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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37

from 소설 2014. 10. 31. 15:28

   '왜 나는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라는 그다지 관념적이거나 철학적이지 않은 평범한 명제와 단 한 명의 가상 인물을 만들어 내거나 무수히 많은 자아 복제 또는 멀티플 가치관을 모두 분리해서 활용하며 사는 사람에 대한 작품이 무한한 것은 그만큼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와 <왜 본질과 근원만 조명을 받는가>라는 끊임없는 주제에 관해 그 분석과 성찰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대화하고 그리고 타율을 높여 보자는 무언의 공감이며 믿음직스러운 짧은 답변의 뒤안 어느 한켠에 위치한 것만 같다.
   장황하게 하품나거나 딴짓하거나 헛생각을 하지 않게 만들면서 절대 이건 영화로 못 만들게 하려면 어떡하지 하다가 하나의 소설 안에서 이야기가 마구 섞이다가 이제는 두갈래로 나뉘었다. 그 남자들의 이야기, 그것을 까무러치게 명작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어차피 시작했으니 그대가 읽다가 나가떨어지라는 못된 엉덩이에 뿔난 어린 악동 마냥 진지한 자세로 시도를 해보겠다.

   「콱 그냥... 이 자식이 언제부터 한다 한다 말만 하고 입만 살아가지고 뜸만 들이고 난리야. 대관절 언제 시작하는거야? 지구에 석유가 고갈될 때? 으이 뭐야 이게. 기대한 수준 안 나오기만 해봐라...!」
   「아니 누구는 하기 싫어서 안 하냐고? 진득하게 나는 이런 기다림은 언제라도 환영한다, 내 인격을 얼마든지 테스트 해도 된다, 이런 자세로 기다려야 할꺼 아니야, 그래도 나올랑 말랑 깐닥깐닥 하는 마당인데 아휴······」
   「저번에 사놓은 두꺼운 책, 데이비트 코퍼필드를 읽어야 하는데... 1,850년에 발표된 책 그 책을 말이야. 그런데 내가 원래 소설을 썩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거든. 난 굉장히 책임감 있고, 말 수가 그리 많지는 않으면서─남들은 좀 달리볼 수도 있지만─경제 신문을 주로 읽고 세계주의자이고, 별명은 칸트, 내 품위는 오직 벤츠, 그리고 스포츠 팍팍~ 팍팍~ 앗 (제정신을 차리는 포즈) 그리고 내 취향은 10억명 중에 한 명 또 그러면서 동향인과 동국인은 물론 직장에서도 의리와 배려, 몰아주기, 능력 뭐 하나 빠질 거 없이 열심히 하고 정력적이지만─모든 권위를 내려놓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말도 하지만 왠지 약간 어렴풋이 느껴지는 거리감은 불가사의다─나는 절대 소설을 좋아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었는데. <궁금한 이야기? 한번 읽어볼까!>타입은 아니었는데. 왠지 요즘 이상하단 말이야. 발정기인가? 아니 단어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군. 아무래도 갱년기나 그런건가? 난 아직 젊은데... 세상이 우습게 돌아가는군.」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테지만 각설하고 시작한다.

   제임스는 요즘 바쁘다. 왜냐하면 정상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정상적으로 많은 일을 정신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저냥 입에 풀칠하고 살 만하지만, 친구들이 모두 한 사람의 인생에서 평생 단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그만한 레벨의 부의 개념을 초월한 사람들인데,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다 그러한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마음에 헛바람이 들꺼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채 참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그냥 묵묵히 그의 삶을 살고 있다. 바쁘게!
   제임스와 그의 친구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불알 친구의 개념이 아니다. 아마도 혹성 친구 쯤?! 사람의 인생은 곧 만남과 헤어짐이 전부다. 수많은 사람은 새롭게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했다 또 헤어지고, 학교에 가면 학교 친구가, 직장에 가면 직장 동료가, 여행에 빠지면 여행 친구가, 골프를 하면 뒷풀이에서.. 아 이건 아니다, 낚시도 그렇고, BMW M시리즈 동호회, 골든 리트리버 주디 팬클럽 등등 사람의 삶은 곧 사람과 사람 간의 스파크, 이모셔널 간섭과 동조, 교류, 자아 독립, 빛과 물과 불 그리고 흙이다. 간혹 대가들의 후기 작품이 재미없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제임스와 친구들은 그런 계가 아니다. 한마디로 쩐다. 그 유래는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제임스는 요즘 그들 패밀리─그 끈끈한 친구들 사교 클럽?─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원래 뚝딱 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걸 기쁘게 생각하며 UN군을 은퇴한 백발의 노역 장군 마냥 하나의 커다란 낙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또는 그냥 전설적인 해커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쟁이. 원래 고풍스러운 거 좋아하는 사람들 있지 않나, 클래식 가운데서도 최고만─또는 제일 고루한 것만─애호하고, 이상하게 남과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부류. 모험과 이상을 끝끝내 섣불리 포기하지 않는 꽈들.
   제임스의 개인 사무실에 어느 날, 조니가 놀러 왔다. 조니워커 블루를 들고서. 그들끼리에서 유독 독주를 선호하는 조니. 아니나 다를까 강력한 술을 들고 왔지만 '먹고 죽자'는 제스춰는 아니고 그냥 빈손을 싫어하는 태생적, 발음하는 단어 딱 하나만 들어 봐도 알 수 있는 저 멀리 머나먼 세상에 살 것만 같은 선천적 기질 때문이다.
   「제임스 일은 잘 되가니? 항상 느끼는 거지만─내가 신음 소리를 달고 사는 여인은 아니지만─네 사무실은 왜 이렇게 어둡냐? 너가 무슨 판타지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뱀파이어라도 되는 거니?」
   「글쎄다, 왠지 딱히 뭐라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난 실내가 어두운 게 좋아. 계속 차분히 어두울 수 있고, 뭔가에 집중하기도 좋고, 동굴 속에서 100일 동안 살다가 바깥 세상을 보는 기분도 쉽게 느껴볼 수 있고 그러다 어느 정도로나 밝아질 수도 있는 그런 가능성을 언제라도 열어 놓고 있는 그 상태, 살면서 그런 작은 재미는 아무래도 포기하기 힘들단 말야.」
   제임스의 말에 약간 콧소리가 살짝 섞였다. 그만의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니라 너무 멋진 말을 하고 싶은 의욕이 지나쳐서 그런 듯 싶다.
   「조니, 어떠니? 나도 너네들이랑 오래 있으니까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물어보기엔 부끄럽지만 내 말발, 좀 늘었냐?」
   「야, 이제 너가 에이스야. 내 작업 멘트 제대로 전수 받고 알렉스의 표정과 액션과 애드립, 하워드의 지성, 마크에게 차 빌리고, 케빈 집에 케빈 없는 날 작업하는 여자 데려가면... 이런 이런 작업계를 떠났는데 또 작업 타령이라니... 아무튼 인정!」
   「조니, 오면서 누구 따라오는 차 없었어? 요즘 유달리 이 동네에 아우디 8,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같은 지국장이나 007이 탈꺼 같은 R8, 애스턴 마틴이 자주 보이는데, 우리도 보안에 신경 좀 써야하지 않냐?」
   조니는 마치 대본 보고 합을 마쳤다는 듯이 넉살 좋게 받는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도 전에 르망 24, 죽음의 경주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도 나갔던 몸이잖냐.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여기 올 때는 매번 알파벳 모양으로 오고 있다는 거 알지? F, JS, NC(나이트 클럽)... 그것도 필기체로, 고주망태 상태에서 휘갈겨쓴 필-기-체」
   이 인간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정체가 의심스럽다. 전직 정보요원? 딱히 그런 거 같지도 않다.

   마치 하나도 준비하지 않은 것처럼 그 계산이 모두 머리 속에서 끝났다는 듯 무준비성을 내세워 딱 한두 페이지 정신없이 갈겨썼다. 그런데 지금은 초심자 즉 처녀 작가가 실수하기에 딱 좋은 찰나다. 조니와 제임스는─꼭 어느 쪽을 뭐라는 게 아니라, 뭐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일종의 양성애자 즉 보통의 이성애자이니까 대화를 간략히 끝내고 넘어가야 한다.
   지가 초짜면서 무슨~ 뭔놈의 허세, 자기가 대가로 일순간 탈바꿈한 줄 알고 있어, 흥. 정확히 1,413명의 미녀가 1,737km 떨어진 먼 곳의 520mile 반경에서 이런 잔소리를 늘어놓아 637번 메아리 쳐서 에코가 지속되는 게 느껴지나? 그렇다면 그건 초능력이 아니라 환청이나 환각 또는 멍청한 공상에 더 가깝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
   오 숫자다 숫자. 더하고 빼고 곱하고 옮기고 생각하고 제곱근에 삼각함수까지. 왜 이러는 걸까? 왜 두 명중 한 명은 이러는 것일까? 왜긴 왜겠나 그냥 그렇게 타고 났기 때문이지. 고달프지만 어찌하겠나.
   그렇다면 남자의 삶, 쉬울 것 같지만 아니올시다다. 입체적으로 책읽기!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독자께서는 다음을 따라하시라.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큰 행사에서 대표자가 선서하면 뒤에서 따라하는 것처럼 '나는'을, 이제 당신은 '나는'을 외친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자 시작한다. 썬~

   나는(나는) 아무리 여자들을 꼬시려 해도 안되는데 저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녀석은 귀찮은 척 하면서 말 몇마디만 하면 끝나고 오히려 팬클럽이 원정을 온다. 도로든 뒷골목이든 왜 남자는 항상 강해야 하는데? 나도(나도) 그리고 남자도 무섭게 생긴 얼굴만 보고도 쫀다. 나는(나는) 안 그런 척 할 뿐이다. 그렇다고 무섭게 생긴 게 뭔 죄야? 그 분들은 씩 자주 웃으면 된다(비웃는다고 하지 말기). 나는(나는) 무서운 인상이 아니다. 나는(나는) 때로는 눈도 자동으로 잘 깐다. 나는(나는) 도망갈 준비도 항상 잘 되어 있다. 나는(나는) 어제 아침에 눈을 뜬 후 화장실에 안 가고 실수할 뻔 했다. 나는(나는) 그것이 오줌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확실치는 않치만 아마도 오줌일 것 같다. 나는(나는) 가슴근육이 어마어마한 지인이 있었다. 길을 가다가도 그런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런 분들은 웬만한 수영복 전문 모델... 아니 여인들 가슴은 저리 가라다. 남자 가슴이 쭈쭈-빵빵, 나는(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녀, 옛날에 내가 그랬다, "나한테 와~ 잘해줄께. 나한테 와." 소 귀에 경 읽기다. 그 찌질한 놈이 뭐가 그리 좋다고. 나는(나는) 나는(나는) 나는(나는)... 아 이게 후련함인지 허무감인지 헷갈린다. 
   그럼 여자는 생리통으로 시작해서······ 소설의 수준을 생각해서 이만 줄인다.

   제임스와 아이들 외에 짝수로 J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계획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어쩜, 응에응에, 1개 국어를 쓰는 초딩 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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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36

from 소설 2014. 10. 31. 14:57

   왜 이러는 것일까? 이것이, 블로그가 그의 인생을 불분명하고 선명한 듯 하지만 흐리고, 삶을 스토리가 아닌 수필이나 소셜 네트워크 포스팅처럼 단편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는 첫문장에서 '이러는' 이라고 쓰지 말고 그 자리에 <글을 최근에 더욱, 부쩍, 점점 무언가를 목적없이 그냥 쓰고 싶은> 이와 같은 또렷한 또박또박 정리된 설명문을 적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태어났는데, 그렇게 살아왔는데, 너무 명철하면 왠지 모르게 불안한데 어쩌겠는가. 하던 데로 하는 수 밖에. 아무튼 그 이유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현재 이런 심정이고 그리고 그것이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건 확실하니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이러는>이 더 나은 것 같다. 굿걸.
   원래는 이 연재편을 이렇게 시작하고 싶었다.
   다시... 그렇다, 다시 극사실주의가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앞에서 그건 많이 나왔으니 극사실주의도 아주 조금 물린다. 흐름이 조변경을 하였으니 일단 어떤 내용이 나오든 이상하든 환상적이든 독자가 홀딱 반할 만한 이야기든 아니든 우선 나아가는 데로 내버려 둔다. 왜냐하면 앞편에서 이름이 많이, 제법 많이는 아니지만 비교적 급하게 그러면서 갑자기 그와 동시에 별다른 인과관계 없이 뜬금없이 몇몇이 태생하였기 때문에 그들을 그냥 잊혀지도록, 모처럼 어쩌면 처음으로 대타로 나왔는데 내야 땅볼로 락커룸에 몰아 넣기에는 사람이 너무 몰인정하다는 야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형편없는 재활용일지 얻어 걸린 행운 가운데 하나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살리고 살리고!
   어쩌다 이름 몇 개 나와서 주절주절. 이 마당에 <젊은이여 꿈을 찾아라>느니, <젊음이여 이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 끝까지 날아가 보자>이런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상에나 손가락 펴기가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유명 콘서트 티켓 한두 장 가격을 훌쩍 넘는 화보집 또는 마티스의 소품, 샤갈의 스케치, 집 한 채, 당신의 대학생활 이런 걸 단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단언적으로 이 명사를 들 수 있고, 즉 단위,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라는 궁금증을 살리자는 유보적인 태도에 어울리는 말은 수많은 후보군을 모두 뒤로 한 채 단연코 이 흔한 낱말을 첫 손 꼽을 수 있다. 비밀! 어찌보면 그것을 위해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곡을 만들고, 또 다른 예술가는 여행을 하고, 사람들은 사랑을 찾아 끝없이 방황을 하는지도 모른다.
   "신비만큼 오래가는 것은 없죠." 존 파울즈의 경중편 수수께끼에 나오는 말이다. 와, 장편이 아닌 단편에서도 하나의 인용문을 써먹었다. 백화점 고가 브랜드 파격세일 이벤트에서 알짜 물건을 하나 건진 것 같은 기분.
   글쓴이가 옛날에는 인생이라는 무언가 거창한 왠지 진중한 단어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소설이 시작되어 지구가 태양을 약 반 바퀴 도는 동안 한 편의 소설에, 블로그에만 발표하는 비공식 소설에 무슨 설렘과 손잡고, 심지어 꼬마 숙녀의 귀여운 바램 마냥 어떻게 떨리는 기대라는 것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알 수 없지만, 너무 많이 알면 원래 인생이란 고양이는 시무룩한 강아지 마냥 썩 흥미롭지 않는 법이다. 사람은 너무 아는 게 많으면 머리가 무겁고 고달퍼진다.
   이제야 소설을 정식으로, 소설이 구색을 갖춘 제 궤도를 바라보며 펄럭이듯 태동할려는 것인가. 초현실주의까지는 아니더래도 어쨌든 닥치고 써야겠다.

   저번 연재에서 나온 친구들을 그 이름들을 나열해 본다.
   제임스, 닉, 하워드, 마크, 알렉스, 케빈(최근 찰스가 케빈으로 개명했다), 조니.
   소설 습작이니 코메디니 크로스오버니 어떤 장르를 왔다 갔다 해도 정식은 생각만 해도 어렵다. 하지만 실패해도 된다. 무모한 시도로 점차 지루해지겠지만 그렇게 계속 재미없다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 누구의 백일몽이라느니 여류번역가 A가 쓰는 소설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대충 핑계대면 된다. 그렇지 않기를, 사람들이 꿈을 '잃지'가 아니라 '잊지' 않기를 바라지만. 선생과 학생, 제자와 교수, 남편과 부인, 앞집 주민과 옆집 노인... 사람들은 원래 모두 알면서 속아 준다. 삶은 곧 연기가 태반이다. 인생이 꼭 그리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그런다. 그만큼을 살아보신 분이 "내가 살아보니까 인생 별거 없드라.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마음 편한 게 최고드라."
   모든 소설 쓰는 전과정을 소설 안에 너무 복잡하고 걸리적거리게 마구 집어 넣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소설을 어느 정도 적지 않게 읽어보신 분들은 알고 있다. 그런 썰이 색다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별책 부록 같은 묘미라는 것을. 이른바 물 반 고기 반.
   이럴 때 필요한 시의 적절한 설명에는 은유가 아니라 비유가 딱이다. 독자를 성적 호기심이 풍만한 힘이 절정인 청년으로 가정하고 소설가는 그의 몸과 마음을 유혹하는 요염한 처자? 물론 독자의 평균 연령층이 낮아지는 위험쯤은 결코 사소하지 않지만 감수해야 마땅하리라. 하지만, 하지만 카피라이트풍으로 음악 틀고 영상 깔고 성우 목소리로 이 문장을 듣는다면 느낌은 분명 다를 것이다. <진정한 실력자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마초는 이걸 이렇게 둔탁하게 표현한다. 음악과 영상과 목소리 없이 또는 조급하게 대체해서. <쟤는 다 가진 놈이야!> 그렇다고 여자들이 말발과 목소리만 보고 어느 남자와 인생을 함께 살아간다면... 한 번 살아보시라. 겁주는 건 절대 아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후추 냄새를 맡는 것처럼 당장 흥분된다. 진한 블랙커피 때문에 일순간 도파민인지 아드레날린인지 엔돌핀인지 모를 뭔가가 나온 것인지도 모르지만 살짝 기분 나쁘지 않은 긴장감이 감돈다. 일단~은 장르는 시트콤을 표방할 것 같다. 첩보 요원을 한 명 넣을 수도 있겠지만, 많은 돈을 벌고 희귀한 영화 주인공 제이슨이 되는 것일 테지만 그건 멀리서 봤을 때, 그럴 때만 멋지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게 어찌보면 더 낫다. 하루도 안 빼고 대부분 작품의 페이지나 단어, 어휘, 문법, 상징들을 모조리 외워버린 상태로 문학사의 거장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10년, 20년, 30년...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를 좁은 연습실 안에서 스누피와 루시와 슈로더와 매일 같이 날마다 똑같은 잔소리와 아이들 특유의 웃음소리... 한때는 명문대 작곡과를 나와서 '나에게 사사 받아라', '우리 업계로 와주시라', 현대판 드뷧시네 모차르트의 재래네, 누구를 뛰어넘을 재목이네 그랬는데... 이 분들 뿐만이 아니라 피터 드러커가 생전에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닦달해서 받아낸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변처럼 먹고 사는 일이, 직업 예술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은 것 만은 아니다.
   그래서 앞에서는 백수, 학생, 실업가, 소설가, 자영업자를 달랑 주인공으로 벌세웠지만 이젠 변화를 주어서 2:2 구도도 아니고, 원맨쇼도, 누구누구 토크 쇼도 아닌 멀티 캐스팅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그러면 재미있을 것 같다. 사실 시트콤의 기원은 인류 역사와 같이 흐른다. 뭐 민족설화와 동화를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한번 해 보는 거다. 일반인이 바라는 삶, 보통 사람들이 갈망하는 이상향, 잘 나가는 또는 꿈 많은 아가씨였지만 지금은 그저 애를 돌보고 있는 그녀(이건 아닌가?), 가보지 않은 길, 찡한 공짜 상상, 통제 및 제어할 수 없는 소망, 비현실적인 자유, 참을성을 무진장 요구하는 상투성은 꼭꼭 감춰두고 숨겨놓기······.
   상어는 이미 폭풍과 태풍 속으로 진입해 버렸으니까 소설의 틀은 깨졌다. 그래야 한다.
   너무 뒤죽박죽 중복되지는 않아야 하니까 엑셀 시트 같은 문서에 인물의 행적, 말, 프로파일등 쓴 내용을 기록해 놓고─이 인간이 어디서 개수작이야. 자기가 문예창작과 교수님이야? 어디서 소설쓰기를 가르쳐? 뭔 뚱딴지 같은 작품을 만들겠다고─뉴스와 지나간 인상적인 소식들을 떠올려 보면서 진부하고 뻔하고 식상하지 않은 새로움을 끊임없이 찾아야겠다.
   인물 설정과 사건과 플롯을 다 짜논 후 쭉쭉 빼는 것이 아니라, 앞서 말한 듯이 쓰고 나서 따라할 꺼 한둘 챙겨서 복습하고, 어? 새로운 거 생겼다, 으잉? 무슨 일이 발생했다, 아? 어떤 프로필 업데이트, 멀쩡한 주변인물이나 족제비 같은 이방인 출연 같은 신규 컨텐츠를 차곡차곡 엑셀 시트에 기록하면서 행진하기. 슈퍼마리오보다 훨씬 느리게, 아예 슬로우 모션으로.

   그리고 다음 연재편부터 홀수는 그들의 이야기를, 짝수는 기존의 형식을 어느 정도 고수하고 절반은 뒤엎을려고 나름 노력하는, 무언가에 전혀 굶주리지 않은 듯 어떤 이미지를 몹시 꿈꾸는 듯 살고 있는 J의 이야기를 교차로 실어야겠다. 보통 이런 구성은 사전에 정확히 밝히는 게 아니라 책 제일 뒤에 문학평론가가, 어느 잡지나 언론 사이트에 비평가가 짠 하고 증권분석 리포트처럼 알려 주는 게 정석이고 폼이 나지만 그건 전문가들 좋으라고 구색을 잡는 것이고, 정직하고 순수한 일반인 독자를 위하여 이렇게 미리 실토하고 넘어가는 아량을 보여야만 대인배라는 말은 못 들어도 속 좁다는 핀잔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독자를 너무 알로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자연스럽고 스무스하게 쌩까는 게 좋다.
   그러므로 이렇게만 해서 잘만 된다면 여행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는 노신사 낚시꾼의 레파토리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 나이에 이제 더 무얼 바라겠나, 내 나이에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등등등. 이런 말은 어쩌다 듣게 되면 괜찮지만 한 4,201번 듣는다면...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혀야만 한다.

   솔직히 10명중 9명은 회사가기 싫어한다. 굳이 월요일 아침에 사람들 표정을 보지 않더라도 그거 모르면 외계인이다. 10명 9명의 학생은 모험과 낭만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건 잡을 수 없는 뜬구름인 것만 같다. 10명중 9명의 주부, 그녀들은 슈퍼맘이나 원더우먼이나 지각한 스타는 바라지도 않고 또 지금 삶이 이렇게 정적일 줄은 그땐 정말 몰랐을 것이다. 그 누가 알았겠나, 어느 뛰어난 선구자가 내다볼 수나 있었겠나, 이렇게 살 게 될 줄. 10명중 9명의 노인, 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거야, 코엘 맥카시의 작품들 원래 내가 다─전부 다─거의 완벽하게─코엘보다 훨 먼저─구상해 놓고 쓰기만 하면 되었는데 그저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노인이 되버렸지 뭐야. 나도 한 때는 로버트 레드포드 부럽지 않을 만큼 잘 나갔는데 세월이 무상하구나, 나도 아직 마음은 더 멋진 삶을 바란단 말이야... 솔로-결혼-이혼-독신 생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다. 뻔데기 앞에서 주름 잡을 일 있나. 이런 똥싸배기 (같은 놈).
   괜히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고귀한 인품의 성인에게 다짜고짜 들이대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진상부리는 짓은 하면 안되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닥치고 시도해 보아도 괜찮은 시기나 일이 있는 것 같다. 제목만으로 빛나는 책들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제목이 거의 전부인 경우도 있다. 까놓고 말해 그것만 해도 어딘가? 이를테면 <너무 잘 쓸려고 하지마라> 이것도 꼭 명대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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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35

from 소설 2014. 10. 24. 22:10

   제임스는 오랜동안 청춘 시절을 같이 고뇌하며 즐기면서 풍운을 함께 해온 단짝 친구들이 모두 나이 들어 각계 전문가가 되고 피앙세와 로맨스의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그들끼리 가까운 섬으로 놀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좋게 말해 아직 솔로 생활을 즐기는 단 한 명의 친구인 제임스는 한사코 같이 가기를 거절했지만 심약했던지 최근 외로웠던지 혹은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그냥 무신경하게 그 여행길에, 모두 다 커플인데 그만 솔로인 채로 동행하게 되었다.
   이 침울하면서 옅디옅게 유쾌한 겨울 남자도 살면서 온갖 일을 겪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특히 어마어마한 빚을 졌지만 어떻게 해서 그 빚을 모두 갚고 어찌보면 제 2의 인생을 사는 가운데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녀이지만 왕위 계승 서열은 34위인 왕족여성과도 사귀어 보고─또는 그 아가씨가 나오는 소설을 쓴 귀부인의 친구의 조카인 숙녀와 잠깐 서신으로만 교제했거나, 이건 딱 여기까지만 울궈먹겠음─알카트라즈에도 가보았는가 하면 리하나 옆구리도 만져봤다. 이건 소설이다.
   책도 어마어마하게 읽고─읽다 중간에 그만둔 책이 대다수지만─사랑과 야망도 있었지만─원래 야망은 없었지만 아무튼─단 하나(?) 부족한 부분은 남을 너무 잘 믿는다는 점이었다. 그 명대사가 왜 중요한 순간에는 떠오르지 않는지, 왜 떠올라도 쉬이 마술처럼 사라져 버리는지 지금도 그래서 주로 읽는 책들은 이런 제목들을 하고 있다.

  • 사기 당하지 않는 법
  • 돈 빌려주지 않기
  • 빌려준 돈 받아드립니다. (앗 이건... 책 맞나? 광고 아닌가)

   고개 숙인 고독한 남자 제임스와 커플 가운데 한 남자와의 대화를 들여다본다.

   「친구야, 뭐 재미난 일 없냐? 이번에 우리 (      ) 제도에나 놀러 갔다 오자.」
   그는 제임스가 답변할 틈을 주지 않는다.
   「헤밍웨이의 8촌이 살다가 번스타인의 단짝 동창이 그 후 코넌 오브라이언의 전-여자친구의 친한 고향친구가 살다가 내놓은 집이래. 직접 살았던 유명인도 있었다던데 이름이 지금 딱 생각이 안난다야. 하워드 발넓은 거 알지?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찔러보다가 '일주일만 살아보기'에 이름을 올려놨는데 글쎄 당첨됐다나- 뭐래니. 이미 준비 다 끝났데. 넌 몸만 오면 돼. 오랜만에 우리 뭉치자, 이번에 가서 아무 걱정없이 푹 쉬고 오는 거지.」
   「미안, 알잖아. 너네들...」
   즉시 바디랭귀지 동원된다. 그는 말발 지존의 책사이자 심복인가.
   「에이~ 제임스! 하루이틀이냐? 잘 들어봐. 첫째, 우리애 여자애들 모두 다 너가 알잖아. 둘째, 여자애들과 모두 친하잖아. 셋째, 결국 이거 하나면 끝 아니겠냐, 나도 그렇고, 전에 우리들끼리 모두 솔로로 얘기할 때는 너를 모두 첫 손 꼽았잖아 1) 제일 멋진 여자친구가 생길 것 같은 사람 2) 제일 빨리 여친이 생길 것 같은 사람」
   「닉, 말은 고맙지만 사양할께. 요즘 일도 일이고 이차저차 바쁘다야.」
   「너 정말 이러기야? 제임스, 우리 우정이 이것밖에 안돼? 지난 시간은 다 뭐야, 그 모든 험난하고도 짜릿했던 함께했던 시간은 모두 우리에게만 추억이었어?」
   「닉~ 나도 가고는 싶어. 그렇지만... 그렇잖아. 어떻게 그러니.」
   「마크가 하이네켄 5ℓ 큰 통 알지, 그거 가져온데, 너 예전에 그거 마셔 보고 싶어했잖아. 알렉스 여자친구 부자인거 알지? 그녀 아버지꺼 초호화 요트 딱 준비 끝났잖아. 쟤네들 모두 웹사이트 일 하잖아. 야! 컨텐츠 만들어서 몇몇 사이트에 올렸다가 그 가운데 하나만 뜨면 넌 바로 캘빈 로즈 되는거야.」
   「너의 말빨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래도 내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서 너가 제일 가까워, 전설 속의 텐미닛 말야. 하지만 내 신조 알잖아. 난 사람에 대한 사람의 말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거.」
   「넌 어떻게 된 게 애가 속고만 살았냐? 우리끼리만 갈꺼였으면 진작 찰스한테 말하라고 맡겼지, 괜히 내가 나섰겠냐?」
   「......」
   「야, 내가 이 얘기는 안 할려고 했는데, 여자애들끼리 그 얘기도 했다더라. 너가 몰표 받았데~ 만약 남자친구 새로 사귄다면 어떤 이성, 이를테면 누구이면 누구와 비슷했으면 누구와 가까왔으면 좋겠냐고?」
   이거다...!
   제임스는 피노키오처럼 귀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대책없이 귀가 초대형 텔레비젼 만큼 커진 것만 같았다. 스스로 뽀송뽀송 효과음을 내면 움직이기까지 하는 것 같았다. 이를 어찌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음험한 유혹이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나보고 바람직한 신뢰감을 우직하게 단칼에 져버리는 냉혈한이 되라는 말인가? 또 악역을 맡으라고? 언제까지나?
   「제임스, 너도 알잖아. 이번에 그곳 영화에도 나오고 핫한 애들 많이 온다는 거. 조니 작업 멘트 알지? 게임 끝났어. 넌 우리가 책임질께. 딱 책임질께. 여자애들끼리 네 짝 구해 오기 내기 하면 되겠다. 뭐 일사천리다.」
   이제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제임스, 뉴스 봤지? 인터넷 난리난 거. 왠 잠수함이니? 꼭 뭔가 짜고 거기 나타난 거 같다는 냄새는 나는데... 심증뿐이고... 아무튼 재밌다니까.」
   「너 거기 가서 쓰고 싶은 소설 구상해서 작품만 완성하면 직장 당장 때려쳐. 그까짓거 바로 때려쳐. 책 팔리기 시작하면 금방 유명해지고, 새로운 페이지 터너라는 별명은 따 놓은 당상이니까. 야, 그림 딱 나온다야.」
   「내가 너네들이랑 놀아주느라 얼마나 힘든 줄 아냐?」
   멈칫, 제임스는 아까 텐미닛 대사 이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듣기만 했었다. 차렷,
   「내가 이제는 하다 하다 독심술도 익혔잖냐. 너가 하고 싶은 말 대신 했다. 넌 의리있는 놈이라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믿는다. 말 안해도 늬 마음 다 안다, 임마」
   닉의 귀 뒷편으로 작은 땀방울이 하나 맺힌다.
   「갈꺼지? 알잖아, 우리 모두 널 좋아한다는 거. 내가 특별히 삼촌꺼 벤틀리 빌려서 모시러 갈께. 혹시 안되면 스마트 포투 몰고 갈께.」
   〈얘는 전전전생에 40,000 궁녀를 쥐었다 폈다 거느리는 제왕이었을지도 몰라.〉
   〈얘 입담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괜히 학계와 예술계, 연예계는 물론 세간에 정평이 난 게 아니라니까, 내가 이 친구랑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기분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어린이들이 쥐고 있는 가벼운 풍선으로 변장해버린다니까. 어딘가로 마구 뛰어갈려고 하는 강아지마냥 말야. 깜빡했으면, 자칫 잘못했으면 물어볼 뻔 했잖아. 스마트 포투에서 (운전하는) 자세 잘 나오냐고?〉
   뭔 생각하십니까?
   〈다만 얘 여자친구는 좀 피곤하겠다, 적잖이 아니면 슬플까? 다분히 그럴 여지도 없잖아 있을 것 같다.〉

   그들이 갔던 여행지는 드라마틱한 풍경, 해안 절경, 지중해풍 생동감, 물 좋은 휴양지 무드, 어느 유명인이 이곳에 살았다드라, 여러 커플들이 다 같이 놀러오기에 안성맞춤인 분위기 등등이 모두 절묘히 결합된 펜트하우스였다.
   그 저택의 거실에는 왠 FAZIOLI, 2층에는 YAMAHA Silent 까지 있고 없는 것이 없었다. 거실에 들어섰을 때 헨델의 HWV 427, 428 연주곡이 무인으로 자동으로 연주되고 있었다. 그날 스케쥴도 완벽했다. 그리고 모두들 거의 모두들 빈틈없이 행복했다.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더 재미있게 보내기는 아마도 거의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밤이 되었다. 어떤 포도주와 놀이와 이벤트들이 모두 끝나고 커플들은 하나둘 모두 방으로 들어가고 제임스만 우두커니 거실에 홀로 남게 되었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여자의 마음, 그는 남자인데, 그 곡이 끝나고 또 다른 오페라 아리아를 냅다 꺼버린 후 찾아오는 묵직한 고요함. 그리고 거실에는 그와 더불어 비틀즈의 앤솔로지와 정교한 영화 주인공 가면들, 오보에, 선물 추첨 이벤트로 나왔던 색연필 세트와 화장품, 후라이팬, 운동화, The Originals CD, 침낭, 스티브 마틴의 어느 소설, 초극소량 생산 한정판 신경안정제, Polaroid Cube action Camera들이 있었다.
   왜 갑자기 쇼펜 하우어의 어느 책이 생각나는지, 왜 덜컥 어느 겨울인가 멀리 가보았던 템플스테이가 떠오르는지, 문득 지구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우주는 언제 태어난거야 왜 태어난거야, 사는 건 무엇일까, 나는 누구인가, 내 청력이 왜 이런 것이지, 영화 Man of Steel (2014)에 나오는 외계인인가, 짜라투스트라가 옛날에 뭐라 했지, 내일 해가 뜨면 떠날 것인가 아니면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인가, 플라톤은 사르트르는 어떤 명언을 남겼더라...
   거실의, 딱 거실 만의 정적 그리고 들려오는, 파도처럼 가만히 쉬지 않고 들려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들 하나, 둘, 셋... 내가 이렇게 귀가 밝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내 귀가 갑자기 왜 이런 것이지... 설마 나에게 초능력이 생길 리는 없고. 이건 몰래 엿듣는 게 아닌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여행가기 전 날 밤 동네에서 길가에 버려진 척키 인형을 보았다. 으 찜찜한 기억.
   거실을 가득 채운 소리는 다음 두가지에 포함되거나 믹싱 또는 새로운 그 무엇일 수 있을거라고 예상해도 넉넉히 괜찮다.

  1.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서 멜러스의 길다란, 장황한 대사
  2. 그래프! 남자와 여자를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X축과 Y축으로 그린. 

   왜 이 인간은 딱 잡아떼는 걸 그렇게 못하나? 어떤 유부녀 같은 시치미, 어느 남자의 우스운 의미로 소름 돋는 차들의 상징이 아닌, 말 그대로 차가운 의미로 소름 돋는 시치미, 왜 그걸 못하느냔 말이야, 말이야, 말이야.
   이 문제의 남자가 누구인가는 여기서 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 후 그 남성의 행보 또한. 조이스나 프루스트처럼 어렵게, 알아 먹기도 읽기도 힘들게, 대책없이 문제 내기 싫다, 능력없다, 못하겠소. 대신 헛점은 많다. 은은하게 눈여겨 보아야 할 보편적인 특이점은 이것이다. 첫째, 이 일을 실제로 겪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적지 않을 것이며 둘째, 앞으로 이런 일을 겪을 사람들이 시간을 두고 영겁의 세월이 흘러도 얼마나 많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제임스가 눈치와 촉은 빠르고 민감하지만 J, 그 만큼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아킬레스건이 그에게도 있어서 그는 더욱? 점점? 항상? 블로그에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할 수만 있다면 파우스트처럼 영혼을 걸어볼까, 근저당이라도. 그런데 파우스트.. 맞나.
   어느 날 그는 질투 예방이 아닌 예전부터 지속해온 목 주름 예방을 위해 벼개를 베지 않고 잤다가 잠에서 깨어난 후 그의 블로그를 보니 그의 블로그 글에 트랙백이 걸려 있었다. 뭐야 이거, 트랙백, 참으로 오랜 만에 듣는 말이겠다. 옛날에 옛날에만 유행했으니까. 그렇게 10대 청소년처럼 웹서핑을 하면서 몇몇 사이트를 북마크 했다. 어 이건 이 부분이 신선한 발상인데, 음 괜찮아 멋져, 굉장히 참신한 시각의 의견이구나, 와 이런 산뜻한 맑은 소식이 있었단 말야, 이야~ 이런 따뜻한 뉴스를 보니 세상은 참 살 만한 곳인가봐, 그래 맞아 이런다니까 그럼 나도 한번 해볼까, 오 이거 괜찮은데 나중에 돈 모아서 살까... 이런 생각이 대부분이었지만 두뇌 안쪽의 작은 틈새에는 이와 같은 생각도 들키지 않으려고 웅크리고 있었다.
   '이 녀석 뭔 시덥지 않게 이런 걸 다 올리고 난리야. 하나도 재미없구만, 에이 뭐야 이거, 그게 뭐야, 이거 봐봐... 뭐야~ 에이~'
   와우, 그는 깜짝 놀랐다. 시끄러운 호프집이나 혼잡한 광장에서 몇 마디 증발해 버릴 말을 기록하다니. 본성은 유순하지만 시니컬하고 껄렁껄렁한 사춘기 소년이 일기장에 온통 불만과 투정과 욕만 쓰는 거랑 이게 다를 게 뭐란 말인가? 그 사춘기 소년이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그의 부인이 남편의 사춘기 시절 일기장을 들쳐보면... 그렇다.
   그러다 보니 막 길게 길다랗게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 먹기 힘든 글이 아니라 고순도의 문학 작품에 의해 좋은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남에게 삘을 선사하는 글을, 이타심이든 창의성이든 뭔가를 건드리고 자극하는 그런 글을 써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최소한 그와 같은 시도를 해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어려서는 주로 대화중에 듣는 비중이 많았던 것 같다.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이 3단계가 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아서.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제 축척된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다 보니 사람들끼리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어른들이 평소 그들-답거나, 어린애-처럼 천진하지만 때로는 좀 이상해지는 건, 누군가 조종하는 것처럼 뜻없이 행동하고 말하는 것은, 듣고-생각하고-말하고, 듣고-생각하고-말하는 가운데 기성복과는 달리 다분히 중첩되지 않는 개개인의 생각하는 과정이 다소 위축되어 그렇지 않은가-라고 본인부터 자중해야 겠다고 정말 뜻밖에만, 비오는 날 먼지 나듯이, 내륙도시에 배가 들어오는 빈도로만 차분히 읊조린다. 오 멋진 말 같은데, 만약 지금 혼자있다면, 딱 2초 정도만 휘청거리면서 뭔가 신비한 아찔함을 살며시 느껴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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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34

from 소설 2014. 10. 24. 21:45

   사람들은 그다지 걱정없는 태연하고 익숙한 생활을 하면서 유년기, 청년기, 노처녀-노총각기에는 어느 순간 이런 생각들을 한다. 물론 그 시기 말고도 그래프의 다른 구간에서도 한다. 나중 신혼여행에서 밤에 신부-신랑과는 어떤 대화를 해야 하나, 나중에 여자-남자 친구가 생기면 잘 교제해 나갈 수 있을까, 내가 커서 남들처럼 의젓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내 꿈은 커녕 커서 딱히 뭘 하고 싶다는 의욕도 별로 없는데 내게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내 미래의 성생활은 또는 그 뿐만이 아니라 그냥 인생 전반의 어른으로써의 온전한 삶을 그야말로 성숙하고도 안온하며 아름답게, 어떤 의미로 미성숙하게 걸작의 초딩 그림같은 예술 작품처럼 잘 꾸려나갈 수 있을까?
   돌이켜 보면 어른들은 어렸을 적 진짜 이런─또는 더한─생각들을 진짜 했다! 안 했으면 그건 너무 무심하고, 무디고, 무게만 잡고, 육체파만 좋아하고, 꿍하고, 감상적이지 않고, 그걸─여기서 그거는 감상적인 것을 뜻함─싫어하고, 쫀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단락을 시작할 때 간혹 이 음절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뭐뭐' 과장하자면 누군가는 신물이 나실테니 주의해야 하고 다음에 어떤 더 멋진 화사하고 다양한 도입부를 선보일지 고민해야 하며, 음 뭘 쓸려고 했드라.
   그도─J도─나이를 먹다 보니 원숙한 어떤 전문가의 노련함은 부족할지언정 조금은 약간 '사는 건 무엇이다'를 듣거나 생각하거나 깨닫는 빈도가 줄어들지는 않고, 좀 더 적어도 전보다는 아는 게 많아지면서, 일부러 더 많이 알려고는 하지 않는 가운데, 일부러 자기가 무슨 고대 그리스의 철인이라고 고대 동방의 사상가라면서 생각을 비울려고도 하지 않고 여전히, 여전히 자주자주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게 내게 알맞을지 가장 환상적일지 그건 잘 모르겠다는, 남에게 공개적으로 토로하기에는 남-부끄러운 사념을 가지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훨씬 더 특정 명대사를 입에 혼잣말로 달고 살고 있다. 이제, 어떡하지?
   완전 특별한 삶을 살아야지만 산타를 포함한 인류가 사는 지구(본)을 토끼와 루돌프와 곰과 불여우를 포함한 모든 영장류가 끄는 어마어마한 마력 몇의 소설을 쓴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럭저럭 일관된 집필 의욕을 놓지 않다 보니까 손톱만한 동경심과 유려한 문체를 흉내낸 꺼벙하게 고전적이면서 우낀 내용이 혼합된, 어디로 갈지 무엇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즉흥성등이 결합된 소설이, 허접한 결과물이 일단 나오기는 했다.

   주인공이 블로그에 업데이트한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S는 문득 지난 시절의 우습고도 희한한 장면을 생각하듯이 불현듯 어떤 현상의 원리에 대한 호기심이 심각한 행동장애에 대한 동기유발을 하는 것처럼, 엄청난 충격을 가하는 영감의 순간이 아닌 아주 오래된 인과 과정에 의해서 한 편의 이야기를, 스릴러를, 추리 및 탐정 이야기를 쓰고 싶은 그리고 자신의 얘기를 제발 써주라 하는 살아있는 SF의 절규를 듣는 착각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베르나르 키리니의 '첫 문장 못 쓰는 남자'라는 단편 소설에 보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이방인'에 나오는 첫 문장이 나온다. 그 소설의 내용은 잘 몰라도 그 익숙한 짧은 첫 문장의 중후함과 비교하면 뭔가 아득하다는 느낌의 한숨을 토하게 된다. 지금 봐도 딱 뭔 말인지, 대체 뭔 얘기하는지, 하고 싶은 말이나 마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시작하여 어느덧 중편소설 분량은 나왔다. 말하자면 대박은 아니지만 지나서 봤을 때 그때 뭘 했었다, 어떤 결과물이 있었다 정도의 단계까지는 그야말로 힘겹게 도착한 것이다. 꼭 포기할까 말까, 뒤집어 말어 라면서 중얼거리는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들의 일상처럼.
   자, 그럼 이 인물은 그 은하철도 정거장에 왔으니 다음 생각, 구상, 심리는 괜히 CF 모델처럼 자세 잡고 고민하지 않아도 딱 답이 나온다. 뻔하다. 자기가 독자였을 때 또는 젊은 독자들이 가장 자주 속으로나 친구에게 하는 말을, 바로 그것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그 다음에,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이거다.
   그의 생각은 이랬다. 그가 좋아하는 불세출의 십 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한, 상하좌우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커다란 인형같은 기막힌 곡선이 나오는 어느 개그맨의 특기인 호통개그를 적당히 평범한 사람이 구사하면 웃기거나 썰렁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만, 마스크 액면 만으로 거짓말 조금 보태면 팬티에 오줌 누게 만드는 호인이지만 극도로 강렬한 인상의 소유자가 그 개그를 따라하면 몹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난처함을 상상해보니, 자신이 그동안 너무 자학 개그로만 일관해 오지 않았나, 습관적으로 고도의 비난과 험담과 야유에 열을 올리시는 지성인은 필시 고전소설을 끝까지 독파하지 못하실 테지만 그분들까지 웃기고 감동시키기는 어려웠다, 너무 무분별한 셀렙-놀이식 전개와 말도 안되는 말장난과 궤변을 일삼지 않았느냐, 조금 독자의 헤아림과 천리안과 예상에 인자하게 맞춰 주고 그래야 하는데 뭐랄까, 일행과 적당히 어울려 사이 좋게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며 가지 않고 너무 혼자만 발빠르게 저멀리 그 일행을 끌고 가는 것처럼 앞서 나아가는 자발없는 아저씨와─분명 남성인데 백설공주 동화에 나오는 거울을 보는 그녀와 닮은─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는 생각에 요컨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누군가를 콕 찝어서 살짝 시원스레 만평을 읊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 재미있는 소설을 써야 하는데...

   살면서 보통 거의 모두 취향과 안목, 정서, 기호는 대개 공통되거나 어느 테두리 안쪽에 위치하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가거나, 완전 튀는지 모르게 튀거나, 그러면서 잊혀지거나, 참담하게도 눈치가 없는 이방인은 뭔가 특혜를 받는 것 같다. 시간으로부터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장구히 기억되고 퍼지고 웃기는 그와 같은 호혜성.
   즉, 모든 사람은 일반인인 동시에 단 하나의 보석이자 우주이며 설명하기 어려운 놀라운 개성의 집합체이지만 살다보면 이러한 다음과 같은 물건을 볼 수도 있다.
   J는 예전 어느 날을 회상한다. 그는 여러 이름을 경원하는 것처럼 그의 비밀번호에도 옛날부터 제임스라는 문자를 사용해왔다. 생활의 멀티태스킹을 넘어 멀티 네임, 멀티 국적, 작고 적고 단촐한 거 빼고는 모두 그것만이 미덕은 아닐 테지만 자기가 살아보지 못한 무지개 너머 세상, 꿈 꿀 수 없는 그래서 불투명한 세계에 대해 품는 막연한 의아함, 새파란 단꿈과 달콤하며 희한한 몽상, 궁금한 미지의 몽유도... 그게 적당하면 뭐가 나쁘겠나, 눈빛이 흐리멍텅해져서 문제지.
   그때 그가 그렇게 혼자에게 씌운 최면술에 따른 이름은 제임스였다. 나이는 30에서 40 사이로 보이는데 삐딱하게 져준다 치고 보면 폭삭 겉늙은 20대로 볼 수도 있을, 외양은 뭔가 평범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비범한 구석이 있는 듯 하였는데 그건 아마도 그의 딱히 헤아리거나 셈하기 어려운, 견적이 잘 안 나오는 그의 눈빛? 눈동자 때문인 것 같았다. (차라리 1인칭이 덜 뭐하겠다)
   그가 자주 애용하는 한 카페가 있다. 왜 그가 그 개페를 자주 이용하냐 하면 그 개페에 가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 때문이지만, 그 촉이 이와 밀접히 상관되어 실제로 좋은 일이 일어난 적은 딱히 손꼽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예전엔 꽤나 자주 그 카페에 들렀지만, 그후 상당히 틈틈히 들르다가 지금은 계절이 바뀔 즈음에만 들르곤 한다. 왜냐하면 그의 통장 잔고가 바닥나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은 그가 그날 들린 카페의 각각의 테이블에서 여기저기 사람들이 얘기하던 내용이다.

   「난 태양이야. 태양계에 태양이 하나인 건 알지? 넌 달 해, 넌 수성, 넌 핼리혜성, 넌 앞으로 잘하면 우주 쓰레기에서 화성으로 승격-해줄께.」
   「태양표 건전지는 어떤 타입의 사람들이 좋아할까?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는데 말이야. 난 꽃이야 꽈와는 다른 건데.」
   「안 어울리는 한쌍이랄지 남자가 너무 강할 때, 예를 들면 독단성, 가부장-지수, 강렬한 인상 등을 놓고 대개 보면 이 3가지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어. 첫째, 멋모르고 일찍 만났거나 둘째, 잘 모르고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던가 셋째, 모든 걸 감안하고 걸었든가... 그런 일면이 있어 보여.」
   「터프 가이의 경우 절대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만 그 조화와 균형과 구도는 정말 힘들다, 피곤하다 하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지.」
   「그런 말 들어 봤지? 판을 와장창 산통 다 깨버리고 난 후에 그런 말들 하잖니. "난 뒤끝없어."」
   「그런 거 티도 못낸다니까. 뭔 말하면 즉시 꼴아버리고 금새 삐져버리니까.」
   「얘 말도 마라. 난 저번에 택시에서 이런 말도 들었잖니. 요즘만 그러겠니 1,000년 후도 똑같을 텐데. 강간은 교통사고랑 똑같이 몇 대 몇으로 간략히 끝내야 한다드라. 글쎄, 먹음직-스러운데 그럴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되고. 참 너무하드라. 무슨 심보인지. 사람 좋은 드라이버분들도 많지만 딱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삶이 그런지 생각이 그런지 사람들은 워낙 다양하다 보니까 그런 경우도 있나봐」
   「하긴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자동차 뒷편 유리창에 적히 문장을 보게 되자나. 첫째, 아기가 타고 있습니다... 둘째, 난 이미 틀렸어. 너 먼저가! 셋째, 이것은 우주선입니다. 이름하여 (     ). 종이 한 장 차이로 뻥뻥 터트리면서 배꼽 빠지게 웃길 수 있는 능력자들, 그 능력자들이 왜 거북이 보고 그에게 빨리 달리라는 미덕을 선행하는지, 벌거벗은 임금님은 꽤나 흔한가봐.」
   「얌체 타입이나 다른 경우들은 잘 모르겠고 유달리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란 말야. 그렇지만 우리 오빠는 절~대 안 그래, 누구누구누구 저리가라지. 그럼!」
   「그러니? 것 참, 왠지 모르게 내용은 잘 모르지만 갑자기 그 책이 생각난다야. 마가렛 애트우스의 시녀 이야기!」
   「창밖으로 잠수교가 아니 먼 산이 아니 드넓은 바다가... 한적히 지나가는 자동차가 보인다야. 흐린 하늘도 그냥 볼 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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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33

from 소설 2014. 10. 16. 11:46

   J는 기차역에서 함께온 일행과 헤어진 후─인사차 그런 것인지 속마음에서 우러나온 매우 간곡한 진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애써 더없이 정중하게 그 상냥한 호의를 사양하느라 진땀을 뺐다─별달리 소설의 발상이 될 만한 일들을 겪지 못하고 무언가 모를 정보 요원에 쫓기는 것처럼 서둘러 집에 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무작정 얼마 안될 애독자의 예상과 헤아림을 거스르기 위해서? 그런 추측이 부담되어? 호기심과 경이, 경외, 동경심, 탐구욕이 만족되지 않아서? 몇몇 상상을 정리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J가 방문했던 항구도시가 그를 충분히 모범적이고─짧은 글로, 다른 어떤 개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의미로 독자를 피곤하지 않게 만드는 그러면서도 독자의 시간을 아껴 주고, 동시에 그들의 시간을 무엇에 홀린 것처럼 덥썩 빼앗는─이상적인 여행기나 반성문으로 가장한 소설을 쓰도록 감흥과 여운을 안겨 주지 못했을까? 다른 예술 매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천혜의 자연과 그곳에 더해진 문명일 뿐인 야경이 아름다운 항구도시가 그를 그렇게 만들지 못했을 리는 없고, 그냥 그가 그만한 레벨이 안되는 데다가 시간이나 주머니 사정, 기타 여건이 최적의 조합을 이루지 못해서 그는 그냥 짧게 바다와 그곳의 공기와 바람, 그것이 살며시 간지려 주는 자신의 살결, 사람들, 건물, 다리, 배와 물살과 낯선 풍경과 사람들을 구경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듯한 그곳의 음조와 경치의 변화를 동반한 풍색의 기운 때문인지 뭐랄까, 메릴 스트립이 나온 영화가 아닌 소피아 로렌이 나온 영화 같은 느낌 때문이랄 수도 있다. 오바쟁이!
   정말 아쉽다. 소설의 시공간이 바뀌면 적어도 사건 하나, 분위기 약간, 극적 전개 가운데 하나 쯤이 나와야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텐데 그는 뭔가 시급히 집에 가서 할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꼭 휴가철은 아니지만 남들은 먼 휴양지나 호텔로 떠나고 캠핑에 중독되어 유원지나 공원과 바닷가에 가서 일부러 사서 고생을 하면서 까지 바깥에서 (어떠한) 고기와 인류 역사상 가장 맛난 수제 소시지를 구워 먹고, 카약을 타고 낚시를 하고 캔맥주를 마시며 셀카를 찍는데, 집에 뭐 새로울 게 있다고 날이면 날마다 똑같은 일상에 소박한 식사와 단조로운 즐길 거리가 뭐 특별할 게 있다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을까? 꼭 맞게, 딱 행복하게 여흥을 즐길 수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의 블로그를 업데이트 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추측해도, 넉살 좋게 틀린 셈 치고 그의 마음을 누군가의 동의 없이, 직접적인 언사 없이 떠봐도 크게 예의에 벗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럴 때는 완벽하게 작가와 주인공은 완전 타인으로 분리되나 보다. 등장인물이라 해봐야 애처롭게 단촐해서 그가 모르는 게 참 서운하고 다소 기막힐 노릇이지만.
   내륙도시와 섬의 중간 영역으로 항구도시를 거론했으니 그곳에 가서, 육지와 바다의 연결점인 강, 그 강에서 강의 남쪽과 북쪽을 또는 서쪽과 동쪽을 가르며 라기 보다는 두 쪽을 모두 애무하면서 흐르는 강의 다리 가운데 하나인 잠수교에 방문했으면 좋았을 텐데 뭔가 훵하다. 단시 그럴싸하게 야구 변화구처럼 다리가 굴곡이 지면서, 그늘지는 것만이 아닌 비가 오면 마법처럼 사라지는 다리, 잠수교! 그곳은 젊은 친구들이 모여서 기운을 나누고 교류하면서 놀기 좋은 장소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이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나이를 먹나 보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 자신이 쓰고 싶어 하는 쓸 거리, 불분명한 심상, 내용물을 유추할 수 없는 심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딱 집에 도착해 보니 당최 떠오르지가 않았다. '할 말이 있거든요' 라면서 그런 제목의 노래와 연관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언제 시작되었는지 또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그런 말할 수 없는 감정과도 비슷한 뭔가 이상한 몽상들이 바닷바람을 마주할 때는 있긴 있었는데 말이야. 블로그를 업데이트 한 지도 오래되었는데, 그에겐 지금 현재 블로그 말고는 이렇다 할 돌파구나 당장의 대책, 믿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참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토머스 하디를 읽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토머스 하디는 재미없고 또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토머스 하디가 말 한 그 (    )' 이런 말을 하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그는 왜 그렇게 지방색이 강하고 다분히 시골의 자연미와 여유를 고적히 그리는지 게다가 완전 회화적인지 심지어 건축적이기-까지, 기하학은 다른 분야 전문가에게 맡기시지, 대놓고 촌스럽다고 내 입으로 말하기엔 뭔가 죄를 짓는 듯 하지만, 왠지 모르게 왜 지금 그의 글을 읽지 못해 받아 들일 수 없어 그 머나 먼 옛날 사람에게 이해할 수 없는 애증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서 쓸까? 뭘 더 쓰나 이 이상이 없는데, 문학 평론가나 토머스 하디 학회 회원도 아니면서.
   어딘가 모르게 언제부터인지 여성 작가의 글이 자석의 다른 극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기분, 어딘가 모르게 도저히 여성 작가의 글은 읽기엔 너무 벅찬 느낌, 어딘가 모르게 여성 작가의 글은 훌륭하고 괜찮은 남성 작가의 단편이나 중편처럼 끝까지 참고 읽기 힘들다는 내면의 목소리, 어딘가 모르게 여성 작가의 글은 왜 나에게만 까다롭게 느껴지는지 누가 속시원히 명확하게 낫낫이 또렷하게 밝혀내서는 안 되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내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는 직감.
   참말로 일상생활에 대해 한없이 초연할 수 있는 저 거리를 쏘다니는 무심한 표정의 강아지가 다 부럽다.
   아뿔사! 또 누가 부럽다기 보다는 궁금한가. 영화에서처럼 모든 통화는 누군가 듣고 있기 때문에 가끔 중요한 전화는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일반인─왜 나에게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냐지 않냐며─어쩌다 승용차 문을 열 때, 때로는 나도 모르게 운전석과 조수석 뒷편에 뭐 이상한 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거나─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기에는 본인이 그렇게 어딘가에 값어치 있다거나 중요 정보를 왜 보유하고 있지 않는지─아침에 학교나 회사나 도서관이나 다른 곳으로 외출을 할 때 자기 방이나 집의 대문에 테이핑 처리를 해서 누가 들어온 흔적이 없는지 나중에 살피는 수상한 사람─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다며 괜히 그런데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핸드폰은 항상 24시간 365일 위치추적과 도청이 되니까 영화 주인공처럼 굳이 거짓 통화를 한다거나 일부러 회사에서 퇴근할 때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리스한 차로 이동해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택시를 타고 내려서 5km를 전력으로 뛰어서 집에 도착하는, 구태여 삶을 따분하게 살고 싶어하지 않는 학자─알려지면 똘아이라고 소문나니까 혼자서만 즐기는.
   글쎄다, 차라리 소설 제목을 '소설에 대하여'라고 지을 껄 그랬다. 그나저나 볼드체는 고전 소설처럼 삼가야겠다.

   지금 소설을 읽는 어느 독자는,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주인의 마음을 읽는 애완동물은 꽤 그리고 희박하게 즉 그 중간의 어느 즈음 만큼 행복하다. 왜냐하면 슬슬 작품이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데 그것이 전혀 우습지 않고, 하나도 흥미롭지 않으니까 숨어서 정말 흡족해 하고 남몰래 매우 좋아라 한다? 그런 독자층이라면 정확히 어느 연령대와 성별, 취향, 혈액형의 인물 유형에 속할지 참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것 참, 희한하게도 그러면서도 계속 읽고 있는 그 분, 그대, 정말 속마음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설마······
   오, (과거형으로) 예전에 읽었던 소설들 대다수가 영 시원치 않고 재미없다며 혼자서, 혼자 있을 때 괜히 투덜거려서 염치없고 미안한 마음으로 송구스러웠고 죄송했지만, (현재형으로) 다행이다! 왜냐하면 전에 그렇게 읽다 그만 둔 소설들을 재미없다고 혼자서 기뻐하지 않고, 재미없다면서 혼자서 좋아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와, 힘들다. 소설쓰기 보다 코메디의 가식화가 더 힘들다. 드디여, 드디여, 드디여 최후의 두뇌든 가슴이든 얼굴 근육이든 어딘가에 웃는 데 문제 있는 1인을 드디여 웃겼다. 이토록 끈질기고 그토록 참을성 있게 한없이 끈덕지도록 여태 지금까지 (일부러) 재미없게 쓴 보람이, 보람이 있다. 읽는 입장에서는 고의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하겠지만 쓰는 처지에서는 억지로 재미없게 쓰나라 엄청 혼났구먼(만). 그 위인이 인습에 저항하는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인지 속세와 대중문화에 역주행하는 도스도예프스키의 분신일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깨닫고 또 깨달아도 안 부족하다. 작품성과 흥행성, 두마리 토끼는 커녕 한마디 잡기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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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32

from 소설 2014. 10. 13. 11:15

   괜히 열심히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생각나는 대로 마구 혼자 썰을 풀었드니 살짝 나사가 풀린 느낌이다. 아 맞다. 정작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다.
   십대 후반 꽃 피는 청춘의 시절, 스타트렉 시리즈를 좋아하는 나는 생각이, 사상이 성숙하기도 하여─솔직히 객관적으로 조금 빼어난 미모 때문에─맑은 날에는 R2-D2, 흐린 날에는 C-3PO, 비가 오는 날에는 Yoda로 불렸다. 우박이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친구들이 정식 이름으로 나를 불러 주었다. 그런 날 그 이름을 듣는 나도 깜짝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언젠가 친구들이 오스틴 파워나 로얄 테넌바움 (2001) 영화와 많이 엇나가지 않는 내 취향을 귀신같이 눈치챘기 때문이다. 설령 이 미모의 영국 여인이 아주 조금 영국식 정체성을 띄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는지, 그냥 쪼~금 얼굴이 반반해서인지는 아직까지 확실히 알려진 정보가 없다.
   왜 그런 타입 있지 않나. 아테네던가, 그리스의 고대 성지에 가서 알몸으로 달빛을 맞는 기인, 남자들만 다니는 학교에 남자들만 보는 이상한 컬러풀 잡지를 가져와서 시끌벅적한 난동을 일으키는 부잡한 남학생과는 뭔가 비슷하면서 또 다른 여대생, 왠 소형 금속 탐지기를 공항도 아니고 학교에... 필경 어딘가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게로군. 바로 그런 꽈의 친구 말이다.
   그때 나는 스팅이 부른 ♪잉글리시맨 인 뉴욕♬ 그게 딱 내 노래 같았다. OMG!
   뭔가 막연한 동경심과 이곳 기질에 걸맞지 않는 저쪽 스타일이라는 싫지 않은 친구들의 잡담에 동의하기도 해서,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1990년대 초반 지역을 안 가리고 외계인지 옆 동네인지도 모르면서 무선 햄 통신을 하지 않나, 만화 잡지나 하이틴 잡지 같은 곳에다 이름과 주소를 올려 수많은 편지는 기본이고─꼭 스타들이 팬레터를 받는 기분과도 흡사할 것이다. 스타는 안 해봤으니 추측이다─뭔 목소리와 음악이 녹음된 마스터링 테이프를 받는 기행 또한 거쳤다.
   당연히 지구 반대편에 누가 살고 있나 궁금해서 청순한 호기심에 해외 펜팔도 하였다. 그러다 어느 날 그냥 우연히 지구 반대편에 사는 어느 사춘기 청년과 해외 펜팔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막 기다리는 즐거움이 신선했지만 그 애는 뭐랄까, 미국이나 호주 시골에 사는 정말 촌스러운 초딩의 면모─지금은 그곳으로 여행도 가고 싶고 그곳에서 살다온 친구로부터 멋진 얘기도 많이 듣지만 그땐 좀 그런 경향이 있었다─외국 영화에 나오는 10대 문학-철학 청년의 치기로 보이는 괜히 아르튀르 랭보와 가스통 바슐라르와 구스타프 말러를 들먹이는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는 모습이 엿보여 연락이 끊어졌던 기억이 있다. 실은 뭔 얘기를 나눴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솔직히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그게 아니라 아이슬란드에 사는 어떤 미남과 주고 받은 편지였는데 수년간 오고간 연정이 연담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그 편지들 가운데 여러 개가 19세기 유명인들처럼 아직 집에 남아 있다.
   그땐 꼭 그렇지는 않아도 싫지는 않았겠지만 약간 탐 크루즈를 은근히 기대해서 실망이 컸나 보다. 그러고 보니 편지에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도 그때보다 훨씬 어려서부터 탐 크루즈 사진 코팅지를 가지고 있다는 왠지 모르게 그럴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모르지만, 지금도 적지 않은 팬들에게는 여전하지만, 지역과 시간에 따라 잘 바뀌지만, 세월의 영향을 얼만큼 거스를 리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때는 단연 탐 크루즈가 최고였다.
   뭐 내가 셜록 홈즈도 아니고 그 편지 교류만으로 그가 게이인지 아닌지 그것도 아니면 외계인인지 어떻게 알았겠나. 그냥 그땐 그랬다 이 정도다.
   왜 지금 잘 살고 있는 이 마당에 그때 그 제 3세계 청년이 떠오르는지 잘 모르겠지만 친한 친구가 어느 날부터 플래시 몹을 자주 하고, 약간 멜로딕하고 애니메이션 음악이나 동요에 클럽 음악이 합쳐진 느낌의 약간 에어로빅도 떠올리게 하는 낯선 공연을 보러 다닌다기에 문득 그 생각이 났다.
   뭐야, 벌써 쓸 이야기가 바닥났나? 어느새? 오오, 저런. 여기서 끝나면 안 되는데, 에, 또 뭐가 있지, 뭐가 있드라. 아, 맞다. 나는 장례식에만 가면 왜 그렇게 웃음보가 터지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엄숙한 행동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 없는 성당 앞을 지나면 이상하게 난 불온한 상상을 하게 된다. 세계 3대 성당에 구경갔을 때는 문란함을 넘어 완전 괴팍한 공상에 빠졌다. 그 막 그... 그런 거. 또 나는 불교 사찰에 가서 꼬마 동자승의 빡빡, 반들반들, 민들민들한 정수리를 부들부들한 내 손바닥으로 만져 봤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게 얼마나 기막힌 경험이었는지 새삼 깨닫곤 한다. 물론 그때 그러는 것 아니라고, 그럼 못 쓴다고, 옆에 있던 어느 신자님로부터 살짝 주의를 받긴 했다. 만유인력에 의한 스킨헤드와 손바닥의 접촉이 먼저고, 그 다음에 주의를 받아서 다행이었다. 만일 주의 받기가 선행했다면 '그 금단의 영역의 촉감은 어떠할까?' 라면서 평생 아쉬움 섞인 해소하지 못한 욕망으로 괴로워하고, 판도라의 상자 그것의 뚜껑을 그냥 화끈하게 박살내고 싶은 욕구와 호기심을 어떻게 억눌러 참았을 것이며, 선악과를 남몰래 혼자서 잘근잘근 씹어먹고 싶은 본능을 어찌 숨기고 압박하며 살아갈 것이란 말인가. 음, 지금 와서 보니 그 무렵, 모르니까, 금기를 범했던 것 같다. 좋게 해석하자면.
   처음엔 그냥 한번 시도해봤다. 그런데 쓰고 나서 보니 소설쓰기, 이거 꽤 재밌는데? 장난이 아니야. 학교 다닐 때 받은 적성검사, 다 엉터리였어. 이제야 내 길을 찾은 걸까. 침착해야 돼. 우쭐거리기 없이. 첫 끗발이 개 끗발일 수 있으니까. 불장난하면 잠자다 이불에 오줌 싼다. 글이 잘 써져도 안 써지는 척, 해야 돼. 맞아. 이번엔 여기까지만 쓴다. 끝.

   뭔가 있어, 뭔가 있어 하다가 짧은 1인칭 액자소설이 끝났다. 뭐야 고맙게도 군말 없이 그냥 끝까지 마저 읽으셨네, 일부러 속아-주었어, 가가멜이 제조하는 수프는 에로틱하고 후끈후끈할 텐데 말이다, 대단함! 당신은 도날드 덕이다! 아니면 데이지 덕, 아니면 톰과 제리, 이것도 마음에 안 들면 아무 캐릭터나 대시라.
   이번 연재편은 무엇과 닮았을까? 뭐, 뭐, 뭐 다 아니다. 바로 생일날 어떤 수상한 꼬깔모자를 쓴 가짜 주인공, 그가 입은 헤리포터 망토 스타일 외투 주머니에 있는 FLIR ONE(적외선 열화상 기기), 그 파티하는 곳의 천장에 떠 있는 여러 풍선 가운데 유독 모양이 약간 이상한, 풍선은 풍선인데 그 정체가 뭔가 의심스러운 그 단 하나의 풍선을 쏙 빼닮았다.
   앗 비밀인가 반전인가 그 말을 안 했다. 위 1인칭 소설의 작가가 알았던 제 3세계 청년이 J였다. (시시한) 영화같은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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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31

from 소설 2014. 10. 13. 10:58

   나는 여자니까 영화&드라마 니키타의 실존 인물이 되었는데 험난한 테스트와 혹독한 죽음의 훈련 과정을 다 통과했는데 아쉽게 제일 마지막 스폐셜 포스 과정에서 통과하지 못하고 낙오되었다. 그 덕분인지 운명인지 사설 군사업체에 특별 스카웃되어 자동차 오른쪽이나 왼쪽 중 한쪽을 들어 운전하기, 헬기와 비행기와 잠수함과 장갑차와 수상보트를 비상 운전하기 등을 배웠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나 다른 작품들의 모체가 된 몇몇 실제 작전에 투입되어 활동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얼만큼 나이에 걸맞지 않은 상당한 목돈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 후 그곳에서 제대를 하고 사회 밑바닥에서 암스테르담, 스코트랜드, 아일랜드, 뉴질랜드, 덴마크, 나폴리, 부다페스트등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무수히 많은 일을 닥치는 데로 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잘 속아서 또 하필 희대의 천하의 말빨과 제반조건들을 겸비한 국제 사기단을 만나 막대한 빚을 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평범한 집안과 행복한 성장환경을 지나왔지만 거대하며 위대한 유산은 커녕 인복, 일복, 이성복, 복권복 마저 없었고 어떡하다 인생이 좀 꼬였던 것이다. 다행히 열심히 살고 노력하니 재정 상황이 좋아졌고 생활의 안정을 되찾았으며 운이 천문학적인 확률로 기똥차게 좋아서 iPod, Macbook, Coca-Cola, McDonald's, Tiffany & Co., IBM, NIKE, 로레알, 유복한 친구들이 몰고 다닌 자동차들...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옛날 친구들이 구입하며 생활할 때 나는 그 브랜드의 주식을 최소량부터 여건이 되는대로 돼지 저금통에 동전 넣듯이, 착실히 적금 들듯이 사들인 까닭에 지금 거의 40년 가까운 내 삶의 대차대조표로는 룩셈부르크에 개인 경제 연구소와 스위스에 개인 별장, 노르웨이에 거부들의 사생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말빨의 지존과 부티 나는 외관을 갖춘 황제 사기꾼들에게 동조했을 때도, 침울한 암흑의 빚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도 그 주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건드렸다면 큰일-날 뻔 했다.
   SF 소설 쓰기는 취미였는데 어떡하다 차명으로 작은 명성을 얻었고 지금 쓰는 소설, 이건 허접한 습작일 뿐이다.
   지금의 생활, 그런대로 구색이 맞고 뭔가 알록달록 있어 보이지만 종종 가끔은 인생을 잘 살아왔는지, 회한까지는 아니지만 왠지 쓸쓸한 회상에 가까운 가냘프고 엷은 그렇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은 회의에 젖어들기도 한다. 아무튼 그 여정은 기적이었다.
   나는 팀 쿡, 스티브 잡스는 아니지만 APPLE 에반젤리스트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결과라면서 그 굴곡 많은 시간의 가치를 일부는 높이 산다. 보라빛 소, 분홍색 코끼리, 롱테일 별거 없다.
   20년 후에 거대 재력가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은 몰라도 배부른 평범한 부자가 되기는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2분, 2시간, 2일, 2주, 2달, 2년 안에 수퍼카에 상응하는 수많은 여성들과의 염문, 난삽함에 가까울 수도 있는 밀접한 친교와 알려진 저명한, 고명한 인사들과의 사교와 그런 환경에 둘러싸이고 싶은 속마음이 문제의 관건이다. 장구한 시간을 압축하는 개인적 몰빵, 전체적인 빈도는 불확실하지만 안 좋은 사례의 경우는 그 감당 못할 여파가 당대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 여럿~, 많은~ 인생과 영혼이 다치지 않을 수 없다. 청명한 예술혼이나 건전한-투명한-영롱한 비즈니스, 다른 무엇이라면 괜찮겠지만 개운치 않게도 이런 성향 같은 건 아마도 타고나는 것 같다.
   사기꾼 냄새가 난다 하면 1) 연락 끊기 2) 잠수 타기 3) 그 난봉꾼의 평판을 조사해 보기, 그의 과거를 NSA나 CIA에 필적하는 정보 단체에 의뢰해 보기. 그래서 결과 나오면 답이 딱 나온다. 그래도 마음이 빼앗겼다면, 이 글을 절대 안 볼려고 끈질기게 노력했지만 처절하고 간곡하게 저항했지만 끝내 읽었다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가가멜이 제조하는 수프에 퐁당 빠져버린거다.
   수많은 격 떨어지는 수다와 경박한 뻥과 부풀린 문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짧고도 간명하게 돈 버는 방법과 돈 잃지 않는 진리를 친절하게, 확실히─이런 걸 넌지시 알려 주면 여러 사람들 돈 억수로 꼴아박게 된다─공손하게 알려주는 소설이, 인문-교양서가 아닌 소설이 또 어디 있다는 말인가?  어디, 어디, 어디... 너무 많으니까 답변은 받지 않겠다. 엄숙하지만 사랑스러운 복리의 마법은, 버크셔 헤더웨이 따라하기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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