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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4. 10. 31. 15:28

   '왜 나는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라는 그다지 관념적이거나 철학적이지 않은 평범한 명제와 단 한 명의 가상 인물을 만들어 내거나 무수히 많은 자아 복제 또는 멀티플 가치관을 모두 분리해서 활용하며 사는 사람에 대한 작품이 무한한 것은 그만큼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와 <왜 본질과 근원만 조명을 받는가>라는 끊임없는 주제에 관해 그 분석과 성찰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대화하고 그리고 타율을 높여 보자는 무언의 공감이며 믿음직스러운 짧은 답변의 뒤안 어느 한켠에 위치한 것만 같다.
   장황하게 하품나거나 딴짓하거나 헛생각을 하지 않게 만들면서 절대 이건 영화로 못 만들게 하려면 어떡하지 하다가 하나의 소설 안에서 이야기가 마구 섞이다가 이제는 두갈래로 나뉘었다. 그 남자들의 이야기, 그것을 까무러치게 명작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어차피 시작했으니 그대가 읽다가 나가떨어지라는 못된 엉덩이에 뿔난 어린 악동 마냥 진지한 자세로 시도를 해보겠다.

   「콱 그냥... 이 자식이 언제부터 한다 한다 말만 하고 입만 살아가지고 뜸만 들이고 난리야. 대관절 언제 시작하는거야? 지구에 석유가 고갈될 때? 으이 뭐야 이게. 기대한 수준 안 나오기만 해봐라...!」
   「아니 누구는 하기 싫어서 안 하냐고? 진득하게 나는 이런 기다림은 언제라도 환영한다, 내 인격을 얼마든지 테스트 해도 된다, 이런 자세로 기다려야 할꺼 아니야, 그래도 나올랑 말랑 깐닥깐닥 하는 마당인데 아휴······」
   「저번에 사놓은 두꺼운 책, 데이비트 코퍼필드를 읽어야 하는데... 1,850년에 발표된 책 그 책을 말이야. 그런데 내가 원래 소설을 썩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거든. 난 굉장히 책임감 있고, 말 수가 그리 많지는 않으면서─남들은 좀 달리볼 수도 있지만─경제 신문을 주로 읽고 세계주의자이고, 별명은 칸트, 내 품위는 오직 벤츠, 그리고 스포츠 팍팍~ 팍팍~ 앗 (제정신을 차리는 포즈) 그리고 내 취향은 10억명 중에 한 명 또 그러면서 동향인과 동국인은 물론 직장에서도 의리와 배려, 몰아주기, 능력 뭐 하나 빠질 거 없이 열심히 하고 정력적이지만─모든 권위를 내려놓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말도 하지만 왠지 약간 어렴풋이 느껴지는 거리감은 불가사의다─나는 절대 소설을 좋아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었는데. <궁금한 이야기? 한번 읽어볼까!>타입은 아니었는데. 왠지 요즘 이상하단 말이야. 발정기인가? 아니 단어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군. 아무래도 갱년기나 그런건가? 난 아직 젊은데... 세상이 우습게 돌아가는군.」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테지만 각설하고 시작한다.

   제임스는 요즘 바쁘다. 왜냐하면 정상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정상적으로 많은 일을 정신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저냥 입에 풀칠하고 살 만하지만, 친구들이 모두 한 사람의 인생에서 평생 단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그만한 레벨의 부의 개념을 초월한 사람들인데,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다 그러한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마음에 헛바람이 들꺼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채 참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그냥 묵묵히 그의 삶을 살고 있다. 바쁘게!
   제임스와 그의 친구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불알 친구의 개념이 아니다. 아마도 혹성 친구 쯤?! 사람의 인생은 곧 만남과 헤어짐이 전부다. 수많은 사람은 새롭게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했다 또 헤어지고, 학교에 가면 학교 친구가, 직장에 가면 직장 동료가, 여행에 빠지면 여행 친구가, 골프를 하면 뒷풀이에서.. 아 이건 아니다, 낚시도 그렇고, BMW M시리즈 동호회, 골든 리트리버 주디 팬클럽 등등 사람의 삶은 곧 사람과 사람 간의 스파크, 이모셔널 간섭과 동조, 교류, 자아 독립, 빛과 물과 불 그리고 흙이다. 간혹 대가들의 후기 작품이 재미없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제임스와 친구들은 그런 계가 아니다. 한마디로 쩐다. 그 유래는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제임스는 요즘 그들 패밀리─그 끈끈한 친구들 사교 클럽?─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원래 뚝딱 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걸 기쁘게 생각하며 UN군을 은퇴한 백발의 노역 장군 마냥 하나의 커다란 낙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또는 그냥 전설적인 해커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쟁이. 원래 고풍스러운 거 좋아하는 사람들 있지 않나, 클래식 가운데서도 최고만─또는 제일 고루한 것만─애호하고, 이상하게 남과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부류. 모험과 이상을 끝끝내 섣불리 포기하지 않는 꽈들.
   제임스의 개인 사무실에 어느 날, 조니가 놀러 왔다. 조니워커 블루를 들고서. 그들끼리에서 유독 독주를 선호하는 조니. 아니나 다를까 강력한 술을 들고 왔지만 '먹고 죽자'는 제스춰는 아니고 그냥 빈손을 싫어하는 태생적, 발음하는 단어 딱 하나만 들어 봐도 알 수 있는 저 멀리 머나먼 세상에 살 것만 같은 선천적 기질 때문이다.
   「제임스 일은 잘 되가니? 항상 느끼는 거지만─내가 신음 소리를 달고 사는 여인은 아니지만─네 사무실은 왜 이렇게 어둡냐? 너가 무슨 판타지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뱀파이어라도 되는 거니?」
   「글쎄다, 왠지 딱히 뭐라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난 실내가 어두운 게 좋아. 계속 차분히 어두울 수 있고, 뭔가에 집중하기도 좋고, 동굴 속에서 100일 동안 살다가 바깥 세상을 보는 기분도 쉽게 느껴볼 수 있고 그러다 어느 정도로나 밝아질 수도 있는 그런 가능성을 언제라도 열어 놓고 있는 그 상태, 살면서 그런 작은 재미는 아무래도 포기하기 힘들단 말야.」
   제임스의 말에 약간 콧소리가 살짝 섞였다. 그만의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니라 너무 멋진 말을 하고 싶은 의욕이 지나쳐서 그런 듯 싶다.
   「조니, 어떠니? 나도 너네들이랑 오래 있으니까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물어보기엔 부끄럽지만 내 말발, 좀 늘었냐?」
   「야, 이제 너가 에이스야. 내 작업 멘트 제대로 전수 받고 알렉스의 표정과 액션과 애드립, 하워드의 지성, 마크에게 차 빌리고, 케빈 집에 케빈 없는 날 작업하는 여자 데려가면... 이런 이런 작업계를 떠났는데 또 작업 타령이라니... 아무튼 인정!」
   「조니, 오면서 누구 따라오는 차 없었어? 요즘 유달리 이 동네에 아우디 8,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같은 지국장이나 007이 탈꺼 같은 R8, 애스턴 마틴이 자주 보이는데, 우리도 보안에 신경 좀 써야하지 않냐?」
   조니는 마치 대본 보고 합을 마쳤다는 듯이 넉살 좋게 받는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도 전에 르망 24, 죽음의 경주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도 나갔던 몸이잖냐.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여기 올 때는 매번 알파벳 모양으로 오고 있다는 거 알지? F, JS, NC(나이트 클럽)... 그것도 필기체로, 고주망태 상태에서 휘갈겨쓴 필-기-체」
   이 인간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정체가 의심스럽다. 전직 정보요원? 딱히 그런 거 같지도 않다.

   마치 하나도 준비하지 않은 것처럼 그 계산이 모두 머리 속에서 끝났다는 듯 무준비성을 내세워 딱 한두 페이지 정신없이 갈겨썼다. 그런데 지금은 초심자 즉 처녀 작가가 실수하기에 딱 좋은 찰나다. 조니와 제임스는─꼭 어느 쪽을 뭐라는 게 아니라, 뭐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일종의 양성애자 즉 보통의 이성애자이니까 대화를 간략히 끝내고 넘어가야 한다.
   지가 초짜면서 무슨~ 뭔놈의 허세, 자기가 대가로 일순간 탈바꿈한 줄 알고 있어, 흥. 정확히 1,413명의 미녀가 1,737km 떨어진 먼 곳의 520mile 반경에서 이런 잔소리를 늘어놓아 637번 메아리 쳐서 에코가 지속되는 게 느껴지나? 그렇다면 그건 초능력이 아니라 환청이나 환각 또는 멍청한 공상에 더 가깝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
   오 숫자다 숫자. 더하고 빼고 곱하고 옮기고 생각하고 제곱근에 삼각함수까지. 왜 이러는 걸까? 왜 두 명중 한 명은 이러는 것일까? 왜긴 왜겠나 그냥 그렇게 타고 났기 때문이지. 고달프지만 어찌하겠나.
   그렇다면 남자의 삶, 쉬울 것 같지만 아니올시다다. 입체적으로 책읽기!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독자께서는 다음을 따라하시라.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큰 행사에서 대표자가 선서하면 뒤에서 따라하는 것처럼 '나는'을, 이제 당신은 '나는'을 외친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자 시작한다. 썬~

   나는(나는) 아무리 여자들을 꼬시려 해도 안되는데 저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녀석은 귀찮은 척 하면서 말 몇마디만 하면 끝나고 오히려 팬클럽이 원정을 온다. 도로든 뒷골목이든 왜 남자는 항상 강해야 하는데? 나도(나도) 그리고 남자도 무섭게 생긴 얼굴만 보고도 쫀다. 나는(나는) 안 그런 척 할 뿐이다. 그렇다고 무섭게 생긴 게 뭔 죄야? 그 분들은 씩 자주 웃으면 된다(비웃는다고 하지 말기). 나는(나는) 무서운 인상이 아니다. 나는(나는) 때로는 눈도 자동으로 잘 깐다. 나는(나는) 도망갈 준비도 항상 잘 되어 있다. 나는(나는) 어제 아침에 눈을 뜬 후 화장실에 안 가고 실수할 뻔 했다. 나는(나는) 그것이 오줌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확실치는 않치만 아마도 오줌일 것 같다. 나는(나는) 가슴근육이 어마어마한 지인이 있었다. 길을 가다가도 그런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런 분들은 웬만한 수영복 전문 모델... 아니 여인들 가슴은 저리 가라다. 남자 가슴이 쭈쭈-빵빵, 나는(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녀, 옛날에 내가 그랬다, "나한테 와~ 잘해줄께. 나한테 와." 소 귀에 경 읽기다. 그 찌질한 놈이 뭐가 그리 좋다고. 나는(나는) 나는(나는) 나는(나는)... 아 이게 후련함인지 허무감인지 헷갈린다. 
   그럼 여자는 생리통으로 시작해서······ 소설의 수준을 생각해서 이만 줄인다.

   제임스와 아이들 외에 짝수로 J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계획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 어쩜, 응에응에, 1개 국어를 쓰는 초딩 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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