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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23

from 소설 2014. 9. 15. 22:34

   어떤 대화, 동상이몽. J는 급기야 하다하다 아이폰 메모장으로 단편소설 쓰기를 시도해 보았다. 이젠 결국 실험소설이란 말인가. 마치 고전적인 걸작 단편소설에서 느끼함과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하고 전위적인데 재미있기까지 하는 그런 착한 단편영화의 특징을 차용해 써보겠다는 의욕적이고 왕성한 창작 의욕이 솟구쳐 오르는 걸 느꼈다. 길게 지속되지는 않을 테지만 일단은 그랬다.
   여자1과 여자2는 개패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나눈다. 남자들처럼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가 아닌 그 매커니즘이 퍽이나 교묘하고 쓰러질 만큼 정교한 여자들은 절친(친한 친구)이라 하면 지금만 절친이 있는가 하면 사는 동안 삶의 이유로 못 만나더라도 언제까지나 절친이 있다. 여자1호와 여자2호는 후자다.
   여자1호는 아픈 과거가 있다. 옛날 남자친구가 특수부대에 있을 때 면회를 갔는데 남친의 선임병이 좀 능글맞게 굴면서 남친이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조금만 기다리면 잠시 후에 나오니 그때까지 부대 인근 번화가에서 간단히 시원한 맥주를 먹자며, 그렇게 부탁을 받았다 하였다가, 술을 먹고 어떻게 해서 그 선임병은 여자1호를 취하고 울고불고 난리 나고, 그 선임병은 후임병인 여자1호의 남친에게 딱 정확히 죽기 직전까지 맞아서 남친은 영창에 안 가는 대신 특수작전 실전 수준 만큼 처참하고도 완전 가혹한 수준으로 장교로부터 벌을 받았다. 그 선임병의 기수가 열외 되었는지 어쩐지는 모르는 채 남친과 여자1호는 그 후 잘 되지 않고 헤어지게 되었다.
   여자2호는 옛날에 한 남자를 만났다. 느낌이 괜찮았고 대화도 잘 통했는데 어떻게 에로 장르처럼 처음 만난 그날 그와 잤다. 육체적 사랑의 정도(正道)가 있겠냐 하겠지만, 좋은 사례도 있을 테지만 음. 중진은 약간 그렇고 쪼끔 애매한 선수는 말한다. 여자들은 처음 만났을 때는 절대 안 준다고, 두번째가 그럴싸 하다고. 그 선수는 선수의 층위가 높지 않다. 사람과 상황과 운명은 다양하고 풋사랑도 있다. 그 어떤 고급 콜걸이나 영화 속 프리티 우먼 (1990)도 키스를 한다, 사랑을 한다, 그 다음까지도! 여자2호는 그래도 그 남자와 잘해 보고 싶어 미래를 계획했지만 결국 헤어졌다. 상남자들이서 함께, 친한 남자들끼리, 가까운 여자들끼리 만나면 정말 찐한 얘기들을 할 것이다.
   여자1호와 2호, 그녀들은 개패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 영화 어때, 뭐 읽을 만한 책 없니, 이 남자 저 남자, 머머 하고 싶다 머머 하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 그거 먹고 싶다 그거 먹고 싶다, 뭐 사고 싶다 뭐 사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선언과 시작의 공증이 문제네 아니네, 다짐이 중요하네 뭐네, 멜로 영화처럼 하이틴 드라마처럼 로맨스 소설처럼.
   그런데 그때 그 개패에서 여자1호와 여자2호에게 헌팅이 들어왔다. 남자 친구들 가운데 그럭저럭 연애 경험이 있는 남자1호가 옆에 있는 친구에게 "지금 째 꼬신다." 말하고 혼자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말했-듯이 누구나가 알-듯이 이런 경우에도 견적내기가 적용된다. 모든 것은 견적이다. 남자들도 딱 어리숙한 뭔가를 보지만 어리숙 하지 않은 여자들도 못 이긴척 은글슬쩍 생활 연기를 한다. 남자1호는 그렇게 두명 가운데 한 명의 전화번호를 따고 일주일 후 2번째 만남 전에 친구에게 말한다. "쟤랑 오늘 잔다." 그리고 그랬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어떤 남자는 첫 만남에 "나 너 찍었다."를 말하고 두번째 만남에서 "나 너랑 결혼할꺼다."라고 말한 후 그랬다는 사례도 있다. 참 애 같다. 남자들은 모든 걸, 모든 걸 공유하고 늘리고 키운다.

   어떤 커플이 대화를 나눈다.
   "나는 오빠랑 사랑할 때보다 서로 그냥 가만히 안고 있는 게 더 좋아."
   "뭐야 그건? 이젠 날 사랑하지 않는단 말야?"
   "오빠는 의역은 도무지 모르는 사람인 거 같아. 대화의 수준 참 높다"
   "뭔 말인지 나도 다 알아."
   "존 업다이크가 누군지는 알아?"
   "이런 쉣, 그 머저리 너구리는 뭐하는 놈이야?"
   "내가 깜빡 했다. 오빠는 키스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전에 그... 아니 이름이... 뭐야 이제 외국인이야?"
   "어쩜..."
   '뭔소리야.'
   '난 솔직히 그거 재미없어.'
   '아 외롭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아 외롭다...'
   '말을 많이 하기만 하면 말빨인 줄 아는 오빠, 아 답답하다. 제발, 제발 그때 만큼은 침묵했으면... 포근함, 자상함, 무드, 섬세함, 낭만적 감성... 바랠 걸 바래야지.'
   '아 계속 외롭다.'

  소설이 시작된 이후 대화체가 처음으로 많이 나왔다. 한가득.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조짐은 커녕 아마도 대화체, 첫 끗발이 개 끗발일꺼야.
   멋지고 성실하고 세련되고 좋은 그러면서도 뭐한 그런 남자 엄~청 많지만 그렇게 작품을 창작하고 미친? 이상한? 사랑도 있고 예쁜 사랑과 최고의 사랑을 그리고 영원한 사랑을 쓰는 건 참으로 험난한 길인 것 같다. 소설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S는 아무래도 자신이 요 분야에는 숨겨진 재능도 싹을 티울 가능성도 입에 풀칠 할 재주나 잔꾀도 없어서 아무래도 이 업계에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닌가 하며, (쌍)코피를 흘리는 왜 코피가 터졌는지 의심을 사면서  참 의뭉스러운 새댁 이야기를 써볼까 아니 그것도 어렵겠지 하면서 꽤 심각하게 고민하는 나날을 보냈다. 아무튼 연애소설은 함부로 덤빌 장르가 아닌가 보다. 이건 꼭 3류 소설 같다. '같다'가 아니라 3류 소설이다. 그는 그날 시든 보라빛 꽃잎처럼 고개를 떨구면서 고개 숙인 남자가 됐다.
   있지도 않은 DJ에게 신청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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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22

from 소설 2014. 9. 14. 14:32

   글이 안 써진다며 처량하게 혹은 아연하게 혼자서 술 퍼마시고, 괜히 아무런 잘못 없는 조이스를 뒤적거리며, 재미없을 줄 이미 다 알면서 느닷없이 칼비노를 펼쳐 보다가 허무맹랑한 처녀 작가처럼 서점에 가서 사지도 않을 거면서 지루하니까 '뭐야 이거'라고 (속으로만) 험담이 절대 아닌 혼잣말을 하리라는 걸 100% 알면서도 프루스트를 뒤적거리는 행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해야 하는데 뭐 사람 나름으로 성별에 따라 개인차도 있으니까 그냥저냥 위안을 삼는다. 어쨌든 삘 받는 찰나를 기다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방법임을 참으로 빨리도 알게 되었다. 이 쉬운 걸 말이다.

행복의 추구/더글라스 케네디
p.128 ...물론 내 말이 너처럼 '작가의 블록 현상'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전혀 위로가 안 된다는 것쯤은 알아. 작가의 블록 현상은 나 역시 수시로 겪는 증후군이니까.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다보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리기도 해. 글을 쓰고 싶으면 쓰고, 사랑을 하고 싶으면 연애상대를 찾아봐. 나이를 몇 살이라도 더 먹은 연장자로서 말하는데 사랑을 해보겠다고 작심하고 나서는 건 곤란해. 그런 식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 십중팔구 싸구려 멜로드라마로 끝나게 되지. 사랑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가슴을 비집고 들어와 머리를 탁 치는 느낌을 주는 거라 생각해.

   몇 년 몇 월 며칠, 이거 저거 요거, 뭐뭐 했다 뭐뭐 했다 뭐뭐 했다. 지금 꼭 초딩 일기 같다. 스토리가 안 나오니까. 하지만 그런 초딩의 일기 같은 책이 몇백만 부, 몇천만 부 쉽게 찍어 버리는 걸 보면 한 번쯤 그 방식을 본 뜰 필요가 있다. 그 유명한 몇억 부 찍은 이야기, 딱 정확히 초딩 스타일이다. (물음표를 너무 많이 쓰면 고귀한 독자님께서 짜증내고 재수 없게 느끼시니까 적당히 쉼표로 대체해야 한다) 초딩의 마음을 닮고 싶은 어른, 초딩의 생각으로 글을 쓰는 동화 작가, 초딩의 불장난을 다그치고 말리고 타이르는 부모로서는 도저히 확실하게 초딩처럼 그 몇억 부 찍은 작품에 절대 절대 빠져들 수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어른은 초딩 시절이 이미 옛날에 지나가 버렸으니까! 그니까 슬퍼하거나 우울해 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으니까, 불가능하지만, 불가능하니까, 막던지자면, 몇억명의 애독자에게 욕 먹을 각오하고 그 극소수를 위해 알려드리는 팁이다. 그대에게만 알려 드리니 맹세코 어디 가서 발설하지 말고 함구해야 한다.
  무조건 따라하는 거에 대한 단점의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지만 그런데 너무 신경쓰지 않는 연습이 긴요하다. 왜냐하면 신선들이 사는 것 같은 샹그리라의 로얄제리처럼 응축되고 지구를 통채 휩싸은 인터넷 망처럼 길다랗게 유려하고도 장중한 문체를 구사하는 건 말처럼 그리 쉽지 않고, 그냥 무조건 마침표를 저 뒤로 미룬다고만 해서 흉내낼 수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칼럼은, 아 칼럼이 아니라 소설 연재 편은 신선한 시도다. 수첩에 볼펜을 꽉 움켜쥐고 신들린 듯 영감(?)을 써 내려가지 않고 Dell표 데스크탑 컴퓨터를 켜놓고 메모장에 작성했기 때문이다. DELL도 괜찮다.
   앞서 만들었던 J같은 캐릭터는 원래 지극히 속물적이고 통속적인 성격의 소설 속 가상 등장인물이다. 현실에서는 있을 법 하지 않은. 그런 인간은 좀 험담을 얻어들어야 한다. 그래도 싸다. 마치 뒤태에 꼿힌 기억을 너무 직접 경험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쓰는 소설가처럼 자랑이랍시고―그런 소설가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J 캐릭터만―책으로 펼쳐 내지는 못하고 블로그에 기록할 것 같은 유형이다. 어려서 전두엽에 뚜렷히 각인된 첫 뒤태의 기억이 마치 이와 같을 것이다. 초딩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의 '뭐 재미난 거 알려 줄까' 같은 인사말 또는 제안을 듣고 같이 가서 보았던 퍼포먼스(같은 반 친구의 치마를 걷어올리는 게 아니라 바지를 잡고 ... 그 친구의 이름은, 피해자였던 그 친구의 이름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 친구가 '나를 잊지 말아요' 같은 제목의 노래를 작곡했을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에 참여. 법률 용어는 어렵다. 그 다음 뒤태의 기억, 중딩 1학년 때 독서실 멤버들과 여자 목욕탕(화장실이 아니라 공용 목욕탕이었다, 전에 잘못 썼다)을 훔쳐 본 2번의 시도와 1번의 실패가 틀림없이 있을 만한 타입이다. 그런데 전자는 어떻고 후자는 어떻다가 아니라 이 전자와 후자 사이에 중성미자가 없을 리가 없다. 어린이였던 적에 XX 운동이라며 동네 아줌마들을 모조리 웃겨버렸던 행위가 다시 초딩 5학년인가 6학년인가 즈음에 집에 있는 (별로 강도 높지 않은) 싸구려 잡지에서 뒤태의 예술적인 사진, 그 한 페이지를 보며 재현된 사건 같은. (이런 젠더는 이거 때문인지 포경수술을 늦게 받아서 그런지 정상적인 사정을 또래에 비해 뒤늦게 경험한다는, 첫 경험에서 보통 남자들과는 달리 젊은 여자들처럼 사정에 이르지 못한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다. 남자의 첫 사정과 첫 경험 사이의 시간이 여자들의 경우 약간 역대칭한다는 학술 자료도 있다. 당연히 학계 보고와 학술 자료는 물론 비공인으로 필자의 추정치다)
   사실 뒤태는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그 만큼 가치 폄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른들 가운데 운전 안 해본 사람, 또는 운전을 못 해봤으면 자동차의 조수석에는 타본 사람, 그것도 아니면 차에 타본 사람 나오지 말고 그냥 인정만 해 주시라 간절히 부탁한다면 전부 다 그건 공인한다. 그러면 도로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게, 가장 잘 보이는 게 무엇일까? 거리를 지나가는 잘생긴 남성, 섹시한 여자, 지성적인 중성인? 다 아니다. 자동차의 뒤태다! 그래서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뒤늦게 좀 더 그것에 대한 R&D 비용을 늘리고 있다고 알려진다. 출처가 어딘지는 불확실하다.
   뒤태는 침 흘릴 만큼 놀랍도록 책과 닯았다, 수평적인 가치에서. 옷만 대충 좀 갖추어 입으면 누구나 다 최고로 잘 나가는 영화배우요, 실제 보면 몸이 찌릿찌릿하고 뭔가가 찔끔 한다는 아티스트다. 누구나 음 거의 누구나. 그런데 다소 실례이긴 하지만 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이 마당에 꽤 적절한 명대사. 절대 뒤돌아보지 마!
   이 글은 꼭 세계 3대 고백록의 하나인 거의 1천 5백년 전이었던 4세기 말에 씌여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닮았다. 그 숭고한 지력이 아니라 형태만.
   이제 정말 미간에 힘-빡-주고 한껏 긴장하고 스토리를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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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21

from 소설 2014. 9. 12. 17:22

   흔히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행복하니? 행복해? 행복하지 않아, 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대화의 주제와 시간, 장소, 상대등을 가리지 않고 어찌 보면 감 없는 사람이 보면 동성끼리 사귀는 거 아냐 같은 오해를 즐거운 상상을 유발시키는 경우를 제외해도 아주 공감 못할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소시알 ㅎ레조(소셜 네트워크)에서는 그럭저럭 부끄럽지 않게 이 말을 과감하면서도 떳떳하게 사용한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왜 그렇지, 왜 그런거야 하면서 유난떨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텔레비젼을 보면서 '그래서 행복하니?' 라는 말이 나오면 때로는 무척 거북한 감정을 품고서 그 다음에 무슨 얘기를 할지 어떤 대화를 나눌지 다 아니까, 식상하고 지겨우니까, 왜 그런지는 더 자세히 몰라도 별로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 또 그런데 정말 기특하게도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는 어떻게 보면 남몰래 자기도 이미 다 아는 그것에 대한 그것이 제목으로 쓰인 책들을 찾고 또 찾고 읽고 또 읽으면서 더 훌륭한 책을 기다린다.
   뭔가 이상하다. 한 번 더, 잔뜩 수상하다. 한 번 더, 다 같이...는 록스타나 다른 장르 뮤지션들이 즐겨 사용하는 문구다.
   이런 건 로베르토 볼라뇨, 파울로 코엘료 스타일 문체를 사용해야 더 느낌이 사는데 그럴 깜냥도 안되고 그게 어디 막 따라한다고 쉽사리 되는 것도 아니다. 저 이야기를 왜 했냐 하면 그 단어를 직접 쓰지는 않더래도 간접적으로 고급스럽게 아리송하게 느껴지도록 만듬으로써 독자의 마음이 그분들의 육체로부터 유체이탈 하는 기분을 느끼시게끔 해야지만 필론의 결례를 범하지 않으리란 믿음? 어림짐작? 때문이었다.
   지금 일부 마음이 안 뜬 독자는 몸이 무거우신 탓이 크니까 장기 스트레스를 단기 스트레스인 운동으로 상쇄하지 못하셔서 그럴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잘 모르겠다. 컨설턴트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
   어차피 우긴다고 소설의 수준이 급작스럽게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없는 스토리가 갑자기 잘 풀려서, 너무 잘 풀려서 특급 속기사를 고용해 초딩처럼 구술을 받아쓰게 할 황망한 사태는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따라서 썰을 좀 풀겠다. 잘 안 참거나 잘 못 웃거나 불안한지 들뜬 것인지 잘 모른다면 누군가의 의도가 절반은 먹힌 건가. 어쩌다 보니 역대, 당대, 지역 최고의 작가들만이 가능하다고 쉬쉬 하면서 알려진 연재 쓰기 방식이 구사되고 있으니 아무래도 글쓴이의 상태가 좋을리 만무하니, 제임스 카메론이 수직형 노란 잠수함을 타고서 들어갔다 나온 심해처럼 넓고 깊은 그대의 마음과 인격으로 대인배답게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가 아니라 이미 예전에 서로 약조했다. 설마 기억 못하시지는 않으리라.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드리겠소,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지만 뭔가 정형화된 관계에 삼자가 끼어들 여지에 대해서 허점을 보일 것 같으면 남자들은 부모든 하늘이든 인생이든 모든 걸 다 건다. 모든 걸 다 걸고 웅변한다. 여자들은 또 다른 방식을 이용한다. 그 중간의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퍼뜩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블로거가 이 말빨을, 이 글빨을 어디서 배웠겠는가? 단, 그것이 아무리 저급할지라도 글의 흐름 상 그냥 '에나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와 같이 변명이든 그 어떤 핑계든 일단 듣고 보자, 우선 읽고 보자 라고 할 수 있다면! 고품격 소설? 지금 단락에서는 금기어다. 파란만장한 인생? 푸르스름한 빛은 커녕 그냥 진흙탕이었다. 영화, 압축밸브다. 사랑, 아니다. 쑥스럽다. 그럼 하모니? 닮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가 된다. 그것도 아니면 어디서 배웠겠는가? 뭐겠는가? 무엇일까?

   남자다!

   남자에게 배웠다. 그러므로 본인도 혹은 S도 틈틈히 더 고민을 해야겠다. 굳이 큰 도서관을 죄다 뒤지면서 벤다이어그램 도표를 찾아보지는 않겠지만 나이, 의사 표현 수단, 예술의 구현 방법에 대해서 심도 있는 혜안을 찾아보겠다. 즉 어린 나이의 사람의 말과 글, 대가들의 처녀작, 실제 혹은 가짜 처녀의 말빨, 소설 자체와 그것이 영화로 나올 때, 왜 영화 먼저 나오고 나중에 그것이 소설화되지 않는지(맨날 날개 돋치 듯 팔려서 많이 읽혀서 영화화, 영화화, 어여쁜 영화화), 못 할 수도 있지만 측정 가능한 판단이 뚜렷한 결과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지만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그렇지만 글쎄다. 쉽지 않겠지만 음 아무래도 독자의 도움을 청해야겠다.
   어설프게 인문 교양서의 주제까지 주제도 모른 채 넘본다는 험담이 재빨리 예상되니까 소설의 작법으로 녹슬고 다 쓰러져가는 요트의 뱃머리를 돌려야겠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 (1960)에서 배의 동그란 운전대를 뭐라 부르는지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 험담 하면 안티팬이다. 코메디 TV 프로그램에서 어느 여자 스타가 말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더 사랑받고 싶다고. 그러면 MC가 옆에서 덧붙인다. 안티는 무조건 있어요. 안티는 없을 수 없어요.  여자 스타의 말은 젋어서 그런지 어리고 푸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사랑받고 있지만 충분히 사랑받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신경이 씌여요. 저도 모르게 이상한 운를 타고 제가 점이나 도형이 아닌 선이 되는 듯 그런 느낌인 거 있죠' 그렇게 말했어야 할 것 같지만 또 모른다. 그냥 후자처럼 복잡하고 길다랗게 풀어서 제 마음을 잘 해석하지 못하거나 안 하고 있는 것일지도.
   잠깐 어느 항공기 조종사의 글을 인용한다. 비단 기장 뿐만 아니라 날렵 아니 날씬하고 도도한 스튜어디스도 런던, 로마, 베를린, 파리, 모스크바, 싱가폴, 베이징 찍고 도쿄에서 턴, 뉴욕 거쳐서 토론토 들리고 시드니 다음에 상파울로까지, 그녀들의 Forsquare는 휘황찬란하다. 왜 내가 사는 도시가 안 나왔냐는 심약한 모습은 들키지도 엿보이지도 말자.

대학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는데, 다들 한목소리로 일이 힘들어 죽겠단다. 화이트칼라들의 일을 잘 모르는 내가 대화에 어울리지 못하자 한 친구가 말을 걸어 주었다. “이번 달엔 어디 어디 가니?” “발리, 하와이, 몰디브, 그리고…”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그 친구가 소리쳤다. “와, 좋겠다. 완전 놀러 다니는구나!” 그러고 보니 스케줄이 모두 휴양지들이었다. 나는 정색하며 ‘가봐야 모두 24시간 밖에 머물지 않고, 그동안 잠자고 밥 먹으면 컨디션 조절할 시간도 모자란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하고많은 날 밤샘과 시차 때문에 신체 리듬은 엉망이고, 소음, 방사능, 자외선, 전자파 등등 몸에 해로운 것 천지이며, 날씨나 비행기가 나쁘기라도 하면 초주검이 된다며 엄살을 떨었다. 그때 다른 친구가 한마디 툭 던졌다. “그래도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잖아.” 나는 이 말에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면 이 친구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단 말인가.

   이처럼 기장이나 스튜어디스 또는 그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 주 고객처럼 코스모폴리턴적인 사람들이 있다. 보통 그들이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참 비행기는 이코노미와 비즈니스만 있는 줄 알았다. 즉, 비즈니스와 퍼스트 클래스가 다른 말인지 몰랐다. 무식이 대화 중에 탄로나지 않아서 다행이니 지면을 빌려서 고백하는 바이다. 그리고 비행기 사고는 연도와 반비례해서 매해 감소하고 있다. 인류 문명은 더 나은 미래로 가고 있다. 비행기든 무엇이든 슬픈 뉴스는 슬프고,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하면 좋겠고, 메리 셸리의 비단결 같은 글은 도저히 못 쓰겠다.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되는 건 안되는 거다.
   다시 돌아와서 여권이 너덜너덜한 기운찬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권에 도장 한 번 못 찍어 본 사람도 있다. 팍팍한 필자도 몇 년 전까지 후자에 속했고 지금도 새옷을 안 사니까 그러고 사니까 사진을 안 찍는 아줌마들 마냥 여권 쓸 일이 전혀 없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예술 작품에서 정말 지겹도록 다루는 범주다. 여권이 없는 평범한 청소년, 가난한 서민, 판타지 영화, 막장 드라마, 있을 수 없는 이야기, 뜬금없이 탈출하고 어이없이 쫓기고 밑도 끝도 없이 여행 떠나고 죽고 또 죽고 기타 등등등. 새로운, 새로운 소설을 쓸려면 그 패턴을 끊어야 한다. 딱 끊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캐릭터가 나올까? 영화 Up in the Air (2009)? 아니다.
   바로 공항을 기웃거리는 남성, 타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근처만 왔다 갔다 하는, 슈퍼스타의 차고를 매우 멀리서 훔쳐보기만 하는 중딩, 괜히 살고 있지도 않는 부자 동네를 마치 인근 주민인 척 하면서 산책하는 약간 어설픈 지폐 몇 장을 잃어버린 것 같은 표정의 아가씨, 장래 꿈이 소설가인 초딩. 바로 그분들의 걸리버의 관념이 아닌 걸리버들만 살고 있는 나라에 홀라당 도착한 소인의 관점, 신세계에 당도한 구석기인의 마음, 고래들 사이에 낑긴 새우의 생각. 바로 그것이다. 너무 외교적인가? 무슨, 사교적으로 진실한 친구 사귀는 것도 어렵다.
   참고로 (내용은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이번 연재분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제목만 보고 삘 받아서 작성하였음을 밝힌다. 물론 최근의 혼자 생각이 많이 포함되었지만 발화점은 그거다. 오~ 이 아저씨 책에서 밑줄 긋는 농도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아마도 초딩이 부르는 노래일 것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에 정말 좋겠네~♬ (* 옛날 옛날 꼬마 숙녀께서는 이런 노래를 불렀다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있다, 와 요즘은 정말이지 누구나 신화 속 주인공 같다)

   뭐야 당신, 아니 그대여, 아직도 그 노래 이 글 읽는 동안 배경음악으로 안 틀었단 말이야? 오케이, 하이파이브, 그럼 지금이라도 듣자. 머다나의 Like a Vir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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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20

from 소설 2014. 9. 2. 15:10

   많은 어르들은 소설을 읽지 않는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조금 덜 많은 어른들은 책 자체를 읽지 않고 산다. 이건 사실이다. 믿고 안 믿고, 따라할 가능성이 어쩌고저쩌고, 좋네 나쁘네 왈가왈부할 여지가 전혀 없는 완벽한 사실, 왜 그런지를 생각하고 연구하는 일은 타인에게 친절하고도 의리있게 양보하자. 세상에는 신경 쓸 일이 너무 많고 먹고 살기 바빠서 때로는 상황에 따라서는 사람은, 사람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세상이 험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너무 방대하고 깊으니까 세간의 일은 나에게 알맞게 현명하게 작게 작게 받아들이거나 drag&drop, drag&drop 해서 넓고 원대하게 생각하면 꽤나 자신이 생각해도 자기 자신이 왠지 모르게 멋져 보이고 나름 괜찮은 사람 같아 보일 것이다. 즉, 외부의 뉴스보다 그에 반응하는 나 자신보다, 내부의 나 자신의 삶에 더 게임 캐릭터 에너지를 소모하고 투자하여 신경쓰는데 좀 더 노력한다면 그렇다면, 어른일지라도 당연히 생각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게 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곧, 뭐 재미난 일 없나? 뭐 색다른 거, 뉴 페이스, 뭐 뭐 뭐.
   친구들끼리 지속적으로 언제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 이런 저런 상투적이고 식상하고 지겹고 짜증나는 신경질을 포함한 어떤 성격과 말빨을 모두 걸러낸 후 그 요체를 그윽한 커피콩처럼 잘 구워내면 딱 답이 나온다.
 "뭐 재미난 일 없냐(없니)?"
   너가 많이 아네 내가 많이 아네, 그것보다 더 산뜻한 것은 새로운 일이다. 경험과 지식을 밑바탕으로 대화하는 것보다 정말 즐겁고 신나는 일을 직접 겪고 체험하는 게 좀 더 짜릿하다. 그러니까 내게 맞는 컨텐츠를 기업이 브랜드가 부인이 친구가 지인이 예술가가 누군가가 알게 모르게 알려 주고 입소문이 나서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삶에서, 휴먼의 인생에서 오직 그 재미 딱 하나만 아는 사람은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와 함께 시간을 함께 보내기가 참 버겨운 법이다. 여자들의 젠더 범주에서도 그러한 타입이 있을까?
   아무리 아름답고 폼나고 예쁘고 뭐한 뭐한 소설을 쓸려고 해도 사람들은 모두 다 (빈부와 어떤 차이는 확연하지만) 견적내는 것 하나는 거의 모두 다가 천재다. 어설프게 가상인물 여럿 만들어 내고 사건 사고 조사하고 지어내 봐야 그래 봤자 안 통한다. S는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이 아무리 아찔한 지성을 위해 슬픈 외국어를 듣고―유년기를 지난 어른도 정통 학습법은 아닐지라도 외국어 공부를 하면 두뇌 회전에 도움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지만 더 특출난 연구결과를 몽골의 하버드대에서 새로 발표해 주시기를 바란다―수도 없이 몇 페이지만 보고 책을 덮어버리고 발버둥을 쳐 봐야 없던 능력이 갑자기 뚝딱 생기지는 않는다. 침착하게 스토리 경우의 수를 그려 보고 술 먹고 고민해 봐야 소용없다. 하늘에서 뚝딱 그런 신통한 재주를 후천적으로 내려 주실리 없다. 그렇다면 강아지 인간이나 고양이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마초들이 죄다 스티븐 킹이 되라고? 어, 그러고 보니 이름도 킹이다.

   S는 이제, 뭐 한 것도 없지만 여태까지 와서 더는 자신이 S인지 J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J라는 제목의 소설이 어느 섬에서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어떤 웹사이트에서 보았는데 지금 당장 읽을 수도 없고 또 허무맹랑한 의심도 황당한 처연함도 없을 뿐더러 황급히 조바심을 갖지도 마음이 불안하지도 않았다. 잠깐, J라는 제목도 그 책도 그리고 다른 무엇도 역시 탐난다. 그렇다고 꼭 무협지에 나오는 2급 고수가 특수무공으로 빨대로 콜라는 먹는 것처럼 1급 고수의 무공을 쪽 뽈아버리고 싶다는 건 아니고 누군가는 그런 질투를 받고 싶지 않겠느냐 그런 말이 하고 싶었다. 그 1급 고수는 보통 영화에서 모든 단물을 쪽 뽈리고 모든 무도를 빼앗긴 후 완전 삐리한 평민이 된다. 득도한 것인가? 미치지는 않았고 어차피 안 좋은 상태에서 더 내려갈 바닥도 보이지 않는다.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는 행위는 집어치우고 초특급 쉐프가 요리한 아주아주 값비싼 음식들만 먹고 자란, 모차르트와 바흐와 오페라를 듣고 자란, 천혜의 자연환경이라 할 만한 쥬라기 공원에서 성장한 돼지가 주원료로 쓰인―너무 잔인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햄버거 패드를 구울 시간이다. 딩~동.
   노트북으로 쾌적한 미술관 개패에 앉아 옆에 꽤나 잘나가는 연예인이 앉아도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면서 지성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데 방바닥에서 엎드려 손글씨로 수첩에 글을 쓰니까 손가락도 아프고 허리도 찌푸둥하다. 아, 내 허리. 풍차는 네델란드에서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S는 사실인지 환상인지 기억의 왜곡인지 뭔지 무슨 SF 영화도 아니고 그 옛날 빨가벗고 백화점 의류매장에 번쩍하며 나타났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도 아닌데 도대체가 그 원인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해서 그 폐허가 된 놀이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무모한 시도는 아니다. 그는 지금 백수니까. 작가니까.
   그대도 글을 써서 책을 내시라. 그것도 고급 피자 문체풍으로. 연예인, 스포츠맨, 기업가, 정치인도 훌륭한 또는 그다지 재미있다고 말하기엔 사람을 몹시 인색하게 만드는 책을 많이 많이 펴낸다. 그러면 작가가 되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태반이 작가라고 한다. 진짜 물 반 고기 반이다. 그렇게 책을 내면 평범하게 살고 있는 당신에 대해 조너선 아이브처럼 누군가 나서서 자서전을 써주고―안 팔려서 출판사 사정이 쇠락할지 모르지만―스티브 잡스와 같이 수많은 주주들을 두고두고 오래도록 먹여 살릴 것이며 포르쉐 박사 마냥 사후 언제가 될지 모르게 그 이름이 불려지게 될 전설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은 전혀 준비없이 어른으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영화감독이 될 수도 없고 갑자기 명지휘자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권의 책,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S는 그 놀이공원으로 가는 길에 사는 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거대한 원형의 우주선이 안착한 듯한 모양의 또는 마치 커다란 운석과도 같은 우주 클래스 돌덩어리가 떨어진 자리처럼 생긴 지형을 보고 그 자리에 바로 멈추어 섰다. 옛날 옛적에 보았던 무수한 영화와 다큐멘터리, UFO 서적과 인터넷 페이지들에 나와 있는 그런 전문용어를 떠올리게 하는 정교한 세부 구조와 문양 등을 보았을 때 흡사 누가 보더래도 진짜 UFO 착륙 지점이 틀림없다고, 코앞에서 그걸 진짜 보고 있다고, 고개를 자기도 모르게 꼭 남이 자신의 턱을 잡고 끄덕끄덕하는 것처럼 홀딱 빠지게 믿게 만드는 그런 진귀한 장면이었던 것이다.
   순간 S는 침을 살짝 흘릴 뻔했다. 재빠른 동작으로 그 사태는 막았지만 맛난 음식을 보는 것처럼 입안에 군침이 고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원래 영화와는 달리 불가사의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사람도 개처럼 그러는 것인가. 그런 건 안 중요하고 S는 주변을 급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눈동자를 더 급하게 요리저리 굴렸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사람들은 아무런 동요없이 그저 묵묵히 가던 길을 가고 하는 일을 하면서 터는 입을 계속 바삐 움직였다. 왜 그런 거지? 여기 있잖아, 이 앞에 있잖아, 보고도 못 믿는거야, 이 사람들 모두 이상해, 대체 이건 뭔 상황이고 못 믿을 설정인거야,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제일 처음에는 '드디어 이제 헛것이 보이는구나'로 시작해서 이제는 마치 엎어진 패를 까듯이 180도 생각의 반전이 일었다. 그러면서 예전 거액의 즉석복권을 들고 당첨됐다면서 은행으로 달려가 바꿔 달라했던 어리석은 건지 어리숙한 것인지 아니면 순진하다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던 지난 일을 떠올렸다. 복권의 스크래치를 긁어서 당첨금액만 보고 눈이 뒤집혔던 그 때. 참하고 단정한데 약간 시무룩하고 쌩콩한 표정의 은행원의 '이 숫자와 이 숫자가 일치해야 한다'는 짧은 설명을 듣는 순간... 그것과 비슷했다. 패를 까놓고 설명이 길어졌다. 그 미지의 UFO 안착 혹은 불시착 지면은 생활미술, 설치 예술 구조물, 비엔날레 성격의 전시 예술 이벤트였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다. 그랬다면 시비라거나 바보라거나 둘 다라거나 라고 그분들이 생각하셨을텐데. 얼굴이 완전 홍당무가 되어 S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는 흡사 그 찰나 만큼은 지구 끝까지라도 행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면 언젠가는 바다에 빠지니까 중간에 멈추겠지만 말이다. 괜히 혼자 지레 쫄아서 슬퍼서 그러다 보니 길가는 사람들이 다 본인 때문에 웃고 있는 듯 하였다. 그 가운데 몇몇은 또 어떻게 보면 속으로 험담을 하면서 비웃는 것도 같았다.
   사람들 가운데는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빌 브라이슨의 수많은 글을 하나하나 모두 읽기 보다는 어쩌다 조금씩, 게다가 우연히 자상하게 천천히 알고 듣고 보는 것을 바라는 염치없는 족속들이 없잖아 있다. (설령 변덕이 심할지라도) 세기말 분위기의 날씨를 좋아라 하는 그런 사람들의 꺼벙함 그리고 약간 음흉한 속마음, 딱 그걸 노리는 작가들 또한 없지는 않을 것이다.

   S는 드디어 그 문제의 장소에 도착했다. 인적은 전혀 없고 아무런 특이 사항도 이상 징후도 없이 고양이 2마리 만이 앉아서 낯선 침임자를 관찰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저 멀찍이 보이는 담장 끝자락에 영화에서 보았던 썬글라스에 다부진 체격과 험악한 자세를 숨길 수 없는 그런 요원이 아니라 진짜 현실 세계에서 일처리 100%로 아주 은밀하게 극소수에게만 알려졌을 것 같은 킬링 머신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듯한 수상한 한 남자가 일부러 어리숙하게 변장하였지만 그 살기 만은 제어하지 못하고 S에게까지 그 초음파가 전해지고 있었다. 순간 그 남자가 총을 꺼냈다. 당연히 길다랗거나 그런 종류가 아니라 전형적인 구경 숫자가 높고 묵직하고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이었다. S는 땀이 이마에서 쭉 나는 정도가 아니라 온몸에 소름이 돋고 공포감에 흠뻑 젖어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을 뻔 했다. 거의 휘청하며 잠시 두다리에 살벌한 경련이 일었다.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지난 모든 인생이 압축된 필름으로 쏴 하고 지나가고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사랑의 기억과 아련한 추억 그리고 좀 더 착하게 살 걸 그랬나 라는 생각까지.
   그런데 그 남자가 담배를 하나 꺼내 물드니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일순간 굉음이 일었다.
   "(효과음) 퐁~"
   그 권총은 라이터였던 것이다. 오 이런... 혹시 했는데 설마-인가. 그래도 참 다행이다. 멀쩡히 살아 있지 않는가. 이제 다시 극사실주의로 회귀하는 것 같기도 하다.
   S는 그냥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고 조용히 집에 와서 차분하게 구글 맵스로 그곳을 찾아보았다. 자세한 지도를 보니 그 세밀함이 떨어진다는 것 말고는 이상한 점은 없었다. 인터넷 검색 결과도 이렇다 할 만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 탐정을 고용해야 하나, 무인기를 띄워야 하나.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뭐 재미난 일 없나 하면서.
   이제 S는 아직 망하지 않은, 여태 폐업하지 않은, 적당히 장사 되면서 꿈과 희망을 전해 주며 오래오래 운영될, 지금 운영하고 있는 놀이공원을 찾아다닐까, 혹시 환상인지 실재인지 불분명한 시공간의 꺾임 현상을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찾기를 바라면서? 그건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은 현재 조금 쓸쓸한 진행에 허무한 현대인의 고독감을 자아내는 흐름이다. 그렇다. 속시원히 말하자면 지금 재미없다. 지금~은 재미없다. 현실 공간의 인간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이다. 냉철히 S의 삶과 독자의 삶을 살며시 맞대어 견주면 후자가 더 낫지 않는가?
   그날 밤 웃기는 촌스러운 로맨티스트 S는 집에서 아이폰으로 YouTube에서 그 노래를 검색해서 듣고 잤다. 왠지 그날은 자신의 감정과 가장 안 어울리는 음악을 들어야 할 것만 같은 켈트족의 묵계가 느껴졌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영화 Love Story (1970)의 Snow Frolic! 촌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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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9

from 소설 2014. 8. 25. 15:50

   S는 최근 타고 다니는 파나메라의 꼬투리를 고급스럽게 그러면서도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넌지시 돌려서 그 측에 알린 결과 차를 잠시 바꾸게 되었다. 차 이름이 나오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어딘가의 지구 반대편 독자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인다. 지가 먼 천리안이라고.
   차 차 차, 자동차 자동차 자동차. 그 업계에 있다면 어쩔 수 없거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른들은 어떤 적당함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다. 정치? 예를 들어보자. 함부르크에 사는 어느 남편은 M 얘기를 달고 산다.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뭐라 뭐라, 누구 누구 누구. 그 남편의 부인은 M은 그냥 M이고 모종의 적당함과 끕과 격과 품위를 덜 못 견뎌 하는 듯 보이는 1차 양육자이며 존 르 카레나 본 시리즈 같은 작품을 소설이 아닌 영화로 즐겨 보는, 매니아라 불리면 무척이나 부끄러워하는 빈곤한 저급 매니아다. 남편은 뉴스, 토론, 강의, 스포츠, 작업(작업?) 그리고 TV를 좋아한다. TV는 완전 최신품 최고가 상품이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한달 두달 세달, 5년 10년 15년... 우아한 부인은 뒷목을 잡지 않더래도 수다가 늘면서 그 우아함을 처음에 또는 나중 지녔을지 추구하기나 했을지 의심하면서 그렇게 삶을 즐긴다기 보다는 적응해 가면서 나이가 든다. 정치는 어렵다. 하긴 세상사가 쉽지 않다는 것쯤은 초딩도 안다. 이쯤 되면 고급 독자라면 골 세러모니 표적으로 당첨되기 싫다면 그 바디랭귀지 한번 해보시라. 직접 해보면 완전 재미있다. 조금 어중간한 코메디언의 손가락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고품격 웃음을 안겨준다.
   그래프 기울기가 시원한 좋은 주식도 직선처럼 보이는 곧게 뻗은 선을 자세히 보면 계단식이거나 우락부락 울그락불그락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양새를 비쳐 준다. 페이스북의 영특한 직원들이 하루 종일 똑똑한 주커버그 이야기만 할까? 그렇다면 그건 직업을 잘못 고른 것이다. 뉴스 앵커가 딱인데 말이다. 뉴스 앵커를 꿈꾸는 청소년을 탓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 모를 우주 미아의 희박한 가능성으로 이 소설이 명성을 얻는다면 그 이름값은 그저 우연에 의한 것이고 인류를 위한 것이며 발빠르게 지금 미리 기록해놔야겠다. "좋은 말 할 때 리스트에서..."
   음 삼천포에서 다시 돌아와서 S는 그렇게 차를 맡기고 돌아다닐 일도 별로 없으니까 다른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다시 호텔의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침대에 훌쩍 몸을 던져 찍 뻗은 채로 온 몸의 긴장을 풀려고 했다. 그러다 생각했다. 카프카와 페스트 그리고 카뮈가 "나는 이 책을 읽고 뭐를 썼다."라고 말한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어차피 마초적으로, 강한 남자 스타일로, 냉철한 초록색 피를 지닌 뱀파이어 특급 변호사식으로 보자면 카프카와 카뮈 작품군은 참 한동안이나 재탕되고 판박이로 인기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에 뭔가 삘 받아서 귀신들린 듯이 글이 써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처음 읽은지 약 20년은 되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한번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호텔에 숨겨진 미스테리한 전설을 밝혀내려는 의도로 여러 사람들에게 건네는 S의 말빨은 고품격 상류층 인사들의 화술과 습관과 예법에는 어울리지도 먹히지도 않고 '상태가 좀 안 좋은 거 아니야?'라는 의중을 파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눈빛을 받는 것도 지치고, 본인 스스로도 따분하고 권태롭던 와중에 그래도 인근에 꽤 유명함을 으시대는 경치, 그런 장경을 연출하는 협곡이 있다하여 어느 날 S는 그곳에 놀러가기로 결심했다. 근처에 바람 쐬러 가거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가는 데도 뭐 굳은 결심이 필요한지 의뭉스럽지만 말이다. 굳이 그 명승지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안해도 그것만 전문적으로 캐내시는 직업이 있다.
   그렇게 하여 그날 S는 택시를 탔다. 차는 몇년형 뭐였는데 외형은 특별할 게 없었지만 실내가 더없이 기품이 느껴지도록 꾸며져 있었다. 뭐랄까 꼭 그 실내공간에 앉기라도 한다면 우디 앨런의 어느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은밀한 환상에 빠지게 되는 우연처럼 (음슴하게나 축축히는 아니고) '오 사랑이, 반한다는 게 이런 거였어?'라는 기분과 흡사하게 휘말려 들 것만 같다는 느낌? 아무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잠시 후 목적지로 가는 도중 S는 그야말로 바지에 오줌을 쌀 뻔 했다. 실제 조금 저린 것도 같다. 나중 호텔로 가서 확인해 볼 것이다. 뭔고 하니 그 운전기사 양반이 운전을 F1 선수 뺨을 치는 듯 한다는 거였다. (요즘은 왜 이렇게 영화배우나 전문가를 뺨 치는 사람이 많은건지..) 이를테면 유머도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을 때나, 시간을 두고 드문드문 떠오르는 유머가 각별하듯이 나중 가끔 그 기사님, 영화 택시에 나오는 배우와 닮지는 않았지만, 지금 살아 계실까? 그런 느낌. 성질 좀 죽이고 사시질 그러시나...와 같은 잡념을 불러일으키는 마성을 지닌 그런 정도의 운전 스타일, 살면서 딱 1번이라도 직접 만나 보기는 힘들다. 남자들이 아무리 자기가 운전 잘 하는 줄 알더래도.
   그렇게 경치 좋은 관광지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햄버거 패드를 빠싹 구우고 달걀 후라이를 세계 3대 후라이팬에 지져야겠다. S는 그곳에 있는 폭포와 정원과 성지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왠 토끼인지 족제비인지 담비인지 모를 어딘가로 몹시 서둘러 가고 있는 어느 이름 모를 귀여운 동물을 짐짓 흘겨보다가 그 친구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계속 따라가다 보니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간다는 기운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길을 잘못 들게 되어 계속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오솔길을 지나가야 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안개가 워낙 자욱했던 탓에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그곳이 동굴 같기도 하고 또 그 인근을 계속 빙빙 챗바퀴 도는 것만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서 어느 창고에 다다랐다. 그 창고의 내부로 가보니 그곳은 어느 도시의 외곽 야트막한 산 중턱에 위치한 폐허화된 놀이공원이었다. 한때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신나는 음악과 솜사탕이 가득하고 남녀 혹은 어느 동성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싹티우던 놀이기구들이 우람하게 포즈를 취하며 묵묵히 땀흘리며 일하던 디즈니랜드였던 장소였을 텐데 지금은 거의 황무지에 가까운 녹이 슨 시소와 그네들이 외로이 위치한 한적하고 을씨년스러운 동네 놀이터 같았다. 그 분위기의 한켠에는 멀리 도시의 풍광이 보였다.

   곧바로 S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런 뭐야. 여기는 어디지... 그 ..."

  그곳은 바로 S가 옛날 살던 도시를 닮았고 그가 쓰고 있는 소설 속의 J가 살고 있는 도시인 것 같았다. 완전 투덜투덜하며 겁인지 무엇인지 모를 감정에 빠져서 허겁지겁 왔던 행로를 되돌아 갔다. 그렇게 관광지로 그렇게 다른 리무진 버스를 타고 호텔로 되돌아왔다. 그날 S는 멍하니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귀신에 홀린 듯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는 사람처럼 얼이 빠진 채로 시무룩해 있다가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 파나메라 수리가 늦어져 예비로 기록해 놓았던 Ford 슈퍼 듀티 한정판 7.4 가솔린 차량이 S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사람이 이상해져 버린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고 너무 궁금하면서도 암담하면서도 거대한 어떤 겁, 겁 때문에 그 호기심을 풀어낼 수 없어서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뭐야 이건, 시간의 구부러짐 다음에 이제 공간의 꺾임이야?"

  까마득한 옛날에 지구는 평평하다고 알려졌다가 갈릴레오 갈릴레이로 시작하여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지구는 둥글다고 밝혀졌다. 그러다가 저기 저 서쪽에 사시는 어떤 분이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책을 펴내셨다. 미래에는 무언가가 빛보다 빠를려면, 외계인을 만날려면 찾아갈려면 그분(어린이)들처럼 생각이 유연해야 하나.
   음 그렇다. 극히 일부 독자의 호평 후에 이어진 앙칼진 황당함, 즉 지금껏 극사실주의를 고수하다가 문체의 변형과 장르의 혼합은 뭐 그냥 그렇다지만 이게 도대체 뭐냐 이거지. 하지만 적재적소라면 그 과장이나 사건 사고, 초현실주의가 때로는 먹히는 법이다. 거의 대부분의 소설과 드라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액션이나 전개가 아니라 대사 한마디 한마디도 실상 생활에서 똑같이, 비슷하게 하는 사람들을 찾기는 (좋게 말해서) 무척이나 힘들다. 사람들도 현실에서 알면서 속아주고 스크린을 보면서 하는 말 "말도 안 돼!"는 거의 하품이나 작은 웃음과 동격이다. 십중팔구 모든 연인들의 사랑도 연애도 인생도 정말 드라마틱한 경우, 별로 없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게 소설의 드라마의 영화의 의무다. 왜 그런 영화 있지 않나. 도저히 딱 1번 봐서는 도무지 모르는 영화. 절대 절대 절대!
   지금의 흐름은 그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잠시 필름을 빠르게 돌려야 한다. 약간 얍삽하고 잽싸게. 둥둥둥둥... (7.4 가솔린 엔진 소리는 참 특색있다) S는 Ford를 몰고 그 문제의 장소로 갔다. 구부러진 공간을 지나서 J가 살아 왔고 J가 지금 사는 것 같은 그 도시의 외곽지역에 도착했다. 철지난 폐허된 놀이기구의 녹슨 정도가 좀 더 심해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면 이제 S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가? 응 그렇다. 이제 그렇다면 S는 J가 되는 것인가? 응 그렇다. S가 타인이 되고 싶었던 남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방금 작가도 독자도 '중요하지 않다'가 나올 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또 사실 S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나 행복은 뭐라고, 어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마치 쉽게 말해 '행복의 지도'의 행복론이랄까 '빅 픽처'류의 전이...는 맞는데 어떻게 보면 밍밍하고 언짢은 퇴보라거나 어설픈 증후군 같은 느낌이라면 그나마 조금은 이 마음을 설명해 주는데 썩 불친절하지는 않을 듯 하다. 당신은 천재다. 딱 내다보셨구나. 어쩜 그렇게나 책읽기에 적극적인 발군의 능력을 지녔을까. S가 J로 바뀌었으니 이제 다음 차례는 A라고. 곧 저 저 앞장에서 언뜻 비춘 합체는 아닐지라도 신분이랄지 환경은 대략 얼추 뒤집은 셈이 되었다.
   미안하지만 애처롭지만 틀렸다. 실존 인물이나 매우 닮은 사람이 릴레이 소설을 또는 처녀작을 발표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러다 책을 계속 읽으면서 다시 삘이 꼿히는 순간을, 그 은하수의 섬광이 반짝거리고 천상의 음악이 울려퍼지는 화사한 외계의 꽃향기에 감싸인 그 영감의 찰나를 기다릴 것이다.
   삘 받아서 글 쓰는 건 이게 문제다. 조금 모냥 빠진다. 이 글을 지금 열심히 달리는 지하철 안에 앉아서 그리고 서서, 지하철에서 내려 바로 앞 의자에서 쪼그리고 쓰다니. 수첩에 볼펜으로. 훌륭한 군인의 준비성, 이상하거나 정상인 여자의 상시성. 다른 수많은 명작가들처럼 작업실이나 여기 저기 어딘가에서 레몬 노트북을 어느 광고처럼 펼쳐 놓고 폼나게 규칙적으로 쓰고 싶은데 말이다. 지금 볼펜 근처에서 모기님 한마리가 깐죽깐죽 얼쩡대신다. 그놈의 삘, 뻑하면 삘.
   독서 리스트에 새로운 서적을 올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또 이런 문장은 일기체다. 홀리 쉣! 

  • 지구의 미스터리/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위원회 편
  • 소스필드/데이비드 윌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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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8

from 소설 2014. 8. 25. 14:46

   썩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글쓴이가 수줍게도 어린이의 몸짓을 보여 가면서 까지 손가락 오그라드는, 엉덩이 가려운 부분을 긁적거리고 싶은 욕구를 꾹 참고서 어른스럽게 독자에게 고백해야만 하는 일이 딱 하나 있다. 정말 사람 좋은 솔직함을 꼭 지니고 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이런 내면의 묵직한 짐을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내내 안고 있기에는, 오줌 마려운데 주인 눈치를 살펴가며 어떡하지 못하는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기에는 인품이 고결하지 못하기에 나 편하자고 독자 괴롭히자고 소설의 SF 볼륨을 높여보기 위해 완성판 소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소설 작법 구성을 비트는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그리 볼품없는 모습은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 마음은 이미 정해졌으니까 질질 끌지 않고 딱 고백하겠다.
   글쓴이는―작가는 이라고 쓰면 덜 겸손할 것 같아서 글쓴이라고 쓴다기 보다는 그럴 깜냥이 안되니까 대놓고 말하자면 창피해서―소설의 결말을 이미 써 놓았다. 이 소설의 결말을 진작 써 놓았다. 스토리의 결말이 아닌 소설 전체를 끝마치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마무리하는 약간 오페라의 막장 음악 같은 느낌의 대단원이라고나 할까. 아직도 당연히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지, 재미있게 꼬일지, 흥미진진하게 쭉쭉 나아갈지 잘 모른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약간의 비관조의 감정을 드러내놓지 않더래도 그냥 그래프 기울기를 보니 대충 이상한 이야기는 나올 것 같다. 손님을 감탄시키는, 연인의 데이트 분위기를 감동의 퍼펙트 스톰에 몰아넣는, 옆사람을 기쁘게 만들고 가족과 친구, 친지와 동료를 웃고 감탄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아닌 그냥 이상한, 이상한 이야기.
   자, 미리 써 놓은 결론은 이렇다. 다음과 같다. 이런 시도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지는 않아도. 하지만 털 건 숨김없이 털어놓고 가야 한다. 그래야 홀가분하다.
   혹시 진짜 만에 하나, 십억명 중에 한 명 꼴로 어떻게 그런 톡톡 튀는 완전 투명하게 하얀 빛의 강아지 털 같은 영감을 생각해 낼 수 있냐고 궁금해 하시는 호인이 있다면 그 사랑스러운 큐피트 황태자를 위해 비밀스러운 힌트를 약간 언뜻 내비출 수 있다. 왜냐하면 본인도 그게 특수 비법인지 개떡 같은 억측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기에, 그렇게 자신이 없기 때문에 툭 먼저 트럼프 도신 영화 세트장에 원카드를 던져보는 것일 뿐이다.
   그건 바로 중력의 방향을 트는 것이다. 중력을 어떻게 트냐고, 그건 불가능하다고? 불가능하다니, 지금 이 순간 그냥 대충 잡아 수천만 명의 백수들이 자기 집, 자기 방에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인데. 그래도 감이 오지 않는다면 정말 당신은 눈치도 감도 신사도도 그 무엇도 없는 굉장히 멀찍이서 봤을 때의 미남일 뿐이다. 참 소화불량이나 만성피로라는 부작용은 주의해야 한다. 중력은 뭔 중력, 그냥 어쩌다 우연찮게 얻어걸려서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거다. 이제 그만 앞서 말한 결론을 적어야겠다.
   독자의 험담은 (배부르지만) 무섭다. 허나 사양하지는 않겠다.

   이게 뭐가 소설이냐고? 작가 마음이다. 그것도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했다. 게다가 고품격으로. 요즘엔 무슨 개나 소나 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 그런다고 누군가 험담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그 기법도 광고 문구처럼 동네 북이다. 비록 당신의 마음을 완벽하게 훔치지는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최소한, 그럭저럭 당신의 시간은 훔쳤다. 원래 언제 어디에서나 베스트셀러의 95%는 이런 식이다. 그럼 영화는? 영화도 비슷하다.
   본인의 젖가슴에 늠름하게 손을 얹고 평소보다 얼마 더 솔직해지기는, 타인의 (이성의) 맨 가슴에 다소곳이 시선을 떨군 채 진솔하고 정직해지기는, 빵이든 밥이든 면을 걸든 인생을 걸든 그 어느 판돈을 걸든지 어른의 마음과 모공이 어린이의 피부처럼 맑고 고결해지기는 어딘지 모르게 적잖이 어려운 법이라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별 10개 만점을 주는 영화는 아예 없다. 대부분 그냥... 별로... 뭐... 고개는... 표정은... 어조는... 모두 다 그런다. 심지어 어떤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저주와 험담을 퍼붓기까지 한다. 하물며 상대방이 그렇게 느끼고 생각한다면 굉장히 흡족해 하고 좋아한다던 '위대한 유산'의 변호사인 재거스도, 큰 영화제의 상 받은 작품들도 모두 대동소이하다.
   어떤가, 내일부터 당장 소설을 써보는 것은? 만일 잘 안 써진다면 일단 고품격 소설을 읽는 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살면서 당신은 깨달은 게 하나 있을 것이다. 좀 찔리지만 그냥 대놓고 설명하자면 창작의 고통은 너무 고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책? 그냥 쓰면 된다. 소설을 쓸려면, 첫 소설을 쓸려면, 시도해서 안되면 나중으로 미뤄도 되고 일단 시작하면 된다. 그게 절반이다.
   중간에 살짝 언급했지만 이 소설엔 왜 유독 특정 단어가 그렇게도 신물나도록 많이 나올까? 설마 아직도 그 단어가 뭔지 모르시는 분이? 아마도 그건 당신의 인생 경험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정말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왕창 먹고 또 먹어본 적이 있나요?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가? 그렇다. 퀘스천 마크는 이렇게 없애야 한다. 지금 누군가와 이 글을 같이 읽었다면 혹시, 만에 하나 반박자 늦게 웃는 사람이 있으면 꼭 기억해 두시라. 그가 다음에 큰 일 낼지도 모르니까.
   청년 시절에 존 업다이크의 그 책을 들고서 표지가 너덜너덜하게 돌아다니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살다 살다 메모용 수첩을 애지중지 꼭 끼고 다니면서 잠잘 때도 매트 바닥에 넣어 놓고 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러다가 누가 보든 말든 신경 꺼버리고 누가 관심이나 가져주겠어라고 포기하게 될 줄이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무협극에서 보자기로 아무리 비밀병기를 싸매서 등에 지고 다녀봐야 그건 그냥 광고의 한 기법일 뿐이다. 거리에서 콘트라베이스 케이스를 메고 다니는 사람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거창하게 집필 기간이라 부르기는 거추장스럽고 속 보이는 처사지만 기간을 셈하면 그래도 급하게 뽑은 거 치고는 어쩌다가 한 권 분량이 나오고야 말았다. 어차피 충분한 시간을 들여봤자 더 잘 나오기는 어려울테니 짧은 시간에 효율은 챙겼다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막판이니까 허심탄회하게 까놓고, 완전 뚝 까놓고 내면의 독백으로 자신에게만 고백해보자. 다음 객관식 보기에서 어떤 작품이 가장 재미있는가? 

  1. 마르셀 프루스트
  2. 제임스 조이스
  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4. 이탈로 칼비노 
  5. 블로그 

   ... 이런 이런 이런. 당신은 그러니까 안되는 거다. 당연히 주관식으로 답해야지 어찌 나이 먹고 그렇게 순진하게 답을 고르고 있는가? 5번 빼고 다 재밌다가 B급 정답이다. 거의 모든 게임에는 연습 게임이란 게 있다. 판돈을 돌려주겠다. 다시 잘 생각해 보시라. 그렇다. 당신은 천재다. 당신도 할 수 있다. 보이스 비 앰비셔스! 당신은 영화배우 뺨을 때릴 자격이 있다. 소설은 인생이다. 인생은 코메디다. 고로 소설은 코메디다.

   그건 그렇고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안 끝났다. 작가를 의심하고 누군가를 믿지 말라고 하는 사람에게 속아줄 때는 삶의 여유와 연기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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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7

from 소설 2014. 7. 31. 15:58

   통상 이런 인과 과정과 플롯, 체스와 바둑이나 여타 스포츠의 진행 상황을 참고하지 않아도 이 흐름을 대충 보자면 다음에 펼쳐질 이야기는 어느 정도 가닥이 나온다. 완전히 일치하는 작품은 찾기 어렵겠지만 조사해 보면 이미 시도했던 몇 가지 흐름이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초보자일수록 그 정형화의 길로, 대가라면 혹시 안전한 통로로, 중견 전문가라면 적합한 순번을 골라 진행한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지금 어떻게 어떻게 진행했는데 S가 거주 공간을 이동했어, 새 호텔로. 그럼 대개는 그 호텔에 비밀이 있다거나 자신의 또는 자신과 관계된 실체가 밝혀지거나 또는 제 3의 인물이나 단체 혹은 그 장소에 얽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사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그 호텔은 엘리베이터가 총 12개 있다. 그 가운데 시간이나 요일별로 또는 다른 이유로 특정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해진 어느 한층에 내리면 그 층은 기존 호텔의 그 층과는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만들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그렇게 해서 사건이 쭉쭉 이어질 수도 있다. 또 다른 설정은 단 하나의 방의 비밀이 서서히 호텔 전체 투숙객에게 알려져 나가는 일고의 과정 혹은 호텔의 모든 인원이 새로운 투숙객 S를 상대로 단 1개의 수상한 점에 대해―호텔 별채의 특정 구조물, 폐쇄된 스카이라운지, 기타 등등―일고의 언급도 없이 그 물음이나 주제 또는 그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대화 내용에 대해서만 이상하게 숨기고, 말을 돌리고, 못 들은 척하고, 낯빛이 변해서 섬찟 놀란다든가 매우 두려운 표정을 짓거나, 갑자기 약속이 있다면서 떨리는 어조로 말한 후 급히 그 자리를 피하는 일을 들 수 있다. 또는 쫓기거나, 배타고 섬으로 가서 수상 비행기를 타고 더 먼 섬으로 갔다가 헬기 타고 그 섬의 인근 별장으로 갔다가 다음 날 쥬라기 공원을 보는 설정, 새 친구와 갑자기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특정 호실의 공포 장르, 존 말코비치라는 이름의 중간 층계 분석등 조심스러운 흐름을 보일 가능성은 그야말로 그 다양성이 다채롭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그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이상한 기류와 특이한고 놀라운 의심스러운 구석이 하나 없이 지극히 평범한 (그 당시)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의 음악이 유독 많이 나오던 호텔이었다는 점과 그 호텔의 투숙객들은 오로지 클럽원의 추천에 의해서만 출입과 숙박, 이용등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고 보안에 매우 놀라울(특급 호텔 업계 보통의 8배) 만큼의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 정도만 특색이라면 특색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S는 안심하는 마음 한켠에 앞으로 이어질 호텔 생활이 신비스러운 면이 부족할 듯한 예감에 다소 실망하는 시무룩한 몸짓을 보이면서도 뭔가 새로운 꿍꿍이를 벌일려는 의도를 티내는, 그와 같은 준비를 하는 것과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여태껏 이야기가 너무 안일하게 후다닥, 따라하기 어이없게도 멜로드라마처럼 완전 외부와 우연에 기댄 흐름을 보여 왔다.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지고 그냥 뚝딱 원맨쇼를 하면서 놀고 먹고만 있으니 앞에서 밝힌 설정에 대한 추가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영화나 드라마나 TV 코메디 프로와 최소한 현실에서 슈퍼스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팬들도 있다. 팬은 팬인데 무척 애매한 팬이다. 팬에도 층위가 있나 보다.
   신종 증후군은... 맞다. 원래 사람 개개인은 모두 비슷한 인간종이지만 또 모두 특별하고 신기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미스테리 재단의 거액 스카우트, 이걸 수정하자면 이렇다. S는 그가 그동안 썼던 주인공 J처럼 실업자가 되면서 남겨진 자산에 기대어 섬으로 갔다. 자산이 썩 많지 않으면 데면데면하겠지만 딱 얼마 안된다면 오히려 시도하기에 마음 편한 법이다. 그게 젊음이다. 그런다고 무턱대고 따라하지는 말기 바란다. 그렇게 섬으로 가게 된 계기는 미스테리 재단이 아니라 허접한 텔레마케팅에 낚여서 안그래도 원래 갈려고 했던 섬에서 할인 프로모션 이벤트를 하는 호텔이 낙찰된 것 뿐이다. 즉 밑도 끝도 없는 거액의 유산상속, 아니다. 실업급여를 포함해 딱 1년 동안 (또는 평생) 모아둔 돈 몽땅 털어 그곳에서 전부 다 써버리고 올라오자. 올라올 때 거액 고료 환상문학상을 탈 만한 작품을 완성해오자. 이런 마음으로 내려간 거다. 초특급 호텔에 입이 떡벌어지는 호화 생활과 브랜드들 뭐뭐뭐. 그 스키장의 뇌진탕 때문이다. 신종 증후군에 의한 자기 최면일 수도 있다. S가 J를 괜히 만든 게 아니다.

   자, 이제 마초 독자와의 오해는 풀렸다. 개수작이 아니란 것을 공인받은 것이다. 다만 존 파울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의뭉스러운 재단은 나중 뒤늦게 나오던가 반전을 위해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괜히 길거리 캐스팅으로 대단한 특수 실험 대상에 얼빵하고 멍청한 놈이 뽑혔다고 하면 안된다. 식상하다. 어떤가? 혹시 모르겠지만, 그럴리는 없겠지만 따라할 수 있지 않는가? 그것도 쉽게? 자, 당신도 할 수 있다. 1588-XXXX. www.airbnb.com도 있다. 한달에 돈 얼마면 구할 수 있는 하숙집 쑤두룩-하다. 도시 행정 프로그램도 있다. 세계 거의 모든 도시는 자매 결연 도시가 있다. 거즘 완벽하게 촘촘하고 평평하며 아름다우면서 불완전한 세상이다. 안 좋은 일들은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건 꼭 국제기호기구 광고멘트 같다. 작가도 TV에 세뇌된 삶을 살았다. 그래서 인터넷 셀레브리티들을 좋아한다. 그녀를 만난다면 악수하고 싶다. 기념 사진이라도 찍고 싶다. 실은, 안아보고 싶다. 여기까지만! '따라하지마!'는 명대사나 카피라이트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만인이 쓰는 자연어다. 유행을 안 타는데 어찌 따라하라, 따라하지 말라 하겠나. 주제넘은 소리다. 아무튼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S는 이제 없던 일도 만들고 사람들을 꼬시고 세뇌시키면서 (일부러 허접하고 허름해 보이는) 초특급 호텔 멤버들 간의 불화는 아닐지라도 적당한 긴장감과 깨알 같은 스릴과 서스펜스를 살면서 잊지 않게끔 아무도 모르는, 없을 수도 있는 그 호텔에 얽힌 비밀을 항상 사람들에게 묻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 뻔한 장면들과 자세한 대화는 생략한다.
   상어가 파도를 아직 안 뛰어 넘었으면 좋겠는데 어째 상어가 파도 근처에나 접근했는지 의심스럽다. 급조한 느낌이라고? 역시 독자는 똑똑하다. 셜록 홈즈도 울고 갈 판이다. 급조, 급조가 뭔 뜻이지. 급히 조작한다? 이 떨떠름한 기분은 알 수 없는 기쁨에 근거한 적당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TV를 보면 1차적인 코메디는 재미있다. 드라마에서 잘생긴 주인공이 그곳을 가격당해, 으으으. 주인공만 나타나면 모두 자리를 피해, 으으으. 그런데 너무 유치한 말장난은 어른이 하면 안 웃겨. 그런 1차적인 유머는 진짜 초딩이 해야 웃긴다. 그런 미세한 차이가 관건이다. 1차적인 유머는 원래 쉽지 않은 개그 코드다. 초딩 개그도 썩 다양하다. 앞뒤, 화음, 리듬 없이 미는 개그에 대해서는 그분들(초딩)끼리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줄임말이 있다. NDJM(나대지마). 만화 장면 전환식으로 고급스럽게 웃기기는 참으로 힘들다. 10분간 쉬지 않고 마이크를 독점하며 마구 털어서 웃기기 보다는 먼저 얼굴로 웃겨야 한다. 천마디 말보다 표정으로 웃겨야 격이 산다. 그것 만을 살피는 독립 기관이 두뇌에 있어서 그런지 표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명하는 다음과 같은 문학이 존재한다. 

두 도시 이야기/찰스 디킨스
p.36 그의 시선이 작고 가냘프고 예쁜 얼굴과 풍성한 금발, 미심쩍은 듯 그를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 그리고 당혹스러움과 호기심, 두려움이나 총명한 집중력을 주름으로 한 번에 표현하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이마에(그 이마가 얼마나 싱그럽고 부드러운지 떠올리면서) 잠깐 머물렀다. 

몸이나 마음이나 말이든 자동차든 간에 무조건 일단 들이 밀고 보는 삶으로 생애 후반부에 "사는 동안 인생이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었길 바랍니다. ¹ "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근사치가 있다면 그건 헛점이 섞인 액면일 뿐이거나 끕이 뭐한 코메디일 것이다.
   당신은 TV를 너무 많이 봤다. 그대는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다. 영화보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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