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79

from 소설 2020. 11. 29. 23:35

    1

    이상한 느낌, 알고 봤더니 허접한 기분이다.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여자의 직감, 보나마나 바가지긁는 용도. 미스테리와 판타지에 대한 애착, 돈과 직결될 리 있나. 그러니 패션에 모처럼 관심을 가진다? 모자를 썼더니 친구왈 닭벼슬 같대. 미용실에 들러 투톤 헤어스타일 완성했더니, 그걸 속칭 존멋남이 하면 얼마나 좋나. 근데 왜 하필 껄떡대는 하이에나가 생각날까. 그렇다고 올블랙으로 빼입어봐야, 늬가 뭐 저승사자라도 돼냐? 감사와 축복과 기도도 좋겠으나, 최대의 관심사란 뭐겠나. 여자는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 누가 누가 그 말 듣고 발끈하는지 안 봐도 뻔함. 야 야 몇 시 방향, 어디 어디... 이 자식이...! 오오, 아아, 뒷모습 뒷모습... 그런데 앞모습은? 그렇다니까 글쎄. 근데 뒷모습마저... 우리는 그분들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넌 뭔데... 그러니까 미리미리 좀 말려야 한다. 누가 쟤 좀 말려 봐, 못 말린다는 걸 아니까 남한테 시키는 것일뿐. 밖에서만 시키면 다행이게? 집에까지 와서 손 하나 까딱 안할 수도 있음. 또 노래 시작하면 마이크를 놓을 줄 모르면 그나마 다행. 근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얘기, 드물게 재밌어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야기보따리 푸는 사람 얼마나 징글징글하고, 듣는 사람 그 얼마나 지긋지긋할까. 밑도 끝도 없는 잔소리 대체 끝은 있을 걸까? 그런 개뼉따귀 같은 궁금증마저 짜증날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여자의 마음을 추론하여 여자말 번역기나 업데이트하는 게 나을지도. 허나 달력은 깨끗. 건수는 없음. 탐구심만 왕성. 성과는 꽝. 하여 1년에 한번 태어날까 말까 한 허당인 걸 자인하지 않을 수 없는데. 허나 어떻게 잘만 하면 어찌어찌 꽃밭을 헤집고 지나다보면 뭐 어떻게 얻어걸릴 수도 있고, 그럼 또 누군가를 자빠트릴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뭘 자빠트리긴 자빠트려! 좋게 소파에 자빠져 TV나 보자. 오락산업이 그래도 괜찮긴 하거든. 정말로 바보상자에는 처녀 불알 빼놓고는 다 있다. 그럼 뭘 해, 몽땅 그림의 떡인데.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했더니 2장 날려. 스트레스 더 쌓여. 자, 그럼 자연으로 나가볼까? 또 언년을 꼬실려고. 누군갈 어떻게 한번 해보긴 뭘 어떻게 해봐. 하긴 솔직히 말해서 여자는 남자에 환장한다. 아니면 비정상이니까. 여자가 남자 좋아하는 건 본능과 사랑과 애정이며 자연의 이치이지 무슨 죄인가? 다만 이미지 트레이닝에 초대되는 목록을 보아하니 뭔가 섭섭할뿐. 딴년 남편을 탐하지 말라. 말하면 어디 듣냐고, 어? SF 드라마에 나오는 순간이동 기술이 딴 게 아니다. 걸핏하면 미남과 성우와 정력과와 낭만파와 어쩌다 기분파까지 그분들께 소환되는 것일 뿐. 아닌가? 아니긴 뭐가 아닌가! 언제든지 눈독들일 만반의 준비. 쉼 없음. 끊임없음. 멈출 리가 있나. 여자 마음 요리하는 거 일도 아니다. 농담이고. 뭐 농담이 아닌 거 같은데?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어딜 넘봐, 라는 그분들 의중 모르면 안된다. 근데 그거와 환상문학 줄거리와 도대체 뭔 상관인데? 그러게. 어쨌든 여자 마음 달랠 줄 알았던 여성잡지, 애독하다 보면 뭔가 비교되는 것 같아 더 신경질날지도 모를 일. 그렇다고 멜로드라마를 반겨하면 뭘 하나, 애들 말마따나 빡치는데. 그렇다고 친구녀석 불러내서 야 한판 떠! 그래? 테니스를 지면 져서 짜증이고 이기면, 어? 승부욕 대가인 그놈한테 이길 때까지 3년 내내 달달 들들 볶아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호승심 챙겨주고 남편 기살려줬더니, 여자들 구미에 딱 맞춰 튜닝하며 최적화시켜 놨더니 글쎄 살쾡이들이 꼬리치고 난리. 애교에 약한 남편 미칠듯이 눈돌아가거든. 근데 그분께서 유독 퇴폐미에 더 약하다? 더군다나 백치미에 빠지면 어떡하나. 그래서 지는 비교 잔소리 따따부따, 남편 도망가라고 고사지내는 격. 하여 너무 풀어줘도 안되고, 너무 쪼여도 안되고. 그렇게 조련술 고급스러워지다 보면 행복을 정복할 줄 알았는데. 누가 여자 나이 50 넘으면 쳐다본대유? 그러던 어느 날 동지애 시들시들, 달력은 더 깨끗해짐. 말이 그렇단 거고 각자 전우애 잘 챙기라는 얘기. 그래도 뭐랄까 인생의 환멸은 곧 연애사의 애환이라고나 할까! 뭐라고? 뭣이 어째? 증말 보자 보자 하니까, 워 워 워. 차면 넘친다. 이와 같은 주전과 대타들의 험담과 공상과 토론에 시달리다가, 끝끝내 잘 버티다가 NB는 퍼졌다. 뻗었다. 방전됐다. 썩었다. 곯았다. 상했다. 망했다. 기력이 바닥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롭한테 의뢰한 끝에 꽤 괜찮은 휴양지로 떠났다. 괜히 도시에 있어 봤자 쌩얼판독기 선그라스에 3장 투자하자, 꼬시다 꼬시다 싫다 싫다... 말려서 3장 날리기는 싫었던 것이다.





    2

    그는 도착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낯선 환경 좋았다. 색다른 배경 흡족하다고 자랑할 친구는 없다. 그래도 괜찮음. 그렇다고 첫날부터 여기저기 막 들쑤시고 돌아댕기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러다 나서기 좋아하는 숙녀한테 기빨리면 큰일날 테니까.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바깥으로 돌면 당장 첫키스부터 첫사랑만 10번에 곧장 신혼여행 떠나야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피곤했던 것이다. 그렇게 첫날은 조용했다. 
    둘째 날이 되었다. 일에 대해 간략히 말하자면 NB는 칼럼은 당분간 쉬기로 했다. 또 연재소설은 일부러 저급한 미완성, 땜질하려다 실패한 거, 아이디어만 대충 밑그림 그린 거! ~를 모아서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며 이메일로 보냈다. 자, 그래서 그는 자유를 획득했다. 허나 탐스런 과즙은 맛볼 수 없었다. 그게 아니라.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감격의 장면, TV로 보면 그만이었다. 골세러모니 한두번 봤나. 이처럼 뜬금없이 할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고 나니 뭐랄까, 뭔가 허탈하다고나 할까? 개목걸이 풀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똥개도 아니고. 경주대회에서 꼴등 따논 당상인 경주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추적자일 수야 있나. 아니면 한도 끝도 없이 공포심을 조장하나 의심을 부추기리.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일 밖에 모른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가령 사슴과 꽃다발과 포도주. 소풍과 비키니. 이채로운 해변가 분위기. 바람결에 움직이는 머릿결과 옷발과 장비발. 이국적인 풍경. 한가한 여유. 뚜껑없는 차들의 행진. 작은 놀이공원에 보이는 트램플린, 바이킹, 회전목마. 또 다람쥐 열차. 금새 익숙해졌다. 안 그럴 수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아가씨들끼리 놀러온 데 끼어들어서 같이놀자고 할까? 그는 껄떡대기 싫었다. 꼬실 수는 있는데 화장발 별로. 몇 번 보다보면 못생긴 거 눈치채면 어떡하나. 볼수록 매력적인 줄 알았는데 단지 뉴페이스라는 기분 탓이면 어쩌냐고. 또 그분들 입장은 뭐 없겠나. 어쩌자고 저분께서는 우리에게 들이대는 걸까, 우리가 그렇게 값 없나? 분칠하시는 그분들 얼굴값 높게 사드려도 모자를 판에, 선남선녀 미남미녀 평균값을 깎아먹어서야 쓰나. 그렇다고 카페 주인장들 흐뭇하라고 술 팔아주는 거도 한두 번이지. 따라서 그는 하는 수 없이 잔재주를 팔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어디긴 어딘가. 호텔에 쳐박혀 블로그를 만들어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합석한 신부 친구가, 묻지도 않았는데 초면에 하시는 말씀이. 할일도 없는데... 만날 사람도 없는데... 무인기녀는 집구석에 가서 어쩌고저쩌고. 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처량. 청승? 그렇다고 호텔생활 이어지다 보면 혹시 어떻게 황홀감 얻어걸릴지도 모른다는 꿍꿍이, 없었다. 그렇게 NB는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3

    날씨: 변덕 심함
    날짜: 11월 16일
    내용: 멜로드라마와 작별한 인생. 동화를 닮은 소원을 생각하지도 못한다. 만화영화 같은 상상력이 남아있을 리 없는 어른. 솔직히 말해 그는 뭘 해도 재미있다. 뻥이다. 잘못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거꾸로맨이란 말은 아니고. 좌우지간, 다름 아니라 외로운 계절 겨울이 돌아왔다. 우리는 고독한 도시의 사냥꾼이라 뭐 그 말인가? 굳이 타임머신에 탑승하지 않아도 내일은 언제나 오늘이 된다. 미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각해서라도 현실은 이미 영화인 것.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뚱한 심경과 구겨진 표정을 펴자. 자, 그럼 이제 전재산을 탈탈 털어 뚜껑 없는 자동차나 살까? 사든 말든 고를 형편이나 되면 좋으니까, 고로 기분 뚜껑이나 열리지 말기를. 뭣이 어째? 워 워 워. 어쨌든 평소 심보와 다를지 모르지만 그는 새소리만 들어도 기뻤다. 실제 개짓는 소리만큼 반가운 것도 많지 않다. 또 산책만 해도 즐거웠다. 가끔 외식을 하는데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세상 사람들 고민의 태반은 돈. 차라리 없으니까 편하네. 누가 전직 허세꾼 아니랄까 봐. 허나 꼭 틀린 말도 아니다. 볼수록 매력적인 숙녀와 아름다운 사랑을? 다음에 하면 된다. 우리가 욕망에게 친절할지라도 원래 황금만능주의는 내게 퍽 너그롭지 않을 수 있는 게 세상사. 그러다 떨리는 행운에 힘입어 SF와 미스테리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면 좋을 텐데. 아찔한 지성은 냉수 마시고 속차리라며 우리를 깜작 놀라게 만든다. 물론 안 그럴 수도 있다. 그러든 어쩌든 그는 감상주의자연 하는 태도 지겨울 것이다. 당연하지. 그러니까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또 뜬구름잡는 공상을. 잘한다.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허나 꼭 보채지 않아도 된다. 할일 없는데 엉덩이가 어찌 근질근질하나. 할말 떨어져도 금새 다변가는 어떻게든 기 받기 마련. 그걸 믿다 NB는 걸핏하면 친구, 지인, 사교계에서 기가 빨려버렸다. 팔랑귀마저 너덜너덜. 열망이 불끈불끈이 아니라 체념이 왕성. 하트뿅뿅 신기하도록 자기만 피해갔다. 그래서 정력의 기울기까지 영향을 받았을까? 대체 그게 왜 중요한데. 우리가 그거까지 궁금해해야 할 정도로 한가한가? 하면 아니다. 긍정적인 숙녀와 낙관적인 아저씨 허영심 괜히 들쑤실 일 있나. 그런데 이와 같은 몽상가 기질은 하다 하다 그를 또 다시 '무엇이 나올지 모를 자판기'까지 그를 데려오고야 말았다. 뭐라고? 이미 왔는데 어쩌겠나. 일단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지켜볼 수 밖에.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아무일도 없었다. 하여 NB는 모든 탐욕을 내려놓았다. 마음을 비웠다. 소비욕구 하나도 관심 없었다. 복권도 안 산다. 마권 구경도 못해봤다. 펜트하우스는 뭔놈의 펜트하우스. 말이 좀 심했다만 그만큼 욕망의 거품은 사그라들었다고나 할까? 말도 안돼, 가 아니라 말이 된다. 왜냐하면 친구가 라스베거스에서 거물이 됐다며 초대해도 거절했으니까. 그리고 또, 어? 믿기 어렵겠지만 그는 여자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이다. 그럼 대체 뭘 원하는 것일까? 생각이 없다. 괜히 사랑이 없다고 하겠나... 





    4

    날씨: 흐리멍텅
    날짜: 11월 17일
    내용: 다정한 탐욕을 예뻐해주던 호시절은 지났다. 사랑스러운 유혹과 달콤한 러브콜, 꿈도 꿀 수 없다. 뭐랄까 유쾌한 인생을 희망하나 진한 사랑을 편애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그 무슨. 연애론 탐구하고 멜로드라마 애호해서 뭘 하나. 미지의 이상은 도저히 손에 잡힐 수 없는 개꿈과도 같은 것. 정말로 그렇단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뭘 해도 재미없다며 누구한테 솔직히 털어놓을 깜냥, 없다. 응석을 왜 해. 투정 질리도록 했다. 더 이상 넉살부리다간 욕먹는다. 예술적으로 징징대다가 상욕 얻어들을 일 있나. 그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뭇남성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을까? 뭇여성들로부터 인기를 한몸에 받을 수 없으니 퍽 고민할 필요 없는 물음이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그게 아니라. 오리가 거위의 뒤뚱거림을 비웃는다고, NB는 자기 앞가림이나 잘하면 된다. 지금 남걱정할 땐가. 지 주제를 알아야지. 짜증 들어줄 우정도 닭살 돋고 사교계엔 얼신도 못하질 않나. 신비감, 호기심, 모험심, 감수성, 소년감성... 모두 바닥이다. 이런 슬럼프는 처음이다? 뭐 언젠 안 그랬나. 정력기는 끝났다. 사랑은 없어. 근데 건수가 어떻게 있겠나. 그렇다고 언젠가부터 미완의 웜홀머신을 연구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데, 잔꾀와 잔머리와 잔재주로 그게 될 거 같으면 뭐가 문제일까? 잡았던 범의 꼬리는 놓기도 어렵다. 보아하니 너무 큰 걸 노렸네. 말하자면 뻔트 대고 떡밥뿌린 다음 반응 봐서 그 다음을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근데 걘 차마 빠져나올 수 없는 목표에 매달린 게 무슨 판도라 증후군이라도 된단 말이냐고. 다 큰 어른이 왜 포기를 몰라? 그러게. 그러라 그래. 누가 말린대? 장구 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북 치고 싶댔다. 그러게 어설픈 졸부 칼럼 쓰고 환상소설 나부랭탱이를 무슨 바지끄댕이 잡고 물고늘어지 듯 하니. 고로 뭐든지 연패요 늘상 노잼에 매번 권태. 자, 그럼 이제 본게임을 시작해볼까? ~라며 이어질 할 말 뻔하지. 식상해. 그러니까 미소가 썩었지. 말씀 심하게 하시네? 가만 있어 봐, 나 얘기 좀 하게! 근데 내가 뭔 얘길 하던 중이었지? 잊어먹을 수도 있다. 솔직히 아무나 다 꼬실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틀린 말도 아니다. 누구나 웃길 수 있다고 장담해도 고급스러운 농담 안 먹힐 입장이라고 왜 없겠냔 말이다. 근데 또 이처럼 말꼬리잡고 늘어지다가는 입꼬리 올라간 바람잡이 도움도 못 받고, 눈꼬리 올라간 숙녀의 사랑 스카웃도 물 건너가기 마련. 따라서 지금은 드디어 행동할 시간? 아직 아니다. 보나마나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을 테니까. 말은 좋아. 말만 그냥 (절레절레)!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NB는 추접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렸다. 뻥이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누구 좋으라고. 또 언년을 꼬실려고 패션에 관심갖냐는 잔소리 진짜로 들리는 것만 같다. 이대로 혼잣말만 부풀리다가는 자긴 빵이 될지도 모른다며 그는 괴로워했다. 이건 아닐 테니까. 
    그래서 NB는......





    5

    날씨: 너무 좋음
    날짜: 11월 18일
    내용: 사랑론의 본질을 고민해서 뭘 하나. 행복업의 다양성을 생각하다가 한정판 다 팔려버린다. 얼굴 팔리기 좋아하진 않는 건, 어떤 명분과 품위와 뭘 갖춘 다음 얘기. 근데 뭣도 없이 꼬리 없는 여우의 둔갑술을 왜 궁금해하는데? 그러게. 생각하는 것도 뻔해. 1번 타자 나대지 마, 2번 묻지 마, 3번 영화찍지 마. 4번 타자 드디어 하지 마! 뭘 하지마, 어? 성공과 호사와 풍요와 부유함과 직결되는 큰 재주는 비리비리, 하필 남은 잔재주라고는 유독 끈질긴 작명가 자질? 그래서 현재 성적표는 다름 아니라 품위유지비 부족. (절레절레) 유치한 녀석. 꺼벙하니까 여자가 없지. 애송이네. 바보라고.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것도 뭐 재능? 지가 무슨 비엔나 줄줄이 소세지야 뭐야! 어? 깜작 놀랄 만한 껀수, 꿈 깨라니까 증말. 달님에게 사랑을 물어보고 별님에게 소원을 비는 건 애들도 안 함. 그처럼 NB는 쾌활함을 잃었다. 아니 원래 맹탕임. 맺집은 스파링파트너감. 통장잔고 엉망. 잔재주 형편없음. 막춤도 못춤. 노래도 못부름. 전성기 있지도 않았음. 미소가 썩은 게 아니라 느끼함. 상상력도 식상함. 제발 한번만 만나달라던 애원, 애초에 없었다. 오빠가 나 책임지라던 간청, 있을 턱이 있나. 그래도 그녀를 흥분시키며 만족시키고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겠다는 열망감, 뭔지도 모름. 또 전화왔다 어제 고마웠어요 그제 미쳐버렸어 오빠, 오늘 우리 뭐할까... 혹시... 설마... 사정사정 사귀자던 숙녀들의 외침. 다 뻥이다. 허당의 난처함이란 이런 것이다. 근데 잊었던 그녀가 NB에게 선물을 보내왔다. 물론 뻥이다. 또 아지트에 가면 다들 녀석을 피한다. 그건 진짜다. 그럼 안 가면 되겠네. 뭐 하러 걔네들 귀찮게 하냐고. 그러게 뭐 한다고 양치기 소년처럼 허풍을 남발했을까. 뭐 형이 쟤네들 다 꼬셔줄께? 놀고 있네. 웃기신다고. 말도 안돼. 지가 뭔데 괜한 여심을 흔들긴 흔들어, 어? 그런다고 못 이긴 척 끌려갈 호박인가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모험심도 냅두래, 야성미도 관두래, 사랑은 아는 체하지 말라네? 형편이 장난 아님. 전망은 말도 못함. 근데 특단의 대책이 어딨어. 그래서 아는 동생들까지 다 도망갔음. 기분은 꽝. 평소에도 노잼. 결국 아무리 기다려도 쥐구멍에 볕들 기미는 보이지 않음. 살짝 과장하자면 이대로 좀만 버티다간 정말로 미쳐버릴지도 모를 지경. 따라서 이쯤에서 탄식이든 청승이든 능청이든 끊고 가지 않음 안되었는데. 그런데 대타는?
    그래서 NB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갈 데는 딱히 없었지만 말이다. 





    6

    오늘은 11월 19일이다. 그는 공원에서 뭐 어떻게 낯선 아저씨와 인사를 나눴다. 
   「말 통하는 사람 만나기 어려운 세상인데. 전 어쩐지 그대와 꽤나 말이 잘 섞이는 거 같습니다. 허허허허허. 언제 봤다고 이 양반이 내게 친한 척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설마 그러시진 않을 분 같으니 드리는 말씀이지만. 미리 알려드리건대 전 선생님께 바라는 거 없습니다.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라구요. 다만 뭐랄까 입이 근질거렸다고나 할까요? 말상대로 제가 썩 마음에 드시지 않을 수도 있으나 결코 형씨한테 손해보는 시간을 아닐 테니. 고로 절 한번 믿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혹시 아나요? 제가 눈부신 미녀를 아제한테 소개시켜드릴지. 것도 한두 명이 아니다면요. 아직 선생 취향을 제가 잘 모르지 않습니까. 허허허. 한 명, 두 명, 세 명... 교체 교체. 교체 카드 절대로~ 바닥날 일 없겠죠. 그럼요. 그러면서 슬슬 구미를 엿보고 실험도 거치며 수준을 높여가며 그러다 그 끝은 무엇일까요. 그걸 제가 알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진즉 무지개 너머로 떠나서 오즈의 마법사가 됐겠죠. 자, 그런 의미에서 신데렐라의 요술구두에 대해 슬쩍 귀뜸해드릴까요 말까요? 얘기가 너무 두서 없지만 오늘 당장은 모르실 꺼예요. 제가 왜 바쁘신 그대 시간을 빼앗는지를요. 뭐 그건 그때 가서 차차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테니 미리 급전처럼 땡기지는 맙시다 그려. 허허허. 여기 여자도 없는데 설마 여자 마음을 담보로 설정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근데 제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시겠죠? 그럴 꺼예요. 왜냐, 저도 모르거든요. 허허허. 그럴 수도 있죠. 좌우지간 스트라스부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 바로 그 표정! 어디선가 본 것 같아요. 어디였더라? 누군데 생각이 날 듯 말 듯 아리송하지? 저도 알죠. 모를 수 없어요. 여기가 스트라스부르가 아니란 것 말이예요. 허나 그건 지금 얘기고. 예전엔 아, 제 고향이 스트라스부르군요. 선생은 고향이 어디신가요? 아, 맞다. 형씨! 그 오른손에 손목 안쪽에 그 흉터. 언제 생긴 거예요? 저도 똑같은 데 똑같은 상처를 간직한 사람이걸랑요. 자, 보세요. 그렇죠? 그렇다니까요. 이거 반갑습니다. 기뻐해야 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우리가 꼭 뭐 스트라스부르에 볼일이 있을까요? 이 양반이 근데 아까부터 갈팡질팡 대체 뭔 얘기를 하려고 날 귀찮게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셨군요. 지극히 자연스럽운 발상입니다. 허허. 그러고 보니 형씨는 카드랑은 안 어울려요. 표정이 다 읽히니까요. 저를 보세요. 제가 바로 둘 중 하나죠. 세계적인 도박사 아니면 희대의 노름꾼. 농담입니다. 허허. 안 웃겨요? 억지웃음이 꽤나 효과적인 거 모르시지 않으실 텐데. 제가 이래뵈도 몬테카를로의 포커페이스랍니다. 저 별명 많아요. 왕년에 여자깨나 울렸거든요. 제가 일전에 마술쇼 업계에서 놀 때 말입니다, 제 애칭은 그걸로 통했죠. 포르토피노 가위손! 그냥 스치면, 어? 말도 말어요. 왜 안 믿겨요? 오늘은 모르실 거예요. 그녀들이 얼마나 날 사랑하는지를요. 근데 그게 뭔 말이죠? 그러게요. 뭐 정신이 잠깐 나갔다가 또 때 되면 돌아오겠죠. 뭐 일단 오늘은 몸만 풀기로 하죠. 본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정력 낭비하면 안될 테니까요. 허허허허허. 아무튼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나 주고 받을까요? 나중 연락도 안 할 텐데 위선떨진 맙시다. 고개 돌리고 남남처럼 자기 인생으로 돌아갈 텐데. 제가 그냥 냉혈한 되고 선생께서 도덕군자 되시는 거죠. 남자는 가운데만 실하면 되거든요. 네? 그거랑 저거랑 대체 뭔 상관이냐구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렇다고 제가 뭔가를 보여주기를 바란 거도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보여줘요? 여기서요? 근데 뭘요? 아무튼 피차 여자 좋아하는 거 같은데. 서로 바쁘니가 이만 헤어집시다. 거 질척거리게 미련남기지 말자구요. 아실 만한 분께서 뭔 오늘 만나자마자 질펀하게 놀자는 마음 있진 않겠죠? 오늘 당장 저 하늘의 별을 따자구요? 놀긴 뭘 놀아요. 전 아무튼 자빠트릴 사람 있습니다. 형씨는 없을랑가 몰라두요. 그럼 입 아프게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아! 당신 남자군요. 깜빡 했어요. 자, 그만 가쇼. 아니, 제가 갈께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럼 안녕히!」
    뭐야 저 인간! 
    NB는 오늘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저런 분이 날마다 그에게 접근해오는지를 말이다. 





    7

    날씨: 너무 좋음
    날짜: 11월 20일
    내용: 그는 비밀리에 입수한 첩보를 신뢰했다. 때문에 모스맨 연구소를 급습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까무러칠 만한 뭔가는 없었다. 정보통한테 또 속았다. 깜짝 놀라기는 개뿔. 여자 마음 쥐뿔도 모르는 놈. 그러니까 유니콘 농구팀 탈퇴 후 어떻게 어떻게 해서 예선탈락. 늘 그랬다. 특유의 몸짓 역시나 꺼벙. 언제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표정. 예전에 아마 예스맨이었다지? 봉이니까 성격 좋단 말 듣지. 그러던 옛날 친구 중에 '봉'자가 들어가는 친구 결혼식에 갔는데, 고딩 친구가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여준다는 게 글쎄... 걔가 그때 데려온 여자친구 어떻게 생겼더라? 또 그렇고 보니 걔랑 삼류대학 1학년 하교길에 예쁜 애랑 셋이서 같이 걸었는데. 그래 봐야 별일 없었음. 그건 그거고. 아무튼 '봉'자 들어간 친구 결혼식장 건물 위 수영장에도 갔었는데. 거기서 수영하다가 여자랑 머리가 맞부딪힘. 근데 하필 그 거리가 ┼에서 윗 선분이 10시 방향. 그게 11시 방향만 됐어도... 아니야 아니야. 걘 이모말 듣기도 전부터 (절레절레)! 잠깐만... 거기가 아니던가... 무슨록 거긴가? 몰라 몰라. 뭐 어디? 골똘히 생각하고 자시고, 아니야. 뭐야? 그럼, 여자들은 심상훈련의 빅데이터를 몽땅 껴안고 산다니! 남자들이 의뭉스러운 하드디스크를 언젠가 버리는 것보다 훨씬 지독하잖아? 그럼 우리들은 뭐 죽 쑤어 개 좋은 일만 했을까? 농담이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NB의 덜떨어진 심정으로 보건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딱 그렇구만. 뭘 어떻게 하기는. 일단 튀어. 근데 엉덩이가 무겁지. 할말 떨어지니까 엉덩이도 근질근질거리지 않음. 도취감 0에 무력감 10. 실패한 기억 때문에 패배주의를 역전시키고자, 그럼 게임회사 낙방한 걸 재도전? 주류회사 노크마저 무응답이었음. 하여 공상은 하다 하다 중3 때던가 역기를 종아리랑 허벅지 편편히 하려고 올려놓던 일까지 떠올림. 여드름약 숨겨놓는 장면을 (외)사촌형한테 들킨 건지 우연히 비의도적으로 엿본 건지 잡생각만 많아짐. 그 뿐만이 아니라 생각은 더욱 거슬러올라갔다. 하여 초등학교 1학년 때던가, 덧니를 발치했던 치과가 시골 시내 2층이던가 그랬는데. 그 근방 가족들끼리 모두 친한 형네 집에 놀러갔다 오는 길에 그 치과를 지났는데, 거기가 홍등가던가 그랬음. 낮에 문밖에 앉아있어 어느 노회한 눈빛과 어린애의 시선 사이의 담배연기. 그런 걸 왜 또 떠올리냐고. 그러고보니 머머했음 또 전보체가 슬슬 뭔가를 보채고 있구만. 그래서 떠올린 말이 글쎄 뭐다? 장미꽃 지면 팬지꽃 보랬다. 뭐가 어쩌고 어째? 워 워 워. 복숭아 벌레먹었으면 사과 먹자 그 말인가? 옛다 오렌지 쥬스. 넉살도 하면 는다. 그럼 뭘 해, 그 권위 누가 알아준다고. 지네 발에 신발 신기듯 바쁜 척해 봐야, 일복은 어디 안 감. 행복한 일하기를 놓고 어디 엄살을! 짝가슴 같은 소리 그만 좀 해라. 그러다 짝궁둥이 살 빠지랴. 개 좀 그만 짓어라. 능구렁이 같은 놈. 또 호시탐탐 뭘 노리는 것일까. 궁금하지도 않다. 허나 서술자는 줄거리를 읊어야 하기 때문에 환상적인 멜로디를 멈출 수가 없는데. 근데 왜 요술구두는 할말이 그렇게나 많은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 어찌 됐든 재미없거든 심심하지나 말아야지, 더럽게 싱거운 남자. 허당미 웬만히 뽐내야 말을 안 허지. 그렇다고 분칠하는 여자 인생과 달리, 걔 얼굴에만 똥칠하잔 말이 아니라. 좌우지간 이건 아니다. 
    그래서 NB는......





    8

    어느새 11월 25일이 되었다. 통상 반박자 늦는 허당, 이번에는 한박자 하고도 0.5나 늦었다. 쩜팔이인데 안 그럴 수가. 근데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일찍 알게 된 비밀을 과연 비밀이라 할 수 있을지 어정쩡하지만. 그래도 말해보자면 이렇다. 
    그는 차차 알게 됐다. 일기를 쓸수록 자기와 신체적 공통점을 지닌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걸. 
    11월 19일 오른손 손목 안쪽 흉터. 다음 날 왼손 손바닥 안에 흑연 내상 입은 사람. 다음 날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하던 중, 웬 숙녀가 선크림인지 참기름인지 뭔지를 발라달라 그러네? 물론 뒷모습에 말이다. 뭐, 뭘 상상하시나. 그런데 그게... 좌표로 설명하자면 위도는 젖꼭지보다 3cm 아래, 경도는 정중앙에서 1cm까지 가지도 않게. 물론 앞이 아니라 뒤. 바로 그 지점에 곰발바닥 흉터? 태어날 때부터 새겨진 직인.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하니까 그는 어땠겠나. 통상 스릴러 영화와 추리소설은 범위를 좁혀간다. 그처럼 엑셀표에서 용의자라는 표적은 선명해지는데. 그와 달리. 처음부터 뚜렷한 대상자? 지원자? 지지자? 복음자도 아니고. 그분들께서 어떻게 자동적으로 접근해오게 되었는지. 그렇다고 그걸 또 엑셀에 기록해서 A : B, B : C, A : C...... 막 그렇게 놀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그는 고민 끝에 (일기 전용)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떤 기묘한 일이 발생하는 건 드라마에게 양보하자. 가령 불미스러운 인간사랄지 까마귀떼가 출몰한다거나, 양떼가 대이동하고, 돌고래 때죽음. 또 있다. 밍크 살처분, 개구리떼 폭우, 통닭 3만마리 폭식. 뭐 생식? 넘어가고. 그러니까 어째서! 왜냐하면 영화로 나오는 재미는 남겨놓아야 하니까.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하냐 마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르고 자시고 선택의 문제가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몰라. 알아도 말 못한다. 그럴 수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그게 아니라 말문이 막혔다. 입이 떡 벌어졌다가 닫혀야 하는데. 하다 하다 뚜껑이 열려버린 끝에 닫히지 않기 때문. 그럴 수 없으니까. 그걸 덮으면 프랑켄슈타인은 도망간다. 어차피 도망가봤자 부처님 손바닥 위. 안 그래도 가 봐야 똥개는 금새 심심해지기 마련. 아, 그 얘기가 아니라. 근데 뭔 얘기 중이었지? 





    9

    NB는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때부터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에 관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특정 문신이 유행한다랄지, 광고에 익숙한 슬로건이 등장한다거나.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느낌 세해서, 왠지 알 수 없지만 블로그를 다시 공개로 바꿨다. 그랬더니 그런 요상한 현상들은 모두 사라졌다. 물론 공개-비공개가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만큼 그는 순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불결한 아저씨란 말이 아니라. 그럼 이미지 트레이닝은 뭐 얼마나 순수한가? 유혹해서 넘어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심지어, 아무나? 통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니 잠깐만. 그래. 쉬었다 가지 뭐. 번호표 기계 쓸일도 없지 않나. 말하자면 좌 심상훈련 우 쉐도우복싱. 실전은 저 멀리 있으니 시운전이라도 해보는 것. 안 그럼 녹스니까! 근데 워밍업을 너무 많이 해버렸기 때문일까? 정작 대타 투입했는데... 말도 말어. 재미없는 농담 정말 징글징글허다. 그거 얼굴마담인지 간판타자인지 대신 해주는 사람은 얼마나 피곤할까. 그런 분한테 뭐 인사말이, 요새 재미 좋아? 말도 마! 그러던 어느 날 여성환상 1.5에서 식을 줄 모르는 인기 때문일까, 경리 아가씨로부터 선물을 받음. 사모하는 연정은 커녕, 먹고떨어지라는 숨은 뜻이! 뻥이다. 정신사나우니까 마음의 여유를 되찾자는 의미에서 헛소리한 것일뿐. 그쯤 해 둬. 아니. 관둬. 집어쳐. 때려치면 될 거 아냐. 농담인 거 알지? 바보 같은 소리 마, 들은 셈 치자고. 또 다시 이처럼 공상과 주파수 혼선과 정신분열은 NB를 가만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호텔에서 조용히 영화를 봤다. 
    제목: The Kovak Box (2006)
    내용: 소설가인 데이비드 노튼은 행사에 참가했다가 어떤 과학자를 만나게 됨. 1차 만남은 인사만. 그러다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2차 만남에서던가... Kovak Box라는 상자를 선물받게 됨. '소설가 대 과학자' 설정으로 줄거리 대충 나옴. Gloomy Sunday라는 제목의 노래를 들으면 정신이 나간다는 설정. (만져봐 만져봐 VS 들어봐 들어봐, 가 아니라 진지한 애용임)
    꽤 흥미로운 영화였다만 그는 중간부터 잠잤다. 왜? 도시에 둘도 없는 바보니까. 문제 있어? 아무도 관심없음. 그래도 영화관람은 적당히 효과적이었다. 공상과 잡생각과 정신분열을 일시적이나마 말끔히 진정시켰으니까. 보아하니 짭짤하게 재미를 봤다. 그럼 공짜로? 그때까진 몰랐겠지. 오히려 보지 않았음이 나았을지 모를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잡념이야 어차피 왔다가 갈 테고. 정체성 1번 2번, 대타 7번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기... 놀아주면 된다. 대타 77번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 친한데 뭐가 문젠가. 잔소리로 빠지지 말고 줄거리에 집중하자면 이렇다. 
    요컨대 그날 저녁 호텔 특설 행사장에서 음악회가 있었다. 무슨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가 즐겁고, 고풍스러운 드레스와 제비복과 나비넥타이. 뭐 나이트클럽 웨이터 총모임 대회 할 일 있나. 그게 아니라. 삼촌, 작은아빠, 막내이모, 당숙들 가운데 음악 꽤나 들었던 양반들이 기억하는 그룹. 바로, The Moody Blues 라는 그룹이 재결성 기념 공연을 진행하고 있었다. 앞서 말한 영화 "The Kovak Box (2006)" 내용을 안다면 느낌 세할 수밖에 없는데. 그 내용을 모르면 별볼일 없는 얘기일 뿐. 곧 "Gloomy Sunday"라는 제목의 노래, 그 3분의 마법에 관한 영화들이 몇 편 있다. 근데 지금 낯선 휴양지에서 nb가 겪는 그 무언가는, 보아하니 역발상이었다. 즉 아 그 노래...를 들으면 무언가 그분이 깨어나신다고나 할까? 무슨 백설공주 7명에 난장이 1명인 동화 패러디야 뭐야! 분명 그럴 것이다. 읽다보니 뭐 할일 없어서 읽어주기는 하는데, 이 양반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뭐래? ~라고 말이다. 이해한다. 못하면 꽉 막힌 꼰대게? 알만 하다. 그나저나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그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뭘 어떡해. 아니야. 어떡하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고. 
    그렇게 The Moody Blues 공연을 보던 중 호텔 바텐더가 nb에게 접근해왔다. 참고로 말하자면 그 둘은 이미 친해졌다. 궁짝이 맞었으니까. 척하면 척! 그럼 바텐더 더글라스도 여자라면...? 넘어가자. 여자는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 남자에 환장한 년... 그런 상스러운 표현을 어떻게 내 입으로 하나. 절친한 친구끼리랄지 능글맞은 어른들 말장난에서 주워듣는다면 또 모를까. 왜 하필 남편을 지는 비교로 달달 볶고, 깨끗한 달력 때문에 불평불만 일상적인 어떤 여인네가 친구를 만났는데. 근데 남의 남편 열등감을 칭찬하고, 지는 비교를 미화하며, 자기 우월감을 비하한다? 그분 속 뒤집어질 일. 그게, 바로, 나라고요? 빙고. 농담이고. 지금 그 얘기가 아니다. 또 또 옆길로 새버렸다. 그럴 수 있다. 돌아왔으니까 괜찮음. 자, 아무튼 바텐더 더글라스가 NB랑 대화를 나눈다. 드라마에서 숱하게 본 뻔한 인사말 건너뛰자.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더글라스는 NB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대체 어떤 신기한 물건을 보여주려고? 
    하긴 누가 누굴 자빠트릴 상황은 아니니 안심. 
    걔가 쟤를 뭘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설정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넘어가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있잖아 있잖아, 있긴 뭐가 있어. 자, 어떻게 될 건지 일단 입맛 다시며.. 아니 두손을 비비며 기대감 부풀려보자.





    10

    더글라스의 집에 그들은 도착했다. NB는 개처럼 커피 냄새만 맡았다. 더글라스는 커피를 줄려다 말았다. 주면 줄 것이지 줄 것처럼 했다가... 사람 놀리나? 하여 그는 떼까마귀처럼 순식간에 분위기를 정탐했다. 그렇다고 친구의 탐욕을 측정할 필요 있나. 뭘 하고 놀까 궁리하기도 전에 더글라스는 NB의 추리력과 호기심과 감수성을 쥐락펴락했던 것이다. 근데 어떻게? 그러니까. 더글라스는 녀석 앞에 신발 하나를 놓았다. 운동화였다. 쥐색이네. 상표는 엘레세. 뭐? 그는 기억났다. 옛날에 94년에 가출했다가 금방 집으로 복귀하자마자, 누나집에 놀러갔는데, 누나가 사준 운동화. 쥐색 엘레세 운동화. 그걸 샀던 장소는 NC(뉴코아 백화점). 그러고 보니 누나가 중학교 1학년 입학선물로 가방도 사줬는데. 그 푸르스름한 가방은 코롱(마이크로소프트) 액티브(윈도우). 이니셜로 KA = 111. 괜히 느낌 세한데... 왜 하필 더글라스가 그 신발을 보여준 것일까. 듣고보니 자기도 웜홀머신에 대해 일평생을 바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형 놀이공원에나 있을 다람쥐... 이름 뭐더라?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는데, 회전목마는 웃고 즐겁게 사진찍으라는 거고. 다람쥐... 그 기구는 동전이고 뭐고 주머니에서 빼낸 거 안 빼낸 짱돈까지 죄다 떨어져서 막 못 찾고 그래야 하는데. 어째서 그와 같은 장치를 여기다...! 근데 형편을 보아하니... 장난이 아니었다. 빼곡한 과학서적들 하며... 설계도를 보니... 디자인 프로그램 캐드는 물론,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들을 자유자재로 떡주무르듯 활용할 수준이면... 당장 애플-구글-인스타그램... 그런데서 수석디자인팀장 꽤차도 될 정도란 말인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야, 더글라스.」
   「응.」
   「너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왜 그래 친구!」
   「너 누가 보냈어?」
   「왜, 날 다리 밑에서 주워왔을까 봐? 하긴 난 주민등록 신고가 안되었을 걸 아마. 그러니까 내 여권은 없다고 보면 되지. 서류상으로 난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거든.」
   「정말이야?」
   「뻥이야.」
   「너 뭐하는 놈이야?」
   「그럼 내가 놈이지, 년이냐?」
   「뭣이 어째?」
   「뭐가 뭣이 어째. 아직도 모르겠어?」
   「뭘 몰라? 말을 해줘야 알지. 내가 천재냐? 너랑 나랑 연애하는 사이냐고.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정말이냐?」
   「뭐가? 그러니까 내가 누누이 말했잖나 친구. 놀라지 말라고. 어? 내가 했던 얘기들 너 그거 다 뻥인 줄 알았냐? 아니라니까. 아니라고요. 네?」
   「늬가 진짜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원리에 대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3대 전문가라고? 너 같으면 그걸 믿겠냐! 근데 이건... (몸짓) (시늉) (표정)...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늬가 정말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원리를 뭐 저 장비에 구현하기라도 했단 거냐?」
   「응.」
   「너 어쩌다 이 지경까지... 늬 애인이 너 여기서 이러는 거 알고 있니? 없겠지. 그럴 거야. 근데 너 거울은 안 보냐?」
   「거울을 왜 봐. 난 거울 잘 안 봐. 넌 거울 잘 보니? 딱 봐도 너도 우리과인데. 부담스럽잖아. 뭐 삐에로처럼 립스틱이라도 칠하란 말이냐?」
   「너 여자한테 립스틱 선물해봤어?」
   「늬가 왜 여자가 없는 줄 알겠다. 저 타임머신을 놔둔 채 넌 그런 말이 입에서, 자동적으로, 나오니?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재미없는 거야, 알아?」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긴데... 근데 얘가 어떻게...」
   「아무튼 넌 1호야. 아니 2호던가? 일단 신어. 어서. 뭐 해 착화감 끝내준다니까 글쎄. 너 스포츠카 안 타봤니? 하긴 늬가 우주선 하차감을 알 리 있겠냐. 오빠가 말이야, 아 너 남자구나. 일단 속는 셈치고 믿어 봐. 손해볼 거 있어? 넌 잃을 게 없어. 하지만 그랑프리는 따논 당상. 어? 아직도 모르겠냐!」
    이때부터, 아니 며칠 전부터 더글라스는 이미 NB를 구워삶았다고 보는 게 옳다. 이미 그들은 만나기도 전부터 환상과 최면과 기적과 신비는 예정됐다고 봐도 된다. 
    보아하니 더글라스가 NB를 데려올 때 차에서 듣던 노래. 지금 조용히 흐르는 음악들. 제목들만 봐도 그렇다.
    Elegy - Jethro Tull
    Museo Rosenbach - Zarathustra
    Moments In Love - The Art Of Noise
    Henry Eccles / Violin Sonata in g minor
    Bach / 칸타타 BWV 204 <나는 행복합니다> 
    Gluck / 오패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내가 뭘 들은 걸까... 사랑이여, 내 품으로 돌아오라”
    또 있다. New Trolls. 그 외에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데 뭐 기타 등등. 모니터가 또 많았는데. 모두 최신품. 눈 돌아가는 뮤직비디오. 근데 이 향기는 뭐지? 어디서 시원하다 따듯하다가 바람까지 불다니! 벽면에 걸어놓치도 않은 채 차곡차곡 구석에 방치된 명화들은 또 뭐고. 딱 봐도 위작이 아닌데... 삐에로, 마네킹, 낭만주의, 고전주의... 이거 액자만 해도... 이거 하나 달라 그럴까? 대체 더글라스의 정체가 뭐지? 그러다 중간 중간 Baroque 고전음악이 분위기를 이어가고. 더더군다나 더글라스는 친구를 띄엄띄엄 알지 않는 늑대. 따라서 홀로그램, 효과음, 청명한 콜로라투라와 하다 하다 미약한 질 냄새까지. 또 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새소리들. 개 짓는 소리. 누군가 노크를 하는데 바깥에 나가보면 아무도 없어. 근데 다락방삼촌이 저쪽에서 자꾸 시끄럽게 하는데... 가봤더니 밍크와 족제비와 여우. 얘 전에 동물원에서도 일했나? 밀린 임금 못받은 거 동물들 몇 마리로 퉁쳤을까? 이 자식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그러다 nb는 슬슬 정신을 잃어가는데... 잃어가는데... 잃어가는데...!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11

    NB는 페루자에서 깨어났다. 휴업인지 폐업인지 인적없는 백화점 어느 매장에서 말이다. 
    타임머신은 무슨! 잠깐 기절하게 해놓고선 어떻게 깊은 숙면에 취해서, 짐짝처럼 이동. 그게 무슨 타임머신이야? 
    잠깐만. 엘레세를 신은 거까진 기억나는데... 엘레세? 엘레세란! 이탈리아 중부 페루자에서 레오나르도 세루바디오가 1959년 창립한 브랜드. 왜 또 95야. 근데 옛날에 페루자 축구팀 구단주는 뭐 하러 남미에서 괜찮은 멤바 데려오지 않고 낯선 데서 용병을 데려왔지? 그냥 팀 분위기 쇄신, 으쌰으쌰 격려, 싼값 플러스 알파에 주전경쟁 달아오르게 할 수도 있고. 하긴 최고로 가난한 연고지 나폴리에서, 당시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마라도라를 영입한 것도 그렇고. 당시 오락산업들 슬로건 장난 아니었겠네...! 하긴 러시아 마초들이 이름값 실망시킬 때도 있는데, 그분들도 또 허세에서 빠지면 섭하지. 사람 사는 덴 다 똑같단 얘기. 남자란 원래 애! 말이 그렇단 거고. 근데 당시 어떤 용병은 진짜로 꿇리지 않을려고 버는 돈 절반은 몽땅 명품 과소비에 할애했다고 하는데. 진짜래나 거의 진짜래나. 하다 하다 내 살다 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최고급 양복 입고 축구연습한 놈은 처음.... 많구나. (손차양) 엄청 많네. 뭐 그건 그거고. 그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체 집까지 어떻게 가지? 정말로 빨가벗겨져서, 엘레세 운동화만 신은 채, 영화 속 터미네이터가 되어버렸는데 이걸 어쩌냐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언더그라운드에 물건이 있었네... 3부 리그의 보물이네... 알고 보면 마이너리그가 전투적인 자세 알아줘야 한다니까...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타임머신이냔 말이다 (절레절레) 이런 타임머신 나도 만들겠다 라는 푯말에 줄 선 인파가... 끝이 안 보임. 이런 짜증나는 문학 개나 소나 다 하겠다, 에 판돈 거는 거 모아보니... 가관이다? 그런 말 나도 하겠다 아유꾼 들썩들썩, 얼렁뚱땅 여심까지 벌렁벌렁? 허당들 으쌰으쌰 난리도 아닐 테니까 이게 뭐 자랑이라고 얻다 하소연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더글라스를 찾아가서 따져? 것도 속좁은 남자라고 구박받을 여지 없지 않고. 더글라스가 아이고~ 오셨습니까~ 오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 라면서 기다릴 것 같지도 않고. 이런 젠장, 근데 또 거리에 왜 사람이 없어? 뭐 영화 찍어? NB가 뭐 좀비도 아니고 다들 어디갔냐고! 





    12

    nb는 어떻게 어떻게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살다 살다 그런 개고생을 다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그는 더글라스를 다시 찾지 않았다. 그렇게 1달이 지났다. 그러다 신디아와 아는 동생들을 만나기 위해 어느 미술관을 찾았다. 시시콜콜 잡담은 길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nb는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회전문에 들어갔다. 근데 급허게 뒤따라오는 사람이 이미 밖으로 나간 nb에게 그랬다. 
   「이 봐, 형씨. 댈러웨이 사요. 잊지 마쇼. 나중 고마울 테니. 많을수록 좋소. 기억해요.」
    그렇게 회전문을 2,3바퀴 돌면서 DELL인지 뭔지를 사라는 사람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엘레베이터에 탄 코메디언, 문이 닫힐 때쯤 다시 문을 막은 것도 아니고. 그 닫히는 틈새로 그 눈깜짝할 시간에, 머머씨 머머 사요 머머 사요. 그래서 2장 날렸다는 일화. NB도 3장 날렸다. 그게 어째서 그렇게 됐냐면 DELL을 사면 그나마 나은데. 괜히 그래프 보고 어쩌고 지가 뭘 안다고, DE.....앞자리만 그렇고 뭔 또 이상한 걸 사니까 그렇지. (절레절레) 단타 몰라 뻔트 모르냐고, 10년 보유하지 못할 주식은 쳐다보지 말라는 건 다 형편 되는 사람들 얘기고... 어쩌고저쩌고. 늬가 워렌 버핀이냐? 또 귀 팔랑거렸구만 그래. 뭔 말은 그냥, 형이 존나 쌔끈한 애로 꼬셔줄께. 근데 현실은? 바람에 굴러가는 나뭇잎만 보고도 소녀감성은 꺄르르 자지러지는데. 회전문에서 낯선 사람이 헛소리하는 걸 무턱대고 믿어? 날릴 만 했음. 그건 그거고. 
    그렇게 또 1주일이 별일 없이 지나갔는데. 어디가 서운했다고나 할까 왠지 모르게 그를 잡아끄는 근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미련감은 다시 한번 더글라스를 찾아가라고 nb에게 명령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돌팔이 점쟁이 같은 놈한테 뭘 믿고 시간을 낭비해. ~라는 패배감을 살살 회유하며 때로는 깐족으로 이따금 부추김으로, 그렇게 녀석의 호기심은 자극되는데. 혹시 그게 진짜로 타임머신이면 어떡하지? 나중에 난 왜 그때 더글라스와 친한 척하지 못했을까 후회하면 어떡하냐고. 그렇다고 우리가 급하게 친해진 게 뭐 잇속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순수한 우정이랄지 순박한 브로맨스였을 뿐인데. 너무 매정하게 철벽을 치는 것도 쪼잔하지 않나. 쩨쩨하게 남자가 그게 뭔가! 안 그래도, 어? 더글라스를 만나서 너 그 마술 혹시 속임수였냐, 라고 남자 대 남자로 물어보는 게 뭐 창피한 일이라도 된단 말인가. 아니면 녀석이 개발한 타임머신이라는 게 정말 정밀한지 신기한지 꼼꼼히 살펴본다고 그걸 못하도록 말릴 더글라스도 아니지 않는가. 더더군다나 최근 연락도 더글라스가 십중팔구 먼저 했고, 돈도 훨씬 많이 썼고, 여자들 소개시켜줄 사랑의 차트도 든든했는데. 쫌팽이처럼 방구석에서... 아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묻고 답하며 사교를 나누는 데 대해서, 뭐 손해볼 일이라도 있나? 없었다. 없을 것이다. 밑져야 본전! 속는 셈치고 안녕이라고 다음에 보자 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nb는 다시 더글라스를 찾아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더글라스를 만남. 장소는 더글라스네 집. 





    13

   「너 어디 갔다 온 거야? 한참을 찾았어. 난 법무부는 물론 어느 특수처 전산망까지 싹 다 훑었다구. 근데 넌 어떻게 연락도 없이 도망갈 수 있어, 어? 그러고도 너가 친구냐?」
   「날 페루자로 보낸 건 너잖아!」
   「페루자? 페루자 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 내가 뭐 마법사라도 된다든?」
   「넌 아니지만 (손짓).」
   「뭐야, 그럼 너 정말로?」
   「늬가 놀라면 어떡하냐! 그럼 첫 실험자가 나였냐?」
   「내가 마술계에서 좀 놀았긴 했어도 난 그 바닥에서 방귀 좀 뀐다는 실력자는 절대 아니었어. 그리고 무대에서 난 대부분 마법사 조수였고, 조수에서 법사로 승진했다가 반응이 시원찮아서 밀려난 거지. 또 당시 선보인 마술들도 다 구닥다리였단 말이야. 그거 내가 개발한 건 하나도 없고 전부 라이센스야. 저 타임머신?」
    더글라스는 타임머신 가운데 카페트를 들어서 비밀통로를 보여주었다. 역시나 저건 알라딘의 날으는 양탄자가 아니었다. 마술사들이 괜히 미녀 조수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게 아닌 것처럼.
   「아닌데. 내가 얼마나 개고생하고 돌아왔는데. 장난하지 마.」
   「내가 너랑 장난을 왜 하냐?」
   「말도 안 돼.」
   「증거 있어? 내가 널 페루자로 보낸 증거.」
   「이건 드라마가 아니야.」
   「너 내가 영화 찍는 걸로 보이니?」
   「난 영화 별로 많이 안 봤어. 그냥 남들 만큼. 딱 거기까지.」
   「그런 건 여자한테나 말해. 나 말고 말이야. 근데 너 왜 연락이 안 된 거니? 전화를 아예 안 받던가, 자주 꺼져있던데.」
   「아닌데. 내 배터리 항상 빵빵했는데. 그래도 저번에 뭔가 될 듯 말 듯 시도는 해본 거.」
   「아아, 너 그거 또 느끼고 싶어서 왔구나. 난 또 늬가 여자 소개시켜주라고 온 줄 알았잖아.」
   「내가 여자에 환장한 놈인 줄 아냐? 사람 잘못 봤어. 잘못 봐도 한참을.」
   「근데 미완성이란 거 저번에 말했을 텐데.」
   「괜찮아.」
   「그래도 확실히 허자. 응? 이번엔 제대로 하자고.」
    그러면서 더글라스는 두툼한 서류뭉치를 nb에게 건냈다. 그걸 훑어보니 계약서였다. 깨알같은 글씨로 빼곡히 적힌 내용. 법적 근거 어쩌고저쩌고. 그러면서 쥐어주는 만년필은 한정판 최고급 만년필이었다. 펜촉이 순금에다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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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미국 서부 유타주의 한 사막에서 깨어났다. 여기가 대체 어디야? ~라면서 일어서서 일단 주변을 둘러보려는데... 철퍼덕! 다리에 최고등급 죄수들이 차는 그것과 쇠기둥은 묶여있었다. 간략한 그림으로 설명했을 때 NB의 다리:○───────○:쇠기둥.
    주변을 둘러보니 붉은 암석들이 보이고, 근데 이 기둥은 또 뭐야? 지가 무슨 그 뭐야, 어? 스탠리 큐브릭의 1968년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검은 비석 '모노리스'냐고 뭐냐고. 더글라스 이 자식은 미지의 낙원으로 보내달랬더니 숙녀들은 아무도 없잖아? 이런 젠장. 일단 더글라스가 저번처럼 최면을 걸 때와 달리, 나머지는 다 똑같았는데 이번에 달랐던 건 그거였다. 2장의 큼직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걸 큼직허니 현상한 사진. 아마 사진작품으로 유명한 걸로 아는데, 남자가 소파에 앉아있고 스피커에서 음파가 나와 머리카락이 나부끼는 사진이던가. 또 하나는 존 매크레켄(1934 - 2011)의 예술품. 그건 실사가 아니라 원본 물품이었다. 뭐 그건 그거고. 이게 대체 뭐야? 쇠기둥? 대충 3.5~4미터쯤 되는 거 같은데. 거인의 코털이야 뭐야? 아니면 숙녀의 콧수염? 솜털? 재질은 가만 보니 스테인레스 스틸인데... 왜지? 도시의 콘크리트와 대칭되는 건가. 사막 한복판 신비한 금속기둥이라... 이게 무슨 타임머신이야. 수면제로 숙면 취하게 해놓고, DHL이나 페덱스에 사상 최고가 의뢰비 선불 완납해서 여기다 녀석을 패대기치는 일. 그게 무슨 마법이냐고. 근데 집엔 어떻게 가지? 그때 저쪽에서 인파들이 몰려왔다. 가죽점퍼, 청바지, 야구점퍼, 항공점퍼, 고급수트... 그렇게 불행 중 다행으로 어떻게 어떻게 녀석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는 동생을 뭐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잡념을 뿌리치기 위해 친해진 더글라스. 내 이 자식을 그냥...! 라는 듯이 식식거리면서 말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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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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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냐?」
   「왔냐니. 그게 친구한테 할말이냐? 난 못 갈 데로 보낸 건 너야.」
   「난 네가 어디로 간지 알 수 없었어. 지금도 모르고.」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너 정말 뭐 하는 놈이냐고, 어?」
   「아무튼 돌아온 걸 축하한다. 넌 터미네이터 난 우머나이저.」
   「뭐 임마?」
   「그러지 말고 온 김에 파티나 즐기자. 때마침 시간 됐어.」
    그러면서 알퐁스, 시몬스, 에드워드...는 아는 얼굴이고. 나머지 친구들은 초면이었다. 더 따지고 자시고 할 수도 없었다. 
    뭐야 이거. 미스테리와 판타지 장르에서 인형극으로 갈 뻔하다가, 이건 소극장 연극용으로 딱인데. 대체 뭐지? 정신없다. 못말려. 못살겠다고. 바쁘다 바뻐. 돌아버리는 거지. 이미 미친 건가? 누가 알아. (절레절레)





    14

    그 뒤로 며칠이 지났다. 별일 없었다. 할말 떨어진 지가 언젠데. 그런다고 하여 할일 없다고 엉뚱허니 뭇여성들한테 들이대서야 쓰겠나. 거리에 인적도 드문 걸로 모자라 막 다들 마스크 쓰고 다니는데, 어? 어떻게 뒷모습만 믿고 꽁무늬를 쫓아다닌단 말인가. 그게 말이나 되나? 아무리 이미지 트레이닝 이미지 트레이닝 그런다지만, 맷집으로 보아하니 걔 별명은 또 하나 추가됐다. 샌드백왕. 샌드백머신. 뭐? 넘어가고.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그건 다름 아니라 동네에 카페가 생겼다. 근데 카페 이름이 페루자. 일 안 하니까 그런 건 아니겠으나 뭔가 느낌 쎄하니, 때문에 억지로 또 블로그에 그 무언가를 업데이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산책하는 강아지. 주인없는 똥개일까? 주제에 수캐라고 다리 들고 오줌 눈다. 뭐 여자가 남자 좋아하는 게 뭔 죈가! 주책떨지 말자. 청승떠는 걸 보면 여편네 잔소리 듣고 싶은 건가 봐. 유난떤단 말 들을까 싶다. 그래도 말이다 남자 보고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저속한 말 어찌 입에 담나. 여자는 남자에 환장한다는 비밀을 어떻게 나서서 발설하나. 입이 방정일 수 있는데 그렇게는 못하지. 그럼. 헤헴. (몸짓) 뭐야, 근데 이미 해버렸잖아? 하긴 여자는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한다. 단지, 누가 재수없고 누가 더 꼴배기 싫은지는 떠보면 아는 것. 아니, 어? 안 떠봐도 뭐가 미운지 능구렁이 같은 어른들이 어떻게 모를 수 있나! 모른다. 유혹해도 까막눈에 현혹해도 3달 후에 앎. 농담이고. 이 세상에 이미지 트레이닝 모른 사람이 대체 어딨냔 말이다. 지금 그 얘기가 아니라. 주인 기다리는 개 먼 산 쳐다보듯 우리는 정녕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적어도 nb는 바라는 게 없다. 왜냐하면 최소한 뭘 탐해봐야 허탕일 게 뻔하니까. 근데 자꾸자꾸 알짱알짱? 필자가 아니라 nb가 말이다. 그러니까 인터넷 놀이터에 기웃기웃 하니까 그렇지. 그러다 또 누군가 얼쩡얼쩡. 뉴페이스는 끝이 없다. 하여 뭐 그렇게라도 대리만족하든 스트레스 풀든 그럴 수 있는데. 그렇게 시간낭비해서 뭘 얻었는데? 여복을 거론해 뭐 하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쾌감이 엄청 진하고 길 것만 같은 기대감. 근데 연하고 짧으면 어떡하지? 설령 그럴지라도 다 방법이 있음. 그럼 뭘 해, 전망 보이지도 않는데. 그러니까 고대하던 열락감이 상상을 초월할 것만 같은 예감, 그게 대체 뭔지도 모르지. 그래서 여자가 없다고. 고로 아는 동생들 진즉에 다 도망갔음. 원래 있지도 않았음. 무슨 마술에 걸린 듯 환상머신 발명에 매진해? 하라 그래. 그러든가 말든가. 또 무슨 시간가는 줄 모르며 신비주의를 탐구하다니. 애들도 그렇게는 안 논다. 뭘 한참 모르는 거네. 웃기셔. 잘한다 잘해. 어? 변신은 개뿔. 모스맨 같은 소리나 하고 있어. 그래서 결과는? 결국 성과없음. 보나마나. 좋게 소파에 자빠져 TV 채널이나 돌리라 그래. 그리고 들으나마나 핑계는 예술. 또 변명대회 주변을 서성이게? 그런다고 풍운아들 파티에 그대를 초대해주진 않음. 당연하지. 자유로우나 가난하네. 아마도 능청떠는 게 취미고. 어쩌면 행복한 척하는 게 다 허영심대회에서 배운 거구만. 그래서 사는 낙이 뭔데? 하면 어버버버... NB는 답변도 못해. 마음에 드는 어떤 적기도 망설이다 놓쳐. 여자의 구애? 바텐더 꼬신 얘기 또 지어낼라고? 놀고 있네. 젊은날 사랑의 추억, 모태솔로가 뭘 안다고. 근데 또 연애론 칼럼 쓰는 거 보면 신기해. 또 말 들어보니 행운이 비켜가는 데 익숙하다는데. 캬, 보자. 자, 보자고. 욕망을 내려놨다는 사람이 글쎄... 말 말자. 군침이 어떻게 말라?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뿐만 아니라 개기름 번들번들, 바람기 유들유들, 넉살 능글능글, 할말 떨어진 허탈감 너덜너덜, 근데 어떤 욕심은 벌렁벌렁? 잘한다. (절레절레) 더더군다나 지구 반대편에서 밍크들끼리 뒷담화 즐기는 걸 지가 어떻게 들어. 죄다 뻥. 상남자들이 왕년에 지 이름만 들어도 뭐 막 바르르 떨었다는 걸 누가 믿냐고. 뭐 미들급 걔를 지가 업어키웠다니. 말 같지도 않은 허세 더럽게 재미없단 말이야. 밑도 끝도 없이 누굴 얻다 꼽하주긴 뭘 꼽아줘.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이성이나 잘 꼽으라 그래. 멋진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지가 여자들의 이상향과 남자들의 대망이 뭔지를 알아? 알면 뭘 해, 누가 들어준데? 무슨 탐욕적으로 가수 누군 내 애인이 될 자격이 충분해, 또 쫌만 지나면 걔 지겨워 영화배우 누구 요즘 괜찮은데! 늘상 실증 노상 노잼 항상 꽝. 그러니까 애호가들이 '잡덕 별론데' 그러지 않나. 근데 또 놀랍도록 너 벨라 마음에 안 들어, 라는 여심은 귀신같이 잘 읽어. 얼마나 부정적인 의중에 익숙해졌으면 그럴까. 불쌍하다. 그래도 희망 잃지 않는 거 보면 꿋꿋하시지. 누가 아니래. 아님 뻔뻔한 건가? 그래서 돌려말하기와 간접화법 인기는 탄탄함. 그럴 수밖에. 또 눈꺼풀이 사르르 떨리는 환희, 그냥 마그네슘 부족 현상일 뿐. 멜라토닌이 함유된 유일한 자연식, 체리나 사먹으라 전해. 딱 봐도 술상무에 아재에 노땅에 고인물인데. 지가 어린애 따라하면 뭐 어쩌자는 거야? 어? OB 주제에 뭐 NB? 좋게 르 꼬끄 스포르티브나 입을 줄 알아야지 지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어? 더럽게 가식적인 놈. 누가 촌닭 아니랄까 봐. 촌놈 대체 언제 철들라고 말이야. 심지어 심심하면 위선떨어. 또 어디서 약팔게? 심하게 낭만적인 체해 봐야 아무도 안 넘어가. 하여 하여 하는 수 없이 아지트로 향하는데, 가 봤자 아무도 없어.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특단의 대타를 선보일려는데 다 도망갔어. (절레절레) 그래도 힘내야겠지. 여자말 번역기 어떻게 잘 애무하고, 어? 요술램프처럼 사랑해주면 또 알아? 눈부신 사랑의 차트를 실현시켜줄지 말이야. 허나 좋게 꿈깨는 게 좋겠지. 그게 가당키나 하냐고. 
    ~라는 정신분열이 바빠지니까 대타들 슬슬 몸을 풀게 되는데. 지가 뭔데... (옆에서 말린다) 그쪽 아니야 그쪽 아니라고. 아니야? 아니야? 늬 까짓 게 뭔데... (옆에서 웃으며 말린다) 그쪽 아니라니까 글쎄. 그래? 근데 어디서 개짓는 소리가 들리지? 걘 입도 안 아프나? 내 참 더러워서... 그처럼 NB는 오늘도 행복한 일하기를 즐겼다>





    15

    nb는 오늘 사무실에서 퇴근하며 기분이 이상했다. 누구 불러낼 친구 없나? 있어도 퇴짜맞을 게 뻔함. 하여 그가 유난히 애착감을 느끼는 뻔트, 역시나 조커 카드를 꺼내들었다. 걔 뻔트 너무 편애하는 거 아냐? 누가 관심이나 있겠나. 그러든가 말든가.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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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아지트에 도착. 
    아지트 터줏대감이신 몇몇 애들이 nb의 NASA점퍼를 보며 반겼다. 
   「이야~ 이게 누구야!」
   「늬가 톰 크루즈냐?」
   「」
    NB는 말로 인사하지 않는다. 손짓과 웃음이면 된다. 또 걔네들이 여자도 아닌데 어디식 인사를 왜 하나?
    저기 모스맨 연구소장 에드워드가 있다. 모처럼 인사나 나눌까? 하여 다가갔는데. 이게 누구야 옆에 더글라스가...! 
   「늑대가 나타났다!」
   「이게 누구신가. 우리가 얼마나 러브콜을 보냈는데 자넨 왜 우리 이사회에 얼씬도 하지 않나. 로켓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니까 왜 말을 안 들어 이 친구야.」
   「지금 주식 단 100주만 사놓으래도. 응? 자네가 하도 말을 듣지 않길래, 내 이처럼 더글라스를 영입했네. 알고 보니 우리랑 인연이 많던데.」
    더글라스가 말했다. 
   「요 앞 레스토랑 페루자. 내 짓 아니네. 넘겨집지 마 친구. 아, 형씨. The Moody Blues 구멤바 싸인 받고 싶으면 말하고.」
   「근데 너 왜 말이 없어?」
   「쟤 원래 소심해. 쟤만큼 순진한 어른 아마 드물 걸. 너도 우리처럼 좀 능글맞을 때 능글맞고. 유들유들해 보이지 않는 법도 배우고 그래. 어? 꿍하게 그게 뭐니? 늬 속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
    모스맨 주식회사가 잘나가던가 말던가 nb는 관심없었다. 그와 별개로 날씨가 춥기 때문에 집에서 입을 '몬스터 주식회사' 수면잠옷을 사긴 샀다. 절대로 모스맨 주식회사 때문이 아닐 것이다. 빈둥빈둥 아지트에서 누가 놀아주지도 않고, 나서서 막 아무나 친한 척하기도 뭐 해서. 그래서 그는 아지트를 나왔다. 그리고 아는 동생들은 몽땅 공석이므로. 엄한 데다 스카웃 제의를 할 수도 없고. 자기 맘대로 사랑의 차트를 미녀 선녀 숙녀 교성녀 비음녀...로 메꿀 수는 없었기 때문에. 따라서 잡지사에 놀러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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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곧장 여성환상 1.5 편집장실로 직행했다. 도착. 
   「오, 사라. 못 보던 새에 많이 이뻐졌는데. 시간이 유독 너만 비켜가는 이유, 내게 귀뜸해주지 않겠니? 싫음 말어. 섹시한 수작 거절하겠다고. 알겠어? 알아 몰라? 그러거나 말거나. 왜 요즘 칼럼 안 쓰냐고? 내가 언제부터 칼럼니스트였는데. 또 난 언제까지 단물빨려야 하냐고. 어? 이거 왜 이래? 뭐가 이거 왜 이래? 어? 너도 내가 바보로 보이니? 어? 왜 말이 없어? 너 벙어리야? 어?」
   「근데 오빠 왜 화났는데? 또 뭔 일인데 그래?」
   「내가 언제 화났다고 그래? 나 하나도 화나지 않았어. 나는 태어나서 단 1번도 화를 내본적이 없는 사람이야. 알아? 너 나 모르니? 어? 내가 별명이 몇 갠데. 나 10 jobs야, 알아?」
   「오빠. 진정해. 오빠 이런 모습, 낯설다. 응? 근데 난 적응이 왜 이리 빠를까. 아무튼 오빠가 참어.」
   「나 화나지 않았다니까 정말. 아니, 어? 아 진짜 어떻게 화내는 줄 알아야 신경질을 내든 말든 할 건데.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화를 내보지 않았는데 그게 무슨 소리니 넌?!」
   「화났네. 빡치셨어. 그 뚜껑 덮어는 드릴께.」
   「아, 정말 아니라니까 왜 그래 증말! 나는 여태 술 마시고 한번도 취해본 적이 없어요. 네?」
   「근데 있잖아. 응? 있잖아 있잖아. 응? 오빠도 들었구나. 그치? 표정 보니 들었네.」
   「뭘?」
   「조롱에 지쳤던 오스트리아 마을. 결국 지명을 개명했다고. 퍼킹? 퍼깅!」
   「왜 하필...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럼 내가 뭐 멍멍 멍멍멍 짓을까? 어? 컹컹컹컹컹 개처럼 하이힐 냄새라도 맡을까? 정말로? 그래야 속이 시원하겠니? 어? 누가 못할 줄 알아?」
   「지친 오빠. 행복업 기웃기웃하느라 바쁘실 텐데. 오빠 공로 허당계에 없지도 않고. 또 우리랑 오빠랑 어디 보통 사인가?」
   「그래서?」
   「그래서. 우리가 특별히 오빠 기살려주기 위해 준비했어.」
   「뭘? 007가방? 빈 가방 말고 한가득? 아니면 뭐 사랑의 차트? 그게 대체 뭔데 그래? 어?」
   「보채지 말고.」
    사라는 (딱) 소리를 냈다. 그 다음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나타났다. 시간이 느려지지는 않았다. 후광이 비치지도 않았다. 
   「오빠. 인사해. 이쪽은 브루스 윌리스. 윌리스경, 이쪽은... 이름없는 남자. 고개숙인 남자라고 부를 수는 없는 거 아니겠수? 허허허. 오빠, 신비주의자 컨셉 지겹지도 않니? 응?」
   「브루스... 닮았네. 선생. 선생도 나처럼 속지 마쇼. 한번 엮이면 캬, 길어. 근데 환희는 짧아. 근데 브루스 윌리스 닮은 사람 경연대회에서 그랑프리감으로 거의 막상막하였을 것 같은데. 어떻게, 어? 꽤 괜찮은 극장식 카바레에 서보실 생각 없소? 그 바닥 거물들 내가 많이 알고 있소. 권투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던 호텔 특설링. 라스베가스를 스쳐간 주먹들. 이름 대면 아실 텐데. 왕년에 내 앞에서 파리 앞발 비비듯 나한테 싹싹 빌었소. 아주 사정사정했지. 정말로 손을 부들부들 떨더라니까 글쎄. 나가 그래서 바들바들 떠는 걔네들 어느 선까지 키워준 거고.」
   「오빠. 초면에 말이 심하잖아! 이 오빠 허언증 더 심해졌네. 닮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야. 우리 회사도 이젠 엄연히 메이져고. 자본력 몰라? 이 양반 진짜라니까. 응? 오빠가 일하기 싫다는데 어떡하나. 우리도 다 방법이 있어. 아, 오빠 여자 좋아하지? 다음을 그대하는 걸로.」
   「윌리스 선생. 당신이 브루스 윌리스면 난 알파치노요. 아시겠소? 근데 왜 말이 없소? 당신도 내가 우스워보이는 거요? 초면에 내가 좀 거칠어보일 수도 있는데. 괘념치 마쇼. 나 원래 그런 사람 아니니까. 아무리 그래도 결례가 꽤나 마음에 걸린다? 그거 다 쟤가 시킨 일이라오. 내가 뭐 푼수도 아니고 멀쩡한 사람이 그럴 리 있겠소. 내가 정신나간 거도 아니고. 안 그러요? 근데 왜 말이 없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막 치고 들어오라니까, 이 바닥이 거친 정글이란 말이오. 아시겠소? 근데 정말로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었소?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도 그 업계에서 방귀 좀 끼었소. 당신은 그저 스포트라이트 받고 노력하며 영화배우를 천직으로 아시나 몰라도, 네? 나는 뼛속까지 영화배우라오. 지금 이 메소드 연기, 살떨리지 않소? 소름 돋을 테지.  캬, 존나 카리스마 있어. 이러니까 여자들이 뻑이 가지! 허나 그럼 뭘 해, 어? 카메라 앞에만 서면 바들바들 부들부들 바지에 오줌싸기 직전인데. 그래도 같은 업계 사람 만나서 반갑구만요. 뭐 혹시라도 다음에 또 만나게 되면 부디 모른 체하지 말아주실 걸로 알고 먼저 자리를 뜨겠소. 뭐 정말로 여성환상 대주주가 되셨나 그냥 잠깐 얼굴마담 맡으러 오셨나 모르겠소만. 행차가 바빠지시면 그때 나와 한판 뜨는 걸로 합시다. 선생 뭐 좋아하쇼? 테니스든 골프든 종목은 그대께서 정하는 걸로. 뭘 걸고? 내가 이 여성환상, 아니 아무나 찍으쇼. 내가 다 꼬셔드리겠소. 나라고 뭐 이런 값싼 농담 하고 싶겠소? 난 미치지 않았다오. 지금 나는 내가 아니거든요. 여기서 더 나불대다간 정말로 돌아버릴 것만 같으니. 먼저 실례하겠소.」
    그 다음 NB는 사라한테 윙크한 다음 거길 나왔다. 
    괜히 갔네. (절레절레) 그러면서 그는 발걸음을 환상문학지 미스테리아로 옮겼다. 





    16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미스테리아 도착. 편집장실 소파에 착석. 
   「오빠 오랫만이네? 얼굴 잊어먹겠다고. 설마 요즘도 이마에 나 난봉꾼 라고 붙여놓고 다니는 거 아냐?」
   「너도 나를 물로 보니? 그래. 나 봉이다. 됐냐?」
   「오빠 화났어? 오빠는 왜 걸핏하면 뚜껑 열리고 그래? 오빠가 애야? 응? 왜 심심하면 애들처럼 빡치냔 말이야, 응? 또 뭔데? 그럼 지금 이 상황에 내가 모성애를? 어떻게 포옹해줄까? 혹시 거기까지 가더라도, 그 다음은 없어. 응?」
   「나 너 여자로 안 봐.」
   「난 뭐 오빠를 남자로 보는 줄 알어? 꿈 깨! 어딜 넘 봐?」
   「너 시집가기 싫니? 내가 입만 뻥끗~ 하면 넌... 넌... 너도 남자 관심없냐? 말로만? 뭐 이미지 트레이닝 접고, 쉐도우복싱계로 넘어오게? 늬 맘대로? 그게 늬 의지대로 될려나? 날 봐라. 응? 날 봐. 샌드백 인생 어디 즐거운 줄 아니! 삼류 플레이보이계에서도 안 받아주지, 모스맨 집단인가 뭔가는 늘상 따라다니지. 어떻게 방법이 없다 방법이. 이번생은... 몰라. 모르겠다고.」
   「오빠.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
   「뭘?」
    마라는 앞서 사라처럼 (딱) 소리를 냈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누구...시더라?
   「오빠. 토미 리 존스! 뭐 그렇게 됐어.」
   「당신께서... 여긴 웬일로...」
   「아 글쎄 그렇게 됐다니까.」
   「형씨. 관상 좀 볼 줄 아쇼?」
   「관상 말이오?」
   「역시 영화배우구만. 드라마처럼 묻는 말 꼭 따라한다니까. 앵무새 저리 가라구만. 거 너무 교본대로만 하지 맙시다. 지겹지 않소? 재미없지 않냐구요. 네?」
   「허허허허허.」
   「그리고 남자는 폼이다 뭐 그거요? 당신 연기를 어디서 잘못 배웠나 본대, 나한테 한수 가르침을 받는 게 어떻겠소. 농담 별로요? 쟤가 시켰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이 양반아. 근데 형씨도 내가 만만해 보이오? 그러오?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 그대에게 임무를 하나 드리겠소. 보물이 묻혀진 지도를 건네겠소. 아니오. 그거 이미 내가 가봤는데 아무것도 없습디다. 까닥했으면 당신 똥개 훈련시킬 뻔 했소. 못 들은 걸로 해주시오. 허허허. 근데 당신 여기 왜 온 거요? 설마 당신 토미 리 존스 대역 아니오? 듣자하니 그렇다던데. 유명한 영화배우들 거 뭐야, 잘나가는 A급들은 대역 몇 명씩 둔다던대. 대타 1번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2번 여자는 다 그래. 3번... 그처럼. 근데 대체 여긴 왜 온 거요? 설마 나한테 연기를 배우려는 건 아니실 테고. 혹시... 마라가 당신 꼬십디까? 쟤 남자 기빨아먹는 마년데. 조심하시오. 좋은 말로 할 때!」
   「나도 말 좀 합시다.」 토미 리 존스가 입을 열었다.
   「」
   「」
   「형씨 다음 달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랑 작품 하나 한다면서요?」
   「」
   「」
    분위기 팍 가라앉았다. 마라의 억지웃음 때문에 더 어색해졌음. 
   「이 양반 사람 웃길 줄 아시네. 허허허허허.」
    그걸 끝으로 NB는 인사도 없이 막 급한 것처럼 그곳을 빠져나왔다. 





    17

    어느 날 퇴근길에 보니 뭔가 바뀐 걸 알게 됨. 곰곰히 생각해봐도 알 수 없었는데. 마지막 남은 허당의 직감을 끌어올려 결국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건 무엇일까? 바로, 카페 페루자 → 레스토랑 페루자. 그게 뭐 대단한 변화라고. 카페랑 레스토랑이랑 다른가? 살짝 다르다. 같진 않으니까. 카페는 카페, 레스토랑은 레스토랑. OK! 일단 미심쩍은 부분 해소하고 가는 차원에서 그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배도 고팠으니까.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고 싶었다고나 할까? 아마도 바텐더와 몇 마디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바텐더가 만약 남자라면 웨이트레스한테 추파를 던질 위인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처럼 딱 레스토랑 페루자에 들어갔는데. 또 이번에도 바텐더는 더글라스였을까? 아니었다. 그럴 리는 없다. 
    레스토랑 페루자.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애썼네. 초정밀 밀랍인형으로... 무대 세트를 준비했다나... 이거 뭐지? 상업 레스토랑이 아니라 예술 목적? 웃고 떠들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그런데 시간이 정지된 듯 멈춤. 얼음. 소름. 모르는 사람도 있긴 하나, 그건 nb가 오락산업 소식에 뒤쳐졌기 때문일 거고. 그거 감안하면 모두들 유명인 일색. 스포츠 스타로써 트위터에 유명인 표딱지 붙은 분들. 동기부여 강사도 한 분 있고. 현대미술가도 있고. 가수도 있고. 기업인도 있네? 그는 그들의 피부를 만져보았다. 촉각으로 전해오는 오묘한 느낌을 기억하기 위해서. 벽면에 걸려진 시계도 정지됐다. 근데 저기 구석지에서 연인끼리 500cc 맥주를 서로 상대방 면상에 끼얹는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건데. 근데 그 공중에 흩어지는 맥주와 거품은 대체 어떻게 공중에 떠있게 만든 거지? 뭐 어떻게 했겠지. 그럴 꺼야.
    설마 핸드폰으로 사진 기능 또는 영상 기능을 작동시키면 뭔가 귀신이 보이는 걸까? 그 귀신이 그 모든 살아있는 사람을 정지시키고 물방울도 공중부양시키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추측을. 예정컨대 정밀한 카메라 기법처럼 그것도 대충 뭔가 방법이 있겠지. 일단 KV. 582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스피커에서 들리고 앰프 이퀄라이저 불빛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로 봤을 땐 뻔할 뻔자. 그 순간 음악은 철지난 유행가로 바꼈다. 그런데 갑자기.
    저쪽 문을 열고 온몸이 은색인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럼 뭐 얘네들은 전부 시간정지 상태고 자기만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다? 일단 말이나 들어보면 알겠지. 
   「당신은 누구요?」
   「누굴 거 같소? 난 그대가 추정하는 인물이 누굴지 궁금하오.」
   「머머하오 그렇게 말하지 마쇼. 꼭 누굴 덜떨어진 푼수로 상정하는 거 같지 않소. 이 봐 봐. 나도 모르게 당신 말투를 따라하네? 뭐 접어드리고 시작하는 걸로.」
   「허허허. 긴장하셨소? 그럴 만 하오. 당신이 처음은 아니었소. 그렇다고 번호표 발부할 일일 수야 있겠소. 말하자면 우리는 무척 오랫만에 이 땅을 밟아본다고 하는 게 옳을 거요. 우리는 저 위에서 왔소. 바깥에 내다볼 필요없소. 하늘에 UFO가 떠 있기는 한데 육안으로 보이진 않을 거니 말이오. 근데 궁금하지 않소? 그게 과연 X축으로 펼쳐진 원형일지 Y축 중심인 타원형일지. 또 모르지 않소? 어느 사막에 심어진 삼각기둥에 엄청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어서, 지구상에 그런 삼각기둥들이 어느 날 한때 갑자기 결합할지도. 허나 그건 영화고 이건 초현실이라오. 아시겠소? 그럼 왜 그대냐, 그게 정녕 중요한데...」
   「나도 말 좀 합시다. 거 보자 보자 하니까 이 양반도 말 겁나게 많네. 당신 원래 사시던 동네서도 그렇게 말이 많았소? 말수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소? 귀에서 피가 나는 사람 입장은 어떻겠소? 내 참 더러워서 말이야 다음 세상에 다변가로 태어나던가 해야지. 근데 그게 어디 내맘대로 될 일인가. 말이 그렇단 거지. 그러니까 내 말은 1절만 하자 그 말이오. 아 어서 본론 꺼내지 않고 뭐 하오?」
   「급할 거 없소. 시간은 많소. 예술도 길다지 않소. 근데 행복감인 너무 짧아서 불만이오? 애쓰다 보면 실력 늘겠지. 허허허. 곶감론의 곶감 줄어들지 않을 테니까. 네? 샘물론의 샘물 마르지 않는단 말이오. 허허허. 이 양반이 가짜웃음 적절히 맞춰줘야 할 거 아니오. 안 웃기오? 내 일부러 값싼 농담 섞는 이유가 다 있으니 일부러 망가지는 거 아니겠소. 아시겠소? 누군 뭐 좋아서 이처럼 저급한 말장난 남발하겠소. 나라고 뭐 인간들과 똑같이 천동설 사고체계로 설변한다? 말이 안되지 않소. 태평양 원주민 섬문화처럼 추장을 신으로 섬기는 부족들이야 남생각을 못하고, 안해야 당연하긴 하나. 그분들께서 문명인 연기한다고 나도 똑같이 로봇처럼 굴어야 하냔 말이오. 여자들 평소에는 더없이 사랑스럽고, 부드럽고, 다정한데. 근데 왜 여자들이 감사 감사 감사, 겸손 겸손 겸손 그러겠소. 남자애들은 친구가 넘어져 피가 나면 옆에서 다들 웃고 난리나지 않소. 근데 여자는 앞에서 괜찮니 괜찮니 괜찮니... 그러다 병원에 실려간 다음에 웃어. 캬, 어?」 
   「」
    긴 대사를 말하고 싶었는지, 청자가 원하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저분께서 긴 대사를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걸 보니 문단을 떼서 가는 걸로.





    18

    「우리 인디언족은 전쟁후유증으로 몹시 마음이 아픈데. 근데 전쟁종료일을 기념하며 기억하며 떠든다? 이해를 못함. 마사이족 인지체계로써는 당연히 동조 불가능. 말 같지도 않으니까. 아니면 거짓말! 세상 모든 걸 나한테 최적화시켜줘야 한다, 때로는 여자가 그래야 애를 잉태하고 낳는데. 기분이 너무 들떠도 여자는 오판할 가능성 증가하듯, 기분 너무 나빠도 여자는 남탓이라는 사고기제가 적극적으로 발동 걸림. 자기 잘난 맛에 혼자 살았으면서, 나중 '누가 50 넘은 여자 여자로 본대유'라는 경지에 이르니, 왜 나이 먹어 혼자 살면 외롭단 말 해주지 않았녜! 말려도 고집불통일 땐 언제고. 불리한 건 다 남 탓. 단순히 여자라서 문제가 아니라. 남녀 공히 살쾡이 본성이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본능이냐 그 야만적 기질이 의도적으로든, 계획적으로든, 순간적으로든 나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것. 그와 비슷한 듯 다른 듯 섬문화가 구식이면 그래요. 섬바깥은 외계니까 섬에서 도망갈 데는 없고, 옆동네 옆문화...라는 사고방식이 있을 수 없음. 때문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초딩들과 똑같고 비슷해지듯이. 좋게 말해서 탐정처럼 추리를 좋아하고, 장사꾼처럼 손해보고는 못살게 되는 것. 그렇듯 사람이 원숭이의 사고방식을 과학적으로 분석은 하나, 사람은 원숭이의 사고체계로 살기 싫어할 텐데. 유인원이 문명인의 식민지 경영방식을 똑같이 따라했으나 결과는 뒷북. 아일랜드 대 잉글랜드. 동급임에도 800년 탄압이던가 그에 대해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에 유감 표명으로만 끝. 단순히 카톨릭 대 크리스찬 문제가 아닐 테지. 혁신이 밥 먹듯, 혁명과 급변은 너무도 놀라웠던 그 옛날, KKK(큐클럭스클랜)도 시대적으로 난세 상황에서 혼동이 극에 달하니까 발생했던 현상인가 아닌가는 모르겠고. 어쨌든 체급을 감안하여 사과하든 유감 표명하든 하는 거지, 뭔 체급 따지고자시고 할 것도 없는데? 그래도 사진으로 보면 좋은 모습 다 기록으로 남아있음. 고릴라라는 동물종을 갖다붙여서 뭣허지만 중요한 건 정신이라는 의미다. 사고. 마음. 소망. 야심. 야욕. 문명인아 왜 야만인의 심리를 이해해주지 않냐? 그럼 인간 → 인간의 탈을 쓴 야수가 되는 것임. 다시 말해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니듯, 관건은 정신. 마우리족끼리 너와 나 오손도손을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전세계인도 마우리족처럼 어째야 한다, 그럼 망함. 전세계인이 마우리족(만)을 위해주고, 박수쳐주며, 마우리족(만)을 위해 핸디캡 적용해주고, 마우리족(만) 딸랑딸랑 예찬하고, 마우리족이 전세계를 지배하고 싶어하는 데 대해서 이해해야만 한다. 그러면 원숭이가 맞음! 옳음. 침팬치는 걔네 생태계에서만 놀기나 하지. 불미스러운 관용어를 굳이 거론해 뭐 하나. 그러니까 인간의 탈을 쓴 야수, 선량한 사람. 전자와 후자의 경계, 아마도 종이 1장 두께보다 얇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길어지는 설교인데. 솔직히 말해서 속으로 기분 나빠할 분들 한둘일까? 아돌프 히틀러는 자결했고, 나치는 뒷수습 불완전했고, 현재 어떤 단계까지 이르렀는데. 똑같은 1인자는 포장 잘해서 장례식에 200개국 인사가 왕족 신분의 미니 히틀러를 추모해주기 위해 모였던 게 불과 30여년 전. 자국왕을 신격화하는 섬문화, 전세계인으로부터 우상숭배를 받고자 원하는 게 본심. 그처럼 그 근방 보면 근대사가 상당수 말도 못했음. 태평양 주변 머머족들이 죄다 그렇다. 근데 어째서 전통적인 원주민 문화는 현대적인 문명인 관습을 배척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또 자기를 척지면 (절대로) 안된데. 뭔 말은 원주민이 신이야. 원주민들에게 모든 걸 최적화시켜주지 않으면 안된다 논리. 그러니까 말이 안 통하지! 일시적으로 기분 나쁘든, 이따금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그렇듯 까칠하든. 뭐든 말로 때우고 발르고 저리 비켜, 그러는 것처럼. 겉을 포장해서 겉이 다야 다. 근데 왜! 어? 무엇 때문에 포장에 목숨을 걸까? 왜 접대로 상대의 마음을 녹여줘야할까? 왜, 하늘이 무서워서? 아니지요 아니지요. 자기들한테 손해끼칠까 봐. 불이익당하기 싫어서 귀무덤, 코무덤에 제사를 지내는 것. 유럽사, 유럽예술사, 유럽전쟁사, 유럽자본력 역사...에서 대체 왜 유대인 얘기가 심했냐, AH를 부르기 위해서였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최후의 만찬. 그거 복원 시작년도도 그렇고 웬만한 건 거의 다 미리 정해진 대로 착착 진행되는 일. 맙소사, 이거 무슨 지구의 역사가 드라마도 아니고 참말로! 좌우지간 피상적으로 예를 갖추는 게 가식이자 위선에 불과할지언정 필요는 하나, 어디까지나 일부분 남생각 못하고 안 하는 게 각각의 구시대성 한계. 살쾡이 사고체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본성, 대하드라마 인습, 사극파 관례, 마피아 질서. 남생각을 왜 해? 나만 잘먹고 잘살면 그뿐.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지금 와서 뭐 어쩌라고? 옛날처럼 골목대장 놀이로 끝나지 않을 테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지. 사람도 나이가 들면 일부분 어린애로 돌아가듯이, 간혹 이따금 세상사를 내게 최적화시켜 내 말이면 다 되는 것처럼 생각.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따지고,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소송전으로 이어가고. 근데 그냥 넘어가선 안될 사안은 또 이상하게~ 딴청. 먼산 쳐다 봐. 태평양 원주민 모든 부족들이 (좋은 전통은 계승 발전 그와 달리 나쁘거나 비현대적인 부분에 대해서) 구식을 고집한다면 대체로 그렇단 말. 과거에 잘못한 거 잊고, 바꾸고, 안 좋은 거까지 좋은 걸로 꾸미고. 뭐든지 좋게만 미화. 많이 좋아졌긴 하나 전체적인 흐름은 말 그대로 후발주자라는 뜻. 잘한다 잘한다 좋다 좋다 칭찬하고 좋아하면 허허허허허, 근데 구식은 단점을 말하면 통 듣지를 않음. 표정부터 싹 바뀜. 
    (직장 상사 왈) 불만을 말해보시게 → 없습니다 → 말해보시게 → 행복합니다 → 말해보래두 → 존경합니다 → 어허 이 사람이... 그러지 말고 정리하고 가자는 뜻일세 거 알아들을 만한 친구가... 꼭 풍악을 울리고, 사랑의 묘약에 취하며, 자네 앞에서 내가 넥타이 이마에 묶고 망가져야 털어놓을 텐가? 어? 정말 자네 날 그렇게 꽉 막힌 술상무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나? 어? → 아닙니다... 아닙니다... → 자, 그러지 말고 속터놓고 말하자 → 노노노노노노노 → 계급장 떼고 가세. 어? 야자타임 한번 하자고 이 친구야 →  →  →  →  → 결국 그분 뚜껑 열림. 제대로 열림. 완전히 빡침! 광분. 대노. 그거보다 더 웃긴 거? 나중 생각할수록 더 기분나쁨. 1주일 후 웃긴 고급스러운 유머처럼. 
    무슨 나일강과 이집트 문명보다 태평양 원주민이 인류의 기원이래. 자기들 하늘왕이 조물주래. 뭔 말이 되야 넘어가든 말든 할 건데. 평범한 어른들 영악함을 훌쩍 뛰어넘으니 포장을 얼마나 잘해. 앞에서 떼쓰거나 어른들처럼 능글맞냐, 앞에서 수줍 창피하다 괜찮다 뒤에서 조용히 뒤통수 불편신고. 그러니 승무원 유니폼들 빠싹 긴장할 수밖에. "수평 < 수직"이니까 하늘이고 뭐고 없음. 그런데 어떻게 정신을 차리나, 영원 불가. 미래세대로 대체는 가능하나, 문화라는 굴레를 어떻게 벗어? 못 벗어. 그렇다고 어떤 초현실이 데뷔를 하면 데뷔로 인정하나? 못해. 재래하면 찬동하나? 우리끼리 잘사는데 늬가 뭔데... 속으로 짜증남. 어쩌다 대놓고 빡침. 안 그래? 잘 아시면서. 늬가 뭔데, 어? 늬까짓 뭔데... 옆에서 말려야 못 이긴 척... 그쪽 아니야 그쪽 아니야. 그쪽은... 아닙니다요. 그래? 아님 말고. 어린애일 땐 여린애한테 뭐든 맞춰주고, 살살 달래고, 잘한다 잘한다 박수쳐주며 귀여워하는데. 어린애한테 모든 걸 최적화시켜주며 노는 어른들이 애랑 똑같이? 
    역사를 보니 그렇다. 역사란 대체로 승자의 역사요 전쟁의 역사. 박물관과 다큐멘터리 보아하니 말도 못함. 그 역사마저 모두들 자기 유리한대로 미래세대에게 가르치질 않나. (일부분 또는 상당수) 때로는 소설처럼 멀어지면 만화처럼! 부처님이 살찌고 안 찌는 것은 석수 손에 달렸는데, 그리스로마 신화를 누가 믿나. 말 그대로 신화. 근데 원주민 신화는 이따금 진짜래. 또 그 옛날 누가 왔다 갔는지 알 게 뭐야!? 안 그런가? 뿐만 아니라 과학이 좀 많이 발달해야 말이지. 따라서 웨이터만 막살자 명찰을 단 게 아니게 됨. 이러쿵저러쿵 우리가 너네들 어쩌고저쩌고... (여자왈) 그러다 나 바람피면 어쩔려고 그래... 나 외롭게 했으니까 바람폈지 그게 다 남편이 오죽 못났으면 그랬을까, 따라서 몽땅 다 그놈 때문. ~라는 말 같지도 않은 논리처럼 원주민 족장의 전세계 우상숭배는, 단지 전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것일 뿐. 고로 불미스러운 불상사는 아마 불가피한 과정, 어쩌면 꼭 필요한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고저쩌고. 그게 다 짜여진 각본과 배경과 줄거리요 근대사. 때문에 재도전해서 못 다 이룬 꿈을 실현시키고 싶지 않으면 그건 원주민 자격도 뭣도 없음. 그 땅을 떠나야 마땅. 다 뻥. 몽땅 뻥. 솔직하고 자시고 필요도 없음. 어렵고 하지 못하도록 기반이 공고해졌기 때문에 못하며 안하는 것이지, 말로만 평화요 어쩌고 그거 누가 못해. 속마음 속의 속마음. 누구도 믿지 않고, 아무도 본심을 말하지 않고.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독일세대를 보면, 2층 3층에서 막 거리를 지켜보다가 이상한 놈 보이면 신고하는 습성이랑 비슷. 스탈린 치하 감시제도와 비슷. 누가 내 편이고 누가 스파이인지 아무도 모름. 과연 이게 기록되는지 하늘에서 보고 있는지 어쩐지. 수틀리니까 발톰을 감추는 고양이, 야성을 어찌 버리나. 양의 탈을 쓴 늑대는 본색을 드러낼 수 있으면, 여건만 된다면 얼마든지. 자, 봅시다! <부처님 위해서 불공할까요, 저 위해서 불공할까요?> 하물며 부처님 있지도 않고, 게다가 우리거도 아니고, 심지어 불교도한테나 중요하지 그게 우리랑 뭔 상관인데. 다신교 문화이자 나랏님이 조물주인 문화는 마음에 안들고 불리한 건 뭐든지 싹 다 거름. 반사. 배척. 거부. 불인정. 극히 유감. 심히 불쾌. 허나~ A와 B가 우리를 너무 척지면 안됩니다요 (시늉)! 문명사에서 유대인이 똑똑한 역할을 많이 많았듯 어딘가는 응용의 천재. 어차피 하데스라는 영역이야 경배 받아 뭐 하고 안 받아 뭐 하겠나, 이치 아니까 봄바람 지나기만 기다렸다가 때 되면 쓱 사극파로 복귀하면 그뿐. 쥐구멍에서 나올 때가 아니니까. 그게 다 나중 후회하지 말라는 얘기. 맹수는 호피무늬 바꿀 수 없다는 것만 알면 된다 그 말. 밀림의 표범과 하이에나가 생식을 버리고 인간처럼 식사를 한다? 말이 안됨. 그분들께서 야성을 버리는 건 곧 죽음을 뜻함. 피맛을 알게 되는 사자새끼, 뭐 똥개 밑으로 들어가라고? 말이 되나. 어류도 죽은 먹잇감은 쳐다도 보지 않는 종류 허다함. 왜 수평 대 수직 얘기를 많이 할까. 옆이 없으면 언젠가 머리꼭대기로 올라가는 게 고양이니까 하는 말. 안 그래도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데? 더 논해 뭐 하나. 성경에 보면 왜 사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올까. SF영화는 또 어떻고. 겉으로 봐선 완벽하거든. 근데 이 험한 세상을 초식동물처럼? 파리처럼 앞발 싹싹비비고 아부하며 딸랑딸랑~ (아이고 나 기분 좋네?) 정신 못차리면 확 들어옴. 훅 들어감. 밟든가 밟히지 않기 위해 빠짝 엎드리든가. 그 둘만 있으면 다큐멘터리 아닌가. 잘근잘근 씹든가 육식동물한테 먹히든가. 중간은 없나? 외교가 사교랑 어찌 같나. 겉으로 교양 따지고 문명인처럼 굴지만, (원리와 서열과 문화에 근거했을 때) 남 생각 요만큼도 안하는 원주민 습성. 왜냐하면 그게 미덕이기 때문. 왜냐하면 그게 예절이자 도덕이기 때문. 왜냐하면 절대로 그래서는 안된다고 엄마 뱃속에서부터 철두철미하도록 배우기 때문. 괜히 동정심이 없을까?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 1째 독수리새끼가 2째를 죽이는 걸, 엄마는 찬찬히 지켜보며 속으로 박수친다. 그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속마음 속의 속마음은 몇 안되는 제품 빼고는 미개인이 만들 걸 왜 쳐다보겠나. 허나 착한 척을 위해서, 소녀감성도 있고, 선심 오는데 대응은 해야 하고, 옆집은 한둘 뿐이고. 겉으로는 남 위해주는 척, 속으로는 지 이익만 챙기는 여자우정. 남 생각 요만큼도 안하지는 않을 테나, 자기 밖에 모르는 천동설. 애는 그렇다지만. 어른까지? 넌 너 밖에 몰라, 남자가 왜 그녀를 떠날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는 것. 제 배가 부르면 종 배고픈 줄을 모른다. 그래도 친해야 한다 사이좋게 지내자 어쩌자... 실상 인간적으로 호기심도 있고 궁금함도 있고... 왜 나쁘겠나. 허나, 어? 사겨야 절교하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이치. 두루미와 여우 우화처럼. 거기까지만 알면 됨. 어딘가 장사꾼 문화는 무조건 1 대 1. 1 줬는데 10을 준다? 모욕도 그런 모욕이 없음. 허나, 학계와 그 바닥 업계가 왜 다르겠나. 원리를 보아하니 이용해먹기 딱 좋네? 즉 사교적으로는 그렇고 상업으로 그렇다면, 봉도 그런 봉이 없음. 때문에 절대로 싫지 않음. 이처럼 범주를 바깥으로 넓히기 전부터 내부에서 사기꾼들이 그 얼마나 많은데, 어? 순진한 아동이 능글능글한 여성잡지2로 괜히 바뀌는 건 아니라는 걸 알자는 뜻에서 말 겁나 길어지네 (절레절레) 아 입아퍼. 아아 힘빠져. 기 너무 빨렸어. 여기서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야.
    나 기분 좋다고 남들도 다 행복하나? 글쎄요 글쎄요. 꿈꾸는 게 통상 개꿈 꾸고 야한 꿈도 꾸니까 즐겁긴 한데. 날이면 날마다 악몽을 꾸는 사람 마음은 어떻겠소? 근데 자기만 좋으면 남들도 다 좋은 줄 아는 게 일부 철없는 인간이랄지 한때의 심정. 그래서 잠잘 때 꿈꾸니까 재밌고, 웃기고, 이놈 저놈 야한 꿈에서도 불러내고. 또 꿈에서 깰 때 아침에 이미지 트레이닝으로도 이놈 저놈 싹 다 불러내고. 그래서 꿈꾸는 게 좋으니까, 고로 나는 꿈꾸는 게 좋다. 누가 나보고 뭐라고 한다, 머머했다 머머했다, 남들이 날 보며 옷 잘입는데, 남들이 내 뒤태를 보면 뭐라고 할까? 근데 앞모습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따라서 변장술만이 살길이다. 또 이따금 신통방통 신박한 논리. 비약. 궤변. 수다. 정신산만. 안듣기. 발언권 자체를 주지 않음. 핑계. 어쨌든 꿈꾸는 게 행복하다, 재밌다, 즐겁다. 남들도 다 그렇지 않나? 날이면 날마다 꿈만 꾸면 악몽 속에 사는 사람은 뭐고. 아예 잠을 못 자는 사람은 또 뭐고. 자기가 달콤하면 남들도 다 그러는 줄 알다니. 아픈 사람은? 가정사 꼬인 분들은? 선천적으로 장애 관련된 분들은? 후천적으로 마음 아픈 사람은. 셀 수가 없어. 자존심 이상에 자의식 과잉에 사석에서 단춧구멍 어쩌고저쩌고 그러면 모르는데. 그게 예술이요 출판이며 오락산업화? 황달병 환자는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법. 나 선그라스 썼다고 남들도 다 세상을 흑백으로 보는 줄 아나. 
    그래서 우리는 허세대회에서 활약하고, 허풍경연장에서만 떠들며, 스포츠야유에다 스트레스 푸는 것일뿐. 왜? 나와 남은 다르거든. 너는 너 나는 나, 가 다가 아니니까. 내 얼굴에 분칠한다고 끝? 오락산업에 앞서 웬만한 입방아마저 그 부모님 얼굴에 똥칠할 수도 있음. 그래서 어른들이 능글능글하게 됨. 바로, 그래서~ 어? 여성잡지1은 숙녀용이나, 여성잡지2는 독사라고 봐도 된단 말. 변명대회랑 평범한 생활반경이랑 구분 못하나? 핑계댈 일이 따로 있지 거 증말... (절레절레)」





    19

   「와우~ (짝짝짝)! 대단허요, 네? 선생 참 말 많소. 그거 다 어떻게 외우셨소? 아니면 그 긴대사 못해서 어떻게 참으셨냔 말이오. 네? 혹시, 당신 연극배우요?」
   「아니오.」
   「그럼 장난감 디자이너요?」
   「아니겠지요.」
   「그러면 마케팅 본부장이오?」
   「난 그게 뭔지 잘 모르겠소. 솔직히 말해서..」
   「자, 딱 보니 당신 허당이구만. 어? 아무리 봐도 진행이 어설퍼. 삼류 연극배우네. 자, 그러니까 어설프게 진행하려고 하시지 말시고 마이크를 넘기는 걸로 합시다.」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인데 그러오?」
   「그것도 모르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시오.」
   「알고 싶으면 (손가락 3개를 펼침) 3장 지불하시오. 그럼 말씀해드리리다.」
   「말하기 싫음 말든가.」
   「애초에 물어보지를 말든가.」
   「뭐, 뭣이 어째?」
   「뭘 뭐가 어째!」
   「당신 내가 누군지 모르겠소? 그걸 차마 내 입으로 말할 수도 없고... 증말 보자 보자 하니까... 이 사람이...」
   「이 사람이 뭐? 여긴 대체 뭐 하러 왔소? 뭐 시간을 당신이 정지시켰다? 참 내 말 같은 소리를 해야 믿지. 당신이 애요? 애들도 그런 설정 짜증내 이 사람아, 어?」
   「」
   「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요? 어, 진짜네. 당신 혹시 사람 아니오? 그렇소?」
   「그거 하나는 확실하오. 난 인간이 아니라오.
   「인간이 아니면 뭔데? 뭐 외계인이라도 된단 말이오?」
   「당신이 말하는 외계인을 뭐라 정의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지구인이 아니라는 걸로 봤을 때 외계인이라 인지해도 썩 틀린 말은 아닐 거요.」
   「외계인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구만. 카페 페루자 당신이 지었소? 당신 더글라스 꼬봉이오? 아니면 뭐 모스맨 주식회사 대주주요? 아니면 버뮤다 연구소 투자자? 이런 초정밀 밀랍 인형과 무대 설정. 노고는 알겠소만 지금 시국이 어느 땐데...!」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 당신 시각을 만족시켜드려야 할 거 같소. 그래야 말이 통할 테니 말이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신의 앞면만 보여주던 정체불명 외지인인지 외계인은 자신의 뒷면을 조금씩 보여주었다. 
    팔을 들어 귀를 만지니 팔의 후면부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보트의 형태였다. 그렇다고 바지를 벗는 건 모냥새가... 그러니 바지 밑단을 겉어서 뭔가를 보여주었다. 그건 기린의 다리였다가, 펭귄 다리로 바꼈다가, 다시 코끼리 다리로 변했다. 마지막엔 은색 마네킹 다리로 돌아왔다. 
    그래도 NB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외계인의 눈에서 청록색 연기가 나와 NB의 호흡기로 들어갔다. 
    또 NB 뒤에서 시간정지된 채 멈춰있던 브래들리 쿠퍼가 갑자기 로보트처럼 일어섰다. 
    그 다음 브래들리는 애들 장난감 같은 주사기로 NB의 종아리 하단부이자 아킬레스건 살짝 위쪽을 찔렀다. 
    NB가 보기에 외계인 머리가 코뿔소로 보였다가 공룡으로도 보였다가 점점 흐릿해지더니... 떡실신했다. 
   「자, 자, 뭐해, 뭐해?」
   「서둘러.」
   「다리에 쥐났어.」
   「그 상황에 넌 웃기면 어떡하냐?」
    사람들 음성 즉 오디오가 여럿 겹치는 소리를 듣긴 들었을까? 그는 신나는 대중가를 듣긴 들었던 것 같았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그래서 정체불명의 단원들은 nb를 어디로 뜸어다 옮겨놨을까? 역시나 유타주 사막 쇠기둥이었다. 저번엔 발고랑이었다면 이번에는 손수갑인 게 차이점일 뿐. 근데 왜 유타주이지? 몰몬교 선교사들이 무슨 수건이랑 조그만 곰인형이랑 카스테라빵을 선물해줘서? 그거와 이게 뭔 상관이라고. 근데 (1) 페루자  (2) 유타주 쇠기둥... 그와 삼각점을 이루는 지점은... 넘어가. 몰라. 관둬. 때려치면 될 거 아냐. 농담이고. 최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어 곧 있으면 인파가 몰려와 그나마 구조나 되겠지. 만약에 시간을 거슬러 대략 100년 전, 노르망디 해변 모래사장 쇠기둥에 묶여졌어 봐. (절레절레) 아무튼 그는 깨어났다. 
   「뭐야, 또 여기야? 내 이 자식들을 가만 두나 봐라. 근데 걔네들을 어떻게 찾지? 그리고 뭐 하는 애들이야?」
    낮에는 검독수리요 밤에는 수리부엉이. 그 외에도 흰머리수리, 매, 물수리. 또 야행성 맹금류인 올빼미과와 가면올빼기과. 모두 맹금류 종류다. 그러니까 걔네들이 쇠기둥에 묶인 nb를 프로메테우스로 여겼을까? 접근은 커녕 얼씬도 않는 걸 보니 아닌 걸로. 다만 웬 날파리가 날파리가... 뭐야 이거! 하다 하다 똥파리까지? 괴롭구만. 괴로워. 헤라클레스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설마 클레오파트라의 제7서열 하녀가 주변에 얼쩡얼쩡 약만 올리는 거 아냐? 불행 중 다행인지 어쩐지 그 쇠기둥인지 뭔지가 매스컴에 알려져서 망정이지... (몸짓)!
    그때 갑자기 저쪽에서 또 아니나 다를까 인파가 몰려왔다. 





    20

    사랑에 애걸하지 않고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게 만들 궁리. 날이면 날마다 잔꾀와 단기 성과 쥐어짜려 노력해도, 그래 봤자 허탕. 대체 무슨 영문으로 촌닭방랑기에 허당들은 집착하는 것일까? 일반적인 촌놈은 난봉꾼 취급에 자긴 플레이보이라니, 괴씸하니까 허세대회 출전권 쥘 뻔하다 말았지. 또 역시나 일종의 슬럼프인데. 아직도 그처럼 저급하도록 유난떠는 촌닭이 다 있나? 하여간에 허영심 더럽게 재수없네. 그래도 NB는 정신 못차리고 심각하게 낭만적인 고개 각도를 재현하며 폼을 잡는데. 대체 무슨 이유로 항상 개꿈에서 허우적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개 팔자가 상팔자란 말인가? 밑도 끝도 없이 똥개 얘기로 빠지지 맙시다. 그러니까 뭐, 신비주의에 예속된 몽상가와 자유를 갈구하는 가택감금자의 사랑이야기를 써볼까? ~라며 생각하면 뭘 하나. 어차피 안 할 건데. 쉐도우복싱 연습하는 아저씨와 이미지 트레이닝의 대가쯤 되는 숙녀의 연애를, 아 글세 지가 그걸 왜 궁금해 하냐고. 그러니까! 존나 카리스마 없어. 그래서 여자들이 누구도 꼬리치지 않지. 안 그래? 그래서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환상문학 연재분량 때우고 또 놀러갈 게 뻔하고, 매번 본인이 무슨 어리광부리는 애도 아니고. 그럼 이제 정말 정녕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인가! 지가 무슨 피타고라스요 아그리빠이자 모아이 석상이냐고. 개폼은 똥개 저리 가라는 수준. 그러게, 어? 그런 말도 모르나 그거다. 잠을 자야 꿈도 꾸고 꿈을 꿔야 임도 본다. 그래? 근데 꿈이 없어. 소년이여 야망을 가지라니, 뭘 하든 금새 지겨워질 건데 뭐 하러. 공부도 하기 싫고, 일하기도 짜증나며, 뭘 해도 금방 싫증남.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헛된 쾌감과 멜로드라마 주인공이 되고 싶은 애원을 무조건 단념하란 말이 아니라. 그건 일단 2지망으로 또 제3의 열망 역시나 다음을 기약하고. 하여 당장 붙잡을 희망찬 대망이 무엇인고 하니, 있나? 있나 없나? 있어도 판돈 없고 없으면 패 돌아가고. 농담이고. 개 풀 뜯어먹는 유치한 발상 그만 좀 하자. 무슨 개뼉따귀 같은 서두, 지겹지도 않나? 여자들이 유쾌함과 쾌적함과 행복함을 좋아하지, 짜증나고 빡치고 더럽고 징글징글한 뭐 그런 거 좋아하간디? 내 참 더러워서... 그 얘기 또 하기만 해 봐. 아, 필자가 아니라 NB가 말이다. 그건 그거고. 자, 그렇다면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게임을 한번 시작해볼까? 있어야 말이지. 누가 아니래. 내 말이. 공갈젖꼬지나 더 애용하고 와라, 그랬으면 좋겠다. 타임머신 있으면 진즉 사랑해줬겠지 왜 아니겠나. 허나 시간은 냉정한 것. 그래서 공평한 것. 근데 시간이 무슨 개구멍도 아니고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아, 쥐구멍 같은 웜홀머신 때문에 녀석이 괴로운 거구나. 그렇구나. 뭔가 했어. 허당은 무관의 제왕이요 환상머신은 미완의 바보상자였으니, 이제 정말 줄 달린 치즈 갖고 웬 여자 마음 들쑤시는 걸로는 성에 안 찬다 그거네. 극소수 숙녀 감성 부아를 돋구는 거도 재미없단 말이구만. 그래서 이제 대놓고 떡밥뿌리기를... 그렇다고 어디다 추파를 던지게. 추접스러운 사랑 생각도 말자. 우리가 아니라 걔만 그러든가 말든가. 근데 그러다 소 뒷걸음질치자 쥐 잡는 식으로, NB는 아찔한 영감을 떠올리고 말았는데. 그런데 까먹었어. 도저히 생각이 안 나. 기억나도 별거 없지. 놀라운 발상 생각해내면 어쩔건데. 그래 봐야 저질. 원래 색마구만. 굶주렸어 늑대가. 뭔 군침은 마를 날이 없어요 그냥. 그 흑심 대체 어떻게 안 되나? 또 어디다 눈독을 들여. (절레절레) 하다 하다.. 됐다. 징글징글하다. 부글부글 커피포트만 바쁘다. 근데 진공청소기는 대체 언제 써먹지? 그러다, 어? 동심을 밀고 당기며, 여심까지 쥐락펴락, 뭇남성들의 야성마저 들었다 놨다 하려다가 결과는? NB는 밀려졌다 당겨졌다 쥐어졌다 펴졌다 들려졌다 놔졌다! 그러게 능동적으로 미지의 열망을 개척해야지, 피동격으로 언제까지 탄력받을 적기만 노리는데?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래서 뭘 해도 안된다고. 걸핏하면 뭘 해도 재미없대. 당장 응큼한 착상 떠올린 게 또 뭐다? 끝장나는 여자말 번역기와 끝내주는 맨얼굴 투시선그래스를 양쪽에 끼고서...! 또 또. 봐 봐. 이거 봐 이거 봐. 이것 보라고 글쎄. 이래서 뭘 한다고, 어? 이래가지고 소망과 야망을 일망타진하겠다고? 그러니 플레이보이계에서 퇴출당하지. 그러니까 사교계에서 방출 전에 가입조차 못해. 안 그래? 변명 대회부터 허영심 잔치까지 기웃거려 봐야 별거 없다고 전해. 뭐 사랑은 없어? 핑계 들어보면 또, 똥개가 개뼉따귀 탐내 듯... 안 봐도 뻔해. 안 들어봐도 다 알지. 보나마나.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고로 NB는 고개 푹 숙인 채 역시나 사무실로 향했다. 난 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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