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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80

from 소설 2020. 12. 15. 16:50

    1

    낭만적인 인생의 다정함 때문에 우리는 특별방어전을 완수할 것이다. 근데 그 '우리는'은 대체 누굴까? 그 덜떨어진 예언에 혹하는 귀인은 또 누구고. 알 게 뭐야! 어쨌든 사실을 말하자면 학창시절 초라한 성적표, 나중 플레이보이계의 끔찍한 전적으로 이어졌다. (제발 난 빼주시라? 끄덕끄덕. 근데 너도? 절레절레) 키스가 부드러운 솜사탕과 같다고 누가 말했을까?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다. 패장은 말이 없다. 애초에 주인공 근처에도 못 가봤다. 비밀스러운 행복, 몰래한 사랑, 남 모르는 사연, 의뭉스러운 모험기... 변죽만 울렸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운명처럼 사랑은 내게 살며시 다가왔을까? 뭘 다가와! 허당의 숙명이 영화를 닮을 리가 있나. 꿈 깨자. 좋게 커피나 마시던가. 푸념 대잔치. 게다가. 잡생각 풍년. 심지어 왕성한 정력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이게 다 팔랑귀와 헛바람 때문이다. 말이 그렇다는 거고. 그래도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허영심이 주관하는 파티를 무시할 수는 없거든. 허나 신나는 사교계에 초대받지 못하는 허당 심정 어떻겠나. 아니다. 뭐든 내 탓이다. 노력 부족. 잔재주를 너무 믿었다. 기대는 곧 실망이란 말도 있는데 하필 행운에 판돈을 걸다니. 그러니 절망감과 친하지. 경기에 진 말이 안장을 탓한다. 그래도 도전자는 경기장 구경이나 해봤겠지. 이러니까 예고 없이 찾아오는 노크, 있을 턱이 없다. 그러니까 숙녀의 윙크와 아가씨의 팔짱 근처에도 못 간다. 길바닥에서 웬 리본을 주을 수는 있는데, 그 어떤 신비로운 환희와 아찔한 흥분과 환상적인 애모라는 클라이막스의 리본을 푸는 건 단지 개꿈에 불과할 뿐. 젠장. 젠장. 젠장. 대물 중의 대물을 잡은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깐죽이었어. 에게~ 잡어, 그게 뭐야? 그건 결국 심심함의 끝판왕은 내게 비정하다는 말인데. 왜 나만 특별히? 재미없음을 워낙 잘 견디는 재능이 기특해서. 뭣어 어째? 이쯤 되면 농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난 언제 철들까? 속없으니까 아직도 이러고 있지. 누가 아니래. 멜로드라마가 뭐 할 일 없다고 허당 중의 허당을 간택하겠나. 그러니 대망의 성취감을 예상하지 말자. 동기부여 웬만하면 뻠쁘질이다. 광고 거의 다 허풍이지. 선물만 포장할까? 화장발은 변장급이다. 한때 내 든든한 보좌진이었던 재산목록 1호 데스크탑 컴퓨터 2호 최저가 똥차 3호... 그때가 차라리 나았을까? 여바텐더한테 첫손 꼽힐 때가 정점이었나 보다. 그 이후로... (절레절레). 꿈은 포기했다. 야망 원래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마당에 미래의 이상을 그려본다? 말이 안된다. 미묘한 변화와 은밀한 새로움을 추구해도 모자를 판에, 또 피동격? 꿈도 야무지다. 그러니 말 같지도 않은 공상병은 여전하지. 변명가 처지가 이렇다. 핑계를 예술이라 부를 수 있다면. 근데 내가 알기로 이러다간 스포츠 관중석을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하물며 야유는 아예 늘지도 않음. 그러나 나는 마침내 개구멍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니 그걸 과연 탐험해도 될 건가 많이 주저했던 게 기억난다. 과거형으로 바꾸지 말고 계속 현재진행형으로 말하자면. 그 색다른 의구심이 정말로 내일의 신기루일지 미래의 판타지일지 모르지만. 난 일단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7 OS에서, 메모장 + 엑셀 파일을 동시에 띄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근데 그게 무엇인가 말을 하지 않았구나. 내 정신 좀 봐! 
    요컨대 저녁 산책길에 나는 보라빛 조명을 보았다. 저 집은 무슨 실험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한번 두번 그냥 지나쳤다. 근데 한두 번도 아니고 사람 궁금해 미치도록 그게 10번 20번 반복되었다. 그렇다고 그게 무슨 나 혼자만 보기 아까운 세기의 대결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적 공간에 대해 지나친 관심은 곤란하고. 하여 일단 엑셀 파일에 기록했다. 우선 날짜와 시간. 또 누군가 8:2 가르마만 평생을 고집하는 것처럼 보여도 잘 보면 미세하게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라빛과 자줏빛. 그와 연관지어 아무거나 갖다 댈 수는 없으니 일단 사소한 내용들. 여기까지는 간지러운 발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퇴근해 저녁식사를 혼자 마친 후. 집에서 맨손체조도 했고. 동네 개들이나 구경할까 하는 마음에 또 산책길에 나섰다. 그러다 앞사무실 지인을 만났다. 녀석 이름은 더글라스. 저번 줄거리에 나왔던 인물과 동일인인가는 모르겠고. 그렇게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그렇다고 길에서 재회의 기쁨을 나누며 기분파들 기쁨조나 된다는 것마냥 길에서 잡담을 이어갈 수 있나. 하여 우리는 카페로 갔다. 그렇게 카페에 도착했다. 시시콜콜한 대화를 모두 옮기지는 않겠다. 그럴 수도 있는데 만약 그랬다가는... 넘어가자. 
   「정말 나한테만 보이는 걸까?」
   「구태의연한 학설로 보자면 당연히 네게 초능력이 점지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런데?」
   「달리 보자면 그쪽에서 네게, 너만 이상하게 보이도록 널 작전주로 점찍은 건 아닐까?」
   「내가 무슨 스릴러계의 기대주냐? 너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그렇다고 뭘 근거로 너가 내 추정을 부정할 건데?」
   「난 너의 그 제7의 직감을 썩 신뢰하진 않는다만. 그래도 그 말랑말랑한 예견 왠지 내 마음을 끄는 건 왜일까.」
   「설마... 그 보랏빛 조명이 특별한 집...에서 날 고용한 건 아니냐고?」
   「너무 앞서가지는 말자.」
   「하긴 만약 그렇더라도 그걸 순순히 너한테 털어놓으면 그게 말이 되겠냐.」
   「그렇지?」
   「그래서, 관측은 얼마나 쌓였는데?」
   「일기예보에 버금갈 만큼? 영화예고편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앞서가지 말자는 게 누군데. 넌 이미 고지에 깃발을 꼽네. 어쭈 얘 좀 봐 봐.」
   「단언컨대 추론의 근거 없이 내가 이런 말 하겠니?」
   「그 꼼꼼함 우리가 한두 번 속냐? 너 또 속고 싶냐?」
   「내가 언제 속았다 그래?」
    나머지 얘기는 생략한다. 
    그처럼 나만 자줏빛 불빛을 보고 그 친구에게 평범한 색상에 대해, 약 1달에 걸쳐 나는 더글라스 외에도 몇몇 사람들한테 확증을 받아냈다. 
    그래서 초정밀 관측기, 은하계 너머도 볼 수 있는 망원경, 기타 등등 온갖 준비를 완료했다. 
    그런데 그 집은 어느 날 이사가버렸다. 이런 젠장! 





    2

    더없이 다정한 재물운, 내가 아는 한 아직이다. 내 인생은 완벽한가? 허언증의 허접함 정도가 완벽하다. 또 음탕한 소망을 누구한테 고백하려고. 솔직히 말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음흉한 수작 짜증나니까. 더러운 책략에 대한 설명으로 또 누구 뚜껑 열리시게 만들려고. 본 문단 서두는 그러니까 길게 뽑지 말자. 그게 좋겠다. 자, 다음으로 넘어가서. 
    나는 오늘 알퐁스를 만났다. 알퐁스는 그날 평소와는 다르게 이상한 복장으로 나타났다. 코닥 의상. 마케팅 포지셔닝학 관점에서 봤을 때 브랜드는 문어발식 확장은 곤란하다. 즉 선택과 집중. 헌데 드물게 뻔트라는 게 있다. 예를 들면 포르쉐 선그라스. 애플 맨얼굴 탐지기. 마이크로소프트 여자말 번역기. 테슬라 운명 진단기. 그처럼 1888년도에 창립한 아날로그 필름 브랜드인 코닥이 패션계로 진출? 그 바닥에는, 회장의 취미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언론계에 보듯, 사람이 개를 무는 특종을 따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처럼. 그건 그거고. 그처럼 알퐁스는 코닥 마크와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고 나왔다. 뭐 거기까진 괜찮다. 녀석이 내게 털어놓은 진실이 괴상했을 뿐. 그게 그러니까 알퐁스가 사진을 보면 눈동자가 노랗게 보이는 능력인지 괴상한 현상인지 그 때문에 괴로워한다는데. 
   「왜? 아니 왜? 응? 왜 나야? 어?」
   「어째서 그러냐, 에 앞서. 그거 진짜야?」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냐?」
   「말해? 소문내주길 바라냐?」
   「진짜라니까 글쎄.」
   「그럼 길거리 광고지에 낙서하듯. 앞니 까맣게 칠하고, 눈동자에 빨간색 칠하고, 큐피트 문양도 새겨주고. 막 그러는 것처럼?」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아니, 그러니까」
   「아무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을 거 아냐?」
   「그렇지. 드물게. 아주 드물게.」
   「그래?」
   「그렇다고 그렇게 보여지는 대상자를 만나서... 만나봤어?」
   「어떻게 만나보냐, 어? 난 오늘 그대 눈동자가 노란색으로 보였소, 따라서 당신은 내게 뭔가를 털어놓지 않으면 안되는데... 어쩌고저쩌고? 날 미친놈으로 선전하라고?」
   「내가 언제 너 보고 미친놈으로 홍보하랬냐?」
   「그러니까.」
   「그걸로... (시늉) 연결될까?」
   「어렵겠지?!」
   「게다가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언젠가 그 초능력은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그냥 넘어가자.」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어떻게 어떻게 3달 경과 후. 
    우리는 사진 속 눈동자가 노랗게 보이는 집을 우연히 보게 됨. 
    낮에 봐서 별다른 이상은 없었는데. 기분전환 겸 드라이브를 하던 중 보게 됨. 
    그 집 조명이 보라빛이라는 걸. 이게 무슨 우연의 일치지? 
    샛노란 동공과 보라빗 조명의 일치를 발견. 일단 요약해서 썼는데... 
    이걸로 대략 영화에서 30~40분 정도 솔깃하도록 끌 수는 있는데. 
    거기까진 어떻게 하고, 마케팅에 자본력 투입하고 어쩌고. 그 정도까진 전문가들 문제도 아닌데. 
    결론이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나올 말 뻔하다. 용두사미라는 둥 뭐라는 둥 보나마나. 구체적인 제목은 생략하겠다마는... 영화 머 머 머......! 태반의 작품이 거의 다 그렇다. 근데 왜 그럴까? 글쎄요...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왜냐, 왜냐하면 외계인 실제로 못 만났으니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다를지도 모르고.
    좌우지간 결말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 허다허다. 어쨌든 경우의 수 거의 다 바닥난 거나 다름없다. 새로움은 어디나 인기니까.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광각 망원경에 맺히는 상, 전자망원경에 맺히는 상. 전자와 후자가 일치하지 않는 희박한 예가 다름 아니라 외계생명체다? 아이디어는 흔한데 영상미와 줄거리로 구현하는 데는 한계. 그래서 드라마와 소설과 영화를 엄청 보긴 봤는데... 끝이 기억나지 않는 게 허다하다. 영화 미스트, 드라마로 확장판 나왔나 모르겠는데. 뭐 기분전환 삼아 극장에 들려서 호기심 충족했으면 낙점. 근데 그 이상을 바란다? 사람들 혼잣말은 뻔하다. 어떻게?
   「결말이......!」





    3

    (본 문단은 쉬어가는 문단. 때문에 몰입감을 이어가실 분은 본 문단 건너뛰시기를 추천)
    (아니다, 소설 외적인 부분 관심없지 않다, 드라마 중간광고 없는 게 더 이상하다. 따라서 난 읽겠다 하시면 OK)
    앞서 말했듯이 작품들 빅데이터는 쌓였고, 분류 뻔하고, 시대는 고상해지고 관중이라고 세련미 저속한 표현으로 뭐 딸리겠나. 때문에 대부분 작품들은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 드라마 보다가 만다. 안 봐도 알겠지. 어쩌면 보나마나. 그러므로 대부분 요컨대 용두사미! 초반은 혹하는데 초반만 혹함. 판타지, 미스테리, 스릴러... 사실 구현한 거도 상당량 데이터베이스 누적됐고. 허구를 억지로 만들어는 거도 관객들 애호가들 띄엄띄엄 보면 안되고. 그 바닥마저도 고전음악 전성기를 닮아가는 걸까? 작곡가는 영원한 반면 지휘자와 거장과 오락산업 수식어들만 허다한 실정. 고전음악광들이 어떻게 모르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협주곡만 하면 뭐 어떻다는 거. 근데 매스컴 수식어들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순진하게 그게 다 진짜인 줄 안다. 원래 잘 모르는 제품이라면 어느 정도 가격과 비례하는 법이니, 최고가를 선택하는 게 실패할 확률이 낫긴 하다. 물론 상품은 그렇다만 소비자는 오락산업의 밥이다. 봉이 따로 없다. 말이 그렇단 거고. 아무튼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우길 꺼면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AI와 협연하면 되지 뭐 하러 관현악단 야근시키나. 피곤한 스타일 지휘자 대 퇴근 일찍 시켜주는 지휘자. 격리 대 교화. 양립하기는 좋은 반면 조화롭기는 까다로운 개념이 몇몇 있다.
    드라마론, 작품론 유형 어떻다는 얘기가 무슨 사회문제까지 넘어와 버렸으니. 주제에서 벗어나 사회 뉴스에 대해 잠시만 잔소리 하는 걸로. 연쇄강간범을 왜 하필 솜방망이 처벌을 해가지고... 원성을 들어보니 판사 딸래미 옆집으로 이사시키자 어쩌고저쩌고.
    (통상 삶이라는 게 보람도 쏠쏠한 한편 직업, 대인관계, 인생사 우여곡절 등 쓴맛 단맛 다양하니만큼. 세상사 쉬운 일 없단 뜻으로 하는 얘기니 곡해하지 마시길. 스포츠선수가 얻어듣는 욕? 양적으로만 봐도 말도 마시라. 영화감독이 감당해야 할 험담? 질적으로... 됐다. 하루에 찡그리며 아프다 짜증난다 괴롭다는 사람을 수십 명 상대... 1년 내내... 강력계 형사와 중간보스조차 비슷해 보일 수 있음. 교정직? 힘듦. 관공서 기피 직무는?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사회복지사 되신 분들 허다하다. 그렇다고 백수는 어디 맘 편한가? 카페사장이라고 뭔 이상적인 천직이겠나. 그럼 식당 주인은? 그렇다니까요. 의류판매원의 기계적 웃음, 서비스직 상담원의 피곤한 심정.... A급 건물주야 손짓과 숫자로만 상대하니 몰라도, 구멍가게 장사가 어디 쉽겠나. 친분 돈독했던 건물주 할아버지, 임대료 1달 밀리니까 정색을 하시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낚시는 취미다만 어업에 나서 바닷바람 한번 맞아보시라, 요리사가 꿈이라는 십대. 딱 3일 만에 때려친다. 잠깐 보면 개 고양이 귀엽긴 하다만... 날이면 날마다 개냄새 맡고... 동물재단 1달 하다 때려친 사람 적지 않을 거란 말이다)
    어쨌든 판례만 대충 살펴봐도, 단순히 전례만 답습할 게 아니라, 판정 및 형집행 완료 후 사망까지 데이터베이스 집계를 토대로 판정해야 하지 않을까? 뭔 현실과 동떨어진 판례가 도대체 뭔데 사극식으로 21세기에. 법치주의와 판례와 법리에만 근거하여 판결한다, 그래야 한다는 명분과 논리적 근거 많을 텐데. 허나 현실은? 결국 이론적으로 옳으나 어두운 미래를 방관하는 결과 흔하게 되지 않나. 논리적으로 맞긴 한데 장기적으로 따지면 일만 키워주는 예 허다하듯. 교화 > 격리... 교화 < 격리...? 스포츠 감독은 승부사 기질 따지고, 구단에 단기 성과 얼마 가져다주고, 장기적 이익 가망성과 기타 등등 엑셀 파일이 정확한데. 법복계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안을 단순화시켜
    (a) 교화를 타율 얼마로 보장시키고, 낮은 형량 법리주의를 유지한다. 아니다,
    (b) 교화는 현실적으로 타율 얼마로 보장될 수 없다, 고로 높은 형량 법리주의로 시간을 벌어 차후 체계적으로 방지하는 게 좋다. 교화도 안되고, 산업이 안전과 안 친하고, 사회가 불건전하고... 그럼 어떡하나. 그 모두를 뚝딱 단기간에 해결은 어렵지 않나. 그래서 도덕과 학교와 관습과 인정과 종교와 상식과 교양이 모두 노력하나 어차피 교화는 한계니 만큼. 끼리끼리는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지 않듯...은 토론화 하여 장기적으로 해결점 찾아보면 되는 거다만. 일단 판정과 판례로만 그치지 말고, 스포츠 감독들처럼 판정 및 형집행 완료 후 방대한 빅데이터로 판정에 따른 결과 사후 추적을 집대성하는 일. 대체, 얼마나, 판례에 영향을 끼칠까? 부터 먼저 접근해야 한다고 중론이 모아지는 실정이라는 정도까지만. 높은 형량 기준이 범죄율을 낮추는 데 퍽 도움되지 않는다는 논문도 많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높은 형량 기준 vs 낮은 범죄율이라는 이상적 희망사항에 대한 얘기고. 우리가 원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적정 형량 기준을 상식으로 인지하는 거지, 적정 형량과 매우 동떨어진 시대에서도 더 동떨어진 귀여운 형량 기준을 옹호하진 않는 거 아닐까? 법망이 시간과 비례해 촘촘해지는 이유가 뭐겠나. 너 그럴려고 프로그래머 됐냐, 라는 불문율 무시하는 일. 살다보면 어쩌다보니... 있지 않나. 근데 인터넷뱅킹이랄지 어떤 방어권의 대문을 훤히 열어놓는다? 말이 안되지 않나. 고양이한테 생선 맡길 일 있나. 가구, 전자기기, 옷, 화술, 어법, 헤어스타일....은 대부분 큰 차이 없이 현대식. 즉 올해가 몇 년이지? 2020년식인데. 왜 대하드라마 사고체계 비율 장악도가 높은 분야는 복고풍이 강세일까? 그 부분까지 현대식으로 개선하는 일, 늦었으면 단순히 1계단이 아니라 2-3걸음 떼거나 보폭을 넓히는 일. 지칭하는 단어가 뭔지 누가 모를까. 헌데 최소한 1걸음이 아니라 후진을? 
    뭐 그쪽까진 겉드리지 말기로 하고. 아무 이유없이 영화판을 트집잡자는 말이 아니라. 이대로 적당한 발단 + 구미를 당기는 전개 = 괜찮은 절정으로 우리를 데려다줄까? 하면 즉답하긴 곤란하다. 필자는 오즈의 마법사가 아니니까. 어쨌든,
    바로 그때!





    4

    어느 날 릴리가 모스맨 협회 대리인 자격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만났다. 듣고 보니 요지는 알퐁스랑 만나지 말라는 얘기였다. 일단 결론부터 말했을 때 샛노란 동공과 보라빗 조명의 일치, 그거 다 임상실험 때문이라는데. 자, 그녀의 말에 심도 깊게 귀기울여볼까? 그러거나 말거나, 는 애독자 사정이고. 필자 입장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거고. 
   「오빠, 저번에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때문에 2장 날렸지? 그래, 안 그래? 응? 내가 모를 줄 알아? 환상공학에 대한 신념 다 필요없어. 신비주의 요술이 뭐 밥 먹여줄 줄 아냐고! 아, 증말! 오빠 언제 철들 거야? 입에 꿀을 바른 벌들도 꼬리에는 침을 달고 다녀. 근데 오빠가 립스틱을 바를 줄 알아, 아니면 생닭 잡아먹은 것마냥 변장한 그녀들 맨얼굴을 투시할 줄 알아! 응? 마른 오징어를 쥐어짜봐 물이 나오나, 나오나? 오빠가 정신이 산만하니까 오빠 때문에 나까지 그러잖아. 안 그래? 이 오빠 봐 봐.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상허당이 따로 없네. 쯧쯧쯧. 아직도 모르겠어? 특수물질에 반응하는 오빠 만의 약발, 저번에 이미 증명됐거든. 그리고 사진을 보면 뭘 동공이 노랗게 보여. 그거 다 뻥이야. 쟤네들끼리 다 짜고 치는 포커판이라고. 이 오빠 언제 정신차리지? 내가 제정신 들도록 만들어드려? 어디 한번 그래 볼까? 어? 말만 해. 오빠, 근데 지금 이 상황에 얼굴이 왜 그래? 설마... 아니야. 아닐 거야. 혹시... 또 축복받은 풍만함 떠올리는 건... 아니겠지? 오빠는 그러면... 됐다. 아아 그러니까 오빠가 푼수계의 든든한 지지를 받는 거구나. 정말 못 살아. 못 말려 저 바보. 말을 말어야지. 그래도 내 말 귓등으로 듣지 마. 그건 알겠지? 모르면 안되거든. 오빠. 나 봐 봐. 날 보라고. 응? 오늘이 무슨 날이다? 나한테 잔소리 얻어듣는 날. 아무나 그런 행운에 당첨되는 줄 알아? 오빤 운 좋은 거야. 고마운 줄 아셔 이 양반아. 그래도 말 나온 김에, 그래, 이참에 내 친구 소개시켜줄까? 저번에 말했던 걔. 농담이야. 꿈깨셔. 허허허. 지금 그게 문제야? 정신 안 차려? 아, 정신은 내가 차려야 하구나. 오빠도 똑같아. 오빠는 뭐 다른 줄 알아? 어딜 쳐다 봐, 어? 뭘 잘했다고...! 
    (주저리주저리) (이러쿵저러쿵) (어쩌고저쩌고)......」
    그녀의 활약은 여기까지만. 더 들어봐야 뭔 말인지 머리아파짐. 요점만 가로채고 나머지는 통과. 핵심 빼고 나머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나가버리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기다리면 릴리는 입 아파질 테니까. 찬찬히 망부석처럼 병풍이 되면. 그러면 지치든 피곤하든 배고프든 잠오든 할 거 아닌가. 그렇듯 다시 한번 말하지만 릴리가 모스맨 협회 대리인 자격으로 나타났다. 알퐁스랑 만나지 말라고 거듭 나를 혼냈다. 샛노란 동공과 보라빗 조명의 일치, 그거 다 임상실험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됨. 





    5

    나는 일단 집 밖으로 나갔다. 근데 너무 무작정 바깥으로 나갔을까? 좀 춥네. 마음은 더 허전함. 그래도 일단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다. 하여 딱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갈려는데. 그런데 뜬금없이 피츠제랄드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네? 연락도 없이.
   「아니, 늬가 어떻게!」
   「왜, 내가 못 올 데 왔나 친구?」
   「못 볼 얼굴을 본 것도 아닌데 무슨 그런 서운한 말을.」
   「내 그대에게 뭔가 묻고 싶어 왔소. 왠지 모르게 느닷없이 들이닥쳐 맞대응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자네 말투가 왜 그래? 너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어. 그만 바보상자에서 빠져 나와.」
   「빠져나오면. 그럼 내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늬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난 사랑을 믿지 않아.」
   「너 하다 하다 여성잡지까지 읽냐? 그런 거까지 챙겨볼 시간, 있어? 얘가 요즘도 정신 못 차렸네.」
   「그러게 늬가 미리미리 말려줬어야지. 아무튼 왜 왔는지 안 물어봐?」
   「용무가 급해? 전화했을 때 왜 전화했냐고 저번에 섭섭하다면서. 그래서 안 물어봤다. 왜?」
   「이번엔 진짜야.」
   「뭐가 진짜야?」
   「너도 알지? 가보진 못했어도 알 수는 있잖아. 혹시 몰라도 누구한테 들은 거 없냐?」
   「그러니까 뭘?」
   「수상한 금속기둥이 한두 번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소식.」
   「그게 뭐? 그게 무슨 영화에 나오는 거대한 UFO라도 된다든?」
   「그게 외계인이 보내는 신호라고는 생각 안 해봤냐?」
   「난 푼수가 아니니까 당연히. 외계인이 무슨 바보냐? 누가 그러든 걔네도 은근한 거 좋아한다고.」
   「그럼 걔네들이 우릴 대놓고 놀릴 수도 없는 거 아닐까?」
   「너 근데 아직도 외계인 타령이냐? 너 나이가 몇이냐?」
    시시콜콜한 대화를 모두 옮길 수는 없고. 피츠제랄드의 얘기를 요약하자면 이랬다. 
    (A) NATIONAL GEOGRAPHIC / KODAK / DISCOVERY 같은 옷 판매량 특정 지역 집중
    (B) 즉석사진기 인화사진 및 여러 사진에서 유독 적목현상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
    (C)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수상한 쇠기둥이 전세계 곳곳에서 발견
    A는 뭐랄까 과점퍼, 학교티, 유치원복, 햄버거점 유니폼처럼 원래 사람들이 평상복으로 잘 입지 않는데 이상하게 유행타는 현상. 이상스럽게 유난히 특정 지역에서만 인기를 끌 수도 있는데. 거기까지는 괜찮음. 다음으로 
    B. 적목 현상(赤目現狀, Red-eye effect)은 컬러 사진에서 눈동자가 빨갛게 나타나는 현상. 주로 플래시와 같은 빠른 광원을 조사하였을 때 동공의 반응이 빠르지 못하여 눈 내부의 모세혈관이 비치면서 나타나며,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플래시를 대상의 전면에 조사하였을 때 주로 발생. 컴퓨터 프로그램은 물론 간단한 편집앱에서도, 이미 사진찍을 때 미연에 방지하는 기능 등 전혀 새롭지 않은 일. 근데 비정상적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적목현상 오작동 사진이랄지, 컴퓨터 프로그램 오작동이나 적목현상 제거기능이 잘 먹히지 않는 사진들이 INSTGRAM이랄지 소셜 네트워크에 많이 올려지는 도메인 이름, 프로토콜 주소를 엑셀파일로 나열하면. 어디는 많고 어디는 적고 그럴 수 있음. 이 역시 괜찮음. 다음으로 
    C. 의뢰인 100곳 거치고. 차명 007가방 100곳 꼬고. 국제금융 규모로 자금세탁하듯 초기 주문자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할 수도 있는데. 알려지든 아니든 잠잠해지면 별일 아닌 걸로 잊혀질 게 뻔함. 고로 C도 별 문제 아님. 
    그런데 A ∩ B ∩ C = ?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에서 비밀 리에 개발중인 AI, 연구소를 탈출하게 됨.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번갈아가며 활약. 
    때문에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에서 천문학적 자금을 끌어모아 일부러, 
    NATIONAL GEOGRAPHIC / KODAK / DISCOVERY 같은 패션브랜드를 판매했고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수상한 쇠기둥을 전세계적으로 유행시킴.
    왜? 영화 베놈 (2018)과 비슷한 인공지능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넘나들 수 있는데, 녀석을 생포하기 위해 범위를 좁히는 과정 때문. 





    6

   「늬가 드디어 미쳤구나?」
   「아니야. 한발 늦으면 너만 바보가 되니까 하는 말이야.」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내가 널 왜 찾아왔는데?」
   「그건 내가 궁금한 건데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냐?」
   「그럴 수 있어. 왜,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냐? 근데 작위적인 착각이 현실인 걸 어떡하냐.」
   「그럼 내가 모스맨 연구소에 널 소개시켜주면 되는 거지? 왜냐, 그 베놈인지 뭔지에 난 애초에 발을 들여놓기 싫거든.」
   「진짜라니까 글쎄. 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 뭐 모노리스 쇠기둥에서는 베놈이 괴로워하는 주파수가 발생하고. 또 그 뭐야, NATIONAL GEOGRAPHIC / KODAK / DISCOVERY 이런 옷들에서는 제품생산 단계에서 녀석을 유인하는 향취를 심어놓고. 적목현상으로 녀석이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 차라리 소설을 써라.」
   「나 이미 할리우드 극작가협회에 등록되어 있단 거 늬가 아직 모르는구나.」
   「정말이야?」
   「뻥 아니야.」
   「근데 내 판권은 왜 연락도 없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뭐 좌우지간 한가지만 알려줄께. 난 널 더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너 최근 밤에 산책할 때 유독 어떤 집 조명이 새빨갛게 보이는 일 있지? 있어 없어? 게다가 적목현상, 너가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데. 심지어 모노리스인지 뭔지 그 스테인리스 쇠기둥? 낼모레 이 근처 어딘가에 설치되지 말란 법 있니? 슈퍼맨 영화처럼 온-오프를 넘나드는 인공지능 베놈을 압박하면. 걔가 스트레스 받으면 걘 그걸 어떻게 풀까? 그러니까 너도 좋은 말 할 때, 내 말 새겨듣는 게 좋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늦지 않게 NATIONAL GEOGRAPHIC / KODAK / DISCOVERY 이런 거 입고 다니라고. 여기서 너만 튀다간 너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거 한순간이야. 조심해 임마. 늬가 인공지능 베놈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어쩌면 이미 널 잠식했을까? 너 혹시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냐?」
   「말도 안돼.」
   「말도 안돼는 게 아니라니까 증말. 너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줄 모르는구나.」
   「난 너처럼 허황된 거 믿는 허당이 아니야.」
   「너 나중 후회하지 말고 내 말 듣는 게 좋을 거야.」
   「밑도 끝도 없이 베놈은 뭔 베놈. 너 이러고 다니는 거 늬 여자친구가 아냐?」
   「내가 여자친구가 어딨냐. 늬가 저번에 괜찮은 애들로 소개시켜준다면서!」
   「내가 언제?」
   「늬가 나 여자 소개시켜주지 않으면 그 어떤 저주가 널 따라다닐 수도 있어.」
   「재수없게 너 정말 이럴래? 그나저나, 너 그 뭐야. 무슨 아까 뭐랬니? 인공지능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 그 회사 주식 샀냐?」
   「거기 상장 안됐어.」
   「비상장 많이 거래되잖아.」
   「」
   「너 또...!」
   「」
   「너 대체 언제 정신차릴래?」
   「인생 한방이야.」
   「이번엔 진짜다고?」
   「남자는 폼이다.」
   「하여간 못 말려.」





    7

    나는 권태에 직면했다. 언젠 안 그랬겠냐마는 뭐랄까 따분함이란 강적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일을 하는데. 예술에 대한 열정을 거론해 뭐 하나. 그럼 희망찬 미래의 행복감은 다름 아니라 진한 사랑이라고 솔직히 고백해볼까? 사랑이고 자시고. 연애론이고 뭐고. 비밀 그거 웬만하면 뻥이다. 썩 괜찮은 사냥감을 물색하는 야성미, 여편네가 환영할 일 있나. 잔소리 얻어들을 마누라가 없어서 불행하단 말이 아니라. 최근 잘나가는 슈퍼스타가 내게 구애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뭐 한다고 고상한 숙녀가 내게 청혼을 할까? 그렇다고 달콤한 밀애를 즐길 공상을... 해서 뭘 하나.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뜻밖의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뻥이다. 색다른 관심사가 없는 이 겨울. 도시의 고독한 사냥꾼은 고상한 취미를 하나 가져볼까 하는데. 만년필 수집 생각도 말자. 이 나이에 크리스마스 복장은, 내가 할 게 아니라 여자친구한테... 아, 없구나. 이만 하면 신비주의자와 마술사와 요정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해야 할 텐데. 그건 드라마고 나는 현실속에 산다는 점. 소풍이 뭔지도 모른다. 허나 이대로 무표정한 허당인 채 체념하긴 퍽 섭하구나. 그래서 정말로 꿈과 희망의 나라로 떠나야 하는데. 코로나19인가 뭔가가 말썽이고. 이제 어떡하지? 뭘 어떡하나. 일단 대기. 여행은 미뤄. 쾌락도 연기. 그렇다고 뭐 날마다 바보상자만 껴안고 살라고? 무조건 그러라는 말이 아니라. 미완의 걸작 환상머신을 탐닉하면 될 거 아닌가! 누가 그걸 모르나? 해도 해도 녀석이 말을 안 들으니까 그렇지. 상쾌함과 지적 만족감은 물론 악마적인 신비감을 안겨주기는 커녕... 말 말자. 근데 절망과 실망이 언제부터 내 절친이었지? 난 그러라고 한 적 없는데. 뭐 지들 맘대로 쥐었다 폈다 들었다 놨다 일도 아니구만. 아주 그냥 정신없어. 바쁘다 바뻐. 미친 건지 아닌지도 모를 지경. 노잼에 대한 반발심 아예 힘을 못 쓴다. 이래서 어떻게 요술가한테 둔갑술과 변신술을 가르치겠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따라서... 꺼내들 카드는 바닥났다. 벤치멤바를 영입할 판돈도 없다. 그럼 스카우터부터 중간보스와 조력자까지 모두 혼자 도맡으면 되겠네. 그래 원맨쇼. 허나 그 독무대 누가 반길까. 또 그게 말이 쉽지 가당키나 하나. 그래서 나는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녀석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때 뭇여성들로부터 무인도에 데려가고 싶은 남자로 첫손 꼽힌 놈이었는데. 그때가 좋았을까? 뭐 그건 그거고. 하여, 결과는? 비공개로 남겨두는 걸로. 그러니까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철학자 납셨네. 아니, 나는 무엇일까? 쟤 뭐래! 분위기 묘사할 필요 없다. 기분을 왜 거론하나. 심정 안 봐도 뻔한데. 좌우명과 안 친한 인생. 줄거리 논평하기 꽤나 부담스럽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피츠제랄드가 알려준 소식에 대해 심층 깊게 캐볼까 생각했다. 허나 괜한 시간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녀석 말 썩 신뢰하기는 곤란하기 때문. 걔 말대로라면 베놈 2가 이 근처 어딘가에 있단 말이잖아?
    젠장 그러든가 말든가. 그래서 나는 하던 공상이나 마저 했다. 이처럼 말이다.
    필요는 신비주의를 탄력받게 만든다. 근데 못생긴 과일이 맛있는 걸까? 초현실적 요술에 대한 탐구는 중단됐다. 꽃이 예쁜 나무라고 열매가 항상 달지는 않다. 현실적 마술은 미완성으로 결론났다. 그게 그거와 뭔 상관인가, 밀접한 관련이 어떻게 없을 수 있나. 핑계대회는 예술인 걸. 어찌 됐든 끝없는 개뼉따귀 지긋지긋하다. 허나 누가 뭐래도 나는 천재를 바보로, 숙녀를 사랑의 포로로 만드는 화술의 소유자. 그럼 뭘 하나, 그 거짓말 도저히 끌릴 수가 없는데. 이미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으로 탄로난지 오래. 뭔가 들통날 애누리도 거덜날 재산도 아무것도 없다. 은밀한 비밀도 없는 현실, 요술의 표본과 거리가 멀다. 어쩜 좋아! 뭘 어쩜 좋아. 즐거움은 축축해졌다. 기쁨도 젖었다. 미소는 썩었나? 열망은 곯았다. 드라마는 끝났다. 시트콤도 식었다. 브랜드는 망했다. 이상은 도망갔다. 능력은 포기됐음. 호기심마저 변절했다. 그렇지만 푸념 잘한다고 누가 상 주나? 어림없다. 난 정말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인 줄 알았는데. 근데 뭘 한참 잘못 알았던 거다. 난 배가 불렀다. 그러니까 숙녀들의 러브콜에 부응하지 않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만족시키고 아무나 붕 띄울 수 있는데. 왜 안 하겠나.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배가 불렀다. 너무 풍족한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나는 어렸을 때 연탄으로 난방하는 집에서 살았다. 성장기 내내는 물론 지금도 에어콘 냉방 모른다. 당시엔 핸드폰 상상도 못했다. 인터넷 꿈도 못 꿨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거지. 그건 그렇다만 내가 지금처럼 살게 될지 미처 예상이나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사랑은 알 수 없듯. 인생도 모른다. 어쨌든 먹어 봐야 맛을 안다. 경험만한 선생이 어디 흔한가. 하여 웜홀머신의 첫경험은 어땠을까? 구경도 못해봤겠지. 말해 뭐 하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쨌든 결국 인정해야만 한다. 난 꿈과 희망을 찾는 낭만주의자가 아니라 허접한 기분파라는 것을. 그런데 그렇게 자인한 다음은? 다음은 공석이다. 그러니까 왜? 왜냐하면 몽정기 소년일 때 어른이 되면 여자깨나 울리는 카사노바가 바로 나일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오판인가 아닌가 성적표 진짜로 따지진 말자. 말이 그렇단 거니까. 그렇듯 올드보이의 권태는 예견되었다고나 할까? yb한테 얻어듣기 전에 그만두자. 그래, 관둬. 때려치면 될 거 아냐. 워 워 워. 길을 비켜라, 가 아니라 내가 피해서 가면 된다. 우리가 영화를 괜히 찍나.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퇴근하기로 했다. 물론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당시에 내가 퇴근 하자마자, 사무실 조명은 지 맘대로 춤을 추었는데. 그걸 그땐 왜 몰랐을까? 이미 지난 일인데 어떡하나. 일단 넘어가자. 





    8

    나는 생각했다. 지금이 아닌 또 언제 베놈 2 놀이를 할 수 있을까 라고! 지금이 아니라면 뭐 언젠가 UFO 설명회에서 2장 날린 후에? 아니면 타임머신 투자자 모임에서 또 속은 다음에? 아닐 것이다. 그럼. 더더군다나 기회는 밥 먹듯이 자주 찾아올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는데. 비유를 해보자. 로또복권 살 때마다 1등 당첨이 웬말인가. 때문에 나는 혹시 모르니까 NATIONAL GEOGRAPHIC / KODAK / DISCOVERY 같은 패션을 애용했다. 매장으로 가서 옷을 사고 인터넷 쇼핑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단 그건 뭐랄까 땡전 한푼까지 아껴가며 벌벌 떨어야 할 곶감론은 아니니까. 뿐만 아니라 펑펑 막 써대며 막살자식 부추김과 어울려 내일은 모르는 샘물론도 아닐 테니까. 그렇다고 뭐 한때의 유행에 편승 하자마자 곧바로 낙원은 날 초대하길 바란 건 아니다. 근데 이상하게 모노리스 쇠기둥이 베놈의 부아를 돋구는 기능, 왠지 모르게 설득력은 없는데. 나까지 그 허황된 머머설을 믿었던 건 아니다. 설마 진짜로 모노리스 쇠기둥이 베놈의 짜증을 펌프질하는 특출난 작용을 한다고? 베놈이 무슨 공룡도 아니고 생산 단계에서 특수한 개뼉따귀 성분을 옷들에 주입했겠나. 모노리스로 몰고, 개뼉따귀 향기가 내재된 패션으로 유인하고. 잘한다 당근과 채찍! 허나 손해볼 것 없는 장사, 따라서 난 아마도 지금 당장 운명론자이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베놈이 내가 사용하는 핸드폰과 컴퓨터는 물론 동기화된 계정들 나아가 인맥...그 모두를 장악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다고 공격은 최선의 수비다? 아무리 그래도 모방송사에서 나 같은 푼수를 특채할 만큼 맛이 가진 않았다. 그렇다고 동네 구멍가게는 뭐 바보겠나. 베놈도 베놈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딴 숙주로 갈아타진 않을 것이다. 녀석이 그렇게 지조 없을 리가 있나. 근데 만약에 녀석이 날 썩 탐탁지 않아 하면 어떡하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액면과 들고 있는 패를 바꿀 수야 있나. 미리미리 설정 단계에서 어쩔 거라는 점. 예측은 어렵지 않다. 헌데 대체 녀석은 언제 본색을 드러낼까? 어쨌든 지금 현황은 이렇다. 베놈의 호적수, 너무 멀리갈 필욘 없다. 베놈을 만들어낸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경쟁사? 든든한 정보통한테 다 확인했다. 걱정 붙들어 매라고. 그럼 베놈을 월등히 능가하는 베놈 신생팀? 베놈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데 베놈 놀리지나 말자. 그럼 베놈의 대항마... 또 시작이다. 그만하자. 어째 잠잠하나 했다. 
    아무튼 최근 근황을 말하자면 이와 같다. 거식증에 걸림. 그게 단순히 허언증의 대타인지 아니면 베놈 2인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이리 조용한 걸까, 드라마에 나오는 줄거리는 단지 허구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혹시...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이 포기한 건 아닌가 라는 합리적 의심. 꽤나 타당했다. 설마 하니 식상한 줄거리대로 좁히고 쪼이며 몰지는 않겠지. 그럼 자연스럽도록 타당한 작전은 무엇일까. 그걸 알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겠나. 진즉.. 워 워 워. 아마도 베놈 2가 주인공병에 걸린 건 아닐까? 하긴 병풍도 없고 백댄서 받춰주지도 않는데 혼자 뭐 한다고 나대겠나. 손만 까딱해도 누군가에게 꼴배기 싫음을 안겨주면 어떡하라고. 그래서 일부러 녀석은 나대지 않는 걸까? 굳이 나설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때문에 범주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으므로 아마도 토끼 사냥은 2.0으로 업그레이든 된 것만 같았다. 그게 그러니까 이를 테면 이런 식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말도 안되지만 우리의 추리력이 구식탱탱묵기 직전에 괴력을 발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말고 그 추측이든 탐구심이든 일단 2.0이 뭔가 일단 들어나 보자. 그게 좋겠다. 즉 기존 방법은 이랬다. 
    (A) NATIONAL GEOGRAPHIC / KODAK / DISCOVERY 같은 옷 판매량
    (B) 즉석사진기 인화사진 및 여러 사진에서 유독 적목현상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
    (C)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수상한 쇠기둥이 전세계 곳곳에

    ↓ (그게 이렇게 업그레이드됐다는 걸 어떻게 입증하지? 굳이 증명하기도 전에 쫙 퍼졌다... 이래서 느낌 세하단 말이다)

    (A) 의식주에서 의. 그런데 입는 옷 위주에서 기능성 신발로 바뀐 건가... 크록스™ 신발. Croslite™라는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다나 뭐래나. 
    (B) 의식주에서 식. 녀석은 인간처럼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섭취하지 않을 테니... 뭔가 어떤 특별함에 반응할 거라는 예측이 썩 유효할 거라는 추론. 설득력 아예 없진 않다. 따라서 코카콜라 특별 사은품, 스타벅스 한정판 텐트, 맥도날드... 버거킹 많이 먹으면 라코스테 반값이랄지 브랜드 협업으로 베놈을 떠봄. 베스킨라빈스는 아예 디즈니가 인수했는지 어쩐지 구분이 안 될 정도. 녀석이 뭐 간장이야 맛보게? 뭐 여자에 환장하는지 아닌지 시험을 왜 하냐고. 누가 누가 이미지트레이닝에 초대 많이 되나 분석표라도 채점하자는 거야 뭐야?
    (C) 의식주에서 주. 스틸 소제가 콘크리트로 대체. 그럼 유독 아파트가 많은 걸로 베놈의 감수성을 은근히 들쑤시는 건가? 알 게 뭐야. 
    (D) 나머지. 광고 대폭 업그레이드. 가령, 굳이 예를 들지는 말기로. 

    근데 이게 말이 되나? 말이 안되지.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 고로 어떤 허접한 사랑론처럼 탐색전은 길어져만 가고 있었다. 





    9

    시점을 1인칭에서 3인칭으로 옮겨보자. 왜냐. 이유는 많으니까. 가령 1인칭 화자가 덜떨어진 바보이기 때문에. 베놈 2가 무의식과 의식을 오가는 공식을 깨우치진 못했을 망정. 가령 베놈 2에 대해 뽀너스 붙이고, 드리블 과장하며, 커튼콜 연장하고, 에티켓 부풀리면 작품 뚝딱 나오지 않나. 근데 그걸 못해? 사과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는 거도 아니고. 만류인력 법칙 X 상대성 원리 = ? 밥을 떠먹여줘야 하다니. 딱 봐도 줄거리 몇 개 나오지 않나. 이를 테면 베놈 2는 마음대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옮겨갈 수 있다, 또는 베놈 2는 숙주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평생을 함께 한다, 또는 숙주 1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 다음 숙주로 옮겨간다 등등. <칼럼: 뻥축구 대 몰빵배구>에 설명이 썩 불친절할지언정 대충 뭔 얘긴지 모를 수 없으니. 예시는 칼럼으로 대체하는 걸로 하고. 
    그처럼 베놈을 붙여줬는데 1인칭으로 그거 밖에 못한다? 바로 그래서~ 시점을 1인칭에서 3인칭으로 옮겨보는 것이다. 안 그러게 생겼다. 그렇다고 응분의 감점을 줄 수도 없고. (abc)는 (ABC)로 업그레이드했는데. 소숫점 왼쪽까지 업그레이드할 수는 없고. 범위를 좁혀가는 데 성공은 했으나, 베놈도 따라서 진화했기 때문에 더 몰아가기도 쉽지 않고. 심지어 베놈이 줄 달린 치즈를 여기저기 막 숨겨놓네? 떡밥뿌리기 전법이야 뭐야. 더더군다나 베놈을 사로잡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썼던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 자금력이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음. 슬슬 큰손들이 하나둘씩 발을 빼기 시작했음. 때문에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은 마음을 바꿈. 어떻게? 베놈을 생포하는 걸 내일로 미루고, 당장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한다고. 따라서 걔네들은 베놈을 자극해서 돈과 직결되는 일을 벌임. 일단 자본력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만 베놈을 잡아 나중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 그처럼 인버스 ETF, 공매도, 아니면 정통적으로 미리 DELL, NIKE, ADIDAS, 애플, 엘레세, 필라...... 주식을 대량 구매한 다음에 → 베놈을 자극해서 그 브랜드를 띄움. 그렇게 차익 실현 → 과정 반복! 그리고 대부분의 브랜드는 고객보다 비고객의 숫자가 많기 마련인데. 드물게 비고객보다 고객의 수치가 압도적인 마이크로소프트. 베놈이 일단 인터넷과 마이크로소프트 OS를 벗어나진 않는다는 점. 그렇게 나는 나는... '나대지 마'는 3인칭 시점이라는 대타에 밀려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1달 경과. 
    그런데 결과는? 베놈이 약싹바르게 바뀜.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 머리꼭대기에서 놀게 됨. 간사한 녀석. 능글맞기가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없네? 그래도 일단 베놈은 현재의 숙주를 얄미워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 뭔 허당을 잘도 물었던 거네. 뭐 현황은 그러니까 3인칭으로 풀 줄거리를 억지로 지어낼 순 없기 때문에 시점은 다시 1인칭으로 돌아가는 걸로. 그렇다고 뭐 베놈 천국, 밑도 끝도 없이 억지 생떼를 쓸 수도 없지 않나. 친구들 만나서 철없던 시절 속된 말로 깽판 부리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나는 오늘도 사무실로 출근했다. 우선 음악부터 듣자. 자, 오늘은 Mozart에 심취해볼까? Missa in C major K317. 그렇게 일단 일을 시작했는데. 아, 저번에 어디로 떠난다 그랬지? 갔다 왔다. 것 보라고. 가 봤자 다시 와야 하잖아. 이래서 우리가... 됐다. 그래, 일이나 하자. 
    그런데 딩동~! 사무실로 누가 찾아왔다. 또 누군데 날 귀찮게 하는 거지? 여자야? 아니야? 누가 여자를 기다린데? 사람 뭘로 보고...! 일단 누구인지는 만나보면 아는 거니까 문을 열었다. 그래서 결과는? 피츠제랄드였다. 아니 얘가 저번에도 왔는데 웬일로...!





    10

   「안녕. 들어오란 말 안 해?」
    아니나 다를까 피츠제랄드였다. 
   「어, 어. 들어와.」
   「반가운 척 좀 해주시지 친구.」
   「반갑구만. 어떻게 지냈어? 너 무슨 좋을 일 있니? 사랑에 빠져 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한 건가? 아니면 작별 때문에 이제야 제정신이 들었으므로, 고로 나를 바보로 여기는 건가.」
   「난 애증과 안 친해. 멜로드라마 관심 없어. 넌 그런 거 좋아하니?」
   「근데 오랫만에 보는데, 아 저번에 봤구나. 너 설마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 소식을 내게 전해주러 온 거니?」
   「허당의 직감 녹슬진 않았군. 너도 만나주라는 여자 한두 명이 아닐 텐데... 피차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너도 좋지? 싫어도 좋다 그래.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래? 내가 널 좀비로 만들기라도 한다든? 누가 그래? 나 좀비 아니야. 너 좀비 본 적 있어? 그런 거 없어. 드라큘라 백작 같은 얘기 하지도 말자. 응?」
   「너 나 감시했냐? (나는 최근 드라큘라 문고판을 읽고 있었단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난 현장요원이 아니야.」
   「그건 또 뭔 소리야?」
   「난 개뼉따귀 수집가가 아닐나 얘기지.」
   「이 친구 못 보던 새에 철학자가 된 건가, 왜 말이 잘 안 섞이지...!」
   「내가 너 같은 애송이 데리고 지금 뭐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요점만 말하고 갈게. 잘들어. 반복하진 않을 테니까. 라이프 파운데이션이 베놈 생포했대. 들었지? 그럼 나 간다.」
   「뭐야, 벌써 가게? 왜, 여자가 없어서 그러니? 아는 동생들 불러서 파티라도 할까? 말만 해. 오늘 당장 소식을 알려도 달려올 사랑의 차트는 감당키 어려울 정도니까.」
    피츠는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가버렸다. 저 자식이... 왜 그러지? 난 뭔가 세했다. 느낌 이상할 수 밖에. 이 분위기 대체 뭐지? 이런 황당한 기분... 엄마에게 물려받은 여자의 육감을 이끌어내는 건 왜일까? 난 녀석의 뒤를 밟기로 했다. 그래. 미행. 녀석은 뭔가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 같은... 베놈처럼 느껴졌다. 때문에 아까 말이 잘 통하지 않았던 거고. 따라서 내가 수달처럼 추적하더라도 녀석이 눈치 채지 못할 가능성에 행운이 가담할 것이다. 그처럼 나는 녀석을 따라갔다. 피츠를 따라가면서 생각했다. 근데 녀석은 오늘 왜 온 거지? 저번엔 또 라이프 파운데이션인지 뭔지 그 얘기는 왜 한 거고. 그리고 오늘 뭐 베놈을 생포했다고? 그래서 상황 종료다? 음... 뭔가 캥기는 게 있군. 나는 대충 직관적으로 깨달았다. 그건 뭘까? 
    OK~! 나는 불합격된 거다. 심각한 결격 사유가 뭔지는 모르겠다만. 난 베놈으로 적격이 아닌 거네. 내 예감이 틀릴 수도 있다만 아마 이건 뭔가 꿍꿍이가 틀림없다. 녀석은 분명 뭐에 씌인 거가 분명하다.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마에도 씌여 있었다. 자기 육체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즉 심신분리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럼 피츠제랄드는 라이프 파운데이션 본사에... SF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시간여행 또는 우주여행 동안 들어가 있을 자궁머신에 갖혀 있을 테고. 그 육신을 복사해서 베놈2가 이처럼 막 제멋대로 끌고 다니는 거고. 처음에 피츠제랄드 + 베놈 = 베놈 2. 즉 베놈이 숙주를 잠식하고 지배하며 장악하기를 바랬을 텐데. 어쩌면 그게 용의치 않으니까 이미 다 실험해봤겠지. 그래서 피츠를 라이프 파운데이션 본사로 데려가 복사판을 만든 다음, 베놈을 주입. 결과는 이처럼 베놈 2가 막살든 최선을 다하든 뭔가 어떤 목적을 위해서 동분서주. 만약에 피츠 복사판 즉 베놈 2가 어떤 불운에 의해 영면하게 된다면, 그 피츠 복사판은 그 순간 기체로 증발할 테고 라이프 파운데이션에 있어 자궁머신에서 피츠는 깨어날 테고....
    그렇게 미행하던 끝에 피츠제랄드가 어느 대저택으로 들어가는 걸 보게 됐다. 
    거긴 인적이 드문 동네. 빈집이 딱 봐도 99%. 근데 동네 평균과 동떨어진 고급 저택. 





    11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창문 틈새로 나는 녀석을 엿봤다. 그건 흡사 타인의 놀라운 비밀을 자연스럽게 옅듣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여자말 번역기 전원을 끈 채 아무도 없다는 가정 하에 오가는 밀담. 날것의 대화. 근데 저 덜떨어진 늑대가 여기 있을 줄이야. 뭐 그건 그거고. 아무튼 피츠를 몰래 미행하길 잘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거 같았거든. 어쩐지 비정상적으로 의뭉스럽지 않았으니까. 그때 갑자기! 
    녀석은 피츠제랄드 껍데기를 벗었다. 와우~! 드라마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정밀한 외투. 사람처럼 옷을 벗고, 씻고, 수건으로 닦고. 그 다음에 패션매장에 있는 옷 갈아입는 방. 거길 딱 들어가서 소독하고 어쩌고. 그 다음에 녀석, 즉 베놈 2는 피츠제랄드의 탈을 벗어버렸다. 원정경기에서 돌아왔으니까. 홈그라운드라 그거구만. 그 다음에 녀석은 노트북을 켜서 음악을 틀었다. 이 자식이 날 따라하는 건가? 난 요즘 음악 자 안 듣는데. Arcangelo Corelli / Recorder Sonata in g minor op.5 no.7 그 다음에 녀석은 엑셀 파일을 켰다. 순간 이쪽을 돌아보는데 간발의 차이로 들키지 않았다. 더운땀 대신에 한기가 들었다. 오, 소름! 난 기겁했다. 발바닥이 간지러운 듯 하다 쥐가 났다. 식은땀마저 날 찌릿찌릿하게 만들었다.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녀석은 그렇게 엑셀파일로 베놈 적합자를 찾는 거 같았다. a~z라는 목록이 있고, 적합도를 여러번 거치고, 스트레스 테스트부터 기타 등등. 그래서 합격 불합격 나누고. 합격은 A~Z로 분류하여 라이프 파운데이션 본사로 데려가는 담당팀에게 알려주면 거기서부터는 걔네들이 알아서 하고. 근데 난 뭐가 모자라서 불합격인데? 어? 불합격이 좋은 건가? 좌우지간 베놈이 피츠라는 숙주와 완벽히 하나가 됐기 때문에 녀석 기능은 초인적이긴 하나, 인간의 육감...그런 동물적인 촉은 부족할 것이기 때문에 내게 빈틈을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러다 녀석은 다시 피츠제랄드 외관복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다시 어딘가로 떠났다. 또 뭔가 시험 대상을 만나러 가는 거겠지. 알 만하다. 안 봐도 뻔해. 보나 마나. 허허허. 그렇게 녀석이 저 멀리 사라진 다음,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까지 확인한 다음 나는 몰래 녀석의 본거지 잡입을 시도했다. 결과는? 당연히 성공. 
    나는 일단 녀석의 노트북을 켰다. 
    그런데 비밀번호? 내가 녀석을 좀 알거든.
   "난패스워드"
    딩동댕~! 
    컴퓨터에 깔린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다. 파일들 몇 개를 보니 내 예측이 딱 들어맞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어떡한담? 라이프 파운데이션 본사에 가면... 알퐁스, 릴리, 더글라스... 걔네들이 모두 자궁머신에서 동면 중일 텐데. 이거 일이 너무 커지는데. 그냥 여기서 발을 뺄까? 그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또한 동시에 최고로 비겁한 선택. 그럼 맨날 병풍만 전담하다가 느닷없이 주인공 맡자마자 중책 중의 중책? 난감하구만. 그럼 결국 라이프 파운데이션이 노리는 목표는 뭘까? 녀석들 꿍꿍이의 최종 종착지는 무엇일까? 나는 최근 기고한 스포츠 칼럼을 떠올렸다. 뻥축구 대 몰빵배구! 웬만한 타자들과 포수 출신 타자들은 뭔가 다른 점이 있다. 경기 중간에 1루수가 중간릴리프 투수를 맡기 위해 투수 마운드로 걸어가는 모습. 있긴 있다. 원탑 스트라이커 전법도 흔하긴 한데. 최전방 공격수만 4명인 전술, 가능하다면야. 그게 최대 얼마까지, 즉 가능하면 많을수록 좋을 만큼 세터화. 그럼... 멈추지 않고... 계속... 지구인을 무한대로 베놈화? 그걸 막지 않으면... 결국 지구인은 소멸되는 거 아닌가. 정말 일이 커지는데 이걸 어쩐담...! 그래서 나는 일단 피츠제랄드의 노트북만 들고 튀었다. 달리 챙겨갈 만큼 중요한 건 없었다. 





    12

    집에서 녀석 노트북을 보며 알게 됐다. 
    베놈 숙주 적합도 검사에서, 시험대상자의 능력치를 베놈 전파자가 상당량 흡수한다는 걸. 
    그럼 이건 다단계 피라미드 수법까지? 이 자식들이... 정말로 피츠제랄드는 내가 저장했던 서두, 논고, 결말, 착상, 메모장을 놀랍도록 비슷하게 재현해놨다. 가령, 
   <변덕스러운 운명,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인생을 선물할까? 어떻게 넉살은 늘지 않을까, 를 차라리 걱정하는 게 나을지도. 그러니 연애사가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지. 호박이 제발로 굴러올 것이라 낙관하기에 앞서 주제를 알자. 넌 뭐 잘났다고... 부정의 구름에 올라타지 말기. 아직도 어렵나? 쉬우면 뭐가 문제겠나. 그렇듯 세상사 비밀을 깨우치면 뭘 하나. 행운의 여신은 왜 내게만 불친절하는지 복권은 매번 꽝. 후추통도 없어져. 누굴 자빠트릴 기회를 누가 줘. 모세의 기적과도 닮은 심정 그분들께 안 물어봐도 알 것이다. 안 그런가? 하여 너그로운 마음가짐 살살 달래보는데. 콜라캔 딸려다 8자 모양 것만 떼지네? 이렇다니까 글쎄. 삶은 달걀인 줄 알고 톡 깼더니 생달걀. 그렇다고 애들만 잘 어퍼지나? 어른이 물컵 어퍼트리는 기분 누가 공감 못할까. 그렇다면 패배주의의 노예로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 행복업계에 어엿히 발을 내딧어도 될 것인데. 누구 맘대로? 또 진입장벽 어떻게 어떻게 기어올라가서 몰래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나머지도 긍정을 예상하는 거 너무 순진하지 않나. 그렇다고 역발상 주식투자가 아무 때나 먹힐까 하면 그럴 리 있나. 그럼 나는 바보요 너도 푼수일까? 병풍 역할 마다하는 그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 신부들러리가 포커페이스 불완전하는 것처럼 보기 곤혹스러운 것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요술론, 대체 어떻게 초현실에 결부시킬 수 있을까? 있다. 우리는 마술사니까. 가능하다. 어렵지 않음. 환상머신, 웜홀머신, 런닝머신... 몇 개 돌리면 뭐가 뭔 줄 모르게 된다. 농담이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누구인가가 궁금해진다. 난 뭐랄까 바람이 불면 로맨티스트요 일상적으로 미래파이자 특히, 여자 앞에서는 바람둥이일까? 놀자족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재미 하나도 없다. 필경 누군가는 짜증나시겠지. 모를 수 없어. 그럼. 그러니까 아무리 봐도 거의 바닥을 찍은 거 같은데...! 그러면 첫째 폭등할 일만 남았느냐, 둘째 배고픈 개는 더러운 푸딩이라도 먹는다. 아니다. 호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어먹지 않는다. 근데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일까? 푸딩이 뭐 어째? 더러운 물로 불을 끌 수 있다니. 호사에 대한 욕망은 불충족이다. 건수는 가난하다. 청춘은 지금이다, 건배사마저 섭섭하다. 그럼 뭐라고나 할까 이게 다 욕구불만 때문일까? 배고프면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도 귀여워해주고 사랑스럽게 간식까지 챙겨줄 애마라도 있으면 다행이게? 고독한 도시의 사냥꾼에게 겨울의 사랑은 더없이 혹독하기만 할 뿐. 자나 깨나 흑심. 앉으나 서나 공상. 몽상가는 몽상이나 하라 그거네. 근데 몽상이 아니라 몽정? 별명은 해결사인데 아무것도 해결 못해. 풍운아는 풍운아인데 자타공인이 아니라 그냥 자칭. 그걸 누가 알아줘? 그러니까 무명이지. 그놈의 잡생각 어떻게 안되나? 잡념은 물론 권태와 재미없음을 몽땅 날려버릴 회심의 한방, 있으면 좋겠지. 괜히 광고에 속았다가 뚜껑 열리기 일쑤. 허나 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지 않았다. 근데 왜 이처럼 더럽게 심심할까? 아마도 속없으니까. 누구나 주인공 되는 걸 좋아하지 밀리고 쳐지고 늙는 걸 좋아하겠나. 만년 허당 비위 맞추고, 아부하고, 파리처럼 싹싹 비비고, 앞에서 다정 방어전도 부드럽게. 허당들 심기는 불편하기 마련. 
    아니 잠깐만!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많았지? 딴 건 몰라도 난 봉 중의 봉이라고 인정받는 인생이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걸까. 돌아봐도 호구라는 자부심 지녀도 괜찮을 정도였는데. 쩜팔이 병풍맨 예스맨으로써 소시오패스 보필하는 거 어딘가 모르게 적성에 맞았을 텐데. 어느 날 갑자기 대체 왜 말이 많아진 거냐고. 그럼 설마... 혹시... 베놈 2가 날 선택했을까? 이걸 어쩌나... 진짜로? 만약에 그렇다면...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난 이제 어떡하지? 버뮤다 재단이랄지 모스맨 이사회에서 날 가만놔둘까? 그렇다고 내가 능동적으로 그만두고 싶어도, 베놈 2는 날 놔줄까? 협상 가능 하면 몰라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면 또 어떻고. 아닌 게 아니라 비록 삼류이긴 하다만 작가로써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 줄 예전에 상상이나 했겠나. 그럼 정말 새로움을 좋아하는 악마와 영혼의 거래라도 했단 말이냐고. 이놈의 베놈 2를 그냥... 그럼 어쩔 건데. 난 녀석에게 무력한 존재일 뿐.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종. 노비가 주제를 알아야지. 댄서는 춤을 추고 점쟁이는 관상을 살피듯이. 나는 어쨌든 언제까지 이처럼 공상만 붙잡고 매달릴 수는 없었다. 따라서 작품 구상을 위해 나는 어딘가로 떠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나 혼자 원맨쇼로 퉁칠 사건이 아닌 건 분명했다. 그래서 이거야말로 모스맨 협회와 함께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곳으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모스맨 협회 본부 도착. 
    가기엔 이미 모스맨 협회 이사진들이 총출동해 있었다. 모스맨 주식회사 대표진, 모스맨 대학교 학과장 총장 연구소장, 기타 등등. 
   「자네도 발빠르게 입수한 첩보가 놀랍긴 한데. 우린 모두 알고 있었어.」
   「그럼 여태 나만 쏙 빼놓고 너네들끼리?」
   「그러게 우리가 도움 요청할 때 핑계대고 내내 내빼던 게 누군데?」
   「갈 때마다 신부들러리 시켰던 게 누군데? 동네 똥개 훈련 한두 번 당해봐야지, 어?」
   「늑대가 나타났다. 마지막이 진짜였는데. 조바심 진정시켰어야지 이 친구야.」
   「어쨌든 이제 어떻게 되는 건데? 포스트잇 덕지덕지 붙이고 막 긴급수사본부 꾸리고 그래야 할까?」
   「그거 다 뻥이야. 드라마에 나오는 거?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뭐 CSI 수사대? 마인드맵, 엑셀파일만 정리 잘해도 대충 가닥 나오는데. 뭐 손글씨로 수사하니?」
    그러면서 걔네들은 주식 계좌 내역을 보여줬다. 그걸 보고 마인드맵으로 얽히고 설킨 주식 분포도를 보고. 
   「라이프 파운데이션, 우리가 잠식했어. 걔네 금방 자금력 딸리게 되어 있다고. 걱정할 거 없어.」
   「그럼 걔넨 순순히 애초 수립한 작전 계획을 멈추든가... 뭐 그럴까?」
   「근데 재밌는 게 일이 크게 돌아가.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몇몇 붙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이거 거미줄도 이런 거미줄이 없네.」
   「그럼... 장기전?」
   「일단은 그래.」
   「그럼 이 가운데 베놈이 점령한 숙주는 없다고 단정할 수 있어?」
   「속단하긴 이르다만... 베놈이 업그레이드 전이라고 가정했을 때 없다는 건 확실허지. 허나 녀석이 소숫점 좌측까지 업그레이드된 거라면... 그건 누구도 확답 못할 테고 말이야.」
   「그럼 끌려갈 게 아니라 본부를 치는 건 어때?」
   「라이프 파운데이션 본부를?」
   「그래. 응? 그럼 되잖아.」
   「그게 문제가 있어.」
   「어떤 문제?」
   「지점들을 본부화시켰다는 점.」
   「그럼 베놈 개개인이 다단계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었다는 거야?」
   「그렇지. 일종의 본부 동기화라고 할 수 있어.」
   「너 지금 만화영화 각본 쓰냐?」
   「내 말이 거짓인가 참말인가 두고 보면 알 거 아냐, 응?」
   「어떻게 알아?」
   「몰라?」
   「모르지.」
   「아, 알기...가 쉽진 않겠구나. 그러고보니 엄청 어렵겠네. 뭐랄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어. 아니 증말... 가망은 거의 희박하겠는데?」
   「그럼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 2중 스파이를 심어야지.」
   「베놈 안에 트로이의 목마 바이러스를?」
   「이제야 늬가 말이 좀 통하는군. 그러니까 아지트에서 여자들 껄떡거리지만 말고 여기도 좀 들리고 그래. 응? 감 떨어지게 그게 뭐니! 너 너무 없어보여. 아니?」





    13

    한 달 경과. 백신 접종에 따라 코로나19 전염병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름. 
    그때까지 그런데 왜 난 피츠의 노트북을 열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걸 내가 아나 누가 아나! 
    어쨌든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이 베놈을 몰래 퍼트렸는지 어쨌는지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지트에 들렸는데.
   「오늘 무슨 날이니, 모스맨 협회 이사진이 함께 모인 걸 보니 말이야.」
   「너만 이렇게 입고 오면 어떡하니?」
   「난 웨이터 복장과 안 친해.」
   「왜, 내 나비넥타이 이상하니? 너도 제비복 한번 입어 봐. 느낌 끝내준다구 친구.」
   「뭐, 음. 뭐 그럴 거야. 음.」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어딜?」
   「매트릭스 재단 창단식에 말이야.」
   「난 이방인이야.」
   「우리가 가는데 넌 초대된 거나 마찬가지야. 아니면 누굴 부르게?」
    그렇게 녀석들을 따라간 곳은 다름 아니라 저번에 미행해서 도착했던 피츠제랄드의 대저택이었다.
    거긴 인적이 드문 동네. 빈집이 딱 봐도 99%. 근데 동네 평균과 동떨어진 고급 저택. 아니 어떻게...!
    간판도 인테리어도 뭐든지 다 바꼈다. 매트릭스 재단? 뭐 하는 데지?
    또 만나 보니 피츠제랄드도 제정신을 찾은 듯 했다. 베놈 2가 코로나19와 뭔 상관이 있는지는 몰라도 일단 그랬다.
    그럼 정말 백신 접종이 효력을 발휘한 건가? 아, 맞다. 또 하나 있다. 
    내가 저번 훔쳐왔던 피츠의 노트북.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보니 그건 애들 장난감 노트북이었다. 
    물론 훔쳐올 당시에는 분명 진품임을 확인했고, 사용했고, 깜짝 놀래서 들고 튀었는데.
    1달 내내 사용해보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았으니... 설마... 영화처럼 미래재단이 시간여행을 와서 깜쪽같이 진짜 노트북을 가져가고, 모조품을 놔두고 간 걸까? 
    뭐 그러든 어쩌든 나는 매트릭스 재단 창단식에서 외톨이였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기분도 찜찜했다. 벌써 싫증난 건가? 뭐 딱히 빈정상한 건 아니다만. 뭐랄까 농락당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나는 또 할 말 없음에 직면했다. 심심한 척 능청떨기를 좋아해서인가? 아마도 '나대지 마'에 의해 기가 몽땅 빨려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베놈 2인지 뭔지에 대해 한동안 빠져살았던 거지. 게다가 라이프 파운데이션 주식까지 소액이지만 샀다가 손해 살짝 보긴 봤고. 심지어 (난 지금도 진짜라고 100% 확신한다만) 웬 좀비를 진짜인지 알고 미행하고, 몰래 잠입하고, 하다 하다 노트북을 훔치기까지 했다. 근데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드라마처럼 어떤 세력들이 진품과 장난감을 바꿔치기 한 걸까. 난 이제 뭐가 뭔지 하나도 종잡을 수 없었다. 아니다. 맞다. 아니다. 일단 뻥은 아니다. 좌우지간 나는 환상을 말로만 떠들어대는 데 지친 것이다. 그래. 퍼졌다. 다변가 처녀와 연애하는 데 나가떨어진 것과도 비슷하다. 그 수다 어떻게 견디나. 뚜껑 열리는 거 시간 문제. 안 그래도 시간낭비 허다했던 인생. 그러니까 파티에서도 혼자 구석지에서 뚱한 표정을 뽐내고 있지. 지금이라도 녀석에게 물어볼까? 미친놈 취급받기 싫다. 적극적인 심리치료를 받아보라 권유받을까 봐 두렵다. 이게 다 환상을 잘못 알았기 때문일까? 남자는 폼이라는 둥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는 둥. 인생을 잘 못 알았던 거구만.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그놈의 가택감금. 이런 젠장! 뭔놈의 베놈은 베놈? 말이 심했다만 그만큼 최근 어떤 거대한 수작 아니 괴상한 작전에 휘둘려버린 심각한 부작용인 것만 같단 말이다. 어쨌든 자주 사용하는 열쇠는 항상 반짝인다. 그럼... 무슨 생각을...? 벼룩도 부지런한 사람은 물지 않는다. 답은 하나다. 일단 후퇴! 원정경기에 꼭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하나 빠진 게 있다. 당시 나는 왜 몰랐을까? 내가 몰랐던 사실은 이랬다. 말하자면 당시 매트릭스 재단에 참석했던 친구들. 지인들. 걔네들은 내가 알던 친구들의 아들과 딸이었다. 물론 그땐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차 싶었던 거다. 그럼 장난감 노트북은... 말이 되는데. 그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렇다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 뭐 어떻기 때문에 자세히 알아볼 수도 없고. 일단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만 같았다. 





    14

    보름 경과. 
    나는 사무실에서 놀고 있었다. 아니 일하다 잠시 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찾아와서 매트릭스 재단 소속원들이 사라졌다면서 날 추궁했을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장난감 노트북을 내다버릴려고 했다. 그러다 뭔가 수상쩍은 느낌을 외면할 수 없다는 거. 직감적으로 깨닫고야 말았다. 혹시... 그래. 이거다. 얘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단정했다. 물론 장난감 노트북은 살아서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다. 허나 영화 스타워즈에 그 로보트 이름이 뭐더라... 걔처럼 놀라운 천재성은 분명할 테니. 베놈에 의해 작동된다는 전제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고급 노트북에서, 이와 같은 장난감 노트북으로 변장할 수 있는 기능. 그 재주를 숨기고 있을 거라는 점. 나중 보니 진짜였던 것이다. 무게를 가볍게 하고, 겉을 플라스틱으로 꾸미고... 약간 비과학적인 부분도 있다만 뭐 어떻게 베놈과 닮은 초현실적 기술이 구현되었으니 모두 가능할 것이라는 점.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물론 당연히 장난감 노트북이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고 수많은 시험 단계를 거쳤다. 노트북 사용자의 패션을 바꿔 보고, 주변 소음을 다큐멘터리와 음악 등 여러가지로 바꿔보고, 냄새와 명화를 배치해 보기도 하고. 그러다 그 으시시한 대저택, 최대한 그 음습한 공포 분위기를 닮은 장소를 섭외한 끝에. 결국 장난감 노트북은 마침내 보호색을 거둔 끝에 원래 모습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그래서 노트북 안에 베놈 재단의 깨알 같은 정보, 주식보유 명단, 초기 투자자 가운데 약점을 쥔 누군가, 샛노란 동공과 보라빗 조명의 일치에 관한 논문. 그 모든 게 다 들어있었다. 당연히 인공지능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에 관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빅데이터도 죄다 추적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난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일까? 하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판이 커질대로 커질 것 같은 예감, 왠지 느낌 세했기 때문에. 당장 긴급히 잔머리를 굴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러므로 난 속는 셈치고 일부러 악수를 두기로 결정했다. 지금 와서 얘기지만 당시 난 그게 왜 행운의 조커일 거라고 오판했던 것인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가버린 기회인데 어떡하나. 요점만 말하자면 당시 베놈재단은, 라이프 파운데이션.. 걔네들과 모스맨 협회부터 버뮤다 연구소까지. 내가 아는 거래처와 잡지사와 기타 등등 모든 곳에 스파이를 심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대부분의 실세도 걔네들한테 넘어갔고. 심지어 내 친구들까지 거의 다 매수되어버렸단 걸 난 당시 상상도 못했으니. 따라서 난 그 장난감 노트북으로 위장된 초정밀 슈퍼컴퓨터를 바보처럼 모스맨 연구소에 내 발로 찾아가, 분석 의뢰를 맡겨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 뒤 난 결국 빈털터리가 됐다. 일감도 끊겼다. 어쨌든 그에 관해 나중 살을 붙이고, 제빵공정 이스트를 듬뿍 첨가하고, 적당히 꾸며서 각본을 완성한 다음. 그 다음에 영화사에 판권을 팔 것이다. 물론 그게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좋겠다만. 일단은 그렇게라도 미래를 낙관해야지 어쩌겠나. 무작정 내일의 연애사를 무턱대고 명경기가 많을 거라고 내 맘대로 긍정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걸 어느 허접한 능청꾸러기의 엄살로 치부할 수 없는 기막힌 이유. 하나가 더 있다. 그건 무엇일까? 아직 말하지 않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 + 왜 해결사가 원맨쇼를 마다했는지에 대한 근거 불분명한 명분 = ? 물론 막 갖다붙이는 우연일 수도 있다만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그게 말이다... 그러니까 그 또 하나의 아리송한 은근함이 무엇인지 말할 듯 말 듯 아직도 말하지 않았구나. 이처럼 더 궁금증만 유발하고 뜸만 들이다가는 오히려 짜증만 유발할 뿐. 따라서 즉각 말하자면. 그 뒤로 어떤 일이 발생했다. 나와 관계된 일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알려진 일 말이다. 그건 다름 아니라, 
    (A) 마이크로소프트: 사회 공헌 활동 (마이크로소프트의 무료 노트북 아프리카 대거 공급)
    (B) 아마존: 개도국 어린이 위한 '100달러 노트북 판매'
    A와 B. 순서가 그랬다. 2007년 2010년이던가 모두 사실. 보아하니 이 사실적 마술주의는 그 이전에 지어졌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기업들 공헌 활동이 이벤트성으로 시도에 그쳤는지 장기적 성과에 대한 지속적 보고는 모르겠다만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곧 장난감 노트북과 거의 흡사한 진품. 나중 그걸 보는 내 심정이 어땠을까. 하면 말해서 뭐 하나. 차라리 발을 뺀 게 나을지 몰랐다... 아니 내 깜냥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가정. 썩 설득력 없는 추리는 아니라는 점. 가히 상상이 되고도 남았다. 그래도 뭐랄까... 만약에 혼자 어떻게 해보겠다고 끝까지 파헤쳤다면 그럼 결과는 좋았을까? 용병 없이 국내파로만 구성되었던 배구리그, 30년 후에 비해 후진적이기는 할 테나 적어도 몰빵이라는 둥 뻥축구는 없던 순진한 시절임은 분명. 국내축구, 국내농구도 옛날이 재밌던 시기가 있지 않나. 꼭 그럴싸한 비유는 아닐지언정 난 아마 용병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차라리 나았을지도. 마른오징어도 짜면 물이 나온다? 단기이익 쥐어짜지 않은 게 다행. 전문가가 대차대조표 속이는 거 일도 아니다만. 기초만 봐도 그렇다. 손익계산서에 부채로 계상되는 어떤 투자금. 설마 비자금이라면 부채로 공인하겠나. 연금 기금의 보험 수리상 잉여금을 전용하고 손익계산서에 '순이익'으로 계상하는 일, 평상시 공공연한 회계 처리 방식인데. 일종의 편법이 기준을 달리하면 반칙이냐 뒷맛 썩 개운치 않은 관례냐. 어쩌면 그 바닥에 끌려들어가지 않았던 게 어떻게 보면 장기적으로 내게 적어도 불이익이 최소화되었을 거라는 걸 난 모를 수 없었다. 
    일설에 의하면 그 마법 노트북, 즉 장난감 노트북이 무슨 신기한 주술을 부린다래나 뭐래나. 하여 새 주인이 그걸 감당 못해 어떤 불운이 연속된다는 소문이 전해졌는데. 그럼 베놈이 장난감 노트북 속으로 숨어든 건가? 그러다 지겨워지면 또 어디로 옮겨가시려고. 그럼 또 다음 타자에게 어떤 숙명을 안겨주려고 말이야. 마감일 없는 심심함? 아니면 불완전한 환상. 혹시 미완의 베놈을 업그레이드시키라는 숙제라도 남기면 어떡하나. 으스스한 저주는 생각만 해도 떨떠름하니. 그러므로 장난감 노트북을 걔네들한테 함께 사건을 파헤치자면 덥썩 상납한 게... 지금 생각하니 어쩌면 잘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길에 버려진 장난감 핸드폰을 보았다. 그 이상한 기분 어쩌면 좋단 말인가. 





    15

    환상의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 할까? 그러지 말고 순수한 선망과 불순한 호기심이나 들쑤시지 말자. 허세는 끝났으니까. 핑계 대회도 볼만 한 건 안 열린다. 황금만능주의를 마지막으로 예술은 더러워졌다. 사랑은 없다, 가 아니라 청춘은 지금이다만. 일단 치사해서 차마 우리는 오락산업과 안 친하다. 난 어느 모로 보나 철들려면 멀기만 한 것인가. 유쾌함을 잃어버렸으니 그렇지. 결국 허언증은 치유되기 어렵나 보다. 허나 허영심을 정상으로 회복시켜야 할 만큼 더 바닥일 수 없는 지금. 우리는 정녕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지겹다. 재미없다. 심심하다. 수탉이 없으면 양파라도 먹어라? 썩었다. 그러니까, 무엇이? 미소, 가 아니라 무표정이. 뭐 혹자의 심경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렇게 말이다. 양털 잘못 깎는 사람치고 좋은 낫 가졌다는 사람 없다. 그렇지만 사는 낙이 뭐겠나, 다름 아니라 아마추어 장비발과 야유꾼 말장난은 우릴 배신하지 않는다. 그래 봐야 뚜렷한 대책은 없다. 뾰족한 해법이 어딨나. 왼쪽을 보니 흥분감이요 오른쪽엔 전율감이나 죄다 하늘에 있는 파이인데. 어차피 못 잡는 대망 피자조각이나 원 없이 키워볼까, 하면 그래서 뭘 하나. 근데 이러다 정말 공갈젖꼭지 남아나질 않겠다. 이러니까 축구선수들 골세러모니 가운데 그 무엇의 인기는 꾸준할 걸까? 그게 지금 왜 궁금한데. 그러니까. 그래서, 대체 하고 싶은 말인 뭔데? 독심술이 예술적이나 얻다 써먹을 데가 없다. 남들이 내 뒷담화 하는 거 다 안다. 품위유지비도 없는데 고품격 험담쯤이야. 그러게 지구 반대편 해수욕장 모래알 개수를 알면 뭐 하냐고. 패션과 피라미드와 겉옷을 투시할 줄 알아도 소용없다. 마음의 문은 닫혔다. 어차피 여심도 안 열린다. 뜸들이기,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허당 마음 쥐락펴락, 똥개 훈련시키기, 개뼉따귀처럼 개 풀 뜯어먹는 잡담 남발... 잡기라는 취미도 잃었다. 더 이상 그랬다가는... (절레절레)! 이 상황에 극심한 슬럼프에 구워삶아지게 생겼는데 그게 문젠가. 어쨌든 바보들도 먹어야 행진한다. 폭식이 정답이다. 불만이 어디 낯선가. 안 그래도, 개도 운수 좋은 날이 있다. 촌닭에게 쨍 하고 해 뜰 날 없을까. 근데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물어보지 말라면 안 물어볼 거냐고 하겠지. 아니 내가 지금 누구랑 대화하고 있지? 몰라. 알아서 뭐 하게. 상관 마. 귀찮으니까. 살찐 여자가 노래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누가 모르냔 말이다. 그럼 하는 수 없이 미지의 이상은 아직 탐구되지 않았다며 그분과 협상할 수 밖에. 그러니까 저 하늘의 별을 땄냐, 하면 못 땄거든. 안 그래도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그 뿐만이 아니라 새까매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꿈 없는 인생이구만.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구나. 허나 쥐구멍 있다 하더라도 개한테 너무 작단 말이야. 어른이 애들 잠옷 어떻게 입나. 어쟀든 지금은 때가 아니다. 자, 올 것이 왔다. ~라는 적기를 기다리자. 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찰나가 있을 테니까. 이렇게 나는 출근길에서도 공상을 멈추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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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79

from 소설 2020. 11. 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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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느낌, 알고 봤더니 허접한 기분이다.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여자의 직감, 보나마나 바가지긁는 용도. 미스테리와 판타지에 대한 애착, 돈과 직결될 리 있나. 그러니 패션에 모처럼 관심을 가진다? 모자를 썼더니 친구왈 닭벼슬 같대. 미용실에 들러 투톤 헤어스타일 완성했더니, 그걸 속칭 존멋남이 하면 얼마나 좋나. 근데 왜 하필 껄떡대는 하이에나가 생각날까. 그렇다고 올블랙으로 빼입어봐야, 늬가 뭐 저승사자라도 돼냐? 감사와 축복과 기도도 좋겠으나, 최대의 관심사란 뭐겠나. 여자는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 누가 누가 그 말 듣고 발끈하는지 안 봐도 뻔함. 야 야 몇 시 방향, 어디 어디... 이 자식이...! 오오, 아아, 뒷모습 뒷모습... 그런데 앞모습은? 그렇다니까 글쎄. 근데 뒷모습마저... 우리는 그분들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넌 뭔데... 그러니까 미리미리 좀 말려야 한다. 누가 쟤 좀 말려 봐, 못 말린다는 걸 아니까 남한테 시키는 것일뿐. 밖에서만 시키면 다행이게? 집에까지 와서 손 하나 까딱 안할 수도 있음. 또 노래 시작하면 마이크를 놓을 줄 모르면 그나마 다행. 근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얘기, 드물게 재밌어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야기보따리 푸는 사람 얼마나 징글징글하고, 듣는 사람 그 얼마나 지긋지긋할까. 밑도 끝도 없는 잔소리 대체 끝은 있을 걸까? 그런 개뼉따귀 같은 궁금증마저 짜증날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여자의 마음을 추론하여 여자말 번역기나 업데이트하는 게 나을지도. 허나 달력은 깨끗. 건수는 없음. 탐구심만 왕성. 성과는 꽝. 하여 1년에 한번 태어날까 말까 한 허당인 걸 자인하지 않을 수 없는데. 허나 어떻게 잘만 하면 어찌어찌 꽃밭을 헤집고 지나다보면 뭐 어떻게 얻어걸릴 수도 있고, 그럼 또 누군가를 자빠트릴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뭘 자빠트리긴 자빠트려! 좋게 소파에 자빠져 TV나 보자. 오락산업이 그래도 괜찮긴 하거든. 정말로 바보상자에는 처녀 불알 빼놓고는 다 있다. 그럼 뭘 해, 몽땅 그림의 떡인데.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했더니 2장 날려. 스트레스 더 쌓여. 자, 그럼 자연으로 나가볼까? 또 언년을 꼬실려고. 누군갈 어떻게 한번 해보긴 뭘 어떻게 해봐. 하긴 솔직히 말해서 여자는 남자에 환장한다. 아니면 비정상이니까. 여자가 남자 좋아하는 건 본능과 사랑과 애정이며 자연의 이치이지 무슨 죄인가? 다만 이미지 트레이닝에 초대되는 목록을 보아하니 뭔가 섭섭할뿐. 딴년 남편을 탐하지 말라. 말하면 어디 듣냐고, 어? SF 드라마에 나오는 순간이동 기술이 딴 게 아니다. 걸핏하면 미남과 성우와 정력과와 낭만파와 어쩌다 기분파까지 그분들께 소환되는 것일 뿐. 아닌가? 아니긴 뭐가 아닌가! 언제든지 눈독들일 만반의 준비. 쉼 없음. 끊임없음. 멈출 리가 있나. 여자 마음 요리하는 거 일도 아니다. 농담이고. 뭐 농담이 아닌 거 같은데?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어딜 넘봐, 라는 그분들 의중 모르면 안된다. 근데 그거와 환상문학 줄거리와 도대체 뭔 상관인데? 그러게. 어쨌든 여자 마음 달랠 줄 알았던 여성잡지, 애독하다 보면 뭔가 비교되는 것 같아 더 신경질날지도 모를 일. 그렇다고 멜로드라마를 반겨하면 뭘 하나, 애들 말마따나 빡치는데. 그렇다고 친구녀석 불러내서 야 한판 떠! 그래? 테니스를 지면 져서 짜증이고 이기면, 어? 승부욕 대가인 그놈한테 이길 때까지 3년 내내 달달 들들 볶아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호승심 챙겨주고 남편 기살려줬더니, 여자들 구미에 딱 맞춰 튜닝하며 최적화시켜 놨더니 글쎄 살쾡이들이 꼬리치고 난리. 애교에 약한 남편 미칠듯이 눈돌아가거든. 근데 그분께서 유독 퇴폐미에 더 약하다? 더군다나 백치미에 빠지면 어떡하나. 그래서 지는 비교 잔소리 따따부따, 남편 도망가라고 고사지내는 격. 하여 너무 풀어줘도 안되고, 너무 쪼여도 안되고. 그렇게 조련술 고급스러워지다 보면 행복을 정복할 줄 알았는데. 누가 여자 나이 50 넘으면 쳐다본대유? 그러던 어느 날 동지애 시들시들, 달력은 더 깨끗해짐. 말이 그렇단 거고 각자 전우애 잘 챙기라는 얘기. 그래도 뭐랄까 인생의 환멸은 곧 연애사의 애환이라고나 할까! 뭐라고? 뭣이 어째? 증말 보자 보자 하니까, 워 워 워. 차면 넘친다. 이와 같은 주전과 대타들의 험담과 공상과 토론에 시달리다가, 끝끝내 잘 버티다가 NB는 퍼졌다. 뻗었다. 방전됐다. 썩었다. 곯았다. 상했다. 망했다. 기력이 바닥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롭한테 의뢰한 끝에 꽤 괜찮은 휴양지로 떠났다. 괜히 도시에 있어 봤자 쌩얼판독기 선그라스에 3장 투자하자, 꼬시다 꼬시다 싫다 싫다... 말려서 3장 날리기는 싫었던 것이다.





    2

    그는 도착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낯선 환경 좋았다. 색다른 배경 흡족하다고 자랑할 친구는 없다. 그래도 괜찮음. 그렇다고 첫날부터 여기저기 막 들쑤시고 돌아댕기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러다 나서기 좋아하는 숙녀한테 기빨리면 큰일날 테니까.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바깥으로 돌면 당장 첫키스부터 첫사랑만 10번에 곧장 신혼여행 떠나야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피곤했던 것이다. 그렇게 첫날은 조용했다. 
    둘째 날이 되었다. 일에 대해 간략히 말하자면 NB는 칼럼은 당분간 쉬기로 했다. 또 연재소설은 일부러 저급한 미완성, 땜질하려다 실패한 거, 아이디어만 대충 밑그림 그린 거! ~를 모아서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며 이메일로 보냈다. 자, 그래서 그는 자유를 획득했다. 허나 탐스런 과즙은 맛볼 수 없었다. 그게 아니라.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감격의 장면, TV로 보면 그만이었다. 골세러모니 한두번 봤나. 이처럼 뜬금없이 할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고 나니 뭐랄까, 뭔가 허탈하다고나 할까? 개목걸이 풀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똥개도 아니고. 경주대회에서 꼴등 따논 당상인 경주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추적자일 수야 있나. 아니면 한도 끝도 없이 공포심을 조장하나 의심을 부추기리.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일 밖에 모른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가령 사슴과 꽃다발과 포도주. 소풍과 비키니. 이채로운 해변가 분위기. 바람결에 움직이는 머릿결과 옷발과 장비발. 이국적인 풍경. 한가한 여유. 뚜껑없는 차들의 행진. 작은 놀이공원에 보이는 트램플린, 바이킹, 회전목마. 또 다람쥐 열차. 금새 익숙해졌다. 안 그럴 수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아가씨들끼리 놀러온 데 끼어들어서 같이놀자고 할까? 그는 껄떡대기 싫었다. 꼬실 수는 있는데 화장발 별로. 몇 번 보다보면 못생긴 거 눈치채면 어떡하나. 볼수록 매력적인 줄 알았는데 단지 뉴페이스라는 기분 탓이면 어쩌냐고. 또 그분들 입장은 뭐 없겠나. 어쩌자고 저분께서는 우리에게 들이대는 걸까, 우리가 그렇게 값 없나? 분칠하시는 그분들 얼굴값 높게 사드려도 모자를 판에, 선남선녀 미남미녀 평균값을 깎아먹어서야 쓰나. 그렇다고 카페 주인장들 흐뭇하라고 술 팔아주는 거도 한두 번이지. 따라서 그는 하는 수 없이 잔재주를 팔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어디긴 어딘가. 호텔에 쳐박혀 블로그를 만들어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합석한 신부 친구가, 묻지도 않았는데 초면에 하시는 말씀이. 할일도 없는데... 만날 사람도 없는데... 무인기녀는 집구석에 가서 어쩌고저쩌고. 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처량. 청승? 그렇다고 호텔생활 이어지다 보면 혹시 어떻게 황홀감 얻어걸릴지도 모른다는 꿍꿍이, 없었다. 그렇게 NB는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3

    날씨: 변덕 심함
    날짜: 11월 16일
    내용: 멜로드라마와 작별한 인생. 동화를 닮은 소원을 생각하지도 못한다. 만화영화 같은 상상력이 남아있을 리 없는 어른. 솔직히 말해 그는 뭘 해도 재미있다. 뻥이다. 잘못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거꾸로맨이란 말은 아니고. 좌우지간, 다름 아니라 외로운 계절 겨울이 돌아왔다. 우리는 고독한 도시의 사냥꾼이라 뭐 그 말인가? 굳이 타임머신에 탑승하지 않아도 내일은 언제나 오늘이 된다. 미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각해서라도 현실은 이미 영화인 것.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뚱한 심경과 구겨진 표정을 펴자. 자, 그럼 이제 전재산을 탈탈 털어 뚜껑 없는 자동차나 살까? 사든 말든 고를 형편이나 되면 좋으니까, 고로 기분 뚜껑이나 열리지 말기를. 뭣이 어째? 워 워 워. 어쨌든 평소 심보와 다를지 모르지만 그는 새소리만 들어도 기뻤다. 실제 개짓는 소리만큼 반가운 것도 많지 않다. 또 산책만 해도 즐거웠다. 가끔 외식을 하는데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세상 사람들 고민의 태반은 돈. 차라리 없으니까 편하네. 누가 전직 허세꾼 아니랄까 봐. 허나 꼭 틀린 말도 아니다. 볼수록 매력적인 숙녀와 아름다운 사랑을? 다음에 하면 된다. 우리가 욕망에게 친절할지라도 원래 황금만능주의는 내게 퍽 너그롭지 않을 수 있는 게 세상사. 그러다 떨리는 행운에 힘입어 SF와 미스테리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 좋을 텐데. 아찔한 지성은 냉수 마시고 속차리라며 우리를 깜작 놀라게 만든다. 물론 안 그럴 수도 있다. 그러든 어쩌든 그는 감상주의자연 하는 태도 지겨울 것이다. 당연하지. 그러니까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또 뜬구름잡는 공상을. 잘한다.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허나 꼭 보채지 않아도 된다. 할일 없는데 엉덩이가 어찌 근질근질하나. 할말 떨어져도 금새 다변가는 어떻게든 기 받기 마련. 그걸 믿다 NB는 걸핏하면 친구, 지인, 사교계에서 기가 빨려버렸다. 팔랑귀마저 너덜너덜. 열망이 불끈불끈이 아니라 체념이 왕성. 하트뿅뿅 신기하도록 자기만 피해갔다. 그래서 정력의 기울기까지 영향을 받았을까? 대체 그게 왜 중요한데. 우리가 그거까지 궁금해해야 할 정도로 한가한가? 하면 아니다. 긍정적인 숙녀와 낙관적인 아저씨 허영심 괜히 들쑤실 일 있나. 그런데 이와 같은 몽상가 기질은 하다 하다 그를 또 다시 '무엇이 나올지 모를 자판기'까지 그를 데려오고야 말았다. 뭐라고? 이미 왔는데 어쩌겠나. 일단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지켜볼 수 밖에.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아무일도 없었다. 하여 NB는 모든 탐욕을 내려놓았다. 마음을 비웠다. 소비욕구 하나도 관심 없었다. 복권도 안 산다. 마권 구경도 못해봤다. 펜트하우스는 뭔놈의 펜트하우스. 말이 좀 심했다만 그만큼 욕망의 거품은 사그라들었다고나 할까? 말도 안돼, 가 아니라 말이 된다. 왜냐하면 친구가 라스베거스에서 거물이 됐다며 초대해도 거절했으니까. 그리고 또, 어? 믿기 어렵겠지만 그는 여자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이다. 그럼 대체 뭘 원하는 것일까? 생각이 없다. 괜히 사랑이 없다고 하겠나... 





    4

    날씨: 흐리멍텅
    날짜: 11월 17일
    내용: 다정한 탐욕을 예뻐해주던 호시절은 지났다. 사랑스러운 유혹과 달콤한 러브콜, 꿈도 꿀 수 없다. 뭐랄까 유쾌한 인생을 희망하나 진한 사랑을 편애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그 무슨. 연애론 탐구하고 멜로드라마 애호해서 뭘 하나. 미지의 이상은 도저히 손에 잡힐 수 없는 개꿈과도 같은 것. 정말로 그렇단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뭘 해도 재미없다며 누구한테 솔직히 털어놓을 깜냥, 없다. 응석을 왜 해. 투정 질리도록 했다. 더 이상 넉살부리다간 욕먹는다. 예술적으로 징징대다가 상욕 얻어들을 일 있나. 그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뭇남성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을까? 뭇여성들로부터 인기를 한몸에 받을 수 없으니 퍽 고민할 필요 없는 물음이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그게 아니라. 오리가 거위의 뒤뚱거림을 비웃는다고, NB는 자기 앞가림이나 잘하면 된다. 지금 남걱정할 땐가. 지 주제를 알아야지. 짜증 들어줄 우정도 닭살 돋고 사교계엔 얼신도 못하질 않나. 신비감, 호기심, 모험심, 감수성, 소년감성... 모두 바닥이다. 이런 슬럼프는 처음이다? 뭐 언젠 안 그랬나. 정력기는 끝났다. 사랑은 없어. 근데 건수가 어떻게 있겠나. 그렇다고 언젠가부터 미완의 웜홀머신을 연구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데, 잔꾀와 잔머리와 잔재주로 그게 될 거 같으면 뭐가 문제일까? 잡았던 범의 꼬리는 놓기도 어렵다. 보아하니 너무 큰 걸 노렸네. 말하자면 뻔트 대고 떡밥뿌린 다음 반응 봐서 그 다음을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근데 걘 차마 빠져나올 수 없는 목표에 매달린 게 무슨 판도라 증후군이라도 된단 말이냐고. 다 큰 어른이 왜 포기를 몰라? 그러게. 그러라 그래. 누가 말린대? 장구 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북 치고 싶댔다. 그러게 어설픈 졸부 칼럼 쓰고 환상소설 나부랭탱이를 무슨 바지끄댕이 잡고 물고늘어지 듯 하니. 고로 뭐든지 연패요 늘상 노잼에 매번 권태. 자, 그럼 이제 본게임을 시작해볼까? ~라며 이어질 할 말 뻔하지. 식상해. 그러니까 미소가 썩었지. 말씀 심하게 하시네? 가만 있어 봐, 나 얘기 좀 하게! 근데 내가 뭔 얘길 하던 중이었지? 잊어먹을 수도 있다. 솔직히 아무나 다 꼬실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틀린 말도 아니다. 누구나 웃길 수 있다고 장담해도 고급스러운 농담 안 먹힐 입장이라고 왜 없겠냔 말이다. 근데 또 이처럼 말꼬리잡고 늘어지다가는 입꼬리 올라간 바람잡이 도움도 못 받고, 눈꼬리 올라간 숙녀의 사랑 스카웃도 물 건너가기 마련. 따라서 지금은 드디어 행동할 시간? 아직 아니다. 보나마나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을 테니까. 말은 좋아. 말만 그냥 (절레절레)!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NB는 추접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렸다. 뻥이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누구 좋으라고. 또 언년을 꼬실려고 패션에 관심갖냐는 잔소리 진짜로 들리는 것만 같다. 이대로 혼잣말만 부풀리다가는 자긴 빵이 될지도 모른다며 그는 괴로워했다. 이건 아닐 테니까. 
    그래서 NB는......





    5

    날씨: 너무 좋음
    날짜: 11월 18일
    내용: 사랑론의 본질을 고민해서 뭘 하나. 행복업의 다양성을 생각하다가 한정판 다 팔려버린다. 얼굴 팔리기 좋아하진 않는 건, 어떤 명분과 품위와 뭘 갖춘 다음 얘기. 근데 뭣도 없이 꼬리 없는 여우의 둔갑술을 왜 궁금해하는데? 그러게. 생각하는 것도 뻔해. 1번 타자 나대지 마, 2번 묻지 마, 3번 영화찍지 마. 4번 타자 드디어 하지 마! 뭘 하지마, 어? 성공과 호사와 풍요와 부유함과 직결되는 큰 재주는 비리비리, 하필 남은 잔재주라고는 유독 끈질긴 작명가 자질? 그래서 현재 성적표는 다름 아니라 품위유지비 부족. (절레절레) 유치한 녀석. 꺼벙하니까 여자가 없지. 애송이네. 바보라고.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것도 뭐 재능? 지가 무슨 비엔나 줄줄이 소세지야 뭐야! 어? 깜작 놀랄 만한 껀수, 꿈 깨라니까 증말. 달님에게 사랑을 물어보고 별님에게 소원을 비는 건 애들도 안 함. 그처럼 NB는 쾌활함을 잃었다. 아니 원래 맹탕임. 맺집은 스파링파트너감. 통장잔고 엉망. 잔재주 형편없음. 막춤도 못춤. 노래도 못부름. 전성기 있지도 않았음. 미소가 썩은 게 아니라 느끼함. 상상력도 식상함. 제발 한번만 만나달라던 애원, 애초에 없었다. 오빠가 나 책임지라던 간청, 있을 턱이 있나. 그래도 그녀를 흥분시키며 만족시키고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겠다는 열망감, 뭔지도 모름. 또 전화왔다 어제 고마웠어요 그제 미쳐버렸어 오빠, 오늘 우리 뭐할까... 혹시... 설마... 사정사정 사귀자던 숙녀들의 외침. 다 뻥이다. 허당의 난처함이란 이런 것이다. 근데 잊었던 그녀가 NB에게 선물을 보내왔다. 물론 뻥이다. 또 아지트에 가면 다들 녀석을 피한다. 그건 진짜다. 그럼 안 가면 되겠네. 뭐 하러 걔네들 귀찮게 하냐고. 그러게 뭐 한다고 양치기 소년처럼 허풍을 남발했을까. 뭐 형이 쟤네들 다 꼬셔줄께? 놀고 있네. 웃기신다고. 말도 안돼. 지가 뭔데 괜한 여심을 흔들긴 흔들어, 어? 그런다고 못 이긴 척 끌려갈 호박인가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모험심도 냅두래, 야성미도 관두래, 사랑은 아는 체하지 말라네? 형편이 장난 아님. 전망은 말도 못함. 근데 특단의 대책이 어딨어. 그래서 아는 동생들까지 다 도망갔음. 기분은 꽝. 평소에도 노잼. 결국 아무리 기다려도 쥐구멍에 볕들 기미는 보이지 않음. 살짝 과장하자면 이대로 좀만 버티다간 정말로 미쳐버릴지도 모를 지경. 따라서 이쯤에서 탄식이든 청승이든 능청이든 끊고 가지 않음 안되었는데. 그런데 대타는?
    그래서 NB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갈 데는 딱히 없었지만 말이다. 





    6

    오늘은 11월 19일이다. 그는 공원에서 뭐 어떻게 낯선 아저씨와 인사를 나눴다. 
   「말 통하는 사람 만나기 어려운 세상인데. 전 어쩐지 그대와 꽤나 말이 잘 섞이는 거 같습니다. 허허허허허. 언제 봤다고 이 양반이 내게 친한 척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설마 그러시진 않을 분 같으니 드리는 말씀이지만. 미리 알려드리건대 전 선생님께 바라는 거 없습니다.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라구요. 다만 뭐랄까 입이 근질거렸다고나 할까요? 말상대로 제가 썩 마음에 드시지 않을 수도 있으나 결코 형씨한테 손해보는 시간을 아닐 테니. 고로 절 한번 믿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혹시 아나요? 제가 눈부신 미녀를 아제한테 소개시켜드릴지. 것도 한두 명이 아니다면요. 아직 선생 취향을 제가 잘 모르지 않습니까. 허허허. 한 명, 두 명, 세 명... 교체 교체. 교체 카드 절대로~ 바닥날 일 없겠죠. 그럼요. 그러면서 슬슬 구미를 엿보고 실험도 거치며 수준을 높여가며 그러다 그 끝은 무엇일까요. 그걸 제가 알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진즉 무지개 너머로 떠나서 오즈의 마법사가 됐겠죠. 자, 그런 의미에서 신데렐라의 요술구두에 대해 슬쩍 귀뜸해드릴까요 말까요? 얘기가 너무 두서 없지만 오늘 당장은 모르실 꺼예요. 제가 왜 바쁘신 그대 시간을 빼앗는지를요. 뭐 그건 그때 가서 차차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테니 미리 급전처럼 땡기지는 맙시다 그려. 허허허. 여기 여자도 없는데 설마 여자 마음을 담보로 설정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근데 제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시겠죠? 그럴 꺼예요. 왜냐, 저도 모르거든요. 허허허. 그럴 수도 있죠. 좌우지간 스트라스부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 바로 그 표정! 어디선가 본 것 같아요. 어디였더라? 누군데 생각이 날 듯 말 듯 아리송하지? 저도 알죠. 모를 수 없어요. 여기가 스트라스부르가 아니란 것 말이예요. 허나 그건 지금 얘기고. 예전엔 아, 제 고향이 스트라스부르군요. 선생은 고향이 어디신가요? 아, 맞다. 형씨! 그 오른손에 손목 안쪽에 그 흉터. 언제 생긴 거예요? 저도 똑같은 데 똑같은 상처를 간직한 사람이걸랑요. 자, 보세요. 그렇죠? 그렇다니까요. 이거 반갑습니다. 기뻐해야 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우리가 꼭 뭐 스트라스부르에 볼일이 있을까요? 이 양반이 근데 아까부터 갈팡질팡 대체 뭔 얘기를 하려고 날 귀찮게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셨군요. 지극히 자연스럽운 발상입니다. 허허. 그러고 보니 형씨는 카드랑은 안 어울려요. 표정이 다 읽히니까요. 저를 보세요. 제가 바로 둘 중 하나죠. 세계적인 도박사 아니면 희대의 노름꾼. 농담입니다. 허허. 안 웃겨요? 억지웃음이 꽤나 효과적인 거 모르시지 않으실 텐데. 제가 이래뵈도 몬테카를로의 포커페이스랍니다. 저 별명 많아요. 왕년에 여자깨나 울렸거든요. 제가 일전에 마술쇼 업계에서 놀 때 말입니다, 제 애칭은 그걸로 통했죠. 포르토피노 가위손! 그냥 스치면, 어? 말도 말어요. 왜 안 믿겨요? 오늘은 모르실 거예요. 그녀들이 얼마나 날 사랑하는지를요. 근데 그게 뭔 말이죠? 그러게요. 뭐 정신이 잠깐 나갔다가 또 때 되면 돌아오겠죠. 뭐 일단 오늘은 몸만 풀기로 하죠. 본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정력 낭비하면 안될 테니까요. 허허허허허. 아무튼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나 주고 받을까요? 나중 연락도 안 할 텐데 위선떨진 맙시다. 고개 돌리고 남남처럼 자기 인생으로 돌아갈 텐데. 제가 그냥 냉혈한 되고 선생께서 도덕군자 되시는 거죠. 남자는 가운데만 실하면 되거든요. 네? 그거랑 저거랑 대체 뭔 상관이냐구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렇다고 제가 뭔가를 보여주기를 바란 거도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보여줘요? 여기서요? 근데 뭘요? 아무튼 피차 여자 좋아하는 거 같은데. 서로 바쁘니가 이만 헤어집시다. 거 질척거리게 미련남기지 말자구요. 아실 만한 분께서 뭔 오늘 만나자마자 질펀하게 놀자는 마음 있진 않겠죠? 오늘 당장 저 하늘의 별을 따자구요? 놀긴 뭘 놀아요. 전 아무튼 자빠트릴 사람 있습니다. 형씨는 없을랑가 몰라두요. 그럼 입 아프게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아! 당신 남자군요. 깜빡 했어요. 자, 그만 가쇼. 아니, 제가 갈께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럼 안녕히!」
    뭐야 저 인간! 
    NB는 오늘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저런 분이 날마다 그에게 접근해오는지를 말이다. 





    7

    날씨: 너무 좋음
    날짜: 11월 20일
    내용: 그는 비밀리에 입수한 첩보를 신뢰했다. 때문에 모스맨 연구소를 급습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까무러칠 만한 뭔가는 없었다. 정보통한테 또 속았다. 깜짝 놀라기는 개뿔. 여자 마음 쥐뿔도 모르는 놈. 그러니까 유니콘 농구팀 탈퇴 후 어떻게 어떻게 해서 예선탈락. 늘 그랬다. 특유의 몸짓 역시나 꺼벙. 언제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표정. 예전에 아마 예스맨이었다지? 봉이니까 성격 좋단 말 듣지. 그러던 옛날 친구 중에 '봉'자가 들어가는 친구 결혼식에 갔는데, 고딩 친구가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여준다는 게 글쎄... 걔가 그때 데려온 여자친구 어떻게 생겼더라? 또 그렇고 보니 걔랑 삼류대학 1학년 하교길에 예쁜 애랑 셋이서 같이 걸었는데. 그래 봐야 별일 없었음. 그건 그거고. 아무튼 '봉'자 들어간 친구 결혼식장 건물 위 수영장에도 갔었는데. 거기서 수영하다가 여자랑 머리가 맞부딪힘. 근데 하필 그 거리가 ┼에서 윗 선분이 10시 방향. 그게 11시 방향만 됐어도... 아니야 아니야. 걘 이모말 듣기도 전부터 (절레절레)! 잠깐만... 거기가 아니던가... 무슨록 거긴가? 몰라 몰라. 뭐 어디? 골똘히 생각하고 자시고, 아니야. 뭐야? 그럼, 여자들은 심상훈련의 빅데이터를 몽땅 껴안고 산다니! 남자들이 의뭉스러운 하드디스크를 언젠가 버리는 것보다 훨씬 지독하잖아? 그럼 우리들은 뭐 죽 쑤어 개 좋은 일만 했을까? 농담이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NB의 덜떨어진 심정으로 보건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딱 그렇구만. 뭘 어떻게 하기는. 일단 튀어. 근데 엉덩이가 무겁지. 할말 떨어지니까 엉덩이도 근질근질거리지 않음. 도취감 0에 무력감 10. 실패한 기억 때문에 패배주의를 역전시키고자, 그럼 게임회사 낙방한 걸 재도전? 주류회사 노크마저 무응답이었음. 하여 공상은 하다 하다 중3 때던가 역기를 종아리랑 허벅지 편편히 하려고 올려놓던 일까지 떠올림. 여드름약 숨겨놓는 장면을 (외)사촌형한테 들킨 건지 우연히 비의도적으로 엿본 건지 잡생각만 많아짐. 그 뿐만이 아니라 생각은 더욱 거슬러올라갔다. 하여 초등학교 1학년 때던가, 덧니를 발치했던 치과가 시골 시내 2층이던가 그랬는데. 그 근방 가족들끼리 모두 친한 형네 집에 놀러갔다 오는 길에 그 치과를 지났는데, 거기가 홍등가던가 그랬음. 낮에 문밖에 앉아있어 어느 노회한 눈빛과 어린애의 시선 사이의 담배연기. 그런 걸 왜 또 떠올리냐고. 그러고보니 머머했음 또 전보체가 슬슬 뭔가를 보채고 있구만. 그래서 떠올린 말이 글쎄 뭐다? 장미꽃 지면 팬지꽃 보랬다. 뭐가 어쩌고 어째? 워 워 워. 복숭아 벌레먹었으면 사과 먹자 그 말인가? 옛다 오렌지 쥬스. 넉살도 하면 는다. 그럼 뭘 해, 그 권위 누가 알아준다고. 지네 발에 신발 신기듯 바쁜 척해 봐야, 일복은 어디 안 감. 행복한 일하기를 놓고 어디 엄살을! 짝가슴 같은 소리 그만 좀 해라. 그러다 짝궁둥이 살 빠지랴. 개 좀 그만 짓어라. 능구렁이 같은 놈. 또 호시탐탐 뭘 노리는 것일까. 궁금하지도 않다. 허나 서술자는 줄거리를 읊어야 하기 때문에 환상적인 멜로디를 멈출 수가 없는데. 근데 왜 요술구두는 할말이 그렇게나 많은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 어찌 됐든 재미없거든 심심하지나 말아야지, 더럽게 싱거운 남자. 허당미 웬만히 뽐내야 말을 안 허지. 그렇다고 분칠하는 여자 인생과 달리, 걔 얼굴에만 똥칠하잔 말이 아니라. 좌우지간 이건 아니다. 
    그래서 NB는......





    8

    어느새 11월 25일이 되었다. 통상 반박자 늦는 허당, 이번에는 한박자 하고도 0.5나 늦었다. 쩜팔이인데 안 그럴 수가. 근데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일찍 알게 된 비밀을 과연 비밀이라 할 수 있을지 어정쩡하지만. 그래도 말해보자면 이렇다. 
    그는 차차 알게 됐다. 일기를 쓸수록 자기와 신체적 공통점을 지닌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걸. 
    11월 19일 오른손 손목 안쪽 흉터. 다음 날 왼손 손바닥 안에 흑연 내상 입은 사람. 다음 날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하던 중, 웬 숙녀가 선크림인지 참기름인지 뭔지를 발라달라 그러네? 물론 뒷모습에 말이다. 뭐, 뭘 상상하시나. 그런데 그게... 좌표로 설명하자면 위도는 젖꼭지보다 3cm 아래, 경도는 정중앙에서 1cm까지 가지도 않게. 물론 앞이 아니라 뒤. 바로 그 지점에 곰발바닥 흉터? 태어날 때부터 새겨진 직인.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하니까 그는 어땠겠나. 통상 스릴러 영화와 추리소설은 범위를 좁혀간다. 그처럼 엑셀표에서 용의자라는 표적은 선명해지는데. 그와 달리. 처음부터 뚜렷한 대상자? 지원자? 지지자? 복음자도 아니고. 그분들께서 어떻게 자동적으로 접근해오게 되었는지. 그렇다고 그걸 또 엑셀에 기록해서 A : B, B : C, A : C...... 막 그렇게 놀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그는 고민 끝에 (일기 전용)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떤 기묘한 일이 발생하는 건 드라마에게 양보하자. 가령 불미스러운 인간사랄지 까마귀떼가 출몰한다거나, 양떼가 대이동하고, 돌고래 때죽음. 또 있다. 밍크 살처분, 개구리떼 폭우, 통닭 3만마리 폭식. 뭐 생식? 넘어가고. 그러니까 어째서! 왜냐하면 영화로 나오는 재미는 남겨놓아야 하니까.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하냐 마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르고 자시고 선택의 문제가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몰라. 알아도 말 못한다. 그럴 수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그게 아니라 말문이 막혔다. 입이 떡 벌어졌다가 닫혀야 하는데. 하다 하다 뚜껑이 열려버린 끝에 닫히지 않기 때문. 그럴 수 없으니까. 그걸 덮으면 프랑켄슈타인은 도망간다. 어차피 도망가봤자 부처님 손바닥 위. 안 그래도 가 봐야 똥개는 금새 심심해지기 마련. 아, 그 얘기가 아니라. 근데 뭔 얘기 중이었지? 





    9

    NB는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때부터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에 관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특정 문신이 유행한다랄지, 광고에 익숙한 슬로건이 등장한다거나.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느낌 세해서, 왠지 알 수 없지만 블로그를 다시 공개로 바꿨다. 그랬더니 그런 요상한 현상들은 모두 사라졌다. 물론 공개-비공개가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만큼 그는 순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불결한 아저씨란 말이 아니라. 그럼 이미지 트레이닝은 뭐 얼마나 순수한가? 유혹해서 넘어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심지어, 아무나? 통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니 잠깐만. 그래. 쉬었다 가지 뭐. 번호표 기계 쓸일도 없지 않나. 말하자면 좌 심상훈련 우 쉐도우복싱. 실전은 저 멀리 있으니 시운전이라도 해보는 것. 안 그럼 녹스니까! 근데 워밍업을 너무 많이 해버렸기 때문일까? 정작 대타 투입했는데... 말도 말어. 재미없는 농담 정말 징글징글허다. 그거 얼굴마담인지 간판타자인지 대신 해주는 사람은 얼마나 피곤할까. 그런 분한테 뭐 인사말이, 요새 재미 좋아? 말도 마! 그러던 어느 날 여성환상 1.5에서 식을 줄 모르는 인기 때문일까, 경리 아가씨로부터 선물을 받음. 사모하는 연정은 커녕, 먹고떨어지라는 숨은 뜻이! 뻥이다. 정신사나우니까 마음의 여유를 되찾자는 의미에서 헛소리한 것일뿐. 그쯤 해 둬. 아니. 관둬. 집어쳐. 때려치면 될 거 아냐. 농담인 거 알지? 바보 같은 소리 마, 들은 셈 치자고. 또 다시 이처럼 공상과 주파수 혼선과 정신분열은 NB를 가만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호텔에서 조용히 영화를 봤다. 
    제목: The Kovak Box (2006)
    내용: 소설가인 데이비드 노튼은 행사에 참가했다가 어떤 과학자를 만나게 됨. 1차 만남은 인사만. 그러다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2차 만남에서던가... Kovak Box라는 상자를 선물받게 됨. '소설가 대 과학자' 설정으로 줄거리 대충 나옴. Gloomy Sunday라는 제목의 노래를 들으면 정신이 나간다는 설정. (만져봐 만져봐 VS 들어봐 들어봐, 가 아니라 진지한 애용임)
    꽤 흥미로운 영화였다만 그는 중간부터 잠잤다. 왜? 도시에 둘도 없는 바보니까. 문제 있어? 아무도 관심없음. 그래도 영화관람은 적당히 효과적이었다. 공상과 잡생각과 정신분열을 일시적이나마 말끔히 진정시켰으니까. 보아하니 짭짤하게 재미를 봤다. 그럼 공짜로? 그때까진 몰랐겠지. 오히려 보지 않았음이 나았을지 모를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잡념이야 어차피 왔다가 갈 테고. 정체성 1번 2번, 대타 7번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기... 놀아주면 된다. 대타 77번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 친한데 뭐가 문젠가. 잔소리로 빠지지 말고 줄거리에 집중하자면 이렇다. 
    요컨대 그날 저녁 호텔 특설 행사장에서 음악회가 있었다. 무슨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가 즐겁고, 고풍스러운 드레스와 제비복과 나비넥타이. 뭐 나이트클럽 웨이터 총모임 대회 할 일 있나. 그게 아니라. 삼촌, 작은아빠, 막내이모, 당숙들 가운데 음악 꽤나 들었던 양반들이 기억하는 그룹. 바로, The Moody Blues 라는 그룹이 재결성 기념 공연을 진행하고 있었다. 앞서 말한 영화 "The Kovak Box (2006)" 내용을 안다면 느낌 세할 수밖에 없는데. 그 내용을 모르면 별볼일 없는 얘기일 뿐. 곧 "Gloomy Sunday"라는 제목의 노래, 그 3분의 마법에 관한 영화들이 몇 편 있다. 근데 지금 낯선 휴양지에서 nb가 겪는 그 무언가는, 보아하니 역발상이었다. 즉 아 그 노래...를 들으면 무언가 그분이 깨어나신다고나 할까? 무슨 백설공주 7명에 난장이 1명인 동화 패러디야 뭐야! 분명 그럴 것이다. 읽다보니 뭐 할일 없어서 읽어주기는 하는데, 이 양반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뭐래? ~라고 말이다. 이해한다. 못하면 꽉 막힌 꼰대게? 알만 하다. 그나저나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그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뭘 어떡해. 아니야. 어떡하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고. 
    그렇게 The Moody Blues 공연을 보던 중 호텔 바텐더가 nb에게 접근해왔다. 참고로 말하자면 그 둘은 이미 친해졌다. 궁짝이 맞었으니까. 척하면 척! 그럼 바텐더 더글라스도 여자라면...? 넘어가자. 여자는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 남자에 환장한 년... 그런 상스러운 표현을 어떻게 내 입으로 하나. 절친한 친구끼리랄지 능글맞은 어른들 말장난에서 주워듣는다면 또 모를까. 왜 하필 남편을 지는 비교로 달달 볶고, 깨끗한 달력 때문에 불평불만 일상적인 어떤 여인네가 친구를 만났는데. 근데 남의 남편 열등감을 칭찬하고, 지는 비교를 미화하며, 자기 우월감을 비하한다? 그분 속 뒤집어질 일. 그게, 바로, 나라고요? 빙고. 농담이고. 지금 그 얘기가 아니다. 또 또 옆길로 새버렸다. 그럴 수 있다. 돌아왔으니까 괜찮음. 자, 아무튼 바텐더 더글라스가 NB랑 대화를 나눈다. 드라마에서 숱하게 본 뻔한 인사말 건너뛰자.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더글라스는 NB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대체 어떤 신기한 물건을 보여주려고? 
    하긴 누가 누굴 자빠트릴 상황은 아니니 안심. 
    걔가 쟤를 뭘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설정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넘어가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있잖아 있잖아, 있긴 뭐가 있어. 자, 어떻게 될 건지 일단 입맛 다시며.. 아니 두손을 비비며 기대감 부풀려보자.





    10

    더글라스의 집에 그들은 도착했다. NB는 개처럼 커피 냄새만 맡았다. 더글라스는 커피를 줄려다 말았다. 주면 줄 것이지 줄 것처럼 했다가... 사람 놀리나? 하여 그는 떼까마귀처럼 순식간에 분위기를 정탐했다. 그렇다고 친구의 탐욕을 측정할 필요 있나. 뭘 하고 놀까 궁리하기도 전에 더글라스는 NB의 추리력과 호기심과 감수성을 쥐락펴락했던 것이다. 근데 어떻게? 그러니까. 더글라스는 녀석 앞에 신발 하나를 놓았다. 운동화였다. 쥐색이네. 상표는 엘레세. 뭐? 그는 기억났다. 옛날에 94년에 가출했다가 금방 집으로 복귀하자마자, 누나집에 놀러갔는데, 누나가 사준 운동화. 쥐색 엘레세 운동화. 그걸 샀던 장소는 NC(뉴코아 백화점). 그러고 보니 누나가 중학교 1학년 입학선물로 가방도 사줬는데. 그 푸르스름한 가방은 코롱(마이크로소프트) 액티브(윈도우). 이니셜로 KA = 111. 괜히 느낌 세한데... 왜 하필 더글라스가 그 신발을 보여준 것일까. 듣고보니 자기도 웜홀머신에 대해 일평생을 바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형 놀이공원에나 있을 다람쥐... 이름 뭐더라?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는데, 회전목마는 웃고 즐겁게 사진찍으라는 거고. 다람쥐... 그 기구는 동전이고 뭐고 주머니에서 빼낸 거 안 빼낸 짱돈까지 죄다 떨어져서 막 못 찾고 그래야 하는데. 어째서 그와 같은 장치를 여기다...! 근데 형편을 보아하니... 장난이 아니었다. 빼곡한 과학서적들 하며... 설계도를 보니... 디자인 프로그램 캐드는 물론,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들을 자유자재로 떡주무르듯 활용할 수준이면... 당장 애플-구글-인스타그램... 그런데서 수석디자인팀장 꽤차도 될 정도란 말인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야, 더글라스.」
   「응.」
   「너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왜 그래 친구!」
   「너 누가 보냈어?」
   「왜, 날 다리 밑에서 주워왔을까 봐? 하긴 난 주민등록 신고가 안되었을 걸 아마. 그러니까 내 여권은 없다고 보면 되지. 서류상으로 난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거든.」
   「정말이야?」
   「뻥이야.」
   「너 뭐하는 놈이야?」
   「그럼 내가 놈이지, 년이냐?」
   「뭣이 어째?」
   「뭐가 뭣이 어째. 아직도 모르겠어?」
   「뭘 몰라? 말을 해줘야 알지. 내가 천재냐? 너랑 나랑 연애하는 사이냐고.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정말이냐?」
   「뭐가? 그러니까 내가 누누이 말했잖나 친구. 놀라지 말라고. 어? 내가 했던 얘기들 너 그거 다 뻥인 줄 알았냐? 아니라니까. 아니라고요. 네?」
   「늬가 진짜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원리에 대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3대 전문가라고? 너 같으면 그걸 믿겠냐! 근데 이건... (몸짓) (시늉) (표정)...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늬가 정말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원리를 뭐 저 장비에 구현하기라도 했단 거냐?」
   「응.」
   「너 어쩌다 이 지경까지... 늬 애인이 너 여기서 이러는 거 알고 있니? 없겠지. 그럴 거야. 근데 너 거울은 안 보냐?」
   「거울을 왜 봐. 난 거울 잘 안 봐. 넌 거울 잘 보니? 딱 봐도 너도 우리과인데. 부담스럽잖아. 뭐 삐에로처럼 립스틱이라도 칠하란 말이냐?」
   「너 여자한테 립스틱 선물해봤어?」
   「늬가 왜 여자가 없는 줄 알겠다. 저 타임머신을 놔둔 채 넌 그런 말이 입에서, 자동적으로, 나오니?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재미없는 거야, 알아?」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긴데... 근데 얘가 어떻게...」
   「아무튼 넌 1호야. 아니 2호던가? 일단 신어. 어서. 뭐 해 착화감 끝내준다니까 글쎄. 너 스포츠카 안 타봤니? 하긴 늬가 우주선 하차감을 알 리 있겠냐. 오빠가 말이야, 아 너 남자구나. 일단 속는 셈치고 믿어 봐. 손해볼 거 있어? 넌 잃을 게 없어. 하지만 그랑프리는 따논 당상. 어? 아직도 모르겠냐!」
    이때부터, 아니 며칠 전부터 더글라스는 이미 NB를 구워삶았다고 보는 게 옳다. 이미 그들은 만나기도 전부터 환상과 최면과 기적과 신비는 예정됐다고 봐도 된다. 
    보아하니 더글라스가 NB를 데려올 때 차에서 듣던 노래. 지금 조용히 흐르는 음악들. 제목들만 봐도 그렇다.
    Elegy - Jethro Tull
    Museo Rosenbach - Zarathustra
    Moments In Love - The Art Of Noise
    Henry Eccles / Violin Sonata in g minor
    Bach / 칸타타 BWV 204 <나는 행복합니다> 
    Gluck / 오패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내가 뭘 들은 걸까... 사랑이여, 내 품으로 돌아오라”
    또 있다. New Trolls. 그 외에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데 뭐 기타 등등. 모니터가 또 많았는데. 모두 최신품. 눈 돌아가는 뮤직비디오. 근데 이 향기는 뭐지? 어디서 시원하다 따듯하다가 바람까지 불다니! 벽면에 걸어놓치도 않은 채 차곡차곡 구석에 방치된 명화들은 또 뭐고. 딱 봐도 위작이 아닌데... 삐에로, 마네킹, 낭만주의, 고전주의... 이거 액자만 해도... 이거 하나 달라 그럴까? 대체 더글라스의 정체가 뭐지? 그러다 중간 중간 Baroque 고전음악이 분위기를 이어가고. 더더군다나 더글라스는 친구를 띄엄띄엄 알지 않는 늑대. 따라서 홀로그램, 효과음, 청명한 콜로라투라와 하다 하다 미약한 질 냄새까지. 또 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새소리들. 개 짓는 소리. 누군가 노크를 하는데 바깥에 나가보면 아무도 없어. 근데 다락방삼촌이 저쪽에서 자꾸 시끄럽게 하는데... 가봤더니 밍크와 족제비와 여우. 얘 전에 동물원에서도 일했나? 밀린 임금 못받은 거 동물들 몇 마리로 퉁쳤을까? 이 자식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그러다 nb는 슬슬 정신을 잃어가는데... 잃어가는데... 잃어가는데...!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11

    NB는 페루자에서 깨어났다. 휴업인지 폐업인지 인적없는 백화점 어느 매장에서 말이다. 
    타임머신은 무슨! 잠깐 기절하게 해놓고선 어떻게 깊은 숙면에 취해서, 짐짝처럼 이동. 그게 무슨 타임머신이야? 
    잠깐만. 엘레세를 신은 거까진 기억나는데... 엘레세? 엘레세란! 이탈리아 중부 페루자에서 레오나르도 세루바디오가 1959년 창립한 브랜드. 왜 또 95야. 근데 옛날에 페루자 축구팀 구단주는 뭐 하러 남미에서 괜찮은 멤바 데려오지 않고 낯선 데서 용병을 데려왔지? 그냥 팀 분위기 쇄신, 으쌰으쌰 격려, 싼값 플러스 알파에 주전경쟁 달아오르게 할 수도 있고. 하긴 최고로 가난한 연고지 나폴리에서, 당시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마라도라를 영입한 것도 그렇고. 당시 오락산업들 슬로건 장난 아니었겠네...! 하긴 러시아 마초들이 이름값 실망시킬 때도 있는데, 그분들도 또 허세에서 빠지면 섭하지. 사람 사는 덴 다 똑같단 얘기. 남자란 원래 애! 말이 그렇단 거고. 근데 당시 어떤 용병은 진짜로 꿇리지 않을려고 버는 돈 절반은 몽땅 명품 과소비에 할애했다고 하는데. 진짜래나 거의 진짜래나. 하다 하다 내 살다 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최고급 양복 입고 축구연습한 놈은 처음.... 많구나. (손차양) 엄청 많네. 뭐 그건 그거고. 그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체 집까지 어떻게 가지? 정말로 빨가벗겨져서, 엘레세 운동화만 신은 채, 영화 속 터미네이터가 되어버렸는데 이걸 어쩌냐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언더그라운드에 물건이 있었네... 3부 리그의 보물이네... 알고 보면 마이너리그가 전투적인 자세 알아줘야 한다니까...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타임머신이냔 말이다 (절레절레) 이런 타임머신 나도 만들겠다 라는 푯말에 줄 선 인파가... 끝이 안 보임. 이런 짜증나는 문학 개나 소나 다 하겠다, 에 판돈 거는 거 모아보니... 가관이다? 그런 말 나도 하겠다 아유꾼 들썩들썩, 얼렁뚱땅 여심까지 벌렁벌렁? 허당들 으쌰으쌰 난리도 아닐 테니까 이게 뭐 자랑이라고 얻다 하소연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더글라스를 찾아가서 따져? 것도 속좁은 남자라고 구박받을 여지 없지 않고. 더글라스가 아이고~ 오셨습니까~ 오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 라면서 기다릴 것 같지도 않고. 이런 젠장, 근데 또 거리에 왜 사람이 없어? 뭐 영화 찍어? NB가 뭐 좀비도 아니고 다들 어디갔냐고! 





    12

    nb는 어떻게 어떻게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살다 살다 그런 개고생을 다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그는 더글라스를 다시 찾지 않았다. 그렇게 1달이 지났다. 그러다 신디아와 아는 동생들을 만나기 위해 어느 미술관을 찾았다. 시시콜콜 잡담은 길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nb는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회전문에 들어갔다. 근데 급허게 뒤따라오는 사람이 이미 밖으로 나간 nb에게 그랬다. 
   「이 봐, 형씨. 댈러웨이 사요. 잊지 마쇼. 나중 고마울 테니. 많을수록 좋소. 기억해요.」
    그렇게 회전문을 2,3바퀴 돌면서 DELL인지 뭔지를 사라는 사람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엘레베이터에 탄 코메디언, 문이 닫힐 때쯤 다시 문을 막은 것도 아니고. 그 닫히는 틈새로 그 눈깜짝할 시간에, 머머씨 머머 사요 머머 사요. 그래서 2장 날렸다는 일화. NB도 3장 날렸다. 그게 어째서 그렇게 됐냐면 DELL을 사면 그나마 나은데. 괜히 그래프 보고 어쩌고 지가 뭘 안다고, DE.....앞자리만 그렇고 뭔 또 이상한 걸 사니까 그렇지. (절레절레) 단타 몰라 뻔트 모르냐고, 10년 보유하지 못할 주식은 쳐다보지 말라는 건 다 형편 되는 사람들 얘기고... 어쩌고저쩌고. 늬가 워렌 버핀이냐? 또 귀 팔랑거렸구만 그래. 뭔 말은 그냥, 형이 존나 쌔끈한 애로 꼬셔줄께. 근데 현실은? 바람에 굴러가는 나뭇잎만 보고도 소녀감성은 꺄르르 자지러지는데. 회전문에서 낯선 사람이 헛소리하는 걸 무턱대고 믿어? 날릴 만 했음. 그건 그거고. 
    그렇게 또 1주일이 별일 없이 지나갔는데. 어디가 서운했다고나 할까 왠지 모르게 그를 잡아끄는 근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미련감은 다시 한번 더글라스를 찾아가라고 nb에게 명령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돌팔이 점쟁이 같은 놈한테 뭘 믿고 시간을 낭비해. ~라는 패배감을 살살 회유하며 때로는 깐족으로 이따금 부추김으로, 그렇게 녀석의 호기심은 자극되는데. 혹시 그게 진짜로 타임머신이면 어떡하지? 나중에 난 왜 그때 더글라스와 친한 척하지 못했을까 후회하면 어떡하냐고. 그렇다고 우리가 급하게 친해진 게 뭐 잇속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순수한 우정이랄지 순박한 브로맨스였을 뿐인데. 너무 매정하게 철벽을 치는 것도 쪼잔하지 않나. 쩨쩨하게 남자가 그게 뭔가! 안 그래도, 어? 더글라스를 만나서 너 그 마술 혹시 속임수였냐, 라고 남자 대 남자로 물어보는 게 뭐 창피한 일이라도 된단 말인가. 아니면 녀석이 개발한 타임머신이라는 게 정말 정밀한지 신기한지 꼼꼼히 살펴본다고 그걸 못하도록 말릴 더글라스도 아니지 않는가. 더더군다나 최근 연락도 더글라스가 십중팔구 먼저 했고, 돈도 훨씬 많이 썼고, 여자들 소개시켜줄 사랑의 차트도 든든했는데. 쫌팽이처럼 방구석에서... 아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묻고 답하며 사교를 나누는 데 대해서, 뭐 손해볼 일이라도 있나? 없었다. 없을 것이다. 밑져야 본전! 속는 셈치고 안녕이라고 다음에 보자 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nb는 다시 더글라스를 찾아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더글라스를 만남. 장소는 더글라스네 집. 





    13

   「너 어디 갔다 온 거야? 한참을 찾았어. 난 법무부는 물론 어느 특수처 전산망까지 싹 다 훑었다구. 근데 넌 어떻게 연락도 없이 도망갈 수 있어, 어? 그러고도 너가 친구냐?」
   「날 페루자로 보낸 건 너잖아!」
   「페루자? 페루자 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 내가 뭐 마법사라도 된다든?」
   「넌 아니지만 (손짓).」
   「뭐야, 그럼 너 정말로?」
   「늬가 놀라면 어떡하냐! 그럼 첫 실험자가 나였냐?」
   「내가 마술계에서 좀 놀았긴 했어도 난 그 바닥에서 방귀 좀 뀐다는 실력자는 절대 아니었어. 그리고 무대에서 난 대부분 마법사 조수였고, 조수에서 법사로 승진했다가 반응이 시원찮아서 밀려난 거지. 또 당시 선보인 마술들도 다 구닥다리였단 말이야. 그거 내가 개발한 건 하나도 없고 전부 라이센스야. 저 타임머신?」
    더글라스는 타임머신 가운데 카페트를 들어서 비밀통로를 보여주었다. 역시나 저건 알라딘의 날으는 양탄자가 아니었다. 마술사들이 괜히 미녀 조수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게 아닌 것처럼.
   「아닌데. 내가 얼마나 개고생하고 돌아왔는데. 장난하지 마.」
   「내가 너랑 장난을 왜 하냐?」
   「말도 안 돼.」
   「증거 있어? 내가 널 페루자로 보낸 증거.」
   「이건 드라마가 아니야.」
   「너 내가 영화 찍는 걸로 보이니?」
   「난 영화 별로 많이 안 봤어. 그냥 남들 만큼. 딱 거기까지.」
   「그런 건 여자한테나 말해. 나 말고 말이야. 근데 너 왜 연락이 안 된 거니? 전화를 아예 안 받던가, 자주 꺼져있던데.」
   「아닌데. 내 배터리 항상 빵빵했는데. 그래도 저번에 뭔가 될 듯 말 듯 시도는 해본 거.」
   「아아, 너 그거 또 느끼고 싶어서 왔구나. 난 또 늬가 여자 소개시켜주라고 온 줄 알았잖아.」
   「내가 여자에 환장한 놈인 줄 아냐? 사람 잘못 봤어. 잘못 봐도 한참을.」
   「근데 미완성이란 거 저번에 말했을 텐데.」
   「괜찮아.」
   「그래도 확실히 허자. 응? 이번엔 제대로 하자고.」
    그러면서 더글라스는 두툼한 서류뭉치를 nb에게 건냈다. 그걸 훑어보니 계약서였다. 깨알같은 글씨로 빼곡히 적힌 내용. 법적 근거 어쩌고저쩌고. 그러면서 쥐어주는 만년필은 한정판 최고급 만년필이었다. 펜촉이 순금에다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다. 
    중간 건너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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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미국 서부 유타주의 한 사막에서 깨어났다. 여기가 대체 어디야? ~라면서 일어서서 일단 주변을 둘러보려는데... 철퍼덕! 다리에 최고등급 죄수들이 차는 그것과 쇠기둥은 묶여있었다. 간략한 그림으로 설명했을 때 NB의 다리:○───────○:쇠기둥.
    주변을 둘러보니 붉은 암석들이 보이고, 근데 이 기둥은 또 뭐야? 지가 무슨 그 뭐야, 어? 스탠리 큐브릭의 1968년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검은 비석 '모노리스'냐고 뭐냐고. 더글라스 이 자식은 미지의 낙원으로 보내달랬더니 숙녀들은 아무도 없잖아? 이런 젠장. 일단 더글라스가 저번처럼 최면을 걸 때와 달리, 나머지는 다 똑같았는데 이번에 달랐던 건 그거였다. 2장의 큼직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걸 큼직허니 현상한 사진. 아마 사진작품으로 유명한 걸로 아는데, 남자가 소파에 앉아있고 스피커에서 음파가 나와 머리카락이 나부끼는 사진이던가. 또 하나는 존 매크레켄(1934 - 2011)의 예술품. 그건 실사가 아니라 원본 물품이었다. 뭐 그건 그거고. 이게 대체 뭐야? 쇠기둥? 대충 3.5~4미터쯤 되는 거 같은데. 거인의 코털이야 뭐야? 아니면 숙녀의 콧수염? 솜털? 재질은 가만 보니 스테인레스 스틸인데... 왜지? 도시의 콘크리트와 대칭되는 건가. 사막 한복판 신비한 금속기둥이라... 이게 무슨 타임머신이야. 수면제로 숙면 취하게 해놓고, DHL이나 페덱스에 사상 최고가 의뢰비 선불 완납해서 여기다 녀석을 패대기치는 일. 그게 무슨 마법이냐고. 근데 집엔 어떻게 가지? 그때 저쪽에서 인파들이 몰려왔다. 가죽점퍼, 청바지, 야구점퍼, 항공점퍼, 고급수트... 그렇게 불행 중 다행으로 어떻게 어떻게 녀석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는 동생을 뭐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잡념을 뿌리치기 위해 친해진 더글라스. 내 이 자식을 그냥...! 라는 듯이 식식거리면서 말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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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냐?」
   「왔냐니. 그게 친구한테 할말이냐? 난 못 갈 데로 보낸 건 너야.」
   「난 네가 어디로 간지 알 수 없었어. 지금도 모르고.」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너 정말 뭐 하는 놈이냐고, 어?」
   「아무튼 돌아온 걸 축하한다. 넌 터미네이터 난 우머나이저.」
   「뭐 임마?」
   「그러지 말고 온 김에 파티나 즐기자. 때마침 시간 됐어.」
    그러면서 알퐁스, 시몬스, 에드워드...는 아는 얼굴이고. 나머지 친구들은 초면이었다. 더 따지고 자시고 할 수도 없었다. 
    뭐야 이거. 미스테리와 판타지 장르에서 인형극으로 갈 뻔하다가, 이건 소극장 연극용으로 딱인데. 대체 뭐지? 정신없다. 못말려. 못살겠다고. 바쁘다 바뻐. 돌아버리는 거지. 이미 미친 건가? 누가 알아. (절레절레)





    14

    그 뒤로 며칠이 지났다. 별일 없었다. 할말 떨어진 지가 언젠데. 그런다고 하여 할일 없다고 엉뚱허니 뭇여성들한테 들이대서야 쓰겠나. 거리에 인적도 드문 걸로 모자라 막 다들 마스크 쓰고 다니는데, 어? 어떻게 뒷모습만 믿고 꽁무늬를 쫓아다닌단 말인가. 그게 말이나 되나? 아무리 이미지 트레이닝 이미지 트레이닝 그런다지만, 맷집으로 보아하니 걔 별명은 또 하나 추가됐다. 샌드백왕. 샌드백머신. 뭐? 넘어가고.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그건 다름 아니라 동네에 카페가 생겼다. 근데 카페 이름이 페루자. 일 안 하니까 그런 건 아니겠으나 뭔가 느낌 쎄하니, 때문에 억지로 또 블로그에 그 무언가를 업데이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산책하는 강아지. 주인없는 똥개일까? 주제에 수캐라고 다리 들고 오줌 눈다. 뭐 여자가 남자 좋아하는 게 뭔 죈가! 주책떨지 말자. 청승떠는 걸 보면 여편네 잔소리 듣고 싶은 건가 봐. 유난떤단 말 들을까 싶다. 그래도 말이다 남자 보고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저속한 말 어찌 입에 담나. 여자는 남자에 환장한다는 비밀을 어떻게 나서서 발설하나. 입이 방정일 수 있는데 그렇게는 못하지. 그럼. 헤헴. (몸짓) 뭐야, 근데 이미 해버렸잖아? 하긴 여자는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 단지, 누가 재수없고 누가 더 꼴배기 싫은지는 떠보면 아는 것. 아니, 어? 안 떠봐도 뭐가 미운지 능구렁이 같은 어른들이 어떻게 모를 수 있나! 모른다. 유혹해도 까막눈에 현혹해도 3달 후에 앎. 농담이고. 이 세상에 이미지 트레이닝 모른 사람이 대체 어딨냔 말이다. 지금 그 얘기가 아니라. 주인 기다리는 개 먼 산 쳐다보듯 우리는 정녕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적어도 nb는 바라는 게 없다. 왜냐하면 최소한 뭘 탐해봐야 허탕일 게 뻔하니까. 근데 자꾸자꾸 알짱알짱? 필자가 아니라 nb가 말이다. 그러니까 인터넷 놀이터에 기웃기웃 하니까 그렇지. 그러다 또 누군가 얼쩡얼쩡. 뉴페이스는 끝이 없다. 하여 뭐 그렇게라도 대리만족하든 스트레스 풀든 그럴 수 있는데. 그렇게 시간낭비해서 뭘 얻었는데? 여복을 거론해 뭐 하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쾌감이 엄청 진하고 길 것만 같은 기대감. 근데 연하고 짧으면 어떡하지? 설령 그럴지라도 다 방법이 있음. 그럼 뭘 해, 전망 보이지도 않는데. 그러니까 고대하던 열락감이 상상을 초월할 것만 같은 예감, 그게 대체 뭔지도 모르지. 그래서 여자가 없다고. 고로 아는 동생들 진즉에 다 도망갔음. 원래 있지도 않았음. 무슨 마술에 걸린 듯 환상머신 발명에 매진해? 하라 그래. 그러든가 말든가. 또 무슨 시간가는 줄 모르며 신비주의를 탐구하다니. 애들도 그렇게는 안 논다. 뭘 한참 모르는 거네. 웃기셔. 잘한다 잘해. 어? 변신은 개뿔. 모스맨 같은 소리나 하고 있어. 그래서 결과는? 결국 성과없음. 보나마나. 좋게 소파에 자빠져 TV 채널이나 돌리라 그래. 그리고 들으나마나 핑계는 예술. 또 변명대회 주변을 서성이게? 그런다고 풍운아들 파티에 그대를 초대해주진 않음. 당연하지. 자유로우나 가난하네. 아마도 능청떠는 게 취미고. 어쩌면 행복한 척하는 게 다 허영심대회에서 배운 거구만. 그래서 사는 낙이 뭔데? 하면 어버버버... NB는 답변도 못해. 마음에 드는 어떤 적기도 망설이다 놓쳐. 여자의 구애? 바텐더 꼬신 얘기 또 지어낼라고? 놀고 있네. 젊은날 사랑의 추억, 모태솔로가 뭘 안다고. 근데 또 연애론 칼럼 쓰는 거 보면 신기해. 또 말 들어보니 행운이 비켜가는 데 익숙하다는데. 캬, 보자. 자, 보자고. 욕망을 내려놨다는 사람이 글쎄... 말 말자. 군침이 어떻게 말라?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뿐만 아니라 개기름 번들번들, 바람기 유들유들, 넉살 능글능글, 할말 떨어진 허탈감 너덜너덜, 근데 어떤 욕심은 벌렁벌렁? 잘한다. (절레절레) 더더군다나 지구 반대편에서 밍크들끼리 뒷담화 즐기는 걸 지가 어떻게 들어. 죄다 뻥. 상남자들이 왕년에 지 이름만 들어도 뭐 막 바르르 떨었다는 걸 누가 믿냐고. 뭐 미들급 걔를 지가 업어키웠다니. 말 같지도 않은 허세 더럽게 재미없단 말이야. 밑도 끝도 없이 누굴 얻다 꼽하주긴 뭘 꼽아줘.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이성이나 잘 꼽으라 그래. 멋진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지가 여자들의 이상향과 남자들의 대망이 뭔지를 알아? 알면 뭘 해, 누가 들어준데? 무슨 탐욕적으로 가수 누군 내 애인이 될 자격이 충분해, 또 쫌만 지나면 걔 지겨워 영화배우 누구 요즘 괜찮은데! 늘상 실증 노상 노잼 항상 꽝. 그러니까 애호가들이 '잡덕 별론데' 그러지 않나. 근데 또 놀랍도록 너 벨라 마음에 안 들어, 라는 여심은 귀신같이 잘 읽어. 얼마나 부정적인 의중에 익숙해졌으면 그럴까. 불쌍하다. 그래도 희망 잃지 않는 거 보면 꿋꿋하시지. 누가 아니래. 아님 뻔뻔한 건가? 그래서 돌려말하기와 간접화법 인기는 탄탄함. 그럴 수밖에. 또 눈꺼풀이 사르르 떨리는 환희, 그냥 마그네슘 부족 현상일 뿐. 멜라토닌이 함유된 유일한 자연식, 체리나 사먹으라 전해. 딱 봐도 술상무에 아재에 노땅에 고인물인데. 지가 어린애 따라하면 뭐 어쩌자는 거야? 어? OB 주제에 뭐 NB? 좋게 르 꼬끄 스포르티브나 입을 줄 알아야지 지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어? 더럽게 가식적인 놈. 누가 촌닭 아니랄까 봐. 촌놈 대체 언제 철들라고 말이야. 심지어 심심하면 위선떨어. 또 어디서 약팔게? 심하게 낭만적인 체해 봐야 아무도 안 넘어가. 하여 하여 하는 수 없이 아지트로 향하는데, 가 봤자 아무도 없어.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특단의 대타를 선보일려는데 다 도망갔어. (절레절레) 그래도 힘내야겠지. 여자말 번역기 어떻게 잘 애무하고, 어? 요술램프처럼 사랑해주면 또 알아? 눈부신 사랑의 차트를 실현시켜줄지 말이야. 허나 좋게 꿈깨는 게 좋겠지. 그게 가당키나 하냐고. 
    ~라는 정신분열이 바빠지니까 대타들 슬슬 몸을 풀게 되는데. 지가 뭔데... (옆에서 말린다) 그쪽 아니야 그쪽 아니라고. 아니야? 아니야? 늬 까짓 게 뭔데... (옆에서 웃으며 말린다) 그쪽 아니라니까 글쎄. 그래? 근데 어디서 개짓는 소리가 들리지? 걘 입도 안 아프나? 내 참 더러워서... 그처럼 NB는 오늘도 행복한 일하기를 즐겼다>





    15

    nb는 오늘 사무실에서 퇴근하며 기분이 이상했다. 누구 불러낼 친구 없나? 있어도 퇴짜맞을 게 뻔함. 하여 그가 유난히 애착감을 느끼는 뻔트, 역시나 조커 카드를 꺼내들었다. 걔 뻔트 너무 편애하는 거 아냐? 누가 관심이나 있겠나. 그러든가 말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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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트에 도착. 
    아지트 터줏대감이신 몇몇 애들이 nb의 NASA점퍼를 보며 반겼다. 
   「이야~ 이게 누구야!」
   「늬가 톰 크루즈냐?」
   「」
    NB는 말로 인사하지 않는다. 손짓과 웃음이면 된다. 또 걔네들이 여자도 아닌데 어디식 인사를 왜 하나?
    저기 모스맨 연구소장 에드워드가 있다. 모처럼 인사나 나눌까? 하여 다가갔는데. 이게 누구야 옆에 더글라스가...! 
   「늑대가 나타났다!」
   「이게 누구신가. 우리가 얼마나 러브콜을 보냈는데 자넨 왜 우리 이사회에 얼씬도 하지 않나. 로켓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니까 왜 말을 안 들어 이 친구야.」
   「지금 주식 단 100주만 사놓으래도. 응? 자네가 하도 말을 듣지 않길래, 내 이처럼 더글라스를 영입했네. 알고 보니 우리랑 인연이 많던데.」
    더글라스가 말했다. 
   「요 앞 레스토랑 페루자. 내 짓 아니네. 넘겨집지 마 친구. 아, 형씨. The Moody Blues 구멤바 싸인 받고 싶으면 말하고.」
   「근데 너 왜 말이 없어?」
   「쟤 원래 소심해. 쟤만큼 순진한 어른 아마 드물 걸. 너도 우리처럼 좀 능글맞을 때 능글맞고. 유들유들해 보이지 않는 법도 배우고 그래. 어? 꿍하게 그게 뭐니? 늬 속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
    모스맨 주식회사가 잘나가던가 말던가 nb는 관심없었다. 그와 별개로 날씨가 춥기 때문에 집에서 입을 '몬스터 주식회사' 수면잠옷을 사긴 샀다. 절대로 모스맨 주식회사 때문이 아닐 것이다. 빈둥빈둥 아지트에서 누가 놀아주지도 않고, 나서서 막 아무나 친한 척하기도 뭐 해서. 그래서 그는 아지트를 나왔다. 그리고 아는 동생들은 몽땅 공석이므로. 엄한 데다 스카웃 제의를 할 수도 없고. 자기 맘대로 사랑의 차트를 미녀 선녀 숙녀 교성녀 비음녀...로 메꿀 수는 없었기 때문에. 따라서 잡지사에 놀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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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곧장 여성환상 1.5 편집장실로 직행했다. 도착. 
   「오, 사라. 못 보던 새에 많이 이뻐졌는데. 시간이 유독 너만 비켜가는 이유, 내게 귀뜸해주지 않겠니? 싫음 말어. 섹시한 수작 거절하겠다고. 알겠어? 알아 몰라? 그러거나 말거나. 왜 요즘 칼럼 안 쓰냐고? 내가 언제부터 칼럼니스트였는데. 또 난 언제까지 단물빨려야 하냐고. 어? 이거 왜 이래? 뭐가 이거 왜 이래? 어? 너도 내가 바보로 보이니? 어? 왜 말이 없어? 너 벙어리야? 어?」
   「근데 오빠 왜 화났는데? 또 뭔 일인데 그래?」
   「내가 언제 화났다고 그래? 나 하나도 화나지 않았어. 나는 태어나서 단 1번도 화를 내본적이 없는 사람이야. 알아? 너 나 모르니? 어? 내가 별명이 몇 갠데. 나 10 jobs야, 알아?」
   「오빠. 진정해. 오빠 이런 모습, 낯설다. 응? 근데 난 적응이 왜 이리 빠를까. 아무튼 오빠가 참어.」
   「나 화나지 않았다니까 정말. 아니, 어? 아 진짜 어떻게 화내는 줄 알아야 신경질을 내든 말든 할 건데.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화를 내보지 않았는데 그게 무슨 소리니 넌?!」
   「화났네. 빡치셨어. 그 뚜껑 덮어는 드릴께.」
   「아, 정말 아니라니까 왜 그래 증말! 나는 여태 술 마시고 한번도 취해본 적이 없어요. 네?」
   「근데 있잖아. 응? 있잖아 있잖아. 응? 오빠도 들었구나. 그치? 표정 보니 들었네.」
   「뭘?」
   「조롱에 지쳤던 오스트리아 마을. 결국 지명을 개명했다고. 퍼킹? 퍼깅!」
   「왜 하필...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럼 내가 뭐 멍멍 멍멍멍 짓을까? 어? 컹컹컹컹컹 개처럼 하이힐 냄새라도 맡을까? 정말로? 그래야 속이 시원하겠니? 어? 누가 못할 줄 알아?」
   「지친 오빠. 행복업 기웃기웃하느라 바쁘실 텐데. 오빠 공로 허당계에 없지도 않고. 또 우리랑 오빠랑 어디 보통 사인가?」
   「그래서?」
   「그래서. 우리가 특별히 오빠 기살려주기 위해 준비했어.」
   「뭘? 007가방? 빈 가방 말고 한가득? 아니면 뭐 사랑의 차트? 그게 대체 뭔데 그래? 어?」
   「보채지 말고.」
    사라는 (딱) 소리를 냈다. 그 다음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나타났다. 시간이 느려지지는 않았다. 후광이 비치지도 않았다. 
   「오빠. 인사해. 이쪽은 브루스 윌리스. 윌리스경, 이쪽은... 이름없는 남자. 고개숙인 남자라고 부를 수는 없는 거 아니겠수? 허허허. 오빠, 신비주의자 컨셉 지겹지도 않니? 응?」
   「브루스... 닮았네. 선생. 선생도 나처럼 속지 마쇼. 한번 엮이면 캬, 길어. 근데 환희는 짧아. 근데 브루스 윌리스 닮은 사람 경연대회에서 그랑프리감으로 거의 막상막하였을 것 같은데. 어떻게, 어? 꽤 괜찮은 극장식 카바레에 서보실 생각 없소? 그 바닥 거물들 내가 많이 알고 있소. 권투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던 호텔 특설링. 라스베가스를 스쳐간 주먹들. 이름 대면 아실 텐데. 왕년에 내 앞에서 파리 앞발 비비듯 나한테 싹싹 빌었소. 아주 사정사정했지. 정말로 손을 부들부들 떨더라니까 글쎄. 나가 그래서 바들바들 떠는 걔네들 어느 선까지 키워준 거고.」
   「오빠. 초면에 말이 심하잖아! 이 오빠 허언증 더 심해졌네. 닮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야. 우리 회사도 이젠 엄연히 메이져고. 자본력 몰라? 이 양반 진짜라니까. 응? 오빠가 일하기 싫다는데 어떡하나. 우리도 다 방법이 있어. 아, 오빠 여자 좋아하지? 다음을 그대하는 걸로.」
   「윌리스 선생. 당신이 브루스 윌리스면 난 알파치노요. 아시겠소? 근데 왜 말이 없소? 당신도 내가 우스워보이는 거요? 초면에 내가 좀 거칠어보일 수도 있는데. 괘념치 마쇼. 나 원래 그런 사람 아니니까. 아무리 그래도 결례가 꽤나 마음에 걸린다? 그거 다 쟤가 시킨 일이라오. 내가 뭐 푼수도 아니고 멀쩡한 사람이 그럴 리 있겠소. 내가 정신나간 거도 아니고. 안 그러요? 근데 왜 말이 없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막 치고 들어오라니까, 이 바닥이 거친 정글이란 말이오. 아시겠소? 근데 정말로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었소?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도 그 업계에서 방귀 좀 끼었소. 당신은 그저 스포트라이트 받고 노력하며 영화배우를 천직으로 아시나 몰라도, 네? 나는 뼛속까지 영화배우라오. 지금 이 메소드 연기, 살떨리지 않소? 소름 돋을 테지.  캬, 존나 카리스마 있어. 이러니까 여자들이 뻑이 가지! 허나 그럼 뭘 해, 어? 카메라 앞에만 서면 바들바들 부들부들 바지에 오줌싸기 직전인데. 그래도 같은 업계 사람 만나서 반갑구만요. 뭐 혹시라도 다음에 또 만나게 되면 부디 모른 체하지 말아주실 걸로 알고 먼저 자리를 뜨겠소. 뭐 정말로 여성환상 대주주가 되셨나 그냥 잠깐 얼굴마담 맡으러 오셨나 모르겠소만. 행차가 바빠지시면 그때 나와 한판 뜨는 걸로 합시다. 선생 뭐 좋아하쇼? 테니스든 골프든 종목은 그대께서 정하는 걸로. 뭘 걸고? 내가 이 여성환상, 아니 아무나 찍으쇼. 내가 다 꼬셔드리겠소. 나라고 뭐 이런 값싼 농담 하고 싶겠소? 난 미치지 않았다오. 지금 나는 내가 아니거든요. 여기서 더 나불대다간 정말로 돌아버릴 것만 같으니. 먼저 실례하겠소.」
    그 다음 NB는 사라한테 윙크한 다음 거길 나왔다. 
    괜히 갔네. (절레절레) 그러면서 그는 발걸음을 환상문학지 미스테리아로 옮겼다. 





    16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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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테리아 도착. 편집장실 소파에 착석. 
   「오빠 오랫만이네? 얼굴 잊어먹겠다고. 설마 요즘도 이마에 나 난봉꾼 라고 붙여놓고 다니는 거 아냐?」
   「너도 나를 물로 보니? 그래. 나 봉이다. 됐냐?」
   「오빠 화났어? 오빠는 왜 걸핏하면 뚜껑 열리고 그래? 오빠가 애야? 응? 왜 심심하면 애들처럼 빡치냔 말이야, 응? 또 뭔데? 그럼 지금 이 상황에 내가 모성애를? 어떻게 포옹해줄까? 혹시 거기까지 가더라도, 그 다음은 없어. 응?」
   「나 너 여자로 안 봐.」
   「난 뭐 오빠를 남자로 보는 줄 알어? 꿈 깨! 어딜 넘 봐?」
   「너 시집가기 싫니? 내가 입만 뻥끗~ 하면 넌... 넌... 너도 남자 관심없냐? 말로만? 뭐 이미지 트레이닝 접고, 쉐도우복싱계로 넘어오게? 늬 맘대로? 그게 늬 의지대로 될려나? 날 봐라. 응? 날 봐. 샌드백 인생 어디 즐거운 줄 아니! 삼류 플레이보이계에서도 안 받아주지, 모스맨 집단인가 뭔가는 늘상 따라다니지. 어떻게 방법이 없다 방법이. 이번생은... 몰라. 모르겠다고.」
   「오빠.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
   「뭘?」
    마라는 앞서 사라처럼 (딱) 소리를 냈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누구...시더라?
   「오빠. 토미 리 존스! 뭐 그렇게 됐어.」
   「당신께서... 여긴 웬일로...」
   「아 글쎄 그렇게 됐다니까.」
   「형씨. 관상 좀 볼 줄 아쇼?」
   「관상 말이오?」
   「역시 영화배우구만. 드라마처럼 묻는 말 꼭 따라한다니까. 앵무새 저리 가라구만. 거 너무 교본대로만 하지 맙시다. 지겹지 않소? 재미없지 않냐구요. 네?」
   「허허허허허.」
   「그리고 남자는 폼이다 뭐 그거요? 당신 연기를 어디서 잘못 배웠나 본대, 나한테 한수 가르침을 받는 게 어떻겠소. 농담 별로요? 쟤가 시켰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이 양반아. 근데 형씨도 내가 만만해 보이오? 그러오?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 그대에게 임무를 하나 드리겠소. 보물이 묻혀진 지도를 건네겠소. 아니오. 그거 이미 내가 가봤는데 아무것도 없습디다. 까닥했으면 당신 똥개 훈련시킬 뻔 했소. 못 들은 걸로 해주시오. 허허허. 근데 당신 여기 왜 온 거요? 설마 당신 토미 리 존스 대역 아니오? 듣자하니 그렇다던데. 유명한 영화배우들 거 뭐야, 잘나가는 A급들은 대역 몇 명씩 둔다던대. 대타 1번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2번 여자는 다 그래. 3번... 그처럼. 근데 대체 여긴 왜 온 거요? 설마 나한테 연기를 배우려는 건 아니실 테고. 혹시... 마라가 당신 꼬십디까? 쟤 남자 기빨아먹는 마년데. 조심하시오. 좋은 말로 할 때!」
   「나도 말 좀 합시다.」 토미 리 존스가 입을 열었다.
   「」
   「」
   「형씨 다음 달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랑 작품 하나 한다면서요?」
   「」
   「」
    분위기 팍 가라앉았다. 마라의 억지웃음 때문에 더 어색해졌음. 
   「이 양반 사람 웃길 줄 아시네. 허허허허허.」
    그걸 끝으로 NB는 인사도 없이 막 급한 것처럼 그곳을 빠져나왔다. 





    17

    어느 날 퇴근길에 보니 뭔가 바뀐 걸 알게 됨. 곰곰히 생각해봐도 알 수 없었는데. 마지막 남은 허당의 직감을 끌어올려 결국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건 무엇일까? 바로, 카페 페루자 → 레스토랑 페루자. 그게 뭐 대단한 변화라고. 카페랑 레스토랑이랑 다른가? 살짝 다르다. 같진 않으니까. 카페는 카페, 레스토랑은 레스토랑. OK! 일단 미심쩍은 부분 해소하고 가는 차원에서 그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배도 고팠으니까.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고 싶었다고나 할까? 아마도 바텐더와 몇 마디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바텐더가 만약 남자라면 웨이트레스한테 추파를 던질 위인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처럼 딱 레스토랑 페루자에 들어갔는데. 또 이번에도 바텐더는 더글라스였을까? 아니었다. 그럴 리는 없다. 
    레스토랑 페루자.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애썼네. 초정밀 밀랍인형으로... 무대 세트를 준비했다나... 이거 뭐지? 상업 레스토랑이 아니라 예술 목적? 웃고 떠들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그런데 시간이 정지된 듯 멈춤. 얼음. 소름. 모르는 사람도 있긴 하나, 그건 nb가 오락산업 소식에 뒤쳐졌기 때문일 거고. 그거 감안하면 모두들 유명인 일색. 스포츠 스타로써 트위터에 유명인 표딱지 붙은 분들. 동기부여 강사도 한 분 있고. 현대미술가도 있고. 가수도 있고. 기업인도 있네? 그는 그들의 피부를 만져보았다. 촉각으로 전해오는 오묘한 느낌을 기억하기 위해서. 벽면에 걸려진 시계도 정지됐다. 근데 저기 구석지에서 연인끼리 500cc 맥주를 서로 상대방 면상에 끼얹는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건데. 근데 그 공중에 흩어지는 맥주와 거품은 대체 어떻게 공중에 떠있게 만든 거지? 뭐 어떻게 했겠지. 그럴 꺼야.
    설마 핸드폰으로 사진 기능 또는 영상 기능을 작동시키면 뭔가 귀신이 보이는 걸까? 그 귀신이 그 모든 살아있는 사람을 정지시키고 물방울도 공중부양시키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추측을. 예정컨대 정밀한 카메라 기법처럼 그것도 대충 뭔가 방법이 있겠지. 일단 KV. 582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스피커에서 들리고 앰프 이퀄라이저 불빛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로 봤을 땐 뻔할 뻔자. 그 순간 음악은 철지난 유행가로 바꼈다. 그런데 갑자기.
    저쪽 문을 열고 온몸이 은색인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럼 뭐 얘네들은 전부 시간정지 상태고 자기만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다? 일단 말이나 들어보면 알겠지. 
   「당신은 누구요?」
   「누굴 거 같소? 난 그대가 추정하는 인물이 누굴지 궁금하오.」
   「머머하오 그렇게 말하지 마쇼. 꼭 누굴 덜떨어진 푼수로 상정하는 거 같지 않소. 이 봐 봐. 나도 모르게 당신 말투를 따라하네? 뭐 접어드리고 시작하는 걸로.」
   「허허허. 긴장하셨소? 그럴 만 하오. 당신이 처음은 아니었소. 그렇다고 번호표 발부할 일일 수야 있겠소. 말하자면 우리는 무척 오랫만에 이 땅을 밟아본다고 하는 게 옳을 거요. 우리는 저 위에서 왔소. 바깥에 내다볼 필요없소. 하늘에 UFO가 떠 있기는 한데 육안으로 보이진 않을 거니 말이오. 근데 궁금하지 않소? 그게 과연 X축으로 펼쳐진 원형일지 Y축 중심인 타원형일지. 또 모르지 않소? 어느 사막에 심어진 삼각기둥에 엄청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어서, 지구상에 그런 삼각기둥들이 어느 날 한때 갑자기 결합할지도. 허나 그건 영화고 이건 초현실이라오. 아시겠소? 그럼 왜 그대냐, 그게 정녕 중요한데...」
   「나도 말 좀 합시다. 거 보자 보자 하니까 이 양반도 말 겁나게 많네. 당신 원래 사시던 동네서도 그렇게 말이 많았소? 말수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소? 귀에서 피가 나는 사람 입장은 어떻겠소? 내 참 더러워서 말이야 다음 세상에 다변가로 태어나던가 해야지. 근데 그게 어디 내맘대로 될 일인가. 말이 그렇단 거지. 그러니까 내 말은 1절만 하자 그 말이오. 아 어서 본론 꺼내지 않고 뭐 하오?」
   「급할 거 없소. 시간은 많소. 예술도 길다지 않소. 근데 행복감인 너무 짧아서 불만이오? 애쓰다 보면 실력 늘겠지. 허허허. 곶감론의 곶감 줄어들지 않을 테니까. 네? 샘물론의 샘물 마르지 않는단 말이오. 허허허. 이 양반이 가짜웃음 적절히 맞춰줘야 할 거 아니오. 안 웃기오? 내 일부러 값싼 농담 섞는 이유가 다 있으니 일부러 망가지는 거 아니겠소. 아시겠소? 누군 뭐 좋아서 이처럼 저급한 말장난 남발하겠소. 나라고 뭐 인간들과 똑같이 천동설 사고체계로 설변한다? 말이 안되지 않소. 태평양 원주민 섬문화처럼 추장을 신으로 섬기는 부족들이야 남생각을 못하고, 안해야 당연하긴 하나. 그분들께서 문명인 연기한다고 나도 똑같이 로봇처럼 굴어야 하냔 말이오. 여자들 평소에는 더없이 사랑스럽고, 부드럽고, 다정한데. 근데 왜 여자들이 감사 감사 감사, 겸손 겸손 겸손 그러겠소. 남자애들은 친구가 넘어져 피가 나면 옆에서 다들 웃고 난리나지 않소. 근데 여자는 앞에서 괜찮니 괜찮니 괜찮니... 그러다 병원에 실려간 다음에 웃어. 캬, 어?」 
   「」
    긴 대사를 말하고 싶었는지, 청자가 원하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저분께서 긴 대사를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걸 보니 문단을 떼서 가는 걸로.





    18

    「우리 인디언족은 전쟁후유증으로 몹시 마음이 아픈데. 근데 전쟁종료일을 기념하며 기억하며 떠든다? 이해를 못함. 마사이족 인지체계로써는 당연히 동조 불가능. 말 같지도 않으니까. 아니면 거짓말! 세상 모든 걸 나한테 최적화시켜줘야 한다, 때로는 여자가 그래야 애를 잉태하고 낳는데. 기분이 너무 들떠도 여자는 오판할 가능성 증가하듯, 기분 너무 나빠도 여자는 남탓이라는 사고기제가 적극적으로 발동 걸림. 자기 잘난 맛에 혼자 살았으면서, 나중 '누가 50 넘은 여자 여자로 본대유'라는 경지에 이르니, 왜 나이 먹어 혼자 살면 외롭단 말 해주지 않았녜! 말려도 고집불통일 땐 언제고. 불리한 건 다 남 탓. 단순히 여자라서 문제가 아니라. 남녀 공히 살쾡이 본성이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본능이냐 그 야만적 기질이 의도적으로든, 계획적으로든, 순간적으로든 나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것. 그와 비슷한 듯 다른 듯 섬문화가 구식이면 그래요. 섬바깥은 외계니까 섬에서 도망갈 데는 없고, 옆동네 옆문화...라는 사고방식이 있을 수 없음. 때문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초딩들과 똑같고 비슷해지듯이. 좋게 말해서 탐정처럼 추리를 좋아하고, 장사꾼처럼 손해보고는 못살게 되는 것. 그렇듯 사람이 원숭이의 사고방식을 과학적으로 분석은 하나, 사람은 원숭이의 사고체계로 살기 싫어할 텐데. 유인원이 문명인의 식민지 경영방식을 똑같이 따라했으나 결과는 뒷북. 아일랜드 대 잉글랜드. 동급임에도 800년 탄압이던가 그에 대해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에 유감 표명으로만 끝. 단순히 카톨릭 대 크리스찬 문제가 아닐 테지. 혁신이 밥 먹듯, 혁명과 급변은 너무도 놀라웠던 그 옛날, KKK(큐클럭스클랜)도 시대적으로 난세 상황에서 혼동이 극에 달하니까 발생했던 현상인가 아닌가는 모르겠고. 어쨌든 체급을 감안하여 사과하든 유감 표명하든 하는 거지, 뭔 체급 따지고자시고 할 것도 없는데? 그래도 사진으로 보면 좋은 모습 다 기록으로 남아있음. 고릴라라는 동물종을 갖다붙여서 뭣허지만 중요한 건 정신이라는 의미다. 사고. 마음. 소망. 야심. 야욕. 문명인아 왜 야만인의 심리를 이해해주지 않냐? 그럼 인간 → 인간의 탈을 쓴 야수가 되는 것임. 다시 말해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니듯, 관건은 정신. 마우리족끼리 너와 나 오손도손을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전세계인도 마우리족처럼 어째야 한다, 그럼 망함. 전세계인이 마우리족(만)을 위해주고, 박수쳐주며, 마우리족(만)을 위해 핸디캡 적용해주고, 마우리족(만) 딸랑딸랑 예찬하고, 마우리족이 전세계를 지배하고 싶어하는 데 대해서 이해해야만 한다. 그러면 원숭이가 맞음! 옳음. 침팬치는 걔네 생태계에서만 놀기나 하지. 불미스러운 관용어를 굳이 거론해 뭐 하나. 그러니까 인간의 탈을 쓴 야수, 선량한 사람. 전자와 후자의 경계, 아마도 종이 1장 두께보다 얇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길어지는 설교인데. 솔직히 말해서 속으로 기분 나빠할 분들 한둘일까? 아돌프 히틀러는 자결했고, 나치는 뒷수습 불완전했고, 현재 어떤 단계까지 이르렀는데. 똑같은 1인자는 포장 잘해서 장례식에 200개국 인사가 왕족 신분의 미니 히틀러를 추모해주기 위해 모였던 게 불과 30여년 전. 자국왕을 신격화하는 섬문화, 전세계인으로부터 우상숭배를 받고자 원하는 게 본심. 그처럼 그 근방 보면 근대사가 상당수 말도 못했음. 태평양 주변 머머족들이 죄다 그렇다. 근데 어째서 전통적인 원주민 문화는 현대적인 문명인 관습을 배척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또 자기를 척지면 (절대로) 안된데. 뭔 말은 원주민이 신이야. 원주민들에게 모든 걸 최적화시켜주지 않으면 안된다 논리. 그러니까 말이 안 통하지! 일시적으로 기분 나쁘든, 이따금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그렇듯 까칠하든. 뭐든 말로 때우고 발르고 저리 비켜, 그러는 것처럼. 겉을 포장해서 겉이 다야 다. 근데 왜! 어? 무엇 때문에 포장에 목숨을 걸까? 왜 접대로 상대의 마음을 녹여줘야할까? 왜, 하늘이 무서워서? 아니지요 아니지요. 자기들한테 손해끼칠까 봐. 불이익당하기 싫어서 귀무덤, 코무덤에 제사를 지내는 것. 유럽사, 유럽예술사, 유럽전쟁사, 유럽자본력 역사...에서 대체 왜 유대인 얘기가 심했냐, AH를 부르기 위해서였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최후의 만찬. 그거 복원 시작년도도 그렇고 웬만한 건 거의 다 미리 정해진 대로 착착 진행되는 일. 맙소사, 이거 무슨 지구의 역사가 드라마도 아니고 참말로! 좌우지간 피상적으로 예를 갖추는 게 가식이자 위선에 불과할지언정 필요는 하나, 어디까지나 일부분 남생각 못하고 안 하는 게 각각의 구시대성 한계. 살쾡이 사고체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본성, 대하드라마 인습, 사극파 관례, 마피아 질서. 남생각을 왜 해? 나만 잘먹고 잘살면 그뿐.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지금 와서 뭐 어쩌라고? 옛날처럼 골목대장 놀이로 끝나지 않을 테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지. 사람도 나이가 들면 일부분 어린애로 돌아가듯이, 간혹 이따금 세상사를 내게 최적화시켜 내 말이면 다 되는 것처럼 생각.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따지고,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소송전으로 이어가고. 근데 그냥 넘어가선 안될 사안은 또 이상하게~ 딴청. 먼산 쳐다 봐. 태평양 원주민 모든 부족들이 (좋은 전통은 계승 발전 그와 달리 나쁘거나 비현대적인 부분에 대해서) 구식을 고집한다면 대체로 그렇단 말. 과거에 잘못한 거 잊고, 바꾸고, 안 좋은 거까지 좋은 걸로 꾸미고. 뭐든지 좋게만 미화. 많이 좋아졌긴 하나 전체적인 흐름은 말 그대로 후발주자라는 뜻. 잘한다 잘한다 좋다 좋다 칭찬하고 좋아하면 허허허허허, 근데 구식은 단점을 말하면 통 듣지를 않음. 표정부터 싹 바뀜. 
    (직장 상사 왈) 불만을 말해보시게 → 없습니다 → 말해보시게 → 행복합니다 → 말해보래두 → 존경합니다 → 어허 이 사람이... 그러지 말고 정리하고 가자는 뜻일세 거 알아들을 만한 친구가... 꼭 풍악을 울리고, 사랑의 묘약에 취하며, 자네 앞에서 내가 넥타이 이마에 묶고 망가져야 털어놓을 텐가? 어? 정말 자네 날 그렇게 꽉 막힌 술상무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나? 어? → 아닙니다... 아닙니다... → 자, 그러지 말고 속터놓고 말하자 → 노노노노노노노 → 계급장 떼고 가세. 어? 야자타임 한번 하자고 이 친구야 →  →  →  →  → 결국 그분 뚜껑 열림. 제대로 열림. 완전히 빡침! 광분. 대노. 그거보다 더 웃긴 거? 나중 생각할수록 더 기분나쁨. 1주일 후 웃긴 고급스러운 유머처럼. 
    무슨 나일강과 이집트 문명보다 태평양 원주민이 인류의 기원이래. 자기들 하늘왕이 조물주래. 뭔 말이 되야 넘어가든 말든 할 건데. 평범한 어른들 영악함을 훌쩍 뛰어넘으니 포장을 얼마나 잘해. 앞에서 떼쓰거나 어른들처럼 능글맞냐, 앞에서 수줍 창피하다 괜찮다 뒤에서 조용히 뒤통수 불편신고. 그러니 승무원 유니폼들 빠싹 긴장할 수밖에. "수평 < 수직"이니까 하늘이고 뭐고 없음. 그런데 어떻게 정신을 차리나, 영원 불가. 미래세대로 대체는 가능하나, 문화라는 굴레를 어떻게 벗어? 못 벗어. 그렇다고 어떤 초현실이 데뷔를 하면 데뷔로 인정하나? 못해. 재래하면 찬동하나? 우리끼리 잘사는데 늬가 뭔데... 속으로 짜증남. 어쩌다 대놓고 빡침. 안 그래? 잘 아시면서. 늬가 뭔데, 어? 늬까짓 뭔데... 옆에서 말려야 못 이긴 척... 그쪽 아니야 그쪽 아니야. 그쪽은... 아닙니다요. 그래? 아님 말고. 어린애일 땐 여린애한테 뭐든 맞춰주고, 살살 달래고, 잘한다 잘한다 박수쳐주며 귀여워하는데. 어린애한테 모든 걸 최적화시켜주며 노는 어른들이 애랑 똑같이? 
    역사를 보니 그렇다. 역사란 대체로 승자의 역사요 전쟁의 역사. 박물관과 다큐멘터리 보아하니 말도 못함. 그 역사마저 모두들 자기 유리한대로 미래세대에게 가르치질 않나. (일부분 또는 상당수) 때로는 소설처럼 멀어지면 만화처럼! 부처님이 살찌고 안 찌는 것은 석수 손에 달렸는데, 그리스로마 신화를 누가 믿나. 말 그대로 신화. 근데 원주민 신화는 이따금 진짜래. 또 그 옛날 누가 왔다 갔는지 알 게 뭐야!? 안 그런가? 뿐만 아니라 과학이 좀 많이 발달해야 말이지. 따라서 웨이터만 막살자 명찰을 단 게 아니게 됨. 이러쿵저러쿵 우리가 너네들 어쩌고저쩌고... (여자왈) 그러다 나 바람피면 어쩔려고 그래... 나 외롭게 했으니까 바람폈지 그게 다 남편이 오죽 못났으면 그랬을까, 따라서 몽땅 다 그놈 때문. ~라는 말 같지도 않은 논리처럼 원주민 족장의 전세계 우상숭배는, 단지 전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것일 뿐. 고로 불미스러운 불상사는 아마 불가피한 과정, 어쩌면 꼭 필요한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고저쩌고. 그게 다 짜여진 각본과 배경과 줄거리요 근대사. 때문에 재도전해서 못 다 이룬 꿈을 실현시키고 싶지 않으면 그건 원주민 자격도 뭣도 없음. 그 땅을 떠나야 마땅. 다 뻥. 몽땅 뻥. 솔직하고 자시고 필요도 없음. 어렵고 하지 못하도록 기반이 공고해졌기 때문에 못하며 안하는 것이지, 말로만 평화요 어쩌고 그거 누가 못해. 속마음 속의 속마음. 누구도 믿지 않고, 아무도 본심을 말하지 않고.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독일세대를 보면, 2층 3층에서 막 거리를 지켜보다가 이상한 놈 보이면 신고하는 습성이랑 비슷. 스탈린 치하 감시제도와 비슷. 누가 내 편이고 누가 스파이인지 아무도 모름. 과연 이게 기록되는지 하늘에서 보고 있는지 어쩐지. 수틀리니까 발톰을 감추는 고양이, 야성을 어찌 버리나. 양의 탈을 쓴 늑대는 본색을 드러낼 수 있으면, 여건만 된다면 얼마든지. 자, 봅시다! <부처님 위해서 불공할까요, 저 위해서 불공할까요?> 하물며 부처님 있지도 않고, 게다가 우리거도 아니고, 심지어 불교도한테나 중요하지 그게 우리랑 뭔 상관인데. 다신교 문화이자 나랏님이 조물주인 문화는 마음에 안들고 불리한 건 뭐든지 싹 다 거름. 반사. 배척. 거부. 불인정. 극히 유감. 심히 불쾌. 허나~ A와 B가 우리를 너무 척지면 안됩니다요 (시늉)! 문명사에서 유대인이 똑똑한 역할을 많이 많았듯 어딘가는 응용의 천재. 어차피 하데스라는 영역이야 경배 받아 뭐 하고 안 받아 뭐 하겠나, 이치 아니까 봄바람 지나기만 기다렸다가 때 되면 쓱 사극파로 복귀하면 그뿐. 쥐구멍에서 나올 때가 아니니까. 그게 다 나중 후회하지 말라는 얘기. 맹수는 호피무늬 바꿀 수 없다는 것만 알면 된다 그 말. 밀림의 표범과 하이에나가 생식을 버리고 인간처럼 식사를 한다? 말이 안됨. 그분들께서 야성을 버리는 건 곧 죽음을 뜻함. 피맛을 알게 되는 사자새끼, 뭐 똥개 밑으로 들어가라고? 말이 되나. 어류도 죽은 먹잇감은 쳐다도 보지 않는 종류 허다함. 왜 수평 대 수직 얘기를 많이 할까. 옆이 없으면 언젠가 머리꼭대기로 올라가는 게 고양이니까 하는 말. 안 그래도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데? 더 논해 뭐 하나. 성경에 보면 왜 사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올까. SF영화는 또 어떻고. 겉으로 봐선 완벽하거든. 근데 이 험한 세상을 초식동물처럼? 파리처럼 앞발 싹싹비비고 아부하며 딸랑딸랑~ (아이고 나 기분 좋네?) 정신 못차리면 확 들어옴. 훅 들어감. 밟든가 밟히지 않기 위해 빠짝 엎드리든가. 그 둘만 있으면 다큐멘터리 아닌가. 잘근잘근 씹든가 육식동물한테 먹히든가. 중간은 없나? 외교가 사교랑 어찌 같나. 겉으로 교양 따지고 문명인처럼 굴지만, (원리와 서열과 문화에 근거했을 때) 남 생각 요만큼도 안하는 원주민 습성. 왜냐하면 그게 미덕이기 때문. 왜냐하면 그게 예절이자 도덕이기 때문. 왜냐하면 절대로 그래서는 안된다고 엄마 뱃속에서부터 철두철미하도록 배우기 때문. 괜히 동정심이 없을까?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 1째 독수리새끼가 2째를 죽이는 걸, 엄마는 찬찬히 지켜보며 속으로 박수친다. 그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속마음 속의 속마음은 몇 안되는 제품 빼고는 미개인이 만들 걸 왜 쳐다보겠나. 허나 착한 척을 위해서, 소녀감성도 있고, 선심 오는데 대응은 해야 하고, 옆집은 한둘 뿐이고. 겉으로는 남 위해주는 척, 속으로는 지 이익만 챙기는 여자우정. 남 생각 요만큼도 안하지는 않을 테나, 자기 밖에 모르는 천동설. 애는 그렇다지만. 어른까지? 넌 너 밖에 몰라, 남자가 왜 그녀를 떠날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는 것. 제 배가 부르면 종 배고픈 줄을 모른다. 그래도 친해야 한다 사이좋게 지내자 어쩌자... 실상 인간적으로 호기심도 있고 궁금함도 있고... 왜 나쁘겠나. 허나, 어? 사겨야 절교하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이치. 두루미와 여우 우화처럼. 거기까지만 알면 됨. 어딘가 장사꾼 문화는 무조건 1 대 1. 1 줬는데 10을 준다? 모욕도 그런 모욕이 없음. 허나, 학계와 그 바닥 업계가 왜 다르겠나. 원리를 보아하니 이용해먹기 딱 좋네? 즉 사교적으로는 그렇고 상업으로 그렇다면, 봉도 그런 봉이 없음. 때문에 절대로 싫지 않음. 이처럼 범주를 바깥으로 넓히기 전부터 내부에서 사기꾼들이 그 얼마나 많은데, 어? 순진한 아동이 능글능글한 여성잡지2로 괜히 바뀌는 건 아니라는 걸 알자는 뜻에서 말 겁나 길어지네 (절레절레) 아 입아퍼. 아아 힘빠져. 기 너무 빨렸어. 여기서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야.
    나 기분 좋다고 남들도 다 행복하나? 글쎄요 글쎄요. 꿈꾸는 게 통상 개꿈 꾸고 야한 꿈도 꾸니까 즐겁긴 한데. 날이면 날마다 악몽을 꾸는 사람 마음은 어떻겠소? 근데 자기만 좋으면 남들도 다 좋은 줄 아는 게 일부 철없는 인간이랄지 한때의 심정. 그래서 잠잘 때 꿈꾸니까 재밌고, 웃기고, 이놈 저놈 야한 꿈에서도 불러내고. 또 꿈에서 깰 때 아침에 이미지 트레이닝으로도 이놈 저놈 싹 다 불러내고. 그래서 꿈꾸는 게 좋으니까, 고로 나는 꿈꾸는 게 좋다. 누가 나보고 뭐라고 한다, 머머했다 머머했다, 남들이 날 보며 옷 잘입는데, 남들이 내 뒤태를 보면 뭐라고 할까? 근데 앞모습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따라서 변장술만이 살길이다. 또 이따금 신통방통 신박한 논리. 비약. 궤변. 수다. 정신산만. 안듣기. 발언권 자체를 주지 않음. 핑계. 어쨌든 꿈꾸는 게 행복하다, 재밌다, 즐겁다. 남들도 다 그렇지 않나? 날이면 날마다 꿈만 꾸면 악몽 속에 사는 사람은 뭐고. 아예 잠을 못 자는 사람은 또 뭐고. 자기가 달콤하면 남들도 다 그러는 줄 알다니. 아픈 사람은? 가정사 꼬인 분들은? 선천적으로 장애 관련된 분들은? 후천적으로 마음 아픈 사람은. 셀 수가 없어. 자존심 이상에 자의식 과잉에 사석에서 단춧구멍 어쩌고저쩌고 그러면 모르는데. 그게 예술이요 출판이며 오락산업화? 황달병 환자는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법. 나 선그라스 썼다고 남들도 다 세상을 흑백으로 보는 줄 아나. 
    그래서 우리는 허세대회에서 활약하고, 허풍경연장에서만 떠들며, 스포츠야유에다 스트레스 푸는 것일뿐. 왜? 나와 남은 다르거든. 너는 너 나는 나, 가 다가 아니니까. 내 얼굴에 분칠한다고 끝? 오락산업에 앞서 웬만한 입방아마저 그 부모님 얼굴에 똥칠할 수도 있음. 그래서 어른들이 능글능글하게 됨. 바로, 그래서~ 어? 여성잡지1은 숙녀용이나, 여성잡지2는 독사라고 봐도 된단 말. 변명대회랑 평범한 생활반경이랑 구분 못하나? 핑계댈 일이 따로 있지 거 증말... (절레절레)」





    19

   「와우~ (짝짝짝)! 대단허요, 네? 선생 참 말 많소. 그거 다 어떻게 외우셨소? 아니면 그 긴대사 못해서 어떻게 참으셨냔 말이오. 네? 혹시, 당신 연극배우요?」
   「아니오.」
   「그럼 장난감 디자이너요?」
   「아니겠지요.」
   「그러면 마케팅 본부장이오?」
   「난 그게 뭔지 잘 모르겠소. 솔직히 말해서..」
   「자, 딱 보니 당신 허당이구만. 어? 아무리 봐도 진행이 어설퍼. 삼류 연극배우네. 자, 그러니까 어설프게 진행하려고 하시지 말시고 마이크를 넘기는 걸로 합시다.」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인데 그러오?」
   「그것도 모르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시오.」
   「알고 싶으면 (손가락 3개를 펼침) 3장 지불하시오. 그럼 말씀해드리리다.」
   「말하기 싫음 말든가.」
   「애초에 물어보지를 말든가.」
   「뭐, 뭣이 어째?」
   「뭘 뭐가 어째!」
   「당신 내가 누군지 모르겠소? 그걸 차마 내 입으로 말할 수도 없고... 증말 보자 보자 하니까... 이 사람이...」
   「이 사람이 뭐? 여긴 대체 뭐 하러 왔소? 뭐 시간을 당신이 정지시켰다? 참 내 말 같은 소리를 해야 믿지. 당신이 애요? 애들도 그런 설정 짜증내 이 사람아, 어?」
   「」
   「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요? 어, 진짜네. 당신 혹시 사람 아니오? 그렇소?」
   「그거 하나는 확실하오. 난 인간이 아니라오.
   「인간이 아니면 뭔데? 뭐 외계인이라도 된단 말이오?」
   「당신이 말하는 외계인을 뭐라 정의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지구인이 아니라는 걸로 봤을 때 외계인이라 인지해도 썩 틀린 말은 아닐 거요.」
   「외계인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구만. 카페 페루자 당신이 지었소? 당신 더글라스 꼬봉이오? 아니면 뭐 모스맨 주식회사 대주주요? 아니면 버뮤다 연구소 투자자? 이런 초정밀 밀랍 인형과 무대 설정. 노고는 알겠소만 지금 시국이 어느 땐데...!」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 당신 시각을 만족시켜드려야 할 거 같소. 그래야 말이 통할 테니 말이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신의 앞면만 보여주던 정체불명 외지인인지 외계인은 자신의 뒷면을 조금씩 보여주었다. 
    팔을 들어 귀를 만지니 팔의 후면부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보트의 형태였다. 그렇다고 바지를 벗는 건 모냥새가... 그러니 바지 밑단을 겉어서 뭔가를 보여주었다. 그건 기린의 다리였다가, 펭귄 다리로 바꼈다가, 다시 코끼리 다리로 변했다. 마지막엔 은색 마네킹 다리로 돌아왔다. 
    그래도 NB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외계인의 눈에서 청록색 연기가 나와 NB의 호흡기로 들어갔다. 
    또 NB 뒤에서 시간정지된 채 멈춰있던 브래들리 쿠퍼가 갑자기 로보트처럼 일어섰다. 
    그 다음 브래들리는 애들 장난감 같은 주사기로 NB의 종아리 하단부이자 아킬레스건 살짝 위쪽을 찔렀다. 
    NB가 보기에 외계인 머리가 코뿔소로 보였다가 공룡으로도 보였다가 점점 흐릿해지더니... 떡실신했다. 
   「자, 자, 뭐해, 뭐해?」
   「서둘러.」
   「다리에 쥐났어.」
   「그 상황에 넌 웃기면 어떡하냐?」
    사람들 음성 즉 오디오가 여럿 겹치는 소리를 듣긴 들었을까? 그는 신나는 대중가를 듣긴 들었던 것 같았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그래서 정체불명의 단원들은 nb를 어디로 뜸어다 옮겨놨을까? 역시나 유타주 사막 쇠기둥이었다. 저번엔 발고랑이었다면 이번에는 손수갑인 게 차이점일 뿐. 근데 왜 유타주이지? 몰몬교 선교사들이 무슨 수건이랑 조그만 곰인형이랑 카스테라빵을 선물해줘서? 그거와 이게 뭔 상관이라고. 근데 (1) 페루자  (2) 유타주 쇠기둥... 그와 삼각점을 이루는 지점은... 넘어가. 몰라. 관둬. 때려치면 될 거 아냐. 농담이고. 최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어 곧 있으면 인파가 몰려와 그나마 구조나 되겠지. 만약에 시간을 거슬러 대략 100년 전, 노르망디 해변 모래사장 쇠기둥에 묶여졌어 봐. (절레절레) 아무튼 그는 깨어났다. 
   「뭐야, 또 여기야? 내 이 자식들을 가만 두나 봐라. 근데 걔네들을 어떻게 찾지? 그리고 뭐 하는 애들이야?」
    낮에는 검독수리요 밤에는 수리부엉이. 그 외에도 흰머리수리, 매, 물수리. 또 야행성 맹금류인 올빼미과와 가면올빼기과. 모두 맹금류 종류다. 그러니까 걔네들이 쇠기둥에 묶인 nb를 프로메테우스로 여겼을까? 접근은 커녕 얼씬도 않는 걸 보니 아닌 걸로. 다만 웬 날파리가 날파리가... 뭐야 이거! 하다 하다 똥파리까지? 괴롭구만. 괴로워. 헤라클레스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설마 클레오파트라의 제7서열 하녀가 주변에 얼쩡얼쩡 약만 올리는 거 아냐? 불행 중 다행인지 어쩐지 그 쇠기둥인지 뭔지가 매스컴에 알려져서 망정이지... (몸짓)!
    그때 갑자기 저쪽에서 또 아니나 다를까 인파가 몰려왔다. 





    20

    사랑에 애걸하지 않고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게 만들 궁리. 날이면 날마다 잔꾀와 단기 성과 쥐어짜려 노력해도, 그래 봤자 허탕. 대체 무슨 영문으로 촌닭방랑기에 허당들은 집착하는 것일까? 일반적인 촌놈은 난봉꾼 취급에 자긴 플레이보이라니, 괴씸하니까 허세대회 출전권 쥘 뻔하다 말았지. 또 역시나 일종의 슬럼프인데. 아직도 그처럼 저급하도록 유난떠는 촌닭이 다 있나? 하여간에 허영심 더럽게 재수없네. 그래도 NB는 정신 못차리고 심각하게 낭만적인 고개 각도를 재현하며 폼을 잡는데. 대체 무슨 이유로 항상 개꿈에서 허우적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개 팔자가 상팔자란 말인가? 밑도 끝도 없이 똥개 얘기로 빠지지 맙시다. 그러니까 뭐, 신비주의에 예속된 몽상가와 자유를 갈구하는 가택감금자의 사랑이야기를 써볼까? ~라며 생각하면 뭘 하나. 어차피 안 할 건데. 쉐도우복싱 연습하는 아저씨와 이미지 트레이닝의 대가쯤 되는 숙녀의 연애를, 아 글세 지가 그걸 왜 궁금해 하냐고. 그러니까! 존나 카리스마 없어. 그래서 여자들이 누구도 꼬리치지 않지. 안 그래? 그래서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환상문학 연재분량 때우고 또 놀러갈 게 뻔하고, 매번 본인이 무슨 어리광부리는 애도 아니고. 그럼 이제 정말 정녕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인가! 지가 무슨 피타고라스요 아그리빠이자 모아이 석상이냐고. 개폼은 똥개 저리 가라는 수준. 그러게, 어? 그런 말도 모르나 그거다. 잠을 자야 꿈도 꾸고 꿈을 꿔야 임도 본다. 그래? 근데 꿈이 없어. 소년이여 야망을 가지라니, 뭘 하든 금새 지겨워질 건데 뭐 하러. 공부도 하기 싫고, 일하기도 짜증나며, 뭘 해도 금방 싫증남.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헛된 쾌감과 멜로드라마 주인공이 되고 싶은 애원을 무조건 단념하란 말이 아니라. 그건 일단 2지망으로 또 제3의 열망 역시나 다음을 기약하고. 하여 당장 붙잡을 희망찬 대망이 무엇인고 하니, 있나? 있나 없나? 있어도 판돈 없고 없으면 패 돌아가고. 농담이고. 개 풀 뜯어먹는 유치한 발상 그만 좀 하자. 무슨 개뼉따귀 같은 서두, 지겹지도 않나? 여자들이 유쾌함과 쾌적함과 행복함을 좋아하지, 짜증나고 빡치고 더럽고 징글징글한 뭐 그런 거 좋아하간디? 내 참 더러워서... 그 얘기 또 하기만 해 봐. 아, 필자가 아니라 NB가 말이다. 그건 그거고. 자, 그렇다면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게임을 한번 시작해볼까? 있어야 말이지. 누가 아니래. 내 말이. 공갈젖꼬지나 더 애용하고 와라, 그랬으면 좋겠다. 타임머신 있으면 진즉 사랑해줬겠지 왜 아니겠나. 허나 시간은 냉정한 것. 그래서 공평한 것. 근데 시간이 무슨 개구멍도 아니고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아, 쥐구멍 같은 웜홀머신 때문에 녀석이 괴로운 거구나. 그렇구나. 뭔가 했어. 허당은 무관의 제왕이요 환상머신은 미완의 바보상자였으니, 이제 정말 줄 달린 치즈 갖고 웬 여자 마음 들쑤시는 걸로는 성에 안 찬다 그거네. 극소수 숙녀 감성 부아를 돋구는 거도 재미없단 말이구만. 그래서 이제 대놓고 떡밥뿌리기를... 그렇다고 어디다 추파를 던지게. 추접스러운 사랑 생각도 말자. 우리가 아니라 걔만 그러든가 말든가. 근데 그러다 소 뒷걸음질치자 쥐 잡는 식으로, NB는 아찔한 영감을 떠올리고 말았는데. 그런데 까먹었어. 도저히 생각이 안 나. 기억나도 별거 없지. 놀라운 발상 생각해내면 어쩔건데. 그래 봐야 저질. 원래 색마구만. 굶주렸어 늑대가. 뭔 군침은 마를 날이 없어요 그냥. 그 흑심 대체 어떻게 안 되나? 또 어디다 눈독을 들여. (절레절레) 하다 하다.. 됐다. 징글징글하다. 부글부글 커피포트만 바쁘다. 근데 진공청소기는 대체 언제 써먹지? 그러다, 어? 동심을 밀고 당기며, 여심까지 쥐락펴락, 뭇남성들의 야성마저 들었다 놨다 하려다가 결과는? NB는 밀려졌다 당겨졌다 쥐어졌다 펴졌다 들려졌다 놔졌다! 그러게 능동적으로 미지의 열망을 개척해야지, 피동격으로 언제까지 탄력받을 적기만 노리는데?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래서 뭘 해도 안된다고. 걸핏하면 뭘 해도 재미없대. 당장 응큼한 착상 떠올린 게 또 뭐다? 끝장나는 여자말 번역기와 끝내주는 맨얼굴 투시선그래스를 양쪽에 끼고서...! 또 또. 봐 봐. 이거 봐 이거 봐. 이것 보라고 글쎄. 이래서 뭘 한다고, 어? 이래가지고 소망과 야망을 일망타진하겠다고? 그러니 플레이보이계에서 퇴출당하지. 그러니까 사교계에서 방출 전에 가입조차 못해. 안 그래? 변명 대회부터 허영심 잔치까지 기웃거려 봐야 별거 없다고 전해. 뭐 사랑은 없어? 핑계 들어보면 또, 똥개가 개뼉따귀 탐내 듯... 안 봐도 뻔해. 안 들어봐도 다 알지. 보나마나.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고로 NB는 고개 푹 숙인 채 역시나 사무실로 향했다. 난 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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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78

from 소설 2020. 11. 15. 18:16

    1

    싫다 싫다 하면서도 손내민다. 우리가 왜 여자 마음 녹여주는 데 선수겠나. 못 이긴 척 끌리는 여심 쥐락펴락 일도 아니지. 농담이고. 근데 또 장조 말고 단조로 풀어볼 말이기도 하다. 남들눈 있으니 사양하는 척하면서 실속, 잇속, 개이득 다 차린다. 이따금 친구 위해주는 척 속으로는 사욕만 챙기는 불여우까지. 누구나 독무대를 원하지, 병풍은 서주기 싫지, 주인공 안시켜주면 짜증나지. 그러니까 세상사 태반이 개밥그릇 싸움. 그래서 더더욱 잔칫상 차려지든 말든 숟가락부터 올리는 식. 초대받지 않은 잔치에 가지 않아야 한단 걸 누가 모르나, 허나 괜히 잘나가는 나이트클럽 입장률이 초라할 리는 없는 법. 근데 또 이상한 게 어쩌다 행운에 묻어가는 일도 있지, 공짜술 맛난 걸 퍽 부정할 순 없거든. 그처럼 험한 세상 살다보니 억척스러워지고, 사나워지며, 거칠어지고, 닳아지면서, 또 능글능글 능글맞은 능구렁이로 대부분 귀결되는 게 인생사인데. 성격 좋은 사람이 많나? 하면 천성 따지자면 심보를 거론해 뭐하겠나. 아울러 행복의 논거 따지면 누가 밥을 주나 고기를 주나. 그럼 만족은 끝이 있을까? 딸랑딸랑 반짝반짝 뿌잉뿌잉 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는 걸로 다 끝. 싹 다 정리됨. 따라서 오락산업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누워서 떡먹기. 식은 죽 먹기. 하여 멜로드라마를 보고 영화 예고편을 살펴보니, 소파에 자빠져 TV 채널돌리기도 짜증남. 왜? 비교적 젊은층에 비해 TV시청 평균연령이 어떻다는 거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뭐라고? 뭐야! 그럼 난 이미 놀줄 모르는 부장님 연배가 되어버린 걸까? 꿈과 희망에 대한 쪼잔한 구상. 떠오를 뻔하다 말았다. 찐따네. 그래서 빡치면, 빡친 찐따! 근데 타인의 성감대를 만족시켜주고 싶다고? 꿈깨라 그래. 누가 관심있대? 나 참 기가 막혀서. 뭐 정말로 그렇다고? 거 참 아주 재미난 발상이네. 와, 재밌다. 재밌긴. 더럽게 재미없지. 그 말이 생각난다. 그런 말이 있지. 숲이 우거져야 새도 모이고 물이 깊어야 큰 고기도 모인다. 근데 그릇이 커졌다고 한 게 간장종지? 환장하겠네. 이런 덴장~! 이젠 하다 하다 혀까진 꼬인다. 그럼 뭐 언젠 수전증 없었나? 그럼 결국 허언증과 미운정 고운정 다 든 것일까?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러니까 말이야, 어? 여자는 할머니가 돼도 소녀의 순정과 숙녀의 허영심을 포기 못한다고 쳐, 근데 우리 남자까지 그래야 한다니! 이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말도 안돼지. 그럼. 그럴 수는 없다. 이건 아니라고. 
    그래서 나는 혼자서 어디로 가려고 했는데. 
    그런데 비비안이 제 발로 내게 찾아왔다. 
    아니,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온 건가? 
    뭐 꼭 대어 중의 대어라고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하나. 
    근데 무슨 용건인가 듣고보니... 설마 하니 천기누설일지도 모르고. 
    그 좋은 기회를 공짜로 알려드릴 수는 없고. 이 호기 놓치면 언제... (딱)
    일단 그 투자처, 우리의 활약상, 기가 막힌 줄거리는 나중 알려드리기로 하고. 
    딱 그렇게 나는 비비안과 함께 어떤 작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2

    당장 비비안과 발단과 전개를 동시에 뚝딱 해치운 다음. 그 달콤한 절정감이 어땠나, 당장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일단 몸푸는 의미에서 밑밥 깔고 가자. 그렇다고 아무런 의미없는 잔소리만 푼다는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다 떡밥뿌리고 공들이고 부추기고 어쩌고. 나중 보면 아아 그래서 그게 그렇게 되었구나, 라고 스스로 끄덕끄덕하는 재미가 아예 없진 않을 테니 말이다. 자, 봅시다. 
    연애사 성적표를 정말 잘 따져보면, 따져봐서 뭘 해. 그럼 뭘 하냐고, 어? 누가 알아준대? 이거 왜 이래? 누군 뭐 원맨쇼 할 줄 몰라서 안하나! 못해서 안한다. 오오 아름다운 사랑이여, 우리는 관심없거든. 근데 왜 또 그 얘기를 꺼내서...! 됐고. 소리 없는 고양이가 쥐를 잡는다. 현란한 잔재주, 멍석 깔아놓으면 이상하게 몸상태 난조. 아니면 경기운 불친절. 1단계 올라가기는 커녕 8부리그로 내려감. 미끄러지는 거지. 그래도 폭락보단 나음. 근데 심지어 옮기자마자 구단 방출. 뭐? 소매가 길면 춤추기 좋고 밑천이 많으면 장사에 유리한 걸 알면 뭐 하나. 이처럼 난 혼자만 나 잘났다 무관의 제왕인데. 괜히 아는 여동생들이 다 떠나갔을 리는 없다. 걔네가 무슨 바보도 아니고 말이다. 수캐가 암캐 따라다니듯 말이야, 이 인생 포지션에 일찍도 세계허세대회 출전을 타진한다? 차라리 동네 허영심 잔치에나 기웃거리는 게 낫겠다. 그렇다고 3류 카바레 방문카드를 만지작만지작거리면 뭘 해? 누가 반겨준대? 인생이란 자고로 운동화 신고 발바닥 긁기구만, 어? 본질은 외면헌 채 기타 등등. 좌 심심함 우 재미없음. 벤치멤바는 아무도 없어. 말하자면 이런 셈이다. 보아하니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시계 불알마냥 왔다갔다만 한다. 무료한 일상. 그럼 이제 무엇을 할까? 하지 말자. 그게 뭐든지. 그렇다면 난 정말 원하고 자시고 선택의 여지없이 오직 전진 뿐일까? 배짱부려야 할 일도 있는데 그렇다고 판세와 융통성을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일이고. 안 그래도 플레이보이의 자존심 어떻게 휴지조각처럼 길거리에 버리나. 현실주의자의 야망만 충족시키기 위함이 인생의 골자냐, 아니었다. 우리는 이상을 겨냥해야 하니까. 그래 봤자, 손님 체크카드 잔고부족이랍니다, 손님 신용카드 한도초과랍니다. 낯설지도 않다. 그렇다고 뭐 누가 졸부들 부럽대? 인기 싹 다 거품이다. 사랑? 식게 되어 있어. 술은 반취가 좋고 꽃은 반개가 좋고 복은 반복이 좋다. 연정, 사랑의 시작이 최고로 찔끔하거든. 안 그래도 UFC 애들 태반은 내가 키웠다. 요즘 뜨는 애들 웬만하면 내가 꼽아줬다고 봐도 된다. 
    근데 뭐랄까,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난봉꾼인지 농부인지 나무하러 산에 올라갔다가, 신선들이 바둑 두는 광경을 보는 동안에, 도끼 자루가 썩었다더라? 근데 그 '도끼 자루'에서 '자루'빼고 그걸 알고봤더니...... 곶감론이냐 샘물론이냐! 근데 거 증말 사람 짜증나게 아까부터 자꾸, 자꾸자꾸... 똑딱단추를 커피포트에서 진공청소기로 바꾸자. 자, 그랬는데 잘못 바꿨어. 안 바꾸느니만 못하게 된 거라고. 캬, 커피포트 바빠지네 바빠져. 나 이거 원 참 거 증말... 부글부글 절레절레! 그러다 나는 어느날 길거리에서 한 소년이 노신사를 꾸짖는 걸 보고 놀랐다. 넌 내가 뭐랬냐 그러게... 따따부따 쑥덕쑥덕 미주알고주알! 아니 왜? 알고 봤더니 그 둘은 보이스카웃 동기인데 당시 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엿봤고, 쨰는 겁나서 도망갔고. 그 시절 그랬다는데. 그 후 보이는 바와 같이 소년은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는데, 노신사는 이렇단 말이지. 그래? 그럼 그 판도라의 상자라는 게 대체 뭐냐, 어딨냐, 응 그래, 누구한테 물어봐야 그 존재를 알현할 수 있냐, 사람 무정하게 그게 뭐냐 늬들만 입이냐, 나도 좀 그 신비주의인지 환상머신인지 구경이나 합시다? ~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그 때문에 큰 거 1장 날림. 사기꾼한테 당한 거지. 이런 젠장, 뭐라고? 농담이고. 아니 근데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진짜로, 어? 버뮤다 아카데미야말로 우리가 알던 미지의 신세계일까? 식전 고양이가 생선을 보고 지나가겠나. (뽐뿌질 푸쉭푸쉭) 모스맨 리조트가 정말로 끝장나는 낙원이자 에덴 2이며 지상천국이라고? 식전 똥개가 개뼉따귀를 보고 그냥 지나갈까! 그 말 믿고 또 따라가서 어떤 서류에 서명하고 났더니 결국 나중 작은 거 1장 더 날림. 그러게... 덥썩... 농담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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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작은 거 1장 사기당한 사람이 바로 나다. 부부금슬 괜찮은 부부를 놓고 마누라 등쳐먹는 놈이네 뭐네 그건 웃자는 얘기다만. 세상에 살다 살다 내가 비비안한테 당할지 누가 알았을까? 그걸 위해서 그 시간을 공들였다니,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다. 말도 안되거든. 그럼 걘 나를 애초에 개뼉따귀로 알아보고서 접근하여 친해지기 전부터 목표물로 점찍었다는 말이잖아. 허명이라는 꼬리표 떼기가 이렇게나 힘들다니 예전엔 미처 몰랐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만, 아니 놈이 아니라... 넘어가자. 그러게 환상머시기잡지에서 경리할 때 알아봤어. 거기 가끔 들리는 경쟁사 영업사원이 (조용조용히 우리끼리만 있다고 치고) 걔 따먹을려고 공들이다가 큰듯 작은 듯 1장 날렸잖아. 그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후회, 인정. 미련? 당연지사. 우리는 패전과 친하니까. 그렇다고 당했는데 패인을 분석해 뭘 하나, 해야 한다. 1장 또 날리면 안되니까. 이젠 더 날릴 뭣도 없다. 머리카락 날라간... 친구 앞에서 대놓고 웃지나 말아야지. 그러니까 자세한 내막은 더 이상 논하지 말잔 말이다. 아 글쎄 제발 쫌! 세상 사람들 다 들어보소 라는 논지는 아닌데. 그게 또 이상한 게 나도 나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이상한 팔랑귀 있으면 나와보시오! 나보다 더 추접스러운 궤변가 있으면 말이오. ~라고 큰소리 떵떵쳤는데 글쎄... (손차양). 괜히 자발마 타셨구만 그래. 이 사람 큰일낼 소리 남발하셨네. 큰일날 양반이라고, 어? 입에 풀칠은 하고 살고, 옷 따뜻하고 등 따순대 뭐가 걱정이라고 거 무슨 허세를. 그럴 게 아니라, 응? 여기서 나보다 더 돈 많은 사람 있으면 나와봐, 그랬어야지. 쯧쯧쯧. 아니다. 그건 보나마나 뻔하니까. 그럼 결국 우리 가운데 돈 제일 많을 거 같은 사람이 누구로 보여요? 바텐더에게 첫손 꼽힌 기억 대체 몇 번을 우려먹나. 그래도 그녀가 사람 볼 줄 아네. 하여 당시 걔가 고급스럽게 나한테 꼬리친 거나 다름없어. 근데 내가 걔 꼬시는데 나한테 안 넘어오고 어떻게 배겨. 만나서 3일 만에가 다 뭐야, 만나자마자 신혼여행 떠남. 그럴 수도 있었는데. 내가 걔 봐준 거지. 허나 그 안목 믿고 만약에 나랑 결혼했으면? 꽝! 노잼. 노행복. 불행. 체념. 실망. 절망. 좌절. 허당. 허망. 허영. 허세. 가난에 한맺힐지도. 전생에 커피 못 마셔 뭔 한이 맺혔나... 그래서 커피 사주기 1등 하면 뭘 해 다 떠나갔는데. 어쨌든 여자는 남자 잘 만나야하다. 남자도 그렇고. 아니 근데 내가 생각해도 정말 과하다. 많이 심하네. 대체 그 얘기 몇 번을 우려먹냐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미쳐버리는 거지. 돌아버릴 수밖에 없거든. 근데 또 안 들을 수는 없고. 귓구멍을 어떻게 매꾸나. 세이렌의 유혹 무시못하거든. 뿐만 아니라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도... 여자 마음만 그런가? 싫다 싫다 하면서도 손내민다. 하여튼 말이야 허접한 쪽대본인지 뭔지 여성잡지2 애호가 생각들 좀 하자. 한두 번도 아니고, 한두 살 먹은 꼬맹이도 아니고. 도대체 뭐 천번 만번 그 얘기 계속 하려고? (절레절레) 증말 징글징글하다. 바텐더한테 낙점 못 찍혀본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내 참 더러워서... 귀청따갑다. 하긴 당시 어쩌면 왠지 모르게 불쌍해보여서일 수도 있어. 친구 여자친구 말마따나 당시 가련한 예술가 타입이었거든. 그래도 말이야 고급술집 별로 안 다녀봤는데, 나름 정복에 나비넥타이에 그런 여바텐더가 흔치는 않지. 그래서 오늘도 우리 상남자들 으쌰으쌰 동네 바로 몰려가는데. 여자 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뭐? 넘어가고. 어쨋든 이 정도 했으면 몸 풀었으니까, 뭐 안 풀렸다고? 이 사람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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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1문단은 따분하던 참에 마침 비비안이 제발로 찾아와 솔깃한 제의를 건냄. 동참. 진행. 
    다음 2문단은 비비안한테 벗겨먹혀진 얘기. 제대로 농락당한 셈인데. 그걸 차마 창피해서 발설할 수는 없고. 
    일단 여기까지가 1문단 2문단인데. 이게 뭐야, 어? 아시다시피. 육로로 접근 불가, 공중으로 보여주는 둥 마는 둥만 하고 땅 매입. 결과는 뻔했음. 애연가들과 친하던 방탕기에 비타민 담배 어쩌고저쩌고한테도 1장 날림. 뿐인가? 봐 봐 이거 보라고 글쎄. 수영선수는 기초대사량이 높다, 하여 막 1주일 기본운동만 하면서 남들만큼만 먹어도 살이 5KG~10KG 저절로 쑥쑥 빠진다, 선생 생각해보시오 그런데 여자들이 부러워 안하겠소? 미쳐버리는 거지. 근데 여기서 중요한 점. 그래 봤자 수영선수는 물 속에서 살 수 없소. 단지 물 언저리에서 깔짝깔짝 규칙적으로 운동만 할 뿐. 근데 생선은? 네? 생선은? 태어나서 영면할 때까지. 그래서 생선이 불포화지방산 어쩌고저쩌고 몸에 유익하다고 하는데요. 여보시오 생각 좀 해보란 말이오. 근데 생선이 사람 몸에 안 좋겠소? 짜게 먹는 식습관이 나쁜 이유, 각종 성인병 어쩌고저쩌고 그거 모르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소. 근데 또 유전자발이란 게 왜 없겠나 이 양반아. 유뷰버들을 보시라 그 말씀. 먹방 bj 살 안찌는 이유? 그래도 거긴 인간계. 어? 어디 인간계가 생선한테 명함을 내밀어 내밀긴...! 그러니까 제 말은, 우리 생선님들을 보시라구요 제발! 경제학계에서 민물파 짠물파 뭐 우리가 걔네들 머리꼭대기에서 놉니다 그려. 허허허. 쥐었다 폈다 일도 아니라니까 말도 마시라니까 글쎄. 바다물고기가 대체 왜 성인병에 안 걸리겠소? 일평생 짠물에 젖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인 생선들 수명을 보시라 그 말씀.  더더군다나 네? 자, 봅시다. 차마 셀 수 없는 물고기수, 인구수는 쨉도 안됨. 상대를 어떻게 해. 민물 피래미만 1000억 마리 곱하기 몇인데, 민물 피라냐만 따져도... 그거 따따블 아닐 거 같소? 근데 물고기 종류가 얼마나 되겠소. 그거라고요. 찬찬히 규모를 생각해보시구료. 천문학 저리 가라라고요. 굳이 대기권 너머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근데 그분들은, 바다물고기들 배설물이 뭐 안 보이는 데로 가나? 그거라고. 뿐인가? 그 뿐만이 아니라, 오대양 육대주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들. 알게 모르게 영구히 누줄되는 액체 고체 기체. 그게 다 어디로 갈까?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름. 전부 누적됨. 어디에서? 바다에서! 싹 다 그쪽으로 모여듬. 친환경 어쩌고저쩌고, 손떼 묻은 가죽 겉표면... 가정용품 겉면... 갠지스강 어디 어디... 서서히 닳아지고 벗겨지고... 그게 다 바다로. 오대양 육대주 (간결하게 숫자 끊어서 말했을 때) 100억명 + 돼지 1년 도살량 세계 총합 100억마리? 소 피, 닭 내장, 새똥들... 그게 다 어디로? 영구적으로. 끊임없이. 영원히. 그 모든 것이. 근데 또 이상한 게 대양백합조개 507년, 그린란드 상어 400년, 북극고래 200년~250년, 붉은성게 200년, 갈라파고스거북 177년, 갈퀴볼락 157년, 호수철갑상어 152년... 그렇다니까요. 물속 어디만큼만 들어가도 수압 때문에 야구공, 럭비공, 농구공... 어떻게 되는지 아시오 모르시오! 근데 심해어는? 걔네들 뿐만이 아니야. 또 수중 아가미 호흡은 물론 육지로 나와서도 3일 동안 폐호흡이 가능한 민물고기가 있는데, 가물치래나 뭐래나, 생선 같이 생긴 놈이랑 여자랑 연애하는 영화의 힌트라도 된단 거야 뭐야. 하여튼 물고기들이 진짜 독종이네. 생선 걔네 징한 것들이구만 그래. 자, 이와 같은 배경지식을 감안한다고 했을 때. 왜 생선이 몸에 좋겠나 이 양반아. 자, 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DHA, 오메가 3, 효소, 아연, 뭐 뭐... 건강보조식품도 있고 그럭저럭 괜찮을 수도 있는데. 
    결국 난 그 말 듣고 또 3장 날림. 그게 뭐 자랑이라고...! 넘어가자. 증말 징글징글하니까 말이다. 





    4

    나는 아지트에 들렸다. 아니 아지트 들리기 전에 줄거리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는 켄트를 만났다. 켄트도 나처럼 비비안한테 당한 입장. 
    우리는 갑자기 친해졌다. 비비안 행적을 찾아냄. 
    켄트는 2장 난 1장 비비안한테 떼였음. 우리는 걔 뒤를 밟았다. 
    그 결과 쫓다가 쫓다가 간발의 차이로 놓침.
    또 다시 쫓다가 쫓다가 간발의 차이로 놓침.
    그러다 아지트에서 나와 켄트는 로이를 만남. 말하자면 비비안 내막을 알게 됨.
   「너네가 왜 비비안을 붙잡지 못하는 줄 알려줄까?」
   「너 뭔가 아는 거 있어?」
   「구미가 댕기는 거 보니, 얘가 치즈고 난 줄이니?」
   「빙빙돌리지 말자. 알고 싶어 아님 듣기 싫어?」
   「누가 싫대!」
   「너 왜 갑자기 목소리가 커지니? 너 화난 거 같아.」
   「내가 지금 조용하게 생겼냐? 그러고 보니 로이 너도 비비안한테 물렸냐? 2.5배 정도 불려서 건질려다가 너도 덤탱이썼냐고.」
   「그 사실 먼저 말할까 아니면 비비안은 내 손바닥 위에서 논다는 진실 먼저 알려줄까. 말만 해.」
   「그걸 말이라고 하니? 당연히, 뭐 해 말하지 않고. 우리끼리 이러기냐, 어? 너도 허영심대회 단골 출전중이냐?」
   「그걸 늬가 어떻게 알아?」
   「진짜라고?」
   「농담이지. 너 못보던 사이에 꽤나 순진해졌다. 응?」
   「내가 소심하든 쪼잔하든 주제에서 벗어나지 말자. 그렇다고 내가 옷을 벗을 수도 없잖아. 안 그래?」
   「늬가 옷을 왜 벗어? 볼 게 뭐가 있다고.」
   「뭐 임마?」
   「워 워 워. 너넨 나이 먹고 이게 뭐냐, 어? 우리가 아직도 이렇게 놀아야 하냐? 누가 촌놈 아니랄까 봐.」
   「촌닭, 사둔 놈말 하지 마셔. 너야말로 허당 중의 허당. 아니. 허당 중의 상허당이니까.」
   「자, 잔소리 그만 하고. 바로 말할께. 왜 비비안이 너네를 그처럼 쉽게 따돌린다고 생각하니?」
   「뭐 우리한테 위치추적장치라도 붙여놨단 말이야?」
   「그건 기본 아니겠냐.」
   「그럼 설마... 걔가 우릴 따라다니고 있다고?」
   「빙고!」
   「넌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데?」
   「비비안은 여자 아니냐? 여자가 뭘 좋아하는데. 스타킹을 애용할 수도 있고 취미가 남다를지도 모르지. 근데 중요한 건 생활필수품 없이 어떻게 사니.」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걔가 입수하게 될 생활필수품. 거기다 트로이의 목마를 심어놨어. 엑셀 파일 보여줄까? 근데 어떻게 걔가 내 손바닥을 벗어날 수 있겠니.」
   「진짜냐?」
   「그럼 이게 장난이니?」
   「그래도 너네들 너무한 거 아니니. 시트콤 놀이치고 너무 심하잖아!」
   「뭐 심해? 아니 잠깐만. 너 비비안한테 얼마 투자했어?」
   「나? 스타벅스 점원 주급 정도?」
   「투자야 아니면 단둘이 커피 마신 거야.」
   「단둘이 커피 마신 거. 그럼 너는? 또 너는?」
   「난 스타벅스 점포 2채쯤 되겠다.」
   「나는 스타벅스 우선주 10%로도 부족할 거야.」
   「」
   「」
   「」
   「속 터놓고 말하자. 너 여기서 빠질 꺼야 말 꺼야. 응? 솔직히 말해줘. 그랬으면 좋겠어.」
   「너넨 내가 의리도 뭣도 없는 놈인 줄 아냐? 나 존나 카리스마 있어. 알아? 이거 왜 이래, 어?」
   「그럴 줄 알았어.」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그럼 이제 우리 수사본부 어디다 막 설치하고 그러는 거냐?」
   「얘 봐 봐. 드라마 너무 많이 봤네. 수선 떨 거 없어. 내 블로그 방문해서 비비안 관련 파일 받아가. 그럼 모든 걸 알게 될 테니까.」
   「너 영화 찍냐? 우리가 우습게 보여?」
   「어. 많이. 심하다. 누가 요즘 촌스럽게 옛날 각본대로 노냐! 어? 너 아직도 가죽점퍼 입어보고 싶은 마음, 여전한 건 아니지?」
   「늬가 뭘 안다고! 패션은 늬가 꼴등이야. 알아?」
   「알긴 뭘 알아. 늬가 뭘 좀 모르네. 나 엇그제 패션잡지 인터뷰하고 왔어.」
   「그 잡지 안 봐도 알만하다.」
   「그건 그거고. 그러거나 말거나. 응? 그러든가 말든가. 근데 넌 핑클파마가 뭐냐?」
   「넌 머리 까고 다니니까 정말로 돈 들어오든? 너나 잘해.」
   「잘하고 있어. 그래도 이모냥인데 나더러 어쩌라고. 그러는 넌! 남자가 빨간머리가 뭐냐?!」
   「너... 너 소개팅 안 시켜줘. 로이랑 나랑 2 대 2로 만날 꺼야. 넌 빠져.」
   「안 가. 관심없어. 누가 끼워달래?」
   「에이~ 아닌 거 같은데? 나중 딴말하기 없이다.」
   「내가 너네랑 같냐. 누가 소개팅 하고 싶대? 요즘 애들 소개팅 안 해. 그러니까 너네들이 아직도 혼자지.」
   「뭐가 어째? 그러는 넌!」





    5

    헤라클라스를 옛날에 내가 업어키웠는데. 근데 난 왜 지금 가난할까? 클레오파트라가 제발 한번만 만나달라던 애청 거절하지 말 걸 그랬나! 하긴 미켈란젤로가 조각할 때 나 다비드는 모델서느라 개고생했다. 모나리자의 첫사랑이 바로 나라는 걸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를 텐데. 어쨌든 난 기저귀 찰 때부터 재미없는 운명과 심심한 배역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나 할까? 뻥이다. 아니 진짜다. 난 엄마 뱃속에서 온갖 가전제품 발명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 파리들 날개소리가 들린다. 타원형 궤도를 자랑하는 핼리혜성, 내가 부른 것이다. 뻥이다. 난 어쩔 도리 없이 허당임에 틀림없다. 영락없는 찐따네. 그래도 뭐랄까 플라톤을 따금하게 혼내던 때보다 비너스 꽁무늬를 쫓아다니던 호시절이 그립다고나 할까? 미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꽃 들고 우리집 앞에서 기다리고 어디든 내가 가는 덴 졸졸 쫓아다녔다. 나는 걸어다니는 우머나이저다. 난 현존하는 터미네이터지. 정말로? 뻥이다. 개뻥이다. 노잼. 참 나 웬만하면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여성환상 1.5 여직원들 태반이 날 좋아한다. 걔네들이 남몰래 밀월여행 가잔 거 정말 간신히 참았다. 물론 뻥이다. 뭘 해도 재미없다. 솔직히 말해서 더럽게 짜증난다. 말이 그렇단 거다. 환상머신병도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근데 어떻게 웜홀머신을 완성하나. 못해. 안해. 뭐 하러 그래야 하나? 싫어. 귀찮다. 빡친다. 뚜껑 좀 닫으라 그래. 안내켜? 싫음 말어. 조용히 해. 듣기나 하라고. 저리 비켜. 뭐야, 아무도 없잖아. 그러게. 그야 어떻듯 나는 공상이 지겨워졌다. 상상과 허풍 짜증나서 못해먹겠단 말이다. 말이 좀 심했다만 지금 여기 나 말고 누가 있어. 아무도 없다. 누구도 몰라. 어차피 믿든 말든 난 무명. 좋든 싫든 팬클럽 없는데 저급한 말 남발한다고 누가 옐로카드 내밀지도 않는단 말이다. 농담이고. 더 이상 어리광떨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따라서 나는 곧장 아지트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아지트는 그날 따라 고풍스러운 분위기 일색이었다. 
    Rossini / 오페라 <라 체네렌톨라> 6중창 “이제야 모든 것이 밝혀졌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처음에는 북적거렸는데 슬슬 붐비던 아지트에 단 몇 명만 남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 나는 저기 저쪽에서 켄트, 로이, 비비안이 떠드는 걸 목격했다. 아니, 맙소사, 이럴 수가! 
   「이게 누구신가, 우리 마법사 나리 아니신가!」
   「마, 뭐? 누가 나보고 법사래? 그냥 법사 친구쯤으로 해주면 안될까?」
   「안될 게 뭔가. 그럼 내가 마법사하면 되겠네. 안 그래도 그 문제로 자넬 만나려고 했는데. 호박마따나 제 발로 찾아오셨다. 이 무슨 숙명적인 만남인지.」
   「뭔데 그처럼 분위기를 잡고 그래? 지금 영화찍냐, 내가 일부러 오디오 안 겹쳐주니까?」
   「묻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닐 텐데? 알고 있어. 궁금할 거야. 짐작이 안될 테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하거든. 안 그래? 그럴 수 밖에. 난 비비안한테 1장, 로이는 거기다 0을 하나둘 붙이면 될 텐데. 저번에 말했던 그 사연을 뒤로 한 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딱) OK~ 말할께. 알려는드릴께. 아니, 모르면 안되지. 우리가 어디 보통 사이인가? 근데 또 자네가 의심이 많단 말이야. 봐 봐, 벌써부터 의뭉스러운 그 표정. 캬~ 예술이야! 딴 게 예술이면 좋을 텐데. 뭐야, 너 또 진한사랑 떠올렸냐? 대체 말릴 수가 없다. 뭐, 나도? 난 아니다. 난 아니야. 내가, 너냐? 그러니까 일단 들어나 봐. 듣고 보면 자연스럽게 수긍될 테니까 말이야. 속단하지 말고 뭔가 숨겨진 줄거리를 예상해봐. 그래 봐야 추리할 뭣도 없을 테지만 말이야. 허허허. 뭔 이런 식으로 입담 털자면, 너나 나나 잠 안 자고 1주일 내내 떠들 위인들인 건 부정할 수 없는데.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요점만 말할까? 그러자. 나도 입 안 아프고 자네도 피곤하지 않고. 
    그래. 비비안과 우리는 알고 봤더니 같은 클럽이었어. 무슨 클럽? 우리가 지금 밀라노 더비에 유니폼 챙겨입고 따라다니리? 그렇게 투우장 찍고 런던까지? 나이가 몇살인데. 요컨대 말할께. 단언컨대 우리는 일루미나티야. 왜, 못 믿겠지? 니들이 애냐, 아직도 그런 걸 믿냐, 어떻게 보이스카웃 과정은 뗐냐 어쨌냐. 알아. 안다고. 허나 진실인 걸 어떡하냐. 또 저번에 말했던 1장 털렸다는 둥 2장 날려먹었다는 둥. 설마 믿은 건 아니지? 혹시 해서 말하는데 너 또 속았을까 봐 말이야. 만약 그랬으면 넌 진정한 찐따 중의 찐따임이 증명된 건데. 아니면 좋고. 설혹 그렇더라도 우리가 널 제야의 고수로 만들어줄께. 그게 가능하냐, 가능하지. 근데 아직 못 믿기지? 못 미더우니 당연하겠지. 그럼 증명해줄까? 증거는 차차 하나둘 발견하는 재미를 위해 남겨놓기로 하고. 자, 간다. 자, 봐 봐. 집중해. 빠짝 전신차려. 어? 긴장 풀지 마 이 친구야. 보시라니까 글쎄. 
    (그와 동시에 카페 음악은 바꼈다. Verdi /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축배의 노래")
    (그러면서 뭔 포코를 꺼내더니 자신의 어깨 아랫부분 팔 부위를 푹 찔렀다)
    (그 결과 분홍색 액체가 흘러내리는데)」
   「야 켄트. 너 아직도 이러고 노냐?」
   「얘가 얘가, 얘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이거 장난 아니야. 어?」
   「그럼 난 개뻥에 쉽게 속아넘어갈 뭐 허당처럼 보이냐?」
   「여기서 말해둬야 할 것은, 2탄!」
    그와 동시에 또 다른 포크를 꺼내더니 로이도 켄트처럼 자기 팔뚝을 푹 찔렀다. 그랬더니 걘 초록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너 케찹에도 뭔 장난을 했냐? 너 내가 아직도 바보로 보이냐? 어? 이거 왜 이래? 수준 떨어지게 이게 뭐냐? 너네 인형극 찍냐?」
   「자기야, 오빠. 오빠 근데 왜 나 한번도 안 쳐다봐? 오빠, 나 좋아해? 나 비비안이야. 난 오빠한테 비너스가 되어드릴 수도 있고, 아르테미스로써 이처럼 윙크도 해드리지. 근데 왜? 오빠가 우리 존재를 바로 알도록 하기 위해서. 자, 간다.」
    그러면서 비비안을 포크를 꺼내더니 내 엉덩이를 푹 찔렀다.
    그러자 처음에는 보라색빛, 중간에는 청록색, 끝으로 노란색으로 그 액체는 색상이 바꼈다. 
    끝까지 의심하려고 했으나, 나는 결국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6

    1시간쯤 잤을까? 소파에서 깨어났다. 아, 이 음악은... Carl Heinrich Graun / 오페라 <Il Mithridate> “영광이 그대를 부르노라”. 바텐더가 알려줬다. 노래 제목을 알려준 게 아니라, 그 친구들 갔다는 걸 알려줬다. 그러면서 웬 봉투를 전해주었다. 깨어나면 전해달래나! 봉투를 열었다. 약도가 있었다. 일루미나티 지점이니까 찾아오라는 말이구만. 또 뭔 약을 팔려고? 안 속아. 누굴 바보로 아나! 그래도 속는 셈치고 한번 들려볼까? 그럴까? 그럴까 말까! 그러지 말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니다. 됐다. 난 그처럼 일단 미루기로 했다. 당장 결정하지 않고 유보. 즉각 넘어가면 왠지 찐따 취급받을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너무 냉정해도 거꾸로맨 같고. 그렇다고 적극적인 동참까지는 아니나. 관전평 대신할 사람을 찾기도 뭐허고. 그러므로 최근 형편 그만그만해서 소비습관이 한발 늦는 것처럼 일주일 미루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난 뭘 했겠나. 뻔할 뻔자지. 
   <공상 내용은 칼럼으로 넘김>
    자, 그럼 이제 '켄트-로이-비비안'이 초대한 일루미나티 본부로 쳐들어가볼까? 보나마나 부업으로 쇼핑몰 준비하거나, 지들 전시회 상의하거나 뭐 보기는 몇 개 안될 것이다. 하나마나 객관식 문제. 그렇게 나는 그곳으로 갔다. 





    7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소는 그럭저럭 이상하지도 더럽지도 않음. 나름 괜찮음. 썩 나쁘지 않단 얘기. 근데 저쪽에서 뭔 요상한 소리가 들리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소음. 근데 실제로 듣기는... 그래서 딱 거기까지 갔는데. 
    와우! 창문 틈새로 엿보니 켄트와 비비안이 어떤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다정하다 다정하다. 부드럽다 부드럽다. 진하다 진하다. 껴안는다 껴안는다. 뜨겁다 뜨겁다. 흥분된다 흥분된다. 키스한다 키스한다. 깊다 깊다. 더럽다 더럽다. 추접스럽다 추접스럽다. 거기까진 약과다 약과다. 이제 슬슬 쟤들은 더워진다 더워진다. 내가 아니라 쟤들만 신났다 신났다. 그래서 그래서...... 그렇게 자세를 바꾸려던 찰나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얻었다. 집은 손의 감촉으로 보건대, 누군지 느낌으로 대충 알만했다. 로이였다. 나는 썩 놀라지 않았다만 걘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지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다. 더럽게, 화장실 갔다 와서 손 안 씻고...! 어딜...! 이 자식이...! 아, 맞다. 그 전에, 옷을 벗기 전에 나는 잠깐 환영을 보았다. 그 환상 지금도 믿기지 않는데. 그런데 진짜였다. 그건 무엇이냐, 바로 켄트의 머리는 곰으로 보였고 비비안의 머리는 토끼로 보인 것이다. 머리만 말이다. 그럼 뭐 내 대가리는 앵무새? 뭐 저급한 어법으로 새대가리? 뭣이 어째? 아, 혼자 생각이구나. 어쨌든 그랬는데. 
   「우리가 마법사라는 걸 알겠니?」
   「그럼 난 마법사 할아버지게?」
   「너 정말 일루미나티 기밀을 알고 나면 그거 감당할 수 있겠니? 걔네가 널 가만 놔둘 거 같아?」
   「내가 언제 알고 싶댔냐? 얘네 가만 보니 친하게 지내면 안되겠네. 저 상태 많이 안 좋아. 너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니?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는데. 데려와봐, 내가 교육시켜줄께. 이것들이...! 아, 잠깐.」
    난 들켰든 아니든, 의도적이지 않았다... 변명거리를 생각하면서 정황을 가늠했다. 근데 돌아보니 켄트와 비비안은 사라졌다. 그 대신 사각형 상자와 원형 쿠션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쟤들 대체 어떻게 사라진 거지? 난 그걸 로이한테 물어볼려고 고개를 돌렸다. 근데 로이도 없어졌고, 그 자리에 사각형 상자만 남았다. 근데 또 이상한 게 내가 입고 있는 옷 문양은 세모네모...잠옷. 귀찮아서 안 갈아입고 안에 입고 왔는데. 느낌 쎄했다. 더운땀은 날 뎁혀줬다. 흥분감은 분위기를 띄웠다. 고조된 신비감 때문에 난 어딘가 모르게 무서워졌다. 더 이상 얘네들과 얽혔다간 빠져나오는 데까지 상당한 값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감, 날 당장 집으로 도망가게 만든 것이다. 





    8

    어린애 고추가 크면 얼마나 크랴! 호기심 측정한 다음 모험심 만족시키면 되지 어려울 거 없다. 허나 야망이 뭐 사랑놀음처럼 나 잡아봐라 그러겠나. 허당의 맹활약,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하여간에 말이야, 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허당들 망신은... 쉿! 누가 알까 두렵다. 애들 볼까 겁난다. 허세대회 예선탈락이야 익숙하나, 그녀들한테 어설픈 허풍 안먹힐까 무섭단 말이다. 대체 그녀들이 누구인가는 몰라도 말이다. 농담이고. 그래도 우리는 믿는 구석이 있다. 대타 왜 없겠나. 꺼내들 카드가 바닥났어도 다 방법이 있다. 이처럼 궁지에 몰릴 때 기용할 수 있는 단 몇 개에 불과한 비책. 그게 뭐냐, 일단 사실만 말하자면 이렇다. 관용어법으로 말했을 때 나는 돈을 손에 쥐었다. 근데 거금이 아니라 푼돈이다. 그래도 나는 상상력과 친하다. 그래서 놀라운 영감을 떠올렸다. 근데 그건 밑도 끝도 없는 잡생각으로 판명났다. 세상에 나보다 더 답답한 양반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나 말고 또 누가 있겠어. 근데 정말로? (손차양) 고개 푹 숙여진다. 미안. 송구스럽다. 죄송하지 왜 아니겠나. 절로 뒷머리 긁적거릴 수 밖에. 참으로 탄복할 따름. (절레절레) 허나 남자가 배포가 그게 뭔가. 소심해서 어디다 쓰게. 비실비실 매가리 없는 남자 어느 여자가 좋아하냐고. 썩 실할 줄 알았는데 퍽이나 부실한 게 들통나 봐. 상상 되고도 남는다. 그렇지만 구태여 게임 시작도 전부터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된다. 자, 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지겹다. 짜증난다. 솔직히 말해서 애들말마따나, 빡친다. 그래서 이젠 뚜껑 열리든 말든 상관도 안한다. 그래. 그렇다니까 글쎄. 그래? 아니다.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다. 심심함 쯤이야. 재미없음이 뭐 대수야? 권태롭지 않은 어른은 없어. 누구나 조금씩 외롭다고 봐도 된다고. 그럴 수 있다. 근데 뭐 NB? 뭐 그런 놈이 다 있어, 완전 바보 아냐! 뭐야, 근데 그게 나잖아? 이런 덴장. 이젠 발음도 꼬인다. 이런 젠장. 그러게, 어? 고수면 고수답게. 당대 최고의 테니스 1인자들. 축구계의 거성들. 걔네들처럼 큰물에서 놀아야지 동네축구 조기축구에 기웃거려서야 쓰나. 어물전에 있으면 비린내가 몸에 밴다. 그래서 자신있게 1부 리그로 진출하고자 하는데, 그래 봤자 러브콜은 백날 기다려봤자 조용하다. 사랑은 없어? 그럼 뭐가 있는데! 그렇다고 뭐 언제는 뭐 챔피언 대우 받고 컸나? 우리가 언제 지명방어전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냐고. 어차피 제야의 해결사, 무관의 제왕, 은둔형 풍운아. 홈런 칠줄 몰라서 안 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일부러 뻔트를 애호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하여 바라건대... 풍향계를 보고는 있는데. 일단 애마가 마음에 안들어. 그래? 그러라 그래. 누가 꽃들이 부럽데? 진공청소기 일도 아니다. 뻥이다. 싫증난다. 지겹다. 지루하다. 허언증 짜증난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라고. 
    따라서 나는 무작정 시내로 나갔다. 사람 많은 데로 가면 어딘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왠지 모르게 어떤 숙녀의 눈빛을 받으면 그녀를 꼬셔버리는 거지. 농담이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그렇게 나는 시내에 도착했다. 네온사인. 평소보다 인파는 덜하지만 사람들 걷는 모습.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친구들끼리 웃고 떠들고. 어쩐지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으면서 흥분감도 자길 말리지 마라는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나는 사람들 얼굴이 막 ○, □, △로 보이는 걸 느꼈다. 난 생전 그런 환각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드라마 대사마따나 약에 취한 것도 아니었다. 근데 이건 대체 뭐지?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또 뜬금없이 저분은... ♤. 멀어져가서 이제 한숨을 푹 쉬었는데 또 다시 이분은... ♧! 뭐야? 그럼 그러다가... 으흐흐... 흐흐흐... 느닷없이 얼굴이 ♡로 보이는 여자를 꼬시면 되는 걸까? 이젠 정말 후배들한테, 쟤네들 이 형이 다 꼬셔줄께, 라면서 큰소리 떵떵쳐도 되는 거냔 말이다. 아, 지금 그 얘기가 아니라. 얼굴이 ♡로 보이는 여자와 난 사랑에 빠지는 걸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난 미치지 않았는데 이게 대체 뭐지? 단 이렇게 생각했다. 긴말 필요없이 일단 후퇴하자고.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9

    다음 날이 되었다. 낮에 일하고 퇴근시간이 되었다. 근처에서 적당히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저녁식사를 때웠다. 오늘도 몇 명 봤다. ○□△! 그렇게 며칠이 경과했다. 
    이건 뭐랄까 혈액형처럼 약간 나뉘는 원그래프인 듯 했다. ○□△ 그리고 ◇♤♧♡! 물론 전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럼 외국인은 후자로 보였나? 하면 아니었다. 뭔 뚜렷한 방정식에 따르는 게 아니라 지 맘대로 들쑥날쑥한 환각인 것만 같았다.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하는 섬망. 뭐는 감추고 뭐는 알리랬던가. 이 망상 난 어딘가에 털어놓으면 그 다음이 있을지도 모를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양대 잡지사에 가서 상담받기로 했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그거 이미지 트레이닝 아니야? 얼마나 노력했으면... 그 얼마나 대단한 연습을 거듭했으면... 쯧쯧쯧!」
   「넌 오빠한테 그게 할 소리니? 근데 일리 있어. 그럴 수 있겠다. 그거 꽤 논리적인 추리 아닐까?」
   「그러게. 듣고 보니 꽤 설득력 있는데. 너 한 건 했다. 어디서 실한 놈 물어오지는 못해도 말이야.」
   「내가 봤을 때 저건 뭐랄까 텔레토비 증후군이라고나 할까?」
   「오빠. 행운의 여신을 한번 믿어보지 않겠수? 여기서 뭘 기대하시나 그 말이야. 그치? 그치? 그렇다니까 글쎄.」
   「오빠. 이 가운데 누구 ○□△로 보이는 사람 없어?」
   「없어.」
   「근데 있는 게 좋은 거야, 없는 게 좋은 거야?」
   「너 한번 생각을 해봐라. ○□△ 말고 ◇♤♧♡도 있댔어. 그럼 하트 뿅뿅이 뭘 뜻하니? 어?」
   「저 오빠 고개 푹 숙이고 있는데 넌 어따대고 윙크하니? 야, 너 징그러워. 나대지 마!」
   「너나 나대지 마. 어디서 깝치긴 깝쳐! 여기가 어디라고...」
   「늬들 장난치지 마. 둘 다 조용히 해. 시끄럽단 말이야. 내가 더 시끄럽나?」
   「오빠. 근데 혹시 ○□△로 보였던 사람들 나중 어떻게 됐는지 엑셀표로 결과 모아봤어? 그거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야. 왜냐, 내가 아는 용한 점쟁이를 소개시켜줄 거거든.」
   「그쪽이 아니야 이건. 내가 아는 꽤 괜찮은 학자가 있는데, 오빠. 오빠, 내 말 들어?」
   「저 인간이 지금 제정신이겠냐. 늬 말은 나도 정신사납다. 알어?」
   「늬가 뭔데 끼어들긴 끼어들어? 너도 우리 오빠한테 꼬리치냐?」
   「내가 너냐? 난 아무한테나 꼬리치지 않아. 너 그냥 확 불어버린다. 응? 고개 숙여!」
   「난 겁나지 않아 폭로전! 우리 한번 시작해볼까?」
   「자, 여기까지. 오빠, 들었지? 오빠 때문에 애들 일도 안하지, 말다툼 달아오를 듯 말 듯 하지. 그러니까 남자가 있어야 한다니까 (절레절레) 여자만 있으니까 (쩔레쩔레)」
    나는 여기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로 보이는 얼굴을 엑셀에 기록해보는 거 왜 생각 안해봤겠나. 
    하기도 어렵고, 뭔 미친놈처럼 그거에만 매달려서 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걸 해서 좋은 그 다음을 알게 되면 좋은데. 만약에... 그 어떤 공포심이 선명한 불운으로 판명난 현상을 알게 되면. 그땐 어쩌라고. 이걸 정말 어쩌면 좋을까? 라면서 나는 며칠 더 지켜보기로 했다. 





    10

    나는 평소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검색해봤다. 얼굴이 ○□△로 보이는 증상. 사람 얼굴이 ○□△로 보일 수 있나? ○□△ 관상. 세련미 백치미 앙칼짐 ○□△...... 검색하다 지쳤다. 괜히 했다. 설마 내 잠옷 때문일까? ○□△ 모양이 눈에 띄는 초딩 스타일 잠옷. 그게 무슨 요술복도 아니고. 말도 안돼! 그게 어디 말이 되냐고. 어? 그럼 대체 뭐지? 하긴 최근 좀 잠잠해졌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도날드가 □로 보이길래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복권에 당첨됐어. 1등은 아니지만 말이야. 또 한량 멍키스패너 포르토피노가 △로 보이길래 또 뭔가 수상쩍다 했는데 글쎄 걘 그냥 취미만 바꿨어. 조지가 △로 보였는데 걔 이혼한 건 그 이전이고. 그러면 ○□△가 혹시 후속타? 영험한 전조일 리도 없잖아. 젠장 하나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시간만 흘러갔다. 귀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 내가 요정일까? 나는 법사가 아니다. 내가 왜 마법사야. 난 아니야. 물론 난 악마도 아니다. 내가 왜 샤넬, 크리스찬디올, 캘빈클라인 컬렉션, 에르메스...를 안 입는 줄 아시나요? 프라다를 입으면 악마라고 할까 봐. 그래서 내가 여자를 안 만난다. 농담이고. 바로 그때 핸드폰 어플 메시지가 왔다. 뭐지? 
   「내 주변에 늬 가운데가 □로 보인다는 사람이 있어.」
   「그건 또 뭔 소리야?」
   「그게 나야.」
   「뭐?」
   「뻥이야.」
   「장난치지 마. 그럴 기분 아니다. 너랑 놀아줄 시간도 없어. 딴 데 가서 알아 봐. 내가 아직도 너 여자 꼬셔줘야 하리?」
   「나 어제 꿈꿨어.」
   「」
   「뭔지 안 궁금해? 그럼 듣기나 해. 닥치고 들어. 재밌으니까. 좋게 듣기만 하라고. 어? 왜 대답이 없어?」
   「내가 늬 남자친구냐, 아니면 늬가 내 마누라냐! 응? 사랑스런 여편네면 그 잔소리 듣기 즐겁기라도 하지. 어?」
   「곧장 말할께. 꿈에서 말이야 나는 초능력자야. 저번에 늬가 막 사람들 얼굴이 ○□△로 보인다는 거. 그 때문일까? 꿈에서 나는 엑스맨이었던 거야. 근데 왜 하필 딴 거 멋진 거도 많은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응? 들어 봐. 자, 봐 봐. 그게 있잖아, 아 글쎄 늑대 불알! 뭐? 아 남자 가운데 거기 타원형이 투시되는 거야. 또 계속 그러지도 않아. 그리고. 어? 그리고. 웬 어린이만큼 큰 사각형 귀걸이를 여자들이 차고 다녀. 오리털, 거위털, 미세뭐뭐. 그 보다 더 가벼운 소제래나 뭐래나. 참 이상한 유행도 다 있지? 꿈이니까 가능한 거겠지. 그렇게 여자들은 남자를 양쪽에 꿰차고, 아니. 그게 아니라. 귀걸이가 그랬고, 또 이따금 막 화면 가리는 그런 기능처럼 막 세모, 네모가 보이는 거 있지. 그런데 너 내 말 듣냐? 왜 전화로 하지 않고 여기서 이러냐고? 늬가 여자냐? 늬가 여자도 아닌데 뭐 하러 내가 너한테 공력을 바쳐야 하는데. 근데 너 듣고 있냐?」
    난 쓰잘데기 없는 얘기 더 들어줄 수 없어서 대화창에서 나갔다. 이게 무슨 인형극도 아니고 대체 뭐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영화 두 편을 떠올렸다. 다음에 찾아올 반전을 예감했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고 지켜보면 알겠지. 
    어쨌든 영화 1은 그렇다. 가족 장르로 시작하여 애들한테 삐에로 복장을 입고서 웃겨주다가 → 이벤트 끝나고 삐에로 복장을 벗으려는데 안 벗어지다가 → 결국 삐에로 복장이 피부가 되어버려서 장르는 바껴버림. 2번째 영화는 커다란 인형 머리를 착용한 주인공은 록밴드 단원인데 → 큰 무대로 진출코자 해외로 떠남 → 소속사 지원 시큰둥 어쩌고저쩌고하다가, 주인공은 인형머리를 못 벗는 게 아니라 안 벗음. 그냥 결말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 뭐 그건 그거고. 
    그래서 반전이 뭐냐? 일단 아지트로 가서 겪은 일화부터 설명하자. 
    그 줄거리부터 간략히 요약하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 그건 이렇다. 
    아지트 도착 → 거에서 내가 ▽로 보인다는 사람을 만남 → 그의 이름은 시몬스! 뭐? → (인형머리를 착용한) 시몬스를 만난 다음부터 ○□△증상은 없어진 게 아니라 더 심해짐. 그 줄거리는 여기까지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나는 아지트에 도착했다. 
   「이게 누구신가, 실력가 납시셨구나. 그래? 그럼 뭘 해, 난 네 고추가 □로 보이는데?」
    옆에서 또 그게 웃기다고 웃는 애들은 뭔지. 뭐겠나, 덤앤더머지. 
   「오늘은 또 누구한테 골탕먹으시게? 말만 하셔. 자, 골라 봐. 당근? 채찍? 아님 반짝거리는 막 꼬리 길고 막 막 딱 막 그런 요상한 복장? 너 그런 거 좋아하니?」
   「어허! 보자마자 왜 그래?」
   「왜 그러긴. 소문 쫙 퍼졌어. 여기서 네 환각 증상 모르는 사람 한 명도 없어. 그래서 여기 지금 누가 ○□△로 보이는데? 너 점집 하나 차려야 하는 거 아니냐?」
    좋댄다. 
    선수교체다. 
   「친구. 난 야심 없는 도망자야. 쟤네들 비협조자랑 난 달라. 난 아무 데서나 스포츠 야유 솜씨를 뽐내진 않거든. 어떤가, 내 관상은? 내가 사랑의 배신자가 될 상인지 좀 봐주란 말일세.」
    옆에서 거든다.
   「뭐 사랑의? 넌 그냥 수행원. 중간보스인 척하지 말고 넌 가서 번호표나 뽑아. 그러게 평소에 쟤랑 미리미리 친분을 쌓던가. 어? 느닷없이 진짠지 가짠지 어설픈 초능력이 입길에 오르니까 관상가 우정을 꿰차시겠다? 저리 비켜. 그러지 말고. 나부터 좀 보자. 내가 지금 이 마당에 꼭 생색 내야하리? 그러지 말고, 어디까지 보이는데. 설마 컨디션 난조라는 말만 하지 말도록.」
    옆에서 안 끼어들 수 없지.
   「넌 가서 늬 마누라 관수나 잘해. 알아들어?」
   「뭐가 어째? 내 마누라가 뭐 짐짝이냐? 내 여편네가 늬 친구냐 임마? 늬가 내 마누라 데리고 살래? 아, 맞다. 늬가 걔 친구지.」
   「늬가 그렇게 말하면 난 섭하지 임마. 어? 너네 소개시켜준 게 누군대, 어? 그리고 말은 바로 하자. 내가 걔 너한테 소개시켜주고 싶어서 소개시켜줬냐? 늬가 다 졸라서 그렇게 된 거 아냐. 어? 근데 이제 와서 왜, 마누라 싫증나냐?」
    옆에서 어떻게 안 거들고 배기나.
   「골든벨 울릴 꺼면 계속하고. 아니면 멈추든가 나가라.」
    그거 받고 어떻게 한수 얹지 않을 수 있을까. 
   「뭣이 어째? 그러고서도 늬들이 내 친구냐?」
   「그럼 내가 너한테 오빠라도 된단 말이냐?」
   「우리가 왜 너의 대부인데?」
   「내가 언제 그랬어?」
   「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늬들 친구 맞냐?」
   「친구 아니면? 누가 나보고 늬 삼촌이래? 나 늬 오빠 아니야.」
   「그래. 나 여자 환장한다, 그 말하고 싶어 어떻게 참았냐?」
   「그건 또 뭔 소리야?」
   「야 야. 야 임마. 늬들 왜 그래? 니들 바보냐? 에잇 이 바보들아!」
    에코. 멈춰라 멈춰라. 나가라 나가라. 약하다 약하다. 누구냐 누구냐.
    바로 그때 아지트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갑자기 모두 짜기라도 한 것처럼 조용해졌다. 미리미리 약조하고 연습했으며 사전에 치밀히 모의라도 한 것마냥 단박에 왁자지껄 소음은 멈춰버렸다. 뭐지? 저기 저쪽에서 무대로 주인공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근데 그의 머리는 인형극에 나오는 커다란 인형이다. 이건 내가 보는 환상이 아니다. 옆에서 거든다. 그의 이름은 시몬스래나 뭐래나! 그 다음 시시콜콜한 잡담은 굳이 옮기지 않겠다. 그리고 그게 뭐 반전이냐? 반전이다. 왜냐하면 이따만한 인형 머리를 쓴 시몬스를 보고, 알며, 얘기하고, 친해진 이후로 내 망상은 딱 멈췄기 때문이다. 아니다. 반대로 말했다. 그 텔레토비 증후군인지 허당 신드롬인지 뭔지는 말끔히 없어진 게 아니라, 훨씬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당시 아지트에서 시몬스는, 내가 ▽로 보인다고 했다. 





    11

    나는 시몬스를 만나게 될까 봐 피해다녔다. 근데 정말로 우스꽝스러운 점이 뭐냐, 난 시몬스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 이걸 어쩌지? 시몬스 너 때문에 내가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겁박할 수도 없고. 그렇지만 사실만 놓고 보자면 시몬스 때문인지 확실치는 않으나, 누가 봐도 시점만 따지자면 틀린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시몬스 보고 ○□△증상에 대해 설명하라고 따질 수도 없으니까, 그러므로 시몬스 침대라도 사야 하나? 사긴 뭘 사. 그게 뭔 필요 있다고. 소용없어. 사랑 재미없다. 그건 그거고. 최근 일정을 되돌아보자면 이렇다. 비비안이 찾아왔고, 비비안한테 사기당했어. 그 다음에 켄트-로이-나 3인방끼리 대화하다 비비안한테 당한 동지임을 알게 됐지. 아지트에서 켄트-로이-비비안이 떠드는 걸 목격. 녀석들은 일루미나티임을 고백. 몇몇 정황을 보고 난 정신을 잃음. 그래? 일주일 동안 숙고. 그 다음에,
    일루미나티 본부에 찾아감. 기분 잡쳐서 집으로 돌아옴. 
    시내로 나감. 사람들 얼굴이 ○□△로 보이는 증상이 시달림.
    잡지사에 가서 상담해봤으나 소득없음. 며칠 지켜보기로 함.
    아지트에서 놀러감. 낯선 인물 시몬스, (인형머리를 착용한) 시몬스를 만난 다음부터 ○□△증상은 없어진 게 아니라 더 심해짐. 
    그 결과 때문에 난 마음만 더더욱 심란해짐. 이대로 말려서는 안된다. 이제야말로 진짜, 정녕, 정말로 공상이 제값을 해줘야 하는데. 하면 되지 그게 뭐 어렵다고.
    <일기 역시 칼럼으로 넘김>





    12

    다음으로 자, 최근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볼까? 
    뜸들이지 말고 곧장 간다. 대체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요점을 말하자면, 나는 시내에서 켄트를 마주쳤다. 근데 걘 저번 일을 모르는 눈치라고나 할까? 
    뭔가 느낌이 세했으니 당연히 나도 녀석한테 따지고 묻지 않았다. 또. 그리고. 
    롭 소개로 도착한 별장. 한 1주일 쉬었다 올려고 했는데 왜 하필 비비안을 마주쳤을까! 
    그렇게 비비안과 친구들을 만났는데, 걔도 저번 일을 모르는 눈치. 일부러? 그래서 2일 만에 돌아왔다. 
    그럼 그게 다냐? 그럴 리가 있나. 
    나는 도시 근교 공원에 놀러갔다. 
    그날 난 아우디 동호회의 행진을 보았다. 어디 가나 보다 그랬는데... 다시 돌아와서 내가 도착한 유원지로 오네? 
    그런데 것 참 이해 못할 일은 그거다. 아우디 동호회 참석자들은 거의 다 말상이었다. 아우디 브랜드 로고만 해도 ○가 4개인데...! 그 뿐만이 아니라 최신차 방향등이 예전과 비교해 어떻게 바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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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디 동호인들도 수상쩍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분들께서 이방인의 절망감은 차마 못 보겠다는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공원에서 단체로 맨손체조를 하시네? 그럴 수 있다. 그게 뭐가 나쁜가! 근데 브랜드 로고... 말상들... 방향등 켜지는 방식... 그러다 동호인들이 잔디밭에 벌러둥 엎드리더니 옆으로 누웠다. 그렇게 하품까지 하네? 안 그래도 긴 얼굴인데! 아울러 그날 봤던 기차의 달리는 모습이 유독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그 뿐만이 아니다. 직선으로 길게 뻗은 가로수들의 순차적 점등과 소등. 더더군다나 왜 하필 그 시점에 어떤 말괄량이는 내 근처에서 알짱알짱. 것도 별모양 선그래스를 끼고서 얼쩡얼쩡! 그래도 옷차림을 보아하니... 봐주기로 했다. 그러다 스쳐지나 걷는 어떤 귀부인이 큼직한 손거울을 보는 장면을 보게 됐다. 그 기묘한 구도는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을까, 아니면 절대로 의도적인 게 분명할까! 난 이상하게도 슬슬 정신이 나가는 것만 같았다. 핑~! 정신을 붙잡으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퐁~! 빠짝 정신을 차리려고 하나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나. 팡~! 그러다 마침내 그 귀부인의 손거울에 내 얼굴이 보였다. 근데 그 얼굴이 별 모양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마침표를 찍게 됐다. 느낌표라고도 할 수 있다. 당연히 물음표라 상정해도 썩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럼 그게 다일까? 그럴 리는 없다. 거기서 멈추면 섭하지. 것도 몹시 말이다. 그때부터 거울 속 내 얼굴은 ○, □, ◇, ♤, ♧, 7, 77, 777, 8888, ◎... 정신없이 변하고 있었다. 거울 속에서 말이다. 그 때문일까? 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당시엔 상상도 못했으나 지금 와서 말이지만, 설마 그거 거울... 거울이... 아니었을까? 혹시...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난 어디서 깨어났을까? 켄트-로이-비비안 3인방이 주장하는 일루미나티 본부. 내가 알기로는 그냥 걔네들 아지트. 거기서 깨어났다. 근데 깨어나자마자 일단 일어나려고 했는데 글쎄... 어디서 많이 봤네. 영화든 드라마든. 내 사지는 꽁꽁 묶여 있었다. 나는 초대형 침대에 눕혀져 있었고. 난 X자 모양으로 묶여져 있었다. 그때 켄트가 나타나서 내게 말했다. 
   「이제 그쯤하고 우리편으로 합류하시지. 그게 좋을 텐데...!」
   「그게 무슨 소리야? 너네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뭐해 이거 풀지 않고!」
    그러자 로이가 나타났다. 
   「우리는 최면에 반응하는 너의 감수성부터 환상머신 신봉자의 열망. 능력자로써의 자질. 첩보원의 근성. 댄서의 순정? 적임자의 열정. 너의 인생 모든 것을 검토했어. 그래서 결론을 내렸지. 방대한 엑셀 파일을 포함해 A부터 Z까지 깨알처럼 살펴본 결과. 따라서 너는 모스맨 클럽의 지존으로 자격이 충분하단 걸 말이야.」
   「모스맨 좋아하시네. 어서 안 풀어?」
    그러자 드디어 비비안이 등장했다. 왜 안 나오나 했다. 
   「말로 할까, 아니면 색다른 뭔가를 보여드릴까.」
    그러면서 그녀는 (딱) 소리를 냈다. 그리고 폼을 잡았다. 
    그러자 그 아지트 천장이 무슨 장난감집처럼 뚜껑이 열렸다. 지붕이 열리는 나이트클럽은 들어봤어도 쟤네들 뭐 하자는 거야?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아지트는 내 머리 위, 즉 특대 침대에 누워있는 내 머리 위의 하단. 그 직선을 축으로 정확히 90도 회전했다. 
    그럼 어떻게 되겠나? X자로 침대에 묶여있었는데... 무슨 뚜껑이 열리지 않나... 90도 회전을 하질 않나...! 
    나는 표적이 되었다. 다만 엑스자는 엑스자인데 거꾸로 매달린 X! 바로 그때, 
    지독한 놈들, 엑스맨이 상황파악할 때쯤 기어코 침대를 180도 돌려놓는 거 좀 봐 봐. 주인공이 누구인가는 몰라도, 아 나구나. 이런 미친...! 비명을 질러야 하는데 팬티가 축축해지려던 찰나. 바로, 그때, 
    저쪽에서 슬슬 개떼들이 접근해왔다. 다큐멘터리광들 많으실 텐데. 나도 나름 짤막한 아프리카 맹수들 영상 꽤나 많이 보긴 했는데. 그래도 고양이과 맹수들과 개과인지 개와 흡사한 하이에나 정도만 알았지. 아프리카 들개는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아프리카 들개... 꽤나 특이한 녀석들인데... 그 얘기는 건너뛰고. 아무튼 거꾸로 X자로 매달린 내 눈이 이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저기서 슬슬 내게 접근해오는 건 화난 아프리카 개떼들이었으니까. 심지어 개침까지 질질! 그렇게 녀석들은 맹렬히 내게 다가오더니.... 내 고추와 내 불알과... 그만~! 
    만약 여기까지가 진짜였으면 난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수 없을 테니까. 
    만일에 저게 꿈이 아니었다 했을 때... 난 아마 지금쯤... 그만. 그나마 개꿈이라서 다행이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난 처음 살짝 정신을 잃은 그 장소에서 오래 지나지 않아 깨어났다. 
    그래서 더운땀 흠뻑 흘렸지, 식은땀은 옷을 흥건히 적셔버렸지, 난 부쩍 갈증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저녁노을을 뒤로 한 채 동네 바로 향했다. 





    13

    오늘 역시나 나는 평범한 어른들과 다를 게 없었다. 첫째 오늘 점심 뭐 먹을까, 둘째 퇴근하려면 얼마나 남았지? 그렇게 Giovanni Battista Viotti / Violin Concerto no.22 in a minor 고상한 음악을 들으면서 칼럼을 쓸려고 폼만 잡다가 인터넷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장미의 정령' 핑크 다이아몬드 소더비 경매서 320억원에 낙찰됐다더라는 둥 네스호 괴물 실루엣이 마침내 정체를 드러냈다는 둥. 그러다 문득 그걸 떠올랐다. 갑자기 왜 이제야 그 생각이 났는지 아차 싶었다. 그건 뭘까? 뭐겠나 격언이지. 개는 자기가 토한 곳으로 돌아온다! 그렇다고 내가 개란 말이 아니라. 
    <켄트-로이-비비안는 금전 관계로 불화스럽다가 → 뭐 어떻게 다시 친해졌는데 날 초대했다 걔네들 아지트로 → 그래서 그곳에 가보니... 켄트랑 비비안이 진한사랑을 시작할 듯 말 듯 멜로드라마는 에로영화로 급전개... → 그 순간 로이가 내 어깨를 집길래 돌아봤고... → 얼렁뚱땅 걔네들은 사라지고 큼직한 ○□△ 모양 모형만 남았는데...>
    나는 바로 그 일루미나티 본부인가 뭔가, 모스맨 클럽인가 뭔가로 떠났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아마도 내부에 뭔가 큰 변화는 없을 걸로 예상했는데. 창문너머로 엿본 결과 내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근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엇그제 꿈에서 봤던 그... 그... 그 뭐야 침대에 X자로 결박된 장면. 거기에 며칠전 바에서 만났던 시몬스, (인형머리를 착용한) 시몬스가 묶여있었다. 저 자식이...! 내가 쟤 때문에 ○□△ 환각증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신간 편하게 뭐 영화찍고 있어? 이 자식을 내 가만두나 봐라. 그러면서 나는 곧장 내부로 진입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나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스위스맥가이버칼을 꺼내 녀석이 묶여진 밧줄들을 잘랐다. 그런 다음 재빠른 동작으로 전면 곰돌이 복장, 에서 곰돌이 머리탈을 벗겼다. 
    바로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야, 너 누구야?」
   「야 야 뭐 해 뭐 해, 경찰 불러 경찰 불러.」
   「안돼 안돼. 특수부대 연락해. 어서 연락 안하고 뭐해?」
   「근데 정말 저 자식 뭐 하는 놈이야?」
    그렇게 나는 시몬스의 진짜 얼굴을 확인할 뻔 말 뻔하다가, 확인하지 못한 채 뒤돌아봤다. 그럼 시몬스는 트로이의 목마였고, 나는 그냥 뭐 흔한 동네아저씨였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뭐 좌우지간, 결국 비비안과 켄트와 로이 그 3인방이 사이렌처럼 날 흥분시켰으니 그러든가. 그게 뭐 어쨌다고. 뭐? 그게 아니라. 어디까지 얘기했지? 난 그처럼 정신이 잠깐 나갈 뻔 했는데 마침 대사는 날 가만두지 않았다. 
   「너구나.」
   「또 너냐?」
   「누군가 했다!」
    나는 전설적인 트로이카인지 아닌지 어쨌든 걔네들인 걸 확인했으니, 따라서 우선 시몬스의 얼굴을 확인코자 다시 뒤돌아봤다.
    그런데 맙소사, 이게 웬일인가! 세상에나... 아니... 어떻게... 말도 안돼!
    내가 벗긴 곰인형 머리, 즉 곰돌이 머리탈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졌다. 
    밑도 끝도 없이 또 웬 수작? 아니 어찌 또 말 같지도 않은 개수작이라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이런 무슨 개풀뜯어먹는 일이 가당키나 하나. 
    그래서 난 다시 녀석들한테 물어볼려고 뒤돌아봤다. 자,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요컨대 또 당했다.
    단언컨대 똑같이 저번처럼!
    걔네 3명도 사라졌다. 감쪽같이. 
    얘네 대체 뭐지?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난 또 뭐고!
    어찌 됐든 예전과 차이점이라면 그랬다. 
    저번 도형은 촌스럽고 유아스럽고 단순하며 약간 허접했음. 근데 지금은 고급스러움이라 하긴 뭐하고, 뭐랄까... 의뭉스럽다고나 할까? 글세 유난떠는 당사자는 나인데. 뭣이 어째? 아니, 거짓말도 아니고 내가 다 뒤집어쓴 꼴 아닌가. 사실이 그렇지 않나. 그만 하자. 끝난 일인데 어떻게 하리. 인공지능한테 물어봐도 답 읎을 게 뻔하다. 아마 혼나지 않음 다행일걸? 어쩌면 넌 뭘 잘했다고 뚤레뚤레 금붕어처럼 깜빡깜빡거려 깜빡깜빡거리긴! 어? 넌 대체 뭐 좋다고 무슨 개뼉따귀 같은 허구를 내게 물어봐서 시끄럽게... 어쩌고저쩌고. 안 들어도 훤하다. (절레절레) 그리고, 어? 참 내 나도 나다. ♡○□◇♤☆♧... 걔네들 데리고 내가 지금 뭔 얘기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다. 





    14

    그날 이후로 나는 슬럼프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마치 전설적인 트로이카나 된다는 듯 '시누이-올케-시어미' 사고체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인다. 그럼 왜 그와 같은 현상이 발생했을까 생각해보니. 말하자면 그게 다 ○□△하우스가 나를 부르니까. 근데 걔네들은 단지 중간책일 뿐이고 주범은 따로 있을까? 그걸 내가 어찌 아나. 일단 ○□△환각증이 영 차도를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게 그러니까 언젠가부터 '우리집-사무실-그리고 ○□△하우스' 그렇게 지번을 따져보니 정확히 정삼각형이었다. 근데 그 삼각형을 제외한 나머지는 쉽게 말해 정상. 그 삼각형 내부만 지가 무슨 버뮤다 삼각지대나 된다는 듯이 공중에 ○□△......들이 떠다녔던 것이다. 물론 그 삼각형 범위 바깥으로 나는 나갈 수 있었다. 다만 나가면 막 호흡이 가빠지고 어디가 아프고, 그래서 도저히 삼각형을 벗어날 수 없었다. 또 망상은 끝이 없었다. 따라서 예전처럼 단순히 사람 머리가 ☆◇♤♧♡로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그 투명한 도형들이 공중에 떠나녔다. 애들 장난감처럼 물풍선 쏘는 공기방울처럼 말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어디에 하소연하리. 더더군다나 예전 '켄트-비비안-로이'가 도형으로 대체될 땐 1차 2차 모두 2D나 3D였다. 근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4D부터 투명, 반투명, 홀로그램, 그라데이션, 울긋불긋 대채롭게 변화하고, 막 도형 안에서 만화영화도 재생되는 것만 같았다. 이걸 대체 어쩌면 좋을까? 
    그래서 나는 모스맨 연구소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결과는? 없는 전화번호래나 뭐래나. 톰에게 전화했다. 다른 사람이 받았다. 언제 번호가 바꼈지? 다음으로 윌. 시큰둥한 어조로 대충 인사말 나눈 다음 바쁜일 있다면서 뚝 끊었다. 잭, 그걸 왜 자기한테 물어보냐 라면서 반문하길래 난 할말을 잃고 말았다. 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머지 또 막 수신거부에 하다 하다 수신차단까지 있었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던 것일까? 그걸 왜 지금와서. 그렇다고 Mozart / 오페라 <돈 지오반니> “내가 잔인하다고요? 아니에요, 내 사랑!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이런 음악 들으면 뭐 답이 나오나? 그렇긴 하나 나라고 뭐 친구들 챙기기 싫었겠나. 뭐 어쩌다 보니, 살다 보니 서로 바쁜 것일 뿐. 또 내 껀수를 토스할 수도 없고, 센터링 올라왔는데 골 못 넣으면 어떤 소리를 얻어들으라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굴러오는 호박 구경도 못함! 하여튼 말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허나 곶감은 샘물이 아니다. 곶감론과 샘물론이 어찌 같나!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그 말이 아니라. 넘어가고. 결국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웜홀머신은 완성이 임박했다. 뻥이다. 아니 근데 걔네들 도대체 속셈이 뭐야? 이거 정식 스카웃 제의도 아니고, 달콤한 러브콜을 은근히 맥이는 방식으로 알리는 것도 아니고. 이게 정말 말이나 돼? 그러게 말이다. 그래도 혹시 내 정신이 문제일 수 있으니, 고로 난 조금 더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15

    최근 나는 일을 너무 열심히 했던 것일까? 왜냐하면 오늘 점심 뭐 먹지, 더 이상 퇴근까지 몇 시간 남았지...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농담 시작도 말자. 그러게, 어? 됐고. 근데 그 말은 괜히 한 건 아니다. 어째서일까? 그게 그러니까 뭣 때문이냐 하면, 나는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문득 코피를 쏟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분위기 좋았다. 모처럼 탄력받는구나 라면서 아찔한 착상을 미친듯이 MICROSOFT─WINDOWS 7─메모장에 옮겨적었으니까. 그래서 기분 좋으니까 Rossini / 오페라 <탄크레디> “설레는 마음" 근사한 음악도 틀어놓았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으나 또 사람일이라는 게 혹시 모르니까, 만약 돈방석에 앉게 되면 어떤 그림을 살까를 검색해봤다. 차는 뭘로 바꾸지? 그러다 갑자기 코피가 쏟아졌다. 근데 피 색상이... 아니 이럴수가! 매해 43만 마리 투구게가 인간에게 강제 헌혈한대나 뭐래나, 코피는 다름 아니라 뽀얀 하늘색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라고 읊을 느낌이 아니었다. 완전 식겁했으니까. 그처럼 피부에 소름이 확 돋을려는 순간 누군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지마 친구.」
   「」
   「친구? 내가 늬 친구로 보여? 오빠. 우리 정말 이러기야? 내가 오빠를... 오빠를... 근데 오빠는, 어? 우리 좋았잖아. 응?」
    난 핸드폰 앱을 잘못 켜놨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핸드폰을 봤는데 이상없었다. 그럼 TV가 오작동을 일으켰을까? 아닌데. 그렇다고 누가 몰래 우리집에 침입하지도 않았다. 그럼 내가 잘못 들었겠지. 그래. 그거네. 난 또 뭐라고. 근데 평범한 대사는 그치지 않았다. 
   「오빠. 신경꺼. 오빠가 잘못 본 거니까. 안에서 우리 곰순이가 신경계를 잘못 건드려서 그래. 그러니까 괘념치 말라구.」
    난 일단 코피를 닦은 휴지를 다시 봤다. 그런데 정말 원래 혈액 색깔인 빨간색이었다. 
   「오빠, 내 말 맞지? 그러게 오빠가 WBA, WBC 전헤비급 챔피언이던가 헤글러가 아니라니까. 오빠 헤모글라빈 이상 없다구. 알겠어?」
    뭔 소리야? 아무리 내 상태가 이상하기로서니... 어젯밤 꾼 꿈이 이상한 건가?
   「그러게 날 사랑했으면 노래가사처럼 포근히 안아줘야지. 응? 오빠, 그런 말도 몰라? 입 두고 말 않는 것도 벙어리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한단 뜻인데, 못 참는 얘기가 대체 뭔데 그래? 첫째 까먹었던가, 둘째 할 말 떨어졌던가! 뭐? 뭔 소리야, 쟤 뭐래? 아, 내가 말했구나. 그럴 수 있어. 뭐 어쨌든 내가 잠시 오빠 육체를 잠식할 때도 있으니까. 뭐 어때? 우리는 사랑하는 사인데. 이 세상에 우리 같은 애인이 또 어딨다고 그래. 안 그래? 주전은 물론 대타를 부르면 오빠 조종하는 거 일도 아니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리모콘, 누를까 말까? 말만 해. 응? 우리는 오빠를 사색가로도 유혹자로도 실력가로도 뭐든지 변신시킬 수 있으니까. 뭐 고로 나를 정력가로 둔갑하여 플레이보이계에 복귀시켜라? 놀고 있네. 쾌락 어지간히 좋아하신다고. 오빤 내 꺼야. 알아? 또 언년을 꼬실려고. 오빠가 내 말만 잘 들으면 내가 저년들 다 꼬셔줄께. 농담이란 거 알지? 그러니까 쟤네들 가운데 누굴 데리고 살고 싶은데? 어딜 쳐다 봐. 어? 솔직히 말해. 나야, 쟤야? 어? 나라고? 그것 참 다행이로군. 듣던 중 반가운 소린데? 호호호. 호호호호호. 호호호호호호호! 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그 말 한번 떠올려보세나. 응? 임은 품에 들어야 사랑이고, 술은 잔에 차야 맛이다. 자, 이라 와 오빠. 내가 사랑해줄께.」
    뭐야, 정말로 누군가 여러 정체성이 날 점령해버린 것일까? 환청이 아니잖아! 모두 진짜니까. 그처럼 ○□△하우스는, ○□△증후군을 불러왔고. 시몬스인가 뭔가 그 친구와는 다음을 기약할 것만 같았는데. 정작 중요한 건 ○□△들이 내 안으로 들어와버렸다는 것이다. 난 정말로 ○□△ 입체적인 도형과, 커졌다 작아졌다 빛났다 꺼졌다, 2D였다가 3D였다가 간혹 4D로 변하는 도형들을 내 몸 안에서 발견하였다. 막 그냥 깜짝 깜짝 놀라고 까무러칠 일이 아니겠나. 그리고 녀석들 말로는 다음으로 어떤 피라미드로 날 보내겠다나 뭐래나. 뭐라고? 언제부턴가 서서히 선수단이 늘어가면서 발생하는 버거움이 많아졌는데. 
    그 어떤 찬란한 재미와 미지의 신비를 가져오게 될지 몰라도 얘네들과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있든, 무엇을 하든 어떻게든지 함께 해야 한단 말인데. 이제 난 어떡해야 하나. 그걸 왜 고민하고 난리야. 다 데리고 살면 돼지.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다. 어쩌겠나. 이게 운명이라면. 잠깐만. 근데 난 여자 좋아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말이다, 어? 그게 그러니까.. 그 뭐더라? 여우는 자면서도 닭 생각만 한다. 그러면... 뭐? 또 있다. 나도 나다. 원래 1번 타자는 나다. 구원투수가 누군인가는 몰라도. 근데 느닷없이 뭔 새파란 신삥이 중간 과정 다 생략하고 곧장 올라오자 마자 지명타자 독점? 늑대는 자나깨나 양 생각 뿐이다. 머리가 복잡할 땐 음악을 들어야 한다. Bach / Missa G minor BWV 235 다른 유희도 많겠으나 취미는 장비발이 딸리고. 관심사를 바꿔도 싫증은 금방. 뭘 하든 뭘 해도 재미없게 되어 있다. 어차피 그녀들은 우리한테 넘어올 수 밖에 없는 숙명. 짜증난다. 어쨌든 ○□△ 걔네들한테 내 육신을 점령당해버렸다는 부분까지만 잡지사에 넘긴다. 당분간 복잡한 머리 잡생각 좀 없애려 휴가를 가야겠다. 





    16

    허접한 허당과 특급 영화배우가 정분날 확률, 그걸 궁금해해서 뭐 하게. 찌질한 내 친구가 추접스러운 행복감에 골인할 가능성? 우리가 뭐 그런 거까지 알아야 하나! 그러든 어쩌든 호사가에게 사는 낙은 뭘까, 오늘은 이미지트레이닝에 과연 누가누가 초대될까. 하다 하다 전자와 후자까지한테 호기심 관대해야 하는 거냔 말이다. 인생을 영 어설픈 상상력한테 낭비하다보면 비전만 어두워지기 마련. 그럼 정말 짜릿한 전율감, 아찔한 황홀감, 미칠 듯한 행복감을 몽땅 통쾌히 일망타진하는 그 무언가는 다 남 얘기일 것인가? 바로, 그런 걸 고민하라는 잔소리 안 들어도 뻔하다. 이렇듯 이처럼... NB 그는 아는 동생 좀 어떻게 한번 자빠트려볼까, 개침 흘리는 흑심 품을 듯 말 듯 하다 제풀에 지쳐 나자빠졌다. 결국 인생론은 패배주의. 그래서 현재 외톨이! 여자를 한번 어떻게 해보긴 뭘 어떻게 해봐. 뭐, 하늘에 댕세컨대 속는 셈치고 사랑을 믿어봐도 될까? 나중 어떻게 변심하실지 '전과 후' 비교사진 퍼질까 두렵군. 비슷한 예로 눈물을 삼키며 하는 수 없이 손해보며 파는 거라는 광고 다 뻥. 그러게, 어? 왜 쓸데없이 공상을 발전시키고 그래? 뭐 여자에 대한 환상 같은 거 없으니까 이해는 하는데. 상상병이란 바로 그렇다 그 말씀이라니. 결국 말로는 말이야 노상 바이런과 카사노바 이후 탄생한 희대의 로맨티스트, 허나 활약상은 비리비리. 허당 처세술 허접할 거 뻔한데 더 연구해 뭘 하나.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아니 됐다. 아니. 차마 필자가 이런 말까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아니다. 됐다. 옛말에 그랬다. 보자는 눈이요 듣자는 귀다 라고. 허나 세상사 요지경이니 드라마에서 배운 게 뭐겠나. 애들 눈 가리는 장면 → 차마 낯부끄러워서 못 보겠다며 제손으로 눈을 가리는데...시늉만! 아니 그래도 말이야, 응? 손으로 두눈을 가렸으면 끝까지 안 봐야지, 손틈을 왜 벌려? 그러게 말이야. 나 참 거 증말 재미 더럽게 없네. 어떻게 하면 으쌰으쌰 놀 궁리, 어떻게 좀 한번 한눈 팔 궁리. 두리번거려봐야 별거 없다. 그래 봤자 그림의 떡을 어찌 먹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추태, 추접스럽게 말이야 그게 뭐냐고. 난 사랑 관심없어, 난 여자 좋아하지 않아, 난 연애하고 싶지 않다고. 우리가 뭐 인기 좋아하는 줄 알아? 일복만 터졌거든. 그처럼 투덜거리며 NB는 일하러 갔다. 난 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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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77

from 소설 2020. 10.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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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스러운 사교가 아니라 단절된 인맥. 원만한 연애와 달리 불친절한 사랑. 때문에 행복과는 서먹한 사이? 심란할 거야. 고로 잔머리 엄청 굴릴 수 밖에 없을 거거든. 심술궂은 가난 적응한지 오래긴 하겠으나. 고대하는 소망이 어딨어. 그렇다고, 체면따위 아랑곳 없이 아주 그냥 질펀하게 놀아볼까? 라며 NB 그 인간이 딴맘 품을 배역인가 어디. 그건 그저 삼류 드라마 대사일 뿐. 농담이 아니다. 첫끗발이 개끗발, 끝이 안 좋은 팔짜 뭔 줄 모르지 않을 뿐. 그럼 보자.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행운의 멜로드라마를 써볼까? 하면 영감 바닥났음. 그간 챙겨준 정감이며 사준 커피가 몇 잔인데 아지트에서도 인기 없음. 뭘 어쨌다고 그래? 어쩌면 다행스러운 중년운. 바라는 건 많지 않으니까. 하여 nb는 생각했다. 그러게 웬만하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걸 그랬나? 언젠 안 그랬나. 바가지는 깨진 데서 샌다. 다만 재물운이 없었을 뿐. 남은 건 일복뿐! 뭐? 그러지 말고 좋게, 칼럼이든 드라마든 순식간에 해치우고 떠나자! 당장, 어? 가서 아르테미스와 나 잡아봐라 그러면서 놀든가 타인들만 애타게 부러워하다 끝나든가. 그래도 가봐야 무지개 너머에 뭐가 있는 줄 알 거 아닌가. 허나 어른들이 모르는 게 어딨나. 가봤자 금새 지겨워져서 돌아올 게 뻔하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NB가 지금 맡아야 할 중역은 야심가도 유혹자도 아니었다. 벌꿀처럼 이 꽃 저 꽃 막 죄다 껄떡거려도 안되는 건 당연지사. 힘닿는 데까지 매일 하던대로. 집 사무실 집 사무실. 어쩌다 중간에 과수원? 또 언년을 꼬드기려고. 라는 말 정말 들리는 것만 같다. 밑도 끝도 없이 잡념 부풀려지는 거 지겹지도 않고. 
    그래서 그는 아지트에나 놀러가려고 했다. 그렇게 딱 퇴근하려던 찰나 앞사무실 주인장이신 가브리엘이 놀러왔다. 
   「가브리엘. 웬일이야?」
   「왜, 내가 못 올 데 왔나 친구?」
   「우리 사이가 그렇진 않지. 허허. 요즘 어때?」
   「요즘 키스를 너무 많이 했더니 미치겠어. 내 별명 뭔지 알지?」
   「마른오징어?」
   「어허. 자넨 아첨꾼처럼 굴다가 뜬금없이 몽상가연하는 태도가 문제야. 알아?」
   「내가 그랬나?」
   「뭐 그건 그렇고. 어디 가게? 나랑 놀아줘. 나 얘기할 사람이 없어.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나 친구 없다는 거.」
   「그럼 난 추종세력 많나?」
   「그러니까. 우린 궁짝이 맞는다 그거지. 이런 의미에서 내가 최근 사귄 여자 얘기 하나 해줄까?」
   「뭐 여자? 너 여자도 만나?」
   「그럼 이 나이에 남자를 만나리? 걔로 말할 것 같으면 음...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일단 그녀는 말이야, 이뻐. 섹시하거든. 헌데 조신해. 섹시하다고 다 헤프단 말이 아니야. 오해하진 말고. 그렇다고 또 지성이 부족하냐 것도 아니야. 근데 사겨보니까... 하여튼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행복해. 정말이야. 나 거짓말 못해. 자네도 잘 알잖아. 난 숨기는 거 없어. 못 믿겠다면 내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전부 다 보여줄께. 아니. 그러지 말고, 자네가 내 피후견인 되는 건 어떻겠나.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하자구. 아, 자네 돈 욕심 없지. 그래도 줄 때 받아. 응? 난 가진 게 돈 밖에 없어. 아 맞다, 내 여자친구 얘기 중이었지. 그녀는 말이야, 허허. 걘 정말 용케도 잘 빠져나간단 말이야. 능글맞은 녀석. 그러라 그래. 도망간다한들 어차피 부처님 손바닥, 여심은 우리한테 쥐락펴락 녹아들게 되어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또 모를까, 우리가 여성잡지를 정기구독할 일이 어딨겠나. 하여튼 말이다 후끈 달아올라 잔뜩 신이 난 끝에 더운땀에 흠뻑 젖어버림을 넘어서, 띄엄띄엄 알던 환상감에 흥건해지는 일. 그건 대체 무엇일까? 알고 싶지도 않음. 하마터면 또 녀석의 허접한 응석을 대변해줄 뻔했잖아? 그래도 양대 여성잡지로부터 압박받으니까 뭐 봐 주자고. 마감일 다가오니 또 배려는 해드린다 그러지. 허허. 근데 걘 시도 때도 없이 걸핏하면 상상병에 빠지고 난리긴 난리야! 어디서 또 주서듣고 허세지수 푸쉭푸쉭. 그러다 금새 허영심 바람 빠짐. 뭐 바쁜 입을 앙다물고 행동할 때래나 뭐래나.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말이야. 기왕 탄력 받은 김에 할 말 아끼지 않고 말하자면, 기꺼이 수줍은 촌평 꺼내놓자면 뭐랄까. 결국 상상력만 포동포동 성과는 비실비실. 마침내 할 말 떨어졌으니 엉덩이가 근질근질하시는구만 그래. 그럼 그 응큼한 의중을 투명히 들여다봤을 때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심심한데 오리배나 타러갈까? 재미없다고 뭇여성들한테 추태를 보일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이 봐 이 봐, 이거 보라고! 허허.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뭐만 하면, 입만 뻥끗 하기도 전에 잔머리 굴리기만 하면 글쎄, 누가 뭐라 할까 봐. 남들이 뭐라 할까 봐 암것도 못하겠네.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 그럼 사랑을 어떻게 하시려고! 커피가 식기 전에 사랑이 끝날 일은 없다. 아닐까? 그러든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해. 좌우지간 좋든 싫든 여복의 총애를 받지 못한 애정사, 회심의 한방을 기다릴 뿐. 헌데 유감스러운 운명은 심하도록 이상하다고나 할까? 어쩌면 민첩한 기쁨과 황급한 재미가 나중 한꺼번에 오면, 또 그걸 다 어떻게 감당하냐고. 결론적으로 말해 이처럼 걘 기분은 만족스러우나 품위를 잃었다. 아니다. 기분도 꽝이다. 노잼.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 특별히 염두에 둔 환상이 있을 리가 있나. 각별히 희망하는 사랑, 낯뜨겁게 상상도 못함. 유난히 애착하는 장비발, 취미가 없는데 어떻게 가능하나. 하오나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란 법 있나? 삼 년 장마가 볕 안 난 날이 없다. 근데 쥐구멍에 볕 뜨긴 뜰까? 조명을 쥐구멍이 아니라 설마 개구멍에 비춘 거 아닌가 몰라! 그러게. 이처럼 허언증 달래서 공상만 지속하다가는 될 진한사랑도 안되겠다. 이런 젠장! 이러지 말고 좋게, 아니다. 됐다. 됐다 그래. 근데 누구한테? 그러게 말이야. 그러니까 좋게, 아니다. 됐다니까 글쎄. 
    아니 근데 내가 왜 혼자서 독백을 하고 있지? 자네랑 대화중이라는 거 잠깐 까먹을 수 있어. 그럼. 난 그럼 먼저 갈께. 여자친구랑 데이트하기로 했거든. 오늘은 달력에 표시해야 하니까. 내일 보자구 친구.」
    저 자식은 같이 놀러가자, 2 대 2로 소개팅하자, 걔 친구 소개시켜줄께. 것도 아니고 잔뜩 지 할 말만 하고 가버렸잖아. 뭔가 있을 것처럼 재미난 얘기를 들려줄 뻔 말 뻔하다 헛바람만 빼버린 거 아니야고. 김샜네 김샜어. (절레절레)





    2

    다음 날이 됐다. 오전에는 점심 뭐 먹을까, 오후에는 퇴근하려면 몇 시간 남았나. 전자와 후자를 뒤로 하고 행복도가 높아지는 나른한 시점. 깜빡 까먹었던 약속이 생각났다. 여성환상 1.5 사라가 자기 친동생이 문단에 데뷔하려는데 뭐 훈수두긴 뭐 하고. NB 소개시켜줄 테니 몇몇 조언만 해주래나 뭐래나. 그런데 때마침 불쑥 그녀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불청객치고는, 아름다웠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달리아에요. 초면인데 어디식 인사 바라시는 건 아니겠죠? 알고 있어요. 허나 꼭 뭐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들었어요. 아 근데 뭘 들었더라? 당장 떠오르지 않으면 나중 생각나겠죠. 언젠가 만날 사람은 만난다구요. 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구요? 왕년에 뭇여성들 웬만히 울린 솜씨, 저한테 제발 뽐내지 마세요. 저 이래뵈도 숙녀라구요. 아셨어요? 모르시다면 자, 이제 정말 정식으로 인사하는 건 어때요. 아, 그러고보니 이 양반 약식 좋아하시는구나. 관상이 그래요. 제가 또 인상에 꽤나 정통하거든요. 뿐인가요? 저명한 작명가들 저한테 도움 많이 받았어요. 아직 뭘 모르시네. 그리고 얼굴 좀 펴요. 또 헤어스타일이 그게 뭐에요? 오빠가 무슨 거울도 안 보는 남자에요 뭐에요? 자, 들어봐요. 일단 듣기나 하시라구요. 알아들었어요? 봐 봐요. 남자는 이마를 까야 돈이 들어와요. 방금 그 생각하셨죠? 난 이마를 깠는데 왜 돈이 안 들어오지?! 라고 말예요. 알아요. 그럼 뭐 이마 까면 아무나 다 돈이 들어오면, 이 세상에 이마 드러내지 않는 사람 하나도 없겠네요. 말이 그렇다 거지요. 그래도 제 충고 귓등으로 듣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선생은 어떻게 저처럼 말 많은 여자 마음 좀 아세요? 설마 지 혼자 고고한 척하다 수다머신 멈출 줄 모르는구만. ~라고 생각하신 거 아니겠죠? 아닌 걸로 하죠. 만약 그랬으면 진즉 제가 형씨 멱살을 잡았을 테니까요. 허허허. 좀 웃어요. 거 어째 표정이 그리 뚱해서... 어떻게 여자 꼬실 수 있겠어요? 어떻게 정력 쓸 데는 있구요? 생긴 건 매가리 없는데 어떻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기)... 쯧쯧. 운동 좀 해요. 그래야 하니까요. 활력에 좋거든요. 안 그래요? 에잇 알면서 뭘 그래요, 마른 장작이 잘 탄다는 걸요. 말랐는데 난 왜 이 모냥이냐구요? 이러게 내가 뭐랬어요, 네? 아, 맞다. 우리 초면이죠. 제가 오빠를 마음에 들어하나봐요. 그럴 수 있는 거 아녜요? 사람이 사람 좋아할 수도 있는 거죠. 그걸 뭐라 하냐, 첫인상이라 하죠. 허허허. 근데 또 이상한 게 뭔 줄 아세요? 첫인상과 짝사랑복이 왜 다른 말이겠어요. 약간 교집합은 있는데 어째서 같은 말이 아니겠냐구요. 왜냐하면, 네? 왜냐, 짝사랑복 좋아봤자 그 누굴 보세요 그 냥반 형편이 어때요 어떠냐구요 그 때문이죠. 네? 아직 뭔 얘긴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이렇게 정의합시다. 자, 보자구요. 첫 끗발이 개 끗발이다! 들어보셨죠? 그거죠. 허허허허허.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사라한테 얘기 들었죠? 일단 제 원고는... 어딨더라? 뭐야, 노트북 놓고 왔잖아? 괜찮아요. 전 멍청한 여자가 아니거든요. 그까짓것 (검지를 귓가에 대고)이 머리에 다 있어요. 설마 저 보고 (검지를 귓가에 대고 빙글빙글)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지 오빠? 그치 오빠? 그럴 꺼야. 오빠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거든. 자, 그런 의미에서 일단 지갑 좀 줘 봐. 뭐 지갑 없다고? 그럼 내가 사주면 되겠네. 안 그래도 나 오빠한테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대체 뭘 선물해주면 우리 오빠가 좋아할까 그 생각했거든. 근데 왜 갑자기 말을 놓냐고?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반말은! ~라고 날 다그칠 놈 같지 않았으니까. 오빤 다정해보여. 남잔, 어? 부실하지만 않으면 돼. 그렇다고 또 너무 안심하진 마셔. 가만. 내 정신 좀 봐. 사라한테 들은 것처럼, 일단 들어봐. 응? 들어보라고. 듣기나 하셔. 난 다 외웠으니까. 자, 보자. 곧장 시작해주지. 그래는 드릴께. 허허허. 
    짜증나게 왜 항상 투정을 그치질 않고 난리야 난리긴! 귀찮게 하지 말라 전해. 근데 누구한테? 그러게 말이야. 관둬. 때려쳐. 그만 두면 될 거 아냐. 저리 비켜! 뭐야, 근데 아무도 없잖아. 젠장. 하여간에 예감은 뒤숭숭 기대마저 안절부절. 뭐 하나 되는 게 없어. 서술자가 그렇단 말이 아니라, 못난 주인공 NB가 말이다. 아니 잠깐. 뭐 NB? 누가 보면 미친놈인 줄 알 거 아냐. 올드보이 주제에 뭔 가슴에 NB 로고. 웃기지도 않다. 또 여자들은 얘 얘 들어봐 들어봐, 라는 걸 모르진 않으니까. 어디서, 야 야 만져 봐 만져 봐, 라면서 지 알통 아니 골체미 느껴보라며 허세부릴 친구도 없어. 허나 여자들만 내숭미 앞세우란 법 있나, 남자들도 건강미 챙겨야지. 몸생각해야 하거든. 그래서 프샵 푸쉭푸쉭, 노인네 힘도 좋아. 뭐 어디 스타일? 놀고 있네. 뭐 환상머신? 입만 살았어. 말로만 여자의 마음 어쩌고저쩌고. 군침은 여체에게로! 툭하면 사랑이 아름답다고 자긴 말하지 않았대. 뭐가 어째? 싫음 말어. 알아서 하라 그래. 내가 뭐랬어? 아니 어른들이 뭐라 했냐고. 그러게 일찍 철들어야지. 그러니까 아직도 속이 없지. 좀, 바보처럼 굴지 마. 하지만 그게 또 그러니까 그 뭐냐 그게 말이다. 남자는 폼이요 여자는 거울이다! 아니다. 뭐가 아니야? 어디서 주서들은 건 많아가지고 말이야. 그게 무슨 풍운아야! 누가 보면 허영심대회 챔피언인 줄 알겠네. 아무튼 다른 건 생각할 거 없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만 알면 돼. 근데 수업료 두둑히 선불로 지불했던 신비 아카데미는 먹고 튀었어. 마감일 두어번 걱정 붙들어맬 정도로 분량 만들었는데, 노트북 잃어버렸다고. 겉에다 판도라 증후군이라고 연필로 쓰면 뭐 해. 매직펜으로 써도 누가 봐준대? 결국 남은 건 일복뿐. 거 참 사는 낙이란. 그렇다고 일하기 싫으면 어쩔 건대. 그러게, 어? 그러니까 늘상 허당같이 굴면 어떡하나. 노상 남들처럼 불평불만 가득. 웬만한 어른들도 다 그래. 어디 여자만 다 그런가? 아무튼 남들이 뭐라 떠들건 신경쓸 거 없어. 그러지 말고, 응? 에잇 그냥 이참에 최고급 요트나 한 대 사자. 근데 돈은 어떻게 마련할 건데? 사지 말자. 하여튼 말이야 NB로 말할 것 같으면, 아니다. 말 말자. 그래도 우리 사이가 또 그렇진 않지. 보아하니 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하려고 했으면 하지 말라고? 일단 들어봐. 듣기나 해. 말 끊지 말고. 어? 자, 보자. 봐 봐. 근데 뭔 말 하던 중이었지? 너 때문에 까먹었잖아. 몽땅. 뭐야, 근데 왜 아무도 없어? 근데 이거 다변가 대회장 분위기가 왜 이래? 뭔지 몰라도 그만 하자. 그게 좋겠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거야. 하나도 모르겠잖아. 하긴 뭐 다변가 예선전이 다 그렇지 뭘. 이 바닥 예전부터 그랬어. 바텐더 인기 한물간지가 언젠데. 유니폼 좀 빨아입으라 그래. 농담이고. 근데 뭔 줄거리는 진행이 안되고 시간마저 멈춰버렸지? 시계 밥을 줘야 하나 약을 먹어야 할까. 거 참 상태 매우 안 좋네 그려. 많이 부족해. 곯았어. 따라서 노상 썩은 미소. 얼굴? 갔어. 인생의 재미, 상했어. 낭만적인 환상, 포기했다고. 사랑의 정의마저 변해버렸는데? 추접스럽게 또 뭔 상상을 하시게. 하여튼 더티러브에 대한 군침은 마를 날이 없어요. 불알 두 쪽밖에는 없는 주제에 말이야. 그럼 뭘 해, 어? 사귀어야 절교하지.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거 다 남 얘기. 어쩌다 어떻게 한번 자빠트려보고 싶은... 그래 봤자 개꿈. 내가 널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양대 여성잡지사 전직원들한테 단단히 찍혔어. 벌써. 차면 넘친다. 글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군. 절실하도록. 그래 봤자 동네 똥개들 봐봐, 걔네들 봐 보라고. 개목걸이 풀어줘봤자 초반에만 들뜨고 바쁘며 빨빨거리며 나돌아댕기기나 하지, 쫌만 있어 봐. 금새 또 심심해지게 되어 있어. 여자들은 우리한테 넘어올 수 밖에 없는 숙명. 그분들은 우리의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어 있거든.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로 이처럼 좌중을 쥐어잡고서 병풍들 비위맞춰주는 식으로 입담만 털다가는 1주일 내내 잠 한숨 못 자겠네. (절레절레) Mozart / Missa Solemnis K.139 일단 음악부터 바꾸고. 
    그래서 그는....
    자,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발단이자 전개야. 좀 더 심층적인 줄거리는 우리 데이트하러 가서, 아니. 나 하나 고백할 거 있어. 나 실은 남자친구 있어. 나 오빠한테 거짓말 못하겠다. 오빠는 심심하면 뻥치고 허풍 남발하는지 몰라도. 난 허언증녀 아니야. 허허허. 일단 오늘 우리 만남은 이쯤 하고. 우리가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건, 사라를 통해서 들으셔. 아시겠소 오빠? 그럼 난 이만 갈께. 안녕. 근데 왜 오빤 말이 없어? 원래 조용한 남잔가? 그런 거도 같고 아닌 거도 같고. 그야 뭐 사겨보면 알겠지.」
    긴 대사 독점을 끝으로 그녀는 가버렸다. 
    얜 또 뭐야? 지가 뭔데...! (절레절레) 
    아, 기 빨려. 쟤도 입 아프겠네. 
    증말 정신사납다. 





    3

    허영심 들쑤시고 허세 부추기기를 숙달한지 어언 옛날인데. 벌써 다 까먹어버렸을까? 기술이 녹슬었나 아닌가는 감수성을 꼬드기고 호기심을 구워삶아보면 알겠지 뭐. 허나 NB는 엉덩이 까이기도 전에 사교계는 구경도 못해본 인생. 때문에 야성미라는 카드를 만지작만지작거릴 수순일 텐데. 그처럼 숙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멜로드라와 뭇여성들한테 떡밥뿌리기라는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어느새 가을. 곧 있으면 고독한 도시의 사냥꾼이냐 난봉계 퇴물감 허풍쟁이냐가 결판날지도 모를 겨울일 텐데. 첫눈과 크리스마스와 언제나 첫사랑? 됐어. 정말로 우리는 세상 사는 낙이 없을까? 얼쩡얼쩡 아는 동생들과 알짱알짱 새로운 사랑은 만년 대기중. 뭐랄까 그가 아니라, 그분들 심정은 다만 먹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라고나 할까? 그러든가 말든가. 그처럼 딱 그녀들한테 무한정 커피를 사주려고 동조성 너그롭게 탄력받고자 하는데. 이미 다 떠나가버렸잖아?! 누가 아니래. 내 말이 그거라니까 글쎄. 다변가들 맞짱구쳐주고 꿍꿍이 병풍서주며 친절히 비위맞춰드려도, 백댄서 감 떨어지고 신부들러리 단물 빠져서 버림 받은 게 결국 허당 인생 1줄평. 뭐? 뭣이 어째? 하긴, 부처님 위해서 불공하나 저 위해서 불공하지. 영악한 것들 더럽게 응큼하단 말이야. 지들 기분좋으라고 내숭미 찬조해드렸더니 글쎄 툭하면 이미지트레이닝! 뭐라고? 됐고. 뜬금없는 말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게, 부처님이 살찌고 안 찌는 것은 석수 손에 달렸다. 어? 정말 그래. 틀림없단 말이야. 그런데 말이다 능동적으로 행동하기에 먹잇감이 도통 보이질 않고, 그렇다고 자발마에 덜컥 올라탈 수야 있나. 그래서 NB는 결국 먼지 쌓인 진공청소기를 꺼내들었는데. 그 구식탱탱묵은 허풍머신으로 여심을 어떻게 빨아들여. 안돼. 말도 안 돼. 불가능. 못해. 시간낭비나 하지 말라 그래. 그렇다고 뭐 괜히 타인의 커피포트를 원격 조정할 일 있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프라다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딱 그처럼 돈 쓰는 재미에 혹해볼까 했는데 통장잔고 바닥. 그게 다 아는 동생들한테 백지수표 남발한 탓은 아니겠으나. 속이 없으니까 그렇지. 형이 쟤네들 다 꼬셔줄께 막 그랬으니까, 형 철들지 마세요 라면서 화답했는데. 걔네들도 머리 커서 푼수한테 더 이상 배울 거 없다는 거 알고 벌써 떠났지. 하여 녀석은 너 많이 컸다 라는 대사 읊을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그와 달리 풍운아들은 롤로코스터 실컷 타고 나서 쫄딱 망해 광장에 나갔더니,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친한 척하지 않더라 라면서 할 말이라도 있어. 근데 정작 NB에게 남은 건 뭘까, 인공지능밖에 더 있나. 그래서 딱 녀석을 소환하려는데 대답이 있을 턱이 있나. 대타들도 보아하니 소비, 여행, 취미... 다 그저 그래. 새로움은 없다고. 청춘은 끝났으니까? 행진하다 지쳤거든. 미지의 신비를 찾는 건 애들도 관심없는데 낭만이 다 뭐냐고. 이처럼 골똘히 잔머리를 굴리다 그는 말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라고. 허나 금방 까먹었다. 그러다 다시 말했다. (딱) 정말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은밀한 유혹에 넘어가드리는 거야. 근데 그게 뭔데? 광고 안 믿어. 사랑을 왜 믿어! 또 속으라고? 누굴 바보로 아나. 저리 비켜 닥쳐 시끄러워 개 좀 조용히 좀 시켜라, 라고 말하기도 다 귀찮아. 심심함과 지겨움, 그냥 내버려둬. 인생이란 원래 재미없는 거거든. 그럼 정말 nb에게 있었을 둥 말 둥, 간신히 진정시킨 정력은 다 옛날 얘기일까? 그러니까 그게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아니면 멋진 열망에 대한일지 대체 목적어와 대상어와 감탄사의 정체가 뭐냐고. 뭐 더티러브에 대한? 이런 젠장! 그는 이대로 사랑과 희망과 로맨스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NB는 아지트에 갔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적당히 놀다 가려는데.... 어머나! 저 앞에 보이는 건 설마, 샬럿? 소문난 수다머신! 걸리면 끝이다 끝.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1주일 내내 잠 한숨 안 자고 떠들 수 있는 다변가 중의 다변가. 일단 결려들면 아작난다고 봐도 된다. 도망가는 것만이 상책. 냅다 튀는 것만이 살길. 
   「어딜 도망 가, 어? 어디 갈 데 있어? 오빠. 나야! 샬럿. 오빤 그처럼 깍쟁이같이 숙녀 이름 부르는 데 인색하니까 여태 외롭지. 내가 외롭지 않게 해 드려? 뭔 생각해, 어? 난 수절중이니까 난 안되고. 대신 내가 저년들 싹 다 꼬셔줄께. 그럼 되지? 오빠도 싫지 않잖아. 내가 오빠를 모를까 오빠가 나를 알까. 진짜라니까. 내가 말만 하면 쟤네 전부 오빠만 따라다닐껄. 아닌 거 같아? 우리 내기 할래? 칫. 내기 해서 뭐 하니. 그렇게 해드리면 오빤 나한테 뭐 해줄 껀데. 오빠 키스 잘해? 아니야. 약해. 어? 그걸 늬가 어떻게 아냐고? 그걸 꼭 해봐야 아나. 근데 오빠 얼굴이 왜 그처럼 죽상이야. 내가 언제 오빠를 때리기를 했나 겁박을 했나. 나야 나. 우리 친하잖아. 응? 근데 왜 내가 챙피해? 나랑 같이 있는 게 부끄러워? 그러기만 해 봐. 어떻게 되나 보게. 응? 오빠는 나한테 잘 보여야 해. 알아? 알긴 개뿔. 그러지 말고 내가 재미난 얘기 하나 해줄까? 다 듣고 나서 그게 뭐냐고 핀잔 줄 거 아니지? 그게 뭐가 재밌냐고 어설픈 야유 일삼는 거 아니지? 근데 왜 오빤 말이 없어? 아, 난 너무 과묵한 남자 싫더라. 여자 마음 모르는 남자는 더더욱. 그래도 오빠라면 봐줄 수 있어. 그러니까 귀기울여 봐. 내가 무슨 얘기를 할지 말이야. 응? 
    아무튼 오빠 얘기 들었어.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오빠한테 충고 좀 할께. 왜 그러면 안돼? 안되긴 뭐가 안돼. 닥치고 들어. 어? 듣기나 해. 좋게 말할 때 말이야. 응? 오빠, 젊음의 행진에서 낙오된 걸 축하하네. 허허허. 그만 환상머신인가 뭔가는 포기해. 좋게 나나 따라다니라고. 이미 마음은 떴자나? 속으로 그랫을 거 아냐. 타도하자 벤치멤바 신세를! 어디서 또 꼴에 주서들은 건 있어가지고 말이야. 캬, 인생을 어디서 잘못 배우셨구만. 이 좋은 세상, 허접한 허당들이 하는 일들만 골라서 하면 어쩌나. 어깨너머로 배울 게 따로 있지. 우리한테 와. 잘해줄께. 실망 안 하시도록 해드릴께. 보아하니 사교계의 기대주이자 플레이보이계의 해결사로 만인의 귀추를 모으실 뻔 하다 마셨을 듯 한데. 언제까지 7부리그에서 찬밥 신세 면치 못한 건대?! 번짓수 잘못 찾아가서 눌러 앉았구만. 그러게 우리같은 웜홀머신 전문가를 찾아오셨어야지. 아무튼 미래에 오신 걸 환영하오. 왜, 싫어? 싫음 말어. 누가 아쉽대? 썩 땡기지 않은 육감, 나중 틀려도 완전 틀렸단 걸 알게 될 테니. 그땐 이미 늦었어. 그럼. 근데 그 얘기 들었시유? 쉿. 어디서 아는 척 아시 마슈. 명심하시는 게 좋을 거요. 좋은 말로 할 때 말이오. 말로 풀자 그 얘기란 말이오. 엉덩이는 가볍게 입은 무겁게, 반대로 하진 말라구요. 숙녀에게 의전, 마누라한테 잔말 말고 따라와. 그동안 것만 하필 정반대로 해보시며 살아보니 결과가 퍽 만족스러웠소? 잘 아시면서.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가 아니라. 말만 많고 지갑은 안 열리고. 그래서 여자들이 썩 반겨하질 않는데. 또 그런 여자의 면전에 대고, 남자의 지갑은 뭐 어쩌면 자동적으로 열린다 어쩌고저쩌고. 그러니까 여자들이 싫어야지. 거꾸로맨 아주 극혐. 다 도망가. 싹 다 피해. 아예 오지를 않어. 어? 아시겠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지만. 당장 오늘 밤 일도 모르는 게 곧 인생사. 혹시 알아? 말로만 듣던 귀인이 바로 이 몸일지. 잘 생각해보쇼. 일단 웃어주란 말이오. 아니, 근데 얼굴이 대체 왜 그래? 오늘도 뭐 여편네한테 맞었소? 그게 아니라 개똥 밟을 뻔하다 피했는데 새똥 맞으셨구만. 그러니까 돌팔이들한테 운명을 물어보면 어떡하냔 말이오. 허허. 그분들한테 세상의 비밀을 들어던 거 뭐 기억나는 거 있소? 있긴 있어. 헌데 전부 별 쓰잘데기 없는 말들. 예를 들면? 이런 식. 뭐 차라리 악담을 해라? 비꼬지 말고 정신차리게 면전에서 악담해주라니. 누가 못 할 줄 아시나. 늬 전남자친구들이 왜 다 널 싫어했는지 알겠다. 뭐라고? 하란다고... 진짜로...! 농담이고. 아무튼 허당들 코 묻은 돈 돌팔이 점쟁들한테 웬만히 갖다받히자. 말이 그렇단 거고. 재미삼아 복권 사보고 경마장 놀라가야지, 보물찾기에 운을 걸면 어떡하냐 그 말씀. 그게 다 대게 TV 삼류드라마에서 듣던 흔한 대사들만 기억 속에 누적됐기 때문. 안 그렇소? 그렇다고 누가 두둑한 복채를 바라겠소. 우린 다르오. 우리는 여자보기를 돌같이 한단 말이오. 아시겠소? 
    ~라는 것처럼 오빠는 또 허접한 공상에 빠져버렸는데. 언젠가 오빠가 철들 날이 올까? 오긴 누가 와. 개가 풀을 뜯어먹는 걸 바라는 게 낫지.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겨?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아무튼 고생 덜 했구만. 본때를 보여줘야 해. 근데 어디다? 그러게 말이야. 이제 그만 정신 차려야지 아직도... 쯧쯧쯧. 하긴 본인이 생각해도 답답할 거야. 왜 아니겠어. 따라서 오빠는, 오빠는 나한테 빠질 수 밖에 없어. 오빠는 날 좋아하게 되어 있는 운명. 알아? 알긴 뭘 알아, 어? 맙소사, 오늘 내게 고백하려고 했었다고? 일단 이리 와바. 쟨 또 뭐야, 저리 비켜. 오빠 이리 와바. 우리 할 일이 있어. 우리 단둘이 말이야. 근데 오빠는 내가 알던 그 오빠...가 아니네. 보다 보면 적응될 줄 알았는데. 오빠, 실망이야. 오빠, 나 싫지? 일단 그래도 우리가 쌓은 정이 있으니, 고로 내가 오빠를 사랑의 차트에서 냉정히 내치지는 않을께. 순위쟁탈전에서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 오빠. 또 알아? 순식간에 치고 올라와서 지명방어전 상대가 될지 말이야. 근데 통상 보면 제일 비리비리하거나 어중간하게 어설픈 상대를 골라 지명방어전을 치르는 일, 있다 없다? 그런다고 겁먹지 마. 나 샬럿이야. 이거 왜 이래? 어? 쫄지 마. 이리 와. 내가 잘해줄께. 뭐 날 껴안고 싶어? 여기서?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가라. 오빠 안 가고 뭐 해? 저기 봐 봐. 1-2-3위 왔잖아. 오빠가 뭐 필살기가 있어 아님 돈이라도 많아! 쟤들과 오빠가 상대가 될 거 같아? 뭐 해 안 도망가고. 때를 기다리자 그 말씀.」
    그러면서 샬럿은 저쪽으로 가버렸다. 
    저년이......! 





    4

    NB는 최근 일기를 떠올려봤다. 소셜네트워크나 일기장에 쓰지는 않았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 때문에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자, 보자.
    A. 앞사무실 가브리엘이 놀러옴. 
    B. 여성환상지 편집장 사라의 동생이 왔다감.
    C. 아지트에서 샬럿 만남. 긴 명대사에 질릴 대로 질려버림. 결국 긴대사 3일 연짝으로 들었기 때문에 나가 떨어짐.
    뭐야 3연속 병살타? 이런 젠장. 이거 어디 말수 없는 남자 서러워 살겠나. 내 참 더러워서... 또 그처럼 녀석은 표정이 썩었다. 이건 아니었으니까. 이게 무슨 풍운아의 전성기야 아니면 행운아의 활약상이야. 것도 아니면. 뭔 연재소설이 이래? 줄거리 하나도 없잖아? 그런 소설 개나 소나 다 쓸 수 있어. 하나마나 보나마나 뻔한 얘기. 안 하니만 못하니까 누구도 하지 않을 뿐. 아닌가? 그래서 NB는 짜증머신 내부압력이 푸쉭푸쉭 급상승했다.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녹여드리며 들뜨게 만들고 환상감에 빠져드리도록 봉사해도 모자를 판에. 커피포트는 쉴 래야 쉴 수 없었던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헤어드라이기만 부글부글. 앉으나 서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 자나깨나 (절레절레) 미쳐버리는 거지. 저속한 표현으로 빡치는 거라고. 뚜껑도 그런 뚜껑이 없어. 근데 아직도 안 돌았어? 저 정도 뻠프질 했으면 미칠 때도 됐는데, 쟨 대체 뭔데 맷집이 저 지경이야. 너덜너덜 진작 게임 끝나야 정상인데... 연구대상이 따로 없구만 그래. 말도 안돼. 말은 되나?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니까 녀석 인지체계는 또 이렇게 뒤죽박죽 되고도 남았다. 그 세밀화를 찬찬히 설명하자면 이와 같을 것이다. 가령, 세상 물정 모른 체 날뛰어볼까 말까. 말자. 당연하지. 세상에 말 다하고 죽은 귀신은 없으니까. 뿐인가? 세상에 공것은 없다. 그럼 사랑은 있을까? 더럽다. 공상 추접스럽단 말이다. 하여튼 세상은 넓고도 좁다. 인생 복잡하며 단순하지. 예술은 길다? 그건 필요없고 행복감이 긴 게 중요하다. 옷이 짧아 봐 어디 패션이 사나. 근데 한번 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데. 그럼 뭘 해? 그래 봤자 개구멍은 쥐구멍만큼 작아졌는데. 그렇다고 마음은 넓어지나? 통장잔고만 줄어들어. 안 그런가? 그러니까 정신이 산만한 건 말이다 이게 다 그 뭐냐, NB 그 개 같은... 아니. 못 들은 걸로 하고. 어찌 됐든 사랑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다 필요없어. 아무것도 원치 않음. 하여 미지의 신비를 실현코자 환상머신을 완성한다? 그렇겐 못하지. 그러든 어쩌든 교복 벗고 어른 되어도 인생 성적표는 중요하구만 그래. 퍽 바람직하지 못한 권태. 탄복스러울 만큼 권좌를 항상 독차지. 유망한 야심가의 희망찬 미래, 다 개꿈에 불과. 그럼 정말 뭐랄까 공상은 에술일까? 그럼 좋겠지. 허나 세상사가 내 맘대로 되나? 인생을 거론해 뭐 하나. 그럼 몽상가에게 진정 상상병은 운명이란 말인가? 허나 그 숙명 싫증날 테지. 그래서 이번에는 초현실주의자. 그래? 그럼 뭘 해. 잔재주는 팅팅 녹슬었는데. 결국 남은 건 욕망뿐. 그러든가 말든가 허접한 허언증에 귀기울이면 뭐 하겠나. 아무리 허당이 새로움을 좋아한다고는 하나 우리는, 아니 nb는 은근 허당이 아니다. 여자들한테 인기 없다. 걔도 숙녀한테 관심 없고. 피차일반. 그런 의미에서 새옷?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뭐래나. 그러라 그래. 그럼 신경쓰이게 벌거벗고 다니꺼야 어쩔꺼야. 파인애플은 떨어져도 안떨어지는 포도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다 제 잘난 멋에 산아간다는 뜻. 뭐 벌레먹은 사과? 썩은 능금? 이런 젠장! 그 얘기가 왜 나와? 뭐 찬란한 환희의 논거는 누가 뭐래도 더러운 쾌감이란 말이야 뭐야. 내 참 나 거 증말 더럽게 재미없네. 고로 이대로 주저하다간 청초한 제비꽃이든 감미로운 벌꿀이든 새콤달콤 과일들 다 놓치고 말 텐데. 팔짝 뛰면서 난리칠 기쁨도 점차 무감스러워질 게 뻔하니까 별로. 그렇다면 nb는 철든 게 아니라 미친 건가? 다정해진 게 아니라 늙었어. 그렇다고 내내 이처럼 잔머리만 굴린다? 그건 아니지. 그건 아니야. 그럼. 
    따라서 NB는 당장 집을 뛰쳐나왔다. 그렇게 대충 챙겨서 갔다. 도시 근교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이번에는 로버트한테 자문을 구하고 어쩌고 멀리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5

    그는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꿈과 희망의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쩌고저쩌고. 미래세계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이러쿵저러쿵. 뭘로 보나 여건이 든든히 받춰주는데 바로 옆에 동물원이 왜 없겠나. 썰매장이니 식목원이니 한꺼번에 일망타진 가능.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삼거리에서 본 팻말대로 가서 놀이공원에 도착했는데. 근데 왜 사람이 없지? 설마 팻말이 움직였나? 그럼 이젠 뻔함은 고정적이요 개고생만 부동적일까? 혹시... 진짜로 똥개 훈련시키듯 농락당하면 어떡하냐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잖아? 그래서 일단 타임머신이라는 기구부터 탈려고 딱 하려던 찰나. 
   「오빠. 혼자 왔어요?」
   「」
   「저 지금 오빠한테 말하는 거예요. 뚤레뚤레 어딜 쳐다봐요? 여기 오빠랑 나랑 둘 말고 더 있어요? 날 봐요. 내가 뭐 투명인간인가! 와, 오빠 모자 딱 내 스타일이다. 마음에 딱 들어. 어디서 샀어요? 뭐 어디서 샀겠지. 그럼 훔쳤겠어? 만들었을 리도 없잖아. 그러니까 어서 줘 봐요. 아 줘보라니까 글세. 누가 뺐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NB의 모자를 뺐어다 자기 머리에 씌웠다) 뭐야 이거. 와, 오빠 머리 작네. 아님 내 머리가 큰가? 그래도 남자네. 응? 이거 봐 봐. 이거 보라고 글쎄. 썼다 벘었다 썼다 벘었다. 근데 뭘? 아, 오빠 수줍은 여자 좋아하는구나.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내숭미 누구도 날 따라올 순 없지. 백치미? 우리가 질 수 있나. 허허허. 근데 인사도 없이 말이 너무 길었어. 뭐 그럴 수 있어. 그럼. 그러게 오빠가 말을 안 허니까 그렇지. 초면이긴 해도 첫인상이 썩 나쁘진 않았다고 얼굴에 씌어있는데. 어쭈! 이 오빠 봐라. 그럼 숙녀에게 이름을 물어야지, 나이를 짐작하면 어쩌시나. 그러니까, 됐고. 왜 이처럼 뜬금없는 우연 때문에 오빠와 내가 당황스럽냐. 사연은 있는데 그거 다 설명하려면 입 아퍼. 또 사람이 살면서 영화처럼 만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드라마에 나오잖아. 그리고. 남자가 자나깨나 여자 생각하는 게 뭐 이상해? 그렇다고 오빠가 여자에 환장한 남자라는 말은 아니야. 말이 그렇단 거지. 근데 저기 저 텐트는 누가 쳤지? 오빠 텐트 쳐봤어? 놀러왔는데 웬 말괄량이한테 잔소리를 얻어듣다니 내 신세가 이게 뭐람. ~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그럼 일단 유령의 집부터 들어가자. 나도 오늘만 낯선 남자랑 데이트할 거야. 오늘 이후로 우리는 남남일 거라고. 그거만 알아둬. 일단 오빠 하는 거 봐선 마음 바뀔지도 모르고 말이야. 하긴, 사람 인연이라는 게 또 모르지.」
    그렇게 이름 모를 소녀, 아니 숙녀는 NB 팔짱을 꿰차고서 유령의 집으로 들어갔다. 물론 출입구 유니폼걸과 아는 사이로 보였다.
   「언니, 여기서 일해?」
   「너 언제 왔어? 왔으면 왔다고 왜 말을 안 해?」
   「그러지 않아도 이처럼 내가 언니 남자친구 물어왔는데. 어떻게 마음에 들지 몰라?」
   「썩 실해보이진 않는데. 매가리가 없잖아.」
   「왜, 히말탱이가 없어 보여? 하긴 틀린 말도 아니지.」
   「그러지 말고 일단 들어가.」
   「그래. 그러지.」
    NB와 말괄량이는 마치 애인이나 된다는 듯이 꼭 붙어서 유령의 집으로 들어갔다. 
    간략히 말하자면 유령의 집에 사이렌이나 메두사나 아프로디테가 살고 있지는 않았다. 물론 nb가 뜬금없이 포세이돈으로 바뀔 리도 없겠지. 그렇다고 다음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아도니스일 리도 없다. 단지 그 안에서 그는 길을 잃었다는 것. 또 잠깐 전에 만났지만 한 30년 한이불 덥고 산 여편네나 된다는 듯이 자연스러웠던 숙녀가 어디로 가버렸다는 점. 그 외 별다른 각본은 없었다. 유령의 집 타로카드를 떠올려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방질도 하는 년이 한다, 라는 속담을 뭐 하러 떠올리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럼 유령의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굳이 스타맵-공포... 유령의집 제피에 대해 몰라도 상관없다. 그처럼 적당히 허둥대다가, 잔잔허니 어리버리하던 가운데, 그럭저럭 짐작마따나 그는 출구를 찾았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데 사실만 말할 것 같으면, 거긴 입구였다. 즉 실제로 입구고, nb는 출구로 인지하는 상태. 또한 nb는 엑스맨 시리즈에서 미스티크, 엑스맨 클래식 트릴로지 1편에서던가 자유자재로 누구로든지 변신하는 인물. 그처럼 변했다. 다만 지금 당장 그는 모를 뿐. 그렇다고 10년 전 극사실 영화처럼 막 사람들이 혼비백산 놀라고, 과장하며, 헐리웃액션으로 자지러진다?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웃고, 봐드리고, 눈길 스치고 지나갈 뿐. 그러다 몇몇 꼬마는 하이파이브를 건네왔다. 근데 아직도 짐작을 못했나? 당연하지. 누가 말해주지 않았거든. 본인이 그처럼 희안한 캐릭터로 변신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으니까. 허나 현실은 상상초월. 이걸 어쩌나? 어쩌긴 뭘 어째. 두고 보면 알겠지. 
   「아저씨. 싸인해줘요.」
   「넌 눈이 삐었니? 쟤 아줌마야. 그리고 변신이나 할 줄 알지 지가 할 줄 아는 게 뭔데! 안 그래?」
   「너 엑스맨 무시하지 마라. 그러다 큰코 다친다. 응? 그러지 말고 우리 저 냥반이랑 사진이나 찍자.」
   「근데 난 아직 12살인데 어쩌다 너 같은 친구를 둔 걸까? 그러게 너 어른들 화법 따라하지 말랬잖아. 내가 지적 했어, 안 했어? 어?」
   「그건 다 너가 유치하니까 그렇지. 네 사교를 보든 습관을 알든 탐욕을 점치든. 내가 널 업어키울 수 밖에 없는데?」
   「뭐가 어째? 그너저나 저 친구는 저 분장하고서 덥지 않을까? 화장실은 어떻게 가고.」
   「왜, 화장실 늬가 대신 가주게?」
   「시끄러워. 넌 조용히 하고 내가 저 친구 가지고 노는 거나 보셔. 잘 봐라, 응?」
   「」
   「아저씨. 아니. 미스틱! 당신 여자 맞소? 근데 왜 고추가 튀어나왔어? 이봐, 요즘에도 그런 패션이 유행하나?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네? 내가 봤을 땐 설정 잘못 잡았어. 그거, 아니야. 구려. 보기 흉해 형씨. 아니면 그 튀어나온 고추라도 어떻게 좀 해보든가. 어? 뭐 어떻게 좀 더 우리한테 자문을 구하고 싶으셔? 그럼 (돈을 뜻하는 시늉)! 응?」
   「넌 어른한테 무슨 말버른이... 너 입에 걸레 물었니? 왜 그리 입이 험해? 어? 아저씨. 제가 대신 사과할께요. 근데 아저씨 고추가 좀 작네. 실하긴 하나? 글쎄... 딱히! 근데 아저씨 친구 없죠. 그러니까 그러고 다니지. 딱 봐도 불알친구도 없어. 그런데 여자친구가 어딨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기) (절레절레)」
   「야 야. 너 짓는 개가 무는 거 본 적 있냐?」
   「아니. 그 반대지.」
   「그럼 뭘 해, 얼른 튀지 않고.」
    그렇게 말썽꾸러기 2인방은 냅다 도망가버렸다. 
    그때부터일까? nb는 자기 주변에서 말다툼이 일거나 기타 등등 이상한 현상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6

    장면전환. 
    장면전환. 
    장면전환. 
    잠깐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전편 다 말고 놀이공원 유령의 집에서 나온 다음부터 말이다. 
    nb의 미스틱 분장, 단지 분장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살을 뜯을 수도 없고 색칠을 어떻게 하나. 물감도 먹힐 리 없고 케찹이든 에나멜이든 뭐든 흘러내렸다. 완전한 미스틱으로 변신. 근데 다만 미스틱 외관만 본땄다 뿐, 정작 미스틱의 능력은 하나도 탑재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nb는 허울 뿐인 미스틱이됨. 허상, 허무, 허탈, 허영? 허망. 그럼 그 허기를 뭘로 달랜다? 때마침 코로나라는 유행병이 전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중. 싫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마스크를 쓰고, 상하 일체형 트레이닝복을 입고서 보자 쓰고 그렇게 가리고 다녔다. 또 이걸 어디다 하소연하겠나. 어떻게 원래 본판으로 돌아가겠나. 이런 말 같지도 않은 SF 장르를 어찌 믿냐고. 근데 대체 뭣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이런 짓을 벌인 소도둑놈들은 대체 누구고! 어?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일, 아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장본인만 열린 뚜껑 계속 열려서 살아간다면 또 모를까. 뭐 밑도 끝도 없이 사실적인 판타지? 개 풀뜯어먹는 얘기, 초딩들도 고개를 젖는다. 그처럼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부터 주변에서 눈치를 챘는지 어쨌는지 슬슬 피하게 됐던 것이다. 
    그 다음. 포도주를 마시면 원래 피부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됨.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이유를 핑계로 술꾼으로 산다? 것도 말이 될 리 없다. 그냥 솔직히 술이 좋다, 것도 아니고 무슨 똥개 토하는 소리도 명분이라고. 아니 증말 말이 안되거든. 허나 거울을 보면... 저 시퍼런 피부... 온 몸이 멍든 거야? 그럼 여자랑 진한사랑은 어떻게 하라고! 남아도는 정력이든 미적지근한 성욕이든 그건 늬 사정이지 우리 소관 아니라고? 영화에서 미스틱은 설정상 세포가 늦게 노화가 되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과 무관하도록 젊게 보이는데. 걘 뮤턴트도 아니지 심리학 전문가이기를 하나 변신 능력 근처에라도 가나. 그처럼 그냥저냥 NB는 포도주의 세계에 대해 조금씩 예찬가가 되어갔다고나 할까? 그래도 급할 건 없다. 서투른 도둑이 첫날밤에 들킨다. 첫날밤과 첫키스와 첫사랑을 상상하면서 뭐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그러다 양대 여성잡지는 휴간을 맞이했다. 내친 김에 품위유지비에 허덕이는 가운데 그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했다. 어떤 브랜드 패션 매장이 문을 열었는데. 오픈발에 미스틱 분장자가 찾아와서 물어보니, 면접이고 자시고 당장 합격. 그렇게 그는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장면전환.
    장면전환.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 평범하게, 무난허니, 무리없이. 그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인이 다가오네? 물론 제 갈길을 가는 중인데. 슬로우 모션이란 게 뭐겠나. 걔한테 그게 그 어떤 운명적 순간이었거든. 유령의 집 내부로 들어가게 유인한 뭐랄까 중간책? 말괄량이였다. 말라깽이. 근데 이뻐.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옷차림 때문인지 어쩐지 펑퍼짐한 패션 때문에 몰라봤는데, 오늘 보니...! 넘어가자. 
   「너 나 알지.」
   「오빠...」
   「너 왜 그랬어?」
   「」
   「도망갈 생각 마.」
   「외관 뿐인 거야... 아니면 능력치까지 생긴 거야?」
   「누가 하나만 물어봐도 된다고 허든? 너 드라마도 안 봤니? 그럴 땐 오빠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라고 하는 거야. 알겠어?」
   「몰라. 그런 거 알아서 뭐 하게? 그럼 오빠가 나 데리고 살 거요?」
   「너 몰라보던 새에 입담이 꽤나 세졌는데? 늬가 뭐 혀 조단이라도 되냐?」
   「조단? 오빠 엑스세대구나. 우웩~!」
   「너 정말...」
    요점만 말하자면 그녀는 기일을 예고했다. 
    오늘은 아니라면서 언제 어디로 반드시 오라고 했다. 
    오지 않으면 그러거나 말거나 자긴 상관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7

    말괄량이가 고지한 기일은 아직 아니고. 기다리기는 지치고. 할 말도 없는데 억지로 궤변을 읊은다고 들어줄 사람 있나? 없다. 그럼 일이나 해야지. 그럼. 바로 이처럼 말이다. 
    <사랑에 마음이 흔들린다. 농밀한 정사씬에 끌린다? 이미지트레이닝 집어치워. 그렇다고 뭐 공상이 크게 손해볼 일은 아니지. 안 그래? "불만 누적→짜증 폭증→인기 하락→껀수 가뭄→원래부터 무명→마음만 더더욱 심란해짐" 불평만 쌓이느니 악순환을 끊고 가는 것도 썩 악수는 아닌 듯. 근데 내가 왜 그분들 변호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는 거지? 시간이라는 자원이 무한한 것도 아니잖아. 이 나이 먹어서까지 시간낭비가 웬 말! 근데 대체 몇 천 년을 사셨길레... 그러게 말이야. 그건 그렇다 치고. 넘어가고. 좌우지간 잘난 척해도 나대지 말라고 제지받지 않는 삶. 아는 척한다고 유난 떤다며 구설수에 오를 일 없는 인생. 주변에 병풍도 뭣도 아무도 없음. 천생 얼굴 팔리기 좋아하질 않는다는 거 알지만 원래 관심 끌 수도 없다. 그러니 소망은 문란해졌지. 팔랑귀마저 시들시들. 피부는 푸석푸석? 인생이 싱싱하지 않음. 야망 있지도 않았음. 열망은 너덜너덜. 허영심만 벌렁벌렁? 엄살만 질펀해짐. 그러다 뜬금없이 정신을 차리지.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제정신 차릴 뻔하다 맒. 쥐구멍에 대체 언제 볕 뜨는 거야 그거네. 정력 쓸 데 없으면 뭘해, 욕정마저 곯았음. 그러니 멜로드라마가 다 뭔 필요. 낭만적인 로맨스 다 뻥. 조잡해. 허접하거나. 식상해야지 안심이라고. 뭐든 어차피 재미없어지게 되어 있어. 안 심심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러던 어느 날 아무일도 없음. 문득 행운은 찾아오지 않음. 그럴 수 없거든. 응? 어쩌겠는가. 그게 운명이라면. 허나 원래 통장잔고 없었는데 더 망할 수 있어? 없어. 뭐 마이너스 통장? 판돈 없는데 뭘 담보로 기막힌 게임판에 끼워주겠나. 비전은 시원찮고. 희망한텐 외면받지. 정말 운 없어. 하긴 뭐 원래 인생이란 따분한 거지. 옷은 또 뭐야. 누가 올드보이라고 할까 봐 타이틀이 뭐 NB? 누가 NB 아니랄까 봐 고집스럽게 집착하셔요. 그런 위인께서 사랑을 알아? 더티러브를 뭐 하러 믿어. 추접스럽게 그게 뭐냐고. 쟨 또 뭐야, 그 구멍이 아니라니까 글쎄. 뭐만 보이면 넣고, 때리고, 던지고, 차고, 달리고. 어? 사람은 늦팔자가 좋아야 한다. 자, 그런 의미에서... 이제 어떡하지? 뭘 어떡해. 빠르냐 느리냐 라는 생애사 전략. 떡밥뿌리기가 아니라 일단 하나에 운발을 걸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 일단 사랑이냐 우정이냐 먼저 따져봐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야. 그럼 뭘 해 사교계에서 팽당했는데. 의욕적으로 플레이보이계에 복귀해도 그래 봤자 다 떠났어. 능동적으로 발동 걸어봐야 시동 안 걸린다고. 그러니까 마술계 금메달과 허당계 은메달은 좋게 포기하는 게 차라리 낫겠지. 하지만 꼭 그처럼 한쪽 입꼬리 올리고 말꼬리 붙잡고 늘어질 거 뭐 있어! 무명이 좋은 게 뭔데,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잖아. 얼마나 좋아. 그래, 자유! 성가시게 뭐 하러 얼굴 팔려. 안 그래? 그럼 이제 정말로 찬란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해볼까? 근데 그게 또 장밋빛 인생 마음대로 되면 좋은데 일단 쉽지 않아. 새출발을 해볼까 말까 따질 시국이 아니라고. 뭐 첩보영화 같은 인생 아무나 당첨되나? 하여간에 능글맞은 능청 알아줘야 한다니까 글쎄. 그 정도로 인생관이 허접하기 여간 어렵지 않은데 말이야. 
    ~라는 인공지능의 속삭임. nb는 더이상 귀기울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한두 번 더 속았다가는 미쳐버릴지 모르니까. 그래도 듣고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허나 찬찬히 말리고 엮이며 감기다 보면 지니가 어디 보통 놈이냔 말이지. 놈이 아니라.. 넘어가자. 어쨌든 보나마나 그럴 꺼야. 뻔해. 틀림없다고. 얘는 또 지가 뭔데 잘난 척이야? 쟨 또 뭐야! 아는 척 지겹지도 않나 몰라. 그래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나가면 좋은데. 그게 쌓이거든. 그래서 뚜껑이 열려. 그건 뭐 취미도 아니고 일도 아니고. 취미 + 일 + 놀기 + 휴식 +.... 다야 다. 그러다 결국 벌어져. 짜잔~ 빰빠라 밤...! 아, 빡쳐. 마침 지나가는 행인3이 딱히 생각한 건 아닌데 적절한 대사를 읊어주는 식. 별말씀을. 한 번 더? 미쳤어? 돌아버리겠네. 그럼 설마 벌써 미친 걸까? 정말로? 미치긴 누가 미쳐. 근데 여자랑 마음이 통해야 하는데 남자랑 눈길을 왜 맞쳐. 어? 이런 젠장, 내 말이 바로 그거라니까. 농담이고. 아 증말 잔소리 작작 좀... 공상 좀 멈추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일단 나갔다. 오라는 데가 있건 말건. 갈 데가 있든 말든. 일단 나갔다.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뭐 말이 그렇단 거고......>





    8

    그날이 됐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전환.
    장면전환.
    장면전환.
    그곳은 한마디로 미스틱 모임장을 방불케했다. 전부 다 미스틱이었다. 이거 증말 스머프 동호회야 뭐야? 흡사 강아지 5마리를 처음 봤을 때 하는 말, 「뭐야 다 똑같이 생겼잖아.」 그러나 주인장 말은 또 다르지.  「이보게 젊은이. 찬찬히 보면 조금씩 다 다르게 생겼다네. 저기 보이는 쟤는......」. 목장에서 얼룩소를 봐도 그렇다. 농장에서 돼지를 본다고 뭐가 다르겠나. 헌데 자세히 보든 짧게만 보든. 오래 살든 언뜻 살피든. 걔넨 동물 여긴 죄다 뮤턴트. 뭐라고? 아울러 걔네들은 자기들끼리 이상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보통 어른들처럼 격식 있는 대화는 볼 수 없었다. 그러다 잠깐 평범한 방식으로 누군가 말을 꺼낸다? 여러명이 뭉쳐 그놈을 마구 팼다. 흠씬 뚜들어팼다. 뭇남성처럼, 또 흔한 여인들처럼 수다를 뽐낸다 하면, 늘씬하게 쥐어터졌다. 그런 다음 다시 자기들 원래대로 쑥덕쑥덕. 바로 그때 말괄량이는 이렇게 말하고 떠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쟤네들이 오빠를 끌어들였다는 거. 왜냐, 같은 염색체니까. 그럼 저 덜떨어진 찐따들이랑 오빠도 한속통이되라는 거냐? 충분히 합당한 궁금함이지. 그건 이래. 오빠는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어. 오빠는 포도주까지 밖에 못 찻았지? 치유제 말이야. 근데 해독제는 더 간단한 게 있는데 왜 못 찾았나 이 친구야. 그러니까 그 치료제란 게 무엇이냐? 간단해. 콜라! 또 있어. 커피. 근데 거 말로만 듣던 그 뭐야, 커피 못 먹는 푼수가 바로 오빠야? 아니면 일부러 탄산음료 안 마시는 허당이 바로 당신이냐고. 좌우지간 나 갈께. 우리가 뭐 천년만년 뽀뽀하고 물고 빨고 핥을 사이도 아니잖아. 안 그래?」
    그러면서 그녀는 가버렸다. 
    그렇게 다시 nb는 정상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9

    심심함을 옹호하며 권태 역성들기. 야성미는 누리끼리 경기감은 푸르딩딩. 러브콜이 뻔트라도 대야 기별이 가지. 보잘 것 없는 일정과 쓸데없는 공상뿐. 더 이상 맺집도 예전 같지 않아. 허나 속상할 것 뭐 있어? 바나나껍질 밟아 넘어져보지 않은 게 어딘데. 빈정상해봐야 또 꼭 좋지도 않아. 그렇다고 사랑에 환장하면 뭘 해, 어? 짝사랑복과 사랑받기에서 밀리면 속이 뒤집어지는 게 누구인데. 더구나 체념 한두 번 겪어보나. 상심도 어렸을 때 얘기. 그럼 절망은 내 친구? 이 양반이 정신이 나갔나... 드라마 몽땅 식상함. 그럼 드디어 미쳤나? 그러거나 어쩌거나 이거 하나는 사실이다. 그건 뭐랄까 '살판났다'와 멀찍이 떨어진 얼빵함? 말하자면 시치미 뚝 떼고 뒷꽁무늬에 허당들을 끌고다니는 숙녀들, 과 NB는 한통속이 아니다. 무슨 다 커서 진탕 놀아보고 싶은 격렬한 갈망이 어딨나. 밤새워 놀지도 못함. 안 그래도 성감대가 무슨 상표인지 지명인지조차 다 까먹었다. 원래부터 걔는 바보였다. 이제 급기야 푼수계의 신기록을 달성한 거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신비가 다 있지? 그러게 깐족마든 야유꾼이든 호사가든 믿음직한 소식통과 척지지 말았어야지. 그게 다 애초에 천성적으로 커피가 체질에 맞지 않는 탓일 수도. 나이들다 보니 헛바람 들어왔다 나갔다 장미빛 인생에 대한 열망에 너덜너덜해졌다고나 할까? 사주에 없는 관을 쓰면 이마가 벗어진다. 분수에 맞지 않는 고위험 고수익은 주의하자는 뜻인데. 매도추천서 흔하나? 대비해 기업 수명은! 그렇듯 헛바람 주입시키는 뻠쁘질의 장본인과 구경꾼은 대체 얼마나 웃길까. 저 덜떨어진 머저리를 다 봤나! 그렇다고 애정운을 거론하기 좋아하는 낭만적 사랑법, 그거 어디다 써먹게? 백날 아프로디테와 클레오파트라와 메르카단테와 베아트리체를 떠들어봐라. 숙녀들 근처에도 안 온다. 얼씬도 안 해. 그럼. 호박은 뭐 아무한테나 제 발로 굴러가는 줄 아시나? 연애사를 또 봐 봐. 남의 사정 봐주다 보니 한 동네 시아버지가 아홉이다. 마음 약하면 안된다니까 또 남자는 폼이래. 근데 광고를 봐 바, 모델마저 버겨운 옷이 있다 없다? 개폼. 똥폼. 노잼. 쉽게 말해 판세를 읽고 전망을 따질 줄 알아야지. 보아하니, 사슴을 쫓는 사냥꾼에게는 산이 보이지 않는다. 먹잇감을 포착한 사자에게 킬리만자로가 눈에 들어올 겨를이 어딨겠나. 근데 심지어 그 사자는 사흘 굶었어! 응? 그럼 뭘 해?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는, 끝끝내, 마침내 군침이 말라버렸다. 뭘 해도 재미없기에 앞서 별 생각이 없는 거지. 하긴 뭐 사랑의 부재라는 한파를 쓸쓸히 견디는 중년운. 뭐 썩 나쁜 것도 아니다. 중년? 누가 중년이래. 됐고. 잔머리 굴려봐야 결론 없다. 
    그래서 NB는 일단 양대 잡지사에 들렸다. 왜냐,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업무회의 마친 후 휴가를 떠나기 위해서. 그렇게 딱 그곳에 도착했는데. 
   「마라. 어째서 스테파니는 안 보이지?」
    저번에 봤을 때 얼굴이 푸르스름한 걸 보니 뭔가 수상쩍든데? 라는 말은 잘 참은 것일까 아닐까.
   「걔 내가 좀 쉬랬어. 특종 취재차 어디로 보냈거든. 너도 좀 생각을 해 봐. 걔가 글쎄, 어? 말 말자.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응? 그년이 웬 덜떨어진 허당한테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던 끝에 일을 엉망으로 하는 거 있지? 나 참 기가 막혀서! (절레절레)」
    그럼 오늘 사무실에서 본 가브리엘 얼굴이 파랗게 뜬 건 대체 뭔 징후지? 느낌 세했다. 뭔가 이상해서 nb는 귀에서 털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마라의 팔목이 새파란 게 그의 눈에 띄었다. 그는 서둘러 그녀의 소매를 걷어올려봤다. 
   「왜 그래? 내가 무슨 야성녀 발족회라도 열었을까 봐 그러니? 난 놀자족 아니다. 너 사람 잘못 짚었어. 알아?」
    이럴 수가! nb가 최근 집에서 양치질하며 거울을 볼 때 목부분이 유난히 파랬는데. 그 다음날 뜬금없이 고급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 
   「수석디자이너 엘레나. 걔 왜 그런다니? 무슨 동자승 맨머리라도 만졌다니?」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 진짠데. 그 내막을 얘기해줄까? 아니다. 마감일 전까지 입이 근질거려도 자중해야 돼. 그러니까 오빠도 조심해. 알아들었어?」
    뭐야, 정말이야? 그럼 저번주, 저저번주에 누가 얼굴이 유독 파랑게 보였더라? (딱)~!
   「에이비. 스누크. 테일러는 왜 요즘 안 보이니?」
   「에이비는 무슨 헤비메탈 밴드 조직해서 음반낸다면서 사표냈고. 스투크는... 나랑 다툰 다음 무단 결근중. 내일 나올 꺼야.」
   「안 나와.」
   「그걸 늬가 어떻게 알아?」
   「테일러는?」
   「단편영화 찍는다며 그만뒀지.」
   「그 뿐만이 아니야. 그럼 또 넌 뭣 때문에 프레야 옆구리를 꼬집었니. 단순히 장난이 아니던만. 너 프레야 때렸니?」
   「아니. 난... 그게 그러니까... 근데 늬가 그걸 다 어떻게 알아?」
   「프레야가 배꼽티 입던 날, 피부가, 배꼽 주위로 그 부분이 새파랗게 보였거든.」
   「너 정말... 에잇 설마...!」
   「너 혹시 돈 가진 거 좀 있니?」
   「그건 왜?」
   「세계적인 도박사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내기 하려고. 엘리스 내일 귀 뚫을 거야. 저 순둥이를 글쎄... 대체 누가 뽐뿌질한 거야? 쟤 순정은 내가 가르쳐야 하는데 누가 쟤 인생에 초를 친 거냐고. 어?」
   「너 진짜 신내림이라도 받았니? 와, 이런 미친...! 맙소사...」
    뿐인가? nb는 친구 스톨러리한테 복권을 사랬는데, 녀석이 복권을 사자마자 2등에 당첨됐다. 단순히 스톨러리 얼굴이 파랗게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무슨 사이렌처럼 깜박깜박했거든. 그렇다고 타일러 사례를 어찌 빼겠나. 어느 날 아지트에서 타일러 얼굴이 평소와 달리 새파랗게 보이갤래... 기분이 이상했지. 좋은 예감은 아니었으니까. 이건 또 대관절 뭔 징후일까 갸우뚱했거든. 근데 아니나다를까 글세... 이 얘기까진 차마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좋게 하지 말자. 그게 좋겠다. 기왕 말 나온 김에 싹 다 불어버릴 것처럼 떠벌릴 땐 또 언제고, 어? 신나게 들쑤시다가 발동 걸려 부추기고 탄력받아 남들 바쁜 귀를 펄럭이게 만들었다가. 뭐 이제 와서 그만하자고? 이 양반이 이거 돌았나? 그럴 수도 있고. 하도 조르고 조르고 또 졸라대서 못 들을 거일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정말 듣고 싶냐? ~라는 당부를 못 이긴 셈치고 알려줬더니 또 너 아직도 입방정 못 끊었녜. 정말 심각해보여서 여자들끼리 논의하고, 토론하며, 협의하던 끝에 참지 말자 알리자 꼭 핵심만 말해주자. ~라고 해서 걔 남편 수상한 거동을 알려줬더니 글쎄. 그 뒤로 걔랑 영원히 연락 끊김. 단절된 우정. 어차피 절교는 예상된 건가? 말해 뭐 하나. 사람 좋아 자상할 수도 있고. 유난히 호인이라 숙녀들이 반겨하기도 하는데. 성격 좋은 냥반들 결코 흔치 않다. 성급한 놈이 술값 먼저 내고 간다. 어른이 되면 간접화법과 직접화법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단 말이야. 야~ 팀장 나오라 그래, 나 울통벗어던졌어, 나 내일은 없어 팀장 나오라 그래... 안 봐도 알만 허다. 그래서 nb는 당분간 자발적으로 가택감금하기로 결정했다. 





    10

    겁나도록 애태우는 절정감 끊임없는 인생, 그건 드라마고. 장난감 가지고 놀 나이도 아니고 말이지, 우리 연배쯤 되면 혼자서 영화찍는 일도 재미없다. 물론 나는 고작 20대에 지나지 않는다만 말이 그렇단 거다. 순진한 주인공과 약삭빠른 조연들 즐비한 세상사. 그 거친 무대에서 그러니까 어른들이 닳아지고 세상만사에 부데끼다 보면 능글능글해지기 마련. 그렇다고 뭐 어떻게 한번 해 보겠다는 게 아니라, 여자를 자빠트리는 공상 우린 그런 거 취미 없다. 뭐, 생선 음식에 고양이 발 드나들듯 쓱? 아니 뭐 하러. 그러다 다 된 밥에 코 빠트린다.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본다. 피 맛을 알아버린 맹수 새끼, 무섭긴 하겠으나 다큐멘터리 한두 번 봤나? 여심을 떡 주무르듯 쥐락펴락 들었다놨다 그게 뭐가 어렵나. 뿐만 아니라 늑대 새끼가 똥개 밑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 심지어 조그만 화분에 거미를 키워봐도 알 수 있다. 날것을 잡아먹고 사는 야생마. 근데 거미줄에 설탕을 뿌려봤더니... 흑설탕, 갈색 설탕, 흰 설탕. 거미는 신세계를 만난 셈. 설마... 여자도 그처럼 남자에 환장... 뭣이 어째? 워 워 워. 좌우지간 그렇게 기성복을 입고 경주마처럼 질주하며 나이들기 마련인데. 여심을 실측할 필요도 없이 투시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여자말 번역기 고장난 진공청소기 같은 인생, 설마 벌써 갱년기? 뭔지는 몰라도 혹시 모를 실망감 때문에 섣부른 기대는 금물. 하여 난 달콤한 예감 그거 함부로 타석에 들이지 않는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타석엔 누가 있어도 있으니까. 근데 난 어쩌다 이처럼 능청스러워졌지? 장난꾸러기 축에도 못 끼는 삶이었는데 아니 어쩌다가! 떠안기에 부담스러운 사색가라는 호칭, 어쩌면 뜬금없는 공상 때문에 너무 민감한 탓일 수도. 어쩌면? 아마도, 가 아니다에 절반 걸어도 됨.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난 어쨌든 시인이 아니다. 샤우트 창법과 바이브레이션 둘 다 가능하긴 하나. 대중예술 관심없다. 얼굴 팔리기 싫어하는데 딸랑딸랑 조명발을 뭐 한다고 부러워하겠나. 근데 너스레 빽넘버는 교체될 적기를 아직도 모르나? 아마도 이제는 행복업에서 은퇴할 때가 된 거 같다. 뭇여성들의 러브콜 다 귀찮아졌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허세 의존성향 더 이상 세계허세대회에서 먹히질 않는다. 허영심 대회에서 예선탈락할 때가 좋았던 거라고. 통장잔고 부족, 손님 한도 초과입니다 다른 카드 없으실까요, 신용카드 돌려막기. (절레절레)! 결론적으로 무의미한 마법사가 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인데. 그게 다 사는 동안 뜬구름잡는 허상을 과도하게 탐했던 탓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리 그래도 오락산업에 통 애정을 못 느끼는데 이제 어쩌지? 게다가 품위유지비 바닥. 심지어 커피까지 당기지 않아. 마침내 나는 늙은 거다. 이런, 젠장! 나이트클럽 같은 밤문화에 딱히 남다른 애착을 소유한 적은 없다만. 어떻게, 지금이라도 한물간 극장식 카바레라도 기웃거려봐야 할까? 카바레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사랑하는 숙녀를 자빠트리겠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심함 지긋지긋하다 그냥. 백치미? 저리 가라. 애교마? 저리 비켜. 모르긴 몰라도 있을 듯 말 듯 있긴 있었던 야성미마저 썩었다. 그런데 카리스마가 다 웬말인가. 그러면 말이다 뭐랄까 많긴 많겠으나 그 가운데 하나 못해본 걸 뽑는다 치면. 이제 와서 던킨도넛, 맥도날드, 버거팅 아르바이트하기? 베스킨라빈스 점주가 낫겠다. 이거 정말 여자의 마음을 녹여주고 싶어하는 젊은이들한테 좋은 거 가르쳐주고 있네. 그러니까 초딩한테 상욕을 얻어들었지. (절레절레) 소망은 더렵혀졌다. 낭만감은 퇴색했다. 열정은 늙었다. 야망은 퍼졌다. 미소는 상했어. 것도 팍 상했어. 맹렬한 짝사랑복 그저 꿈일 뿐이다. 군침도 말랐다. 놀기도 싫증났다.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간지 옛날. 친구도 없다. 그러니 사교라고 있겠나. 사랑도 끝났다. 투정만 끝없다. 바람이 분다. 그래? 그러라 그래. 다변이여, 멈추어다오. 날씨가 추워진다. 현란한 혀놀림 멈출 때도 됐다. 일이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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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76

from 소설 2020. 10. 15. 16:11

    1

    올 것이 왔다. 진짜? 뻥이다. 때이른 풋사과가 호박처럼 제 발로 굴러오는 일. 그럼 안되나?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말 말자. 숙녀에게 나이를 뭐 하러 묻나. 나대지 말란다고 순종적으로 말 들으실 분인가. 나서기 좋아한다는데 잔말 말고 따라가 드려야지. 우린 퍽 매정한 촌닭은 아니거든. 근데 그게 불여우든 순정파든 눈씻고 찾아봐도 아무도 없다. 내 이럴 줄 알았다. 플레이보이계에서 참 좋은 거 배운 결과다. 그럼 난 정말 인생에서 배운 게 다 그저그렇단 말인가? 그러거나 아니거나 결과적으로 가난하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게 중요하지. 그럼. 보아하니 넌 나의 유일한 기쁨이니 환생한 거 같다는 둥 다 뻥이다. 오빠 한번 믿어봐? 두고 보면 안다. 세상사가 흔히 그렇다. 기왕 말 나온 김에 한번 물어봅시다. 필자 맘대로 우리 조금은 친해졌다고 가정하고 말이오. 그러니까 말이지, 속는 셈 치고 행복업자한테 투자해서 과연 어떻게 됐나요?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렇다니까 글쎄. 그래서 우리는 엉덩이가 무겁다. 입은 더 무겁다. 간질간질 응애응애 삐악삐악 잔베팅 잘 하지 않는단 말이다. 결국 홈런 아니면 뻔트! 그런 양반께서 왜 지금... (절레절레). 안다. 응석 지긋지긋하다는 걸. 투정 저급하단 거 어찌 모르겠나. 허나 야전을 누빈 노장의 관록미, 쏙 빼닮지는 못했을지언정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했으니 만큼. 따라서 우리는 인생의 비밀 대충은 알고 있다. 팔랑귀 구워삶는 거 우리보다 더 전문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큰소리 떵떵...치기에 앞서. 왜 갑자기 귀가 간지럽지? 그러게 말이야. 그러든 어쩌든 마이크 잡은 김에 남자라는 동물에 대해 소상히 알려드릴까 말까.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숙녀에 대해 낱낱히 보고하면... 아아 그냥 하지 말자. 딱 괴로운 게 그거니까. 그러니까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아 글쎄 됐다니까 증말. 거 참 말귀 못 알아들으시네 그려. 근데 내가 뭔 얘기를 하던 중이었지? 몰라.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어쨌든 사랑론 다 필요없다. 어른들 농담삼아 하시는 말씀마따나 자식놈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 하시지 않나. 우리는 여자보기를 돌맹이 보듯 한다. 안 그래도 말수 없고 돈 없고 안 웃긴 남자를 누가 좋아하나. 할 말도 떨어진지 오래. 마감일에 치어사는 인생. 그래도 단 몇 명에 불과한 애호가들께 무정할 수야 있나. 다정한 남자로 자부하여도 여자들한테 인기 없을지언정 그분들께 그래서는 안되지. 하여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라는 연재 분량. 알고 보면 난 또 뭐라고! 뭣어 어째? 뭐가 어쩌고 어째? 농담이고.
    좌우지간 이제 정말 환상머신과 이별한 것일까? 무도회는 끝났다. 바보들의 행진조차 초대받지 못했다. 사랑은 없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낼모레 환갑인데도 불구하고 여자를 한번도 사겨보지 못했는데, 어? 사랑이 아름다운지 더러운지 우리가 어떻게 아나. 몰라. 오빠도 똑같아 = 여자는 다 그래. 단지 그 정도? 재미없다. 그런 거 알아서 뭐 하게. 늬가 드디여 미쳤구나? 라는 농담따먹기 오갈 친구도 없다. 먼저 연락 안 하는 친구 특징... 내가 저렇게 20년 살고 나니 친구 1명 남았다. ~라는 분 비꼬는 게 아니라 그분 성격도 알만 하다.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마우스동호회를 기웃거리고, 스트라이더 동호회 모임까지 나갔지. 그럼 정말 때가 때인 만큼 엑스트라의 제왕으로 우뚝 서기? 누구 맘대로. 신부들러리랑 백댄서는 뭐 아무나 시켜주간디? 허접한 러브콜조차 딱 끊겼다. 근데 난 말수없는 남자인데 거 어째서 마네킹이 앵무새나 된 것마냥 나불대고 있지? 유쾌한 탐색전 구경도 못하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타로점 보고 수소문해서 용한 점쟁이를 찾아가면 뭘 해. (느낌이겠으나) 먼 점쟁이가 더 용하다? 그래 봤자 타고난 팔자 못 고친다. 그분들한테 훈수받고 난다긴다하는 만담가들한테 조언들어서 운이 트일 거 같으면 이 세상에 행운아 아닌 사람 하나도 없겠다. 아니 그런가? 그러던 어느 날. 정말 거짓말처럼 마치 영화처럼 흡사 꿈결처럼 말이다. 난 어떤 황홀한 숙녀에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난 그녀와 홀딱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정말로? 뻥이다. 다 뻥. 개 뻥. 우리한테 애인이 어딨나. 남은 건 넉살. 푸념만 늘었다. 바텐더도 더 이상 우리를 반기지 않는다. 허당인 거 딱 탄로났는데 친한 웨이트레스 표정 보면 안다. 그런 의미에서 난 둔갑술을 익혔지. 허허허. 허나 변장술 허접해서 써먹지 않으니 다 까먹었다. 때문에 난 사교계에서 잊혀진 남자 축에도 못 낀다. 듣고 보니 재밌다고? 재밌긴 뭐가 재밌어. 그러지 말고 일단 뽀뽀부터 하고 시작하자. 뭐? 이 사람이... 이 양반 상태가 많이 안 좋네... 선생 거 참 방황 많이 아셨구나... 쟤 대체 왜 저래? ~라는 말 들을까봐 겁나기에 앞서 이미 난 찍혀버린 거다. 여 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라는 안내문 괜히 공지했겠나. (절레절레)! 
    근데 여긴 대체 어디지? 밑도 끝도 없이 혼잣말하다 내가 대체 어디까지 와버린 거지? 나는 놀기도 싫증나고 일하기도 재미없어서 사무실 근처를 산책한다는 게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거다.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은 물론 심지어 혼잣말까지 긴 대사. 근데 저 앞에는 웬 간판에 씌여진 글씨가 제법 짧지 않네? 그건 이랬다. 





    2

    어디로 갈지 모르는 가상머신.
    뭐라고? 뭐 딱히 흥미로운 일도 없는데 일단 들어가보기로 하지. 그래서 딱 들어가려는데 인공지능 목소리가 들렸다. 돈을 투입구에 넣고 어쩌고저쩌고 하라는 거였다. 나는 짜증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단지 순순히 따르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절차를 거쳐 딱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내부는 뭐랄까 TV에서 보면 투명 케이블카 있지 않나. 바닥이 훤히 보여서 저 아래 깨알같은 장면이 그대로 보이는. 근데 이상한 게 뭐냐, 바닥을 축으로 나와 180도 방향만 다를 뿐. 뭐 어디서 잘 본따 만들었네. 제법 그럴 듯해. 투자 대비 수익, 뭐가 나올지 모르는 자판기처럼 썩 나쁘지 않음. 때문에 잠깐 즐기고 딱 나가려는데. 출구 바깥으로 웬 회전문이 보였다. 내부가 언뜻언뜻 보일락 말락. 대충 둘러보고 나가기 뭐 해서 마저 보고가지 뭐. 그렇게 딱 옆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Vivaldi / Recorder Concerto in c minor RV441 방금 전 180도 거꾸로 보았던 그 장면이 있는 그대로. 그건 뭐라고나 해야 할까, 허름한 술집에 걸려진 달력에 보면 유난히 야한 모델이랄지 멋진 풍경 있지 않나. 조는 술친구 옆으로 그 모델이 슥 나타나는 일, 연출일 테지만. 그 멋진 풍경 달력을 보며 최면에 빠져버린다는 게 그냥 환상의 영역까지 건너가버렸다고나 할까? 꽤 정교했다. 홀로그램 기술 좋다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혼자 보기 아까우니까 말이다. 이처럼 감탄함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왜 갑자기 가녀린 신경질이 나는 거지? 믿기지 않을 환영 그게 가짜가 아니므로? 아니면 뭐 정말로 저 끝까지 가보고 싶은데, 뿌리치기 힘든 유혹에 못 이긴 척 따라가기엔 내가 너무 새가슴이라서? 어쩌면 슥 한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둥 마는 둥 그걸로 줄거리 알아버렸기 때문일 수도. 설계자의 의도는 가상머신 속 진짜 모험을 체험해보라는 권유...가 아니라. 아마도 가상머신 내부 건너편엔 또 다른 뭔가가 기다릴 거라는 예고. 예감하지 못할 만큼 난 순진하진 않은 걸로. 이대로 내 앞의 정경을 탐사하다가는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고. 그런다고 영화처럼 예측하지 못한 악당한테 쫓길 리는 없을 것 같고. 추정컨대 가상머신 내부 건너편을 꼭 확인해봐야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회전문을 나와 그쪽으로 갔다. 거긴 나일론이나 폴리우레탄 장판 같은 소재가 가로 5~10cm 세로는 천장 고정이요 하단 허벅지 정도까지. 하여 시원한 바람이 불면 내부가 보일 듯 말 듯 야시시. 뭐야 이거 고급 살롱이야 뭐야. 일단 들어가볼까? 야, 거긴 하다 하다 똑같은 장면이 90도로 눞혀져 있었다. 물론 내게는 그 구도일 테지만 그쪽 입장은 그 방향이 정상적인 중력. 그러니까 이건, 거꾸로 → 정면도 → 측면도? 난 최근 몇몇 새옷을 구입하느라 익숙한 습관, 즉 즉각 행동하기보다 시간을 벌어 신중히 구입하는 소비처럼. 우선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 가상머신을 모두 결산봐버리면 결국 섭섭한 결말 뻔할 것만 같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껴두었다가 좀 더 극적인 신비감을 체감하고야 말겠다는 추산, 없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난 일단 '어디로 갈지 모르는 가상머신'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일단 철수. 





    3

    그 후 나는 어떻게 했을까? 여기서 낯설게 하기, 미술 수업에서 배우는 용어들처럼 드라마 편집 기법으로 요약해 설명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숱하게 듣고 보며 알고 빤히 예상 못할 수 없는 줄거리 구간이니까. 그 지겨운 2막을 무슨 20막으로 늘일 일 있나. 
    그렇게 나는 친구를 가상머신에 데리고 갔다. 결과는? 가상머신 하우스는 사라졌다. 친구녀석 반응은 생략하기로. 
    나중 또 나 혼자서도 그곳에 가봤다. 못 잊어서? 혹시 모르니까. 그렇다고 없어진 가상머신이 돌아왔겠나. 
    끝났네. 환상 시작도 하기 전에. 잊어. 덮자. 결국 정답은 기다리기로. 
    잡히지 않는 고매한 이상, 애초에 없었다. 머저리 같은 생각 겁나게 지겹다. 아니, 내가 원래 미련곰탱이. 그러다 TV 드라마를 한번 봐볼까 했는데 결과는, 난 또 뭐라고! 자, 그럼 이제 정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볼까? 남들이 듣고 짜증낼 뻥 증말 징글징글하다. 재미 하나도 없다. 색다른 관심사가 어딨어. 취미가 없으니 애착하는 장비발도 없다. 신나는 뭔가를 모색하고자 밖에 나가봐야 별볼일 없음.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허당운이라고나 할까? 3분의 마법을 들어도 마음은 들썩거리지 않으니. 때문에 그럼 난 정말 늙어버린 걸까? 우리는 커피 없으면 못 산다. 뻥이다. 커피가 당기지 않는 것도 아마... 짐작은 간다. 뭐 슬럼프가 아예 평균이 될거라는 징후는 아니겠지. 근데 정말 더럽게 심심함만 지속되면 그때 난 정말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누가 환영하든 말든 기분은 꽝. 예감은 옅음. 전성기 있지도 않았음. 청춘은 끝남? 사랑은 없음. 쾌락은 짧다. 아예 욕망부터 바닥. 만족과 안 친함. 투정만 늘어. 그런다고 누가 넉살대회에 등떠밀어준대? 능청도 지친다. 능글능글도 퍼졌다. 불끈불끈에서 멀어짐. 가슴만 두근두근. 그래 봐야 권태와 타성뿐. 만사가 귀찮음. 연애감은 더 둔화하기 어렵도록 망가짐. 분위기가 이러니 기발한 착상이 뭔 말인야. 여자말 번역기는 증말 심각한 수준. 이러니 무슨 환상머신을 꿈꾸며 여심을 쥐락펴락? 말도 안된다. 허영심을 밀고 당길려다 다들 피하기 마련. 허영심녀한테 쥐어터지지나 않으면 다행. 따라서 이제 정말 절박한 시기이니 만큼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는데. 근데 뒷패는 진즉 바닥났는데 어쩌라고. 뭘 어째. 그래서... 때가 아니다. 좀 더 재미없어져 봐야, 아니. 폴짝 뛰기 전 움츠린 개구리처럼. 일단 생각 좀 하자. 속 없단 소리 섣불리 듣지 말고. 툭하면 못 말려, 걸핏하면 나대지 마. 바로 그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나는 가상머신 관련 서적을 몽땅 샀다. 자료조사 의뢰도 고액에 맡겼다. 인터넷을 파헤쳤다. 오랫만에 독학을 시작했던 것이다. 





    4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한 정력감퇴, 확인할 길 없음에 앞서 시험을 어찌 하나. 사랑론에 대한 논점을 흐리는 허풍만 난무하는 공상. 누구 하나 듣고 싶지도 않음. 하긴 타인의 허영심 일기장을 뭇남성들이 굳이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건 그렇다만 헛된 꿈과 거품같은 쾌감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오락산업, 또 없이 살기엔 너무 무미건조할 수도 있다. 허나 시간낭비야말로 막대한 비용. 공짜만큼 비싼 건 없다고 봐도 된다. 근데 또 이상한 게 잡생각을 줄인다고 해서 당장 야망이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대망보다 소망을 편애하는 게 낫긴 나은데. 그래 봐야 마침표는 결국 운발이 크나크게 작용하므로. 따라서 결국 내 인생 성적표는 통장잔고 부족이요 연애사 현황은 극심한 가뭄. (절레절레) 뭘 해도 재미없음, 뭘 해도 성과없음. 마침내 전자와 후자를 양쪽에 꿰찬 건가? 그거 받고 뭘 하나 더 얹어야 트리플크라운이 완성될까? 완성은 무슨, 그게 뭔 자랑이라고! 그럼 기왕 쉬어간 김에 사랑의 불경기이니만큼 연애론 같은 거 대충 써서 유명해져볼까? 우리는 얼굴 팔리는 거 싫어한다. 내가 그 쉬운 작업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하오나 숙녀들한테 커피 무한대로 사줘봐야 나중 연락 끊기고, 대중의 기억 속에 안착해봐야 귀찮기 밖에 더 하나. 명테너든 전설적인 바리톤이든 여자의 마음이야 오페라 아리아 제목일 뿐이고. 우리는 남자! 어? 캬- 남자. 그래서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 놀고 있다. 웃기시네. 미치긴 누가 미쳐. 미침 어지간히 좋아하시다고 글쎄. 오늘은 또 누구누구한테 홀딱 반했더라? 뭐 툭하면 환장? 어허. 그래가지고 어떻게 환상머신을 완성하겠나. 여심을 만족시켜도 일이 될까 말까인데. 하여간에 희망의 웜홀머신은 미완성으로 남겨놓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아니 내내 운명처럼 껴안고 살지 않을 수 없는 마감일 걱정이나 하는 수밖에. 
    그래서 나는 또 어딘가 은둔처로 떠나기로 했다. 거긴 당연히 로버트를 닦달해서 끝끝내 녀석을 추궁한 결과 알아낸 별장이다. 그동안 물색해둔 저 비밀장소는 그 어디에도 발설하지 않았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으니까. 근데 왜 하필 이 때냐, 논리적으로 썩 나쁜 시기도 아니거든. 물론 그대는 정녕 누구시기에 로버트를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 거지, 라는 의문점 있을 수도 있는데. 그냥 대충 그렇다고 보면 된다. 당신은 대체 뭐 하는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여성잡지 얼마 팔리지도 않는다. 미스테리아 언제 있었는지도 모를 텐데 걔네들 운영자들도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 근데 난 어쩌다 이렇듯 유령작가 라는 직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더라? 그걸 알면 무명과 친했겠나 품위유지비에 허덕이기를 즐겨하겠나. 어쨌든 난 떠났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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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어디 멀리 떠났을까? 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 또 어차피 귀찮다. 집 떠나면 고생. 필경 난 장외홈런보다 뻔트를 좋아한다는 걸 어찌 숨기나. 어쨌든 내가 도착한 비밀스런 장소는 다름 아니라 아지트였다. (절레절레) 내부에 별다른 새로움은 없었다. 대화 상대로 때마침 크리스탈이 있었고. 
   「오빠 어디 갔었어? 얼굴 보기 힘드네.」
   「무슨 소리야, 여기 출석률 내가 1위인 거 몰라? 너가 바쁘니까 그렇지. 나 인기없단 걸 꼭 그렇게 표현해야 할까? 비교된다.」
   「왜, 그럼 오빠 나한테 묻어가는 거 어떠슈?」
   「묻, 뭐? 너한테?」
   「아니다. 오빠가 무능력하기를 하나 자존심이 없나. 그래도 슬럼프 탈출하기 힘들면 말하셔. 내 친구 소개시켜줄께.」
   「뻥치지 마. 안 속아.」
   「그럼 어떻게 깔삼한 숙녀 내가 대신 꼬셔줄까?」
   「뭣이 어째?」
   「왜, 쌈빡한 건수 환영하고 싶어도 통 오지를 않잖아.」
   「너처럼 고상한 여인이 어쩌다 그리도 아줌마 정통 통속화법을... 내 사정 빤히 알면서, 어? 설마 쟤가 나한테 배운 건가... 이보다 더 허접한 궤변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진짜로 너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아니면 내 입이 방정인 건가.」
   「나 남자친구 없는 거 알면서. 그러지 말고 뭐 재미난 일 있으면 하나 털어놔 바.」
   「다짜고짜 명령조냐 넌 친애하는 오빠한테?」
   「왜겠어. 왜냐하면 남달리 왕성한 호기심 시든지 오래니까.」
   「근데 너 정말 아까부터 꼭 남자처럼 말하네. 너 남자가 그렇게 좋냐?」
   「내가 뭐 오빠처럼 여자에 환장하는 그런 빽넘버인 줄 알어? 좋은 말로 할 때 웃기지 마. 하나도 안 웃기니까. 오빠 재미없어진지 오래 됐거든.」
   「뭐라고? 허당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못 꼬시는 여자 빼고 다 꼬신다. 말만 해. 너가 찍으면 이 오빠가 싹 다 꼬셔줄께.」
   「뭐라고? 뭣이 어째?」
   「아, 증말! 따라하지 마.」
   「따라하지 마. 식상하다. 그러니까 여태 혼자지. 그나저나 늑대가 애걸하는 이상은 무엇일까? 여우가 갈망하는 행복감 논해 뭐 하나.」
   「너 봄타니? 근데 지금 가을인데.」
   「알아. 근데 오빠 자칭 가을남자라면서 패션이 그게 뭐니? 응? 자네 표정이 왜 그래? 어? 넌 정체가 대체 뭐야?」
    그처럼 말 같지도 않은 덤앤더머 대화는 대충 마무리됐다 치고. 곧이어 나는 저번에 봤던 어디로 갈지 모르는 가상머신에 대해 그녀한테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근데 반응을 보니 퍽 싫어하지 않는 눈친데? 먹이를 탐내는 고기는 잡힌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못난 놈이 잘난 체 모르는 놈이 아는 체 없는 놈이 있는 체한다. 아니, 아니 것도 아니고. 그 말이 아니라. 
   「그래서 오빠 마음이 뒤숭숭하시다? 우중충한 표정이야 다 아는 거고.」
   「그래서 말인데, 있잖아. 그게 그러니까 내가 뭔가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아, 쫌! 할 말 까먹었잖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농담이야. 나 때문이야. 아니야. 몰라.」
   「오빠. 나한테 맞고 싶어? 백댄서 양말에 빵구난 얘기 그만 좀 하자. 응?」
   「이거 하나만 더. 앞서 말한 일 때문에, 있지. 있잖아. 응? 들어 봐. 금방 끝나. 들어보라고.」
   「아, 듣고 있어.」
   「말하자면 그 때문에 난 드문드문 사물이 비틀어져 보인다고나 할까? 전에 다 똑바로 보이던 것들이 말이야. 약간 (몸짓) 이렇게. 살짝. 기우뚱. 응? 뭔 말인지 알지?」
   「오빠. 오빠 고개가 삐딱하네. 그니까 기울어 보이지. 어딜 쳐다 봐? 몇 시 방향인데. 볼 데가 많으니까 그렇지. 한눈팔기 그거 오빠 특기잖아. 늘상 먹잇감 안 나타나나 레이다는 상시 풀가동. 어? 오빠 사진관에 가서 사진 찍어봤지? 딱 그때 사진사 아저씨가 오빠한테 뭐랬어? 어? 고개 똑바로! 자세 잡아줬어, 안 그랬어? 어? 오빠 고개가 쳐져서 일부러 틀어보는구만 그래.」
   「넌... 넌... 거...」





    5

    다음 날이 됐다. 나는 모스맨 연구소로 놀러갔다. 차마 미련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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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뭐야. 또 너냐?」
   「넌 또 뭐야?」
   「너 말고 고위급 없어? 너 언제부터 여기서 일해? 나한테 귀뜸이라도 해줬어야지.」
   「왜, 너가 나 더 좋은데 꼿아줄 수 있는데. 또 그런 헛소리하시게? 됐다.」
   「야, 에드워드. 넌 내가 키운 거나 마찬가지야. 알아?」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엎어키웠지. 말은 바로 하자.」
   「근데 우리 언제 철들까? 아직도 이처럼 꺼벙한 말장난 계속 해야 하냐?」
   「그게 다 너 때문이야. 난 안 그러고 싶은데 자꾸 너한테 말리는데 그럼 난 어떡하냐. 응? 너가 속차리면 다 돼. 어?」
   「속 없는 건 너도 마찬가지야. 엉뚱함이든 허영심이든 난 너한테 상대도 안돼. 알아?」
   「몰라. 근데 웬일로 납셨냐?」
   「웬일은. 너네 웜홀머신 테스트나 할겸해서 왔지 뭐.」
   「그거 완전체 될 가능성 희박하다는 거 늬가 더 잘 알잖아. 웜홀머신 영원한 미완성품으로 남을 꺼야. 우리도 손놨어.」
   「뭐? 그럼 안돼. 내가 부탁할께. 3일전으로 날 보내줘. 딱 15분만 놀고 올께.」
   「그게 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되든 안되든 임상실험 내가 해줄께. 좋든 싫든 그거 밑그림 그린 거 나다 너. 알지? 그 최초 기획자는 바로 나란 말이야.」
   「아는데. 아 참 나 이거 증말... 이제 이거 완전히 폐기된 프로젝트거든. 언제 고물상으로 넘기든가 할 거야 진짜.」
   「넘기긴 왜 넘겨 이걸. 어? 얘가 돌았나 미쳤나. 어?」
   「왜, 과거로 돌아가서 꼬시고 싶은 여자라도 있냐?」
   「나 여자 관심없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알만한 친구가 거 어째 내 속을 몰라줘, 어?」
   「너도 알겠지만 웜홀머신은 타임머신이 아니야. 근데 왜 그래?」
   「그럼 넌 뭐 우머나이저냐? 나도 터미네이터가 아니야. 누가 저게 환상머신이래?」
   「너 또 시작했냐?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 그만 좀 하라니까 글쎄. 날 좀 내버려 둬.」
   「내 말 좀 들어봐,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듣긴 뭘 들어. 안된다니까 증말.」
   「잔말 말고 듣기만 해. 너한테 좋은 얘기니까. 너 여성환상 1.5에서 누구 마음에 드는 애 있어? 걔네들 내가 꽉 잡고 있다는 거. 알아, 몰라?」
   「어허! 너랑 나랑 보통 사이냐? 사람 섭섭하게 왜 그래? 나 그렇게 속좁은 남자 아니다. 응? 내가 일부러 너 생각해서 생각 한번이라도 더 하도록 밑밥 깐 거 몰라? 알아, 몰라? 다 나나 되니까,」
   「생색은 그러고 보면 늬가 나보다 한수 위다. 인정!」
    그렇게 나는 웜홀머신으로 들어갔다. 기어서, 가 아니라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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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ch / Magnificat BWV243
    그 외 조명 번쩍번쩍. 효과음 퐁퐁. 진동 두근두근. 황홀함 으리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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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느긋하게 웜홀머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것 봐, 내가 안된다 그랬자나. 내가 말했을 때 들었어야지.」





    6

    뻔뻔스러운 무료함. 한심한 지루함. 끝내주는 진부함. 뭘 해도 재미없다. 항상 따분하다. 늘 그랬다. 언제나 그렇지 뭘. 재미없지 않으면 그게 이상할 뿐. 그렇다고 이대로 더욱더 심심해지도록 방관만 해야 할까? 허나 타락마를 탈 수는 없다. 허당이기는 하나 막살기는 싫단 말이다. 그럼 어떻게 변화를 시도할까? 욕구불만이 지속된 끝에 성욕마저 바닥. 새로움에 대한 의욕은 비리비리. 이처럼 싫증과 변심이 양쪽에서 포박한 일상. 대체 어떻게 타개한담? 근데 굳이 꼭 일부러 능동적으로 나설 필요 있나. 피동적으로 행운이 스스로 찾아오던가, 아니면 때 되면 알아서 탄력받겠지. 긍정적인 소녀감성마따나 아저씨 낙관주의가 딴 게 아니니까 말이다. 맞다. 그렇다. 다정한 마음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기 마련. 정말 그렇다. 물론 말만 그렇다. 이 나이에 곧이곧대로 남의 다 믿으라고? 팔랑귀가 인생을 그 어디로 끌고 갈지 말도 못한다. 그래도 아마 끝나버린 짝사랑복 눈부시게 부활할지 예쁘도록 환생할지 또 혹시 모른다. 흐흠. 허허허. 호호호. 빼곡한 일정은 다정하다. 뻥이다. 갈 데도 없고 핸드폰 있어 봤자다. 그래도 말이다 음..음. 사는 건 뭐랄까 꽤 즐거운 일이다. 진짜로? 뻥이다. 케케묵은 소원과 구식탱탱묵은 대망은 잊혀진지 오래다. 이처럼 아찔한 아름다움 매혹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개 뻥. 숱하게 많을 뿐. 여성잡지2 말마따나 같이 살아보면 알게 된다고도 한다지?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그건 그렇고. 말 꼬리에 붙은 파리가 천리를 간다는데. 어디 은근슬쩍 환상적인 모험에 묻어갈 일 없을까? 있을 턱이 있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바램. 매가 꿩을 잡아 주고 싶어서 잡아 주나? 남 좋은 일을 왜 하나. 예술적인 광고가 어디 소비자 생각해줘서 허상을 예쁘게 포장하냔 말이다. 다 지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어쨌든, 늬가 드디어 미쳤구나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구나! ~라는 대사 현실에서 읊을 기회가 없다는 거만 알면 된다. 엑스트라 누가 시켜주지도 않는다. 신부들러리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병풍도 다 병풍 나름. 공짜로 우주여행을 어떻게 하나? 어차피 간접경험도 그저그렇다. 그렇듯 소망은 썩었다. 미소는 곯았다. 사과는 풋풋하다. 환상머신은 나쁘다. 멜로드라마 더럽게 재미없다.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따라서 나는... 나는... 모스맨 연구소를 재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뭔가 있을 것 같거든. 그게 뭔지는 몰라도 어딘가 수상해. 어떤 낌새가 엿보이지는 않는다만.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의뭉스럽다고. 너무 혹하면 그건 꾀임이고. 왠지 끌리는 마성의 기운이라고나 할까? 그런 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말까. 꼭 그처럼 억지로 갖다붙이는 직감이 아니라도 내가 그곳에 가야 할 이유는 많았다. 굳이 여자의 육감을 빌릴 필요가 뭐 있나. 풍운아의 경기감각 딱 보면 감 온다. 그런즉슨 갈고닦은 잔꾀가 녹슬지 않도록 무던해 애를 쓰던 시절은 지났다. 젊음은 끝났다? 그게 아니라. 제7의 전성기에 대한 열망이 마음대로 쓱 고개를 들었을 뿐. 인생이란 곧 재미없음과 심심함 가운데 몇몇 뻔트가 우리를 달래주는 것. ~이 아니라고 썩 부정하기도 다 귀찮으니까. 근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결코 바닥날 일 없는 다변가의 할 말, 상상만해도 멈칫하기 마련. 바로 그 수다쟁이가 나이면 곤란하므로, 따라서 나는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모스맨 연구소에 놀러가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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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에드워드 밖에 없었다. 뭔고 하니 굳이 설명 듣지 않아도 알만 했다. 걔네는 모스맨 연구소 2 즉 신사옥을 새로 만들어 나갔고 구닥다리는 에드워드한테 헐값에 넘긴거고. 딱 봐도 그랬다. 어리숙한 녀석. 어디서 내숭을. 우리끼리 할 얘기가 더 남은 거도 아니고. 사소한 말장난 옮기기는 난처하고. 하여 중간 과정 생략하고 어떻게 내가 녀석을 구워삶았다치고. 
   「웜홀머신은 포기했다만. 너 저기 한번 들어가볼래?」
   「저건 또 뭔데?」
   「들어가 보면 알아. 너 나 알지?」
   「너 나 믿냐?」
   「나 여자 좋아한다.」
   「그럼 난 남자 좋아하냐?」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
   「에드워드. 난 아니다. 난 아니야.」
   「누가 아니야. 지금 그 얘기가 아니라니까. 늬가 그래서 여자가 없는 거야. 넌 그러니까 뭘 해도 안된다고. 잔말말고 어서 들어가기나 해.」
   「근데 최소한의 설명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니니? 저게 무슨 핀란드식 사우나야 아니면 비너스 감성머신이야, 응?」
   「너무 많이 알면 재미없어.」
    그렇게 나는 이름 모를 대형 상자로 걸어들어갔다. 
    결과는? 역시나 달력에서 봤던 멋진 풍경. 시력측정기에 보이는 화면. 마이크로소프트 구형 윈도우 초기 배경화면. 기타 등등. 향기는 샤넬 넘버 5? 윽 촌스러워. Handel / 명랑한 사람, 슬픈 사람, 온화한 사람 HWV 55. "내 말 들리니?" 에드워드의 말은 에코로 처리됨. 진동은 무엇을 닮음. 기타 효과음 끝장. 한데 여기서 끝이냐? 그럴 리는 없다. 바로 그때 뭔가 변화가 일어났다. 한때 내가 믿었던 세계7대 불가사의 같은 일이라고나 할까? 능청 작작 좀 부리고. 사실만 간략히 말하자면 이랬다. 정말 초미세 실사화라서 정말 손을 뻗고, 걸어가서 느껴보려던 그 정경이. 초침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자시계말고 아날로그 시계의 초침은 크게 나누어 2가지로 나뉜다. 째깍째깍, 부드러움 바늘 움직임으로. 이번에는 후자였다. 그러니 내 정신이 온전함에서 심신분리로 바뀌지 않고 배겨? 슬슬 난 저절로 유체이탈에 탄력받고 말았다. 그렇게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7

    어디서 깨어났지? 더 이상 공간이동은 없었다. 말도 안되지. 뭐 웜홀머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몇몇 비밀스런 줄거리는 몽땅 진실이었으나. 그거 빼고 나머지는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면 그때 판단하기로 하고. 아무튼 세상사가 그렇다. 문 연 놈이 문 닫는다. 근데 내가 실험기 안에서 깜빡 잠이 들어기 때문에 이번에는 에드워드가 날 깨웠다.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어쩌고저쩌고. (때로는) 무대책이 상책이다. 나는 계속 자는 척했다. 그러니 또 녀석은 너 자는 척하는 거 다 안다나 뭐래나. 그러게, 어? 그러니까 말이지 녀석은 완성시키라는 웜홀머신은 내버려둔 채 이게 뭐냐고. 차 떼고 포 떼고 거의 성공할 듯 말 듯 말만 미완이지 거의 완성된 거나 다름없던 환상머신. 내가 아는 자료를 모두 전수해줬으면 뭐 하나 만들 때도 됐겠다. 근데 걔는 날이면 날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못된 고양이 잡으라는 쥐는 안 잡고 씨암탉만 잡는다고 알만 하다 알만 해. 그렇게 나는 실험기계에서 딱 나왔다. 근데 내가 나오자마자 저기 저 웜홀머신에서 웬 개가 한마리 걸어나오네? 거의 나랑 간발의 차이로. 견종은 비글이었다. 
   「에드워드. 너 비글 키우니? 아니, 언제부터?」
   「나 개 안 키워. 나도 처음 보는 앤데.」
   「너가 쟤를 처음 본다고?」
   「너도 그렇지? 나도 그래.」
   「뭐가 그래!? 어? 너한테 비글이 웬말이니. 너랑 비글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넌 불독이 어울려. 것도 정통 불독. 톰과 제리에 나오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뭘 그렇게 생각해? 나 쟤 처음 본다니까 글쎄. 거 참...」
   「정말이야? 그럼 쟤가 저기 어떻게 들어갔는데?」
   「나도 모르지.」
   「저 안에... 너 아까 그랬잖아. 웜홀머신 작동 안된다고.」
   「그랬지. 그랬어. 누가 아니래? 난 뻥 안 쳐. 나는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왜 그래?」
   「그게 그러니까 저 비글은 밖에서 이곳으로 들어오지는 않았고. 그럼 뭐지?」
   「어디서 왔겠지.」
   「웜홀머신 가동 안된다며?」
   「그래. 가동은 안돼. 다만 보낼 수는 없는데 누가 오는 건 못 막겠지? 안 그러니?」
   「」
   「너 통장잔고 얼마 있어? 나한테 1장 꼿아줄 수 있어? 폰뱅킹이든 인터넷뱅킹이든 방법은 많은데 돈이 없잖아. 근데 난 너한테 1장 보낼 수 있어. 뭐 정말 보내주라고? 미쳤냐 내가 너한테 1장을 투자하게. 세상에 공짜는 없어~! 넌 맨날 사랑은 없다는 둥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는 둥 허황된 잔소리만 재탕삼탕이 특기인지 모르지만. 난 아니다. 어? 난 아니라고. 우리는, 한다면 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너처럼 내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줄 아니? 착각하지 마. 내가 너랑 같냐? 내가 무슨 허접한 푼순 줄 아니? 너도 그러니까 이제 그만 찌질함 졸업하는 게 좋을 거야. 너 언제까지 꺼벙함 껴안고 살 건데? 지겹지도 않니? 어? 너 잔꾀 바닥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 모양이야? 너 옛날에 뉴욕 5번가에서 지하철탈 때 꾀죄죄한 복장으로 한적한 좌석에 딱 앉으니. 앞에 앉은 숙녀가 쳐다봤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것도 여자들만 아는 표정으로 말이야. 응? 기억나, 안 나? 그게 늬 일이지 내 일이니. 근데 내가 뭐 한다고 너한테 설교하면서 정력을 낭비하지? 그만하자. 재미없으니까.」
   「그럼 쟤 누가 보냈는데?」
   「그걸 내가 알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냐?」
   「에잇~ 말도 안돼. 밑도 끝도 없이 쟤 혼자 어디서 여기로 뚝딱 공간이동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너한테 믿으라는 말 나 한 적 없다.」
   「왜 그래 갑자기 진지하게?」
   「진짜니까.」
   「정말이라고?」
   「내가 뭐 한다고 너한테 뻥치겠냐. 너 나 알지?」
   「내가 널 모르냐?」
   「그거라고.」
   「근데 내가 널 다 아나? 아직 모르는 게 남지 않았을까? 것도 많이.」
   「그래서 넌 아마추어 난 프로. 어? 이제 좀 이해가 되니?」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렇게 모스맨 연구소에서 나는 나왔다. 녀석이야 애완견이랑 정답게 살면 그만이고. 나는 나고. 무슨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 믿든 말든 할 거 아닌가. 뭔 밑도 끝도 없이 비글이 지 혼자 짜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어디서 약팔려고. 그렇게 나는 고독한 문학도로 변신했다. 난 다시 외로운 환상머신 연구생으로 돌아온 것이다. 
    심심함과 재미없음을 타개하기 위해, 일단 무작정 빨빨거리며 나돌아댕기라는 무언의 압박. 무시하면 그만. 그렇다고 그 허탈감을 방탕과 퇴폐미로 벌충해? 아니 될 소리. 결국 이제 와서 재물운의 불행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게 된 셈이란 말인가. 아니지. 또 몰라. 혹시 알아? 자, 그럼 이제 풍운아의 미결산 이익을 본격적으로 따져볼까 말까. 하지 말자. 그걸 뭐 하러! 그래도 궁금하단 말이야. 뜬금없이 의아할 수도 있거든. 호기심를 어떻게 내팽게치나. 그래서 당장 무엇이 궁금한고 하니, 은근 허당이 아니라 은둔 허당으로써 숨겨둔 미실현 이익은 무엇일까? 미실... 뭐라고? 뭐가 어쩌고 어째? 흥분하지 말자. 내친김에 정력도 아끼고. 뭐? 됐고. 좌우지간 말썽꾸러기의 밝은 미래를 예견해서 뭐 하나. 난봉계 퇴출감한테 뇌물 받고서 삼류 점쟁이가 어설픈 낙관주의를 남발하라고? 누구 맘대로 희망찬 미래의 선명함을 트집잡으려고. 의미 없다. 비전은 더 없고. 뭐 아무튼 기왕 할 말도 떨어지고 엉덩이도 근질근질하지 않으니, 다정한 행복 때문에 설레기를 하나 부드러운 쾌감 때문에 들뜨기를 하나. 그처럼 신나는 미래를 점춰볼 시간에 좋게 소파에 자빠져 TV나 볼까? 어차피 더럽게 재미없어 할 꺼 뻔할 뻔자. 그러니까 행운의 불확실성에 찬사를 보내는 게 곧 인생인데. 다들 아시겠지만 삶이 어디 내 맘대로 되냔 말이다. 난들 뭐 이렇게 살게 될 줄 알았수? 라는 말 뻔히 상상됨. ~을 넘어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환청도 무뎌진다. 뭐 그건 그렇다 쳐도 우리네 연애사 침체기는 정녕 불경기에서 대체 언제 빠져나올 수 있단 말인가. 허나 요정의 신비주의와 천사를 홀딱 반하게 만드는 멜로드라마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면 그게 어디 환상인가? 한정판이 괜히 있냔 말이다. 그래서 인생이라는 도박판 아니 건전한 경주를 내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팔이 짧어. 세칭 일컫기로 금수저가 아니야. 그렇다고 미남과 성우와 재주꾼을 좋아하는 여자들만 탓할 수 있나. 그분들 애정하다가 어차피 우리 허당들한테 넘어오는 게 순서이긴 하니 뭐 그러려니. 근데 또 그 얘기가 왜 나와?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라니까 글쎄. 이대로 질주하다간 사랑의 포로는 커녕 공상만 하다 날새겄네. 때문에 난 정말 상상병 의존도를 줄이고, 숙녀들한테 인기 있는 남자이고 싶어졌다. 아니?! 실제로 버는 돈 절반을 그녀들 커피사주는 데 몽땅 썼다. 반재산 투자. 근데 결과는? 다 떠났다. 싹 다 갔다. 한 명도 안 남았다. 나만 팽당한 거다. 하여 결론은 플레이보이 연애사에서 전례 없는 불황. 어? (절레절레)! 그럼 이게 다 사랑론 칼럼을 남발했기 때문에, 따라서 통상 사랑의 비밀은 누구에게나 하향 평준화되었으므로, 고로 파랑새 인플레이션 효과라 아니 할 수 없는데. 너도 나도 팔색조요, 너는 우머나이저 나는 터미네이터 일색. 그게 다 자업자득이란 말이냐고. 안되겠다. 이저럼 주춤하다간 영영 찌질한 허당으로 눌러앉지 말란 법도 없다. 따라서 더 허접해지지 않기 위해서 난 뭔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허나 품위유지비 저조는 정말 끈질겼다. 좀처럼, 이 아니라 간지러운 껀수는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아예 사람들이 다 어디로 숨어버렸던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떡한담? 뭘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꼬리가 길면 밟힌다. 따박따박 잔소리를 반길 정황이 있고 벌렁벌렁 혼자 흥분감을 다스릴 적기가 다 따로 있는 법. 그래서 난 갈 데가 사무실 밖에 더 있나? 그러다 뭐 쥐구멍에 볕 들 날 있던가. 코끼리 뒷걸음질치다 너구리 잡겠지. 못 잡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래도 뭔가 아쉽다면 또 다 방법이 있다. 떡밥뿌리기니 일단 뻔트 먼저 대본다는 둥 우리의 관록미는 끝이 없단 말이다. 근데 그 카리스마 단지 말뿐? 현란한 혀놀림 증말 징글징글하다. 아조 말만 말만 허세 세계챔피언감. 대체 언제까지 허풍으로 입에 풀칠하고 살 생각인데? 속도 없어. 거 참 말 더럽게 많다고. (절레절레)





    8

    최근 에드워드 거동이 수상했다. 거리에서 마주칠 때, 인스타그램, 들리는 소문...... 미녀를 1주일이 멀다 하며 갈아치움. 그럼 정말로? 혹시... 웜홀머신으로 당도하자마자 귓가에 최면가를 슥 불어넣었을까! 아니면 그 옆에 있던 실험기로 숙녀들 혼을 쏙 빼놓은 걸까. 대체 뭐지? 녀석이 대관절 어떤 방법으로 그처럼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느냐고. 이건 말이 안되거든. 나는 그런 에드워드의 믿을 수 없는 난봉기를 보며 충격받았다. 당연하지. 그렇다고 저속한 표현으로 빡치지는 않았다. 단지 말이 그렇다뿐. 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있는 게 틀림없다. 아니면 그런 말도 안되는 연애 때문에 녀석 입이 귀에 걸리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말 같지도 않은 미스테리. 하오나 사실인 걸 어떡하나. 꼭 녀석이 내 라이벌은 아니겠으나 영화 장르처럼 우정이란 단어도 간지럽긴 마찬가지. 괜히 나만 팽당한 것마냥 왠지 울적한 기분 달랠 수가 없었다. 뭐랄까 말하자면 부러워서하는 말은 아니다만 나는 웜홀머신의 정체를 꼭 벗겨버리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이건 다시 없을 좋은 기회가 틀림없다. 일고의 과장없이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말하자면, 뭔가 복잡한 내막은 없을 게 뻔하고 얄팍한 수작이라는 한꺼풀만 벗기면 끝. 포장지를 깠더니 더 야릇한 포장지가? 그럴 리는 없다. 내가 녀석을 잘 알거든. 괜히 모스맨 연구소 1기 멤바들이 알맹이는 빼가고 껍데기만 에드워드한테 넘기지는 않았을 테니까. 녀석이야 뭐 허당이니까 얼마에 그걸 양도했는지 꼬치꼬치 물어보면 얼굴 어두워질 거 확실하고. 아무튼 그래서 나는 야심한 시각에 어떻게 어떻게 웜홀머신이 있는 사무실 내부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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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웜홀머신 내부에서 비밀통로를 발견했다. 들어갔다. 따라갔다. 계속 갔다.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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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이 길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 거지? 
    그러다 숲이 나왔다. 상시 개방하는 수목원도 아니요, 초갑부 소유 사립지처럼 멋지지는 않다만, 허나 1세기에서 단 몇 퍼센트 기간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은밀하도록 조용히 놔두는 왕궁길. 그와 흡사했다고나 할까? 대체 어떤 원리 때문인지는 차차 파고든 결과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데. 녀석 대체 뭔 꿍꿍이를 현실로 옮겨놓은 건지 신통방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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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숲길을 걷다 도심지로 보이는 정경이 저만치 보였다. 나는 더 힘을 냈다. 그렇게 좀전에 봤던 주택가에 도착했다. 이제 보니 거긴 우리 동네였다. 내 집과 사무실 중간쯤. 근데 바로 그때 저기 저 인간은.... 저 사람은 바로, 나잖아? 뭐야 이거! 동시에 같은 시간대에, 것도 같은 공간에 1개체가 2로 분리되어 공존할 수 있다고? 물론 뒷모습은 나였다. (정)옆모습은 안 보였다. 살짝 측면은 보였다. 아무리 봐도 나였다. 나는 그 인간을 따라갔다. 그렇게 녀석은 내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이대로 놓쳐버리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뛰었다. 아니, 막 뛰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때 옆에서 에드워드가 톡 튀어나왔다. 그렇게 날 가로막더니, 
   「따라가지 마.」
   「」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
   「」
   「설혹 뭔가 심증이 사실과 일치한다는 걸 알게 되어도」
   「알게 되어도?」
   「득보다 실이 많을 거야. 훨씬! 뭔 말인지 알지?」
   「아니, 아니 그게, 아니 난...」
   「근데 너 어디서 오는 길이니?」
   「」
   「너 나한테 빚진 걸로 하자.」
   「」
   「갚으라고 독촉하지 않을 마음의 채무.」
   「」
   「알아. 이것과 네가 애초에 넘겨준 환상머신 초본. 내 말은 그러니까, 그 둘 퉁치자는 말이야. 알겠지? 알아, 몰라? 아무튼, 절대, 따라가면 안돼. 알았어?」
   「」
   「그만 술이나 먹으러 가자.」





    9

    나는 통보없이 모스맨 연구소에 놀러갔다. 
    그렇게 곧장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일단 내부에 누가 있나 창문으로 살펴봤다. 
    그런데 창문 너머로 마라가 에드워드로 변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아니, 저년이! 
    일부러 염탐할 의도는 없었다. 근데 마라가 옷 갈아입는 장면도 아니고, 걔가 에드워드로 변신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그래? 그러면...! 그렇다고... 어라? 얘 봐라. 어쭈, 그래?
    그건 뭘 뜻하지? 미녀를 1주일이 멀다 하며 갈아치웠던 일은... 다 마라 친구들-동료-선후배들일 테고. 
    그럼 왜? 아마도... 비밀스런 종신계약 때문이라니.
   「이제 알겠다. 그럼 그렇지. 그 착한 위인. 선량한 촌놈. 고지식한 촌닭나리 에드워드께서 버뮤다 처자들을 다 따먹고 다녔을 리가 없지. 허허. 나도 나다. 깜빡 속을 뻔 했다니. (절레절레) 이제 알았어.」
    그럼 에드워드는 어디로 갔지? 나는 미스테리아 소유 별장으로 곧장 떠났다. 
    위치추적 화근이 될 만한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미스테리아 소유 별장 도착. 어렵게 어렵게 내부로 진입 성공. 건물 내 유일하게 감시망이 놓친 개구멍을 통해. 
    그 다음 친구한테 배웠던 잔기술로 보안시스템 무력화. 
    단 10분 안에 에드워드를 찾아야 함. 최장 길어도 15분.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찾음. 
   「하여튼 말이야, 내 이 비상한 추리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글쎄. 이러니까 여자들이 뻑이 가지. 안 그러고 베겨? 말 하나마나!」
    여기서 에드워드와 나의 통상적인 대화는 생략하기로 한다. 굳이 옮길 만큼 긴박한 중요도는 없기 때문에. 
    그렇게 일단 에드워드는 적당한 은신처로 피신해 당분간 쉬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10

    다음 날 나는 집에서 일어났다. 개꿈을 꿨는데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 일과를 마치고 출근하려고 딱 나서려는데. 문을 열자마자 어떤 거대한 기운이 그 문을 닫혀버렸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랬다. 앞뒤 떼고 핵심만. 요점은 이랬다. 바로,
    ... 우리집이 통채로 가상현실 기계로 변한 것이다. 
    A면은, 바닥을 축으로 나와 180도 방향만 다를 뿐
    B면은, 정상 풍경인데 초현실적으로 실사화
    C면은, 90도로 눞혀짐
    ... 이 분야의 권위자 가운데 내가 아는 사람이 에드워드 밖에 더 있나? 
    ... (따르릉)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사안 설명과 1절은 생략함)
   「양자역학에 따르면... 반물질 알지?... 그건 말이야... 바깥의 힘이 아니야... 늬가 반작용 매개체도 아니고... 일단 일반상대성 원리로써 말하자면 너에게 이해시킬 수는 있는데. 이건 뭐랄까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거든. 따라서 결국 특수 상대성 원리를 대입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어. 허나 그걸 너가 말하면 아니? 당연히 모르겠지. 자, 그러니까 좋게 나한테 말해. 뭘 말해? 뭐긴. 반물질 생성이 의심스러운 뭔가를 집에 들여다 놓은 적이 있냐, 에 대해서. 물론 네가 물리학과 교수와 친해서 그분을 집에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잘 헤어졌는데 그분이 007 가방이 집에 놔두고 갔더라? 바로 그런 거. 뭔가 켕기는 거 없어?」 
   「있어. 척키 인형.」
   「어디서 주웠는데?」
   「어디로 갈지 모르는 가상머신, 그 뭐랄가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유령의 집 있지? 그런 것처럼 무인가상현실 하우스가 있길래 탐방했지. 그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 방금 전 우리집에서 똑같이 일어났고. 그리고 그날 그곳 마당에서 그 인형을 주워서 집에 왔어. 그게 다야.」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늬가 언제 물어봤냐?」
   「안 물어봤어. 그래도 그 정도 사안이면 딱 딱 맞춰서 재빨리 보고를 해야할 거 아니야. 어?」
   「너 내가 엎어키웠다는 거 잊지 마. 안 그래도 너 여자 뒤꽁무늬 쫓아다니느라 바쁜데, 나까지 널 귀찮게 해야 한다는 게. 그게 말이 되니?」
   「말이 되든 말든 그건 내가 판단할 일. 따라서 일단 선보고 후조치. 어?」
   「넌 허당 난 고수. 넌 엑스트라 난 주인공. 너만 원맨쇼하게? 신부들러리 증말 징글징글하다. 어? 늬가 언제부터 나랑 명콤비였냐. 응?」
   「근데 너 원래 그렇게 말 많은 남자였냐? 됐고. 그거 옆에 있어?」
   「응.」
   「전원 차단시켜.」
   「버튼은...없는데... 켜있는지도 모르겠어.」
   「그럼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겠니? 필요없으니까 구현하지 않았을 뿐. 그러니까 배터리를 빼던가 어떻게 해보라고.」
   「(잠시 후) 배터리 뺐어.」
   「잘했어.」 
   「정말 잘한 거야?」
   「보면 알 거 아니야. 어때?」
   「와! 없어졌어.」 
   「것 봐, 내가 뭐랬니. 내가 이런 사람이야. 알아? 너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마. 알았어?」
   「그럼 이대로 끝난 거니?」
   「그럴 리가 있냐. 사건 규모, 상상 안돼?」
   「설마... 혹시... 장난 아닌 거니?」
   「그래. 그러라니까. 바로 그러라고.」 
   「그럼 난 어떡해야 해?」
   「뭘 어떡해. 누가 뭘 어떡하냐고. 내가 지금 그리 갈께. 아니다. 너네 사무실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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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무실에서 녀석과 만났다.
   「에드워드. 날 띄워라.」
   「뭐 어째? 늬가 날 인기남으로 만들어라. 차라리 그러자. 제발 좀 그러면 안되겠니?」
   「근데 우리 이제 어떡하냐? 배후에 대체 누가 있는데?」
   「가만 있어 봐. 척키 인형은?」
   「아, 맞다. 집에 놓고 왔어. 챙겨온다는 게 깜빡했어.」
   「그걸 깜빡하면 어떡해? 야, 뭐 해? 당장 집으로 가야지. 그 안에 다 들어있어. 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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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와 나는 우리집에 도착했다. 들어갔다. 샅샅히 뒤졌다. 그러나 없었다.
   「사라졌어.」
   「사라... 방법은 하나다.」
   「그게 뭔데?」
   「넌 지금부터 바보가 되어야 해. 것도 역대급 왕가슴. 아니 희대의 바보. 사극에서 많이 봤지? 왕과 거지 동화처럼 내가 늬 대역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알겠어?」
   「정말 그러면 된다고?」
   「이 형만 믿어. 넌 늬가 여자들 다 꼬셔준다며 큰소리 뻥뻥 자신있게 뻥쳤지만. 난 너 안 믿었어. 허나 지금은 장난이 아니야. 알겠어?」
   「(끄덕끄덕)」
   「그러니까 당분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지내기만 하면 돼. 걔네가 누군진 모르겠다만 괜히 막 들쑤시고 다니는 놈이 걸리기를 바란 거라고. 딱 봐도 그래.」





    11

    줄거리 위주로 너무 급박하게 이야기가 진행됐으므로, 고로 잠시 완급조절. 그렇듯 본 문단은 쉬어가는 의미. 근데 괜히 밑도 끝도 없이 쉬어가는 문단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 앞서 줄거리에 나왔듯 <1달전 아무것도 몰랐던 때처럼 살기로 하자>라는 작전 때문임. 자, 뭔 얘기인지는 몰라도 어떤 말보따리를 풀어야 1달 전 아무것도 몰랐던 순진한 순둥이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그건 이거다. 자, 일단 한번 들어나 보자. 
    바느질 못하는 년이 실은 길게 꿴다. 짧은 쾌락에 한맺혔단 말이 아니라. 그래도 기왕지사 산뜻한 포부를 위해서 장비발 신경쓰는 게 좋지 않을까? 아마도 나쁠 건 없겠지. 다만 변심이 문제일 뿐. 그처럼 대체로 꿈은 포기와 친하다. 쾌락도 덧없다. 대망 당연히 잊혀지지. 재산목록 3호 것도 맨발의 청춘 때 얘기. 만약 졸부가 되어도 부자 돼도 별거 없다고 한다. 인기 싹 다 거품이다. 유독 나에게만 친절하지 않은 사랑, 부러워할 거 없다. 어차피 애정마도 초반에만 뜨겁기 마련. 놀기도 날마다 놀면 금방 싫증난다. 자랑도 귀찮아서 안 한지 오래. 취미 진득하니 오래가나? 물에 빠진 건 건져도 계집에게 빠진 건 못 건진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장타, 단타, 평타, 범타, 뻔트, 뻥카... 세상물정 그렇다는 의미. 근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여기까지 와버렸지? 내 말이 바로 그거라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뭐니 뭐니 해도 사랑이 최고의 주제이긴 하겠으나. 아 글쎄 진짜로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디 흔한가? 길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웬만한 어른들 지금 그처럼 사실 줄 예전에 미처 아셨냐고 여쭙기 송구스럽다는 걸. 뭐 그건 그거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흐린 날 있으면 바람부는 날도 있기 마련. 혹시 오늘만 사는 풍운아 아니냐구요? 칭찬이야 조롱이야 의뭉스러운 속마음 당최 알 수가 있어야지. 알 수 있다. 안 봐도 뻔하거든. 웬만하면, 애정에 굶주린 양떼를 목도한 늑대의 흑심. 그러니까 타락할 뻔했다 정신차린 영혼과 더러운 사랑이란 말이지, 그래? 우리가 아름답게 만들어드리자. 뭣이 어째? 농담이고. 이제 헛소리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아니다. 자발마는 더 특훈 시키기로 하고. 지금은 액면이 완성되지 않았다. 밑그림 구상 추상적이면 안된다. 그처럼 기발한 활약상은 몰라도 혹하는 발단 낌새도 없다. 고로 민첩한 심부름꾼처럼 나는 양대 여성잡지사로부터 내내 기죽어 사는 형편인데. 지들이 언제부터 내 상전이었다고. 뭣이 어째? 됐고. 뭐 아름다운 인생을 향한 열망? 나가있어. 고혹적인 사랑의 태도, 저리 비켜. 새하얀 도화지에 순결한 청춘스케치를 그리시겠다, 조용히 해라. 그럼 정말 닥치고 일이나 할까? 좋든 싫든 할 건 하는 거고. 그와 별개로 도대체 어떻게 놀아야 놀랍다고 소문이 날까? 얼굴 팔려 좋기도 하겠으나 우리는 그거 그리 반기지 않는다. 오죽하면 우리가 여자에 관심 없겠나. 그래 봐야 만담가의 허세와 정력가의 허풍 그거 다 뻥이다. 개 뻥. 그러든 어쩌든 첫눈 오는 날 할 일 없을 거 뻔하다. 근데 타인의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왜 궁금하겠나. 할 말도 없다. 모험심도 지쳤다. 감수성은 진즉 퍼졌다. 호기심은 동면에 들어갔다. 질투마는 말도 듣지 않는다. 군침마가 언제 내게 우군이었간디? 매번 권태마만 내게 최적화된 거지. 결국 타성 편향적인 인생. 뭘 해도 재미없는 아저씨. 아줌마들도 그래서 말만 많다. 무명들이 그래서 남 얘기 빼면 뭐가 남나. 그래? 그럼 이번에 정말로 여중-여고-여대 앞에서 문구점 사장이랄지 분식점 점주가 되어볼까? 되긴 뭘. 하나마나지. 보나마나 뻔해. 어? 초반에만 혹하겠지. 결국 식상해질 테고. 그걸 뭐 하러? 나 아니어도... 그만 하자. 입 아프게 뭐 한다고 쓰잘데기 없는 잔소리를, 듣는 사람도 없는데 바가지 긁을 일 있나. 아니면 좀 더 개처럼 살아주라며 떽떽거리는 마누라가 있기를 하나. 북어와 여편네는 이틀에 한번씩... 아니. 그 얘기가 아니지.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솔직히 고백하고 말 거도 없다. 허언증 도졌다는 것 말이다. 그러게, 어? 웜홀머신 증후군이 가면 어디까지 가겠나. 아직도 판타지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나? 뭔 생선 같은 놈 나와서 여자랑 연애하는 이야기?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걸어만 다니다 끝나는 장르? 칼럼과 연재분량이야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고. 꼭 그렇단 말이 아니라. 말하자면 속된 말로 입에 풀칠하는 게 급선무. 안 그래도 여심은 모두 이 손바닥 안에 있다. 여자의 마음? 밀었다 당겼다 들었다 놨다 쥐었다 폈다, 그것만 하면 된다. 어려울 거 없다. 하면 된다. 안되면 말고, 걔네들 우리가 불세출의 플레이보이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쉽다. 엄청 쉽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연예인 누구? 그녀랑 결혼하는 법 알고 싶으면 날 찾아오면 된다. 남들말 들을 거 없다. 특단의 대책이니 신기한 묘수니 우리는 아는 동생들이 애칭 붙여주기로, 일명 코치였다. 단짝도 날 하다 하다 '말'이라 불렀다. 미스터 말, (성씨)말. 근데 왜 난 지금 이 모냥 이 꼴이지? 그러게. 말해 뭐 하나. 그렇다고 세상이 야속하단 말은 아니다. 우리는 차 욕심 없다.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한다.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기, 우리 얘기다. 아직도 여자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는 마초가 있나? 그분들도 참! 아 글쎄 요즘도 숙녀가 대체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상남자가 있냐고. 쳇! 웃기지도 않다. 여심 별거 없다. 뭐 여체가 별거 없다고? 계란후라이 패션? 웃자고 한 얘기에... 뭐 그러지 말자. 마음의 여유를 찾잔 말이다. 어쨌든 허당계는 내가 꽉 잡고 있다. 차기 물망에 오르는 누구라는 둥 러닝메이트요 조명발들? 걔네들 옛날 보기 흉했다. 이마에 보형물 넣고 주사 맞고 라미네이트 하지 않은 유명인, 별로 없다고 봐도 된다. 안 그래도 걔네들 다 내가 키웠다. UFC 현직 전직 챔패언들, 내가 꼽아줬단 말이다. WBA, WBC 유명인들 상당수 옛날에 내 앞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고개도 못 들었지. 어디 눈을 맞춰? 찍소리도 못했다. 바지에 오줌이나 저리지 않으면 다행. 물론 뻥이다. 난 찐따다. 정말이다. 하다 하다 '찐따'라는 상표에 관심가는 거 숨길 수 없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다변 증말 징글징글하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그 얼마나 지긋지긋할까를 생각하면... (절레절레)! 말 말자. 이게 다 그대 생각해줘서 얘기하는 건데 이러쿵저러쿵, 생색내기 시작도 하기 전에 들을 말은 뭐다? 너나 잘해! 지가 뭔데... 어? 넌 뭐 얼마나 잘났다고... 응? 늬가 우머나이저면 난 터미네이터야. 알아? 그만하자. 그게 좋겠다. 거 참 더럽게 말 많다는 얘기 듣기 싫다면 말이다. 





    12

    개는 자기가 토한 곳으로 돌아온다. 물론 곧장 처음 가상머신 하우스를 발견한 장소를 재방문하지는 않았다. 글쎄 뭐랄까 난 어쩌면 상투적인 전개를 걱정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음 그게 말이다, 그게 한마디로 직업병 때문. 아무일도 없을 걸 뻔히 알면서 괜히 있지도 않은 일을 과장해서 억지로 원고를 넘기고. 그럼 또 투정꾼들께서 잡지 팔아먹을려고 별의별 허당을 혹사시킨다는 둥 단기이익 쥐어짠다는 둥. 하다 하다 걔 혹시 계열사 실세의 사둔의 조카의 조수는 아닌지 의심하면 어떡하나. 꼭 그렇진 않겠으나 그 외에도 시간낭비 뿐만 아니라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진부함. 소녀들 특징이 뭔가. 수줍어하기. 들뜨기. 설레기. 수다. 남얘기하기. 듣기. 침묵하기. 바람에 구르는 낙엽만 봐도 꺄르르 웃기. 그리고 중요한 한가지, 바로 뭐든 거론만 하면 하는 말은? 식상해! 그 지겨움에 나까지? 더운땀이 아니라 식은땀 날 일이 그거다. 그래서 몇몇 후보군을 검토해보게 되는데. 가령, 몇몇 경우의 수 생각으로 풀 수도 있다. 결국 3번째인가 4번째에 해당할 텐데 어쨌든 그곳으로 딱 찾아갔는데,
    A. 나처럼 전번 특별한 경험 때문에, 나랑 똑같은 이유로 찾아온 사람들 다수 (드라마 머, 뭐...)
    B. 딱 도착했는데 어떤 노신사께서 충고, 들어가지 마시오...! 식겁한 끝에 부인이 나타나 이 양반 어쩌고저쩌고 신경쓰지 마시라. 그들이 떠난 후 웬 강아지가 나타나더니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이 앞서가다, 쳐다보다, 앞서가다, 뒤돌아보다... 반복. 따라갔더니 거대한 UFO 발견...
    C. 찾다 찾다 길을 잃음. 끝끝내 도착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10년이 훌쩍 가버림. 내부는 거울의 집. 거울을 보니 벌써 20년 늙어버림...
    D. 도착해서 딱 들어갈려던 끝에 비명소리를 들음. 흔한 스릴러 영화 소재.
    E. 도착해서 딱 들어갈려는데 누가 나오면서 하는 말. 안에 아무것도 없소. 확인해봐도 좋소. 근데 혹시 예전 어떤 기억이 끝끝내 당신을 괴롭히지 않소? (그러면서 2개의 봉투를 전달) 마음의 안정을 원하면 파란색 봉투를 12시간 후에 열어보시오. 비밀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24시간 후 빨간색 봉투를 열어, 단지 열지 말고 잘 뜯어보시오. 내용물은 없을 테지만 겹겹이 붙여진 봉투 안에 뭔가 있을 테니 말이오. 그리고 왜 12, 24시간 후냐? 다음 타자를 만나면 그분께 여쭤보는 게 좋을 거요. 내겐 묻지 말아줬으면 하니 말이오. 아시겠소 젊은이? 이 내 배꼽 근처까지 내려온 수염을 걸고 드리는 힌트니 부디 믿어줬으면 좋겠소. 우리 인연이 여기까지인지 또 다음에 혹시 만날지도 모르오만. 또 아시오? 선생 팔짜를 고쳐주진 못할망정 그대 야릇한 여복을 점춰줄지 말이오. 아니, 그러지 말고 기왕 말 나온 김에 내 손주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소? 내 손주 이뻐. 아니, 걔 아직 유학가서 돌아오려면 좀 기다려야 하니. 그러니까 내 친구의 딸을 만나보는 게 어떻겠소. 아마 그런 미인은 살면서 몇 번 보지 못했을 거라 내 장담하오만... 듣다 듣다 지쳐서 실례한다면서 청자가 먼저 자리를 뜨기 전에, 노인이 먼저 주저앉음.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일시적으로 기력이 떨어진 것임. 어떻게 어떻게 절정으로 치닫고 해피엔딩. 
    F. 그곳 자리에 극장이 생겼음. 간판을 보아하니 볼만 한 영화. 쥬라기 공원, 돌아온 티라노! 관람 후 알게 됨. 그건 쥬라기 공원 100번째 후속편이란 것을. 또는 스타워즈 (1977)이 시리즈로 이어진 끝에 100번째 후속작. 뜬금없이 미래세계에 도착한 것임.
    A, B, C, D, E, F... 다 아니었다. 어쨌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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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자세는 (광고 과장글처럼 포복절도하다가 아니라) 포복. 즉 엎드려 보기. 3인칭 관찰자 시점. 당연히 망원경을 준비해가지 않았기 때문에 두손을 계란을 쥐듯이 오므려 두눈에 갖다대기. 나는 바늘 끝에 계란을 세울 수 있다. 거짓말이다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그렇다는 거고. 허나, 바늘 끝에 달걀 올려 놓기? 애초에 승산도 가망도 없을 일이 태반이겠으나. 지금 상황은 그게 아니다. 그러니까 왜? 왜냐하면 2문단에서 가상머신 탐방, 3문단에서 친구랑 재방문했는데 가상머신 없어짐, 12문단에서 혼자서 재방문했는데... 누군가 안에서 나오는 걸 목격했기 때문. 
    그럼 과연 누가 그곳에서 나왔나? 걸어서 나왔나 재빨리 튀어나왔나. 설마 슥 기어서? 누가누가 나왔냐면 바로 이랬다.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루시, 아르디피테쿠스케냔트로푸스 플라티오프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헤이델베르겐시스, 네안데르탈인...
    멸종동물: 2018년 1월 29일에 공식적으로 멸종됐다는 '동부 퓨마', 포클랜드 늑대, 숀부르크 사슴, 아메리카밍크속,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세인트헬레나집게벌레, 사르데냐우는토끼, 하우긴귀박쥐... 
    처음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오니 저건 또 뭐야! 당연히 그랬다. 누가 값비싼 복장 입고서 쇼하는 거라고. 근데 찬찬히 살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잔지식 총동원...으로는 부족하니까 황급히 핸드폰 앱을 켰다. 갔다 비추기만 하면 위키피디아 뜨고, 기타 등등 쫘르륵. 뭐야 이거! 뭐지? 대체 뭐야 이거, 어? 무슨 표토르 도스도예프스키 소설에 나오듯 뜬금없이 실신하고 누가 살해당하고 다음 날 어쩌고. 그것도 아니고. 뭔 알베르 카뮈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저승사자 명부에 누구 이름을 쓰면 뭔가 제거되고. 구식탱탱묵은 소제도 아니고. 근데 바로 그때! 
    엎드려 관찰자 자세인 내 옆으로 제라드가 나랑 똑같이 엎드려 누가누가 나오나 보고 있었다. 얘는 대체 언제 왔지? 또다시 갑자기. 도대체 어떤 녀석이 내 엉덩이를 밟지 하고서 딱 돌아봤더니, 그건 사무엘. 우리는 말이 필요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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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우리 셋은 도심지로 돌아왔다.
    장소는 내 사무실. 분위기 상 차분한 음악이 절실했다. 
    Leopold Mozart / Missa Solemnis
   「그러니까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봤잖아.」
   「하긴 안 믿을 수도 없지.」
   「못 믿겠으면 우리도 네 앞에 나타날 일 없지 않을까?」
   「누가 다 부정하겠대?」
   「그럼 네가 예전에 썼던 칼럼. 몇몇 오점 있긴 있을 텐데. 그 가운데 하나. 신 : 인간 = 인간 : 동물. 그 비유를 설명했던 거. 문맥상 의미는 알겠으나 이제 생각해보니 아차~했던 거 하나 있지 않을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동물의 의식을, 한두 명도 아니고 수없이 걔네들 의식을 조종하며, 만인의 팔짜를 정해진 대로 진행시키는 운명. 사람은 동물을 인위적으로 거주지 제한이랄지 기타 등등 그건 가능할 테지만. 과학적으로 유도하거나 맹수와 곰들 목에 위치추적기 다는 거 말고 SF 영화처럼 텔레파시로 실시간 조정이랄지, 각본 씌어진 대로 살도록 만드는 건 못하잖아. 계, 문, 강, 목, 아목, 하목, 상과, 과, 족, 아족, 속... 그 종들. 웜홀 머신 연구하다 보니 어쩌다 그 멸종된 종들까지 알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고. 근데 내가 뭔 말을 하는 중이지?」
   「그러게. 그러지 말고 심심한데 토끼나 한 마리 잡아먹을까? 내가 자칼이나 불여우도 아닌데 토끼는 무슨. 그러지 말고. 좋게,」
   「좋게, 뭐?」
   「넌 지금 관찰자 시점이란 거 아직도 모르겠냐? 또 우리 말 끊고 궤변으로 여심을 감으려고? 감길 여심이 지금 어딨냐. 우리도 이제 안 말려. 우리가 무슨 줄 달린 치즈냐? 넌 또 이런 말 하려고 했지? 너도 이미 연구 끝났어. 가령, 
    밤새도록 생각해낸 잔꾀가 결국 부질없는 공상. 남이야 그러든가 말든가. 아, 맞다. 근데 걔가 나구나. 근데 그게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이지? 몰라. 그게 뭘 어쨌다고. 왜 그러는지 내가 알기나 한대? 모른단 말이야. 이놈의 잡념은 더더욱 엉망진창. 나는 불후의 명작을 집필하는 데 실패했다. 타임머신은 무슨. 아울러 뭇여성들의 환심을 사는 것도 포기한지 오래. 허나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다. (세속적 표현마따나) 툭하면 우려먹어 보건대? 반복해 보건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자를 꼬실 수 있다. 누구나, 어디서든, 단 몇 마디면 충분하다. 뻥 아니다. 진짜다. 아니다. 뻥이다. 노잼. 솔직히 말해서 뭘 해도 재미없다. 늘상 아지트에서 듣는 말은 두 가지. 늬가 그래서 안되는 거야, 오빠는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전자든 후자든 무감각해진지도 옛날. 빠져든다 빠져든다 제대로 빠져든다, 빠져들긴 뭘 빠져들어! 나는 그야말로 푸석푸석 식어버린 감자튀김 같은 남자다. 그 다음. 어쩌고저쩌고. 또 다시. 이러쿵저러쿵. 또또 계속. 미주알고주알. 끝.
    안 그래? 뻔해.」
   「너네 너무 멀리까지 갔어. 알고 있어?」
   「우리만 갔겠냐? 우리가 지금 누구랑 같이 있는데.」
   「내가 바보냐? 나도 알아. 박복한 과부는 재가를 가도 누구를 만난다. 운발을 보아하니 자중할 시기라는 거 왜 모르겠냐.」
   「바늘만 있고 실이 없다. 남자들만 남자들만...! 꽃이 있어야 나비가 모이는데 누가 헛소문 퍼트렸구만.」
   「너 거 참 그.. 어?」
   「곁길로 새지 말고 요점만 말하자. 환상머신 계획은 폐기. 무도회도 폐막. 청춘은 즐기면 그뿐. 웜홀머신은 절반의 성공. 행복은 미완의 예술? 농담이고. 결국 늬들 말과 성과는 그거잖아? 소환기! 근데 현세랄지 동급이랄지... 그건 안되고. 보내는 거도 안되고. 타임머신은 말 같지도 않고. 이거 정말 마술이냐 과학이냐? 어? 늬들 통 속을 모르겠다. 또 마라 걔는 왜 또 끌여들였는데? 지분 구조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어? 어쩐지 이상하다 싶드라. 그러니까 말하자면 웜홀이든 심신분리든 공간이동이든 다 안되겠으니. 결국 소환기? 그 어떤 이미지트레이닝에 자꾸자꾸 소환되는 남자의 입장. 너네들이 알기는 아냐? 당해봤어야... 당해봐도 모를 텐데. 알 수가 없잖아?! 아니 근데, 어? 누가 걸핏하면 출석요구서 남발하는지 도통 알길이 없지 않냐고. 아 나 이거 증말 거 참 나 원 참. 뭐야 이거, 어? 뭐가 문제야? 난 말이야, 보아하니, 아니. 아니 내 말은 그게 그러니까.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말이야. 기왕 말 나온 김에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게 뭐냐면. 너네 대체 뭣 땜에 그러는데? 늬들 나한테 숨길 것 없어. 우리가 어디 그런 사이냐?」
   「뭐 긴 얘기는 필요없고. 이만 하면 잡지사 의도는 전달한 듯 싶은데. 똑뿌러지게 줄거리 말하지 마라 했으니. 넌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만. 통쾌한 1줄평으로 네 의구심 해소시키지 말라 했거든.」
   「누가! 어? 누가? 아 대체 누가?」
   「명쾌한 식상함보다 은근한 신비감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 말이야.」
   「뭐? 뭣이 어째? 뭐가 어쩌고 어째?」
    제라드와 사무엘은 더 이상 말해 뭐 하냐는 뜻이기 때문일까? 걔네들은 곧장 일어서서 사무실을 나갔다.
   「야, 가냐? 이제 난 늬들 꼬봉이냐 뭐냐? 어? 나 말 안 끝났어. 이 자식들이...」
    무정한 자식들. 왜 속시원하게 보고서를 고지하지 않는 거야. 왜지? 어째서? 대체 뭣 때문에. 제품설명서 어딨어? 누가 논문 쓰래? 최소한의 근거와 최선의 요점, 모범적인 줄거리 다 어디 갔냐고. 근데 갔던 걔네들이 다시 돌아와서 이 말을 마저 전하고 돌아갔다.
   「늬 마음 알아. 긴가민가하지? 오락가락하겠지. 안 그럴 수가 없으니까. 말도 안되거든. 허허. 허나 어떻게 보고도 못 믿냐고. 미칠 거야. 왜 아니겠어. 이해해. 딴사람도 아니고 하필 본인이 영화찍고 있으니 당연하지. 그러면 말이야 그럼 다음 차례는 말이야, 그 어떤 의구심이 슬며시 네 마음에 노크하지 않을까? 저처럼 멸종이 아니라 보전종. 즉 다음으로 식물일지 괴물일지 아니면 멀쩡한 거지일지. 누가 알아! 과연 누가 소환될지 어떻게 아냐고. 부쩍 알고 싶어지지 않니? 물론 난 말만 전했을 뿐이야. 우린 그냥 중간책이라 그 말이지. 허나 잔머리 너무 굴릴 필요없어. 잔꾀 바닥났다고 걱정말라구 친구. 털끝만큼의 호기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이상, 넌 하던대로 허당이면 돼. 아마도 기다리라는 지령 아닐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겠지 뭐. 아무튼 뭔가 재밌어지는 진행이라는 거 너도 썩 부정하진 않을 거 아니야. 안 그래? 허허허. 그러니까 지켜보자고.」
    그렇게 대답은 듣지도 않고 녀석들은 가버렸다. 지들 말만 전하고 말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 육성을 직접 듣고 작성한 것이다.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았다. 
    하여간에 여자들 은근한 거 겁나 좋아해. 은근 허당 아닌 사람 명함도 못 내밀겠네 그래. 그러니 섭섭한 마음 뭘로 달랠까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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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랄까 허당이 늙은 증거는 커피와 멀어진 거? 허나 우리는 청춘과 이별할래야 할 수가 없다. 그래도 허세대회 그랑프리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우리꺼나 마찬가지니까 좀 더 느긋해지자면. 어쩌면 그 어떤 군침으로 홍수를 이룬 죗값은 결국 일복일지도 모름. 아닌가? 허나 여자라고 뭐가 다를까. 그러니까 불경스러운 대망과 순결한 소망 사이에서, 끝끝내 너와 나 누구나 황금만능주의자일 수 밖에 없을 텐데. 세상사를 보아하니 나는 착하게 살고 싶은데 꼭 보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은 흔하디 흔하다. 푼돈 아끼면 뭐 하나, 사이렌의 속삭임 같은 광고에 혹하여 거금 홀라당. 인생은 한방이다, 그게 그거랑 다른 건데... 넘어가고. 우연이라는 훈풍에 힘입어 극적으로 출세하나 했는데 딱 그러다 맘. 그렇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꿈은 잊혀진다. 탐욕마저 막연해진다. 멜로드라마는 재미없다. 남녀의 애정은 유치할뿐. 자동적으로 연식은 고풍스러워짐. 바보들의 행진을 왜 하나. 젊음과 친하다는 건 내 생각일 뿐. 일단 속마음이 옹졸하거나 변심마저 이랬다 저랬다. 배부른 배불뚝이 아저씨 처녀 땐 귀여워보였는데 마른 장작이 잘 탄다는 조언을 왜 그땐 귓등으로 들었을까. (말이 그렇단 거지 웃자고 하는 얘기에... 그건 그렇고) 뚝딱 세월을 건너뛰니 매사 부정적인 남자가 내 남편이더라? 알고 보면 호인인데 집에서는 가부장적 제왕이요 밖에서는... 미련한 사랑 유행지난지 오래. (옛말로야 여우같은 부인과는 살아도 곰같은 부인과는 못산다지만, 요즘엔 반대로 곰같은 부인과는 살아도 불여우같은 부인과는 못산다고도 함. 그게 다 양쪽 말 들어보고 어쩌고저쩌고 말만 많아짐). 그러니 가족장르와 웬만한 판타지를 마초들이 어찌 진득이 감상할 수 있나. 억지로 체면과 입장이 있으니 연기하는 것뿐. 먹은 개는 짓지 않는다. 뭐야, 그럼 다시 굶주린 늑대로 돌아가기? TV 채널만 돌려봐도 돌아온 싱글 형편 뻔하다. 그럼 뭐 어쩌라고, ~라는 투정 이미 들렸다. 보나마나 뻔하지. 하여 다른 타로카드를 꺼내드니 이렇게 씌여있는 식. 그건 뭐다? 매인 말은 항상 뛰고 싶은 생각만 한다. 아하, 자유를 애타게 갈구하시는구나. 자, 모험심이라면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오셨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맞는다. 맺집 보소. 개 발은 아니구만. 근데 가만 보니 어설픈 실패담 밖에 없는데 이걸 어쩌지? 그걸 왜 남한테 물어보나. 오다 가다 만난 사이에 언제 봤다고 친한 척. 좌우지간 심심하다고 인터넷 놀이터에서 뉴페이스 발굴하느라 지친 일상 그 마음 잘 안다. 꼭 악마만 새로움을 추구하란 법 있나. 마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기분까지는 아니어도. 새출발은 취미만 바꿔도 느낌 안다. 그래서 새롭게 영입한 대타는 뭔고 하니... 그걸 공짜로 알려드릴 수야 있나. 허나 힌트는 드릴께. 일단 놀라지 말기. 그게 정말 뭔고 하니, 아직은 묻지 마. 아, 일부러 반말한 게 아니라. 여자의 나이 함부로 묻는 거 아니다. 뭐, 나대지 마? 이 사람이...! 농담이고. 그대가 사랑을 싫어하시나 우리가 우정을 모르나. 말리지 마? 말려주란 말이지 않나. 결국 보따리에 무슨 괴물이 들었다는 둥 신통방통 영험한 효력은 확실하다는 둥, 옛날 시장판에서 약팔던 입담과 왜 갑자기 닮아가는 거지? 그러게, 응? 그러니까, 어? 애들은 가라. 공부하기 싫은 사람? 엄마말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게 좋다. 어른 말 안 들을 땐 기다리고 기다리고 절반 잃어도 기쁠 만큼 확실한 적기라는 게 있는 한도에서만. 그러니까 선생 말씀은 뭐 듣지 마?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작전 들통났다. 대타 바닥났다. 푼돈 안 모인다. 관중 얼씬도 안한다. 초딩한테 상욕 얻어듣기 전에 좋게 자유를 찾아 떠나자. 기분파에서 낭만파로 왜 변신 못하냐 그 말이다. 아름다운 선망이니 고결한 여심이니 허황된 얘기? 다 뻥이다. 꼭 그렇단 말이 아니라. 솔직히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기왕 말 나온 김에 하나 고백하자면 그렇다. 여성환상 1.5 잡지사 전직원들이 다 날 좋아한다. 진짜로? 뻥이다. 재산도 없다. 가난뿐이다. 외롭다. 뭘 해도 재미없다. 할 말도 없다. 벅찬 감정은 이성을 마비시켰다. 뻥이다. 들뜬 심정 또한 심신분리에 성공했다. 가짜다. 근데 유체이탈은 금새 끝났다는 게 아쉬울 뿐. 그럴 리가 있나. 그처럼 달콤한 행복감은 짧았다. 이게 바로 허당 인생이다. 그러니까 일찍일찍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 게 좋긴 좋은 걸까? 얘기 잘 나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자나. 이게 뭐냐고. 또 어떤 인공지능한테 휘둘리는 거지? 숙녀들의 마음을 끌어도 모자를 판에 또 공상에 질질 끌려간 건가? 진한사랑에 대한 예감이 풍만해지는 게 아니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에 말려버렸잖아? 허당과 푼수와 바보로 잘못 판단할 수도 있는데, 왕년에 남자 꽤나 홀리고 여자깨나 울렸던 그분들. 실망으로 끝날 기대감 그만 좀 감자.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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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75

from 소설 2020. 9. 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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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 알고봤더니 정력낭비 시간낭비 돈낭비에 후회 막심이더라! ~라는 미련 안고서 도전할 꿈이 어딨나. 우리에게 남는 건.. 넘어가고. 아 글쎄 이런 어리광이 더 문제. 공연히 헛소리만 지껄이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닌데. 이 양반이 진짜... 정말 들린다. 안 들릴 수가 없지. 천리안인데? 놀고 있네. 무슨 만화영화 주인공도 아니고 눈에서 레이저가 왜 나가. 열락의 개뼉따귀를 꿈꾸는 상상. 징글징글허단 말이다.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어? 아무나 보면 홀딱 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겁나 많음. 아마... 쉿! 어찌 됐든 고귀한 환상이란 어쩌면 새로운 인생. 그러니까 뭐 나는야 거동이 수상한 허당, 허당에게도 사정이 있다? 허풍꾼 입장 들어서 뭐 하게. 형편이 뭐 그렇긴 해도 그게 말이다 그 뭐냐. 품위 유지비 가뭄에 허덕여도 풍악은 갖춘다. 남자는 폼! 사랑은 없어? 시방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과녁 없이 쏘는 활처럼 오늘만 살아서야 쓰나. 오늘을 즐겨라? ~도 좋지만. 그래도 낫긴 나은 게, 오늘을 살자. 아니면 말고? 떡밥 뿌리기부터 시작해도 좌우명 잔소리는 길어지니까 넘어가고. 내일은 없다, 말만 그런 것. 그래서 내가 지금 정작 만지작만지작거려야 할 비장의 카드라는 게 무엇인고 하니. 그게 든든했으면 이처럼 현란한지 하찮은지 입담 털고 있겠나. 한심하기는! 비리비리 인생 허접하니까 이러지. 그렇긴 하나 우리가 뭐 일하는 기곈가 돈 버는 터미네이터인가. 우리는 우머나이저가 아니다. 일만 하고 쉬며 놀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과로 끝에 잔병 얻을지도 모름. 자, 그럼 어떻게 놀아야 재밌게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허나 아직 탐스런 먹잇감이 포착되지 않았다. 레이더는 신호를 감지하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공작은 깃을 아끼고 범은 발톱을 아낀다. 샘물론이냐 곶감론이냐에 근거하든 단순히 배 부르기 때문이든, 지나치게 자중해보시라. 지 몸 아낄라고 금욕한다는 둥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둥. 뭐 또 언년을 꼬실려고 패션에 관심갖냐고? 저런 저런. 어설픈 런닝머신 같은 신비주의 아이디어를 떠올려놓고서 환희라 지레짐작하며 들뜨지 말자. 그러든가 말든가 넘어올 듯 말 듯, 뭘 해도 재미없는데. 이러다 정말 미쳐버리면 어쩌지? 그땐 정말 어떡하지? 아니면 이미 벌써 상태가 안 좋은 건가? 꽤나? 많이? 심하도록? 귀여워하던 애마가 알고 봤더니 광마? 광마 중의 광마? 
    따라서 그는 로버트의 소개로 어느 별장으로 떠났다. (중간 건너뛰고 결과만 말하자면) 별장엔 이미 손님이 있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살기로 했다나 뭐래나. NB는 자기도 그렇다 누구 소개로 오셨냐 별장 주인을 내가 키웠다 당신은 어떻게 성장했냐, 라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말을 나눠본 결과 양측 모두 이상한 건 없었다. 다만 NB가 늦게 왔다는 것뿐. 그래서 끝인사를 나누고 NB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기차에서 창밖을 보며 앉아있는데 누가 말을 걸어왔다. 거기가 제 자리 같은데... 혹시 잘못 앉으신 거 아니냐면서. 그렇지만 표를 보니 그는 자기 자리가 맞았다. 그렇냐 그럼 표를 비교해보자, 그렇게 틀린그림찾기처럼 표를 대조해보니 둘 다 자리는 맞았다. 단지 NB가 소지한 기차표의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것뿐. 집으로 돌아와서 극장에서도 한번 그랬다. "어, 거기 제 자리인데요..." 역시나 어제 날짜 영화표였다. 매번 그렇지는 않았다. 모든 게 그런 식도 아니었다. 허나 뭔가 이상한 건 왜일까? 그걸 동네 똥개한테 물어볼 수는 없으니, 고로 그는 스티브와 세바스찬을 불러모았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필름 빨리 돌리기. 필름 빨리 돌리기. 
    음소거. 음소거. 음소거. 
    NB는 모스맨 연구소 얘기를 꺼냈다가 엄청 얻어들었다. 헛소리 그만 좀 지어내라면서 면박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증거도 없이 이럴 줄 아냐, 너넨 그런 일 없었냐 라면서 따졌는데. 스티브가 그랬다. 모스맨 연구소 이사갔댄다. 그러자 세바스찬은 반박했다. 자기가 알기로 모스맨 연구소는 폐업했다나 뭐래나. 그러자 NB는 핸드폰 없던 어린시절 동심처럼 당장 거기로 가보자, 라고 했다. 그러자 그럴 필요 뭐 있냐, 가장 최근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으면 되지 않냐. 실시간 광경이든 뭐든 말만 해라. 그래서 결과는 모스맨 연구소는 없어졌고 지금 한창 터닦기 공사중이었다. 그래서 남자들끼리 뭐 이런 시덥잖은 주제로 얘기 길게 할 거 있냐 좋게 본 게임을 위해서 힘을 아끼자. 라면서 녀석들은 먼저 갔다. NB만 허탈한 마음 달랠 길 없으니까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럼 여기서 그 주제는 끝난 걸까? 영영 폐막? 그걸 왜 듣는 사람도 없는데 필자는 맥빠지게 물어보는 건가. 근데 이미 물어봤는데 어쩌라고. 아니~ 어? 어쩌라는 말이 아니라 그냥 그럴 수 있다 그거지. 아니면 말고? 뻔트대서 팔짜 고칠 일 있나. 다음 기회에. 그럼 이제 정말 진짜로 재미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볼까? 그럴까 말까? 허나 제17회 허풍대회는 주최측의 농간 때문에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한때 꽤나 잘나갔던 수다대회는 또 뭔 공금횡령으로 검찰 조사 중이래나 뭐래나. 세계상남자 협회 역시나 새가슴들만 모인다고 소문 쫙 퍼졌다. 꽤 괜찮은 나이트클럽, NC에 요즘 누가 가나. 웬만한 허영심대회 누가 말 꺼낼 기미만 보여도 죄다 짜증낸다. 아직도 능청 뽐내기 대회를 기억하는 한량이 있나? 추억은 유치하다. 화려한 시절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사랑은 없다. 환상은 끝났다. 미소는 진즉 썩었다. 구단도 팔렸다. 등번호 좋아도 관중이 안 모인다. 전성기 구경도 못했다. 슬럼프만 늘상.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무조건 밖을 나가야 한다? 구식탱탱묵은 격언 곧이곧대로 따라했다가 실패한 얘기 때문에 귀에서 피나기 싫으면, 어? 좋게 어설픈 얘기 꺼내지 않는 게 좋다.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 이 양반이 시방...! 쓰잘데기 없는 발단 아마도 기발한 전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제발 틀렸으면! 허나 기대는 곧 실망. 하여 일단 떡밥뿌리자며 가짜 미끼 툭 던지는 심보는 아닌데. 공짜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거든. 그럼 뭐 사랑은 벌인가? 상사병 아무나 걸리나, 첫눈에 반하는 건 누구나 한다. 개침이 뭔 독보적인 재주라고. 군침이야 평범. 눈독은 취미. 드라마 거 다 과장. 영화도 태반은 뻥. 개 뻥. 재미 하나도 없다. 연재소설이 이러니 월간지 미스테리아가 이 모냥이지. 것도 한물갔어, ~가 아니라. 옛날부터 사주가 심심해서 꾸역꾸역 재미삼아 운영 중일 것이다. 보나마나 뻔해. 왜 아니겠어. 
    그럼 NB는 이제 어떡하지? 현실에서는 엑스트라병 허구에서는 주인공병. 가상의 환상머신 이대로 없던 일로 할까? 근데 걔 걱정을 왜 우리가 대신 해주나. (절레절레)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그 뭐랄까. 아름다운 연정을 흠모할 것인가 아니면 무턱대고 더티러브만 추종할 것인가. 둘 다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추접스러운 사랑 애호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과연 인생의 비밀은 무엇일까? 있든 없든 그걸 왜 알아야 하나. 몰라도 돼.  왜냐하면 단언컨대 간명히 확답해도 걸핏하면 바뀌기 마련이니까. 뭔 말만 하면 몽땅 다 믿는 아가씨 마음 흔드는 게 뭐 어렵다고. 그녀들은 우리한테 넘어오게 되어 있음. 뭐? 그게 아니라. 요망한 얘기 정말 짜증난다 짜증나. 어? 뭔 맥락도 없이 진한사랑 타령, 밑도 끝도 없이 잔소리. 증말 짜증난다 짜증나. 이러니 사석에서 친구들끼리 아 빡쳐 뚜껑열려 막 그러지. 밑도 끝도 없이 말 같지도 않은 얘기만 계속 나불나불. 뭔가 있어 뭔가 있어, 뜸들이다가 그냥 끝남. 그게 뭐야? 어? 뭐 말하자면 그런 거? 보아하니, 도련님은 당나귀가 제격이다. 그럼 허당에게는 라 페라리가 안성맞춤? 시끄럽고. 이 정도 했으면 뭐 일단 몸풀기는 된 거 같으니. 따라서 허접한 발단은 이쯤에서 끝내자. 좋게 그러자. 제발 좀 그러자고. 





    2

    헛된 몽상 같은 인생, 더 헛된 망상 같은 인생으로 결판날지 모르니 좋게 공상은 때려치우자. 정신차려 이 친구야. 응? 뭐 저런 게 다 있어, 라는 허언증으로 빠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넌 또 뭐야! 어? 뭐냔 말이야. 응? 정신 없지? 그치? 그러게 몽정기에 엄마말 들었으면 지금 공상을 왜 해? 벨트 차고서 세러모니하는 챔피언. 걔네 의무방어전 걱정을 늬가 왜 해? 늬 앞가림이나 잘해라. 너나 잘해 제발. 뭐야 이거, 또 누가 NB 정신을 빼앗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공상 끊을 꺼야 말 꺼야 그것만 말해. 시간 없어. 뭐? 아 쫌! 그럼 뭐야 이거. 정말로, 응? 진짜로, 어? 완전히 미쳤나? 말도 안돼. 그럴 리가 없어. 아니 어떻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억측을. 아니. 아닌 게 아닌가? 그만 좀 하자. 거 참 피곤한 스타일일세 그려.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아무튼 말이야 뭘 해도 재미없단 얘기 할 거면 입도 뻥끗하지 마. 왜, 많이 심심해? 상상을 해 그러면 돼. 가까이 온다 가까이 온다 만진다 만진다... 더 짜증나는군. 그러니까 녀석은 무슨 문학적인 상사병도 아니고, 밑도 끝도 없는 상상병 뿌리치지 못하니까 인생이 그렇지. 뭔 환상머신을 뉘 집 똥개 부르듯. 떡주무르듯 신나게 쥐락펴락 당했던 허당 인생 생각도 안 하나. (속설에 의하면) 남의 말 다 들어주다가는 갈보 된다. 봉이자 호구가 딴 게 아니니까. 말이 심했다만 그게 다 NB 인생 생각해줘서 스스로 칼럼니스트와 미스테리아 작가로 양분하여 탄생한 새로운 정체성이 충고해주는 것. 아니 정말로 옛말에도 있지 않나. 남의 사정 다 봐주다가는 집안에 시아버지가 열 둘이 모인다나 뭐래나. 어쨌든. Donizetti / 오페라 <사랑의 묘약> - 네모리노와 둘카마라의 이중창 “말하자면, 사랑을 깨워주는 묘약 말이에요” 이런 고리타분한 음악 웬만치 좀 듣자. 라고 NB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식상한 전개로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따라서 본격적인 전개를 쓰려고 했는데. 그게 말처럼 쉽냔 말이지. 하여 NB는 딱 뭔가를 하려고 하던 찰나. 막 뭔가 딱 뭐든지 하려고 했는데. 딩동~! 하면서 핸드폰 알림음이 울렸다. 퐁~ 하면서 심상 속 효과음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살짝 들뜰 듯 말뜻 하다 말았다. 일단 확인 먼저 해야 했으니까. 딱 그렇게 핸드폰 메시지를 읽었는데. 그건 무엇일까?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에서 알리기로, 선물이 도착했어요. 사무실 문을 열어보니 정말로 선물상자가 떡하니 있음. 리본도 달려있고 구색 대충 갖춰졌네? 일단 갖고 들어와서 그는 딱 열어봤다. 왜냐하면 그건 뜸들이기나 말꼬리잡고 늘어질 사안이 아니니까. 그래서 결과물은 무엇인고 하니, 그건 바로 티셔츠였다. 느와르. 스릴러. 액션. 지하조직 세계의 상징이 뜻하는 뭐 그런거? 누가 못 입고 다닐 줄 알어! 라면서 그는 딱 입었다. 때 마침 옆사무실 숙녀가 찾아옴. 남의 선물을 왜 맘대로 뜯어보냐면서. 
   「사랑합니다. 내가 오빠를? 꿈도 야무져. 냉수 마시고 속 차려. 왜 남의 선물을 먼저 열어보고 난리긴 난리야 글쎄. 어? 현장을 딱 걸렸는데 뭐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한번으로 대충 때우게? 그러니까 오빠가 여태 혼자지. 그래서 오빤 여자가 없는 거야. 응? 그래서 안된다고. 알아? 그러니까 여자 마음을 알 턱이 있나. 혼자서 여심을 쥐락펴락 상상면 하면 다냐고. 응? 오빤 그런 말도 안 들어봤수?
    동서 모임은 독사 모임이다.
    것 봐 아직도 여자를 모른다니까 정말. 그러지 말고 오빠 지갑 줘 봐. 지갑 없지? 아님 돈까지 없나. 뭐 가난? 소파에 자빠져 TV나 봐. 내 마음 꿈쩍도 않을 테니까. 딴 남자는 이처럼 나한테 선물을 보내는데. 그보다 더 한 노력을 해도 될까 말까인데. 뭐 중간에 그 선물을 몰래 열어봐? 지금 뭘 잘했다고 똥글똥글 눈동자를 굴려? 눈 깔어. 어? 뭐야, 내 말 안 들어? 눈 들어. 어딜 쳐다 봐? 날 봐. 어? 날 보라고. 왜, 듣기 싫어? 그러면 선물을 몰래 엿보질 말던가. 아니면 뭐 어디서 내 험담하고 다녔어? 그랬네. 그랬어. 허허. 딱 걸렸어. 누굴 속여! 예상은 했어. 틀림없이 오빠일 거라고. 오빠는 그냥 은근 허당의 땜빵일 뿐이야. 그러다 주역이 등장하면 오빠는 쓱 병풍으로 밀려나는 거고. 많이 해 봤자나? 그마저 못해봤다고? 힘내. 포기하지 말자. 왜, 내 친구들 소개시켜줄까? 오빠 옷 잘 입어? 소개팅 시켜주면 또 그 츄리닝에 쓰레빠 신고 나가게? 동생이 형보다 낫다면 싫어해도 아들이 아비보다 낫다면 좋아한다. ~라는 말도 몰라? 오빤 그냥 바텐더한테나 잘 보여. 우리 중에 돈 제일 많을 거 같은 사람이 누구로 보여요? 꿈 깨지 마 그냥. 어? 안 그래도 식상한 말발, 여자들이 외면하기 딱 좋음. 또 자기한테 투자를 안 해. 뭐 우리는 여자한테 돈 못 쓰게 한다고? 여자한테 돈 못 쓰게 하면 뭘 해, 자긴 더 안 쓰는데. 어? 그게 말이야 양파야? 어? 왜, 이쯤 되면 어렸을 때 못해본 뭔가가 떠오를 테지. 왜냐하면 슬슬 정신이 나갈려고 할 테니까. 붙잡아. (딱) 정신차리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어? 오빠 앞에 여자 1명이 아니라 오빤 지금 대극장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라고 생각하란 말이야. 그래도 여자가 붙을까 말까인데, 어? 정신없지? 그럴 줄 알았어. 그래가지고 뭔놈의 아무말 대잔치에 기웃거릴려고. 뭐 내 첫키스가 궁금해? 오빠 첫경험이나 떠올려. 응? 이 양반이 시방 낼모레 환갑잔치를 앞두고서 말이야. 아직 아닌가? 어차피 기다리면 다 오게 되어 있어. 어? 뭐 최후의 만찬이 까마득해? 숙녀와 멜로드라마를 목전에 두고서 그게 어디 할 생각이야? 어? 그러게, 어? 왜 내 말을 안 들어. 어? 오빤 그냥 아쉬운 남자야. 뭐 몰래한 사랑? 얄미운 애정이 아니라 추접스러운 사랑. 진한 사랑? 연한 연정도 아까움. 오빠 지금 그 생각했지? 쟤가, 언제부터 저렇게 말발이 좋았지? 근데 찬찬히 듣고 보니 성격까지 더럽네? 허허. 허허허허허. 뭐 웃어? 진짜로 그처럼 생각했단 말이잖아? 어? 딱 걸렸어. 응? 누굴 속이려고. 오빠 여자한테 귀빵맹이 맞어봤어? 오빠 진짜로 나한테 따귀를 얻어맞고 싶은 거야? 말해. 말만 하라고. 어? 그러게 왜 남의 선물을 열어보냐고 증말! 어? 그건 그렇고. 우리 사교계 3대 허당이 누군지 알아? 모르지? 안 갈켜줄 거야. 오빠가 그거 알아서 뭐 하게. 오빠만 아니란 거 알아둬. 어? 누가 누구한테 지적질이냐고? 정말 이 오빠 어떡하지?」
    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자기 선물을 빼앗어 가버렸다. 
    뭐야 이거! 





    3

    다음 날이 됐다. 옆사무실 그녀가 찾아왔다. 
   「오빠. 나야. 아, 나라고. 왜 반가운 척 안 해? 그게 더 서운해. 오빠랑 나랑 그럴 사이야? 정말 그렇게 나오기야? 그럼 나 온 동네방네 다 소문내버린다. 그래도 돼? 어? 그래도 좋냐고. 우리가 어떤 사이라는 거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아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오빠가 그 모양이지. 왜, 이게 뭐 어때서! ~라고 하려고 할까 말까 망설였지? 내가 오빠를 모르니, 내 친구들이 오빠를 모르니. 오빤 다 얼굴에 드러난다니까. 지금 얼굴에 뭐라고 씌여있는 줄 알기는 알아? 보아하니, 귀신도 모를 일이다 쟨 왜 또 나타나서 날 정신사납게 만드는 거야. 허허허. 오빠 그 츄리닝 산 거 후회하지? 최저가에 혹해서 샀는데 마음에 드는 거 제값으로 사서 것만 입을 걸 그랬지? 그렇다니까 글쎄. 허지만, 어? 달팽이 뿔도 뿔은 뿔이야. 그래 봤자 그 마음 얼마나 갈 거 같아, 응? 뭐 나대지 말라고? 내가 안 나대게 생겼어? 자꾸 내가 이처럼 들쑤셔줘야 그래야 혹시 오빠한테 아찔한 착상이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점. 그거 부인할 거야? 짐작해 봐, 왜 가늠 못 해? 제목은 뭐랄까 그래, NB 뜻밖의 횡재를 만났다. 왜, 유치해? 사랑이 원래 그래. 뭐 여잔 다 그래? 나 그런 여자 아니야. 이거 왜 이래? 어? 사람을 뭘로 보고. 나 꽃이야. 그럼 뭐 오빤 난봉꾼? 오빠. 휴~ 응? 오빠.
    때리는 척하거든 우는 척도 해야 한다. 몰라? 이거 봐. 이거 보라고. 뭘 좀 모르시네. 뭘 모르니까 여자들이 안 좋아하지. 안 그래? 오빠가 여자면 오빠 같은 남자를 좋아하겠어? 어? 그러고 싶겠냐고. 하여튼 말이야, 아니 됐다. 기회만 엿보다 적기와 호박 그 모두를 놓쳐버린 연애운. 그걸 누굴 탓하겠어. 또 누가 늑대 아니랄까 봐 무슨 또 속으로 생각하는 거라고는 글쎄 뭐? 무명 허당으로써 언제나 탐나는 미결산 이익 그건 대체 무엇일까? 웃기고 자빠졌어. 따분하고 말고 할 게 뭐 있나 잔머리 굴리면 뭐 해. 할 말 떨어졌어. 엉덩이 근질근질하다 만사가 귀찬해졌어. 돈 떨어졌어. 일도 끊겼어. 사랑은 없어. 근데 공상을 끊어? 뭘 끊어. 참긴 뭘 참어. 정말로? 정말로? 말하자면 관상을 보니 딱 그거네. 딱따구리를 그린다는 것이 오리를 그린 인생. 아 글쎄 새하얀 도화지 같은 숙녀와 연애하는 공상 때려치우지 못하니 그렇지. 허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입장, 허영심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숙명. 그게 대체 뭔지는 모르겠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근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하다 말았지? 아니 근데 저 오빤 왜 내 잔소리를 얻어듣고 난리야 난리긴. 오빠. 오빠 정말로 여자한테 다변 얻어듣는 거 좋아해? 진짜야? 그럼 더 닥달해줘? 그만해? 왜 말을 안 해. 이 오빠 이상해. 정말로 이상하단 말이야. 오빠 바보야? 생각 없어? 이거 뭐 들들 볶으란 말이야 말고 감고 당겨서 쥐락펴락 해주란 말이야. 도통 속을 알 수가 있어야지. 근데 또 군침은 입에 가득. 영혼은 온통 흑심. 속이 없네. 낭패뿐인 연애사. 뭐든 초라한 전적 이전에 출전 경험 자체가 없음. 퇴짜맞을 게 뻔한데 개꿈을 뭐 하러 꾸나. 잔뻔치 맞느라 정신 없으면 아픈 시늉이라도 좀 하라니까 글쎄. 아무튼 인사말은 1절로 줄이고. 
    내가 여기 온 용건을 말할께. 뭐 일찍도 말한다? 이 사람이...! 오빠 나 만만하게 보는 거니? 그런 거니? 응? 그건 그렇고.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재미난 얘기를 해줄까? 하오나, 어? 뭔가 있는 듯한 재미난 얘기, 들으나마나다. 정말 뭔가 있을 것만 같은 발단, 들어봤자 공연히 헛수고. 그래도 모르니까 혹시나 해서 귀기울려봐야 시간낭비. 아니 근데.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오빠는 날 무슨 얄미운 시누이 같은 존재로 보는 건 아니지? 그러니까 좋게 고백해. 내가 그렇게 좋아? 왜 좋은데? 변심 안 할 자신은 있고? 어허. 그렇다고 내가 사랑을 모를까. 옛말에 그랬어. 둘째 며느리를 얻어보아야 맏며느리 착한 줄 안다고. 어딘가에 헐값에 넘겨버린 환상머신 이제 와서 아쉬운 건가? 쪼잔하긴. 아니면 뭐 새로운 여자를 원해? 이거 봐. 이거 보라고.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캬, 남자네. 어? 멋져. 끝장. 환장? 개뿔. 밑도 끝도 없이 무슨 개뼉따귀 같은 소리. 동네 똥개들 죄다 깨우는 소리 그만 좀 하자. 응? 좀 그러면 안되겠니? 아, 오빤 청자고 난 진행자구나. 그래 봐야 오빠나 나나 동반자야. 응? 내 티셔츠에 뭐라고 씌여 있어? 그렇지~ (딱) RUNNING MATE. 오빠와 나는 그런 사이야. 알아? 아무튼 말이야
    동서 시집살이가 시어머니 시집살이보다도 더 맵다고, 어? 오빠 나 허트루 알지 마. 누굴 띄엄띄엄 아시나...! 나 이대로 안 물러나. 또 언년이 오빠를 껄떡거리는지 아직 간파하진 못했으나. 어차피 걔네 나한테 걸리는 거 시간문제. 그런다고 뭐 내가 오빠한테 막 달라붙어서 막 딱 초밀접 대인방어해서 막 그럴 줄 알아? 오빠 한번만 만나주세요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꿈 깨 이 양반아. 어? 
    좌우지간 내가 여기 온 용건을 말할께. 진짜. 근데 내가 여길 왜 왔지? 아, 내 손에 들고 있는 거. 어제 내가 뺏어간 선물. 그거 오빠 거네. 내가 착각했어. 그럴 수 있어. 응? 왜, 기분 상했어? 난 오빠보다 더 빈정상했어. 이거 왜 이래? 어? 뭐 오빠만 내 맘 들여다볼 줄 아니? 난 오빠 속 뻔히 파악하고 있단 말이야. 왜 그럴 수밖에 없냐, 오빤 내 손바닥에서 노니까. 어쨌든 돌려줄께. 그리고. 얼마 필요해? 용돈 떨어졌으면 말하라니까 왜 표정이 그 모양이야? 얼굴 좀 펴? 왜, 속옷 없어? 가서 사. 최고급 실크 팬티, 그걸 내가 사줄 수는 없는 거잖아. 우리 좀 어른스럽게 살자. 응? 그러면 안되겠니? 답답하다 증말. 언제 철들래? 오빠도 이제 연식도 됐고. 정말 뭘 좀 알만해질 때도 됐지 않나? 안 그래? 요즘도 그래? 일기장에 막 난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그런 낙서나 아직도 끄적거려? 정말 그래? 그래 안 그래? 어? 왜 말이 없어? 그러니까 뭐 이 선물의 의미? 보낸 사람 누군지는 안 봐도 비디오고. 쌍팔년도 영화에 나오듯 뭐 상징적인 의미고 뭐고. 잘 생각해 봐. 왜겠어, 왜겠냐고. 오빠 보고 뭘 하라는 게 아니라, (검지로 이리 와 이리 와 손짓). CALL! 아직도 몰라? 오빠 패 돌아간다 정신 차려. 어? 난 이만 빠질께. 여기 있어 봤자 비전 없어. 아무튼 다음에 보자고. 그땐 그처럼 꾀죄죄하게 입고 있으면 정말 혼난다. 알았지? 나 갈께. 보고 싶으면 전화하고. 아 내 전화번호 모르지? 잘 수소문해 봐. 그럼 나 정말 간다. 안 잡어? 저놈이...」
    긴 명대사, 아니 그냥 긴 대사만 남기고 옆사무실 그녀는 가버렸다. 
   「쟤 뭐야? 지가 뭔데......!」
   「지가 뭘 안다고...」
   「왜 지가 큰소리야..」
   「근데 왜 내가 뭘 잘못한 거 같지?」





    4

    사석에서들 말한다. 허영심 대단한 숙녀치고 내숭 없는 년 못 봤다 라고. 여자들끼리야 불문율 지엄하다지만 남자야 불여우 꼬리에 반색하든 환장하든 뭐 그러려니. 그럼 허풍 센 늑대치고 정력은 더 센 촌닭은 얼마든지? 그게 대체 뭔 말이야! 에잇 그런 사람이 어딨어, 그처럼 굶주린 촌놈들 나와보라고 해 봐 봐. (손차양)......! 차마 셀 수가 없군 그래. 근데 거 기왕 말 나온 김에 옛말 하나만 더 가져다 쓰자면 이렇다. 푼수 야망은 설교로 고치고, 곰탱이 허풍은 몽둥이로 고친다. 아니 그게 아니라. 굳이 곰탱이 미련한데 개꿈에서 깨어나면 재미없지 않을까? 소원 들어드리지 뭐. 근데 거 어째 자꾸자꾸 옛말 들먹이고 속담 갖다붙이고. 나 때는 말이야~, 꼰대지수 부쩍 급상승하는 것만 같다. 그러니 그 얘기는 그만. 딴 얘기 하자. 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할 얘기가 없는데. 할 말 떨어지기도 전에 애초에 말수 없는 그놈.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럼 결국 남 얘기? 험담 재미없다. 뒷담화야 시시콜콜하든 솔깃하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근데 거 그게 그 들어왔다가 안 빠져나간 얘기. 그게 뭐냐고. 몰라. 어떻게 알아. 타인의 속마음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도 아닌데. 하긴. 남들 마음을 다 알아도 것도 장난 아니도록 피곤할 테고. 이처럼 NB는 정체된 중년운을 타박하던 끝에 결국 새로운 인생을 갈망하게 됐을까? 하면 그래 봤자 푸념뿐. 아는 여동생들의 열렬한 환호, 미칠 듯한 러브콜, 부동의 인기. 다 뻥. 걔네들 때문에 괜히 그 인간 버릇만 잘못 들여놨어 그냥. 저조한 성적표를 내밀면서 넉살을 애초에 차단하면 녀석이 좋아하겠냐고. 말씀 너무 심하시네, 라는 말조차 쏙 들어갈 게 뻔함. 
    그래서 NB는 시동을 걸기로 했다. 언제까지 발동이 걸리기를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 근데 그건 과연 무잇인가 라는 주제를 정하지 못했을뿐. 그러다 그는 깜빡 잊었던 선물을 떠올렸다. 이미 옆사무실 그녀가 썼다 벗었다 썼다 벗었다 간봐버렸지만. 그래도 선물은 선물. 그래도 옷이기 망정이지 뭐 딸기잼이랄지 그랬으면... 맛 봐버렸다? 진짜로 집도 절도 없는 똥개가 젯밥 맛 봐버렸다고? 무슨 그런 개뼉따귀 같은 공상을. 그만. 아무튼 그래서 NB는 결정했다.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에 방문하기로. 
    재차 강조하지만 누가 보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고 묻지 마! ~라고 말하기에 앞서 누가 알고 싶어하는 사람 하나 없다. 하나도 읎다고 글쎄. 그런 시시콜콜한 잡담 궁금할 만큼 인생이 어디 한가한가. 아무튼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내 지루한 발단, 마침내 덜 지루한 전개로 이어지게 됐단 말이다. 더럽게 재미없는 절정에 이어 (조용조용 우리끼리만 사석에서 친한 친구들끼리 어쩌다 드물게 애용하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상욕 나오는 결말로 마무리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방문.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방문.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방문.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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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물론 그는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에 곧장 쳐들어가지는 않았다. 한번 보고 두번 생각하고 세번 재고하다가 마침내 살까 말까 망설였는데. 간당간당하던 통장잔고에서 자동이체 때문에 남은 푼돈마저 빠져나가버려, 쇼핑리스트는 물 건너갔더라? 그게 아니라. 딱 3일 고민하다 충분하다 싶어서 무거운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단 말이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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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앞.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앞.
    매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당연히 NB는 미처 몰랐겠지. 예상을 어떻게 해. 자기가 여기 왜 온 건지조차 긴가민가하는데? TV 광고만 봐도 현대인은 스스로 최면에 빠져들기 일쑤이니 그라고 뭐 빠지겠나. 어쨌든 매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 줄이 길게 서 있는데. 매장 관계자인지 누군지가 느긋한 걸음걸이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그러다 딱 NB 앞에 섰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요렇게 요렇게. 그러자 줄서있는 사람들은 뭐 약속이나 한 듯이 환호성 일색. 분위기라는 게 뭔가. 저요? 저요? 왜 나만? 진짜 저요? 나 말이오? ~라는 듯이 의아한 표정과 황당한 느낌을 안고서 그는 관계자를 따라 매장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줄서있던 사람들은 매장 입장을 포기한 채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매장에 들어서자 보이는 사람은 로버트. 
   「야, 너 로버트 아니야?」
   「어, 형. 여기 웬일이야?」
   「나? 내가 여기 웬일이나면... 내가 여기 왜 왔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근데 너 하다 하다 의류업까지 진출했냐?」
   「왜 난 패션과 거리가 멀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너 패션쇼 가봤어?」
   「형은 안 가봤어? 안 가도 돼. 나 봐. 옷걸이 좋잖아. 형은 맞춤복 같은 남자, 난 옷걸이. 허허. 우리가 아직도 넌 우머나이저 난 터미네이터 그렇게 놀아야 하나? 여태 눈치 못 챘어? 이게 의류매장 같아?」
   「그럼... 설마... 혹시...」
   「그래. 웜홀머신 업그레이드 버전. 웜홀공장이란 말이지.」
   「그 미완성 환상머신을 뚝딱 웜홀머신으로 개조한 건 알겠는데. 너 나랑 장난하니? 그게 말이 되냐. 지금 영화찍냐? 어?」
   「안 믿기면 밖으로 나가 봐.」
   「그래. 그러자. 그럼 알게 될 테니까.」
    그렇게 NB는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 밖으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거긴 놀이공원이었다. 성황 중이 아니라 휴업중인 놀이공원. 뒤 따라 나온 로버트가 손을 들어 NB 어깨를 툭 짚었다. 
   「이제 현실감과 환상감 구분 하겠어?」
   「이거... 이게... 꿈이냐 생시냐? 대체 뭔 속임수야?」
   「이게 어떻게 속임수야? 단지 놀이공원이 운영하지 않는다 뿐 다 진짜잖아? 왜, 안 믿겨?」
   「신뢰할 수 없어. 말도 안 돼!」
   「그래, 개뼉따귀 같은 일이지. 정말 그래. 근데 사실인데? 허지만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뭘 어떻게 돼. 어떻게 되긴 누가 알아. 대체 이게 뭔 수작이야. 그리고 왜 나한테!」
   「그렇다고 우리가 심신분리 놀이를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 순간 NB는 놀이공원에 기념탑처럼 솟은 시계를 보았다. 
    상징 조형물탑은 세모요
    동그라미는 시계였고 
    그 아래 네모에 씌여진 날짜는... 미래였다. 먼 미래! 
    그 순간 갑자기 로버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응, 마라.. 나야.. 나랑 같이 있어.. 고분고분하지.. 지가 어쩔 건데.. 꼼짝없이 잡혔어.. 꿩 잡는 건 매라지만 칠면조든 딱새든 다 우리 판 안에 있어..」
    그러다 로버트는 뭔가 더 중요한 얘기가 있는지 저쪽으로 가서 심각한 통화를 계속했다. 
    통화를 마친 로버트는 돌아와서 뭔가를 말할 듯 말 듯 하는데. 
   「형, 그거 알아?」
   「」
   「마이크로소프트. 그 회사가 미스테리아를 샀어.」
   「뭐 하러?」
   「근데 사자마자 다시 팔았어. 어디다 판 줄 알아?」
   「어디다 팔았는데?」
   「어디겠어 구글이지.」
   「진짜야?」
   「지금이야 아니 형이 살던 세상에서야 헛소리겠으나. 현재와 미래의 중간 그 완충지대. 웜홀머신이 우릴 지금 그곳으로 데려왔자나. 여기선 다 알 수 있어.」
   「」
   「근데 형 TESLA 주식 사놨어?」
   「아니.」
   「잘했어.」
   「왜?」
   「나중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언제 사야 할지를 알려주겠다는 거야?」
   「감 녹슬지 않았군.」
   「공짜로?」
    그때 다시 로버트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여성환상 1대주주 사라가 아니신가... 허허허허허... 다 잘 되어가고 있어... 걱정 붙들어 매. 숙녀여...」
    로버트는 NB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했다. 
   「저기 보이는 저 유령의 집에 가서 지금 당장 일하라고? 아니면 난 돌아가지 못하는 거야?」
   「아니면 전성기인지 방랑기일지 모를 젊은 시절을 생략한 채 미래로 곧바로 건너뛰고 싶어? 그게 희망찬 내일일지 불운의 암흑기일지 어찌 알고.」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 그는 유령의 집에 들어가 잔꾀를 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무슨 중간지대인지 뭔지에까지 와서 잔머리를? 응큼한 잔상만 해도 얼만데...! 이거 딱 봐도 NB는 정체 모를 모스맨 일당의 잡부로 전락한 거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6

    그가 유령의 집에서 번개처럼 작성한 낙서는 이랬다.
   <애들은 사진도 잘 안 찍는다. 60대는 편의점 갈 일 좀처럼 없다. 중년은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 중년만? 젊음의 행진을 왜 하나. 줄 달린 치즈를 적당한 자리에 툭 던져놓으면 그만. 반응이 별로면 막강한 미끼도 많음.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며 빨빨거리며 돌아당겨 봐야 금방 지침. 발품 팔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둥 뭐라는 둥 반대말도 흔하다. 한우물 못 팠던 사람들이 보면 산전수전 다 겪었다나 뭐래나 입담 세지 않나. 떡밥 막 뿌려봐야 잔챙이 밖에 안 걸리는 게 세상사. 대어 구경하는 게 어디 쉽나. 달 밝은 밤이 흐린 낮만 못한다. 뭐? 그 얘기가 아닌데. 아니면 뭐, 달콤한 사탕이 우선 먹기는 좋다. 급히 먹다 채한다. 아니다라고? 더러운 물로 급한 불 먼저 끈다고? 썩은 사과 타령 그만 좀 하자. 거 더럽게 벌레 먹은 과실 얘기... (절레절레). 뭐 낙과? 추접스럽게 진한사랑 공상 짜증난다고. 아니 근데 이런 개뼉따귀 같은 허구를 연재해도 건재한 여성잡지. 걔넨 대체 뭐지? 뭐야 걔네, 어? 참으로 정체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어 그냥. 응? 그 의뭉스러운 여성환상 1.5를 이끄는 맹장이 누구야? 알고 봤더니 꽤죄죄한 졸병이 대주주? 누구라고 말은 안 하겠는데 칼럼니스트 그 인간, 빈둥빈둥 놈팽이 생활 대체 언제 끝나나. 필자가 걔 마음 대신하는, 녀석 변호인은 아니다만, 걔 대필해주느라 이 고생 하는데. NB로 말할 것 같으면, 드디여 걔가 미쳤구나. 마침내 미쳤군 그래. 많이 버텼어. 오래 참았지. 갈 데까지 간 거야. 볼짱 다 봤나? 몰라. 몰라 몰라. 근데 이게 다 뭔 얘기야? 모른다고 글쎄. 됐고>
    일단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이게 정녕 생시인지 꿈인지 확인코차 그는 다시 바깥으로 나오려고 했다. 
    허나 무섭게 생긴 보디가드들이 그를 가로막았다. 그는 다시 들어가서 몇 글짜 더 끄적거릴 수밖에. 
   <허영심의 열띤 공감에 기반을 둔 고혹적 선망, 반길 생각 없음. 키우다 보면 과소비요 허락하다 보면 정신산만. 허나 재미없음에 반기를 들래야 활력은 이미 하락세. 지적인 열망마저 시름시름. 자타공인 갈채받아 마땅한 목표가 뚜렷한 인생이야 드라마 속 얘기고. 틈만나면 쓸데없는 공상, 더 쓰잘데기 없는 개침. 날씨는 쾌적한데 유쾌한 친교는 다 옛날 얘기.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 불가능한 신비, 비밀스러운 행복감. 전자와 후자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열정을 마다하지 않을 텐데. 근데 성과는? 못 말리는 환상은 허황된 욕망으로 판명남. (절레절레) 그거야 바로 그거야? 노잼. 꽝. 긍정적인 낭만과 헤어나올 수 없는 포만감. 바램은 건배사 같은 인생, 현실은 안주 이름이 아무거나. 뭣이 어째? 흥분하지 말자. 남 얘기가 아니니까. 말하자면 재미없다 했을 때 F1 대회 우승자처럼 집에서 혼자 샴페인이나 터트려볼까? 소파에 자빠져 TV만 보기엔 뭔가 짠하다. 이대로 권태에 굴복할 수는 없다. 심심함에 순응하기에는 명검이 너무 짧다. 자, 그래서 NB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진한 사랑이라는 목적을 생각하는데. 그래 봐야 허탕. 뭘 해도 안됨. 뭘 해도 재미없음. 항상 노잼. 언제나 꽝. 늘상 곯음. 팍상 상함. 하여 썩은 미소 고정. 웬만하면 다 뻥. 개 뻥. 몽땅 뻥. 그렇다고 재물복을 탓하며 애정운을 새롭게 점쳐보긴 너무 궁상맞지 않나. 그래도 Bellini / 오페라 <몽유병 여인(La Sonnambula)> 1막,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 이런 고상한 음악에 마음이 흔들리면 안된다. 팔랑귀에 쥐락펴락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테니까. 대문은 넓어야 하고 귓문은 좁아야 한다. 귓구멍이라고 했나? 귀 간지러운 얘기는 자제하자. 그러는 게 좋겠다. 뭐 귀걸이? 됐다니까 글쎄. 거 참...! 그래서 적극적으로 뭔가 시동을 걸려하나 여의치 않고. 능동적으로 자발을 앞세우기도 그렇고. 피동적으로 탄력을 어떻게 받나. 행운의 여신은 올 뻔 말 뻔 하시다 딴 데로 행차하셨겠지 뭐. 그러던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어라! 대문 턱 높은 집에 정강이 높은 며느리 들어온다. 일이 우연히 잘 들어맞네...싶은 껀수일까 아닐까. 일단 들어나 봐야지. 그래서 딱 전화를 받았는데 장난전화. 뭐야 이거. 이런 젠장! 그래서 그는 일단 밖으로 나갔다. 어딘지는 다음 편에 귀뜸할 수도 있고 비밀로 남겨놓던가 하기로!>
    다시 바깥 형편을 정탐하고자 그는 관찰자로써 바깥으로 나왔다. 
    근데 햇볕에 머리가 핑 돌았다. 때마침 퐁 하는 효과음마저 들렸다. 
    귀울림이랄지 가녀린 뇌전증과 다시 한번 퐝~하면서 얍~ 얍~! 막 그런 기합인지 환청이 들렸다. 그렇게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7

    NB는 브랜드 NERDY 제품 매장에서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었다. 귀신에 홀린 느낌? 기분이 이상했다. Johann Georg Pisendel / Violin Sonata in a minor 대체 방금 그 줄거리는 뭐지? 뭔지 모르겠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소용없기 때문에 그는 일단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문 밖에서 옆사무실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나야.」
   「」
   「내가 넌 줄 모르니? 라고 말하려고 생각하진 않았지? 알고 있어. 근데 내가 어떻게 여기 왔냐고? 글쎄요. 누가 알려줬을까 아닐까. 한번 맞춰보시지?」
   「」
   「왜 말이 없어? 근데 난 왜 보고 싶었는데? 내가 언제 너 좋다고 한 적 있냐고? 또 오리발? 이런 촌닭을 다 봤나. 그나저나...」
   「한편...」
   「한편?」
   「아, 쓰고 읽기가 아니라 나 지금 사람과 대화중이구나. 너 혹시 웜홀머신에 대해 아는 거 있니?」
   「뭔 머신?」
   「아니 됐다. 내가 너랑 뭔 얘길 하겠니.」
   「오빠 왜 날 무시해? 날 뭐 멍청녀로 보는 거야? 이 아저씨가 진짜...! 아무튼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오빠가 대필한 중편. 지금 영화로 나왔대. 어서 보러 가자. 무대인사 준비되어 있어. 근데 오빤 유령작가야. 마라 언니 왈, 전면에 나서도록 놔두지 않겠다나 뭐래나.」
   「뻥치지 마.」
   「뻥 아니야.」
   「그리고 1년 후에나 탄생한 작품이고.」
   「그건 또 뭔 소리야? 너 날 물로 보니? 내가 뭐 봉인 줄 알아? 나 카리스마 끝장이야. 대체 몇 명의 여자들이 나한테 뻑간 줄 알기는 알어?」
   「뻑가는 소리 좋아하시네. 어? 놀고 있어 아주.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하셔.」





    8

    그 이후 별다른 일은 없었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 성공적인 심심함이라고나 할까? 차라리 더럽게 말 많은 것보단 나을 수도 있다. 말이 그렇단 거다만. 
    미칠듯한 흥분. 끊임없는 몰입감. 기똥찬 감수성. 벌렁벌렁 황홀감. 벌컥벌컥 호기심. 세계 상남자 협회 지존 기록 갱신을 향한 질투심. 대천사와 사랑에 빠진 것만 같은 환희. 온갖 요정들의 달콤한 애원처럼 들끓는 쾌감. 도저히 지침을 모르는 정력? 불가사의하도록 마르지 않는 정욕? 천국을 만난 것만 같은 쾌락.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만인의 교성과 만방의 신음을 몽땅 혼합한 듯한 기쁨. 참을 수 없는 재미는 차마 멈출 줄 모르고. 결코 실망스럽지 않을 게 분명한 기대감 만빵. 예고했던 행복을 어김없이 만족시키는 정도를 무색케하는 게 그 뭐랄까... 장난 아님. 진심으로 비너스가 아닌가 의심스러운데 다가온다 다가온다...! 어쩌다 아르테미스가 내 엑스트라병을 말끔히 치유해주겠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줄거리. 잔뜩 달아올라 흠뻑 젖어버릴 거라는 예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정말로?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달콤한 과즙 벌레가 먼저 시음해버림. 달지 않은 도넛을 왜 팔아! 소망은 헛된 몽상. 개꿈은 개꿈일뿐. 단지 그뿐. 마른 안주 같은 촌놈이 꿈꾸는 공상 하나도 앗 웃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아이디어 들으나 마나. 하다 하다 환청은, 오빠 혹시 그거 알아? 말도 말어. 귀찮게 하지 말라 그래. 조용히 해야지. 왜 저래 진짜! 
    이처럼 혼란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까? 각자 나라면...의 후보군들이 화려하실 텐데. 그런 한편 NB가 택한 비장의 카드는 뭔고 하니, 뭐더라? 뭐지? 뭐야, 뭐냐고. 그야 뭐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관심사의 부재쯤이야 익숙할 뿐. 뭐 재미난 일 없을까? 있을 턱이 있나. 무도회는 끝났다. 청춘은 퍼졌다. 사랑은 없다. 오락산업은 식상하다. 권태는 심각하다. 미소는 썩었다. 사교계는 망했다. 희망은 잊혀졌다. 상심은 단짝. 절망은 내 친구. 실망 떠나면 섭섭하고. 야망이야 불러도 대답이 없지. 소망마저 토라짐. 쾌락마야 딴청. 대타들은 모두 지각에다 경기감 바닥. 쓸 만한 인재는 경쟁팀에서 몰래 빼간지 오래. 스카우트 자금도 거덜남. 감독까지 러브콜받고 도망감. 그래도 쓴 맛 단 맛 산전 수전 겪은 인생, 방법이 왜 없겠나. 자, 거울을 한번 봐볼까? 슬럼프를 벗어날 조과운을 점쳐보게 말이야. 점쟁이도 심심하면 화장도 하고 동화 주인공처럼 수정구슬도 쓱싹쓱싹 만질 것이다. 아님 유달리... 망측하다.
    남의 남편을 탐하지 말라.
    남의 남자친구한테 껄떡거리지 말기.
    친구의 남자친구를 상상하며 흥분하지 말자.
    근데 오늘도 이미지 트레이닝? 심심하면 아무 남자한테나 꼬리치기? 그러니까 남자들이 쉐도우복싱 같은 허세로 인기없음을 달랠 수밖에. 좌우지간 우리도 관상 볼 줄 안다. 손금 딱 봐도 대번에 행운아인지 풍운아인지쯤은 구분한다 그 말씀. 자, 잔말 말고 거울을 들여다보자. 뭐야 저거! 다시 다시. 다방 출입 십 년에 남의 얼굴 볼 줄은 안단 말이다. 뭐야 저거!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이자나? 이런 젠장. 젠장 관상 아니 본만 못했네 그려. 허나 그런 말이 있다. 늙을수록 욕심은 젊어진다. 굳이 삐딱하게 해석할 일만도 아니다. 메달의 뒷면 먼저 보고자하는 심리, 역으로 봐도 뒤집어 봐도 욕심 너무 없어도 문제. 대체로 적당한 게 좋고, 리듬을 즐기며 행운의 구름을 탈 줄 알아야 한다 라는 말이다. 그런즉슨 아는 여동생들 다 떨어져나간 마당에 남자들 우정을 믿어보면 어떨까. 너 저 웨이트레스 좋아하니? 너 혹시 그 바텐더 마음에 드냐? 그럼 넌 치어리더 싫어하냐? 그럴 때도 지났다. 이러니까 마른 오징어 같은 남자가 특종을 쥐어짤 수가 있나. 
    따라서 NB는 무작정 일단 집을 나왔다. 아니. 사무실에서 일찍 퇴근했다. 그렇게 아지트로 향했다. 도착했다. 그는 막 아지트로 들어가려던 찰나. 
    으잉? 그 앞에 브랜드 NERDY 대리점이 생겼네!
    업종이 의류에서 장난감으로 바뀐 점 때문에 무언가 의아함 가득.
    그래서 그냥 한번 들어가 볼까? 라고 생각하자마자 방문. 
    브랜드 NERDY 대리점 내부. 
    친구이자 동생인 로버트와 꽤 닮은 젊은이가 보임. 
   「저기... 혹시 로버트 동생이세요?」
   「로버트를 아세요?」
   「알다마다요. 절친한 사이죠. 우리는 아주 특별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마다요.」
   「그래요? 연배를 보아하니... 우리 아버지랑 호형호제하시기엔... 우리 아버지의 삼춘의 당숙벌 아닌가요?」
   「당, 뭐요?」
   「저도 얘기를 듣을 것도 같고...」
   「그럼 제가 미래에서 왔을 리는 없으니까. 자, 거울을 한번 봐볼까요?」
   「여긴 거울 없어요. 핸드폰 카메라로 비춰보시죠.」
    NB는 본인 얼굴 모습을 확인하기 전에 자기 거동으로 판단하건대... 눈치깠다. 
    자기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언제로 갈 수는 없기 때문에, 고로 밝은 미래가 당겨져온 것일까? 
    정답은 브랜드 NERDY 본사 또는 모스맨 연구소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거 말고 이런 개수작...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그는 아지트고 뭐고 당장 그곳으로 출동했다. 결과는 차차 알려드리든가... 
    열린 결말로 끝맺어 드라마로 확인하기로 하고. 





    9

    바보 투정은 고기로 달래고, 허당 응석은 껀수로 달랜다. 아 작업이 아니라 멜로드라마. 뭐 또 영화 찍게? 늘상 잔꾀. 언제나 잔머리. 그러니 잔소리 얻어듣는 복 한번 기가 막히다 그 말일세. (절레절레) 어? 누군지 몰라도... 통과. 근데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기를 하나, 아니면 열망하는 꿈이 있나. 애원하는 내 님도 없어 아끼는 장비가 어디 있어. 딱 사교계 퇴물. 플레이보이계 퇴짜. 삼류 나이트클럽에서도 안 받아줌. 근데 누가? 몰라. 누가 알아. 왜 알아야 하냐고 우리가 푼수 인생을. 좌우지간 말이야, 어? 보아하니 NB 걔 아직도 그러고 다니나? 막 핸드폰 열어서 친구랑 남자 후배들한테 보여주면서, 아는 여동생들 누구 소개시켜줄까 말까 뜸들이기나 하고. 실속은 없고. "야, 너도 할 수 있어. 형이 여자 꼬셔주는 거도 한두 번이지.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 응?" 어쩌고저쩌고. 다 뻥. 개 뻥. 몽땅 뻥. 죄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그래서일까? 그는 부쩍 작업량이 줄었다. 뭐든 허탈 결국 성과 없음. 설마 정력은 몰라도 성욕까지? 갑자기 말이 없으시네. 왜일까? 왜지? 아니 왜? 대체 왜냐고! 어? 왜겠어. 가만 있어 봐, 나 얘기 좀 하게. 말리지 마. 어? ~라는 인공지능 지니가 잠잠하니까 그렇지. 뚜껑 한두 번 열리나. 장사 하루이틀 해? 여러분~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선동가 역할 누가 단골이었냐고. 놀아주는 사람 없으니까 따분해질 수 밖에. 혼자 놀다 퍼졌어. 뻔해. 필경 어쩔 것이다 라는 예언 필요도 없어. 은근히 추측을 왜 해. 예사롭지 않은 추정이든 달콤한 예상이든. 추리와 추론이 은밀하든 말든. 떠보든 말든 추궁이고 자시고 답은 뻔하다니까 글쎄. 실상 성격 좋은 신부들러리들 알고 보면 인기 좋다. 다만 실속 못 차리면 NB처럼 되는 거고. 왕년에 잘나갔던 연예인이 현역 스타를 보면서 하는 말. 널 보면 마치 내 과거를 보는 것 같아! 딱 보니 이제 외로운 병풍. 각나라 1부리그를 전전하던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한 채 자국 리그 복귀를 뿌리치며 허당계 복귀를 눈앞에 둘 처지냐고 지가. 응? 엑스트라만 맡다 보니 딴 걸 못해. 남 비위맞춰주는 일중독 같던 생애사 전략을 땔감으로 칼럼 써서 입에 풀칠하고 살다가. 할 말 떨어진 거지. 더군다나 툭하면 일하기 싫증나고. 더더군다나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 그 뿐만이 아니라 통장잔고 바닥. 게다가 양대 잡지사로부터 오늘은 마감일 독촉, 내일은 이별 압박. 쥐었다 폈다 들었다 놨다. 줬다 뺐기? 당근과 채찍. 심지어 사람은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면서 뭐 어떻게 고기를 먹었어. 막 먹었어. 계속. 여러번. 일단 먹었다고. 양질의 고기든 싸구려 햄버거든. 근데 힘이 불끈불끈? 사랑의 하트가 벌렁벌렁? 핑크빛 아기돼지 같은 청초한 단꿈과 달리 웬 불고기 요리 효능은 괜찮기 때문? 결과는 한마디로 식상한 말로 회춘 저급한 코메디로 따져 몽정기. 하여 잊었던 배경지식 세삼 느끼지 않을 수 없음. 아아 이래서 불교계 그분들께서 양파, 고기, 부추... 섭취를 금기시하지. 정작 알던 잔지식은 쓸모없고 남아도는 정력은 더더욱 쓸 데가 없고. 근다고 뭐 누가 오빠 제발 한번만 딱 1번만 만나주라며 쫓아다녀? 어림도 없음. 바랠 걸 바래야지. 어? 그러니까 말이지 여자들이 수다대회 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것. 보아하니 자기랑 놀아주면 좋아하는 중년. 여성잡지 2들께서 그분들 정신분석 만큼은 꾀차고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배가 부르면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한눈파는 게 어쩌면 영원한 취미인데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왜 줘? 포획한 사냥감을 보며 흐뭇해하는 전문가들도 많다만 베일에 감춰진 게 진짜. 그분들이 누군가. 왜 얼굴 팔리기 싫다고 하시겠나. 어? 사냥하기 라는 짜릿한 몰입감을 외면할 수 없는 선수. 영원한 현역. 그래서 오늘도 방생? 말해 뭐 해. 근데 그거랑 사랑이랑 뭔 상관인데. 내 말이. 그리고, 어? 그 얘기 저번에 했잖아. 또? 툭하면 그 얘기? 어? 허나~ 사람이 어떻게 새로운 말만 하며 살 수 있나. 아무튼 그런 말이 있다. 농작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에 큰다. 부지런한 농부 대체로 풍년과 친하기 마련. 말하자면 자연의 이치라는 게 봄바람이 불면 숙녀 마음 싱숭생숭하기 마련. 봄이 오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씨앗을 더 막 뿌려대다가... 뭐? 밭이 워낙 좋으니 어떤 씨앗을 뿌려도... 뭐 남자는 꽝이고 여자만 특A급이란 말이야 뭐야. 참 나 거 나 이거 증말 뭔 밑도 끝도 없이 (절레절레). 이러다간 두 마리 토끼 다 놓친다. 딴 인생 좌우명 다 놔둔 채 왜 하필 그 포지셔닝을... 넘어가고. 사실이 그렇다. 늘 그랬다. 누가 모르나. 잘 아시지 않나. 귀찮아서 타켓층을 딱 찍기도 벅차고. 힘 빠져서 떡밥뿌리기마저 여의치 않을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단 말이다. 고로 NB는 겁이 덜컥 났다. 공포심? 영화라도 보면서 무료함을 달래면 좋긴 하나. 인기는 원래 없었고 아는 여동생들 다 떠나갔는데? 따라서 그는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뭔가를 하기로. 근데 뭐를? 어? 뭘 말이야. 이만 줄이자. 그게 좋겠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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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74

from 소설 2020. 9. 15. 16:01

    1

    어디까지나 취미생활 잔재주에 따른 어복, 라는 미명 하에 여복도 마찬가지로? 유난히 저조한 전적 다 이유가 있다. 전략적 고의 패배 (전문용어) '탱킹'에 대한 유별난 집착? 그건 강등이 없으니 반칙왕 기살려주는 거고. 나 난봉꾼 자격 없다, 넌 우리 허당계에서 빠져라, 아니다 쟤 아직 쩜오로 꽤 쓸 만한 쩜팔이다...? 우리는 져주는 거 싫어한다. 메소드 연기로 아슬아슬하게 져주는 거 누가 모를 줄 아나. 핸디캡 감안해서 비례대표로 부유층 묻어가기? 잘 안 섞인다고 싫어할 거 뻔한데 뭐 하러 꿇리고 들어가나. 하위팀일수록 높은 순위 유망주 지명권 남용되니까, 경기 수준 떨어지고 관중 하락. 그거 단계별 리그 운영이 아니라 경마-경륜-경정 마권 베팅이랑 똑같은 방식인데...! 그러니까 언제까지 그 더럽게 재미없는 옥타곤에서 빌빌거릴 건데? 나와 냉큼, 자기 잘난 지를 아직 잘 모르시구만 이 양반이... 우리한테 오라고 내가 잘해드릴께! 원맨쇼 독무대 만들어드리는 거 일도 아니란 말이오. 허허허. 그래서 나는 신나는 새 판을 짰을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현란한 혀놀림인지 허접한 궤변인지 그걸 누가 값나가도록 산다고. 나는 사교계에서 은퇴했기 때문은 아니겠으니, 결국 현실적으로 비사교적인 허당이 되었다. 게다가 플레이보이계에서 퇴출당해 여자말 번역기는 영영 고장나버렸던 것이다. 심지어... 됐다. 정력감퇴? 다 필요없다. 애초에 타석에 등장 자체를 못한다. 그러게~ 그만. 그럼 정말 애원하듯 애처린 눈빛으로 바라볼 건 정녕 환상머신 뿐이란 말인가? 넌 터미네이터 난 우머나이저 말장난 재미 하나도 없고. 그러므로 난 뭔가 결단 내리고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뭐냔 말이지. 어? 개구리 주저앉은 뜻은 멀리 뛰자는 뜻. 그건 내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뭔 쉐도우복싱만 뭐 십년하게? 뻔트만 대다 영화 끝나게? 대체 언제까지 쥐구멍에 볕들 날만 기다려야 하느냔 말이다. 그래? 같은 값이면 처녀 장가다. 새것이 좋긴 좋거든. 믿을 건 쇼핑 밖에 없다. 뭘 사면 일단 기분 좋거든. 속된 말로 돈 쓰는 재미. 그래서 뭔가를 사긴 샀는데... 뭐야 이거. 벌써 잔고장? 옛말에 같은 값이면 과부 집 돼지를 사랬다. 싼 게 비지떡. 통장 잔고 간당간당이니까 어설픈 타협. 이러니 마침내 난 또 칼럼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인데. 
    그래서 나는 드디어 완성했다. 환상머신의 마침표를 마침내 찍었단 말이다. 어떻게 그 믿기지 않는 걸작을 만들었냐? 하면 그건 비밀. 그거 다 공개하면 난 뭐 먹고살라고. 안 그래도 품위 유지비 간당간당인데? 어쨌든 그 환상머신은 정말 기가 막힌다. 완전 끝장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된다. 아주 그냥 오금이 다 저려. 대박, 완전 소름! 밑도 끝도 없이 인간복제? 유전자 조작이 아니라 상자1에 들어갔더니, 뚝딱 상자2에서 원본이 나오고 상자1에서는 그 껍데기가 나오고. 말이 껍데기지 그 역시 원본과 똑같다. 레이저 스캔해서 복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자 안에서만 시간을 정지시키는 원리. 그럼 신체는 그런 경험이 없는데 가만히 정지된 체 바보처럼 시키는 대로 멈춰있으라고? 그럴 리가 있나. 꼭 나서기 좋아하는 말괄량이가 아닐지라도 멈출 수 없는 바로 그 관성을 이용. (더군다나 자발도 대기중이지 기타 등등 끝이 없음) 때문에 원본을 뚝딱 상자2로 옮기고, 복사본은 상자1에 남는 이치. 말이 복사본이지 그걸 뭘로 불러도 마찬가지다. 껍데기? 내 과거. 단순히 3초 전의 모습일지라도 걘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대신 그 장난스러운 약발은 약 7분 정도 유지되다가 서서히 반투명해지다 거의 투명해던 끝에 연기처럼&안개처럼 사라짐. 그래서 환상머신은 달리 불러도 된다. 그럴 수 있으니까. 인간 복사기. 심신분리기. 유체이탈기? 시간조작기. 분신마술기계. 그야 어쨌든 이 신기한 물건을 나만 알고 있으면 뭔 재민가. 하여 난 환상문학잡지 경리인 에밀리를 불렀다. 알고 보면 걔가 거기 실세니까. 





    2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녀를 정식으로 초대했다치고. 자상한 응대로 그녀의 마음을 빼앗은 다음. 사무실에서 난 에밀리에게 설명을 마친 상태. R. Broschi / Arias for Farinelli 음악으로 그녀를 뿅가게 할 수야 있나. 내가 먼저 아찔한 감상에 흠뻑 젖어드는 것처럼 꾸미면? 진공청소기 같은 남자를 동경하는 그녀 심리상, 집단최면엔 강하나 숙녀 마음 유도술엔 약할 수 밖에 없는 그녀. 내가 떨리는데 그녀도 따라서 설레게 되어 있음. 따라서 곧장 그녀는 환상머신에 끌리지 않고 베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체 이게 뭔데 그래?」
   「말은 필요없어.」
    난 세세한 과정에 그녀가 따라오도록 촘촘히 준비했고 그녀는 잘 따라왔다. 가령 그녀는 사무실로 들어올 때 마리아 칼라스의 음조를 듣는다. TV화면으로 UFC 선수의 삽질 세러모니를 잠깐 언뜻 스치듯 봤다. 펼쳐진 잡지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후손이 그의 관짝을 열어달라는 소송 어쩌고저쩌고도 보였다. 저기 보이는 저 상자가 설마 환상머신일까? 어떤 사연을 좋아할 테니까 애증이 뭔지 아는 그녀는 마침내 발동된다. 딴 게 아니라 하필 자발이 탄력받은 것이다. 허나 숙녀가 먼저? 애가 탄다 애가 타. 당연히 모델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배우와 기타 등등. 내 아는 남동생들이라면서 아무나 골라라, 이 오빠가 전부 소개시켜주겠다, 걔네들이 너 좋다고 쫓아다니게 만드는 거 일도 아니다. 그녀 기분 띄우는 건 식은 죽 먹기. 마침내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프랑켄슈타인을 대면하진 못했으나 유령도 아니고 (바닥에 눕혀진) 아이언메이든이 기립한 상태. 아하! 바로 그게 저 상자구나 라고 느낄 테지. 안 그럴 수 없거든. 그렇다고 고매한 허영심 바람이 빠지면 쓰나. 내가 입은 트레이닝복 세트가 하필 바람에 나부끼면 적당히 안에 바람이 들어가는 게 기가 막힘. 미쉐린 타이어 로고랑 완전 똑같음. 난 그녀의 교양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윗과 '그의 새끼 암양' 한마리 얘길 슬쩍 흘렸다. 내가 어디서 주서들은 얘기, 그녀가 큰 관심 없어도 괜찮다. 세침한 에밀리는 나의 어설픈 잔지식보다 훨씬 뛰어난 잔재주에 익숙하니까. 고로 그녀는 자동적으로 아하스에로스와 에스더 같은 얘길 딱 꺼내려던 도입부. 난 서둘러 검지를 그녀 입술에 갖다댔다. 너처럼 아름다운 숙녀가 날 꼬시려 들면 쓰나, 그래서는 안된다. 아무나 골라라. 단지 한 명도 아니다. 남자 후배들한테 지키지도 못할 호언 남용하다면 저년들 다 꼬셔줄께? 이미 내가 시키는 대로 널 만족시킬 남자들, 1번부터 너가 그만 하랄 데까지 준비 완료. 고혹적긴 숙녀여 그러니까 날 유혹하지 마시라. ~라면서 난 멋진 몸짓으로 가르켰다. 어서 환상머신에 탑승하지 않고 뭐 하냐는 거지. 못 알아듣는 그녀가 아니니까 다변가 출신 그녀는 시험자로 변신했다. 자, 그녀는 들어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결과는? 그녀가 나왔다. 세워진 상자 2에서 에밀리가 먼저 나왔다. 곧바로 상자1에서 에밀리가 또 나왔다. 
   「꺄악~!」
   「놀라는 척 어쩜 제법인데? 많이 놀라봤던...건 아니지?」
   「쟤가 나야?」
   「보시는 바와 같이.」
   「쟤 우리 얘기 듣는 거야?」
   「그럼 그건 만화영화겠지. 우리는 현실에서 살고 있는데 이걸 어쩐다니? 쟨 아마 7분 정도 후에 증발해.」
   「증발한다고?」
   「너가 여기 있으니까.」
   「그럼 쟤랑 나랑 어떻게 분간하는데?」
   「가서 봐 봐. 쟤 목 뒤에 표식이 있어. △□○」
   「△□○? 그게 뭔데?」
   「△는 반자동. □는 멈춤. ○는 자동.」
   「(유령 에밀리의 목 뒤 표시를 보면서) ○에 불이 켜있는데?」
   「그러겠지.」
   「근데 □는 왜 있는 거야?」
   「□이 뭐랬니 아까? 멈춤이랬지. 그건 왜 있을까? 늬 친구 로즈마리. 걔 자발이 좀 대단해야지. 우리가 말린다고 듣니?」
   「그럼 나대든 자소곳하든 7분은 왜 그러는데? 그 이상은 안돼?」
   「그 이상이면 그건 뻥이지 진짜겠니. 오빠가 은근히 사기꾼이니? 대놓고 허당이잖니. 유령 에밀리가 부드러운 거동과 거친 처신에 대해 자유를 얻게 되면. 그게 만화영화지 진짜겠냐고. 최근 나온 영화 테넷 (2020)? 그거 다 뻥이야. 그 영화가 관객을 설득하는 수법은 간단해. 베베꼬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하면 이해는 되겠지. 대신에 재미를 잃고. 그러니 영화기법상 꽈배기는 기본. 많이 꼬면 많이 꼴수록 영화 분량 늘이기 딱 좋음. 따라서 드라마 연작 분량에 어울릴 각본과 구조. 속도감으로 압축하고 자, 영화와 닮은 게 뭐겠니. 종합예술이라는 오페라일 때도 있으나 아마도 뮤지컬. 때로는 현대미술. 때문에 현대미술의 제1철칙은 뭐다? 일단 이해 못하게 하라. 절대로 뭐가 뭔지 못 알아보도록. 그래서 옷발 구경하고 풍광에 뻑가며 뭔가 있는 듯한 낌새로 궁금증 자극. 아직 진짜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호기심 부풀리기. 영화음악은 쾌감을 자극하고. 그러다 훌쩍 2,3시간 가는 거지. 끝나고 나면 뭐야 이거, 별거 없거든. 허나 누가 그거 소비할 뿐이지 달달 외울 일 있니? 달지 않은 도넛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그만. 달달한 꽈배기 먹고 각자 인생 사는 것. 줄거리? 별거 없어. 시간여행? 다 뻥. 그래도 친구랑 최근 볼 영화 없냐, 엇그제 여자친구랑 봤는데 뭐 그럭저럭 괜찮았다. 싶으면 다행이지. 그 정도면 되는 거 아니겠어? 오락성, 흥행률, 줄거리, 대중예술론, 몰입감, 긴장감, 호기심 충족, 기대는 역시 실망, 영상미. 그거 다 따져도 대충 여자친구랑 즐겁게 보면 그만 아니겠냐고. 무슨 큰 감동 바랄 일 있니. 수익분기점 근처에만 가면 됐지 뭘. 값비싼 루벤스 명화처럼 두고 두고 분석할 일 있냐고.」
   「영화는 영화다?」
   「제법이네.」
   「오빠도 법사 다 됐다.」
   「법사?」
   「마법사.」
   「비꼬는 거 아니지?」
   「그러니까... 됐다. 와, 정말 쟤 점점 희미해지는데? 나처럼 불투명했는데 점점 증발해 지금.」
   「내 뭐랬니 아까. 오빠 이런 사람이야, 어? 내가 여자가 없긴 왜 없어. 응? 오빠라니까 글쎄.」





    3

    다음 날이 됐다. 오늘 에밀리는 로즈마리를 데려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앞서 과정 어제의 에밀리와 다 똑같았는데 로즈마리 도플갱어는 생명력이 대단했다. 7분을 훌쩍 건너뛰고 15분이 다 됐다. 
   「오빠. 쟨 왜 아직 살아있는 거지?」
   「왜겠니.」
   「그러게. 야 로즈마리. 너 왜 그랬어? 어? 너 그렇게 살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니.」
   「내가 뭘? 말 해? 정말 말 해? 나 말 한다? 내가 말 못해서 안 하니? 나 할 말 많아? 알아?」
   「진정해. 이년이 오빠 옆에서... 아 미안. 나 에밀리야.」
   「오빠. 그니까 나 아니 쟨 왜 아직 그대로인데? 7분까지라며!」
   「알고 싶어? 말해줘?」
   「당연하지. 알려주지 않고 뭐 해?」
   「그렇다면 대답해야지. 어쩔 수 있나. 아니, 말하지 말까? 아마도 그러는 게 좋을 거 같긴 한데.」
   「오빠. 1절만 하자. 좋은 말로 할 때. 왜야, 왜냐고. 어?」
   「왜냐하면 왜겠니. (몸짓) 쟤가 독하니까 그렇지.」
   「뭐 내가 독한 년이라고?」
   「내가 언제 너보고 독사랬어?」
   「뭐야 이거. 무슨 생선같이 생긴 놈 나와서 여자랑 연애하는 영화야 뭐야? 어? 오빤 그 관상부터 문제야. 뭔 허접한 똥개처럼 생겨가지고 뭐가 어쩌고 어째? 듣자 듣자 하니까 말이야.」
   「로즈마리. 진정해. 응?」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넌 그래서 문제야. 평소엔 간접화법 애용하다 왜 갑자기 발끈? 어째서 갑자기! 독하단 뜻이 뭐겠니.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마음.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가 아니라는 의미 아닐까? 뭐야, 너 그러고 보니 수절녀? 정절을 지킨다는 뜻이네. 좋은 말이구만 그래. 지조 있는 숙녀. 얼마나 좋아? 뭐야! 근데 넌 왜 15분 넘어도 되고 난 고작 7분이야? 뭐 난 헤프단 얘기야 지금? 이 사람이 지금 보자 보자 하니까.」
   「진정해 에밀리. 너 갑자기 왜 그래? 너 그런 애 아니잖아. 흥분하면 쓰니, 응? 7분이면 그나마 나은 거야. 사랑의 단계에 충실하고 남자가 찬찬히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제비복 갖춰입고. 그렇게 쳄발로 연주하다가 중간에 심하도록 흥분해서 연주가 멈추면 안되니까, 어? 딱 버튼을 누르는 거지. 자동! 쟤 로즈마리2 목 뒤에 뭐라 써 있니. △는 반자동. □는 멈춤. ○는 자동. 연주자가 형편없으니까 스프린터일 수도 있는데 널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럴지도 몰라 얘. 널 정말 사랑한다? 약은 왜 없겠니. 최고로 비싼 플룻인데 겉만 애무하다 정작 연주하자마자 끝낼 일 있니. 자동, 반자동, 기타 등등 방법은 많아~! 사랑은 없어? 그러게 내가 뭐랬니.」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 오빠가 다 듣고 있어. 너 원래 이런 애였니? 난 아니다. 난 아니라고.」
   「늬가 그럼 난 뭐가 되니? 어? 망해도 같이 망하자. 너만 살겠다고? 와, 대박! 널 믿었던 내가 미친년이지. 어쩜 좋니 어쩜 좋아. 나 완전 망한 거 같아.」
   「오빠가 이해해. 기적을 보는데, 아니 우리가 주인공인데 우리가 지금 흥분하지 않게 생겼어?」
   「흐흐흐. 허허허. 흐흐흐흐흐흐.」
   「오빠는 아직도 가짜웃음이 안되니? 그게 그렇게 어려워? 내가 정말 가르쳐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빠.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우리야? 이거... 그냥 우리만 알고 묻힐 물건이 아닌데. 오빠 이거면 요트 살 수 있지 않을까?」
   「요트? 사서 뭐 하게. 장만해 봐야 일만 커져. 얼굴 팔리면 사람 얼마나 피곤해지는지 알긴 아니? 꼭 마누라 등쌀에 못 이겨서는 아니겠으나 자동차 100대를 소유한 코메디언? 우리는 매사 부정적인 남자가 아닌 대신에, 뭘 귀찮해 하는 남자. 정력 좋은 척 허세부리진 않는데 피로감이 얼굴에 곧잘 드러남. 더불어 트레이닝복 가을용 2개로 돌려. 겨울용 2개는 구입 예정. 양복 3개로 돌리는 게 최고라니까. 물론 많으면 좋겠지. 근데 인생이 그리 한가하나. 내가 왜 너네들한테 이걸 알렸겠니. 나 좀 살려주라 그러라고, 응? 마감일에 쫓겨 나 빼빼 마른 거 안 보이니? 일단 마술계 판권만 팔아도 억만장자 따논 당상. 근데 왜 너네들 먼저 불렀겠냐고.」
   「소멸장치 제어기판에 있는 그 뭐야. 노란색, 하늘색, 선홍색... 뭔가 단절해서 걔한테 자유를 주고 오빤 놀러다니시겠다? 그러니까 바라는 게 휴가? 자유? 아니면 마라랑 사라 그년들 잔소리 듣는 역할만 오빠 2한테 대신 뒤집어씌우계? 이 오빠 선수네. 허당이 알고봤더니 극심하도록 간사하다? 보아하니 허접하다.」
   「넌 그 말이 여기서 왜 나와? 오빠 계속해.」
    계속해? 뭘 계속해. 어? 계속하긴 뭘 계속하냐고. 하여간에......!
   「일단... 우리 생각 좀 하자. 난 뭐 환상머신이 이처럼 끝장일 줄 알았니? 이만큼 기똥찰 줄 미처 상상도 못했어.」
   「그래. 일단 시간 좀 벌고 보자.」





    4

    나는 뭇여성들과 아는 여동생들한테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어 차마 싫어할 수 없는 오빠다. 필경 거짓이 아니기를. 허나 뻥이다. 난 그분들 심복이고 싶으나 어디 나만 좋으면 그만인가! 이놈의 저질 허세라는 고질병. 세계 상남자협회에서 거들떠도 안 보는 엑스트라병. 지역 허풍토너먼트 예선탈락감. 허접한 넉살 정말 지겹다만 만성인데 어떻게 멈추나. 정녕 이 허접한 허언증 어떻게 치유한단 말인가. 그나 저나 기준을 대망으로 잡든 재산으로 설정하든 내 인생 현-성적표? 이 나이에 장난감 사달라며 떼쓰겠나 숙녀들아 나랑 놀자며 땡깡부리겠나. 설마 하니 난 정말 때로는 그런 사람인 것만 같다. 공것 바라기는 무당 서방 같다! 뭐라고? 타인 뜨끔하란 말이 아니라 공짜가 제일 비싼 미끼니까 하는 말. 어쨌든. 도축된 돼지가 벌떡 일어날 만한 신비, 아프리카 동물들 송장도 꿈틀거릴 만한 환상머신 완성에 대한 미련은 버리는 게 좋겠다. 차라리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나 듣는 게 낫겠지. 뭐 이처럼 재미없는 인생이 더 심심해질지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기 때문에, 고로 욕망 숨길 거 뭐 있나. 그러니까 이참에 두눈 딱 감고 휴양지에 즐비한 멋진 별장이나 하나 살까? 살 때만 기분 좋으니까 그러지 말자. 그러면 도심지 고급 빌딩에나 눈독들일까? 사는 건 쉬운데 귀찮아지니까 것도 별로. 참 나, 빌딩이 뭐 동네 똥개 이름인가. 그러니 일이나 하는 수 밖에. 쇼핑도 질리고, TV보기는 지겹고, 연애도 별로. 날마다 놀아도 금새 싫증나기 마련. 결국 남는 건 일 밖에 없다. 게으른 촌닭 뒤늦게 부지런 떤다 라는 핀잔 들을까 봐. 난 서둘러 마감일보다 훨신 앞서 부산을 떨었다. 근데 성과가 없네? 어쩌라고. 아니 뭐 어쩌란 말이 아니라 말이 그렇단 건데.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너스레가 통 멈추지 않는 건 대체 왜일까, 아니 정말 왜! 어째서? 인생의 기쁨을 만끽하려다 절망에 흠뻑 젖어버렸기 때문일까? 뭐 고추가 커야만 맵다더냐? 탐스런 과일 더럽게 떫을 수도 있다. 뭐 아름다운 사과보다 벌레 먹은 사과? 아니 지금 인생을 논하는데 그 얘기가 왜 나와. 참 내 (절레절레)! 다시 한번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게 그게 그러니까 뭐였더라? 어디까지 했지? 그러니까 뭔 얘기 중이었냐고. 좌우지간 다름다운 사랑과 새로운 인생에 대한 열망이고 뭐고 간에. 에 아 나 이거 증말 그게 참 나. 잔말 말고 지금은 낮은 포복으로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나? 대체 이 환상머신으로 뭘 할 수 있을까? 1주일 내내 고민 중인데 뚜렷한 아이디어, 뾰족한 묘수, 기발한 안건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하여 좀 더 골똘히 생각해볼 수 밖에 없었다. 





    5

    요점부터 말하자면 NB2가 말썽을 일으켰다.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에밀리와 비밀유지로 어디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로즈마리. 누구한테 쓱 힌트를 흘리지 않았겠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괜한 짓을 한 걸까? 그녀들 입이 근질근질 난리도 아닐 텐데... 하지만. 내가 그동안 지들 커피 사준 것만 해도 얼만데. 어디 커피만? 그래 봐야 내가 뭐 아쉽나? 난 차 욕심 없다. 그렇지만 아예 없진 않다. 난 돈 싫어하진 않거든. 우리한테 내숭이 뭔 말인가. 품위유지비 끝없으란 말이 아니라 적어도 간당간당한 통장 잔고 그거 어떻게 안되나 그 말이다. 그래서 난 얼굴 팔리고 부자 아닐 바에야, 얼굴 안 팔리고 좀 가난한 게 마음에 들었다. 그에 대해서 썩 불만족은 아니다는 거다. 따라서 난 재산은 아는 여동생들한테 탈탈 털렸지 잔재주야 마라&사라 일당한테 기 쪽쪽 빨렸지. 정력 재충전이 몹시 시급한 형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환상머신에 스스로 들어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집어넣었다. 물건. 잡것? 들어가보니 뭐 들어갈 만 했다. 나쁘지 않네. 괜찮아. 아늑하다고. 생각보다 꽤 포근하데? 쿠션은... 푹신푹신 슬리퍼 1 쫀득쫀득 슬리퍼 2만 사면 딱. 그렇지만 다시 말하지만 NB2가 말썽을 일으켰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사라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야, 너 뭐 하는 놈이야? 어서 와서 데려가.」
   「데려가?」
   「아 NB2인가 뭔가 얼른 데려가라고. 지금 우리 직원들한테 껄떡거리고 난리났어. 너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 응?」
    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제발 그 찝쩍만은 녀석이 참았어야 하는데....!
    마라는 아예 한술 더 떠서 소셜 네트워크에 도배를 했다. 지가 직접 또 아는 애들 다 시켜서. NB2를 누가 보냈는지 모르겠는데 걔 군침으로 온 동네방네가 샤워중이라고. 개침 난리도 아니라고. 그 눈독 마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다나 뭐래나. 아니 여자에 환장해도 분수가 있지 어쩌고저쩌고. 그럼 설마 NB2가 진짜로 흑심을? 아마 그건 NB2의 큰 그림이기를 바랄 수 밖에. 뭔가 배후가 있던가, 아 그 배후는 나지. 어쨌든 뭔가 오류가 발생한 거네. (절레절레) 좌우지간 걔는 걔고 나는 나고. 걘 NB2 난 NB. 아, NB1! NB2를 밖으로 막 굴린다고 어찌 저렴히 말하나. 그 속된 말 어떻게 내 입으로 실토하냐고. 근데 사실만 놓고보자면 일단 NB2가 걸어다니는 터미네이터나 된다는 둥 자랑스럽게 활약중이니까 NB는 우선 뒤에 1을 붙일 수 밖에 없는 실정. 뭐 그건 그거고. 너는 너 나는 나. 지금 남 걱정할 때야? 너나 잘해~ 라는 환청 모른 척할 수야 있나. 좋게 내 살 궁리나 하자. 허허허. 흐흠. 
    사교계에 출마할까 플레이보이계에 입당할까, 구구절절 말 같지도 않은 허풍. 그걸 알면 숙녀들께서 퍽이나 반가워하시겠네. 그럼 미친 척 나 혼자 OB의 허당계 복귀를 자축할까? 놀고 있네. 웃겨야 말이지, 말도 안된다고. 웃기고 자빠졌는데 하나도 안 웃겨, 어? 거 참 더럽게 재미없단 말이야. 완숙한 노련미 덕 톡톡히 보긴 뭘 톡톡히 봐. 또 아무 여자한테나 첫눈에 반하고 숙녀들의 교양미를 열렬히 찬양하시게? 미친년처럼? 남달리 뛰어난 허영심 우린 취미 없다. 하늘을 우러러 꺼리낄 게 뭐 그렇게나 많나, 그래서 공상을 끊어야 하는데. 그게 쉬우면 말이나 안 하지. 그러던 어느 날 척하면 척, 낌새도 없이 그 어떤 부추김도 없이 새로운 껀수가 나타났다? 바로, 내게? 그럴 리가 있나. 있어도 뻥. 다 뻥. 몽땅 뻥. 개 뻥. 따라서 이건 특훈이 아니라 특명을 시행할 히든카드를 꺼내야 할 적기인 셈인데. 있어야 말이지! 누가 아니래. 내 말이 그거라니까. (절레절레) 권태라는 악재 정말 질기네. 심심함 그 녀석은 증말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도통 떨어지지를 않는단 말야. 그렇다고 끈덕지게 구애하는 아는 여동생과 사겨 말어? 일단 그녀들에 대해 말하자면 말이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불여우의 불여우일 텐데? 말 많고 나서기 좋아하고, 호기심 1등에 궁금하면 절대 못 참는 성격. 오지랖 대마녀? (절레절레) 근데 만약에 그녀가 돈이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면 어떡하지! 팔자 고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어? 운이 좋은 자에게는 수탉이 알을 낳아준다. 농담이고. 좋게 냉수 마시고 속이나 차리자. 뭐하시오 일하시지 않고, 칼럼이든 연재장편이든 끝났단 말이오. 뻥이란 말 꼭 덧붙이기도 힘빠진다 (절레절레). 뒷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고 뻥치는 위인 따로 있고. (절레절레)





    6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모스맨 주식회사였다. 용건은 뭐라더라? nb2를 데려가라! 무슨 사정인지 물어볼려고 했는데 지 할 말만 하고 전화는 뚝 끊겼다. 날 뭐 지 영감탱이로 아는 건가? 난 그런 여편네 둔 적 없는데. 뭐 그런 할망구가 다 있어? 이놈의 마누라... 흥분을 가라앉히자. 대체 왜 nb2는 거기까지 갔지? 혹시 내가 보냈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럼 뭣이 중헌디? 일단 사태를 수습하는 거. 그래서 난 당장 모스맨 주식회사로 갔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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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전환.
    모스맨 주식회사는 레너드와 제라드 2인 체제로 운영되는 벤처기업이다. 마치 테슬라의 초기 모습처럼. 근데 녀석들은 친구를 오랫만에 만났으면 반가운 척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 최근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상태가 안 좋아진 건가? 뭐 그렇다고 해두지. 그럴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뭐 성격 더러운 마초로 변신할 수 있는 거도 아니고. 그럴 마음도 없고. 그래서도 안될 테고 말이다. 그렇게 난 걔네 팀장실에서 레너드와 제라드 그 둘과 소파에 앉았다. Handel / IL Delirio Amoroso 말없는 녀석들 분위기 겁나 무겁게 잡네. 뭐 지들만 폼잡을 줄 안다 그 얘기야? 난 뭐 고급수트 입을 줄 모르냔 말이다. 좌우지간 내게 긴히 할 얘기가 있는 거 같은데. 그게 꽤나 심각한 사안으로 짐작되는데... 뭐지? 뭘까? 대체 뭐냐고. 일부러 불길한 예감을 조장하는 건가? 아님 엇그제 뭐 뜸들이기 대회라도 나갔다 온 거 자랑하려고 그러나? 뭐냐고 대체 뭐냔 말이다. 이 자식들이 언제부터 이리 진지했다고, 내가 아는 녀석들 비밀만 해도 대체 몇 갠데. 
   「일은 잘 되니? 잘나간다면서. 비상장 주식거래 웹사이트에서 너네 회사 구경할 수 없지? 나도 알아. 왜 내게 말 안 했냐. 초기에 말했으면 내가 투자 안 했을 거 같아? 날 뭘로 보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러면서 제라드는 리모콘 버튼을 눌렀다. 그 때문에 팀장실 커튼이 열렸다. 그래서 전면 유리창은 저쪽 큼직한 나머지 전체 사무실을 훤히 볼 수 있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낯뜨거운 장면은 그때부터였으니까. 가만 보니 바깥에서는 내가 있었다. 아, nb2가! 근데 그게 nb2는 웬 마네킹을 사정없이 핥고 물고 빨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 많이 말려도 봤고 설득도 했을 테고 뭐든 하긴 했다 그랬다. 근데 말릴 수 없었다네? 
   「너 쟤 어떻게 만들었니?」
   「그러니까. 우린 처음에 넌 줄 알고 깜빡 속았잖아. 근데 말이 안 통하대. 느낌 세해서 뒤통수쪽을 봤지. 아니나 다를까 △□○ 표식이 있더라고. 어차피 우리 회사 개발하는 주종목이 그와 관련된 거 아니겠냐.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식겁했어. 설마 너가 먼저 뭔가를 완성했는가 하고 말이야. 근데 저 녀석 상태가 몹시 안 좋더라고. 보시다시피 말이야. 설마... 저게 원래 너니? 너 평소에 저러고 다니냐? 진짜?」
   「뭔 소리야?」
   「뭔 소리야? 저거 보고도? 쟤 좀 말려라. 우린 못 말리니까. 저 봐 봐. 어? 저 보라고. 또 부위가 바꼈어. 이젠 하다 하다... 말 말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글쎄. 내가 그래서 옛날에 내 여동생 얘한테 소개 안 시켜줬잖아. 어디 내 친-여동생 뿐이겠어? 너네도 알다시피 내가 한때 잘나갔잖니. 나 아는 여동생들이 좀 많았니? 지금이라고 그 인기 어디 가겠냐마는. 내가 왜 핸드폰 자주 바꾸는 줄 아니? 에잇. 설명하기 귀찮다.」
   「이것 봐라. 이젠 하체다. 어? 이젠 빨다 빨다 하체로 내려갔어. 살다 살다 이처럼 민망한 장면을 마주할 줄이야. 예전엔 미처 몰랐다. 응?」
   「나 쟤 모르는 사람이야. 나 쟤 몰라.」
   「야 한번 생각을 해봐. 쟤가 만약에 어디 딴 데 가서 사고를 쳤어 봐. 그럼 넌 어디 가서 얼굴 들고 못 다녀. 알아?」
   「그건 그런데. 아니 대체 얘 저걸 대체 어떻게 만든 거지?」
   「그러게. 신기한데... 얘가 우리한테 그 비법을 알려줄까?」
   「쟤 봐 봐. 귀 만진다. 귓볼이 부드럽나 봐. 완전 개 같다.」
   「너 지금 나 보고 개 같다 그랬냐?」
   「너 말고 쟤. 어? 늬 말고 늬 언니.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아직도 삼류 에로영화 제목 기억하고 다니냐?」
   「너도?」
   「뭐가 너도야? 난 아니다. 내가 너네랑 말하다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만. 자꾸 말리는 거 보니 너네 아직도 이러고 노냐? 어?」
   「귀 풍년에 입 가난이다. 특급 정보 위주로 수집한 황금귀, 어설픈 가짜만 주서들은 팔랑귀. 전자와 후자는 다른단 말인데. 최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허지만 말이야 우리 사이가 어디 보통 사이니? 그래서 기왕 말 나온 김에 특급 정보 하나 슬쩍 흘릴까 말까. 에잇. 됐다. 아무튼 너 조심해. 어? 그러는 게 좋을 거야. 최근 애들 사이에 늬 얘기 심심치 않게 나와. 왜일까? 그건 별들한테 물어보고. 그리고. 우리 직원이 어디서 개뼉따귀 하나 구해서 쟤한테 넘겨주기 전에. 어서 쟤 데리고 가라. 우리 일해야 하니까. 그리고 너 모임에도 좀 나오고 그래. 애들이 최고의 병풍 왜 요즘 잠잠하냐고 난리도 아니야. 신부들러리가 없으니 서운한 거겠지. 너 같으면 안 섭섭하겠냐? 쩜팔이가 자유를 만났는데?!」
    무슨 대화 같지도 않은 대화는 뭐 그렇다 치고. 
    난 그렇게 nb2를 데리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내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nb를 데리고 내 사무실로 갔다.
    그런 다음 곧장 녀석 뒤통수쪽 조작부를 열어 하늘색-연분홍색-연노랑색-선홍색...딱 딱 작업을 마쳤다. 그렇게 nb2는 얼마 후 증발했다. 





    7

    △□○ 문양 패션이 유행
    ↓
    △□○ 문양 스티커도 대유행
    ↓
    난 왠지 환상머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짐. 고로 롭에게 의뢰해서 괜찮은 별장을 소개받고 떠남. 
    ↓
    휴양지 도착. 1일, 2일, 3일... 난 이런 아름다운 환경이라면 글이 저절로 써질 줄 알았다. 아름다운? 공기 좋고. 물 맑고. 귀찮은 일 없고. 소란스러운 잔치 구경하고자 하면 찾아보니 있고. 떠들썩한 시내? 멀지 않은 근처. 풍광을 봐 봐 도시생활과 뭐가 달라도 다름. 근데 어딘가 모르게 나 행복해 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오지는 않고. 꼴에 수캐라고  다리 들고 오줌 눈다, 라는 말 듣든 말든 늑대는 굶주리든가 배부르든가 둘 중 하나. 그렇다고 나 아는 사람들 아예 없다고 추접스럽게 놀 수도 없고. 방탕은 내 갈길 아니며. 뭐 하나 불만 없는 쾌적한 분위기인데 어째서 아찔한 착상은 떠오르지 않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유쾌한 건수 굳이 없어도 싱글벙글. 일단 기분부터 상쾌한데 뭔지 모를 이 허전한 느낌. 그게 대체 뭐냐고. 그렇다고 팔자 좋게 넉살 띄우고 응석부리면 사람들이 뭐라겠나. 쟤 뭐래?! 그러니까 이거 시방 무슨 상황이여! 허나 내가 누군가, 허당 인생이 뭐 괜한 통밥인가. 따라서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아니면 말고? ~가 아니라. 일하기? 일도 아님. 숙녀 꼬시기?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놀기? 문제없음. 일하기? 마른오징어도 탈수기로 짜면 짤수록 나온다. 근데 뭐가? 아 지금 그 얘기가 아니지. 설마 완전히 미친 건 아니겠지? 그치? 그러든 아니든 지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나 하고 있어 짜증나게. 너 이러는 거 재밌냐? 뭐야, 또 환청! 이제 정말 도시로 돌아갈 때가 된 건가, 온지 얼마나 됐다고. 
    잔머리 굴려봐야 고양이 손바닥. 살쾡이 손바닥 들여다보듯 늑대 심정 훤히 보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꽃도 시들면 오던 나비도 아니 온다. 자, 일단 꽃이 많은 곳으로 가자. 그래서 난 결국 낌새 들통났기 때문에 도시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8

    내 사무실에 갔더니 NB2가 날 반김. 썩소는 잠깐이고 정색. 자기가 대타역할 할 테니 넌 놀러나 다녀라 라면서 날 타이름. 이게, 대체, 뭐지? 정말 뭐야 이거! 기러기가 가면 제비가 온다는데. 그럼 난 이제 유령인간인가?
    (유령인간으로 살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과연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 때문에 심신분리. 곧장 유체이탈. 때문에 나는 환상머신이 혼자 저절로 작동해서 또 NB2를 하나 더 만들어냈는지~까지는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 내가 nb2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가물가물. 유령작가면 자유를 얻을 테고, 자유를 얻으면 놀러다닐 수 있고, 놀러다니다 보면...... 흐흐흐...)
    아무튼 쟨 진짜 새로운 놈이기 때문에 저번처럼 △□○ 대충 눌러서 말릴 수도 없고. 쟤 잠잘 때 어떻게 어떻게 해서 증발시키는 건 더더욱 어려울 테고. 어쩌지? 어떡하지? 이걸 정말 어쩌면 좋나. 허나 이렇게 생각해볼 여지도 있다. 이제 저 고비를 넘으면 진짜로 신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걸까? (딱) 길한 일에는 훼방이 따르기 마련. 그럼 난 그냥 계속 놀면 된다. 돈은 쟤가 다 버는데 내가 뭔 걱정. 난 한량이고 쟨 나의 ATM! 이보단 더 기똥찬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허나 그건 멀리 보지 못한 거고. 장거리로 길어졌을 때. 말하자면 이렇다. 꼬리가 너무 크면 흔들지를 못한다. 보아하니 쟤가 내 모든 걸 꿰차버리면, 난 낙동갈 오리알 신세가 될 게 뻔한데. 그땐 어떡하지? 그럼 쟤가 날 가만 놔둘까? 영화처럼 누군갈 보내면 어떡하지? 이미 그전에 현란한 혀놀림으로 날 세뇌시켜버리면. 나 같은 팔랑귀가 안 넘어가고 버티겠나. 설득 되고도 남겠지. 그럼 내 입장에서는? 꼬리표를 붙여라. 떠나보내 마음을 접든 아님 일단 후퇴. 멀리 볼 거 없다. 꽃은 반만 핀 것이 좋고 복은 반복이 좋다. 청춘은 지금! 
    Vivaldi / L'Olimpiade, RV 725, Act II: Siam navi all'onde algenti 
    그래서 난 자동차 음악 소리를 높이며 멋지게 엇그제 묵었던 휴양지로 되돌아갔다. 





    9

    쉬어가는 문단.
    그런 의미에서 녀석 의상을 잠깐만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기 섭하다. 일단 그가 입은 티셔츠에 씌여진 글귀, 뭐래더라? 허나, 그건 디자인 컨셉일 뿐이고. 상상은 읽는 사람 마음 아니겠나. 자, 보자. 뭐? The Intelligent Choice? 그럼 디자인 원문 이녀셜을 거꾸로 하면... (조용조용히) "그만 하자"라는 말 나오기도 전에. 시작도 말자. 그게 좋겠다. 괜히 했단 생각 드는 거 금방이다. 후회 막심할 게 뻔하니까. (절레절레)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그러게 넌 내가, 쉿! 
    아니 잠깐만. 뭐, 뭣이 어째? 망했다. 미소 짓기도 전부터 썩어버렸다. 누가 시켰나? 그랬네. 휘둘렸음. 감기고 말았다. 난 돌돌 말린 거라고. 쥐락펴락 하필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나. 들려졌다 펴졌다 쥐락펴락. 밀고 당기기 지친다 지쳐. 그래. 난 조종당한 거다. 애초에 그처럼 프로그래밍되었을 것이다. 작업당한 거라고. 고급스러운 해킹이라고 해둘까? 재미없다. 누가 해킹 못해서 안 하나. 딱 봐도 마리오네트구만. 이를 테면 허수아비랄지 속어로 바지. 대역. 대타. 부려먹고 또 부려먹고. 스턴트맨으로 힘든 일만 시키고 쇼맨쉽은 안 맡겨. 뭐? 현란한 립서비스 귀동냥으로 그간 수집한 노고가 어딘데. 채록한 명대사는? 발굴한 사연은 또 어떻고. 그동안 빼앗아버린 여심이 과연 얼만데, 어? 캬~ 어? 왜 더 여자의 마음을 훔치지 않느냐는 애원, 지겹다. 짜증난다. 질린단 말이다. 빅데이터 그 공든 탑을 도대체 누가 쌓았냐고. 말길 못 알아먹는 푼수역마저 떠넘겨. 쾌조의 타율 딱 보장될 때만 잔말 말고 따라와. 영악한 것. 타석에 들여보내주지도 않으면서 할 말 떨어졌녜. 말할 기회조차 일절 허락치 않으면서 뭐 저분은 왜 말이 없냐고? 웃기다 증말. 잘났어 정말. 아이고야 재밌네. 심심할 수가 없어 그냥. 허허. 진짜로? 뻥이다. 개 뻥. 심장이 콩닥콩닥? 영혼이 벌렁벌렁하구만 그래. 우리가 뭐 개침 질질 흘리는 똥개도 아니고 말이야. 대낮에 개꿈을 왜 꿔? 그런 개 풀 뜯어먹는 소리 지겹지도 않아. 징글징글 질릴 대로 질렸으니까. 밑도 끝도 없이 뭐 개만 잡고 늘어지는 거야 뭐야. 무슨 대주자가 개뼉따귀도 아니고 말이지. 어? 하트 뿅뿅 다 뻥. 사랑은 없어. 농담이고. 끝으로 그럼 나도 한마디 해보자. 어? 나도 거 말 좀 합시다. 
   「낭자 아름답소. 그 고운 얼굴 고개를 드시오. 마스카라 거 비싼 거 쓰셨구만. 일단 터놓고 얘기 좀 합시다 그려. 뭐든지 기똥찬 상담 해드릴께. 그대의 봉이 되어드린단 말이오. 난 봉이야. 아마도 왜 이제야 왰냐고 나중 애달파 하실 게 뻔한단 말이오. 네? 그러니까 어떻소, 나와 아름다운 사랑. 하면 좋을 것 같소만.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시오, 그대와 내가 과연 어울리는 천하의 한쌍인지 아닌지를. 그렇다고 시킨다고 정말로 물어보면 곤란하오. 왜냐, 남들은 타인의 삶에 그다지 큰 관심 없으니까 말이오. 이 거친 세상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 괜히 능글능글 능구렁이가 다 됐겠소. 남 안 되는 것을 저 잘 되는 것보다 좋아하는 허당, 심심치 않게 만나봤지 않겠소. 내 친구 가운데도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허당 몇몇 있소. 허허. 그대와 스쳐지나간 인연, 상심이 태반이었을 텐데. 난 다르오. 전 달라요? 우리는 진짜로 다른단 말이오. 입만 산 그런 허풍이 아니니 허트루 듣지 마시길 바라오. 네? 어떻소 이 오빠 꽤 끌리는데? 방금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죠? 마음 다 읽힌다니까 그러시네. 나 이 오빠 사귈래 만약 나중 딴년한테 뺐기면 억울해서 그걸 어째, 다 들린다오 낭자. 허허허허허허. 그렇다고 난 반칙 싫어하오. 내가 왜 백댄서들 데리고 다니지 않는데. 내가 뭐 은근 허당 못되서, 그런 병풍들 딱 옆에다 붙여놓고 일부러 대비효과를 노릴 줄 아오? 사람 잘못 봤소. 우린 정면돌파 좋아하는 기분파란 말이오. 뭐 항상 그런 건 아니오만 말이오. 달리 말하자면 팔색조로 볼 수도 있소. 정말로 그런지 아니지 궁금하지 않소 낭자? 구경은 하셨나 몰라 놀라운 파랑새를 말이오. 허허허허허허허. 근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거 옆에서 누군가 딱 딱 거들으면 좋긴 좋을 텐데. 뭐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리가 뭐 언제부터 비서진 거느렸다고. 아무튼 내 아까 뭐랬소. 자, 그러지 말고 고개를 드시오 낭자. 그렇다고 진짜로 들란 말일까요? 늬 말고 늬 언니? 농담이오. 기분 나빴으면 사과드리오. 어떻게 무릎이라도 꿇을 까요? 뭐 다짜고짜 우선 키스부터 하자고요? 거 못 할 거도 없소만 너무 진도가 빠른 것 같지 않소? 전성기 때야 뭐 초면에 만나자마자 신혼여행 가는 거 일도 아니었소만. 닥치고 손잡기 건너뛰는 거 흔하디흔하다 내 입으로 차마 말 못하지만. 이제 나이도 먹고, 어? 우리 나이쯤 되면, 아니 그게 아니라. 다 체면 차리고 남 생각 해야 하지 않겠소. 아니 그렇소? 근데 대체 아까부터 몇 번을 말하오, 네? 자, 그러지 말고 어서 죄인은 고개를 들라. 아니, 아름다운 그대 고개를 들지 않고 뭐 하시오 대체. 뭔 죄졌소? 예? 아니 숙이시오. 아직 때가 아니니까. 내 급한 약속이 있단 걸 깜빡했단 말이오. 아무튼 나중 꼭 다시 들리리다. 난 한다면 한다오. 우리는 한 입으로 두말 하지 않는단 말이오. 아닌 것 같소? 좋은 날 있으니 기다려보오. 오빠 오빠 보채지 않아도 우리가 다 사랑해드린 다니까 그러시네. 좌우지간 밀고 당기기는 그때 가서 합시다. 그때까지 이 촌닭 얼굴 까먹으면 안된다오. 절대 안됨. 아시겠소? 잊을 게 따로 있지. 허험. 흐흠. 허허허. 그러니까 말이오, 어디 오늘만 날이오? 희망찬 미래가 다가오면 인공태양마저 뜰 거 아니겠소. 그러니까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지 않겠소. 이 양반이 시방 여자 마음 들었다 놨다 지금 장난하냐구요? 그게 아니오. 그게 아니란 말이오. 왜 이 내 마음 몰라주오 낭자. 우리는 순수가 아니면 상대를 하질 않소. 우리가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건 다름 아니라 순박한 그대 마음. 애틋한 사랑이면 사랑, 다정한 낭만이면 낭만, 부드러운 멜로드라마면 멜로드라마. 뭐 격정적인 에로? 뭐가 문제요. 아무것도 문제될 건 없소. 아주 그냥 정력, 말도 마시라니까요 글쎄. 천국에 보내드리리다, 물론 보냈다 데려왔다 보냈다 데려왔다. 들었다 놨다 그게 우리 특기이지 않소. 우리는, 어? 취미가 쥐락펴락이오. 내 정말 최고급 브레지어이자 신기한 맞춤복 같은 남자라는 걸 정녕 못 알아보시겠소? 그러지 말고 일단 이리로 와보시오, 낭자. 시간이 없소. 아 글쎄 여심을 측정해야 그대를 만족시켜 드릴 것 아니겠소. 그럼 오빠가 다 호사에 대한 탐구심도 충족시켜드려, 소망과 희망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말만 하시오 말만. 뭐든지. 허허허. 오늘처럼 좋은 날 우리 사랑합시다. 네? 청춘은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 이미 당신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내 별명이 뭐요, 타임머신! 왜? 여자 나이 절만 줄여드릴 수 있거든. 누가? 내가 이 오빠가 말이오. 허허허. 장안에 소문 자자하다니까 글쎄. 벌써 추문의 주인공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 줄 쫙 섰어 이 양반아. 허허허. 희대의 풍운아 그놈이 대체 누구냐고 지금 난리란 말이오. 허허허. 그걸 꼭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 하나? 못하지. 아니 어떻게? 안 해. 왜 해? 뭐 하러. 좋으면서 내숭? 싫어. 생각 없소. 허허허. 어쨌든 말도 마 이 양반아. 어? 우리는 걸어다니는 우머나이저. 이런 터미네이터 아무나 만나는 거 아니라오. 조상 대대로 7대의 공덕을 쌓아야만 겨우겨우 될 동 말 동. 네? 내 그대를 알현하기 위해 전생에 그 얼마나 모진 운명을 감수했는데. 난 7대는 뭐야 8대의 할아버지 시절까지 다 기억나는데?! 그럼, 우리 나중 행운의 2세는 대체 불세출의 점쟁이가 몇 명을 점지해 줄 것 같소? 지 점도 못 치는 점쟁이가 뭘 알겠소. 지가 뭘 안다고. 돌팔이 같으니라고. 순 사기꾼들. 걔네들 믿지 마오. 이 오빠가 있지 않소. 허허허. 이게 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이처럼 신기하단 말이오. 흐흠. 이래도 내 순애보가 못 미더우오? 다른 사람한테 다 물어보시오. 이 내 순정에 대해서. 어쩌면 우리 사랑은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에 이미 예언되었을지 모르는 것 아니겠소. 뭐 까짓 껏 좀 더 써서 5만년 합시다. 아니면 다른 별에서 온 사랑도 나쁘진 않겠죠. 아 나 이거 원 참 나 거 증말 또 까먹네. 계속 잊어먹네. 그게 다 당신 물오른 미모 때문 아닐까요? 난 어쩜 그대를 보자마자 홀딱 반한 것 같소. 그러니까 어서 냉큼 고개를 드시오 낭자...... 아니오 다시 숙이시오. 올렸다 내렸다 들었다 숙였다, 내가 뭐 조명기구냐고요? 그럼 난 뭐 선풍기요? 내 말은 그게 그러니까 당신께서 가전제품은 아니나, 내가 과연 진공청소기처럼 여자 마음 홀려버릴지 아닐지 궁금하지 않단 말이오 정녕? 여심 녹여는 드릴께, 네? 돌아버린다니까 글쎄. 끝내준다고요. 허나 바겐세일은 없소. 허허허. 그러니까 말하자면 숙녀 감성부터 인간적으로 여인의 황홀감까지 뭐든지 주문만 하시오. 손만 까딱 하기도 전에 우리는 여자의 마음보다 한 30수 앞서갈 수 있으니 말이오. 허허허허허허허. 보아하니 아직도 고개를 들까 말까 망설이시는 거 같은데. 그러지 말고 자, 고개를 듭시다. 아니, 다시 숙이시는 게 좋겠소. 네. 그게 낫겠소. 컨셉 갑자기 바꾸면 무척 당황스럽단 말이오. 안 그래도 어째 서둘러 신비주의 포기하기엔 그동안 수절한 게 얼만데. 뭐 아니라구요? 또 또 또 이미지 트레이닝. 그야 어쨌든 그처럼 고혹적인 얼굴 왜 감추냔 말이오. 고개를 드시오. 아니, 다시 숙이는 게 좋겠소. 내 깜빡 했소. 미안하오. 나 원래 그런 사람 아니오.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어디 여자들만 그런 쌍팔년도 대사 읊으란 법 있소? 없소. 있을 턱이 없단 말이오. 아무튼 어설픈 쥐락펴락 궤변 그거 괘념치 마시오. 우린 아직 분위기를 띄워야 한단 말이오. 때가 아닐 수도 있소. 잠깐만. 어허 이거 이거 또 전화온다. 아는 여동생들이 오빠 제발 꼭 한번만 만나달라고 난리도 아니어서 전화번호 바꾼지가 얼만데. 그새를 못 참고 또 또 또. 일단 나 먼저 자리를 뜨오. 나중 우리 못 다한 얘긴 그때 다시 합시다. 아, 까먹을 뻔 했는데 이거 하나만 더. 앞서 누누이 강조했든 우리 인연 지고지순하듯. 그런 의미에서 내 그대에게 일단 등번호 7번을 부여하오. 부디 기억하시오. 꼭 잊지 마시오. 물론 절대 비밀로 해야 하오. 나중 날 만나면 내게 긴히 귀뜸해주길 바라오. 오빠 전 빽넘버 7번이에요. 라고 말이오.」
   「저 인간이...」





    10

    휴양지 생활 1주일. 일 할 만큼 했다. 산책 지겹도록 반복했음. 여자? 꼬셨지 왜 못 꼬셨겠나. 농담이고. Beethoven / 58분에 끊는 9번 교향곡, 괜찮은 음악도 꽤나 들었다. 게다가 바텐더와 우정을 나눴다. 정말인지 모르겠다만 자기 여동생을 나중 소개시켜준다고 했다. 난 마다하지 않았고. 또 레스토랑 사장은 오디오광이었다. 그분 초대로 집에 방문해서 진공관&트랜지스터 쌍립 오디오도 구경했다. 더 할 게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귀신이 씌였던 것일까? 마른오징어를 쥐어짜기도 전에 지 혼자 알아서 일은 저절로 됐다. 물론 도입부와 중간 휴지기, 막간극, 간주곡, 폐막무대 등 같은 단문만 써졌고 줄거리랄지 꽤 괜찮은 소제는 떠오르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식탐을 만족시킬까 모험심의 고삐를 잡아당길까. 아무래도 왕성한 정력을 달래는 게 낫지 않을까? 웃기고 있네. 하긴 숙녀의 낭만을 추측하기 잘하면 통장잔고가 늘어나나? 여심을 쥐락펴락 숙녀 마음 들었다 놨다, 그래서 좋을 때도 있다만 그래 봤자 주전 아니면 희망 없다. 상남자들 질투심 부채질해서 좋을 일 없단 말이다. 하여간에 난 최근 뒷담화하기에 재주 없고 험담 듣기에 기 빨리다 못해 퍼졌는데. 벌써 그러기 전에 아는 동생들 촉 좋으니까 진즉 떠나버렸는데. 이제 남자들이랑 놀려니 또 걔네들 전화를 안 받음. 눈치 챘나? 너 혼자 놀라 그 말이군 그래. 누가 혼자 못 놀 줄 알아? 그래 봐야, 뻔하디 뻔한 공포영화 예고편 같은 남자로 전락한 기분. 언제나 분위기 꽝. 뭘 해도 재미없음. 일단 난 알고 보든 모르고 보든 노잼. 딱 노잼! 한다면 한다? 뭘 해, 하긴 뭘 하냐고 내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걸어다니는 우머나이저 일도 아니다. 미지의 신비감을 선사하는 환상머신 이미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 근데 또 속나? 당연히 뻥이지. 허나 이번엔 진짜다. 언젠가 그랬다. 허당이 일낼 거라고. 일내도 크게 낼 거라고. 우리는 간지럽게 뻔트 선호하지 않는다. 그럼 떡밥뿌리기는 뭐냐고?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자나. 진짜라니까 이번엔. 정말로. 그니까 그게 뭐냐, 그건 일단 더 뜸을 들여야 한다. 긴장감을 잔뜩, 빠짝 고조시켜야 하니까. 좌우지간 이 뭔지 모를 이상한 심리의 정체는 아마도 그거 아닐까? 비속어 옐로카드 딱 한번 눈감아준 셈치고. 뭐랄까 난 정말 뻥카를 남발해서 미칠듯이 행복하다. 근데 왜 뭘 해도 재미없어 하냐고. 그러게 말이야. 누가 아니래? 그러니까 이게 다 어쩌면 사랑의 부재 때문 아닐까 싶은데. 대체 어째서 여자들은 다정한 허당을 몰라주냐 그 말이다. 말이 그렇단 거고. 그나저나 기분도 꿀꿀한데 과자나 원없이 퍼먹어버릴까. 그래 봤자 입천장 다 까진다. 그럼 최고급 만찬을 조져? 조, 뭐? 과소비 즐길 수는 있는데 어차피 기쁨은 잠깐. 지나고 나면 또 다시 심심해지기 마련. 개는 개뼉따구 핥아먹을 때나 즐겁지 단물 빠지면 금새 따분해하시는 인격. 우리가 사치 못 누리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근데 어쩌다 난 또 이처럼 다변을 자랑하고 있지? 왜 따분한 공상 통 멈추질 못 하냐고. 하긴 그게 뭐 내 맘대로 되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모험에 나서볼까? 맞다. 껀수가 없다. 그럼 햄버거로 식사 대충 때우고 잡지사에나 놀러가야겠다. 근데 어차피 가 봐야 환영받지 못할 텐데. 그럼 이제 뭘 하지? 그러게 말이다. 차라리.. 아니다. 됐다. 시끄럽다. 조용히 해, 라고 닦달할 상대도 없다. 떽떽거릴 마누라가 있나 내숭떠는 애인이 있나. 시간낭비 말고 말을 아끼자. 그게 좋겠다. 정력 과소비할 필요 없이 쓸 일도 뭣도 없다는 게 뭐가 나쁘나. 안 그런가? 안 그렇...다? 그나저나 누군 뭐 이와 같은 공상병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줄 알았나. 예전엔 미처 몰랐다. 사랑이 아름다운지를. 아니 사랑은 없다는 걸. 아니 그게 아니라 인생이 개떡같다는 걸? 어쨌거나 저쨌거나 난 정말 마감일에 쫓겨 똥줄타는 인생. 허당 인생 원래 그렇지 뭘. 화려한 골세러모니 다 끝냈는데 업사이드. 홈런은 홈런인데 파울홈런! 경기가 뭐 이래? 이번엔 진짜다 싶어서 올인 했는데 그쪽 아니래. 드디어 보물을 덥썩 쥐었는데 개꿈. 그러든 아니든 개 풀 뜯어먹는 잡담 웬만치 좀 하자. 이거 어디 정신사나워서 살 수가 있나. 귀동냥으로 주서 들은 배경지식이 얼만데 아직도 더 습득한 잔지식이 남았나? "말해줘. 어서 떠들지 않고 뭐 해?" 라는 인공지능 지니의 외침. 못 들은 척 생까지 않을 수 없다. 사람 피곤하단 말이다. 오빠 달려? 걷자. 쉰 다음에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릴 테니. 정말로? 뻥이다. 아무튼 거 참 말 많네. 이처럼 허영심 들쑤시고 감수성 예민하도록 부추기는 헛소리만 나불댈 순 없으니, 
    따라서 나는 일단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꼭 그렇단 말이 아니라. 그 말을 거꾸로 하면 뭐, 여자는 밖에 나오면 안된다? 됐고>
    그처럼 휴양지 생활 1주일. 점점 무료해지던 찰나 크리스한테 전화옴. 
   「친구. 휴가는 재미있어?」
    전화통화 내용은 생략.
    전화통화 내용은 생략.
    전화통화 내용은 생략.
    물론 덥썩 응했을까? 꼭 내숭이란 말이 아니라 혹시 미끼일지 모르는 법. 빈말에 또 속으라고? 민첩한 행동 전에 조심성은 필수. 누군 뭐 립서비스 털 줄 몰라서 안 터나. 우리가 한번 작정하면, 됐다. 어쨌든 알고 보니 호텔 사장은 크리스랑 예전에 절친한 선배였다. 설마 뻥은 아니겠지? 왜 녀석의 진짜 같은 거짓말에 신뢰감이 얻어졌냐 하면... 그건 말하기 곤란한 부분이니 넘어가기로 하고. 아무튼 난 녀석 집으로 놀러갔다. 





    11

    나는 크리스 집에 도착했다. 근데 크리스는 집에 없었다. 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 왔어? 5분 전까지 난 거기 있었는데 이걸 어쩌지? 급한 용무가 생겼어. 너 테슬라 대항마 알지?」
   「테슬라 대항마?」
   「어.」
   「에디슨?」
   「아이 참. 루시드 모터스에서 루시드 드림이라는 신차를 발표했거든. 한데 내가 거기랑 굉장히 밀접한 관계거든. 내가 많이 도와준 게 있어. 그래서 이번에 시판 하기도 전에 그걸 나보고 시운전하라래? 난 거절했지. 허나 듣고 보니 말이야, 어? 한번 충전으로 최대 800킬로미터 이상 주행할 수 있고, 제로백은 단 2.5초, 최고 속도는 무려 시속 320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하더라고. 제법이더라고. 아무튼 자네 온다고 해서 내 준비한 건 많고도 많은데. 설마 사랑의 마법이 빠질 리 있나. 아마 자네 알고 나면 오금이 저릴 걸? 그래도 먼저 자네 혼자 놀라고 할 수야 있나. 준비 운동만 하고 있어. 내 금방 갈께. 근데 재밌다 못해 일정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이해하고 말이야. 알겠지? 이만 끊네.」
    뚝. 어쩐지 말린 거 같은데...! 그러든 아니든 녀석과 난 아주 막역한 사이. 난 녀석 집에서 냉장고를 거덜내고 집안을 어지럽히고 난동을 피웠다. 
    그렇게 3일이 경과했다. 내가 더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뭔지 몰라도 때려쳐야 할까. 아니나 다를까 사무엘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어디냐니?」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다짜고짜 내 목소리 크면 다 이유가 있다는 거 몰라서 그래?」
   「크리스 집이야.」
   「거기서 뭐 하는데?」
   「크리스 기다려.」
   「늬가 크리스네 집 개니? 늬가 뭔데 걔네 집을 지켜? 네 실추된 자존심 내가 회복시켜 줄께. 너의 그 낙심한 탐미주의 바로 이 형이 부풀려준다고. 나 한다면 한다. 어? 안 그래도 늬 신비감 나랑 똑같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또 그 뭐야. 크리스? 소문 쫙 퍼졌어. 삼류 난봉꾼인 거 탈로나서 아는 여동생들 싹 다 떨어져나갔다고. 너 한번 생각을 해봐, 어? 그럼 그 인맥이 다 어디로 갔겠니. 그래~ 그거야~ 그거라고. 원래 안 그래도 난 내 팬클럽 관리하기에도 벅찼는데. 그럼 이제 난 어떡하니? 조력자가 필요하겠지. 어때, 구미가 땡기지 않아? 언제 내가 허튼 소리한 적 봤니? 많이 봤다고? 뭘 많이 봐. 그래도 내 타율이면 꽤 쓸 만하지 않니? 나 사무엘이야, 어? 이거 왜 이래? 너 지금 듣는 음악 내가 맞춰볼까? Mozart / 돈 지오반니 中 그대 손을 나에게 & 그대 창가로 와주오. 그래 핸드폰 어플 이용했다. 장비발 뒀다 뭐하게. 이 방법으로 내가 꼬신 여자만 해도, 됐다. 누가 그처럼 어리숙하니까 여자들이 불을 뻔 말 뻔 장기전을 가늠하다가 다 떠나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겠니? 사랑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뭐. 꿀 항아리에 개미 덤비듯 한다는 거 너도 잘 알잖니. 허나 꽃을 탐내는 나비가 거미줄에 꼴까닥하는 수도 있음. 꿩 잡는 게 매라지만 꿩이 뭐 바본가? 촌닭은 말하자면 통상 꿩 놓친 매 신세.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지 않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근데 어디까지 얘기했지? 넌 딱 딱 옆에서 추임새를 넣든가 옆길로 빠지는 시간이 길어지면 옆에서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어? 늬가 그러니까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는 거야. 늬가 그래서 안되는 거라고. 날 봐, 어? 날 보라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근데 내 얘기를 왜 허접한 늑대한테 해야 하지? 늘씬한 아가씨와 섹시한 육덕은 물론 내 추종세력들 다 놔둔 채 말이야. 어때! 내 핸드폰 연락처가 어떻게 업그레이드됐을지 궁금하지 않니? 좋게 오랄 때 와. 크리스 그런 쩜팔이랑 붙어있어 봐야 백날 해도 여자 못 꼬셔. 늬 인생만 더 허접해져. 내가 그걸 가만 보고 있겠냐? 어? 걘 딱 2퍼센트 부족한 애니까 너 생각 잘해라. 좋은 말로 할 때 나한테 와. 응? 그리고 막말로 내가 걔보다 싸움도 잘해. 어? 돈? 누가 많은지 너도 잘 알잖아. 안 그래? 그리고 걔 잔재주 요즘 누가 반기니. 물론 우리들 우정 모르지 않은데 크리스 그 녀석도 호인은 맞다만. 걔도 최근 아마 꽤나 허덕인다지? 고양이가 쥐 걱정을 왜 해주나. 걔 이미 삼류야. 그러니까 좋게 넘어와. 알았어? 뭐해 안 넘어오고.」
    나는 그렇게 크리스를 버리고 사무엘이 차린 연예기획사에 놀러갔다. 





    12

    나는 사무엘네 연예기획사로 놀러가고 있었다. 근데 이거 뭔가 수상하네? 이 의뭉스러운 느낌. 기분 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착착 말려들어가는 몰입감. 하필 주인공이 나네? 아마도... 설마! 아니다. 설마, 가 사람 잡는다. 어쩌면 난 이미 엄청나게 늦도록 깨달은 것만 같다. 틀림없다. 이게 다 모두 nb2의 치밀한 뺑뺑이 작전이었게 뻔하다. 돌리기 수법에 왜 내가 주인공이냐. nb2는 달리 점찍을 사람이 없었겠지. 그 이상한 상자. 이름도 다양하지. 인간 복사기. 심신분리기. 유체이탈기. 시간조작기. 분신마술기계. ATM 복제기. 아, 맞다! 난 이제 기억해냈다. 떠올랐다. 왜 그걸 여태 몰랐지? 누가 최면을 내게 걸었을까. 그 환상머신을 만들던 당시 설계도에 내가 기록해놓지 않았나. 일반적으로 7시간, 한정판으로 7일. 조작부 리모콘은 목 뒤에 고정시키고 버튼은 딱 3개로 한정. 물론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 키면 조종할 수도 있긴 한데. 하늘색, 연분홍색, 다홍색...구리선을 강제로 끊었을 땐 녀석 생명력은 무한 확장. 허나 그럼 일 커지게? 난 다 대책을 마련해놨던 것이다. 신발, 운동화, 옷, 자동차, 사무기기, 생활용품...들 수명이 무한대는 아니지 않나. 다 일부러 1년만 쓰도록, 최대 10년 넘지 않도록 정해두는 것. 왜? 또 사도록, 재구매자 스스로 일찍 질릴 테니까 대비책으로, 싫증나기도 전에 신상품 사기 위해 길들이는 식. 충성도 어쩌고저쩌고 마케팅팀 애용하는 용어들이 그거다. 그럼 그분들만 그러겠나, 나도 다 복사판 만들어질 때 70일 되면 자동적으로 증발시키게끔 다 손을 써놨다. 근데 NB2가 놀랍도록 똑똑하다 했을 때 외부에서 다른 방법을 찾고자 노력할 텐데. 아무리 멍청해도 방법을 결국 날 녀석의 안으로, 내 두뇌와 걔 두뇌를 동기화시키려고 하다가 그건 도저히 안되니까 실패할 테고. 따라서 방법은 내 두뇌를 걔 두뇌로 이식시키고자 할 텐데. 날 이렇게 멀쩡히 나돌아다니도록 풀어두는 건 다 녀석이 인자하기 때문은 아닐 거란 말이야. 그럼 내가 먼저 녀석을? 
    이처럼 나는 사무엘네 연예기획사로 가다가 깨우쳤다. 그래서 행선지를 바꿈.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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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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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3시에 우리집 급습. 녀석 뒤통수의 버튼을 눌러서 증발시킴. 
    (행별로 세 단추를 한꺼번에, 열별로 위에서 아래대로 눌러야 함)
    △□○
    ○△□
    □○△
    ○△○
    □○○
    ○○△
    □□○
    △□
    △○
    □○
    △□○
    이로써 난 재차 생각했다. 꾀가 힘보다 낫다는 걸. 멍청하면 발품 팔아야 한다. 몸이 고생하면 그나마 다행. 산전수전 다 겪을 수도 있단 말이다. NB2가 보통 놈이게? 하마터면 녀석한테 골로 갈 뻔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뭐라는 거야. 그러지 말고 우리 잽싸개 뭘 할까? 근데 너 그거 뻥이지? 뻥이지? 그렇지? 내가 널 모르니....... NB2는 어떻게 처리했다만 내 안에 심어진 인공지능 지니. 녀석이 대체 어떻게 내 안으로 들어와버렸는지. 그건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열락감은 그리 길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13

    듣기 좋은 아부, 반갑기 다정한 요설로 남발하는 뻥이 아니라. 오빠 제발 한번만 딱 한번만 만나달라며 아는 여동생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들어서, 캬~ 어? 난 버티다 버티다 하는 수 없이 번호표 발부기를 구입했다. 정말이다. 내가 이래서 연애를 안 한다. 물론 난 태어나서 거짓말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근데 오늘 알았다. 내가 뭔가 큰 착각을, 아니 그게 어느새 취미라는 걸. 알고 봤더니 난 허언증 없지 않았던 것이다. 제발 딱 한번만 만나달라는 애원? 뻥이다. 다 뻥이다. 개 뻥! 난 최근이 아니라 멜로드라마처럼 연애하는 거 한 번도 못해봤다. 전문용어로 모태솔로. 개들한테 단물 다 빨려서 똥개들이 쳐다보지도 않는 마른 뼈 같은 남자? 그게 나다. 원래 개뼉따귀 던져주면 개들 미쳐버리는데. 개들 환장하는데. 얼마나 단물 빠지고 기 빨렸으며 웬만한 개들마저 쳐다보지도 않을까? 가련한 늑대 불쌍한 척 그만 좀 하자. 젠장. 물론 징징거리는 거 나도 질색이다. 그치만 이거 다 여성잡지에서 나한테 시킨 일이다. 아는 여자애가 사정 사정해서 오빠 제발 너스레 떨어달래서 어린양 받아준 셈치고 하는 말장난이다. 그렇구나? 당연히 뻥이다. 좌우지간 소파에 자빠져 멜로드라마를 보면 뭘 하나. 낌새 의뭉스러운 연애? 장거리를 왜 가나 시승만으로 끝. 광고야 승차감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더라도 허영심은 당연히 하차감. 허나 사교계의 관심을 끌 주인공이 바로 나일 리가 있나. 들리는 바에 의하면 숙녀들은 허당 아주 그냥 질색이라더구만. 그러니 몰래한 사랑이라는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올 턱이 있냐고. 호시절 역시나 있을 뻔 말 뻔하다 말았지. 그럼 제7의 전성기는 과연 언제 오는 것일까? 온다고? 꿈도 야무져.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것마냥, 오빠 나 왜 사랑해?,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하겠소 라는 보장처럼 자신 있는 전제랑 똑같군. 뭐 근거 있거나 말거나 자신감? 그렇지만 전혀 흥미롭지 않은 침체기, 한방에... 꿈 깨자. 그게 좋겠다. 은밀한 전개가 어딨나 은근 허당도 못되는 주제인데. 노잼이면 딴 거라도 되야지, 잔재주 녹슨지가 언젠데. 요즘도 허접한 허풍 좋아하는 여자도 있나? 안 그래도 해묵은 대망 원래 있지도 않았고. 헛바람들어서 상상한 개꿈 바라지도 않음. 그러나 그 말 있지 않나, 가득 차면 넘친다. 군침은 마를 날이 없단 뜻이군. (절레절레)! 그래도~ 우리는 여자 관심 없음. 고니의 날개는 물에 젖지 않는다. 심지가 궂냐 팔랑귀냐 선량하냐, 허나 운명은 야멸찬 것. 숙명까진 넘어가진 말고. 그럼 정말로 개 눈에는 똥만 보이는 걸까?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근데 이러다간 진짜로 공상대회에 단골 출전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환상머신에 들어갔다. 
    허황된 복제기계. 세상에 내놔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조용히 묻힐 게 뻔할 텐데. 그래도 환상머신 아닌가. 인간 복사기. 심신분리기. 유체이탈기? 시간조작기. 분신마술기계. 준치는 썩어도 준치! 뭐야? 그럼 환상머신이지만 썩었다? 썩은 미소 그만 좀 짓자. 이상한 기분 지겨울 때도 됐다. 쟤 표정이 대체 왜 저러냐? 허당들한테 들을 말 당연하지 않나. 아빠 나 저 아저씨 웃는 거 한번도 못 봤어. 꼬맹이님께서야 그렇게 논평하실 테고. 숙녀는?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좌우지간 환상머신은 환상머신인데 돈과 직결되지 않음. 물론 물리학과 학계 수장들과 여러 산업군 권위자들과 줄다리기를 안 한 건 아니다. 근데 하나같이 쓸모가 없다네? 내가 봐도 그렇다. 이걸 누가 믿냐고. 나도 당최 믿기지 않는데. 근데 또 그게 이상한 게 뭐냐면 진짜로 판박이처럼 날 만들어준단 말이지. 그러니까 도대체 왜 나랑 지인들 있으면 멀쩡한데, 투자자 앞에서만 서면 오작동이냔 말이다. 그걸 쫌만 보완하면... 그게 그러니까... 잘만 하면 (돈 세는 시늉) 실현시켜주긴 할 수도 있는데. 그럼 그 파장은? 복제양과 더불어 동물들은 이미 성공 사례가 많음과 동시에 불미스러운 폐해도 만만치 않고. 사람은 윤리적으로 걸리니까... 지금 어디까지 와 있나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가 이걸 숨기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부러 여자를 멀리하는 거라고. 농담이고. 말 같지도 않은 핑계 그만 좀 대고. 곧장 줄거리 이어가자. 
    난 환상머신에 들어갔다. 딱 들어가서 버튼을 눌렀다. 평소대로라면 난 상자 1에서 2로 옮겨가서 나와야 한다. 그렇게 내가 상자 2에서 나와서 슥 옆을 쳐다보면 간발의 차이로 막 (상자 1에서 나온) nb2가 날 따라하는 거지. 쓱 쳐다보는 게 왠지 기분 나쁜데? 너 나 험담했지? 그건 아니다만. 어쨌든 그래야 했다. 근데 이게 뭐야? 난 상자 1에 그래로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일단 버튼을 눌르자마자 어떻게 됐는지 그 눈 깜짝할 순간을 좀 더 극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드라마처럼 상상해보는 게 좋겠다. 물론 난 사실 독자는 간접경험. 난 직접화법 현실 애청자는 몰임감 팽배.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앗, 깜짝이야. 뭐야 너넨?」
    내 앞에 스티븐과 세바스찬이 나타났다. 눈 깜짝할 새에 말이다. 
   「넌 뭔데?」
   「내가 먼저 물었잖아? 설마...」
   「오해하지 마.」
   「왜 오해를 하게 만드냐고 내 말은.」
   「누가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나?」
   「그러니까 설명을 해 봐. 어떻게 변명할 건데?」
   「뭔 생각하는 거냐?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뭔데?」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스티븐과 세바스찬 설명을 듣고 보니 사연은 이랬다. 녀석들은 각자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최근 모스맨 연구소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단다. 솔깃한 러브콜 도저히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걔네들은 합류했고. 요점만 말하자면, nb2가 그냥 조용히 무대로 내려갔겠니? 라고 내게 묻길래 난 살발한 기분에 느낌 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황은 그랬다. nb2가 내 환상머신을 통채로 복사하여 모스맨 연구소에 기증했다는 거다. 원래 내 환상머신은 내용물을 심신분리이자 2탄을 만들어주는 건데. 어떻게 그 원리를 역이용해서 환상머신 자체를 복제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내가 놀던 과정 거쳤고, 아는 여동생들 데려다 시연시켜준 줄거리 다 거쳤는데. 결국 거기서 멈출 모스맨 연구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가 거의 뭔지 모를 혁신적 업그레이드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래서 끝끝내 기존 환상머신을 개조하는데 성공했어?」
   「못했어.」
   「못했다고.」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럼 실마리가 풀리자마자 너네들과 내가 만난 거라 그 말이니?」
   「빙고~!」
   「그럼 뭐 너네 연구소에서 상자 1에 들어갔는데 내 사무실 환상머신 상자 1로 왔다고?」
   「그거지. 그거라고. 바로 그러라니까. 응? 그러야. 허허허.」
   「그게 말이냐 솜사탕이냐. 그게 말이 되냐? 어?」
   「말이 안되지? 근데 이걸 어쩌나. 말 같지도 않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재현은 되고? 증명은. 근거는 논리식으로 풀 수 있고? 공식 만드는 거 내 도움 필요한 거 아냐?」
   「넌 빠져. 라는 말 할 필요도 없지. 너가 일단 환상머신 1탄을 만들어만 준 거도 어딘데.」
   「아 글쎄 그러니까 너넨 시험운행에 성공했으니 기쁘겠지만 난 뭐 아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보여줄께.」
    그러면서 스티븐과 세바스찬은 내게 주문했다. 내 발바닥 옆 바닥에 손바닥을 붙이라고 했고. 난 바닥에 손바닥을 붙였다. 스티븐은 옆면에 손바닥을 붙였고, 세바스찬은 천장에 손바닥을 붙였다. 그런 다음 상자 1 천장 구석지에 있는 버튼 △□○. 그 3개를 동시에 눌렀다. 그러자 어떻게 됐을까? 중력이 뒤틀렸다. 시간이 구부러졌다. 정말로 쿵 소리가 났다. 마치 상자가 90도 회전하는 것만 같았다. 진짜로 상자가 눞혀졌든가, 아니면 일자 모양 상자가, 상단부를 축으로, 위로 들어올려졌다. 





    14

   「자, 나가자고 친구.」
   「나와보면 알아.」
   「뭔 수작이야? 야 개수작은 나한테 배워도 다 못배운다니까 그러네. 그동안 내가 키운 마술사들이 얼만데. 오락산업에 내가 꼿아준 애들 쑤두룩해. 내가 아는 속임수만 익혀도...」
    그렇게 우리 셋은 상자 1에서 나왔다. 
    원래대로라면 여긴... 내... 사무실이어야 하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렇다고 바지에 오줌을 쌀 수도 없고.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 거도 아니고. 이건 너무 멀쩡하잖아? 현실은 UFO 영환데 난 뭐 이게 당연하다는 듯? 다시 한번 말해 두지만, 여긴 내 사무실이어야 하는데... 이런 젠장. 뭐야 이거?!
    그곳은 모스맨 연구소였다.
   「너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보다시피.」
   「이게 다 자네 덕이네, 친구.」
   「공간이동한 거 축하받기엔 아직 이를까? 허허허. 우리도 그랬어. 허허허.」
   「시간압축이라고 할 수도 있어.」
   「영화에 나오는 타임머신 그거 다 뻥이라는 거 알지? 또는 타인의 시간만 정지시켜놓고 난 시간에 속하는 일. 남은 망부석 만들어놓고 난 투명인간처럼 난동피우겠다? 그거 다 뻥. 허나 우리는 완성했어.」
    하이파이브~! 골 세러모니~! 환호성~! 변해라~ 얍! 진짜 변했어.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지?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녀석들은 모스맨 연구소에서 칠판에 웜홀기계의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난 이해하는 둥 마는 둥 어리둥절할 수밖에.
   「어떻게 좀, 돌아가는 견적 보여? 그러셔?」
   「뭐 사고 싶은데?」
   「아니, 어디로 떠나고 싶어?」
   「귀찮음 다 (웜홀기계를 다독이며) 얘한테 맡겨.」
   「이거 정말이니?」
   「그럼 이게 꿈이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뭐지?」
   「너 너네 사무실 상자 1에 있었잖아.」
   「그렇지.」
   「근데 단지 문만 열었는데 모스맨 연구소에 있을 수 있어? 그게 말이 돼?」
   「그 뭘로도 설명이 안되지.」
   「허나, 우리, 웜홀머신이라면 말이 되지.」
   「」
   「밑도 끝도 없이 공간이동. 그래 처음에는 안 믿겨. 황당하지. 당연할 수밖에. 왜 안 그렇겠어. 영화에서나 보던 건데?」
   「우리가 늬 생각 안 한 줄 아니? 왜 널 모스맨 연구소로 영입하지 않았겠니. 언제나 늬 자리는 공석이었어. 너 혼자 끙끙대느라 힘겨워하는 거 다 알고 있었다고. 어쨌든 누가 해도 완성됐잖아. 환상머신을 개조해서 짜잔~ 웜홀기계.」
   「그래, 어? 너 백날 집에서 하는 일이 뭐지. 인터넷에서 이거 저거 구경하고. TV 채널 돌리느라 지겹고.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다가 개새끼 나오면 혼잣말 하잖아. 저런~ 개뼉따구 같은 놈 어쩌고저쩌고. 응? 다 알아. 왜 몰라? 중견 가수랄지 실력파들 백전노장들 가왕들. 응? 메들리 부르듯이 10명 100명 똑같이 따라하잖니. 개그맨들도 동료들 한 7명 똑같이 흉내내. 영화배우라고 뭐 달라. 환상머신을 어떻게 하면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난 결국 인문학 배경지식과 고상한 감성, 탁월한 안목, 근사한 취향, 고결한 정감, 우아한 허영심. 또 뭐 있지? 기똥찬 허풍. 재미난 허세. 과감한 베팅감. 뭐 아무튼 그처럼 너의 식견을 이해해야만 뭔가 실마리가 풀릴 거 같았거든. 일단 환상머신 창시자가 너거든. 발명가 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더라고. 아주 후끈했어. 비속어로 깔쌈? 우리는 그처럼 선구자 정신분석을 기본으로 깔고 시작했다고 볼 수 있어. 그래서 우리가 너 뒷조사는 물론 너한테 사람을 붙였어. 1급으로. 전직도 아니야. 군기술만 이용된 줄 아니? 우주과학 죄다 붙였어. 왜? 그래야 환상머신 개조가 가능할 테니까. 결과는? 이렇듯 웜홀머신! 물론 앞뒤가 바꼈고 뭔가, 그래. 나 내 모든 걸 자네한테 보여줄께. 그렇다고 나만? 웃겨 드릴께. 다 드린다고. 일단 나도 널 따라해볼까. 내가 뭐 너 흉내 못 낼 줄 아니? 자, 보자. 
    A급 사교계의 동태를 살피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는 게 뭐냐. 그걸 말해서 뭐 하나. 더불어 제법 신나는 게임을 암시하도록 누군가 내게 넌지시 게임을 신청해올 리도 없다. 허나 막돼먹은 허당이 아니면 된 건데. 세상을 살아보니 그게 말이야. 꼴깍, 탐스러운 먹잇감을 보며 침 안 삼키는 늑대 없다지만. 우리는 여자 관심 없다. 그렇다고 내가 여자란 말이 아니라. 난 남자거든. 사랑의 열망? 키우지 않음. 뭐 하러? 허나 잔뻔치도 많이 맞으면 아프다. 잔불이 큰불 되는 법. 그래서 하는 말인데 친구들과 동생들이 하도 소개팅 나가라고 부추기는데 못 이긴 척 한번 들어줘? 뻥이다. 다 뻥이다. 싹 다 뻥이다. 그래서 TV를 틀었더니 '사라진 바닷물' 그 드라마 끝나니까 재미없는 프로그램들 일색. 제목이 뭐 따봉마 뚜겅을 열어라? 놀고 있네. 따봉마 같은 소리나 하고들 있어. 하여, 채널을 돌리니. 저년 저거 어디서 굴러먹다 하필 여기까지 굴러온 거야, 지가 호박이야 뭐야. 상스러운 대사 자동적으로 외워질까 봐 겁난다. 그냥 TV를 끄자. 내가 언제부터 TV를 좋아했다고. 좌우지간 남자는 폼! 굶어도 허당 멋에 산다. 근데 최근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단 말이야. 이걸 어째? 어쩌긴 뭘 어째. 잠자코 때를 기다리는 거지. 별수 있어? 
    어때, 좀 비슷해?」
   「근데 너 참 말 많다. 너 원래 이런 애였니? 내가 언제 돈방석에 앉고 싶댔냐?」
   「기왕 이렇게 된 거. 따져봐야 할 계산이 꽤나 규모가 큰 거 같지 않냐?」
   「그러게. 그랑프리는 따논 당상인데. 본게임 끝난 거나 마찬가지인데. 전망 좋은 어딘가에서 노트북에 엑셀 파일 띄워 뭔가를 가정하면서 즐겁게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웜홀머신을 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따져보기 위해 휴가를 떠났다. 





    15

    휴가에 대한 요약, 뮤직비디오처럼 간추렸다치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우리는 휴가를 마치고 모스맨 연구소로 복귀했다. 
    환상머신 아니 웜홀머신이 설치된 사무실로 들어갔다. 
    나와 스티븐과 세바스찬.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왜냐하면 웜홀머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어쩐지 캥기더라.」
   「뭔데?」
   「야, 따라와.」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모스맨 연구소 주차장. 
    3급 기밀 허가증만 소유한 어떤 말단이 뭔가를 차에 싫고 튀는 모습. 우리는 곧장 쫓아갔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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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나오듯 숨막히는 추격이 아니었다. 쫓고 쫓기는 긴장감 하나도 없었다. 
   「쟤 우리가 쫓는 거 알고 있는 거 맞니?」
   「아니면 우리가 잘못 쫓는 건 아닐까?」
   「틀리지 않았어. 맞긴 맞는데. 그게 그러니까...」
   「뭔데?」
   「뭔데 그래? 어?」
   「쟤한테 우리가 안 보이나 봐. 쟤 두뇌로는 우릴 인지할 수 없는 거지. 우리가 안 보여.」
   「우리가 안 보여?」
   「어. 그러니 모를 수 밖에.」
   「그게, 뭔 소리야?」
   「그야 뭐 따라가 보면 알겠지.」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목적지에 거의 다다른 거 같은데.」
   「그래. 도착 직전이네.」
   「낯서니 여기?」
   「낯이 익어.」
   「빨리도 말한다.」
   「야, 뭐야. 우리가 쟤넬 따라붙은 시발점이 우리 연구소였는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거야?」
   「게다가 우리가 아는 길 빼고 참 많이도 돌았다.」
   「근데 쟤가 우릴 못 본다고?」
   「우리도 여기로 되돌아올 줄 몰랐잖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뭣이 중헌디?」
   「뭐긴 뭐야. 아 뭐해, 쟤 안 따라가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우리는 녀석을 따라붙었다. 
    녀석은 웜홀머신을 모스맨 연구소 어느 사무실로 옮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말 녀석들은 우리들을 하나도 못 알아봤다. 그러니 숨을 이유도 없었다. 옷이라도 벗을까?
    알고 보니 사무실 안에는 우리가 있었다. 나와 스티븐과 세바스찬이. 쫄따구는 임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거 같았다. 
    그럼 우리가 미래야 쟤네가 과거야? 





    16

    스티브와 세바스찬 그리고 나. 우리는 사안의 경중을 따지고 자시고 할 거도 없었다. 추리고 뭐고 이건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각자 분담해서 비밀리에 관찰에 집중하기로 했다. 모험심 충족, 기대 충만, 예감 들뜸. 그 뿐만이 아니라 이건 결코 '아니면 말고'처럼 그저 그런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긴말 필요없이 예삿일이 아니거든. 따라서 일단 먼저 핸드폰을 끄고 동화던가 단편이던가 '왕과 거지'처럼 위장이 기본이었다. 신분 세탁까지 갈 수도 있는데 아직 2단계는 더 두고 보는 거고. 그래서 구KGB와 모사드, CIA, MI6 관련 특수장비를 어떻게 입수했고. 첩보원 생활을 하기 전에 일단 뺑뺑이를 돌았다. 상대가 누구든 우린 손바닥 위에서 노는 쥐새끼처럼 감시받을 게 뻔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단 종횡무진 돌아다녔다. 그처럼 짧은 기간에 위치추적 잘 되도록 핸드폰을 키고 어딘가에 멈추어 신호 끄고. 변장을 넘어 변신 완료 후 영화주인공으로 둔갑 완료. 그렇게 당분간 캠핑 생활을 이어갈 주둔지 마련도 마침. 아무도 모를 곳에 말이다. 그만큼 기가 막힐 외계인의 음모가 대기중일 테니까 안 그럴 수가 없었다. 
    일단 스티브는 인터넷 조사. 최근 잘나가는 해커들 뺨치고, 한때 해커&크래커계를 뒤흔들었던 실력은 못 될지언정. 나름 스티브 그 방면에 일가견이 있었다. 때문에 모스맨 연구소 그 배후가 누구인지, 무엇과 관련되었는지, 어떻게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나누었는지 파악하려면 인터넷 조사가 필수였다. 대체 어떤 원리로 단 7일 내에 증발하지 않고 우리들을 한공간에서 따로따라 자유도를 무한대로 설정할 수 있는지. 단지 거기까지라면 몰라도 환상머신을 어떻게 해서 웜홀기계로 개조시켰는지. 깨알 같은 조사는 무조건 필수였다. 통신 감청은 추리소설에나 나오는 거니까 우린 증거 수집보다 한발 앞서가면 그만. 고로 인터넷에 모든 증거가 남지 않을 수 없으므로 스티브는 인터넷 전담. 캐면 캐는대로 먼지 한톨만 걸려도 걸리면 어떻게 되나, 말꼬리 잡고 늘어지듯 걔넨 우리한테 바지끄댕이 잡힌 거나 마찬가지. 그건 그렇고. 
    다음으로 세바스찬. 모스맨 연구소는 하필 전형적인 요새이기 때문에 적당한 대공 초소 지점을 물색 완료. 비밀기지로써 천혜의 명당이니만큼 매우 꼼꼼하게 자리를 알아본 끝에 출입자 명단을 파악할 최적의 장소에 우리도 기지를 설치 완료. 그리고 녀석은 기타 잡무 담당.
    그럼 난 뭐 하지? 다름 아니라 현장요원. 뭐니 뭐니 해도 내게 주어진 주임무는 그랬다. 환상머신 → 웜홀기계! 도대체 어떻게 그걸 개조했는지. 조사하면 나온다. 물론 드라마 주인공 따라하려면 당연히 일단 쇼핑부터 필수. 궁색하게 대충 따라했다간 기분 잡침. 분위기 살지 않음. 따라서 우선 겉멋부터 쫙 갖춘 다음에 시작했단 말이다. 어쨌든 곧 있으면 전말은 밝혀지게 되어 있다. 숙녀들이 우리한테 넘어올 수밖에 없듯이. 걔네가 누군지 정체를 드러내는 건 시간문제인데? 이러니까 여자들이 뻑이 가지. 존나~ 카리스마 있어! 끝장.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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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해서 과연 모스맨 연구소의 복면을 벗길 수 있었을까? 너무 많은 걸 알려줄 수는 없다. 난 몰라도 스티브와 세바스찬도 먹고 살아야 하거든. 어쨌든 우리가 어릴 때 촌에서 뛰어놀던 것처럼 웜홀머신 배후를 염탐하는 일. 설마 별 소득 없을 것 같나? 첫째날 으쌰으쌰. 둘째날 그럭저럭. 셋째날 슬슬 바람이 빠지기 시작. 결국 꿀 단지 겉핥기. 근데 참 재미난 얘기를 들려드릴까 말까. 꽃 피자 임 오신다고 로즈마리, 에밀리, 마라, 사라 그녀들이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어떻게 비발매 특수 핸드폰에 통화를... 하긴 걔네들 마음 먹으면 암호문이 적혀진 쪽지를 묶어서 비둘기라도 띄울 숙녀들이지. 그렇게 날짜 가는 줄도 모르며 언젠가 걸출한 성과를 확보하기도 전에 우리는 설득됐다. 요컨대 거기가 아니랜다. 자기들이 모스맨 연구소는 꽉 잡고 있다나 뭐래나. 웜홀머신 그거 별거 아니라는데, 우리는 또 솔낏솔낏 귀가 팔랑팔랑 혹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와 같은 줄거리 그 다음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남겨놓기로 한다. 물론 모스맨 연구소에서 마라 일당에게 우릴 말리라고 시켰을 수도 있고, 그처럼 대행자 개입시킬 필요도 없이 가짜로 우리를 자기네한테로 유인할지도 모른다는 점. 일단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 쏠쏠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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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말처럼) 과부집 수캐마냥 난 일만 저지르는 것일까? 뭘 해도 심심한데 일을 저르르긴 어떤 일을 저질러. 껀수가 있어야 뭘 해도 허지. 우리가 무슨 과부집 수코양이도 아니고 말이지. 뭐 그렇긴 하나 허당이 성격 좋으면 봉 되기 십상. 과부가 마음이 넓으면 동네... 쉿. 헤프든 정절녀이든 우리는 여자 관심 없다. 어찌 됐든 인생살이 쉽지 않다. 그게 그러니까 현 시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작전이니 수작이니 무슨 대회를 나가든가 상대가 있어야 뭘 해도 할 거 아닌가.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 근데 굶주린 늑대가 하이에나 심정 몰라서야 쓰나. 아는 여동생들 흉 웬만히 트집잡고 이제 그만 남자들이랑 놀까? 그게 그러니까,  과부살이 아니 혀 메시 생활 십 년에 독사 안되는 년 없다? 거 어째 말이 심하긴 하다만, 년이 아니라 놈? 아무튼 '그년이 그년이다'라고 어떻게 우리 입으로 말하나. 단지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 듣고 살짝 웃을 뻔 하다 말든가. 그야 어쨌든 살살 부추기고 슬슬 발동걸며 슬며시 헛바람 주입시키는 게 우리 전공. 타고난 재능이 어디 가간디? 뽐뿌질 시작만 했다 하면 선풍 미풍 그러다 느닷없이 강풍. 진짜인지 가짜인지 근데 것도 다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보아하니 인생이 재미없으니까 예술을 빙자하고 사욕만 채우는 거구만 그래. 캬~ 어? 칼럼에 어쩌고저쩌고 연재소설에 이러쿵저러쿵. 안 그래? 안 그러긴 뭘 안 그래. 고니를 조각하다가 안되면 그와 비슷한 따오기라도 된다. 하는 데까지 하자. 뭐 그러다 어떻게 하나 얻어걸리겠지. 살면서 잔뻔치 좀 많이 맞아봤나. 딴 건 몰라도 우리가 얻어터지는 건 일가견이 있다. 어설픈 쉐도우복싱마저 그 앞에서 할리우드 연기 왜 못해. 큰 재주 없는데다 잔재주마저 후달리면 맷집이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나. 그러다 어퍼컷 한방! 인생 한방이다. 아 글쎄 상대가 없다고 상대가. 회심의 역습? 갈 곳은 많아도 오라는 데가 없다. 소 뒷걸음질치자 쥐 잡으면 기분 좋은 거 누가 모르냔 말이다.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새로운 인생 계획을 비밀리에 재정비하기 위해 사무실로 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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