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63

from 소설 2020. 1. 30. 18:24

    1

    해피엔딩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 자유로운 소재. 흥미로운 줄거리. 낭만적인 발단과 신기한 전개. 마치 예언가임과 동시에 신비주의자인 것처럼 구는 작가의 엉뚱한 영감은 줄곧 NB를 괴롭혔기 때문일까? "저 따위 뻥을 누가 믿어?"라는 혼잣말을 내뱉을까 말까 오늘은 망설였으나. 불과 며칠 후 그는 의뭉스러운 충동을 이기지 못했으니 그 몇몇 제품을 받아본 후 실망했다. 괜히 샀다면서. 구체적인 목록이야 알고 싶은 사람도 없고, 알아 봤자 별 도움도 안 되고. 행복한 인생에 대한 힌트가 설마 쾌락마라는 비밀일 리는 없으니 누가 귀뜸해도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그거 글로 백 번 천 번 만 번 쓰면 뭘 하나. 말주변 어눌한 입으로 친구랑 진지하게 대화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맞다. 그렇다. 있음 안 되지. 큰일날 소리. 그럼 정말 쾌활한 행운은 정점을 찍었는지 약올렸는지조차 모르도록 근처에 왔다 저 멀리 도망가버린 것일까? 라는 공상 정말 하기 싫은데 생각을 멈출 수는 없고. 뭐 난봉꾼의 사랑? 바다는 어느 강물도 마다하지 않는다. 돈? 필요없어. 모험? 관심 없다고. 여복? 안 키워. 인기? 있으나 없으나. 바쁜 일정, 어차피 거품. 그럼 정말 진짜로 인공지능이 그에게 추천해주어야 할 덕목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건, 바로, 자유였다. 그래 봤자 개는 짓다가 냄새맡다가 달리다 떠돌다 금새 심심해지기 마련. 안 그래도 개는 토한 곳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런데 개 얘기가 왜 또 나와. 
    그렇게 그는 퇴근해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근처 미술관에 갔다. 아는 동생 릴리가 큐레이터로 근무하는 그곳에. 물론 말이 큐레이터지 아마도 경리? 듣는 경리 기분 나쁠지 몰라도 우리는 말이다, 어? 이 세상에 우리보다 더 경리를 좋아하는 남자 있으면 나와보라고 큰소리칠 기운도 이제 없다. 그리고 우리가 살 뒤룩뒤룩 쪘을 때야 혼자 거울 볼 때나 식탐을 자제해야겠네 라지만, 당장 뒤돌아서서 꾸역꾸역. 그렇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여자는 뚱뚱한 당신. 당신을 이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숙녀로... 쉿! 듣다 듣다 짜증나기 전에 딱 그치는 게 좋겠다. 아무튼 그렇게 NB는 미술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들리는 음악은 역시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오페라 <자이데> 중 편히 쉬어요 내 사랑 
    그런데 릴리가 안 보이네? 그는 관계자에게 슬쩍 물어봤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대뜸,
   「걔 연락도 없이 그만뒀는데요. 아시는 분이세요? 혹시, 남자친구? 릴리가 이제 만나다 만나다... 아니에요. 초면에 말실수 할 뻔했군요. 신경쓰지 마세요. 아니, 제가 괘념치 않죠. 아니 그만둘 꺼면 깔끔하게 정리를 하던가. 누가 못 도망가게 막은데? 아저씨가, 네? 릴리가 벌여놓은 뒷감당 다 하실 거예요? 그럴 수 있어요? 아저씨가 내 인생 책임질 수 있냐고요. 방금 전 말은 헛 나왔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그러든 어쩌든 뭐 동네 아저씨 같은 분께서 걔와 친해봐야 얼마나 친하겠어요. 그러지 말고 저랑 사귈까요? 제가 들어도 이런 농담 정말 짜증나네요. 설마 아저씨가 아깝다 뭐 그런 생각하신 건 아니죠? 그쵸? 그렇죠? 그건 말이죠, 아니에요. 됐어요. 그만 가보세요. 바쁘시잖아요. 안 바뻐요? 바쁘게 해드릴까요? 거 봐요. 바쁜 거 맞네. 아 뭐해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면 어떡하잔 거에요? 네?」
    별 이상한 횡설수설을 얻어들은 그는 돌아서서 저쪽 구석지에 가 전화해봤다. 
    물론 릴리의 전화번호는 바꼈다. 생판 모르는 타인이 전화를 받았고, 그는 죄송하다며 굽실거리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릴리의 미술관 방문 결과는 역시나 허탕으로 결판났던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는 그는 발길을 여성환상 1.5 사무실로 옮겼다. 





    2

    도착. 다행히 사라는 퇴근하지 않았다. 편집장실을 제외한 다른 책상들 컴퓨터는 거의 꺼진 듯. 
   「오빠. 나 시집 좀 보내줘. 응? 이젠 귀 기울이지도 않니? 듣는 척이라도 좀 해라. 어?」
   「」
   「어딜 쳐다 봐. 거기 아무것도 없어.」
   「너 설마...」
   「(눈빛) (몸짓) (표정)」
   「난 너 자빠트릴 생각 없어.」
   「아니야. 오빠 같은 늑대라면 부족할 게 없을 거 같은데. 오빤 어떻게 생각해?」
   「농담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니? 너라는 피아노를 연주할 듯 말 듯, 명연을 펼칠 뻔 말 뻔. 응? 너가 선망하는 촌닭이 혹시 나다? 착각이야. 전문 연주자들이야 1시간 2시간 구슬땀 흘리며 마치 쇼팽이 환생한 듯 연주하시겠지.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아줌마 허세 앞에서 진실 게임 한번 해 보셔. 응? 유부남들과 진짜만 얘기해 보시라고. 자, 그러니까 그에 대해서」
   「쉿! 말하지 마.」
   「아무튼 이 오빠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파랑새 아니다. 응?」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지. 나 같은 수석 코치가 어디 또 있는 줄 알어? 믿어 봐. 잘해 줄께. 오빠야, 나한테 와라. 잘해줄 께. 응?」
   「뭐? 잘해주긴 뭘 잘해줘. 나 손이 건조해. 수전증도 있어. 그런데 웬 군침? 때문에 난 너한테 눈독들이면 안 된단 말씀.」
   「오빠 같은 다정한 남자가 또 어딨다고. 난 성실하고 자상하고. 나랑 웬만큼 통하기만 하면 돼. 뭐가 부족한데? 돈? 내가 벌어줄께.」
   「너 저번에 내가 남자 소개시켜줬을 때 뭐라 했어. 걔한텐 뭐 남자 얼굴 안 본다라 뭐라나? 그런데 나한텐 얼굴 개빻았다는 뭐라는 둥. 지금 생각하면...(절레절레)」
   「그래. 오빠. 나 불결한 속물이다. 됐냐?」
   「아니야. 넌 여전히 순수한 비너스. 넌 우리의 아르테미스란 말이야.」
   「립서비스는 그쯤 하면 됐고. 그러니까 나랑 사귈 꺼야 말 꺼야. 어? 그것만 말해.」
   「」
   「역시 오빠는 조용한 남자구나. 오빠가 돈만 좀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최소한 부족하지만 않았으면 말이야. 가련한 예술가 타입? 드라마로 볼 땐 좋지. 딱 그때만! 응?」
    물론 작품이자 허구며 드라마와 크게 다를 거 없는 소설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뭐 틀린 말도 아니고. NB와 사라, 그들도 예외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최고로 애매한 사이란 게 바로 남녀의 우정이니까. 법적 부부를 제외한 모든 남녀의 친밀감은 성문헌법, 관습, 평판에서 비켜가진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인간의 본능에선 도망 못 가거든. 바로 그 아는 오빠 아는 동생 사이. 
   「아 맞다. 오빠 그 얘기 들었어? 내 비서랑 오빠 친하잖아. 걔 애가 오빠 막 삼촌이라 부르며 잘 따를 정도로. 근데 있잖니 근데 있잖아. 어머머 얘. 어머머머머 오빠. 어쩜 그럴 수 있니, 응?」
   「아 또 뭔데 그래? 제발 좀 배꼽이 배보다 작으면 안 되니? 왜 꼭 뭘 해도 거 무슨 WBC, WBA 옛적 떠들썩한 타이틀 매치처럼. 역대 최고의 경기에나 성사된다는 해설자계의 양대산맥이 공동 해설을 맡는 경기처럼. 본 게임 시작하면 1-2회 KO로 싱겁게 끝나서 영상 재활용하며 편집하기 바쁘고. 본 게임을 위한 순위전, 뻔트, 전주곡은 요란할 대로 요란하고. 대체 이번엔 또 뭔 얘기를 하려던 건데, 응?」
   「일단 들어봐. 응? 먼저 듣고 나서 소감은 나중 말하고. 내 비서 걔네 부부가 만인의 모범을 사는 잉꼬부부란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알 수는 없지만. 뭐 그래도 부부애 좋다는 거 하난 확실하잖니. 근데 있잖니 오빠~ 내 비서 나탸샤. 걔 전남자친구가 걔네 동네에 산데. 어쩜 좋니?」
   「정말?」
   「그래. 그렇다니까. 어쩜 그럴 수 있니? 세상에나.」
   「근데 너 왜 웃어?」
   「그럼 울까?」
   「다양한 여심 또 단순한 원 그래프처럼 1-2-3위 뻔히 나뉘겠구만.」
   「나뉜다고? 여자의 마음이 뭔 피자야?」
   「피자야 다트판처럼 균등하게 나뉘는 거지. 그거랑 그건 다르단 거 너가 더 잘 알잖아?」
   「난 좀 모른 체하고 오빠가 아는 척하면 안 되겠니?」
   「유리한 얘기가 아니니까 또 발 쓱~ 빼시겠다? 왜 이번 달 마감 닥쳐오는데 잡지 분량 부족하니? 부족한 거 무슨 익명의 대화로 어떻게 매꾸게? 그걸로 대충 매꿔도 오히려 정기구독자들 환영할 주제라도 되니?」
   「어머, 오빠 그거 어떻게 알았어? 우리 직원들한테 찝쩍거리는 줄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오빠도 패션잡지계 업자가 다 됐구나?」
   「아 그러든 어쩌든 어서 본론이나 말해봐. 그래서 어떻게 됐데?」
   「글쎄 어떻게 됐다더라?」
    발동 걸린 NB의 긴 대사. 칸을 떼서 가는 걸로.





    3

   「어차피 셋 중 하날 꺼 아냐. 
    첫째 싱숭생숭, 둘째 불안 미묘, 셋째 떨떠름 기분 나쁨. 
    첫째야 당연히 여자의 판타지과고, 둘째는 말 그대로 여성잡지 2 애호가요, 셋째는 조신한 엄마 스타일 아닐까? 둘째 셋째 구분이 좀 애매하지만 둘 합해도 되고. 뭐 신경쓰여서 싫다 그거지. 꼭 뭐 다 그렇단 게 아니라, 포장 풀르고 속마음 알아봤을 때 다 팀 멤버라는 심리기제로 따지면 없는 거 없이 모든 사람이 공통. 다만 개인적으로 차이점은 가령 2군까지 합해 팀 총원이 100명이라고 했을 때 주전 9~11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 그 차이 밖에 없잖아. 안 그래? 간질간질 이상한 심정 요만큼~도 없는 사람은 없어. 그게 별로 중요치 않으면 '여자는 그래요'고. 그걸로 호들갑 떨면 중간층이고. 올커니~ 여자의 판타지 옛날에 망했겠다, 전성기도 훌쩍 지나갔겠다, 남자에 대한 판타지 짜증나겠다. 사석에서 농밀한 밀담이 오간다면야 뭐 '그런 여자' 분과 아니겠니? 너 내가 누누이 칼럼에 쓰고 쓰고 쓰고.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지겹도록 반복하고 짜증날 정도로 되풀이하는 얘기가 뭐니. 응? 그거 아니야,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 응? 거울. 에코. 반사! 
    남녀간 애정과 관련한 감정 때문에 요만큼 설레는 거도 있을 수 있지만. 그 흠모가 먼발치서 짝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그치지 않고 법적 관계라는 생활로 얽힌 매우 드문 사례들. 그 긴장감, 불편함, 때로는 왜 꼭 억눌리고 사교계의 기대주 발목이라도 잡은 것 마냥 죄 지은 기분으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번민? 연민? 어쩌다 자기 비하? 드라마에 나오듯 집안끼리 강제로 결혼한 사이랄지. 멜로드라마 소재처럼 여자 자신은 완전히 싫은데 남자가 완강히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어떻게 맺어진 인연. 아님 그 남자가 뭐가 부족하다고, 나랑? 그리고 마음을 반틈만 주는 사이. 연인의 몸은 내 것이지만 마음은 왠지 모르게 따듯하지 않은 예. 개별 예시야 그 꼬리는 너무도 길다는 거. 너네 월간지에서 수도 없이 다뤘던 거잖아? 방금 나온 주제도 어차피 그거고. 
    너네 업계 그 바닥 좁다는 거 내 모르지 않은데,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뭐 얼마나 다르니? 드라마 대사로 말하자면 남녀 사이에 왜 끝이 없다고 하겠니. 왜 어른들 말씀이 남녀가 연애 길게 해서 좋을 거 하나 없다고 하겠니. 도대체 어째서 남녀의 우정이 말이 안 되는 거겠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사안들,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 심보니까 하는 말. 안 그래? 내 친구 중에 만나서 사랑하니까 서로 좋으니까, 즉각 혼인 신고하고 동거했던 걔네. 생맥주 500cc 가득 든 거 팍~ 팍~ 뿌리고. 울고 불고 욕하고. 진한 사랑 도중에 풍선 꺼진다 어쩐다 주변에 다 말하고. 혐오하며 더럽게 끝났어. 다 그렇단 말이 아니라, 어? 남녀 사이에 끝이 어딨니. 인생 굴곡이 그만그만하다면야 몰라도, 사람과 인생 장르가 뭔가 애매하다? 5년 10년 후에 사생활 참견 안 하고 몰래몰래 둘이 만난다니까. 어디서? 뭐 어떻게! 왜? 무엇을 위해서! 에이 알면서. 얘, 여성잡지 2가 그걸 어떻게 모르니. 안 그래? 왜 애가 있냐 없냐에 따라 갈라설 확률이 올라가는데. 학교 성적도 애들 습관과 관심사, 등교길 표정, 수업 시간 초롱초롱한 눈빛. 그거 보면 대충 답 나오잖아? 칠판부터 책상까지 거리와 성적은 정비례는 아니라도 대충이나마 비례한다는 거. 누가 몰라? 어른들 운동으로 마라톤 대회 나가는 거. 연습량 채우면 완주하고 못 채우면 적당히 그날 최선을 다하는 거고. 육상에서 장거리는 일반적으로 몸무게와 비례. 그럼 사랑의 장기전은? 여심 떠보면 알지 그걸 왜 몰라, 응? 무슨 여자만 사랑의 탐색전에서 간볼 줄 알겠니? 뭔 남편만 제일 늦게 알라는 법이라도 있냐 그 말이냐고. 
    뭐 이사왔는지 어쨌는지. 동네에 산다고? 동네도 아니고 불과 50미터 범위에 살기 때문에 심심치 않게 마주볼 수 밖에 없다고? 좋을 리가 있니 그게. 현재의 사랑이 지고, 옛사랑이 이긴다면야 당연히 자녀들은 성장기에 시련을 겪는 거고. 그렇다고 지금의 사랑이 진짜다, 현재의 사랑이 아름답기를 기원한다, 단란한 가정이 소중하다, 지금 인생이 더없이 행복하다? 따라서 모른 체하면 그만이니 아무일도 아니다? 그게 끝이 아니지. 남자만 지는 비교 싫어할까? 여자에게 호승심이 어찌 없을 수 있나. 여자한테 이겨서 뭐하게, 라는 듯이 눈물 흘리는 여심은 또 뭔데. 여자? 그분들도,
    질 수 없지~!
    그럼 어차피 끝난 사랑,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니까, 때문에 남은 남 나는 나. 불미스러울 걱정 하나 없다. 남편한테 떳떳하다? 그래도 불편함은 남는다니까 그러시네. 무슨 비유명인인데 연예인이나 된다는 듯이 조명발이 언제 비출 줄 모른다는 것처럼 왜인지는 몰라도 상시 꽃단장 풀메이크업을 해야 한다? 피곤하지. 어제는 모처럼 대충 주서입고 동네 친구 만나러 나가고, 오늘은 후줄근한 청바지랑 면티 대충 걸쳐 입고서 지인들 만나고, 내일은 화장 1도 안 한 채 모자 푹 눌러쓰고서 식료품 사러 갈 껀데. 언제 어떻게 옛 남자를 마주칠 줄 모르기 때문에 초라한 내 모습을 보일 순 없다 그러긴 싫다, 그래서 1년 365일 꽃단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살아야 한다니! 시장 갈 때도 최고급 백화점 모드로 만년 연예인처럼 살라고? 여성잡지 1에서 2까지는 그나마 수다 3시간으로 때울 수 있지. 거기서 더 가면 보든 말든 관심도 없고, 어차피 동네 아줌마 아저씨라는 드라마퀸으로 정착하면야 무신경하고 아무렇지 않은 거고. 
    그래도 생각은 날 걸? 진한 사랑이 있었냐 없었냐. 적었냐 많았냐. 신경 쓰이지. 허허허. 그렇다고 잘 걸렸다~ 설레는 여자라고 왜 없겠니? 남편한테 말하지 않은 부인. 남편 직장에 남편의 옛사랑부터 중간에 썸탔던 여자. 거래처에 전전전 여자친구. 그냥 단순한 친분만 있는 여자라고, 떡밥 뿌리기 바쁜 처녀들이라고 없을까? 유부남 좋아하는 처녀, 언제 어디를 가나 없을 수가 없지. 내 맘에 쏙들도록 남편 튜닝하기에 흡족히 만족스럽지는 않을지언정 남편 조련에 선방을 하면 뭘 하나. 여자들이 싫어하지 않도록 남편을 꾸며놨더니, 가난한 뚜벅이 찌질한 총각 유치한 젊은이한테 관심 없는 아가씨들. 우리 남편 보면 도저히 싫어할 수 없거든~! 허허허. 
    아무튼 자, 옛날에 연인이었다 그러다 훗날 그렇게 동네 주민이다? 당시에야 동급이었을지 몰라도 세월은 우리에게 많을 걸 가르쳐주는 법. 품위를 살짝만 낮추어 말하자면 남자가 떡상하고 여자가 떡락했을 수도 있고. 아님 남녀 공히 그 흔한 동네 아줌마 아저씨처럼 되었을지도 모르고. 반대로 그 남자가 꾀죄죄하게 떡락했는데 여자 쪽은 훨씬 고상하니 세련되고 원숙한 걸로도 모자라 시간은 그녀만 어쩜 비켜갔을 수도 있고. 사석에서 악의 없이 말하듯이, 탈모 유전되어 머리 벗겨지고 배불뚝이에 얼굴도 가버린 남자로 변해버린 일도 있을 테고. 지난 일은 지난 일이라지만. 과거는 과거라지만. 평균 내보면 드물게 있긴 하겠으나 당사자들은 당연히 꺼림칙하지. 
    왜 내 생각만 해? 그러니까 넌 너 밖에 모른다면서 남자가 떠난다니까. 듣다 듣다 못 들어주고 귀에서 피나면서 만나던 남자가 전원 나가떨어지는 연애. 남자 쪽에서 언제 나가떨어지느냐 그 차이 밖에 없는 남녀의 만남.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고. 하나 주고 하나 받고. 애들은 애들이고 어른은 어른이지. 어른인데 애처럼? 그 중간인 여자가, 나는 남자사람친구 즉 우정 사이에 남자랑 1 대 1로 놀러갈 수 있다. 그걸로도 모자라 남자사람친구랑 한 침대에서 잘 수 있다, 실제로도 애인의 친구랑 여행지에서 1 대 1로 드라이브했다가 CS까지 했다고 추문 파다한 일. 무슨 남자만 열 여자 싫다는 남자 없는 줄 아시나? 내 인생, 아니 이 지구 아니, 이 우주를 걸고 맹세할 수 있어. 어떻게? 여자의 판타지가 싫단 여자는 있을 수가 없다고! 현 애인이 있든 없든 100 남자의 관심과 애정과 사랑이 싫다는 여자? 여자의 판타지에서는 결코 좋아하지 않음. 그런 위선을 어떻게 취급해. 그럴 수는 없어. 첫사랑이 최고였던 여자가 많지는 않겠으나, 스콧 피츠제랄드 원작 어떤 영화에 나오듯 재력으로 옛사랑에게 다가가는 남자부터. 핸드폰 전화번호부에 친한 남자 연예인 즐비하고 어쩌고. 여자가 남자에 대한 환상을 일찍 깨면 좋듯, 여자들끼리 소망하는 뚱딴지 같은 꿈. 현실감 잃으면 밝은 미래는 썩 희망적이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 뿐만 아니라 남자의 판타지가 여자가 느끼기에 더럽다고 하여, 결혼한 다음에 여자가 남자에게 종류야 많겠으나 생리적이자 원초적인 '여자의 판타지'를 깨트려드린다? 장르 바뀌는 거 시간 문제. 결혼 후는 그렇고, 법적 관계 전이라면야 만찬에서 디저트 먼저 먹을 일 있나? 지겹고 식상하고 퍼질 대로 퍼지면 직업적인 도박사는 발 빼고, 노회한 노름꾼은 베팅하기 싫어지게 마련.」 
   「」
   「그런데 왜 말이 없어?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왜 내가 창피하니? 보아하니 그대 진정 그리 짜증나지 않은 듯 하니 하던 얘기 마저 할께. 금방 끝나.」





    4

   「자꾸자꾸 여자의 판타지 여자의 판타지 그러는데. 세상 사람들 시선이 꼭 고우란 법은 없어. 단짝이랑 놀 때야 C층에 있는 친구 끌어내려서 현재 F급인 나랑 동급으로 묶는 거야, 친구끼리 알아서 할 일이고. 혹시라도 안 좋게 끝난 사이인데, 그 기억 잊고 살았는데 왜 하필. 더럽게 이미 끝난 사이에서도, 경우의 수는 얼마든지 있어. 언제적 연인 그러나 과거. 누가 떡상? <내가 잃을 거 있냐 없냐>랑 <친구들 놀 때처럼 같이 망하자>. 그 둘을 견주어서 나중 얻는 거라곤 옛날 충분히 낭만적이지 못했다는 패배감, 지나고 보니 사랑받지 못했다는 억울함, 결국 잠깐 만나다 버림받았다는 배신감. 지금 생각해보니 꼬신다고 훅 넘어간 거 살짝 후회되는데 미련은 남고. 그렇지만 내가 더 아깝고. 그런 몇몇 감정만 살짝 만회해주는 거 말고, 창피해도 응? 타격 심해도 사랑 문제라면 못 할 게 없지. 뿐더러, 알고 보면, 금새 잊혀. 다 지나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거든. 뭐 하나 누구 하나 득될 거 없는 삼류 연예 기사. 드물게 있다는 거. 누가 모를까.
    아니, 또 일기 쓰시나. 나는 머머했다 나는 머머했다 누가 오늘 나한테 뭐라고 했다, 사람들이 내 뒷모습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등등등. 입장 바꿔서 남편의 전여친이 옆집. 남편의 전전여친은 앞집. 남편의 전전전여친은 뒷집. 남편을 10년 20년 내내 짝사랑하는 열혈 팬클럽은 동네에 쑤두룩. 진한 사랑 그래, 속궁합 좋기로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전애인은 여전히 같은 업계에서 오다가다 만나는 사이. 당시에야 진한 사랑의 정점과 횟수를 찍었고, 지금은 각자 인생으로 우정만 나누고. 만약 그렇다면, 그럼 부인 마음은 어떨까? 여자의 판타지? <나는 되고 너는 안 되고>가 전제!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같은 반 남자애들이 야동(인터넷 야한 동영상) 얘기 막 하고 그러니까, 듣기 싫은데 못 들을 걸 들으니까. 그래서 짜증난다면서 소녀감성이 하는 말.
   "아빠도 야동 봐?......"
    성 그래프 바닥인 여자야 그렇다 쳐도. 성 그래프 고급인 엄마 듣기 민망한 말 가운데 최고봉이 바로 그거겠네. 왜? 엄만 별의별 상상을 다 하시거든. 남자 성 그래프의 정점이 10대니까 걔네들끼리 사석에서 그렇다지만. 여자 성 그래프의 클라이막스가 언제다? 아빠가 자상하고, 다정하며, 가정적임과 동시에 사생활이 건전하든 문란하든 모르겠고. 여자 성 그래프로 하늘을 찌르는 부인은 그 무언가를 보든 안 보든 대충 <남자 10대 = 여자 40 이쪽저쪽>. 단지 평균만 그렇다는 거고. 생각이 어디로 가 있다는 건 부정하고 싶어야 정상일까? 엄마가 깨어있을 때는 물론이고, 수면 중에 꿈꿀 때 어떤 꿈을 꾼다는 거. 잘 아시면서 소녀는 무안한 질문을 참지 못하는 거지. 엄마 얼굴 홍당무처럼 빨개질 일만 남은 거란 말이야. 홍조랑 립스틱이랑 분간이 안돼. 무슨 남자만 늑대고 여자는 모두 부처님이라도 되는 줄 아시나? 천만의 말씀. 
    샛길로 빠졌는데 결론 내자면 그래. 뭐 무슨, 동네에 결혼 전 애인이 살아요? 동전의 양면처럼 여자의 특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주제. 메달의 앞면은 합심이 잘된다 섬세하다 꼼꼼하다 등등 여자의 장점. 반면 메달의 뒷면은? 표면적으로야 단합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여자들끼리는 딱 딱 말이 서로 잘 통하는 사이는 절대로 많지 않아. 안 그래도 여자는 여자의 일생 동안 쉬지 않고 끊임없이 바껴. 계속 변해. 항상 변심. 공상은 천재. 그처럼 남자는 빨주노초파남보 단순하니까 친구가 엎어지고 넘어지고 피나고 뼈 부러지면 앞에서 웃고 놀리지만. 여자는 앞에서 위로하고 뒤에서 웃어. 안 웃을 수 없거든. 실제 웃음이 나와. 물론 남자도 그렇고 항상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게 바로 인간의 본능. 바로 그런 의미에서, 여자가 남자를 어떻게 봤을 때 그이는 너무 무정하다, 무심하다, 무능력하다... 비교 되네 어쩌네. 이미 끝난 일이라고 어떻게 생각이 안 나나. 뭐 한 번 말했던 건 일평생 다시 말하면 안되나? 편 들어줄 건 우리는 확실히 들어. 모른 건 모른다, 어?
    그러니까, 잔소리? 남자 왈 이미 얘기 끝난 연애의 과거사라지만 여자 마음에 쌓였던 그 어떤 서운하고 슬프고 찡한 기억. 기준선 밑의 반복은 습관성 잔소리요, 위는 다 그럴 만 하니까 되풀이하는 따따부따. 전두엽인지 측두엽인지 각인되기 전으로 어떻게 돌아가나? 절대 못 돌아감. 평생 안고 사는 수밖에. 사랑이란 마음이 가야 몸이 가는 정식 과정이냐 아니면 그냥 손 잡기 건너뛰는 것처럼 약식이냐로 나뉘듯. 마음을 아끼듯 진한 사랑도 아낄 것이냐 언제부터 즐깃 것이냐, 아니면 퍼질 대로 퍼지듯 갈 데까지 가는 식으로 '내일은 없다'를 닮았느냐. 그 가운데 잔소리는 중견 경험자들 얘기. 영화 러브 스토리에 나오는 대사가 뭐였더라,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 어쩌고저쩌고. 한때 사랑했다 헤어졌으면 미래의 행복에서 어떻게 사랑을 일굴 것이냐를 고민해야 하는데, 밑도 끝도 없이 아주 드문 폭로전. 다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르니까 발생하는 일. 주례사야 아름다워야 하니까 영원히 사랑하겠습니까 라고 물어보는 것이지. 허나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여자는, 중견으로 넘어가면서가 아니라 이미 사랑의 탐색전 때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어떻게? 만방의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듯 사랑하다 나중 딴년한테 그 남자 빼앗길 자신 있는지를. 일반적으로 남자는 몸은 줘도 마음은 조강지처요, 여자는 기준선 너머라는 별천지를 보면 빼도 박도 못하도록 발정난 고양이 마냥 떠나는 것. 남녀는 절반은 완벽히 똑같고, 절반은 완벽히 정반대. 자기는 이모 스타일 됐다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어른스럽게 친구한테 뻠쁘질하는 여자, 여우짓으로 남자 10명을 혼자 독차지하는 여자. 여성을 상대로 사랑하는 일이 까다롭기 그지없는데 남자가 기준선을 넘어? 상남자 왈, 남자가 태어났으면 말이야...! 여자 10명 거느리고 싶은데 짝사랑복 바닥인 허세꾼 그 친구. 젊어서 즐기지 그럼 언제 즐기냐며 놀았더니만 어느 날 갑자기 금고를 열었더니 곳감이 바닥났다더라, 도 있으니까. 그래서 내일은 있고 세상에 비밀은 없다를 당연히 아니까 뭘 좀 아는 여심은 <몰래한 사랑>을 그토록 편애할 수밖에 없는 것. 그에 비하면 쫓아다니는 사랑은 그냥 아마추어. 흡성마법으로 빨아들이지 못하면 줄 달린 치즈로 꼬드겨야 하든 말든 그야 당사자들 알아서 할 인생이고.
    잔소리에 대한 얘기가 조금 길어졌으니 서둘러 마무리 짓자면 말일세, 흐흠. 아 거 참 나 바쁘다 바뻐. 다만 조금은 상스러운 표현으로 이른바, 여자를 다루는 기술이 다른 게 아니야. 기준선 넘지 않으면 되지 않나, 그러게 뭐하러 몸이 뜨거운 여자 마음 차갑게 식도록 만드냐 그거지. 우리는 고결한 여심을 편들겠다는 거지, 남자 9명 혼자 다 독차지하겠다는 불여우의 마음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아시겠소? 무슨 립스틱 바르고 화장만 할 줄 알면 여자 어른인 줄 아시나?」





    5

   「속으로는 남자를 좋아하고 여자의 판타지라면 환장하면서, 겉으로는 비혼주의? 다 뻥 개 뻥 몽땅 뻥! 자기는 결혼 생각 없다? 개 뻥! 자기는 남자 얼굴 안 본다? 새빨간 거짓말! 나중 미래에 소중한 가정에 위기가 온다면 난 내 가정, 내 사랑을 지킬 자신이 있을까 라는 고민도 없이 남자만 꼬이면 들뜨고 설레고. 전남친이든 누구든 입장 바꿔서 남자는 어떨까는 생각도 않고 헷가닥 돌아버리고. 다 그렇단 말이 아니라~! 남자가 한눈팔지 않도록 그 인간이 뭐가 불만족인가 육감이 발달했으면 뭘 하나, 돌아서면 남남인데! 등 돌리면 영원한 남인데. 그럴 꺼면 왜 법적 관계까지 갔을까, 내 일이냐 남 일이냐에 근거하여 말은 많아질 수밖에. 만나주고 사겨주고 결혼해주고 살림해주고 애 낳아주고 애 키워주고. 불리하면 피동격이요 유리하면 능동격? 그러니까 연애할 때 이기적으로 (남자 여러명 거느리듯) 자기 좋은 건 몰래몰래, 자기 불리한 과거는 딱 숨기고, 하다 하다 못 들을 사랑의 기초는 또 어떻게 일부러 속 뒤집어지라고 알려주고. 자기 패는 아무 것도 까지 않고, 더럽디 더러워 도저히 씻을 수 없도록 죽어서도 못 잊을 추악한 연애사의 힌트만 딱 알려주며 자기 껀 다 감추고. 그 다음에 몰래 상대방 진심부터 천성과 재산까지 뒷조사. 뭐야 그게? 
    그걸로 보자면 초반에 진단해보면 대략 알 수 있어. 무엇을? 남자는 뭐 순정 없는 줄 아시나, '예비 맞바람녀 > 예비 이혼녀' 바로 그 애증까지 갔다가 돌아오느냐 남이 되느냐를. 애들은 뭔 죄? 당사자야 오죽 마음 아프겠냐마는, 누가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애초에 시작부터 불안불안한 사례 적지 않고, 지켜보면 혀차는 일 심심치 않으니까 하는 말. 그러니까 원숙해지기 전부터 차츰차츰 남자는 화려한 이모 스타일보다 정숙한 엄마 스타일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마련. 안 그럴 수가 없거든. 공통으로 미래의 사랑에 베팅해서 행복을 키워간다는 전제를 무시하고, 내가 위고 너는 아래다 고로 만나주고 사겨주는데 딴년 만나? 언제 떠나느냐 어떻게 단란한 가정이 깨지느냐는 시간 문제. 그러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거지! 사랑의 탐색전이라는 (정식인지 연애인지 애매하고 뭐가 뭔지 몰라도) 남자친구 여자친구 그 초반에는 싱숭생숭했으면서 나중 계산기 두드린다고. 예를 들어,
    명감독 명선수 도박사들 봐 봐, 메트로놈이든 계산기든 그 뭘로든 최상이 아니면 무대와 경기장에 들어서지 않는 것. 응? 그런 프로들과 정반대로 아마추어 고급반도 아니고, 허접한 오합지졸들은 정반대로 동네 개 발들 모여서 밑도 끝도 없이 개뼉따귀 같은 꼼지락꼼지락 그러면서 사랑론이래. 여자라는 벼슬 때문에 남자가 여심을 존중하는 게 아닌데, 무슨 이 세상에 자기 달랑 혼자만 불여우의 꼬리가 달린 줄 아시나? 똥차 가고 신데렐라의 호박마차가 와서 유리구두를 신으면 좋겠으나, 현실에서는 통상 확률적으로 똥파리는 주로 어디에 꼬이기 마련. 그래, 안 그래? 여자의 일생 수다 총계 내보면 알 거 아냐. 꽃에는 나비요 개똥에 똥파리가 득실득실. 잘 아시잖아요! 직간접으로 취합한 데이터베이스 그게 얼만데. 응? 
    활동가는 녹슬지 않아. 직업이든 학문이든 원론적으로 전적 상 여자는 남자 플레이보이한테 상대가 안됨. 마치 절정감에서 1000 대 1도 모자른 것처럼. 무슨 값싼 싸구려 바이올린을 도대체 왜 명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해주지 않느냐는 푸념. 그나마 그거면 다행이게? 호박이 제 발로 굴러가서 나라는 여심 악기를 제발 연주해달라면서 똥파리한테 꼬리치기 바쁜 사례. 지나고 보면 흔하디 흔할 일. 그런데, 지조마저, 없으면! 잊지 마, 얘. 그거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 너. 개는 빵 때문에 춤을 춘다는 걸. 만날 당시에야 처녀 자신이 첫사랑이라고 느끼고, 숙녀는 사랑이라며 좋아할 테지만. 나중 패전으로 끝나면 그거 사랑 아니었데. 진짜 첫사랑은 딴 거래.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른 거지. 당시에는 좋았으면서 계속 해피엔딩이면 사랑이고, 혹시라도 차이면 내 책임은 없으니 다 핑계요 가짜라며 원망에 저주에 독설로 수다 3시간 매번 반복이고. 들었어요? 오빠도 그래? (절레절레)! 
    남자들이 만나면 절대로 안 되는 최악의 여자가 누구냐! 누굴까? 여자들이 만장일치로 손꼽는 게 자기 남자를 창피해하는 여자. 언제 발 뺄지 모른단 거지. 그렇지만 오리발 내밀지 않고 결혼까지 가는 사례라고 왜 없겠나. 뿐만 아니라 사람이 돈 없이 어떻게 사나. 그래도 자랑스러움보다 부끄러움에 치우친 사례, 우리 주위에 내 친구들 중에 얼마나 많냐고. 당장 친구의 남자친구만 봐도 배아프거든.
    그게 처음부터 의도적이라면 환승이별용이고, 그럭저럭 자의 반 등떠밀림 반이면 보험이고, 그마저도 아닌데 일단 만나가면서 알아본다는 건 긴말 필요없어. 사랑! 딱 사랑이지. 당연히 숙녀 인생 처음이라면 첫사랑이고. 무슨 객관적 일관성조차 모든 게 내게 최적화되어야 한다는 3인칭 같은 1인칭 시점? 사석에서 단짝끼리라면 상관없지. 그러니까 '다음 사람에게는'라는 노래만 선곡해도 아찔하는 거고. 자길 연애인처럼 대우하고 떠받들며 꽃 들고 쫓아다녀주었으면 좋겠다면서, 자꾸자꾸 비교를 해. 안 그래도 만년 '지는 비교'에 짜증 그래프가 오르락내르락하는 유부남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랑의 탐색전에서조차 총각이 사랑의 차트에서 비교당하라고? 심지어... 뒷조사 당하느니 차라리 돼지고기 소고기처럼 등급 매겨서 만나는 게 1000번 만 번 옳은 일. 아줌마가 느끼기에 자기는 남편한테 꽃 들고 기다리고 쫓아다니는 '여자의 판타지'를 느껴보지 못했다면서 서운하고. 결혼 후에도 불만족을 따지면 남편 흉보기는 끝이 없고. 그렇지만 내 아들이 뒷조사 당하며 사랑의 차트에서 10에 턱걸이해서 남자 10명을 동시에 가지겠다는 숙녀를 만난다? 여자가 그 꼴 어떻게 보나. 나는 아마존이고 딴년들은 아마존이면 안 된단 거잖아. 자기만 만년 신부요 자기 빼고는 전부 싹 다 신부들러리래야 그나마 속편하시겠대. 여자만 차곡차곡 서운한 거 쌓아둘 수 있는 거 아니야. 무슨 여자만 독보적인 기억력의 명수인 줄 아시나.」 





    6

   「소개팅 자리라는 첫 만남에서조차, 들었어요? 듣긴 뭘 들어, 자기 차인 얘기 들었녜! 자기만 사랑의 주인공이라 그거지. 뿐만 아니라 101일 동안 신나게 작전을 펼쳐 사랑할 당시라고 아닐까? 아닐 리가 있나. 여지없이, 자기 사랑의 탐색전 완패담을 들었녜! 응? 여기서 끝나면 섭하지. 2번째 만나 사랑하고 영화보고 드라이브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나 사랑해?"라고 묻는 걸로 끝이 아니라, 나 같은 여자친구가 어딨냐 라는 호언과 함께, 만난지 얼마 안 된 사이에서도 뭐라더라? 그냥 사랑의 탐색전이 아니라, 딴놈 누구라더라 어떤 뭇남성한테 진한 사랑 나눴다 버림받았고, 그러므로 '떨다'라는 능동격은 생각도 못한 체 자기도 모르게 피동격으로 '떨었대'!
    와~ 별의별 경우의 수가 다 있다니까. 응? 100일 동안 탐색전으로 선물 오가고 어쩌고 그러다 진한 사랑없이 헤어졌는데 1년 있다 여자가 연락해서 꼬리치는 예. 물론 재결합은 거의 어려움. 하물며 10년 후에 연락하는 남자, 20년 후에 나타나는 여자? 뭐가 됐든 그 뭐든지 찾는 족족 있다니까요 글쎄. 또 만나면서 3년 기다리다 떠난 예. 5년 사귀다가 딴놈과 바람피는 게 더 좋으니까 신제품을 선택했다가, 둘을 견주니까 구관이 낫거든, 그래서 전남친한테 돌아가고자 하는 숙녀까지. 남자 뿐만 아니라, 사랑의 기본부터 엿장수 맘대로인 예. 부지기수라니까 그러네. 바로, 그래서~!
    그러니까 뭘 좀 아는 남자 가운데 플레이보이들은 자기 밖에 모르는 여자는, 일절, 만나지를 않아. 어떡하다 오다 가다 만났을지라도, 만나는 드리겠으나 모양새 갖춰서 꺼져드린다고. 아시겠소? 남자가 '개나 소나' 범주에 포함되어드리겠다는데, 여자를 잡지 않으니까 또 그래서 싫대. 응?
    짜증나는 스타일 남자가 소개팅에서 연락처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싫대, 맘에 딱 드는 남자가 연락처 안 물어보면 또 안 물어본다고 싫대. 친구한테 고자질해서, 또 암컷 싸움닭은 지가 무슨 감독이나 되는 것처럼 '두고 봐라 어째라' 선전 포고하고. 걘 지 남자친구한테 무릎 꿇고 구걸하고 울고 불고. 것도 그냥 취미이자 습관적인 일과. 진짜 무슨 노예처럼 보험 마냥 붙여놓기만 하는데. 자존심도 없이 모든 인맥 모든 연락처를 파고들어서 굴욕적으로 붙어서 남자 몸을 얻으면서. 자기 억울한 거 타인에게 굴욕감 씌워서 보상 받으려고 하고. 그러면서 남자친구가 엇그제 무릎 꿇고 싹싹 빈다고 자랑하고. 거 무슨, (절레절레). 자기 학교에서 찐따 취급받았던 거 어떻게 포장하고, 회사에서도 물과 기름처럼 섞이는 거 왜 그런지는 쏙 빼놓고. 뭐 만나면 아무나 싸워, 누구한테나 다 져주래? 어른이? 여자가? 뭐 아무튼 돌아가서.
    그래서 환승이별녀와 얼굴 팔리는 거 완전 싫어하는 바람둥이는 평행선일 수밖에. 
    징징거리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맞춰주고, 져주고, 남자가 팔방미인으로 변신해주고, 응?
    흔히 진하게 사겼어도 남자 능력 갖춰지기를 3년까지 한계치로 기다리다 남남되는 여자처럼
    웬만한 상남자도 역시나 그거 버티다 버티다 3년 4년째 헤어지면서 딱 한 마디하지, 넌 너 밖에 모른다고! 
    웬만한 상남자 축에도 못 끼는 늑대이자 촌닭이야 기본적으로 두셋으로 나뉠 테고. 
    첫째, 초반에 줄거리 다 읽고 그림 다 보이니까 시작 자체를 하지 않는 남자.
    둘째, 받아주고 받아주고 다 받아주면 끝까지 해피엔딩으로 가든가.
    셋째, 아니면 헤어질 때 선물했던 거 다 토해놓으라고 하던가. 
    그래프와 통계 뻔한 데 엄한 확률에다, 심지어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데, 베팅하라고? 
    돈과 시간이 남아돈다면 몰라도, 인생이 그리 한가한 게 아님. 
    말이 통하는 남자와 뭘 좀 아는 남자. 각자 어울림과 일종의 궁합, 취향과 구미가 다를 테니 뭐라 말하기 곤란하지만. 
    여자의 육감이 하필 저 멀리 가서야 뒤늦게 발휘되길 좋아하는 것처럼, 그분들은 초장에 사랑의 시소에서 내려버리는 게 특기. 
    무슨 여자만 몇 시 방향 어떤 남자 스타일? 트럭으로 수 백 대를 가져다 줘보라는 둥 뭐라는 둥. 
    여기서 중요한 점. 남자는 여자보다 비교적 더 느긋함. 여자야 참말 반 농담 반으로 그렇게 말한다지만.
    남자는 진짜로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그런데 여자도? 그런 여자도 있긴 있겠으나. 나중 봐 보시라. 
    여자들끼리 모임이든 어디든 과연 그런 말 호언하고 떵떵거리고, 호통꾼처럼 큰소리 뻥뻥 치던 숙녀가. 
    나중 과연 몇 퍼센트나 자신의 소신을 지키시는지를. 에잇~ 여자들끼리 잘 아시면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든, 참 괜찮은 사람끼리 만나든, 기다린 보람이 그댈 결코 낙담시키지 않을 인연이든. 그렇게 단둘이 첫인상 최고에, 첫눈에 홀딱 반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 4 대 4로 만나든 적당히 주기적으로 소개팅으로 이성을 만나든. 여자도 여자들 나름대로의 이상과 현실감이라는 게 없을 수가 없듯. 과거 있든 지저분하든, 대어 중의 대어도 다 좋단 사람 있고 그쪽에서 아무리 좋다고 매달려도 끝까지 꺼져드리는 남자도 있는 법. 다 그래서 4 대 4로 모두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매력은 누가 1등, 귀엽고 웃김은 누가 1등, 참하고 미모와 지성 담당은 또 누가 1등일지라도. 어중간하게~ 어정쩡하게~ 고혹적인 단아함을 선보이지 못하는 여자.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이렇게 말하면 남자들 전원 꺼뻑 넘어가버리는 것. 10대는 어쩌면이요, 20대는 아마도, 30대는 다 필요없고, 40대는 올인. 그 말은 무엇이냐, 바로
   「제가 지금까지 남자를 단 1번도 사겨보지 못했는데...」
    지만 여자라고, 지만 주인공이라고, 자기만 메조소프라노요, 자기만 프리마돈나이자, 자기만 원톱 발레리노인 줄 아는 여자? 
    여자들이라면 몰표에 가까웁도록 꺼리는 남자 스타일이 과연 어떤 부류인데. 그럼 남자라고 손가락만 빨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레이저 스캔하면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딱 나오는데, 
    다변가 감당할 자신 있으면 귀에 피나도 끝까지 가는 거고. 
    허영심 채워줄 자신 있으면 선물공세부터 꽃 들고 쫓아다니고 따라다니고 기다리면서 그녀의 마음을 얻는 거고. 
    그러다 마음 가면 몸이 가게 되어 있고. 결말이 좋든 안 좋든 탐스러운 사과를 따든 아니든. 
    번따녀는 꺼뻑 넘어가서~ 사랑이라는 깃발은 이미 꼽혔고 동네방네 소문 다 났는데, 
    똥파리 전마누라라는 둥 파리끈끈이녀라는 둥 마음 주고 정 주고 시간 주고... 절반쯤 따먹혔는데. 
    나중 생각하니 사랑하지 않았다? 노노노노노노노! 
    여자가 남자한테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을 뿐, 여자는 남자를 사랑했던 것!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른 것일 뿐. 
    나이트클럽 들어갈 땐 으쌰으쌰 나올 땐 이런 젠장~!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시는 거라고요. 네? 
    그러니까 왜 20, 30대 숙녀가 하늘을 우러러 자긴 모태솔로라는데 남자들이 미쳐버리는 걸까?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어도, 미쳐버리거든. 농담이고! 비교 대상 없고, 때 묻지 않았고.. 뭐 이유야 얼마든지. 
    적어도 남자에게 순결이란 딴 게 아니니까. 여자가 생각하는 전적과 남자가 판단하는 연애사, 그게 어디 같나? 
    그렇다고 여자들끼리 사석에서 무슨 도덕론만 말하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잘 아시면서 내숭은 내숭은 그냥 말도 못허지. 허허. 아 글쎄 그래유, 안 그래요? 네?」





    7

    「남자보다 훨씬 마음의 결이 신비한 여자, 그런 의미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웃긴 말이 있는 거지. 그냥 여자는 나쁘다는 말이 아니야. 남자는 모이면 리더를 뽑고, 여자는 모이면 편을 짠다 끼리끼리 뭉친다. 그걸 꼭 나쁜 의미로 인식하면 만년 제자리걸음이고, 알기 전과 후가 다르다면 누구야 머머하자 나랑 바꾸자 내 아들하자 그러는 거고. 안 그래도 여자는 나이 때문에 업그레이드하기 어려운데? 나랑 별 관계 없어도 남자 대 남자, 남자 대 생판 모르는 여자. 호불호에서 공을 쫓고 목적 뚜렷하고 표적 확실하니까, 뛰고 치고 골대에 넣기 바쁜 남자. ~와 달리 여자가 싫어하는 게 그 얼마나 많은데. 고양이 발톱 팍팍, 치아 팍팍. (몸짓)! 줄임말 '여적여', 어? 1차적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체감하며. 결코 그럴 일이 아닌데 말이야. 왜 그럴까? 그러니까 뒤늦게 의전 행한다는 식으로 그녀를 앞서 가면서 대접해드리면, 왜 나보다 빨리 가녜. 짜증나고 신경질부릴 일이지. 연애 탐색전 당시에야 둘 다 호감인데 뭘 해도 좋지 왜 나뻐. 하지만 시간 좀만 지나 봐. 절대로 그녀보다 앞서 가서는 안되는 것. 왜? 잔말 말고 따라와, 그녀 기분 나쁘니까. 기분 나쁘다고. 약간이라도 여자가 다혈질 스타일이다? 그러면 안돼~! 절대 안돼. 반면 뭐 적당히 무난하고 가족이라는 장르에 충실하다면야 점점, 어? 점점 나란히 가던 연인. 차이는 점차 벌어지는 거지. 누가 앞서 가고 누가 뒤에 따라가든지. 0.5미터. 1미터. 2미터. 3미터...... 찾아보면 7미터도 있고 자동차 따로 타고 가는 예도 있긴 있지. 그러다 통보는 기본이요 적당히 자유로운 의리에 정착할 수도 있고. 어디서 사고만 치지 말아라, 막장 드라마처럼 숨겨둔 애 그런 건 안된다까지. 아 또 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마누라 등쳐먹는 놈이라는 소리 좀 그만 듣게, 제발 사업 새로 벌여 그만 좀 망해라 이 인간아. 그럴 수도 있고. 
    하여튼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 수록... (절레절레)! 그러니까 그녀 말에 토를 달면 안 돼. 그럼. 말이 길더라도 언젠가 끝나. 어? 잠은 자야되잖아. 그녀가 화를 내더라도 기다리다 보면 잠잠해지거든. 힘빠지던가 지치던가 배고프던가. 어? 그보다 더 좋은 방법? 말을 안 하면 돼. 스님처럼 묵언 수행! 동네 똥개처럼 눈 깔면 되지. 밖에서 으쌰으쌰 정력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더라도, 집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냥 시름시름 맥없이 구석지에 찌그러져서 앓는 시늉을 하면 돼. 응? 여자? 뭐 여자? 모든 여자는 여신.
    동물로 비유하자면 남자는 개 여자는 고양이. 괜히 살쾡이를 들먹일까. 그럼 그걸 아니까 맹수의 장점을 살려야지, 왜 하필 뒷북이야. 어? 맹수의 장점 다 까먹고 뒤늦게 여자의 직감? 어? 남자는 시각 여자는 청각. 물론 듣는 게 더 오래가. 훨씬 강력해. 뿐만 아니라 읽기의 시작은 해독. 읽기 능력을 결정짓는 3가지 핵심 요소는 해독, 배경지식, 동기. 왜 인문교양적 소양을 갖추는 게 좋냐, 모르면 안 되거든. 간접 취득한 배경지식이 다소 모자라더라도,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남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막 그러면서 우리는 뛰고, 공을 때리고 쫓고, 넣고, 으쌰으쌰 우르르르 딱 그러거든.
    그런 한편 여자는 듣기에서 끝나느냐, 어른이 되어서도 그럴듯한 보이는 어설픈 말들에 휘둘려 살다보니 여전히~ 여태 상상력이 최고인 줄 아느냐, 아니면 수다 3시간이냐. 안 그래도 착하고, 부드럽고, 여리고, 권위에 약하고, 사랑에 대해 마음 약하고. 공상과 상상력과 듣기가 기본인 수다대회에만 머물러 있으면 그냥 꼬마들 그림 단계에서 멀리 못 가. 거기에만 머물면 피카소 누구 누구처럼 꼬마들 그림을 닮은 명화에 근접하기 힘들다고. 안 그래도 세상은, 남자는? 액자에 아무 그림이나 담으려고 하는데? 뭔 말로는 누구의 무엇, 누구의 무엇, 누구의 무엇을 총합한 이상형 어쩌고저쩌고. 그래 봤자 꽃과 화병. 씨가 좋으면 그 어디에 뿌려도 잭과 강남콩 동화처럼 신기한 나무가 하늘 높이 자랄 수도 있는데. 밭이 워낙 좋으니 어떤 씨앗을 부려도 뭐든지 최고로 성장한다, 태생론이냐 난초론이냐! 그에 앞서 감별사가 병아리와 달걀 구분 못하면 어쩌나. 선구안 흐리멍텅하니 퇴락한 왕년의 누구를 만년 4번 타자로 기용하라고? 지금 장난하시나. 져주라는 억지는 말도 안되는 소리. 토끼는 다리가 살리고 늑대는 이빨이 먹여살리며 여우는 꼬리가, 꼬리가 지켜준다 너. 그래서 그녀들은 특히 여우짓에 민감하다는 점. 민감한 경구들을, 그냥 단지, 1차적으로만 알면 뭐하냐고. 어? 제일 좋은 마늘도 양파를 대신 못해~.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그 가운데 최고는 시작부터 끝까지 남자 얘기만 하는 숙녀. 농담이고. 잔소리 듣다 듣다 우리들 귀에서 피난다니까 그러시네. 의부증에 남자는 견디지만 의처증에 여잔 남자보다 견디는 정도가 달라. 이게 다 나나 되니까~ 앗! 너 여자구나. 여자들끼리 생색내는 거 싫어해도, 나중 시간 지나고 봐라. 생색내는 걸로 눈물나도록 웃기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될 테니까. 어? 우리는~ 달리지 않으면 안돼. 
    너 그건 알아 둬. 웬만하면 어떤 뼈다귀라도 환장하겠으나, 개는 단물 빠진 뼈다귀를 좋아하지 않는다네. 풍부한 젤라틴, 양질의 골수, 탐스러운 향기. 그렇다고 남자들이 다 개란 말이 아니라, 남자는 강아지 여자는 고양이. 그런 습성의 차이가 있으니까. 그러므로 그에 따라 단점과 장점을 거꾸로 구사하지 말라는 뜻에서 하는 말인데, 말 거 참 나 더럽게 길어졌네 그려. 
    그런데 지금 이 얘기가 왜 나왔지? 아 맞다, 이 모든 게 하필 너네 월간지가 놓칠 수 없는 주제구나. 
    깜빡 잊고 있었네. 내 정신 좀 봐. 아, 당했다.」





    8

   「아, 땄다. 힘드네. 어려워. 쉽지 않아. 하긴 돈 버는 게 그리 수월할 리가 있나.」
   「따? 뭘 따?」
   「긴 대사.」
   「내가 무슨 빨개도 벌레 먹은 사과야 뭐야?」
   「아니. 오빠는 악보야. 그럼 난 악기인가? 그럼 연주자는 어딨나? 그야 그분이 로봇이든 마술사든 우리가 알 게 뭐야! 그러니까 말이지, 그게 왜 이렇게 어정쩡허니 각이 나왔는고 하니, 응? 바로 이번 달 마감 다 됐는데 분량 부족해서 그래. 서운하지 않게 톡톡히 책정했어.」 라는 말과 함께 그녀가 내미는 봉투. 
    특유의 거드름과 넉살을 뒤섞어 NB는 재빨리 내용물을 확인했다. 
   「뭐야? 달랑 1장이 아니잖아? 겨우? 꼴랑? 게다가 무슨 선물 교환권 어쩌고저쩌고? 심지어 추첨에 당첨되야 준단 말이잖아?」
   「오빠. 넣어둬. 응? 오빠.」
    이게 더 이상해. 완전 이상하지. 얘 여자 맞아? 편집장 오래 하더니 변한 건가? 
    악수할 때 팔꿈치 살짝 위를 가볍게 만지듯, 골반위 성감대를 어떻게 슬쩍 스치듯. 
    그렇게 톡톡 팔을 다독이는 얜 뭐지? 뿐인가! 그게 끝이 아니라, 
    가만히 체온을 전달하는 것 이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듯 그녀는 NB의 손등을 살며시 만지며 악력 꿈틀, 눈빛 윙크.
    생긴 건 딱 숙녀인데, 하는 건 능글능글 능구렁이처럼 능글맞기로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없는 능청꾸러기야 뭐야.
    힘은 개미가 다 빼고 배짱이가 차익 챙겨서 튀는 거냐고 뭐냐고. 기를 받아도 모자를 판에 말이야, 어?
    아아,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이 기분은 도대체 뭐지?
    그래서 듣느라 고생했다며 빨린 기 금방 충전될 거라면서 격려라도 할 생각은 쏙 들어가버렸다. 





    9

    이러쿵저러쿵 할 거 없다. 잔소리 잔머리 굴릴 거 읎단 말이다. 어차피 귀걸이 가게에서 귀걸이는 잘 팔리고. 시시콜콜한 드라마도 뻔하다지만 보다 보면 또 재미있다. 벽에도 귀가 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사후 세계는 있다. 뭐라고? 뭐 아무튼 착하게 살자는 얘기쯤으로 알면 그만이고. 아무튼 잔뻔치도 바닥났고. 잔재주도 힘 빠쳤고. 이런 말 하면 뭔가 약간 저속해보이지 않을 수 없겠으나 때가 때인 만큼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응? 뭐랄까 그 어떤 잔챙이들이 끌린다고나 할까? 다 말이 그렇단 거고. 웃자는 농담에 말꼬리 잡히면... (절레절레)! 다 굶주린 그분들 심정에 대한 동조..측면의 의미 이상은 절대 없고.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철부지 타락마를 타고서 타락 풍조가 만연했던 방탕의 호기에 빠져 정신 못 차리던 시절, 그건 그냥 타인들의 영웅담일뿐. 돌아보면 아니, 절대 뒤돌아 보지 마! 개가 짓을 때 늑대는 제 할 일을 한단 말이다. 뿐인가? 한겨울인데 모기가 심심치 않게 근처에 얼쩡거리지를 않나, 다큐멘터리 쫌만 심취했던 상남자들은 아주 아주 잘 안다. 바로 하이에나가 절대적인 밀림의 강자라는 것을. 표범과 치타는 그냥 애교. 그 뿐만이 아니다. 촌닭, 뱁새, 똥파리... 어? (절레절레)! 딸아, 아빠 빼고 이 세상 모든 남자는 몽땅 늑대이니라~! 그런데 NB가 그 말을 왜 그렇게 잘 기억하고 있지? 도대체 누가 그 말을 했다고. 그게 명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어쨌든 뭐 틀린 말도 아니니 넘어가고.
    자로고 옛말이 틀림없다. 다름 아니라 그 뭐더라? 올커니~ (딱), 춤판에 뛰어들었으면 춤을 추어야 한다. Y존만 소중한 게 아니라 인생이 귀중한 것. 그런데 시간낭비 할 만큼 했으면서 또 공상을. 다 배경지식과 고급스러운 안목에다 근사한 취향에 비례해서 상상력도 함께 가는 거지. 무턱대고 상상력이 중요하네 어쩌고저쩌고. 다 있어 보이는 말 뿐이고 응큼한 공상을 위한 명분이자 핑계일 뿐. 그렇게 어쩌다 무논리적으로 NB는 허당이 최근 뭘로 변신했냐를 고심했다. 교양가? 전문가? 일반가? 만능가? 돌팔이? 난봉꾼? 만담가?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꾀돌이가 궁리하는 동안에 머저리는 강을 건너버린단 말이다. 어? 사자가 하지 못하는 것을 여우가 한다고! 
    그래서 NB는 오전에 여성환상 1.5 사무실에 들렸고, 오후에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에 들렸다. 밀린 원고료를 받아내기 위해서. 
    걔네들이 자꾸 준다 준다 준다면서 미루는 걸 보니 누굴 호구로 안 거지. 사람 뭘로 보고 말이야. 보자 보자 하니까 뭐... 그런데 또 그는 걔네들 말을 듣고 보니, 형편을 이해하고, 
    그동안 자기도 모르게 빨아들인 기력에 담보로 남은 환상까지. 결코 손해본 장사는 아니었고. 그러다 그럭저럭 알고 보니 못 받은 정당한 노동력의 댓가가 그리 썩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괜히 혼자 계산 잘못해서 머쓱해졌다. 그럼 이제 퇴근 시간이 가까와지는데 뭘 한담? 돌아가는 사정을 보아하니 이건 뭐, 뭐야? 뭐야 이건? 어? 이건 뭐 초보 중의 초보 견습생도 아니고. 저번에 걔 누구야 이름도 잊어먹었어. 하다 하다 아는 동생들도 다 떨어져나갔고. NB가 알기로 인생이란 그랬다. 지금 생각나는 명언은 그거였다. 바로, 가장 능숙한 목수는 대패밥을 거의 내지 않는 목수다. 간질간질 쾌감이야 초짜가 최고라지만 원숙미야 베테랑 헤어드레서지. 그런데 금방 끝나 약간 서운하기 마련. 그래서 어쩌자고? 요 앞 맥도널드 새로운 아르바이트생한테 눈독들이고, 그 옆 카페 웨이트레스한테 껄떡대며, 다시 그 옆 바텐더한테 노련하게 접근할 일 있나. 다 부질없다. 몽땅 재수없다. 전부 재미없다. 뭐하러? 싫단 말이다. 귀찮다고. 취미도 없어. 아니 왜? 의미 없지. 비전이 어딨어. 떡밥 아직도 뿌릴 일 있나. 밑도 끝도 없이 떡밥 한정없이 뿌려보면 얼마나 기운 빠지는 줄 아시나? 몰라도 된다. 그걸 뭐 꼭 알아야 하나? 그게 뭐 얼마나 중요한 일이라고. 그럼 뭣이 중헌디? 소중이가 중허긴 중헌디 도대체 그 소중이가 뭐냔 말이지. 어? (절레절레)! 인생이란 뭐 그 뭐야, 바나나를 먹으려면 바나나 껍질을 벗겨야 한다 그렇긴 한데. 그런데 야자를 깠더니 이미 빨대 꼽혀 단물은 빨렸더라? 거 참 나 더럽게 재미없구만. 아 서술자가 아니라 바로 NB가 말이다. 
    그래서 그가 꺼낸 (단기적으로) 최후의 카드는 모험이 아니라 여행이었다. 자발적 가택 감금 해제하고 탈출한다는 뜻이었다. 말하자면 세상사 그렇다. 보아하니 동물들도 그렇더라. 바로, 늙은 개는 아무것도 없는 데서는 짓지 않는다. 노장의 노련함이란, 능란한 맹수는 괜히 힘빼지 않는 것. 그렇다고 난 늙었어 그런 날 보며 헛기침을 하시는 분들은 어떠실지 라는 말이 아니라. 그는 그렇게 당분간 영감이 바닥났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찔한 착상에 도움이 되고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안 그래도 환상문학잡지에 연재하면서 매번 꼬박꼬박 원고료는 넙죽넙죽 받아챙기면서 내내 드라마 장르 그 뻔한 이야기만 궁시렁궁시렁 나불대며 써제끼면 어떡하나. ~라는 듯 마라의 무언의 압력. 생각만 해도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에 땀이 다 날 지경. 간혹 그녀의 직접적인 압박. 으~ 소름. 어디서 주서들은 속담 웬만치 좀 울궈먹으라는 둥, 간사한 재간둥이 땡깡부리는 거 꼴보기 싫다는 둥 어쩐다는 둥. 그야 어떻든 신비니 환상이니 새로운 인생과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황홀한 쾌감, 아니. 아무튼 색다른 분위기에서 기분 전환도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자 그는 떠나기로 했다. 참고로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어딘지 모르게 최근 '그는 그는'라는 3인칭이 '나는 나는'라는 1인칭보다 낯설었다고나 할까? 일전에도 한번 대화가 잘 써지니 대화밖에 안 써지고 막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좌우지간 사과는 파랄 때 따면 안된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 호두를 깨야 호두알을 먹을 수 있다지만, 그런데 까고 봤더니 골았더라? 사자처럼 느그적느그적거리든 늑대처럼 굶주리든. 갔다 오면 뭔가 가기 전과 달라지기를 바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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