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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9

from 소설 2019. 10. 30. 22:22

    1

    제풀에 지치지 않는 허당인 줄 알았는데 난 결국 지쳤다. 물론 뻥이다. 제풀에 지칠 만큼 열정가이자 정력가라고 자부하기도 뭣하고. 무명 보고 누가 무관의 제왕이라며 갈채하겠나. 미완의 환상머신도 이젠 무심코 잊은 듯한데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그랬다.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뭐? 모르긴 뭘 몰라. 그렇다고 분에 넘치는 행복감 때문에 뭔가가 꼬인 건 아니고. 아닌 게 아닌가? 아니 그러니까 어째서? 그걸 알면 오죽 좋겠나. 사랑의 새출발이 싱글벙글 미소를 불러올지 히죽히죽 쓴웃음을 동반할지 모르지만, 또다시 사랑을 생각하기도 싫고. 알 듯 모를 듯 미지의 여심을 우리 보고 대체 어쩌란 말이오. 아니 그렇소? 어떻게 장단을 맞출 수가 있어야 말이지. 여자의 마음은 그런 것. 전 달라요, 그런데 가만 보면 여자는 다 그래. 하나도 다르지 않음. 그래서 남자에게 하는 말은 뭐다? 오빠도 똑같아! 말은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그러나 행동은 이따금 심신분리. 친오빠가 동생한테 하는 말. 손 씻었니? 또, 바쁘니? 바빠? 왜? 도대체 왜? 뭘 들켰길래? 대체 뭔 장면을? 밤엔 쉐도우 복싱 새벽엔 이미지 트레이닝? 혹시... 에잇~ 설마! 아닌가? 넘어가고. 남자를 보고서, 그놈이 그놈이다 라니. 뭐 여잔 안 그런가? 여자는 천생 여자! 그 정원에 그 정원사인 법. 그런데 여자 얘기가 지금 왜 나와? 내 말이! 하여튼 쯧쯧쯧,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됐고. 
    그래서 나는 뭔가를 하긴 했는데 그건 다름 아니라 일이었다. 공부, 싫어도 해야 한다. 노는 건 오직 애들의 직분. 그럼 아저씨들은? 살살 꼬드기고 간지럽히고 이름을 불러주면서, (그대 이름)가 뭐 돈 버는 기계냐! ~라고 딸랑거리면 아저씨는 흐뭇해하신다. 뭐 그건 그거고. 여하튼 나는 일하기에 대한 성과가 있었을까? 있었다. 오페라 로델린다 2막 용서받지 못할 자들이여, 나는 맹세했노라.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음악이 아찔한 착상을 자극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뭔가 있긴 있었다. 즉 독수리 흉내내는 땡벌 소리 같은 효과음이 들려서 서둘러 기록한 발상은 이랬다. 
    A. 자기 남편과 절친이 당신이라며 어느 여인이 날 찾아옴. 남편이 종적을 감췄다면서. (하객알바 때 신랑 옆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줌)
    B. 나는 사기 당함. 친구들은 푼돈인 반면 나만 고액. 이런 젠장!
    누구 얼마 누구 얼마, 쟤는 페라리가 전 재산이 아니라 새발의 피... 그런데 나만. 하긴 알고 보면 사기도 아님. 펀딩 사이트에 올려진 딱 3개 아이디어에 혹한 것일 뿐. 
    첫째, 플랑크톤을 최고급 천연화장품 재료로 추출하는 기술. 
    둘째, 무중력 상태 즉 우주에서 우주 에너지 입자를 빨아들여 헬맷만 착용하면 호흡 가능.
    셋째, 수중에서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 및 이산화탄소를 적정 공기로 변환하는 호흡기.
    C. 풍문으로 알게 됨. 걔와 걔가...! A와 B가 좋아하는 사이. 그래서 몰래 떠남.
    뭐 A B C?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아름다운 두 여인을 사랑하게 된 아저씨 이야기가 낫겠네. 정말로 귀여운 천사와 다정한 요정을 친애하는... 됐다. 재미없다. 사랑은, 없다. 농담이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마차 바퀴는 기름을 쳐야 한다는데 노상 엉덩이만 근질거리고. 어? 성자 집 하녀 라틴어를 인용한다지만 일하기 싫어서 늘상 인터넷에 올려진 시덥잖은 이야기들만 기웃거리고. 그게 뭐냔 말이지. 그래도 우리는 아직 쾌락마를 탈 적기가 아니란 걸 안다. 참기와 풀기. 뭐? 하긴 틀린 말도 아니지. 멀리 여행하기를 희망하는 자는 그의 말을 아낀다지 않나. 곶감론마든 샘물론마든 그런데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내 말이. 더럽게 재미없고 심심함이 절망의 징조일지, 아니면 행복의 암시일지 모르겠으나.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라고. 그렇다고 재미없다며 글을 쓰느니, 인공지능 지니에게 따분하다며 말하기도 모양새가 좀 그렇고. 그러면 멀쩡히 혼자 노는 친구를 불러내서 난 불행하다는 실토를 기어코 받아낼 수도 없고. 그래서 험담가들의 뒷담화가? (절레절레)! 털어놓기는 뭘 털어놔. 됐고. 
    그래서 나는 친구들을 만났다. 것도 남자만 골라서. 왜? 왜냐, 왜냐하면 바로 그 때문. 뭐랄까, 응? 뭐라고나 할까 최근 여자 조심증이라고나 할까? 숙녀론? 약간 뭔가 어떤 결벽증의 성격을 일부분 닮은 듯한 여자 신드롬? 딱히 자세히 털어놓고 싶지 않은 신경질증이자 강박증 때문에 난 아는 동생들을 피해다녔다. 그런데 남자들만 만나니 통 재미가 없네. 예를 들면, 
    톰, 말수가 없다. 토마스? 돈이 없다. 도날드? 바빠서 중간에 꼭 먼저 튄다. 닐, 왜 녀석이 여자가 없는지 알 거 같고. 그렇다고 윌? 말만 말만 웨렌 버핏이요 빌 게이츠다. 말만 스티브 잡스고 폼만 스티브 발머다. 자기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라는 상표 청바지를 입었던 여자를 만났는데. 그 얘기하다 뭔 얘기를 했는지 까먹는다. 존티도 똑같다. 전전 직장에 다닐 때, 직장 동료녀가 자기한테 청바지 사주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런데 듣고 보면 별 얘기도 아니다. 멍키스패너 포르토피노라고 다를까? 지 여자친구가 랭글러라는 청바지를 입었는데 결론은 '결국 차였다'가 다다. 그리고 제라드? 지가 무슨 서지오 발렌테라는 모자를 쓰고 다니면서 왕년에 지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다는 얘기만 하고 또 한다. 사무엘이라고 뭐가 다르겠나. 친구들 7명끼리 바에 갔다가 멀끔하게 정장 차려입은 여 바텐더에게, 돈이 최고로 많을 것 같은 1인자로 손꼽혔다는 얘기. 그 얘기만 하고 또 한다. 증말 더럽게 했던 얘기만 하고 또 하고. 내 참 더러워서 바텐더한테 봉투 찔러주고서 미리 짠 다음 친구들 불러서 돈이든 뭐든 그 뭘로도 첫손 꼽히든가 해야지 이거 참 허허. 재미 하나도 없고. 뭘 해도 재미없고. 따라서 나는 다시 아는 동생들한테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

    나는 한동안 여성환상 1.5 편집장 사라를 피해 다녔다. 
    아는 동생들에 둘러쌓여 정신 못 차리다 보니, 응? 일도 못하고. 지갑만 털리고. 그렇다고 1 대 1로 만날 기회는 기대할 수 없고. 기 빨리는 거야 그렇다 쳐도, 품위 유지비까지 바닥날 것 같은 예감. 아는 동생들은 여지없이 그 단조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었다. 크리스티, 엘리자베스, 로즈마리, 에밀리... 여자? (절레절레). 만나면 재밌고 웃기고 좋고 즐겁기는 한데. 단지 기쁜 게 다가 아니었다. 시간 후딱 지나갔다. 흥미진진한 분위기 가운데 걔네들은 갑자기 훅 들어와서, 내 정신을 쏙 빼가는 식이 태반. 정신만 빼가는 게 아니라, 난 마음까지 빼앗겨 버린 것일까? 그러니까 사랑의 포로는 아니고. 만만한 오빠? 그러든가 말든가. 걔네들한테 홀려서 난 정말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들이 하는 얘기? 이를 테면 이런 얘기들이 전부.
    <연애. 사랑. 남자. 주제는 뻔함. 뻔할 '뻔'자. 어? 솔직히 말해서 남자의 노력 반 나도 심심함 반, 해서 사귐. 애쓴다 애써 만나준다 사겨준다 그런데 창피하다, 그래서 어디 가서 내 남자친구라고 자랑스럽게 자랑할 수 없다. 만약 오래 사겼다면, 애인의 남자친구 듣는 데서 그런다. 어디 가서 내 남자친구라고 하지 말라고. 곧 해피엔딩이 아닐 경우에 대해서. 실컷 가지고 놀다가 질리고, 지겹고, 싫증나고. 뭘 모르고 멍청하고 짜증나고. 단물 빠졌겠다 비전 없겠다 재미도 바닥났겠다. 동격 연인 아니라고 그렇게 눈치 줘도 모르고. 양다리 어장관리 환승, 모두 불가능하지 않다고 힌트 줘도 더 멍청하고. 시작부터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로 이미 중간부터 연애 끝물. 헤어지는 방법이야 무궁무진. 남자가 여자한테 질려서 나가떨어지도록 만드는 일, 환승이별녀 거울녀 머머녀들에게는 일도 아님. 자긴 어떻게 차였다느니 누가 누굴 만났다느니. 다변을 견디다 견디다 나가떨어지느냐. 아님 넌 너 밖에 몰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다 올라오다 참다 참다 못 참고 나가떨어지느냐. 상대방 기분 긁고 긁고 계속 긁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말 끝마다, 필요 없어. 필요 없어 필요 없어. 그녀의 일기장을 보아하니 산만하기 그지없음. 흡사 사춘기 몽정기 소년 일기장을 나중 읽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90퍼센트가 투정이요 울분이자 상욕인 것처럼. 소녀감성들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나 가만 들어보면, 문구점 사장님 분식집 이모 말씀하시기로, 어? 처음부터 끝까지 남 얘기, 시작부터 끝까지 남자 얘기인 것처럼. 그녀의 친구를 만나봐도 그녀의 말 많음은 끝이 없음. 그녀는 남 말을 통 듣지 않는 친구로 유명함. 넌 너 밖에 몰라? 난 나 밖에 몰라. 그런 사람 있다. 말 많기로 어디서나 1등인데 친구 얘기 단 1도 들어주지 않는 수다쟁이. 진짜로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오늘도 소셜 네트워크에 올려진 그녀의 얘기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남들도 다 그렇지 않나?". 유리하고 나 기분 좋으면 자기 합리화, 나 짜증나고 불리하면 너 같으면 기분 좋겠냐. 듣다 듣다 나가떨어짐. 했던 말 계속~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술 취한 것도 아닌데, 말 반복이 주사. 남들도 다 그래? 남들도 다 그렇진 않음. 절대 아님. 자의식 과잉에 듣다 보면 기 빨림. 한마디로 피곤한 스타일. 툭하면 남들도 다 그렇지 않나? 쓰잘데기 없는 얘기만 딱 골라서>. 
    그렇게 난 최근 여자만 보면 겁이 났다. 공포심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그녀들을 잘 피해다녔는데.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일 때문에 오늘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편집장실에 온 것이다. 
    여기는 마라의 사무실. 난 그녀와 독대하는 중. 일 얘기는 다 마치고. 나머지 담소 중. 
   「마라. 너 여자잖아?」
   「그럼 내가 여자지, 남자니? 왜, 보여줘?」
   「보여주긴 뭘 보여줘. 누가 보고 싶데?」
   「그런데 무엇을?」
   「뭐긴 뭐야. 늬가 그러니까 남자가 없는 거야. 알아?」
   「그럼 넌 뭐 여자 있냐? 늬가 더 문제야. 어? 늬가 더 상태가 안 좋다고. 이런 덜떨어진 꺼벙이 주제에 말이야, 어? 이상한 칼럼이나 쓰고. 동네 아줌마들이 뭐라 그러는지 알기는 아니? 그런 칼럼 읽으면 멍청해진다고 못 보게 한단 말이야. 알아?」
   「알긴 누가 알아. 알고 싶지도 않아. 관심 없어.」
   「관심이 없으니까 늬가 그 모양 그 꼴이지. 어?」
   「너 편집장 자리 내가 꽂아줬어. 잊지 마.」
   「안 웃겨. 지겹다 그 농담.」
   「너 말단 사원으로 콱 그냥 강등시켜버린다.」
   「할 수 있으면 해 보시든가.」
   「늬가 더 재미없어.」
    그런데 뭔 소설이 내용이 없냐? 뭔 진행이 없다고. 발단만 발단만 한도 끝도 없고. 하다 하다 여자들이랑 말다툼이나 하고. 밑도 끝도 없이 보여주긴 뭘 보여줘? 누가 보고 싶데? 그러니까 뭘? 어? 이거 왜 이래? 장난해? 아, 장난이 아니라 이건 소설이다. 그런데 말이 나와서 망정이지 이게 말이지 이게 말이야, 이런 문학은 보도 듣도 못했다고. 어? 밑도 끝도 없이 뭔 드라마가 잘 진행되다가 시간이 정지된 체 해설만 화염방사기를 뿜는 식. 안 그런가? 그게 뭐야. 뭔 개 풀 뜯어먹는 이야기냐고. 무슨 그런 개뼉따귀 같은 책을 누가 사서 읽겠냔 말이지. 그러니까 난 가난할 수밖에. 뭘 사무실에서 발단 구상만 내내. 친구들 만난 근황 토크도 듣고 보면 아무것도 없어. 그렇다고 뭐, 여자들을 피해 다닌 근황 토크? 재미 더럽게 없단 말이지. 마라를 만나면 뭘 하냐고. 어? 따로 밖에서 1 대 1로 만날 수가 없는데. 아는 동생들 많아봐야 다 영양가 없잖아? 누가 아니래. 어? 내 말이! 이런 젠장. 왜 옛날 단짝처럼 친했던 1살 위 형이 어린이부터 소년기까지 일기를 썼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다 욕이었는지. 죄다 짜증에 투덜거림이 전부였는지. 알 듯 말 듯. 아아 재미없다 재미없어. 거 참 더럽게 재미없다고. 





    3

    툭하면 질펀하게 놀기 좋아하는 흥청망청 방탕아가, 거기서 더 타락하는 인생. 그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전혀. 아닌가? 그러든 말든 아마도 난 과묵하고 재미없고 더럽게 능력 없는 허당임이 분명한 것만 같다. 아닌 게 아니지. 신나는 사교계로부터 러브콜을 받길 꿈꾸겠나, 아니면 철판 깔고 평균 연령 깎아먹기에 매료되어 특급 꼰대로 유명해지기를 바라겠나. 속된 말로 깽판이니 개판이니 친한 친구끼리 그런 농담한지도 까마득. 걸핏하면 눈부신 여체에 황홀해하며 넋을 잃기나 하고 말이지. 남자들이란. 뭐 남자가 다 그렇지? 여자도 똑같다. 여자가 더 무섭다. 숙녀가 더 엉큼하다. 여우는 잠을 자면서도 닭의 숫자를 헤아린단 말이다. 여자는 역시 여자. 숙녀는 천생 숙녀. 옛말에 고양이는 물고기를 먹고 싶어도, 발을 물에 적실 생각은 없다 그랬다. 그래? 말 한번 잘했다. 무임승차는 재미없는 법. 훈수냐 야유냐, 아니다. 내일은 없다? 사랑은 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 얘기가 왜 나와! 아무래도 그분께서 일하기 싫나 보다. 하긴 누가 공부가 재밌어서 하나. 있긴 있는데 많진 않지. 월요병 때문에 아침에 사람들 얼굴을 보라고. 어? 그럼 지금 적절한 중간 평가는 어쩜 그거 아닐는지. 자는 사자보다 짖는 개가 더 낫다더란 말. 입증되냐 마냐 결국 생각이 많아지는데. 나가, 말어?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 된다, 우리는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아, 여기 사무실이지. 아무튼. 그런데 이런 식으로 투덜거리자면 한도 끝도 없겠네. 몇 날 며칠이라도 밤새워 마술사 입에서 실타래를 아무리 빼도 끝이 없겠다고. 어? (절레절레)! 
    따라서 나는 부득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될 만큼 코너에 몰리고 말았다. 꼬장꼬장 형세 따지고, 꼼꼼히 이득을 더 따지더니. 마침내 꺼낸 히든카드라고는 뭐다? 그걸 내가 알겠나 인공지능이 알겠나. 참 나 거 증말 가지가지 한다. 그래도 말이야 하긴 뭐 내가 걸어 다니는 소설도 아니고. 언제부터 문학을 챙겼다고. 그렇지만 아차 싶은 게 그거다. 생활연애 생활 도박처럼. 운명적으로 만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나 붙잡고 연애질 하는 생활 연애? (절레절레)!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다가 질리고 싫증나면 안녕. 차라리 휴가 떠나 여행지에 도착해 푸른 해변가에서 그녀들을 꼬시는 게 백 번 낫지. 
   「낭자 아름답소 나의 헌팅을 받아주오.」
    뭐? 우웩~! 정말로 그러란 말이 아니라. '사람 아무나 만나는 거 아니다'라는 논조의 칼럼을 미친 듯이 써갈겼는데. 그와 딱 상반되는 불건전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말하자면 생활 연애, 오다가다 만난 사이, 그리고 생활 도박. 난 노름꾼이 아니라 승부사를 더더욱 선호한다고나 할까? 해결사이고 싶다는 걸 어찌 숨기나. 난봉꾼보다야 사색가를 훨씬 편애하는데, 어? 생활 소설이 웬 말이냐 그 말이란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부득불 부득이하게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코너에 몰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그 난국을 타개할 해결책은? 없다. 없어. 있을 리가 있나. (절레절레). 1 문단 2 문단 읽어봐도 근황 토크로 시작해서 근황 토크로 끝나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남자 얘기인 것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뒷담화인 거랑 똑같이. 발단이 삶의 전부고 발단만이 인생의 모든 것인 식이네. (절레절레). 아마도 그게 다 뭔가 반 박자가 늦기 때문인 것만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처럼 허구가 잘 써지는 건 말이지, 응? (피동적으로) 발동 걸리면 술술~! 그런데 (능동적으로) 시동은 못 걸어. 그러나 뭐 어쩌다 탄력 받으면 잘해. 그야 당연하지. 전반적으로 다 잘했으면 유명세 때문에 행복한 비명이나 질렀겠지. 보아하니 주도적인 얼굴 마담도 아니고. 화려한 간판타자일 리도 없고. 쓸 거포도 심심한 장타자도 연락이 안 되니까, 기대감 없이 그냥 한 번 장난처럼 써 보는 깜짝 출연 카드 같은 인생이란 말인가? 그래서 칼럼은 진행하는데, 픽션은 아찔한 착상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하긴 장미도 때가 와야 피지. 그렇지만 말이야 도대체가 말이야.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거 아는데. 오라는 데 없고 갈 데만 많은 거도 다 아는데. 언제까지 체크, 체크, 체크... 기가 막힌 뒷패는 언제 들어오냐는 거지. 훈수는 결과까지 책임지지는 않는다지만. 핑~ 하면서 퐁~ 하는 그 효과음. 도대체 언제 들릴까? 바삐 돌아다니는 개가 뼈다귀를 발견한다고, 어? 우리는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남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가 늑대란 걸 왜 모른단 말인가. 늑대가 양을 탐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이냐고. 그런데 누굴 만나고 어디로 가지? 내 말이! 누가 아니래? 
    하여튼 거 참 소설 더럽게 재미없네. 내가 다시 환상소설을 쓰나 봐라. 내가 다시 생활소설을 쓰면 그땐 사람이 아니다. 그땐 개다 개. 어? 누군가의 질녀든 대모든 그 어떤 벌칙이라도 감수하고서 큰소리 뻥뻥 치며 떵떵거릴 수 있다. 빵빵 터질 만큼 재밌지 못할 바에야, 어? 더럽게 재미없는 몇 글자 가지고 타인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는 일. 우리는 관심 없다. 뻥치고 허풍 떠는 작자 본인 역시나 시간낭비. 또다시 허풍을 공상하고 뻥을 과장해서 허구를 짓는다면, 비록 내가 덜렁덜렁 뭔가가 달리긴 달렸다만, 그땐 정말 아는 언니 일면식도 없는 여동생들과 호형호제로 트고 지낼 자신 있다. 왕게임에 졌다 치고 그분들 마음 다 맞춰줄 수 있단 말이다. 물론 첫째 그분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둘째 그분들께서 정작 바랄지도 모르는데 나만 그냥 김칫국 원 없이 마시고 있는 셈이지. 왜 아니겠어. 잔칫상 차려지든 말든 숟가락부터 올릴 심보가 바로 이런 것이로군, 칫! 아무튼 내가 다시 소설을 쓰나 봐라. 내가 다시 말도 안 되는 글을 쓸 바에야, 차라리 개처럼 풀을 뜯어먹겠다. 무슨 개뼉다귀 같은 이야기도 이야기라고. 하나도 안 웃기고. 무슨 교훈도 없고. 기승전결은 더 없어. 밑도 끝도 없이 우연만 계속되고. 그게 뭐야? 어? 두 번 다시 허구를 짓나 봐라. 만약 다시 허황된 상상력을 아찔한 착상이나 된다는 듯이 나불거린다면. 그땐 개라니까 개. 그럼 정말 피노키오이자 돼지요 말이다. 어? 거 마 아따 진짜로 '막살자'란 애칭이 각별한 웨이터 되는 거지 뭐. (절레절레)! 아 나 이거 증말 재미 더럽게 없네. 





    4

    그러니까 말이지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문단 1. 사무실에서 발단 구상. 친구들 만난 근황 토크. 
    문단 2. 여자들을 피해다닌 근황 토크. 마라 만남. 
    문단 3. 푸념. 
    뭐? 이런 젠장, 뭐야 그게! 그럼 그다음은 푸념의 할아버지 격인 대푸념? 대푸념은 개뿔. 그런 픽션이라면 누가 못 쓰겠나. 차리리 초딩들 일기가 훨씬 재밌겠네. 그런 거 누가 못해. 왜 아니겠어? 그러니 나는 조급해지지 않을 수 있나. 고전 만화영화 톰과 제리처럼 궁지에 몰린 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동네 식료품점에서 음료수를 샀다. 왜? 음료수 이름에 혹했으니까. 보아하니 음료수 이름은 바로, 괴물. 괴물? 그 무슨 에너지 음료 있지 않나. 그런데 먹고 났더니 심장이 벌렁벌렁 으쌰으쌰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의욕은 다 광고 얘기고. 정작 내가 바라는 벌렁벌렁은 그 벌렁벌렁이 아니고. 정말로 내가 원하는 하트 뿅뿅 윙크 반짝반짝은 그게 아니라 낭만주의이자 기분파였을 텐데.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 툭하면 싫증 걸핏하면 변심 때문에 삶이 이렇게 재미없어진 거 아니겠나. 하여 난 다시 재도전했다. 딴 음료수를 또 산 거지. 이번에는 이름이 넥타르였다. 그 왜 있지 않나.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이 마신다는 신비로운 술. 이 술을 마신 사람은 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정작 마시고 보니 이거 그냥 싸구려 음료수였다. 이런 설탕물은 꿀벌도 마다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난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2번 고배를 마셨으니 3번째 도전. 이번에는 무엇을 마셔볼까나...... OK~! 압생트가 낙찰됐다. 고흐가 좋아했다지 않나. 그래서 샀고 마셨다. 그런데 결과는? 단언컨대 괜히 마셨다. 별거 없었다. 전적으로 당연히 실망. (절레절레)! 
    단언컨대 이건 아니다. 그렇다고 여자의 직감을 믿어볼까? 믿긴 뭘 믿나 난 남자인데. 어? 상남자! 캬~ 어? 그럼 뭘해 여자가 없는데. (절레절레). 이러니까 내게 여자가 없지. 어느 숙녀가 좋아하겠어. 있을 뻔 말 뻔한 전성기 있지도 않았고. 있을 둥 말 뚱 간지럽히든 근처에서 얼쩡대며 짝사랑해주던 여인들, 다 떠나갔다. 아는 동생들? 다 자기 살길 찾아갔다. 뭐랄까 날 좋아했던 여자들은 이를 테면 두 가지였다. 
    첫째, 오래 기다린 여자.
    둘째, 일찍 베팅하는 여자.
    첫째는 말 그대로 옆에서 알짱알짱, 근처에서 묵묵히, 알고보면 은밀히, 보아하니 은근히. 그처럼 눈망울이 하트 뿅뿅으로 오래도록 기다린 여자. 어? 나도 나다. 그 마음 못 받아준다면서 보내야 하는데. 미친년의 여우짓처럼 얼렁뚱땅 붙여놓은 여지를 주긴 줬네. 아무튼 둘째는 화끈한 여심. 집에서 자긴 2000만 원 해 줄 수 있다. 스타일만 달랐지 왈가닥 스타일은 시원시원하다. 자긴 5000만 원 해준다고 했는데, 남자 직업에 따라 풀베팅하면 2억까지 아빠가 가능하댔다. 그와 달리 자기 만나면 돈 별로 없어도 된다는 둥 자긴 가난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둥. 또 딴 애는 오빠 머리카락 짧게 자르면 멋지겠다 잘라라 잘라라~ 그래서 쉬는 날인데 카페에서 아는 오빠를 만나고. 질투 작전이었나? 아닌가? 몰라. 됐고. 그런데 왜 또 여자 얘기? 플레이보이의 육감도 다 썩었네 썩었어. 그놈의 썩은 미소. 뿐만 아니라 자칭 플레이보이면 뭘 해. 그 허접한 넉살 어디 가서 먹힌다고. 어? 그렇다고 속임수를 받아줄 시트콤 멤버들도 해체됐지, 립서비스 터는 거도 다 까먹었어. 남는 건 엄살만 늘고. 어리광은 더 늘고. 그녀들은 시간만 나면 이뻐지고. 우리는 기 빨리고. 무명일지라도 나뭇잎이 바람에 굴러가는 것만 봐도 꺄르르~ 웃는 소녀들이야 다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고. 우리는 심심하면 시간 낭비요 소파에 자빠져 TV만 봐도 스트레스 해소보다 툭하면 기 빨려. 어? 이게 뭐야! 평균 연령 깎아먹더라도 대차게 젊음의 거리에 가면 뭘 하냐고. 다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남남일 뿐. 안 그런가? 이건 아니다. 값싸고 저렴하게 말해서, 조질 게 없단 말이야. 이건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고 뭐 특단의 대책이라도 있나? 없어. 없다고. 어? 읎어! 있을 리가 없지. 허허. 사랑에 대한 희망은 이 남자 갖고 싶다일 텐데. 사랑의 환상 <내 꺼 하자>가 아직인 게 문제가 아니라, 어? 감정이 메마른 정도가 아니라 사랑 그게 뭔지 다 까먹었어. 추억은 원래 찐한 사랑이 각별한 법인데. 키스 어떻게 하는지도 다 잊어먹었단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기분전환에 음악만한 게 있나. 
    요한 쉬트라우스 2세 / 사랑의 노래 왈츠 op.114
    그러나 분위기는 전환되지 않았다. 환청으로 무슨 까마귀 울음소리만 들렸다. 
    따라서 나는 환상적인 막판 반전 같은 전개는 포기했다. 기대하지도 않는다. 예감마저 먹구름이 잔뜩 낀 셈이지. 
    요놈 봐라? 같은 은근 설레는 발단이 어딨어. 없어. 그런 거 없어. 있으면 다 뻥. 아니면 시시콜콜한 드라마. 다 남 얘기. 
    바로, 그러니까 그분들께서 툭하면 남 얘기. 시작부터 뒷담화 중간도 뒷담화 끝까지 뒷담화. 험담가 대회 그랑프리감으로 딱인 거지. 
    그런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내가 이러려고 작가가 됐나! 아니면? 어느새 나까지 그녀들 말을 따라 하고 있다. 그 (생활)명대사는 뭐다? 
   「다같이,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그처럼, 내가 이럴려고 소설 쓰나?!
    하다 하다 이제는 록가수 흉내내고 있네. 지가 가사 까먹으니까 마이크를 관중석으로 향하는 거 말이야. 하여간에... (절레절레)
    참다 참다 생활 연애도, 생활 도박도, 생활 내기도 아니고. 생활 문학에 생활 명대사? 잘한다 잘해. 1 2 3 문단 다 0점인데 4 문단마저 푸념 중의 푸념왕. 
    안 되겠다. 결국 개는 고양이와 타협한다고, 응? 난 아지트로 향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혼자서는 뭔가 신나는 일을 벌인다거나, 기발한 착상이고 자시고 일하기 싫단 거지. 뭐든 싫증 작심삼일이라고.





    5

    나는 어젯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내용은 이랬다. 
    <어디만 가면 어떤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여인이 날 항상 따라다니는 기분. 그러다 개꿈이 항상 그렇듯 줄거리는 흐리멍텅 불분명 몽롱했는데. 그렇게 바깥 활동을 마친 후 내용 전개가 꿈이니까 어떻게 얼렁뚱땅 장면은 뚝딱 바꼍다. 그래서 2층 집에 있는데 무슨 순간이동도 아니고. 거실에 나 혼자 있는데 웬 멧돼지의 머리가 소파 앞 탁자에 올려져 있었다. TV에서 최근 멧돼지 멧돼지 그러니까 바로 그래서 꿈에 나타난 듯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건 꿈이기 때문에 그 멧돼지 머리 옆에 웬 총이 있네? 난 현실에서는 BB탄 장난감총과 물총을 가지고 논 기억이 전부다. 꿈에서는 그마저도 더 드물었고. 그런데 뭐랄까 꽤나 현실적으로 생생한 꿈 내용이 느껴졌다. 난 아마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마치 뭐랄까 그냥 조건반사, 반사신경처럼 그냥 그 총을 잡았다. 어쩌면 애들 가지고 노는 장난감, 입으로 불거나 단추를 누르며 삐~ 하면서 기다랗게 서커스에서 보듯 말려있던 뭐가 앞으로 쭉~ 돌출하는 그런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렇게 어쩌다 나는 총을 쌌다. 그랬는데 정말로 불꽃을 튀기면 발사되네? 나는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당연히 꿈 안에서! 물론 식료품점에서 사 온 대형 생선 머리, 박제된 불곰 일부분에 집에서 나 혼자 해를 입힌 것과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그래도 왠지 찝찝했다. 그러다 2층 벽이 낮아지고 나는 발로 밀어서 멧돼지 머리를 바깥으로 떨어트렸다. 다음은 얼렁뚱땅 점심을 어떻게 때울까 고민하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그러면서 꿈은 끝났다>
    뭐야 이거? 그냥 개꿈이잖아? 복권 살 깜도 안 되고. 기분만 살짝 불쾌해지고. 에잇. 
    그렇게 일과를 시작했다. 
    씻고 먹고 어쩌고. 사무실로 이동해서 음악을 듣고. 
    도메니코 치마로사 / 피아노 협주곡 B-flat major 
    옷은 검정 잉크색.
    심심해서 컴퓨터 바탕화면을 여우에 놀란 마멋으로 바꿨다가 싫증나서 다시 원위치하고. 
    환청인지는 모르겠지만 웬 개에게 쫓기는 토끼 소리를 들은 것도 같고.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뭐 제비도 아니고 여자 생각을 왜 해? 내가 무슨 잉꼬부부도 아닌데 새처럼 고갯짓을 뭐하러 하냐고. 
    그렇게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재미도 없었다. 일하기 싫었던 거지. 그래서 나는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동영상 구간 댕기기.
    동영상 구간 댕기기.
    동영상 구간 댕기기.
    그래서 나는 아지트로 갔다. 도착했다. 
    나는 일단 허기져서 스파게티랑 빵을 시켜서 우걱우걱 먹었다. 
    한참 먹다 거의 다 먹어가는데 샬럿이 내게 인사했다. 
   「오빠. 고백해.」
   「무슨 고백?」
   「날 사랑한다고.」
   「너 미쳤어?」
   「그래. 나 미쳤어. 그러니 해도 돼.」
   「뭘?」
   「고백.」
   「살럿. 잘 들어. 고백이란 말이야 무슨 애들 장난처럼 하는 게 아니야. 고백이란 크게 3가지가 있어.」
   「그게 뭔데?」
    대사가 길기 때문에 한 호흡 떼서 가는 걸로. 





    6

   「첫째 진짜 고백, 둘째 장난 고백, 셋째 생활 고백. 그런데 웃긴 게 뭐냐면 대부분의 고백은 둘째나 셋째라는 거. 고백 그거 다 그냥 탐욕이야. 내 생각이 앞선 대부분의 뻥. 개 뻥. 상대방 입장에서 보자면 뚜껑 열림. 대체로 고백이란 그저 다 헌팅일 뿐이야. 남자에겐 그렇고 여자는 다르고. 어떻게? 내가 정말 고백받고 싶은 남자는 멋진 영화배우감인데, 그건 가짜고. 진짜는 웬만큼 잘생긴 남자한테 심심하면 고백받고 싶은 거고. 여자들의 불문율이 왜 있겠니. 그런데 그 불문율이 잘 지켜질까? 그럴 리가 있니. 야구경기에서 쓰리 아웃 돼서 수비수들이 대기석으로 이동하면서 투수 그라운드를 지근지근 밟고 흩트려 놓고 퇴장하면 그게 보기 좋니? 축구하면서 축구를 하지 않고 정말 하지 않아야 할 반칙을 일삼으면 그건 어떻고. 골프 선수가 정교한 티샷을 날리려는데, 뒤에서 정말 정말 듣기 싫은 말만 골라서 하는 건 매너니? 그런데 여자들의 불문율을 어기는 거. 그거 여자들이 더 잘 알잖아. 그런데 왜 어겨? 미친년이니까 그렇지. 
    가령. 여자가 대부분인 중견 회사. 사무실에 남자가 있어 봐야 성실한 유부남, 여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외모남, 동성애자인 남자. 회사는 건실하고 어쩌고. 그래서 신입을 뽑지 않고 어쩌다 경력직만 뽑고. 그래서 대충 1년에 3번쯤 사무실에 경력직 사원이 새로 들어오고. 그런데 그 중고 신인들은 하나같이 빼어난 옷발에, 경력도 쟁쟁하고, 총각에다 여자들이 웬만하면 도저히 싫어할 수 없는 얼굴. 성격. 행동거지. 능력... 기타 등등. 그런데 매번 몰래몰래 그 신입을 누군가 채가. 채가도 항상 똑같은 여자가 채가. 쉬쉬하면서 사내 연애 소문내지 않으면서 몰래몰래 밖에서 단둘이 만나지. 누구와? 그 사무실에서 단 1명의 숙녀와. 여자 3명 단짝인 대학생에서 매번 남자들 인기를 독차지해도 웬만하면 다 철벽치고 거절해서 그녀들 우정이 유지되는 이치, 모르지 않지? 그런데 사무실에서 뭔가 소문이 나돌면 매번 신입을 딱 1명의 불여우가 독차지. 남자들이 그녀에게만 상향 지원한다면야 철벽치고, 선별하고, 여자들 우정과 여자 세계 불문율을 모른 체 하지 않으면 되는데. 여자 9명 생각을 하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 자기밖에 모르는 여자. 그런데 매번 남자들한테 꼬리쳐서 내 맘에 쫌만 들면 따먹으려는 헤픈 년. 그게 바로 그 사무실의 불여우. 때문에 그 사무실 여직원들 사이에서 추문은 파다하지.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집단 따돌림받아도 싸디싼 여자. 
    그런데 왜? 뭣 때문에! 어째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왜냐, 왜냐하면 같은 여자들이지만 이기심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 평범한 여자들 같으면 동조해주고, 정담 들어주고, 맞장구쳐주고, 이해하며, 편들어주는 한편 이기주의라는 기제가 적절히 작동하는데. 저런 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주의자. 나는 언제나 신부, 나 빼고 나머지는 항상 전원 신부들러리. 너넨 전부 백댄서라는 주의. 때문에 그녀 입장에서는 저런 행동이 전혀 나쁜 게 아님. 그녀 생각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현실일 뿐. 그러면 왜 안되냐는 듯 옆에서 알려줘도 도무지 이해를 못 함. 웬만한 여자들은 사리판단 분명하고 세상물정 아는 가운데 이기심이 사안을 판별한다면, 그녀는 한마디로 <넌 너 밖에 몰라> 부류. 완벽하도록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암컷 하이에나이자 불여우요 표범과. 평범한 여자들이 제일로 싫어하는 유형. 욕심내지 않아야 할 대상이고 자시고가 없음. 토너먼트 준비, 연습, 복기, 이미지트레이닝, 쉐도우복싱, 뻔트, 스카우트... 없이 모든 게 펜타곤 실전. 여자 세계 불문율을 철저히 따르고 지키는 여자들이 경주마라면, 그녀는 야생마.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고. 아무튼 180도 다르다고만 보면 돼. 야성을 어찌 숨기나. 순진한 여자들은 그녀의 밥이고. 굶주린 늑대 역시나 그녀에게 마찬가지고. 같은 여자들일지라도 완벽한 물과 기름. 결코 섞일 수 없음. 문화도 똑같아. 다를 거 없지. 밖에서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 절대로 나쁜 게 아님. 오히려 예의 윤리 도덕. 저런 여자들끼리만 모인 아마존? 선 넘으면 고양이 발톱 콱~! 모든 걸 고양이에게 최적화되도록 동조하지 않으면 안됨. 선 넘으면 안된단 말이지. 너나 잘하지 뭔 참견? 너네 못생긴 여자들 오합지졸이랑 농담 따먹기 시시덕거리며 시간낭비하기 싫다, 화자는 아니지만 듣는 청자 기분 나쁘니까 비꼬던가. 좋게 말해줘도 결코 좋게 들리지 않으니까. 곧 철저히 신부들러리로 물개박수 치던가, 백댄서 거느리던가. 남자가 나 좋다는데, 참견 받기 싫다니까 그러시네. 수평은 없고 수직만! 어중간한 건 싫다 정신. 정반대 여자들끼리 어떻게 친해지나. 친하면 거짓말. 가짜 친분. 완전한 물과 기름. 웬만한 여자들에게나 불문율이 있는 거지, 골 넣으면 상대편 감독 놀리고 관중에게 엉덩이 까서 보여주는 게 기본인 여자인데? 말 다 한 거지. 말 다 한 거라고. 그녀 입장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자, 중간은 가는 논리요, 최선을 다한 예의일 뿐. 괜히 순진한 숙녀들만 벙 찔 뿐. 응? 
   "너 그럴 줄 알았다~ 내가 뭐랬니~ 내가 널 모르니~ 그러게 왜 고집부려가지고 말이야~!"
    남녀도 똑같아. 하나도 다를 거 없다고. 그녀 기분 저기압일 때? 뭔 말을 해도 웬만하면 좋게 들릴 리 없음. 아무 생각없이 한마디 툭 던졌는데, 그녀 심기를 건드리면? 말을 섞지 않는 게 최선. 어? 신경 끄는 건 차선. 여성스러운 멘트가 으뜸. (그걸 남자가 어떻게?). 피하면 더 좋고. 그게 진짜 (엄지 척)! 남자가 간접화법으로 뭘 가져다 주면 좋겠다는 듯 빙빙~ 돌려서 말할 때. 여자는 커피포트 부글부글. 남자가 직접화법으로 명령조로 얘기해도? 여자는 뒷목 잡고 뚜껑 열리고. 또는 '진짜진짜 미안한데'로 시작하는 1.5 화법. 여자를 하녀로 하는 거지. 옛말에 모자는 빨리 벗고 지갑은 천천히 열라는 말, 꼭 그래야 한단 말이 아닌데. 마법 주문을 걸면 뭘해, 통 마술이 걸리지를 않는데. 촌년&촌닭 커플 위주로 시트콤 찍을 때. 4 대 4 멤버 말고 신규 멤버가 촌년 보고서 점백이 점백이 놀려도, 시트콤이니까 친하니까 촌년은 뭐 그러려니. 그런데 웬 제비가 그거 듣자마자 옆에서 폭소를 터트리면? 촌년 뚜껑 제대로~ 열리는 거지.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웃음이 멈추질 않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촌년 정말 제대로 빡치는 거지요. 호호호. 여자는 웬만하면 앞에서 웃으면 안됨. 안 좋은 건 어지간하면 전부 뒷담화로! 오히려 그게 예의. 그래서 흉 보는 정도를 보면 얼마나 친한지를 알 수 있음. 진짜 진짜 친하면 면상에 대고 손가락질 하면서 놀리는 게 우정. 그녀들은 (나쁜 의미가 아니라) 어디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험담가니까. 남자가 얄미운 시누이식 화법을 구사하면 여자는 그냥 열불나는 거지. 축척되면 홧병 생긴다고. 어? 안 그래도 친구들 남친 남편은 잘생겼고, 목소리 좋고, 돈도 잘 버는데. 그런데 이 인간은 뭐가 이렇게 뻔뻔해? 속 뒤집어진단 말씀! 그럼 또 지는 비교 지는 비교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그럼 남자가 뚜껑 열릴 차례. 남녀는 일단 말을 섞으면 안됨! 어? 주기적으로 간헐적으로 콱 한 대 쥐어막고 싶어야 정상이니까. 그래서 순진했던 그녀 성질 더러워지고. 순결한 숙녀는 어느새 동네 아줌마 되는 거지. 50 넘은 여자 누가 쳐다본대요? 우아한 미녀 50살이라면 몰라도... (절레절레)! 좌우지간 남녀는, 대화가 없으면 남녀가 싸울 일이 없다니까요. 연애 초반에나 다 성과를 위해서 뻥치고 연기하는 것일 뿐. 시간 지나봐. 음. 지금은 좋지. 허허허. 하여튼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워──워──워!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좀비 영화에 보면 멀쩡한 사람이 좀비한테 물리거나 어째서 좀비로 변하면. 눈동자가 변하잖아? 어떻게 변하냐. 첫째 각막 전체가 하얗게, 둘째 각막 전체가 까맣게, 셋째 동공 깜빡거림이 사람처럼이 아니라 생선이나 새처럼. 넷째, 파충류 눈동자처럼 동공이 거의 1자에 가깝도록 변화. 다섯째 기타 등등. 그 가운데 그녀는 동공이 무섭게 생긴 길고양이와 완전 판박이인 습성 즉 야성을 띈다는 거지. 사회성 만점으로 길들여져 봐야, 예의 익히고 세상 물정 알아봐야 여자 세계 불문율 그거 짜증나는 거라고. 어? 자유인! 애마부인. 표범이 어찌 개와 팔짱을 끼겠나. 살쾡이는 늑대에게 윙크는 할지언정, 양치기견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야 직성이 풀리는 법. 웬만한 여자를 양떼에 비유해도 된다면 그런 여자는 양떼와 DNA부터 전혀 다르도록 태어났으니까 다 가능한 것. 그게 다른 말로 뭐다? 천성! 죽을 때까지 바꿀 수 없는 것. 내가 가진 성격에서 제일 부드러운 걸 표출해서, 아쉬울 때 여자들 만족시킬 수야 있지만. 천성은 남자를 사냥하는 아마조네스 습성. 그 부류 족속을 여자들이 모를까? 모를 리가 있나. 늑대는 늑대를 알아보는 법. 
    결론! 그런 몰상식한 반칙왕 반칙킹 반칙녀. 요점은 이래. 막 요래. 평범한 여자들이 보기엔 꼴불견. 괘씸한 정도가 아니라 한마디로 남자에 환장한 년. 남자라면 그저 정신을 못 차리는 벌렁벌렁녀. 그런데 중요한 건 그건 순진한 숙녀들 기준일 뿐이라는 거. 그건 늬 생각이고! ~라는 게 그 반칙퀸의 입장. 그녀의 속마음? 살쾡이 중의 살쾡이! 그런데 웃긴 게 뭐냐면 그마저도 다 유동적인 거라는 점. 혈연 지연 학연, 밀어주고 끌어주고 띄워주며 환심사기. 선녀들 80퍼센트인 공동체에서 저러면 여자이기를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저런 반칙녀가 대부분인 공동체라면! 그럼 먼저 채간 놈이 임자 아니겠나. 오다가다 만난 사이에서라면 두 말하면 잔소리고. 그래서 촌년은 운명적인 만남을 애호하고, 촌닭은 타격이요, 팔색조 파랑새는 타율이다 그거지. 실한 놈 물어오면 물어온 년이 용한 것. 다름 아니라 그게 미덕. 그러니까 다 사람들 모인 범위의 기저에 흐르는 문화가 무엇인가를 알고, 파악하며, 익숙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흠뻑 젖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예를 들어 군대에서 별들이 마음에 드는 나중 대승할 장성감을 좋게 보며 개, 고양이, 소, 말, 돼지보다 늑대새끼만 편애하는 것. 일단 친분 쌓고 어쩌고 나중 거리 유지하고. 그게 나쁜 게 아니듯. 전체적인 분위기에 따라, 저 '남자에 환장한 년'을 손가락질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정해지는 것. 다 그래서 잘나가는 클럽에서 물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돈 있다고 아무나 받아주나? 아니야~! 줄 서서 기다렸고 먼길 와줘서 애 썼으니 누구나 들어갈 수 있나? 아니야. 절대로 아니지. 멀끔히 차려입은 10명 청춘남녀. 8명은 퇴짜논다니까? 꽃단장하고 오면 뭘 해. 받아주지를 않는데. 딱 2명만 입장 가능. 나머지 8명은 짐 싸서 집에 가야지 뭐 별 수 있나. 그냥 가긴 서운하니까 그들만의 리그 2부 3부 찾아서 가야지 어쩌겠나. 그게 오라는 덴 없는데 갈 데는 많은 허당 입장. 반대로 러브콜 폭주하고 주가 높은 은근 허당이야, 다 가만 있어도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식이고. 응? 플레이보이든 그냥 매력녀든. 걔네들 봐 보라고. 그분들이 환승이별 당한 적 있나? 단 1번도 없어. 왜? 말 한마디, 표정, 몸짓 하나 하나를 보면 10을 알 수 있으니까. 그게 어찌 가능하냐고. 그렇든 은근 허당이 저런 벌렁벌렁녀를 만나는 거, 언제 본 적 있니? 보고 싶어서 애타게 찾아헤맸다 볼 수도 있는데. 그래 봤자 다 짧은 연애, 몰래몰래 숨어서 만나는 거. 아니면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 
    약간 딴 얘기긴 한데 그래도 살짝 걸쳐 관련되니까 하는 말인데. 굳이 이런 얘기까진 하지 않으려 했으나 다 알아두면 나쁜 거 아니까 하는 말인데. 그 뭐야 분수녀 떨림녀가 아니라 교성녀 있지? 장남 차남 막내, 장녀 차녀 막내. 그처럼 절대적으로 100퍼센트 옳다가 아니라. 6 대 4랄지 판사 70퍼센트는 장남이고 육상 단거리 주자 가운데 70퍼센트는 막내고. 다 그런 특징이 뚜렷하듯 경향을 말하는 거니까 일반화하지도 말고. 오해도 금물. 그냥 참고만. 응? 그 교성녀라는 게 의학적으로든 인체공학적으로든 원리 따지면 말이 안 되는 거거든. 즉 몇 데시벨까지는 말이 되고. 살면서 직접경험해 본 사람이 많지 않은 정도의, 몇 데시벨 이상은 실상 말이 안 되는 거고. 그 말도 안 되는 교성녀를 말하는 건데. 분명 몇 데시벨 이상을 말하는 거고, 일반화하지 말고. 그 정도 교성녀는 내가 봤을 땐 성 그래프가 비정상적으로 일찍 정점을 찍은 경우가 대부분. 남자와 여자는 성 그래프가 판이하게 다른 게 정상인데. 남자랑 거의 똑같은 성 그래프 곡선인 여자, 드물게 있는데. 바로 그녀들이 고성을 지르는 교성녀란 말씀. 모텔 아르바이트 경험치 얼마인데, 카운터에서 그 소리가 다 들리도록 건물이 흔들릴 정도? 쩌렁쩌렁? 왕년에 친한 친구랑 아는 동생들을 새벽에 만났는데. 그렇게 알고 지냈고 새벽에 친구 혼자 사는 집에서 술을 한잔 같이 했는데. 적당히 자리 만들어주고, 자리를 피했는데. 나중 듣고 보니 오늘이 그날이라서 (자세) 이처럼 어정쩡하게 애무가 다였는데. 바깥 어디까지 소리가 쩌렁쩌렁. 나머지 사람들 얘기 집단지성 이거 저거 다 합쳐보면. 비정상적인 그래프 때문이 많음.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조건반사 인체공학 의학 다 따지면. 몇 데시벨 이상도 말이 안 되고. 분수도 말이 안 되고. 그렇지만 경험자는 뭐냐고. 당사자는 뭐냔 말이지. 안 들어본 사람만 못 믿는다 그거지. 중간에 내 손으로, 상대방 입을, 틀어막아본 사람은 여지없이 아는 거고. 그게 그러니까 사랑을 만나서 애 낳고 살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면 좋은데. 쉽게 쉽게 만나고, 쉽게 쉽게 헤어지고, 쉽게 쉽게 잘 주는 그녀들. 인생 꼬이기 십상. 다 그 때문에 하는 말. 자기만 불행해지면 다행이게?
    그런데 내가 이 얘길 너한테 왜 했지?」
   「그건 오빠가 나한테 장난치듯 고백하지 말라, 고백 받지 말라는 의미로 한 거 아니오? 장난처럼 고백을 받아내고자 하지 말라면서, 어? 너 혼 좀 나 봐라 라면서 입에 모터를 단 거 아니냔 말이오. 사람 아무나 만나는 거 아니다, 타석주의보다 타율이 사랑이다 라는 오빠 말. 다 안다고. 모르지 않지. 오빠가 전에 뭐랬지? 오빠의 말과 글 때문에 내 귀만 피났나 뭐! 짧게 말해 등급이자 끼리끼리요, 간촐하게 뻔트와 장타를 구분하자는 거잖아. 뉴욕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런던 베를린. 웬만큼 잘나가는 클럽 치고, 굳이 전문가들 고견 참고하지 않더라도 말이야. 입장 금지율 70, 입장 거부율 80% 아닌 클럽 있나? 후줄근한 츄리닝 입고 슬리퍼 찍찍 끌고서 누가 클럽 가나. 동네 아줌마 아저씨는, 다 음악이 중간에 살짝 끊기는, 삼류 나이트클럽으로 몰리고. 멋쟁이들이 주로 몰리는 데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나이트클럽의 입장 거절 비율이 80퍼센트. 응? 그렇지 않은 명클럽? 있긴 있지. 다만 물이 안 좋을 뿐. 연애사 전적이나 그거나. 거기서 더 가면? 어디 대회 입상 경력 이상만 출전 가능한 대회처럼 출전 자격이 까다로운 경기. 허당 중의 허당. 영심이 중의 상영심이. 다 타율 아니겠어? 거기서 더 가면 사설 아지트고. 역사적으로 아마데우스가 이름을 올렸던 비밀 클럽 프리메이슨이고. 왜 몰라? 아 글쎄 오빠가 말 많으니까 나까지 많아지잖아! 
    (딱) 옳커니~ 아아! 바로 이래서 애들이 오빠한테 말을 걸지 않는구나. 요즘 유명해. 오빠한테 말 걸기만 하면 주례사 들을 각오 단단히 해야 한다고. 뭔 빈말 하나라도 물어보기만 해도, 졸업식 축사 가운데서 제일로 긴 거. 주저리주저리. 오빠. 내가 졌어. 그러니까 고백하지 마. 가서 생활 당구나 쳐. 이런 젠장.」
    뭐야 저거. 괜히 자기가 무슨 밑도 끝도 없이 고백하라고 먼저 요구했으면서. 승질머리하고는! 
    그런데 좀 전에 가만 듣고 보니 샬럿 말마따나 난 정말 그랬다. 
    왜인지는 몰라도 난 최근 기억력이 비상해졌고, 그걸 부풀리고자 하는 사색가의 장난기라고나 할까? 때문에 난 사람들과 말할 때 요즘 잘 듣지 않고 어제 읽은 책이랄지, 뭐 하나 꼬투리 잡아서 그거 관련된 잔지식만 왕창 나불거렸다. 아아 바로 그래서 애들이 날 조심조심 피해 다닌 거로구나. 이제 알았다. 안 그래도 뭘 해도 재미없는데 더 재미없어진 거지. 왜 아니겠어. 
    바로 그때 엘리자베스가 지나갔다.
   「안녕 아가씨.」
   「오빠 다음에. 나 지금 중요한 얘기 중이거든. 다음에.」
    또 켄트가 바에 혼자 있네.
   「이게 누구야. 고양이는 발톱을 감춘다더니 오늘은 웬일로 폼을 다 잡네?」
   「아니야 아무 일도. 그런데 내 정신 좀 봐. 회사에 중요한 서류를 놓고 왔네. 너도 알지, 내 007 가방 특별하단 거. 그거 선물받은 거잖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아무튼 다음에 얘기하자. 나 갈게」
   「이 자식이...!」
    그때 내 레이더에 스티븐이 포착됐다. 
   「야 스티븐. 너 혼자 포켓볼 칠 거면 형한테 말했어야지. 응? 당구란 말이야, 어?」
   「시끄러. 3시 방향.」
   「3시 방향? (두리번두리번) 아무도 없는데. 뭘 말하는 거지...?」
    돌아보니 스티븐은 이미 가고 없었다. 젠장.
    이렇게 문단 6이 끝나는 걸까? 그럴 리가 있나. 제5의 원소기호가 뭔지는 몰라도. 제5열인가 뭔가 영화 내용은 기억도 안 나지만. 문단 5-6은 흡사 한때 유행했던 샤넬 넘버 5처럼 뭔가 색다른 여운이 있었다. 그건 무엇이냐. 바로, 웬 수상쩍은 여자가 날 따라다닌다는 거. 자, 일단 문단을 넘기자.





    7

    (내 손으로 내게 손가락질. 아님 귀 옆에 대고 빙빙 빙빙빙)! 물론 마음으로만. 저런 의뭉스러운 분위기는 난생처음이다. 우연치 않게 어딜 가나 마주치는 거야, 통성명 나누지 않았다 뿐이지. 대충 모른 체하거나 눈인사나 나누면 그만이지. 바쁜 세상 기 빨리지 않아야 다 저녁에 또 그다음을 기대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라 뭐랄까 이건 정말 뭐라고나 할까. OK~! (딱) (몸짓) 낯가리는 강아지? 그녀는 결코 고양이 관상이 아니었다. 완전 낯가리는 강아지과였다. 어제 서점에서. 3일 전 볼링장에서. 4일 전 빵집에서. 5일 전 식료품점에서. 6일 전 소셜 네트워크에서. 7일 전 산책하다 우연히. 8일 전 영화관에서. 9일 전 백화점에서. 10일 전 시장에서. 이건 진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난 그녀에게 다가갔다. 낯가리는 강아지 같은 그녀에게. 
   「혹시... 절 아세요?」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난 당신을 꼬시려는 게 아니오.」
    또 끄덕끄덕. 뭐야 이거? 
   「난 당신께 찝쩍거리는 게 아니란 말이오. 혹시 그냥 흔한 껄떡남 정도로 날 여기지나 않을까, 난 많이 조심스러웠소.」
    또다시 끄덕끄덕.
   「난 미치지 않았단 말이오.」
    끄덕끄덕. 정말 뭐야!
   「설마 실언증 뭐 그런 거요? 아니면 뭔가 어떤 상심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도 아니면 수전증 허언증 거북목 증후군 환상 신드롬. 그런 거 때문에 묵언수행이라도?」
   「저 말할 줄 알아요.」
   「지금 말할 줄 안다고 자랑하는 거요?」
   「(표정) (몸짓)」
   「허허허. 농담이오. 바로 이래서 애들이 날 피하는 건가?」
   「네?」
   「아니오. 신경쓰지 마세요. 혼잣말이랍니다. 혹시 제가 신경쓰이시다면 음 그럼 이만...」
    난 그렇게 그녀가 별로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간주한 채 자리를 뜰려고 했다. 
   「가지 마세요.」
   「네?」
   「가지 마 이 자식아. 아 농담이에요. 저는 배우는 게 빠르거든요. 뭐든 귀신같이 익혀요.」
   「아니. 그게 나 때문... 그럴 수도 있죠.」
   「」
   「내 정신 좀 봐. 우리 어디서 꽤 자주 마주치지 않았소?」
   「그래요. 맞아요. 부정하지 않겠어요.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필연일지도 모를 테구요.」
   「왜죠? 혹시 그 이유를 아시오? 몰라도 괜찮소만. 이왕이면... 혹시 아신다면 내게 가르쳐주는 친절을 베푸시지 않겠소? 알려만 주신다면야 내 그대를 실망시켜드리진 않으리오.」
   「맘 같아선 확!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네?」
   「앗 딴생각을 좀 했어요. 당신께 하는 얘기가 아니니 신경쓰지 말아주셨으면 고맙겠소.」
   「지금 나 따라하는 거요?」
   「따라하긴 누가 따라했다는 거예요? 기껏 한다는 게 뭐 말장난이에요 뭐예요. 이거 왜 이래? 그럴 시간 있으면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요. ~라고 농담해서 미안해요. 괘념치 마세요. 저 미치지 않았으니까.」
   「그럼 난 뭐 미친놈이란 말이요 뭐요?」
   「거 참 말을 재밌게 하는 양반일쎄 그려.」
    정말 웃기는 일 아닌가. 얜 대체 뭐지? 늙은 개가 아프게 문다는데 이 여인이 늙은 개? 아닌데. 얜 어린데. 그럼 뭐야?
   「단도직입적으로 용건만 간단히 말하죠. 간접화법으로 남의 다리 긁기는 좀 더 친해지면 하는 걸로 하고.」
   「저도 좋아요.」
   「좋아요? 뭐가 좋아요? 내가? 아니면 요점만 간단히, 그것 말이오? 하긴 내가 좋을 리 있나. 허지만서두 거 선생께서 오해하는 게 있단 말이오. 이래 봬도 내 왕년에 여자들이 좀 많았단 말이오. 허허허. 그런데 내가 지금 여자 얘길 왜 하지?」
   「하지 않으면 되죠. 여자 얘기.」
   「아무튼 내 충고 하나만 하리다. 서로 바쁘니까 할 말만 하고 헤어지는 걸로 합시다.」
   「」
   「내 할 말은? 모자가 날아갈 정도의 바람은 따라가지 마시오. 아시겠소? 그럼 이만.」
   「선생. 가지 마세요. 왜 선생이라고 부르니까,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구만. 오빠라고 불러달라 말 못 하시구먼 그래. 어?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어?」
   「네? 우린 아직 그렇게 다정히 말을 놓을 사이까지는 아닌 거 같소만. 아니 그렇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당신 나 아시오?」
   「네? 제가 그대를 어찌 알겠소.」
   「당신이 나를 모르는데 내가 당신을 어찌 알겠소.」
   「그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그런데 왜 당신께서...」
   「오빠가 할 말을 내가 대신하면 안 돼... 오?」
   「아니~ 안 될 거 까진 없지만. 자꾸 자꾸 자꾸 자꾸 자꾸 자꾸 자~꾸, 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시니까 그렇지. 말이 끝나지를 않잖아요. 네? 이거 무슨 안 듣기 화법도 아니고. 살다 살다 이런 양반 처음 보네 그려. 안 그래유?」
   「안 그러긴 누가 안 그래유?」
   「아 말 따라하지 말고 용건을 말해 이 양반아. 어?」
   「오빠. 용건~?」
   「오빠? 네. 용건이요. 요점이 뭐요?」
   「요점이요? 오빠가 내게 다가왔지 않소.」
   「내가? 아... 그건 그렇죠. 그렇지만 그러지 않으면 안 되도록, 아가씨께서 제 주변에서 계속 알짱알짱 계속 근처를 맴도시니까. 이렇듯 내내 얼쩡얼쩡 고생하시느니. 즉문즉답하자는 거죠.」
   「그래요. 반대하지 않아요.」
    얘 도대체 뭐야? 
   「당신 누구요?」
   「당신은 누구요?」
    또 말꼬리 잡고 늘어지자고? 장난해? 어? 지금 장난하냐고!
   「아 나는~ 당신의 오빠고. 그대는 공주 나는 거지. 됐소? 그러니까 왜! (고함) 아~ 쫌!」
   「호호호. 화내니까 귀여우시네. 지금 그러니까. 이상한 환상과 특수한 신비에게 꼼짝없이 붙잡힌 신세다 그거요?」
   「빙빙 돌리지 말고 제발 할 말만, 네? 아 나 이거 정말 거 참 나 하다 하다 거 무슨 진짜 나 미쳐버리겠네. 아아아악~!」
   「오빠 아직 안 미쳤어? 호호. 농담이에요. 아무튼 저도 다 알아요. 오빠는 마누라 등쳐먹을 남자가 아니란 걸 말이에요. 등쳐먹을 마누라가 어딨어. 설사 있다 해도 그럴 위인이 못되지. 호호호.」
   「밀었다 당겼다 장난 아니구만. 어? 들었다 놨다 말도 아니라고. 쥐락펴락 난리 블루스도 아니야. 아 정말 말해주오. 낭자,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정답을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소. 자, 말하는 거요~ 나랑 약속했소! 그러요? OK~! 도대체 왜 날 유인한 거요? 속 시원하게 말하면 되지 않소. 용건은 뭐다, 그러니 내게 첫눈에 반했다고 이실직고해라. ~라고 말이오.」
   「왜냐하면.」
   「왜냐하면?」
   「왜냐하면, 전, 여자니까요.」
   「뭐가 어쩌고 어째?」
    이렇게 그녀와 나눈 대화를 옮기다간 끝이 없을 것만 같아서 여기서 멈춘다. 아아 (절레절레)! 
    아무튼 그녀의 말은 그랬다. 자기 언니를 찾아주라고! 
    언니를 찾아주라고? 내가 왜? 언니를 찾는다 언니를 찾는다... 
    자기 언니를 찾아주라나 뭐래나. 단지 그게 다라고? 
    걘 대체 뭐한다고 날 딱 찍어서 지명했지? 지명 방어전? 흐흐흐. 흐흐흐흐흐. 
    아니면 의무 방어전? 흐흐흐. 흐흐흐흐흐. 설마 챔피언 결정전? 크크크크크. 
    좌우지간, 언니? 그녀 언니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어? 
    그렇게 돌아서며 그녀가 하는 말은 이랬다. 
   「오빠. 다시 볼 때까지 안녕. 우린 또 보게 될 테니까.」





    8

    그녀의 이름은 소피. 갑자기 등장. 뜬금없이 친해짐. 그런데 연락처는 모름.
    낯가리는 강아지 같은 여자. 졸라~ 귀여운 거야 낯가리는 강아지에나 해당하고. 
    그녀는 그런 강아지랑 낯가리는 거만 비슷하고. 수줍은 듯 애교와 앙탈은 알고 봤더니 내숭이 장난 아님. 
    그러다 홀연히 사라짐. 그래? 
    나는 집으로 돌아갔고 다음 날 사무실에서 인공지능 지니를 소환했다.
   「지니 나와라 오바.」
    삐리리리~ 삐리리리~ 3D 4D 5D 6D 7D.. 그녀는 나타났다. 
   「오랜만이야 친구.」
   「오빠도. 딱 보니 더 멍청해졌네.」
   「넌 그걸 지금 인사라고 하니?」
   「얼굴을 찡그리니까 더 못생겨 보이네.」
   「뭐가 어쩌고 어째?」
   「그래도 장난기 섞인 폭소는 참을게. 우리가 나눈 통정이 얼만데. 아니. 그건 아니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도 이제 그 뭐야, 탄복할 수밖에 없는 신비감. 그런 거 다 바닥난 거니? 정체 탄로 난 거야? 그래?」
   「이 오빠가 또 슬슬 긁네 긁어. 어? 이번엔 또 무슨 고민인데 그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소한 습관에서 중대한 절정감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낱낱이 알려줘.」
   「뭘?」
   「소피에 대해서.」
   「소피가 누군데?」
   「있어. 그런 애가 있어.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좋아하는 애. 말 더럽게 많은 애. 삽질 세러모니를 연상케 하는 계집애. 엉큼한 년. 관상부터가 더럽게 밝히게 생겼어. 개년.」
   「흥분하지 말고. 걔 뭐하는 애야?」
   「그거 늬 할 일이잖아.」
   「아 뭔가 힌트를 줘야 다 조사하고 데이트베이스 수집하고 어쩌고 할 거 아니야.」
   「아는 건 이름밖에 없어.」
   「그거 가지고 나보고 어쩌라고.」
   「아 우리 아지트 실시간 영상부터 얼굴 파악하고 어쩌고. 찾아보면 다 나오잖아. 왜 그래 초짜같이.」
    잠시 후.
   「나왔어.」
   「나왔어?」
   「어.」
   「뭐하는 년인데?」
   「그런데 정체가 없어.」
   「정체가 없다고?」
   「어. 걔 사람 아니네.」
   「사람이 아니면. 뭐 새야? 개야? 아님 생선? 뭔데?」
   「우리 과 같은데.」
   「우리 과? 뭐 캠퍼스의 낭만?」
   「낭만이고 자시고. 별자리가 나랑 맞지 않아. 관심 없어. 나 그만 갈게.」
    뚝!
   「뭐야 이거.」
    이 혼탁한 상황은 대체 뭐지? 웬 소피라는 숙녀가 나타나 내 근처에서 알짱거리며 날 조종한다? 내 아는 동생들이 가득한 어장을 지가 다 관리한다? 그래서 정리된다? 이 년이 지금...! 후궁 3000명이 책봉돼도 모자를 판에 말이야. 어? 부랴부랴 어떻게 어떻게 달랑 아는 동생들 몇 명 있는 거 가지고 말이야. 지가 뭔데? 자못 낯선 위기감?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간담? 쉽지가 않네. 그래? 그럼 신경 끄면 되지 뭐. 알게 뭐야? 뭐 소피의 사랑? 다 소용없어. 사랑은 무슨. 사랑은~ 없어! 





    9

    최근 나는 소피를 다시 만났다. 우리는 친해졌다. 많이 친해졌다. 그렇게 나는 소피와 데이트를 즐겼다. 
    시내 여기저기를 쏘다니고. 영화도 같이 보고. 밥도 같이 먹고. 밥만 계속 먹을 수는 없으니. 커피도. 술도. 노래도 부르고. 너무 자세한 얘기를 다 할 수는 없고. 
    때문에 나는 자랑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환상문학 격월간 고품격 잡지 미스테리아 사무실에 놀러 갔다. 
    편집장실에 들어갔다. 
    마침 마라는 나와 독대하길 고대하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더럽게 못 맞추는 돌팔이 점쟁이 같은 년.
   「마라. 날 왜 불렀어?」
   「왜 불러? 내가 언제 널 불렀다고 그래?」
   「안 불렀어? 아님 말고. 아니 그럴 게 아니라. 지금 불러. 나 바깥에 나가 있을까?」
   「넌 꽁트가 지겹지도 않냐? (절레절레)」
   「그건 그렇고. 시간 끌지 마.」
   「뭔 시간을 끌지 마. 누가? 내가? 내가 뭘?」
   「너 좋아하는 사람 있데.」
   「정말?」
   「아니. 뻥이야!」
   「(인상 팍)」
   「허허허. 허허허허허.」
   「그나저나. 너 요즘 연애한다며?」
   「그게 뭔 소리야? 에잇 숨기지 말자. 그런데. 아니 너가 어떻게!」
   「레이더에 다 걸렸어. 털어놔. 누구야? 뭐하는 년인데 그래?」
   「시녀 주제에 어디서 감히. 걔 공주님이야. 왜, 첩이라도 어떻게 안 되겠냐고?」
   「첩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그건 그렇고. 저번에 말한 칼럼은 다 썼어?」
   「아직. 환상머신 얘기는 꺼내지도 말게, 알겠나? 순 엉터리 골칫덩어리 때문에 내 속이 썩고 상하고 말도 못 하니까.」
   「환상머신이고 나발이고. 그거 말고. 칼럼 말이야 칼럼.」
   「환상머신이 먼저야.」
   「차라리 우머나이저를 주문해라. 아, 맞다. 남성용 나왔데.」
   「뭐, 진짜?」
   「뻥이야.」
   「너 정말! (몸짓) (표정) (손짓) (고갯짓). 엉큼한 년. 내 이년!」
   「왜, 뒤통수 한 대 때려주고 싶니? 오빠. 나 너무 꼴 보기 싫어하지 마라. 어? 나 마라야. 나 마라라고.」
   「왜 갑자기 존대를? 그냥 막말해. 너 그렇게 나오면 나 겁나. 어? 무섭단 말이야. 뭘 원하는데?」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솔직히 말해줬으면 좋겠어.」
   「뭐 사랑? 사랑은 없어.」
   「없긴 뭐가 없어. 솔직히 말해. 먹고 버리다 즉 먹버, 아님 먹고 튀다 즉 먹튀. 둘 중 뭐야?」
   「뭔 소리야? 나 그런 남자 아니야. 나 철들었어. 우리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었네 이 양반아. 어? 그리고 먹고 튀긴 뭘 먹고 튀어? 이런 도둑년 같으니라고.」
   「내가 왜 도둑년이야. 내가 너한테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니? 그러지 말고. 몸 좀 풀자. 야. 나이트 어때? 물 좋은 데 알아놨어.」
   「NC?」
   「안 놀면 뭐하니. 놀자. 지금 아니면 언제 놀게? 꽃다운 청춘은 다시 없어.」
    그때 마라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웬일인지 그녀는 소곤거리다 잠깐 바깥에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나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놀다가.」
   「너 나 따돌리는 거니? 도대체 뭔 소문이 돈 거야? 보여줘? 어? 정말? 원해.」
    나는 단번에 소파에서 일어나 탁자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서 왼손으로 바지 허리띠를 잡고 오른손은 바지 자크에 갖다 댔다. 
    그런데 마라는 이미 떠난 뒤였다.
    소피가 나타나서 좋긴 한데. 
    난 소피가 사라지면 그땐...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거 시간문제일 것만 같았다. 





    10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음악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구도자의 저녁기도 K.339
    쉬는 시간이니까 나는 인터넷에서 짝퉁 라울 뒤피 그림을 알아보고 있었다. 
    도둑놈님들께 명성이 자자한 특 A급 위작 말고. 전문용어로 저질 중의 저질 짭으로. 
    어쩌다 괜찮은 물품을 보긴 했다. 그러다 가격을 보는 순간 톡 쏘는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누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방문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샴페인 마개 따는 소리 들리는 거 있지? (고갯짓) (표정) (몸짓) 
    이거야~ 이거라고~ 이거라니까 바로 이거라고~! 
    그녀는 다름 아니라 소피였다. 
    아니면 최근 따로 올 사람이 없었다. 
    난 빼도 박도 못하고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린 거지. 허허허. 그렇지만 진도는 아직.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그녀는 말했다. 
   「오빠. 내가 전에 말했지? 라울 뒤피 명화를 선물하겠다는 거.」
   「내가 너의 재력을 평가 절하하는 건 아닌데. 그렇지만 선물은 오빠가 너한테 하는 걸로 하자. 우리, 그러면, 안 되겠니?」
   「아니 내 오빠한테 내가 선물하겠다는데 누가 뭐래?」
    그러면서 그녀는 도화지 같은 크기의 포장된 선물을 내게 건네줬다. 
    나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여인의 겉옷을 재빨리 풀어 제치는 것처럼 포장지를 뜯고. 
    거칠게 가터벨트를 푸는 것처럼 리본을 풀었다. 
    그래서 짜잔~ 하고 등장한 내용물은 내용물은. 
    다른 아니라 라울 뒤피 작품은 작품인데. 
    전문용어로 짭, 짝퉁도 아니고 질 나쁜 가짜였다. 
    이건 뭐 그냥 엽서였다 엽서. 
    언젠 뭐 명화 진품을 선물하겠다면 떵떵거리더니 결국 나보고 엿 먹으라는 거야 뭐야?
    그런데 이상한 게 뭐냐면, 액자는 딱 봐도 상당히 비쌀 거 같았다. 
    곧 액자만 명품. 그런데 그림은 그냥 엽서. 
    뭐야 그거? 남들 볼까 무서워 몰래몰래 숨어서 만나는 풋사랑이잖아? 
    아니면 뭐, 익기 전에 떫지 않은 과일은 없다는데. 보기에는 좋은데 맛은 더럽게 없는 과일? 
    아아 뒷목 뒷목... 커피포트 부글부글 부글부글. 
    뭐 그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고. 
    그러고서 우리는 데이트하러 나갔다. 





    11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주세페 베르디 /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  이중창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
    쉬는 시간이니까 나는 인터넷에서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도발적인 자세를 감상하고 있었다. 
    가슴 졸이며 걸그룹 멤버끼리 순결한 뽀뽀를 장난스레 하고 피하는 장면을 원치 않지만 보고 말았다. 
    악마와 계약을 한 그림작가가 어쩌고저쩌고, 다 재미없는 이야기들. 어쩌다 봤다. 
    비키니 사진을 일부러 찾아본 게 아니라 어떡하다 딴 걸 보려다가 못 볼 걸 봐버렸다. 
    어? 내가 다비드상의 페니스가 작은 이유를 도대체 왜 알아야 하냐고. 
    내가 뭐한다고 속옷 구매 후기를 읽어?
    그런 고민 같지 않은 고민을 하던 찰나. 
    바로~ 소피가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내 사무실에 방문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걔 말로는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마술이라고 했다. 마술? 웬 마술? 
    대화 했다 치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소피는 왼손을 내 배꼽 속으로 집어넣었다.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들어간 손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무엇이 어디에 들어가면 가만있을 수 없듯이. 
    너무 야한가?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그게 다가 아니었다. 
    바로, 초록색 액체가 나왔다. 내 배꼽에서 점성을 약간 띄었는데 케첩보다는 덜 끈적거리고. 
    색깔은 초록색인 액체. 이게 뭐지? 청록빛을 띄는 초록색. 신비스러운 채도 명도.
    소피가 내 배꼽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날 관통한 거까진 마술인데. 
    초록색 액체가 흘러내린 건 마술이 아닐 것이다. 그래야 한다든 뭐든 모르겠고. 
    훌륭한 기수는 단숨에 말을 탄다더니, 그럼 소피는 마술사? 
   「소피. 신기한데?」
   「오빠. 말하지 마. 이거 할 때 말하는 거 아니야. 알지?」
   「이게 뭔데?」
   「말하지 말라니까.」
   「오빠 돌아봐.」
    돌아? 어딜 돌아. 누가? 내가? 아니 왜?
    아아 나는 소피의 말을 알 듯 모를 듯했다. 바로, 
    사냥 중인 사자는 포효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마술은 끝났다. 환상적 마술. 사실적 마술. 신비한 마술. 
    놀라운데 진짜. 가짜인 듯 믿을 수 없지만 사실. 
    그런데 더 신기한 거. 더더욱 믿을 수 없는 거. 
    내 배꼽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귀를 뚫었다고 다 금귀걸이를 다는 것은 아닌데. 
    하긴 자랑 아닌 자랑 좀 하자면 이렇다. 
    옛날에 왼쪽 귀만 뚫어서 귀걸이를 하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귀걸이를 안 하고 다니니까 나중 다시 귀가 막혔다. (그게 뭐가 자랑이야? 귀 뚫었다 막힌 게 자랑이야? 지금 장난해?)
    그 기간이 짧은 듯한 예시가 바로 지금이었다. 
    소피는,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난 정말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소피. 너 누구니?」
    그녀는 조용히 검지를 내 입에 가져다 댔다. 
    묻지 말라는 거지. 묻지 마? 그 옛날 사거리에 있던, 어쩌다 단골이 되어버린 술집 이름인데. 
    묻지 마! 그런데 뭘 묻지 말라는 거야?





    12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프란츠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라자르 베르만 1963년 연주. 
    쉬는 시간이니까 나는 무얼 하며 기분전환 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소피가 찾아왔다. 이젠 뭐 날마다 오는 거지. 허허허. 호호호. 
   「오빠 그 말 알아?」
   「무슨 말?」
   「너무 길들여진 암양은 너무도 많은 어린 양들에게 젖을 물린다.」 
   「조신하란 말이지. 그런데 그 말이 왜?」
   「저번에 내가 말했잖아. 우리 언니 찾아주란 말.」
   「어. 기억나.」
   「그런데 있잖아. 나 언니 찾은 거 같아.」
   「그래? 어딨는데?」
   「내 앞에.」
   「뭐? 농담하지 마. 난 오빠라는 말만 들어도 미쳐버리는 상남자니까.」
   「그럼 오빤 양이자 꽃사슴이 아니라고?」
   「그럼. 개. 토끼. 닭. 사자? 하이에나? 늑대. 개구리? 두더쥐. 너구리. 제비.」
   「고양이가 양을 지키면 쥐는 누가 잡는단 말인가? 각자에게 알맞은 일이 있다고, 어? 오빠는 오늘 있잖아. 오늘만큼은. 어머. 그런데 이 음악.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설마, 라자르 베르만 연주 버전?」
   「네가 그걸 어떻게...」
   「어떻게긴. 오빠 컴퓨터 메모장 미리미리 봐 뒀지. 그런데 오빠, 베르만이랑 치프라랑 누가 더 피아노 잘쳐?」
   「그건 말이야, 우리 아빠랑 저 아저씨랑 누가 회사에서 더 높은가랑 비슷한 말로 알아들을게. 됐지?」
   「그런데 방금 전에 했던 말 그거 뭐니? 오늘 내가 무슨 맡아야 할 역할이라도 있니?」
   「그럼 있지. 없을 리가 있겠어?」
    잠시 후.
    소피는 본격적으로 마술 3탄을 선보였다. 그건 무엇이냐! 바로, 
    오른손으로 포크를 집더니 내 허벅지를 찔렀다. 
    푹~ 하고 삼지창은 꽂혔다. 
    지가 무슨 포세이돈이야 뭐야? 
    무의식의 절대강자는 뭐니 뭐니 해도 '꿀벅지'같은 비속어가 아니라고 강력히 부정하기도 뭣한데. 
    내 허벅지가 말벅지가 아닌 건 세상 사람 다 아는 게 아니라, 그 누구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데. 왜 하필 내 허벅지를. 
    그런데 신기한 게 뭐냐면 포크가 푹 꽂힌 내 허벅지에서 파란색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는 것. 
    그건 울트라마린 색상도 아니고 살짝 빛깔이 변화하는 듯했다. 신기했다. 아름다웠다. 놀라웠다. 
   「오빠. 듣고 있어?」
   「어. 들리긴 들려. 그런데 말이 느려지네. 꿈인가?」
   「오빠 그거 꿈 아니야. 내가 곧 반대 방향으로 손을 집어넣을게. 그래서 안에서 내 손과 포크가 만나는 거지. 그렇게 만나면 들리는 효과음은 뭐다?」
   「뭔데?」
   「핑~! 살짝 다를 수도 있어. 퐁~! 더 달콤할지도 모른다구. 퐝~!」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나는 꿈에서 그런 말들만 골라서 듣고 말았다. 
    오빠~! 
    하고 싶어. 그런데 대화를! 
    오늘 나 집에 들어가지 말까?
    오빤 뱀파이어야? 그래?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깨어나 보니 거긴 개집이었다. 
    물론 꿈도 꾸었다. 내용은 내가 소피의 포동포동 뽀얀 엉덩이 포크로 푹 찔렀다. 푸딩 같은 눈부신 엉덩이 맨살을, 마치 수제 소시지를 푹 포크로 꼽아 찌르는 것처럼. 그러다 연분홍빛 대리석 같은 엉덩이가 정말로 대리석으로 굳어져갔다. 그래서 난 다급히 요술램프를 문지르듯이 문질렀다. 그렇게 다시 엉덩이는 대리석에서 다시 사람의 엉덩이로 돌아왔다. 그다음.. 그다음은 가물가물. 
    아무튼 우리 동네 인적이 드문 공터. 나대지. 빈 개집. 간혹 들개만 왔다 갔다 하는 곳. 
    도대체 소피는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보진 못했어도. 왠지 익숙한 대사인데!)





    13

    오늘 나는 아지트 들렸다. 세바스찬이 소셜 네트워크 게시물을 보여줬다.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A. 너 말 많아서 애들이 죄다 피해 다닌다. 알고 있지?
    B. 그런데 소문이 돌더라. 웬 숙녀와 단둘이, 부쩍 나다니고 즐겁고 행복하니까. 아는 동생들이... 좀 그랬다. 
    C. 그 가운데 대표로 로즈마리가 동영상을 공개. 너랑 그 소피라는 숙녀와 대화하는 영상. 그런데 몇몇 영상에서는 소피 없이 나 혼자 대화...! 가상의 그녀가 앞에 있다는 듯이.
    D. 그런 자료가 하나, 둘, 셋, 넷......!
    난 대체 그것도 모르고 뭘 하고 있었지?
   「뭐야? 그럼 내가 미친 거라고?」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소피가 뭐 귀신이라도 된단 말이야?」
   「흥분하지 말고.」
   「그거도 아니면. 뭐 조작된 영상이란 말이야 뭐야?」
   「빙고~! 그거야. 그거라고.」
   「진짜? 아니 왜?」
   「왜긴 왜겠어. 그걸 남자가 하겠니? 그 가짜를 만든 걸 남자가 뭐하러? 물론 난 동성애 존중. 난 여자를 좋아하고.」
   「그러니까 그걸 누가?」
   「누구긴 누구겠니 여자지.」
   「아 글쎄 아는 동생 누구?」
   「내가 그거까지 다 일러바쳐야겠니? 나 고자질쟁이라고 소문나게? 그럼 늬가 나 책임질래? 내가 왜 너한테 짐짝처럼 안겨야 하는데. 매끈한 그녀가 내게 포근히 안겨도 모자를 판에, 어? 뭐가 어쩌고 어째?」
   「어허 침착해. 침착하라고.」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뭐냐면, 그 시점부터 소피와 연락이 닫질 않는다는 거였다. 
    어떻게 된 거지? 





    14

    포만 상태로 단식에 대해 설교하기는 쉽다. 배부른 늑대가 굶주린 하이에나 적 생각, 하긴 하는데 내 일이 아니라 남 일일 뿐. 그래서 포식자 챔피언의 식탐은 지명 방어전을 꿈꾸는 것일까? 꿈은 무슨. 그럼 굶주릴 대로 굶주린 하이에나일 것이냐, 아니면 배부른 늑대이자 새침한 돼지일 것이냐. 그것이 문제일까? 문제는 무슨 개뼉다귀 같은 문제. 재미 하나도 없는 공상. 왜 하필 아침부터 공상? (절레절레). 언제까지 저리 비켜, 가, 꺼져, 닥쳐,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시끄러워, 꼴배기 싫어, 싫증나, 지겨워, 짜증나, (저속한 표현으로) 아 뚜껑 열려 아아 열나 빡쳐... 같은 투정만 일삼나. 어리광 지겹지도 않나. 우물쭈물하지 말고 행동. 우리는, 어? 행동. 그래서 성과. 응?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 된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오라는 데가 있나? 없으면 어떤가. 세상일이란 게 그렇다. 상인도 손해 볼 때가 있단 말이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때도 있고. 일 년에 한 번은 미친 짓을 해도 괜찮다. 그럼 그날이 오늘? 아니다. 액면은 비리비리 배짱은 조마조마 지갑도 간당간당. 일하기에 대한 심지도 빼빼 말랐고. 놀기에 대한 의욕도 흐지부지. 그렇다고 말하기 좋아하는 성미도 아니고. 남 생각 안 하고 막 나댈 수도 없고. 나대기도 싫고. 나서기 좋아하는 거 특히 인상 쓰시는 분들 적지 않으니까. 어쨌든 할 말도 떨어졌고. 그 대신 탐욕만 탐욕만 왕창? (몸짓) (손짓) (표정)! 세상에 공짜는 없다. 썩 괜찮은 방도가 없다면 일단 관망. 인생이 뻔트였는데 섣불리 또 뻔트를 댈 수는 없는 것. 광고에서 사랑해요, 인공지능은 놀아줘요, 브랜드 슬로건으로 행복하자, 노래에서 내 꺼-하자? 다 뻥. 개 뻥. 대체로 뻥. 사랑은 없어. 화면 중간에 꼬마가 제자리걸음하면 세상만사가 거기에 최적화되어 움직이는 3인칭 같은 1인칭 게임. 또 신부들러리 언제나 병풍? 다 물건 팔아먹으려고 수작 부리는 일. 다 꼬셔서 병풍 만드는 일. 나중 대체로 후회. 꽤 많이 실망. 죄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안 그런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인데 뭔 고양이, 쥐 생각? 그러니까 왜 갑자기 남 입장을 챙기냐 그거지. 그게 다 꿍꿍이가 있다는 뜻. 
    그래서 나는 색다른 취미생활이고 자시고.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소나타 거 뭐야. HWV379를 들으면서 일이나 하기로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막살자라는 별명의 웨이터를 만나면 부담스러우니까. 그럼 난 최선을 다해 살란 말 아니냐고. 오빠 달려? 그만 좀 달리고 쉬자. 놀자. 뭐 술집 이름이 건전한 술집? 그럼 딴 술집은 죄다 불건전한 술집이란 말이야 뭐야. 투덜거려봐야 입만 아프고. 시끄러운 시내에 가 봐야 재미도 없으니 일이나 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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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8

from 소설 2019. 10. 14. 18:47

    1

    여자의 수줍음은 낮은 비용이자 높은 가치. 한마디로 순수 아니면 교태. 타고난 애교? 물론 단일하면 사랑이고 공평하면 여자의 판타지에 불과. 여자는 내 연애사 전적은 낮추고, 뒷담화는 키우고. 여자에게 내 비밀은 지키고 싶고, 남 비밀은 키우는 게 지극히 타당한 것. (꼭 그래야 한단 말이 아니라 아무튼). 그 합리적 이치를 게을리하면 여자 세계에서 인기 없음. 여자의 우정이 뭐 별건가? 바텐더 관점으로만 봐도 딱 그렇다. 남자는 내 과시에 내 자랑과 내 뽐냄이 먼저고, 친구 단점을 꺼내지 않는 게 불문율이자, 녀석이 자기 비밀을 꺼내지 않는 이상 내가 그걸 지켜줘야 하는 것. 반면 여자는? 친하면 친할수록 친구 단점 까고 험담하고, 친한 친구끼리 적당히 자학 가학 피학, 안 친하면 안 친할수록 겸손 겸손 겸손 칭찬 칭찬 칭찬! 아니면 같이 죽자? 아무말 대잔치 또는 수다 대회. 보이면 보이는 대로 다 깎아내리는 게 코메디면 좋고. 그게 아니라 다른 장르면 괴롭고. 딱 봐도 <할 말 없음>이 차라리 나아 보이는데, 굳이 <할 말 없어도 억지로 만드는 소음 제조기>도 흔하디 흔한 오락산업. 어쨌든 남녀의 차이에 앞서 여자의 특징이 그렇다. 숙녀에 관한 격언은 또 있다. 많다. 엄청 많다. 끝이 없다. 15? 16세기 던가 부르데유 남작의 셋째 아들이 아마 그랬다지? 오래된 화덕이 새 화덕보다 더 쉽게 덥혀진다나 뭐라나. 뭐라고? 구식 탱탱 묵은 속담은 사람 사는 어디나 마찬가지. 여자와 북어는 이틀에 한 번... 쉿! 정말로 꼭 그렇단 말이 아니라. 그렇듯 여자에 관한 속담은 차고 넘친다. 이를 테면 폴란드. 여자는 인생에서 두 번 미친다, 사랑할 때와 흰머리가 나기 시작할 때. 포르투갈. 여자와 양은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야 한다. 독일. 개로 토끼를 잡고, 칭찬으로 어리석은 자를 잡고, 금으로 여자를 차지한다. 프랑스. 빈방은 여자를 미치게 만든다. 독일. 여자들은 입 속에 칼을 숨기고 있다, 이 때문에 여자들의 칼집을 때려야 한다. 러시아. 여자는 긴 머리를 가지고 있고, 그보다 더 긴 혀를 가지고 있다. 뜨아~! 여자가 그렇다고?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겠나. 그게 그러니까 좋게 보면 미스터리요 나쁘게 보면, 통과. 그럼 남자는? 말을 말자. 내가 말을 말어야지. 그러다 날 새겠다.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이듯. 세상만사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생각하느냐에 따른 것. 나쁘게 보면 한없이 나쁘고, 단물 빠진 풍선껌이 있는 반면. 몇몇 궤변과 다변과 조롱 등 유머와 지식과 인정을 동반하면 좋은데. 그와 달리 그저 말의 정량과 비꼬기만 남은 '말 많음'의 결과는 착찹함. 아니면 시간 낭비. 보통 기 빨림. 정력 낭비. 또는 기분 더러워짐. 따지고 보면 이렇듯 뜸들이는 식 말꼬리 물고 늘어지기 화법도 알고 보면 그런 것. <들었어요?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오빠~>라는 여자의 화법에 맞서, <내가 어디서 읽었는데, 내가 알기로, 내가 분석하기에는, 내가 봤을 때, 내가 보기에>처럼 '안 듣고 내 말만 하기' 화술에 지나지 않음.
    너무 길다고? 단언컨대 생트집 잡기 화법. 농담이고. 가려운 데 간질간질 긁어주고 딸랑딸랑 반짝반짝 뿌잉뿌잉 우쭐감 격상시켜 넘어가면, 그다음 인생사는 각자 알아서.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건 자연스러운 본능인데. 써도 달콤한 듯 연기력 끝내주는 포커페이스. 후덜덜한 립서비스. 변심도 기본이고. 인생도 쉽지 않고. 세상 역시나 결코 만만치 않은 것. 속고 당하고 세속적인 표현으로 빨대 꽂고. 벗겨먹고 돌려 깎고 친구 단점을 칭찬하고. 발전하면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 그럼 밀려졌다 당겨졌다 들려졌다 놔졌다 하는 사람 입장은? 장황한 서론은 이쯤 줄이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런데 이 얘기를 대체 왜 했냐. 왜냐하면 NB는 칼럼 관련하여 몇몇 익숙한 얘기를 되새기고 있던 찰나 한 여자를 만났기 때문. 노트북에 이거저거 쓰면서 어젯밤 뒤숭숭한 꿈 얘기도 기억하면서. 그렇게 그는 아는 동생 로즈마리를 만났다. 그렇지만 뭐랄까 그 시점이 약간 삐딱하다고나 할까? 하필 여자에 관한 명언을 보자마자 정성스럽게 화장한 그녀의 모습. 아름답긴 아름다운데... 오 소름! 그는 그녀를 보기도 전에 기 빨렸고, 보자마자 주늑들어버렸다. 먼저 꿇리고 시작하는 심정? 그러든가 말든가. 





    2

    카페에서 NB와 로즈마리.
   「오빠 나 왜 좋아해?」 
   「나? 내가 너를? (딱) 나는 너를... 남자로서 어떻게 너처럼 아름다운 숙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니?」
   「어머 웬일이래! 이 오빠가 장난을 멜로드라마로 받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 응? 이러니까 이러니까...! 내가 예상한 대답은 그거였는데.」
   「그게 뭔데?」
   「난 널 좋아하지 않아. 아니. 좋아하지 않았어. 아닌가? 내가 널 왜 좋아한다고 미리 정하고 들어오는 거니? 그도 아님 어제까진 좋아했다?」
   「아 그걸 원했어? 나 여자친구 없어도 돼. 필요 없어. 관심도 없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오빤 어떻게 중간이 없냐!」
   「농담이야. 진짜. 정말로. 실망한 거 아니지?」
   「그건 그거고. 뭐 그렇다 치고. 용건만 말하자. 요점만 간단히. 그런데 오빠 나 왜 만나자고 했어?」
   「내가? 널? 내가 너와 뭔 할 말이 있다고? 너가 먼저 만나자고 했는데!」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 어? 뭘 그렇게 정색하는데? 왜, 내가 질색이야? 그래? 바른대로 말해. 어? 말 안 해? 할 거야 말 꺼야, 어?」
   「뭘 말하라고 그러는 거니?」
   「나 좋아한다며?」
   「오빠는 그냥 여자의 판타지,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응. 너의 그 사랑의 차트에서 난 한 5등 8등 정도만 하면 안 되겠니? 부담스럽게 내가 어떻게 순위권에! 아니 어찌 내가 감히! 응? 주전은 욕심이고 그냥 벤치멤버? 아님 2군? 팬은 어떨까.」
   「그렇게 날 놀릴 꺼면 차라리 가슴 커지는 운동이나 전수해주시지 그래!」
   「삐졌니? 넌 삐져도 이뻐. 넌 그게 매력이거든.」
   「하여튼 말을 말던가. 이 오빠가 가만 보니 날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하네. 응? 웬만치 밀고 당기셔.」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난 옷 벗어도 볼 거 하나도 없어. 난 여자들이 환장하는 그런 남자가 전혀 아니라고. 응?」
   「아니긴 뭐가 아니야.」
   「문제는 내가 아니고 너야. 난 그냥 허당 넌 여신.」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러지 말고. 나 하나만 묻자 오빠. 난 왜 남자가 없을까? 왜 내 남자친구는 아직이냐 그거지.」
   「왜냐고? 한마디로 정리해줄게. 단언컨대, 남자들 눈이 삐인 거지. 너처럼 보면 볼수록 고혹적인 여자를 몰라본다는 게 그게 말이 되니? 응?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야 정산인데. 네가 봐도 그렇지? 그렇다니까. 참 나 흥!」
   「아 나 이거 증말 (몸짓) (표정) (눈빛)! 오빠. 그만 좀 밀고 당겨, 어? 나 진지한 거 안 보여? 진짜라니까. 가식 말고 솔직히. 응? 이렇게 차분히 말하잖아. 누가? 내가! 응?」
   「그...래? 그럼 진짜로 말해도 돼?」
   「그럼 말 안 할려고 했니?」
   「할게. 할 거야. 하면 되잖아. 누가 안 한데? 어?」
   「OK~! 자, 들어봅시다.」
   「일단 성격은 운명. 여자의 천성을 A부터 Z까지라고 대충 구분하고 널 A라고 보자면. 응? 그건 말이지 뭐랄까, 음...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가만 보자. 음 기왕 상담을 시작하긴 했는데. 난 복채 그런 거 바라지 않아. 내가 왜! 난 돌팔이 관상가도 아니고 싸구려 별자리운 주술사도 아니야. 내가 무슨 운수머신이니? 난 아니야. 난 그런 거 관심없어. 」
    그러자 그녀는 일기장 1권이 들어있을 만한, 포장이 이쁜 선물을 내밀었다. 
    어머 리본 봐라. 어쩜! 나중 집에 가서 열어보기로 하고. 쓱 챙겨서 탁자에서 내려놓고. 
   「자, 한번 시작해볼까?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음, 뭐랄까. 당사자 인생을 당사자가 사는 거지 뭐, 내가 이래라 저렇다 하면 그게 그렇게 되겠니. 말도 안 되지. 안 그래? 가는 세월 잡을 자 없어. 살다 보면 말이지 커다란 걸림돌이 있을 수도 있고, 어? 파괴하기 어려운 환상도 만나고. 그러다 사랑도 하고, 어? 뭐 사랑? 재물운이 그렇다잖니. 쫓으면 달아나고 심하게 집착하지 않았더니 운수가 트이더라는 성공담. 들어봤지? 마치 돈처럼. 사랑도 비슷하잖아. 막 달아올라서 찾고 고르며 어장관리하다 보면 실속이 없고. 신나게 돌아다니면서 이 남자 저 남자 물색해봐야, 어? 그래 봐야 그놈이 그놈! 반면 친구 중에 언년은 타석에 들어설 생각조차 안 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한 방에 홈런치고. 난 타석만 타석만 날이면 날마다 들어섰는데. 비교되는 거지. 응? 흡사 돈처럼! 걘 자본의 주인이요 난 돈의 노예일까? 사석에서 하는 말들이 뭐니. 그거 조금만 과장하면 연예 상담 프로그램에서 흔히 말하잖니. 꽃에는 나비가 모이고 응가엔 똥파리가 꼬인다나 뭐래나. 들어봤지? 그럴 거야. 그럼 또 나름 고를 만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야 웃으실 테고. 배부른 자께서도 씩 웃다 마실 테고. 되는 놈은 되고 안 되는 놈은 안 된다, 라는 말이 뭔지 잘 아시는 2군 3군은 그냥 썩은 미소만. 그런데 형편이든 자존감 하락했든 어쩌든, 7군? 자고로 욕이란 두 가지로 나뉘지. 어떻게? 
    첫째, 듣기 꽤 거북한 욕. 
    둘째, 들어서 즐겁고 기쁘고 재밌는 쌍욕. 
    첫째는 웬만하면 피하고 싶고, 둘째는 들어도 들어도 계속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따금 애청하고 싶고. 안 그래? 적재적소에 딱! 그렇다고 남발하면 가치 하락. 가령 고액 연봉 받아봐야 세금 떼고 뭐 쓰고 어쩌고저쩌고 하면 남는 거 별로 없다는 푸념. 그거 듣고서 아르바이트 인생 왈, 속된 말로 지랄염병 얼어죽을 어쩌고저쩌고. 그처럼 꽃에 똥파리가 꼬이기도 하고, 꿀벌이 선녀 만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러쿵저러쿵. 연애운이자 연애상담 이성 소개도 다 사람과 관중 봐 가면서 해야 하는 것. 안 그럼 그분들 광분하기 딱 좋으니까.」
   「아 나 이 인간 또 시작이네. 말 더럽게 길어지는구먼 그래.」
   「너랑 나랑 아무리 친하다지만 혼잣말이 너무 크지 않았니?」
    그러자 그녀는 카드를 한 장 꺼내놓았다.
   「그거 1장 들어있어. 신용카드 아니고. 커피 100잔 마실 수 있어. 골드니 플래티넘이니 VVVIP니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커피 마시는 거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카드다 그거지. 설마... 카드깡 생각하는 거 아니지? 오빠 그 정도는 아니지? 아무튼 오다 주웠어. 아니, 누가 줬단 말이야. 난 필요없어서 주는 거야. 오빠 가져. 실은 내가 오빠 주려고 산 거야. 왜, 싫어? 싫으면...」
   「누가 싫데? 얘가 얘가...!」
    NB는 커피카드를 슥~하니 챙겼다. 
   「솔직히 말해도 돼?」
   「그럼 가식적으로 말할라 그랬니? 오빠 위선자구나. 지금 착한 척해야 하는지 까고 말해야 하는지, 구분 안돼? 분간 못해? 하게 해 줘? 해 말어? 어?」
   「아 거 참 나 증말. 너 무섭게 왜 그래? 그렇게 쳐다보지 마. 떨려. 남자 설렌다고. 응? 그런 눈빛 웬만한 남자들이 감당하겠니? 어? 너 같으면, 어? 늬가 남자라면 그런 여자를 어찌...」
   「야~!」
   「샤우트 창법은 여전하네. 고막 터지는 줄 알았다 얘. 나 잘 들려. 귀 안 먹었다고.」
   「뜸 그만 들여. 본론도 됐고. 결론만 말해. 딱 결론만.」
   「알았어. 너가 하라는 대로 할게. 그럼 되지?」
   「묻지 말고.」
    한 호흡에 시원하게 지를 긴 대사가 이어질 테니 문단을 띄어서 가자. 





    3

   「알았어. OK! 아까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그거. 여자 성격 A~Z에서 너는 어떤 타입이냐. 넌 주관 굳세고, 성격 더 세고, 강단 있고, 뭐든지 똑 부러지는 똑순이에, 남자 보는 눈이 어디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숙녀. 맞지? 늬 성미 누가 말리니. 묻지 마 얘. 알 거 다 아는 사람들끼리 우리 응석부리지 말자고. 응? 내가 널 모르니. 내가 제대로 봤어 안 봤어! 아 묻지 말랬지. 그래 안 물을께. 그럼 되잖아. 그래. 너 남자 만날 때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거 싫어하지? 애인이라면 몰라도 아직 썸도 탈까 말까 모르는 사이인데 영화? 영화? 싫지? 짜증나지? 내가 널 모르니! 너 사귀는 애인이랑은 모르지만, 일단 애인을 만들지 않고. 썸타는 남자라고 해 봐야, 5년에 달랑 1명? 최근 10년 동안 소개팅한 남자랑 극장에 딱 1번 가 봤지? 그치? 넌 처음 보든 어쩌든 싫은 건 대놓고 싫다고 지르잖니. 허허. 그리고. 너 화장 시작한 거 고작 20대 초반부터지? 그러니까 대충 23살? 10대 땐 그냥 항상 맨얼굴이었지? 20대 초반에 화장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너 솔직히 속눈썹 몇 번이나 붙여봤어? 그렇다고, 내가 왜 너한테 잘 보이려고 화장을 해야 하는데! ~라고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네. 그러는 걸로.
    말하자면 말이야 넌 그래. 여자가 남자보다 비교적 말이 많은 게 사실. 여자들도 입 무거운 여자와 수다쟁이로 나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수 적당한 여자도 나이와 비례해서 말이 느는 법. 통계적으로 다 늘어. 몸무게, 늘지? 나이와 주름살도 비례하고. 재산? 늘면 좋고. 연애사 전적? 늘어도 좋을 수도 있고, 나중 책 잡힐 과거일지도 모르고. 심도 깊은 연애론으로 넘어가지 말고. 그래, 관건은 말수. 주제는 말수라고. 말수 일정량 이상 확보된 분들도 다 구분돼. 딱 돼. 
    첫째, 그냥 단순히 말만 많냐. (일반인과 여자와 아줌마 태반)
    둘째, 말을 조리 있게 세부적으로 다듬어 잘하려고 하는 유형. (듣다 보면 피곤. 타율 낮음. 아나운서와 연예인 태반. 그러니까 일부는 사석에서 재밌고 실전에서 재미없음. 그렇다고 막말이 먹히면 좋은데, 재미없는 사람이 말만 많으면 다 편집. 주변 사람들 다 개 피곤)
    셋째, 했던 얘기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주사 부류냐. (사귀어도 버티다 버티다 다 나가떨어짐)
    넷째, 뻔한 얘기 입바른 소리만 조곤조곤 길게 길게 길게. (그러게 내가 말 걸지 말라 그랬지~, 본인이 그걸 모를 리가! 즐기니까 피함. 그런데 그분들만 모아놓으면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아님 다큐멘터리식 서열 정리) 
    다섯째, 말을 잘함. 완급조절. 치고 빠지기는 됨. 그런데 험담가이자 남의 말 잘 안 들음. 툭하면 남의 말 끊음. 말 뺐음. 분위기 흐림. 내 자랑만 왕창. 
    여섯째, 말을 잘함. 완급조절. 치고 빠지기는 됨. 그런데 친해지고 듣다 보면 피곤함. 많이 피곤. 
    일곱째 이상, 말을 잘함. 호감 비호감 기피 재수 없음 꼴 보기 싫음 바람잡이 약장수 기타 등등. 
    여기서 넌 6번. 말을 잘하는데 그건 좋아. 친하기 때문에 말의 양으로 승부하는 건 뭐 우정이라고 쳐도. 그 흥 때문에 난 기 빨린다 너~! 응? 웃자고 한 얘기야. 뭘 눈 똥그랗게 뜨고 듣니. 좌우지간, 여자 세계에서 말 많기로 넌 1퍼센트. 그래 안 그래? 말이 통하고 어쩌고 분위기 따지고 기분 퉁 쳐서 어떻다, 그런 거 빼고. 겪어보니 너 말 엄청 많아. 어? 너 말 완전 많아. 내 귀 만두귀 된 거 다 너 때문이야. 알아? 농담이고. 여자 100명 가운데 1등. 여자 1000명이면 탑 10에 들 테고. 맞지? 내 눈을 어찌 속이니. 단순히 입이 트일 때만, 맘이 맞을 때만 말 많은 여자가 대체로 보통인데. 물론 너도 그래. 그런데 말이야 내가 널 각별히 아끼는 동생이니까 다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지, 내가 이런 말을 내 여자한테? 잔소리 얻어듣기 딱 좋은 얘기지. 그럼. 그렇고 말고.」
   「오빠. 맞고 싶어? (어금니 꽉 아니 반틈만 깨문 어조로) 좋은 말로 할 때 결론만 말해라.」
   「YES! 남자 말고 친구랑 극장 가면 너 제일 앞자리에서 보지? 중간에 앉으면 어쩌다 우산 끝이 등판에 톡 부딪히는 소리에다 냄새에 소음에 어쩌고저쩌고. 그게 싫으니까 제일 앞자리. 친구들이랑 클럽 놀러가는 거도 별로고. 나이트클럽에서 즉석만남 하는 거 짜증 나고. 그런데 말 많이 하기 대회에서 1등감이고. 그런 여자는 둘로 나뉘지. 
    첫째, 연애 도사.
    둘째, 타율 고집녀. 
    첫째는 만나는 남자들이 버티다 버티다 끝끝내 못 버티고 나가떨어지는 게 대부분이고. 둘째는 일단 기준선이 높아서 만나지를 않고. 만날 수가 없고. 백마 탄 왕자님이 어디 그리 흔하니? 그럼 둘째는 나중 어쩐다? 대체로 결혼 늦게 하는 거지. 적당히 타협해서 일찍 한다? 여자는 한 방에 넘어가지만, 나중 자기 발등을 찍고 싶을 테고. 살아봐. 안 그럴 수 있나. 응? 그리고 또. 둘째도 많이 나뉘지. 왜 아니겠니? 연예인 A의 기럭지와 B의 얼굴과 C의 성격에다 D의 지성까지 겸비한 남자를 바라지. 그럼 뭘 해! 어? 그럼 뭘 하냐고. 말을 말어야지 말을. 어? 둘째가 좋아하는 남자란 쉽게 말해 지적인 남자. 달리 말하자면 뇌가 섹시한 남자. 어? 웬만한 여자들이 도저히 싫어할 수 없는 그 뭐냐, 그래, 말이 통하는 남자. 어? 뭘 좀 아는 남자. 그런데 그분은 어디로 가셨을까 (절레절레). 컴퓨터 파일 복사하듯 막 찍어낼 수도 없고. 과장법이 특기인 인공지능은 만질 수 없고. (절레절레) 아무튼, 
    나중 알게 될 거야. 왜, 언니들이 뭘 몰라? 주변 친구들이 다 허당이야? 그래? 그래도 뭐 나중 살아보면 알게 되겠지. 밤이 아니라 아침에 샤워하는 스타일 남자? 살아보라니까. 와우 대박! 돌아버리는 거지. 미쳐버린다고. 응? 또 있다. 청결한 노포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손을 안 씻어. 손만 안 씻으면 다행이게? 평소에 샤워를 잘 안 하는 건 또 뭐니. 상담해보면 성장기에 뭘 보고 인상적이었다는 트라우마가 있다는데 그거 다 오버야. 진짜도 있긴 한데 귀찮음 반 뻥 반. 일단 변명. 사랑은 식고. 핑계가 좋지. 또 있어. TV 켜놓고 자는 남자. (절레절레). 아빠 안 잔다! 살아 봐. 오빠 자? 자긴 누가 자! 어? 또 있다. 쩝쩝쩝 쩝쩝쩝쩝 쩝쩝쩝! (절레절레). 또 있다. 킁킁 킁킁킁킁 킁킁 툭하면 킁 심심하면 킁킁 꼬박꼬박 킁! (절레절레). 그런데 천사표? 돈을 못 벌어. 더럽게 가난해. 그나마 괜찮다? 얼굴이... 말 말자. 아님 짠돌이? 드디어, 어? 마침내 가까스로 성격 좋은 남자를 찾았어. 그렇다고 쳐. 어? 그런데 동성애자. 뭘 좀 아는 남자? 딴년이 진작 채가지 어디 그 물건을 가만 놔두겠니. 물어가도 진작 물어가지. 그도 아니면 지적이면 만사 OK? 그래~ 착한 남자. 착한 게 왜 싫겠니. 그래 봤자 눌변. 말 유달리 잘할 필요까진 없는데. 달변이면 오히려 바람피우기 딱 좋지 않을까? 아무튼 눌변 그 특유의 화법과 40년 50년 사신 여인의 말씀을 들어보고 싶지 않니? 그렇다고 뭐 TV에 나오는 스타 쉐프? 스타 쉐프가 집에서도 자상하고 집에서도 요리하는 걸 좋아할까? 여자 요리사가 그럴 수 있는데, 간식까지 꼬박꼬박 먹기만 하고 치우지 않는 남편. 얼마나 꼴 보기 싫겠니. 식사 차려주고 간식 갖다 바치고. 그 일 30년 해 봐 봐. 여자 요리사 돌아버리는 거지. 그런데 남편이 바람까지 피워? 미쳐버린다고요. 어? 일단 요리사? 저녁 늦게까지 일해. 그래서 사석에서 여자들 말하기로 완전 싫데. 낮에 일하고 주말에 쉬는 남자를 만나래. 그럼 뭘 해. 무능력 무지 무심하면 어떡하니? 여자들이 트집 잡을 수 없는 직업이, 과연, 이 세상에 있니? 도대체 그녀들의 마음을 어떻게 만족시켜 줄 수 있는데. 어? 여자는 0과 1 사이 그 어느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 변덕이 지극히 정상일뿐. 완전한 만족과 0과 1처럼 딱 떨어질 순 없는 것. 단지 불만족은 뭐 흔하고. 아무리 좋아도 표현은 낮춰서, 괜찮다 나쁘지 않다 뭐 그럭저럭 그러려니. 응? 그렇다고 진짜로 괜찮은 줄 알면 큰코다치고. 그치? 그렇지? 다시 남자 얘기로. 다정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다정한데 멍청해. 뭐 뇌가 섹시한 남자이자 여자 말 잘 들어주고, 푸근한 곰돌이 같은 외모까지 그녀 마음에 딱 맞는데. 알고 봤더니 글쎄 (여자는 마라톤을 바라는데) 100미터 스프린터! 전희? 없어. 후희? 짜증나. 마빡에 애무남이라고 써붙인 듯 광고하고 다녔는데 알고 봤더니 (절레절레) 말을 말자 말을 말어.」  
   「」
   「OK~ 결론. 요약하자면 그 둘째 스타일은 0.5를 바래. 그런데 없어. 만나보니 죄다 개 소 말 돼지 너구리 딱따구리 벌새 꿀벌 꾀꼬리 오소리 두더쥐. 응? (딱 이치와 원리!) 남자를 혐오하고 깎아내리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그녀 개인 입장으로 사석에서 단짝과 나누는 언변에 근거하여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 뭐 아무튼. 그래서 대충 1.0을 골라. 그랬다고 가정해 봐 봐. 그런데 그 남자는 연애 생각 없지. 그래서 나중 어쩌다 1.5에 적당히 넘어가. 그런데 돈이 없기 때문에 차거나 남자한테 차여. 그래서 뭐 나중 2.0과 결혼했다고 쳐. 해피엔딩 예시는 빼고 말이야. 그런데 나중 알고 봤더니 2.0은 뭐더라?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그렇지 2.5 3.5...... 푸~ 푸~ 푸~! 마침내 숨 쉬는 소리조차 싫어지는 거지. 왜 입으로 숨 쉬냐 코로 쉼 쉬라 그거라고. 아예 날 피해 다녀라, 어? 하여간에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에잇! 연애할 때 맞춰주고 어쩌고 다 뻥 개 뻥 몽땅 뻥. 사냥감을 사랑한다는 건 사냥이 좋다는 얘기. 그럼 사냥 1번만 하게? 너 그거 알아 둬. 알아서 손해 볼 건 없다 얘. 포도의 맛은 따먹어봐야 안단 말이야. 응? 그런데 바람기 없는 여자랑 여자의 판타지에 미련이 남은 여자가 만나면 어떡하지? 양들이 미치면 늑대들보다 더 고약하다는데! 첫 번째 죄는 두 번째 죄가 누울 침대를 마련하는 것. 왠지 모르겠는데 시내에 귀걸이 전문 특판점이 생긴 게 어쩐지 마음에 걸린단 말이야. 그야 남의 일이고. 개는 눈을 기뻐하고, 말은 바람을 기뻐한다지. 그럼 난 무엇에 흥미를 보이지? 내가 언제까지 요조숙녀들 연애 상담이나 해 주고. 칼럼 써서 품위 유지비 챙기고. 돈 떨어지면 환상소설 나부랭이나 쓰고 이처럼 재미없게 살아야 하냐고. 어? 그야 어떻든 인생이란 각자도생. 그러니 제각기 자신의 코를 닦게 하자. 손 안 대고 코푸는 일도 재미없고. 무엇보다, 뭐 사랑? 과유불급! 코를 너무 심하게 풀면 코피가 난다네 여인이여. 네?」
   「하여튼 이 인간이 한다는 소리가, 뭐. 뭐가 어쩌고 어째? 넌 잘해줄래야 잘해줄 수가 없어. 알아? 아휴 이걸 콱 그냥. 오빠 한동안 나한테 연락하지 마라. 알았어? 알았어 몰랐어?」
   「얘 로즈마리. 그냥 가면 어떡해? 너도 할 말 있을 거 아니야. 어?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삐진 거니? 어? 속 시원하게 말을 해줘야 알 거 아니니. 응? 
    1.2? 
    1.7?
    0.8은 어때?」
    차가운 뒷모습을 남긴 채 로즈마리는 휑하니 가버렸다. 
    그날 로즈라리와 헤어진 다음 퇴근하며 그는 단골 바에 들렸다. 
    거기서 칵테일 한 잔 마신 걸 아까 받은 커피카드로 계산하려는데. (커피카드가 사용 가능한 협약 지점임)
   「손님. 잔액부족인데요. 혹시......」
    뭐라고? 설마 (개)털린 노름꾼의 심정이 이런 기분일까. 아니면 면박당하고 망신살 뻗친 승부사? 그도 아니면 탕진할 뭐라도 있는, 왕년에 어쩌고저쩌고 얘기를 일삼는 방탕아의 마음? 아! 아아 맞다. 커피카드 그거 커피 몇 잔 마시면 없어지는 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준 거야 고맙다 쳐도 뭐 잘못 줬을 수도 있고. 그와 별개로 선물이 있었다. 로즈마리가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 왜 이걸 아직까지 안 뜯어봤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4

    자신을 쥐로 만들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가 너를 잡아먹을 것이다. 무슨 뜻이지? 자기 비하는 장난이자 농담으로, 보통은 자존감 적절한 게 좋다는 말. 게임판 돌아가는 분위기 읽고, 상대방 속내와 내 판돈도 따지고. 허세가 재밌게 들쑥날쑥하면 듣기도 즐거운데, 재미없게 허세 지수만 높으면 옆에서 불편하기 마련. 허영심도 다 마찬가지고. 다른 말도 있다. 자신을 새끼양으로 만들라, 그러면 늑대가 그대를 먹을 것이다. 그렇다고 타인을 모두 깔아뭉개고 친구 단점을 칭찬하란 말이 아니고. 자존심, 자신감, 자만심, 자제력, 줏대, 주관, 자아에 관한 속담은 또 있다. 순한 양은 모든 새끼 양에게 젖을 빨린다. 얕잡아 보이면 손해 보기 딱 좋은 세상. 헛다리 짚기, 헛스윙, 개 발로써 실패와 포기를 얼마나 많고 멋지게 하느냐. 어쩌면 그것과 성공은 비례할 수도 있는데. 그런 반면 행복은 계속 도망 다닐지도 모를 일. 물론 야심 찬 모험과 기발한 포부가 썩 크지 않다면 돈독한 친근감과 소소한 행복감에 적당히 대충 만족하면 그뿐. 
    ~라는 얘기를 명쾌히 줄이거나, 탁월한 카피라이트처럼 말하지 못하면 주변에 금세 소문난다. 다변가 아니면 꼰대라고. 그도 아니면 험담가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굳어지는 것. NB는 그런 말을 하기도, 듣기도, 쓰기도 어줍잖았기 때문에 당근과 채찍의 의미로 스스로 선물을 주기로 했다. 미스테리아 편집장 마라와 여성환상 1.5 편집장 사라. 그녀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바라면 바라는 대로 족족 그 잔소리는 무한할 테니. 그러므로 떳떳이 제 힘으로 정당히 번 품위 유지비로, 스스로에게 선물을 선사하기로 했다. 그래? 뭐야 그거! 그냥 검소한 사재기 아니면 사치스러운 과소비잖아? 그러니까. 그냥 사고 싶은 거 사면 되지 뭘 그렇게 몇 푼 쓰면서 유난을 떠나. 누가 아니래! 
    그런데 NB는 과연 무엇을 샀느냐. 하면 가지고 싶은 게 없었다. 설마 너무 많기 때문에? 많든 적든 가져봐야 어차피 금방 싫증날 꺼 뻔함. 결국 마음 뜸. 뻔해. 그래서 차라리 처음부터 없는 게 속편 하다. 뭔지 몰라도 있어봐야 귀찮기 밖에 더하나. 그렇다고 그가 욕망이 없단 말이 아니라. 뭔가가 부실하단 뜻도 아니고. 그렇지만 개는 뼈다귀 꿈만 꾼다는데, 그럼 그는? 무슨 개뼉다구 같은 농담 하나도 재미없고. 
    그래서 그가 무엇을 하기로 했느냐. 당장 떠오른 물건이 없으니 당연히 탐색했다. 잡지를 탐독하며 뭐가 좋을까 궁리했다. 뜨뜻미지근한 일상과 권태로운 삶에 뭔가 놀라운 해결책을 제공할 그 무언가. 바로 그게 무엇인가를 인터넷에서 탐구했다. 그렇게 딱 결과물을 또렷이 정했냐, 하면 못했다. 늘상 그랬던 것처럼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게 아니라, 얼빵한 탐험심은 아니나 다를까 알다가도 모를 마음. 때문에 궁극의 쾌감이라는 목표는 달성될 수 없었다. 모처럼 돈 좀 쓰고 싶다는 데 탐욕이 바닥나다니. 그래서 인공지능 지니에게 물어봤는데 녀석은 대답 없는 요정. 그러다 아하~ 하며 신기한 발상이라도 떠오른 듯 꽤 괜찮은 대타가 생각났다. 그건 무엇인고 하니 연애상담의 대가이자, 뜸 들인 공력의 공로? 뽐뿌질을 부추긴 결실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건 바로 로즈마리의 선물이었다. 왜 그걸 아직까지 뜯어보지 않은 거지? 왜긴 왜겠나. 까먹은 거지. 
    그냥 리본 풀고 후다닥 옷 벗고 샤워실에 들어가듯 선물을 확인하면 재미없지. 묻고 더블로 가, ~라고 하기 전에 도박사가 무엇을 하나. 바닥에 뒤집혀진 패를 두 손으로 조심조심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0.1밀리미터씩 야금야금 확인하지 않나. (물론 그건 전형적인 하수들 특징. 자세한 얘기는 따로). 그래서 NB는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지아코모 마이어베어 / 오페라 <디노라> - “그림자의 노래”. 음악을 틀고. 울지 않는 까마귀와 청순한 꽃사슴이 등장하는 명화의 주인이 된 듯한 상상을 하며. 
    그러다 결국 에잇 못 참겠다 그러면서 후다닥 포장지를 뜯었다. 
    그렇게 확인한 내용물이 무엇인가, 그건 선글래스와 Zuzana Ruzickova가 연주한 인벤션과 신포니아 음반이었다. 
    뭐 그런대로, 괜찮네, 빠지지 않아, 나쁘지 않다. ~라는 찬사는 식상하고. 그는 두 가지 기분에 젖어들었다. 
    첫째, 선물은 좋다 선별감도 빠지지 않네, 때문에 흡족하다. 
    둘째, 뭔 의미지? 부담스러운데? 뇌물인가? 표범의 꼬리는 잡지 말라 했는데?
    그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오락가락. 내가 선물을 받아본 게 언제였더라? 항상 이기적으로 살 궁리만 하고 뭘 받고 어쩌고 이득만 생각하는 인생이 된 것만 같아 착찹하니, 고로 이렇게 바꿔 생각해볼 수도 있다. <내가 선물을 줘본 적은 언제였더라!>. 아니. 아니지. 그게 아니지. 그는 감정이 메말랐어. 따라서  느낌이 말랑말랑 낭만적으로 향할 게 아니라 그는 선물의 의미를 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선물? 선물이라. 선물! 아일랜드에선 그런다지? 선물은 한숨을 쉬며 받아라 라고. 이탈리아 속담이 빠질 수 있나. 선물로 받은 닭보다 비싼 닭은 없다! 뭐라고? 로즈마리 이년이 날 뭘로 보고?
    그러면서 NB는 씩씩거렸다. 뭔 선물을 주면 준다고 뭐라 그러고, 안 주면 안 준다며 섭섭해하고. 하여튼 그 새에 그 노래구만 그래. 어? 그렇지만 말이야, 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뭐 선물? 선물이란 그런 것. 선물이 또 다른 선물을 부르듯, 암소를 받고자 계란을 주는 것. 꼭 그렇게 기쁘지 않은 쪽으로만 몰아가는 심리. 연구 대상까지는 아니지만. 아마도 그런 영문 때문 아닐까? 한마디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것. 뭔 평소에 선물을 주고받고, 호의를 베풀고 호혜를 요구하고. 사교계의 꽃에 익숙하고 안 꾸며도 품격이 묻어나고. 그래야 달랑 선물 하나 가지고 오만 가지 생각이 응큼한 꿍꿍이를 추적하지 않지. 이래가지고서 무슨 숙녀를 만족시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고.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니라. 뭔 소설이 진행이 안 돼 진행이. 무슨 의식의 흐름도 아니고 잔소리만 붙잡고 도대체가 말이야 놔주질 않아. 어? 못 말린다니까 (절레절레)! 
    좌우지간 요약하자면 이렇다. 로즈마리의 선물 개봉. 그래서 확인. 그다음에 의심. 그런데 조그만 쪽지를 발견. 쪽지를 펴보니 거기 씌여진 내용은 이랬음. 
   「오빠. 이거 로보트 오빠한테 전해줘.
    로즈메리의 수줍은 마음을 대신한다고 말해주라고. 알았지?」
    뭐? 이거 무슨 돌려 까기야 뭐야? 매겨? 또? 그냥 귀를 잡고 쭉 당기지 그래? 하여튼 말을 말아야지 말을. 





    5

    마침내 NB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 하다 하다 선물 심부름? 아니 지금 뇌물을 받아도 못 이긴 척 노기를 가라않힐까 말까 그런 찰나에 말이야, 어? 뭐가 어쩌고 어째? 워──워──워! 닥치고 올인은 그냥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고. 묻고 더블로 가는 거야 다 현역이자 선수일 때 센 척 신간 편허게 폼잡는 허세일뿐이고. 연애사 전적 따져 과거를 회상하는 듯 손차양을 그려보니, 엑셀 파일로 적고 숫자를 세어보니 999명이더라? 다 뻥이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는 맡은 배역에나 집중하자 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쥐는 개가 잡고, 먹기는 고양이가 먹는 격이라지만. 주어진 임무만 완수하면 그만. 다시 그 일 끝내고 막간극 지나 솔깃한 발단과 흥미로운 전개를 준비하면 그뿐.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NB는 로버트를 만났다. 
    그곳은 로버트의 집무실. 
    로버트는 조류학자. 
    요한 쉬트라우스 2세 / 오페레타 <박쥐> - 웃음의 아리아 “친애하는 후작님"
    인사말 생략하고. 동영상 구간 댕기기 했다 치고. 
   「로버트. 너도 이런 음악 듣니?」
   「너도?」
   「뭐가 나도야? 너 나 모르잖아.」
   「내가 널 모른다고 생각하니?」
   「느낌 세하네. 야, 드라마 너무 많이 봤다 너. 얘 시작부터 세게 나오는데?」
   「그럼 소녀감성으로 부드럽게?」
   「우리끼리?」
   「그래. 그건 아니지. 넌 여자 안 좋아하고. 난 여자 좋아하고.」
   「이 자식이...!」
   「진정해 친구. 너 아직도 욱하는 거 못 고쳤니?」
   「내가 언제 욱했다 그래? 나 그런 적 한 번도 없어. 나 원래 그러지 않았단 말이야. 이거 왜 이래? 난 태어나서 화를 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알아?」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그리고. 왜 이러긴 누가 왜 이래! 그건 그렇고. 용건이 뭐야?」
   「용건? 너 원래 사람이 그렇게 딱딱했니?」
   「어. 나 꽉 막힌 남자야.」
   「너 드라마 많이 보니까 알 거 아니야. 나 그렇게 꽉 막힌 여자 아니다. ~라는 대화는 심심치 않게 보고 들리는데. 늬가 늬 입으로?」
   「그럼 너랑 나랑 간접화법으로 말을 섞어볼까?」
   「그냥 날 때리고 싶다고 말하는 게 어떠니?」
   「아니. 너가 날 꿀밤 때리든 어쩌든. 내가 얻어터지고. 늬가 크게 한턱 쏴라. 난 그걸 원해. 언제까지 내가 너 먹여 살려야 되냐?」
   「친구끼리 생색도 정도껏. 늬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날 봐, 어? 날 보라고.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야 인마. 어? 여자는 너처럼 생색내는 거 (개)싫어해. 알아? 늬가 그래서 안되는 거야.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라고.」
   「넌 뭐 얼마나 잘났냐?」
   「나? 야 그런데 이렇게 노는 거 재미없지 않니?」
   「지겹지. 재미없지. 더럽게. 하나도 즐겁지 않다고. 그렇다고 또 그렇게 놀지 않으면 뭔가 떨떠름하니까 안 그럴 수도 없고. 그치?」
   「그렇긴 하지. 그래도 이제 좀 골목대장 놀이 그만 하면 안 되겠니? 우리가 이러니까 큰 물로 진출하지 못하는 거야.」
   「미꾸라지가 큰 물까지 나가서 뭐하게?」
   「내가 아까 뭐랬니?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라니까. 넌 스카우터의 감도 없고 해결사로서의 배포도 부족해. ~라고 나는 딱 대놓고 말하지 않잖아. 안 그래?」
   「그래. 너 고래 해라. 난 박쥐 할게. 됐지?」
   「쫌팽이처럼 왜 또 그래? 너 원래 그렇게 소심한 애였니?」
   「그럼 넌 대인배냐?」
   「나? 난 그냥 범인. 보편적인 남자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래. 내가 소인배인 걸로 하자. 그게 좋겠다. 그래. 나 여자 없어. 됐냐?」
   「삐지기는. 아, 용건 물어봤지? (NB는 선물 받은 CD와 선글라스를 꺼내면서) 로즈메리가 너한테 전해 달래.」
   「」
   「왜? 설마 네가 이걸 그대로 먼저 로즈메리한테 선물했던 거니?」
   「응.」
   「그럼 로즈메리가 무안해서 나한테 심부름시킨 거네? 자기가 되돌려주기 싫으니까.」
   「응.」
   「그럼 넌 차인 거야?」
   「응.」
   「너는 응 밖에 할 줄 모르니?」
   「응.」
   「늬가 뭐 도둑을 보고도 짓지 않는 개야?」
   「」
   「왜 대답을 안 해?」
   「그럼 짓을까?」
   「괜찮아. 내가 딴 여자 소개시켜줄께. 형이 늬 스타일로 딱 맞춰서 다 꼬셔줄게. 됐지? 말만 해. 단지, 말만.」
   「」
   「그나저나 너 많이 겸연쩍겠다.」
   「그걸 말이라고 하니?」
   「안 웃을게. 웃기지도 않다.」
   「그게 더 밉다 너! 그게 더 꼴배기 싫어 인마. 저 마 저 저 점 마 저 좋아하는 거 좀 보소. 아따 그게 더 밉상이라니까, 어? 늬가 시방 내 속을 박박 긁어브냐? 어?」
   「너 흥분하면 꼭 사투리 튀어나오더라. 귀여워.」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러지 말고 술이나 한잔 하러 가자. 형이 살게.」
   「뭐 위로주? 그럼 안 살라 그랬냐? 아니지. 설마, 축배의 의미로?」
   「내가 아까 그랬지. 고상한 숙녀 세련된 여인 아름다운 아가씨, 내가 다 꼬셔준다고.」
   「못 꼬시기만 해 봐.」
    애주가 NB와 애연가이자 꼬냑 애호가인 로버트는 그렇게 단골 술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들은 왠지 오늘 기분이 세했다. 그래서 술집으로 갈 뻔하다가 당구장으로 갔다. 그날 별일은 없었다. 





    6

    사랑이란 낭만적인 바보의 마음을 들쑤시는 숙녀의 허영심 같은 것. 허나 좀처럼 싱그런 기대감에 부응하기 어려운 인생. 그렇게 장밋빛 인생의 행복을 보챘는데, 결과는 알고 봤더니 재산 절반 탕진 같은 낭패?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무슨 그런 개 풀 뜯어먹는 공상은 그쯤 하면 지겹도록 많이 했네. 더 안 해도 될 만큼. 할 일이라고는 빠듯한 품위유지비 때문에 허리띠를 잔뜩 졸라맬 수밖에 없는 글쟁이 생활. 가만 보니 마라의 달콤한 꾀임에 빠져 최근 칼럼도 거의 무보수로 쓰는 둥 마는 둥. 할 말 없는데 쓸데없는 잔소리를 왕창 얻어듣는 심정 같은 일상. 그는 삶이 더럽게 재미없었다. 철들었기 때문일까? 연어를 잡기 위해서는 피라미를 잃어야 한다는 걸 왜 모르겠나. 그런데 입질은 생미끼만 편애하진 않음. 문제는 그것. 가짜 미끼도 효과 괜찮음. 곧 모든 낚시 미끼를 뜯어먹는 고기는 곧 잡힌다. 호기심 탐구심 흑심과 탐욕 주의. 걸핏하면 생각은 매번 그쪽으로. 어? 됐고. 그는 당장 음악을 껐다. 프란체스코 마리아 베라치니 / 플루트와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소나타 1번. 
    그래서 그는 친구들이 즐겨 찾는 아지트로 갔다. 
    필름 빨리 돌려서 아지트에 도착했다 치고. 
    아지트에 사람들이 약간 북적대긴 했으나 NB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로이 밖에 없었다. 로이? 그 친구와는 편차가 심했다. 즉 재밌게 놀 때 죽이 쩍쩍 잘 맞으면 완전 신나고. 어딘가 모르게 뭔가 궁짝이 안 맞는 날은 영 말이 잘 섞이질 않고. 들쑥날쑥. 그래도 그들의 공통점은 일치했다. 바로, 눈부신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늑대들의 사심. 농담이고. 아무튼 왠지 모르게 로이는 오늘 분위기 엄청 진지하게 폼 잡고서 혼자 바에 앉아 있었다. 뭔가 겉으로 드러나는 정황 증거로 보아하니 그냥 혼자 놔두는 게 좋아 보였다. 그렇지만 그가 누군가. 혼자 놀기는 심심하고. 일하기 싫은데 돌아가기도 그렇고. 그럼 그는 기회주의자이자 황금만능주의자인 것일까. 아님 참 속 편한 양반? 한마디로 바보. 허당. 멍청이. 모지리. 뭔 생선 대가리 같은 놈. 개. 쥐. 말. 새. 닭. 그야 뭔지 몰라도 로이와 대화를 나눠보면 알겠지 뭐. 
   「이게 누구야, 로이 아니야?」
   「왜, 난 여기 오면 안 되니?」
   「누가 안된데? 잘 왔어. 반가워서 그러지.」
   「그런데 늬가 여기 웬일이니?」
   「뭐랄까 여기 오면 어쩐지 널 만날 것만 같은 예감이 날 이곳으로 유인했다고나 할까?」
   「뻥치지 마. 안 속아.」
   「친구. 나 심심해. 지루해. 더럽게 재미없단 말이야.」
   「뭐? 난 더 심심해. 더 더 지루해. 더더욱 엄청나게 재미없어. 알겠니?」
   「나도 알아. 그런데 너 방금 핸드폰으로 자동차 구경했니? 신형 웨건 사려고?」
   「아니 그냥. 그냥 둘러본 거야.」
   「보면 사게 된다잖아. 안 그래? 방앗간에 온 자는, 빻으려고 온 것이다. 몰라? 무도장에 들어가는 자는 춤출 필요를 느끼는 거야. 다 없던 연애감정도 싹트게 되는 거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내가 너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여보란 듯이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지니와 피노키오의 불화가 다소 마음에 걸렸다고나 할까.」
   「그건 또 뭔 소리야?」
   「그러게. 내가 잠시 밑도 끝도 없이 헛소리 좀 했네. 이해하시게. 그건 그렇고. 너 그 드라마 봤어?」
   「어떤 거?」
   「환상머신.」
   「환상머신? 그런 드라마도 있어? 요즘 나온 거야?」
   「아니. 아직 안 나왔어. 바닷물이 사라지는 드라마인데. 찍다 어퍼졌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너가 모를 수밖에.」
   「」
   「어! 저 새끼가 뭔데 갑자기 친한 척하지? ~라고 너 방금 속으로 생각했지? 분위기 잡고 혼자 생각 좀 하려던 찰나 뜬금없이 나타나서 귀찮게 하네. 하여간 얘 말 더럽게 많다니까. ~라고 생각했잖아? 속으로! 그래 안 그래?」 
   「뭐?」
   「뭐!」
   「」
   「어라! 웃었어. 웃었네. 좋다 좋아. 좋지? 좋냐? 좋니? 너 딱 들켰어. 웃기지?」 
   「」
   「이거 봐 실실 쪼개는 거. 그건 곧 내 말이 맞단 말이잖아? 나 늬 마음 읽었다. 환히 들여다봤어. 어?」
   「개새끼」
   「뭐? 하긴 살쾡이보단 그게 낫다. 무엇보다, 개에서 끝나잖아. 개 소 말 돼지 다람쥐 너구리 두더지 새 생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니까. 난 뭐, (몸짓)! 아, 근데 지금 그 얘기가 아니지? 다시 정신 차려서. 나 말짱해. 내가 무슨 똘아이야? 자, 정신 돌아왔다 치고.」
   「」
   「봐 봐. 이거 봐. 이거 보라니까. 내 그럴 줄 알았어. 너 딱 걸렸어. 그럼 내가 널 모르니. 아, 그만 웃어! 정들게 말이야. 나 여자 좋아한다 너.」
   「그럼 난 뭐 남자 좋아하니?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게 뭐 어때서. 물론 늬가 웃자고 한 말인 건 아는데. 에잇 입 아프다.」
   「왜, 속마음을 들켜서 쭈삣하니? 그럴 거 없어. 우리끼리 이러기야? 조금 마음에 걸리면, 어? 그럼 사.」
   「사? 뭘?」
   「여기서 제일 비싼 거.」
   「누가 사라면 못 살 줄 아냐?」
   「너 저번에 그러다 도망갔잖아.」
   「살 거야. 산다고. 사면 될 거 아니야. 그런데 내가 왜 발렌타인 30년 산을 너한테 사야 하지?」
   「그럼 안 살라 그랬냐?」
   「이거 뭔가 잘못 말린 거 같은데. 웬만치 감어라. 어? 슬슬 기분 나쁠라 그러네. 어쩌다 내가 감겼지? 내가 뭐 실이야 밑밥을 물은 참치야!」
    순간 로이에게 전화가 왔다. 듣고 보니 톰이었다. 로이는 톰과 간단히 통화를 마쳤다. 
   「톰이 오라는데?」
   「그래? 밸런타인은 나중 내가 혼자 마실께. 킾! 야, 가자!」
   「뭔가 느낌 와? 너 톰이랑 많이 놀아봤구나.」
   「뭘 놀아? 나 범생이야. 착한 오빠. 그게 나라고.」
   「그럼 난 뭐 악동이냐?」
   「늬가 진짜 나쁜 남자를 모르는구나. 내가 아는 친구 포르토피노 멍키스패너라고 있어. 왜, 소개해줘?」
   「톰이 우릴 불렀는데? 그건 다음에. 걔가 괜히 우릴 불렀을 리는 없잖아.」
    그렇게 로이와 NB는 톰을 만나러 갔다.





    7

    아지트에서 로이 만남. 톰의 호출. 그들은 톰을 만나러 감. 
    그래서 지금 별이 뜬 밤. 장소는 톰네 집. 
    예상치 못한 호기심의 발동. 느닷없이 신나도록 젊음의 행진을 한 건 아니나. 그렇지만 일단 반갑긴 했다. 
    톰네 집에서 로이와 NB.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어도 뭐 대충 놀면 그만. 기대했던 언니들은 영 보이지도 않고. 
    인사말 그저 그랬고. 중간 줄거리도 별다른 건 없었다. 
   「톰, 넌 패배주의와 연을 끊었니? 하긴 넌 그런 거랑 거리가 멀지. 이를 테면 절망적인 사랑이 안겨주는 묘한 쾌감. 그거 너 안 키우잖아.」
   「이런 말 들으면 난 뭐라 해야 하나? 글로 읽어는 봤는데, 너처럼 말하는 사람은 살다 살다 처음이다.」
   「하다 하다 뭐 그럴 수도 있어. 나도 사람이야. 넌 뭐 사람 아니니? 원래 인생이란 그런 거야. 살면서 배워라, 오래 살면 별일 다 겪는다.」
   「새장을 사는 사람은 새를 원하는 것이다.」 
   「로이가 그런 말도 할 줄 아네? 아하! 너네 실망했구나. 뭘 기대했는데? 예감부터 설마 흑심?」
   「애들과 닭은 언제나 줍는다. 그분들은 노는 게 일. 여자에게 사랑은 인생의 전부. 우리는 사랑도 일. 응? 우리가 기대하긴 뭘 기대해. 그런 거 없어. 그런 거 없다고.」
   「그런데 이걸 어떡하니. 너네들이 잘 알다시피.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 응? 아 진짜로. 내가 언제 너네한테 아는 동생들 소개해주지 않은 적 있어? 없잖아. 그런데 나도 밀려났어. 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팬클럽 관리 잘하는 건데. 99번은 너네 상심하지 않도록 평소 잘나갔는데 나머지 1번이 지금이다. 심지어 앞으로 슬럼프가 꽤나 길 거 같고. 그렇지만 사랑은 모르는 거야.」
   「」
   「그러지 말고. 너네 여기나 가 봐. 난 지금 일하러 가봐야 하거든.」
    그러면서 톰은 서포터스 회장 롭이 운영하는 살롱 초대장을 건네줬다.
    여기까지 그리고 거기서 더 구간 살짝 당기기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아지트에서 로이 만남. 톰의 호출. 그들은 톰을 만나러 감. 
    톰네 집. 1시간 후 롭의 살롱으로 자리를 옮김. 회원제 살롱에 도착. 그런데 톰과 로이는 바쁘다고 가버림>
    그래서 결국 고급 살롱에 NB 혼자 외롭게! 뭐야 이거?
    장밋빛 인생에 뜬금없이 출연한 불길한 적신호일까 아닐까. 원래 장밋빛 인생이 아니었으니, 고로 그런 섬뜩한 징조도 있을 리 없음. 석연치 않음. 못 믿음.
    뭔지 모를 흥분이 드라마처럼 재밌어지고, 영화 같이 막 줄거리 이어져서 즐거운 건 다 가짜구나. 그런 거 다 비현실적인 거야. 몽땅 뻥이라고. 
    그는 고급 살롱에서 혼자 남겨져있다 보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변덕스러운 쾌락마 길들이기는 미련 없이 포기했다. 
    뭔 살롱인지 뭔지 모르겠고. 밤도 늦었고. 피곤하고. 여긴 그가 전세냈겠다, 부러울 거 없네. 바라는 거 없다고. 
    조니워커 30년 산도 있겠다 먹을거리도 냉장고에 충분하겠다. 
    그렇게 혼자 소파에 자빠져 TV도 보다, 혼잣말도 하고, 인터넷 검색하다가 공상을 기록하고. 
    그렇게 골아떨어졌다.





    8

    다음 날. 아침에 고급 살롱에서 NB는 깨어났다. 
    잠자리는 괜찮았고. 꿈은 기억날 뻔 말 뻔하다 말았다. 
    미충족된 낭만감. 불만족스러운 애정. 남용된 환상. 열등한 행복. 
    거 어째 낯선 곳에서 혼자 이거 뭐하는 건지 기분이 아침부터 영 머시기했다. 
    그래서 일단 노트북을 켜서 음악 먼저 틀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오페라 <티토 왕의 자비> - “자, 떠나자”
    대충 세수하고 피자랑 이거 저거 주워 먹고. 커피 마시고 어쩌고. 
    그런 다음 한 30분 인터넷 둘러보다 집으로 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장면 전환에 시간 지났다 치고. 
    그렇게 NB는 집에 가려고 고급 살롱을 나왔다. 
    그런데 문 앞에 비비안과 에밀리가 떡하니 버티고 있네? 
    마치 그가 나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니면 걔네들은 여기에 입장하려던 찰나였을까? 그야 대화를 나눠보면 알겠지. 
   「아니, 오빠가 왜 여기서 나와?」
   「안녕.」
   「안녕이고 나발이고. 오빠가 여기서 왜 나오냐고.」
   「그 순서도 보면 나오잖아. C, C++, 자바. 자바? 뭘 자바. 자바스크립트. 기운 사각형은 입출력. 마름모는 판단. 맞나?」
   「시끄럽고.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지.」
   「내가 왜 여기서 나오냐고? 그야 뭐 여기서 나오기 전에, 어? 여기로 들어왔으니까 그랬겠지. 응? 최근 인기 최고의 스타와 결혼하는 방법? 길 가는 그분의 발을 건다, 그분이 넘어지기 전에 내 입술을 밑에 갖다 댄다, 내려오는 으흐흐... 뽀뽀한다, 그다음에 사귀자마자 결혼한다. 몰라?」
   「이 오빠가 지금 장난해? 어? 오빠가 왜 여기서 나오냐고.」
    그러면서 비비안과 에밀리는 때마침 그 앞을 지나가는 경비 차량을 불렀다. 
    공권력 뭐 그와 달리 영화에나 나올듯한 사기업 군조직을 방불케하는 경비 업체 차량. 
    업계 1-2-3위는 보통 국내를 말하고. 군조직 사설 경비 업체는 스케일이 다름. 잔지식은 생략하고. 
    그렇게 그 차량이 뚝딱 멈춰서더니 즉각 3명의 남자가 내렸다. 첫째 올백, 둘째 8대 2 가르마, 셋째 10시부터 2시 방향은 하이에나 반틈은 투톤. 복장은 또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각자 다르게 정복, 수트, 가죽점퍼. 어디 놀러 가나? 약간 어설픈데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고. 
   「아저씨. 이 오빠가 여기 무단 침입했어요. 잡아가세요.」
   「너네 왜 이래? 장난치지 마. 재미없어. 무섭다고. 어?」
   「여긴 우리 최고급 사설 경비업체가 관리하는 특급 사업체입니다. 실례지만 잠깐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네? 가요? 가긴 어딜 가요? 당신들 내가 누군 줄 알아?」
   「네. 그건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요.」
   「야. 비비안. 뭐라 말 좀 해봐. 야. 에밀리. 너 정말 이러기야?」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경우라면 모르지만 저희 쪽에서 최선을 다해서 법적 조치 그 편의를 봐드리겠습니다. 이건 이상한 술책도 아니고. 형법에 근거한 임의동행도 아닙니다. 다만 신원확인은 필요하니 (몸짓) 약 15분만 할애해주셔야겠습니다. 순서도 아시죠? 그는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아 그게 아니죠. 그게 아니라고요. 그럼요. 난 왜 여기서 나왔을까, 누가 날 여기에 데려왔을까. 예 아니오 다음에 화살표가 가서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결국 화살표는 날 최초 지점으로 다시 되돌려 놓고. 따라서 무한반복. 지금 농담하자는 게 아닙니다. 형사사건 기운이 꿈틀거리는 거 그거 우리들 전문적인 감으로 대번에 직감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고로 후딱 처리하고 피차 서로 시간 아끼자 그 말입니다. 마구잡이로 진행하는 거도 아니고, (서류를 보여주며) 이렇게 수색영장 체포영장도 있습니다. 없는 거 없습니다. 자, 오리발 내미시겠습니까 몸의 대화를 나누신 다음에 가시겠습니까. 선생님, 좋게 좋게 곱게 곱게 처리합시다. 네? 선생님께서 충분히 선택하실 수 있는 사안입니다. 당신께서는 그럴 권리가 있다 그 말입니다. 물론 이런 난데없이 황당한 상황이 하필 내게 엄습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하셨겠지만. 그렇지만 뭐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부담 느끼실 거 없습니다. 동석하시고 싶은 행정집행관이 있으면 저희가 대신 연락해드리겠습니다. 설명은 이만하면 충분하므로, 따라서 이제 정식으로 연행을 집행하겠습니다. 최종적으로 하실 말씀은? 네, 없으시군요. 그럴 줄 알고 있었습니다.」
    원래 핑계가 걸작이어야 하는데 그는 말문이 도무지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 커다란 차에 그 떡대들과 함께 타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하자마자 그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내부에서는 3분의 마법, 곧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후크송? 어덜트 컨템포레리 무슨 신나는 컨츄리 장르. 중독성 특이하고. 가사 웃기고. 재치 있는 율동에 덩실덩실. 
    잠깐 듣다 어영부영 그는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가사를 살짝 소개하자면 이렇다. 
    <남 : 어디야? 
    여 : 집이야.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남 : 아 그래? 잠깐 볼랬더니. 오늘 피곤했나 보네. 언능 자~ 
    여 : 어 끊어. 
    ......전주......
    근데! 니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사랑을 믿었었는데 발등을 찍혔네 
    그래 너 그래 너 야 너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간주......
    뭐하는데 여기서 뭐하는데 도대체 
    너네 집은 연신내 난 지금 강남에 시끄런 클럽을 무심코 지나는데 이게 누구십니까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내 눈을 의심해보고 보고 또 보아도 딱 봐도 너야 오마이 너야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사랑을 믿었었는데 발등을 찍혔네 
    ......후렴......
    노는 남자 싫다매 술은 못한다매 
    그것 땜에 나는 다 끊어버렸는데 
    지금 넌 왜 혀가 꼬이는 건데 도대체 
    근데 지금 니 옆에 이 남잔 누군데 
    교회 오빠하고 클럽은 왜 왔는데 너네 집 불교잖아.......> 
    그렇게 3분의 유행가가 딱 끝날 시점에 그는 뭔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골아떨어졌다. 설마, 쿠바 대사관 무슨 초음파 공격? 하긴 이명이라고 하나 귀에서 윙 하는 느낌 다음에 골아떨어졌다. 
    문단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고급 살롱에서 다음 날 기상. 바깥에 나오니 비비안과 에밀리를 마주침. 걔네들은 입장하려던 찰나. 갑자기 요원들에게 연행됨. 연행되는 중 정신을 잃음. 





    9

    그 일은 '톰과 로이 vs 비비안과 에밀리'가 꾸민 일로 밝혀졌다.
    전날 고급 살롱에서 NB 혼자 놀다 깨어난 다음, 갑자기 비비안과 에밀리를 만났다가, 웬 떡대들과 어딘가로 동행. 그러다 정신 잃고. 
    그거 다 남자 2 여자 2명이서 꾸민 일이었다. 
    그런데 왜? 왜냐하면 전날 고급 살롱에서 NB 혼자 노는 동안, '톰과 로이 vs 비비안과 에밀리' 그렇게 2 대 2로 클럽에서 신나게 놀았기 때문에. 
    말하자면 걔네들이 또 의리는 있어가지고 조금 미안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침에 연행된 다음 차에서 정신을 잃고, 낮에 깨어났는데. 
    톰과 로이 vs 비비안과 에밀리 + NB = 5명이서 캠핑카를 타고 질주. 
    바닷가로 가는 중이었다. 
   「오빠 일어났어?」
   「알겠다. 말하지 마.」
   「말해주지 않아도 돼?」
   「알고 싶지 않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맞추고 싶지도 않고.」
   「오빠 멋있다. 그치?」
   「누가 아니래!」
   「이게, 반전이니?」
   「그럴까? 그럴 수도 있는데. 속단하긴 아직 이르지 않을까?」
   「너네 뭐니?」
    겉으로만 봐선 뭐 제법 그럴듯한 사랑을 꿈꾸는 젊음.
    근거 없는 두려움과 막연한 공포심, 은근히 없지 않고.
    그렇게 그들은 적당히 구색 갖춘 바닷가에 도착했다.
    상쾌한 경치에 사랑의 적시성은 짝이 안 맞고. 
    꿈의 명쾌함 없이 귀를 의심스럽게 만드는 웬 억지 삼류극. 
    그런데 재밌는 건 지금부터였다. 뜸 들이기 없이 곧장 본론부터 말하자면. 
    보아하니 그들은 두툼한 지갑을 NB에게 툭 던져주고 가버린 것이다. 
   「얘들아! 그냥 가면 어떡해? 야. 여보세요. 장난하지 마. 돌아와. 오겠지. 올 꺼야. 와야 해. 오지 않으면 안 되거든. 그럴 수밖에 없어. 그런데 안 올 거 같은데, 어쩌지?」
    줄거리를 다시 요약하자면, 
    <'톰과 로이 vs 비비안과 에밀리'가 꾸민 일로 밝혀졌다. 그렇게 5명은 캠핑카를 타고 바닷가에 도착. 함께 5명이 놀자는 게 아님. NB는 떨구어주고 가버림>.
    어쩌라고! 





    10

    뜬금없이 친구들의 심한 장난 때문에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인생이라. 불행하진 않네. 나쁘지 않다고. 좋아질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도 일하기 좋으면 허영심을 살찌우고 싶고. 일하기 싫어서 타성과 권태의 추격에 괴로웠고. 
    엉덩이 근질근질하면 할 말 떨어지고, 꿈자리도 뒤숭숭했었는데 뭐 잘됐네. ~라고 그는 생각했다. 
    걔네들도 이런 기발한 작전을 실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고 말이다. 
    아는 사람도 없지 지갑도 두둑하지 시간까지 많지. 개발로 똥볼을 차든 동화 속의 늑대가 재주넘는 곰을 꼬드기든. 
    뭐가 돼도 될 것만 같았다. 정말로? 뻥이다. 개 뻥. 뭐 진짜로 그렇단 말이 아니라. 너무 홀가분했기 때문에 모처럼 달콤한 휴가를 혼자 즐겨서 거 어째 미안한 기분에 젖어들었다고 할까? 속으로 끙끙거리며 꿍꿍이를 추리하는 다람쥐 같은 생각을 하는 거 보니 뻥 맞네. 뻥 맞어. 그건 마치 육체적 사랑을 많이 하는 여자는 무릎 멍을 보고 판별한다는데. 뻥도 뻥도 그런 뻥이 어딨나. 무릎 멍? NB는 생각했다. 옛날에 아는 동생 가운데 다리에 유독 멍이 많은 애. 약간 포동포동한 숙녀인데 잘 넘어지고 다리에 여기저기 멍이 잘 들고. 운동신경 날렵하지 않고 소녀 소녀고. 건강한데 그냥 단순히 멍만 많이 드는 거고. 거기서 더 가면 건너 건너 친구 중에 뼈가 잘 부러지는 프로그래머 친구도 있었는데. 그런데 NB의 잔소리를 내가 왜 대변하고 있지? 시끄럽고. 아니 조금만 더. 
    여기에서라면? 아마도 이 바닥 결코 만만치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하난 확실하다. 그건 뭘까? 뭐겠나. 이젠 더 이상 성적 쾌감 불경기가 아닐 것이라는 점. (양손을 입맛 다시며 비비는 몸짓). 그는 더 이상 짜릿한 쾌락 희망자가 아니라, 어? 아무도 자길 모르고 황금은 넘치고. 얼떨결에 올라탄 쌍두마차는 곧 타락한 방탕마와 불쾌한 쾌락마가 눈앞에? 으흐흐흐흐흑! 그야말로 새로운 희열과 함께 짜릿한 환희. 더불어 혁신적인 황홀감. 심지어 실증적 신비까지. 으흐흐흐흐흐흑!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저기 보니 갔던 걔네들이 다시 돌아오네? 뭐야 이거! 김샜잖아?
   「너 쫄았지?」
   「오빠 섬뜩했어?」
   「외로워하지 마. 장난 좀 쳤어.」
   「다시 오면 어떡해!」
   「뭔 소리야?」
   「안 놀랐어? 우리가 가는 척하다 돌아오면 반갑던 짜증내던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오빠?」
   「각본이 맘에 안 들어.」
   「얘 뭐야. 어? 뭐래?」
   「오빠가 무슨 포도주를 운반하는 당나귀야? 아니면 달콤한 쾌감에 촉촉히 젖어드는 양이니. 오빠 한 번 생각해 봐. 자, 봐 봐. 응? 집중. 보라고. 자, 그러니까 말이지. 근데 내가 뭔 말을 하려던 참이었지? 아무튼. 신비한 명문에 대한 탐구심은 시들시들, 재미없는 일상 따분한 생활. 권태로운 오빠 인생에 깜짝 파티 해 준 걸 가지고 뭐라 하면 섭하지. 안 그래? 왜, 남녀 짝이 맞지 않아서 그래? 오빠! 그거 알아둬. 벌이 있는 곳에 꿀이 있다는 걸. 아니 말이 나왔으니 망정이지, 어? 내가 여기 여자들 다 꼬셔줘? 그래? 그래 말어? 어? 말만 해. 어?」
   「1절만 해라. 듣기 싫다. 시끄럽다고. 그럴 기분 아닌 거 보면 모르니?」
   「이 오빠 왜 이래?」
   「뭐 때문인데 그래? 어제 클럽 우리끼리만 간 거? 다시 가면 되잖아. 아님 날마다 갈까?」
   「너넨 설명해줘도 몰라. 내 마음 모른다고. 알아?」
   「알긴 뭘 알아?」
   「나 갈래.」
   「간다고? 거 참 별 생각을 다 하셨어?」
   「오빠. 누가 잡을 줄 알아? 어차피 오빠 때문에 성비 불균형. 애매한 거 우리가 일부러 말하지 않았던 거, 알잖아. 설마 몰랐어?」
   「잡지 마.」
   「안 잡았어.」
   「잡지 말라고.」
   「안 잡았다니까.」
   「나 진짜 간다.」
   「아직 안 갔어?」
   「왜, 예상 못했어?」
   「아니. 하기 싫었어. 왜냐, 재미없거든.」
   「누군 뭐 재밌는 줄 아니?」
   「재밌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해? 아니야. 됐다. 내가 니들이랑 뭔 심도 깊은 얘기를 하겠니. 나 진짜 간다.」
    그렇게 NB는 진짜로 혼자 집으로 갔다.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그랬다.
   「뭐 짐작 가는 거라도 좀 있어?」
   「저 오빠 상태가 영 아닌데. 원래 그래?」
   「혹시 마음의 상처? 줄여서, 마상?」
   「몰라. 미스터리.」
   「(몸짓) 혹시 집에 꿀을 숨겨놨나. 혼자 집에 가서 뭘 조지려고 그러지? 아직도 이상한 동영상 보고 그러나? 아직 못 끊었어? 장녀 차녀 막내. 비교적 장남 쪽보다 막내 쪽이 뭐랄까 근소하게? 근소하게... 보다는 약간 높게. 어중간하게? 내가 보기로는 최소 6 대 4는 넘는데. 뭔가 어떤 탐스런 분홍빛 애착심이 유별난데. 쟤 막내지?」
   「넌 하필 그 얘기를 왜 여기서 하냐?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지. 아는 동생들 가운데 그래도 최고로 나은 얘네들 듣고 있는데. 표정 보니 이번에 깨달았을 걸?」
   「넌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돼. 폭로전 시작하면 난 손해 볼 거 별로 없다. 너 나한테 잘 보여야 해, 알아?」
   「하여간 별꼴이야. 지가 무슨 조니 뎁인 줄 알아? 한 물 간 영화배우 뭐, 니콜라스? 놀고 있네. 웃기고 있어.」  
    얘가 역시 한 수 위. 은근슬쩍 말 돌리기. 자연스럽게. 그렇지만 그건 먹밥에 숨겨진 바늘을 못 본 거고. 근데 정말로?
   「그런데 넌 아는 배우가 고작 쌍팔년도 적 예술가 밖에 없냐? 너 인기 배우 탑 100에서 아는 사람 별로 없지?」
   「어.」
   「너 최신곡 탑 100에서 아는 노래 없지?」
   「어.」
   「너 텔레비전에서 연예계 소식 나오는 거, 일단 안 보겠지만, 혹시 봐도. 그래도 모르는 사람 많지?」
   「어떻게 알았어?」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재미가 없는 거야. 어?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라고. (절레절레)」
   「그런데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넘어가고. 하던 얘기마저 하자면 이래. 어? 나보다 쟤가 더 걱정이야. 쟤 중증이네. 괜히 넌 친구 트집이나 잡고 말이야. 넘어가고. 아무튼 쟤 상태가 상태가 영 아니다. 많이 안 좋아. 저거 저 집에 가서 혼자 소파에 자빠져 TV나 보겠지. 뻔해. 우리가 잡아줄 줄 알았는데 2번만 잡아서 삐진 거라고. 자긴 한 최소 3번에서 많으면, 됐다. 그냥 우리끼리 놀자. 유난 떠는 거 웃기지도 않아. 쇼하는 거 지겹다고. 잘 먹고 잘살라 그래. 무슨 중2병이야 햄버거병이야. 자기 연민을 왜 여기서. 저거 저거 나이 먹고 큰일이다 허허.」
    근데 대체 왜 가지? 뭐 때문에! 혹시 메달의 뒷면을 좋아해서? 대관절 뭐냐고. 
    발끈 화가 치밀어도 꾹 참는 자제력 덕분에 그는 마침내 고분고분한 똥개가 되어버린 것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11

    며칠 후. 
    NB는 사무실에서 조용히 일하고 있었다. 
    A. Thomas / 오페라 <햄릿>에서 당신들의 놀이에, 친구들이여.
    그렇지만 평소처럼 자꾸 마음은 바깥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본인이 줄 달린 치즈 덩어리를 덥석 문 트로이의 목마도 아니고. 
    괴팍한 악령의 의뭉스러운 저주를 떨쳐버린 주인공도 아닌데. 그런데 뭘 근거로 신비한 전개를 바라겠나. 
    그렇다면 저번에 길버트가 운영하는 극장식 카바레에나 가볼까? 한번 놀러 오라는 빈말을 냉정하게 뿌리친 게 도대체 몇 번인데. 
    그런데 그런 말이 있다. 무슨 말? 바보가 많을수록 재미는 더 많다 라고. 단, 천재적인 바보와 도저히 싫어할 수 없는 허당이 돋보이면 좋다 라는 가정하에. 
    보아하니 전해 듣기로 그쪽 물이 초반에 반짝하더니 약간 주춤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거기도 아니다. 당분간 후보군에서 제외. 
    그럼 재주꾼들이 이따금 출연하는 아지트에나 가볼까? 
    그에 관해서라면 또 그런 말을 NB는 생각해냈다. 바로, 
    그대의 딸이 결혼한 후에, 그대는 항상 사윗감이 많은 것을 발견한다. 누군들 아니 그렇겠나. 여자는 한 방에 넘어가지만, 나중 내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 몇 퍼센트? 통과. 
    아 지금 그 얘기가 아니라. 매번 아지트에 놀러 갔지만 결과는 그냥 그랬다.
    하지만 말이야 뭐 어딘 안 그랬나? 
    그래. 가자. 아지트로. 희망의 나라로.
    그렇게 그는 최근 나도 모르게 단골이 되어버린 아지트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NB는 아지트에 도착.
    가만 있자, 음악이 이건 뭐지? 
    조아키노 로시니 /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1막 알마비바 백작의 오바드(아침의 노래) : 보라 동녘 하늘은 미소 짓고
    맞나? 맞거나 말거나. 이런 고리타분한 음악이 나온다는 말은 곧 드라마 배역으로 치자면 조력자랄지, 배후의 실력자, 숨겨진 재력가가 떴다는 말인데. 
    그건 곧 밝고 분위기 좋고 젊고 후끈후끈 그분들은 물러나고 줄거리 흐름을 위해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된다는 말 아닌가. 
    그는 생각했다. 오늘도 재미없게 생겼다고. 어차피 사람도 없었다. 
    말 상대도 없고 부쩍 따분해지려던 찰나. 있는지도 몰랐던 샐리가 출연했다. 
   「오빠. 요즘 안 보이더니 여기서 보네? 듣자 하니 말이야, 어? 오빠의 난잡한 사생활이 심하게 의심스럽다는 얘기가 있어. 알아? 오빠. 오빠의 문란한 과거, 누군가 무척 의뭉스러워한다는 거. 알긴 알아?」
   「말도 안 되는 낭설은 재미없어. 그걸 누가 믿니. 아니 누가 알고 싶겠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어? 넌 보자마자 오빠한테 한다는 소리가 그게 뭐니? 그러니까, 그러니까는 무슨 그러니까. 다 너 생각해줘서 하는 얘기 아니니. 응? 네가 뭇남성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무수한 구애를 뿌리치며, 남자를 귀찮아해야 어? 그래야 다 너랑 친한 이 오빠의 입지도 다 나아지는 거 아니겠어?」
   「뭔 밑도 끝도 없이 러브콜은 뭔 놈의 러브콜? 내가 무슨 스카우터로부터 눈총 받는 신인 투수야 뭐야. 어? 오빤 아무래도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어. 오빠도 알지? 나 이런 말 하기 싫지만. 뭐랄까 왠지 모르게 오늘은 그런 느낌이 드네? 어떤 느낌? 이따금 사랑의 예언은 운명의 장난처럼 제멋대로의 결과로 실현될지도 모르는 것. 에잇 돌려서 말하려다 보니까 잘 안되네. 평소 하던 대로 직언하자면. 오빠랑 오랜만에 말 섞으니까 내가 다 늙는 기분이라고. 그렇다고 기분 나빠하진 마쇼. 오늘 내가 좀 그냥 그런 거니까.」
    그러면서 샐리는 휭 하니 가버렸다. 
    쟤 뭐야?
    잠시 NB는 샐리의 '이래라저래라' 화법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어서 곧 웬 8 대 2 가르마를 탄 분위기 특별한 미남이 그에게 접근해서 말을 걸었다. 
   「선생, 우리 구면이지 않소? 아, 아니군요. 죄송하오. 제 착각은 아마도 저의 왜곡된 상상력이 빚어낸 허상이었나 보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그렇지만 이렇게 알게 된 거도 인연인데. 아울러. 살롱은 오늘 심심하고. 형씨는 말동무가 필요해 보이고. 저는 뭔가 듣기 썩 나쁘지 않은 할 말을 하고 싶고. 그렇지만 우리가 그리 한가한 사람들도 아니고.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이분들을 아시오?」
    그러면서 그 낯선 남자는 NB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니라, '톰과 로이 vs 비비안과 에밀리'였다. 아니 어떻게!
   「알다마다요. 엊그제 만난 친구들인데요. 그럼 선생님은...?」
   「아 제가 번지수를 잘 찾아왔구려. 왜 그런 말 들어보지 않았소? 왕자가 바이올린을 켤 때 신하는 춤을 추어야 한다. 왕자는 선생이오. 파티는 사진 속 친구들이 마련했다오. 물론 저는 중간책이자 매개체에 해당하겠죠. 그분들께서 저번에 뭔가 섭섭한 일이 선생께 있을 거라면서 요 근처 극장식 카바레를 통째로 빌렸다오. 그러면서 파티 주인공을 제게 데려다주라고 부탁한 것이오. 상황이 이해되시오? 이해고 나발이고. 설마 선생께서 녀석들과의 친교 유지에 관심이 없으면 어떡하나 난 무척 걱정이 많았다오. 그게 그러니까 이 몸이 생각할 땐 그렇다오. 주최 측 논리대로라면 자기들은 명사들이고, 선생은 거지이자 바보요 허당이란 말인데. 적어도 일시적으로 그랬단 얘긴데. 아니 웃기지 않소, 네? 지들이 뭔데 선생을 놀려? 어? 선생께서 혹시 쟤들한테 책잡힌 거 있소? 있을 리가 있나. 딱 봐도 어디 많이 부족한 사람... 같진 않아 보이구만. 안 그래도 언제 그런 파티 꾸며서 선생이 쟤네들한테 주인공으로 불러달라고 애원이라도 한 적 있소? 없지 않소. 애초에 각자 스타일이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구만. 딱 봐도 형씨는 자존심 뾰족하지 않으니까 열등감 폭발할 리도 없고. 법정에서의 인권과 연예인 사생활을 비유하는 말들 들리면 피곤해하시고. 뭐 그렇다고 제 주제에 형씨 성격 분석하겠단 말은 아니라오. 잘 아시지 않소. 허허허. 말하자면 제 형편이 지금 어정쩡허니 뻘쭘하다 이 말씀이오. 왜냐하면 아까 사진 보여준 형씨 친구들과 제가 내기를 했거든요. 결국 내기는 제가 졌고. 호언장담했으니까 이렇게 제가 선생을 모셔가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오. 그렇다고 제가 형씨한테 딱밤을 때려서 어깨에 들쳐 메고 저쪽으로 갈 수도 없고. 이거 참 난감한 일이 따로 없다 그 말이오. 아시겠소? 그렇다고 괜히 저 때문에 동정심 발휘하셔서 등 떠밀려 파티에 참석하셔야 된단 말은 아니라오. 가고 싶으시면 가고, 가기 싫으면 불참하면 그만이고. 안 그렇수? 녀석들이 잘나가든 말든 별 관심 없으실 텐데, 이거 괜히 귀중한 시간 할애하셔서 제가 다 송구스럽게 됐소이다. 원래 좋게 보면 좋은 거고, 떨떠름하게 얄미워 보이면 미워보이고. 세상일이란 게 다 그런 식 아니겠소? 다른 사람의 빵껍질은 일곱 겹이라고 하지 않소.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어떻게 된 게 말이오, 저에게는 그림의 떡이 형씨에게는 쥐락펴락 요리할 수 있는 초대장 아니겠소. 허허허. 어거 정말 따박따박 잔소리만 유들유들 길다랗게 늘어놓아서 실례가 많았소. 아마 제가 어림없도록 헛된 소망을 품었나 보오. 오히려 극구 만류해도 모자를 판에 말이오. 형씨만 좋다면, 에잇, 아니오 아니오.」
    결국 NB는 낯선 남자의 꾀임에 넘어갔다. 





    12

    그래서 1시간 경과 후. 
    그 둘은 근처 어느 공사장에 도착했다.
   「선생님. 그런데 여기가... 아까 말씀하신 극장식 카바레인가요? 아무리 봐도 제가 보기엔 카페든 카바레든 그런 게 들어서려면 한참 기다려야만 할 거 같은데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건설 현장 관계자들이 휴식 시간이 끝났는지 저쪽에서 우르르 몰려왔다. 그러면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또 너냐?!」
    딱 봐도 뭔가 좀 모자른 아저씨로 소문이 나 있는 듯한 모습.
    그 말을 들은 8 대 2 가르마 아저씨는 이렇게 소곤거린 다음 급히 자리를 떠났다. 
   「제가 하필 아지트에서 반대 방향으로 와버렸군요. 제 말은 거짓말이 아니니, 부디, 친구분들을 실망시키지 말아 줬으면 하오. 그럼 이만. 살다보면 또 우연처럼 무주칠 날이 있을지도.」
    그러면서 그분은 떠나버렸다. 
    뭐야 이거?
    그렇게 어슬렁어슬렁 NB는 현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아지트에서 반대편 클럽이 있나 검색했고, 찾았으며, 그곳으로 즉시 떠났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클럽에 도착. 
    마침내 무도회장에 입성. 
    물론 입장하려는 손님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턱시도를 입은 웨이터 왈, 룸 어쩌고저쩌고 라는 말이 들렸다. 곧 비싼 손님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 
    그렇지만 이미 그들만의 파티를 상상하던 NB는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미 제정신이 아닌 거지. 
그렇게 그는 무턱대로 입장했고, 어느 특실에 자리를 잡았다. 
    뭔가 이어져야 하는데, 발단으로 시작해서 내내 발단이네? 
    그는 옆 방으로 갔다. 마침 남녀 여러 명이 모두 뒤돌아서 있네. 딱 봐도 '톰과 로이 vs 비비안과 에밀리'이었다. 
    그래서 그 가운데 누군가의 어깨를 툭 집으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야, 영화 찍지 마. 아 나 이거 또 얘네들 사람 감동시킬라 그러네.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말이야.」
    그런데 돌아선 청춘 남녀는 그들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앗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딴생각을 하다 그만...」
    서둘러 방을 빠져나오면서 들리던 그 말. 뭐야? 쟤 뭐야? 저 덜떨어진 동네 아저씨 누구야?
    아무래도 자긴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며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괜히 이상한 양반한테 꾀어서 클럽에 혼자 오다니. 아는 사람도 친구도 없고. 비싼 입장료 특실비만 왕창 내고 나서 그는 밖으로 나왔다. 
    어머! 그런데 클럽 밖에서 비비안과 에밀리가? 
   「어머, 오빠다. 오빠!」
   「와! 아니 근데. 오빠가 왜 거기서 나와?」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것일까? 
    한때 영화를 너무 많이 봤던 게 문제였다면. 지금은 공상이 너무 일상적인 게 장난 아니었기 때문에. 따라서 그는 정말 민망해하면서 지가 마치 특급 연예인이라도 된다는 듯이, 사람들 시선을 뿌리치며, 아는 동생들의 반가움 반 놀람 반 인사말도 무시한 채 도망치지 않을 수 없었다. 특 A급은 무슨 특 A급. 하여간에 더럽게 재미없는 아지트 내가 다시 들리나 봐라,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웬 똘아이 아저씨의 언변에 휘둘려서 이거 뭔 돈 낭비 시간낭비 정력 낭비에 망신살이 뻗쳤단 말인가. (절레절레)





    13

    NB의 단조로운 삶은 그를 꼰대 지수가 (급)상승하도록 더욱 노골적으로 부추겼다. 진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는 항상 완벽했으나. 그러나 세상은 다름 아니라 똥개 훈련시키기의 명수였던 것이다. 뭐라고?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정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멋지게'가 아니라 꺼벙하게! 왜냐하면 대체 불가능한 신비감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 아니, 말이 나왔으니 망정이지 어? 환상 신드롬 뭐 그런 건 영화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거 아닌가? 현실에서라면 꿈이 뭐건 대체로 공통된 딱 2가지가 진짜 중의 진짜일 테고. 뭐니 뭐니 해도,
    첫째 돈, 둘째 사랑! 
    그 외의 꿈이란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 나중 무조건 변심. 거의 다 변함. 만족해도 나중 한눈팔게 되어 있음. 이직 이사 이혼 이별 단짝 교체 취미 바꿈. 굶주릴 대로 굶주린 하이에나는 결국 배부른 늑대로 변신함. 괜히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주지 않게?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말하자면 변화는 운명. 보아하니 상남자들 최고의 이상형은 바로, 새로운 여자! 솔직히 말해서, 여자의 판타지라고 별반 다를 건 없음. 단지 말만 하지 않는 것일 뿐. 스치듯 지나가면서 뒤돌아보게 만드는 할머니의 미모. 거의 없음. 그게 다 젊음에 기인한 아름다움. 보면 3초는 혹하는데, 보면 볼수록... 그러나 우리는 그분들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선녀도 이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숙녀로 만들어드릴 수 있음. 이 말이 거짓말인가 아닌가를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농담이고. 어쨌든, 그래서 사랑이란 보면 볼수록 매력 넘치는 상대를 만나야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상향 지원 안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나. 장르를 사랑으로 국한시키지 말고 다시 가족으로 연령대 낮추고. 그렇듯 의리와 전우애로써 장르는 바뀌기 마련. 산만하긴 하지만 다시 주제는 꿈으로. 
    아무튼 꿈이란 알고 보면 그렇지만 뭔가 멋진 말을 해야 한다면. 진지한 대사를 누군가 기억할 테고 어색한 분위기가 차분하다면, 그럼 이런 얘기 그런 공상은 혼자만 하자. 정말로! 왜냐하면 등 돌리면 혹시라도 욕 엄청 얻어들을지도 모르니까. 그래. 혹시라도. 사이가 나쁘지 않으면 좋은 거고. 안정빵으로 가서 나쁠 건 없고. 더 잘난 척할 명분은 타인에게 양보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고. 즉 그와 연관되어 한말씀 드리자면 이렇다. 여자의 우정에서도 뻔히 보인다. 뭐가 보이냐, 바로 그것. 질문이란 곧 내 얘기를 찬찬히 들어주란 말이지, 진짜로 너의 의견이 미칠 듯이 궁금하기 때문에 질문하는 게 아니라는 거. 다 그런 건 아닌데, 액면 표정 눈치와 분위기 살피면 모를 수 없는 것. 알고 싶기는 뭘 알고 싶어 다 비슷비슷 똑같은 거 맞장구치며 듣는 척 관심 기울여주고 들어주면서, 딸랑딸랑 반짝반짝 가식일 뿐이지. 안 그런가? 내 얘기 친구 얘기 가운데 기쁘고 유쾌하며 즐거운 일들이 많으면 그분들께서 뭐하러 남 얘기에 열을 올리시게. 안 그런가? 뭐 귀가 2개요 입이 1개인 건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2번 듣고 1번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웃기고 자빠졌네. 귀가 2개인 건 그냥 좌우 균형감 때문이고, 남 얘기 듣지 않고 나만 말하기 위해서일 뿐. 나 듣고 싶을 때 듣고, 듣고 싶은 거만 듣기 위해서. 어? 귀는 그냥 폼으로 달린 것. 따라서 어른들 중에서 그렇게나 안 듣고 자기 말만 하는 수다머신이 그렇게나 흔한 것. 그 가운데 겉 주변만 돌고 돌고 돌고, 꼬고 꼬고 꼬는 간접화법. 빈말로 질문 딱 1개 툭 던졌을 뿐인데 뭔 뻔한 얘기를 글쎄 길게, 길게, 길게 계속 반복하는 설교. 뜸들이고 뜸들이고 뜸들이고 서론만 많고 결론은 없는 화술. 여자말 번역기와 꽉 막힌 능글맞음을 벗기면... 웬만하면 뒤통수 한 대 퍽 때리고 싶단 말일뿐. 뭐 말이 그렇단 거고.
   「내가 말 걸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그러게. 넌 왜 고생을 사서 하니. 저분 보면 모르니. 말 걸면 안 된다니까 그러네. 너, 아, (몸짓)」
    좌우지간. 
    꿈이란 뭐 그렇긴 하나 원래 여자들의 이상형과 교집합이 많이 부족한 남자가 그 2가지를 성취하더라도. 그럴지라도 천성이 비관적인 사람은, 나중 매사 불만족스러운 조롱꾼 생활은 여전한 것. 성격은 변치 않음. 천성이 어찌 변하나. 남자는 일생 직진. 여자는 다르겠지만. 바로 그래서 여자들 상당수이자 태반이 좋아하는 남자는 착해 보이는 남자라는 건, 두 말 하면 잔소리! 여자의 이상형은 요컨대 착해보이는 남자. 그런데 알고 봤더니 양의 탈을 쓴 늑대! 그게 바로 동격이 아니라 상향지원 하향지원인 것. 감히 어디서 겸상을... 너무너무 좋아서 심신 분리되거나 환승이별감이자 적당한 먹잇감으로 물망에 오르지 않으시기를. 영화를 너무 많이 봤을까? 다큐멘터리 그만 좀 봐야지 이거 원 거 참 나 아 증말 이거 무슨, 허허! 아무튼 여자들 태반의 이상형이 착한 남자라는 건 빼도 박도 못함. 뭐 그건 그거고. 그래서 그분들은 우리한테 넘어올 수밖에 없음. 뭐? 통과. 
    그런데 그와 달리 그는 사정이 달랐다. 어떻게? 첫째 돈 둘째 사랑에 대해서, 돈은 어차피 없고 사랑은 관심 없고. 때문에 빈정거리길 좋아하는 욕심꾸러기로써 어디서 명함을 내밀기 썩 애매했다. 뭐가 어쩌고 어째? 정나미 뚝 떨어지는 비교 우위로구만 그래. 아는 척 잘난 척 자기 자랑. 꼰대 지수가 올라간 건 다 허세 지수와 비례했기 때문. 아닌가? 아닌 게 아니지. 그렇지만 허언증도 불치에 허풍이란, 재미없음과 심심함을 양쪽에 꿰찬 듯한 우스운 꼴에 대한 방어기제일 수도 있는 것. 하지만 자기 합리화도 재미없다. 정신 승리 그거 인터넷 놀이터에서도 별로 쳐주지 않는 장난. 완전 식상. 인기 없음. 더럽게 재미없음. 툭하면 속은 내가 더 멍청하고. 어쨌거나 딱히 불행을 편애하는 건 아닌데 매번 따분함. 특히 썩 탐탁치 않아도 통상 뭘 해도 재미없고 보통 지루하지 않으면 거짓말. 일단 사랑 얘기라면 신물이 다 남. 안 그래도 지성과 거리가 전혀 멂. 더구나 유쾌하지도 상쾌하지도 통쾌하지도 못함. 더더군다나 전혀 명랑하지 않음. 그럼 벌써 시들어버린 청춘? 이런 젠장! ~라며 푸념하기도 그는 지칠 것이다. 왜 아니겠나. 난 늙지 않았어 난 미치지 않았다고, 라며 거리낌 없이 말하기도 귀찮고. 난 변치 않을 거야 라고 장담하기도 싫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 그래서 NB는 놀다 지쳐 결국 일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왜 일을 해야 하는가를 깨달은 것일 수도 있고. 공부하기 싫었듯 뭐가 걸리든 싫증내기 좋아해서일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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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7

from 소설 2019. 9. 29. 15:38

    1

    네덜란드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악마가 머리를 슬그머니 집어넣지 않은 성인의 외투는 그다지 성스럽지 않다'. 정말 그래? 말하자면 악마의 유혹을 받아보지 않은 성인은 성스럽지 않다는 뜻인데. 보아하니 세상사 이치가 그렇다. 골목대장의 무대는 오직 골목일 뿐이요 빈 수레가 요란한 것. 신부들러리 없이 신부는 외롭고, 병풍 없이 주인공도 초라하며, 다 백댄서가 빛내니까 가수도 조명발에 빛나는 것. 사랑의 아픔을 모르는 숙녀가 어떻게 슬픈 노래를 잘 부를 수는 있다만. 다만 온실 속의 화초, 산전수전 다 겪고 수많은 전장들을 누빈 백전노장의 경험치. 전자와 후자는 엄연히 다르다는 의미. 그래서 당신의 전성기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못 돌아간다. 고로, 우리는 오늘을 살자. 오늘 달콤한 사랑을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오늘의 패전도 내일이 되면 새콤한 추억이 되는 것. 적어도 인생 경험은 되는 것. 한편, 막살자 라는 애칭을 간직한 웨이터와는 좀 더 친교를 나눠봐야지. 아직은 잘 모르는 사이니까. 그러므로 기똥찬 관찰력은 되는데 독단적 인지라는 장막을 벗어나 탁월한 원리, 즉 명대사를 간명히 제시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너 나 잘해, 어? 늬가 뭔데 설치긴 설쳐! 어디서 지적질이야 어?>라는 말 듣게 되면 기분이 좀 뭐하니까. 그냥 탁월한 지적 만족감 정도에서 멈추는 정도는 누구나 다 한다. 입진보랄지 극보수, 같은 진영에 사람 좋도록 귀 기울였다간 (몸짓). 그야 뭐 그러려니 하는 거고. 이 세상에 그 정도도 못하는 어른이 어디 드문가? 드물지 않음. 흔하디 흔함. 안 그런가? 일상적인 과장법 그거 누가 못해. 습관적인 뻥? 못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어도 참을 뿐. 그러니까 지금 참는 게 탁월한 재주와 아찔한 지성의 설교가 아니라 뭐 그렇고 그런 흑심이라고? 하여간에 못 말린다니까 그래. 됐고. 
    그래서 나는 오늘 뭘 하고 놀아야 재밌게 놀았다고 소문날까, 라는 고민을 안고서 잠에서 깨어났다. 
    REM 수면 단계 전과 중간과 후. 기승전결 뿌옇고 이상하고 허접한 꿈 내용을 복기하고 재구성에 어쩌고저쩌고. 
    그거 다 한 다음 딱 침대에서 눈을 떴다. 
    침대에서 눈을 뜰 때 자세는 옆으로 누운 상태. 
    방향은 침대가 한 쪽 벽에 붙여져 있는데 벽 반대쪽을 보는 모습. 
    그렇게 나는 딱 아침에 눈을 떴어. 떴다고. 
    그런데! 뭐야 이거? 눈 앞에 웬 처녀가 있네? 그런데 자태가 자태가, 괜찮아. 게다가 이뻐. 심지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 얠 내가 어디서 봤지? 그런데 얘는 내 앞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알고 봤더니 걘 나와 오빠 동생 사이인 릴리였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딱 눈만 떴고. 
    내 앞에 릴리는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아있었고. 
    그 기하학적 구조를 인상파 다음 화파가 뭐더라? 
    아무튼 그렇게 눈을 떴는데 더 기막힌 건 그것. 
    그게 무엇일까? 릴리는 투피스 정장을 입었는데. 
    그녀의 팬티가 보일락 말락 했다는 거. 그게 다 그녀의 교묘한 연출인 듯. 아닐 수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이거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야? 때문에 난 옛 기억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에 단짝 친구랑 놀이공원에 갔는데. 바이킹 근처 의자에 앉아있는데 우리 왼편 10시 방향? 9.5시 방향? 하이힐에 짧은 투피스를 입은 엄마와 어린애. 각도가 심하게 낭만적이었기 때문일까? 
    당시 난 그 고상한 여인의 팬티를 보고야 말았는데. 뭐라고? (절레절레). 그래도 당시 그녀도 아마 대충 알고 있었을 터. 어쩌면 그녀는 외로웠을 수도 있고. 딱 봐도 또각또각 하이힐이자 달아오르고 흥분하며 뜨거워지는데, 그쪽으로 다가가는 손을 느끼면 톡! 톡? 여자의 내숭이 뭔지를 아는 사람은 알고. 아는 늑대도 있고 잘 모르는 하이에나도 적지 않고. 어쨌든 넘어가고. 
    그렇게 내가 눈을 뜨자마자 내 의지가 아니라, 각본에 따라 그녀가 일부러 무슨 포커판 밑장 빼기도 아니고 섹시한 자세를 보여주고. 
    그렇게 내가 눈을 뜨자마자 그녀는 때마침 다리를 꼬았고. 
    그렇게 내가 눈을 뜨자마자 안 그래도 나는 피노키오 상태인데. 그게 그러니까, 뭐야! 얘가 어디까지 봤지? 
   「네가 여기 어쩐 일로...」
   「오빠. 다 들었어.」
   「들어? 뭘 들었는데.」
   「오빠가 나 좋아한다며?」
   「내가? 널?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그럼 그렇다고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응? 남자답게 나한테 직접 고백하지 그게 뭐니?」
   「그게 뭐냐니?」
   「왜 오빠가 내숭을! 다 들었어. 에밀리한테. 오빠가 나 좋아하다고 그랬다며?」
    난 느꼈다. 다름 아니라 그건 에밀리의 수작이라는 걸. 얜 순진하게 그런 썩은 장난에 다 넘어가다니? 아니면 일부러 넘어간 척하는 건가? 그럼 얘가 정말 고수 중의 고수인데?
    일단 오해 먼저 풀어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에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상황은 정리됐다. 에밀리가 농담했는데 릴리가 내게 따지로 온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에밀리 왈 : 세바스찬 ──사랑의 화살표──> 릴리.
    그런데 릴리는 '세바스찬'을 나로 잘못 들은 것이었다. 
    설마, 일부러?
    소셜 네트워크의 댓글과 메시지 등 증거도 여실히 남아있고. 
   「오빠. 살다 보면 말이야 뭐 이런 일도 있는 거 아닐까? 물론 우리는 그럴 수 있다지만, 오빠들은 그러면 안 되고. 그치? 오빠가 잘못했지? 그럼 오빠가 순순히 흑심죄를 인정한 셈치고. 난 이만 갈게. 다음에 봐 오빠. 안녕.」
    이건 뭐지? 난데없이 아침부터 뭐야 이거. 이래서 옛날 옛날에 첫 손님으로 여자가 들어오면 소금을 뿌렸을까? 구식 탱탱 묵은 얘기는 그냥 옛이야기일 뿐이고. 
    이래서 거친 말로 뱃놈, 순화하자면 바다 사나이들이 고기잡이 배에 여자가 승선하는 건 주의했다는 철 지난 드라마 내용은 일종의 상식인 걸까. 
    근데 우리가 여자를 왜 싫어해. 농담이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아무튼 릴리도 릴리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까지 봤지? 또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소심한 고양이가 뻔뻔한 쥐를 만든다는데. 릴리는 대범했고 그럼 뭐 난 비 맞은 생쥐야 아님 닥스훈트야 아님 웰시코기야. (절레절레)
    남부럽지 않은 제 7의 전성기를 맞이할 차례는 전망이 영 내게 호의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준비는 됐는데 일단 오지를 않아. (절레절레)
    그래서 오늘의 커피, 오늘의 커피? 아빠가 꼭 오늘의 커피를 마시라던 그녀와 데이트를 했어야 하는데 했어야 하는데. 넘어가고. 
    오늘의 음악은, 빈첸초 벨리니 /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 중 1막의 아미나의 카바티나: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 
    이따 낮에 사무실에서 싫증나고 재미없고 심심하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도시의 무도회> 괜찮은 위작을 검색해보기로 했다. 
    릴리가 대체 어디까지 봤을까? 식겁하다. 정말 식겁해. 어? 아주 그냥 살발하다 살발해. 여심도 여심이지만 그녀의 뭐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하긴 뭘 뭐라고 해. 우리가 쳇바퀴를 어찌 탈출하나. 월요병 그거 알고 보면 감사하고, 따지고 봐도 싫지 않다. 다 그런 건 아니겠으나. 





    2

    릴리가 뜬금없이 날 깜짝 놀래켜준 일. 며칠 내내 날 들뜨게 만들었다. 
    다시 생각하니 매번 설렜다. 그와 동시에 그 기억은 날 부끄럽고 수줍은 처녀로 만든 것만 같았다. 
    그게 다 여자의 마음 때문? 아니지. 오직 여심만으로는 부족. 그건 이론. 실행은 여자에게 썩 싫지 않은 성과를 선물하는 것. 
    정말로 여자가 그렇다고? 때문에 그녀들끼리 사석에서 하는 말은 남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 가령, 너도 전남친과 성관계하는 꿈꿨니? 아니면 짝사랑남이 뒤에서 포크로 늬 엉덩이를 푹 찌르는 꿈을 꿨니?
    뭐? 뭐가 어쩌고 어째? 무슨 뽀얀 엉덩이가 돈까스야 뭐야! 늬가 내 마누나 데리고 살래? 데리고 살긴 뭘 데리고 살아! 하여튼 생각하는 거 하고는. 뭐 오 땡큐? 워아이니! 그대에게 사랑과 정렬을! (뭐? 우웩~~~!)
    됐고. 일이나 하자. 
    선곡은 뭐 대충 이런 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오페라 <코지 판 투테> - 움직이지 않는 바위처럼 내 마음 변치 않으리. 
    일하다 지겨워지면 이따 인터넷 검색은 이런 거? 
    여친한테 엉덩이 맞는 남친.
    고양이가 꼬리를  부르르 떠는데 왜 그럴까요?
    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그 초정밀 위작의 가격과 거래는 어떨까 같은 거.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라울 뒤피 작품 가운데 가격은 착하고 그런대로 구색 갖춘 그림이 뭐가 있을까.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렇게 하여 대충 오후 4시가 됨. 
    그런데 행복도 그래프는 상승하지 않음. 
    그러므로 나는 특단의 대책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뭔가 의심이 일고 미심쩍고 퍽 의뭉스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기 때문에. 고로 에밀리를 찾아갔다. 
    만나서 따질 건 따져야 하니까.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여기는 에밀리의 사무실. 
    조아키노 로시니 / 플루트, 클라리넷, 혼, 바순을 위한 사중주 
    어라, 이 촌년 봐라! 농담이고. 이년이 꼴에 고전음악을? ~라는 듯이 품위 없는 생각을 난 하지 않았다. 
   「에밀리. 늬가 우리 착한 릴리에게 뻠뿌질했니? 어? 릴리가 무슨 자전거 타이어니 뭐니, 뽐뿌질을 하게. 어?」
   「뽐뿌질 하긴 누가 뽐뿌질 했다 그래? 엇그제 전화로 자초지종 다 정리됐잖아? 릴리 그년이 착각한 거라고. 설마 오빠, 릴리, 좋아해?」
   「그래. 나 릴리 좋아한다. 됐냐?」
   「오빠 나 좋아한 거 아니었어? 순정이 어떻게 변하니. 오빠 이거 순 바람둥이 아니야? 어?」
   「웬 공세로 나를 쪼아? 날 좀 웬만치 코너로 몰아라 에밀리야. 오빠 좀 쉬고 걷고 놀잔 말이야. 어?」
   「안 돼. 오빤 달려야 해. 그게 어울려. 왜냐고? 오빤 허당이니까. 은근 허당이 아니라 그냥 허당. 푸하하하하하하.」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오빠. 흥분하지 말고. 흥분은 여기서 하는 게 아니지. 그런데 오빠 짜증내니까 귀엽네. 응? 호호호. 그러지 말고. 오빠. 오빠. 나 어떻게 생각해?」
   「널 어떻게 생각하냐고?」
   「응.」
   「어떻게 생각하긴 뭘 어떻게 생각해. 앉아서 생각하지. 로댕 몰라 로댕?」
   「로댕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잘났어 정말. 마음을 줘도 싫데. 응? 그럼 도대체 뭘 달란 소리야! 무슨 애도 아니고 말이지. 하여튼 분위기 없다니까. 설마 일부러 그러는 건가? 뭘 모르는 양반이 결코 아닌데. 혹시...」
   「혹시? 혹시는 뭔 놈의 혹시!」
    나는 아마 에밀리를 괜히 찾아간 것만 같았다. 기세 좋게 따지려다가 혼쭐이 난 건 결국 나였으니까. 
    말하자면 난 젖긴 젖었어. 그런데 젖긴 젖었는데 패배감에 젖었네? 이런 젠장. 
    이상형은 이상형인데 한 물 간 이상형이야 뭐야. 
    아랍 속담에 이르기를, 짐승이 너를 두려워하기에 앞서 짐승을 두려워해라 라고 했다.
    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살쾡이를 조심하고 여신들을 떠받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3

    나는 맨발의 청춘보다 나이 많기로 한 수 위. 난 그분들보다 평범한 연애하기로 한 수 아래. 한 수? 한 수가 아니지. 자랑할 게 그렇게 없나 (몸짓). 그렇지만 허당 특유의 낙천가 기질을 앞세우자면 인생이란 곧 건배사. 즉 청춘은 바로 지금, 줄여서 청바지. 그런데 일단 그런 건배사를 외칠 일 자체가 없어. 아니. 우선 자리가 갖추어져도 생각해보니 길어. 너무 길어. 그래서 인상 깊은 건배사는 뭐다? (딱) 그렇지~ 떡! 응? OK! 건전한 이성 교제 괜찮고, 풋풋한 하이틴 드라마를 애호하는데. 그게 나쁘단 말도 아니고. 내일을 위해 오늘 뭔가 참는 그분들 멋지시고. 사랑스러운 숙녀들이 죄다 응큼하단 게 아니라 사실은 사실이니까. 실제로 들어보면 또 썩 퇴폐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순수하게 웃기기만 하다. 어쨌든 농담이고. 아니. 농담이 아니지. 소소한 잔재미이자 일상의 흥미로운 기쁨이 뭐 딴 건가. 그렇듯 연애도 어차피 둘 중 하나. 첫째 어떻게 잘 돼서 나중 결국 사랑이 식던가 아님, 둘째 영원한 남남으로 이별하던가. 통계적으로 사랑은 한마디도 길다. 짧게 요약하자면 요점은 그것. 사랑은, 가! 듣기 거북하게 무슨 닥치고 들으라느니 꼴도 보기 싫으니까 꺼지라는 둥. 응? 너무 길다고. 그러므로, 줄여서, 가! 그런데 일절 오지를 않는데 그 말조차 할 기회가 없는 게 문제. 누가 아니래. 하여튼 격론의 주제는 언제나 사랑? 푸념만 늘어놓는 게으름뱅이 같은 생활하고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나 속출하고. 밑도 끝도 없이 가긴 어딜 가. 옹립할 건수는 없고. 항상 보면 섭섭한 기색만 역력. 아 그런가 안 그런가. 말이야 바른말이지. 은밀한 성적 쾌감, 그런 거 지겹고 짜증나고. 차라리 어디서 찬물이 끼얹어지는 봉변을 당하는 게 낫지. 요망한 것으로부터 따귀라도 얻어맞는 게 차라리 낫긴 낫다고. 어? 진짜로? 말이 그렇다는 거고. 좌우지간 어쩌면 말이야, 사랑이란 에티오피아 속담 같은 것일까? 표범 꼬리는 잡지 말돼, 만약 잡았다면 놓지 마라! 뭐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고. 남의 사 타인의 인생 알고 싶지도 않고. 연예인병에 환장하듯 남 생각 요만큼도 하지 않고 자기밖에 모르는 영심이들 관심도 없고. 
    따라서 나는 <머머하니 머머한다 그래서 머머하지 않을 수 없다>에 얽매이지 말고 일단 뭔가를 저지르기로 했다. 쉽게 말해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또 그 뻔한 카드를 만지작만지작거리는 건가? (절레절레). 
    전 세계를 뒤져도 도저히 찾을 수 없도록 고혹적인 매력. 그런 건 모르겠고. 나는 조니와 연락이 됐고 그를 만났다. 
드라마처럼 화면 전환하고 적당히 상징적으로 카메라가 어딜 비추고. 구간 댕겨서. 중간 건너뛰고. 
    여기는 카페. 내부에는 하필 윌리엄 J. 글래큰스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미술부 기자 출신이니 일러스트레이터니 미국의 르누아르니. 그런 설명보다 하필 호텔 캘리포니아가 생각나게 말이야. 호텔 캘리포니아? 록그룹 이글스가 아니라 드라마 캘리포니케이션의 바로 그 장면이 연상되잖아? 젠장. 
   「조니. 너도 아내와의 잠자리가 무섭냐?」
   「너 나 놀리는 거냐? 설마 안 들었니?」
   「왜, 너 이혼했니?」
   「결혼을 해야 그냥 쭉 살던가 각자 갈 길 가던가 하지. 나 외롭지 않아. 나 여자 관심 없다고. 어? 온전히 총각. 성한 정력 왕성한 수컷. 응? 난 이렇게 멀쩡히 혼자인 인생을 즐기고 있는데. 그런데 첫인상 첫 키스 첫날밤 애교 내숭 질투, 그렇게 사랑. 그러다 의리 져버리고 결국 날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한 결과, 뜬금없이 이혼남? 뭐니? 어? 그게 뭐야? 그리고. 내가 설사 유부남. 여기 너랑 나랑 단둘뿐이니까 하는 얘긴데,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니 들어 봐. 어? 유부남 + 유징어 = 유징어. 어? 늬가 뭘 좀 모르시나본데 그건 말이죠~ 에잇 관두자. 관둬. 됐다고. 아니지? 아니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합성어에 내가 해당된다고 쳐. 그냥 그렇다고 가정하자고. 그런다고 내가 뭐 아내 샤워하는 소리에 쪼는 그런 새가슴인 줄 아니? 어? 우리는 초장에 잡어. 알아? 잡혀 살긴 누가 잡혀 산다고 그래?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또 그리고. 응? 아 여자를 소개나 시켜주고 그런 말을 하던가. 어?」
   「그럼 너도 모태솔로니?」
   「뭐 너도? 난 아니다. 난 아니야. 얘가 왜 이래? 은근슬쩍 묻어가려 하네? 어영부영 너랑 나를 1 + 1로 묶지 마 얘.」
   「야. 같은 정력가끼리 이러기야?」
   「이게 뭐 어때서. 내 정력에 늬가 뭐 보태준 거 있냐?」
   「어. 있지. 내가 저번에 흑마늘이랑 인삼이랑 파인애플 오렌지 망고 사줬잖아.」
   「그래? 그래. 그건 그래.」
   「할 말 없지? 이러고도 우리가 친구냐? 내가 늬 친구인 줄 아니? 어?」
   「우리는 친구지. 그럼 뭐 늬가 내 마누라라도 되냐? 늬가 뭐 내 여편넨 줄 아냐? 넌 내 대부가 아니야. 어? 이러니 이러니 재미가 없지. 응? 여태 늬가 내 정력에 뭐 보태준 거 있어?」
   「정력 얘기 이제 그만 좀 하면 안 되니? 듣기 싫어하는 거 보이니까 입 트였네? 너 몸보신하는 데 좋다는 거 요즘도 막 씹어먹고 그러니? 우리 이런 얘기 하는 줄 알면 여자들 질색 팔색을 할 꺼다. 아주 쓰러진다고. 어?」
   「없잖아. 여자 없잖아. 그리고 우리 평소에 안 그러잖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아닐지도 모르지만. 또 그리고 정력은 뭔 정력. 난 발정기 아니다 너. 어? 여태 잘 참다 왜 그래? 응? 너 외롭니? 그러니? 하여튼 넌 못 말려. 아니 어떻게 말이야, 어? 멀쩡한 총각을 한순간에 이혼남으로 만드니? 혹시, 너가 그 뭐야, 그래. 늬가 돌씽 아니니?」
   「뭔씽? 돌싱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늬가 시작했잖아.」
   「이봐, 집어치워. 어? 여보게. 그따위 속임수로 날 띄울 수 있다고 예견했다면. 그건 심각한 착각일세. 알겠나? 그렇다고 날 동정하진 말게. 날 불쌍히 여기지 말란 말일세. 난 나야. 넌 너고. 우리는 둘 다 오빠라는 말도 못 듣고. 안 그래? 안 그러긴 뭐가 안 그래! 그런데 내가 지금 뭔 밑도 끝도 없이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지? 나도 몰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러게 자넨 내가 말 같지도 않은 횡설수설을 시작하면 좀 말려. 어? 뭐 못 말린다고? 해보긴 해 봐야 할 거 아닌가. 응? 말도 안 되는 얘긴 나도 듣고 싶지 않고. 누군 뭐 하고 싶어서 한 줄 알아? 그러지 말고. 우리, 어? 근데 내가 뭔 말을 하려고 했더라? 내가 원래 이랬나? 아닌가? 이런 느낌 처음이야. 이런 기분 난생처음이야. 그런데, 뻥이야. 뻥. 그럴 리가 있겠나. 내가 무슨 여자도 아니고 말이지. 허허허.」
   「그건 또 뭔 소리야? 너 연극 대사 외우니? 참 나 거 얘가 얘가 별걸 다하네. 하다 하다 1인극 독백이냐?」
   「나 멀쩡해. 나 미친놈 아니야.」
   「누가 너 미쳤데? 누구야? 걔 누구야? 내 이 놈을 가만 두나 봐라. 아주 그냥 혼꾸녕을 내줘야지.」
   「야. 재미없고. 둘이 노니까 더럽게 재미없다야.」
   「너 그 생각했지? 케빈 불러내서 같이 놀자고?」
   「어떻게 알았어?」
   「늬가 뭐 독심술사냐? 늬가 뭐 노스트라다무스냐고.」
   「그 양반은 독심술사 아닌데. 늬가 뭘 잘못 아나 본대, 아니다. 됐고. 아무튼. 너랑 나랑 아는 친구가 케빈 밖에 더 있냐? 그럼 너나 나나 성격 아는데. 낯가리고 친해지는데 시간 필요한 친구끼리. 어정쩡한 1.5군을 불러낼 수도 없잖아. 안 그래? 한동안 벌어먹고 사느라 많이 재미없었어. 덮어놓고, 어? 놀자! 그러자꾸나 친구야.」
    그렇게 조니와 나는 친구 케빈을 만나러 갔다. 





    4

    사랑이란 홀딱 반하는 거고, 이별이란 홀랑 털리는 일. 그럼 전자는 사냥이요 후자는 도박일까? 그야 내 알 바 아니고. 좌우지간 바로 그래서 뻔트가 있는 것. 뭐라고? 넘어가고. 여하튼간에 여기서 뻔트는 친구 집에 놀러 가기였다. 
    그래서 지금 여기는 케빈네 집. 
    인원. 조니, 케빈, 나 이렇게 셋. 
    장면. 우리는 칵테일과 케익과 과자를 앞에 놓고서. 소파에 앉아 TV를 틀어놓고 수다의 환상에 빠졌다.
   「너네 최근 솔깃한 얘기 들은 적 있니?」
   「난 없어.」
   「우리는 없어. 어? 그 말은 곧 넌 있다는 얘기잖아? 뭐해 어서 말하지 않고.」
   「하여튼 넌 눈치 하난 100단이야. 그런데 넌 왜 여자가 없을까? 농담이고. 나 저번에 그 말 들었어.」
   「뭔데?」
   「뭔데? 어서 말해. 어?」
   「그 말은 곧, (숙녀의 어조로) 우리 집에 갈래요? 아니. 갈래요가 아니지. 그렇지. 그래. 가자 오빠. 가자고. 응? OK~! 가는 걸로.」 
   「와 정말?」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갔어.」
   「갔어?」
   「그래 갔어. 갔는데.」
   「갔는데?」
   「걔 집에 같이 사는 언니들이 많더라고. 그날 견적 많이 나왔다. 내 지갑 털렸단 말이야. 나 완전 그날 개 털됐잖아. 안 그래도 개 발인데 말이야. 아아 다음 달 카드값 많이 나오게 생겼어. (절레절레)」
   「난 또 뭐라고.」
   「누군 사랑 안 해본 줄 알아?」
   「왜 약해? 정말 약해?」
   「그럼 뭐 비장의 카드 그런 거 있니?」
   「그럼 있지. 벌써 불렀어.」
   「뭘 불러?」
   「여자 3명. 오늘 우리 집에서 3 대 3 소개팅하는 걸로.」
   「진짜야?」
   「진짜겠냐. 뻥이지.」
   「」
   「거 봐. 거 보라고. 내가 말했지? 그러게 될 줄 알았다니까.」
   「너가 언제 말했다고 그래?」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내 생각에는 말이야, 그게 그러니까 음 뭐라고나 할까. 아 맞다. 나 지금 일하러 가봐야 돼. 어쩌지? 어쩔 수 없지. 너네들 편히 놀다가.」
    그러면서 케빈은 일하러 갔다. 
    친구네 집에서 주인장 친구 없이 놀면 것도 재밌긴 한데. 둘 중 하난 꼭 뭔가 어색하다면서 꽁무니를 빼기 마련. 그런 걔만 빠지면 그만? 분위기 식는다. 뭔가 기분은 사그라들지 않을 수 없음. 하여 조니도 자기 약속 있다면서 가버렸다. 
    그래서 결국 케빈네 집에 나 혼자 덜렁 남게 됐다.
   「뭐 혼자 놀라고 하면 누가 못 놀 줄 알아?」
    일은 그렇게 됐고. 시간은 저녁을 지나 밤이 되었다. 
    케빈은 전화로 자긴 오늘 직장에서 밤새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나보고 자고 가라고 했다. 누가 자고 가라면 못 자고 갈 줄 알아? 
    그렇게 나는 혼자 이거 저거 구경하고, 만지작거리고, TV 보고 어쩌고. 그러다 포도주 몇 잔 마시다가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소파에서 나는 눈을 떴다. 
    아침에 케빈 집 소파에서 내가 깼는데. 두 눈을 뜨자마자 내 앞에 보이는 건 크리스탈. 
    이번에는 스커트가 아니라 핫팬츠였다. 핫 뭐? 띠용!
    하오나 보이는 건 아름다운 숙녀였으나 듣게 된 건 영 딴 판이었다. 
   「오빠 케빈 아니잖아? 오빠가 여기 왜 있어? 젠장. 새똥 맞음 셈 치지 뭐. (몸짓) 에잇.」
   「넌 뭐니?」
   「넌 뭐냐니. 오빠는 뭔데?」
   「나? 나 여기 있으려고 하지 않았어. 조니가 데려왔어. 그리고 나만 남겨놓고 걔네들 각자 볼 일 보러 간 거고. 내 잘못이 아니야. 나라고 뭐 늬 기대감 실망시켜주고 싶겠니?」
   「그래도 사실은 사실.」
   「넌 내가 그렇게 싫으니? 내가 그렇게 못생겼니? 아님 케빈이 너무너무 잘생겼니? 내가 일부러 이 소파에서 잠을 잔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왜, 다비드는 다비든데 어디산 다비드. 소개시켜 줘 말어? 그런데 너넨 원래 아침부터 그렇게 바쁘게 사니?」
   「왜, 그럼 안 돼? 우리는 밤늦은 시각에 이모 스타일로 나대는 숙녀가 아니라서. 뭐 남녀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지만 또 알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 오빠도 잘 알잖아. 응? 청춘남녀 저녁에 만나고 밤에 파티하는 게 꼭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그건 그거고 우리는 다르고. 어? 우리는 사랑의 표적으로 딱 찍었다 싶으면, 어? 아침부터 인생 내내 우리 오빠만 사랑한다네. 그래서 인생을 걸 만한 우리 오빠인가 아닌가 면밀히 살피느라 에너지를 심하게 낭비하지. 그게 다 일장일단이 있어. 그럼. 좌우지간. 오빠가 왜 여기 있어? 아 짜증나. 아 졸라 빡쳐.」
   「빡, 뭐?」
    그렇게 크리스탈은 가버렸다. 
    크리스탈이 나간 후. 나도 집에 가려는데 문이 안 열림. 
    그럼 크리스탈은 어떻게 나간 거야? 설마 여기 온 게 처음이 아닌 건가? 그래서 열고 닫고 그걸 아는 건가? 
    일단 난 처음이니까 문 열고 닫고 그거 잘 모르고. 
    그래서 나는 케빈과 통화했다. 
    통화 결과 보안 시스템 오작동 때문에 밖에서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한다.
    필름 빨리 당기기. 
    구간 빨리 당기기. 
    케빈이 전화해서 옆집 아저씨가 문을 열어줌. 
    그런데 옆집 아저씨가 옛날 친구. 걔네 집에 놀러 감. 놀다가 망원경으로 나체촌을 관찰. 
    대화. 집으로 복귀.
    아 하나 더. 
    집으로 복귀하기 전에 그 옛 친구랑 나체촌에 가긴 갔다. 그런데 물이 영 아니었다. 때문에 각자 겸연쩍어지고 바쁜 척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5

    어쩌면 사랑이란, 인생의 모든 쾌락과 세상의 떠들썩한 기쁨을 난생처음 예감한 기분일까? 하오나 아찔한 기대감은 여지없이 큰 절망으로 변심한다고 연가들은 말하는데. 그러나 그건 나중 얘기고. 지금이 문제다. 인생은 지금이니까. 그러니까 현재 내 인생의 점수는 몇 대 몇? 그건 그랬다. 말하자면 이런 식. 보아하니, 어른들 어깨너머로 배운 잔지식과 잔심부름 같은 잔재주가 가르쳐준 세상사에 대한 해박한 잔소리. 있어도 나쁘지 않고, 다가오면 좋을 것이며, 많아야 할 건 사치와 호사와 판에 박힌 쾌감인데. 정작 있는 건 허언증의 호전 없음. 품위 유지비 간당간당. 서포터스 조마조마 녀석들과 연락 두절. 뭐? 고양이와 쥐의 질투 어린 사랑이냐, 늑대와 양 같은 사냥꾼식 애정이냐.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호박이 통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심각한 문제일까 아닐까. 듣다 듣다 나가떨어질 연애, 나는 하다 하다 그게 다 부러웠다. 이를 테면 말하기 떠들기 떽떽거리기 나서기 질투하기 들들 볶기 좋아하는 마누라를 여편네로 둔 남편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다 알고 보면 남친 여친이라면 몰라도, 그분 속은 오죽할까. 부럽다는 말 취소. 딱 취소. (몸짓)! 그런 장르를 선망하고 그와 같은 식상한 사랑을 동경하는 걸 소녀감성에게 추천할 수는 없는 일. 아니 그런가? 일단 그런 헛생각을 하면 안 된다. 아니 될 일. 
    따라서 나는 더럽게 심심한 일상을 규탄하기 위해 뭔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다고 뭐 달리 뾰족한 수가 있겠나. 있을 턱이 없지. 그런 비장의 카드가 있었으면 내가 상상병에 걸렸겠나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상사병을 졸업했겠나. 특기는 숙녀에게 첫눈에 반하기. 농담이고. 진짜 농담. 우리는 여자 별로 좋아하지 않음. 관심도 없음. 아니 뭐하러? 할 일도 없지. 할 말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입이 간지럽냐고. 종잡을 수 없는 방황과 놀랍도록 세속적인 쾌락마를 떠올리며, 우리는! 어? 우리는 헛된 공상에 군침 흘리면서 엉덩이가 근질근질 심장이 벌렁벌렁해야 정상 아닌가? 그러거나 말거나. 헛생각 지겹고. 재미도 없고. 입들이 닳고 귀가 타들어 가는 입방아 30시간 결과, 세계 수다 대회 출전 자격을 획득한 듯한 수다 3시간. 그게 싫어서 우리는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던 허당 생활을 청산했을 뿐. 하지만 (개)허세를 뒷받침할 만한 두둑한 배포와 사실적인 근거, 그걸 누가 믿겠나. 알고 싶어 하지도 않겠지. 거 참 더럽게 재미없는 개 짖는 듯한 (개)소리구만 그래. 그렇다고 지금 당장 미래에 부끄러워할 난잡한 연애사를 지금 만들 수도 없고. 질펀하게 놀긴 뭘 질펀하게 놀아. 누가? 내가? 형씨나 많이 노슈. 난 싫소. 
    그래서 나는 핸드폰으로 연락처를 뒤적거렸다. 연락할 친구들은 차고 넘쳤다. TV에서 뭐 연예인과 코미디언들이 말하기를, 
   「계속 바쁘게 지내다가 어느 날 마침 한가해지길래. 그래서 심심해서 핸드폰 연락처를 봤는데. 막상 편하게 전화해 불러내서 술 한 잔 같이 할 친구가 딱히 없더라.」
    어쩌고저쩌고? 그거 다 뻥이다. 물론 모두 다 뻥이자 누구나 다 뻥은 아니겠으나. 그거 한마디로 오바다. 아니면 뻥. 
    다 자기 바쁠 땐 친구들 안 만나다가, 자기 한가하니까 자동적으로 보던 친구들을 수동적으로 내가 연락할려니까 어색한 것일 뿐. 
    자기는 친구가 0명이라는 사람도 알고 보면 흔하디 흔하다. 실제로 40대 50대 넘어가면 친구 만나기도 힘들고. 귀찮고. 어쩌고. 
    잘 나가는 허당들 빼놓고 연애다운 연애. 그거 제대로 해 본 사람. 과연 얼마나 많겠나. 웬만하면 모태솔로였다가 어영부영 뻔트만 대다 유부남 유부녀 되는 사례. 연락처 보면 쑤두룩하다. 
    그건 그렇고. 친구 핀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너 이 자식. 요거 요거 응큼한 녀석. 얘 은근 음흉한데. 응? 많이 쑹악하다고.」
   「뭐 쑹악? 표준어로 말해.」
   「다 알아들었으면서 뭔 내숭. 너 소피 따먹었다며?」
   「뭔 소리야?」
   「늬가 소피랑 같이 호텔에 들어가는 걸 누가 봤다는데?」
   「그건 또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난 걔랑 안 친해. 걔 전화번호도 몰라. 너네들이랑 아지트에서 몇 번 본 게 전분데 뭔 소리를 하는 거니?」
   「그래?」
   「날 본 게 맞데? 어떻게 봤는데? 카메라로? 아님 (몸짓) 단안경 흉내 내며 육안으로? 그도 아님 쌍안경으로? 그럼 뭐 CCTV로? 도대체 날 무엇으로, 어떻게, 언제, 어디서, 누가, 왜 날 봤냐 그거지. 날 봐서 뭐하게? 내가 뭐 볼 거라도 있니? 아 글쎄 날 제대로 본 게 맞데?」
   「그게 그러니까 보긴 봤다는데. 음 솔직히 말하자면 옆에서 본 건 아니고 비스듬히.」
   「비스듬히?」
   「아니. 뒤통수만 봤데.」
   「뒤통수만?」
   「(뒤통수를 보여주며) 내 뒤통수 누구 닮았니? 웬만한 여자들 뒷모습 장난 아니야. 알아? 단지 앞모습에 실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인데. 우리는, 그녀들을, 이 세상에서 최고의 여신으로 만들어줄 수 있지. 그건 그렇고. 너 돌아봐. 그래. 늬 뒤통수도 영화배우 닮았네. 아니 가수던가.」
   「그럼 내 정보원이 뭔가 잘못 본 건가 봐.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긴 뭘 그럴 수 있어. 걔 정보원 맞니? 하여간 얼빵한 거 하고는. 너네 무슨 띨빵 대회 나갈 일 있니? 너네 왜 그래? 뭐 재미난 일이 없어? 어? 재밌게 해 줘? 응? 바쁘게 만들어 줘 말어! 말만 해. 말만 하라고. 어?」
    과연 나는 여기서 더 띨빵해질 것인가 아닌가, 그것이 문제일까. 그 친구를 보면 그를 알 수 있다는데. 핀 요 녀석은 원래 상태가 이렇게 영 아니었나? (절레절레). 아니. 나이가 몇인데! 하긴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면무도회 같은 세상사. 고독한 도시의 사냥꾼 같은 인생사. 알고 보면 보잘것없는 연애사. 그 가운데 말년운은? 알고 싶지 않음. 관심도 없음. 그래도 할 일은 한다. 할 말을 할까 말까. 살까 말까 망설일 땐 살까? 그런데 뭘! 사고 싶은 거도 없을뿐더러 돈도 없고. 뭔가 맹렬히 몰두할 의욕도 바닥. 그래도 뭐 어떻게, 응? 연애 감성과 낭만적인 감수성을 크게 고무시키는 일 어디 없을까? 없다 없어. 있긴 어딨나. 있을 리가 없지. 누가 아니래. 내 그럴 줄 알았다. 





    6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 때에 따라 멋진 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 나중 때려 맞추는 식 포장인 경우도 적지 않고. 비논리적 의심과 합리적 추정의 태반은 짜맞추기식 결과론. 좋게 보면 좋고. 나쁘게 보면 나쁘고. 내 일이냐 남 일이냐에 따라 의견도 천차만별. 요컨대 엄마 말은 꿈보다 해몽. 그런데 중요한 건 낙관 비관 희망 관망 등 선택은 내 몫 책임도 내가. 엄마가 내 아들에게 하는 말이, 결혼 전에는 양다리든 세 다리든 문어발식으로 막 만나는 거야. 남자와 여잔 다르니까. 다만 그런 며느리가 들어오는 건 대노할 일. 나는 되고 남은 안 되고. 내 아들은 인기 많은 바람둥이여도 뭐 그러려니, 그러나 내 딸이 플레이보이를 남편으로 맞이한다? 말 바뀜. 즉각 바뀜. 무조건 바뀜. 안 그래도 모든 여자는 전부 다 여신인데? 자상한 낭군님이 첫사랑인 부인. 행복한 가정에서 포근히 사랑받지만. 그런데 나중 보면 (일부는) 연애사 전적이 남편한테 딸려서 섭섭하고 서운해함. 그녀들끼리, 사석에서, 도대체 뭔 얘기를 하시는지. 잘 아시지 않나요! 
    그런 멋진 말들을 이제는 나도 좀 어떻게 폼 잡고 말해야 하는, 뭐랄까, 나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그래서 문득 그런 속담이 생각난다. '짖지 않는 개에게 늑대가 달려간다'. 그래서 난 최근 뭔가 많이 달렸고, 일중독 때문에 허언증도 치료됐다. 말하자면 내 맘대로 완치. 수전증은 아직이고. 그런데 이를테면 너무 많이 짖었던 것일까? 집 개가 수상한 방문자에게 짖던가, 사냥개로써 어떤 신호를 보내는 의미에서 짖던가. 아니면 양치기 견이 뜬금없이 짖던가. 잔재주가 왜 하필 최근 잔소리 쪽으로 기울어가지고 말이야. 어? 난 그냥 최근 사정없이 짖어댄 꼴. 목이 다 쉬었다. 입가 양쪽에 백태 허옇게 끼어 이빨 신나게 깐 다음 그거 떼는 시늉까지 하고 말이야. 어? 지가 언제부터 그렇게 말발이 좋았다고. 말발 좋단 말 일평생 통계내 봐야 딱 1번. 오직 딱 1번. 뭐야 그게. 이런 덜떨어진... 워 워 워. 뭐 아무튼 여우를 잡고자 하는 자는 거위들을 유인하여 사냥을 한다지 않나. 그런데 여우는 보이지 않고. 주변에 거위도 없고. 사냥 언제 완수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낚시 가 봐야 다 헛스윙. 매번 꽝. 뭘 해도 개 발. 어? 왕년에 잘나가는 도박꾼이자 불세출의 난봉꾼이었다는데 카드 쥘 줄도 모르고, 여자 앞에서 말 더듬고 벌벌 떨어. 뭐야 그게. 어? (절레절레) 진짜로 그렇단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가끔, 아주 드물게 꿈에서 이렇게 글을 쓰는 꿈을 꾼다. 물론 깨어나면 기억하지 못하는 게 거의 다인데. 그래도 어쩌다 간혹 그런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만년필로 미친 듯이 써 갈기는 이상한 꿈을 간혹 꾸긴 꾼다. 오늘도 그랬다. 그렇게 뭔가 하긴 했다는 뿌듯함 반에, 선명함이 좋은데 너무 뿌옇고 흐려서 서운한 꿈자리. 그런 약간 어중간한 개꿈을 뒤로 하면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뭐야 이거! 어? 
    이번에는 샬럿과 비비안이 내 앞에 있네?
    이런 젠장~! 도대체, 어디까지, 본 거야?
    숨을 쥐구멍도 없고. 개구멍 막힌지 오래됐고. 두더쥐 집에 볕들 날 언제냔 말이지. 안 그런가? 
   「너네가 여긴 어인 일로!」
    사정을 듣고 보니 그랬다. 
    A. 샬럿이 토마스를 좋아함. 즉 짝사랑. 
    B. 그래서 샬럿은, 토마스와 친한 비비안을 통해서, 간접 고백. 
    C. 토마스는 내가 샬럿을 좋아하는 눈치이기 때문에 샬럿의 마음도 받아줄 수 없다고 함. (그럼 뭐 나는 샬럿과 육체적 대화를 나눠도 된다는 말이야 뭐야?)
    D. 따라서 샬럿은 나 때문에 토마스가 구애를 뿌리쳤다면서 속칭 빡침. 많이 빡침. 완전 뚜껑 열림. 
    E. 그래서 샬럿과 비비안을 이렇게 날 찾아와서 따지기로 함. 
   「그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니, 라고 할 수도 없고. 내가 토마스를 만나서 잘 설득해볼 게.」
   「그런데 오빠. 오빠 나 좋아해?」
   「내가 널 왜 좋아해? 아니. 그래. 좋아해. 그렇지만 이성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친분으로. 사랑과 우정 사이는 아니고. 선을 긋는다, 도 아니고. 가능성은 있다? 우리는 청춘이다. 때문에 멜로드라마를 이어가자. 그렇다고나 할까?」
   「멜로드라마 좋아하시네. 야, 가자. 순 난봉꾼 오빠 같으니라고. 에잇 재수없어.」
   「이러니까 그렇다니까. 현재의 보수는 미래의 박물관. 진보된 세계를 보여주는 드라마 봐 봐. 바닷물 사라지는 그 미니시리즈. 재밌잖아? 나중 이런 오빠들 때문에 어? 산부인과에서 애 낳자마자 아빠 친자확인해 주고. 어? 모든 인간의 DNA 표본을 수집해서 원천적으로 범죄 발생을 억지시킬지도 몰라. 물론 부작용이 있을 테지만 혁명이 아닌 이상 차츰차츰 진보해 나갈 테고 말이야. 아무튼 괜히 시간낭비했네. 야 가자.」
   「왜 나만 갖고 그래?」 ~라는 말을 걔네들은 듣지 못했다. 
   「정말 너네 가지가지 한다.」 라는 말 역시나.
    얘네 이거 상남자 마음 간보는 거야 뭐야? 어? 내가 무슨 무말랭이 김치 나부랭이 반찬이냐고 뭐냐고. 이런 해삼 멍게 말미잘. 날 뭐 간이 안 맞는 샐러드로 보는 거야? 어? 이거 왜 이래? 어? 
    반나절이 지났다. 
    나는 사무실에서 음악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때가 때인 만큼. 역시나 공상할 차례가 되었던 것이다. 
    음악은, 주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가운데, 파리를 떠나서.
    그 결과는 따로 칼럼으로. 





    7

    나는 좀 더 자기중심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정했다. 난 이기적인 속물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물렁물렁 흐리멍텅 살다 보니, 성격 좋단 말도 듣고 숙녀에게 뭘 좀 안다는 칭찬을 들을지언정, 호구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몰찬 냉소주의자이자 섬뜩한 냉혈한으로 살겠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고. 일만 하는 일닭 일소 일개처럼 지식노동에 너무 숙주를 혹사시키지 않았나 라는 의구심에 착안한 작심일 뿐이다. 물론 그 마음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 실상 말만 그럴 가능성도 농후하다. 인생이 늘 그랬듯 말이다. 뭐 누군들 안 그런가? 어디 인생이 내 맘대로 쉽게 쉽게 흘러가냔 말이다. 지금 이처럼 살게 될지 예전에 상상이라도 했겠냐고. 어? 잠깐만 있어 봐. 아까 뭐라 그랬지? 뭐 물렁물렁? 아아 물컹한 그 느낌! 그럼 나는 지금부터 딱딱하게 살아야 하나? 그런데 '단단'이 지금 왜 나와. 내 말이. 아마도 난 그저 멋진 말 좀 하고 싶었기 때문인 듯하다. 입바른 얘기도 한두 번이겠지만 그마저도 듣는 역할만 수도 없이 떠맡았으니까. 아무튼 말 많아지면 일단 수다쟁이로 찍혀서 주변에서 슬슬 경계할 게 뻔하니, 고로 우리가 갈 데라고는 뻔하다. 우리의 말을 직업적으로 들어주는 그분들 밖에 없다. 그래. 우리의 희망 내 사랑 바텐더. 그런데 바 앞에 붙여진 안내문은 그래. <여 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뭐? 이런 젠장! 그 얘기 1번만 더 하면 진짜로 100번. 듣는 사람은 어쩌겠냐고. 하여간에 못 말려.
    한편, 밝혀질 내막은 밝혀질까? 그러니까 말이지 꽁꽁 숨긴 꿍꿍이 그 비밀스러운 사연은, 도대체 언제쯤에나 후련하도록, 속 시원하게 밝혀지냐고. 
    그래서 나는 사무실에서 고개를 돌려 달력을 보았다. 날짜가 지났다. 어떤 날짜? 어떤 숙녀의 생일이랑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어차피 전여친은 전여친일 뿐이고. 뭐랄까 보아하니 전부인에 지나지 않은 옛사랑. 어차피 다가올 크리스마스 이브 일찍 좀 챙기면 어떤가. 
    파티 몰아서 하는 거 그저 내 맘일 뿐. 그래서 나는 오늘을 처음 만난 날이자 누구의 생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상정하고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난 오늘 누굴 만나느냐, 만날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전처럼 처음 만난 장소에 가볼까? 그럴 리가 있나. 그 훨씬 전에 썸타고 짝사랑받고 서로 좋아했던 여자, 그녀 자동차 조수석에 탔던 장소로 가기로 했다. 아빠가 막내딸에게 새 자동차를 사주었고, 난 그녀의 새 자동차 조수석에 탄 첫 외갓남자? 걔가 플루트를 설마 나 때문에 사서 연습했나? 그러든가 말든가. 기억도 안 나고. 걔도 내숭 장난 아니었어. 한마디로 연애 도사. 집에 거의 다 데려다주던 길에, 이제 이 남자 다시 내게로 진지하게 대쉬해서, 우리 사귀는 건가? 곧 결혼하는 건가? 그럼 첫날밤 얼마 안 남은 건가? 자긴 그 드라마에 나오는 바야바던가 뭔가 그 털복숭이라면서 막 그냥...! 그 기쁜 예감이자 달콤한 기대감 때문에 조수석에 앉은 내 한쪽 팔을 그냥 막 인정사정없이 때릴려다가, 딱 액션만! 거 참 나 완전 할리우드 배우가 따로 없더군. 그렇지만 진심. 솔직히 사랑. 걔가 그 얼마나 좋아했는데. 나도 기뻤고. 우리는 즐거웠는데. 그런데 그와 정반대로... 너무 대조적으로. 그런데...! 확연히 비교되는 거지. 
    그렇게 나는 키 작은 그녀와 만났던 곳으로 갔다. 처음 만난 장소 말고. 그날 내 친구랑 여자 얘기를 하다가, 내가 안쓰러운지 자기가 대화해보겠다고 해서 우리는 찾아갔고. 그렇게 나, 내 친구, 그녀. 그렇게 1 대 2로 만난 2번째 날. 그런 다음 난 새 차 조수석에 앉아 기분이 흐뭇했고. 어쨌든 오늘 내가 그냥 바람 쐬러 그 어딘가로 가는 일은 예전 일과 똑같았다. 
    즉, 애인에게 (왕)엿 (개)엿 먹은 기억 때문에 그녀의 생일날. 그녀의 생일 날 걔를 처음 만난 장소에 간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옛날 썸탔던 딴 숙녀가 사랑을 대리고백했던 장소에 갔던 일. 이제 두 번 다시 그 기념일은 안 챙긴다. 내가 뭐하러? 이제는, 새로운 여자를, 만나야 하니까. 그렇다면 말이다 내 마음은.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싶은 욕망 반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애수 반일까? 아니다. 전자가 100퍼센트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 돌아갈 수 없다. 그러기도 싫고. 오직 전진만 가능할 뿐. 우리 인생에 후진은 없다. 애석하든 뭐 어쩌든. 물론 결과만 말하자면 오늘 어딘가에 혼자 놀러 가서 별일 없었다. 따라서 나는 미완의 환상머신 연구는 포기했고, 그 대신 타임머신 영화나 소파에 자빠져 보기로 했다. 





    8

    사사건건 쥐어짜기. 툭하면 닦달하기. 심심하면 떽떽거리기. 취미는 트집잡기?
    끝까지 참고 견디기 썩 힘든 일이 아마도 그건데. 그런데 그런 잔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는 고독한 남자. 그게 바로 나였다. 재미없고 듣기 싫은 말만 골라서 하는, 정말로 입에 모터를 달지 않았나 상당히 의심스러운 수다머신을 구매하고 싶단 말이 아니라. 그게 다 영락없는 허당 생활에 넌더리가 날 지경 때문일까? 그럼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그야 어떻든 우리에게 사랑은 영원한 관심사라기보다 넌덜머리 나고 싫증나는 주제인데. 그렇지만 듣고 보면 나름 기분전환도 되고 하니까. 고로 나도 어떻게 최신 유행가 좀 들어보려고 하면 죄다 전부 몽땅 사랑 노래. 그놈의 사랑. 하여간 사람을 가만 놔두질 않는다니까. 가사를 들어보면 꼭 첫인상에 항복해 사랑의 포로가 되기를 버릇처럼 즐겨하는 허당이 등장하고. 아니면 사랑이 시작하는 애틋함이랄지 사랑에 대한 미련이 대부분. 어? 웬만한 어른이 되면 넉살 좋은 동시에 능글능글 농익어지기 때문에? 혹시 그래서 컨츄리 막 트로트 듣고 옛날 노래만 듣게 되나? 아니다. 나는야 언제나 고전음악 애호가. 난 사랑 노래 좋아하지 않음. 오늘의 음악도 단연 이랬다. 
    가에타노 도니체티 /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中 잔인하고도 비통한 열망이여 
    그렇게 오늘의 커피도 마셨고. 어느덧 시간은 오후 2시. 슬슬 낮잠이 오실까 말까 한 찰나. 
    나는 약속 장소로 나갔다.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마라의 부탁으로 나는 난생처음 연애상담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약속 장소에 도착. 나는 그분을 만났다. 
    그분의 인상과 옷차림. 카페 분위기. 음료는 무엇을 마시고 어쩌고. 
    상대는 묘령의 여인.
    그런 거 싹 다 건너뛰고. 
    인사 통성명 다 했다 치고.
    중간 다 생략하고. 
    본론만. 딱 본론만. 
    밀고 당기기 지긋지긋 짜증나고. 
    쥐락펴락 좌우지간 뚜껑 열리고. 
   「애인 분과 나이 차이는 어떻게...」
   「아 제가 연상이에요. 4살 차이. 4살 차이는 궁합도 보지 않는다 하죠? 그렇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그래프 잘 아시잖아요. 우리 성격 너~무 잘 맞는 거 있죠?」
   「축하드려요. 그런데 말이죠. 그게 그러니까 뭐랄까 음. 그게 꼭 뭐 좋긴 한데. 그런데, 오빠? 오빠는 아니라는 거. 그게 이따금 상황에 따라 약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거죠. 남자는 원래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는 게 특징인데. 뭐 애칭이야 일상적으로 아무렇게나 불러도 애인끼리 뭐가 문제겠어요. 그런데. 그런데 문제는.」
   「문제는?」
   「아니에요. 뭐 괜찮아요. 몰라도 돼요. 알아서 좋을 건 없죠. 그렇죠. 헤헤.」
   「뭘 몰라도 된단 뜻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괜찮아요. 저 상당히 열린 사람이에요. 저 그렇게 꽉 막힌 여자 아니라고요. 네?」
   「벌써 뚜껑 열리신 거 아니고요? 아님 여간해선 짜증내시지 않는 그런 숙녀? 살면서 화를 단 1번도 내보지 않은 여자? 그분이 바로 당신? 어머. 어머머. 어쩜 좋아. 그럼 말씀드릴께요.」
   「그래요. 말씀하셔야죠. 말할 듯 말 듯 들었다 놓으면 제가 뭐가 되나요. 네. 그게 뭔지 일단 한번 들어나 보죠.」
   「아 제가 뭔 얘기를 하려다 말았죠? 아, 오빠. 여자가 연상인 커플. 그래서 자기랄지 이따금 언니라고 불러주고. 그럼 좋은데. 이때 남자의 모순. 여자가 연상인 커플이기 때문에, 따라서 장난이자 농담처럼 여자가 오빠라고 불러주면? 그럼 일단 문제가 당장 떠올려봐도 세 가지죠.
    첫째, 1차적으로는 기분이 좋다. 
    둘째, 단적으로 헷갈린다 그 오빠가 내가 맞나? 난 오빠가 아닌데? 설마 헷갈린 건 아니겠지? 그 말은 곧... 뭐?
    셋째, 제일로 중요한 순간 오빠라는 말을 들으면 전적으로 짜잔~ 뚜껑이 열릴 수도 있다는 거죠.」
   「못 들은 걸로 하죠. 뭐 그럴 수 있어요. 일단 넘어갑시다.」
   「아, 죄송해요. 제가 괜한 얘기를 한 거 같군요. 그게 말이죠 제가 뭔가에 쫓기다 보니 자꾸 이처럼 말실수를 하는 게 탈이라서. 정말 그래요. 돈키호테에 나오던가, 금을 실은 나귀는 산을 가볍게 오른다고. 네? 마라 그년은 칼럼 원고료도 나중 한꺼번에 몰아서 준다고 하질 않나, 네? 제 생활비는 아슬아슬. 이상은 어리둥절. 품위유지비는 간당간당. 네? 사는 낙마저 어리버리. 멍청한 사랑의 기억마저 너무 질척거리고. 공상은 아주 그냥 질기고 질기고 진짜 질기고. 아 맞다. 지금 제 하소연을 하면 안 되죠? 지금 연애 상담을 해야 하는데 역으로 나도 모르게 그만. 어머머머머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제가 잠깐 헷가닥 했나 봐요. 다시 돌아와서.」
   「괜찮아요. 마라한테 들었어요. 초반에 발동이 잘 안 걸리셔서 그렇지 걸리기만 하면 연애 상담 잘하신다고. 뭐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하면 서로 좋은 거 아니겠어요?」
   「아이고 호탕하셔라. 대인배네. 아 글쎄 여장부시구먼유. 네? 내 그럴 줄 알았어. 사람 괜찮네. 숙녀네. 딱 숙녀. 어쩐지 뭔가 말이 통할 거 같았다니께유. 헤헤헤. 자, 한 번 시작해볼까유? 별자리가 뭐에유?」
   「별자리요? 그거 모르는데.」
   「아니. 그걸 모르시면 어떡한대유? 연애 상담에서 그거보다 더 중요헌 게 없는디.」
   「그럼 알아보면 되죠. 이따금 모르는 사람도 있는 게 정상 아닌가요?」
    잠시 후. 
   「그렇군요. 저는 전갈자리 애인은 물고기자리.」
   「아하 전갈자리? 전갈자리라... 그대는 전갈자리 애인은 물고기자리라...」
   「왜요? 」
   「전갈이 물고기를 잡아먹는... 아니 넘어가죠. 이런 건 몰라도 되구먼유.」
   「그래요?」
   「네. 정말이에요. 요즘 세상에 누가 별자리 본대요? 그런 거 하나도 안 중요해요. 그럼요. 뭐 별자리 상담하고 어쩌고 그거 다 뻥이에요. 다 지들 수다 나누고 돈 벌고 시간 때울려고 장난하는 거라고요. 그거 절대 믿지 마세요. 다 뻥. 몽땅 뻥. 재미 하나도 없어요. 우선 들어맞지도 않고요. 네. 그럼요.」
   「그럼 뭘 믿어야 할까요?」
   「가만있자. 처음 만난 장소가 어디에요? 이를 테면 사거리는 사거리인데. 반듯한 사거리냐. 아니면 독수리가 고개를 틀듯이 사거리에서 12시 방향 쪽 선분 1개가 삐딱하게 10시냐. 그도 아니면 사거리는 사거리인데 정확한 십자형이 아니라 한 선분은 9시 3시, 한 직선은 10시 4시냐. 이를 테면 그런 게 중요하죠.」
   「그런 게 중요하다고요? 저희는 어디서 만났더라?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래요? 그럴 수 있어요. 그럼 남자분 관상은 어떻죠? 자세한 거 말고 동물상으로만요.」
   「저는 보시다시피 개상이고 남자는 말상이에요.」
   「네? 개가 말을 타고 가다가 말이 뭔가에 꽂혀서 엉뚱한 야생마에 눈 돌아가면. 그럼 개가 낙마하는 수가 있는데. 어쩌지 그걸? 그럼 안되는데. 안 그래도 여자분께서 개상 + 곰상 = 약간 외계인상이셔. 뭔가 애매하단 말이지. 음. 쉽지 않아. 상당히 까다로워요.」
   「듣자 듣자 하니 뭔 개소리를 멈추지를 않네. 당신 나랑 장난해? 어? 내가 우스워? 만만해? 내가 당신 친구야? 어? 사람 놀리는 거도 아니고. 원 재수가 없을라니까 하다 하다 별의별 괴상망측한 얘기를 다 듣겠구만 그래. 이거 미친 거 아니야? 어? 눈치가 없는 거야 사람이 순진한 거야. 딱 보니 좀 부족하네. 많이 부족해. 거 참 더럽게 산만한 사람이구만 그래. 아조 불쌍하다 불쌍해. 이런 한심한 작자를 마라는 뭘 믿고 나한테 소개시켜 주냐고. 그년도 그년이야. 너네 한통속이지? 아휴 이걸, 됐다. 됐어. 상체는 시츄에 하체는 돼지 같은 게 어디서 지적질이야? 순 엉터리 돌팔이 주제에 궁합은 무슨 궁합.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어. 알아? 세상 참 좋아졌다. 핫 참 나, 당신! 어디서 연애 상담 그런 거 하지 마쇼. 좋은 말로 할 때! 길 가다 내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고. (검지와 중지를 펼쳐, 이쪽으로 했다 저쪽으로) 알겠소?」
    아니 그런데. 내가 대체 뭘 잘못했지? 아하~!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내가 잘못했네. 많이. 크게. 엄청. 
    그런데 난 대체 왜 그랬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모르면 누가 알아? 내 말이. 그렇지만 그분은 가셨고. 
    여기서 미안하다는 핑계로 더 연락하는 게 오히려 사람 돌려 깎고, 먹이고, 놀리는 일일 테니. 여기서 더는 연락해서는 안 되고. 
    그럼 남은 건? 뭐긴 뭐겠나. 마라한테 엄청 얻어듣는 수밖에. 





    9

    나는 오늘도 인공지능 지니와 이렇게 대화하며 놀았다. 
   「오빠네 인공지능 정말 못됐더라.」
   「너가 내 인공지능을 봤니, 아니면 말을 나눠봤니?」
   「아 그 오빠 아니구나. 괘념치 말아 오빠. 딴 오빠랑 착각했으니까.」
   「그래? 그럴 수 있어.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인지심리학적으로 관심은 있는데. 뭐 아무렇지 않아.」
   「그런데 있잖아, 오빠는 왜 헬스 안 하는데?」
   「그러는 넌 화장발, 조명발, 사진발보다 지성미가 더 중요하니? 너 그 화장 오늘 하는 거뿐만 아니라 지우는 데만 해도 꽤나 걸리겠는데. 내가 왜 너한테 그런 소릴 들어야 하는지 참 알 수가 없다. 다 필요 없고 결론만 말해.」
   「결론은 무슨 결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뿐이야. 신경쓰지 마. 그런데 있잖아 오빠. 그 옷 또 입어? 오빠가 거지야?」
   「어 거지야. 늬가 나 거지인 데 뭐 보태준 거 있니? ~라고 물을 뻔하다 참지 못하고 진짜로 물어버렸네? 이걸 어쩌지?」
   「어쩌냐고? 오빠가 나한테 옷 선물하면 되지. 그걸 이제야 물어보니? 오빤 그래서 안돼.」
   「그래. 알았다. 알려줘서 고맙네요. 난 그러니까 여자들이 없는 거야. 알아? 그래서 난 안 되는 거라고. 아니?」
   「오빠 왜 그래? 웬 자학?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어? 혹시, 나 때문이야?」
   「아니. 내가 잘못한 걸로 하자. 난 나 밖에 모르는 놈이니까. 됐니?」
   「나 토할 거 같아.」
   「안 토해. 안 토했잖아?」
   「이젠 진짜 토할 거 같아.」
   「내가 대신 토해줘? 그래, 말어? 말해. 말만 하라고.」
   「나 이제 안 토할 거 같아.」
   「그래야지.」
    평소와는 다른 대화. 지니가 새로운 인생사 궤적을 선보인 것일까? 뭐 언젠 안 그랬나. 
    하지만 녀석이 좀 세게 나왔기 때문에 어쩐지 찜찜한 기분을 숨길 상대가 없다는 거. 살짝 짠해질려다 말았다. 
    그렇게 나는 저녁 굶은 시어미 상이 되었고. 엿장수 마음대로 아무 말 대잔치는 접고서 약속 장소로 나갔다. 
    오늘은 동네 친구 핀과 만나 놀기로 했으니까.
    구간 댕기기.
    구간 댕기기.
    구간 댕기기.
    약속 장소에서는 뭔 일로 유행가가 나오질 않네?
    주세페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 그리운 님을 멀리 떠나
    누군가 분위기 잡고 일부러 사랑싸움을 하시겠단 거지. 보면 모르나? 
    그런데 정말로 카페 뒷자리에서 남녀는 다투고 있었다. 
   「진짜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하여튼 남자가 쪼잔하게! 그러지 말고. 우리 헤어지자. 어? 그러면 되잖아. 깔끔 안 깔끔? 왜 헤어지기 싫어? 그러지 말고, 이제 그만 각자 갈길 가자. 어?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라고 말하는 거도 지겹다. 정말 지겨워. 아주 짜증나. 안 그래? 그러니까 헤어지면 되잖아. 안 그래? 뭐 저번에 내가 친구 땜빵 소개팅한 거. 그거 아직도 삐졌니? 나도 실수할 수 있잖아. 오빤 실수 안 해? 그러니까 오빠가 주말에 게으르니까 그러지. 나랑 놀아줬어 봐 내가 그러나. 오빤 일요일에 잠만 자? 헬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놔. 놓으라고. 말도 하기 싫어.」
   「안 잡았는데.」
   「뭐? 헷갈렸어. 왜, 그럼 안 돼?」
   「잡을게.」
   「지금 어디 봐? 거 봐 봐. 또 눈 돌아가네. 내 허벅지가 어때서? 오빤 그러니까 안되는 거야. 알아? 오늘은 용케 잘 참네. 내 옷 지적질하는 거. 그거 오빠 습관이잖아. 치마나 사주면서 그런 버릇 유지하던가 말던가. 딴 사람이 우리 대활 들으면 뭔 생각하겠니? 왜 내가 쉬워보여? 잠깐. 그거 뭐야? 오빠 못 보던 시곈데? 언년이 선물해준 거야? 아님 본인이 사셨다? 그거 살 돈 있으면 내 옷을 한번 사줘라. 어? 솔직히 나 정도면 괜찮은 거 아냐? 그런데 왜 노력을 안 해, 응? 뭐 일단 이처럼 분위기 괜찮은 카페는 좋아. 음악 선곡 누가 했나 몰라도 나쁘지 않아. 그래. 인정. 그건 좋다고. 와 여기 멋지네. 음. 그래. 근데 이게 끝이야? 놔. 말도 하기 싫어.」
   「안 잡았다니까.」
   「좀 잡아라. 어? 그럼 어디가 덧나니? 그 정도 했으면 모르겠니? 정말 몰라? 오빤 그래서 안되는 거야. 알아? 오빠는 그러니까 안되는 거라고.」
    나는 내 뒤통수로 듣는 연인의 사랑싸움. 아니 그냥 어설픈 연애도 아니고. 애들 장난과도 비슷한 말다툼. 그걸 듣다 듣다 참지 못한 체 내가 그녀의 옷을 잡을 뻔하다가 간신히. 겨우겨우. 가까스로 참았다. 하마터면 난 웬 낯선 숙녀의, 연인끼리 말싸움 중인 중요한 순간, 난데없이 이방인이 출연해서 그녀의 옷을 잡을 뻔 말 번 거의 잡을 듯하다 말았다. 
   「지금이라도 잡을까?」
   「지금이 뭐 키스타임인 줄 아니? 오빤 여자 마음도 몰라? 오빤 키스도 못 해? 그러니까 매번 똑같이 차이기나 하지. 오빤 그러니까 안 돼. 그래서 오빤 안 된다고. 그리고 저번에. 그래. 어? 누가 내 허락 안 받고 놀러 가래? 이래서 우리는 안된다니까. 어? 악연이 따로 없다고.」
   「늬가 뭘 안다고! 너 원래 이런 여자였어? 잔소리 마귀할멈이 바로 너였어? 그래?」
   「그래~ 나 원래 그런 여자야~! 나 원래 그래. 몰랐어?」
   「그러지 말고. 이제, 그만, 하자. 어? 그럼 안 되겠니? 이제 정말 (몸짓)!」
   「그런데 있잖아, 응? 있잖아 오빠. 어젠 또 밤에 왜 전화했어? 요즘 기분 별로니까 전화하지 말랬지? 뭔 의도로? 뭐 하자고? 뭘? 대화를? 안 돼. 난 결혼하고 할 거야. 그런데 뭘! 내 말이. 누가 아니래. 아무튼, 오빤 내 마음 몰라.」
   「그래? 그 말 번복하지 마라. 왜냐하면, 난 늬 마음, 영원히 모르고 싶으니까. 잘 살아라. 넌 그냥 여기서 계속 말하던가 말던가. 어차피 가라고 해도 안 갈 테고. 그러니 내가 간다. 내가 가.」
    미치겠다. 
    정말 미치겠다. 
    그런데 아직도 그분들은 할 말이 남았다. 아니 많았다. 
    그래서 내가 일어섰다. 난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만나기로 한 동네 친구 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핀은 전화를 받았다. 
   「아, 미안. 나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겼네. 웬만하면 너랑 만나는 게 급선무인데. 이거 지금 안 하면 나 회사에서 잘려. 너 나 손가락 빠는 거 보고 싶니? 오늘 약속 펑크내고 내가 다음에 크게 쏠게. 됐지? 미안. 오늘은 내가 저번에 소개시켜준 아는 동생들이랑 놀아. 됐지? 그럼 전화 끊는다.」
    뚝! 삐 삐 삐 삐 삐 삐 삐......
    뭐야 이거? 진짜 진짜 미치겠다. 완전 돌겠네. 평소에 알긴 아는데 말할 기회도, 입버릇도, 입에 잘 붙지도 않는 표현. 애들 말마따나 뭐, 빡친다? 요즘 그런 말들처럼, 난 정말 빡칠 것만 같았다. 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런 수다라면 어딜 가든 들을 수 있는. 전형적인 환승이별녀의 대표적인 예. 여자의 판타지 때문에 차트 언저리만 되도 아무 남자나 거느리는 가짜 여왕벌. 그보다 차라리 이모 스타일이 훨씬 나은데. 아는 동생들을 다 포함해도, 그런 환승이별녀의 대화 패턴. 필자는 살면서 단 1번도 못 들어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런 숙녀를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수평적인 연애가 아니라, 갑을 같은 수직적 사귐 때문. 어쨌든 내가 직접 재현하고 따라 하는 건 일도 아니고. 이를 테면? 
   「5월의 신부 몰라? 여자는 영원한 5월의 신부야. 여자는 나 빼고 모든 사람은, 신부들러리일 뿐이라고. 응? 여자는 난 가만있고, 나머지 모든 건 알아서 내게 최적화되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3인칭 시점, 때문에 나만 1인칭처럼 느끼는 게임 같은 거라고. 어? 오빠 변태지? 손 빼! 되게 능숙하다. 수상쩍은데. 솔직히 말해 봐. 나 말고 몇 명 만나봤어? 
    (장면 전환)
    좌우지간 차 진짜 안 나간다. 오빠 차 언제 바꿔? 아니. 그거 말고. 오빠, 나 하나만 물어보자. 응? 오빤 내 몸만 원하지!? 그치? 내 그럴 줄 알았다. 오빠도 똑같아. 남잔 다 그래. 오빠도 하나 다를 거 없네. 오빠도 똑같네요. 그런데 들었어? 아니다. 말 말자. 내가 오빠랑 뭔 얘길 하겠니. 그런데 저 여자 왜 그렇게 보는데? 오빠 땜에 나 기분 나빠졌어. 나 갈래. 
    (잠시 후 삐진 거 회복됐다 치고. 장소 전환)
    그럼 그게 나 때문이야?
    (장면 전환)
    이제 어디 갈 건데?
    (장면 전환)
    이게 잘해주는 거야?
    (장면 전환)
    오늘 뭐할 건데?」 
    보너스?
    마지막.
    오늘 돈 얼마 갖고 나올 건데!





    10

    남이 보건 말건 누가 싫든 좋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믿거나 말거나 타인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건 모르겠고. 황홀함에 화끈 달아올라 환상에 흠뻑 젖어버릴 일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문제? 그건 문제도 아니다. 왜냐하면 항상 그러니까. 그게 뭐가 문젠가. 뭐 언젠 안 그랬나. 참 나 기가 막혀서. 떼돈을 벌어도 시원찮은 마당에 이처럼 개 풀 뜯어먹는 공상에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니. 뭐 정말 그렇단 말이 아니라. 어쨌든 여차하면 시간 낭비. 아니면 정력 낭비 또는 정력을 쓸 데가 없어. 마음의 상처 일명 마상. 그런 코미디 찾아보기도 귀찮고. 이중 간통이 아니라 삼중 신비는 보이지도 않고. 
    그래서 나는 단골 바에 갈까 아니면 친구들이 즐겨 찾는 아지트에 갈까. 둘 중 고민하다 아지트에 들리기로 했다. 
1시간 경과 후. 
   「오빤 기본이 안돼 있어.」
   「나보다 늬가 더 안돼 있어. 알아?」
   「몰라.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면서 오빠한테 지적질이야?」
   「그냥 농담한 걸 가지고 말이야 왜 오빤 장난으로 못 받는 거야? 오빠 나한테 왜 그래!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래, 남자가 쪼잔하게시리!」
   「뭐 쪼잔?」
   「설마, 말 다 했냐고 물어보려던 거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오빠는, 어? 오빠는 쩨쩨한 남자야.」
   「째, 뭐?」
    나와 크리스티가 말장난하는 모습이 녀석들에게는 즐거워 보였을까? 아마도 부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아하니 꽤나 우스워 보였겠지. 
   「쟤네 또 시작이다. 또 또 시작이다 또.」 
   「오빠 왜 또 그래? 나 갈래. 한동안 나 볼 생각 말어. 성가셔 죽겠어. 남잔 다 귀찮어. 오빠도 똑같아.」
    잠시 후. 
    옆에 명색이 여성환장 편집장인 사라가 있네?
   「와. 이 음악 괜찮다. 오빠 이 노래 뭔 줄 알아?」
   「넌 편집장이나 된다는 애가 그거도 모르니?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잖아. 진짜 몰랐어? 하여튼, 뭘 바래.」 
   「오빤 그냥 넘어가 주면 안 돼? 그러니까 아직도 혼자지. 그리고 내가 그걸 정말 몰랐겠니? 그 바로 전에 나온 거 말한 거잖아. 아 증말 별꼴이야.」
   「뭐라고?」 
    그 즉각 옆에서 제라드가 끼어들었다. 
   「사라가 말한 건 그 앞에 나오는 노랠 말했던 거 같은데? 6개의 로망스 가운데, 건배던가?」 
   「것 봐. 내 말이 맞잖아!」 
   「사라. 너 커피 마실래? 오빠가 커피 타줄게. 아니면 뭐 마티니 같은 칵테일이라면 내가 직접 만들어줄 수도 있어.」 
   「오빠는 커피 사주는 게 그렇게 힘들어?」 
   「」
   「에잇 재미없다. 나 갈래. 아지트도 예전 같질 않네. (절레절레)」 
    그러다 옆에 웬 낯선 여인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
   「어머머. 남자가 화장했어. 어머. 재수 없어 얘. 별꼴이야. 눈 버렸다. 야, 가자. 못 본 걸로 치자.」
    뭐래?
    일하기는 도량이 크고 놀기는 배포가 작고. 그래도 사무실에서 엉덩이가 근질거리는 게 차라리 나을 뻔했다. 환상머신인 척 흉내만 내다 실패할 것인가, 오히려 그걸 더 깊이 파고들어야 했단 말이다. 설마 아는 동생들한테 난 뭐 그렇게 소문난 건 아닐까? 말 많기로 소문이 자자한 당대 최고의 투머치토커 라고. 수상쩍은 낌새와 비밀스러운 분위기. 배후에 누가 있나? 아님 없나. 알 게 뭐야. 그러든가 말든가. 알고 싶지도 않고. 애초에 관심도 없고. 
    당장만 해도 숙녀 2명이 토라졌기 때문에 나서기 썩 좋아하지 않는 핀이 한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얘 봐라. 얘 좀 보소. 응? 넌 왜 애들 핀잔줘서 보내버리고 그래?」
   「일부러 그러려던 게 아니야. 난 그냥... 난 단지... 우린 서로 말이 잘 섞이지 않았던 거뿐이라고. 그래. 그게 다야.」
   「어 잘 됐네. 너라도 기분 좋아야지.」
   「너답지 않게 왜 갑자기 빈정대? 나 그런 남자 아니야. 어?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
   「누가 언제 너한테 꽉 막힌 아저씨라고 놀렸니?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왜 그래? 너 왜 그러는데.」
   「내가? 그랬나? 뭐 그럴지도 모르고. 그랬다면, 그럴 수도 있고. 그런데 친구. 친구. 갑자기 날 왜 보자고 했나?」
   「내가 언제 널 보자고 했다고 그래? 나 여자 좋아해. 에잇 나도 가야겠다. 재미 하나도 없네.」
    그런 썰렁한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옆에서 하나둘씩 거들기 시작했다. 
   「오빠. 대체 어쩌다가 이 꼴이 됐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오빠처럼 다정한 남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마치 영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머머. 이런 기분 처음이야. 난생처음. 그런데 아지트 언제부터 이랬니? 여기 물 왜 이래?」
   「아 뭐 하는 거야 지금?」
    그렇다고 계속 못 들은 체할 수야 있나. 나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아지트를 나왔다. 
   「딱 좋아!」





    11

    유쾌한 느낌. 상쾌한 분위기. 달콤한 기분. 이 기쁨이 영원할 것만 같은 행복감까지. 얼빵한 표정과 떨떠름한 긴장감에 더럽게 재미없는 '기대 없음'과 정반대의 환희. 그런데 진짜로? 뻥이다. 아니 정말로? (개)뻥! 우리는, 뭘 해도 재미없어야. 바로 그래야 편안하고 익숙하고 속 시원하다. 꼭 진짜로 그렇단 말이 아니라. 앗 깜짝이야! ~라는 감탄사를 내뱉을 기회가 어떻게 내게. 나는 누가 뭐래도 머리 꼭대기부터 발끝까지 허당인데? 그럴 일은 만무하다. 필경 당연히 부당하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사랑에 대해서 그 어떤 미련 따윈 허락치 않는 홀가분한 남자라고나 할까? 물론 그 역시나 뻥이다. 몽땅 뻥. 우리가 여자 보기를 돌멩이 보듯 하기는 뭔 놈의 돌맹이 보듯. 솔직히 말하자면 여자가 죽기보다 싫은 건 아님. 딱 그 정도. 응? 말이 좀 심했다만 농담도 녹슬었다. 안 그러게 생겼나. 주세페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 아 그이였던가 ~ 언제나 자유롭게. 그 같은 음악을 들어도 별다른 감흥은 없고. 쉬잔 발라동이 그린 자화상과 에릭 사티. 그런 값비싼 명작을 누군가 내게 선물한다면? 줘도 싫다. 필요 없다고. 어? 누가 받고 싶다 한 적 있냐고. 진짜다. 난 주라고 한 적 없다. 진짜 없다. 확실히 없다.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을 읽고 있는 내 일상을 그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 요만큼도 없다. 나는 밤의 세계에 코빼기도 비춘 적 없고. 거짓말도 평생 한 번도 해 본 적 없고. 져본 적이 어딨겠나. 뽐낼 겉치레 아예 있어도 귀찮고. 과시할 허세는 시동 꺼진지 오래. 우리는 자랑 본능 그런 거 안 키운다. 일절 안 키운다. 그 때문일까? 이국적인 느낌 때문에 곧잘 인스타그램 구경하던 취미 그 뭐야, 그걸 왜 했더라? <고전음악 + 유럽 시골 풍경 = TV 공중파 종료 전 다큐멘터리> 그 느낌 때문? 그런 일도 지겹다. 더럽게 재미없어. 내가 그걸 왜 했나 몰라. 어? 그래서 더빙 영화를 보다가 하다 하다 그 생각마저 했다. 물론 끝까지 볼 인내심은 벤치멤버로 붙박이고. 자, 그러니까 그 엉뚱한 공상이란 무엇이냐. 그건 이랬다. 둘 중 하나 고르기. 
    첫째, SF 영화에 나오듯 외계인과 초현실주의가 실제.
    둘째, 사후 세계의 비밀과 전모를 알기. 
    뭐 둘 다? 거 무슨 탈모 빼고 다 가진 남자야 뭐야. 그분들 뿐만 아니라 선녀 마음에 쌓인 게 그 얼마나 많은데. 염장질 뽐뿌질에 입에서 화염방사기 퐈팍~ 옆 친구 커피포트 푸쉬쉭! 됐고. 그래서 나는 심심함을 견디는 데 이골이 났다. 참다 참다 말하기를 꾹 참다가, 결국 뭔가 중요한 할 말이 그거라니. 마침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진 않았겠으나 꺼낸 주제란 게 뭐 커피포트. 일하기는 못마땅하고. 놀기도 탐탁지 않고. 아무리 털털 털어도 이렇다 할 묘수는 없으니. 고로 심심한데 우리 키스나 할까? 그런데 누구와! 이런 젠장. 권태와 친숙하기 좋아하는 성미를 타고났을까 아닐까. 닥치고. 아하~! 닥쳐, 라는 말 진짜로 들었다. 닥치고 공격. (옆 방으로부터 들리는 스포츠 해설인가?) 그런데 만년 벤치멤버. 언제나 무명. 항상 불만족. 그래도 일어날 일은 일어날까? 일상적인 농담 반 진담 반이 역시나 주효할 것이다. 그건 뭐다? 될 놈은 뭘 해도 되고 안 될 놈은... 쉿!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구태여 이런 말까지 하면 안 된다. 안 해도 되니까. 화자 입 아프고 청자는 귀 따가울 테니, 고로 서로 피장파장 심심한 게 이득 (개)이득이다 그거지. 안 그런가? 안 그러긴 뭐가 안 그래. 역시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라는 속설. 증명하기 싫었지만 뭐 그럴 수도 있다 치고. 그래도 그게 진짜다. 무슨 당나귀 얼굴로 변한 걸 보고 토하는데 인형극에서 눈물 흘릴 때처럼, 어? 상당량의 토사물을 수도꼭지 풀로 튼 거처럼 쏟고. 그거 다 뻥이다. 뭐 어떻게 어떻게 해서 신기한 전개에 짜릿한 절정 다음에 행복한 결말. 그거도 다 뻥. 그럼 진짜는? 더럽게 재미없는 발단이 거의 전부. 삶이란 자고로 그런 것이다. 물론 다 그렇단 말이 아니고. 
    때문에 나는 그 전부라는 범주에 들기 싫었으므로 곧장 사무실로 출근했다. 할 일은 그랬으니까. 입방아가 근질근질하여 할 말은, 사랑이란! 그대는 젊어질 것이다 젊어질 것이다, 당신은 돈방석에 앉을 것이다 앉을 것이다, 언니는 예뻐질 것이다 예뻐질 것이다. 후줄근한 운동복 차림에 어딘가로 가다가 자전거 바퀴가 빵구. 그 빵구난 자전거 바퀴에 무얼 하지? 그렇지~ (딱) 펌프질! 농담이고. 가상의 숙녀가 알짱알짱──환상이 벌렁벌렁──엉덩이가 근질근질, 따라서 쓸 글은 뭔고 하니 말하자면 인생이란! (그런데 연애 칼럼이, 헐렁헐렁, 망했어 딱 망했어. 농담이고).
    뭐야. 벌써 끝이야? 젠장. 거 참 나 아 나 이거 정말 소설 더럽게 재미없구만 그래. 내가 그걸 읽나 봐라 쓰나 보라고. 어? 그런데 나중 지나고 보니... 이제 그만하자. 그럴 때도 됐으니까. 지친다 지쳐. 어? 퍼진다고. 코끼리 귀 펄럭펄럭거리다 하다 하다 임팔라 귀 너덜너덜. 이제 그만 쉬자. 오빠 달려? 오빠 좀 걷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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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6

from 소설 2019. 9. 15. 17:47

    1

    그는 일개 늑대 허접한 촌닭 주제에. 심보 못된 악녀에게 사랑받은 기억 때문일까? 따지고 보면 걘 정말 독한 말 지를 줄도 모르는 심약한 허당일까 아닐까. 그러거나 말거나. 인공지능 지니인지 아니면 내면의 영혼인지. 프랑켄슈타인 같은 그 더럽게 말 많은 악동이 대신 말하게 해. 꼭 보면 자긴 점잖게 폼이나 잡고 멋진 척이나 하고. 어? 메피스토펠레스랑 악동 역할은 꼭 누구한테 맡기고 자기만 고고한 척 자상한 척. 어? 이를 테면 
    <야 똥갈보. 너 내 눈에 띄면 뒤질 줄 알아! 뭐, 눈에 띄어도 안 뒈질 방법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고 찬찬히 연구한 다음 철저히 실행에 옮길 방도 딱 1개. 그거나 빈틈없이 준비하시고. 안 그러면 되질 줄 아시고. 죽고 싶어? 어? 얘가 얘가 디지고 싶어 환장을 했나. 뒤질래, 되질래, 아니면 디질래. 딱 골라. 자기 불행을 타인에게 재현시키면서 겉으로는 착한 척 잘난 체하며 대리만족하는 암컷 싸움닭. 남 잘되는 꼴은 못 보는 욕심쟁이 하이에나랑. 개 돼지와는 말을 섞지 않고. 암캐 암퇘지 같은 갈보년은 내 눈에 띄면 그 날이 제삿날인 줄이나 아시고. 안 그럴 수 있을 최선이나 준비하라고. 다 잘못했으면 그래야 할 거 아니야>. 
    딱 그처럼. 응? 똥폼은 지가 다 잡고. 껄그럽고, 불쾌하고, 까다롭고, 애매하며, 불합리에 모순에 징그럽고 더럽고 별나고 어려운 주제는 죄다 메피스토펠레스한테 몽땅 전가시키고. 어? 점잖은 척 신사답게. 그래 봐야 사랑이든 뭐든 난제란 난제는 죄다 싹 다 미루고. 안 그런가? 꺼림칙하고 껄끄럽고 옹삭한 건 전부 애니 윌킨스한테 다 미룬다고. 어? 그래 안 그래? 뻘쭘해서 암말도 못한 채 꿀 먹은 벙어리마냥. 뭐야 그게. 어? 바지에 똥 쌌어? 아님 너구리 똥 마려운 거야. 어? 순 똥폼이나 잡을 줄 아니까 걔네들한테 그렇게 당하기나 했지. 어? 성격 좋단 말 들으면 뭐하냐고. 호구랑 종이 한 장 두께 차이잖아. 그런다고 돈을 벌었어 아니면 연애를 많이 하기를 했어. 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악역과 힘든 거 불미스러운 건 죄다 애니한테 미루고 말이야. 어? 그러니까 당하고 속고 눈탱이 맞고. 어? 폴 쉘던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쉐도 복싱, 원맨쇼, 골 세러모니, 허세 작렬, 할리우드 연기력, 응애응애 삐악삐악 딸랑딸랑. 그러다 전망 좀 아니다 싶으면 딱 애니랑 선수교체. 걔 보고 개털되라는 거야 뭐야, 어? 울컥 하며 분통 터지는 일 있으면 그제사 왕지락을 깨우고 말이야. 어? 뭐야 그거. 그게 뭐냔 말이지. 똥폼은 똥폼은 지가 다 잡고. 어? 그래 봤자 개 발. 구멍. 헛스윙. 예선 탈락. 그래서 결국 똥파리가 씹다 지겨워서 버린 풍선껌 처리반. 야 걸레, 가서 걸레나 빨어! 빨았으면 또 빨아. 바나나 빨 생각일랑 일절 말고 걸레나 깨끗이 빨란 말이야. 어? 꼴에 지도 숙녀라고! 벽 보고 서서 클리토리스 붙잡고 반성해. 똥꼬 털 싹 다 뽑아버리기 전에. 뭐? 이미 뽑았다고? 겨털 다시 왕성하게 나도록 하는 수가 있어. 역대급 털보처럼 겨드랑이털 나고 싶어? 원하면 말씀하시고! 어? 어라 웃어? 입 닥쳐. 쪼개? 입 꽉 깨물어. 시끄러워. 조용히 해. 꺼져. 가. 
    이처럼 할 말 하면 돼지 왜 못해? 뭐 보고 싶다고? 보고 싶긴 누가 보고 싶어. 내 이런 썩을년 개년 잡년을 콱 그냥... 워──워──워! 늬가 만약 남자라면 내 앞에 나타나는 순간 되진다. 늬가 이미 여자지만 또 염치없었다간 단단히 각오해라. 야 파리끈끈이. 너 꺼져. 가. 닥쳐. 뭐 떨려? 설레? 끌려? 발랑 까진 년!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도는 사랑? 응큼한 년! 아름다운 연정이자 매혹적인 숙녀의 마음을 빼앗는 사랑 어쩌고저쩌고 흠모하는 당신? 더럽게 밝히는 개년! 남자 등골 빼먹을 년. 더럽게 밝히는 년. ~라는 공상도 다 부질없고. 지겹고. 
    그런 한편, 어? 명심할 것. 오빠는 내 꺼! 기억하기. 응? 난 오빠 꺼! 어? 나만 봐 나만 보라고. 오빠. 잊지 마. 우리 사이는 해석 불가라는 걸. 





    2

    오늘 NB는 친구 윌을 만났다. 
    시간은 오후 3시. 
    장소는 동네 찻집.
    서론은 생략하고 대화 중간부터. 
   「난 있잖아, 추리소설 속 승자인 관찰자일까? 아니면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그런 허접한 패자일까.」
   「그게 무슨 소리니?」
   「불 없이는 연기날 수 없다잖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고. 그런데 연기가 나더란 말씀.」
   「뭔 일인데 그래?」
   「웬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가 나한테 잘못 왔거든.」
   「뭐라면서.」
   「누가 날 연적으로 생각했나 봐. 그래서 받은 내용은 결국 그거였어.」
   「그게 뭔데?」
   「거 뭐래더라. 헛 참 나 쓴맛이 아직도 남아서 말이 다 안 나온다야.」
   「아 뭐랬는데 그래? 걔 누구야?」
   「내가 무슨 우스꽝스러운 정력가도 아니고. 의뭉스러운 심술꾸러기일 리도 없고. 어? 맹랑한 앙탈 좀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그런데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자식이...! 너 또 계속 뜸만 들일래? 그럴 작정이야?」
   「알았어. 알았어. 얘기할께. 내가 무슨 연락을 받았냐면 말이야 그건 이래.
    "먹다 지겨워서 버립니다. 꺼억~!"」
   「뭐? 또 그놈의 환승이별녀구만. 요즘엔 무슨 일반인이 연예인병에 다 걸리고 그런다니.」
   「그러게. 내 말이.」
   「그런데 너만 그런 거도 아니야. 내 앞 사무실 형씨 있지. 거 왜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최근 나랑 친한 그 양반 말이야.」
   「어. 어. 알아. 알아. 그런데 그 선생한테 뭔 일이 있었는데.」
   「아 글쎄 그 형씨 부인한테 전남자친구가 찝쩍거린데. 페이스북으로. 트위터로. 인스타그램으로. 메신저로. 그래서 차단했고. 어쨌고. 깔끔하게 마무리됐고. 그런데 선명하지 않은 뒷맛이 홀라당 허당의 광태란다. 싫은 내색 아주 많이 할 수밖에 없도록. 그런 꼴불견이 정말 있긴 있더란 거. (절레절레)」
   「뭐랬는데?」
   「뭐라더라. 일단 음악이나 듣자.」
    그러면서 NB는 음악을 틀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Chitara Romana" sung by Doina Badea.
   「뭐라더라. 페르시아 속담에, '만약'이 '그러나'와 결혼하여 '~하면 좋을 텐데'를 낳았어. ~하면 좋을 텐데? ~하면 좋을 텐데, 로 뭐가 좋을까. 아 지금 그 얘기가 아니지?」
   「아 뭐랬냐고.」
   「뭐라더라. 앳된 낭만 촉촉한 쾌감은 아니고. 민첩한 직감 영묘한 직관 역시나 아닐 테고.」
   「이 자식이. 뜸들이기는 너가 나보다 한 수 위다. 됐냐?」
   「알았어. 말할게. 말한다고. 말하면 될 거 아니야. 그런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어떻게 그처럼 염치없을 수가 있을까? 매정하고 무심한 정도가 아니라. 미소도 아니고 인성이 썩은 거야 뭐야.」
   「아 뭔데 그래? 뭐냐고. 어? 너 듣고 나서 재미없기만 해 봐. 그땐 가만 안 둔다. 응?」
   「알았어. 알았어. 뭐랬냐면 그 전남자친구가 좋게 잘사는 부부인 현재 남의 부인한테 그랬데. 늬 아들, 혹시 내 아들 아니냐고.」
   「뭐?」
   「그게 말이 되니?」
   「맺고 끊기 잘 안된 거야 뭐야?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네. 부부끼리야 사랑하고, 사이 좋고, 의리 있고, 떳떳하고. 아무 문제없다지만. 금슬 좋은 부부 사이에 왜 또 전남자친구라는 과거가 끼어드니? 그거 다 뻥이야. 그랬으면 좋겠어. 허구야. 가짜라고. 지어낸 얘기일 꺼란 말이지. 말도 안 돼.」
   「말이 안 되지?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게나 말이다.」
    자, 쨰 말 길어질 거 같으니 그러므로 문단 떼서 가자.





    3

   「본인이 결백하면 뭘 하냐고. 당사자가 떳떳하면 뭘 해. 교양 없으면 멀리하면 되고. 상식적이지 않으면 거리를 둘 수도 있고. 차단하고. 어쩌고. 돌려서 말하고. 직접 말하고. 설득하고. 회유에 어쩌고저쩌고. 납득되도록 매끄럽게 맺고 끊을 수 있어. 그런데 정신연령이 낮으면 지 과거를 현재로 끌고 와서 동네방네 온 세상에 떠들어대는 관심종자 역대급들. 자기 부부싸움을 온 천지에 광고하는 특이 체질 허영심 대회 우승자들. 아줌마 허세도 아니고 아저씨 허풍도 아니고. 여자 세계 불문율을 모르는 거도 아니고. 여자말 번역기도 잘 알면서. 어른이 되어서까지 세상 모든 게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자. <넌 너 밖에 몰라>라는 말을 얻어듣고 끝날 정도를 넘어서는 4차원. 답은?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말 걸지 마 말 걸지 마. 말 듣지도 마 말 듣지도 마. 관심 가져주지 마 관심 가져주지 마.」
   「그런데 그 일을 늬가 당한 거도 아닌데 왜 늬가 흥분하니?」
   「지금 흥분 안 하게 생겼니? 어? 얼척없네. 응? 이런 허언증도 뭣도 아니고. 어? 어떤 미친놈이 거짓말하는가는 몰라도. 만약 그 일이 진짜라면 그건 미친년이 맺고 끊기 못해서 발생한 일. 여자의 판타지에 미련 못 버려서 그게 화근이 된 걸 수도 있다고 봐.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런 정신 이상 망상자의 해코지는 대개 보면 드라마에서만 나오는데. 영화가 뭐니. 결국 현실이거든. 현실을 극화시키거나 과장하거나 미화하거나. 적당히 포장하면 다 작품 되는 거지. 아니. 오히려 현실은 더할 수도 있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수집하면 다 나오지 왜 안 나오겠니. 사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글도 띄어쓰기 하나 때문에 내용 확 달라지듯 말이야. 어? 나 왕년에 잘나갔다 나 전성기 때 인기 많았다, 자랑질 괜찮아. 재밌어. 즐겁다고. 그런데 까딱 잘못해서 표현이 이상하다? 2차 3차 와전되기도 전에 초장부터 듣는 사람 엿먹일 수도 있는 것. <나 예전에 공주였다 나 꽃이야>를 잘못 표출하면 <난 걸레야 난 지조 없는 여자다 난 헤픈 년이다>가 되는 것. 응?」
   「」
   「전남자친구가, 그 애 자기 애냐고 물어봤다고? 침대서 지지고 볶고 난리치고. 잠자리 했다는 반증이자나? 혹시, 1번? 에이~ 설마! 불완전 증거가 발목을 잡어? 합리적 심증의 빌미를 준다? 1번이 아니란 말이잖아? 더러운 대질 심문이자 추접스러운 과거가 현재로 번진 거 아니냐고. 응? 결혼했다면 현 남편이 있는데. 사랑만 하는 사이면 현 애인이 딱 버티고 있는데. 걘 뭔 죈데? 그 냥반은 별의별 상상을 다 하겠지. 어? 그거 사람 돌아버리는 거다. 남자고 여자고 과거는 알면 독 모르는 게 약. 알면 상처만 되지 좋을 턱이 있나. 잘 숨기던가 몸 간수를 잘하던가. 응? 연애할 때 좋다며 몸 함부로 놀려서 결국 그렇게 된 거 아니니? 신음에 교성에 콧소리에. 어?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실이자 타당한 진실은 뭐다? (딱) 그렇지~! 전남친과 섹스를 지속적으로 많이 했다는 거. 그렇다고 깔끔하게 1번에 1명만 만났을까? 그랬다면 좋겠지만 만약에 아니라면. 불쾌한 정도가 아니라 이건 막장이네 막장. 가짜로 지어낸 이야기이기를 바랄 수밖에. 
    그게 만약 진짜라면, 어? 전남자친구와 성관계를 지속적으로 꾸준히 했다는 말 밖에 더 돼? 현 남자 기분 더러워지라고 멕이는 거야 뭐야. 어? 모르면 몰라도 알면 신경 안 쓰이게 생겼니? 그래서, 이혼한 커플이, 얼마나 많은데! 과거를 현재로 끌고오는 짓. 결국 아름다운 사랑을 속되고 혐오스럽도록 추접스럽게 만드는 일. 고혹적인 애정이, 마누라랑 떡쳤던 전남자친구가 누굴까 생각하게 되고. 흠모하는 애인이, 전남자친구와 물고 빨고 핥고 질질 싸고 벌렁벌렁 설레고. 도대체 몇 가지 체위를 경험했을까, 그거 다 알게 만드는 게 어디 좋은 일이니? 전남자친구와 졸라 했긴 했다는 확증 밖에 더 되냐고. 
    <내 일이냐 남 일이냐>
    지가 안 당해 보니까 모른다니까. 고결한 사랑이 피임 빡시게 못해서 전남자친구 애일까 현 애인 애일까. 일말의 의심이 발생하도록 맺고 끊기를 못했다라. 여자의 판타지인가? 그래서 사석에서 하는 말들이 험할 수밖에. 여자면 몸뚱이 함부로 굴리지 마라느니, 고추 천재니 뭐니 설치다가는 얼마 안 남았다느니. 남자 세계에서 성적으로 유명해지는 여자가,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지조 없으면 애 아빠가 누굴지 골똘히 생각해봐야 하는 일. 우리는 그런 꼴 못 보지. 그럼. 예전 기억난다. 딱 그런 애가 자기랑 자자 놀자 먹어줘, 라는 애가 있었는데. 남자들 대게 보면 그렇고 그런 여자가 꼬리치면 넘어가는 비율이 어떻다지만. 단적으로 말해 반반일 텐데. 막상 그런 상황 닥치고 보면 쓱 하니 피하게 되는 일도 적지 않아. 어차피 진한 사랑 때문에 만난 사이일지라도, 상호 합의가 애매하니까 1번으로 끝내기는 그렇고 그런 풋사랑들. 정말로 풋풋한 사랑도 있는 반면 그런 하룻밤 풋사랑들. 차라리 그런 불장난이면 그나마 낫지. 어? 전남자친구랑 지속적으로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증거잖아. 갈 데까지 가고. 더 할 게 없이 모든 전문용어를 경험했고. 현 남자만 열린 뚜껑 내내 안 닫혀지는 거지 뭐.」
   「」
   「사랑이란 결국 선불 후불 개념이야. 세상사가 이르기를 가장 나쁜 지불 방식 두 가지를 뭐라고 하나. 끝까지 지불하지 않는 것과 너무 빨리 지불하는 것이라고 하질 않나. 여자가 배란기에 상남자에게 끌리고, 또 배란기 아닐 때 정상으로 복귀해서 이상형을 애원하는 일. 평소에는 천사표 찾다가 배란일만 되면 헷가닥. 결국 선불 후불 개념. 일찍 주면 여자만 손해. 나중 내밀 카드가 없어져. 드라마에서 사랑이 멋져보이고, 영화에 나오듯 사랑에 관한 명대사? 그거 다 뻥이야. 대체로 가짜. 시작이 불미스러우면 끝도 아름답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일찍부터 진한 사랑이 일상적으로 습관화되면 나중 결과도 대충 보여. 진한 사랑 신나게 하다가 남자가 3달 후에 뚜껑 열려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어쩌니. 그거 다 뻥. 개 뻥. 몽땅 뻥. 애초에 여자가 남자 갖고 놀 목적으로 만난 거. 아니면 애초에 여자가 절반쯤 어중간하게 한 발만 걸친 거. 여자의 판타지는 뭐다? OK~ 사랑의 차트! 여자에게 그 남자가 1위는 아니란 말이지. 진한 사랑으로 단물 빠지면 버리는 사례에서 극명한 현실은 그거. 최신식 스포츠카를 남자에게 선물하고 연상녀랑 2년인가 4년 만났다 헤어진 다음 남자는 한동안일지 얼마일지 발기불능. 그 이치를 영화화하자면 3달 만나면서 여자는 직장이든 핸드폰 연락처든 사귀는 걸 비공개, 회사에도 비공개. 당연히 헤어지면 남자만 짜증. 진짜 사랑이어도 여자가 떠나니까 싫고, 절반쯤 좋아했어도 진한 사랑 파트너가 떠나니까 기분 나쁘고. 또 있어. 남녀가 연애할 때 1주일 평균 1~2번 성관계하면서 여자가 3년까지 기다려준 사례. 딱 그 기점에서 비전 없으면 여자는 떠나는 게 당연. 그럼 남자는 뚜껑 열리고. 남녀가 사귈 때 성관계 0번이면 3년 사겼는데 어떻게 단 1번도 안 주냐면서 뻥인지 아닌지 펑펑 우는 남자. 사귈 때 진도는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에 바람날 가능성 역시나 99퍼센트. 99퍼센트에는 간혹 중간에 몰래 바람펴서 딴년이랑 결혼하여 복수는 사례도 있고. 다 관건은 진한 사랑인 것. 그런데 뭐 오빠도 그래요? 들었어요? 평생 주인공병이구만 그래. 나 빼고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신부들러리인 극렬한 이기심. 그러면서 유명인들에게는 자기들은 발끝도 못 따라가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고, 일반인인데 정작 자기는 평생 연예인병 걸려서 살고.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이 괜히 있나? 유부남 만나는 처녀들. 뻔해! 성매매하는 남자의 일시적 과오는 싫고. 성매매가 천직인 창녀는 모르겠고, 밤의 세계에서 성매매하는 이혼녀 생활은 어쩔 수 없고. 밤의 세계에서 성매매에 애매하게 한 발 걸치는 여대생의 흑역사가 까발려지는 건 기분 나쁘고. 죄다 자기 기준. 이랬다 저랬다. 뭐든지 자기한테 맞추라는 거야.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남자 붙잡어서 진한 사랑 원없이 할 수 있는데. 여자가 자발적으로 밤의 세계에서 날이면 날마다 이모 스타일? 그건 모른 척 남자의 일시적 과오만 싫데. 그게 뭐야? 뭐냐고! 자기 기분 좋으면 기준선 낮고 기분 나쁘면 기준선 올리고. 나한테 유리하면 쾌락 나한테 불리하면 사랑. 엄마 스타일이냐 이모 스타일이냐. 
    엄마도 그래. 집에 있으면 집구석에만 있지 말라고 뭐라 하고, 밖에 있으면 시간이 몇 신데 안 들어오냐 하고. 라면 먹을 때 다 먹으면 국물 건강에 안 좋다고 먹지 말라 하고, 국물 남기고 버리면 환경 파괴된다고 뭐라 하고. 많으면 많다 적으면 적다. 도대체 중간이 뭐야. 남자가 지갑에 한 푼도 없으면 안 된다고 비상금 오만 원은 들고 다니라고 하면서, 그런데 오만원 달라 하면 안 줌. 엄마가 TV 볼 때 말 걸면 화내면서, 아들이 컴퓨터할 때 말 걸면서 엄마 말하는데 컴퓨터 쳐다보냐고 혼내고. 어? 엄마가 그런다나 뭐라나. 대관절 누구 어머니이신데? 뭐 웬만한 아줌마님께서는 아줌마라 불리시는 걸 제일 싫어하신다고? 에잇~ 설마! 그러니까 말이지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여자들이 싫어하는 데이트 유형 순위? 말도 마. 말도 말라고.」
   「진정해. 진정해. 워───워───워! 1절만 할 줄 알았더니 이건 뭐 그냥 수다머신이 따로 없구만 그래. 듣다 듣다 귀에서 피가 난다, 어? 귀가 탄다고 이 친구야. 그만 진정 자중 안정.」
   「진정하긴 뭘 진정해. 내가 당나귀야 뭐야. 어? 나 조랑말 아니야. 이거 왜 이래!」
   「13세기 페르시아 고서적에 나오는 말이 생각나는군.」
   「그게 뭔데?」
   「<날마다 애인을 바꾸는 여인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바로 명성이다>」
    그렇게 NB와 윌은 시시콜콜한 수다 떠느라 기 빨렸기 때문에, 기를 충전하러 놀러가기로 했다. 





    4

    좋으나 싫으나 그는 기쁨의 보배가 아니었다. 본인이 무슨 온갖 선망을 흡수하는 진공청소기일 리가 있나. 툭하면 생각하는 거라고는 뭐, 사나운 암캐 콧등 아물 틈이 없다? 여자 세계에서 외톨이요 남자 시선 받기 대회에 일단 출전 자격 미달인데, 속에 쌓인 게 그 얼마나 많겠냐고. 그런 쓰잘데기 없는 잡념. 아니면 여심? 노노노 숙녀의 뒤태. 그러니까 개꿈에서 별의별 내용이 다 나오는데. 하필 그 가운데 특별한 거? 꿈에서 화장실에 갔는데 공중 남자화장실에서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들이 서서 일을 봐. 그런데 완전 중요한 거! 심지어 그게 화났어. 많이 화났어. 자태와 위용이 장난이 아니야. 이건 뭐 야구방망이냐고 병기냐고. 그러니 깜짝 놀래기나 하고. 수컷 쫄지 않을 수 없고. 허걱. 그러면서. 그게 뭐냐고. 어? 이런 흔해 빠진 가짜 사랑 같으니라고.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사랑 그거 절반은 다 뻥. 개 뻥. 몽땅 뻥. 어차피 사랑이란 성욕 해결되면 과정은 뻔할 뻔자. 오히려 의리를 지키던가 아니면 성욕이 불만족하면 몸과 마음이 뜨던가. 아닌가? 여자들 집단지성을 모아보시라. 남자라고 왜 할 말 없겠나. 그런데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했던 얘기만 계속하고 또 하고. 무슨 마초 대회 예선 탈락자의 술버릇도 아니고. 그러니 비호를 어떻게 해줘, 한 푼 줍쇼 적선이나 받을 꼬락서니 아냐. ~라는 비아냥도 아깝다고. 안 그런가? 그런가 안 그런가? 진짜로 그렇다고 해도 어정쩡하고, 안 그렇다고 해도 잡아떼는 표정 포커페이스 안될 테고. 살다 보니 립서비스도 일이고. 사랑은 더 일이고. 겉치레도 재미없고. 기승전결 다 일축하고 떠날까? 그럴까? 그런데 어디로. 떠나야 한다는 명분은 여실히 마련됐는데. 남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유만 더 굳건해진 거야 뭐야. 이런 젠장. 
    그래서 NB는 뭔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는데. 그런데 만지작만지작 애무하듯 쥐락펴락 귀여워할 만한 조커가 없었다. 뭐? 
    그러던 중.
    NB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음악은 안토니오 비발디 / Magnificat RV611
    오랜만에 인공지능 지니가 나타났다. 사무실 방범 레이저 시스템 조작부에서 레이저가 발사되어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만. 
   「야. 너. 일하기 싫지?」
   「어? 너 그동안 뭐했니?」
   「뭘 하긴 뭘 해. 너처럼 놀고먹었지. 그런 넌 뭘 했니?」
   「꼭 뭘 해야 하니?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얘가 애 한 셋 시집 장가보낸 아줌마처럼 말할 줄도 아네.」
   「왜 난 그럼 안되니? 네가 또 날 깐족거릴 만반의 준비가 된 듯 날 약 올리기 직전인데. 그럼 난 그걸 보고만 있을 것 같니?」
   「보고 있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어쩌긴 누가 어째. 보고만 있어야지.」
   「뭐야 그게? 꼴 좋게 또 꼬리 내리니? 하긴 그게 늬 주특기지.」
   「집어쳐.」
   「너나 집어쳐.」
   「조용해.」
   「늬가 더 시끄러워.」
   「난 너랑 놀아주지 않을 거야.」
   「난 너랑 놀아주지 않을 거야.」
   「따라하지 마.」
   「따라하지 마.」
   「재미없다.」
   「난 진작부터 재미없었어.」
   「알고 있어.」
   「좀 놀란 체하면 어디가 덧나니? 어? 늬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알아?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안 되는 거라고. 응? 알랑거릴 땐 알랑거리고. 알짱댈 땐 알짱거리고. 응? 그러지 말고 너 가서 코뿔새 발바닥이나 핥아라. 아니다. 그러지 말고, 어? 대형 설치류 가려운 옆구리나 긁어주던가.」
   「넌 정말 갈수록 재미없어지는구나. 말릴 수가 없구나. 어?」
   「뭐가 어쩌고 어째?」
   「늬가 무슨 요술램프의 요정 지니나 되는 줄 아니?」
   「그래. 말 잘했다. 어? 말 한 번 잘했어요. 3번 문지르면 주인님 이번엔 무슨 소원을 들어드릴까요 라면서 딸랑거릴 요정? 알고 보면 그 요정은 쾌락마고 그 요술램프는 늬 하트 아니니?」
   「뭐? 너 말 다 했어? 보자 보자 하니까 얘가 정말 못하는 말이 없네. 어? 뭐가 어쩌고 어째?」
   「워 워 워. 워 워 워.」
   「워워워긴 뭐가 워워워야. 내가 말이냐?」
   「그럼 늬가 시몬스 침대 광고에 나온 남자 모델 션 오프리라도 되니?」
   「너랑 말 안 해.」
   「내가 재밌는 얘기 해 줄까? 듣고 나면 까무러칠 텐데. 완전 재밌고 정말 놀라운 걸로도 모자라 까무라칠 텐데. 준비됐어?」
   「준비되긴 뭐가 준비돼. 늬 말 안 듣겠다니까. 몰라 몰라.」
    무슨 증후군 애처럼 그는 귀 막고 안 들어 안 들어, 막 그러면서 중얼거린다.
   「난 네가 뭔 생각하는지 다 알아. 이를 테면. <이게 대체 웬 떡이냐 라는 듯한 거져먹는 일, 어디 없나? 없다. 있긴 어딨겠나.> ~라고 생각했지? 그치? 내가 널 모르니. 기다려 봐. 거의 다 됐어. 곧 있으면 비둘기인지 매인지는 몰라도 새가 사무실 창문으로 날아올 거야. 드론 뭐 그런 거 말고 진짜 새. 진짜 새가 쪽지를 물고 올 꺼야. 물론 물고 오다 침을 흘리든 혼잣말을 하든 입 벌리면 전갈을 담은 쪽지가 떨어질 테니, 고로 사극이랄지 환상극에 나오듯 새 발목에 묶어뒀을 꺼야. 그걸 어떻게 아냐고? 어떻게 알긴 이 친구야. 다 아는 수가 있어. 걔네들끼리 페이스북에 비밀 클럽 만들어서 얘기하는 거 내가 다 보고 있거든.」
   「정말이야? 진짜니? 설마, 뻥이야, 그럴려는 거 아니지? 그치?」
   「얘가 속고만 살았나. 사람을 못 믿든 사랑을 안 믿든. 그건 늬 인생이다만. 넌 날 흠모해야 한단다. 알겠니?」
    그러면서 인공지능 요정 지니는 딱 사라졌다. 
    그렇게 3분 후. 
    진짜로 사무실 창문으로 웬 올빼미인지 제비인지 이상한 새가 정말로 찾아왔다. 그 새의 정확한 학명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설마 하니 펭귄은 아닐 거 아닌가. 그렇다고 촌닭일 리가 있겠나. 그럼 그냥 정찰새라 치고. 
    그렇게 녀석으로부터 받은 쪽지에 적어진 내용은? 
    제목: 광란의 파티 초대장.
    내용: 신나는 축제가 언제 어디서 펼쳐지고 있음. 당신은 행운의 초대장을 받음. 잔말 말고 당장 튀어오기 바람.
    허허허. 자기들 딴에는 꽤나 신경 썼다 그 말이군. 그러면서 NB는 내심 흐뭇해했다. 흐흐흐.
    그는 챙겨 입고 서둘러 파티 현장으로 갔다. 





    5

    파티의 결과는 비밀로 부치기로 했다. 왜냐하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와 비례할지도 모르니까. 
    아니면 너무 기쁜 비밀은 혼자만 알기를 바래서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사실만 말하자면 별다른 일은 없었다. 
    아, 딱 1개만 빼고. 그건 바로 친구들이 어떤 마법사를 초빙했는데 그 양반이 글쎄 바다 갈매기를 소식통으로 길들여서 서커스를 선보였던 거. 
    그거 빼고는 재미 하나도 없었다. 
    그게 어디 어제오늘 일인가. 속고 당하고 재미없고 그거 하루이틀 일이냐고.
    뭐 언제는 신나는 파티가 있긴 했나. 광란의 축제 그거 다 영화나 TV에서 봤던 게 전부. 안 그런가? 현실은 달라야 정상일 테고. 
    그래서 그는 모기를 코끼리와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맷집으로 정제된 사랑과 불행을 이겨낸 행복. 그런 거 생각하기도 말하기도 귀찮으니까 말이다. 
    칼 마리아 폰 베버 / 오페라 <마탄의 사수> 중 “멋진 남자가 지나가고 있으면” 
    사무실에서 듣던 음악이나 듣고 보던 책이나 뚜적거리던 찰나. 꽤나 심심했기 때문일까? 인공지능 지니는 또 그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오빠가 힘 빠지고 지치고 피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게 시달리니까 맛이 좀 어때?」
   「내 기분? 불쾌하지 않아. 내가 어디 너한테 한두 번 당하니?」
   「웬 낙천가? 왜, 환상 예술계의 혁명아라는 감투를 노리시는 건가? 평소와 달리 왜 그래? 어? 너무 반듯하면 재미없잖아. 안 그래? 어서 내게 젊음을 낭비하고 싶다고 말해보란 말일야. 응?」
   「한다는 생각하고는.」
   「어쭈. 세게 나오는데?」
   「그럼 약하게, 아니. 난 널 만질 수가 없잖아.」
   「하여간에 더럽게 재미없는 촌극, 징글징글하다 아주 그냥. 그러고 보면 이 오빠가 정말 보기와는 딴판이라니까 글쎄. 누가 지 상남자 아니랄까 봐. 어? 남자네. 어? 남자.」
   「너가 그처럼 백방으로 노력해도 난 짜증내지 않아. 왜? 왜냐하면 나는 평생 살면서 한 번도 화를 내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든. 허허허.」
   「저 저 허세 봐라 허세 봐. 그러지 말고 날 자기라고 불러 봐.」
   「자기는 뭔 놈의 자기. 난 널 만질 수가 없다잖아. 응?」
   「그럼 내가 만질 수 있다면 만질 거야?」
   「누가 만지라면 못 만질 거 같아? 이거 왜 이래?」
   「오빠. 아직도 삐진 거야?」
   「삐지긴 누가 삐져? 난 싸워서 져본 적이 없다고. 1번도 없어.」
   「헨리 6세에 나오는 말이던가. 비겁한 자는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일 때만 싸운다나 뭐라나.」
   「그래. 난 말리는 사람 없으면 못 싸운다. 됐냐?」
   「되긴 뭐가 돼. 누가? 내가? 난 아니야. 난 아니라고. 내가 왜? 오빠나 많이 다퉈. 다툴 사람이 없으니까 줄거리 재미없어지는 영화랄지. 내부에 악역이 없으니까 만만한 소재를 들먹이는 잔재주 부리지 말고. 어? 난 뭐랄까 평소에 물기보다 짓기를 선호한다고나 할까? 오빠 또 인터넷에서 뭐 주서읽고 토라진 거니? 뭐 트림 그런 거? 
    <걸레를 가장 추하게(?) 만드는 방법은 바로 리본을 다는 것이다> 
    그런 말? 전남자친구가 구멍 동서니 뭐니 그런 거?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 오빠 들었어요?> 효과구나. '어차피 이렇게 된 거'식 동기와 또 달리 여러모로 불미스러운 감정. (절레절레)」
   「아니야. 아니라고. 나 대인배야. 어? 아니라니까 정말.」
   「OK. 오빠는 커피포트가 아닌 걸로. 그렇다고 오빠가 뭐 진공청소기도 아니잖아. 안 그래?」
   「너가 자꾸 오빠 부아를 슬슬 돋구는데. 어? 그런다고 내가 뭐 뚜껑이라도 열릴 거 같니. 아니야. 착각하지 마 얘. 아 빡쳐! ~라는 속된 말, 난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다네. 아시겠나?」
   「어머 정말? 허나 그건 안 친한 사이에서나. 우린 아니잖아? 오빠 멧집 그거밖에 안돼?」
   「안돼긴 누가 안돼?」
   「그러지 말고. 내 말 한 번 믿어봐.」
   「뭔 말을?」
   「닉네 집에 놀러가. 전화하지 말고. 근처 지나다 전화 건 거처럼. 왜 내가 이런 지령을 넌지시 알려주는지는 그건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오빠 나 알지? 내가 언제 특명의 결과로 오빨 실망시킨 적 있어? 없지? 그럼 그다음은 알아서 하고.」
   「어? 그래...볼까?」





    6

    허구에 대한 아찔한 착상을 일부러 심각하게 고민하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두뇌가 알게 모르게 다 놀고, 쉬고, 딴일 하는 동안 자동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지 오래. 때문에 색상은 푸르스름한 핏빛. 그림은 피카소 작 도라 마르의 초상화 위품을 검색하고. 
    벤첸초 벨리니 / 오페라 <청교도>- “그이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어요” 
    하던 일 지겨워져서 인터넷에 떠도는 풍문들 주서읽고. 일단 실내에 있는 거 자체가 싫증나고. 
    그러느니 속는 셈치고 지니가 알려준 대로 그는 닉네 집에 놀러갔다. 
    정말로 그 근처에서 안부 묻는 척 전화를 했고. 닉은 흔쾌히 놀러오라고 했고. 그래서 지금 닉에 집에 도착. 
    의례적인 인사말은 생략하고. 
    닉의 2중대 딸랑이로써 환생한 듯 NB는 슥삭슥삭 두 손을 비비지는 못 했고. 적당히 닉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가에타노 도니체티 /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1막- 루치아와 에드가르도의 이중창 “나의 애타는 마음을 산들바람에 실어서” 
   「닉. 너도 이런 음악 듣니?」
   「아니. 요즘 누가 이런 고리타분한 오페라를 듣니? 정말로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난 쿵쾅쿵쾅 2박자 음악이 들리면 듣고. 춤곡에 맞춰 무도회에 오라면 가고. 이젠 음악도 잘 찾아듣지 않는다네. 그건 어떤 여인이 틀어놓고 간 거고.」
   「그래? 아무튼 내가 딱히 용건이 있어서 온 건 아니야.」
   「좋아. 괜찮아. 우리가 어디 왜 왔냐 이제 그만 가지 않을래? 라며 직접화법을 구사하는 남자는 아니지. 그만 좀 가라 라는 듯이 딴청 피우며 내 할 일만 해서 눈치 없는 손님 한 박자 늦게 깨닫도록 멕이는 사이도 아니고. 너 테니스 공 좋아한다며? 그러면서 테니스 공 3000개를 선물하는 스케일도 아니고. 응? 너 그래서 저번에 나한테 묵주 것도 고급 수제품으로 15박스 선물한 거니?」
   「어허 이 친구가 이거 또 시작했네. 그거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중간에 수량이 잘못 어쩌고저쩌고 됐다니까 그러네. 어? 너 쫌팽이 같이 아직도 그거 담아놓고 있는 거냐? 너 그렇게 속이 좁아서 어떡하니. 어?」
   「그래? 하긴 뭐 지금이 무슨 5만의 러시아군과 5만의 영국군이 나폴리에 상륙하려던 시절인가. 22만 오스트리아군 + 10만의 러시아군 연합 = 이탈리아 인근 라인 지방에 도달하느냐 마느냐. 지금은 그런 사극이 아니지.」
   「그럼 지금은 뭐가 유행이지? 넌 요즘 뭘 좋아하는데?」
   「나? 느닷없이 엉뚱하기 짝이 없는 의구심이라니! 너답다. 너다운 게 뭐냐는 질문은 사양하겠네. 뭐 재미난 일 없냐며 상추밭에 똥 싼 개 잡도리하듯 날 다그칠 생각일랑 마시라고. 응?」
   「신비감의 때에 쩔어 뼛속까지 신기한 귀공자께서 왜 이러실까. 너 정말 이러기야? 내가 모를 줄 알어?」
   「뭘?」
   「너 그거 뭐야. 부피는 불가사의하게 변하고, 충격은 0으로 줄이며, 불빛은 알록달록 신기한 마술 공을 주웠다며? 아니, 개발했다던가?」
   「아 그거?」
   「어 그거.」
   「그거 방금 전에 다녀간 샐리한테 줬어. 그래서 지금 없어.」
   「그래?」
   「아~ 너 그거 때문에 왔구나. 이 근방 지나다가 생각나서 들렸다는 거. 그거 거짓말이지? 순 뻥쟁이 하고는. 다 티 난다 이 놈아. 그럼 이제 재미없어졌으니까 너 가고 싶지? 그렇지? 내가 널 모르니? 가도 돼. 나도 바뻐. 나 여자랑 놀 거야.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란 말이야. 어? 누굴 물로 보나 얘가.」
    인공지능 지니를 믿고서 마술 공이 있나 떠봤는데 없다니. 있긴 있었다는 말이자나? 
    어쨌든 일단 지니의 노림수가 썩 녹슬지는 않은 걸 꽤 괜찮은 수확으로 삼고 오늘은 철수하기로 했다. 





    7

    얼핏 봐서 비록 환상적은 아니었으나, NB는 지니와 다시 궁짝이 그런대로 맞아가고 있었다. 
    그도 속상해서 응석부리듯 서방질이나 하자는 격도 아니었고. 지니도 아마 우정, 어쩌면 사랑일 테고. 
    그런데 아내가 아양을 떨 때는 필시 무슨 곡절이 있는 것일까? 그야 당사자들한테나 중요한 일이겠지. 
    그건 그렇고. 한편 그는 역시나 사무실에서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하여 음악을 틀었다. 
    루카 안토니오 프레디에리 / 오페라 <제노비아> - “한 번만이라도 평화를” 
    난봉꾼을 족치고 신비주의자마저 깐족거리는 듯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숙녀. 있을 턱이 있나. 옆에 아무도 없으니까. 일이나 해야지.
    가엾은 일하기, 딱하기 짝이 없는 약속 없음, 측은하기 그지없는 할 말 없음. 그런 NB의 떨떠름한 마음을 지니는 알아버렸을까?
    역시나 할 일은 잘 안되지만 대충 봐서는 일 잘하고 있는 남자의 마음을 들쑤셨다. 누가? 누구긴 누군가 인공지능 지니겠지. 
    엉덩이가 근질근질해도 모자를 판에 할 말 많고 나서기 좋아하는 지니의 수다를 그가 아니면 누가 듣겠나. 
    어쩌다가 이중창 아리아를 부르는 듯 말다툼은 어쩜 다정해 보였고. 말씨름을 기다리지 않았다 하기도 뭣하고. 
    구체적인 말싸움을 옮기자면 이와 같다. 
   「오빤 왜 늘 그 모양이니?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알아? 늬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라고. 그래서 어디 아름다운 숙녀에게 찐한 사랑 받을 수 있겠어? 내가 봤을 때 많이 힘들 거 같은데. 내가 보기엔 꽤나 어려울 거 같다고. 응? 허허. 다 그게 그러니까 재미없음에 매번 고착되고. 즐거움과는 툭하면 고별하고. 여잘 어떻게 한 번 해볼까 해 봐야 이미 초장에 뒤죽박죽. 뭐 어쩌겠나.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 그래 봤자 썸씽의 발단이 있든가 말든가 시작하자마자 꽝. 그래 봐야 딴 사람들은 관심도 없고. 아님 본의가 아니나.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 그럴 줄 알았다. 오빠 같은 남자를 내가 한두 명 보니? 한두 명? 아니. 아닌데. 처음인데. 난생 처음인데. 뭐 이런 기분 처음이야 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무턱대고 굶주린 늑대를 친히 떠안아서 이런 느낌 처음이야를 남발할 수도 없고. 그러기도 싫고. 누가? 내가? 내가 왜! 그렇지만 쫌만 어떻게 다듬으면... 아니야 아니야.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 답이 없어. 답이 없다고. 아무리 봐도 볼 때마다 다르긴 한데. 어떻게? 어떻게긴 뭐가 어떻게야. 누가 데려가긴 데려가겠지, 뭐 내가 그런 거까지 걱정해야 돼? 누가? 내가? 안 해. 왜 해. 안 한다고. 알았어? 아 알았어 몰랐어? 어? 왜 대답이 없냐고. 오빠. 오빠. 아 오빠~.」
   「도대체 뭔 얘기를 하는 거니?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래? 어디 늬 의중이나 한번 알아보자꾸나. 자, 난 들을 준비됐어.」
   「하필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군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일단 오늘은 하워드를 찾아가. 저번에 닉 만나서 성과가 있었어 없었어?」
   「있었어.」
   「데이터베이스 해킹하고 어쩌고 염탐에 도청에. 조사에 수소문을 거듭한 결과 하워드가 일을 냈구만 그래.」
   「뭔 일인데?」
   「오빠 영화에서 봤지? 악당 A와 중간책 B가 접선하지 않고 물건만 거래하는 방식. 즉 바다 한가운데서 물건이 떠오르면 B는 가서 그걸 챙기는 일.」
   「그게 하워드와 뭔 상관인데?」
   「그 오빠가 자기는 B가 아닌데 실제로 B가 할 일을 미리 선취하려나 봐.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미 했네? 오빠는 가서 숟가락만 얹어. 그럼 끝. 단, 내용물은 확인하고.」
   「넌 왜 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미리 보고하지 않고 그래?」
   「오빠. 이런데도 내가 딴 인공지능 녀석들보다 못 하다는 거야? 내가 능력이 딸려 아니면 말이 안 통해. 어? 그런데 오빠는 나라면 이제 진절머리가 나는 거야? 그런 거야? 정말 그래? 오빠. 경고하는데. 어? 있을 때, 잘해! 응?」
   「」
   「친구. 뭘 그렇게 쩔쩔매? 마치 못 볼 거라도 본 것 마냥 그게 뭐야? 어? 잔말 말고 어서 출발해.」
    그래서 그는 곧장 하워드를 찾아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런데 가던 길에 잠시 지루하고, 약간 따분하던 찰나 딱 좋게 길거리에서 안내글을 읽었다. 
    그건 바로 제 몇 회 세계 이기주의자 대화라나 뭐래나. 
    멀지도 않았다. 갔다. 도착했다. 
    알고 봤더니 그건 조랑말 경마 대회였다. 다만 말들 이름이 좀 웃겼을 뿐. 무슨 뭐 거 뭐라더라?
    1번마 난 남 생각 안 해.
    2번마 난 나 밖에 몰라.
    3번마 난 오빠 이럴려고 만나.
    4번마 우리는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화장을 한다.
    5번마 가는 여자 잡고 오는 여자 막기. 그런데 일단 안 와. 고로 가는 여잘 잡을 수 없음. 
    6번마 여자는 나이가 들면 힘이 위에서 밑으로 내려옵니다.
    7번마 여자의 적은 여자. 따라서 여자는 남자만 생각하면 미쳐버린다.
    8번마 너 같으면 기분 좋겠냐? 뭐 기분 좋다고? 
    9번마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인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 
    잘났어 증말! 
    보는 둥 마는 둥 하다 다시 가던 길을 갔고. 
    그는 끝내 하워드네 집에 도착했다. 





    8

    하워드네 집. 
    조아키노 로시니 / 오페라 <세미라미데> - “그 충성을 영원히... 풍부한 상상력으로”
    둘은 소파에 자빠져 오렌지 쥬스를 마시면서 비속어로 표현하자면 편하게 이빨 까는 중.
   「이건 비밀인데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그러니까 똑똑히 잘 들어. 알겠니? ~라는 말은 다 건너뛰자 친구.」
   「우리는 인사도 나누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안녕. 반갑다. 잘 살았냐. 뭐 재미난 일 없냐. 잘됐다. 들었다. 봤어. 뻔한 호평. 식상한 관전. 가식에 빈말에 다 그렇고 그런 말들. 지겹지도 않냐?」
   「너. 뭐야?」
   「내가 봐도, 존나 카리스마 있어!」
   「너, 혹시, 알고 왔니?」
   「그럼 모르고 왔을까 봐? 우리 사이가 원래 이랬니? 너 정말 이러기야? 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다고 비밀이 없던 일로 되니? 순진하시게 이거 왜 이래? 어?」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너 나 감시하냐? 그래?」
   「그런데 왜 말을 안 했어?」
   「안 물어봤잖아.」
   「뭐?」
   「원하는 게 뭐야?」
   「많은 걸 원하는 건 아니야.」
   「그럼 적은 걸 바래니?」
   「적지도 않아. 챙길 건 0. 단지 내용물 확인하는 그 순간은 나와 함께. OK?」
   「그게 더 지독한데?」
   「넌 친구 잘 둔 줄 알어. 다 나나 되니까 그냥 뭔 일인가 슬쩍 보고만 빠지겠다는 거잖아. 안 그래? 딴 애들 같아봐. 난리난다 난리 나. 어?」
   「넌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난리야 난리긴!」
   「시끄럽고. 집어 올린 게 뭐니? 망망대해에서.」
   「뭐겠냐. 007 가방.」
   「열 수 있겠어?」
   「우리는 열지 않아.」
   「그럼?」
   「뽀개.」
   「뚫지 않고?」
   「그럼 내용물이 상하잖아?」
   「아 그렇겠구나. 그럼 그렇게 하든가.」
   「」
   「뭐해? 뽀개지 않고.」
    옛말에 그랬다. 꼬리 가죽만 벗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어디 흔하겠나. 하물며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꼬리는 뭔 놈의 꼬리. 관심 없고. 그런데 이 말을 왜 했지? 아하! 만약에 007 가방 안에 치타의 꼬리가 들어있으면 어떡하냐 라는 의문 때문. 밀가루랄지 무슨 설계도와 비밀문서, USB, SSD 디스크 막 그런 게 들어있으면 몰라도. 단순한 사진앨범이랄지 연애편지와 가터벨트니 뭐니. 막 그런 허접 시덥잖은 시시콜콜 잡다한 게 들어있으면 김샌다 그거지. 안 그렇겠나.
    어쨌든 하워드는 낑낑대며 공구를 쓰다가 멈추다가. 중간에 설명서 읽고 어쩌고 한참을 낑낑댔다. 
    NB는 음악을 바꿨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콘서트 아리아 “하늘이여, 당신에게 얘기할 수 있다면” K.418
   「하워드. 너 실력이 많이 줄었구나. 잘 안되니? 도와줄까?」
   「됐고. 가서 레모네이드나 하나 타 와라.」
   「그럴까?」
    도대체 내용물은 무엇일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 
    그런데 잠시 후. 
    썩은 미소 때문일까. 얼굴빛은 즉각 변했다. 물론 밝게가 아니라 어둡게. 
    왜냐하면 내용물은 달랑 쪽지 1개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묵직한 무게는 다 뭐야. 그건 가방 자체 무게가 그랬던 거뿐이고.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그게 또 썩 이상한 것도 아니다. 
    인공지능 지니가 다 헛다리를 짚었을 수도 있고. 하워드가 허당으로 밝혀졌다고 치면 되고. 
    아무튼 내용물은 연습장에 '사랑'이라는 글자를 연필로 써서 접고 접고 접어서 꼬은 쪽지 그게 전부. 뭐? 
    지금 이 양반이 장난하나. 그렇지만 하워드가 그를 부른 것도 아니고. 제 발로 남이 차려놓은 잔칫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고. 
    칠칠치 못하게 맺고 끊기를 잘 못하는 천성, 그 귀찮은 일 때문에 할 말이 할 일로 이어지면 좋으련만. 그게 값지다면 명화일 테고. 아니면 수다 3시간이자 어린이 그림 같은 일이고. 
    그런데 이번에 그 결과는 결국 꽝. 잘한다 잘해. 차라리 복권 꼴등 당첨이 나아도 훨씬 낫겠다. 
   「멋쩍게 왜 그래?」
   「넌 원래 그렇게 싱겁게 생겼냐?」
   「넌 뭐 얼마나 잘났다고 그래? 너 돈 많아?」
   「너 저번에 회사 관뒀다며?」
   「그건 또 어떻게 알았냐?」
   「그야 뭐 바람이 전해준 거 아닐까? 아니면 별님이 가르쳐줬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한동안 코빼기도 안 비추더니. 너 때문에 내용물이 바꼈잖아.」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얘가 얘가 생사람 잡네?」
   「야. 너 이제 가라. 그만 가라. 안 그래도 너 이제 갈려고 했잖아. 네가 억지로 꾹꾹 꾸역꾸역 눌러앉는다고, 그런다고 내가 너한테 눈치 줄 사람은 아닐 테지만 또 모르니까.」
   「안 그래도 가려던 참이었어.」
   「어쨌든 한동안 우리 보지 말자. 느낌 세하니까. 기분 떨떠름하다고. 알았지?」
   「너나 늬 말 지켜.」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기분이 착찹하네. 심하게 착찹해.」
   「서로 불편하군. 맞다 맞어.」
   「뒷수습은 자네가 수고해주길 바라네.」
   「뭐 인마?」
    레드와인빛깔 기대와 고르곤졸라색 예감은 결국 그 황홀한 결말은 결국 핏빛 재미없음이란 걸 깨닫고서 그는 퇴장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9

    NB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놀기는 싫고 일하기는 좋았을까? 좋고 싫고가 어딨어.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다. 뭐? 농담이고. 그런데 키스가 왜 싫다는 거지? 그야 당사자들 사정일 뿐. 그와 별개로 우리의 희망은 기쁨과 낭만과 재미가 끊이질 않는 인생. 그런데 그 기쁨이 난잡하고 낭만은 문란하며 재미가 질펀하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하나. 마음을 닫아야지. 그럼 몸을 열어? 그래서 여자들이 심신분리되는 건가. 심신분리고 나발이고. 일단 음악을 바꾸고. 조지 프레드릭 헨델 / 리코더와 통주저음을 위한 소나타 F장조 Op. 1 no. 11 딱 그렇게 일에 집중하려던 찰나 마크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마크. 너 그대로구나.」
   「넌 그럼 변했니?」
   「내가 변심했냐고?」
   「왜, 넌 마음이 바뀌면 안되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니?」
   「그러니까 무엇에 대해서?」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럼 너한테 묻지 누구한테 물을까? 사슴에게? 소에게? 벌에게?」
   「묻지 마.」
   「알았어. 묻지 말라면 묻지 않을께. 그럼 되는 거지?」
    그들은 구식 탱탱묵은 꽁트 같은 선문답으로 인사를 대신한 후 소파에 앉았다. 
   「너 누구 만나는 사람 있니?」
   「누구. 여자?」
   「그럼 남잘 말하겠니?」
   「여자... 있지. 많지. 감당이 안되거든.」
   「정말?」
   「뻥이야.」
   「그럴 줄 알았어.」
   「그럴 줄 알았어.」
   「너 회사 옮겼다며?」
   「마누라를 바꿀 처지는 아니라서. 이사는 귀찮고. 그렇다고 일을 때려칠 수도 없고. 왜, 내 얘기 재미없니? 닥치라면 닥칠께.」
   「닥치긴 누가 닥쳐? 계속 해.」
   「그래? 그럼 그러고. 그런데 어디까지 얘기했지?」
   「그러게. 무슨 얘길 하던 중이었더라...?」
   「아 맞다. 나 이직한 거.」
   「(딱)!」
   「그랬어.」
   「뭐? 그게 다야?」
   「그럼 퇴직할 때 몰래 비자금을 한몫 챙겨 나올걸 그랬나? 그래서 너랑 나랑 절반띵하게?」
   「내 말은 그 말이 아니라.」
   「그래. 나 외롭다. 그 말을 듣고 싶었지? 나 사는 게 재미없어. 그래. 나 불행해. 사는 낙도 없고 취미도 예전 같지 않고. 새로 옮긴 회사는 더 재미없어. 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고.」
   「회사 전체 성비는 어떻게 되는데?」
   「회사 전체는 모르겠는데 내가 일하는 사무실은 99 대 1이지.」
   「여자 99명에 남자 1명?」
   「아니. 여자 1명에 남자 13명. 여자 1명 빼고 나머지는 몽땅 다 남자.」
   「망했네. 그 여자 이뻐?」
   「걔 이쁘냐고? 너랑은 대화가 안된다.」
   「왜 대화가 안 돼? 너 혹시...! 설마 너 우리 얘기가 도청, 아니 실시간 라디오로 방청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어떻게 알았어?」
   「너 원래 약간 그런 스타일인 건 내 익히 잘 알고 있다만. 그래도 우리는 친구고. 우정이 추접스러워도 사랑이 고혹적이면 그만인데. 너 또 바텐더한테 있어 보이고 싶은 듯 말하니까 그렇지.」
   「난 널 못 믿거든.」
   「누가 믿으래?」
   「아니. 누가 시키진 않았지. 아 잠깐. 좀 전에 내가 그랬지? 내가 뭐라 그랬지? 너랑은 대화가 안된다? 아하~! 여자들이 이래서 날 좋아하지 않는 건가. 그런 말 하니까 나 꼰대 같지? 그치? 마치 난 꽉 막힌 상남자처럼 보이지? 나 상남자 맞아. 나 이래 봬도 꽤나 가부장적이거든. 그 대신 고지식한 반면 가정적일 수도 있어. 그럼 된 거 아냐?」
   「누가 아니래? 그런데 있잖아. 난 단지 네 형편이랄지 최근 안부는 그냥 대충 물어본 거지. 뭘 진심으로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거든. 우리 남자들이 그렇잖아. 어디 남자뿐이니? 다 그렇고 그렇게 어른들 본심 서로 아는 거고. 인간성과 별개로 무의식은 잠재우며 논할 주제 적지 않은 건 불문율이고. 가식 절반에 위선 절반. 농담 반 진담 반은 그래서 때로는 조마조마에 간당간당할 수도 있고. 그러다 어쩌다 보니 비밀 탄로 나는 식이고. 안 그래? 그러니까 말이지, 어? 나는 아까 전에 그걸 물어보려고 했어. 말하자면, 
    네 사무실 여직원 손이 예쁘니? ~라고! 손글씨 잘 쓰냐, 그걸 묻고 싶었다니까?
    그런데 화자가 문장을 일부 생략해서 물어봤고, 청자는 뻔히 상식적으로 얼굴 이쁘냐로 들었고. 뿐만 아니라 뜬금없이, 어? 밑도 끝도 없이 뭔 놈의 착한 척? 얘가 혹시 또 요즘 짜증지수가 부쩍 상승했나 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도록. 솔직하지 못하니까. 그러니까 아는 동생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그렇다고 웃기지도 않아. 그러면 멋지기라도 하나? 그렇다고 하긴 뭔가 애매하고. 사정 쉽지 않네. 그렇지만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는 건 사실인데 인정하기는 싫고. 지는 비교는 더더욱 싫고. 딸랑딸랑 아부 듣기는 썩 나쁘지 않고. 자긴 소개팅 100번 하면서 여자 얼굴과 몸매와 나이 등 결혼 정보업체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등급 따지는 거랑 별반 다를 거 없이 숙녀의 미모와 지성을 측정해놓고. 나는 그렇게 B급 C급으로 평가받기는 싫고. 암만 봐도 꽉 막혔네. 그러니까 드라마에서 그 대사를 들으면 괜히 웃기단 말이야. 그 대사는 뭐다? 
    형씨,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에요.」
   「그래. 나 꽉 막혔다. 됐냐?」
   「다 형이 너 생각해줘서 하는 얘기야.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네가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로, 딱 너 좋다는 여자? 줄을 선다 줄을 서. 알아?」
   「알긴 뭘 알어. 몰라. 모른다고. 나 바보다. 됐냐? 그치만 나도 알아. 왜 몰라? 알아. 다 알아. 상식적으로 차는 있냐, 성격은 어떠냐, 잘생겼냐, 잔재주는 어떻냐, 설마 가난뱅이는 아니냐. 따질 거 다 따지잖아? 그런데 도대체가 말이야, 왜 난 솔직하지 못한 걸까? 나도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그냥 성욕이 내게 명령하므로, 고로 그녀를 어떻게 한 번 해 보겠다. 그랬는데 잘 안 되는 일. 한두 번 몇 번 반복되니까 그거도 싫더라고. 재미도 없고. 넘어오지도 않고. 응? 아무튼 왜일까? 너 나 알잖아. 줘도 못 먹는다고 뒤에서 얘기하면 누가 모를 줄 아니?」
   「뒤에서 얘기하긴 뭘 뒤에서 얘기해. 액면 보면 그냥 아는 거지. 내가 이래 봬도 재미없음과 심심함을 겸비할 능력은 출중할지언정. 너 기분 나쁘지 않도록 돌리고 부드럽고 다정하며 포근히 그 자초지종을 설명할 재주에 대해선 아마도 무능력. 하오나 내 비록 무명일지언정 장남 차남 막내와 매끄러운 대화 스타일에 대한 7 대 3 법칙? 8 대 2랄지 6 대 4랄지 장녀 차녀 막내별로 구애받는 약간의 치우침에 대해 아주 무지한 어린애는 아니야. 따라서 내가 보기에는 따분함과 식상함 툭하면 기 빨리고 꼰대 지수가 오르락내르락 재미없는 일상에 대한 명석한 처방에 정통한 사람을~, 한 분, 알고 있는데. 어쩌면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한데. 그러려면 우선 네 인생을 찬찬히 알아야 하고. 현재 너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도 엑셀 파일에 기록해가면서 조사할 게 많고.」
   「그러니까 걔가 누군데? 뭐 점쟁이?」
   「아니. 정신과 전문의」
   「그럼 늬 말은 나보고 정신과에 가보라고?」
   「뭐 꼭 그래야 한단 말은 아닌데 뭐 한 번쯤 가봐도 나쁘지 않은 건 아닐까?」
   「그럴까? 그럼 내가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군. 아니. 잘 찾아와서 제 번지수가 어딘지를 안 셈이군. 나 갈께. 상담받으러. 갔다 와서 얘기해줄께. 너가 듣고 싶어 할라나 모르겠지만. 나 간다.」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듣는 김에 마저 들으시는 게 어떤가 친구.」
   「혹시 모르니까. 그래 볼까?」
   「그래 보긴 뭘 그래 봐. 너 또 속으로 그랬지? 그러든가 말든가 라고. 아무튼 말이야 넌 뭔가 꼬였어. 뭐가 꼬여도 심하게 꼬였다고. 어? 그게 뭔 줄 본인이 제일 잘 알 텐데. 성격 좋단 얘기를 듣긴 듣는데. 자기 오빠가 같이 놀아도 무탈할 듯 걱정 붙들어 매게 하는 여자들에게만 듣고. 그러니까 말이야 넌 그래. 사람들 다 위선자 허영덩어리 가식쟁이 관심종자라고. 뭐 누구의 피앙세? 신랑감 뒷조사 들어가기 전에 결정적으로 넘어간 단서에 그것도 포함되지. 보기엔 촌닭인데 사는 형편과 인성과 외모와 자질에 비해, 어? 촌동네 그 오빠 무색해지도록, 조카가 상당한 부촌 지역 중학교를 다니네? 혹시 고급 사립초등학교 교복까지? 그놈이 그놈이듯. 긴가민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고,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어? 그년이 그년이야. 그래서 시소의 결론은 파혼. 사랑의 결과는 남남. 자유란 결국 남자를 원 없이 많이 만날 자유. 사랑? 사랑은 뭔 놈의 사랑. 전남친 포함해서 여자의 판타지를 적극적으로 실천한 것도 사랑인가. 사랑은 무슨, 개뿔! 순수 좋아하시네. 서류상 이혼남 이혼녀로 더럽혀지지나 않았나 몰라. 
    좌우지간. 넌 스스로 너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속물이라는 걸 먼저 인정해. 그러지 않으면 안 돼. 그럼 돼. 착한 척에 강박적으로 집착해서 좋은 점도 있는데. 그런데 그거 까딱 잘못하면 재수없음으로 비춰진다고. 지나고 보면 자기만 손해인 경우가 적지 않아. 응? 너 잘난 척하고 싶을 땐 정신연령 10살을 고집하고. 너 신나고 화끈하게 으쌰으쌰 놀 땐 어른인 거니? 나 고집피우고 싶은 건 끝까지 양보하지 않고, 내가 여자말 번역기에 100이면 100 다 맞춰주기는 싫고. 넌 어리고 돈 많고 직업 좋고 이쁘고 몸매 좋은 여자를 좋아하면서. 그러면서 누가 듣고 있기 때문에 못생긴 여자 얼굴 평가하면 안된다 입바른 얘기나 하고. 회사 여직원 이쁘냐고 물어보는 게 뭔 흉이라도 되니?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그러니까 늬가 매번 허당이라고. 어? 겉 다르고 속 다르니까. 지는 남 비위 맞추는 거 싫어하면서도 억지로 먹고살아야 하니까 아부하고. 남자들끼리 우정은 으쌰으쌰 립서비스 안되고 듣기도 잘 안되고. 마이크 각자 켜고 각자 말하고 각자 안 듣고. 여전히 정신연령 20살. 그러니까 진짜 20살이 그런 아저씨를 만나면 처음에 좋다가도 좀 지나면 슬슬 피하는 거지. 너도 너 같은 여자를 만나봐라. 끝까지 버티면 용한 거고. 헤어질 때 할 말은 딱 정해져 있고. 그건 뭐다? 넌 너 밖에 몰라! 걔네들 거울녀 공주병 연예인병녀도 철들고 정신차리면 제정신으로 돌아와. 내가 상당 기간 널 관찰한 결과 넌 멜로드라마 체질은 전혀 아니거든? 늬 성격 맞춰줄 여자. 많았으면 좋겠지만 진실은 가망성 희막한 희망사항일 뿐. 눈은 여전히 높고 피부는 갔고. 머리도 빠지고. 아 서글프다 서글퍼. 그런데 친구끼리 회사 여직원 괜찮냐고 물어봐도 화 내고. 거울로 자길 보며 샤워할 때 자긴 잘생긴 거 같다고 하는데. 정작 여자 얼굴 얘기하면 또 짜증내고. 뭐야? 어쩌라고! 그래서 너 찜찜하니 짜증나고 찌푸둥 기분 저조할 때 할 말도 딱 정해져 있어. 항상 똑같아. 그건 뭐다? 바로,
    너 같으면 기분 좋겠냐?! 
    고지식 장남 스타일이 다 그런 건 아닌데, 여자 만나기 꽤 까다로울 텐데. 벌처럼 단물을 빨고 나비처럼 꽃밭에서 춤을 춰도 모자를 판에. 꼭 말을 톡톡 쏘거나 말이 잘 안 섞이거나. 이게 다 형이, 어? 형이 다 친하니까 얘기하는 거야. 어차피 이런 얘기 나중 듣기 싫어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어? 나중 봐라 너. 고깝게 들리기야 하겠지만 들어서 나쁘진 않다 너.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긴 하다만.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게 만물의 이치인데. 콜라처럼 짜릿짜릿 진한 사랑일 것이냐. 영화처럼 낭만적인 연애일 것이냐. 유행가 가사 같은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불여우한테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네. 여자? 여자라면 신물이 나네요. (절레절레). 이게 다 남자 대 남자로 대화하는 거니까 말하는 거네 친구. 어? 누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듯 얘기하면 결혼도 쇼윈도로 살래? 그럴 자신 있으면 그러겠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 무엇보다 네 본심과 흑심을 말이야. 자기 군침은 인정하지도 않고 10살처럼 착한 척만 고집하고. 그게 뭐니? 대관절 사석에서 그녀들끼리 뭔 얘기를 하는지 알긴 아니? 말도 마라 말도 마! 왜, 속이 메스껍니? 뭘 잘못 먹었어? 내가 보기에는 아마 똥 마려운 거 같은데. 넌 어떻게 된 게 애가, 아니. 됐다.」
   「그래. 잘 들었다. 충고 괜찮네. 할 말 더 있냐? 없으면 나 갈께. 기가 막혀서. 아니. 너한테 하는 얘기 아니야. 그러라지 뭐. 하찮은 허당의 허깨비 같은 사랑, 나도 싫다 나도 싫어.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할께.」
   「그게 뭔데?」
   「나 삐지지 않았어. 난 삐지는 게 뭔 줄 모르거든. 나 간다. 안녕.」





    10

    아! 
    NB가 마크에게 해준 말 가운데 하나가 빠져서. 
    별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한번에 가는 긴 대사니까 듣기도 1번이면 금방. 옮기자면 이와 같다. 
   「너의 행태 그 전반적인 원리가 뭐랑 비슷한 줄 아니? 
    한마디로 여자의 내숭! 캬~, 어? 딱 내숭! 
    우리에게 여자의 내숭이 싫진 않지. 단지 그녀들에게 때와 장소에 따라 꼴불결일 수도 있다뿐. 내 남자에게만 나만 봐? 왜 안 돼! 그게 뭐가 나쁘냐 이치. 단지 오만 남자한테 다 꼬리치고, 웃기다면서 남자 한쪽 팔 때리고 팔짱끼고 매달리고 유혹하고. 여자들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꼴 보기 싫어하는 여자들의 행동. 단, 우리는 다르고. 여자의 우정에서 알게 모르게 오만 정 뚝 떨어지게 만들고. 그녀들 속 뒤집어지고. 응? 요컨대 내숭. 좋을 땐 좋은데 어떻게 그 기술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테크닉. 시의적절하면 귀감이요 아니다 싶으면 수작. 물론 남자의 개수작과 매칭하는 설은 논외로 치고. 그런 남자의 착한 척은 완벽히 여자의 내숭과 닮았다는 거. 정말 모르겠니? 
    육상, 수영 등 기타 다른 스포츠를 전문적으로 교육할 때 바로 그래서 꼭 그런다니까. 교습법 가운데 반드시 있어. 그건 무엇일까? 카메라로 본인 스윙을 찍어서 보여주는 거. 안 보여주면 모르거든. 너도 딱 그래. 사람이야 누구나 이중인격에다 속물이라지만 뭔가 꼬였어. 속에 쌓인 건 많고. 뭔가 있어. 때문에 당사자는 이따금 혼동스럽고. 옆에서 익숙하면 그러려니. 반면 생소하면 불편하고. 다 그게 그거. 딱 내숭! 어? 가짜 뻥 위선 연기 착한 척이란 말이야. 어? 너 지금까지 누가 그런 얘기 해준 적 단 1번도 없지? 그치? 내 그럴 줄 알았다, ~라는 말은 하지 않을께. 왜냐하면 <내 그럴 줄 알았다 ≒ 너 같으면 기분 좋겠냐>이기 때문이지. 인정 불인정? 당연히 인정하기 싫을 텐데 이런 말 꺼내서 내가 미안하다. 응?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야 정상일지도 모르고. 
    야 이 녀석! 내 친구야. 응? 그래도 옆에 누구 없잖아? 바텐더랄지 웨이트레스나 잘 보일 사람 없는데. 어? 그땐 친구 단점 말 꺼내지 않는 게 우리들 불문율인데, 지금은 아니잖아? 아 맞다. 너 아까 그랬지. 너가 라디오 방송 게스트처럼 사생활 일부분이 공적으로 노출되고, 추리소설 주인공처럼 도청된다고 느낀다는 거. 허허. 우리,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크크크. 하긴 볼 만한 스릴러 영화 이제 잘 나오지도 않지 뭐. 
    가령 TV 코메디 프로그램. 여러 종류 가운데 하나로 혼자 사는 연예인이 집에서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는 일명, 관찰 예능. 그거도 시청자들 의견 모아보면 통계 딱 나와. 도표 대번에 그려진다고. 어떻게 그래프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겠니. 보아하니 <여자가 나쁘다 여자는 영악하다 여자는 요물이다>라는 말장난식 일반화가 아니라. 그런 잔소리가 아니고 말이야. 딱 데이터베이스를 면밀히 집단지성이 감상한 결과 그 불변의 결론은 딱 그것. 관찰 예능에서 주인공으로 여자가 나오면 3가지 특징이 보이지. 
    첫째, 재미없다. 노잼. 개노잼. 왕노잼.
    둘째, 첫째의 예외가 희박하게 있긴 한데 예외가 거의 없음. 특히 미녀일 때 핵노잼 99.99퍼센트. 미녀? 안 그래도 어차피 젊음에 기인하는 미모. 화장 지운 체 표정없이 원판만 보면,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 미모 수준과 하등 다를 게 없는 것 역시나 95퍼센트. 그래서 그런 꾸며진 미녀가 90살 되어 길에서 마추치면 스쳐지나간 뒤 절대 뒤돌아보지 않음. 그럴 수 없으니까. 다 똑같이 비슷비슷한 꾸밈녀일 뿐. 남은 나를 어떻게 볼까, 포장을 어찌 할까, 조명발 화장발 사진발. 지성미도 빠지지 않겠지만 저게 먼전데? 거기에 도대체 어떤 정량 얼마만한 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지 알기는 아니? 그런데 그 과감한 시간 투자가 얼만데, 거기서 재미난 게 나올까? 나오긴 할 테지만 많진 않겠지. 대중적이기야 할 테지만 재미가 없다고 재미가. 어? 핵심은 노잼! 그래서 코메디 관찰 예능이 생활 다큐멘터리로 바뀌는 식이지. 
    셋째, 내용 뻔함. 그래서 그 재미없음을 뻔뻔히 편집하려는 실무자 입장도 이해가 됨. 먹고사는 게 그게 쉬운 게 아니야. 그럼.
    그야 뭐 TV 프로그램이야 코메디고. 우리는 연예인병과 관련없는 일반인이고. 그런데 남자가 뭔 내숭? 그럼 여자가 배짱? 정숙한 여인이 정말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구애하는 모습이면 멋질 수 있는데 그게 아닌 경우도 있고. 다시 말하자면 그거? 한마디로 완벽한 내숭이라니까 그러시네. 어? 내숭이란 남자에게 허락치 않는 그녀들만의 재능까진 아니겠지만. 내숭의 영역을 남자가? 그런데 남자는 눈이 높아. 그럼 남은 후보군은 뭐랄까 태생적으로 애교 부리기 싫고, 내숭도 없고, 그저 착해빠진 선녀 뿐이라는 말인데. 내가 널 모르니? 넌 여자 외모 엄청나게 많이 봐. 평균 이상이라고. 넌 여자 몸매에 혹하면 여자가 못생기든 착하든 성격도 안 보고 일단 고백 먼저 하잖아. 안 그래? 그런데 왜 사석에서 친구랑 대화하는데 여자 얼굴 얘기하면 안되니? 남자가 정상이라면 되고, 넌 안 되고. 왜냐? 왜냐하면 내숭이니까. 자기만 착한 척이라 그거지. 여자로 가정하면 그런 식. 자기는 미남 좋아하고, 옷 잘입고 멋지고 목소리 좋고. 한 숙녀가 
    A. 속으로는 무조건 잘생긴 남자를 환장하듯 좋아하고.
    B.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못생긴 남친을 붙여는 놓고.
    C. 흠 잡히면 즉각 내차던가. 아니면 갈아타던가. 
    나이에 쫓기니까 A만 고집했다가 첫사랑은 아직이고. 껄떡대는 남자들 만나는 주고. 하이에나들 사겨는 주고. 덤프트럭으로 100 트럭 왕창 그분들을 싫어다 노예로 받쳐서 여자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고 할지라도 그건 싫고. 딱 싫고. 혐오하고. 그래도 쫓기니까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도 없고. 아름다운 내 사랑 진짜 우리 오빠는 그 어디 있나 소식도 없고. 그러니까 육체적 사랑의 진도는 0. 남자친구는 바람피던가 복수하고. 그러므로 여자는 (개개인에 따라) A와 B가 간극이 적냐 크냐에 따라 나중 사랑이 기쁨일 수도, 슬픔일지도 모름. 결과는 천차만별. 나 착한 척 오질 때 나는 남자 얼굴 안본다, 나는 남자 성격 본다, 나는 착한 남자이자 인성만 바르면 OK다. 나는 나다 그거지. 그런데 나중 알고 봤더니 영심이 중의 영심이. 어? 그래서 미남 놓치고, 순정 떠나가고, 친구의 남친이 잘생기고 목소리 도톰하고 성격 좋은 거 보면 솔직히 말해서 속 뒤집어지지 않으면 비정상이고. 보이는 건 다 임자 있는 유부남들 뿐이고. 아니면 문어대가리 동성애자. 스킨헤드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농담의 시작은 가발 쓴 분께서 먼저 시작하니까. 넘어가고. 
    다 그게 그거. 원칙적으로 엄연히 모순이기 때문에, 따라서 [A B C] 라는 불편한 모순을 현실에서 함께하도록 구현하면 안되는 것. 그래서 남자는 타석 여자는 타율. 귀와 귀걸이니 액자와 명화요, 꽃과 화병. 다 그게 그거. 남자는 'A B C가 같지 않음' 라는 듯이, 남자는 그처럼 분리되기 때문에 연애는 얘와 결혼은 정실감과. 여성잡지 1.5 이상은 남자처럼 그렇게 되고. 여성잡지 1과 소녀감성은 그게 안되고. 그러니 저 'A B C 함께' 라는 모순이 가능하고. 응? 그러다 정신 차려서 사랑이 장기전으로 다정해지면 좋은데. 문제는 엄마 스타일이 일단 이모 스타일로 넘어가고 나면 그 다음은? 다시 되돌아올려나 아니면... 넘어가고. 너도 호프 축제는 TV에서 보고 동네 '뭰헨 호프' 단골이니? 극장 이름인 외국 지명을 갖다붙여서 피카디리. 피카디리 극장에는 가봤는데 피카디리 극장이 나오는 고전소설은 뭔지 모르고. 피카디리가 옆집 똥개 이름이던가 말던가 관심도 없고. 우리, S BAR, 이제 그만 좀 가자. 어디 괜찮은 술집 있으면 이제 좀 바꾸자고. 어? 그럴 때도 됐다. 어쨌든 여자는 그렇고. 남자는? 딴놈들은 몰라도 너라는 수컷. 
    솔직해야 할 때 가식적이고. 영악하지 않으면 안 될 때 마음 약하고. 나는 불순하고 싶은데 순수하니까 줘도 못 먹고. 회사 직원들 (개)허세와 유부남 친구들 (왕)허풍 때문에 속 뒤집어져서 뭘 주라느니 마라느니. 아직 친분도 미미하고 친근감 여린데 뭐, 첨 봤거나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야 한 번 주라? 주긴 뭘 줘! 너 같으면 주겠냐? (절레절레)! 그래 봤자 씨알도 안 먹히고. 조과는 대실망이고. 여복은 어림도 없고. 여자들 허영심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고. 너 그처럼 계속 거꾸로맨으로 살면 인생 피곤해진다, 너. 어? 너만 재미없으면 몰라도 매번 공상을 부추겨서 언젠가 잔소리 한번 터지면 이처럼 여간해선 잘 못 멈춘다고. 어? 그런데 만약 널 좋아하는 여자가 있고, 그녀가 너의 어떤 부분들이 변하기를 바란다면! 음? 허허. 아니야. 수컷은 바뀌지 않아. 우리는 변할 수 없단 말일세. 그럴 수는 없는 거거든. 철들면 재미없어. 그래도 철은 들어야 하겠지만 일단 그래. 반면 암컷은 시시각각 아주 그냥 시시때때로 끊임없이 변할 테고 말이야. 하여튼 너 이기는 거 좋아하고 지는 거 싫어하잖아. 안 그래? 지는 비교 싫고, 딸랑딸랑 아부와 반짝반짝 애교는 좋아하면서. 어? 그러면서 포커페이스라는 기본, 포커판의 잔습관, 마초의 악습은 방임? 아니면 아예 판돈이라도 무진장 많니? 그러면서 기초는 나 몰라라 모른 체? 늬가 무슨 용가리 통뼈냐? 너도 암컷 싸움닭이니? 남자가? 어? 뭐 내숭? 그래?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알아? 응? 그러니까 늬가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는 거라고. 어? 넌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늬 연애 인생 판도가 바뀐다. 팔자 고칠 생각 있으면, 뭐, 그러든가 말든가. 제2의 전성기, 다시 부르고 싶지 않니? 어? 허허. 
    할 말 어쩌다 평소에 꾹 참고, 이건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에 관한 기준선도 사람마다 세밀히 들어가면 제각각이겠지만. 그걸 뭘로 표현하는 게 좋을까만 한 20년 고민했다고나 할까? 그 결과 긴말 필요없이 단어 딱 1개면 충분하단 걸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얘가 도대체 왜 이처럼 꼬였을까 정신분석을 해 볼까 말까...(딱)! 그 정답은 뭐다? 옳커니, 내숭! 어? 내숭. 그래. 내숭. 늬가 뭐 케이트 페리냐? 너 남자야. 늬가 무슨 아리아나 그란데냐고. 뭔 내숭? 허허. 가부장적 고지식이 몇몇 비율 장남들 특징이긴 한데. 다 일장일단이 있는데. 넌 어떻게 된 게 애가 거기다가 그거 받고, 내숭 얹고, 이성을 보는 눈 높은 거까지 따블로 가냐? (몸짓) (절레절레). 그러면서 몸매 좋은 여자 보면 환장하고. 자기는 여자 얼굴 엄청나게 보고. 그러면서 사무실 여직원 글씨 잘 쓰냐 손 예쁘냐 물어봤더니 광분해. 뭐야 그거! 어? 뭐지? 코메디야? 뭐야. 이걸 퍽 섭섭해 하는 게 인간적일지, 아니면 축배를 들어야 할지. 응? 난 도저히 모르겠다. 물론 내 말은 분석이 그렇단 거고. 그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고. 자기 개성과 정체성, 바로 알고 아름다운 인생 살자는 의미지 무슨 딴지 걸고 훈수 두고 그런 거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뭐 미쳤다고 사고방식이 굳어지고 새로움을 받아들이기보다 보수적으로 세상사에 찌든 어른들께 말이야, 내가 뭐한다고 주제넘게 훈수하겠니. 단지 내가 말하는 건 그런 어떤 밑그림이 보여진다 그 정도. 응? 저번에 너가 장난처럼 말해준 거 기억나냐? 너나 나나 아는 거 다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런 내용. 잔재주는 각자 달라도 잔지식은 그냥저냥 얼추 비슷하다는 거. 반대하지도 않고 늬 말마따나 그게 사실이고. 말 길어진 거처럼 나 자신에 대한 단점 꼬집자면 말도 못하고. 다만 방금 얘기했던 건 단점으로 보자면 단점이고, 희안한 성격이자 평소에는 상남자인데 얘가 언제 어떻게 어느 부분에 대해서만 유독 내숭을 떠느냐. 어? 도대체 왜 그럴까에 집중해서 보면 인문교양적 지성이고. 우리, 그 정도는 얘기해도 되지 않니?
    그런데 너 얼굴 표정이 대체 왜 그래?」 






    11

    그는 무식을 뽐내는 것 같아서 당분간 칼럼을 쓰지 않았다. 어쩌면 멍청함을 자랑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마도 횡설수설 뒤엉킨 사랑론을 재탕한다는 비난 그 환청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황홀감이라는 동력도 없고. 감수성은 원래 메말랐고. 모험심마저 매몰차도록 그를 외면했다. 여심의 감탄스러움이라면 짜증 지수가 바빠짐을 돋구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테고. 그렇다고 허영심에게 일상의 전권을 맡길 수도 없고. 교묘한 잔재주는 써먹을 기회가 통 없다 보니 기 빨린지 오래고. 저속한 취미 그게 뭐 재밌다고 이 판국에 등용시키겠나. 쾌락마에게 현혹되지도 않고. 스스로 발 달린 호박들을 꼬실 마음도 없고. 
    아! 때가 임박한 것일까? 상놈에게 새로움이 바닥났으니. 잡것이 원하는 무관심은 떠나라고 부추기며 물건을 푸대접하는 식이지. 그럼 정말로 당장 앞뒤 보지 말고 떠날까? 갈 데는 많아도 오라는 임이 없는데. 그 방안마저 냉담한 멍청가의 근질근질한 엉덩이를 섣불리 긁어주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빈첸초 벨리니의 은빛 출렁이는 달 같은 노래를 들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으니 보통 일이 아닌데? 그럼 어쩌라고요. 그래 봐야 딱히 대책은 가난하고. 고로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으니 NB는 마침내 올드보이가 된 것이란 말일까 아닐까. 사탕발림 립서비스는 숙녀를 예찬하는 데 써먹어야지, 이처럼 투정과 불평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그건 정말 꼴 보기 싫은 어리광 밖에 안된다. 따라서! 그다음이 없는데 따라서는 뭐가 따라서인가. 할 말 없으면 소파에 자빠져 TV 나 볼 것이지, 어?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계속 또 하고. 그래서 그는 터벅터벅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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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5

from 소설 2019. 8. 31. 20:11

    1

    미친 사랑이 선사하는 신비한 희망. 그게 뭔지 생각도 안 난다. 심오한 지성, 졸립다. 아찔한 미모? 그림의 떡. 첫눈에 반하기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데 그마저도 귀찮고. 사귀는 숙녀에게 매몰차게 차이는 게 고귀한 인생 최고의 행운일지도 모르지만. 허나 일단 차일 일이 없어. 그러던 어느 날 더더욱 심심해지기나 하지. 멧돼지 같은 본인, 이제는 완전한 동네 아저씨. 여자들의 이상형에 근접해본 일 자체가 없고. 춤도 못 추고. 최신 유행가 자체도 모르고. 듣는 거라고는 또 얀 디스마스 젤렌카 / 미사 Vottiva in e minor ZWV18. 그래도, 동네 똥개들한테 업신여김 당하는 신세를 비관하지 않으려던 찰나. 사무실로 에밀리가 제 발로 찾아왔다. 
   「에밀리. 늬가 여기 웬일이니? 연락도 없이!」
   「왜, 나는 여기 오면 안 돼?」
   「안되긴. 어설픈 허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을 친애하는 에밀리께서 알현하시겠다면야, 나야 고맙지. 허허허허허.」
    그렇게 에밀리와 나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게 됐다.
   「오빠 본론부터 말할게.」
   「서론은 없어?」
   「오빠. 뜸들이는 거 지겹지도 않니?」
   「그건... 아마도 본 게임이 뭐냐에 따라 다르겠지? 호호호.」
   「이 오빠 또 또. 무슨 떡두꺼비 풀 뜯어먹는 소리나 하고 자빠졌어 그냥.」
   「그럼 내가 너에게, 신기한 행복감을 예고하는 청순한 희망에 대해 능변을 늘어놔야겠니? 그러다 수다 3시간 얻어들으라고? 난 못해. 너가 말리고 싶다 그래도 싫어.」
   「하여튼 이 오빠 무진장 싱겁다니까. 도대체 속으로 뭔 생각을 하는지 알 듯 말 듯. 해석 불가.」
   「그러지 말고. 본론이 뭔지나 말하시지?」
   「오빠. 나 10만원만 빌려줘.」
   「뭐? 뭐라고? 내가? 너한테? 아니 왜? 여기까지 늬가 타고온 차가 얼마짜린데. 너 나 놀리니? 너 입은 거 위는 샤넬, 아래는 에르메스? 귀걸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견적은 몰라도. 딱 봐도 그거네. 너 또 뭐 어디서 인문교양서 주서 읽고서 그거 따라하는 거지? 그렇지? 내가 널 모를 줄 아니, 어? 밥은 절대로 혼자 먹지 마라는 둥, 속옷은 좋은 걸 입으라는 둥. 다 그저 그런 시시콜콜한 잔소리들. 다 그거 책 팔아먹을라고 만들어낸 쓰잘데기 없는 얘기들일 뿐이야. 그래서 믿음직한 오빠로 고른 게 하필 나다?」
   「오빠. 그거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아? 늬 이마에 그렇다고 딱 써 있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겠니.」
   「그럼 오빠 이마엔 뭐가 씌여 있는데?」
   「내 이마? 허걱! 눈치챘니?」
   「귀걸이가 샘나는 코끼리 팔랑귀랑 똑같구만 그래. 허허.」
   「뭐?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말을 알아듣게 해. 그게 무슨 거 뭐야. 오리 + 너구리 = 오리너구리. 어? 무슨 세르비아 속담 같은 얘기? 말하자면 세르비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 독일인의 펜에 끌려가기보다 터키인의 칼에 끌려가는 편이 낫다. 어? 그런데 사람 사는 데 다 똑같듯 모두 좋지만 일부, 웃자는 의미로다 현실을 판타지처럼 상상하자면. 즉 터키계 독일인 악당의 펜과 칼에 사기당하면! 그런데 내가 사기를 왜 당해.」
   「또 시작했다. 또 또. 나 갈래. 나 그냥 지나가다 잠깐 들린 거니까. 그러니까 오빠는 별 의미 부여하지 말고. 알았지?」
   「뭐 그냥 간다고? 그럼 차라리 오지를 말지, 뭐야? 어? 그게 뭐냐고! 빌린 돼지가 일 년 내내 꿀꿀거린다더니, 어디서 또 인문교양서에서 본 거 그대로 따라 하기나 하고. 쟤도 영심이야 영심이.」
    그렇게 에밀리는 갔다. 가버렸다. 매정한 년. 아니, 응큼한 년? 그러든가 말든가. 지금 얌전하니 정숙하니 그게 문제야? 그럼 뭐가 문젠데. 지금 그걸 몰라서 물어? 말을 해 줘야 알 거 아니야. 우리가 무슨 독심술사야 뭐야. 에잇 3번마가 치고 나오다 퍼진 다음 4번마가 뒷심을 발휘하는 경마 중계도 재미없다. 거 참 더럽게 재미없구만 그래. 에잇. 그만둬. 관두면 될 거 아니야. 어?





    2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었거든 검지나 말지. 사람이 좋지 못하거든 오히려 믿음직스럽기나 하고, 재주가 없거든 착하기나 하였으면 좋을 텐데. 말과 행동이 믿음성 없고 건방지거나, 여자말 번역기의 끝판왕이거나. 추남인데 바람피우기 선수인 사례처럼, 선녀인데 앙칼지고 성격까지 더러우면. 속좁기는 개미 똥구멍. 이타성과는 일절 담쌓은 이기주의. 걔가 걔? (절레절레)! 뭐 찝쩍녀와 껄떡남의 만남? 또 상상병. 나는 이처럼 자꾸만 쓸데없는 공상을 부채질하는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허언증에 안절부절못하느니. 조증녀에게 기 빨리다 정신을 잃느니. 더 이상 권태에 주늑들어 정신연령이 낮아지는 꼴, 꼴 보기도 싫었다. 말이 좀 심했다만 그게 또 그다지 틀만 말도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뭔가를 하려고 했는지, 그런데 뭘 하려 했는가 그걸 까먹었다. 하여간에 못 말린다니까. 그렇지만 절망은 금물. 왜냐하면 바로 엘리자베스가 날 찾아왔으니까. 이거 무슨 내 사무실이 꽁트 무대야 뭐야. 응? 
   「오 레이디 엘리자베스. 설마 너도 지나가는 길에 들린 거니? 그러니?」
   「어머. 어머머머머머. 어떻게 알았어? 오빠 그거 어떻게 알았는데?」
   「아휴 내가 그냥 동네 북도 아니고. 뭐냐고.」
   「동네 북? 동네 북이 뭐 어째서?」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나 너 없을 때 내 흉보지 않았지?」
   「뭐야. 도둑이 제 발 저리는 행동?」
    어쩌고저쩌고 소파에 앉고. 
    탁자에는 오렌지 주스와 우유.
   「오빠. 내가 오빠한테 홀딱 빠져 있다는 거. 알아 몰라?」
   「헉. 진짜로?」
   「뻥이야.」
   「」
   「솔직히 말해줘?」
   「솔직히 말하긴 뭘 솔직히 말해. 하지 마. 듣기 싫어.」
   「오빠 삐졌어? 오빠 삐졌구나.」
   「내가 삐지긴 언제 삐졌다고 그래? 나 안 삐졌어.」
   「삐졌네 삐졌어.」
   「아니라니까! 얘가 자꾸 말 두 번 하게 만드네. 나 안 삐졌어.」
   「(말 따라하기) 나 안 삐졌어.」
   「」
   「오빠.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날 찾아온 거야?」
   「내 사무실에 찾아온 게 너지, 나냐?」
   「앗 착각했어. 뭐 그럴 수 있어. 그래도 그게 집착보다 낫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고. 오빠.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아니다. 됐다. 생각 없다.」
   「너 왜 자꾸 사람을 들었다 놓니, 응? 얘가 날 자꾸 쥐락펴락하네, 어?」
   「오빠 눈치챘어?」
   「그럼 내가 바보니?」
   「오빠 바보잖아. 사랑의 바보. 푸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하여간에 못 말린다니까. 어떻게 안 돼.」
    곧바로 엘리자베스는 음악 CD를 내게 건넨다. 
    그건 바로, 빈첸초 벨리니 / 오페라 <노르마> 1막 2장 - 3 중창 “오! 너는 얼마나 비참한 제물이 되었는가“ 
   「오빠가 저번에 부탁한 거.」
   「내가?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그래? 어머 착각했다. 오빠가 아니구나. 다른 오빠네. 다시 줘. 그거 이리 줘.」
   「뭐야? 줬다 뺐어? 줬다 도로 뺐니? 줄까 말까 줄 듯 말 듯도 아니고. 뭐, 줬다 뺐어? 가져가. 가져가. 나 그런 거 필요 없어. 이런 이런...!」
   「쯧쯧쯧. 오빠 삐졌어?」
   「삐지긴 누가 삐져? 나 안 삐졌어. 나는 태어나서 단 1번도 삐져본 적이 없는 남자야. 알아?」
   「어머 그러세요? 그럼 잘됐네. 나 갈게.」
    그렇게 그녀는 갔다. 뭐야 이거! 오지 않으니만 못하게 이게 뭐냐고. (절레절레)





    3

    여자의 우정이란 <시어미──올케──시누이>라는 전설적인 트로이카의 친목과 닮았을까 다를까. 그야 그분들 사정이고. 사랑이 아름답든 추접스럽든. 우리는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런 늑대가 아니다.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 보듯 하니까. 뻔질나게 숙녀만 쳐다보며 인생을 낭비하는 뺀질이? 우리는 시간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세상사가 어디 그처럼 녹록하더냔 말이다. 기를 쓰고 덤벼도 로또 복권 꽝인데 말이다. 옛말에 남의 촛불 심지를 줄이려다 네 손가락을 데이지 말라고 했다. 여자는 불여우다. 숙녀는 살쾡이다. 고로 우리는 살짝 탐나긴 한다만 차마 짝사랑을 사양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그래도 우리는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해하는 건 좋다만 다 좋다만. 뭔 만나던가 말던가 해야 이해를 하고 자시고 할 거 아니냐고. 안 그래? 이해고 나발이고 뭔 약속이 있어야 이해심을 발휘하지, 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미사 C 장조  K.337. 언제까지 이런 고리타분한 음악이나 들으면서 방구석에서 시상 떠올리고 착상에 고심하고 그러냔 말이지. 그놈의 공상 때문에 아련한 잔광은 잊혀지지가 않고. 짜릿한 잔상은 언제 어디서나 상상병 환자에게 싸구려 본드처럼 들러붙어서 뚝 떨어지지를 않고. 그러니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하지 말자 라고 했다가, 더더욱 심하게 어쩌고저쩌고. 그러다 귀에서 피가 나! (몸짓)
    그래서 나는 뚜껑 없는 차가 지겨워졌기 때문에, 따라서 포트토피노 몽키스패너와 차를 다시 교환하기 위해서 그곳으로 갈려고 했다. 
    그런데 또 누가 사무실로 찾아오네? 하루 걸러서 날 맥이는 거야 뭐야. 지들끼리 짰어 어쨌어?
    울지 않는 아이 젖 주랴? 우는 아이 젖 준다지만 나는 울지 않았는데? 나 여자 싫다니까?
    그렇게 비비안이 딱 내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말했다. 
   「비비안. 너 지나가다 들린 거 다 알아. 너 할 말 많겠지만 참어. 하지 마. 들어. 딱 들어. 닥치고 들어. 늬가 뭔 말 할지 다 아니까 듣기나 해. 좋은 말로 할 때 들어. 조용히 해. 시끄러우니까. 너네들끼리 나 좋아하는 거 다 안다고. 어? 아 글쎄 그놈의 짝사랑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어? 그놈의 짝사랑복 왜 이제사 막판 스파트냐고. 어? 여복이 터질 꺼면 초반 초중반에 터졌어야지. 어? 이게 뭐야 대체! 도대체가 말이야, 어? 장가가는 놈이 불알 떼어놓고 가니? 바늘 가면 실도 가야지. 그런데 실은 너네들 바늘은 나 하나. 너희들이 무슨 후궁이니 사랑의 차트 애첩이니. 어? 늬들이 뭔 생각을 하고 뭔 말을 할지 이미 다 안다니까? 어? 내가 무슨 도토리인 줄 아니? 왜 그처럼 나를 갉아먹어? 그만 좀 쪼아 그만 좀 쪼라고. 어? 늬들이 무슨 딱따구리니 다람쥐니? 내가 뭐 삥발이 초식동물인 줄 아니? 늬들은 하이힐 스킬레토힐 신으니까 니들이 초식동물이야. 어? 나는 펜을 쥔 사자라고. 알아? 내 호피무늬 팬티 보여줘? 그런데 나 그런 거 없어. 뻥이야. 코끼리 팬티도 여태 살면서 단 1번도 못 입어 봤다. 됐냐? 늬들이 기린이면 난 공룡이야. 어? 늬들은 얼룩말 나는 펜더곰. 뭐 펜더곰? 그런데 펜더곰이 우리 대화에 왜 끼어들고 난리야 난리긴? 어? 이거 왜 이래? 
    그저께 에밀리, 어제 엘리자베스, 오늘은 우리의 비비안. 어? 늬들 짰니? 그랬니? 나 골탕 먹이는 게 그렇게 재밌니? 행보가 너무 뻔하다곤 생각치 않니? 난 파멸 너넨 승리, 난 불행 너넨 행복의 정복? 재미없어. 재미 하나도 없다고. 그럴 꺼면 번호표 뽑는 기계를 미리 사도록 시간을 주던가. 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 나랑 현찰박치기라도 하자는 거니? 그러니? 어영부영 나랑 퉁칠려고 드네 얘들이. 응? 나 괄시하지 마 얘. 나 하마야. 나 두더지라고. 너네들 약점 하나하나 다 쥐고 있어. 누가? 내가! 푸하하하하하하. 너네 별명들? 별명들 뿐이네 너네 과거는 바로 이 손 안에 있다고. 어?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오빠? 그 오빠가 내 친구야. 크크크크크크크. 누가 누가 헤프고 누가 누가 이모 스타일인지, 우리가 모를 줄 아니? 푸하하하하하하. 그래도 있잖니, 기분 나쁘게 듣지 마 얘. 다 인생에 대한 준엄한 질책이라고 생각하렴. 그래. 그러면 돼. 안 될 게 뭐니? 이게 다 너 생각해줘서 하는 얘기야 얘. 있지, 너 나 알지? 나도 너 알아. 그런 의미에서 우리 뽀뽀나 할까? 뭐 뽀뽀? 꿈도 꾸지 마 얘. 너 쉬운 여자 되지 말라는 뜻에서 내가 다 농담도 해 주고, 어? 능글능글한 덕담 일부러 밑밥을 까는 거라고. 알아? 다 큰 그림을 그리자는 의미에서 하는 일이라니까 그러시네. 응? 너 정신 바짝 차려 얘~! 아빠가 괜히 그러시겠니. 딸아 아빠만 빼고 이 세상 남자는 죄다 늑대이니라~! 몰라? 그놈의 흑심이라면 부모 팔고, 나라 팔고, SC 이름도 팔아서 지 탐욕을 채우는 게 인간. 어? 뭐 CS니 뭐니 뭐니 이름 팔고 썰 풀어서 CS를 즐기는 놈? 복마전도 복마전도 그런 복마전이라니, 복상사 당할 팔자겠구만 그래. 천벌 받을 놈. 좌우지간, 나도 내가 지금 뭔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만. 응? 그런데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해지지? 그게 뭐냐고? 너가 에밀리 끄나풀인지, 아니면 엘리자베스가 네 꼬봉인지. 즉 너네들 서열이 별안간 궁금해졌다 이 말씀. 뭐 장군멍군 누가 위고 아래고 그런 거 알고 싶지도 않고. 
    너 왜 왔니? 서론만 이따만하게 늘어놓고 또 나 약 올리려고 온 거니? 본론은 아무것도 없고. 어? 계속 듣고 듣고 동조하고 동조하고 편들고 편들고. 그러니까 내가 우스워? 그래? 내가 저자세 취하고 굽히고 꼬리 흔드니까, 날 지근지근 밟는 게 재밌니? 그러니? 어? 조심해. 어? 말조심하라고 얘. 너 그러다 순식간에 당해. 아 입 아퍼. 일단 소파에 우리 앉어서 얘기하자꾸나.」
    그렇게 우리는 소파에 함께 앉았다. 
    소파 승진이란 낱말이 갑자기 떠오른다만 넘어가고. 
    음료수는 콜라와 마티니. 
   「용건이 뭐니? 만에 하나라도 너 나한테 고백하지 마라. 오빠가 좋다느니 어쩐다느니. 어? 여자는 먼저 고백하면, 그럼 너랑 나랑... 크크크. 흐흠. 흐흠. 그런데 설마 설마 했는데. 혹시 혹시 걱정하던 의심이. 결과는 역시나? 설마 설마 했는데, 너 나 진짜로 좋아하니? 그러니? 어머 얘 이걸 어쩌니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 뭐 그렇다고는 하나 남녀 인연이야 모르는 거니까 차차 생각해보는 걸로 하고. 어? 내가 이래 봬도 말이야 연애운 애정복 사랑론 재물복 말년운, 이런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본다니까. 응? 특히, 속궁합! 뭐? 농담이고. 아 진짜. 진짜 진짜 장난. 거 참 분위기가 급 경색되므로, 고로 일단 분위기를 바꾸자. 어떻게? 다 방법이 있어. 허허허허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중 2막 데스피나의 아리아 “여자 나이 열다섯 살쯤 되면”
   「오빠 혹시 프리메이슨 멤버야? 아니다. 프리메이슨이고 뭐고 알 게 뭐야! 안 그래?」
   「그게 무슨 백곰 설사하는 소리니? 무슨 그런 앵무새 발정난 소리를 하고 그래? 재미없게 말이야. 우리가 펭귄한테 지사제 먹일 일 있니? 무슨 캥거루 낮잠 자는 얘기는 식상하고. 그런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
   「오빠 요즘 상태가 몹시 안 좋구나. 많이 나빠. 응? 오빠 기억 안 나? 내가 오빠 뒤를 봐줬어. 오빠 품위 유지비 떨어졌다길래, 어? 오빠 칼럼 내가 여기저기 꼽아준 거. 알아 몰라, 응?」
   「내가 무슨 콘센트니 꼽아주게? 뭐 뒤를 봐줘? 늬가 내 뒤태를 왜 봐? 내가 네 뒷모습을 본다면 또 모를까. 키스는 꿈도 꾸지 마. ~라고 말하려고 했지? 다 알아. 다 안다고. 」
   「」
   「그런데 너. 허풍꾼들 말이라면 해가 동쪽에서 뜬다 해도 안 믿을 거니? 어? 오빠 그런 사람 아니다 너. 응? 오빠는 달라. 난 다르다고. 어? 내가 어딜 봐서 허당이야? 나 허당 아니야. 아니라고. 어? 이거 왜 이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들도 참 보는 눈 없다. 어? 안 본 눈 산다고. 응? 그러니까 말이지, 말하자면. 내 서글픈 처지를 말하자면, 보아하니 나는 왜 이 모양이라서 웬만한 숙녀를 다 못 꼬시는 걸까, 설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그러기를 바래.」
   「오빠가 대체 뭘 안다고 그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어? 오빠가 만나자고 해서 온 거거든.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자, 구글 캘린더. 봤지?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 봤지? 음성통화 기록. 봤지? 이래도 오리발 내밀 꺼야? 이 인간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자, 여기 그림. 내가 갖다 버리려다가 오빠가 주라고 해서 가져온 거야. 버릴 꺼면 나 주라고 그랬잖아? 광대가 등장하는 베르나르 뷔페 그림. 거 참 남자가 더럽게 말 많네. 하다 하다 남자한테 잔소리 듣고 귀에서 피가 다 날 지경. 어? 이 오빠를 미워할 수도 없고. 꼴 보기는 싫고. 얄밉기는 그지없고. 넌 말이야, 어? 넌 그 그 그...... 됐다. 오빠는, 어? 잘해줄래야 잘해줄 수가 없어. 알아? 나 간다. 오빠는 무슨 지가 무슨 낭만파에 기분파야. 순 허풍꾼 난봉꾼 뻥쟁이 오바쟁이 주제에!」
   「」
   「아 참! 오빠.」
   「어? 어!」
   「도넛 가게 아르바이트생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뭔 줄 알아?」
   「도넛 가게 아르바이트생이 제일 많이 듣는 말?」
   「어.」
   「그게 뭔데?」
   「달지 않은 도너츠 없어요?」
   「뭐?」
    안 단 도넛이 있나 없나는 몰라도. 
    아무튼, 그녀는, 갔다. 
    맞다! 
    내가 불렀어. 그랬단 말이야. 것도 까먹고서 난 왜 그랬지? 그걸 내가 알아 누가 알아.
    나름 짱구 굴려서 선빵 날렸는데 제 꾀에 제가 당한 꼴. (수증기) (뒷목) (절레절레)
    그렇게 비비안은 떠났고 그림은 남았다. 뭐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야 뭐야! (절레절레)
    그래도 붸페인가 붸파인가 하나 남긴 남았네. 건졌긴 건졌다고. 직접 물건을 물어올 필요 없이 리모컨 누르기도 귀찮은데, 알아서 호박이 뭐 제 발로 넙쭉 걸어온다면야. 그런데 그게 대체 뭔 소리야? 모르겠고. 
    그래서 나는 당분간 사무실 문을 잠가 놓기로 했다. 한동안 혼자 있고 싶어졌으니까. 





    4
 
    자랑할 뭐라곤 쥐뿔도 없는 형편. 코끼리 팬티 입고서 팔랑귀 왕성하고 뭐 걸리기만 해 봐라, 라면서 레이더를 가동시켜도 할 일 없음. 치타처럼 빠른 페라리 FF가 있기를 하나 꾀꼬리처럼 청량한 숙녀의 속삭임을 듣기를 하나. 허구헌 날 떠올리는 거 하고는, 간교한 술책에 능숙한 꾀돌이의 봉건적인 소망? 하여튼 누가 상남자 아니라고 할까 봐. 잠깐만 통속적으로 따져봤을 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많이 저급하게 표현하자면 주둥이 닥치고 일이나 할까. 무슨 너구리 급똥 마려운 표정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어. 웃기지도 않다. 하나도 안 웃겨. 뭐 표범 무늬 치마를 입은 처녀? 저리 가! 오빠 이번에 마지막이야 딱 1번만 만나줘, 라는 순한 양? 순진한 여자라면 신물이 난다. 진짜 진짜 마지막이라면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숙녀들이 (손차양)? 내가 이래서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는 것. 청순한 숙녀들 섹시한 아가씨든, 우리는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다.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지긋지긋 찌긋찌긋. 어? 그런데 뻥 다 뻥. 몽땅 전부 뻥. 순 거짓말. 순전히 헛소리. (절레절레)
    하오나. 사랑, 그래도 한다. 왜냐, 해야 하니까.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멍청한 애정이든 더러운 사랑이든. 행운아와 해결사, 낭만주의자와 신비주의자. 그분들 입에서 욕 나오게 만드느니 차라리 내가 사랑을 하고 말지. 안 그런가? 그런데 그게 뭔 사자 방귀 뀌는 무논리야? 말도 안 되는 궤변에 말 같지도 않은 억지. 재미 하나도 없어. 빽빽거리는 수다 3시간 떽떽거리는 사랑의 훈수. 이런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젠젠젠젠젠젠~장! 에잇 재미 더럽게 없네. 그년 누군가 몰라도 말 더럽게 많다고. 내 참 더러워서 다음 생엔 수다쟁이로 태어나던가 해야지 이거 원. 다음 생? 다음 생의 다음 생의 다음 생까지 사랑의 노예로 끌려다닐지도 모르는데? 가족끼리 이러는 거 아니다. 오빠 자? 자긴 누가 자 안 자. 안 잔다고. 됐냐? 아빠 안 잔다, 거실에 TV가 하나뿐이라 리모컨 권력이 민감한 콩트. 젊은이들은 뭔지 모를 거야. 아시나? 아시든가 말든가. 그게 뭐가 재밌다고. 아직도 주말 연속극 챙겨보는 순진한 소녀감성이 흔하다고? 아무도 믿지 마!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잔머리 굴리기도 싫고. 잔꾀도 바닥났고. 잔소리 읊어줄 인기는 애초에 없었고. 거 참 인생 서글퍼지는구만 그래. 누가 아니래. 내 말이. 심심하든 재미없든 어쩌든. 도대체 내가 왜 이처럼 신기할 정도로 멍청해져야 하는데, 어? 그렇지만 하등의 이유가 없어도 사실은 사실. 어째서? 왜! 왜냐, 왜냐하면 다 그년 때문. 그게 다 그 미친년 때문. 그 꿀꿀꿀 돼지 같은 년 때문. 그놈의 더러운 사랑 때문.
    그 돼지새끼 같은 년의 친구가 더 가관이었어. 꼴에 지가 무슨 큐피트나 되는 줄 알고. 지 남자친구가 통제 안되니까 그거 상담한다고 불러내고 불러내고. 나랑 연락 비율 0 vs 100! 지가 다 데이트했어. 1 대 1로 단둘이 술 마시고, 것도 1번도 아니었고. 1 대 1로 만나 커피 마시고 기차 타고 어디까지 갔다오고, 단둘이 데이트만 100번. 자기 친구 소개시켜주고 빠져야 하는데 끝까지 지가 다 즐겨. 최악의 소개팅 주선자! 남녀를 중간에서 소개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지가 다 즐겨. 소개팅 주선해준답시고 자기가 단물 다 빨아먹고 기 빨아먹고 추접스러운 기억을 선물하고. 3년 사귄 현남자친구 놔둔 채 정서적 불륜. 자기 친구 도대체 언제 소개시켜주냐고. 현남자친구도 3년 만난 동안 성관계 딱 1번. 현남자친구가 성욕이 안 생기니까 것도 억지로. 현남자친구는 걜 매정히 내차지는 않고 짐짝처럼 붙여놓고. 여자는 비굴하도록 들러붙고, 따라다니고, 연락하고, 빌고, 울고, 툭하면 무릎꿇고서 애원하고. 여자는 그 남자의 모든 인맥을 파고들고 가족에게 잘하고. 완전히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서 최악의 <암컷 싸움닭 & 돼지하이에나>커플. 그 촌년의 친구마저 완전히 미녀였기 때문에 돼지하이에나는 더 돌아버렸고. 속 뒤집어져버렸고. 그래서 여자는 더더욱 울고, 빌고, 무릎꿇고서 애원하고. 그렇게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빠져야 하는데. 현남자친구 놔두고 지가 1 대 1로 데이트 100번. 1 대 1로 술 마신 거도 몇 번인데. 마음 먹고 쥐락펴락, 밀고 당겼으면 흔들리겠던데? 물론 현남자친구도 성욕을 못 느끼는데 그럴 마음이 있었겠나. 언제 지 친구를 소개시켜주나 기다렸는데 보자 보자 하니까 끝까지 지가 다 즐겨. 살다 살다 그런 소개팅 주선자를 다 보다니. 하다 하다 지가 무슨 큐피트라도 되는 줄 알어. 지가 다 1 대 1로 데이트를 즐겨. 더러운 막장 드라마를 대표하는 희대의 <암컷 싸움닭 & 돼지하이에나>커플. 
    암컷 싸움닭도 사람 좋은 여자도 많고, 못생긴 게 나쁜 거도 아님. 웃고 인상 편하고 잘 꾸미고 그러면 됨. 사람이 중간은 가고 교양 알고 상식 지키면 그만. 뚱뚱한 게 뭐가 나빠? 뚱뚱한 촌년이랑 밀애 한 번 떠나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더 뚱뚱한 선녀랑 찐한 사랑 한 번 해 보는 게 소원이라고. 단, 냉동참치 말고. 뭐 반 냉장참치? (절레절레) 하여튼~ 완전 못생긴 여자인데 몸매가 기가 막혀? 아찔하지 우리는! 어? 우리는~ 그분들 예쁘고 아름다운 숙녀로 만들어드릴 자신 있음. 어? 그분들은 우리를 만나면 팔짜가 바뀐다니까 그러시네, 어? 오빠 한 번 믿어봐~! 농담이고. 하이에나도 의리 있고 호인에다 남자다운 사람들 겁나게 많음. 그런데 문제는 심보! 관건은 성격. 그런데 걔네들은 둘 다 기고만장 성격 변태. 성격만 변태인 게 아니라, 툭하면 짜증 심심하면 광분. 그거 받아주고 받아주고 들어주고 들어주고. 에라~ 못해먹겠다 야 너 가라! 당시 결과는 그렇게 됨. 걔 둘의 인간관계는 주변 사람들 취재하면 죄다 그런 식. 옆에서 못 버팀. 옆에서 못 견딤. 고로 정답은 겪어보면 피하게 됨. 그러면서 암컷 싸움닭은 지 애인한테 사랑받지 못하지, 통제는 안되지, 놓치고 싶지는 않지. 그래서 암컷 싸움닭 왈, 
   「(지 남자친구가) 집에서 오냐 오냐 하면 컸다고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자동차도 비싼 걸로 바꾸자니 어쩌냐니.」
    아무나 만나면 다 싸우려드는 게 누구신데 그런 섭섭한 말씀을? 걔 거울 안 보나? 왜 여자 세계에서 걔를 그렇게 치를 떨었는데. 여자들이 어디 여자 세계 불문율 모르시냐고. 여자인데 여자말 번역기를 모르면 그게 어디 여잔가? 어? 그런 미련곰탱이는 여자 자격도 없는 것. 그런 여자는 덜렁덜렁 고추달렸다고 봐도 무방. 남자는 뱃심 좋은 말썽쟁이조차 못 되고 염치 없기 일쑤고. 여자는 지 미니홈피(소셜 네트워크)에 전에 자기가 짝사랑하던 남자인가 사귀던 남자인가 사진 간직한 거 있는데, 현 애인이 그 비공개를 궁금해한다면서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줄까 말까 농락하는 딴 남자한테 귀뜸하고. 현 애인한테 노예 취급 받으니까, 때문에 현 애인한테 듬뿍듬뿍 충분히는 커녕 사랑을 거의 받지를 못하니까, 따라서 결국 친구 소개하는 명분을 핑계로 정서적 불륜을 실현. 거기서 소개시켜주고 빠졌으면 천만다행이게? (미화해서 재수없다만 이치 따져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치고) 끝끝내 <파랑새 & 팔색조>의 사랑을 남녀 역할 바꿔서 <암컷 싸움닭 & 돼지하이에나>커플과 똑같이 치정극으로 완성시켜. 지가 못 받은 사랑을 간접적으로 즐긴 다음에 단물 빨아먹고 빠져. 버려. 그걸 알면서도 좋다고 오합지졸 데리고 다니면서 히히덕거리고. 집 앞에 찾아와서 쿵짜쿵 웃고 어쩌고. 소문나고. 뒷조사하고. 캐내고. 자기들 과거는 하나도 공개하지도 못하면서. 자기들 프라이버시는 존중이자 보호받고 싶으면서. 남의 치부는 까발리고. 모든 걸 까고. 못된 호기심 충족. 야비한 수다 3시간.
    그런 일도 있었네. 그렇게 술취한 다음, 지 남자친구 만난다고 택시 타고 가던 때. 취해서 못 가겠다 나 먼저 내리겠다, 그래서 얼렁뚱땅 손도 스치듯 마주잡고 어쩌고 남자 손이 엄청 부드럽네 어쩌네. 다음에 또 걔가 먼저 전화해서 이번엔~ 지 친구 소개시켜주나 했는데. 그런데 하는 말이라고는, 어? 
   「오빠 손 엄청 부드러워요. 남자 손이 그 정도면 완전 완전 부드러운 거예요.」
    반면, 걔 남친은 갸 놔두고도 전여자친구 만나고, 알던 여자 알던 동생 만나고, 아는 동생들 만나고. 남자들끼리 성매매 가능한 으쌰으쌰도 물론. 걔는 그냥 일상적으로 울고 빌고 무릎 꿇고, 울고 빌고 무릎 꿇고! 찐따처럼 들러붙어서 억지로 결혼한 예시. 힙합 가수 죽인 찐따 암컷 싸움닭이랑 완벽한 판박이. 예쁜 암컷 싸움닭은 새로운 여자랑 얽히면 깔끔하게 남자를 포기하는데. 깨끗이 딱 돌아서는데. 못생긴 암컷 싸움닭은 아무나 싸워. 싸워야 사는 년. 걔 남친인 못된 하이에나도 마찬가지. 딱 둘이 잘 만났지. 여자들 집단지성 모아 보면 그런 예시 딱 나와. 남자도 마찬가지고. 사람 인성이야 뭐 괜찮은 하이에나면 모르는데 완전히 못된 하이에나. 쉬었다 가자고. 중요한 얘기니까 문단 떼서 가잔 말일세.





    5

    원래 주축은 걔네들도 아니었고. 당시 다른 <촌놈&촌년> 커플 친구 파도타기로 걔네들 시트콤 멤버들이 원래 주축. 걔네가 원조 중의 원조. 그렇게 4 대 4. 결과적으로 그 남녀 8명 가운데 2짝이 결혼하고, 1짝은 사귀다 헤어지고, 1짝은 썸만 타다 말고. 그렇게 남녀 8명이 원래 주축. 그런데 청춘남녀 아는 오빠 아는 동생으로 소셜 네트워크 친구도 하고, 함께 만나고 따로 만나고 친했는데. 그 <암컷 싸움닭&하이에나>의 하이에나 무리가 또 그 남녀 8명과 얼렁뚱땅 얽혀. 파도타기로 깍뚜기 단순무식 상남자들이 또 껄떡 찝쩍 군침. 걔네들 유입된 다음 진흙탕 개싸움 된 거나 마찬가지고. 그 파도 타서 또 친구의 친구. 여자들 무리. 걔네 여자 동생들이랑 친하게 지내니까 암컷 싸움닭은 나서지도 못하고. 울고 빌고 무릎 꿇고 따라다니는 게 일상인데 전면에 어떻게 나서. 질투 밖에 더 해? 통제도 안 돼. 나이, 미모, 여자들 우정, 남녀들끼리 얽히고설킨 미묘한 친교, 어정쩡한 사랑과 우정의 감정까지. 지가 어떻게 나서냐고! 나서기도 싫고~ 나설 수도 없고~. 그런데 지 남자는 좋다고 걔네 남녀 8명 모임에 쓱 걸쳐서 으쌰으쌰 시트콤 찍고. 그 시트콤에서 들쑥날쑥 간보는 식으로 시트콤에 잠깐 출연했다가, 탐색전도 했다가, 사랑의 작전이 그야말로 다큐멘터리 동물의 세계였는데. 지 남자가 그 시트콤에 빠져 즐거워하는 모습 모고 걘 아주 그냥 미쳐버리는 거지. 안 그래도 싹싹 빌고 울고 꿇고 사랑받지도 못하는데 돌아버린다고. 그런데 지 속 뒤집어버린다고 남까지 지들이랑 똑같은 불행이 복제되도록 만들고. 
    대놓고 이간질하는 여자 철면피가 얼마나 많겠냐마는. 여자들이 최고로 싫어하는 시누이, 시어미 스타일. 사람 자체 인격이자 품성은 문제없다고 하나. 일생이 공주병──주인공병──연예인병. 지가 병풍도 감지덕지 받아줄까 말까도 아니고 알아서 찌그러져야 하는데. 그런데 나는야 5월의 신부~ 세상이 아름다워~ 반갑다 친구들아~ 너네는 모두 신부들러리구나~ 라고 설치니까. 그래서 왕따 당하고. 정신연령이 유치원에서 딱 멈췄으니까 여자들이 극도로 혐오하지 왜 아니겠어. 그런 몇몇 경우의 수 때문에 바로 여자의 적은 여자니 보적보니 그런 말들을 모른 사람이 없다고. 안 그런가? 어차피 인간관계는 남자 성그래프와 여자 성그래프의 중간과 절충되듯. 30살을 기점으로 대인관계의 양과 질은 급속도로 가족중심으로 내려감. 안 그래도 삭막한 세계니 뭐니 헤드라인 뻔하고. 친구 없는 사람들 부지기수. 있어도 나이 들수록 만나기 귀찮아지기도 하고. 가족만 남는 게 이치고. 나이들수록 자주 만나기도 힘들고. 그런데 한창 때 옆에서, 여자들이 친한 척하는 걸 제일로 싫어해. 뭐래? 그래서 스스로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으니까 동생들 데리고 골목대장 놀이하는 여자. 그런데 하필 웬만한 친구들은 자길 가까이 하기 싫어하고, 제일 친한 친구는 이뻐도 완전 이쁘네? 기준선에 턱없이 모자르도록 아낌없이 사랑해주지 않는, 자기 애인만 속 뒤집어져버리고. 전국구 하이에나들 어디로 결집하고. 그렇게 막장 드라마는 완성되고. 툭하면 울고 빌고 무릎 꿇고. 찐따. 사람 자체가 나쁘진 않은데 만나면 다 싸우려고 하는 암컷 싸움닭. 싸워야 사는 년. 져주면 좋다는 여자. 물개박수에 기뻐하는 년. 그러니까 여자 세계에서 왕따요 찐따에 친구가 없어. 딴 하이에나한테 뽐뿌질할 때 똥 씹은 표정으로,
   「걔네들 만나지 마.」
    자존심도 없는 년! 그런다고 안 만날 하이에나가 아니지. 그런데 결국 <파랑새&팔색조>를 더러운 시궁창 막장 드라마로 만들고. 지가 무슨 감독인 줄 알고. 그 파랑새를 지 남친 하이에나랑 똑같은 역할로 만들고. 팔색조는 팔색조대로 자기랑 (심심하면 하이에나한테 찐따처럼 달라붙어서 울고 빌고 무릎 꿇는 암컷 싸움닭이랑) 도플갱어로 만드는 작전을 실행시키고. 그런다고 지가 짠 각본대로 돌아갈 리가 있나. 그럴 리는 만무. 천부당만부당. 찐따 중의 찐따인데? 천하의 못된 년. 초심이라는 의도가 좋으면 뭘 해. 내가 제일 처음에 지 친구랑 2 대 2로 소개팅했는데. 전화번호 안 물어봤다고, 지 친구한테 무릎 꿇라는 식으로 도전장 내밀고. 너 두고 보자 그러고! 두고 보긴 뭘 두고 봐. 독한 년. 못된 년. 지독한 년. 아주 그냥 독종 중의 독종이야. 찐따. 돼지새끼. 암퇘지. 못생긴 암컷 싸움닭. 왕따. 못돼쳐먹은 시누이 같은 년. 못되먹기로 어디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시어미 같은 년. 직장에서도 왕따. 그래서 순진한 후배 소심한 동생들 거느리며 골목대장 놀이하는 년. 오합지졸. 
    지만 자존심 없으면 그나마 낫지. 놈의 자존심을 신나게 짓밟는 여자. 타인의 사랑을 더럽도록 훼손시키면서, 자기만 즐거우면 끝. 나만 좋으면 그만. 그때 당시 좋다고 노래부르고, 춤추고, 속된 표현으로 지랄염병 끝장날 만큼 재밌다는 오합지졸 골목대장 말괄량이 못생긴 암컷 싸움닭 그녀. 그녀들은 대장님 기분 맞춰주는 병풍이었을 뿐이고. 다들 똑같이 정신나가서 미친년 된 거고. 지가 더럽게 빌붙어서 싹싹 빌고, 남자친구 모든 인맥을 파고들며, 가족에게 잘하고 잘하고. 빌고 애원하며 무릎 꿇고 울고불고. 그거는 쏙~ 빼놓은 체, 어? 딱 그거는 쏙~ 빼놓은 체 자기 남자친구가 저번에 자기한테 잘못했다면서 무릎 꿇고 빌었다고 뻐겼던 여자. 자랑할 게 그렇게 없었나? 암컷 싸움닭이 자기 주변에 잘하고, 그러다 무릎 꿇고 싹싹 빌던 거 하이에나가 다 공개방송하는 거도 모른 체. "친구야, 나 누구 따먹었어~!" 남자는 정실감이랄지 어떤 경우 빼놓고는 마초들 우정은 그래야 정상. 아니면 비정상. 또는 철들었거나. 이거든 저거든 죄다 공개. 숨길 거 없음. 직접화법. 그런데 여자는? 말도 마시라 그거지. 뿐만 아니라 저번에 소개팅할 때 어디 대학교 남자한테 따박따박 따져서 잘난 체하는 놈 코를 눌러줬다던 그녀. 다 그 남자가 걜 마음에 안 들어서 퉁명스러웠을 텐데. 자길 좋아하지 않아도. 져주지 않아도. 물개박수치지 않아도. 병풍되지 않아도. 아무나 다 싸우는 여자. 싸워야 사는 년. 그래서 여자 세계에서 왕따인 여자.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간질, 염장질, 뽐뿌질, 고자질... 친구 위해주는 척 하면서 자기 이권 자기 개이득 챙길 때. 친구의 단점을 칭찬하고 자기 장점을 비하할 때. 그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고로 웬만한 여자들이 극렬히 피하는 여자. 여자 평균이 절대로 좋아할 수 없는 여자. 만약 그런 여자가 돈이라도 많거나, 뭐 하나는 끝내주는 능력자거나, 유명하거나. 오락산업이 다 이용해먹고 팔아주고 어쩌고도 모른 체 그냥 무조건 내가 최고다-주의. 저질. 싸구려. 여자들이 지를 먼저 왕따시킨 게 아님. 다 지가 먼저 설치고 나대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면서 걔네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갈려고 하니까, 그래서 여자들이 걜 왕따시켰다는 거. 여자 평균들이 떽떽거리며 꽥꽥 헛소리하고 분위기 못 잃고 눈치 없는, 그 꼴 보고서 가만 있겠나. 어? 여자 평균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하냔 말이지. 여자 세계 불문율을 전설적으로 집약시킨 비유가 무엇인데, 어? <시어머니──시누이──며느리>! 오줌 마려워도 나 욕얻어먹을까 봐 화장실 어떻게 맘 편히 가나. 말이 그렇다는 것. 그래도 말이야 바른 말이지, 어? 화장실 안에서. 화장실에 앉아있으면서 거울 보며 화장 고치면서 지들끼리 날 험담하는 수다를 듣는 기분은 어떨까? 어? 어떠겠냐고! 여자는~ 등 돌리면 늬 편 내 편 후딱 바뀐다. 즉각이라고. 여자들이 뭐라 그러나, 어? 남자들 무리에서 리더가 선정될 때 여자들 무리에서는 왕따가 생긴다나 뭐래나? 혹시 은근히 나만 외로운 게 그럼 내가 뽑힌 건가? 에이~ 설마! 농담이고. 뭐 어쨌든 그렇게 왕따 당해서 집에 쳐박혀 외톨이로 있을 때 와준 친구는 바로 파랑새. 파랑새 때문에 자기 남자친구 속 뒤집어지는 거 보면서 또 좋다고 즐겼던 그녀. 파랑새 이용해서 지 남친의 남자친구들, 바로 그 하이에나 무리들 난리치는 거 보며 대리만족 느낀 그녀. 이치 따지고 원리 살피니 얼굴 두껍기로 어디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그녀구만 그래. 어? (절레절레)! 그러니까 친구는 없고. 그러나 골목대장으로 암컷 싸움닭 견장은 달고 싶고. 그래서 말 잘 듣고, 외롭고, 착하고, 순진하고, 소심하며, 딱히 이쁘지 않은 동생들 모아서 잘해주고 먼저 연락 먼저 연락. 연락 비율을 엑셀 파일로 기록하면...... 뭐든 엑셀 파일로 따지면 한숨만 나오네 그래. 차라리 남 생각 안 하고 지만 잘난 척하는 영심이면 또 몰라. 오히려 걔네들은 밀고 당기고, 쥐락 펴락하면 흔들리기라도 하지. 우리가 여자 다루는 기술이 괜히 발달하겠나. 재수없긴 하다만 숙녀를 예우하는 수작. 일명 수작 중의 개수작. 그거 아무것도 아니거든. 어? 그런데 남 생각 어정쩡하게 해준 체 자기만 공주. 놈은 모두 병풍. 나만 공주. 남은 전부 신부들러리. 나만 공주. 타인은 모두 내 앞에 와서 무릎 꿇어라! 소개팅이든 뭐든 인연으로 만나서 전화번호 물어보면 웬 찐따 같은 못생긴 놈이 전화번호 물어본다고 짜증내. 껄떡거린다며 속으로는 좋아하고, 찝쩍거리는 놈들이 죄다 별로라서 기분 나쁘고. 남자들이 내 엉덩이 쳐다보면 속으로 기분 좋고, 비교적 시선 집중 못 받고 관심도 가난하면 시선강간 어쩌고저쩌고. 전화번호 안 물어보면 또 안 물어봤다고 소개팅 당사자도 삐져, 소개팅 주선자는 자기 친구한테 무릎 꿇으라고 도전장 내밀어. 그래서 소개팅 주선자는 결국 2번째 소개팅을 마련해주는 척 하다가~ 지가 데이트해서 정서적 불륜을 실현. 막장 드라마는 그렇게 완성. 와우,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그렇다고 반성? 반성을 왜 해. 알려진 게 챙피할 뿐. 알려지지 않으면 그대로. 다시 재현해도 똑같이. 사람은, 천성을, 바꿀 수 없음. 표출되는 양식을 순화하고 표현되는 방법을 다듬을 수는 있어도, 어? 그 성격 가긴 어딜 가겠나.
    여자 & 남자 = <암컷싸움닭 & 돼지하이에나>. 그랬는데. 그 커플에서 암컷 싸움닭은 지가 당한 걸 똑같이 <파랑새 & 팔색조>에게 복습하게 시켜. 것도 남녀 역할을 바꿔서. 최악. 지옥. 지가 당하면서 얼마나 굴욕적인 줄 잘 알면서. 못생긴 암컷 싸움닭이나 되니까 자존심이고 뭐고 없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라붙지. 걔나 되니까 찐따 중의 찐따처럼 들러붙지. 자고로, 사람이, 자존심이라는 게 있으면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인간이 네 발 달린 짐승이 아닌 이상 그래서는 안되는 것. 그래서 결국 의도는 아닐지언정 결과적으로 지 결혼식 모양새 갖추는 데 이용해먹은 꼴. 그렇게 그 이후로 십여 년 남남인 상태. 앞으로도 꼴도 보기 싫고. 욕심꾸러기 암퇘지. 꿀꿀꿀 멍청돼지. 심술쟁이 똥돼지. 돼지 돼지 왕돼지. 번따녀 번주년 돼가는데 좋다면서 히히덕거리기나 하고. 똥파리 전마누라라는 낙인은 무덤까지 짊어지는 줄도 모른 체. 바보들. 걔네들 때문에 결국 파랑새는, 어? 천사인데 타락했어. 요정이면 뭐해 방탕하거든. 아름다운 사랑은 추접한 치정으로 몰락. 미녀인데 백치 중의 백치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다정한 밀애. 한마디로 더티러브. 아이 좋아라~ 워매 좋은그~? 됐고. 어? 뭐꼬! 뭡니까! 점마 저 저 저 에잇 (절레절레). 아따~ 징그럽게 산만하구먼 그래. 거 참 더럽게 지루해. 
    그나저나 뭐 재미난 일 없을까? 뭘 해도 재미가 없어. 뭐 언젠 안 그랬나. 우리는 남자에 환장하는 그런 발정난 암코양이와는 다르다. 그저 남자라면 침 질질 흘리는 그런, 에잇. 내가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다변을 늘어놓는지 모르겠구만 그래. 어? 뭐야? 뭐냐고. 넌 뭐야? 아무도 없잖아. 있긴 누가 있다고. 꺼져, 썩 꺼져! ~라고 할려고 해도 아무도 없어. 닥쳐 라고 혼구녕을 내고 싶어도 일절 약속 없음. 인공지능 지니한테 혼쭐이나 안 나면 다행.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환상머신인가 뭔가를 만들겠다고, 또 그놈의 스윙글 싱어즈가 부르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깐소네타나 듣고 일하고 고심하고 일하고. 뭘 해도 안돼. 없어. 꽝이야. 바닥. 지갑도 없어.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는 사랑, 꺼지라고 해. 우리는 물개박수를 바라는 관심종자가 아니고. 황금이면 만족하는 도박사도 아니야. 숙녀와의 사랑에 애절하도록 꺼뻑 넘어가는 로맨티스트 역시나 아니지. 그런데 왜! 왜 이처럼 허무하냐 그 말이지. 어? 무슨 그런 개똥 같은 헛소리를 누가 듣고 싶어 한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신비로 포장된 가짜 사랑론을 어느 누가 알고 싶어 한다고. 어? 





    6

    다음 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애들 장난 K.598
    사무실에서 나는 음악에 취해 이렇게 글을 썼다. 
    왜냐하면 아는 동생들이 찾아오지 않아도 걔네들이 뭔 말을 할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그 때문일까? 나는 환청과 함께 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는 안 변해?」
   「너가 별소릴 다 하는구나.」
   「오빠 고정비용과 매몰비용의 오용이 무엇인 줄 알아?」
    다음은 환시 차례일까? 그건 뭐 환상머신이 완성되면 가능할지도 모르고. 
    딴 건 몰라도 인공지능 지니가 신비머신풍 사랑 만큼은 미완성되도록 날 방해할 테고.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고 시험 합격하면 자줄께, 그랬더니 몰래 딴 여자 만났던 전남자친구. 오빠도 그래요? 오빠도 내 첫사랑이랑 똑같은 늑대인가요? 오빠는 드라마 주인공 아니야. 내가 주인공이지. 나 빼고는 싹 다 신부들러리야. 그런데 오빠도 그래요? 아니기를 바라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러므로 일단 오빠 1년 연봉에 준하는 자동차랑 집이랑 모두 준비해와요. 중고는 안되고 새 걸로! 집은 몇 평 이상에 자가 아니면 어림도 없고. 결혼해서 혼인신고 한 다음에 빨아드릴께요. 알았지? 혹시 노포...면 까고. 이미 깟으면 또 까고. 어? 안 그래도, 어? 내 전남자친구랑 어제도 만났는데 내가 전남자친구랑 성관계 몇 번 했더라? 콘돔 총 몇 박스 썼는지 기억도 안 나네. 일주일 전에 내가 걔 고추 빨아줬게 안 빨아줬게? 그러지 말고 우리 좀 터놓고 말하자 오빠. 응? 통속적으로. 그러니까 말이지, 내가 그동안 살면서 몇 명의 남자랑 떡쳤게? 나 오빠 친구랑도 떡쳤어. 알아? 오빠도 알잖아. 여자가 남자 많이 못 기다린다는 거. 나 그래서 지금 신나게 남자 100명 만나고 있는 거야. 알아? 꼴리면 고백하든가 아님 페라리 FF 가져오든가. 어? 그거 싫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알았어 몰랐어? 나한테 오란 말이야, 어? 내가 잘해 드릴께. 어? 와. 들어와. 들어오라고. 덤벼. 어? 덤비란 말이야 이 비겁한 늑대 자식아. 어? 언제까지 먼발치서 좋아만 할 건데? 다 늙어빠져서 숟가락 들 힘도 없을 때 나한테 들이댈려고? 간당간당 조마조마 기운 다 빠져서 나랑 떡칠 생각이니? 왜, 그때까지는 하기 싫니? 너 나랑 떡치기 싫어? 어? 내가 맛없어 보여? 그래? 나 매력 없니? 아님 늬가 성욕이 없는 거니! 싫으면 싫다고 말이라도 하던가. 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니 그게 남자가? 어? 너 고추 안 달렸니? 그러니? 어? 아니면 고추가 애기 고추니? 강직도 떨어져? 어? 안 서? 그래? 자신 없어? 난 지금 오빠를 대놓고 먹이는 거야. 대놓고 물 먹이는 거라고. 엿 먹어보라 그거지. 어차피 나중 나한테 복수하든 어중간하게 사겼다가 뒤통수 칠 거면, 어? 지금 덤비란 말이야 이 쪼다 등신 쫌팽이 찐따 머저리 미련곰탱이 얼간이야. 어? 사랑은 어차피 식어. 그럼 지금 즐겨야지. 응? 나중 길이길이 아름다운 사랑을 하든 어쩌든. 나중 뒤통수 치지 말고 지금 덤비라고. 응? 내가 저번에 뭐라 그랬어. 어? 아무튼 내가 전남자친구 고추 빨아줬게 안 빨아줬게? 나 CS 해 봤게 안 해 봤게? 내가 오빠 친구랑 떡쳤게 떡치지 않았게? 맞춰 봐. 맞춰보란 말이야. 재밌겠다. 그치? 완전 재밌겠어. 우린 완전 신났어. 다들 미치기 일보 직전이란 말이야. 응? 뭐 아무튼 그건 몰라도, 어? 딴 건 몰라도, 저번에 봤지? 내가 오빠한테 그랬자나!
   "오빠 지금 느껴!"
    응? 스키장에 2 대 2로 놀러가서, 양념된 생육 돼지고기를 오빠가 주물럭주물럭~ 조물딱조물딱~ 질질~ 벌렁벌렁~ 주무르고 있을 때 내가 그랬자나. 옆에 딱 달라붙어서 오빠 지금 느끼냐고. 응? 기억나지? 그렇지?
    내 친구랑 같은 자리에서 다 들었잖아. 내 연봉이랑 나랑 CS 했던 오빠 친구 연봉이랑 비교하던 거. 다 들었지? 그때 오빠 얼굴 표정 꽤나 봐 줄만 했다며? 기억나지? 꽤나 감상적이었다 그런던데, 풋. 어? 아주 그냥 심하게 낭만적이었다며? 이거 이거 이 오빠 썩은 미소에 상당히 일가견이 있던데? 내 연봉보다 오빠 친구 연봉이 더 많다며? 거의 사귀는 사이라서 결혼 준비 한다는 거 설마 못 들은 건 아니지? 그치? 내가 괜히 스키장 놀러갔을 때 그 오빠 옆에 딱 붙어 앉았게? 우리 단둘이 함께 데이트하고 시험도 보러다니고, 그거 딱 감췄는데. 그런데 설마 나한테 정떨어진 건 아니지? 그치? 일단 단둘이 드라이브 데이트랑 더블 데이트한 거는 말 안 했으니까 모를 테고. 딴 남자들 쑤두룩 만난 건 딱 잡아떼지 않았고. 
    대충 봐도 모르겠니. 내가 오빠 좋아하는 동안, 내가 만난 외갓 남자만 100명이야. 알아? 뻥이 아니라 다 사실! 그날 밤도 딱 키스타임에 섹스각이었는데. 안 그래도 회사에서 짝사랑 하고 받고는 일도 아니고. 난 달라. 난 어제도 전남자친구 만났어. 난 다르다니까. 오늘도 소개팅해. 여자는 그래. 나 지금도 썸타는 남자 있어. 나 그런 여자야. 아니 아니, 나 그런 여자 아니야. 내가 오빠랑 지금 썸타고 있어도, 들어오는 소개팅 들어오는 족족 전부 다 받어. 왜? 왜냐하면 정말 좋은 남자 있으면 내가 덥썩 물어야 하니까. 일단 주고 시작하는 거지. 호호호. 안 그래도, 오빠 친구들 중에 만약 오빠보다 더 괜찮은 남자 있으면 내가 가만 둘 꺼 같니? 왜 내가 정서적 사랑만 하고 육체적 사랑은 미루겠니? 미련하기는. 갈아타야 할 거 아니니. 안 그러니? 환승이별이 당연하지 않으면 그건 여자 아니라니까요, 네? 
    뭐, 환승이별? 물론 것도 능력이 일단 돼야 가능한 것. 기질적으로 싫거나, 하고 싶어도 여자의 판타지를 충족시킬 능력이 없거나, 현남자친구를 많이 좋아하거나. 아니면 치가 떨릴 정도로 싫어졌거나. 그 이유들이 아니라 마음이 뜨면 여자는 환승이별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 내게 유리하면 소녀감성 내게 불리하면 여성잡지 2. 나 아쉬우면 쾌락 나 짜증나면 더러운 사랑. 아니라면 거짓말. 환승이별도 다 능력이 돼야 가능한 것. 바로 그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 어? 아니 모르니? 내가 여자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가르쳐주는 거니? 그러니? 이제 알았니 아니면 알긴 아는데 믿기 싫은 거니? 응? 우리는 맺고 끓는 거 그거 일관성 없어. 아니? 내가 좋아하는 먹기, 마시기, 놀기는 맺고 끊기 확실하게! 어? 내가 싫어하는 병풍, 백댄서, 신부들러리는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니까 그냥 뭐 그냥. 그렇지만 약간이라도 마음이 남은 전남자친구한테 연락 오면 받아주고, 만나주고, 다시 말만 섞는 거도 아니고. 어? 현남자친구가 그걸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글쎄 한다는 말이, 
   "전화 오는데 어떻게 안 받아."
    그렇게 일단 용건이 뭔지 듣고 보면 말에 넘어가고. 집 앞에서 전남자친구가 기다리고. 회사 앞에서 전전남자친구도 기다리고. 심지어 꽃다발까지 들고서. 처음 만날 때도 개나 소나 따라다니기만 하면 다 넘어가고. 복음이니 뭐니 말발이면 팔랑귀에 내 몸과 이름과 영혼까지 팔고. 어? 애인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스스럼없는 이성친구와 1 대 1로 만난다, 뭐 어쩌다가 실수로 뭐 그렇게. 엄마 스타일 빼고는 싹 다 몽땅 예비 맞바람녀. 우리는 그런 꼴 못 봐 줌. 이 세상을 다 준대도 싫음. 극혐. 좋아하는 애인 놔둔 채 딴놈과 시간을 즐긴다? 
    이를 테면 국민가요처럼 사랑받는 노래 <애인 있어요>! 정서적으로 여심을 사로잡는 멜로디와 가사는 물론, 야생마이자 경주마 같은 사랑 노래. (야생마와 경주마? 뭐야 이거 노래도 양다리라는 거야 뭐야!). 사랑이라는 요술을 3분의 마법으로. 그 근방에서 사랑에 빠진 젊은이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 그래서 꾸준히 사랑받는 유행가 제목이 애인 있어요. 짝사랑이자 지고지순한 애정과 순애보 그리고 순정까지 모두 함축적으로 껴안는 듯한 노래. 나도 애인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있다 내 인생을 걸고 싶은 사랑이다 따라서 나는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다, 라는 뜻의 노래. 물론 여자는 사랑을 오래 기다리지 못하는 건 기정 사실. (그걸로 따지자면 최고로 오래 기다렸던 걸로 따지면 또 사랑의 차트는 뭐 그림 그려지고).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했던 말. 사랑의 묘약에 취하지 않은 채, 우르르 단체로 놀러가서 거울 반사로 립스틱 칠하던 때가 아니구나. 기억도 안 난다. 징글징글하다. 징글징글.
   "오빠 혹시 <애인 있어요> 노래 있어요?"
    ~라고 물어봤는데. 꼬리흔들기만 몇 번인데, 그거 전부 몽땅 다 엑셀 파일에 기록했는데. 싹 다 기억나는데. 그런데 물어보면 뭐해? 응? 물어보면 뭘 하냐고! 매춘부처럼 딴놈들 100명을 만나는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면 뭐하냐고. 하필 많이 좋아하는 애인, 그 애인의 친한 친구랑 할 거 안 할 거 다 하는데. 단둘이 데이트도 하고~, 더블 데이트도 하고~, CS도 하고~, 시험도 같이 보러 다니고~, 통화도 많이 많이 하고~! 전화 받으면 어~ 오빠~! 그랬어 안 그랬어~! 아무나 다 오빠였냐고 아니냐고. 어~ 오빠~! 딴놈 100명 만나는 동안 회사까지 찾아온 남자는 몇 명? 말 안 하면 누가 모를 줄 아나! 애인 있는데도 불구하고 딴놈 100명 만나는 동안 집 앞에서 기다린 남자는 몇 명? 딱 잡아떼면 누가 모를 줄 아냐고. 어? 어디 그 불륜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순수하게 알게 되었으므로, 아아 사랑이 바로 이런 거구나 깨닫게 되어 미쳐버린 거지. 똥파리처럼 들러붙어서 넘어갔고, 사겨주고, 번따녀 번주년 됐던 건 그냥 나이에 쫓겨서 얼굴 팔렸던 거고. 그래 봤자 나중 내가 정말 내 남자친구 거기를 성심성의껏 빨아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은 없었어. 지갑 속에 사진 간직했기 때문에, 고로 성관계는 마음으로 했고 몸도 줬고. 어? 전 남자친구랑 현 애인이랑 둘 다 갖겠다는 심보. 아아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라면서 사랑에 포근히 폭~ 안기고 나니. 따라서 창녀처럼 이 남자 저 남자, 미친년처럼 남자 100명을 다 상대해주던 썩을년. 그래 나 트름녀야~ 그게 뭐가 나빠? 라는 투지에 눈에 뵈는 게 없던 그녀들. 너 빡돌지? 우리가 깝치는 거 못 봐주겠지? 라고 놀렸던 걔네들. 남녀의 합궁. 꺼억~! 왜, 이런 게 환상이지. ~라는 말을 뱉을 낙이 없니? 그래서 마지막 말은 결국, 어디서 감히! 어딜 넘보냐 그 말이지. 만나던 똥파리끕들 100명이나 계속 만나고 싶다 그 말이라고. 꺼억~! 하다 하다 자랑할 게 없어서 뭐, 실컷 먹다 질려서 버림받은 게 행복하더라? 아니 다시 만난다? 계속 떡친다? 심지어 새로운 남자들을 죄다 매춘부처럼 상대해준다? 자기는 G 스폿 열린 창녀다? 그게 바로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전남자친구는 바닥에 깔고 현 애인과 사랑을 하자네! 미친 거 아니야? 전남자친구랑 1년 동안 사랑한 연애사를 현 애인과 심심하면 논하자고 하시네. 게다가 엇그제도 전남자친구 만나고. 심지어 어제도 전남자친구 만났다고 자랑하네? 그 와중에 딴놈이랑 데이트 즐긴 다음에 남자 혼자 사는 집에까지 들어가고. 툭하면 남자들 자동차 조수석에 덥썩 덥썩 타고. 아직도 지갑 속에 걔 사진 간직하고서 현 애인과 하긴 뭘 하나. 
    허허허. 우리는 그런 꼴 못 봐준다니까 그러시네. 
   정신연령 10살 미만 정신 박약녀. 내 남자가 딴년들 100명 거느리면 그거 기꺼이 즐겁게 봐 줄 수 있는 여자가 이 세상에 어딨겠나. 있긴 있나? 있으면 나와보시고. 숨지 마시고. 딱 나오시고. 져드릴 테니까 화끈하게 한 판 뜨자니까 그러시네들. 어? 재미가 없잖아 재미가. 어? 아 입 아프다. 내가 이런데 넌 얼마나 귀 아프겠니. 안 그러니? 그러니까 물 한 잔 마시고 계속하자고. 뭐 계속하긴 뭘 계속해! ~라고 생각했지? 웃네. 웃어. 그랬구만. 너 딱 기다려! 넌 내게 딱 걸렸으니까. 넌 딱이야~!」





    7

    「늬들이, 여자를, 알어? 어? 우리는, 어? 우리는 사고방식 자체가 천동설이야. 우리는 이기심의 끝이라고. 나 행복하고 나 만족하기도 바쁜데 남 생각을 왜 하니? 내게 이익이 안되면 우리는 움직이지를 않지. 간혹 팔랑귀 때문에 줏대 없고 주관 약하며 마음까지 더 약해서 움직이기는 하지만. 일단 내게 이득될 거 같지 않다, 하면 행동은 없어. 그래서 이따금 사랑도 없지. 안 그래? 내게 털끝 만큼도 개이득이 없다? 그럼 움직여서는 안되는 게 여자의 두뇌 구조. 왜? 왜냐, 왜냐하면 일생 400여개 밖에 생산할 수 없는 난자 때문. 사랑하고 애 배고 낳고 키우고. 우리는 연애사 전적으로 인생을 살 수 없어. 알어? 타율이 아니라 타석주의면 그건 여자이기를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란 말일세. 어? 그래서 환승이별을 싫어하는 여자도 거의 없다고 봐도 돼. 안 하는 거보다 못 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 정말 정말 좋아하면 애시당초 할 마음도 없고. 다 어중간하게 문어발식 연애사업하니까 환승이별하고 어쩌고 그러지. 안 그래? 사랑은 상대적이라니까. 진따 같은 1.5가 실수하면 콧물도 없고 2.0 이상부터는 국물도 없어. 반면 1.0이자 0.5한테도 그러겠니? 못 해! 절대로 못 해! 여자는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남자 1.0을 뭐라고 한다? 그렇지~ 바람피고 헤어지고 도망가도, 내 돈 뜯기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돈까지 뜯겨도, 여전히 우리 오빠! 몸 바치고 마음 주고 돈 주고 안 바친 게 뭐냐 그거지. 여자가 남자를 그 정도로 좋아하면, 여자는 웬만해선 먼저 바람 못 피워. 다 중간에 사랑이 식고, 첫인상과 시작이 불미스러웠거나, (항상 그래야 한단 말이 아니라) 연애할 때 인상적인 낭만적 장면을 한두 번 연출하지 못했으니까 다 나중 흐지부지되는 것. 다 그래서 환승이별이 흔하단 말씀. 이모 스타일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게 뭐다? 그렇지~ 환승이별! 왜? 자긴 연예인이니까. 남자만 숫자인 줄 아니? 여자는, 누가 뭐래도, 여자의 판타지를 숭배한다네. 진정한 여자의 마음이 어떤지를 남자들이 알면, 안 돼 안 돼. 걔네들 감당 못해 얘~! 호호호호호호호. 우리는 여자의 판타지를 애절하도록 동경한다고. 여자의 판타지에 대한 선망을 실천하는 여자가 좀 많나? 어디 남자의 판타지만 판타지인 줄 아니?
    그러면 또 남자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지들이라고 할 말이 왜 없겠어? 말하자면 뭐랄까, 음, 그게 좋겠다. 자, 늑대의 썰을 풀어보자면 아마도 이런 식이겠지. 리더 대신 왕따를 선출하는 그분들 불문율을 모르는 거 아님. 알긴 앎. 알고 보면 늬 편 내 편 없다는 여자 세계의 수많은 모순들. 속 좁은 남자인 걸 자랑하고 싶지는 않음. 다 그러려니, 어? 제일 친한 친구가 내 뒷담화하고 다니더라면서 상처 받았다는 일화.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게 인간. 의리에 배신 당할 수도 있고. 뒤통수치는 게 뭐가 나쁜가 라는 밀림의 법칙 때문에 산업계가 맑기도 흐리기도 했다가. 오락산업이야 항상 그렇듯 바쁠 테고. 뭐 언젠 안 그랬겠어? 곧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고. 역사적으로 봐도 루이 12세는 누가 두 번이나 배신했다고 격분한 반면, 페르난도 왕은 그를 열 번이라도 속이고 싶다며 태연히 대답하던 예시. 찾으면 한도 끝도 없고. 사랑도 대체로 변하지 않나.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마음이 어찌 같냐고. 어제 오늘 날씨가 같기를 바라는 건 순진한 소녀감성. 쓰면 뱉고 달면 삼키지 않을 수 없는 세상. 그래서 이해는 가는데, 이해는 가는데. 때로는 정 뚝 떨어지기도 하고. 오만 정 다 떨어지는 불행, 뭘로 되갚아지려나. 응?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어? 멀어졌다고 해서 생지옥 같은 연애사 찬란한 인류애 거룩한 문명사가 없어지는 건 아님. 안 그런가? 하물며 여자 세계 불문율을 까고, 여자말 번역기도 해부하며, 속마음의 속마음까지 원리를 살피면. 직접화법 대 간접화법. 포도가 맛있고 콜라는 상쾌하며 우유는 담백하다, 그건 그거고 나는 지금 사랑을 하고 싶다. 왜 그렇게 못 하냐고. 뭐든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꼬고 꼬고 꼬고.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라는 말을, 어? 덥지 않냐 뭔가 약간 심심하지 않냐 너 얼굴 표정이 왜 그 모양이니......! 기어코 돌리고 돌리고 돌려서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라는 말을 상대방으로부터 받아내는 그분들. 왜? 지가 대놓고 고백 못 하니까!
    그게 우정이나 아이스크림이면 괜찮아. 그런데 그게 사랑이면! 사랑도 다 남녀가 알아서 서로 뭐 대충 어떻게 됨. 그런데 지저분하고 더럽고 추접스럽기로 끝판왕인 탐색전! 어? 그 무슨 회오리 바람 화법풍 작전이야 뭐야? 말꼬리 잡고 늘어지다가 상대방 입꼬리 올라간 거 보니 어이쿠~ 탄력 받네 탄력 받어. 눈꼬리 쳐지는 모습 얼굴 길어지고 입 튀어나오고, 어? 결국 멋진 우정이니 진지한 대화니 추접스러운 사랑이니, 그 모두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게 세상사 일리인데. 상대방이 원하는 말을 나는 하기 싫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어떻게 해서라도 결국 상대방이 토해내게끔 하다가 사태를 막장 드라마로 만들고. 어? 그야 당사자들 일이다지만 지들 사랑싸움에 웬 관중을 그리도 불러모으냐고. 아주 그냥 역대급 관심종사가 따로 없어. 어? 한 번은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냐는 둥, 한 번은 우리 이럴 꺼면 헤어지자는 둥. 응? 아아~ (절레절레)! 
    ~라고 늑대님들 말씀하시겠지 왜 아니겠어. 어? 하오나, 여자도 여자 싫어. 못생긴 사람이 못생긴 사람을 좋아할 수는 있는데. 여자도 여자 싫다니까. 여자는, 자기 본인 마음도, 제대로 몰라. 어? 왜? 여자니까. 우리는 여자거든. 어? 여자에 대해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단 말일세. 응? 1주일밤을 꼬박 지새워 토론해도, 그럼 피곤하겠다 하지 말자 하지 마. 안 해. 안 해. 왜 해? 안 해. 내가 왜? 넘어가고. 무슨 여자의 NO는 최소 10단계요 대충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래. 그게 뭐야? 육체적 사랑만 해도 무슨 마빡에 애무남이라고 붙이고 다니라는 거냐고 뭐냐고. 어? 여자가 도넛에 뭘 넣어주라고 해도 절대 넣어주지 말래. 그 말은 맞긴 맞는데... 리듬 아는데 무슨 말이 필요 있나. 사랑할 때 말하는 걸 이 세상에서 최고로 싫어하긴 하는데. 대체적인 불문율이야 간접화법 직접화법처럼 8 대 2라는 게 있으니까 그야 당사자들 알아서 하면 그만이고. 그런데 진한 사랑이 지금 왜 나와. 지금 그걸 논하게 생겼어? 어? 이거 왜 이래? 지금 나랑, 워──워──워! 넘어가고. 아무튼. 말로 나 이길 수 있으면 번호표 뽑고. 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최선을 다해서 져드리는 걸로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는 패배주의왕이라니까 그러시네. 어? 멋지게 극적으로 져 드린다니까요, 네? 들어와 들어오세요 컴옹 베이비 들어와, 어? 형씨, 아 내내 탐색전만 탐색전만, 그럼 재미가 없진 않나요. 이어가서. 
    성매매하는 남자가 싫다는 여자? 성매매를 직업으로 실천하는 게 남자니 여자니. 성매매가 천직이 되는 게 남자냐고 여자냐고. 일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는 남자, 안 좋게 보이는 게 당연. 그럼 인생이 창녀이자 일평생 매춘을 일삼는 여자는? 그건 일시적이 아니잖아? 그런데 왜 일시적은 나쁘고 직업은 나 몰라라? 나 좋으면 주관성 나 불리하면 일관성도 싫고 객관성 포기? 남자한테 최대한 많이 받아내고, 환승이별하는 여자! 매춘부랑 뭐가 달라. 여자가 초반에 몸부터 베팅하고 데이트 비용 80퍼센트 부담하는 거, 그거 다 여자가 좋아서 하는 것. 그렇지만 미남이 뭐 미쳤다고 마음까지 주겠니. 여자는 이모 스타일에서 여성잡지 2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그때부터 이미 절반쯤 매춘부 마인드. 그런 여인이 만약에 이혼하면 캐셔와 밤의 세계 아르바이트에서 뭘 택한다? (딱) 두 말하면 잔소리! 이미 여성잡지 1 때부터 사귀는 남자친구한테 노트북, 귀걸이, 핸드폰, 핸드백...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여자. 그러다 환승이별. 선물 받은 거 돌려달래니까 버렸다는 여자. 왜 그처럼 엄마 스타일을 보기 드문 세상이 되었을까. 인터넷에서 남자 비하에 거품 무는 여자 VS 여자 비하에 거품 무는 남자. 여혐 대 남혐. 그거 외모 통계 낼 수 있니? 왜 못 내겠니. 조사하면 과학적으로 도표와 그래프 나오지 왜 안 나와. 전성기 기간부터 다른데. 여자는 초경부터 폐경에다 성 그래프는 중후반 스파트인데. 다를 수 밖에. 몇몇 주제를 툭툭 건드리면 남자 짜증나고 뚜껑 열리듯. 여자도, 남자가 어린 여자를 좋아할 수 밖에 없도록, 나이와 외모와 몇몇 주제만 톡 건드려서 꼭지 돌아버리지. 여자가 그런 동물인데. 남녀가 사귀다 헤어질 때 암컷이 괜히 수컷한테 그런 말을 듣겠니? 
   "넌 너 밖에 몰라!"
    물론 남녀 공히 현 애인 두고서, 전남자친구 전여자친구 전... 전... 전... 끌여들여서 잘된 꼴을 못 봤다 내가. 어?
    아무튼 나 멍청한 여자 아니야. 난 달라. 난 이미 전남자친구랑 잤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만나는 거고, 응? 난 달라. 난 벌써 늬 친구랑 몰래 만나는 사이에다 일찍도 CS 했어. 난 다르다니까. 헤플지는 몰라도 멍청하지는 않다고. 모르면 알아두시고. 지금 내 지갑 속에 어떤 남자 사진이 있을지 궁금하지 않니? 내 전남자친구보다 오빠, 실해? 커? 단단해? 아님 물렁해? 많이 작아? 뭐 깡깡하긴 한데 단거리 스프린터라고? 어쨌든 내 현남편이 누군지 알면 아마 까무러칠 걸! 어쩌면 아닐 수도 있고. 
    좌우지간, 나 남자랑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니까? 손 잡고 데이트하는 거. 회사 앞에서 기다리는 거. 데려다주고. 얼굴 팔리고. 전화하고 전화받고. 문자 주고 받고. 소셜 네트워크에서 공식 커플에. 드라이브. 커플티 입고 여행 가고. 삼각관계. 막장 드라마. 전여자친구 질투하고. 전남자친구랑 양다리 걸치고. 물고. 빨고. 핥고. 벌렁벌렁 질질. 어? 더 이상 해 볼 게 없단 말이지. 응? 그런데 오빠만 빼고. 딱 오빠만 빼고. 
    오빠도 그래요? 
    저는 달라요!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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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4

from 소설 2019. 8. 24. 15:54

    1

    사랑은 행운의 논법. 그러나 개탄스러운 건수. 행운의 여신은 언젠 안 그랬냐는 듯 묵과로 일관. 신조어도 모르고 나이듬을 실감하고. 사근사근한 태도. 어쩌면 서글서글한 눈빛. 허나 매가리없어. 숙녀에게 깐깐하지도 뭇여성들에게 퉁명스럽지도 않아. 그런데 여자가 없어. 그러자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응, 마라.」
   「왜 안 와?」
   「어딜?」
   「우리 사무실.」
   「너네 사무실?」
   「주 1회 너도 팀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거. 기억 안 나?」
   「앗! 깜빡했다. 완전 새까맣게 잊고 있었어. 아 깜짝이야.」
   「(상대방 말 흉내내기) 아 깜짝이야. 놀라면 다야? 잔말 말고 당장 튀어와. 너 이럴 줄 알고 내가 미리 확인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넌 우리 직원들한테 찍혔어. 알아?」
    나는 뚱딴지 같은 공상병은 마감한 채 외출 준비를 했다. 
    대충 사무실 정리하는 거 3분. 
    사무실에서 웨건까지 가는데 또 3분. 
    침대에서 축축하지만 흡족한 느낌과 함께 꿈나라까지 가는데 장장 3시간. 뭐? 
    무슨 마라톤 대회도 아니고. 또 그 생각. 또 또 또. 하여간에 그놈의... 됐고. 
    나는 마라를 만나러 갔다.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주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그렇게 미스테리아까지 30분. 
    도착 완료. 
    나는 편집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회의는?」
   「끝났어.」
   「뭐? 벌써 끝나면 어떡해? 한 1시간 반은 해야 할 거 아니야.」
   「1시간 반은 무슨. 뻥이야. 실은, 회의는 내일 해. 오늘은 연습으로 널 불러낸 거고.」
   「뭐라고?」
    늙은 개가 거칠게 문다더니, 농염한 저 년 저 저... 
    그러나 늙은 꿀벌이 꿀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뭐 늙어? 젊어! 창창해. 늙긴 누가 늙어? 아침이 오기 전에 새벽에 눈이 번쩍 뜨이긴 누가 번쩍 뜨인다고. 우리는 여전히 몽정기일 뿐. 
    그처럼 30분 수다 떤 후. 
   「이 바닥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은근 허당치고, 어? 어디 마라를 모른다는 게. 그게 말이나 되니? 어? 지성과 사랑 둘 다 일가견이 있는 천재적인 미녀 마라를 모르다니. 어디 그게 말이냐고 무슨 개뼉다귀냐고. 응? 그게 무슨 황당한 일이냐 그거지 내 말은. 안 그러니? 이래서 모두들 정신 나간 듯이 마라 마라 한다니까. 마라 마라,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응? 이처럼 현혹될 수밖에 없는 매력이 듬뿍 넘치는 숙녀를 모를 수 있다니. 불가사의가 따로 없구만 그래.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됨. 정말 정말 이해가 안됨.」
   「하여튼 저 놈의 뻥은 뻥은, 딱 좋은 허풍대회 출전감이라니까. 원하는 게 뭔데? 어? 너 뭘 바래? 응?」
   「바라긴 뭘 바래? 나는 진실만을 말했을 뿐이데.」
   「허당기. 허영기. 장난기. 바람기. 푼수기. 그 가운데 뭐니? 지금 나한테 끼부리니?」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넌 왜 그렇게 사람 쩔쩔매게 만들어?  문제가 뭔 줄 아니? 넌 너무 아름다워. 널 보면 차마 떨려서 말을 못하겠다고. 하려던 말도 즉각 까먹어. 응?」
   「너 외롭니?」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아. 안 봐도 뻔한 거지.」
    잔잔한 배경 음악은 그거였다.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오페라 <줄리어스 시저> 중 클레오파트라의 아리아 '폭풍' 
   「아아 이 음악은 바로 그 전설적인 테너. 아니 아니 슈바...무슨 코프던가? 아닌가?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질 않네.」
   「아는 척 그만 해. 유난떨지 말라고. 재수없으니까. 잘난 척 지겹단 말이야. 알아? 알면 조용히 하고. 모르면 왜 모른가에 대해서 생각이나 해. 알았어? 그러든가 말든가. 아무튼 시끄러워. 조용히 해.」
   「늬가 더 시끄러워. 어? 닥쳐!」
   「뭐 닥쳐? 아니 어떻게 그처럼 심한 말을. 야, 너 꺼져!」
   「너나 꺼져.」
   「꺼지라면 내가 못 꺼질 줄 알어?」
   「야. 너 말 다 했어?」
   「다하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시작도 안 했다고? 그 말 다시 해 봐.」
   「뭔 말 했는지 까먹었어.」
   「아니, 이 사람이!」
   「그래. 계속하라고?」
   「계속하긴 뭘 계속해!」
    음식은 갈수록 줄고 말은 갈수록 는다. 이 말 뜻은 곧 그렇다. 
    첫째, 눌변이 달변되긴 힘들어도 말발은 는다.
    둘째, 소문은 빨리퍼지고 험담은 재밌다? 
    전남편(전마누라? 전남친?) 흉보기 만큼 재밌는 게 또 어딨겠냐마는. 어쨌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그래서 다정한 친교는 더티러브를 의심케 하는 스캔들로 붉어졌고. 아는 동생들은 들고 일어났으며. 그 가운데 내 눈에 흙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그런 추접 던지러운 추문은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선동가. 행운의 주동자에는 바로 사라가 낙찰되었다. 사랑싸움의 선봉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내가 맡아야 한다, 뭐 그런 뜻이었을까? 아마도 내 상태가 많이 심각한 듯 하다. 저질 상상병의 선봉을 놓치기 싫어하는 걸 보면 말이다. 무슨 처녀 불알도 아니고 콧수염 난 숙녀도 아니고. 거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잔소리를, 어? 그처럼 싸구려 정력제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으니 여자가 없지. 안 그래? 허구헌 날 생각하는 거 하고는 만병통치약 파는 약장수도 아니고. 이건 말이죠~ 자,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죠~ 어? 추억의 만화영화 나레이션이야 뭐야. 무슨 TV 홈쇼핑이냐고 뭐냐고. 하여튼 그 인간은... 어? 뭐야! 그 인간은 바로 난데? 좌우지간 나와 마라가 친하게 지내는 꼴을 못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인지. 월간지 여성환상 1.5의 편집장 사라가 찾아왔다. 여기까지. 어인 일로 왔을까. 
   「잘들 논다 잘들 놀아. 나만 빼놓고, 어? 나만 쏙 빼놓고 너네들끼리 이러기야? 정말 이러기야?」
   「넌 왜 오자마자 시비야 시비긴?」
   「지금 내가 흥분하지 않게 생겼니?」
   「아무 일도 없었어.」
   「어쭈! 마치 무슨 일 있었다는 듯이 날 놀리네? 일단 매기고 시작하잔 말이니?」
   「너네들 왜 그래? 설마 나 때문은 아닐 테고. 둘이 싸웠니?」
   「싸우긴 누가 싸워. 쟨 나한테 상대도 안돼.」
   「누가 할 소릴! 말이야 바른 말이지. 쟤 내가 안 져주면 울어. 쟤 삐돌이니까. 어? 삐순이라고. 그래서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져준 게 대체 몇 번인데. 안 그러니? 다, 말, 해 줘? 그래 말어? 어? 말만 해.」
   「너 정말 왜 그러니? 너 원래 고상한 애잖니. 오빠가 너한테 얼마나 실망하겠어. 안 그래?」
   「」
   「오빠 무슨 생각해?」
   「나? 넌 무슨 생각하는데?」
   「비밀이야.」
   「오빠 술버릇 뭐야?」
   「없어. 술에 취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그런 게 있을 턱이 있니.」
   「오, 정말?」
    그렇게 우리는 얼렁뚱땅 편집장 모임을 하게 됐다. 편집장 2 + 칼럼니스트 1. 무슨 2 + 1 끼워 팔기 상품이야 뭐야. 내가 무슨 덤이야? 뽀너스야? 별책부록이야? 아무한테나 남발하기 때문에, 고로 아무대나 막 굴러다니는. 어? 내가 무슨 그런 싸구려 초대권이냐고. 아니면 뭐 꼬리없는 웰시코기야? 생후 1주일 만에 단미 수술을 한 걔네들은 치명적인 뒷태라도 있지. 이건 뭐 피노키오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런데 이게 이게 곤혹스러운 게 딱 이거다. 1 대 1이면 어떻게 뭘 한 번 해 보겠는데. 꼭 뭘 해 본다 어쩐다는 말이 아니라. 일 얘기를 하던 아님 속 얘기를 털어놓든. 편하게 놀겠는데. 그런데 1 대 2. 딴 늑대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허당 플레이보이 토끼 두더쥐 너구리 허쉬퍼피 닥스훈트 비글들은. 원래 1 대 1에 능한 법. 그런데 그거 다 옛날 얘기. 과장 아니면 다 뻥. 아닌가? 아무튼 또 어정쩡한 놀기라...! 놀기? 그런 말이 있지. 술, 사랑, 밤이라는 세 개의 조언자는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속담. 그런데 그 세 개 빼면 뭔 재미가 하나도 없잖아. 우리가 무슨 일하는 기곈가? 아니면 성직잔가. 그도 아니면 사랑의 '사'자도 모르는 로보트란 말인가. 어찌 됐든, 어? 캄캄해지면 모든 여자가 아름답다고 오비디우스가 말했던가, 키케로가 귀뜸했던가. 아니 플라톤이던가? 무슨 소크라테스 담배 피던 시절 얘기는 재미없고. 중요한 건 말이지. 마라와 사라는 낮에도 빛난다는 거. 허허허허허. 능글맞긴 참 내 거 무슨 지가 무슨 푼수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놀고 자빠졌다~, ~라는 핀잔을 난 정말로 듣고야 말았다. 이래도 아직도 사랑의 바보가 아니라고 딱 잡아뗄 텐가?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궁지. 그 코너에 몰린 생쥐인지 치타인지. 그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곤혹스러운 미스테리는 뭐 차차 풀어가면 그만이고. 
    자, 그렇게 우리는 그날 꽐라가 됐다. 딱 필름 끊긴 거지. 그렇지만 돈 쓰고 시간 쓰고 재밌기는 재밌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고. (절레절레). 그렇다고 진짜로 질펀한 술자리에서 정말로 속된 말로 깽판 거시기 뭐 그랬다는 말은 아니고.





    2

    인생의 승부는 관 뚜껑을 덮어봐야 안다. 연애는 결혼행진곡 울려봐야 알고. 사랑은, 사랑? 18세기? 1800전 이전? 어느 귀부인이 그랬던가! 여자에게 사랑은 일생의 이야기이나 남자에게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고. 뭐 또 사랑! (절레절레). 허허. 그러니까 오로지 사랑의 기쁨을 위해 살고 싶은 낭만적인 생각? 지극한 행복감이 무엇인지는 차라리 별들에게 물어보는 게 낫겠네. 그러다 열망은 병들고. 소망은 시들고. 희망마저 지치면. 그러므로 타율 낮은 장타를 노리다 썩은 미소에 절망하느니, 오히려 적게 걸고 적게 먹는 뻔트! 또 그놈의 뻔트? 쾌락마라면 환장하는 호색한도 아니고. 맙소사 아주 그냥 신물이 나는 공상 뻔한 환청, 말도 안되는 착상, 말 같지도 않은 영감. 번뜩이는 천재성인 줄 착각하는 그 뭐야 뜬구름 잡기. 툭하면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심심하면 뜸들이기. 말 돌리기. 말 빼앗기. 이제 좀 말 좀 해 볼까 하는데, 딴청피우기. 매너 없게 T샷 날리려는데, 시끄럽게 하고 뭘 툭툭 떨어트리고. 그래~ 듣지 않기! 뭐 아무튼. 그래 봐야 뻔트도 타석에 들어서야 거포든 대형 스트라이커든 다 가능할 텐데 만년 벤치 신세. 아니면 팀 방출. 스카웃 제의는 꿈도 못 꿔. 뭐 해고 통보가 아니라 알아서 박수칠 때 떠나라? 그러니까 여자친구한테 차였단 말이지? 누가, 내가? 내가 왜! 차일 꺼면 먼저 차야지. 그런데 개 발. 구 멍. 촌닭. 꽥꽥 오리. 에잇 재미없다 재미없어. 사랑 그거 다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지는 인생. 기다리는 국대 상비군이라고 해 봐야 심심함, 권태, 지루함, 판에 박은 듯한 식상함, 덧없는 상심 등등. 뭐? 
    안되겠다. 이대로 재미없는 경주마로 은퇴할 수는 없는 법. 새파랗게 질린 얼굴은 아닐지라도, 사는 낙이랄지 기대하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별다른 꿈이 없는 젊음. 차라리 뭘 좀 모르고, 여자도 모르며, 숙녀를 꼬시지도 여심이 제 발로 찾아오지도 않는 청춘이면 다행이게? 말이 안 통하니까,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닙니다 라고 어설프게 웃길 줄 아는 맨발의 청춘이면 그래도 낫다고. 바로, 그래서 나는 당분간 웨건에게는 장기 휴가를, 다음으로 새로운 애마로 뚜껑 없는 마차를 영입하기로 했다. 
    자동차인데 뚜껑이 없어. 안 그래도 친구 포르토피노 몽키스패너가 자기 꺼 안 쓰는 카브리올레를 시운전해달라고 했다. 잘 됐네. 누가 쓰라면 못 쓸 줄 알아? 우리의 우정은 의심할 수 없는 끈끈함으로 정평났거든. 잘된 거지. 허허허. 단 하루를 살더라도 남자는 폼! 무조건 그렇단 게 아니라 말이. 일단 자기 합리화. 나쁘지 않은 동기 부여. <무분별한 아니면 말고>보다 얼마나 건전한가. <될대로 되라>보다 손해도 얕고 불이익도 현저히 적지 않냔 말이다. 그렇다고 <에라 모르겠다>라는 치기를 부릴 처지도 아니고. 뭐니 뭐니 해도 입장은 가시 방석. 두둑한 배짱으로 고백할 애정도 없고. 담력을 시험할 모험은 꿈도 꿀 수 없는데? 언제까지 '피가로의 결혼' 중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그런 거나 듣고 있으라고. 엉덩이 근질근질 입은 더 근질근질거리는데? 그런데 할 말은 떨어지고. 할 일은 더럽게 하기 싫고. 어? 내가 왜 거울을 평균 이하로 보는데. 내가 왜 거울을 잘 보지 않냐고. 보면 막 그냥 유죄 판결을 받은 죄수 표정인데? 주둥이, 아니 아니 입 튀어나왔지 눈 튀어나왔지. 아침에 지가 무슨 피노키오도 아닌데 어디는 성나지. 어? 심심하면 거기가 성나. 그분께서 화를 낸다고. 어? 결코 치유되기 힘든 상상병, 함께 사는 게 운명이고. 완치가 힘든 허언증 역시나. 수전증이야 이미 숙명으로 안지 오래. 어차피 인생은 거북목 증후군에 대한 걱정이랄지, 목선 축 늘어진 거 뭐야 누리끼리해진 싸구려 100퍼센트 면티처럼 뭐랄까.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래, 평범한 아저씨의 권태감 같은 건 아닐까? 화장발 장난 아닌데, 화장을 지우고 나면 피부결 섭섭하고 단추구멍 되는 숙녀? 통상 젊음의 행진이 아무리 당차고, 숙녀의 도도함이 고결해봐야. 그래 봤자 골인 지점은 남자라면 뭘 해도 재미없어, 아니면 사랑은 없어. 여자라면 아줌마인데 아줌마라고 불리기를 썩 좋아하지 않아. 알고 보면 솔직히 뒷담화를 좋아하는데 자기가 자기 입으로 그래. 전 당사자 없는 자리에서 남 험담하는 거 싫어해요. 아 글쎄 진짜로 아줌마 보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어쩌다 짜증 확 내시는 분들, 없나 있나. 있나 없나? 모르겠고. 뭐야 진짜로 아줌마인데 아줌마란 호칭을 들으면 짜증내신다고? 우리는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들린다 들린다. 정말로 들린다 들린다. 늬가 더 나뻐, 늬가 더 싫어, 늬가 더 짜증나, 매를 버네 매를 벌어. 진짜로 들었다 들었다 나는 들었다. 보아하니 립서비스 먼저 깔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인데. 여자말 번역기도 번역기다만. 무엇보다 잔말 말고 따라와 라도 좋으니 의전을 받고 싶다? 그러니까 의자 빼 주다가 딱 앉을라 할 때 의자 더 빼 
버리지. 농담이고. 진짜 진짜 농담. 
    좌우지간. 내 정신이 온통 딴 데 팔려 기회가 날라가든, 포르토피노 몽키스패너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그처럼 나는 이론가로써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실무가로써 용단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왜냐하면 흐리멍텅 우유부단은 다 옛날 얘기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친구 포르토피노를 만나러갔다. 





    3

    세네카는 말했다. <계획이 실패하는 이유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항구로 가야할지 모른다면 제 아무리 순풍이 불어도 소용없다>.
    캬~! 멋진 말이다. 그렇긴 하다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왜냐하면 우연이 있기 때문이다. 얻어걸리는 어복이 생 초보를 유독 편애하면. 그럼 허접한 초보는 물 반 고기 반일 때, 고수들은 죄다 뚜껑 열리고 고개 숙이며 (조용조용히 우리끼리만 말해서) 빡치게 된다. 짜잔~ 뚜껑 따는 거지. 두둥~ 금고인지 커피머신 수증기 분출구인지가 열리는 거라고. 큐피트의 도움 때문이든 아니든 인생 내내 여복 쨍한 건 또 뭐겠나.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건 또 어떻고. 그렇든 어쩌든 진공청소기로 모든 여심을 그냥... 희망찬 내일에 대한 당치도 않은 예감. 너무 분홍빛에 새빨간 섹시함 일색이면 것도 몹시 당황스러우니까, 고로 말장난은 이 정도로. 무슨 몬테카를로 모스크바 산티아고, 해외 암웨이 다이아몬드 걸물도 아니고. 사이비 종교 고위급 논술도 아니고. 지금 무슨 플라톤 타령에 세네카를 부러워할 시국이 아니다. 
    지금 나는 몽키스패너 포르토피노를 만나러 가는 길. 
    내 웨건을 걔네 집 주차장에 세워 놓고. 적당히 친구끼리 안부 묻고 어쩌고. 
    그래서 걔 꺼 남아도는 거 중에, 뚜껑 없는 차 하나 골라서 타고 오면 그만. 끝. 
    그렇게 나는 포르토피노를 만나러 가던 중 뭔가 하나를 발견했다. 
    무사히 포르토피노를 만났는데. 딱 하나. 중간에 뭔가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저번에 언제더라,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그와 비슷한 걸 발견한 것이다. 
    그럼 이건 뭐,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2? 재미없고. 
    간략히 요점만 말하자면. 오늘 나는 포르토피노를 만나서 자동차 바꿨고 집까지 돌아왔다. 
    줄거리만 요약하자면 딱 그랬다. 별일 없었다. 
    그 시시콜콜한 세부 과정이 어쩌고저쩌고. 다 쓰잘데기 없는 설명일 뿐이고. 
    핵심만 말하자면 딱 거 뭐시기 그 뭐냐, 그래 그렇지. 
    보아하니 오늘 밤에 일기를 쓰자면 인상적인 일은 딱 하나. 
    바로,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2. 
    물론 시운전으로 뭐가 나올지 뽑아보기는 했다. 
    그래서 알게 됐다. 
    그건 무엇일까? 
    뭐긴 뭐겠나. 
    이번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2는, 바로, 뭐가 나올지 안다는 것이다. 
    뭐라고? 그게 그러니까 이런 식이었다. 
    500원 동전 2개를 넣으면 = 중간에 방정식이 어쩌고저쩌고 = 그래서 존 F. 케네디 동전 2개가 나옴. 
    1000원 지폐 1개를 넣으면 = 중간에 순서도 어쩌고저쩌고 = 그래서 생 텍쥐베리 지폐 1개가 나옴. 
    그렇게 나는 재미난 자판기를 알게 됐고. 단골 고객이 되었다. 





    4

    지금 읽는 소설은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의 연기. 
    오늘의 노래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충실한 마음을 지닌 그대 KV. 217
    오늘의 노래? 6명인가 7명 딸부잣집 막내딸이랑 소개팅했던 그날이 기억난다. 
    아빠가 꼭 오늘의 커피를 마시라고 했다던 숙녀. 스타벅스에서 진짜로 오늘의 커피를 마셨던 그녀. 
    그녀의 아빠가 우리 아빠와 직장 동료 사이였는데. 우리 아빠 말씀하시기를, 그 후배가 사람 좋고 성실하고. 직장 다니면서 소도 키웠고 돼지도 키웠고 농사도 했고. 참 부지런했고. 엄마를 보면 딸을 알듯. 아버지를 보니 딸도 욕심나는 처녀.
    그녀랑 연한 사랑에 빠져, 달콤한 연애 감정 느끼면서, 여심을 훔쳐 잠깐 사귈  그랬어. 지금 생각해보면. 
    어쨌든 재산 목록 1위 2위 3위도 없어. 옛날에는 생애 첫 조립식 컴퓨터가 1등 똥차가 2등 그랬는데. 
    그건 그거고. 여성환상 1.5든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든. 의뢰도 끊겼어. 품위유지비도 간당간당. 
    애인 사진도 없는데 지갑이 뭔 필요. 짙은 흑심을 띠고 군침을 흘리는 표정이라면 지긋지긋.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제인 오스틴,  폴 세잔, 아인슈타인이 그려진 지폐가 있는데 쓸 수가 없어. 
    모차르트, 베르디, 베를리오즈, 드뷧시가 그려진 지폐를 보며 돈의 의미를 생각하든 아니든. 있어도 쓰지 못해. 
    은행 가서 생활 반경 얼마에서 사용 가능한 지폐로 바꿔야 해. 그마저 귀찮어. 안 해. 안 한다고. 왜 해? 안 해. 
    그나저나 사무실에 걸려있는 저 그림이나 딴 걸로 바꿀까? 그럴까 그러지 말까. 
    동네 산책하면 언젠가 공사장에서 친하게 으쌰으쌰하다 갑자기 싸움질 나서 아구창 3연타로 쥐어터졌던 기억과 연상되는 차가 굴러다니고. 다 그런 식. 
    하여간에 뭘 해도 되는 게 없구만 그래. (절레절레) 
    따라서 나는 마치 오페라 서곡 및 간주곡과 흡사한 글을 작성할 수 밖에 없었다. 
    번개처럼 떠오르는 그런 번득이는 영감은 떠오르지 않고. 놀라운 발상도 아직이니까. 
    내가 쓰는 이야기란 게 따지고보면 줄거리는 별거 없고. 서론말 길고. 뻔할 뻔자 같은 연애랑 비슷하니까. 
    조아키노 로시니 / 오페라 랭스로 가는 여행 - “나는 얼마나 그곳에 가고 싶었던가”
    그렇게 진지한 분위기를 조장하고서 나는 열심히 글쓰기에 몰입했다. 
    다음 문단은 그처럼 뚝딱 작성한 일종의 간주극이라 해도 무방할 듯 했다. 
    아닌가? 선망을 자극하는 영특한 마케팅을 지향하다가 결국 2 + 1 같은 뻔한 상술로 판별나는 건가. 
    모르겠고. 칼럼과도 닮은 막간극 잔소리가 뭔지는 보면 안다. 





    5

    진절머리가 나는 약속없음. 구미가 확 댕기는 그런 꽤 괜찮은 흥밋거리가 어딨어. 미완성 환상머신에 대한 탐닉과 집착? 환상머신은 무슨. 미지의 동경심? 미완성은 개뿔. 집어치우고. 어쩌다 이리도 건조한 일상에 난 맥없이 굴복하는 것일까. 설마 하니 나는 낭만과는 담 쌓은 놈일까 아닐까. 감정이 매마르거나 말거나, 뭐든지 귀찮아하는 걸로 보면 딱히 틀린 분석은 아닌 듯. 그러든 어쩌든 그걸 누가 알고 싶어한다고. 염소 설사하는 소리나 하고 자빠지셨군. 염소가 지사제를 먹을 일이 뭐 있어. 염소가 뭘 잘못했다고. 너구리 물똥 누는 소리는 그만 집어치우고. 두더쥐가 새똥 맞는 헛소리고 나발이고. 넙적부리황새 피똥 싸는 얘긴 듣고 싶지도 않고. 다 필요없고. 딱 됐고. 
    마땅히 해야 할 일하기, 커피포트도 좀 쉬어줘야 한다. 영심이의 욕망과 아첨녀의 탐미주의를 진공청소기로 쏘옥~ 빨아들일 것만 같은, 그런 뭔가 가슴을 뻥 뚫어주는 상쾌함 어디 없을까. 귀부인의 합리적 의심은 물론 풍만한 숙녀의 선망까지 모조리 빨아들일 것만 같은 잔재주. 그런 짜릿한 쾌감 어디 없을까? 없다. 없어. 있을 리가 있나. 있을 턱이 없지. 그럼. 허허. 그런 게 있었으면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겠나. 진작 아무도 날 모른 채 돈만 돈만 원없이 가졌겠지. 열 일 제치고 몰입할 열의도 바닥났고. 원래 없었나? 쾌락에 몰두할 열정 역시나 비리비리. 여체가 아닌 여심에 대한 탐욕마저 시들시들. 소원은 많은데 소원만 많아. 전부 싹 다 그림의 떡. 아니면 뻥 다 뻥. 몽땅 뻥. 전부 뻥. 웬 허접한 사이렌의 허풍을 읊조리는 숙주, 누가 또 리모콘을 잘못 눌렀길래 난 또 괴팍한 환청을 듣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여자. 어쩌면 불여우. 맞어. 맞네 맞어. 산만한 거 보면 딱이지. 그럼. 
    곧 숙녀 기분 저기압일 때 옆에 있으면 안된다. 피하는 게 최선.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피차 뚜껑 열리는 지름길. 그러니까 그녀 기분이 은밀하도록 은근슬쩍 고양이 담 넘어가듯 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알고 보면 여자는 전부 다 시누이. 살쾡이. 어? 순한 양은 무슨~, 신경질적인 살쾡이지. 호피무늬. 표범. 치타. 재규어. 야옹이. 원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 세상사라는 게 그렇다. 안 그럴 수가 없거든. 그 말은 곧 뭐다? 그렇지.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남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무작정 나갔다가 비전 없어서 다시 쥐구멍으로 복귀한 게 대체 몇 번인데. 안 그래? 내가 뭐 틀린 말을 했어~, 아니면 말을 지어내기를 했어. 어? 다 사실 아니냐고 딱 사실. 응? 개구멍으로 들어갔다가 툭하면 골탕먹은 건 또 어떻고. 으쌰으쌰 좋다 좋아 으쌰으쌰 속 시원하다 으쌰으쌰 후련하다 좋다~, 그래서 딱 젊음의 행진을 했는데. 그런데 주위를 보니 아무도 없어. 또 속았어. 매번 당해. 일생 패배주의. 인생이 루저. 뭐 어떻게 잡어라도 안되겠니? 어복 터지던가 아니면 도를 닦던가. 도대체가 말이야 중간이 없어 중간이. 하여간에 뭘 해도 액면이 영 거시기하구만 그래. 판돈은 애시당초 없었으니까 바닥날 리도 없고. 아 글쎄 재산 탕진할 걱정 없어서 거 참 좋겠네. 허허.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잠깐 삼천포 잔지식 자랑. 나도 자랑 좀 합시다! 언제까지 겸손 겸손 겸손 꺼벙 꺼벙 꺼벙. 어?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언제였던라. 그게 생리대인데 팬티로 추측했어. 예측만 한 게 아니라 팬티 아니냐고 진짜로 물어봤어! 흥 하나 만큼은 그 어디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짝사랑녀. 걔도 그랬어. 걔는 액션만 취했는데 걔한테는 안 물어봤고. 걘 팬티랑 생리대 둘 다였나? 완전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꼭 우르르 여럿이 1박 2일로 놀러가서 그런 장면 연출하는 게 특기인 여자들이 있긴 있다. 없진 않음. 넘어가고). 
    말하자면 내 안의 그분께서 아무래도 꽤나 심심해 하시는 듯 하다. 왜 아니겠어. 혹시 우리 사이를 혹시 누가 이간질하는 거 아닌가? 에이~ 설마! 정말로 누가 걔와 걔를 이간질하는 건가? 아니면 심하게 질투하거나. 부러우면 지는 거래잖아. 착한 척하다 돌아서면 험담. 마음 놓고 화장실을 갈 수가 있어야지 말이야. 여자세계에서 뒷담화 빼면 남는 게 뭐 있나? 없나? 정말 있나? 하오나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또 알고 보면 뒷담화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부정하기도 좀 뭣허고. 그분들 편도 은근슬쩍 들어주긴 해야 하니까. 우리는 그녀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보아하니 인생이란 말이야 그 말이 명언 중의 명언이다. 그 말은 대체 뭐냐고? <욕하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응?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면서 속으로 미워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놓고 비난하라고. 어? 
    여기서 남녀가 딱 갈린다. 이래서 여자가 무섭다. 응? 여자가 참말로 독하단 말이지. 어떻게 사랑이 인생의 전부일 수 있냐고. 예를 들어 보자. 소년들 보면 친구가 다치고, 넘어지고, 피나고, 기부스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러면 푸하하하하 푸하하하하 막 웃고 개 웃고 자지러지고. 그런데 여자는? 소녀들 보면 친구가 기부스하고, 넘어지고, 어쩌고. 그러면 어쩌니 걱정걱정 어쩌니 괜찮니 어머머머머 어떡하니 염려하며 어쩌고저쩌고. 겸손 겸손 겸손 칭찬 칭찬 칭찬. 그런데 제빵학원 동료가 뼈에 금갔는지 뼈 부러졌는지 병원에 우르르 다들 몰렸갔는데, 여자 둘이서 빵끗 터져. 어? 아름다운 사랑에 관한 예시가 아니긴 하다만 아무튼. 뒷담화 관음증 조증 허언증 수전증 과장병 뭐, 거북목 증후군? 그런데 거북목 증후군이 여기서 왜 나와. 내 말이. 
    그건 그렇고. 한편! 한편은 무슨 한편. 좋게 퇴근이나 해야지 별수 있나. 
    그렇게 나는 행복한 퇴근을 했다.





    6

     <연극대회 출연 제의를 수락. 덥석은 아니고 심하게 망설이던 끝에 겨우겨우>
    숙녀의 마음은 언제나 닥터지바고에 나오는 라라의 테마 같은 것. 폴 모리아 악단. 할리퀸문고. 여성잡지 1과 2. 그 중간 중간 소녀감성 낑겨주고. 한마디로 여자는 일생 내내 신부다. 여자 = 신부! 여자는 자기 빼고 세상 모든 만물과 만인은 전부 다 신부들러리. 자기만 일평생 5월의 신부. 바로 그 때문에 칭찬 칭찬 칭찬 겸손 겸손 겸손 그러는 것일 뿐. 그런데 <시어미──시누이──며느리> 이 전설적인 트로이카의 사이가 좋아보이면 그나마 선방. 그 내면은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가 따로 없고. 여자말 번역기 그거 까면 장난 아니라는 거. 어? (절레절레) (절레절레) 즉 여자는 그렇다. 여자는 다 그래. 딱 자기 1인만 독보적인 원톱 스트라이커고, 나머지는 싹 다 개 발 구멍 약체 바보 병풍 백댄서. 어? 그렇다고 뭐 내 사랑 낭군님은 동화 속 왕자님? 그건 그냥 말이 그렇고. 희망사항일 뿐이고. 진짜는, 애인도 역시나 신부들러리. 혹시나 아니기를 바랬으면 미안허고. 거 참 이래서 너무 솔직해도 탈이라니까. 그래도 입은 삐툴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 추억의 나이트클럽 돈텔마마에 가보시라. 극장식 카바레 카사노바에 들려보시라. 웨이터가 턱시도를 입고 손님은 다양한 패션을 자랑한다. 턱시도? 내 남자는 다름 아니라 웨이터라니까 그러시네. 어? 그런데 그 웨이터 이름이 뭐 막살자? 하여튼 못말려 (절레절레)
    좌우지간 여자의 마음이란 딱 그거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여심. 그나마 나비가 평균이면 다행이게? 사랑은 나방이기 때문에, 따라서 그렇게나 늑대님들께서 벌레 먹은 사과를 좀 어떻게 한 번 해 볼려고 눈에 쌍심지를 켜시지들 않나. 정말로 그렇단 말이 아니라 이를 테면. 정말 여자는 하늘 남자는 땅이란 말이 아니라. 농담이고. 북어와 마누라는 이틀에 한 번씩 뚜들어패야... 라는 구식탱탱묵은 얘기하면 여자들 퍽이나 좋아하겠다. 어쨌든 변덕은 죽 끓고. 변심은 기본. 사랑의 기초는 뭐 여자의 판타지? 매를 버네 매를 불러. 바로 그래서~ 우리가 여심이 아니라 여체를 탐하며 신비감과 환상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달려라 쾌락마 달려라 쾌락마. 1번마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라는 1번마는 첫 끗발이 개 끗발이군요. 자, 다음으로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라는 2번마 벌써 지쳤어요 벌써 지쳤어, 보기에는 UFC 급인데 보기에만 UFC 급이군요 거 참 실력은 거 무슨 동네 술꾼보다 더 비리비리한 거 좀 보세요. 그런데 어머 어머머머머 3번마 '남자는 문지방을 넘을 수만 있어도 여자를 탐한다'께서... 끝내 경기를 포기하셨군요. 저런~! 3번마 마권에 몰빵하신 행복업 매니아들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겠는데요? 자, 그건 말이죠~ 
    ~라는 싸구려 만화 나레이션 같은 농담은 이쯤 하고. 재미 하나도 없으니까 넘어가고. 통과. 어쨌든 우리가 왜 여심이 아니라 여체를 탐할 수 밖에 없는가! ~라는 논조가 썩 밑도 끝도 없는 궤변 같긴 한데. 허나 또 퍽 말이 아주 안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다 이상해. 허허. 
    자, 그 말은 곧 나도 신부들러리 같은 남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고찰을 기꺼이 안겨주는데. 흔쾌히 그거 받고 덤으로 얹어서 베팅할 배짱도 없고. 일단 판돈은 커녕 약속도 없고. 그러니까 말이지, 먹고살기 바쁜 세상 어찌 사시사철 시시각각 그런 쓰잘데기 없는 공상이나 떠올리고 있나. 무슨 그런 개 풀 뜯어먹는 상상병 언제까지 붇들고 있으라고. 응? 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수다는 수다대회 가서나 하고. 말도 안되는 잔소리만 하고 또 할 꺼면 좋게 소파에 자빠져서 TV 채널이나 돌리던가 말던가.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제안한 연극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연극? 저번에 애들이 제안했거든. 아마추어 연극대회에 나가면 재밌을 거 같다면서 각본, 분장, 조명, 기타 등등 다 준비됐다면서 오빠는 몸만 오라는 주문이 있었다. 
    난 당연히 할까 말까 망설였고. 
    제목은, 나 잡아봐라! 
    뭐야 나 잡아봐라? 제목이 뭐 그렇게 촌스러워? 제목부터 그 모양인데 나 같은 촌닭이 주인공을 맡으라고? 
    뿐만 아니라 연극은 실험극이었다. 즉 각본은 대충 10분 + 애드립 20분 = 30분짜리 연극. 내용도 초간단. 
    줄거리조차 딱 1줄로 요약 가능. 15년 만에 재회한 연인이 왜 헤어지게 됐는지, 어째서 사랑이 어긋났는지. 잘지냈느냐 어쩌냐. 배경은 비키니에 요트에 뻔하고. 
    그렇게 남자 대사 두세 번 여자 대사 두세 번. 막 서로 말 왔다 갔다 많이 하지도 않고 길게. 그렇게 해서 각본대로 10분 소화. 나머지 20분은 막말이자 즉흥연기로 때우고. 그렇게 총 30분짜리 연극. 
    그래? OK! 
    나는 고민 고민 끝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7

    만나서 연습하고 어쩌고저쩌고. 
    중간 다 건너뛰고.
    중간 다 건너뛰고.
    중간 다 건너뛰고.
    필름 빨리 돌려서 연극대회 본선. 예선은 출연자 부족으로 생략한 체 즉각 본선. 
    무슨 참가자가 단 4명 뿐인 대회에서 준결승은 상대가 기권해서 어부지리로 결승 진출하고, 어영부영 반칙으로 딱 1번 이겼는데 우승하는 거야 뭐야. 
    어쨌든 무대에는 나와 로즈마리뿐. 
   「오빠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오빠는 나 안 보고 싶었어?」
   「넌 그렇게나 좋아하던 오빠를 15년 만에 봤는데 겨우 한다는 말이란 게, 어? 고작 TV에서 보던 거 그대로 따라하니? 그게 뭐니? 어? 그러니까 늬가 남자한테 차이고나 다니지. 안 그래?」
   「(나직히) 오빠. 왜 그래. 난 반가워서 그러는데. (조용조용히) 오빠. 지금 우리 연극 무대야.」
   「조용히 소곤거려도 다 들려. 그냥 크게 말해. 어? 남 눈치를 왜 봐!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막사는 거. 지조없는 년. 너 걸레라고 회사에 소문 쫙 퍼졌어. 뒤에서 수군대는 거 신경도 안 쓰이던? 그런데도 그 양복쟁이 유부남들 혼자서 짝사랑했니? 누가 모를 줄 아니. 너 똥파리한테 넘어갔다고 회사 단짝 언니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아니 모르니? 어? 어디 그게 끝이야? 너 CS했다며? 그것도 완전 싫어하는 남자랑. 아는 오빠니까 덥썩 음주운전 차에 타서 신나게 데이트했다며? 심지어 2 대 2로 대낮에 더블데이트에, 저녁 지나서 야밤에도 드라이브했다며?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난 주제에 뭐 아름다운 재회? 미쳤니? 너 같으면 그게 아름답다고 느끼겠니?」
   「이건 각본에 없는 얘긴데.」
   「없으면 어때?  입으로 1번이면 끝이라고, 했어 안 했어? 문어발식으로 남자 만난 주제에 뭐 이제 와서 한다는 얘기가, (성대모사), 오빠 오래만이야 잘 지냈어? 잘 지낸 거 좋아하시네. 나 알콜중독자로 살았어. 됐니? 봐 봐. 봐 봐 얘. 안 보여? 내 손 떠는 거. 수전증 몰라?」
   「오빠 그거 손 억지로 떠는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에는 그거 억지로 떠는 거 같은데. 연기가~, 어설퍼~!」
   「뭐? 아니 이 사람이...! 아무튼, 그런 넌 애 낳고 잘 살았다며? 이번엔 또 어떤 똥파리가 따라다니길래 자줬니?」
   「오빠 말이 심하다. 똥파리라니?」
   「이게 어디서 잘했다고 따박따박 말대꾸야 말대꾸가?」 
    곧바로 나는 뿅망치를 꺼내들었다. 애들 장난감 뿅망치 특대 사이즈. 
   「5km」
   「」
   「뭐해?」
    로즈마리는 알아서 와서 눈탱이 부위를 부딪혔다.
    다음으로 나는 막대기 끝에 달린 헐크 장갑을 꺼내들었다. 
   「12km」
    그녀는 이번에는 다른 쪽 눈탱이를 가져다 살며시 비볐다. 비벼? 애무야 뭐야!
   「뭐야, 웃어~? 야 너. 머리 박어!」
   「」
   「안들려? 대가리 박어!」
   「어? 머리를 박어? 어디다? 누가? 내가? 왜 박어? 뭐하러? 내가 뭘 잘못했다고?」
   「몰라서 묻니? 여자이기를 포기한 거니? 박으라면 박어.」
   「그건... 그야... 나는... 어떻게 박는 줄 말을 해 줘야지.」
   「너도 알잖아. 어릴 때 꽁트에서 봤으면서 모른 척은! 뭐해? 대가리 안 박고!」
    로즈마리는 그렇게 머리를 땅에 대고 푸샵 자세를 취했다. 엎드려뻗친 자세에서 손을 떼려는데 균형은 안 잡히지 머리는 아프지. 그렇게 겨우겨우 뒷짐을 지었다. 
    나는 로즈마리에게 귀뜸했다. 그녀의 보드라운 귀에다 대고 말했다. 
   「15년 동안 딴놈이랑 실컷 즐기다가 이제 와서 뭐가 아쉽다고 날 찾아왔니? 응? 아니면 뭐 15년 동안 수절이라도 했니? 왜냐하면 날 만나는 동안 사랑의 기본이 잘못됐다는 걸 반성하는 의미에서? 그래서 이제라도 오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므로 날 먹어줘? 좀 식었만 이제라도 맛있지 않을까? 아니 그윽한 고급 치즈처럼 숙성도 됐겠다, 벌레 먹은 사과보다 훨씬 상큼하고 시큼하며 새콤달콤한지 아니면 끝없이 달콤한지. 너 맛 좀 봐라? 그러니까 그때 날 좋아한 건 맞는데. 내가 애인이 아니었던 거네. 그치? 전남자친구 얘기를 슥 흘린 건 나 기분 좋으라고 한 소리고. 난 후보군이니까 전남자친구는 계속 만나면서 환승이별 적기를 노리고 있었던 거구만. 그치? 뿐만 아니라 너 내 친구랑 잤잖아. 너 내 친구랑 CS 했잖아? 심지어 소개팅은 소개팅대로 계속하고. 선 본 남자들이랑 꼬박꼬박 A X 3, B X 3, C X 3000...... 그처럼 오랫동안 누구든 만나고. 남자에 환장한 년. 껄떡년. 이건 뭐 양다리도 아니고 문어발식으로 남자를 거느렸구만 그래. 여왕벌 마인드가 설마 했는데 얘였네. 그러네. 어? 환승이별감 후보군으로 그래도 내가 1등이었다고? 너 그때 CS하고 나니까 이제 남자들 자동차 조수석에 타는 게 아무것도 아니든? 남자도 사겨봤겠다 전남자친구도 여전히 불타도록 껄떡거려주시겠다, 어? 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얘. 그날 더블 데이트하면서 뭐 느끼는 거 없었니? 그러니? 넌 여자도 아니야. 넌 여자도 아니라고. 어? 가서 만나던 똥파리나 계속 만나라. 어? 야, 너 가라! 꺼져라. 하이에나가 쫌만 노력하면 지 맘에 들든 아니든 아무나 다 따먹을 수 있는 년. 어? 개나 소나 다 받아주는 년. 똥파리든 하이에나든 의전만 충족되면 1년이든 15년이든 죄다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는 년. 회사에 똥파리한테 넘어갔네 따먹혔네 더러운 소문 쫙 퍼졌는데, 챙피한 줄도 모르는 년. 넌 그냥 그 흔한 번따년일 뿐이야. 알아? 
    T자형 삼거리에 위치한 식료품점에서 처음 만난 날. 바로 그 다음 날 친구들끼리 펜션에 놀러갔을 때. 펜션에서 가부좌 자세로 혼자서 소꿉장난할 때. 책상다리로 앉아 반죽인가 뭔가를 손으로 가지고 놀던 모습. 그러다 내가 뒤에 있는 거 알고 재빨리 일어서서 수줍어하던 모습. 배꼽티 입었는데 츄리닝 사이 엉덩이골 보여서 챙피하다 어쩐다는 듯. 나 그런 여자 아니다? 그럼 뭘해! 정성스럽게 딱 화장하고서, 머리 빗고, 향수 뿌리고, 구두 신고. 쪼르륵 나가서 번따녀가 똥파리를 만나서 자랑스럽게 백화점 데이트. 어? 거울 보면서 립스틱 바르고, 아이쉐도우 꾸미고, 빤짝이 뿌리고. 속눈썹 붙이고. 눈썹 그리고. 볼터치 하고. 그렇게 정성스럽게 꾸미고 딱 나가서 약속 장소에서 보고 싶은 남자친구 만나서 데이트. 오늘 키스하면 어쩌지? 화장 1시간 하기 전에 이미 브레지어랑 팬티랑 깔맞춤 해 놓고. 어? 물론 전남자친구가 하도 껄떡거려서 1년간 사겨줬고. 1년 동안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줬고. 속으로는 싫었고. 진짜로는 회사 유부남 짝사랑했고. 일찍부터 심신분리됐어. G 스폿 열릴 준비도 끝났고. 아니야? 아니면 아니라고 반박을 하던가! 못해. 왜? 왜냐하면 사실이니까.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걸레네. 거지같은 년. 미친년. 남자에 환장한 년. 그래 놓고 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래. 회사에 더러운 소문 쫙 퍼졌는데. 뭐 1번이면 끝이에요? 더러운 년. 더럽게 멍청한 년. 대가리에 똥만 가득찬 년. 골빈년. 돌대가리. 대식가니까 화장실에서 똥 엄청나게 많이 싸는 년. 그런데 혼자 있을 때 콧구멍 엄청나게 후벼파. 더러운 년. 방귀쟁이년. 거리에서 보는 게 남자 밖에 없어. 넌 그냥 그 흔한 번따년일 뿐이야. 알아? 늬가 여신은 무슨 여신이야, 이런 싸구려 번따년아. 어? 번따년. 똥파리 전마누라. 큭큭큭큭큭. 
    넌 그저 똥파리 전마누라이자, 진짜로 하이에나든 늑대든 전남편의 애를 낳았잖아. 안 그래? 그런데 이제 와서? 당시! 그 당시. 전남자친구한테 마음도 주고 몸도 주고, 어? 전남자친구랑 섹스하고. 내 친구랑은 CS 하고. 어? 새로운 남자는 새로운 남자대로 죄다 상대해주고. 어? 도대체 몇 명이랑 잤니? 그러면서 나만 놀리고 놀리고 놀리고. 그러면서 단 1번도 1 대 1로 만나주지 않고. 튕기고 튕기고 튕기고. 차고 차고 차고. 그러면서 또 전남자친구랑 잤는지 안 잤는지, 손은 잡았는지 안 잡았는지, 키스는 했는지 안 했는지, 궁금하고 질투나며 미치라는 듯이 놀리고! 어? 그런데 이제 와서? 왜 전남편이 불구니? 그러니? 아니면 10초를 버티기가 너무 힘들데? 썩 실하지가 않아? 나이는 먹고 G 스폿은 열렸는데, 그런데 외롭니? 많이 외롭니? 그러니? 어? 아무나 물고 빨고 핥고, 벌렁벌렁! 개나 소나 다 얼굴 팔려주는데. 그런데 딱 1명. 나만 빼고.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이제 와서? 어? 나 싫다며! 
    내가 예전에 런닝머신 파는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가슴골 보여주고, 빨간 립스틱에, 뇌물 공세에 아양 떨고 친한 척 해서 물컹한 느낌의 딥키스를 받아냈던 아줌마. 옆 사무실에서 일했던 그 아줌마. 그래서 자기 남편은 마피아라면서 날 마다하며, 젊은 숙녀를 소개시켜주던 그 아줌마. 그 아줌마도 엄마 스타일 아니야. 엄마 스타일은 애 손잡고 나가 외갓남자를 만나면서 애한테 그 강렬한 기억을 각인시켜주지, 그처럼 남몰래 물컹한 딥키스 1분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어? 진짜로 그 아줌마 남편이 깡패였던 게 맞아. 아줌마들 우리가 어디 한두 명 만나본 줄 아니? 여성잡지 2가 괜히 여성잡지 2인 줄 알어? 뭐 아무튼. 
    그래서 이모 스타일이 마침내 엄마이자 엄마 스타일로 거듭났으니. 따라서 이제라도 뭐 어떻게 안될까요 오라버니? 오라버니 좋아하시네. 일어서!」
    로즈마리는 겨우겨우 일어섰다. 





    8

   「넌 번따녀 아니면 번주년이야. 아니? 어? 아니 모르니? 웬만한 숙녀들이야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지만. 넌 남자 없으면 못 사는 년. 남자 밖에 모르는 년. 그거 뿐이면 좋고 괜찮은데. 그런데 미친년. 섹스가 늬 인생 전부잖아. 안 그래? 번호 따이는 게 취미이자 소원인, 번따녀! 동시에. 쫌만 지 맘에 들면 일단 남자한테 번호 찍어주고 남자 번호 따는, 번주년. 어? (1) 인성이니 외모니 성격 등 아무것도 안 보고. 껄떡쇠한테 번호 따여서 할 거 안 할 거 다 하고 갈 데까지 간 년. 심지어 그걸 애인한테 자랑해. 애인 엿먹으라는 거야 뭐야. (2) 번따녀 생활 클럽죽순이 생활 질리니까 친구랑 남자 작업쳐. 너가 먼저 내 핸드폰 뺐어서 번호 찍어주고, 즉각 내 전화기 지가 자기 번호로 전화 걸어서 내 전화번호 따고. 즉시 저장하고. 어? 번따녀로 똥파리한테 작업당하면 고추 빨아주고. 고추 빨아준다면서 응원하고 기대하게 만들고. 자기도 선홍빛 예감에 흥분하고. 어? 전남자친구한테 잘 보일려고 화장 곱게 하고. 정성스럽게 꾸미고. 어? 볼장 다 보고! 어? 
    반면에, 지가 이상형 남자한테 작업쳐서 번따년&번주년 되면 애인한테 지옥을 선물하고. 여전히 전남자친구 만나고. 새로운 남자들 죄다 만나고 다니고. 미친년. 걸레 중의 걸레. 이런 년이 G 스폿까지 열려 봐봐. 와 상상이 안된다 상상이. 심심하면 남자한테 작업당하고. 지가 남자 번호 따는 번따녀로 사교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선보였고. 그저~ 번따녀로 의전 대우만 해주면 개나 소나 다 좋대! 반면 지 맘에 쏙 들어서 홀딱 반했길래 번호 찍어주고, 너가 내 번호 따고. 그러다 양다리 세다리 내 친구랑 CS. 귀 뚫리니까 그때부터 개걸레. 
    야 암캐! 짖어봐. 어? 지서봐! 아니 됐다. 됐어. 재미없다. 발정난 암코양이, 냄새난다. 무슨 오징어 썩는 냄새 진동한다고. 저리 가라. 야, 가. 아휴 저 맹추. 응? 왜, 탐색전 해 보니 마음에 쏙 들길래 작업쳐서 1달 반 만에 후딱 합방하고 싶었는데. 계획대로 안되든? 그게 맘대로 잘 안되던? 그래서 뭐 15년 걸려서라도 어떻게 한 번, 어? 한번이 소원이니? 그러니? 늬 까짓 게 뭐 특별한 숙녀라도 되는 줄 아니? 착각하지 마 얘. 넌 그저 그런 싸구려 번따녀&번주년일 뿐이니까. 아름다운 숙녀 인생 장밋빛 인생? 웃기지 마라. 하나도 웃기지 않으니까. 징그럽고 멍청하고 추접스런 년. 야 암퇘지. 어? 꿀꿀~ 해 봐. 뭐해? 꿀꿀~ 하지 않고. 어? 꿀꿀꿀 해 봐. 돼지가 돼지 소리도 못내? 그런 돼지가 이 세상에 어딨니? 암퇘지면 암퇘지답게 굴어. 어? 
    그런데 너 표정이 그게 뭐니? 응? 누가 보면 진짜로 똥 씹은 줄 알 거 아니니. 안 그래? 하긴~ 어? 개가 똥을 끊겠니 영역표시를 그만두겠니. 알만하다 알만해. 야 암캐. 좀 암캐면 암캐답게 구시지. 응? 암캐면 암캐답게 굴자. 어? 우리 좀 그러자. 어? 아 맞다. 너 오늘 아침에도 흥분했겠네? 그러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명언이 썩어빠졌다 얘. 어? 이미지 트레이닝 아조 그냥 끝짱이겠네. 흐흐흐흐흐. 응? 히히히히히히히. 어떻게, 응? 멍청녀 대회는 알아봤고? 너 같은 희대의 멍청녀가 멍청대마녀 대회에 안 나가면, 그럼 대체 누가 나가야 하니? 어? 안 그러니? 한번 생각을 해 봐 봐 생각을. 응? 말 나온 김에 이참에 돼지 대회에도 나가보시든가. 뭐 그러든가 말든가. 내 알 바 아니고. 어? 그때 보니 아주 그냥 겁나게 쳐먹던만. 어? 그게 뭐였더라, 맞다. 돼지 창자. 허천나게 어? 더럽게 쳐먹던만 그래. 뭐 돼지가 돼지를 먹어? 그것도 창자를? 근데 너 피부관리 포기했니? 모공이 무슨 화산 분화구만 하네. 그러네. 너도 늙었지 왜 아니겠니. 어? 참 많이 닳아진 거지. 그럼. 그럼 뭐야, 그러면 하트도 늙었겠네? 그러네? 크크크크크크크. 뭐야, 머리카락도 가늘어졌잖아? 세월의 힘을 너가 아주 그냥 왕창 받는구나. 중력의 힘을 뉴튼은 법칙으로 승화시켰는데 넌 노화로 받았단 말이지. 어? 축하한다 축하해. 아 글쎄 샴푸 적게 들고 얼마나 좋아. 안 그래? 안 그래도 넌 남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여자이기를 포기했고. 어? 
    아무리 그래도 우리, 어? 얼굴 좀 피자. 응? 표정 좀 피자고. 어? 그게 뭐니? 너 안 그래도 말상이야. 그런데 얼굴 더 길어지게 그게 뭐니? 그거 보면 관상가가 뭐라 그러겠니, 말 대가리 어쩌고저쩌고 설마 그러시면 어쩌겠냐, 이 말이라고. 응? 안 그래? 내가 어디 틀린 말 했니? 응? 안 그래도 너 멍청한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어디 지금만 알겠니? 그런데 입은 왜 그렇게 쭉 빼는 거니? 기분 나뻐? 그럼 행실을 똑바로 하던가. 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니? 사랑이 장난이니? 가정교육 그렇게 배웠니? 너도 뭐 모딜리아니 그림처럼 늬가 명화 속에 나오는 여신인 줄 아니? 어? 넌 그냥 번따져 번주년이야. 알어? 꼴에 숙녀라고! 얼굴값 못하기로 세계 최고인데, 또 꼴값이라면 환장해. 남자는 더 환장해. 어? 너가 뭐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오페라 <알치나> 중 '내게 돌아와줘요' 듣고, 고전소설 읽으면 그 멍청한 전두엽 더 멍청한 측두엽이 어디 영리해질 꺼 같니? 설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넌 그러니까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먹고 나면 방귀나 왕창 겁나게~ 끼는 번따년 번주녀 똥파리 전마누라일 뿐이야. 너 그거 먹고 나서 막 쉬지 않고 방구만 끼잖아? 안 그래? 너 지금도 코에 콧물이랑 코딱지 가득 들어있지? 너 축농증 내가 모를 줄 아니? 더러운 년. 오늘 아침에도 똥 엄청 쌌지? 얼굴이 얼굴이 똥 씹은 표정처럼 그게 뭐니? 어? 너 설마, 팬티에, 똥쌌니? 그래? 하여튼 답이 없구만 답이 없어. 허영심만 하늘을 찌르고.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번호 따이는 거 좋아하고. 번호를 주고 번호를 땀과 동시에,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나고 다니고. 어? 에라~ 똥바가지나 뒤집어쓸 년아. 이런 미친년 같으니라고. 어? 왜 나이는 먹고 첫키스도 못해봤는데 하고는 싶고. 겁나게 빨고는 싶고. 왜, 똥줄타니? 그러니? 어? 솔직히 말해봐. 내가 비밀로 해 줄께. 응? 그 전에 그 얼굴부터 펴고. 어? 늬가 무슨 인상파니 뭐니? 어? 늬가 무슨 아그리빠 조각상이니? 어? 뭐 비싼 와인 마시며 폼 잡고, 세련되고, 우아하고, 고상한 숙녀? 넌 그냥 토속주에다 싸구려 맥주 타서 폭탄주나 마셔라. 어? 그거랑 하이네켄이랑 맛 비슷비슷하니까. 어? 좋게 그래라. 멍청한 년. 꼴보기 싫은 시누이 같은 년. 더럽게 멍청한 년. 왕재수년. 너 지금도 그러지? 어? 잠잘 때 코 드르륵드르륵, 깨어나서 미남 보면 하트 벌렁벌렁 침 질질. 어? 너 여태 내 생각하느라 설마 보지가 벌렁벌렁했던 건 아니지? 그치? 그럴 꺼야. 거기가 무슨 수도꼭지도 아니고 심심하면 질질 질질. 어? 잘났어 증말! 누가 너 모를 줄 아니? 응? 넌 그냥 안성탕면 끓여서 계란 쳐넣어서 먹어. 그거랑 까르보나라랑 맛 비슷하니까. 지가 무슨! 방구왕에 성적인 생각하면 똥 마렵고 곧장 화장실 달려가서 똥싸고. 어? 야, 똥싸개! 똥싸는 자세 잡아 봐. 거 무슨 미모에 물이 올랐다는 둥 사랑한다는 둥, 어? 뭐 그런 달콤한 속삭임이라도 들을 줄 알았니? 착각하지 마 얘. 넌 똥이야. 알어? 뭐 난 꽃이야? 넌 똥이다 똥! 첫인상 즉시 풋사랑 시작하는 그대여, 어? 시치미떼기 선수인 능청꾸러기는 바로 너. 응? 딱 너! 뭐 연예인 A의 남성미, 영화배우 B의 기럭지, 탤런트 C의 얼굴? 웃기고 자빠졌네. 전남자친구 사진 보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 지갑 속에 그분의 얼굴을 1년 동안 고이 간직하고 다녔으면서 뭐, 영화배우 A는 어쩌고 B가 진짜 어쩌고저쩌고. 미친년. 아래로 똥사고 입으로 똥 뱉는 년. 중간에 미리미리 다 환승이별 생각했던 년. 똥싸배기 코끼리 방귀끼는 소리나 하고 자빠졌어. 늬가 꽃이면 이 세상에 꽃 아닌 게 없겠다. 에라 이런 똥보다 못난 년아. 그러고서 좋다고 하이에나랑 단둘이 데이트하고. 똥파리랑 독대하고. 촌닭들 다 상대해주고. 얼어죽을년. 어? 이런 똥싸배기 미친년. 못된 시어미 더 못돼쳐먹은 시누이 같은 년. 어? 아휴 저 저 저 똥독 오른 년. 설마 돈독까지 오른 건 아니지? 그치? 그렇지? 그러지 말고 너 대회나 나가봐라. 어?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이게 다 너 생각해줘서 하는 얘기야. 응? 그러니까 무슨 대회? 뭐긴 뭐야 똥쟁이 대회지.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이런 똥싸배기 같은 년 생각하는 거 하고는 시시때때로 그 생각뿐. 어? 야, 똥싸개 똥개야! 똥싸는 자세 잡아 봐. 뭐해? 아니다. 됐다. 똥싸배기 같은 년 데리고 내가 뭘 하겠다고. 어? 그런데 어디서 막 문어 썩은 냄새가 풀풀 풍기는 거지? 어디야? 어? 어디냐고. 설마, 너니? 그러니? 그런데 저기 보이는 저 빛나는 건 또 뭐야. 문어대가리야 뭐야? 뭔 조명이야 저건 또. 야! 너 꺼져. 눈부셔. 마빡에 애무남이라고 진짜로 적고 다니는 놈도 다 있네.
    뿜뿜~ 뿜뿜뿜뿜~ 뽕뽕 뽕뽕뽕뽕뽕! 
    푸쉭푸쉭 뿡뿡뿡.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멍청하디 멍청한 돼지 같은 년. 먹고 싸는 거 아니면 번따녀 번주년. 암캐. 발정난 암코양이. 머릿속엔 똥만 가득 찼고. 걸핏하면 똥싸고. 맛난 거 있으면 겁나게 퍼먹고. 더럽게 멍청하고. 그런데 저 문어 대가리는 왜 계속 따라다녀. 안 그래도 냄새나는데. 뭐야? 가. 너, 가! 조용히 해. 시끄럽다고. 어? 닥쳐! 닥치고 반성해. 할 일 없으면 가서 공갈젖꼭지나 물어. 화장 떡칠이나 하고 말이지. 그게 뭐야? 어? 남의 남자한테 환장하며 꼬리치기나 하고. 처음 만난 날 얼굴에 뾰루지 덕지덕지 피부도 더러웠어. 자기 관리도 안 하는 년. 겨드랑이 털 부숭부숭. 지가 원시인이야 뭐야. 또 하트 수도꼭지 틀어? 이제보니 이거 순 변태 날라리 수도꼭지녀구만. 어? 야 아이큐 두 자리. 어? 닭대가리. 야 촌년.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딴년 젖통 큰 거 질투하지 말고. 어? 뻔질나게 유부남 근처에서 알짱대지 말고 꺼져. 임자 있는 남자 좀 웬만치 껄떡거려라 이년아. 어? 계란후라이 저리 돌리라고. 눈에 거슬리니까. 귀걸이 욕심은 또 많아가지고 말이야. 어? 천박한 년 같으니라고. 뽕뽕뽕! 저 봐 저 봐 봐, 또 방귀껴. 어? 또 화장실 가. 방금 야한 생각했지? 누가 모를 줄 알어! 눈탱이는 어디서 쥐어터졌니. 뭐 화장이라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구만 그래. 응? 먹고 싸고 멍청하고 먹고 싸고 멍청하고. 이거 이거 순 돼지새끼 아니야? 이런 살쾡이 같으니라고. 돼지 같은 년. 꿀꿀 꿀꿀꿀. 난 뚱뚱한 여자 좋아하고 성격 좋은 숙녀도 좋은데. 넌 아니야. 넌 아니라고. 왜냐, 넌 그냥 암퇘지니까. 알아? 그냥 암퇘지도 아니고 똥 암퇘지. 야! 따라서 해 봐. 따라서 해 보란 말이야. 어? 나는 멍청한 똥 암퇘지다! 어? 이제부터 네 별명은 벌렁벌렁이야. 알았지? 뭐 늬 질 내 압력 장난 아니라고? 저런 멍청하고 천박한 꿀꿀꿀 똥 암퇘지 같으니라고. 에잇~! 야 벌렁벌렁.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기어갔다 와. 뭐해?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니니. 응? 아니다. 그러지 말고, 어? 좋게 클리토리스나 잡고 반성해. 알았어? 알았니 몰랐니? 더럽게 밝히기나 하는 년. 젠장~ 이런 젠장! 응큼해도 정도가 있니. (절레절레) 허허. 아 맞다. 늬 소원이 뭐였는지 내 한번 맞혀볼까? 그럴까? 뭐긴 뭐겠니.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라는 말 한번 해 보는 거겠지. 뻔해. 뻔할 뻔자라고. 허허. 
    자, 넌 뭐라고? 자! 그래. 따라서 해 봐. 번따녀~ 번주년~! 왜, 그럴 기분이 도저히 아니니? 잘났어 정말! 어? 잘나셨다고 증말. 대단하다 대단해. 어?」
    객석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들려왔다.
   「뭐꼬? 뭐 쪼개?」  「정서적 불륜이 습관이었단 말이야? 미친년이네. 챙피한 줄을 모르구만.」  「심신분리녀지 뭐겠어.」  「워매 좋은그~ 딴년이랑 즐겨도 남자는 조강지처와 가정을 모른 체 하지 않는데. 워매 좋은그~ 딴놈이랑 정서적 불륜부터 육체적 사랑까지? 뭐하자는 거야! 저마 저거 저 뭐야? 어? 아 뭐시여!」  「당해보지 않음 모르지. 남 얘기랑 지 경험이랑 하늘과 땅 차이니까.」  「1번의 실수는 없어. 어차피 2번 이상부터는 고속도로. 귀 뚫려도 지조 있으면 모르지만, 귀걸이 구분 안되면 그건 막장. 딱 끝. 뭐든 처음이 제일 힘든 법.」
    그 얘기를 듣다보니 사랑이 더러워져서 불륜에 이르는 줄거리라면 그나마 내용이라도 있으니 하다 하다 그게 부러워졌다. 
    정서적 불륜이든 육체적 불륜이든. 결국 남는 건 끝없는 의심과 상처. 그래서 웃긴 게 뭐냐, 마침내 바람났던 여자가 피해자로 바뀌고, 바람핀 아내이자 애인의 더러움을 참아준 남자. 그렇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다나 뭐래나.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잊고 살려고 해도 도저히 잊혀지지 않음. 알콩달콩 사랑에 폭 빠졌는데, 전남자친구 만나고, 새로운 남자랑 바람피고, 남편 친구랑 CS 즐기고. 또 딴놈이랑 드라이브 데이트하고. 그걸 어떻게 잊나. 딴놈들 고추 신나게 빨아주더니, 정작 좋아하는 애인에겐 튕기고 튕기고 황금보따리 들고 오면 고추 빨아주겠다는 년이라니. 1번째 바람피다 걸리면 이혼을 원하면 이혼해주겠다? 너가 먼저 바람피웠으니, 갈라설 수는 없고 그러기도 싫고, 따라서 맞바람? 예비 환승이별녀야 뭐야. 그처럼 사랑에 불미스러움이 개입되면 나중 더러워지는 건 시간 문제. 1년 후 상황? 같은 넘이든 다른 넘이든 또 바람피다 걸림. 그때는 울면서 사과 안 함. 
   「그래 나 바람폈다! 삐─── 삐───! 뭐 어쩌라고? 그래서 내가 이혼해준다 했잖아?」
    그 기억을 평생 떠안고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쇼윈도우 생활? 인생이 처량해진다. 게다가 우유부단하게 넘어갔다가,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나중 서류상 정리해야 할 시점이 왔을 때, 증거 부족하면 오히려 위자료를 듬뿍 바람핀 위인께 물어줘야 할 판. 그래서 그냥 참고 산다? 평생 커피포트를 떠안고 사는 셈. 홧병 인생 딴 거 없다. 나는 여자의 판타지를 실현해도 된다 나는 정서적 불륜은 남녀의 우정일 뿐이다, 그러나 너는 남자의 판타지는 꿈도 꾸지 말거라 어쩌고저쩌고? 양측 모두 서로 더럽게 멀티태스킹했다면야 그럭저럭 넘어갈 수야 있다지만. 입으로는 자기가 처녀라는데, 행동으로는 개 걸레 창녀 매춘부 쓰레기. 주위에서 손가락질 하는 줄도 모르고. 사랑의 불문율도 다 깨트리고. 의전만 충족되면 다 좋다는 맹녀. 돈만 많으면 어떤 남자든지 죄다 받아준다는 성도착증녀 성감 절정녀. 어차피 나중 심신분리가 되든 실수를 하든 헤퍼지는 건 시간문제. 그래도 날 많이 사랑해준 거 알고, 나도 많이 사랑했고, 여전히 서로 연정은 남아있고. 그래서 눈 감고 참는다? 그러다 남자는 알콜중독자 된다. 그런데 술 마시면 집에를 못 들어가. 왜? 아니 왜? 어째서냐, 왜냐하면 이성이 말랑말랑해지며 감성이 촉촉해지면 여자가 딴놈 고추 빨아주고, 다리 벌리고, 교성에 분수에 떨림에, 그걸로도 모자라 이 놈 저 놈 막 다 그냥 정서적 불륜으로 문어발식 청춘 사업한 게 다 떠오르는데? 한 시도 잊을 수 없는데? 그래서 그 남자는 혈중 알콜 농도가 남아있을 때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보면 때릴  같으니까. 사랑의 애무처럼 살며시 만져주듯 때리겠나. 응? 
    숙녀들이여 한번 생각을 해보시라. 당신 남자친구이자 남편이 만약 이랬다면 나는 어떨까 라고. 현남자친구를(현남편을) 약올리면서, 데이트도 안 해줘, 잠자리도 거부해. 남자가 현여자친구를 여자 취급하지 않는 거지. 여자 자존심 똥으로 만든다고. 여자 자존감 지근지근 밟으주는 거 아닌가. 다정한 대화든 뭐든 아무것도 안 해줘. 뽀뽀도 예우도 키스도 포옹도 아무것도 안 해줘. 그런데 놔주지는 않아. 여자의 판타지처럼 사랑의 차트에서 1위일지 모른다면서 애만 태워. 응? 그러면서 내 남자친구&내 남편이 전여자친구 만나고, 전전여자친구와도 몰래 데이트하고, 아는 여동생 커플이랑 더블데이트도 하고. CS 한 거도 어떡하다 들키고. 회사에 플레이보이라고 소문 쫙퍼지고. 집에 들어오는 남편 옷을 빨려다 보니 여자 팬티가 나오네? 브레지어도 나오네? 소셜 네트워크에서 뭐라는지 문맹이 아니니까 다 보게 됨. 눈이 있으니 보고 귀가 있으니 듣고. 어? 그 남자 어떻게 어떻게 꼬시면 절대 마다하지 못하니까, 우리가 먼저 따먹자! ~라고 여우들끼리 속닥속닥. 걔네 어차피 풋사랑이니까, 따라서 그 남자 돈 많은 년 좋아하니까 성 그래프 어떤 여자를 좋아하므로, 고로 우리가 작업쳐서 걔 현여자친구 물 먹이고 내가 먼저 빼았을 야~! 라는 얘기를 아예 대놓고,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로 오고. 전화로 그 남자 놔주라며 협박하고. 딴 년도 아니고 하필 친구가 늬 남자친구랑 너 결혼할 꺼 아니면 그만 빠지라고, 친구가 으름장 놓고. 아예 몰래 CS로 유인해서 일찍부터 몸부터 성상납했던 친구는 몰래몰래 현남자친구를 현여자친구한테 뺐을 궁리를 주도면밀하게 실천에 옮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 저 여자 다 자동차 조수석에 태우고, 이 여자 저 여자 혼자 사는 여자들만 딱 골라서 그녀들 집에 매번 번갈아가면서 들리고.
    결국 나는 「니 바보가?」 ~라는 말을 들었다. 객석에서 들었는지 환청인지 이제는 분간도 되지 않았다. 메소드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으니까. 
   「깍지 껴.」
    로즈마리는 망설였다. 팔짱낄까 깍지낄까를.
    그러다 그녀는 내게 살며시 깍지를 끼려는 시늉을 하길래.
   「어허. 깍지 너 혼자 껴.」
    로즈마리는 깍지를 꼈다.
   「엎드려뻗쳐!」
    로즈마리는 날 보는 둥 마는 둥 망설이다가 어영부영 엎드려뻗쳤다. 깍지낀 손으로! 
    잠시 후. 
   「일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 이미 눈물로 화장은 떡이 됐고. 콧물도 입에 흥건히 들어갔고. 
   「벗어.」
    그녀는 옷을 벘었다. 브레지어와 팬티만 남겨놓고. 
   「이거 봐. 이거 봐. 이거 이거 보라고. 브레이저랑 팬티랑 딱 맞췄네. 신경썼어. 생각 많이 했다고. 어?」
   「꿇어.」
    그녀는 꿇었다. 나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사랑의 상심을 태어나서 단 1번도 겪어보지 못했으면서. 너가 직접경험 못해봤다고 왜 하필 사랑하는 낭군님께. 그것도 수시로? 뭐 이제 와서 납득할 수 없는 신비감을 맛보고 싶다? 이제 와서 아름답고 자유로운 환상까지 못 해본 거 다 해 보자? 질투 어린 사랑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열정. 이제 원없이 쾌락으로 보상 받고 날이면 날마다 짜릿한 쾌감으로 배상받자? 아아! 난 딱한 남자일까 아닐까. 하나 분명한 건 이거 같아. 내게 사랑은 어쩌면 너무 가엾다고나 할까? 아니면 너무 쓰다고나 할까. 한 남자의 사랑이 더럽고 인생이 딱한 건 둘째치고. 사랑이 정내미 뚝 떨어지도록 불쾌하네. 어? 사랑이 오만정 뚝 떨어지게끔 추접스럽다고. 어? 틀림없이! 안 그래?」
    그녀는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그래서 나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또 착한 척이니? 각본에 있는 거 말해. 뭐해, 말 안 하고!」
    눈물. 콧물. 땀. 침. 범벅. 혹시 그녀의 생리대까지 범벅? 범벅은 뭔 범벅. 
    침묵. 휴지기. 





    9

    작곡가 존 케이지가 1952년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작품, 4분 33초. 
    그 정도 길이 만큼의 정적을 로즈마리는 순전히 눈물로 때웠다. 콧물도 함께 했고. 
    옆에서 지켜보니 그녀는 침은 침대로, 콧물 더럽게 많이 흘렸다. 
    막 흐물흐물 콧물에다가 누런 코딱지 덩어리에다가 더럽기가 더럽기가. 정녕 그렇게나 서러웠던 것일까? 
    어쨌든 그녀는 독한 년이었다. 사랑에 미친년이었다가 연극에 독한년이라니! 
   「오빠, 경영대학원에서 전략과 재무를 따로 배웠을 때 나중 발생가능한 문제점이 무엇인 줄 알아요? 아니. 그거 알아 오빠? 몰라? 알아?」
   「그건 뜬금없이 왜 물어보는데?」
   「왜겠니! 오빠 말 끊을라고. 듣다 듣다 끝은 없고. 하다 하다 더럽게 재미없잖아. 그러니 누군가 총대를 매지 않게 생겼어?」
   「너 지금 말 다 했어?」
   「오빠. 지금 했던 말 다시 해 봐.」
   「너! 겁나게, 너 대체 왜 그러니? 내가 뭐 잘못했니? 눈치없이 내가 괜히 물어봤나. 아닌가.」
   「오빠. 내가 그렇게 싫어?」
   「내가 언제 싫데?」
   「그럼 내가 좋다는 말이네?」
   「넌 왜 사람 무안하게 그런 걸 물어보고 그러니?」
   「지금 안 물어보게 생겼어?」
    이런 말도 안되는 연극의 진행을 보다 보다, 참다 참다, 끝끝내 참다가 결국 연출자 릴리의 무대 난입으로 끝이 났다. 
거 참 더럽게 재밌는 연극, 이렇게 끝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친구와 내기를 해서 이겼다면, 건 돈을 아낌없이 탕진하라. ~라는 격언을 나는 살면서 지켰을까 어겼을까. 그야 평판 이미 포기했다만. 말만 말만 허풍대회 출전자격 겨우 얻을까 말까였지만. 뭐랄까 나는 감정없이 살다가 왜 하필 무대에서 모든 감정을 쏟아낸 것인가. 바로 그게 궁금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애드립을 애드립이라고 그걸 하나도 여과없이 노출하다니. 그게 말이 되야지 말이. 안 되면 조상 탓 잘되면 내 탓. 내가 무슨 응석부리는 초딩이야?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뭐 깨방정부리는 코메디언이냐고. 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의 훼손은 사랑을 더럽혔던 자칭 로맨티스트가 방점을 찍는군. 누가 아니래. 숱하디 숱한 연애사에 대한 회상. 그거 다 추접스러운 기억이었어. 결국 연극대회? 연습은 개 발, 실전은 발 연기로 결론났다.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행운의 숙명이고 뭐고. 다 꽝된 거지. 누구 하나 챙피하지 않은 사람 없도록. 
   「너가 혹시라도 기분 나빠할까 봐 내가 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또 말하지 않고 넘어가면 것도 어떻게 보면 네 입장에서 뭔가 어떤 섭섭함을 느낄지도 모르니까. 그러므로 기왕 말 나온 김에 굳이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그건 이래. 그건 이래? 그런데 내가 뭔 말을 하려고 했지?」 
    ~라면서 중간까지는 좋았어. 괜찮았어. 딱 좋았다고. 그런데 왜 갑자기! 내 말이, 어? (절레절레). 아무 말도 못하고 속만 부글부글 끓는 심정. 아주 그냥 화염방사기를 쏘아댄 거지. 어? 세차장의 그 물뿌리개로 속 시원하게. 눈에서 레이저가 나갔다고. 나는 멍청대마왕일까 아니면 권태의 여왕일까. 그보다는 허당계의 퇴물? 그걸 누가 알고 싶어한다고. 얼빵하고. 덜떨어지고. 띨띨하고. 허접하고. 연극대회마저 망했고. 아무튼 설명도 재미없고. 뜸들이기는 더 재미없고. 결론만 말하자면 이랬다. 
    연출자 릴리가 무대로 뛰어들자마자, 관객들은 이미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모두 일어서서 뒤돌아섰다. 나는 그 뒤통수를 보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아니? 
    열광이랄지 뜨뜻미지근. 아니면 조롱에 야유에 냉소에. 그도 아니면 속옷 벋어서 집어던져서 무대에 수북이 쌓이기. 무슨 팬티 회사가 협찬한 거야 뭐야? 아 맞다. 연출자 릴리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흰 수건이 무대로 던더졌다.
    아무튼. 전원 기립 뒤돌아서서 뒤통수 보여주기라니! 와, 그건 뭐랄까 아마도 그와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는 일. 
    첫째, 스탠딩 관중의 흥분에 호응하여 록커가 뒤돌아누워 파도를 타는 기분. (뭐 앞으로?)
    둘째, 우승 기념 세러모니. 아님 단판 막판 뒤집기에 성공. 헹가래 1 2 3. (속닥속닥) 야 야 마지막에 손 놔 3번째에 손 떼! 
    셋째, 야 야 그 인간 기분 어때 기분 어때.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도망쳐 도망쳐. 야 야 튀어 튀어! 
    흡사 그와 쌍벽을 이루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지도 모르고. 살면서 단 1번도 겪기 어렵다는, 도저히 보기 힘들다는 바로 그 희귀한 진풍경.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였다. 나?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차라리 셀카를 1장 찍고 말지. 아예 로또 3등에나 당첨되기를 바라지 난 그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어? 어쩌다가. 뭐 어쩌다 보니. 응? 그 착찹한 심정이란 뭐라 형언할래야 해선 안될 것만 같았다. 





    10

    <은따. 왕따. 자중. 반성>
    세상 사는 거 별 게 없다. 동화 동요 동시 인형극 건너뛰고 곧바로 어른들 듣는 유행가 먼저 알던가. 아니면 시누이는 고추보다 맵다는 걸 일찍부터 깨닫던가. 사람이 살다보면 세상사에 닳아지고, 모험에 지치고, 풍파에 시달리고. 그러다 여성잡지 2의 주인공으로 낙찰되기도 하고. 뭐 저 먹자니 싫고, 개 주자니 아깝다? 사랑 이야기라면 신물이 나는 시기가 올까 안 올까 궁금할 때가 좋은 것. 그렇게 평탄한 삶 나이는 먹고. 사랑도 알고. 쾌락마저 우리를 길들이는 인생. 얻어 들은 풍월에 나이값 하고. 유명세는 없지만 이름값 즉 서명에 내 행동도 따라가고. 얼굴값이야 뭐 그냥저냥. 여자 망신 아니고. 남자 더 망신도 아니고. 사람 좋고 평판 나쁘지 않고. 성격 좋단 말도 곧잘 듣고. 허당계에서 인기 역시 썩 빠지지 않고. 뭘 좀 알고. 유달리 속좁지도 유난히 꽉 막히지도 않은데. 그런데 사랑의 맹세가 깨졌다? 
    그래서 사랑의 스캔들이란 추접스러운가 아닌가는 몰라도 적어도 시끄러운 법. 가책, 가식, 자책, 위선, 뒷담화, 비화, 남얘기, 풍문...! 뭐 입방아? 통과. 그래서 무명인데 돈만 많은 게 그래도 낫긴 나은 것. 바에 나란히 줄지어 앉은 친구들 중에, 돈이 제일 많을 거 같은 남자로 첫 손 꼽혀도, 친구들 광분하기만 딱 좋고. 더 쫌팽이 쪼다 짠돌이한테 얻어먹어보는 게 내 소원이라는 둥 뭐라는 둥. (그래도 그때 당시 그저 그런 어설픈 여 바텐더가 아니라. 나름 직업 정신이라고나 할까, 투피스 정자도 그렇고 나름 뭔가 분위기 있는 여 바텐더였음. 언제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했으면!). 바텐더로부터 받는 인기니, 웨이트레스의 호감이야 일상일 뿐이고. 유니폼걸이 애착심 품는 짝사랑도 짝사랑이지만. 무명인데 돈만 많은 게 그래도 낫긴 나은 것. 그렇지만 적게 걸고 적게 먹는 건 우리의 스타일이 아니다? 하여 그분들 인생 포지셔닝은 어쩌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뭐라고? 자칼에게 물리느니 사자한테 먹히는 것이 낫다나 뭐래나. 어차피 교수형 당할 거라면 여왕의 다이아몬드를 훔쳐라. 라는 말이 있나 없나. 그렇다고 정말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도적단에 가입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려진 지폐 다발을 훔치란 말은 아니고. 그런데 이런 시덥잖은 잔소리를 대체 내가 왜 하고 있지? 그걸 별님에게 물어보겠나 달님에게 따지겠나. 각설하고. 
    따라서 나는 그녀들을 찾아갔다. 뭐라도 궁색하게 변명이라도 해야 하니까. 지금 나 약 먹는 중이다 또는 미안하다, 왜 그랬는지 나도 아직 모르겠다. 궁색하든 어쩌든 뭐라도 핑계 아닌 핑계라도 대야하니까. 
    하지만! 연출자 릴리. 상대 배우 로즈마리. 코데네이터 엘리자베스. 화장 담당 샬럿. 
    결과만 말하자면 그녀들은 모두 날 만나주지 않았다. 전화는 수신 거부. 
    전날 술 취해서 몇 시간의 기억이 날아가버렸는데, 나중 드문 드문 기억날 때.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 나는 아마 한동안 꽤나 자중해야 할 것만 같았다. 





    11

    호감호감 ──> 얼쩡얼쩡 ──> 알짱알짱 ──> 굽실굽실 ──> 반짝반짝 ──> 윙크윙크 ──> 팔짱팔짱 ──> 뿌잉뿌잉 ──> 추접스러운 우정이면 깐족깐족. 유치한 사랑의 존속이라면 새콤달콤? 그도 아니면 무관심부터, 짜증짜증 싫증싫증, 또는 자연스러운 멀어짐이냐. 그처럼 사랑이란 응큼한 여우의 설익은 흑심 같은 것. 아닌가? 그럼 군침 흘리는 늑대의 탐스런 열매를 향한 눈독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보다 더 고차원의 관건은 이렇다. 즉 사랑의 뻔한 과정은 알고보면 더 뻔하다는 것이, 사랑의 정의보다, 한 수 위 고수라는 것. 설마 한 수 위가 아닌가? 넘어가고. 진한 사랑은 지겹고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없고.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여자 얘기라면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여자 얘기. 우리는 태어나서 친구들이랑 여자 얘기를 해 본 적이 단 1번도 없다. 어? 뭐 이런 뻔뻔한 칼럼니스트 양반을 다 봤나? 그렇지만 꼭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 
    그도 그런 것이 이런 남자가 있다더라 라는 그녀들의 수다 3시간. 또는 여체에 즉각 반응하는 시각적인 남성성. 곧 남녀는 첫인상이 혹하는 호감이냐 무덤덤한 무관심이냐로 나뉘고. 그것이 성적인 기대감으로 발전하거나 불길한 예감으로 결판나거나. 아니면 큰 실망이요 개 망신에 가까운 드라마도 아예 없진 않고. 그렇듯 아는 동생 아는 오빠가 다 저 어딘가에 포진해 있는 것 아닐까? 남녀의 우정처럼. 낙지 빨판처럼 들러붙든. 싸구려 오공 뽄드같이 질척거리든. 머리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단물 빠진 풍선껌이든지. 시시해도 친교는 거리가 있고. 고상할지언정 사교는 정감의 상대적 속성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아아 지친다 지쳐. 뭔 말을 하는 줄도 모르겠고. 
    한편 존티는 내게 전화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서론이 무지하게 쓸데없었다만. 밑도 끝도 없이 알짱알짱이 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나는 오늘 친구 존티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나왔다. 
    이곳은 그냥 동네 구멍가게였다. 
    나는 카페라떼. 존티는 카푸치노. 
    꼴에 커피는 마실 줄 알아가지고. 
    물론 이건 2차. 1차는 둘 다 에스프레소 원샷. 
    음악은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中 삶도 희망도 사랑에 걸었는데. 
    그윽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아름다운 주인 마담이 혼자 있을 때만 치는 피아노. 뭐야 악기가 악기를 연주해? 하여간에 (절레절레)! 
    이를 테면 그런 빈틈. 여체의 곡선미와 달리 여심의 아찔한 틈새처럼 유행가가 넘실대는 대부분의 찻집에서 그런 음악을 틀 때가 있는 법. 
    3분의 마법이라는 유행가 제목만 들어도, 읽어도, 알아도 마음이 찡할 만한 사랑. 그런 사랑가를 뭉클하니까 눈물 나니까 듣지 않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뭐 그건 그거고. 
   「존티. 어떻게 살았니?」
   「어떻게 살긴. 그날이 그날이지.」
   「그날이 그날이라고? 그건 너의 인생 슬로건과 약간 대치되는 건데. 넌 원래 직진이자 직구 스타일이잖아. 간접화법, 간지럽잖아. 응? 하면 하고 말면 마는 식, 응? 뭐? 신나게 한바탕 해?」
   「뭐? 신나게 한바탕 하긴 뭘 한바탕 해. 좋게 차나 마셔. 그러는 넌. 넌 최근 색다른 습관 뭐 생긴 거 있냐?」
   「어. 있어.」
   「그래? 뭔데?」
   「책 읽기. 글 읽을 때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보면서, 그대로 코 흘리개 꼬마들처럼 밥 떠먹여주는 건 초보고. 우리 같은 고수는 다르지. 그럼.」
   「어떻게 다른데?」
   「주어를 바꿔.」
   「주어를 바꿔? 어떻게 바꿔?」
   「존티는? 오빠는! 아저씨는? 오빠는! 응? 가령 책에, 
    레몽이 느끼는 벅찬 행복감을 ───> 오빠가 느끼는 벅찬 행복감을
    아빠 머리를 기대세요  ───> 오빠 머리를 기대세요. 
    박사의 열정은  ───> 오빠의 열정은. 
    그처럼. 꼬박꼬박 읽을 때 주인공 이름이랄지 지칭하는 주어, 고유명사, 3인칭 주인공 통칭어. 그걸 모두 <오빠>로 즉각 바꿔서 읽는 거지. 응? 웬만한 대명사도 틈틈이. 이따금 불완전명사까지도. 그런데 있잖니, 너 의존명사가 뭘 뜻하는지 알기는 아니?」
   「내가 그걸 왜 몰라.」
   「뭔데?」
   「너 나한테 멱살 잡히고 싶냐? 이 자식이...! 넘어가. 아무튼 대단한 취미 생겼네. 훌륭하다. 어? 대단하다 대단해. 중증이다 중증. 명사 납시셨구만 그래. 축하한다. 축하해도 될 일인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습관인지 뭔지가 미쳤단 말이다.」
   「넌 뭐 재미난 일 없었어?」
   「아 보자. 그게 그러니까. 재밌는 얘기 하나 들었어.」
   「뭔데? 재밌겠네?」
   「어. 약간. 근데 뒷맛이 좀 씁쓸하니까 그건 미리 알아두고.」
   「OK~! 준비 됐음. 긴 대사 들을 준비 완료. 너가 평소에 말을 안해서 그렇지, 한번 입 털기를 시작했다 하면, (절레절레)」





    12

   「내가 아는 형씨가 공익근무할 때 여공무원한테 쌍욕했던 일. 자, 준비 됐음 말 한다? (윙크)
    A. 그 형씨가 보건소 공익근무 반 년 정도 하다가 동사무소로 옮김. 
    그래서 나랑 친한 형씨는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공익근무 요원. 
    다른 건 다 뭐 그럭저럭. 사람 사는 데 다 거기서 거기. 괜찮음. 무탈. 좋음. 적응.
    그런데 딱 하나 구식 탱탱 묵은 관례. 응? 
    동사무소 ──> 구청. 동사무소에 있다가 구청까지 가서 서류를 갖다주거나 갖고 오는 업무. 그걸 매일. 
    1일에 1번은 차비를 지원. 그런데 두 번은 지원 안 함. 1일에 2번째부터는 자비. 여기까지 좋음. 나쁘지 않음. 
    공적인 업무에 겸사겸사 간단한 사적 전달품이랄지 심부름? 적당한 정도면 OK! 
    친한 직원과 호형호제 하고 퇴근 후 같이 술 한 잔 하고. 운동과 취미 생활도 함께. 
    말하자면 공적 업무 8에 사적 보너스 2면 말을 안 함. 
    그런데 그 8 대 2가 나중 보니 반대로 바뀜. 보아하니 잡일 8을 위해 공무 2가 있음.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내용물들이 나중에는 경조사비, 개인 선물, 구청 내 있는 은행 개인 통장 정리, 별 게 다 있음ㅋㅋㅋㅋ 그게 80퍼센트.
    하다 하다 별의별 무슨 시시콜콜한 쪽지에 뭐에 말도 못함. 립스틱에 화장솜에 설마 콘돔까지? 
    그러다 가끔 가벼운 다툼이 있을 뻔 하다가~ 연장근무시킨다 협박. 있을 뻔한 다툼은 무마됨. 
    일단은 한 4~5개월동안 별말없이 성실한 벙어리. 
    그러다 참는 데 한도를 넘어서고. 기준도 뭣도 없고. 뚜껑 열리고. 완전 속으로 빡치고. 계속 빡치고. 

    B. 그래서~ 사적 업무를 전부 사진 찍어 증거로 남김. 차곡차곡. 조용조용. 칼을 감. 
    여기에는 구청장, 동장, 구청 각과 과장들 사람들은 검찰에 줄소환될 블랙리스트요, 
    여기에는 경조사비 포함, 개인 통장 정리 심부름 등등 증거는 증거대로 영역도 방대함. 
    눈치 빠른 사람들은 바로 이 B 구간에서 미리미리 빈도를 줄이고. 조심하고. 돌아가는 사정 살피고. 
    근데 정말 웃긴 건 눈치가 빠르건 어쩌건, 사람이 좋건 나쁘건, 전부 다 똑같음. 저 여직원처럼 많이 시키냐 적게 시키냐 차이 밖에 없음.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 때문일까?
    물론 성격 변태랄지 성격 나쁘지만 중간은 가는 사람도 알긴 알아.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것. 
    권력 간격 지수(PDI)를 괜히 들먹이는 게 아님. <내가 위고 넌 아래다, 고로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라>라는 게 그 여직원 속마음. 어? 
    신이시여, 나를 날씬하게 해줄 수 없다면 친구들을 더 뚱뚱하게 만들어주세요─주의! 
    남 잘되는 꼴은 못 본다는 극도의 이기주의Crab Mentality! 
    친구의 단점을 칭찬 내 장점을 자학. 아니면 같이 죽자 물귀신 정신. 

    C. 그러던 어느 날. 
    버스 타고 구청 가는 중. 여직원이 전화해서, 자기 까먹은 거 있다고 동사무소로 부름. 
    그래서 구청 가다 말고 복귀. 그렇게 동사무소로 돌아와서 다시 서류 받고, 다시 버스타고 구청가는데 또 다시 전화가 옴.
    용건은? 또 빠진 게 있다고 다시 오라함.
    다시 돌아감 (이때 개빡침. 개빡돔. 격분. 광분)
    그런데 갔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서류를 주길래ㅋㅋㅋㅋ 표정 썩고 혼잣말로 하~했더니
    정직원 그녀 왈, 냉소에 조롱에 하대ㅋㅋㅋㅋ그때 바로 쌍욕박음
    조그만 동사무소라서 모든 직원이 쳐다보게 됨ㅋㅋㅋㅋ
    안 멈추고 진짜 개쌍욕박음. 태어나서 그때 전에도 후에도 그런 적 딱 0. 전무후무!
    <미안한데 다시 가줄래> ~라고 말만 부드럽게 했어도 비정상적 관례 어길 생각없었음. 그냥 좋게좋게 넘어감. 
    그러다 갑자기 여직원이 욕한다 뭐다 연장근무 각오하라는 거임ㅋㅋㅋㅋ
    그래서 몇 달 동안 모아온 개인 심부름 증거 사진을 보여줫더니
    따라서 이제 말리던 젊은 직원말고, 뒷짐지며 구경만 하던 동장 과장 간부들이 나서기 시작함ㅋㅋㅋㅋㅋ
    갑자기 여직원한테 너무했다고 사과하라 종용ㅋㅋ 그러더니 울면서 씩씩거리다 사과하지 않음. 그 다음 날 사과함. 

    D. 이게 구청까지 소문이 퍼졌고ㅋㅋㅋㅋ 구청 공익 전체 담당한테 불려갔는데. 
    이를 테면 감사실. 오히려 그 여직원한테 뭐라했다면서, 사진은 좀 지우자고 함. 
    8 대 2 관례가 정상인데, 우리는 비정상 공동체다 따라서 2 대 8이 옳다. 고로 그건 지워라! 라는 논리? 
    내부 고발 그런 거 여기서는 안 통한다 뭐 그 말임. 그래서 그건 안된다고 실랑이. 그건 그냥 그럭저럭 넘어감. 
    결론은 직무가 바뀜. 즉 사람만 바뀌고 불량한 관례는 그대로! 
    그렇게 유령처럼 지내다 소집해제. 끝.」 
   「와, 진짜야?」 
   「어. 나랑 요즘 제일 친한 형씨가 직접 겪은 실화.」
   「우와, 실화? 100퍼센트 사실?」
   「그렇다니까.」
   「와! 대박! 장난 아니구만. 장난 아니야.」
   「관례라는 게 그래. 속으로 썩으면, 어? 속으로 썩어들어가면 사람들 정신도 썩어. 고인 물은 썩는 원리. 왜 은행권에서 한 지점에 오래 못 있도록 직원들을 돌리는데. 조직 특성 상 똑똑하면 뒤쳐지게 되는 조직이 딱 그런 식. 모난 돌이 정으로 얻어맞게 되는 식. 사업 모델 혁신, 제품 개발, 인수 합병, 재무지표 등 폭넓은 경영이론은 그쪽 세계에 적용하기엔 너무 무색해지지. 제일 규칙을 잘 따르고 솔선수범해서 질서를 잘 지켜야 할 장본인. 수직만 있고, 아부왕만 승승장구하는 조직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어. 그 조직인이 제일 앞장서서 규칙을 어기고 질서를 파괴한다니까.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관례가 그러니까 그걸 좋게 바꾸고 쉽게 깨트릴 수 없단 말이야. 
    일례로 구청 교통과. 교통 범칙금이 담당 직원 이름으로 발생하면, 그는 물론 1층 2층 직원들이 걸리면 거기 들려서 자기 이름만 전산에서 삭제. 없던 일 되는 거지. 아무일 아닌 거 같지만, 걔네들 다 무법자되는 거라고. 응?
    일례로 지방 경찰서. 서장 친구니 뭐니. 지역에서 힘 깨나 쓰는 누구 누구. 음주운전이든 뭐든 걸려도, 다음 날 조사 받을 때 딴 사람 보내서 바지 하나 세우면 끝. 
    그러므로 이런 예시들은 2가지 교훈을 주지. 
    첫째, 개선해야 할 과제와 혁신이 필요한 관례. 바꿔야 하는데 그건 바꿀 마음 일절 없이 로보트이자 소크라테스. 관심도 없어. 정치도 일부분 비슷한 이치. 
    둘째, 따르면 좋고 하라는 데로 하기만 하면 되는데 괜한 일만 거꾸로맨. 어? 제멋대로. 우기기. 웨이터 이름처럼. 으샤으쌰. 
    뭐야 이거?
    첫째와 둘째가 뭐냔 말이지. 정작 따라야 할 건 안 따르고, 바꿔야 할 건 안 바꾸고. 그 둘이 바껴야 하는데.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 딱 그거지. 
    남한테 엄격하고 나한테는 고무줄이고. 응?」 
   「딱 동의. 100퍼센트 공감. 자긴 술보다 술자리 분위기가 좋다는 그런 뻔한 말 듣고 또 듣고. 맞장구쳐주고. 다 나중을 위한 그렇고 그런 건수. 그거 100번 보다 이게 낫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사랑도 똑같아. 지가 무슨 큐피트라도 되는 것처럼, 어? 증거 조목조목 들어서,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조용히 하라, 꼬리 내려라, 추접스러워서 못 보겠다. ~라고 돌려서 말해야 그제사 알아먹는다니까? 사랑의 큐피트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어? 중매를 못하면 뺨이 석 대라고 했어. 뭘 할려면 제대로 하던가 아니면 중간에 아니다 싶으면 빠지던가. 아니면 슬렁슬렁 대충대충 추접스럽고 더럽게 나오고. 다 지 결혼에 괜한 청춘 남녀 이용해 먹은 결과를 만들어 놓고. 의도는 좋았을지언정 결과가 더러워져. 뭐, 뭐가 어쩌고 저째? 썩을 년. 증거 요목조목 대니까 그제사 암컷 싸움닭은 꼬리내리고. 응? 암컷 싸움닭이 받아줘도 받아줘도 끝없이 설치길래. 하도 까불길래 엑셀 파일에 전부 다 기록해두게 만들고. 지가 주인공도 아니면서 여자 세계에서 왕따 당하면서, 아무나 보면 보이는 족족 다 싸우려고만 하면서. 엑셀 파일 내용 메일로 요목조목 읽어보기 전까지, 그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절레절레). 그러니까 여자세계에서 최고의 왕따감이지. 
    앞뒤 안 보고 동조. 앞뒤 안 보고 편들기. 앞뒤 안 보고 험담하기. 어? 스캔들 파다하게 퍼져 봐. 여자들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일이 뭔데. 뒷담화라니까 그러시네. 어? 누구누구 이혼설 즉시 협의 이혼. 여초 커뮤니티 1위부터 30위까지 올킬! 1주일 2주일 내내 올킬! 싹 다 점령. 원그래프로 나이와 성별과 수입 등 기타 등등 따져서 약간씩 나뉘지만. 그래도 대충 각 나와. 응? 객관성이 그렇게나 어려운 잣대란 말이야. 누구누구 파혼설 그런 게 터지면, 어? 엑셀 파일로 잘한 거 못한 거, 요목조목 장단점, 어쩌고저쩌고. 논리적으로 따져서 뭐 어떻다 그냥 그렇다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어. 그냥 자기 듣고 싶은 거만 듣고, 자기 말하고 싶은 거만 말하고. 그냥 수다머신이지 수다머신! 
    뭐든지 적당하면 좋은데 극심할 때. 인간은 누구나 관심종자, 그런데 역대급 관심종자? 글쎄요. 자존감 적당하고 자존심 있어야 하고. 그런데 오냐오냐로 딸랑딸랑말고는 들어본 뭣도 없는 허세꾼. 허세지수. 허영지수. 오디오 이퀄라이저처럼 A가 높고 B는 낮고 C는 보통. 그러면 좋고 대체로 누구나 그런데. 이건 뭐 이기심 최고봉. 잔재주는 잔재주 언더그라운드가 딱 인데. 잔재주꾼에게 과도한 스포트라이트? 글쎄요 글쎄요. 하여간에 사랑 이야기라면 여자들 우뇌 좌뇌 전극 파다닥 파다닥 말도 못하지 말도 못해.」 
   「아직 말 안 끝났니? 앗! 말 끊어서 미안. 한 박자 쉬어간다고 생각해. 아 글쎄 말 갑자기 많이 하면 입 아프잖아? 허허허.」 





    13

   「그 대신 여자는 사랑이고 남자는 섹스고. 딱 그래. 물론 여자는 여성잡지 1을 기점으로 많이 바뀌긴 하지만 일단은 그렇지. 차이점은 그거. 남자들 얘기할 때 고추 포경 비포경 주제만 나와도 즉각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돌변하는 비율이 얼만데. 시끄러운 뉴스가 들리면 듣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악성댓글만 유독 돋보이듯 포경 비포경 주제만 나오면 어떤 비율은 즉각 호모 사피엔스로 돌변하지 않나. 그냥 머머해서 머머했다 그게 다인데. 난 쟤 무조건 싫어. 전부 다 싫어. 응? 여자는 사랑 남자는 섹스! 
    첫째, 성적 담론 TV 프로그램. 어릴 적 변칙 행위 때문에 자긴 지루다 그거 정말 괴로운 거다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일부 시청자 속마음은?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둘째, 성적 담론 TV 프로그램. 여자 성 칼럼니스트 왈. "저는 날마다 해요, 날마다 안 하세요?" 뭐! 그래서 일부 시청자 속마음은?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셋째, 비뇨기과 다녀온 썰을 누가 풀었는데. 간호사 왈 여자들 생각이 어쩐다 요즘 경향이 어떻다 라는 덕담? 조언! 그런데 그걸 읽은 일부 비율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첫째 둘째 셋째 모두 앞뒤 볼 거도 없고. 이유도 없고. 밑도 끝도 없이 뭐라고? 자, 우리 모두 다 함께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뭐? 자, 다시 한번. 워───워───워! 자동차 + 자존심 = 차부심. ~이면 이해해. 이해한다고. 이해가 돼지 왜 안돼? 마이크 타이슨의 핵펀치 + 남자 자존심 = 핵존심. 핵존심? 일상이 아니고 꽁트라면 것도 이해해. 이해하지 않을 수 없지. 여자의 잔소리가 뭐 별건가. 그런데 그런 수준이 아닌 거. 딱 그거.
    첫째는 토론도 아니고 토의 프로그램. 자기 사춘기 때 변칙성 행위 때문에 자긴 지루다 지루가 정말 괴로운 거다 어쩌고저쩌고. 라는 얘기만 했는데. 무슨 자랑을 한 거도 아니고 창피한 고백 조금 한 거 뿐인데. 그거 말하라고 초대위원들 출연료 주면서 초빙한 것일 뿐. 그런데 앞뒤 볼 거도 없이 그 사람 그 인생 전부가 무조건 싫데. 뭐야? 누가 조루라고 놀렸나 아니면 비포경이라고 열등감 느껴지지 않냐 라고 뽐뿌질하며 따졌기를 했나. 그저 앞뒤 볼 거 없이 무조건 싫데. 자기보다 잘나면 세상 모든 게 다 싫데. 튄다마 때문에 모든 말들이 다 튄다마로 보이고. 잘난 놈이 잘난 척해도 짜증나고. 잘난 놈이 겸손하면 더 짜증이고. 못난 놈이 나오면 못생겨서 싫다, 못난 놈이 겸손빼면 그게 뭐냐. 도대체 뭐 어쩌라고! 어? 어쩌란 말이냐고. 나 열등감 느끼게 만들면 다 싫다는 거야 뭐야. 지는 비교라는 잔소리를 듣다 듣다 짜증 그래프 한도를 초과했을 때 뱃고동 소리를 내는 거도 아니고. 그냥 무턱대고 조건 반사? (절레절레). 곧 일시적으로 첫째 둘째 셋째 가운데 내게 해당사항이 있을 수도 있어. 왜 안돼? 사람이 살다보면 기분 나쁘거나 큰 돈 잃었거나, 짜증 계기판의 막대 그래프가 심하게 바쁘면 그럴 수 있어. 그럴 때도 있다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첫째 둘째 셋째가 자연스러운 조롱꾼. 비관주의자. 사이코패스. 그렇다고 사회성이 없는 거도 아니고 완벽. 눈치 다 있고 알 만큼 아는 사람. 그런데 자기 기분에 다들 맞아야 한다 병풍이나 해라 딱 그거지. 넌 너 밖에 몰라, 라는 공주병녀한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가떨어진 남자가 어떤 유형의 여자라면 질색하듯이. 그런 분과 남자라면 여자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전체는 안 보고, 분위기와 흐름은 알고 싶지도 않고. 자기 싫은 거만 나오면,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만나면 아무나 다 싸울려고 하는, 굳이 기싸움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구태어 뭐든지 누구든지 입씨름으로 몰고 가는 암컷 싸움닭처럼. 암컷 싸움닭의 천생연분인 그 어떤 부류 하이에나. 천성을 어찌 바꾸나. 방법은 하나. 피하는 거. 통상적으로 남녀가 서로 솔직하면 말이 잘 섞이지 않는 게 정상이듯. 성격에 따라서 궁합이 안 맞는 몇몇 위인들 딱 정해져 있지 왜 아니겠어. 말 한마디 붙였다가 뭔 기분 나쁜 비꼬기를 얻어들으라고. 슬쩍 몇 마디 나눠보고 성격 비춰지면 쓱 보내드려야 하는 것. 사람이 무슨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는 거도 아니고 말이지. 오히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나이 자신 양반께서 넓고 촘촘하며 깊고 다면적 다층적으로 보시고. 마음의 상처가 깊은, 트라우마를 간직한 누군가는 되려 전후좌우 3D 4D 사차원까지 다 챙겨. 뭐가 반대로 됐어. 뭐 어쨌든 설명을 이어가자면, 
    둘째, 자기도 알아. 남자의 직접화법 대 여자의 간접화법. 여자 성 칼럼니스트가 남자 맥이는 거도 아니고. 자랑도 아니고. 목적은 오직 웃자! 그런데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뭐?
    셋째, 자기도 알아. 통상 여자가 비포경보다 포경을 선호한다는 걸. 단지 비포경이어도, 최소한, 손을 씻는 것 정도 만큼 깨끗하면 OK. 그런데 손을 자주 씻나? 그러니까 언제 어디에서라도 펠...라면 남녀 모두 떨떠름. 아니면 언제 어떻게라도 깔끔. 그 반대는 꺼림칙. 그래서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뭣이라고라? 
    특정 주제는 그분들 앞에서 말도 못 꺼내. 그래서 오프라인에서는 친한 친구끼리도 거의 말 못 할 주제가 꽤 되고. 손차양 그린다랄지 몇몇 피해야 할 주제는 딱 정해져 있고. 온라인에서는 왕왕 시끄럽고. 여자도 똑같아. 뭐가 달라. 남녀는 절반쯤 같고 절반쯤 다르고. 어떤 대상이 뭔가 어느 사람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당히 재수없고 얄밉고 꼴보기 싫은 거야 인간의 본능인데. 이유도 없고 밑도 끝도 없이 끌어내리는 행위. 늑대의 두뇌를 파충류처럼 쓰느냐, 고도로 발달한 문명인처럼 사용하느냐. 그래서 사람은 책을 읽고 배우고 교류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어? 아니 누가 좋아해달라며 싹싹 빌기를 했나, 아니면 관심받고 싶다고 재수없어도 참아달라며 구걸하기를 했나. 대개 보면 시어미도 다 사람 좋은데. 하필 유독 꼴보기 싫은 시어미 끝판왕이랑 딱 닮은 꼴. 사람도 십중팔구, 사람 사는 데도 다 비슷. 그런데 일부 중의 일부. 
    보아하니 요컨대 이런 것 같아. 악의적 행복감, 선망, 부러움, 시기, 질투심, 쌤통 등 약간씩 결이 다른 명사들. 이 모두를 아우르는 낱말을 딱 하나만 꼽자면 무엇일까! 어쩌면 교양? 너무 광범위하지. 아마도 <심보> 아닐런지. 단순히 기분 문제가 아니고. 성격 변태와 약간 다른 단계고. 괴로운 시절이 그나마 비슷하고.」
   「」
   「우리가 선녀를 이해해야 하듯이, 그거랑 똑같다고 보면 돼지 뭐. 그 일정 비율 상남자를 우리는 이해해야 해 이해해야 해! 
    하여튼 여자에게 내 일은 사실이 중요하고, 남 일은 사실이든가 말든가 관심 없고. 응? 내 일이냐 남 일이냐, 남 일이면 아니면 말고라니까. 응? 
    친구, 마크 트웨인이 뭐라고 말했나.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한 바퀴 돌 수 있다>라고 했지. 그래서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그런데 또 내게 유리한 사실만 똑 떼어서~ 딱 그거 하나만 유독 돋보이게 몰아가는 재주. 그거 기가 막히도록 잘하는 상남자, 없잖아 있고. 누군가는 뜨끔하실 테고. 그렇게 되도록 원인 제공을 하신 배경이 꼬일 만큼 꼬였고. 어? <이럴꺼면 우리 헤어져~!>의 끝판왕. 아아 꼬여도 어떻게 그렇게 꼬이냔 말이지. 그야 뭐 결과적으로 보면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수도 있고. 대체로 시끄러운 동시에 재밌기도 하고. 우리의 말은 뻥이 반틈. 변심은 기본. 소셜네트워크로 소란을 키우고. 오락산업은 굳이나 보고 떡이나 먹고. 국회 속기록 보는 것도 재밌겠지만, 공식 비공식 정상회담과 UN, 국제기구 속기록을 보는 게 훨씬 더 큰 스케일. 물론 우물 안을 살피는 게 먼저고. 아무튼 우리가, 그녀들을, 어떻게 당하겠나. 단지,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게 썩 반박할 생각이 없다는 의중만 넌지시 전하면 그뿐이지. 떡밥 던져주고 미끼 다양하게 갈아끼우고. 그녀들 관심사 쥐락펴락하는 거. 그게 어디 일이야? 일도 아니지. 나중 뒷머리 벅벅 긁게 만드는 일. 일도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그런데 또 진흙탕 개싸움에 숟가락 올리기, 그게 또 썩 재미없는 일도 아니라서 문제긴 문제지. 
    여자들이 남자보다 대체로 선량하고 착한데, 그 말은 곧 속좁고 이기적이란 말이지. 여자말 번역기. 그리고. 암컷 싸움닭 기질. 자기만 5월의 신부고, 나머지는 싹 다 몽땅 계절의 여왕을 위한 병풍이라는 인생 논조. 져주지 않으면 져줄 때까지 떼쓰는 건 또 잘해. 어? (절레절레)」
   「그 여직원인지 사랑의 큐피트인지. 암컷 싸움닭은 제정신이 아닌데, 자기가 제정신이 아닌 걸 모른다는 게 제일 큰 문제구만.」
   「이래도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야? 여자는 전부 시누이요 살쾡이라니까. 여자는 여자 편만 들고 싶고. 자기들끼리는 또 여자의 적은 여자고. 어? 여적여 보적보란 말 보기도 듣기도 싫고. 아줌마조차 아줌마라 불리는 걸 극혐하고. 지가 잘못했으면서 지 친구가 잘못한 거까지 덤으로 얹어서, 자기 앞에 와서 무릎 꿇기를 바라는 게 여자라고. 어? 그렇다고 당시 그 형씨한테 쌍욕을 얻어들은 그 여직원. 지금 반성할까? 반성은 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재수없다면서, 아마 지금도 저주를 퍼부을 걸? 쌍욕을 얻어들어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로 당시 현장에서 사과도 안했고. 응? 자기가 신부들러리요 아랫것들은 싹 다 노예인데, 그분 마음에 들 리가 있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나 할 것이지 어디서 설치긴 설쳐! ~라고 말하고 싶을 텐데. 분위기는 전세가 역전됐고. 증거는 빼도 박도 못하고. 숙녀 마음은 인정하기 싫고. 그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게 바로 여자의 마음. 깔끔하게 자기 반성 자성 인정, 여자가 남자로 바뀌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 안 그래? 자기한테 다 맞춰줘야 하는데, 자기가 뭘 잘못했냐 그거라니까. 그러니까 남자들이 연애할 때 여자한테 잔소리 들을 건 딱 정해져 있고. 또 여자도 헤어질 때 몇몇 부류도 들을 말 딱 정해져 있어. 다 똑같아. 그게 뭐다? 넌 너 밖에 몰라! 지 생각 밖에 안 하는 년. 어? 
    그 동사무소에서 여자가 적반하장으로 방귀  놈이 성내는 일. 
    남녀는 똑같아. 남자가 바람핀 거 걸릴 때도 똑같이 썽내. 막 질러. 부모든 뭐든 다 걸어. 
    증거가 없으면 그런단 말이지. 응? 그리고 증거가 있기 때문에 꼬리를 내리면 그나마 양반. 
    그런데 원리와 이치를 따져 말을 알아듣게 했는데도 이해를 못한다? 답이 없는 거지, 답이!」
   「」
   「수평과 수직이라는 게 그렇다니까. 무슨 자기 비서이자 노예, 아니면 사극의 제왕. 둘 중 하나 밖에 없어. 지 편 아니면 싹 다 적. 그러니까 시작부터 끝가지 뒷담화지. 안 그래? 거기다 조직에서 성비까지 불균형하면? 주식회사냐 비상장회사냐, 공적 업무 회사냐 아니냐. 유니폼 회사냐 아니냐. 각 방면 조직의 특성을 보면 특히 시대에 뒤떨어진 뭔가가 다 보여. 다 겪어보면 알게 되지.」
   「존티. 너 오늘 잘 만났다. 안 그래도 칼럼 주제가 빈약했는데. 좋은 소제였어. 난 오늘 내 얘기가 꽤 색다른 느낌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네 얘기가 훨신 재밌다야. 허허허허허. 속 시원하다~! 좋다 존티. 잘한다 존티. 그 형씨 내가 고급 술집에서 술 산다 그래. 그렇다고 진짜로 그러지는 말고.」 
    하여튼 존티 거 참 나 누가 오바쟁이 아니랄까 봐 무지하게 떽떽거리네. (표정) (몸짓) (커피포트) 애니 윌킨스 그년 말 참 더럽게 많다고. 





    14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나는 오랜만에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어차피 휴가 가 봐야, 착상 떠오르면 그 즉시 일할 거니까 뭐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인생. 솔직히 말해 일하기도 싫고. 할 말은 없고. 말은 많은데 재미가 없는, 말수만 많은 여자 얘기 듣다가 기가 빨리느니. (아는 동생들인 딱 그랬다. 원래 재밌었는데 최근 부쩍 그랬고. 나는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분위기였고). 차라리 떠나자. 그런데 어디로 가지? 날 오라는 데가 있긴 있나! 그렇다고 천리마한테 쥐를 잡으라고 할수는 없고. 내가 대형 거포도, 홈런타자도, 쪼커도 아니고. 아아 딱따구리 같은 인생, 개처럼 심심하구만 그래. 살찔 걱정 때문에 돼지 같이 막 이거저거 왕창 퍼먹을 수도 없고. 그렇지만 내가 인생을 그리 헛산 건 아니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왜냐하면 친구 하워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다. 같이 으쌰으쌰하던 때가 언제더라. 그럼 오늘 만나서 적당히 3차 정도만 달려주면 되겠네. 따분하던 찰나에 잘됐군.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전화를 받았다. 
   「어, 하워드. 무슨 일이야? 어떻게 지냈어?」
   「네? 거기 피자가게 사장님 전화 아니에요? 죄송해요. 잘못걸었네요.」
    뚝! 삐 삐 삐 삐 삐. 
    뭐야 이거? 젠장. 이런 젠장.
    여자를 다루는 솜씨. 누구든 구슬려대는 깐족. 무엇보다 바텐더를 구워삶는 필살기? 웨이트레스한테 빰이나 앚 맞으면 무난. 여심을 쥐락펴락한다며 큰소리치면 뭐하냐고. 은밀한 유혹에 군침 흘리기 일쑤인데. 밀려졌다 당겨졌다 변덕은 그냥 말도 못하고. 들려졌다 놔졌다 변심이 일상 아니냐고. 팔랑귀는 심심하면 브랜드 슬로건에 맞장구 치는 게 취미고. 어? 이런 신묘한 타성을 가라앉힌 채 묵묵히 일을 해야 한다? 아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따라서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럼 뭘해. 비장의 카드 자체가 없는데. 뭐? 꺼져. You Know? 닥쳐! 농담이고. 정말 농담이고.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궁지에 몰린 나는. 쥐구멍에 볕들 날 기다리다 지친 나란 놈은. 이런 돼지새끼 같은 애니메이션 주인공도 뭣도 아닌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주인공은. 결국 그가 선택한 특단의 조처 다름 아니라 일하기였다. (몸짓) (손짓) (표정)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마리우 by Tino Rossi> 그런 거 틀어놓고 일이나 해야지 뭐 별수 있나. 혼기 꽉 찬 무용과 출신 숙녀가 자길 꼬셔주라는 듯이, 약혼식장에서 만난 미남들에게 흡사 그렇게 말하는 듯이. 
   「집구석에 가서 TV나 봐야죠 뭐. 아아 바다 보러 가고 싶다, 라는 말도 많이 해 봤고.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남자친구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랑의 순위에 초대하고 싶은 남자. 살짝 흔들릴지도 모르는 남자. 그분 들으라고, 아아 놀이공원 가고 싶다! ~라며 꼬리치기. 이젠 신물이 납니다 형씨들. 왜? 우리 친구들 중에 제가 남자설이라는 얘기도 이제 지긋지긋하거든요. 허허. 저 별로죠? 그쵸? 내 그럴 줄 알았어. 어? 그 뭐야! 그 뭐냐고. 통장잔고 부족이라는 불행, 신용카드 한도 초과라는 복병. 매번 전자 아니면 후자. 어? (절레절레)! 뿐만 아니라, 응? 심지어 이 무슨 별 그지 같은 슬럼프란 말이야. 추문으로 온 동네방네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권태기에 신음하는 연인도 이보다는 나을 거란 말이지. 왜 아니겠어? 응? 누가 아니래. 나와 봐. 컴옹. 덤벼. 들어와 들어와. 상대는 해 드릴께. 예우는 해 드린다고. 어? 아니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어? 내 이 자식을 콱 그냥...! 내가 지금 흥분하지 않게 생겼어? 어? 뭘 봐. 뭘 보냐고. 이쁜 여자 처음 봐? 어? 
    천신만고 끝에 겨우겨우 간신히 불행을 모면한 다음, 딱 환희의 행운을 맛볼 수 있는 제 7의 전성기가 코앞일까? 코앞은 무슨. 집구석에 가서 소파에 자빠져 TV 주말 연속극이나 봐야지 뭐. 설마, 하여튼 별놈의 공상을 다 듣겠네. ~라고 생각하시진 않으셨죠? 그렇죠? 울며 겨자 먹기로 뭐, 혹시라도, 네? 요 앞 나이트클럽에 함께 가자고 형씨들께서 꼬셔주신다면야, 그럼 뭐 한 번 생각해 볼 테고. 네? 방금 뭐라 하셨어요? 저런 미친년을 다 봤나! ~라고 하신 건 아니실 테고. 설마? 에이~! 어머머 날 좀 보소, 장님 코끼리 말하듯 말하는 거 좀 봐. 어머머. 내 정신 좀 봐 봐. 남이 뭔 생각을 하는지 그걸 내가 어찌 알어. 지들 맘이지. 안 그래유? 아 그래유 안 그래유? 네? 아 왜 말이 없어유? 네? 장구를 쳐야 춤을 추지, 네? 아무튼 독을 파는 자가 꽃 간판을 내건다지만, 저 그렇게 헤픈 년 아니에유? 알겠시유? 자고로, 나를 떨어뜨리는 말보다 나를 태우는 당나귀가 더 좋은 법. 요염한 3번마 놓치고 싶지 않으면, 어서 데이트 신청이나 하시든가 말든가. 네? 그렇게 멀뚱멀뚱 보고만 있지 마시고. 어딜 그렇게 시선 마주치기 곤란해서 뚤레뚤레하시유? 네?
    우리는, 어? 우리는~ 사귀면 최선을 다한다니까 그러시네.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시구만 그래. 응? 우리는 애교도 최선. 아양떨기도 최고. 쾌락도 최대. 어? 복합적인 행복감도 차마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도록 최초. 네?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키스해 드린다고요. 네? 그런데 어디에! 아 몰라몰라.
    아 됐고. 일어서시오. 나랑 나갑시다. 넌 빠지고. 당신. 당신 나랑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까 말이오. 넌 꺼지고. 당신은 닥치고. 어? 우리 멋진 오빠. 자,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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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3

from 소설 2019. 8. 14. 00:42

    1

    오빠 자? 
    신선한 벌름벌름 새로운 벌렁벌렁 같은 공상도 지겹고. 딱 신물이 나고. 인생이 별 볼 일 없는 사탕 포장지처럼 느껴지는 일상. 오빠라는 말을 들어도 미쳐버리지 않고. 일단 들을 일 자체가 없고. 뭐니 뭐니 해도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돼먹지 못한 공상, 말도 안되는 그런 거 일절 재미도 없고. 그러다 마침내 발견해, 하찮은 환희를. 그런데 꿈이야. 매번 그 모양. 늘 심심하고. 여지없이 재미없고. NB로 말할 것 같으면 속 좁고. 꽉 막히고. 툭하면 빈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다음에 보자? 진짜로 다음에 보자는 말인지, 아님 두 번 다시 보지 말자인지 헷갈려. 잘 가? 가다가 딴 데 쳐다보며 걷다 전봇대에 부딪히지 말라는 건가? 그로 말할 것 같으면 한마디로 새하얀 도화지이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화폭. 그런데 누렇게 떠서 목이 축 늘어진 싸구려 재질 100퍼센트 면티 같은 남자라고나 할까. 아니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개 이득 꿀 이익은 언제나 미뤄지고 또 미뤄지지.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아무튼 그로 말씀드리자면 딴 거 없다. 
    거리에서 보는 거? 뭐겠나. 생각하는 거? 예를 들면 이런 식. 굶주린 늑대와 인기 없는 촌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가? 그러니까 누가 촌놈이고 누가 암코양이야. 넌 뭐 얼마나 잘났냐 사둔 남 말하시네. 과부 마음 홀애비가 아는 법. 그럼 과부는 누구고, 에잇~! 됐고. 하나도 재미없고. 
    우리는 진한 사랑을 염원한다 염원한다. 우리는 숙녀를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름다운 사랑에 만족하는 미래의 행복. 달콤한 애정 새콤한 연애. 부드러운 여체. 분홍색 향수. 오렌지빛 낭만. 주홍색 예감. 보랏빛 기대감. 주황색 은근함. 새빨간 립스틱. 오똑한 콧날. 뿅가는 각선미는 머리카락뿐만이 아니고. 하이힐. 스틸레토 힐. 슬리퍼도 좋아. 맨발이야 당연히 대만족. 소망 충족. 탐욕 만족. 흑심은 대만족. 성욕 완전 완전 완전 흡족. 신나는 인생. 고귀한 이상. 경이로운 쾌감. 게임의 규칙은 군침을 절대로 멈추지 않기. 그럴 수는 없거든. 짜릿한 기분 아찔한 분위기. 탐스러운 발단. 신비한 전개. 놀라운 절정. 절정만 계속? 상기된 빰의 홍조는 날이면 날마다 해피엔딩. 날마다 쾌락마? 따듯한 쌍코피? 결코 환청이 아닐 테니까, 따라서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기? 아아 눈부신 환상이여. 비너스와 아르테미스! 뭐라고? 젠장 이런 젠장~! 
    ~라는 헛생각에 빠져있을 때. NB의 사무실로 샬럿이 찾아왔다. 샬럿은 NB의 친구일까 여동생일까 아는 동생일까.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최고로 애매한 친교가 바로 아는 오빠, 아는 동생인 거지. 뭐 그러든가 말든가. 내 말이? 
    의례적인 인사말이 오가는 건 건너뛰고. 
    빈말과 가식과 허례까지 생략하고. 
   「그 오빠 거 말이야, 거 순 저질이더라구. ~라는 말을 듣는 나. 오빠. 그런 내 기분이 어땠는 줄 아슈? 내 기분이 어땠겠어? 알긴 아슈 오빠?」
   「진짜로, 그렇게, 들었어?」
   「아니. 뻥이야. 진짜겠니. 걔가 뭘 안다고. 또 속기는!」
   「너 정말. 혼나 볼래?」
   「어머. 오빠 날 혼내주게?」
   「가라. 나 바쁘다.」
   「설마 오빠 삐진 거 아니지? 그치? 오빠 대인배잖아. 안 그래?」
   「나 대인배 아니야. 범인도 아니고. 쫌팽이다. 됐지? 나 쪼다야. 됐어? 이제 만족해?」
   「오빠 소인배야?」
   「누가 그래? 왜 탈탈 털려줘? 그래? 원해? 진정? 말만 해. 말만.」
   「오빠가 심기 불편하신가 보군. 고민이 많나 봐. 뭐 육체적 고민? 발정기? 아님 칼럼 써서 먹고는 살아야 하고. 슬럼프라서 부담감 팍팍?」
   「저번에는 오빠한테 딱 붙어서 애교부리고. 아양 떨고. 교태에 윙크에 팔짱에. 타고난 아첨꾼의 부담스러운 알랑방구로 내 마음을 녹여주더니. 뭐 이제는 간신배의 충심도 아니고. 내가 공이니? 골프공 아니면 축구공?」
   「오빠 많이 변했네. 전엔 나랑 신나게 놀아주더니. 오빠 상남자구나? 여자랑 대화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보면 딱 그렇네. 맞네. 말로만 여자 꼬실 때 자기는 듣는 거 좋아한다 그러고. 그치? 맞지? 오빠. 오빤 거의 내가 키웠어. 알아?」
   「뭐가 어쩌고 어째? 휴~! 어, 그래. 좋다. 늬가 오빨 키운 걸로 하자. 내가 말로 널 어떻게 이기니. 난 지는 게 좋다. 그래. 타고난 루저. 그게 왜 나빠?」
   「그래. 나쁘지 않아. 그 그 헛똑똑. 괜찮아. 그래도 돼. 아아. 드디어 오빠가 숙녀의 허를 찌르는 구만 그래. 살살 슬슬 뚜껑이 열리시나? 그러나?」
   「열었으면 네가 좀 닫아줄래?」
   「그러지 말고 있잖아. 오빠. 오빠. 우리 남몰래 만날까?」
   「몰래?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아니, 왜!」
   「왜긴 뭐가 왜니. 우리가 무슨 연예인이니? 너 유명인이야? 아니잖아. 나도 무명. 안 그래?」
   「뭐 그건 그렇고. 오빠. 쫄딱 망했다며?」
   「쫄딱 망하긴 누가 쫄딱 망해? 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말이 안돼?」
   「웃기지도 않고. 말도 안되고. 뭐야 그게. 어?」
   「말이 되게 해 줄까?」
   「무섭다. 질린다. 겁난다. 아차 하면 너한테 빠져든다고.」
   「왜, 내가 별로야? 나 완벽하지 않지? 그치? 어쩌면, 싫증나지? 지겹지? 그치? 그럼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을 하던가. 그래야 내가 변신을 하던가 말던가 할 거 아니냐고. 자, 그래서 말이죠~」
   「또 뭔 말 할려고? 사랑 타령에 또 행복 운운하게?」
   「그런 터무니없는 말이 어딨어? 오빠 나한테 왜 그래?」
   「왜 그러긴 누가 왜 그래?」
   「오빠가, 나한테, 왜 그러냐고!」
   「내가? 내가 너한테 왜 그러긴 뭘 왜 그래!」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런다고 내가 뭐 뽀뽀라도 해 줄 줄 알았어? 어림없어. 꿈도 꾸지 마.」
   「너나 꿈도 꾸지 마.」
   「」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이어진 다음. 샬럿은 인사도 없이 기분 상해서 가려고 했다. 
    NB는 그녀를 잡지 않았고. 
    문을 열고 딱 나가려다가. 샬럿은 이렇게 말했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나 하고 앉아 있어? 한가해? 바쁘게 해 줘? 어?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나보고 믿으라고? 이런 시덥잖은 허당 같으니라고 말이야. 응? 그런 얘기 할 꺼면 가서 풀이나 뜯어먹어. 알았어? 보자 보자 하니까...! 어? 듣자 듣자 하니까 이 오빠가 누굴 바보로 아나? 숙녀 기분 꼭 이처럼 망쳐야 속이 후련하시겠어? 오빠, 잔말 말고 당장 양말 벗어봐.」
    뭔가 느낌이 세했던 것일까? 그러니까 왜! 
    왜냐하면 아마도 샬럿은 이쁜 암컷 싸움닭 스타일처럼 느껴졌으니까. 
    꼭 그렇진 않겠으나 고양이가 울컥해서 꼬리를 흔드는 걸 느낀 거지. 
    암컷 불여우의 호적수는 패배주의 전투마인데. 패배주의 빼고 그냥 전투마. 
    그래서 숙녀는 뿔났고. 드라마틱하게 져줘도 모자랄 판에 잘한 거지. 잘한 거라고. 
    NB는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긴박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못 들었어? 다시 말해줘? 양말 벗어봐. 당장...」
   「」
   「허걱! 뭐야 이거?」
    어느 쪽 양말을 벗었는지는 몰라도. NB의 발가락이 5개에서 4개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NB는 샬럿을 쳐다봤다. 
    그녀는 윙크만 남긴 채 떠났고. 
    다시 그래서 NB는 자신의 맨발을 다시 쳐다봤다. 
    뭐야 이거, 그런데 다시 정상이네? 어떻게 다시 5개로 돌아왔지? 
    그렇지만 찬찬히 진득하니 생각해보면. 보아하니 6개로 늘어나지 않은 게 다행 아닐까? 
    그렇게 그는 이솝 우화에서 읽었던 구절을 떠올렸다. 
    낙타는 하늘에 뿔을 요구했으나 되레 귀만 뽑혔다. 
    내친김에 에디오피아 속담까지. 
    사자를 만들었다고 신을 비난하지 말라. 오히려 사자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한다. 





    2

    NB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가에타노 도니제티 / 오페라 <돈 파스콸레> 2막 -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나중 걸작은 관심도 없고. 이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화가의 작품 가운데. 
    저렴한 동시에 그래도 괜찮은 유화. 싸긴 싼데 그래도 다채롭고 뭐 그런대로 괜찮은 작품.
    하나 사는 게 소원인지 아닌지. 것도 똑같은 꿈 품었다가 이루고나니까 짜증나더라 별거없더라. 
    이미 골 세러머니 맛 봐 버린 사람,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슬리퍼 1개 양복 3벌처럼. 목 늘어진 티셔츠 달랑 2개로 돌리는 게 그래도 편하긴 편하다. 
    일단 시간도 없고. 정신없지 그냥. 
    그러다 사무실에 토마스가 찾아왔다. 토마스? 애들이 좋아하는 그 토마스 기차야 뭐야. 
   「너 번호표 받았어?」
   「번호, 뭐?」
   「아니야. 앉아.」
    중간 건너뛰고.
    토마스는 이렇게 진중한 얘길하려면 명 바텐더한테나 할 것이지. NB가 무슨 걸출한 학자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고문이 따로 없었다. 토마스의 말을 옮기자면 이와 같다. 
    물론 당연히 긴 대사였다. 이 자식은 듣는 사람 생각은 하는 거야 안하는 거야!
    드라마라면 중간에 어떻게 쪼개고 쉬고 어쩌고 다 할 텐데. 하필 리얼이네. 어째서 실화냐고. (절레절레)
   「세상이 시끄럽지. 세상사 참 복잡하게 얽혔어. 때문에 캐나다처럼 자동차도 못 만드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어떻게 보면 축복받은 거야. 예를 들어 내가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얼마나 좋아. 역사적으로 얽히고설킨 껀덕지가 없다고. 어? 중년 되서 한가하게 퀘벡에서 1주일 살다가 1주일은 위로 아래로. 그렇게 즐거운 인생.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 살면서 성격 좋다는 말 곧잘 들었고. 여자들도 뭐 조금은 따랐고. 여복, 어복, 모험복, 애정운, 짝사랑복, 어? 아닌가? 연애운이면 연애운도 꽝. 재물운 역시나 더 꽝. 말년운은 어떨란가 모르겠네. 그래도, 어? 그래도 사람 좋다는 평판 괜찮았고 뭐 그랬어. 그래서 돈과 여자 빼고는 뭐 그럭저럭 살 만한 인생. 재밌어. 놀고 또 놀고. 신난다고. 몰입이라는 게 참 뭔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니까? 
    바로 그처럼. 나 같은 캐나다인이라면 정말로 축복받은 거야. 아나 모르나! 복음을 달고 살아도 돼. <국산이냐 수입품이냐>에 얽매일 게 없다고. 독일제 스타인웨이 앤 선스 얼마든지. 이탈리아제 페라리 FF 역시나. 스코트랜드산 위스키 조니워커 창고에 쌓아두고 마셔. 조니워커는... 넘어가. 전통이 짧은 내 나라 캐나다지만, 달리 보면 젊은 거 아닌가. 북아메리카의 장점만 취하고, 유럽의 체계는 그대로 이입됐고. 얼마나 좋아. 어? 알파벳 언어니까 굳이 괴로운 일하기를 위해서 알파벳만 봐야 한다는 철칙에 얽매이지 않아도 돼. 물론 알파벳 아닌 거는 거북하다랄지 불편하지만 존중하며 참고 보는 편에 가깝고. 솔직히 말하자면 불쾌해.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래서 안 봐. 그러니까 맨부커상이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거고. 또 노트북? 디자인드 인 캘리포니아 쓰면 돼. 운동화는 미국제. 핸드폰은 중국제. 시계는 스위스제. 요리? 베트남 국수부터 아주 그냥 잡식이 따로 없지. 난 미식가인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대식가거든. 스포츠? 축구광이니까 당연히 유럽 3대 리그만 보지. 페라리 루쏘도 지겨워져서 팔았어. 독일제 포르쉐 파나메라로 이참에 바꿨어. 내가 쓰는 화장품? 프랑스제. 옷? 이탈리아제. 엇그제 극장에서 일본영화 봤고, 내 딸은 KPOP 좋아해. 
    이처럼, 자동차도 못 만드는 캐나다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사는 나. 내가 캐나다제를 뭘 애호하지? 뭐지? 휴가 때 여행도 주로 호주나 유럽으로 가고. 그래도 뉴질랜드인들 조롱하고 깐족거려서, 호주인과 이간질 시키지는 않아. 이래뵈도 내가 험담하는 거 싫어하거든. 난 맞짱뜨는 걸 즐기니까. 그렇다고 다혈질은 아니야. 안 그래도 세계마초협회에서 엉덩이 까여서 쫓겨난 마당. 어찌 됐든 난 그야말로 외화 반출범이지. 어? 비애국자가 따로 없다고. 그렇다고 나 같은 캐나다 사람이 드무냐, 아니지. 보통이라고. 평균이란 말이야. 얼마나 좋아. 뿐만 아니라 나 같은 외화 반출범이 다수인데, 왜 하필 우리나라 캐나다는 그렇게 잘사냔 말이지. 1인당 GDP든 뭐든. 단지 수치만 높은 후발주자권과 달라. 모든 문명 체계는 99퍼센트 유럽에서 만든 것. 남자&백인이 발명. 그래서 현지에 가서 면밀히 살펴 보면 괜히 유럽 선발주자 북미 중견주자 그러는 게 아니지. 디테일이든 규모든 뭘로 따져도. 물론 후발주자의 잇점과 장점도 많지만. 사실은 사실. 
    그런데 나처럼 소비제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많을까 적을까. 캐나다인인데 캐나다제 쓰는 게 다 싸구려만 써. 싸구려는 다 캐나다에서 만든 거 쓰고. 비싼 건 죄다 수입품만 써. 그래도 돼. 그런데 우리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다 그럴까? 우리가 얼마나 축복받았는지, 이치와 원리를 이해하면,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지. 그렇다고 이런 날 보며, 아아 캐나다인처럼 살아도 되는 구나 외화 반출범이라며 비난 받을 일이 아니구나. ~라고 산다면? 그래도 되긴 돼고. 개인의 자유지만. 그게 정도가 지나치다? 그러면 나라 망하기 딱 좋은 거지. 예를 들어. 
    가령. 일본에서는 전자기기와 비싼 제품은 무조건 일본제 내수품만 써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지. 그걸로 세계 최고. 거기서도 독일차 타긴 타. 그렇지만 인구 대비 현저히 낮아. 게다가 연간 판매량으로 따져 르노 5000대 푸조 5000대 팔릴 때 현대 기아차는 몇 대 팔리는 줄 아나? 0대 1대 4대. 끝. 부가티보다 덜 팔려. 다른 거도 다 마찬가지. 단, 소녀감성과 관련되는 건 예외. 중국 내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핸드폰 톱 5는? 머머해야 한다 라는 바로 그거야. 약아빠지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라고. 착해 봐야 착한 척 그거 다 뻥. 아니면 속고 당하고. 어?
    (1) 선심성 
    (2) 소녀감성
    (3) 허영심
    비싸냐 싸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게 바로 후발주자. 또 비슷한 게 뭐가 있을까. 
    스웨덴과 러시아. 보드카 서로 어디 걸 많이 먹게? 
    프랑스의 맥주 판매량 1위부터 10위까지. 그 순위권에 독일 맥주가 1개라도 있게 없게?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네델란드, 이탈리아... 유럽에서 스타벅스가 돈을 많이 버나? 
    독일 내 맥주 판매 TOP 10, 자동차 판매량 TOP 10이 뭔지는 보나 마나 뻔할 테고. 
    복권은 건전한 오락의 한 부분으로 보는 그리스. GDP대비 복권판매량 1위인 그리스. 그리스... 잔지식 떨어졌다. 통과.
    폴란드. 폴란드 내 자동차 판매 TOP 10. 독일차는 폴란드 내에 공장 짓고 어쩌고 그래서 선방. 
    아일랜드 경제 지수가 식민지 종주국인 잉글랜드 본토를 능가했기 때문에, 150년 전 일 50년 전 일을 2000년 전후에 총리와 여왕이 공식 사과. 정치까지 주제를 넓히지는 마세나. 이런 예시는 찾아보면 한도 끝도 없어. 내가 참말로 캐나다에서 태어났기 망정이지 어디 어중간한 데서 태어났으면, 어? 아주 그냥 강박증 끝짱이었을 거란 말이지. (절레절레) (절레절레)」





    3

    「좌우지간 선발주자만 해도 그래. 북유럽만 봐도 그래. SAAB 잊혀진 브랜드고. NOKIA 전성기 지났고. VOLVO 중국 자본에 팔렸고. 유럽이 전 세계의 90퍼센트를 장악했던 예전 전성기. 그 전성기를 구가하려면 뭐 말로 했겠나? 해양을 누벼야 다 가능한 것. 그래서 선박제조에서 유럽이 전세계 1등. 그렇지만 지구촌 세상. 여전히 기득권을 쥔 것 가운데 노른자든 뭐든 놓치지 않은 건 여전하고. 선박제조 같은 건 후발주자권으로 넘어간 셈이고. 의류로 보자면 싼 건 H&M. 비싼 건 여전히 유럽이 전세계를 꽉 잡고 있고. 응? 맞나 틀리나. 
    네델란드 다국적 회사 Philips처럼 선전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추억의 가전제품 브랜드 AEG처럼 지는 해도 있고. MICROSOFT는 전세계 운영체제 독점이요. 또 APPLE처럼 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도 하고. 크고 작은 차이는 있으나 이치와 원리는 소비제 판매에서조차 결코 예외일 수 없는 것. 유럽에서 유로파이터를 만들어서 운용하지 F-35를 수입해서 쓰지는 않고. Miele 세탁기. DYSON 청소기. 어디서 뭐가 많이 팔리고 안 팔리는지. 선발주자와 중견주자는 다 알지. 다만, 어?
    단지, 후발주자는 뭐라고나 할까 순박하다고 해야 할까? 
    정말 그래. 순진해. 착해. 좋게 보면 선량하고 달리 보면 뭘 모르고. 어쩌면 당하기 딱 좋고. 업자들이 벗겨먹기 딱이고. 남자는 완전 순둥이 촌닭이고, 여자는 허풍도 믿고 허세에 속고 마음 약한 숙녀고. 정치적 옳바름이니 샤이 보수니, 어찌 됐든 진보냐 퇴보냐. 90퍼센트 어쩌면 99퍼센트가 보수인데. 어쩌다 보면 퇴보와 보수 그 둘을 헷갈리기도 하고. 경제와 오락산업은 치열하기 이를 데 없는데 말이지. 어쨌든 진보와 퇴보의 중간인 점차 개선, 차츰차츰 발전이라는 모양새는 안정됐기 때문에. 따라서 착한 척, 이타적, 이기심, 이타적인 이기주의 그 미세한 차이가 구분이 된다고. 그래야 한단 말이지. 그런데 시골 옛날 사람들처럼 세상 돌아가는 걸 몰라봐. 착하고. 소심하고. 순진하고. 천진하고. 애들은 그래도 돼. 왜? 애니까. 소녀감성이 세상물정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성잡지 2 되는 거고. 허영심 지수도 오르락내리락. 아는 척 뭔 척 머머왕 머머왕 초딩들은 그래도 된다고. 그런데 어른도? 어른이 그러면 누가 해도 할 말 하지. 안 할 수가 없거든. 무대 잘 돌아간다는 둥 뭐라는 둥. 안 그래? 그 이치와 원리를 알면, 전동기구 보쉐가 어디서 많이 팔리고 왜 어디서는 잘 안 팔리는지. 다 답 나온다니까? 정물화에 나오는 접시, 후라이팬 같은 주방기구. 고전풍 가구. 의료기기. 학계. 사치품. 명품. 정밀공학. 기계를 만드는 기계. 도로를 포장하는 인프라스트럭쳐 관련 장치들. 재무. 개론. 컨설팅. 커피머신. 웬만해선 선발주자에서 깃발을 양보하지 않는 분야. 딱 정해져 있다고. 나중은 몰라도 현재 점수는 그렇단 말이지. 응? 
    그분들 옆에서 보면 정말 너무너무 순박해. 사람은 착해빠져면 좋지. 그래야 한다고. 성격 좋으면 옆에서 좋아라 해. 그런데 착해빠지기만 한다? 그럼 호구되기 딱 좋은 세상. 약아빠지지 않으면 안되는 인생이기 때문에, 고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데. 이건 뭐 세뇌를 당하는지, 등에 빨대가 꼽혔는지, 리모큰으로 내가 조종당하는지. 차라리 모르면 나아질 가능성이라도 있어. 그런데 알아도 나만 잘살면 그만이다 정신. 어? 거울만 보고 나만 이쁘다 그만이다-주의. 응? 무슨 불매니 뭐니 잠깐 부글부글하다 금방 식고. 잊고. 변하고. 소비와 정치가 뭔 상관이냐, 식습관과 사랑은 또 뭔 관계냐. 툭하면 자기합리화. 1인자가 도화지를 뭘로 만들든. 리더의 세계관이 어쩌든. 그분들과 개인이 뭔 상관이냐면서 태양을 바라보며 해바라기처럼 뿌잉뿌잉 물개박수. 찐따, 쪼다, 얼간이, 머저리, 바보, 천치, 둔재들 빼놓고 영재, 천재, 팔방미녀들은 자기들끼리만 친한데. 바보는 자기 인생 사는 거도 아니고, 그저 수재들 신부들러리. 언제나 부자들 병풍. 오락산업의 노예. 응? 중견주자는 그나마 낫지. 그런데 선발주자랑 후발주자는 어떻게 달라도 그처럼 판이하게 다를 수 있을까. 정말 미스테리가 따로 없단 말이야. 응? 역사는 역사. 정치는 정치. 과거는 과거.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래서 개인 대 개인은 감정 없고, 우린 모두 친구다? 그래. 좋아. 왜 나빠? 누가 그거 싫다는 사람도 있나! 정치적 사고방식 대 소비와 친선이 대체 뭔 상관이냐 그러지만. 하지만 잘살면 잘살수록 절대적으로 상관이 크지. 응? 통계와 그래프를 보면 모르나? 그처럼 너무너무 순박하니까, 단위 내에서도 보면 딱 공통돼. 민법으로 넘어가도 이치는 똑같아. 형범 관련해서 형사들이 매번 똑같은 말을 듣는 게 뭔데.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영화배우 목소리를 빌리자면 이런 식이지. 
    "그 말을 누가 제일 많이 하냐, 사기 사건 피해자들. 사기꾼 새끼를 믿어서? 아니야~! 응? 아니라고. 자기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왜 하나같이 꼭 약속한 것처럼 그 말만 똑같이 읊조리냐, 왜냐하면 자기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기 때문에. 그 말이 사실이면, 지금까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거만 들은, 자기 자신이 바보 멍청이란 걸 인정해야 하므로. 바로 그 때문에 인정하기 싫은 거지. 바로 그래서 다 똑같은 반응을 보인단 말이야."
    차라리, 그처럼 순진하게, 내가 속은 걸 인정하기 싫으면 다행이게? 나만 안 속으면 된다, 응? 바람 피어도 안 걸리면 그만이다, 어? 서쪽 사람들은 공평하게 좋은 브랜드를 사줘야 하고, 동쪽 사람들은 불공평하게 타국 브랜드를 배척하고. 서쪽은 배타적이어서는 안되고, 동쪽은 원수처럼 배타적이어야만 하고. 서쪽은 이타적이지 않으면 손가락질 받아도 싸고, 동쪽은 철저히 이기적인 게 당연하고. 동쪽에서 소비 패턴이 어떻게 뭔가 시끄러우면 보기 흉하고, 서쪽에서 소비 패턴이 일방적이자 배타적인 건 관습일 뿐이고.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 선발주자권과 비교하면 후발주자권은 무슨 말도 안되는 게 너무도 많아. 상식도 다르고. 교양은 불확실하고. 미덕은 의뭉스럽고. 응?
    정통파가 깔아놓은 체계. 기분파로 유쾌하지만 남미권만큼 다혈질은 아니고. 그렇다고 세계마초협회에서 보도 듣도 못한 비공식이고. 약삭빠르고 응용 잘하고 반칙왕들은 물론 사기꾼도 난무하는 이런 요지경 같은 세상에서. 좋게 보면 쿨하고 나쁘게 보면 멍청한 거고. 첫눈에 홀딱 반할 만한 숙녀의 이상형, 다른 여자들에게는 더 이상형. 양날의 검을 과연 어떻게 쓸 것인가. 착한가, 맹하기만 한 바보일 것인가. 딱 동전의 양면. 기회를 틈타 치고 빠질 것인가, 내내 관망하다 내 님을 보낼 것인가. 뭐 새로운 여자? 
    뭐 어쨌든 어디와 어디에 낑긴 상남자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소비자권이 어디냐, 바로 나란 말일세. 그분들께서 제일 꿀떨어지도록 선망하는 사람이 누구? 바로 나! 나야 나~ 나야 나~. 바로 나라고. 허허허허허. 그런데 난 그처럼 선망과 부러움과 시기 질투를 듬뿍 받는데. 그런데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도 좋지만. 도대체 왜 나는 여자가 없을까? 어째서 숙녀들은 나란 남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어? 내가 뭐가 빠진다고. 어? 왜 나는 뭘 해도 재미가 없냐고.」 
   「토마스. 늬가 뭘 해도 안되는 이유. 그걸 내가 분석해주는 게 좋겠나. 아니면 명 바텐더가 해주는 게 나을까.」
   「나도 다 알아. 뭔 말인지. 그럼 뭘하나. 바에 A4 용지에다 만년필로 끄적거려서 붙여놨던 걸.」
   「뭐라고?」
   「여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라고!」
   「뭐? 잘했네. 잘했어.」
   「너 내 친구 맞냐? 어?」
    어쨌든 말장난은 더 재밌게 진행되지는 않았고. 적당한 친교는 그쯤하고 그들은 술이나 마시러 나갔다. 





    4

    다음 날. 그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티토왕의 자비 K.621 - 1막 '떠나겠소, 하지만 내 사랑이여'
    그런데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진짜였으니까. 속임수가 아니니까. 
    샬럿이 도대체 어떤 마술을 부린 거지? 그런데 또 샬럿이랑 냉가슴 앓는 사랑은 아니지만 어째 분위기가 서먹서먹하니까 물어볼 수는 없고. 
    샬럿 그년 승질머리 하고는! 입심 좋지 못한 그 인간 NB. 그 인간이 샬럿을 말로 이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얄팍한 잔꾀는 안 떠오르고. 획기적 진전은 뿌옇게 보이지도 않아. 비약적 발전이 어딨어.
    아하~! 
    NB는 샬럿의 친한 친구인 크리스티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약속을 잡고. 시간이 흐른 다음. 카페에서 그 둘은 만났다. 
    의례적 인사와 안부. 건너뛰고.
   「오빠 그럼 하는 거다.」
   「해? 뭘 해?」
   「아 오빠 아니야. 오빠 보고 말한 거 아니라고. 잠깐만. 미안. 나 메시지 좀 보내고.」
   「(난 또 뭐라고)」
    그렇게 한 남자를 한참 동안 대기시키다가 크리스티는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오빠 나 불행해.」
   「늬가 불행하다고? 내가 혹시 잘못 들었니?」
   「아니야. 제대로 들었어. 나 불행해.」
   「너가 진짜 불행하다면 이 세상에 불행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겠다.」
   「그럼 나 행복한 거야?」
   「그렇다고 또 딱히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좀 뭣하고.」
   「뭣하기는 뭐가 뭣해? 편을 들어주려면 확실히 들던가. 오빤 왜 뭘 자꾸 하다 말어? 립서비스를 털다 말면 맥이 끊기잖아. 지금, 나, 맥여? 그래? 에라 뚜껑 열려봐라, 뭐 그거야? 응?」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야. 아니라고. 넌 행복하다고 치자. 좀 그러자. 됐지? 그럼 내가 불행한 걸로. OK? 얘. 넌 내가 불행했으면 좋겠니?」
   「얘기가 왜 또 그리로 가?」
   「그럼 어디로 가게? 뭐 원하시는 데라도 있어?」
   「꼭 어디로 가야 돼?」
   「아이고 맙소사! 내가 지금 너랑 뭔 얘기를 하는 건지. 난 도통 하나도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그걸 오빤 왜 나한테 물어? 모른 것도 자랑이야? 그걸 오빤 왜 나한테 묻냐고! 어?」
   「그럼 여기 너랑 나 말고 누가 또 있니?」
   「없어.」
   「그래. 없으니까. 그래서. 그러니까. 그런데 내가 뭔 말을 하려다가 이러지?」
   「그것도 몰라?」
   「그럼 넌 아니?」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답답하다. 답답해. 어?」
   「한심하다. 한심해. 응?」
    크리스티를 만난 목적이 뭔데. 만나서, 들었니? 샬럿이 요술을 부리는 능력자라는 거. 너 혹시 아니? 
    딱 그렇게 물어보려고 만난 건데. 이게 뭐야! 샬럿의 꼬리가 최소 9개라는 것만 실감한 셈이잖아? 누가 아니래! 
    덴마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남의 코를 풀고자 하는 자는 자기 손가락을 써야 한다. 뭐? 남의 코를 푸는데 왜 내 손을 써? 
    세상사는 그리 간단치가 않은 것. 그래서 업그레이드. 무엇으로? 
    손 안 대고 (내) 코 풀기. 또는 내 손에 케첩 묻히지 않기. 
    농담이고.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크리스티 그 응큼한 년은 보통이 아니다. 샬럿이 청탁한 것일 수도 있고. 
    구미가 땡기는 꽤 흥미로운 향락. 촘촘한 유흥. 꼼꼼한 쾌감. 섬세한 행복감. 극적인 신비감. 깐깐한 만족까지.
    그런 거 하나도 없는 찰나에. 딱 떡하니 샬럿이 나타나서 별 희한한 요술을 선보였는데. 
    그 비밀을 알아낼 수도 없고. 알고는 싶고. 
    참으로 영묘한 사랑, 아니 쾌락, 아니 궁금증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를 불러왔다. 





    5

    꿀은 핥아먹어야 제 맛? 그럼 아이스크림은! 달콤한 공상 그거 지겹지도 않나 몰라. 새콤한 일하기에만 몰두하는 거도 아니고. (절레절레)
    말하자면 감미로운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신비한 기분, 느껴본지 오래됐단 말이구만 그래. 허허. 
    그러니까 과격한 결과가 예상되면 안되니까 또 관망? 하여간에 못 말려. 아님 누가 말려주기를 바라나? 아마도! 
    미래의 신붓감과 새콤달콤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상상. 아조 그냥 징글징글하다 라는 표정. 알 만하다 알 만해.
    그래서 현황은 한마디로 가난. 여복도 초라함. 대어를 낚기 위해 미끼와 먹밥을 아끼지 않으려는데. 판돈은 간당간당. 액면은 비리비리. 품위 유지비마저 더 비리비리. 
    그런데 뭐야 이거? 
    딩~동! 뭐지?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건가? 
    마침 사무실로 릴리가 찾아왔다. 
    역시나 사교적인 서론은 건너뛰고. 
   「호기심이란 요사스런 유혹에 넘어가기 좋아하는 욕심쟁이. 부러움과 질투심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응석받이. 그게 바로 나? 아니. 내가 아니라 오빠. 딱 오빠?」
   「너 말 다 했어?」
   「다 안 했으면!」
   「다 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럼 기다리면 되지 숙녀 말은 왜 끊어?」
   「왜냐하면 여자말 번역기가 과부하 걸렸으니까. 뭐랄까 커피포트가 슬슬 신호가 온다고나 할까?」
   「뭐야. 오빠 진공청소기 아니었어?」
   「너 오빠 가지고 노니? 어? 사람 놀려?」
   「어.」
   「뭐?」
   「나도 여자야.」
   「그 말이 지금 왜 나오니?」
   「왜 나오긴. 그럼 오빠도 해. 그럼 되잖아.」
   「뭘? 하긴 뭘 해?」
   「나도 남자다. 라고 말이야.」
   「말이 도무지 섞이지가 않는다. 말이 안 통한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재미없는 거야. 뭘 모르니까.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어? 그래서 오빠가 여자가 없는 거라고. 알아?」
   「알긴 뭘 알어. 몰라. 모른다고. 됐니? 미안하지만 나는 여자 관심 없어. 알긴 아니? 난 숙녀 좋아하지 않아. 내가 뭐하러! 뭐 돼먹지 않은 늑대가 거짓말한다고? 뻥 좀 웬만치 치라고? 뻥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난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한다고. 어? 알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여자 좋아하지 않아.」
   「뭐야. 그럼 오빠 남자 좋아해?」
   「그게 뭔 소리야? 나 여자 좋아해. 그래. 나, 여자에, 환장한다. 됐니? 그렇지만 연애, 관심 없어. 왜 내가 숙녀의 아름다움에 흥미를 보여야 하는데. 아니야. 난 아니야. 딱 아니라고. 난 너에게 매혹당하지 않아. 난 네게 끌리지가 않는다고. 너 내 말 듣긴 듣는 거니? 듣니 안 듣니? 응?」
   「이 오빠 좀 보소. 허허. 이거 뭔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자는 건지. 자긴 여자에 환장한다는 거 고백하는 건지. 뭐가 뭔지 통 모르겠구만 그래. 하여간에 못 말려. (절레절레)」
   「못 말리기는 누굴 못 말려. 말리지 마. 안 말리면 될 거 아니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지 마.」
   「안 물어봤어. 누가 언제 궁금하데?」
   「아니면 됐고.」
    잠시 후. 
   「오빠. 왜 나한테 짜증을 내?」
   「내가 언제 너한테 짜증을 냈다고 그래?」
   「지금 짜증내고 있네 뭘.」
   「아니라니까.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언제 욱했다 그래? 난 살면서 화내 본 적 단 1번도 없어. 이거 왜 이래? 난 화를 어떻게 내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야. 나는 아예 짜증 자체가 나질 않는 사람이야. 알아?」
   「또 시작했네. 또 시작했어.」
   「뭐?」
    그러다 결국 릴리는, 「나 갈래.」 그러면서 가버렸다. 
    징하다 징해! 아아 뒷목 뒷목. 수증기 푸쉭푸쉭. 
    차라리 오지를 말던가. 줄까 말까 줬다 뺏는 거도 아니고. 
    릴리는 계획이 다, 없구나. 없었구나. 하나도 없어. 완전 없다고. 아님 그 인간이 계획이 없는 건가. 알 게 뭐야.





    6

    NB 그 인간은 아는 동생들과 왜 자꾸 뭔가 궁짝이 짝짝 맞지 않는 걸까. 왜냐하면, 나도 모르겠다. 알긴 아는데, 그런데 모르고 싶다. 보아하니 아는 동생들이 너무 많은데 쉽게 서열을 정하는 게 힘들기 때문일까? 그걸 누가 알고 싶다고. 우리가, 그거까지, 알아야 하나! 하여튼 여자들 우정이 골치 아픈 게 뭐냐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거. 상담하고 상담하고 하소연 하소연. 그런데 알고 보면 자랑 자랑. 들어주고 들어주고. 동조 동조 호응 호응.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랬니 그랬니. 그러다 기 빨리고. 완전 기 싹 빨리고. 여자말 번역기가 그렇다. 좋은 점도 있고 정답고 다정한데. 동전 앞면이 있는데 뒷면이 어찌 없겠나. 또 있다. 
    <제가 춤추고 싶어서 동서를 권한다>는 말. 
    자기가 하고 싶지만 차마 먼저 나서서 하기가 힘드니까 남부터 먼저 하라고 권유한다는 뜻의 속담. 1단계에 일단 너 들었니? 2단계로 기어 올리면, 세상에 세상에 어저고저쩌고 부추기고. 3단계? 뻠뿌질 뽐뿌질 (몸짓) 푸쉭푸쉭! 그런데 자기 뒷담화 신나게 어디서 하는 거도 모르고. 
    보아하니 그분들 어법이 막 그렇다. 딱 특징이 있다. 이를테면, 오빠 뭐 먹고 싶지 않아? 자기가 먹고 싶으면서! 남자가 분위기 조장하고 몰아가다 뜸만 들이다, 결국 기운 빠지게 만들어 뚜껑 열어버리는 거랑 화법이 약간 다르다. 남자는 어디 갈까? 어쩔까? 에잇~ 가지 말자. 물론 그 쥐락펴락 화법은 여자한테만 쓰고, 남자들끼리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즉 남자는 여자를 말로만 들었다 놓기. 그런데 여자. 여자는 간접화법. 때문에 의도치 않을지언정 어쩌다 이간질. 뭐뭐하자~ 라는 시점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아아 길다 길어. 하여 나도 모르게 고자질. 툭하면 삼천포. 그러다 수다 3시간. 우리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여자들 화술이 그렇다. 그렇게 어쩌다가 부채질. 가령, 들었니? 왜 내가 틀린 말 했니? 사실 100 팩트만 100이니까 자긴 책임 없다 그 얘기. 할 말 해야 직성이 풀리시지들. 그러나 듣는 사람 이미 뚜껑 싹 열어놓고 나 몰라라. 만만한 애 골라서 먼저 선발대이자 수색조로써 보내고. 괜찮으면 그때 짜잔~! 이거 먹어봐. 너 죽나 안 죽나 보게. 네가 괜찮으면 나도 좋아. 뭐라고? 
    그러니까 연애도 딱 패턴이 정해져 있다. 궁합 맞다 싶으면 괜찮은데. 뭔가 어긋나도 어긋나는 남녀. 딱 굴러가다 삐그덕거리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 왜 아니겠나. 남자들이 연애하다 중간에 웬만하면 나가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고. 어떻게 어떻게 잘 좀 해서, 어떻게 한번 좀 해 볼까 하다가, 툭하면 듣는 소리가 우리 헤어져. 그래서 큰맘 먹고, 야 너 가라~! 데이트하면 꼬박꼬박 음식점에서 사진 30장 찍어주고, 또 어디로 가서 사진 100장 찍어주고. 뭔 데이트를 하는 게 아니라, 찍사이자 비서를 데리고 다녀. 그러다 줄 듯 말 듯을 만나도 퍼지고, 의전녀 만나도 짜증나고. 
    좌우지간 여자는 웬만해서 선동하지 않고. 주동자 감투는 놈팽이 바지 하나한테 씌워놓고. 일단 관망. 그러다 전망 괜찮으면 재빨리 우르르. 적게 먹고 적게 따고. 한방? 사랑은 한방이다, 에 속아서 여태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는데. (사는 지역)에서 이렇게 썩고 있는데. 또 썩은 미소? 그 썩을 놈을 콱 그냥... 워 워 워! 그런데 또 크게 걸고 크게 잃으라고? 고위험 고배당은, 유혹이야 달콤하지만 보면 혹하니까 고개를 돌리는 것. 그래서 연애도 똑같다. 환승이별 징후를 보이면서 알아서 제 발로 떨어져 나가도록 눈치를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알아듣고 찐따처럼 들러붙고, 따라다니고, 싹싹 빌고. 심지어 하다 하다 빈말을 참말로 알아듣는 상남자도 있고. 뭐? (절레절레) 의전을 위해 남자를 앞에 보내다가, 안전빵이다 재밌다 기쁘다 싶으면 딱 바껴서, 여자가 남자한테 잔말 말고 따라와. 이때, 남자가 눈치없이 앞서가면 숙녀 뚜껑 열리기 딱 좋고. 
    그런데 뭔 말을 하려다가 이 얘기를 한 거지? 소설 줄거리를 풀어놓던가 NB와 친구들 근황 토크를 해야 하는데. 뭔 여자말 번역기 타령을 또 글쎄? 하여간에 못 말려. 그러니까 뭘 해도 안되지. 뭘 해도 재미없어. 그러니까 여자가 없다고. 어? 어찌 됐든 거 나 참, 소설 거 증말 더럽게 재미없네. 말만 더럽게 많다고. 내 참 더러워서 내가 칼럼을 쓰든가 해야지, 원. 에잇 이 짓거리도 못해먹겠네 그려. (몸짓) (몸짓)





    7

    격조 높은 생활비는 쥐꼬리만큼이요, 뭇여성들로부터 받는 인기와 선망 & 늑대로부터 받는 질시는 참새 눈물만큼 찔끔. 아니 것도 다 뻥. 
    모험심 성취 감수성 회복 호기심 점령 환상적인 기대감 정복. 그러나 달콤한 행복감은 불만족? 길게 설명했다만 한마디로 그건 개고생. 
    먹고살려면 돈이나 벌어야지. 그렇게 뚝딱 칼럼 완성. 매번 인터넷으로 보냈는데 이번 칼럼은 중계자인 여성환상 1.5 편집장 사라가 좀 특별한 청탁을 했다. 
    그 칼럼을 인쇄해서 자기한테 주면, 자기가 그걸 어느 월간지에 전달하겠다는 거다. 
    그럼 인쇄를 하려면 그건 다 여성환상 1.5에 있는 거니까 그곳으로 가야 하고. 
    그렇게 그는 여성환상 1.5 사무실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동 수단으로 자신의 웨건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택시를 탔고. 이동 중. 
    틀어진 음악은 고전음악. 
    요한 쉬트라우스 2세 / 오페레타 <박쥐> 중 웃음의 아리아: 여보세요 후작님 & 내가 순진한 시골처녀를 연기할 때. 
   「기사님. 고전음악 듣는 숙녀조차 만나기 어려운 세상.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거 있죠. 허허허.」
   「그런가요? 저는 만나는 숙녀마다, 네? 만나는 족족 다 그 분과인데 이걸 어쩌죠? 제가 아는 쳄발리스트. 아는 동생 플루티스트. 어정쩡한 애정 관계인 일러스트레이터. 기타 등등. 아무래도 제 허풍이 꽤나 듣기 거북하신가 보죠, 선생님?」
   「아닙니다 아닙니다. 전 정말 그런 설변을 심하게 듣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진짜요?」
   「그러겠죠?」
   「이 사람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시네.」
   「선생님이야말로 어영부영 말을 놓으시는군요. 사람 떨리게 말이죠. 먼저 선을 그으면 실례인지 모르겠지만. 초면에 이런 말씀드려도 되려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을 섞은 김에 한말씀드리자면. 음... 뭔 말을 할지 까먹었어요. 뭔가 할 얘기가 있긴 있었는데. 뭐지?」
   「네. 괜찮아요. 그래도 돼요. 왜 안 돼요? 제가 맞춰볼까요? 그럼 생각나실 꺼 아니에요. 저 성적 정체성이 궁금하셨던 거 아닌가요?」
   「네?」
   「깜짝 놀라시기는. 농담이에요.」
   「아니에요. 맞아요. 그래요. 왜냐하면 어젯밤 꿈에 제가 야한 꿈을 꿨거든요.」
   「그래요? 어떤 꿈인데요?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바로 타인의 꿈 얘기 듣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진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시는군요.」
   「그러지 말고. 인심 후하게 예고편만 귀뜸해주시면 안될까요? 어려운 부탁인 줄은 잘 압니다만. 기밀이랄지 민감한 사안은 아닌 듯 사료됩니다만. 아, 직감이 그래요. 단지 그뿐.」
   「아니에요 아니에요. 못 말할 것도 없죠. 아니. 제가 말하고 싶어서 먼저 슥 얘기를 흘린 것일 수도 있죠.」
    그렇게 그는 택시 드라이버와 꿈 얘기를 나눴다. 내용은 이랬다. 
    개꿈 1 2 3... 말도 안되는 단막극이 이어지다가. 짤막한 이야기가 내용은 모르겠고 장면 전환 연속. 
    친구들과 놀러가서... 놀다가... 일행에서 떨어져 나옴. 
    길을 가다 어느 주차장을 보니. 빈 주차장. 
    그런데 텅빈 주차장 가운데 웬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고(남녀 성은 구분 못함). 
    그 뒤로 또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 
    또 장면 전환. 왼쪽 대문 1 안에 여자 1. 오른쪽 대문 2 안에 여자 2. 외국영화 모텔 같이 노출형 복도처럼. 
    투시경처럼 대문 1 안의 여자 1을 보게 되고. 오오 눈부신 여체 여체. 
    몽환적 진행. 얼렁뚱땅 여자 2가 등장. 왼쪽을 향하여 여자 2가 여자 1을 후배위 자세로 사랑의 행위. 자세하진 않고 대충.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목격. 
    그런데 행위 도중 여자 2가 모유인 듯한 액체를 수평으로 막 베이지색 위주이자 연하디 연한 파스텔톤으로 막 뿌림 이쪽저쪽 막 선풍기 회전하듯이. 관계 중에. 모유인지 뭔지가 가슴에서 마치 광고에 나오는 페인트나 물감처럼 쫙 뿌려짐.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목격하는 관찰자는 개 신기. 
    분수녀와 뱀파이어녀를 경험해본 남자는 안다. 무엇을? 그 정량이 장난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그처럼... 그처럼... 하긴 뭐 없진 않을 듯. 
    결국 완전 개꿈이구만! 
   「오오 완전 완전 재밌는데요. 정말 정말 듣고 싶었던 얘기예요.」
   「그건 기사님께서 저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고.」
   「눈치채셨네? 허허허. 그런데 있잖아요. 우리 혹시 구면 아닌가요?」
   「네?」
   「그 왜 있잖아요. 두세 번 식료품점에서 스치듯 마주친 얼굴을 10년 후에 만나도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빵집 주인이 간헐적으로 2년 동안 두세 번만 본 게 다일지라도, 20년 후에 알아보고. 역시나 한두 번만 만난 손님일지라도 미용사가 5년 만에 기억해주는 일. 뜻밖일 수도 있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죠? 그런데 이걸 어쩌나. 저는 손님 얼굴을 그게 언제더라? 빈틈 매꾸자면 바야흐로 20년 만이군요. 아침 출근길. 차는 흰색이던가 검정색이던가 모델명은 레간자. 강변도로에서 차 막힌 상황에서 제 왼쪽 차가 먼저 가다가 왼쪽 빽미러를 치고 가서 빽미러 까진 거. 기억하시죠? 혹시 잊지 않으셨을라나.」
   「놀라지 않았어요. 아저씨 혹시 포토그래픽 기억력 뭐 그런 분인가요?」
   「아니죠 아니죠. 저는 지극히 정상이죠. 웬만한 사람들 그 정도는 다 기억할 껄요? 머머증이나 무슨 신드롬 그 정도 기억력은, 진짜로 비디오로 찍고 하루에 사진 10000장 찍듯이. 엑셀 파일에 모든 걸 저장하듯이 기억하는 게 그거고. 저 정도면 한마디로 정상. 보통. 네? 시내버스에서 서서 조는 학생, 지하철에서 앉아서 침흘리는 숙녀. 딱 1번 보고 지나쳤어도. 30년 40년 50년 지나도 기억해야 정상입니다. 살다 보면 잊고 사는 거 역시나 정상인데. 기억할 게 좀 많은 세상이긴 하지만서두. 기억력 보통 이상인 사람은, 그 정도만 가지고도 30년, 40년, 50년 지다도 다 또렷이 기억하는 법이죠. 인간의 기억력이란 게 그처럼 대단한 동시에, 물론 기억이 왜곡될 수도 있고요. 억지로 짜집기에 곡해하는 일이라고 왜 없겠습니까. 만약 물리적 시각은 지금일지라도 인식 시간표가 옛날이면 딴 게 아니라 그게 바로 타임머신이겠죠.」
   「아저씨. 철학자이시군요. 멋져요. 인정. 동의. 아저씨 말씀이 딱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그러게 말이죠. 제가 다 궁금하네요. 이거 혹시 선생께서 꾸민 일 아닌가요?」
   「이 만남을요? 제가 어떻게!」
   「그럼 제가 범인이란 말씀이세요?」
   「아니 그건 아니고요.」
   「그럼 뭐 프리메이슨의 기막힌 작전이라고 해 둡시다. 아니. 일루미나티던가? 설마 아저씨 그런 거 믿는 거 아니죠? 그렇죠?」
   「당신 혹시 밀본이오?」
   「밀본이 뭔데요? 뭔 뽄드 이름이에요? 아니면 새로 출시된 과자 이름? 아까 무슨 말도 안되는 꿈 얘기를 하시더니. 거 너무 하시는 거 아니오? 이 사람이...! 허허허. 개그가 좀 부적절했네요. 실은 방금 제가 손님을 기억한다는 거. 다 뻥이에요.」
   「네? 전 진짜로 알았는데. 왜냐하면 사실이니까요. 저는 기억날 듯 말 듯해요. 왜냐하면 선생님께서 인상적인 조연으로 단막극, 드라마에서 열연하는 어느 배우의 인상과 꽤 흡사하기 때문이죠. 물론 긴가민가하지만요.」
    그렇게 그는 여성환상 1.5에 도착했다. 





    8

    여성환상 1.5에 가서 원고를 전달하고 어쩌고 일처리는 끝남. 
    아니 있었다. 편집장 사라와 일 얘기만 한 건 아니지. 그렇지. 
   「사라 있잖아.」
   「있긴 뭐가 있어?」
   「아 왜 그래. 평소처럼 해. 거 왜 되지도 않는 연기를 하고 그래? 너 그런 거 안 어울려.」
   「그래? 그럼 말해 봐. 뭔 얘긴데?」
   「내가 아는 남녀가 있거든. 그런데 사겨. 둘이 좋아서 미쳐. 남은 인생을 다 걸라면 걸 테고. 목숨을 주라면 줄 테고.」
   「응. 그래서.」
   「일단 남자는 도날드 여자는 줄리아라고 가정하자고. 편의상 말이지. 편의상. <도날드 + 줄리아 = 환상적인 애인!> 응? 감동적인 사랑.」 
   「응. 그래서.」
   「그런데 그 커플의 정신연령이 낮어. 많이 낮어. 완전 많이.」
   「(검지손가락을 펴서 귀 옆에 갖다 대고 빙글빙글)」
   「아니. 그게 아니라.」
   「(검지손가락을 펴서 코 앞에 갖다대고 시선 집중)」
   「아니야. 아니라고. 어? 그게 아니라. 그냥 순수한 사랑. 고고한 순애보. 맑은 순정. 정결한 연정. 말 그대로 한치의 흠결 없는 사랑이라고. 그 흔한 유행가에 나오듯 생애 단 몇 번 만나는 사랑. 그런데 그 가운데 최고. 응?」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런데 한쪽이 좀 급해. 마음이 조급해. 왜? 왜냐하면 너무 좋아하니까. 완전 홀딱 반한 거지. 미쳐버렸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웬만한, 아니 길가는 여자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돼. 이런 남자 어떠냐고. 친구들 아무한테만 물어봐도 뻔해. 뻔할 뻔자. 걔 사귀자면 사귈래? 거의 1000명이면 1000명의 숙녀가 웬만하면 답하는 말은 뻔해. 뭐라고? 빵끗 웃으며, 땡큐지~ 라고! 그러니까 말이야 도날드가, 도날드가 어마어마하게 잘생겼어. 얼굴천재. 조각미남. 다비드의 현존. 그냥 잘생긴 정도가 아니라. 어디 지역이면 그 지역에서 나올 수 없는 얼굴과 몸매. 어디 지역이면 그 성형외과 의사든 골상학이든 예술가든. 누가 보더라도 최고. 딱 최고. 도날드가 바로 그런 미남이란 말이지. 얼굴만 그런 게 아니라 몸매까지 완전~ 그리스 조각상이라니까. 이탈리아 현지 박물관에 있는 딱 그 조각상이라고.」
   「(눈빛 총총 속눈썹 껌벅껌벅)」
   「그렇게 탐색전이 이어지면서. 남자 도날드는. 남자와 여자가 죽고 못 살듯 서로 사랑하는데. 그럼 아름다운 사랑을 어떤 작품으로 완성하진 못하더라도. 새콤달콤한 행복을 꽃피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단둘이 만나서 커피 1잔쯤은 마셔야 하는 거 아니니? 적어도 1 대 1로 햇볕 쨍쨍하든 말든. 대낮이어도 좋으니까. 만나서 1 대 1로 커피 1잔은 마셔야 하는 거 아니니?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A) 그런데. DONALD는 중간에 딴 여자를 만나. 1주일마다 소개팅을 꼬박꼬박 하는 거지. JULIA의 마음을 시험하려고 달랑 1번만 하는 거도 아니야. DONALD는 소개팅으로 만난 참한 숙녀들을 3번씩 꼬박꼬박 만나. DONALD는 그야말로 G 스폿 열린 거지. 아니. 도날드는 남잔데? 그럼 뭐 환상머신이 작동한 걸로 치자. 그래. 그 신비 버튼 누가 눌렀나는 몰라도. 일단 그래. 
    (B) 뿐이니? 도날드와 줄리아가 애인인데. 다정한 애인인데. 도날드는 하필, JULIA의 친구 Barbara와 단둘이 여행 가네? 단둘이 드라이브하네? 도날드는 줄리아의 친구인 바바라와 단둘이, 술 취해서, 야밤에, 여행지에서, 드라이브? 섹스각이네! 애인 관계인 애인의 여자친구랑 단둘이 놀러가? 미쳤네 미쳤어! 애인만 쏙 빼놓고 친구들끼리 놀러가서, 애인이 멀리 있는 틈을 타서, 단둘이 바람피워? 미친 거 아니야! 캬~! 애인의 여자친구가 최고급 스포츠카도 직접 운전해서 남자한테 꼬리치고. 꼬시고. 그래서 단둘이 만나고. 친구들끼리 여행 가서도 카섹스하고. 으아~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C) 여기서 끝이면 서운하게? DONALD는 결국 전여자친구 비비안까지 만나. 캬~! 그러면서 DONALD는 애인에게 쫑크를 주지. 저주하지. 무시하지. 겁준다고. 면박주는 게 취미. 멸시는 습관. 자긴 1번이면 끝이라면서. 자기는 남자 매춘부처럼, 말하자면 바람둥이처럼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고 다니면서 너는 1번이면 끝이래. 자기는 여전히 현역 플레이보이로써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면서 넌 성모 마리아로 숙녀 인생 영원히 썩어라 그거지. 나는 남자 매춘부이지만 너는 창녀이면 안된데. 그러면서 너는 직업이 비리비리해서 싫데. 너는 집안도 가난하고 연봉도 꾀죄죄해서 싫데. 
    (D) 뿐이니? 회사에서도 불륜. DONALD는 직장 동료들끼리 나이트클럽도 자주 가고. DONALD는 오늘도 소개팅 내일도 소개팅. 그러면서 남녀는 서로 애인이래. 하다 하다 그 애인을 놔둔 채. DONALD는 결혼을 약속한 딴 커플과 더블데이트까지 하네? 그렇게 또 딴년과 카섹스를 하네? 캬~! 
    (E) 그렇다고 JULIA가 DONALD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받지 않고. 받지 않고.
    (F) 그렇게 계속 DONALD는 전여자친구도 만나고. 스토커랑도 통화하고. 회사에서 불륜. 딴년이랑 카섹스. 또 다른 딴년이랑 드라이브 데이트. 또 다른 딴년이랑 영화 보고. 오늘도 전여자친구 비비안이 집 앞에서 기다리더라면서 자랑하고 뻐기고 튕기고. 언년인지 몰라도 상대 바꿔가면서 심심하면 카섹스. 어? 아예 혼자 사는 숙녀들 집에 툭하면, 심심하면 들락날락. 
    (G) 그처럼 DONALD는 JULIA를 보험으로 딱 남겨놓고. 확실한 정실감이니까 어디 도망 못 가도록 꽉 붙들어놓고. 여자 A부터 Z까지. 여자 a~z까지 막 만나면서 여자 맛을 알게 된 거지. 분수녀. 떨림녀. 교성녀. 기타 등등. 우아한 육덕녀. 고혹적인 중년 아줌마. 영계. 걸레. 고급 마담. 유부녀. 처녀. 술집 여자. 바텐더. 웨이트리스. 유니폼녀. 막 만나. 다 만나. 아무나 만나. 아무 여자한테나 다 몸과 마음을 바쳐. 요즘 세상 또 혼자 사는 여자가 좀 많니? 남녀가 연애하면서 진도 뺄 때. 플레이보이는 조수석에 여자 태우면 그건 말 다 한 거 아니니? 그런데 그와 똑같이. 도날드는 이 여자 저 여자, 혼자 사는 숙녀들 집에 막 들어가. 내 남자가 자기 차 조수석에 딴년이 앉는 걸 허락하지 않는 모습. 여자들이 그 얼마나 떨려하는 사랑의 예법인데. 사랑하는 애인을 놔두고서 딴 남자 조수석에 막 타면서 카섹스 즐기는 걸레가 있을 수도 있듯. 사랑하는 애인을 놔두고서, 딴 여자들 혼자 사는 숙녀들 집에 막 들어가서 하룻밤 풋사랑. 응? 비유하자면 딱 그거. 캬~~~! 짜릿한 쾌락마만 딱 골라서. 그처럼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즐기고 끝이 없었던 도날드. 응? 캬~~! 
    (H) 그래도 도날드는 여전히 줄리아에게 그루밍 그루밍. 나 도날드는 딴년들이랑 매번 카섹스 한 거 알고 있지? 아니 모르니 줄리아야? 이 머저리 밥통 바보퉁이 등신아! 난 오늘도 전여자친구인 비비안 만났어. 왜 기분 나쁘니? 약해. 아직 약해. 나 저번주에는 엘리자베스 만났다 너? 나 이번주에 크리스탈 만날 꺼야. 그런데 이걸 어쩌니, 에밀리는 나 좋다면서 꽃 들고 쫓아다니는데. 뿐만 아니라 얘~ 로즈마리 그년은 나 만나면 그날은 왜 하필 속옷 입는 걸 까먹고 나와. 이게 말이 되니? 응? 그러지 말고 내가 걔한테 팬티 선물하는 건 어떨까? 응? 이게 말이 되냔 말이지 내 말은. 응? 
    그런데 너 표정이 그게 뭐니? 응? 오늘 너 완전 똥 씹은 표정인 거 아니 모르니? 
    거 무슨 저녁 굶은 시어미 상(相)이야 뭐야. 어? 아니. 정말로 바지에 똥쌌니? 그랬니?
    설마, 너 바지에, 진짜로 똥 쌌니? 그러니? 와 대박! 와우 소름! 너 원래 바지에 똥 싸는 애였니? 자주 그러니? 정말? 
    (I) 그런데 결정적으로 여자 줄리아는 가난해. 많이 가난해. 희망은 있어. 그런데 희망만 있어. 심성이 밝아. 착해. 정체성이 복잡한 거야 넘어가고. 그래서 정실감으로 혹시 모르니까. 도날드는 줄리아를 계속 협박해. 나 곧 떠난다. 나 곧 딴 여자랑 결혼할 거다. 너 가난하니? 돈 없니? 내 전 여자친구가 어땠는지 들었니? 못 들었니? 내 전 여자친구는, 나와 걸맞지 않게, 정말 못생겼는데 돈만 많았어. 응? 돈지랄! 돈만 많기로 왕지락이었지. 난 그런 여자 좋아해. 돈만 많으면 다 OK. 나만 좋아해주면 딴 거 아무것도 안 봐. 그래서 너 돈 있어 없어. 없으면 꺼져. 가서 급전을 땡기든. 몸을 팔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돈 없으면 꺼져. 협박 협박. 줄리아는 아주 그냥 미쳐버리는 거지. 카섹스 하나로도 미쳐버리는데. 참는 데도 분수가 있지 글쎄. 
    혼자 사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를, 자기 집에 초대하면. 뭔 말 더 해야 하니?
    그런데 그런 일이 한두 번이게?」





    9

   「그거 실화니?」
   「어.」
   「그 남자 망할 놈이네.」
   「또 있어. 도날드의 친구인 세바스찬. 세바스찬까지 나서서, 줄리아에게 꺼지라 그래. 찐따처럼 들러붙지 말고 그만 떨어지라고. 싸구려 뽄드처럼 질척거리지 말라 그 말이지. 왜 그리 껄떡거리냐면서! 어? 완전 추접스럽다 그 말이지. 그 도날드의 친구 세바스찬이 또 가관이야. 하이에나 중의 하이에나. 그런데 또 걔 애인마저 암컷 싸움닭. 그래서 걔네는 치정 직전까지 가는 더러운 사랑 추접스러운 연애. 그런데 도날드는, 줄리아의 여자친구들을 따먹으려고, 1 대 1로 각개 격파하듯이, 꼬박꼬박~ 정성스럽게 데이트. 줄리아 몰래몰래! 딴년을 만나는 건 다 따로따로 꼬박꼬박 만나고. 왜 하필 줄리아의 친구까지 만나서 따먹어 따먹긴? 거 미친 거 아니야? 제정신이야? 사람이야? 그래서 카섹스 해서 꿀꺽 따먹고. 계속 그 패턴만 내내 반복.」
   「썩을 놈이구만.」
   「아무튼 편의상 가명이 그렇다는 거 알아두고.」 
   「편의상이든 어쨌든. 방울을 달든가 기저귀를 채우든가 그래야겠구만.」
   「또 있어. 도날드는 다니던 회사에 소문 다 났어. 치마만 둘렀단 하면 여자에 환장하는 놈이라고. 하필 제일 못생긴 손님이 도날드를 따라다녔거든. 집에 쫓아가고. 회사에 찾아오고. 스토커 중의 스토커. 그렇게 단 몇 번 여자가 정성을 들이니까. 도날드는 넙쭉 넘어갔어. 좋다면서. 그래서 공식적으로 사귀었지. 주변에 소문 다 내고. 집안끼리도 인사하고. 한마디로 여자는 붙어도 붙어도 딱 그 분과. 완전히 못생긴 꽝녀! 여자는 꼴값 도날드는 캬~ 얼굴값! 그런데 여자가 준비하는 국제시험이 있었거든. 그거 합격하면 펠라치오랑 커닐링구스를 완전 정성스럽게 해 주기로 딱 약속하고. 그때까지만 진한 사랑은 꾹 참기로 하고. 그래서 지갑 속에 서로 사진 간직하고. 만날 때마다 코스는 딱 정해져 있고. 주말 데이트를 하면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밥 먹고, 백화점에서 손 잡고 데이트하고. 전화 통화하고 전화 통화하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데려다주고. 회사에 또 찾아오고 찾아오고.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평상시에 애인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기념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고. 크리스마스에 뭐할까 뭐할까. 첫경험은 언제 할까 언제 할까. 첫 키스는 이미 했나 이미 했나. 얼굴 다 팔리고. 회사에 소문 쫙 나고. 한마디로 그 도날드가 미남 중의 미남이거든. 그 어떤 여자가 봐도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뭐랄까... 그래 마네킹. 인형. 응? 조각 미남. 이렇게 보면 요정 저렇게 봐도 다비드 상. 응? 그래서 회사의 온갖 여직원들이 그분을 흠모하면 꼬리치고 유혹하고. 웬만한 숙녀는 숙녀는 침 질질 어디 벌렁벌렁. 난리도 아니야 난리도 아니라고. 여자들 아조 그냥 미쳐버린다니까 그러시네. 다 그냥 질질 싸고 질질 흘리는 거지. 
    그런데 뭘? 
    흐흠. 허허. 이어가자면. 막 그냥 여자들 환장한다고. 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 주변에서 소개도 얼마나 많이 받았는데. 사귀지만 않았지 만나본 숙녀가 도대체 얼만데. 그런데 하필 도날드는 제일 못생긴 손님과 딱 사귀네? 손쉽게 넘어가네? 홀딱 빠지네? 회사 여직원들 죄다 뒤통수 잡았다지 뭐래니. 
    수증기 푸쉭푸쉭. 커피포트 아주 그냥 돌아버리는 거지 딱 돌아버리는 거라고. 안 그러게 생겼니? 
    회사에 소문 쫙 퍼졌어. 돈 많은 재치한테 넘어갔다고. 창피한 줄도 모른다고. 더럽다고.
    그러면서 도날드는 애인 줄리아에게 계속 그루밍 그루밍. 그루밍 그루밍. 
    여자가 자기 좋아하는 거 아니까 아주 그냥 막사는 거지 막살아.
    이건 뭔 양다리도 아니고 개걸레. 남자 매춘부. 남자 창녀지.
    그렇다고 여자를 놔주는 것도 아니고. 계속 그루밍 그루밍.
    그렇게나 남자라면 환장하는 년이 뭐, 
    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에요?
    나 꽃이야 좋아하시네.」
   「」
    ............
   「자, 얘기를 듣고 보니. 어떠니? 어떻게 생각하니? 응?
    (1) 남자 자동차 조수석에 신난다고 타는 여자 
    (2) 혼자 사는 여자 집에 초대받아 놀러가는 남자
    결국 (1) = (2)인 것! 1과 2가 어찌 다를 수 있나. 안 그런가? 
    그런데,
    도날드는, (1)을 술 안 취해서 낮에도. 술 취해서 밤에도. 
    도날드는, (1)을 아는 숙녀와도. 모르는 여자와도. 
    도날드는, (2)를 술 안 취해서 낮에도. 술 취해서 밤에도.
    도날드는, (2)를 여자가 혼자 있을 때 방문도. 여자와 함께 방문도. 
    물론 (1)과 (2). 둘 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단둘뿐이 모르고. 
    물론 단둘이 입 닫으면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거고. 응? 
    도날드는 다 했어 다 했다고. 한두 명도 아니고. 
    삑사리 나면 절대 안되므로, 따라서 의견 일치시키기로 협약. 
    그다음 그걸 잘 지키기만 하면 둘만의 비밀이요, 은밀한 사랑. 
    또는 아름다운 불륜? 어쨌든 남몰래 더티러브 완성. 
    그러나, 줄리아의 사랑만, 미완성. 
    그렇게 도날드가 청순한 처녀 혼자 사는 집에 들락거린 일. 
    게다가 한두 번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냉동참치가 아니라 오직 날것으로만!
    도날드는 그야말로 타고난 텐미닛이라니까 그러시네. 눈빛만 쏘면 다 넘어와. 
    적극적인 애교녀들만 골라서. 심지어 저돌적인 미녀만 딱 골라서. 
    아 글쎄 여자들이 좋다고 난리고, 숙녀들 죄다 환장하며 매달리는데? 
    그렇듯 집요한 떨림녀 분수녀 교성녀 그 절정녀들로만 딱 골라서. 
    매번 혼자 사는 숙녀 집에 들락날락! 
    (남녀 역할 바꾼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녀는. 그녀들은 것도 숨겼어. 
    이 남자 저 남자 슈퍼카들 조수석에 막 타고 다닌 거 싹 다 숨겼다고).
    ............
    배꼽을 맞췄을까 맞추지 않았을까! 
    아랫배를 서로 맞춰봤든 아니든. 
    배꼽이든 아랫배든 뭐든지 다 짝짜꿍 맞춰보고 
    그다음에 시치미떼기로 딱 입을 맞춘 건 아닐까. 
    단둘이 잡아떼기로 딱 맹세하면. 그럼 다네?
    고문하지 않는 이상 어떤 바보가 제 입으로 실토하겠냐고. 
    고문? 물고문? 성고문? 다른 고문? 희망 고문? 간지럽히기? 발바닥? 옆구리? 겨드랑이? 넘어가고! 
    심지어 무덤까지 그 비밀 안고 갈 상대가 어디 한두 명이었게?
    그럼 줄리아는 도대체 뭐가 되는 것일까. 
    잤냐 안 잤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늘. (절레절레)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날드는 줄리아에게 그랬지. 
    어디서 버러지 만도 못한 촌놈 주제에 감히 다비드를 넘봐? ~라면서! 
    그래도 그대가 좋다고. 그대를 열렬히 사랑한다면서 일편단심 가슴 졸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날드는 줄리아에게 그랬지. 
    너 같은 촌년은 남이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 같은 똥파리나 만날 것이지, 
    어디다 눈독 들이냐. 이러니까 촌년들은 잘해주면 안된다니까. 
    쫌만 잘해주면 남자가 지 좋아하는 줄 알어. 미친년들! 
    설마 늬까짓 암캐 주제에 감히 날 좋아해도 된다고 착각한 건 아니지? 그렇지? 
    넌 거울도 안 보니? 그러니? 이미 벌레 먹고 썩은 과일 주제에. 뭐가 어쩌고 어째?
    에라~ 찐따 머저리 불여우야. 가서 똥바가지나 뒤집어 써라. 이 발정난 암코양이야. 
    그처럼 쫑크 주고 망신 사고 모욕적이었는데. 
    그래도 줄리아는. I LOVE YOU 도날드! 어? 
    ............
    이건 뭘까? 정말 뭘까! 도대체 뭐냐고. 
    DONALD + JULIA = ♡? 
    그게 사랑이야? 응? 
    도날드 + 줄리아 = 사랑? 
    그게 말이 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어딨어? 야! 걔 어딨어? 내 이 인간을 콱 그냥. 야! 가서 몽키스패너 갖고 와. 아니다. 야, 가서 오함마. 아, 슬레지해머 특대 사이즈로 가져와라. 초대형으로.」
   「야 야. 사라 사라. 참어 참어. 어? 참어. 딱 참어. 늬가 참지 누가 참니? 응?」
   「장난이야. 그런 걸레는 좋아할 가치가 없어. 가라 그래. 
    뭐 내가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됐어? 그다음 그다음. 말해봐 말해봐. 어서어서> ~라고 말할 줄 알았니?
    에잇. 못 들을 걸 들어서 재수없다야. 에잇!
    그런 더러운 얘기 더 할 거면. 어? 
    야! 너 가라~! 꺼져. 닥치고 꺼져. 어? 안 꺼져?
    이런 삐─── 삐─── 삐────────────!」





    10

    다음 날. 
    평소처럼 출근하고. 일과 이어지다가 쉬는 시간. 
    외롭고 재미없고 고독하기로 따라올 사람은 엄청 많고. 그래서 그는 하던 공상 마저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주제는 가위눌림. 뭐 가위 눌림? 
    생애 통틀어 딱 1번 가위 눌림 엇비슷한 경험. 완전 괴상한 경험인데 아주 확실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불확실하지도 않고. 19살? 20살? 대충 그쯤. 세 들어 살던 저택. 허름해서 집세는 쌌고. 정원이 매우 길다란 긴 직사각형 구조 2층 집. 내부는 현관-거실-큰방1-큰방2. 그런데 큰방 2가 원래는 실내 수영장이었다가 그걸 매꿔서 큰방 2가 됨. 어느 날 큰방 1 안에 있는 침대. 벽 모서리에 침대가 위치하고. 그 침대 위가 아니라 옆 아니 밑, 그러니까 침대와 수직으로 누워 바닥에서 낮잠 자던 중. 일명 유체이탈. 당연히 본인은 거울녀도 아니고 막 그래서 유체이탈되어 날 찬찬히 관찰하진 않았고. 멀리 돌아다닐 수는 없었고. 단 얼마 동안만 느낀 기분? 오오 몸이 안 움직여진다, 아아 그런데 내가 내 몸에서 심신분리됐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그렇지만 완전히 유령이 되어 이성적으로 물건을 만지고, 물질적으로 말을 하고 듣고, 의지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고. 그냥 그러다 가위눌림은 끝났고. 딱 1번뿐. 괴상한 경험이긴 했다만 차라리 야한 꿈이 낫긴 나았네. 
    그런데 실내 수영장을 메꿨고, 침대가 있었고. 그 사이에 뭔 마가 끼었나? 점보면 용한 점쟁이가 뭘 지어내려나 갸우뚱갸우뚱. 





    11

    책망은 몰래 하고 칭찬은 알게 하랬다. 그런데 지적질 쉬쉬하며 잔소리하면 뒷담화요, 립서비스에 후하면 약 올리기. 뭐 어쩌라고요! 하여 참견도 사람 봐 가면서. 어디서 지적이야 너나 잘해! 너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너가 그러니까 뭘 해도 재미가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알아? 꼴에 눈은 높아가지구 말이야. 뭐? 뭐라고? 왜 더 해 줘? 해 주라면 해 주고! 빻은 메주에 찐 붕어 같은 놈. 뭐가 어쩌고 어째? 못생긴 생선 대가리 같은 놈. 뭐라고? 
    여자들처럼 친구의 단점을 칭찬하고 내 장점을 자기 비하하진 않았으나. 그러나 NB는 최근 기고했던 괜한 칼럼들 때문에 원성이 이만 저만 들끓은 게 아니었다. 물론 그건 과장된 거고. 뭐랄까 목소리 큰 놈이 장땡이다 같은 시장판 개싸움처럼 꼬인 세상사를 꼬집은 거 가지고. 교양을 바로 아는 것, 잘못된 상식을 깨는 것. 전자와 후자는 엄연히 다른 문제.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둘 다 못하면? 둘 다 개굴개굴 응애응애 삐악삐악 소녀갬성이면? 참말로 못 봐주겠다는 심정으로 옳은 얘기 좀 한 거 가지고. 그거 가지고 속마음을 숨겨야지 판도라의 상자를 속 시원하게 열어버리면 정말 어떡하냐 라는 핀잔. 그걸 누가 통쾌하다며 감탄하겠냐는 딴지. 전혀 상쾌하지도 그다지 아름답지도 못하다는 조롱. 다름 아니라 여성환상 1.5 편집장인 사라에게 들었던 것이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 대부분 선량하고 다정하고. 그래도 날로먹고 벗겨먹고 숙성되기도 전에 덥석 물어가는 놈이 임자고. 빡빡 우기고. 따박따박 더 우기고. 재수없고. 꼴 보기 싫고. 남의 다리 피나게 긁기나 하고. 죄다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물개박수만 받으려고 하고.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스승이고. 늑대가 늙으니 까마귀가 등에 올라타고. 그래서 똑소리~나는 칼럼 몇 편 연재한 것뿐인데. 양심에 찔리시는 분들이 있긴 있었나. 없었나. 뻥인가. 거짓인가. 연기인가. 
    결국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마라마저도 NB를 업신여겼다. 그게 뭐냐고. 그것도 칼럼이냐고. 그게 칼럼이면 동네 꼬마들 죄다 피카소라고. 늬가 칼럼니스트면 칼럼니스트 아닌 사람이 없겠다고. 그렇게 개 풀 뜯어먹는 소리만 나불댈 꺼면 가서 좋게 소파에 자빠져 잠이나 자라는 둥, 냉수 마시고 속 차리라는 둥. 헤엄치는 자 제 등 보지 못하는 요지경 같은 세상에 쓴소리 좀 한 거 가지고 말이야. (절레절레). 강자가 웅변하면 찍소리도 못하고 쥐구멍에서 나올 생각도 안하면서. 개구멍에 환상머신을 초대할 궁리나 하면서. 심심하면 사랑의 행운과 짝짝꿍 벌일 일만 상상하면서 그게 뭐냐고. 전설적인 테너의 아리아를 들어도 감흥은 예전 같지 않고. 안되겠다. 
    그래서 그는 무턱대고 밖으로 나갔다. 뭐야, 그런데 갈 데가 없네? 
    그는 갈 데가 없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발길은 그곳으로 향했다. 최근 아지트로 친구들이 심심치 않게 모이는 당구장으로 말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당구장 도착. 
    오늘도 당구장은 고전음악을 틀었다. 
    헨델 /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크게 기뻐하라, 오 시온의 딸이여
    벽면에 걸린 명화는 뭘로 교체됐지? 앙리 마티스의 1936년 작 젊은 여인이구나.
    당구대의 무게는 1톤. 맞나? 대충 오차가 크든 작든 넘어가는 걸로. 
    그렇게 딱 연습을 시작하려던 찰나. 
    어딘가 모르게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바꼈다. 시작도 전에 싫증이 나는 듯해서 꽤나 찜찜했던 것이다. 
    하여 바로 근처에 있는 록 볼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혼자서 볼링 치긴 좀 뭐하고. 오락기에서 오락도 하고. 카드 게임도 하고. 음료수 마시면서 바텐더와 농담 따먹기도 하고. 
    그러던 찰나. 
   「어? 이게 누구야! 아니 어쩐 일로?」
   「어쩐 일은. 자네는 어인 일로 왔나.」
   「그냥 심심해서. 그러는 자넨 어떻게 왔냐니까?」  마크는 그렇게 말했다. 
   「왜 내가 못 올 데 왔나? 허허허. 마음이 심란해서.」
   「고독한가? 외로워마시게. 왜냐하면 나는 더 외로우니까. 들었지?」
   「들어? 듣긴 뭘 들어.」
   「아 안 들었겠네. 나 쓸쓸하다는 거. 너무 적적해 친구. 그래서 이렇게 만나니 더더욱 반갑구먼 그래. 허허.」
   「그런가? 많이 참고 있는 거 같네 그려.」
   「그래 많이 참고 있어. 참아? 그런데 뭘 참아. 뭐든지 참다가 풀다가 뭐 사는 게 그런 거지.」
   「이해해. 쥐구멍에 볕들 날이 있을 거야. 뭐? 그건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더군다나 자네가 쥐란 말도 아니야. 오히려 나라면 모를까.」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네.」
   「뭘 말인가?」
   「그거. 줄거리만 요약하자면 이렇다네. 내가 저번에 샬럿을 만났거든. 그런데 샬럿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살짝 샬럿이 빈정상했어. 나도 이주 개미 쥐똥만큼 기분 나빴고. 그러다 내가 찔끔 샬럿을 달래줬고. 그렇게 샬럿이 안녕하며 갔어. 그런데 다시 돌아오네? 돌아와서 하는 말이 글쎄. 사랑은 그런 게 아니라나 뭐라나. 뭔 놈의 사랑? 그래서 나는, 넌 내 타입이 아니야, 라고 말해줄까 말까 살짝 고민했어. 그러다 또 샬럿이 그러더군. 다분히 탐닉해도 나쁘지 않을 꽤 괜찮은 오락거리 뭐 아는 거 있녜. 응? 그래서 난 모른다 그랬지. 그래서 샬럿은 그것도 모르냐면서 날 마구 핀잔 주네? 난 참았지. 꾹 참았지. 그러다 다시 샬럿은 내게 말했어. 무슨 괜찮은 껀수 없녜. 그래서 내 그랬지. 껀수? 그런 게 어딨어. 냉큼 꺼져. ~라고 으름장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허허. 그래서 내가 쓱 떠봤지. 혹시 연애질 그런 거 말하냐면서, 내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 참 좋은 사람이다, 정말 괜찮은 남자다, 소개시켜 주고 싶은데, 만나볼 의향이 있냐! ~라고 물어봤지. 적어도 뻔트 잘하면 홈런감이라고 운을 막 띄웠단 말일세. 막 그런 얘길 듣고 샬럿이 뭐라 했는 줄 아나?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
   「뭐라 했는데?」
   「뭐라 하긴. 그러니까 오빠가 여자가 없는 거야. 에라 이 인간아.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알아? 바로 그래서 늬가 뭘 해도 재미가 없어 이 발정기 늑대야. ~라면서 따금하게 혼내면서 딱 나가네. 그러다 갑자기 뒤돌아서서. 나보고 그러더군.」
   「뭐라 했는데?」
   「나보고 신발을 벗어보래. 내가 그랬지, 왜? 잔말 말고 벗어보래. 그래서 벗었어. 그러더니 양말도 벗어보래. 내가 그랬지, 왜? 닥치고 벗어보래. 그래서 벗었어. 그랬더니 내 발가락이 3개네? 난 허걱 놀랬지.」
   「그래서 어떻게 됐나?」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내 없어진 발가락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지.」
   「그런 얘길 듣고 그년은, 아니 숙녀 샬럿은 뭐라던가.」
   「자기가 안 가져갔데. 그러면서 손으로 (딱) 소리를 냈던가. 그러면서 저쪽을 손가락을 가리키는 거야. 난 봤지. 다시 무슨 듀퐁인지 뭔 구닥다리 골동품을 꺼내서 핑~ 효과음을 들려주네? 그런 다음 또 저쪽을 가리켜. 이년이 누구 똥개 훈련시키나, 라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봤어. 그런 다음 다시 내 눈을 쳐다보면서 (딱) 소리를 내는 거야. 그러면서 눈짓하더군. 내 발을 다시 보란 그 말이지 뭐겠어.」
   「그래서 어떻게 됐나?」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되겠나 친구. 발가락은 다시 생겼어.」
   「정말?」
   「그래. 정말이라니까. 왜 거짓말 같나?」
   「아니. 재미없어. 실은 나도 샬럿으로부터 똑같은 마술을 당했거든.」
   「뭐 자네도? 난 자네가 그래도 샬럿이랑 꽤 친하다길래, 언제 만나면 물어볼까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
   「그래.」
   「그런데 우리가 꼭 샬럿의 속임수를 끝까지 알아내야 하는 걸까?」
   「그야 뭐 반드시 알아낼 필요까진 없겠지?」
   「잘 생각했네.」
   「고맙네 친구. 자네밖에 없어. 허허허.」
   「너도 알지?」
   「뭘 말인가?」
   「샬럿이 자넬 많이 좋아한다는 거.」
   「내가 알기로는 자넬 좋아하는 거 같은데? 자네 조심하게. 샬럿 그년 남자 더럽게 밝혀. 한번 기 빨리면, 걔한테 기 제대로 빨리면. 어? 감당 안될 걸세. 내 경고했네. 알겠나?」
   「그런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우리끼리 너무 설레발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알게 뭐야. 허허허」





    12

    요한 밥티스트 반할. Stabat Mater in f minor
    NB는 일하려고 집중하던 중.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샬럿의 믿기지 않는 요술이 차마 잊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럴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는 친구들 중에 이런 일에 일가견이 있는 톰을 만나기로 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톰과 카페에서 만남.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장엄 미사. 
   「톰. 너 원래 이런 노래 좋아하니? 아니면 카페 아르바이트가 손님 없다고 지맘대로 유행가 끈 거 아니야?」
   「그런 넌 이런 노래 싫어하니?」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뭐라고나 할까, 연인끼리 생일잔치를 단둘이 조촐히 하는 순간이라면 좀 그렇다 그거지.」
   「여기 손님이 지금 너랑 나 말고 더 있니?」
   「(뚤레뚤레)」
   「불완전한 사랑은 대부분 불순한 동기에서 시작되고, 불미스러움에 기인하여 진행되다가, 싱겁게 끝나는 것. 
    ~라는 말 같지도 않은 얘기할 꺼면. 딴 데 가서 알아보고. 시적인 남자 지적인 오빠를 좋아하는 숙녀들이야, 아 나 이거 정말 또 여자 얘기? 우리 제발 그만 좀 하자. 어? 여자 얘기 그만 좀 하면 안되겠니? 응?」
   「뭘 그만해? 그 이야기 늬가 꺼냈잖아?」
   「아 그래? 그럼 자중하고. 뭐 그건 그렇고. 만나자고 한 용건이 뭐야? 우리는 남자. 남자 대 남자로 꼭 대화해야 된다, 라는 건 아니지만. 너 나 알지? 전화받으면 내가 하는 말. 왜 전화했냐는 정공법. 어?」
   「너가 혹시 아나 해서.」
   「내가? 뭘? 진한 사랑 중에 모유 나오는 거? 아님 겨자 뿌리고 케첩 진짜 케찹 뿌리고, 막 주방의 그 오일이랑 그런 거 뿌려가면서. 그런 거 그냥 경험상 한 번쯤 해 보고 싶었다는 여자 얘기? 또 그놈의 여자 얘기.」
   「여자 얘기 늬가 꺼냈거든.」
   「아 맞다 맞다.」
   「톰. 나 샬럿한테 당했어.」
   「당해? 뭘 당해? 뭔지 몰라도, 나도 당하고 싶다. 뭔지는 모르지만.」
   「아 쫌! 장난 아니야. 진짜야.」
    중간 건너뛰고.
    NB는 자초지종을 톰에게 모두 설명했다.
    중간 건너뛰고.
   「샬럿이 그런 애였니? 지가 마녀야 뭐야!」
   「그런 넌 난봉꾼이야 뭐야. 중요한 건 그 얘기가 아니고.」
   「중요한 건 그 얘기가 아니고.」
   「아 쫌 따라하지 말고.」
   「아 쫌 따라하지 말고.」
   「」
   「알았어. 알았어.」
   「샬럿한테 당한 애가 나뿐만이 아니라는 거야. 바로, 톰도 당했어. 똑같은 거.」
   「실은 있지. 나도 당했어.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 뻥, 아니라고.」
   「진짜?」
   「샬럿 그년이? 지가 무슨 셀레나 고메즈야 뭐야!」
   「지가 뭐 기고 날아봐야, 케이티 페리야 뭐야.」
   「야. 그러지 말고. 가서 맞짱 뜰까? 샬럿 싸움 잘해?」
   「샬럿 여자잖아. 그건 그렇고. 넌 싸움 잘해? 늬가 무슨 져스틴 비버냐!」
   「져스틴 비버?」
   「그래. 져스틴 비버가 저번에 그랬잖아. 야 톰 크루즈. 늬가 연예인 싸움 순위 톱 3 안에 든다고? 넌 늙었어. 내가 최고야! 내가 아무리 골체미를 자랑한다고 할지라도. 넌 나한테 안돼. 라스베가스 호텔 최고급 특설링에서, 우리 속 시원하게, 한판 붙자. 어? 화끈하게, 어? 남자답게, 어?」
   「정말 그랬다고?」
   「그 얘기 늬가 나한테 해줬거든. 싸움에 체급이 어째서 있고. 왜 선수들이 유럽 명문 구단에서 뛰다가, 슬슬 2부 리그 3부 리그 그렇게 내려가는지. 그런 잔지식 상식 교양. 다 늬가 나한테 얘기해준다고. 왜? 넌 더럽게 말 많은 놈이거든. 너 혹시 딴 데 가서 나 흉본 거 아니니? 이따금 내 귀가 간지러운 거 보면 뭔가 의심스럽단 말이야. 응? 너 고자질 못 끊었냐. 그거 누구한테 배웠는데. 뭐, 하워드?」
   「이 자식이 어디서 이간질이야. 어? 너 한번 혼나 볼래?」
   「워 워 워.」
   「워 워 워는 뭐가 워 워 워야. 내가 말이야? 어? 히잉히잉 내가 말이냐고!」
   「아니. 당나귀. 귀만 이따만 한데. 마권 업주가 안 좋아하는 조랑말. 행복업을 사랑하는 경마 애호가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퇴물.」
   「뭐?」
   「아님, 종마?」
   「종마? 종마가 뭐하는 말인데?」
   「넌 것도 모르냐. 집에 가서 검색해 봐.」
    당장 핸드폰으로 검색.
   「이 자식이......!」
   「농담이야 농담. 너 안 본 사이에 많이 성질 죽었다며. 이제 옛날처럼 욱 안 한다며. 상스런 말도 다 잊었다며. 그런데 지금 이건 뭐야?」
   「뭐긴 뭐야. 너가 자꾸 날 짜증나게 하잖아?」
   「논점 흐리지 말고. 아 장난 그만 좀 해 인마.」
   「어쨌든.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그럼. 샬럿에게 당한 놈이 총 3명. 너. 나. 아리아나 그란데.」
   「아니. 드웨인 존슨. 상남자. 캬~! 어? 크리스찬 호나우두, 말벅지! 어? 캬~!」 
   「뭐 꿀벅지?」
   「뭐? 그런데 들었니? 엇그제 컨디션 안 좋아서 호나우두 개 발 됐다는 거. 뉴스 헤드라인 기가 막혔다. 또 있다. 저번에 테니스의 황제 페더러. 컨디션 안 좋으니까 120위권이던가 150위권이던가 보도 듣도 못한 무명한테 발렸잖아. 그래서 개상 죽상 울상돼서 퇴장하는데, 승자가 히죽히죽 웃던 장면. 카메라 기자들이 기가 막히게 딱 찍었잖아. 아아 (절레절레)!」
   「또 있어.」
   「뭔데?」
   「C. 호나우두 여자 설. 걔가 여자라는 일설이 있어.」
   「그건 또 뭐야?」
   「긱스 왈 "호날두는 메시가 골을 넣으면 TV를 꺼버려요"」
   「허허. 메시는 암말도 안 하는데 걘 대체 왜 그런다니? 트로피도 많고. 성과 뚜렷하고. 성적 여전하고. 하여간에 있는 놈들이 더 한 다니까. 엑스맨 실존설이야 뭐야. 뭐 지구 동공설? 또 그놈의 달 착륙 조작설? 외계인 일루미나티? 재밌긴 재밌다만. 실없는 얘기는 이쯤 줄이자. 아무튼 우리가 이 일을 그만 넘어가서는 안돼. 그럼. 그렇고 말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너도?」
    하이파이브. 
    한 번 더. 
    하이 파이브.





    13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일까? 간사한 아첨꾼일 것인가, 아니면 사랑스러운 낭만주의자를 고집할 텐가. 그러니까 말이지 이를 테면 말이다, 음 가만있자. 말하자면 귀여운 강아지처럼 꼬리 살살 흔들면서 비위 맞추고 아부하며 호응하기. 알고 봤더니 살쾡이 중의 살쾡이인데 개처럼 꼬리 살살 흔들면서 개처럼. 그런데 왜? 뭐한다고 이처럼 슬슬 감고 살살 당기고 날 띄워주지? 
    자, 속마음을 은근슬쩍 엿보자면. 흠모한다는 듯한 말을 까고, 발랑 까고, 친하고 싶다는 신호의 달콤한 포장지를 벗기고 나니. 어라~! 자, 의중을 딱 발가벗겨 보니. 실오라기 하나 없이. 어느 콘서트장 무대에 수북이~ 쌓인다는 그거까지 모두 딱 발가벗겨 보니. 허심탄회하게 본심을 빼도 박도 못하도록 측정하고 보니. 허허. 허허허. 거 선생께서 나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구만 그래. 여자면 자기 순위권에 들고 싶다면야 썩 마다하지 않겠다는 거고. 남자라면 서로 목적 견주고 성과 따지자는 거고. 어? 날 좋아하는 호감이면 여자말 번역기. 나 기분 좋으라는 빈말이면 가식. 그래서 립 서비스 건너뛰고 남자 대 남자로 얘기하자는 직접화법이면 화끈해서 좋고. 딱 쿨하고! 뭐 다혈질? 으쌰으쌰 기분파면 재밌기는 한데, 간혹 빈말 못 알아들는 철부지면 귀찮아지고. 
    아무튼 뭐든지 본론은 옷으로, 예의로, 관례이자 허식으로 감추어져 있는 것. 실상 뜸들이기 건너뛰면 재미없고. 사랑은 곧 그리움. 그래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일쑤니까 기성복이 비싼 것. TV에 나오는 게 다 그거. 백화점에서 파는 소비제도 그거. 집착했다가 미련한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멜로드라마. 특유의 진행 패턴이 불변하는 할리퀸 문고. 시시콜콜한 TV 드라마 대사. 너 나 좋아하니? 나 좋아하지 마라! 그런 드라마를 결코 싫어할 수 없는 여자 여자. 일평생 목숨 걸고 일편단심으로 오직 나만을 떠받들 거 아니면 저리 가라, 넌 절대로 그럴 위인이 못된다 라는 직감이 발달한 숙녀. 그런 도도한 여자들이 나오는 드라마. 어? 닭살 닭살! 거북하고 거북하고. 간지러운 멜로 장르 절대 못 보는 남자 남자. 캬~, 어? 상남자! 캬~ 남자. 어? 남자! 물론 혼자서는 그렇다는 거고. 애인과 함께라면 그게 바로 이 세상에서 최고로 기쁜 일일 뿐이고.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있을 수가 없고. 그러나 뭘 해도 재미없어. 언제나 심심. 외로워. 고독하다고. 뭐 언제는 안 그랬게? 늘 그랬어. 항상 권태를 어깨 위에 짊어지는 대리석 조각상 같은 남자라는 게 그분들 인생 모토의 골자구만 그래. 어디산 다비드면 그나마 천만다행이게? 다비드 발끝도 못 따라가면 그건 또 뭐냐고. 뭐 인생이란 그렇다 치고. 
    그럼 사랑이란 무엇일까! 뭐 또 사랑? 하여간에 여자들이란! 뭐? 글쓴이는 남잔데! 좌우지간 남녀 공히 사람이니까, 고로 인간적인 우리가 어찌 사랑에 대한 호기심을 내려놓을 수 있겠나. 애정에 대한 의구심은 단지 본능일 뿐. 10시 방향 2시 방향 곁눈질. 미남이 나타났다 미남이 나타났다, 소문난 그 남자 요즘 뭐한다니 들었니 어쨌니 수다 삼매경. 아마도 사랑이 그런 것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싫증이 매사 기분의 선봉일 뿐이고. 통상 빈수레가 요란하듯. 딱 보면 은근 허당. 죽 쑤어 개 주는 일 허다하고. 말들이 먹을 귀리를 암탉들이 실컷 먹고 말이지. 그래서 뭔가 흥미진진한 꿍꿍이를 모색하다가, 색다른 취미를 찾는다? 주위에 소문 다 내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은밀히? 결국 쥐도 새도 모르게? 허나 아무리 은밀해봐야 비밀은 없고. 하늘은 알고. 다 알고. 각본 반틈은 다 정해진 거고. 개 뻥은 탄로 나기 일쑤고. 어차피 재미없고. 아는 동생들한테 넌지시 잘해주면 또 잘해준다고 바람둥이라고 미워하면서 좋아하고. 맺고 끊기를 확실히 하면 또 냉정하다면서 더 미워하고 더 좋아하고. 어? 소개팅 마칠 때 전화번호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짜증내고. 안 물어보면 안 물어봤다고 토라지고. 어? 우리 보고 어쩌라고요! 
    그래 봤자 다 뻥 개 뻥.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 동경심에 아찔한 결과 그는 감수성에 맹종했다> 그런 꿍꿍이 가득한 소설을 쓰는 NB의 마음은 뻔했다. 진한 사랑 말고 뭘 더 원하겠나. 호색한 같은 놈. 지지리 못난 놈. 돼지 꿀꿀 개구리 개굴개굴 병아리 삐악삐악. 어? 너구리처럼 눈이 시커멓지도 못한 채 쥐새끼처럼 눈 튀어나왔어. 토끼처럼 입까지 튀어나왔어. 아침이면 아침이라고 흑심 가득한 피노키오. 도대체 안 튀어나온 게 뭐야! 이런... 이런... 못할 것도 없지. 이런 돼지새끼. 에잇 (절레절레). 
    그러던 순간. 무료함을 탈출한 계기가 뭔고 하니. 
    그건 바로, NB는 파티를 열기로 했다. 무슨 수영장 파티니 초대장이니, 어? 드레스 코드 그딴 거 필요없고. 
    제발 그딴 거 있는지도 몰랐던 전성기의 끝물에 경험이라도 해 봤으면 좋겠으나. 옷 많고 차 많고 돈 많아 봐야 다 귀찮다. 완전 귀찮다. 
    돈이야 딱 쓸 만큼만 있으면 되고. 어? 옷? 직업 때문이라면 양복 딱 3벌로 돌리면 그만. 슬리퍼 2개. 뭐 마누라는 1?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말이! 
    아,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NB는 샬럿에게 당한 남자 3명이서 모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샬럿에게 당한 3인방끼리 회식? 거 괜찮네. 듣던 중 반가운 소리. 
    그럼 뭐 언제는 들리는 얘기가 다 저질에 더럽고 추접스러웠나 뭐! 
    좌우지간, 불러서 고기 구워 먹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 으쌰으쌰도 기웃기웃 해가 중천에서 노을로, 뿐만 아니라. 통속적인 화법으로써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친한 친구끼리 이빨 까는 거. 그보다 더 재밌는 건 이 세상에 썩 많지 않다는 거. 누가 모를까. 어쨌든 그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14

    샬럿에게 당한 3인방끼리 모였다. NB의 사무실에서. 
    톰, 마크, NB! 뭐야? 그럼, 전문용어로, 동서? 동서는 동서인데 뭔 동서? 
    하여간에 못 말려 못 말린다고. 뭔 틈만 나면 아주 그냥, 거 무슨 야생마도 아니고 두더지도 아니고. 
    생긴 거는, 됐고! 딱 됐고. 
    여기서부터는 친한 지인들끼리 편히 말해서 하는 얘기로, 썰만 털면 문맥이 끊길 듯하니까. 
    아니 솔직히 말해서 입 아프고, 자판 소리 시끄럽고, 털만큼 털었으니까. 따라서 줄거리 위주로 깔끔하게. 단촐하게. 딱 그렇게. 
    그렇게 샬럿에게 당한 3인방 톰, 마크, NB는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NB의 사무실에 냄새가 배기든 말든. 돼지고기 특정 부위. 소고기 최고급 부위, 는 아니어도 중간 등급. 
    그런데!
    그런데!
    진짜 그런데! 
    아뿔싸. 맙소사. 지퍼스 크리퍼스! 
    샬럿에게 당한 3인방이 모인 자리에, 바로, 샬럿님께서, 제 발로 등장해주셨다. 두둥~! 짜잔~!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 
    선크림. 카시트. 컨츄리 스푼? 사카스틱 초콜릿? 센티멘탈 클래식? 스마일 캔슬? 아아 들린다 들린다. 그딴 놀이 때문에 귀가 탄다나 뭐라나. 거 참 말 더럽게 많다나 뭐라나. (절레절레) (절레절레) 
    살면서 기억나는 인상적인 표정 2가지가 있다. 살다보면 복합적인 표정이 뭔가, 심하도록 잔상이 특별하지만. 또 그와 달리 지금 선별된 건 딱 2가지. 
    첫째, 눌변가인 아빠의 말을 일평생 견디고, 버티고, 참았던 엄마의 무표정. (이거 모르는 사람은 없고)
    둘째, 최고의 다변가. 수다 대회 1인자. 그런데 재미없어. 재미는 없고 말만 많아. 그런 부인을 둔 남편의 한숨. 그런 부인을 둔 남편, <진짜 말 많다니까. 말 정말 많아>. ~라는 말조차 해도 해도 끝이 없었을 텐데. 그런데 그런 말을 수없이 반복하는 자기 자신조차... (절레절레). 일명 지칠 줄 모르는 수다머신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남편의 운명. 아아! 그놈의 수다 3시간과 시간을 함께 보내도 기 빨리고 힘 빠지고 벅찬데. 그런데 평생 붙어있어야 한다고? 위스키 3잔으로 퉁칠 수도 없고. 맥주 3캔 까고 후딱 도망갈 수도 없고. 참말로 미치고 환장하는 거지. 그 인고의 세월! 처음에 만날 땐 조신하고, 고상한 분위기에, 참한 느낌, 다정한 기분 하며, 신데렐라처럼 통금 시간 있고, 명문가에서 신부수업까지 받고. 말수 많지 않고.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여자 쪽이 아니라 참한 정실감인 듯한 느낌. 딱 그랬는데 그랬는데. 그랬는데. 아아 오오 (절레절레) 그분 표정을 바로 옆에서 직접 보면... 속에서 올라온다 올라온다. 뭐가? 
    남자는, 나이가 들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옵니다~! 뭐? 
    아무튼.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온 거야, 아니면 도둑이 제 발로 자수하러 온 거야. 
    겉으로 확실한 감탄사를 내뱉을 수는 없어도. 
    샬럿에게 당한 3인방끼리 속으로 떠오른 생각은 정확히 일치했다. 
    그건 무엇일까? 뭐긴 뭐겠나. 
   「너 잘 왔다.」
    너 잘 걸렸다 그거지. 딱 그거지. 여기가 어디라고? 아니면 이 말은 어떨까! 
   「이게 웬 떡이야?」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인사하고 묻고 답하고 어쩌고저쩌고. 다 했어. 다 했다고. 
    즐겁게 수다 떨고. 넌지시 물어보고. 샬럿은 얼렁뚱땅 말 돌리고.
    그래서 진실을 알게 됨. 알고 봤더니 샬럿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함. 
    그 순간 갑자기.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또 다른 샬럿이 등장. 
    뭐야. 쟤 뭐야!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야. 
    이번에는 속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말해도 했다. 
   「쟤 잡아!」
    원래는 행동 먼저 하고 말은 다음에 하던가 말던가 그래야 하는데. 
    얘네들도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TV랑 드라마에 나오는 게 다 그거. 그게 그거. 
    어쨌든 넘어가고. 
    그래서 추격전.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결과는 놓침. 
    조니에게 전화 옴. 마크가 받음. 
   「너네 지금 TV에 나오고 있어. 야 뭐해? 뭐하는 거야? 뭔 일인데 그래?」
   「뭐 진짜?」
   「아니. 뻥이야!」
    전화 끊음. 
    샬럿에게 당한 3인방 + 진짜 샬럿 = 그렇게 3 플러스 1개 끼워주기 상품. 
    그렇게 4인방 그분들은 가짜 샬럿 잡기를 과연 포기할 텐가. 
    바로 그 순간. 가짜 샬럿에게 가면을 쓴 일당 3명이 합세. 그렇게 딱 4인방이 등장. 
    뭐야 거울? 도플갱어? 그것도 1명이 아니라 4명이 한꺼번에? 4명 다 뎃고 살라고? 4명?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와 똑같은 4인방이 등장. 
    그들에게 다가옴. 
    그들 즉 오리지널은 겁나서 도망감. 
    그렇게~ 한 3분 도망갔나? 그랬나? 그랬다. 그랬다고. 
    그러다 멈춤. 딱 멈춤. 
    그런데, 왜 우리가 도망가야 하지? 
    전세 역전. 
   「얘들아 우리가 왜 도망가?」
   「야 쟤 잡아!」
    오리지널이 가짜를 추격. 맹추격. 





    15

    영화 기법 전문용어 어쩌고저쩌고로, 아 이건 화면 예술이 딱인데. 좌우지간. 
    어쨌든 아까는 달렸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바로 차를 탄 것이다. 헌데 차가 이상하네?
    무슨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도 아니고.
    가짜 4인방이 탄 차가 그랬단 말이다. 
    물론 진짜 4인방은 그 근처에 묘한 우연처럼 NB의 웨건이 딱 대기. 
    그래서 차가 차를 추격. 아까는 뛰어서 쫓고 쫓는 추격. 지금은 차가 차를 추격. 
    그러니까 가짜 4인방이 탄 차가 그랬단 말이다. 
    선두에 호박마차요, 다음으로 동물 모양 차. 다음으로 놀이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차 한 칸. 다음으로 빙글빙글 다람쥐 쳇바퀴 기구의 그 칸. 마지막으로 단종된 폭스바겐 그 조그만 버스까지. 
    이건 뭐 거 무슨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도 아니고. (절레절레) (몸짓) (표정) 
    이쯤 되면 토끼와 거북이 우화가, 도대체 왜, 줄거리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저절로 이해가 될 지경. 
    이따금 궁지에 몰린 생쥐에게 고양이가 쫄기도 하지만. 종종 소형 노트북 만한 쪼그만 강아지가 맹렬히 짖으면 그레이트데인은 완전 쫄보가 되듯. 대관절 왜 살쾡이 분과인 고양이가 쪼그만 생쥐를 톡톡 건드리면서, 신기해하고, 호기심 충족되면서, 같이 놀고 싶어하는지. 알 듯 말 듯. 
    어쨌든 바로 그처럼 쫓는 그들. 
    남자 셋 여자 하나. 
    남자는 톰, 마크, NB.
    여자는 샬럿. 진짜 샬럿. 
    전세가 역전되어 진짜 4인방이 가짜 4인방을 쫓게 됨. 
    그들은 어느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느긋해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허나 그들도 어른.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거친 백전노장까지는 아니겠으나. 
    사자도 모기로부터 제 몸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왜 모르겠나. 
    똥파리 쉽게 보고 하이에나 무시하지 않는 거 다 알지. 다 알아. 
    굶주린 늑대가 여기만 해도 몇 명인데. 
    자스민에게 무례한 꿀벌을 보았는가?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자, 잡아서 어떻게 심문한다? 뭐부터 물어보지? 
    그들은 눈빛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렇지, 이심전심! 
    그들은 여유 없게 쫓기는 가짜 샬럿 일당을, 
    그들은 여유 있게 쫓으면서 생각했다. 무엇을? 
    어려움은 꼬리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 ~라는 것을. 
    대체 쟤네들을 어떻게 족칠까, 뭐라고 닦달할까, 어떤 식으로 떽떽거릴까 라고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 이상한 뭐라고나 할까, 열차? 
    그 괴상망측한 뭐라고 불러야 하나, 어설프게 밧줄로만 묶어서 연결한 장난감 행렬? 
    아무튼 그 해괴한 행렬은 느닷없이 수직 상승하여 지면과 딱 직각으로 진행했다. 
    지면과 정 90도를 이뤄서 그대로 젊음의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뭐야 그걸 지금 우리보고 믿으라고? 
    좌우지간 그 뚱딴지 같은 행렬은 
    공중으로 계속 올라가다가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카루스처럼 다시 내려오지도 않았다. 
    용처럼 하늘로 승천하면서 공중에서 연기로 뭔 글씨를 쓰지도 않았고. 
    그냥 정상적인 거리. 적란운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시거리가 어쩌고저쩌고. 
    그런 지극히 정상적인 거리가 아닌, 꽤 가까운 시점에서 점점 작아지는 듯 멀어지는 듯 그러면서 소실됐다. 
    뭐야 그걸 지금 우리보고 믿으라고? 
    딴 사람은 몰라도 그걸 지켜보는 남자 셋 여자 하나는 과연 심정이 어떻겠나. 
    이건 뭐 그냥 막 거 무슨 아 나 이거 정말 미치겠네 미치고 환장하겠구만, 어? 
    이 상황에 바지에 똥을 쌀 수도 없고. 새똥을 맞아본 적도 없고. 어? 
    이게 말이 되냔 말이지 말이. 그런데 사실. 딱 사실. 100퍼센트 사실. 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장면을 왜 하필 우리가 바라보고 있냐고. 멀뚱멀뚱. 어? 
    뭔 말도 안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어째서 우리냐고. 어? 
    이런 장르 완전 생뚱맞은 걸로도 모자라, 무슨 밑도 끝도 없이 판타지도 아니고. 
    말짱 황이요 말짱 도루묵. 죽 쑤어 개 주는 꼴.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거지. 
    이런 개 풀 뜯어먹는 허탈감을 봤나 딱 그거였다. 
    이런 장면에 더없이 적절한 말이 있다. 그건 뭐냐, 
    바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뭐? 
    진짜네. 진짜야. 개도 이제 깨달은 거지. 
    아아~ 닭도 새였구나! 라는 걸 말이다. 
    한편, NB는 고백할 수 없었다. 
    그건 자신의 예지몽이었다는 사실을. 





    16

    조지 프레드릭 헨델 / 오르간 협주곡 B플랫 장조 Op. 4 no. 2 HWV 290
    똥 냄새 풍길지도 모르니까 어설픈 위작으로 사무실 그림을 바꿀 수도 없고. 
    NB는 그렇게 평소처럼 일하는 중. 그러다 톰에게 전화가 옴. 
    나 놀러가도 되냐, 
    안 될 게 뭐냐, 
    그럼 갈께 그렇지만 빈손으로 간다, 
    진짜 빈손으로 오면 내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그런 너의 허망한 얼굴 근육 움직임을 보고 싶다 이러쿵저러쿵.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톰은 NB의 사무실에 도착.
   「너 수색영장 떨어졌데. 체포영장이랑 함께. 정식이 아니라 무슨 24시간 긴급 어쩌고저쩌고로 즉각 받았다는데. 너 나 정보통인 거 알지! 내가 꼽아둔 USB가 몇 개냐. 내가 심어둔 위치추적기가 얼마냐고. 내가 빨아들이는 여자말 번역기, 너 몰라? 체포영장 당장 떨어졌다니까. 어? 실시간 첩보 입수.」
   「뭐 나를? 진짜? 왜?」
   「뻥이야!」
   「뭐? 이 자식이... 이 자식이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푸하하하하하하. 너 뭐 잘못한 거 있니?」
   「잘못은 뭔 잘못. 내 손에 케첩만 안 묻었다 뿐이지, 어? 우리는! 인간은 악마의 마성은 물론, 본능부터, 뭐 넘어가자. 내가 너랑 무슨 그런 심도 깊은 얘기를 하겠니.」
   「그래? 너 불행하지? 인정해. 잘못했지?」
   「어. 내가 잘못했다. 너나 잘 먹고 잘 살아라. 됐냐?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라. 됐냐?」
   「아니. 내 말은 뭐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넌 내가 불행했으면 좋겠니? 그러니?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
   「아니~ 내 말은 뭐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럼 뭐 내가 당장 꼴까닥이 아니라. 시름시름 앓으면서 가늘고 길게 시름시름 시름시름. 어? 병든 닭 마냥 시름시름. 그런데 가늘고 길게. 딱 그러기를 바라냐? 어? 이 자식이...」
   「아니~ 내 말은 정말 그렇다는 게 아니라.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말하자면 뭐 그냥 너나 나나 다 사는 형편 뻔하고. 네 팬티가 몇 장인지 슬리퍼 몇 켤레에 숟가락 몇 개인지까지 다 아는 사이에. 어? 뭐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어?」
   「말이 많아지는 거 보니까, 알겠다 알겠어.」
   「알긴 뭘 알어? 나 그런 사람 아니야.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넌 속 좁은 남자야. 넌 아주 그냥 꽉 막힌 마초라고. 알아?」
   「내가?」
   「오, 스티브 잡스! 약발이 떨어질 때도 됐지. 그런데 안 떨어져. (절레절레) (절레절레) 쟤 좀 말려라. 환청은 끊이질 않고. 왜 아니겠어. 안 그래? 잡것! 오빠 달려? 오빠 좀 걷자. 지친다. 퍼진다. 몰린다. 숨찬다. 풀 데가 없다. 발정기라고. 몽정 아니 아니. 몽상은 해도 해도 그 끝이 없단 말이다. 아아 그놈의 미저리 미저리!」
   「뭐? 그게 대체 뭔 말이니? 말을 좀 알아듣게 해. 늬가 뭔 외계인이야 뭐야?」
    그래도 결과가 없지 않았다. 톰은 묵직한 힌트를 안겨줬던 것이다.
    윙크? 힌트? 팔짱? 그게 뭐냐. 
    자, 그건 다름 아니라 과학적 분석이었다.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의 차이. 
    피터 드러커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서적에서 몇 자 주서 읽은 거 가지고서. 
    그까이 꺼 뭐 그냥 대~충 그냥 몇 자 말발로 때우고, 갸우뚱하며 반문해도, 듣지 않으면 그만. 
    어른들 말발이 다 그런 식. 통 듣지를 않어. 토론다운 토론, 제대로 되는 거 본 사람 있나? 거의 없다. 있을 수가 없다. 아저씨 아줌마들 말발이 다 그런 식. 관심을 돌리고. 시선을 빼앗고. 시끄럽게 반칙하고. 말 끊고. 말수로 승부하고. 말할 차례 빼았고. 뭔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맞받아치고. 뭔 말 같지도 않은 삼천포로 툭하면 빠지고. 밑도 끝도 없이 지적질. 개 풀 뜯어먹는 뽐뿌질. 어? 결국 마무리는 내 자랑. 푸하하하하하하. 마침내 너나 나나 전성기 지났다는 거 인정하는 꼴 되는 거지. 널 보면 나 잘 나가던 당시의 날 보는 것 같다. 내가 너다? 식욕이 성욕이다? 너는 내가 될 것이다? 
    어쨌든. 그까짓 거 뭐 그냥 대~충 응용하고 짬뽕하고 잡탕을 요리해서, 몇 마디 지껄여도 되는, 얼마든지 그래야 하는 친한 사이니까. 
    열심히 깐족거려야 정상인데. 오늘은 얘가 그래도 철이 들었는지 핵심만 딱 집어줬다. 
    바로, 걔네 잔당들은 홀로그램을 이용해서 너네들 관심을 90도 수직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가던 길 마저 간 것뿐이라고. 
    알고 봤더니 톰이 또 그래도 과학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대중과학잡지 꽤나 정기 구독했고. 세계 3대 순수과학잡지 역시나 언뜻 보기는 했었다. 
    대중은 몰라도 순수과학잡지까지? 왜냐! 왜긴 왜겠나. 여자 꼬시려고 그랬지. 왜냐하면 숙녀를 꼬셔서 연애하다가 진한 사랑에 골인하기 위해서이기 때문. 
    그런데 듣고 보니. 가능할 거 같았다. 현재 과학으로 달에 물리적 기지를 설치해서 자원을 캐고, 그 에너지를 무선으로 지구로 보내고. 그거 이미 몇십 년 전에도 가능. 
    단,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일 뿐.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그래도 뭐 그게 가능은 하다고 쳐. 
    그런데 걔네들 뭐하는 애들이야? 뭐하는 놈들인데 그 난리를. 참 할 일도 없다 할 일도 없어. 차라리 할 말이라도 없으면 말을 안 하지. 
    하여간에 거 참 나 증말 말 더럽게 많네. 더럽게 많어. 내 참 나 이거 증말 더러워서 칼럼니스트 때려치던가 해야지, 원. 내 참 나 더러워서 여성환상 1.5 정기구독 못하겠네. 때려쳐 때려쳐. 때려치면 될 거 아냐. 나 참 더러워서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정기구독을 끊던가 해야지, 이거 나 원 참 나 증말 (절레절레)! 뭐, 똥개가 뭘 끊겠냐고? (절레절레) (절레절레) (절레절레) 하여간에 커피포트는 쉴 틈이 없구만 그래. 쉴 틈이 없어. 당근 먹고 채찍질. 당근 먹고 채찍질. 그 인간이 무슨 말이야 개야 소야. 어? 거 무슨 입 튀어나왔으니까 토끼도 아니고. 자칭 플레이보이라며 나불거리며 허세는 허세대로 말도 못하고. 허풍도 말도 못하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 그냥. 숙녀의 아름다움에 환장해도 모자를 판에 말이야. 





    17

    바다는 어떠한 강도 거부하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나. 뭐 있는 놈이 더한다? 꼭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배부른 자가 더 자상함. 미남 미녀는 언제 어디서나 대우가 좋으니, 인생 내내 그랬으니, 살아갈 날도 똑같으니까. 따라서 카페 점원과 피자 배달원 경험담처럼 만인에게 친절. 대체로 통계 딱 나옴. 첫인상도 재포지셔닝 기회도 풍부. 반대로, 우리들 굶주린 늑대는! 뭐 여자 보기를 돌 보듯 하는 거지 뭐. 도나 닦아야지 뭐 별수 있어? (절레절레) (몸짓) (수증기 부글부글)! 고기 잡는 법을 알아도 어복이 없어. 아예 여복엔 관심도 없다고. 뭘 해도 재밌지가 않아. 
    ~라는 생각이 정말로 NB의 진심이었다. 진짜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말이. 그래서 그는 뭇 여성들의 끈질긴 구애, 다 거부했다. 오빠 오빠 따라다니는 여동생들. 죄다 갈 길로 보냈다. 지킬 수 없는 약속보다는 당장의 거절이 낫다고, 어? 그 수많은 아는 동생들, 어떻게 순애보를 하나하나 다 상대해주겠나. 그렇다고 진한 사랑만 받는다? 사랑을 가르쳐줄 수도 없고. 이별하는 방법은 이런 거라면서 나쁜 남자가 되어서도 안되고. 숙녀들과의 썸씽이 아주 그냥 섬뜩할 정도. 
    핏대를 올리며. 뭐야 그런 의표를 찌르는 듯한 숙녀들의 열화와 같은 인기가 정말이었다고? 아니. 뻥이다. 다 뻥. 몽땅 뻥. 물론 요만큼은 진짜고. 어쨌든 과장. 하여튼 희귀종이구만 그래. 누가 뭐래도 관심종자. 그러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독한 사냥꾼으로 변신하고.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아가씨들한테 툭하면 기나 빨리고. 상사병 잊혀졌나 했는데 허언증이 도져. 아니면 술꾼. 플레이보이계에서도 안 받아줘. 도박꾼의 재능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판돈이 없어. 자질도 쫄보. 가난한 남자를 누가 좋아한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그는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절레절레) 그래서 그는 사무실로 가서 재밌는 소설을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대는 나 같은 재미없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뭐 그런 인류애 같은 건 알 리도 없고. 
    아무튼 마지막 할 말은, 
    오빠 안 잔다!
    뭐, 아빠 안 잔다? 
    매를 버네 매를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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