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73

from 소설 2020. 8. 31. 19:09

    1

    웃을 일이 아니다. 어떤 상상이든 대만족시켜줄 섬뜩한 환상머신의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가, 불행 중 다행인 걸까? 그 개꿈은 결국 미완성으로 종결. 물론 놓친 물고기는 다 큰 법. 환상머신이고 자시고 다 뻥. 몽땅 뻥! 밑도 끝도 없이 환상머신의 신비함에 대해 떠벌리면 당연히 누구든 NB를 좀 모자란 사람으로 볼 게 뻔하니. 설마 그래서 일부러 미완성에서 멈춘 것일까? 일부러는 개뿔. 허풍대회 근처에도 못 갈 넉살. 근데 진짜로 어느 날 갑자기 그 뭐야. 터미네이터 + 우머나이저 = 환상머신...을 완성했다더라? 약 먹을 시간인 거네. 어차피 끝내기 홈런 못 치니까 인생 내내 뻔트. 허세. 응석. 어? 시작이 반이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다. 그럼 또 NB 그 꺼벙한 녀석은 희망찬 미래를 낙관할 꺼야, 별거 아니라고. 별거 아닙니다? 뭐가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긴 뭐가 별거 아니냐고. 돌아온 탕자야 꿈 같은 난봉기 근처에라도 가 봤겠지, 허나 걘 탕자가 뭔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필자 뿐만 아니라 누가 됐든지 그 인간이랑 별로 안 친해. 당연하지.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에잇 나도 모르겠다. 기왕 말 나온 김에 녀석 험담 하나만 더 할까? 폭로야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까 말이다. 근데 그게 뭐였더라? 됐다. 재미없다. 기대는 김샜다. 들뜬 분위기 망했다. 괜히 몸만 풀었다. 다변 시작하니 않으니만 못하도록 말이다. 이러니 수다대회에서 안 받아주지. 할 말 떨어지기도 전에 먼저 기 빨리고 출발하는 거 아니냐고. 어쨌건 인생은 재미없고 사랑은 없어. 늘상 노잼! 그래서 아마도 그 말이 진리. 그건 뭐다? 개는 뼈다귀를 주어 만족시키고, 여자에게는 거짓말로 만족시켜라. 근데 일단 여자가 없어. 그동안 사준 커피가 얼만데 다 도망갔어. 의리없는 것들. 그러게 NB도 NB지. 지가 뭔데 환상극 애호가, 기분파, 낭만파, 게다가 점잖은 늑대와 허영기 강렬한 불여우는 물론 심지어 허당파까지 들쑤셔놓냐고. 뭐 미스테리아 다음편 개봉박두? 놀고 있네. 아주 그냥 웃기고 자빠시셨어. 예고편만 끝장. 뚜껑 열면 아무것도 없음. 그게 뭐야, 어? 지금 장난해? 드디여 올 것이 왔다? 오긴 누가 와! 어? 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열띤 정력 달래며. 들뜬 모험심 아끼자. 왜? 왜냐하면 그가 결국 꺼내든 카드는 하는 수 없이 그것이었으니까. 그건 뭐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다. 근데 그게 또 시국이 장난 아니란 말이지. 그럼 이제 정말 어떡한담?
    그래서 그는 마침내 소개팅에 나갔다. 말은 안 해도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말만 앓는소리 일색이면서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갔다는 둥 커피값만 아꼈어도 뭐 어쨌을 거라는 둥. 몰래 몰래 다 추종 세력 관리 했구만 그래. 과연 진짜인지 아닌지 아무도 알고자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걔도 남자라고 꼴에 사랑은 하고 싶은가 보지? 목적은 플라토닉? 아니면 진한 사랑 꿈도 꾸지 말라는 그녀의 겁박? 어딜 넘 봐 라는 말이라도 좀 들어보자, 난 대체 왜 안 되냐 라는 엑스트라병 또 도졌네. 어쨌든 그는 소개팅 장소에 나갔다.
    카페 이름은... 몰라. 관심도 없고.
    Mozart / 오페라 <이도메네오> - “바다에서 살아났지만”
    음악이 뭘 이래? 뿐만 아니라 숙녀가 좀 많이 늦네?
    뭔가 느낌 세하길래 NB는 주선자인 동네친구 폴한테 전화했다.
   「폴. 그녀가 못생겼으면 좋겠다. 정말로? 뻥이야. 일단 마음은 착하겠지. 덤으로 은근히 이쁠 꺼야. 적어도 뒷모습은? 근데 설마 역대급 왕가슴일 리는 없겠지? 너 내가 언제 여자 얘기 한 적 본 거 있냐? 뭐 계란후라이? 난 패션과 거리가 멀어. 아니 내가 왜! 그건 그렇고. 근데 이분께서 너무 늦는 거 아니니? 지금 시간이 몇 신대...」
   「뭔 소리야? 내가 말 했잖아.」
   「뭘 말해?」
   「소개팅녀 코로나19 걸려서 보호소로 갔어.」
   「뭐? 그걸 왜 이제 말해줘?」
   「저번에 말 했어.」
   「언제?」
   「언제더라?」
   「너 똥개 훈련시키냐?」
   「그럼 늬가 똥개냐?」
   「아니지. 난 촌닭이지. 뭐 촌놈? 그러는 늬가 똥개냐?」
   「돌아올 때 개똥이나 밟지 말기를 바란다. 개똥 피하려다 새똥 겨우겨우 피했는데, 그는 결국 바나나껍질을 벗기듯 숙녀의...」
   「뭔 소리야? 너 미쳤니?」
   「누가 말 끊으래?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야. 야, 기분 나빠졌어. 전화 끊어. 너 당분간 나한테 전화하지 마. 나 뿐만이 아니야. 딴 애들도 다 너 피해. 알아? 알든 말든 모르겠고.」
    뚝.
   「이 자식이...」
    아닌게 아니라 폴은 정말로 전화를 끊었다. 뭔 유행병에 걸렸으면 진작 불미스러운 소식을 전하든가 했어야지, 어? 지가 비보든 신보든 얘기도 안 해줬으면 왜 지가 짜증내? 무슨소개팅이 이래? 내가 애초에 여기 나오면서부터... 이거 정말 괜한 짓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아니라 NB가! 어? 어쩐지 일이 잘풀린다 그랬어. (절레절레)





    2

    허당의 인생이란 나서기 즐겁도록 건수가 항상 풍년은 아닌 것. 곧 그는 침체기가 너무 길어져서 탈이었다. 보기 좋게 무대에서 멀어지는 형세인 것처럼. 정말 신기하게도 전적이 어쩜 이리도 조용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 모험도 사랑도 낭만도 모두 붙잡지 못한 체 탕진할 재산도 못 모으면 어쩌지? 불태울 젊음이 벤치 신세를 못 벋어난 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면 어떡하냔 말이다. ~라는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서 NB가 과연 무엇을 했을까? 아무것도 못했다. 그럼 그렇지. 할 게 있어야 말이지. 번뜩이는 상상력 빈곤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 통잔 잔고 때문에 남는 건 썩은 미소뿐. 심지어 뭐니 뭐니 해도 사랑의 차트 근처에 개미새끼는 커녕 파리 한마리조차 얼씬도 안 했음. 이러니 더 말해 뭐 하나! 그렇다고 타락마를 탈 것이냐 영화를 찍을 것이냐, 당연히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 근데 누가 영화판으로 모셔준다 나서겠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는 게 탈일 뿐. 그처럼 건전한 희망에 흠뻑 젖을 감성이 좋긴 하나, 질펀한 방탕에 관심 없더라도 건수는 또 다른 얘기다만. 그럼 이제 어떡한담? 먹음직스런 음식을 보고서 개침 질질 흘리는 골든 리트리버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서 NB는 작정했다. 마치 이렇게 씩씩거리면서 말이다. 못 먹는 감이 떫다. (동화에서 여우는) 포도를 얻을 수 없으면 포도가 시다고 욕한다. 그림의 떡? 가장 달콤한 포도는 가장 높이 달려있다. 목표는 크게 실망은 더 크게! 이처럼 무작정 집을 나섰는데 근데 갈 데가 없네? 숫말들이 있는 곳에 암말들이 모인다. 허나 최근 아지트 분위기가 영 별로란 말이야... 이걸 어쩌지? 근데 정말 뭔놈의 능청이 이리 심해, 어? 진짜 이놈의 어리광 이게 말이 되나? 말도 안됨. 말 같지도 않음. 밑도 끝도 없이 애도 아니고 또 심심하다고? 재미없음 이라는 엄벌을 받아 마땅하구만 그래. 잡것!
    기왕 이렇게 된 거 줄거리 없는 공상? 그게 뭐가 어렵다고.
    잔소리 안듣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딘가. 추접스러운 사랑 관심 없다. 돈도 필요없고 껀수는 뭔놈의 껀수. 다 가라 그래. 여복이라면 귀찮아 죽겠는데 추종세력들 신경써줘야 할 이유 역시나 없다.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 한번 못해봐서 못살겠네? 우리는 정반대. 사랑이라면 징글징글. 현실은 물론 인터넷 놀이터에서조차 한눈팔고 싶지 않음. 색정이라면 딱 거절! 근데 그건 그거고. 한편 정말로 들으면 깜짝 놀라지 않고 못 배기는, 그처럼 재미난 얘기를 들려드릴까? 아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진짜로 알고 나면 완전 신나서 기분 끝장인 사연을 알려드릴까 말까? 그만하자. 귀에서 피가 나는데 이제 그만 자중합시다. 그러는 게 좋겠다. 안 그래도 알게 된 시점 딱 그때 잠깐만 즐겁지 시간 지나면 금새 잊어먹게 되어 있다. 때문에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럼 아는 게 힘은 무엇일까? 알든 모르든 흔하디흔한 추문 또 하나 알게 되면 옷이 생기나 재산이 느나. 다 부질없음. 타인의 사랑 신경 끄고 내 인생이나 건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되니까. 아니 근데 말이다 그게 그러니까 말이다 그 뭐지? 거 언제부터 정말로 궁금했단 말이 아니라 지금 생각나서 하는 얘기긴 하다만 거 뭐랄까. 연한 애정의 다정함과 진한 사랑의 격렬함, 둘 중에 과연 뭐가 오래갈까? 오래가고 자시고 지금 그게 문젠가. 사랑이고 나발이고 지금 그제 중요하냐고. 어? 그럼 소녀감성을 만족시켜드리는 희망이 과연 NB에게 숙제란 말인가? 하면 아니겠지. 따라서 지금 아니면 언제 놀겠나 하면서 으쌰으쌰 떠나자? 떠나긴 뭘 떠나. 매번 허탕인데 (절레절레)! 낭만적인 멜로드라마 줄거리를 추측하는 동경심과 그 녀석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멂. 녀석의 꺼벙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잠 안자고 일주일 내내 고자질 못할 것도 없다만 그래서 뭐 하게. 새로운 사랑의 운명적 출연을 철석같이 믿는 감수성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위인들이 누군인가 듣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쾌락마에 대한 탐욕이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란 말이 아니라. 그건 딱 사양. 그래도 남녀의 사사로운 연정이라면 애처롭고, 그리움이라면 애달프며, 상사병이야 당연히 애절하니까 또 여심을 우리가 마다할 수는 없는데. 애석한 껀수 없음이야 당사자 알아서 할 일이고.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 제발 만나줘요 오빠 고마워요 오빠 보고싶어요..."라는 그녀들 요청 때문에 번호표 뽑는 기계를 장만하기엔 그건 좀 아닌 거 같고. 그래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웬만한 아니 거의 모든 남자들의 대망은? 사족을 못 슬 정도로 여심을 아끼기. 그 말은 여자도 똑같다는 뜻. 오히려... 말 말자! 말해 뭐 해, 어? 하여튼 말이야 늑대도 늑대지 불여우들끼리 죄다 서로 백댄서하기 싫다는 거 알면서? 그래도 사랑이라면 환장할 만큼 숙녀를 좋아하기. 첫눈에 홀딱 반하는 게 다름 아니라 취미인 인생? 그놈의 추접스러운 사랑 은밀한 더티러브 공상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지긋지긋 신물이 난단 말이다. 물론 필자가 아니라 NB가 말이다. 그치만 내숭이란 게 무엇인가. 그럼 여자들도? 그분들께서 어 응큼하시는 걸 굳이 말해서 뭐 하나. 득될 거 하나 없지. 다만 우리는 흡수력 좋은 그 어떤 면제품처럼 특유의 흡입력으로 그분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뿐. 자연스럽게~ 그분들은 우리들한테 넘어오게 되어 있음. 우리가 꼬시는데 안 넘어오고 어떻게 베겨, 못 베겨! 우리한테 홀딱 반할 수 밖에 없단 말이다. 유혹과 질투를 양쪽에 꿰차신 그분들, 진짜로 우리한테 넘어올 수 밖에 없음. 숙녀는 우리한테 끌릴 수 밖에 없는 운명. 무조건 말이다. 허허허. 근데 껀수는 대체 언제? 그건 그렇긴 하다만 과연 귀신이 잡아가지 않고 뭐하는지 애석할 따름인 그 인간. NB가 끝끝내 꼭꼭 숨겨놓은 채 털어놓지 않은 신비스러운 비밀이 한 가지 있는데... 아 글쎄 그건 과연 무엇일까? 없다. 뻥이다. 있을 턱이 있나. 그런 놈은.. 됐고.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오랫만에 인공지능 지니를 깨워서 NB 그 인간을 괴롭혀볼까?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자고 있는 개는 내버려 두어라?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자. 농담이고. 잔뻔치 잔근육 잔소리 언제까지 뻔트만? 아무리 기다려도 쥐구멍에 볕들지 않는데... 그래서 찾은 개구멍이란? 두 여인이 갑자기 가까와진다는 것은 제 3의 여인이 두 친구를 잃는다는 징조일 수도 있음. 근데 그 말이 지금 왜 나와? 그거아고 공상아고 대체 뭔 상관인데? 밀접한 연관성 좋든 싫든 너나 잘하라고? 넌 뭐 얼마나 잘나서... 그만 하자. 이런 말 같지도 않은 공상 옮기는 심정은 오죽할까. 무슨 개 풀뜯어먹는 헛소리 멈추질 않는데 그놈의 개뼉따귀를 탐하는 것처럼 만인에게 절대적인 관심사는 사랑이 부동의 챔피언이고.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만사에서 최고가는 주제. 뭐, 사랑? 아 쫌!





    3

    끝내 대타는 바닥나고 그는 결국 공상대회에 출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온전히 참가해서 어떻게 인기상이랄지 아차상이라도 탔을까? 그럼, 얼마나, 좋겠나. 그마저 출전 최소인원 부족 때문에 대회는 취소되고 말았던 것이다. 뭐라고? 참 나 하여간에 무슨 별의별 아니 잠깐만. 그 뿐이면 다행이게? 그 믿었던 사라와 마라. 여자의 변심이야 우리가 얼마든지 아름답게 포장해드릴 수 있는데. 아가씨의 입방정과 숙녀의 허영심이든 뭐든 우리의 립서비스에 녹아나면 환희를 맛보도록 되어 있는데. 값싼 사탕발림과 어설픈 띄워주기가 아니라 여심은 달콤하며 애달프고 홀딱 미쳐버릴 만큼 들었다 놨다 일도 아니다만. 그와 달리 미스테리아&여성환상 1.5! 그 두군 데서 NB는 모두 팽당했던 것이다. 계약 종료인지 파기인지 뭔지. 지들 맘대로 법적 절차 완료됐대. 그럼 남은 건? 요컨대 NB의 실직. 뭐가 어쩌고 어째? "도대체 네 영혼 속엔 뭐가 들어있는 거냐?" 라는 인공지능 지니의 잔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만 같았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봐라, 너 같은 바보가 어디 흔한가 라고. 그 식상한 잔뻔치. 그분 꿍꿍이도 뻔할 뻔자. 어라~! 맷집 좋으니까 더 때려야겠네. 라는 심술을 뭐하러 비싼 값 주고 살 일 있나. 울적한 기분 가만 놔두면 괜찮아지겠지. 속상하긴 하나 그래도 우리는 영원한 몽정기라 뭐 그 말인가? 재미없다. 더럽게 지겹다. 신물이 난다. 하여튼 간에 그놈의 정력타령 징글징글 쓴물이 올라온단 말이다. 한편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더니, 오빠 바쁘세요? 바쁘긴 누가 바빠. 그런 전화 걸려올 턱이 없는데. 주사위는 던져졌다. 따라서 NB는 궁지에 몰렸으니까 버뮤다 대학교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딱 도착.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피서지에 도착해 바캉스를 즐기려하는데. 고급 호텔에서 숙박할 처지일까? 버뮤다 대학교 인근 아는 동생네 집 다락방 구석에서 빌붙어 지내게 되었다. 그 아는 동생이 누구인가 까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냥 조연 3이라고 하자. 그러든가 말든가. 근다고 그 아는 동생의 사는 형편이 넉넉하냐, 초갑부가 아닌 건 분명했다. 게다가 NB는 품위유지비가 간당간당했다. 식료품을 사면서 계산하는데 한도초과입니다, 라는 소릴 들을까봐 겁먹지 않을 수 없었다. 조마조마한 거지. 따라서 그는 거기까지 가서도 벤처캐피틀이 후원하는 어느 펀딩사이트에 '줄거리 관련 입담 터는 초안'을 올려 돈을 벌 수밖에 없었다. 그건 이랬다.
    <나대지 마 VS 빌빌거리지 마! 사랑이란 그 신나는 명승부에서 과연 누가 이길 것이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자. 더럽게 재미없는 얘기 그만 좀 하잔 말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우리는 사랑이 아름답다고 한 적 없단 말이다, 어? 내 맘 모르겠니? 정말 몰라? 누가 몰라, 모르긴 뭘 몰라! 자칫 잘못했으면 시작할 뻔 말 뻔 하다 김새버린 일장 설교는 됐고. 딱 됐고. 상남자로써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이상적 갈망이 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게 그러니까 근데 도대체 뭔 얘길 하고 있었던 거지? 아무튼 말이야, 삐걱대는 바퀴가 기름칠을 받는다. 우는 애 젖준다. 허나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면 안된다. 괜히 벌통을 쑤실 일 있나. 그렇다고 뭐 NB가 아는 여동생들한테 왜 커피사주란 말 요즘 하지 않냐고 따져야 할까? 따지긴.
    그때 갑자기 NB는 전화를 받았다. 보나마나 여자였다. 제발 부탁하니 오빠 한번만 만나달라는 애원일 테지. 팬클럽 증말 극성이구만, 추종세력 아직도 바쁘다 못해 내 꺼 하자고 난리. 그런데 듣고보니 정말이었다.
   "오늘 나 쉬는데 뭐 할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라고만 하지 말아줘. 응? 제발. 부디 날 데리고 살겠다는 결심이 굳으면 더 좋을 테고 말이야. 오빠야, 아니면 나 같은 딸 낳아줄까? 말만 해. 당연히 뻥이니까......"
    말하자면 그녀의 말을 전부 옮기지 못하는 게 아니다. 왜냐, 너무 섹시하니까. 진짜로? 물론 뻥이다. 당연히 뻥이지.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간 걸로도 모자라 속된 말로 일절 여자가 꼬이지 않는 인생. 숙녀들이 귀찮게 하지 않으니까 뭐 살맛나는 거지. 허허. 그런 꺼벙이, 쩜팔이, 곰탱이 주제에 어? 쾌적한 발단과 대비되는 심상치 않은 전개 그런 게 어딨어. 바랠 걸 바래야지. 꿈도 야주져 하여튼. 그러니까 숙녀는 저런 남자를 만나면 안된다. 저런 인간? 넘버쓰리로 자길 보필하기에 썩 불만족스러워하는 친구한테 얻어듣는 소리는, 그러고도 늬가 사람이냐?! 우리 여성분들, 대체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할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NB 같은 남자를 만나면 되니까요. 진짜로? 뻥이다. 개 뻥. 그나저나 날도 더운데 뭔가 가슴을 뻥 뚫어주는 속시원한 줄거리 어디 없을까? 있을 리가 있나.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의 마음을 슬쩍 엿보기에 또 필자는 남다른 재능을 자랑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뭔가 겸연쩍어하실 수도 있는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다 뭐라고 간접화법을 번안해야 할까. 아니면 여자말 번역기 툭하면 잔고장이라고 솔직히 실토할까 말까. 우리끼리 얘기지만 아니 정말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다만 그게 그러니까, 어? 아 글쎄 지금 이 기회가 지나면 언제 또 아뢰옵기 황공할 사연을 전할 수 있을까 라는 의미에서 한말씀 드리자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을 잔소리의 결론은 그거다. 바로, 개가 없으면 고양이가 나댄다? 고양이가 없으면 쥐들이 설친다. 하지만 쥐들이라고 맨날 쥐구멍에 볕들 날만 기다릴까. 대체 언제까지. 그래서 그분들께서도 때로는 빨빨거리고 나돌아댕기지 않을 수 없는 것. 따라서 개처럼 생긴 NB는 뭔가 의심쩍은 개구멍을 하나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4

    오늘 NB는 버뮤다 대학교 휴게실을 통채로 독차지한 듯 실내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 가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건 무엇일까?
    첫째, 커다란 명화 액자가 통채로 문이었음.
    둘째, 그 문을 열고 핀이 나타남.
   「야, 핀. 늬가 거기서 왜 나와?」
   「그러는 넌 여기 웬일인데?」
   「나야... 내가 먼저 물었잖아!」
   「그러게 뭐 하러 늬가 먼저 물어봐. 어? 누가 너보고 먼저 물어보라고 시키든?! 늬가 먼저 물어봤으니까 늬가 먼저 답하면 되겠네. 동의하지? 그래. 그렇게 하자. 근데 내가 뭘 물어봤지?」
   「몰라. 뭐 중요하지 않은 거겠지. 근데 너 일 안해?」
   「그러는 넌 놀러 안 갔어? 어디 휴양지랄지 깡촌, 깡섬, 아니면 호캉스. 왜 하필 여기야? 내가 널 여기서까지 봐야 하다니!」
   「너 그렇게 한가한 남자였냐?」
   「너도 만만치 않아. 넌 뭐 허접한 게 자랑이냐?」
   「너 저번에 비꼬기 대회 나갔다가 예선탈락했다면서? 내 그럴 줄 알았다.」
   「뭔 소리야? 비아냥 대회 아예 열리지도 않았어. 그러는 넌! 공상대회는 안될 것 같고, 허세대회에서 초대는 안 하지. 어? 웬만치 껄떡거려. 넌 여자가 그렇게 좋냐? 어?」
   「난 여자 관심없어. 그러는 너나 찝쩍거리지 말어라. 제발 부탁이니. 응? 그나저나. 저 안에 뭐가 있더라? 내가 1년 전에 들어갔었나... 나 아니던가...! 자, 한번 모험을 시작해볼까?」
   「문 잠겼어.」
   「뭐?」
   「저 문은 미남한테만 열려. 넌 아웃!」
   「이 자식이... 그러는 넌 무슨 특권으로?」
   「특권이 아니라 정당하게. 합당하도록. 그 타당한 이치, 이의없지? 있을 리가 있나.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야. 어? 그래서 넌 아직까지 혼자인 거고. 왜, 형이 여자 소개시켜줘? 근데 소개시켜주면 뭘 하니. 여자가 도망가는데. 너도 알다시피 내 아는 여동생들이 좀 많니. 정말 귀찮아죽겠다. 내가 통화 차단한 여자들이 대체 몇 명인 줄 알기는 아니?」
   「너 아직도 그러고 다니냐? 웃기지도 않다. 아주 그냥 징그러워. 누가 옆에서 안 가르쳐주든?」
   「시끄럽고. 소개팅할래? 3 대 3으로 3연타. 요즘 남자애들이 왜 그렇게 바쁘다니?」
   「진짜야?」
   「뻥이야. 진짜겠냐.」
   「알고 있었어.」
   「아니야. 넌 또 속았어. 허허허. 재밌다.」
   「재밌긴 뭐가 재밌어. 속아주는 척 연기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늬가 알겠니.」
    그렇게 약 1분 동안 그들은 대화가 없었다.
    그러다 휴게실 바깥으로 웬 뚜껑없는 그 뭐야 새끈한 자동차가 등장했다. 당연히 운전석엔 섹시한 숙녀.
   「친구. 나 간다. 너도 어서 여자 만나라. 연애도 좀 하고 그래. 그게 뭐 어렵니? 여자 마음 모르겠으면 형한테 말하고. 갈께. 다음에 보든가 말든가. 좌우지간 돈 떨어지면 말해. 일단 말만 해. 근데 내가 바쁘면 전화 안 받을 수도 있으니까 끈기 잃지 말고 친구. (윙크)」
    저 자식이...!
    가라 그래. 누가 붙잡는데? 벌써 갔네.
    보아하니 날도 더운데 심심하다고 아무 똥개한테 뽀뽀할 수도 없고. 하여 NB에 대해서나 알아볼까? 희박하디 희박하겠으나 단 7명 애독자 있는 게 어딘가.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가 폐간 안된 게 어딘데. 자,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지. 가난은 끈질겼다. 젊음은 끝물인가 아닌가는 몰라도 청춘가가 다 뭔가. 일단 몇몇 징후만 봐도 뻔하다. 유행가 안 들음. 말수 줄어듬. 패션 관심 없다가 억지로 새옷 막 사들임. 민무늬 티셔츠 몇 개로 돌리다가 일부러 젊은이들처럼 디자인 들어간 거 입기 따라함. 그럼 정말 행복 끝 불행 시작일까? 뭐 언젠 안 그랬나. 사교계에서조차 제명당함. 플레이보이계에서 엉덩이까임. 숙녀들한테 호색한인 거 들통남.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감. 정말 있었는지 아닌지 그 허풍 어떻게 믿어, 못 말려. 어? 예술적 감수성을 추측하며 아찔한 착상을 기다린다? 개침 질질 상상력 벌렁벌렁. 말도 못함. 말로야 아름다운 인생이자 신나는 세상 어쩌고저쩌고 그거 누가 못해? 다 뻥. 개뻥. 몽땅 뻥. 여심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질투녀들의 제왕'은 무슨, 개뿔! 병적인 색마. 허당계 총아. 신기한 환상머신 포기한지 오래. 칼럼니스트 직명도 불쌍해서 여성잡지 두 군데에서 먹여살리는 중. 웬만한 아가씨들한테 저울질당하기는 커녕 그분들 어장관리 후보군은 꿈도 못 꿈. 뭐 여심을 들었다 놨다 밀고 당기기 쥐락펴락? 이젠 정말 하다 하다 들려졌다 밀려졌다 쥐어졌다 펴졌다 밀려졌다 당겨졌다... 그랬던 시절이 좋긴 좋았지. 그런 호시절의 복귀 가당키나 한가. 이미 7부 리그는 커녕 저 먼발치로 밀려난지 오래. 그럭저럭 뭐 어떻게 정착한 최후의 취미는 알고봤더니, 뚜껑 열리기? 놀고 있네. 허허허. 근대 대체 왜 녀석에 대해서 이처럼 정신분석을 하고 또 해야 하지? 그러게 말이야. 발단 뻔하고 전개는 없으면 줄거리 자체가 허접하니까 그렇지. 새로운 인생 기대하지도 못함. C.Ph.E.Bach / Sonata for flute solo in a minor Wq132 고결한 척하면 누가 먹여살려줘 돈을 줘? 그렇다고 허당 주제에 또 꼴에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말이야, 뭐? 뭐래더라 어딘가에서 주서들은 속담은 뭐? 새 포도주를 헌 병에 담지 마라. 하긴 공상도 지겹고 타겟은 그거로구만. 바로, 새로운 사랑! 그럼 뭘 해, 어?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그거 누가 몰라? 일단 오지를 않잖아. 아무리 호박이 제 발로 굴러간다지만 뭐 그분들이 바본가? (절레절레) 누군 뭐 군침 흘릴지 모르고 호사가 무엇인지 모르냔 말이다. 젠장, 이런 젠장! 그러니까 언제까지 따분한 일하기가 완전 재밌는 척 연기만 할 거냐고. 일하기 싫으면서 또 아닌 척 내숭떨고 대체 어떻게 해야 솔직할 거냐고. 어? 말로는 고결한 채식주의자인 척, 속으로는? 지글지글 지글지글 사람은 고기를 먹어줘야 해,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둥 지글지글 지글지글 육즙이 그냥 기가 막힐 것이다 라는 상상! 캬, 어? 난 비위 좋다 먹성은 더 좋을 것이다 라는 예언. 또 그림의 떡? 따라서 뭐 또 떠나자? 그래 봤자 돈 낭비 시간 낭비 정력이야 뭐 낭비하고 싶어도 못함. 집 떠나면 고생. 그렇다고 소파에 자빠져 다큐멘터리 쳐다보면 뭘 해. 그래 봐야 에잇 됐다. 전날 연예계 싸움 순위 1등이 집에 찾아와서 야 한판 뜨자 라며 언제 찾아올지 몰라, 좋은 말로 할 때 블랙리스트에서 자길 빼주라는 장본인과 딱 똑같으면서, 어? 말로는 뭐 세계마초협회 선정 올해의 상남자한테 야 한판 떠! 뭘 떠, 뜨긴 뭔 뜨냐고. 뭔 말만 말만... (절레절레).
    그래서 NB는 혼자 버뮤다섬 일주를 시작했다.
    결과는? 뭔가 있었으면 그건 아마 뉴스에나 나왔겠지.





    5

    다음 날이 되었다. NB는 사무실에서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었다. 마냥 노는 것처럼 보일까 봐 당연히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걸 잊지 않았다.
    Bellini /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 2막 - ”아,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
    그러다 핀이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는 잘됐다고 생각했다. 저 명화 문짝 뒷편에 대체 뭐가 숨겨져 있는지. 그게 미로인지 단순한 보물창고인지 그거나 물어보자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대충 한 10분 정도 농담따먹기를 했나? 왠지 모르게 NB는 핀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어깨동무라면 그는 잘 하지도 받지도 않는데. 특히 동성친구들과 별로 그렇게 놀지 않는데, 옛날 친구들이랑 놀 때 친구의 여자친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냥 남자라는 느낌 으쌰으쌰 어깨동무했던 게 거의 전부였을 것이다. 보아하니 (사랑 가능성이 없는) 여자한테 어깨동무를 하고, 여자를 엎고 여자한테 엎히고. 그거 전문? 그러거나 말거나 거 어째 '남자로 상정한' 여자한테 어깨동무를 했는데 그게 뭐 큰 잘못이었을까. 친한 친구, 즉 친구의 여자친구랑 친했던 게 걸렸다. 당시는 자연스러웠는데... 지금 생각하니... 친구가 유학 비슷한 걸 갈 때 공항까지 걔 여자친구랑 셋이서 같이 가서 친구를 베웅하기. 친구 여자친구 집까지 셋이서 놀러간 적도 있는데... 냄새가... 지금 생각하니...! 무슨 과수원 막 포도밭에서 신발끈 고쳐메지 않아야 함. 레코드숍에 CD 들고 들어갔을 때 점원에게 미리 말했는데 그분 싫어했음, 다음에 그러지 말라고. 어쨌건 핀은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 응큼한 흑심을 드러냈다는 말이 아니라 특수분장 가면을 벗은 것이다.
   「오빠. 저 핀 동생이에요.」
   「헉! 네?」
   「오빠 방금 나한테 어깨동무했죠. 그럼 이제 제가 팔짱끼면 되는 거죠? 에잇 말 놓자. 우리 이제 사귀는 건데. 나 같은 여자친구가 어디 흔하나? 안 그래 오빠?」
   「네?」
   「어깨동무 때문에 연인 관계로 발전한 남녀. 만약 남자의 변심으로 헤어지면 그 뭐래더라? 남자의 정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문. 못 들어보셨수? 원하신다면야 읽어보시라고 어디서 구해다드릴께.」
   「당신 뭐야? 누구야? 대체 누군데... 괜한 수작 부리지 마. 흐흠. 아가씨. 당신 누가 보냈소.」
   「아가씨 당신 누가 보냈소? 뭘 누가 보내. 어? 내 발로 왔다. 왜?」
   「아니~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닌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 안되질 않소. 저 특수장비 대체 얼마주고 장만했소. 가만보니 싸구려는 절대 아니고. 뿐만 아니라 내가 뭐 바보요? 보아하니 나 같은 비리비리한 동네 아저씨를 이상형으로 손꼽는 처년 아닌 것 같고. 대체 꿍꿍이가 뭐요?」
   「알고 싶어요?」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오. 어서. 어허. 좋은 말로 할 때.」
   「좋은 말로 할 때? 그럼 숨겨진 사연 고백하기를 자꾸 뜸들이면 뭐 제게 뽀뽀라도 하실라오?」
   「그깟 뽀뽀가 문제요?」
   「아하 이제 알겠다. 오빠가 이 따위 꽁트를 좋아하니까 그동안 여자가 없었군. 알 만하다. 알 만해.」
   「뭣 때문인지는 몰라도 엉뚱하도록 잘도 갖다 붙이는군 그래. 허허. 허허허.」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고 하니...」
   「」
   「대체 뭐였더라?」
   「지금 날 갖고 노는 거요? 차라리 똥개 훈련을 시키시오. 아니면 정식으로 데이트를 하던가. 이게 뭐요, 네? 아니면 내 사랑을 받아주오 라면서 당차게 구애할 분위기를 만들던가. 사람 기분 이상허게 이게 대체 뭐냔 말이오. 어서 말하시오. 누가 보냈소? 작전명은 뭐고. 대체 원하는 게 뭐냔 말이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좀전엔 어깨동무하더니 벌써 은근 막 가까이 오네.」
   「뭔 소리요? 당신이 내게 접근해오지 않았소. 지금 엉덩이 크다고 자랑하는 거요? 그렇소?」
   「남자네. 남자야.」
   「그럼 내가 여잔 줄 알았소?」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이거 왜 이래, 난 당신 여자로 안 봐. 내가 당신 어깨동무를 왜 했는데. 우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그 말씀.」
   「그래도 사랑은 사랑이네요? 그쵸? 이거 봐 이거 보라니까 글쎄. 남자구만. 상남자 중의 상남자.」
   「그게 뭐 어때서!」
   「내가 누군 줄 알려드려요? 정말로? 긴말 필요없이 곧장?」
   「」
   「난 저번에 당신이 험하게 얻어들었던 명대사를 읊었던 이곳 청년회장의 여동생이랍니다. 그때 당신께서 심하게 얻어들었던 말이 뭔지 기억나세요? 네?」
   「저번에? 저번에... 뭐지? 내가 왜 그런 폭압적인 대사를 얻어들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뭐였더라?」
   「그때 당신께서 들었던 대사는 그거였소. 바로, 당신이 이 고장 처녀들 다 따먹고 다닌다면서요? 그놈이 바로 당신이오?」
   「뭐? 뭔 소리야? 난 아니야. 난 아니오. 사람 잘못봤소. 안 그런 인물과 거리가 멀다오. 아시겠소? 우린 인연이 아닌 듯 하오니 이만 헤어집시다. 가시오. 보내드릴 때. 난 가는 여잔 잡지 않소. 뭐 천상천하유아독존? 남자에 환장한 년 같으니라고. 아무튼. 숙녀가 그런 상스런 말 함부로 입에 담는 거 아니오. 그런 말괄량이 인물유형은 드라마의 기본도 아니란 말이오.」
   「누군 뭐 그런 말 하고 싶어서 한 줄 아나? 다 내기에 져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러게 내가 왜...! 아니. 혹시? 에잇 설마! 아니지. 오빠가 진짜로 여기 여자들 다 따먹고 다녔단 말이야? (몸짓)」
   「뭔 소리야 그게?!」
   「나 이 오빠 갑자기 싫어졌어. 있는 정 없는 정 뚝 떨어졌단 말이야. 와 사람 다시 볼 일이네. 아니 어떻게...! 그럼 설마 이런 인간이... 하긴 관상을 보아하니 마누라 등쳐먹고 사는 관상이네. 이런 인간 여편네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이 인간 여복의 정체는 대체 뭐지?」
   「네? 그게 무슨... 여복이 지금 왜 나와! 어?」
   「아무튼. 오는 여자 막지 않는 게 당신들 불문율 아닌가요? 왜 내가 싫어! 나 어디를 가든 썩 안 빠지는데. 마음은 있는데 몸이... 그럼 결국 문제가 있단 말인데... 이 인간... 당신 혹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훒어보더니 결국 시선은 어딘가에서 멈춤. 딱 멈춤)...」
   「어허 이 사람이...! 아 증말 이거 거 진짜 어허. 어? 거 어째 교양 알 만하신 분께서. 당신은 내숭도 모르요?」
   「오빠. 나 솔직한 여자야. 난 가식과 안 친하거든. 좀 더 정직해볼까? 난 태어나서 남자를 껴안아본 적이 단 1번도 없어. 왜 내가 싫대? 날 포옹하고 싶은 건 물론... 왜 내가 늑대들한테 인기 없는 거지? 내가 매력 없나? 정녕? 오빠도?」
   「어허. 무서워. 우리 그만 만납시다. 뭐 하시오 안 가고!」
   「누가 가란다면 못 갈 줄 아시오?」
    그러면서 그녀는 가버렸다. 저년이... 가란다고 진짜 가네.
    이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은 또 뭐고. 일단 오늘 일하기는 틀렸고 그는 산책을 하며 싱승생숭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밖에 없었다.





    6

    NB는 미스테리아 연재 주기를 늘려볼까 하며 마라 마음을 떠봤다. 할 말 떨어졌다는 둥 여자말 번역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둥 하면서. 그럼 좋다면서 사정 봐주겠다고 했을까, 어림없는 소리. 말미를 주고 형편을 고려하긴 뭘. 연봉 재협상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는 둥 험한 잔소리 엄청 퍼부으길래 그는 환상문학잡지 사무실을 겨우겨우 빠져나왔다. NB는 데뷔전 난봉꾼 시절이 그리웠던 것일까? 그래 봤자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쾌감에 흠뻑 젖을 수가 있나 사치를 만끽하기를 하나. 정답은 없음. 사랑도 없을까? 개뿔 이 마당에 사랑은 무슨. 그는 자기 주제를 파악했다. 늘 그랬듯이. 그런다고 이번엔 달랐나? 어떻게 달라. 그럴 수 없지. 그럼 정말 권태와 심심함과 재미없음과 정력감퇴에 대한 최적의 대항마는 무엇일까? 최적 좋아하시네. 그런 거 없음. 있을 턱이 있나. 웃기시네. 그러게 공상에 앞서 재산 증식에 앞장섰어야지. 에르메스. 몽블랑. 페라리. 아테네의 향연. 명화 속의 마돈나. 로마의 분수? 뭐 분수? 분수같은 헛소리 짚어치우고. 빨가벗고 오줌누는 아기천사 동상 거기에서 물 뿜어지는데 하필 거길 틀어막는 장난이고 나발이고. NB는 역시나 엉덩이가 근질근질했던 것이다. 얼굴 팔리기 싫다면서 플레이보이인 척 해 봐야 귀 간지러운 염문의 주인공으로 왜 난 물망에 오르지 못할까! 라는 심정 없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고상한 척 내숭? 세련미 강조하다 통장 잔고 바닥나고, 근사한 고전미 챙기느라 느그적느그적거렸다간 개뼉따귀 딴년이 물고 튀게 되어 있는 게 세상사 이치. 그 개뼉따귀가 달콤한 과즙인지, 탐스런 열매인지, 그도 아니면 목소리 도톰한 미남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말이다. 좌우지간 G. Telemann / 건반을 위한 36개의 환상곡 TWV 40:2-13 우아한 태도로 이런 음악듣고서 책상에서 게으름피우기에 매진한다고 뭐 여자들이 빨가벗고 달려온다는 보장은 없다.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젠장. 여자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일단 여자가 없음. 공상 잘하면 상을 준다든 고기를 준다든. 그러니까 지금처럼.. 됐고. 그래서 NB는 일단 무턱대고 바깥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거든.
    자, 그럼 중간 건너뛰고 다음 장면은 무엇일까? 마른 개가 잘 뛴다. 운동할 시간. 어디서 주서들은 건 있어가지고 뭐 마른 장작이 잘 탄다? 하여간에 늘상 흑심. 언제나 군침. 끝없는 개침. 못 말리는 눈독? 넘어가고. 근데 이번 운동이 특이했던 게 뭐냐면 운동을 핑계로 멀리 여행을 떠난 것이다. 맨날 똥개처럼 동네만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지겨워졌단 말이네. 뭐 언젠 안 그랬겠냐마는. 아 맞다. 근데 NB는 이미 떠나왔지 내 정신 좀 봐. 어쨌거나 저쨌거나 다음 줄거리를 이어가자면 이렇다.
    다음 날이 됐다.
    그날 무슨 특별한 예감 같은 건 없었다. 단지 뭐랄까 처음에 여기 놀러올 때 봤던 간판은 버뮤다 대학교였는데. 오늘 아침에 몇 번이나 깜빡깜박 눈을 씻고 재차 봤는지 모른다. 거긴 간판이 모스맨 대학교였다. 설마 첫날 들뜬 기분 탓에 잘못 본 것일까? 열띤 기색 지금 가라앉혀도 어차피 조금 있으면 다시 흥분하게 되어 있는 걸, 그는, 지금 모른다. 알 수가 없거든. 알 턱이 있나. 어쨌든 NB는 제라드와 함께 인근 모스맨 대학교로 놀러갔다. 거기에 친구 에드워드도 있으니 셋이 놀면 그래도 뭐가 나아도 낫겠지 라는 바램 없잖아 있었단 말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모스맨 대학교 도착. 근데 여기 간판은 모스맨 연구소로 바껴 있었다. 뭐 그러든가 말든가. 내부로 들어갔다.
    친구들끼리 안부인사와 농담과 덕담 등 자잘한 줄거리는 건너뛰기로 한다. 보나마나 여자 얘기 했을 수도 있고. 뻔할 뻔자 어복 아니면 재물복 논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던 아저씨니까.
    어찌 됐든 그들끼리 놀고 있던 중 NB는 신기한 걸 하나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건 무엇이냐? 바로, 저기 걸려있는 액자였다.
    가로 몇 X 세로 몇 = 명화! 근데 그 인물화가... 아무리 다시 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난데?
   「친구. 아 이거 장난이 심한 거 아니야?! 뭐야 저거!」
   「아, 저거~? 이쪽으로 와 봐.」
    몇 발짝 옮겨서 보니 또 코 밑-옆 쪽에 점이 보인다. 다시 또,
    몇 발짝 옮겨서 보니 또 중간 즉 콧등에 점이 보인다. 다시 또,
    몇 발짝 옮겨서 보니 긴 생머리 여자네? 그렇게 몇 번 되풀이하다 그들은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거기서 봤을 땐 NB가 생각하기엔 아무리 봐도 자기랑 너무 닮았네?
   「밥맛 뚝 떨어지게 저게 뭐야? 정말 너네 이러기야? 어? 내가 바보로 보이냐? 어?」
   「오늘만 그래. 늬가 뭘 좀 몰라서 그러는데, 세계3대 과학잡지 논문 인용하고 어쩌고 설명해줘?」
    듣고 보니 그건 살아움직이는 그림, 즉 조금씩 알게 모르게 점진적으로 또 급작스럽게 변하는 그림이라는 얘기였다.
   「」
   「」
   「」
    그들은 부쩍 말이 없어졌다. 그때 NB는 생각했다. 뭔가 있다고! 그건 다름 아니라... 바로... 혹시... 설마?
    그건 아마 또 문짝일 것이라고 단정짓지 않을 수 없었던 건, 소름끼치는 직감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단 1번도 틀린 적 없던 육감에 따르자면 뻔할 뻔자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단 1번도? 틀릴 때마다 초기화했군.
    일단 그렇게 그는 그날 적당히 연기하며 오늘은 참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던 것이다.





    7

    도통 지칠 줄 모르는 북태평양 고기압 같은 남자? 그럼 뭘 해! 정력적으로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현란하도록 입 털고 잔재주 자랑하다가. 그러다 딱 연어처럼 느린 생애사 전략으로 안착해서 안심하시는데. 그래 봤자 뚱뚱한 곰탱이인지 미련 곰탱이한테 연어는 잡아먹히기 딱 좋음. 집에 들어가면 비실비실 의무방어전 걱정에다 히치콕 영화 효과음 생각만 해도 살발하다 살발해. 어? 너무 일찍 조숙할 필욘 없다는 허세남들 괜히 자유인을 부러워하시는 게 아님. 정말로 자유가 좋긴 좋을까? 돈이 좋긴 좋음. 근데 통상 돈이 풍족하면 젊음이 멀어져가거나, 자유로운데 가난해. 천천히 빨리와? 자기관리 극강이기 때문에 마른 장작일 수도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기를 빨리고 또 빨렸으면 빼빼 마르셨을지... 쯧쯧쯧!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빨아들일 때나 좋았지. 결론은 식욕. 뭐니 뭐니 해도 일단 배가 불러야 불만이 없어짐. 잡념은 욕구불만이요 잡생각은 흑심인데 그에 앞서 일단 배불리 마음껏 먹으면 그나마 낫긴 나음. 배불리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 속설도 있음. 그래서 소문난 맛집에 딱 행차했는데 글쎄... 줄서서 기다리다 재료가 떨어져서 그날 영업 종료. 뭐? 가는 날이 장날.
    그래서 NB는 버뮤다 대학교, 아니 모스맨 연구소로 몰래 침투해서 비밀문으로 들어가볼려고 했는데. 이건 뭐랄까 일종의 미끼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필요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일단 3일을 더 농땡이 피우기로 했던 것이다.





    8

    애 태울 만큼 태웠다.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의 야성. 그건 모르겠고. 분위기는 옛날에 고조됐고. 이상을 향한 탐험욕, 신비와 사랑에 빠진 행복감. 이미 충분히 기다렸던 것이다. 더 달아오르기를 기다렸다가는 기회는 종적도 없이 떠나버릴지도 모를 것이다. 킬리만자로의 하이에나도 하이에나지만, 아프리카 들개들이 또 그렇게 떼거지로 달려들면.. 그 얘긴 그만 줄이고. 어쨌든 지금 시의적절한 표어는 그것이다. 바로, 망설이는 자는 꼴찌가 된다. 따라서 NB는 뜸들이기를 멈추고 곧장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어떻게? 커져라~ 얍!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잘못 말했고. 다시. 어떻게? 변해라~ 퐁! 아니 아니. 좌우지간 그게 뭐가 중요해. 일단 드라마처럼 최근 줄거리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버뮤다 대학교 도착 → 휴게실에서 NB는 핀을 만남 → 다음 날. 핀이 특수분장을 벗음. 핀의 여동생이었음. 근데 사귀자마자 이별 → 제라드와 모스맨 대학교에 놀러감. 어떤 자화상 액자를 보게됨. 자신과 놀랍도록 꼭 닮음. 완벽히 빼닮음. 그건 신기한 홀로그램으로써 천의 얼굴을 간직한 인물화이자, 그걸로도 모자라 멈추지 않은 채 변화 및 진화되는 그림. 근데 더 웃긴 거? 알고 봤더니 NB는 당장 그 액자를 비밀문으로 직감 → 뜸들이기 즉 3일 기다림. 여기까지가 최근 줄거리 요약이다. 자, 그 다음에 어떻게 됐을까?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과연 어떻게 됐을까! 이 부분도 드라마로 판권 팔린 거나 다름없는 마당이니, 한술 더떠 영화까지 제작 예정이라고 가정하고. 누구 맘대로? "아니면 말고" 카드는 바로 이럴 때를 위한 것. 인생이란~ 뭐? 됐고. 사랑은 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NB는 버뮤다 연구소 휴일에 그곳을 급습했다. 고양이처럼. 살쾡이 할아버지 마냥. 딱 거기 도착함. 버뮤다 대학교, 아니 버뮤다 연구소에서 핀이 뜬금없이 열고 나온 명화. 근데 그 비밀문이 이미 3센치쯤 열려 있네? 맙-소-사! 뭐야 이거, 젠장, 이거 정말 뭐냐고. 떡밥 막 뿌리기가 아니라 절묘한 노림수로써 이미 생쥐든 오소리든 누군가 걸려들 것이라 예상한 그림? OK~ 그림에는 더 큰 그림으로!
    버뮤다 센터 VS 모스맨 연구소! 어쩌면 액자 통채로 비밀문은 동기화되어 있는 게 분명할 것이라는 베팅감. 틀린 셈치고 믿어보기로! 그래서 버뮤다 센터 창고에서 장비를 챙겨 그쪽으로 떠남. 아 이미 떠나왔고 진작 도착했지 내 정신 좀 봐. 어쨌든 그 장비는 카메라가 달린 초소형 탱크, 노트북으로 실시간 확인. 아마도 문짝이 3센치 이상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추정. 어떻게 좀 한 번 잘하면 어떻게 좀 될 것도 같은데... 어떻게 좀 거의 자빠트릴 수 있을 듯 말 듯... 뭐? 딱 그럴 찰나에 핀의 여동생이 등장했다. 하필 이 시국에 말이다.
   「오빠 뭐 해?」
   「아니...」
   「오빠 뭐 하는데 그렇게 놀라? 설마 내 생각했어? 나랑 뭐 사랑하는 상상? 아니면 내가 오빠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껀수? 이렇다니까 우리 오빠란 글쎄.」
   「아니 그게 그러니까...」
   「왜, 이미 딱 걸려서 찔려? 내 주변머리없이 곧장 요점만 말할께. 저 비밀문 내가 열어놨어. 진짜일까? 뻥이야. 물론 그 뭔가를 알긴 아는데 더 말할 수 없는 내 입장 좀 오빠가 이해해주쇼. 네? 그리고 말이야 저 문 저기 저 3cm에서 한치도 움직이지 않아. 오빠가 미리미리 준비해왔을 초소형 탱크랑 뭐 애니메이션 방불케하는 특수장비? 보이지 않는 철망과 기타 등등 3중 4중으로 막아놨어. 자, 그럼 이제 어떡할까!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나랑 데이트나 해야지 뭐. 그래 안 그래? 어? 오빠도 좋지? 좋은 걸로!」
    그들은 그렇게 드라이브를 떠났다. 밀월여행할 행선지와 시간은 충분하고도 남았으니까 그건 자세히 밝히지 않는 걸로 하고.
    그거 말고 중요한 거 하나. 추접스러운 더티러브 장면까지 이어졌는지 아닌지는 필자도 잘 모르겠으나 핀 여동생은 이런 제의를 했다.
   「오빠 내가 재미난 얘기 하나 할까? 너무 솔깃해서 들으면 깜짝 놀랄 텐데. 긴만 필요없이 당장 말할께. 우린 뜸들이기 할 만큼 했으니까 말이야. 오빠, 그 명화 뒷 공간이 궁금하지?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그걸 열고 싶으면 누굴 꼬셔와! 그게 누군지 꼭 내 입으로 말해야겠어? 알아서, 데려와. 언제까지? 고기잡는 방법 가르쳐줬으면 되지 밥 떠먹여줘? 흥~ 흥~ 오빠 코까지 풀어줘? 다 된 밥에 코 빠트릴 일 있니. 오빠가 무슨 애야? 어? 좋은 말로 할 때 딱 대령해. 일단 미남부터 성우랑 사랑의 차트를 빼곡히 채울 수 있는...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일단 알아서 생각하도록!」





    9

    그는 버뮤다 대학교 비밀문 탐방을 포기했다. 왜냐하면 보나마나 별거 없을 걸로 예상했기 때문에. SF영화도 보면 거의 다 뻔하지 않나. 하물며 이건 현실. 아울러 현재 점수를 살펴보자면 짝사랑복은 불만족. 모험심은 불친절. 애마의 정량? 다정이 아니라 무정. 그럼 수량이 아니라 최근 살맛에 대한 정성적인 추론은 뭐 애정만점이냐, 낭만감은 심하도록 무반응 일색. 그럼 결론은 무엇이냐, 그게 결심한 대책은 그것이었다. 특훈 내내 탐스런 특식에 항상 웃음지으며 플레이보이계에 데뷔할 그날을 기다리는 공상가가 아니니 만큼. 정답은 '떠나자'였던 것이다. 하긴 뭐 NB가 여기 살러왔나? 놀러왔다. 근데 놀다보니 반겨주는 발단이야 뭐 심심하다 쳐도, 달가운 전개는 커녕 새콤달콤한 분위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음. 목적은 뭐랄까 호캉스 엇비슷한 뻔트였는데 알고 봤더니 그걸 핑계로 아찔한 작품 구상을? 그냥 무대책으로 놀자는 심보. 근데 가만 보니 별로거든. 따라서 긴말 필요없이 다음 탐방지는 호텔 버뮤다 2였던 것이다. 그래서 만약 거기 갔는데 완전 마음에 딱 들었던 걸로도 모자라, 홀딱 반하지 않고 못 베기는 애정감에 꼼짝없이 사로잡히면 어떡하지? 상상력은 벌써 개꿈을 꾸는 중. 몰래한 사랑과 찰떡궁합은 은밀한 쾌감? 누가 은근 허당의 관심사를 알고 싶다 했나. 그래서 딱 당장 떠나려던 찰나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릴리였다. 릴리? 릴리에게 전화옴.
   「오빠. 오빠 사무실 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들어와봤더니 아무도 없네. 오빠 어디야? 설마 내 마음 속은 아닐 테고. 나 올 줄 알고 깜짝 파티 하는 거야 뭐야, 어? 오빠. 근데 내 말 듣고 있어? 왜 말이 없어. 오빠 벙어리야? (아니~ 말할 기회를 줘야 말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니냐고!) 일단 당장은 메소드연기를 하시겠다? 나라고 메소드연기 할아버지 못 할 거 없지. 뭐 과묵한 남자? 비리비리하면 남다른 잔재주라도 다채롭던가. 매가리없으면 웃기기라도 해야지 눌변에서 어눌함을 넘어서 발음마저 이상하다? 오빠 아직도 혼자지? 것 봐. 그렇다니까 글쎄. 그러니까 뭘 해도 재미없지. 신나게 잔뻔치를 때려도 모자를 판에 언제적 드라마 회상하면서 말수 없는 조연 흉내? 요즘 여자들 그거 별로 안 좋아해. 왜, 아직도 할 말 안 떠올랐지? 다변이 시작되니까 또 머릿속이 하얘지지? 오빠가 아직 수다대회 구경을 안 해봤으니까 그렇지. 정말 아줌마들 입담에 기 빨려보면 오빠는 나처럼 기 살려주는 여자를 좋아할 수 밖에 없어. 알아? 알긴 개뿔. 모르니까 그 모냥이지. 어? 이러니 뭐가 될 리가 있나. 그 뭐더라? 말수가 적당해도 할 말 떨어지기 마련인데 애초에 연애를 시작하면 여잘 만나서 뭘 말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즉흥연주도 안돼, 임기응변도 몰라, 여자 마음은 더 몰라. 어쩌자고, 어? 이거 왜 이래? 지금 장난해? 여심이 무슨 보자기인 줄 알어? 벙어리가 남편을 빼앗기더니 말하기 시작한다. 오빤 그런 말도 안 들어봤수? 안 들어봤겠지. 내가 오빠 인공지능 지니를 빼앗으면 오빤 어쩔 건데. 어? 것 봐 아직도 꿀 먹은 벙어리잖아. 이건 완전 봉이네. 허당 중의 허당. 어? 그러지 말고. 거기서 백날 소재 찾고 작품구상 해 봐야 헛 일. 이제나저제나 기다려봐라 여자들이 뭐 할 일 없다고 오빠의 여복에 몰빵을 하겠어. 그러지 말고 내 말 들어. 좋게 계획에도 없던 폼 잡지 말고. 어? 그거 오빠랑 안 어울려. 알아? 그러지 말고. 버뮤다 2 호텔로 가. 요즘 거기가 괜찮아. 아무한테도 안 알려주는 건데 오빠니까 내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다 나나 되니까 오빠 생각한다고. 근데 오빠는 것도 모르면서 뭐 여자를 꼬시겠다고? 뭘 꼬셔. 이 형이 저년들 다 꼬셔줄께? 놀고 있네. 여자한테 말도 못 거는 주제에, 근데 또 이상한 게 뭐냐면 거기다 헛다리 짚고서 오빠를 무슨 희대의 바람둥이인 줄 알고서 멋 모른 채 누가 오빠한테 들이댑디까?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당신이... 당신이... 됐다. 재미없다. 아니 근데 왜 귀걸이가 이 모냥이야. 딴 귀걸이는 왜 또 이리 허접해. 싸구려니까 조잡하구만 그래. 그래서 헐렁헐렁한 거라고. 에잇 기분 잡쳤다. 끊어. 잊지 마 오빠. 내가 아까 뭐랬다? 버뮤다 2.」
    뚝.
    얜 도대체 뭐 하는 애지? 도대체 뭔 생각으로... (절레절레)
    그래서 결국 NB는 버뮤다 2로 갈려다가 릴리의 수다를 듣고 포기했다. 일단 그냥 눌러앉기로 함.
    게임판 액면 보나마나 뻔한데 판돈 키울 일 있나. 귀찮게 딴 명승부에 기웃거려봐야 시간낭비. 고로 일단 대기.





    10

    NB는 장기휴무 중인 버뮤다대 사무실로 출근했다. 기분을 설명하고 분위기를 묘사하며 다행스러운 껀수일지 불길한 징후일지를 귀뜸해주는 설명, 싹 다 생략하고. 곧장 뭔 일이 있었나를말하자면 이렇다.
    그는 핀과 핀의 여동생. 그 2명을 보았을 때 그 뭐지, 그래 판토마임 연습중인 줄 알았다. 근데 연습이 너무 심각하네? 한참을 기다려도 화장실도 안 가지, 꿈쩍도 안 하지, 입도 뻥긋 안 한다니. 이건 비상상황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건드려보고, 말 걸고, 깐족에다 부추기기, 자존심 건드리기, 지는비교 잔소리까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봤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았다. 손도 까딱 안 하다니. 그럼 결국 버티다 버티다 바지에 오줌을 쌀 것이다 라는 예상 못 한 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 뭐야 이거! 기본은 초정밀 마네킹, 밀랍인형등 특수분장으로 꾸며진 핀과 여동생. 그렇게 2명이 실물, 무게, 입체, 피부, 머리카락, 온기, 냄새... 모든 게 사람과 똑같음. 시간이 정지된 게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한 실사판. 근데 뭐랄까 세이렌의 유혹 만점 음률을 듣다 참다 귀막고 딴청피우다, 끝끝내 넘어가버려서 굳어버린 망부석 느낌. 그때 제라드가 영화처럼 등장했다.
   「제라드.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니?」
   「(몸짓) 보시다시피.」
   「내가 생각한 게 맞어?」
   「생각한 걸 말해 봐.」
   「얘네 시간이 정지되서 멈춰 있는 거니?」
   「빙고.」
   「그걸 나보고 지금 믿으라고?」
   「내가 언제 믿으랬냐? 너가 추정한 거 아니냐, 응? 왜 믿기지 않는 신비를 내 탓으로 돌리니? 그래. 내 탓으로 하지 뭐. 그게 뭐 낯선 것도 아니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 지금... 아니... 그게... 드라마처럼 딴놈이 구했어도 내가 갑자기 등장해서 막 인공호흡... 것도 아니고. 이거 장난이지? 그치? 에잇 설마...!」
   「늬가 살면서 떠올렸던 그 '설마'! 그게 이거야.」
   「근데 넌 왜 시간에 속해있고 얘넨 시간에서 자유로운데?」
   「내가 물리학자냐? 지금 나보고 공상과학 이론이든 환상머신을 설명하라고? 시도는 할 수 있는데 말이 안 되지 않냐. 응?」
   「장난치지 마. 뻥치지 말라고. 나 안 속으니까. 너! 내가 바본 줄 아나 본대, 너나 나나 그냥 어른이야. 근데 이건 또 뭔 개뼉따구 같은 전개냐고. 어?」
   「개뼉따귀? 너 말 한 번 잘했다. 그래. 옳커니. 개뼉따구? 개들은 개뼉따구에 환장하는 법. 미쳐버리지 그냥. 아주 그냥 뻑 가! 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에게 개뼉따귀란 뭐니? 어? 듣던 중 반가운 주제니 어디 자네 말 한 번 들어보자. 의중을 털어놓으시게 친구. 내 알아보니, 아니 시간 없어서 또 관심 있을 턱이 없으니까 알아보진 않았으나. 너 음흉하니? 아니잖아. 솔직하잖아. 그치? 내가 널 어떻게 모를 수 있니. 허허허. 그러니까 실토해. 어서 고백 안 하고 뭐 해? 너가 핀 여동생한테 개침 흘린 거 내 모를 줄 아니? 어?」
   「내가 언제! 난 아니다. 넌 몰라도 난 아니라고.」
   「늬 이마에 씌여진 흑심. 그거 읽을 줄 아는 재주. 설마 그 신통한 재주 나만 가졌니? 어? 나만? 말해. 그러니까 말 하라고. 어?」
   「근데 뭘 말해? 말은 늬가 나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너 왜 사람 말 꼬이게 만드냐, 응? 처음엔 좀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얘 꽉 막혔네. 너 어디 가서 그러고 다니지?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어? 아니긴 누가 아니냐고. 침 닦어.」
   「개침은 늬가 흘렸어. 이거 왜 이래? 어?」
   「뭘 왜 그래, 어? 근데 지금 우리가 뭔 얘기를 하던 중이었지?」
   「그러게 말이야. 글쎄」
   「아무튼. 정리해보자. 그러는 게 좋겠지. 그러자꾸나. 자, 그러니까 말이야 이게 글쎄 그러니까 말이지. 음... 허허. 허허허. 핀&여동생의 육체는 여기 정지해 있다 쳐. 그렇다고 일단 가정하면. 그럼 쟤네 영혼은 어디로 갔는데?」
   「(몸짓)」
    제라드가 가르키는 액자. 역시나 그 비밀문 액자는 3센치 열려있었다.
   「(검지를 귓가에 붙이고 빙빙. 빙빙빙)」
   「(검지를 코끝에 가까이 붙이고서 집중. 집중)」
   「내가 저기 못 들어갈 줄 아니?」
   「너 그럴까 봐서 미리 우리들이 잠금장치 해제시켜놨어. 고맙지? 칭찬은 사양할께. 이제 시작일 테니까. 아니 오히려 우리가 아양떨고 너가 과찬에 몸이 달아올라야 정상일까? 뭐가 됐든 거 어째 기대 이상일 거 같지 않니? 상상초월 한 번 느껴보고 싶지 않아? 아마도 엑스트라병 말끔하게 치료될 텐데! 어쩌면 스카웃 폭주에 신나는 여복에다 끝짱나는 재물복을 몽땅 뛰어넘고도 남는 주인공병. 병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다고. 어? 누가 그러든. 딴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난 그렇게 예언한 적 없다 너. 응? 최소한 난 그렇게 생각해. 이건 잃는 셈치고 절반 베팅 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라고 봐. 넌 어때? 혹시 너 나와 성격이 다른 승부사니? 내가 봤을 땐 넌 딱 봐도 해결사 유형인데. 엇그제 내가 말했나 누가 말했나. 버뮤다 2. 아니면 아직 말하지 않았나? 뭐 해 버뮤다 2로 가보지 않고. 궁금하지 않아? 예감 때문에 이미 끌리잖아. 떨리다 못해 더 흥분하면 너 추해질 수 있어. 응? 좋아 안 좋아? 응? 것만 말해. 아 글쎄 안 들어가고 뭐 하냐니까.」
   「에라 모르겠다.」
    그러면서 NB는 자화상 액자 비밀문으로 들어갔다.





    11

    과학적으로 따지든 행복업으로 판별하든 NB의 기억력은 거기까지-였다. 누군 뭐 산전수전 안 겪어봤겠냐마는. 왕년에 호시절 안 누려본 어른도 있나 라는 허세대회 예선전. 까지는 모르겠으나. 하늘이 허락한 사랑이고 자시고. 그는 인물화 액자 비밀문으로 들어간 다음부터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꿈은 꿨다. 악몽인지 길몽인지 몰라도 내용은 그랬다. 무인도에 100명의 숙녀를 데려감. 일부러 그럴려는 의도도 없었고 그럴 능력 당연히 있을 턱이 있나. 허나 꿈이 다 그렇지 않나. 사랑의 신 그분 성별이 뭔가, 아 여자 아닌가. 승리의 신? 아 글쎄 여성이라니까 그러시네. 그럼 큐피트는? 큐피트한테 고추가 달렸나 안 달렸나 몰라도 어차피 여자의 자녀. 그런 행운을 어떤 점쟁이가 점지해준 걸까? 사랑의 차트를 하필 NB한테. 꿈이라는 게 늘상 그렇듯 뭐 어떻게 100명의 숙녀를 거느린 채 무인도에 당도함. 그럼 줄거리가 그냥 평범했겠나 하면 아니지. 그럴 리가 있나. 3000궁녀를 거느린 제왕과는 달리. 단 7명의 여전사가 나머지 여자들을 싹 다 정리. 감금하든 정신을 탈탈 털어버리든 싹 다 정리. 그래서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그는 그녀들의 성노예는 아니다만 뭐 어떻게 드물게 뉴스에서 보듯. 그 뭐더라? 개농장... 막 그렇듯 기 쪽 빨려서 날이면 날마다 의무방어전으로 골머리를 앓고 눈빛이 흐려지다 못해 불쌍한 표정을 벗어날 수 없는 남자. 하늘이여 이게 정녕 운명이란 말인가 라는 혼잣말을 하려던 찰나.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자,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그의 앞에는 삼천궁녀 대신 '버뮤다 2'라는 글씨가 씌여진 티셔츠를 입은 숙녀 몇 백명. 역시나 보나마나 사라&마라가 전직원을 끌고 왔다. 싸구려 텐트에서 기어나오는 NB를 보면서. 늬가 거기서 왜 나와? ~와 정반대로 이미 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득의만면한 표정들. 가소롭다 그거지 웃긴다 애쓴다 욕본다 그거라고. 이걸 과연 하위직급들이 쇼이자 놀이로 인지하려나 몰라도, 그야 그분들 사정이겠으나. 몇몇 최근 기억을 되돌려보자면 그건 뭐 거의 행위예술이란 변명은 꽤 합리적으로 정당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마 십 몇 년 전에 유행했던 그 뭐더라? 플래쉬 몹? 아무튼 말하자면 버뮤다 대학교인자 모스맨 연구소인지 그곳 옆에 있는 콘래드 호텔. ~스위트룸에서 깨어났느냐? 하면 아니다. 그럼 그 옆에 있는 리즈 칼튼 특실에서 눈을 떴냐? 역시나 아니다. 딱 그 중간에 있는 텐트에서 깨어남. 내 이럴 줄 알았다. (절레절레) 그는 인물화 액자 비밀문이고 뭐고 일단 선방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했다. 선공 아니면 승부는 보나마나. 역공이 무섭긴 하나 닥치고 공격을 해도 전망은... 이렇게 망설이다 배 떠난다. 그래서,
   「늬들이 좀비야? 트롤이야? 또 뭐야! 야 사라. 너 마라. 대체 너네들 나한테 왜 그래? 새로운 칼럼니시트 구했으니까 나 버렸잖아. 근데 왜 또! 어? 연재소설 판매부수에 도움 안된다고 계약 해지한 게 누군데. 이제와서 뭐가 아쉽다고. 어?」
   「일단 얘네들 불만? 없어. 손톱 만큼 싫은 내색 감추는 여잔 모두 본사나 딴 지사로 옮겼음. 알겠어? 알겠어 모르겠어? 이게 웬 떡이냐! 라는 식으로 놀러갈 때마다 다 챙겨줘 임금에 얹어도 뽀너스까지 나와, 더군다나 주급보다 뽀너스가 진짜. 심지어 노는데? 여기 있는 숙녀들한테 다 물어 봐. 기분 나쁜 여자 있냐고. 내기 할래? 거수 해서 손 드는 사람 1명이라도 있는지? 말만 해. 어? 뭐, 가는 년이 물 길어다 놓고 갈까? 너가 대체 몇 번을 말했니,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얘네들 일할 땐 유기적으로 상하급으로 얽혀있긴 하나. 얘네들 다 주주야. 주식 배분으로 따지면 아마 내가 하위직 중의 하위직일 걸? 얘네 걱정을 왜 하니. 어? 너나 잘해 이 인간아!」
    바로 그때 제라드, 핀, 핀 여동생... 전(前)버뮤다 대학교 관계자 몇몇, 현(現)모스맨 연구소 직원 일동. 그분들이 마라&사라 일당한테 접근해왔다.
    귓속말을 하고 어쩌고. 굽실굽실 딸랑딸랑 뿌잉뿌잉 반짝반짝.
    딱 봐도 마라&사라의 수하로 들어간 거네. 아니 벌써 여기까지 마수를? 누가 아니래.
    긴말 필요없이 줄거리를 간출이자면 이렇다.
    야외 텐트에서 깨어남. 마라 일당 500명? 사라 잔당한테 끌려서 도시로 복귀.
    물론 중간에 이런 대화는 있었다. 아니 도시에 가서였나 중간이었나 그건 모르겠고.
   「가르쳐 줄 거지?」
   「언니 믿으라니까 글쎄.」
   「아니 근데 대체 어떤 속임수야? 지들이 뭐 데이비드 커퍼필드야 뭐야!」
   「아까 봤잖아. 봤으면서?」
   「그럼 그거 너가 전수해준 거니?」
   「오빠. 나야. 어? 나라고. 응?」
    자, 이와 같이 (월간지) 여성환상 1.5 칼럼니스트이자 (격월간지) 미스테리아 전속 작가로 계약은 자동 연장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따라서 그녀들은 NB에게 조촐한 선물을 건넸다.
    그는 선물을 열어봤다. 내용물을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식겁했다. 쫄았다. 섬뜩할 수 밖에. 오, 소름! 섬찟섬찟 식은땀이 다 났다. 아니, 이렇게 섬뜩할 수가! 진짜로 귓가에 목 측면에 또 등판에 식은땀이 쭉 났다. 이미 쌍코피 터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오줌 저렸다고 봐도 된단 말이다.
    그럼 그 선물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티셔츠였다. 아니 티셔츠가 뭐 어때서? 문양이 문제였다. 거기 세겨진 문양은 소였다. 소? 소가 뭐 어때서! 소는 소인데... 어딘가에서 모르는 어른이 없다는 상징. 바로, 소처럼 일한다! 뭐? 차라리 멧돼지라면 몰라도... 아니지 멧돼지도 (절레절레). 그럼 (딱) 그래~ 하이에나. 뭐니 뭐니 해도... 아니지. 아프리카 들개들한테 벌벌 기든만 개네들. 부엌이 더우면 부엌에서 나가라. 모르진 않는데, NB는 대체 언제 얘네들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못 벗어난다고? 아니 어떻게...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결승점에 다다라서 마침표를 못 찍고 있을 수도 있는데. 아무리 통장 잔고 바닥이라지만. 공공연히 팔고 남몰래 사들여라 라는 말처럼. 뭔가 히든카드를 선보이고 싶으나 만지작만지작거릴 카드가 바닥났는데 뭘 어쩌라고. 가까운 무당보다 먼 곳 무당이 더 영험하다고 한다. 언제나 남의 떡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법. 그러므로 타인을 부러워하는 수 밖에. 남들 쾌락, 남들의 평범한 친교, 다른 사람들이 지겨워하는 진한 사랑. 그럼 또 에로비디오? 이런~ 젠장! 그러니까 여태 뭐 했나. 그러게 인생을 누가 그리 살래?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아니 띄워야 할 여심은 내팽개치고 지금 뭐 하는 거야? 대체 지금 뭐 하자는 거냐고! 어? 내 말 안 들려? 정말 이렇게 나오시겠다? 좋아. 예상 못한 거 아니지. 좋았어. 좋아? 뭘 좋아. 왜 좋아, 어? 누가 좋냐고.





    12

    갈 데가지 갔나? 볼장 다 보지 않았다. 단지 문제라면 그랬다. 바로, 뭐가 뭔지 통 알 수 없는 허무. 힘 쫙빠진 무기력증. 자기도 모르게 치유되어버린 허언증? 나른한 권태감. 기빨려 바닥난 엑스트라 잔재주. 그래 재미없는 인생, 어? 그럼 새로운 사랑은... 아니나 다를까 '설마'가 '역시'로? 아니면 그게 아니라 혹시...! 뭐? 뭘 잘못 알고 있나 본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아하 이걸 대체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주인공의 비밀. 연애사. 야망의 좌절에 부대꼈을 리 없는 허당 인생. 허접한 촌놈의 물렁한 심지 때문? 그러든가 말든가. 누구라도 아니 여잔 빼고 우리끼리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는 여복.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어복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도 않음. 물 반 고기 반 좋아하시네. 드라마에 나온 얘기 웬만하면 뻥. 몽땅 남 얘기. 기가 막힌 중년운 대박 있을 턱이 있나. 숨겨왔던 탐욕 은밀한 대망 그런 게 다 뭔 소용있나. 재미없음. 말하는 사람 입 아프고 듣는 사람 귀 따가우니까 굳이 꺼내지 않을 얘기긴 하다만, 그래도 기왕 시작된 김에 말하자면, 근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심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서두르면 안된다. 때가 아니니까. 무턱대고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아니다. 경주에 참가한 자라야 영광도 얻을 수 있다. 예선탈락 밥먹듯 하든 무관의 제왕이 되든 일단은 등번호를 달아야 한다. 근데 출전도 없이 누가 의무방어전 거저 시켜주간디? 어림없음!
    따라서 NB는 이렇게 말했다. 말상대 없으면 뭐 혼잣말 하면 되지 왜 못해?
   「개는 항상 자기가 토한 자리로 돌아간다.」
    허나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지 말지 건 몰라도. 사라&마라 걔네들이 어디 보통 년들인가? 이미 다 엑셀 파일은 물론 마인드맵부터 단편영화와 웹드라마로 이미 각본은 파다하게 정리했을 건데. 걔네들 손바닥에서 또 놀아나라고? 버뮤다1로 다시 갈 수는 없다. 이미 거긴 정리되었을 게 뻔하다. 버뮤다2 찾으면 된다. 그래야 하니까. 멋진 인물화이면서 액자가 그럴싸하면 일단 의심해볼만 하거든. 허허허. 뭐 일단 급할 거 없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사라&마라 일당한테 엄포를 선언했다. 인스타그램이랑 브랜드 블로그에서 본 머 머 머 딱 찝어서. 그거 안 사주면 나 일 안 해 라고. 어쨌든 NB는 걔네들한테 전했다. 푼돈 아까우면 각자 갈길 가자고. 그깟 슬리퍼랑 티셔츠 대체 얼마나 한다고. 라면서 말이다. 그럼 그 다음 일정은 무엇이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니나다를까 공상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13

    <아름다운 인생사를 꾸미고자 하는 열망이냐, 아니면 떠오른 제목은 그 뭐냐 '난봉꾼 더더욱 타락하다'냐? 놀고 있네. 방탕 좋아하시는구만 그래. (절레절레) 거 농담이 심하단 말이다. 그러면 우리같은 낭만파들에게 이상적인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니 잠깐만. 뭐 우리같은? 뭐가 우리 같은! 그리고 또. 낭만파? 기분파에서도 허당인 거 들통나 퇴출감인 데다 행운아로 취급조차 못 받는데? 뭐 같은 여자끼리? 뭐가 어쩌고 어째? 됐고. 벌집 쑤시기 그만 좀 하자. 거 보아하니 아실 만한 분께서... 에헴! 그렇긴 하나 일단 연재분량은 채워야 하니 어쩔 수 없이 NB의 성적표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데. 가만 보자... 소망 충족? 꽝. 야망 추적? 대실패. 욕구 잠재우기? 화근만 만들기 일쑤. 대망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도 전에 퍼짐. 사랑 물고 늘어지기, 재능 자체가 없음. 뭐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말해 뭐해. 그거 잘했으면 지금쯤 이미... 됐다. 정말 됐다. 어? 됐다 그래.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까 말이야.. 정말 됐음. 돼? 돼긴 뭐가 돼. 그러니까 말이야. 보아하니 또 거 녀석 말하자면 탐미에 대한 욕망을 주체할 수 없군 그래. 도대체가 말이야, 지금 누굴 속여? 하여튼 늑대들은 못 말린다니까 글쎄. 불여우들 봐 봐 속으로 속으로... 딱 감추잖아. 아닌 척 내숭 끝장! 어? 아니, 아니 어쩌자고 또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나. 잔뻔치 쉐도우복싱 참기가 그렇게 힘들까? 누가 아니래. 그러니까 또 어떤 여심에게 뻔트를 대실 궁리를. 아 쫌 그만 좀 들이대자. 거 사람이 무슨 껄떡쇠도 아니고 말이지. 또 찝쩍? 염치없긴. 공연히 낮잠자며 개꿈꾸는 사자의 코털은 건드리지 말기로 하고. 자, 그럼 이제 정말로 심심한 발단을 신나는 전개로 변화시켜 볼까? 그게 쉬웠으면... 말 말자. 뭔 말만 말만... (절레절레)! 무슨 헛바람 주입시키기 역대급 챔피언 출신이야 뭐야? 뭐야 그게. 어? 대체 뭐냐고. 젠장, 이런 젠장! 경망스럽기는. 하다 하다 이젠 친구 녀석한테 자발을 다 배워? 자발탱이의 제왕으로부터 진정코 자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비법을 전수받았다? 살다 살다 그런 미친놈은 또 처음이네. 설마 미친놈이 아니라... 쉿. 불똥이 왜 또 그리로 튀어? 간결함 속에 매력이 있다. 어딘가에 선을 그어야 한단 말이다. 누가 공상 잘하면 초특급 스카웃이라도 한대?...>
    ~라는 공상 정말 견디기가 쉬웠을까? 바로 그래서 NB는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렇게 도착한 곳이 어디냐? 어디겠나. 미스테리아 지사가 아니라 이번에는 본사. 왜냐면 마라 그년이 하필 초고속 승진했거든. 물론 지사장 겸임. 그래서 본사에는 가끔만 출근. 얘 봐라? 노는 거야 일하는 거야! 음악은 Johann Baptist Vanhal / Stabat Mater in f minor
    이 분위기는 뭐지? 이건 뭐랄까 인사고 자시고 할 필요없이 직감에 따라 느낌대로 일단 선수치고 보라는 암시. 왜냐면 NB는 마라를 잘 알기 때문에. 그들끼리만 통하는 뭔가가 있거든. 그래서 지사와 완벽하도록 똑같이 꾸며진 본사. 뭐가 다르나 하면서 꼼꼼히 살폈다. 직원들의 낯선 눈빛이랄지 비서가 누굴 만나러왔냐 등등은 다 무시하고. 세심하도록 뭔가 있다는 듯 그는 시간에 쫓겨 뭔가 숨겨진 꿍꿍이를 찾기 위해. 눈에서는 레이저가 머릿속에서는 CPU가 영혼에서는 주기억장치 보조기억장치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직원들 컴퓨터 케이스를 찬찬히 귀신처럼 훔쳐보면서 감상한 점 역시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탐색하던 중 딱 어디 앞에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건 마네킹 그림. NB 핸드폰으로 그걸 비추자 이미 검색완료. 우크라이나 작가 누구 작품. 3500유로. 작년에 완성.
    그는 일단 그림을 감상하려고 했다. 근데 마치 옛날 15살쯤이었나, 자동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손이 저절로 동자승의 민머리에 덥썩 올려진 장면.
    이번에도 똑같았다. 강력한 텔레파시로 그 그림을 NB의 손을 액자로 흡착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만졌다. 액자가 무슨 낯선 숙녀의 겨드랑이도 아닌데 뭐 그렇게 된 거지.
    자,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NB가 액자를 만짐과 동시에 액자는 깨졌다. 단지 손만 갖다댔을 뿐인데 말이다.
    물론 편집장 마라와 몇몇 고위진은 먼발치서 육안으로, 감시카메라 화면으로, 열감지 카메라로, 적외선......첨단장비 등으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NB도 밀릴 수 없었다. 옛날에 "만다리나 덕"이라는 중저가 손목시계를 집에 오랫동안 방치해두다가, 친구들 만날 때 모처럼 차고 나갔는데, 점심식사 자리에서 옆자리 친구가 그걸 만지자마자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시곗줄이 또까닥! 그와 똑같은 현상. 그럼 지금 이게 왜 재현이 되나? 그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14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는 깨달았다. 발견했다. 추측은 NB를 배신하지 않았다. 추리력은 녹슬지 않았음. 호기심이야 소 뒷걸음질 치다 얻어걸린 것일뿐. 신통한 예언이 뭔 필요. 아무튼 그게 뭐냐? 시간이 정지됐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처럼 정지된 거면 초사실주의 연재소설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니까 완전히 정지될 리는 없고. 그럼 어떻게 시간이 정지된 것일까? 그 깨진 액자 주변 대충 반경 7미터 정도만 정지된 것이다. NB는 빼고 말이다. 그 놀라운 장면에 대해서 신기해하던 찰나. 이미 마라 일당은 바빠질 수 밖에 없었다. 걔네들은 곧장 NB 주변으로 몰려왔다.
    우선 비서가 뿅망치로 NB 머리통을 때렸다. 물론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수석비서가 더 큰 뿅망치로 NB 머리통을 때렸다. 이번에 NB는 프랑켄슈타인처럼 그들을 노려봤다. 단지 그 효과뿐.
    그래서 마라는 이렇게 말했다.
   「야, 뭐해. 얼른 가서 멍키스패너 가지고 와.」
   「넌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늬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해. 평소에 편집장이라고 특별팀에서까지? 이러니까 사장들 마누라 불만이 많지. 고운 입이 괜히 (몸짓). 밖에서 맨날 시키는 위치에만 있다 보니까 집에 들어와서도 여편네를 무슨 조수로 알어. 어? 인성 괜찮고 성격 좋고 여심 띄우기로 어디서 썩 빠지지 않는 의사라면 또 몰라. 근데 존 홉킨스 출신도 아니고 어설픈 포지션. 깡촌에서 대우받고만 살았지 인생 내내 굽혀본 적 없지. 그러니까 뻣뻣한 남자. 그래서 만년 부자정당 밖에 모르지. 아주 그냥 꽉 막힌 인간. 어? 아주 그냥 왕이야 왕. 근데 무슨왕? 꼰대왕! 난 뭐 새 주둥이냐? 늬가 가져와. 난 안 해. 왜 해? 늬가 가져와. 난 시켰다 너. 똑똑히 들어. 늬가, 가서, 가져 와.」
   「야, 너! 직원들 있는 데서 이럼 내가 뭐가 되니? 동기라고 봐줬더니 너 정말...! 늬가 그래서 매번... 알겠다. 넌 꼭 그렇게 이마에 고문관이라고 쓰고 다녀야 속이 시원하니? 어?」
    그걸 듣고 가만 있을 NB가 아니지.
   「그걸로 되겠어? 깔짝깔짝 지금 뭐 하자고. 어? 야, 늬들이 가서 초대형 망치 갖고 와. 뭐해 안 가고!」
    근데 그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NB의 발이 지면에서 살짝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였던라... 그가 택시운전수로 일할 때 장거리 손님을 태운 적이 있었는데. 고생고생해서 먼 도시까지 태워다줬더니 톨게이트 인근 어떤 숙소에 내려서. 돈 가지러 간다면서 냅다 튄 손님. 야속하게 일당 날려 허탈해 그렇다고 일을 키워 공권력을 끌어드려? 그냥 포기. 그래서 고속도로로 본원지로 복귀하는 중 하필 터미네이터 영화처럼 가드레일에 지지직 긇키면서 불똥이 튀었던 게 끝이 아니라. 타이어가 빵꾸남. 길가에 대고 그걸 혼자 교체. 그때 자동차를 들어올리는 기구를 돌리거나 밟으면 자동차가 점점 들리는데. 지금 그의 몸이 아주 서서히 들려지고 있었다. 이건 뭔가 시간정지 부작용을 뜻했던 것일까?
    마라 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중. 신삥 비서가 일을 냈다. 비서진만 대체 몇 명이야? 아무튼 말단 비서가 NB의 뒤로 가서 그의 등짝에 장착된 버튼을 누른 것이다. 당연히 NB는 기계가 멈추듯 정지! 알고 보니 그의 등에 이미 666바코드처럼 이미 비상버튼이 새겨져있었던 것이다. 그건 바로,
    □
    △
    ○
    그렇게 마라 일당은 마네킹처럼 경직된 NB를 낑낑대며 겨우겨우 옮겼다. 환상잡지 본사에서 여성환상 1.5 지사로 말이다. 그게 대충 25시간쯤 걸려서 진행되었다.





    15

    다음 날. 여성환상 잡지사 사무실. NB는 소파에 마네킹처럼 뻗어있음. 그 주변에서 여러명이 대화중.
   「대체 저 버튼을 어떻게 심었을까?」
   「설마... 경쟁사에서 우리보다 먼저?」
   「그럼 쟤가 무슨 걸어다니는 우머나이저라도 된단 말이야? 웃기지 마. 남자한테 웬만치 껄떡거리라고.」
   「뭐 껄~떡? 너 말 다 했어. 너 잘 걸렸어. 늬 과거 내가 다 까발릴 꺼야. 아마 곧 있으면 나한테 싹싹 빌게 되어 있을 걸.」
   「너네 왜 그래? 지금 말장난할 때야?」
   「팀장님. 저쪽에서 이미 이 녀석을 터미네이터로 섭외했든 NB 몰래 비밀장치를 장착시켰든. 우리가 역이용하면 어떨까요? 모른 척 당해주죠 뭐. 어머머. 너무 멋진 생각인데? 난 천잰가 봐!」
   「이미 얘는 절반쯤 트로이의 목마가 되었으니. 겉으로 드러나도록 개목걸이를 채울 수는 없고. 고양이 목에 방울 달면 같이 망하는 거고. 얘랑 우리랑 남몰래 바람피우는 불륜커플처럼 뭐 은근 우리가 얘를 애마로 역이용하자고?」
   「그렇죠. 바로 그거죠.」
   「근데 이놈한테도 뭔가 암시를 하긴 해야 겠죠? 완벽히 잡아떼면 그건 반칙이니까요.」
   「당연하지. 더더군다나 당근도 적당히.」
    근데 얘네들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뭐더라? 영화 엑스맨 초기작에서 환자이동카트에 누워있는 엑스맨을 두고서 엑스레이와 각종 자료를 보면서, 대체 이 초합금 장치를 어떻게 심은 거지? 위급 상황이면 치타 발톱 파팍!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마찰만 일어나도 표범 발톱은 파팍! 당연히 육식 맹수들 맹장인 사자한테 쫓기면 그 발톱과 가벼운 몸무게를 이용해서 나무 위로 올라가버리면. 사자는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 사자들끼리 하이에나 쫓아도 더럽게 느려서 맨날 허탕. 육식동물이 육식동물 쫓는 건 단순히 걔네들 다툼이고 맛은 초식동물이 으뜸. 사자 암컷 발정기가 되면... 그 얘긴 그만하고.
    근데 그들은 몰랐다. NB가 각성 상태로 이 얘기를 모두 듣고 있었다는 걸. 당연히 그럼 온전히 주기억장치에 죄다 저장될 테고 말이다.
   「팀장님. 근데 얘 이미 다 듣고 있겠죠?」
   「건드려 봐.」
   「건드려요? 어딜요?」
   「어디겠니.」
   「코요?」
   「얘가 코요테니 코끼리니. 너 코끼리 거기가... 말 말자. 너 코끼리 거기가... 코끼리 다큐멘터리를 편집자들이 제일 싫어해. 왠 줄 알어?」
   「팀장님. 진짜 건드려요. 저 한다면 합니다. 말리지 마세요. 이미 달아올랐으니까. 보세요. 제가 얘를 피노키오로 만들어드릴테니.」
   「너는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하지 말어. 어? 너 또 남자친구 바꼈니? 새 운동화 대체 몇 켤레를 구비해놨니, 어? 헌신짝 미련 그거 어떻게 안 되니? 내가 도와줘?」
   「당신이, 아니, 그게 아니라. 팀장님이 그걸 왜 도와줘요? 혹시, 진짜로 도와주고 싶었어요?」
   「너네 왜 그래? 그만해. 야 너 뭐해. 얼른 버튼 눌러.」
   「」
   「그거 말고. 세모.」
    □
    △
    ○
    그때 마라 일당 가운데 절정녀. 대체 왜 걔 애인을 그녀를 외롭게 하는 것일까? □ △ ○ 언급만 나왔다 하면 속뒤집어지는데 대체 왜? 아니 어째서 속 제대로 뒤집어지냐고! 뭐 그건 그거고. 결국 NB는 최근 몇몇 사안과 관련된 단기기억이 적어도, 빠른 시일에는 복구할 수 없을 만큼, 잠정적으로 잠재의식 구석지에 보관됐다.





    16

    다음 날. NB는 자기 사무실 소파에서 깨어났다. 뭔 개꿈이 이렇게나 길어? 그렇게 생각했다. 설마 꿈이 아닌가? 아닐 리는 없는데 너무 이상하단 말이지. 정말로 최근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혼미할 지경. 눈 몇 번 깜빡깜빡거리면 훌쩍 1주일 경과. 정신없음. 누군가 그 뭐랄까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그게 아니라 발정기 암사자한테 쫓기는 표범 성체가 NB 머리꼭대기로 올라가는 느낌? 하이에나한테 쪽수로 밀려, 1 대 1로도 먹잇감을 뺏겨, 결국 이번에는 발정기 숫사자한테 쫓겨서 치타도 나무를 재빨리 타고 올라가니. 걔네 호피무늬가 NB 머리꼭대기를 점령한 기분? 근데 정확한 실체는 보이질 않고. 확실한 증거는 오리무중이고. 은근한 암시는 느낌 쎄하고. 그렇게 또 공상을 시작할까 말까 라던 중 그는 소포를 배달받았다. 당장 열어봤다.
    부잣집 초딩이 싸구려라면서 반겨하질 않을지도 모를, 십대들이 뭐 그럭저럭 대충 걸치고 다니는 스포츠 브랜드들. 허다하다. 누가 아디다스 아니랄까봐 이따만하게 아디다스. 패션의 완성은 뭐다? 목 늘어진 티셔츠를 입었는데 쟤와 쟤는 어떻게...! 됐고. 제품 이름은, UNI 우븐믹스 맨투맨. 소재는 겉감: 면 100% / 배색: 나일론 100%. 대충 보니 친환경 어쩌고저쩌고. 그 외 특징은 딱 하나. 뒷편에 새겨진 문양.
    □
    △
    ○
    뭐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대체 뭐지? 뭐야 이거. 누구한테 들었나? 아닌데. 근데 왜 이리도 낯설지? 그렇다고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 딴짓을 해, 것도 아냐. 아니면 누가 알아서 자기 잡념 대신 기똥찬 기쁨을 선사한데? 그는 누군지 대충 짐작은 가나 모른 체 가죽을 받기로 했다.
    이처럼 그저그런 줄거리를 살면서 낭만을 좋아하는 여자 마음 녹이기에 관심없는 그. 그렇다고 허당들이 알던 가장 신나는 줄거리를 뛰어넘는 신비감에 대한 착상을 떠올렸을까? 말도 안된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차라리 버려진 환상머신의 부활을 꿈꾸는 게 낫겠네. 그러게 말이지 평소에는 숙녀들한테 잔소리 대마왕, 주사는 술꼬장, 일하기는 똥고집 놀기는 꼴등,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꾸로맨이라서 아는 여동생들이 다 떠나갔을까?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감성 아끼면 누가 돈을 주나 조명발을 비춰주나. 아직까지 주제 파악을 못 하니까 그렇지. 뭐 대단한 인물 씩이나 된다고 쯧쯧쯧. 신부들러리의 본분도 다 무대에 올라간 백댄서들에게나 어울리는 것. 병풍은 그저 무명에 만족하며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게 좋다는 거 NB는 정녕 왜 모를까. 알긴 아는데 식은땀나는 마감일에 쫓기니까 그럴 것이다. 그래도 사랑의 예감이야 지나가는 나뭇잎만 봐도 꺄르르 웃는 소녀감성들한테나 어울리는 거고. 솔깃한 발단, 신나는 전개, 짜릿한 절정, 놀라운 반전...같은 허구는 집어치우고. 결국 NB는 평범한 인생에서 하필 나른한 권태기에 봉착했다. 마침내 그럴 때가 됐는데 왜 안 그러나 했다. 애독자의 환심을 사기는 커녕 여심을 착착 요술처럼 못 감으니까 그렇지. 응? 오히려 지겨운 타성한테 말리기나 하고. 재미없음한테 질질 끌려다니까. 심심함한테 얼마나 잔뻔치를 얻어맞었으면 그렇게나 맷집이 좋냐고. (절레절레)





    17

    우선 그의 마음을 들여다볼까? 엿본다고 들키기를 하나 들통났다며 심술부릴 줄을 아나. 보아하니 심술기 가득한 척키상 숙녀와의 연애. 말하자면 환상적인 사랑을 동경하는 맹렬한 기분파의 낭만이 허당에게 가당키나 한가. 어림없는지 아닌지 본인이 더 잘 알 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순순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짝사랑복을 꿈꾸기 바쁘다니. 아닐 수도 있다만 아마도 그렇겠지. 뻔해. 왜 아니겠어. 하긴 공상을 어떻게 실행에 옮겨. 이제 겨우 25살인데 어떻게 극장식 카바레에 기웃거릴 수 있겠는가, 말도 안 되지. 정말로? 물론 뻥이다. 나이는 묻지 말기로 하고. 기왕 말이 나왔으니 다행까진 아니어도 뭐랄까 불행은 결코 아닌 건 분명한 게 뭐냐면. 만약 말이 안 나왔어 봐! 어? 뭐? 뭐라고? 뭣이 어쩌고 어째? 워 워 워. 흥분할 시점이 아니지. 그럼. 끝내주는 환상을 안겨줄께. 왜, 꿈같은 기쁨 선사받고 싶지 않니? 어디서 반말...이냐고요? 그러니까 그게 말이다, 우리는 그대를 띄워주지 못해서 안달인데 아니 왜 대체 내 맘을 모르실까. 허허허. 하여간에 말이야 그 인간은 아주 그냥 있는 욕망 없는 욕망 상상력 하난 끝내준다니까 글쎄. 그럼 뭘 해. 그래 봐야 아무 쓰잘데기 없는 몽환. 잡생각만 많아짐. 그 폐급 잡념만 쌓여감. 그렇다면 정말 NB 뿐만 아니라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실패한 야심가? 딱 옳커니 맞장구 치긴 좀 뭐해도 그렇다고 썩 틀린 말도 아니다. 바로 그런 분들을 대리만족시켜드리고 건전함과 동시에 유쾌한 취미생활에 도움을 드려야 마땅한데. 지 앞가림부터 못 하니가 문제. 뭐든지 매사 싫증은 재빠르고 걸핏하면 헛스윙에 심심하면 개 발. 뭘 해도 번번이 꽝 아니면 뭘 해도 재미없음. 그렇다고 심심함을 날려버릴 특단의 대책? 있을 턱이 있나. 그러던 어느 날 NB는 갑자기 어떤 미모의 삼류배우와 불미스러운 추문에 휩쌓이고 말았던 것이다. 정말로? 뻥이다. 당연히 뻥이지. 말이 안되거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바램이라니. 아지트에서 경질당하고, 사교체에서 퇴출되기도 전에 입단부터 거절에다, 아는 여동생들한테 전부 따돌림당했음. 달콤한 예감 < 불길한 징조? 젠장. 그나마 그 역시나 기대는 곧 실망. 끝끝내 절망에 중독. 상심이 기본. 하여, 이건 아니다? 지친다. 지겹다. 짜증나겠지. 기분 이상할 거라고. 아마도 불쾌지수는 내려갈 줄 모를 걸? 그러길래 왜 하필 전공이 바지냐고. 허수아비 같은 놈.
    그래서 NB는... 그래서 NB는... 그건 다음편에 알려드리겠음.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