아가는 아지트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래 가지 않아... 뭔가가 걱정스럽다.
뭐야? 하다 하다 이젠 대화법 공상? 잘한다 잘해. 잘났어 정말.
그때 갑자기 조지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웬일이야 슈퍼스타께서?」
「나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친구, 나 위로해줘.」
「또?」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렇게 NB와 조지는 만났다.
Mendelssohn /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 Gioconda de Vito(violin), London Symphony Orchestra, Malcolm Sargent 1951
「근데 음악이 이게 뭐니? 넌 날 어디로 데려온 거야?」
「여자는 음악으로 잊는다. 안 들어봤냐? 처음이면 지금 시도해 봐. 직방 먹힐 테니까.」
「뭘 먹혀! 내가 뭐 탐스런 과일이냐? 왜 내가 꽃이어야 하는데. 저 군침도는 과일들 너 혼자 다 따먹을려고?」
「진정해 친구.」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근데 왜 헤어졌는데?」
「다퉜어.」
「뭘로?」
「여자 문제.」
「늬가 잘못했네.」
「아니야. 걔 어장관리가 더했으니까. 내 아는 여동생들보다 딱 2배 더 많더라고. 끈끈한 남녀의 우정이 말이야.」
「그래?」
「안 그래도 오래된 거 같아.」
「뭐가?」
「난 세컨으로 옛날에 밀려났는데. 근데 나만 몰랐던 거지.」
「정말?」
「넌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냐?」
「어. 아니? 어. 아닌가?」
「지금 내가 뻥칠 기분이냐?」
바로 그 순간. 조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옆에서 대충 들어보니 무척 가까운 사이인 듯 한데... 알만 했다.
「나 갈께. 오빠 제발 한 번만 만나주라고 난리다 글쎄. 너도 갈래? 근데 늬가 왜 가. 따라오지 마. 나대지 말란 말이야. 어? 나 간다 친구. 다음에 보자.」
「저 자식 뭐야!」
4
오락산업에서 병풍으로 쳐주지도 않긴 한다만 나름 NB의 현황 점수판은 이렇다. 허당계에서 1.5군. 허접한 카바레랄지 후미진 바에서 손님으로 2진. 행복업에서 삼류. 플레이보이계에서 퇴출. 그럼 재산은? 말해 뭐 해. 비밀은? 본인 거는 물론 할 말도 떨이지는 걸로도 모자라 타인에 대해 폭로할 잔지식도 깡통. 이걸 어째? 어쩌긴 뭘 어째. 동네 산책이나 해야지. 이게 다 틈틈이 고기를 먹어주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는 내일 당장 날으는 돈까스를 먹겠다고 다짐했다. 허나 팔랑귀는 여인의 마음처럼 변덕이 심한데 이걸 어쩌나. 먹음직스런 피자도 먹고 싶네? 하지만 최근 쇼핑 목록 작성하면서 돈 아끼느라 변심은 금물. 그래서 아예 더 싼 거 먹을 수 밖에. 그게 그러니까 지 주제를 알아야지, 어? Mercadante / 오페라 <비르지니아 (Virginia)> “이칠리오, 당신을 사랑해요!” 그런 고상한 음악도 다 권태로운 부자, 이타적인 지식노동자, 한정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지. 지 입에 풀칠하기 급급한 형편에 그런 오페라가 뭔 내용인 줄이나 알아? 물론 모르면 어때. 하오나 그 인간은 내 생각과 타인이 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게 제일 큰 문제. 곧 혼자 봤을 때만 잔근육 빡선 남자, 결국 잔재주 팅팅 녹슨 늑대. 결국 그는 갈 데까지 갔다. 사는 게 더럽게 재미없었던 것이다. 이런 시국이라면 어려운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살며 밝은 모습 잃지 않는 다큐멘터리를 2~3분 언뜻 보는 게 제격인데. 꼴에 지도 남자라고 최근 패션에 꼿혔네? 심지어 어디서 주서들었는지 몰래 엿들었는지 아지트에서 여자들 드레스코드가 유독 호피 무늬가 많이 보이면, 일부러 촌스러운 부츠와 대략 분위기 뻔하면 바로 그 주 일요일에 남녀 성비가 허당한테 최적화된다는데. 글쎄 물 반 고기 반도 아니고 엄선된 숙녀 9명에 남자 1명? 놀고 있네. 지 맘대로 막 다 그냥 은근한 예감 때문에 어떤 숙녀의 어장관리에 매수당하길 바라다니 꿈도 야무지다. 그러니까 기대는 곧 실망. YB가 진정 한심한 작자인지 아닌지 의중을 떠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그는 정녕 더티러브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썩을놈. 개자식. 호색한. 난봉꾼. 어? 하여튼 여자 겁나게 밝힌다니까 글쎄. 뭔 전생에 사랑을 못해서 원한이 쌓인 귀신이라도 씌었나? (절레절레) 그렇지만 옆에서 알게 모르게 이런 걱정해줘도 걘 신경도 안 쓴다. 주위에서 알 듯 모를 듯 이처럼 지 생각하면서 신경써줘도 통 고마운 줄을 몰라요. 일단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 대놓고 말하면 그때사 직접화법으로 겨우 끄덕끄덕. 아니면 간접화법으로 넌지시 운을 띄우면 빈말을 순진하게 믿기나 하고. 그게 뭐야, 어? 날라차기를 지가 왜 해? 또 어디 가서 총대를 매시게, 약속장소에 나가도 아무도 없어. 바보도 그런 바보가 없단 말이야. 참말로 정녕 바보업계에서 최고. 단연 압권. 미련곰탱이 같은 놈. 물론 친구끼리 분위기 잡고서 터놓고 솔직해지는 자리에서 이 모든 걸 대놓고 말해주면 뭘 해? 한마디로 그런 건 허당이 알 게 아니라면서 상남자 흉내내기 밖에 더 하냐고.
좌우지간 오늘 바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일, 즉 아지트의 성비가 그야말로 기가 막히다는 날. 그는 갔다. 선수 입장이 과연 어떤 흥분과 짜릿한 절정을 불러올지 모르겠으나. 믿을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주서들은 풍월, 일단 믿고나 본 것이다. 정녕 기대가 크면 상심은 훨씬 클 거라고 사전에 예상치 못했을까? 조잡한 탐욕과 추잡스러운 사랑 생각 뿐인데 당연히 못했겠지. 알만 하다 알만 해. 쯧쯧쯧! 그렇게 NB는 아지트로 갔다.
아지트에 갔다 온 결과는? 넘어가자.
5
타락마는 허당의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따라서 이제 허접한 패배주의가 나설 차례다. 잃을 게 없으니까. 그치만 어느 숙녀가 그걸 반긴다고! 내 말이 그렇다니까 글쎄. (절레절레) 그렇다면 지금이 곧 희대의 야심작을 쓸 절호의 기회일까? 미완의 환상머신 만든단지가 언젠데. 보나마나 개뼉따귀 개나 좋아하지 그걸 누가 눈독들인다고. 근데 왜 갑자기 불똥이 똥개한테 튀어? 새똥 살면서 한 번도 맞아보지 않은 게 어딘데. 바나나 껍질 밟고서 넘어져보지 않은 것만 해도 나름 선방한 인생. 그럼 뭘 해, 그래 봤자 아는 여동생들 은근히 NB를 피하다 급기야 아지트 발길조차 끊었음. 냉정한 년들! 누가 지들 행복한 연애사가 궁금하데? 잘살라 그래 관심 없으니까. 필자가 아니라 NB가 말이다. 하여간에 그 녀석은 제정신이 아니란 말이야. 마침내 미친 건가? 뻔뻔한 녀석 같으니라고. 하긴 불여우들한테 당할 봉변을 면한 게 어딘데. 멜로드라마 주인공 낙점 못 된 거나 막장드라마 주인공으로 낙찰 안 된거나, 그 둘로 퉁치면 되겠네. 그러니까 인생 복잡하게 생각하면 안된다니까 글쎄.
한편,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NB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아가씨가 그놈을 유혹하게 되었는데... 진짜로? 뻥이다. 그럴 리가 있나. 뿌려지는 떡밥조차 구경한지 오래. 왜 아니겠어. 이제는 하다 하다 진한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까지 까먹었을 거야. 걔 인생이 그래. 날조된 허세가 먹히겠어 허영심을 쥐락펴락할 줄 알겠어!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 어차피 언제나 심심하기 마련. 그럼 이제 어떡한담? 내가 왜 그 녀석 걱정을 해 줘, 뭐 지가 알아서 하겠지. 나이 허트루 먹지 않았다면 말이야. 때문에 녀석의 인생사 좌우명 소상히 알고자시고 할 것도 없이 우리는 줄거리 전개만 전달하면 그만. 딱 그만. 자, 그래서 어떻게 됐냐!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시작부터 끝까지 발단뿐이지. 누가 아니래? 따라서 자~, 막 그러면서 또 진행병 따라하거나 허언증 도지거나, 수전증과 거북목 증후군 사이에서 헷갈리다 공상 못 끊고 있겠지. 그처럼 환상문학잡지에서는 SF 연재물을, 여성환상 1.5로부터는 칼럼 독축을 받아 쫓기는 입장. 그가 갈 데라고는 사무실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NB는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벌써 마음이 바꼈다. 툭하면 변심은 여자의 특권일 테지만 변덕으로 그도 결코 만만치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는 한적한 호텔로 집필 여행을 떠났다. 롭이 어디를 알려주긴 했는데 그건 공개할 수 없고. 안 떠났다간 보나마나 이런 공상인지 환청인지 그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테니까 말이다. 하긴 줄거리 없는 소설 짜증나니까 그럴 것이다. 뭘 해도 발단 뿐인 연재 마감일, 매번 코너에 몰려서 맷집만 키우니 안 그러게 생겼나. 알 만하다 알만 해.
「이게 까불고 있어, 지가 멍청한 줄도 모르고. 허접한 촌닭이 말이야. 알아들어? 이 바보 같은 놈. 너 아직도 여자라면 껌뻑 죽니? 그저 숙녀라면 사족을 못 써? 누가 사랑에 환장한 놈 아니랄까 봐. 여자를 소개나 시켜주고 생색을 내든 야단치든 하라고? 너 같으면 그러겠냐. 왜 심기가 불편해? 불쾌하겠지 왜 아니겠니. 듣고 있기 썩 거북한 모양이로군. 일하기는 싫고 놀기는 싫증나고. 쾌락은 안 싫증나는데 껀수는 없고. 한심한 허당아 널 보면 생각해주는 내가 답답하다 답답해. 넌 답이 없어. 알아? 알긴 뭘 알아. 어?」
「나도 말 좀 하자! 네 입은 마우스고 내 입은 뭐 새 주둥이냐? 난 뭐 미련곰탱이라도 된단 말이냐? 어? 그러고 보니 말이야, 어? 내 수하에 대기중인 여동생들 그 아찔한 사랑의 차트. 걔네들 늬가 다 빼네갔지? 어떻게 꼬드겼어? 당장 불어. 대체 무슨 헛바람을 주입시킨 거야? 걔네들이 귀신 신나락까먹는 소리에 넘어가든? 아닌데. 그동안 내 환상머신의 신비감에 취해서 딴 건 하나도 안 들릴 텐데. 이상하단 말이야. 하긴 뭐 여기 너랑 나 밖에 더 있냐. 솔직히 말해서 걔네들도 나한테 질리고 나도 걔네 지겨워졌고. 정말로? 뻥이야. 가라 그래. 누가 붙잡는데? 그렇게 갈 사람이면 애초에 사랑학을 가르쳐주지 않은 건데. (절레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