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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4. 8. 25. 15:50

   S는 최근 타고 다니는 파나메라의 꼬투리를 고급스럽게 그러면서도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넌지시 돌려서 그 측에 알린 결과 차를 잠시 바꾸게 되었다. 차 이름이 나오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어딘가의 지구 반대편 독자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인다. 지가 먼 천리안이라고.
   차 차 차, 자동차 자동차 자동차. 그 업계에 있다면 어쩔 수 없거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른들은 어떤 적당함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다. 정치? 예를 들어보자. 함부르크에 사는 어느 남편은 M 얘기를 달고 산다.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뭐라 뭐라, 누구 누구 누구. 그 남편의 부인은 M은 그냥 M이고 모종의 적당함과 끕과 격과 품위를 덜 못 견뎌 하는 듯 보이는 1차 양육자이며 존 르 카레나 본 시리즈 같은 작품을 소설이 아닌 영화로 즐겨 보는, 매니아라 불리면 무척이나 부끄러워하는 빈곤한 저급 매니아다. 남편은 뉴스, 토론, 강의, 스포츠, 작업(작업?) 그리고 TV를 좋아한다. TV는 완전 최신품 최고가 상품이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한달 두달 세달, 5년 10년 15년... 우아한 부인은 뒷목을 잡지 않더래도 수다가 늘면서 그 우아함을 처음에 또는 나중 지녔을지 추구하기나 했을지 의심하면서 그렇게 삶을 즐긴다기 보다는 적응해 가면서 나이가 든다. 정치는 어렵다. 하긴 세상사가 쉽지 않다는 것쯤은 초딩도 안다. 이쯤 되면 고급 독자라면 골 세러모니 표적으로 당첨되기 싫다면 그 바디랭귀지 한번 해보시라. 직접 해보면 완전 재미있다. 조금 어중간한 코메디언의 손가락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고품격 웃음을 안겨준다.
   그래프 기울기가 시원한 좋은 주식도 직선처럼 보이는 곧게 뻗은 선을 자세히 보면 계단식이거나 우락부락 울그락불그락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양새를 비쳐 준다. 페이스북의 영특한 직원들이 하루 종일 똑똑한 주커버그 이야기만 할까? 그렇다면 그건 직업을 잘못 고른 것이다. 뉴스 앵커가 딱인데 말이다. 뉴스 앵커를 꿈꾸는 청소년을 탓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 모를 우주 미아의 희박한 가능성으로 이 소설이 명성을 얻는다면 그 이름값은 그저 우연에 의한 것이고 인류를 위한 것이며 발빠르게 지금 미리 기록해놔야겠다. "좋은 말 할 때 리스트에서..."
   음 삼천포에서 다시 돌아와서 S는 그렇게 차를 맡기고 돌아다닐 일도 별로 없으니까 다른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다시 호텔의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침대에 훌쩍 몸을 던져 찍 뻗은 채로 온 몸의 긴장을 풀려고 했다. 그러다 생각했다. 카프카와 페스트 그리고 카뮈가 "나는 이 책을 읽고 뭐를 썼다."라고 말한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어차피 마초적으로, 강한 남자 스타일로, 냉철한 초록색 피를 지닌 뱀파이어 특급 변호사식으로 보자면 카프카와 카뮈 작품군은 참 한동안이나 재탕되고 판박이로 인기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에 뭔가 삘 받아서 귀신들린 듯이 글이 써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처음 읽은지 약 20년은 되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한번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호텔에 숨겨진 미스테리한 전설을 밝혀내려는 의도로 여러 사람들에게 건네는 S의 말빨은 고품격 상류층 인사들의 화술과 습관과 예법에는 어울리지도 먹히지도 않고 '상태가 좀 안 좋은 거 아니야?'라는 의중을 파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눈빛을 받는 것도 지치고, 본인 스스로도 따분하고 권태롭던 와중에 그래도 인근에 꽤 유명함을 으시대는 경치, 그런 장경을 연출하는 협곡이 있다하여 어느 날 S는 그곳에 놀러가기로 결심했다. 근처에 바람 쐬러 가거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가는 데도 뭐 굳은 결심이 필요한지 의뭉스럽지만 말이다. 굳이 그 명승지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안해도 그것만 전문적으로 캐내시는 직업이 있다.
   그렇게 하여 그날 S는 택시를 탔다. 차는 몇년형 뭐였는데 외형은 특별할 게 없었지만 실내가 더없이 기품이 느껴지도록 꾸며져 있었다. 뭐랄까 꼭 그 실내공간에 앉기라도 한다면 우디 앨런의 어느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은밀한 환상에 빠지게 되는 우연처럼 (음슴하게나 축축히는 아니고) '오 사랑이, 반한다는 게 이런 거였어?'라는 기분과 흡사하게 휘말려 들 것만 같다는 느낌? 아무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잠시 후 목적지로 가는 도중 S는 그야말로 바지에 오줌을 쌀 뻔 했다. 실제 조금 저린 것도 같다. 나중 호텔로 가서 확인해 볼 것이다. 뭔고 하니 그 운전기사 양반이 운전을 F1 선수 뺨을 치는 듯 한다는 거였다. (요즘은 왜 이렇게 영화배우나 전문가를 뺨 치는 사람이 많은건지..) 이를테면 유머도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을 때나, 시간을 두고 드문드문 떠오르는 유머가 각별하듯이 나중 가끔 그 기사님, 영화 택시에 나오는 배우와 닮지는 않았지만, 지금 살아 계실까? 그런 느낌. 성질 좀 죽이고 사시질 그러시나...와 같은 잡념을 불러일으키는 마성을 지닌 그런 정도의 운전 스타일, 살면서 딱 1번이라도 직접 만나 보기는 힘들다. 남자들이 아무리 자기가 운전 잘 하는 줄 알더래도.
   그렇게 경치 좋은 관광지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햄버거 패드를 빠싹 구우고 달걀 후라이를 세계 3대 후라이팬에 지져야겠다. S는 그곳에 있는 폭포와 정원과 성지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왠 토끼인지 족제비인지 담비인지 모를 어딘가로 몹시 서둘러 가고 있는 어느 이름 모를 귀여운 동물을 짐짓 흘겨보다가 그 친구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계속 따라가다 보니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간다는 기운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길을 잘못 들게 되어 계속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오솔길을 지나가야 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안개가 워낙 자욱했던 탓에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그곳이 동굴 같기도 하고 또 그 인근을 계속 빙빙 챗바퀴 도는 것만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서 어느 창고에 다다랐다. 그 창고의 내부로 가보니 그곳은 어느 도시의 외곽 야트막한 산 중턱에 위치한 폐허화된 놀이공원이었다. 한때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신나는 음악과 솜사탕이 가득하고 남녀 혹은 어느 동성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싹티우던 놀이기구들이 우람하게 포즈를 취하며 묵묵히 땀흘리며 일하던 디즈니랜드였던 장소였을 텐데 지금은 거의 황무지에 가까운 녹이 슨 시소와 그네들이 외로이 위치한 한적하고 을씨년스러운 동네 놀이터 같았다. 그 분위기의 한켠에는 멀리 도시의 풍광이 보였다.

   곧바로 S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런 뭐야. 여기는 어디지... 그 ..."

  그곳은 바로 S가 옛날 살던 도시를 닮았고 그가 쓰고 있는 소설 속의 J가 살고 있는 도시인 것 같았다. 완전 투덜투덜하며 겁인지 무엇인지 모를 감정에 빠져서 허겁지겁 왔던 행로를 되돌아 갔다. 그렇게 관광지로 그렇게 다른 리무진 버스를 타고 호텔로 되돌아왔다. 그날 S는 멍하니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귀신에 홀린 듯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는 사람처럼 얼이 빠진 채로 시무룩해 있다가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 파나메라 수리가 늦어져 예비로 기록해 놓았던 Ford 슈퍼 듀티 한정판 7.4 가솔린 차량이 S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사람이 이상해져 버린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고 너무 궁금하면서도 암담하면서도 거대한 어떤 겁, 겁 때문에 그 호기심을 풀어낼 수 없어서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뭐야 이건, 시간의 구부러짐 다음에 이제 공간의 꺾임이야?"

  까마득한 옛날에 지구는 평평하다고 알려졌다가 갈릴레오 갈릴레이로 시작하여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지구는 둥글다고 밝혀졌다. 그러다가 저기 저 서쪽에 사시는 어떤 분이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책을 펴내셨다. 미래에는 무언가가 빛보다 빠를려면, 외계인을 만날려면 찾아갈려면 그분(어린이)들처럼 생각이 유연해야 하나.
   음 그렇다. 극히 일부 독자의 호평 후에 이어진 앙칼진 황당함, 즉 지금껏 극사실주의를 고수하다가 문체의 변형과 장르의 혼합은 뭐 그냥 그렇다지만 이게 도대체 뭐냐 이거지. 하지만 적재적소라면 그 과장이나 사건 사고, 초현실주의가 때로는 먹히는 법이다. 거의 대부분의 소설과 드라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액션이나 전개가 아니라 대사 한마디 한마디도 실상 생활에서 똑같이, 비슷하게 하는 사람들을 찾기는 (좋게 말해서) 무척이나 힘들다. 사람들도 현실에서 알면서 속아주고 스크린을 보면서 하는 말 "말도 안 돼!"는 거의 하품이나 작은 웃음과 동격이다. 십중팔구 모든 연인들의 사랑도 연애도 인생도 정말 드라마틱한 경우, 별로 없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게 소설의 드라마의 영화의 의무다. 왜 그런 영화 있지 않나. 도저히 딱 1번 봐서는 도무지 모르는 영화. 절대 절대 절대!
   지금의 흐름은 그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잠시 필름을 빠르게 돌려야 한다. 약간 얍삽하고 잽싸게. 둥둥둥둥... (7.4 가솔린 엔진 소리는 참 특색있다) S는 Ford를 몰고 그 문제의 장소로 갔다. 구부러진 공간을 지나서 J가 살아 왔고 J가 지금 사는 것 같은 그 도시의 외곽지역에 도착했다. 철지난 폐허된 놀이기구의 녹슨 정도가 좀 더 심해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면 이제 S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가? 응 그렇다. 이제 그렇다면 S는 J가 되는 것인가? 응 그렇다. S가 타인이 되고 싶었던 남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방금 작가도 독자도 '중요하지 않다'가 나올 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또 사실 S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나 행복은 뭐라고, 어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마치 쉽게 말해 '행복의 지도'의 행복론이랄까 '빅 픽처'류의 전이...는 맞는데 어떻게 보면 밍밍하고 언짢은 퇴보라거나 어설픈 증후군 같은 느낌이라면 그나마 조금은 이 마음을 설명해 주는데 썩 불친절하지는 않을 듯 하다. 당신은 천재다. 딱 내다보셨구나. 어쩜 그렇게나 책읽기에 적극적인 발군의 능력을 지녔을까. S가 J로 바뀌었으니 이제 다음 차례는 A라고. 곧 저 저 앞장에서 언뜻 비춘 합체는 아닐지라도 신분이랄지 환경은 대략 얼추 뒤집은 셈이 되었다.
   미안하지만 애처롭지만 틀렸다. 실존 인물이나 매우 닮은 사람이 릴레이 소설을 또는 처녀작을 발표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러다 책을 계속 읽으면서 다시 삘이 꼿히는 순간을, 그 은하수의 섬광이 반짝거리고 천상의 음악이 울려퍼지는 화사한 외계의 꽃향기에 감싸인 그 영감의 찰나를 기다릴 것이다.
   삘 받아서 글 쓰는 건 이게 문제다. 조금 모냥 빠진다. 이 글을 지금 열심히 달리는 지하철 안에 앉아서 그리고 서서, 지하철에서 내려 바로 앞 의자에서 쪼그리고 쓰다니. 수첩에 볼펜으로. 훌륭한 군인의 준비성, 이상하거나 정상인 여자의 상시성. 다른 수많은 명작가들처럼 작업실이나 여기 저기 어딘가에서 레몬 노트북을 어느 광고처럼 펼쳐 놓고 폼나게 규칙적으로 쓰고 싶은데 말이다. 지금 볼펜 근처에서 모기님 한마리가 깐죽깐죽 얼쩡대신다. 그놈의 삘, 뻑하면 삘.
   독서 리스트에 새로운 서적을 올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또 이런 문장은 일기체다. 홀리 쉣! 

  • 지구의 미스터리/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위원회 편
  • 소스필드/데이비드 윌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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