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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5

from 소설 2014. 7. 17. 16:36

   갑자기 어느 영화의 주인공이나 꿈에서나 일어날 법한 놀라운, 정말 까무러칠 만한 일이 벌어졌다. 그 믿기지 않는 영감이 떠오른 찰나 J는 자기 볼을 오른손으로 아니 왼손으로 꼬집어 보았다. '뭐야 이거,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이와 같은 나레이션과 함께 J는 자연스럽게 대중의 열광을 팬들의 반김을 아는 체 하는, 화답하는 연예인처럼 스스럼없이 그냥 아무 이유도, 과정도 없이 한 편의 시가 머리 속에 블라블라 떠오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본인의 선홍색 입꼬리가 쪼커처럼 변하고 마술처럼 한 편의 시를 소리내어 낭독하는 데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흔히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를
항해의 동행자인 양 뒤쫓는 한가한 바다새를.

갑판 위에 내려놓으면, 이 창공의 왕자도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끄는구나.

이 날개 달린 항해자는 그 얼마나 어색하고 나약한가!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 이는 담뱃대로 부리를 지지고,
어떤 이는 절뚝 절뚝, 하늘을 날던 불구자 흉내를 낸다!

시인도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射手)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걸음조차 방해하네.

   이제 J는 도파민이 솟구치는 황홀경에 이르러 이루 말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도취경에 휩싸이고 말았다. 어이없게도 단 한 번도 원하지 않고, 그 언제라도 트위터로 읽는 것 만으로 만족했는데 도저히 수십 년 간 수련한 중견 시인의 능력을 무협기인의 무공처럼 단번에 쪽, 쏙 빨아들인 것처럼 갑자기 그냥 그렇게 시경의 능력이 당혹스럽게 생겨버린 것이다. 그럼 이제 베스트셀러 시집을 내고 또 내고, 돈도 많이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팬클럽은 물론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어야 하고 묻혀 있던 트위터에도 유명인 계정 인증 마크가 붙을 앞날이 가슴 속 시원히 훤하게 상상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를 모두 읆고 나자마자 J는 사자후를 내뱉었다. 그럼 그렇지...  그 시는 그가 십대 시절 외우고 있던 단 한 편의 시였던 것이다. 상황이 불안정하니 뭔 개 풀 뜯어먹는 일이 다 생기는구나 하고서 피식 웃고 말았다. 그저 단순히 나이와 체념은 비례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어떤 사건과 사기와 뉴스에도 그저 의연히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시느브로 깨우치는 것일까. 어쨌든 J의 의식은 또 차츰차츰 다른 위치와 특이한 공간으로 옮겨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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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4

from 소설 2014. 7. 17. 16:26

   J는 마치 자신이 가택 감금된 상태로 영화 혹성탈출(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 2011)처럼 원래의 상태보다 약간은 불안하고 조금은 이상하면서 뭔가 알 수 없는 고양된 기분의 상태에 이르러 있다고 느꼈다. 지금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는데 그나마 자신의 귀 모양이 멀쩡한 것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인정하기에는 간지러운 미세한 안도감을 품으면서 갑자기 모차르트의 40번 교향곡과 K.423번을 듣고 싶어졌다. 그는 3.5류 소설처럼 지휘자가 뭐하고 쾨헬 넘버가 어떻다는 얘기는 절대 일부러 하고 싶지 않았으나 잠재의식의 한 공간에서는 알 수 없는 어떤 예감이 꿈틀하는 것을 마냥 모른 체 할 수 만은 없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본인의 복사판이 이렇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너가 아무리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억지로 쓴다 할지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절대 고품격의 반대편에 위치할꺼야. 3인칭이라고? 모양만 3인칭이지. 너도 완전 초심플한 깍뚜기 떡대야. 이 소설이 나는, 나는, 나는...과 뭐가 달라? 설정, 줄거리, 문체, 반전, 머머주의... 아무 것도 없잖아. 이 멍청한 놈!
   그렇게 음악을 듣다 보니 안 그래도 불안정한 기분이 더 이상해졌다. 그러다가 막 혼잣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가 말이야, 어디 문예창작과 학생도 아니고, 문학 동아리 고딩도 아니고, 이거 뭐하는 짓이냔 말인가. 맨날 책 읽고 블로그 쓰고, 고품격 소설을 찾는다고 돈벼락을 맞는 것도 으리으리한 자동차를 골라타는 것도 아닌데 이거 정말 뭔 한심한 수작이냔 말이다. 그래서 그는 결국 생각이 그쪽으로 옮겨갔다. 책만 읽지 말고 책을 써서 미스테리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행 경비를 마련해 보자고,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는 동안 때로는 무모한 도전을 하는 날이 오게도 마련이라고 일반인 특유의 합리화 공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물론 어찌어찌하여 책이 오프라인으로 발표된다고 치자. 그럼 그걸 누가 사겠나. 설마 뭔가 영화에 나오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람들이 이상해져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다고 치자. 그럼 당연히 교묘하고도 완벽하면서 약간은 일부러 빈틈을 보인체로 변장하고서 서점으로 달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여진 자신의 책을 곁눈질하는 코메디 퍼포먼스는 하지 않을 것이다. 개봉관이 아닌 온라인 발표되는 영화의 주인공도 같은 생각을 할 것만 같다.
   막상 J가 여러 편도 아닌 한 편의 소설을 쓸려고 생각하니 도무지 뭘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왜 쓰는지...라고 생각했다. 여행 경비를 마련한다는 '어째서'에 대한 이유는 확실하지만 바로 방법이 문제였다. 언제 소설 쓰는 법 같은 책을 보거나 문화 강좌를 들어본 적도 없고, 드라마 작가, 순수문학 소설가, 3류 소설가, 에로영화 시나리오 작가, 무협소설가는 커녕 그럴싸한 직업이나 특별한 재주를 가진 친구조차 단 한 명도 없었다. 핸드폰 연락처들도 비리비리하다. 굉장히 막막했다. 완전 막연해서 허무했다. 다른 일반인 또한 옛날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많이 그랬을, 그럴 것이라 짐작했다. 그렇다고 그가 그런 골 때리는 본인 능력치를 초월하는 시도를 해볼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다만 어차피 시도할 만한 수준이 안된다고, 해봐야 뻔히 실패한다고 머리 속에서 모두 셈을 마무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댄 에리얼리의 어느 책에 나온 '어차피 그렇게 된 거 효과'를 건전하고 밝고 자신있게 긍정적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었다고 무작정 부정할 수 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20년 전에 읽었던 소설들도 왠지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헛생각은 그만하고 이제 진짜 써야겠다고 자세를 고져 잡았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J는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왜, 누구에 의해서, 무엇 때문에, 그곳에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일단 정신병원으로 알았으나 꼭 그곳을 정신병원이라고 부를 수 만도 없었다. 그곳은 영화 큐브 (1997) 같은 공간일 수도 있고, 비밀 지하 기지, 지구 내부의 미지의 공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J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미치지 않았어', '이건 현실이 아니야', 우리는 당연히 S가 이 상황을 연출했을 것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대 독자여, 주의력을 떨어트리지 마시고 애완견을 어여삐 안아 들듯이 이 소설을 집어던지시는 마시라. 카프카, 까뮈의 작품을 읽드래도 세간의 평은 다를지라도 사람들 혼잣말은 거의 다 똑같으니까! 그 순간 갑자기 문안개가, 푸르스름한 정체불명의 연기가 사방에 피어 올랐다. 그리고 저 멀리 문이 하나 나타났다. J는 다른 도리가 없이 그 문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그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개꿈이었다. 어떤가? 포스트모던 소설의 분위기와 흡사하지 않은가? 누보 로망, 그냥 누보 로망일 뿐이다.
   J는 어느 날 요상한 꿈을 꿨다. 흑백이 아닌 완전 번쩍번쩍 컬러풀한. 꿈의 내용은 이렇다. 


   Friendfeed를 보다가 Veronica Belmont 피드를 보고 괜찮은 게 있길래 Twitter에서 찾아 Retweet을 했다. "할머니가 이런 얘기를 해주셨다. 남자를 알아볼려면 그 사람의 글을 보라... 이러쿵저러쿵" 그러고 나서 집에서 소파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기 시작한 순간 갑자기 친구에게서 등산가자고 전화가 온다. 친구 만나러 걸어 가고 있는데 공원에서 Veronica Belmon이 야구 캐치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인터넷 피플 유명인은 베드민턴을 치고 있다. 계속 이동한 후 친구를 만났는데 계획을 급변경해서 정신병원 병동에 가기로 한다.
   정신병원 병실에 들어가니 어떤 은퇴한 정보요원 수장과 그 따까리들이 있다. FBI, CIA, NCIS, MI6...이런 비밀단체에서 활동했다는데 외모는 이상하게 깍뚜기 스타일이다. 가볍게 인사 나눈 후 자리에 앉는다. 환자 시트에 드러누운 후 곧 공연이 시작된다. 완전 이쁜 소녀가 와서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소녀는 자신의 엄마가 이 병원에 환자로 입원해 있다고 한다. 완전 이쁘지만 좀 노는 타입으로 보이는데 파가니니를 연주할 때 활에 불이 붙는줄 알았다. 줄리어드 천재 1%가 20년 연주해야 이 수준이 되는데 꿈이니까 가능했나 보다. 
   공연이 끝나고 친구와 헤어진 후 어떤 할아버지의 초대로 마천루 스카이라운지에 올라갔다. 분위기 있는 백발의 노인이 혼자 등을 보이고 서있다. 현실이라면 연극일 테지만 이땐 완전 분위기 있었다. 진짜같았어!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데 바깥 풍경이 스펙타클하였다. 업계 1위 항공사가 비싸게 구입한 최신기종 여객기와 업계 2위 항공사 마크를 붙인 콩코드등 여러 비행기들이 Air Show를 하고 있었다. Air Show가 끝난 후 불사조 스케일의 큰 학들이 불타고 있는 날개를 휘저으며(불로 이뤄진 날개라 타지 않는다) 글라이더처럼 날고 있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영화에서처럼 명대사를 읊는다. (뒤돌아 안 돌아섰나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마 뒷모습만 보인 상태에서 고개만 쓰윽 돌렸는데 살며시 보이는 얼굴이 투명이든가 연한색 마네킹 같은 원목이었던 것 같다. 영화 The Signal 2014 마지막 장면 비슷하게)
"신기하게 까마귀나 까치도 기류를 타고 가끔 올라오지만 머무르지 못하고 바로 내려가버리네."

   그 다음에 바로 J는 꿈에서 깨고 말았다. 그냥 개꿈이었던 것이다. 깨어나는 순간 그 전날 동네 초등학교 운동회에 무작정 놀러 갔다가 무심코 예뻐 보여서 주워왔던 만국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왜 그런고 하니 아이폰 수면-꿈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다가 재미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처럼 밤에 잠을 잘 때 온 방을 헤집고 뒹굴면서 잠꼬대를 헤댓나 보다. 그런데 왜 이 소설에서는 등장인물 설정이 수많은 평론가와 학자들이 떠들썩하리 빠삭하게 사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연구 조사하여 낫낫이 비밀 한 점 없이 밝혀내버린 1900년 전후의 예술가의 사생활처럼 가난하냐 하면, 그것은 아마도 S가 인생을 통채로 너무 많은 속임수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린 채로 살아왔기 때문에, 또한 너무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Don't Trust Anyone 같은 명대사 때문에, 복잡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리고 서두에 나왔듯이 독자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도로 치밀한 전략 때문인 것이다. 그의 과거는 아마도 마음에 들지 않고 음침한 분위기와 축축한 제반 여건에 쌓여 있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현존하지 않는 유명 작가와 예술가들은 거의 엉덩이 반점과 발바닥 흉터까지 죄다 까발려졌다. 앞으로도 학계에서 영원히 연구될 게 뻔하다. 세계 곳곳에서 학사, 석사, 박사 논문과 학계, 연구서, 인문교양서 등등등... 심지어 과거와 현재는 데이터 양의 차이가 적지 않다. 미래는? 그러니 데이브 브룩스나 폴 크루트먼 같은 학자가 예술가가 되지 않고 지금의 분야에 집중하는 것 같다. 남자는, 남자는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어 한다. 감추는 게 많아서일지 모르지만 여자도 조금 그런다.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고 또 하루가 가고 유구한 세월의 흐름 속에 J는 뭔가 삶의 변화가 아주 절실하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소설은 가방이다. 과하게 여성스런 아가씨는 앙증맞게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지만 심하게 엘레강스한 아주머니는 큰 용량의 에르메스인지 아닌지 잘 알 수 없는 가방을 들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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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3

from 소설 2014. 7. 17. 15:21

   시원한 바람이 나부끼는 나뭇잎과 모래알을 바라보며 한적한 해변에서 S의 사적 공간에는 생각해보니 딱히 부족한 게 없었다. 청아한 여인네들과 천진난만한 어린이들, 베이지색의 더없이 귀여운 강아지들이 가끔씩 마치 그들끼리 정해진 시간 동안 지나다니기로 짠 것처럼 오가는 가운데 지금 자신 앞에는 최신형 노트북도, 값비싼 오디오도 칵테일도 선그래스도, 리스로 마련한 포르쉐 타르가와 굉장히 맛난 최상류층이 인정할 만한 빵과 커피도 모두 다 준비되어 있다. 단어만 들어도 기분이 좋은 휴양지인데 요트가 빠질 수 없다. 저 앞에 대기시켜 놓았다. 또한 지금 묵고 있는 초신성 호텔의 귀빈용 별관에서 일하는 상냥하고 아름다우며 알 듯 모를 듯 우수에 가득찬 눈빛을 지닌 컨시어지도 꼬셔 놓았다. 참고로 컨시어지는 미모의 지성파 여성이다. 그러고 보니 거의 모든 현대인은 사실 부러운 게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툴툴 거리냐면 너무 풍족해서는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다. 그건 아마도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도 여유작작해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한마디로 지겨운 얘기다. 그냥 주기적으로 뉴스와 책과 방송에 쉬지 않고 등장하는 식상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한 때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4 Hour Week/팀 페리스, p.324 요약.

   한 미국인 사업가가 멕시코의 해안 마을로 휴가 떠남. 부두에서 그곳에 사는 어부를 만나 대화를 나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함. 미국인이 멕시코인에게 고기를 잡는 데 얼마나 걸렸냐, 더 많이 잡지 그랬냐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뭘 하시느냐 물었다.
멕시코인: "늦잠 자고, 물고기 좀 잡고, 아이들과 놀아 주고, 아내 줄리아와 낮잠을 잔다우. 그러고는 저녁마다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포도주도 마시고 친구들과 기타를 치면서 놀지. 살고 싶은 대로 살면서 내 딴에는 바쁜 몸이라우."
미국인: "저는 하버드 MBA 출신으로 아저씨를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시간 투자..수익금으로 더 큰 배를... 어획량이 늘어나 배를 몇 척 더...통조림 공장... 제품과 가공, 유통까지... 멕시코시티로 옮겨야 할 거고, 그 후에는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뉴욕까지 진출하는 겁니다. 뉴욕에서는 유능한 경영진과..."
멕시코인: "그 모든 일을 이루는 데 얼마나 걸리겠수?"
미국인: "15년에서 20년 정도요. 길어야 25년이죠."
멕시코인: "그 다음엔 어떻게 되우?"
미국인: "...때가 되면 주식을 상장한 후 회사 주식을 팔아서..."
멕시코인: "수백만 달러? 그러고 나서는?"
미국인: "그 다음엔 은퇴한 후 작은 어촌 마을로 가서 늦잠 자고, 물고기 좀 잡고, 아이들과 놀아 주고, 아내와 낮잠 자고, 저녁에는 어슬렁어슬렁 마을이나 돌아다니며 포도주도 마시고 친구들하고 기타 치며 노는 거죠···."

   S는 이 이야기를 4 Hour Week라는 책에서 봤고 그 기원과 원형은 또 더 오래되었을 수도 있지만 달라스든 뉴욕이든 어디에서나 한동안 이런 이야기를 남자들은 모두 다 그 출처를 얘기하지 않고, 자기가 멋지게 읊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화자가 말하고 청자가 들을 때 서로 딴 생각한다. 한동안 그 이야기 엄~청 유행했었다. 남자들은 어디서 주워 듣든지, 공부했던 것을 기억하든지, 서점에서 잠시 읽었던지 뭐든지 최대한 많이 알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이 그걸 어떻게든 써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아는 것만 무한반복 재생한다. 그래서 옆사람보다 많이 아는 것 같다고 얘기하면 완전 엄청 좋아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그냥 그렇게 타고났나 보다. 불협화음과 소음에 둔감하고 청각이 예민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듣지를 않는다. 그러고 보면 노화에 따라 청각 능력이 후퇴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짠하고 슬프기까지 하다. 그리고 남자는 거짓말의, 뻥의 진정한 전문가다. 남자는 거기가 뿔룩 튀어나오고 여자는 움푹 깊숙해서 그럴까. 이게 남자다. 바나나는 휘었다. 펜티에 디자인된 문양들은 재미있다. 설마 그대는 그런 타입은 아니라고 믿는다.
   아무튼 S는 가상 인물 J를 마음대로 들었다 놨다, 울렸다가 웃겼다가, 왔다리 갔다리, 빨가벗겼다가 잠꼬대를 시켰다가 술도 가끔 먹였다. 그렇게 S가 J를 모두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데서 오묘하고 황당한 그리고 허망하지만 그래도 말은 되는 창조성의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맛에 사람들이 소설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은 원래 그렇게 창의적인 천재도, 읽는 것은 모두 외울 수 있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도 아닌데 참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S는 다시 J를 쥐어짜서 특이한 분위기의 서사를 펼쳐보이는 창작물을 만들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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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2

from 소설 2014. 7. 17. 14:53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지중해식 풍광과 세기말 분위기, 물 좋은 설정의 럭셔리한 초현대식 호텔에 S는 도착했다. 의욕적으로 그는 첫째 날부터 글을 쓰려고 단정하고도 진지하게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당장 그 첫째 날부터 그놈의 글이 안 써졌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흐리멍텅한 시선으로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우선 소설을 액자식으로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S가 그렇게 다짐한 이상 그가 상상하는 4차원 공간 안에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는 곧 그렇게 J라는 가상의 엑스맨을 만들게 된다. 우선 J가 소설에 집중하게 되는 그 원인을 J의 시각으로 파헤쳐 보기로 한다. J의 과거는 미스테리다. 그리고 그는 현재 백수다. 또 그리고 그는 지금 책을 쓰고 싶어 한다. 현재는 우선 블로그만 가끔 쓰고 있다. 그가 쓰는 블로그가 어떤 모습일지 가늠해 보기 위해 그의 가장 최근 블로그 포스트를 한 편 보기로 한다. 그의 블로그는 워낙 심층적이라서 스누핑에 최적화 되어 있다. 다음은 마담 보봐리와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J의 최근 블로그 글이다.

제목: 마담 보봐리와 안나 카레니나

   이 블로그 글쓴이는 최근 마담 보봐리와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다. 당신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면 엠마 보봐리나 안나 아르카디예브의 특성 가운데 당신과 매칭되지 않는 그 무엇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에 대한 답을 짐작하려면 왜 최근 과거와 다르게 소설에만 그렇게 치중해서 독서를 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왜 소설을, 그것도 고품격에 집착하고 까다롭게 선택하고, 집요하도록 천착하며 천지풍파를 일으키는 전설을 들먹이는 신화처럼 그것에만 집중하는가, 생각을 해봤드니 혹시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혼자 면밀한 추측을 해봤다. 그러니 더없이 포근한 봄날에 마음이 자꾸만 어딘가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때로는 대체로 일상 생활에서는 (노른자를 아슬아슬하게 살린) 달걀 프라이보다 잘 익힌 변형 요리가 제격일 때가 있다.
   소셜 네트워크와 텔레비전 뉴스, 신문 그리고 사람들의 대화에서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애도 깊이 마음의 결을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일치시키는 일들이 이 세상에서는 벌어지기도 한다. 거의 끊이없이 항상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그런 일들에 대한 멋드러진 의견을 내놓지는 못해도 매우 격식있고 예법을 갖춘 온화한 표현을 떠올려 보자면 1818년 작품 프랑켄슈타인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에 대한 설명을 꼽을 수 있다. 나이와 비례해서 사람은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이 올라가고 또 밑줄을 긋는 관점 또한 어떻게든 변하게 되어 있다. 시간을 거스를 순 없듯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는 가운데 명문장들을 기록하다 보면 어떤 전광석화 같은 순간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쓰는 이 글과 저 인용문을 비교한다면... 이런 잡문 나부랭탱이를 꼭 써야만 하나, 이거 내가 정말 뭐하는 짓인지...하는 자괴감. 한없이 추락하는 있는지 잘 몰랐던 자존감, 별로 대단치 않았던 자존심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남성용 월간지의 재미있는 글들만 봐도 즉시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단 정리해 보고 결과를 살펴보기로 한다.
   그러면 그러면 왜 소설인가? 왜 그토록 소설 속에서 특이하고 이상하며 기이한 그런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문체를 찾으려 하는가? 다른 좋은 것도 무수히 많은데 왜 그럴까, 허허허. 굳이 원인을 무리하게 찾으면 사무치도록 타인을 험담하는 일보다는 분명 가치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몇가지 정리해 보았다.
   첫째, 다른 분야도 물론 그렇겠지만 이 종목 또한 퀄러티의 폭과 깊이가 어마어마하게 드넓다. 전망 좋은 방(E.M.포스터), 농담(밀란 쿤데라), 고요한 방(오르한 파묵) 같은 작품에서는 간략하게 그런 표현이 나온다. "수준 높지 않은 소설..." 그런 문맥을 읽는다면 당신도 완전히 기분이 이상해질 것이라고 내 장담한다. 많이는 못 걸고 책 한 권 값만 걸겠다. 이런데서 소설의 수준을 얘기하면 우습지만 사람들은 그런 우수한 작품의 작가한테는 암말도 못한다. 그럴 수 없다. 그런가 안 그런가? 인정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다만 소설 작품의 격은 일반적으로 여자쪽이 비교적 폭이 덜 넓은 것 같다. 그것을 참으로 굳이 꼬집어서 요목 조목 자세히 말하기는 뭐하지만 쉽게 요약하자면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개인적인 통계도 그렇고 예상도 대개 거의 완벽히 들어맞는다. 석연치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 솔직해서 미안하다. 다만 개인 취향과 안목에 관한 문제니까 논쟁의 여지는 전혀 없다.
   둘째, 정말 현실적인 친밀한 사이에서만 하는 얘기도 고품격 소설에 재료로 등장하면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머제라티의 콜라보로 바뀌어 버린다. 완전 신기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예를 들면 어른이라면, 남자라면, 남성이라면, 마초라면, 세상사와 인간사의 온갖 풍파를 겪은 여인이라면 그 단어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뭐냐하면 바로 이거다. 두근두근두근... 센츄리-밀레니엄 클럽. 여기에도 끕이 없을 수가 없다. X, Y, Z축으로. 이와 관련된 은어와 비속어, 유행어도 어디에서나 많을 것이다. 이 소재는 달라스 어느 클럽 뒷골목에서나 다룰 이야기지만, 이런 이빨 까기 적당한(?) 소재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같은 작품에 직접 또는 정제되어 담기면 케미컬하게 그 DNA가 바뀌어 버린다. 왜 그런 것일까? 뭣 때문인가? 너무 많이 알면 피곤하다.
   셋째, 그 어느 전설이나 신화, 동화, 서사시에서도 보도 듣도 깨닫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입이 떡 벌어지게 감탄할 만한 대상을 소설 가운데서 발견할 때, 바로 그 때만의 (뻥 튀기면) 환희라고 부를 수 있는 기쁨이라 불러도 괜찮을 감정을 느낀다. 그야말로 짜릿하다. 그 황홀감이란 엑스터시 불법 마약? 안 해봐서 모르지만 합법적인 마약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허먼 멜빌의 백경에 나오는 정도의 세계 프로낚시 연맹 간부끕들이 애석해 하면서 인정하는 대물을 낚는 손맛? 그런 게 다 뭔 소용인가. 그 즐거움은 결코 짧게 설명할 수 없는, 은연중에 박자를 바꾸어서 간격을 두고 찾아오는 어딘지 모르게 감출 수 없는 다양하고도 은근한 내면의 표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독자와 소설 속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동기화, 그 일치감.
   넷째, 지난 과거의 실망했던 실증적인 외모주의의 허상을, 그 쓸데없는 기대를 뒤집어 버리는 변증론적인 언발란스한 매력을 알아보는 순간이 찾아온다. 스탕달? 뭔 손오공이나 혹성탈출을 연상시키는 모습인데 그런 작품을 남겼어. 문체는 그다지 별로 화사하지 않은데 왜들 그렇게나 두고두고 비행기를 태우는지. 유행을 타지 않고 고전의 반열에 안정적으로 위치해 있다. 어른들은 스탕달을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하지만, 어느 코메디언이 봤을 때는 학생들이 어려서 그를 먼저 읽게 되면 커서 시, 낭만, 예술, 문학, 미술과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사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어디 시대극에 나오는 푸주간에서 어떻게 잘못 본다면 음흉한 사기꾼이나 자발없는 술주정뱅이로 또는 뚱한 보통의 마초 남정네처럼 생겼는데 마담 보봐리라니 완전 기가 막힌다. 거 참 외모만 보고 사람을 쉽게 판단해서는 안되는가 보다. 마담 보봐리, 진짜 유행을 안 타야 하는 작품이다. 필시 명망도 높고 사상도 대단한 웅변가였을 테지만 현대적으로 보면 말빨이 의심스러운 누군가가 52일 동안 구술로서 어느 성실한 속기사에게 (초딩처럼) 받아 쓰라고 명령해서 탄생한 이야기와는 참 다르다.
   하워드 제이콥슨? 어... 아 이 사람, 이분은 현존 인물이다. 뭐랄까 더없이 우아한 고풍스러움과 네오-모더니즘을 동시에 추구하는 매우 어려운 고난도의 지성인다운 전형적인 외모를 지녔다. 마치 이런거지. 사람이 어떻게 저리도 외모까지 지성적이어도 되는거야, 너무한거 아니야? 본인은 뒤에서 다른 사람 험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살다보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사람이 항상 입바른 소리만 하고 바른생활 도덕 군자에 인문-교양서만 읽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 사람들은 인기가 없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것이 바로 인간 관계의 친밀도에 대한 참고 대상이지만 이거, 이거, 이거를 좋아한다고 하면 저거, 저거, 저거는 당연히 덜 좋아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사람이 나이가 들면 마음을 떠보거나 손 안대고 코풀거나 기사도를 모르는 남자는 누구누구인지 철 안 든 작자는 누구인지 가려내는 혜안을 터득하게 되나 보다.
   당신은 무엇에 환장하는가? 단 1과 1.5차적인 것은 제외하고. 최소한 내면이나 외모에만 환장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잠깐 쉬어가는 타임으로 외모에 대한 엄청 간단한 요술, 빵빵 터지는 최면, 그저 소소히 간지럽게 웃기는 정도의 마법을 보여 드리겠다. 굳이 외모에 대한 두꺼운 책 한권을 읽지 않아도 된다. 유치하긴 하지만 나중 이 방식이 똑같이 응용되어 활용되니까 살짝 기억하고 넘어가야 한다. 집중하시라. 완전 침착하게 집중하시라. 자 시작한다. 지금부터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의 인상과 이미지를 머리 속에 떠올려보시라.

   스티브 카렐, 페르난도 토레스, 앤드루 가필드, 케빈 로즈, models.com Top 50 male, 그 다음에 그러다 갑자기 까를로스 떼베즈. 뭐야 이거. 조금 아주 약간 웃길 뻔 하다가 말았다. 너무 사람 외모 가지고 그러지 말자. 누가 그랬는지... 지금껏 살아오면서 주기적으로 간헐적으로 규칙적으로 꼬박꼬박 틈틈히 까를로스 떼베즈가 부러웠다. 그 눈가의 짜글짜글한 잔주름까지. 완전히 남자답게 믿음직스럽게 생겼다. 한마디로 상남자! 축구도 잘한다. 연봉도 많이 받는다. 원래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미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에 (약간 체급과 포지션이 관련되어서) 잘 안먹히는데 그는 유럽 상위 리그와 세계 축구계에서 모두 인정받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과거 커다란 이적료에 시끌벅적하게 영국으로 건너갔던 크레스포와 베론은 모두 짐싸서 떠났다. 전성기에는 훌륭했지만 호감가는 선수지만. 즉 까를로스 떼베즈는 주물럭거리는 게 대륙 단위다. 그가 골을 넣으면 세계 스포츠계가 들썩거린다. 또 자세히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남자 세상은 겉으로 보이는 액면이 중요하다. (여자 스타일 예의로 봤을 때의) 달라스 에드워드 노튼이 아니라 진짜 에드워드 노튼이 나오는 영화 파이트 클럽 (1999)이나 현실에서 진짜 즉시 알아보는 스트리트 파이터. 모두 액면으로 바로 견적나온다.
   OK, 에드워드 노튼!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애칭? 마음에 안 들어할 수 있다. 달라스 북부 노튼, 아니야. 달라스 노튼, 좀 그래. 캘리포니케이션도 뉴욕 노튼도 별로. 미국 아니 세계 이런 지구 지하 세계도 외계도 있잖아.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뭐야 그 녀석 이름도 이상하잖아, 노트도 아니고 코트도 아니면 코튼도 아닌 노튼, 푸하하하. 이런 나이도 그렇고 라이징 스타도 아니야. 이 ... ... 막 이런다. 참고로 이건 어디까지나 가상 상황이다. 여자들은 이 글을 읽고 웃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 웃기는 하는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표정이 꽤 이상한 남자? 상당한 검토가 필요하다. 화내는 남자? 할 말 없다. 결국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를 위한 코메디지 않는가.
   어, 재미있는데... 한번 더. 애쉬튼 커쳐, 애덤 리바인, 휴 잭맨, 에드리언 브로디, Top 10 earnings male models, 그러다 갑자기 제이 레노꽈! 뭐야 이거. 뭐긴 뭐야 코메디지. 웃자고 한 얘기다. 필자가 제이 레노 말빨의 소유자라면 소원이 없겠다. 그 어떤 절세 미녀일지라도 단 10분이면 모두 다 꼬셔버릴 것이다. 외모가 다가 아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마음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이런 매끈하고 반반한 인상의 소유자들도 지면의 화보로만 만날 때는 괜찮다. 액센트와 리듬감 있는 광고 멘트로 짧게 얘기하면 나쁘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기로 승부하는 모습? 인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말을 길게 하면 눈치가 그렇게 빠르지 않은 허당이라거나 또는 외모와 언변과 목소리가 극적으로 심각하게 불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분들께서는 아마도 너무도 교묘하고 은근한 유혹을 1주일 또는 1달 또는 1년 만에야 캐취하는 키스 탤런트보다 눈치는 빠르지 않겠지만 기회는 조금쯤 많을 것 같다. 이게 인간미가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인간미란 말인가? 때로는 침묵이 금이요, 웃음이 정답이다. 고품격 소설이라는 학문을 논하고 있었는데 이거 원...
   다섯째, 스티븐 호킹 박사의 그 유명한 이론, 시간의 구부러짐을 독서행위 중간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이 아니라 아인 슈타인인가.. 아무튼 과학자 이름이라면 하이젠 베르크 외에 별로 거의 아는 사람이 없다. 그러고 보면 단순하고 강한 뭇 남성들은 고품격 소설을 완전 싫어할 것 같다. 뭔 놈의 수식어가 그렇게 많고, 어지롭고 쓰러지도록 빙글빙글 돌려서 말하고, 뿐만 아니라 뭐가 그리 복잡하고, 대놓고 보고 대놓고 얘기해도 될 것을 무엇을 그렇게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것인지 아마도 필경 완전 짜증내고 뭐라뭐라 투덜댈 것이 분명하다. 그 다음에 그 다음에, 그래서 그래서,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결론이 뭐야 하면서. 대놓고 보면 안될, 피해 다녀야 할 그 망할 놈의 고품격 소설, 쉬퐁쉬퐁 퍽퍽, 비치비치 하면서, 납득이 안 되는 거지.
   여섯째, 고품격 소설의 화자는 이런 사람이 아니다. 입에 모터가 달렸는데 귀는 막은 채로 말은 쉬지 않고 엄청나게 하는데 그 레파토리가 얼마 안돼. 귀 막고 그것만 날이면 날마다 반복. 수없이 하는 얘기 중에 어쩌다 하나 살짝 얻어걸리고 그걸 또 쓱 한동안 밀고 나간다. 타율이나 좋으면 다행이다. 그리고 지역별로 차이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서관에서 소설들을 보다 보면 어떤 두드러진 차이점이 보인다. 도서관의 어느 파트의 책들은 대부분 저자 소개에 이렇게 씌여 있다. 어디서 무슨 상을 받아 등단했다. 무슨 상을 받고 정식으로, 정식으로 등단. 뭐에 당선되어 집필 생활을 시작했다고. 다른 파트에서 본 어떤 책의 저자 소개는 그동안 무슨 책들은 계속 많이 발간해 왔는데 그가 알고 보니 꾸준히 많은 상을 받은 작가였더라... 그런 소개도 있었다. 뭔 차이지? 왜 그런거지? 만일 당신이 거창한 단어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소설을 하나 완성하고 싶다면, 미완성으로라도 쓰고 싶다면 일정 수준으로 블로그 포스트를 50개 준비해서 기타 준비한 자료들을 결합하여 영세 출판사를 찾아가 보시라. 그것이 바로 버킷 리스트다. 문체를 위해 1달에 1권의 시집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1달에 1권이면 하루 몇 편, 딱 3분이면 충분하다. 또 작가의 말에 옛날부터 그냥 책 읽는 게 좋았다는 식상한 얘기는 좀 달리 표현하면 멋져보일 것이다. 순수히, 담백히, 순전히 그냥 책 읽는 거 자체가 좋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그저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좋다니. 유명인이야, 어른들이야 그렇겠지만 글쓴이는 수십년 책을 읽었는데 절대 그 자체가 좋지는 않다. 읽는 중간 항상 딴 생각을 한다. 동네에 새로운 술집이 생겼는데 혼자 가볼까? 영화보러 갈까, 개 보러 갈까, 이거 계속 읽어야 하나, 좀 더 집중해서 헛생각하지 않고 읽어야겠다, 뭐 이렇게 두꺼워, 언제 다 읽지... 그러다 다시 읽는다. 이 짓거리 솔직히 참 곤혹스럽다, 수십년 책을 읽었는데도 말이다. 독서가 아찔한 지성과 말빨, 글빨에 도움이 전혀 안되면 누가 책을 읽을까. 신선한 채소와 싱싱한 야채가 인스턴트 식품보다 오히려 몸에 헤로워, 그러면 누가 채소와 야채를 먹는다는 말인가. 신물이 나는 건 오바니까 어른이니까 좀 참아내야 한다. 그래 머저리 너구리 같이 생긴 본인만 참으면 된다. 혹시, 혹시 당신은 책 읽는 것 자체만 순수히 좋아하는가? 응 그렇게 은근슬쩍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 연애처럼.

   그러면 그러면 왜 소설인가? 음 실은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좀 더 골똘히 생각해 봐야겠다. 마가렛 미첼은 말했다. 문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그건 뭐랄까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가끔은 머머 했다, 머머 했다, 머머 했다. 나는, 나는, 나는 이게 훨씬 나은거도 같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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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4. 7. 17. 11:58

   언젠가 어느 때부터인가 하나의 만남이 있었다. 우주의 기원이 어떻고..와는 다른 아담과 이브 이야기가 아닌 조금은 시시한 인연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겪게 되는 그런 일반성과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는 심리학적인 기제와 버클리풍 동조, 케미컬한 간섭 현상 때문에 누군가에게 말 못하는 이야기를 글로 남긴다.
   그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왜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신비로 바뀌었는지, 언제부터 그 카오스가 오로라를 거쳐 은하수가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왜냐하면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서 누구도 제대로 아는 사람 또한 하나 없는 드디어 아무도 그 기원을 궁금해 하지 않는 불문율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놈의 불문율. 묻지마, 따지지도 마. 꼭 애들 장난 같다. 술집 이름 같다. 따라서 그것의 시작은 '나는'으로 출발한 게 아니라 사람들은, 우리는, 그녀는, 그는, 너는, 당신은, 그대여... 이런 순서로 소설을 쓸까 말까 고뇌하는 1인칭을 포함한 형태를 갖추어 갈 것이다. <그럴 것이다>는 예측은 그러다 보면 <세상은>이라는 무지개빛 환상의 언덕에 도달할 것이다는 예언을 장난 삼아 하다보면 실현될 수도 있다. 그렇게 이루어진다면 그 감당하기 버겨운 행운을 어디에 감사해야 할지 어지롭겠지만 그러므로 그 첫 만남의 성장과 분열과 변주가 어떻게 어른들이 읽을 수 있는 동화와 판타지가 되었는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하지만 이것은 미친 소설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개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 엄살인지 절규인지 확실하지 않은, 기린도 아니고 하마도 불새도 뭣도 아닌 반인반수와 같은 이상한 형식을 띄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UFO와 같은 소설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UFO, 사람들이 봤다고 하는, 어느 책과 어디 웹페이지와 방송에 그리고 (이제는 정말 유머 코드로) 어느 정부가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것은 모두 하나같이 매우 작은(째깐한) 것이다. 엄청나게(허천나게) 큰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그런 UFO를 본 사람이 있을까? 없다. 한 명도 없다. UFO! 엄지를 펴면(오므리면) 잘못본 것, 검지는 아주 작은 것, 중지? 가짜 완전 가짜, 약지는 말 그대로 확인 불가능 그리고 새끼손가락은, 언-젠-가! 머나먼 미래에는 몰라도 가까운 앞날에는 어림도 없다. 외계인이 그것도 완전 비리비리하고 어리버리한 외계인이 아니라 진짜 엄청나게 발달한 동시에 멋~진 고등 생명체가 지구에 온다면 몰라도 말이다. 그 말이 현실이 된다 해도 전자가 아닌 후자가 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걱정이다. 별 허접한 걸 다 사서 고생한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자, 지금 바로 시작한다.

   어느 날 S는 문득 지난 시절의 우습고도 희한한 장면을 생각하듯이 불현듯 어떤 현상의 원리에 대한 호기심이 심각한 행동장애에 대한 동기유발을 하는 것처럼, 엄청난 충격을 가하는 영감의 순간이 아닌 아주 오래된 인과 과정에 의해서 한 편의 이야기를, 스릴러를, 추리 및 탐정 이야기를 쓰고 싶은 그리고 자신의 얘기를 제발 써주라 하는 살아있는 SF의 절규를 듣는 착각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꼭 그에 걸맞는 내용이 아닐지라도 그냥 갑작스럽게, 보다 더 깊은 내면에 숨겨진 의도가 오랜동안 체감되고 키워진 그러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가는 것을 아주 가끔은 본인에게만 솔직하게 모른 체하기 미안해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여기서 S는 아무런 의미 없는, 그 어디에도 쓸모 없는 그런 이니셜일 뿐이다. 그가 꼭 마담 보봐리와 같은 뭐한 작품을 쓰고 싶은 속마음을 일부러 은근하게 들키고 싶어한 것은 아마도 아닐 것이다. 또 그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그렇게나 깎아 내리던 하드보일드 문체 때문에 달걀 요리를 자연적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달가워하는 것 또한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나는', '나는', '내가', '내가', '나 옛날에', '관심없어' 같은 녹음기 재생 현상 환경에 지독하고도 거대한 염증을 느껴왔던 데서 그 연유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왜 수컷 세상은... 왜 일반인들의 세상에 돌연변이가 끼면 안되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적어도 그 마음의 저변에 깔려 있었다고 보아도 꼭 엄청난 곡해라고 누군가에게 멱살을 쥐어잡힐 만한 오판은 아니라고 짐작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S는 왜 하필 소설을 쓰고 싶어했던 것일까? 별로 그다지 궁금한 일은 아니지만 겸허히 그의 내면을 따라가보면 왜 그가 하필 소설을 쓰고 싶어 했는지, 왜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했는지가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을 즐기기로 마음 먹고 S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 진짜 시작한다. (뭐야 아직도 시작은 안 했단 말이야, 이런 삐─삐─)

   이른바 정식 소설과 고전, 포스트모던, 추리소설등 소설의 기본 법칙과 원리에 대해서는 장구한 세월 동안 너무나 많은 시도가 있어왔기 때문에 더 새로운 게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지금의 글쓴이와 같은 사람이 옛날에 나온 고품격 소설을 무작정 따라하면 실패하기 쉽상이고, 커다란 문학상에 도전하여 등단할려고 한다면 몇 번쯤 죽었다 깨어나도 모자랄 것이고, 그러므로 그냥 형식 무시하고 줄거리 거의 없는, 막 써내려간 듯한 기법이 어울릴 것 같다. 뻔하지 않은 듯한 방법이지만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하루도 빼지 않고 핸드폰으로 어플리케이션 조금 보다가 책 좀 읽고, 동네 개들 구경하러 다니다가 극장과 서점에 기웃거리면서 딱 그렇게 챗바퀴 돌듯이 살기에는 삶이 무척 단조롭고 인생이 좀 슬퍼보이게 마련이다. 뭐야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은? 매번 같은 스타일의 변변치 못한 문체로 새롭지 않은 내용의 블로그 포스트만 가끔 쓰고 사는 것도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지만 뭔가 변화가 필요하는 뜻이다. 물론 안 변해도 된다. 돈이 많으면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다시 읽고 직접 여행해 보고 그 작품을 리메이크해도 된다. 딱히 책으로 엮을 가치를 장담하고 보장하기는 어렵겠지만. 하지만, 하지만 S뿐만이 아니라 그 흔한 마초도 이 정도 호기심은 없다 하면 화내고―그들은 천하의 지존이니까―시도는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 번 대체로 해보고 싶어들 한다. 왜냐하면 굳이 별 헤는 밤의 분위기가 아닐지라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을지라도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이런 얘기 나도 쓰겠다'와 같은 심리 기제를 사람들은 말하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또는 그런 얘기를 듣거나 읽으면서 능청스레 기나 긴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의 소설 안에는 이야기를 만드는 환경이 있고 시대가 있으며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독자가 소설을 읽을 때 엄연히 독자와 소설은 (작가의 의도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구별되어야 한다. 즉 독자가 읽는 소설은 한마디로 남 얘기다. 그래서 책을 읽고 교훈을 얻드래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보면서 투덜거리거나 읽다가 끝까지 읽기에 실패하기 쉽상이다. 그러면서도 계속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영상과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그러므로 새로운 소설의 형식은 독자를 주인공으로 느끼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고 또 그래야 완독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당연히 책도 많이 팔리게 될 것이다.
   옛날부터 그래왔다고? 당연히 그렇다. 단테를 읽지 않은 사람이 거의 전부지만 모르는 어른은 거의 없는 것처럼, JKR처럼. 당연히 고품격 소설이 위대하고 아름다우면서 엘레강스하다. 다시 말해 소설의 새로움의 기준은 어차피 고품격의 기준선을 넘지 못할 바에야 재미있는 듣보잡이 되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소설 속 주인공이라고 가정한다면 얼마든지 행복한 설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전지전능한 세팅을 미리 체험해 본다면 지금과 나중의 실재 당신 삶과 인생 또한 판이하게 뒤바뀔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소설 읽기의 기준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야기 속에서 어떤 인물이고 싶은가?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패션 모델? 소셜 네트워크 셀러브리티? 18세기의 어느 국왕이나 왕비? 삼천궁녀 가운데 한명? 그리고 또 어떤 설정으로 세팅되고 싶은가? 나이도 20살도 가능하고 30살은 물론 고추 달린 3살 애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박물관 구경 중에 숨겨진 지하 통로를 우연히 찾아 그곳을 탐사하는 이야기나 해외 정보원 생활을 하다가 어느 일반 기업체에 스카웃되어 초거물들만 상대하는 탐정도 가능하고 무궁무진하다.
   그러고 보니 정말 진짜 이 소설은 완전히 줄거리가 없다. 하지만 아직 도입부니까 괜찮다. 또 이 소설만 그런거도 아니다.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뭐, 뭐... 이런 책을 쉽사리 마초에게 권했다가는 시원하게 얻어 터질지도 모를 일이니 혹시 그런 마음을 품었다면 좀 더 읽고 나중에 찬찬히 재고해 보기를 권한다. 일단 S가 주인공이니 주인공의 주변 인물로 범위를 넓히는 것도 좋지만 그가 처한 상황, 즉 그의 내면 세계를 좀 더 살펴보는 것에 일단 집중하겠다. 그러니 일단 왜 그가 그렇게 소설쓰기를 고집했는지에 대해 좀 더 설명을 이어갈 것이다.
   보통 S 부류의 인간 타입은 초현실주의를 동경함과 동시에 그 정반대 세계에 위치해 있는 초월적인 은둔자, 숨어버린 거부인 탕아, 영화에나 나올 법한 머머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따른 완벽히 새로운 삶에 대한 그저 사소하고 단순한 호기심을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삶이란 실제 본인이 겪게 된다면 일반인이 짐작하지 못하는 우울함을 간직한 채로 말도 안되게 생과 사가 가깝고도 요원할 테지만, 쉽게 보편적으로 긍정적인 기쁜 삶의 일면만 카피하는 기분을 맞보고 싶다면 그저 멀리 있는 휴양지로 떠나서 최고급 호텔 생활을 전전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지금, 바로 지금 당신의 심상에 떠오르는 그 영화, 그 소설 바로 그것이다. 그와 같은 여정을 밞게 되면 이야기 거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글이 안 써진다고 중세의 집시처럼 방랑 생활을 하는, 기존 작품을 뛰어 넘는 책을 집필하지 못하는 중견 소설가는 당연히 예외 사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너무 삼천포로 빠졌으니 다시 S의 내면 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S는 소설 쓰기 자체를 행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싶은 황당한 망상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한다. '꿈과 이상의 세계를 찾아 작전을 시작해 볼까?' 마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다. 가슴이 아니라 간이 부은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어떤 마법과도 같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처럼, 소설 위대한 유산처럼, 자기 통장에 거액의 자금이 유입되고, 간략한 몇가지 원인과 유의사항에 대해 카이저 소제의 심부름꾼 닮은 사람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2가지 요건인 시간과 자본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딱 떨어진 기이한 상황에 마딱드려 마냥 좋아해야 할지, 불안스레 당황해야 할지 또는 예의를 잊지 않고 정중히 거절해야 할지 스스로 본인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의심스러운 사랑의 초기 단계와 비슷한 처지에 빠지고 만 것이다. 앗, 너무 급하게 상황 설정이 해결된 것 아니냐고 하는 독자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그럴싸한 변명과 적당한 설명을 나중에 감쪽같이 시도할테니 진득하니 너그럽게 최대한 거만한 자세로 읽어주시기를 간곡히 추천한다. 게다가 한껏 착한 견적으로 가볍게 실현 가능하도록, 지금 당장 누구라도 따라할 수 있을만큼 기준선을 낮춘다면 저거 다 가능하다. 얼-마-든-지! 괜히 성실하고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 어느 좋은 사람의 가슴에 가족이나 다른 인연이 바라지 않는 동기부여를 불어 넣을지도 모르지만 말이 그렇다는 뜻이다.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헨리에트 앤 클라우저
꿈을 실현시키는 기록의 힘 p.29
어떤가. 놀랍지 않은가? 당신도 할 수 있다. 맘껏 꿈꾸고 그 속에서 순수하게 비현실적인 자유를 만끽하라. 리처드 볼즈Richard Bolles는 “제발 현실에 눈을 떠!!”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대사라고 주장한다. 킬리만자로를 등반하라. 병원을 지어 대학에 기증하라. 오페라를 작곡하라. 고아원을 설립하라. 불치의 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하라. 특허를 획득하라. TV에 출연하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거창한 목표라도 괜찮다. 돈과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다. 사실 돈과 시간이 문제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의 계획은 이랬다. 우선 어느 휴양지 섬으로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의 회원제 특급 호텔에서 집필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일정량을 쓰고 나면 그건 반드시 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일정량을 쓰고 나서 직접 썼던 내용을 자신이 어느 정도 실현한다는 것이다. 즉 직접적 과거 체험이나 이런 저런 들었던 상상했던 겪었던 이야기들을 글로만 쓰는 게 아니라, 쓰고 나서 그 내용을 자신의 행위로 구현해내고 또 그로부터 쓸 내용을 도출해내는 그래서 적으면, 적으면 이루어진다는 환상을 직접 혼자 만들어 경험하면서 기이한 어른용 환상 소설이라는 신종 판타지 장르를 시도하기도 다짐했다. 새로운 시도, 해볼만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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