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78

from 소설 2020. 11. 15. 18:16

    1

    싫다 싫다 하면서도 손내민다. 우리가 왜 여자 마음 녹여주는 데 선수겠나. 못 이긴 척 끌리는 여심 쥐락펴락 일도 아니지. 농담이고. 근데 또 장조 말고 단조로 풀어볼 말이기도 하다. 남들눈 있으니 사양하는 척하면서 실속, 잇속, 개이득 다 차린다. 이따금 친구 위해주는 척 속으로는 사욕만 챙기는 불여우까지. 누구나 독무대를 원하지, 병풍은 서주기 싫지, 주인공 안시켜주면 짜증나지. 그러니까 세상사 태반이 개밥그릇 싸움. 그래서 더더욱 잔칫상 차려지든 말든 숟가락부터 올리는 식. 초대받지 않은 잔치에 가지 않아야 한단 걸 누가 모르나, 허나 괜히 잘나가는 나이트클럽 입장률이 초라할 리는 없는 법. 근데 또 이상한 게 어쩌다 행운에 묻어가는 일도 있지, 공짜술 맛난 걸 퍽 부정할 순 없거든. 그처럼 험한 세상 살다보니 억척스러워지고, 사나워지며, 거칠어지고, 닳아지면서, 또 능글능글 능글맞은 능구렁이로 대부분 귀결되는 게 인생사인데. 성격 좋은 사람이 많나? 하면 천성 따지자면 심보를 거론해 뭐하겠나. 아울러 행복의 논거 따지면 누가 밥을 주나 고기를 주나. 그럼 만족은 끝이 있을까? 딸랑딸랑 반짝반짝 뿌잉뿌잉 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는 걸로 다 끝. 싹 다 정리됨. 따라서 오락산업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누워서 떡먹기. 식은 죽 먹기. 하여 멜로드라마를 보고 영화 예고편을 살펴보니, 소파에 자빠져 TV 채널돌리기도 짜증남. 왜? 비교적 젊은층에 비해 TV시청 평균연령이 어떻다는 거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뭐라고? 뭐야! 그럼 난 이미 놀줄 모르는 부장님 연배가 되어버린 걸까? 꿈과 희망에 대한 쪼잔한 구상. 떠오를 뻔하다 말았다. 찐따네. 그래서 빡치면, 빡친 찐따! 근데 타인의 성감대를 만족시켜주고 싶다고? 꿈깨라 그래. 누가 관심있대? 나 참 기가 막혀서. 뭐 정말로 그렇다고? 거 참 아주 재미난 발상이네. 와, 재밌다. 재밌긴. 더럽게 재미없지. 그 말이 생각난다. 그런 말이 있지. 숲이 우거져야 새도 모이고 물이 깊어야 큰 고기도 모인다. 근데 그릇이 커졌다고 한 게 간장종지? 환장하겠네. 이런 덴장~! 이젠 하다 하다 혀까진 꼬인다. 그럼 뭐 언젠 수전증 없었나? 그럼 결국 허언증과 미운정 고운정 다 든 것일까?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러니까 말이야, 어? 여자는 할머니가 돼도 소녀의 순정과 숙녀의 허영심을 포기 못한다고 쳐, 근데 우리 남자까지 그래야 한다니! 이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말도 안돼지. 그럼. 그럴 수는 없다. 이건 아니라고. 
    그래서 나는 혼자서 어디로 가려고 했는데. 
    그런데 비비안이 제 발로 내게 찾아왔다. 
    아니,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온 건가? 
    뭐 꼭 대어 중의 대어라고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하나. 
    근데 무슨 용건인가 듣고보니... 설마 하니 천기누설일지도 모르고. 
    그 좋은 기회를 공짜로 알려드릴 수는 없고. 이 호기 놓치면 언제... (딱)
    일단 그 투자처, 우리의 활약상, 기가 막힌 줄거리는 나중 알려드리기로 하고. 
    딱 그렇게 나는 비비안과 함께 어떤 작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2

    당장 비비안과 발단과 전개를 동시에 뚝딱 해치운 다음. 그 달콤한 절정감이 어땠나, 당장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일단 몸푸는 의미에서 밑밥 깔고 가자. 그렇다고 아무런 의미없는 잔소리만 푼다는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다 떡밥뿌리고 공들이고 부추기고 어쩌고. 나중 보면 아아 그래서 그게 그렇게 되었구나, 라고 스스로 끄덕끄덕하는 재미가 아예 없진 않을 테니 말이다. 자, 봅시다. 
    연애사 성적표를 정말 잘 따져보면, 따져봐서 뭘 해. 그럼 뭘 하냐고, 어? 누가 알아준대? 이거 왜 이래? 누군 뭐 원맨쇼 할 줄 몰라서 안하나! 못해서 안한다. 오오 아름다운 사랑이여, 우리는 관심없거든. 근데 왜 또 그 얘기를 꺼내서...! 됐고. 소리 없는 고양이가 쥐를 잡는다. 현란한 잔재주, 멍석 깔아놓으면 이상하게 몸상태 난조. 아니면 경기운 불친절. 1단계 올라가기는 커녕 8부리그로 내려감. 미끄러지는 거지. 그래도 폭락보단 나음. 근데 심지어 옮기자마자 구단 방출. 뭐? 소매가 길면 춤추기 좋고 밑천이 많으면 장사에 유리한 걸 알면 뭐 하나. 이처럼 난 혼자만 나 잘났다 무관의 제왕인데. 괜히 아는 여동생들이 다 떠나갔을 리는 없다. 걔네가 무슨 바보도 아니고 말이다. 수캐가 암캐 따라다니듯 말이야, 이 인생 포지션에 일찍도 세계허세대회 출전을 타진한다? 차라리 동네 허영심 잔치에나 기웃거리는 게 낫겠다. 그렇다고 3류 카바레 방문카드를 만지작만지작거리면 뭘 해? 누가 반겨준대? 인생이란 자고로 운동화 신고 발바닥 긁기구만, 어? 본질은 외면헌 채 기타 등등. 좌 심심함 우 재미없음. 벤치멤바는 아무도 없어. 말하자면 이런 셈이다. 보아하니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시계 불알마냥 왔다갔다만 한다. 무료한 일상. 그럼 이제 무엇을 할까? 하지 말자. 그게 뭐든지. 그렇다면 난 정말 원하고 자시고 선택의 여지없이 오직 전진 뿐일까? 배짱부려야 할 일도 있는데 그렇다고 판세와 융통성을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일이고. 안 그래도 플레이보이의 자존심 어떻게 휴지조각처럼 길거리에 버리나. 현실주의자의 야망만 충족시키기 위함이 인생의 골자냐, 아니었다. 우리는 이상을 겨냥해야 하니까. 그래 봤자, 손님 체크카드 잔고부족이랍니다, 손님 신용카드 한도초과랍니다. 낯설지도 않다. 그렇다고 뭐 누가 졸부들 부럽대? 인기 싹 다 거품이다. 사랑? 식게 되어 있어. 술은 반취가 좋고 꽃은 반개가 좋고 복은 반복이 좋다. 연정, 사랑의 시작이 최고로 찔끔하거든. 안 그래도 UFC 애들 태반은 내가 키웠다. 요즘 뜨는 애들 웬만하면 내가 꼽아줬다고 봐도 된다. 
    근데 뭐랄까,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난봉꾼인지 농부인지 나무하러 산에 올라갔다가, 신선들이 바둑 두는 광경을 보는 동안에, 도끼 자루가 썩었다더라? 근데 그 '도끼 자루'에서 '자루'빼고 그걸 알고봤더니...... 곶감론이냐 샘물론이냐! 근데 거 증말 사람 짜증나게 아까부터 자꾸, 자꾸자꾸... 똑딱단추를 커피포트에서 진공청소기로 바꾸자. 자, 그랬는데 잘못 바꿨어. 안 바꾸느니만 못하게 된 거라고. 캬, 커피포트 바빠지네 바빠져. 나 이거 원 참 거 증말... 부글부글 절레절레! 그러다 나는 어느날 길거리에서 한 소년이 노신사를 꾸짖는 걸 보고 놀랐다. 넌 내가 뭐랬냐 그러게... 따따부따 쑥덕쑥덕 미주알고주알! 아니 왜? 알고 봤더니 그 둘은 보이스카웃 동기인데 당시 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엿봤고, 쨰는 겁나서 도망갔고. 그 시절 그랬다는데. 그 후 보이는 바와 같이 소년은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는데, 노신사는 이렇단 말이지. 그래? 그럼 그 판도라의 상자라는 게 대체 뭐냐, 어딨냐, 응 그래, 누구한테 물어봐야 그 존재를 알현할 수 있냐, 사람 무정하게 그게 뭐냐 늬들만 입이냐, 나도 좀 그 신비주의인지 환상머신인지 구경이나 합시다? ~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그 때문에 큰 거 1장 날림. 사기꾼한테 당한 거지. 이런 젠장, 뭐라고? 농담이고. 아니 근데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진짜로, 어? 버뮤다 아카데미야말로 우리가 알던 미지의 신세계일까? 식전 고양이가 생선을 보고 지나가겠나. (뽐뿌질 푸쉭푸쉭) 모스맨 리조트가 정말로 끝장나는 낙원이자 에덴 2이며 지상천국이라고? 식전 똥개가 개뼉따귀를 보고 그냥 지나갈까! 그 말 믿고 또 따라가서 어떤 서류에 서명하고 났더니 결국 나중 작은 거 1장 더 날림. 그러게... 덥썩... 농담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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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작은 거 1장 사기당한 사람이 바로 나다. 부부금슬 괜찮은 부부를 놓고 마누라 등쳐먹는 놈이네 뭐네 그건 웃자는 얘기다만. 세상에 살다 살다 내가 비비안한테 당할지 누가 알았을까? 그걸 위해서 그 시간을 공들였다니,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다. 말도 안되거든. 그럼 걘 나를 애초에 개뼉따귀로 알아보고서 접근하여 친해지기 전부터 목표물로 점찍었다는 말이잖아. 허명이라는 꼬리표 떼기가 이렇게나 힘들다니 예전엔 미처 몰랐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만, 아니 놈이 아니라... 넘어가자. 그러게 환상머시기잡지에서 경리할 때 알아봤어. 거기 가끔 들리는 경쟁사 영업사원이 (조용조용히 우리끼리만 있다고 치고) 걔 따먹을려고 공들이다가 큰듯 작은 듯 1장 날렸잖아. 그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후회, 인정. 미련? 당연지사. 우리는 패전과 친하니까. 그렇다고 당했는데 패인을 분석해 뭘 하나, 해야 한다. 1장 또 날리면 안되니까. 이젠 더 날릴 뭣도 없다. 머리카락 날라간... 친구 앞에서 대놓고 웃지나 말아야지. 그러니까 자세한 내막은 더 이상 논하지 말잔 말이다. 아 글쎄 제발 쫌! 세상 사람들 다 들어보소 라는 논지는 아닌데. 그게 또 이상한 게 나도 나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이상한 팔랑귀 있으면 나와보시오! 나보다 더 추접스러운 궤변가 있으면 말이오. ~라고 큰소리 떵떵쳤는데 글쎄... (손차양). 괜히 자발마 타셨구만 그래. 이 사람 큰일낼 소리 남발하셨네. 큰일날 양반이라고, 어? 입에 풀칠은 하고 살고, 옷 따뜻하고 등 따순대 뭐가 걱정이라고 거 무슨 허세를. 그럴 게 아니라, 응? 여기서 나보다 더 돈 많은 사람 있으면 나와봐, 그랬어야지. 쯧쯧쯧. 아니다. 그건 보나마나 뻔하니까. 그럼 결국 우리 가운데 돈 제일 많을 거 같은 사람이 누구로 보여요? 바텐더에게 첫손 꼽힌 기억 대체 몇 번을 우려먹나. 그래도 그녀가 사람 볼 줄 아네. 하여 당시 걔가 고급스럽게 나한테 꼬리친 거나 다름없어. 근데 내가 걔 꼬시는데 나한테 안 넘어오고 어떻게 배겨. 만나서 3일 만에가 다 뭐야, 만나자마자 신혼여행 떠남. 그럴 수도 있었는데. 내가 걔 봐준 거지. 허나 그 안목 믿고 만약에 나랑 결혼했으면? 꽝! 노잼. 노행복. 불행. 체념. 실망. 절망. 좌절. 허당. 허망. 허영. 허세. 가난에 한맺힐지도. 전생에 커피 못 마셔 뭔 한이 맺혔나... 그래서 커피 사주기 1등 하면 뭘 해 다 떠나갔는데. 어쨌든 여자는 남자 잘 만나야하다. 남자도 그렇고. 아니 근데 내가 생각해도 정말 과하다. 많이 심하네. 대체 그 얘기 몇 번을 우려먹냐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미쳐버리는 거지. 돌아버릴 수밖에 없거든. 근데 또 안 들을 수는 없고. 귓구멍을 어떻게 매꾸나. 세이렌의 유혹 무시못하거든. 뿐만 아니라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도... 여자 마음만 그런가? 싫다 싫다 하면서도 손내민다. 하여튼 말이야 허접한 쪽대본인지 뭔지 여성잡지2 애호가 생각들 좀 하자. 한두 번도 아니고, 한두 살 먹은 꼬맹이도 아니고. 도대체 뭐 천번 만번 그 얘기 계속 하려고? (절레절레) 증말 징글징글하다. 바텐더한테 낙점 못 찍혀본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내 참 더러워서... 귀청따갑다. 하긴 당시 어쩌면 왠지 모르게 불쌍해보여서일 수도 있어. 친구 여자친구 말마따나 당시 가련한 예술가 타입이었거든. 그래도 말이야 고급술집 별로 안 다녀봤는데, 나름 정복에 나비넥타이에 그런 여바텐더가 흔치는 않지. 그래서 오늘도 우리 상남자들 으쌰으쌰 동네 바로 몰려가는데. 여자 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뭐? 넘어가고. 어쨋든 이 정도 했으면 몸 풀었으니까, 뭐 안 풀렸다고? 이 사람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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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1문단은 따분하던 참에 마침 비비안이 제발로 찾아와 솔깃한 제의를 건냄. 동참. 진행. 
    다음 2문단은 비비안한테 벗겨먹혀진 얘기. 제대로 농락당한 셈인데. 그걸 차마 창피해서 발설할 수는 없고. 
    일단 여기까지가 1문단 2문단인데. 이게 뭐야, 어? 아시다시피. 육로로 접근 불가, 공중으로 보여주는 둥 마는 둥만 하고 땅 매입. 결과는 뻔했음. 애연가들과 친하던 방탕기에 비타민 담배 어쩌고저쩌고한테도 1장 날림. 뿐인가? 봐 봐 이거 보라고 글쎄. 수영선수는 기초대사량이 높다, 하여 막 1주일 기본운동만 하면서 남들만큼만 먹어도 살이 5KG~10KG 저절로 쑥쑥 빠진다, 선생 생각해보시오 그런데 여자들이 부러워 안하겠소? 미쳐버리는 거지. 근데 여기서 중요한 점. 그래 봤자 수영선수는 물 속에서 살 수 없소. 단지 물 언저리에서 깔짝깔짝 규칙적으로 운동만 할 뿐. 근데 생선은? 네? 생선은? 태어나서 영면할 때까지. 그래서 생선이 불포화지방산 어쩌고저쩌고 몸에 유익하다고 하는데요. 여보시오 생각 좀 해보란 말이오. 근데 생선이 사람 몸에 안 좋겠소? 짜게 먹는 식습관이 나쁜 이유, 각종 성인병 어쩌고저쩌고 그거 모르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소. 근데 또 유전자발이란 게 왜 없겠나 이 양반아. 유뷰버들을 보시라 그 말씀. 먹방 bj 살 안찌는 이유? 그래도 거긴 인간계. 어? 어디 인간계가 생선한테 명함을 내밀어 내밀긴...! 그러니까 제 말은, 우리 생선님들을 보시라구요 제발! 경제학계에서 민물파 짠물파 뭐 우리가 걔네들 머리꼭대기에서 놉니다 그려. 허허허. 쥐었다 폈다 일도 아니라니까 말도 마시라니까 글쎄. 바다물고기가 대체 왜 성인병에 안 걸리겠소? 일평생 짠물에 젖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인 생선들 수명을 보시라 그 말씀.  더더군다나 네? 자, 봅시다. 차마 셀 수 없는 물고기수, 인구수는 쨉도 안됨. 상대를 어떻게 해. 민물 피래미만 1000억 마리 곱하기 몇인데, 민물 피라냐만 따져도... 그거 따따블 아닐 거 같소? 근데 물고기 종류가 얼마나 되겠소. 그거라고요. 찬찬히 규모를 생각해보시구료. 천문학 저리 가라라고요. 굳이 대기권 너머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근데 그분들은, 바다물고기들 배설물이 뭐 안 보이는 데로 가나? 그거라고. 뿐인가? 그 뿐만이 아니라, 오대양 육대주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들. 알게 모르게 영구히 누줄되는 액체 고체 기체. 그게 다 어디로 갈까?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름. 전부 누적됨. 어디에서? 바다에서! 싹 다 그쪽으로 모여듬. 친환경 어쩌고저쩌고, 손떼 묻은 가죽 겉표면... 가정용품 겉면... 갠지스강 어디 어디... 서서히 닳아지고 벗겨지고... 그게 다 바다로. 오대양 육대주 (간결하게 숫자 끊어서 말했을 때) 100억명 + 돼지 1년 도살량 세계 총합 100억마리? 소 피, 닭 내장, 새똥들... 그게 다 어디로? 영구적으로. 끊임없이. 영원히. 그 모든 것이. 근데 또 이상한 게 대양백합조개 507년, 그린란드 상어 400년, 북극고래 200년~250년, 붉은성게 200년, 갈라파고스거북 177년, 갈퀴볼락 157년, 호수철갑상어 152년... 그렇다니까요. 물속 어디만큼만 들어가도 수압 때문에 야구공, 럭비공, 농구공... 어떻게 되는지 아시오 모르시오! 근데 심해어는? 걔네들 뿐만이 아니야. 또 수중 아가미 호흡은 물론 육지로 나와서도 3일 동안 폐호흡이 가능한 민물고기가 있는데, 가물치래나 뭐래나, 생선 같이 생긴 놈이랑 여자랑 연애하는 영화의 힌트라도 된단 거야 뭐야. 하여튼 물고기들이 진짜 독종이네. 생선 걔네 징한 것들이구만 그래. 자, 이와 같은 배경지식을 감안한다고 했을 때. 왜 생선이 몸에 좋겠나 이 양반아. 자, 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DHA, 오메가 3, 효소, 아연, 뭐 뭐... 건강보조식품도 있고 그럭저럭 괜찮을 수도 있는데. 
    결국 난 그 말 듣고 또 3장 날림. 그게 뭐 자랑이라고...! 넘어가자. 증말 징글징글하니까 말이다. 





    4

    나는 아지트에 들렸다. 아니 아지트 들리기 전에 줄거리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는 켄트를 만났다. 켄트도 나처럼 비비안한테 당한 입장. 
    우리는 갑자기 친해졌다. 비비안 행적을 찾아냄. 
    켄트는 2장 난 1장 비비안한테 떼였음. 우리는 걔 뒤를 밟았다. 
    그 결과 쫓다가 쫓다가 간발의 차이로 놓침.
    또 다시 쫓다가 쫓다가 간발의 차이로 놓침.
    그러다 아지트에서 나와 켄트는 로이를 만남. 말하자면 비비안 내막을 알게 됨.
   「너네가 왜 비비안을 붙잡지 못하는 줄 알려줄까?」
   「너 뭔가 아는 거 있어?」
   「구미가 댕기는 거 보니, 얘가 치즈고 난 줄이니?」
   「빙빙돌리지 말자. 알고 싶어 아님 듣기 싫어?」
   「누가 싫대!」
   「너 왜 갑자기 목소리가 커지니? 너 화난 거 같아.」
   「내가 지금 조용하게 생겼냐? 그러고 보니 로이 너도 비비안한테 물렸냐? 2.5배 정도 불려서 건질려다가 너도 덤탱이썼냐고.」
   「그 사실 먼저 말할까 아니면 비비안은 내 손바닥 위에서 논다는 진실 먼저 알려줄까. 말만 해.」
   「그걸 말이라고 하니? 당연히, 뭐 해 말하지 않고. 우리끼리 이러기냐, 어? 너도 허영심대회 단골 출전중이냐?」
   「그걸 늬가 어떻게 알아?」
   「진짜라고?」
   「농담이지. 너 못보던 사이에 꽤나 순진해졌다. 응?」
   「내가 소심하든 쪼잔하든 주제에서 벗어나지 말자. 그렇다고 내가 옷을 벗을 수도 없잖아. 안 그래?」
   「늬가 옷을 왜 벗어? 볼 게 뭐가 있다고.」
   「뭐 임마?」
   「워 워 워. 너넨 나이 먹고 이게 뭐냐, 어? 우리가 아직도 이렇게 놀아야 하냐? 누가 촌놈 아니랄까 봐.」
   「촌닭, 사둔 놈말 하지 마셔. 너야말로 허당 중의 허당. 아니. 허당 중의 상허당이니까.」
   「자, 잔소리 그만 하고. 바로 말할께. 왜 비비안이 너네를 그처럼 쉽게 따돌린다고 생각하니?」
   「뭐 우리한테 위치추적장치라도 붙여놨단 말이야?」
   「그건 기본 아니겠냐.」
   「그럼 설마... 걔가 우릴 따라다니고 있다고?」
   「빙고!」
   「넌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데?」
   「비비안은 여자 아니냐? 여자가 뭘 좋아하는데. 스타킹을 애용할 수도 있고 취미가 남다를지도 모르지. 근데 중요한 건 생활필수품 없이 어떻게 사니.」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걔가 입수하게 될 생활필수품. 거기다 트로이의 목마를 심어놨어. 엑셀 파일 보여줄까? 근데 어떻게 걔가 내 손바닥을 벗어날 수 있겠니.」
   「진짜냐?」
   「그럼 이게 장난이니?」
   「그래도 너네들 너무한 거 아니니. 시트콤 놀이치고 너무 심하잖아!」
   「뭐 심해? 아니 잠깐만. 너 비비안한테 얼마 투자했어?」
   「나? 스타벅스 점원 주급 정도?」
   「투자야 아니면 단둘이 커피 마신 거야.」
   「단둘이 커피 마신 거. 그럼 너는? 또 너는?」
   「난 스타벅스 점포 2채쯤 되겠다.」
   「나는 스타벅스 우선주 10%로도 부족할 거야.」
   「」
   「」
   「」
   「속 터놓고 말하자. 너 여기서 빠질 꺼야 말 꺼야. 응? 솔직히 말해줘. 그랬으면 좋겠어.」
   「너넨 내가 의리도 뭣도 없는 놈인 줄 아냐? 나 존나 카리스마 있어. 알아? 이거 왜 이래, 어?」
   「그럴 줄 알았어.」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그럼 이제 우리 수사본부 어디다 막 설치하고 그러는 거냐?」
   「얘 봐 봐. 드라마 너무 많이 봤네. 수선 떨 거 없어. 내 블로그 방문해서 비비안 관련 파일 받아가. 그럼 모든 걸 알게 될 테니까.」
   「너 영화 찍냐? 우리가 우습게 보여?」
   「어. 많이. 심하다. 누가 요즘 촌스럽게 옛날 각본대로 노냐! 어? 너 아직도 가죽점퍼 입어보고 싶은 마음, 여전한 건 아니지?」
   「늬가 뭘 안다고! 패션은 늬가 꼴등이야. 알아?」
   「알긴 뭘 알아. 늬가 뭘 좀 모르네. 나 엇그제 패션잡지 인터뷰하고 왔어.」
   「그 잡지 안 봐도 알만하다.」
   「그건 그거고. 그러거나 말거나. 응? 그러든가 말든가. 근데 넌 핑클파마가 뭐냐?」
   「넌 머리 까고 다니니까 정말로 돈 들어오든? 너나 잘해.」
   「잘하고 있어. 그래도 이모냥인데 나더러 어쩌라고. 그러는 넌! 남자가 빨간머리가 뭐냐?!」
   「너... 너 소개팅 안 시켜줘. 로이랑 나랑 2 대 2로 만날 꺼야. 넌 빠져.」
   「안 가. 관심없어. 누가 끼워달래?」
   「에이~ 아닌 거 같은데? 나중 딴말하기 없이다.」
   「내가 너네랑 같냐. 누가 소개팅 하고 싶대? 요즘 애들 소개팅 안 해. 그러니까 너네들이 아직도 혼자지.」
   「뭐가 어째? 그러는 넌!」





    5

    헤라클라스를 옛날에 내가 업어키웠는데. 근데 난 왜 지금 가난할까? 클레오파트라가 제발 한번만 만나달라던 애청 거절하지 말 걸 그랬나! 하긴 미켈란젤로가 조각할 때 나 다비드는 모델서느라 개고생했다. 모나리자의 첫사랑이 바로 나라는 걸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를 텐데. 어쨌든 난 기저귀 찰 때부터 재미없는 운명과 심심한 배역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나 할까? 뻥이다. 아니 진짜다. 난 엄마 뱃속에서 온갖 가전제품 발명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 파리들 날개소리가 들린다. 타원형 궤도를 자랑하는 핼리혜성, 내가 부른 것이다. 뻥이다. 난 어쩔 도리 없이 허당임에 틀림없다. 영락없는 찐따네. 그래도 뭐랄까 플라톤을 따금하게 혼내던 때보다 비너스 꽁무늬를 쫓아다니던 호시절이 그립다고나 할까? 미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꽃 들고 우리집 앞에서 기다리고 어디든 내가 가는 덴 졸졸 쫓아다녔다. 나는 걸어다니는 우머나이저다. 난 현존하는 터미네이터지. 정말로? 뻥이다. 개뻥이다. 노잼. 참 나 웬만하면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여성환상 1.5 여직원들 태반이 날 좋아한다. 걔네들이 남몰래 밀월여행 가잔 거 정말 간신히 참았다. 물론 뻥이다. 뭘 해도 재미없다. 솔직히 말해서 더럽게 짜증난다. 말이 그렇단 거다. 환상머신병도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근데 어떻게 웜홀머신을 완성하나. 못해. 안해. 뭐 하러 그래야 하나? 싫어. 귀찮다. 빡친다. 뚜껑 좀 닫으라 그래. 안내켜? 싫음 말어. 조용히 해. 듣기나 하라고. 저리 비켜. 뭐야, 아무도 없잖아. 그러게. 그야 어떻듯 나는 공상이 지겨워졌다. 상상과 허풍 짜증나서 못해먹겠단 말이다. 말이 좀 심했다만 지금 여기 나 말고 누가 있어. 아무도 없다. 누구도 몰라. 어차피 믿든 말든 난 무명. 좋든 싫든 팬클럽 없는데 저급한 말 남발한다고 누가 옐로카드 내밀지도 않는단 말이다. 농담이고. 더 이상 어리광떨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따라서 나는 곧장 아지트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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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트는 그날 따라 고풍스러운 분위기 일색이었다. 
    Rossini / 오페라 <라 체네렌톨라> 6중창 “이제야 모든 것이 밝혀졌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처음에는 북적거렸는데 슬슬 붐비던 아지트에 단 몇 명만 남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 나는 저기 저쪽에서 켄트, 로이, 비비안이 떠드는 걸 목격했다. 아니, 맙소사, 이럴 수가! 
   「이게 누구신가, 우리 마법사 나리 아니신가!」
   「마, 뭐? 누가 나보고 법사래? 그냥 법사 친구쯤으로 해주면 안될까?」
   「안될 게 뭔가. 그럼 내가 마법사하면 되겠네. 안 그래도 그 문제로 자넬 만나려고 했는데. 호박마따나 제 발로 찾아오셨다. 이 무슨 숙명적인 만남인지.」
   「뭔데 그처럼 분위기를 잡고 그래? 지금 영화찍냐, 내가 일부러 오디오 안 겹쳐주니까?」
   「묻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닐 텐데? 알고 있어. 궁금할 거야. 짐작이 안될 테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하거든. 안 그래? 그럴 수 밖에. 난 비비안한테 1장, 로이는 거기다 0을 하나둘 붙이면 될 텐데. 저번에 말했던 그 사연을 뒤로 한 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딱) OK~ 말할께. 알려는드릴께. 아니, 모르면 안되지. 우리가 어디 보통 사이인가? 근데 또 자네가 의심이 많단 말이야. 봐 봐, 벌써부터 의뭉스러운 그 표정. 캬~ 예술이야! 딴 게 예술이면 좋을 텐데. 뭐야, 너 또 진한사랑 떠올렸냐? 대체 말릴 수가 없다. 뭐, 나도? 난 아니다. 난 아니야. 내가, 너냐? 그러니까 일단 들어나 봐. 듣고 보면 자연스럽게 수긍될 테니까 말이야. 속단하지 말고 뭔가 숨겨진 줄거리를 예상해봐. 그래 봐야 추리할 뭣도 없을 테지만 말이야. 허허허. 뭔 이런 식으로 입담 털자면, 너나 나나 잠 안 자고 1주일 내내 떠들 위인들인 건 부정할 수 없는데.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요점만 말할까? 그러자. 나도 입 안 아프고 자네도 피곤하지 않고. 
    그래. 비비안과 우리는 알고 봤더니 같은 클럽이었어. 무슨 클럽? 우리가 지금 밀라노 더비에 유니폼 챙겨입고 따라다니리? 그렇게 투우장 찍고 런던까지? 나이가 몇살인데. 요컨대 말할께. 단언컨대 우리는 일루미나티야. 왜, 못 믿겠지? 니들이 애냐, 아직도 그런 걸 믿냐, 어떻게 보이스카웃 과정은 뗐냐 어쨌냐. 알아. 안다고. 허나 진실인 걸 어떡하냐. 또 저번에 말했던 1장 털렸다는 둥 2장 날려먹었다는 둥. 설마 믿은 건 아니지? 혹시 해서 말하는데 너 또 속았을까 봐 말이야. 만약 그랬으면 넌 진정한 찐따 중의 찐따임이 증명된 건데. 아니면 좋고. 설혹 그렇더라도 우리가 널 제야의 고수로 만들어줄께. 그게 가능하냐, 가능하지. 근데 아직 못 믿기지? 못 미더우니 당연하겠지. 그럼 증명해줄까? 증거는 차차 하나둘 발견하는 재미를 위해 남겨놓기로 하고. 자, 간다. 자, 봐 봐. 집중해. 빠짝 전신차려. 어? 긴장 풀지 마 이 친구야. 보시라니까 글쎄. 
    (그와 동시에 카페 음악은 바꼈다. Verdi /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축배의 노래")
    (그러면서 뭔 포코를 꺼내더니 자신의 어깨 아랫부분 팔 부위를 푹 찔렀다)
    (그 결과 분홍색 액체가 흘러내리는데)」
   「야 켄트. 너 아직도 이러고 노냐?」
   「얘가 얘가, 얘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이거 장난 아니야. 어?」
   「그럼 난 개뻥에 쉽게 속아넘어갈 뭐 허당처럼 보이냐?」
   「여기서 말해둬야 할 것은, 2탄!」
    그와 동시에 또 다른 포크를 꺼내더니 로이도 켄트처럼 자기 팔뚝을 푹 찔렀다. 그랬더니 걘 초록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너 케찹에도 뭔 장난을 했냐? 너 내가 아직도 바보로 보이냐? 어? 이거 왜 이래? 수준 떨어지게 이게 뭐냐? 너네 인형극 찍냐?」
   「자기야, 오빠. 오빠 근데 왜 나 한번도 안 쳐다봐? 오빠, 나 좋아해? 나 비비안이야. 난 오빠한테 비너스가 되어드릴 수도 있고, 아르테미스로써 이처럼 윙크도 해드리지. 근데 왜? 오빠가 우리 존재를 바로 알도록 하기 위해서. 자, 간다.」
    그러면서 비비안을 포크를 꺼내더니 내 엉덩이를 푹 찔렀다.
    그러자 처음에는 보라색빛, 중간에는 청록색, 끝으로 노란색으로 그 액체는 색상이 바꼈다. 
    끝까지 의심하려고 했으나, 나는 결국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6

    1시간쯤 잤을까? 소파에서 깨어났다. 아, 이 음악은... Carl Heinrich Graun / 오페라 <Il Mithridate> “영광이 그대를 부르노라”. 바텐더가 알려줬다. 노래 제목을 알려준 게 아니라, 그 친구들 갔다는 걸 알려줬다. 그러면서 웬 봉투를 전해주었다. 깨어나면 전해달래나! 봉투를 열었다. 약도가 있었다. 일루미나티 지점이니까 찾아오라는 말이구만. 또 뭔 약을 팔려고? 안 속아. 누굴 바보로 아나! 그래도 속는 셈치고 한번 들려볼까? 그럴까? 그럴까 말까! 그러지 말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니다. 됐다. 난 그처럼 일단 미루기로 했다. 당장 결정하지 않고 유보. 즉각 넘어가면 왠지 찐따 취급받을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너무 냉정해도 거꾸로맨 같고. 그렇다고 적극적인 동참까지는 아니나. 관전평 대신할 사람을 찾기도 뭐허고. 그러므로 최근 형편 그만그만해서 소비습관이 한발 늦는 것처럼 일주일 미루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난 뭘 했겠나. 뻔할 뻔자지. 
   <공상 내용은 칼럼으로 넘김>
    자, 그럼 이제 '켄트-로이-비비안'이 초대한 일루미나티 본부로 쳐들어가볼까? 보나마나 부업으로 쇼핑몰 준비하거나, 지들 전시회 상의하거나 뭐 보기는 몇 개 안될 것이다. 하나마나 객관식 문제. 그렇게 나는 그곳으로 갔다. 





    7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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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는 그럭저럭 이상하지도 더럽지도 않음. 나름 괜찮음. 썩 나쁘지 않단 얘기. 근데 저쪽에서 뭔 요상한 소리가 들리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소음. 근데 실제로 듣기는... 그래서 딱 거기까지 갔는데. 
    와우! 창문 틈새로 엿보니 켄트와 비비안이 어떤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다정하다 다정하다. 부드럽다 부드럽다. 진하다 진하다. 껴안는다 껴안는다. 뜨겁다 뜨겁다. 흥분된다 흥분된다. 키스한다 키스한다. 깊다 깊다. 더럽다 더럽다. 추접스럽다 추접스럽다. 거기까진 약과다 약과다. 이제 슬슬 쟤들은 더워진다 더워진다. 내가 아니라 쟤들만 신났다 신났다. 그래서 그래서...... 그렇게 자세를 바꾸려던 찰나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얻었다. 집은 손의 감촉으로 보건대, 누군지 느낌으로 대충 알만했다. 로이였다. 나는 썩 놀라지 않았다만 걘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지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다. 더럽게, 화장실 갔다 와서 손 안 씻고...! 어딜...! 이 자식이...! 아, 맞다. 그 전에, 옷을 벗기 전에 나는 잠깐 환영을 보았다. 그 환상 지금도 믿기지 않는데. 그런데 진짜였다. 그건 무엇이냐, 바로 켄트의 머리는 곰으로 보였고 비비안의 머리는 토끼로 보인 것이다. 머리만 말이다. 그럼 뭐 내 대가리는 앵무새? 뭐 저급한 어법으로 새대가리? 뭣이 어째? 아, 혼자 생각이구나. 어쨌든 그랬는데. 
   「우리가 마법사라는 걸 알겠니?」
   「그럼 난 마법사 할아버지게?」
   「너 정말 일루미나티 기밀을 알고 나면 그거 감당할 수 있겠니? 걔네가 널 가만 놔둘 거 같아?」
   「내가 언제 알고 싶댔냐? 얘네 가만 보니 친하게 지내면 안되겠네. 저 상태 많이 안 좋아. 너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니?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는데. 데려와봐, 내가 교육시켜줄께. 이것들이...! 아, 잠깐.」
    난 들켰든 아니든, 의도적이지 않았다... 변명거리를 생각하면서 정황을 가늠했다. 근데 돌아보니 켄트와 비비안은 사라졌다. 그 대신 사각형 상자와 원형 쿠션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쟤들 대체 어떻게 사라진 거지? 난 그걸 로이한테 물어볼려고 고개를 돌렸다. 근데 로이도 없어졌고, 그 자리에 사각형 상자만 남았다. 근데 또 이상한 게 내가 입고 있는 옷 문양은 세모네모...잠옷. 귀찮아서 안 갈아입고 안에 입고 왔는데. 느낌 쎄했다. 더운땀은 날 뎁혀줬다. 흥분감은 분위기를 띄웠다. 고조된 신비감 때문에 난 어딘가 모르게 무서워졌다. 더 이상 얘네들과 얽혔다간 빠져나오는 데까지 상당한 값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감, 날 당장 집으로 도망가게 만든 것이다. 





    8

    어린애 고추가 크면 얼마나 크랴! 호기심 측정한 다음 모험심 만족시키면 되지 어려울 거 없다. 허나 야망이 뭐 사랑놀음처럼 나 잡아봐라 그러겠나. 허당의 맹활약,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하여간에 말이야, 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허당들 망신은... 쉿! 누가 알까 두렵다. 애들 볼까 겁난다. 허세대회 예선탈락이야 익숙하나, 그녀들한테 어설픈 허풍 안먹힐까 무섭단 말이다. 대체 그녀들이 누구인가는 몰라도 말이다. 농담이고. 그래도 우리는 믿는 구석이 있다. 대타 왜 없겠나. 꺼내들 카드가 바닥났어도 다 방법이 있다. 이처럼 궁지에 몰릴 때 기용할 수 있는 단 몇 개에 불과한 비책. 그게 뭐냐, 일단 사실만 말하자면 이렇다. 관용어법으로 말했을 때 나는 돈을 손에 쥐었다. 근데 거금이 아니라 푼돈이다. 그래도 나는 상상력과 친하다. 그래서 놀라운 영감을 떠올렸다. 근데 그건 밑도 끝도 없는 잡생각으로 판명났다. 세상에 나보다 더 답답한 양반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나 말고 또 누가 있겠어. 근데 정말로? (손차양) 고개 푹 숙여진다. 미안. 송구스럽다. 죄송하지 왜 아니겠나. 절로 뒷머리 긁적거릴 수 밖에. 참으로 탄복할 따름. (절레절레) 허나 남자가 배포가 그게 뭔가. 소심해서 어디다 쓰게. 비실비실 매가리 없는 남자 어느 여자가 좋아하냐고. 썩 실할 줄 알았는데 퍽이나 부실한 게 들통나 봐. 상상 되고도 남는다. 그렇지만 구태여 게임 시작도 전부터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된다. 자, 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지겹다. 짜증난다. 솔직히 말해서 애들말마따나, 빡친다. 그래서 이젠 뚜껑 열리든 말든 상관도 안한다. 그래. 그렇다니까 글쎄. 그래? 아니다.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다. 심심함 쯤이야. 재미없음이 뭐 대수야? 권태롭지 않은 어른은 없어. 누구나 조금씩 외롭다고 봐도 된다고. 그럴 수 있다. 근데 뭐 NB? 뭐 그런 놈이 다 있어, 완전 바보 아냐! 뭐야, 근데 그게 나잖아? 이런 덴장. 이젠 발음도 꼬인다. 이런 젠장. 그러게, 어? 고수면 고수답게. 당대 최고의 테니스 1인자들. 축구계의 거성들. 걔네들처럼 큰물에서 놀아야지 동네축구 조기축구에 기웃거려서야 쓰나. 어물전에 있으면 비린내가 몸에 밴다. 그래서 자신있게 1부 리그로 진출하고자 하는데, 그래 봤자 러브콜은 백날 기다려봤자 조용하다. 사랑은 없어? 그럼 뭐가 있는데! 그렇다고 뭐 언제는 뭐 챔피언 대우 받고 컸나? 우리가 언제 지명방어전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냐고. 어차피 제야의 해결사, 무관의 제왕, 은둔형 풍운아. 홈런 칠줄 몰라서 안 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일부러 뻔트를 애호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하여 바라건대... 풍향계를 보고는 있는데. 일단 애마가 마음에 안들어. 그래? 그러라 그래. 누가 꽃들이 부럽데? 진공청소기 일도 아니다. 뻥이다. 싫증난다. 지겹다. 지루하다. 허언증 짜증난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라고. 
    따라서 나는 무작정 시내로 나갔다. 사람 많은 데로 가면 어딘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왠지 모르게 어떤 숙녀의 눈빛을 받으면 그녀를 꼬셔버리는 거지. 농담이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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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그렇게 나는 시내에 도착했다. 네온사인. 평소보다 인파는 덜하지만 사람들 걷는 모습.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친구들끼리 웃고 떠들고. 어쩐지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으면서 흥분감도 자길 말리지 마라는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나는 사람들 얼굴이 막 ○, □, △로 보이는 걸 느꼈다. 난 생전 그런 환각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드라마 대사마따나 약에 취한 것도 아니었다. 근데 이건 대체 뭐지?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또 뜬금없이 저분은... ♤. 멀어져가서 이제 한숨을 푹 쉬었는데 또 다시 이분은... ♧! 뭐야? 그럼 그러다가... 으흐흐... 흐흐흐... 느닷없이 얼굴이 ♡로 보이는 여자를 꼬시면 되는 걸까? 이젠 정말 후배들한테, 쟤네들 이 형이 다 꼬셔줄께, 라면서 큰소리 떵떵쳐도 되는 거냔 말이다. 아, 지금 그 얘기가 아니라. 얼굴이 ♡로 보이는 여자와 난 사랑에 빠지는 걸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난 미치지 않았는데 이게 대체 뭐지? 단 이렇게 생각했다. 긴말 필요없이 일단 후퇴하자고.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9

    다음 날이 되었다. 낮에 일하고 퇴근시간이 되었다. 근처에서 적당히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저녁식사를 때웠다. 오늘도 몇 명 봤다. ○□△! 그렇게 며칠이 경과했다. 
    이건 뭐랄까 혈액형처럼 약간 나뉘는 원그래프인 듯 했다. ○□△ 그리고 ◇♤♧♡! 물론 전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럼 외국인은 후자로 보였나? 하면 아니었다. 뭔 뚜렷한 방정식에 따르는 게 아니라 지 맘대로 들쑥날쑥한 환각인 것만 같았다.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하는 섬망. 뭐는 감추고 뭐는 알리랬던가. 이 망상 난 어딘가에 털어놓으면 그 다음이 있을지도 모를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양대 잡지사에 가서 상담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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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이미지 트레이닝 아니야? 얼마나 노력했으면... 그 얼마나 대단한 연습을 거듭했으면... 쯧쯧쯧!」
   「넌 오빠한테 그게 할 소리니? 근데 일리 있어. 그럴 수 있겠다. 그거 꽤 논리적인 추리 아닐까?」
   「그러게. 듣고 보니 꽤 설득력 있는데. 너 한 건 했다. 어디서 실한 놈 물어오지는 못해도 말이야.」
   「내가 봤을 때 저건 뭐랄까 텔레토비 증후군이라고나 할까?」
   「오빠. 행운의 여신을 한번 믿어보지 않겠수? 여기서 뭘 기대하시나 그 말이야. 그치? 그치? 그렇다니까 글쎄.」
   「오빠. 이 가운데 누구 ○□△로 보이는 사람 없어?」
   「없어.」
   「근데 있는 게 좋은 거야, 없는 게 좋은 거야?」
   「너 한번 생각을 해봐라. ○□△ 말고 ◇♤♧♡도 있댔어. 그럼 하트 뿅뿅이 뭘 뜻하니? 어?」
   「저 오빠 고개 푹 숙이고 있는데 넌 어따대고 윙크하니? 야, 너 징그러워. 나대지 마!」
   「너나 나대지 마. 어디서 깝치긴 깝쳐! 여기가 어디라고...」
   「늬들 장난치지 마. 둘 다 조용히 해. 시끄럽단 말이야. 내가 더 시끄럽나?」
   「오빠. 근데 혹시 ○□△로 보였던 사람들 나중 어떻게 됐는지 엑셀표로 결과 모아봤어? 그거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야. 왜냐, 내가 아는 용한 점쟁이를 소개시켜줄 거거든.」
   「그쪽이 아니야 이건. 내가 아는 꽤 괜찮은 학자가 있는데, 오빠. 오빠, 내 말 들어?」
   「저 인간이 지금 제정신이겠냐. 늬 말은 나도 정신사납다. 알어?」
   「늬가 뭔데 끼어들긴 끼어들어? 너도 우리 오빠한테 꼬리치냐?」
   「내가 너냐? 난 아무한테나 꼬리치지 않아. 너 그냥 확 불어버린다. 응? 고개 숙여!」
   「난 겁나지 않아 폭로전! 우리 한번 시작해볼까?」
   「자, 여기까지. 오빠, 들었지? 오빠 때문에 애들 일도 안하지, 말다툼 달아오를 듯 말 듯 하지. 그러니까 남자가 있어야 한다니까 (절레절레) 여자만 있으니까 (쩔레쩔레)」
    나는 여기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로 보이는 얼굴을 엑셀에 기록해보는 거 왜 생각 안해봤겠나. 
    하기도 어렵고, 뭔 미친놈처럼 그거에만 매달려서 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걸 해서 좋은 그 다음을 알게 되면 좋은데. 만약에... 그 어떤 공포심이 선명한 불운으로 판명난 현상을 알게 되면. 그땐 어쩌라고. 이걸 정말 어쩌면 좋을까? 라면서 나는 며칠 더 지켜보기로 했다. 





    10

    나는 평소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검색해봤다. 얼굴이 ○□△로 보이는 증상. 사람 얼굴이 ○□△로 보일 수 있나? ○□△ 관상. 세련미 백치미 앙칼짐 ○□△...... 검색하다 지쳤다. 괜히 했다. 설마 내 잠옷 때문일까? ○□△ 모양이 눈에 띄는 초딩 스타일 잠옷. 그게 무슨 요술복도 아니고. 말도 안돼! 그게 어디 말이 되냐고. 어? 그럼 대체 뭐지? 하긴 최근 좀 잠잠해졌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도날드가 □로 보이길래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복권에 당첨됐어. 1등은 아니지만 말이야. 또 한량 멍키스패너 포르토피노가 △로 보이길래 또 뭔가 수상쩍다 했는데 글쎄 걘 그냥 취미만 바꿨어. 조지가 △로 보였는데 걔 이혼한 건 그 이전이고. 그러면 ○□△가 혹시 후속타? 영험한 전조일 리도 없잖아. 젠장 하나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시간만 흘러갔다. 귀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 내가 요정일까? 나는 법사가 아니다. 내가 왜 마법사야. 난 아니야. 물론 난 악마도 아니다. 내가 왜 샤넬, 크리스찬디올, 캘빈클라인 컬렉션, 에르메스...를 안 입는 줄 아시나요? 프라다를 입으면 악마라고 할까 봐. 그래서 내가 여자를 안 만난다. 농담이고. 바로 그때 핸드폰 어플 메시지가 왔다. 뭐지? 
   「내 주변에 늬 가운데가 □로 보인다는 사람이 있어.」
   「그건 또 뭔 소리야?」
   「그게 나야.」
   「뭐?」
   「뻥이야.」
   「장난치지 마. 그럴 기분 아니다. 너랑 놀아줄 시간도 없어. 딴 데 가서 알아 봐. 내가 아직도 너 여자 꼬셔줘야 하리?」
   「나 어제 꿈꿨어.」
   「」
   「뭔지 안 궁금해? 그럼 듣기나 해. 닥치고 들어. 재밌으니까. 좋게 듣기만 하라고. 어? 왜 대답이 없어?」
   「내가 늬 남자친구냐, 아니면 늬가 내 마누라냐! 응? 사랑스런 여편네면 그 잔소리 듣기 즐겁기라도 하지. 어?」
   「곧장 말할께. 꿈에서 말이야 나는 초능력자야. 저번에 늬가 막 사람들 얼굴이 ○□△로 보인다는 거. 그 때문일까? 꿈에서 나는 엑스맨이었던 거야. 근데 왜 하필 딴 거 멋진 거도 많은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응? 들어 봐. 자, 봐 봐. 그게 있잖아, 아 글쎄 늑대 불알! 뭐? 아 남자 가운데 거기 타원형이 투시되는 거야. 또 계속 그러지도 않아. 그리고. 어? 그리고. 웬 어린이만큼 큰 사각형 귀걸이를 여자들이 차고 다녀. 오리털, 거위털, 미세뭐뭐. 그 보다 더 가벼운 소제래나 뭐래나. 참 이상한 유행도 다 있지? 꿈이니까 가능한 거겠지. 그렇게 여자들은 남자를 양쪽에 꿰차고, 아니. 그게 아니라. 귀걸이가 그랬고, 또 이따금 막 화면 가리는 그런 기능처럼 막 세모, 네모가 보이는 거 있지. 그런데 너 내 말 듣냐? 왜 전화로 하지 않고 여기서 이러냐고? 늬가 여자냐? 늬가 여자도 아닌데 뭐 하러 내가 너한테 공력을 바쳐야 하는데. 근데 너 듣고 있냐?」
    난 쓰잘데기 없는 얘기 더 들어줄 수 없어서 대화창에서 나갔다. 이게 무슨 인형극도 아니고 대체 뭐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영화 두 편을 떠올렸다. 다음에 찾아올 반전을 예감했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고 지켜보면 알겠지. 
    어쨌든 영화 1은 그렇다. 가족 장르로 시작하여 애들한테 삐에로 복장을 입고서 웃겨주다가 → 이벤트 끝나고 삐에로 복장을 벗으려는데 안 벗어지다가 → 결국 삐에로 복장이 피부가 되어버려서 장르는 바껴버림. 2번째 영화는 커다란 인형 머리를 착용한 주인공은 록밴드 단원인데 → 큰 무대로 진출코자 해외로 떠남 → 소속사 지원 시큰둥 어쩌고저쩌고하다가, 주인공은 인형머리를 못 벗는 게 아니라 안 벗음. 그냥 결말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 뭐 그건 그거고. 
    그래서 반전이 뭐냐? 일단 아지트로 가서 겪은 일화부터 설명하자. 
    그 줄거리부터 간략히 요약하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 그건 이렇다. 
    아지트 도착 → 거에서 내가 ▽로 보인다는 사람을 만남 → 그의 이름은 시몬스! 뭐? → (인형머리를 착용한) 시몬스를 만난 다음부터 ○□△증상은 없어진 게 아니라 더 심해짐. 그 줄거리는 여기까지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나는 아지트에 도착했다. 
   「이게 누구신가, 실력가 납시셨구나. 그래? 그럼 뭘 해, 난 네 고추가 □로 보이는데?」
    옆에서 또 그게 웃기다고 웃는 애들은 뭔지. 뭐겠나, 덤앤더머지. 
   「오늘은 또 누구한테 골탕먹으시게? 말만 하셔. 자, 골라 봐. 당근? 채찍? 아님 반짝거리는 막 꼬리 길고 막 막 딱 막 그런 요상한 복장? 너 그런 거 좋아하니?」
   「어허! 보자마자 왜 그래?」
   「왜 그러긴. 소문 쫙 퍼졌어. 여기서 네 환각 증상 모르는 사람 한 명도 없어. 그래서 여기 지금 누가 ○□△로 보이는데? 너 점집 하나 차려야 하는 거 아니냐?」
    좋댄다. 
    선수교체다. 
   「친구. 난 야심 없는 도망자야. 쟤네들 비협조자랑 난 달라. 난 아무 데서나 스포츠 야유 솜씨를 뽐내진 않거든. 어떤가, 내 관상은? 내가 사랑의 배신자가 될 상인지 좀 봐주란 말일세.」
    옆에서 거든다.
   「뭐 사랑의? 넌 그냥 수행원. 중간보스인 척하지 말고 넌 가서 번호표나 뽑아. 그러게 평소에 쟤랑 미리미리 친분을 쌓던가. 어? 느닷없이 진짠지 가짠지 어설픈 초능력이 입길에 오르니까 관상가 우정을 꿰차시겠다? 저리 비켜. 그러지 말고. 나부터 좀 보자. 내가 지금 이 마당에 꼭 생색 내야하리? 그러지 말고, 어디까지 보이는데. 설마 컨디션 난조라는 말만 하지 말도록.」
    옆에서 안 끼어들 수 없지.
   「넌 가서 늬 마누라 관수나 잘해. 알아들어?」
   「뭐가 어째? 내 마누라가 뭐 짐짝이냐? 내 여편네가 늬 친구냐 임마? 늬가 내 마누라 데리고 살래? 아, 맞다. 늬가 걔 친구지.」
   「늬가 그렇게 말하면 난 섭하지 임마. 어? 너네 소개시켜준 게 누군대, 어? 그리고 말은 바로 하자. 내가 걔 너한테 소개시켜주고 싶어서 소개시켜줬냐? 늬가 다 졸라서 그렇게 된 거 아냐. 어? 근데 이제 와서 왜, 마누라 싫증나냐?」
    옆에서 어떻게 안 거들고 배기나.
   「골든벨 울릴 꺼면 계속하고. 아니면 멈추든가 나가라.」
    그거 받고 어떻게 한수 얹지 않을 수 있을까. 
   「뭣이 어째? 그러고서도 늬들이 내 친구냐?」
   「그럼 내가 너한테 오빠라도 된단 말이냐?」
   「우리가 왜 너의 대부인데?」
   「내가 언제 그랬어?」
   「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늬들 친구 맞냐?」
   「친구 아니면? 누가 나보고 늬 삼촌이래? 나 늬 오빠 아니야.」
   「그래. 나 여자 환장한다, 그 말하고 싶어 어떻게 참았냐?」
   「그건 또 뭔 소리야?」
   「야 야. 야 임마. 늬들 왜 그래? 니들 바보냐? 에잇 이 바보들아!」
    에코. 멈춰라 멈춰라. 나가라 나가라. 약하다 약하다. 누구냐 누구냐.
    바로 그때 아지트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갑자기 모두 짜기라도 한 것처럼 조용해졌다. 미리미리 약조하고 연습했으며 사전에 치밀히 모의라도 한 것마냥 단박에 왁자지껄 소음은 멈춰버렸다. 뭐지? 저기 저쪽에서 무대로 주인공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근데 그의 머리는 인형극에 나오는 커다란 인형이다. 이건 내가 보는 환상이 아니다. 옆에서 거든다. 그의 이름은 시몬스래나 뭐래나! 그 다음 시시콜콜한 잡담은 굳이 옮기지 않겠다. 그리고 그게 뭐 반전이냐? 반전이다. 왜냐하면 이따만한 인형 머리를 쓴 시몬스를 보고, 알며, 얘기하고, 친해진 이후로 내 망상은 딱 멈췄기 때문이다. 아니다. 반대로 말했다. 그 텔레토비 증후군인지 허당 신드롬인지 뭔지는 말끔히 없어진 게 아니라, 훨씬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당시 아지트에서 시몬스는, 내가 ▽로 보인다고 했다. 





    11

    나는 시몬스를 만나게 될까 봐 피해다녔다. 근데 정말로 우스꽝스러운 점이 뭐냐, 난 시몬스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 이걸 어쩌지? 시몬스 너 때문에 내가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겁박할 수도 없고. 그렇지만 사실만 놓고 보자면 시몬스 때문인지 확실치는 않으나, 누가 봐도 시점만 따지자면 틀린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시몬스 보고 ○□△증상에 대해 설명하라고 따질 수도 없으니까, 그러므로 시몬스 침대라도 사야 하나? 사긴 뭘 사. 그게 뭔 필요 있다고. 소용없어. 사랑 재미없다. 그건 그거고. 최근 일정을 되돌아보자면 이렇다. 비비안이 찾아왔고, 비비안한테 사기당했어. 그 다음에 켄트-로이-나 3인방끼리 대화하다 비비안한테 당한 동지임을 알게 됐지. 아지트에서 켄트-로이-비비안이 떠드는 걸 목격. 녀석들은 일루미나티임을 고백. 몇몇 정황을 보고 난 정신을 잃음. 그래? 일주일 동안 숙고. 그 다음에,
    일루미나티 본부에 찾아감. 기분 잡쳐서 집으로 돌아옴. 
    시내로 나감. 사람들 얼굴이 ○□△로 보이는 증상이 시달림.
    잡지사에 가서 상담해봤으나 소득없음. 며칠 지켜보기로 함.
    아지트에서 놀러감. 낯선 인물 시몬스, (인형머리를 착용한) 시몬스를 만난 다음부터 ○□△증상은 없어진 게 아니라 더 심해짐. 
    그 결과 때문에 난 마음만 더더욱 심란해짐. 이대로 말려서는 안된다. 이제야말로 진짜, 정녕, 정말로 공상이 제값을 해줘야 하는데. 하면 되지 그게 뭐 어렵다고.
    <일기 역시 칼럼으로 넘김>





    12

    다음으로 자, 최근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볼까? 
    뜸들이지 말고 곧장 간다. 대체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요점을 말하자면, 나는 시내에서 켄트를 마주쳤다. 근데 걘 저번 일을 모르는 눈치라고나 할까? 
    뭔가 느낌이 세했으니 당연히 나도 녀석한테 따지고 묻지 않았다. 또. 그리고. 
    롭 소개로 도착한 별장. 한 1주일 쉬었다 올려고 했는데 왜 하필 비비안을 마주쳤을까! 
    그렇게 비비안과 친구들을 만났는데, 걔도 저번 일을 모르는 눈치. 일부러? 그래서 2일 만에 돌아왔다. 
    그럼 그게 다냐? 그럴 리가 있나. 
    나는 도시 근교 공원에 놀러갔다. 
    그날 난 아우디 동호회의 행진을 보았다. 어디 가나 보다 그랬는데... 다시 돌아와서 내가 도착한 유원지로 오네? 
    그런데 것 참 이해 못할 일은 그거다. 아우디 동호회 참석자들은 거의 다 말상이었다. 아우디 브랜드 로고만 해도 ○가 4개인데...! 그 뿐만이 아니라 최신차 방향등이 예전과 비교해 어떻게 바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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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디 동호인들도 수상쩍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분들께서 이방인의 절망감은 차마 못 보겠다는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공원에서 단체로 맨손체조를 하시네? 그럴 수 있다. 그게 뭐가 나쁜가! 근데 브랜드 로고... 말상들... 방향등 켜지는 방식... 그러다 동호인들이 잔디밭에 벌러둥 엎드리더니 옆으로 누웠다. 그렇게 하품까지 하네? 안 그래도 긴 얼굴인데! 아울러 그날 봤던 기차의 달리는 모습이 유독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그 뿐만이 아니다. 직선으로 길게 뻗은 가로수들의 순차적 점등과 소등. 더더군다나 왜 하필 그 시점에 어떤 말괄량이는 내 근처에서 알짱알짱. 것도 별모양 선그래스를 끼고서 얼쩡얼쩡! 그래도 옷차림을 보아하니... 봐주기로 했다. 그러다 스쳐지나 걷는 어떤 귀부인이 큼직한 손거울을 보는 장면을 보게 됐다. 그 기묘한 구도는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을까, 아니면 절대로 의도적인 게 분명할까! 난 이상하게도 슬슬 정신이 나가는 것만 같았다. 핑~! 정신을 붙잡으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퐁~! 빠짝 정신을 차리려고 하나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나. 팡~! 그러다 마침내 그 귀부인의 손거울에 내 얼굴이 보였다. 근데 그 얼굴이 별 모양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마침표를 찍게 됐다. 느낌표라고도 할 수 있다. 당연히 물음표라 상정해도 썩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럼 그게 다일까? 그럴 리는 없다. 거기서 멈추면 섭하지. 것도 몹시 말이다. 그때부터 거울 속 내 얼굴은 ○, □, ◇, ♤, ♧, 7, 77, 777, 8888, ◎... 정신없이 변하고 있었다. 거울 속에서 말이다. 그 때문일까? 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당시엔 상상도 못했으나 지금 와서 말이지만, 설마 그거 거울... 거울이... 아니었을까? 혹시...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알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난 어디서 깨어났을까? 켄트-로이-비비안 3인방이 주장하는 일루미나티 본부. 내가 알기로는 그냥 걔네들 아지트. 거기서 깨어났다. 근데 깨어나자마자 일단 일어나려고 했는데 글쎄... 어디서 많이 봤네. 영화든 드라마든. 내 사지는 꽁꽁 묶여 있었다. 나는 초대형 침대에 눕혀져 있었고. 난 X자 모양으로 묶여져 있었다. 그때 켄트가 나타나서 내게 말했다. 
   「이제 그쯤하고 우리편으로 합류하시지. 그게 좋을 텐데...!」
   「그게 무슨 소리야? 너네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뭐해 이거 풀지 않고!」
    그러자 로이가 나타났다. 
   「우리는 최면에 반응하는 너의 감수성부터 환상머신 신봉자의 열망. 능력자로써의 자질. 첩보원의 근성. 댄서의 순정? 적임자의 열정. 너의 인생 모든 것을 검토했어. 그래서 결론을 내렸지. 방대한 엑셀 파일을 포함해 A부터 Z까지 깨알처럼 살펴본 결과. 따라서 너는 모스맨 클럽의 지존으로 자격이 충분하단 걸 말이야.」
   「모스맨 좋아하시네. 어서 안 풀어?」
    그러자 드디어 비비안이 등장했다. 왜 안 나오나 했다. 
   「말로 할까, 아니면 색다른 뭔가를 보여드릴까.」
    그러면서 그녀는 (딱) 소리를 냈다. 그리고 폼을 잡았다. 
    그러자 그 아지트 천장이 무슨 장난감집처럼 뚜껑이 열렸다. 지붕이 열리는 나이트클럽은 들어봤어도 쟤네들 뭐 하자는 거야?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아지트는 내 머리 위, 즉 특대 침대에 누워있는 내 머리 위의 하단. 그 직선을 축으로 정확히 90도 회전했다. 
    그럼 어떻게 되겠나? X자로 침대에 묶여있었는데... 무슨 뚜껑이 열리지 않나... 90도 회전을 하질 않나...! 
    나는 표적이 되었다. 다만 엑스자는 엑스자인데 거꾸로 매달린 X! 바로 그때, 
    지독한 놈들, 엑스맨이 상황파악할 때쯤 기어코 침대를 180도 돌려놓는 거 좀 봐 봐. 주인공이 누구인가는 몰라도, 아 나구나. 이런 미친...! 비명을 질러야 하는데 팬티가 축축해지려던 찰나. 바로, 그때, 
    저쪽에서 슬슬 개떼들이 접근해왔다. 다큐멘터리광들 많으실 텐데. 나도 나름 짤막한 아프리카 맹수들 영상 꽤나 많이 보긴 했는데. 그래도 고양이과 맹수들과 개과인지 개와 흡사한 하이에나 정도만 알았지. 아프리카 들개는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아프리카 들개... 꽤나 특이한 녀석들인데... 그 얘기는 건너뛰고. 아무튼 거꾸로 X자로 매달린 내 눈이 이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저기서 슬슬 내게 접근해오는 건 화난 아프리카 개떼들이었으니까. 심지어 개침까지 질질! 그렇게 녀석들은 맹렬히 내게 다가오더니.... 내 고추와 내 불알과... 그만~! 
    만약 여기까지가 진짜였으면 난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수 없을 테니까. 
    만일에 저게 꿈이 아니었다 했을 때... 난 아마 지금쯤... 그만. 그나마 개꿈이라서 다행이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난 처음 살짝 정신을 잃은 그 장소에서 오래 지나지 않아 깨어났다. 
    그래서 더운땀 흠뻑 흘렸지, 식은땀은 옷을 흥건히 적셔버렸지, 난 부쩍 갈증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저녁노을을 뒤로 한 채 동네 바로 향했다. 





    13

    오늘 역시나 나는 평범한 어른들과 다를 게 없었다. 첫째 오늘 점심 뭐 먹을까, 둘째 퇴근하려면 얼마나 남았지? 그렇게 Giovanni Battista Viotti / Violin Concerto no.22 in a minor 고상한 음악을 들으면서 칼럼을 쓸려고 폼만 잡다가 인터넷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장미의 정령' 핑크 다이아몬드 소더비 경매서 320억원에 낙찰됐다더라는 둥 네스호 괴물 실루엣이 마침내 정체를 드러냈다는 둥. 그러다 문득 그걸 떠올랐다. 갑자기 왜 이제야 그 생각이 났는지 아차 싶었다. 그건 뭘까? 뭐겠나 격언이지. 개는 자기가 토한 곳으로 돌아온다! 그렇다고 내가 개란 말이 아니라. 
    <켄트-로이-비비안는 금전 관계로 불화스럽다가 → 뭐 어떻게 다시 친해졌는데 날 초대했다 걔네들 아지트로 → 그래서 그곳에 가보니... 켄트랑 비비안이 진한사랑을 시작할 듯 말 듯 멜로드라마는 에로영화로 급전개... → 그 순간 로이가 내 어깨를 집길래 돌아봤고... → 얼렁뚱땅 걔네들은 사라지고 큼직한 ○□△ 모양 모형만 남았는데...>
    나는 바로 그 일루미나티 본부인가 뭔가, 모스맨 클럽인가 뭔가로 떠났다.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아마도 내부에 뭔가 큰 변화는 없을 걸로 예상했는데. 창문너머로 엿본 결과 내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근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엇그제 꿈에서 봤던 그... 그... 그 뭐야 침대에 X자로 결박된 장면. 거기에 며칠전 바에서 만났던 시몬스, (인형머리를 착용한) 시몬스가 묶여있었다. 저 자식이...! 내가 쟤 때문에 ○□△ 환각증상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신간 편하게 뭐 영화찍고 있어? 이 자식을 내 가만두나 봐라. 그러면서 나는 곧장 내부로 진입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나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스위스맥가이버칼을 꺼내 녀석이 묶여진 밧줄들을 잘랐다. 그런 다음 재빠른 동작으로 전면 곰돌이 복장, 에서 곰돌이 머리탈을 벗겼다. 
    바로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야, 너 누구야?」
   「야 야 뭐 해 뭐 해, 경찰 불러 경찰 불러.」
   「안돼 안돼. 특수부대 연락해. 어서 연락 안하고 뭐해?」
   「근데 정말 저 자식 뭐 하는 놈이야?」
    그렇게 나는 시몬스의 진짜 얼굴을 확인할 뻔 말 뻔하다가, 확인하지 못한 채 뒤돌아봤다. 그럼 시몬스는 트로이의 목마였고, 나는 그냥 뭐 흔한 동네아저씨였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뭐 좌우지간, 결국 비비안과 켄트와 로이 그 3인방이 사이렌처럼 날 흥분시켰으니 그러든가. 그게 뭐 어쨌다고. 뭐? 그게 아니라. 어디까지 얘기했지? 난 그처럼 정신이 잠깐 나갈 뻔 했는데 마침 대사는 날 가만두지 않았다. 
   「너구나.」
   「또 너냐?」
   「누군가 했다!」
    나는 전설적인 트로이카인지 아닌지 어쨌든 걔네들인 걸 확인했으니, 따라서 우선 시몬스의 얼굴을 확인코자 다시 뒤돌아봤다.
    그런데 맙소사, 이게 웬일인가! 세상에나... 아니... 어떻게... 말도 안돼!
    내가 벗긴 곰인형 머리, 즉 곰돌이 머리탈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졌다. 
    밑도 끝도 없이 또 웬 수작? 아니 어찌 또 말 같지도 않은 개수작이라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이런 무슨 개풀뜯어먹는 일이 가당키나 하나. 
    그래서 난 다시 녀석들한테 물어볼려고 뒤돌아봤다. 자,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요컨대 또 당했다.
    단언컨대 똑같이 저번처럼!
    걔네 3명도 사라졌다. 감쪽같이. 
    얘네 대체 뭐지?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난 또 뭐고!
    어찌 됐든 예전과 차이점이라면 그랬다. 
    저번 도형은 촌스럽고 유아스럽고 단순하며 약간 허접했음. 근데 지금은 고급스러움이라 하긴 뭐하고, 뭐랄까... 의뭉스럽다고나 할까? 글세 유난떠는 당사자는 나인데. 뭣이 어째? 아니, 거짓말도 아니고 내가 다 뒤집어쓴 꼴 아닌가. 사실이 그렇지 않나. 그만 하자. 끝난 일인데 어떻게 하리. 인공지능한테 물어봐도 답 읎을 게 뻔하다. 아마 혼나지 않음 다행일걸? 어쩌면 넌 뭘 잘했다고 뚤레뚤레 금붕어처럼 깜빡깜빡거려 깜빡깜빡거리긴! 어? 넌 대체 뭐 좋다고 무슨 개뼉따귀 같은 허구를 내게 물어봐서 시끄럽게... 어쩌고저쩌고. 안 들어도 훤하다. (절레절레) 그리고, 어? 참 내 나도 나다. ♡○□◇♤☆♧... 걔네들 데리고 내가 지금 뭔 얘기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다. 





    14

    그날 이후로 나는 슬럼프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마치 전설적인 트로이카나 된다는 듯 '시누이-올케-시어미' 사고체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인다. 그럼 왜 그와 같은 현상이 발생했을까 생각해보니. 말하자면 그게 다 ○□△하우스가 나를 부르니까. 근데 걔네들은 단지 중간책일 뿐이고 주범은 따로 있을까? 그걸 내가 어찌 아나. 일단 ○□△환각증이 영 차도를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게 그러니까 언젠가부터 '우리집-사무실-그리고 ○□△하우스' 그렇게 지번을 따져보니 정확히 정삼각형이었다. 근데 그 삼각형을 제외한 나머지는 쉽게 말해 정상. 그 삼각형 내부만 지가 무슨 버뮤다 삼각지대나 된다는 듯이 공중에 ○□△......들이 떠다녔던 것이다. 물론 그 삼각형 범위 바깥으로 나는 나갈 수 있었다. 다만 나가면 막 호흡이 가빠지고 어디가 아프고, 그래서 도저히 삼각형을 벗어날 수 없었다. 또 망상은 끝이 없었다. 따라서 예전처럼 단순히 사람 머리가 ☆◇♤♧♡로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그 투명한 도형들이 공중에 떠나녔다. 애들 장난감처럼 물풍선 쏘는 공기방울처럼 말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어디에 하소연하리. 더더군다나 예전 '켄트-비비안-로이'가 도형으로 대체될 땐 1차 2차 모두 2D나 3D였다. 근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건 4D부터 투명, 반투명, 홀로그램, 그라데이션, 울긋불긋 대채롭게 변화하고, 막 도형 안에서 만화영화도 재생되는 것만 같았다. 이걸 대체 어쩌면 좋을까? 
    그래서 나는 모스맨 연구소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결과는? 없는 전화번호래나 뭐래나. 톰에게 전화했다. 다른 사람이 받았다. 언제 번호가 바꼈지? 다음으로 윌. 시큰둥한 어조로 대충 인사말 나눈 다음 바쁜일 있다면서 뚝 끊었다. 잭, 그걸 왜 자기한테 물어보냐 라면서 반문하길래 난 할말을 잃고 말았다. 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머지 또 막 수신거부에 하다 하다 수신차단까지 있었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던 것일까? 그걸 왜 지금와서. 그렇다고 Mozart / 오페라 <돈 지오반니> “내가 잔인하다고요? 아니에요, 내 사랑!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이런 음악 들으면 뭐 답이 나오나? 그렇긴 하나 나라고 뭐 친구들 챙기기 싫었겠나. 뭐 어쩌다 보니, 살다 보니 서로 바쁜 것일 뿐. 또 내 껀수를 토스할 수도 없고, 센터링 올라왔는데 골 못 넣으면 어떤 소리를 얻어들으라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굴러오는 호박 구경도 못함! 하여튼 말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허나 곶감은 샘물이 아니다. 곶감론과 샘물론이 어찌 같나!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그 말이 아니라. 넘어가고. 결국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웜홀머신은 완성이 임박했다. 뻥이다. 아니 근데 걔네들 도대체 속셈이 뭐야? 이거 정식 스카웃 제의도 아니고, 달콤한 러브콜을 은근히 맥이는 방식으로 알리는 것도 아니고. 이게 정말 말이나 돼? 그러게 말이다. 그래도 혹시 내 정신이 문제일 수 있으니, 고로 난 조금 더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15

    최근 나는 일을 너무 열심히 했던 것일까? 왜냐하면 오늘 점심 뭐 먹지, 더 이상 퇴근까지 몇 시간 남았지...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농담 시작도 말자. 그러게, 어? 됐고. 근데 그 말은 괜히 한 건 아니다. 어째서일까? 그게 그러니까 뭣 때문이냐 하면, 나는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문득 코피를 쏟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분위기 좋았다. 모처럼 탄력받는구나 라면서 아찔한 착상을 미친듯이 MICROSOFT─WINDOWS 7─메모장에 옮겨적었으니까. 그래서 기분 좋으니까 Rossini / 오페라 <탄크레디> “설레는 마음" 근사한 음악도 틀어놓았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으나 또 사람일이라는 게 혹시 모르니까, 만약 돈방석에 앉게 되면 어떤 그림을 살까를 검색해봤다. 차는 뭘로 바꾸지? 그러다 갑자기 코피가 쏟아졌다. 근데 피 색상이... 아니 이럴수가! 매해 43만 마리 투구게가 인간에게 강제 헌혈한대나 뭐래나, 코피는 다름 아니라 뽀얀 하늘색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라고 읊을 느낌이 아니었다. 완전 식겁했으니까. 그처럼 피부에 소름이 확 돋을려는 순간 누군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지마 친구.」
   「」
   「친구? 내가 늬 친구로 보여? 오빠. 우리 정말 이러기야? 내가 오빠를... 오빠를... 근데 오빠는, 어? 우리 좋았잖아. 응?」
    난 핸드폰 앱을 잘못 켜놨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핸드폰을 봤는데 이상없었다. 그럼 TV가 오작동을 일으켰을까? 아닌데. 그렇다고 누가 몰래 우리집에 침입하지도 않았다. 그럼 내가 잘못 들었겠지. 그래. 그거네. 난 또 뭐라고. 근데 평범한 대사는 그치지 않았다. 
   「오빠. 신경꺼. 오빠가 잘못 본 거니까. 안에서 우리 곰순이가 신경계를 잘못 건드려서 그래. 그러니까 괘념치 말라구.」
    난 일단 코피를 닦은 휴지를 다시 봤다. 그런데 정말 원래 혈액 색깔인 빨간색이었다. 
   「오빠, 내 말 맞지? 그러게 오빠가 WBA, WBC 전헤비급 챔피언이던가 헤글러가 아니라니까. 오빠 헤모글라빈 이상 없다구. 알겠어?」
    뭔 소리야? 아무리 내 상태가 이상하기로서니... 어젯밤 꾼 꿈이 이상한 건가?
   「그러게 날 사랑했으면 노래가사처럼 포근히 안아줘야지. 응? 오빠, 그런 말도 몰라? 입 두고 말 않는 것도 벙어리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한단 뜻인데, 못 참는 얘기가 대체 뭔데 그래? 첫째 까먹었던가, 둘째 할 말 떨어졌던가! 뭐? 뭔 소리야, 쟤 뭐래? 아, 내가 말했구나. 그럴 수 있어. 뭐 어쨌든 내가 잠시 오빠 육체를 잠식할 때도 있으니까. 뭐 어때? 우리는 사랑하는 사인데. 이 세상에 우리 같은 애인이 또 어딨다고 그래. 안 그래? 주전은 물론 대타를 부르면 오빠 조종하는 거 일도 아니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리모콘, 누를까 말까? 말만 해. 응? 우리는 오빠를 사색가로도 유혹자로도 실력가로도 뭐든지 변신시킬 수 있으니까. 뭐 고로 나를 정력가로 둔갑하여 플레이보이계에 복귀시켜라? 놀고 있네. 쾌락 어지간히 좋아하신다고. 오빤 내 꺼야. 알아? 또 언년을 꼬실려고. 오빠가 내 말만 잘 들으면 내가 저년들 다 꼬셔줄께. 농담이란 거 알지? 그러니까 쟤네들 가운데 누굴 데리고 살고 싶은데? 어딜 쳐다 봐. 어? 솔직히 말해. 나야, 쟤야? 어? 나라고? 그것 참 다행이로군. 듣던 중 반가운 소린데? 호호호. 호호호호호. 호호호호호호호! 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그 말 한번 떠올려보세나. 응? 임은 품에 들어야 사랑이고, 술은 잔에 차야 맛이다. 자, 이라 와 오빠. 내가 사랑해줄께.」
    뭐야, 정말로 누군가 여러 정체성이 날 점령해버린 것일까? 환청이 아니잖아! 모두 진짜니까. 그처럼 ○□△하우스는, ○□△증후군을 불러왔고. 시몬스인가 뭔가 그 친구와는 다음을 기약할 것만 같았는데. 정작 중요한 건 ○□△들이 내 안으로 들어와버렸다는 것이다. 난 정말로 ○□△ 입체적인 도형과, 커졌다 작아졌다 빛났다 꺼졌다, 2D였다가 3D였다가 간혹 4D로 변하는 도형들을 내 몸 안에서 발견하였다. 막 그냥 깜짝 깜짝 놀라고 까무러칠 일이 아니겠나. 그리고 녀석들 말로는 다음으로 어떤 피라미드로 날 보내겠다나 뭐래나. 뭐라고? 언제부턴가 서서히 선수단이 늘어가면서 발생하는 버거움이 많아졌는데. 
    그 어떤 찬란한 재미와 미지의 신비를 가져오게 될지 몰라도 얘네들과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있든, 무엇을 하든 어떻게든지 함께 해야 한단 말인데. 이제 난 어떡해야 하나. 그걸 왜 고민하고 난리야. 다 데리고 살면 돼지.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다. 어쩌겠나. 이게 운명이라면. 잠깐만. 근데 난 여자 좋아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말이다, 어? 그게 그러니까.. 그 뭐더라? 여우는 자면서도 닭 생각만 한다. 그러면... 뭐? 또 있다. 나도 나다. 원래 1번 타자는 나다. 구원투수가 누군인가는 몰라도. 근데 느닷없이 뭔 새파란 신삥이 중간 과정 다 생략하고 곧장 올라오자 마자 지명타자 독점? 늑대는 자나깨나 양 생각 뿐이다. 머리가 복잡할 땐 음악을 들어야 한다. Bach / Missa G minor BWV 235 다른 유희도 많겠으나 취미는 장비발이 딸리고. 관심사를 바꿔도 싫증은 금방. 뭘 하든 뭘 해도 재미없게 되어 있다. 어차피 그녀들은 우리한테 넘어올 수 밖에 없는 숙명. 짜증난다. 어쨌든 ○□△ 걔네들한테 내 육신을 점령당해버렸다는 부분까지만 잡지사에 넘긴다. 당분간 복잡한 머리 잡생각 좀 없애려 휴가를 가야겠다. 





    16

    허접한 허당과 특급 영화배우가 정분날 확률, 그걸 궁금해해서 뭐 하게. 찌질한 내 친구가 추접스러운 행복감에 골인할 가능성? 우리가 뭐 그런 거까지 알아야 하나! 그러든 어쩌든 호사가에게 사는 낙은 뭘까, 오늘은 이미지트레이닝에 과연 누가누가 초대될까. 하다 하다 전자와 후자까지한테 호기심 관대해야 하는 거냔 말이다. 인생을 영 어설픈 상상력한테 낭비하다보면 비전만 어두워지기 마련. 그럼 정말 짜릿한 전율감, 아찔한 황홀감, 미칠 듯한 행복감을 몽땅 통쾌히 일망타진하는 그 무언가는 다 남 얘기일 것인가? 바로, 그런 걸 고민하라는 잔소리 안 들어도 뻔하다. 이렇듯 이처럼... NB 그는 아는 동생 좀 어떻게 한번 자빠트려볼까, 개침 흘리는 흑심 품을 듯 말 듯 하다 제풀에 지쳐 나자빠졌다. 결국 인생론은 패배주의. 그래서 현재 외톨이! 여자를 한번 어떻게 해보긴 뭘 어떻게 해봐. 뭐, 하늘에 댕세컨대 속는 셈치고 사랑을 믿어봐도 될까? 나중 어떻게 변심하실지 '전과 후' 비교사진 퍼질까 두렵군. 비슷한 예로 눈물을 삼키며 하는 수 없이 손해보며 파는 거라는 광고 다 뻥. 그러게, 어? 왜 쓸데없이 공상을 발전시키고 그래? 뭐 여자에 대한 환상 같은 거 없으니까 이해는 하는데. 상상병이란 바로 그렇다 그 말씀이라니. 결국 말로는 말이야 노상 바이런과 카사노바 이후 탄생한 희대의 로맨티스트, 허나 활약상은 비리비리. 허당 처세술 허접할 거 뻔한데 더 연구해 뭘 하나.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아니 됐다. 아니. 차마 필자가 이런 말까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아니다. 됐다. 옛말에 그랬다. 보자는 눈이요 듣자는 귀다 라고. 허나 세상사 요지경이니 드라마에서 배운 게 뭐겠나. 애들 눈 가리는 장면 → 차마 낯부끄러워서 못 보겠다며 제손으로 눈을 가리는데...시늉만! 아니 그래도 말이야, 응? 손으로 두눈을 가렸으면 끝까지 안 봐야지, 손틈을 왜 벌려? 그러게 말이야. 나 참 거 증말 재미 더럽게 없네. 어떻게 하면 으쌰으쌰 놀 궁리, 어떻게 좀 한번 한눈 팔 궁리. 두리번거려봐야 별거 없다. 그래 봤자 그림의 떡을 어찌 먹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추태, 추접스럽게 말이야 그게 뭐냐고. 난 사랑 관심없어, 난 여자 좋아하지 않아, 난 연애하고 싶지 않다고. 우리가 뭐 인기 좋아하는 줄 알아? 일복만 터졌거든. 그처럼 투덜거리며 NB는 일하러 갔다. 난 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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