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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4. 9. 15. 22:34

   어떤 대화, 동상이몽. J는 급기야 하다하다 아이폰 메모장으로 단편소설 쓰기를 시도해 보았다. 이젠 결국 실험소설이란 말인가. 마치 고전적인 걸작 단편소설에서 느끼함과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하고 전위적인데 재미있기까지 하는 그런 착한 단편영화의 특징을 차용해 써보겠다는 의욕적이고 왕성한 창작 의욕이 솟구쳐 오르는 걸 느꼈다. 길게 지속되지는 않을 테지만 일단은 그랬다.
   여자1과 여자2는 개패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나눈다. 남자들처럼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가 아닌 그 매커니즘이 퍽이나 교묘하고 쓰러질 만큼 정교한 여자들은 절친(친한 친구)이라 하면 지금만 절친이 있는가 하면 사는 동안 삶의 이유로 못 만나더라도 언제까지나 절친이 있다. 여자1호와 여자2호는 후자다.
   여자1호는 아픈 과거가 있다. 옛날 남자친구가 특수부대에 있을 때 면회를 갔는데 남친의 선임병이 좀 능글맞게 굴면서 남친이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조금만 기다리면 잠시 후에 나오니 그때까지 부대 인근 번화가에서 간단히 시원한 맥주를 먹자며, 그렇게 부탁을 받았다 하였다가, 술을 먹고 어떻게 해서 그 선임병은 여자1호를 취하고 울고불고 난리 나고, 그 선임병은 후임병인 여자1호의 남친에게 딱 정확히 죽기 직전까지 맞아서 남친은 영창에 안 가는 대신 특수작전 실전 수준 만큼 처참하고도 완전 가혹한 수준으로 장교로부터 벌을 받았다. 그 선임병의 기수가 열외 되었는지 어쩐지는 모르는 채 남친과 여자1호는 그 후 잘 되지 않고 헤어지게 되었다.
   여자2호는 옛날에 한 남자를 만났다. 느낌이 괜찮았고 대화도 잘 통했는데 어떻게 에로 장르처럼 처음 만난 그날 그와 잤다. 육체적 사랑의 정도(正道)가 있겠냐 하겠지만, 좋은 사례도 있을 테지만 음. 중진은 약간 그렇고 쪼끔 애매한 선수는 말한다. 여자들은 처음 만났을 때는 절대 안 준다고, 두번째가 그럴싸 하다고. 그 선수는 선수의 층위가 높지 않다. 사람과 상황과 운명은 다양하고 풋사랑도 있다. 그 어떤 고급 콜걸이나 영화 속 프리티 우먼 (1990)도 키스를 한다, 사랑을 한다, 그 다음까지도! 여자2호는 그래도 그 남자와 잘해 보고 싶어 미래를 계획했지만 결국 헤어졌다. 상남자들이서 함께, 친한 남자들끼리, 가까운 여자들끼리 만나면 정말 찐한 얘기들을 할 것이다.
   여자1호와 2호, 그녀들은 개패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 영화 어때, 뭐 읽을 만한 책 없니, 이 남자 저 남자, 머머 하고 싶다 머머 하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 그거 먹고 싶다 그거 먹고 싶다, 뭐 사고 싶다 뭐 사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선언과 시작의 공증이 문제네 아니네, 다짐이 중요하네 뭐네, 멜로 영화처럼 하이틴 드라마처럼 로맨스 소설처럼.
   그런데 그때 그 개패에서 여자1호와 여자2호에게 헌팅이 들어왔다. 남자 친구들 가운데 그럭저럭 연애 경험이 있는 남자1호가 옆에 있는 친구에게 "지금 째 꼬신다." 말하고 혼자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말했-듯이 누구나가 알-듯이 이런 경우에도 견적내기가 적용된다. 모든 것은 견적이다. 남자들도 딱 어리숙한 뭔가를 보지만 어리숙 하지 않은 여자들도 못 이긴척 은글슬쩍 생활 연기를 한다. 남자1호는 그렇게 두명 가운데 한 명의 전화번호를 따고 일주일 후 2번째 만남 전에 친구에게 말한다. "쟤랑 오늘 잔다." 그리고 그랬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어떤 남자는 첫 만남에 "나 너 찍었다."를 말하고 두번째 만남에서 "나 너랑 결혼할꺼다."라고 말한 후 그랬다는 사례도 있다. 참 애 같다. 남자들은 모든 걸, 모든 걸 공유하고 늘리고 키운다.

   어떤 커플이 대화를 나눈다.
   "나는 오빠랑 사랑할 때보다 서로 그냥 가만히 안고 있는 게 더 좋아."
   "뭐야 그건? 이젠 날 사랑하지 않는단 말야?"
   "오빠는 의역은 도무지 모르는 사람인 거 같아. 대화의 수준 참 높다"
   "뭔 말인지 나도 다 알아."
   "존 업다이크가 누군지는 알아?"
   "이런 쉣, 그 머저리 너구리는 뭐하는 놈이야?"
   "내가 깜빡 했다. 오빠는 키스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전에 그... 아니 이름이... 뭐야 이제 외국인이야?"
   "어쩜..."
   '뭔소리야.'
   '난 솔직히 그거 재미없어.'
   '아 외롭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아 외롭다...'
   '말을 많이 하기만 하면 말빨인 줄 아는 오빠, 아 답답하다. 제발, 제발 그때 만큼은 침묵했으면... 포근함, 자상함, 무드, 섬세함, 낭만적 감성... 바랠 걸 바래야지.'
   '아 계속 외롭다.'

  소설이 시작된 이후 대화체가 처음으로 많이 나왔다. 한가득.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조짐은 커녕 아마도 대화체, 첫 끗발이 개 끗발일꺼야.
   멋지고 성실하고 세련되고 좋은 그러면서도 뭐한 그런 남자 엄~청 많지만 그렇게 작품을 창작하고 미친? 이상한? 사랑도 있고 예쁜 사랑과 최고의 사랑을 그리고 영원한 사랑을 쓰는 건 참으로 험난한 길인 것 같다. 소설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S는 아무래도 자신이 요 분야에는 숨겨진 재능도 싹을 티울 가능성도 입에 풀칠 할 재주나 잔꾀도 없어서 아무래도 이 업계에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닌가 하며, (쌍)코피를 흘리는 왜 코피가 터졌는지 의심을 사면서  참 의뭉스러운 새댁 이야기를 써볼까 아니 그것도 어렵겠지 하면서 꽤 심각하게 고민하는 나날을 보냈다. 아무튼 연애소설은 함부로 덤빌 장르가 아닌가 보다. 이건 꼭 3류 소설 같다. '같다'가 아니라 3류 소설이다. 그는 그날 시든 보라빛 꽃잎처럼 고개를 떨구면서 고개 숙인 남자가 됐다.
   있지도 않은 DJ에게 신청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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