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77

from 소설 2020. 10. 30. 18:30

    1

    좀스러운 사교가 아니라 단절된 인맥. 원만한 연애와 달리 불친절한 사랑. 때문에 행복과는 서먹한 사이? 심란할 거야. 고로 잔머리 엄청 굴릴 수 밖에 없을 거거든. 심술궂은 가난 적응한지 오래긴 하겠으나. 고대하는 소망이 어딨어. 그렇다고, 체면따위 아랑곳 없이 아주 그냥 질펀하게 놀아볼까? 라며 NB 그 인간이 딴맘 품을 배역인가 어디. 그건 그저 삼류 드라마 대사일 뿐. 농담이 아니다. 첫끗발이 개끗발, 끝이 안 좋은 팔짜 뭔 줄 모르지 않을 뿐. 그럼 보자.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행운의 멜로드라마를 써볼까? 하면 영감 바닥났음. 그간 챙겨준 정감이며 사준 커피가 몇 잔인데 아지트에서도 인기 없음. 뭘 어쨌다고 그래? 어쩌면 다행스러운 중년운. 바라는 건 많지 않으니까. 하여 nb는 생각했다. 그러게 웬만하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걸 그랬나? 언젠 안 그랬나. 바가지는 깨진 데서 샌다. 다만 재물운이 없었을 뿐. 남은 건 일복뿐! 뭐? 그러지 말고 좋게, 칼럼이든 드라마든 순식간에 해치우고 떠나자! 당장, 어? 가서 아르테미스와 나 잡아봐라 그러면서 놀든가 타인들만 애타게 부러워하다 끝나든가. 그래도 가봐야 무지개 너머에 뭐가 있는 줄 알 거 아닌가. 허나 어른들이 모르는 게 어딨나. 가봤자 금새 지겨워져서 돌아올 게 뻔하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NB가 지금 맡아야 할 중역은 야심가도 유혹자도 아니었다. 벌꿀처럼 이 꽃 저 꽃 막 죄다 껄떡거려도 안되는 건 당연지사. 힘닿는 데까지 매일 하던대로. 집 사무실 집 사무실. 어쩌다 중간에 과수원? 또 언년을 꼬드기려고. 라는 말 정말 들리는 것만 같다. 밑도 끝도 없이 잡념 부풀려지는 거 지겹지도 않고. 
    그래서 그는 아지트에나 놀러가려고 했다. 그렇게 딱 퇴근하려던 찰나 앞사무실 주인장이신 가브리엘이 놀러왔다. 
   「가브리엘. 웬일이야?」
   「왜, 내가 못 올 데 왔나 친구?」
   「우리 사이가 그렇진 않지. 허허. 요즘 어때?」
   「요즘 키스를 너무 많이 했더니 미치겠어. 내 별명 뭔지 알지?」
   「마른오징어?」
   「어허. 자넨 아첨꾼처럼 굴다가 뜬금없이 몽상가연하는 태도가 문제야. 알아?」
   「내가 그랬나?」
   「뭐 그건 그렇고. 어디 가게? 나랑 놀아줘. 나 얘기할 사람이 없어.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나 친구 없다는 거.」
   「그럼 난 추종세력 많나?」
   「그러니까. 우린 궁짝이 맞는다 그거지. 이런 의미에서 내가 최근 사귄 여자 얘기 하나 해줄까?」
   「뭐 여자? 너 여자도 만나?」
   「그럼 이 나이에 남자를 만나리? 걔로 말할 것 같으면 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일단 그녀는 말이야, 이뻐. 섹시하거든. 헌데 조신해. 섹시하다고 다 헤프단 말이 아니야. 오해하진 말고. 그렇다고 또 지성이 부족하냐 것도 아니야. 근데 사겨보니까... 하여튼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행복해. 정말이야. 나 거짓말 못해. 자네도 잘 알잖아. 난 숨기는 거 없어. 못 믿겠다면 내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전부 다 보여줄께. 아니. 그러지 말고, 자네가 내 피후견인 되는 건 어떻겠나.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하자구. 아, 자네 돈 욕심 없지. 그래도 줄 때 받아. 응? 난 가진 게 돈 밖에 없어. 아 맞다, 내 여자친구 얘기 중이었지. 그녀는 말이야, 허허. 걘 정말 용케도 잘 빠져나간단 말이야. 능글맞은 녀석. 그러라 그래. 도망간다한들 어차피 부처님 손바닥, 여심은 우리한테 쥐락펴락 녹아들게 되어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또 모를까, 우리가 여성잡지를 정기구독할 일이 어딨겠나. 하여튼 말이다 후끈 달아올라 잔뜩 신이 난 끝에 더운땀에 흠뻑 젖어버림을 넘어서, 띄엄띄엄 알던 환상감에 흥건해지는 일. 그건 대체 무엇일까? 알고 싶지도 않음. 하마터면 또 녀석의 허접한 응석을 대변해줄 뻔했잖아? 그래도 양대 여성잡지로부터 압박받으니까 뭐 봐 주자고. 마감일 다가오니 또 배려는 해드린다 그러지. 허허. 근데 걘 시도 때도 없이 걸핏하면 상상병에 빠지고 난리긴 난리야! 어디서 또 주서듣고 허세지수 푸쉭푸쉭. 그러다 금새 허영심 바람 빠짐. 뭐 바쁜 입을 앙다물고 행동할 때래나 뭐래나.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말이야. 기왕 탄력 받은 김에 할 말 아끼지 않고 말하자면, 기꺼이 수줍은 촌평 꺼내놓자면 뭐랄까. 결국 상상력만 포동포동 성과는 비실비실. 마침내 할 말 떨어졌으니 엉덩이가 근질근질하시는구만 그래. 그럼 그 응큼한 의중을 투명히 들여다봤을 때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심심한데 오리배나 타러갈까? 재미없다고 뭇여성들한테 추태를 보일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이 봐 이 봐, 이거 보라고! 허허.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뭐만 하면, 입만 뻥끗 하기도 전에 잔머리 굴리기만 하면 글쎄, 누가 뭐라 할까 봐. 남들이 뭐라 할까 봐 암것도 못하겠네.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 그럼 사랑을 어떻게 하시려고! 커피가 식기 전에 사랑이 끝날 일은 없다. 아닐까? 그러든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해. 좌우지간 좋든 싫든 여복의 총애를 받지 못한 애정사, 회심의 한방을 기다릴 뿐. 헌데 유감스러운 운명은 심하도록 이상하다고나 할까? 어쩌면 민첩한 기쁨과 황급한 재미가 나중 한꺼번에 오면, 또 그걸 다 어떻게 감당하냐고. 결론적으로 말해 이처럼 걘 기분은 만족스러우나 품위를 잃었다. 아니다. 기분도 꽝이다. 노잼.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 특별히 염두에 둔 환상이 있을 리가 있나. 각별히 희망하는 사랑, 낯뜨겁게 상상도 못함. 유난히 애착하는 장비발, 취미가 없는데 어떻게 가능하나. 하오나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란 법 있나? 삼 년 장마가 볕 안 난 날이 없다. 근데 쥐구멍에 볕 뜨긴 뜰까? 조명을 쥐구멍이 아니라 설마 개구멍에 비춘 거 아닌가 몰라! 그러게. 이처럼 허언증 달래서 공상만 지속하다가는 될 진한사랑도 안되겠다. 이런 젠장! 이러지 말고 좋게, 아니다. 됐다. 됐다 그래. 근데 누구한테? 그러게 말이야. 그러니까 좋게, 아니다. 됐다니까 글쎄. 
    아니 근데 내가 왜 혼자서 독백을 하고 있지? 자네랑 대화중이라는 거 잠깐 까먹을 수 있어. 그럼. 난 그럼 먼저 갈께. 여자친구랑 데이트하기로 했거든. 오늘은 달력에 표시해야 하니까. 내일 보자구 친구.」
    저 자식은 같이 놀러가자, 2 대 2로 소개팅하자, 걔 친구 소개시켜줄께. 것도 아니고 잔뜩 지 할 말만 하고 가버렸잖아. 뭔가 있을 것처럼 재미난 얘기를 들려줄 뻔 말 뻔하다 헛바람만 빼버린 거 아니야고. 김샜네 김샜어. (절레절레)





    2

    다음 날이 됐다. 오전에는 점심 뭐 먹을까, 오후에는 퇴근하려면 몇 시간 남았나. 전자와 후자를 뒤로 하고 행복도가 높아지는 나른한 시점. 깜빡 까먹었던 약속이 생각났다. 여성환상 1.5 사라가 자기 친동생이 문단에 데뷔하려는데 뭐 훈수두긴 뭐 하고. NB 소개시켜줄 테니 몇몇 조언만 해주래나 뭐래나. 그런데 때마침 불쑥 그녀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불청객치고는, 아름다웠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달리아에요. 초면인데 어디식 인사 바라시는 건 아니겠죠? 알고 있어요. 허나 꼭 뭐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들었어요. 아 근데 뭘 들었더라? 당장 떠오르지 않으면 나중 생각나겠죠. 언젠가 만날 사람은 만난다구요. 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구요? 왕년에 뭇여성들 웬만히 울린 솜씨, 저한테 제발 뽐내지 마세요. 저 이래뵈도 숙녀라구요. 아셨어요? 모르시다면 자, 이제 정말 정식으로 인사하는 건 어때요. 아, 그러고보니 이 양반 약식 좋아하시는구나. 관상이 그래요. 제가 또 인상에 꽤나 정통하거든요. 뿐인가요? 저명한 작명가들 저한테 도움 많이 받았어요. 아직 뭘 모르시네. 그리고 얼굴 좀 펴요. 또 헤어스타일이 그게 뭐에요? 오빠가 무슨 거울도 안 보는 남자에요 뭐에요? 자, 들어봐요. 일단 듣기나 하시라구요. 알아들었어요? 봐 봐요. 남자는 이마를 까야 돈이 들어와요. 방금 그 생각하셨죠? 난 이마를 깠는데 왜 돈이 안 들어오지?! 라고 말예요. 알아요. 그럼 뭐 이마 까면 아무나 다 돈이 들어오면, 이 세상에 이마 드러내지 않는 사람 하나도 없겠네요. 말이 그렇다 거지요. 그래도 제 충고 귓등으로 듣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선생은 어떻게 저처럼 말 많은 여자 마음 좀 아세요? 설마 지 혼자 고고한 척하다 수다머신 멈출 줄 모르는구만. ~라고 생각하신 거 아니겠죠? 아닌 걸로 하죠. 만약 그랬으면 진즉 제가 형씨 멱살을 잡았을 테니까요. 허허허. 좀 웃어요. 거 어째 표정이 그리 뚱해서... 어떻게 여자 꼬실 수 있겠어요? 어떻게 정력 쓸 데는 있구요? 생긴 건 매가리 없는데 어떻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기)... 쯧쯧. 운동 좀 해요. 그래야 하니까요. 활력에 좋거든요. 안 그래요? 에잇 알면서 뭘 그래요, 마른 장작이 잘 탄다는 걸요. 말랐는데 난 왜 이 모냥이냐구요? 이러게 내가 뭐랬어요, 네? 아, 맞다. 우리 초면이죠. 제가 오빠를 마음에 들어하나봐요. 그럴 수 있는 거 아녜요? 사람이 사람 좋아할 수도 있는 거죠. 그걸 뭐라 하냐, 첫인상이라 하죠. 허허허. 근데 또 이상한 게 뭔 줄 아세요? 첫인상과 짝사랑복이 왜 다른 말이겠어요. 약간 교집합은 있는데 어째서 같은 말이 아니겠냐구요. 왜냐하면, 네? 왜냐, 짝사랑복 좋아봤자 그 누굴 보세요 그 냥반 형편이 어때요 어떠냐구요 그 때문이죠. 네? 아직 뭔 얘긴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이렇게 정의합시다. 자, 보자구요. 첫 끗발이 개 끗발이다! 들어보셨죠? 그거죠. 허허허허허.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사라한테 얘기 들었죠? 일단 제 원고는... 어딨더라? 뭐야, 노트북 놓고 왔잖아? 괜찮아요. 전 멍청한 여자가 아니거든요. 그까짓것 (검지를 귓가에 대고)이 머리에 다 있어요. 설마 저 보고 (검지를 귓가에 대고 빙글빙글)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지 오빠? 그치 오빠? 그럴 꺼야. 오빠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거든. 자, 그런 의미에서 일단 지갑 좀 줘 봐. 뭐 지갑 없다고? 그럼 내가 사주면 되겠네. 안 그래도 나 오빠한테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대체 뭘 선물해주면 우리 오빠가 좋아할까 그 생각했거든. 근데 왜 갑자기 말을 놓냐고?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반말은! ~라고 날 다그칠 놈 같지 않았으니까. 오빤 다정해보여. 남잔, 어? 부실하지만 않으면 돼. 그렇다고 또 너무 안심하진 마셔. 가만. 내 정신 좀 봐. 사라한테 들은 것처럼, 일단 들어봐. 응? 들어보라고. 듣기나 하셔. 난 다 외웠으니까. 자, 보자. 곧장 시작해주지. 그래는 드릴께. 허허허. 
    짜증나게 왜 항상 투정을 그치질 않고 난리야 난리긴! 귀찮게 하지 말라 전해. 근데 누구한테? 그러게 말이야. 관둬. 때려쳐. 그만 두면 될 거 아냐. 저리 비켜! 뭐야, 근데 아무도 없잖아. 젠장. 하여간에 예감은 뒤숭숭 기대마저 안절부절. 뭐 하나 되는 게 없어. 서술자가 그렇단 말이 아니라, 못난 주인공 NB가 말이다. 아니 잠깐. 뭐 NB? 누가 보면 미친놈인 줄 알 거 아냐. 올드보이 주제에 뭔 가슴에 NB 로고. 웃기지도 않다. 또 여자들은 얘 얘 들어봐 들어봐, 라는 걸 모르진 않으니까. 어디서, 야 야 만져 봐 만져 봐, 라면서 지 알통 아니 골체미 느껴보라며 허세부릴 친구도 없어. 허나 여자들만 내숭미 앞세우란 법 있나, 남자들도 건강미 챙겨야지. 몸생각해야 하거든. 그래서 프샵 푸쉭푸쉭, 노인네 힘도 좋아. 뭐 어디 스타일? 놀고 있네. 뭐 환상머신? 입만 살았어. 말로만 여자의 마음 어쩌고저쩌고. 군침은 여체에게로! 툭하면 사랑이 아름답다고 자긴 말하지 않았대. 뭐가 어째? 싫음 말어. 알아서 하라 그래. 내가 뭐랬어? 아니 어른들이 뭐라 했냐고. 그러게 일찍 철들어야지. 그러니까 아직도 속이 없지. 좀, 바보처럼 굴지 마. 하지만 그게 또 그러니까 그 뭐냐 그게 말이다. 남자는 폼이요 여자는 거울이다! 아니다. 뭐가 아니야? 어디서 주서들은 건 많아가지고 말이야. 그게 무슨 풍운아야! 누가 보면 허영심대회 챔피언인 줄 알겠네. 아무튼 다른 건 생각할 거 없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만 알면 돼. 근데 수업료 두둑히 선불로 지불했던 신비 아카데미는 먹고 튀었어. 마감일 두어번 걱정 붙들어맬 정도로 분량 만들었는데, 노트북 잃어버렸다고. 겉에다 판도라 증후군이라고 연필로 쓰면 뭐 해. 매직펜으로 써도 누가 봐준대? 결국 남은 건 일복뿐. 거 참 사는 낙이란. 그렇다고 일하기 싫으면 어쩔 건대. 그러게, 어? 그러니까 늘상 허당같이 굴면 어떡하나. 노상 남들처럼 불평불만 가득. 웬만한 어른들도 다 그래. 어디 여자만 다 그런가? 아무튼 남들이 뭐라 떠들건 신경쓸 거 없어. 그러지 말고, 응? 에잇 그냥 이참에 최고급 요트나 한 대 사자. 근데 돈은 어떻게 마련할 건데? 사지 말자. 하여튼 말이야 NB로 말할 것 같으면, 아니다. 말 말자. 그래도 우리 사이가 또 그렇진 않지. 보아하니 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하려고 했으면 하지 말라고? 일단 들어봐. 듣기나 해. 말 끊지 말고. 어? 자, 보자. 봐 봐. 근데 뭔 말 하던 중이었지? 너 때문에 까먹었잖아. 몽땅. 뭐야, 근데 왜 아무도 없어? 근데 이거 다변가 대회장 분위기가 왜 이래? 뭔지 몰라도 그만 하자. 그게 좋겠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거야. 하나도 모르겠잖아. 하긴 뭐 다변가 예선전이 다 그렇지 뭘. 이 바닥 예전부터 그랬어. 바텐더 인기 한물간지가 언젠데. 유니폼 좀 빨아입으라 그래. 농담이고. 근데 뭔 줄거리는 진행이 안되고 시간마저 멈춰버렸지? 시계 밥을 줘야 하나 약을 먹어야 할까. 거 참 상태 매우 안 좋네 그려. 많이 부족해. 곯았어. 따라서 노상 썩은 미소. 얼굴? 갔어. 인생의 재미, 상했어. 낭만적인 환상, 포기했다고. 사랑의 정의마저 변해버렸는데? 추접스럽게 또 뭔 상상을 하시게. 하여튼 더티러브에 대한 군침은 마를 날이 없어요. 불알 두 쪽밖에는 없는 주제에 말이야. 그럼 뭘 해, 어? 사귀어야 절교하지.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거 다 남 얘기. 어쩌다 어떻게 한번 자빠트려보고 싶은... 그래 봤자 개꿈. 내가 널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양대 여성잡지사 전직원들한테 단단히 찍혔어. 벌써. 차면 넘친다. 글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군. 절실하도록. 그래 봤자 동네 똥개들 봐봐, 걔네들 봐 보라고. 개목걸이 풀어줘봤자 초반에만 들뜨고 바쁘며 빨빨거리며 나돌아댕기기나 하지, 쫌만 있어 봐. 금새 또 심심해지게 되어 있어. 여자들은 우리한테 넘어올 수 밖에 없는 숙명. 그분들은 우리의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어 있거든.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로 이처럼 좌중을 쥐어잡고서 병풍들 비위맞춰주는 식으로 입담만 털다가는 1주일 내내 잠 한숨 못 자겠네. (절레절레) Mozart / Missa Solemnis K.139 일단 음악부터 바꾸고. 
    그래서 그는....
    자,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발단이자 전개야. 좀 더 심층적인 줄거리는 우리 데이트하러 가서, 아니. 나 하나 고백할 거 있어. 나 실은 남자친구 있어. 나 오빠한테 거짓말 못하겠다. 오빠는 심심하면 뻥치고 허풍 남발하는지 몰라도. 난 허언증녀 아니야. 허허허. 일단 오늘 우리 만남은 이쯤 하고. 우리가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건, 사라를 통해서 들으셔. 아시겠소 오빠? 그럼 난 이만 갈께. 안녕. 근데 왜 오빤 말이 없어? 원래 조용한 남잔가? 그런 거도 같고 아닌 거도 같고. 그야 뭐 사겨보면 알겠지.」
    긴 대사 독점을 끝으로 그녀는 가버렸다. 
    얜 또 뭐야? 지가 뭔데...! (절레절레) 
    아, 기 빨려. 쟤도 입 아프겠네. 
    증말 정신사납다. 





    3

    허영심 들쑤시고 허세 부추기기를 숙달한지 어언 옛날인데. 벌써 다 까먹어버렸을까? 기술이 녹슬었나 아닌가는 감수성을 꼬드기고 호기심을 구워삶아보면 알겠지 뭐. 허나 NB는 엉덩이 까이기도 전에 사교계는 구경도 못해본 인생. 때문에 야성미라는 카드를 만지작만지작거릴 수순일 텐데. 그처럼 숙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멜로드라와 뭇여성들한테 떡밥뿌리기라는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어느새 가을. 곧 있으면 고독한 도시의 사냥꾼이냐 난봉계 퇴물감 허풍쟁이냐가 결판날지도 모를 겨울일 텐데. 첫눈과 크리스마스와 언제나 첫사랑? 됐어. 정말로 우리는 세상 사는 낙이 없을까? 얼쩡얼쩡 아는 동생들과 알짱알짱 새로운 사랑은 만년 대기중. 뭐랄까 그가 아니라, 그분들 심정은 다만 먹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라고나 할까? 그러든가 말든가. 그처럼 딱 그녀들한테 무한정 커피를 사주려고 동조성 너그롭게 탄력받고자 하는데. 이미 다 떠나가버렸잖아?! 누가 아니래. 내 말이 그거라니까 글쎄. 다변가들 맞짱구쳐주고 꿍꿍이 병풍서주며 친절히 비위맞춰드려도, 백댄서 감 떨어지고 신부들러리 단물 빠져서 버림 받은 게 결국 허당 인생 1줄평. 뭐? 뭣이 어째? 하긴, 부처님 위해서 불공하나 저 위해서 불공하지. 영악한 것들 더럽게 응큼하단 말이야. 지들 기분좋으라고 내숭미 찬조해드렸더니 글쎄 툭하면 이미지트레이닝! 뭐라고? 됐고. 뜬금없는 말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게, 부처님이 살찌고 안 찌는 것은 석수 손에 달렸다. 어? 정말 그래. 틀림없단 말이야. 그런데 말이다 능동적으로 행동하기에 먹잇감이 도통 보이질 않고, 그렇다고 자발마에 덜컥 올라탈 수야 있나. 그래서 NB는 결국 먼지 쌓인 진공청소기를 꺼내들었는데. 그 구식탱탱묵은 허풍머신으로 여심을 어떻게 빨아들여. 안돼. 말도 안 돼. 불가능. 못해. 시간낭비나 하지 말라 그래. 그렇다고 뭐 괜히 타인의 커피포트를 원격 조정할 일 있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프라다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딱 그처럼 돈 쓰는 재미에 혹해볼까 했는데 통장잔고 바닥. 그게 다 아는 동생들한테 백지수표 남발한 탓은 아니겠으나. 속이 없으니까 그렇지. 형이 쟤네들 다 꼬셔줄께 막 그랬으니까, 형 철들지 마세요 라면서 화답했는데. 걔네들도 머리 커서 푼수한테 더 이상 배울 거 없다는 거 알고 벌써 떠났지. 하여 녀석은 너 많이 컸다 라는 대사 읊을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그와 달리 풍운아들은 롤로코스터 실컷 타고 나서 쫄딱 망해 광장에 나갔더니,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친한 척하지 않더라 라면서 할 말이라도 있어. 근데 정작 NB에게 남은 건 뭘까, 인공지능밖에 더 있나. 그래서 딱 녀석을 소환하려는데 대답이 있을 턱이 있나. 대타들도 보아하니 소비, 여행, 취미... 다 그저 그래. 새로움은 없다고. 청춘은 끝났으니까? 행진하다 지쳤거든. 미지의 신비를 찾는 건 애들도 관심없는데 낭만이 다 뭐냐고. 이처럼 골똘히 잔머리를 굴리다 그는 말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라고. 허나 금방 까먹었다. 그러다 다시 말했다. (딱) 정말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은밀한 유혹에 넘어가드리는 거야. 근데 그게 뭔데? 광고 안 믿어. 사랑을 왜 믿어! 또 속으라고? 누굴 바보로 아나. 저리 비켜 닥쳐 시끄러워 개 좀 조용히 좀 시켜라, 라고 말하기도 다 귀찮아. 심심함과 지겨움, 그냥 내버려둬. 인생이란 원래 재미없는 거거든. 그럼 정말 nb에게 있었을 둥 말 둥, 간신히 진정시킨 정력은 다 옛날 얘기일까? 그러니까 그게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아니면 멋진 열망에 대한일지 대체 목적어와 대상어와 감탄사의 정체가 뭐냐고. 뭐 더티러브에 대한? 이런 젠장! 그는 이대로 사랑과 희망과 로맨스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NB는 아지트에 갔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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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히 놀다 가려는데.... 어머나! 저 앞에 보이는 건 설마, 샬럿? 소문난 수다머신! 걸리면 끝이다 끝.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1주일 내내 잠 한숨 안 자고 떠들 수 있는 다변가 중의 다변가. 일단 결려들면 아작난다고 봐도 된다. 도망가는 것만이 상책. 냅다 튀는 것만이 살길. 
   「어딜 도망 가, 어? 어디 갈 데 있어? 오빠. 나야! 샬럿. 오빤 그처럼 깍쟁이같이 숙녀 이름 부르는 데 인색하니까 여태 외롭지. 내가 외롭지 않게 해 드려? 뭔 생각해, 어? 난 수절중이니까 난 안되고. 대신 내가 저년들 싹 다 꼬셔줄께. 그럼 되지? 오빠도 싫지 않잖아. 내가 오빠를 모를까 오빠가 나를 알까. 진짜라니까. 내가 말만 하면 쟤네 전부 오빠만 따라다닐껄. 아닌 거 같아? 우리 내기 할래? 칫. 내기 해서 뭐 하니. 그렇게 해드리면 오빤 나한테 뭐 해줄 껀데. 오빠 키스 잘해? 아니야. 약해. 어? 그걸 늬가 어떻게 아냐고? 그걸 꼭 해봐야 아나. 근데 오빠 얼굴이 왜 그처럼 죽상이야. 내가 언제 오빠를 때리기를 했나 겁박을 했나. 나야 나. 우리 친하잖아. 응? 근데 왜 내가 챙피해? 나랑 같이 있는 게 부끄러워? 그러기만 해 봐. 어떻게 되나 보게. 응? 오빠는 나한테 잘 보여야 해. 알아? 알긴 개뿔. 그러지 말고 내가 재미난 얘기 하나 해줄까? 다 듣고 나서 그게 뭐냐고 핀잔 줄 거 아니지? 그게 뭐가 재밌냐고 어설픈 야유 일삼는 거 아니지? 근데 왜 오빤 말이 없어? 아, 난 너무 과묵한 남자 싫더라. 여자 마음 모르는 남자는 더더욱. 그래도 오빠라면 봐줄 수 있어. 그러니까 귀기울여 봐. 내가 무슨 얘기를 할지 말이야. 응? 
    아무튼 오빠 얘기 들었어.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오빠한테 충고 좀 할께. 왜 그러면 안돼? 안되긴 뭐가 안돼. 닥치고 들어. 어? 듣기나 해. 좋게 말할 때 말이야. 응? 오빠, 젊음의 행진에서 낙오된 걸 축하하네. 허허허. 그만 환상머신인가 뭔가는 포기해. 좋게 나나 따라다니라고. 이미 마음은 떴자나? 속으로 그랫을 거 아냐. 타도하자 벤치멤바 신세를! 어디서 또 꼴에 주서들은 건 있어가지고 말이야. 캬, 인생을 어디서 잘못 배우셨구만. 이 좋은 세상, 허접한 허당들이 하는 일들만 골라서 하면 어쩌나. 어깨너머로 배울 게 따로 있지. 우리한테 와. 잘해줄께. 실망 안 하시도록 해드릴께. 보아하니 사교계의 기대주이자 플레이보이계의 해결사로 만인의 귀추를 모으실 뻔 하다 마셨을 듯 한데. 언제까지 7부리그에서 찬밥 신세 면치 못한 건대?! 번짓수 잘못 찾아가서 눌러 앉았구만. 그러게 우리같은 웜홀머신 전문가를 찾아오셨어야지. 아무튼 미래에 오신 걸 환영하오. 왜, 싫어? 싫음 말어. 누가 아쉽대? 썩 땡기지 않은 육감, 나중 틀려도 완전 틀렸단 걸 알게 될 테니. 그땐 이미 늦었어. 그럼. 근데 그 얘기 들었시유? 쉿. 어디서 아는 척 아시 마슈. 명심하시는 게 좋을 거요. 좋은 말로 할 때 말이오. 말로 풀자 그 얘기란 말이오. 엉덩이는 가볍게 입은 무겁게, 반대로 하진 말라구요. 숙녀에게 의전, 마누라한테 잔말 말고 따라와. 그동안 것만 하필 정반대로 해보시며 살아보니 결과가 퍽 만족스러웠소? 잘 아시면서.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가 아니라. 말만 많고 지갑은 안 열리고. 그래서 여자들이 썩 반겨하질 않는데. 또 그런 여자의 면전에 대고, 남자의 지갑은 뭐 어쩌면 자동적으로 열린다 어쩌고저쩌고. 그러니까 여자들이 싫어야지. 거꾸로맨 아주 극혐. 다 도망가. 싹 다 피해. 아예 오지를 않어. 어? 아시겠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지만. 당장 오늘 밤 일도 모르는 게 곧 인생사. 혹시 알아? 말로만 듣던 귀인이 바로 이 몸일지. 잘 생각해보쇼. 일단 웃어주란 말이오. 아니, 근데 얼굴이 대체 왜 그래? 오늘도 뭐 여편네한테 맞었소? 그게 아니라 개똥 밟을 뻔하다 피했는데 새똥 맞으셨구만. 그러니까 돌팔이들한테 운명을 물어보면 어떡하냔 말이오. 허허. 그분들한테 세상의 비밀을 들어던 거 뭐 기억나는 거 있소? 있긴 있어. 헌데 전부 별 쓰잘데기 없는 말들. 예를 들면? 이런 식. 뭐 차라리 악담을 해라? 비꼬지 말고 정신차리게 면전에서 악담해주라니. 누가 못 할 줄 아시나. 늬 전남자친구들이 왜 다 널 싫어했는지 알겠다. 뭐라고? 하란다고... 진짜로...! 농담이고. 아무튼 허당들 코 묻은 돈 돌팔이 점쟁들한테 웬만히 갖다받히자. 말이 그렇단 거고. 재미삼아 복권 사보고 경마장 놀라가야지, 보물찾기에 운을 걸면 어떡하냐 그 말씀. 그게 다 대게 TV 삼류드라마에서 듣던 흔한 대사들만 기억 속에 누적됐기 때문. 안 그렇소? 그렇다고 누가 두둑한 복채를 바라겠소. 우린 다르오. 우리는 여자보기를 돌같이 한단 말이오. 아시겠소? 
    ~라는 것처럼 오빠는 또 허접한 공상에 빠져버렸는데. 언젠가 오빠가 철들 날이 올까? 오긴 누가 와. 개가 풀을 뜯어먹는 걸 바라는 게 낫지.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겨?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아무튼 고생 덜 했구만. 본때를 보여줘야 해. 근데 어디다? 그러게 말이야. 이제 그만 정신 차려야지 아직도... 쯧쯧쯧. 하긴 본인이 생각해도 답답할 거야. 왜 아니겠어. 따라서 오빠는, 오빠는 나한테 빠질 수 밖에 없어. 오빠는 날 좋아하게 되어 있는 운명. 알아? 알긴 뭘 알아, 어? 맙소사, 오늘 내게 고백하려고 했었다고? 일단 이리 와바. 쟨 또 뭐야, 저리 비켜. 오빠 이리 와바. 우리 할 일이 있어. 우리 단둘이 말이야. 근데 오빠는 내가 알던 그 오빠...가 아니네. 보다 보면 적응될 줄 알았는데. 오빠, 실망이야. 오빠, 나 싫지? 일단 그래도 우리가 쌓은 정이 있으니, 고로 내가 오빠를 사랑의 차트에서 냉정히 내치지는 않을께. 순위쟁탈전에서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 오빠. 또 알아? 순식간에 치고 올라와서 지명방어전 상대가 될지 말이야. 근데 통상 보면 제일 비리비리하거나 어중간하게 어설픈 상대를 골라 지명방어전을 치르는 일, 있다 없다? 그런다고 겁먹지 마. 나 샬럿이야. 이거 왜 이래? 어? 쫄지 마. 이리 와. 내가 잘해줄께. 뭐 날 껴안고 싶어? 여기서?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가라. 오빠 안 가고 뭐 해? 저기 봐 봐. 1-2-3위 왔잖아. 오빠가 뭐 필살기가 있어 아님 돈이라도 많아! 쟤들과 오빠가 상대가 될 거 같아? 뭐 해 안 도망가고. 때를 기다리자 그 말씀.」
    그러면서 샬럿은 저쪽으로 가버렸다. 
    저년이......! 





    4

    NB는 최근 일기를 떠올려봤다. 소셜네트워크나 일기장에 쓰지는 않았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 때문에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자, 보자.
    A. 앞사무실 가브리엘이 놀러옴. 
    B. 여성환상지 편집장 사라의 동생이 왔다감.
    C. 아지트에서 샬럿 만남. 긴 명대사에 질릴 대로 질려버림. 결국 긴대사 3일 연짝으로 들었기 때문에 나가 떨어짐.
    뭐야 3연속 병살타? 이런 젠장. 이거 어디 말수 없는 남자 서러워 살겠나. 내 참 더러워서... 또 그처럼 녀석은 표정이 썩었다. 이건 아니었으니까. 이게 무슨 풍운아의 전성기야 아니면 행운아의 활약상이야. 것도 아니면. 뭔 연재소설이 이래? 줄거리 하나도 없잖아? 그런 소설 개나 소나 다 쓸 수 있어. 하나마나 보나마나 뻔한 얘기. 안 하니만 못하니까 누구도 하지 않을 뿐. 아닌가? 그래서 NB는 짜증머신 내부압력이 푸쉭푸쉭 급상승했다.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녹여드리며 들뜨게 만들고 환상감에 빠져드리도록 봉사해도 모자를 판에. 커피포트는 쉴 래야 쉴 수 없었던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헤어드라이기만 부글부글. 앉으나 서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 자나깨나 (절레절레) 미쳐버리는 거지. 저속한 표현으로 빡치는 거라고. 뚜껑도 그런 뚜껑이 없어. 근데 아직도 안 돌았어? 저 정도 뻠프질 했으면 미칠 때도 됐는데, 쟨 대체 뭔데 맷집이 저 지경이야. 너덜너덜 진작 게임 끝나야 정상인데... 연구대상이 따로 없구만 그래. 말도 안돼. 말은 되나?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니까 녀석 인지체계는 또 이렇게 뒤죽박죽 되고도 남았다. 그 세밀화를 찬찬히 설명하자면 이와 같을 것이다. 가령, 세상 물정 모른 체 날뛰어볼까 말까. 말자. 당연하지. 세상에 말 다하고 죽은 귀신은 없으니까. 뿐인가? 세상에 공것은 없다. 그럼 사랑은 있을까? 더럽다. 공상 추접스럽단 말이다. 하여튼 세상은 넓고도 좁다. 인생 복잡하며 단순하지. 예술은 길다? 그건 필요없고 행복감이 긴 게 중요하다. 옷이 짧아 봐 어디 패션이 사나. 근데 한번 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데. 그럼 뭘 해? 그래 봤자 개구멍은 쥐구멍만큼 작아졌는데. 그렇다고 마음은 넓어지나? 통장잔고만 줄어들어. 안 그런가? 그러니까 정신이 산만한 건 말이다 이게 다 그 뭐냐, NB 그 개 같은... 아니. 못 들은 걸로 하고. 어찌 됐든 사랑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다 필요없어. 아무것도 원치 않음. 하여 미지의 신비를 실현코자 환상머신을 완성한다? 그렇겐 못하지. 그러든 어쩌든 교복 벗고 어른 되어도 인생 성적표는 중요하구만 그래. 퍽 바람직하지 못한 권태. 탄복스러울 만큼 권좌를 항상 독차지. 유망한 야심가의 희망찬 미래, 다 개꿈에 불과. 그럼 정말 뭐랄까 공상은 에술일까? 그럼 좋겠지. 허나 세상사가 내 맘대로 되나? 인생을 거론해 뭐 하나. 그럼 몽상가에게 진정 상상병은 운명이란 말인가? 허나 그 숙명 싫증날 테지. 그래서 이번에는 초현실주의자. 그래? 그럼 뭘 해. 잔재주는 팅팅 녹슬었는데. 결국 남은 건 욕망뿐. 그러든가 말든가 허접한 허언증에 귀기울이면 뭐 하겠나. 아무리 허당이 새로움을 좋아한다고는 하나 우리는, 아니 nb는 은근 허당이 아니다. 여자들한테 인기 없다. 걔도 숙녀한테 관심 없고. 피차일반. 그런 의미에서 새옷?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뭐래나. 그러라 그래. 그럼 신경쓰이게 벌거벗고 다니꺼야 어쩔꺼야. 파인애플은 떨어져도 안떨어지는 포도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다 제 잘난 멋에 산아간다는 뜻. 뭐 벌레먹은 사과? 썩은 능금? 이런 젠장! 그 얘기가 왜 나와? 뭐 찬란한 환희의 논거는 누가 뭐래도 더러운 쾌감이란 말이야 뭐야. 내 참 나 거 증말 더럽게 재미없네. 고로 이대로 주저하다간 청초한 제비꽃이든 감미로운 벌꿀이든 새콤달콤 과일들 다 놓치고 말 텐데. 팔짝 뛰면서 난리칠 기쁨도 점차 무감스러워질 게 뻔하니까 별로. 그렇다면 nb는 철든 게 아니라 미친 건가? 다정해진 게 아니라 늙었어. 그렇다고 내내 이처럼 잔머리만 굴린다? 그건 아니지. 그건 아니야. 그럼. 
    따라서 NB는 당장 집을 뛰쳐나왔다. 그렇게 대충 챙겨서 갔다. 도시 근교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이번에는 로버트한테 자문을 구하고 어쩌고 멀리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5

    그는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꿈과 희망의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쩌고저쩌고. 미래세계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이러쿵저러쿵. 뭘로 보나 여건이 든든히 받춰주는데 바로 옆에 동물원이 왜 없겠나. 썰매장이니 식목원이니 한꺼번에 일망타진 가능.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삼거리에서 본 팻말대로 가서 놀이공원에 도착했는데. 근데 왜 사람이 없지? 설마 팻말이 움직였나? 그럼 이젠 뻔함은 고정적이요 개고생만 부동적일까? 혹시... 진짜로 똥개 훈련시키듯 농락당하면 어떡하냐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잖아? 그래서 일단 타임머신이라는 기구부터 탈려고 딱 하려던 찰나. 
   「오빠. 혼자 왔어요?」
   「」
   「저 지금 오빠한테 말하는 거예요. 뚤레뚤레 어딜 쳐다봐요? 여기 오빠랑 나랑 둘 말고 더 있어요? 날 봐요. 내가 뭐 투명인간인가! 와, 오빠 모자 딱 내 스타일이다. 마음에 딱 들어. 어디서 샀어요? 뭐 어디서 샀겠지. 그럼 훔쳤겠어? 만들었을 리도 없잖아. 그러니까 어서 줘 봐요. 아 줘보라니까 글세. 누가 뺐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NB의 모자를 뺐어다 자기 머리에 씌웠다) 뭐야 이거. 와, 오빠 머리 작네. 아님 내 머리가 큰가? 그래도 남자네. 응? 이거 봐 봐. 이거 보라고 글쎄. 썼다 벘었다 썼다 벘었다. 근데 뭘? 아, 오빠 수줍은 여자 좋아하는구나.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내숭미 누구도 날 따라올 순 없지. 백치미? 우리가 질 수 있나. 허허허. 근데 인사도 없이 말이 너무 길었어. 뭐 그럴 수 있어. 그럼. 그러게 오빠가 말을 안 허니까 그렇지. 초면이긴 해도 첫인상이 썩 나쁘진 않았다고 얼굴에 씌어있는데. 어쭈! 이 오빠 봐라. 그럼 숙녀에게 이름을 물어야지, 나이를 짐작하면 어쩌시나. 그러니까, 됐고. 왜 이처럼 뜬금없는 우연 때문에 오빠와 내가 당황스럽냐. 사연은 있는데 그거 다 설명하려면 입 아퍼. 또 사람이 살면서 영화처럼 만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드라마에 나오잖아. 그리고. 남자가 자나깨나 여자 생각하는 게 뭐 이상해? 그렇다고 오빠가 여자에 환장한 남자라는 말은 아니야. 말이 그렇단 거지. 근데 저기 저 텐트는 누가 쳤지? 오빠 텐트 쳐봤어? 놀러왔는데 웬 말괄량이한테 잔소리를 얻어듣다니 내 신세가 이게 뭐람. ~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그럼 일단 유령의 집부터 들어가자. 나도 오늘만 낯선 남자랑 데이트할 거야. 오늘 이후로 우리는 남남일 거라고. 그거만 알아둬. 일단 오빠 하는 거 봐선 마음 바뀔지도 모르고 말이야. 하긴, 사람 인연이라는 게 또 모르지.」
    그렇게 이름 모를 소녀, 아니 숙녀는 NB 팔짱을 꿰차고서 유령의 집으로 들어갔다. 물론 출입구 유니폼걸과 아는 사이로 보였다.
   「언니, 여기서 일해?」
   「너 언제 왔어? 왔으면 왔다고 왜 말을 안 해?」
   「그러지 않아도 이처럼 내가 언니 남자친구 물어왔는데. 어떻게 마음에 들지 몰라?」
   「썩 실해보이진 않는데. 매가리가 없잖아.」
   「왜, 히말탱이가 없어 보여? 하긴 틀린 말도 아니지.」
   「그러지 말고 일단 들어가.」
   「그래. 그러지.」
    NB와 말괄량이는 마치 애인이나 된다는 듯이 꼭 붙어서 유령의 집으로 들어갔다. 
    간략히 말하자면 유령의 집에 사이렌이나 메두사나 아프로디테가 살고 있지는 않았다. 물론 nb가 뜬금없이 포세이돈으로 바뀔 리도 없겠지. 그렇다고 다음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아도니스일 리도 없다. 단지 그 안에서 그는 길을 잃었다는 것. 또 잠깐 전에 만났지만 한 30년 한이불 덥고 산 여편네나 된다는 듯이 자연스러웠던 숙녀가 어디로 가버렸다는 점. 그 외 별다른 각본은 없었다. 유령의 집 타로카드를 떠올려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방질도 하는 년이 한다, 라는 속담을 뭐 하러 떠올리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럼 유령의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굳이 스타맵-공포... 유령의집 제피에 대해 몰라도 상관없다. 그처럼 적당히 허둥대다가, 잔잔허니 어리버리하던 가운데, 그럭저럭 짐작마따나 그는 출구를 찾았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데 사실만 말할 것 같으면, 거긴 입구였다. 즉 실제로 입구고, nb는 출구로 인지하는 상태. 또한 nb는 엑스맨 시리즈에서 미스티크, 엑스맨 클래식 트릴로지 1편에서던가 자유자재로 누구로든지 변신하는 인물. 그처럼 변했다. 다만 지금 당장 그는 모를 뿐. 그렇다고 10년 전 극사실 영화처럼 막 사람들이 혼비백산 놀라고, 과장하며, 헐리웃액션으로 자지러진다?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웃고, 봐드리고, 눈길 스치고 지나갈 뿐. 그러다 몇몇 꼬마는 하이파이브를 건네왔다. 근데 아직도 짐작을 못했나? 당연하지. 누가 말해주지 않았거든. 본인이 그처럼 희안한 캐릭터로 변신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으니까. 허나 현실은 상상초월. 이걸 어쩌나? 어쩌긴 뭘 어째. 두고 보면 알겠지. 
   「아저씨. 싸인해줘요.」
   「넌 눈이 삐었니? 쟤 아줌마야. 그리고 변신이나 할 줄 알지 지가 할 줄 아는 게 뭔데! 안 그래?」
   「너 엑스맨 무시하지 마라. 그러다 큰코 다친다. 응? 그러지 말고 우리 저 냥반이랑 사진이나 찍자.」
   「근데 난 아직 12살인데 어쩌다 너 같은 친구를 둔 걸까? 그러게 너 어른들 화법 따라하지 말랬잖아. 내가 지적 했어, 안 했어? 어?」
   「그건 다 너가 유치하니까 그렇지. 네 사교를 보든 습관을 알든 탐욕을 점치든. 내가 널 업어키울 수 밖에 없는데?」
   「뭐가 어째? 그너저나 저 친구는 저 분장하고서 덥지 않을까? 화장실은 어떻게 가고.」
   「왜, 화장실 늬가 대신 가주게?」
   「시끄러워. 넌 조용히 하고 내가 저 친구 가지고 노는 거나 보셔. 잘 봐라, 응?」
   「」
   「아저씨. 아니. 미스틱! 당신 여자 맞소? 근데 왜 고추가 튀어나왔어? 이봐, 요즘에도 그런 패션이 유행하나?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네? 내가 봤을 땐 설정 잘못 잡았어. 그거, 아니야. 구려. 보기 흉해 형씨. 아니면 그 튀어나온 고추라도 어떻게 좀 해보든가. 어? 뭐 어떻게 좀 더 우리한테 자문을 구하고 싶으셔? 그럼 (돈을 뜻하는 시늉)! 응?」
   「넌 어른한테 무슨 말버른이... 너 입에 걸레 물었니? 왜 그리 입이 험해? 어? 아저씨. 제가 대신 사과할께요. 근데 아저씨 고추가 좀 작네. 실하긴 하나? 글쎄... 딱히! 근데 아저씨 친구 없죠. 그러니까 그러고 다니지. 딱 봐도 불알친구도 없어. 그런데 여자친구가 어딨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기) (절레절레)」
   「야 야. 너 짓는 개가 무는 거 본 적 있냐?」
   「아니. 그 반대지.」
   「그럼 뭘 해, 얼른 튀지 않고.」
    그렇게 말썽꾸러기 2인방은 냅다 도망가버렸다. 
    그때부터일까? nb는 자기 주변에서 말다툼이 일거나 기타 등등 이상한 현상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6

    장면전환. 
    장면전환. 
    장면전환. 
    잠깐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전편 다 말고 놀이공원 유령의 집에서 나온 다음부터 말이다. 
    nb의 미스틱 분장, 단지 분장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살을 뜯을 수도 없고 색칠을 어떻게 하나. 물감도 먹힐 리 없고 케찹이든 에나멜이든 뭐든 흘러내렸다. 완전한 미스틱으로 변신. 근데 다만 미스틱 외관만 본땄다 뿐, 정작 미스틱의 능력은 하나도 탑재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nb는 허울 뿐인 미스틱이됨. 허상, 허무, 허탈, 허영? 허망. 그럼 그 허기를 뭘로 달랜다? 때마침 코로나라는 유행병이 전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중. 싫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마스크를 쓰고, 상하 일체형 트레이닝복을 입고서 보자 쓰고 그렇게 가리고 다녔다. 또 이걸 어디다 하소연하겠나. 어떻게 원래 본판으로 돌아가겠나. 이런 말 같지도 않은 SF 장르를 어찌 믿냐고. 근데 대체 뭣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이런 짓을 벌인 소도둑놈들은 대체 누구고! 어?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일, 아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장본인만 열린 뚜껑 계속 열려서 살아간다면 또 모를까. 뭐 밑도 끝도 없이 사실적인 판타지? 개 풀뜯어먹는 얘기, 초딩들도 고개를 젖는다. 그처럼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부터 주변에서 눈치를 챘는지 어쨌는지 슬슬 피하게 됐던 것이다. 
    그 다음. 포도주를 마시면 원래 피부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됨.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이유를 핑계로 술꾼으로 산다? 것도 말이 될 리 없다. 그냥 솔직히 술이 좋다, 것도 아니고 무슨 똥개 토하는 소리도 명분이라고. 아니 증말 말이 안되거든. 허나 거울을 보면... 저 시퍼런 피부... 온 몸이 멍든 거야? 그럼 여자랑 진한사랑은 어떻게 하라고! 남아도는 정력이든 미적지근한 성욕이든 그건 늬 사정이지 우리 소관 아니라고? 영화에서 미스틱은 설정상 세포가 늦게 노화가 되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과 무관하도록 젊게 보이는데. 걘 뮤턴트도 아니지 심리학 전문가이기를 하나 변신 능력 근처에라도 가나. 그처럼 그냥저냥 NB는 포도주의 세계에 대해 조금씩 예찬가가 되어갔다고나 할까? 그래도 급할 건 없다. 서투른 도둑이 첫날밤에 들킨다. 첫날밤과 첫키스와 첫사랑을 상상하면서 뭐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그러다 양대 여성잡지는 휴간을 맞이했다. 내친 김에 품위유지비에 허덕이는 가운데 그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했다. 어떤 브랜드 패션 매장이 문을 열었는데. 오픈발에 미스틱 분장자가 찾아와서 물어보니, 면접이고 자시고 당장 합격. 그렇게 그는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장면전환.
    장면전환.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 평범하게, 무난허니, 무리없이. 그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인이 다가오네? 물론 제 갈길을 가는 중인데. 슬로우 모션이란 게 뭐겠나. 걔한테 그게 그 어떤 운명적 순간이었거든. 유령의 집 내부로 들어가게 유인한 뭐랄까 중간책? 말괄량이였다. 말라깽이. 근데 이뻐.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옷차림 때문인지 어쩐지 펑퍼짐한 패션 때문에 몰라봤는데, 오늘 보니...! 넘어가자. 
   「너 나 알지.」
   「오빠...」
   「너 왜 그랬어?」
   「」
   「도망갈 생각 마.」
   「외관 뿐인 거야... 아니면 능력치까지 생긴 거야?」
   「누가 하나만 물어봐도 된다고 허든? 너 드라마도 안 봤니? 그럴 땐 오빠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라고 하는 거야. 알겠어?」
   「몰라. 그런 거 알아서 뭐 하게? 그럼 오빠가 나 데리고 살 거요?」
   「너 몰라보던 새에 입담이 꽤나 세졌는데? 늬가 뭐 혀 조단이라도 되냐?」
   「조단? 오빠 엑스세대구나. 우웩~!」
   「너 정말...」
    요점만 말하자면 그녀는 기일을 예고했다. 
    오늘은 아니라면서 언제 어디로 반드시 오라고 했다. 
    오지 않으면 그러거나 말거나 자긴 상관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7

    말괄량이가 고지한 기일은 아직 아니고. 기다리기는 지치고. 할 말도 없는데 억지로 궤변을 읊은다고 들어줄 사람 있나? 없다. 그럼 일이나 해야지. 그럼. 바로 이처럼 말이다. 
    <사랑에 마음이 흔들린다. 농밀한 정사씬에 끌린다? 이미지트레이닝 집어치워. 그렇다고 뭐 공상이 크게 손해볼 일은 아니지. 안 그래? "불만 누적→짜증 폭증→인기 하락→껀수 가뭄→원래부터 무명→마음만 더더욱 심란해짐" 불평만 쌓이느니 악순환을 끊고 가는 것도 썩 악수는 아닌 듯. 근데 내가 왜 그분들 변호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는 거지? 시간이라는 자원이 무한한 것도 아니잖아. 이 나이 먹어서까지 시간낭비가 웬 말! 근데 대체 몇 천 년을 사셨길레... 그러게 말이야. 그건 그렇다 치고. 넘어가고. 좌우지간 잘난 척해도 나대지 말라고 제지받지 않는 삶. 아는 척한다고 유난 떤다며 구설수에 오를 일 없는 인생. 주변에 병풍도 뭣도 아무도 없음. 천생 얼굴 팔리기 좋아하질 않는다는 거 알지만 원래 관심 끌 수도 없다. 그러니 소망은 문란해졌지. 팔랑귀마저 시들시들. 피부는 푸석푸석? 인생이 싱싱하지 않음. 야망 있지도 않았음. 열망은 너덜너덜. 허영심만 벌렁벌렁? 엄살만 질펀해짐. 그러다 뜬금없이 정신을 차리지.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제정신 차릴 뻔하다 맒. 쥐구멍에 대체 언제 볕 뜨는 거야 그거네. 정력 쓸 데 없으면 뭘해, 욕정마저 곯았음. 그러니 멜로드라마가 다 뭔 필요. 낭만적인 로맨스 다 뻥. 조잡해. 허접하거나. 식상해야지 안심이라고. 뭐든 어차피 재미없어지게 되어 있어. 안 심심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러던 어느 날 아무일도 없음. 문득 행운은 찾아오지 않음. 그럴 수 없거든. 응? 어쩌겠는가. 그게 운명이라면. 허나 원래 통장잔고 없었는데 더 망할 수 있어? 없어. 뭐 마이너스 통장? 판돈 없는데 뭘 담보로 기막힌 게임판에 끼워주겠나. 비전은 시원찮고. 희망한텐 외면받지. 정말 운 없어. 하긴 뭐 원래 인생이란 따분한 거지. 옷은 또 뭐야. 누가 올드보이라고 할까 봐 타이틀이 뭐 NB? 누가 NB 아니랄까 봐 고집스럽게 집착하셔요. 그런 위인께서 사랑을 알아? 더티러브를 뭐 하러 믿어. 추접스럽게 그게 뭐냐고. 쟨 또 뭐야, 그 구멍이 아니라니까 글쎄. 뭐만 보이면 넣고, 때리고, 던지고, 차고, 달리고. 어? 사람은 늦팔자가 좋아야 한다. 자, 그런 의미에서... 이제 어떡하지? 뭘 어떡해. 빠르냐 느리냐 라는 생애사 전략. 떡밥뿌리기가 아니라 일단 하나에 운발을 걸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 일단 사랑이냐 우정이냐 먼저 따져봐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야. 그럼 뭘 해 사교계에서 팽당했는데. 의욕적으로 플레이보이계에 복귀해도 그래 봤자 다 떠났어. 능동적으로 발동 걸어봐야 시동 안 걸린다고. 그러니까 마술계 금메달과 허당계 은메달은 좋게 포기하는 게 차라리 낫겠지. 하지만 꼭 그처럼 한쪽 입꼬리 올리고 말꼬리 붙잡고 늘어질 거 뭐 있어! 무명이 좋은 게 뭔데,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잖아. 얼마나 좋아. 그래, 자유! 성가시게 뭐 하러 얼굴 팔려. 안 그래? 그럼 이제 정말로 찬란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해볼까? 근데 그게 또 장밋빛 인생 마음대로 되면 좋은데 일단 쉽지 않아. 새출발을 해볼까 말까 따질 시국이 아니라고. 뭐 첩보영화 같은 인생 아무나 당첨되나? 하여간에 능글맞은 능청 알아줘야 한다니까 글쎄. 그 정도로 인생관이 허접하기 여간 어렵지 않은데 말이야. 
    ~라는 인공지능의 속삭임. nb는 더이상 귀기울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한두 번 더 속았다가는 미쳐버릴지 모르니까. 그래도 듣고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허나 찬찬히 말리고 엮이며 감기다 보면 지니가 어디 보통 놈이냔 말이지. 놈이 아니라.. 넘어가자. 어쨌든 보나마나 그럴 꺼야. 뻔해. 틀림없다고. 얘는 또 지가 뭔데 잘난 척이야? 쟨 또 뭐야! 아는 척 지겹지도 않나 몰라. 그래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나가면 좋은데. 그게 쌓이거든. 그래서 뚜껑이 열려. 그건 뭐 취미도 아니고 일도 아니고. 취미 + 일 + 놀기 + 휴식 +.... 다야 다. 그러다 결국 벌어져. 짜잔~ 빰빠라 밤...! 아, 빡쳐. 마침 지나가는 행인3이 딱히 생각한 건 아닌데 적절한 대사를 읊어주는 식. 별말씀을. 한 번 더? 미쳤어? 돌아버리겠네. 그럼 설마 벌써 미친 걸까? 정말로? 미치긴 누가 미쳐. 근데 여자랑 마음이 통해야 하는데 남자랑 눈길을 왜 맞쳐. 어? 이런 젠장, 내 말이 바로 그거라니까. 농담이고. 아 증말 잔소리 작작 좀... 공상 좀 멈추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일단 나갔다. 오라는 데가 있건 말건. 갈 데가 있든 말든. 일단 나갔다.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뭐 말이 그렇단 거고......>





    8

    그날이 됐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장면전환.
    장면전환.
    그곳은 한마디로 미스틱 모임장을 방불케했다. 전부 다 미스틱이었다. 이거 증말 스머프 동호회야 뭐야? 흡사 강아지 5마리를 처음 봤을 때 하는 말, 「뭐야 다 똑같이 생겼잖아.」 그러나 주인장 말은 또 다르지.  「이보게 젊은이. 찬찬히 보면 조금씩 다 다르게 생겼다네. 저기 보이는 쟤는......」. 목장에서 얼룩소를 봐도 그렇다. 농장에서 돼지를 본다고 뭐가 다르겠나. 헌데 자세히 보든 짧게만 보든. 오래 살든 언뜻 살피든. 걔넨 동물 여긴 죄다 뮤턴트. 뭐라고? 아울러 걔네들은 자기들끼리 이상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보통 어른들처럼 격식 있는 대화는 볼 수 없었다. 그러다 잠깐 평범한 방식으로 누군가 말을 꺼낸다? 여러명이 뭉쳐 그놈을 마구 팼다. 흠씬 뚜들어팼다. 뭇남성처럼, 또 흔한 여인들처럼 수다를 뽐낸다 하면, 늘씬하게 쥐어터졌다. 그런 다음 다시 자기들 원래대로 쑥덕쑥덕. 바로 그때 말괄량이는 이렇게 말하고 떠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쟤네들이 오빠를 끌어들였다는 거. 왜냐, 같은 염색체니까. 그럼 저 덜떨어진 찐따들이랑 오빠도 한속통이되라는 거냐? 충분히 합당한 궁금함이지. 그건 이래. 오빠는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어. 오빠는 포도주까지 밖에 못 찻았지? 치유제 말이야. 근데 해독제는 더 간단한 게 있는데 왜 못 찾았나 이 친구야. 그러니까 그 치료제란 게 무엇이냐? 간단해. 콜라! 또 있어. 커피. 근데 거 말로만 듣던 그 뭐야, 커피 못 먹는 푼수가 바로 오빠야? 아니면 일부러 탄산음료 안 마시는 허당이 바로 당신이냐고. 좌우지간 나 갈께. 우리가 뭐 천년만년 뽀뽀하고 물고 빨고 핥을 사이도 아니잖아. 안 그래?」
    그러면서 그녀는 가버렸다. 
    그렇게 다시 nb는 정상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9

    심심함을 옹호하며 권태 역성들기. 야성미는 누리끼리 경기감은 푸르딩딩. 러브콜이 뻔트라도 대야 기별이 가지. 보잘 것 없는 일정과 쓸데없는 공상뿐. 더 이상 맺집도 예전 같지 않아. 허나 속상할 것 뭐 있어? 바나나껍질 밟아 넘어져보지 않은 게 어딘데. 빈정상해봐야 또 꼭 좋지도 않아. 그렇다고 사랑에 환장하면 뭘 해, 어? 짝사랑복과 사랑받기에서 밀리면 속이 뒤집어지는 게 누구인데. 더구나 체념 한두 번 겪어보나. 상심도 어렸을 때 얘기. 그럼 절망은 내 친구? 이 양반이 정신이 나갔나... 드라마 몽땅 식상함. 그럼 드디어 미쳤나? 그러거나 어쩌거나 이거 하나는 사실이다. 그건 뭐랄까 '살판났다'와 멀찍이 떨어진 얼빵함? 말하자면 시치미 뚝 떼고 뒷꽁무늬에 허당들을 끌고다니는 숙녀들, 과 NB는 한통속이 아니다. 무슨 다 커서 진탕 놀아보고 싶은 격렬한 갈망이 어딨나. 밤새워 놀지도 못함. 안 그래도 성감대가 무슨 상표인지 지명인지조차 다 까먹었다. 원래부터 걔는 바보였다. 이제 급기야 푼수계의 신기록을 달성한 거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신비가 다 있지? 그러게 깐족마든 야유꾼이든 호사가든 믿음직한 소식통과 척지지 말았어야지. 그게 다 애초에 천성적으로 커피가 체질에 맞지 않는 탓일 수도. 나이들다 보니 헛바람 들어왔다 나갔다 장미빛 인생에 대한 열망에 너덜너덜해졌다고나 할까? 사주에 없는 관을 쓰면 이마가 벗어진다. 분수에 맞지 않는 고위험 고수익은 주의하자는 뜻인데. 매도추천서 흔하나? 대비해 기업 수명은! 그렇듯 헛바람 주입시키는 뻠쁘질의 장본인과 구경꾼은 대체 얼마나 웃길까. 저 덜떨어진 머저리를 다 봤나! 그렇다고 애정운을 거론하기 좋아하는 낭만적 사랑법, 그거 어디다 써먹게? 백날 아프로디테와 클레오파트라와 메르카단테와 베아트리체를 떠들어봐라. 숙녀들 근처에도 안 온다. 얼씬도 안 해. 그럼. 호박은 뭐 아무한테나 제 발로 굴러가는 줄 아시나? 연애사를 또 봐 봐. 남의 사정 봐주다 보니 한 동네 시아버지가 아홉이다. 마음 약하면 안된다니까 또 남자는 폼이래. 근데 광고를 봐 바, 모델마저 버겨운 옷이 있다 없다? 개폼. 똥폼. 노잼. 쉽게 말해 판세를 읽고 전망을 따질 줄 알아야지. 보아하니, 사슴을 쫓는 사냥꾼에게는 산이 보이지 않는다. 먹잇감을 포착한 사자에게 킬리만자로가 눈에 들어올 겨를이 어딨겠나. 근데 심지어 그 사자는 사흘 굶었어! 응? 그럼 뭘 해?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는, 끝끝내, 마침내 군침이 말라버렸다. 뭘 해도 재미없기에 앞서 별 생각이 없는 거지. 하긴 뭐 사랑의 부재라는 한파를 쓸쓸히 견디는 중년운. 뭐 썩 나쁜 것도 아니다. 중년? 누가 중년이래. 됐고. 잔머리 굴려봐야 결론 없다. 
    그래서 NB는 일단 양대 잡지사에 들렸다. 왜냐,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업무회의 마친 후 휴가를 떠나기 위해서. 그렇게 딱 그곳에 도착했는데. 
   「마라. 어째서 스테파니는 안 보이지?」
    저번에 봤을 때 얼굴이 푸르스름한 걸 보니 뭔가 수상쩍든데? 라는 말은 잘 참은 것일까 아닐까.
   「걔 내가 좀 쉬랬어. 특종 취재차 어디로 보냈거든. 너도 좀 생각을 해 봐. 걔가 글쎄, 어? 말 말자.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응? 그년이 웬 덜떨어진 허당한테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던 끝에 일을 엉망으로 하는 거 있지? 나 참 기가 막혀서! (절레절레)」
    그럼 오늘 사무실에서 본 가브리엘 얼굴이 파랗게 뜬 건 대체 뭔 징후지? 느낌 세했다. 뭔가 이상해서 nb는 귀에서 털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마라의 팔목이 새파란 게 그의 눈에 띄었다. 그는 서둘러 그녀의 소매를 걷어올려봤다. 
   「왜 그래? 내가 무슨 야성녀 발족회라도 열었을까 봐 그러니? 난 놀자족 아니다. 너 사람 잘못 짚었어. 알아?」
    이럴 수가! nb가 최근 집에서 양치질하며 거울을 볼 때 목부분이 유난히 파랬는데. 그 다음날 뜬금없이 고급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 
   「수석디자이너 엘레나. 걔 왜 그런다니? 무슨 동자승 맨머리라도 만졌다니?」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 진짠데. 그 내막을 얘기해줄까? 아니다. 마감일 전까지 입이 근질거려도 자중해야 돼. 그러니까 오빠도 조심해. 알아들었어?」
    뭐야, 정말이야? 그럼 저번주, 저저번주에 누가 얼굴이 유독 파랑게 보였더라? (딱)~!
   「에이비. 스누크. 테일러는 왜 요즘 안 보이니?」
   「에이비는 무슨 헤비메탈 밴드 조직해서 음반낸다면서 사표냈고. 스투크는... 나랑 다툰 다음 무단 결근중. 내일 나올 꺼야.」
   「안 나와.」
   「그걸 늬가 어떻게 알아?」
   「테일러는?」
   「단편영화 찍는다며 그만뒀지.」
   「그 뿐만이 아니야. 그럼 또 넌 뭣 때문에 프레야 옆구리를 꼬집었니. 단순히 장난이 아니던만. 너 프레야 때렸니?」
   「아니. 난... 그게 그러니까... 근데 늬가 그걸 다 어떻게 알아?」
   「프레야가 배꼽티 입던 날, 피부가, 배꼽 주위로 그 부분이 새파랗게 보였거든.」
   「너 정말... 에잇 설마...!」
   「너 혹시 돈 가진 거 좀 있니?」
   「그건 왜?」
   「세계적인 도박사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내기 하려고. 엘리스 내일 귀 뚫을 거야. 저 순둥이를 글쎄... 대체 누가 뽐뿌질한 거야? 쟤 순정은 내가 가르쳐야 하는데 누가 쟤 인생에 초를 친 거냐고. 어?」
   「너 진짜 신내림이라도 받았니? 와, 이런 미친...! 맙소사...」
    뿐인가? nb는 친구 스톨러리한테 복권을 사랬는데, 녀석이 복권을 사자마자 2등에 당첨됐다. 단순히 스톨러리 얼굴이 파랗게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무슨 사이렌처럼 깜박깜박했거든. 그렇다고 타일러 사례를 어찌 빼겠나. 어느 날 아지트에서 타일러 얼굴이 평소와 달리 새파랗게 보이갤래... 기분이 이상했지. 좋은 예감은 아니었으니까. 이건 또 대관절 뭔 징후일까 갸우뚱했거든. 근데 아니나다를까 글세... 이 얘기까진 차마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좋게 하지 말자. 그게 좋겠다. 기왕 말 나온 김에 싹 다 불어버릴 것처럼 떠벌릴 땐 또 언제고, 어? 신나게 들쑤시다가 발동 걸려 부추기고 탄력받아 남들 바쁜 귀를 펄럭이게 만들었다가. 뭐 이제 와서 그만하자고? 이 양반이 이거 돌았나? 그럴 수도 있고. 하도 조르고 조르고 또 졸라대서 못 들을 거일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정말 듣고 싶냐? ~라는 당부를 못 이긴 셈치고 알려줬더니 또 너 아직도 입방정 못 끊었녜. 정말 심각해보여서 여자들끼리 논의하고, 토론하며, 협의하던 끝에 참지 말자 알리자 꼭 핵심만 말해주자. ~라고 해서 걔 남편 수상한 거동을 알려줬더니 글쎄. 그 뒤로 걔랑 영원히 연락 끊김. 단절된 우정. 어차피 절교는 예상된 건가? 말해 뭐 하나. 사람 좋아 자상할 수도 있고. 유난히 호인이라 숙녀들이 반겨하기도 하는데. 성격 좋은 냥반들 결코 흔치 않다. 성급한 놈이 술값 먼저 내고 간다. 어른이 되면 간접화법과 직접화법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단 말이야. 야~ 팀장 나오라 그래, 나 울통벗어던졌어, 나 내일은 없어 팀장 나오라 그래... 안 봐도 알만 허다. 그래서 nb는 당분간 자발적으로 가택감금하기로 결정했다. 





    10

    겁나도록 애태우는 절정감 끊임없는 인생, 그건 드라마고. 장난감 가지고 놀 나이도 아니고 말이지, 우리 연배쯤 되면 혼자서 영화찍는 일도 재미없다. 물론 나는 고작 20대에 지나지 않는다만 말이 그렇단 거다. 순진한 주인공과 약삭빠른 조연들 즐비한 세상사. 그 거친 무대에서 그러니까 어른들이 닳아지고 세상만사에 부데끼다 보면 능글능글해지기 마련. 그렇다고 뭐 어떻게 한번 해 보겠다는 게 아니라, 여자를 자빠트리는 공상 우린 그런 거 취미 없다. 뭐, 생선 음식에 고양이 발 드나들듯 쓱? 아니 뭐 하러. 그러다 다 된 밥에 코 빠트린다.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본다. 피 맛을 알아버린 맹수 새끼, 무섭긴 하겠으나 다큐멘터리 한두 번 봤나? 여심을 떡 주무르듯 쥐락펴락 들었다놨다 그게 뭐가 어렵나. 뿐만 아니라 늑대 새끼가 똥개 밑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 심지어 조그만 화분에 거미를 키워봐도 알 수 있다. 날것을 잡아먹고 사는 야생마. 근데 거미줄에 설탕을 뿌려봤더니... 흑설탕, 갈색 설탕, 흰 설탕. 거미는 신세계를 만난 셈. 설마... 여자도 그처럼 남자에 환장... 뭣이 어째? 워 워 워. 좌우지간 그렇게 기성복을 입고 경주마처럼 질주하며 나이들기 마련인데. 여심을 실측할 필요도 없이 투시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여자말 번역기 고장난 진공청소기 같은 인생, 설마 벌써 갱년기? 뭔지는 몰라도 혹시 모를 실망감 때문에 섣부른 기대는 금물. 하여 난 달콤한 예감 그거 함부로 타석에 들이지 않는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타석엔 누가 있어도 있으니까. 근데 난 어쩌다 이처럼 능청스러워졌지? 장난꾸러기 축에도 못 끼는 삶이었는데 아니 어쩌다가! 떠안기에 부담스러운 사색가라는 호칭, 어쩌면 뜬금없는 공상 때문에 너무 민감한 탓일 수도. 어쩌면? 아마도, 가 아니다에 절반 걸어도 됨.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난 어쨌든 시인이 아니다. 샤우트 창법과 바이브레이션 둘 다 가능하긴 하나. 대중예술 관심없다. 얼굴 팔리기 싫어하는데 딸랑딸랑 조명발을 뭐 한다고 부러워하겠나. 근데 너스레 빽넘버는 교체될 적기를 아직도 모르나? 아마도 이제는 행복업에서 은퇴할 때가 된 거 같다. 뭇여성들의 러브콜 다 귀찮아졌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허세 의존성향 더 이상 세계허세대회에서 먹히질 않는다. 허영심 대회에서 예선탈락할 때가 좋았던 거라고. 통장잔고 부족, 손님 한도 초과입니다 다른 카드 없으실까요, 신용카드 돌려막기. (절레절레)! 결론적으로 무의미한 마법사가 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인데. 그게 다 사는 동안 뜬구름잡는 허상을 과도하게 탐했던 탓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리 그래도 오락산업에 통 애정을 못 느끼는데 이제 어쩌지? 게다가 품위유지비 바닥. 심지어 커피까지 당기지 않아. 마침내 나는 늙은 거다. 이런, 젠장! 나이트클럽 같은 밤문화에 딱히 남다른 애착을 소유한 적은 없다만. 어떻게, 지금이라도 한물간 극장식 카바레라도 기웃거려봐야 할까? 카바레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사랑하는 숙녀를 자빠트리겠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심함 지긋지긋하다 그냥. 백치미? 저리 가라. 애교마? 저리 비켜. 모르긴 몰라도 있을 듯 말 듯 있긴 있었던 야성미마저 썩었다. 그런데 카리스마가 다 웬말인가. 그러면 말이다 뭐랄까 많긴 많겠으나 그 가운데 하나 못해본 걸 뽑는다 치면. 이제 와서 던킨도넛, 맥도날드, 버거팅 아르바이트하기? 베스킨라빈스 점주가 낫겠다. 이거 정말 여자의 마음을 녹여주고 싶어하는 젊은이들한테 좋은 거 가르쳐주고 있네. 그러니까 초딩한테 상욕을 얻어들었지. (절레절레) 소망은 더렵혀졌다. 낭만감은 퇴색했다. 열정은 늙었다. 야망은 퍼졌다. 미소는 상했어. 것도 팍 상했어. 맹렬한 짝사랑복 그저 꿈일 뿐이다. 군침도 말랐다. 놀기도 싫증났다.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간지 옛날. 친구도 없다. 그러니 사교라고 있겠나. 사랑도 끝났다. 투정만 끝없다. 바람이 분다. 그래? 그러라 그래. 다변이여, 멈추어다오. 날씨가 추워진다. 현란한 혀놀림 멈출 때도 됐다. 일이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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