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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4. 7. 17. 16:36

   갑자기 어느 영화의 주인공이나 꿈에서나 일어날 법한 놀라운, 정말 까무러칠 만한 일이 벌어졌다. 그 믿기지 않는 영감이 떠오른 찰나 J는 자기 볼을 오른손으로 아니 왼손으로 꼬집어 보았다. '뭐야 이거,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이와 같은 나레이션과 함께 J는 자연스럽게 대중의 열광을 팬들의 반김을 아는 체 하는, 화답하는 연예인처럼 스스럼없이 그냥 아무 이유도, 과정도 없이 한 편의 시가 머리 속에 블라블라 떠오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본인의 선홍색 입꼬리가 쪼커처럼 변하고 마술처럼 한 편의 시를 소리내어 낭독하는 데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흔히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를
항해의 동행자인 양 뒤쫓는 한가한 바다새를.

갑판 위에 내려놓으면, 이 창공의 왕자도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끄는구나.

이 날개 달린 항해자는 그 얼마나 어색하고 나약한가!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 이는 담뱃대로 부리를 지지고,
어떤 이는 절뚝 절뚝, 하늘을 날던 불구자 흉내를 낸다!

시인도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射手)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걸음조차 방해하네.

   이제 J는 도파민이 솟구치는 황홀경에 이르러 이루 말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도취경에 휩싸이고 말았다. 어이없게도 단 한 번도 원하지 않고, 그 언제라도 트위터로 읽는 것 만으로 만족했는데 도저히 수십 년 간 수련한 중견 시인의 능력을 무협기인의 무공처럼 단번에 쪽, 쏙 빨아들인 것처럼 갑자기 그냥 그렇게 시경의 능력이 당혹스럽게 생겨버린 것이다. 그럼 이제 베스트셀러 시집을 내고 또 내고, 돈도 많이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팬클럽은 물론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어야 하고 묻혀 있던 트위터에도 유명인 계정 인증 마크가 붙을 앞날이 가슴 속 시원히 훤하게 상상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를 모두 읆고 나자마자 J는 사자후를 내뱉었다. 그럼 그렇지...  그 시는 그가 십대 시절 외우고 있던 단 한 편의 시였던 것이다. 상황이 불안정하니 뭔 개 풀 뜯어먹는 일이 다 생기는구나 하고서 피식 웃고 말았다. 그저 단순히 나이와 체념은 비례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어떤 사건과 사기와 뉴스에도 그저 의연히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시느브로 깨우치는 것일까. 어쨌든 J의 의식은 또 차츰차츰 다른 위치와 특이한 공간으로 옮겨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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