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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2

from 소설 2019. 7. 31. 17:45

    1

    <오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친교와 교양에 대해서. 사랑은 또 다르고. 사랑? 가령, 
    (여자 왈) 우리 헤어져, (남자 왈) 야 너 가라! 전자와 후자가 같지 않듯. 여자가 정말 좋아하는 남자에게, 오빠 나 만나면 돈 많이 드는데? (여자말 번역기를 가동하면) 네가 가난해도 난 좋아 나는 정말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라는 뜻! 전 1번이면 끝이에요? (여자말 번역기를 가동하면)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기는 아직 모릅니다, 3분의 마법이 다 뭐야 막장 일일드라마 줄거리처럼 그러다 애첩 될지도 모르는 것. (때문에 남녀 공히 사랑─구걸─동정심─집착─스토킹의 차이를 바로 알아야 하는 것. 그 차이를 모르면 어떻게 당해도 싸디 싼 것. 정말로 사람 취급 못 받는 일 허다하고. 숙녀 예우 무시당하는 사례는 어떻고. 여자 인생 조지지 말라며 걱정하면 뭘 하나. 딸 가진 부모가 죄인이라는 거 알면 뭐하냐고. 입만 살아있는 수다 3시간, 그래서 포근히 사랑받을 자격부터 없을 수도 있는 것) 그러다 일평생 싹싹 빌던가 망부석처럼 일편단심이던가. 때문에 사랑은 신비한 것이다? 뭐 신비? 신비 좋아하시네. 노노노! 사랑의 '사'자만 들어도 우리는 골치 아프고. 생각만 해도 수증기 푸쉭푸쉭. 우리는 일생 친구와 사랑의 '사'자도 들먹여본 일이 일절 없고. 딱 0이고. 
    고로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토는 뭐다? (딱) 그렇지,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진짜로 꼭 그렇단 말이 아니라. 고로 야 너 가라, 넌 너 밖에 몰라, 난 널 한 번도 단 1도 사랑하지 않았어! ~라는 말을 숙녀가 듣게 되는 일. 사랑의 시소처럼 수평적인 사랑이 아니라 여왕벌이자, 살쾡이요, 이모 마인드식 순위권 사랑에 가깝기 때문일 수도 있다. 타인의 사랑 이야기야 자세히는 모르겠고. 관계가 수평인가 수직에 가까운가는 보면 보이고. 비등하지 않고 상향 지원하고 하향 지원 받아주고. 애절하도록 애정하는가 많이 사랑하는가 그대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가, 즉답하기 곤란하니까.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그대, 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몸짓) 으으윽! 얼굴 빨개질 일 있나, 그 환상을 어찌 논해. 그러니까 툭하면 헤어지자 라고 하지. 
    사랑이란 단 3명의 이성을 만난 다음 추억하고, 그 이후로 3명보다 월등한 상대를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 이때 사랑운에 따라 천차만별. 큐피트가 기분 좋으면 더 나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고. 사랑의 비너스가 짜증나면 그녀 이상은 꿈도 못 꿀 수도 있고. 똥차 보내고 최고급 리무진이 올 수도 있고. 똥차 보내고 더, 더더, 더더욱 똥파리만 들끓을지도 모르고. 응? 숙녀가 A를 만났는데 가만 보니, 나 갖기는 부족하고 남 주기는 아깝고. 설령 내 본심은 아닐지언정 돌아가는 분위기가 얼렁뚱땅 결과적으로 <먹기는 배부르고 개 주기는 싫고>. 혹은 완전 내 스타일이요 첫눈에 홀딱 반했던가. 그래서 염장질에 이간질에 뽐뿌질에 지르기. 비속어로 현직, 사랑의 감정이 오가는 중에 B부터 Z까지를 다 만나본 다음에 아하~ 그래도 A가 제일 낫긴 낫구나. 남자의 평균이 여태 소문자 a인 줄 알았는데. 그걸 은근슬쩍 뽐내며, 과감히 자랑하고, 은근히 과시하며, 넌지시 뻐겼는데. 은밀하게끔, 똥파리의 전마누라에서, 껄떡쇠의 현여자친구로, 갈아타든 환승이별하기를 애타게 꿈꿨는데. 그런데 대문자 A를 뒤늦게 놓치고 나니 후회와 미련과 후폭풍이 이만저만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먼 미래에 쪼르륵 그 남자에게 찾아가서, 오빠 우리 다시 만나자? 우리 웬만하면 그럽시다? 
    여자들이 사랑을 꿈꾸면서 소녀갬성에서 이탈하고, 엄마 스타일에서 멀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거다. 마음이 이미 A에게 홀딱 빠져서,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숙녀 인생에서 손꼽는 사랑. 짝사랑에서 잘만 하면 어떻게 거의 잡을 듯 말 듯 잡을 듯 말 듯. 잘하면 넘어올 거 같은데 도저히 넘어오지를 않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고. 마음이 없지 않은데 이게 뭐냐 그거지. 이때 심신분리도 일어나고 양다리 세 다리 환승이별과 여자의 방황과 방탕이 다 발생함. 어쩌다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가 이혼한 다음에 찾아가기도 하고. 여자가 통상 1번째 결혼이 원만한 행복이면 옛사랑을 찾지 않는데. 뭔가 애매하다 싶을 때 이따금 찾는 여자도 있고. 1번째 결혼이 서류상으로 깔끔하게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딴 남자를 만나던 옛사랑을 찾건. 1번째 결혼이 좋으면 옛사랑은 추억, 1번째 결혼이 실패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아쉬우니까 미워도(?) 다시 한번. 1번에 1번이라는 불문율이 무너지는 건 곧 이모 스타일이냐 매춘부 마인드일 것이냐 그건 시간문제. 남자는 바람둥이 스타일과 늑대가 흔하지만, 여자는 매춘부가 꼭 명찰을 달아야지만 매춘부가 아니다. 남자만 정량인 게 아니라 여자 역시나 사랑은 차트. 남자가 여자말 번역기만 알고 나면 뒷목을 잡겠나. 여자의 판타지가 대체 무엇인가를 알고 나면 우리들 뚜껑은 열기기 바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서 또 의전도 우리가, 남자니까 예우도 우리가, 찬미도 우리가! 변덕도 받아주고 변심보다 앞서가고. (절레절레). 아아 여자 여자 여자. 그래서 어떤 숙녀가 수년간의 짝사랑에 실패하면 토라져서 웬 썸남한테 상납하고. 친구들끼리 어디로 놀러가서 또 당하고. 아는 오빠들한테 막 전화해서 여자친구 있든 없든 불러내서 막 만나고. 더더군다나 그 어떤 꼬이고 꼬였던 사랑 이야기. 수많은 사연은 사연대로. 비화는 비화대로. 그래서 결론은 이미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격언처럼. 당시에, 벌써, 초장에 결론 나는 것. 어떻게?  
    남자 왈. 영화식으로: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 
    남자 왈. 실제로     :  「야 너 가라~!」 또는 「꺼져줄래!」
    여자 왈. 실제로     :  「딴 사람은 다 몰라도 내가 오빠랑은 안 사겨. 딴 남자는 다 몰라도 오빠는 아니야.」
    그렇지만 사귀게 된 경우는 또 다르고. 이때 여자가 촌년이냐 참새냐 딱따구리냐, 유형에 따라 또 거 어째 연애가 비틀비틀 삐걱삐걱. 그처럼 어린 아가씨는 여전히 그 흔한 드라마 대사를 유행처럼 반복 반복. 
   「오빠 나 왜 만나?!」 





    2

    (서론이 좀 길다만 기왕 짧지 않은 거 서둘러 끝내려면 좀만 더 달리자. 그럽시다)
    뭐, 왜 만나? 또 또 또! 왜 만나긴 뭘 왜 만나. 누가 왜 만나. 감정부터 반반이 아니던가 뭘 모르는 촌년이든가. 그러니 드라마 개봉도 못하고 찍다가 어퍼지는 것. 오빠 나 왜 만나? 내가 너 이러려고 만나! 오빠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역으로 바꾸면, <내가 오빠 이러지 않으려고 만나겠니!>. 야 너 가라~를 순화하지 않으면 뭐겠나. 꺼져 제발 꺼져라 썩 꺼지라고 영원히 꺼져줄래! 이때 만약 여자가 암컷 싸움닭이면 그녀는 죽기 살기로 쫓아다닌다. 암컷 싸움닭은 그렇게 스토킹하며 구걸해서 사랑을 회복하던가, 아니면 남자를 죽이던가, 또는 자기가 죽던가. 미치던가 몇 년 고생하던가 등등 경우의 수는 또 집단지성 모아 보면 롱테일의 가닥이 보인다. 하이에나랑 다 걔네들 끼리끼리 만난다. 무슨 사랑이 더럽던가 막장이던가. (절레절레). 물론 이쁜 암컷 싸움닭은 새로운 연적이 중간에 끼면 깔끔하게 포기한다. 걔 아니어도 나 좋다는 남잔 너무너무 많거든. 하는 데 까지는 하고. 아니면 아니고. 얼마든지 더 괜찮은 놈 꽤찰 수 있다고. 통상적으로 보면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야 너 가라~'라는 말을 들을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옆에서 웬 촌년들이 아는 척 잘난 척 이쁜 척 훈수질. 장편 미니시리즈는 그래서 장르가 막장으로 바뀌는 것. 옆에서 뭐라 하건 닥치고 내 주관대로 좋아하고 싶은 사람을 사귀던가. 나 하고 싶은 대로 애인과 단둘이서 한 잔의 커피를 마셔보기라도 하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사랑이니 낭만적인 로맨스니, 사랑의 세레나데와 어울리지 않는 숙녀. 여주인공감으로 낙방. 내 입맛대로 쥐락펴락 잡혀줄 남자가 아니던가. 그러니까 (어떤 여자들 입장에서 말하자면) 똥파리 같은 별로인 남자들만 주위에 드글드글. 저처럼 실한 남자를 어디서 물어왔냐는 칭찬을 상상할 테지만 그래 봐야 대체로 상상. 한 숙녀로서 진정 대어가 싫다면 잔챙이로 만족해야 하는 것. 그렇지만 사냥하기에 쾌감을 느끼는 우리가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줄 리가 있나. 사랑의 순서와 기본부터 잘못되는 것. 그러니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지. 사랑의 기초를 모른 체 아무나 따라다니면 다 좋다니까. 희대의 연쇄살인범이든, 천하의 불한당 개망나니 스토커 강간범이든. 그저 꽃 들고 기다리고, 직장 앞에서 대기하고, 회사든 학교든 어디든 따라만 다니면 아이고 좋아라~! 그분들이야 사교계에서 자발적으로 빠져주시면 실질적으로 우리는 고마울 뿐이고. 그런데 정말 그러려고 부모님께서 곱게 숙녀를 키우셨을까? 심지어 그걸 자랑해. 백화점 폐점 시간 지나면 직원들 퇴근 시간에 맞춰 남자친구들 자동차들 그 근처에 즐비하다. 똥차든 스포츠카든 여자친구를 의전하기 위해서든 그저 서로 좋아서든. 우리 모태솔로들이 그 얼마나 그걸 해 보고 싶어하는데. 그런데 순진한 모태솔로와 말이 통하는 오빠들한테 기회조차 안 주지. 만나 주지도 않아. 그러니까 엄마 스타일을 구워삶아서 단물 빨아먹고 버리면, 그녀는 이모 스타일 되어서 헤퍼진 다음 매춘부 마인드 되는 거고. 아름다운 사랑이고 멋진 인생 그런 거 모르겠고. 얼추 인생 요약하면 행복한 가정처럼 선명한 풍경화는 몰라도, 막연히 여자친구 사귀어보고 손 잡고 걷고 학교든 회사 앞에서든 기다리고. 그거 단 1번도 못 해 본 체 반 백 년 가버린 걸로 따지면 순진한 남자 인생은 실패. 그래서 루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똥파리 전마누라는 스토커 전남자친구 만난 거도 자랑이요, a~z까지 새로운 남자를 계속 만난다며 어쩔래요 그러면서 튕기고, B~Z까지 계속 만날 것이다 몸을 팔든 급전을 땡기든 결판 보자면서, 짝사랑 애인의 친구와 자고. 이 남자 저 남자 차 조수석에 막 타며 숙녀의 전성기를 즐기고. 회사에서 얼굴값 못하고 꼴값에게 넘어갔다고 소문나고. 하이에나들 들쑤셔서 똥파리 들끓으니가 좋아서 미치고. 사랑이란 낱말을 더럽히는 짓이라면 아주 그냥 (절레절레). 여자의 마음이 그러니까, 귀걸이부터 초장에 잘못 어쩌기 일쑤. 또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비전이 없던가. 아니면 환승이별하기 딱 좋은 수순이거나. 내 일이 아니고 남 일이면, 그러든 어쩌든 뭔 상관. 이모 스타일의 조언을 여자말 번역기 가동해 봐 봐, 절반은 너도 당해 봐라 그것. 응? 나만 당할 수 없지 그거라고. 막살자 웨이터한테 팔목 잡혀서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나돌아다니면 속으로 얼마나 좋아하는데. 안 그래도 밤의 세계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아줌마 말 들어보시라, 이 일 하면 남자 필요 없다고 하신다. 응? 그래서 이모 스타일의 슬로건은 뭐니 뭐니 해도 <아니면 말고!>. 조건부로 적게 먹고 적게 따기, 너 하면 나도 할께. 그런데 선봉에 서기는 싫다 그거라고. 왜? 선동해서 직장 상사한테 따졌다가 왕따당하거든. 언제부터 일을 그처럼 열심히 했다고. 아니면 뭐뭐하자 으쌰으쌰 어쩌자 그러자. 그처럼 몰아가기. 크게 걸고 크게 잃기는 싫으니까. 혼자는 외롭거든. 슥 관망하다 아니다 싶으면 발 빼고. 너 나 믿니? 라고 어떻게 대놓고 물어 봐. 남자들처럼 사랑이란 낱말은 평생 단 1번도 입에 담지 못하는 것과 정반대면 뭐하냐고. 완전 현실주의자요 냉혹한 감상주의자이자 철저한 이기주의자인데. 안 그러면 피임 한 번 잘못했다가 전성기 훌쩍 공백생겨버리면 슬럼프 다음에 어영부영하다가 숙녀 인생은 폐경기가 코앞인데? 그러니 눈표범의 발바닥은 어는 법이 없어요. 생각이 많으니까 말도 많다고. 아 독해라 독해. 신부들러리 기분 상하고 상하고 짜증 그래프의 막대가 한계점을 노크해 보라고. 노크는 무슨 평소 취미가 뭐, 우리 헤어져? 개처럼 좋아서 꼬리 흔들지를 않지 그분들은. 여자의 아니오가 도대체 몇 가지 뜻이냐고. 여자는 웬만하면 너 나 알지, 라고 못 지르지. 우리 오빠가 나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날 얼마나 사랑해줬는데, 막 그러면서 여자는 웬만하면 바람 먼저 못 피워. 그러다 엄마 스타일과 이모 스타일로 뒤늦게 양분되기도 하고. 알고 보면 여자가 늑대고 남자는 양이야. 응? 남자는 우쭈쭈 우쭈쭈 살살 간지려주고 슬슬 꼬시고 바람잡고 그러면, 골든벨을 울려. 남자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친구들끼리 으쌰으쌰 돈 없으면 내 지갑 집어던지기 퍼포먼스라도 하지. 그러나 여자는? 묶여 있지 않은 곰은 춤을 추지 않는다 그거지. 생음악으로 반주없이 노래부르기야 어르신들 세대 얘기. 피리가 불어야 쥐구멍이 바뻐지는 법. 안 그래도 틈틈이 촌닭한테 사랑의 슬픔을 배웠거든. '거의'라는 수작이, 예스런 태도도 때로는, 의전식 자세든 뭐든. 그건 아마도 사랑을 농락하는 과정이란 걸 차차 깨닫게 된다고. 종종 또 속고. 왕왕 사랑에 절망하고. 체념은 기본. 어? 그래서 이모 정신은, 같이 망하자? 남자의 <아니면 말고>와 비스무리한데 또 달라. 응? 그게 뭐야, 그게 바로 여성잡지 2 아니냐고. 우리는 변치 않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정실감 아니면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 그런데 동화 건너뛰고 유행가 부르고 춤추고. 소녀감성에 꺄르르 꺄르르. 로맨스 할리퀸문고를 요즘 누가 읽나. 그러다 그러다 이모는 나중 통 듣지를 않아. 너 개 발 나도 개 발. 어? 100퍼센트니까 하라는 대로만 하면 그 늑대는 늬 꺼다 그거지. 혹시라도 아니면 그건 나 몰라라. 그래, 아니면 말고. 말도 안되는 훈수 남발에 말 같지도 않은 헛스윙을 회심의 강펀치로 착각. 그놈의 수다 3시간! 축구로 치면 구멍들 모아놓은 오합지졸. 너 개 발 나도 개 발. 우리는 7부 리그의 제왕? 하오나, 뭐 그런 여인이라도 어떻게 얼마든지 총애해주시다 싶다? 남자는 손가락 까딱할 힘만 있어도 뭐 어쩐다더니 (몸짓) (표정)! 농담이고. 재미없지만 진짜 농담. 
    A부터 Z니 어장관리니 뭐니 그래도 남녀의 차이는 막심하다. 뭐가 막심하냐고? 대체로 똑같은데. 단, 직접화법과 간접화법처럼 남녀는 여기서 딱 나뉜다. 남자는 애틋한 사랑에 대해 상대의 마음이든 외모든 그 그래프는 시간 대비 점점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첫사랑은 순애보, 2번 타자는 훨신 아담하고 이뻐, 세 번째 사랑은 더더욱 이쁘고 말상에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멍청해. 아니면 그래프 선이 오르락내르락할 수도 있고. 곧 그가 로맨티스트라면 더더욱! 뿐만 아니라 재산도 대체로 상승. 기술 역시나. 단, 여자는 아니고. 여자의 전성기는 빤짝. 그래서 남자 플레이보이에 대응하는 게 여자 창녀. 남자 쑥맥을 여자가 선호하지 않듯, 여자 처녀에 남자가 환장하는 것. 남녀의 차이를 빼놓고 어찌 사랑을 논하나. 
    그러니 남녀 공히 내 마음에 쏘옥~ 드는 이성에게 내 눈은 이글이글 하트 뿅뿅, 심장 벌렁벌렁, 나머지 어쩌고저쩌고. 첫눈에 홀딱 반한 이성에게 남녀 공히 0.5 임을 직감했을 때. 남자는 다가가지 못하는 순정부터 몇 가지 경우의 수. 단 몇 가지로 나뉜다. 단 몇 가지밖에 없다고. 더더군다나 그래야 한다. 왜? 우리는 남자니까. 액자에 걸맞지 않은 명화다 그래서 미리 단념. 욕심은 나지만 화병이 감당하기에 딱 봐도 벅찰 거 같다, 그래서 어차피 먹어봐야 실 꺼야 라면서 우화를 떠올리고. 세계 3대 미항에 수많은 배들이 나다니는데, 나까지? 세상의 절반은 여자 그리고 남자. 무턱대고 껄떡거리고 막 그냥 찝쩍거리는 거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 잘 알지만, 열 번 찍으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거 잘 알지만. 동시에 근거 있는 자신감,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용기, 역시나 그 또한 여자들이 치를 떤다는 걸 잘 아니까. 그래서 우리는 참는다. 그래서는 품격 없고 저질이니까 예의가 아니니까 참는다고. 그러나 여자. 여자는 마음만 주냐, 몸부터 베팅하냐, 주변을 공략하냐, 1 대 1만 피해서 애를 태우느냐, 질투심을 유발하냐, 장기전에 돌입하냐. 별의별 아주 그냥 별의별 수가 다 나온다. 그 사랑론의 대가들 아아 여자의 마음이란! 
    좌우지간 여자의 간접화법과 남자의 직접화법, 그 둘의 오묘한 열애도 열애지만. 그보다 훨씬 고농도로 신기한 황홀경이란 무엇이냐? 하면 그건 바로 빈말을 참말로 아는 허접한 팔랑귀. 빈말을 참말로 인지하는 순진한 그분들. 순수한 우유. 다음에 보자 어쩌자 중요한 얘기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오란다고 진짜로 오면 다른 분들께서 퍽이나 좋아하시겠네. 공수표 남발을 진짜로 믿는 돌아이. 하란다고 진짜로 하다니. 직장 상사 흉보고 뒷담화와 울분을 토하고 어쩌고. 그래서 에라~ 너가 직장 상사면 다냐, 그러면서 다짜고짜 버럭! 그랬는데 지들이 언제부터 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다고 다 딴청. 개망신당하는 상황.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이러쿵저러쿵 분위기 조장하고 어쩌고 으쌰으쌰 돌격 앞으로~, 그런데 가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어. 약속 장소에 친구들 아무도 없다고. 그래서 명언의 고전은 뭐니 뭐니 해도, 아무도 믿지 마! 뭐? 말하자면 오라는 데가 많으신 분들이야 인생이 즐거우실 텐데. 보아하니 갈 데는 많아도 반기며 오라는 덴 별로 없는 우리들은... (절레절레) (절레절레)!





    3

    서론이 시끄럽다 시끄럽다, 하다 하다 약간 길 뻔 말 뻔 하다가~ 겨우 끝났다. 자, 본론으로 넘어가서. 
    사심 본심 흑심. 때문에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오빠 <       > 하지 마!」
    ~라는 글을 아는 동생 크리스탈이 인스타그램에 올렸으니. 
    영화에 나오듯이 글씨 써진 스케치북을 들고서 찍은 사진을 떡하니 올려놨으니. 
    따라서 댓글은 한마디로 열광. 폭주. 때로는 격분. 주제도 광범위. 부글부글 반응을 재촉. 상상도 다양. 몽상가의 환상까지. 
    댓글놀이 내용이야 우리들의 일상이니 생략하는 걸로 하고. 기껏해야 농담 반 진담 반. 장난스러운 일이 뭐 별거라고. 
    타인끼리도 아니고 친한 친구끼리. 
    그런데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하필 나만 일절 반응이 없었다고 하더라. 
    아는 동생 크리스탈이, 바로, 그래서 오늘 나를 찾아왔다. 
    도대체 왜 오빠는 아무런 대꾸가 없냐 그거지. 
    나야 당연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오페라 <쉬피오네의 꿈>에서 “바람처럼 덧없는 나”, 를 들으면서 열심히 작품 구상 중. 
    그런데 뭔 뜬금없이 아는 동생 크리스탈이 사무실로 불쑥 찾아와서 하는 말이 글쎄. 
   「오빠. 왜 댓글 안 달아?」
   「댓글?」
   「응. 댓글.」
   「뭔 댓글?」
   「안 봤어, 내가 올린 거? 지금 난리났어. 장난이 아니라고. 그걸 안 보면 어떡하니? 다들 재밌다고 난리 났다니까 그러네. 혹시 안 본 거야?」
   「아, 그거?」
   「뭐야! 봤으면서 무반응? 이 오빠가 지금 나한테 어떤 소리를 얻어듣고 싶어서. 이 냥반이 시방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워 워 워.」
   「워 워 워는 뭐가 워 워 워야? 내가 말이야? 망아지야? 내가 무슨 당나귀라도 되는 줄 아냐고. 어? 이 오빠가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무슨 개뼉따귀로 아시나. 응?」
   「바빠서 그랬어. 바빠서. 게다가 난 일찍 봤거든.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고. 듣자하니 내가 제일 처음 본 모양이네. 심지어 난 뭔 얘기인 줄도 몰랐어. 공상머신을 가동하지 않았단 말이야.」
   「뭐라고? 내가, 그걸, 누구 때문에 올렸는데!」
   「누구? 뭐 그럼 그걸 나 때문에 올렸다는 거니? 아니 왜!」
   「왜긴 뭐가 왜야! 나랑 오빠랑 사귀는 사이니까 그러지.」
   「내가? 너랑? 사겨? 우리가 왜 사겨!」
   「이 오빠 오리발 내미는 거 좀 보소. 저번에 사귀기로 했잖아. 이제 와서 이러기야? 오빠 날 무슨 벌레 먹은 낙과쯤으로 보는 거야? 탐스런 사과가 보이길래 농부가 지나가다 그거 슥~ 따먹고 버릴 셈이었어? 아님 뭐 꿀벌이 아름다운 꽃에 앉았는데 앉고 보니 더 예쁜 꽃들이 꽃밭에 천지더라, 뭐 그 말이냐고. 어림없어. 어림없다고. 어? 넌 내 거니까. 알아?」
   「크리스탈. 네가 뭘 좀 착각하나 본데. 혹시 낮잠 자다 꿈꾼 거 아니니?」
    그러자 크리스탈은 핸드폰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보여줬다. 거기에 어쩌고저쩌고. 친구 누구더라 그 생일 파티할 때 어쩌고저쩌고. 그게 다 그거였다. 
   「이래도 모른 체할 거야? 응? 그럼 오빠는 늑대도 아니다. 덜렁덜렁 고추 달린 남자가 그러면 안된다고. 여자의 순애보를 몰라줘? 어? 그게 남자야? 어? 그게 남자냐고. 오빠가 여자를 잘 모르나 본데. 여자는 말이야, 어? 여자는 그래요. 들었어? 어? 들었냐고. 여자는 그렇다니까. 여자는 다 그래. 
    (1) 여자는 본래 기질적으로 나 빼고 다른 동성은 모두 신부들러리, 다른 이성은 다 나의 팬클럽. 
    (2) 남자는 원래 천성적으로 나 빼고 다른 동성은 너는 너 나는 나, 다른 이성은 모두 사냥감.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치가 그렇다고. 요컨대 여자는 차트고 남자는 정량이지. 남자가 숫자 1이냐 아니냐라면 여자는 뭐 숙녀에 따라. 1. 2. 3. 10. 30. 뭐 300? 
    남자든 여자든 판타지는 판타지고. 정말로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데 어쩌지? 오빠 나 입 트였어. 그럼 화끈하게 화염방사기 한 번 쏴 줘야지? 준비됐어? 것도 속사포이자 따발총처럼 그냥 끊지 않고 1번에.」 
    그녀가 마시는 레모네이드. 유리컵인데 표면에 몬스터란 글씨가 정말 씌여진 것처럼 보인다. 





    4

    「아아 그놈의 사랑 사랑 사랑. 사랑에 대해서 어찌 남자가 여자에게 명함을 내밀겠어. 남자는 돈도 벌고, 취미도 즐겨야 하고, 할 일이 많잖아. 적어도 허황된 꿈은 다망하다 그 말씀. 최소한 잊혀진 대망 때문에 이따금 시원섭섭하지 않으면 그건 남자가 아니고. 안 그래도 친구들끼리 허세에서 밀리면 기분 나쁜데? 여편네한테 시도 때도 없이 지는 비교 당하면 커피포트 울고 싶어지겠지 왜 아니겠어. 그래 봐야 마누라 잔소리 피해서 도망가봐야 부처님 손바닥. 세월도 무상허지 비리비리한 잔재주 더 비리비리해졌어. 바텐더도 남자야. 어? 남자들, 허풍꾼과 자웅을 겨루는 재미, 그거 어떻게 포기하겠수~ 남자가? 삶의 낙이 뭔데 말이야. 살면 살수록 인생의 재미란 바로 대화 아닌가? 그런데 남자의 대화는 기승전결 있고, 테니스 서브 넣고, 코너킥 올렸는데 하필 개 발이 웃겨주고, 홀인원 개 뻥으로 밝혀지고. 어? 간혹 삼천포로 빠져도 딱 딱 틀이 나오고 각이 보이고 그림 나온다고. 어? 그런데 여자는. 말 꼬리잡고 늘어지기는 보통이고, 뒷담화 빼면 그건 완전히 미친 거고, 뭔 주제와 방향이 밑도 끝도 없이 산만해. 어? 사랑도 그래. 사랑이라고 뭐가 달라. 여자. 어? 여자! 여자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동물. 수컷과 달리 암컷은 사랑 이야기라면 밤을 지세워도 부족. 그러니까 3시간 실컷 수다 떤 후 헤어질 때 인사말이,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자세한 얘기를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기는 뭘 다시 만나서 해! 귀에서 피가 나고 귀가 타라고? 그러니까 그분들이 경고를 귓등으로 듣지. 뭐 수다 3시간? 3분 얘기하면 용건 끝나는 거 아닌가? 콜라 3캔 원샷 때리는 게 나아. 내기하고 게임하고 깔끔하게. 나머지는 으쌰으쌰 게임을 하든 사냥을 하든 담판 짓고, 끝맺음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많이 친하든 적당히 사이 좋든, 1차에서 할 얘기는 다 한 것. 2차 3차야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억지로 만들어서 하고. 김빠진 맥주. 그러니까 그분들이 공을 어떻게든 골대에 넣으려고 하고, 공을 때리고, 동물을 쫓고. 어? 그 구멍이 아닌데 엄한 구멍에 또 뭘 넣으려고 그 난리지. 안 그래 오빠? 안 그러냐고. 응? 내가 어디 틀린 말 했어? 아니잖아. 그찮아.
    곧 사랑 사랑 사랑이라면. 여자의 암투, 암컷들 기싸움, 여자들의 치밀한 작전, 영원한 뒤끝, 수다 대잔치. 남편 흉보기. 남자친구 갈아타기? 추억 이야기 남자 이야기. 그래서 남자의 연애사는 양적으로 부풀려지기 마련이고. 여자의 사랑은 질적으로 과장되기 일쑤고. 여자는 전성기 뚜렷하고, 초경부터 폐경까지 난자 생산량 빼도 박도 못하고. 여자는 진실한 사랑 1번이면 쉽게 정 못 떼. 어디 정만 못 떼면 다행이게? 만약 더티러브가 있었다 그 다음에 헤어지면 괴로움은 어떻고. 애 낳으면 대충 5년 10년 훌쩍 가고. 괜히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게? 
    사랑이란 꽃과 화병! 액자는 속으로,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는 게 아니다 라고 하고. 그림은 대놓고,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라고 하고. 그러니까 여자가 이모 말 듣고 타석으로 전향하면 인생 괴로워질지도 모르고. 실질적으로 수컷은 일평생 씨를 뿌리는? 뿌릴 수 있는 생물학적 입장. 반면 여자는 타율에 고개 돌리면 이미 여자이기를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고. 남녀가 연애하는데 뭐 손도 잡지 말고 진도 빼지 말란 말이 아니라. 풋사랑이니 더티러브니 뻔트라면 빠른 생애사 전략이니까, 연애는 누구와 결혼은 누구와, 그처럼 답과 견적이 딱 각 나온다 그거지. 반대로 플라토닉을 동반한 사랑은 뭐니 뭐니 해도 느린 생애사 전략이라 그 말이라고. 남자는 정량 여자는 차트! 사랑이란 딴 게 아니야. 도화지를 더럽히고만 싶은 건 더티러브고, 끝없는 사랑으로 가꾸고 키우며 아끼자 그건 다름 아니라 플라토닉. 이 세상에 더럽히고 싶은 새하얀 도화지가 그 얼마나 많은데. 어? 남녀의 그 교묘한 차이. 그래도 절반쯤 일맥상통. 측량하기 곤란한 풋사랑은 다 지난 일이니, 고로 탐색할 수 없는 끝사랑으로 너는 내 꺼다. ~라는 여심도 있다면 일찍부터 때 묻지 않은 영계를 휘어잡아 끝없이 옆에 붙여놓고 싶은 여자도 있어. 그런데 그마저 차트라고? (절레절레) 사랑보다 정욕임을 측정할 것인가, 대리전에 연습에 시험에 미루기에 본게임까지. 그러다 진도 못 빼니까 남자는 초장에 바람나던가 일찍 나가떨어지고. 버티다 버티다 끝까지 버티다 3년 기다려도 안 주면, 요만큼 뻥 보태면 친구 만나서 울면서 얘기하지. 어떻게 3년 만났는데 단 1번도 안 주냐면서. 그래 봤자 4년 만나서 안 줘 봐. 남자가 여자한테 싫증나서 바텐더 앞에서 여자친구를 뚜껑 열리게 만들지. 쟤가 너보다 더 이쁘다고! 이미 멀티태스킹은 바쁘고. 여자도 어장관리 안하게 생겼나? 남자 여자 길게 만나서 좋을 거 하나 없어. 아주 아주 지고지순한 사랑만 빼놓고는 말이야. 어? 친구야 나 어제 누구 따먹었어? (절레절레)! 그런데 뭐 흑심은 차마 측량 자체가 안된다고? 허허. 허허허. 사랑의 진심과 플라토닉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러다 사랑의 장기전과 더불어 더럽고 추접스럽고 헤괴망측에 보도 듣도 못한 드라마는 끝이 없는 거고. 듣도 보도 못한 멜로드라마에 한 번 발목 잡히고 나면 발목 잡히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그래서 남자는 대체로 뻔트요 여자는 모 아니면 도. 화끈한 헛스윙이냐 끝내기 장외홈런이냐. 아아 그놈의 지긋지긋한 사랑 이야기는 어떻게 말이 나오면 끝이 없냐고. (절레절레)
    하여튼 이제부터 오빠는 내 신부들러리요, 평상시엔 병풍. 보통은 보디가드. 때로는 돌쇠. 이따금 상남자. 어쩌다 로맨티스트. 일단은, 황홀한 호사에 감지덕지, 미쳐버리는 늑대. 어? 그래 촌닭. 내 영원한 우리 오빠라 그거지.」
    이거 이거 상황이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이걸 어쩌면 좋지? 어쩜 좋아 어쩜 좋냐고.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크리스탈이 내 친구이자 애인이며 사랑이 된다면야. 그럼 뭐 나야 싫지 않지. 땡큐라고. 
    그런데 왠지 모르게 뭐랄까 이대로 발목 잡히면 뭔가 나중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기분? 세한 느낌? 어딘가 모르게 멱살이 아니라 뒤통수 잡힌 직감? 
    그런 게 날 가만 놔두질 않았던 것이다. 이게 그러니까 장난 반 진짜 반인데. 허허. 크리스탈 마음을 어떻게 진정시킨담. 농담이 진담된다, 뭐 그런 상황인가? (절레절레)
    호수가 고요하면 오리도 조용한 법인데. 이거 정말 둘 다 제정신 아닌 거지. 허허. 
   「미안하지만 오빠는 날 사랑해야만 해.」
    크리스탈은 이처럼 협박성 경고를 남긴 채 갑자기 떠나갔다. 
    뭐야? 좋다 만 건가! 알게 뭐야. 누가 궁금해한다고. 
    그럼 이제 나는 망신스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창피해서 개구멍으로 쏙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당연스러운 건데. 그런데 정반대로 그게, 자랑스러운 여자의 마음을 생각하는 일은, 한마디로 죽을 맛? 좋으면서 싫은 척? 모르겠고. 그렇게 다시 일을 하려는데 또 일이 영 손에 잡히지가 않네? 걔는 괜히 느닷없이 찾아와서 사내의 순정을 짓밟고 속을 뒤집은 채 나 몰라라 그러면서 떠나가버려가지고. 이게 뭐냐고. '베베 꼬고 약 올리며 뜸들이기'라면 넌더리를 낼 지경인데. 그런데 글쎄 거기다 덤으로? (절레절레) 하여간에 뭘 해도 안돼 뭘 해도 안 된다고. 그래서 나는 그날 일은 때려치우고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5

    그렇게 딱 사무실 불 끄고 문을 열었는데. 
    앗 깜짝이야! 
    크리스탈이 두 눈 똥그랗게 뜨고서 날 쳐다보고 있네? 
    독한 년. 응큼한 것 같으니라고. 
   「오빠. 마지막으로 여자랑 사겨본 게 언제야?」
   「그런 얘기를 꼭 분위기 없게 이처럼 복도에서 해야겠니?」
   「그래? 그럼 따라와.」
    뭐 잔말 말고 따라와? 
    그래 뭐 딱히 재미난 일도 없고. 할 일도 없고. 할 말까지 떨어졌는데. 누가 따라오라면 못 따라올 줄 알아? 
    ~라는 심정으로 나는 크리스탈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니 크리스탈은 역시나 부잣집 딸내미 누가 아니랄까 봐, 와우~!
    띠리릭 무선 리모컨 버튼을 누르니, 신형 페라리 GTC4 루소 T는 반응했다. 
    핑~! 팡~! 퐁~! 
    물론 그 효과음은 나만의 착각이었고. 크리스탈의 애마는 한마디로 거친 상남자였다. 거칠기가 거칠기가... (절레절레)! 
    그렇게 크리스탈의 뒤를, 나는 내 애마 구닥다리 웨건을 몰고서 따라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여기는 크리스탈의 대저택. 
    이 큰 저택에 크리스탈 혼자 산다고? 
    그럼 난 몸만 들어오면 되는 건가? 
    그렇게 우리는 수영장 옆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누게 됐다. 
   「오빠. 마지막으로 여자랑 사겨본 게 언제야?」
   「뭐라고? 또 그 얘기야?」
   「또라니? 나 오빠한테 이 얘기 처음 물어보는 건데?」 
   「그래? 흐흠. 흐흐흠. 넌 뭘 그런 걸 나한테 묻고 그러니? 싱겁다 얘. 그런데 뭐 마지막? 아직인데!?」
   「잠깐만! 그럼 그 말은, 몰래한 사랑? 풋사랑? 진한 사랑? 짝사랑? 전형적인 그건데. 언년이야? 어? 누구야? 어떤 발정난 암코양이냐고. 몇 명이야? 응? 내 이 년들을 콱 그냥...」
   「워 워 워.」
   「오빠. 모태솔로 탈출하지 못했니? 아직이면, 그럼, 나랑 사귈래? 아. 이미 우리 사귀는 사이지. 내가 깜빡했다. 내가 원래 좀 그래. 오빠가 이해해. 아 그리고 나 말 많거든.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지. 이제부터 오빠 귀 좀 아플 걸! 그렇지만 귀에서 피 나올 걱정 붙들어 매시고. 이 떨리는 애교로 오빠 마음 살살 녹여버릴 테니까. 안 그래도 내가 누구야, 변신의 귀재 아니냐고. 날 볼 때마다 딴년 만나는 기분 들 텐데 이걸 어쩌나? 어쩜 좋아 어쩜 좋냐고! 응? 남자들 그런 거 좋아하잖아. 게다가 오빠는 눈썰미 없지 않고. 척이면 척! 그래서 변화에 민감하고. 고분고분이면 고분고분. 다소곳에 요부에 정숙함에 뭐든지 시시각각 팔색조로 변신하고. 낮엔 수줍고 밤엔 음란하고? 그러다 채널 고정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나도 좋고 오빠는 더 좋고. 응? 얼마나 좋아. 안 그래? 오해하는 것보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는데. 오빠는 날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차라리 내가 얼마나 오빠를 사랑하는지 차마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응? 아마도 모르는 게 낫다 그 말이라고. 응?」
   「」  
    난 이때부터 왠지 덜컥 겁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잡아먹히는 거 아닌가 하는 식겁한 마음 때문에. 그건 마치 여자가 풀메이크업 화장을 정성스럽게 하는 장면을 볼 때 드는 그 뭔가다. 대체 어떤 늑대를 잡아먹으려고, 어느 촌닭을 공략하려고 저 저 저... 통과. 반올림해서 50 평생 모태솔로를 탈출하진 못했지만. 반올림하지 않아도 얼추 대충 50 평생 모태솔로. 그렇게 느즈막허니 너무 갑작스레 찾아온 행운. 불안하지 않으면 거짓말일 것이다. 
    모태솔로. 잘나가는 친구들이야 아직도 혼자냐, 너무 잘생긴 남자랄지 너무 이쁜 여자야 고르고 고르다 보니 사람에 따라 늦을 수도 있다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친구들은 흔하디 흔하게 모태솔로. 그게 오히려 정상. 대부분 이성을 사겨도,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겨도, 멋진 연애이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별로 없고. 대부분 시시하고. 아님 우정처럼 추접스럽던가. 그래서 더티러브는 흔하고. 그마저도 못하는 비율이 태반이고. 굶을 대로 굶은 늑대 그리고 하이에나. 돈 없어서 못 하고. 마음에 든 이성이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 못하고. 그게 정상. 촌닭의 천생연분은 뭐니 뭐니 해도 촌년. 그런데 서로 다들 위만 쳐다보지. 흡사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것처럼. 천생의 배필에게 첫눈에 반해야 하거늘.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아무튼 그동안 만났던 친구들 지인들 사람들을 찬찬히 보아하니. 얼렁뚱땅 교제가 대부분이고. 정식으로 사귀고 어쩌고 그런 거 없이 결혼하는 사람들로 쑤두룩. 그런데 얘가 얘가 또 내 아픈 내면을 건드릴 뻔 하다가, 날 살려주네. 쥐었다 폈다 괜찮아 괜찮다고. 뭐 그건 그렇고. 
    그런데 그 순간. 바깥이 뭔가 소란스럽네? 여럿이 수다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인간들이 왜 벌써 와?」  
   「누군데?」  
   「누구긴 누구야. 집주인이지.」  
   「뭐야. 여기 너네 집 아니었어?」  
   「오빠 미쳤어? 내가 이런 집 언제 구경이나 해 본 줄 알아? 나 잠깐 아르바이트 대타 뛰는 중이야.」  
    뭐라고?
    그래서 나는 창고로 피신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거기서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를 따라 밖으로 나갔고. 
    웨건을 몰고 집으로 갔다. 뭐야? 좋다 만 거잖아? 크리스탈은 약 올리는 거도 아니고. 내일 또 딴말할 게 뻔해. 뻔하다고. 하여간에 사랑이란 믿을 게 못된다니까 정말. 





    6

    나는 오늘 동료 칼럼니스트인 로빈의 사무실에 놀러왔다. 
    로빈은 미스테리아와 여성환상 1.5에 칼럼을 비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작가다. 
    한때 문학계에서 왕따를 당하다 영화계에 기웃거리다 다시 칼럼니스트로 이직했다는 얘기를 잡지사에서 들었던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여성환상 1.5의 내놓으라 하는 경리 아가씨가 살짝 귀뜸한 얘기. 썩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걔 역시나 믿거나 말거나 뭔 말을 했는지 기억이나 할런지 모르겠고. 
    그건 그렇고. 로빈도 일할 때는 고전음악을 듣기 좋아한다. 왜냐하면 몇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주업에 집중하기 적합하니까. 또 완전한 정적보다는 카페 소음처럼 일정량의 데시벨은 없는 거보다 있는 게 나으니까. 음악은,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 / 오페라 <오리 백작> - “슬픔에 사로잡혀”
   「너 여자친구 생겼다며?」
   「뭐? 로빈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진짜야? 알긴 내가 어떻게 알어. 그냥 한번 찔러본 거뿐인데. 넌 떠본다고 즉각 넘어오냐? 미끼를 기다렸다는 듯이 덥썩 문다고. 떡밥이 흔쾌히 마음에 들었나? (몸짓)! 난 솔직히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일인데 말이야. 에잇 괜한 걸 알아버렸어. (몸짓)」
   「입도 뻥긋하지 말어. 알았어?」
   「입도 뻥긋하지 말긴 누가 입도 뻥긋하지 마. 너 귀에서 피나 볼래? 그럴래? 원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내가 그래야 하는 7가지 이유를 말해 봐. 그 이유가 상당히 타당하다면 그럼 한번 생각해 볼께.」
   「너도 알고 있지? 지금 우리 대화가 서로 잘 섞이지 않는다는 거.」
   「왜, 하마터면 추접한 염문설에 휘말리기라도 할 뻔한 거니? 정말로? 어머. 어머머. 어쩜 좋니 어쩜 좋아 얘. 응? 정말 그랬니? 정말이야? 왜 말 안 했어. 왜. 어째서.」
   「그야 뭐 어쩌다 그렇게 된 거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늬 행색을 좀 보시게. 어? 뭐 연애? 연애? 추접스럽게 그게 뭐니? 여자친구 꼭 있어야 하니? 만나고 사귀고 뽀뽀하고 결국 지겨워지고. 언젠가 싫증나고 어떻게든 권태로워지는 그 과정. 나 왜 만나? 그때 들었던 그 말 또 듣기. 웃음 나오잖아. 때 되면 그 말 하겠다 싶으면 여지없이, 나 왜 사랑해? 아니면 우리 그만 헤어져. 1주일에 1번씩 우리 헤어져. 그거 꼭 해야 하니? 그런 거 그냥 안 하면 안되니?」
   「못해 본 친구처럼 너 왜 그래? 너 나 지금 질투하니? 아니면 억울한 거야 뭐야?」
   「질투는 무슨. 너 그러다 차일까 봐 걱정이라서 그런다. 그러지 말고. 너 저번에 그랬잖아. 여자친구 회사 앞에서 그녀를 기다려보고 싶다고 한 거. 만일 널 좋아하는 여자친구면 그럼 깜짝 놀라면서 널 반길 테고. 만약에 널 비공개로 만나고 싶다, 그러면 그녀 얼굴은 그냥 망가지는 거지. 둘 중 뭐야? 몰래한 사랑이야 아니면 세상 아름답기로 소문난 사랑이야. 사랑의 시소야 아니면 발바닥을 핥아줄 상상만 해도 질색할 순위권식 사랑이냐고.」
    그렇게 나는 로빈에게 힌트를 얻었고. 그래서 내 새로운 여자친구 크리스탈을 찾아갔다. 
    물론 나는 아직 크리스탈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걔도 내게 숨기는 게 많은가? 그러든가 말든가. 
    목적지로 가는 동안 나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 
    남자는 겉멋 우리는 허세 오늘도 으쌰으쌰! 그러든 아니든 나는야 로맨티스트. 그렇지, 딱 행운아.
    미지의 희망이 선명해진 듯 포근함이 깃들어있는 행복감. 그리고 바람직한 쾌적함. 다음으로 들뜬 상쾌함까지. 
    그럼 이제 남은 건...... 으흐흑! 이 기분은 뭐랄까, 권위적인 가식쟁이에게 받는 극진한 환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으흐흑!
    화끈한 낭만파 늑대로써의 야망을 유감없이 발휘할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던 건 다 옛날이야기고. 지금은 이처럼 들썩들썩 마음은 붕붕 떠다녔던 것이다. 





    7

    퇴근 시간에 회사 앞에서 나오는 크리스탈. 
    나는 반가운 표정과 화사하지만 조촐한 꽃다발을 안고서 그녀에게 손짓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나오는 그녀. 
   「어머머. 최근 새로 쫓아다니는 남자가 저분이니?」
   「뭐야. 너 왜 말 안 했어? 새로운 찝쩍남 따라다닌다고.」
   「응큼한 년. 바닥에 허접한 늑대 깔아놓고 주말에 또 미팅 약속 잡아뒀니?」
   「잘생겼네. 완전 잘생겼네. 연예인 누구는 어쩌고 누구는 뭐라 뭐라. 그러더니 고른 게 하필...」
   「대단하다 대단해. 호언장담을 하질 않나, 친구의 남자친구를 흉보질 않나. 이상형으로 슈퍼맨을 들먹이질 않나. (절레절레). 그래서?」
   「너 지금 과거 만들고 있는 거 기억해둬. 넌 나중 우리가 입만 뻥끗하면 아주 그냥 (몸짓). 알아?」
   「딱 환승이별각이네. 자기도 남자친구 사귈 줄 안다 자랑하고 싶은 거던가. 아직도 남자친구 없냐며 나이 얘기하고 어쩌고. 그럼 지들이 조급해지지 않고 배겨? 너도 별수 없다.」
   「그럼 그렇지. 이래서 내가 이모 말 안 듣는다니까. 뭔 상담하는 척 하다 지 인생 하소연하고. 투정에. 짜증에. 뭔 별 희안한 경험까지 다 얘기하고. 입도 안 아퍼. 지치지도 않아.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하다 하다 남자친구 없으니까 우리 이모는 술 취하면 꼭두 새벽에 꼭 나한테 전화한다니까 글쎄. 다음날 기억도 못해. 자기 연민 끝장이지. 자존감 굳세고. 자존심은 또 얼마나 대단한데. 말도 마라 말도 마 얘. 그런데 연애사 전적을 살펴 보면 자기 말로는 전남자친구들이 다 멋지고 잘생기고 잘나갔다는데, 찬찬히 살펴보면... 나 이모 딱 한 대 쥐어팰려다가 겨우 겨우 간신히 참았어. 콱 그냥, 내가 참아야지 누가 참아. 남자에 환장한 년. 우리 이모 은근 나한테 묻어갈려 그런다니까. 너네 봤지? 우리 이모 완전 못생긴 거. 어제도 술 마시자고 집 앞까지 찾아왔잖아. 내가 지 남자친구야 뭐야. 걸핏하면 전화해서 술 마시제. 어떻게든 지 마음에 드는 늑대를 물고는 싶고. 웬만한 촌닭은 잡히지를 않고. 꼴 보기 싫은 촌년들은 얄밉기가 끝이 없고. 툭하면 배 아프고. 그럼 뭐 그나마 탁월한 촌년한테 묻어가야지 별수 있나. 업혀 가면 최소한 얼굴은 팔리니까. 적어도 좋든 싫든 관심은 받거든. 어차피 신부들러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병풍이 어딘데. 그러게 너네들도 암컷 싸움닭한테 걸리지 말고 미리미리 조심해. 알아서 잘 도망가라고. 차라리 정직하게, 어? 솔직하게 암코양이 때 되면 발정나도 숙녀의 자존심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차라리 낫다니까. 왜? 우리는 떳떳하니까. 우리가 뭐 죄졌니?」
   「너 설마.... 에잇 아니야. 너 혹시... 에잇 아니다. 정말로...... 아니다 아니야. 말 말자.」
    그처럼 그녀의 동료들은 뭐라고 뭐라고 그랬고. 크리스탈의 얼굴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망가졌다. 
    여기까지 찾아오면 어떡하냐 딱 그거였다. 어디 가서 내 남자친구라고 하지 마! 그 말을 꼭 해야 하냐 그거지. 
    뭐 그럭저럭 어떻게 동료들은 떠나고 그녀와 나는 단둘이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내가 언제 여기 찾아와달라고 했어?」
   「그건 아닌데.」
   「오면 안되는 거 아냐? 혹시, 와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 에잇~ 설마!」
   「너 그게 무슨... 왜! 내가 창피하니?」
   「몰라서 물어?」
    나는 크리스탈의 이마에 씌여진 글씨를 또 읽고야 말았다. 
    그녀의 빛나는 마빡에 씌여진 글씨는 뭔고 하니, 또 속냐! 
    이런 빌어먹을. 이런 젠장! 
    숙녀의 허영심을 만족시켜줄 수 없다면 떠나는 게 옳긴 한데. 
    발로 드리블당하는 축구공도, 손으로 채로 방망이로 치는 공도 아니고. 
    오직 1명뿐인 우리 오빠가 아니라 난 그냥 넘버 7도 감지덕지인 거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환상? 어쩐지 일이 잘풀린다 그랬다. 그럼 그렇지. 
    줄다리기라면 꼴도 보기 싫은데 어쩐 일로 연애가 수월하게 착착 진행된다 그랬다고. 
    그러니까 나는 허당 중에서 하필 성가신 허당이다? 허당 가운데 피곤한 스타일 허당이 바로 나다? 
    이런 괴상한 사랑이 또 있을까. 결론은 정해졌다. 
    너는 너 나는 나. 각자 갈 길 가는 거지. 
    쩨쩨한 낭만 시시한 모험 추접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라고. 





    8

    가만 있어 봐. 가만 보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작하자마자 이별? 그래도 이건 그나마 낫네. 저번에 언제야? 그땐 사랑이라 확신인데 이별. 다시 사랑이라 좋아했는데 어딜 넘봐. 또다시 사랑이라며 떨렸고 설레며 들떴는데 딴놈이랑 카섹스. 또 심신분리. 그래도 내 사랑이라며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는데, 저울질. 그럴 분이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좋아서 넙죽 양다리 걸친 거도 아니고. 원해서 딴 오빠랑 썸탄 거도 아닌데. 아마도 청소년 드라마에 감동해서, 어쩌면 추억의 유행가에 여심은 아찔했기 때문에. 그래서 술취해서, 여행지에서, 야심한 밤에, 외갓남자와 단 둘이, 음주운전 차에 타서, 음침한 데서 CS 하기 딱 좋은 장소로, 충분한 시간 동안, 드라이브를 하여, CS를 완성했다? 실수했다? 최소한 그 직전까지 그 분위기를 연출하기를 하긴 했다? 그래도~ OK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좋았는데. 그러니까 참다 참다 여자들이 하는 건 좋아하고, 듣는 건 싫어하는 대리고백. 사랑에 빠져드는 정체성 보아하니, 지들 판단하기로, 암컷 싸움닭 남자친구인 하이에나한테 딱 대리고백을 할 것이다? 그래서 하이에나와 팔색존가 뭔가랑 단 둘이 술 마시게 자리를 만들라며 딱 하이에나한테 시켰는데. 결과는 대판 싸움질. 술집에서 사람들 놀라도록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말다툼하고 싸우고. 결국 하필 오빠 친구인 딴 늑대랑 술쳐먹고 CS 했다고 넌지시 귀뜸하고. 그래도~ 좋았는데. 우리 같은 촌년 세계에 연애란 없다 오직 결혼만 있다, 따라서 결혼을 거래하자? 남자라면 그마저 좋아야 정상. 딱 정상. 아니면 비정상. 
    삼류 대학교 때 결산하면 친했던 친구는 딱 3명. 두루두루 친하고 그랬어도 단짝 2명에, 동기인데 1살 위인 형 1명. 그렇게 총 3명. 그 형이랑 친했는데 그 형 결혼할 때 딱 그랬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숙녀. 결혼을 약속했고, 이변은 없고, 연애 진하게 하고. 형이 모텔 얘기 많이 해 줬고. 이미 진한 사랑하는 사이고. 그러다 여인은 사랑싸움하다 어쩌다 자기 친구랑 잘빠진 남자 접대부, 쎄끈한 젊은 남자 매춘부가 옆에 딱 붙어서 접대하는 룸살롱에 갔고. 그 형은 어차피 사랑싸움의 연속이다, 술취해서 어쩌다 자기 앞니도 깨지고. 뭐 어쩌고저쩌고 넘어가고 그러다 결혼에 골인. 지금은 행복한 가정. 그 사연까지는 몰라도,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안다면, CS했건 어쨌건 그녀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OK. 그래도 좋았다고. 그런데 순서가 또 의전? 들었어요? 회사에서 손가락질 받고. 더러운 소문나고. 은근히 왕따요. 직장 단짝 언니 속 뒤집어주고 싶으니까. 그래서 스토킹 먼저 하고, 연애는 하는 둥 마는 둥 건너뛴 채 일단 결혼 먼저해서 사랑하자? 야, 너 가라~! 그런 CS를 뭘 믿고? 줄거리는 그렇게 된 것. 
    CS! 무슨 선크림도 아니고 하필 이니셜 반복이 또 CS! 단짝이랑 동업하며 불구덩이를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던 시절. 흑역사의 시작과 끝이었던 도메인은 어째서 BuddyBuddy.com, 하필 SayClub.com 또 거꾸로 CS네. 대학교 기숙사에서 단짝 처키가 채팅으로 꼬셔서, 대타 나갔다가 홈런 때리고, 처키 속 뒤집어져서 여자가 눈물 흘렸던 일. 다 그 사이트. 19세 금지 얘기는 사석이 아니니까 더 못할 얘기도 있고. 아니다. 못할 거도 없다. 특정 자세 경험은 딱 1번인데 그마저 하필 어느 대학교 앞이었는데, 대학교 이름이 언어 창시자. 아휴.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징그러운 피부병이 심했던 때. 그마저 13살. 또 13의 배수 첫 번째인 26살에 다시 피부병 반복. 중간 중간 틈틈이 지병처럼 여름에 반복됐는데 심했던 게 딱 그 때. 나머지 어쨌고. 그 26살이 단짝과 동업했던 흑역사. 단짝 이름마저 거 어째 세했고. 부대 마크가 다윗의 별이었던 군복입던 때 주 임무가 지하음 청취였는데. 그런데 나중 뭐 탄생해가 같은 보이저 2호처럼 우주의 모습을 지구로 전송하는 거야 아니면 하늘의 소리를 알리라는 거야. 참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구만 그래. 원래는 개처럼 군침 흘리며 늑대처럼 흑심 품고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해서 결혼한 다음. 딸아, 딱 아빠만 빼고 이 세상 남자는 죄다 늑대이니라~! 또는 아들아, 인생이란 말이다~ 라고 마성의 썰을 풀어야 정상인데. 남자는 여자에 환장하고, 여자는 남자를 좋아해야 딱 정상인데. 영원한 내 사랑 피앙세를 만나기 전. 인생 통틀어 일반인과 진한 사랑의 마지막이 피앙세 성씨인데. 떨림녀였던 그 연상의 여인과 대화를 나눴던 지점 하나, 둘, 셋 뭐야 딱 삼각형이잖아? 누군가의 피앙세는 정말로 장모님 되는 건가? 장모님 전남자친구니 뭐니 추억의 소셜 네트워크 도메인도 하필 Cyworld.com 뭐 잔지식 얘기는 이쯤 하고 다시 돌아가서. 말하자면 여자의 입을 빌려서, 여자 연기자로 빙의해서 말하자면 이런 식이지. 
   「나는 이미 당신한테 뻑~갔어도. 난 오빠에게 홀딱 반했어도. 난 이미 그대와 아름다운 사랑에 포근히 젖었을지라도.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 왜? 난 의전녀니까. 그래서 페라리 FF 먼저. 연애는 나중. 원룸에서 시작하는 거도 싫다 그말. 무조건 자가. 싯가 얼마짜리 이상. 존미녀 만나면 그 정도는 기본 아니야? 존예녀 만나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똥파리 전철을 밟아서 똑같이 회사 앞에서 기다릴 것. 그거 먼저. 사랑은 나중 문제. 그 조건 충족되면 결혼까지 한번 생각은 해 본다는 것. 아니면 말고. 그러니 알아서 잘 판단할 것. 오빠야 부디 잘 생각하시라. 자기야 제발 좀 똑똑히 들어라, 알았느냐? 미천하디 미천한 촌놈 주제에, 감히 어디서, 눈부신 여신을 넘보느냐! 심히 무엄하도다 바로 그것. 너가 정녕 의전녀를 아느냐 아니면 사랑을 알기를 하느냐. 우리 같은 음란한 맹녀는 딴 거 없다 딴 거 읎서. 어? 우리는 가리는 거 없다 남자 얼굴 보지도 않는다. 우리는 무조건 10번만 쫓아다니면. 단 10번만 꽃 들고 기다리고 따라다니며 집까지 쫓아오기만 하면. 어? 그러면 우리는 단박에 사귄다. 대번에 지갑 속에 고이 우리 오빠의 사진을 간직해 준단 말이다. 일평생 그 달콤한 고추를 최선을 다해서, 어? 그 새콤달콤 예쁜 바나나를 성심성의껏, 어? 그 벌렁벌렁 황홀한 어딘가를 미칠듯이 애무할 만반의 준비를 다한 여자. 그게 바로 우리다. 알겠느냐? 우리는 남자의 직업이니 나이니 재산이니 매력이니 잔재주니 얼굴이니, 암것도 안본다. 아무것도 소용없고. 아무것도 원치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의전만 바라느니라. 아느냐 모르느냐. 그러니 1 대 1로 만나서 커피 딱 1잔이라도 마셔보고 싶으면 즉각 최신형 페라리 FF 사고, 신혼집도 당장 구하고, 없는 재산 대충 만들어라. 늬 몸을 팔든 어쩌든 그건 우리 알 바 아니고. 알겠느냐? 바로 그래서 내가, 새로운 남자 A부터 Z까지도 모자라서, 하다 하다 전남자친구까지 만났느니라. 지갑 속에 고이 사진 간직해줬던 전남자친구까지. 으하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9

    그다지 재밌지만 않지만. 그래도 얼렁뚱땅 그럭저럭 굴러가긴 굴러가는 소설, 잘 나가다 하필 또 삼천포로 빠지네. 그렇지만 기왕 빠진 거. 줄거리 잊어먹을 만큼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하던 얘기 쫌만 더 하자면 이렇다. 응? 이렇게 말하긴 좀 뭣하지만 기왕 말 나온 김에 말하자면. 구태여 이러니저러니 투덜거릴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또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있긴 있으니 하는 말이지만. 
    보아하니 작전이 이렇다? 결국 발정난 암캐는 알고 봤더니 여왕벌 마인드. 결론은 야 너 가라~ 라는 말은 커녕 만나볼 기회마저 박탈. 뭐 CS? 드라마 CSI 보는 거 말고는 도통 할 줄 아는 게 없는 멍청녀 주제에, 감히 어딜 넘보냐며 쯧쯧쯧! 여자의 복수심은 여자가 지닌 모든 감정 중에서 가장 끈질긴 것. 나의 지갑 속에 항상 간직될 사람은 너가 아니었고. 똥파리 전마누라의 우리 오빠도 너가 아니고. 세상 모든 남자를 다 상대해주는 나는 사랑의 비너스요 넌 그저 해충이요 익충일 뿐. 하이에나의 기쁨조인 나 아르테미스는, 아무때고 내게 전화해서 다정하게 통화할 남자라면, 오직 첫사랑 똥파리뿐. 그게 바로 숙녀 인생의 전부인 사랑. 사랑의 추억이 곧 삶의 모든 것. 넌 아니다 그거지. 우리가 뭐 죄졌어? CS가 문제가 아닌데 골빈년이 그런 걸 어찌 아나. 관심도 없지. 오직 진한 사랑 그 상상뿐인데 이 남자 저 남자 자동차에 막 타느라 정신없지 정신없어. 이미지 트레이닝에 순위권 남자들을 죄다 초대하시면서, 엄마 오빠 머머머해~ 남자들 그게 뭐야~ 리얼사이즈 인형 어쩌고저쩌고. 오늘 밤도 엄마는 뜨겁고. 어제 새벽도 꾹 참다 참다 어쨌고. 내일도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라는 명언만 되새기시고. 천년의 사랑에 홀딱 빠져서, 아찔한 연정에 정신 못 차리고 나니, 따라서 외갓남자가 술을 쳐마셨든 내 오빠가 마음 아파하든 어쩌든, 세상 사람들 보란듯이 이 남자 저 남자 자동차 조수석에 막 타고 다녀. 그러면서 내 남자가 자동차 조수석에 (이성에 대해서) 오직 그녀가 아니면 허락하지 않는다는 데 더없이 꿈처럼 높은 가치를 부여해? 
    이상은 선명하지 않고 거북이는 제 껍데기를 모른다. 낙타가 제 등이 어쩐지 모른다고. 첫눈에 홀딱 반하기 전부터 짝사랑도 시작되고 애정도 부풀릴 대로 부풀려졌는데. 마치 무슨 스폿이 열린듯이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나니 정신을 못차린다 그 말이지. 괜히 팬들이 백치미 백치미 그러나? 괜스레 삼류 칼럼니스트가 의전녀 의전녀 그러겠냐고. 꼴에 지도 맹녀이자 집순이요 엄마 스타일이라고 얌전한 척 내숭 수줍은 척 애교. 알고 보니 경망스러운 계집이요 요사스러운 악녀. 아니면 응큼한 껄떡녀. 아니면 여자말 번역기 그 자체이자 속에 품은 판타지와 복수심이 말도 못하는 숙녀? 그 어떤 보복이 꿈꾸고 있을지 상상도 못한 채 촌닭부터 하이에나의 끝까지 어장관리는 어장관리대로, 새로운 남자는 새로운 남자대로. 여왕벌 마인드가 실현되니까 미쳐버리는 거지. 그처럼 사랑 때문에 미쳐버렸는데. 그와 같이 사랑 때문에 심신분리됐는데. 그런데 정신을 어떻게 차려. 판타지가 코앞인데. 집에서 일하고, 완전히 자기 이상형이고, 마음에 쏙~ 들고, 집안일 다 할 테고. 가정부 역할이든 뭐든 말하면 말하는 대로 뭐든 다 들어줄 거고. 미쳐버리는 거지. 미쳐버린다고. 그처럼. 여자말 번역기 그 자체이자, 속에 품은 판타지와 복수심이 말도 못하는 숙녀 평균이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는데. 그런데 어떻게 제정신을 차리나. 마음은 24시간 붕붕 지면을 떠다니는데 정신을 어떻게 차리냐고. 생각은 날마다 침대요, 언제나 첫날밤이자, 위대한 상상력이 주문하기를 행복하기가 행복하기가 그 끝이 없을 절정감인데? 정신 못차리지. 제정신 차릴 수가 없다고. 그런데 정신을 어떻게 차려. 판타지가 코앞인데. 모두 다 상대해주고 만나주느라 기쁨의 춤을 추는 날 보며, 표정 망가지던 널 보며, 그 얼마나 행복했는데? 
    일평생 그 표정으로 살아 봐. 느껴 봐. 당해 봐. 거울. 반사. 에코. 
    (1) 오늘은 (입술과 입술이 가까이 근접한 사진이 찍혔던 날 전남자친구 만났던 얘기했던 날) 바로 그 썩은 표정!
    (2) 내일은 (설거지 마친 다음 돌아섰을 때 보여준) 바로 그 표정! 
    그렇게 딱 2개. 오로지 딱 2개. 내내 반복. 일생 반복. 영원히. 끝없이. 다다다다다다음 생이든 언제든 끝은 없고. 1번 똥 씹은 표정을 보며 그 아찔한 행복함 즐기셨으면 그럼 이제 나중 1조배 1경배로 되돌려주셔야지. 하나 갔으면 하나 와야 하는 법. 2번 미간 찌푸리면서 순식간에 시선 회피. 허허. 똥 마려운 심정쯤은 봐줄 용의 없지 않고. 왜냐하면 여자는 의무방어전을 상상만해도 그 은근한 예감만으로도 화장실 직행해야 정상이니까. 실제 그러니까. 아니면 여자가 아니고. 그렇게 딱 2개 표정만. 당해 봐. 느껴도 싸지 싸. 끝없이. 영원토록.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음의 생까지는 어림도 없고. 영원히. 무슨 눈물이 핑돌고 가슴이 먹먹해도 참아야 하느니 어쩌니 다 필요없고. 딱 그 2개. 오직 2개. 그러니까 평범한 남자이자 웬만한 모태솔로들 죄다 죽사발 만들어버리는 사랑의 기초라니. 일생이 공주병 연예인병 햄버거병이구만 그래. 가난한 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경멸은 최대한 절약해서 써야 하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 그런데 가난한 애인을 능욕하고 모태솔로들을 경멸해? 사랑이니까 경솔? 또 팔랑귀? 훈수꾼들 신나니까 팔랑개비? 지켜 보는 냄비는 더디 끓는 법. 시작도 발단 끝도 발단. 늙은 고양이는 먹잇감으로 장난치지 않는다. 이 세상 모태솔로들이여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이게 말이나 됩니까? 못생기고 가난하고 모태솔로고 인기 없고. 그런 남녀 어디 서러워서 살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워 워 워. 워───워───워!  그분들 때문에 우리 같은 모태솔로는 말이야, 투우장이든 어디든 출전 자격부터 없는 거지. 괜히 혼자 좋다가 만 거라고. 
    토끼 두 마리를 쫒으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 적게 걸고 적게 먹기냐. 아니면 고위험 고배당률이냐. 뻔트냐 풀스윙이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제7부 리그에서조차 나는 방출당했다는 거다. 외상으로 사들인 돼지는 쉴 새 없이 꿀꿀거린다는 걸 내가 왜 몰랐냐고. 결국 외상으로 사들인 돼지는 알고 봤더니, 지고지순한 사랑과 짝사랑과 순애보? 그럼 진한 사랑에 대한 기대감에 도대체 얼마나 애타라는 거냐고. 아니면 이처럼 크리스탈한테 또 속기나 하고. 뜨거운 물에 덴 고양이는 찬물까지 무서워한다고, 내가 딱 그짝이었다. 막 그쪽. 딱 그 신세. 하여튼 나도 나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사랑 칼럼은 뭔 사랑 타령. 허구헌 날 사랑이 어쩌고저쩌고. 강 건너의 모기는 보면서 코밑의 코끼리는 못 본다고 그게 딱 내 말이었던 것이다. 남 걱정은 정도껏 내 앞가림 먼저. 그치만 수다 3시간에서 남 얘기 빼면 뭐가 남냐고. 남편 흉보기 시작하면 표정부터 싹 바뀌는데. 몰라. 됐고. 남이야 지들 남편 흉을 보던가 말던가. 난 일이나 하는 수밖에 없었다. 





    10

    꿈 투기업자 즉 사기꾼의 특기는, 동기부여 뻠쁘질. 또 세속적인 애정 부추기기. 의혹스런 인생을 돌이켜보게 만들기까지. 그러니까 그분들의 미끼는 달콤한 희망? 알고 보니 치명적인 매력이란, 여자의 마음에 쏘옥 들었던 남자 얼굴이랄지 여자 말 잘 들을 거 같은 어리숙함. 오락산업은 바로 그녀들에게 환상감을 무궁무진하게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맥없이 여잘 기쁘게 해 줄 표정 하며. 뭐야,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이는 사기꾼도 난봉꾼도 플레이보이도 아니네? 보아하니 그녀들의 마음은 언제나 은근 허당에게 가 있다는 것. 말하자면 여자는 미남을 절대로, 결코,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는 것. 그녀들이 목소리 도톰한 남자를 왜 싫어해? 그분들은 그 치명적인 공식에서 여간해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 단지, 그녀들의 이상형이 우리가 아니라서 서운할 뿐. 어? (절레절레)! 
    그래서 우리도 먼길 돌아 다시 타율주의로 복귀하기를 마다하지 않음. 난 소중하니까.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거거든. 사랑은 아름답고 지고의 가치가 있으니 만큼 뻔트와 장타쯤은 구별해야 하는 거라고. 우리도 그쯤은 식은 죽 먹기. 말이야 뭔들 못 해? 뭔가 지나친(?) 농담이고. 좌우지간 이게 단물 빠진 호박이냐, 아니면 누군가 꺼억~ 트림하며 씹다 버린 풍선껌일 수도 있느냐. 구분은 해야 하거든. 곧 인생이란 나를 가꾸는 것. 사랑이란 가랭이 사이로 공을 넣어 수비수를 제낀 다음 희망찬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것. (뭐 개인기 뛰어나서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공 집어넣서 제치는 게 아니라, 중견수가 알까기 해서 1루타를 런닝홈런으로 만들어주는 것? 인생이란 믿었던 구원투수의 불쇼? 하여간에 말을 말어야지 말을). 그러니까 날 헤프도록 막살자 웨이터에게 맡겨버리면 안되는 것. 대충 살자 바텐더라면 또 모를까. 뭐? 어쨌든 세일은 곧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일. 쉬운 말로 상품은 합리주의도 괜찮을지언정, 인생은 떨이와 싸구려이길 경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알려지며 파리 꼬이는 꽃에게, 홀딱 반해야 할 이유? 뻔한 늑대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그분들께 마음을 빼앗기며 시간 낭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럴 동기도 뭣도 없다고. 어? 우리가 뭐한다고 내 인생을 타인에게 맡기냐고. 
    따라서 나는 사랑보다 혼자 놀기를 택했다. 그래서 나는 최근 애착심이 손톱 때만큼 있을 둥 말 둥 부풀어오른 취미, 바로 당구를 즐기러 갔다. 
    영차영차 영차영차.
    영차영차 영차영차.





    11

    당구장 도착. 거기 이름은 봤는데 거론하기 귀찮고. 
    취미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렇게도 나눌 수 있다. 
    혼자 하는 것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 물론 둘 다 가능한 것도 있고. 아니면 돈이 적게 드냐 많이 드냐로 나눌 수도 있고. 공력과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큰 재미를 보는 취미도 있고. 취미 반 직업 반도 있고. 그런데 그 가운데 지금 여건에서는 적게 걸고 적게 먹는 일이, 그나마 시간 낭비도 적고 부담도 덜하고. 하는 일이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따분한 칼럼 쓰기에 지친 무명작가를 달래주는 일. 뭐야, 알고 보니 그거 또 뻔트잖아? 그러든가 말든가. 아무튼 여긴 조용해서 좋았다. 특히나 음악이. 
    요한 세바스찬 바흐 / 세속 칸타타 <다가오라, 빛나는 물결이여> BWV 206 중에서 감미로운 아리아 몇 편. 
    C. Ph. E. Bach / Die Auferstehung und Himmelfahrt Jesu Wq240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오페라 <마술피리> - ”지옥의 복수가 내 마음에 끓어오른다"
    그런데 뜬금없이 아는 동생 엘리자베스가 찾아왔다. 
   「네가 여기 웬일이니?」
   「오빠. 인사치고 거 어째 촌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수?」
   「뭔수? 얘가 못 보던 새에 말발이 꽤 늘었네? 너 어디 웅변 아카데미 다니니? 아니면 뭐 아는 마담한테 개인교습이라도 받는 거니?」
   「내가 무슨 실비아 크리스텔이야 뭐야. 오빠는 생각 자체부터 식상해. 응? 풍기는 느낌부터 고리타분하다고. 그런 구식 탱탱 묵은 발상으로 어떻게 명작을 쓰겠다고. 한심하기가 과히 이를 데 없네 그려. 응? 그러니까 뭐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글도 안 써지고. 약속도 없고. 할 일은 더 없고. 그렇다고 할 말이 있어서 칼럼 써서 품위유지비를 챙기기도 힘들고. 카피라이트인가 뭔가 그거도 영 머시기하고. 그래서? 잘한다 잘해. 가루도 아니고 반죽도 아니고.」
   「너 여기 왜 왔니?」
   「왜 오긴. 보면 몰라?」
   「너 나 미행하니? 누가 보냈어?」
   「누가 보내긴 뭘 누가 보내. 내 발로 찾아왔구만. 내가 무슨 호박이니? 아 맞다. 오빠 차였다며. 소문 쫙 퍼졌어. 물론 이젠 추문도 염문도 뭣도 아니지. 왜? 재미없으니까. 애들 모두 듣는 둥 마는 둥 관심도 없던데?」
   「누가 관심을 바란데? 알고 싶지도 않아.」
   「그런데 왜 차였어? 크리스탈이 웬만하면 순정이 식지 않는 앤데. 내가 걜 잘 알거든.」
   「사귀지도 않았어. 그냥 아는 오빠 아는 동생. 그게 다였다고.」
   「오빠 꽉 막힌 남자구나? 일명 속 좁은 남자. 푸하하하하하하. 제대로 삐졌네 이 오빠. 이 오빠 완전 꼴았어. 완전히 삐졌고 완전히 꼴았고. 꼴았네 꼴았어. 속이 골은 거지 그냥.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인데. 오빠, 우리 헤어져.」
   「뭐? 그건 또 뭔 소리야? 헤어지긴 뭘 헤어져. 너랑 나랑 언제 사겼니? 너 오빠 가지고 노니?」
   「오빠 발끈하니까 귀엽다. 어쨌든 자기반성이 가장 좋은 고삐. 여자가 뭘 바라는지 이참에 잘 생각해보면 되지 뭐. 하여간에 잘 판단해. 지금 때가 때가 장난이 아니니까. 오빠 이런 기회 두 번 다시 안 올지도 몰라. 응? 나중 오빠 인생에서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지도 모른다고. 알긴 알아? 크리스탈이야 나야? 걔 완전 멍청해. 미련 버려. 잊으라고. 보내. 그런 응큼한 암탉은 세고 셌어. 알어? 세상의 반은 여자. 응? 오늘도 봐 봐. 우리가 괜히 우연처럼 만났겠어? 다 예언가가 우리 사이를 점지해주었을 수도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응? 오빠는 나 같은 철저한 기분파한테 사랑을 배워야 한다니까.」
   「너 도대체 뭔 얘기를 하는 거니? 네 얘기를 듣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 혼이 나가버리는 느낌이라고. 너 지금 나랑 수다 3시간 그거 해 보자는 거니? 내가 못할 줄 아니? 어? 뭐 밉살스럽지만 끈덕진 미련은 버리라고? 처음부터 없었어. 감정 깔끔하다고. 우리는, 못 말릴 사랑은,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아. 알아? 안 그래도 우리는 지난 사랑은 묻지 않아. 그게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법이지. 고달픈 슬럼프야 짠한 애모야 얼마든지. 단! 연애의 성패는 군말 없이. 그런데 거 어째 자꾸 너한테 말리는 감이 없잖아 있네. 너 나 너무 감지 마라. 나 감기면 안 돼. 웬만치 당기라고. 어? 긴말할 것 없이 우리, 수다가 아니라 경기에 집중하자. 본심을 말하자면 어쩌고저쩌고,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지으면서 이러쿵저러쿵. 정신사나우니까. OK?」
   「오빠가 무슨 드라마에 나오는 약장수야 뭐야. 뭔 뚱딴지 같이 웬 명령? 훈수꾼이 더 극성이네. 자기가 주인공인 줄 착각하기 좋아하고. 심하게 오바하고. 오빠 이용당한 거였어. 크리스탈이랑 나랑 썸타는 사이야. 알아?」
   「뭐 진짜?」
   「아니. 뻥이야. 진짜겠니. (몸짓) 오빠 가만 보면 아주 그냥 팔랑개비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하여간에 (절레절레) (절레절레)!」
   「꾸지람은 시어미한테서 받고 애꿎은 개보고 야단도 아니고. 하여튼 동네 북이네 동네 북.」
   「보아하니 또 사랑? 뭐 연애? 프러포즈할 때 남자의 마음은 5월이지만 결혼하면 12월이 된다? 꼭 그렇지도 않아. 다 그렇지도 않지. 허나 배고픈 늑대와 배부른 토끼는 처지부터 다르고.」
   「아 시끄러워. 어? 닥쳐. 딱 닥쳐. 조용하란 말이야. 그만 좀 까불어. 어? 사랑이라면 신물이 다 난다니까 그러시네. 속에서 쓴 물이 올라온다고요. 네?」
   「아니. 어떻게 그토록 심한 말을!」
   「너 또 그 얘기할라 그랬지? 그 입꼬리 한쪽 올라갔다 내려오고. 눈빛 2시 상향 봤다가 8시 방향으로 내리깔았다가. 눈 크게 떴다가 미간 찌푸리고. 그 순서 보면 내가 모르니? 뭐 그러니까. 뭐지, 말하자면. 뭐라더라? 그래. 그거. (딱). 딱 그거. 입 가까이에 있는 것은 마음 가까이에 있다? 뭐 식욕이 성욕?」
   「이 오빠가 여자한테 뭐 발정난 암코양이네 뭐네. 암캐니 암탉이니 그런 칼럼이나 쓸 줄 알지. 순 허당이네.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알아? 어?」
   「넌 뭐 얼마나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인 줄 아니? 응? 너 화장 진하고 패션 섹시하고, 어? 다 치장하니까 보는 거 아니야. 화장발, 너 그거 장난 아니잖아? 늬 친구들이 뭐라 그러는지 알기는 아니? 어? 눈썹에 달린 불부터 끄셔. 눈은 높아가지고 말이야. 어? 내가 차마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고자 했는데, 아니다. 됐다. 그런데 너 그거 아니? 아니다. 됐다. 뭐 그건 넘어가자. 그렇지만 또 아닌 게 아니지. 그렇지. 그럼. 맞다. 너 그거 들었니? 아니다. 됐다. 그냥 네가 아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거만 알아둬. 네가 혹시 모르는 게 있나, 있을 수도 있고. 없을지도 모르고. 설마 하니 뭔 사연이야 있겠냐마는. 또 모르잖아?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게 롤로코스터일지 회전목마일지 몰라도, 글쎄나 알고 봤더니 귀신의 집? 뭐 그 정도만 알아둬. 응? 뭔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귀 안 간지럽던? 간지러울 때도 됐는데.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그렇지 (몸짓). 그리고 말이야, 그거도 다 나나 되니까 너한테 귀뜸하는 거야. 그 암시 귓등으로 듣지 말고. 응? 왜 조짐이 심상치 않니? 다른 애들이 말이야, 어? 아니다. 아니야. 그래도 다 나나 되니까 너한테 넌지시 운을 띄우는 거라고. 나나 되니까~! 딴 애들, 아는 동생이네 추종 세력이네 뭐네. 딴 애들 같으면 어림도 없어. 알아?」
   「오빠 말 다 했어?」
   「다하긴 뭘 다해? 아직 시작도 안 했구만.」
   「거짓말. 오빠 할 말 떨어졌지? 그 볼살 경련 보면 내가 모를 줄 알아?」
   「나 할 말 있어.」
   「(따라 하기. 흉내내기. 성대모사). 나 할 말 있어~. 응애응애 꼼지락꼼지락 푸하하하하하하. 그래 할 일 있는 걸로 하자. 그래 줄께. 응? 들어는 준다고. 뭐 꼬집으면 아픈 시늉이라도 해 주지 뭐. 그게 뭐 어렵다고. 허허. 뭐 또 그 말 할라 그랬어? 야, 너 가라~! 그래. 나 갈게. 안 그래도 갈려 그랬어. 나 바빠. 오라는 데도 많고 갈 데도 많고. 만나주라는 애들은 더 많고. 응? 오빠. 나 간다. 우리 다음에 다시 보자. 다음에는 좀 생각을 하고 말하기를 바랄게. 알았지?」
    귀가 아무리 커도 머리보다 작다는데 이건 무슨 코끼리도 아니고 앵무새도 아니고. 그날 나는 그처럼 바보퉁이가 되어 성과는 꽝이 되어버렸다. 어떤 조과를 바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일의 작황은 꽃을 보면 안다지만 이건 뭐. 꽃이 피건 말건. 벌꿀이 꼬여도 꼬여도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너와 나의 마음이 꼬여도 꼬여도 피차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에잇. 말 말자 말을 말어. 내가 말을 말어야지. 그런데 내가 어쩌다 이렇게 쉬운 상대가 되어버렸지? 걔네들은 날 뭘로 아는 거야. 이거 정말 아는 동생들 다 청산해 말어! 어? 바보 같은 짓을 부추김 당하기에서 슬쩍 발을 빼기에 성공하고 보니, 어느새 인생은 사랑도 행복도 멀어졌더라 뭐 그런 건가. 아무튼 난 바보가 아냐. 연애가 무슨 불쾌한 생리 기간과 불쌍한 발정기 그 둘 사이의 사랑인가? 관심도 없고. 호감 가는 관심사는 더 없고. 
    결국 오늘 구원투수로 걸출한 꽈배기 투수를 올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패전 전담 요원 힘 빼기도 안쓰럽고. 그냥 오늘은 대패로 마감할 수밖에. 지면 확실히 통쾌하게 지고. 어? 그래. 버리는 경기. 은밀한 비밀을 털어놓고 싶어 안달난 여인에게 딱 걸려든 행복한 심정? 징글징글하다. 아주 그냥 지긋지긋하다고. 재미도 없고. 뭐 들었어요? 듣긴 뭘 들어. 멍청하디 멍청한 촌년 같으니라고. 뭔 말만 하면 땡땡땡땡 멍청함을 광고해. 속에 든 거 없는 허영심만 자랑해. 말도 마 말도 마라고. 남녀의 사랑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백번 양보해도 앞뒤가 영 맞아떨어지지 않는 일. 괜히 엘리자베스는 뜬금없이 나타나가지고 상남자 기분 잡쳐버리게 만들어버려가지고 말이야. (절레절레)





    12

    그대를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드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 절대 절대. 환상에 환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기쁘기 그지없는 숙녀 인생으로 그녀를. 띄우고. 녹이며. 애타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말로만! 그래도 성의껏 얼마만큼 신비한 절정과 신기한 격정에 그런대로 도달하려 노력했는가, 시시콜콜 캐묻고 따지고 자시고 할 뭣도 없이 산통 다 깨진 격. 혹시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가 설마 이런 느낌인 걸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아마도 난 아니었으면 좋겠고. 결국 이기적인 속물근성은 우리들의 솔직한 심정. 그러니까 꿈에도 예상치 못한 쾌락은 언제쯤에나 쥐구멍에 찾아올까 오직 그 생각뿐? 뭐야 사랑은 없다잖아? 차마 믿기 힘들 정도의 환희를 안겨주는 사랑일 텐데 뭐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 진한 사랑은 뭐 사랑 아닌가! 아무렴. 왜냐하면 그녀는 아직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망을 모르실 테니까. 뭐 알면 안 된다고? 자못 안쓰러운 상념일 뿐이구만. 심통도 재미없고. 공상도 다 귀찮고. 억지도 쓸모없고. 품위 유지비가 간당간당도 아니라 바닥났고. 열정도 없고. 수프는 식었고. 보너스는 꽝이고. 미소는 썩었어. 복숭아는 속이 골았다고. 빛 좋은 개살구지. 아니면 반 냉동참치. 그래서 벌레 먹은 사과가 맛있긴 맛있는 걸까? 그야 알고 싶지도 않고. 나는 사랑을 아직 모르고. 어쨌든 사랑은 뻥. 다 뻥. 몽땅 뻥. 드라마도 지루해. 줄거리도 말도 안 돼. 밑도 끝도 없이 이상한 전개들 투성이. 게다가 탐스러운 사과 아름답기는 한데 맛이 없어? 앓는 소리와 거드름, 그거 다 능글맞은 허세일뿐. 좌우지간 연습경기에 힘 다 뺐어. 쓸모없는 억측 때문에 더 힘 빠졌고. 괜히 TV 보고 수다 듣다가 기 빨리니까 그러게 미리미리 조심해야지. 일단 염려 붙들어 매시고 뭔가 애써도 심취할 만한 활력이 비리비리. 그럼 이젠 어떡한담?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래서 나는 롭에게 새롭게 머물고 올 만한 별장을 요청했고, 롭은 내게 꽤 괜찮은 휴양지를 알려줬다. 
    별장 이름은 문자가 아닌 숫자. 440. 뭐시여 440? 뭐야 그게! 아~ 남자와 여자? OK!
    남녀.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 늑대와 여우. 개와 고양이. 양과 돼지? 여자가 일평생 생산하여 배출하는 난자의 개수가 적게는 400이던가 450이던가. 많게는 500? 정확한 평균과 최대값은 몰라도. 남자는 양 여자는 질. 남자는 외향성이요 여자는 까다롭기로 정평난 여자말 번역기. 자칭 숙녀요 타칭 뭐 여적여 보적보? 어쨌든 남자는 배짱 여자는 애교. 그래서 얼굴값 어쩌다 꼴값. 얼굴 팔리는 걸 좋아하는 관심종자냐, 얼굴 팔리는 걸 죽기보다 더 싫어하는 바람둥이냐. 1부 리그 무대와 7부 리그 불장난 정도는 구분하는 게 우리. 득점왕과 뻔트 차이도 모르면 안되거든. 남자야 손해볼 거 없으니까 뜬금포든, 막던지든, 삼천포든, 풋사랑이든, 농담이든 어쩌든. 말하자면 속된 말로 이빨 까는 게 주특기. (눌변가께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일단 이치가. 매를 버는 게 일이 될 수도 있다니 절레절레 쩔레쩔레). 보아하니 여자들 우정은 첫째도 듣기 둘째도 듣기지만. 남자는 그 반대. 남자들 우정은 뭐니 뭐니 해도 안 듣기. 으쌰으쌰. 그래서 여성잡지 2 애독자인 아줌마들은 하도 하도 당해서 안 듣기. 수컷은 입만 열면 뻥. 아니면 과장. 그래서 아줌마 허세가 장난 아니고. 남자 말을 믿느니 옆 집 똥개말을 믿고. 어차피 여자도 사람이니까, 변심은 기본.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마음은 절대로 같지 않음. 똑같을 수가 없음. 아아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하리다? 사랑은 없어~! 농담이고. 남의 말을 듣다 듣다 보면 속고 당하기 딱 좋은 세상. 그래서 일찍부터 대부분 남의 말을 안 듣는 법. 그런데 여자도? 여자는 진한 사랑 딱 1번 잘못 했다가, 평생 애절한 사랑에 행복할 수도 있고, 그때부터 팔자 꼬여서 여자 인생 조질 수도 있고. 일단 피임과 성병 걱정부터 시작해서 애 배고, 낳고, 기르고. 섹스 딱 1번에 숙녀 인생 5년 10년 훅 가고. 애 점지하고, 태교에, 낳고, 키우는 그 초반 5년 6년 7년 동안 여자는 딴 일 거의 못하고. 성병 뿐만이 아니라, 뭐니 뭐니 해도 추문! 어? 스캔들이 멋지면 몰라도 더러우면. 뒷담화라는 게 고혹적이기가 어디 간편하냔 말이지. 연애사라는 게 통상 그렇다. 딱 그렇다. 남자는 훈장 상장 트로피 쟁쟁한 전적 침 튀기는 자랑, 그런데 여자는 숨기고 감추고 낮추고 수줍고. 뭐 피 튀기는 질투? 겉과 속이 다르고. 말은 못하고. 흐흠~ 가만 있자~ 손차양을 그리며...... 흐흠! 뭐? 일평생, 얘 여자는 한 방에 넘어가~ 사랑은 한 방이야~ 하지만 내 그때를 생각하면 이 발등을 찍고 싶더라, 그러니 너도 훅가지 않으려면 조심해 내 말 명심해, 라면서 오늘도 남편 흉보기로 수다 3시간을 보낼지도 모르고. 남녀는 하늘과 땅 차이. 타율 신드롬과 하이에나 타석주의 역시나. 남자와 여자. 빠르냐 미루냐. 창과 방패. 첫날밤이냐 미루기냐. 첫 키스냐 개꿈이냐. 첫 포옹이냐 무슨 개뼉따귀 같은 뻥이냐. 쾌락 충족이냐 만족 지연이냐. 꽃과 화병. 액자와 명화. 남자는 항구 여자는 배. 아니 반대네. 귀와 귀걸이. 즉, 평생 남자는 대략 4천억 개의 정자 생성. 또는 1억개 방출도 불사. 그런데 여자도? 여자는! 여자는 평생 150만 개의 난자가 생성되지만, 그중 약 400개만 성숙. 오직 딱 400개. 그 400개 난자 다 만들어냈으면 폐경. 폐경되어도 즐거운 인생 재밌는 사교 아름다운 사랑이면 좋고. 또는 누가 여자 나이 50 넘으면 쳐다본대유? 라고 농담하던가. 너가 그 말로만 듣던 난자왕이야, 난 정자왕이다 어쩔래. 아아 이래서 세간에서 비너스 비너스 사랑의 비너스 하는구나, 바로 이래서 속궁합이니 뭐 명...기? 하여간에 절레절레. 뭔 스폿? 절레절레. 커피포트는 통 쉬지를 못한다니까 글쎄. 날이면 날마다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빨아드려도 모자를 판에 말이야. 여체는 관심 없고.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우리는 예쁜 아가씨니 아름다운 숙녀니 귀여운 애교니 그런 거 싹 다 몽땅 무관심. 하나도 관심없음. 보기도 싫음. 들려서 짜증남. 그런데 뭐가 좋다고 늑대들은 홀린 듯 바라보며 생각하는지. 우리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살면서 지금까지 싸워서 져본 적 단 1번도 없고. 내기해서 져본 적도 0이고. 여자를 좋아해 본 연애사도 없고. 다만 번호표 뽑는 기계는 절실히 필요했고. 왜? 통과! 
    좌우지간 그깟 말도 안되는 사랑론 누가 허풍떨지 못한다고, 아조 그냥 말은 말은! 말만 그냥 헤라클레스요 쥬피터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연애법도 사랑이라고 개 풀뜯어 먹는 썰이나 풀고 자빠졌어 그냥. 춤추고 법석에 재롱 잔치를 벌이는구만 그래. 미친놈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네. 이놈의 여편네가 보자 보자 하니까... 아 여편네 없구나. 마누라 있으면 뜨겁게 사랑해줘야지 여편네를 왜 패? 내가 여편네를 왜 패냐고. 안 패. 오빠 자? 안 자! 누가 자? 안 자! 왜 자? 안 자! 3박 4일로 쌍코피가 터지든 어쩌든 내 그냥... 워 워 워! 이글이글거리는 바로 이 이글 아이!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거 안 보이니? 입에서 화염방사기의 불꽃이 나가는 열기가 느껴지지 않냐고. 거 무슨. 굶주린 하이에나 개꿈꾸고 있구만 그래. 허허. 아무튼. 그래서 숙녀 인생에서 난자의 총량은 대충 440개! 대충 그거랑 비슷하네. 또는 여자의 초경부터 폐경기까지 기간으로 봐서 대충 40년이랄지 44년. 정확한 평균값과 최대값 최소값은 몰라도. 것도 그렇고. 아니면 누군가의 시험 점수. 그도 아니면 별장 주인이 연애 440일 만에 결혼에 골인했을 수도 있고. 잔머리 굴려봐야 머리만 아프고. 
    좌우지간. 그곳에서 한 시절을 보낸다면 그야말로 기분 좋은 만족감 때문에 아찔한 착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는 큰 기대랄까. 뭐라고나 할까. 찔끔찔끔 심하게 낭만적인 예감이 결국 더러운 실망으로 귀결되면 안되니까. 혹시 모르니까. 따라서 나는 수군대기 좋아하는 성미를 가라앉혔다. 잠시 놀다 오는 것뿐인데 통 큰 결심은 또 뭐한다고. 상남자의 권태를 홀가분하도록 날려버릴 속이 다 후련한 모험은 바라지도 않았다. 어차피 빨리 익은 열매는 빨리 썩는다. 때로는 자기합리화도 썩 나쁘지 않은 발상. 함성으로 시작해서 낑낑거리며 끝내기. 곧 첫 끗발이 개 끗발일 수도 있으니. 그저 뭔 일 있겠어 라는 듯한 자세로, 나는 당장 그곳으로 떠났다. 





    13

    나는 별장에 도착했고 그곳에 입주했다. 
    동네 분위기도 괜찮고. 초록색은 다채롭고. 꽃들도 만발하고. 
    앙브루아즈 토마의 오페라 <미뇽>. 그 가운데 아리아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를 들으면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궁리했다. 
    결과는 나왔다. 일단 동네 산책을 하면서 대충 3박 4일 일정을 구상하기로.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뭐야, 그런데 문이 잠겨있네? 난 잠그지 않았는데? 근데 왜 잠겼어! 
    그야 풀면 되지. 하지만 안 풀리네? 어쭈! 이것 봐라. 뭐지 지금. 어라? 
    해도 해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장난이 아니었다. 이게 어떻게 소꿉장난인가. 
    하여 나는 롭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롭. 너는 아니?」
   「알다니 내가 뭘?」
   「여기 문이 잠겼어. 안에서 잠겼고 밖으로 못 나가.」
   「그래?」
   「응.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혹시 너가? 너 영화 찍니?」
   「내가? 내가 왜! 내가 형을 감금해서 뭐한다고. 형 잘 알잖아. 나 여자 좋아한다는 거.」
   「응. 알지. 잘 알지. 그런데 왜 잠겼지?」
   「개구리에게는 황금 의자보다 연못 속이 더 좋다는 말이 있지.」
   「그럼 그 말은 곧 난 개구리요 여기는 우물, 고로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잘 아시네. 허허. 농담이고. 참을성은 당나귀의 미덕.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방법을 찾아봐. 직접. 어릴 적 소풍 가서 그런 거 해 봤지 않나? 숨은 쪽지 찾기 놀이 같은 거. 형. 침대의 열을 가지고서는 피자를 구울 수 없다는 거. 형도 잘 알잖아? 형이 나한테 새로운 행선지를 요청한 건 뭔가 모험을 하고 싶다는 거고. 나는 형의 동생으로써 뜻밖의 발단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고. 뭐니 뭐니 해도 귀찮고. 때문에 그건 아마 그냥 우연일 거야. 다락방에 올라가 봐. 거기에 집 설계도랑 제어부랑 뭐랑. 전부 다 거기 있어. 거기서 조작하면 될 꺼야. 일단 나 바쁘니까 이만 끊자. 다음에 통화하고. 안녕. 」
    뚝. 삐─삐─삐─삐─삐! 
   「여보세요? 여보세요? 뭐야! 여보세요? 이 자식이......」
    롭은 지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 
    그래서 나는 롭의 말대로 다락방 쪽으로 갔다. 왜냐하면 나는 이상적인 환상보다 현실감을 중요시하는 실리주의자이기 때문. 그런데 어설퍼. 뭐? 됐고. 허황된 꿈을 꾸도록 부추기기를 논할 상황도 아니고. 헛된 사랑의 희망을 간직하도록 독려하기를 지금 뭐한다고 고민하나. 지금 탈출을 해야 뭐든 하든 말든 할 거 아닌가. 얼빵한 미저리에게, 아니 아니 찌질한 머저리에게, 설마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싶도록 놀라운 행운. 지금 상황이 상황이 그딴 걸 공상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다락방 문도 안 열리네? 아 나 이거 정말 원 맙소사! 
    어쩌란 거지? 어쩌라고! 어쩌라고요? 





    14

    그렇게 몇 번 낑낑대다 포기하기 직전. 나는 마지막으로 딱 1번만 더 열어보자는 마음으로 문을 막 열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열릴 줄이야. 아니 이럴 꺼면 미리 말을 하던가. 엉뚱한 상소리를 내뱉을 수도 없고. 
    그러니 그 뭐야 숙녀에 대한 깍듯한 예우 차원에서 그녀가 앉을 의자를 쓱 빼주다가. 의전은 뭔고 하니, 결국 앉으려고 하니 의자를 더 빼버리는 일처럼. 
    벌러덩~! 난 그렇게 문이 벌컥 열리니 뒤로 나가떨어졌다. 나름 우습기 짝이 없었다만, 웃길 상대가 없다는 게 다만 아쉬울 뿐. 
    코메디언 발끝도 못 따라갈 유머는 그쯤 하고. 
    그래서 딱 다락방에 뭐가 있나, 집안 경비 시스템 해제하고 어쩌고 그래야 하는데. 
    그때 딱 다락방 문에서 하필 비비안이 등장하네? 
    이게 뭐야! 레이디 비비안이 왜 하필 거기서 나와. 도대체 어째서? 
    한낱 늑대 주제에 난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나 같은 촌닭이 뭐가 좋다고! 
    의심은 부쩍 상승했고. 돌연히 겁이 났기 때문에 다리털이 바짝 서는 듯했다. 정말로 꼭 그런 건 아니고, 말이. 
    현시점 줄거리는 족히 장르 변환 감이었다. 그렇다고 줄행랑을 칠 수야 있나. 
    쭈삣쭈삣 물어볼 건 물어보고. 힐끔힐끔 얘가 날 얼마큼 좋아하나 눈짐작은 해 봐야 하니까. 
   「앗 깜딱이야! 놀라니까 발음이 다 세네. 뭐야? 너 뭐야? 레이디 비비안! 네가 여기 웬일이니?」
   「그러는 오빠야말로 여기 웬일이야?」
   「너 지금 내 말 따라 하니?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오빠가 먼저 물어봤으니까, 따라서 오빠가 먼저 대답하면 되겠네. 안 그렇수?」
   「뭐가 어쩌고 어째? 너 나 미행했니?」
   「뭔행? 내가 오빠를 왜! 이 오빠 상태가 영 안 좋은 거 같은데.」
   「상태가 안 좋긴 누가 안 좋아? 그러는 너나 바지 지퍼 잠그고 다녀.」
    그녀는 고개를 숙여서 촌스러운 꽃무늬 치마의 지퍼를 쳐다본다. 
   「인사 잘 받았다.」
   「윽 유치해. 내 치마 지퍼 뒤에 있거든.」
   「그런데 왜 아래를 쳐다봤는데.」
   「잠시 망설였어.」
   「망설... 뭘? 뭐? 뭐를? 왜? 너 이상한 생각하지 마. 혼난다. 정신 차려. 어?」
   「시끄럽고. 그만 가줄래?」
   「어? 가긴 어디를 가! 내가 왜? 오늘 이곳은 나의 별장이야. 이거 왜 이래?」
   「웃기지 말고. 웃기지도 않으니까. 가. 어? 가라고. 내가 먼저니까.」
   「진짜야?」
   「그럼 거짓말인 줄 알아?」
   「그런데 너 그 안에서 뭐했어?」
   「하긴 뭘 해? 오빠는 거실에서 뭐했는데?」
   「야 거실에서 할 일이 뭐 있니? 다락방에서 나오는 네가 이상한 거지.」
   「왜, 내가 미친 다락방 삼촌이라도 되는 듯 보이니? 놀래기는!」
   「너 드디어 돌았구나.」
   「미친 건 오빠야.」
   「나는 미치지 않았어. 난 미친놈이 아니야. 바보도 아니고.」
   「그럼 멍충이?」
   「너 자꾸... 그러면 혼난다. 혼 좀 나 볼래? 어?」
   「됐고. 시끄럽고. 허당은 엄명을 받들라. 자, 나가주세요. 오빠 갈 길로 가시라고. 우리 헤어졌잖아.」
   「헤어지기는. 애초에 사귀지도 않았네.」
   「뭐야. 부디 붙잡아주지 않을래? 그런 표정인데? 어머. 어머머. 어머머머머. 이 오빠 재밌네. 그러니까 걔들이...」
   「걔들이 뭐? 걔들이 누군데?」
   「누구긴. 나도 모르지.」
   「(절레절레)」
   「오빠. 오빠 있잖아. 오빠. 혹시 내게 긴히 할 말이 있지 않니?」
   「내가? 너한테? 할 말? 나 크리스탈이랑 헤어졌어. 그리고 곧바로 엘리자베스가 내게 대쉬하네? 싫진 않고. 구애는 뜨겁고. 어쩌면 청혼까지? 물론 나만의 공상일 수도 있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왜? 진짜니까. 아니 믿기 싫으면 믿지마. 그래. 뻥이야. 뻥이라고 치자. 내가 나쁜 놈 되지 뭐.」
   「이 오빠가 돌아도 단단히 돌았네.」
   「얘가 아까부터 자꾸 말끝마다 돌았다느니, 미쳤다는 둥, 바보라 하질 않나. 너 뭐 믿는 구석이라도 있니? 어?」
   「그런데 오빠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 왜 그래? 얼굴 경련이 경련이... 오빠 나 좋아해? 어머 정말이야? 진짜로? 어머머 어쩜 좋니 어쩜 좋아! 오빠 있잖아. 나 화려한 여자 아니야. 나 쓸쓸한 여자야. 아니 참한 숙녀. 조신한 조강지처 부류라고나 할까? 정숙한 새침데기부터 정신없는 말괄량이도 포함해서 요염한 요부까지. 그 뭘로도 변신 가능하다면. 오빠가 이런 날 퍽 좋아하려나? 그렇지만 언제까지! 닭알을 원하는 자는 암탉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참아야 한다는데. 오빠, 내 다변을 견딜 자신 있어? 웬만한 미남들은 중간에 다 나가떨어졌는데. 아니 아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뜻이지. 나 남자 한 번도 안 사귀어봤어. 그럼. 정말이지. 아는 애들은 다 알아. 어쨌든 웬만한 남자는 귀에서 피나기도 전에 (몸짓). 훨씬 전에. 응?」
   「혹시 너 남자 보는 눈이 썩 까다롭지 않은 건 아니니? 그러니? 웬만하다 싶으면, 에잇 설마!」
    바로 그때. 별장의 출입문이 열렸다. 어찌어찌해서 출입문은 밖에서 열도록 바뀐 건가? 나야 모르겠고. 
    이성적인 허영심이 만들어내는 행복한 희망, 그 낯선 방문자는. 
    다름 아니라 크리스탈이었다. 뭐 크리스탈? 걔가 여기까지 왜! 내 말이. 
    여기가 무슨 호들갑을 자동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사교계의 명소야 뭐야. 
    누가 봐도 영락없는 실업자 신세요, 꾀죄죄한 한량 차림새의 당사자인 내게. 과연, 오늘, 여복이 터진 건가? 그럴 꺼면 좀 진작에 미리미리 차근차근 한 번에 하나씩, 쉼 없이, 꾸준히, 오든가 그랬어야지. 하여간에 (절레절레) (절레절레)!
    아무튼 모두들 썩 달갑지 않은 눈치. 아니 퍽이나 싫은 표정. 아마 벌써 뚜껑 열린 듯. 어쩌면 참지 못할지도 모르고. 
   「레이디 크리스탈!」
   「레이디는 무슨 개뼉따귀 같은 레이디?」
   「왜 그래 크리스탈. 우아하게, 어? 너 세련된 여인이잖니. 너 고상한 거 좋아하잖아. 정신 차려. 너 꽁트 싫지 않잖아? 최소한 우리 인사라도 매끄럽게 해야 하는 거 아니니?」
   「그나저나. 넌 여기 웬일이니?」
   「너야 말로 웬일인데. 너 나 이길 자신 있니? 머리 끄댕이 잡고 한 판 하자는 거야 뭐야?」
   「어쭈 얘 봐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너 정신이 외출한 거니 뭘 잘못 먹은 거니? 뭔 배짱으로 나한테 눈 똥그랗게 떠? 어? 시선 깔지 못 해?」
    예기치 못할 우연에 따라 신비감을 떨쳐버릴래야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 아마도 여자의 판타지란 설마 이런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고. 
    뭐야, 그런데 나 남자잖아? 누가 아니래! 
    그런데 이 일을 대체 어쩌면 좋지? 얘네 둘을 정말 어떻게 화해시킬까? 내가 둘 다 어떻게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어? 한마디로 역부족! 
    얠 넘어트리고 나중 쟬 자빠트리고? 소파에 자빠져 TV 채널이나 돌리고 말지. 이건 뭐......!
    바로 그때 극적으로 별장에 엘리자베스가 등장했다. 
    와우~ 엘리자베스까지? 어? 레이디 엘리자베스! 
    잘한다 잘들 한다고!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결판났을까? 
    어쩌긴 어쩌겠나. 거기서 여자 3 남자 1 그 넷이서 연필을 함께 붙잡고 미신처럼 막 귀신을 불러서 어쩌고저쩌고 할 수도 없지 않나. 
    나는 총대를 메고 돌아가기로 했다. 
    게다가 녀석들은 날 붙잡지도 않았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수다 3시간은 벌써 시작됐다. 
    하여간에 여자들이란. 
    수탉, 암탉이 있으면 병아리도 생기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 지금은 뭐 전략상 철수 말고는 없었다. 전혀 없었다. 여자들을 화해시켜서 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에잇 이런 젠장! 





    15

    낙원의 파랑새는 자신을 잡으려 하지 않는 사람의 손 위에 날아와 앉는다. 이를 테면 늑대의 사냥 욕구, 나르키소스의 동정심, 뭘 모르는 숙녀의 변덕까지. 뻔한디 뻔한 멜로드라마, 그래서 재미가 없다. 영화가 다 그렇단 말이 아니라. 보아하니 대어가 정실감이라면 잡어는,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 실없는 농담 지겹지도 않나. 아니면 농담 반 진담 반이던가. 어제는 어복 오늘은 골운 내일은 재물운? 그러다 소녀 감성은 마침내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따라서 숙녀의 마음은,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고. 한쪽은 커피포트 한쪽은 요술램프. 문지르고 비벼도 요술램프를 비벼야지 엄한 걸 비볐다가는... 아아 뒷목 잡게 만드시는군, 매를 버네 매를 벌어, 살아있네 살아있어! 
    이렇게 보면 사랑은 시소, 저렇게 보면 사랑은 흥정에 탐색전이자 떠보고 간보며 아이들 장난 같은 일. 그럼 정말 호박을 굴러가게 만드는 마법은 정녕 따로 있는 것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아니면 사랑은 유인구인 걸까. 어차피 직구도 힘 빠지면 아리랑볼 되기 마련. 게다가 우리는 선구안도 끝장. 심지어 진공청소기. 아무리 그래도 평소에는 발동이 안 걸리고, 이따금 커피포트일 뿐. 그러니 공부하기 싫은 게 정상. 직업도 타성 못 버티면 이직. 권태는 일상. 사랑도 일. 호박 나이트클럽에 가 봤자 한 발 늦기 일쑤. 전성기는 잠깐. 손차양 몸짓에 얼마나 줄이 길게 섰나 봐 봐야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보여. 웬만한 촌년께서조차 얼씬도 안 해. 그럼 고장난 진공청소기를 수리하느니 막 그냥 잔뻔치를? 뻔트를 댈 줄 알면 뭐하냐고, 순전 벤치 신세인데. 어느 세월에 주전이야 날이면 날마다 7부 리그에서도 찬밥인데. 
    그러므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양의 탈을 써야만 한다. 젊음의 행진은 인생의 모토. 뿐만 아니라 이웃집 정원의 사과는 보기만 해도 달콤하다. 음료수 광고만 봐도 짜릿하다. 본디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 특히 그림의 떡. 그래 봐야 그분들은 우리한테 넘어올 수밖에 없고. 먹밥은 날카로운 바늘을 숨기고 있다는 걸 잠깐 까먹는 거지. 그러니 우리가 하는 일이 딱 그렇다니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그런데 살쾡이 목에 방울을 달랬더니 코끼리 귀에 귀걸이를? 그런데 아직 귀가 안 뚫렸어! 와우~ 대박~ 소름~, YES! 딱 걸렸어. 그러나 그것도 다 옛날 얘기. 있는지 없는지 그마저 가물가물 기억도 안 나는 영웅담. 다 허황된 사랑 이야기. 왕년에 좀 안 놀았던 사람도 있나. 뭘 해도 재미없고. 그래서 안 되겠다 레이다 풀가동. 그렇게 한 손으로 날달걀을 쥐듯이 딱 단안경 모양처럼 보는 시늉. 그런데 전망이 어둡네. 그럼 다시 양손으로 쌍안경 모양을 만들어 저멀리를 보면. 그러면 전경이 더 어둡고. 이게 뭐야. 안되겠다, 검지를 펴서, 귀 옆에 대고, 빙글빙글 빙글빙글! 
    그러니까 난 정말 떨리는 플레이보이계에 화려한 데뷔를 앞둔 허당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아니라고나 할까. 데뷔는 커녕 상위 리그에 진출도 못한 채 은퇴를 앞둔 심정. 미지의 사랑 그 고결함에 물의를 일으키는, 풍만한 육덕녀 공상은 그만 때려치우고. 진한 사랑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충족시킬 만반의 준비, 그런 거 그만 좀 생각하고. 어? 그렇게 다망한 쇼를 위한 적절한 제안. 그건 결국 딴 게 아니라 일하기였다. 놀기든 쉬기든 이제 다 돈 벌기에게 순위와 순정마저 내어준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16

    앵무새는 새장 안에 있을 때 말을 더 잘한다. 멍석을 깔아주면 잘할 자신이 있는 무대 체질이냐, 차려지지 않은 잔칫상에 숟가락 올리기가 특기인 피곤한 스타일이냐. 뭐 걸출한 대타가 따로 있겠나. 누가 왕년에 해결사 아니었던 상남자 있겠나. 다 행운이 따라야겠지. 그보다 여자의 마음을 녹여주는 아첨쟁이는 어떨까. 아니면 여심을 떡 주무르듯 농락하길 퍽 마다하지 않는 바람둥이? 저절로 호박이 꼬이지 않을 수 없도록 그분들의 마음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환상머신? 달콤한 말이 시금치에 버터를 발라주지 않는다지만. 하오나 감언이설이 그다지 퍽 듣기 싫지는 않은 법. 그래서 적당한 가식은 필수요, 때로는 불가피한 위선도 비준하지 않을 수 없고. 빈말을 어찌 근절하겠나. 립 서비스 좀 털어주면 웬만한 숙녀께서는 유체이탈 하실까 하시지 않을까. 내기 해 말어? 얼마? 그분들의 애절한 소망과 고상한 취향을 구워삶아 썸타는 사이로 발전하기, 내기 해 말어? 그래도 굳이 확인까지는 하지 말자. 그러다 진짜로 심신분리되면, 어? 누구 좋은 일 시키라고! 안 그런가? 멋진 인생과 아름다운 사랑을 맹렬히 추종하는 성숙한 어른으로써 변죽만 길고, 서론은 더 길고, 뜸 들이기 좋아하는 허당임을 부인하고 싶진 않지만. 뭐 팔 짧고 목 짧고 다리까지 짧아? (몸짓) (몸짓)! 하여튼, 누구 좋은 일 시키라고. 어설프게 뽐뿌질에 염장질에 이간질하며 부추기기. 내가 다 꼬셔줄께? 그분들 인생은 그분들 인생. 그러니까 아는 동생들이 추풍낙엽처럼 털털 떨어져 나갈 수밖에. (절레절레). 
    그런데 도대체 뭔 말을 하려다 또 아는 동생 타령이지? 그러게 말이야. 누가 아니래. 좌우지간 개가 케이크를 탐하든 고양이가 쥐를 쫓든, 복이 달아나면 따라가고 불행이 닥쳐오면 피해야 한다. 그렇지만 통 1부 리그에 출전을 시켜주질 않는데 어쩌냔 말이지. 누군 뭐 달콤한 과실을 따먹기 싫냐고. 누가 골 세러모니 할 줄 몰라서 허구한 날 잔소리만 비약적으로 부풀리냐 그거라고. 보아하니 살맛나는 모험도 없고. 거창한 야심은 원래 애호하지 않았고. 심통을 부리는 일도 취미 없고. 응석도 한두 번. 말하자면 권태만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구만 그래, 어? (절레절레). 때려칠 직장도 없고. 약 올릴 애인이 어딨어. 쾌락마가 웬 말. 굶주린 말이 여물통을 깨끗이 비우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 그런데 굶을 대로 굶주린 늑대에게 여물통의 '여'자도 보이질 않아. 뭔 대어의 낌새는 커녕 잡어조차 일절 구경하기 힘들고. 목장주와 양치기와 양치기 견만 기쁘고 재밌고 신났다고. 우유 마시는 소비자와 호피 무늬 패션 애호가와 썸타는 마초들만 즐거워. 무슨 투덜이 샘술쟁이도 아니고 공상만 하염없이 늘어가니 이거 원 뭘 못해먹겠구만 그래. 
    그리하여 남자는 실내에 있으면 안된다 어쩌고저쩌고, 또 또 또 그 이상한 격언을 들먹이며 그 인간은 과감히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지. 말만 말만 그냥 워렌 버핏이요 빌 게이츠야. 말만 아주 그냥 슈퍼스타요 위인이라고. 어? 성과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찬 호나우두여야 하는데. 아 글쎄 말만 마이클 조던! 어? 뭐야 그게! 할리우드 배우 당장 떠오르는 이름도 톰 크루즈 밖에 없어. 잘 생각하면 몇몇 기억나긴 하겠지만 즉각 대라면 오드리 헵번, 데미 무어, 나탈리 포트만. 달랑 3명밖에 없어. 요즘 잘 나가는 배우는 아무도 몰라. 요즘 잘 나가는 가수들 선수들 이름만 모르면 다행이게? 딴 분야도 다 그래. 그러니까 여자도 없고 아는 동생도 다 떠났지. 안 그럴 수가 있나. 구식 탱탱 묵은 칼럼니스트 양반 같으니라고. 하여간에 극장식 카바레도 아니고 또 그놈의 2박자 쿵쾅쿵쾅 빠른 음악 다음에 블루스로 나뉘는 나이트클럽 세대. 걸핏하면 바에서 바텐더한테 친구들 중에 돈이 제일 많을 거 같은 남자로 뽑힌 걸 추억해. 툭하면 그 생각. 하여간에 (절레절레)! 아니면 <여 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뭐? 친구들끼리 일시적으로 결성한 놀기 모임 이름이 글쎄 일명, NC? 무슨 TV도 아니고 JS도 아니고. (절레절레). 여자의 절정에 벌벌 떨어도 모자랄 판에 뭐 품위 유지비가 간당간당해서 벌벌 떨어. 그게 뭐냐고. 어? 질퍽한 뱀파이어의 흔적과 정반대로 질퍽질퍽한 진흙탕 개싸움. 진한 사랑이 아니라 언제까지 풋사랑 순애보 플라토닉? (수증기 푸쉭푸쉭). 그렇다고 찡한 애인과 애절하도록 사랑스러운 연애사도 없었고. 나이도 꺾인지 옛날인데 아직까지 모태솔로. 질펀한 과거 그거 다 뻥 아니면 삼류. 진짠지 가짠지 잠깐 활동했던 서포터스 이름이 뭐 조마조마? 조마조마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팔자 좋아. 신수 훤하다고. 잘났어 정말. 놀고 있네. 이런 젠장! 남자는 폼. 응? 우리는 행동. 어? 커피포트처럼 내내 부글부글 뚜껑 열릴 뻔 열릴 뻔 하다 참고. 여자의 변심에 또 참고. 다변가의 수다에 절망하고. 기 센 숙녀들한테 기 빨리고. 어? 이래서 되냔 말이지. 이게 이게 뭐냐고. 고양이가 염소를 지킨다면 쥐는 대체 누가 잡겠는가. 
    그래서 NB는~ 예고편은 여기까지! (무슨 줄거리도 힌트도 윙크도 암것도 없으면서 예고편은 무슨. 놀고 있네 놀고 있어). 1인칭 게임처럼 느껴지는 3인칭 주인공 시점. 다음 편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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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1

from 소설 2019. 7. 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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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속담이던가, 선금을 받는 것은 목에 올가미를 쓰는 것이라는. 또 있다. 컴퓨터 판매점 사장님들 업계에서 통용되는 상도덕, 하나 주고 하나 받기. 괜히 그러는 게 아니겠지. 하나를 주거나 받았으면 무조건 하나를 받거나 줘야 하는 불문율. 왜냐, 공짜가 이 세상에서 제일 비싸다는 걸 모르시지 않으니까. 응? 그분들께서는 빚지고는 못 사시거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뭐든지 최선을 다하며 살자, 그 말이 아니라. 사람 구실이자 어른으로서 중간은 가는 사회 구성원이니까. 부분적으로 특별한 걸 좋아할 수 있다지만, 개인적 관심사 말고 보통은 한마디로 지극히 상식적인 인간. 다른 말로 교양. 그래서 백전노장 수컷들과 남자들 허풍 저리 가라는 허세 아줌마들 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끼리끼리, 주거니 받거니 법칙을 모를 수 없다.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의전녀에게 누가 공짜로 의전하나? 최고로 영접하는 거야 다 부담값 팍팍 느끼라고 환대하는 것. 그런데 기분 좋고 마음은 몸에서 외출해버리시지 애들 마냥 정신을 못 차리시지. 동화 속의 여우마저도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게 세상사 이치.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딨냔 말이야. 어딜 놀러갔더니 와 무릎 꿇고 환대를 하네? 광고 문안가가 뭐라고 이마를 바닥에 닫도록 절하시네? 것도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치도록 길게. 딸랑딸랑 뿌잉뿌잉 반짝반짝~! 애도 아니고 어깨 뽕 튀어나올 일 있나. 아무리 술 취해서 비틀비틀할지라도, 여흥 때문에 마음은 차마 지면에 발을 못 디딜지언정. 아무리 그렇더라도 똑같이 물팍 꿇어야지. 마빡에 반반남이라고 써 있든 말든, 똑같이 따라하고 흉내내야 내 마음이 편한 것. 바늘방석에 앉아 봐 봐 그게 어디 방석인가. 응? 그래야 옳지. 안 그런가?
    (슬라브니 뭐니 따지고 보면 누구나 원주민 부족. 문화적 차이를 존중함과 더불어 세계관이 제일 위인 걸 알면 되고. 시대에 따라 풍습도 바뀌고. 어떤 여인이 때로는 친구의 단점을 칭찬해서 자길 상대적으로 높이듯이, 누가 흑인 어쩌고저쩌고 손가락질 하고 싶겠나. 단지 자기 잘난 건 자기 잘난 거고, 자랑도 좋고. 친한 사이끼리 늬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나쁘지 않고. 곧 미세한 틀림이 아니라 섬세한 다름의 결을 알면 그뿐. 져주는 거, 착한 척, 선심,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말만 자존심이 아니라 진짜 자존심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도덕적 이론, 정치적 노선, 제 밥그릇 챙기기, 촌스러운 취향, 저렴한 안목, 고결하게 숨어서 살기. 그렇다고 숨어서 살지 않는다고 불결하단 말도 아니고. 원리와 이치를 알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끄덕. '여성적인 문화권에 사는 남성'과 '남성적인 문화권에 사는 여성'의 어울림은, 글쎄요 글쎄요. 물론 일반론이 그렇다는 거고 예외도 있고. 또 프렌치 키스가 일상인 사람들처럼 누구나 사는 데 정 붙이며 태생적으로 익숙한 대로 사는 거고. 단지 뭔 키스? 나도 나도 나도!).
    비록 비리비리 천하디 천한 칼럼니스트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딴 사람은 몰라도 암컷 싸움닭들은 정반대. 180도 정반대. 아무나 다 만나기만 하면 싸워. 겉으로는 다정해도 속으로는 말도 못해. 도무지 싸울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트집 잡고 적당한 명분을 억지로 만들어서 싸워. 여자들이여 잘 아시지 않나요. 그래서 어디 엄마 스타일로써 부끄럽지 않을 자신 있을런지. 애 몰래 내 남편 몰래, 누구도 몰래 나가서, 몰래한 사랑이나 하지 않을런지. 왜 제일 친한 친구한테 말 못한 뭔가가 있을 수 있냐고. 여자 세계만의 그 뭔가 불문율들, (절레절레). 웬만한 사랑 이야기를 듣다보면 걱정이 이만저만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바로 여성잡지 2.
    보아하니 문제는 무경험자. 연애로 치면 아마추어이자 소녀감성이요 처녀. 더불어 간접경험과 잔지식과, 큰 기술에다, 천부적인 재능 더하기 사랑의 힘으로 뭔가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착함. 애절함. 애틋함. 또 순진함. 올바름. 순정. 믿음. 아니면 일방적인 상향 지원. 맹목적인 애정. 인간적인 따듯함까지. 또 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수박 겉핥기 안다 박사 바람둥이는 어쩌면 가난한 연애가 소원일 수도 있고. 그거도 해 본 사람은 다 부질없다는 거 잘 알고. 연애 길게 해 봐야 좋을 거 하나 없다는 거, 선수와 어른들이 어찌 모르시겠나. 20살 여대생이 30살 오빠를 만나면서 하는 말, 와~ 오빠 능력 있다! (사석에서 여자들끼리 그거 좋게 볼지 어떨지 당사자들께서 아주아주 잘 아실 테고. 여기서 모순. 딱 여기서 여심은 모순! 결혼 비용 비율 협의. 결혼 준비 부동산 명의 타협. 여자의 판타지는 꿈도 꾸지 않지만. 그러나 현실에서 과연 이상형이 날 스토킹해 줄까? 아니 이상형들이? 20대 초반 여자가 20대 후반 남자한테, 와 오빠 능력 있다. 연애야 뭐 좋다 쳐도, 결혼 얘기 나오면 시끌시끌. 비슷한 나이대와 연애 길게 해도 좋을 거 하나 없고. 나이 드는 거 누가 쫓아오는 거 같아서 초조하기는 하지. 주변에 꼴배기 싫은 뭔가는 많지. 여자 나이 30 넘어도 나이 후려친다며 속상하지, 나이 어린 여자와 결혼 비용 논의해도 또 후려친다고 막말하지. 사랑의 시소야 난 모르겠고. 내 일도 아니고 남 일일 뿐이고. 주어진 정보도 별로 없고. 에라 모르겠다~ 라는 훈수가 태반). 
    다시 돌아와서. 남녀 당사자들끼리 만나서 연애만 할 수도 있는데. 천생연분을 주변에서 짝지어 줄 수도 있는 것. 예를 들면 ). 노총각과 딱 맞는 색시를 소개시켜 주면서, 뭘로 봐도 천생연분이다 주변 어른들 인생을 걸고서 하는 얘기다, 그러니 합방해라! ~라면서 방에 낯선 남녀랄까 최소한의 탐색전만 마친 남녀를 합방하면, 허세와 달리 그게 인연이라면 남자는 '내가 못할 줄 아냐'와 달리 저 하늘의 별을 따야 하는 것. 
    그야 어쨌든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면 별 말 없겠지만 아니라면 직접경험자들이 따끔하게 충고해도 무리는 아니다. 더군다나 주제넘게 훈수 두는 게 아니라 경험담을 형님께 먼저 요청한다면야 슬기로운 상담은 상례일 뿐. 말 한마디로 열을 알고. 행동과 태도와 자세로 백을 아는 것. 그 때문에 어른들이 청춘을 보고서 응애응애 삐악삐악 애라고 보는 것이지, 그냥 무턱대고 우리 아재들도 클럽 가서 젊음의 분위기에 묻어가자 어쩌고저쩌고. 꼰대 지수로 억압하며 누르고 가르치고. 그러는 게 아니다. 물론 롱테일이 뜨면 간파해서 피하거나 대처하면 그만이고. 
    웃긴 엄마 스타일은 말한다. 내가 만약에 남자로 태어났으면 이 여자 저 여자 다 따먹고 다녔을 거라고. 엄마 스타일과 이모 스타일에 양다리 걸친 숙녀는 행동한다. 어떻게? 어떻게긴 뭐가 어떻게인가 심신분리녀가 되는 거지. 하다 하다 특별한 별칭 잊을 만하면 생기고 생기고 들리고 보이고. 그게 그거다. 그럼 이모 스타일은? 물론 이모 스타일도 다 청순한 숙녀요 조신한 아가씨이자 아름다운 여자인데, 멋 모르는 순진무구한 숙녀로 여자 인생을 시작했는데 뭐 어쩌다 변한 거지 뭐.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 가운데 일부 아주 일부 이모 스타일은 진짜로 이 남자 저 남자 다 따먹고 다니는 여자가, 있나? 없나? 소문나나? 몰래몰래 끼리끼리 만나나 아니나. 남자 세계에서 이미 유명해졌던가 데뷔를 앞두고 있던가.
    아무튼, 족제비는 병든 오리만 골라 문다. 누구나, 우리가 잘 아는 내 친구들 바람둥이. 이모 스타일이랄지 쉬운 여자요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만 딱 골라서 만난다. 물론 정실감은 가뭄에 콩 나듯 섞이고.  (1) 여자는 그래요  (2)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3) 나도 여자야, 엄마도 여자다, 할머니도 여자다. ~라는 말이 괜히 각기 상충되는 게 아니다. 괜스레 그분들께서 명화와 액자요, 꽃과 화병이자, 귀와 귀걸이에다, 배와 항구를 들먹이는 게 아니라고. 청춘 남녀들은 뭐 사람 아닌가? 나이가 많든 적든 부자든 아니든. 인간의 본성은 뭐니 뭐니 해도 그것.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 그래서 나는 남녀의 우정이 가능하고, 타인이야 그러든가 말든가 관심 없고. 나는, 여자의 판타지처럼 날 흠모하는 성우와 날 좋아하는 미남은 물론 팬클럽 2 범주 3 범주가 있다면! 그렇다면 솔직히 그거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겠나. 그거 마다할 여자라면 완전히 여자 1퍼센트의 1퍼센트라고 공인할 수 있는 맹녀라거나, 천생연분과 완전 꿀 떨어지는 사랑에 빠졌다거나, 아니면 덜렁덜렁 고추 달렸겠지 뭐. 벗겨 봐? 넘어가고. 농담이 지나쳤고. 재미 하나도 없고! 그런데 문제는 꽃이 피었는데 날파리조차 꼬이지 않는 분도 있다는 거. 그런데 뭔 말을 하려다가 이 얘기가 또 나왔지? 그걸 필자가 알겠나 앞집 똥개가 알겠나. 일단 서문 격으로 잡담으로 몸이나 푼 셈 치고 본론은 다음 문단에서. 





    2

    NB가 무슨 약속이 있겠나. 딱히 뾰족한 수 없이 일이나 하는 수 밖에. 그래서 그는 사무실에서 몇몇 줄거리를 생각해봤다. 
    Riccardo Broschi / Son qual nave agitata(나는 파도를 가르는 배), from 'Artaserse'. 그윽한 음악과 함께 즐거운 일하기. 
    아찔한 착상과 놀라운 영감이라기보다 웬 뚱딴지 같은 공상에 가까울지라도. 비록 어설픈 아이디어에 불과해도 또 모르니까.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우선 전제를 정하고. 즉 전제가 되는 

    <기본 줄거리 1부>
    서로 사랑했던 남녀. 그러나 탐색전만 징그럽게 줄다리기하던 그들. 돌아보면 징글징글 새록새록 심쿵심쿵. 그래서 단 1번도 데이트는 커녕 이름도 제대로 불러보지 못한 연인. 둘 다 서로 첫눈에 홀딱 반했으면 뭐하냐고. 서로 죽고 못살듯 사랑하면 뭐하냐고. (음력으로) 남자는 32살 여자는 30살. 전 당신이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아요, 라는 신호만 보내고 또 보내고. 그렇다고 직접화법 남자들이 좋아하는 정공법으로 무식하게 들이대지도 않고. 정정당당하게 정면돌파도 아니고. 은근하게. 아아 이건 사랑이구나 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은밀한 힌트만 딱 골라서 그렇게. 그렇지만 자주 만나지는 않고. 1 대 1이라는 기회도 일절 주지 않고. 전화번호만 가르쳐 줬지 딱 3번 걸었는데 받기는 0번. 만나기는 1달에 오직 2~4번만. 한 달 평균 딱 3번만 얼굴 보여주기. 딱 거기까지 애태우기. 얼굴 1번 보여주고 2주일 그리워하게 만들고. 얼굴 또 1번 비추어 사랑의 눈빛으로 떨리도록 만든 다음, 17일 동안 애틋하게 상상만 하도록 밀었다 당겼다 밀었다 당겼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애만 태울 수야 있나, 딴년이 냅다 채가면 어떡하라고. 죽 쑤어 개 줄 일 있냐 그거지. 그래서 친구들 여럿 모아서 함께 스키장 가고 어쩌고. 2 대 2로 또 스키장 가고. 그러다 몇몇 사연으로 꼬이고. 1박 2일은 1번으로 쳤을 때 총 합하면 4개월 동안 딱 12번 봤나? 그랬다. 딱 12번 봤다. 그게 다다. 암컷 싸움닭 결혼식 때야 옷깃이 스치지도 않았고, 눈빛이 마주치지도 않았고. 먼발치서 지긋이 어설픈 각도로, 부케 받은 여자는 빵끗 웃고 남자는 무표정. 그래서 만남들 횟수는 총합 12와 반. 그다음에 언젠가 시내 삼거리에서 90도 각도로 사진 찍고. 드라마는 끝이 없고. 그래 봐야 다 다른 사람들과 엮여서. (당일치기로 남자들끼리 놀러간 스키장에서 뇌진탕으로 헷까닥하던 날. 그 부딪힘도 90도. 한편 당일 도시로 돌아와 술자리. 그녀는 재빨리 등장해서 즉각 옆자리를 꿰차고. 그런데 아~ 아직 뇌진탕 여파가... 그래서 먼저 컴백홈. 그날 꺼는 포함됐나 안됐나 긴가민가. 그럼 12가 아니라 13이 되는 건가. 아 몰라 몰라. 조사하면 다 나오지만 귀찮고. 만사가 귀찮고) 
    그런데 어떻게 12월 5일 금요일에 처음 만나 4개월 동안 딱 12번 만난 걸 다 기억하냐고? 기록했으니까. 사실만 기록한 게 아니라 부르고 싶은 애칭과 색다른 별명은 물론이요, 함께 하고 싶은 일들까지. 부끄럽고 오글거려서 차마 생각도 못할 일인데, 또 어떻게 그땐 그게 가능했던 거고. 그래서 수첩과 엑셀 파일에 꼼꼼히 하나하나 모두 다 기록했던 거고. 언제까지 추접스러운 우정으로 만족해야 하겠나, 신기한 인생을 유치한 사랑과 달콤한 쾌락으로 채워가야 하지 않냐 그 말이지. 그래서 평생 못 해 본 거, 만나면 뭘 하고 어디로 놀러갈 것인가, 근처에 놀러갈 만한 곳들 알아두고 기록하고. 서투르지만. 그래도 그렇게. 그런데 느닷없이 그러다 끝. 안녕. 이별. 절망. 파국. 지옥. 여기까지가 1부. 

    <기본 줄거리 2부>
    그럼 2부는? 만나기 전부터 소셜 네트워크로 남자 마음 들쑤셔놓고, 먹잇감을 애간장 녹게 만들었고. 4개월간 공 들였고. 이제 사랑의 포로가 됐다는 안심 때문에 흐뭇하고.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 충분히 했으니까 이제 만찬을 기대하며 축배를 들며 괜찮은 건배사를 궁리할 시간. 그처럼 뜸들이는 시간이 진짜 짜릿한 법이니까. 여자들 각본대로라면 자기들이 총공격하여 4개월 공들였으니까, 완전 몰빵했으니까. 그럼 남자가 발바닥에 땀나도록 으쌰으쌰 준비해서 후끈 달아오르고, 함께 후다닥 2달 동안 결혼 준비 뚝딱 해서, 데이트 하는 둥 마는 둥 즉각 결혼행진곡에 골인하는 게 정해진 수순. 그 다음이야 뭐 아아 좋아라~ 워매 좋은그~ 쪽쪽 빨고 핥고 어쩌고 벌렁벌렁 질질 사랑의 쾌감만 남은 거고. 물론 그쪽 편은 재밌는 천국, 남자 혼자만 정반대로 미친 지옥.
    어머머머머, 그런데 웬걸? 이 남자가 꿈쩍도 않네? 드라마 재밌게 돌아가는데? 어라? 얘 봐라. 어쭈 늬가 안 따라온다 그거지? 그래? 그렇다고? 여자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것. 사랑의 줄다리기가 이상하게 꼬여버려서 나중 장르야 어떻게 되든, 사랑의 긴장감은 여전하고 아니 더 극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애정의 신경전은 마침내 장기전에 돌입하는 거. 
    그래서 절대로 주인공들끼리 직접 연락은 금물이고 윗선을 공략. 위를 조지면 아래야 뭐 어떻게든 되는 거고. 집안과 직장과 기타 등등. 요점은 여자 쪽에서 90퍼센트든 100퍼센트든 전부 준비할 테니까, 이미 완벽히 준비 끝났으니까, 그러니 남자는 몸만 와라 그거. 그렇게 얘네들 결혼시키자 그럽시다. 그렇다고 윗선에서 아 그러세요 일단 그렇게라도 합시다, 그게 되겠나. 어떻게든지 성의껏 그래도 남자 쪽인데 뭔가 노력을 하겠지. 사람 염치라는 게 딴 게 아니거든. 똥파리처럼 몰염치할 수야 있나. 그래도 명색이 인간인데. 어른이 괜히 어른인가, 패륜아처럼 파렴치해서는 안되니까. 그렇게 좋게 좋게 합궁시킵시다 라는 제의는? ───────> 그래서 노! 딱 노. 그럼 뭘 해 흔한 말로 콩가루 집안이 아닌가 싶도록 부채가 부채가 말도 아닌데. 한 남자의 알량한 자존심 하나가, 이 세상에 지옥을 가져다 주기도 하니까. 그래서 한 방에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게 또 잘 안되네? 될 리가 있나.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당사자는 쏙 빼놓은 체 지들끼리 뭔 놈의 꿍꿍이속 야단법석. 그렇다고 남자 쪽 형편이 풀리기를 어떻게 기다리나. 여심을 녹여주었으면 뭘해, 남자는 뚜껑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다 녹아버렸는데. 루비콘 강을 건너도 수없이 건넜는데? 확 그냥 딴년과 작정하고 동거든 결혼이든 막장 드라마를 추진하면 어떡하냐고. ───────> 그 흥미진진한 진짜 드라마를 지켜보는 작전 세력은 비상 상황이 장난 아니게 되어버린 거지. 속된 말로 질질 싸도록 여자들이 제일 재밌어하는 사랑싸움 신경전. 장기전에 돌입했는데 탐색전만 끝이 없어. 수다 3시간의 화제로 최적. 다변가들의 먹거리로 끝판왕.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 지조 없고 헤프고 정숙하지 못한 문어발녀와 뭘 믿고 결혼을 하라고. 어? 지들 방식대로 사귀어봐서 좋으면 희망찬 미래를 논하는 거지. 아는 거 아무것도 없는데? 사랑을 돈거래하자는 거잖아. 거 무슨 오리발 내밀기 딱 좋게 쑥덕쑥덕. 그동안 당하고 당한 주인공이야 썩어빠져 문들어지든가 말든가. 그 무책임한 으쌰으쌰가 가져올 후폭풍은 미처 상상도 못한 체 말이지. 어?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남 생각은 요만큼도 안 해. 나중 그 어떤 피바다를 지들이 상상이나 했겠어. 지들밖에 모른다고, 입이 귀에 걸려서 자기들밖에 몰라. 당시 각오 단단히 한 여자들 과연 몇 명이나 됐겠냐고. 그러니까 뭐 또 아니면 말고 정신? 바람피워도 안 걸리면 그만 아니냔 거랑 똑같잖아? 불륜을 꿈꾸며 막장을 상상하는 걸레들 같으니라고. 그러면서 무엄하다느니 주제를 알라느니 이러쿵저러쿵 좋다고 신나서 으쌰으쌰 미쳐버린 거지, 미쳐버린 거라고. 누가 미친년 아니랄까 봐. 짜여진 각본대로 누가 성의 표시로 이거라도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마님~, 하면서 찾아가서 넙죽 엎드리며 사랑을 구걸할 줄 알았나 보네. 지근지근 밟아도 한도 끝도 없길래 내내 받아줬더니 끝까지 그럴 줄 알았던 거라고. 한심한 양반들 같으니라고. 

    <기본 줄거리 3부>
    그러던 찰나 입소문은 퍼지고 퍼지고. 남자보다 여자가 월등한 게 바로 그거. 합심하고 전파하고. 쿵짝쿵짝 꿍꿍이속으로 뭔가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하여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쉼 없이 사연은 퍼지고 퍼지고. 그 가운데 닥터라고 왜 없겠나. 이건 남자가 그렇게 끝까지 버틸 수 없는 건데. 이상한데? 많이 이상한데? 최소한 기다려달라, 적어도 얼굴을 보려고 해야 하는 건데. 안 그래도 여자가 전 그대가 좋아서 죽겠어요 전 너무너무 당신을 사랑해요! 전 날마다 그댈 생각하며 질질 벌렁벌렁 질질 애탄답니다. 오빠 나 맛있을 꺼 같지. 오빠 그러니까 정식으로 제발 나 좀 따먹어줘. 날 먹어달라고. 나 오빠한테 따먹히고 싶어. 나 맛있을 거라니까, 응? 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냈기 때문에 거기 응해서 최저점의 노력은 해야 당연한 건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왜 사랑을 하다 마냐고! 깍쟁이도 그런 깍쟁이가 없네? 그래서 뒷조사. 그렇게 머리카락이든 뭐든 입수. 그래서 DNA 조사. 
    그런데 결과가...... 뭐야 이거! 혈청을 분석해보니 피는 초록색이요 염색체는 외계인이네? 뭐야 이거! 이때부터 얘기 복잡해지게 됨. 후 폭풍 어마어마할 거라는 가정 하에 상황 장난 아니게 됨. 뭐랄까 마치 연역적으로? 간접적으로 흡사 사후세계의 존재가 증명되기라도 한 것 마냥 상황이 상황이 장난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진짜로 사후세계가 있다고? 그럼 사후세계가 없다는 가정 하에 살면 뭐되는 거잖아? 그렇잖아? 다시 말해 내일은 없다 식으로 막살면 나중 어쩌면 늦는 거 아니냐고. 도대체 패자부활전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긴 하지만. 어차피 나중 알게 될 거 이승에나 전념하자, 오늘을 살자 라는 뜻 아닐는지. 참 알쏭달쏭 하구만 그래. 
    </기본 줄거리 종료>

    여기까지 기본 줄거리 1부 2부 3부가 불과 채 1년도 안되고. (잘은 모르겠는데 대충 1년 이짝 저짝)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는 항해 도중 선박이 난파된 후 해변으로 표류하고, 릴리퍼트 섬에 살고 있는 15cm 미만의 소인국으로 포로가 된다. 또 외계인이 출몰했다는 51 구역 외에 숫자 15에 대한 여러 가지 상징들 하며. 그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기본 줄거리 <첫 만남부터 4개월 + (대충) 몇 개월 = 1년>. 그다음으로 1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 그에 대해 만화영화도 아니고. 전설도 아니고. 입이 떡 벌어지는 신화 같은 이야기들은 빼고. 그 눈물겹고 어쩐 사연들은 따로 논하고. 기본 줄거리 1년은 저렇고. 그 다음 15년이 지나고. 다시 그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의 몇 가지 후보군은 다음과 같다.





    3

    <Ⅰ>
    일단 왜 사연이 장난 아니게 꼬여버렸냐. 하면 남자 때문에. 남자가 뭐 어때서? 그 너구리 똘똘이 만도 못한 녀석을 알고 보니 그렇다는 거. 기본적인 인격은 완벽하게 남자 + 여자. 다시 말해서 정상적인 여자 DNA + 남자 DNA = 남자 1명.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니 XYY 증후군, XXYY 증후군, 터너 증후군 기타 등등. 그런 사례야 1000명 가운데 1명이든 100만 명 가운데 1명이든. 다 명확한 사례가 있는데. 그런데 이런 건 보도 듣도 못했네? 그럼 거기서 끝이냐, 아니지 아니지. 다중 인격자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인격이 태어나고 자라며 수명을 다하면 소멸되고. 다양한 사람들이 남자 1명이라는 숙주 안에 존재. 기본적으로 시작은 남자 1명 여자 1명, 그래서 합은 영혼 2에 육신 1개. 영화 미드소마처럼 다중인격체가 탄생하고 성장하고 소멸하고. 웬만한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처럼 1개 숙주 안에서 남녀가 티격태격 사랑싸움은 일상이요 일평생 지속. 대체 몇 명이 멀쩡한 숙주 딱 하나에 기거하냐고. 시시각각 전면에 꼬마가 나설지도 모르고, 웬 할망구랄지 노신사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거고. 
    예를 들면 이런 식. 쟤가 좋아 내가 좋아, 쟤야 나야. 당장 말해 당장. 뭐해 대답 안 하고! 어? 그래서 토의 결과 실행은 어떤 어떤 순서로. 바람잡이는 누구, 행동대장은 누구, 중간보스는 또 누구. 그렇게 여성잡지 2가 춤곡과 분위기와 상대 숙녀의 견적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산출하고. 반응을 즉각 보아하니 딱 답 나오네? 대번에 3박자 춤을 2번 타자 숙녀가 리드, 길게 갈 필요 뭐 있나? 진도 빼고 어쩌고 풋사랑각이네. 그럼 뭐 오늘 바로 저 하늘의 별을 따는 거지. 어지간 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란 말씀. 그처럼 매가리없이 좀 생기다 만 허당한테, 그렇게 다 차려진 잔칫상을 차려주면, 어리숙한 허당 숙주는 그저 숟가락만 올리는 일. 일명 노마크 골찬스! 바보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멍충이도 대충 스쳐도 득점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배구에서 토스하고, 축구처럼 센터링하고. 개 발이 아닌 이상 어? 그게 그러니까 과연 도대체 몇 번이었지? 그런데 무슨 웬만한 남자라면 정신 못차릴 만한, 늑대라면 홀딱 반하지 않고 못 배길 만한 촌년이 놓은 덫에 사뿐히 걸려들었다고? 저런 썅년이 뭐가 좋다고! 가령 「언년이야? (잠시 후). 이런 이런 도화살 좀 봐 봐.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가 뭐랬어. 남자 등골 빼먹을 년 조심하라 그랬지 않냐고. 사주팔자부터 복상사가 얽혔잖아 이 바보야. 우리 몰래 그랬단 말이지? 내 이것들을 가만 두나 봐라. 얘들아! 모여. 사이렌 울리라고. 이 바보야. 골든벨이 아니라 사이렌을 울리라고. 귓등으로 듣지 말고. 장난 아니라니까 지금. 질 나쁜 년. 발랑 까져가지고 말이야. 하여간에 남자 더럽게 밝히게 생겼네 그년!」 그분들께서 그 꼴 그냥 보게 생겼나. 응? 배신도 그런 배신이 없는 거지. 죽 쑤어 개 줄 일 있나 그거라고. 그럼 그 다음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볼 일만 남은 거지. 푸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곧 개탄스러운 노릇. 비상도 그런 비상이 없는 거라고. 가혹한 운명의 장난. 그래서~ 마녀부터 요정과 마술사까지 총출동. 주전 싹 다 빼고, 잽싸게 특급 벤치멤버로 모두 물갈이. 툭하면 뻥에 걸핏하면 뻔트였지만. 이젠 뭐 스쳐도 홈런? 그야 두고 보면 아는 거고. 그게 그러니까 신부들러리들의 과잉 충성이야 뭐야. 아무튼 말하자면 1개 숙주 안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이란 게 다 이처럼 등에 식은땀 쭉 나도록 드라마틱했다는 거. 
    그런데 그걸 모르고서 거기다 대고, 처음에 멋 모른 채, 당당한 기세로, 치졸한 사랑싸움을 걸었던 그분들은 15년 동안 절실히 깨닫게 되고. 아아~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던 거지? 라면서. 때문에 처음에 사랑싸움을 걸었던 여자들. 그리고 사연이 퍼지고 퍼지고, 뒷조사가 대연구로 이어지고. 
    그래서 토의 결과 방법은 딱 하나. 왜? 왜냐하면 온갖 지저분하고 더럽고 치졸한 반칙을 총동원했기 때문에 이제는 여자가 거뜬히 남자에게 장르든 뭐든 다 맞춰줘야 하기 때문. 사귀게 되면 어련히 알아서 의전이든 뭐든, 여자 마음에 쏙~ 들도록, 여자 직감보다 뭐든지 한발 앞서서 다 맞춰줄 텐데. 그런데 또 그놈의 의전녀, 타고난 의전녀, 징글징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그놈의 의전녀 공주병녀 거울녀. 뿐인가? 헤프고 어쩌고 막장 드라마 연출했던 거. 그거 다 갚아줘야 하니까. 그러지 않으면 안 되니까. 처음 만난 4개월 동안 남자 대 여자. 남자는 모태솔로요 여자는 전남자친구부터 문어발식 어장관리를 총동원. 그거 갚아주겠다 라는 논리. 
    그러니까 어떻게? 첫눈에 반했던 숙녀는 15년 동안 사랑하는 오빠를 단 1번도 만나지 않은 채 2명의 아이를 출산. 마치 성모 마리아처럼! 당연히 여자는 15년이 지나 40대 중후반이 될 때까지 애는 2명 낳았을지라도, 첫키스도 0 첫경험도 0! 물론 어떻게 어떻게 정자를 채취하고 어쩌고 다 가능. 영화와 드라마와 소설에 나오든 아니든 상상 가능하다는 건 대부분 현실도 가능하단 얘기. 그렇게 15년 동안 2명의 아이가 성장.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 그 남자를 사랑했던 숙녀는 남자가 꿈꾸었던 시시한 연애, USB에 기록된 일들과 블로그에 나온 내용을 모두 만족시켜주기로 한다. 단, 자신이 아니라 첫째 딸을 통해서. 남자는 당연히 모를 테고. 알 듯 모를 듯 척하면 척이더라도 한 편의 드라마이자 꿈일 뿐이고. 물론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않고. 아빠는 아빠가 아니고. 남남이자 타인이 처음 만나 첫눈에 홀딱 반해서, 따라서 곧장 남자친구 여자친구.
    그렇게 15년 후 남자는 무려 34살 연하의 새로운 여자와 데이트. 물론 화장발이면 화장발 잔기술이면 잔기술. 첩보 영화에 나오듯 신분이며 서류며 뭐든 캐도 캐도 계속 나옴. 심지어 사극에 등장하는 방중술이 빠질 수야 있나. 당연히 겉으로 24살처럼 보이고 여권도 영화고. 뭐든지 놀라움과 신기함. 한 사람의 전 인생을 알아가는 재미는 그렇게 더블. 사랑도 더블. 그러다 여자는 차마 거절하기 힘든 그런 은밀한 제안을 한다. <일부일처제,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난혼제>가 아닌 사랑의 삼각형을 이루자고. 해를 품은 달이야 뭐야. 이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 사례를 찾으면 있긴 있다. 1 대 2로 뭐 어쩌는 예.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와 양성애자를 조합하면 경우의 수도 여럿 생기고. 그런데 그와 달리. 법적으로 결혼을 4촌 금지냐 8촌 금지냐, 어디서나 오이디푸스 같은 근친상간은 금지인데. 그건 인간계 얘기고. 이건 다른 거고. 그래서 암것도 모른 채 이상한 사랑싸움을 걸었던 우리가 그 사랑 갚아주겠다 라는 사연. 이론상 엄마와 (아빠를 모른 채 낳고 자란) 딸이 동성애 사이라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그건 수다 3시간 공상일 뿐이고. 기본적으로 엄마는 이성애자. 남자보다 여자들이 일반적으로 동성 간 스킨쉽에 남자보다 훨씬 어쩌지만 엄연히 이성애와 동성애는 다른 것. 그럼 뭐야, 문명화된 현대에 무슨 사랑의 전설이라니! 아니 진짜로? 

    <쉬는 시간>
    참고로 별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는 그런 사실이 있었다. 지난 기억을 찾아보니 정말로 비슷한 사연이 있네? 때는 바야흐로 월드컵 시즌의 소란스러움이 식을 둥 말 둥 하던 시기를 지나서. 가을. 사무실에서 실장님, NB, NB의 단짝. 그렇게 셋이서 동업이자 프리랜서로 일하던 시절. 걔네가 아마 26살이던가 그랬고. 그런데 단짝 친구가 중학생과 어떡하다 사귀게 됨. 그 여중생이 하필 마음이 뜨겁네? 그래서 단짝한테 막 결혼하자 그랬고, 집에도 말했고. 그러다 여중생 엄마가 사무실에 찾아왔던가? 그러다 흐지부지 끝난 일이 있었음. 

    <Ⅱ>
    'Ⅱ'는 'Ⅰ'와 달리 여자가 첫째 딸을 낳은 다음, 딸을 지구본 저 멀리로 보냄. 영화 엑스맨 같은 막 그런 영재학교 같은 곳으로. (또는 가장 가까운 곳 곧 바로 코앞). 첫째 딸은 그렇게 성장한 다음 15년 후 귀국. 편의상 부르기를 첫째 딸은 아르테미스의 딸, 일명 AD? 어찌어찌 AD는 남자를 만나서 함께 풋풋한 로맨스를 실현. 아르테미스는 이제야 15년이 지나서야, 이름을 부르지도 못하고 만날 수도 없는 애인에게, 겨우겨우 일찍도 사랑싸움의 공평함을 맞춰주었으니. 하여 선수 교체 즉 남자와 AD의 이별. 그럼 원래 처음에 만났던 남자와 여자가 뒤늦게 재회한 다음 어쩌고저쩌고? 와 도대체 몇 번을 꼬아버린 건가. 춤추는 구두 때문에 대체 몇 바퀴 돌아버린 거냐고.

    <Ⅲ>
    편의상 부르기를 첫째 딸은 비너스의 딸, 일명 VG? 아니 헷갈리니까 계속 AD라 통칭하고. 
    남자와 AD가 사귀어 연애를 시작. 서로 남자친구 여자친구 알콩달콩 꿀 떨어지는 연애질. 
    그러다 AD가 자기 엄마 이쁘다면서 엄마를 만나보자고 함. (남자가 이 정도로 빈틈을 주는데 왜 도대체 왜 날 품지 않는 거지? ~라면서 너무도 의아해했던, 첫사랑과 발음이 비슷하고 이니셜이 같았던 여자. 그녀도 그랬다. 자기 엄마 이쁘다고 같이 만나보자고. 그러다 어느 날 술 취해서, 나 오빠랑 결혼 못하겠다~! 그 뒤로도 기회를 주고 주고 주고. 어? 그런데 안 먹어. 일절 안 먹는다고. 결국 오빠 나한테 전화하지 마!) 그래서 만남. 그런데 AD의 엄마를 만나보니 엄마가 걔?

    <Ⅳ>
    그러다 AD가 자기 언니 이쁘다면서 언니를 만나보자고 함. 그래서 만남. 그런데 AD의 언니를 만나보니 언니는 걔?

    <Ⅴ>
    그러다 AD가 자기 이모 이쁘다면서 이모를 만나보자고 함. 그래서 만남. 그런데 AD의 이모를 만나보니 이모는 걔?

    <Ⅵ>
    남자와 AD는 사귐. 그런데 AD에게 연적이 생김. 그 연적은 다름 아닌 걔? 즉 AD와 연적인 아르테미스는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건지 알쏭달쏭. 

    <Ⅶ>
    ......(예전 기억) 예전 런닝머신 파는 아르바이트할 때처럼. 옆 가게에서 일하는 친했던 언니가 놀러와서 키스. 뭉클 짜릿 새콤달콤했던 느낌 잠시. 수줍어 도망가던 그녀. 그녀가 옆 옆 가게에서 일하는 젊은 숙녀를 소개해줌. 키스 그 얘기 다 공유함. 어떻게 그랬냐 어쨌냐 재밌다 그랬냐, 자긴 입 한 번 트이면 수다대회 1인자감이다 뭐라는 둥. 그래서 딱 1번만 1 대 1로 데이트하고 말았는데. 
    (가정) 옛사랑 아르테미스를 먼저 만남. 아들 1명의 손을 꼬옥 쥐고서 나타난 그녀. 그녀의 (연출된) 행복한 모습에 감회가 이상야릇. 그러다 웬 AD를 소개시켜 줌? 아님 얼렁뚱땅 소개 비슷하게 됨. AD와 길게 안 만날 수 없는 상황. 차마 거부할 수 없는 유혹.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명분. 그 다음 어쩌고저쩌고. 

    <Ⅷ>
    ......

     몽상이야 계속 이어졌지만 쓸데없이 머리만 아플 뿐이고. 그래서 그는 이런 플롯 어디다 팔아먹을 수도 없고. 극본 작가처럼 사실적으로 구체화시키지도 못하고. 그러니 그냥 그렇게 성과도 없이 허구는 탄생할 뻔하다 말았던 것이다. 





    4

    옛말에 선한 일은 3년 해도 아는 사람 적으나, 나쁜 짓은 한 번 해도 천하가 안다고. 그렇듯 유명해지고 싶다면 일단 노이즈 마케팅으로 반짝 뜰 수도 있는 게 세상사. 더불어 돈과 악마는 휴식을 모르니, 그러므로 오락산업 때문에 세상은 언제나 떠들썩. 그렇지만 유행 따라가기도 벅차고. 사랑도 일이고. 우선 호박은 다 날 피해 가던가 건수도 없고. 모두 그림의 떡일 뿐이고. 만사가 귀찮고. 무엇보다 인기 없고. 노잼이냐 개 꿀잼일 것이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먼저 뭘 해도 재미없고. 더더군다나 품위 유지비는 간당간당. 심지어 정력도 비리비리한 판국에 TV 채널 돌리다 그분들께 기 빨려. 패배주의에 지는 비교에 짜증에 권태에 또 뭐, 뭐? 한심한 놀기. 허접한 일하기. 하찮은 재산. 저조한 재능. 무기력한 의욕. 보이지 않는 개구멍. 그러니까 쥐구멍에 도대체 언제 볕이 뜨냐고. 응? 뜨긴 드냔 말이지. 날씨도 찌푸둥하고 퍽이나 공상하기 좋은 날일까? 그럼 어떻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쾌락마를 오래간만에 기용해야 하는 거냐고. 뭐 끝짱을 보라고? 끝장을 보긴 뭘 끝장을 봐. 누가? 쟤가? 얘가? 그럼 또 승부사부터 도박꾼까지 찾아오면 어떡하냐고. 늬가 그 말로만 듣던 끝판왕이냐, 야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쩌고저쩌고. 보아하니 NB의 최근 인생 행보는 개 대가리에 뿔난 격일까. 뿔은 무슨. 됐고. 애들처럼 징징거리는 어리광은 더럽게 재미없고. 안 볼 걸 괜히 봤네, 못 들을 걸 들었네, 에잇시 눈 배렸어 라는 가상의 투덜거림은 왜 생각 안 하냐고. 무슨 인생이 개뼉따귀도 아니고 말이야. 개 풀 뜯어먹는 잔소리는 그쯤 하고. 
    그래서 그는 하긴 뭘 했겠나. 일이나 해야지. 그렇게 그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아리아 “아니요, 당신은 아무 것도 몰라요” KV.419 
    정신 사나워서 딴 걸 들을 수도 없고. 
    그런데 일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딴짓하고 싶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NB는 아는 동생 가운데 누구한테 연락을 할까 골똘히 고민 중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쿵쿵쿵. 아니 초인종 놔두고 노크를 뭐 그리도 크게? 여자가 그처럼 살며시 노크할 리는 없고. 
    예상과 달리 문을 열어보니 방문자는 다름 아닌 레이첼이었다. 
   「레이첼. 웬일이야?」
   「웬일은 무슨. 내가 왜 못 올 데 왔나?」
   「아니 그건 아닌데. 뜬금없으니 하는 말이지.」
   「뜬금없긴. 뭐하다 켕긴 당황스러움이야? 불어. 실토해. 어? 안 해? 컴퓨터 어딨어? 노트북 어딨는데? 화장지 왜 없어? 두루마리도 없고 갑 티슈도 없고. 어? 아니면 번호표 뽑는 기계라도 있어야 할 거 아니야? 그런다고 돈 세는  기계를 들여놓겠어 어쩌겠어. 안 그래? 이거 봐 이거 봐. 사라가 이 썩은 미소를 봤어야 하는데. 맹세컨대 그랬으면 걔 웃다가 배꼽 빠졌을 걸.」
   「그나저나 용건이 뭐야? 뭐 내가 무슨 부탁 들어줘야 하나? 아님 내가 뭐 잘못했던가.」
   「오빠 전에 안 그랬는데. 이 오빠가 뭔가 의뭉스럽네. 그러네. 왜, 여자한테 심하게 당했니? 왜 갑자기 상남자 흉내? 안 어울려. 오빠랑 안 어울린다고. 돌아와. 냉큼. 오빠 그거랑 하나도 안 어울린다고. 알어?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어?」
   「그러지 말고 소파에 자빠져서 잡지나 뚜적거리며 쉬었다 가든가. 그러든가 말든가.」
   「오빠도 요즘 재미없구나. 하긴 우리야 항상 심심하지. 안 그래?」
   「안 그러긴 누가 안 그래? 난 뭘 해도 재미있어. 항상. 매번 즐겁고 뭘 해도 기쁘고. 보람 있고. 어? 항상 진지하고. 낭만적인 로맨스에 대한 사모하는 마음 가득하고, 어? 아는 동생들 가운데 레이첼이 친근감으로 독보적인 1등을 달리고 있어서 뭐랄까, 다른 동생들한테 조금 미안한 감이 없잖아 있지. 그렇다고 내가 네 어장에서 천년만년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니?」 
   「어장은 무슨. 뭔 뚱딴지 같은 공상을 하다가 말이야, 은연중 켕기니까 아무 말이나 막 하시는 거 좀 봐. 허허. 생각 좀 하고 막 던져. 어? 그러니까, 날 좀 그냥 내버려두라? 이 오빠 중2병이네. 그러네.」
   「어! 왜, 그럼 안돼? 그런데 뭐야. 너 헤어스타일도 미세하게 바뀌고, 못 보던 반지까지 끼었네? 너 남자친구 생겼니?」
   「왜 나는 남자친구 생기면 안 돼?」
   「안 돼긴. 남자친구 생겼으면 이처럼 날 단독으로 만나는 건 자제했으면 해서 하는 소리지.」
   「어떻게 척하면 척이냐. 그런 오빠는 반지 안 껴봤어?」
   「반지? 어. 한 번도.」
   「뭐? 한 번도? 여태 한 번도 반지를 안 껴 봤다고?」
   「내내 걸어만 다니는 영화 거 뭐지, 제목이 뭐더라. 아! 반지의 제왕은 봤어. 그러나 반지는 못 껴봤지.」
   「정말이야? 오빠 낼모레...」
   「낼모레 뭐?」
   「아니 그게 아니라. 뭐 그럴 수도 있단 말이지. 살면서 바쁘고 어쩌고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어. 그럼. 그게 무슨 큰 흉인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인터넷 메신저,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자친구 0. 일절 0.」
   「그게 뭐 자랑이니? 설마 오빠 나 여자로 보는 거 아니지? 그렇지? 에이~ 설마!」
    레이첼에게 반론하는 그 인간. 대체 대사 1번으로 얼마나 긴 대사를 뽑으려고 또 한숨을 쉬는 걸까? 아무래도 칸을 떼서 가는 게 좋겠다. 





    5

   「넌 남자야. 알아? 그야 어쨌든 넌 좋아하는 남자도 많고, 껄떡대는 추종 세력도 많아서 좋겠다. 부럽다. 잘났네. 대단하다고. 난 정반댄데. 난 내 가족, 지인, 선배, 친구들이 내 여자친구를 봤던 적 단 한 번도 없어. 전성기는 있지도 않았고. 순 병풍만 서다가 벌써 아재 된 거지. 시간 참 빠르네. 살면서 단 1번도 여자친구를 사귀어보지도 못했는데. 공원에서 다정하게 의자에 함께 앉아 얘기하고 어쩌고 그런 걸 어떻게 해 봐. 여자친구 집에 데려다주고 그런 건 신간 편한 늑대들이나 하는 거고. 우리는 그냥 평생 이 모냥 이 꼴로 늙어죽는 거고. 모태솔론데 여자친구랑 통화를 어떻게 해 봤겠니. 이름을 어떻게 불러봤겠냐고. 극장 데이트가 다 뭐야. 여자를 사겨야 집에 데려다 주든가 말든가 하지. 아무도 만나 주지를 않는데? 우리 같은 쪼다들이 나 싫다는 그분들 귀찮게 하면 되나. 그럼 쓰나. 평생 존댓말이든 반말이든 이름을 단 한 번도 못 불러보다 이러다 그냥 가는 거지 뭐. 용기 있는 똥파리와 저돌적인 하이에나들한테는 일찍부터 번호 따이고. 쉽게 쉽게 마음 주고. 거뜬하게 몸 바치고. 술술 따먹히고. 커플링 하고. 고추 빨아주는 건 일도 아니고. 커닐링구스니 뭐니 쾌락의 금자탑을 쌓고.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고. 커플링하고. 그런데 우리는? 
    그 어떤 흉악한 강간범이랄지 끈덕진 스토커일지라도 그녀는 사겨 주는데? 우리는 1 대 1로 안 만나줘도, 걔들은 1 대 1로 만나 주는데? 지갑 속에 사진을 간직해 주는데? 2달만 쫓아다니면 최소 3번 따먹혀주는데? 적어도 1년은 사귀어주는데? 세상에 소문 쫙 퍼지게 더티러브하는 연인이라고 사방팔방 자랑하는데? 파랑새가 똥파리 자지를 정성스럽게 빨아주고, 똥파리는 파랑새의 향긋한 보지를 미친 듯이 빠는 일,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인데? 
    그런데 우리는? 어? 그런데 우리는! 아아 사랑이 바로 이런 거구나 라고 깨달으면 뭐하냐고. 음주 운전하는 남자 차에 보지 벌리고 막 타고. 하이에나가 운전하는 승용차 조수석에 좋다면서 또 타고. 그러면서 내 남자가 자기 차 조수석에 다른 여자를 허락하지 않기를 바라고. 안 그래도 아무 남자나 막 만나고. 문어발식 어장관리 계속하고. 그런 뭣 같은 년을 뭘 믿고 사랑을 하냐고. 다른 웬만한 늑대들은 그런 사랑 못해서 난리지만, 우리는 뭐라고? 그래~ 너 가라~ 안녕~ 잘 가라~ 꺼져라~ 제발 꺼져주라! 좋아하는 오빠가 따로 있으면 뭐하냐고. 아무 때고 네게 전활 해 나야 하며 속삭이고 어쩌고, 노래 가사 있잖아. 1년 동안 애틋하도록 알콩달콩 추억을 쌓았다는 흑역사 자랑을 모태솔로 오빠한테 하는 걸로도 모자라, 너 죽어봐라? 너 디져봐라? 
    아버지 할아버지 말씀 듣기로 그 자리에 기차역이 있었다는 번화가에서, 이모가 어떤 말을 해 주더라 라는 얘기를 나중 해 주는 여자를 만나서, 그날 1차 커피집 2차 술집에서 키스하고 그다음 모텔비 부족해서 아는 동생이랑 동거한다는 걔네 집에 가서 그날 저 하늘의 별을 따고. 동거하는 동생이 아침에 퇴근해서 온다길래 시간 촉박. 모텔비 부족하다고 그냥 대놓고 말했으면, 그날 적어도 한 3번은 하는 건데. 그럼 걔 더 오래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많이 아쉽네? 걔 대음순 엄청 튀어나왔던데. 그래 봐야 걔도 G 스폿 이미 느끼더라고. 일단 상체를 뒤로 제끼더란 말씀. 살다 살다 정상 체위에서 엉덩이 드는 년은 처음 봤던 적도 있는데. 아아 (절레절레). 한편 기차길 옆에 살았던 많이 어린 여자애가 처녀였는데 걔도 만난 당일. 딱 당일. 나중 임신테스터기도 사다 주고. 한동안 연락 없다가 나중 다시 만나서 자동차에서 키스하고. 오늘 영화 보자고 하길래 자긴 설렜다고 하고. 기찻길 옆에 살았던 딴 처녀도 만난 당일 차에서. 우린 뭐든지 만난 당일. 우리는 웬만하면 주문 즉시 테이크아웃. 아니면 배달. 즉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우리는 플레이보이, 언젠가는 펜트하우스! 아니면 허풍.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견적이 좀 그렇다 해 봤자, 어? 그래 봐야 처음 만나 손 잡고, 둘째 날 뽀뽀하고, 셋째 날 밀월여행 (딱)! 어? 남자들이 왜 못생긴 여자를 좋아하는데. 못생긴 여자가 다 그렇단 말이 아니라. 미녀도 다 그렇진 않은데, 그저 따라다니고 쫓아다니며 꽃 들고 기다려 주기만 하면 걔 자지 빨아주는 건 시간 문제. 정숙하면 뭘 하냐고. 차라리 헤픈 게 낫지. 그러니까 우리가 못생긴 여자를 만나는 거 아니야. 어? 그래서 존미녀와 존미남 커플은 이론과 달리 정량이 턱없이 모자른 거고. 여자는 한쪽 눈 감고서 결혼하고, 남자는 두 눈 부릎 뜨고서 정실감 딱 찾아서 결혼한 다음에 나중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고. 어? 진도 빼기 어려운 숙녀라면 사귈 때 일찍 바람피던가. 아니면 3년 4년 사겨도 대놓고 바람 피던가. 왜? 안 주니까! 4년 사귄 남자친구가 바에 여자친구랑 같이 가서 하는 말, 쟤가 너보다 더 이뻐. 나중 여자친구는 딴 남자한테, 나도 풀메이크업하고 그 조명 아래 서면 이쁘겠다 어쩐다 다 얘기해주고. 밤을 꼬빡 새워서 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통화하고. 2번째로 사랑했던 꼬마, 전화 통화 하느라 통 잠을 못 자. 가짜가 아니라 진짜로 전화통화만 기본 4시간 6시간 하느라 잠을 못 자. 새벽에 통화하다가 보면 아침 해가 벌써 떠있네? 어쩌다도 아니고 자주 자주. 진짜로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걸 절실히 깨닫지 않을 수 없다는 거. (절레절레). 통화하고 통화하고, 인터넷 메신저로 대화하고, 그래서 일도 못해. 말이 말이 완전 많은 수다녀, 어디서 말 많기로 일절 져 본 적이 없는 여자.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귀에서 피가 나는 여자. 남자 귀에 고름이 나오게 만드는 아가씨. 남들 귀가 타버리도록 말이 많은 숙녀. 아아 (절레절레). 그래서 웬만한 남자 뿐만 아니라, 어지간히 버티고 견디며 언젠가는 따먹겠지 라면서 4년을 기다려도 단 1번도 안 주는데. 참 그분도 그분이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버티냐. 그냥 보통도 아니고 그 다변을 어찌 버티냐고. 좌우지간, 어차피 결혼해도 아름다운 사랑을 빼놓고서는 무엇이라고?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 그럼 뭘해, 스토커가 쫓아다니면 그저 좋다면서, 어떻게 만나도 만나도! 그러니까 강간범이랑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 여자 세계 불문율 말도 못하는데, 그 모순 다 빼놓고 그 뭐든지 자기한테 다 맞춰주라 그러고. 
    (사귀지도 않았건만 꼭 사랑이라 부르건 단지 썸만 탔건 어쨌건. 그래도 걔 아빠가 막내딸한테 사준 새 승용차, 부들부들한 실버 아반떼, 그녀가 운전하는 자동차 조수석에 딱 탔지. 결혼할 꺼면 집에서 얼마까지 해 줄 수 있다면서 다 공개하고. 먼저 전화하고 전화하고 메신저로 꼬시고 꼬시고. 그래서 결국 만나서 고기 사주고. 그 고기집에 손님 많았는데 전부 여자. 와, 전부 다 여자다~! 그러니까, 왜 좋아? 좋아? 막 좋아? 집에 데려다 준다길래. 누구처럼 아무 똥파리나 아무 하이에나 차에 보지 벌리며 막 타지 않지 우리는. 어? 우리는 좋아하니까 여자가 운전하는 자동차 조수석에 딱 탔던 거라고. 당시 걔. 좋아만 하다 남자도 마음이 있는 거 같은데 안 넘어와서 상심했는데. 다시 넘어온 것만 같아서 집 앞에 다 와서 그 얼마나 좋아했는데. 황홀감에 그토록 신나는 모습, 아아! 애들보다 훨신 빵끗 웃으면서, 오오 내가 애쓴 보람이 다 있구나 그랬구나 막 그러면서. 생각난다. 기억난다. 떠오른다.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까? 조수석에 타 있던 좋아하는 남자의 왼팔을 막 그냥 심하게 때리는 바로 그 애교. 아흐흑. 우리는 그처럼 좋아하니까 이성이 운전하는 차에 타고. 좋아하니까 사귀고 싶어하는 거라고. 응? 뭔 미친년들처럼 얼굴 팔리는 거 좋아라하고 그러지 않지. 스토커든 강간범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의전만 받으면 그저 다 좋다는 사랑? 그게 뭐가 사랑이냐고. 그러면서 그게 무슨 자랑인 줄 알어. 내 전남자친구가 오늘도 집 앞에서 기다리더라? 걔네들 미친 거 아니야?)





    6

    그의 내면에서는 어느새 선수교체가 뚝딱 이루어졌다. 웬 말괄량이인지 새침한 숙녀인지는 몰라도. 
   「그래서 그랬을까? 사귀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는 문어발식으로 세상 모든 남자를 다 상대해주겠다, 이제 G 스팟 열리는 건 시간문제다, 여차하면 이모 스타일로 확 그냥 삐툴어지겠다, 그러나 너는 똥파리랑 똑같이 나한테 껄떡거려야 하느니라 하느니라. 뿐만 아니라 최신식 페라리 FF 당장 대절하지 않으면 넌 곧장 버림받느니라. 알겠느냐? 어디서 감히 늬까짓게 나한테! 우리는 여신 너는 벌레 만도 못한 돌쇠. 나는 1년 동안 우리 똥파리 전남자친구와 사귀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했느니라. 심지어 지금도 만나느니라. 
    그때 당시 난 회사에서 소문 쫙 퍼졌어. 똥파리 중의 똥파리랑 사귄다고. 똥파리한테 따먹혔다고. 똥파리 사랑한다고. 야구선수랑 아나운서랑 사귀다가 아나운서가 자살했던 일. 그녀는 챙피했나 몰라도 어쩜 좋지, 난 부끄러운 거 모르네? 수치심도 없네? 그런 게 어딨어. 왜? 내가 걜 사랑하니까. 내가 걜 정말 좋아하는데? 그럼 말 다 한 거 아니니? 지갑 속에 남자친구 사진 1년 동안 간직해 주면 말 다 한 거 아니냐고! 어? 넌 그런 거 못 해 봤지? 그치? 그렇지? 찌그러져 이런 모태솔로 머절아. 날마다 꼬박꼬박 퇴근하면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집에 데려다 주고. 사람들 많은 번화가에서 다정하게 손 잡고 걸어다니고. 만인이 보란듯이, 특히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남자친구랑 손잡고 거닐면서 여점원들 눈빛 구경하는 거 얼마나 재밌었는 줄 늬가 알겠니. 어떻게 알겠니. 하나도 모르지. 게다가 회사에만 소문났게? 하이에나의 친구들은 뭐다? 그렇지 똥파리 친구도 똥파리지. 걔네들 세계에도 소문 쫙 퍼졌어. 대어 중의 대어를 물었다더라. 곧 있으면 따먹을 일만 남았다더라 막 그러면서. 난 천상천한유아독존이야. 남잔 그냥 쓰레기든 뭐든 옆에 붙여놓기만 하면 되는 거고. 우린 아마존이거든. 나만 이쁘면 그만이라고.
    그런데 있잖니, 오늘 퇴근해서 집에 가는데 어머머머머! 집 앞에서 전남자친구가 또 기다리네? 내 사랑 전남자친구가, 못 본지 꽤 됐는데, 그 아득한 옛날처럼 또? 자기 시험에 합격했다고 말이야. 오랫만에 누구야~ 다정한 그 음조. 또 들으니까 흔들리더라. 꺼뻑 떨리더라. 그래서 한번 다시 생각해보자 그랬지. 당연히 예상도 못한 우리 오빠의 출연에, 생각도 못한 전남자친구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니까, 아 글쎄 내 보지가 벌렁벌렁하네? 난 또 애액 질질 흘렸어. 얘 말도 마 말도 말라고, 그 날 입은 펜티 다음 날도 입을라 그랬는데, 하는 수 없이 그날 펜티 그냥 빨았잖니 얘. 응? 속뒤집어지지? 그치? 다 너 좋으라고 하는 거야, 너가 속 뒤집어져야 우리가 기쁘거든. 응? 이야~ 그 얼굴 또 보니까 나 속으로 얼마나 떨렸는 줄 아니? 그리고 너 한번 생각을 해 봐 얘. 걔랑 나랑 자그마치 1년을 만났는데. 그런데 우리가 손만 잡았겠니? 달콤한 첫키스 그 얼마나 떨렸는 줄 늬가 알겠니, 늬 같은 모태솔로가 그걸 어찌 알겠냐고. 안 그래? 이런 쪼다 머저리 등신 병신새끼야, 늬까짓 거렁뱅이가 그 애틋함을 어찌 알겠냐고. 어? 아울러 우리는 피임도 잘 했어. 어? 하도 껄떡거리길래 난 아직 성 그래프가 늦으니까 그저 포옹이 더 좋지만,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사랑하니까, 난 줬다고. 성심성의껏 빨아줬어. 어디를? 똥파리 거기를! 걔 그러니까 완전 좋아하더라. 응? 막 미치던데? 뿐이니? 고추 막 빨아주니까 내 입에다 쌌어 얘. 걔도 조루거든. 그래도 내가 다 토닥거려줬지. 찬찬히 발전하면 되니까 얘. 나중 시험 합격하면 애널리즘도 시도해 보자고 기분 북돋아주는 건 일도 아니었어 얘. 얘~ 너 같은 모태솔로가 그런 걸 해 봤겠니, 여자를 알겠니. 어? 아아 그때가 생각난다. 그이와 쌓은 추억이 너무도 소중하다고. 막 그냥 뽀뽀하고 빨고 핥고 지지고 볶고. 떨고. 분수에. 떨림에. 근데 있잖니, 걔 엄청 실하더라. 삽입만 1시간이야? 응? 컨디션 좋으면 1시간 반. 2시간도 문제 없는데 그래도 걔 공부도 해야 하고, 너무 중독되면 안되고 그래서 참았던 거고. 응? 그 정도면 그래도 꽤 괜찮은 거 아니니? 게다가 후희가 또 얼마나 기가 막힌데?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멀티 오르가즘을 선물하더란 말씀. 그래서 걔 아직 시험 합격은 안 했지만 우린 딱 상견례하기로 했지. 그런데 얼렁뚱땅 걔 바람핀 거 딱 걸린 거고. 그래서 이별했고. 
    그렇다고 여자들이 남자들처럼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오가 되니? 그러니? 여자들 말이 좀 많니 얘. 그래서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쩜 그럴 수 있냐 어쩌고저쩌고. 오늘도 친구랑 그 얘기했어 얘. 넌 그렇지 않지 얘? 들었니? 어? 들었어? 모태솔로 주제에 알긴 뭘 알겠니. 너, 들었니? 오빠, 들었어요? 우리가 이미 작전 다 짠 거니까 들었겠네? 들었지? 그치?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 주고, 회사에 더티러브 소문나고. 그런데 아직까지 걔는 다시 만나자고 또 껄떡거리고. 응? 나 지금 완전 남자복 터진 거지. 안 그러니? 그러니 지금 말이야 그냥 걸어만 다녀도 보지 애액 질질 싸게 생겼다고. 어? 여자는 있잖아, 얘. 얘. 응? 얘. 여자는 그래. 여자는 말이야, 이별해도 우리 오빠 우리 오빠, 그놈의 <우리 오빠>! 입에 붙은 습관 <우리 오빠>를 떼는 데만 적어도 한 세월이 걸려. 알아? 너 같은 모태솔로가 그걸 어찌 알겠니. 아무리 더럽게 헤어졌어도 여자는 <우리 오빠> 쉽게 못 떼. 아니 모르니? 헤어진 거뿐만 아니라 내 돈과 친구 돈과 친구의 친구 돈까지 뜯겼어도, 어? 받을 길 희박하단 걸 이미 잘 알아도, 여자는! 어? 여자는~ <우리 오빠>란 말 즉각 못 떼. 아니 모르니? 검소하게 아끼고 아껴서 모은 숙녀의 목돈, 친구의 목돈, 친구의 친구의 목돈까지 싹 다 꼴아박아도. 응? 그녀는 <우리 오빠>라는 입버릇 쉽게 못 고친단 말이야. 뭘 알고나 사랑을 논해. 그러니까 왜 못 떼냐? 몸을 꼬박꼬박 섞었으니까. 어? 최소 한 달에 한 번! 응? 냉 나오고 어쩌고 남자에게 횟수와 냄새와 못 느끼는 절반 참치 등 뭔가가 턱없이 불만족스러울지라도. 혼자 사는 숙녀 집에 자율 출입권을 부여했으면 까딱 잘못하다 시소에서 앉아있음과 동시에 유체이탈해서 분신은 양다리로 떠날 준비를 할 수도 있는 것. 상대 부모님 인사드리고 봤으면 뭘 해! 숫자만 1달에 1번이었지 문턱이 닳토록 혼자 사는 숙녀 집에 늑대는 불쑥불쑥, 기회를 엿보고 엿보고, 침대에 올라가면 내려가라 내려가라. 연애도사 숙녀가 4년 사겨도 성관계 0번을 괜히 고수하는 게 아니다 얘?! 모르면 알아 둬. 알아서 손해볼 건 없으니까 얘. 더티러브 없으면 일찍 바람나든 늦게 시도하든 확률은 99.9퍼센트. 결혼 전에도 그런데 결혼한 다음은? 잘 아시다시피! 연애도사 존미녀가 괜히 하이에나의 끈질긴 구애에 철벽을 치는 게 아니라고. 사랑은 뭐라고? (딱) 그렇지~ 사랑은 모르는 것! 면사포 쓰고서 사랑의 예식장에서 결혼 행진곡에 아찔하며 행진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 안 그런가?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고, 판도라의 상자는 열어봐야 아는 것.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것도 다 아마추어 얘기. 왜? 왜냐하면 사랑 역시 상대적이기 때문. 그렇다고 결혼이 끝도 아니고. 어? 그야 당연히 육체적 사랑은 아직일지라도, 마음으로만 사랑한지 좀 됐어도 결과는 마찬가지. 응? 남자는 '친구야 나 누구 따먹었어'부터 이처럼 재산 벗겨먹은 전여자친구와의 성관계 횟수까지 친구랑 공유해. 알어? 몸 바치고 돈 말아먹고 밥 먹이고 수발들고. 응? 성상납 돈상납 상납 안 한 게 뭐냐고. 그렇게 빚쟁이 여자 3명과 정보원 1명. 건너 건너 딱해서 어렵싸리 모은 목돈 빌려줬다 깡그리 날리게 생겼는데, 바로 옆에 있는 빚쟁이들 입장 생각 못하고. 거기서 입버릇처럼 우리 오빠 우리 오빠. 틈틈히 우리 오빠. 어? 이미 딴년이랑 바람난지 좀 됐고, 재미도 좋고 미래까지 생각하는 데도 우리 오빠. 아끼고 아껴서 모은 목돈 받은 길 막막한데도 우리 오빠. 여자는 말이야,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사랑에서 정 떼는 게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존재야. 왜? 사랑이 인생의 전부거든. 그게 바로 우리라고. 알겠니? 넌 어떻게 된 게 여자에 대해 암것도 모를 수 있니? 여자는 정 주면 웬만하면 바람 못 피워! 그게 여자야. 그래서 여자는 그래요 라고 하는 거라고. 다 사랑이 식어서 여자가 심신분리되고 어쩌고, 이상한 년들이 막사니까 말들이 많은 거고. 아니 모르니?
    그렇지만 우리가 누구니, 응? 골빈년에 걸레에 영심이이자 의전녀 아니니! 응? 알고 보면 여왕벌 중의 여왕벌! 여자말 번역기는 뭐다? 그거라니까. 모든 여자는 살쾡이요 여왕벌이라고. 어? 그 가운데 착한년 맹녀 집순이 선녀 암캐 수캐 암탉 기타 등등 천성이 천차만별일 뿐이고. 어? 강간범을 사랑하고 스토커를 더 사랑하는 우리. 사랑싸움이야 서로 좋아하고 평소에 다정한 연인들끼리나 해당하는 거고. 객관화, 해, 봐, 얘. 응? 여자는 딱 괴물이라니까. 어? 살쾡이~! 보이지 않는 꼬리만 최소 9개. 미친년도 그런 미친년들이 없지. 미친년도 그런 상미친년이 없다고. 어? 너 여자말 번역기 몰라? 그래? 여자의 허영심에 그 끝이 어딨니. 응? 은근한 허영심, 그리고 흡족하리 만치 쾌적한 만족감. 전자와 후자가 한치의 빈틈없이 일치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됨. 그게 어떻게 가능하나. 응? 악마는 새로움을 사랑하는데, 어머머 여자는 한정판을 더 좋아하네? 허허. (몸짓) 우리가 악마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선 존재다 그 말씀. 응? 무엇보다, 여자는 솔직해선 안되는 것. 그래서 모순. 지조란 게 딴 게 아님. 여자가 '아니오'라고 말할 때는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는 말이고, 여자가 '가능성이 조금 있다'고 말할 때는 '예'라는 말이며, 여자가 '예'라고 말할 때는 숙녀이기를 포기한 셈. 그러므로 모순! 딱 모순. 시시때때로 모순. 쉬지 않고 변심. 그러니 마초들 아주 그냥 돌아버리는 거지. 바로, 그래서~ 여자의 <애매한 NO>와 <치를 떠는 NO>는 남자에게 맞추어서 0이냐 1이냐 딱 그래야 하는 것. 그러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되는 것. 아니면 개판 5분전이든 남자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돌변해 여자를 강간 및 성폭행해도 그 화근은 시발점이 뭐 어떻다는 것.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만나고 소름 돋도록 싫으면서 만나고 사겨 주고, 그럼 생태계 섭리를 더럽히는 일. 
    괜히 사람 구실하고, 늑대로서 중간은 가며, 교양과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게 살았거늘. 뭐 천사처럼 보였는데, 속으로 요정과의 달콤한 섹스를 그 얼마나 꿈꿨는데. 그런데 개나 소나 다 따먹을 수 있는 걸레라고?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로 살아야 하느냐, 를 친구에게조차 발설할 뻔 하다 뚝 멈춰야 하는 게 퍽이나 인간적인데. 그런데 그런 꼴을 봤다? 별꼴 다 보겠네 얼굴값 못하신다? 따라서 꼴값은 그래서 흔해지는 것. 아시겠나? 어? 아시겠냐고! 애들 어리광도 내 꺼요, 응석으로 어디서 썩 안 빠지고, 징징대며 투정에 짜증에 신경질에. 일관성도 없고 변심은 말도 못하고. 툭하면 싫증, 어? 여자 인생 조지는 거, 누가 됐든 여자 1명 인생 조지는 거. 애석하고 슬프지만 여자 1명만 그러면 다행이게? 생태계 개판 되는 거, 수컷들 광분하는 거,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요 길이길이 미래의 애인이든 누구든 뭐든. 말도 못하는 진흙탕 개싸움 벌어지는 거. 다 여자의 마음 때문. 인생 혼자라지만 이 세상 나 혼자 사는 게 아닌 법. 사랑이 더러워지는 거, 여자 1명 인생 조지는 거. 그럼 그냥 불행 중 다행이게? 그러게? G 스팟이 열리건 숙녀 보지에 불이 나건, 여자 1명 인생 조지는 거 그럼 다행이게? 나만 이쁘면 그만,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아니면 말고>는 <바람펴도 안 걸리면 말고>와도 부합하기도 하는 것. 어? 지 사랑 조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하는 얘기. 그처럼 추접스러운 염문이 있으니까 별로인 남자들만 꼬이게 되는 여자도 발생하는 것. 파리는 신의 성배든 사극에 나오는 왕의 독배든, 내 거든 남의 거든 막 그냥 가리지 않고 다 덤비는 거. 다 여자들이 판을 뭘로 만들기 때문에, 절반은 그녀들 책임이란 거지. 뷸륜을 뭐 남자 혼자 완성하나? 사랑법도 모르고. 이기적으로 나는 예외고. 연애론도 변칙이라서 싫고. 허나 나는 예외고. 애정관 역시나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 평생 쌓인 게 많은 숙녀. 촌닭의 천생 배필은 바로 촌년인데, 그분들은 파랑새를 한 번 보더니 혼을 빼았겨버리고. 어? 그래서 이모 스타일로 몸 막 굴리고. 절반은 마음이 매춘부고. 어차피 속고 당하고 억울하게 귀가 한번 뚤리고 나니, 헤프게 막살고. 귀걸이가 뭐든지 쫌만 내 맘에 들었다 싶으면 그땐 그냥...! 어차피 참새들이야 그냥 뭐 그렇다 치더라도. 거위와 백조와 존미녀인데 생태계 개판으로 만드신다? 수탉이 울지 않고 암캐가 짓지 않아도, 그래도 아침은 온다네. 늑대가 양의 탈을 벗는다고 아침이 안 오랴. 언젠가 땅을 치며 후회할 날 온다 그거지. 늑대가 흑심을 품건 고양이가 유혹을 하건 해는 뜨지 왜 안 떠. 그러니까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면 안된다니까. 어? 웬만치들 설치고 다녀야 말을 안 허지. 어? 나대기는 지들이 뭔데 나대고 난리야? 거울도 안 봐? 두뇌 없어? 생각하기 싫어? 어? 
    그런데! 그런데 여자를 사랑하겠다고? 각오 단단히 하시라 그 말씀. 어? 적당히 갖고 놀다 버릴 꺼면 몰라도, 어? 장기전으로 갈 꺼라면 절대로 쉽게 생각하지 마시라는 얘기. 아무리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세태라지만, 사랑 그거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시라고요. 네? 괜히 여자가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하나? 다음 생의 다음 생의 다음 생의 그 언제까지라도, 너는 내 꺼야! 그게 바로 여자인데? 책임 못 질 꺼면 그러니까 마음만 받으라고. 어? 얘기가 샛길로 좀 샜는데 다시 돌아가자고. 그럼 돼.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고. 어? 남자가 거 쪼잔하게 그게 뭐니? 어? 나무가 커야 그늘도 크지.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이는 글쎄 밴댕이 소갈딱지? 그야 여자 입장이고 남자는 오늘도 수증기 푸쉭푸쉭. 뚜껑 열리고. 뒷목 잡고. 하여간에 남녀는... (절레절레). 
    좌우지간, 나뭇꾼과 양몰이꾼은 가는 길이 다르다네. 어? 이 양반아 귓구멍 막지 말고 똑똑히 들어. 어디 가서 이런 설교 쉽게 듣는 줄 알어? 가슴에 마음에 영혼에 새기지 않으면 나중 큰코 다칠 줄도 모른단 말일세. 어? 나뭇꾼 다음에 아까 뭐라 그랬지?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하. 그럼 도박꾼과 난봉꾼은 우정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알고 싶지도 않고. 아무튼 여자 여자. 아아 (절레절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자를, 쉽게, 사랑하지 마시게나. 그렇다고 또 거꾸로맨처럼 그럼 여자를, 어렵게, 사랑하란 말입니까 뭡니까? ~라고 허를 찌르지도 마시고. 어? 그러니까 괜히 그 냥반들이 뭔가를 늦출 수 있는 대로 늦추라, 그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니라네. 물론 농담 반 진담 반 허세겠지만 말일세. 여자는, 여자가 봐도 미스테리야. 여자를 잘 모르는, 뭘 좀 모르고, 말이 잘 안 섞이는 상남자에게만 여자가 미스테리가 아니라고. 어? 여자의 허영심은 답이 없단 말이야 답이. 어?
    (뭔 게임 캐릭터처럼 즉각 할아버지는 숙녀로 선수교체)
    여자는 남자한테 잘 보일려고 화장을 하는 존재인데? 모든 남자들이 다 날 바라보고 사랑해주고 집 앞에서 죽치고 대기하고, 스토커처럼 회사에 쫓아오고. 그거 얼마나 좋아하는데. 단, 내 맘에 쏙 드는 남자만. 내가 첫눈에 홀딱 반할 만한 남자만! 응? 왜 여자의 노는 그 해석만 최소 100가지겠니. 남자는 동물 유형으로 따지면 단 몇 가지로 딱 가닥 나와. 어? 말하자면 남자는 단적으로 따져서 그냥 단순해. 어? 수컷! 그렇지만 여자? 가짓수만 해도 장난 아니고, 문제는 그때그때 변하는 거. 어? 변덕이 변덕이 말도 못하고. 천동설이고. 친구들끼리든 친한 지인들끼리든. 앞에선 별 말 없어도 뒤에서 그 얼마나 놀랍도록 까는 줄 알기는 아니? 어? 뒤끝없는 여자? 그런 여자는 없어. 딱 0이라고. 여자가 남자의 과거를 얼마나 질투하는지, 그 얼마나 시기하는지 알기는 아니? 남자는 우리한테 비교도 안돼. 새발의 피란 말씀. 마치 성적 절정감처럼 말이지. 애인의 연애사 과거에 속뒤집어지는 거. 남자는 우리한테 명함도 못 내민단 말씀. 뻔데기 앞에서 주름 잡을 일 있니? 여자는 남자의 과거사와 얽인 개년들을 싹 다 죽여버리고 싶어야 그래야 진짜야. 어? 아니면 다 가짜. 뻥. 몽땅 뻥. 전부 가식. 죄다 위선. 어? 다 몽땅 뻥이라고. 순 내숭이지 그게 진짠 줄 알어? 여자가 속 뒤집혀 봐. 할 말 못 할 말 가릴 게 뭐야. 지랄 대회 여는 거 문제도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또 그러다 한순간 천사로 바껴. 어? 적응 안되게. 그러다 다시 돌직구로 사람 놀래게 하고. 뒷담화 안하고 남 욕 안하는 여자? 친구 없어! 험담 싫어하는 여자? 외톨이! 여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남 얘기. 어? 그거 좋아하지 않으면 왕따라니까요. 심지어 언제 뒤통수 맞을지도 모르고. 어? 남 돌려까는 게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인데, 우리들 사이에 늬 편 내 편이 어딨니. 다 순진한 얘기일 뿐이지. 그냥 너 혼자 살어. 성격 변태 같은 여자 데리고 살다가는 아아 말도 마라 말도 마! 뭘 좀 알고, 말이 통하고, 여심을 뭐든지 한 발 앞서가는 걸로도 모자라 외모까지 잘생겼어. 그런 남자가 어디 흔할까? 드물겠지. 그처럼 성격 좋은 여자? 통과! 오빠 천사표죠 라면서 처음 본 남자한테 홀딱 반한 여자가 천사표일 확률? 말 말자. 말을 말자고. 어? 그런데 뭐 여자? 어? 여자? 여자? 
    남자의 판타지야 남자들만 좋아하듯. 여자의 판타지 역시나 여자들만의 판타지일뿐. 최고의 이상형이, 아니 이상형들이 죄다 날 좋다며 따라다니고. 회사에 찾아오고. 꽃 들고 기다리고. 언제나 집 앞에서 죽치고 대기하고. 전화 불나고. 매번 새로운 남자 + 끈질긴 녀석들로. 여자의 꿈이 그거야, 이상형한테 스토킹 받는 거. 그러다 해피엔딩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 몇 십 번 따먹히고 버림 받은 예, 부지기수야 부지기수. 그런데 여자, 어? 여자! 여자는 참다 참다 참다 끝까지 참고 끝까지 버티다가, 끝끝내 싫다고 하다가 마지막에 모든 걸 놔버리는 여자. 그래서 싫어도 싫어도 싫어도 그래도 스토킹. 체면과 염치와 상식과 도덕이자 윤리 때문에 똥파리짓 하지 않는 것이지. 나처럼 파리 끈끈이녀로 똥파리한테 쉽게 넘어갈 꺼라면, 그분들께서 괜히 참았게? 그렇게 쉽게 만나주고, 사겨주고, 데이트해주고,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 주고. 어? 이상형은 사겨주지도 않은 채 발로 뻥 차고. 내 그럴 줄 알았으면 모든 주위 남자들이 속으로 죄다 그랬을 거 아니냐고. 
    <아아 저런 저런.... 그럼 내가 미리 선수칠 걸! 저 싸구려 허영덩어리 좀 보소. 개나 소나 쫌만 노력하면 다 따먹을 수 있잖아? 몰염치 때문에. 파렴치가 뭔 줄 아니까. 교양 있고 상식 모르지 않거든. 그래서 안 껄떡거린 거 뿐이라고. 그런데 저 저 저 찝쩍남한테 홀딱 넘어가? 주변에서 손가락질 하는 거 생각도 안 해? 이미 따먹혀도 더럽게 따먹혔겠구만. 꼭 보면 저런 애들이 놀이공원 대관람차 안에서 하이에나 고추 빨아준다니까. 쯧쯧쯧 천받하디 천박한 매춘녀구만 그래. 저런 창녀가 뭐가 좋다고 (절레절레)>
    사귀기 전에, 주변 사람들 죄다 속 뒤집어져버렸는데. 싫으면 끝까지 싫던가. 결국 넘어가네? 그러네? 쟤도 어쩔 수 없네! 그럼 커닐링구스와 펠라치오는 이제 시간 문제네? 똥파리한테 넘어가기 전과 후. 넘어가기 전에도 주로 여자들 위주로 속 뒤집어졌고. 넘어간 후에는 남자들 위주로 속 뒤집어졌고. 회사든 어디든 소문 쫙 퍼졌고. 사회 통념도 짜증나고. 질서도 뭔판이고. 인습이 뭔 소용이야. 그 때문에 막산 사람이라고 왜 없겠냐고. 그런데 중요한 건 여잔 도무지 챙피한 걸 모른다는 거고. 깨도 깨도 정도가 있지. 남 생각은 요만큼도 안 하고. 그 가운데 최고의 수혜자는 누구다? 똥파리야 나중 해피엔딩 아닐 테니까 그건 넘어가고. 어차피 수락한 사람 책임이 절반이고. 그래서 주인공들 빼면? OK~ 딱 1명. 오직 1명. 뻠쁘질에 직장 동료 집 앞에 찾아가고, 불러내고, 나이트클럽 가자고 꼬시고. 그랬던 직장 단짝 언니. 걔? 암컷 싸움닭! 딱 그 1명만 기분 쨰져 미쳐버릴 듯이 기뻤단 뜻이지. 환상, 어? 걔 때문에 자긴 찬밥 중의 찬밥 됐기 때문에, 기를 쓰고서 동료를 쓰레기로 만드는 여자. 기막힌 환상. 짜릿한 쾌감. 미칠듯 끝장을 본 거지. 그녀 딱 1명만 빼놓은 채 남들은 죄다 속 뒤집어져버린거고. 뿐더러 그때 뿐만이 아니고. 그런 년은 머리에 똥만 가득 들어찼다니까. 남들은 몰라도 얘는 둘 중 하나. 딱 둘 중 하나. 
    첫째, 성모 마리아처럼 일평생 처녀로 살던가. 아니면,
    둘째, 그야 뭐 나중 하는 거 봐서 한번 다시 생각해 보는 거고.
    똥파리의 여자라는 꼬리표는 영원하고. 하이에나 1의 전마누라요. 하이에나 2의 짝사랑이자. 나머지 하이에나들의 희망이라는 상징은 끝이 없고. 응? 지울 수 없고! 꼬였다 하면 전부 다 별로인 남자, 그런데 정작 좋아하는 자기만의 애인은 지근지근 밟아서 묵사발 만들었던 그녀. 그런 숙녀로 기억되는 거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그래야지. 지가 인간이면 응당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고. 어? 남들이 뭐라고 수군거리는 줄도 모른 채, 뭐 들었어요? 장래 뭔 비판을 받을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뭐 들었어요? 무덤을 파라 무덤을 파. 무덤파기 골 세러모니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미련해도 분수가 있지 (절레절레). 들었어요? 킁킁킁 쩝쩝쩝 그 소리에 1, 2년도 아니고 성장기를 다 바쳐 완전히 미쳐버렸는데, 또? 와~ 자기들이 빡빡 주장하는 행복한 사랑이라면서 천국의 부케를 안겨주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썩었어. 완전 골았어. 많이 상했다고. 어디까지 하나 보자 지켜봤더니, 끝도 없어. 애비도 애미도 몰라 봐. 멍청해도 멍청해도 예술적으로 멍청한 줄은 모르고, 좋아하는 남자한테 것도 자랑이라고. 아이고야 쯧쯧쯧! 허허. 다는 아니겠지만. 순진한 우리 착한 여자들이 바로 이처럼 멍청하시다네. 응? 이 정도로 (몸짓) 생각이 없다고. 여기서 하나 더. 그런데 더 웃긴 거? 걔는 객관적으로 보자면 스토커 똥파리가 첫사랑인데, 그런데 또 자기는 나중 완전 좋아했던 어떤 오빠가 첫사랑이라고 빡빡 우기는 거. 어? (절레절레). 그러게 뭐하러 연애사를 더럽히냐고.
    뭐 그건 그렇고. 안 그래도 지금, 2년 3년 소개팅 스케줄 꽉 차 있느니라. 어제도 만났다 오늘도 만난다 이번 주말도 마저 3번 꼬빡 채워서 만나기로 했다. 남자들 만나보니까 만날 만 하던만 뭘 그래. 좋지 왜 안 좋아. 매춘부와 플레이보이. 여성잡지 2는 아실 거야. 막 만나면 얼마나 좋은지를. 괴로운 사례만 딱 뺀다면 좋지 왜 안 좋아? 그렇게 막 헤프게 얼굴 팔리는 걸 좋아라 하고. 우리는 몰라도, 바람둥이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얼굴 팔리는 일. 어? 쪽팔리는 거랑 지조 있는 거도 구분 못하고. 누가? 넘어가고. 좌우지간 너 모태솔로지? 딱 봐도 뻔해. 왜 꼽냐? 꼴리냐? 속 뒤집어지냐? 디져 봐라 디져 봐. 그럼 페라리 FF 갖고 오든가. 어? 난 손도 잡고~, 만인에게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라고 자랑하고 지금도 자랑하고, 설레지도 좋아하지도 떨리지도 않으면서 만나 주는 게 무슨 벼슬이고. 어? 왜? 어차피 갈아탈 거거든. 아니면 남자친구 형편 풀리면 결혼해서 자지 빨고 보지 핥고 미치고 환장한 사랑의 쾌락을 매일매일 맞 볼 거거든. 너 내 미니홈피 봤지? 그럼 내가 걔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겠네. 거기 공개로 올려놓은 게시물 봤지? 내가 걔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겠든 모르겠든. 어? 여자는 남자한테 쉽게 정 못 떼 얘. 너도 잘 알면서! 응? 넌 지금 멀티태스킹으로 나한테 딱 걸린 거야. 그런데 꽤나 비리비리하네? 그치만 괜찮긴 괜찮고. 나 갖기는 부족하고 남 주기는 싫고. 나 맛있을 거 같지? 그렇지? 나 먹고 싶지? 그렇지? 그럼 페라라 FF 갖고 와. 그럼 한번 생각해 볼게. 응? 





    7

    휴~!
   「너 말 다 했어?」 
    ~라는 반문을 들을 새도 없이. 그는 마지막 할 말까지 마저 이어서 했다. 청자의 귀는 마비되고 화자의 입은 너덜너덜할 지경. 
    「그런데 거기다 대고 그래 놓고 전 1번이면 끝이에요? 문어발식으로 하이에나와 똥파리들 다 상대해 주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좋아하시네. 우리는 꽃다발 주기는커녕 일생 여자를 사귀어보지 못한 모태솔로인데. 꽃다발 받아봤다 집 앞에서 기다리고 데려다주고 회사에 찾아오고.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님.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한 것 역시 문제도 아님. 이모 스타일도 우리는 얼마든지 엄마 스타일로,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어드리고 떠받들어 드림. 그런데 머릿속에 똥만 가득 들어찬 그놈의 의전녀. 행동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 의전 받을 자격이 있나 없나. 똥파리가 스토킹해주길 바라시네? 좋아해서 사귀고 사랑을 키워가면 어련히 알아서 뭐든지 잘해드릴까. 그런데 사람을 보는 것도 아니고, 조건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오직 의전 그놈의 의전. 바람둥이 중에도 맘 먹고 그런 애들 있다. 겉으로는 의전 의전, 속으로는 잔말 말고 따라와, 그래서 따먹든 아니면 복수하고 버리는 짓. 어? (절레절레) 딱 보면 딱. 척하면 척. 뭐 저울질? 염장질? 그러니 사랑의 시소가 사기꾼의 저울이 되지. '못생긴 암컷 싸움닭&욕심쟁이 하이에나' 기고만장 커플한테 물들고, 지령 받고, 소개해주는 제 2 제 3의 하이에나들 줄줄이 다 독대하며 탐색전 펼치니까 사랑은 더러워지는 거라고. 무슨 상한 비엔나 소시지야 뭐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썩은 미소나 만들어내고. 무슨 전남자친구의 옅은 그림자 흔적도 아니고. 지갑 속에 사진 1년 동안 간직했던 우리 오빠와 경쟁하라고? 파리 끈끈이가 좋단 놈들이나 많이 하라들 그래. 우리는 아니니까. 얼마든지 실컷. 우리는 아니라고. 우리는 스토커 좋아한다 강간범 사랑한다? 
    그분들께서 우리는 일절 만나 주지를 않는다니까 그러시네. 왜? 지들은 공주거든. 자기들이 여신인데 뭐 미쳤다고 우리 같은 거지를 만나겠니. 언감생심 쌍욕 들을 일 있니? 감히 찝적거리는 시늉이라도 했다간 뭔 소리를 듣게. 생각도 말아야지. 아예 똥파리가 스토킹 하면 사랑해주던가, 아니면 하이에나한테 성폭행당하고 강간당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가. 걔네들은 모 아니면 도야. 콧대가 좀 높아야지. 우리 같은 촌닭들은 쳐다보지도 않아 얘. 여자친구니 남자친구니 정식으로 사귀는 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어? 소개팅해서 늑대가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싫다고 하지. 전화번호를 안 물어보면 안 물어본다고 상처 받았다고 하지. 늬 까짓 촌닭이 뭔데 내 친구 마음 아프게 하냐고 암컷 싸움닭도 우리를 고맙게도 지근지근 밟아주시지. 그냥 밞아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그냥 상처에 소금 뿌리면서 좋다고 꼬시다고 신난다고 비명을 지르셨지. 그녀들 완전 재밌어서 미쳐버렸다고. 어? 그러면서 지들이 무슨 아름다운 사랑 드라마라도 연출하는 줄 알어. 완전 재밌어하고 신나서 미치고. 내 님이 나타나면 뭘해, 지들 딴에는 최상의 환대라지만, 상대는 지옥을 선물받는 건데.
    누가 걔네 존미녀들 갖다 쓸 줄 몰라서 안 갖다 쓰는 줄 아시나? 우리가 걔네 구워삶기 싫어서 가만 놔두는 줄 아냐고. 웬만한 늑대들이 걔네 작업치기 어려워서 치근덕거리지 않는 줄 아시나 본대. 착각도 팔자다. 지들이 호감 갖는 남자도 다 보내고, 어? 지들이 좋아하는 남자한테 애정 표현도 못하고, 어? 지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내며 조심스레 근처에서, 저 같은 허접한 촌닭이 감히 그댈 사랑해도 될까요? ~라면서 신호를 보내도 속으로 좋으면서도 고민하다 사랑의 적기를 놓치고. 보내고. 뺏기고. 남자가 포기하고. 철벽치고. 콧대 세우고. 속으로는 남자 얼굴 보면서 겉으로는 마음을 본다 그러고. 겉으로는 의전녀처럼 뭘 모르는 여자 아니라면서 실제로는 조건 좋고, 호인에 성격 좋고, 잘생기고, 목소리 매력적이고, 자상하고, 다정하고, 부드러운 남자들 싹 다 싫다 그래. 그럼 누가, 오직 어떤 남자가 좋냐? (딱) 옳거니~ 오로지 의전 딱 1개만 봐! 그래서 여자 인생 평생 눈 높기로 최고니까 웬만한 남자들 다 싫대. 그런데 일생을 통틀어 딱 1명의 남자를 사겼으니. 그냥 만나면서 썸탄 거도 아니고, 정식으로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1년 동안 사겼지.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고, 소셜 네트워크로 만방에 자랑하고. 성적으로 얽히고 설키고. 회사에 소문 쫙퍼지고. 각자 집안 부모님과 친척들 다 알게 되고. 상견례 직전. 자기 친구들한테도 다 알리고.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이. 그렇게 여자 인생 40년을 통틀어 딱 1명만 사귐. 오직 딱 1명. 그런데 그 딱 1명이 누구냐? 하면, 그대는 바로 똥파리 중의 똥파리, 즉 스토커 중의 스토커. 게다가 미혼녀로 어떻게 애 낳고 어쩌고 살면서. 폐경을 앞둔 채 여자 인생 46년 47년을 통틀어 남자친구라고 사겨본 거도 역시나 딱 1명. 사겼던 남자가 걔 사진을 지갑 속에 간직한 사례는 그처럼 하이에나 딱 1번. 그렇게 여자 전성기는 파리 끈끈이로 막을 내리는 거지. 응? 그 여자 인생 50년 동안 결국 남자랑 1 대 1로 데이트해본 추억이라고는 스토커 딱 1명 뿐인 여자 인생. 낭만적이지 않니? 멋지다. 아름답다. 대단하다고. 휼륭하시지 왜 아니겠어. 한번 생각해 봐. 그 스토커는 그 사실을 알면 얼마나 행복할까? 스토커만도 못한 취급에 네 발 짐승 만도 못한 대우 받은 짝사랑남은 또 어떻고. 그러니까 강자는 누가 뭐래도 똥파리와 하이에나. 맞자나? 그게 어디 틀린 말이야? 아니잖아?
    더군다나 그걸 자랑해. 심지어 후회하지도 않아. 후회되면 자랑을 하겠나. 자랑스러우니까 자랑하지.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누가 협박했나? 그런데 여자들은 그게 첫사랑이 아니래. 자기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하니까. 최고가 나타나면 지난 건 다 쓰레기거든. 안 그런가? 그 둘을 견주어서 말도 안되면 막 그냥 갖다 버린다고. 하여간에 여자들이란. 태어나서 난생 처음 남자를 사겨서, 50년 숙녀 인생에서 남자는 오직 딱 1명 뿐이었던 첫사랑, 전남자친구. 다른 말로 우리 오빠. 와우, 똥파리에 최적화된 여자. 똥파리를 위해서 태어난 아가씨. 축하해. 좋겠다. 부럽다. 질투나네. 얄밉다. 유난떤다고. 재수없기는. 와 존경스럽다. 참으로 본받아야겠구나. 만인의 귀감이잖아. 미덕이 악덕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위선 같은 거? 교양미가 좀 오져야 말이지. 사랑론 박사님들 납셨구만 그래. 응? 어쩜 좋니, 응? 아름답잖아. 그 얼마나 멋지냐고. 안 그래? 좌우지간, 때 늦은 뉘우침은 대개 본의가 아닌 것. 개구리가 모기에게 용서를 빌까. 잃은 뒤에야 그 물건 귀한 줄 안다고. 양가죽을 벗겨버리면 두 번 다시 털을 깎지 못하는 법. 짐승을 놓치고 나서야 방도를 알게 되면 뭘 해. 안 그런가? 뭐 의전녀? 허영심녀? 여왕벌? 그분들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내어 분석해 주지. 자, 물 한 잔 마신 다음에. 입이 바짝바짝 탄다 얘. 내가 그런데 넌 얼마나 귀가 타들어가겠니? 아아 (절레절레)」





    8

   「의전녀? 영심이? 맹녀? 여왕벌? 그건 곧 자기들 같은 의전녀는 딴 거 아무것도 안 본다는 걸 입증하는 일. 진짜로 딴 거 아무것도 안 봐. 걔네들 특징이 그래. 그럼 사랑은 스토킹일까? 그분들을 봐서는 그렇지. 왜냐하면 그 어떤 남자들도 다 싫다 다만 스토커라면 무조건 좋다, 강간범이라면 행복한 가정이라도 꾸리겠다 라는 걸 사실로 증명하니까. 그걸 의전녀께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남자를 가질려고 애를 쓰면서도, 자긴 그런 의전녀라고 당당히 밝혀. 또 협박해. 저울질해. 염장질하고. 챙피한 줄도 모르고. 자랑스러워한다고. 남들이 골빈년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줄도 모르고. 주변에서 죄다 쓰레기한테 넘어간 거 반칙 중의 반칙이라면서 삿대질하는 줄도 모른 채. 또 착한 척. 미남 완전 좋아하면서 자긴 남자 얼굴 안 본다 그러고. 딴 여자랑 달랑 커피 1잔 마셨는데 내 남자친구를 뻥 차고. 딴 여자랑 달랑 커피 1잔 마셨을 뿐인데, 그런데 1년 동안 지갑 속에 사진을 간직해준 첫사랑을 뻥 차. 그러면서 자기가 차였데. 또 그게 자랑이데. 막 그래. 그러고도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시나? 그러니까 환승이별이 유행이고 대세지. 그래서 사랑이 더러워지는 거라고. (절레절레) (절레절레) 
    그런 의전녀들이 소개팅 어떻게 하는 줄 아니? 참 나 처음 만나는데 집 앞에다 자동차 갖다 대기시키라고 한다네. 응? 그래서 처음 만나자마자 의전 받아서 데이트하면서, 탐색전 펼치고, 또 집까지 고이 모셔다 드려야 하지. 그러면서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갈 때 어쩐 줄 아니?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올리면서 목선을 또 보여줘. 여우짓 하면서 전 의전녀이자 골빈년이랍니다, 라고 광고한다고. 걔네 특징이 그래. 걔네들 아무것도 안 봐. 무조건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싫다고 뿌리쳐도 끈질기게 매달리고, 집 앞까지 따라오고. 거절해도 거절해도 끝까지 꽃 들고 쫓아다니고. 딴 거 아무것도 안 보고 오직 그거 딱 1개만 본다니까. 말도 말어 말도 마. 뭔 얼굴, 능력, 성격, 인성, 몸매, 집안, 배경, 잔재주, 나이 기타 등등. 그런 거 아무것도 안 봐요. 오직 딱 1개 의전만 본다고. 어? 지가 의전 받을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나? 그러면서 겉으로는 자긴 남자 얼굴 안 본대. 연예인 누구 누구라면 환장을 하면서 말이야. 그저 하는 생각이라고는 남자 고추 빨 생각 밖에 안 하고. 의전녀 통계를 집단지성에 근거하여 내 보면, 집안 좋고 머리에 든 거 있고 괜찮은 여성도 분명 있겠지. 허나 대체로 보면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하고, 명품 좋아하고, 허영심 쩔고. 응? 뭐 명품?
    명품 좋아하는 건 문제가 아님. 호사와 사치와 명작 등 얼마든지. 명품이니 뭐니 절대 나쁜 게 아님. 그런데 문제는 분수에 넘치고, 자긴 여왕벌에 남잔 벌레고. 머릿속에 똥만 찼고. 가정교육 배운 건 없고. 막내딸이 다 그런 거도 아닌데 버는 족족 다 써. 주제도 모른 채 명품 휘감고. 하루종일 거울을 손에서 놓치를 않고. 어? 한 시절 그럴 수도 있는데. 인생이 시시해보이는 딱 영심이? 절레절레. 원래 그런 여자거나 또는 남자한테 당하고 속아서 일시적으로 삐툴어지는 여자도 보면 보이고. 여자들 얼굴에 똥칠하는 바로 그런 여자. 유치원선생이네 간호조무사네. 평판 깎아먹고 숙녀 평균 먹칠하는 미꾸라지들. 딱 쉬운 여자. 유부남킬러들. 남자랑 사겨도 절대 먼저 연락 안 하고. 심지어 자기가 먼저 꼬리쳤고. 누구로 갈아탈까 자꾸 흘리고 유혹하고 다니고. 걔네들 특징이 자기만 이쁘면 그만 주의. 자기 남자는 못생겨도 얼마든지 좋고, 친구 남편 친구 남자친구들 속 뒤집어지는 거 보는 게 삶의 기쁨. 인생의 행복. 어?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그러니까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그러니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닐 수 있나. 여자가 봤을 때 딱 싫어하는 여자. 사랑을 하겠다는 거야, 아니면 의전을 받고 싶다는 거야. 그도 아니면 단순히 트로피를(여자들이 부러워하는 남자친구 남편감을) 갖고 싶다는 거냐고. 노선 확실히 타는 의전녀도 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의전녀도 있고. 아무튼 그처럼 의전녀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뭐 논문 쓸 거도 아니고 그냥 수다로 풀지 뭐.
    첫째, 환승이별.
    둘째, 남자친구한테 복수 당해.
    셋째, 남자한테 배신당해. (똥파리 스토커가 하도 귀찮게 쫓아다니길래 만나줬어.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고 만방에 우리 사귀는 사이라고 공식적으로 알려. 언제 따먹히느냐는 시간 문제. 그러다 1년 만에 남자가 딴년과 채팅으로 만나 커피 1잔 마셨다고 작별)
    넷째, 남자 마음 식어버리게 만듬. (사랑하는 오빠인데도 불구하고 일절 전화 0번에, 1 대 1 만남 0번에, 사겨 주지도 않고. 똥파리는 사귀지만 넌 아니다 그거라고. 다른 남자는 다 몰라도 넌 아니다 딱 그거. 리무진 대기시키라 딱 그말. 연예인병. 공주병. 의전병. 머릿속에 똥만 꽉 찬 멍청녀. 맹녀)
    첫째는 흔한 거고. 둘째는. 둘째는 남자가 쫓아다녀서 딱 사겼어. 그래 공식적인 남자친구 여자친구. 그런데 진도가 없다는 건 그렇다 쳐. 남자가 무슨 짐승도 아니고 풋풋하게 만나서 차근차근 서로를 알아가는 거, 좋지 왜 안 좋아. 그런데 여자가 먼저 연락은 0. 집 앞에서 기다려라, 회사 앞에서 대기해라, 꽃 들고 어째라. 응? 그러니까 남자가 사귀면서 시험 합격한 다음에 몰래 바람펴서 딴년과 결혼 날짜 잡은 다음에 딱 걜 차버리지. 머릿속에 똥만 찬 멍청녀거든. 그러면서 또 직장 동료 통해서 소개팅 받는데, 집 앞에서 승용차 대기시키라 그래. 물론 남잔 플레이보이니까 대번에 눈치 채고 뻥 차지. 그러다 웬 어리숙한 연하이자 가난한 하이에나 잡아서 결혼해. 그러다 남편 직장 잘리고 이사가고 어쩌고. 의전녀? (절레절레) 얼굴 반반한 거 빼고 아무런 매력 없는 여자. 만나면 만날수록 턱 튀어나오고 남자 유도선수 만큼 발이 크지... 성격도 마음도 별로요, 몸만 따먹기 딱 좋고. 그래 봤자 절반 참치, 차라리 육덕녀 아줌마가 나아도 훨씬 낫지. 그분들은 절정녀거든. 응? 그러니 아무런 잇점이 없어. 그런 여자를 만나려면 술집 마담이 훨씬 낫지. 나아도 100번 낫다고. 성격도 별로 멍청해 여자 세계에서도 왕따. 사람 딱 보면 대번에 아하 의전녀구나, 라고 감지해야 하는데. 거기다 또 훈수 두는 양반들도 뭔 뜬금없이 코끼리 뒷다리 잡고서 '스테어웨이 투 헤븐'의 계단이래. 스타인웨이 앤 선스가 무슨 주류 회사인주 알어. 어? (절레절레) 꼬리쳐서 어장에 집어넣는 데 유독 재능이 돋보이는 의전녀도 있고. 남자처럼 사냥감보다 사냥 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의전녀부터. 딴년의 남자 뺏는 의전녀. 내 남자 뺏기는 데서 변태적 감정 느끼는 의전녀까지. 의전녀나 여왕벌녀나. 그러니까 넌 너 밖에 모른다 그러고 차이지. 그래서 난 널 사랑하지 않았어 라면서 차인다고. 그러면서 또 말은 자기 또 차였다며 차인 게 자랑이래. 여자가 남자를 찼으면서도 자기가 차였데. 스토커든 강간범이든 뭐든지 꼬였다 싶으면 자랑. 
    그걸 보고 여자들이 가만 있나? 그러나? 어? 그래? 그거 보고 가만 있으면 여자가 아니지. 응당 못 참는다고. 어떻게든 끌어내려야 속이 시원하단 말씀. 어떻게든 바닥에 눞혀서 지근지근 밟아줘야 그분들 속이 시원하거든. 응? 그러니까 미녀 때문에 선녀가 광분하면, 걜 폐기물 중의 폐기물이랑 짝지어주지. 암컷 싸움닭이 또 한번 독한 맘 품으면 장난 아니거든. 직장 동료 언니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집 앞에 찾아가고 찾아가고. 전화해서 불러내고 불러내고. 술 먹자 술 먹자! 나이트클럽 가서 부킹하자 부킹하자. 어? 가만 놔두질 않지. 새하얀 도화지에 기어코 똥칠을 해 놔야 그제사 속이 시원하시다 그 말씀. 귀가 뚫린 이모 스타일이 문어발식으로 순위 변경 차트를 즐기면서 남자를 거느리거나. 귀가 안 뚫린 숙녀가 남자에 환장하는 마음을 주체 못해 남잘 먼저 꼬셔서 남자친구로 꿰찬 다음 먼저 연락 0에 애교도 0이거나. 노잼. 싫어도 만나고.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사귀고. 그냥 거느리는 여왕벌 마인드.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한 게 문제가 아님. 멍청해도 괜찮음.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니라고. 응? 걔네들이 엄마 스타일에서 이모 스타일로 전환해보라고. 직업군에서 헤픈 여자 지조없는 여자 잘 주는 여자, 어? 걔네들이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환상을 다 깨주시지. 멀쩡한 직업인들 평판을 훼손시킨다고. 의전녀가 딱 미꾸라지. 수컷들이 걔네들을 딱 환영한다고. 거기서 더 가면 남자 세계에서 성적으로 유명해지는 거고. 걔네들이 아줌마 돼서 남편이랑 이혼하던가 별거하던가, 그래서 밤의 세계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손님과 딱 2 대 2로 만나면 블루스 추다가 갑자기 수트 입은 남자 바지에 손 쓱~ 집어넣서 완전 좋아해. 미치는 거지. 그럼 거기 남자 2명 가운데서 그나마 미녀 미시는 친구한테 가서 거기 만지는데, 자긴 선녀 아줌마? 야~ 가자! 우리 부모는 괜히 (몸짓) 날 이렇게 낳아가지고 말이야. 지는 비교 또 짜증 확 나는 거지. 그놈의 의전녀라면 아주 그냥 신물이 다 날 지경. 여성잡지 2 애호가랄지 새끼 마담들. 남자들 이 고추 저 고추 웬만히 빨아봤으니까 잘 아실 꺼 아니야. 의전녀를 특히 좋아하는 남자들이 누군지. 응? 여자 좀 아는 플레이보이들이 괜히 의전녀라면 질색하는 게 아니라고. 그분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바로 의전녀란 말이야. 어? 
    의전녀! 연쇄살인범이든 그 어떤 흉악범이든. 희대의 살인마조차도 스토킹만 하면 만사 OK. 스토킹만 하면 전부 다 사랑해 주고, 사겨 주고,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 주고. 고추를 빨아주고 입으로 요구르트를 받든 어쩌든. 그것만 충족되면 다 좋대. 다 좋다고 한다고. 어? 그분들이 괜히 악착같이 끈덕지게 달라붙겠나. 집요하면 집요한대로 다 성과가 두둑하니까 그렇지. 아동강간범인지도 모르고 따라만 다니면, 집 앞에서 꽃 들고 기다리기만 하면, 회사에 출근하듯이 꼬박꼬박 찾아오면 그저 좋대. 어? 여자 인생에서 이제야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첫눈에 홀딱 반해버린 오빠한테 마음을 주면 뭐하냐고. 몸은 똥파리한테 주는데. 또 심신분리? 걔네들이 원래 변태네. 좋아하는 남자한테 마음을 줄까 말까. 싫어하는 늑대한테 몸 주고 마음 주고 정 주고 돈 주고 사랑 주고. 안 주는 게 뭐야. 안 주는 게 뭐냐고. 뭐가 잘못 돼도 크게 잘못된 거란 말이야. 그러다 또 남자친구 갈아치우고. 최고가 나타나면 나타날 때마다 그게 첫사랑이라 그러고. 남자보다 더 하구만. 어? 집안 어르신 소개로 천생연분일 거 같아 만나보라, 그래서 사귄 거도 아니고. 친한 친구 소개로 괜찮은 사람 있으니 한 번 만나서 사귄 거도 아니고. 그냥 쫓아만 다니면 개나 소나 아무나 안 가리고 다 좋다는 의전녀. 걔네 의전녀들이 딱 강간범과 흉악범들한테 딱 걸려야 하는데. 아니면 평소에 하던대로 똥파리와 하이에나가 싹 다 처리하던가. 안 그런가? 자상함, 섬세함, 유려한 용모, 훤칠한 기럭지, 시원한 능력, 지적인 취향, 단순히 얼굴 기타 등등. 그런거 다 필요없고 오직 스토킹만 하면 만사 OK래. 그게 뭐냔 말이지. 자랑할 게 그렇게 없나? 할 일이 그렇게 없냐고.
    누가 자기 여자 아끼기 싫데? 때 되면 좀 알아서 다 맞춰줄까. 자기 여자를 이 세상에서 최고의 숙녀로 어련히 알아서 잘 대우해 줄까. 어? 그런데 시작부터 (몸짓)! 응? 순서부터 (몸짓)! 응? 누가 여자친구 회사 앞에서 기다리기 싫냐고. 모태솔로 우리도 한번 탈출해 보자, 그게 꿈인데? 그런데 순서부터 틀려먹었잖아 순서부터. 사랑의 자세부터 썩어빠졌다고. 어? 머릿 속에 똥이 들어있는지 뭔지 몰라도 오직 그거 하나만 좋데. 멍청한 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니까, 응? 못생긴 거가 문제가 아니라고. 우둔해도 내 주관이 뚜렷하면 돼. 그런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뭘 잘 알지도 못하고. 자기가 멍청한 줄도 모르고. 전남자친구를 자랑하지를 않나 계속 만나지를 않나. 예전의 우리 오빠를 새로운 사랑과 교제 시작도 전에 깔고 시작하려고 하질 않나. 보험은 또 계속 들고. 쉬지 않고 새로운 남자들 만나고. 심지어 좋다고 보지 벌린 채 군침 흘리는 늑대들 자동차 조수석에 그냥 막 타. 남자가 음주운전을 하든 말든, 2 대 2로 공식 더블 데이트를 하든 말든. 그러면서 자기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다? 생각도 없이 사랑의 기본도 모르고. 사랑할 자세도 틀려 먹었고. 사랑의 태도마저 더러운데. 그런데 걔네 의전녀들이 나중 G 스팟 열려봐. 어? 그럼 눈에 뵈는 게 없겠지. 걔네들이라면 아주 그냥 신물이 난다 신물이 나. 뭔 규칙도 모르고, 사랑관에 대한 예절도 없지, 일관성도 고무줄이지. 그래 놓고 뭔 사랑을 하겠다고. (절레절레) (절레절레) (절레절레)! 걔네 정말 의전을 받고 싶은 거야, 아니면 사랑을 하고 싶은 거야? 속을 알 수가 있어야지 속을. 
    하기사 오합지졸 동심에다 꼬마들 모아놓고 연설은 뭔 연설. 누구 들으란 소리는 아닌데, 그런데 네가 들어도 그분들 참 행복할 거 같지 않니? 그치? 그럼 뭐 이러다 곧 있으면, 아 됐다. 됐어. 어차피 연애 포기한지 옛날이고. 인생 혼자 사는 거지 뭐.」





    9

    레이첼은 거의 졸다가 이제 깨어났다. 
   「오빠 법사네.」
   「법사? 법사가 뭔데.」
   「마법사!」
   「」 뒷목. 몸짓. 표정. 뚜껑. 인상파. 울컥.
   「이 오빠 좀 봐 봐. 오빠 뭔가 상심이 컸구나. 뭔 사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빠 큰 상처받았구나. 많이 데였다고. 그래도 오빠 남자잖아. 응? 오빠가 참아야지. 성격 좋은 오빠가 뚱한 친구한테 당하고 마초들이 억지 부려도 오빠가 받아줘야지. 그게 우정이듯 오빠가 포근히 안아주는 게 사랑 아니야? 그러니까 오빠가 여자친구가 없지. 
    오빠 여자를 잘 모르네. 여자는 말이야 호응하고, 맞장구치고, 편들고, 공감하고, 동조하며, 얘기를 들어주고. 응? 과장하고 친할수록 흉보고 칭찬하고 들었다 놨다, 그래야 좋아해. 알아? 논리 그런 거 필요없어. 어? 비위 맞춰주고. 찬미하고. 아부하고. 어? 여자는 여자야. 남자가 남자듯이. 여자는 천생 <나 꽃이야!>라고. 여자한테는 져 주는 거 말고는 답 없어. 오빠도 잘 알잖아. 안 그래? 그래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빤 허구헌 날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고. 허허. 내 꺼랑 오빠 꺼랑 바꾸자, 뭘 좀 아는 오빠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오빠네, 성격 좋네, 아야 너 내 아들하자! 라는 말 들으면 뭐하냐고. 응? 그러니까 몇 년 내내 짝사랑 받았던 여자한테 그런 얘기나 듣지. 그녀가 빵끗 흥분하면서, 내가 딴 사람은 몰라도 오빠랑은 안 사겨 오빠는 아니야. 그런데 그걸 바로 앞에서 지켜봤던 하이에나는 또 1차 술집에서 나와 2차 술집으로 옮겨가는 자리에서, 그녀를 힘으로 어깨 동무하며 추행해, 그녀가 싫다는 데도. 그녀가 싫다면서 주먹으로 장난치지 말라면서 그 오빠를 가격하고. 그 마피아 늑대는 귀엽다며 재밌다 그러고. 하여간에~ 똥파리랑 하이에나랑 엮이는 거 뭐 있다니까 이 오빠는. 응? 여자는 간접 고백 받는 건 싫어하지만 하는 건 좋아하지. 그녀가 전방 몇 미터에서 걸어가며 뒷모습을 보이는 찰나 친구를 통해 대리고백. 딱 그 장면이 삼각형이었다면, 그땐 역삼각형. 걔가 괜히 그날 나와서 오빠 옆 자리 앉았게? 똥파리 하이에나는 참 어지간히도 껄떡거리고. 걔네들 아주 그냥 보이면 보이는 대로 아무한테나 다 찝쩍대고 들이대고. (절레절레). 그러니까 그 짝사랑녀는 웬 늑대한테 처녀성 헌납하고, 그깟 게 뭐냐 그러면서 억지로 좋지도 않으면서 처녀성 버리고, 웬 늑대는 상향지원 받아주면서 좋다고 따먹고. 맞잖아? 나 비뚤어질 꺼야! 응? 여자의 마음! 일명 여심. 그리고 여체. 어? 그러다 적당한 남자 골라서 시집가고. 여자가 이모 스타일로 전향할 뻔 하다가 다시 마음 다스리고서 엄마 스타일로 남는 예. 응? 
    여자는 남자 오래 못 기다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3년 5년 짝사랑한다는 거. 그거 절대 쉬운 일 아니다 오빠? 그거 결코 흔한 일 아니다고. 그거 진짜 진짜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알어? 오빠의 5년 펜팔녀는 오빠 할머니 성씨고. 오빠 첫사랑 성씨는 K요 그녀 보낸 다음 맞이한 썸녀도 성씨가 K. 그거 다 나한테 말해줬던 건 기억나? 그래? 여자가 자존심 내팽개치며 구애하고. 오래 기다리고. 승부수를 던지고.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 어? 그거 마다하면 못써. 아님 일찍 떨치던가 해야지. 남자도 줄 듯 말 듯 애태우는 여자 싫어하잖아. 어장관리에 환승이별에 지잘난년 짜증나잖아. 걸리면 양다리요 안 걸리면 환승이별. 여자도 그래. 남자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어? 그래야지. 웬만한 여자는 사귀든 안 사귀든 3년 넘게 미혼으로 한 남자를 사랑하기 힘들어.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을 빼놓고 여자는 남자를 오랫동안 못 기다린다고. 응? 아니면 양다리 세 다리 멀티태스킹이고. 그럼 정답은? 
    첫째, 초반 승부. 적극적으로 초장에 승부 보고 접든가, 즉 짝사랑만 하고 몸은 안 주고 끝내던가. 제일 깔끔!
    둘째, 초반 승부. 말하자면 초장에 몸부터 베팅하기. 그러다 남자는 몸만 받고 마음은 거르고. 때로는 여자의 덫에 제대로 걸리고. 꽃뱀! 
    셋째, 초반 승부 & 장기전. 초장에 승부 보고 어떻게든 그 남자 내 껄로 만들던가. 해도 해도 안 넘어오면, 못 도망가게 주변 잡초들 싹 뽑아버리고. 끈질기게 끝까지 남던가. 
    넷째, 장기전. 장기전에 내 모든 걸 거는 거고. 여자 인생 한 남자한테 올인이라고. OK?
    진한 사랑과 함께 여자가 마음 주고 돈 주고 몸 주고 순정 바치고, 그러면서 3년 기다려 주는 거? 그거 그냥 즐기는 이모 스타일도 있고, 많고, 그런데. 달리 보자면 그거도 절대 쉬운 거 아니다 오빠, 어? 여자는 남자랑 다르다고. 여자가 그렇게는 아니지만 짝사랑부터, 사랑과 우정 사이, 썸만 타거나, 아는 오빠 아는 동생으로 끈덕지게 그 주변에서 남자 근처에서 알짱알짱 얼쩡얼쩡 남아 있는 거. 일편단심인 걸 들키든 아니든. 그러다 차이면, 어? 그럼 다시 리셋하고 새 출발? 여자에게 제일 크나큰 관건이 뭔가, 나이야 나이! 외모도 외모지만, 나이에 따라 물건값이 그야말로 천차만별 좌지우지된다고. 응? 괜히 서른 넘으면 후려친다는 둥 뭐라는 둥 그러는 게 아니라고. 남잔 오히려 느긋하거나 범위가 넓어지겠지만. 여자는 오히려 더더욱 초조해진다고. 어? 안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마법 걸리면 일주일 동안 생리하면서 우울감 오고. 어? 그럼 똥 쌀 때 화장지로 거기 닦으면 피랑 막 범벅되고 기분 뭐 같고. 응? 남자가 그걸 어찌 아나. 안 그래? 여자는 전성기 확실하고 폐경은 더 확실하고. 어? 여자는 남자랑 다르다니까요.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문지방을 넘을 수만 있어도 여자를 탐하는 것. 그런데 여자는? 남자의 구애와 여자의 베팅은 그 성격이 너무도 판이하다는 말씀.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는, 타석 VS 타율! 액자와 그림이니 그런 얘긴 지겹고. 괜히 말이야, 괜히 <존미녀 & 존미남> 부부도 있긴 한데, 그게 좀처럼 드문 게 다 이유가 있다는 거라고. 응? 남자야 타석주의니까 최선을 지향하면 그뿐. 그런데 여자는? 여자는 타율왕을 바라는데 어찌 단 몇 번 만에 천생연분, 것도 특 A급 여자 외모에 딱 맞춘 맞춤복 남자 특 A급과 맺어지겠나. 뽑기로 봐도 여자에게 꽤나 불리한 게임. 안 그래? 
    이 오빠 알고 봤더니 이거 이거 순 허당이네, 어? 그걸 잘 알겠지만 오빠가 생각이 많으니까 지금 이 모양 이 꼴이지. 안 그래? 음악도 구식 탱탱 묵은 거나 듣고. 옷도 후줄근하고. 어이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오빠. 이제부터 오빤 말꼬리잡고 늘어지기 오빠야. 알어?」
   「너 오빠 약 올리려고 왔니? 그럼, 잘 왔어. 오빠 좀 얻어듣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네.」
   「오빠, 장난이지? 오빠 변태 같아.」
   「뭐라고? 나 똘아이 아니야. 나 미치지 않았다고. 너가 미친년이라면 또 모를까.」
   「허허. 그러고 보니 오빠 욕구불만이구나. 그치? 그 가운데 뭐, 성욕? 또? 하여간에 남자들이란. 파리는 임금님 국사발도 모른다는데 별로인 남자들만 꼬이질 않나. 족제비는 닭이 많이 여위었다고 탓하지를 않나. 어? 모든 막대기를 모으는 자는 숲에서 나올 수 없다네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적당한 언니를 만나서 그만 정착해 오빠도. 어? 그만 결혼해서 애 낳고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란 말이야. 응, 오빠. 뭐 또 그 말 할라 그랬지? 누군 만나기 싫고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줄 아니? ~라고 말이야. 얼굴에 다 써 있어. 얼굴이 빨개지면 이마에 나 늑대요, 표정이 새파랗게 질리면 마빡에 뭐라고 써지게? 맞춰 봐. 맞추긴 뭘 맞춰. 애무남이라고 당장 써지는 거지. 왜 찔리니? 하여튼 누가 촌닭 늑대 꿀벌 아니랄까 봐. 왜 사는 낙이 뭔지를 모르겠어? 몸정에 대해 논하는 에로 영화 본지 꽤 됐나? 아니면 극장에 가서 피맛에 빠질 뻔하다 간신히 모면하는 슬래셔 영화라도 좀 보던가. 아 맞다. 오빠 겁 많지? 그러면서 상남자 흉내는 무슨. 오빤 영락없이 쫄보 개상이라니까.」 
   「내가 무슨 개상이야? 그러는 넌 말상이니?」
   「어 나 말상이야. 어떻게, 잘, 아네?」
    재밌지도 않은 얘기를 지 혼자 웃기다고 정말 천연덕스럽게 떠벌리는 거 좀 봐. 와, 레이첼 말발 장난 아니네. 이분들의 대화를 모두 옮길 수는 없고. 그런다고 이 냥반들이 뭐, 괘씸한 환상의 내막을 파헤쳐 볼 뻔 말 뻔하다가 새로운 신비를 탐색했을까? 그런 일은 없었다. 있을 턱이 있나. 요컨대 적당히 수다를 나눈 다음 레이첼은 소개팅을 주선해준 다음 가버렸다.
    어라? 것도 퇴근 후 사무실 근처에서 만나라 그러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건수? 아니나 다를까 이제야 그는 흐뭇한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허허허. 그렇게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 꽃단장까진 아니지만 나름 신경쓰고 어쩌고 그런 다음 약속 장소로 갔다. 





    10

    그런데 약속 장소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당장 레이첼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된 거지? 아무도 안 오는데?」
   「안 그래도 내가 전화할라 그랬는데. 내가 딱 통화 버튼을 누를려 그러는데 마침 오빠한테 전화 오네? 오빠한테 전화받기 직전에 걔한테 전화 왔어. 자기 소개팅 하기 싫데. 미안 미안. 전남자친구랑 다시 만나보기로 했데. 오빠. 너무 신경쓰지 마. 내가 다음에 훨씬 나은 애로 소개시켜줄께. 알았지?」
    뚝. 뭐야 이거!
    거품은 맥주가 아니다. 행복은 다 남의 얘기일 뿐. 양이 있는 곳에는 늑대도 있다는데. 다시 말해 양의 탈을 쓴 늑대. 그런데 늑대만 있고 양은 없잖아? 이런 젠장! 
    그래서 그는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카페에서 칼럼 초안을 작성했다. 내용은 이랬다. 
    <낚시꾼은 남자, 물고기는 여자. 남자가 여자를 뭘로 꼬시냐, 하면 미끼와 배짱. 즉 얼굴 능력 성격 몸매 배경 말발 노력. 곧 숙녀가 허당한테 넘어가는 건 다 미끼에 현혹되는 것. 그래서 나중 누군가는 반드시 후회하는 것. 이 세상에 남편 흉보기 만큼 재밌는 게 어디 흔한가? 다시 말해 남자와 미끼를 혼동할 수밖에 없는 게 여자. 왜일까, 왜? 왜냐하면 날마다 화장하고 항상 거울 보며 시선 끌고 관심받아 기분 좋기, 라는 그들만의 리그를 평생 지속하다 보면 그도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 왜 이모 스타일 촌년이 지 맘에 쏘옥~ 드는 남자한테 섣불리 몸부터 베팅하겠나. 다 미끼가 아닌 낚시꾼을 딱 봐도 상향 지원이거든. 완전 내 맘에 쏙 들거든. 첫눈에 홀딱 반했으니까. 저 하늘의 별을 딸지라도 절대로 싫지 않다고, 응? 촌닭에서 반대 방향이 아니라 (자기 연애사에 비추어서) 앵무새 쪽이니까. 한편 보아하니 왜 늑대와 하이에나는 촌년에게 몰리느냐, 하면 정답은 모른 사람은 없고. 그래서 다 비슷비슷 끼리끼리 맺어지게 되면, 그럼 남는 건 결국 남자 F와 여자 A. 벌레는 제일 좋은 사과를 좋아한다. 
    왜 남자를 보며 여자가 「아니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라는 것일까?
    왜 여자를 보며 남자가 「아니 어떻게 만나도 만나도......」라고 하냐고! 
    왜냐하면 벌레 먹은 사과가 더 맛있는 법이니까. 뭐라고? 아름다운 꽃과 탐스런 열매 얘기라면 지긋지긋 신물이 나고. 어쨌든 남녀 공히 첫사랑에 곧장 랑데부 홈런을 때리는 경우는 확률뿐만 아니라 실상 어렵고. 그럼 남자는 플레이보이계를 넘보며 타격을 거듭하면서 백전노장이 되어갈 때 여자는. 남자는 재산 모으며 느긋하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듯 허세와 허풍으로 허영심을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할 때 여자는. 여자는 전성기의 가산점이 너무도 월등하므로, 나이에 따라 연애 시장에서 흥정 자체부터 후려침을 당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초경─소녀감성─할리퀸 문고─멜로 영화─여성잡지 1─여자의 판타지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드라마─숙녀의 전성기─다음으로 성적 절정과 여성잡지 2와 폐경까지. 남자의 성 그래프와 흡사한 게 연애 전선에서 숙녀의 나이 가산점. 그 대신에 여자는 성적 그래프는 반대니까 다 나름 보상이 뚜렷하고. 그래도 조급성은 마귀의 장난. 그러게 서둘러도 천천히 서두르셔야지. 요리사가 많으면 주방의 수프는 짜디짜서 못 먹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영원한 플레이보이계의 현역인 것. 농담이고. 연애와 사랑에 대해서 왕도는 없다. 다 자기가 알아서 애정을 깨닫고, 자기 인생을 살면 그뿐. 남녀 각기 이성을 좋아하는 건 본능이겠지만 문제는 항상 속고 속이고 변하고 식는 게 문제. 뭐 사그라든다고? 넘어가고. 그래서 답은 없다. 단, 사랑은 없지 않기를. 단지 사자는 쥐를 물지 않고 독수리는 파리를 잡지 않는다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만약'과 '100% 200% 확신'이라는 내 주관으로 사랑할 것. 내 인생 남한테 맡길 일 있나. 내 사랑관을 뭐한다고 타인에나 의탁하나. 이 남자가 혹시라도 딴년과 정서적 불륜의 기미를 보이면 나는 내 사랑을 지킬 자신이 있을까? 이 여인은 바람피우지 않을 엄마가 될 것인가. 혹시라도 나는 나보다 내 애인을 더 좋아하는 것일까? 하여 애 때문에 참고 살고 막장 드라마 연출할 거라면 애초에 시작을 말던가. 사랑이란 각자 스타일대로 만나는 것. 그게 자연스럽다. 
    첫째, 비교적 풋풋한 10대 20대처럼 연하고 순수하니까(?) 어장관리에 관대할(?) 것인가 아니면. 
    둘째, 대체로 엉큼한 30대 40대처럼 진하고 불순하니까(?) 다른 이성과의 멀티태스킹에 엄격할 것인가. 
    이모 스타일처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닐지라도 끝끝내 묵묵히 관찰하며 인내하며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엄마 스타일 같은 정실감을 고집할 것인가. 유별나기로 다변가들 못지않은 설레발과 참견은 참고로 알고, 행동은 내가 하고. 책임도 타인에게 미루지 말고. 저주도 재미없고. 복수할 만큼 인생이 한가하지도 않고. 날씨는 아침에 칭찬 말고, 잠자리는 초저녁에 큰 기대 말자. 사랑은 장기전. 뭐 쾌락은 장타? 장검을 피하자 단검에 부딪히지나 말기.>





    11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달콤한 추억, 무모한 모험심, 멍청한 청춘. 뭐랄까 가난한 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쓸쓸한 아줌마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고. 말이야 못생겼다 선녀다 라면서 칼럼을 남발했을지언정. 말과 달리 우리한테 걸려들기만 한다면야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고 어여쁜 숙녀로 만들어드릴 수 있을 텐데. 한마디로, 자신있는데! 뭔 말인들 못하시냐고? 마이크 꺼 마이크 끄라고! 행복한 감수성을 밀고 당기고. 소망과 공상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남몰래 짝사랑에 빠져버릴 것만 같은 소녀감성까지 쥐락펴락 쥐락펴락. 하루에 12번도 더 첫눈에 홀딱 반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호시절이 있었던가는 기억도 안 나고. 그래 봤자 다 쓰잘데기없는 얘기고. 흥미로운 건수가 어딨어. 기다리는 일정도 없으니 실망할 일도 없어서 좋기는 한데. 간지려 줄 고상한 취향도 보이지 않고. 한껏 들뜨도록 마음을 빼앗아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버릴 궁리도 다 귀찮고. 설레는 일이 어딨냐고. 코끝이 찡해 봐야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핑 도는 사랑이라고 해 봐야, 그래 봐야 더티러브한테 안 되고. 다들 쾌락마한테는 도무지 상대가 안 되고. 어? (절레절레)! 희망의 미소 같은 얘기라면 짜증나고. 에잇시 우리가 바라는 부드러움이라는 건 식빵이랄지 참치 샐러드가 아닌데 아닌데. 공상도 재미없다 재미없어. 
    ~라고 그는 생각했다. 10년에 딱 1번 들을까 말까 하는 현란한 말발. 기회를 주지 않으니 7부 리그는커녕 패자부활전마저 무색하니 말도 어눌해지고 쓰는 어휘도 초라해지고. 
    그러던 찰나. 그는 할 일을 하나 생각해냈다. 할 말이 애초에 없든 떨어졌든 할 일이 생긴 게 어딘가. 
    그건 다름 아니라 중고차로 대충 탈만 한 애마를 입양하는 일이었다. 알아보는 거도 다 알아봤다. 
    가지러만 가면 된다. 상표니 뭐니 그런 거 이제 다 귀찮고. 그까이 꺼 그냥 굴러만 가면 되고. 
    어차피 지금 이 판국에 이동 수단이면 그뿐이고. 그래서 그는 친구 제라드 2를 만나러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는 제라드 2를 만났다. 
   「아무리 똥차라지만 너 후회 안 해? 공짜면 나도 왠지 모르게 미안하잖니. 안 그래?」
   「미안하긴. 이거 딴 데다 팔아서 쥐똥 만한 개이득 챙기느니, 뭐랄까, 친구한테 좋은 일하고 생색 같지도 않은 생색 한번 내보고 싶었네. 됐수?」
   「나야 고맙지. 그렇지만 다시 한번 말하는데. 뻥, 아니지?」
   「아니라니까 얘가.」
   「알겠네 알겠어. 그래도 나도 애마 받고 입 싹 딲으면 왠지 꺼림칙하고. 내가 뭘 해 주면 좋겠니. 말만 해.」
   「바보 같이 굴지 마. 그런 거 없어. 없다고.」
   「없긴 뭐가 없어? 여자지? 그렇지? 괜찮은 여자 소개해 주면 되는 거지?」
   「하여간에 눈치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허지만서두 나도 눈치라면 어디서 썩 안 빠져. 너 이미 그 말 들었지?」
   「무슨 말?」
   「아는 동생한테 날 소개해줄라다가, 그 언니가 따끔하게 쐈을 거 아니야. 뭐라고? 이 오빠가 미쳤나?? 라고.」
   「늬가 그걸 어떻게 알아?」
   「뭐야, 정말이야?」
   「농담이야. 쫄기는. 아무튼 주접 그만 떨고. 이렇게 만났는데 할 일도 그저 그렇겠다. 바다 보러 가는 거 어때?」
   「지금?」
   「왜, 바빠? 너 기다리는 여자 없잖아? 안 그래?」
   「여자친구는 없어도. 그래도 우리가 또 아는 누군가는 있지 않을까?」
   「이거 봐 이거 봐. 그래 놓고 나한테 뭐 여자를 소개시켜달라고?」
   「뻥이야 이 친구야. 나 일해야 돼. 중요한 약속도 있고. 아무튼 담에 더 괜찮은 거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때까지 그냥 대충 끌고 다녀. 알았어?」
   「말이라도 고맙네 친구.」
   「또 연락하자구. 안녕 보머나이저? 서머나이저!」
   「또 연락하자구. 안녕 제미네이터!」
    뭐, 뭐. 뭔네이터 무슨나이저? 지들끼리 아주 그냥 잘들 논다 잘들 놀아. 하여간에 순 화상에 허당이자 한량 아니랄까 봐. (절레절레)





    12

    어중간하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냐, 사랑에 대해서라면 내 사전에 뻔트란 없다 주의냐. 짝사랑이냐 끝장을 보느냐. 
    자, 후자인 줄 알고 많이 좋아했는데 알고 봤더니 글쎄 양다리도 아니고 문어발식 어장 관리? (절레절레)! 그건 뭐 세태요 유행이자 애교일 뿐인 건가? 그러든가 말든가. 관심도 없고. 사랑이라면 신물이 날 지경이고. 유난떨기 좋아하는 성미를 숨길 수 없는 심술쟁이네 뭐네 여자들 찬미하는 거도 다 뻥이고. 다 따먹을라고 애쓰는 개수작이지 뭐 사랑이 별건가. 그러니까 그분들이 우리한테 일평생 속기만 하지. 일생 우리한테 당하며 길들여지기 밖에 더하냐고. 딸랑딸랑 응애응애 딸랑딸랑 뿌요뿌요! 뭔 말만 하면 다 믿어. 순진하고 착하고 소심하고 다정하고. 그리고 부드럽고. 많이 부드럽고! 여자들 속이는 거 일도 아니라고. 사랑이라는 게 본디 따지고 보면 별거 없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런데 누구한테 사랑받기 위해? 날파리한테!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풍선이 땅에 닫기 전에 톡톡 건드려서 틈틈이 띄워주기만 하면 그뿐.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다, 는 농담 반 진담 반이고. 다 그게 그냥 배 고프면 밥을 주고, 로맨스 분위기 이어가고. 양치기 견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고, 목동은 사랑에 대한 당근과 채찍 작전에 지친 마음을 달래려 시선을......! 뭐? 여자의 판타지. 물욕. 군침. 흑심. 눈독. 개침. 낭만이고 자시고 다 뻥. 몽땅 뻥. 전부 개 뻥. 사랑은 더티러브. 아니면 사랑은 없어. 더러운 기억부터 하찮은 추억 하며 눈길에 오르내리고 입소문까지. 
    또 또 사랑. 사랑에 대한 공상은 지겹고. 애들 코 묻은 돈 합법적으로 빼앗고, 멍청하고, 외롭고. 따분한 양반들 관심에 목마른 듯 헛된 연애론이나 떠올리느니. 먹고살려면 그는 칼럼을 써야 했다. 그래. 품위유지비. 금은 말은 못 해도 수많은 일을 한다. 돈이 좋기는 좋다?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럼. 가난한 게 뭐 자랑도 아니고 땅을 파도 돈은 안 나오고. 일을 해야지 일을. 
    자! 그런데 어떤 칼럼을 쓰지? 아니 저번에 광고 문구 짓는 걸로 업을 바꿨잖아? 그러든가 말든가.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을 찬찬히 관찰해보면 매번 딴짓. 공부 잘하다가, 거울 보고, 핸드폰 보고, 기지개 펴고 어쩌고. 그러다 공상하고. 사랑의 쾌감을 상상하고. 언제 쾌락마를 탈지 궁리하고. 허구한 날 남자 꼬실 생각. 왠지 끌리는 남자를 유혹하고 싶은데 별로인 남자들만 찝적거린다며 투정할 입장이나 되면 오죽 좋냐고. 그러다 성적은 떨어지고. 공부를 잘하면 미래의 신부 얼굴이 바뀐다 그러고. 공부를 못해서 어떤 미녀는 나중 두고두고 똥파리와 하이에나의 구애에 지긋지긋 치를 떨고. ~라는 공상병. 에잇. 일은 하기 싫고. 그는 그처럼 항상 놀고 싶었다. 제 버릇 개 주랴. 너구리 같은 놈. 찐따. 아웃사이더 일명 아싸. 개 아저씨. 개저씨. 짧게 아재. 개의 마음은 언제나 뼈다귀에 쏠리는 것. 그 뼈다귀를 이르러 일명 개 뼈다구, 개 뼉따귀. 응? 그래~ 개 뼈다귀. 다시 그걸 일컬어, 무슨 개뼉따구 같은 소리나 하고 있냐,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는 그만 닥치시라.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 집어치우고. 어? 무슨 말도 안 돼 같은 일은 다 남의 일이고. 
    그래서 그는 일 때려치우고 놀러 가려고 했다. 어디로? 어디긴 어딘가 푸르른 해변에 가서 비키니를 구경하는 거지. 그녀들이 얼마나 애쓰고 노력하며 공들였는데. 관중이 다 필요하단 말씀. 물론 그녀들이 바라는 관심은 이 관심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NB는 당장 웨건에 짐을 챙겨 넣으면서 당장 출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미스테리아 편집장 마라로부터 전화가 오네? 아니 얘가 뭔 일로...! 한동안 뜸하다 싶더니 연애하다 차였나? 그야 들어보면 알겠지. 
   「자기야 잘 지내? 왜 안 와? 이러기야? 정말 이러기냐고.」
   「얘 마라. 누가 들으면 너가 내 마누라라도 되는 줄 알겠다. 아니면 본처가 아니라 애첩? 그도 아니면 새끼 마담?」
   「새끼 마담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하여간에 남자들이란, 어? 그저, 됐고. 딱 됐고. 우물쭈물 뜸들일 거 없이 용건만 간단히 말할께. 남자들 그거 좋아하잖아. 안 그래?」
   「꼭 그렇진 않아 얘. 먹잇감을 물색하고 잡을 때 최선을 다하는 건 여자도 마찬가지 아니니? 탐스러운 사냥감을 얌얌 냠냠 꿀꿀 우걱우걱 맛나게, 것도 좋지만. 먹잇감보다 사냥하기에 더 매료되는 거 아니니? 장사 한두 번 하는 거도 아니고. 솔직히 그찮아? 안 그런 척은 무슨.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봐 봐 얘. 그럼 퍽이나 기분 좋겠다. 안 그래? 너 미남 싫지 않지? 그치? 내가 널 모르니, 어? 고양이는 귀가 제일이고, 여우는 꼬리가 으뜸이야. 이제 슬슬 네 팔랑귀가 펄럭일 때가 됐는데. 네 엉치뼈가 슬슬 가려울 적기가 임박했는데.」
   「닥치고. 통화 길어지는 건 그건 전형적인 신부들러리들이나 하는 일. 주인공은 행동. 응? 우린 만나야 하는 것. 응?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 돼 이 녀석아. 남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단 말이야. 너 남자지? 그렇지? 그럼 넘어와. 당장. 잔말 말고. 알았니?」
    그래서 그는 환상문학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 사무실로 찾아갔다. 





    13

    그렇게 이동해서 도착했다 치고. 
    편집장 마라의 사무실에 슬로모션으로 들어가서, 양쪽 소파에 앉아 서로 째려보는 중.
    음악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오페라 <양치기 임금님> KV.208 - “온화한 대기와 상쾌한 나날” 
    음악이 심하게 낯설다면야 DJ에게 바꿔달라 부탁하면 되고. 왠지 어색하면 뭐 속된 말로 졸라 분위기 있다면서 쓱 웃으면 그만이고. 그렇지만 지금 분위기는 어딘가 모르게 쎄하고! 
   「너 줄거리 썼다며?」
   「뭔거리?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너 내 뒷조사했니?」
   「어디 뒷조사만? 넌 뛰어봐야 내 손바닥 위야. 알겠니?」
   「그럼 나 지금 심문받는 거니?」
   「알면 됐고. 우리가 모르는 게 어딨니. 어찌 됐든 알기 전이라면 또 모를까, 그 뭔가를 우리가 벌써 알아버렸네? 그럼 할 수 없지. 어?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거든. 안 그러니? 그 어떤 우수에 찬 예술가의 눈빛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사랑에 상심한 로맨티스트의 비애라고나 할까. 아 맞다. 그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네. 이를 테면 사랑이 아니라 우정. 어차피 우정도 사랑과 거의 똑같은 거니까. 즉 우정으로 시작했다가 끝은 사랑인 거지. 아니면 사랑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사랑 + 우정. 아니면 두 마리 토끼? 넘어가고. 의리가 뭐 별거니? 가족끼리 이미 별을 수 차례 땄는데 뭘 또 따? 라는 농담처럼. 친구끼리 왜 그런 거 있잖니. 허세 장난 아닌 친구랄지 승부욕으로 어디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친구. 어떻게 테니스 채 잡을 줄이나 알아? 어? 어떻게 골프채 쥘 줄이나 아냐고! 그렇게 시작됐다가 복수전 1번 20번 300번, 그러다 이길 때까지 할 생각인가 보네? 정말로? 진짜로? 그럼 일찍 져주는 게 장땡.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고개 숙여 고개 숙여. 뭔가 어떤 그런 기분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게 뭐야?」
   「뭐긴 뭐야 줄거리가 뜨뜻미지근하다 그거지. 그래서 전문가의 손길을 타면 확 그냥 뒤바뀔 거라는 촉. 어? 우리가 그런 감도 없으면 어떻게 이 바닥에서 벌어먹고 사니? 안 그러니? 자칭 전문가요 타칭 권위자씩이나 되면서 세상없어도 감 떨어지면 알아서 내려가야 하거든. 제 발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고. 머리끄댕이 잡혀서 끌려내려가면 그나마 다행이게? 그야 콩트도 재미없고. 하여튼 이제나저네나 늬가 그 사연 왜 안 털어놓나 했다. 
    그거, 실화, 아니지?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그처럼 사실적이니? 마치 진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어? 믿을 수가 없는데 완전 진짜 같아. 놀랍다고. 응? 넌 그냥 눈치껏 이제부터 뭐든지 예스만 하면 돼. 어? 넌 이제 예스맨이라고. 알겠니? 너 영화에서만 봤잖아. 007 가방을 열었더니 글쎄 고액권 가득 든 거. 뿐이니. 골드바가 가득 든 007 가방은 또 따로 있고. 그런 거 진짜로 보고 싶지 않니? 깐깐하게 굴 거 없어. 넌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우리가 일 한두 번 하니? 이만하면, 아 넌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 정신없겠다. 뭐가 뭔지 정신 하나도 없겠다고. 알아 얘 다 안다고. 말 안 해도 다 늬 맘 안단 말일세. 허허. 아직은 뭔가 긴가민가 하겠지만 넌 그냥 개구리처럼, 너구리처럼, 개처럼 그냥 그대로 일하고. 놀고. 마시고. 그럼 돼. 어? 두더지를 색출하거나 감정선이 꼬이는 영화도 가끔 보고. 더 놀고 싶으면 또 놀고. 어? 그런데 이걸 어쩌니. 아 글쎄 노다지가 벌써 뚝 떨어졌네? 그러네?
    긴말 필요 없고. 일단 만나 봐. 너 지금 절호의 찬스야 인마. 어? 개 없이 사냥 떠난 자 토끼 없이 돌아온다고 했어. 알아? 뭐, 찐한 사랑을 암시하게 만드는 무언의 요구? 안 써지는 로맨스 웬만히 붙잡고 있고. 우리 그냥 쉽게 가자. 응? 내가 배부르다고 남도 배부르지는 않지. 아 네가 배고프다고 남도 다 배고프지는 않아 짜샤. 짜식. 세상일이란 게 말이지, 슬프면 손톱이 자라고 기쁘면 머리카락이 자라는 건데. 그런데 뭐든지 다 길어. 전설의 검이라는 휘황찬란한 검집에서 검을 딱 뺐더니, 짜리몽땅한 단검이 나왔다더라. 그게 아니고 말이지. 진짜로 다 길어. 심지어 꼬리까지, 어? 캐도 캐도 비밀이 끝없이 나와. 자초지종 알려고 하지 말고, 어?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쳐 얘. 그니까 넌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라고. 알겠니?」
   「시끄러워.」
   「뭐 재밌다고?」
   「도와줘.」
   「뭐 안아달라고? 키스는 나랑 말고 딴년이랑 해라. 나도 키스한지 퍽이나 오래됐다만, 우린 그런 사이 아니다. (절레절레)」
   「거짓말 마.」
   「설마... 내 마음 읽었니?」
   「응큼한 년. 더럽게 밝히는 년. 암캐. 암탉. 불여우.」
   「어머. 어머머. 어머머머머머. 나 얼굴 빨개졌어 얘. 나 색정증 환자 아니야 얘. 나 정상이라고.」
   「치사한 자식.」
   「뭐? 나 여자야 얘. 나 여자라고. 왜, 보여줘?」
   「보여주긴 뭘 보여줘! 
   「아 이제 알겠다. 너랑 나랑 친구라서 그렇구나. 왜 사랑과 우정 사이 싫다고? 아니면 뭐 내가 늙었니? 그러니? 너도 영계 좋아하니? 아니면 벌레 먹은 사과? 이 인간이...! 보자 보자 하니까 증말. 아휴 내가 말을 말어야지. 하여간에 누가 늑대 아니랄까 봐. 넌 늑대의 탈을 쓴 양이야. 알아? (삿대질). 그러니 내가 목에 핏대 안 세우게 생겼니? 아하~ (딱)! 호칭이 문제였구나 호칭이. 우리의, 양의 탈을 쓴 늑대님께서 꿀꿀꿀 슬퍼지셨어요, 우쭈쭈? 내가 그걸 여태 왜 몰랐을까. 나도 나다. 오빠~! 응? 오빠~! 됐지? 그러게 진작 말을 하지 그랬니. 원 맙소사! 너도 너다. 어? 너도 너다고. 왜 더는 못 봐주겠어, 오빠? 너무 볼썽사나워? 오빠. 눈꼴셔서 차마 눈길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해? 그래 오빠? 오빠.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응, 오빠.」





    14

    NB는 허구헌 날 몽상에 빠져 있었다. 딱히 끌리는 숙녀에게 막 이런 식으로, 그댄 풍만한 몸매 하며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미모를 보아하니 정말 믿을 수 없는 비너스로군요. 아아 사랑의 아르테미스여 ~라는 립서비스를 통 뻐꾸기 날릴 기회조차 없었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허허. 책상 위의 화장지 같은 놈. 의뭉스러운 녀석. 뻔한 잔꾀야 한심할 뿐이고. 허당계에서 썩 빠지지 않는 여복이 다 뭐야. 풍년이야 잠깐 있을 뻔 말 뻔하다 언뜻 스쳐지나갔을 뿐이고. 재밌지도 않은 시간 낭비용 드라마일 뿐이고. 누구에게나 뒤지는 심심한 놀기와 재미없는 일하기 뿐인데. 숙녀들의 타고난 이상형감과 정반대. 병풍으로 끼워주기에도 한심한 작자. 고질적인 공상병은 또 어떻고. 불행한 인생에 낙심하여 절망하고, 막살자 주의에 군말 없이 동의하기를 바라는 건 아닌데. 이게 그러니까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뭐랄까 눈은 자신을 믿고, 귀는 남을 믿는 것이라는데. 그런데 따져보면 전자는 진실이요 후자는 못미더운 것. 그래서 전자 + 후자. 그게 무엇이냐. 없었다. 있을 리가 없지. 어? 있을 턱이 있나. (절레절레). 
    말하자면 JS는 엄청 고민했다. 마라가 말한 정체불명의 구매자를 만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건 기회일까 아닐까. 설마 속임수는 아닐까 라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누가 나올까. 누구지? 누구냐고. 과연 그분은 누구! 혹시? 아니야 아니야. 아직이지. 아닌데? 그야 뻔하잖아. 뻔하긴 뭐가 뻔해. 헛소리 횡설수설 혼잣말 나불나불. 에잇 몰라. 에잇시 모른다고. 됐고. 집어치우고. 만나보자. 그는 결심했다. 
    그렇게 마라가 주선한 약속 장소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벨리니의 오페라 <몽유병 여인> 중 <오, 알 수 없는 인간의 생각이여>
    하여튼 웬만한 찻집에 가면 대부분 유행가다. 다른 장르야 단 몇 개 뻔하고. 대체로 유행가라고. 
    그런데 그가 가는 곳마다 무조건 고전음악만 튼다니. 뭐야 이거 자기들끼리 짠 거 아니야? 넌 일이나 해라,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 그게 아니라 바로 그거지. 그게 어떤 이치냐고? 
    바로, <늑대 눈에는 하트만 보인다>. 뭐? 
    아닌 게 아니라. 여자들이 무슨 공상을 제일 많이 하시는 줄 아시나? 뭐긴 뭐겠나. 여자의 판타지가 무엇인가? 남자는 수량이라면 여자는 차트라니까 그러시네. 응? 이를 테면 <곰은 언제나 꿀에 마음이 가 있다>에서 그 곰이 암컷이네? 그러네? 어라? 여자가 남자 생각을 그 얼마나 많이 하는데. 여자들끼리 만나서 뒷담화 이만큼에 친구를 앞에서 까냐 뒤에서 까냐 단지 그 차이라면. 나머지는 그냥 싹 다 남자 얘기. 응? 여자가 남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거리에서 여자들이 보는 거? ············뭘까············! 정말로? 그렇다니까 그러시네. 막말로. 이 글을 읽는 그대 진정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께서는 출근하면서 뭘 보시나? OK~ 들었다 치고. 
    당신께서는 여행지에서 눈길과 관심이 어디로 쏠리시나? 의지는 아니실지라도 어디로 마음이 끌리는 것일까? OK~ 들었다 치고. 
    당신께서는 친구와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눴나요? OK~ 공감하고 동조하며 편들었다 가정하자고요. 진심으로. 충성심으로. 이해심으로 말이다. 
    그 어디에 가건, 누굴 만나건, 뭔 일을 하건. 어? 뭐 사랑이란 미스터리라고 하면 그뿐이고. 환상과 쾌락과 행복감에 꺼뻑~ 흰자 뒤집히는 공상은 그만 때려치우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NB 앞에 착석한 그분은, 다름 아니라 여성환상 1.5 편집장 사라였다.





    15

   「사라. 네가 여기 웬일이니?」
   「오빠였구나. 난 또 누구라고. 그럼 그렇지.」
   「왜 실망이야? 벌써? 시작부터 김 빠지게 이러기야?」
   「이러기는 누가 이러기야. 내가 오빠랑 뭘 했는데?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착각하지 마. 또 뭘 상상하는데. 어?」
   「나 상상 안 했어. 얘가 얘가 생사람 잡네. 응? 넌 다 큰 처녀가 뭘 그렇게 밝히기는 밝히니? 어?」
   「내가 언제 밝혔다 그래? 오빠 나한테 멱살 한번 잡혀 볼래? 어?」
   「워───워───워! 진정하고. 오빠가 다 알아서 어련히 괜찮은 남자 나중에 소개해줄까. 어? 조증이 잠잠하면 조급증. 누가 말괄량이 아니랄까 봐 하여튼.」
   「긴말 필요 없고. 밝게 웃으며 즐거워해도 모자를, 흥미 만점을 만끽해야 할 분위기. ~는 아닌 거 같아. 지금 말이야. 나 오빠랑 찐한 사랑 못할 거 같아. 에잇 솔직하게 말하자.」
   「뭐? 내가 언제 너랑 그렇고 그런 장면을 꿈꿨다고 그래. 얘가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어? 안 되겠네. 너 나한테 혼 좀 날래? 그럴래? 오늘로 날을 잡어? 그래? 원해? 그걸 바라냐고.」
   「오빠. 재미없어. 재미없다고. 놀아주니까 좋다고 그냥. 이 오빠 꽁트 어지간히 좋아한다니까. 완전 촌스러워. 요즘 애들 그런 거 하나도 안 좋아하네요. 완전 구식 탱탱 묵은 농담이나 하고. 어휴 구닥다리. 그러니까 각본도 별로요 줄거리는 더 별로지. 안 그래? 별로인 남자들만 꼬인다는 여자들처럼, 오빠도 별로인 상상력만 출중하시다 그 얘기라고. 알겠어요? 뭘 해도, 따분하고 재미없기 일보 직전. 뭐 언젠 안 그랬나! 뭔 얘긴가 들어보면 다 그렇고 그런 군침. 개침이 딱 반이야. 아니지. 이건 뭐 그냥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다 그거야. 다 그거라고. 도대체 오빠 머릿속에 뭐가 들었을까? 응? 도무지 모르겠네. 통 그 속을 알 수가 없다고. 응?」
   「뭔 소리야? 난 늬가 더 의뭉스러워.」
   「그래요? 오빠 고마워. 호호. 오빠가 날 좋아한다는 간접적 표현이네? 뭐 벌써 고백하시게? 그럼 그다음은? 허허. 제가 누굽니까. 그러나, 딱 반전! 어? 나 오빠 줄거리 안 살래. 오늘 내가 들고 온 이 007 가방.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 줄 알기나 해?」
   「뭐가 들었는데?」
   「오빠 살면서 지금껏 007 가방 만져보지도 못했지? 어떻게 타인의 007 가방 근방 1.5미터에 접근해 봐야. 그래 봤자 전부 다 합리적인 상품이었지? 일명 싸구려. 어? 저렴한 거 말이야. 그래 안 그래? 사실만 따져서. 피고는,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시오.」
   「예.」
   「아이구 귀여워. 저 꼬리 살랑살랑 흔들면서 침 흘리는 거 좀 보소. 호호. 어디서 눈독은!」
   「뭐?」
   「됐고. 일단 이거 열어나 봐.」
    와우~! 
    짧게 가자. 영상으로야 슬로모션 기법에 어쩌고저쩌고. 긴장감 절정이다 치면. 지금은 짧게 가자고. 간접화법 아주 그냥... 워 워 워! 
    그는 007 가방을 여느라 한참 동안 땀을 뻘뻘 흘렸다. 이렇다니까. 이래요 이래. 어? 막 이래. 주인공들은 처음 보는 가방도 척척 열고, 식은 죽 먹기로 뚝딱 뭔가를 운전하고 어쩌고. 
    그렇지만 이런 병풍은? 뭘 해도 어설프지. 뭘 해도 꺼벙하다고. 허접한 녀석 같으니라고. 비리비리 매가리 없이 멍청하기나 하고. 그렇게 어떻게 끌렀다 치고. 
    자, 그럼 그 안에 과연 무엇이 가득 들어있었을까? 
    고액권 돈다발?
    빛나는 황금바?
    가방은 텅텅 비어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가방이 무거웠는가? 
    007 가방이 정말 비싼 특수 주문품이라서 그랬지. 8 대 2 가르마. 9 대 1 가르마. 어? 올백! 그 떡대들은 이런 가방 딱 들어봐도 내용물이 0이란 걸 즉각 감지하는데. 그는 혼자서 뭔 별의별 망상을 다 한 거라고. 
   「왜 실망이야? 오빠. 여자 생각 그만 좀 해라. 응? 여자가 그렇게 좋니? 그래? 우리 좀 적당히 하자. 응? 그거 그만 좀 하면 안 되겠니? 남자의 판타지? 그거 제발 좀 자제하면 안 되겠니? 남자들 허세 배틀 붙으면 말도 아니지. 누가 뻠쁘질 살짝만 해 봐 그냥 말도 못 한다고. 사석에서 그러다 보면 또 애널리즘 얘기 나오고. 현미경으로 정자를 보면 그게 무슨 모양이냐, 그런데 너네 그런 경험 있어? 막 그러면서 바나나 끝에 왜 하필 콩나물이 붙어서 나오냐고! 그러면서 겁나게 웃고. 물론 허세 딸리는 친군 썩은 미소 짓고. 아아 (절레절레) (절레절레)」
   「넌 뭐 성녀니? 넌 남자 생각 안 해? 너 남자 싫어해? 너 남자 환장하잖아? 남자가 허벌라게 너한테 껄떡거려주는 게 소원이잖아? 그러잖아? 솔직히 그래 안 그래? 어? 사자의 힘 여우와 대비 안되고, 여우의 꾀 사자와 비교 안된다~ 너? 넌 그냥 벤치멤버일 뿐이야. 알아? 그러니까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주지 않는다 그러지. 두 자루의 날카로운 칼을 한 칼집 속에 집어넣을 수 없어. 그런데 뭐 또 환승이별? 또 어장관리? 또 문어발식 작전? 그놈의 거미줄 웬만치 좀 퍼트려라. 그래 가지고 무슨 사랑. 그래 봐야 가난이 문 열고 들어오면 행복은 창문 밖으로 나가고. 어? 금은보석은 사랑을 변호한단 말이야 이 친구야. 알어? 뭐 또 남이 피운 불에 제 몸 녹일 생각이니? 그러니? 아니면 뭐 언 발에 오줌누기? 또? 개에게 빵조각을 아끼는 자는 양을 통채로 늑대에게 바치는 법이야. 알어? 어? 하여튼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뭘 상상하셨을까. 저 화장하느라 1.5시간. 정성스럽게 화장했으니 집에 들어가기 당연히 싫으실 테고. 말만 시선강간 어쩌고저쩌고. 그러나 관심은 받고 싶고. 남자들로부터 인기 받는 건 애타게 그립고.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싶으실 테니, 어딘가로 행차하실 테고. 집에 가셔서 그거 지우느라 또 정성스럽게. 긴 생머리 감고 말리는 데 또 몇 시간. 어? (절레절레) (절레절레)
   「오빠 말 되게 이쁘게 한다!? 에라~ 인간아. 그러니까 늬가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내가 여자라도 널 골탕 먹이고 싶어서 안절부절 애걸복걸하겠다고. 응? 오빤 놀리기 딱 좋은 늑대라니까. 가지고 놀기에 그야말로 딱 좋아. 어? 딱이야~ 딱! 골탕먹이고 놀리고 약 올리고. 그러다 또 살살 가려운데 긁어주고. 다독여주고. 달래며. 사랑해주고. 뜨겁게... (몸짓)! 쥐락펴락 쥐락펴락. 밀었다 당겼다 밀었다 당겼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칭칭 감고. 쩍쩍 달라붙고. 착착 엮어. 어? 살살 끌어당겨. 호호호. 꼬리에 꼬리를 물어 말리고 말리고 말리고. 말아? 내가 왜 말아! 두루마리 화장지야 뭐야! 됐고. 아 덥다. 어? 더워. 왜 이렇게 덥니? 아 미치겠네. 아무튼 오빠, 가라. 어? 가! 나 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줄거리 안 살래. 어차피 애초에 살 마음 없었어. 그냥 오늘 오빠랑 데이트 기분 내고 싶었다고. 그런데 어떻게 무슨 말을 해도 해도... (절레절레) 오빠는 이래서 안된다고. 이래서 안된단 말이야. 그러니 뭘 해도 재미없지. (눈빛) (몸짓)」
    그녀는 떠났다. 
    내 주제에 판권은 무슨. 유령작가도 아니고. 
    좌우지간 이 인간은 정말로 판 깨는 덴 진짜 뭐 있다니까. 
    성과는 전무. 뚜껑만 열리고. 짜증은 도저히 식지를 않고. 결국 나가리. 좋을 뻔 하다가 어퍼진 거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그냥 소파에 자빠져 TV 채널이나 돌리는 건데. (절레절레). 그건 지 맘대로 해도 되잖아. 그걸 누가 뭐라 하냐고 그 말이지. 
    그는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서 돌아갔다. 





    16

    표범은 (새로운) 사슴 싫증날 때 없다. 배가 불렀건 굶주렸건 뭐 사슴도? 여자는 뭐 사람 아닌가. 그러니 숙녀의 탐욕과 선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우리는 분주해야 하는 것. 그녀가 황홀하도록 쥐락펴락. 숙녀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그만 하랄 때까지 들었다 놨다. 그런데 그러다 퍼지기 일쑤. 어떻게 언제나 최선을 다하나. 최적의 베스트를 위해서는 평소 밀림의 사자처럼 게을러야 하는 것. 그렇다고 막살자는 식이 아니라. 그렇지만 대놓고 대충 살자도 아닌데 그마저 너와 나의 기준은 다르네? 어쩌라고요, 가 아니라 어른들도 때로는 투정도 하고 어딘가 어리광도 피우고 싶다는 그 말. 그야 어떻든 안간힘을 써 봐야 대망의 모험은 다 영화 속 주인공들 얘기. 그러니 우리네 인생은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말 따로 행동 따로. 안 그런가? 정말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얼핏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 그렇고 보면 신부들러리만 해도 어디야. 웬만하면 병풍으로 불러주지도 않는 게 평범한 범타. 평타인 인생이 썩 그렇게 쉬운 게 아니지요. 뻔트라고 말처럼 그리 간단치 않단 말씀. 그렇게 따분하고 심심하던 NB의 인생에 어느 날 갑자기? 갑자기 분위기 싸해질 일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사무실에 걸려있는 그림 '황금 마네킹 상점'의 액자를 뽀개기로 했다. 어? 
    또 혹시 모르니까!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노코멘트! 





    17

    목동이 우유를 못 먹는다. 피노키오는 포커페이스에 재능 없고. 그래서 치킨집 사장은 치킨을 잘 먹지 않는다. 그러니까 일 중독, 업자의 타성, 꾼의 권태. 하오나 어딘가에 아마추어로 데뷔해도 싫증은 정해진 수순. 또 뭐뭐 접습니다 장비 내놓습니다. 그럼 이제 그는 정말 떠날 때가 되었을까? 누군들 공부가 재밌고 일하고 싶어하겠나. 그냥 먹고살아야 하니까. 돈 많이 벌어야 하니까. 보람도 있고 잔재미도 좋다만 그는 거의 애나 다름없었다. 미친놈 소리 안 듣는 게 어디야, 라면서 투정할 몽정기도 아니고. 허세도 짜증나고. 넉살도 재미없고. 그렇다고 세상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뻔한 얘기를 할 수도 없고. 누구나 진부하고 식상하며 고리타분한 말이라면야 듣기도 싫을 테고. 그럴지언정 괜한 유행가 가사를 트집 잡은 채 아름다운 사랑을 흠집낼 수야 있나. 예를 들면 싫증나지 않는 사랑의 참다운 아름다움을 유린하기. 쫀득쫀득? 주려거든 꾸짖지 말고, 꾸짖으려거든 주지 말라. 그런데 뭘? 내 말이. 말하자면 인생은 사랑이다. 보아하니 다 잡은 대어, 언제나 놓친 사냥감이 제일 큰 법. 삶은 닭이 도망치는 일도 가끔 있고. 삶은 닭인지 냉동 참치인지 관심 없고. TV를 틀어도 재미없고 NC도 예전 같지 않고. 때 빼고 광 내며 멋부린다고 누가 봐주기를 하나,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기를 하나. 일이나 하자. 은퇴했던 사교계에서 러브콜을 보내나, 아님 숙녀들의 비밀 모임에 연고가 있기를 하나. 일이나 하자고. 기껏해야 컴퓨터 켜놓고 책 뚜적거리고. 공상 떠오르면 기록하고. 맨손체조 하고 라디오 듣고. 어렵지 않다. 장사 하루이틀 하나. 일이나 하잔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신나는 일하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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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0

from 소설 2019. 6. 29. 20:25

    1

    마른 장작이 잘 탄다. 그리고 썩은 장작은 연기가 많이 난다. 그러니 에라 그냥 우린 통통한 장작으로 남자? 아님 그거라도 내꺼 하자? 포대가 가득 차기 전에 묶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려다가 죽도 밥도 안 되는 수가 있다. 그러니까 어장관리 찝쩍 군침 껄떡쇠 타석주의보다 한 우물만 파라고 하지. 정말 아름다운 사랑을 빼놓고선 사랑이 어딨어. 여자들 귀 간지려주고, 가려운 데 긁어주며, 숙녀를 속이는 거 식은 죽 먹기인데? 그래도~ 절제. 인내. 독학. 연구. 성찰. 자성. 관찰. 에너지 아끼기. 시간 낭비하지 않기. 논리적 사고. 그런데 이성적으로 돌머리만(?) 굴리면 뭐하냐고, 어? 행동은 감정이 시키는데. 감성이 몸을 움직인다 그거지. 성과가 어디 공짜냐 그거라고. 일평생 내내 잔재주와 뻔트 뿐이었던 인생, 어디 전적이 그 얼마나 대단했냐 그 말이라고. 응? 그래도 그거라도 어떻게 좀 그냥저냥 어찌 좀 넘어트려 볼까? 자, 물색했고 뜸 들였고 애썼으니 이제 좀 어찌어찌 자빠트려 볼까? 그럼 뭘 해. 보이는 거라고는 순 그냥,
    반 냉동 참치, 반의 반 냉동 참치, 완전 냉장 참치, 물 만난 참치, 가짜 참치, 참치 통조림. 교감신경인가 부교감신경인가만 피곤하게 만드는 짜증 나는 피곤한 스타일 인공 참치. 아니면 박제 참치?
    어쨌든 참치는 다 남의 꺼. 죄다 전부 다 그림의 떡. 어차피 먹어 봐야 시디실뿐인 과실이라는 동화 속 여우의 냉소. 아니면 아침부터 흑심 가득한 피노키오? 웬걸~! 그럼 뭐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미친 참치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다락방 미친 삼촌? 되긴 뭐가 돼. 정신 차리고 철들어야지 별수 있나. 뭐든지 뭘 해도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여자들 각선미도 이젠 별로 관심도 없고. 특정 각도로 볼 때만 이쁘고. 5미터 후방에서만 혹하고. 설마... 그래서 영화나 영상에서 가면 쓰고서...? 빙고. 아니 통과. 안 그래도 화장발. 그럼 뭘 해, 화장 지우면 다 똑같고. 아니 화장해도 다 비슷비슷. 뭐니 뭐니 해도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고. 실상 돌이켜 봐도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고. 여자라면 신물이 나고 지겹고 신경질에 짜증나고. 그렇다고 닥치고 일하기? 오빠 좀 걷자. 아아 오빠 꾹 참느라 피곤하다 그거지. 그러니까 뭘? 모르겠고. 그래도 술 먹으면 개가 될 수도 없고. 평소에 개처럼 닭 보고 막 짓어서도 안 되고. 어쩌라고. 아니, 어쩌라고요. 딱히 특별한 죄를 짓지도 않고 창피함도 알고. 응? 중간은 가고. 아무리 그래도 건수가 없는데 그럼 뭐하냐고~! 개가 없는데 개목걸이가 무슨 소용이랴. 우리가 말을 말어야지 참 내. 
    그런데 아뿔사. 아니 어떻게! 난 뭔가를 별안간 깨달았다. 아르크메데스처럼 집에서 발가벗고 있다가, 문득 뉴턴의 사과가 떠오른 것이다. 그게 무엇이냐. 그건 이랬다. <꼬마는 가는 곳마다 거인을 본다>. 내가 매사 재미없는 이유를 알았다 이거라고. 응? 애들은 뭘 봐도 새롭고 툭하면 심심해한다. 그런데 어른은! 응, 어른은? 뭘 해도 재미없고 모르는 일 자제가 없다. 검색 뚝딱이면 다 나온다. 보고 듣고 아는 게 많으니까 눈치도 백 단. 뭘로 봐도 능구렁이. 이미 애기 때부터 불여우였을지도 모르고. 응? 안 그래도 호기심도 퍼졌다. 감수성 메마른 지 오래. 부러움이 다 뭐야 부끄러움도 없지. 능글능글 덜렁덜렁 벌렁벌렁. 어? 뭐 벌떡벌떡? 앞에서 소녀감성이라고 해 봐야, 됐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견적 당장 나오는데 새로운 게 어딨냐고. 하지만 애들은! 애기 때 색달랐고 어쨌고 아동 정서로 보던 세상. 왜 어른이 되어 다녔던 초등학교에 가 보고 어릴 때 살던 동네 정경을 다시 보면 기분이 그저 그럴까. 맹숭맹숭 기분 세하고 나이든 거 같아 상심하고. 숙녀한테 나이 얘기하면 어디 좋은 소리 듣겠나. 너 내 페이지에 오지 마! 아니면 친구 끓기. 상대방 차단. 
    그게 다 뭐 때문일까? 왜긴 왜겠나. 스케일 때문이지. 심지어 다 알아버렸거든. 비밀이 없다고. 새로움도 바닥났고. 기대가 어딨어. 설마 재산까지? 그래서 사람들이 하는 게 뭐냐, 그렇다고 특별한 걸 어찌 찾나. 핸드폰 보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하고. 일과표를 봐도 뻔하고. TV 편성표도 별거 없고. 주말에 하는 일이라곤 소파에 자빠져 멍청하게 텔레비전 쳐다보며 채널 돌리기. 발가닥 깐닥깐닥 잔머리 꼼지락꼼지락. 레이더에 잡히는 거라곤 전무하고. NC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고. 친구들도 다 남자친구 여자친구 있고. 나만 뒤쳐진 거 같고. 내일을 예언할 수도 없고. 밝든 어둡든 미래는 잘 보이질 않고. 단골 술집에 가 봐야 바텐더한테 외면당하기 일쑤. 툭하면 찬밥. 걸핏하면 병풍. 원래 신부들러리 전담 인생. 아니면 여행 가고. 사랑을 하고 싶지만 거의 다 탐색전만 하다 끝나고. 저울질 당하면 그나마 전성기게? 뭐 에게~? 그런 고민이라도 하면 다행이게? 배부른 소리. 굶을 대로 굶은 늑대이자 하이에나의 인생 고독감을 그분들이 어찌 알겠나. 알긴 알지만 남 생각할 겨를이 어딨어. 다 따지고 보면 적당히 이타적이고 적당히 이기적인, 소심한 우리네 군상.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랑 나올 때 어찌 마음이 똑같나. 내 일과 남 일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얘기, 괜히 말만 많은 사람 말 계속 들어봐야 뚜껑만 열리고. 장면 하나 표정 하나만 주어져도 나머지는 아 글쎄 싹 다 그려낼 수 있는데. 그래서 대부분 서론만 왕창이요 결론은 없어. 혹시 내용까지 엉망진창? 올챙이 적 추억담도 가끔 해야 재밌고. 여우가 머리를 넣으면, 곧 몸뚱이도 넣으려 한다. 탐욕과 동냥 자루에는 밑이 없다. 억지는 아니어도 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만, 응? 그래 봤자 괜히 쓸데없이 입만 아프게 남들 다 아는 얘기만 떠든 셈 밖에 더 되나. (절레절레) (절레절레)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비비안을 만났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에밀리가 대타로 등떠밀어서 비비안을 만나지 않으면 안되었고, 그걸 뭐라고나 해야 하나. 어쨌든 그렇게 된 것이다. 





    2

    오후 4시. 
    카페에서 비비안과 나. 
    노래는, 노래는 뭐지? 
    헨델 / 오페라 <리날도>(Rinaldo) 중에서. 아르미다의 아리아 ‘나는 전쟁에 나아가 그를 정복할 것이다’
    벽면에 붙여진 문장은 그것. 
    (불)여우는 욕을 먹을수록 기운이 난다. 
    뭐? 난 갑자기 기분이 세해졌다. 
   「오빠. 오빠는 안 그러죠?」
   「응? 뭘 안 그러는데. 그 말은 곧 그건가?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VS 그런 남자? 아니면. 그런 여자 VS 그렇지 않은 남자?」
   「와~! 요약이 또 그렇게도 되네. 아니 어찌 그리도 신기할 수가. 어떻게 그걸 그렇게 받냐.」
   「공이 넘어왔으니까 난 다시 넘긴 거 뿐이야, 어? 그럼 테니스 채 내던지고 서브 공을 그냥 손으로 잡을 일 있니? 아님 테니스 채 거꾸로 잡고 때려? 그렇게 안 될 이유가 어딨니. 앞으로 갔으면 다시 빽코트 하고. 저 하늘의 별을 땄으면 이제 다른 별을 물색... 아니 그건 아니고. 안 그래? 그런데 있잖아. 비비안. 음 그게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있지. 그 있잖아 그거 말이야.」
   「아 뭔데 오빠. 말해 봐. 또 뭐야? 망설이지 말고. 뭐지? 궁금한데. 어서 말해. 뜸들이지 말고. 말해 주라고. 날 쥐락펴락해도 좋아. 난 그걸 원해 오빠. 난 줄다리기 싫어한다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꺼려하는 게 그거란 말씀. 다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지. 호호.」
   「그래? 비비안. 너 요즘도 그러니?」
   「어?」
   「너 요즘도 그러냐고.」
   「나?」
   「그럼 여기 너랑 나 말고 또 누가 있는데.」
   「그... 그... 안 그래. 나 그런 애 아니야 오빠.」
   「그래? 그런데 내가 뭘 물어본 줄은 알고 대답하는 거니?」
   「몰라. 나도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모른다고? 너 원래 그런 애였어?」
   「내가 뭐가 그런 애야? 오빠. 오빠도 그래?」
   「그러긴 뭐가 그래. 나 남자야. 어? 나 남자라고. 그럼 뭐 넌 여자 아니니? 여자는 그래요 이러쿵저러쿵.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너 그런 거 잘하잖아.」
   「오빠 그거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아니. 그거 모른 남자가 어딨니 세상에. 어?」
   「오빠. 그런데 있지. 우리 무슨 얘기하는 중이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그런 걸 뭐하러 나한테 물어 봐? 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
   「골치 아퍼? 왜, 탐닉할 만한 쾌락이 바닥난 거야? 또 권태?」
   「넌 허영심 대회 안 나가니?」
   「내가 오빠야? 난 허세 대회 관심 없어. 허풍이라면 이젠 재밌지도 않고. 그러는 오빤 허언증 치료됐고?」
   「넌 조증은 졸업했니?」
   「됐고. 용건이 뭐야? 날 왜 만나자고 했어?」
   「뭐? 너가 나한테 할 말 있다며? 난 에밀리가 말해서 나온 거 뿐이야. 이거 왜 이래?」
   「왜 이러긴 누가 왜 이래? 어? 누가 할 소리를. 오빠 또 거짓말이야? 아주 그냥 뻥이 저절로 나오네. 입만 열면 뻥?」
   「아 진짜야. 아니 그러는 너가 뻥치는 거 아니니?」
    그렇게 우리는 정말로 차만 마시고 헤어졌다. 
    괜히 만난 셈이었다. 
    난 그렇게 기분이 틀어져서 먼저 떠난 비비안의 뒤를 이어 카페를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뭐야 카페 안에 있는 텔레비젼에서 연애 토론을 하네? 어라? 그러네? 
    기분도 별로겠다 힐끔힐끔 시선 바쁠 틈도 없겠다. '사랑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을 갖은 수식어로 포장하고 어쩌고. 잘 만난 거지. 나한테 잘 걸린 거라고. 딱 걸렸어 그냥. 허허. 어떻게 딱 이 시점에 해 본지 까마득해 기억도 안 나는 제비뽑기처럼 딱 걸리냐? 허허. 자, 아무 말 대잔치 머신을 가동시켜 볼까? OK~! 





    3

    뭔 툭하면 소녀감성. 멜로드라마 그거 다 뻥이라니까 그러시네. 낭만을 할양받고 극적인 연애 감정을 모방해 봐야 그거 다 흑심일 뿐인데? 뭐 카르페디엠? 그러든가 말던가. 사랑이라는 건 선수가 자기의 기량을 못 펼치는 거라고? 자기가 자기 입으로 선수면 뭐해. 상대가 인정을 안 해 주는데 그게 다 뭔 소용 있냐고. 안 그런가? 또 착한 척 뻔한 얘기. 그냥 진부한 쇼맨쉽. 
    뭐,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사랑을 발전시키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고? 그런 사랑은 다 따로 있고. 어? 진짜로, 정말로, 가감없이 솔직하게, 정말 그래 볼까? 진짜로? 흥 깨지고 정 뚝 떨어질 연애 꽉 찼다니까요. 그 말 듣고 그대로 했다가 오만정 다 떨어진 사례가 과연 한둘일까. 또 다 똑같은 판에 박은 잔소리. 여자 말 번역기만 번역긴가? 남자 속마음 번역기라고 왜 없겠나. 
    뭐,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럼 뭘해, 남자가 쳐다 보고 얼굴 표정이 확 바뀌는데. 훈수 두고 조언하는 거 그거 누가 못하냐고. 어버버버 어버버버 어리버리 궁시렁궁시렁. 말은 쉽지 말은 쉽다고. 공을 끝까지 봐라 어째라. 이론이야 누구나 빠삭하다고. 안 그런가? 고수는 다르겠지만 아마추어야 백과사전이 머릿속에 들어있으면 뭐하냐고. 콩깍지가 쓰이면 싹 다 필요없는데? 우리한테 당하기 밖에 더 하냐고. 안 그런가? 타율 리그 상향지원 하향지원만 봐도 거의 다 답 나오는데. 뻔하디 뻔한 말 하고 또 하고. 
    뭐, 연애는 존중에서 오는 것이라고? 그래 봤자 웬만한 남자들이 촌년께 진심을 바치냐 그게 문제지. 어? 타인을 수용하는 마음이 있어야 타인을 존중할 수 있게 되고 어쩌고? 그건 다 그냥 책 팔아먹고 TV와 오락산업 관계자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지어낸 얘기일 뿐이고. 어떻게 하면 엎어트려 볼까 오직 그 생각뿐인데? 딸은 무조건 먼저 엄마 말을 듣어야 하는 것. 딸은 이모 말이 아니라, 무엇보다, 엄마 말을 들어야 한다고! 응? 이모 말 백 번 들어봐야 다 소용없고. 엄마 말을 정말로 기억해야 진짜. 엄마 아빠가 어떻게 사랑을 했는가만 봐도 답은 뻔히 나오는데. 또 이모 말 듣고 어쩌고저쩌고. 다 뻥. 전부 식상. 그러니까 채널 돌아가지. 죄다 짜집기. 
    사랑? 남자? 사람은 잡은 짐승보다 사냥하기를 더 좋아하는 법. 그러니까 여자들이 나중 그런 말을 하는 거 아닌가.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왜 줘? 소젖은 쉼 없이 짜지 않으면 말라버린다. 뭐라고? 정말 그렇단 말이 아니라. 속담은 진리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막 갖다 붙인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춤판에 뛰어들었으면 춤을 추어야 하는 것. 나이트클럽에 갔으면 음악에 몸을 실어 흥을 타면 그뿐. 근데 그게 아니라 속된 말로 춤판을 개판으로 만들면 안되는 것. 막춤까지야 귀엽겠지만 1부 리그에서 솜방망이 들고서 동요 부를 일 있나. 그러니까 나이트클럽에서 물 관리를 위해 미꾸라지는 정중히 내보내시지. 안 그러게 생겼나. 그렇다고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 그건 육체적 사랑에나 딱 들어맞는 얘기일 뿐이고. 그러나 플라토닉은 정반대! 완전 정반대. 자전거 탈 줄 알면, 어? 그거면 됐고. 딱 됐고. 진실한 사랑이자 고결한 순애보요 떨리는 순정이란 그와 완전히 정반대란 말이다. 칼은 자주 갈아야 날이 선다? 그건 풋사랑 얘기고. 성적 자유니 뭐니 더티러브 더티러브하니까 아무거나 다 사랑인 줄 알지. 바람둥이는 쉬운 호박 물색하느라 바쁘고, 로맨티스트는 애절한 사랑을 기다리고. 그런데 거기다 대고 사랑이란 어쩌고저쩌고. 아아 (절레절레) 뭐 또 사랑? 아아 (절레절레) (절레절레). 괜히 에밀리는 비비안을 만나라고 해 가지고 말이야, 어? 가만있자. 그거 혹시 음성변조 그런 가짜 아니야? 몰라 몰라. 그러든가 말던가. 





    4

    우리는 토끼처럼 살기보다 독수리처럼 싸우기를 원한다. (정말 '돌 + 아이'랄지 4차원만 추구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데 상대는 암컷 싸움닭 군단? 싸움꾼에게 상처 가실 날이 없지. 그럼. 경험은 위대한 스승이다. 허당 소리 아무나 듣는 거 아니다. 그분들과 부대껴 봐야 시간 낭비 감정 소비 정력 낭비. 고로 피하는 게 장땡. 꼬리 가죽을 벗기는 것처럼 힘든 일이 없는데. 그걸 잘 아는데 또 여자 말 번역기라니. 야 야 떴어 떴어 튀어 튀어. 어서 도망가. 아니 글쎄 안 튀고 뭐해! 하지만. 어? 악어를 피했는데 호랑이를 맞닦드리는 게 바로 인생. 어차피 첩첩산중.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 재치 있게 엉덩이에 매 맞은 자는 땅바닥에 주저앉는 일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고 바로 지금이 좋을 때. 청춘은 바로 지금. 행복 그거 별거 없다. 아름다운 숙녀여, 사랑에 실망하셨나? 귀걸이 귀중하나 귀는 더 중요하다. 뭐? 그 말은 곧... 통과. 
    그게 아니라. 그 말이 아니라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사극을 왜 보나. 임금을 반대하여 검을 뽑으면 칼집을 내버려야 하는 것. 잔재주가 좋고, 간보고 떠보며 견적 따질 상황은 따로 있고. 그러니 해결사가 승부수를 던질 적기라면 헛스윙 아니면 홈런. 모 아니면 도. 뻔트가 필요한 최적의 상황은 다 따로 있으니, 고로 그건 우리끼리 속닥속닥 조용조용 키득키득. 그래서 최근의 친애하는 관심사랄지 짝사랑 또는 더티러브에 올인? 가만있어 봐. 자, 판돈이... 전망은... 마스크는...! 아니다. 아니야. 아니라고. 위험한 지경에 빠지지 않고서는 위험을 뛰어넘을 수는 없으나, 지금은 때가 아님. 따라서 운명을 믿지 말자. 숙명의 상대는 다 따로 있다. 에너지를 아끼자. 힘 빼지 말잔 말이다. 부러워하지 말자고. 질투심 상대해 주기도 귀찮지 않나. 억지에 궤변에 어리광까지 그거 어떻게 하나하나 다 친절하게 상담해주나. 날 샌다 날 새. 우리야 소녀감성부터 여성잡지 2든 뭐든 하나하나 사랑스럽게 개별 면담을 할 수야 있다지만. 어떻게 숙녀가 다정하게...... 쉿! 
    어쨌든 인생은 투쟁. 사랑은 구원. 그래서 구원 투수는 꿩보다 닭. 그런데 그 꿩은 알고 봤더니 수꿩? 구원 투수 불쇼할 일 있나. 뭐야 남자잖아? 어차피 여자도 남자 환장한다. 처음 보는 남자가 쫌만 지 맘에 들어 봐. 그땐 그냥... (절레절레). 밤에는 밤의 법규가 있다는 거만 알면 되고. 낮에 빛나지 않은 것은 밤에 빛난다니까. 그거만 알아 두시고. 그래서 남녀는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 쫌만 맘에 든 남자가 보인다 싶으면 여자는... 에잇 말 말자. 말을 말어. 아이 참 거, 이미 벌써 얼굴 빨개졌는데? 그럼 그다음은... 넘어가고. 응? 여자는 웃으면 끝이다. 그처럼 행운의 여신은 우리를 모른 체 하지지 않지. 그렇게 행운의 여신이 윙크한 힌트는 뭔고 하니. 내 마음에 노크한 그대의 정체는 바로, 바로, 뭐야 이거. 
    나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특단의 묘수가 어디 있어야 말이지. 아아 뒷목. 돈 세는 기계가 있으면 뭐하냐고. 정작 황금이 없는데.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가 있으면 뭐해, 나오는 건 죄다 가짜요 삼류 초대권. 그렇듯 변화와 새로움을 위한 그 어떤 우연이랄지 무슨 열의가 바닥나버렸다. 때문에 나는 할 수 없이 썩은 미소를 감내할 수 밖에. 
    그래서 나는 무엇을 했을까? 하긴 뭘하나. 별다른 성과 없이 일하다가 퇴근 준비 중이지. 
    그런데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미치였다. 짜식. 가뜩이나 심심하던 찰나 적시에? 내 마음에 노크하는 건가? 인형과 뽀뽀하고 싶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너 일하기 싫지? 재미없지? 놀고 싶지?」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너야 항상 그렇다는 거, 내가 왜 몰라? 야 임마. 어? 옛말에 고기 낚지 못했으면 새우라도 낚으랬어. 허지만서두 뻔트냐 대어냐. 그게 문제로네? 어복이 꽝이란 말이지. 그래서 우리는 때를 기다려야 하는 거라고. 응?」
   「그러니까 요점이 뭐야? 빙빙 돌리지 말고.」
   「뭐 더 뜸들이라고? 알았어. 그럼 그러자고 말을 하던가. 괜히 꿍해가지고 말이야. 오줌이 마려우면 마려웁다, 키스가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 왜 말을 못해? 누가 보고 싶다 사랑이 그립다. 왜 말을 못하냐고. 어? 너 바보니? 그러니? 그런 거야? 어? 이 친구야. 인생이란 토끼를 쫓다가 곰을 만나고, 곰을 피했는데 마침내 양의 탈을 쓴 사기꾼한테 걸려들었다가 겨우 겨우 빠져나와서, 딱 행복한 사랑에 골인하는 거라네. 그런 거라고.」
   「뭐야. 그게 요점이야? 할 말이 그거였어? 또 어디서 주서읽고 그거 나한테 읽어주는 거냐?」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널 모르니?」
   「그러지 말고. 넘어와. 우리의 아지트. 알지?」
   「몰라. 내가 거길 어떻게 아니?」
   「내가 말 안 했니?」
   「만난지 한참 됐는데 말을 하긴 언제 했다 그래?」
    그렇게 나는 미치와 만나서 당구 한게임 치기로 했다. 
    내기는 물론 술내기.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여기는 당구장.
    음악은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 HWV 437
    당구장 사장님이 꽤 품위 있다고나 할까. 만약 그렇다면 유행가 듣는 양반들은 죄다 저질 험담가들이란 말이야 뭐야. 그게 아니고. 
    미치의 당구 실력이 못 본 사이에 무지하게 늘었다. 그래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어차피 이기면 이긴 거고, 져도 별로 그냥 그렇고. 
    그렇게 한 20분쯤 쳤나? 당구도 재미없어졌다. 
    그러다 미치는 전화기 메시지를 받았다. 
   「어! 여자친구가 거의 다 왔다는데?」
   「여자친구 오기로 했어? 너 여자친구 생겼어? 부럽다. 난 모태솔로야. 여자친구라고 하면 애인과 같은 말인가 아닌가. 모르겠다. 누군 약혼자를 남자친구 여자친구라고 하고. 누군 진도 뺄 생각이 0.1도 없는 이성을 남친 여친이라 하고. 어장관리에 이성친구도 다 남친 여친이라 그러고. 완전 뒤죽박죽. 아무튼 난 그만 가볼게.」
   「가긴 어디 가? 바쁘니까 서로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좀 더 놀다 가. 내 여친이랑 차 한 잔이라도 마셔줘야 하는 거 아니니? 또 알아? 걔 친구 소개시켜 줄지.」
   「그럴······까?」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소는 근처 카페로 바뀌었다. 
    미치. 미치의 여자친구. 그리고 나. 
    셋이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데 거 어째 분위기가 싸했다. 
   「오빠. 미치 오빠 왜 그런데요? 원래 이런 사람인 줄 난 정말 몰랐다고요. 오빤 좌변기를 좌변기로 사용하시죠? 그렇죠? 그렇다니까요. 내 그럴 줄 알았어. 게다가 저 혼자 사는 집이에요. 심지어 우리가 내일도 사귈지 어쩔지 그건 모르는 거고요. 솔직히 말해서 미래의 희망이 아직은 뿌였다구요. 네? 그런데 참 나 헛 참 나 거 정말 무슨, 말이 다 안 나오네. 있잖아요 그게 말이에요, 어떤 일이 있었는 줄 아세요? 아 글쎄 제가 사는 집에 가보니 어느 날 화장실에다 서서 일 보는 소변기를 설치해 놨지 뭐예요! 성급한 거 뿐만 아니라 상의도 없고. 지 맘대로 뚝딱 뭘 들여놓고. 더군다나 운전은 왜 그처럼 둔탁한지. 전 처음에 우리 오빠가 말이 통하는 남잔 줄 알았다고요. 그런데 슬슬 시간이 지나다 보니 고집이 고집이 장난이 아니네요? 무슨 표범의 꼬리는 잡지 말되 잡으면 놓지 말라는 둥, 쥐는 자기가 기어나온 구멍을 안다는 둥. 그런 얘길 저한테 왜 하냐고요. 제가 쥐라는 거야 표범이라는 거야. 안 그래요, 미스터, 미스터, 오빠? 저 원래 이름 잘 까먹어요. 이해해요. 저 어떡하면 좋죠?」
    그런데 입심 좋던 미치가 내놓은 답변은 뜻밖에도 발빠른 동조였다. 그러니 나만 전전긍긍 떨떠름할 수밖에. 
   「어떡하긴 뭘 어떡해! 헤어져. 헤어지면 될 거 아냐. 그거 바란 거 아니었어? 너가 날 차면 왠지 모르게 기분 찝찝하니까 일부러 내가 차도록 뻠쁘질한 거 누가 모를 줄 아니? 응? 내가 바보니? 너만 연애 좀 해 본 줄 알어? 나 좋다는 애 줄을 섰어. 걔네들 지금도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중이야, 어? 알어? 아 됐고. 대기자가 몇 명인 줄 늬가 알기나 하겠니. 아 됐고. 집어쳐. 집어치우라고. 그럼 될 거 아냐.」
   「누군 뭐 아쉬운 줄 알어? 그래. 이참에 이렇게 깔끔하게 헤어지자. 그럼 돼지? 말 나온 김에 쇠뿔도 단김에 빼자고. OK~! 잘 가. 이제 각자 얼굴 볼 일 없으니 좋다 좋아.」
    그러면서 미치와 미치의 여자친구는 밖으로 나갔고 둘은 딴 방향으로 가버렸다. 
    뭐야 이거! 
   「어랍쇼~! 도대체 뭐냐?」
    개 두 마리가 뼈 놓고 싸울 때 세 번째 놈이 물고 내뺀다지만. 그런 일도 있긴 있다만 이건 뭐 개뼉다귀 반틈 떼서 자기들끼리 나눠 가진 다음 각자 제 갈길로 가버린 거잖아? 어쩐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그랬다. 세상일이란 게 원래는 그렇다. 사나운 개도 개밥 앞에서는 온순해진다. 그렇지만 난 개가 아니고 여긴 개밥이 없고. 오늘은 운이 별로인 거지. 농부에겐 풍작 어부에겐 어복. 성과는 전무. 허당에겐 여복 운세 하면 재물운. 점쟁이 만나 봐야 재미도 없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지만 일도 안 풀리고. 그래서 친구 만나러 왔는데 기분만 더러워지고.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5

    사랑을 노래하는 방법도 정말 여러 가지. 순 엉터리 로맨티스트. 진가를 발휘하려고 하나 매번 솜씨를 뽐내지 못하는 놈. 하긴 비리비리한 잔재주뿐인데 똑소리나는 재능이 있어야 말이지. 그런데 그게 바로 나였다. 뭔가 대어를 낙을 뻔 거의 잡을 뻔 하다 실패하는 패배주의자. 에잇 (절레절레). 이상향으로 비유하자면 환상머신은 환상머신인데 더러운 환상머신인가. 차라리 다비드는 다비든데 어디산 다비드가 낫겠네. 나아도 훨 낫지 뭘 어디다 비교를 해? 젠장. 그래 놓고서 무슨 거 뭐야. 새로운 직명이라면서 하루는 관심종자 하루는 행복하려면 몰래 숨어서 살자는 둥 뭐라는 둥. 누가 엉뚱하다고 안 할까 봐 지은 카피라이트가 뭐. 또. 그 무슨 뭐라더라? 남자든 여자든 고추에 모든 것을 다 걸 수는 없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구만 그래. 운동화는 뉴발란스, 티셔츠는 라코스테, 수트는 맞춤복, 중절모는 마술 모자요, 지팡이는 또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특수한 장비로 바꿀 수 있어. 그런데 지팡이 손잡이를 뺐더니 검집만 길고 검은 짧아. 그게 뭐냔 말이지 참 나. 인생 경험 좀 쌓였겠다 사람은 자고로 좋은 침대와 좋은 속옷이 필수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그럼 뭘해, 입는 팬티라고 해 봐야 폴리에스텔 100퍼센트 팬티 달랑 3장. 사타구니에 막 땀 차. 어? (절레절레). 언제는 실크팬티가 어쩌고저쩌고 남자는 뚜껑 없는 차를 타 봐야 한다느니 뭐라느니. 차라리 원하는걸 솔직하게 말하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럴 바엔 차라리 쥐어패주라고 뻥이라도 치던가. 또? 됐고!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에 자동차를 바꾸기로 했다. 
    간략히 줄거리만 읊자면 이렇다. 
    나는 내가 타던 웨건 차량을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해서 팔았다. 
    매도 물품을 올리고, 매도자를 만나서 매수자로서 뭐 하나 흠집 없이 깔끔하게 거래 완료. 
    그렇게 해서 나는 집에서 또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이번에는 어떤 차를 탈까 구경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월세를 내고 차를 빌려서 타는 걸 이용하려고 했다. 
    그렇게 3일간 장고를 거듭하던 중. 매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말을 들어보니 내가 자동차 중고 시세보다 무려 2.5배나 비싸게 받은 것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러면서 여기저기 알아봤다. 
    그런데 알아보니 그분 말씀이 옳았다. 
    내가 왜 그랬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뭐 어쩌다 일이 꼬였는지 어쨌는지 그건 나도 모르지. 알 수 없다고.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고. 
    나는 매도자에게 책잡혀서 나는 양심적인 매수자로서 책임감 있게 적당히 뭐 어떻게 적당한 절충 금액이 오고 가고. 
    그런 과정은 모두 끝났다. 
    그렇지만 매수자와 나는 친해졌다. 일단 매도자로서 내 잘못이 분명하고 매수자가 교묘히 오빠 오빠 그러면서 알랑알랑 얼쩡얼쩡. 
    그러다 얼렁뚱땅 우린 아는 오빠 동생 된 거지. 딴 거 없다. 
    그녀의 이름은 사드. 그렇게 우리는 오늘 데이트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얼마 만의 전초전이야 막 그러면서 탐색전을 펼칠 생각에 막 설레고, 들뜨고, 떨렸다. 완전 완전 신난 거지. 
    그런데 결과만 말하자면 그녀는 결국 연락을 받지 않았다.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로 전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 친구도 냉정하게 딱 끊어버렸다. 그럼 그렇지. (절레절레). 
    전에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친구들이랑 나이트클럽에 갔는데, 부킹을 했고. 여자가 날 이상형이라면서 좋아했고 나한테 전화 주라더니 전화번호를 찍어줬고. 갔고. 친구들은 광분했고. 그래서 다음 날 전화했더니 받지 않고. 뭐야? (절레절레)





    6

    서툴게 기다리는 것보다 재치 있게 도망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기다려지는 일정이 없고 맞붙을 상대도 긴장감 쩌는 큰 게임 역시 없다. 둔감해지는 감수성과 메마른 호기심. 항상 그날이 그날이다. 기막힌 쾌감이라는 부풀어오르는 뭉클함 때문에 전율하는 듯한 기분. 그게 뭔지 생각도 안 난다. 다정한 행운에 따라 행복한 기분은 절로 춤을 추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툭하면 잘못하고선 먼저 바람피우고선 뻔뻔스럽게 노발대발하는 상남자 혹은 처자처럼 막살 수도 없고. 그럼 안녕하며 작별하지 못한 채 끝난 사랑. 반쪽짜리 사랑은 정말로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라는 공상을 하던 찰나. 
    바로 릴리가 오늘 단편영화 대본을 봐 달라며 사무실로 찾아왔다. 
    내가 평소에 듣는 음악. 이를테면 Johann Baptist Vanhal / Missa solemnis Es-Dur
    그런 음악을 듣고서 릴리를 마주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썩 어색할 거 같아서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뭐 카페로 순간이동했다 셈 치고. 
    카페. 나와 릴리. 난 릴리의 대본 검토 중.
    뭐지? 꾀돌이가 궁리하는 동안 머저리는 강을 건너버린다고 난 매번 몽상하기 바빴는데 릴리는 어느새... 허걱. 
    일단 중요 부분을 옮기자면 이랬다. 





    7

    어느 날 여자는 옛사랑 남자를 찾아왔다.
    오늘은 그 첫째 날. 
    여자: 오빠. 우리 다시 만나자.
    남자: 다시... 네? 우리... 라뇨?
    여자: 이제 와서 이러는 게 조금 이상할 수도 있는데. 그게 말이야 남몰래 하는 그런 극적인 사랑은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정말 그렇다고. 그렇다 해서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말고. 응? 오빠.
    남자: 네? 뭔 얘기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여자: 됐고. 오빠. 나 한 가지 고백할 거 있어. 오빠가 내 첫사랑이야. 그거만 알아둬.
    남자: 뻥치시네. 에잇 그런 거짓말을 누가 믿어요? 요즘 유행은 첫사랑이 취민가. 집에 데려다준 남자친구들은요. 회사까지 찾아온 남자들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 안 그래도 유부남들은? 집 앞에서 기다린 남자들은 또 다 어떡하고. 그분들 섭섭하시게 왜 이러시나. 누굴 바보로 아시나. 사랑받은 기억 아까워서 어떡하나. 그 가운데 섭섭한 대어라고 왜 없었겠어. 그런데 문제는 하필 몽땅 다 파리 끈끈이라면 애걸복걸 미쳐버리시는, 것만 사랑하시는 분들. 그런데! 그분들 빼고 왜 하필 저요? 어머 이해가 안 되네. 내 머리로는 도저히 모르겠다 모르겠어. 
    여자: 어쭈? 반항심을 격렬하게 자극하시겠다? 다분히 의도적인 공격. 허나. 슬쩍~ 피하면 그만.
    남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1번이면 끝이라면서요? 그럼 끝나도 골백번은 더 끝나는데? 이제 와서, 왜요? 목동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수소에게서도 젖을 짜낸답니다. 유, 아웃. 뻑! (몸짓) 겟 아웃. (몸짓)! 번개는 한자리에 두 번 연거퍼 치지 않습니다. 기회는 떠났다구요. 행운의 여신이 뭐 할 일 없으신 줄 아시나. 시곗바늘을 되돌릴려거든 집에 가셔서 발 닦고 소파에 자빠져 판타지 드라마나 보시던가요. 아니면 잘하시던 거 하시던가. 그게 뭔지는 내 알 바 아니고.
    여자: 아 나 이거 정말 이 오빠가 또 슬슬 사람 약 올리네. 살살 부아를 돋구시네. 또 여자 마음 애태우시겠다? 이 오빠 정말 사람 짜증 돋구는데 뭐 있다니까. 그 신기한 조롱기 타고나셨나?
    남자: 누가 할 소리를! 좌우지간 난 거짓이 아니라 오직 사실만을 말할 뿐이라오. 그 가운데 거짓이 있으면 찬찬히 반박을 하시던가. 아니면 (몸짓).
    여자: 오빠. 나 물어볼 거 있어. 그때 왜 사귀잔 말 안 했어?
    남자: 전화 계속 안 받았잖아요. 오리발 내민 게 누군데. 일찍도 물어본다. 
    여자: 그건... 그건... 우리 언니가 받지 말라고 했어. 그래서.
    남자: 언니가 하라는 대로 다할 모양새네요. 그럼 쭉 그러시든가.
    여자: 전화는 전화고. 우리 자주 만났잖아.
    남자: 사람 죽여놓고 기다리면 뭐한데요? 안 그래요? 그러게 열매를 거두려면 꽃을 꺾지 말아야지. 재를 핥아 본 개는 밀가루도 믿지 않는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지.
    여자: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기회는 많았는데. 우리가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
    남자: 그럼 뭘 해요. 그쪽에서들 아주 그냥 치를 떨더구만 이제 와서 무슨 딴소리? 어디 감히 누굴 넘봐유 넘보긴. 꿈도 꾸지 말아야지유. 안 그래유?
    여자: 오빠. 그런데 왜 내게 존댓말 해요?
    남자: 댁이 누군지 까먹어서유. 허허. 왜 긴유. 그쪽 언니가 그랬든지 그분들께서 그랬든지. 그래 주라고 애원을 했으니까 요구를 들어들인 것뿐인 대유. 연락처를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짜증내고. 연락처를 안 물어보면 안 물어본다고 억울해하고. 전화하면 전화를 받지 않고.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치를 떨고. 우리 보고 어쩌라고요. 아니. 이제 와서, 어? 사귀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그때가 언제냐고요.
    여자: 오빠. 저 그런 여자 아니거든요.
    남자: 아니면 뭘 해. 말과 행동이 다른데. 뭘 믿고 왜 내가 똥파리들이랑 똑같이 찝쩍거려야 하는데? 딴 남잔 다 그렇게 하고 싶어 안달날려나 몰라도 난 아니지. 뿐인가? 당시 1 대 1로 만나던 남자들 숫자 세어봤어요? 그랬어요? 그 뒤로는요? 집에서 누구 소개로. 또 누가 만나보라고 해서. 밥 먹듯이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나고 다니는데 뭐 좋다고 굽실굽실? 옛이야기가 뭔 자랑이라고. 이제 와서 뭔 낯짝으로! 
    여자: 
    남자: 
    여자: 
    남자: 이제 여성잡지 2 애독자도 되셨겠다, 남의 말 잘 듣지도 않고. 더더군다나 마침내 이모 됐겠다 타인의 연애에 훈수도 직접 두고 싶고. 낮엔 뻔뻔하고 밤엔 외로우신가? 그런가? 그래서! 설마 내 손에 맞아 죽고 싶어서 온 건 아니실 테고. 왜 오셨을까, 응? 멱살을 잡아야 하나 찐한 키스를 해야 하나 구분이 안되네. 이 남자 저 남자 막 다 만나보니까 그나마 첫사랑감은 평점 따져서 어떻다? 에게~ 중간에 진짜 괜찮은 남자 나타났으면 싹 다 물거품이었겠네. 딴 남자 자동차에 몇 번 타 보니까 뭐 이제는 마음에 드는 귀걸이를 원하는 거예요? 그래요? 그럼 누군 뭐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고~ 이게 누구셔~ 그리운 내 님 오셨구나~ 그러면서 멜로드라마처럼 사랑해 줄 줄 아셨나 본데, 어? 번짓수 잘못 찾아오셨구먼유. 아 그래유 안 그래유? 그짝이 생각해 봐두 그렇쥬? 맞쥬? 사람 또 가지고 놀려 그러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리셨네. 왜 야단맞으니까 기분 좋아유? 그래유? 여태 이런 깐족도 안 들어보시고 뭐하셨을꼬. 쓴웃음 참지 못하시네. 속으로 무슨 생각허실까. 이제 내가 두 번 다시 널 보나 봐라? 각오 하심 뭘 해, 이미 못된 년으로 단단히 찍혔는데. 더러운 사랑이 더 더러운 사랑으로 훼손되기 밖에 더 하냐고. 안 그래유? 허허 이 양반 이거 이거 참 나, 이 아가씨도 드라마 너무 많이 보셨구먼. 이상한 영상이 남자들 더 이상하게 망쳐놓는다면서 그분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데. 그런데 영화는 숙녀를 간사하게 만들고. 별로인 남자들만 꼬이니 짜증나고. 시간에도 쫓겨. 딴년들 보면 배 아파. 심지어 그 그래프는 날 가만 놔두질 않어. 게다가 타인의 성생활 얘기에 귀가 솔깃하니 툭하면 배아퍼.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시겠어요. 허허. 그놈의 수다 3시간이 남의 인생 싹 다 망쳐놓고 잘들 한다 잘들 해. 그래 놓고 또 포장하면서 자기들끼리는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둥 그 사랑을 응원한다는 둥. 그럼 뭘 해? 생각과 행동은 딴판인데. 안 그래유? 영화판아고 개판아고 구분 안 되슈? 그래유? 왜, 듣자 하니 남자가 해도 해도 너무허요? 그러요? 아 그러게 누가 몸 막 굴리시라 그랬나, 다 자업자득인 거지. 늬들이 남자 없이 어떻게 살어. 남자에 환장한 년들. 이보슈, 고추 천재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네. 표정을 보아하니 왜 그 말 하려다가 말이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네. 오빠 말 다 했어? 다하긴 뭘 다해, 아직 시작도 안 했구먼. 당신 같으면 말 다 하셨겠소? 어림없는 소리. 어째, 기분 나빠지셨소? 맴 꼽겠네유? 그러지유? 처음에 들뜬 기대감 잔뜩 안고서 그 때문에 뭔가 어떻게 막 그런 상상하면서 금방이라도 환상감 가득하며 적당히 쉽게 꼬실 줄 알았는데. 대충 넘어올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거 정말 어쩌다 얘기가 정반대로 흘러가버려서 거 참 미안해서 어떡하나, 응? 그러니까 오늘 뭐하러 찾아오셨냐고요. 네? 아니 글쎄 뭐하러! 뭐 장난감 필요하시진 않을 테고. 아님 뭐 지난 일 또 반복하시게유? 네? 얘 또 사랑이랑 외교랑 같은 줄 아시네. 친교는 추접스럽게 애정은 시시하게 하고 싶다? 내가 그렇게 물로 보였니? 또 가지고 놀 생각을 해? 그 사연으로도 부족해서, 또 탐스런 사랑을 날로 잡수시겠다? 
    야, 가라~ 어? 역겹다. 좋은 말로 할 때 가라고. 사는 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당신이랑 장난할 생각 없다고요. 네? 
    여자: 
    남자: 
    그날 그녀는 말없이 물러났다. 뭐 전초전이야 뭐야. 그러니까 전야제도 아니고 크리스마스 이브도 아니고. 
    여자가 남자를 얼마 만에 봤는데. 그런데 끔찍한 곤경만 확인해준 셈일까? 
    아니면 여전히 뭔가 어떤 순박한 애착심을 확인한 걸까. 재회치고는 둘 다 돌아버릴 지경이었을까.
    하긴 열광적인 환영이 자연스럽게 어색함으로 겉치장 되었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졸지에 고품격 드라마는 삼류 생활극으로 뒤바낀 거지. 너저분한 분위기에 구차한 현실만 확인하고. 
    그래서 여자는 다음 날 남자를 다시 찾아갔다. 





    8

    둘째 날. 
   「뭐, 오빠도 그래요? 혹시, 너도, 이모 마인드니? 그런 거니? 응? 여자의 마음. 뻔한 거 아니야. 나 사랑해? 물어보고 원하는 답을 얻는 것. 응? 여자의 인생, 사랑이 인생의 전부이기를 바라는 숙녀의 마음. 괜찮아. 나쁘지 않다고. 그런데 세월이 가면, 어? 무를 수 없는 데이터베이스가 쌓인 다음, 뒤늦게 남과 비교되는 여자의 인생. 행복한 측면과 밝은 장점과 아름다운 장르야 물론 있겠지만. 남편 흉보는 게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그분들. 내 얘기라고는 뻔할 뻔자 바닥난 지 오래. 그럼 남은 건? 오직 남의 얘기. 뒷담화. 험담. 남 얘기를 어떻게 미담만 논하겠나. 대체로 불미스러운 얘기. 아니라면 거짓말. 왜? 엄마랑 제일 친했던 그녀들이, 여성잡지 1도 떼고 낭만적인 멜로드라마도 다 뻥인 거 진즉에 알았고, 결혼 전 어딘가 모르게 옅디옅도록 우울했던 예감은 여지없이 딱 맞아떨어졌겠다, 그다음은. 소녀감성도 좋고 처녀 심성이야 뭐가 나쁘겠냐마는, 어? 억울하거든. 나만 당할 수야 있나. 그래서 결론은 이모 마인드! 안 그래? 강물은 바닷물과 섞이면 온화한 성질을 잃는 법. 동심부터 암캐가 어딨나. 아침에야 피노키오라지만 여성잡지 1 떼고부터? 일부는 그보다 훨씬 앞서 벌써부터 흑심인 것. 남녀가 어찌 다르랴, 방식만 다를 뿐 서로 환장하는 건 똑같은데?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은 하겠지만. 하지만 암소의 인생은 까마득한 미래인데 송아지 소녀감성이 어찌 롤러코스터를 예측이나 하겠나. 그저 유행가 따라 부르고 춤추면서 회전목마나 꿈꾸시겠지.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마음은 천지 차이.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 나올 때 또 다른데. 남자한테 한 번 당하고, 두 번 속고, 세 번 버림받으면. 그때도 소녀감성? 인생 거론하고 자시고 할 거 없이, 당장 아침 결심은 점심때 깨지기 마련. 이 세상에서 자긴 뭐가 제일 좋다? 1주일 1달 1년만 지나 봐. 입사할 때야 부푼 가슴 각오는 싱그럽지만 3개월만 지나 보고. 당신만을 어쩌고저쩌고 유행가 가사, 나중 돌아보면 통계상 확률상 우스워지기 마련. 다 뻥. 내 남자가 아프거나 쫄딱 망해서 손가락 빨아야 하면. 그때도 사랑? 선심 쓰듯 애쓰니까 만나 주면서 남자를 알아간다? 바람피우고 복수하고 법정 다툼하고. 애 때문에 억지로 살고. 눈에 콩깍지 벗겨지기 전에 알콩달콩하면 그나마 나은데.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사귀고. 갈아타고. 팬클럽 거느려서 순위 바꾸고 남자친구 갈아치우고. 
    물론 여자만 사람이냐, 남자도 똑같지. 허나 남자는 너는 너 나는 나가 되거든. 남 일은 남의 일이고 내 일은 내 일.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고. 어쩌다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그래도 농담 반 진담 반도 다 때와 상황과 사람을 봐 가면서. 남 얘기를 해도 적당히 하고, 내 인생 사는 게 우선이라고. 어? 그런데 여자는. 여자도? 뭐 오빠도 그래요? 또 천동설 이기주의 넌 너 밖에 몰라. 그래 봤자 똥파리잖아? 그 말은 뭐야, 오빠도 똥파리예요? 뭐 감히? 몸 막 굴리고 딴 남자 막 만나고서, 그러면서 이제 와서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러고서도 얼굴 빤히 쳐들고서 거리를 나다닐 수 있는 거니? 그런 거니? 창피하지도 않아? 수치심 없어? 1번이면 끝이라며? 내 남자가 딴 남자랑 1 대 1로 만나기만 하면 끝이었다며? 어? 늬 첫사랑! 그런데 당시 너는. 넌 딴 남자랑 1 대 1로 수없이 상대를 바꿔가면서 만나기만 했게? 에게~ 왜 이러셔. 자기 불리한 거 쏙 감추고서, 뭐가 어쩌고 어째? 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런데 이제 와서? 여자들이 이렇다니까. 여자는 다 똑같다고. 
    아줌마들 커뮤니티를 봐 보라고. 아름다운 영화배우 커플이 이혼해 봐 봐. 남자들도 남 얘기하고 어쩌고 하긴 하는데. 그래 봐야, 뭐 적당히. 어? 그런데 아줌마들 커뮤니티. 1위부터 10위까지 전 차트 올킬! 어? 그분들 미쳐버리지 미쳐버린다고. 여심을 뒤흔드는 마성이란 게 알고 봤더니 바로 그런 거구만 그래. 그게 뭐야? 나만 죽을 수 있냐, 같이 죽자, 어? 이모 마인드라고! 설마, 너도, 이모 마인드니? 남자 속마음 번역기 그런 거 모르겠고. 알긴 아는데 알고 싶지도 않고. 거리에서 마담 스타일만 보여도 짜증나고. TV 홈쇼핑만 봐도 내 남자가 첫눈에 홀딱 반할 거 같은 여자 얼굴, 아니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나고. 신경질 화끈하게 돋우고 인상 팍 쓰이고. 안 그래도 충분히 내 마음에 쏙 들만큼 사랑받지도 못하고. 잠자리도 불만족스럽고. 딴년들이랑 비교는 엄청 되고. 어? 그럼 뭐야. 결국 할 말은? 뭐긴 뭐겠니. 한 번 자 봐라! 어? 소녀감성 졸업한 거야 그렇다 쳐도. 또 어디서 코치받고서 이모 마인드 갖고서 다시 한번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고 싶다? 얘 미친 거 아니야!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만 그래. 
    미친년 마인드를 총망라했다고. 누가? 코치진의 작전을 철저히 따르신 누군가가! 늬 사랑을 어디 딴년들 재량에 맡길 일 있니? 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답이 없구만. 남자들 거느리고 똥파리들 껄떡거림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날마다 늑대의 찝쩍을 즐기던 말괄량이의 과거. 누가 눈감아줄 줄 알았나? 이모들께서 어떤 얘기를 좋아하고, 무엇을 기다리고, 어떤 비화를 듣고 싶어 하시는지. 어? 모를 수가 없는데. 그걸 어떻게 참니. 안 그래? 더블 데이트할 때 살짝 흔들리던 건 왜 말 안 했니? 만일 카섹스는 못했을지라도 강제로 뽀뽀라도 했으면. 것도 말 안 했겠네? 왜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니? 대비책이 부족했어? 한마디로 노잼이다. 대실망이라고. 진주는 늙은 조개에서 발견된다지만, 어? 발견되면 뭐해. 가짜 진주인데. 사랑은 썩었는데. 도박사의 오류 같은 인생, 중반전부터 전세가 대역전될 꺼 같더니만. 그분들 때문에 더 이상해졌는데. 이제 와서 뭐 대반전? 대반전 좋아하시네.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구만. 허허. 다름 아니라 바로. 사랑이, 나를, 미치게 하면 뭘 하냐고. 그래 봤자 삼류. 어? 싸구려. 지금도 기억하고 있고 잊을 수가 없으면 뭘 하냐고. 순 더러운 기억으로 비꼬아져 버렸는데. 그러면서 사랑의 신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라느니 어쩌고저쩌고. 수다 3시간이라고 해 봐야, 영화배우 결별 소식이라는 특종 하나 뜨면 어? 1위부터 10위까지 전 차트 올킬이라니까 그러시네. 특히 아줌마. 여성잡지 2가 괜히 말 못 하도록 묻지 말라는 식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게 아니라니까요. 아줌마 커뮤니티 인기 게시글 조회수 및 댓글 순위 1위 ~ 10위, 자, 한번 대충 제목만 구경해 볼까? 
    1. A 진짜 야비한 놈이네요
    2. 왠지 B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3. A 생각
    4. A가 많이 화났나 봐요
    5. B가 이렇게 까지 비호감 된 이유가요
    6. A는 인스타까지 싹 다 정리했네요 ㅎㅎ
    7. A 탈모 올 정도면
    8. B 측에 이혼 사유 있다"··· A, 언론에 먼저 공개
    9. A가 먼저 공격적으로 언론 공개하는 이유-개인적 추측
    10. B...씨가 진짜 바람을 좋아한가요?
    그게 끝이겠니. 1주일 지나 봐야 제목만 바뀌지 차트 올킬은 여전. 20위까지 30위까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말도 못 한다니까 그러시네. 사주를 맞춘 철학관이 어쩌고. 과거에 누구 만났고. 부모가 어쨌기 때문에 뭐가 어쩌느니. (절레절레). 그런데 만약에 일방이든 쌍방이든 연기면! 좋게 끝나면. 뭔가 극적인 사연이 있으면. 나중 다시 합치면. 들리면 듣고 알게 되면 알고. 그런가 보다 그렇구나. 그런데 와글와글 부글부글 속닥속닥. 괜히 여성잡지 2 여성잡지 2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거. 잘 아시지 않나요. 부인이 싫어하는 남편 취미가 뻔하듯 그녀들께서 선호하는 화제와 주제 또 관심사 단 몇 가지. 응? 유부남 여러분은 잘 아시지. 모를 수가 없으시니까. 물에 가야 고기를 잡고, 산에 가야 범을 잡는다지만. 아름다운 부부생활이면 뭐해, 오빠 자? 아줌마 허세 때문에 속 뒤집어지는데 어쩔 수 있나. 여자들 뻥에 비하면 남자 허풍은 너무 사실적 아니냐고. 그분들 속에 쌓인 게 그 얼마나 많은데. 전성기면 뭐하냐느니 전성기도 간당간당하다느니. 뒷담화하는 거 싫어한다는 거야 이론이고. 교양미는 교양미고 현실은 또 다르고. 남 얘기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솔직히, 사는 낙이 없는데? 그걸 늬가 말려 내가 말려, 아무도 못 말려. 왜? 묻지 마라니까요 묻지 말라고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숨어서 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요.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고. 교감이자 미덕에 힘입어 잘 사는 사람도 있는 반면, 만인의 연인은 아무의 연인도 아닌 예. 있지 않나요. 남편 지는 비교로 들들 볶다 포기하는 수밖에. 쾌적한 소풍을 즐기며 신나게 휴가를 즐기려고 물 맑은 호수에 찾아왔는데 그 물은 썩은 물. 그럼 뭐 차트 1위부터 10위 20위 30위까지 도배한 글에 댓글이나 다는 거지. 아니면 만나서 즐겁게 수다 3시간으로 이번엔 또 누굴 보낼까 궁리나 하는 수 밖에. 악마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보다 악마가 더 가까이 있을 때는 없어. 무슨 사랑이 어쩌고저쩌고 그러면 뭐하냐고. 남 보내기 밖에 더해? 이쁘고 귀엽고 적극적이며 마음도 착해서 꽤 괜찮은 신붓감이면 뭐하냐고, 다변가로써 어디서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하니 남자들이 다 나가떨어지지. 그러니까 너도 이모 마인드? 어? (절레절레) (절레절레)」





    9

    셋째 날. 
    여자: 오빠. 내 소식 궁금하지 않았어요? 내 안부 뒷조사 안 했나 보네. 살짝 서운해지려고 하는데.
    남자: 것 봐. 여전히 밀당. 징글징글하다 정말. 또 쥐락펴락. 지겹다 지겨워. 그런 얘기 하려면 꺼지시던가. 지긋지긋 신물이 다 날 지경. 궁금해할 남자 많은데 왜 나까지? 내가 뭐 미쳤다고! 
    여자: 어쩜 정말. 토시 하나하나 아주 그냥 뾰족하기 이를 데 없네. 그 말 하고 싶어서 여태 어떻게 참으셨을까.
    남자: 어떻게 걔랑은 잘 됐었나 몰라요.
    여자: 누구 말해 오빠?
    남자: 그 왜 있잖아요. 펜션에서 옆자리에 다정스럽게 꼭 붙어서 앉은 남자. 떼어지기 싫다면서 손사래를 쳤으면서. 그 남자가 운전하는 자동차 조수석에 타서 데이트도 많이 하셨으면서 모른 척 하시기는. 또 내숭? 아님 나 헤픈 여자 아니다? 나 처녀다? 좋아하는 오빠 전화 안 받고 교묘히. 딱 그렇게 몰래 데이트에, 통화에, 시험 같이 보러 다니고, 친구 화해시켜준다면서 더블데이트에. 듣기로는... 에잇 재미없다. 언제 적 애기라고. 엄한 늑대는 이용당한 줄도 모르고 배짱 좋게 구애했을 테고. 순진한 숙녀는 하이틴 드라마라도 찍는 줄 알고서 우정이 사랑보다 중요한 줄 아셨을 테고. 뭐 모든 게 그분들께 최적화돼서 돌아간대유? 바람은, 배가 원하는 대로, 불지 않는 거래요. 사랑은, 없어요. 허허. 다 그런 거래요. 허허. 다큐멘터리를 통 안 보셨구먼 그래.」
    여자: 어머. 인사가 늦었다. (또 말 돌리기). 내 정신 좀 봐. 여기는 우리 아기. (애기를 보며) 자기야 여긴 옛날에 엄마를 몹시 좋아하던 아저씨. 그래 짝사랑남. 서로 인사해.
    남자: (혼잣말) 말 돌리기 선수네. 지 불리하면...
    꼬마: 안녕하세요. 오빠? 아빠? 아저씨? 엄마?
    남자: 안녕하세요. 귀엽네. 반가워요. 그런데 얘 남자예요 여자예요? 아 맞다. 물어봐도 되려나... 아니지. 감히 괜한 걸 물어봤네 그래.
    여자: 
    남자: 그래도 닮긴 닮았네.
    여자: 뭐? 누굴 닮아? 오빠. 얘가 누굴 닮았는데? 어서 말해 봐. 뭐해 말하지 않고.
    남자: 누구긴 애기 아빠지요.
    여자: 얘 아빠를 봤다고?
    남자: 안 봐도 아는 거 아닌가? 아니, 아니에요? 그럼 애가 엄마 아빠를 닮지 누굴 닮아요? 것 참 반응 특이하시네.
    여자: 그런데 참 웃기다. 오빠를 어쩜 이렇게 다 만나니.
    남자: (혼잣말) 또 뻥치시네. 능글맞기가 유부남들 저리 가라구만 그래. 어디서 주서들은 건 있어가지고. 칫. 또 똥파리랑 손잡고 백화점 데이트한 거 자랑하러 오셨나? 얼굴 팔리는 거랑 쪽팔리는 거 구분도 못하면서 사랑은 무슨. 
    여자: 어?
    남자: 아니에요. 혼잣말이에요.
    여자: 이 인간이 듣자 듣자 하니까 정말... (휴~) 오빠. 이혼한 애 아빠 사진 보여 줄께.
    사진을 보여준다.
    남자: 여자는 얼굴 팔리는 걸 좋아한다, 당신은 여자다, 고로 당신은 얼굴 팔리는 걸 좋아한다. 또 얼굴 팔린 거 자랑하시게?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본다) 남동생이네.
    여자: 뭐?
    남자: 왜 그렇게 놀래?
    여자: 그러는 오빤 누구 만나는 사람 없어? 있으면 사진 보여줘 봐.
    남자: 우리는 누구처럼 사진 아무한테나 막 보여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말 좋아하면, 가슴에 간직한다구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만나 주고 먹어 드리고 환승이별 하고 당하고. 우리는 그러지 않습니다.
    여자: 그래도 오빠. 여자가 이렇게까지 했으면 좀, 어? 아니 그러니까 지금 만나는 사람 있냐고 없냐고. 응?
    남자: 남 걱정해주시니 황송하네요. 없어요. 전전여자친구도. 전여자친구도. 현여자친구도. 다 없네요. 뭐 덕분에? 모태솔로가 여자는 무슨. 연애사까지 갈 꺼도 없고 가까이 최근 1년만 봐도, 어? 애완견 키우는 아가씨는 3명 따먹어 봤고, 고양이라면 죽고 못 사는 애묘가는 4명과 사귀어 봤다. ~라는 말을 못 해서 울컥하는 게 아니라고. 허세도 재미없고 허풍도 취미 없습니다. 내래 그런 전적에 무슨 미련이 남았겠습겨. 요즘 세상에 한정판이요 특수 아닌 게 없듯 인생이 무슨 정식이 없어. 죄다 속성 아니면 싸구려 아니면 맛보기. 그래, 간보기. 여자 100명 200명 만나보면 뭐해. 아름다운 사랑으로 광고할 만큼 자랑스러운 건 하나도 없는데. 남이 야생마 기질을 알아주면 뭐하냐고, 일생 통틀어 경주마로써 달려본 기억이 0인데. 경마장에 누가 입장을 시켜줘야 말이지. 괜히 모태솔로라는 합성어를 들먹이는 게 아니라고. 여자한테 꽃다발 선물? 그런 기억이 어딨어. 좋아하는 여자와 1박 2일은 몰라도 1일 꼬박 채워서 여행가 본 추억? 있어야 말이지. 여자친구랑 다정스레 함께 셀카를 찍어봤나, 거리에서 남 보란 듯이 손 잡고 걷기를 해 봤나. 백화점 구경 그런 게 어딨어. 일단 만나 주지를 않는데?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하는 거야 다 먹고살 만한 남들 얘기고. 우리가 그런 걸 어디 꿈이나 꿀 수 있나? 나보고 어쩌라고. 반지? 반지는 무슨, 그 무슨 판타지 영화야 내내 걸어만 다니다 끝나는 영화고. 만나자마자 오빠 소리 듣고 뭘 좀 아는 남자라고 칭찬받으면 뭐하냐고. 제껴보면 빈털터리 거지니까 시작도 못하는데. 언감생심 어딜 넘보냐며 무시당하기 밖에 더 해? 집 있고 차 있고 웬만큼 살아야 선심 써 주듯 만나줄까 말까인데? 여자야 웬만치 반반하면 남자들이 껄떡거려주시니까 편허시지. 완전 좋지 왜 아니겠어. 만나 주면서 탐색전 즐기시겠다 더 괜찮은 미남 나타나면 흔쾌히 갈아타시겠다. 응? 얼마나 좋아.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만나 주고. 딱히 좋아하지 않아도 지갑 속에 남자친구 사진 간직해 주고. 딱히 사랑스럽지도 않으면서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스냅챗 프로필에 사진 등록해 주고. 언제 찰지 궁리나 하고. 싫어도 당장 내차지 않고 옆에 붙여놓고. 남자 마음 가지고 놀고. 진짜로 바람피운 거도 아니고 딴 여자랑 커피만 것도 딱 1잔만 같이 마셔도 냉큼 차버리고. 뭔 말만 하면 자긴 또 차였다 그러고. 그분들이 우리 같은 쪼다 맘을 알아? 하여 촌년 맘은 이해해. 이해한다고. 홀아비가 과부 마음 알아야지, 그럼 누가 알겠어? 세태도 그래.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간보고 떠보고 저울질하고. 몇몇은 염장질까지. 자기 유리하면 파고들고 불리하면 말 돌리고. 나 좋을 때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나 아쉬우면 여자는 그래요. 일생 남이 떠먹여 주는 이유식만 먹고 사는 어른이 그게 어른인가? 어? 내 손으로 한 게 뭔데. 할 수 있는 건 또 뭔데. 그래 놓고 난 근육 빵빵 여자들의 이상형 슈퍼맨이다? 남자 구실도 못하는 거 아니야! 기분 저조할 때 괴로워서 촌닭과 뱁새가 친구한테 울분을 토로하는 심정. 난 여태 성실하게 한눈팔지 않고 살아왔는데, 그다음에 하지 못하는 말. 차마 할 수 없는 말. 도저히 여자에게 고백해서는 안 되는 그 마음. 괴로운 형편. 암담한 미래. 누군 뭐 얼마나 좋은 줄 아시나. 연애? 사랑? 뭐 행복? 희망찬 미래 좋아하시네. 우리 주제에 그게 어디 말이나 돼야 말이지. 그러게 문은 집보다 크게 만들지 말아야지. 웬만한 상향지원 다 받아주면서 정숙한 척? 그놈의 잔머리 (절레절레). 그러니 제 꾀에 제가 당할 수밖에. 그분들께서야 먹어드릴랑가 몰라도 우리는 아니지. 어디다 대고 또 어설프게 파리 끈끈이를 들이미시나. 호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어먹지 않는 법. 사자는 굶어 죽어도 개 먹던 찌꺼기는 먹지 않는다오. 아시겠소? 알든 말든 그러든가 말든가. 
    그런데 그처럼 이미 퇴물 된 기분 만끽하는 허당이요 아재며 꼰대인 반 백 살 아저씨를, 응? 젊은 아가씨들이야 몇 살 터울끼리 질투하고 미워하는 거야 그분들 인생이고. 이혼녀든 아줌마든. 2번 갔다 왔든 3번 마저 갔다 왔든. 그분들조차 비리비리 영감탱이 거지한텐 치를 떠는데. 웬만한 숙녀들도 일절 쳐다보지도 않는 모태솔로 중년을 글쎄 뭐 좋다고 찾아오셨을까? 우연을 가장했든 어쩌든 고맙기야 고맙지만 것 참 알 수가 없네 그려. 아 맞다. 그댄, 요즘도 그래요? 그런 거 좋아하시니까 요즘도 그럴 수 있겠네. 그렇겠네.
    여자: 네? 요즘도...? 이 양반이 보자 보자 하니 증말...
    남자: 아니에요. 괜한 걸 물어봤네.
    잠시 후
    여자: 오빠. 있잖아. 내 사진. 자, 받아.
    남자: 이걸 왜 내게... 내가 왜 이런 걸 받아야 하는 거죠? 아하~ 이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그럼 받아 둬야지요. 안 받으면 또... (절레절레). 그러고 보니, 여자는 그래요. 그런 거 잘하시네. 고백이 취미인 남자처럼? ~은 아니시겠지만. 남이사 뭐 그러든가 말든가.
    여자: 이 자식이...! 야! 야 너 나와. 당장 나와. 얼른 튀어나와 임마. 이 자식이 아까부터 듣자 듣자 하니까 이거 정말... 이... 이... 이... 에라 인간아~! 어? 늬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알어?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안 되는 거라고. 어? 아이씨, 됐다 됐어. 야 야 됐어 됐다고. 초딩 데리고 내가 뭐 하는 건지 참 나 (절레절레). 
    여기까지~. 
    대본 검토 종료.
    휴~!
    휴~! 휴~! 
    휴~! 휴~! 휴~! 
   「오빠 어때? 응? 어떠냐구? 좀 약하나? 그래? 오빠. 그럼 그 대사를 꼭 넣어야 할까? 그럴까? 그 왜 있잖아. 하트가... 하트가... (공상하는 몸짓)」
   「」
   「아직 대본 다듬고 있는 중이야. 이 부분만 봐도 모순이지. 긴 대사 다음에 여자가 울고불고 얼굴 망가지면서 눈물 콧물 흐르든 말든 어버버버 애처럼 울부짖으면 딱 남자가 안아주고. 그다음 줄거리 딱 뻔한 건데. 그렇게 가든가. 아님 긴 명대사가 너무 세니까 좀 약하게 다듬어서 앞서처럼 이어지던가. 몇 장면이자 몇 컷으로 갈 건가 아직 결정을 못 내렸어. 오빠 보기는 어떤데? 응?」
   「넌 이걸 영화 대본이라고 나한테 읽어보라는 거니?」
   「왜? 괜찮아? 감동했어?」
   「너 나랑 장난하니? 어? 이게 뭐야! 이 딴 거 쓸려면 너 혼자 써. 어? 이게 무슨 대본이야. 어? 늬가 그러니까 남자가 없는 거야. 알어?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재미없는 거라고. 어?」
   「뭐-뭐. 뭐가 어쩌고 어째? 지금 말 다 했어? 어?」
    무심결에 나는 또 릴리랑 말다툼을 하고서 헤어졌다. 
    기분이 더러웠다. 릴리가 왜 그런 대본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야 뭐 영문을 모르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농담할 기분이 전혀 아니게 되어버린 거지.
    심심함은 조용조용 재미없음도 고분고분. 
    차라리 그게 더 나은데 말이지. 아아 (절레절레) (절레절레).





    10

    어느 날 나는 릴리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웬 이상한 기호를 보았다. 옮기자면 이렇다. 
    ○  □  ○
      ○  □
        □  ○(77+79=10+77=?)
           ......?
    이게 뭐지? 알면, 다치나. 아무래도 아무런 군말 없이 모른 체하는 게 나을 듯했다. 
    호기심과 친숙하던 시절도 다 옛날 얘기다. 언제 으쌰으쌰로 돌변할지 모르긴 하지만 일단은 그렇다. 
    불길한 조짐이니 신기한 예감이니 그거 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 얘기일 뿐. 
    이상화된 색채가 끊이지 않기를 하나 세속적 이익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를 하나.
    여우들과 더불어서는 여우짓을 해야 한다고, 천동설식 사고 습관은 골치 아프다. 내게 득 될 게 없으면...! 
    (때에 따라) 사자 발톱보다 여우꼬리를 써먹는 것이 더 낫긴 하나, 꼬이고 말리며 감추는 게 끝이 없는데? 
    차라리 심심한 게 백번 낫다. 허영심 지수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자신감을 즉각 꿰뚫어보는 직관, 그거 다른 말로 뭔가. 
    뭐긴 뭐겠나. 뭘 좀 알아봐야 호구고, 기분 맞춰줘 봐야 남는 건 피곤한 스타일에 대한 기억뿐.
    말 타면 종 두고 싶다고 매번 당하고 당하고 당하고 끝까지 당하고. 아아 (절레절레). 
    타인의 호감을 사고 싶어 하는 간절한 욕망이고 자시고. 이따 퇴근하면 단골 술집에 들러 바텐더랑 카드 게임이나 해야지. 
    라면서 나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11

    오늘 나는 릴리의 인스타그램은 말끔히 잊고서 퇴근했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인형을 파는 걸 보았다. 
    거기서 괜찮은 인형을 하나 골랐다. 적정 가격을 지불한 다음 녀석을 데리고 나는 집으로 갔다. 
    왠지 모르게, 아니 원래 외로웠던 것이지. 남들은 다 즐겁고 행복하고 기뻐 보이고. 어딘가 모르게 내 삶은 하찮은 듯하고. 
    사막에서는 낙타 도시에서는 애마. 뭐? 그야 어떻든 나는 녀석을 그렇게 생각했다. 
    만인의 눈길을 확 잡아끌지만 도저히 눈이 부셔서 바라볼 수 없는 미모의 소유자라고. 그러면 그런 것이니까.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나는 꿈나라로 떠났다. 물론 인형을 꼭 껴안고서. 
    그렇게 시침과 분침은 열심히 돌고 돌아서 아침이 됐다. 
    꿈은 기억나지 않았다. 옅도록 기억나긴 났는데 평소처럼 개꿈이었다. 
    장소와 장소가 막 바뀌고. 밑도 끝도 없이 줄거리는 말도 안 되고.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껴안고 잤던 인형은 뭐라고나 할까 새침한 숙녀였다면. 
    그렇다면 오늘 아침에 내 품에 꼬옥 안긴 인형은...... 이거 이거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물론 외관상 차이는 전문가가 아니면 거의 간파해내지 못할 수준. 
    새벽에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설마 내가 몽유병자일 리는 없고. 얘가 깨어나서 지들끼리 선수 교체했을 리도 없고.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낯선 방문객, 그분의 이름은 다름 아니라 사랑? 됐고. 
    아무래도 내 상태가 좀 안 좋은 듯했다. 
    인형이고 나발이고 모르겠고. 그렇게 사무실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중간에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런데 사무실 건물 입구 옆에 웬 그림이 있네?
    그것은 바로,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카라바조의... 제목이 뭐였더라? 
    광인과 천재 사이를 오간 화가. 성과 속의 경계를 넘나든 광마 같은 그림꾼. 
    카라바조 하면 다윗, 메두사, 다태오, 유디트, 바쿠스, 의심하는 도마... 그런 건 모르겠고. 
    제일 핫하고 쿨한 얘기는 그것. 다락방서 발견된 1570억 상당 카라바조 작품. 
    감정 결과가 밝혀지지 않은 채 소문만 무성한 명화. 결국 머머로 밝혀졌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그림. 자세한 얘기는 모르겠고. 
    폭력배이면서 도박꾼이고 살인자이자 탈옥수이면서 또 뛰어난 작가인지 아닌지까지 다 모르겠고. 솔직히 관심 없고.
    진품을 살 만한 여력도 없고. 모조품을 사서 사무실에 걸어놓을 만큼 발품 팔기도 귀찮고. 
    그런데 꽤 괜찮은 고전미술품을 가져가라고 이렇듯 코앞에 내놓다니. 이렇게 친절할 이웃이 다 있을 줄이야. 
    그러니까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 허허허. 
    그렇게 나는 카라바조의 그림을 들고서 사무실에 들어갔다. 
    여기저기를 방랑하며 술을 마시고 또 거리와 술집에서 주먹과 칼을 휘두르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뛰어난 종교적 명화들을 그렸든지 말든지. 그건 모르겠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낮에 적당히 점심식사도 해결하고. 
    일하려고 음악 틀고 분위기 잡고. 
    죠반니 바티스타 보기 / 1773년 오페라 <클레리아의 승리> 중에서 아리아 ‘불행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그런데 옆 사무실에서 친구가 놀러왔다. 
   「안녕 친구. 일은 잘 되나? 오늘 무슨 재미난 일은 없고?」
   「어? 뭐 그냥저냥.」
    난 아직도 저 친구의 이름을 정확히 모른다. 발라드였나 실바였나.
   「여자친구는 생겼니? 너 그렇게 독수공방 혼자 살다가는 나중 사리 나와 임마. 연애도 좀 하고, 어? 말만 이러지 말고 내가 괜찮은 숙녀를 소개시켜줘야 하지만. 나도 내 코가 석자라서. 허허. 일단 좀 기다려보게나. 그렇지만 너도 너야, 어? 잠자는 고양이 입에 쥐새끼 뛰어들까. 행동을 해야 할 꺼 아냐. 흔해 빠진 싸구려 행복도 행복은 행복인 것. 어? 일단 만나. 그래야 뭔가 사랑의 쾌감을 기대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내 말은, 사랑은 쾌락이다 라는 말이 아니고. 그게 아니라 내가 어제 연어 대가리를 집에서 혼자 구워먹었는데 괜시리 서글퍼져서 눈물이 나오더라 그 말이라고. 외로움. 고독감. 허탈감. 그런 거 말이야. 어? 넌 그러지 않기를 바래서 다 하는 말이라고. 어? 너 나 믿니? 너 나 믿지 말고 사랑을 믿어라. 사랑? 믿긴 뭘 믿어. 사랑이라고 해 봐야 순 다 엉터리 뿐인데. 안 그러니? 옛말에도 있잖아. 눈은 자신을 믿고 귀는 남을 믿는다고. 그럼 뭘해. 회의장에서는 달팽이가 되고, 행동을 하는 데서는 독수리가 되라는데, 난 이 모냥 이 꼴로 부엉이도 아니고 두더쥐도 아니고. 거울을 봐도 딱 너구리야. 어? 난 눈탱이 시컴허고 넌 눈탱이 튀어나왔고. 뭐야, 입도 튀어나왔잖아? 그러게 넌 내가 코치하는대로 좀 활동하라니까 그러네. 어? (절레절레). 이게 뭐냐 이거지. 그렇다고 또 점쟁이 찾아갈 수도 없고. 냉동 참치를 찾기도 싫고. 나야 뭐 그렇다고 쳐도 넌 좀 바깥으로 돌아 임마. 남자가 너무 실내에만 있으면 안되는 거야. 혼자라도 달릴 땐 달려야 한다고. 남자는, 어? 하기야 맨날 하는 소리 나도 지겹고 듣는 너도 지겹겠다. 그치? 그래도 내가 다 너 생각해줘서 하는 말인데, 너 정도면 그래도 여자들한테 아직 어필할 만해. 그렇다고 내 말 너무 믿진 말고. 야, 여자는 말이야, 어? 자, 일단 여자를 알고 나야 연애가 되는 거라고. 어? 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러니까 그게 있지, 넌 딴 건 다 괜찮은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넌 존못은 아니야. 그래. 그렇다고 못생긴 남자라고 무조건 나쁘단 말도 아니고.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 너 알지?! 못생긴 여자 & 뚱뚱한 여자. 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그럼 뭘 해, 돈이 없는데. 그러므로 일단 꾸며. 티를 내. 어? 내 시계 이거 얼마짜린 줄 알지? 그렇다고 너도 비싼 시계를 사란 말이 아니야. 너 엇그저께 차 팔았지? 잘했어. 그렇게 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그래야 새로움이 찾아오지. 어? 그럼 이번에 뚜껑 없는 걸로 하나 사면 되겠네. 뭐 누군 사기 싫어서 안 사냐고? 살 줄 몰라서 안 사냐고? 다 알어 다 안다고. 늬가 뭔 생각하는 줄 다 아는데 그런데 또 표정 망가지면 어떡하니. 넌 그게 문제야. 넌 그게 문제라고. 속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 자, 나 봐 봐 날 보라고. 어? 포커페이스! 어? 사랑은 형이 가르쳐줄게. 언니들 이상한 말에 귀 팔랑거리지 말고 말이야, 어? 사랑이란 말이야, 앗! 
    그런데 이게 뭔 냄새니? 너 혹시 바지에 똥쌌니? 뭔 냄새지? 뭐야? 뭔데 이렇게 지독해?」
    그러면서 옆 사무실 친구는 그냥 가버렸다. 
    뭐야 쟤는~!
    하여간에 쟤만 오면 정신이 없다니까. 뭔 쓰잘데기 없는 잔소리만 왕창 늘어놓고 지 할 말만 하고 딱 가버리고. 남아 있는 사람만 기분 상하고. 미소는 썩고. 분위기 팍 상하고. 에잇 (절레절레). 
    그런데 정말 뭔 냄새가 나긴 나는데? 
    그렇게 찾다 찾다 나는 그 냄새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건 바로 아까 길에서 주은 그림의 액자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명화지만 액자는 격에 맞지 않았던 거지. 
    결국 낑낑대며 어떻게 어떻게 액자를 뽀갰다. 
    옆 사무실 친구한테 신나게 조짐을 당한 다음 내가 괜한데 분풀이한 것일까? 
    그러든 아니든 쾌적함의 정반대인 불쾌함의 냄새는 없애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공들인 끝에 액자를 그림에서 분리했다. 
    그런데 뭐야 이거! 액자 안에 웬 치즈 썩은 게 들어있잖아? 
    지가 무슨 치즈 크러스트 피자야 뭐야! 참 나 별게 다 속을 썩이구만 그래. 
    그렇게 하여 나는 액자를 바깥 적당한 장소에 그걸 갖다 버렸고. 
    퇴근 전에 누군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분들과의 대화는 기억하고 싶지 않으니까 줄거리만 말하자면 이랬다. 
    "왜 그림을 가져갔냐고 그분들은 따졌고. 
    나는 그림에 필요한 분 가져가라는 메모가 붙어있어서 가져갔다 그랬고. 
    그 메모 어딨냐 그래서 나는 쓰레기통에 담긴 메모를 보여줬고. 
    메모를 펼쳐보니 뭐야 이거! 
    메모는 <가져가지 마세요>였고. (난 분명 가져가세요~로 읽었는데 뭐지? 뭐야? 뭘까?)
    듣고 보니 그분들은 액자에 위치추적기를 부착시켜 놓았고. 
    액자 안에는 무슨 연애편지랑 비자금과 비밀문서 파일들이 담긴 USB랑 그런 게 숨겨져 있었고. 
    그래서 같이 액자가 버려진 장소에 가서 그분들은 그걸 수거해 갔고. 끝!"
    결국 그림은 내 차지. 
    하여튼 개꿈도 아니고 별 재미도 없고. 





    12

    말은 타 봐야 알고 사람은 사귀어 보아야 안다는 건 옛말. 평판과 과장 광고쯤은 구분하는 소비자, 사랑이라고 다를 거 하나 없다. 사자 가죽을 입은 당나귀든 뭐든 보는 즉시 대번에 간파할 수밖에 없는 것.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들 얘기. 보아하니 맹목적 낙관주의? 그러던가 말던가. 순진한 소녀감성? 자신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상상도 못 하시지. 그렇다고 꿈 많은 낙천가라고 마냥 웃을 수도 없는 게 세상사. 뻥을 신봉하는 여심은 그래서 여성잡지 2로 귀결될수록 오히려 더더욱 어법이 약간씩 틀어지며, 문법이 생각을 따라가기 벅차고, 일단 잘 듣지를 않게 되는 것. 아무말 대잔치의 광신자, 다른 말로 어른? 어쨌든 수다 3시간은 결론 없이 중요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라고 하는 것. 속임수에 혹하는 변덕쟁이, 요리하는 거 우린 일도 아니다. 허영심 대회의 선두주자? 그분들 구워삶는 거 식은 죽 먹기 아닌가. 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사랑을 선망하는 소녀. 소망을 깨트리기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누군 뭐 멜로드라마를 즐겨보는 숙녀의 선망에 초를 치고 싶겠나. 흥 깨는 데 뭐 있는 재주라도 재주면 재주겠지만. 뭘 알아도 제대로 알아야지. 그래야 바로 여자들이 이상형을 덥석 물 수 있다는 것. 뭘 좀 아는 남자, 에서 바람둥이 거르고. 말이 통하는 남자, 가운데 결벽증에 머머증 환자 역시 선별해서 딴년한테 양보하고. 그다음 어쩌고저쩌고. 그렇지만 이론에 빠삭하면 뭐하냐고, 어? 애인이 없는 로맨티스트는 바이올린이 없는 바이올리니스트인데. 쳄발로 근처에 갈 수 없는 하프시코드 주자, 그게 어디 남잔가? 덜렁덜렁 고추 달렸으면 뭐하냐고. 호기심이 벌렁벌렁하냐 라는 쓸데없는 공상만 가득한데.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배부른 말 풀 안 뜯어먹고, 배고픈 곰 춤추지 않는다. 하지만 굶어도 굶어도 이건 말도 못 하는데? 뿐만 아니라 배부른 그분들은 반칙왕 대회를 열기나 하고. 에잇 말 말자. 말을 말어. 
    그러던 찰나 갑자기. 로즈메리에게 연락이 왔다. 
   「오빠. 릴리가 영화 찍는다며?」
   「릴리가?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기는. 릴리한테 오빠를 뺐길 내가 아니지. 보통 때 같으면 나도 걔 안 보는데. 심심하기도 하고. 또 오빠 보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시시덕거리지 말고. 우리, 만납시다, 오라버니.」
    뭐 시시덕거리지 말고? 내가 시시덕거렸다는 거야 그렇게 놀고먹으니까 기분 좋냐는 비아냥이야 뭐야. 이젠 내 맘대로 침대에 널브러져서 핸드폰도 못 보나? 소파에 자빠져서 TV 채널 돌리다 재미난 거도 안 한다면서 투덜거리지도 못하냐고. 누군 뭐 양쪽에 숙녀 끼고서 질펀하게 놀고. 누군 뭐 날이면 날마다 예술적 착상을 떠올리려고 골머리나 앓고. 그러다 무능함을 통감하고. 재능 없음에 절망하고. 돈 없음에 더 절망하고. 주말이면 뭐해, 일제히 약속 없음. 아는 여자 동생들도 하나도 없고. 체면치레 한다면서 그나마 아는 동생들한테 속된 말로 약 좀 치려고 하면 통 함께 놀아주지를 않고. 그래도 로즈마리는 아직도 나를? 허허허. 
    그렇게 우리는 릴리의 입봉작 촬영장에 놀러가기로 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우리는 영화 촬영장에 도착했다. 감독 릴리 제목 비밀 사랑. 뭔 사랑? 제목이 비밀 사랑? 추접한 사랑이 낫겠다. 구경꾼부터 이렇게 추잡한 양반이니 이거 영 뭐 참 나 허허. 뿐만 아니라 뭐, 심지어 주연은 미치와 미치의 여자친구? 에잇 뭐야 이거? 
    설마 로즈마리와 릴리가 짜고서? 그러든가 말든가. 
    속여줘서 고맙다고 간곡히 통사정할 일 있나. 말썽의 소지야 언제나 차고 넘치는 거고. 한통속인 게 뻔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치명적 아름다움은 나만 다 피해가는 거고. 이제 보니 호박이 가뭄에 콩 나듯 제발로 굴러왔던 호시절은 그야말로 진짜로 잠깐이었던 거고. 눈 깜짝하니까 아무것도 남지 않고. 
    이젠 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기막힌 건수가 있나, 아니면 기 받는 모험이 있나. 에잇시 (절레절레) (절레절레)! 
   「로즈마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니?」
   「어딜 떠나? 오빠랑? 내가 왜 오빠랑 떠나! 신혼여행은 꿈도 꾸지 마시고. 어? 밀애는 딴 데 가서 알아보시고.」
   「얘가 얘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너랑 떠난댔어? 너나 김칫국 먼저 마시지 마 얘. 잔칫상 차려지기도 전에 숟가락 올릴 생각이나 하는 게 누군데, 어? 다 된 밥에 코나 빠트리지 말어. 다 큰 처녀가 말이야, 어? 누가 널 데려갈지 참 나 허허. 나도 너 별로야. 나 좋다는 여자 연병장 3바퀴 반 꼬빡 채워서 줄을 섰어. 알어? 촌년이면서 촌닭이 새인 줄 알어. 허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봐도 우리에겐 최소한 파랑새야. 적어도 앵무새라고. 어?」
   「뭐라고? 뭐가 어쩌고 어째? 오빠나 잘해. 오빠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알어?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 되는 거라고. 지 앞가림이나 잘할 것이지 어딜 참견이야 참견은. 너나 잘해. 어? 오징어 대가리 같이 생긴 게 어디서 지적질은 지적질이야? 웃겨서 말이 다 안 나오네.」
    영화 촬영은 쉬는 시간에 돌입했고. 릴리는 내게 다가왔다.
   「왜 웃어?」
   「왜 이렇게 까칠해?」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
   「그런데 내가 아직 말 안 했나?」
   「뭘?」
   「오늘 얘랑 나랑 2 대 2 소개팅 있다는 거.」
   「아이고~ 사람 맴 가지고 장난하지 마이소. 나도 다 임자 있고 여자들이라면 줄을 섰다. 아요 모르요, 아따 거시기 내가 말이요, 어? 여자라면 신물이 납니다.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다고. 어? 우정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친교라면 내가 그냥 아주 추접스럽다 추접스러워.」
   「누가 진짜 추접스러운 건지 모르겠네.」





    13

    최상은 행복의 적이다. 남자가 왜 지는 비교를 당하겠나. 여자의 잔소리에 남잔 뚜껑 열리기 일쑤. 남녀의 대화는 간보고 떠보며 약 올리는 말장난을 단지 고상한 사랑 포장지와 세련된 리본으로 묶은 것일 뿐. 남자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그런데 여자도? 그럴 리가 있나. 하오나 선택하지 않는 것도 명백히 하나의 선택. 보아하니 여자가 감수해야 할 부러움과 습관적인 선망은 일생의 업보. 배 아프고 얄밉고 꼴배기 싫고. 여자여, 그런 일이 어디 한둘인가요? 여자 세계에서 친구 위해주는 척 어쩌고저쩌고, 그래 봐야 결국 지 잇속만 충족. 결국 아닌 척 해 봐야 지 이기심만 만족시키기. 불여우 같은 년, 드물지 않고. 하오나 질시와 시기, 아무나 한다. 질투의 화신,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하지만 사랑은 누구나 한다. 그렇지만 대어가 어디 쉽게 잡혀야 말이지. 미끼도 바닥나고 툭하면 헛스윙. 얻어걸려도 블럭킹 아니면 리베로가 거뜬히 받아네. 기막히게 센터링 올려주면 뭐하냐고, 원톱 공격수가 개 발인데. 평소에는 기가 막히게 잘해도 운명의 순간에 꼭 행운의 여신은 딴청인 거지. (끌라우디오 로페스던가, 해설자 말이 기막혔어. 그 선수가 재능은 재능은 기가 막힌데. 꼭 기회에 골을 못 넣은다고. 툭하면 골대만 맞혀. 그래서 전 세계를 떠돌면서 매번 짐싸고 옮기고 짐싸고 옮기고. 딴 건 다 좋은데 딱 하나 없는 것, 하필 결정적으로 골운이 없다는 거. 레코바던가도 그랬고 기복이 심한 선수들 많았다. 그래도 그분들은 기복이라도 심했지. 이 몸은 뭐냐고. 굶을대로 굶주린 우리들은 뭐냐 이 말이라고, 어? 안 그러요? 그러요 안 그러요? 이래...... 워───워───워!) 어머머 그런데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시네? 그런 호시절도 이젠 다 옛날 얘기. 그렇듯 회전목마부터 롤러코스터까지를 꿈꾸었으나 인생은 알고 보니 심심함과 재미없음일 뿐. 삶이 뭐 이래? 누가 아니래.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고 할 말도 떨어지고. 내 말이. 할 일은 지겹고 공부는 더 지겹고. 어? 그렇지만 하지 않을 수 없고. 회사 가야 하고. 학교 가지 않을 수 없고. 이를 테면 학교에서 들은 선생님 명대사는 그것. 
   「솔직히 말하자면 난 교사라는 직업과 어울리지 않아요. 따지고 보면 다 먹고살기 위해서 이 일을 하지요. 허허. 선생님이라는 최소한의 사명감 대 노동자로써의 직분.」 
    그렇지만 우리 선생님, 긴 명대사를 읊으려고 하면 말이 꼬이기 마련. 학생들에게 그런 기억조차 대개 보면 거의 0. 첫날밤 얘기도 다 뻥. 각색하니까 가능하지. 사람들이 왜 명문대를 갈려고 하는데. 딴 건 몰라도 꼬리표도 꼬리표지만. 정작 중요하고 또 중요한 이치는 그거. 명강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기억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명대사. 그런 정량부터 다르니까. 모 아니면 도라고, 차라리 밖으로 돌다가 그걸 이제야 깨달았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난 결국 뭔가 있을 뻔 뭘 좀 아는 거 같은데, 알고 보면 속 빈 강정. 한마디로 허당. 어? 그럴싸한 핑계도 두고 보면 개구멍 아니면 쥐구멍. 괜찮은 명분은 알고 보니 죄다 변명으로 결판나. 무는 개는 짓지 아니한다고 사람들 말은 거의 다 뻥. 툭하면 뻥. 소녀도 소녀감성 벗겨내면 그 내면 말도 못 하고. 아줌마 허세 듣고 있으면 기 빨리는 거 시간문제. 조증녀가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 험담 빼고 뭐 빼고 뭐 제외하면 남는 게 뭐야. 그런데 아침부터 웬 투정? 뭐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돌부리를 차 봤자 제 발부리만 아프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공상 따윈 집어치우고 다시 일하기에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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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49

from 소설 2019. 6. 15. 15:18

    1

    요즘 나는 악몽을 꾸는 게 취미가 되어버렸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고. 일단 최근 꾼 악몽 가운데 기억나는 걸 꼽아보자면 이렇다. 
    A. 옛날 알던 지인들과 카페에서 어떻게 합석. 웬 낯선 남자 1인도 함께. 그런데 대뜸 그분께서 그러시네. 자기가 누구랑 초등학교 동창이라나 뭐래나. 
    B. 액션 장르. 얼렁뚱땅 으쌰으쌰하다 사체를 놓고서 동네에서 왔다 갔다. 그러다 인질극에 엮여서 가담함. 말리다가 더 엮여버림. 세력 다툼 어쩌고저쩌고. 아예 한패로 움직이게 됨. 
    그렇다고 악몽꾸기가 재밌다는 얘긴 아니고. 어쨌든 멜로드라마 보기, 재미없다. TV 채널 돌리기 역시나. 일과표 또한 재미없기는 마찬가지. 할 일도 싫증났고. 그러니 할 말이 있을 턱이 있나. 있는지도 몰랐던 사랑, 차디차게 식었음. 낭만적인 로맨스, 오만정이 다 떨어짐. 적극 환영할 만한 새로운 사랑은 소식이 없고. 약속도 건수도 없는 지지부진한 평일과 주말, 신물이 나도록 지겹다. 바, 나이트클럽, 호프집. 술집에 가 봐야 뻔할 뻔자. 일상은 색다른 뭔가는 없고. 지겹기 짝이 없는 가택감금의 연속. 번뜩이는 군침 만끽하는 상상력도 바닥난지 오래. 사랑할 때는 로맨티스트답게, 그건 남들 얘기. 그럼 내 인생은, 재미없고 심심하기로는 자길 따라올 자가 없다는 건가. 알게 뭐야. 그걸 누가 궁금해 한다고. 관심 종자니 뭐니 신조어도 흥미롭지 않고. 그놈의 사랑이라면 지긋지긋 치가 떨리고. 나무랄 데 엄청 많은 인생, 뭘 해도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에밀리가 속내를 털어놓기를 하나 돈이라도 많기를 하나. 안 그래도, 에밀리는 방학을 즐기겠다며 장기 휴가를 떠났다. 그래서 나는 에밀리의 집에 1주일에 1번씩 왕래하면서 청소나 좀 해 주고 그래야 한다. 뭐 어쩌다 그렇게 됐다. 그분들 좋아하듯 오리발 내밀기 딱 좋을 듯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 유리하면, 여자는 그래요. 
    나 불리하면,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할 말 떨어지면, 남자가 여자 이겨서 뭐하게! 
    마지막 카드 1 사랑. 
    마지막 카드 2 눈물.
    알고 보면...... 말 말자. 우리는 대인배니까. 진짜로? 통과. 
    그래서 나는 오늘 사무실에서 조금 일찍 나서 에밀리의 집으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에밀리가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더니 거긴 허허벌판이었다. 
    물론 에밀리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허탕이었다. 난 차인 거다. 또! 





    2

    칼럼니스트를 잠시 쉬고. 나는 카피라이터로 변신했다. 입만 엄청 털어서 이따만한 칼럼 써 봐야 편 당 고료 얼마. 어딘가 모르게 약간 손해 보는 느낌? 물론 보람도 있고 재미도 쏠쏠하지만. 왠지 모르게 타율에 대한 아쉬움과 동경심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 거다. 뿐만 아니라 무당이 제 굿 못 한다고, 어? 사랑에 대해서 아는 척 자랑질에 똑똑한 척 잘난 척 허풍꾼처럼 나불나불 쓰고 또 쓰면 뭐 하나. 사랑을 못 하는데. 팬클럽은 있었던 적도 없고. 추종 세력이 다 웬 말. 그래서 나는 물밑 작업을 딱 한 문장, 또는 두어 문장으로 집약하는 일을 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만든 작품이 무엇인가. 그건 이랬다. 
    <오빠 나 냉동참치 아니다. 그것만 알아둬. 왠지 알아 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육덕녀의 진심과 미심쩍은 호감 정도는 구분하는 놈팡이. 냉동 참치 맛없다는 똘아이. 줘도 안 먹는 돌연변이. 실제로 냉동 참치 재미없는 건 사실. 뭐하러 냉동 참치를? 재미없음. 여자도 그렇듯이 남자에게 최고의 사랑은, 뭐니 뭐니 해도 새로운 사랑. 냉동참치녀는 별로 ~라는 남자의 마음을 종합한 결과 나는 저처럼 카피라이터를 만들어냈다. 과연 그게 어디에 어떻게 씌일지는 모르겠지만. 
    카피라이터의 삶. 하고 보니 괜찮았다. 물론 먹고 살 만한 프리랜서야 그럴 테고. 아등바등 아득바득 전장에서 버텨야 하는 전문가 입장은 다를 테고. 그렇긴 하다만 뭐라고나 할까... 동정을 받기보다 질투를 받는 편이 나을 수도 있는데. 둘 다 안 받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따가운 눈총에 소란스러운 입방정에 호들갑까지 개인의 자유라지만. 알려지면 제약이 따르니까. 뭘 해도 멈칫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어차피 일종의 새장 속의 새, 모종의 벌거벗은 임금님 신세. 그래서 아무도 날 모르는 투명인간처럼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숨어 사는 게 최선일 수도 있다. 단, 돈은 많아야 함. 엄청나도록 겁나게 많다는 전제 하에. 그게 아니면 가난한 삼류 유명세라도 감지덕지던가. 그러지 말고 아예 동정 받든 질시 받든 뭘 해도 무관심에 무반응일 테니, 직업이나 바꿀까? ~라는 생각에 나는 카피라이터 인생으로 접어들었는데. 무슨 그 분야 한 30년 해 보지도 않고서 아는 척 말은 그냥 말만 말만! 
    그래도 일은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AMAZON.COM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는 어느 웹사이트로부터 의뢰를 받아 탄생한 카피라이트. 그건 이랬다. 
    <별로인 남자들만 꼬이는 숙녀는 혹시 파리 끈끈이인 걸까>
    '별로'에 파리 끈끈이녀도 빠지기 섭하다 그거지. 
    아무튼 나는 그렇게 절실했던 품위 유지비를 마련했다. 
    그래서 이제 그걸로 무얼하지 라는 고민만 남은 셈이다. 





    3

    하나. 컴컴한 록카페에서 테슬라의 러브송이 나오는 순간. 록카페는 극장식과 카페와 그렇게 A와 B를 유리벽으로 나눔. 그렇게 A에서 B로 갈려다 유리벽에 쾅. 땡~ 아찔했음. 주위에서 웃고. 
    하나. 고1때 같은 반 단짝이랑 근처에서 놀던 곳. 자주는 아니고 한두 번. 
    하나. 대학교 1학년 때, 중3 때 친했다가 멀어진 친구가 여친이랑 다정하게 걸어오다 만남. 즉 1 대 2로. 자연스럽게 아는 척만 하고 스치듯 헤어짐. 
    하나. 길을 가다 여행 동아리 아는 누나가 카페에서 튀어나옴. 그녀는 치과 간호사 누나. 그래서 하는 말, 제가 여자친구 소개시켜 줄까요? 지금 그 카페에 함께 있다는 뜻. 돌려서 거절. 그 여행 동아리에 누나들이 많았는데 그때 친하게 지낼 걸 그랬나. 그래도 뭔가 막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시절. 지금 생각 같아서는 무조건 응했어야 했는데. (절레절레)
    하나. 길 가던 중 고1 농구단 친구를 만난 곳. 
    하나. 다녔던 외국어 학원들. 악보를 꼬박꼬박 샀던 음악사. 가끔 증명사진 찍으러 들리던 사진관. 문구점에서 계산할 때 고등학교 동창이 거기가 자기 집이라는데, 동창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미안했던 일. 경찰서 정문 옆 담벼락에서 저녁에 키스하던 남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여대생 누나와 부딪힌 거. 
    여기까지. 
    이 모두가 하나같이 회전 반경 단 몇 미터, 몇 십 미터 내에서 발생했던 일. 그런데 알고 보니 거리를 보아하니 약간씩 진행되네? 
    그래서 나는 그곳으로 가 봤다. 좌표 지점과 경우의 수를 면밀히, 정밀하게 기록해서 그걸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하고서.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렇게 도착. 긴말 필요없고. 모험주의자의 환상이고 나발이고. 
    결과만 말하자면 꽝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괜히 고생만 한 거지. 
    웬 운명의 장난. 인생이란 어쩜 허풍꾼의 농담 같은 건가. 
    왕창 벗겨먹고 홀딱 쪽쪽쪽 단물 빨아먹기, 로 무엇이 좋을까나 공상할 걸. 
    먹고사는 일은 어쩌면 나 비위 상하지만 남 비위 맞춰주는 것인데. 그런데 그렇게 평생 살아보니 지겨워졌던 건가. 
    변덕스런 여심의 동향을 파악하는 출중한 기술도 형편없고. 뭐 하나 되는 일은 없고. 재미도 없고. 뭘 하든 싫증은 빠르고. 
    그처럼 찬밥 신세가 된 것 마냥, 숫기 없는 질투심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던 찰나. 문득 전화가 걸려왔다. 
    크리스였다. 
   「친구야. 나 비비안 따먹었어?」
   「뭐? 진짜로? 아니 어떻게! 늬가, 걔를? 정말이야?」
   「아니. 뻥이야!」
   「이 자식이...!」
   「그건 그렇고. 어떻게 사니? 혼자서 뭔 꿍꿍이속인데? 혼자 놀기 지겹지도 않니? 응? 살만해?」
   「뭐 살벌하냐고?」
   「헛. 아주 그냥 살발하다 살발해. 어?」
   「왜, 여자 꼬셔줄까? 말만해. 내가 다 꼬셔줄께. 이 세상 여자들 전부 다 내가 꼬셔줄께. 어? 누구든지. 뭘 바래, 지명방어전? 말만 하시라니까요 말만.」
   「그러지 말고. 넘어 와.」
   「왜, 여자 소개시켜주게?」
   「허걱! 어떻게 알았어?」
   「정말이야? 안 믿어. 내가 널 어떻게 믿니.」
   「참말인가 아닌가는 와 보면 알고. 나 있지, 하루에 딱 1번씩만 거짓말하기로 했다. 그거만 알아둬. 어이 당숙. 어? 친구.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말 알지? 말은 타보고 시험하고, 사람은 사귀어 보고 시험하라? 푸딩의 시험은 먹어 보는 데 있어. 알지? 너도 잘 알지? 그런데 1번 먹어 보니 아직 그 맛을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2번 다음에 3번 4번 이어지는 식이라구. 그게 세상이고 바로 그게 사랑이야. 알겠니? 너 나한테 많이 속았잖아. 그렇다고 그게 매번 공짜일 리 있니? 속는 셈 치고 한 번 와 봐. 와서 놀라지나 말고. 이번엔 진짜로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게 될 테니까 말이야. 어때? 올 꺼야 말 꺼야?」
    고요한 물과 과묵한 사람은 믿을 수 없다. 물론 달변가는 더 못 믿고. 허풍꾼의 농간에는 더 겁나는 농간으로. 그렇다고 호응군을 믿겠나 호사가를 신뢰하겠나. 바람잡이도 재미없고. 호전파의 패기가 사랑인 줄 알았다가 그이는 선동가랑 친해지고 암컷 싸움닭이랑 바람나면 그건 또 뭐고.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남자 말을 어떻게 믿나. 그렇다고 여자 말을 솔직하게 믿으라고? 누굴 바보로 아시나. (똑똑똑 몸짓) 써글써글해도 여자 말 번역기 아직 꽤 쓸 만하다 이 말씀. 응? 즉 믿음이란 부질없는 것. 인생이란 기르던 개에게 뒤꿈치는 물리는 일.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조차 어쩌면 거친 정글의 질서이자 규칙 가운데 일부일지도 모르는 것. 살다 보면 알게 되는 일. 도끼는 그 자루를 빌려준 숲으로 가는 법. 고로 미친개인지 미친년인지, 아님 광마인지 돌아이인지. 사랑인가 정욕인가는 다 보면 보인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세했다. 이번만큼은 크리스에게 두둑한 신뢰감을 실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크리스를 만나러 출발했다. 





    4

    이번 문단은 크리스를 만나러 가는 길. 더하기 이거 저거. 
    나는 그렇게 크리스를 만나러 가면서 그 음악을 들었다. 
    죠반니 파이지엘로 /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에서 2막 로지나의 카바티나 ‘자비로운 하늘이여, 내 마음을 아시는 분’
    여자에게 사랑이란 정신을 바싹,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그런 숙녀와 새로운 사랑을? 생각만 해도 뿌듯. 
    친구 크리스의 빼어난 천재성에 난 기분이 아찔해졌다. 겁쟁이에게 찾아온 낭만적인 즐거움인 거지. 푸하하하하. 
    잃어버린 대망은 기억도 안 나고. 낭만적인 기질 역시 모르겠고. 남성적인 야심마저 관심도 없고.  
    우리에겐 오직  오붓한 육체적 대화 생각뿐. 일단 만나 봐서 괜찮으면 환상적인 분위기 조장하고 그다음에. 
    그런데 그녀가 날 태연히 본척만척하면 어떡하지? 그럴 리는 없지. 그녀는 내게 넘어올 수밖에 없으니까. 호호호. 
    그리고 가는 길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유난히 왼쪽에서 뭔가 나타나서 내게 툭~하니 부딪힌 일들을. 가령, 
    왼쪽 : 1살. 탈장수술 흉터. (대략 1-2살)
    왼쪽 : 2살. 기어다니다 문턱에 왼쪽 눈두덩이 퍼퍽~! (대략 1-2살)
    왼쪽 : 초등학교 2학년이던가. 동네 3 총사에서 2명이 형제, 형제의 아빠는 경찰관. 매일 아침 오토바이로 등교&출근. 오토바이 1대 막대-아빠-다음-다음. 한참 달리다 뒷바퀴 바큇살에 왼쪽 아킬레스건이던가 까임. 
    왼쪽 : 초등학교 5학년. 눈 오는 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역주행 트럭이 왼쪽에서 콰쾅! 쌍코피. 
    왼쪽 : 고등학교 1학년. 농구단 무명을 결성해 주말에 모여 농구하던 시절. 매주 몰몬교 내 농구장에서 모였는데 어느 날 왼쪽 발바닥 부상. (조셉 스미스와 무관. 그냥 농구장 위치 때문)
    왼쪽 : 택시 크레도스 2 고속 주행 중 가드레일에 스파크 파파팍. (나중 신호대기 중인 소나타 3을 퍼퍽) 
    왼쪽 : 흰색 소형차 액센트 접촉사고 왼쪽 후미. (덤프 트럭)
    왼쪽 : 단짝과 동업하던 불행했던 슬럼프. 귀 같이 한쪽만 뚫고, 귀걸이 한쌍 차서 나누고. 난 왼쪽 걘 오른쪽. 
    왼쪽 : 중형차 검정 레간자 정차 중 왼쪽 후미. (길가에 주차시켜 놓고 분식집에 들어가서 포장음식을 가지고 나와 보니 트럭이 박고 뺑소니)
    왼쪽 : 승합차 스타렉스 차량을 후진 중 나무에 후미등 콰광. 
    왼쪽 : 세라토 차량을 대리운전 중. 골목길에서 왼쪽 후미를 트럭이 콰광 후 줄행랑. 
    왼쪽 : 피앙새를 만나던 첫 만남 장소. 게임기를 보는데 왼편에서 피앙세가 걸어와서 짜잔. 
    물론 오른쪽도 있었다.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랑 친했는데. 가끔 군것질하고 어쩌고. 그러던 어느날. 학원샘 누나가 자동차를 구입. 당연히 초보 운전. 피아노 학원 뒷편 교회 주차장까지 함께 가서 딱 차에 탐. 간단히 드라이브나 할 계획으로. 그런데 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회전하다가 오른편 얕은 벽에 쿠쿵. 자동차 이름이 누비라던가 대충 그랬는데 그 차 오른쪽 뒤 타이어 근처가 찌그러짐. 난 조수석에 앉았고 학원샘은 나랑 같은 성씨였고. (피아노 학원을 여럿 다녔는데, 그땐 모차르트 소나타 연습할 때고. 제일 처음 1996년 18일 다음 날인 19일에 등록한 학원샘도 같은  성씨). 그때 만약 내가 덜 순진했다면 뭔가 진도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뺄 수 있었는데. 풋풋한 기억.
    그 외 방파제에서 단짝이랑 걘 킥보드 난 뛰기. 오른쪽이었나 왼쪽이었나 내가 왼쪽이었던 듯. 페니스&질 완전 언발란스 거리녀가 왼쪽에 붙어 걸었고. 검정 바지에 연노란색 재킷이었나. (괜찮은 작품도 있긴 있었지만) 봤던 영화와 읽었던 소설이 삼류였으니 뭐. 교성녀도 왼쪽에. 어떤 성씨의 마지막 떨림녀가 일반인 마지막. 냉동참치 만나는 거도 다 애들 때 얘기지, 그게 뭐 재밌고 자랑스럽다고, 누군 뭐 얼마나 좋아서 그랬나. 그 바보는 마지막 사랑 때문에 헐벗고 만신창이가 되어 뒷골목 매춘부나 만나러 다니고, 집에서 실컷 쉬지 않고 혼자서 마스터베이션이나 끊임없이 하고 또 하고. 그런 인간은 그게 뭐 얼마나 좋아서 그랬겠나. 그런데 여자는?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완전 타율왕이잖아? 그러면서 언제든지 처녀인 척. 뭐야 이거. 안 그래도, 어? 여자 손이 밀걸레야 뭐야 뭘 그렇게 문지르셔? 이제부터 여자 손을 보면 그 생각뿐이 나지 않겠구먼 그래. 여자들 이미지 트레이닝의 최고주자 아니냐고. 이제부터, 
    여자의 손 = 뭐다? 통과! 
    여자의 입 = 뭐다? 잘 아시면서 모른 척!
    남자는 빵처럼 부풀리고 여자는 폭탄세일처럼 축소하고.
    단 3명의 남자랑 사겨봤다는 여자? 30명이랑 했네. 뭐 300명?
    자기 감정에 솔직한 거랑, 남이 들었을 때 불쾌감이 들만한 얘기를 하는 거랑, 그 차이를 모르지 않아야 어른인데. 입바른 얘기하면 뻔히 남 기분 불편할 거 알면서 왜 멍청한 칼럼니스트는 그토록 불쾌한 주제를 생각하는 데 그렇게나 부지런할까. 도대체 왜 거기 그토록 천착하냐고. 왜냐, 안 그럴 수가 없거든. 피리가 그치면 춤도 그친다고, 게으르고 싶어도 풍악이 울리는데 어떻게 칼춤 군무를 멈추냐고. 바로 그 때문. 타인의 치욕, 도덕, 윤리, 염치, 정의, 규약, 질서, 미덕, 모범, 평범, 인습, 교양, 상식, 불문율 그 모든 게 이기주의 앞에서는 모두 무색해지는데? 이미 암컷 싸움닭의 내면을 읽어버렸는데 그 얼굴들을 어떻게 보냔 말이지. 얼굴 대 얼굴로 차마 포커페이스로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 만큼 얼굴이 두껍냐 그거라고. 여자 말 번역기의 설계도와 숙녀라는 환상머신의 인지체계가 도대체 뭔 비밀을 간직했는지, 그걸 알면 판도라의 상자를 저절로 덮게 되는데. 그런데 벌거벗은 임금님을 본 동화(현실?) 속 그분들이 어찌 마음이 편하겠냐 그 말이다. 세상사가 그렇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까지가 속담인데. 그런데 그건 이미 옛날 얘기. 벌써 고리타분한 옛 얘기. 그럼 지금은? 지금은 나는 놈 위에 하는 놈! 물론 그 역도 성립한다. 행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하지 말고, 가진 것을 모두 쓰지 말고, 듣는 것을 모두 믿지 말고, 아는 것을 모두 말하지 말라.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이지 않나. 오락산업 앞에서 누가 할 말 하겠나, 다들 꼬리 흔들거나 발톱 감추느라 정신 없는데. 아니 그런가? 도덕이 있으면 부도덕이 있고, 염치가 있으면 몰염치라고 왜 없겠나. 학식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모르면 화가 없는데. 어른이 된다는 건 온간 잡다한 쓸데없는 잔지식이 머릿속에 가득 쌓인다는 건데. 타고난 천성은 어떨 것이며, 수십 년 관성에 굳어진 행태는 또 어떻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일들 너무나도 많지 않나. 게다가 모순 없는 사람이 어딨나. 심지어 털어서 먼지 나오지 않는 사람이 어딨냐고. 변태성은 수면 아래 잠자고 있다 뿐이지, 길가다 웅성웅성하면 뭔 얘긴가 궁금하고 뭔 장면인가 보고 싶고. 그게 당연한데? 그렇다고 직접경험보다 간접경험을 선호하는 사람이라고 왜 없겠나.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종들을 시켜서 말하게 한다고, 속된 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일. 심심치 않게 있지 않나. 모르는 지식이 단 1도 없는 세상만사 천재인 어른들. 그래도 뭔가 더 알고 싶어하는 그분들께. 그 뭔가 색다른 관점과 참신한 원리를 굳이 들리면 듣겠다, 알려주면 잠깐 짬 내서 귀기울일 용의는 있다. 만약 그랬을 때. 그렇다면 주는 것보다 어떻게 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는 수 없이 의식의 표면만 긁고 간지럽혀서는 의미 없다는 게 어떤 칼럼니스트의 생각일 것이다. 살살 아부하고 슬슬 기분 맞추며 가려운 데 긁어드리는 일. 져 주는 거 못하는 사람이 그게 어디 어른인가. 뻔한 얘기 남 비위 맞추느라 시간 낭비에 어쩌고저쩌고. 나 행복하기도 바쁜 인생인데 남 시간 뺐어서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안 그래도, 땡전 한 푼이 다 뭐야 치를 떨며 혐오했던 빚잔치 인생, 비리비리 지난 과거는 연패밖에 없고 앞날이야 전망 새까만데, 그런데 할 말 못 할 게 뭐냐고. 어차피 시간 지나면 시시콜콜한 추억은 새로운 유행에 밀리는 게 세상사 이치. 그럼 진짜를 논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늙어 죽어 흙으로 돌아갈 몸뚱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효과 때문에 몸뚱이 막 굴리기보다 가짜가 아닌 진짜를 논해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다. 깔깔이 나서고 깐족이께서 말씀하시기를, 야 나랑 한 판 떠? 뜨긴 뭘 떠, 아니 뜰까? 그럴까? 자신의 결점에는 두더쥐가 되고, 남의 결점에는 살쾡이가 된다는데 정말로 그렇다. 뛰는 사슴 보고 잡은 토끼를 놓치지 말라지만, 하이에나가 벌레 먹은 사과를 마다하겠나 똥파리가 탐스런 튤립을 거절하겠나. 양보가 어딨고 예절이 어딨어. 일단 먹고 봐야지. 뭘 해도 껄떡인데? 사랑만 빼았기면 다행이게, 단짝마저 빼았아가는 동성 친구를 보면 속 뒤집어진단 말씀. 우정은 그래도 귀엽지, 임자 있는 남자한테 꼬리치고 유혹하고 유부남 흔들어서 빼았을려고 눈에 쌍불을 켜는 여자. 숙녀여, 잘 아시지 않나요. 그게 여자라는 거.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누가 누가 그렇고 그런지 잘 아시지 않냐구요. 네? 뿐만 아니라 빼았고 빼았기고 지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사디스트 마조히스트 뿐만 아니라, 누가 됐단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아무나 붙잡고 다 싸우는 암컷 싸움닭은. 남자의 호승심에 여자의 승부욕. 남자의 허세와 여자의 허영심. 더더군다나 거꾸로맨과 루저 마인드는 또 어떻고. 이 세상은 순 반칙왕들 뿐이다. 모순 가득한 우리들 뿐이라고. 그래서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그 일을 해야만 한다. 남 귀에서 피가나든 타인의 행복에 흠집이 나든,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썩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이 뭔고 하니, 그건 바로 도둑을 잡는 데 도둑을 풀어놓기. 따라서 공상의 결론은 그것이다. 1인의 사기꾼에는 1인 반의 사기꾼이 필요하다는 것. 어? 미친 교구에는 미친 목사가 있어야 한다. 모기를 장검으로 잡나? 그래 봤자, 어? 있어 봐야 검집만 휘황찬란해 봐야, 정작 검을 뺐더니만 이게 뭐야 이런 젠장, 짜리몽땅한 단검? 에라~ 모르겠다 어쩌고저쩌고. 결론은 그건가?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속물로 살 수 밖에 없단 얘긴데. 이 세상이, 전 아무것도 몰라요 난 사랑을 아직 몰라요, 그러면 어머머 그래요~ 그러세요~ 라면서 호락호락하냔 말이지. 안 그런가? 남녀 공히 똑같이 사람. 인간이라는 존재. 이중성 뿐만 아니라 모순 가득하다는 거. 누가 모르나. 그걸 어찌 모를 수 있냐고. 에잇~ 공상 길어져 봐야 머리만 아프고.
    그렇게 나는 칼럼 주제를 구상하며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대충 내용의 구도를 잡았다. 
    칼럼 제목은 여자 여자. 
    아무튼 여자들 머리끄댕이 잡고 개싸움은 신물나고. 딱 됐고. 좌우지간 육체적 대화의 마지막이 아마 웬만한 남자들 경험자가 많지 않을 정도 피범벅. 비경험자는 경험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 정도가 가능할 줄 모르므로, 고로 대체로 못 믿음. 전문용어로 속칭 떡볶이 경험치를 단 1번도 체득해 보지 못한 남자에겐 여지없이 비현실. 그 양이 양이... 넘어가고. 그렇듯 현실은 그분들께 초현실적. 뻥인 줄 아는데 뻥이 아님. 여자는 괴물이 틀림없다. 매번 맞아도 왼쪽 뺨 왼쪽 광대뼈만 맞았고. 기타 등등 기억은 복잡하기만 하고. 
    대타 JS와 교성녀 SJ가 처음 만난 장소가, 그러고 보니 가출해서 취직한 카페 보헤미아 앞. 처음 만난 날 헤어진 장소는 중학교 때 소풍 갔던 근처 없어진 롤러스케이트장 자리. (지금은 터미널이자 백화점. 그 백화점이 그 백화점이겠네). 물론 남자 세계 불문율처럼 성과 보고에 이어 어쩌고저쩌고 척키 속 뒤집어지고. 그다음 드라마 장르는 바꼈고. 
    같은 성씨 분수녀를 처음 만난 장소는 이사 가기 전 고등학교 앞, 마지막 헤어진 곳은 어린이 공원 옆.
    이사 간 고등학교 근처 군부대는 예전 31사단.
    피앙세랑 같은 성씨 떨림녀를 처음 만난 장소는 행정구역 도 3개가 맞붙어 별칭이 각별한 장터 인근, 마지막 만난 곳은 중학교 근처에서 처음 불량배 학생한테 돈을 빼았겼던 장소 인근. 그 양아치 학생이 오른편에 붙었나 왼편인가 알쏭달쏭 잘 기억나질 않구만. 그 옆에 또 아는 동생이 임신 중절 수술한다면서 같이 가 달라던 병원 근처, 거기 가는 줄 알면 안 따라갔을려나... 모르겠네 모르겠어. 또 그 근처에서 성은 S요 이름이 '동성'인 초등학교 동창과, 중학교 등교길에 매번 90도로 마주쳤던 기찻길. 또 중학교 1학년 2학기 후반이던가 겨울방학이던가. 12월? 1월? 일요일 아침 우리 동네 여자중학교에서 농구하고 난 다음 집으로 귀가하던 중. 턱관절 장애가 갑자기 발생. 그 자리가 당시 시내버스 2번 종점. 그때 이후로 입을 일정 각도 이상 벌리면 쿵-쿵. 이게 키스할 때 꽤 부드럽지 못한 기분일 테지만 뭐 그딴 거 신경쓸 틈이 어딨나. 게다가 사랑하는 숙녀와 아직 키스도 못 해봤는데. 아주 그냥 인생이 일장춘몽, 꿈보다 해몽이구만 그래.





    5

    나는 그렇게 이 생각 저 생각 공상을 거듭하다가, 크리스를 만나기로 한 카페 앞에 도착했다. 아, 카페! 카페에서 처음 만난 여자가... 워──워──워! 여자 얘기라면 아조 그냥 신물이 난다. 식상 진부 싫증 짜증 정말 정말 지겹다. 악마는 모든 것을 알지만, 여자가 칼을 가는 곳은 제외인데. 사랑보다 호기심이 더 많은 처녀들을 망치기도 하는데. 여자 여자. 여자? 에잇 여자. (절레절레)
    아무튼 카페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고. 그렇게 카페에 딱 들어가려던 찰나. 
    뭔가가 오른쪽에서 날 쳤다. 
    알고 보니 그 물체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여자. 그런데 예뻐. 몸매가 몸매가 후덜덜 후들후들 와들와들. 심지어 참해. 딱 내 스타일. 뿐만 아니라 막 괜찮냐 어쩌냐 애교 떨고 어쩌고 꼬리치며 막 딱 한참을 뭐라 하는데. 그런데 난 어쨌겠나. 삐~ 이명이 들리면서 잠시 시간이 멈추어져버린 거지. 난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야말로 아찔한 사랑에 말이다. 
    바로 이 황홀한 첫 만남. 다정한 첫인상. 섹시한 기대감. 
    알고 보니 크리스가 소개해주는 여자가 얘였단 걸 그땐 몰랐다. 
    그럼 이제 기 빨릴 일만 남은 건가? 등골이 오싹, 뒷목이 뻐근, 등짝에 식은땀 쭉. 나중 쌍코피 파팍. 
    그렇다면 정말로 침대에 찍 뻗는 일만 남은 거냐고. 그건 두고 보면 알 테고. 
    나는 카페로 들어가서 크리스를 만났다. 
    그런데 그녀도 크리스한테 인사하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벌써 짜릿한 사랑을 예감한 거지. 
    괜찮아요 미안해요 다친 데 없어요 어쩌고저쩌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는데. 아니 시간이 멈추어버렸는데 아주 그냥 미치는 거지. 아이 좋아라~? 호호호.
    버들은 약하나 다른 나무를 감는다. 그녀는 버들이었고 난 나무였다. 
    그런데 크리스 대신에 날 기다린 건 엔야였다.
    좀 전에 나는 엔야를 크리스로 깜빡 착각한 거였다. 
   「너가 여기 웬일이니?」
   「어 오빠. 왔어? 크리스 오빠 급한 일 있다고 갔어.」
   「갔다고?」
   「응. 뻣뻣한 수컷보단 내가 낫지 않나? 안 그래? 오빠 여자는 말이야, 어? 오빠처럼 순진한 사람은 여자를 조심해야 하는 법이야. 응? 여자는 요물이요 괴물에 마녀라니까 그러시네. 어? 여자는 남자를 속인 직후 가장 상냥한 동물. 물론 옛말이니 지금은 전후좌우도 남녀도 가릴 것 없다고 가정하는 게 속 편하고. 그야 어쨌든 좋은 개는 자기 꼬리를 안으로 감추며, 좋은 여자는 뒤로 물러난 있어. 알겠어, 오빠? 창가 여자는 자신을 값싸게 팔고 싶어한다고. 응? 창가 여자는 길가 뽕나무와 마찬가지란 말이야. 멍청한 년들 주위에 껄떡거리는 날파리들 많으면 좋은 줄 알지. 별로인 늑대들 달고 있으면서 막 자랑스러워하지 왜 안 그러겠어. 아직 어리거든. 완전 애지 뭐. 막 그래. 젊은 여자가 휘파람을 불고 있을 때, 성모 마리아께서 우신단 말이야. 젊은 여자가 휘파람을 불 때 천사는 운다고. 응? 또 뭐가 있지? 여자에 대해서. 또 뭐, 맞다. 자주 웃고 대담한 발걸음으로 걷는 여자는 뭐다? (딱) 매춘부다! 여기서 끝이냐, 아니지 아니지. 많은 사람이 냄새 맡는 장미는 향기를 잃지 않기가 쉬울까 어려울까. 여자의 아름다움은 봄꽃과 같지만, 정조는 하늘의 별과 같다네. 어떻게 헤픈 게 자랑이겠나.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오빠한테 한 숙녀를 소개시켜 줄께. 운명적인 만남인가 아닌가는 두고 보면 알 테고.」
    그렇게 나는 엔야로부터 그녀를 소개받았다. 
    그녀의 이름은 아만다. 방금 카페 문 앞에서 수직으로 부딪힌 여인. 
    난 정작 크리스를 만나러 왔는데 좌우지간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온 건가. 
    그렇게 우리 셋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러던 중 엔야가 아만다에게. 
   「늬가 좋아하는 남자 얘기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니.」
   「야 너는 무슨, 내가 뭐, 그 언, 뭘 아, 그건. 야 넌 뭘 그 내가 언제.」
    그러다 엔야는 우리에게 그랬다.
   「둘이 친하게 지내. 응?」
    아만다는 이제야 안심한다는 듯이,
   「예스~!」
    예스~? 시원스러운 어조가 아니라 절제하는 듯한 어조. 
    우리는 눈이 살짝 마주쳤다. 나는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아, 나는 사랑에 푹 빠져버렸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엔야와 헤어진 채 우리는 밀애 여행을 떠났다. 





    6

    그렇게 어디로 떠날까를 정하지도 않은 채 '야호 바다 보러 가자'라는 듯이 떠났는데. 
    그런데 아만다는 갑자기 드라마처럼 가면을 벗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존나 카리스마 있어. 아 삐───! 존나 멋져. 내가 생각해도 졸라 멋져! 뻑가. 어? 소름! 대박. 장난 아니야. 뻑가.」
    뭐야, 얜 에밀리잖아? 새로운 여자가 얘였어? 실망은 아닌데 실망은 아니었다. 
   「너 에밀리잖아?」
   「그럼. 이제야 알아보시네. 오빠, 잘 지냈어?」
   「」
   「오빠는 내 꺼야. 알아? 오빠는 이제 딴 년 못 만나. 응? 내가 남자들 딱 좋아하는 스타일로 매번 변신해 줄게. 응? 말만 하시라니까요. 매번, 항상, 언제나, 날이면 날마다, 응? 만날 때마다 딴 여자 만나는 기분 느끼게 해 줄 자신 있다니까 그러시네. 응? 오빠. 내가 그러면 좋겠어 안 좋겠어? 응? 말 좀 해 봐 오빠야! 응?」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너 알아서 해. 다만, 여자 말 허트루 듣지 마. 응? 아니 오빠 말.」
    나는 어리둥절함에 할 말을 잃었고. 
    크리스를 만나려다 우연히 마주친 엔야, 다시 엔야가 소개해준 아만다, 또다시 아만다였던 에밀리. 
    그녀는 바쁜 일이 있다면서 저기 저쪽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무슨 동에 번쩍 서에 번쩍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들 바빠? 참 나! 
    에밀리는 갔다. 그렇게 금방 갈 꺼면서 뭐하러. 찐한 키스도 없이 말이야. 
    피상적인 대화도 재미없고. 일생이 외롭고. 남들 다 하는 그런 평범한 데이트도 못 해 봤고. 인생은 꺾였고. 
    거울을 봐도 늙었고. 거울 쳐다보기도 싫고. 사진 찍기처럼 귀찮은 일을 왜 해. 남이야 하던가 말던가. 
    삶의 비밀은 없고. 돈은 더 없고. 뛰어난 솜씨가 어딨어. 빼어난 여자친구와 사귀어본 적이 인생 내내 0인데. 
    남자들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 뻔한데. 같이 걸으면서 모든 늑대의 시선이 나와 함께 걷는 그녀에게 쏠리는 일. 
    그런 느낌 받아본 적이 일생 0인데. 뭘 해도 병풍. 항상 신부들러리. 뼈져리는 패배감이 제일 친한 친구. 
    그렇게 나는 다시 혼자가 됐다. 
    돈 떨어지면 정 떨어지는 것일까. 정 들지도 않았고. 돈은 애초에 없었고. 
    수캐에게 물리건 암캐에게 물리건 물리긴 마찬가지. 할 말도 없고. 할 일은 재미없고.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방울이야 쌍방울이고. 그거 안 달린 남자가 어딨어. 
    요즘 세상 행복한 인생을 위해 숨어서 살기를 염원하는 사람이 어디 흔하냔 말이지. 
    하루는 술꾼 어제는 도박꾼 내일은 예언가? 사실은 난봉꾼. 심지어 비공식. 게다가 아마추어. 사냥꾼이 덫에 걸린 셈이네. 
    인생이 거 어째 죽 쒀서 개 준 기분이지? 아아 뒷목! 
    어떤 개라도 한창 때는 있다지만 이건 뭐 그냥 아주 뭐야, 전성기가 꽃필 뻔 하다가 로맨스를 알지도 못한 채 기나긴 슬럼프. 
    결국 남은 건 썩은 미소. 푼돈 아끼고 뭉칫돈 잃는 셈이지 뭐. 
    덜 익은 감은 떫다고 떫어도 웬만치 떫은 게 아니라고. 
    하여간에 에밀리 그녀. 유별난 질투심 참 지독하네. 그게 다 끔찍한 상상력 때문인가? 공상도 병이군. 불쾌한 상상병. 그러니까 허언증도 여전하시단 얘기일 테고. 더 말해 뭐해. 그녀야 상사병이 걸리던가 말던가. 아름다운 얼굴. 까무러칠 만큼 탄탄한 몸매. 그와 동시에 흥미롭고 신나며 재밌는 숙녀. 그딴 거 다 필요 없고. 사랑에 손해 보고 인생에 개 이득이던가 말던가. 
    그렇게 나는 차에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사무실로 갔다. 
    헨델 / 오페라 <쥴리오 체자레> 중에서 아리아 ‘사랑스러운 희망이여’. 





    7

    흥미로운 전개로 물망에 오를 건수의 부재. 유능한 행복감이 뭔지는 모르겠고. 뜻밖의 행운은 감감무소식이요. 발탁할 만한 기발한 대타 역시 비리비리. 카드 한도는 간당간당. 신동인 줄 알았는데 결국 일하기는 권태 놀기도 바보. 그럼 대안으로 떠오르는 특단의 대책은? 당연히 없지. 있을 턱이 있나. 사리분별 안 되고 세상 물정 재미없고. 이쯤 되면 곤경에 허덕이던 날 구출해 줄 특명을 인공지능 지니가 지령해야 하는데. 녀석도 뭐 별수 없는 거지 뭐. 그러니 어떻게 숙녀의 기대감에 부흥하고, 그녀의 선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겠냐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지. 
    그러다 그는 공상을 그대로 글로 옮겼고. 칼럼 하나 뚝딱 써서 품위 유지비를 챙겼다. 
    내용물은 <칼럼: 여자 여자>였다. 
    뭐 또 여자? 차라리 떠자나! 그런데 어디로? 내 말이! 누가 아니래. 아무리 그래도, 어? 할 일 없으면 주색 할 말 없으면 사랑. 한창나이는 거듭 오지 아니하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없다고, 우리는 달려야 한다. 뭐가 됐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우는 털을 갈아도 성질은 바꾸지 아니하는데, 환상머신이 완성됐던 말던 하던 일 하지 않을 수 있나. 
    그래서 JS가 고른 '바보 짓은 짧을수록 좋다'의 바보짓이 무엇이냐. 하면 그건 뭐였더라? 
    그것은 바로 U2 콘서트 가기였다. 현존하는 가수 가운데 관중 동원력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듯 말 듯한 록밴드. 이름하여 U2. 짜잔~! 
    그는 동네에서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다가 벽보로 공연 소식을 알게 되었다. 
    U2? U2가 누군가. 1집 제목도 왠지 모르게 마음에 쏙 드는, BOY다. 이미 그들은 뭘 해도 전설이었다. 밥을 먹어도, 걸어 다녀도, 오줌을 싸도 전설. 손만 까딱 해도 전설이요, 입만 뻥끗 해도 추문. 뭐? 넘어가고. 말 그대로 아니 말이 필요 없는 밴드. 어? 
    물론 그는 U2를 예전부터 좋아한다랄지 즐겨 듣거나 각별한 애착심 그런 건 없었다. 다만 그 정도 공연이면 볼거리가 풍성하고 관중이 많기 때문에 사람 구경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점. 그게 중요했다. 유수의 관광지까지 굳이 고생 고생해서 갈 필요 없이 손만 까딱하면 TV로 다 볼 수 있지 않나. 인종 전시장이라는 뉴욕 한복판까지 비싼 돈 들여서 가면 물론 좋겠지만, 응? 가까운 동네에 이방인들 자주 보이는 거리에만 가도 색다른 기분 대충 느껴지지 않나. 그거랑 이거랑. 비슷비슷. 안 그래도 일하기야 물론 나름 재밌기도 하고 보람도 있고. 흥미로움이야 여전하긴 하지만. 매번 사무실에서 듣는 음악이라고 해 봐야,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HWV 430.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Oster-Oratorium BWV 249. 음악의 아버지인가 어머니인가 매번 구식 탱탱 묵은 옛 음악 듣기. 최신곡을 모르면 여자를 꼬실 수 없지 않나. 다정한 숙녀가 자긴 아빠 같은 남자가 좋다면 또 몰라도. 뭐 그건 농담이고. 사랑이란, 여자의 환상을 만족시키는 남자를 만났다고 상상해 보는 것일까 아닐까. 또 옆길로 빠지지 말고. 
    뭐 어쨌든 그의 논리는 이랬다. 
    행복과 쾌락은 축복받은 제휴다, 
    그러므로 지고의 행복감이 아직이라면 짜릿한 쾌락마 타기도 잘만 고른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때문에 여러 후보군 가운데 그나마 제일 건전하고, 뭘로 봐도 방탕하지 않고, 어떻게 흠잡을라고 해 봐야 빈틈이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그걸로 U2 공연이 낙점된 점. 게다가 근처. 심지어 콘서트 표값도 싸. 뿐만 아니라 특급 좌석까지 거저. 따라서 이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반드시 가야만 한다. OK~ GO! 
    다소 억지스러운 논리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썩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물론 이런 말 하기엔 뭔지 약간 겸연쩍지만 그래도 기왕 말 나온 김에 살짝만 정직하게 사연을 풀어보자면. 그 뭐야 그게 말이지, 그가 정말로 무대 위에 그 어떤 무언가가 수북이 쌓이는가 '진짜로 그럴까'를 확인하기 위해서? 라는 목적 따윈 추호도 없었다는 점. 그가 만약 뮤지션이라면 속옷 회사 협찬 받을 만한 형편이 어려울 테니까, 하여 짜고 치는 포커처럼 사람 써서 일부러 그거 막 던지라고 작전이라도 짤 깜냥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어쨌든 그런 진심 간과해도 좋고 아니면 말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뭐? 농담이고. 일단 그랬다. 제일 적게 원하는 사람이 제일 부자다. 자동차는 딱 1대면 충분하다. 없어도 괜찮다. 있어 봐야 귀찮기만 하지. 돈 먹는 하마 밖에 더 되겠나. 그러니까 그분들이 늦출 수 있는 한 최대한 늦추라고 하지. 뭐 그야 어떻든 말이 그렇다는 거고. 넘어가고.
    지엄한 가치에 맞서지 않았고. 자연의 섭리에 숙연했고. 그런데 귀가 몹시 가려운데 누가 자기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있나. ~라면서 뭘 해도 재미없던 찰나. 동네 근처까지 세계적인 록밴드가 제 발로 찾아와 주고. 그런 행운이 어딨나. 옛말에 장맛이 좋아야 국맛이 좋다고 했다. 장맛은 U2 콘서트고 국맛은 내 인생. 생선 맛은 양념에 달렸다. 양념은 U2 콘서트고 생선은 그가 생선인가? 뭔 생선 같은 놈 나와서 사람이랑 연애하는 이야기, 그게 그거? 뭔 뚱딴지 같은 얘기는 재미없고. 꿀벌도 꽃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사교계를 은퇴한 플레이보이 인생에서, 쓸쓸한 난봉꾼 고독한 사냥꾼 외로운 술꾼 처절한 도박꾼,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타이틀은 없고.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 없지 않나. 바로 U2 콘서트 가기. 캬~ 좋네 좋아. 딱 좋아. 어? 딱이다. 표값이 싸니 맞닥드리는 어려움은 없고. 혼자 조용히 갔다 와도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참으로 이색적인 눈총 받기는 다 남의 일이고. 크아~ 좋네 좋아. 딱 좋아. 
    그렇게 그는 공연 날이 되어 U2 콘서트가 열리는 공연장으로 갔다. 





    8

    그는 U2 공연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U2 공연이기는 한데 좀 이상했다. 
    즉 UU라는 밴드와 UZ라는 밴드. 두 밴드의 조인트 공연. 
    UU + UZ = U2. 뭐라고? 1 + 1 판매촉진 마케팅이야 뭐야. 참 나 어쩐지 뭔가 잘 풀린다 그랬다. 그럼 그렇지. 이런 젠장. 또 혼자 원맨쇼 했구먼 그래. 
    그래도 뭐랄까 U3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다행은 무슨. 이제 안 시켜도 남의 다리 긁기야 뭐야. 뭐 언제는 누가 시켜서 그랬나. 누구를 맹비난할 일도 아니잖아. 
    그래도 청춘의 행진은 즐거운 듯 보였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서로 얘기하고 사진 찍고 웃고. 정다운 그녀들. 그래서 그는 또다시 공상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저기 저 생머리 숙녀와 어느 날 문득 사랑에 빠진다면. 만약에 정말로 거짓말처럼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그럼... 흐흐흐! 눈웃음 지으며 싱글벙글 굽실굽실 살랑살랑 딸랑딸랑 반짝반짝 뿌잉뿌잉. 오빠~! 아름다운 모습. 매혹적인 향기. 달콤한 목소리.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남잘 떨리게 만드는 사랑의 예감. 아님 쾌락의 기대감? 그 어떤 새로운 선망과 색다른 동경심까지 덤으로. 부풀어오르는 몽상과 흥분한 감성도 조금. 열망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어떤 다정한 모험심이 자길 이끌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공상도 재미없고. 여긴 본인이 있을 데가 아닌 것 같고. 곧 개가 오줌 누는 동안에 산토끼가 도망간다. 산토끼가 낮잠 자는 동안 거북이는 골인한다. 지금 이 순간도 적은 예뻐지고 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점. 사무실 구석지에 찌그러져서 일이나 하는 수밖에. 그렇게 그는 그곳을 떠나게 됐다. 





    9

    다음 날. 
    사무실에서 TV 보기. 
   「아빠.. 엄마 언제 와?」
   「그걸 왜 나한테 묻니?」
   「그럼 누구한테 물어?」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가 안 보이니까 그러지. 아빠 어른 맞아?」
   「아빠 어른 아니야. 원래 아이가 어른이거든. 걔들도 속 다 있다, 너.」
   「그럼 그 걔들이 나야?」
   「잘 아시네.」
   「잘 아시네, 좋아하시네.」
    TV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뭐, 어? 평상시에는 정맥피가 흐르고 비상시에는 완전 동맥피로 교체되는 신체의 유일한 혈관인. 거 뭐야. 어. 막. 딱 거 나 참 허허. 됐고.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순결한 우아함이 함께 하는 일은 바라지도 않고. 
    그는 그처럼 사무실에 있다 보면 은밀한 당혹감이 엄습해왔다. 바로,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남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라는 남자 세계의 경구가 말이다. 
    보아하니 상쾌한 할 일은 알고 보면 지겨운 일하기. 말하자면 유쾌한 할 말이라고 해 봐야, 그래 봤자 심심하네 재미없네 권태롭네. 기분전환에 따른 환한 미소를 바랄 수도 없고.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오랜만에 릴리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 릴리. 웬일이니?」
   「오빠. 나 지금 들어가.」
   「어딜?」
   「집에.」
   「누구 집에?」
   「누구 집이긴 누구 집이야. 우리 집이지. 그럼 뭐 내가 오빠 집으로 들어가겠니?」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어?」
   「됐고. 끊어.」
   「뭐?」
    전화는 뚝 끊겼다. 
    뭐야 이거? 얜 걜 약 올리려고 전화한 거야 뭐야.
    그런데 잠시 후 아는 동생 이브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나 오늘 약속 취소됐어」
   「아, 그래~?」
   「아휴 느끼해. 느낌 아니다. 기분 꽝이네. 분위기 깨졌어. 끊어.」
    역시나 이번에도 이브의 전화는 뚝 끊겼다. 
    아니 뭐야 이거! 
    잠시 후 제라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 이번에는 안 속는다. 그러면서 그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너라면, 아니 됐다. 말 말자.」
   「왜 말을 하다 말어? 뭔데? 응? 뭔데 그래? 아, 뭐냐니까.」
   「그러니까. 나올 거야 말 꺼야. 어? 그거만 말해.」
   「그거만 말하긴 누가 그거만 말하라는 거야.」
   「누구긴 누구야, 늬가 답해야지.」
   「그러니까 어디로?」
   「어디긴 어디겠니. 릴리랑 이브랑 나랑. 그렇게 셋이 모였는데 뭔가 으쌰으쌰 뭔가 약간 부족하다 그거지. 어딘가 모르게 오늘은 멤바가 많아야 좋을 듯한 뭐 그런 느낌?」
   「그럼 진작 불러야지 너네 정말 이러기야? 어? 우리가 그렇게 뜸 들일 사이니? 어?」
   「그렇지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어? 여긴 너처럼 허접한 허당이 있을 곳이 못 돼. 그렇지만 내가 다 미리 손을 써 놨어. 때문에 뜬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엄한 낭설도 믿지 말고. 입길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어? 무엇보다 도망갈 생각일랑 일절 하지를 말어. 어? 알겠니? 어? 알겠니 모르겠니? 왜 말이 없어?」
   「말할 틈을 안 주는데 그럼 어떡하니? 아무튼 딱 기다리고 있어. 나 지금 곧바로 간다.」
    그렇게 그는 전화를 끊었다. 
    어머머머머. 그런데 걔네들이 어디에 있나를 물어보지 않았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제라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릴리의 전화는 꺼져있었다. 이브라고 전화를 받았겠나. 그럼 그렇지. 
    장밋빛 꿈은 이루어지고 결국 팬지꽃 색상의 쾌감은 충족될까, 아니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기대일까. 기대는 무슨. 
    불행은 내 편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설마 잭팟을 터트리려는 것일까. 그야 뭐 두고 보면 알겠지. 
    그래서 그는 다 잊고 일이나 하기로 했다. 
    일단 음악을 틀고. 
    비발디 / 오페라 <그리셀다>(Griselda) 2막 중에서 아리아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
    결국 그는 삼류 카피라이터 하나를 만들어냈다. 
    평소 일과인 웹사이트 1,2,3 방문하고 블로그 검색유입어 살피고. 
    그걸로 얼렁뚱땅 만들어낸 카피라이터는 그랬다. 
    <이쁜 게 죄. 못생겨도 죄. 여자의 나이도 죄. 그러나...!> 
    본인도 이런 시시콜콜한 주제 자체도 꺼림칙하고, 논점도 싫지만. 카드값은 밀리고. 
    의뢰한 업체에서 그걸 어디 써먹을지는 몰라도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니 일은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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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48

from 소설 2019. 5. 29. 18:16

    1. 집에서 공상 중. 에밀리로부터 연락 옴.

    나는 구혼을 거절당한 것마냥 창작에 전념할 수 없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겠고. 그러니 이런 느낌 처음이야 같은 발단, 첫눈에 홀딱 반해버린 전개는 꿈도 꾸지 못한 채. 결국 칼럼 나부랭이만 몇 편 끄적끄적거리며 겨우겨우 품위 유지비만 벌고 있었다. 재미없는 농담으로 과장하자면 겨우 숨만 쉬며 사는 모습. 사적으로 만나서 설을 풀면 그렇다쳐도. 그게 또 청자가 삐딱하게 해석할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니, 하여 미리미리 조롱을 차단하자면 그렇다는 것. 이와 같이 경제적 안정이란 내게 결코 쉽지 않았으니 난 결국 문사라기보다는 상업적 칼럼니스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환상을 염원하는 꿈과 환희를 갈망하는 목표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건 바로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이었다. 모태 신앙처럼 무명과 가난과 고독은 타고남과 동시에 평생 가까이 해야 하는 운명이기에 뭐 씁슬하긴 하지만. 그렇지만 생애 최초로 여자친구를 사겨보고 싶었던 거다. 나도 남들처럼 말이다.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거액을 상속 받은 이혼녀 말고. 추종 세력을 거느리고 팬클럽 때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숙녀도 말고. 나는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새 노트북과 새 자동차를 샀는데 대뜸 신상품을 받아보니 뜬금없이 중고품. 알고 보니 남이 쓰다 버린 거. 남이 사용하다 지겨워서 내놓은 노트북이라면 몰라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한테 선물했다가, 이별하니 돌려달라고 따졌던 바로 그 노트북. 왜 그게 하필 내 꺼냐고. 자동차 역시나 구닥다리 타다 질려서 막쓴 기분이 안에 다 드러나는 트름 꺼억 자동차. 새 노트북과 새 자동차가 왜 하필 이러냔 말이지. 이것도 노트북과 자동차라고. 그럼 감히 감지덕지 인형에게 절하고 하늘에 감사드려야 하나 어쩌나. 차라리 그럴 바엔 혼자 산다. 차라리 그럴려면 혼자 살고 만다고. 행복이고 나발이고 자시고. 가짜 최신품을 보면서 보면 볼 때마다 꺼억~ 트름하는 쩝쩝이 똥파리가 생각날 바엔. 하이에나 천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할 바엔. 그럴 바엔 모 아니면 도란 말이다. 걔들이 걔 사진 보고 혼자 달렸을 텐데. 한두 번도 아니고. 신나게 마스터베이션하고 어쩌고 다 했을 텐데. 한두 명도 아니고. 하이에나 군단이 군침 흘리며 상상하고 툭하면 JS JS 막 그러면서 흑심을 품었을 텐데. 좀비 체액을 얼굴에 뿌릴 생각 + 체액 꿀꺽 = 하이에나의 사랑! 뽀너스는 혹시라도 헤어지면 먹을려다 말았네 먹다 질렸네 그럴 텐데. 지들 꼴값은 권리고 타인의 수평적인 눈높이는 얼굴값이고. 
   「윽 더러워! 우웩~!」 
    노트북도 멍청해. 유행 지난 게임도 제대로 안 돌아가, 그래픽 카드가 뭐 이래? 뭐든지 닥치고 해라? 닥치고 하긴 뭘 닥치고 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딴 거 다 필요없고. 마음을 빼았기고, 연애하고 손잡고 다니고, 사랑의 포로가 된 척 웃고 사진 찍고. 1년 연애하며 사귀기. 그거면 되는데. 그게 뭐가 됐든. 아무것도 못하잖아? 그런데 뭐! 하긴 뭘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하긴 뭘 하냔 말이지. 엿 먹으라는 거냐고 뭐냐고. 웃기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고. 기분만 더럽고 더럽고 계속 더럽고. 남이 쓰다 버린 인형 가지고서 하긴 뭘해. 말이 통하는 남자를 좋아하고, 뭘 좀 아는 남자, 지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노트북으로 알았는데 인공지능이 뭐 이렇게 버벅거리냐고. 이런 게 뭔 인공지능이냔 말이지. 동화 주인공 최첨단 요정이 아니라 멍청이 미련 곰탱이네. 다름 아니라 예술적으로 멍청한 여자라고. 그런데 새벽에 의식이 깨어나면 또 흥분해. 습관처럼 떨어. 과연 그 쾌감의 낙원에 누굴 초대하실지 그야 그분들 사정이고. 그 기쁨의 매커니즘에 관한 기억이 몇 가지 떠오른다. 
    첫째, 애용하는 매니큐어 바꾸듯 첩을 갈아치우는 유부남 친구. 녀석이 어느 날 데려온 숙녀.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었을 테고. 나 이런 남자야 라고. 나 집에서는 제왕으로 군림하고, 밖에서는 방방곡곡에 한 명씩 애첩을 다 포진시켜 놨단 말이야. ~라고 말이다. 그런데 어머나! 그녀가 글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쩐지 보자마자 뭘 근거로 「이 오빠 혼자 살아? 오빠! 응? 그래 안 그래? 말 좀 해 봐 봐. (눈빛 바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견적 내고 어쩌고)」 뭐? 보자마자 그 생각? 그러고서 '여자는 그래요'에 한 발 쓱~ 걸치고? 그럼 얘 그런 말 해 봤단 거네. 나 그런 여자 아니에요! 내숭 대단하겠는데?
    둘째, 대학교 2학년. (1학년 성적 저조 때문에 자퇴 다음에 재입학. 그래서 새내기 1학년들이랑 함께 어울리는 중고 1학년) 당시 하숙집 애들이랑 2 대 3 소개팅하고. 1 대 1로 항구도시에서 데이트 하다 헤어지면서. 파란색 풍선이 연분홍빛 상상력 때문에 거기서 그러면 안 되는데 어쨌던 거. 
    셋째, 기타 등등 소녀감성 때문에 대낮 거리에서 흥분한 기억. (남자의 발기는 크게 세 가지. 첫째 마찰 발기, 둘째 감정 발기, 셋째 수면 발기. 그 가운데 소녀감성이 하필 둘째를 건드렸던 것) 
    플레이보이 늑대인데 왜 거울을 보면 앙큼한 암닭처럼 보이는 것인지는 몰라도. 실제로 여자들이 단순히 혼자 좋아하는, 혼자 짝사랑하는 남자를 핸드폰 배경화면에 설정하고. 컴퓨터 바탕화면에도 꾸며놓고. 그럼 남자는? 썸타는 그녀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그러면서, 무얼 하시는지는 당사자분께서 더 잘 아실 테고. 뭐야 이거, 동물의 세계 다큐멘터리잖아? 이런 젠장! 그야 어쨌든 뭔 얘기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됐고. 나는 새로운 여자친구와 달콤한 연애를 시작하면 그뿐. 그럼 어떻게 이 얼굴 빨개지는 유쾌한 기분을 이어간담? 한 숙녀의 청춘에 무지개빛 추억과도 같은 아름다운 기억을, 그것도 내가? 진땀을 빼고서 혼자 공상해 봐야 다 쓸데없는 일일 뿐이고. 
    그래서 나는 떠날려고 했다. 또? 
    그런데 에밀리가 만나자면 전화를 걸어왔다. 
    그래서 나는 영차영차 약속 장소로 나갔고, 우리는 만났다. 





    2. 에밀리의 고백.

    에밀리의 고백.
    카페 이름은, 표범은 반점을 바꿀 수 없다. 
    음악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Exultate, jubilate K165. 
    카페에 손님은 에밀리와 나뿐. 
    혹시 얜 여전히 사랑한다는 뻔한 거짓말이라도 듣고 싶은 건가. 오늘 분위기가 왜 이러지? 
    그러다 오랜 침묵을 깨고서 에밀리왈,
   「오빠. 설마 멍청한 여자 좋아해? 아니면 혹시 영리한 아가씨가 땡겨? 그도 아님 둘 다 막 그냥 아무나 끌리는 건 아니실 테고. 아닌 게 아닌가?」 
   「어허. 얘가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이야. 응?」
   「오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께. 직접화법으로 깔끔하게 단언한다고. 오빠. 멍청한 여자 만나지 마. 나처럼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숙녀를 만나란 말이야. 그치만 나 오래 못 기다려. 그야 어떻든 나도 다 알고 있어. 스텔라 언니랑 오빠랑 만나는 거. 왜, 그냥 친구 사이라고? 그러시든 말든 난 관심없고. 그러거나 말거나! 하여간에, 스텔라 언니랑 헤어진 다음에 나랑 만나는 거다? 알지? 알았지? 그런데 있잖아, 스텔라 그년이랑 오빠랑 안 어울려. 알아? 그 불여우 같은 년이 뭐 얼마나 참하고 지조있고 예쁜 줄 알어? 화장 지우면 다 똑같아. 뿐인가? 걔 입술 옆 아래에 점 있고 엉덩이랑 거기에도 점 있어. 오빤 모르지? 볼 한 가운데도 점 있어. 하긴 오빠가 어떻게 알겠어. 걔 과거 내가 말해 줄까 말까. 에잇 하지 말자. 내가 입만 뻥끗 하면 걘 아웃이야. 딱 아웃! 그렇다고 이런 말 했다는 거 쪼르륵 달려가서 그녀한테 말하면 안 된다는 거. 그쯤 모르시진 않을실 테고. 오빠는 고자질이랑 안 어울려. 역시나 이간질은 꿈도 꾸지 마시고. 그렇지만 난 달라. 나는 다르다고. 폭로전이든 뭐든 난 뭐 하나 걸리는 게 없거든. 깔끔. 깨끗. 말끔. 맑고 청순하고 순결. 티 하나 없이. 그러니까 생각 잘 해. 그런즉슨 어서 나한테 오란 말이야. 잘 해 준다고. 내가 오빠 예뻐해준다니까. 아니 내가 오빠의 요정이 될께. 응? 내가 오빠의 천사가 되겠다고. 주란 거 뭐 빵? 빵 사 주고. 가방? 가방 내가 사 줄께. 또 뭐, 뭐? 뭐, 그거? 그거가 뭐든 뭐가 됐든. 그런데 오빠.
    오빠 <계속해 봐.> 라고 한 번쯤 추임세를 거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오빤 어쩜 그렇게 쑥맥이니? 응? 오빠 그러고 보면 여자한테 거짓말도 못하겠네. 호호호. 아이 좋아라. 아무튼 계속 가자. 어디가 됐든 가다 보면 무지개 너머가 나오겠지 뭐. 자, 이어서. 
    오빠. 내가 남자라면 말이야, 어? 쇼 같은 년 트럭 채 몇 트럭을 갖다 줘 봐라. 내가 눈 하나 꿈쩍 하는가. 어디 그런... 그런 더러운 년이 뭐가 이쁘다고. 흥! 에잇 (절레절레). 오빠가 아까워. 알어? 그런 앤 1번이면 끝이거든. 걘 사랑 몰라. 사랑 같은 거 모른다고. 사랑 받을 줄이나 알면서 사랑하는 척 착각이나 할 줄 알지 뭐. 바로 그런 년들이 나중 맞바람 피운다니까. 응? 오빤 여잘 몰라도 정말 모르네. 우리는 우리 마음은 말도 못한다니까요. 코 성형 했다가 못 웃는 거 보면 얼마나 재밌고 웃기고 꼬셔하는데. 응? 미녀가 똥파리 처리반에 제 발로 떠나주시면, 우리야 고맙지? 아니 얼마나 폭소가 터지는데! 고마워도 어떻게 그처럼 예술적으로 고마울 수가! 안 그래? 허허허. 다름 아니라 그런 년들이 여자 얼굴에 똥칠한다니까 그러시네. 시어머니한테 말대꾸했다고 무릎 꿇으라는 여자, 걔가 걔야. 그게 여자라고. 응? 누가 자길 좋아한다면, 걔 그냥 개나 소나 다 좋다 그래. 알어? 하이에나든 똥파리든 막캥이든 뱁새든 촌닭이든 가리지 않고 다 좋데. 멍청한 년. 지조 없는 년. 헤픈 년. 그러면서 정숙한 척. 이쁜 척. 잘난 척. 아는 척. 깨끗한 척. 깔끔한 척. 뭐-뭐. 뭐, 감히? 놀고 있네. 감히 좋아하시네. 지 주제를 알아야지. 어디 거지 발싸개 만도 못한 년이 주제도 모르고서 설치긴 설쳐? 어? 팔랑귀 코끼리 곰탱이 주제에 뭐, 아무 남자나 막 만나고. 아무 남자 자동차에 막 타고. 사막에 안 끌려가서 다행이지. 걸레가 어디 처음부터 걸레인가? 아무 남자 전화 다 받아주고. 아무 남자한테나 봉사하고. 그게 뭐야? 그게 여자야? 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 꼴에 지들 각자 각자 막 다 연애박사야. 별 말 같지도 않은 방법을 권하고 어쩌고.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그냥 막던지는 거도 아니고. 뭐야 그게. 걘 끝나도 옛날에 끝났어. 그러게 만나던 똥파리나 계속 만날 것이지 어딜 넘봐? 어? 그런 애들이 결혼하면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니까 그러시네. 음식이든 뭐든 뭘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안 그래? 걔네들 할 수 있어서 했던 거, 다리 벌리는 거 밖에 더 있어? 아님 할 줄 아는 게 뭐 있는데? 남자 꼬시는 거? 화장 지우면 다 똑같아.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고. 머리는 멍청하고. 몸 밖에 남는 게 더 있냔 말이지. 남는 거 그거 뿐이 없어. 게다가 지겨워지면? 심지어 늙으면! 말 다 한 거지. 안 그래? 
    연애? 길게 해서 좋을 거 하나 없어. 
    이별? 마음만 오고 가면 좋게 끝나고. 몸으로 사랑하면 99퍼센트 나쁘게 끝나. 끝나도 더럽게 끝날 가능성이 99퍼센트라고. 알어? 
    짝사랑도 똑같아. 마음만 받아주면 훗날 아름다운 회상이 되고. 판돈이 다름 아니라 몸이면 끝나도 저주와 혐오와 (개)망신만 남을 테고. 다들 잘 알지 않나? 알면서 왜 모른 척! 
    그러니까 좋은 말 할 때 오빤 나한테 와야 된다고. 응?」
    마침 그때 TV 연속극에서 남자 주인공이 심각한 대사를 읊조렸다. 





    3. TV 연속극 대사 1

    TV 연속극에서 남자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긴 대사를 외웠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길었다.
   「너 똥파리 좋아하잖아? 아니야?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하던가. 아니면 그 말이 옳도록 살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안 그래? 이도저도 아니잖아. 왜, 약해? 좋아하면 좋아한다, 싫어하면 싫어한다. 알면 안다 모르면 모른다. 적절히 말하지 못할 바에야 가만히 있는 게 지혜. 뭘 잘 모르면,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1주일 연구하고 충분히 알아본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응?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너네들이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 없잖아? 응애응애 삐악삐악 애들이랑 똑같잖아. 안 그래? 약하면 말하고. 넌 리모콘 버튼만 눌르면 돼. 강이든 약이든. 미풍부터 선풍 거쳐 나머지까지 다 되니까 말만 하시라 그 말씀. 너 전화 오면 다 받아주잖아. 너 똥파리 사랑했잖아. 하이에나들 빤질나게 만나고 다녔잖아. 아니야? 사실이잖아? 그래 안 그래? 그러게 뭐하러 책잡힐 과거를 만들어? 멋진 연애사면 말도 안 해. 그런데 그게 아니잖아. 안 그래? 막상 어설픈 참견들 때문에 정작 좋아하는 오빠 전환 또 안 받아. 똥파리가 껄떡거리는 줄도 모르고. 그래 안 그래? 어? 너 하이에나의 구애, 싫지 않잖아? 똥파리들이 팬클럽처럼 널 추종하는 거. 그다지 반갑지는 않지만 꺼려하는 거도 아니고. 왜? 늬가 누굴 짝사랑하는 건 열렬한 애정이고. 똥파리들이 널 좋아하는 건 찝쩍이니? 왜 너만 사랑이고 그분들은 껄떡이니? 그러게 누가 너 보고 똥파리 좋아하라고 시켰니? 아니잖아? 다 늬 결정이고 너의 주관이었잖아? 안 그래?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하던가. 몸 먼저 베팅했다 나중 차인 여자애들처럼 또 남 탓으로 돌리게? 응애응애 삐악삐악 참새 짹짹! 그게 뭐야. 
    내가 어제 무슨 꿈을 꿨는 줄 아니? 아 글쎄 그게······ 말이 다 안 나온다. 어제 말이지. 자기가 누구의 전 남자친구란 작자가 날 찾아왔어. 것도 날 안심시키면서 예의를 갖추고서 복장도 격식 있고. 긴 용건도 아니고. 단지 지난 사랑에 대해 참회이자 부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길지도 않은 얘기 딱 5분만 나누자 라고 합의 봤고. 그 양반이 타고온 페라리 FF에 탔지. 카페까지 갈 거도 없고. 몇 마디만 오가면 그게 다일 테니까. 그런데 자동차가 갑자기 굉음을 내더지 호수로 돌진하네? 뿐더러 페라리는 커다른 그 뭐야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게 바꼈어. 아울러 그 안에는 온통 하이에나들 천지.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어. 그러다 우리는 호수에 가라앉었어. 난 호수에 빠진 거기서 탈출하고 어쩌고. 꿈이 완전 특선 미니시리즈였는데 기억나는 건 단지 그거. 그 냥반 말대로 사랑이 무슨,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건가? 내가 왜 그런 얘기를 들어야 하지? 여자가 대체 남자한테 옛날에 어떤 빈틈을 보였길래? 무슨 사랑이 씹다 버린 풍선껌이니? 아니면 뭐 제대로 된 전문용어 말 해 줘?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풍선껌, 것도 단물 다 빠진 거 씹어먹을려고 하니까. 옆에서 하는 말이, 어? 에잇 말 말자 말을 말어. 이런 게 사랑이면! 그럼 너나 많이 하세요. 그런 사랑 난 최선을 다해서 사양하겠소이다. 아시겠습니까? 참 나 악몽 꾸는 게 취미가 되어버릴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니.
    너 거기 가면 슈퍼스타야, 어? 너 똥파리 좋아하자나. 안 그래? 너 똥파리라면 환장하잖아. 맞잖아? 응? 버러지 취급 받으면, 그럼 너 같으면 좋겠니? ~라고는 묻지 않을께. 왜? 왜냐하면 넌 똥파리 좋아하니까. 그러나! 난 똥파리 좋아하는 숙년 싫다. 싫어도 완전 싫다. 알았니? 응? 알았니 몰랐니? 너 좋아하는 똥파리한테 가. 그리 가라고. 응? 왜, 원래 눈 높기로 세계 최고였는데 하필 끈덕진 똥파리 집요한 하이에나한테 물렸다가 겨우겨우 빠져나왔는데. 아니지 아니지 늬 힘으로 빠져나온 거도 아니잖니. 나중 어차피 물고 빨고 핥고 질질 싸고 벌렁벌렁 펠라치오에 커닐링구스 환장했을 거 아니야? 애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 무탈했으면. 바람이야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고. 어쨌든 우연 때문에 이제사 제 눈높이를 다시 되찾았으므로, 따라서 마지막 오빠 미만은 이제 못 만나겠니? 그런 거니? 기다려 봐. 또 다른 똥파리 오겠지. 너 그런 거 잘하잖아, 꼬리치는 거. 암컷 싸움닭 친구가 도와주고 코치했던 거, 그거 순수한 감정인 줄 아니? 착각하지 마. 응? 그거 순수하게 너랑 오빠랑 짝지어 줄려는 거 아니야. 절대로 아니라고. 걘 첨에 지 친구 유치원 선생이랑 오빠랑 2 대 2 소개팅했는데, 지 친구는 완전 좋은데 오빤 별로라서 승부욕 발동했던 거야. 넌 이용당한 거고. 너도 다 아는 거잖아. 다 알고 시작했잖아. 처음부터 작정하고 덤빈 거잖아. 무슨 지가 감독씩이나 되는 줄 알어? 멍청한 년. 매달리고 매달리고 매달려서 겨우겨우 하이에나한테 빌붙어 있는 주제에, 뭐, 내 친구를 실망시키고 어쩌고어째서 두고 보자? 많이 두고 보라 그래. 못생긴 뚱보 천치 암컷 싸움닭 머저리년.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니고 난 뚱보 이쁜이 좋아해. 그런데 걘 성격이 지랄이야. 알어? 그거 순수한 큐피트 마음 아니야. 절대로 아니라고. 아무나 보면 다 싸울라 그러는데 그게 무슨 큐피트야. 게다가 여전사한테는 꼬리 내리고 바닥에 빠짝 엎드려. 심지어 학교에서도 왕따 직장에서도 밀려 친구는 없어. 남자들한테도 인기 없어. 남자친구조차 성욕을 못 느껴. (절레절레) (절레절레). 그래서 그런 영심이한테 물팍 꿇으라고? 너 같으면 무릎 꿇겠니! 암컷 싸움닭만 생각하면 토나온다, 구역질나온다고. 
    야 됐고. 냄새난다. 괜히 별로인 남자들만 꼬이겠니. 흥! 다 그럴 만 하니까 그러겠지. 응? 사랑과 욕정조차 분간 못하는 소녀감성. 고맙지만 사양하겠소이다. 그럼 이제 전 어떡하나요? 내 알 바 아님. 남자의 첫사랑은 마음이란 것도 모르는 촌년들. 냄새난다 냄새나. 너 가라. 어? 제발 가 주라. 내게 그댄 필요없으니까 가라고. 그런 사랑 따윈 지나가는 똥개한테나 던져주던가 말던가. 그러니, 좀 꺼져 줄래? 똥파리한테 가던가 말던가. 깬다 깨. 영원히 가 주라. 버러지 만도 못한 남자 취급해 주셔서 감사하니까, 꺼져주시라고요. 네? 대단히 감사합니다. 소중히 기억하겠습니다. 아아 나는 버러지 만도 못한 남자로구나 그렇구나. 때문에 나는 앞으로 여자한테 감히 명함도 내밀어서는 안 된다. 고로! 넌 가고 난 남고. 끝. 깔끔하네. 어? OK~! 뭐, 말 다 했냐고? 아직 남았는데 어쩌지, 꽤나 미안하네. 허허.」  
    TV 연속극 광고시간이 이어졌다. 





    4. TV 연속극 대사 2

    TV 연속극은 광고가 끝나자 곧바로 긴 명대사가 이어졌다. 
   「어차피 똥파리 똘똘이가 사랑스럽다면서 쪽쪽 빨고 훌훌 핥고 질질 싸고 벌렁벌렁. 좋다고 신음 지르며 행복해라 할 싸구려라니. 우웩~! 빨딱빨딱 집에서 눌러주고 밖에서 바람피고. 그 싸구려 사랑도 사랑이라고. 놀고 있네. 꺼져라 제발 꺼져라. 그런 첫사랑이 좋단 년 난 필요없다. 그런 사랑 너나 많이 해라. 난 싫다. 싫어도 완전 싫다. 시궁창 썪는 냄새 폴폴, 시체 썩어빠지는 냄새 풀풀 풍기지 말고 썩 꺼져라. 그런 너도 좋다는 남자, 차마 셀 수가 없으니까 딴 데 가서 골라 잡아라. 다만, 똥파리들 껄떡거리고 하이에나들 찝쩍거렸던 그곳에 나는 가기 싫다. 꼴에 지들도 여자라고, 헛! 멋지군. 아름답다고. 이마에 '나 멍청'이라고 써 있으니까 좋단 거 봐 봐. 지들 유리할 때만, 여자는 그래요! 지들 불리하면 '남자가 여자 이겨서 뭐하게'에 딱 숨을 줄이나 알고. 헤픈 년. 걸레. 지조도 줏대도 주관도 없는 년. 지 까짓 게 뭔 정숙? 숙녀 인생 막사는 년. 수치심조차 모르는 철면피들. 챙피한 줄 지들이 어떻게 알어. 꼴값이나 얼굴값이나 다 피장파장이네 뭐. 
    걔네들 스토킹 완전 좋아하구만. 강간 당하면 더 좋아하는 마조히스트 사디스트잖아? 성관계 야한 동영상에라도 찍혀서 유명해지고 싶어 환장한 년들. 10번 100번 1000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따라서 스토킹은 단지 구애이자 사랑이며 청춘사업일 뿐이다. ~라는 논리에 동의하는 거잖아? 동조성 드높은 걔네들. 스토킹 완전 좋아한단 말이네. 어딜 넘봐? 10번 100번 1000번 찍으면 웬만하면 다 넘어와. 안 넘어오면 그 끝은 뻔하고. 전남자친구 전남편의 스토킹도 끝은 비극일 때 살인. 낯선 스토커의 구애를 가장한 스토킹도 결국 바람피기, 불륜, 권태, 아니면 살인. 10번 100번 1000번 찍으면 웬만하면 넘어오는데? 그럼 여자가 병신이지. 싫으면 끝까지 싫어야지 그러게 왜 좋아해? 그건 죽어도 싸네 싸. 평생토록 불행을 안겨줄지도 모를 텐데 나 인기 있어 나 인정받았어 나 사랑받나 봐? 스토킹 받으면 속으로는 좋아서 죽으려고 하고, 겉으로는 싫고. 1달만 쫓아다녀 봐. 웬만한 여자는 다 넘어오니까. 2달만 따라다녀 봐. 어지간한 숙녀는 다 따먹을 수 있다고. 아무리 만나도 진도가 없다? 3년 기다리면 다 펠라치오하고 커닐링구스에 환장하게 되어 있어. 여자는 G 스팟이 열리면 똥파리고 뭐고 미쳐버리거든. 눈에 뵈는 게 없다고. 즉각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단 말이지. 괜히 여자라는 동물은 아담 갈비뼈 떼다가 만들고 어쩌고 그런 게 아니라고. 어제 뉴스에 나왔듯이 여자가 무슨 골프공이나 된다는 듯이 아이언과 우드로 퍽~ 퍽~! 오늘 뉴스에 나오듯이 숙녀는 샌드백이니까 야구방망이로 퍽~ 퍽~! 다 멍청한 년들이 속으로는 좋으면서 겉으로는 스토킹 싫다고 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고. 말로는 싫데. 속으로는 좋으면서. 스토킹 당해도 첫사랑으로 완전 좋아해주고, 강간 당해서 강간남이랑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데? 그럼 말 다 한 거 아니야! 뭔 말이 더 필요해? 심지어 꼴에 지도 여자라고 연애 칼럼니스트는 그래, 요즘 남자들의 문제는 10번 찍는 남자들이 없는 거라고! 뭐? (절레절레) (절레절레). 그러고서 페미니즘 어쩌고저쩌고 (파리 손 비비기). 내가 남자라면 똥파리의 스토킹 때문에 첫사랑을 죽고 못살며 사랑한 여자라면 중중히 사양하겠어. 똥파리 후순위로 공주 대접하라고? 미친 거 아니야? 지들 같아면 강간범 후순위라도 좋다고 할려나 몰라도, 우린 아니지! 암. 그렇고 말고. 아주 그냥 놀고 자빠지셨어요. 남자는 무조건 몸이지만 여자는 마음이야. 몸은 마음 가면 따라가는 거라고. 마음 갔으면 그건 끝난 거야. 헤픈 년. 천박한 년. 썅년. 꺼지라 그래. 나가 디지라 그래. 그러니까 여자의 적은 여자라 그러지. 안 그래? 그래서 그녀들이 염두해 둔 최고의 첫사랑은 뭐다? 똥파리의 스토킹이지! 미쳐버리지 미쳐버려. 그녀들은 모질지 못해. 마음 약해. 착해. 순진해빠졌어. 암것도 몰라. 유부남이 작업 걸면 웬만한 처녀는 다 넘어가. 속으로 완전 좋아해. 거기다 G 스팟까지 열려 봐. 여자 인생 조지는 거 한순간이지. 순진해 빠져가지고 꼬시면 꼬시는대로 족족 넘어와. 멍청한 년들. 남자에 환장한 년들. 보지 벌렁벌렁 개 걸레들. 뭐 강간범 후순위 + 애완견 만도 못한 취급 = 똥파리 넘버 2 하라고? 너 같으면 하겠니! 똥파리가 실컷 씹다 버린 껌을 주워서 그걸 다시 좋다고 씹으라고? 너 같으면 하겠냐고. 똥파리 뒤 닦아줄 일 있어? 어? 그 위대하신 똥파리한테 밀려도 한참 밀려서 주제도 모른 채 설치고선 껄떡거리는 거잖아? 그런 대접 받고 싶니? 실제로 우리는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해. 그런데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하는 게, 도대체 왜 무슨 죄의식이랄지 허영심으로 비춰져야 하는데. 사람이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거지. 자길 왜 속여? 그러고서 남한테 속아. 사랑이 뭐 별건가? 10번 100번 1000번 찍으면 다 죄다 몽땅 넘어가는 게 사랑이지. 그렇다고 그냥 기다리지 말고, 꽃다발만 들면 모든 비난과 화살을 피해갈 수 있는데? 학교 앞에서 기다려 봐. 내 친구도 그래서 고등학교 중퇴도 아니고, 고등학교에 무단 결석 때문에 짤렸어. 집에서는 가출. 왜? 어째서냐고? 남자가 쫓아다니다 쫓아다니다 결국 학교 등굣길에서조차 기다리네? 학생 때려치고 그길로 가출해서 그 뒤로 연락 끊겼어. 살아는 있나 몰라.
    직접화법 쓸 게 따로 있고, 간접화법이 선호될 일도 별도로 있는데. 그냥 멍청하게 여자의 'NO'는 99가지. 그게 뭐야? 그러니까 똥파리랑 하이에나들이 환장하며 군침 질질 흘리며 껄떡거리지. 그러게 예술적으로 멍청하지를 말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하자는 거야? 응? 뭐하자는 거냐고. 엄마 얼굴에 똥칠하고 싶니? 그러니? 아빠 보기에 미안하지도 않냐고! 좃도 씨바 이 머저리 병신 같은 년들아, 보지로 놈이 씹다 버린 껌이나 씹어라. 거리에서 미남만 보면 보지가 벌렁벌렁하냐? 레비오사~! 괜찮은 남자만 보면 질질 싸고 자빠졌니? 그러게 남자가 그렇게 좋냐? 어? OK~ 건배사 지금 뭐 생각나? 긴 거 말고 제일 짧은 거, (딱)! 남자가 그렇게 좋냐 이 삐───년들아. 그래서 똥쌀 때도 애액 질질, 차라리 똥을 싸라 똥을 싸, 이 고추 천재들아. 그 언니 날마다 하루에 최소 팬티라이너 5장. 응? 날이면 날마다. 일생이 발정기. 뭐니 뭐니 해도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 화장하는 년. 가라 가. 너 같은 거 필요없으니까 제발 꺼져 줄래?
    뭐 하나 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 똥파리 강박증. 백화점 생각만 해도. 은행 근처만 지나가도. 여자들 다종다양한 유니폼만 봐도. TV에서 언뜻 보여도. 뭔 말만 들려도 연상만 되어도. 수전증에 공상병에 또 또 머머증이야. 이젠 하다 하다 대인기피증. 사람 얼굴도 제대로 못 봐. 지면에서 모니터에서 남 얼굴 보기도 힘든데 지 얼굴을 어떻게 자주 봐. 여자들이 자기 성기를 보지 않는 거랑 똑같네. 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도 셀카 많은 페이지는 오래 못 본 다니까. 일생 내내 마취 중 각성 상태였는데. 살아있는 지옥. 거기다 대고 보란듯이? 그래서 오빤 지금 겪는 증상 뭐가 있어? 많네 많아.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 조울증 + 우울증 + 지적장애 + 불안증 + 알코올 의존증 + 정신병 + 고소공포증 + 허언증 + 각종 강박증 + 스토킹 강박증 + 똥파리 강박증 + 망상 + 똥파리 혐오증 + 하이에나 극혐 + 암컷 싸움닭 기피증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회피증 + 호모 사피엔스 도피증 + 현실 도피 + 대인기피증 + 헤픈년 트라우마 + 사랑 혐오증 + 인간 의심증 + 성욕 과도증 + 홧병 + 다중인격장애 + 각종 집착증 + 직업병 + 돈독 오름 + 일중독 + ............ 머머증에 안 걸리는 게 없네. 풋풋한 사랑을 했든 진한 사랑을 했든 어차피 지들 인생. 남의 일. 그래도 그렇지 왜 하필 멍청한 똥파리녀? 걔 만큼 이쁜 애가 어디 드문가? 걔보다 이쁜 애 널렸어. 심지어 사라졌어. 깜찍녀 귀염녀 청순녀 웃긴년 돈까지 많은 년 빼고. 죄다 싹 다 빼고 왜 하필 멍청한 똥파리녀냔 말이지. 응? 나 같으면 100퍼센트 반품한다. 딴 여자 만나겠다고.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색. 그녀의 선망과 동경심과 감수성을 만족시키고. 똑순이를 떠받들며. 헛점도 아닌 헛점인 헛똑똑을 파고 들어 짜잔~! 짠 짠 짠 짠~ 짠 짠 짠 짠~ 짠짠짠 짠짠짠 짠짠짠짠~! 
    그런데 뭐 진짜냐고? 그럼 진짜지. 내가 지금 너랑 장난하게 생겼니? 어? 사랑이 장난인 줄 아니? 난 널 사랑하지 않았어. 너가 하도 얼쩡얼쩡 알짱거리며 좋아하는 척 간보길래. 그러길래 나도 똑같이 그런 척만 했던 거라고. 알겠니? 응? 알겠니 모르겠니? 너랑 나중 그짓을 하느니, 어? 염병~, 내 일평생 쭈쭈바 껍딱 끼고 혼자 딸딸이나 치고 만다. 알겠니 모르겠니? 사랑은 개뿔. 똥파리랑 똥파리녀는 자존심조차 없나 몰라도, 이걸 어쩌지 퍽이나 미안하게 됐네 그려. 난 배알 꼴려서 그런 낙과는 줘도 못 먹겠다. 응? 어차피 속은 옛날에 썩어문드러졌고 영혼 역시 옛날에 죽었고. 그런데 못 할 게 뭐야? 주변에 죄다 싸구려 낙원이니 이거 대체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이야, 삼류 천국이 따로 없구만 그래. 똥파리랑 똥파리녀가 천생연분 일편단심으로 살림 차려서 매일 날마다 떡을 치건 죽을 쑤건. 난 관심 없고. 내 알 바도 아니고. OK? 대답은 듣기도 싫고 난 OK! 예스~. 살다 살다 별의별 미친년을 다 보겠네. 하다 하다 지가 돌대가리라고 광고하는 년, 보다 보다 지가 똥파리녀라고 자랑하는 년은 내 생전 처음 본다 처음 봐. 대단하다 대단해. 고추천재 납시셨네. 기쁘시겠어. 허허. 꺼지라 그래. 추접스럽고 던지러우니까. 응?」 
    뭐야? 뭔 드라마인 줄 모르지만, 아주 그냥 살발하구만 살발해! 
    결국 우린 결판을 내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됐다. 그러나 그 헤어짐이 끝은 아니었다는 점.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았다. 





    5. 에밀리의 설득 1 

    에밀리의 설득. 
    그런데 에밀리는 끈질겼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그 그 다음 날도. 쉽없이 만났고. 끊임없이 설득당했고. 결국은 넘어갔다. 게다가 걔가 걔보다 뭐 하나 꿇릴 거도 없었다. 
    오히려 더 예뻤다. 어렸다. 착했다. 영리했다. 웃겼다. 돈도 많았다. 순정파였다. 말 다 했네. 끝. 
   「걔 똥파리 좋아하잖아? 그럼 좋아하는 거 충족시켜 줘야지. 걔 하이에나라면 환장하잖아? 세상사는 심은 대로 거두는 법. 뿐만 아니지 뿐만 아니야. 미남에 성우에 코메디언에. 노래 잘 부르면 좋고. 춤 잘 춰도 좋아하고. 다른 여자의 남자라도 끌리면 떨리고. 치마만 둘렀다 싶으면 아무 여자나 다 좋다는 늑대랑 똑같잖아? 안 그래? 이런 이런~! 저런 남자에 환장한 년 같으니라고. 발정난 암코양이네. 사랑하는 낭군님이 있어도 괜찮은 남자한테 눈 돌아가고. 귀는 쫑긋 세우고. 때로는 마음도 가고. 어쩌다 여심은 심하게 흔들리기까지. 애인이 있어도 멋진 남자한테 혹하고. 여자 인생 일생이 발정이구만. 만났던 늑대들은 죄다 그럴 거 아니냐고. 

  • 걔 내가 먼저 만났음. 내가 처음. 내가 첫사랑.
  • 흑심 품고 따먹을 수 있었는데 참았다. 불쌍해서 봐 줬다. 
  • 나를 거쳐간 여자일 뿐이다. 그래 봤자 전적 가운데 하나. 보나마나 멍청해. 
  • 그러니까 나한테 남아있었어야지. 잘해줬을 텐데. 가성비 최고였는데. 그때 꽃을 꺾었어야 했는데. 허세─근자감(근거 있는 자신감)─독선─이기주의─민폐─자기합리화─모멸감 심어주기─몰염치─파렴치─무례─자기위주편향─용기─패기─똘기 등등. 어차피 세상의 절반은 여자. 갈 테면 가라 그래. 하긴 김칫국 먼저 먹고 꼭 차였는데 내가 찬 것처럼 말하네. 그래도 풋풋한 청포도 어차피 먹어봐야 시기만 하고 맛도 없어. 맛 없어도 더럽게 맛없지 왜 아니야? 시승할 차 널렸는데 뭐하러 귀찮게! 그래도 걔는 예쁘고 착하고 말귀는 알아 듣고. 그런데 내 마누라는 뭐야! 못생겼고 성격 못 됐고 멍청하고 잔소리는 말도 못하고. 전화하면 지 말만 하고 뚝 끊고. 길을 걸으면 내가 앞에 가는 꼴을 못 봐. 그렇다고 또 멍청한 아이는? 죽어도 못 잊겠네 못 잊어. (그래서 이런 뱁새과는, 이따금 어떤 부류는, 딸이 아빠를 완전 싫어함. 그레이트 데인처럼 촌닭&뱁새는 상남자 아니면 쫄보인데. 미세한 차이가 있음. 속에 쌓인 게 쌓인 게 말도 못함. 따라서 분위기 스캔, 뇌압 측정, 짜증 지수 파악 필수) 

    ~라고 말이야. 응? 오빠! 파랑새 언니는 자기가 자기 첫사랑이자 끝사랑을 동시에 오빠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미안한데. 그런데 똥파리는 자기가 그녀의 첫사랑이래. 막 그래! 그렇지만. 여자가 봤을 땐 똥파리가 첫사랑 맞네 맞어. 남자는 '잤냐 안 잤냐'가 더 중요한가 몰라도 여자는 아니거든. 몸은 필요없고 사랑이란 마음이거든. 걔 처녀 아니네. 남자는 여자가 남자랑 한 번도 자지 않았다면 그걸 처녀로 보는지 몰라도. 여자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지. 그 중간은 뭘까? 신나게 펠라치오만 해 주고 키스 하고 어쩌고, 그렇지만 아래는 단 1번도 허락치 않은 처녀. 과연 그걸 처녀라 할 수 있냐, 애매하잖아. 우리가 보기엔 처녀 = 첫사랑이지. 우리는 마음이 가면 몸도 간다니까. 걔 시험공부하는 고시생이니까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낭만 찾고 뭐할 처지도 아니라서 몸을 못 준거지. 시험 합격하고 여건만 되면 줘도 많이 줬겠네. 그게 무슨 처녀야. 안 그래?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원룸촌 발바리, 원룸촌에서 혼자 사는 여자들 100명을 강간했던 범죄자. 그런 강간범한테 강간당하고서 여보 사랑해요, 행복한 가정을 꾸린 일이 있긴 있다던데. 어떻게 똥파리 중의 똥파리를 왜 하필 고대하던 첫사랑으로 손꼽아서, 염원하던 내 남자의 사진을 지갑 속에 간직했단 말이지. 가만 보니 그런 똥파리녀들이 흔하단 말이야? 정말 그런 거야? 이 세상에 안 이쁜 여자가 어딨어. 안 착한 여자가 어딨냐고. 안 섹시한 여자가 그 어디 있냐고. 그런데 왜 하필 그런 싸구려 똥파리녀냔 말이야. 그런 멍청한 똥파리녀는, 그런 사랑을 기대했었던 거구나. 사랑의 예감이 그렇다니. 그런 일이 정말로 있긴 있는 거구나. 그러면서 새 하얀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좋아하고, 양복쟁이 유부남만 보면 환장한단 말이잖아? 밥 먹듯이 짝사랑만 수도 없이 했단 거 아니냐고. 그게 뭐가 처녀야. 그게 처녀라고? 남자는 처녀라면서 환장하시겠지. 그러나, 여자가 봤을 땐, 우리가 보기엔 그거 처녀 아니지. 그렇지. 그거 중고차야. 싸구려야. 걔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이에나한테 인생 헌납하겠다는데 우리야 고맙지. 완전 꼬시지. 왜 아니겠어? 남이 등 떠밀어서도 아니고 스스로 원했기 때문에 하이에나한테 성상납을 오늘 하느냐, 내일 하느냐. 그 차이 밖에 없는데. 그런데 우리 여자들이 그걸 처녀로 본다고? 착각도 유분수지. 그럼. 차라리 강간범한테 강간당했을지라도 마음이 아직이면 그게 진짜 처녀지. 몸만 아직이고 마음은 헤펐는데 그게 처녀라고? 처녀가 죄다 썩었네. 오빠 같으면 바람핀 부인이랑 계속 살 수 있어? 성도착증 오져서 이 남자 저 남자 다 자고 다녔는데, 하필 나만 몰랐는데, 그녈 계속 사랑할 수 있겠냐고. 그럼 아마도 머리에 뿔나겠지. 진짜로. 애시당초 바람피지 않을 정실감을 모시는 게 상책인데 나중 그랬다? 오빠는 몰라도 나는 못산다. 나는 못산다고. 어디 똥파리 봉사녀와 로맨스를? 깬다 깨 정 뚝 떨어진다고. 응? 더더군다나 걔 방에 책상도 없어. 머리가 돌이라 그거지. 이야~ 몰랐네 정말 몰랐어. 더불어 여자들 차 없으면 싫어하는 거. 누가 몰라? 난 오빠 차 없어도 좋아. 비전 없으면 더 좋아. 돈? 필요없어. 나 돈 빼면 시첸 거 몰라? 몸만 와. 내가 먹여 살릴께. 뭐 남자들끼리 하는 말로, 사랑은 없어? 나, 내일은 없어~! 응?」 





    6. 에밀리의 설득 2

    그분도! 똑같이 속 뒤집어져 보시라 그래. 어? 똑같이 돌려줘. 기분 어떤가 보게. 이미 사랑에 빠졌는데. 그런데 딴 남자랑 자? 것도 하필 자기 남자의 친구랑? 하이에나랑 똥파리, 이제 5년 밖에 못 살지도 몰라. 뭐 짧고 굵게 사는 거네. 심지어 그 중간 중간 대체 몇 명의 하이에나를 만났는데. 그러고서 연락없이 조용히 떠남. 비전없는 남자만 병신되라 그거지. 그러니까 오빠는, 못생기고 못되고 그런 악녀와 싸움닭들만 골라서 만나줘. 그럼 돼. 나만 믿고 따라와. 그 가운데 제일 예쁘고 제일 착한 나 같은 여자를 1년 만나서 추억을 쌓고. 그 1년 후에 오빠에게 내가 썩 싫지 않다면, 우리는 영원히 사랑하는 거고. 다음 생의 다음 생까지. 어때, OK? OK인 걸로. 아무튼 그래야 공평. 응당 그래야 동등함. 안 그래? 감히 차 1대도 없고 집도 없고 돈도 못 벌고. 자기 사정 뻔히 알기 때문에, 그러므로 속으로 얼마나 괴로웠을 텐데. 그런데 사랑이라서 들뜨고 기쁘고 설레고. 
    뭐 감히 자기 집 개 만도 못한 주제에 어딜 넘봐? 넘보지 마. 지가 먼저 꼬리쳐서 꼬셨으면서 어딜 넘보긴 누가 넘 봐. 어? 뭐한다고 그런 오해를 받고 드라마틱하도록 끝까지 져 줘? 오빠는 뭐 배알도 없니? 그러니? 응? 이겨. 이기라고. 이겨도 된다고. 그래야 한다고. 그만 좀 져 주란 말이야. 어? 오빠 바보니? 어? 뭐하러 애완견만도 못한 취급 받고 끝까지 참어? 참지 마! 받아 줄 만큼 받아 줬으면 이제 됐어. 아 쫌! 단, 이후로는 다른 방법으로! 전반전은 진작 끝났어. 무엇보다 내가 있잖아, 안 그래? 그런 개만도 못한 취급 받고서 그녈 사랑하고 싶니? 걸레잖아? 쌍년이네 썅년! 이 남자 저 남자 다 만나고 계속 만나면서, 그 가운데 골라서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헤픈 년. 안 그래? 그게 무슨 천상천사 유아독존이야! 장난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죄다 썩었나 보다. 그러네. 골았어. 팍 상했다고. 썩어도 보통 썩어야 말을 안 하지. 요즘은 무슨 개나 소나 천상천아 유아독존인가? 어딜 넘 봐? 정 원하신다면! 
    첫째 걸레, 둘째 차 가져와라 집 준비해라 아니면 꿈도 꾸지 마라, 셋째 양다리 세 다리 어장 관리. 지가 사람이면 벌레 취급 받아도 싸고. 여자이기를 포기하면 도망갈 테고. 아니면 고스란히 입장 바꿔서 되갚음 받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런 좃 같은 사랑 즈그나 많이 하라 그래. 쓰레기들끼리 만나던가 똥파리 찾아서 떠나던가. 지들 인생 지들이 알아서 하면 되겠네. 그러니까 여자는 30 넘으면 나이로 후려친다고, 여자들이 자기가 자기 입으로 투정하는 거 아니야. 다 본인들이 우수한 유전자도 챙기고 후세 DNA도 잘 키워주길 바라고 낭만이니 호사니 풍요니 행복까지 다 챙겨야 하니까 볼 거는 많고. 남자들 쩝쩝이에 뭐에 뭐에 뒤통수 맞기는 싫고. 게임 끝나도 진작 끝났어. 썩 꺼지라 그래. 버러지 만도 못한 것들. 꼴에 지들도 여자라고. 흥! 웃기지 말라 그래. 입장 바꿔서 남자가 지들 그렇게 똑같이 가지고 놀았으면? 퍽이나 좋아라 하겠네. 개 만도 못한 뚜벅이 형편에 어딜 넘보냐, 늬 주제를 알거라~! 똥파리가 한눈 팔지만 않았어도 난 똥파리한테 사랑받고 행복한 여자로써 승승장구할 텐데. 그런 내 소망에 너의 그 허접한 대망은 비교도 안 된다. 똥파리가 한눈 팔지만 않았어도 너 같은 거렁뱅이, 난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만일 잘 풀렸다면 널 만날 일은 애초에 없었을 거라는 점. 왜 아니겠어. 난 여신 넌 거지. 그러니까 조건 많이 많이 되면 덤비고 너 하는 거 봐서 한번 생각은 해 볼 테고. 아니면 알아서 꺼져라? 
    지금 제일 인기 있는 발라드 가수가 누구지? 그 가운데 특급 1집을 발표한 가수! 안 되겠다. 오빠 내 첫사랑 하자. 이제부터 오늘부로 1일인 걸로. 아 맞다. 나 2순위지. 그럼 기다리면 되지. 대어든 잡어든 난 기다리는 거 전문. 알았지, 오빠?」 
    나는 에밀리의 말에 반론다운 반론을 요만큼도 꺼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은 다 옳았으니까. 틀린 말이 아니니까. 
    똥파리들의 열광과 하이에나들의 갈채에 축복 받은 듯한 숙녀 인생이라서, 그러므로 대충 그냥 쉽게 넘어올 줄 알았나 보지. 
    걔네들도 당해 봐야지. 그녀들은 그래도 정신을 차릴까 말까 하겠지만 말이다. 개만도 못한 취급 받았는데 못할 게 뭐야. 
    단, 이제부터는 다른 방법으로. 아울러 나는 잃을 거도 없었다. 





    7. 에밀리의 회유 1

    에밀리의 회유. 
    다른 날 다른 카페. 
    역시나 에밀리와 나. 
   「오빠. 그녀만 보면 생각나는 게 뭐니? 뭐긴 뭐야 똥파리랑 하이에나랑 암컷 싸움닭이지. 처음에는 후광이 비췄겠지. 꿈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 황홀감에 애타는 분위기. 그럼 뭘해. 알고 봤더니 그 후광은 다름 아니라 똥파리 후광인데. 그 수많은 똥파리 3만 마리 가운데 제일 끈질긴 똥파리. 
    <우리 사귑시다. 내가 잘 해 드릴께. 응?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적을 만들지 마시오, 아가씨. 숙녀여. 나는 경고했소. 두 번 말 안 하겠소. 자, 그럼 다음에 다시 봅시다. 다음엔 부디 다른 기분으로 함께 데이트하기를. (윙크)> 돌아서며, 오 삐── 멋져. 내가 생각해도 삐─ 멋져!  
    ~라고 협박 받으니까 좋아해. 완전 신난 거지. 그 가운데 제일 야무진 똥파리 사진을 그 언니 지갑 속에 넣고. 언니 사진은 똥파리 지갑 속으로 들어가고. 뭐야? 첫사랑이네! 말 다했네. 미니홈피에 올린 심리를 추적해 보니 100퍼센트라고. 그건 뭐야. 강간범이랑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룬 거랑 똑같잖아? 뭐가 틀려 하나도 다를 게 없네. 아 더럽고 수치스럽고 구역질난다. 속이 다 뒤집어진다고. 전화하고 전화오고. 만나서 얘기하고 차 마시고. 백화점을 거닐며 얼굴 팔리고. 만나기 전에 좋다고 정성스럽게 화장하면서 좋아했겠지. 공개적으로 나는 똥파리의 마누라입니다 광고하고 광고하고. 나는야~ 똥파리 여편네라네~ 아아아아~ 행복하여라 즐거워라 난 바보 멍청한 년이라네! 얼굴 팔리는 거 챙피한 줄도 모르고. 나중 좀비 체액이 그 고운 얼굴에 뿌려질 일만 남은 거지. 일찍이냐 늦냐 차이 뿐이지 어차피 그거 꿀꺽할 일만 남은 거란 말씀. 안 그래? 먹어 봐, 얼마나 맛난지 먹어 봐야 알 거 아니냐고. 뿐만 아니라 똥구멍도 대 줘야지. 그럼. 어쩌겠어. 걔네들 할 줄 아는 거 그런 거 밖에 없잖아? 그런 사정을 예상했든 못 했든 그녀들은 그러겠지. 그럴 수 밖에 없어. 
    반면 오빠의 첫사랑은 마음이었잖아. 남자와 여자. 마음 대 마음. 그렇지만 모텔에서 같이 잤는데 손도 안 잡고 잤다는 거. (딱)! 그런데 그 언닌? 몸 가는 거야 나중 시간 지나면 갈 수밖에 없는 거고. 언제가 되면 허락하지 않을 수 없는 거고. 어차피 시간 문제. 그럼 첫사랑도 했고 그 언닌 처녀 아닌거네. 그야 그녀의 마음. 자기가 원한 것일 뿐. 다만 나는 싫고. 어? 난 딱 싫고. 더러운 년. 지저분한 년. 거지 같은 년. 불결한 년. 남자가 보기에야 손만 잡고 잤으므로, 태어나서 남자와 단 한 번도 경험을 못해봤기 때문에, 그런 여자를 처녀로 보겠지만. 여자가 보기에는 다르지. 여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남자는, 자기 여자친구나 배우자가 몸으로 바람피는 걸 더 어떻게 보겠지만. 여자는 정반대잖아. 몸은 문제가 아니야. 응? 몸이야 어차피 나중 썩어서 흙으로 돌아갈 것. 진짜는 마음이지. 그럼. 마음이라고. 거지 같은 년. 평강공주녀로 또 속기는 싫고, 몸을 베팅할 수도 없고. 그러나 오빠가 좋고 많이 좋고. 그러니까 새 차 뽑고 집 구해 와라, 조건 갖춰라 아니면 싫다잖아? 만나 주는 거나 감지덕지해라잖아? 뚜벅이 주제에 어딜 넘보냐 그거지. 감히 버러지 만도 못한 주제에, 어디 감히 내 애완견과 어깨를 견줄려고 하냐며 무시했잖아? 그랬어 안 그랬어? 걸레네. 썩어빠질 년들. 뿐인가? 그 똥파리들 가운데는 진짜로 잘나가던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출신 전과자도 있고, 아주 그냥 말도 못허지. 그런 줄도 모르고 뻔질나게 전화받고 전화받고. 멍청해도 어떻게 그렇게 멍청할 수가. 각 지역에서 1년에 남자들이 껄떡거리고 껄떡거리고 여자는 싫다고 싫다고, 그러다 1년에 죽어나가는 여자가 도대체 몇 명인데. 왜 하필 교도소에서 4년 살고 나온 친구랑 자냐고. 별명도 하필 전국구. 걔네들 잔잔바리 전과만 합쳐도 총 몇 년인데. 어설픈 삥바리 전과도 아니고 전문용어로 범죄 집단인데. 걔네들 벗겨 봐. 그 친구들 죄다 온몸이 도화지야. 오빠가 다 봤잖아? 가운데도 봤잖아? 직업여성조차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울고 불고 난리친 거 똑똑히 봤잖아? 
    하이에나 1은 넘어가고. 하이에나 2가 그녈 흑심 가득히 짝사랑하는데. 
    여행지에서, 술 퍼마시고, 밤에, 외갓남자랑 단둘이 1 대 1로, 자동차에 타고, 데이트를 해? 
    게임 끝이네 게임 끝.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들였고 홀딱 반해서 황홀감에 젖어 사랑하는 중인데. 
    그렇게 하이에나랑 카섹스? 잘한다 잘해. 멋지다 멋져. 대단하다~! 
    학교에 다니는 대신 가정교사로부터 교육 받지 못한 거, 티내는 거야 뭐야. 일자 무식이잖아? 맹추네. 가정교육 0이네. 신부수업이야 관심도 없을 테고. 연예인 지망생 1년 하다 미역국 먹은 거에 대한 보상 심리야 뭐야. 답 없구만. 천박한 촌년. 더러운 년. 집에서 부모님께 그렇게 배웠나? 그랬나? 아니면 것도 언니가 시켰나? 도대체 본인 의지야 누구 명령이야. 가방끈 짧은 게 문제가 아니야. 자기들은 뭘 모르면서 정작 뭘 아는 남자라면 환장하는 게 모순이라 그거라고. 말이 통하는 남자가 좋다면서, 걔네들이랑 말을 섞어보면 완전 깡통 소리만 들린다고. 안 그래? 오빠는, 돈만 내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삼류대 갔지만. 오빠는 옆에 딱 붙어서 코치 했으면 일류대 갈 수 있었어. 오빠 학교 다닐 때, 공부에 흥미를 잃은 제일 큰 이유가 뭔 줄 알아? 뭐긴 뭐야 제일 뒷자리 앉은 거지. 그러니까 1년 그래프를 보면 정확히 상에서 하로. 매해 반복. 뭐 오빤 독자적으로 잔재주에 취미 있었다 치고. 걘 돌머리 멍청이 바보네. 아휴~ (절레절레). 전국의 똥파리들 거기로 집결하는데 그게 또 좋데. 걔 누구야 고추에다 교도소에서 징그러운 불량품 넣은 마피아. 걔 지금 헬스클럽 관장이라메? 걔 단짝이랑 만나면 지금도 그러나? 옛날에 누구 있지 막 그러면서 여자 따먹은 얘기 빼면 시체. 집에서 하는 일은 오직 야한 동영상 보기 밖에 없어. 걔 집에서 크리스마스 날 모였잖아? 걔도 심하게 껄떡거렸잖아? 걔는 오빠한테 단짝도 뺐겼겠다 지가 좋아하는 여자도 뺐길 거 같고 미쳐버렸지. 걔들 만나보면 죄다 마피아 똥파리 하이에나들. 오빠 집에도 찾아왔지? 그 언니 직장에도 찾아가고. 지 고추를 언니 거기다 넣고 싶어서. 걔네들 옷 벗겨보면 죄다 등이랑 허벅지에 문신했고. 언제 적 느와르 영화야 뭐야. 그런데 그 똥파리들이랑 도매값 취급 받도록 오빠도 쪼르륵 거기로 오라고? 걔네들 하이에나한테 능멸받았는데, 숙녀여 개만도 못한 취급해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아멘. ~라면서 본인까지 거길 찾아가야 한다니. 
    하이에나 1, (늬까짓게 뭔데) 너 여자친구 생겼냐? (단짝까지 뺐어가더니 친구 여자까지 몰래 채가냐?)
    하이에나 2, 감히 내가 전화하는데 안 받아? 어디서! 받나 안 받나, 늬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하이에나 3, 너 취했냐? ············ 그 시간이면 충분하지. (나한테 아부 안 해? 너 디져 봐라 이런 호구 새끼)」 
    에밀리는 힘 빠졌는지 잠시 쉬었다 얘기하자면서 화장실에 갔다. 





    8. 에밀리의 회유 2

    에밀리는 돌아왔다. 이미 귀에서 피가 나는데 뭐 어쩔 수 있나. 계속 듣는 수밖에.
   「무엇보다 암컷 싸움닭 그분 앞에 무릎꿇으라니. 그게, 말인가, 양말인가! 으잉? 그걸 대체 말이라고 하나? 그게 아름다운 요청이야 아님 거룩한 명령이야? 뇌가 비었나 아님 순진한 거야. 어떻게 그런 싸구려가 오빨 좋아하지? 지가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나? 지가 무슨 권리로.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좋아하는 짝사랑남한테 지 위대하신 스토커 첫사랑을 자랑하고 자랑하고. 그것도 모자라 중간에 몇 다리를 걸쳤냐고. 여기서 끝이면 곤란허지, 암. 한참 오빠가 좋다면서 사랑에 빠져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다가. 신호 보내고 구애하고 유혹하고 꼬리치고. 그런데 중간에 전남자친구는 집 앞에서 왜 기다려. 어? 도대체 몇 다리를 걸쳤냐고! 어? 올인해도 모자를 판에 도대체 몇 명의 남자를 만난 거냔 말이지. 그러고서도 또 암컷 싸움닭은 지가 무슨 감독씩이나 된 것마냥 지 앞에 무릎 꿇으라는 식으로 또 멍청한 짓이나 하고 있고. 오합지졸에 둘러싸인 걸레잖아? 착해 보여서 좋아하는 척 만나 줬더니 뭐, 뚜벅이 주제에 어딜 넘보냐? 이런 삐──── 폐기물 중의 폐기물이잖아? 걸레 중의 걸레잖아? 그러고서 자기 집 애완견보다 못하도록, 오빠를 버리지 만도 못하게 취급해? 좋다면서? 신나도록 기뻐하며? 그것도 여자랑 태어나서 단 1번도 사겨보지 못한 우리 오빠, 모태솔로 오빠 앞에서? 인생 괴롭고 가정사도 꼬였는데, 사랑하지만 다가가진 못하겠고 속은 터지는데. 모태솔로 앞에 두고 속 뒤집어져 봐라? 나는야 신난다? 너 디져 봐라? 사람 엿 먹으라는 거야 뭐야? 어? 이런 삐───! 아아 뚜껑 열려. 아 빡쳐. 미치겠구만 증말 미치겠어. 완전 돌아버리겠네. 응? 말이 안 나온다 말이 안 나와! 왜 하필 그런 걸레야? 오빠! 똥파리 전 부인은 그만 잊고, 응? 나한테 와. 똥파리 전 마누라한테 미련가질 거 뭐 있어. 안 그래? 그냥 나한테 와. 그러면 돼. 내가 왕자님처럼 모실께. 응? 아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그게 낫겠네. 오빠도 보험 들어. 그럼 되잖아. 허허. 간단하네. 
    그러니까 속이 수도 없이 썩어문드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즐겼다고? 안 되겠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걔넨 좋아서 재밌어서 신나서 속이 뒤집어졌지만. 오빤 정반대였다는 거. 응? 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지. 지들은 자기 속 썩어문들어졌다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면서 으쌰으쌰 으쌰으쌰. 그러면서 오빠한테는 너도 디져 봐라 이 삐──── 속 썩어문드러져서 더 더더욱 썩어 봐라? 정내미가 뚝떨어지네 아이고야 고마워라. 
    (우리는) 오빠가 그럴 줄은 몰랐다! 뭐? 
    정말로 그럴 줄은 몰랐네? 누가 할 소리를! 
    그래? 그럼 그럴 줄은 모른 상황으로 몰지를 말던가. 자기들은 오빠를 '오빠가 그럴 줄은 몰랐다' 쥐구멍에 몰라넣어도 되고. 응? 걔네들은 '그럴 줄은 몰랐다' 개구멍까지 쫓기면 안 되고? 그런 게 어딨어. 순서만 다르잖아? 안 그래? 걔네들이 다 화를 자초한 거잖아? 걔네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니까 그러시네. 법치주의 때문에 안 하는 것 뿐. 해서는 안 되고 할 수 없으니까 단지 참을 뿐. 그게 아니라면, 어? 잘 아시지 않는가. 전기톱에 석궁에 사이코패스 저리 가라, 문제가 뭐냐고. 그처럼 알아서 생각하시라는 마음. 오빠 심정 잘 알아.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고. 섣불리 이해한다고 달래서 덮을려는 게 아니라. 나도 오빠 마음 충분히 공감한단 말이야. 응? 오빠! 난 그 언니들이 똥파리꽈인 줄은 꿈에도 몰랐네. 보면 볼 때마다 생각날 꺼 아니야? 안 그래? 그런 버러지 만도 못한 년들은, 지들이 사람이면, 지들이 여자면 똥파리 구멍에라도 얼굴 쳐박고 숨고 싶어야 정상이라고. 알어? 돌려줘. 돌려주라고. 하나 받았으면 이자 붙여서 베팅하라고. 응? 느껴 봐야지. 그게 뭔지를. 겪어 보라 그래. 당해 봐야 알 거 아니야. 안 그래? 당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그런 똥파리들, 하이에나들, 뱁새들, 암컷 싸움닭과 오합지졸의 경거망동을 당한 기분이 어땠는지. 지들도 뜬눈으로 꼬빡 세어보라 그래. 그게 어디 한두 번이었어야 말을 안 하지. 
    그와 달리 오빠는 안심해도 되고. 할 만큼 했고. 일단 두 가지 이유 때문. 첫째 내가 있고, 둘째 문학 작품 '네프스끼 거리'에 나오듯 '세파에 닳지 않은 순수함'때문에 그년 너무 순결하다고 보면 되고. OK? 처음에 여성성에 혹해서 사랑에 빠졌을 텐데. 그녀의 모든 것을 포근히 안아주고, 그녀의 모든 시간까지 한발 앞서 예측해주는 남성성까지 바랄 테고. 쉽지 않네 쉽지 않아. 숙녀의 사랑, 이제야 측정 가능하겠구만. 그러게 뭐랬어. 대체 불가능한 애정이 아니면 섣불리 얼굴 팔리지 말었어야지. 미래의 행복감과 미지의 희망은 다름 아니라 애액으로 측량할 수 있을 테고. 좌우지간 오빠 차였네 계속 차이네 또 차였다고. 차이는 게 무슨 취미야 뭐야. 안 되겠다. 오빠, 내 꺼 하자! 응? 똥파리 전부인이랑 하긴 뭘 하겠다고. 재치는 가라 그래. 그러게 내가 뭐랬어, 오빠. 응? 오빠. 똥파리 전마누라는 만나는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응? 설령, 어? 설사 나중 어떻게 어떻게 연분홍색 리본으로 묶고 하늘색으로 포장하고 어쩌고. 그럴지라도 나중 관계를 가지면 둘로 나뉘지.」 





    9. 에밀리의 회유 3. 

    에밀리는 입도 아프지 않나 보다.    
    「첫째, 영화에 나오듯이 부부관계 중에 갑자기 여자 얼굴이 똥파리로 보여, 그럼 어떻게 되겠어? 당연히 사그러들지. 영화에서는 남자가 정상 체위로 하던 중 갑자기 환영이 보여서 여자를 퍽~ 때리고, 여자는 파파팍~ 코피 터지고. 것도 쌍코피. 심지어 매번 반복. 예외는 없어. 관계 할 때마다 매번 똑같이 여자가 신나게 전개에서 아이 좋아라~ 워매 좋은그~ 하고 있는데, 갑자기 퍽~ 퍽~! 곧바로 여자 코피 파파팍~! 쌍코피 퍼퍼퍼퍽~! 환상과 신비와 행복과 호사와 별개로 할 때마다 그녀의 자존심이라는 코를 납짝 눌러주는 정도가 아니라. 안면을 묵사발로 만들어서 광대뼈와 코뼈 함몰에 어쩌고저쩌고. 관계할 때마다 매번. 그래서 결국 이혼. 할 때마다 여자 얼굴이 똥파리로 보이는데 어떻게 그짓을 하니. 응? 못하지. 같이 못 산다고. 영화에 나오듯이 마약하면 막 옆 사람 얼굴이 당나귀로 보이는 것처럼. 그녀 얼굴이 똥파리로 보인다니까?! 타인의 인내를 남용하면 그게 어디 보기 좋나. 오물은 저을수록 악취가 나는 것. 옷걸이 좋고 얼굴 팔리는 거 싫어하는 제비들은,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좀 어떤 거액 상속녀와 남 앞에 설 수 없다니까. 거액 상속녀조차 그런데 비리비리 동네 아줌마 아저씨처럼 그 흔한 남녀라면. 말 다 한 거라고요. 
    아아 바로 그래서 여자는 창녀가 되는 거구나. 그러니까 여자는 변태라고. 당하는 거 좋아하니까. 자기 엄마가 창녀란 말을 들어도 싸디 싸네. 참다 참다 싫다 싫다 참다 참다, 끝까지 참다, 마침내 손을 놔버리는 거. 인생 포기. 거기서 오뚜기처럼 일어나냐, 아니면 '어차피 이렇게 된 거'관성에 빠져드느냐. 그 차이. 걸레네. 싸구려 창녀. 모태솔로보다 유부남 고추에 환장한 년. G 스팟 열리면 눈에 뵈는 게 없는 년. 혼전에는 환승이별녀요 결혼 후에는 양다리녀. 인생 내내 일관되도록 어장관리이자 멀티태스킹인 년. 일생이 연예인병이구만 그래. 기준선도 까다롭지 않고 눈도 높지 않고. 일단 남자를 만나기 전부터 단물 뽑아먹고 버릴 생각부터 하는 년. 남자 등에 빨대 꼽을 생각 밖에 하지 않는 년. 뭐야? 성과녀 목적녀잖아! 그러니까 남자도 여자를, 여자도 남자를, 사람 아무나 만나는 거 아니라니까. 바로 그래서 다 가방끈 보고 집안도 살피고 다 다 볼 거 봐서 나이 따지고 뭐 따지고, 돼지고기 소고기 등급 따지듯 꼼꼼히 따져야 한다니까. 응? 그래서 오빠는 여태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바로, 
    A. 정실감이 아니면 마음을 주지 않음.
    B. 처녀가 아니면 사랑하지 않음. 100퍼센트 사실과 부합. 
    아무튼 여자를 보는 오빠의 연애관은 그랬다 치고. 그 다음 여자. 남자를 보는 여성적인 사랑론은 무엇일까? 이 남자가 만약에 바람피면 난 1번이면 끝일 남자, 과연 그 기준선도 기준선이라고 자랑스럽게 뭐, 전 1번이면 끝이에요? 끝인가 아닌가 그건 두고 보면 아는 거고! 어? 넌 디졌어. 너넨 디졌다고. 되져 봐야 정신을 차리지. 똥줄 타 봐 이 거지 같은 년들아. 어차피 남자는 육체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면 100퍼센트 바람을 피움.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 고로 사랑은 없음.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지, 만약 사랑이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그건 아마도 그런 거 아닐까? 
    <여자가 사랑에 빠질 때, 그냥 단순히 미남이라서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흠뻑 젖어 홀딱 반하는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아아 만일에 이 남자가 혹시라도 바람을 필지도 모를 테지만, 어떻게든 사전에 가능성 자체를 차단해서, 얠 난 영원히 내 걸로 만들고 싶다. 다음 생의 다음 생의 다음 생의 그 언제까지라도 난 얘 꺼 얜 내 꺼. 그러고 싶다. 애달프도록 간절히 원한다> 
    ~라는 심정이 드는 거. 그게 사랑 아닐까? 나는 사랑을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형씨 생각은 어떠슈? 어찌 됐든! 
    따라서 결국 어차피 예비 맞바람녀? 안녕, 잘가~! 꺼억, 트름 소리는 나지 않네. 왜? 못 먹어 주겠으니까. 그런 걸레 먹다 탈나거든. 우웩~! 우리 엄마처럼 아빠 바람피고 어쨌어도 끝까지 엄마는 우리 엄마였는데. 그와 정반대로 단 1번 만에 일찍도 참지 않을 여자. 내 손 꼭 잡고 나가 외갓남자를 만날 여자가 아니라. 바로 남몰래 조용조용히 외갓남자랑 바람필 년. 추접스러운 년. 더러운 년. 1번이면 끝인 여자. 남자가 1번이면 끝이고, 자기도 딴맘 품으면 끝이고. 무엇보다,  불륜은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년. 싸구려 중의 최저질 싸구려. 불륜이고 바람피고 죄악이고. 뭐든지 걸리지만 않으면 다다익선이는 거잖아? 그렇게나 사랑관이 지대하시면서, 문어발식 어장관리에 이 남자 저 남자 세력확장에, 방만한 유부남 관리에. 그러면서 챙피하지도 않는지 하는 말이라고는 뭐, 우리가 뭐 죄졌어? 졌네 죄. 죄 졌어. 져도 많이 졌구만. 아이쿠야~ 그 무거운 걸 짊어지고서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아니 어떻게? 골빈년. 
    다음으로. 
    둘째, 현실적으로 페니스를 세우지 못해. 설령 세운다 그래도 중간에 바람 빠져. 응? 물론 똥파리 전부인을 제외한 모든 여자한테는 아무 이상없이 관계 가능하고. 응? 환상이지. 쪽쪽 빨고 질질 싸고 훌훌 핥아주고. 어? 환상 환상! 단지 오직 똥파리 전마누라만 그 현상이 발생하고. 응? 
    왜, 그녀들이 똥파리 전마누라라고 하면 기분 나빠할 꺼 같아? 당연히 기분 상하지. 완전 빈정 상하지 왜 아니겠어. 그러니까 왜 자랑을 하냐 그거야. 난 똥파리 전부인이다 어쩔래, 꼽냐? ~라고 본인들이 자랑하고 뻐겼잖아? 병신 같은 년, 그러고서도 얼굴을 빳빳히 들었다고? 빨딱빨딱 빳빳히 선 고추나 빨아라, 이 고추천재들아. 걔도 딱 창녀 길로 빠지면 기뻐하면서 창녀할 여자네. 아예 직업여성은 차라리 낫지. 그게 아니라. 이혼한 다음에 캐셔 같은 직업을 고른 게 아니라, 밤의 세계를 전전하면서 2 대 2 파트너로 남잘 보자마자, 언제 봤다고 즉각 수트 하의 속으로 손부터 집어넣는 여자. 걔가 걔네. 2 대 2, 남녀 둘다 미남과 단춧구멍, 미녀와 선녀. 미녀가 보자마자 대번에 미남 수트 바지 속으로 속을 쓱~ 집어넣어. 웟따~ 이게 뭣이다냐 아이 좋아하 너무너무 행복하도다? 그녀도 누군가의 엄마겠지만 그녀 얼굴 표정을 봤어야 한다고. 허허. 걔가 걔! 딱 걔. 딱 걔가 꺠라고! 허허. 안 그래? 좋아하는 남자가, 대놓고 지 입으로 또 친구 통해서, 떡치고 따먹고 짝사랑 받았던 화려한 연애사를 쫙 풀어놓으면. 그럼 여자들 기분 퍽이나 좋겠네. 아조 그년들은 일생이 연예인병이야. 그 햄버거병은 당최 치료가 안 되는 불치병이라고. 산티 철철 넘치는 년. 언니는 얼마나 실망했을까. 공부 포기라면 경험자니까 이해는 헌다지만 뭐 인생 포기? 그래봤자 어차피 구역질 나서 한 침대에서 잘지라도, 한 명은 독수공방이요 또 한 명은 발기불능일 테니, 고로 늦기 전에 각자 갈길 찾아 떠나는 게 옳지. 그렇지. 헛구역질도 아니고 사람 그것도 숙녀 얼굴이 똥파리로 보이는 환시를 경험하고 경험하고 계속 경험하라고? 아아 생각만 해도 토할 꺼 같단 말야. 응? 그런데도 불구하고 꼴에 또 숙녀라고, 거울 보고 화장하고 잘난 척 이쁜 척 아주 그냥 쏠린다 쏠려. 지들이 사람이라면 존엄성이란 게 있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수치심이 없을 수 있지? 발가벗고 거리를 활보해도 아무렇지 않단 말이잖아! 환승이별녀랑 완벽한 판박이로구만 그래. 버러지 만도 못한 년들 같으니라고. 그래서 자발적으로 꺼져 줬을지도 모르고. 아님 아직도 못 깨우쳤거나. 속으로 좋다고 신나서 그랬을 꺼 아니냐고. 내 이마에 난 똥파리녀다, ~라고 써 있는 거 보이지? 이 뚜벅이 쪼다 등신 꼴갑 허접 쓰레기 거지 수컷아. 어디서 주제 넘게 기웃거려? 응? 늬 주제를 알어 이 거렁뱅이야~! 너 따위가 우리 똥파리 오빠한테 비교가 돼냐 그거지. 우리 똥파리 오빠가 잠시 한눈 팔다 떠나서 그렇지, 난 아직 정떼지 못했단 년. 왜 그랬냔 말이지. 멍청한 년들 지들끼리 오합지졸 놀던가 말던가. 그러니 나는 오빠 거 오빠는 내 꺼, 하자고! 응? 못할 거 없잖아. 안 그래? 새콤달콤한 첫경험과 새파란 첫키스, 그거 내가 줄께. 막 드린다고. 됐지? 그럼 딱 된 걸로! 
    아니 그럴 꺼 뭐 있어? 오빠, 그러지 말고, 우리. 응? 오빠. 우리 오늘부터 함께 살자. 그래도 그건 알아 둬. 
    사람들은 종종 떨어져 있을 때 서로에게 더 많은 애정을 느낀다는 점. 그야 어떻든. 
    오빠도 모태 솔로 나도 모태 솔로. 딱이네.
    송진을 만지는 사람은 더럽혀지는 것. 
    행운이 노크할 때 문을 여시오. 응? 오빠.」 





    10. 에밀리와 친교. 그녀가 사무실에 찾아옴. 딥키스. 스텔라 쇼가 지갑을 선물. 지갑 속엔 스텔라의 사진. 우리 사귀자.

    나는 최근 기분이 뭔가 이상하고 꿀꿀해서 꽃다발을 사서 사무실에 놔뒀다. 
    튤립. 프리지아. 라일락. 연분홍 장미. 안개꽃. 백합. 팬지. 데이지. 기타 등등. 부케도 구해 오고. 
    그리고 음악을 들었다. Joseph Martin Kraus / Allegro in D major VB163
    그렇게 나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을 하다 맨손 체조 하다가. 일을 하다가 공상도 가끔. 일을 하다가 빈둥빈둥. 
    그런데 갑자기 나팔꽃의 오묘한 청보라색을 쏙 빼닮은. 그런 화사한 원피스를 입은 에밀리가 찾아왔다. 
    오, 에밀리! 또? 그러게. 누가 아니래?
    여자는 두 부류, 세 부류, 만 가지로 나뉜다는 특징을 알려주는 그녀. 
    적어도 그녀는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 
    따라다니면. 쫓아다니면. 기다리면. 난봉꾼이든 발정난 똥파리든. 양아치든. 범죄자든. 전과 몇 범인 흉악범이든. 하이에나와 똥파리라면 일단 추종세력을 거느린 것 자체만으로 기쁨에 즐거워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최소한 그녀는 허영심 가득한 의전녀는 아니었다. 일편단심이었다. 순정파였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됐다. 어떤 여자는 그렇다는 것. 그렇다는 게 무엇인가? 하면! 첫째 어떤 여자는 스토킹을 좋아한다, 어떤 여자는 똥파리를 좋아하고 하이에나를 사랑한다. 
   「오빠. 들었어요?」
   「응?」
   「아 바닷물이 사라지는 드라마. 오빠 그거 보잖아. 거기 나오는 명대사. 엇그제 뭐라 그랬더라? 아 맞다. 
    "연애사라는 건 여자에겐 과거요 남자에겐 전적. 그런데 멍청하디 멍청한 여자는 자기 과거를 전적이자 자랑이요 아름다운 사랑쯤으로 아는 공주병 숙녀도 있다." 
    그 나레이션 말이야. 들었지? 들었을 거야. 정말 그렇더라고. 자기 과거를 떠벌리며 남자한테 들었녜? 만난지 얼마 안 됐든 어쩌든. 괜찮은 남자를 소개시켜 주라고 조르고 보채며 수소문해서 그 남자에 대한 정보를 대충 알고. 얼굴도 알고. 그래서 처음 만났고 홀딱 반했는데. 처음 만난 그 남자한테 들었녜! 응? 뭘 들어! 자기 연애사 광고해? 남자가 자길 어떻게 떠났다, 또 차였다, 양다리였다. 그걸 남자가 어떻게 아냐고. 그건 둘 중 하나야. 의전녀 아니면 연예인 지망생. 머리는 멍청하고, 할 줄 아는 거라곤 가수 춤추는 거 따라하는 거 밖에 없고. 똥파리가 따라다니면 좋아하고. 하이에나가 자기한테 환장하는 것도 모르고. 걔네들 사진 보면서 남자가 신나게 마스터베이션하고 겁나게 또 달리고. 것도 모르는 멍청이 중의 멍충이. 멍청해도 예술적으로 멍청한 년들. 똑같은 연애사라도 남자에겐 전적이지만 여자에겐 과거라는 것도 모른 채, 뭐? 뭐라고? 그런 멍청한 애들이 하는 말들 특징이 그래. 지들 바보 병신 모지리 천치라고 광고하는 애들 특징이 딱 그렇다고. 
    첫째, 들었어요?
    둘째, 오빠도 그래요? 
    저 백치미과에요 ~라고 자랑하는 일. 천박한 허영덩어리 주제에, 황홀한 사랑에 빠졌는데 연예인병? 아휴 말도 말어 말도 마. 
    삼류 취향에, 싸구려 안목에다, 쓰레기 인생들 받아 주고 만나 주고 거들어 주는 게 무슨 자랑씩이나. 지들도 오십보 백보네. 
    그런데 말이야, 10명의 여자 가운데 몇 명이 그럴 꺼 같아? 쉽게 말해서 8명이 이 분과고 나머지 롱테일이 나야 나. 응? 
    그러니까 그런 거 아냐. 여자를 다루는 기술이 출중한 사이코패스들한테 혹해서 사막까지 드라이브 갔다가 걸어오는 애들. 몇 없어. 
    다 지들이 자기 무덤 파는 거라고. 안 그래? 머리에 든 건 없고. 말이 통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은데 알고 보니 자긴 똥파리를 좋아하고. 
    실상 주위를 둘러 봐도 죄다 똥파리 아니면 하이에나 아니면 뱁새. 어쩌단 촌닭이 간간이 보이면 뭘 하냐고. 임자 있는데. 
    펠리컨 1마리가 아니라 송사리 4만 마리랑 하이에나 군단을 거느리고 싶은 여자. (절레절레) 
    오만 정 다 떨어지지? 그나마 남은 성욕마저 싹 사라지지 않아? 그래~ 내 그럴 줄 알았어.
    여자는 다 그래. 여자는 다 똑같다고. 여자는 그래요? 이마에 써 있는 거 알아주라는 거지. 
    전 멍청이 바보 밥통 천지 모지리 쪼다 등신 남자에 환장한 년이랍니다. 라고! 
    하오나. 난 달라. 난 아니야. 보면 모르겠어? 오빠, 응? 나라니까 나야 나라고! 
    그런데 오빠. 발톱을 보면 사자를 알 수 있다는 것. 모르겠어?
    네 스스로 꿀이 되면 파리들이 너를 삼킬 것이니라. 
    네 스스로 남에게 약점을 보이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남들이 너를 멸망시킬 것이다. 
    오빠. 안 그래? 오빠. 가시 있는 장미, 그게 바로 나. 나야 나 오빠. 오빠. 알지? 응, 오빠. 왜, 모르겠어 오빠?」
   「응? 뭘... 몰라!」
    그러고 보니. 오늘 그녀에게 뭔가 교묘한 분위기 말고도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향수 냄새가 아니라 그 냄새가 풍긴다는 점. 옅디 옅긴 하지만 누굴 속이나. 아아 그러고 보니 나는 개코였구나. 호호호. 
   「」
   「오빠. 내 립스틱 색깔 특별한 거 모르겠냐고.」
    그러더니 대뜸 그녀는 내게 키스를 했다. 
    그냥 키스도 아니었다. 딥키스. 찐하게. 짜릿하게. 진짜 달콤하고 새콤하며 환상적인 기분이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키스를 잘 못했기 때문일까? 그녀는 잠시 키스를 멈추더니 이렇게 말했다. 
   「계속해. 계속해도 돼.」
    다시 우리는 2차 키스를 이어갔다. 
   「날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라고 다그치진 않겠어 오빠.」
    뭐랄까 그녀는 사람 유치찬란해지도록 만드는 참으로 희안한 재주를 지녔다고나 할까. 난 마음이 심란했고 기분이 좋았고 다른 생각은 하나도 하기 싫었다. 
    그러다 에밀리는 내게 선물을 하나 주고 갔다. 
    자기가 내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스텔라 쇼 언니가 나한테 주는 선물이랬다. 
    이쯤 되니 난 뭔가 의심이 들었다. 스텔라와 에밀리는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라고 말이다. 
    어쨌든 에밀리는 일이 있다면서 사무실에서 나갔다. 
    그리고 나는 선물을 풀어봤다. 
    내용물은 지갑이었다. 단순히 지갑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는 뭐가 많았다. 
    즉 빈 지갑이 아니라 새 지갑인데. 내용물을 알아서 미리미리 채워놓은 것이다. 
    마치 신상품을 사면 그 신상품을 선전하는 모델과, 그걸 안내하는 새침한 숙녀와, 그 신상품에 걸맞는 지위와 형편까지 모두 받는 느낌? 
    정말 그랬다. 지갑 안에는 두둑한 현금 얼마. 스텔라 쇼의 사진. 신용 카드. 또 무슨 VIP 카드 등등. 별 게 다 있었다. 
    뭔가 뿌듯한 마음에 나는 너털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지갑을 집어서 소파에서 책상 쪽으로 가져갈려는데 뭔가가 떨어졌다. 
    바로, 스텔라 쇼가 자기 명함 뒤에 적은 글씨였다. 거긴 이렇게 씌여 있었다. 
   「오빠. 나랑 사귀자. 아니 이미 우린 연인이야. 알겠지? 도망갈 생각 꿈도 꾸지 마.」





    11. 스텔라 쇼에 대해서

    시사주간지 편집장 스텔라 쇼. 
    그녀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 걔도 뻔할 뻔자 멍청한 여자일까 아닐까. 
    소개팅 나가서 단짝한테 전화오고 전화오고. 괜찮은 남자 만나니까 좋아 어때 설레 잘생겼어? 
    들었어요 오빠 들었어요, 그 얘기 들었어요? 난 연애인이에요. 전 스타병 걸린 인생이래요. 전 백치미래요. 
    오빠도 그래요 오빠도 그러냐구요. 난 똥파리 드글드글 하이에나 구질구질 그런 게 좋은데. 오빠도 그래요? 
    난 인생이 공주병이라니까 그러시네, 응? 내가 괜히 어깨뽕 블라우스를 입는 게 아니라고요. 난 거울녀란 말이지 허허. 
    그러나! 아마도 내가 봤을 때. 스텔라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걘 그런 백치미 고양이이자 바보 멍충이 촌년은 아니었다. 
    ............
    ......
    ..
    <칼럼: 여자는 그래요> 참고. 
    ..
    ......
    ............
    그래서 나타는 게 누구냐, 짜잔~! 바로 스텔라 쇼. 뿐만 아니라 2순위로 에밀리도 대기 중이다. 여차 하면 양쪽에 끼고 만날 기세. 그동안 당한 거 싹 다 한꺼번에 해치워버려야지 뭐. 개 만도 못한 취급 받고 병신 등신 머저리 바보 거지 대우조차 못 받았는데. 못할 게 뭐야. 
    일단 스텔라 쇼. 스텔라 쇼는 달랐다. 걘 딱 보니 그랬다. 하는 일은 시사주간지 편집장.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C장조 K309라면 음... 자, 보자. 아마도 잉그리드 해블러의 깔끔 산뜻 정결하며 간결한 연주를 좋아할 테고. 또 뭐가 있을까. 맞다. 걘 신문기자 출신 소설가의 작품을 이따금 들여다 본다. 그냥 머릿속이 복잡해서 쉬려는 목적 반 노는 성과 반. 그렇게 뚜적거리는 식이다. 막 좋아서 보는 게 아니라 작가의 인생이 느껴지는 그 맛에 그냥 심심풀이 땅콩쯤으로 들춰보는, 그런 소소한 재미 때문일 것이다. 이를 테면 리처드 포드는 읽다 말다 읽다 말다, 셔우드 앤더슨도 심심하면 읽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나고. 굴러다니면 보고 어디로 사라졌어도 별 관심 없고. 친구한테 책을 빌려줘도 받을 생각도 없고. 귀걸이랑 옷차람이랑 딴 여자랑 비슷해 보이면 싫고. 
    그런 그녀가 나에게 연락해왔다. 정신병원에 동생이 살고 있는데 병문안을 가줄 수 있냐는 거였다. 
    그래서 우리는 만났고 그곳으로 떠났다. 





    12. 스텔라 쇼와 정신병원 병문안 가는 길

    나는 스텔라 쇼와 정신병원에 병문안 가는 중이다. 
    대형 밴 차량 안에는 스텔라와 나 둘 뿐. 
   「그런데 누굴 만나러 가는 거니? 말 해주지 않는 이유가 뭔데? 궁금하네. 뭘까? 도대체 누굴 만나러 가는 걸까?」
   「가 보면 알아.」
   「그래?」
   「음악 들을래?」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비버의 4성부 아리아가 흘러나왔다. 
    깊이 잠들어버린 야망을 흥분시키는 묘한 환상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니다. 그보다는 사랑 쪽이다.
    아, 맞다. 에밀리가 전해 준 지갑.
   「지갑 이쁘던데. 난 뭐하느라 여태 지갑도 없이 살았지 뭐니.」
   「응? 무슨 지갑?」
   「사진도 잘 나왔고.」
   「무슨 사진? 너 요즘 누드사진 찍니?」
   「누드사진? 내가 누드사진을 왜 찍어! 왜 누가 나한테 넌지시 물어보래니? 신작 에로영화에 까메오로 출연할 생각 없냐고?」
   「내가 아는 에로영화 감독이 어딨니? 난 영화계 쪽에는 닫는 인맥이 전무한데.」
    난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 세한 느낌은 아마도 에밀리의 작전인 듯 느껴졌다. 
    그럼 설마 에밀리가 스텔라 쇼를 제끼고 날 독차지하겠다는 건가? 그래도 나쁠 건 없고. 허허. 호호. 히히히. 
    그야 어떻든 남자는 오직 육체적 사랑을 위해서 여자를 만나는 것일 뿐. 아니라면 거짓말. 
    여자가 살과 살의 감정적 접촉을 거부해 보시라. 첫째 바람난다, 둘째 이상한 영상을 보면서 혼자 푼다, 셋째 남성 호르몬이 저조한 슬럼프다. 셋 중 하나다. 
    좌우지간 우린 여자라면 신물이 난다. 가만 있어도 여자는 굴러오고 굴러오고. 발에 채이는 게 여자일 뿐. 
    여자를 다루는 기술이라면 말도 말고. 옛말에도 있다. 
    여자에게 아름답다고 말하라, 그러면 그녀는 금방 바보로 변할 것이다. ~라고! 
    딸랑딸랑 주목 받으면 좋아하고. 새콤달콤 관심 집중되면 들뜨기 마련. 인간은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존재. 사람은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고. 여자의 마음은 기본적으로 이기주의자. 그런 여심을 쥐락펴락? 최고의 방법은 그것. 여자 말 잘 들을 것 같고, 여자보다 말수 많지 않고, 어리숙하며 매가리 없을 정도로만 잘생기고. 얘라면 평생 나만 보겠다 내가 쥐락펴락할 수 있겠다, 라는 마음을 심어주면. 그럼 여자는 아찔한 사랑에 빠져 황홀감에 흠뻑 젖을 수 밖에. 역시나 사랑이 좋긴 좋다. 여자가 말하기를, 돈이 좋긴 좋네 라는 것처럼. 
    그렇다면! 여자와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로맨티스트가 젊음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나. 정답은 하나. (딱) 새로운 여자와 연애하기! 그 쉬운 걸 뭘 고민씩이나. 어차피 난 지금 싱글. 법적으로 깨끗하고. 한 번도 갔다 오지 않았고. 연애론으로 따져 봐도 모태 솔로. 그렇지만 여자들이 무얼 좋아하는지는 귀신 곡할 정도로 잘 알지는 않지만, 또 모르지도 않고. 쉽게 말해 나 좋다는 여자, 지금은 공석. 고로 나는 돌아온 싱글 일명 돌싱! 그런데 마침 에밀리가 날 거두어 준다니. 그럼 이제 에밀리와 나의 육체적 사랑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인가? 크크크크크. 호호호호호. 아 신난다. 
    그렇게 스텔라와 나는 정신병원에 도착했다. 





    13. 정신병원 도착. 나는 정신병원게 갇힘

    그렇게 스텔라와 나는 정신병원에 도착했다. 
    적당한 수속을 마치고 어쩌고. 그렇게 접견실에 들어가고. 
    그런데 왜 나와 스텔라의 공간이 다르지? 
   「자기야. 잘있어. 여기도 꽤 살만 해. 작품 나오면 연락하고. 나 갈께.」
   「어? 지금 이거... 장난하지 마. 어? 재미없어.」
   「아 맞다. 에밀리가 안부 전해 주래. 너랑 서류부터 신혼 사진이랑 기타 등등이랑. 모두 준비되면 알려 준데.」
   「뭐?」
   「난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거야. 에밀리가 다 시킨 거라고. 나 간다. 긴 말 하지 말랬거든.」
   「뭐하자는 거야? 나보고 여기 남으라고?」
   「잘 아네. 그럼 안녕.」
    그렇게 스텔라는 떠났고 나는 정신병원에 갇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딱 1.5일 정도는 격분했다. 나는 나갈려고 발버둥쳤다. 
    1.5일이 지나니까 약간 애매해졌다. 
    인생은 기쁨이요 사랑은 행복이라는 비밀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자, 이제 바쁜 일정이 끊임없이 등장하면 딱 좋을 텐데. 그럴 텐데. 막 그러면서. 남은 건 오직 적막감뿐인데 이건 뭐지. 
    그렇게 고독한 감정이 심하게 극에 달하는 순간,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처럼 3일째부터는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정신병원에 감금된 미친 삼촌이 아니었다. 
    외부와 연락도 가능하고 인터넷이든 뭐든 자유였다. 그렇다. 여긴 최고급 몽블랑 요양원인 것이다. 
    외출도 가능했다. 군것질 오락 등등 얼마든지. 그처럼 나는 나가기 싫어졌다. 여기가 좋아진 것이다. 왜인 줄은 알 수 없었다. 





    14. 집으로 돌아옴

    나는 정신병원에서 한가지 비밀을 알게 됐다. 그곳의 소유주가 바로 에밀리라는 걸. 
    그 외 달리 특별한 일은 없었다. 또 내가 없어져도 찾는 사람도 없고. 나갔다 들어오고 나갔다 들어오고. 
    자유롭게 풀어놓고. 가둬 놓지도 않고. 우주선에나 사용되는 특수 합금으로 목에다 원형 목걸이를 매달지도 않고. 
    어느 범위를 벗어나면 띠─띠─띠─띠─ 막 그렇게 딱 드라마처럼 특별인 취급해 주지도 않고. 한마디로 재미없었다. 
    그게 한 1주일 경과했을 때던가 그랬다.  
    배가 육지에서 다닌다는 건 바다가 포기했다는 것인데, 여긴 아마도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각별한 애착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고. 별다른 말벗이 있을 리 만무하고. 
    몹시 실망? 그래서 나는 싫증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상황에 무슨 쓸데없는 의미 부여를 하겠나. 인생의 환희보다 그냥 심심함과 따분함이 전부였다. 
    그렇듯 이곳은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때문에 난 여기가 자기만의 세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그러므로 곧장 집으로 갔다. 





    15. 에밀리가 사무실에 들이닥침. 친구까지 들이닦침. 좋다 맘

    그날도 나는 역시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헨델의 오페라 알치나 HWV 34 가운데 아리아 ‘푸른 초원’
    오늘의 색상은 모르겠고. 너무 고적해서 이번에는 가짜꽃을 잔뜩 사서 소파 한쪽에 놔뒀다. 
    생각나는 효과음이야 뭐 드라마도 귀찮아서 안 보는데 관심도 없고. 들리면 듣고 보이면 말고. 
    향기? 향기는 뭔 향기. 감촉? 촉촉한 속살 기막힌 마블링. 뭐? 
    그런데 갑자기 문이 벌컥! 
   「오빠. 나야.」
    에밀리였다. 
   「어? 어.」
   「인사가 뭐 그래? 오빠 오늘 기분 어때? 오늘은 낭만주의자야 이상주의자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오빤 왜 나한테 연락 안 해? 뭐 나한테 삐진 거 있어? 아님 토라진 거 많아?」
   「내가 너한테 왜 삐져.」
   「오빠 한동안 안 보이더라.」
   「어디 좀 갔다 왔어.」
   「그래 내가 말할께. 스텔라 언니가 오빠 좋아한단 거 다 뻥이었어.」
   「알고 있었어. 내가 그거도 몰랐겠니. 무슨 용건이라도?」
   「이 오빠 삐졌네 삐졌어. 오빠 이제부터 삐돌이. 그래도 내 꺼 하자 오빠. 응?」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정색하지 마시고. (시계를 쳐다보며) 아직까지는 키스 타임 30분 전.」
   「너 자꾸 그렇게 오빠 놀릴래?」
   「오빠. 데이트 앱 가입했다며? 심지어 돌씽 전문으로.」
   「어? 늬가 그걸 어떻게 알어?」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어. 어? 어찌 알긴 어찌 누가 몰라. 난 오빠가 하는 일 다 알아. 난 오빠의 모든 걸 알고 싶다고. 아울러 난 오빠의 그 모든 것이 되어드리고 싶고. 오빠 혹시 위는 간절하고 아래는 처절한 거 아니야? 허허. 호호. 그렇지만 혹시 오빠가 장타자면 어떡하지? 오빠 거포야? 아님 뻔트? 쨉? 와 오빠 놀리니까 재밌다. 오빠 어디 가서, 나 만났다고 해도 돼. 난 오빠 여편네니까. 어디 가서 내가 오빠 마누라라고 제발 소문내고 다녀 주라고. 응? 그런데 있잖아. 오빠 설마...」
   「설마, 뭐? 너 혹시... 그래. 나 그럴려고 했어. 연기하기도 싫고. 보고 싶은 사람도 없고. 짜증 심술 투정 응석 불평 불만만 늘었어. 억지 부릴 뭣도 없고. 바람기는 남 얘기고. 막살자 웨이터랑도 이젠 안 만나. 그래도 공주병 연예인병 허영심 특유의 열성은 썩 달갑지 않고. 뭐? 그래 나 데이트 어플 가입했어. 왜? 왜긴 왜야! 어? 냉소적인 목적이 뭐겠니. 뭐긴 뭐야, 만나고 싶은 숙녀는 오직 그거지. 일명,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녀!」
   「어떻게 말해도 말해도, 참. 응? 아 쫌! 왜, 내가 오빠 안달복달하게 해 줘? 그러지 말고 우리, 응? 내가 오빠를 애걸복걸 좋아하는 걸로 하자. 그게 좋겠다. 그치? 뭇여성들로부터 수시로 짝사랑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내심 좋아하는 습관. 이제 버릴 때도 됐잖아? 안 그래? 남잔 죽을 때까지 오직 그 생각 뿐인 거야? 정말 그런 거야?」
    그러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소파로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에밀리는 내 등에 업혔다. 난 아주 잠깐 휘청했지만 필사적으로 버텼다. 당연히 그날 에밀리는 하늘하늘 나풀나풀 그런 옷차림이었으니, 고로 난 느껴졌다. 게다가 그년 내게 말했었다. 자기 가슴은 무슨컵이라서 친구들조차 팔짱끼면 징그러워한다고. 그렇다고 나도 징그러울까? 그럴 리가 있나. 정반대라면 또 모를까. 일단 거기까진 좋았다. 그럴 수 있다. 그래도 된다 안 된다, 는 타인이 판단할 일이 아니고. 거긴 우리 둘 밖에 없었고. 우리는 그런 사이였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이유, 딴 거 없다. 밉상스러운 논리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인간도 동물인 것. 다큐멘터리의 세계는 그럴 수 밖에. 무엇보다, 예외는 없다는 것. 무의식을 살짝 들춰보... 덮자. 차라리 그게 낫겠다. 덮을 수 밖에 없을 테니까. 
    외모 보다는 성격을 봐요? 뻥 싹 다 구라 새빨간 거짓말!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선호? 대화가 통하는 척하는 것일 뿐. 간접화법 번역기는 오직 최후의 목적을 위해서.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짜증이 증폭돼야 정상. 아니면 비정상. 호색가. 발정기. 암코양이. 수캐. 색마. 응큼한 년. 기타 등등. 다 서로 알면서 모른 척 능글맞도록 번역기 돌려가면서 떠보고. 유행가에 나오는 사랑이나 다른 사랑이나, 분간하기도 말하기도 다 귀찮다는 것. 
    음악 듣는 걸 좋아해요, 쇼핑도 좋고, 애완동물 완전 귀여워요, 진솔한 대화? 관심없음. 겉으로야 웃고 받아주고 어쩌고. 속으로는 때리고 싶음. 
    오래 보아야 알 수 있는 스타일이네, 내 사람에게만 잘해요, 구속 받는 건 싫어요, 어장관리도 싫어요? 피차 갈길 가자, 안녕인 것. 단! 만족할 건 만족한 다음에. 기댈 수 있는 어깨가 필요해요? 가식이 최선!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가 소파에 딱 앉는 그 순간. 에밀리가 하필 먼저 앉았다. 그래서 나는 에밀리 위에 앉게 됐고. 
    물론~ 거기까진 좋았다. 괜찮다. 그럴 수 있다. 그러지 말란 법도 없고. 
    그러다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잠시 후. 
    에밀리는 결국 앉았다. 어디에? 내 위에! 
   「이거 너무 빠른 거 아니니?」
   「뭐가?」
    그러면서 에밀리는 사무실 가운데로 걸어가서 날 보며 서 있었다. 
    그럼 나도 따라가서 섰을까?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난 자리에서 선 게 아니라 다른 게 서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벌컥. 웬 낯선 여인이 들어왔다. 뭐 하나 빠질 거 없는,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의 정반대녀가 들어왔다. 
    때문에 나는 말하자면 수직으로 설 수도 없고 수평으로, 수평 훨씬 이상이기 때문에 어정쩡 엉거주춤 선 다음 억지로 허리를 굽혀서 수평으로 만들고 어쩌고. 그렇게 괴상한 자세를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오빠. 내 친구야. 통성명은 다음에 하고. 너무 성급하면 재미없잖아? 응, 오빠.」 
   「안녕하세요. 오빠. 오빠 듣던대로...」 듣던대로 뭐? 
   「듣던대로 애기 아빠 같아요. 딱이네.」 딱이긴 뭐가 딱이야. 뭐 딱하단 말이야 뭐야.
    그녀는 몸매가 예술이었다. 그 새침한 하이힐. 하이힐 빼고 나머지완 완전히 똑 맞아떨어졌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오빠. 설마... 왜 셋이서 데이트할 생각했어? 그건 다음에 하자. 난 오늘 얘랑 단둘이 데이트할 거니까. 우린 그거 차차 다음에 얘기하고. 오늘은 이만 안녕 하자고. 응? 오빠 나 간다.」
    쟤들 뭐야?
    지들이 뭔데! 
    엎질러진 우유를 놓고 울어도 소용없다. 
    걔들은 갔다. 괜히 좋다 말았다. 오히려 더 기분이 더러워졌다. 심란해졌다. 망했다. 상했다. 완전 빈정상했다. 이런 젠장! 





    16. 에밀리의 웅변 1

    나는 오늘도 에밀리를 만났다. 얜 내게 앙심을 품은 것일까? 정녕 내 귀가 타들어가는 게 보이지 않는 걸까? 아니면 내 불행에 종지부를 찍어주려는 것일까. 사심 없는 호의 치고는 인생의 모순이 가득 담긴 강의. 이건 뭐 설교도 아니고 수다도 아니고, 대체 뭐지? 나는 꽤 난처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고, 무엇보다 얘기 듣기를 멈출 수도 없었다. 
   「오빠. 얼굴 표정이 왜 그래? 나 싫어? 아님 내 얘기 듣기가 싫은 거야? 아니지? 그렇지? 그럼. 그렇지. 누구 오빤데. 허허. 호호호. 히히히히히.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오빠. 그러니까 말이지, 응? 어? 뭐? 뭐가 뭐? 어 그러니까 있잖아. 있지? 자, 봐 봐. 노골적인 갈망을 거저 먹을 수 있나. 하오나! 인생이란 미친 듯한 욕망의 대만족을 날로 먹을 수도 있다는 것. 사랑이 뭐 별건가.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겠다는데, 그분들께서 오빠가 너무너무 좋아죽겠다는 그 사랑은 그분 마음 아닌가. 뭐 일단 입 털기 전에 몸 풀기였고. 자, 잘 들어 봐 봐. 응? 집중. 어! 뭐해 귀 기울여 잘 듣지 않고. 자, 보자. 
    뭐, 카섹스? 카 스테레오 오디오도 아니고, 뭐? 질 외 사정이야 뭐야.
    좋아하는 여자가 있을 때, 만날 때, 사귈 때, 썸탈 때. 남자가 자기 자동차 옆 자리는, 그녀가 아니면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는 것. 여자는 완전 좋아하지. 왜 아니겠어? 완전히 그야말로 최고지. 그럼. 그렇고 말고. 오직 그녀만을 위해서 그곳은 금단의 영역으로 신성화시키는 일. 다름 아니라 우리 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사랑의 기쁨인 것. 물론 우리는, 1 대 1이면 여자가 아니 남자가 절대 절대 거절하지 않았는데. 호박이 끊임없이 제 발로 굴러오고 또 굴러오고 계속 굴러왔는데. 
    그런데 숙녀가 뭐 썩은 호박도 아니고, 제 발로 하이에나이자 전직 조직폭력배 것도 유명한 행동대장, 것도 좋아하는 오빠의 친구인 그 남자 자동차 조수석에 좋다고 타다니! 하필 여행지에서. 심지어 단둘이. 더더군다나 술 먹고. 것도 밤에. 시간도 넉넉하게. 그 다음에 카섹스~! (딱) OK~! 동시에 똥파리녀라고 자랑하고. 어? 똥파리 다음에 하이에나. 툭하면 지 자랑. 지 밖에 몰라. 진짜로 연예인 지망생이었다가 포기했고. 멍청하니까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었고. 그런데 여전히 연예인병은 인생이고. 우리 똥파리 오빠를 못 잊었다는 둥, 우리 똥파리 오빠가 집 앞에서 어제도 기다렸더라는 둥. 우리 똥파리 오빠가 형편만 좀 나았어도 넌 국물도 없다는 식. 어디서 감히! 심지어 우리 똥파리 오빠한테 정도 못 뗐어. 양다리에 환승이별에 걸레에 최악 중의 최악이네. 응? 하물며 사랑에 이미 빠져서 사랑의 포로를 자처했으면서. 수시로 소개팅에 선보고 어쩌고. 나이트클럽에 회사 단짝 언니랑 출근해. 택시기사가 꼬시더라고 자랑해. 남자만 봤다 하면 질질 싸는 년. 문어발식 세력 확장이구만 그래. 걔 유부남이라면 환장하니까 지 직장 유부남들한테도 졸나 대 줬겠네. 뻔하구만. 골빈년이잖아? 무개념녀. 바로 그런 애들이 집구석에 틀어박혀서 인터넷에 글 쓰는 거 아니야. 자기가 고추천재네 뭐네. 고추를 빨고 있으면 온갖 잡생각이 사라진다 고추 빠는 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기쁘다 좋다 신난다 어쩐다. 
    그게 뭐가 아름다운 사랑이야? 도대체가 말이야, 그게 뭐냐고. 어? 장난해? 어? 걔 쓰레기 샴류 걸레 주제에. 싸구려 환승이별녀나 돼가지고. 똥파리한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년. 똥파리만 완전 좋아하는 년. 똥파리에 환장한 년. 특히, 남자라면 남자인 족족 미쳐버리는 년. 남자만 봤다 하면 사족을 못 쓰는 년. 지가 남자 없이 살 수 있어? 쌍년이네 썅년! 
    갸도 오빠 친구들의 전 여친이랑 똑같네. 5년 만나다 중간에 딴 남자 만나고 딴 남자랑 자고 사겼으면서, 남자가 형편 나아지니까 쪼르륵 달려와서 다시 사귀자는 년. 개 쓰레기. 환승이별녀. 똥파리녀. 창녀가 차라리 나아. 똥파리에 최적화된 숙녀 인생. 똥파리 사랑을 위해 태어난 년. 똥파리 천재. 하이에나 짝사랑녀. 그런 년들이 바로 G 스팟 열리면 막 그냥 막 주고 다니지. 일어탁수. 미꾸라지 같은 년. 그런 년들이 나중 남자들 사이에서 성적으로 유명해진다고. 그러다 매독 걸리고 에이즈 걸리고 퍼트리고 퍼트리고. 여자 얼굴에 똥칠하고 똥칠하고. 그래도 스스로 멍청한 줄은 알아가지고 이상형이 꼴에 지적인 남자래. 잘났어 정말. 어디 가서 지가 오빠 여자라고 광고하고 다니지 말라 그래. 그런 예술적으로 멍청한 여자? 창피하다 창피해. 뭔 남자만 봤다 하면 보지가 벌렁벌렁. 그래봤자 똥파리녀. 자기가 멍청해도 예술적으로 멍청한 줄은 잘 아나 보지? 응? 아니면 보지가 근질근질하나시나? 창피한 줄도 모른 체 목에다 기부스한 년들. 벌거벗은 임금님인데 위와 아래를 가릴 줄 몰라. 아니 가리는 거 싫어해. 막 대 주는 년들 그 얼마나 많은데. 우리가 왜 몰라? 「엇그제 선배 여자가 대 주더라!」 아니 아니. 차라리 미꾸라지 전여편네라면서 광고하고 싶어한다고. 여자는 기본적으로 일생이 연예인병. 나 꽃이야, 그거 별거 아님. 내 연애사, 봤지? 나 이런 사람이야 나 이런 여자라고~! 그래? 걸레네. 남자랑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남자한테 다리 벌리고 대 준 게 그렇게나 자랑스럽나? 마빡에 헤픈년이라며 써 놓고 연애를 시작하냐고. 짝사랑은 연애인, 첫사랑은 똥파리, 전남자친구 사진을 1년 동안 지갑 속에 간직하며 마음으로 사랑해, 정도 못 뗐으면서 딴 남자를 좋아하는 걸로도 모자라 전남자친구를 또 만나. 하이에나들 한꺼번에 1 대 1로 다 상대해 줘. 그러면서 뭐 별로인 남자들만 꼬여서 고민이라고? 생애 최초로 '사랑할 가능성이 있는' 남자가 운전하는 승용차 조수석, 거기 최초로 탄 게 하필 하이에나. 안 그래도 팔랑귀에, 입은 싸고, 말은 많고, 변심은 습관이요 변덕은 취미에다, 툭하면 험담 심심하면 남편 흉보기. 하이에나 껄떡거리는 게 그렇게나 좋으면 아예 그 길로 들어서. 어? 그럼 될 꺼 아니야. 어? 똥파리 꼬인다고 좋다며 잘난 척할 꺼면, 어? 가서 신나게, 실컷, 마음껏, 원없이, 똥파리 거기나 가서 마음껏 빨아 주란 말이야. 응? 너네 그런 거 좋아하잖아? 열렬히 원하잖아? 완전 진심으로 애원하지 않냐고. 좋으면서 싫은 척 내숭은 또 기가 막혀. 애시당초 이미 G 스팟이 열리기 훨씬 전부터 아예 그냥 눈에 뵈는 게 없구만 그래. 기쁘시겠어요, 네? 얼마나 좋겠냐구요. 얼씨구. 지들이 할 줄 아는 게 뭐 있어.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녀와 붙어먹은 남편. 불륜 핑계 대는 남편에 맞대응해 바람핀 부인. 그래서 그 다음 친구랑 수다 3시간) 할 말이라고는 딱 그거. 「지가 먼저 바람폈잖아?!」 그럼 아예 시작을 말던가. 응?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꼬리 아홉개 달렸기 때문에 아홉가 각자 따로따로 유혹은 신나게 하고, 쉬지 않고 흘리고 다니고. 남자를 먼저 유혹해놓고 남자가 안 넘어오면 그만? 바람피고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 똥파리가 쫌만 노력하면 개나 소나 다 따먹을 수 있는 년! 겨우 그깟 똥파리녀 하나 때문에 13년 동안 싸웠다고? 똥파리든 날파리든 그분들께서 쫌만 노력하면, 개나 소나, 죄다 몽땅 싹 다 가리지 않고,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주는 년! 보살이야 뭐야. 빠르냐 늦냐 밖에 차이 없지, 어차피 누가 됐든, 최선을 다해서 펠라치오 해 주고 커닐링구스 받을 거 아니냐고. 그런 허접한 관심종자가 사랑이라고? 사랑이 썩었네 썩었어. 아아 들린다 오오 정말 선명히 들리네. 무엇이? 많이 먹다 질렸다는 트름 소리가, 꺼~억! 정말로 그 과정에 그 고생에 그 시간 낭비까지? 별들의 전쟁 좋아하시네. 더 말해 봐야 내 입만 아프다. 관 두자 관 둬. 때려쳐 때려치라고.」 





    17. 에밀리의 웅변 2

   「골빈년. 
    그 정도는 널리고 널렸어. 예비 맞바람녀, 매력 없어. 만약 내가 남자라면 그런 더러운 년 트럭 채로 곱하기, 곱하기 얼마든지 가져와 보라 그래. 어디 눈 하나 꿈쩍하나 보게. 어림도 없어. 나한텐 안돼. 뼈도 못 추린다고. 어디서! 뭐, 감히? 문어대가리 썩어빠진 냄새 풍기지 말고 썩 꺼지라 그래. 미꾸라지 같은 년. 사랑이 무슨 성상납이야? 결혼이 뭔 애들 장난인 줄 아냐고. 
    맞바람 필 년은 필요없어. 줘도 안 먹을 테니 가라 그래. 누구한테로? 누구긴 누구야 똥파리지. 만나던 똥파리나 많이 만나라 그래. 걔 그거 좋아하잖아? 걔 그런 거 완전 좋아하잖아! 어차피 먹어 봐야 맛도 구려. 적당히 발효한 치즈도 아니고, 거 무슨 썩어빠진 음식물 쓰레기를 걸신 들린 것마냥 먹을 일 있나? 신선하디 신선한 요구르트랑 새콤달콤 음료랑. 얼마든지 풍부한데? 그걸 먹느니 내 차라리 굶겠다. 그건 미친 거지. 아끼다 똥된다고 어차피 썩어문드러져서 흙으로 돌아갈 몸뚱이. 시작도 전에 끝낼 생각부터 하잖아. 막 굴리며 그저 다리 벌릴 생각만 가득하다고. 응큼한 년. 심심하면 애액이나 질질 흘리고. 시도 때도 없이 막 쉬지 않고 싸. 그러고서 뭐, 이런 버러지 만도 못한 뚜벅이 주제에 개차반아 늬 주제를 알거라? 
    얼굴 반반한 거 말고는 아무런 잇점, 경쟁력, 매력 기타 등등 전무하다고. 걔 만큼 안 착한 여자가 어딨냐고. 한정판도 아니고. 이미 늙었고. 밣키기나 하고. 안 그래도 헤퍼. 그냥 막 줘. 막 퍼준다고. 그 정도는 흔하디 흔하고. 특별판은 개뿔. 특별판 다 썩었네 썩었어. 싸구려 중의 싸구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기가 싸구려인 줄 몰라. 지가 이쁜 줄 알지. 하이에나들한테 대접받고 살았으니까. 
    개나 소나 다 따먹을 수 있잖아? 
    개나 소나 다 마음을 얻을 수 있잖아? 
    개나 소나 다, 개든지 소든지 안 가리고 막 다 주는 거잖아? 
    왜 하필 골빈년. 
    뭐니 뭐니 해도 기준은 우리 엄마. 응? 엄마라고. 그런데 뭐 예비 맞바람녀? 기준선에 심하게 모자름. 염병할 썩은 사랑같으니라고. 우리 엄마. 그럼. 엄마라는 숙녀 인생을 통틀어서 우리 엄마한테 남자가 몇 명이었는데. 우리 엄마에게 남자는 참 많게도 오직 딱 1명. 그분이 누구? 우리 아빠. 그럼. 장기전은 물론 중반전도 탐색전에 전초전까지 얼마든지 맞춰 줄 수 있는데. 오빠가 그러길 간절히 갈망했는데. 그런데 시작부터 우리 똥파리 오빠를 못 잊는다는 둥 만나고 어쩌고,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나고 다니면서 걸레로 살았던 걸로도 모자라, 간접고백도 매몰차고 표독스럽게 거절. 그 징글징글한 똥파리처럼 100번 찍고 스토커 강간범처럼 1000번 들이대라고? 우리가 무슨 껄떡쇤가. 또 의전녀야? 가라. 가. 꺼지라고. 딴 데 가면 의전에 환장한 하이에나들은 우글우글 꽉 찼고. 널린 게 여자고. 똥파리 구애라면 홀딱 반하는 년들은 필요없고. 똥파릴 위해서 태어나신 숙녀라면 그분들과 끼리끼리 사랑하면 그뿐. 벌레는 벌레끼리, 파충류는 파충류끼리. OK? 아니 왜 그분들 리그에 오빠까지. '어딜 넘봐'녀? 신물이 난다 신물이 나. 상향 지원녀는 먼저 몸부터 주고 시작하고. 하향 지원녀는 돈 싸들고 와라, 꽃 들고 쫓아다니고 기다리면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그래봤자 전남자친구는 똥파리, 첫사랑은 스토커, 그럼 장래 남편감은 강간범? 언닌 실망했을지 몰라도 엄만 사윗감이 그런 줄 아실려나 모르겠네 모르겠어. 타고난 도화살 때문에 손만 까딱해도 어디 가기만 해도 똥파리 꼬인다며 행복하다고 비명 지르는 년. 하이에나들 껄떡거린다고 또 자랑해.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회사에 누가 찾아오고 찾아오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꽃이라고 아무리 꿀벌이 꼬인다지만. 왜 하필 골빈년이자 예비 맞바람녀 멍청이 맹녀꽃이라니. (절레절레) (절레절레). 나 꽃이야? 꺼져. 죽어. 나가디져. 가라고. 뭐, <누구나 자신의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하늘이 안배해주신 다른 한 사랑을 하게 될 거예요. 그러나 진정으로 당신이 원하는 사랑을 만났을 때애는 반드시 맘 속으로 항상 감사해야 하겠죠>? 사랑을 그렇게나 잘 아시는 년들이 그랬다고? 문어발식으로 남자들 관리하며 애 쓰면 순위 바꿔주고. 강간범이랑 희망찬 미래에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야 뭐야. 하늘이 안배해주신 사랑이 쫄딱 망했네 망했어. 뭐 저울질을 하늘이 어쩌고 어째? 그럼 염장질도 하늘이 점지해 주신 거네? 설마 당신의 그 사람이 당신의 방식대로 당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다 하여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그럼 뭘해 일찍도 딴 남자랑 카섹스하는데. 그 언니 친구 몇 명 없잖아? 달랑 두어 명이 전부잖아? 그럼 오빠가 그 친구랑 카섹스 하면 퍽이나 좋아하겠네? 그러잖아? 진짜 걔들 몇 명이서 똘똘 뭉쳐서, 남자는 남자들대로, 여자는 여자들대로. 오합지졸로 각자 개인적으로 또 단합해서, 모태솔로 수컷 한 명 앞에 놓고 지랄발광을 했구만 그래. 그러고서도 고개 빤히 쳐 들고, 밑에꺼 아침에 빳빳히 고개드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챙피한 줄도 몰라. 수치심도 없어. 얼굴 팔리는 거 제일 좋아라 그래. 똥파리만 꼬이면 환장해. 넘보지 말라며? 개 만도 못한 주제에 병신새끼 꺼지라며? 혼자서 좋아하는 짝사랑마저 대실망이라며?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그럼 뭐 어쩌라고! 똥파리 스토커 완전 좋아했잖아? 뉴스에 나오고 어쩌고 해 봐야, 여자는 별수 없어. 강간범이랑 살림차려서 살 수 밖에. 그게 여자지. 겉으로 싫다 해도 다 속으로 좋은 거야. 스토커 똥파리한테 정 떼는 게 어디 쉽나, 누굴 속이려고. 따라만 다니면 다 좋다는 걸 어떻게 몰라. 연예인병녀. 반응이 뭐 글쎄, 뭐가 어쩌고 어째? 어딜 넘봐! 끝끝내 중간에 썸타던 하이에나랑 카섹스! 어? 뭐야. 뭐냐고. 이건 도대체 뭐냔 말이지. 그런 개년과 뭘 믿고 사랑?! 오빤 첫사랑이랑 모텔에서 손도 안 잡고 잤는데. 그런데 꼴에 지도 숙녀라고 좋아하는 가수의 1집이 어떻다는 둥, 남자는 수컷인데 모든 남자들이 오빠 같지는 않지. 그럼. 그렇고 말고. 그럼 지는 첫사랑한테 호텔에서 따먹힌 다음 버림받았다는 거 아니냐고. 안 그래? 남자만 보면 질질 싸고 다리 막 벌리는 걸레. 그러면서 정말로 좋아하는 오빠를 놀려대면서 전화는 단 1번도 받지 않고. 하이에나랑 신나게 전화로 데이트하고 만나서 데이트하고. 단둘이 얘기하고. 어? 그래도 부족하니까. 또 이쪽을 보고서는 떠보고. 저울질하고. 간보고. 깔보고. 자랑질 염장질 이간질까지. 뿐만 아니라 뒷조사는. 조사 결과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조용히 덮었을 꺼 아니냐고. 아니면 적당히 추스리고 어찌 어찌 마무리하던가. 들춰봤더니 별거 없었다면 적당히 해피엔딩으로 무마시켰을 테고. 여럿이 길이길이 비웃었을 것이며. 그 비밀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엔 차마 입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을 테고. 몹쓸 호기심. 그 흔한 사랑. 차라리 남자는 제 성과를 직언하고 장래 부풀리느라 바쁜 반면. 대신에 여자는 자기는 성처녀요 누구나 성모 마리아. 알고 보면 할 거 다 하고 문어발에 오리발이자 막살자식으로 즐기는 여자가 얼만데. 낮에는 처녀처럼 밤에는 뱀파이어 같이 침대가 피바다. 처음 만나자마자 오빠요 첫인상 보자마자가 아니라, 이미 보기도 전에 원정경기를 결심하고 승부. 뭘 모르는 아마추어나 만난지 1일째는 절대라고 하지. 그러면서 내 껀 못 까고, 까 봐야 볼 거도 없고. 재미조차 별로고. 그렇지만 뒷담화라면 다르지. 이 세상에 험담 만큼 재미난 일이 어디 흔하냐고. 하물며 까도 까도 웬만하지가 않네? 끝이 없네? 그야 말로 판도라의 상자네? 요한계시록에 뭐라 쓰여 있나. "여자가 남자에게 '이리 와, 나를 껴안아 줘요'라고 말하는 날은 세상이 끝장나는 날이다." 아마겟돈이든 뭐든 천국과 지옥은 바로 지금 여기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 여자도 얼마든지 적극적이고 인생을 즐기는 거야 미덕이라지만. 남자 세계에서 유명해지도록 왈가닥이면 곤란 무척 곤란. 솔직하지 못한 거야 여자의 본성이자 역할이다 쳐도, 모든 여자는 여왕벌이라니. 여자 말 번역기를 분석해 보니 차마 입을 다물 수 없다니. 남녀평등도 좋고 여권 신장 뭐가 나쁘겠냐마는. 일관성도 없고. 결론은 도무지 실종에 내용도 뒤죽박죽. 뭔 말로만 조신한 정숙녀래. 오합지졸 암컷 싸움닭에다 참새 짹짹 난리도 아니고. 유서 깊은 집안끼리 사돈 맺는 드라마야 그렇다 쳐도. 재력가가 과거 깨끗한 여자이자 숫처녀요 뭐 하나 남부끄러울 것 없는 여자가 아니면 사귀지도 만나지도 않는 예. 없지 않다는 거. 잘 아시면서. 그런 거 겉으로는 싫고, 당선된 여자를 보는 시선은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이고. 말은 많고. 속은 뒤집어지고. 여자들끼리 앞에서는 편이요 돌아서면 적. 등만 돌리면 뭔 얘기를 할지 어찌 안심하냐고.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나서서 뒷조사. 얘기 듣고 이런 저런 사진들 보면서 집안이 완전 꽝은 아니고. 대충 남자가 마음에 들고. 그러니 결혼해도 되겠다 그랬을 테고. 그런데 남자는 뭘 믿고? 남자는 여자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똥파리 전부인에다 카섹스녀를 뭘 믿고! 너도 파리 끈끈이가 되어 보시라? 게다가 가진 거도 없고. 미래는 암울할 뿐이고. 지들만 신났고. 3년 동안 빨고 핥고 싸고 할 거 안 할 거 다 해도, 그래도 3년 결산 내서 비전 없으면 떠나는 게 여자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비전없을 걸 처음부터 알았으면 어디 시작할 엄두를 냈겠냐고. 자기들만 뒷조사하고. 남자는 뭘 믿고.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무슨 추억도 없고 청소년 드라마 느낌도 0이고. 변변찮은 사진도 뭣도 없고. 남은 건 아무것도 없고. 새치는 늘고 턱수염도 하얘지고. 힘은 빠지고. 뭘 해도 재미가 없고. 그야말로 개 털에 개 밥이자 개 발이지.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꼴이냐고. 뭐 어찌 어찌 하면 좋을 것이다? 좋은 인연이기 때문에 눈 감고 질러도 된다? 지들이 당사자야 뭐야. 연애 감정 느낀 남녀가 판단할 문제를 지들이 무슨 권리로 이래라 저래라. 뿐더러 책임도 안 져. 툭하면 오리발.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이건 아닙니다~ 어쩌고저쩌고 선동가 따라갔다가 한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어. 뭐 저는 1번이면 끝이에요 좋아하시네. 걘 끝나도 골백번은 끝났지. 썩을년들. 심심하면 막살고 툭하면 환승이별. 어차피 잘 해 봐야 예비 맞바람녀. 일생이 어장관리. 보통은 남녀 친구이자 우정이요 침대에서만 사랑. 돌아서면 다시 남남 했다가 친구 했다가 또 남몰래 진한 사랑. 여자들은 내 남자한테 요구하는 게 딱 그거 아냐, 나만 봐! 그럼 뭘해 지들은 사방팔방 죄다 꼬리치고 유혹하고 일생을 화장발 조명발 사진발인데. 난 되고 넌 안 되고. 여왕벌 심보. 나 유리하면 여자는 그래요, 나 불리하면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 내 연애사는 포장이요 남 과거는 까고 싶고. 내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정당하고 남 사생활은 얼마든지 파헤쳐도 괜찮고. 어? 완전 신나고! 자긴 일생 남자를 딱 3번 만나봤다고? 0을 하나 붙이면 됨. 1명에게 최소 1번 몸을 줬고, 많으면 1명에게 수도 없이 다리를 벌렸고. 그래놓고 정숙한 척. 임자 있는 남의 남자한테 환장한 년들. 바람을 어찌 혼자 피나.
    남자 바람기 + 여자 부도덕 = 불륜.
    애인 있는 여자 마음, 내 남자 한눈팔까 봐서 불안한 여인 심정, 남자가 더 낫기 때문에 내 남자한테 꼬리쳐서 내 남자 흔들릴까 봐 겁나는 숙녀 마음. 그거 다 알면서 임자 있는 남자의 정신을 홀리고. 마음을 흔들고. 몸을 취하고. 비윤리를 즐기고. 임자 있는 남자의 미래까지 빼았고. 빼았고 빼았기는 데서조차 쾌감 느끼고. 못 된 년 심보. 도둑놈 심성. 질 나쁜 개년들. 지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 여자들. 여자의 본심은 이기주의 중의 이기주의. 내 낭군님이 있든 말든 괜찮은 남자만 보면 보지 벌렁벌렁 애액 질질. 내 살다 살다 그렇게 물 많은 년은 처음 본다, ~라면서 쑥덕쑥덕 소문 다 날 꺼 뻔히 알면서 일찍도 몸부터 베팅. 내 왕자님이 있든 없든 남자라면 환장한 년들. 지들이 남자없이 어떻게 살아. 남자가 없으면 몰라도 남자만 있으면 자기들끼리 말 많아지고. 꼴보기 싫은 년은 딱 정해져 있고. 난 화장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 모양 이 꼴인데, 누군 진공청소기처럼 남자들 시건을 독차지하고. 억울하고 또 억울하고. 배 아프고 쉴새없이 배 아프고. 내 남자가 한눈파는 건 싫고 못 봐 주고. 자기들 실수하는 건 아무렇지 않고. 남녀가 우정이 어딨나. 일단 아는 남자 많고 조명 받으면 똥파리는 드글드글. 평소에 지조 있고 조신해 봐야 우리한테 걸리면 끝. 웃는 처녀는 반쯤 남자 차지가 된 셈. 사랑을 어찌 믿나. 세상을 믿는 자는 틀림없이 속는다. 신중은 안전의 어머니. 믿지 아니하는 자는 속지 아니한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이자 개. 남자에게 여자는 불여우이자 암캐요 구미호. 일단 실수는 첫째도 술 둘째도 술 셋째도 술. 술 좋아하는 년은 언젠가 실수하기 마련. 1 대 1로 일단 만나면 끝. 겁없이 딴 남자 자동차에 막 탔다가. 그랬다가 처음 만난 남자랑 사막에 가서 어쩌고저쩌고. 좋아하고 사랑하며 미칠 듯이 상사병에 걸렸는데, 하필 낭군님 친구랑 여행지에서 술 먹고 밤에 카섹스. 드글드글 하이에나들 1 대 1로 다 상대해 주고. 전남자친구 똥파리도 만나고. 유부남들도 진심으로 짝사랑해 주고. 그런 문어발 파리 끈끈이년을 도대체 뭘 믿고. 뭐 저는 1번이면 끝이에요 좋아하시네. 걘 끝나도 골백번은 끝남. 자기 여자들은 우리 똥파리 첫사랑이 자랑이요, 남자의 첫사랑은 와 못생겼다. 지들은 몸과 마음이 적극적으로 헤프면서, 남자가 마음으로 사랑하는 건 입방아. 자기들 과거도 못 밝혀. 돌려서 까고 벗겨먹고 실컷 험담질. 내 사생활은 철저히 비밀이요 남의 사생활은 얼마든지 수다 3시간. 그러니까 감추고 숨기며 깎고 조신한 척하지. 여자는 멀티태스킹해도 되고, 남자는 나만 바라 봐야 하고. 여자는 환승이별이 당연하고 남자는 바람피는 수컷 취급하고. 악마가 여자를 삼킬 수는 있어도 소화시킬 수는 없다고. 옛말에 그랬다. 악마를 능가하려면 여자가 필요한가 아닌가. 그러니까 여자와 스패니얼과 호두나무는 때릴수록 좋아진다 그랬지. 많은 의상담당자는 신부의 옷을 망친다니까요. 요리사가 많으면 죽을 버리는 법. 자기들 과거는 남편한테 못 까면서, 딴 남자 과거는 신나게 캐고. 미친듯이 열광하면서 캐고 캐고 끝까지 캐고. 과거 캐는 건 괜찮고, 자기들 실망하는 건 억울하고. 오 소름. 와, 최악! (몸짓) 와우, 최악!」 
    나는 귀만 타는 게 아니라 마음도 혼란에 빠져버렸다.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으니까. 





    18. 에밀리의 웅변 3. 동거 결정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어? 오빠 지금 나와 입씨름하자는 거야 뭐야? 어?
    어떻게, 여자 말 번역기, 돌려줘? 그래? 그러자. 까짓껏 한번 가자. OK. GO~! 
   "넌 거울도 안 보니? 그렇게 이상하게 생길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거니? 그런 거니? 넌 TV 보고 핸드폰으로 세상 소식 보면서 뭐 생각나는 거 없니? 이건 내 생각인데 넌 그냥 이혼 한 두어번 한 여사님 잡는 게 어떠니? 내가 봤을 땐 그게 빠를 거 같은데. 어머머머 얘 갑자기 왜 그래? 기분 상했니? 얘 있지, 그게 말이야, 그래도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쓴 거야 얘. 늬가 세상을 아직 좀 잘 모르나 본대, 다 좋은 얘기니까 새겨들어. 어? 다 너 도움되라고 하는 얘기잖니. 안 그래? 그렇게 알아듣도록 말해 주지 않으면 정신을 못 차린다고. 왜 내가 못 할 말을 했니? 아니잖아, 다 전부 다 사실일 뿐이잖아? 너 차 있어? 없잖아. 키는? 별로잖아. 얼굴 잘생겼어? 그 얼굴로 어떻게 돈을 버니. 좋게 말해서 잔근육이지 그렇게 힘 없는 골체미 어디다 쓰겠니. 낑낑 낑낑낑 좀 힘 쓰다 쌍코피 터지는 거 아닌가 몰라. 그럼 뭐 할 줄 아는 잔재주는 어떻고? 변변치 않잖아. 게다가 돈도 없어. 심지어 비전까지 없어. 뭐 하나 신통치 않다고. 어? 뭐야, 루저네. 응? 루저! 
    꼴에 지도 남자라고 좋다고 쳐 웃고 있어. 허허. 꼴갑을 떨고 있구만. 병신새끼 넘보긴 어딜 넘봐. 새 차 뽑고 새 집 준비하고. 그럼 내 한번 생각해 볼께. 단지 한번 생각만 해 본다는 거니까 너무 설레진 말고. 김칫국부터 마시진 마란 말이야. 알었냐 이 병신새끼야~! 알아들었냐고 이 쪼다 등신아. 골뚜기 오징어 주제에 뭐, 홍어 좃 같은 새끼가 뭐 사랑? 좃만한 새끼 놀고 있네 놀고 있어. 쇼를 해라 쇼를. 육갑 지랄 옆차기를 하고 자빠졌어 그냥. 사랑 좋아하시네. 너 같으면 밑도 끝도 없이 손가락 빨고 암것도 못 한 채 사랑하고 싶겟니? 무슨 사랑이 밥 먹여주니? 놀고 자빠졌어. 개 풀 뜯어먹는 소리는 작작 좀 하고. 웬만하면 집어치워 주시고. 겸상해 주니까 좋단 거 봐 봐. 꼴에 지도 이쁜 건 알아가지고. 치! 같이 놀아주니까 아주 그냥 기어오를려고 하는 거 좀 봐 봐. 개네 개. 응? 멍멍멍 멍멍멍. 뭐해? 짓지 않고! 개면 개답게 굴어. 개가 짓지도 못하면 그게 어디 개니? 하기야 넌 사냥꾼의 사냥개로도 예선탈락감이다. 아 그러게, 어? 그러니까 어디서 우리집 애완견 연세를 물어 봐 이런 병신새끼야. 넌 어떻게 된 게 남자가 생각이 있니 없니? 머릿속에 똥만 찼냐? 아조 똥을 싸요 똥을 싸. 여체라는 피상적 이득 때문에 눈에 뵈는 게 없니? 너네 여심은 관심 1도 없잖아. 안 그래? 아둔하고 상스러운 수컷으로써 아이쿠야, 숙녀 보기를 띄엄띄엄. 뭐 못생긴 여자 보기를 돌같이? 잘한다 잘해. 어련하시겠어. 이쁜 여자만 봤다 하면 침 질질 흘리면서 환장하고, 못생긴 여자가 눈에 띄었다 하면 눈 버렸다 그러고. 잘들 하시네. 멋지다. 어? 분파적 갑론을박 그만 하고 각자 갈길 가자. 어? 행여나 주늑들어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매번 맞고, 당하고, 죽고, 스토킹에 겁먹고 질리고 껄떡쇠와 똥파리들한테 질릴 대로 질린 우린 뭐니. 안 그래? 툭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심심하면 호모 사피엔스. 심지어 너도 똥파리잖아. 안 그래?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너 같은 거 아무리 기다려 줘 봐도 사람 안 된데.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니래. 비전 없다고 그러더라고. 안 그래도 너 100미터 단거리 주자일 거 아니야. 3분 카레면 그나마 양반. 컵라면 같은 즉석식품이면 어떻게 데려다 고치고, 쪼이고, 길들이며, 조련은 해 드린다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 뭐 큐브 맞추기 세계 신기록감? 아이고머니나 꿈도 야무지다. 꿈도 야무져. 내 새끼 손가락도 아니고 내 새끼 발톱이 늬 거기보다 크겠다. 어? 진짜로! 그런 널 대체 어디다 쓰겠니, 어?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자. 우리 제발 좀 그러자. 어? 그러니까 꼴갑 좀 정도껏 하라고, 이런 등신아. 그래도 너 하는 거 봐서 순위권 쟁탈전에서 아예 배제시키지는 않을께. 예선 탈락은 너무 쓸쓸하잖니. 안 그래? 예전 내 남자친구 같은 멋진 똥파리가 아니라, 너 같은 진짜 똥파리도 좀 끓어주고 껄떡거리고 그래야 좀 구색도 맞춰지고.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어? 너도 늬가 똥파리인 줄은 아니 모르니? 응? 안심해. 아예 탈락시키진 않는다고. 지들끼리 그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그럼. 걔들도 다 희망 갖고 용기 잃지 않고 낑낑대며 살긴 살아야 할 꺼 아니니. 응? 너도 먹고는 살아야 하잖니. 안 그러니? 
    그런데 표정이 왜 갑자기 그러니? 왜 속이 뒤틀리니? 속 뒤집어지니? 그런 거니? 정말로? 진짜로? 리얼리? 진심? 그럼 늬가 어쩔 건데! 어? 그럼 늬가 뭐 어쩔 꺼냐고. 응? 후라이팬으로 때릴래 아님 솜방망이를 휘두를래. 아님 밑에 꺼? 꼭 늬 같은 좃만한 새끼가 꼭 보면 나중 지 마누라 야구방망이로 뚜둘어팬다니까. 북어랑 마누라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속담을 진짜로 실천한다고. 여자와 스테이크는 많이 때리면 때릴수록 더 좋아진다는 옛말. 곧이곧대로 구식 탱탱 묵은 말을 직역한단 말이지. 너 같은 쓰레기한테 쥐어터지지 않을려고 우리들이 발버둥치면서 뭘 좀 아는 남자, 말이 통하는 오빠를 애타게 찾아헤매는 거 아니니. 안 그래? 너도 알 거 아니야. 응? 아휴 저 병신새끼, 내가 갖기엔 부족하고 남 주기는 아깝고.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지. 뭐 어쩔 수 있나. 흥!
    좌우지간. 내가 첫사랑에 실패해서 그렇지. 그렇지만 않았다면 너 같은 허접 거렁뱅이 병신새끼는 쳐다보지도 않았어. 알어? 내가 뭐 미쳤다고 너 같은 거지를 거들떠보겠니. 우리 쫌, 가진 것 하나 없는 쥐새끼는 제발 알아서 좀 꺼지자. 응? 여잔 죄다 음식처럼 보이는 돼지새끼를 숙녀가 왜 사랑해줘야 하는데? 어차피 주식 아니면 간식 아니야? 식욕이 성욕 아니냐고. 보이면 보이는 대로 다 먹고 싶잖아? 안 그래? 그래 안 그래? 피차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넌 자존심도 없니? 넌 그런 거 없나 몰라도, 우린 아니야 얘. 얘 있잖아, 우린 남자가 닳고 닳은 짜릿한 쾌락마로써 오붓한 밀애를 즐기는 식으로 우릴 열 받게 하잖아? 그럼 걔 안 봐. 정 식은다고. 오만 정이 뚝 떨어지는데 너 같으면 걜 계속 내내 좋아할 맘이 생기겠니? 그래서 넌 자존심도 없다는 거야. 아니. 고추는 달렸니? 어디 볼까? 보긴 뭘 봐. 내 새기발가락보다 비리비리할 텐데. 안 그래? 하긴 너 따위가 고추천재의 마음을 어찌 알겠니. 어차피 넌 보험일 뿐이고. 그래 봤자 1번이면 끝이다, 응? 알아 둬. 앙갚음은 즉각이니까. 애가 있든 말든 1번이어도 우린 눈에 뵈는 게 없고, 우리는 무엇보다 G 스팟이 열려도 눈에 뵈는 게 없어. 우리가 왜 절정녀로써 모텔비 호텔비 계산할 때 만사를 제치고, 전면에 나서서, 무조건 우리가 계산하겠니. 그거 맛보면 우린 그냥 미쳐버린다니까요. 늬 까짓 게 그런 걸 알기는 아니? 응? 그리고 어? 막말로. 만난 기간도 똥파리가 먼저요, 첫 애정 역시나 우리 똥파리 오빠가 앞서. 우리 똥파리 오빠랑 내가 데이트도 만인에게 보란듯이 기쁜 데이트를 해도 몇 번을 했는데. 너 나랑 단둘이 만난 적 있어? 0번이잖아. 그럼 말 다 했네. 너 나랑 전화통화한 적 있어? 것도 0번이잖아. 그런데 난 내 첫사랑 똥파리 오빠랑 날이면 날마다 전화하고, 날이면 날마다 문자 주고 받고, 날이면 날마다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다가올 첫날 밤을 기대하며, 아흐흑~! 쌓은 정이 얼만데 너 같으면 그 정 쉽게 떼겠니? 사랑에 대해 멋도 모르면서 어디서. 내가 첫사랑에 실패만 안 했다면. 그럼 지금쯤 벌써 똥파리 주니어 1, 똥파리 주니어 2 낳아서 알콩달콩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밤이면 밤마다 아흥아흥~ 교성을 지르며 신나했을 텐데. 어쩌다 너 같은 등신새끼를 알게 됐는지. 참 나도 알다가도 모르겠다. 알겠니? 응? 알겠니 모르겠니!"」 
    매사에 빈틈이 많은 인생. 에밀리의 웅변으로 참 많은 것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어머머 이런 기분 처음이야, 딱 그랬다. 외모는 거울로 보고 마음은 술로 본다지만. 허지만 에밀리는 뭐든지 단지 보기만 해도, 당나귀의 마법에 걸린 광마의 꿍꿍이속까지 알아내버리는 마녀였다. 난 좋았다. 난 기뻤다. 그럼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뭐긴 뭐겠나. 더티러브지. 히히히히히. 그건 송두리째 바뀐 인생 전환점이었다. 수준 높은 호사와 사치스러운 풍요로움은 필요없고. 단지 그거면 충분했다. 희망찬 내일이 오면 미지의 이상과 경이로운 환상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 사던가 말던가 관심없고. 그거면 모든 게 OK였다.  미래의 신비감이 현실로 당도하고 보니 끈적거리는 솜사탕처럼 허무해져버릴지라도 괜찮을 것이다. 쫄보의 막연한 권태감, 이제는 환락만 남은 것이다. 빙그레 웃으면 우린 결국 함께 살기로 결론내렸다. 새로운 사랑의 낙원, 그것도 당장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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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47

from 소설 2019. 5. 15. 17:54

    1

    [칼럼: 고백이란!]
    ~라는 공상을 하던 찰나. 존티로부터 뜬금없이 연락이 왔다. 
    NB는 전화기가 고장난 줄 알았는데 핸드폰은 멀쩡했던 것이다. 
   「나 잊고 있었어.」
   「뭘?」
   「늬가 내거 가져간 거. 듀퐁 79년식 한정판 실버 버젼. 내 사무실에서 가지고 놀다 어떡하다 그게 늬 상의 주머니로 들어갔던 일. 내가 그랬나 늬가 그랬나. 아무튼 그건 중요하지 않고. 그게 없으니까. 나 불안해.」
   「아 그거?」
   「대강 얼버무리고 넘어갈 생각일랑 말어. 어림도 없으니까.」
   「나 라이터 욕심 없어. 넌 차 욕심 많을랑가 몰라도. 이거랑 똑같은 거 한 100개 사 줄까? 말만 해.」
   「아이고. 말만 들어도 고맙습니다 형님. 넌 말이야, 가만 보면 그게 문제야. 그러니까 넌 여자들이 따르지 않는 거야. 뭣 때문에? 이런 상황이면 궁짝이 딱 딱 맞아야 할 거 아니냐고. 어? 발뺌이라도 좀 해라 그 말이란 말이지. 아, 재미없잖아? 그리고 새 거랑 애정이 쌓인 게 같니? 아무튼. 거기 있지?」
   「어. 소파 옆에.」
   「어 보이네. 아니. 소파가 아니라. 책상 위에 있네.」
   「어? 아 그렇구나. 책상 위에 있구나. 뭐? 그걸 늬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아? 그걸 누가 알겠니, 늬가 알겠니 내가 알겠니.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어? 그건 다 늬 안경에 부착된 초정밀 카메라가 내게 실시간 영상을 전송시켜주고 있으니까 알지.」
   「뭐, 진짜?」
   「진짜겠냐. 뻥이야.」
   「뭐? 뻥이... 아닌 거 같은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러지 말고. 그거 가지고 우리 사무실로 놀러와라. 심심한데 너랑 나랑 연애를 할 수는 없고, 뭐 하고 놀지 꿍꿍이나 짜 보자고. 아님 무슨 특별한 건수 있어? 없잖아. 너 약속 없지? 그렇지? 다 알어 임마.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알어?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라고. 날 봐 날 봐. 어? 날 보라구.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야, 어? 내 전적은 물론, 날 날이면 날마다 귀찮게 하는 게 여자라고. 물론 이젠 아는 동생이든 뭐든 다 떨어져나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이긴 하지만. 어쨌든 플레이보이는 추억에 사는 거라고. 그런데 너 그거 아니? 나 말 아직 안 끝났다는 거.」
   「나 늬 말 끊지 않았어.」
   「그래? 그러거나 말거나. 글쎄나 말 길어지니까 피곤하다야. 아 뭐해, 얼른 넘어오지 않고.」





    2

    다음 날 JS는 존티를 만나러 갔다. 
    존티 사무실로 가던 중 그는 전화를 받았다. 
    존티가 어디까지 왔냐며 도착을 재촉하는 것인지 아닌지. 받아보면 알겠지. 라고 그는 생각했다. 
   「혹시 출발했니? 출발했으면 어디 소풍이라도 좀 가는 게 어떠니. 내가 급한 일이 생겨서 사업 관계자를 만나봐야 할 거 같아. 빅딜이거든. 이거 잘 풀리면 나중 내가 크게 쏠께. 응? 그리고 그 뭐야 듀퐁 라이터. 그거 너 가져. 어제 누가 한정판 최신품을 선물해 줬지 뭐니.」
   「그래?」
   「낙심천만이라는 둥 실망했다는 둥. 내가 다음 번에 죄다 만회할께. 알았지? 이보게 친구.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도 돼. 뭐 그 말을 왜 내가 하냐고? 말해 뭐 해! 나도 모르는데 뭘. 허허. 어쨌든 자네의 기민한 관심은 사양하므로, 고로 자넨 이제부터 자유 시간이 공짜로 생긴거나 마찬가지라네. 시간 벌었으니, 공짜 시간 생겼으니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안 그래? 어떻게, 미술관에라도 좀 가보는 게 어떤가? 아니면 내가 여자 소개시켜 줄까? 어떤 스타일! 말만 해 뭐든 말만 하라고. 그렇다고 진짜로 말만 하지는 말고. 네가 진짜로 원하는 걸 딱 꼬집어서 말하란 말이야. 알겠니? 격정이 있으면, 달려. 낭만적인 꿈이 섬멸할 거 같아? 다시 띄워. 주말을 어떻게 놀아야 신나게 놀았다고 소문이 날지 잘 모르겠다고? 파티플레너를 네 비서로 서임해. 그럼 돼. 진땀을 뻘뻘 흘리지 않아도 되고, 아님 거칠게 자기 연민이라도 하던가. 뭐 그러던가 말던가. 네 인생 늬가 알아서 하는 거지, 그걸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하겠니? 너도 어엿한 어른이잖니. 호박이 제 발로 너한테 쉼없이 굴러갔는지 아닌지. 과거에는 간혹 뜨문드문 그랬나는 몰라도, 지금은 좋은 시절 다 가버렸는지 몰라도. 아무튼 닥치는 대로 예술적인 삶을 추구해 보시게. 그럼 그게 새로운 호시절 아니겠나. 안 그래 친구? 그럼 난 이만 끊겠네.」
    뭐야 이거! 
    존티는 지 할 말만 하고서 전화를 뚝 끊었다. NB는 딱 한마디뿐이 못 했다. 저런 저런. 
    그야 어떻든. 갑자기 분위기 싸했졌는데, 허공에 붕 떠버린 이 자유 시간을 이젠 어떡한담. 어쩌면 좋단 말인가. 정말 존티 말대로... 워──워──워!  
    그 때문에 NB는 제일 가까운 곳에 누가 사느냐를 생각했고, 아아 친구 토마스가 있구나, 그래서 녀석을 만나러가려고 먼저 전화를 했다. 
   「어어. 이게 누구야. 웬일이니?」
   「왜 내가 전화하면 안돼?」
   「안돼긴. 반가워서 그렇지. 먼저 전화하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나도 사람 꽤나 만나봤는데 너처럼 친분이 일정 수준 이상인데도 불구하고, 먼저 연락을 안 하는 친구는 네가 처음이거든. 너 나 알지? 그런데 방금 뭐랬니? '왜, 내가 전화하면 안돼?'. 맞다 맞다. 그렇지 그렇지. 나 좋아하던 여자애가 먼저 전화해서 딱 그렇게 말했어. 대뜸 연락해서 말이야. '왜 내가 전화하면 안돼?'. 난 걔랑 썸만 탄 건데. 걘 날 많이 좋아했었는데. 그래도 그렇게 끝난 게 최선이네. 걔한테는 최선. 나한테는 아쉬움. 아니, 진짜로 아쉽단 말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 볼 생각이었다면 가능했을 텐데 잘 참아서 풋풋한 기억으로 남았단 뜻이지. 그렇듯 고지에 깃발을 꼽지 않아서 오히려 아련한 회상이라도 할 수 있는 거고. 더티러브까지 갔으면 말 그대로, 에잇. 말 말자.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면 모르는데 또 옛 생각나니까 입이 근질근질하구만 그래. 어떻게, 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말어? 마저 할 말이 또 있냐고? 없진 않지. 그럼. 못 다한 말이 얼마나 많았냔 말이지. 일단 그쪽 친구들은 아르바이트생 인연으로 만났어. 중간 건너뛰고. 최초로 남녀 커플이 먼저 있었지. 그렇게 남자쪽 친구들, 여자쪽 친구들끼리 감정의 교류가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그 수많은 노력 가운데 딱 한 인연만 부부로 맺어졌고. 어쨌든 그렇게 됐는데. 왜 나는 상대방의 노력에, 여자의 구애에 깍쟁이처럼 딱 그 만큼 이상은 절대로 넘어서지 않았느냐? 하면 다 이유가 있지. 없지 않다고. 그럼. 일단 그녀를 B라고 지칭하자면 내가 걔들 시트콤 친구들과 친구 파도타기로 미니홈피 친구가 됐던 시점이 딱 그래. 당시 양성애자 남자가 있었는데 걔가 여자 B를 짝사랑했어. 걘 아마 자기가 양성애자라는 거 커밍아웃하지 않았을 꺼야, 스스로에게. 그런데 어떻게 바깥에 커밍아웃을 하니, 웬만한 동성애자도 평생 커밍아웃하지 않은 경우가 태반. 그건 그렇고. 난 당시 B를 처음 알았지. 그때 양성애자 남자가 내게 진실을 털어놨어. B는 무반응녀다, 자길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B는 자기랑 딴 남자를 저울질했다,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사귀지는 않지만 모두 다 어장 관리다 어쩌고저쩌고. 그때부터 B는 옅디옅게, 은근히, 지속적으로, 꾸준히 날 좋아했어. 다만 1위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거만 반복했고. 그래도 차트에 오래 생존한 걸로는 뭐니 뭐니 해도 단연 최고. 양성애자 남자랑 둘이서 걔네 집 앞에 한두 번 갔는데. 여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호감이 간다 싶으면 자동적으로 팔짱을 끼는 시늉을 하지. 확실하게 낄 단계는 아니니까 쓱~ 하니 신호만 보내는 거라고. 당연히 B도 그랬지. 또 단짝 친구랑 일터에 들려서 오빠 차 있네, 그러니 데이트해도 되겠네 그럴 수 있겠네, 굴러만 가도 괜찮은 똥차 중의 똥차만 있어도 난 얼마든지 좋아 그게 낭만이지 뭐야. ~라는 뉘앙스도 풍기고. 초콜릿 주고 초콜릿 주고. 어디 가면 자동차 옆 자리에 타고. 주변에서도 챙겨주고. 술집에서도 꼭 옆 자리에만 앉어. 그렇게 몇 년. 내가 어떤 직장 임시직으로 들어가니까 친구를 통해서 또 고백. 자기는 5미터 전방에 앞서가며 뒷모습 실루엣과 함께 단짝 친구의 대리 고백. 누구 어떻게 생각해? 중간에 또 친한 친구랑 2 대 1로 만나서 누가 좋냐, 망설임없이 오빠다 항상 오빠다 말할 필요도 없다. 단짝 친구 통해서 또 떠 보고 어쩌고. 나중 딴 직장에 또 임시직으로 들어가서 처음으로 1 대 1 데이트한 거. 핸드폰 문자로 왔다 갔다 주고받으면서 하는 말, 나 죽었어. 으잉? 나중 또 술자리에서 만나니까 쪼르륵~ 내 옆자리에 앉고. 앞에 또 덩치 마피아 하이에나 친구가 앉아서, 둘이 잘 어울린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다른 사람은 다 몰라도 오빠는 아니다, 오빠 만은 아니다 다른 남자는 다 몰라도 오빠만은 아니라는 둥 어쩐다는 둥. 나중 여자 셋이서 섬에 놀러갔다가,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시트콤 친구들 얘기 캐 보면 캐는 대로 계속 나온다니까.
    그런데 그 여자 동생들이 좀 그랬어. 남자친구 있어도 어장관리하는 성격. 딴 남자 끼고 내 남자 만나는 거. 완전히 결혼이 예정되면 내 남자한테 올인하는 건 좋은데, 그 이전에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친구들이라고. 그 친구들이 다 그랬는데 어떻게 마음을 받아주겠니. 또 여자가 먼저 자기는 결혼하면 집에서 얼마 해 줄 거다,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정확한 액수를 당당히 밝히는 일. 그거도 여자 입장에서는 고백이거든. 걘 2000 누군 5000 플러스 알파. 여자가 친구 통해서 사귀지 말고 바로 결혼하자 한 달 내에 결혼하자, 그거도 그거고. 또 술집 포장마차에서 생음악으로 트로트 장르 유행가를 불렀던 애. 걔네들 말괄량이였어. 막 들이대. 아휴~ 말도 마라! 좋은 듯 난감한 척하기도 힘들었지.
    그럼 대체 뭘 어장 관리로 봐야 할 것인가. 그 기준은 뭔가. 요즘에 어장관리 안 하는 친구도 있나. 그럴 수도 있어. 어장관리 안 하는 친구도 있긴 있더구만. 내 피앙세. 미니홈피 유행할 때 보니까 딱 알겠더라구. 이성 친구나 아는 동생 아는 오빠들 많으면 내가 인기 많다는 만족감? 우쭐감? 안정감? 흡족함? 그렇지만 알고 보면 그게 다 타석이더라고. 어차피 가능성 전부 열어놓은 거니까. 피앙세 같은 여자를 보면 억지로 떠밀려서 민폐 손님과 몇 번 만나 주는 거는 연습 게임. 남녀공학 학교에서 똥파리처럼 달라 붙는 애들 무리 가운데 제일 질기고 가장 끈질기며 최고로 집요한 애를 졸업하기 전에 몇 번 만나준 거랑 똑같이. 하나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타고난 애교녀가 도무지 애교 부릴 마음이 동하지 않고, 웃지도 않고 차갑고, 말도 많이 안 하고, 남자도 웃기지도 않고. 스토커가 끔벅끔벅 차 한 잔만 마셔 주라고 해서 진짜로 차만 마시다 끝난 사이. 하던 시험공부나 열심히 할 것이지 자주 보지도 못하면서 꿈도 야무지게 말이야. 꼭 보면 타큐멘터리 인생 드라마를 보면 그렇게 맺어진 사이에서, 여자가 불감증 걸려. 불감증이 괜히 걸리는 게 아니야. 그러다 여자가 절정을 50 넘어서 겨우 알까 말까. 당연히 남자는 밖으로 돌지. 습관이자 취미처럼 돌겠지. 여자만 바보되고 인생 꽝 되는 거라고. 어차피 그녀 책임 절반. 물론 남자가 죽일 놈이지만. 어쨌든 걘 어장 관리 안 하더란 말이지. <여자는 그래요>에 한 발만 걸친 게 아니라 두 발 모두 다소곳이 평생 빼낼 마음이 없는 숙녀. 걔들은 한번 마음을 주면 웬만해서는 정 떼기 힘들어. 물론 마음 안 주고 몸 안 주었으면, 뒤통수 맞은 건 억울해하고. 그게 다 만나 주니까 그런 거라고. 일단 1 대 1로 만난다 라는 것. 애초에 커닐링구스, 펠라치오, 딥키스 하루 12번 육체적 사랑 날마다, 내가 바라던 얼굴이 바로 이 얼굴이다 라는 자신감 없으면 끌려가지 말아야지. 말리면 말린 사람만 바보. 나중 아아 이번 인생은 이러다 끝이구나 라면서 환멸하고. 이번의 내 여자 인생 여기까지구나 라면서 슬퍼하고. 엮이면 엮인 사람만 두고 두고 뱁새 미만과 그 주위에 다 똑같은 동류만 보게 될 테고. 목적녀나 성과녀로 남몰래 튀어도 문제지만, 너무 순진해도 탈이라 그거야. 때가 묻지 않았으니까 그녈 꿰찬 늑대야 뭐 좋긴 좋겠지만 말이야. 허허허. 대어도 어떻게 그런 대어가 다 있냐고. 허허허. 그렇게 연습 경기 같지도 않은 연습 경기는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정하고 몇 개월 동안 친구랑 목표로 선정한 퀭하고 허접하고 매가리없이 생긴 자상남을 공략하는데 성공. 결과 분석하니까 타율 100퍼센트라 그거야. 아무튼,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지?」
   「냄새는 뭔 냄새?」
   「너 향수 뿌렸니?」
   「하다 하다 넌 이제 전화기로 내 향수 내음까지 맡는 거니? 늬가 뭔 개코야? 어?」
   「워워. 진정하고. 너 심심해서 전화했지? 뭐해, 우리집에 놀러오지 않고.」
    그렇게 NB는 존티를 만나려다가 토마스네 집에 놀러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토마스네 집에 도착. 





    3

    그는 캐묻고 따지기 좋아하는 성정은 아니다. 단, 불리한 일만 빼고. 그런데 토마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보는 순간. 조곤조곤 캐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 뭐하니?」
   「뭐하긴 보다시피!」
    토마스는 자기 집 정원에 있는 미니 수영장 바닥을 미니 포크레인으로 파고 있었다. 둥둥둥둥~ 바닥을 쪼고 있었다. 미니 포크레인의 코끼리 코 끝에 뭘 결착하느냐에 따라 몇 가지 부착물이 있듯이. 그거 뚫는 뭔가를 붙여서 미니 수영장 바닥을 뚫고 쪼고 파헤치고 있었다. 
   「토마스. 늬가 무슨 딱따구리니? 거길 왜 파?」
   「그럼 내가 탐 크루즈냐? 아님 제이슨 본이니. 다 팔 만하니까 판다. 너 왔으니까 이제 좀 쉬어야겠다.」
    그러면서 토마스는 미니 포크레인에서 내려왔다.
   「뭔데 이리 난리야? 뭔데 그래? 뭐야? (NB는 미니 수영장 바닥을 살펴봤다) 에게~! 아무것도 아니잖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헛소리 집어치우고. 어? 됐고. 그러지 말고. 우리 놀러 가자.」
   「말 돌리지 말고. 대체 뭐야?」
   「듣고 싶어? 듣고 나서 감당할 자신 있어? 어?」
   「아 웃기지 말고. 어서 말이나 해.」
   「허허. 다름 아니라. 그 뭔 영화더라. 자기 집 정원에 삽과 포크레인으로 구멍을 파헤쳐서 어쩌고저쩌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그러다 끝나는 영화. 그 영화의 결말이 기억나지 안아서. 그래서 파 보는 거야.」
   「정말이니? 나 그 영화 결말 아는데.」
   「그래? 뭔데? 뭔데 정말?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열린 결말 아니야. 미안하지만 해피 엔딩이 아니라고.」
   「그래? 그럼 그만 파야겠다. 에잇 괜히 팠잖아?」
   「그러게 멀쩡한 수영장 바닥을 왜 파니? 늬가 뭔 두더쥐니?」
   「내가 두더쥐는 아닌데. 그런데 넣을 구멍이 없어서. 농구공은 농구 골대에 넣어봤고. 골키퍼 있어도 축구공을 골키퍼 다리 사이로도 넣어봤어. 그런데 최근 에잇 말 말자.」
   「죽은 말에 채찍질하는 격. 힘 빼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하니까. 알겠니?」 
   「그럴까? 내가 어디에 홀렸나? 내가 정말 왜 이랬지? 그렇지만 에너지를 어딘가에 허비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 거 참 나 정말 이거 원. 뭐라도 해야 하나? 그런데 하긴 뭘해. 누가? 내가? 내가 왜! 하긴 왜 해. 안 해. 귀찮어. 기분도 별로. 누가 재촉하는 거도 아니고. 명분도 그닥. 별로 내키지도 않아. 별달리 성화하는 분위기도 아니잖아. 안 그래? 안 그러긴 뭐가 안 그래. 혼잣말도 재미없다 재미없어.」
   「그러고 보니 너 정말 이상한 취미가 생겼구나. 아무래도 상태가 좀 안 좋은 거 같은데? 많이 안 좋은 거 같다고.」
   「응. 늬가 봐도 그렇지? 제대로 봤네. 나 상태 안 좋아. 그런데 뭐. 뭐? 남이사 뭘 하던. 남의 인생.」
   「우리가, 남이가? 우리가 남이냐고. 서운하게 정말 이러기야? 사람 섭섭해지네. 너 설마 내 험담하고 다닌 건, 아니어야 할 텐데.」
   「됐고. 나, 사랑하고, 싶어.」
   「아 쫌!」
    그래서 토마스와 NB는 동네 친구 폴네 집으로 놀러갔다. 





    4

    폴의 집. 토마스, 폴, NB. 
    세 친구는 맥주 마시고, TV 보고, 게임하고, 그러다 폴네 집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으면서 그날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토마스와 NB는 오늘 폴 네 집에서 자고 자기로 했으니까. 
   「내가 저번에 그 얘기 했니?」
   「무슨 얘기?」
   「나 있지 옛날에 대학교 다닐 때, 학과 후배가 오리엔테이션 가서 똥싼 거.」
   「넌 왜 그 얘기를 지금 하고 그래? 어서 해 봐 어서 해 봐. 뭐해, 빨리 말하지 않고!」
   「이 자식이... 넌 꼭 그런 얘기를 지금 해야 속이 시원하겠니? 어? 아 뭐해 빨리 말하지 않고!」
   「허허. 난 2학년 걘 1학년. 우리들끼리 밤에 모여서 술 마시며 진실게임, 왕게임, 술게임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걔가 필름이 끊겼나 봐. 걔가 술게임하다 갑자기 바지랑 팬티를 내리더니, 아 여자가. 것도 새파란 스무살. 꽃다운 여대생 1학년이. 우리들 앞에서 빤하게. 걔가 갑자기 바지랑 팬티를 내리더니, 그 뭐야? 아, 우리가 먹던 소세지 야채 볶음. 맛있었어. 요리사가 꿈이던 친구가 정성들인 특급 요리였거든. 그런데 있지, 걔가 그 후라이팬에다 대뜸 똥을 싸네? 그럴 줄 누가 알았겠니! 그러고 나서 술 취해서 그대로 골아떨어져서 옆자리에서 잠들고. 그게 다야. 우리만 그거 뒷처리한다고 난리났지. 판 깨고. 분위기 파장이고. 그런데 더 이상한 게 뭔 줄 아니?」
   「뭔데?」
   「뭐냐고 묻지 말고 말을 해, 말을. 어? 어서 말을 하라고 이 친구야.」
   「허허. 그거 뒷처리하면서 막 투덜거리고 짜증내거나 딱 그래야, 드라마 전개 상으로는 그래야 정상인데. 거기 모인 우리가 이상했던 걸까? 우린 모두 말수가 줄어들다가 뚝 끊겼어. 그러다 실없이 웃고 막 그랬거든. 있지 얘들아, 그런데 또 이상한 게 뭐냐면. 그 가운데 한 명은 울었어. 그런데 걘 또 왜 울었는지, 난 그걸 아직도 모르겠다. 참 알다가 모르겠다니까.」
   「뭐 그럴 수 있어. 잠시 당사자 챙피하고, 다음 날 당사자가 말 걸면 어색하게 웃을 듯 말 듯 겸연쩍어 하면서 피하고. 그래도 시간 지나면 괜찮아져.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그런데 나도 그거랑 비슷한 일 있었어.」 NB는 이렇게 말했다. 
   「뭔데?」
   「너 설마 바지에 똥쌌냐?」
   「아니 나도 삼류 대학교 다닐 때. 1학년 때 성적 안 좋아서 학사경고 누적되어 다음 해에 재입학. 그래서 95학번인데 96학번이랑 지냈지. 94학번이 1회 입학생이고. 그렇게 94, 95, 96학번 셋이서 놀러갔어. 그렇게 MT를 갔다고. 그러다 으쌰으쌰 자기들끼리 어쩌고저쩌고 할 때 난 단짝이랑 무리를 이탈해서 산으로 올라갔지. 그러다 산에서 주인없는 카페를 발견했고, 그 버려진 카페 있잖아. 그런 거. 그런데 내부에 술이랑 그런 건 그대로 남아 있고. 스무살이면 한참 맨발의 청춘 아니니, 한창 때 아니냐고. 그래서 그 카페에서 웬 양주가 보이길래 단짝이랑 나랑 그거 각자 1병씩 갖고 나왔고, 산 중턱에서 둘이서 그거 마셨어. 응? 병나발! 해 봤지? 안 해 봤으면 해 보던가 말든가. 그렇게 깡 위스키. 그러다 난 필름끊겼고. 걔가 업어서 날 애들 모여있는 데로 데려갔고. 막 저체온증 걸린 날 애들이 주물러주고 조물딱조물딱 주물러주고 어쩌고. 나중 들었더니, 나 인기 많았나 봐. 말이 그렇다는 거고. 허허. 그렇게 하루 꼬박 지나서 난 깨어났어. 그때 나도 자세한 건 물어보지 않았는데, 아마 나도 그랬던 거 같아. 바지랑 팬티 내릴려는 시도까지만 했을 수도 있고. 아님 끝끝내 실내에서 오줌누는 장면을 모든 사람들 보란듯이 보여주었을 수도 있고. 나도 딱 그랬어. 그래도 꿋꿋이 이겨냈지 뭐.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지 뭐. 그런데 그런 일 또 있어.」
   「뭐 또?」
   「또? 이 자식이...」
   「왜 얘기하지 말까? 얘기하지 말라면 얘기하지 않고.」
   「이거 왜 이래? 칼을 뺐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니 그래서가 아니지. 뭔 일이 또 있는데? 빨랑 말 안 해?」
   「어. 알았어 알았어. 허허. 2008년이던가. 애들이랑 1박 2일로 별장에 놀러갔는데. 놀고 나서 밤에 잘 때. 사고뭉치 친구가 자다 깨서 깜깜한 방 안에다 오줌을 누네? 내게 기억이 각인됐고. 나중 그 사고뭉치가, 걘 입만 열면 손만 까딱하면 민폐이자 하자에다 진상이거든. 그래서 나의 사랑스런 피앙세가 우리들 친구와 잤다며 망발하기를 서슴치 않았고. 그 트라우마 치유하느라 난 집에서 혼자 술 마시다가 수없이 오줌을 누었어. 집에서 나 혼자 술 마실 때마다. 내 방에다. 거실에다. 컴퓨터 뒤에다. 의자 옆에다. 옷장 옆에다. 도대체 몇 번인 줄 셀 수가 없었지. 한동안 그러다 멈췄어. 하다 하다 딴 친구 집에도 오줌 눴는지, 그건 뭔가 불확실한데 뭐 넘어가고.」
   「너 개냐?」
   「개는 잘 가려. 얜 사람이고.」
   「그런데 난 개들이 오줌누고 똥누는 거 보면 기분 좋은데. 너넨 안 그러니?」
   「난 고양이 안 좋아해.」
   「난 개 보면 무서워. 우리 조카가 딱 그러는데. 막 겁먹고 엉엉 우는데, 나도 걔랑 약간 비슷해. 허허.」
   「그런데 우리 똥 얘기 이제 그만하면 안 되니? 이거 고기 먹는 자리에서 꼭 그런 얘길 해야겠니? 우리가 무슨 초딩이야 뭐야? 어?」
   「늬가 시작했어.」
   「너도 거들었잖아.」
   「제일 신나게 들었던 게 누군데?」
    그렇게 폴네 집에서 세 친구는 재밌게 놀았고, 다음 날 헤어졌다. 





    5

    다음 날. NB는 헨델의 실내 이중창곡 ‘그대만을 바라보다 길을 잃었네’ HWV178번을 들으면서 집으로 갔다. 
    사랑의 본질과 흑심의 본색에 대해서 생각할려다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여심이 무엇일까 궁금해 했고. 
    별다른 일 없이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집 앞에 웬 똥이? 뭐야 새똥이야 개똥이야! 
    그 근처에 잔디 깎는 기계, 잔디 깎는 기계도 종류가 많지만 그 가운데 제일 간단하고 제일로 허접하며 제일로 구닥다리인 골동품. 그게 세워져 있었다. 
    뭐야, 그럼 사람 똥이잖아? 왜냐하면 최근 웬 이상한 사람이, 상태가 영 안 좋아 보이는 기인이, 아마도 미친년일지도 모를 숙녀가 NB에게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오빠. 제 환상머신이랑 오빠 차랑 바꿔요. 왜요, 이게 잔디 깎는 기계처럼 보이나요? 아니에요. 이래뵈도 타임머신 저리 가라라니까요. 일단 타 보시라니까요. 말 마시고요. 왜요, 제가 좀 상태가 이상해 보이나요? 저 멀쩡해요. 저 트라우마녀 아니라고요. 그런데 세상에, 아니 벌써 까마득했던 할 말이 여기서 바닥나다니 뭐야 이거. 저런 저런. 내가 오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그 얼마나 많았는지 아세요? 네? 아시냐고요 모르시냐고요! 제 장래 희망이 뭐였는 줄 아세요?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겠어요, 자기 장래 희망도 모를 텐데. 하여간에 인생은 엉망이고 상상력은 손해가 막심하고. 그럼 사랑마저 염증을 느낄려나? 그래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길 원하신다면. 그렇다면 제가 가진 허름한 잔디머신과 오빠 볼보 웨건이랑 바꾸게요. 네? 
    왜요, 별로 내키지 않나요? 그럼 거절하시면 돼죠.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도록 뭘 그렇게 쩔쩔매고 그래요? 싫으면 싫다 꺼져라 닥쳐라, 네? 너나 잘해 어디서 지적질이야, 어? 네?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이 다 오빠를 만만하게 보는 거죠. 안 그래요? 저 봐요 절 보라고요. 전 아무도 못 믿어요. 어떻게 믿어요? 누구도 못 믿죠. 그럼요. 허허허. 그 냉소를 따스히 쓰다듬어, 포근히 애무하고, 사랑스럽게 애정으로 포장하면 어떠냐구요? 그럼 다시 쾌활한 말괄량이로 변신할 수 있다구요? 사랑은 없어요. 사랑이 어딨어요. 사랑은 변한다구요. 사람마저 왜 안 변하겠어요. 모든 것이 변해가는 거죠. 그럼요. 물론 웬만하면 그렇다는 말이지 진짜로 다 그런 건 아닐 테구요. 오빠 가만 보니 순진하시네. 거짓말도 잘 못하시겠구만. 아닌데. 알고 보면 오빠 같은 사람이 세상물정에 눈 뜨고 나면, 그럼 꽤 괜찮은 허풍꾼이 되는데. 알고 보면 딱 이런 인간이 난봉꾼으로 딱인데. 아닌가? 아닌 게 아닌가. 
    뭐, 너나 사랑 많이 하라고요? 사랑할 수 있지만 귀찮게 뭐하러 그래요? 어차피 사랑은 차갑게 식고 말 텐데요 뭘. 하긴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라는 말을 할 기회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말한 적도 일절 없었고. 그런데 제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어머머. 내 정신 좀 봐. 이런 멜로드라마 같은 전개. 너무 진부해요. 기승전결없이 무작정 절정. 뜬금없이 흥분. 밑도 끝도 없는 줄거리. 짜증나요. 재미없어요. 알 게 뭐에요. 식상하다고요. 안 그래요? 저도 이런 똥차 싫어요. 이런 거 새 차로 몇 백 대를 가져와 봐요, 내가 눈 하나 깜빡하나 보게. 누군 뭐 얼마나 좋아서 이빨 까는 줄 아쇼? 내가 뭐 미친년인가. 오빠가 바보네. 것도 사랑의 바보. 그러지 말고, 어디 오빠의 연애사나 들어봅시다. 그 잘나신 사랑의 설을 좀 풀어보시라구요. 왜요, 이야기 보다리를 풀어놓자니, 내가 오빠를 덮칠 거 같아요? 안 그래요. 아니에요. 저 처녀에요. 그럼요. 호호호. 전 사랑을 아직 모른답니다. (············어쩌고저쩌고············)」
    어떻게 잘 꾸미고 옷만 잘 입고. 그러면 썩 괜찮은 아가씨로 보일 텐데. 원래 상태가 이상한 건지 어떤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언젠가 그런 일이 있었다. 마치 길에서 갑자기 낯선 여인이 전화기를 빌려달라는데, 차림새를 보자마자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사람처럼. 오다가다 만나서 말 몇 마디 섞었는데, 전형적인 사기꾼의 달콤한 수작이랄지 자연스러운 과정도 없이 무턱대고 오빠 거랑 내 꺼랑 바꾸자는 정직함. 솔직함? 마구잡이 떼쓰기. 살면서 어쩌다 한 번쯤 만나게 되는 그런 일들. 그도 그랬다. 뭐 그런 일도 있고 보통은 아무 일도 없고. 
    살다보면 부득이한 일도 없지 않고. 바나나 껍질 밟은 셈 치지 뭐. 새똥 맞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편 다시 생각해 보니 상태가 안 좋은 낯선 아가씨의 말발, 꽤나 대단했다.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운 좋게 얻어걸린 발단이 신나는 전개로 이어지지 않은 채, 하필 똥으로 끝나서 그렇지. 그래도 사교계의 입담꾼으로 간판격인 아가씨. 본 게 어디고 만난 게 어딘가. 그녀 입장에서 체면치레 했을지 못 했을지 몰라도. 화사한 행운을 벌충할려면 뜬금없는 일도 액땜으로 여길 줄도 알아야 하는 법. 그래서 희박한 우연의 일치를 살짝 재밌어하는 듯 말 듯 하다 그는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걸 가지고 무슨 상징이니 징후니 생각해 봐야 머리만 아프니까 말이다. 





    6

    NB는 생각했다. 바지에 똥을 싸지 않는 이상 우물 안이라는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건 힘들지도 모른다는 걸. 친구들이랑 한참 그 얘기 때문에 당분간 썩 뭔가 괴로울 듯 한데, 또 다시 이 와중에...! 당분간 곤혹스런 기억을 이겨낼려면 고생깨나 해야 할려나. 만에 하나! 점점 초딩들 좋아하는 거만 생각하다 아예 응애응애 기저귀 차면 어쩌지? 사람팔자 알 수 없다고 그때 되면 또 어떻게 다 풀어나가겠지. 걱정도 팔자다. 사전에 대비하고 미리미리 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건 좋다만. 엉뚱한 공상 때문에 극도의 난처한 망상을 사서 할 필요까진 없었다. 
    자, 그러면 그 다음에.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떻게 돼긴 뭐가 어떻게 돼. 누가 뭘 어떻게 하냐고. 입도 뻥긋하지 말고 행동하기 밖에 방법이 없는 거지. 따라서 그는 하는 수 없이 혼자 놀 수 밖에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수순이 그렇게 됐다. 나도 모르게 생각의 흐름이 그렇다는 걸 NB도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혼자 포스트잇에 글씨를 써서 사용하지 않는 모니터 위에, 포스트잇 3장을 붙였다. 혹시 모르니까 구상과 착상에 도움될 거 같았으니까. 즉 거기 뭐라고 씌여있었나 하면 이랬다. 
    1. 땅 파기
    2. 구멍에 넣기
    3. 마빡에 글씨 쓰기
    4번 페인트 바르기는 생략하고. 
    이 세 가지에서 해 본 거 안 해 본 거. 직접 본 거 못 본 거. 뭘 해야 하나. 다 귀찮다. 재미없다. 대단한 허풍선이요 하찮은 행동가, 그것도 다 옛날 얘기. 
    그런데 바로 그때. 
    마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환상문학 잡지 미스테리아. 
    거긴 대체 뭘 먹고 사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마라 일당들이 일을 하긴 하는데 뭔 일을 하는지. 그는 아직도 몰랐다. 
    그래도 이따금 업계 동료의식도 들고 구경 가는 재미도 있으니 간혹 들르긴 했다. 
    그러다 한동안 뜸했던 거고. 그래서 마라는 미끼를 던진 거고. 그는 미끼를 물어서 결국 자신이 대어가 아니라 잡어임을 마라한테 증명하면 그뿐. 
    그렇게 그는 환상문학 잡지 미스테리아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도착. 
    마라의 편집장실에 도착. 
    마라는 생리대로 코를 풀고 있지도 않았고, 탐폰으로 귀를 후비고 있지도 않았다. 
    단지 고위급이 앉는 그런 중후한 의자가 뒤로 돌려져 있었을 뿐. 
   「인기척을 더 크게 하리? 뭐하니? 너 설마... 남자 생각하니? 그런 거니?」
   「」
   「왜 말이 없어? 못 본 척하면 다야? 모른 체하면 그만이냐고. 응?」
   「」
    그는 의자 곁으로 갔다. 역시나 마라가 앉아있는 게 아니라 사람 크기 인형이 앉아있었다. 
    그때 마라의 친구인 지아니가 편집장실로 들어섰다. 
   「어? 늬가 여기 웬일이야?」
   「오빠는 여긴 웬일인데? 마라 언니 휴가 갔어. 것도 멀리.」
   「뭐라고? 난 마라 전화 받고 왔는데.」
   「장난전화겠지. 인공지능 사람 목소리 복제하기 어플리케이션. 몰라?」
   「맞아. 뭔가 이상하다 했다.」
   「그럼 이제 우리 둘이 허니문 떠나면 되는 거야?」
   「뭐?」
   「왜. 나 싫어? 싫지 않잖아?」
   「너 원래 이렇게 도발적이지 않았잖아? 왜 그래? 요즘 외롭니? 그런 거니? 누구, 괜찮은 남자 소개시켜줘? 내가 아는 남자들이 좀 많니.」
   「다른 남자들 말고. 오빠. 응? 난 오빠.」
   「어허. 사람 놀리지 마. 괜히 들었다 놓지 말라고. 호기심에 고양이가 데이거나, 장난삼아 던진 돌맹이에 개구리가 옥고를 치르거나. 알잖아.」
   「오빠. 그런데 얼굴이 못 본 사이에 많이 초췌해졌다. 오빠 원래 그렇게 얼굴이 퀭했어? 완전 이건 퀭 중에 퀭이네. 안 그래, 오~빠!」
   「다크서클. 이거 곧 없어져. 해변에서 일광욕 좀 하고 비키니 구경도 하고. 다 어디 가서 놀러오라는 신호겠지 뭐.」
    (잠깐. 지아니의 대사가 살짝 길어졌음)
    (많이 길어졌음)
    (그래서 지아니의 긴 대사는 따로 칼럼으로 엮음)
    (칼럼 제목 : 나이와 비례하는 피부. 체모. 군침)
    (다시 지아니의 대사로 이어가서)
    그런데 내가 오빠한테 애액 얘기를 왜 하고 있지? 오빠 때문이잖아?」
   「그게 왜 나 때문이니?」 
   「오빠 때문이라면 좀 오빠 때문인 줄 알어. 어?」 
   「그래? 응. 아, 나 때문이구나. 미안 미안. 귀에서 피가 나서 나도 모르게 그만 깜박했어. 미안. 내가 죄인이다 내가 죄인이야.」
   「그렇지? 그렇지? 그럼 뭐 우리가 질외 사정을 논해야겠니? 어? 그건 아니잖아. 안 그래? 그러지 말고 이거 받아.」
    그러면서 지아니는 웬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
   「뭐긴 뭐야. 여성환상 1.5에서 의뢰한 칼럼이지. 애액 충분히 나올 때까지 남자들이 느긋하게 기다려 줘야 한다, 그렇지만 그거 다 기다리다간 남자들 풍선 사그라들지도 모른다 판 깬다 어쩐다, 그러므로 액션 영화 말고 약간 애매한 영화 한 편을 같이 보는 게 딱이다. 또는 새벽에 여자가 고조되었을 때 남자가 깨어나서 달리는 게 최적이다. 사랑이란 일단 애무만 길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그렇다고 마빡에 뭘 쓰고 다니란 말은 아니다. 물론 새벽녁에 여자가 뜨겁다는 전제 하에. 그게 아니라 여자가 꿀잠 중에 불쑥? 그건 여자 입장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예의가 아니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10대 때 딱 1번 약한 몽유병 때문에 부모님 방에서 잤다가. 새벽에 깨서 뭔가를 느끼고 쥐 죽은 듯 다시 잤다는 기억 같은 거 포함되면 좋고. 무슨 말인지 알겠니? 응, 오빠! 그러나 사랑도 일이긴 하다. 배고픈 개는 더러운 푸딩도 먹는다. 고양이가 배고프면 빵 껍질에도 만족한다. 배고프면 딱딱한 콩도 달다. 허나 배부르면 만찬도 지겨울 수 있다. 그런 거. 응? 그런 거 말야.
    그런 칼럼 하나 써달라는 거지. 아, 일하라고. 오빠 돈 벌어야 할 거 아냐? 이 오빠가 말이야, 어? 고양이가 생선은 먹고 싶어 하면서 발을 적시기는 싫어하네. 응? 지금 어디서, 손 안 대고 코 풀려 하고 그래? 응? 오빠가 지금 찬 밥 더운 밥 가릴 땐 줄 알어? 어? 오빠. 우리 그러지 말자. 응? 응, 오빠. 왜 또 듣고 싶니? 오빠. 오빠. 오빠. 얼마든지 해 줄께. 돈 드는 거도 아닌데 뭘. 오빠. 오빠. 오빠. 먹고는 살려면 다 그런 거야. 어? 그런데 이거만 알아둬.」
   「뭘? 뭘 알아두라고.」
   「나 지금 젖지 않았다는 거. 꿈도 꾸지 말라고.」
   「아 정말! 꿈은 너나 꾸지 말어. 흥!」
    그러면서 지아니는 지 할 말만 하고 나가버렸다. 
    그는 농락 당할 만큼 당해버렸다. 아주 그냥 너덜너덜해져벼렸다. 
    그런데 그게 썩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그 어딘가로 외출해버렸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렇게 NB는 일감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 





    7

    말싸움에 탐닉하고 트집잡기에 집착하는 코뿔소. 우기기 좋아하고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걸 싫어하는 고집불통 황소. 물과 기름처럼 자석의 같은 극처럼 문명을 밀어내는 호모 사피엔스 본능.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언제 본색을 드러내는가. 그야 모르겠고. 뭔 얘기인 줄 하나도 모르겠지만, 그걸 말하고 듣고 읽고 관심을 끊지 못하는 사람은 또 뭐냐고. 곧 있으면 인생의 경이로운 광채가 포문을 열든 말든. 기막힌 환희에 대한 반발심으로 갑자기 동네 똥개가 똥 마렵든 말든. 그야 남의 일이고. 어쨌든 평소 같으면 얼씬도 하지 않을 탐문. 그게 무엇인고 하니, 그건 바로 햄버거를 파는 피자가게 방문이었다.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는 몰라도. 그 피자가게에서 포장한 피자를 사 들고 이동하여 집에서 그 박스를 풀었을 때. 만약에 햄버거가 들어있으면 로또 복권에 버금가는 행운이 찾아온다는 뭔 믿거나 말거나 미신이 퍼졌던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왕 뻥이요 개 구라에다 밑도 끝도 없는 거짓말. 그렇지만 개도 풀을 뜯어먹고 고양이마저 이따금 잡초를 뜯어먹을 때도 있긴 있다. 호랑이가 배고프다고 풀을 뜯어 먹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몰입감 때문에 NB는 피자집 문턱이 닳아질 새라 아예 출근하다시피 피자를 먹어댔다. 날이면 날마다 피자만 먹었다. 될 대로 되라는 분위기까정 아니고. 그렇지만 자연의 법칙이 뭔가, 싫증 아닌가. 곧 그것 역시 금새 지겨워졌다. 한동안 진득하다 그랬지. 
    그래서 그는 여기서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럼프를 이겨내고 다시 피자 식탐에 중독됐다. 이 음식 저 음식, 맛난 음식에 과도하게 몰입했다. 그 가운데 최근에 유독 피자에 대한 탐닉은 끈질겼다. 그게 아마 동네를 산책하다가 동네 똥개가 피자 1조각을 물고서 어딜 바쁘게 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반했기 때문일까? 그걸 누가 알겠나. 앞 문단에 나온 그 피자집 말고 그는 여러 피자 가게를 전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NB는 대중적인 피자 브랜드 가게에서 피자를 먹다가 친구인 자콥 커퍼필드를 만났다. 
   「자콥 너 여기서 뭐해?」
   「너야말로 여긴 웬일이야? 여기 늬 구역이니?」
   「늬 구역 내 구역이 어딨어? 우리가 무슨 느와르 영화에 나오는 쫄따구니? 겉으로만 보면 넌 보스. 그럼 난? 나야 행동대장에 오를 뻔 말 뻔 부침이 심하다, 결국 팽당한 걸로도 모자라 말단 구석자리로 밀려난 넘버 쓰리. 그런데 피자는 많이 먹었니?」
   「피자? 아니 별로.」
   「왜? 피자집에 온 건 피자를 먹으로 온 거 아니야?」
   「피자가 더럽게 맛없더라고. 허허. 농담이고. 요즘 입맛이 없어. 입맛만 없는 게 아니라, 뭘 해도 재미없어. 너 뭐 재미난 일 없니?」
   「재미난 일? 많지. 그런 거면 날 찾아왔어야. 그거 내 전공이잖아. 넌 꼭 가만 보면 번짓수도 제대로 못 읽더라.」
   「재미난 일이 뭔데?」
   「재미난 일? 두 가지가 있지. 아니 세 가지. 
    첫째, 구멍에 넣기 일명 구멍치기라고 하지. 
    둘째, 땅 파기 즉 어딜 파고 무얼로 팔 것인가는 네가 정하는 거고. 그리고 
    셋째. 너가 최근 몹시 염원하는 뭔가가 있니? 없으면 기다리고. 만약 바라는 소망이 있다거나, 희구하는 목표가 있으면 그걸 이루는 방법. 딱 있지. 딱 있어. 그게 셋째야. 그게 셋째라고. 
    그건 뭐냐, 기대하는 게 만약에 햄버거 많이 먹기 대회 1등이다 라고 했을 때.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대상을 이마에 써. 어? 매직펜으로 이마에 햄버거왕, ~라고 쓰라고. 어? 아니면 거창한 거 바라지도 않고, 귀엽게 그냥 허풍대회 입상 정도? 이마에 써, 허풍 지존이라고. 어? 물론 벼락부자랄지 마술사랄지 어이없는 걸 바라면 당연히 어림 반푼어치도 없고. 그게 아니라, 그나마 미약한 희망이랄지 미세한 가능성이라도 존재한다면. 바로 그 셋째 방법이 확률을 높여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고. 어때? 뭐 바라는 거 있니? 기다리는 무슨 도전장이나 방어전이라도 있니? 있어? 있어 없어? 없으면 나랑 같이 놀고.」
    그렇게 해서 NB와 자콥은 근처 바로 자리를 옮겼다. 





    8

    해질녁이 가까와 지는 시간. 행복도가 밋밋한 바닥 기어가기에서 완만한 상승세로 전환하려는 시점. 일찍 달리기로 한 것이다. 이런저런 사는 얘기도 할 겸 그들은 근처 바, <너만 알고 있어>에 자리를 잡았다. 
   「자콥. 난 있지. 요즘 꿈이 잘 기억나지 않아. 그래서 말인데 혹시라도 내가 꿈에서 널 깠더라도 날 이해해 줘. 아울러, 만약 네가 험담해도 나는 함구할께.」
   「그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얘기야? 뭔 개소리냐고. 시작부터 이러기야? 진정해 친구. 천천히 몸부터 풀자고.」
   「뭐 몸을 풀어?」
   「또 또 또. 재밌기 그지없군 그래. 아까 너가 말한 방법 때문에 넌 재밌는가 몰라도 난 그냥 그래. 내가 너무 진지한 걸까? 자네가 나보다 더 잘 알지 않나. 안 그런가?」
   「너 최근 여자 생겼니? 새로운 여자? 생겼네 생겼어. 말 해 말 해. 어서 말 안 하고 뭐해?」
   「하여간에 눈치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원래 넌 왔다 갔다 종잡을 수 없어. 가만 보면 직감이 끝내주던가. 아니면 속으로 뭔 생각을 하는지 말 끝을 흐리고, 말하는 도중에도 막 뭔 생각을 엄청 해.」
   「됐고. 말 돌리지 말고. 날 떠볼려고도 생각 마. 어떤 여자야? 기가 세? 기 빨려? 아님 기 받어?」
   「무슨 벌써부터 기 받고 기 빨리고 그걸 생각하니. 이제 겨우 탐색전일 뿐이야. 이제 시작이라고.」
   「이제 겨우 전초전 근처에도 못 간 데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날지조차 확실히 모른다? 늬가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알어? 늬가 그러니까 매번 차이는 거라고. 어? 그러니까 확실하게 노선을 정해. 벼락치기일 것이냐, 간격 효과일 것이냐. 어? 티 좀 내 임마.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응?」
   「내가 다 알아서 할께.」
   「다 좋다 이거야. 다 좋다고. 허허. (......시선 전환......) 그럼 난 우리 바텐더와 독대해야지 뭐. 우리 바텐더 아가씨~! 바텐디스란 말이 있나 없나는 몰라도.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숙녀가 아니신데. 떴어도 진작 떴어야 마땅하신 분께서 왜 여기에! 요즘 한참 TV에 나오고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누구보다 훨씬 이쁘네. 나 아까 따질라 그랬어. 다짜고짜 소리 지를려고 했다고. 여기 무슨 미녀대회 우승자만 바텐더로 뽑냐고. 진짜로 멱살잡고 사장이랑 싸울 뻔 했다니까. 겨우겨우 참았다고. 우리 같은 아저씨 동네 노땅 말수 없는 늙다리들이랑 그래도 좀 말이 통하려면, 응? 그래도 20대 후반이나 30대 숙녀가 제 격 아닌가? 갓 스무살 뽀송뽀송 애기를 떡하니 뽑아놓으면 우리가 쳐다보기 아깝고 민망해서 어디 말이나 제대로 걸겠냐고. 안 그러유?」
   「하여튼 말만 말만 그냥...」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소, 바텐더 양반.」
   「궁금한 게 뭔데요, 오빠!」
   「저쪽에 저 꽤 멋지게 보이는 손님.」
   「아 저분이요?」
   「저분 별명이 혹시 발렌타인 30년 아니요? 아님 조니워커 30년산인가?」
   「어머머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아 이 친구야. 저 친구 이마에 씌여 있네. 발렌타인맨이라고.」
   「네? 농담은 참.」
   「야 자콥. 넌 보이지 않니?」
   「뭐가? 마빡에 발렌타인맨이라고? 너 마침내 미친 거니? 이거 이거 축하해야 하니 답답해 해야 하니?」
   「아 농담하지 말고. 진짜로. 정말이라니까 그러네.」
   「하늘에 두고 맹세할 수 있어?」
   「하라면 할께. 걸라면 걸고. 판돈은 부족하지만 못할 거 없다 이거야.」
    그런데 그때 저쪽에서 가죽점퍼 입은 발렌타인맨이 다른 바텐더와 게임을 하다 졌기 때문에, 다른 바텐더가 왼 손을 펴서 발렌타인맨 이마에 대고, 오른손으로 왼손의 가운데 손가락을 당겼다가 빡~! 그걸 보고 나서 NB는 식겁했다.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가 봤던 포스트잇, 발렌타인맨이라고 씌여진 포스트잇이 그분 이마에 붙여져 있었는데, 바텐더의 가운데 손가락과 포스트잇의 영상이 겹쳐져버렸기 때문이다. 뭐야 내가 헛것을 본 거야? 라면서 NB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때문에 NB는 더 이상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말할 수 없었다. 서로 보는 눈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현상 역시 다르니까. 
    즉 악마로부터 오는 것은 악마에게 돌아가는 법인데. 이게 웬 봉창 뜯는 일이냐고. 사과는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이런 신통한 요술 같은 천리안이 자신한테 계승될 수 있냐 그거지. 좋든 싫든,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그러니 배겨낼 턱이 있나.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차도를 찬찬히 지켜보는 수 밖에. 이상한 능력에 따라 칭찬 받아 마땅한 전개가 출연할지 말지. 불운은 잠재우고 행운을 꽃 피울지 어쩔지 기다려보는 수 밖에 없었다. 
    단, 이게 과연 믿을 만한 초능력인가 아니면 엉뚱한 우연인가는 차차 지켜보면 알 테고. 그래서 그는 당장 내일부터 시험해 보기로 했다. 





    9

    다음 날 NB는 친구 사무엘의 투자사무실에 놀러갔다. 
    짜식 나름 고상하게 고전음악을 듣고 있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 현악사중주 12번. 
   「연락도 없이 웬일이야?」
   「너가 고급 정보를 나만 쏙 빼놓은 채 주변에 퍼트릴까 봐. 그래서 깜짝 방문했다. 됐냐?」
   「돼긴 어떻게 돼. 그런 거 알고 있으면 늬가 날 살려주라.」
   「왜, 최근 몇 장 말아먹었냐?」
   「말아먹긴 뭘 말아먹어. 심혈을 기울이진 않았으나, 본전이야. 판돈만 키우다 남 좋은 일만 시켰다고. 지금이 아마 새로운 전환기일지도 모르고. 아둥바둥 살면 뭐하냐. 밤에 외로운데.」
   「아 나 이거 또 거 참 나 원 허허. 우리 그런 얘기 하지 않기로 했잖아. 너 설마 나한테 똥 이야기 할려는 건 아니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너 저기서 기다려. 내겐 그래도 저분이 큰손 중의 큰손이니까. 순서는 저쪽이 먼저라네.」
   「어. 일 보고 와.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그처럼 NB의 주문이 주효한 것일까? 사무엘은 침착해도 침착해도 너무 침착했기 때문에 장장 1시간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1시간 후. 
    큰손인가 작은 손인가는 갔다. 
   「고객님과 면담은 잘 됐니?」
   「아직. 좀 더 공을 들여야 되나 봐. 뿜뿜 팍팍 푸쉭푸쉭. 그런데 진짜로 원하는 뻠쁘질이 뭔지 아직 그걸 잘 모르겠단 말이야. 감을 잡을 거 같다가도 아리송한 게 말이야. 거 어째 느낌이 세해. 차라리 발을 빼는 게 좋겠어. 아무래도 이상해.」
   「그래 잘 생각했어. 너 그러다 늬가 당해. 제 꾀에 제가 속는 건 그나마 낫다고. 그런데 있잖아. 아까 말한 큰손. 그분 혹시 스파게티광이니? 1년 내내 스파게티만 드시지 않니?」
   「늬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 농담하지 말고. 나한텐 중요한 문제니까. 당혹감 흥분 충동 친구 기 살려주기. 친구 놀리기. 그런 거 말고 진짜를 말해 보란 말일세. 진짜를.」
   「나 요즘 가뜩이나 뻥을 참고 참는데, 늬가 그러면 내가 뭐가 되니? 나 거짓말 해 본 적 한참 됐어. 내 최근 별명이 냉혈한이란 말이야.」
   「그 흔해빠진 사이코패스가 너라고? 늬가 사이코패스면 난 소시오패스 할아버지다. 아 그러지 말고. 그분이 진짜로 스파게티 매니아야?」
   「아 그렇다니까. 내가 뭐하러 너한테 그런 걸 거짓말하겠니. 내가 그걸 뻥쳐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없잖아. 안 그래? 내가 그걸로 널 속여서 나한테 좋은 게 뭔데? 그런데 넌 그거 어떻게 알았어?」
   「나? 그분 이마에 그렇게 씌여 있으니까 알았지. 그분 마빡에 나 스파게티광, 라고 씌여있는데. 그런데 내가 어떻게 몰라. 안 그래?」
   「씌여 있긴 뭐가 씌여 있다는 거야?」
    이 모든 일이 다 존티가 주인이었던 그 라이터. 눌러도 불꽃이 나오지 않는, 그냥 소리만 특이하고 별다른 용도가 분명치 않은 듯한 듀퐁 라이터. 그 때문일까? 
    NB는 탁자 건너편의 사무엘과 대화하던 중. 탁자 밑으로 사무엘 몰래 듀퐁 라이터를 눌러보았다. 
    듀퐁라이터는, 퐁~!
    NB의 전두엽은, 핑~! 
    그는 즉각 사무엘 마빡에 씌여진 글씨를 읽고야 말았다. 
    그건 바로 
    <경마 매니아. 특히 거세마 베팅>
    뭐? 
    그는 정신을 잃은 채 소파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10

    그러던 어느 날 NB는 낮에 연습장에 글씨를 썼다. 일명 메모.
    만약에 내세에 지옥이 없다 = 공룡이나 다수 멸종한 동물처럼 흔적도 없이 말살될 가망성 있음.
    만약에 내세에 지옥이 있다 = SF 영화처럼 종이 미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큼.
    그리고 그날 그는 개꿈을 꾸었다. 내용은 이랬다. 
    <개꿈 1>
    유부남 친구 1이 바람피는 애인을 데려옴.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걔는 친구들 만날 때 하나같이 못생긴 여자만 골라서 데려왔음. 단 1번도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를 벗어난 예외는 없음. 걔 부인을 보고서 친구들이 바보로 여김. 일부러 그럴려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업신 여김. 그 유부남 친구는 취미처럼 한달 평균 몇 명, 연평균 몇 명과 바람을 피는데 부인은 바보. 그냥 밖에다 내놓음. 완전히 밖에다 내놓은 줄 앎. 하필 녀석의 자녀는 딸 하나. 설마 그 딸이 나중 자기 아빠 같은 유부남을 만나는 거 아니야? 혹시 첫경험으로? 그럼... 숙녀 인생... 쉿! 그건 그렇고.
    그렇게 친구들 만나는 날 유부남 친구 1이 바람피는 애인을 데려옴. 친구 2 친구 3, 그렇게 넷이서 야한 술집에 감. 어쩌고저쩌고. 갑자기 유부남 친구와 바람녀가 뜨거워짐. 다큐멘터리 동물의 세계처럼 교미를 시작. 친구들이 다 보고 있는데. (아, 친구 3은 없었음. 친구 1과 2뿐. 등장인물은 매우 단촐). 그런데 하필 바람녀는 조루녀였음. 서서 정상위로 관계를 하다 말고 바람녀는 살짝 빠져서 뒤돌아 섬. 그렇게 그녀 혼자 아후아후. 갑자기 세차장 물뿌리개처럼 빛나는 액체 찍~! 곧 이어서 곧바로 연분홍빛 안개 분수. 다시 이어서 과학실험실 알콜램프처럼 거기서 빨강-노랑-다홍빛-선홍빛 불꽃이 일었다 사그러짐. 유부남 맨붕. 그래서 혼자 달림. 그런 다음 정자가 방출. 그런데 그 액체가 하필 옆 탁자에 놓여진 어떤 연애론 위에 찍. 유부남은 고추 끝 알콜램프의 파란 불꽃을 입으로 후~ 불어서 끔. 상황 정리. 그런데 문제는 다음 날. 연애론 주인이 똘만이들을 거느리고서 유부남을 찾아감. 딩동~!
    결론 : 대부분의 유부남은 성실!? 그래서 바람피는 유부남만 보고서 유부남은 어떻다고 일반화는 곤란. 미꾸라지와 하이에나도 일부만 문제. 그 못된 극소수 때문에 못생긴 남자만 보면 혹시 뭐 어쩔까 또 강박증이 추가됨. 괜히 착한 촌닭과 호인인 뱁새까지 손해 입음. 스토킹은 중범죄 중의 중범죄. 스토킹 당해본 사람은 그 심정 앎. 여자가 1번 싫다 하면 웬만히 껄떡거리고 남자 얼굴에 똥칠하지 말기를. 제발! 아니 1번이 아니라, 알아서 자신감 갖고 찝쩍거리지를 말아야지. 툭하면 용기니 걸핏하면 고백이니. (절레절레). 똑같이 미꾸라지의 엄마와 부인과 누나와 여동생과 딸에게도 미꾸라지 조직과 하이에나 군단이 붙을 수 밖에 없음. 그 DNA는 알아서 도태되던가 아니면 SF영화처럼 걸러지거나 제지되도록 세상은 진보할 것임.
    <개꿈 2>
    플랩잭 경찰서의 필 로버츠 경사에게 전화가 왔던 날. 세바스찬이 체포됐던 일. 
    그 세바스찬이 NB에게 귀뜸해 주었다. 자기가 팠던 골프장 몇 번 홀을 진득히 파 보라고. 
    NB는 내심 세바스찬이 괜한 일을 벌이지는 않으리라는 뭐랄까 끈덕진 소망을 믿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건 현실이고 이건 꿈이었다. 그래서 그는 세바스찬이 알려준대로 삽을 챙겨서 그곳으로 갔다. 
    그렇게 한참 동안 홀컵을 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쉬지 않고 땅을 파고 또 파고 계속 팠다. 
    그랬더니 뭔가 끝이 보였다. 그런데 그 끝은 다름 아니라 땅 밑에서 자기랑 똑같이 삽질을 하는 본인을 발견한 것이다. 흡사 거울을 보듯. 마치...가 아니라 자기랑 똑같이 생겼다.
    그럼 뭐야, 지하 세계가 있다는 건가? 여기서 멈출 수 있나. 하여 계속 팠다. 그렇게 그는 도플갱어와 겹쳐졌다가 끝끝내 도플갱어가 지상으로 나왔고 그는 지하로 들어갔다. 
    그러다 꿈은 끝났다. 뭐? 
    꿈이 뭐 이래? 이건 뭐 개꿈도 뭣도 아니잖아? 복권을 살 엄두도 낼 수 없는 내용이잖아? 괜시리 기분 세해지고.
    그렇다고 뭐 딱히 고배를 마실 일도 아니므로 그는 툭툭 털고 일어났다. 





    11

    음악은 뭘로 듣지? 그래 그게 좋겠다. 요제프 아르놀트 그로스(Joseph Arnold Gros) / 트럼펫 협주곡 D장조
    향기는, 니나리치 레흐 뒤 땅. 위는 베르가못과 차자나무와 카네이션이요. 중간은 장미에 제비꽃에 흰봇꽃에... 기본은 시더우드와 샌달우드와... 됐고. 모르겠고. 대충 비누향 이상만 되면 좋고. 
    색상은 진한 초콜릿색. 우윳빛. 연보라색. 에메랄드빛. 
    소리는 기존의 효과음과 또 다른 뭔가 몽환적이며, 번뜩이는 재치 신나는 재미 열정적인 드라마가 느껴지는 기계음. 
    그런데 그걸로 뭐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은 화장실을 가지 않고 이슬만 먹고 산다는 논리도 아니고. 거 참 할 일 없네. 
    아! 할 일 있지? 
    그는 최근 이마에 씌여진 글씨를 자기만 읽을 수 있다는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기로 했다. 
    존티에게 돌려줄려던 듀퐁 라이터에 정말로 신통한 재주가 있다면. 그렇다면 이번에는 노트북에 엑셀 파일 띄워놓고, 카페에서 한 명 한 명 찬찬히 관찰하면서 측정값을 기록하고. 그러므로 성공률은 어떻고 오차와 변수를 알아내고. 그래? 재밌겠네. 
    그래서 그는 근처 카페로 갔다.  
    도착했다. 
    부드러운 집념을 듀퐁 라이터가 귀여워할지 아니면 따가운 눈총으로 모른 체할지. 그건 두고 보면 아는 거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도 아니고. 사활을 걸 부담감도 없고. 
    마침 그때 카페에 손님이 들어왔다. 그녀가 썩 동의할 줄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외로운 숙녀. 그녀는 최근 3년 동안 키스 한 번도 못 해 봤네. 어쩌면 사랑의 교감 때문에 진짜 신음은 지금껏 0번. 단 몇 번에 불과했던 연애 경험은 죄다 가짜 교성뿐. 뭐 엄한 상상은 그쯤에서 멈추고 과연 그녀의 이마에 무슨 글씨가 씌여 있을까? 그는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달콤한 환상머신은 타는 듯 불가사의한 몰입감 때문에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퐁~!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이거 이거 진짜야 가짜야.
    어? 이거 정말 재밌어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아니면...  과히 기분이 나쁘지 않는데 이게 정말 좋은 거냔 말이지. 
    이건 정말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울기는 뭐하고. 무엇보다 웃지 않을 수 없고. 
    와 이 발견은 흡사 황홀한 입맞춤으로 도달 가능한 무아지경과도 비슷했다. 
    어떻게 봐도 봐도 신비롭고 아무리 생각해도 흥미진진했다. 
    그러니까 제비족의 결승점은 단란한 가정이라는 가택감금이란 말인가? 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 
    기상천외한 상상이 부득이 개꿈으로 이어지는 일은 다 남의 일이든가 말든가. 
    이제 그만 좀 뜸들이고 본론으로 넘어가서. 그런데 차마 이런 얘기까진 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이런 말 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기왕 말나온 김에 얘길 꺼내자면. 그때 그녀는 왜 남자 화장실에 혼자 앉아서,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면 가릴 생각을 하지 않고 일어서냐고. 아니 그거 말고. 놀이공원에서 옛날에 아기랑 같이 오신 그분은 왜 하필 흰색 팬티를... 쉿! 
    됐고. NB가 본 건 바로 그랬다. 
    그녀의 이마에 쓰여진 건 바로, 개년! 
    뭐?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카페 안으로 그녀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그러더니 그 남자는 여자와 인사하고 어쩌고. 의례적인 거 건너뛰고. 연인처럼 다정한 모습을 연출한 다음. 
    그 다음에 그 남자는 그녀의 가방에서 립스틱을 꺼내더니 그녀의 이마에 글씨를 썼다. 
    그녀의 이마가 거울이야 뭐야. 왜 그녀의 이마에다 글씨를 쓰냐고. 것도 하필 립스틱으로. 
    사랑은 립스틱으로 글씨를 쓰라야 뭐야. 그럼 그걸 뭘로 지워야 하냔 말이야. 
    그야 어떻든 그렇게 씌여진 낱말이 뭐냐. 
    그건 이랬다. 
    키스맨! 
    뭐라고? 
    그럼 그녀는 남자였어? 
    뭐야? 이제 보니 남자네. 둘 다 남자. 뭐야? 여자 아니잖아? 이런... 아니지 아니지. 남의 일이고 내 여자도 아니고. 듀퐁 라이터가 오작동한 건지 뭔지.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먹잇감을 물색하던 중. 카페의 음악이 바꼈다.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 / 실내 이중창곡 ‘온갖 걱정에서 멀리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하다’ HWV181
    손님이 뜸하니 카페 사장은 자기가 듣고 싶은 걸 틀었을지도 모를 일. 아, 맞다! 저 냥반한테 리모콘을 눌르면 되겠네. 
    퐁~! 
    그랬더니 카페 사장의 마빡에 도대체 뭐가 씌여있었느냐. 
    하면, 이번에는 좀 길었다. 글씨가 길기 때문에 이마에 다 써 넣어야 하므로 글씨가 작았고. 따라서 그거 읽느라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래서 씌인 내용이 무엇인고 하니. 그건 바로, 
    <나 오늘 한가해요... 저는 있잖아요...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뭐? 그는 당장 듀퐁 라이터를 집어던질 뻔하다 말았다. 겨우겨우 참았다. 
    그러다 그는 카페 사장 뒤편 거울에 비춰진 이쪽 배경을 보고 뭔가 깨달았다. 
    바로 NB의 뒤에서 진짜로 특수 리모콘을 쥐고서 듀퐁 라이터를 켜는 시점에 딱 딱 맞춰서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그래서 그는 슥~ 뒤돌아봤다. 그들은 눈이 마주쳤다. 그런 다음 그 정체불명의 중성인은 슬금슬금 카페테라스를 빠져나갔다. 
    이제 추적은 시작되었다. 





    12

    그러나 모험은 시작하자마자 끝났다. 
    미행하고 주시하며 몰래 대신 마법까지 부리는 염탐꾼. 따라잡을 여지를 주지 않는데 어떻게 따라잡나. 
    만약에 따라잡았다고 해도 어차피 거짓말할 테고. 물증도 없고. 혼자만의 공상이고. 
    그렇게 해봐야 소용없다. 그래 봤자 개꿈처럼 달콤한 줄거리가 기억날 듯 말 듯 하다 풍선은 사그라들기 마련이 듯. 
    굳이 저분을 끝까지 쫓아가야 할 이유도 알고 보면 쓸데없고. 저분 역시나 NB에게 '나 잡아봐라'라며 사랑의 쫓고 쫓기기 장난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괜한 데다 시간만 허비했다. 가질 수 없는 것은 경멸하기 쉽다고, 그림의 떡은 여우가 따먹지 못하는 신 포도. 그게 다 이 구식 듀퐁 라이터 때문이었다. 
    그래서 괜한 데 힘 빼지 말고 NB는 좋게 사무실로 돌아가서 일이나 하기로 했다. 
    아무리 재미없기로서니,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사교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지 못해 안달날 정도는 아니고. 
    세상사 전반에 관하여 범상치 않은 배경 지식과 혀를 내두를 만한 잔지식을 지녔는데. 그런데 정작 빼어난 고급 지식과 쓸 만한 큰 기술은 부재. 그럼 뭐 별수 있어? 일이나 해야지. 그럼.
    원하든 원치 않든 으뜸패는 속임수였어. 
    그는 구식 탱탱 묵은 듀퐁 라이터를 버렸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자, 그럼 이제 신나는 일하기를 시작해 볼까? 
    그러던 바로 그때 세바스찬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 웬일이야? 무슨 보물이라도 발견했니?」
   「어, 어떻게 알았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걸 늬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기는 누가 어떻게 알아? 설마 늬가 보물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러 가져가겠니 어쩌겠니? 대체 뭔 얘긴데 그래?」
   「말 그대로. 보물을 발견했어.」
   「거 참 막막하군 그래.」
   「그러지 말고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래서 그들은 만났다. 
    찻집 '늬 남편 요즘 뭐하니?'에서 그들은 만났다. 
   「또 무슨 일을 벌였는데 그래? 어디 말 좀 해 봐 봐.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
   「사연은 그래. 내가 어느 날 물건을 샀어. 그 뭐야, 초소형 완구품 조립하는 데 쓰는 공구품 세트.」
   「그래. 그래서?」
   「그걸 샀는데. 그걸 인터넷으로 샀거든. 그런데 계산할 때 보니 무슨 뭔가를 보너스로 거저 준다는 거야.」
   「뭘?」
   「뭐긴 뭐야 보물 지도지.」
   「그래서 그걸 결국 받아봤어?」
   「응. 집에 도착한 공구 세트 정리한 다음에. 사은품으로 함께 실린 보물 지도를 펼쳐보니 이거 가짜가 아니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자세한 정보부터 그 보물이 묻히게 된 계기. 그리고 그 공구품의 브랜드 역사까지 그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더란 거야. 뿐만 아니라 그 보물이 묻혀 있는 특정 장소가 하필 우리 집과 가까워.」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런데 거기서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면 무슨 세계 비밀 조직에 찬조금을 내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그 돈 보냈어?」
   「그럼 보냈지.」
   「얼만데?」
   「얼마 안 해.」
   「한 장?」
   「두 장.」
   「세 장 보냈네. 세 장 보냈어. 그렇지? 그치?」
   「그걸 늬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았는가는 몰라도 세 장은 세 장 맞어. 그렇지만 할부로 끊었어.」
   「늬가 무슨 초딩이니? 그래서 그 보물지도에 관한 보완품, 뭐라고 불러야 하지, 맞다, 보물지도 2.0은 왔어? 어디 좀 보자.」
   「안 돼. 보여줄 수 없어. 보여주면 안 된다고 했어.」
   「넌 그 말을 믿니? 야 무슨 말이 돼야지 보물 지도를 믿든 말든 할 거 아니야. 무슨 애도 아니고, 참 나.」
   「아무튼 파 보면 알아. 파서 나오면 진짜고. 아니면 뭔가 잘못된 거고.」
   「너 어쩌다가 그렇게 상태가 안 좋아진거니?」
    그래서 그들은 현장으로 갔다. 
    NB는 도와준 김에 인심 후하게 써서 오늘 땀 흠뻑 흘리자고 다짐했다. 
    음악도 틀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Vesperae solennes de confessore K339.
    그들은 열심히 삽질을 했다. 다른 기계의 힘을 빌릴 수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땀의 결실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중간 건너뛰고 결과만 말하자면 그렇다. 뭔가를 찾긴 찾았다. 
    그건 다름 아니라 007 가방이었다. 안에 뭐가 들어있나는 몰라도, 일단 가방 하나만큼은 꽤나 튼튼해 보였다. 
    물론 열쇠로 굳건히 잠겨있었고. 
    곧바로 세바스찬은 핸드폰을 켜서 어느 앱을 켜서 메시지를 보내고, 답변을 받고, 전화를 해서 통화를 마쳤다. 
   「쟤들이 뭐래? 그게 보물 맞데?」
   「어 맞데. 그런데 그 가방을 열려면.」
   「그럴려면?」
   「추가로 무슨 단체에 후원금을 보내야 한다는데?」
   「야 야. 관둬 관둬. 때려쳐 때려쳐. 그럼 그렇지 그럼 그렇지. 너 당했어 임마. 계속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서 말리고 엮이며 끌려가는 거라고. 너 솔직히 말해 봐. 저번에 얼마 보냈니?」
   「세 장.」
   「세 장이면 뒤에 0이 3개?」
   「아니. 단위가 달라.」
   「오 맙소사, 세상에나! 너 미쳤니? 야 그럴 돈 있으면 나한테 투자해야지. 얘가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네. 너 엉덩이에 뿔났니? 그걸 거기다 보내면 어떡하니?」
   「날 좀 내버려 둬.」
   「말이나 말든가.」
   「그런데 늬가 봐도, 한눈에 딱 봐도 사기인 걸 알겠니?」
   「알다마다!」
   「아휴~ 속 터져.」
   「아휴~ 속 터져? 일찍도 깨닫네. 내가 더 속 터진다.」
   「갑자기 왜 웃어?」
   「나도 몰라. 괜히 웃음이 나오는데 어떡하니? 그럼 그냥 웃을 수 밖에.」
    그렇게 별일도 아닌 사건은 자연스럽게 수습됐다. 





    13

    일하든 놀든 재미없고. 앉으나 서나 심심하고. 보나마나 주말은 약속 없고. 새로운 모험은 꿈도 꿀 수 없고. 그러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NB는 롭의 별장에 가서 쉬엄쉬엄 작품 구상이나 하고 오기로 했다. 이번에 롭은 또 어떤 기발한 별장을 소개시켜 줄지 벌써부터 기대감에 발가락이 다 간지려워졌던 것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롭한테 어딜 소개받고 어쩌고.
    중간 건너뛰고. 
    낯선 객지에 도착. 
    한편 갑자기 세바스찬에게 연락이 왔다. 
   「열었어. 열었어.」
   「열긴 뭘 열어?」
   「그 007가방 열었다고.」
   「어떻게 열었는데. 너 또 추가금 보낸 거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뽀갰어. 장비 구해와서 다짜고짜 뽀갰다고.」
   「그래서 안에 뭐가 들어있든?」
   「일단 가방 안에는 2가지가 들어있었어.」
   「아 글쎄 그 두 가지가 뭐냐고.」
   「알고 싶어?」
   「아 나 얘 또 시작했네. 뭘 또 들었다 놓고 싶은 거니? 날 좀 웬만히 쥐락펴락하라니까.」
   「알았어. 말할께.」
   「」
   「」
   「말한다며?」
   「그건 말이야. 첫째 새로운 지도, 둘째 중고 듀퐁 라이터. 그리고 간단한 설명서.」
   「설명서에 뭔 내용이 씌여있는데?」
   「라이터를 켜면 육플루오린화 황, 레몬과 스피아민트 향, <커피 + 초콜릿 + 복숭아>복합 향이 나는데. 그걸 지도 밑에서 작동시키면 지도에 숨겨진 그림이 나타난데.」
   「그래서.」
   「그렇게 비추니까 정말로 숨겨진 지도가 나타났어.」
   「그러니까 지도는 일반적인 지도고. 숨겨진 지도는 제일 빠른 길, 최단 코스, 제일 안 막히는 길. 뭐 그런 게 나타났다고?」
   「와! 너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어. 그래서 또 추가금을 보내달라고?」
   「그건 또 어떻게 알고.」
   「아 나 이거 정말 이치고 환장하겠구만 그래. 넌 수작과 개수작도 구별 못하니?」
   「수작과 개수작의 차이점이 뭔데?」
   「뭐긴 뭐야. 둘 다 수작이지. 하나는 작은 수작 하나는 큰 수작. 곧 개수작은 큰 수작. 늬가 당한 건 말 같지도 않은 수작. 그런 수작에 당한 넌 뭐니 대체! 됐다 됐어. 너 알아서 보내든가 말든가. 끊어 끊어.」
    요한 아돌프 하세 / 오페라 <마르칸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 중 아리아 ‘그의 사나운 모습에도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으니’
    NB는 세바스찬이야 세바스찬의 인생이 있는 거고. 언제까지 놀아줄 수도 없고. 그래서 그는 음악을 틀어놓은 채 묵묵히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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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46

from 소설 2019. 4. 30. 21:51

    1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기에 적적하여 나는 근처 카페에 찾아갔다. 
    그곳에 도착했다. 카페의 이름쯤은 보자마자 잊어먹었다. 분위기도 중요치 않았다. 
    머리가 띵하고. 코끝은 찡하지 않고. 하트 역시 벌렁벌렁하지 않은 채 약간의 숙취가 남아있었을 뿐. 
    곧 분위기 전환이면 적당히 만족할 뿐이지 팬클럽 회원들의 열렬한 갈채를 바란 건 아니었다. 정말 아니었다. 
    그런데 이 음악이 뭐였지? 설마 무난한 오페라의 대명사인, 지오코모 푸치니의 라 보엠! 그 가운데 음 그게 말이지, 대충 때려 맞추자면 그렇다는 거고. 아니 마농 레스콘가? 리골레토? 아님 투란도트? 에잇 그냥 푸치니. 그래 그냥 푸치니. 끝. 
    그런데 그게 아니라 캐스팅의 제약부터 심한 '토스카'는 어떻고, 자극적인 소제라서 '카르멘'은 뭔가 할 얘기가 발생하며, 라트라비아타를 베르디가 작곡만 했지 원작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길어지고 길어지고? 바로 이래서, 그녀는 졸린다 졸린다. 싫증난다 싫증난다. 그녀의 뚜껑은 열린다 열린다. 참다 참다, 그녀의 화염방사기는 열불을 뿜을 일만 남은 것이다. 순서가 그렇다. 원리는 속일 수 없다. 애정이 은근히 느껴지는 사랑의 대화를 바라는 그녀들에게, 논리적으로 툭툭거리고,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찬물을 끼얹는 일. 수다를 바랬지 누가 논쟁하고 싶어했냐고. 웃자고 말했더니 글쎄, 얼굴 빨개져가지고 좋은 말 할 때 이러쿵저러쿵? 아아 (뒷목) (뒷목)! 싫증나고 꼴배기 싫고 기분 나빠지는 지름길. 곧, 뭘 좀 모르는 남자들의 전형적인 특징. 요즘 말로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차이. 웃자 = 싸우자, 등호 성립부터 말이 안되니까. 간접화법으로 마음을 녹이며 달콤한 상상을 하쟀더니 무슨 지적질에, 아는 척에, 자기 주장만 빡빡 우기고, 급기야 잔소리로 남자가 여잘 이겨버리네? 그녀의 뚜껑은 열린다 열린다. 보아하니 '같이 죽자'식 유머코드도 시큰둥. 농담 반 진담 반도 심각하고 진지하게 받고. 당연히 의역해서 받아들일 말을 곧이곧대로 직역하는 일. 진짜로? 한두 명도 아니고 한두 번도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그렇다고 논리적으로 너 좋고 나도 좋자 라는 남잔 또 뭔 죈가. 전화로 2~3시간 통화한 다음 끊을 때 인사말이 글쎄, 자세한 얘기는 우리 만나서 하자? 이번에는 남자의 커피포트가 바빠질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이 얘기가 대체 왜 나왔어? 푸치니에서 뭘 거쳐서 뭐한다고 '뭘 해도 재미없어'로 넘어왔냐고. (절레절레). 아무튼 친근한 수다라는 생리가 어떠하므로, 따라서 다정한 그녀의 표정만 보고서 '척하면 척'이 최고. 뭐니 뭐니 해도 한발 앞서서 여자의 마음을 간파하는 게 최선. 대번에 뭔가 약간 조금만 더? 라고 했을 때. 숙녀가 살짝 더 알고 싶어한다 했을 때 제목까지만. 아니면 푸치니까지만. 강아지한테 앉어 일어서 손 손 먹지 마 기다려 먹어. 그렇듯 하나 하나 다시 하나. 멈춤. 전진. 후진. 뻔할 뻔자 리모콘만 누르면 될 걸 가지고 원맨쇼 씩이나. (절레절레) (절레절레). 패 돌리고 뻠쁘질하고 드리블에 저글링에 어차피 다 그게 그거임. 그놈이 그놈까지는 가지 말고. 제발 그만 좀 삼천포로 빠지고. 딱 푸치니까지만. 아아 하다 하다 '푸치니'에 발동이 걸릴 줄이야! (몸짓) (몸짓).
    그러다 나는 급기야 낯선 전화를 받고야 말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플랩잭 경찰서의 필 로버츠 경사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입건자께서 거액을 상속받을 후견인으로 귀하를 지목하셨습니다. 네? 예? 아니 그게 아니라. 그건 제가 봤던 드라마 내용이고. 그게 아니라. 피고인이 변호사를 지정할 사안까지는 아니고. 다름 아니라 세바스찬씨 아니죠? 아실 거예요. 알다 마다요. 세반스찬씨가 글쎄 요 인근 토마스 나인 브릿지 골프장 A4 코스 13번 홀에서 홀컵을 삽으로 무지하게 파헤쳐서, 그래서 신고가 들어왔고, 우린 출동했고, 이렇게 경찰서에서 조서를 작성중입니다. 세바스찬씨와 두터운 친분으로 말미암아 조촐한 보석금과 함께 간단한 사인이면 세바스찬씨는 다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네? 여자 좋아하신다고요?」 
    뭐, 골프장 홀컵을 삽으로 팠다고? 거길 삽으로 왜 파! 뭐 삽질해? 아님 미친 거야! 뭐냐고. 
    듣고 보니. 나중 알고 나니 세바스찬은 곤드레만드레 취하지도 않았고, 마약 검사도 정상이었고, 뭘로 봐도 제정신이었다. 
    무슨 비밀 조직에 등용된 것도 아니고. 삶이 재미없어서 발버둥치며 일부러 미친 척한 것도 아니고. 꾀병도 아니고 강신술도 아니고. 
    얼렁뚱땅 난, 내가 영매라도 된 것 마냥 기분이 이상해졌다. 난 도사님도 아니고 바보 멍청이 얼간이도 아닌데. 거 어째 이런 느낌은 뭐지?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나는 경찰서에 출두해서 어쩌고저쩌고 세바스찬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아 세바스찬은 요가 학원에서 알게 된 친구다. 남자 이성애자. 
    우리는 일단 조용한 노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2

    카페 이름은 관심없고. 흐르는 음악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오페라 <티토 왕의 자비>(La clemenza di Tito) K.621 중에서. 비운의 여인 비텔리아(Vitellia)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부르는 론도 ‘결혼의 신은 이제 더 이상 나를 위한 결혼의 화환을 만들지 않으리’ 
   「세바스찬. 너 왜 그랬니? 또 어디서 엄한 낭설을 엿들었던 거야? 어떻게 된 거냐고. 말 좀 해 보지 않으렴?」
   「내가? 아니야 아니야.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난 어디서 요상한 추문을 듣고 소문을 퍼트리는 슈퍼 연결자가 된 적이 없어. 너 나 알지? 나 입 무거운 거.」
   「너가 입이 무겁다고? 금시초문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니, 라는 완곡어법을 곧이곧대로 직접화법으로 알아들으면 어떡하니? 근데 그건 완곡어법도 아니고 지금 어법 따질 때도 아니고. 어? 아 말 좀 해 봐 이 친구야. 내가 더 민망하잖아.」
   「아, 그래? 난 아마 순 엉터리 환상론자인가 봐. 그래, 게으름뱅이 사랑학자. 청춘의 사랑과 인생의 꿈을 몽상하는 사색가 말이야. 그런데 가난해. 너도 알잖아. 그래도 행복하다면야 뭐 할 말은 없지만.」
   「그건 또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지금 일기 써? 늬가 말괄량이 사춘기 소녀니? 아니잖아. 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자세에 환장하는지 빠삭하게 다 아는데. 날 속일 생각일랑은 거두고. 간명하게 말해 봐. 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그게 말이야. 집에만 꿈쩍 않고 은거하다가, 사무실에서 꼼짝 않은 채 일만 하다가. 그렇다고 질펀하게 놀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딱히 쾌락의 전령이 무엇인가는 관심 없고. 하지만 따분한 일상, 뭔가 변화는 필요하고. 뭐가 좋을까. ~라고 뚱한 표정만 짓다가. 그러다 기발한 생각이 났던 거야. 그게 뭐냐, 난 요즘 왠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막 그냥 딱 그 뭐야 그래. 막 구멍만 보였다 하면 뭘 넣고 싶어지는 이상한, 그걸 뭐라 불러야 하지? 아무튼 그런 게 생겼어. 그렇게 1차 2차 3차 점점 진행하다가, 평범한 데 적당한 걸 넣으면 재미가 없더라고. 그렇다고 한 구멍에 한 개를 넣어야지 두 개를 넣을 순 없잖냐. 그래서 불가능에 도전한 거지. 거기 골프장 사장이랑 나랑 잘 아는 사이야. 걔 나한테 빚진 거도 있어. 뿐이니? 걔 옛날에 내가 업어 키웠어. 왕년에 말이야, 걘 나한테 눈도 못 마주쳤다고. 알어? 그렇게 어느 날 TV를 보며 채널 돌리다가 그 뭐니, 삽질 세러모니를 본 거지. 은퇴 선수 두 명이 맞붙는 이벤트 경기 그런 거. 거기서 한 명이 복수전으로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나니까 막 삽질 세러모니를 하더라고. 그래? 큰 이득을 놓칠세라 나도 그걸 따라한 거지. 4살 5살 꼬마들만 우릴 따라하란 법 있니? 나 골프 좋아하는 거 알지? 그래서 골프공만 맨날 컵에 넣으니까 식상하더라고. 그런 사연으로 그냥 나도 모르게 컵에 내가 들어가서, 그냥 달랑 기념 사진이나 하나 찍을려고 했어. 내 욕심은 그 사진 1장 건질려는 거 뿐이 없었어. 그런 다음 다시 원상복귀까지가 내 계획이었는데 일이 중간에 틀어진 거지. 사연은 그렇게 된 셈이라네.」 
   「늬가 무슨 투우사의 빨간 보자기만 보면 흥분하는 투우 소니?」
   「내가 잠깐 정신을 놓았나 봐. 뭐 이제 제정신 차렸으면 된 거지. 안 그래?」
    말 타면 경마장 가고 싶다는 격언이 있다. 곧 페라리 운전석에 앉으면 달리고 싶어지기 마련. 화장발은 사내의 눈길을 사로잡고 옷이 날개인 것. 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일단 구경만 하세요 부담없이 편하게요, 처럼. 경계심을 무마시키는 여자의 얼쩡얼쩡은 남자의 뻔뻔 전략. 전술은 디저트 뻔트는 뽀너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성큼성큼. 향긋한 프리지아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유혹. 탐스런 열매를 보면 딱 냉큼 따먹고 싶어지기 마련. 그래서 장미는 가시가 있어야 하는 것. 그런데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신다? 그것도 황금호박이? 그러므로 나는 불굴의 신념으로 편집광의 완벽주의를 어떤 대상에 집중했다, 라는 말은 아니고. 그저 뜻밖에 찾아온 색다른 관심사가 무엇인고 하니. 그 새로운 변화는 다름 아니라 뭐였지? 뭐였드라? 
   「바보처럼 굴지 마.」
   「구미가 당기지 않니?」
    그건 곧 세바스찬이 한적한 시골길에서 웬 그 뭐야 비싼 브랜드 베르사체의 문양. 그게 담벼락 구석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붙여져 있길래 그걸 우산 꼭지로 찔러봤고 그 다음에. 그런데 어머나 글쎄 열리네? 담벼락 자체가 문이었고, 그 문은 스르륵 열렸고, 거길 따라서 들어가니, 그 안에는 뭔 부조화스런 물건들만 가득이더랬다. 탱크, 포크레인, 몽키스패너, 대형 마차, 장갑차, 초대형 후라이팬. 그건 그냥 장식품이고 한마디로 거긴 비밀 별장이라고 했다. 당연히 나는 웃기지 말라고 했고, 세바스찬은 계속 우겼고. 그래서 우리는 다음 날 만나서 그게 사실인가 아닌가를 알아보기로 했다. 





    3

    전날 우리는 비밀 별장 입구인 담벼락에서 만나기로 했고, 나는 들뜬 마음과 함께 그곳으로 갔다. 
도착했다. 
    아직 세바스찬은 오지 않았다. 
    그럼 이제 극비리에 환상적인 '소년 모험기'의 주인공이 될 일만 남은 걸까? 
    그곳의 온갖 금은보화를 착복하려다, 마음을 바꿔서 고이 놔두고 돌아갔더니. 나중 수소문해서 어느 날 큰손이 내게 선물을? 그런데 그 선물이 뭔고 하니,
    윌렘 데 쿠닝, 1949년 작 여인.
    물론 가짜. 그래도 초정밀 완성도만 괜찮다면 나는 OK. 왜냐하면 사무실 그림을 바꿔 줄 때가 되었거든. 
    그러든 어쩌든 데 쿠닝 작품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 아닌가. 달리 차선책으로 점찍어 둔 거도 없고. 
    공상이란 고약한 습관일까 아닐까. 아님 의사 결정 회피 때문에 발생한, 단순한 핑계일까. 그야 모르겠고. 
    나는 세바스찬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집이지.」   
   「집...이라고?」   
   「그래 집. 오늘 쉬는 날이라서 케익 먹으면서 발바닥 만지고, 다시 그 손으로 과자 집어먹고, 다시 그 손으로 고추도 만질까 말까 고민하고 있지. 왜 너도 따라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니? 아니지? 아니지? 설마... 아닌 거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왜 그래 갑자기? 너 혹시, 어제 내가 말한 거기 간 거 아니지? 그렇지?」   
   「내가 바보니? 내가 거길 왜 가!」   
   「허허허. 하긴 우리가 그럴 나이는 아니잖니. 그러지 말고. 너 캔디스한테 연락해 봐. 거 좀 아는 동생들 좀 챙기고 그래.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매정할 수 있니. 너 원래 그처럼 무정한 애였어? 난 또 캔디스가 날 좋아한다는 고백이라도 할 줄 알았지 뭐니. 뭐 아무튼 그러든가 말든가 늬가 알아서 하고. 늬 인생 내가 뭐한다고 참견하겠니. 아 됐고. 끊어.」   
    그렇게 세바스찬은 전화를 뚝 끊었다. 
    뭐야 이거! 
    첫째, 비밀 별장에 출입할 수 있는 베르사체 마크 어쩌고저쩌고는 뻥. 헛걸음. 헤어드라이어기.
    둘째, 캔디스가 날 좋아한다? 아니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거니까. 그래도 달래는 줘야 하고 다독거리지 않으면 안되니까. 
    고로 첫째 + 둘째 = 0.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0.5?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캔디스를 떠올리고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허허허. 히히히히히. 허허허허허. 
    나는 소문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고, 세바스찬의 악동 본능보다 고귀한 마음씨가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야 어떻든 인생과 애정은 불가분 관계. 이상한 건 사랑과 우정 사이. 
    나중 캔디스한테 잽싸게 뒤통수 맞던가, 신경 꺼도 좋을 만한 멋진 남자친구를 내가 캔디스한테 소개시켜주던가. 두고 보면 알겠지 뭐. 
    그래서 나는 다음 날 캔디스를 만나기로 했다. 





    4

    날짜가 바꼈고, 나는 오늘 하루를 루이지 보케리니의 현악 오중주 Op. 13 no. 5 중에서 미뉴엣으로 시작했다. 
    그럭저럭 오전을 지나 정오로 향해가는 시간. 나는 캔디스한테 전화했다. 그렇게 나는 캔디스한테 만나자고 했다. 그랬더니,
   「오빠가 뭔데 이래라저래라-야?」  
   「나? 네 친구. 아니 오빠. 아니면 아는 남자? 세바스찬이 그러던데. 너가 나 만나고 싶다고.」
   「믿을 사람 말을 믿어라. 아무튼 이래라저래라 훈수두지 말고. 나 기분 안 좋아. 저기압이라고.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그러니까 당분간 귀찮게 하지 마. 알겠어?」
    캔디스는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 
    뭐야! 세바스찬 이 자식을 그냥... 워──워──워!  
    그래서 나는 동네 카페에 들려 혼자서 노트북을 펴놓고서 낙서를 했다. 내용은 칼럼으로 정리해서 여성환상 1.5에 이메일로 보냈다. 물론 칼럼을 완성한 다음에 다시 잃어보니 이건 영 아닌 것 같아서 파일을 깨끗이 지워버릴려다가, 품위 유지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눈 딱 감고서 보냈던 것이다.





    5

    사교계로 행차하시면 시시한 삼류이자, 친구를 사겨볼려고 하면 성가신 사람으로 비춰질지 몰라 멈칫하고. 두렵진 않지만 뭔가 위축된 심정. 아마도 하찮은 인생? 재미없고 심심할지라도 몸만 성하면 아니 마음만 싱그러우면 행복인 것. 젊음의 열정과 흥분과 꿈 없음에 대한 불안감이 가물가물하다 뿐이지, 다른 사람들도 알고 보면 다 비슷비슷 거기서 거기. 행복한 척 재밌는 척 즐거운 척 메소드 연기. 그렇고 그런 일상.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쓰면 뱉고 달면 삶키고. 그럼 혹시 내 삶이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까? 아니다. 그만 하면 그럭저럭. 그럼 설마 내 할 일과 내 할 말이 이렇게 된 건 누구의 잘못일까?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니고. 지금 이렇다 할 비정상도 아니고. 그렇다면 이제야말로 슬럼프를 탈출하자마자 진정한 권태기? 변화는 삶의 활력소인 것. 마지막 짚 한 오라기가 낙타의 등을 부러트리는 법. 아직은 미술관에서 르누아르를 감상할 때도, <끝내줘. 끝이라고. 끝장. 끝이지 끝> 라면서 유유자적 놀기엔 아직 더 달려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지레 겁먹지도 말고. 장비에 대한 투정도 얼마든지 괜찮고. 
    그래서 나는 새 노트북을 사러 매장으로 달려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에 아무런 일 없이 나는 무사히 새 노트북을 사서 집으로 갔다. 





    6

    다음 날. 사무실. 
   「속이 타들어가니?」
   「타들어가기는 뭘 타들어가. 이미 탔어. 어디 귀만 탔겠니. 더 탈 뭐가 없다고. 됐냐?」
   「시치미떼긴. 오바하지 마.」
   「시치미떼긴 누가 시치미뗐다고 그래?」
   「시치미떼긴 누가 시치미뗐다고 그래?」
   「따라하지 마라~!」
   「따라하지 마라~!」
   「」
   「워──워──워. 성깔 있네.」
   「됐고.」
    ~라는 식의 농담 따먹기. 인공지능 지니와 함께 하는 대화도 더 이상 재미없었다. 
    그래서 나는 역시나 공상을 시도했다. 
    <미남을 낚고, 성우를 꼬드겨 덥썩 물어오고, 자상한 달변가와 웃긴 매력남을 눈빛 만으로 유혹하는 데 성공하기. 그 일이 늘상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는 건 그녀들만의 공상. 그럼 그런 미지의 이상이 구현되는 기적은 어딜 보면 흔할까? 그렇지, 드라마와 할리퀸 문고. 그러나 꿈과 달리 현실은 내게 쌀쌀맞음. 냉혹함. 얌체. 그래서 수다 3시간의 성과는 결론없음. 때문에 사랑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여자가 있는 반면, 최고가 나타날 때까지 끝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숙녀도 있다. 운명이란 바로 그런 거니까. 쩝쩝쩝과 냄새와 세뇌와 비교 등등에 데어 봐야 정신을 차리지. 곧 어설픈 뻔트와 셀 수 없는 쨉 말고. 기 막힌 한 방. 회심의 어퍼컷. 그러나 사랑은 야속하고 미래는 모르는 것. 고로 남자보다 여자들 생각만 자꾸자꾸 복잡해지는 것! 따라서. 따라서? 따라서긴 뭐가 따라서야.> 
    ~라고 나는 연애칼럼을 쓸려다 포기했다. 오늘은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네. 그럼 어떡하나. 어떡하긴 뭘 어떡하나, 놀아야지. 그런데 뭘 하고 논담? 그러게 말이야 내 말이. 





    7

    그러다 나는 노트북을 사온 걸 기억해냈다. 깜빡하고 있었네. 그렇게 박스에서 꺼내고 대충 세팅하고. 그러다 노트북 안에서 웬 파일을 발견했다. 
    거기 들어있는 파일은 BLOG란 이름의 엑셀파일. 주식 정보가 들어있는 엑셀파일. 북마크 파일과 메모장 한두 개. 기타 등등. 
    뭐야? 내가 기존에 애용하던 파일들이랑 비슷하잖아? 그럼 이건 중고품이란 거야, 아님 인공지능 지니가 장난친 거야? 아마도 후자. 그럼 그렇지. 
   「눈치 챘어?」
   「너지? 새롭지도 않다.」
    내가 지니를 오냐오냐해 주었는지, 아님 반대로 지니가 날 너무 오냐오냐해 주었는지. 이제 헷갈리지도 않고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새롭지 않다고? 그럼 이건 어때.」
   「이거 뭐?」
   「게임 체인저를 한번 해 보는 건 어떠냐고.」
   「또 뭔 꿍꿍이인데 그래?」
   「너 지금껏 네 생일잔치 한 번도 안 해 봤지? 그치? 가족끼리 조촐하게 그냥 케익 먹는 거 그런 거 말고. 너가 스스로 친구를 부르거나, 여자친구랑 기념하거나. 그치? 한 번도? 하긴 남자는 친하면 친구를 자기 집에 데려가고 싶어하는데, 것도 적극적이었던 적 거의 없겠네. 그치?」
   「늬가 그걸 어떻게 알아? 딱 맞췄긴 한데. 얻어걸린 거니 아님 치밀하게 분석한 거니?」
   「뭐가 됐든, 안하느니 보다는 늦게라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뭐 결혼? 아 생일 파티. 아니 재혼?」
   「뭔 생각을 하니? 인생은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아, 이 친구야.」
    하긴 난 최근 인터넷으로 아기 태어나는 동영상을 찾아봤는데, 생전 처음 그런 장면을 구경했는데 별거 없었다. 도착증 막 그런 게 아니라, 생애 최초로 왠지 모르게 그게 그냥 막연히 보고 싶어졌다고나 할까? 그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그 섭리와 신비가 집약된 숭고한 장면이 별로라는 말이 아니라, 그걸 보는 당사자가 감흥이 무덤덤했단 뜻. 감정이 매마른 걸까? 아님 수컷의 본심 애정의 본성 때문일까. 뭐가 됐든, 유튜브에서 말이 망아지를 낳는 장면을 보면, 신기하기는 하다. 단순히 말만 태어나는 게 아니라 자궁의 그 막 그런 것과 함께 항문에서도 막 그 딱 그 막 그러고. 다큐멘터리로 새와 맹수와 초식동물과 돌고래를 보는 느낌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생소하고 순수해서 보면 좋은데, 막 30분 1시간 내내 감상하긴 뭐 하다 그거다. 역시나 정답은 구간 당기기! 그걸로 보자면 뭐랄까 영악해진 건가. 무슨 컨텐츠든 뭐든지 요점과 제일 재밌는 구간만 떼어서 보는 식으로 줄거리 짤이랄지 GIF 파일만 대충 보는 습관. 익숙해져서 그런가 보다. 실제 산부인과에서 애 낳는 장면을 남편이 직접 봐도 경우의 수가 몇으로 나뉜다 하는데, 보길 권하지 않는 쪽도 있고. 그야 어떻든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툭 툭 던지는 말처럼 그게 맞는 거 같다. 곧, 
    나이든 남자는 해 볼 거 다 해 보고 알 거 다 알기 때문에, 안 해 볼 거든 뭐든 살다 보면 못 볼 거도 보고, 안 들을 거도 듣고, 따라서 한마디로 나이든 남자가 진짜 여우다. 
    논리적으로 틀린 말도 아니고. 아줌마 허세처럼 좋게 말해 환상머신도 어차피 중고 되는 것. 뭐야, 난 아직 늙지 않았어! 이제 그만 인정하라고? 인정하긴 뭘 인정해. 너나 인정해. ~라는 말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 그런데 뭐야 이거. 그럼 그래서 어떤 남자들이 바람피어도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죄책감이란 어차피 다 연기고 뻥이다, 뭐 그런 뜻이냐고. ~라는 생각 바로 그런 생각을 어떻게 어찌 좀, 상상력의 수량화와 꿈의 정량화. 그런 고리타분한 주제로 연결시켜서 씨름할까 말까를 고민하던 찰나. 사무실에 친구들이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연락도 없이. 
   「너네들 여기 웬일이야?」
   「웬일은. 너가 불렀잖아. 늬 생일이라고.」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말을 하지 그랬어. 어?」
   「알아둬. 선물은 없어. 우리끼리 그거 좀 그렇지 않니. 드라마에 나오는 거, 우리도 그러라고? 허허. 왜 이러실까.」
    옛날 옛날에는 낮 12시가 되면 마을에 사이렌이 울렸는데. 그 12시 사이렌이 시작됨과 동시에 엄마의 자궁에서 빠져나와, 나는 이 세상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물론 그걸 어찌 기억할 수 있겠나. 그냥 엄마한테 들어서 알 뿐. 그 날이 오늘이라고 얘네들한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냥 넘어가도 되긴 하겠지만, 왠지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고백했다. 
   「사실은 뻥이야. 미안. 나 오늘 생일 아니야. 정말 미안. 그게 말이지...」
   「뭐?」
   「와우~! 얘 웃겼어. 얘 우릴 간만에 웃겼어.」
   「와. 영화에서 본 거 따라하면 어딘가 모르게 실망해야 할 거 같은데. 대체 왜 내 기분이 좋지? 너 제대로 한 건 했어.」
   「와 대박~! 오 소름~! 와 장난 아니야. 이거 뭐니? 어? 이거 뭐야!」
   「OK~! 그러거나 말거나. 생일이든 아니든 그게 뭔 대수니. 생일 축하하네 어쩌네 그거 다 뻥이야. 그냥 빈말이잖아. 웃겼으면 됐어. 그럼 된 거라고.」
   「고생했다. 수고했어. 어떻게 그런 식으로 웃길 생각을 다 했니? 거 참 기특하다 기특해. 황당한 게 아니라 아주 그냥 (몸짓) 치즈 냄새 끝장이네 그려.」





    8

    나는 최근 부쩍 가까워진 세바스찬한테 전화를 했다. 
   「뭐해?」
   「넌 뭐해?」
   「나? 난 너한테 전화했지.」
   「잘했어. 난 할 일 없었던 참이야.」
   「그래? 어디야?」
   「넌 어딘데?」
   「넌 어째 애가 꼭 질문을 질문으로 받길 좋아하더라. 너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지?」
   「아니. 일부러 그래. 농담이야. 나 집이야. 오늘 쉬어. 너는?」
   「나도 집, 아니 사무실. 그런데 있잖아. 나 심심해.」
   「너가 심심하다구? 난 더 심심해. 알어?」
   「아이 참. 나 재미없단 말이야. 어?」
   「난 더 재미없어. 이거 왜 이래? 이거 하나만 알아 둬. 나 많이 참고 있어.」
   「난 더 많이 참고 있어. 알긴 아니?」
   「그런데 뭘 참고 있는데?」
   「뭘?」
   「왜, 허를 찔렸니? 말 돌리지 말고. 논점의 핵심이 뭐야. 아니 우리가 무슨 토의를 한 거도 아니고. 전화한 용건이 뭐니?」
   「글쎄. 내가 왜 전화 했을까?」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한발 양보하여 나는 세바스찬의 아지트에 놀러가기로 했다. 
    녀석은 시트콤에 나오는 회원제 카페 겸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거기가 거의 녀석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행운의 마스코트니 뭐니 선물은 필요없었다. 
    가택감금 수감자의 생활이 어떤지 대충 구경이나 하고 오자는 심정이었다. 
    혼자 노는 데 이력이 붙었으니 대화나 나누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나는 차에서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플룻 소나타를 들으면서 녀석 집까지 갔다. 
    도착.
    도착.
    도착. 
    딩동~! 
   「어. 왔어?」
    그런데 세바스찬의 뒤로 난 결국 보고야 말았다. 캔디스의 얼굴을. 
    전전긍긍 눈치 없이 분위기 깰 일 있나. 아니 혹시 세바스찬이 일부러 불렀나? 뭐하러? 자기가 이겼다고? 
   「바쁜 거 같은데 나 갈께.」
   「왜 바쁜 일 있니? 그럼 다음에 놀자.」
    뭐? 이 자식이...! 안 잡네? 진짜 안 잡네? 됐다 됐어. 됐다 그래. 나도 됐어. 누군 뭐 좋은 줄 알어?
    볼썽사납게 내 초라한 기분 쳐짐과 추레한 몰골과 괴상한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 괜히 서글퍼지네. 분명 아까까진 오늘 행복 그래프가 널널했는데. 우쨌든 그건 그거고. 
    녀석이 바쁜 거야 어쩔 수 없는 노릇. 색다르고 혁혁한 승전보 감이나 찾아보는 수 밖에. 
    발을 동동 구르며 조바심 품지 않아도 되고. 딱히 병적인 애착감도 없고. 이상한 집착은 아직이고. 
    그러든 어쩌든 고리타분한 일상은 더, 더더욱 고리타분해졌다. 동물적인 감각은 어데 쓸 데가 없고 말이지. 
    하여, 구두가 없으면 맨발로 가라지 않나. 어차피 맨발의 청춘. 반올림 하든 안 하든 청년 또는 중년이자, 벌써 노익장을 과시할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누가 나이 얘길 꺼낸 건 아니지만 지레 겁먹었나? 그럼 선수 쳐야지. 반내림해서 젊음에 묻어가는 거지 뭐. 그처럼 나는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여 온 듯한 꿀꿀한 기분을 회복하고자, 혼자서 동물원 구경이나 하고 오기로 했다. 





    9

    새것이 들어오면 옛것은 밀려난다. 
    동물원으로 가다가 나는 영화 광고를 잠시 스쳐지나가듯 보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라나 뭐라나. 
    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극장에 도착했다. 
    극장은 지옥같이 시끄럽진 않았으나 북새통. 화기애애한 분위기.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표를 사고 난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영화 시작. 
    내용을... 난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하고자시고 할 것 없이, 재미가 없었다. 
    뭔 내용인지도 몰랐다. 심지어 계속 졸다 깨다 졸다 깨다. 
    혹시 내 커피에 수면제 성분이 들어간 거 아닌가 궁금한 정도였다. 
    지금은 흥행이 괜찮을려나 몰라도. 아마도 10년 20년 후 다른 영화에서 이 영화 제목을 썩 거론하진 않을 듯 싶었다. 사실만 따져서. 좋게 말하든 아니든. 
    그렇게 계속 멍청하게 뭔 내용인 줄도 모르고, 주인공들 심리를 쫓아가지도 못하고, 주제를 유추하긴 커녕 계속 졸기나 하고. 줄거리조차 이해하지도 못하고. 
    눈에 보이는 것 외에 뭔가가 있는 건가? 다른 사람들은 다 재밌다고 들썩들썩 난리인데, 도대체 왜 나만 재미가 없냐고! 때문에 괜히 내가 이상한 건가 막 그래서 느낌이 부쩍 의뭉스러워졌다. 
    아무튼, 어차피 비상한 관심을 부쩍 부채질하는 건 남의 일이고. 난 미안한 말이지만 더럽게 재미없고. 어디까지나 혼자 생각이고. 이대로 멍하니 졸다 깨다 자다 멀뚱멀뚱 멍청히 앞만 쳐다보느니. 차라리 카페에 들어가서 <애처가라는 시시한 별명을 획득하는 게 유일한 꿈>에 대해서 낙서나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웬만하면 끝까지 보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서 중간에 나왔다. 
    그렇게 영화 중간에 혼자 바깥으로 나오다가 나랑 비슷하게 바깥으로 나오는 사람과 살짝 부딪혔다. 
    의례상 어쩌고저쩌고. 
    환한 공간에 나오고 보니 글쎄, 나오는 길에 살짝 스친 분은 글쎄 친구 스티븐이었다. 
   「아이쿠. 이게 누구야.」
   「어? 너... 너...」
   「내 이름 생각 안 나지? 그럴 수 있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 실은 나도 늬 이름 생각 안 나. 농담이고. 설마 너도 재미없었니? 어떻게 이렇게 다 만나네.」
   「너도?」
   「속이 뻥 뚫린다. 속 시원하다. 난 나만 이상한 줄 알았지 뭐니. 어때, 바쁘지 않음 차 한 잔 어때?」
   「좋지.」
    그렇게 스티븐과 나는 극장 앞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너도 노잼?」
   「응. 너도?」
   「그럼」
   「만든 공력이야 박수를 쳐야 마땅하지만. 억지로 물개박수에 가담할 수야 없지. 난 이 영화 대체 왜 보는지를 모르겠어. 물론 매니아들은 좋겠지만, 적어도 말이야. 드라마와 시네마는 달라야 하는 거 아니니?」
   「그래 그래. 그건 그래. 늬 말이 맞어. 흥분하지 마 얘. 왜? 상업영화니까. 우리가 가족영화를 볼 수는 없는 거 아니니? 아님 애들 보는 판타지 영화, 그걸 애들 때문에 같이 가서 보는 거지 좋아서 보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고. 넌 어떻게 살어? 뭐 재밌는 일은 없고? 왜, 내가 선물 하나 줄까?」
   「선물? 뭔 선물?」
   「콘돔.」
   「뭐? 쓸 일이 없다. 생각도 없다. 재미도 없다고. 어?」
   「너 너 그러다 득도한다. 어? 그러다 나중 사리 나온다고. 응? 아님 혹시 오늘 몽정이라도 한 거니? 아니지? 아니지? 그런 거지? 그나저나 독수공방이면 뭐 근섬유는 싱싱하겄네. 너가 의무방어전을 걱정하는 우리들 맘을 어찌 알겠니. 허허.」
   「나도 다 알아. 이거 왜 이래? 너, 너, 가만 보니, 잔근육 괜찮네. 왜? 지명 방어전 생각나니? 본전 생각하는 걸 엄한 데다 갖다 붙이진 말자. 그러자고. 응?」
    그렇게 우연히 만난 기쁨을 아쉬워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10

    시각 장애인도 사람이다, 삶은 계속되야 한다, 인종차별 반대, 여성혐오 금지, 수컷 일반화 뻔한 얘기들, 으쌰으쌰 착한 척, 또 또 뭘 얘기할지 뻔한 말, 식상한 표현, 일단 말을 시작했다 하면 말이 엄청~ 완전~ 길어서 듣다 듣다 지쳐버리는 화법 등등. 
    싫고 짜증나고 지긋지긋한 주제에 대해서 누군가 말하거나. 내 공상으로 자리잡던가. 가장 손쉬운 대처법은 화제 전환. 
    예를 들면 무인도에 제일로 데려 갚고 싶은 3인방. 재산 목록 순위 1-2-3. 첫사랑 첫키스 첫경험. 사고 싶은 물건 1-2-3. 그런데 고지서를 보니 내야 할 체납금이 뭐야 이거 0이 대체 몇 개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이런 젠장! 심지어. 뭐, 사랑하는 사람과는 손도 못 잡아 봤고, 데이트 0에, 키스도 0에, 사랑 고백은 물론이거니와 단둘이 커피도 식사도 못했봤다고? ~라는 헛길로 빠지면 안되고. 당 떨어졌네. 기분이 상했거나. 분위기가 쳐졌든가. 아님 느낌이 세한 건가? 그러든가 말든가. 그래도 알록달록 부케와 연분홍색 튤립과 달콤한 케익을 생각하기. 아니 큰 돈 드는 거도 아닌데, 꽃도 사고 먹고 싶은 거 사 먹기. 생일 선물과 다가올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기대하기. 굶을대로 굶은 늑대에게도 호시절은 돌아올 테고. 기쁨은 곧 열망인 것. 쥐구멍에도 볕들 날은 있는 것. 인생은 개구멍 사랑은 뻔트. 뭐? 다시, 긍정적인 심상과 낙관적인 선망을 떠올리기. 됐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딱히 할 말은 없었고, 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것. 그래? 그럼 답은 하나네 답은 하나. 쉬면 그만. 놀면 해결.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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