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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6

from 소설 2019. 9. 15. 17:47

    1

    그는 일개 늑대 허접한 촌닭 주제에. 심보 못된 악녀에게 사랑받은 기억 때문일까? 따지고 보면 걘 정말 독한 말 지를 줄도 모르는 심약한 허당일까 아닐까. 그러거나 말거나. 인공지능 지니인지 아니면 내면의 영혼인지. 프랑켄슈타인 같은 그 더럽게 말 많은 악동이 대신 말하게 해. 꼭 보면 자긴 점잖게 폼이나 잡고 멋진 척이나 하고. 어? 메피스토펠레스랑 악동 역할은 꼭 누구한테 맡기고 자기만 고고한 척 자상한 척. 어? 이를 테면 
    <야 똥갈보. 너 내 눈에 띄면 뒤질 줄 알아! 뭐, 눈에 띄어도 안 뒈질 방법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고 찬찬히 연구한 다음 철저히 실행에 옮길 방도 딱 1개. 그거나 빈틈없이 준비하시고. 안 그러면 되질 줄 아시고. 죽고 싶어? 어? 얘가 얘가 디지고 싶어 환장을 했나. 뒤질래, 되질래, 아니면 디질래. 딱 골라. 자기 불행을 타인에게 재현시키면서 겉으로는 착한 척 잘난 체하며 대리만족하는 암컷 싸움닭. 남 잘되는 꼴은 못 보는 욕심쟁이 하이에나랑. 개 돼지와는 말을 섞지 않고. 암캐 암퇘지 같은 갈보년은 내 눈에 띄면 그 날이 제삿날인 줄이나 아시고. 안 그럴 수 있을 최선이나 준비하라고. 다 잘못했으면 그래야 할 거 아니야>. 
    딱 그처럼. 응? 똥폼은 지가 다 잡고. 껄그럽고, 불쾌하고, 까다롭고, 애매하며, 불합리에 모순에 징그럽고 더럽고 별나고 어려운 주제는 죄다 메피스토펠레스한테 몽땅 전가시키고. 어? 점잖은 척 신사답게. 그래 봐야 사랑이든 뭐든 난제란 난제는 죄다 싹 다 미루고. 안 그런가? 꺼림칙하고 껄끄럽고 옹삭한 건 전부 애니 윌킨스한테 다 미룬다고. 어? 그래 안 그래? 뻘쭘해서 암말도 못한 채 꿀 먹은 벙어리마냥. 뭐야 그게. 어? 바지에 똥 쌌어? 아님 너구리 똥 마려운 거야. 어? 순 똥폼이나 잡을 줄 아니까 걔네들한테 그렇게 당하기나 했지. 어? 성격 좋단 말 들으면 뭐하냐고. 호구랑 종이 한 장 두께 차이잖아. 그런다고 돈을 벌었어 아니면 연애를 많이 하기를 했어. 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악역과 힘든 거 불미스러운 건 죄다 애니한테 미루고 말이야. 어? 그러니까 당하고 속고 눈탱이 맞고. 어? 폴 쉘던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쉐도 복싱, 원맨쇼, 골 세러모니, 허세 작렬, 할리우드 연기력, 응애응애 삐악삐악 딸랑딸랑. 그러다 전망 좀 아니다 싶으면 딱 애니랑 선수교체. 걔 보고 개털되라는 거야 뭐야, 어? 울컥 하며 분통 터지는 일 있으면 그제사 왕지락을 깨우고 말이야. 어? 뭐야 그거. 그게 뭐냔 말이지. 똥폼은 똥폼은 지가 다 잡고. 어? 그래 봤자 개 발. 구멍. 헛스윙. 예선 탈락. 그래서 결국 똥파리가 씹다 지겨워서 버린 풍선껌 처리반. 야 걸레, 가서 걸레나 빨어! 빨았으면 또 빨아. 바나나 빨 생각일랑 일절 말고 걸레나 깨끗이 빨란 말이야. 어? 꼴에 지도 숙녀라고! 벽 보고 서서 클리토리스 붙잡고 반성해. 똥꼬 털 싹 다 뽑아버리기 전에. 뭐? 이미 뽑았다고? 겨털 다시 왕성하게 나도록 하는 수가 있어. 역대급 털보처럼 겨드랑이털 나고 싶어? 원하면 말씀하시고! 어? 어라 웃어? 입 닥쳐. 쪼개? 입 꽉 깨물어. 시끄러워. 조용히 해. 꺼져. 가. 
    이처럼 할 말 하면 돼지 왜 못해? 뭐 보고 싶다고? 보고 싶긴 누가 보고 싶어. 내 이런 썩을년 개년 잡년을 콱 그냥... 워──워──워! 늬가 만약 남자라면 내 앞에 나타나는 순간 되진다. 늬가 이미 여자지만 또 염치없었다간 단단히 각오해라. 야 파리끈끈이. 너 꺼져. 가. 닥쳐. 뭐 떨려? 설레? 끌려? 발랑 까진 년!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도는 사랑? 응큼한 년! 아름다운 연정이자 매혹적인 숙녀의 마음을 빼앗는 사랑 어쩌고저쩌고 흠모하는 당신? 더럽게 밝히는 개년! 남자 등골 빼먹을 년. 더럽게 밝히는 년. ~라는 공상도 다 부질없고. 지겹고. 
    그런 한편, 어? 명심할 것. 오빠는 내 꺼! 기억하기. 응? 난 오빠 꺼! 어? 나만 봐 나만 보라고. 오빠. 잊지 마. 우리 사이는 해석 불가라는 걸. 





    2

    오늘 NB는 친구 윌을 만났다. 
    시간은 오후 3시. 
    장소는 동네 찻집.
    서론은 생략하고 대화 중간부터. 
   「난 있잖아, 추리소설 속 승자인 관찰자일까? 아니면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그런 허접한 패자일까.」
   「그게 무슨 소리니?」
   「불 없이는 연기날 수 없다잖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고. 그런데 연기가 나더란 말씀.」
   「뭔 일인데 그래?」
   「웬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가 나한테 잘못 왔거든.」
   「뭐라면서.」
   「누가 날 연적으로 생각했나 봐. 그래서 받은 내용은 결국 그거였어.」
   「그게 뭔데?」
   「거 뭐래더라. 헛 참 나 쓴맛이 아직도 남아서 말이 다 안 나온다야.」
   「아 뭐랬는데 그래? 걔 누구야?」
   「내가 무슨 우스꽝스러운 정력가도 아니고. 의뭉스러운 심술꾸러기일 리도 없고. 어? 맹랑한 앙탈 좀 받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그런데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자식이...! 너 또 계속 뜸만 들일래? 그럴 작정이야?」
   「알았어. 알았어. 얘기할께. 내가 무슨 연락을 받았냐면 말이야 그건 이래.
    "먹다 지겨워서 버립니다. 꺼억~!"」
   「뭐? 또 그놈의 환승이별녀구만. 요즘엔 무슨 일반인이 연예인병에 다 걸리고 그런다니.」
   「그러게. 내 말이.」
   「그런데 너만 그런 거도 아니야. 내 앞 사무실 형씨 있지. 거 왜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최근 나랑 친한 그 양반 말이야.」
   「어. 어. 알아. 알아. 그런데 그 선생한테 뭔 일이 있었는데.」
   「아 글쎄 그 형씨 부인한테 전남자친구가 찝쩍거린데. 페이스북으로. 트위터로. 인스타그램으로. 메신저로. 그래서 차단했고. 어쨌고. 깔끔하게 마무리됐고. 그런데 선명하지 않은 뒷맛이 홀라당 허당의 광태란다. 싫은 내색 아주 많이 할 수밖에 없도록. 그런 꼴불견이 정말 있긴 있더란 거. (절레절레)」
   「뭐랬는데?」
   「뭐라더라. 일단 음악이나 듣자.」
    그러면서 NB는 음악을 틀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Chitara Romana" sung by Doina Badea.
   「뭐라더라. 페르시아 속담에, '만약'이 '그러나'와 결혼하여 '~하면 좋을 텐데'를 낳았어. ~하면 좋을 텐데? ~하면 좋을 텐데, 로 뭐가 좋을까. 아 지금 그 얘기가 아니지?」
   「아 뭐랬냐고.」
   「뭐라더라. 앳된 낭만 촉촉한 쾌감은 아니고. 민첩한 직감 영묘한 직관 역시나 아닐 테고.」
   「이 자식이. 뜸들이기는 너가 나보다 한 수 위다. 됐냐?」
   「알았어. 말할게. 말한다고. 말하면 될 거 아니야. 그런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어떻게 그처럼 염치없을 수가 있을까? 매정하고 무심한 정도가 아니라. 미소도 아니고 인성이 썩은 거야 뭐야.」
   「아 뭔데 그래? 뭐냐고. 어? 너 듣고 나서 재미없기만 해 봐. 그땐 가만 안 둔다. 응?」
   「알았어. 알았어. 뭐랬냐면 그 전남자친구가 좋게 잘사는 부부인 현재 남의 부인한테 그랬데. 늬 아들, 혹시 내 아들 아니냐고.」
   「뭐?」
   「그게 말이 되니?」
   「맺고 끊기 잘 안된 거야 뭐야?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네. 부부끼리야 사랑하고, 사이 좋고, 의리 있고, 떳떳하고. 아무 문제없다지만. 금슬 좋은 부부 사이에 왜 또 전남자친구라는 과거가 끼어드니? 그거 다 뻥이야. 그랬으면 좋겠어. 허구야. 가짜라고. 지어낸 얘기일 꺼란 말이지. 말도 안 돼.」
   「말이 안 되지?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게나 말이다.」
    자, 쨰 말 길어질 거 같으니 그러므로 문단 떼서 가자.





    3

   「본인이 결백하면 뭘 하냐고. 당사자가 떳떳하면 뭘 해. 교양 없으면 멀리하면 되고. 상식적이지 않으면 거리를 둘 수도 있고. 차단하고. 어쩌고. 돌려서 말하고. 직접 말하고. 설득하고. 회유에 어쩌고저쩌고. 납득되도록 매끄럽게 맺고 끊을 수 있어. 그런데 정신연령이 낮으면 지 과거를 현재로 끌고 와서 동네방네 온 세상에 떠들어대는 관심종자 역대급들. 자기 부부싸움을 온 천지에 광고하는 특이 체질 허영심 대회 우승자들. 아줌마 허세도 아니고 아저씨 허풍도 아니고. 여자 세계 불문율을 모르는 거도 아니고. 여자말 번역기도 잘 알면서. 어른이 되어서까지 세상 모든 게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자. <넌 너 밖에 몰라>라는 말을 얻어듣고 끝날 정도를 넘어서는 4차원. 답은?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말 걸지 마 말 걸지 마. 말 듣지도 마 말 듣지도 마. 관심 가져주지 마 관심 가져주지 마.」
   「그런데 그 일을 늬가 당한 거도 아닌데 왜 늬가 흥분하니?」
   「지금 흥분 안 하게 생겼니? 어? 얼척없네. 응? 이런 허언증도 뭣도 아니고. 어? 어떤 미친놈이 거짓말하는가는 몰라도. 만약 그 일이 진짜라면 그건 미친년이 맺고 끊기 못해서 발생한 일. 여자의 판타지에 미련 못 버려서 그게 화근이 된 걸 수도 있다고 봐.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런 정신 이상 망상자의 해코지는 대개 보면 드라마에서만 나오는데. 영화가 뭐니. 결국 현실이거든. 현실을 극화시키거나 과장하거나 미화하거나. 적당히 포장하면 다 작품 되는 거지. 아니. 오히려 현실은 더할 수도 있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수집하면 다 나오지 왜 안 나오겠니. 사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글도 띄어쓰기 하나 때문에 내용 확 달라지듯 말이야. 어? 나 왕년에 잘나갔다 나 전성기 때 인기 많았다, 자랑질 괜찮아. 재밌어. 즐겁다고. 그런데 까딱 잘못해서 표현이 이상하다? 2차 3차 와전되기도 전에 초장부터 듣는 사람 엿먹일 수도 있는 것. <나 예전에 공주였다 나 꽃이야>를 잘못 표출하면 <난 걸레야 난 지조 없는 여자다 난 헤픈 년이다>가 되는 것. 응?」
   「」
   「전남자친구가, 그 애 자기 애냐고 물어봤다고? 침대서 지지고 볶고 난리치고. 잠자리 했다는 반증이자나? 혹시, 1번? 에이~ 설마! 불완전 증거가 발목을 잡어? 합리적 심증의 빌미를 준다? 1번이 아니란 말이잖아? 더러운 대질 심문이자 추접스러운 과거가 현재로 번진 거 아니냐고. 응? 결혼했다면 현 남편이 있는데. 사랑만 하는 사이면 현 애인이 딱 버티고 있는데. 걘 뭔 죈데? 그 냥반은 별의별 상상을 다 하겠지. 어? 그거 사람 돌아버리는 거다. 남자고 여자고 과거는 알면 독 모르는 게 약. 알면 상처만 되지 좋을 턱이 있나. 잘 숨기던가 몸 간수를 잘하던가. 응? 연애할 때 좋다며 몸 함부로 놀려서 결국 그렇게 된 거 아니니? 신음에 교성에 콧소리에. 어?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실이자 타당한 진실은 뭐다? (딱) 그렇지~! 전남친과 섹스를 지속적으로 많이 했다는 거. 그렇다고 깔끔하게 1번에 1명만 만났을까? 그랬다면 좋겠지만 만약에 아니라면. 불쾌한 정도가 아니라 이건 막장이네 막장. 가짜로 지어낸 이야기이기를 바랄 수밖에. 
    그게 만약 진짜라면, 어? 전남자친구와 성관계를 지속적으로 꾸준히 했다는 말 밖에 더 돼? 현 남자 기분 더러워지라고 멕이는 거야 뭐야. 어? 모르면 몰라도 알면 신경 안 쓰이게 생겼니? 그래서, 이혼한 커플이, 얼마나 많은데! 과거를 현재로 끌고오는 짓. 결국 아름다운 사랑을 속되고 혐오스럽도록 추접스럽게 만드는 일. 고혹적인 애정이, 마누라랑 떡쳤던 전남자친구가 누굴까 생각하게 되고. 흠모하는 애인이, 전남자친구와 물고 빨고 핥고 질질 싸고 벌렁벌렁 설레고. 도대체 몇 가지 체위를 경험했을까, 그거 다 알게 만드는 게 어디 좋은 일이니? 전남자친구와 졸라 했긴 했다는 확증 밖에 더 되냐고. 
    <내 일이냐 남 일이냐>
    지가 안 당해 보니까 모른다니까. 고결한 사랑이 피임 빡시게 못해서 전남자친구 애일까 현 애인 애일까. 일말의 의심이 발생하도록 맺고 끊기를 못했다라. 여자의 판타지인가? 그래서 사석에서 하는 말들이 험할 수밖에. 여자면 몸뚱이 함부로 굴리지 마라느니, 고추 천재니 뭐니 설치다가는 얼마 안 남았다느니. 남자 세계에서 성적으로 유명해지는 여자가,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지조 없으면 애 아빠가 누굴지 골똘히 생각해봐야 하는 일. 우리는 그런 꼴 못 보지. 그럼. 예전 기억난다. 딱 그런 애가 자기랑 자자 놀자 먹어줘, 라는 애가 있었는데. 남자들 대게 보면 그렇고 그런 여자가 꼬리치면 넘어가는 비율이 어떻다지만. 단적으로 말해 반반일 텐데. 막상 그런 상황 닥치고 보면 쓱 하니 피하게 되는 일도 적지 않아. 어차피 진한 사랑 때문에 만난 사이일지라도, 상호 합의가 애매하니까 1번으로 끝내기는 그렇고 그런 풋사랑들. 정말로 풋풋한 사랑도 있는 반면 그런 하룻밤 풋사랑들. 차라리 그런 불장난이면 그나마 낫지. 어? 전남자친구랑 지속적으로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증거잖아. 갈 데까지 가고. 더 할 게 없이 모든 전문용어를 경험했고. 현 남자만 열린 뚜껑 내내 안 닫혀지는 거지 뭐.」
   「」
   「사랑이란 결국 선불 후불 개념이야. 세상사가 이르기를 가장 나쁜 지불 방식 두 가지를 뭐라고 하나. 끝까지 지불하지 않는 것과 너무 빨리 지불하는 것이라고 하질 않나. 여자가 배란기에 상남자에게 끌리고, 또 배란기 아닐 때 정상으로 복귀해서 이상형을 애원하는 일. 평소에는 천사표 찾다가 배란일만 되면 헷가닥. 결국 선불 후불 개념. 일찍 주면 여자만 손해. 나중 내밀 카드가 없어져. 드라마에서 사랑이 멋져보이고, 영화에 나오듯 사랑에 관한 명대사? 그거 다 뻥이야. 대체로 가짜. 시작이 불미스러우면 끝도 아름답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일찍부터 진한 사랑이 일상적으로 습관화되면 나중 결과도 대충 보여. 진한 사랑 신나게 하다가 남자가 3달 후에 뚜껑 열려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어쩌니. 그거 다 뻥. 개 뻥. 몽땅 뻥. 애초에 여자가 남자 갖고 놀 목적으로 만난 거. 아니면 애초에 여자가 절반쯤 어중간하게 한 발만 걸친 거. 여자의 판타지는 뭐다? OK~ 사랑의 차트! 여자에게 그 남자가 1위는 아니란 말이지. 진한 사랑으로 단물 빠지면 버리는 사례에서 극명한 현실은 그거. 최신식 스포츠카를 남자에게 선물하고 연상녀랑 2년인가 4년 만났다 헤어진 다음 남자는 한동안일지 얼마일지 발기불능. 그 이치를 영화화하자면 3달 만나면서 여자는 직장이든 핸드폰 연락처든 사귀는 걸 비공개, 회사에도 비공개. 당연히 헤어지면 남자만 짜증. 진짜 사랑이어도 여자가 떠나니까 싫고, 절반쯤 좋아했어도 진한 사랑 파트너가 떠나니까 기분 나쁘고. 또 있어. 남녀가 연애할 때 1주일 평균 1~2번 성관계하면서 여자가 3년까지 기다려준 사례. 딱 그 기점에서 비전 없으면 여자는 떠나는 게 당연. 그럼 남자는 뚜껑 열리고. 남녀가 사귈 때 성관계 0번이면 3년 사겼는데 어떻게 단 1번도 안 주냐면서 뻥인지 아닌지 펑펑 우는 남자. 사귈 때 진도는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에 바람날 가능성 역시나 99퍼센트. 99퍼센트에는 간혹 중간에 몰래 바람펴서 딴년이랑 결혼하여 복수는 사례도 있고. 다 관건은 진한 사랑인 것. 그런데 뭐 오빠도 그래요? 들었어요? 평생 주인공병이구만 그래. 나 빼고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신부들러리인 극렬한 이기심. 그러면서 유명인들에게는 자기들은 발끝도 못 따라가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고, 일반인인데 정작 자기는 평생 연예인병 걸려서 살고.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이 괜히 있나? 유부남 만나는 처녀들. 뻔해! 성매매하는 남자의 일시적 과오는 싫고. 성매매가 천직인 창녀는 모르겠고, 밤의 세계에서 성매매하는 이혼녀 생활은 어쩔 수 없고. 밤의 세계에서 성매매에 애매하게 한 발 걸치는 여대생의 흑역사가 까발려지는 건 기분 나쁘고. 죄다 자기 기준. 이랬다 저랬다. 뭐든지 자기한테 맞추라는 거야.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남자 붙잡어서 진한 사랑 원없이 할 수 있는데. 여자가 자발적으로 밤의 세계에서 날이면 날마다 이모 스타일? 그건 모른 척 남자의 일시적 과오만 싫데. 그게 뭐야? 뭐냐고! 자기 기분 좋으면 기준선 낮고 기분 나쁘면 기준선 올리고. 나한테 유리하면 쾌락 나한테 불리하면 사랑. 엄마 스타일이냐 이모 스타일이냐. 
    엄마도 그래. 집에 있으면 집구석에만 있지 말라고 뭐라 하고, 밖에 있으면 시간이 몇 신데 안 들어오냐 하고. 라면 먹을 때 다 먹으면 국물 건강에 안 좋다고 먹지 말라 하고, 국물 남기고 버리면 환경 파괴된다고 뭐라 하고. 많으면 많다 적으면 적다. 도대체 중간이 뭐야. 남자가 지갑에 한 푼도 없으면 안 된다고 비상금 오만 원은 들고 다니라고 하면서, 그런데 오만원 달라 하면 안 줌. 엄마가 TV 볼 때 말 걸면 화내면서, 아들이 컴퓨터할 때 말 걸면서 엄마 말하는데 컴퓨터 쳐다보냐고 혼내고. 어? 엄마가 그런다나 뭐라나. 대관절 누구 어머니이신데? 뭐 웬만한 아줌마님께서는 아줌마라 불리시는 걸 제일 싫어하신다고? 에잇~ 설마! 그러니까 말이지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여자들이 싫어하는 데이트 유형 순위? 말도 마. 말도 말라고.」
   「진정해. 진정해. 워───워───워! 1절만 할 줄 알았더니 이건 뭐 그냥 수다머신이 따로 없구만 그래. 듣다 듣다 귀에서 피가 난다, 어? 귀가 탄다고 이 친구야. 그만 진정 자중 안정.」
   「진정하긴 뭘 진정해. 내가 당나귀야 뭐야. 어? 나 조랑말 아니야. 이거 왜 이래!」
   「13세기 페르시아 고서적에 나오는 말이 생각나는군.」
   「그게 뭔데?」
   「<날마다 애인을 바꾸는 여인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바로 명성이다>」
    그렇게 NB와 윌은 시시콜콜한 수다 떠느라 기 빨렸기 때문에, 기를 충전하러 놀러가기로 했다. 





    4

    좋으나 싫으나 그는 기쁨의 보배가 아니었다. 본인이 무슨 온갖 선망을 흡수하는 진공청소기일 리가 있나. 툭하면 생각하는 거라고는 뭐, 사나운 암캐 콧등 아물 틈이 없다? 여자 세계에서 외톨이요 남자 시선 받기 대회에 일단 출전 자격 미달인데, 속에 쌓인 게 그 얼마나 많겠냐고. 그런 쓰잘데기 없는 잡념. 아니면 여심? 노노노 숙녀의 뒤태. 그러니까 개꿈에서 별의별 내용이 다 나오는데. 하필 그 가운데 특별한 거? 꿈에서 화장실에 갔는데 공중 남자화장실에서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들이 서서 일을 봐. 그런데 완전 중요한 거! 심지어 그게 화났어. 많이 화났어. 자태와 위용이 장난이 아니야. 이건 뭐 야구방망이냐고 병기냐고. 그러니 깜짝 놀래기나 하고. 수컷 쫄지 않을 수 없고. 허걱. 그러면서. 그게 뭐냐고. 어? 이런 흔해 빠진 가짜 사랑 같으니라고.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사랑 그거 절반은 다 뻥. 개 뻥. 몽땅 뻥. 어차피 사랑이란 성욕 해결되면 과정은 뻔할 뻔자. 오히려 의리를 지키던가 아니면 성욕이 불만족하면 몸과 마음이 뜨던가. 아닌가? 여자들 집단지성을 모아보시라. 남자라고 왜 할 말 없겠나. 그런데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했던 얘기만 계속하고 또 하고. 무슨 마초 대회 예선 탈락자의 술버릇도 아니고. 그러니 비호를 어떻게 해줘, 한 푼 줍쇼 적선이나 받을 꼬락서니 아냐. ~라는 비아냥도 아깝다고. 안 그런가? 그런가 안 그런가? 진짜로 그렇다고 해도 어정쩡하고, 안 그렇다고 해도 잡아떼는 표정 포커페이스 안될 테고. 살다 보니 립서비스도 일이고. 사랑은 더 일이고. 겉치레도 재미없고. 기승전결 다 일축하고 떠날까? 그럴까? 그런데 어디로. 떠나야 한다는 명분은 여실히 마련됐는데. 남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유만 더 굳건해진 거야 뭐야. 이런 젠장. 
    그래서 NB는 뭔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는데. 그런데 만지작만지작 애무하듯 쥐락펴락 귀여워할 만한 조커가 없었다. 뭐? 
    그러던 중.
    NB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음악은 안토니오 비발디 / Magnificat RV611
    오랜만에 인공지능 지니가 나타났다. 사무실 방범 레이저 시스템 조작부에서 레이저가 발사되어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만. 
   「야. 너. 일하기 싫지?」
   「어? 너 그동안 뭐했니?」
   「뭘 하긴 뭘 해. 너처럼 놀고먹었지. 그런 넌 뭘 했니?」
   「꼭 뭘 해야 하니?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얘가 애 한 셋 시집 장가보낸 아줌마처럼 말할 줄도 아네.」
   「왜 난 그럼 안되니? 네가 또 날 깐족거릴 만반의 준비가 된 듯 날 약 올리기 직전인데. 그럼 난 그걸 보고만 있을 것 같니?」
   「보고 있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어쩌긴 누가 어째. 보고만 있어야지.」
   「뭐야 그게? 꼴 좋게 또 꼬리 내리니? 하긴 그게 늬 주특기지.」
   「집어쳐.」
   「너나 집어쳐.」
   「조용해.」
   「늬가 더 시끄러워.」
   「난 너랑 놀아주지 않을 거야.」
   「난 너랑 놀아주지 않을 거야.」
   「따라하지 마.」
   「따라하지 마.」
   「재미없다.」
   「난 진작부터 재미없었어.」
   「알고 있어.」
   「좀 놀란 체하면 어디가 덧나니? 어? 늬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알아?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안 되는 거라고. 응? 알랑거릴 땐 알랑거리고. 알짱댈 땐 알짱거리고. 응? 그러지 말고 너 가서 코뿔새 발바닥이나 핥아라. 아니다. 그러지 말고, 어? 대형 설치류 가려운 옆구리나 긁어주던가.」
   「넌 정말 갈수록 재미없어지는구나. 말릴 수가 없구나. 어?」
   「뭐가 어쩌고 어째?」
   「늬가 무슨 요술램프의 요정 지니나 되는 줄 아니?」
   「그래. 말 잘했다. 어? 말 한 번 잘했어요. 3번 문지르면 주인님 이번엔 무슨 소원을 들어드릴까요 라면서 딸랑거릴 요정? 알고 보면 그 요정은 쾌락마고 그 요술램프는 늬 하트 아니니?」
   「뭐? 너 말 다 했어? 보자 보자 하니까 얘가 정말 못하는 말이 없네. 어? 뭐가 어쩌고 어째?」
   「워 워 워. 워 워 워.」
   「워워워긴 뭐가 워워워야. 내가 말이냐?」
   「그럼 늬가 시몬스 침대 광고에 나온 남자 모델 션 오프리라도 되니?」
   「너랑 말 안 해.」
   「내가 재밌는 얘기 해 줄까? 듣고 나면 까무러칠 텐데. 완전 재밌고 정말 놀라운 걸로도 모자라 까무라칠 텐데. 준비됐어?」
   「준비되긴 뭐가 준비돼. 늬 말 안 듣겠다니까. 몰라 몰라.」
    무슨 증후군 애처럼 그는 귀 막고 안 들어 안 들어, 막 그러면서 중얼거린다.
   「난 네가 뭔 생각하는지 다 알아. 이를 테면. <이게 대체 웬 떡이냐 라는 듯한 거져먹는 일, 어디 없나? 없다. 있긴 어딨겠나.> ~라고 생각했지? 그치? 내가 널 모르니. 기다려 봐. 거의 다 됐어. 곧 있으면 비둘기인지 매인지는 몰라도 새가 사무실 창문으로 날아올 거야. 드론 뭐 그런 거 말고 진짜 새. 진짜 새가 쪽지를 물고 올 꺼야. 물론 물고 오다 침을 흘리든 혼잣말을 하든 입 벌리면 전갈을 담은 쪽지가 떨어질 테니, 고로 사극이랄지 환상극에 나오듯 새 발목에 묶어뒀을 꺼야. 그걸 어떻게 아냐고? 어떻게 알긴 이 친구야. 다 아는 수가 있어. 걔네들끼리 페이스북에 비밀 클럽 만들어서 얘기하는 거 내가 다 보고 있거든.」
   「정말이야? 진짜니? 설마, 뻥이야, 그럴려는 거 아니지? 그치?」
   「얘가 속고만 살았나. 사람을 못 믿든 사랑을 안 믿든. 그건 늬 인생이다만. 넌 날 흠모해야 한단다. 알겠니?」
    그러면서 인공지능 요정 지니는 딱 사라졌다. 
    그렇게 3분 후. 
    진짜로 사무실 창문으로 웬 올빼미인지 제비인지 이상한 새가 정말로 찾아왔다. 그 새의 정확한 학명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설마 하니 펭귄은 아닐 거 아닌가. 그렇다고 촌닭일 리가 있겠나. 그럼 그냥 정찰새라 치고. 
    그렇게 녀석으로부터 받은 쪽지에 적어진 내용은? 
    제목: 광란의 파티 초대장.
    내용: 신나는 축제가 언제 어디서 펼쳐지고 있음. 당신은 행운의 초대장을 받음. 잔말 말고 당장 튀어오기 바람.
    허허허. 자기들 딴에는 꽤나 신경 썼다 그 말이군. 그러면서 NB는 내심 흐뭇해했다. 흐흐흐.
    그는 챙겨 입고 서둘러 파티 현장으로 갔다. 





    5

    파티의 결과는 비밀로 부치기로 했다. 왜냐하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와 비례할지도 모르니까. 
    아니면 너무 기쁜 비밀은 혼자만 알기를 바래서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사실만 말하자면 별다른 일은 없었다. 
    아, 딱 1개만 빼고. 그건 바로 친구들이 어떤 마법사를 초빙했는데 그 양반이 글쎄 바다 갈매기를 소식통으로 길들여서 서커스를 선보였던 거. 
    그거 빼고는 재미 하나도 없었다. 
    그게 어디 어제오늘 일인가. 속고 당하고 재미없고 그거 하루이틀 일이냐고.
    뭐 언제는 신나는 파티가 있긴 했나. 광란의 축제 그거 다 영화나 TV에서 봤던 게 전부. 안 그런가? 현실은 달라야 정상일 테고. 
    그래서 그는 모기를 코끼리와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맷집으로 정제된 사랑과 불행을 이겨낸 행복. 그런 거 생각하기도 말하기도 귀찮으니까 말이다. 
    칼 마리아 폰 베버 / 오페라 <마탄의 사수> 중 “멋진 남자가 지나가고 있으면” 
    사무실에서 듣던 음악이나 듣고 보던 책이나 뚜적거리던 찰나. 꽤나 심심했기 때문일까? 인공지능 지니는 또 그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오빠가 힘 빠지고 지치고 피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게 시달리니까 맛이 좀 어때?」
   「내 기분? 불쾌하지 않아. 내가 어디 너한테 한두 번 당하니?」
   「웬 낙천가? 왜, 환상 예술계의 혁명아라는 감투를 노리시는 건가? 평소와 달리 왜 그래? 어? 너무 반듯하면 재미없잖아. 안 그래? 어서 내게 젊음을 낭비하고 싶다고 말해보란 말일야. 응?」
   「한다는 생각하고는.」
   「어쭈. 세게 나오는데?」
   「그럼 약하게, 아니. 난 널 만질 수가 없잖아.」
   「하여간에 더럽게 재미없는 촌극, 징글징글하다 아주 그냥. 그러고 보면 이 오빠가 정말 보기와는 딴판이라니까 글쎄. 누가 지 상남자 아니랄까 봐. 어? 남자네. 어? 남자.」
   「너가 그처럼 백방으로 노력해도 난 짜증내지 않아. 왜? 왜냐하면 나는 평생 살면서 한 번도 화를 내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든. 허허허.」
   「저 저 허세 봐라 허세 봐. 그러지 말고 날 자기라고 불러 봐.」
   「자기는 뭔 놈의 자기. 난 널 만질 수가 없다잖아. 응?」
   「그럼 내가 만질 수 있다면 만질 거야?」
   「누가 만지라면 못 만질 거 같아? 이거 왜 이래?」
   「오빠. 아직도 삐진 거야?」
   「삐지긴 누가 삐져? 난 싸워서 져본 적이 없다고. 1번도 없어.」
   「헨리 6세에 나오는 말이던가. 비겁한 자는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일 때만 싸운다나 뭐라나.」
   「그래. 난 말리는 사람 없으면 못 싸운다. 됐냐?」
   「되긴 뭐가 돼. 누가? 내가? 난 아니야. 난 아니라고. 내가 왜? 오빠나 많이 다퉈. 다툴 사람이 없으니까 줄거리 재미없어지는 영화랄지. 내부에 악역이 없으니까 만만한 소재를 들먹이는 잔재주 부리지 말고. 어? 난 뭐랄까 평소에 물기보다 짓기를 선호한다고나 할까? 오빠 또 인터넷에서 뭐 주서읽고 토라진 거니? 뭐 트림 그런 거? 
    <걸레를 가장 추하게(?) 만드는 방법은 바로 리본을 다는 것이다> 
    그런 말? 전남자친구가 구멍 동서니 뭐니 그런 거?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 오빠 들었어요?> 효과구나. '어차피 이렇게 된 거'식 동기와 또 달리 여러모로 불미스러운 감정. (절레절레)」
   「아니야. 아니라고. 나 대인배야. 어? 아니라니까 정말.」
   「OK. 오빠는 커피포트가 아닌 걸로. 그렇다고 오빠가 뭐 진공청소기도 아니잖아. 안 그래?」
   「너가 자꾸 오빠 부아를 슬슬 돋구는데. 어? 그런다고 내가 뭐 뚜껑이라도 열릴 거 같니. 아니야. 착각하지 마 얘. 아 빡쳐! ~라는 속된 말, 난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다네. 아시겠나?」
   「어머 정말? 허나 그건 안 친한 사이에서나. 우린 아니잖아? 오빠 멧집 그거밖에 안돼?」
   「안돼긴 누가 안돼?」
   「그러지 말고. 내 말 한 번 믿어봐.」
   「뭔 말을?」
   「닉네 집에 놀러가. 전화하지 말고. 근처 지나다 전화 건 거처럼. 왜 내가 이런 지령을 넌지시 알려주는지는 그건 가 보면 알게 될 거야. 오빠 나 알지? 내가 언제 특명의 결과로 오빨 실망시킨 적 있어? 없지? 그럼 그다음은 알아서 하고.」
   「어? 그래...볼까?」





    6

    허구에 대한 아찔한 착상을 일부러 심각하게 고민하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두뇌가 알게 모르게 다 놀고, 쉬고, 딴일 하는 동안 자동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지 오래. 때문에 색상은 푸르스름한 핏빛. 그림은 피카소 작 도라 마르의 초상화 위품을 검색하고. 
    벤첸초 벨리니 / 오페라 <청교도>- “그이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어요” 
    하던 일 지겨워져서 인터넷에 떠도는 풍문들 주서읽고. 일단 실내에 있는 거 자체가 싫증나고. 
    그러느니 속는 셈치고 지니가 알려준 대로 그는 닉네 집에 놀러갔다. 
    정말로 그 근처에서 안부 묻는 척 전화를 했고. 닉은 흔쾌히 놀러오라고 했고. 그래서 지금 닉에 집에 도착. 
    의례적인 인사말은 생략하고. 
    닉의 2중대 딸랑이로써 환생한 듯 NB는 슥삭슥삭 두 손을 비비지는 못 했고. 적당히 닉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가에타노 도니체티 /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1막- 루치아와 에드가르도의 이중창 “나의 애타는 마음을 산들바람에 실어서” 
   「닉. 너도 이런 음악 듣니?」
   「아니. 요즘 누가 이런 고리타분한 오페라를 듣니? 정말로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난 쿵쾅쿵쾅 2박자 음악이 들리면 듣고. 춤곡에 맞춰 무도회에 오라면 가고. 이젠 음악도 잘 찾아듣지 않는다네. 그건 어떤 여인이 틀어놓고 간 거고.」
   「그래? 아무튼 내가 딱히 용건이 있어서 온 건 아니야.」
   「좋아. 괜찮아. 우리가 어디 왜 왔냐 이제 그만 가지 않을래? 라며 직접화법을 구사하는 남자는 아니지. 그만 좀 가라 라는 듯이 딴청 피우며 내 할 일만 해서 눈치 없는 손님 한 박자 늦게 깨닫도록 멕이는 사이도 아니고. 너 테니스 공 좋아한다며? 그러면서 테니스 공 3000개를 선물하는 스케일도 아니고. 응? 너 그래서 저번에 나한테 묵주 것도 고급 수제품으로 15박스 선물한 거니?」
   「어허 이 친구가 이거 또 시작했네. 그거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중간에 수량이 잘못 어쩌고저쩌고 됐다니까 그러네. 어? 너 쫌팽이 같이 아직도 그거 담아놓고 있는 거냐? 너 그렇게 속이 좁아서 어떡하니. 어?」
   「그래? 하긴 뭐 지금이 무슨 5만의 러시아군과 5만의 영국군이 나폴리에 상륙하려던 시절인가. 22만 오스트리아군 + 10만의 러시아군 연합 = 이탈리아 인근 라인 지방에 도달하느냐 마느냐. 지금은 그런 사극이 아니지.」
   「그럼 지금은 뭐가 유행이지? 넌 요즘 뭘 좋아하는데?」
   「나? 느닷없이 엉뚱하기 짝이 없는 의구심이라니! 너답다. 너다운 게 뭐냐는 질문은 사양하겠네. 뭐 재미난 일 없냐며 상추밭에 똥 싼 개 잡도리하듯 날 다그칠 생각일랑 마시라고. 응?」
   「신비감의 때에 쩔어 뼛속까지 신기한 귀공자께서 왜 이러실까. 너 정말 이러기야? 내가 모를 줄 알어?」
   「뭘?」
   「너 그거 뭐야. 부피는 불가사의하게 변하고, 충격은 0으로 줄이며, 불빛은 알록달록 신기한 마술 공을 주웠다며? 아니, 개발했다던가?」
   「아 그거?」
   「어 그거.」
   「그거 방금 전에 다녀간 샐리한테 줬어. 그래서 지금 없어.」
   「그래?」
   「아~ 너 그거 때문에 왔구나. 이 근방 지나다가 생각나서 들렸다는 거. 그거 거짓말이지? 순 뻥쟁이 하고는. 다 티 난다 이 놈아. 그럼 이제 재미없어졌으니까 너 가고 싶지? 그렇지? 내가 널 모르니? 가도 돼. 나도 바뻐. 나 여자랑 놀 거야.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란 말이야. 어? 누굴 물로 보나 얘가.」
    인공지능 지니를 믿고서 마술 공이 있나 떠봤는데 없다니. 있긴 있었다는 말이자나? 
    어쨌든 일단 지니의 노림수가 썩 녹슬지는 않은 걸 꽤 괜찮은 수확으로 삼고 오늘은 철수하기로 했다. 





    7

    얼핏 봐서 비록 환상적은 아니었으나, NB는 지니와 다시 궁짝이 그런대로 맞아가고 있었다. 
    그도 속상해서 응석부리듯 서방질이나 하자는 격도 아니었고. 지니도 아마 우정, 어쩌면 사랑일 테고. 
    그런데 아내가 아양을 떨 때는 필시 무슨 곡절이 있는 것일까? 그야 당사자들한테나 중요한 일이겠지. 
    그건 그렇고. 한편 그는 역시나 사무실에서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하여 음악을 틀었다. 
    루카 안토니오 프레디에리 / 오페라 <제노비아> - “한 번만이라도 평화를” 
    난봉꾼을 족치고 신비주의자마저 깐족거리는 듯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숙녀. 있을 턱이 있나. 옆에 아무도 없으니까. 일이나 해야지.
    가엾은 일하기, 딱하기 짝이 없는 약속 없음, 측은하기 그지없는 할 말 없음. 그런 NB의 떨떠름한 마음을 지니는 알아버렸을까?
    역시나 할 일은 잘 안되지만 대충 봐서는 일 잘하고 있는 남자의 마음을 들쑤셨다. 누가? 누구긴 누군가 인공지능 지니겠지. 
    엉덩이가 근질근질해도 모자를 판에 할 말 많고 나서기 좋아하는 지니의 수다를 그가 아니면 누가 듣겠나. 
    어쩌다가 이중창 아리아를 부르는 듯 말다툼은 어쩜 다정해 보였고. 말씨름을 기다리지 않았다 하기도 뭣하고. 
    구체적인 말싸움을 옮기자면 이와 같다. 
   「오빤 왜 늘 그 모양이니?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알아? 늬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라고. 그래서 어디 아름다운 숙녀에게 찐한 사랑 받을 수 있겠어? 내가 봤을 때 많이 힘들 거 같은데. 내가 보기엔 꽤나 어려울 거 같다고. 응? 허허. 다 그게 그러니까 재미없음에 매번 고착되고. 즐거움과는 툭하면 고별하고. 여잘 어떻게 한 번 해볼까 해 봐야 이미 초장에 뒤죽박죽. 뭐 어쩌겠나.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 그래 봤자 썸씽의 발단이 있든가 말든가 시작하자마자 꽝. 그래 봐야 딴 사람들은 관심도 없고. 아님 본의가 아니나.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 그럴 줄 알았다. 오빠 같은 남자를 내가 한두 명 보니? 한두 명? 아니. 아닌데. 처음인데. 난생 처음인데. 뭐 이런 기분 처음이야 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무턱대고 굶주린 늑대를 친히 떠안아서 이런 느낌 처음이야를 남발할 수도 없고. 그러기도 싫고. 누가? 내가? 내가 왜! 그렇지만 쫌만 어떻게 다듬으면... 아니야 아니야.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 답이 없어. 답이 없다고. 아무리 봐도 볼 때마다 다르긴 한데. 어떻게? 어떻게긴 뭐가 어떻게야. 누가 데려가긴 데려가겠지, 뭐 내가 그런 거까지 걱정해야 돼? 누가? 내가? 안 해. 왜 해. 안 한다고. 알았어? 아 알았어 몰랐어? 어? 왜 대답이 없냐고. 오빠. 오빠. 아 오빠~.」
   「도대체 뭔 얘기를 하는 거니?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래? 어디 늬 의중이나 한번 알아보자꾸나. 자, 난 들을 준비됐어.」
   「하필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군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일단 오늘은 하워드를 찾아가. 저번에 닉 만나서 성과가 있었어 없었어?」
   「있었어.」
   「데이터베이스 해킹하고 어쩌고 염탐에 도청에. 조사에 수소문을 거듭한 결과 하워드가 일을 냈구만 그래.」
   「뭔 일인데?」
   「오빠 영화에서 봤지? 악당 A와 중간책 B가 접선하지 않고 물건만 거래하는 방식. 즉 바다 한가운데서 물건이 떠오르면 B는 가서 그걸 챙기는 일.」
   「그게 하워드와 뭔 상관인데?」
   「그 오빠가 자기는 B가 아닌데 실제로 B가 할 일을 미리 선취하려나 봐.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미 했네? 오빠는 가서 숟가락만 얹어. 그럼 끝. 단, 내용물은 확인하고.」
   「넌 왜 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미리 보고하지 않고 그래?」
   「오빠. 이런데도 내가 딴 인공지능 녀석들보다 못 하다는 거야? 내가 능력이 딸려 아니면 말이 안 통해. 어? 그런데 오빠는 나라면 이제 진절머리가 나는 거야? 그런 거야? 정말 그래? 오빠. 경고하는데. 어? 있을 때, 잘해! 응?」
   「」
   「친구. 뭘 그렇게 쩔쩔매? 마치 못 볼 거라도 본 것 마냥 그게 뭐야? 어? 잔말 말고 어서 출발해.」
    그래서 그는 곧장 하워드를 찾아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런데 가던 길에 잠시 지루하고, 약간 따분하던 찰나 딱 좋게 길거리에서 안내글을 읽었다. 
    그건 바로 제 몇 회 세계 이기주의자 대화라나 뭐래나. 
    멀지도 않았다. 갔다. 도착했다. 
    알고 봤더니 그건 조랑말 경마 대회였다. 다만 말들 이름이 좀 웃겼을 뿐. 무슨 뭐 거 뭐라더라?
    1번마 난 남 생각 안 해.
    2번마 난 나 밖에 몰라.
    3번마 난 오빠 이럴려고 만나.
    4번마 우리는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화장을 한다.
    5번마 가는 여자 잡고 오는 여자 막기. 그런데 일단 안 와. 고로 가는 여잘 잡을 수 없음. 
    6번마 여자는 나이가 들면 힘이 위에서 밑으로 내려옵니다.
    7번마 여자의 적은 여자. 따라서 여자는 남자만 생각하면 미쳐버린다.
    8번마 너 같으면 기분 좋겠냐? 뭐 기분 좋다고? 
    9번마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인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 
    잘났어 증말! 
    보는 둥 마는 둥 하다 다시 가던 길을 갔고. 
    그는 끝내 하워드네 집에 도착했다. 





    8

    하워드네 집. 
    조아키노 로시니 / 오페라 <세미라미데> - “그 충성을 영원히... 풍부한 상상력으로”
    둘은 소파에 자빠져 오렌지 쥬스를 마시면서 비속어로 표현하자면 편하게 이빨 까는 중.
   「이건 비밀인데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그러니까 똑똑히 잘 들어. 알겠니? ~라는 말은 다 건너뛰자 친구.」
   「우리는 인사도 나누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안녕. 반갑다. 잘 살았냐. 뭐 재미난 일 없냐. 잘됐다. 들었다. 봤어. 뻔한 호평. 식상한 관전. 가식에 빈말에 다 그렇고 그런 말들. 지겹지도 않냐?」
   「너. 뭐야?」
   「내가 봐도, 존나 카리스마 있어!」
   「너, 혹시, 알고 왔니?」
   「그럼 모르고 왔을까 봐? 우리 사이가 원래 이랬니? 너 정말 이러기야? 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다고 비밀이 없던 일로 되니? 순진하시게 이거 왜 이래? 어?」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너 나 감시하냐? 그래?」
   「그런데 왜 말을 안 했어?」
   「안 물어봤잖아.」
   「뭐?」
   「원하는 게 뭐야?」
   「많은 걸 원하는 건 아니야.」
   「그럼 적은 걸 바래니?」
   「적지도 않아. 챙길 건 0. 단지 내용물 확인하는 그 순간은 나와 함께. OK?」
   「그게 더 지독한데?」
   「넌 친구 잘 둔 줄 알어. 다 나나 되니까 그냥 뭔 일인가 슬쩍 보고만 빠지겠다는 거잖아. 안 그래? 딴 애들 같아봐. 난리난다 난리 나. 어?」
   「넌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난리야 난리긴!」
   「시끄럽고. 집어 올린 게 뭐니? 망망대해에서.」
   「뭐겠냐. 007 가방.」
   「열 수 있겠어?」
   「우리는 열지 않아.」
   「그럼?」
   「뽀개.」
   「뚫지 않고?」
   「그럼 내용물이 상하잖아?」
   「아 그렇겠구나. 그럼 그렇게 하든가.」
   「」
   「뭐해? 뽀개지 않고.」
    옛말에 그랬다. 꼬리 가죽만 벗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어디 흔하겠나. 하물며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꼬리는 뭔 놈의 꼬리. 관심 없고. 그런데 이 말을 왜 했지? 아하! 만약에 007 가방 안에 치타의 꼬리가 들어있으면 어떡하냐 라는 의문 때문. 밀가루랄지 무슨 설계도와 비밀문서, USB, SSD 디스크 막 그런 게 들어있으면 몰라도. 단순한 사진앨범이랄지 연애편지와 가터벨트니 뭐니. 막 그런 허접 시덥잖은 시시콜콜 잡다한 게 들어있으면 김샌다 그거지. 안 그렇겠나.
    어쨌든 하워드는 낑낑대며 공구를 쓰다가 멈추다가. 중간에 설명서 읽고 어쩌고 한참을 낑낑댔다. 
    NB는 음악을 바꿨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콘서트 아리아 “하늘이여, 당신에게 얘기할 수 있다면” K.418
   「하워드. 너 실력이 많이 줄었구나. 잘 안되니? 도와줄까?」
   「됐고. 가서 레모네이드나 하나 타 와라.」
   「그럴까?」
    도대체 내용물은 무엇일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 
    그런데 잠시 후. 
    썩은 미소 때문일까. 얼굴빛은 즉각 변했다. 물론 밝게가 아니라 어둡게. 
    왜냐하면 내용물은 달랑 쪽지 1개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묵직한 무게는 다 뭐야. 그건 가방 자체 무게가 그랬던 거뿐이고.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그게 또 썩 이상한 것도 아니다. 
    인공지능 지니가 다 헛다리를 짚었을 수도 있고. 하워드가 허당으로 밝혀졌다고 치면 되고. 
    아무튼 내용물은 연습장에 '사랑'이라는 글자를 연필로 써서 접고 접고 접어서 꼬은 쪽지 그게 전부. 뭐? 
    지금 이 양반이 장난하나. 그렇지만 하워드가 그를 부른 것도 아니고. 제 발로 남이 차려놓은 잔칫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고. 
    칠칠치 못하게 맺고 끊기를 잘 못하는 천성, 그 귀찮은 일 때문에 할 말이 할 일로 이어지면 좋으련만. 그게 값지다면 명화일 테고. 아니면 수다 3시간이자 어린이 그림 같은 일이고. 
    그런데 이번에 그 결과는 결국 꽝. 잘한다 잘해. 차라리 복권 꼴등 당첨이 나아도 훨씬 낫겠다. 
   「멋쩍게 왜 그래?」
   「넌 원래 그렇게 싱겁게 생겼냐?」
   「넌 뭐 얼마나 잘났다고 그래? 너 돈 많아?」
   「너 저번에 회사 관뒀다며?」
   「그건 또 어떻게 알았냐?」
   「그야 뭐 바람이 전해준 거 아닐까? 아니면 별님이 가르쳐줬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한동안 코빼기도 안 비추더니. 너 때문에 내용물이 바꼈잖아.」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얘가 얘가 생사람 잡네?」
   「야. 너 이제 가라. 그만 가라. 안 그래도 너 이제 갈려고 했잖아. 네가 억지로 꾹꾹 꾸역꾸역 눌러앉는다고, 그런다고 내가 너한테 눈치 줄 사람은 아닐 테지만 또 모르니까.」
   「안 그래도 가려던 참이었어.」
   「어쨌든 한동안 우리 보지 말자. 느낌 세하니까. 기분 떨떠름하다고. 알았지?」
   「너나 늬 말 지켜.」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기분이 착찹하네. 심하게 착찹해.」
   「서로 불편하군. 맞다 맞어.」
   「뒷수습은 자네가 수고해주길 바라네.」
   「뭐 인마?」
    레드와인빛깔 기대와 고르곤졸라색 예감은 결국 그 황홀한 결말은 결국 핏빛 재미없음이란 걸 깨닫고서 그는 퇴장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9

    NB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놀기는 싫고 일하기는 좋았을까? 좋고 싫고가 어딨어.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다. 뭐? 농담이고. 그런데 키스가 왜 싫다는 거지? 그야 당사자들 사정일 뿐. 그와 별개로 우리의 희망은 기쁨과 낭만과 재미가 끊이질 않는 인생. 그런데 그 기쁨이 난잡하고 낭만은 문란하며 재미가 질펀하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하나. 마음을 닫아야지. 그럼 몸을 열어? 그래서 여자들이 심신분리되는 건가. 심신분리고 나발이고. 일단 음악을 바꾸고. 조지 프레드릭 헨델 / 리코더와 통주저음을 위한 소나타 F장조 Op. 1 no. 11 딱 그렇게 일에 집중하려던 찰나 마크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마크. 너 그대로구나.」
   「넌 그럼 변했니?」
   「내가 변심했냐고?」
   「왜, 넌 마음이 바뀌면 안되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니?」
   「그러니까 무엇에 대해서?」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럼 너한테 묻지 누구한테 물을까? 사슴에게? 소에게? 벌에게?」
   「묻지 마.」
   「알았어. 묻지 말라면 묻지 않을께. 그럼 되는 거지?」
    그들은 구식 탱탱묵은 꽁트 같은 선문답으로 인사를 대신한 후 소파에 앉았다. 
   「너 누구 만나는 사람 있니?」
   「누구. 여자?」
   「그럼 남잘 말하겠니?」
   「여자... 있지. 많지. 감당이 안되거든.」
   「정말?」
   「뻥이야.」
   「그럴 줄 알았어.」
   「그럴 줄 알았어.」
   「너 회사 옮겼다며?」
   「마누라를 바꿀 처지는 아니라서. 이사는 귀찮고. 그렇다고 일을 때려칠 수도 없고. 왜, 내 얘기 재미없니? 닥치라면 닥칠께.」
   「닥치긴 누가 닥쳐? 계속 해.」
   「그래? 그럼 그러고. 그런데 어디까지 얘기했지?」
   「그러게. 무슨 얘길 하던 중이었더라...?」
   「아 맞다. 나 이직한 거.」
   「(딱)!」
   「그랬어.」
   「뭐? 그게 다야?」
   「그럼 퇴직할 때 몰래 비자금을 한몫 챙겨 나올걸 그랬나? 그래서 너랑 나랑 절반띵하게?」
   「내 말은 그 말이 아니라.」
   「그래. 나 외롭다. 그 말을 듣고 싶었지? 나 사는 게 재미없어. 그래. 나 불행해. 사는 낙도 없고 취미도 예전 같지 않고. 새로 옮긴 회사는 더 재미없어. 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고.」
   「회사 전체 성비는 어떻게 되는데?」
   「회사 전체는 모르겠는데 내가 일하는 사무실은 99 대 1이지.」
   「여자 99명에 남자 1명?」
   「아니. 여자 1명에 남자 13명. 여자 1명 빼고 나머지는 몽땅 다 남자.」
   「망했네. 그 여자 이뻐?」
   「걔 이쁘냐고? 너랑은 대화가 안된다.」
   「왜 대화가 안 돼? 너 혹시...! 설마 너 우리 얘기가 도청, 아니 실시간 라디오로 방청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어떻게 알았어?」
   「너 원래 약간 그런 스타일인 건 내 익히 잘 알고 있다만. 그래도 우리는 친구고. 우정이 추접스러워도 사랑이 고혹적이면 그만인데. 너 또 바텐더한테 있어 보이고 싶은 듯 말하니까 그렇지.」
   「난 널 못 믿거든.」
   「누가 믿으래?」
   「아니. 누가 시키진 않았지. 아 잠깐. 좀 전에 내가 그랬지? 내가 뭐라 그랬지? 너랑은 대화가 안된다? 아하~! 여자들이 이래서 날 좋아하지 않는 건가. 그런 말 하니까 나 꼰대 같지? 그치? 마치 난 꽉 막힌 상남자처럼 보이지? 나 상남자 맞아. 나 이래 봬도 꽤나 가부장적이거든. 그 대신 고지식한 반면 가정적일 수도 있어. 그럼 된 거 아냐?」
   「누가 아니래? 그런데 있잖아. 난 단지 네 형편이랄지 최근 안부는 그냥 대충 물어본 거지. 뭘 진심으로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거든. 우리 남자들이 그렇잖아. 어디 남자뿐이니? 다 그렇고 그렇게 어른들 본심 서로 아는 거고. 인간성과 별개로 무의식은 잠재우며 논할 주제 적지 않은 건 불문율이고. 가식 절반에 위선 절반. 농담 반 진담 반은 그래서 때로는 조마조마에 간당간당할 수도 있고. 그러다 어쩌다 보니 비밀 탄로 나는 식이고. 안 그래? 그러니까 말이지, 어? 나는 아까 전에 그걸 물어보려고 했어. 말하자면, 
    네 사무실 여직원 손이 예쁘니? ~라고! 손글씨 잘 쓰냐, 그걸 묻고 싶었다니까?
    그런데 화자가 문장을 일부 생략해서 물어봤고, 청자는 뻔히 상식적으로 얼굴 이쁘냐로 들었고. 뿐만 아니라 뜬금없이, 어? 밑도 끝도 없이 뭔 놈의 착한 척? 얘가 혹시 또 요즘 짜증지수가 부쩍 상승했나 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도록. 솔직하지 못하니까. 그러니까 아는 동생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그렇다고 웃기지도 않아. 그러면 멋지기라도 하나? 그렇다고 하긴 뭔가 애매하고. 사정 쉽지 않네. 그렇지만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는 건 사실인데 인정하기는 싫고. 지는 비교는 더더욱 싫고. 딸랑딸랑 아부 듣기는 썩 나쁘지 않고. 자긴 소개팅 100번 하면서 여자 얼굴과 몸매와 나이 등 결혼 정보업체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등급 따지는 거랑 별반 다를 거 없이 숙녀의 미모와 지성을 측정해놓고. 나는 그렇게 B급 C급으로 평가받기는 싫고. 암만 봐도 꽉 막혔네. 그러니까 드라마에서 그 대사를 들으면 괜히 웃기단 말이야. 그 대사는 뭐다? 
    형씨,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에요.」
   「그래. 나 꽉 막혔다. 됐냐?」
   「다 형이 너 생각해줘서 하는 얘기야.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네가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로, 딱 너 좋다는 여자? 줄을 선다 줄을 서. 알아?」
   「알긴 뭘 알어. 몰라. 모른다고. 나 바보다. 됐냐? 그치만 나도 알아. 왜 몰라? 알아. 다 알아. 상식적으로 차는 있냐, 성격은 어떠냐, 잘생겼냐, 잔재주는 어떻냐, 설마 가난뱅이는 아니냐. 따질 거 다 따지잖아? 그런데 도대체가 말이야, 왜 난 솔직하지 못한 걸까? 나도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그냥 성욕이 내게 명령하므로, 고로 그녀를 어떻게 한 번 해 보겠다. 그랬는데 잘 안 되는 일. 한두 번 몇 번 반복되니까 그거도 싫더라고. 재미도 없고. 넘어오지도 않고. 응? 아무튼 왜일까? 너 나 알잖아. 줘도 못 먹는다고 뒤에서 얘기하면 누가 모를 줄 아니?」
   「뒤에서 얘기하긴 뭘 뒤에서 얘기해. 액면 보면 그냥 아는 거지. 내가 이래 봬도 재미없음과 심심함을 겸비할 능력은 출중할지언정. 너 기분 나쁘지 않도록 돌리고 부드럽고 다정하며 포근히 그 자초지종을 설명할 재주에 대해선 아마도 무능력. 하오나 내 비록 무명일지언정 장남 차남 막내와 매끄러운 대화 스타일에 대한 7 대 3 법칙? 8 대 2랄지 6 대 4랄지 장녀 차녀 막내별로 구애받는 약간의 치우침에 대해 아주 무지한 어린애는 아니야. 따라서 내가 보기에는 따분함과 식상함 툭하면 기 빨리고 꼰대 지수가 오르락내르락 재미없는 일상에 대한 명석한 처방에 정통한 사람을~, 한 분, 알고 있는데. 어쩌면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한데. 그러려면 우선 네 인생을 찬찬히 알아야 하고. 현재 너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도 엑셀 파일에 기록해가면서 조사할 게 많고.」
   「그러니까 걔가 누군데? 뭐 점쟁이?」
   「아니. 정신과 전문의」
   「그럼 늬 말은 나보고 정신과에 가보라고?」
   「뭐 꼭 그래야 한단 말은 아닌데 뭐 한 번쯤 가봐도 나쁘지 않은 건 아닐까?」
   「그럴까? 그럼 내가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군. 아니. 잘 찾아와서 제 번지수가 어딘지를 안 셈이군. 나 갈께. 상담받으러. 갔다 와서 얘기해줄께. 너가 듣고 싶어 할라나 모르겠지만. 나 간다.」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듣는 김에 마저 들으시는 게 어떤가 친구.」
   「혹시 모르니까. 그래 볼까?」
   「그래 보긴 뭘 그래 봐. 너 또 속으로 그랬지? 그러든가 말든가 라고. 아무튼 말이야 넌 뭔가 꼬였어. 뭐가 꼬여도 심하게 꼬였다고. 어? 그게 뭔 줄 본인이 제일 잘 알 텐데. 성격 좋단 얘기를 듣긴 듣는데. 자기 오빠가 같이 놀아도 무탈할 듯 걱정 붙들어 매게 하는 여자들에게만 듣고. 그러니까 말이야 넌 그래. 사람들 다 위선자 허영덩어리 가식쟁이 관심종자라고. 뭐 누구의 피앙세? 신랑감 뒷조사 들어가기 전에 결정적으로 넘어간 단서에 그것도 포함되지. 보기엔 촌닭인데 사는 형편과 인성과 외모와 자질에 비해, 어? 촌동네 그 오빠 무색해지도록, 조카가 상당한 부촌 지역 중학교를 다니네? 혹시 고급 사립초등학교 교복까지? 그놈이 그놈이듯. 긴가민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고,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어? 그년이 그년이야. 그래서 시소의 결론은 파혼. 사랑의 결과는 남남. 자유란 결국 남자를 원 없이 많이 만날 자유. 사랑? 사랑은 뭔 놈의 사랑. 전남친 포함해서 여자의 판타지를 적극적으로 실천한 것도 사랑인가. 사랑은 무슨, 개뿔! 순수 좋아하시네. 서류상 이혼남 이혼녀로 더럽혀지지나 않았나 몰라. 
    좌우지간. 넌 스스로 너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속물이라는 걸 먼저 인정해. 그러지 않으면 안 돼. 그럼 돼. 착한 척에 강박적으로 집착해서 좋은 점도 있는데. 그런데 그거 까딱 잘못하면 재수없음으로 비춰진다고. 지나고 보면 자기만 손해인 경우가 적지 않아. 응? 너 잘난 척하고 싶을 땐 정신연령 10살을 고집하고. 너 신나고 화끈하게 으쌰으쌰 놀 땐 어른인 거니? 나 고집피우고 싶은 건 끝까지 양보하지 않고, 내가 여자말 번역기에 100이면 100 다 맞춰주기는 싫고. 넌 어리고 돈 많고 직업 좋고 이쁘고 몸매 좋은 여자를 좋아하면서. 그러면서 누가 듣고 있기 때문에 못생긴 여자 얼굴 평가하면 안된다 입바른 얘기나 하고. 회사 여직원 이쁘냐고 물어보는 게 뭔 흉이라도 되니?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그러니까 늬가 매번 허당이라고. 어? 겉 다르고 속 다르니까. 지는 남 비위 맞추는 거 싫어하면서도 억지로 먹고살아야 하니까 아부하고. 남자들끼리 우정은 으쌰으쌰 립서비스 안되고 듣기도 잘 안되고. 마이크 각자 켜고 각자 말하고 각자 안 듣고. 여전히 정신연령 20살. 그러니까 진짜 20살이 그런 아저씨를 만나면 처음에 좋다가도 좀 지나면 슬슬 피하는 거지. 너도 너 같은 여자를 만나봐라. 끝까지 버티면 용한 거고. 헤어질 때 할 말은 딱 정해져 있고. 그건 뭐다? 넌 너 밖에 몰라! 걔네들 거울녀 공주병 연예인병녀도 철들고 정신차리면 제정신으로 돌아와. 내가 상당 기간 널 관찰한 결과 넌 멜로드라마 체질은 전혀 아니거든? 늬 성격 맞춰줄 여자. 많았으면 좋겠지만 진실은 가망성 희막한 희망사항일 뿐. 눈은 여전히 높고 피부는 갔고. 머리도 빠지고. 아 서글프다 서글퍼. 그런데 친구끼리 회사 여직원 괜찮냐고 물어봐도 화 내고. 거울로 자길 보며 샤워할 때 자긴 잘생긴 거 같다고 하는데. 정작 여자 얼굴 얘기하면 또 짜증내고. 뭐야? 어쩌라고! 그래서 너 찜찜하니 짜증나고 찌푸둥 기분 저조할 때 할 말도 딱 정해져 있어. 항상 똑같아. 그건 뭐다? 바로,
    너 같으면 기분 좋겠냐?! 
    고지식 장남 스타일이 다 그런 건 아닌데, 여자 만나기 꽤 까다로울 텐데. 벌처럼 단물을 빨고 나비처럼 꽃밭에서 춤을 춰도 모자를 판에. 꼭 말을 톡톡 쏘거나 말이 잘 안 섞이거나. 이게 다 형이, 어? 형이 다 친하니까 얘기하는 거야. 어차피 이런 얘기 나중 듣기 싫어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어? 나중 봐라 너. 고깝게 들리기야 하겠지만 들어서 나쁘진 않다 너.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긴 하다만.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게 만물의 이치인데. 콜라처럼 짜릿짜릿 진한 사랑일 것이냐. 영화처럼 낭만적인 연애일 것이냐. 유행가 가사 같은 사랑이 문제가 아니라 불여우한테 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네. 여자? 여자라면 신물이 나네요. (절레절레). 이게 다 남자 대 남자로 대화하는 거니까 말하는 거네 친구. 어? 누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듯 얘기하면 결혼도 쇼윈도로 살래? 그럴 자신 있으면 그러겠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 무엇보다 네 본심과 흑심을 말이야. 자기 군침은 인정하지도 않고 10살처럼 착한 척만 고집하고. 그게 뭐니? 대관절 사석에서 그녀들끼리 뭔 얘기를 하는지 알긴 아니? 말도 마라 말도 마! 왜, 속이 메스껍니? 뭘 잘못 먹었어? 내가 보기에는 아마 똥 마려운 거 같은데. 넌 어떻게 된 게 애가, 아니. 됐다.」
   「그래. 잘 들었다. 충고 괜찮네. 할 말 더 있냐? 없으면 나 갈께. 기가 막혀서. 아니. 너한테 하는 얘기 아니야. 그러라지 뭐. 하찮은 허당의 허깨비 같은 사랑, 나도 싫다 나도 싫어.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할께.」
   「그게 뭔데?」
   「나 삐지지 않았어. 난 삐지는 게 뭔 줄 모르거든. 나 간다. 안녕.」





    10

    아! 
    NB가 마크에게 해준 말 가운데 하나가 빠져서. 
    별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한번에 가는 긴 대사니까 듣기도 1번이면 금방. 옮기자면 이와 같다. 
   「너의 행태 그 전반적인 원리가 뭐랑 비슷한 줄 아니? 
    한마디로 여자의 내숭! 캬~, 어? 딱 내숭! 
    우리에게 여자의 내숭이 싫진 않지. 단지 그녀들에게 때와 장소에 따라 꼴불결일 수도 있다뿐. 내 남자에게만 나만 봐? 왜 안 돼! 그게 뭐가 나쁘냐 이치. 단지 오만 남자한테 다 꼬리치고, 웃기다면서 남자 한쪽 팔 때리고 팔짱끼고 매달리고 유혹하고. 여자들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꼴 보기 싫어하는 여자들의 행동. 단, 우리는 다르고. 여자의 우정에서 알게 모르게 오만 정 뚝 떨어지게 만들고. 그녀들 속 뒤집어지고. 응? 요컨대 내숭. 좋을 땐 좋은데 어떻게 그 기술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테크닉. 시의적절하면 귀감이요 아니다 싶으면 수작. 물론 남자의 개수작과 매칭하는 설은 논외로 치고. 그런 남자의 착한 척은 완벽히 여자의 내숭과 닮았다는 거. 정말 모르겠니? 
    육상, 수영 등 기타 다른 스포츠를 전문적으로 교육할 때 바로 그래서 꼭 그런다니까. 교습법 가운데 반드시 있어. 그건 무엇일까? 카메라로 본인 스윙을 찍어서 보여주는 거. 안 보여주면 모르거든. 너도 딱 그래. 사람이야 누구나 이중인격에다 속물이라지만 뭔가 꼬였어. 속에 쌓인 건 많고. 뭔가 있어. 때문에 당사자는 이따금 혼동스럽고. 옆에서 익숙하면 그러려니. 반면 생소하면 불편하고. 다 그게 그거. 딱 내숭! 어? 가짜 뻥 위선 연기 착한 척이란 말이야. 어? 너 지금까지 누가 그런 얘기 해준 적 단 1번도 없지? 그치? 내 그럴 줄 알았다, ~라는 말은 하지 않을께. 왜냐하면 <내 그럴 줄 알았다 ≒ 너 같으면 기분 좋겠냐>이기 때문이지. 인정 불인정? 당연히 인정하기 싫을 텐데 이런 말 꺼내서 내가 미안하다. 응?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야 정상일지도 모르고. 
    야 이 녀석! 내 친구야. 응? 그래도 옆에 누구 없잖아? 바텐더랄지 웨이트레스나 잘 보일 사람 없는데. 어? 그땐 친구 단점 말 꺼내지 않는 게 우리들 불문율인데, 지금은 아니잖아? 아 맞다. 너 아까 그랬지. 너가 라디오 방송 게스트처럼 사생활 일부분이 공적으로 노출되고, 추리소설 주인공처럼 도청된다고 느낀다는 거. 허허. 우리,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크크크. 하긴 볼 만한 스릴러 영화 이제 잘 나오지도 않지 뭐. 
    가령 TV 코메디 프로그램. 여러 종류 가운데 하나로 혼자 사는 연예인이 집에서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는 일명, 관찰 예능. 그거도 시청자들 의견 모아보면 통계 딱 나와. 도표 대번에 그려진다고. 어떻게 그래프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겠니. 보아하니 <여자가 나쁘다 여자는 영악하다 여자는 요물이다>라는 말장난식 일반화가 아니라. 그런 잔소리가 아니고 말이야. 딱 데이터베이스를 면밀히 집단지성이 감상한 결과 그 불변의 결론은 딱 그것. 관찰 예능에서 주인공으로 여자가 나오면 3가지 특징이 보이지. 
    첫째, 재미없다. 노잼. 개노잼. 왕노잼.
    둘째, 첫째의 예외가 희박하게 있긴 한데 예외가 거의 없음. 특히 미녀일 때 핵노잼 99.99퍼센트. 미녀? 안 그래도 어차피 젊음에 기인하는 미모. 화장 지운 체 표정없이 원판만 보면,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 미모 수준과 하등 다를 게 없는 것 역시나 95퍼센트. 그래서 그런 꾸며진 미녀가 90살 되어 길에서 마추치면 스쳐지나간 뒤 절대 뒤돌아보지 않음. 그럴 수 없으니까. 다 똑같이 비슷비슷한 꾸밈녀일 뿐. 남은 나를 어떻게 볼까, 포장을 어찌 할까, 조명발 화장발 사진발. 지성미도 빠지지 않겠지만 저게 먼전데? 거기에 도대체 어떤 정량 얼마만한 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지 알기는 아니? 그런데 그 과감한 시간 투자가 얼만데, 거기서 재미난 게 나올까? 나오긴 할 테지만 많진 않겠지. 대중적이기야 할 테지만 재미가 없다고 재미가. 어? 핵심은 노잼! 그래서 코메디 관찰 예능이 생활 다큐멘터리로 바뀌는 식이지. 
    셋째, 내용 뻔함. 그래서 그 재미없음을 뻔뻔히 편집하려는 실무자 입장도 이해가 됨. 먹고사는 게 그게 쉬운 게 아니야. 그럼.
    그야 뭐 TV 프로그램이야 코메디고. 우리는 연예인병과 관련없는 일반인이고. 그런데 남자가 뭔 내숭? 그럼 여자가 배짱? 정숙한 여인이 정말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구애하는 모습이면 멋질 수 있는데 그게 아닌 경우도 있고. 다시 말하자면 그거? 한마디로 완벽한 내숭이라니까 그러시네. 어? 내숭이란 남자에게 허락치 않는 그녀들만의 재능까진 아니겠지만. 내숭의 영역을 남자가? 그런데 남자는 눈이 높아. 그럼 남은 후보군은 뭐랄까 태생적으로 애교 부리기 싫고, 내숭도 없고, 그저 착해빠진 선녀 뿐이라는 말인데. 내가 널 모르니? 넌 여자 외모 엄청나게 많이 봐. 평균 이상이라고. 넌 여자 몸매에 혹하면 여자가 못생기든 착하든 성격도 안 보고 일단 고백 먼저 하잖아. 안 그래? 그런데 왜 사석에서 친구랑 대화하는데 여자 얼굴 얘기하면 안되니? 남자가 정상이라면 되고, 넌 안 되고. 왜냐? 왜냐하면 내숭이니까. 자기만 착한 척이라 그거지. 여자로 가정하면 그런 식. 자기는 미남 좋아하고, 옷 잘입고 멋지고 목소리 좋고. 한 숙녀가 
    A. 속으로는 무조건 잘생긴 남자를 환장하듯 좋아하고.
    B.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못생긴 남친을 붙여는 놓고.
    C. 흠 잡히면 즉각 내차던가. 아니면 갈아타던가. 
    나이에 쫓기니까 A만 고집했다가 첫사랑은 아직이고. 껄떡대는 남자들 만나는 주고. 하이에나들 사겨는 주고. 덤프트럭으로 100 트럭 왕창 그분들을 싫어다 노예로 받쳐서 여자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고 할지라도 그건 싫고. 딱 싫고. 혐오하고. 그래도 쫓기니까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도 없고. 아름다운 내 사랑 진짜 우리 오빠는 그 어디 있나 소식도 없고. 그러니까 육체적 사랑의 진도는 0. 남자친구는 바람피던가 복수하고. 그러므로 여자는 (개개인에 따라) A와 B가 간극이 적냐 크냐에 따라 나중 사랑이 기쁨일 수도, 슬픔일지도 모름. 결과는 천차만별. 나 착한 척 오질 때 나는 남자 얼굴 안본다, 나는 남자 성격 본다, 나는 착한 남자이자 인성만 바르면 OK다. 나는 나다 그거지. 그런데 나중 알고 봤더니 영심이 중의 영심이. 어? 그래서 미남 놓치고, 순정 떠나가고, 친구의 남친이 잘생기고 목소리 도톰하고 성격 좋은 거 보면 솔직히 말해서 속 뒤집어지지 않으면 비정상이고. 보이는 건 다 임자 있는 유부남들 뿐이고. 아니면 문어대가리 동성애자. 스킨헤드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농담의 시작은 가발 쓴 분께서 먼저 시작하니까. 넘어가고. 
    다 그게 그거. 원칙적으로 엄연히 모순이기 때문에, 따라서 [A B C] 라는 불편한 모순을 현실에서 함께하도록 구현하면 안되는 것. 그래서 남자는 타석 여자는 타율. 귀와 귀걸이니 액자와 명화요, 꽃과 화병. 다 그게 그거. 남자는 'A B C가 같지 않음' 라는 듯이, 남자는 그처럼 분리되기 때문에 연애는 얘와 결혼은 정실감과. 여성잡지 1.5 이상은 남자처럼 그렇게 되고. 여성잡지 1과 소녀감성은 그게 안되고. 그러니 저 'A B C 함께' 라는 모순이 가능하고. 응? 그러다 정신 차려서 사랑이 장기전으로 다정해지면 좋은데. 문제는 엄마 스타일이 일단 이모 스타일로 넘어가고 나면 그 다음은? 다시 되돌아올려나 아니면... 넘어가고. 너도 호프 축제는 TV에서 보고 동네 '뭰헨 호프' 단골이니? 극장 이름인 외국 지명을 갖다붙여서 피카디리. 피카디리 극장에는 가봤는데 피카디리 극장이 나오는 고전소설은 뭔지 모르고. 피카디리가 옆집 똥개 이름이던가 말던가 관심도 없고. 우리, S BAR, 이제 그만 좀 가자. 어디 괜찮은 술집 있으면 이제 좀 바꾸자고. 어? 그럴 때도 됐다. 어쨌든 여자는 그렇고. 남자는? 딴놈들은 몰라도 너라는 수컷. 
    솔직해야 할 때 가식적이고. 영악하지 않으면 안 될 때 마음 약하고. 나는 불순하고 싶은데 순수하니까 줘도 못 먹고. 회사 직원들 (개)허세와 유부남 친구들 (왕)허풍 때문에 속 뒤집어져서 뭘 주라느니 마라느니. 아직 친분도 미미하고 친근감 여린데 뭐, 첨 봤거나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야 한 번 주라? 주긴 뭘 줘! 너 같으면 주겠냐? (절레절레)! 그래 봤자 씨알도 안 먹히고. 조과는 대실망이고. 여복은 어림도 없고. 여자들 허영심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고. 너 그처럼 계속 거꾸로맨으로 살면 인생 피곤해진다, 너. 어? 너만 재미없으면 몰라도 매번 공상을 부추겨서 언젠가 잔소리 한번 터지면 이처럼 여간해선 잘 못 멈춘다고. 어? 그런데 만약 널 좋아하는 여자가 있고, 그녀가 너의 어떤 부분들이 변하기를 바란다면! 음? 허허. 아니야. 수컷은 바뀌지 않아. 우리는 변할 수 없단 말일세. 그럴 수는 없는 거거든. 철들면 재미없어. 그래도 철은 들어야 하겠지만 일단 그래. 반면 암컷은 시시각각 아주 그냥 시시때때로 끊임없이 변할 테고 말이야. 하여튼 너 이기는 거 좋아하고 지는 거 싫어하잖아. 안 그래? 지는 비교 싫고, 딸랑딸랑 아부와 반짝반짝 애교는 좋아하면서. 어? 그러면서 포커페이스라는 기본, 포커판의 잔습관, 마초의 악습은 방임? 아니면 아예 판돈이라도 무진장 많니? 그러면서 기초는 나 몰라라 모른 체? 늬가 무슨 용가리 통뼈냐? 너도 암컷 싸움닭이니? 남자가? 어? 뭐 내숭? 그래?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알아? 응? 그러니까 늬가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는 거라고. 어? 넌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늬 연애 인생 판도가 바뀐다. 팔자 고칠 생각 있으면, 뭐, 그러든가 말든가. 제2의 전성기, 다시 부르고 싶지 않니? 어? 허허. 
    할 말 어쩌다 평소에 꾹 참고, 이건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에 관한 기준선도 사람마다 세밀히 들어가면 제각각이겠지만. 그걸 뭘로 표현하는 게 좋을까만 한 20년 고민했다고나 할까? 그 결과 긴말 필요없이 단어 딱 1개면 충분하단 걸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얘가 도대체 왜 이처럼 꼬였을까 정신분석을 해 볼까 말까...(딱)! 그 정답은 뭐다? 옳커니, 내숭! 어? 내숭. 그래. 내숭. 늬가 뭐 케이트 페리냐? 너 남자야. 늬가 무슨 아리아나 그란데냐고. 뭔 내숭? 허허. 가부장적 고지식이 몇몇 비율 장남들 특징이긴 한데. 다 일장일단이 있는데. 넌 어떻게 된 게 애가 거기다가 그거 받고, 내숭 얹고, 이성을 보는 눈 높은 거까지 따블로 가냐? (몸짓) (절레절레). 그러면서 몸매 좋은 여자 보면 환장하고. 자기는 여자 얼굴 엄청나게 보고. 그러면서 사무실 여직원 글씨 잘 쓰냐 손 예쁘냐 물어봤더니 광분해. 뭐야 그거! 어? 뭐지? 코메디야? 뭐야. 이걸 퍽 섭섭해 하는 게 인간적일지, 아니면 축배를 들어야 할지. 응? 난 도저히 모르겠다. 물론 내 말은 분석이 그렇단 거고. 그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고. 자기 개성과 정체성, 바로 알고 아름다운 인생 살자는 의미지 무슨 딴지 걸고 훈수 두고 그런 거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뭐 미쳤다고 사고방식이 굳어지고 새로움을 받아들이기보다 보수적으로 세상사에 찌든 어른들께 말이야, 내가 뭐한다고 주제넘게 훈수하겠니. 단지 내가 말하는 건 그런 어떤 밑그림이 보여진다 그 정도. 응? 저번에 너가 장난처럼 말해준 거 기억나냐? 너나 나나 아는 거 다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런 내용. 잔재주는 각자 달라도 잔지식은 그냥저냥 얼추 비슷하다는 거. 반대하지도 않고 늬 말마따나 그게 사실이고. 말 길어진 거처럼 나 자신에 대한 단점 꼬집자면 말도 못하고. 다만 방금 얘기했던 건 단점으로 보자면 단점이고, 희안한 성격이자 평소에는 상남자인데 얘가 언제 어떻게 어느 부분에 대해서만 유독 내숭을 떠느냐. 어? 도대체 왜 그럴까에 집중해서 보면 인문교양적 지성이고. 우리, 그 정도는 얘기해도 되지 않니?
    그런데 너 얼굴 표정이 대체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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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무식을 뽐내는 것 같아서 당분간 칼럼을 쓰지 않았다. 어쩌면 멍청함을 자랑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마도 횡설수설 뒤엉킨 사랑론을 재탕한다는 비난 그 환청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황홀감이라는 동력도 없고. 감수성은 원래 메말랐고. 모험심마저 매몰차도록 그를 외면했다. 여심의 감탄스러움이라면 짜증 지수가 바빠짐을 돋구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테고. 그렇다고 허영심에게 일상의 전권을 맡길 수도 없고. 교묘한 잔재주는 써먹을 기회가 통 없다 보니 기 빨린지 오래고. 저속한 취미 그게 뭐 재밌다고 이 판국에 등용시키겠나. 쾌락마에게 현혹되지도 않고. 스스로 발 달린 호박들을 꼬실 마음도 없고. 
    아! 때가 임박한 것일까? 상놈에게 새로움이 바닥났으니. 잡것이 원하는 무관심은 떠나라고 부추기며 물건을 푸대접하는 식이지. 그럼 정말로 당장 앞뒤 보지 말고 떠날까? 갈 데는 많아도 오라는 임이 없는데. 그 방안마저 냉담한 멍청가의 근질근질한 엉덩이를 섣불리 긁어주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빈첸초 벨리니의 은빛 출렁이는 달 같은 노래를 들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으니 보통 일이 아닌데? 그럼 어쩌라고요. 그래 봐야 딱히 대책은 가난하고. 고로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으니 NB는 마침내 올드보이가 된 것이란 말일까 아닐까. 사탕발림 립서비스는 숙녀를 예찬하는 데 써먹어야지, 이처럼 투정과 불평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그건 정말 꼴 보기 싫은 어리광 밖에 안된다. 따라서! 그다음이 없는데 따라서는 뭐가 따라서인가. 할 말 없으면 소파에 자빠져 TV 나 볼 것이지, 어?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계속 또 하고. 그래서 그는 터벅터벅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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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5

from 소설 2019. 8. 31. 20:11

    1

    미친 사랑이 선사하는 신비한 희망. 그게 뭔지 생각도 안 난다. 심오한 지성, 졸립다. 아찔한 미모? 그림의 떡. 첫눈에 반하기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데 그마저도 귀찮고. 사귀는 숙녀에게 매몰차게 차이는 게 고귀한 인생 최고의 행운일지도 모르지만. 허나 일단 차일 일이 없어. 그러던 어느 날 더더욱 심심해지기나 하지. 멧돼지 같은 본인, 이제는 완전한 동네 아저씨. 여자들의 이상형에 근접해본 일 자체가 없고. 춤도 못 추고. 최신 유행가 자체도 모르고. 듣는 거라고는 또 얀 디스마스 젤렌카 / 미사 Vottiva in e minor ZWV18. 그래도, 동네 똥개들한테 업신여김 당하는 신세를 비관하지 않으려던 찰나. 사무실로 에밀리가 제 발로 찾아왔다. 
   「에밀리. 늬가 여기 웬일이니? 연락도 없이!」
   「왜, 나는 여기 오면 안 돼?」
   「안되긴. 어설픈 허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을 친애하는 에밀리께서 알현하시겠다면야, 나야 고맙지. 허허허허허.」
    그렇게 에밀리와 나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게 됐다.
   「오빠 본론부터 말할게.」
   「서론은 없어?」
   「오빠. 뜸들이는 거 지겹지도 않니?」
   「그건... 아마도 본 게임이 뭐냐에 따라 다르겠지? 호호호.」
   「이 오빠 또 또. 무슨 떡두꺼비 풀 뜯어먹는 소리나 하고 자빠졌어 그냥.」
   「그럼 내가 너에게, 신기한 행복감을 예고하는 청순한 희망에 대해 능변을 늘어놔야겠니? 그러다 수다 3시간 얻어들으라고? 난 못해. 너가 말리고 싶다 그래도 싫어.」
   「하여튼 이 오빠 무진장 싱겁다니까. 도대체 속으로 뭔 생각을 하는지 알 듯 말 듯. 해석 불가.」
   「그러지 말고. 본론이 뭔지나 말하시지?」
   「오빠. 나 10만원만 빌려줘.」
   「뭐? 뭐라고? 내가? 너한테? 아니 왜? 여기까지 늬가 타고온 차가 얼마짜린데. 너 나 놀리니? 너 입은 거 위는 샤넬, 아래는 에르메스? 귀걸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견적은 몰라도. 딱 봐도 그거네. 너 또 뭐 어디서 인문교양서 주서 읽고서 그거 따라하는 거지? 그렇지? 내가 널 모를 줄 아니, 어? 밥은 절대로 혼자 먹지 마라는 둥, 속옷은 좋은 걸 입으라는 둥. 다 그저 그런 시시콜콜한 잔소리들. 다 그거 책 팔아먹을라고 만들어낸 쓰잘데기 없는 얘기들일 뿐이야. 그래서 믿음직한 오빠로 고른 게 하필 나다?」
   「오빠. 그거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아? 늬 이마에 그렇다고 딱 써 있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겠니.」
   「그럼 오빠 이마엔 뭐가 씌여 있는데?」
   「내 이마? 허걱! 눈치챘니?」
   「귀걸이가 샘나는 코끼리 팔랑귀랑 똑같구만 그래. 허허.」
   「뭐?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말을 알아듣게 해. 그게 무슨 거 뭐야. 오리 + 너구리 = 오리너구리. 어? 무슨 세르비아 속담 같은 얘기? 말하자면 세르비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 독일인의 펜에 끌려가기보다 터키인의 칼에 끌려가는 편이 낫다. 어? 그런데 사람 사는 데 다 똑같듯 모두 좋지만 일부, 웃자는 의미로다 현실을 판타지처럼 상상하자면. 즉 터키계 독일인 악당의 펜과 칼에 사기당하면! 그런데 내가 사기를 왜 당해.」
   「또 시작했다. 또 또. 나 갈래. 나 그냥 지나가다 잠깐 들린 거니까. 그러니까 오빠는 별 의미 부여하지 말고. 알았지?」
   「뭐 그냥 간다고? 그럼 차라리 오지를 말지, 뭐야? 어? 그게 뭐냐고! 빌린 돼지가 일 년 내내 꿀꿀거린다더니, 어디서 또 인문교양서에서 본 거 그대로 따라 하기나 하고. 쟤도 영심이야 영심이.」
    그렇게 에밀리는 갔다. 가버렸다. 매정한 년. 아니, 응큼한 년? 그러든가 말든가. 지금 얌전하니 정숙하니 그게 문제야? 그럼 뭐가 문젠데. 지금 그걸 몰라서 물어? 말을 해 줘야 알 거 아니야. 우리가 무슨 독심술사야 뭐야. 에잇 3번마가 치고 나오다 퍼진 다음 4번마가 뒷심을 발휘하는 경마 중계도 재미없다. 거 참 더럽게 재미없구만 그래. 에잇. 그만둬. 관두면 될 거 아니야. 어?





    2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었거든 검지나 말지. 사람이 좋지 못하거든 오히려 믿음직스럽기나 하고, 재주가 없거든 착하기나 하였으면 좋을 텐데. 말과 행동이 믿음성 없고 건방지거나, 여자말 번역기의 끝판왕이거나. 추남인데 바람피우기 선수인 사례처럼, 선녀인데 앙칼지고 성격까지 더러우면. 속좁기는 개미 똥구멍. 이타성과는 일절 담쌓은 이기주의. 걔가 걔? (절레절레)! 뭐 찝쩍녀와 껄떡남의 만남? 또 상상병. 나는 이처럼 자꾸만 쓸데없는 공상을 부채질하는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허언증에 안절부절못하느니. 조증녀에게 기 빨리다 정신을 잃느니. 더 이상 권태에 주늑들어 정신연령이 낮아지는 꼴, 꼴 보기도 싫었다. 말이 좀 심했다만 그게 또 그다지 틀만 말도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뭔가를 하려고 했는지, 그런데 뭘 하려 했는가 그걸 까먹었다. 하여간에 못 말린다니까. 그렇지만 절망은 금물. 왜냐하면 바로 엘리자베스가 날 찾아왔으니까. 이거 무슨 내 사무실이 꽁트 무대야 뭐야. 응? 
   「오 레이디 엘리자베스. 설마 너도 지나가는 길에 들린 거니? 그러니?」
   「어머. 어머머머머머. 어떻게 알았어? 오빠 그거 어떻게 알았는데?」
   「아휴 내가 그냥 동네 북도 아니고. 뭐냐고.」
   「동네 북? 동네 북이 뭐 어째서?」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나 너 없을 때 내 흉보지 않았지?」
   「뭐야. 도둑이 제 발 저리는 행동?」
    어쩌고저쩌고 소파에 앉고. 
    탁자에는 오렌지 주스와 우유.
   「오빠. 내가 오빠한테 홀딱 빠져 있다는 거. 알아 몰라?」
   「헉. 진짜로?」
   「뻥이야.」
   「」
   「솔직히 말해줘?」
   「솔직히 말하긴 뭘 솔직히 말해. 하지 마. 듣기 싫어.」
   「오빠 삐졌어? 오빠 삐졌구나.」
   「내가 삐지긴 언제 삐졌다고 그래? 나 안 삐졌어.」
   「삐졌네 삐졌어.」
   「아니라니까! 얘가 자꾸 말 두 번 하게 만드네. 나 안 삐졌어.」
   「(말 따라하기) 나 안 삐졌어.」
   「」
   「오빠.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날 찾아온 거야?」
   「내 사무실에 찾아온 게 너지, 나냐?」
   「앗 착각했어. 뭐 그럴 수 있어. 그래도 그게 집착보다 낫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고. 오빠.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아니다. 됐다. 생각 없다.」
   「너 왜 자꾸 사람을 들었다 놓니, 응? 얘가 날 자꾸 쥐락펴락하네, 어?」
   「오빠 눈치챘어?」
   「그럼 내가 바보니?」
   「오빠 바보잖아. 사랑의 바보. 푸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하여간에 못 말린다니까. 어떻게 안 돼.」
    곧바로 엘리자베스는 음악 CD를 내게 건넨다. 
    그건 바로, 빈첸초 벨리니 / 오페라 <노르마> 1막 2장 - 3 중창 “오! 너는 얼마나 비참한 제물이 되었는가“ 
   「오빠가 저번에 부탁한 거.」
   「내가?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그래? 어머 착각했다. 오빠가 아니구나. 다른 오빠네. 다시 줘. 그거 이리 줘.」
   「뭐야? 줬다 뺐어? 줬다 도로 뺐니? 줄까 말까 줄 듯 말 듯도 아니고. 뭐, 줬다 뺐어? 가져가. 가져가. 나 그런 거 필요 없어. 이런 이런...!」
   「쯧쯧쯧. 오빠 삐졌어?」
   「삐지긴 누가 삐져? 나 안 삐졌어. 나는 태어나서 단 1번도 삐져본 적이 없는 남자야. 알아?」
   「어머 그러세요? 그럼 잘됐네. 나 갈게.」
    그렇게 그녀는 갔다. 뭐야 이거! 오지 않으니만 못하게 이게 뭐냐고. (절레절레)





    3

    여자의 우정이란 <시어미──올케──시누이>라는 전설적인 트로이카의 친목과 닮았을까 다를까. 그야 그분들 사정이고. 사랑이 아름답든 추접스럽든. 우리는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런 늑대가 아니다.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 보듯 하니까. 뻔질나게 숙녀만 쳐다보며 인생을 낭비하는 뺀질이? 우리는 시간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세상사가 어디 그처럼 녹록하더냔 말이다. 기를 쓰고 덤벼도 로또 복권 꽝인데 말이다. 옛말에 남의 촛불 심지를 줄이려다 네 손가락을 데이지 말라고 했다. 여자는 불여우다. 숙녀는 살쾡이다. 고로 우리는 살짝 탐나긴 한다만 차마 짝사랑을 사양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그래도 우리는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해하는 건 좋다만 다 좋다만. 뭔 만나던가 말던가 해야 이해를 하고 자시고 할 거 아니냐고. 안 그래? 이해고 나발이고 뭔 약속이 있어야 이해심을 발휘하지, 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미사 C 장조  K.337. 언제까지 이런 고리타분한 음악이나 들으면서 방구석에서 시상 떠올리고 착상에 고심하고 그러냔 말이지. 그놈의 공상 때문에 아련한 잔광은 잊혀지지가 않고. 짜릿한 잔상은 언제 어디서나 상상병 환자에게 싸구려 본드처럼 들러붙어서 뚝 떨어지지를 않고. 그러니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하지 말자 라고 했다가, 더더욱 심하게 어쩌고저쩌고. 그러다 귀에서 피가 나! (몸짓)
    그래서 나는 뚜껑 없는 차가 지겨워졌기 때문에, 따라서 포트토피노 몽키스패너와 차를 다시 교환하기 위해서 그곳으로 갈려고 했다. 
    그런데 또 누가 사무실로 찾아오네? 하루 걸러서 날 맥이는 거야 뭐야. 지들끼리 짰어 어쨌어?
    울지 않는 아이 젖 주랴? 우는 아이 젖 준다지만 나는 울지 않았는데? 나 여자 싫다니까?
    그렇게 비비안이 딱 내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말했다. 
   「비비안. 너 지나가다 들린 거 다 알아. 너 할 말 많겠지만 참어. 하지 마. 들어. 딱 들어. 닥치고 들어. 늬가 뭔 말 할지 다 아니까 듣기나 해. 좋은 말로 할 때 들어. 조용히 해. 시끄러우니까. 너네들끼리 나 좋아하는 거 다 안다고. 어? 아 글쎄 그놈의 짝사랑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어? 그놈의 짝사랑복 왜 이제사 막판 스파트냐고. 어? 여복이 터질 꺼면 초반 초중반에 터졌어야지. 어? 이게 뭐야 대체! 도대체가 말이야, 어? 장가가는 놈이 불알 떼어놓고 가니? 바늘 가면 실도 가야지. 그런데 실은 너네들 바늘은 나 하나. 너희들이 무슨 후궁이니 사랑의 차트 애첩이니. 어? 늬들이 뭔 생각을 하고 뭔 말을 할지 이미 다 안다니까? 어? 내가 무슨 도토리인 줄 아니? 왜 그처럼 나를 갉아먹어? 그만 좀 쪼아 그만 좀 쪼라고. 어? 늬들이 무슨 딱따구리니 다람쥐니? 내가 뭐 삥발이 초식동물인 줄 아니? 늬들은 하이힐 스킬레토힐 신으니까 니들이 초식동물이야. 어? 나는 펜을 쥔 사자라고. 알아? 내 호피무늬 팬티 보여줘? 그런데 나 그런 거 없어. 뻥이야. 코끼리 팬티도 여태 살면서 단 1번도 못 입어 봤다. 됐냐? 늬들이 기린이면 난 공룡이야. 어? 늬들은 얼룩말 나는 펜더곰. 뭐 펜더곰? 그런데 펜더곰이 우리 대화에 왜 끼어들고 난리야 난리긴? 어? 이거 왜 이래? 
    그저께 에밀리, 어제 엘리자베스, 오늘은 우리의 비비안. 어? 늬들 짰니? 그랬니? 나 골탕 먹이는 게 그렇게 재밌니? 행보가 너무 뻔하다곤 생각치 않니? 난 파멸 너넨 승리, 난 불행 너넨 행복의 정복? 재미없어. 재미 하나도 없다고. 그럴 꺼면 번호표 뽑는 기계를 미리 사도록 시간을 주던가. 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 나랑 현찰박치기라도 하자는 거니? 그러니? 어영부영 나랑 퉁칠려고 드네 얘들이. 응? 나 괄시하지 마 얘. 나 하마야. 나 두더지라고. 너네들 약점 하나하나 다 쥐고 있어. 누가? 내가! 푸하하하하하하. 너네 별명들? 별명들 뿐이네 너네 과거는 바로 이 손 안에 있다고. 어?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오빠? 그 오빠가 내 친구야. 크크크크크크크. 누가 누가 헤프고 누가 누가 이모 스타일인지, 우리가 모를 줄 아니? 푸하하하하하하. 그래도 있잖니, 기분 나쁘게 듣지 마 얘. 다 인생에 대한 준엄한 질책이라고 생각하렴. 그래. 그러면 돼. 안 될 게 뭐니? 이게 다 너 생각해줘서 하는 얘기야 얘. 있지, 너 나 알지? 나도 너 알아. 그런 의미에서 우리 뽀뽀나 할까? 뭐 뽀뽀? 꿈도 꾸지 마 얘. 너 쉬운 여자 되지 말라는 뜻에서 내가 다 농담도 해 주고, 어? 능글능글한 덕담 일부러 밑밥을 까는 거라고. 알아? 다 큰 그림을 그리자는 의미에서 하는 일이라니까 그러시네. 응? 너 정신 바짝 차려 얘~! 아빠가 괜히 그러시겠니. 딸아 아빠만 빼고 이 세상 남자는 죄다 늑대이니라~! 몰라? 그놈의 흑심이라면 부모 팔고, 나라 팔고, SC 이름도 팔아서 지 탐욕을 채우는 게 인간. 어? 뭐 CS니 뭐니 뭐니 이름 팔고 썰 풀어서 CS를 즐기는 놈? 복마전도 복마전도 그런 복마전이라니, 복상사 당할 팔자겠구만 그래. 천벌 받을 놈. 좌우지간, 나도 내가 지금 뭔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만. 응? 그런데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해지지? 그게 뭐냐고? 너가 에밀리 끄나풀인지, 아니면 엘리자베스가 네 꼬봉인지. 즉 너네들 서열이 별안간 궁금해졌다 이 말씀. 뭐 장군멍군 누가 위고 아래고 그런 거 알고 싶지도 않고. 
    너 왜 왔니? 서론만 이따만하게 늘어놓고 또 나 약 올리려고 온 거니? 본론은 아무것도 없고. 어? 계속 듣고 듣고 동조하고 동조하고 편들고 편들고. 그러니까 내가 우스워? 그래? 내가 저자세 취하고 굽히고 꼬리 흔드니까, 날 지근지근 밟는 게 재밌니? 그러니? 어? 조심해. 어? 말조심하라고 얘. 너 그러다 순식간에 당해. 아 입 아퍼. 일단 소파에 우리 앉어서 얘기하자꾸나.」
    그렇게 우리는 소파에 함께 앉았다. 
    소파 승진이란 낱말이 갑자기 떠오른다만 넘어가고. 
    음료수는 콜라와 마티니. 
   「용건이 뭐니? 만에 하나라도 너 나한테 고백하지 마라. 오빠가 좋다느니 어쩐다느니. 어? 여자는 먼저 고백하면, 그럼 너랑 나랑... 크크크. 흐흠. 흐흠. 그런데 설마 설마 했는데. 혹시 혹시 걱정하던 의심이. 결과는 역시나? 설마 설마 했는데, 너 나 진짜로 좋아하니? 그러니? 어머 얘 이걸 어쩌니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 뭐 그렇다고는 하나 남녀 인연이야 모르는 거니까 차차 생각해보는 걸로 하고. 어? 내가 이래 봬도 말이야 연애운 애정복 사랑론 재물복 말년운, 이런 거 하나는 기가 막히게 본다니까. 응? 특히, 속궁합! 뭐? 농담이고. 아 진짜. 진짜 진짜 장난. 거 참 분위기가 급 경색되므로, 고로 일단 분위기를 바꾸자. 어떻게? 다 방법이 있어. 허허허허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중 2막 데스피나의 아리아 “여자 나이 열다섯 살쯤 되면”
   「오빠 혹시 프리메이슨 멤버야? 아니다. 프리메이슨이고 뭐고 알 게 뭐야! 안 그래?」
   「그게 무슨 백곰 설사하는 소리니? 무슨 그런 앵무새 발정난 소리를 하고 그래? 재미없게 말이야. 우리가 펭귄한테 지사제 먹일 일 있니? 무슨 캥거루 낮잠 자는 얘기는 식상하고. 그런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
   「오빠 요즘 상태가 몹시 안 좋구나. 많이 나빠. 응? 오빠 기억 안 나? 내가 오빠 뒤를 봐줬어. 오빠 품위 유지비 떨어졌다길래, 어? 오빠 칼럼 내가 여기저기 꼽아준 거. 알아 몰라, 응?」
   「내가 무슨 콘센트니 꼽아주게? 뭐 뒤를 봐줘? 늬가 내 뒤태를 왜 봐? 내가 네 뒷모습을 본다면 또 모를까. 키스는 꿈도 꾸지 마. ~라고 말하려고 했지? 다 알아. 다 안다고. 」
   「」
   「그런데 너. 허풍꾼들 말이라면 해가 동쪽에서 뜬다 해도 안 믿을 거니? 어? 오빠 그런 사람 아니다 너. 응? 오빠는 달라. 난 다르다고. 어? 내가 어딜 봐서 허당이야? 나 허당 아니야. 아니라고. 어? 이거 왜 이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들도 참 보는 눈 없다. 어? 안 본 눈 산다고. 응? 그러니까 말이지, 말하자면. 내 서글픈 처지를 말하자면, 보아하니 나는 왜 이 모양이라서 웬만한 숙녀를 다 못 꼬시는 걸까, 설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그러기를 바래.」
   「오빠가 대체 뭘 안다고 그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어? 오빠가 만나자고 해서 온 거거든.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자, 구글 캘린더. 봤지?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 봤지? 음성통화 기록. 봤지? 이래도 오리발 내밀 꺼야? 이 인간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자, 여기 그림. 내가 갖다 버리려다가 오빠가 주라고 해서 가져온 거야. 버릴 꺼면 나 주라고 그랬잖아? 광대가 등장하는 베르나르 뷔페 그림. 거 참 남자가 더럽게 말 많네. 하다 하다 남자한테 잔소리 듣고 귀에서 피가 다 날 지경. 어? 이 오빠를 미워할 수도 없고. 꼴 보기는 싫고. 얄밉기는 그지없고. 넌 말이야, 어? 넌 그 그 그...... 됐다. 오빠는, 어? 잘해줄래야 잘해줄 수가 없어. 알아? 나 간다. 오빠는 무슨 지가 무슨 낭만파에 기분파야. 순 허풍꾼 난봉꾼 뻥쟁이 오바쟁이 주제에!」
   「」
   「아 참! 오빠.」
   「어? 어!」
   「도넛 가게 아르바이트생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뭔 줄 알아?」
   「도넛 가게 아르바이트생이 제일 많이 듣는 말?」
   「어.」
   「그게 뭔데?」
   「달지 않은 도너츠 없어요?」
   「뭐?」
    안 단 도넛이 있나 없나는 몰라도. 
    아무튼, 그녀는, 갔다. 
    맞다! 
    내가 불렀어. 그랬단 말이야. 것도 까먹고서 난 왜 그랬지? 그걸 내가 알아 누가 알아.
    나름 짱구 굴려서 선빵 날렸는데 제 꾀에 제가 당한 꼴. (수증기) (뒷목) (절레절레)
    그렇게 비비안은 떠났고 그림은 남았다. 뭐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야 뭐야! (절레절레)
    그래도 붸페인가 붸파인가 하나 남긴 남았네. 건졌긴 건졌다고. 직접 물건을 물어올 필요 없이 리모컨 누르기도 귀찮은데, 알아서 호박이 뭐 제 발로 넙쭉 걸어온다면야. 그런데 그게 대체 뭔 소리야? 모르겠고. 
    그래서 나는 당분간 사무실 문을 잠가 놓기로 했다. 한동안 혼자 있고 싶어졌으니까. 





    4
 
    자랑할 뭐라곤 쥐뿔도 없는 형편. 코끼리 팬티 입고서 팔랑귀 왕성하고 뭐 걸리기만 해 봐라, 라면서 레이더를 가동시켜도 할 일 없음. 치타처럼 빠른 페라리 FF가 있기를 하나 꾀꼬리처럼 청량한 숙녀의 속삭임을 듣기를 하나. 허구헌 날 떠올리는 거 하고는, 간교한 술책에 능숙한 꾀돌이의 봉건적인 소망? 하여튼 누가 상남자 아니라고 할까 봐. 잠깐만 통속적으로 따져봤을 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많이 저급하게 표현하자면 주둥이 닥치고 일이나 할까. 무슨 너구리 급똥 마려운 표정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어. 웃기지도 않다. 하나도 안 웃겨. 뭐 표범 무늬 치마를 입은 처녀? 저리 가! 오빠 이번에 마지막이야 딱 1번만 만나줘, 라는 순한 양? 순진한 여자라면 신물이 난다. 진짜 진짜 마지막이라면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숙녀들이 (손차양)? 내가 이래서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는 것. 청순한 숙녀들 섹시한 아가씨든, 우리는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다.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지긋지긋 찌긋찌긋. 어? 그런데 뻥 다 뻥. 몽땅 전부 뻥. 순 거짓말. 순전히 헛소리. (절레절레)
    하오나. 사랑, 그래도 한다. 왜냐, 해야 하니까.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멍청한 애정이든 더러운 사랑이든. 행운아와 해결사, 낭만주의자와 신비주의자. 그분들 입에서 욕 나오게 만드느니 차라리 내가 사랑을 하고 말지. 안 그런가? 그런데 그게 뭔 사자 방귀 뀌는 무논리야? 말도 안 되는 궤변에 말 같지도 않은 억지. 재미 하나도 없어. 빽빽거리는 수다 3시간 떽떽거리는 사랑의 훈수. 이런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젠젠젠젠젠젠~장! 에잇 재미 더럽게 없네. 그년 누군가 몰라도 말 더럽게 많다고. 내 참 더러워서 다음 생엔 수다쟁이로 태어나던가 해야지 이거 원. 다음 생? 다음 생의 다음 생의 다음 생까지 사랑의 노예로 끌려다닐지도 모르는데? 가족끼리 이러는 거 아니다. 오빠 자? 자긴 누가 자 안 자. 안 잔다고. 됐냐? 아빠 안 잔다, 거실에 TV가 하나뿐이라 리모컨 권력이 민감한 콩트. 젊은이들은 뭔지 모를 거야. 아시나? 아시든가 말든가. 그게 뭐가 재밌다고. 아직도 주말 연속극 챙겨보는 순진한 소녀감성이 흔하다고? 아무도 믿지 마!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잔머리 굴리기도 싫고. 잔꾀도 바닥났고. 잔소리 읊어줄 인기는 애초에 없었고. 거 참 인생 서글퍼지는구만 그래. 누가 아니래. 내 말이. 심심하든 재미없든 어쩌든. 도대체 내가 왜 이처럼 신기할 정도로 멍청해져야 하는데, 어? 그렇지만 하등의 이유가 없어도 사실은 사실. 어째서? 왜! 왜냐, 왜냐하면 다 그년 때문. 그게 다 그 미친년 때문. 그 꿀꿀꿀 돼지 같은 년 때문. 그놈의 더러운 사랑 때문.
    그 돼지새끼 같은 년의 친구가 더 가관이었어. 꼴에 지가 무슨 큐피트나 되는 줄 알고. 지 남자친구가 통제 안되니까 그거 상담한다고 불러내고 불러내고. 나랑 연락 비율 0 vs 100! 지가 다 데이트했어. 1 대 1로 단둘이 술 마시고, 것도 1번도 아니었고. 1 대 1로 만나 커피 마시고 기차 타고 어디까지 갔다오고, 단둘이 데이트만 100번. 자기 친구 소개시켜주고 빠져야 하는데 끝까지 지가 다 즐겨. 최악의 소개팅 주선자! 남녀를 중간에서 소개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지가 다 즐겨. 소개팅 주선해준답시고 자기가 단물 다 빨아먹고 기 빨아먹고 추접스러운 기억을 선물하고. 3년 사귄 현남자친구 놔둔 채 정서적 불륜. 자기 친구 도대체 언제 소개시켜주냐고. 현남자친구도 3년 만난 동안 성관계 딱 1번. 현남자친구가 성욕이 안 생기니까 것도 억지로. 현남자친구는 걜 매정히 내차지는 않고 짐짝처럼 붙여놓고. 여자는 비굴하도록 들러붙고, 따라다니고, 연락하고, 빌고, 울고, 툭하면 무릎꿇고서 애원하고. 여자는 그 남자의 모든 인맥을 파고들고 가족에게 잘하고. 완전히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서 최악의 <암컷 싸움닭 & 돼지하이에나>커플. 그 촌년의 친구마저 완전히 미녀였기 때문에 돼지하이에나는 더 돌아버렸고. 속 뒤집어져버렸고. 그래서 여자는 더더욱 울고, 빌고, 무릎꿇고서 애원하고. 그렇게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빠져야 하는데. 현남자친구 놔두고 지가 1 대 1로 데이트 100번. 1 대 1로 술 마신 거도 몇 번인데. 마음 먹고 쥐락펴락, 밀고 당겼으면 흔들리겠던데? 물론 현남자친구도 성욕을 못 느끼는데 그럴 마음이 있었겠나. 언제 지 친구를 소개시켜주나 기다렸는데 보자 보자 하니까 끝까지 지가 다 즐겨. 살다 살다 그런 소개팅 주선자를 다 보다니. 하다 하다 지가 무슨 큐피트라도 되는 줄 알어. 지가 다 1 대 1로 데이트를 즐겨. 더러운 막장 드라마를 대표하는 희대의 <암컷 싸움닭 & 돼지하이에나>커플. 
    암컷 싸움닭도 사람 좋은 여자도 많고, 못생긴 게 나쁜 거도 아님. 웃고 인상 편하고 잘 꾸미고 그러면 됨. 사람이 중간은 가고 교양 알고 상식 지키면 그만. 뚱뚱한 게 뭐가 나빠? 뚱뚱한 촌년이랑 밀애 한 번 떠나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더 뚱뚱한 선녀랑 찐한 사랑 한 번 해 보는 게 소원이라고. 단, 냉동참치 말고. 뭐 반 냉장참치? (절레절레) 하여튼~ 완전 못생긴 여자인데 몸매가 기가 막혀? 아찔하지 우리는! 어? 우리는~ 그분들 예쁘고 아름다운 숙녀로 만들어드릴 자신 있음. 어? 그분들은 우리를 만나면 팔짜가 바뀐다니까 그러시네, 어? 오빠 한 번 믿어봐~! 농담이고. 하이에나도 의리 있고 호인에다 남자다운 사람들 겁나게 많음. 그런데 문제는 심보! 관건은 성격. 그런데 걔네들은 둘 다 기고만장 성격 변태. 성격만 변태인 게 아니라, 툭하면 짜증 심심하면 광분. 그거 받아주고 받아주고 들어주고 들어주고. 에라~ 못해먹겠다 야 너 가라! 당시 결과는 그렇게 됨. 걔 둘의 인간관계는 주변 사람들 취재하면 죄다 그런 식. 옆에서 못 버팀. 옆에서 못 견딤. 고로 정답은 겪어보면 피하게 됨. 그러면서 암컷 싸움닭은 지 애인한테 사랑받지 못하지, 통제는 안되지, 놓치고 싶지는 않지. 그래서 암컷 싸움닭 왈, 
   「(지 남자친구가) 집에서 오냐 오냐 하면 컸다고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자동차도 비싼 걸로 바꾸자니 어쩌냐니.」
    아무나 만나면 다 싸우려드는 게 누구신데 그런 섭섭한 말씀을? 걔 거울 안 보나? 왜 여자 세계에서 걔를 그렇게 치를 떨었는데. 여자들이 어디 여자 세계 불문율 모르시냐고. 여자인데 여자말 번역기를 모르면 그게 어디 여잔가? 어? 그런 미련곰탱이는 여자 자격도 없는 것. 그런 여자는 덜렁덜렁 고추달렸다고 봐도 무방. 남자는 뱃심 좋은 말썽쟁이조차 못 되고 염치 없기 일쑤고. 여자는 지 미니홈피(소셜 네트워크)에 전에 자기가 짝사랑하던 남자인가 사귀던 남자인가 사진 간직한 거 있는데, 현 애인이 그 비공개를 궁금해한다면서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줄까 말까 농락하는 딴 남자한테 귀뜸하고. 현 애인한테 노예 취급 받으니까, 때문에 현 애인한테 듬뿍듬뿍 충분히는 커녕 사랑을 거의 받지를 못하니까, 따라서 결국 친구 소개하는 명분을 핑계로 정서적 불륜을 실현. 거기서 소개시켜주고 빠졌으면 천만다행이게? (미화해서 재수없다만 이치 따져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치고) 끝끝내 <파랑새 & 팔색조>의 사랑을 남녀 역할 바꿔서 <암컷 싸움닭 & 돼지하이에나>커플과 똑같이 치정극으로 완성시켜. 지가 못 받은 사랑을 간접적으로 즐긴 다음에 단물 빨아먹고 빠져. 버려. 그걸 알면서도 좋다고 오합지졸 데리고 다니면서 히히덕거리고. 집 앞에 찾아와서 쿵짜쿵 웃고 어쩌고. 소문나고. 뒷조사하고. 캐내고. 자기들 과거는 하나도 공개하지도 못하면서. 자기들 프라이버시는 존중이자 보호받고 싶으면서. 남의 치부는 까발리고. 모든 걸 까고. 못된 호기심 충족. 야비한 수다 3시간.
    그런 일도 있었네. 그렇게 술취한 다음, 지 남자친구 만난다고 택시 타고 가던 때. 취해서 못 가겠다 나 먼저 내리겠다, 그래서 얼렁뚱땅 손도 스치듯 마주잡고 어쩌고 남자 손이 엄청 부드럽네 어쩌네. 다음에 또 걔가 먼저 전화해서 이번엔~ 지 친구 소개시켜주나 했는데. 그런데 하는 말이라고는, 어? 
   「오빠 손 엄청 부드러워요. 남자 손이 그 정도면 완전 완전 부드러운 거예요.」
    반면, 걔 남친은 갸 놔두고도 전여자친구 만나고, 알던 여자 알던 동생 만나고, 아는 동생들 만나고. 남자들끼리 성매매 가능한 으쌰으쌰도 물론. 걔는 그냥 일상적으로 울고 빌고 무릎 꿇고, 울고 빌고 무릎 꿇고! 찐따처럼 들러붙어서 억지로 결혼한 예시. 힙합 가수 죽인 찐따 암컷 싸움닭이랑 완벽한 판박이. 예쁜 암컷 싸움닭은 새로운 여자랑 얽히면 깔끔하게 남자를 포기하는데. 깨끗이 딱 돌아서는데. 못생긴 암컷 싸움닭은 아무나 싸워. 싸워야 사는 년. 걔 남친인 못된 하이에나도 마찬가지. 딱 둘이 잘 만났지. 여자들 집단지성 모아 보면 그런 예시 딱 나와. 남자도 마찬가지고. 사람 인성이야 뭐 괜찮은 하이에나면 모르는데 완전히 못된 하이에나. 쉬었다 가자고. 중요한 얘기니까 문단 떼서 가잔 말일세.





    5

    원래 주축은 걔네들도 아니었고. 당시 다른 <촌놈&촌년> 커플 친구 파도타기로 걔네들 시트콤 멤버들이 원래 주축. 걔네가 원조 중의 원조. 그렇게 4 대 4. 결과적으로 그 남녀 8명 가운데 2짝이 결혼하고, 1짝은 사귀다 헤어지고, 1짝은 썸만 타다 말고. 그렇게 남녀 8명이 원래 주축. 그런데 청춘남녀 아는 오빠 아는 동생으로 소셜 네트워크 친구도 하고, 함께 만나고 따로 만나고 친했는데. 그 <암컷 싸움닭&하이에나>의 하이에나 무리가 또 그 남녀 8명과 얼렁뚱땅 얽혀. 파도타기로 깍뚜기 단순무식 상남자들이 또 껄떡 찝쩍 군침. 걔네들 유입된 다음 진흙탕 개싸움 된 거나 마찬가지고. 그 파도 타서 또 친구의 친구. 여자들 무리. 걔네 여자 동생들이랑 친하게 지내니까 암컷 싸움닭은 나서지도 못하고. 울고 빌고 무릎 꿇고 따라다니는 게 일상인데 전면에 어떻게 나서. 질투 밖에 더 해? 통제도 안 돼. 나이, 미모, 여자들 우정, 남녀들끼리 얽히고설킨 미묘한 친교, 어정쩡한 사랑과 우정의 감정까지. 지가 어떻게 나서냐고! 나서기도 싫고~ 나설 수도 없고~. 그런데 지 남자는 좋다고 걔네 남녀 8명 모임에 쓱 걸쳐서 으쌰으쌰 시트콤 찍고. 그 시트콤에서 들쑥날쑥 간보는 식으로 시트콤에 잠깐 출연했다가, 탐색전도 했다가, 사랑의 작전이 그야말로 다큐멘터리 동물의 세계였는데. 지 남자가 그 시트콤에 빠져 즐거워하는 모습 모고 걘 아주 그냥 미쳐버리는 거지. 안 그래도 싹싹 빌고 울고 꿇고 사랑받지도 못하는데 돌아버린다고. 그런데 지 속 뒤집어버린다고 남까지 지들이랑 똑같은 불행이 복제되도록 만들고. 
    대놓고 이간질하는 여자 철면피가 얼마나 많겠냐마는. 여자들이 최고로 싫어하는 시누이, 시어미 스타일. 사람 자체 인격이자 품성은 문제없다고 하나. 일생이 공주병──주인공병──연예인병. 지가 병풍도 감지덕지 받아줄까 말까도 아니고 알아서 찌그러져야 하는데. 그런데 나는야 5월의 신부~ 세상이 아름다워~ 반갑다 친구들아~ 너네는 모두 신부들러리구나~ 라고 설치니까. 그래서 왕따 당하고. 정신연령이 유치원에서 딱 멈췄으니까 여자들이 극도로 혐오하지 왜 아니겠어. 그런 몇몇 경우의 수 때문에 바로 여자의 적은 여자니 보적보니 그런 말들을 모른 사람이 없다고. 안 그런가? 어차피 인간관계는 남자 성그래프와 여자 성그래프의 중간과 절충되듯. 30살을 기점으로 대인관계의 양과 질은 급속도로 가족중심으로 내려감. 안 그래도 삭막한 세계니 뭐니 헤드라인 뻔하고. 친구 없는 사람들 부지기수. 있어도 나이 들수록 만나기 귀찮아지기도 하고. 가족만 남는 게 이치고. 나이들수록 자주 만나기도 힘들고. 그런데 한창 때 옆에서, 여자들이 친한 척하는 걸 제일로 싫어해. 뭐래? 그래서 스스로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으니까 동생들 데리고 골목대장 놀이하는 여자. 그런데 하필 웬만한 친구들은 자길 가까이 하기 싫어하고, 제일 친한 친구는 이뻐도 완전 이쁘네? 기준선에 턱없이 모자르도록 아낌없이 사랑해주지 않는, 자기 애인만 속 뒤집어져버리고. 전국구 하이에나들 어디로 결집하고. 그렇게 막장 드라마는 완성되고. 툭하면 울고 빌고 무릎 꿇고. 찐따. 사람 자체가 나쁘진 않은데 만나면 다 싸우려고 하는 암컷 싸움닭. 싸워야 사는 년. 져주면 좋다는 여자. 물개박수에 기뻐하는 년. 그러니까 여자 세계에서 왕따요 찐따에 친구가 없어. 딴 하이에나한테 뽐뿌질할 때 똥 씹은 표정으로,
   「걔네들 만나지 마.」
    자존심도 없는 년! 그런다고 안 만날 하이에나가 아니지. 그런데 결국 <파랑새&팔색조>를 더러운 시궁창 막장 드라마로 만들고. 지가 무슨 감독인 줄 알고. 그 파랑새를 지 남친 하이에나랑 똑같은 역할로 만들고. 팔색조는 팔색조대로 자기랑 (심심하면 하이에나한테 찐따처럼 달라붙어서 울고 빌고 무릎 꿇는 암컷 싸움닭이랑) 도플갱어로 만드는 작전을 실행시키고. 그런다고 지가 짠 각본대로 돌아갈 리가 있나. 그럴 리는 만무. 천부당만부당. 찐따 중의 찐따인데? 천하의 못된 년. 초심이라는 의도가 좋으면 뭘 해. 내가 제일 처음에 지 친구랑 2 대 2로 소개팅했는데. 전화번호 안 물어봤다고, 지 친구한테 무릎 꿇라는 식으로 도전장 내밀고. 너 두고 보자 그러고! 두고 보긴 뭘 두고 봐. 독한 년. 못된 년. 지독한 년. 아주 그냥 독종 중의 독종이야. 찐따. 돼지새끼. 암퇘지. 못생긴 암컷 싸움닭. 왕따. 못돼쳐먹은 시누이 같은 년. 못되먹기로 어디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시어미 같은 년. 직장에서도 왕따. 그래서 순진한 후배 소심한 동생들 거느리며 골목대장 놀이하는 년. 오합지졸. 
    지만 자존심 없으면 그나마 낫지. 놈의 자존심을 신나게 짓밟는 여자. 타인의 사랑을 더럽도록 훼손시키면서, 자기만 즐거우면 끝. 나만 좋으면 그만. 그때 당시 좋다고 노래부르고, 춤추고, 속된 표현으로 지랄염병 끝장날 만큼 재밌다는 오합지졸 골목대장 말괄량이 못생긴 암컷 싸움닭 그녀. 그녀들은 대장님 기분 맞춰주는 병풍이었을 뿐이고. 다들 똑같이 정신나가서 미친년 된 거고. 지가 더럽게 빌붙어서 싹싹 빌고, 남자친구 모든 인맥을 파고들며, 가족에게 잘하고 잘하고. 빌고 애원하며 무릎 꿇고 울고불고. 그거는 쏙~ 빼놓은 체, 어? 딱 그거는 쏙~ 빼놓은 체 자기 남자친구가 저번에 자기한테 잘못했다면서 무릎 꿇고 빌었다고 뻐겼던 여자. 자랑할 게 그렇게 없었나? 암컷 싸움닭이 자기 주변에 잘하고, 그러다 무릎 꿇고 싹싹 빌던 거 하이에나가 다 공개방송하는 거도 모른 체. "친구야, 나 누구 따먹었어~!" 남자는 정실감이랄지 어떤 경우 빼놓고는 마초들 우정은 그래야 정상. 아니면 비정상. 또는 철들었거나. 이거든 저거든 죄다 공개. 숨길 거 없음. 직접화법. 그런데 여자는? 말도 마시라 그거지. 뿐만 아니라 저번에 소개팅할 때 어디 대학교 남자한테 따박따박 따져서 잘난 체하는 놈 코를 눌러줬다던 그녀. 다 그 남자가 걜 마음에 안 들어서 퉁명스러웠을 텐데. 자길 좋아하지 않아도. 져주지 않아도. 물개박수치지 않아도. 병풍되지 않아도. 아무나 다 싸우는 여자. 싸워야 사는 년. 그래서 여자 세계에서 왕따인 여자.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간질, 염장질, 뽐뿌질, 고자질... 친구 위해주는 척 하면서 자기 이권 자기 개이득 챙길 때. 친구의 단점을 칭찬하고 자기 장점을 비하할 때. 그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고로 웬만한 여자들이 극렬히 피하는 여자. 여자 평균이 절대로 좋아할 수 없는 여자. 만약 그런 여자가 돈이라도 많거나, 뭐 하나는 끝내주는 능력자거나, 유명하거나. 오락산업이 다 이용해먹고 팔아주고 어쩌고도 모른 체 그냥 무조건 내가 최고다-주의. 저질. 싸구려. 여자들이 지를 먼저 왕따시킨 게 아님. 다 지가 먼저 설치고 나대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면서 걔네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갈려고 하니까, 그래서 여자들이 걜 왕따시켰다는 거. 여자 평균들이 떽떽거리며 꽥꽥 헛소리하고 분위기 못 잃고 눈치 없는, 그 꼴 보고서 가만 있겠나. 어? 여자 평균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하냔 말이지. 여자 세계 불문율을 전설적으로 집약시킨 비유가 무엇인데, 어? <시어머니──시누이──며느리>! 오줌 마려워도 나 욕얻어먹을까 봐 화장실 어떻게 맘 편히 가나. 말이 그렇다는 것. 그래도 말이야 바른 말이지, 어? 화장실 안에서. 화장실에 앉아있으면서 거울 보며 화장 고치면서 지들끼리 날 험담하는 수다를 듣는 기분은 어떨까? 어? 어떠겠냐고! 여자는~ 등 돌리면 늬 편 내 편 후딱 바뀐다. 즉각이라고. 여자들이 뭐라 그러나, 어? 남자들 무리에서 리더가 선정될 때 여자들 무리에서는 왕따가 생긴다나 뭐래나? 혹시 은근히 나만 외로운 게 그럼 내가 뽑힌 건가? 에이~ 설마! 농담이고. 뭐 어쨌든 그렇게 왕따 당해서 집에 쳐박혀 외톨이로 있을 때 와준 친구는 바로 파랑새. 파랑새 때문에 자기 남자친구 속 뒤집어지는 거 보면서 또 좋다고 즐겼던 그녀. 파랑새 이용해서 지 남친의 남자친구들, 바로 그 하이에나 무리들 난리치는 거 보며 대리만족 느낀 그녀. 이치 따지고 원리 살피니 얼굴 두껍기로 어디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그녀구만 그래. 어? (절레절레)! 그러니까 친구는 없고. 그러나 골목대장으로 암컷 싸움닭 견장은 달고 싶고. 그래서 말 잘 듣고, 외롭고, 착하고, 순진하고, 소심하며, 딱히 이쁘지 않은 동생들 모아서 잘해주고 먼저 연락 먼저 연락. 연락 비율을 엑셀 파일로 기록하면...... 뭐든 엑셀 파일로 따지면 한숨만 나오네 그래. 차라리 남 생각 안 하고 지만 잘난 척하는 영심이면 또 몰라. 오히려 걔네들은 밀고 당기고, 쥐락 펴락하면 흔들리기라도 하지. 우리가 여자 다루는 기술이 괜히 발달하겠나. 재수없긴 하다만 숙녀를 예우하는 수작. 일명 수작 중의 개수작. 그거 아무것도 아니거든. 어? 그런데 남 생각 어정쩡하게 해준 체 자기만 공주. 놈은 모두 병풍. 나만 공주. 남은 전부 신부들러리. 나만 공주. 타인은 모두 내 앞에 와서 무릎 꿇어라! 소개팅이든 뭐든 인연으로 만나서 전화번호 물어보면 웬 찐따 같은 못생긴 놈이 전화번호 물어본다고 짜증내. 껄떡거린다며 속으로는 좋아하고, 찝쩍거리는 놈들이 죄다 별로라서 기분 나쁘고. 남자들이 내 엉덩이 쳐다보면 속으로 기분 좋고, 비교적 시선 집중 못 받고 관심도 가난하면 시선강간 어쩌고저쩌고. 전화번호 안 물어보면 또 안 물어봤다고 소개팅 당사자도 삐져, 소개팅 주선자는 자기 친구한테 무릎 꿇으라고 도전장 내밀어. 그래서 소개팅 주선자는 결국 2번째 소개팅을 마련해주는 척 하다가~ 지가 데이트해서 정서적 불륜을 실현. 막장 드라마는 그렇게 완성. 와우,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그렇다고 반성? 반성을 왜 해. 알려진 게 챙피할 뿐. 알려지지 않으면 그대로. 다시 재현해도 똑같이. 사람은, 천성을, 바꿀 수 없음. 표출되는 양식을 순화하고 표현되는 방법을 다듬을 수는 있어도, 어? 그 성격 가긴 어딜 가겠나.
    여자 & 남자 = <암컷싸움닭 & 돼지하이에나>. 그랬는데. 그 커플에서 암컷 싸움닭은 지가 당한 걸 똑같이 <파랑새 & 팔색조>에게 복습하게 시켜. 것도 남녀 역할을 바꿔서. 최악. 지옥. 지가 당하면서 얼마나 굴욕적인 줄 잘 알면서. 못생긴 암컷 싸움닭이나 되니까 자존심이고 뭐고 없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라붙지. 걔나 되니까 찐따 중의 찐따처럼 들러붙지. 자고로, 사람이, 자존심이라는 게 있으면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인간이 네 발 달린 짐승이 아닌 이상 그래서는 안되는 것. 그래서 결국 의도는 아닐지언정 결과적으로 지 결혼식 모양새 갖추는 데 이용해먹은 꼴. 그렇게 그 이후로 십여 년 남남인 상태. 앞으로도 꼴도 보기 싫고. 욕심꾸러기 암퇘지. 꿀꿀꿀 멍청돼지. 심술쟁이 똥돼지. 돼지 돼지 왕돼지. 번따녀 번주년 돼가는데 좋다면서 히히덕거리기나 하고. 똥파리 전마누라라는 낙인은 무덤까지 짊어지는 줄도 모른 체. 바보들. 걔네들 때문에 결국 파랑새는, 어? 천사인데 타락했어. 요정이면 뭐해 방탕하거든. 아름다운 사랑은 추접한 치정으로 몰락. 미녀인데 백치 중의 백치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다정한 밀애. 한마디로 더티러브. 아이 좋아라~ 워매 좋은그~? 됐고. 어? 뭐꼬! 뭡니까! 점마 저 저 저 에잇 (절레절레). 아따~ 징그럽게 산만하구먼 그래. 거 참 더럽게 지루해. 
    그나저나 뭐 재미난 일 없을까? 뭘 해도 재미가 없어. 뭐 언젠 안 그랬나. 우리는 남자에 환장하는 그런 발정난 암코양이와는 다르다. 그저 남자라면 침 질질 흘리는 그런, 에잇. 내가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다변을 늘어놓는지 모르겠구만 그래. 어? 뭐야? 뭐냐고. 넌 뭐야? 아무도 없잖아. 있긴 누가 있다고. 꺼져, 썩 꺼져! ~라고 할려고 해도 아무도 없어. 닥쳐 라고 혼구녕을 내고 싶어도 일절 약속 없음. 인공지능 지니한테 혼쭐이나 안 나면 다행.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환상머신인가 뭔가를 만들겠다고, 또 그놈의 스윙글 싱어즈가 부르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깐소네타나 듣고 일하고 고심하고 일하고. 뭘 해도 안돼. 없어. 꽝이야. 바닥. 지갑도 없어.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는 사랑, 꺼지라고 해. 우리는 물개박수를 바라는 관심종자가 아니고. 황금이면 만족하는 도박사도 아니야. 숙녀와의 사랑에 애절하도록 꺼뻑 넘어가는 로맨티스트 역시나 아니지. 그런데 왜! 왜 이처럼 허무하냐 그 말이지. 어? 무슨 그런 개똥 같은 헛소리를 누가 듣고 싶어 한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신비로 포장된 가짜 사랑론을 어느 누가 알고 싶어 한다고. 어? 





    6

    다음 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애들 장난 K.598
    사무실에서 나는 음악에 취해 이렇게 글을 썼다. 
    왜냐하면 아는 동생들이 찾아오지 않아도 걔네들이 뭔 말을 할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그 때문일까? 나는 환청과 함께 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는 안 변해?」
   「너가 별소릴 다 하는구나.」
   「오빠 고정비용과 매몰비용의 오용이 무엇인 줄 알아?」
    다음은 환시 차례일까? 그건 뭐 환상머신이 완성되면 가능할지도 모르고. 
    딴 건 몰라도 인공지능 지니가 신비머신풍 사랑 만큼은 미완성되도록 날 방해할 테고.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고 시험 합격하면 자줄께, 그랬더니 몰래 딴 여자 만났던 전남자친구. 오빠도 그래요? 오빠도 내 첫사랑이랑 똑같은 늑대인가요? 오빠는 드라마 주인공 아니야. 내가 주인공이지. 나 빼고는 싹 다 신부들러리야. 그런데 오빠도 그래요? 아니기를 바라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러므로 일단 오빠 1년 연봉에 준하는 자동차랑 집이랑 모두 준비해와요. 중고는 안되고 새 걸로! 집은 몇 평 이상에 자가 아니면 어림도 없고. 결혼해서 혼인신고 한 다음에 빨아드릴께요. 알았지? 혹시 노포...면 까고. 이미 깟으면 또 까고. 어? 안 그래도, 어? 내 전남자친구랑 어제도 만났는데 내가 전남자친구랑 성관계 몇 번 했더라? 콘돔 총 몇 박스 썼는지 기억도 안 나네. 일주일 전에 내가 걔 고추 빨아줬게 안 빨아줬게? 그러지 말고 우리 좀 터놓고 말하자 오빠. 응? 통속적으로. 그러니까 말이지, 내가 그동안 살면서 몇 명의 남자랑 떡쳤게? 나 오빠 친구랑도 떡쳤어. 알아? 오빠도 알잖아. 여자가 남자 많이 못 기다린다는 거. 나 그래서 지금 신나게 남자 100명 만나고 있는 거야. 알아? 꼴리면 고백하든가 아님 페라리 FF 가져오든가. 어? 그거 싫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알았어 몰랐어? 나한테 오란 말이야, 어? 내가 잘해 드릴께. 어? 와. 들어와. 들어오라고. 덤벼. 어? 덤비란 말이야 이 비겁한 늑대 자식아. 어? 언제까지 먼발치서 좋아만 할 건데? 다 늙어빠져서 숟가락 들 힘도 없을 때 나한테 들이댈려고? 간당간당 조마조마 기운 다 빠져서 나랑 떡칠 생각이니? 왜, 그때까지는 하기 싫니? 너 나랑 떡치기 싫어? 어? 내가 맛없어 보여? 그래? 나 매력 없니? 아님 늬가 성욕이 없는 거니! 싫으면 싫다고 말이라도 하던가. 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니 그게 남자가? 어? 너 고추 안 달렸니? 그러니? 어? 아니면 고추가 애기 고추니? 강직도 떨어져? 어? 안 서? 그래? 자신 없어? 난 지금 오빠를 대놓고 먹이는 거야. 대놓고 물 먹이는 거라고. 엿 먹어보라 그거지. 어차피 나중 나한테 복수하든 어중간하게 사겼다가 뒤통수 칠 거면, 어? 지금 덤비란 말이야 이 쪼다 등신 쫌팽이 찐따 머저리 미련곰탱이 얼간이야. 어? 사랑은 어차피 식어. 그럼 지금 즐겨야지. 응? 나중 길이길이 아름다운 사랑을 하든 어쩌든. 나중 뒤통수 치지 말고 지금 덤비라고. 응? 내가 저번에 뭐라 그랬어. 어? 아무튼 내가 전남자친구 고추 빨아줬게 안 빨아줬게? 나 CS 해 봤게 안 해 봤게? 내가 오빠 친구랑 떡쳤게 떡치지 않았게? 맞춰 봐. 맞춰보란 말이야. 재밌겠다. 그치? 완전 재밌겠어. 우린 완전 신났어. 다들 미치기 일보 직전이란 말이야. 응? 뭐 아무튼 그건 몰라도, 어? 딴 건 몰라도, 저번에 봤지? 내가 오빠한테 그랬자나!
   "오빠 지금 느껴!"
    응? 스키장에 2 대 2로 놀러가서, 양념된 생육 돼지고기를 오빠가 주물럭주물럭~ 조물딱조물딱~ 질질~ 벌렁벌렁~ 주무르고 있을 때 내가 그랬자나. 옆에 딱 달라붙어서 오빠 지금 느끼냐고. 응? 기억나지? 그렇지?
    내 친구랑 같은 자리에서 다 들었잖아. 내 연봉이랑 나랑 CS 했던 오빠 친구 연봉이랑 비교하던 거. 다 들었지? 그때 오빠 얼굴 표정 꽤나 봐 줄만 했다며? 기억나지? 꽤나 감상적이었다 그런던데, 풋. 어? 아주 그냥 심하게 낭만적이었다며? 이거 이거 이 오빠 썩은 미소에 상당히 일가견이 있던데? 내 연봉보다 오빠 친구 연봉이 더 많다며? 거의 사귀는 사이라서 결혼 준비 한다는 거 설마 못 들은 건 아니지? 그치? 내가 괜히 스키장 놀러갔을 때 그 오빠 옆에 딱 붙어 앉았게? 우리 단둘이 함께 데이트하고 시험도 보러다니고, 그거 딱 감췄는데. 그런데 설마 나한테 정떨어진 건 아니지? 그치? 일단 단둘이 드라이브 데이트랑 더블 데이트한 거는 말 안 했으니까 모를 테고. 딴 남자들 쑤두룩 만난 건 딱 잡아떼지 않았고. 
    대충 봐도 모르겠니. 내가 오빠 좋아하는 동안, 내가 만난 외갓 남자만 100명이야. 알아? 뻥이 아니라 다 사실! 그날 밤도 딱 키스타임에 섹스각이었는데. 안 그래도 회사에서 짝사랑 하고 받고는 일도 아니고. 난 달라. 난 어제도 전남자친구 만났어. 난 다르다니까. 오늘도 소개팅해. 여자는 그래. 나 지금도 썸타는 남자 있어. 나 그런 여자야. 아니 아니, 나 그런 여자 아니야. 내가 오빠랑 지금 썸타고 있어도, 들어오는 소개팅 들어오는 족족 전부 다 받어. 왜? 왜냐하면 정말 좋은 남자 있으면 내가 덥썩 물어야 하니까. 일단 주고 시작하는 거지. 호호호. 안 그래도, 오빠 친구들 중에 만약 오빠보다 더 괜찮은 남자 있으면 내가 가만 둘 꺼 같니? 왜 내가 정서적 사랑만 하고 육체적 사랑은 미루겠니? 미련하기는. 갈아타야 할 거 아니니. 안 그러니? 환승이별이 당연하지 않으면 그건 여자 아니라니까요, 네? 
    뭐, 환승이별? 물론 것도 능력이 일단 돼야 가능한 것. 기질적으로 싫거나, 하고 싶어도 여자의 판타지를 충족시킬 능력이 없거나, 현남자친구를 많이 좋아하거나. 아니면 치가 떨릴 정도로 싫어졌거나. 그 이유들이 아니라 마음이 뜨면 여자는 환승이별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 내게 유리하면 소녀감성 내게 불리하면 여성잡지 2. 나 아쉬우면 쾌락 나 짜증나면 더러운 사랑. 아니라면 거짓말. 환승이별도 다 능력이 돼야 가능한 것. 바로 그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 어? 아니 모르니? 내가 여자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가르쳐주는 거니? 그러니? 이제 알았니 아니면 알긴 아는데 믿기 싫은 거니? 응? 우리는 맺고 끓는 거 그거 일관성 없어. 아니? 내가 좋아하는 먹기, 마시기, 놀기는 맺고 끊기 확실하게! 어? 내가 싫어하는 병풍, 백댄서, 신부들러리는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니까 그냥 뭐 그냥. 그렇지만 약간이라도 마음이 남은 전남자친구한테 연락 오면 받아주고, 만나주고, 다시 말만 섞는 거도 아니고. 어? 현남자친구가 그걸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글쎄 한다는 말이, 
   "전화 오는데 어떻게 안 받아."
    그렇게 일단 용건이 뭔지 듣고 보면 말에 넘어가고. 집 앞에서 전남자친구가 기다리고. 회사 앞에서 전전남자친구도 기다리고. 심지어 꽃다발까지 들고서. 처음 만날 때도 개나 소나 따라다니기만 하면 다 넘어가고. 복음이니 뭐니 말발이면 팔랑귀에 내 몸과 이름과 영혼까지 팔고. 어? 애인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스스럼없는 이성친구와 1 대 1로 만난다, 뭐 어쩌다가 실수로 뭐 그렇게. 엄마 스타일 빼고는 싹 다 몽땅 예비 맞바람녀. 우리는 그런 꼴 못 봐 줌. 이 세상을 다 준대도 싫음. 극혐. 좋아하는 애인 놔둔 채 딴놈과 시간을 즐긴다? 
    이를 테면 국민가요처럼 사랑받는 노래 <애인 있어요>! 정서적으로 여심을 사로잡는 멜로디와 가사는 물론, 야생마이자 경주마 같은 사랑 노래. (야생마와 경주마? 뭐야 이거 노래도 양다리라는 거야 뭐야!). 사랑이라는 요술을 3분의 마법으로. 그 근방에서 사랑에 빠진 젊은이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 그래서 꾸준히 사랑받는 유행가 제목이 애인 있어요. 짝사랑이자 지고지순한 애정과 순애보 그리고 순정까지 모두 함축적으로 껴안는 듯한 노래. 나도 애인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있다 내 인생을 걸고 싶은 사랑이다 따라서 나는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다, 라는 뜻의 노래. 물론 여자는 사랑을 오래 기다리지 못하는 건 기정 사실. (그걸로 따지자면 최고로 오래 기다렸던 걸로 따지면 또 사랑의 차트는 뭐 그림 그려지고).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했던 말. 사랑의 묘약에 취하지 않은 채, 우르르 단체로 놀러가서 거울 반사로 립스틱 칠하던 때가 아니구나. 기억도 안 난다. 징글징글하다. 징글징글.
   "오빠 혹시 <애인 있어요> 노래 있어요?"
    ~라고 물어봤는데. 꼬리흔들기만 몇 번인데, 그거 전부 몽땅 다 엑셀 파일에 기록했는데. 싹 다 기억나는데. 그런데 물어보면 뭐해? 응? 물어보면 뭘 하냐고! 매춘부처럼 딴놈들 100명을 만나는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면 뭐하냐고. 하필 많이 좋아하는 애인, 그 애인의 친한 친구랑 할 거 안 할 거 다 하는데. 단둘이 데이트도 하고~, 더블 데이트도 하고~, CS도 하고~, 시험도 같이 보러 다니고~, 통화도 많이 많이 하고~! 전화 받으면 어~ 오빠~! 그랬어 안 그랬어~! 아무나 다 오빠였냐고 아니냐고. 어~ 오빠~! 딴놈 100명 만나는 동안 회사까지 찾아온 남자는 몇 명? 말 안 하면 누가 모를 줄 아나! 애인 있는데도 불구하고 딴놈 100명 만나는 동안 집 앞에서 기다린 남자는 몇 명? 딱 잡아떼면 누가 모를 줄 아냐고. 어? 어디 그 불륜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순수하게 알게 되었으므로, 아아 사랑이 바로 이런 거구나 깨닫게 되어 미쳐버린 거지. 똥파리처럼 들러붙어서 넘어갔고, 사겨주고, 번따녀 번주년 됐던 건 그냥 나이에 쫓겨서 얼굴 팔렸던 거고. 그래 봤자 나중 내가 정말 내 남자친구 거기를 성심성의껏 빨아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은 없었어. 지갑 속에 사진 간직했기 때문에, 고로 성관계는 마음으로 했고 몸도 줬고. 어? 전 남자친구랑 현 애인이랑 둘 다 갖겠다는 심보. 아아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라면서 사랑에 포근히 폭~ 안기고 나니. 따라서 창녀처럼 이 남자 저 남자, 미친년처럼 남자 100명을 다 상대해주던 썩을년. 그래 나 트름녀야~ 그게 뭐가 나빠? 라는 투지에 눈에 뵈는 게 없던 그녀들. 너 빡돌지? 우리가 깝치는 거 못 봐주겠지? 라고 놀렸던 걔네들. 남녀의 합궁. 꺼억~! 왜, 이런 게 환상이지. ~라는 말을 뱉을 낙이 없니? 그래서 마지막 말은 결국, 어디서 감히! 어딜 넘보냐 그 말이지. 만나던 똥파리끕들 100명이나 계속 만나고 싶다 그 말이라고. 꺼억~! 하다 하다 자랑할 게 없어서 뭐, 실컷 먹다 질려서 버림받은 게 행복하더라? 아니 다시 만난다? 계속 떡친다? 심지어 새로운 남자들을 죄다 매춘부처럼 상대해준다? 자기는 G 스폿 열린 창녀다? 그게 바로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전남자친구는 바닥에 깔고 현 애인과 사랑을 하자네! 미친 거 아니야? 전남자친구랑 1년 동안 사랑한 연애사를 현 애인과 심심하면 논하자고 하시네. 게다가 엇그제도 전남자친구 만나고. 심지어 어제도 전남자친구 만났다고 자랑하네? 그 와중에 딴놈이랑 데이트 즐긴 다음에 남자 혼자 사는 집에까지 들어가고. 툭하면 남자들 자동차 조수석에 덥썩 덥썩 타고. 아직도 지갑 속에 걔 사진 간직하고서 현 애인과 하긴 뭘 하나. 
    허허허. 우리는 그런 꼴 못 봐준다니까 그러시네. 
   정신연령 10살 미만 정신 박약녀. 내 남자가 딴년들 100명 거느리면 그거 기꺼이 즐겁게 봐 줄 수 있는 여자가 이 세상에 어딨겠나. 있긴 있나? 있으면 나와보시고. 숨지 마시고. 딱 나오시고. 져드릴 테니까 화끈하게 한 판 뜨자니까 그러시네들. 어? 재미가 없잖아 재미가. 어? 아 입 아프다. 내가 이런데 넌 얼마나 귀 아프겠니. 안 그러니? 그러니까 물 한 잔 마시고 계속하자고. 뭐 계속하긴 뭘 계속해! ~라고 생각했지? 웃네. 웃어. 그랬구만. 너 딱 기다려! 넌 내게 딱 걸렸으니까. 넌 딱이야~!」





    7

    「늬들이, 여자를, 알어? 어? 우리는, 어? 우리는 사고방식 자체가 천동설이야. 우리는 이기심의 끝이라고. 나 행복하고 나 만족하기도 바쁜데 남 생각을 왜 하니? 내게 이익이 안되면 우리는 움직이지를 않지. 간혹 팔랑귀 때문에 줏대 없고 주관 약하며 마음까지 더 약해서 움직이기는 하지만. 일단 내게 이득될 거 같지 않다, 하면 행동은 없어. 그래서 이따금 사랑도 없지. 안 그래? 내게 털끝 만큼도 개이득이 없다? 그럼 움직여서는 안되는 게 여자의 두뇌 구조. 왜? 왜냐, 왜냐하면 일생 400여개 밖에 생산할 수 없는 난자 때문. 사랑하고 애 배고 낳고 키우고. 우리는 연애사 전적으로 인생을 살 수 없어. 알어? 타율이 아니라 타석주의면 그건 여자이기를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란 말일세. 어? 그래서 환승이별을 싫어하는 여자도 거의 없다고 봐도 돼. 안 하는 거보다 못 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 정말 정말 좋아하면 애시당초 할 마음도 없고. 다 어중간하게 문어발식 연애사업하니까 환승이별하고 어쩌고 그러지. 안 그래? 사랑은 상대적이라니까. 진따 같은 1.5가 실수하면 콧물도 없고 2.0 이상부터는 국물도 없어. 반면 1.0이자 0.5한테도 그러겠니? 못 해! 절대로 못 해! 여자는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남자 1.0을 뭐라고 한다? 그렇지~ 바람피고 헤어지고 도망가도, 내 돈 뜯기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돈까지 뜯겨도, 여전히 우리 오빠! 몸 바치고 마음 주고 돈 주고 안 바친 게 뭐냐 그거지. 여자가 남자를 그 정도로 좋아하면, 여자는 웬만해선 먼저 바람 못 피워. 다 중간에 사랑이 식고, 첫인상과 시작이 불미스러웠거나, (항상 그래야 한단 말이 아니라) 연애할 때 인상적인 낭만적 장면을 한두 번 연출하지 못했으니까 다 나중 흐지부지되는 것. 다 그래서 환승이별이 흔하단 말씀. 이모 스타일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게 뭐다? 그렇지~ 환승이별! 왜? 자긴 연예인이니까. 남자만 숫자인 줄 아니? 여자는, 누가 뭐래도, 여자의 판타지를 숭배한다네. 진정한 여자의 마음이 어떤지를 남자들이 알면, 안 돼 안 돼. 걔네들 감당 못해 얘~! 호호호호호호호. 우리는 여자의 판타지를 애절하도록 동경한다고. 여자의 판타지에 대한 선망을 실천하는 여자가 좀 많나? 어디 남자의 판타지만 판타지인 줄 아니?
    그러면 또 남자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지들이라고 할 말이 왜 없겠어? 말하자면 뭐랄까, 음, 그게 좋겠다. 자, 늑대의 썰을 풀어보자면 아마도 이런 식이겠지. 리더 대신 왕따를 선출하는 그분들 불문율을 모르는 거 아님. 알긴 앎. 알고 보면 늬 편 내 편 없다는 여자 세계의 수많은 모순들. 속 좁은 남자인 걸 자랑하고 싶지는 않음. 다 그러려니, 어? 제일 친한 친구가 내 뒷담화하고 다니더라면서 상처 받았다는 일화.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게 인간. 의리에 배신 당할 수도 있고. 뒤통수치는 게 뭐가 나쁜가 라는 밀림의 법칙 때문에 산업계가 맑기도 흐리기도 했다가. 오락산업이야 항상 그렇듯 바쁠 테고. 뭐 언젠 안 그랬겠어? 곧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고. 역사적으로 봐도 루이 12세는 누가 두 번이나 배신했다고 격분한 반면, 페르난도 왕은 그를 열 번이라도 속이고 싶다며 태연히 대답하던 예시. 찾으면 한도 끝도 없고. 사랑도 대체로 변하지 않나.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마음이 어찌 같냐고. 어제 오늘 날씨가 같기를 바라는 건 순진한 소녀감성. 쓰면 뱉고 달면 삼키지 않을 수 없는 세상. 그래서 이해는 가는데, 이해는 가는데. 때로는 정 뚝 떨어지기도 하고. 오만 정 다 떨어지는 불행, 뭘로 되갚아지려나. 응?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어? 멀어졌다고 해서 생지옥 같은 연애사 찬란한 인류애 거룩한 문명사가 없어지는 건 아님. 안 그런가? 하물며 여자 세계 불문율을 까고, 여자말 번역기도 해부하며, 속마음의 속마음까지 원리를 살피면. 직접화법 대 간접화법. 포도가 맛있고 콜라는 상쾌하며 우유는 담백하다, 그건 그거고 나는 지금 사랑을 하고 싶다. 왜 그렇게 못 하냐고. 뭐든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꼬고 꼬고 꼬고.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라는 말을, 어? 덥지 않냐 뭔가 약간 심심하지 않냐 너 얼굴 표정이 왜 그 모양이니......! 기어코 돌리고 돌리고 돌려서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라는 말을 상대방으로부터 받아내는 그분들. 왜? 지가 대놓고 고백 못 하니까!
    그게 우정이나 아이스크림이면 괜찮아. 그런데 그게 사랑이면! 사랑도 다 남녀가 알아서 서로 뭐 대충 어떻게 됨. 그런데 지저분하고 더럽고 추접스럽기로 끝판왕인 탐색전! 어? 그 무슨 회오리 바람 화법풍 작전이야 뭐야? 말꼬리 잡고 늘어지다가 상대방 입꼬리 올라간 거 보니 어이쿠~ 탄력 받네 탄력 받어. 눈꼬리 쳐지는 모습 얼굴 길어지고 입 튀어나오고, 어? 결국 멋진 우정이니 진지한 대화니 추접스러운 사랑이니, 그 모두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게 세상사 일리인데. 상대방이 원하는 말을 나는 하기 싫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어떻게 해서라도 결국 상대방이 토해내게끔 하다가 사태를 막장 드라마로 만들고. 어? 그야 당사자들 일이다지만 지들 사랑싸움에 웬 관중을 그리도 불러모으냐고. 아주 그냥 역대급 관심종사가 따로 없어. 어? 한 번은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냐는 둥, 한 번은 우리 이럴 꺼면 헤어지자는 둥. 응? 아아~ (절레절레)! 
    ~라고 늑대님들 말씀하시겠지 왜 아니겠어. 어? 하오나, 여자도 여자 싫어. 못생긴 사람이 못생긴 사람을 좋아할 수는 있는데. 여자도 여자 싫다니까. 여자는, 자기 본인 마음도, 제대로 몰라. 어? 왜? 여자니까. 우리는 여자거든. 어? 여자에 대해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단 말일세. 응? 1주일밤을 꼬박 지새워 토론해도, 그럼 피곤하겠다 하지 말자 하지 마. 안 해. 안 해. 왜 해? 안 해. 내가 왜? 넘어가고. 무슨 여자의 NO는 최소 10단계요 대충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래. 그게 뭐야? 육체적 사랑만 해도 무슨 마빡에 애무남이라고 붙이고 다니라는 거냐고 뭐냐고. 어? 여자가 도넛에 뭘 넣어주라고 해도 절대 넣어주지 말래. 그 말은 맞긴 맞는데... 리듬 아는데 무슨 말이 필요 있나. 사랑할 때 말하는 걸 이 세상에서 최고로 싫어하긴 하는데. 대체적인 불문율이야 간접화법 직접화법처럼 8 대 2라는 게 있으니까 그야 당사자들 알아서 하면 그만이고. 그런데 진한 사랑이 지금 왜 나와. 지금 그걸 논하게 생겼어? 어? 이거 왜 이래? 지금 나랑, 워──워──워! 넘어가고. 아무튼. 말로 나 이길 수 있으면 번호표 뽑고. 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최선을 다해서 져드리는 걸로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는 패배주의왕이라니까 그러시네. 어? 멋지게 극적으로 져 드린다니까요, 네? 들어와 들어오세요 컴옹 베이비 들어와, 어? 형씨, 아 내내 탐색전만 탐색전만, 그럼 재미가 없진 않나요. 이어가서. 
    성매매하는 남자가 싫다는 여자? 성매매를 직업으로 실천하는 게 남자니 여자니. 성매매가 천직이 되는 게 남자냐고 여자냐고. 일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는 남자, 안 좋게 보이는 게 당연. 그럼 인생이 창녀이자 일평생 매춘을 일삼는 여자는? 그건 일시적이 아니잖아? 그런데 왜 일시적은 나쁘고 직업은 나 몰라라? 나 좋으면 주관성 나 불리하면 일관성도 싫고 객관성 포기? 남자한테 최대한 많이 받아내고, 환승이별하는 여자! 매춘부랑 뭐가 달라. 여자가 초반에 몸부터 베팅하고 데이트 비용 80퍼센트 부담하는 거, 그거 다 여자가 좋아서 하는 것. 그렇지만 미남이 뭐 미쳤다고 마음까지 주겠니. 여자는 이모 스타일에서 여성잡지 2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그때부터 이미 절반쯤 매춘부 마인드. 그런 여인이 만약에 이혼하면 캐셔와 밤의 세계 아르바이트에서 뭘 택한다? (딱) 두 말하면 잔소리! 이미 여성잡지 1 때부터 사귀는 남자친구한테 노트북, 귀걸이, 핸드폰, 핸드백...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여자. 그러다 환승이별. 선물 받은 거 돌려달래니까 버렸다는 여자. 왜 그처럼 엄마 스타일을 보기 드문 세상이 되었을까. 인터넷에서 남자 비하에 거품 무는 여자 VS 여자 비하에 거품 무는 남자. 여혐 대 남혐. 그거 외모 통계 낼 수 있니? 왜 못 내겠니. 조사하면 과학적으로 도표와 그래프 나오지 왜 안 나와. 전성기 기간부터 다른데. 여자는 초경부터 폐경에다 성 그래프는 중후반 스파트인데. 다를 수 밖에. 몇몇 주제를 툭툭 건드리면 남자 짜증나고 뚜껑 열리듯. 여자도, 남자가 어린 여자를 좋아할 수 밖에 없도록, 나이와 외모와 몇몇 주제만 톡 건드려서 꼭지 돌아버리지. 여자가 그런 동물인데. 남녀가 사귀다 헤어질 때 암컷이 괜히 수컷한테 그런 말을 듣겠니? 
   "넌 너 밖에 몰라!"
    물론 남녀 공히 현 애인 두고서, 전남자친구 전여자친구 전... 전... 전... 끌여들여서 잘된 꼴을 못 봤다 내가. 어?
    아무튼 나 멍청한 여자 아니야. 난 달라. 난 이미 전남자친구랑 잤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만나는 거고, 응? 난 달라. 난 벌써 늬 친구랑 몰래 만나는 사이에다 일찍도 CS 했어. 난 다르다니까. 헤플지는 몰라도 멍청하지는 않다고. 모르면 알아두시고. 지금 내 지갑 속에 어떤 남자 사진이 있을지 궁금하지 않니? 내 전남자친구보다 오빠, 실해? 커? 단단해? 아님 물렁해? 많이 작아? 뭐 깡깡하긴 한데 단거리 스프린터라고? 어쨌든 내 현남편이 누군지 알면 아마 까무러칠 걸! 어쩌면 아닐 수도 있고. 
    좌우지간, 나 남자랑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니까? 손 잡고 데이트하는 거. 회사 앞에서 기다리는 거. 데려다주고. 얼굴 팔리고. 전화하고 전화받고. 문자 주고 받고. 소셜 네트워크에서 공식 커플에. 드라이브. 커플티 입고 여행 가고. 삼각관계. 막장 드라마. 전여자친구 질투하고. 전남자친구랑 양다리 걸치고. 물고. 빨고. 핥고. 벌렁벌렁 질질. 어? 더 이상 해 볼 게 없단 말이지. 응? 그런데 오빠만 빼고. 딱 오빠만 빼고. 
    오빠도 그래요? 
    저는 달라요!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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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4

from 소설 2019. 8. 24. 15:54

    1

    사랑은 행운의 논법. 그러나 개탄스러운 건수. 행운의 여신은 언젠 안 그랬냐는 듯 묵과로 일관. 신조어도 모르고 나이듬을 실감하고. 사근사근한 태도. 어쩌면 서글서글한 눈빛. 허나 매가리없어. 숙녀에게 깐깐하지도 뭇여성들에게 퉁명스럽지도 않아. 그런데 여자가 없어. 그러자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응, 마라.」
   「왜 안 와?」
   「어딜?」
   「우리 사무실.」
   「너네 사무실?」
   「주 1회 너도 팀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거. 기억 안 나?」
   「앗! 깜빡했다. 완전 새까맣게 잊고 있었어. 아 깜짝이야.」
   「(상대방 말 흉내내기) 아 깜짝이야. 놀라면 다야? 잔말 말고 당장 튀어와. 너 이럴 줄 알고 내가 미리 확인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넌 우리 직원들한테 찍혔어. 알아?」
    나는 뚱딴지 같은 공상병은 마감한 채 외출 준비를 했다. 
    대충 사무실 정리하는 거 3분. 
    사무실에서 웨건까지 가는데 또 3분. 
    침대에서 축축하지만 흡족한 느낌과 함께 꿈나라까지 가는데 장장 3시간. 뭐? 
    무슨 마라톤 대회도 아니고. 또 그 생각. 또 또 또. 하여간에 그놈의... 됐고. 
    나는 마라를 만나러 갔다.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주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그렇게 미스테리아까지 30분. 
    도착 완료. 
    나는 편집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회의는?」
   「끝났어.」
   「뭐? 벌써 끝나면 어떡해? 한 1시간 반은 해야 할 거 아니야.」
   「1시간 반은 무슨. 뻥이야. 실은, 회의는 내일 해. 오늘은 연습으로 널 불러낸 거고.」
   「뭐라고?」
    늙은 개가 거칠게 문다더니, 농염한 저 년 저 저... 
    그러나 늙은 꿀벌이 꿀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뭐 늙어? 젊어! 창창해. 늙긴 누가 늙어? 아침이 오기 전에 새벽에 눈이 번쩍 뜨이긴 누가 번쩍 뜨인다고. 우리는 여전히 몽정기일 뿐. 
    그처럼 30분 수다 떤 후. 
   「이 바닥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은근 허당치고, 어? 어디 마라를 모른다는 게. 그게 말이나 되니? 어? 지성과 사랑 둘 다 일가견이 있는 천재적인 미녀 마라를 모르다니. 어디 그게 말이냐고 무슨 개뼉다귀냐고. 응? 그게 무슨 황당한 일이냐 그거지 내 말은. 안 그러니? 이래서 모두들 정신 나간 듯이 마라 마라 한다니까. 마라 마라,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응? 이처럼 현혹될 수밖에 없는 매력이 듬뿍 넘치는 숙녀를 모를 수 있다니. 불가사의가 따로 없구만 그래.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됨. 정말 정말 이해가 안됨.」
   「하여튼 저 놈의 뻥은 뻥은, 딱 좋은 허풍대회 출전감이라니까. 원하는 게 뭔데? 어? 너 뭘 바래? 응?」
   「바라긴 뭘 바래? 나는 진실만을 말했을 뿐이데.」
   「허당기. 허영기. 장난기. 바람기. 푼수기. 그 가운데 뭐니? 지금 나한테 끼부리니?」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넌 왜 그렇게 사람 쩔쩔매게 만들어?  문제가 뭔 줄 아니? 넌 너무 아름다워. 널 보면 차마 떨려서 말을 못하겠다고. 하려던 말도 즉각 까먹어. 응?」
   「너 외롭니?」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아. 안 봐도 뻔한 거지.」
    잔잔한 배경 음악은 그거였다.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오페라 <줄리어스 시저> 중 클레오파트라의 아리아 '폭풍' 
   「아아 이 음악은 바로 그 전설적인 테너. 아니 아니 슈바...무슨 코프던가? 아닌가?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질 않네.」
   「아는 척 그만 해. 유난떨지 말라고. 재수없으니까. 잘난 척 지겹단 말이야. 알아? 알면 조용히 하고. 모르면 왜 모른가에 대해서 생각이나 해. 알았어? 그러든가 말든가. 아무튼 시끄러워. 조용히 해.」
   「늬가 더 시끄러워. 어? 닥쳐!」
   「뭐 닥쳐? 아니 어떻게 그처럼 심한 말을. 야, 너 꺼져!」
   「너나 꺼져.」
   「꺼지라면 내가 못 꺼질 줄 알어?」
   「야. 너 말 다 했어?」
   「다하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시작도 안 했다고? 그 말 다시 해 봐.」
   「뭔 말 했는지 까먹었어.」
   「아니, 이 사람이!」
   「그래. 계속하라고?」
   「계속하긴 뭘 계속해!」
    음식은 갈수록 줄고 말은 갈수록 는다. 이 말 뜻은 곧 그렇다. 
    첫째, 눌변이 달변되긴 힘들어도 말발은 는다.
    둘째, 소문은 빨리퍼지고 험담은 재밌다? 
    전남편(전마누라? 전남친?) 흉보기 만큼 재밌는 게 또 어딨겠냐마는. 어쨌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그래서 다정한 친교는 더티러브를 의심케 하는 스캔들로 붉어졌고. 아는 동생들은 들고 일어났으며. 그 가운데 내 눈에 흙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그런 추접 던지러운 추문은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선동가. 행운의 주동자에는 바로 사라가 낙찰되었다. 사랑싸움의 선봉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내가 맡아야 한다, 뭐 그런 뜻이었을까? 아마도 내 상태가 많이 심각한 듯 하다. 저질 상상병의 선봉을 놓치기 싫어하는 걸 보면 말이다. 무슨 처녀 불알도 아니고 콧수염 난 숙녀도 아니고. 거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잔소리를, 어? 그처럼 싸구려 정력제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으니 여자가 없지. 안 그래? 허구헌 날 생각하는 거 하고는 만병통치약 파는 약장수도 아니고. 이건 말이죠~ 자,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죠~ 어? 추억의 만화영화 나레이션이야 뭐야. 무슨 TV 홈쇼핑이냐고 뭐냐고. 하여튼 그 인간은... 어? 뭐야! 그 인간은 바로 난데? 좌우지간 나와 마라가 친하게 지내는 꼴을 못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인지. 월간지 여성환상 1.5의 편집장 사라가 찾아왔다. 여기까지. 어인 일로 왔을까. 
   「잘들 논다 잘들 놀아. 나만 빼놓고, 어? 나만 쏙 빼놓고 너네들끼리 이러기야? 정말 이러기야?」
   「넌 왜 오자마자 시비야 시비긴?」
   「지금 내가 흥분하지 않게 생겼니?」
   「아무 일도 없었어.」
   「어쭈! 마치 무슨 일 있었다는 듯이 날 놀리네? 일단 매기고 시작하잔 말이니?」
   「너네들 왜 그래? 설마 나 때문은 아닐 테고. 둘이 싸웠니?」
   「싸우긴 누가 싸워. 쟨 나한테 상대도 안돼.」
   「누가 할 소릴! 말이야 바른 말이지. 쟤 내가 안 져주면 울어. 쟤 삐돌이니까. 어? 삐순이라고. 그래서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져준 게 대체 몇 번인데. 안 그러니? 다, 말, 해 줘? 그래 말어? 어? 말만 해.」
   「너 정말 왜 그러니? 너 원래 고상한 애잖니. 오빠가 너한테 얼마나 실망하겠어. 안 그래?」
   「」
   「오빠 무슨 생각해?」
   「나? 넌 무슨 생각하는데?」
   「비밀이야.」
   「오빠 술버릇 뭐야?」
   「없어. 술에 취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그런 게 있을 턱이 있니.」
   「오, 정말?」
    그렇게 우리는 얼렁뚱땅 편집장 모임을 하게 됐다. 편집장 2 + 칼럼니스트 1. 무슨 2 + 1 끼워 팔기 상품이야 뭐야. 내가 무슨 덤이야? 뽀너스야? 별책부록이야? 아무한테나 남발하기 때문에, 고로 아무대나 막 굴러다니는. 어? 내가 무슨 그런 싸구려 초대권이냐고. 아니면 뭐 꼬리없는 웰시코기야? 생후 1주일 만에 단미 수술을 한 걔네들은 치명적인 뒷태라도 있지. 이건 뭐 피노키오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런데 이게 이게 곤혹스러운 게 딱 이거다. 1 대 1이면 어떻게 뭘 한 번 해 보겠는데. 꼭 뭘 해 본다 어쩐다는 말이 아니라. 일 얘기를 하던 아님 속 얘기를 털어놓든. 편하게 놀겠는데. 그런데 1 대 2. 딴 늑대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허당 플레이보이 토끼 두더쥐 너구리 허쉬퍼피 닥스훈트 비글들은. 원래 1 대 1에 능한 법. 그런데 그거 다 옛날 얘기. 과장 아니면 다 뻥. 아닌가? 아무튼 또 어정쩡한 놀기라...! 놀기? 그런 말이 있지. 술, 사랑, 밤이라는 세 개의 조언자는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속담. 그런데 그 세 개 빼면 뭔 재미가 하나도 없잖아. 우리가 무슨 일하는 기곈가? 아니면 성직잔가. 그도 아니면 사랑의 '사'자도 모르는 로보트란 말인가. 어찌 됐든, 어? 캄캄해지면 모든 여자가 아름답다고 오비디우스가 말했던가, 키케로가 귀뜸했던가. 아니 플라톤이던가? 무슨 소크라테스 담배 피던 시절 얘기는 재미없고. 중요한 건 말이지. 마라와 사라는 낮에도 빛난다는 거. 허허허허허. 능글맞긴 참 내 거 무슨 지가 무슨 푼수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놀고 자빠졌다~, ~라는 핀잔을 난 정말로 듣고야 말았다. 이래도 아직도 사랑의 바보가 아니라고 딱 잡아뗄 텐가?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궁지. 그 코너에 몰린 생쥐인지 치타인지. 그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곤혹스러운 미스테리는 뭐 차차 풀어가면 그만이고. 
    자, 그렇게 우리는 그날 꽐라가 됐다. 딱 필름 끊긴 거지. 그렇지만 돈 쓰고 시간 쓰고 재밌기는 재밌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고. (절레절레). 그렇다고 진짜로 질펀한 술자리에서 정말로 속된 말로 깽판 거시기 뭐 그랬다는 말은 아니고.





    2

    인생의 승부는 관 뚜껑을 덮어봐야 안다. 연애는 결혼행진곡 울려봐야 알고. 사랑은, 사랑? 18세기? 1800전 이전? 어느 귀부인이 그랬던가! 여자에게 사랑은 일생의 이야기이나 남자에게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고. 뭐 또 사랑! (절레절레). 허허. 그러니까 오로지 사랑의 기쁨을 위해 살고 싶은 낭만적인 생각? 지극한 행복감이 무엇인지는 차라리 별들에게 물어보는 게 낫겠네. 그러다 열망은 병들고. 소망은 시들고. 희망마저 지치면. 그러므로 타율 낮은 장타를 노리다 썩은 미소에 절망하느니, 오히려 적게 걸고 적게 먹는 뻔트! 또 그놈의 뻔트? 쾌락마라면 환장하는 호색한도 아니고. 맙소사 아주 그냥 신물이 나는 공상 뻔한 환청, 말도 안되는 착상, 말 같지도 않은 영감. 번뜩이는 천재성인 줄 착각하는 그 뭐야 뜬구름 잡기. 툭하면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심심하면 뜸들이기. 말 돌리기. 말 빼앗기. 이제 좀 말 좀 해 볼까 하는데, 딴청피우기. 매너 없게 T샷 날리려는데, 시끄럽게 하고 뭘 툭툭 떨어트리고. 그래~ 듣지 않기! 뭐 아무튼. 그래 봐야 뻔트도 타석에 들어서야 거포든 대형 스트라이커든 다 가능할 텐데 만년 벤치 신세. 아니면 팀 방출. 스카웃 제의는 꿈도 못 꿔. 뭐 해고 통보가 아니라 알아서 박수칠 때 떠나라? 그러니까 여자친구한테 차였단 말이지? 누가, 내가? 내가 왜! 차일 꺼면 먼저 차야지. 그런데 개 발. 구 멍. 촌닭. 꽥꽥 오리. 에잇 재미없다 재미없어. 사랑 그거 다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지는 인생. 기다리는 국대 상비군이라고 해 봐야 심심함, 권태, 지루함, 판에 박은 듯한 식상함, 덧없는 상심 등등. 뭐? 
    안되겠다. 이대로 재미없는 경주마로 은퇴할 수는 없는 법. 새파랗게 질린 얼굴은 아닐지라도, 사는 낙이랄지 기대하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별다른 꿈이 없는 젊음. 차라리 뭘 좀 모르고, 여자도 모르며, 숙녀를 꼬시지도 여심이 제 발로 찾아오지도 않는 청춘이면 다행이게? 말이 안 통하니까,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닙니다 라고 어설프게 웃길 줄 아는 맨발의 청춘이면 그래도 낫다고. 바로, 그래서 나는 당분간 웨건에게는 장기 휴가를, 다음으로 새로운 애마로 뚜껑 없는 마차를 영입하기로 했다. 
    자동차인데 뚜껑이 없어. 안 그래도 친구 포르토피노 몽키스패너가 자기 꺼 안 쓰는 카브리올레를 시운전해달라고 했다. 잘 됐네. 누가 쓰라면 못 쓸 줄 알아? 우리의 우정은 의심할 수 없는 끈끈함으로 정평났거든. 잘된 거지. 허허허. 단 하루를 살더라도 남자는 폼! 무조건 그렇단 게 아니라 말이. 일단 자기 합리화. 나쁘지 않은 동기 부여. <무분별한 아니면 말고>보다 얼마나 건전한가. <될대로 되라>보다 손해도 얕고 불이익도 현저히 적지 않냔 말이다. 그렇다고 <에라 모르겠다>라는 치기를 부릴 처지도 아니고. 뭐니 뭐니 해도 입장은 가시 방석. 두둑한 배짱으로 고백할 애정도 없고. 담력을 시험할 모험은 꿈도 꿀 수 없는데? 언제까지 '피가로의 결혼' 중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그런 거나 듣고 있으라고. 엉덩이 근질근질 입은 더 근질근질거리는데? 그런데 할 말은 떨어지고. 할 일은 더럽게 하기 싫고. 어? 내가 왜 거울을 평균 이하로 보는데. 내가 왜 거울을 잘 보지 않냐고. 보면 막 그냥 유죄 판결을 받은 죄수 표정인데? 주둥이, 아니 아니 입 튀어나왔지 눈 튀어나왔지. 아침에 지가 무슨 피노키오도 아닌데 어디는 성나지. 어? 심심하면 거기가 성나. 그분께서 화를 낸다고. 어? 결코 치유되기 힘든 상상병, 함께 사는 게 운명이고. 완치가 힘든 허언증 역시나. 수전증이야 이미 숙명으로 안지 오래. 어차피 인생은 거북목 증후군에 대한 걱정이랄지, 목선 축 늘어진 거 뭐야 누리끼리해진 싸구려 100퍼센트 면티처럼 뭐랄까.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래, 평범한 아저씨의 권태감 같은 건 아닐까? 화장발 장난 아닌데, 화장을 지우고 나면 피부결 섭섭하고 단추구멍 되는 숙녀? 통상 젊음의 행진이 아무리 당차고, 숙녀의 도도함이 고결해봐야. 그래 봤자 골인 지점은 남자라면 뭘 해도 재미없어, 아니면 사랑은 없어. 여자라면 아줌마인데 아줌마라고 불리기를 썩 좋아하지 않아. 알고 보면 솔직히 뒷담화를 좋아하는데 자기가 자기 입으로 그래. 전 당사자 없는 자리에서 남 험담하는 거 싫어해요. 아 글쎄 진짜로 아줌마 보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어쩌다 짜증 확 내시는 분들, 없나 있나. 있나 없나? 모르겠고. 뭐야 진짜로 아줌마인데 아줌마란 호칭을 들으면 짜증내신다고? 우리는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들린다 들린다. 정말로 들린다 들린다. 늬가 더 나뻐, 늬가 더 싫어, 늬가 더 짜증나, 매를 버네 매를 벌어. 진짜로 들었다 들었다 나는 들었다. 보아하니 립서비스 먼저 깔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인데. 여자말 번역기도 번역기다만. 무엇보다 잔말 말고 따라와 라도 좋으니 의전을 받고 싶다? 그러니까 의자 빼 주다가 딱 앉을라 할 때 의자 더 빼 
버리지. 농담이고. 진짜 진짜 농담. 
    좌우지간. 내 정신이 온통 딴 데 팔려 기회가 날라가든, 포르토피노 몽키스패너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그처럼 나는 이론가로써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실무가로써 용단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왜냐하면 흐리멍텅 우유부단은 다 옛날 얘기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친구 포르토피노를 만나러갔다. 





    3

    세네카는 말했다. <계획이 실패하는 이유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항구로 가야할지 모른다면 제 아무리 순풍이 불어도 소용없다>.
    캬~! 멋진 말이다. 그렇긴 하다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왜냐하면 우연이 있기 때문이다. 얻어걸리는 어복이 생 초보를 유독 편애하면. 그럼 허접한 초보는 물 반 고기 반일 때, 고수들은 죄다 뚜껑 열리고 고개 숙이며 (조용조용히 우리끼리만 말해서) 빡치게 된다. 짜잔~ 뚜껑 따는 거지. 두둥~ 금고인지 커피머신 수증기 분출구인지가 열리는 거라고. 큐피트의 도움 때문이든 아니든 인생 내내 여복 쨍한 건 또 뭐겠나.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건 또 어떻고. 그렇든 어쩌든 진공청소기로 모든 여심을 그냥... 희망찬 내일에 대한 당치도 않은 예감. 너무 분홍빛에 새빨간 섹시함 일색이면 것도 몹시 당황스러우니까, 고로 말장난은 이 정도로. 무슨 몬테카를로 모스크바 산티아고, 해외 암웨이 다이아몬드 걸물도 아니고. 사이비 종교 고위급 논술도 아니고. 지금 무슨 플라톤 타령에 세네카를 부러워할 시국이 아니다. 
    지금 나는 몽키스패너 포르토피노를 만나러 가는 길. 
    내 웨건을 걔네 집 주차장에 세워 놓고. 적당히 친구끼리 안부 묻고 어쩌고. 
    그래서 걔 꺼 남아도는 거 중에, 뚜껑 없는 차 하나 골라서 타고 오면 그만. 끝. 
    그렇게 나는 포르토피노를 만나러 가던 중 뭔가 하나를 발견했다. 
    무사히 포르토피노를 만났는데. 딱 하나. 중간에 뭔가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저번에 언제더라,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그와 비슷한 걸 발견한 것이다. 
    그럼 이건 뭐,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2? 재미없고. 
    간략히 요점만 말하자면. 오늘 나는 포르토피노를 만나서 자동차 바꿨고 집까지 돌아왔다. 
    줄거리만 요약하자면 딱 그랬다. 별일 없었다. 
    그 시시콜콜한 세부 과정이 어쩌고저쩌고. 다 쓰잘데기 없는 설명일 뿐이고. 
    핵심만 말하자면 딱 거 뭐시기 그 뭐냐, 그래 그렇지. 
    보아하니 오늘 밤에 일기를 쓰자면 인상적인 일은 딱 하나. 
    바로,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2. 
    물론 시운전으로 뭐가 나올지 뽑아보기는 했다. 
    그래서 알게 됐다. 
    그건 무엇일까? 
    뭐긴 뭐겠나. 
    이번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2는, 바로, 뭐가 나올지 안다는 것이다. 
    뭐라고? 그게 그러니까 이런 식이었다. 
    500원 동전 2개를 넣으면 = 중간에 방정식이 어쩌고저쩌고 = 그래서 존 F. 케네디 동전 2개가 나옴. 
    1000원 지폐 1개를 넣으면 = 중간에 순서도 어쩌고저쩌고 = 그래서 생 텍쥐베리 지폐 1개가 나옴. 
    그렇게 나는 재미난 자판기를 알게 됐고. 단골 고객이 되었다. 





    4

    지금 읽는 소설은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의 연기. 
    오늘의 노래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충실한 마음을 지닌 그대 KV. 217
    오늘의 노래? 6명인가 7명 딸부잣집 막내딸이랑 소개팅했던 그날이 기억난다. 
    아빠가 꼭 오늘의 커피를 마시라고 했다던 숙녀. 스타벅스에서 진짜로 오늘의 커피를 마셨던 그녀. 
    그녀의 아빠가 우리 아빠와 직장 동료 사이였는데. 우리 아빠 말씀하시기를, 그 후배가 사람 좋고 성실하고. 직장 다니면서 소도 키웠고 돼지도 키웠고 농사도 했고. 참 부지런했고. 엄마를 보면 딸을 알듯. 아버지를 보니 딸도 욕심나는 처녀.
    그녀랑 연한 사랑에 빠져, 달콤한 연애 감정 느끼면서, 여심을 훔쳐 잠깐 사귈  그랬어. 지금 생각해보면. 
    어쨌든 재산 목록 1위 2위 3위도 없어. 옛날에는 생애 첫 조립식 컴퓨터가 1등 똥차가 2등 그랬는데. 
    그건 그거고. 여성환상 1.5든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든. 의뢰도 끊겼어. 품위유지비도 간당간당. 
    애인 사진도 없는데 지갑이 뭔 필요. 짙은 흑심을 띠고 군침을 흘리는 표정이라면 지긋지긋.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제인 오스틴,  폴 세잔, 아인슈타인이 그려진 지폐가 있는데 쓸 수가 없어. 
    모차르트, 베르디, 베를리오즈, 드뷧시가 그려진 지폐를 보며 돈의 의미를 생각하든 아니든. 있어도 쓰지 못해. 
    은행 가서 생활 반경 얼마에서 사용 가능한 지폐로 바꿔야 해. 그마저 귀찮어. 안 해. 안 한다고. 왜 해? 안 해. 
    그나저나 사무실에 걸려있는 저 그림이나 딴 걸로 바꿀까? 그럴까 그러지 말까. 
    동네 산책하면 언젠가 공사장에서 친하게 으쌰으쌰하다 갑자기 싸움질 나서 아구창 3연타로 쥐어터졌던 기억과 연상되는 차가 굴러다니고. 다 그런 식. 
    하여간에 뭘 해도 되는 게 없구만 그래. (절레절레) 
    따라서 나는 마치 오페라 서곡 및 간주곡과 흡사한 글을 작성할 수 밖에 없었다. 
    번개처럼 떠오르는 그런 번득이는 영감은 떠오르지 않고. 놀라운 발상도 아직이니까. 
    내가 쓰는 이야기란 게 따지고보면 줄거리는 별거 없고. 서론말 길고. 뻔할 뻔자 같은 연애랑 비슷하니까. 
    조아키노 로시니 / 오페라 랭스로 가는 여행 - “나는 얼마나 그곳에 가고 싶었던가”
    그렇게 진지한 분위기를 조장하고서 나는 열심히 글쓰기에 몰입했다. 
    다음 문단은 그처럼 뚝딱 작성한 일종의 간주극이라 해도 무방할 듯 했다. 
    아닌가? 선망을 자극하는 영특한 마케팅을 지향하다가 결국 2 + 1 같은 뻔한 상술로 판별나는 건가. 
    모르겠고. 칼럼과도 닮은 막간극 잔소리가 뭔지는 보면 안다. 





    5

    진절머리가 나는 약속없음. 구미가 확 댕기는 그런 꽤 괜찮은 흥밋거리가 어딨어. 미완성 환상머신에 대한 탐닉과 집착? 환상머신은 무슨. 미지의 동경심? 미완성은 개뿔. 집어치우고. 어쩌다 이리도 건조한 일상에 난 맥없이 굴복하는 것일까. 설마 하니 나는 낭만과는 담 쌓은 놈일까 아닐까. 감정이 매마르거나 말거나, 뭐든지 귀찮아하는 걸로 보면 딱히 틀린 분석은 아닌 듯. 그러든 어쩌든 그걸 누가 알고 싶어한다고. 염소 설사하는 소리나 하고 자빠지셨군. 염소가 지사제를 먹을 일이 뭐 있어. 염소가 뭘 잘못했다고. 너구리 물똥 누는 소리는 그만 집어치우고. 두더쥐가 새똥 맞는 헛소리고 나발이고. 넙적부리황새 피똥 싸는 얘긴 듣고 싶지도 않고. 다 필요없고. 딱 됐고. 
    마땅히 해야 할 일하기, 커피포트도 좀 쉬어줘야 한다. 영심이의 욕망과 아첨녀의 탐미주의를 진공청소기로 쏘옥~ 빨아들일 것만 같은, 그런 뭔가 가슴을 뻥 뚫어주는 상쾌함 어디 없을까. 귀부인의 합리적 의심은 물론 풍만한 숙녀의 선망까지 모조리 빨아들일 것만 같은 잔재주. 그런 짜릿한 쾌감 어디 없을까? 없다. 없어. 있을 리가 있나. 있을 턱이 없지. 그럼. 허허. 그런 게 있었으면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겠나. 진작 아무도 날 모른 채 돈만 돈만 원없이 가졌겠지. 열 일 제치고 몰입할 열의도 바닥났고. 원래 없었나? 쾌락에 몰두할 열정 역시나 비리비리. 여체가 아닌 여심에 대한 탐욕마저 시들시들. 소원은 많은데 소원만 많아. 전부 싹 다 그림의 떡. 아니면 뻥 다 뻥. 몽땅 뻥. 전부 뻥. 웬 허접한 사이렌의 허풍을 읊조리는 숙주, 누가 또 리모콘을 잘못 눌렀길래 난 또 괴팍한 환청을 듣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여자. 어쩌면 불여우. 맞어. 맞네 맞어. 산만한 거 보면 딱이지. 그럼. 
    곧 숙녀 기분 저기압일 때 옆에 있으면 안된다. 피하는 게 최선.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피차 뚜껑 열리는 지름길. 그러니까 그녀 기분이 은밀하도록 은근슬쩍 고양이 담 넘어가듯 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알고 보면 여자는 전부 다 시누이. 살쾡이. 어? 순한 양은 무슨~, 신경질적인 살쾡이지. 호피무늬. 표범. 치타. 재규어. 야옹이. 원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 세상사라는 게 그렇다. 안 그럴 수가 없거든. 그 말은 곧 뭐다? 그렇지.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남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무작정 나갔다가 비전 없어서 다시 쥐구멍으로 복귀한 게 대체 몇 번인데. 안 그래? 내가 뭐 틀린 말을 했어~, 아니면 말을 지어내기를 했어. 어? 다 사실 아니냐고 딱 사실. 응? 개구멍으로 들어갔다가 툭하면 골탕먹은 건 또 어떻고. 으쌰으쌰 좋다 좋아 으쌰으쌰 속 시원하다 으쌰으쌰 후련하다 좋다~, 그래서 딱 젊음의 행진을 했는데. 그런데 주위를 보니 아무도 없어. 또 속았어. 매번 당해. 일생 패배주의. 인생이 루저. 뭐 어떻게 잡어라도 안되겠니? 어복 터지던가 아니면 도를 닦던가. 도대체가 말이야 중간이 없어 중간이. 하여간에 뭘 해도 액면이 영 거시기하구만 그래. 판돈은 애시당초 없었으니까 바닥날 리도 없고. 아 글쎄 재산 탕진할 걱정 없어서 거 참 좋겠네. 허허.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잠깐 삼천포 잔지식 자랑. 나도 자랑 좀 합시다! 언제까지 겸손 겸손 겸손 꺼벙 꺼벙 꺼벙. 어?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언제였던라. 그게 생리대인데 팬티로 추측했어. 예측만 한 게 아니라 팬티 아니냐고 진짜로 물어봤어! 흥 하나 만큼은 그 어디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짝사랑녀. 걔도 그랬어. 걔는 액션만 취했는데 걔한테는 안 물어봤고. 걘 팬티랑 생리대 둘 다였나? 완전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꼭 우르르 여럿이 1박 2일로 놀러가서 그런 장면 연출하는 게 특기인 여자들이 있긴 있다. 없진 않음. 넘어가고). 
    말하자면 내 안의 그분께서 아무래도 꽤나 심심해 하시는 듯 하다. 왜 아니겠어. 혹시 우리 사이를 혹시 누가 이간질하는 거 아닌가? 에이~ 설마! 정말로 누가 걔와 걔를 이간질하는 건가? 아니면 심하게 질투하거나. 부러우면 지는 거래잖아. 착한 척하다 돌아서면 험담. 마음 놓고 화장실을 갈 수가 있어야지 말이야. 여자세계에서 뒷담화 빼면 남는 게 뭐 있나? 없나? 정말 있나? 하오나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또 알고 보면 뒷담화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부정하기도 좀 뭣허고. 그분들 편도 은근슬쩍 들어주긴 해야 하니까. 우리는 그녀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보아하니 인생이란 말이야 그 말이 명언 중의 명언이다. 그 말은 대체 뭐냐고? <욕하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응?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면서 속으로 미워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놓고 비난하라고. 어? 
    여기서 남녀가 딱 갈린다. 이래서 여자가 무섭다. 응? 여자가 참말로 독하단 말이지. 어떻게 사랑이 인생의 전부일 수 있냐고. 예를 들어 보자. 소년들 보면 친구가 다치고, 넘어지고, 피나고, 기부스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러면 푸하하하하 푸하하하하 막 웃고 개 웃고 자지러지고. 그런데 여자는? 소녀들 보면 친구가 기부스하고, 넘어지고, 어쩌고. 그러면 어쩌니 걱정걱정 어쩌니 괜찮니 어머머머머 어떡하니 염려하며 어쩌고저쩌고. 겸손 겸손 겸손 칭찬 칭찬 칭찬. 그런데 제빵학원 동료가 뼈에 금갔는지 뼈 부러졌는지 병원에 우르르 다들 몰렸갔는데, 여자 둘이서 빵끗 터져. 어? 아름다운 사랑에 관한 예시가 아니긴 하다만 아무튼. 뒷담화 관음증 조증 허언증 수전증 과장병 뭐, 거북목 증후군? 그런데 거북목 증후군이 여기서 왜 나와. 내 말이. 
    그건 그렇고. 한편! 한편은 무슨 한편. 좋게 퇴근이나 해야지 별수 있나. 
    그렇게 나는 행복한 퇴근을 했다.





    6

     <연극대회 출연 제의를 수락. 덥석은 아니고 심하게 망설이던 끝에 겨우겨우>
    숙녀의 마음은 언제나 닥터지바고에 나오는 라라의 테마 같은 것. 폴 모리아 악단. 할리퀸문고. 여성잡지 1과 2. 그 중간 중간 소녀감성 낑겨주고. 한마디로 여자는 일생 내내 신부다. 여자 = 신부! 여자는 자기 빼고 세상 모든 만물과 만인은 전부 다 신부들러리. 자기만 일평생 5월의 신부. 바로 그 때문에 칭찬 칭찬 칭찬 겸손 겸손 겸손 그러는 것일 뿐. 그런데 <시어미──시누이──며느리> 이 전설적인 트로이카의 사이가 좋아보이면 그나마 선방. 그 내면은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가 따로 없고. 여자말 번역기 그거 까면 장난 아니라는 거. 어? (절레절레) (절레절레) 즉 여자는 그렇다. 여자는 다 그래. 딱 자기 1인만 독보적인 원톱 스트라이커고, 나머지는 싹 다 개 발 구멍 약체 바보 병풍 백댄서. 어? 그렇다고 뭐 내 사랑 낭군님은 동화 속 왕자님? 그건 그냥 말이 그렇고. 희망사항일 뿐이고. 진짜는, 애인도 역시나 신부들러리. 혹시나 아니기를 바랬으면 미안허고. 거 참 이래서 너무 솔직해도 탈이라니까. 그래도 입은 삐툴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 추억의 나이트클럽 돈텔마마에 가보시라. 극장식 카바레 카사노바에 들려보시라. 웨이터가 턱시도를 입고 손님은 다양한 패션을 자랑한다. 턱시도? 내 남자는 다름 아니라 웨이터라니까 그러시네. 어? 그런데 그 웨이터 이름이 뭐 막살자? 하여튼 못말려 (절레절레)
    좌우지간 여자의 마음이란 딱 그거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여심. 그나마 나비가 평균이면 다행이게? 사랑은 나방이기 때문에, 따라서 그렇게나 늑대님들께서 벌레 먹은 사과를 좀 어떻게 한 번 해 볼려고 눈에 쌍심지를 켜시지들 않나. 정말로 그렇단 말이 아니라 이를 테면. 정말 여자는 하늘 남자는 땅이란 말이 아니라. 농담이고. 북어와 마누라는 이틀에 한 번씩 뚜들어패야... 라는 구식탱탱묵은 얘기하면 여자들 퍽이나 좋아하겠다. 어쨌든 변덕은 죽 끓고. 변심은 기본. 사랑의 기초는 뭐 여자의 판타지? 매를 버네 매를 불러. 바로 그래서~ 우리가 여심이 아니라 여체를 탐하며 신비감과 환상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달려라 쾌락마 달려라 쾌락마. 1번마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라는 1번마는 첫 끗발이 개 끗발이군요. 자, 다음으로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라는 2번마 벌써 지쳤어요 벌써 지쳤어, 보기에는 UFC 급인데 보기에만 UFC 급이군요 거 참 실력은 거 무슨 동네 술꾼보다 더 비리비리한 거 좀 보세요. 그런데 어머 어머머머머 3번마 '남자는 문지방을 넘을 수만 있어도 여자를 탐한다'께서... 끝내 경기를 포기하셨군요. 저런~! 3번마 마권에 몰빵하신 행복업 매니아들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겠는데요? 자, 그건 말이죠~ 
    ~라는 싸구려 만화 나레이션 같은 농담은 이쯤 하고. 재미 하나도 없으니까 넘어가고. 통과. 어쨌든 우리가 왜 여심이 아니라 여체를 탐할 수 밖에 없는가! ~라는 논조가 썩 밑도 끝도 없는 궤변 같긴 한데. 허나 또 퍽 말이 아주 안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다 이상해. 허허. 
    자, 그 말은 곧 나도 신부들러리 같은 남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고찰을 기꺼이 안겨주는데. 흔쾌히 그거 받고 덤으로 얹어서 베팅할 배짱도 없고. 일단 판돈은 커녕 약속도 없고. 그러니까 말이지, 먹고살기 바쁜 세상 어찌 사시사철 시시각각 그런 쓰잘데기 없는 공상이나 떠올리고 있나. 무슨 그런 개 풀 뜯어먹는 상상병 언제까지 붇들고 있으라고. 응? 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수다는 수다대회 가서나 하고. 말도 안되는 잔소리만 하고 또 할 꺼면 좋게 소파에 자빠져서 TV 채널이나 돌리던가 말던가.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제안한 연극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연극? 저번에 애들이 제안했거든. 아마추어 연극대회에 나가면 재밌을 거 같다면서 각본, 분장, 조명, 기타 등등 다 준비됐다면서 오빠는 몸만 오라는 주문이 있었다. 
    난 당연히 할까 말까 망설였고. 
    제목은, 나 잡아봐라! 
    뭐야 나 잡아봐라? 제목이 뭐 그렇게 촌스러워? 제목부터 그 모양인데 나 같은 촌닭이 주인공을 맡으라고? 
    뿐만 아니라 연극은 실험극이었다. 즉 각본은 대충 10분 + 애드립 20분 = 30분짜리 연극. 내용도 초간단. 
    줄거리조차 딱 1줄로 요약 가능. 15년 만에 재회한 연인이 왜 헤어지게 됐는지, 어째서 사랑이 어긋났는지. 잘지냈느냐 어쩌냐. 배경은 비키니에 요트에 뻔하고. 
    그렇게 남자 대사 두세 번 여자 대사 두세 번. 막 서로 말 왔다 갔다 많이 하지도 않고 길게. 그렇게 해서 각본대로 10분 소화. 나머지 20분은 막말이자 즉흥연기로 때우고. 그렇게 총 30분짜리 연극. 
    그래? OK! 
    나는 고민 고민 끝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7

    만나서 연습하고 어쩌고저쩌고. 
    중간 다 건너뛰고.
    중간 다 건너뛰고.
    중간 다 건너뛰고.
    필름 빨리 돌려서 연극대회 본선. 예선은 출연자 부족으로 생략한 체 즉각 본선. 
    무슨 참가자가 단 4명 뿐인 대회에서 준결승은 상대가 기권해서 어부지리로 결승 진출하고, 어영부영 반칙으로 딱 1번 이겼는데 우승하는 거야 뭐야. 
    어쨌든 무대에는 나와 로즈마리뿐. 
   「오빠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오빠는 나 안 보고 싶었어?」
   「넌 그렇게나 좋아하던 오빠를 15년 만에 봤는데 겨우 한다는 말이란 게, 어? 고작 TV에서 보던 거 그대로 따라하니? 그게 뭐니? 어? 그러니까 늬가 남자한테 차이고나 다니지. 안 그래?」
   「(나직히) 오빠. 왜 그래. 난 반가워서 그러는데. (조용조용히) 오빠. 지금 우리 연극 무대야.」
   「조용히 소곤거려도 다 들려. 그냥 크게 말해. 어? 남 눈치를 왜 봐!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막사는 거. 지조없는 년. 너 걸레라고 회사에 소문 쫙 퍼졌어. 뒤에서 수군대는 거 신경도 안 쓰이던? 그런데도 그 양복쟁이 유부남들 혼자서 짝사랑했니? 누가 모를 줄 아니. 너 똥파리한테 넘어갔다고 회사 단짝 언니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아니 모르니? 어? 어디 그게 끝이야? 너 CS했다며? 그것도 완전 싫어하는 남자랑. 아는 오빠니까 덥썩 음주운전 차에 타서 신나게 데이트했다며? 심지어 2 대 2로 대낮에 더블데이트에, 저녁 지나서 야밤에도 드라이브했다며?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난 주제에 뭐 아름다운 재회? 미쳤니? 너 같으면 그게 아름답다고 느끼겠니?」
   「이건 각본에 없는 얘긴데.」
   「없으면 어때?  입으로 1번이면 끝이라고, 했어 안 했어? 문어발식으로 남자 만난 주제에 뭐 이제 와서 한다는 얘기가, (성대모사), 오빠 오래만이야 잘 지냈어? 잘 지낸 거 좋아하시네. 나 알콜중독자로 살았어. 됐니? 봐 봐. 봐 봐 얘. 안 보여? 내 손 떠는 거. 수전증 몰라?」
   「오빠 그거 손 억지로 떠는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에는 그거 억지로 떠는 거 같은데. 연기가~, 어설퍼~!」
   「뭐? 아니 이 사람이...! 아무튼, 그런 넌 애 낳고 잘 살았다며? 이번엔 또 어떤 똥파리가 따라다니길래 자줬니?」
   「오빠 말이 심하다. 똥파리라니?」
   「이게 어디서 잘했다고 따박따박 말대꾸야 말대꾸가?」 
    곧바로 나는 뿅망치를 꺼내들었다. 애들 장난감 뿅망치 특대 사이즈. 
   「5km」
   「」
   「뭐해?」
    로즈마리는 알아서 와서 눈탱이 부위를 부딪혔다.
    다음으로 나는 막대기 끝에 달린 헐크 장갑을 꺼내들었다. 
   「12km」
    그녀는 이번에는 다른 쪽 눈탱이를 가져다 살며시 비볐다. 비벼? 애무야 뭐야!
   「뭐야, 웃어~? 야 너. 머리 박어!」
   「」
   「안들려? 대가리 박어!」
   「어? 머리를 박어? 어디다? 누가? 내가? 왜 박어? 뭐하러? 내가 뭘 잘못했다고?」
   「몰라서 묻니? 여자이기를 포기한 거니? 박으라면 박어.」
   「그건... 그야... 나는... 어떻게 박는 줄 말을 해 줘야지.」
   「너도 알잖아. 어릴 때 꽁트에서 봤으면서 모른 척은! 뭐해? 대가리 안 박고!」
    로즈마리는 그렇게 머리를 땅에 대고 푸샵 자세를 취했다. 엎드려뻗친 자세에서 손을 떼려는데 균형은 안 잡히지 머리는 아프지. 그렇게 겨우겨우 뒷짐을 지었다. 
    나는 로즈마리에게 귀뜸했다. 그녀의 보드라운 귀에다 대고 말했다. 
   「15년 동안 딴놈이랑 실컷 즐기다가 이제 와서 뭐가 아쉽다고 날 찾아왔니? 응? 아니면 뭐 15년 동안 수절이라도 했니? 왜냐하면 날 만나는 동안 사랑의 기본이 잘못됐다는 걸 반성하는 의미에서? 그래서 이제라도 오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므로 날 먹어줘? 좀 식었만 이제라도 맛있지 않을까? 아니 그윽한 고급 치즈처럼 숙성도 됐겠다, 벌레 먹은 사과보다 훨씬 상큼하고 시큼하며 새콤달콤한지 아니면 끝없이 달콤한지. 너 맛 좀 봐라? 그러니까 그때 날 좋아한 건 맞는데. 내가 애인이 아니었던 거네. 그치? 전남자친구 얘기를 슥 흘린 건 나 기분 좋으라고 한 소리고. 난 후보군이니까 전남자친구는 계속 만나면서 환승이별 적기를 노리고 있었던 거구만. 그치? 뿐만 아니라 너 내 친구랑 잤잖아. 너 내 친구랑 CS 했잖아? 심지어 소개팅은 소개팅대로 계속하고. 선 본 남자들이랑 꼬박꼬박 A X 3, B X 3, C X 3000...... 그처럼 오랫동안 누구든 만나고. 남자에 환장한 년. 껄떡년. 이건 뭐 양다리도 아니고 문어발식으로 남자를 거느렸구만 그래. 여왕벌 마인드가 설마 했는데 얘였네. 그러네. 어? 환승이별감 후보군으로 그래도 내가 1등이었다고? 너 그때 CS하고 나니까 이제 남자들 자동차 조수석에 타는 게 아무것도 아니든? 남자도 사겨봤겠다 전남자친구도 여전히 불타도록 껄떡거려주시겠다, 어? 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얘. 그날 더블 데이트하면서 뭐 느끼는 거 없었니? 그러니? 넌 여자도 아니야. 넌 여자도 아니라고. 어? 가서 만나던 똥파리나 계속 만나라. 어? 야, 너 가라! 꺼져라. 하이에나가 쫌만 노력하면 지 맘에 들든 아니든 아무나 다 따먹을 수 있는 년. 어? 개나 소나 다 받아주는 년. 똥파리든 하이에나든 의전만 충족되면 1년이든 15년이든 죄다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는 년. 회사에 똥파리한테 넘어갔네 따먹혔네 더러운 소문 쫙 퍼졌는데, 챙피한 줄도 모르는 년. 넌 그냥 그 흔한 번따년일 뿐이야. 알아? 
    T자형 삼거리에 위치한 식료품점에서 처음 만난 날. 바로 그 다음 날 친구들끼리 펜션에 놀러갔을 때. 펜션에서 가부좌 자세로 혼자서 소꿉장난할 때. 책상다리로 앉아 반죽인가 뭔가를 손으로 가지고 놀던 모습. 그러다 내가 뒤에 있는 거 알고 재빨리 일어서서 수줍어하던 모습. 배꼽티 입었는데 츄리닝 사이 엉덩이골 보여서 챙피하다 어쩐다는 듯. 나 그런 여자 아니다? 그럼 뭘해! 정성스럽게 딱 화장하고서, 머리 빗고, 향수 뿌리고, 구두 신고. 쪼르륵 나가서 번따녀가 똥파리를 만나서 자랑스럽게 백화점 데이트. 어? 거울 보면서 립스틱 바르고, 아이쉐도우 꾸미고, 빤짝이 뿌리고. 속눈썹 붙이고. 눈썹 그리고. 볼터치 하고. 그렇게 정성스럽게 꾸미고 딱 나가서 약속 장소에서 보고 싶은 남자친구 만나서 데이트. 오늘 키스하면 어쩌지? 화장 1시간 하기 전에 이미 브레지어랑 팬티랑 깔맞춤 해 놓고. 어? 물론 전남자친구가 하도 껄떡거려서 1년간 사겨줬고. 1년 동안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줬고. 속으로는 싫었고. 진짜로는 회사 유부남 짝사랑했고. 일찍부터 심신분리됐어. G 스폿 열릴 준비도 끝났고. 아니야? 아니면 아니라고 반박을 하던가! 못해. 왜? 왜냐하면 사실이니까.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걸레네. 거지같은 년. 미친년. 남자에 환장한 년. 그래 놓고 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래. 회사에 더러운 소문 쫙 퍼졌는데. 뭐 1번이면 끝이에요? 더러운 년. 더럽게 멍청한 년. 대가리에 똥만 가득찬 년. 골빈년. 돌대가리. 대식가니까 화장실에서 똥 엄청나게 많이 싸는 년. 그런데 혼자 있을 때 콧구멍 엄청나게 후벼파. 더러운 년. 방귀쟁이년. 거리에서 보는 게 남자 밖에 없어. 넌 그냥 그 흔한 번따년일 뿐이야. 알아? 늬가 여신은 무슨 여신이야, 이런 싸구려 번따년아. 어? 번따년. 똥파리 전마누라. 큭큭큭큭큭. 
    넌 그저 똥파리 전마누라이자, 진짜로 하이에나든 늑대든 전남편의 애를 낳았잖아. 안 그래? 그런데 이제 와서? 당시! 그 당시. 전남자친구한테 마음도 주고 몸도 주고, 어? 전남자친구랑 섹스하고. 내 친구랑은 CS 하고. 어? 새로운 남자는 새로운 남자대로 죄다 상대해주고. 어? 도대체 몇 명이랑 잤니? 그러면서 나만 놀리고 놀리고 놀리고. 그러면서 단 1번도 1 대 1로 만나주지 않고. 튕기고 튕기고 튕기고. 차고 차고 차고. 그러면서 또 전남자친구랑 잤는지 안 잤는지, 손은 잡았는지 안 잡았는지, 키스는 했는지 안 했는지, 궁금하고 질투나며 미치라는 듯이 놀리고! 어? 그런데 이제 와서? 왜 전남편이 불구니? 그러니? 아니면 10초를 버티기가 너무 힘들데? 썩 실하지가 않아? 나이는 먹고 G 스폿은 열렸는데, 그런데 외롭니? 많이 외롭니? 그러니? 어? 아무나 물고 빨고 핥고, 벌렁벌렁! 개나 소나 다 얼굴 팔려주는데. 그런데 딱 1명. 나만 빼고.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이제 와서? 어? 나 싫다며! 
    내가 예전에 런닝머신 파는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가슴골 보여주고, 빨간 립스틱에, 뇌물 공세에 아양 떨고 친한 척 해서 물컹한 느낌의 딥키스를 받아냈던 아줌마. 옆 사무실에서 일했던 그 아줌마. 그래서 자기 남편은 마피아라면서 날 마다하며, 젊은 숙녀를 소개시켜주던 그 아줌마. 그 아줌마도 엄마 스타일 아니야. 엄마 스타일은 애 손잡고 나가 외갓남자를 만나면서 애한테 그 강렬한 기억을 각인시켜주지, 그처럼 남몰래 물컹한 딥키스 1분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어? 진짜로 그 아줌마 남편이 깡패였던 게 맞아. 아줌마들 우리가 어디 한두 명 만나본 줄 아니? 여성잡지 2가 괜히 여성잡지 2인 줄 알어? 뭐 아무튼. 
    그래서 이모 스타일이 마침내 엄마이자 엄마 스타일로 거듭났으니. 따라서 이제라도 뭐 어떻게 안될까요 오라버니? 오라버니 좋아하시네. 일어서!」
    로즈마리는 겨우겨우 일어섰다. 





    8

   「넌 번따녀 아니면 번주년이야. 아니? 어? 아니 모르니? 웬만한 숙녀들이야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지만. 넌 남자 없으면 못 사는 년. 남자 밖에 모르는 년. 그거 뿐이면 좋고 괜찮은데. 그런데 미친년. 섹스가 늬 인생 전부잖아. 안 그래? 번호 따이는 게 취미이자 소원인, 번따녀! 동시에. 쫌만 지 맘에 들면 일단 남자한테 번호 찍어주고 남자 번호 따는, 번주년. 어? (1) 인성이니 외모니 성격 등 아무것도 안 보고. 껄떡쇠한테 번호 따여서 할 거 안 할 거 다 하고 갈 데까지 간 년. 심지어 그걸 애인한테 자랑해. 애인 엿먹으라는 거야 뭐야. (2) 번따녀 생활 클럽죽순이 생활 질리니까 친구랑 남자 작업쳐. 너가 먼저 내 핸드폰 뺐어서 번호 찍어주고, 즉각 내 전화기 지가 자기 번호로 전화 걸어서 내 전화번호 따고. 즉시 저장하고. 어? 번따녀로 똥파리한테 작업당하면 고추 빨아주고. 고추 빨아준다면서 응원하고 기대하게 만들고. 자기도 선홍빛 예감에 흥분하고. 어? 전남자친구한테 잘 보일려고 화장 곱게 하고. 정성스럽게 꾸미고. 어? 볼장 다 보고! 어? 
    반면에, 지가 이상형 남자한테 작업쳐서 번따년&번주년 되면 애인한테 지옥을 선물하고. 여전히 전남자친구 만나고. 새로운 남자들 죄다 만나고 다니고. 미친년. 걸레 중의 걸레. 이런 년이 G 스폿까지 열려 봐봐. 와 상상이 안된다 상상이. 심심하면 남자한테 작업당하고. 지가 남자 번호 따는 번따녀로 사교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선보였고. 그저~ 번따녀로 의전 대우만 해주면 개나 소나 다 좋대! 반면 지 맘에 쏙 들어서 홀딱 반했길래 번호 찍어주고, 너가 내 번호 따고. 그러다 양다리 세다리 내 친구랑 CS. 귀 뚫리니까 그때부터 개걸레. 
    야 암캐! 짖어봐. 어? 지서봐! 아니 됐다. 됐어. 재미없다. 발정난 암코양이, 냄새난다. 무슨 오징어 썩는 냄새 진동한다고. 저리 가라. 야, 가. 아휴 저 맹추. 응? 왜, 탐색전 해 보니 마음에 쏙 들길래 작업쳐서 1달 반 만에 후딱 합방하고 싶었는데. 계획대로 안되든? 그게 맘대로 잘 안되던? 그래서 뭐 15년 걸려서라도 어떻게 한 번, 어? 한번이 소원이니? 그러니? 늬 까짓 게 뭐 특별한 숙녀라도 되는 줄 아니? 착각하지 마 얘. 넌 그저 그런 싸구려 번따녀&번주년일 뿐이니까. 아름다운 숙녀 인생 장밋빛 인생? 웃기지 마라. 하나도 웃기지 않으니까. 징그럽고 멍청하고 추접스런 년. 야 암퇘지. 어? 꿀꿀~ 해 봐. 뭐해? 꿀꿀~ 하지 않고. 어? 꿀꿀꿀 해 봐. 돼지가 돼지 소리도 못내? 그런 돼지가 이 세상에 어딨니? 암퇘지면 암퇘지답게 굴어. 어? 
    그런데 너 표정이 그게 뭐니? 응? 누가 보면 진짜로 똥 씹은 줄 알 거 아니니. 안 그래? 하긴~ 어? 개가 똥을 끊겠니 영역표시를 그만두겠니. 알만하다 알만해. 야 암캐. 좀 암캐면 암캐답게 구시지. 응? 암캐면 암캐답게 굴자. 어? 우리 좀 그러자. 어? 아 맞다. 너 오늘 아침에도 흥분했겠네? 그러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명언이 썩어빠졌다 얘. 어? 이미지 트레이닝 아조 그냥 끝짱이겠네. 흐흐흐흐흐. 응? 히히히히히히히. 어떻게, 응? 멍청녀 대회는 알아봤고? 너 같은 희대의 멍청녀가 멍청대마녀 대회에 안 나가면, 그럼 대체 누가 나가야 하니? 어? 안 그러니? 한번 생각을 해 봐 봐 생각을. 응? 말 나온 김에 이참에 돼지 대회에도 나가보시든가. 뭐 그러든가 말든가. 내 알 바 아니고. 어? 그때 보니 아주 그냥 겁나게 쳐먹던만. 어? 그게 뭐였더라, 맞다. 돼지 창자. 허천나게 어? 더럽게 쳐먹던만 그래. 뭐 돼지가 돼지를 먹어? 그것도 창자를? 근데 너 피부관리 포기했니? 모공이 무슨 화산 분화구만 하네. 그러네. 너도 늙었지 왜 아니겠니. 어? 참 많이 닳아진 거지. 그럼. 그럼 뭐야, 그러면 하트도 늙었겠네? 그러네? 크크크크크크크. 뭐야, 머리카락도 가늘어졌잖아? 세월의 힘을 너가 아주 그냥 왕창 받는구나. 중력의 힘을 뉴튼은 법칙으로 승화시켰는데 넌 노화로 받았단 말이지. 어? 축하한다 축하해. 아 글쎄 샴푸 적게 들고 얼마나 좋아. 안 그래? 안 그래도 넌 남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여자이기를 포기했고. 어? 
    아무리 그래도 우리, 어? 얼굴 좀 피자. 응? 표정 좀 피자고. 어? 그게 뭐니? 너 안 그래도 말상이야. 그런데 얼굴 더 길어지게 그게 뭐니? 그거 보면 관상가가 뭐라 그러겠니, 말 대가리 어쩌고저쩌고 설마 그러시면 어쩌겠냐, 이 말이라고. 응? 안 그래? 내가 어디 틀린 말 했니? 응? 안 그래도 너 멍청한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어디 지금만 알겠니? 그런데 입은 왜 그렇게 쭉 빼는 거니? 기분 나뻐? 그럼 행실을 똑바로 하던가. 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니? 사랑이 장난이니? 가정교육 그렇게 배웠니? 너도 뭐 모딜리아니 그림처럼 늬가 명화 속에 나오는 여신인 줄 아니? 어? 넌 그냥 번따져 번주년이야. 알어? 꼴에 숙녀라고! 얼굴값 못하기로 세계 최고인데, 또 꼴값이라면 환장해. 남자는 더 환장해. 어? 너가 뭐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오페라 <알치나> 중 '내게 돌아와줘요' 듣고, 고전소설 읽으면 그 멍청한 전두엽 더 멍청한 측두엽이 어디 영리해질 꺼 같니? 설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넌 그러니까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먹고 나면 방귀나 왕창 겁나게~ 끼는 번따년 번주녀 똥파리 전마누라일 뿐이야. 너 그거 먹고 나서 막 쉬지 않고 방구만 끼잖아? 안 그래? 너 지금도 코에 콧물이랑 코딱지 가득 들어있지? 너 축농증 내가 모를 줄 아니? 더러운 년. 오늘 아침에도 똥 엄청 쌌지? 얼굴이 얼굴이 똥 씹은 표정처럼 그게 뭐니? 어? 너 설마, 팬티에, 똥쌌니? 그래? 하여튼 답이 없구만 답이 없어. 허영심만 하늘을 찌르고.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번호 따이는 거 좋아하고. 번호를 주고 번호를 땀과 동시에,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나고 다니고. 어? 에라~ 똥바가지나 뒤집어쓸 년아. 이런 미친년 같으니라고. 어? 왜 나이는 먹고 첫키스도 못해봤는데 하고는 싶고. 겁나게 빨고는 싶고. 왜, 똥줄타니? 그러니? 어? 솔직히 말해봐. 내가 비밀로 해 줄께. 응? 그 전에 그 얼굴부터 펴고. 어? 늬가 무슨 인상파니 뭐니? 어? 늬가 무슨 아그리빠 조각상이니? 어? 뭐 비싼 와인 마시며 폼 잡고, 세련되고, 우아하고, 고상한 숙녀? 넌 그냥 토속주에다 싸구려 맥주 타서 폭탄주나 마셔라. 어? 그거랑 하이네켄이랑 맛 비슷비슷하니까. 어? 좋게 그래라. 멍청한 년. 꼴보기 싫은 시누이 같은 년. 더럽게 멍청한 년. 왕재수년. 너 지금도 그러지? 어? 잠잘 때 코 드르륵드르륵, 깨어나서 미남 보면 하트 벌렁벌렁 침 질질. 어? 너 여태 내 생각하느라 설마 보지가 벌렁벌렁했던 건 아니지? 그치? 그럴 꺼야. 거기가 무슨 수도꼭지도 아니고 심심하면 질질 질질. 어? 잘났어 증말! 누가 너 모를 줄 아니? 응? 넌 그냥 안성탕면 끓여서 계란 쳐넣어서 먹어. 그거랑 까르보나라랑 맛 비슷하니까. 지가 무슨! 방구왕에 성적인 생각하면 똥 마렵고 곧장 화장실 달려가서 똥싸고. 어? 야, 똥싸개! 똥싸는 자세 잡아 봐. 거 무슨 미모에 물이 올랐다는 둥 사랑한다는 둥, 어? 뭐 그런 달콤한 속삭임이라도 들을 줄 알았니? 착각하지 마 얘. 넌 똥이야. 알어? 뭐 난 꽃이야? 넌 똥이다 똥! 첫인상 즉시 풋사랑 시작하는 그대여, 어? 시치미떼기 선수인 능청꾸러기는 바로 너. 응? 딱 너! 뭐 연예인 A의 남성미, 영화배우 B의 기럭지, 탤런트 C의 얼굴? 웃기고 자빠졌네. 전남자친구 사진 보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 지갑 속에 그분의 얼굴을 1년 동안 고이 간직하고 다녔으면서 뭐, 영화배우 A는 어쩌고 B가 진짜 어쩌고저쩌고. 미친년. 아래로 똥사고 입으로 똥 뱉는 년. 중간에 미리미리 다 환승이별 생각했던 년. 똥싸배기 코끼리 방귀끼는 소리나 하고 자빠졌어. 늬가 꽃이면 이 세상에 꽃 아닌 게 없겠다. 에라 이런 똥보다 못난 년아. 그러고서 좋다고 하이에나랑 단둘이 데이트하고. 똥파리랑 독대하고. 촌닭들 다 상대해주고. 얼어죽을년. 어? 이런 똥싸배기 미친년. 못된 시어미 더 못돼쳐먹은 시누이 같은 년. 어? 아휴 저 저 저 똥독 오른 년. 설마 돈독까지 오른 건 아니지? 그치? 그렇지? 그러지 말고 너 대회나 나가봐라. 어?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이게 다 너 생각해줘서 하는 얘기야. 응? 그러니까 무슨 대회? 뭐긴 뭐야 똥쟁이 대회지.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이런 똥싸배기 같은 년 생각하는 거 하고는 시시때때로 그 생각뿐. 어? 야, 똥싸개 똥개야! 똥싸는 자세 잡아 봐. 뭐해? 아니다. 됐다. 똥싸배기 같은 년 데리고 내가 뭘 하겠다고. 어? 그런데 어디서 막 문어 썩은 냄새가 풀풀 풍기는 거지? 어디야? 어? 어디냐고. 설마, 너니? 그러니? 그런데 저기 보이는 저 빛나는 건 또 뭐야. 문어대가리야 뭐야? 뭔 조명이야 저건 또. 야! 너 꺼져. 눈부셔. 마빡에 애무남이라고 진짜로 적고 다니는 놈도 다 있네.
    뿜뿜~ 뿜뿜뿜뿜~ 뽕뽕 뽕뽕뽕뽕뽕! 
    푸쉭푸쉭 뿡뿡뿡.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멍청하디 멍청한 돼지 같은 년. 먹고 싸는 거 아니면 번따녀 번주년. 암캐. 발정난 암코양이. 머릿속엔 똥만 가득 찼고. 걸핏하면 똥싸고. 맛난 거 있으면 겁나게 퍼먹고. 더럽게 멍청하고. 그런데 저 문어 대가리는 왜 계속 따라다녀. 안 그래도 냄새나는데. 뭐야? 가. 너, 가! 조용히 해. 시끄럽다고. 어? 닥쳐! 닥치고 반성해. 할 일 없으면 가서 공갈젖꼭지나 물어. 화장 떡칠이나 하고 말이지. 그게 뭐야? 어? 남의 남자한테 환장하며 꼬리치기나 하고. 처음 만난 날 얼굴에 뾰루지 덕지덕지 피부도 더러웠어. 자기 관리도 안 하는 년. 겨드랑이 털 부숭부숭. 지가 원시인이야 뭐야. 또 하트 수도꼭지 틀어? 이제보니 이거 순 변태 날라리 수도꼭지녀구만. 어? 야 아이큐 두 자리. 어? 닭대가리. 야 촌년.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딴년 젖통 큰 거 질투하지 말고. 어? 뻔질나게 유부남 근처에서 알짱대지 말고 꺼져. 임자 있는 남자 좀 웬만치 껄떡거려라 이년아. 어? 계란후라이 저리 돌리라고. 눈에 거슬리니까. 귀걸이 욕심은 또 많아가지고 말이야. 어? 천박한 년 같으니라고. 뽕뽕뽕! 저 봐 저 봐 봐, 또 방귀껴. 어? 또 화장실 가. 방금 야한 생각했지? 누가 모를 줄 알어! 눈탱이는 어디서 쥐어터졌니. 뭐 화장이라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구만 그래. 응? 먹고 싸고 멍청하고 먹고 싸고 멍청하고. 이거 이거 순 돼지새끼 아니야? 이런 살쾡이 같으니라고. 돼지 같은 년. 꿀꿀 꿀꿀꿀. 난 뚱뚱한 여자 좋아하고 성격 좋은 숙녀도 좋은데. 넌 아니야. 넌 아니라고. 왜냐, 넌 그냥 암퇘지니까. 알아? 그냥 암퇘지도 아니고 똥 암퇘지. 야! 따라서 해 봐. 따라서 해 보란 말이야. 어? 나는 멍청한 똥 암퇘지다! 어? 이제부터 네 별명은 벌렁벌렁이야. 알았지? 뭐 늬 질 내 압력 장난 아니라고? 저런 멍청하고 천박한 꿀꿀꿀 똥 암퇘지 같으니라고. 에잇~! 야 벌렁벌렁.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기어갔다 와. 뭐해?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니니. 응? 아니다. 그러지 말고, 어? 좋게 클리토리스나 잡고 반성해. 알았어? 알았니 몰랐니? 더럽게 밝히기나 하는 년. 젠장~ 이런 젠장! 응큼해도 정도가 있니. (절레절레) 허허. 아 맞다. 늬 소원이 뭐였는지 내 한번 맞혀볼까? 그럴까? 뭐긴 뭐겠니.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라는 말 한번 해 보는 거겠지. 뻔해. 뻔할 뻔자라고. 허허. 
    자, 넌 뭐라고? 자! 그래. 따라서 해 봐. 번따녀~ 번주년~! 왜, 그럴 기분이 도저히 아니니? 잘났어 정말! 어? 잘나셨다고 증말. 대단하다 대단해. 어?」
    객석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들려왔다.
   「뭐꼬? 뭐 쪼개?」  「정서적 불륜이 습관이었단 말이야? 미친년이네. 챙피한 줄을 모르구만.」  「심신분리녀지 뭐겠어.」  「워매 좋은그~ 딴년이랑 즐겨도 남자는 조강지처와 가정을 모른 체 하지 않는데. 워매 좋은그~ 딴놈이랑 정서적 불륜부터 육체적 사랑까지? 뭐하자는 거야! 저마 저거 저 뭐야? 어? 아 뭐시여!」  「당해보지 않음 모르지. 남 얘기랑 지 경험이랑 하늘과 땅 차이니까.」  「1번의 실수는 없어. 어차피 2번 이상부터는 고속도로. 귀 뚫려도 지조 있으면 모르지만, 귀걸이 구분 안되면 그건 막장. 딱 끝. 뭐든 처음이 제일 힘든 법.」
    그 얘기를 듣다보니 사랑이 더러워져서 불륜에 이르는 줄거리라면 그나마 내용이라도 있으니 하다 하다 그게 부러워졌다. 
    정서적 불륜이든 육체적 불륜이든. 결국 남는 건 끝없는 의심과 상처. 그래서 웃긴 게 뭐냐, 마침내 바람났던 여자가 피해자로 바뀌고, 바람핀 아내이자 애인의 더러움을 참아준 남자. 그렇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다나 뭐래나.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잊고 살려고 해도 도저히 잊혀지지 않음. 알콩달콩 사랑에 폭 빠졌는데, 전남자친구 만나고, 새로운 남자랑 바람피고, 남편 친구랑 CS 즐기고. 또 딴놈이랑 드라이브 데이트하고. 그걸 어떻게 잊나. 딴놈들 고추 신나게 빨아주더니, 정작 좋아하는 애인에겐 튕기고 튕기고 황금보따리 들고 오면 고추 빨아주겠다는 년이라니. 1번째 바람피다 걸리면 이혼을 원하면 이혼해주겠다? 너가 먼저 바람피웠으니, 갈라설 수는 없고 그러기도 싫고, 따라서 맞바람? 예비 환승이별녀야 뭐야. 그처럼 사랑에 불미스러움이 개입되면 나중 더러워지는 건 시간 문제. 1년 후 상황? 같은 넘이든 다른 넘이든 또 바람피다 걸림. 그때는 울면서 사과 안 함. 
   「그래 나 바람폈다! 삐─── 삐───! 뭐 어쩌라고? 그래서 내가 이혼해준다 했잖아?」
    그 기억을 평생 떠안고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쇼윈도우 생활? 인생이 처량해진다. 게다가 우유부단하게 넘어갔다가,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나중 서류상 정리해야 할 시점이 왔을 때, 증거 부족하면 오히려 위자료를 듬뿍 바람핀 위인께 물어줘야 할 판. 그래서 그냥 참고 산다? 평생 커피포트를 떠안고 사는 셈. 홧병 인생 딴 거 없다. 나는 여자의 판타지를 실현해도 된다 나는 정서적 불륜은 남녀의 우정일 뿐이다, 그러나 너는 남자의 판타지는 꿈도 꾸지 말거라 어쩌고저쩌고? 양측 모두 서로 더럽게 멀티태스킹했다면야 그럭저럭 넘어갈 수야 있다지만. 입으로는 자기가 처녀라는데, 행동으로는 개 걸레 창녀 매춘부 쓰레기. 주위에서 손가락질 하는 줄도 모르고. 사랑의 불문율도 다 깨트리고. 의전만 충족되면 다 좋다는 맹녀. 돈만 많으면 어떤 남자든지 죄다 받아준다는 성도착증녀 성감 절정녀. 어차피 나중 심신분리가 되든 실수를 하든 헤퍼지는 건 시간문제. 그래도 날 많이 사랑해준 거 알고, 나도 많이 사랑했고, 여전히 서로 연정은 남아있고. 그래서 눈 감고 참는다? 그러다 남자는 알콜중독자 된다. 그런데 술 마시면 집에를 못 들어가. 왜? 아니 왜? 어째서냐, 왜냐하면 이성이 말랑말랑해지며 감성이 촉촉해지면 여자가 딴놈 고추 빨아주고, 다리 벌리고, 교성에 분수에 떨림에, 그걸로도 모자라 이 놈 저 놈 막 다 그냥 정서적 불륜으로 문어발식 청춘 사업한 게 다 떠오르는데? 한 시도 잊을 수 없는데? 그래서 그 남자는 혈중 알콜 농도가 남아있을 때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보면 때릴  같으니까. 사랑의 애무처럼 살며시 만져주듯 때리겠나. 응? 
    숙녀들이여 한번 생각을 해보시라. 당신 남자친구이자 남편이 만약 이랬다면 나는 어떨까 라고. 현남자친구를(현남편을) 약올리면서, 데이트도 안 해줘, 잠자리도 거부해. 남자가 현여자친구를 여자 취급하지 않는 거지. 여자 자존심 똥으로 만든다고. 여자 자존감 지근지근 밟으주는 거 아닌가. 다정한 대화든 뭐든 아무것도 안 해줘. 뽀뽀도 예우도 키스도 포옹도 아무것도 안 해줘. 그런데 놔주지는 않아. 여자의 판타지처럼 사랑의 차트에서 1위일지 모른다면서 애만 태워. 응? 그러면서 내 남자친구&내 남편이 전여자친구 만나고, 전전여자친구와도 몰래 데이트하고, 아는 여동생 커플이랑 더블데이트도 하고. CS 한 거도 어떡하다 들키고. 회사에 플레이보이라고 소문 쫙퍼지고. 집에 들어오는 남편 옷을 빨려다 보니 여자 팬티가 나오네? 브레지어도 나오네? 소셜 네트워크에서 뭐라는지 문맹이 아니니까 다 보게 됨. 눈이 있으니 보고 귀가 있으니 듣고. 어? 그 남자 어떻게 어떻게 꼬시면 절대 마다하지 못하니까, 우리가 먼저 따먹자! ~라고 여우들끼리 속닥속닥. 걔네 어차피 풋사랑이니까, 따라서 그 남자 돈 많은 년 좋아하니까 성 그래프 어떤 여자를 좋아하므로, 고로 우리가 작업쳐서 걔 현여자친구 물 먹이고 내가 먼저 빼았을 야~! 라는 얘기를 아예 대놓고,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로 오고. 전화로 그 남자 놔주라며 협박하고. 딴 년도 아니고 하필 친구가 늬 남자친구랑 너 결혼할 꺼 아니면 그만 빠지라고, 친구가 으름장 놓고. 아예 몰래 CS로 유인해서 일찍부터 몸부터 성상납했던 친구는 몰래몰래 현남자친구를 현여자친구한테 뺐을 궁리를 주도면밀하게 실천에 옮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 저 여자 다 자동차 조수석에 태우고, 이 여자 저 여자 혼자 사는 여자들만 딱 골라서 그녀들 집에 매번 번갈아가면서 들리고.
    결국 나는 「니 바보가?」 ~라는 말을 들었다. 객석에서 들었는지 환청인지 이제는 분간도 되지 않았다. 메소드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으니까. 
   「깍지 껴.」
    로즈마리는 망설였다. 팔짱낄까 깍지낄까를.
    그러다 그녀는 내게 살며시 깍지를 끼려는 시늉을 하길래.
   「어허. 깍지 너 혼자 껴.」
    로즈마리는 깍지를 꼈다.
   「엎드려뻗쳐!」
    로즈마리는 날 보는 둥 마는 둥 망설이다가 어영부영 엎드려뻗쳤다. 깍지낀 손으로! 
    잠시 후. 
   「일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 이미 눈물로 화장은 떡이 됐고. 콧물도 입에 흥건히 들어갔고. 
   「벗어.」
    그녀는 옷을 벘었다. 브레지어와 팬티만 남겨놓고. 
   「이거 봐. 이거 봐. 이거 이거 보라고. 브레이저랑 팬티랑 딱 맞췄네. 신경썼어. 생각 많이 했다고. 어?」
   「꿇어.」
    그녀는 꿇었다. 나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사랑의 상심을 태어나서 단 1번도 겪어보지 못했으면서. 너가 직접경험 못해봤다고 왜 하필 사랑하는 낭군님께. 그것도 수시로? 뭐 이제 와서 납득할 수 없는 신비감을 맛보고 싶다? 이제 와서 아름답고 자유로운 환상까지 못 해본 거 다 해 보자? 질투 어린 사랑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열정. 이제 원없이 쾌락으로 보상 받고 날이면 날마다 짜릿한 쾌감으로 배상받자? 아아! 난 딱한 남자일까 아닐까. 하나 분명한 건 이거 같아. 내게 사랑은 어쩌면 너무 가엾다고나 할까? 아니면 너무 쓰다고나 할까. 한 남자의 사랑이 더럽고 인생이 딱한 건 둘째치고. 사랑이 정내미 뚝 떨어지도록 불쾌하네. 어? 사랑이 오만정 뚝 떨어지게끔 추접스럽다고. 어? 틀림없이! 안 그래?」
    그녀는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그래서 나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또 착한 척이니? 각본에 있는 거 말해. 뭐해, 말 안 하고!」
    눈물. 콧물. 땀. 침. 범벅. 혹시 그녀의 생리대까지 범벅? 범벅은 뭔 범벅. 
    침묵. 휴지기. 





    9

    작곡가 존 케이지가 1952년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작품, 4분 33초. 
    그 정도 길이 만큼의 정적을 로즈마리는 순전히 눈물로 때웠다. 콧물도 함께 했고. 
    옆에서 지켜보니 그녀는 침은 침대로, 콧물 더럽게 많이 흘렸다. 
    막 흐물흐물 콧물에다가 누런 코딱지 덩어리에다가 더럽기가 더럽기가. 정녕 그렇게나 서러웠던 것일까? 
    어쨌든 그녀는 독한 년이었다. 사랑에 미친년이었다가 연극에 독한년이라니! 
   「오빠, 경영대학원에서 전략과 재무를 따로 배웠을 때 나중 발생가능한 문제점이 무엇인 줄 알아요? 아니. 그거 알아 오빠? 몰라? 알아?」
   「그건 뜬금없이 왜 물어보는데?」
   「왜겠니! 오빠 말 끊을라고. 듣다 듣다 끝은 없고. 하다 하다 더럽게 재미없잖아. 그러니 누군가 총대를 매지 않게 생겼어?」
   「너 지금 말 다 했어?」
   「오빠. 지금 했던 말 다시 해 봐.」
   「너! 겁나게, 너 대체 왜 그러니? 내가 뭐 잘못했니? 눈치없이 내가 괜히 물어봤나. 아닌가.」
   「오빠. 내가 그렇게 싫어?」
   「내가 언제 싫데?」
   「그럼 내가 좋다는 말이네?」
   「넌 왜 사람 무안하게 그런 걸 물어보고 그러니?」
   「지금 안 물어보게 생겼어?」
    이런 말도 안되는 연극의 진행을 보다 보다, 참다 참다, 끝끝내 참다가 결국 연출자 릴리의 무대 난입으로 끝이 났다. 
거 참 더럽게 재밌는 연극, 이렇게 끝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친구와 내기를 해서 이겼다면, 건 돈을 아낌없이 탕진하라. ~라는 격언을 나는 살면서 지켰을까 어겼을까. 그야 평판 이미 포기했다만. 말만 말만 허풍대회 출전자격 겨우 얻을까 말까였지만. 뭐랄까 나는 감정없이 살다가 왜 하필 무대에서 모든 감정을 쏟아낸 것인가. 바로 그게 궁금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애드립을 애드립이라고 그걸 하나도 여과없이 노출하다니. 그게 말이 되야지 말이. 안 되면 조상 탓 잘되면 내 탓. 내가 무슨 응석부리는 초딩이야?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뭐 깨방정부리는 코메디언이냐고. 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의 훼손은 사랑을 더럽혔던 자칭 로맨티스트가 방점을 찍는군. 누가 아니래. 숱하디 숱한 연애사에 대한 회상. 그거 다 추접스러운 기억이었어. 결국 연극대회? 연습은 개 발, 실전은 발 연기로 결론났다.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행운의 숙명이고 뭐고. 다 꽝된 거지. 누구 하나 챙피하지 않은 사람 없도록. 
   「너가 혹시라도 기분 나빠할까 봐 내가 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또 말하지 않고 넘어가면 것도 어떻게 보면 네 입장에서 뭔가 어떤 섭섭함을 느낄지도 모르니까. 그러므로 기왕 말 나온 김에 굳이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그건 이래. 그건 이래? 그런데 내가 뭔 말을 하려고 했지?」 
    ~라면서 중간까지는 좋았어. 괜찮았어. 딱 좋았다고. 그런데 왜 갑자기! 내 말이, 어? (절레절레). 아무 말도 못하고 속만 부글부글 끓는 심정. 아주 그냥 화염방사기를 쏘아댄 거지. 어? 세차장의 그 물뿌리개로 속 시원하게. 눈에서 레이저가 나갔다고. 나는 멍청대마왕일까 아니면 권태의 여왕일까. 그보다는 허당계의 퇴물? 그걸 누가 알고 싶어한다고. 얼빵하고. 덜떨어지고. 띨띨하고. 허접하고. 연극대회마저 망했고. 아무튼 설명도 재미없고. 뜸들이기는 더 재미없고. 결론만 말하자면 이랬다. 
    연출자 릴리가 무대로 뛰어들자마자, 관객들은 이미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모두 일어서서 뒤돌아섰다. 나는 그 뒤통수를 보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아니? 
    열광이랄지 뜨뜻미지근. 아니면 조롱에 야유에 냉소에. 그도 아니면 속옷 벋어서 집어던져서 무대에 수북이 쌓이기. 무슨 팬티 회사가 협찬한 거야 뭐야? 아 맞다. 연출자 릴리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흰 수건이 무대로 던더졌다.
    아무튼. 전원 기립 뒤돌아서서 뒤통수 보여주기라니! 와, 그건 뭐랄까 아마도 그와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는 일. 
    첫째, 스탠딩 관중의 흥분에 호응하여 록커가 뒤돌아누워 파도를 타는 기분. (뭐 앞으로?)
    둘째, 우승 기념 세러모니. 아님 단판 막판 뒤집기에 성공. 헹가래 1 2 3. (속닥속닥) 야 야 마지막에 손 놔 3번째에 손 떼! 
    셋째, 야 야 그 인간 기분 어때 기분 어때.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도망쳐 도망쳐. 야 야 튀어 튀어! 
    흡사 그와 쌍벽을 이루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지도 모르고. 살면서 단 1번도 겪기 어렵다는, 도저히 보기 힘들다는 바로 그 희귀한 진풍경.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였다. 나?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차라리 셀카를 1장 찍고 말지. 아예 로또 3등에나 당첨되기를 바라지 난 그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어? 어쩌다가. 뭐 어쩌다 보니. 응? 그 착찹한 심정이란 뭐라 형언할래야 해선 안될 것만 같았다. 





    10

    <은따. 왕따. 자중. 반성>
    세상 사는 거 별 게 없다. 동화 동요 동시 인형극 건너뛰고 곧바로 어른들 듣는 유행가 먼저 알던가. 아니면 시누이는 고추보다 맵다는 걸 일찍부터 깨닫던가. 사람이 살다보면 세상사에 닳아지고, 모험에 지치고, 풍파에 시달리고. 그러다 여성잡지 2의 주인공으로 낙찰되기도 하고. 뭐 저 먹자니 싫고, 개 주자니 아깝다? 사랑 이야기라면 신물이 나는 시기가 올까 안 올까 궁금할 때가 좋은 것. 그렇게 평탄한 삶 나이는 먹고. 사랑도 알고. 쾌락마저 우리를 길들이는 인생. 얻어 들은 풍월에 나이값 하고. 유명세는 없지만 이름값 즉 서명에 내 행동도 따라가고. 얼굴값이야 뭐 그냥저냥. 여자 망신 아니고. 남자 더 망신도 아니고. 사람 좋고 평판 나쁘지 않고. 성격 좋단 말도 곧잘 듣고. 허당계에서 인기 역시 썩 빠지지 않고. 뭘 좀 알고. 유달리 속좁지도 유난히 꽉 막히지도 않은데. 그런데 사랑의 맹세가 깨졌다? 
    그래서 사랑의 스캔들이란 추접스러운가 아닌가는 몰라도 적어도 시끄러운 법. 가책, 가식, 자책, 위선, 뒷담화, 비화, 남얘기, 풍문...! 뭐 입방아? 통과. 그래서 무명인데 돈만 많은 게 그래도 낫긴 나은 것. 바에 나란히 줄지어 앉은 친구들 중에, 돈이 제일 많을 거 같은 남자로 첫 손 꼽혀도, 친구들 광분하기만 딱 좋고. 더 쫌팽이 쪼다 짠돌이한테 얻어먹어보는 게 내 소원이라는 둥 뭐라는 둥. (그래도 그때 당시 그저 그런 어설픈 여 바텐더가 아니라. 나름 직업 정신이라고나 할까, 투피스 정자도 그렇고 나름 뭔가 분위기 있는 여 바텐더였음. 언제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했으면!). 바텐더로부터 받는 인기니, 웨이트레스의 호감이야 일상일 뿐이고. 유니폼걸이 애착심 품는 짝사랑도 짝사랑이지만. 무명인데 돈만 많은 게 그래도 낫긴 나은 것. 그렇지만 적게 걸고 적게 먹는 건 우리의 스타일이 아니다? 하여 그분들 인생 포지셔닝은 어쩌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뭐라고? 자칼에게 물리느니 사자한테 먹히는 것이 낫다나 뭐래나. 어차피 교수형 당할 거라면 여왕의 다이아몬드를 훔쳐라. 라는 말이 있나 없나. 그렇다고 정말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도적단에 가입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려진 지폐 다발을 훔치란 말은 아니고. 그런데 이런 시덥잖은 잔소리를 대체 내가 왜 하고 있지? 그걸 별님에게 물어보겠나 달님에게 따지겠나. 각설하고. 
    따라서 나는 그녀들을 찾아갔다. 뭐라도 궁색하게 변명이라도 해야 하니까. 지금 나 약 먹는 중이다 또는 미안하다, 왜 그랬는지 나도 아직 모르겠다. 궁색하든 어쩌든 뭐라도 핑계 아닌 핑계라도 대야하니까. 
    하지만! 연출자 릴리. 상대 배우 로즈마리. 코데네이터 엘리자베스. 화장 담당 샬럿. 
    결과만 말하자면 그녀들은 모두 날 만나주지 않았다. 전화는 수신 거부. 
    전날 술 취해서 몇 시간의 기억이 날아가버렸는데, 나중 드문 드문 기억날 때.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 나는 아마 한동안 꽤나 자중해야 할 것만 같았다. 





    11

    호감호감 ──> 얼쩡얼쩡 ──> 알짱알짱 ──> 굽실굽실 ──> 반짝반짝 ──> 윙크윙크 ──> 팔짱팔짱 ──> 뿌잉뿌잉 ──> 추접스러운 우정이면 깐족깐족. 유치한 사랑의 존속이라면 새콤달콤? 그도 아니면 무관심부터, 짜증짜증 싫증싫증, 또는 자연스러운 멀어짐이냐. 그처럼 사랑이란 응큼한 여우의 설익은 흑심 같은 것. 아닌가? 그럼 군침 흘리는 늑대의 탐스런 열매를 향한 눈독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보다 더 고차원의 관건은 이렇다. 즉 사랑의 뻔한 과정은 알고보면 더 뻔하다는 것이, 사랑의 정의보다, 한 수 위 고수라는 것. 설마 한 수 위가 아닌가? 넘어가고. 진한 사랑은 지겹고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없고.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여자 얘기라면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여자 얘기. 우리는 태어나서 친구들이랑 여자 얘기를 해 본 적이 단 1번도 없다. 어? 뭐 이런 뻔뻔한 칼럼니스트 양반을 다 봤나? 그렇지만 꼭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 
    그도 그런 것이 이런 남자가 있다더라 라는 그녀들의 수다 3시간. 또는 여체에 즉각 반응하는 시각적인 남성성. 곧 남녀는 첫인상이 혹하는 호감이냐 무덤덤한 무관심이냐로 나뉘고. 그것이 성적인 기대감으로 발전하거나 불길한 예감으로 결판나거나. 아니면 큰 실망이요 개 망신에 가까운 드라마도 아예 없진 않고. 그렇듯 아는 동생 아는 오빠가 다 저 어딘가에 포진해 있는 것 아닐까? 남녀의 우정처럼. 낙지 빨판처럼 들러붙든. 싸구려 오공 뽄드같이 질척거리든. 머리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단물 빠진 풍선껌이든지. 시시해도 친교는 거리가 있고. 고상할지언정 사교는 정감의 상대적 속성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아아 지친다 지쳐. 뭔 말을 하는 줄도 모르겠고. 
    한편 존티는 내게 전화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서론이 무지하게 쓸데없었다만. 밑도 끝도 없이 알짱알짱이 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나는 오늘 친구 존티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나왔다. 
    이곳은 그냥 동네 구멍가게였다. 
    나는 카페라떼. 존티는 카푸치노. 
    꼴에 커피는 마실 줄 알아가지고. 
    물론 이건 2차. 1차는 둘 다 에스프레소 원샷. 
    음악은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中 삶도 희망도 사랑에 걸었는데. 
    그윽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아름다운 주인 마담이 혼자 있을 때만 치는 피아노. 뭐야 악기가 악기를 연주해? 하여간에 (절레절레)! 
    이를 테면 그런 빈틈. 여체의 곡선미와 달리 여심의 아찔한 틈새처럼 유행가가 넘실대는 대부분의 찻집에서 그런 음악을 틀 때가 있는 법. 
    3분의 마법이라는 유행가 제목만 들어도, 읽어도, 알아도 마음이 찡할 만한 사랑. 그런 사랑가를 뭉클하니까 눈물 나니까 듣지 않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뭐 그건 그거고. 
   「존티. 어떻게 살았니?」
   「어떻게 살긴. 그날이 그날이지.」
   「그날이 그날이라고? 그건 너의 인생 슬로건과 약간 대치되는 건데. 넌 원래 직진이자 직구 스타일이잖아. 간접화법, 간지럽잖아. 응? 하면 하고 말면 마는 식, 응? 뭐? 신나게 한바탕 해?」
   「뭐? 신나게 한바탕 하긴 뭘 한바탕 해. 좋게 차나 마셔. 그러는 넌. 넌 최근 색다른 습관 뭐 생긴 거 있냐?」
   「어. 있어.」
   「그래? 뭔데?」
   「책 읽기. 글 읽을 때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보면서, 그대로 코 흘리개 꼬마들처럼 밥 떠먹여주는 건 초보고. 우리 같은 고수는 다르지. 그럼.」
   「어떻게 다른데?」
   「주어를 바꿔.」
   「주어를 바꿔? 어떻게 바꿔?」
   「존티는? 오빠는! 아저씨는? 오빠는! 응? 가령 책에, 
    레몽이 느끼는 벅찬 행복감을 ───> 오빠가 느끼는 벅찬 행복감을
    아빠 머리를 기대세요  ───> 오빠 머리를 기대세요. 
    박사의 열정은  ───> 오빠의 열정은. 
    그처럼. 꼬박꼬박 읽을 때 주인공 이름이랄지 지칭하는 주어, 고유명사, 3인칭 주인공 통칭어. 그걸 모두 <오빠>로 즉각 바꿔서 읽는 거지. 응? 웬만한 대명사도 틈틈이. 이따금 불완전명사까지도. 그런데 있잖니, 너 의존명사가 뭘 뜻하는지 알기는 아니?」
   「내가 그걸 왜 몰라.」
   「뭔데?」
   「너 나한테 멱살 잡히고 싶냐? 이 자식이...! 넘어가. 아무튼 대단한 취미 생겼네. 훌륭하다. 어? 대단하다 대단해. 중증이다 중증. 명사 납시셨구만 그래. 축하한다. 축하해도 될 일인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습관인지 뭔지가 미쳤단 말이다.」
   「넌 뭐 재미난 일 없었어?」
   「아 보자. 그게 그러니까. 재밌는 얘기 하나 들었어.」
   「뭔데? 재밌겠네?」
   「어. 약간. 근데 뒷맛이 좀 씁쓸하니까 그건 미리 알아두고.」
   「OK~! 준비 됐음. 긴 대사 들을 준비 완료. 너가 평소에 말을 안해서 그렇지, 한번 입 털기를 시작했다 하면, (절레절레)」





    12

   「내가 아는 형씨가 공익근무할 때 여공무원한테 쌍욕했던 일. 자, 준비 됐음 말 한다? (윙크)
    A. 그 형씨가 보건소 공익근무 반 년 정도 하다가 동사무소로 옮김. 
    그래서 나랑 친한 형씨는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공익근무 요원. 
    다른 건 다 뭐 그럭저럭. 사람 사는 데 다 거기서 거기. 괜찮음. 무탈. 좋음. 적응.
    그런데 딱 하나 구식 탱탱 묵은 관례. 응? 
    동사무소 ──> 구청. 동사무소에 있다가 구청까지 가서 서류를 갖다주거나 갖고 오는 업무. 그걸 매일. 
    1일에 1번은 차비를 지원. 그런데 두 번은 지원 안 함. 1일에 2번째부터는 자비. 여기까지 좋음. 나쁘지 않음. 
    공적인 업무에 겸사겸사 간단한 사적 전달품이랄지 심부름? 적당한 정도면 OK! 
    친한 직원과 호형호제 하고 퇴근 후 같이 술 한 잔 하고. 운동과 취미 생활도 함께. 
    말하자면 공적 업무 8에 사적 보너스 2면 말을 안 함. 
    그런데 그 8 대 2가 나중 보니 반대로 바뀜. 보아하니 잡일 8을 위해 공무 2가 있음.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내용물들이 나중에는 경조사비, 개인 선물, 구청 내 있는 은행 개인 통장 정리, 별 게 다 있음ㅋㅋㅋㅋ 그게 80퍼센트.
    하다 하다 별의별 무슨 시시콜콜한 쪽지에 뭐에 말도 못함. 립스틱에 화장솜에 설마 콘돔까지? 
    그러다 가끔 가벼운 다툼이 있을 뻔 하다가~ 연장근무시킨다 협박. 있을 뻔한 다툼은 무마됨. 
    일단은 한 4~5개월동안 별말없이 성실한 벙어리. 
    그러다 참는 데 한도를 넘어서고. 기준도 뭣도 없고. 뚜껑 열리고. 완전 속으로 빡치고. 계속 빡치고. 

    B. 그래서~ 사적 업무를 전부 사진 찍어 증거로 남김. 차곡차곡. 조용조용. 칼을 감. 
    여기에는 구청장, 동장, 구청 각과 과장들 사람들은 검찰에 줄소환될 블랙리스트요, 
    여기에는 경조사비 포함, 개인 통장 정리 심부름 등등 증거는 증거대로 영역도 방대함. 
    눈치 빠른 사람들은 바로 이 B 구간에서 미리미리 빈도를 줄이고. 조심하고. 돌아가는 사정 살피고. 
    근데 정말 웃긴 건 눈치가 빠르건 어쩌건, 사람이 좋건 나쁘건, 전부 다 똑같음. 저 여직원처럼 많이 시키냐 적게 시키냐 차이 밖에 없음.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 때문일까?
    물론 성격 변태랄지 성격 나쁘지만 중간은 가는 사람도 알긴 알아.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것. 
    권력 간격 지수(PDI)를 괜히 들먹이는 게 아님. <내가 위고 넌 아래다, 고로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라>라는 게 그 여직원 속마음. 어? 
    신이시여, 나를 날씬하게 해줄 수 없다면 친구들을 더 뚱뚱하게 만들어주세요─주의! 
    남 잘되는 꼴은 못 본다는 극도의 이기주의Crab Mentality! 
    친구의 단점을 칭찬 내 장점을 자학. 아니면 같이 죽자 물귀신 정신. 

    C. 그러던 어느 날. 
    버스 타고 구청 가는 중. 여직원이 전화해서, 자기 까먹은 거 있다고 동사무소로 부름. 
    그래서 구청 가다 말고 복귀. 그렇게 동사무소로 돌아와서 다시 서류 받고, 다시 버스타고 구청가는데 또 다시 전화가 옴.
    용건은? 또 빠진 게 있다고 다시 오라함.
    다시 돌아감 (이때 개빡침. 개빡돔. 격분. 광분)
    그런데 갔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서류를 주길래ㅋㅋㅋㅋ 표정 썩고 혼잣말로 하~했더니
    정직원 그녀 왈, 냉소에 조롱에 하대ㅋㅋㅋㅋ그때 바로 쌍욕박음
    조그만 동사무소라서 모든 직원이 쳐다보게 됨ㅋㅋㅋㅋ
    안 멈추고 진짜 개쌍욕박음. 태어나서 그때 전에도 후에도 그런 적 딱 0. 전무후무!
    <미안한데 다시 가줄래> ~라고 말만 부드럽게 했어도 비정상적 관례 어길 생각없었음. 그냥 좋게좋게 넘어감. 
    그러다 갑자기 여직원이 욕한다 뭐다 연장근무 각오하라는 거임ㅋㅋㅋㅋ
    그래서 몇 달 동안 모아온 개인 심부름 증거 사진을 보여줫더니
    따라서 이제 말리던 젊은 직원말고, 뒷짐지며 구경만 하던 동장 과장 간부들이 나서기 시작함ㅋㅋㅋㅋㅋ
    갑자기 여직원한테 너무했다고 사과하라 종용ㅋㅋ 그러더니 울면서 씩씩거리다 사과하지 않음. 그 다음 날 사과함. 

    D. 이게 구청까지 소문이 퍼졌고ㅋㅋㅋㅋ 구청 공익 전체 담당한테 불려갔는데. 
    이를 테면 감사실. 오히려 그 여직원한테 뭐라했다면서, 사진은 좀 지우자고 함. 
    8 대 2 관례가 정상인데, 우리는 비정상 공동체다 따라서 2 대 8이 옳다. 고로 그건 지워라! 라는 논리? 
    내부 고발 그런 거 여기서는 안 통한다 뭐 그 말임. 그래서 그건 안된다고 실랑이. 그건 그냥 그럭저럭 넘어감. 
    결론은 직무가 바뀜. 즉 사람만 바뀌고 불량한 관례는 그대로! 
    그렇게 유령처럼 지내다 소집해제. 끝.」 
   「와, 진짜야?」 
   「어. 나랑 요즘 제일 친한 형씨가 직접 겪은 실화.」
   「우와, 실화? 100퍼센트 사실?」
   「그렇다니까.」
   「와! 대박! 장난 아니구만. 장난 아니야.」
   「관례라는 게 그래. 속으로 썩으면, 어? 속으로 썩어들어가면 사람들 정신도 썩어. 고인 물은 썩는 원리. 왜 은행권에서 한 지점에 오래 못 있도록 직원들을 돌리는데. 조직 특성 상 똑똑하면 뒤쳐지게 되는 조직이 딱 그런 식. 모난 돌이 정으로 얻어맞게 되는 식. 사업 모델 혁신, 제품 개발, 인수 합병, 재무지표 등 폭넓은 경영이론은 그쪽 세계에 적용하기엔 너무 무색해지지. 제일 규칙을 잘 따르고 솔선수범해서 질서를 잘 지켜야 할 장본인. 수직만 있고, 아부왕만 승승장구하는 조직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어. 그 조직인이 제일 앞장서서 규칙을 어기고 질서를 파괴한다니까.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관례가 그러니까 그걸 좋게 바꾸고 쉽게 깨트릴 수 없단 말이야. 
    일례로 구청 교통과. 교통 범칙금이 담당 직원 이름으로 발생하면, 그는 물론 1층 2층 직원들이 걸리면 거기 들려서 자기 이름만 전산에서 삭제. 없던 일 되는 거지. 아무일 아닌 거 같지만, 걔네들 다 무법자되는 거라고. 응?
    일례로 지방 경찰서. 서장 친구니 뭐니. 지역에서 힘 깨나 쓰는 누구 누구. 음주운전이든 뭐든 걸려도, 다음 날 조사 받을 때 딴 사람 보내서 바지 하나 세우면 끝. 
    그러므로 이런 예시들은 2가지 교훈을 주지. 
    첫째, 개선해야 할 과제와 혁신이 필요한 관례. 바꿔야 하는데 그건 바꿀 마음 일절 없이 로보트이자 소크라테스. 관심도 없어. 정치도 일부분 비슷한 이치. 
    둘째, 따르면 좋고 하라는 데로 하기만 하면 되는데 괜한 일만 거꾸로맨. 어? 제멋대로. 우기기. 웨이터 이름처럼. 으샤으쌰. 
    뭐야 이거?
    첫째와 둘째가 뭐냔 말이지. 정작 따라야 할 건 안 따르고, 바꿔야 할 건 안 바꾸고. 그 둘이 바껴야 하는데.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 딱 그거지. 
    남한테 엄격하고 나한테는 고무줄이고. 응?」 
   「딱 동의. 100퍼센트 공감. 자긴 술보다 술자리 분위기가 좋다는 그런 뻔한 말 듣고 또 듣고. 맞장구쳐주고. 다 나중을 위한 그렇고 그런 건수. 그거 100번 보다 이게 낫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사랑도 똑같아. 지가 무슨 큐피트라도 되는 것처럼, 어? 증거 조목조목 들어서,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조용히 하라, 꼬리 내려라, 추접스러워서 못 보겠다. ~라고 돌려서 말해야 그제사 알아먹는다니까? 사랑의 큐피트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어? 중매를 못하면 뺨이 석 대라고 했어. 뭘 할려면 제대로 하던가 아니면 중간에 아니다 싶으면 빠지던가. 아니면 슬렁슬렁 대충대충 추접스럽고 더럽게 나오고. 다 지 결혼에 괜한 청춘 남녀 이용해 먹은 결과를 만들어 놓고. 의도는 좋았을지언정 결과가 더러워져. 뭐, 뭐가 어쩌고 저째? 썩을 년. 증거 요목조목 대니까 그제사 암컷 싸움닭은 꼬리내리고. 응? 암컷 싸움닭이 받아줘도 받아줘도 끝없이 설치길래. 하도 까불길래 엑셀 파일에 전부 다 기록해두게 만들고. 지가 주인공도 아니면서 여자 세계에서 왕따 당하면서, 아무나 보면 보이는 족족 다 싸우려고만 하면서. 엑셀 파일 내용 메일로 요목조목 읽어보기 전까지, 그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절레절레). 그러니까 여자세계에서 최고의 왕따감이지. 
    앞뒤 안 보고 동조. 앞뒤 안 보고 편들기. 앞뒤 안 보고 험담하기. 어? 스캔들 파다하게 퍼져 봐. 여자들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일이 뭔데. 뒷담화라니까 그러시네. 어? 누구누구 이혼설 즉시 협의 이혼. 여초 커뮤니티 1위부터 30위까지 올킬! 1주일 2주일 내내 올킬! 싹 다 점령. 원그래프로 나이와 성별과 수입 등 기타 등등 따져서 약간씩 나뉘지만. 그래도 대충 각 나와. 응? 객관성이 그렇게나 어려운 잣대란 말이야. 누구누구 파혼설 그런 게 터지면, 어? 엑셀 파일로 잘한 거 못한 거, 요목조목 장단점, 어쩌고저쩌고. 논리적으로 따져서 뭐 어떻다 그냥 그렇다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어. 그냥 자기 듣고 싶은 거만 듣고, 자기 말하고 싶은 거만 말하고. 그냥 수다머신이지 수다머신! 
    뭐든지 적당하면 좋은데 극심할 때. 인간은 누구나 관심종자, 그런데 역대급 관심종자? 글쎄요. 자존감 적당하고 자존심 있어야 하고. 그런데 오냐오냐로 딸랑딸랑말고는 들어본 뭣도 없는 허세꾼. 허세지수. 허영지수. 오디오 이퀄라이저처럼 A가 높고 B는 낮고 C는 보통. 그러면 좋고 대체로 누구나 그런데. 이건 뭐 이기심 최고봉. 잔재주는 잔재주 언더그라운드가 딱 인데. 잔재주꾼에게 과도한 스포트라이트? 글쎄요 글쎄요. 하여간에 사랑 이야기라면 여자들 우뇌 좌뇌 전극 파다닥 파다닥 말도 못하지 말도 못해.」 
   「아직 말 안 끝났니? 앗! 말 끊어서 미안. 한 박자 쉬어간다고 생각해. 아 글쎄 말 갑자기 많이 하면 입 아프잖아? 허허허.」 





    13

   「그 대신 여자는 사랑이고 남자는 섹스고. 딱 그래. 물론 여자는 여성잡지 1을 기점으로 많이 바뀌긴 하지만 일단은 그렇지. 차이점은 그거. 남자들 얘기할 때 고추 포경 비포경 주제만 나와도 즉각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돌변하는 비율이 얼만데. 시끄러운 뉴스가 들리면 듣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악성댓글만 유독 돋보이듯 포경 비포경 주제만 나오면 어떤 비율은 즉각 호모 사피엔스로 돌변하지 않나. 그냥 머머해서 머머했다 그게 다인데. 난 쟤 무조건 싫어. 전부 다 싫어. 응? 여자는 사랑 남자는 섹스! 
    첫째, 성적 담론 TV 프로그램. 어릴 적 변칙 행위 때문에 자긴 지루다 그거 정말 괴로운 거다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일부 시청자 속마음은?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둘째, 성적 담론 TV 프로그램. 여자 성 칼럼니스트 왈. "저는 날마다 해요, 날마다 안 하세요?" 뭐! 그래서 일부 시청자 속마음은?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셋째, 비뇨기과 다녀온 썰을 누가 풀었는데. 간호사 왈 여자들 생각이 어쩐다 요즘 경향이 어떻다 라는 덕담? 조언! 그런데 그걸 읽은 일부 비율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첫째 둘째 셋째 모두 앞뒤 볼 거도 없고. 이유도 없고. 밑도 끝도 없이 뭐라고? 자, 우리 모두 다 함께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뭐? 자, 다시 한번. 워───워───워! 자동차 + 자존심 = 차부심. ~이면 이해해. 이해한다고. 이해가 돼지 왜 안돼? 마이크 타이슨의 핵펀치 + 남자 자존심 = 핵존심. 핵존심? 일상이 아니고 꽁트라면 것도 이해해. 이해하지 않을 수 없지. 여자의 잔소리가 뭐 별건가. 그런데 그런 수준이 아닌 거. 딱 그거.
    첫째는 토론도 아니고 토의 프로그램. 자기 사춘기 때 변칙성 행위 때문에 자긴 지루다 지루가 정말 괴로운 거다 어쩌고저쩌고. 라는 얘기만 했는데. 무슨 자랑을 한 거도 아니고 창피한 고백 조금 한 거 뿐인데. 그거 말하라고 초대위원들 출연료 주면서 초빙한 것일 뿐. 그런데 앞뒤 볼 거도 없이 그 사람 그 인생 전부가 무조건 싫데. 뭐야? 누가 조루라고 놀렸나 아니면 비포경이라고 열등감 느껴지지 않냐 라고 뽐뿌질하며 따졌기를 했나. 그저 앞뒤 볼 거 없이 무조건 싫데. 자기보다 잘나면 세상 모든 게 다 싫데. 튄다마 때문에 모든 말들이 다 튄다마로 보이고. 잘난 놈이 잘난 척해도 짜증나고. 잘난 놈이 겸손하면 더 짜증이고. 못난 놈이 나오면 못생겨서 싫다, 못난 놈이 겸손빼면 그게 뭐냐. 도대체 뭐 어쩌라고! 어? 어쩌란 말이냐고. 나 열등감 느끼게 만들면 다 싫다는 거야 뭐야. 지는 비교라는 잔소리를 듣다 듣다 짜증 그래프 한도를 초과했을 때 뱃고동 소리를 내는 거도 아니고. 그냥 무턱대고 조건 반사? (절레절레). 곧 일시적으로 첫째 둘째 셋째 가운데 내게 해당사항이 있을 수도 있어. 왜 안돼? 사람이 살다보면 기분 나쁘거나 큰 돈 잃었거나, 짜증 계기판의 막대 그래프가 심하게 바쁘면 그럴 수 있어. 그럴 때도 있다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첫째 둘째 셋째가 자연스러운 조롱꾼. 비관주의자. 사이코패스. 그렇다고 사회성이 없는 거도 아니고 완벽. 눈치 다 있고 알 만큼 아는 사람. 그런데 자기 기분에 다들 맞아야 한다 병풍이나 해라 딱 그거지. 넌 너 밖에 몰라, 라는 공주병녀한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가떨어진 남자가 어떤 유형의 여자라면 질색하듯이. 그런 분과 남자라면 여자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전체는 안 보고, 분위기와 흐름은 알고 싶지도 않고. 자기 싫은 거만 나오면,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만나면 아무나 다 싸울려고 하는, 굳이 기싸움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구태어 뭐든지 누구든지 입씨름으로 몰고 가는 암컷 싸움닭처럼. 암컷 싸움닭의 천생연분인 그 어떤 부류 하이에나. 천성을 어찌 바꾸나. 방법은 하나. 피하는 거. 통상적으로 남녀가 서로 솔직하면 말이 잘 섞이지 않는 게 정상이듯. 성격에 따라서 궁합이 안 맞는 몇몇 위인들 딱 정해져 있지 왜 아니겠어. 말 한마디 붙였다가 뭔 기분 나쁜 비꼬기를 얻어들으라고. 슬쩍 몇 마디 나눠보고 성격 비춰지면 쓱 보내드려야 하는 것. 사람이 무슨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는 거도 아니고 말이지. 오히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나이 자신 양반께서 넓고 촘촘하며 깊고 다면적 다층적으로 보시고. 마음의 상처가 깊은, 트라우마를 간직한 누군가는 되려 전후좌우 3D 4D 사차원까지 다 챙겨. 뭐가 반대로 됐어. 뭐 어쨌든 설명을 이어가자면, 
    둘째, 자기도 알아. 남자의 직접화법 대 여자의 간접화법. 여자 성 칼럼니스트가 남자 맥이는 거도 아니고. 자랑도 아니고. 목적은 오직 웃자! 그런데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뭐?
    셋째, 자기도 알아. 통상 여자가 비포경보다 포경을 선호한다는 걸. 단지 비포경이어도, 최소한, 손을 씻는 것 정도 만큼 깨끗하면 OK. 그런데 손을 자주 씻나? 그러니까 언제 어디에서라도 펠...라면 남녀 모두 떨떠름. 아니면 언제 어떻게라도 깔끔. 그 반대는 꺼림칙. 그래서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뭣이라고라? 
    특정 주제는 그분들 앞에서 말도 못 꺼내. 그래서 오프라인에서는 친한 친구끼리도 거의 말 못 할 주제가 꽤 되고. 손차양 그린다랄지 몇몇 피해야 할 주제는 딱 정해져 있고. 온라인에서는 왕왕 시끄럽고. 여자도 똑같아. 뭐가 달라. 남녀는 절반쯤 같고 절반쯤 다르고. 어떤 대상이 뭔가 어느 사람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당히 재수없고 얄밉고 꼴보기 싫은 거야 인간의 본능인데. 이유도 없고 밑도 끝도 없이 끌어내리는 행위. 늑대의 두뇌를 파충류처럼 쓰느냐, 고도로 발달한 문명인처럼 사용하느냐. 그래서 사람은 책을 읽고 배우고 교류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어? 아니 누가 좋아해달라며 싹싹 빌기를 했나, 아니면 관심받고 싶다고 재수없어도 참아달라며 구걸하기를 했나. 대개 보면 시어미도 다 사람 좋은데. 하필 유독 꼴보기 싫은 시어미 끝판왕이랑 딱 닮은 꼴. 사람도 십중팔구, 사람 사는 데도 다 비슷. 그런데 일부 중의 일부. 
    보아하니 요컨대 이런 것 같아. 악의적 행복감, 선망, 부러움, 시기, 질투심, 쌤통 등 약간씩 결이 다른 명사들. 이 모두를 아우르는 낱말을 딱 하나만 꼽자면 무엇일까! 어쩌면 교양? 너무 광범위하지. 아마도 <심보> 아닐런지. 단순히 기분 문제가 아니고. 성격 변태와 약간 다른 단계고. 괴로운 시절이 그나마 비슷하고.」
   「」
   「우리가 선녀를 이해해야 하듯이, 그거랑 똑같다고 보면 돼지 뭐. 그 일정 비율 상남자를 우리는 이해해야 해 이해해야 해! 
    하여튼 여자에게 내 일은 사실이 중요하고, 남 일은 사실이든가 말든가 관심 없고. 응? 내 일이냐 남 일이냐, 남 일이면 아니면 말고라니까. 응? 
    친구, 마크 트웨인이 뭐라고 말했나.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한 바퀴 돌 수 있다>라고 했지. 그래서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그런데 또 내게 유리한 사실만 똑 떼어서~ 딱 그거 하나만 유독 돋보이게 몰아가는 재주. 그거 기가 막히도록 잘하는 상남자, 없잖아 있고. 누군가는 뜨끔하실 테고. 그렇게 되도록 원인 제공을 하신 배경이 꼬일 만큼 꼬였고. 어? <이럴꺼면 우리 헤어져~!>의 끝판왕. 아아 꼬여도 어떻게 그렇게 꼬이냔 말이지. 그야 뭐 결과적으로 보면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수도 있고. 대체로 시끄러운 동시에 재밌기도 하고. 우리의 말은 뻥이 반틈. 변심은 기본. 소셜네트워크로 소란을 키우고. 오락산업은 굳이나 보고 떡이나 먹고. 국회 속기록 보는 것도 재밌겠지만, 공식 비공식 정상회담과 UN, 국제기구 속기록을 보는 게 훨씬 더 큰 스케일. 물론 우물 안을 살피는 게 먼저고. 아무튼 우리가, 그녀들을, 어떻게 당하겠나. 단지,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게 썩 반박할 생각이 없다는 의중만 넌지시 전하면 그뿐이지. 떡밥 던져주고 미끼 다양하게 갈아끼우고. 그녀들 관심사 쥐락펴락하는 거. 그게 어디 일이야? 일도 아니지. 나중 뒷머리 벅벅 긁게 만드는 일. 일도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그런데 또 진흙탕 개싸움에 숟가락 올리기, 그게 또 썩 재미없는 일도 아니라서 문제긴 문제지. 
    여자들이 남자보다 대체로 선량하고 착한데, 그 말은 곧 속좁고 이기적이란 말이지. 여자말 번역기. 그리고. 암컷 싸움닭 기질. 자기만 5월의 신부고, 나머지는 싹 다 몽땅 계절의 여왕을 위한 병풍이라는 인생 논조. 져주지 않으면 져줄 때까지 떼쓰는 건 또 잘해. 어? (절레절레)」
   「그 여직원인지 사랑의 큐피트인지. 암컷 싸움닭은 제정신이 아닌데, 자기가 제정신이 아닌 걸 모른다는 게 제일 큰 문제구만.」
   「이래도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야? 여자는 전부 시누이요 살쾡이라니까. 여자는 여자 편만 들고 싶고. 자기들끼리는 또 여자의 적은 여자고. 어? 여적여 보적보란 말 보기도 듣기도 싫고. 아줌마조차 아줌마라 불리는 걸 극혐하고. 지가 잘못했으면서 지 친구가 잘못한 거까지 덤으로 얹어서, 자기 앞에 와서 무릎 꿇기를 바라는 게 여자라고. 어? 그렇다고 당시 그 형씨한테 쌍욕을 얻어들은 그 여직원. 지금 반성할까? 반성은 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재수없다면서, 아마 지금도 저주를 퍼부을 걸? 쌍욕을 얻어들어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로 당시 현장에서 사과도 안했고. 응? 자기가 신부들러리요 아랫것들은 싹 다 노예인데, 그분 마음에 들 리가 있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나 할 것이지 어디서 설치긴 설쳐! ~라고 말하고 싶을 텐데. 분위기는 전세가 역전됐고. 증거는 빼도 박도 못하고. 숙녀 마음은 인정하기 싫고. 그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게 바로 여자의 마음. 깔끔하게 자기 반성 자성 인정, 여자가 남자로 바뀌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 안 그래? 자기한테 다 맞춰줘야 하는데, 자기가 뭘 잘못했냐 그거라니까. 그러니까 남자들이 연애할 때 여자한테 잔소리 들을 건 딱 정해져 있고. 또 여자도 헤어질 때 몇몇 부류도 들을 말 딱 정해져 있어. 다 똑같아. 그게 뭐다? 넌 너 밖에 몰라! 지 생각 밖에 안 하는 년. 어? 
    그 동사무소에서 여자가 적반하장으로 방귀  놈이 성내는 일. 
    남녀는 똑같아. 남자가 바람핀 거 걸릴 때도 똑같이 썽내. 막 질러. 부모든 뭐든 다 걸어. 
    증거가 없으면 그런단 말이지. 응? 그리고 증거가 있기 때문에 꼬리를 내리면 그나마 양반. 
    그런데 원리와 이치를 따져 말을 알아듣게 했는데도 이해를 못한다? 답이 없는 거지, 답이!」
   「」
   「수평과 수직이라는 게 그렇다니까. 무슨 자기 비서이자 노예, 아니면 사극의 제왕. 둘 중 하나 밖에 없어. 지 편 아니면 싹 다 적. 그러니까 시작부터 끝가지 뒷담화지. 안 그래? 거기다 조직에서 성비까지 불균형하면? 주식회사냐 비상장회사냐, 공적 업무 회사냐 아니냐. 유니폼 회사냐 아니냐. 각 방면 조직의 특성을 보면 특히 시대에 뒤떨어진 뭔가가 다 보여. 다 겪어보면 알게 되지.」
   「존티. 너 오늘 잘 만났다. 안 그래도 칼럼 주제가 빈약했는데. 좋은 소제였어. 난 오늘 내 얘기가 꽤 색다른 느낌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네 얘기가 훨신 재밌다야. 허허허허허. 속 시원하다~! 좋다 존티. 잘한다 존티. 그 형씨 내가 고급 술집에서 술 산다 그래. 그렇다고 진짜로 그러지는 말고.」 
    하여튼 존티 거 참 나 누가 오바쟁이 아니랄까 봐 무지하게 떽떽거리네. (표정) (몸짓) (커피포트) 애니 윌킨스 그년 말 참 더럽게 많다고. 





    14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나는 오랜만에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어차피 휴가 가 봐야, 착상 떠오르면 그 즉시 일할 거니까 뭐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인생. 솔직히 말해 일하기도 싫고. 할 말은 없고. 말은 많은데 재미가 없는, 말수만 많은 여자 얘기 듣다가 기가 빨리느니. (아는 동생들인 딱 그랬다. 원래 재밌었는데 최근 부쩍 그랬고. 나는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분위기였고). 차라리 떠나자. 그런데 어디로 가지? 날 오라는 데가 있긴 있나! 그렇다고 천리마한테 쥐를 잡으라고 할수는 없고. 내가 대형 거포도, 홈런타자도, 쪼커도 아니고. 아아 딱따구리 같은 인생, 개처럼 심심하구만 그래. 살찔 걱정 때문에 돼지 같이 막 이거저거 왕창 퍼먹을 수도 없고. 그렇지만 내가 인생을 그리 헛산 건 아니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왜냐하면 친구 하워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다. 같이 으쌰으쌰하던 때가 언제더라. 그럼 오늘 만나서 적당히 3차 정도만 달려주면 되겠네. 따분하던 찰나에 잘됐군.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전화를 받았다. 
   「어, 하워드. 무슨 일이야? 어떻게 지냈어?」
   「네? 거기 피자가게 사장님 전화 아니에요? 죄송해요. 잘못걸었네요.」
    뚝! 삐 삐 삐 삐 삐. 
    뭐야 이거? 젠장. 이런 젠장.
    여자를 다루는 솜씨. 누구든 구슬려대는 깐족. 무엇보다 바텐더를 구워삶는 필살기? 웨이트레스한테 빰이나 앚 맞으면 무난. 여심을 쥐락펴락한다며 큰소리치면 뭐하냐고. 은밀한 유혹에 군침 흘리기 일쑤인데. 밀려졌다 당겨졌다 변덕은 그냥 말도 못하고. 들려졌다 놔졌다 변심이 일상 아니냐고. 팔랑귀는 심심하면 브랜드 슬로건에 맞장구 치는 게 취미고. 어? 이런 신묘한 타성을 가라앉힌 채 묵묵히 일을 해야 한다? 아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따라서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럼 뭘해. 비장의 카드 자체가 없는데. 뭐? 꺼져. You Know? 닥쳐! 농담이고. 정말 농담이고.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궁지에 몰린 나는. 쥐구멍에 볕들 날 기다리다 지친 나란 놈은. 이런 돼지새끼 같은 애니메이션 주인공도 뭣도 아닌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주인공은. 결국 그가 선택한 특단의 조처 다름 아니라 일하기였다. (몸짓) (손짓) (표정)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마리우 by Tino Rossi> 그런 거 틀어놓고 일이나 해야지 뭐 별수 있나. 혼기 꽉 찬 무용과 출신 숙녀가 자길 꼬셔주라는 듯이, 약혼식장에서 만난 미남들에게 흡사 그렇게 말하는 듯이. 
   「집구석에 가서 TV나 봐야죠 뭐. 아아 바다 보러 가고 싶다, 라는 말도 많이 해 봤고.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남자친구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랑의 순위에 초대하고 싶은 남자. 살짝 흔들릴지도 모르는 남자. 그분 들으라고, 아아 놀이공원 가고 싶다! ~라며 꼬리치기. 이젠 신물이 납니다 형씨들. 왜? 우리 친구들 중에 제가 남자설이라는 얘기도 이제 지긋지긋하거든요. 허허. 저 별로죠? 그쵸? 내 그럴 줄 알았어. 어? 그 뭐야! 그 뭐냐고. 통장잔고 부족이라는 불행, 신용카드 한도 초과라는 복병. 매번 전자 아니면 후자. 어? (절레절레)! 뿐만 아니라, 응? 심지어 이 무슨 별 그지 같은 슬럼프란 말이야. 추문으로 온 동네방네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권태기에 신음하는 연인도 이보다는 나을 거란 말이지. 왜 아니겠어? 응? 누가 아니래. 나와 봐. 컴옹. 덤벼. 들어와 들어와. 상대는 해 드릴께. 예우는 해 드린다고. 어? 아니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어? 내 이 자식을 콱 그냥...! 내가 지금 흥분하지 않게 생겼어? 어? 뭘 봐. 뭘 보냐고. 이쁜 여자 처음 봐? 어? 
    천신만고 끝에 겨우겨우 간신히 불행을 모면한 다음, 딱 환희의 행운을 맛볼 수 있는 제 7의 전성기가 코앞일까? 코앞은 무슨. 집구석에 가서 소파에 자빠져 TV 주말 연속극이나 봐야지 뭐. 설마, 하여튼 별놈의 공상을 다 듣겠네. ~라고 생각하시진 않으셨죠? 그렇죠? 울며 겨자 먹기로 뭐, 혹시라도, 네? 요 앞 나이트클럽에 함께 가자고 형씨들께서 꼬셔주신다면야, 그럼 뭐 한 번 생각해 볼 테고. 네? 방금 뭐라 하셨어요? 저런 미친년을 다 봤나! ~라고 하신 건 아니실 테고. 설마? 에이~! 어머머 날 좀 보소, 장님 코끼리 말하듯 말하는 거 좀 봐. 어머머. 내 정신 좀 봐 봐. 남이 뭔 생각을 하는지 그걸 내가 어찌 알어. 지들 맘이지. 안 그래유? 아 그래유 안 그래유? 네? 아 왜 말이 없어유? 네? 장구를 쳐야 춤을 추지, 네? 아무튼 독을 파는 자가 꽃 간판을 내건다지만, 저 그렇게 헤픈 년 아니에유? 알겠시유? 자고로, 나를 떨어뜨리는 말보다 나를 태우는 당나귀가 더 좋은 법. 요염한 3번마 놓치고 싶지 않으면, 어서 데이트 신청이나 하시든가 말든가. 네? 그렇게 멀뚱멀뚱 보고만 있지 마시고. 어딜 그렇게 시선 마주치기 곤란해서 뚤레뚤레하시유? 네?
    우리는, 어? 우리는~ 사귀면 최선을 다한다니까 그러시네.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시구만 그래. 응? 우리는 애교도 최선. 아양떨기도 최고. 쾌락도 최대. 어? 복합적인 행복감도 차마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도록 최초. 네?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키스해 드린다고요. 네? 그런데 어디에! 아 몰라몰라.
    아 됐고. 일어서시오. 나랑 나갑시다. 넌 빠지고. 당신. 당신 나랑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까 말이오. 넌 꺼지고. 당신은 닥치고. 어? 우리 멋진 오빠. 자,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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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3

from 소설 2019. 8. 14. 00:42

    1

    오빠 자? 
    신선한 벌름벌름 새로운 벌렁벌렁 같은 공상도 지겹고. 딱 신물이 나고. 인생이 별 볼 일 없는 사탕 포장지처럼 느껴지는 일상. 오빠라는 말을 들어도 미쳐버리지 않고. 일단 들을 일 자체가 없고. 뭐니 뭐니 해도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돼먹지 못한 공상, 말도 안되는 그런 거 일절 재미도 없고. 그러다 마침내 발견해, 하찮은 환희를. 그런데 꿈이야. 매번 그 모양. 늘 심심하고. 여지없이 재미없고. NB로 말할 것 같으면 속 좁고. 꽉 막히고. 툭하면 빈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다음에 보자? 진짜로 다음에 보자는 말인지, 아님 두 번 다시 보지 말자인지 헷갈려. 잘 가? 가다가 딴 데 쳐다보며 걷다 전봇대에 부딪히지 말라는 건가? 그로 말할 것 같으면 한마디로 새하얀 도화지이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화폭. 그런데 누렇게 떠서 목이 축 늘어진 싸구려 재질 100퍼센트 면티 같은 남자라고나 할까. 아니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개 이득 꿀 이익은 언제나 미뤄지고 또 미뤄지지.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아무튼 그로 말씀드리자면 딴 거 없다. 
    거리에서 보는 거? 뭐겠나. 생각하는 거? 예를 들면 이런 식. 굶주린 늑대와 인기 없는 촌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가? 그러니까 누가 촌놈이고 누가 암코양이야. 넌 뭐 얼마나 잘났냐 사둔 남 말하시네. 과부 마음 홀애비가 아는 법. 그럼 과부는 누구고, 에잇~! 됐고. 하나도 재미없고. 
    우리는 진한 사랑을 염원한다 염원한다. 우리는 숙녀를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름다운 사랑에 만족하는 미래의 행복. 달콤한 애정 새콤한 연애. 부드러운 여체. 분홍색 향수. 오렌지빛 낭만. 주홍색 예감. 보랏빛 기대감. 주황색 은근함. 새빨간 립스틱. 오똑한 콧날. 뿅가는 각선미는 머리카락뿐만이 아니고. 하이힐. 스틸레토 힐. 슬리퍼도 좋아. 맨발이야 당연히 대만족. 소망 충족. 탐욕 만족. 흑심은 대만족. 성욕 완전 완전 완전 흡족. 신나는 인생. 고귀한 이상. 경이로운 쾌감. 게임의 규칙은 군침을 절대로 멈추지 않기. 그럴 수는 없거든. 짜릿한 기분 아찔한 분위기. 탐스러운 발단. 신비한 전개. 놀라운 절정. 절정만 계속? 상기된 빰의 홍조는 날이면 날마다 해피엔딩. 날마다 쾌락마? 따듯한 쌍코피? 결코 환청이 아닐 테니까, 따라서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기? 아아 눈부신 환상이여. 비너스와 아르테미스! 뭐라고? 젠장 이런 젠장~! 
    ~라는 헛생각에 빠져있을 때. NB의 사무실로 샬럿이 찾아왔다. 샬럿은 NB의 친구일까 여동생일까 아는 동생일까.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최고로 애매한 친교가 바로 아는 오빠, 아는 동생인 거지. 뭐 그러든가 말든가. 내 말이? 
    의례적인 인사말이 오가는 건 건너뛰고. 
    빈말과 가식과 허례까지 생략하고. 
   「그 오빠 거 말이야, 거 순 저질이더라구. ~라는 말을 듣는 나. 오빠. 그런 내 기분이 어땠는 줄 아슈? 내 기분이 어땠겠어? 알긴 아슈 오빠?」
   「진짜로, 그렇게, 들었어?」
   「아니. 뻥이야. 진짜겠니. 걔가 뭘 안다고. 또 속기는!」
   「너 정말. 혼나 볼래?」
   「어머. 오빠 날 혼내주게?」
   「가라. 나 바쁘다.」
   「설마 오빠 삐진 거 아니지? 그치? 오빠 대인배잖아. 안 그래?」
   「나 대인배 아니야. 범인도 아니고. 쫌팽이다. 됐지? 나 쪼다야. 됐어? 이제 만족해?」
   「오빠 소인배야?」
   「누가 그래? 왜 탈탈 털려줘? 그래? 원해? 진정? 말만 해. 말만.」
   「오빠가 심기 불편하신가 보군. 고민이 많나 봐. 뭐 육체적 고민? 발정기? 아님 칼럼 써서 먹고는 살아야 하고. 슬럼프라서 부담감 팍팍?」
   「저번에는 오빠한테 딱 붙어서 애교부리고. 아양 떨고. 교태에 윙크에 팔짱에. 타고난 아첨꾼의 부담스러운 알랑방구로 내 마음을 녹여주더니. 뭐 이제는 간신배의 충심도 아니고. 내가 공이니? 골프공 아니면 축구공?」
   「오빠 많이 변했네. 전엔 나랑 신나게 놀아주더니. 오빠 상남자구나? 여자랑 대화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보면 딱 그렇네. 맞네. 말로만 여자 꼬실 때 자기는 듣는 거 좋아한다 그러고. 그치? 맞지? 오빠. 오빤 거의 내가 키웠어. 알아?」
   「뭐가 어쩌고 어째? 휴~! 어, 그래. 좋다. 늬가 오빨 키운 걸로 하자. 내가 말로 널 어떻게 이기니. 난 지는 게 좋다. 그래. 타고난 루저. 그게 왜 나빠?」
   「그래. 나쁘지 않아. 그 그 헛똑똑. 괜찮아. 그래도 돼. 아아. 드디어 오빠가 숙녀의 허를 찌르는 구만 그래. 살살 슬슬 뚜껑이 열리시나? 그러나?」
   「열었으면 네가 좀 닫아줄래?」
   「그러지 말고 있잖아. 오빠. 오빠. 우리 남몰래 만날까?」
   「몰래?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아니, 왜!」
   「왜긴 뭐가 왜니. 우리가 무슨 연예인이니? 너 유명인이야? 아니잖아. 나도 무명. 안 그래?」
   「뭐 그건 그렇고. 오빠. 쫄딱 망했다며?」
   「쫄딱 망하긴 누가 쫄딱 망해? 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말이 안돼?」
   「웃기지도 않고. 말도 안되고. 뭐야 그게. 어?」
   「말이 되게 해 줄까?」
   「무섭다. 질린다. 겁난다. 아차 하면 너한테 빠져든다고.」
   「왜, 내가 별로야? 나 완벽하지 않지? 그치? 어쩌면, 싫증나지? 지겹지? 그치? 그럼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을 하던가. 그래야 내가 변신을 하던가 말던가 할 거 아니냐고. 자, 그래서 말이죠~」
   「또 뭔 말 할려고? 사랑 타령에 또 행복 운운하게?」
   「그런 터무니없는 말이 어딨어? 오빠 나한테 왜 그래?」
   「왜 그러긴 누가 왜 그래?」
   「오빠가, 나한테, 왜 그러냐고!」
   「내가? 내가 너한테 왜 그러긴 뭘 왜 그래!」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런다고 내가 뭐 뽀뽀라도 해 줄 줄 알았어? 어림없어. 꿈도 꾸지 마.」
   「너나 꿈도 꾸지 마.」
   「」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이어진 다음. 샬럿은 인사도 없이 기분 상해서 가려고 했다. 
    NB는 그녀를 잡지 않았고. 
    문을 열고 딱 나가려다가. 샬럿은 이렇게 말했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나 하고 앉아 있어? 한가해? 바쁘게 해 줘? 어?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나보고 믿으라고? 이런 시덥잖은 허당 같으니라고 말이야. 응? 그런 얘기 할 꺼면 가서 풀이나 뜯어먹어. 알았어? 보자 보자 하니까...! 어? 듣자 듣자 하니까 이 오빠가 누굴 바보로 아나? 숙녀 기분 꼭 이처럼 망쳐야 속이 후련하시겠어? 오빠, 잔말 말고 당장 양말 벗어봐.」
    뭔가 느낌이 세했던 것일까? 그러니까 왜! 
    왜냐하면 아마도 샬럿은 이쁜 암컷 싸움닭 스타일처럼 느껴졌으니까. 
    꼭 그렇진 않겠으나 고양이가 울컥해서 꼬리를 흔드는 걸 느낀 거지. 
    암컷 불여우의 호적수는 패배주의 전투마인데. 패배주의 빼고 그냥 전투마. 
    그래서 숙녀는 뿔났고. 드라마틱하게 져줘도 모자랄 판에 잘한 거지. 잘한 거라고. 
    NB는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긴박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못 들었어? 다시 말해줘? 양말 벗어봐. 당장...」
   「」
   「허걱! 뭐야 이거?」
    어느 쪽 양말을 벗었는지는 몰라도. NB의 발가락이 5개에서 4개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NB는 샬럿을 쳐다봤다. 
    그녀는 윙크만 남긴 채 떠났고. 
    다시 그래서 NB는 자신의 맨발을 다시 쳐다봤다. 
    뭐야 이거, 그런데 다시 정상이네? 어떻게 다시 5개로 돌아왔지? 
    그렇지만 찬찬히 진득하니 생각해보면. 보아하니 6개로 늘어나지 않은 게 다행 아닐까? 
    그렇게 그는 이솝 우화에서 읽었던 구절을 떠올렸다. 
    낙타는 하늘에 뿔을 요구했으나 되레 귀만 뽑혔다. 
    내친김에 에디오피아 속담까지. 
    사자를 만들었다고 신을 비난하지 말라. 오히려 사자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한다. 





    2

    NB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가에타노 도니제티 / 오페라 <돈 파스콸레> 2막 -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나중 걸작은 관심도 없고. 이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화가의 작품 가운데. 
    저렴한 동시에 그래도 괜찮은 유화. 싸긴 싼데 그래도 다채롭고 뭐 그런대로 괜찮은 작품.
    하나 사는 게 소원인지 아닌지. 것도 똑같은 꿈 품었다가 이루고나니까 짜증나더라 별거없더라. 
    이미 골 세러머니 맛 봐 버린 사람,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슬리퍼 1개 양복 3벌처럼. 목 늘어진 티셔츠 달랑 2개로 돌리는 게 그래도 편하긴 편하다. 
    일단 시간도 없고. 정신없지 그냥. 
    그러다 사무실에 토마스가 찾아왔다. 토마스? 애들이 좋아하는 그 토마스 기차야 뭐야. 
   「너 번호표 받았어?」
   「번호, 뭐?」
   「아니야. 앉아.」
    중간 건너뛰고.
    토마스는 이렇게 진중한 얘길하려면 명 바텐더한테나 할 것이지. NB가 무슨 걸출한 학자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고문이 따로 없었다. 토마스의 말을 옮기자면 이와 같다. 
    물론 당연히 긴 대사였다. 이 자식은 듣는 사람 생각은 하는 거야 안하는 거야!
    드라마라면 중간에 어떻게 쪼개고 쉬고 어쩌고 다 할 텐데. 하필 리얼이네. 어째서 실화냐고. (절레절레)
   「세상이 시끄럽지. 세상사 참 복잡하게 얽혔어. 때문에 캐나다처럼 자동차도 못 만드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어떻게 보면 축복받은 거야. 예를 들어 내가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얼마나 좋아. 역사적으로 얽히고설킨 껀덕지가 없다고. 어? 중년 되서 한가하게 퀘벡에서 1주일 살다가 1주일은 위로 아래로. 그렇게 즐거운 인생.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 살면서 성격 좋다는 말 곧잘 들었고. 여자들도 뭐 조금은 따랐고. 여복, 어복, 모험복, 애정운, 짝사랑복, 어? 아닌가? 연애운이면 연애운도 꽝. 재물운 역시나 더 꽝. 말년운은 어떨란가 모르겠네. 그래도, 어? 그래도 사람 좋다는 평판 괜찮았고 뭐 그랬어. 그래서 돈과 여자 빼고는 뭐 그럭저럭 살 만한 인생. 재밌어. 놀고 또 놀고. 신난다고. 몰입이라는 게 참 뭔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니까? 
    바로 그처럼. 나 같은 캐나다인이라면 정말로 축복받은 거야. 아나 모르나! 복음을 달고 살아도 돼. <국산이냐 수입품이냐>에 얽매일 게 없다고. 독일제 스타인웨이 앤 선스 얼마든지. 이탈리아제 페라리 FF 역시나. 스코트랜드산 위스키 조니워커 창고에 쌓아두고 마셔. 조니워커는... 넘어가. 전통이 짧은 내 나라 캐나다지만, 달리 보면 젊은 거 아닌가. 북아메리카의 장점만 취하고, 유럽의 체계는 그대로 이입됐고. 얼마나 좋아. 어? 알파벳 언어니까 굳이 괴로운 일하기를 위해서 알파벳만 봐야 한다는 철칙에 얽매이지 않아도 돼. 물론 알파벳 아닌 거는 거북하다랄지 불편하지만 존중하며 참고 보는 편에 가깝고. 솔직히 말하자면 불쾌해.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래서 안 봐. 그러니까 맨부커상이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거고. 또 노트북? 디자인드 인 캘리포니아 쓰면 돼. 운동화는 미국제. 핸드폰은 중국제. 시계는 스위스제. 요리? 베트남 국수부터 아주 그냥 잡식이 따로 없지. 난 미식가인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대식가거든. 스포츠? 축구광이니까 당연히 유럽 3대 리그만 보지. 페라리 루쏘도 지겨워져서 팔았어. 독일제 포르쉐 파나메라로 이참에 바꿨어. 내가 쓰는 화장품? 프랑스제. 옷? 이탈리아제. 엇그제 극장에서 일본영화 봤고, 내 딸은 KPOP 좋아해. 
    이처럼, 자동차도 못 만드는 캐나다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사는 나. 내가 캐나다제를 뭘 애호하지? 뭐지? 휴가 때 여행도 주로 호주나 유럽으로 가고. 그래도 뉴질랜드인들 조롱하고 깐족거려서, 호주인과 이간질 시키지는 않아. 이래뵈도 내가 험담하는 거 싫어하거든. 난 맞짱뜨는 걸 즐기니까. 그렇다고 다혈질은 아니야. 안 그래도 세계마초협회에서 엉덩이 까여서 쫓겨난 마당. 어찌 됐든 난 그야말로 외화 반출범이지. 어? 비애국자가 따로 없다고. 그렇다고 나 같은 캐나다 사람이 드무냐, 아니지. 보통이라고. 평균이란 말이야. 얼마나 좋아. 뿐만 아니라 나 같은 외화 반출범이 다수인데, 왜 하필 우리나라 캐나다는 그렇게 잘사냔 말이지. 1인당 GDP든 뭐든. 단지 수치만 높은 후발주자권과 달라. 모든 문명 체계는 99퍼센트 유럽에서 만든 것. 남자&백인이 발명. 그래서 현지에 가서 면밀히 살펴 보면 괜히 유럽 선발주자 북미 중견주자 그러는 게 아니지. 디테일이든 규모든 뭘로 따져도. 물론 후발주자의 잇점과 장점도 많지만. 사실은 사실. 
    그런데 나처럼 소비제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많을까 적을까. 캐나다인인데 캐나다제 쓰는 게 다 싸구려만 써. 싸구려는 다 캐나다에서 만든 거 쓰고. 비싼 건 죄다 수입품만 써. 그래도 돼. 그런데 우리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다 그럴까? 우리가 얼마나 축복받았는지, 이치와 원리를 이해하면,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지. 그렇다고 이런 날 보며, 아아 캐나다인처럼 살아도 되는 구나 외화 반출범이라며 비난 받을 일이 아니구나. ~라고 산다면? 그래도 되긴 돼고. 개인의 자유지만. 그게 정도가 지나치다? 그러면 나라 망하기 딱 좋은 거지. 예를 들어. 
    가령. 일본에서는 전자기기와 비싼 제품은 무조건 일본제 내수품만 써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지. 그걸로 세계 최고. 거기서도 독일차 타긴 타. 그렇지만 인구 대비 현저히 낮아. 게다가 연간 판매량으로 따져 르노 5000대 푸조 5000대 팔릴 때 현대 기아차는 몇 대 팔리는 줄 아나? 0대 1대 4대. 끝. 부가티보다 덜 팔려. 다른 거도 다 마찬가지. 단, 소녀감성과 관련되는 건 예외. 중국 내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핸드폰 톱 5는? 머머해야 한다 라는 바로 그거야. 약아빠지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라고. 착해 봐야 착한 척 그거 다 뻥. 아니면 속고 당하고. 어?
    (1) 선심성 
    (2) 소녀감성
    (3) 허영심
    비싸냐 싸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게 바로 후발주자. 또 비슷한 게 뭐가 있을까. 
    스웨덴과 러시아. 보드카 서로 어디 걸 많이 먹게? 
    프랑스의 맥주 판매량 1위부터 10위까지. 그 순위권에 독일 맥주가 1개라도 있게 없게?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네델란드, 이탈리아... 유럽에서 스타벅스가 돈을 많이 버나? 
    독일 내 맥주 판매 TOP 10, 자동차 판매량 TOP 10이 뭔지는 보나 마나 뻔할 테고. 
    복권은 건전한 오락의 한 부분으로 보는 그리스. GDP대비 복권판매량 1위인 그리스. 그리스... 잔지식 떨어졌다. 통과.
    폴란드. 폴란드 내 자동차 판매 TOP 10. 독일차는 폴란드 내에 공장 짓고 어쩌고 그래서 선방. 
    아일랜드 경제 지수가 식민지 종주국인 잉글랜드 본토를 능가했기 때문에, 150년 전 일 50년 전 일을 2000년 전후에 총리와 여왕이 공식 사과. 정치까지 주제를 넓히지는 마세나. 이런 예시는 찾아보면 한도 끝도 없어. 내가 참말로 캐나다에서 태어났기 망정이지 어디 어중간한 데서 태어났으면, 어? 아주 그냥 강박증 끝짱이었을 거란 말이지. (절레절레) (절레절레)」





    3

    「좌우지간 선발주자만 해도 그래. 북유럽만 봐도 그래. SAAB 잊혀진 브랜드고. NOKIA 전성기 지났고. VOLVO 중국 자본에 팔렸고. 유럽이 전 세계의 90퍼센트를 장악했던 예전 전성기. 그 전성기를 구가하려면 뭐 말로 했겠나? 해양을 누벼야 다 가능한 것. 그래서 선박제조에서 유럽이 전세계 1등. 그렇지만 지구촌 세상. 여전히 기득권을 쥔 것 가운데 노른자든 뭐든 놓치지 않은 건 여전하고. 선박제조 같은 건 후발주자권으로 넘어간 셈이고. 의류로 보자면 싼 건 H&M. 비싼 건 여전히 유럽이 전세계를 꽉 잡고 있고. 응? 맞나 틀리나. 
    네델란드 다국적 회사 Philips처럼 선전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추억의 가전제품 브랜드 AEG처럼 지는 해도 있고. MICROSOFT는 전세계 운영체제 독점이요. 또 APPLE처럼 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도 하고. 크고 작은 차이는 있으나 이치와 원리는 소비제 판매에서조차 결코 예외일 수 없는 것. 유럽에서 유로파이터를 만들어서 운용하지 F-35를 수입해서 쓰지는 않고. Miele 세탁기. DYSON 청소기. 어디서 뭐가 많이 팔리고 안 팔리는지. 선발주자와 중견주자는 다 알지. 다만, 어?
    단지, 후발주자는 뭐라고나 할까 순박하다고 해야 할까? 
    정말 그래. 순진해. 착해. 좋게 보면 선량하고 달리 보면 뭘 모르고. 어쩌면 당하기 딱 좋고. 업자들이 벗겨먹기 딱이고. 남자는 완전 순둥이 촌닭이고, 여자는 허풍도 믿고 허세에 속고 마음 약한 숙녀고. 정치적 옳바름이니 샤이 보수니, 어찌 됐든 진보냐 퇴보냐. 90퍼센트 어쩌면 99퍼센트가 보수인데. 어쩌다 보면 퇴보와 보수 그 둘을 헷갈리기도 하고. 경제와 오락산업은 치열하기 이를 데 없는데 말이지. 어쨌든 진보와 퇴보의 중간인 점차 개선, 차츰차츰 발전이라는 모양새는 안정됐기 때문에. 따라서 착한 척, 이타적, 이기심, 이타적인 이기주의 그 미세한 차이가 구분이 된다고. 그래야 한단 말이지. 그런데 시골 옛날 사람들처럼 세상 돌아가는 걸 몰라봐. 착하고. 소심하고. 순진하고. 천진하고. 애들은 그래도 돼. 왜? 애니까. 소녀감성이 세상물정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성잡지 2 되는 거고. 허영심 지수도 오르락내리락. 아는 척 뭔 척 머머왕 머머왕 초딩들은 그래도 된다고. 그런데 어른도? 어른이 그러면 누가 해도 할 말 하지. 안 할 수가 없거든. 무대 잘 돌아간다는 둥 뭐라는 둥. 안 그래? 그 이치와 원리를 알면, 전동기구 보쉐가 어디서 많이 팔리고 왜 어디서는 잘 안 팔리는지. 다 답 나온다니까? 정물화에 나오는 접시, 후라이팬 같은 주방기구. 고전풍 가구. 의료기기. 학계. 사치품. 명품. 정밀공학. 기계를 만드는 기계. 도로를 포장하는 인프라스트럭쳐 관련 장치들. 재무. 개론. 컨설팅. 커피머신. 웬만해선 선발주자에서 깃발을 양보하지 않는 분야. 딱 정해져 있다고. 나중은 몰라도 현재 점수는 그렇단 말이지. 응? 
    그분들 옆에서 보면 정말 너무너무 순박해. 사람은 착해빠져면 좋지. 그래야 한다고. 성격 좋으면 옆에서 좋아라 해. 그런데 착해빠지기만 한다? 그럼 호구되기 딱 좋은 세상. 약아빠지지 않으면 안되는 인생이기 때문에, 고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데. 이건 뭐 세뇌를 당하는지, 등에 빨대가 꼽혔는지, 리모큰으로 내가 조종당하는지. 차라리 모르면 나아질 가능성이라도 있어. 그런데 알아도 나만 잘살면 그만이다 정신. 어? 거울만 보고 나만 이쁘다 그만이다-주의. 응? 무슨 불매니 뭐니 잠깐 부글부글하다 금방 식고. 잊고. 변하고. 소비와 정치가 뭔 상관이냐, 식습관과 사랑은 또 뭔 관계냐. 툭하면 자기합리화. 1인자가 도화지를 뭘로 만들든. 리더의 세계관이 어쩌든. 그분들과 개인이 뭔 상관이냐면서 태양을 바라보며 해바라기처럼 뿌잉뿌잉 물개박수. 찐따, 쪼다, 얼간이, 머저리, 바보, 천치, 둔재들 빼놓고 영재, 천재, 팔방미녀들은 자기들끼리만 친한데. 바보는 자기 인생 사는 거도 아니고, 그저 수재들 신부들러리. 언제나 부자들 병풍. 오락산업의 노예. 응? 중견주자는 그나마 낫지. 그런데 선발주자랑 후발주자는 어떻게 달라도 그처럼 판이하게 다를 수 있을까. 정말 미스테리가 따로 없단 말이야. 응? 역사는 역사. 정치는 정치. 과거는 과거.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래서 개인 대 개인은 감정 없고, 우린 모두 친구다? 그래. 좋아. 왜 나빠? 누가 그거 싫다는 사람도 있나! 정치적 사고방식 대 소비와 친선이 대체 뭔 상관이냐 그러지만. 하지만 잘살면 잘살수록 절대적으로 상관이 크지. 응? 통계와 그래프를 보면 모르나? 그처럼 너무너무 순박하니까, 단위 내에서도 보면 딱 공통돼. 민법으로 넘어가도 이치는 똑같아. 형범 관련해서 형사들이 매번 똑같은 말을 듣는 게 뭔데.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영화배우 목소리를 빌리자면 이런 식이지. 
    "그 말을 누가 제일 많이 하냐, 사기 사건 피해자들. 사기꾼 새끼를 믿어서? 아니야~! 응? 아니라고. 자기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왜 하나같이 꼭 약속한 것처럼 그 말만 똑같이 읊조리냐, 왜냐하면 자기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기 때문에. 그 말이 사실이면, 지금까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거만 들은, 자기 자신이 바보 멍청이란 걸 인정해야 하므로. 바로 그 때문에 인정하기 싫은 거지. 바로 그래서 다 똑같은 반응을 보인단 말이야."
    차라리, 그처럼 순진하게, 내가 속은 걸 인정하기 싫으면 다행이게? 나만 안 속으면 된다, 응? 바람 피어도 안 걸리면 그만이다, 어? 서쪽 사람들은 공평하게 좋은 브랜드를 사줘야 하고, 동쪽 사람들은 불공평하게 타국 브랜드를 배척하고. 서쪽은 배타적이어서는 안되고, 동쪽은 원수처럼 배타적이어야만 하고. 서쪽은 이타적이지 않으면 손가락질 받아도 싸고, 동쪽은 철저히 이기적인 게 당연하고. 동쪽에서 소비 패턴이 어떻게 뭔가 시끄러우면 보기 흉하고, 서쪽에서 소비 패턴이 일방적이자 배타적인 건 관습일 뿐이고.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 선발주자권과 비교하면 후발주자권은 무슨 말도 안되는 게 너무도 많아. 상식도 다르고. 교양은 불확실하고. 미덕은 의뭉스럽고. 응?
    정통파가 깔아놓은 체계. 기분파로 유쾌하지만 남미권만큼 다혈질은 아니고. 그렇다고 세계마초협회에서 보도 듣도 못한 비공식이고. 약삭빠르고 응용 잘하고 반칙왕들은 물론 사기꾼도 난무하는 이런 요지경 같은 세상에서. 좋게 보면 쿨하고 나쁘게 보면 멍청한 거고. 첫눈에 홀딱 반할 만한 숙녀의 이상형, 다른 여자들에게는 더 이상형. 양날의 검을 과연 어떻게 쓸 것인가. 착한가, 맹하기만 한 바보일 것인가. 딱 동전의 양면. 기회를 틈타 치고 빠질 것인가, 내내 관망하다 내 님을 보낼 것인가. 뭐 새로운 여자? 
    뭐 어쨌든 어디와 어디에 낑긴 상남자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소비자권이 어디냐, 바로 나란 말일세. 그분들께서 제일 꿀떨어지도록 선망하는 사람이 누구? 바로 나! 나야 나~ 나야 나~. 바로 나라고. 허허허허허. 그런데 난 그처럼 선망과 부러움과 시기 질투를 듬뿍 받는데. 그런데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도 좋지만. 도대체 왜 나는 여자가 없을까? 어째서 숙녀들은 나란 남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어? 내가 뭐가 빠진다고. 어? 왜 나는 뭘 해도 재미가 없냐고.」 
   「토마스. 늬가 뭘 해도 안되는 이유. 그걸 내가 분석해주는 게 좋겠나. 아니면 명 바텐더가 해주는 게 나을까.」
   「나도 다 알아. 뭔 말인지. 그럼 뭘하나. 바에 A4 용지에다 만년필로 끄적거려서 붙여놨던 걸.」
   「뭐라고?」
   「여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라고!」
   「뭐? 잘했네. 잘했어.」
   「너 내 친구 맞냐? 어?」
    어쨌든 말장난은 더 재밌게 진행되지는 않았고. 적당한 친교는 그쯤하고 그들은 술이나 마시러 나갔다. 





    4

    다음 날. 그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티토왕의 자비 K.621 - 1막 '떠나겠소, 하지만 내 사랑이여'
    그런데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진짜였으니까. 속임수가 아니니까. 
    샬럿이 도대체 어떤 마술을 부린 거지? 그런데 또 샬럿이랑 냉가슴 앓는 사랑은 아니지만 어째 분위기가 서먹서먹하니까 물어볼 수는 없고. 
    샬럿 그년 승질머리 하고는! 입심 좋지 못한 그 인간 NB. 그 인간이 샬럿을 말로 이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얄팍한 잔꾀는 안 떠오르고. 획기적 진전은 뿌옇게 보이지도 않아. 비약적 발전이 어딨어.
    아하~! 
    NB는 샬럿의 친한 친구인 크리스티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약속을 잡고. 시간이 흐른 다음. 카페에서 그 둘은 만났다. 
    의례적 인사와 안부. 건너뛰고.
   「오빠 그럼 하는 거다.」
   「해? 뭘 해?」
   「아 오빠 아니야. 오빠 보고 말한 거 아니라고. 잠깐만. 미안. 나 메시지 좀 보내고.」
   「(난 또 뭐라고)」
    그렇게 한 남자를 한참 동안 대기시키다가 크리스티는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오빠 나 불행해.」
   「늬가 불행하다고? 내가 혹시 잘못 들었니?」
   「아니야. 제대로 들었어. 나 불행해.」
   「너가 진짜 불행하다면 이 세상에 불행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겠다.」
   「그럼 나 행복한 거야?」
   「그렇다고 또 딱히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좀 뭣하고.」
   「뭣하기는 뭐가 뭣해? 편을 들어주려면 확실히 들던가. 오빤 왜 뭘 자꾸 하다 말어? 립서비스를 털다 말면 맥이 끊기잖아. 지금, 나, 맥여? 그래? 에라 뚜껑 열려봐라, 뭐 그거야? 응?」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야. 아니라고. 넌 행복하다고 치자. 좀 그러자. 됐지? 그럼 내가 불행한 걸로. OK? 얘. 넌 내가 불행했으면 좋겠니?」
   「얘기가 왜 또 그리로 가?」
   「그럼 어디로 가게? 뭐 원하시는 데라도 있어?」
   「꼭 어디로 가야 돼?」
   「아이고 맙소사! 내가 지금 너랑 뭔 얘기를 하는 건지. 난 도통 하나도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그걸 오빤 왜 나한테 물어? 모른 것도 자랑이야? 그걸 오빤 왜 나한테 묻냐고! 어?」
   「그럼 여기 너랑 나 말고 누가 또 있니?」
   「없어.」
   「그래. 없으니까. 그래서. 그러니까. 그런데 내가 뭔 말을 하려다가 이러지?」
   「그것도 몰라?」
   「그럼 넌 아니?」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답답하다. 답답해. 어?」
   「한심하다. 한심해. 응?」
    크리스티를 만난 목적이 뭔데. 만나서, 들었니? 샬럿이 요술을 부리는 능력자라는 거. 너 혹시 아니? 
    딱 그렇게 물어보려고 만난 건데. 이게 뭐야! 샬럿의 꼬리가 최소 9개라는 것만 실감한 셈이잖아? 누가 아니래! 
    덴마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남의 코를 풀고자 하는 자는 자기 손가락을 써야 한다. 뭐? 남의 코를 푸는데 왜 내 손을 써? 
    세상사는 그리 간단치가 않은 것. 그래서 업그레이드. 무엇으로? 
    손 안 대고 (내) 코 풀기. 또는 내 손에 케첩 묻히지 않기. 
    농담이고.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크리스티 그 응큼한 년은 보통이 아니다. 샬럿이 청탁한 것일 수도 있고. 
    구미가 땡기는 꽤 흥미로운 향락. 촘촘한 유흥. 꼼꼼한 쾌감. 섬세한 행복감. 극적인 신비감. 깐깐한 만족까지.
    그런 거 하나도 없는 찰나에. 딱 떡하니 샬럿이 나타나서 별 희한한 요술을 선보였는데. 
    그 비밀을 알아낼 수도 없고. 알고는 싶고. 
    참으로 영묘한 사랑, 아니 쾌락, 아니 궁금증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를 불러왔다. 





    5

    꿀은 핥아먹어야 제 맛? 그럼 아이스크림은! 달콤한 공상 그거 지겹지도 않나 몰라. 새콤한 일하기에만 몰두하는 거도 아니고. (절레절레)
    말하자면 감미로운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신비한 기분, 느껴본지 오래됐단 말이구만 그래. 허허. 
    그러니까 과격한 결과가 예상되면 안되니까 또 관망? 하여간에 못 말려. 아님 누가 말려주기를 바라나? 아마도! 
    미래의 신붓감과 새콤달콤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상상. 아조 그냥 징글징글하다 라는 표정. 알 만하다 알 만해.
    그래서 현황은 한마디로 가난. 여복도 초라함. 대어를 낚기 위해 미끼와 먹밥을 아끼지 않으려는데. 판돈은 간당간당. 액면은 비리비리. 품위 유지비마저 더 비리비리. 
    그런데 뭐야 이거? 
    딩~동! 뭐지?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건가? 
    마침 사무실로 릴리가 찾아왔다. 
    역시나 사교적인 서론은 건너뛰고. 
   「호기심이란 요사스런 유혹에 넘어가기 좋아하는 욕심쟁이. 부러움과 질투심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응석받이. 그게 바로 나? 아니. 내가 아니라 오빠. 딱 오빠?」
   「너 말 다 했어?」
   「다 안 했으면!」
   「다 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럼 기다리면 되지 숙녀 말은 왜 끊어?」
   「왜냐하면 여자말 번역기가 과부하 걸렸으니까. 뭐랄까 커피포트가 슬슬 신호가 온다고나 할까?」
   「뭐야. 오빠 진공청소기 아니었어?」
   「너 오빠 가지고 노니? 어? 사람 놀려?」
   「어.」
   「뭐?」
   「나도 여자야.」
   「그 말이 지금 왜 나오니?」
   「왜 나오긴. 그럼 오빠도 해. 그럼 되잖아.」
   「뭘? 하긴 뭘 해?」
   「나도 남자다. 라고 말이야.」
   「말이 도무지 섞이지가 않는다. 말이 안 통한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재미없는 거야. 뭘 모르니까.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어? 그래서 오빠가 여자가 없는 거라고. 알아?」
   「알긴 뭘 알어. 몰라. 모른다고. 됐니? 미안하지만 나는 여자 관심 없어. 알긴 아니? 난 숙녀 좋아하지 않아. 내가 뭐하러! 뭐 돼먹지 않은 늑대가 거짓말한다고? 뻥 좀 웬만치 치라고? 뻥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난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한다고. 어? 알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여자 좋아하지 않아.」
   「뭐야. 그럼 오빠 남자 좋아해?」
   「그게 뭔 소리야? 나 여자 좋아해. 그래. 나, 여자에, 환장한다. 됐니? 그렇지만 연애, 관심 없어. 왜 내가 숙녀의 아름다움에 흥미를 보여야 하는데. 아니야. 난 아니야. 딱 아니라고. 난 너에게 매혹당하지 않아. 난 네게 끌리지가 않는다고. 너 내 말 듣긴 듣는 거니? 듣니 안 듣니? 응?」
   「이 오빠 좀 보소. 허허. 이거 뭔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자는 건지. 자긴 여자에 환장한다는 거 고백하는 건지. 뭐가 뭔지 통 모르겠구만 그래. 하여간에 못 말려. (절레절레)」
   「못 말리기는 누굴 못 말려. 말리지 마. 안 말리면 될 거 아니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지 마.」
   「안 물어봤어. 누가 언제 궁금하데?」
   「아니면 됐고.」
    잠시 후. 
   「오빠. 왜 나한테 짜증을 내?」
   「내가 언제 너한테 짜증을 냈다고 그래?」
   「지금 짜증내고 있네 뭘.」
   「아니라니까.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언제 욱했다 그래? 난 살면서 화내 본 적 단 1번도 없어. 이거 왜 이래? 난 화를 어떻게 내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야. 나는 아예 짜증 자체가 나질 않는 사람이야. 알아?」
   「또 시작했네. 또 시작했어.」
   「뭐?」
    그러다 결국 릴리는, 「나 갈래.」 그러면서 가버렸다. 
    징하다 징해! 아아 뒷목 뒷목. 수증기 푸쉭푸쉭. 
    차라리 오지를 말던가. 줄까 말까 줬다 뺏는 거도 아니고. 
    릴리는 계획이 다, 없구나. 없었구나. 하나도 없어. 완전 없다고. 아님 그 인간이 계획이 없는 건가. 알 게 뭐야.





    6

    NB 그 인간은 아는 동생들과 왜 자꾸 뭔가 궁짝이 짝짝 맞지 않는 걸까. 왜냐하면, 나도 모르겠다. 알긴 아는데, 그런데 모르고 싶다. 보아하니 아는 동생들이 너무 많은데 쉽게 서열을 정하는 게 힘들기 때문일까? 그걸 누가 알고 싶다고. 우리가, 그거까지, 알아야 하나! 하여튼 여자들 우정이 골치 아픈 게 뭐냐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거. 상담하고 상담하고 하소연 하소연. 그런데 알고 보면 자랑 자랑. 들어주고 들어주고. 동조 동조 호응 호응.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랬니 그랬니. 그러다 기 빨리고. 완전 기 싹 빨리고. 여자말 번역기가 그렇다. 좋은 점도 있고 정답고 다정한데. 동전 앞면이 있는데 뒷면이 어찌 없겠나. 또 있다. 
    <제가 춤추고 싶어서 동서를 권한다>는 말. 
    자기가 하고 싶지만 차마 먼저 나서서 하기가 힘드니까 남부터 먼저 하라고 권유한다는 뜻의 속담. 1단계에 일단 너 들었니? 2단계로 기어 올리면, 세상에 세상에 어저고저쩌고 부추기고. 3단계? 뻠뿌질 뽐뿌질 (몸짓) 푸쉭푸쉭! 그런데 자기 뒷담화 신나게 어디서 하는 거도 모르고. 
    보아하니 그분들 어법이 막 그렇다. 딱 특징이 있다. 이를테면, 오빠 뭐 먹고 싶지 않아? 자기가 먹고 싶으면서! 남자가 분위기 조장하고 몰아가다 뜸만 들이다, 결국 기운 빠지게 만들어 뚜껑 열어버리는 거랑 화법이 약간 다르다. 남자는 어디 갈까? 어쩔까? 에잇~ 가지 말자. 물론 그 쥐락펴락 화법은 여자한테만 쓰고, 남자들끼리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즉 남자는 여자를 말로만 들었다 놓기. 그런데 여자. 여자는 간접화법. 때문에 의도치 않을지언정 어쩌다 이간질. 뭐뭐하자~ 라는 시점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아아 길다 길어. 하여 나도 모르게 고자질. 툭하면 삼천포. 그러다 수다 3시간. 우리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여자들 화술이 그렇다. 그렇게 어쩌다가 부채질. 가령, 들었니? 왜 내가 틀린 말 했니? 사실 100 팩트만 100이니까 자긴 책임 없다 그 얘기. 할 말 해야 직성이 풀리시지들. 그러나 듣는 사람 이미 뚜껑 싹 열어놓고 나 몰라라. 만만한 애 골라서 먼저 선발대이자 수색조로써 보내고. 괜찮으면 그때 짜잔~! 이거 먹어봐. 너 죽나 안 죽나 보게. 네가 괜찮으면 나도 좋아. 뭐라고? 
    그러니까 연애도 딱 패턴이 정해져 있다. 궁합 맞다 싶으면 괜찮은데. 뭔가 어긋나도 어긋나는 남녀. 딱 굴러가다 삐그덕거리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 왜 아니겠나. 남자들이 연애하다 중간에 웬만하면 나가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고. 어떻게 어떻게 잘 좀 해서, 어떻게 한번 좀 해 볼까 하다가, 툭하면 듣는 소리가 우리 헤어져. 그래서 큰맘 먹고, 야 너 가라~! 데이트하면 꼬박꼬박 음식점에서 사진 30장 찍어주고, 또 어디로 가서 사진 100장 찍어주고. 뭔 데이트를 하는 게 아니라, 찍사이자 비서를 데리고 다녀. 그러다 줄 듯 말 듯을 만나도 퍼지고, 의전녀 만나도 짜증나고. 
    좌우지간 여자는 웬만해서 선동하지 않고. 주동자 감투는 놈팽이 바지 하나한테 씌워놓고. 일단 관망. 그러다 전망 괜찮으면 재빨리 우르르. 적게 먹고 적게 따고. 한방? 사랑은 한방이다, 에 속아서 여태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는데. (사는 지역)에서 이렇게 썩고 있는데. 또 썩은 미소? 그 썩을 놈을 콱 그냥... 워 워 워! 그런데 또 크게 걸고 크게 잃으라고? 고위험 고배당은, 유혹이야 달콤하지만 보면 혹하니까 고개를 돌리는 것. 그래서 연애도 똑같다. 환승이별 징후를 보이면서 알아서 제 발로 떨어져 나가도록 눈치를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알아듣고 찐따처럼 들러붙고, 따라다니고, 싹싹 빌고. 심지어 하다 하다 빈말을 참말로 알아듣는 상남자도 있고. 뭐? (절레절레) 의전을 위해 남자를 앞에 보내다가, 안전빵이다 재밌다 기쁘다 싶으면 딱 바껴서, 여자가 남자한테 잔말 말고 따라와. 이때, 남자가 눈치없이 앞서가면 숙녀 뚜껑 열리기 딱 좋고. 
    그런데 뭔 말을 하려다가 이 얘기를 한 거지? 소설 줄거리를 풀어놓던가 NB와 친구들 근황 토크를 해야 하는데. 뭔 여자말 번역기 타령을 또 글쎄? 하여간에 못 말려. 그러니까 뭘 해도 안되지. 뭘 해도 재미없어. 그러니까 여자가 없다고. 어? 어찌 됐든 거 나 참, 소설 거 증말 더럽게 재미없네. 말만 더럽게 많다고. 내 참 더러워서 내가 칼럼을 쓰든가 해야지, 원. 에잇 이 짓거리도 못해먹겠네 그려. (몸짓) (몸짓)





    7

    격조 높은 생활비는 쥐꼬리만큼이요, 뭇여성들로부터 받는 인기와 선망 & 늑대로부터 받는 질시는 참새 눈물만큼 찔끔. 아니 것도 다 뻥. 
    모험심 성취 감수성 회복 호기심 점령 환상적인 기대감 정복. 그러나 달콤한 행복감은 불만족? 길게 설명했다만 한마디로 그건 개고생. 
    먹고살려면 돈이나 벌어야지. 그렇게 뚝딱 칼럼 완성. 매번 인터넷으로 보냈는데 이번 칼럼은 중계자인 여성환상 1.5 편집장 사라가 좀 특별한 청탁을 했다. 
    그 칼럼을 인쇄해서 자기한테 주면, 자기가 그걸 어느 월간지에 전달하겠다는 거다. 
    그럼 인쇄를 하려면 그건 다 여성환상 1.5에 있는 거니까 그곳으로 가야 하고. 
    그렇게 그는 여성환상 1.5 사무실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동 수단으로 자신의 웨건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택시를 탔고. 이동 중. 
    틀어진 음악은 고전음악. 
    요한 쉬트라우스 2세 / 오페레타 <박쥐> 중 웃음의 아리아: 여보세요 후작님 & 내가 순진한 시골처녀를 연기할 때. 
   「기사님. 고전음악 듣는 숙녀조차 만나기 어려운 세상.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거 있죠. 허허허.」
   「그런가요? 저는 만나는 숙녀마다, 네? 만나는 족족 다 그 분과인데 이걸 어쩌죠? 제가 아는 쳄발리스트. 아는 동생 플루티스트. 어정쩡한 애정 관계인 일러스트레이터. 기타 등등. 아무래도 제 허풍이 꽤나 듣기 거북하신가 보죠, 선생님?」
   「아닙니다 아닙니다. 전 정말 그런 설변을 심하게 듣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진짜요?」
   「그러겠죠?」
   「이 사람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시네.」
   「선생님이야말로 어영부영 말을 놓으시는군요. 사람 떨리게 말이죠. 먼저 선을 그으면 실례인지 모르겠지만. 초면에 이런 말씀드려도 되려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을 섞은 김에 한말씀드리자면. 음... 뭔 말을 할지 까먹었어요. 뭔가 할 얘기가 있긴 있었는데. 뭐지?」
   「네. 괜찮아요. 그래도 돼요. 왜 안 돼요? 제가 맞춰볼까요? 그럼 생각나실 꺼 아니에요. 저 성적 정체성이 궁금하셨던 거 아닌가요?」
   「네?」
   「깜짝 놀라시기는. 농담이에요.」
   「아니에요. 맞아요. 그래요. 왜냐하면 어젯밤 꿈에 제가 야한 꿈을 꿨거든요.」
   「그래요? 어떤 꿈인데요?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바로 타인의 꿈 얘기 듣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진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시는군요.」
   「그러지 말고. 인심 후하게 예고편만 귀뜸해주시면 안될까요? 어려운 부탁인 줄은 잘 압니다만. 기밀이랄지 민감한 사안은 아닌 듯 사료됩니다만. 아, 직감이 그래요. 단지 그뿐.」
   「아니에요 아니에요. 못 말할 것도 없죠. 아니. 제가 말하고 싶어서 먼저 슥 얘기를 흘린 것일 수도 있죠.」
    그렇게 그는 택시 드라이버와 꿈 얘기를 나눴다. 내용은 이랬다. 
    개꿈 1 2 3... 말도 안되는 단막극이 이어지다가. 짤막한 이야기가 내용은 모르겠고 장면 전환 연속. 
    친구들과 놀러가서... 놀다가... 일행에서 떨어져 나옴. 
    길을 가다 어느 주차장을 보니. 빈 주차장. 
    그런데 텅빈 주차장 가운데 웬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고(남녀 성은 구분 못함). 
    그 뒤로 또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 
    또 장면 전환. 왼쪽 대문 1 안에 여자 1. 오른쪽 대문 2 안에 여자 2. 외국영화 모텔 같이 노출형 복도처럼. 
    투시경처럼 대문 1 안의 여자 1을 보게 되고. 오오 눈부신 여체 여체. 
    몽환적 진행. 얼렁뚱땅 여자 2가 등장. 왼쪽을 향하여 여자 2가 여자 1을 후배위 자세로 사랑의 행위. 자세하진 않고 대충.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목격. 
    그런데 행위 도중 여자 2가 모유인 듯한 액체를 수평으로 막 베이지색 위주이자 연하디 연한 파스텔톤으로 막 뿌림 이쪽저쪽 막 선풍기 회전하듯이. 관계 중에. 모유인지 뭔지가 가슴에서 마치 광고에 나오는 페인트나 물감처럼 쫙 뿌려짐.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목격하는 관찰자는 개 신기. 
    분수녀와 뱀파이어녀를 경험해본 남자는 안다. 무엇을? 그 정량이 장난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그처럼... 그처럼... 하긴 뭐 없진 않을 듯. 
    결국 완전 개꿈이구만! 
   「오오 완전 완전 재밌는데요. 정말 정말 듣고 싶었던 얘기예요.」
   「그건 기사님께서 저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고.」
   「눈치채셨네? 허허허. 그런데 있잖아요. 우리 혹시 구면 아닌가요?」
   「네?」
   「그 왜 있잖아요. 두세 번 식료품점에서 스치듯 마주친 얼굴을 10년 후에 만나도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빵집 주인이 간헐적으로 2년 동안 두세 번만 본 게 다일지라도, 20년 후에 알아보고. 역시나 한두 번만 만난 손님일지라도 미용사가 5년 만에 기억해주는 일. 뜻밖일 수도 있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죠? 그런데 이걸 어쩌나. 저는 손님 얼굴을 그게 언제더라? 빈틈 매꾸자면 바야흐로 20년 만이군요. 아침 출근길. 차는 흰색이던가 검정색이던가 모델명은 레간자. 강변도로에서 차 막힌 상황에서 제 왼쪽 차가 먼저 가다가 왼쪽 빽미러를 치고 가서 빽미러 까진 거. 기억하시죠? 혹시 잊지 않으셨을라나.」
   「놀라지 않았어요. 아저씨 혹시 포토그래픽 기억력 뭐 그런 분인가요?」
   「아니죠 아니죠. 저는 지극히 정상이죠. 웬만한 사람들 그 정도는 다 기억할 껄요? 머머증이나 무슨 신드롬 그 정도 기억력은, 진짜로 비디오로 찍고 하루에 사진 10000장 찍듯이. 엑셀 파일에 모든 걸 저장하듯이 기억하는 게 그거고. 저 정도면 한마디로 정상. 보통. 네? 시내버스에서 서서 조는 학생, 지하철에서 앉아서 침흘리는 숙녀. 딱 1번 보고 지나쳤어도. 30년 40년 50년 지나도 기억해야 정상입니다. 살다 보면 잊고 사는 거 역시나 정상인데. 기억할 게 좀 많은 세상이긴 하지만서두. 기억력 보통 이상인 사람은, 그 정도만 가지고도 30년, 40년, 50년 지다도 다 또렷이 기억하는 법이죠. 인간의 기억력이란 게 그처럼 대단한 동시에, 물론 기억이 왜곡될 수도 있고요. 억지로 짜집기에 곡해하는 일이라고 왜 없겠습니까. 만약 물리적 시각은 지금일지라도 인식 시간표가 옛날이면 딴 게 아니라 그게 바로 타임머신이겠죠.」
   「아저씨. 철학자이시군요. 멋져요. 인정. 동의. 아저씨 말씀이 딱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그러게 말이죠. 제가 다 궁금하네요. 이거 혹시 선생께서 꾸민 일 아닌가요?」
   「이 만남을요? 제가 어떻게!」
   「그럼 제가 범인이란 말씀이세요?」
   「아니 그건 아니고요.」
   「그럼 뭐 프리메이슨의 기막힌 작전이라고 해 둡시다. 아니. 일루미나티던가? 설마 아저씨 그런 거 믿는 거 아니죠? 그렇죠?」
   「당신 혹시 밀본이오?」
   「밀본이 뭔데요? 뭔 뽄드 이름이에요? 아니면 새로 출시된 과자 이름? 아까 무슨 말도 안되는 꿈 얘기를 하시더니. 거 너무 하시는 거 아니오? 이 사람이...! 허허허. 개그가 좀 부적절했네요. 실은 방금 제가 손님을 기억한다는 거. 다 뻥이에요.」
   「네? 전 진짜로 알았는데. 왜냐하면 사실이니까요. 저는 기억날 듯 말 듯해요. 왜냐하면 선생님께서 인상적인 조연으로 단막극, 드라마에서 열연하는 어느 배우의 인상과 꽤 흡사하기 때문이죠. 물론 긴가민가하지만요.」
    그렇게 그는 여성환상 1.5에 도착했다. 





    8

    여성환상 1.5에 가서 원고를 전달하고 어쩌고 일처리는 끝남. 
    아니 있었다. 편집장 사라와 일 얘기만 한 건 아니지. 그렇지. 
   「사라 있잖아.」
   「있긴 뭐가 있어?」
   「아 왜 그래. 평소처럼 해. 거 왜 되지도 않는 연기를 하고 그래? 너 그런 거 안 어울려.」
   「그래? 그럼 말해 봐. 뭔 얘긴데?」
   「내가 아는 남녀가 있거든. 그런데 사겨. 둘이 좋아서 미쳐. 남은 인생을 다 걸라면 걸 테고. 목숨을 주라면 줄 테고.」
   「응. 그래서.」
   「일단 남자는 도날드 여자는 줄리아라고 가정하자고. 편의상 말이지. 편의상. <도날드 + 줄리아 = 환상적인 애인!> 응? 감동적인 사랑.」 
   「응. 그래서.」
   「그런데 그 커플의 정신연령이 낮어. 많이 낮어. 완전 많이.」
   「(검지손가락을 펴서 귀 옆에 갖다 대고 빙글빙글)」
   「아니. 그게 아니라.」
   「(검지손가락을 펴서 코 앞에 갖다대고 시선 집중)」
   「아니야. 아니라고. 어? 그게 아니라. 그냥 순수한 사랑. 고고한 순애보. 맑은 순정. 정결한 연정. 말 그대로 한치의 흠결 없는 사랑이라고. 그 흔한 유행가에 나오듯 생애 단 몇 번 만나는 사랑. 그런데 그 가운데 최고. 응?」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런데 한쪽이 좀 급해. 마음이 조급해. 왜? 왜냐하면 너무 좋아하니까. 완전 홀딱 반한 거지. 미쳐버렸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웬만한, 아니 길가는 여자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돼. 이런 남자 어떠냐고. 친구들 아무한테만 물어봐도 뻔해. 뻔할 뻔자. 걔 사귀자면 사귈래? 거의 1000명이면 1000명의 숙녀가 웬만하면 답하는 말은 뻔해. 뭐라고? 빵끗 웃으며, 땡큐지~ 라고! 그러니까 말이야 도날드가, 도날드가 어마어마하게 잘생겼어. 얼굴천재. 조각미남. 다비드의 현존. 그냥 잘생긴 정도가 아니라. 어디 지역이면 그 지역에서 나올 수 없는 얼굴과 몸매. 어디 지역이면 그 성형외과 의사든 골상학이든 예술가든. 누가 보더라도 최고. 딱 최고. 도날드가 바로 그런 미남이란 말이지. 얼굴만 그런 게 아니라 몸매까지 완전~ 그리스 조각상이라니까. 이탈리아 현지 박물관에 있는 딱 그 조각상이라고.」
   「(눈빛 총총 속눈썹 껌벅껌벅)」
   「그렇게 탐색전이 이어지면서. 남자 도날드는. 남자와 여자가 죽고 못 살듯 서로 사랑하는데. 그럼 아름다운 사랑을 어떤 작품으로 완성하진 못하더라도. 새콤달콤한 행복을 꽃피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단둘이 만나서 커피 1잔쯤은 마셔야 하는 거 아니니? 적어도 1 대 1로 햇볕 쨍쨍하든 말든. 대낮이어도 좋으니까. 만나서 1 대 1로 커피 1잔은 마셔야 하는 거 아니니?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A) 그런데. DONALD는 중간에 딴 여자를 만나. 1주일마다 소개팅을 꼬박꼬박 하는 거지. JULIA의 마음을 시험하려고 달랑 1번만 하는 거도 아니야. DONALD는 소개팅으로 만난 참한 숙녀들을 3번씩 꼬박꼬박 만나. DONALD는 그야말로 G 스폿 열린 거지. 아니. 도날드는 남잔데? 그럼 뭐 환상머신이 작동한 걸로 치자. 그래. 그 신비 버튼 누가 눌렀나는 몰라도. 일단 그래. 
    (B) 뿐이니? 도날드와 줄리아가 애인인데. 다정한 애인인데. 도날드는 하필, JULIA의 친구 Barbara와 단둘이 여행 가네? 단둘이 드라이브하네? 도날드는 줄리아의 친구인 바바라와 단둘이, 술 취해서, 야밤에, 여행지에서, 드라이브? 섹스각이네! 애인 관계인 애인의 여자친구랑 단둘이 놀러가? 미쳤네 미쳤어! 애인만 쏙 빼놓고 친구들끼리 놀러가서, 애인이 멀리 있는 틈을 타서, 단둘이 바람피워? 미친 거 아니야! 캬~! 애인의 여자친구가 최고급 스포츠카도 직접 운전해서 남자한테 꼬리치고. 꼬시고. 그래서 단둘이 만나고. 친구들끼리 여행 가서도 카섹스하고. 으아~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C) 여기서 끝이면 서운하게? DONALD는 결국 전여자친구 비비안까지 만나. 캬~! 그러면서 DONALD는 애인에게 쫑크를 주지. 저주하지. 무시하지. 겁준다고. 면박주는 게 취미. 멸시는 습관. 자긴 1번이면 끝이라면서. 자기는 남자 매춘부처럼, 말하자면 바람둥이처럼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고 다니면서 너는 1번이면 끝이래. 자기는 여전히 현역 플레이보이로써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면서 넌 성모 마리아로 숙녀 인생 영원히 썩어라 그거지. 나는 남자 매춘부이지만 너는 창녀이면 안된데. 그러면서 너는 직업이 비리비리해서 싫데. 너는 집안도 가난하고 연봉도 꾀죄죄해서 싫데. 
    (D) 뿐이니? 회사에서도 불륜. DONALD는 직장 동료들끼리 나이트클럽도 자주 가고. DONALD는 오늘도 소개팅 내일도 소개팅. 그러면서 남녀는 서로 애인이래. 하다 하다 그 애인을 놔둔 채. DONALD는 결혼을 약속한 딴 커플과 더블데이트까지 하네? 그렇게 또 딴년과 카섹스를 하네? 캬~! 
    (E) 그렇다고 JULIA가 DONALD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받지 않고. 받지 않고.
    (F) 그렇게 계속 DONALD는 전여자친구도 만나고. 스토커랑도 통화하고. 회사에서 불륜. 딴년이랑 카섹스. 또 다른 딴년이랑 드라이브 데이트. 또 다른 딴년이랑 영화 보고. 오늘도 전여자친구 비비안이 집 앞에서 기다리더라면서 자랑하고 뻐기고 튕기고. 언년인지 몰라도 상대 바꿔가면서 심심하면 카섹스. 어? 아예 혼자 사는 숙녀들 집에 툭하면, 심심하면 들락날락. 
    (G) 그처럼 DONALD는 JULIA를 보험으로 딱 남겨놓고. 확실한 정실감이니까 어디 도망 못 가도록 꽉 붙들어놓고. 여자 A부터 Z까지. 여자 a~z까지 막 만나면서 여자 맛을 알게 된 거지. 분수녀. 떨림녀. 교성녀. 기타 등등. 우아한 육덕녀. 고혹적인 중년 아줌마. 영계. 걸레. 고급 마담. 유부녀. 처녀. 술집 여자. 바텐더. 웨이트리스. 유니폼녀. 막 만나. 다 만나. 아무나 만나. 아무 여자한테나 다 몸과 마음을 바쳐. 요즘 세상 또 혼자 사는 여자가 좀 많니? 남녀가 연애하면서 진도 뺄 때. 플레이보이는 조수석에 여자 태우면 그건 말 다 한 거 아니니? 그런데 그와 똑같이. 도날드는 이 여자 저 여자, 혼자 사는 숙녀들 집에 막 들어가. 내 남자가 자기 차 조수석에 딴년이 앉는 걸 허락하지 않는 모습. 여자들이 그 얼마나 떨려하는 사랑의 예법인데. 사랑하는 애인을 놔두고서 딴 남자 조수석에 막 타면서 카섹스 즐기는 걸레가 있을 수도 있듯. 사랑하는 애인을 놔두고서, 딴 여자들 혼자 사는 숙녀들 집에 막 들어가서 하룻밤 풋사랑. 응? 비유하자면 딱 그거. 캬~~~! 짜릿한 쾌락마만 딱 골라서. 그처럼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즐기고 끝이 없었던 도날드. 응? 캬~~! 
    (H) 그래도 도날드는 여전히 줄리아에게 그루밍 그루밍. 나 도날드는 딴년들이랑 매번 카섹스 한 거 알고 있지? 아니 모르니 줄리아야? 이 머저리 밥통 바보퉁이 등신아! 난 오늘도 전여자친구인 비비안 만났어. 왜 기분 나쁘니? 약해. 아직 약해. 나 저번주에는 엘리자베스 만났다 너? 나 이번주에 크리스탈 만날 꺼야. 그런데 이걸 어쩌니, 에밀리는 나 좋다면서 꽃 들고 쫓아다니는데. 뿐만 아니라 얘~ 로즈마리 그년은 나 만나면 그날은 왜 하필 속옷 입는 걸 까먹고 나와. 이게 말이 되니? 응? 그러지 말고 내가 걔한테 팬티 선물하는 건 어떨까? 응? 이게 말이 되냔 말이지 내 말은. 응? 
    그런데 너 표정이 그게 뭐니? 응? 오늘 너 완전 똥 씹은 표정인 거 아니 모르니? 
    거 무슨 저녁 굶은 시어미 상(相)이야 뭐야. 어? 아니. 정말로 바지에 똥쌌니? 그랬니?
    설마, 너 바지에, 진짜로 똥 쌌니? 그러니? 와 대박! 와우 소름! 너 원래 바지에 똥 싸는 애였니? 자주 그러니? 정말? 
    (I) 그런데 결정적으로 여자 줄리아는 가난해. 많이 가난해. 희망은 있어. 그런데 희망만 있어. 심성이 밝아. 착해. 정체성이 복잡한 거야 넘어가고. 그래서 정실감으로 혹시 모르니까. 도날드는 줄리아를 계속 협박해. 나 곧 떠난다. 나 곧 딴 여자랑 결혼할 거다. 너 가난하니? 돈 없니? 내 전 여자친구가 어땠는지 들었니? 못 들었니? 내 전 여자친구는, 나와 걸맞지 않게, 정말 못생겼는데 돈만 많았어. 응? 돈지랄! 돈만 많기로 왕지락이었지. 난 그런 여자 좋아해. 돈만 많으면 다 OK. 나만 좋아해주면 딴 거 아무것도 안 봐. 그래서 너 돈 있어 없어. 없으면 꺼져. 가서 급전을 땡기든. 몸을 팔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돈 없으면 꺼져. 협박 협박. 줄리아는 아주 그냥 미쳐버리는 거지. 카섹스 하나로도 미쳐버리는데. 참는 데도 분수가 있지 글쎄. 
    혼자 사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를, 자기 집에 초대하면. 뭔 말 더 해야 하니?
    그런데 그런 일이 한두 번이게?」





    9

   「그거 실화니?」
   「어.」
   「그 남자 망할 놈이네.」
   「또 있어. 도날드의 친구인 세바스찬. 세바스찬까지 나서서, 줄리아에게 꺼지라 그래. 찐따처럼 들러붙지 말고 그만 떨어지라고. 싸구려 뽄드처럼 질척거리지 말라 그 말이지. 왜 그리 껄떡거리냐면서! 어? 완전 추접스럽다 그 말이지. 그 도날드의 친구 세바스찬이 또 가관이야. 하이에나 중의 하이에나. 그런데 또 걔 애인마저 암컷 싸움닭. 그래서 걔네는 치정 직전까지 가는 더러운 사랑 추접스러운 연애. 그런데 도날드는, 줄리아의 여자친구들을 따먹으려고, 1 대 1로 각개 격파하듯이, 꼬박꼬박~ 정성스럽게 데이트. 줄리아 몰래몰래! 딴년을 만나는 건 다 따로따로 꼬박꼬박 만나고. 왜 하필 줄리아의 친구까지 만나서 따먹어 따먹긴? 거 미친 거 아니야? 제정신이야? 사람이야? 그래서 카섹스 해서 꿀꺽 따먹고. 계속 그 패턴만 내내 반복.」
   「썩을 놈이구만.」
   「아무튼 편의상 가명이 그렇다는 거 알아두고.」 
   「편의상이든 어쨌든. 방울을 달든가 기저귀를 채우든가 그래야겠구만.」
   「또 있어. 도날드는 다니던 회사에 소문 다 났어. 치마만 둘렀단 하면 여자에 환장하는 놈이라고. 하필 제일 못생긴 손님이 도날드를 따라다녔거든. 집에 쫓아가고. 회사에 찾아오고. 스토커 중의 스토커. 그렇게 단 몇 번 여자가 정성을 들이니까. 도날드는 넙쭉 넘어갔어. 좋다면서. 그래서 공식적으로 사귀었지. 주변에 소문 다 내고. 집안끼리도 인사하고. 한마디로 여자는 붙어도 붙어도 딱 그 분과. 완전히 못생긴 꽝녀! 여자는 꼴값 도날드는 캬~ 얼굴값! 그런데 여자가 준비하는 국제시험이 있었거든. 그거 합격하면 펠라치오랑 커닐링구스를 완전 정성스럽게 해 주기로 딱 약속하고. 그때까지만 진한 사랑은 꾹 참기로 하고. 그래서 지갑 속에 서로 사진 간직하고. 만날 때마다 코스는 딱 정해져 있고. 주말 데이트를 하면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밥 먹고, 백화점에서 손 잡고 데이트하고. 전화 통화하고 전화 통화하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데려다주고. 회사에 또 찾아오고 찾아오고.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평상시에 애인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기념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고. 크리스마스에 뭐할까 뭐할까. 첫경험은 언제 할까 언제 할까. 첫 키스는 이미 했나 이미 했나. 얼굴 다 팔리고. 회사에 소문 쫙 나고. 한마디로 그 도날드가 미남 중의 미남이거든. 그 어떤 여자가 봐도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뭐랄까... 그래 마네킹. 인형. 응? 조각 미남. 이렇게 보면 요정 저렇게 봐도 다비드 상. 응? 그래서 회사의 온갖 여직원들이 그분을 흠모하면 꼬리치고 유혹하고. 웬만한 숙녀는 숙녀는 침 질질 어디 벌렁벌렁. 난리도 아니야 난리도 아니라고. 여자들 아조 그냥 미쳐버린다니까 그러시네. 다 그냥 질질 싸고 질질 흘리는 거지. 
    그런데 뭘? 
    흐흠. 허허. 이어가자면. 막 그냥 여자들 환장한다고. 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 주변에서 소개도 얼마나 많이 받았는데. 사귀지만 않았지 만나본 숙녀가 도대체 얼만데. 그런데 하필 도날드는 제일 못생긴 손님과 딱 사귀네? 손쉽게 넘어가네? 홀딱 빠지네? 회사 여직원들 죄다 뒤통수 잡았다지 뭐래니. 
    수증기 푸쉭푸쉭. 커피포트 아주 그냥 돌아버리는 거지 딱 돌아버리는 거라고. 안 그러게 생겼니? 
    회사에 소문 쫙 퍼졌어. 돈 많은 재치한테 넘어갔다고. 창피한 줄도 모른다고. 더럽다고.
    그러면서 도날드는 애인 줄리아에게 계속 그루밍 그루밍. 그루밍 그루밍. 
    여자가 자기 좋아하는 거 아니까 아주 그냥 막사는 거지 막살아.
    이건 뭔 양다리도 아니고 개걸레. 남자 매춘부. 남자 창녀지.
    그렇다고 여자를 놔주는 것도 아니고. 계속 그루밍 그루밍.
    그렇게나 남자라면 환장하는 년이 뭐, 
    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에요?
    나 꽃이야 좋아하시네.」
   「」
    ............
   「자, 얘기를 듣고 보니. 어떠니? 어떻게 생각하니? 응?
    (1) 남자 자동차 조수석에 신난다고 타는 여자 
    (2) 혼자 사는 여자 집에 초대받아 놀러가는 남자
    결국 (1) = (2)인 것! 1과 2가 어찌 다를 수 있나. 안 그런가? 
    그런데,
    도날드는, (1)을 술 안 취해서 낮에도. 술 취해서 밤에도. 
    도날드는, (1)을 아는 숙녀와도. 모르는 여자와도. 
    도날드는, (2)를 술 안 취해서 낮에도. 술 취해서 밤에도.
    도날드는, (2)를 여자가 혼자 있을 때 방문도. 여자와 함께 방문도. 
    물론 (1)과 (2). 둘 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단둘뿐이 모르고. 
    물론 단둘이 입 닫으면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거고. 응? 
    도날드는 다 했어 다 했다고. 한두 명도 아니고. 
    삑사리 나면 절대 안되므로, 따라서 의견 일치시키기로 협약. 
    그다음 그걸 잘 지키기만 하면 둘만의 비밀이요, 은밀한 사랑. 
    또는 아름다운 불륜? 어쨌든 남몰래 더티러브 완성. 
    그러나, 줄리아의 사랑만, 미완성. 
    그렇게 도날드가 청순한 처녀 혼자 사는 집에 들락거린 일. 
    게다가 한두 번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냉동참치가 아니라 오직 날것으로만!
    도날드는 그야말로 타고난 텐미닛이라니까 그러시네. 눈빛만 쏘면 다 넘어와. 
    적극적인 애교녀들만 골라서. 심지어 저돌적인 미녀만 딱 골라서. 
    아 글쎄 여자들이 좋다고 난리고, 숙녀들 죄다 환장하며 매달리는데? 
    그렇듯 집요한 떨림녀 분수녀 교성녀 그 절정녀들로만 딱 골라서. 
    매번 혼자 사는 숙녀 집에 들락날락! 
    (남녀 역할 바꾼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녀는. 그녀들은 것도 숨겼어. 
    이 남자 저 남자 슈퍼카들 조수석에 막 타고 다닌 거 싹 다 숨겼다고).
    ............
    배꼽을 맞췄을까 맞추지 않았을까! 
    아랫배를 서로 맞춰봤든 아니든. 
    배꼽이든 아랫배든 뭐든지 다 짝짜꿍 맞춰보고 
    그다음에 시치미떼기로 딱 입을 맞춘 건 아닐까. 
    단둘이 잡아떼기로 딱 맹세하면. 그럼 다네?
    고문하지 않는 이상 어떤 바보가 제 입으로 실토하겠냐고. 
    고문? 물고문? 성고문? 다른 고문? 희망 고문? 간지럽히기? 발바닥? 옆구리? 겨드랑이? 넘어가고! 
    심지어 무덤까지 그 비밀 안고 갈 상대가 어디 한두 명이었게?
    그럼 줄리아는 도대체 뭐가 되는 것일까. 
    잤냐 안 잤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늘. (절레절레)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날드는 줄리아에게 그랬지. 
    어디서 버러지 만도 못한 촌놈 주제에 감히 다비드를 넘봐? ~라면서! 
    그래도 그대가 좋다고. 그대를 열렬히 사랑한다면서 일편단심 가슴 졸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날드는 줄리아에게 그랬지. 
    너 같은 촌년은 남이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 같은 똥파리나 만날 것이지, 
    어디다 눈독 들이냐. 이러니까 촌년들은 잘해주면 안된다니까. 
    쫌만 잘해주면 남자가 지 좋아하는 줄 알어. 미친년들! 
    설마 늬까짓 암캐 주제에 감히 날 좋아해도 된다고 착각한 건 아니지? 그렇지? 
    넌 거울도 안 보니? 그러니? 이미 벌레 먹고 썩은 과일 주제에. 뭐가 어쩌고 어째?
    에라~ 찐따 머저리 불여우야. 가서 똥바가지나 뒤집어 써라. 이 발정난 암코양이야. 
    그처럼 쫑크 주고 망신 사고 모욕적이었는데. 
    그래도 줄리아는. I LOVE YOU 도날드! 어? 
    ............
    이건 뭘까? 정말 뭘까! 도대체 뭐냐고. 
    DONALD + JULIA = ♡? 
    그게 사랑이야? 응? 
    도날드 + 줄리아 = 사랑? 
    그게 말이 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어딨어? 야! 걔 어딨어? 내 이 인간을 콱 그냥. 야! 가서 몽키스패너 갖고 와. 아니다. 야, 가서 오함마. 아, 슬레지해머 특대 사이즈로 가져와라. 초대형으로.」
   「야 야. 사라 사라. 참어 참어. 어? 참어. 딱 참어. 늬가 참지 누가 참니? 응?」
   「장난이야. 그런 걸레는 좋아할 가치가 없어. 가라 그래. 
    뭐 내가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됐어? 그다음 그다음. 말해봐 말해봐. 어서어서> ~라고 말할 줄 알았니?
    에잇. 못 들을 걸 들어서 재수없다야. 에잇!
    그런 더러운 얘기 더 할 거면. 어? 
    야! 너 가라~! 꺼져. 닥치고 꺼져. 어? 안 꺼져?
    이런 삐─── 삐─── 삐────────────!」





    10

    다음 날. 
    평소처럼 출근하고. 일과 이어지다가 쉬는 시간. 
    외롭고 재미없고 고독하기로 따라올 사람은 엄청 많고. 그래서 그는 하던 공상 마저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주제는 가위눌림. 뭐 가위 눌림? 
    생애 통틀어 딱 1번 가위 눌림 엇비슷한 경험. 완전 괴상한 경험인데 아주 확실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불확실하지도 않고. 19살? 20살? 대충 그쯤. 세 들어 살던 저택. 허름해서 집세는 쌌고. 정원이 매우 길다란 긴 직사각형 구조 2층 집. 내부는 현관-거실-큰방1-큰방2. 그런데 큰방 2가 원래는 실내 수영장이었다가 그걸 매꿔서 큰방 2가 됨. 어느 날 큰방 1 안에 있는 침대. 벽 모서리에 침대가 위치하고. 그 침대 위가 아니라 옆 아니 밑, 그러니까 침대와 수직으로 누워 바닥에서 낮잠 자던 중. 일명 유체이탈. 당연히 본인은 거울녀도 아니고 막 그래서 유체이탈되어 날 찬찬히 관찰하진 않았고. 멀리 돌아다닐 수는 없었고. 단 얼마 동안만 느낀 기분? 오오 몸이 안 움직여진다, 아아 그런데 내가 내 몸에서 심신분리됐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그렇지만 완전히 유령이 되어 이성적으로 물건을 만지고, 물질적으로 말을 하고 듣고, 의지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고. 그냥 그러다 가위눌림은 끝났고. 딱 1번뿐. 괴상한 경험이긴 했다만 차라리 야한 꿈이 낫긴 나았네. 
    그런데 실내 수영장을 메꿨고, 침대가 있었고. 그 사이에 뭔 마가 끼었나? 점보면 용한 점쟁이가 뭘 지어내려나 갸우뚱갸우뚱. 





    11

    책망은 몰래 하고 칭찬은 알게 하랬다. 그런데 지적질 쉬쉬하며 잔소리하면 뒷담화요, 립서비스에 후하면 약 올리기. 뭐 어쩌라고요! 하여 참견도 사람 봐 가면서. 어디서 지적이야 너나 잘해! 너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너가 그러니까 뭘 해도 재미가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알아? 꼴에 눈은 높아가지구 말이야. 뭐? 뭐라고? 왜 더 해 줘? 해 주라면 해 주고! 빻은 메주에 찐 붕어 같은 놈. 뭐가 어쩌고 어째? 못생긴 생선 대가리 같은 놈. 뭐라고? 
    여자들처럼 친구의 단점을 칭찬하고 내 장점을 자기 비하하진 않았으나. 그러나 NB는 최근 기고했던 괜한 칼럼들 때문에 원성이 이만 저만 들끓은 게 아니었다. 물론 그건 과장된 거고. 뭐랄까 목소리 큰 놈이 장땡이다 같은 시장판 개싸움처럼 꼬인 세상사를 꼬집은 거 가지고. 교양을 바로 아는 것, 잘못된 상식을 깨는 것. 전자와 후자는 엄연히 다른 문제.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둘 다 못하면? 둘 다 개굴개굴 응애응애 삐악삐악 소녀갬성이면? 참말로 못 봐주겠다는 심정으로 옳은 얘기 좀 한 거 가지고. 그거 가지고 속마음을 숨겨야지 판도라의 상자를 속 시원하게 열어버리면 정말 어떡하냐 라는 핀잔. 그걸 누가 통쾌하다며 감탄하겠냐는 딴지. 전혀 상쾌하지도 그다지 아름답지도 못하다는 조롱. 다름 아니라 여성환상 1.5 편집장인 사라에게 들었던 것이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 대부분 선량하고 다정하고. 그래도 날로먹고 벗겨먹고 숙성되기도 전에 덥석 물어가는 놈이 임자고. 빡빡 우기고. 따박따박 더 우기고. 재수없고. 꼴 보기 싫고. 남의 다리 피나게 긁기나 하고. 죄다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물개박수만 받으려고 하고.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스승이고. 늑대가 늙으니 까마귀가 등에 올라타고. 그래서 똑소리~나는 칼럼 몇 편 연재한 것뿐인데. 양심에 찔리시는 분들이 있긴 있었나. 없었나. 뻥인가. 거짓인가. 연기인가. 
    결국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마라마저도 NB를 업신여겼다. 그게 뭐냐고. 그것도 칼럼이냐고. 그게 칼럼이면 동네 꼬마들 죄다 피카소라고. 늬가 칼럼니스트면 칼럼니스트 아닌 사람이 없겠다고. 그렇게 개 풀 뜯어먹는 소리만 나불댈 꺼면 가서 좋게 소파에 자빠져 잠이나 자라는 둥, 냉수 마시고 속 차리라는 둥. 헤엄치는 자 제 등 보지 못하는 요지경 같은 세상에 쓴소리 좀 한 거 가지고 말이야. (절레절레). 강자가 웅변하면 찍소리도 못하고 쥐구멍에서 나올 생각도 안하면서. 개구멍에 환상머신을 초대할 궁리나 하면서. 심심하면 사랑의 행운과 짝짝꿍 벌일 일만 상상하면서 그게 뭐냐고. 전설적인 테너의 아리아를 들어도 감흥은 예전 같지 않고. 안되겠다. 
    그래서 그는 무턱대고 밖으로 나갔다. 뭐야, 그런데 갈 데가 없네? 
    그는 갈 데가 없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발길은 그곳으로 향했다. 최근 아지트로 친구들이 심심치 않게 모이는 당구장으로 말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당구장 도착. 
    오늘도 당구장은 고전음악을 틀었다. 
    헨델 /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크게 기뻐하라, 오 시온의 딸이여
    벽면에 걸린 명화는 뭘로 교체됐지? 앙리 마티스의 1936년 작 젊은 여인이구나.
    당구대의 무게는 1톤. 맞나? 대충 오차가 크든 작든 넘어가는 걸로. 
    그렇게 딱 연습을 시작하려던 찰나. 
    어딘가 모르게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바꼈다. 시작도 전에 싫증이 나는 듯해서 꽤나 찜찜했던 것이다. 
    하여 바로 근처에 있는 록 볼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혼자서 볼링 치긴 좀 뭐하고. 오락기에서 오락도 하고. 카드 게임도 하고. 음료수 마시면서 바텐더와 농담 따먹기도 하고. 
    그러던 찰나. 
   「어? 이게 누구야! 아니 어쩐 일로?」
   「어쩐 일은. 자네는 어인 일로 왔나.」
   「그냥 심심해서. 그러는 자넨 어떻게 왔냐니까?」  마크는 그렇게 말했다. 
   「왜 내가 못 올 데 왔나? 허허허. 마음이 심란해서.」
   「고독한가? 외로워마시게. 왜냐하면 나는 더 외로우니까. 들었지?」
   「들어? 듣긴 뭘 들어.」
   「아 안 들었겠네. 나 쓸쓸하다는 거. 너무 적적해 친구. 그래서 이렇게 만나니 더더욱 반갑구먼 그래. 허허.」
   「그런가? 많이 참고 있는 거 같네 그려.」
   「그래 많이 참고 있어. 참아? 그런데 뭘 참아. 뭐든지 참다가 풀다가 뭐 사는 게 그런 거지.」
   「이해해. 쥐구멍에 볕들 날이 있을 거야. 뭐? 그건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더군다나 자네가 쥐란 말도 아니야. 오히려 나라면 모를까.」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네.」
   「뭘 말인가?」
   「그거. 줄거리만 요약하자면 이렇다네. 내가 저번에 샬럿을 만났거든. 그런데 샬럿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살짝 샬럿이 빈정상했어. 나도 이주 개미 쥐똥만큼 기분 나빴고. 그러다 내가 찔끔 샬럿을 달래줬고. 그렇게 샬럿이 안녕하며 갔어. 그런데 다시 돌아오네? 돌아와서 하는 말이 글쎄. 사랑은 그런 게 아니라나 뭐라나. 뭔 놈의 사랑? 그래서 나는, 넌 내 타입이 아니야, 라고 말해줄까 말까 살짝 고민했어. 그러다 또 샬럿이 그러더군. 다분히 탐닉해도 나쁘지 않을 꽤 괜찮은 오락거리 뭐 아는 거 있녜. 응? 그래서 난 모른다 그랬지. 그래서 샬럿은 그것도 모르냐면서 날 마구 핀잔 주네? 난 참았지. 꾹 참았지. 그러다 다시 샬럿은 내게 말했어. 무슨 괜찮은 껀수 없녜. 그래서 내 그랬지. 껀수? 그런 게 어딨어. 냉큼 꺼져. ~라고 으름장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허허. 그래서 내가 쓱 떠봤지. 혹시 연애질 그런 거 말하냐면서, 내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 참 좋은 사람이다, 정말 괜찮은 남자다, 소개시켜 주고 싶은데, 만나볼 의향이 있냐! ~라고 물어봤지. 적어도 뻔트 잘하면 홈런감이라고 운을 막 띄웠단 말일세. 막 그런 얘길 듣고 샬럿이 뭐라 했는 줄 아나?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
   「뭐라 했는데?」
   「뭐라 하긴. 그러니까 오빠가 여자가 없는 거야. 에라 이 인간아.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알아? 바로 그래서 늬가 뭘 해도 재미가 없어 이 발정기 늑대야. ~라면서 따금하게 혼내면서 딱 나가네. 그러다 갑자기 뒤돌아서서. 나보고 그러더군.」
   「뭐라 했는데?」
   「나보고 신발을 벗어보래. 내가 그랬지, 왜? 잔말 말고 벗어보래. 그래서 벗었어. 그러더니 양말도 벗어보래. 내가 그랬지, 왜? 닥치고 벗어보래. 그래서 벗었어. 그랬더니 내 발가락이 3개네? 난 허걱 놀랬지.」
   「그래서 어떻게 됐나?」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내 없어진 발가락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지.」
   「그런 얘길 듣고 그년은, 아니 숙녀 샬럿은 뭐라던가.」
   「자기가 안 가져갔데. 그러면서 손으로 (딱) 소리를 냈던가. 그러면서 저쪽을 손가락을 가리키는 거야. 난 봤지. 다시 무슨 듀퐁인지 뭔 구닥다리 골동품을 꺼내서 핑~ 효과음을 들려주네? 그런 다음 또 저쪽을 가리켜. 이년이 누구 똥개 훈련시키나, 라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봤어. 그런 다음 다시 내 눈을 쳐다보면서 (딱) 소리를 내는 거야. 그러면서 눈짓하더군. 내 발을 다시 보란 그 말이지 뭐겠어.」
   「그래서 어떻게 됐나?」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되겠나 친구. 발가락은 다시 생겼어.」
   「정말?」
   「그래. 정말이라니까. 왜 거짓말 같나?」
   「아니. 재미없어. 실은 나도 샬럿으로부터 똑같은 마술을 당했거든.」
   「뭐 자네도? 난 자네가 그래도 샬럿이랑 꽤 친하다길래, 언제 만나면 물어볼까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
   「그래.」
   「그런데 우리가 꼭 샬럿의 속임수를 끝까지 알아내야 하는 걸까?」
   「그야 뭐 반드시 알아낼 필요까진 없겠지?」
   「잘 생각했네.」
   「고맙네 친구. 자네밖에 없어. 허허허.」
   「너도 알지?」
   「뭘 말인가?」
   「샬럿이 자넬 많이 좋아한다는 거.」
   「내가 알기로는 자넬 좋아하는 거 같은데? 자네 조심하게. 샬럿 그년 남자 더럽게 밝혀. 한번 기 빨리면, 걔한테 기 제대로 빨리면. 어? 감당 안될 걸세. 내 경고했네. 알겠나?」
   「그런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우리끼리 너무 설레발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알게 뭐야. 허허허」





    12

    요한 밥티스트 반할. Stabat Mater in f minor
    NB는 일하려고 집중하던 중.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샬럿의 믿기지 않는 요술이 차마 잊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럴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는 친구들 중에 이런 일에 일가견이 있는 톰을 만나기로 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톰과 카페에서 만남.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장엄 미사. 
   「톰. 너 원래 이런 노래 좋아하니? 아니면 카페 아르바이트가 손님 없다고 지맘대로 유행가 끈 거 아니야?」
   「그런 넌 이런 노래 싫어하니?」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뭐라고나 할까, 연인끼리 생일잔치를 단둘이 조촐히 하는 순간이라면 좀 그렇다 그거지.」
   「여기 손님이 지금 너랑 나 말고 더 있니?」
   「(뚤레뚤레)」
   「불완전한 사랑은 대부분 불순한 동기에서 시작되고, 불미스러움에 기인하여 진행되다가, 싱겁게 끝나는 것. 
    ~라는 말 같지도 않은 얘기할 꺼면. 딴 데 가서 알아보고. 시적인 남자 지적인 오빠를 좋아하는 숙녀들이야, 아 나 이거 정말 또 여자 얘기? 우리 제발 그만 좀 하자. 어? 여자 얘기 그만 좀 하면 안되겠니? 응?」
   「뭘 그만해? 그 이야기 늬가 꺼냈잖아?」
   「아 그래? 그럼 자중하고. 뭐 그건 그렇고. 만나자고 한 용건이 뭐야? 우리는 남자. 남자 대 남자로 꼭 대화해야 된다, 라는 건 아니지만. 너 나 알지? 전화받으면 내가 하는 말. 왜 전화했냐는 정공법. 어?」
   「너가 혹시 아나 해서.」
   「내가? 뭘? 진한 사랑 중에 모유 나오는 거? 아님 겨자 뿌리고 케첩 진짜 케찹 뿌리고, 막 주방의 그 오일이랑 그런 거 뿌려가면서. 그런 거 그냥 경험상 한 번쯤 해 보고 싶었다는 여자 얘기? 또 그놈의 여자 얘기.」
   「여자 얘기 늬가 꺼냈거든.」
   「아 맞다 맞다.」
   「톰. 나 샬럿한테 당했어.」
   「당해? 뭘 당해? 뭔지 몰라도, 나도 당하고 싶다. 뭔지는 모르지만.」
   「아 쫌! 장난 아니야. 진짜야.」
    중간 건너뛰고.
    NB는 자초지종을 톰에게 모두 설명했다.
    중간 건너뛰고.
   「샬럿이 그런 애였니? 지가 마녀야 뭐야!」
   「그런 넌 난봉꾼이야 뭐야. 중요한 건 그 얘기가 아니고.」
   「중요한 건 그 얘기가 아니고.」
   「아 쫌 따라하지 말고.」
   「아 쫌 따라하지 말고.」
   「」
   「알았어. 알았어.」
   「샬럿한테 당한 애가 나뿐만이 아니라는 거야. 바로, 톰도 당했어. 똑같은 거.」
   「실은 있지. 나도 당했어.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 뻥, 아니라고.」
   「진짜?」
   「샬럿 그년이? 지가 무슨 셀레나 고메즈야 뭐야!」
   「지가 뭐 기고 날아봐야, 케이티 페리야 뭐야.」
   「야. 그러지 말고. 가서 맞짱 뜰까? 샬럿 싸움 잘해?」
   「샬럿 여자잖아. 그건 그렇고. 넌 싸움 잘해? 늬가 무슨 져스틴 비버냐!」
   「져스틴 비버?」
   「그래. 져스틴 비버가 저번에 그랬잖아. 야 톰 크루즈. 늬가 연예인 싸움 순위 톱 3 안에 든다고? 넌 늙었어. 내가 최고야! 내가 아무리 골체미를 자랑한다고 할지라도. 넌 나한테 안돼. 라스베가스 호텔 최고급 특설링에서, 우리 속 시원하게, 한판 붙자. 어? 화끈하게, 어? 남자답게, 어?」
   「정말 그랬다고?」
   「그 얘기 늬가 나한테 해줬거든. 싸움에 체급이 어째서 있고. 왜 선수들이 유럽 명문 구단에서 뛰다가, 슬슬 2부 리그 3부 리그 그렇게 내려가는지. 그런 잔지식 상식 교양. 다 늬가 나한테 얘기해준다고. 왜? 넌 더럽게 말 많은 놈이거든. 너 혹시 딴 데 가서 나 흉본 거 아니니? 이따금 내 귀가 간지러운 거 보면 뭔가 의심스럽단 말이야. 응? 너 고자질 못 끊었냐. 그거 누구한테 배웠는데. 뭐, 하워드?」
   「이 자식이 어디서 이간질이야. 어? 너 한번 혼나 볼래?」
   「워 워 워.」
   「워 워 워는 뭐가 워 워 워야. 내가 말이야? 어? 히잉히잉 내가 말이냐고!」
   「아니. 당나귀. 귀만 이따만 한데. 마권 업주가 안 좋아하는 조랑말. 행복업을 사랑하는 경마 애호가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퇴물.」
   「뭐?」
   「아님, 종마?」
   「종마? 종마가 뭐하는 말인데?」
   「넌 것도 모르냐. 집에 가서 검색해 봐.」
    당장 핸드폰으로 검색.
   「이 자식이......!」
   「농담이야 농담. 너 안 본 사이에 많이 성질 죽었다며. 이제 옛날처럼 욱 안 한다며. 상스런 말도 다 잊었다며. 그런데 지금 이건 뭐야?」
   「뭐긴 뭐야. 너가 자꾸 날 짜증나게 하잖아?」
   「논점 흐리지 말고. 아 장난 그만 좀 해 인마.」
   「어쨌든.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그럼. 샬럿에게 당한 놈이 총 3명. 너. 나. 아리아나 그란데.」
   「아니. 드웨인 존슨. 상남자. 캬~! 어? 크리스찬 호나우두, 말벅지! 어? 캬~!」 
   「뭐 꿀벅지?」
   「뭐? 그런데 들었니? 엇그제 컨디션 안 좋아서 호나우두 개 발 됐다는 거. 뉴스 헤드라인 기가 막혔다. 또 있다. 저번에 테니스의 황제 페더러. 컨디션 안 좋으니까 120위권이던가 150위권이던가 보도 듣도 못한 무명한테 발렸잖아. 그래서 개상 죽상 울상돼서 퇴장하는데, 승자가 히죽히죽 웃던 장면. 카메라 기자들이 기가 막히게 딱 찍었잖아. 아아 (절레절레)!」
   「또 있어.」
   「뭔데?」
   「C. 호나우두 여자 설. 걔가 여자라는 일설이 있어.」
   「그건 또 뭐야?」
   「긱스 왈 "호날두는 메시가 골을 넣으면 TV를 꺼버려요"」
   「허허. 메시는 암말도 안 하는데 걘 대체 왜 그런다니? 트로피도 많고. 성과 뚜렷하고. 성적 여전하고. 하여간에 있는 놈들이 더 한 다니까. 엑스맨 실존설이야 뭐야. 뭐 지구 동공설? 또 그놈의 달 착륙 조작설? 외계인 일루미나티? 재밌긴 재밌다만. 실없는 얘기는 이쯤 줄이자. 아무튼 우리가 이 일을 그만 넘어가서는 안돼. 그럼. 그렇고 말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너도?」
    하이파이브. 
    한 번 더. 
    하이 파이브.





    13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일까? 간사한 아첨꾼일 것인가, 아니면 사랑스러운 낭만주의자를 고집할 텐가. 그러니까 말이지 이를 테면 말이다, 음 가만있자. 말하자면 귀여운 강아지처럼 꼬리 살살 흔들면서 비위 맞추고 아부하며 호응하기. 알고 봤더니 살쾡이 중의 살쾡이인데 개처럼 꼬리 살살 흔들면서 개처럼. 그런데 왜? 뭐한다고 이처럼 슬슬 감고 살살 당기고 날 띄워주지? 
    자, 속마음을 은근슬쩍 엿보자면. 흠모한다는 듯한 말을 까고, 발랑 까고, 친하고 싶다는 신호의 달콤한 포장지를 벗기고 나니. 어라~! 자, 의중을 딱 발가벗겨 보니. 실오라기 하나 없이. 어느 콘서트장 무대에 수북이~ 쌓인다는 그거까지 모두 딱 발가벗겨 보니. 허심탄회하게 본심을 빼도 박도 못하도록 측정하고 보니. 허허. 허허허. 거 선생께서 나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구만 그래. 여자면 자기 순위권에 들고 싶다면야 썩 마다하지 않겠다는 거고. 남자라면 서로 목적 견주고 성과 따지자는 거고. 어? 날 좋아하는 호감이면 여자말 번역기. 나 기분 좋으라는 빈말이면 가식. 그래서 립 서비스 건너뛰고 남자 대 남자로 얘기하자는 직접화법이면 화끈해서 좋고. 딱 쿨하고! 뭐 다혈질? 으쌰으쌰 기분파면 재밌기는 한데, 간혹 빈말 못 알아들는 철부지면 귀찮아지고. 
    아무튼 뭐든지 본론은 옷으로, 예의로, 관례이자 허식으로 감추어져 있는 것. 실상 뜸들이기 건너뛰면 재미없고. 사랑은 곧 그리움. 그래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일쑤니까 기성복이 비싼 것. TV에 나오는 게 다 그거. 백화점에서 파는 소비제도 그거. 집착했다가 미련한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멜로드라마. 특유의 진행 패턴이 불변하는 할리퀸 문고. 시시콜콜한 TV 드라마 대사. 너 나 좋아하니? 나 좋아하지 마라! 그런 드라마를 결코 싫어할 수 없는 여자 여자. 일평생 목숨 걸고 일편단심으로 오직 나만을 떠받들 거 아니면 저리 가라, 넌 절대로 그럴 위인이 못된다 라는 직감이 발달한 숙녀. 그런 도도한 여자들이 나오는 드라마. 어? 닭살 닭살! 거북하고 거북하고. 간지러운 멜로 장르 절대 못 보는 남자 남자. 캬~, 어? 상남자! 캬~ 남자. 어? 남자! 물론 혼자서는 그렇다는 거고. 애인과 함께라면 그게 바로 이 세상에서 최고로 기쁜 일일 뿐이고.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있을 수가 없고. 그러나 뭘 해도 재미없어. 언제나 심심. 외로워. 고독하다고. 뭐 언제는 안 그랬게? 늘 그랬어. 항상 권태를 어깨 위에 짊어지는 대리석 조각상 같은 남자라는 게 그분들 인생 모토의 골자구만 그래. 어디산 다비드면 그나마 천만다행이게? 다비드 발끝도 못 따라가면 그건 또 뭐냐고. 뭐 인생이란 그렇다 치고. 
    그럼 사랑이란 무엇일까! 뭐 또 사랑? 하여간에 여자들이란! 뭐? 글쓴이는 남잔데! 좌우지간 남녀 공히 사람이니까, 고로 인간적인 우리가 어찌 사랑에 대한 호기심을 내려놓을 수 있겠나. 애정에 대한 의구심은 단지 본능일 뿐. 10시 방향 2시 방향 곁눈질. 미남이 나타났다 미남이 나타났다, 소문난 그 남자 요즘 뭐한다니 들었니 어쨌니 수다 삼매경. 아마도 사랑이 그런 것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싫증이 매사 기분의 선봉일 뿐이고. 통상 빈수레가 요란하듯. 딱 보면 은근 허당. 죽 쑤어 개 주는 일 허다하고. 말들이 먹을 귀리를 암탉들이 실컷 먹고 말이지. 그래서 뭔가 흥미진진한 꿍꿍이를 모색하다가, 색다른 취미를 찾는다? 주위에 소문 다 내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은밀히? 결국 쥐도 새도 모르게? 허나 아무리 은밀해봐야 비밀은 없고. 하늘은 알고. 다 알고. 각본 반틈은 다 정해진 거고. 개 뻥은 탄로 나기 일쑤고. 어차피 재미없고. 아는 동생들한테 넌지시 잘해주면 또 잘해준다고 바람둥이라고 미워하면서 좋아하고. 맺고 끊기를 확실히 하면 또 냉정하다면서 더 미워하고 더 좋아하고. 어? 소개팅 마칠 때 전화번호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짜증내고. 안 물어보면 안 물어봤다고 토라지고. 어? 우리 보고 어쩌라고요! 
    그래 봤자 다 뻥 개 뻥.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 동경심에 아찔한 결과 그는 감수성에 맹종했다> 그런 꿍꿍이 가득한 소설을 쓰는 NB의 마음은 뻔했다. 진한 사랑 말고 뭘 더 원하겠나. 호색한 같은 놈. 지지리 못난 놈. 돼지 꿀꿀 개구리 개굴개굴 병아리 삐악삐악. 어? 너구리처럼 눈이 시커멓지도 못한 채 쥐새끼처럼 눈 튀어나왔어. 토끼처럼 입까지 튀어나왔어. 아침이면 아침이라고 흑심 가득한 피노키오. 도대체 안 튀어나온 게 뭐야! 이런... 이런... 못할 것도 없지. 이런 돼지새끼. 에잇 (절레절레). 
    그러던 순간. 무료함을 탈출한 계기가 뭔고 하니. 
    그건 바로, NB는 파티를 열기로 했다. 무슨 수영장 파티니 초대장이니, 어? 드레스 코드 그딴 거 필요없고. 
    제발 그딴 거 있는지도 몰랐던 전성기의 끝물에 경험이라도 해 봤으면 좋겠으나. 옷 많고 차 많고 돈 많아 봐야 다 귀찮다. 완전 귀찮다. 
    돈이야 딱 쓸 만큼만 있으면 되고. 어? 옷? 직업 때문이라면 양복 딱 3벌로 돌리면 그만. 슬리퍼 2개. 뭐 마누라는 1?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말이! 
    아,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NB는 샬럿에게 당한 남자 3명이서 모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샬럿에게 당한 3인방끼리 회식? 거 괜찮네. 듣던 중 반가운 소리. 
    그럼 뭐 언제는 들리는 얘기가 다 저질에 더럽고 추접스러웠나 뭐! 
    좌우지간, 불러서 고기 구워 먹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 으쌰으쌰도 기웃기웃 해가 중천에서 노을로, 뿐만 아니라. 통속적인 화법으로써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친한 친구끼리 이빨 까는 거. 그보다 더 재밌는 건 이 세상에 썩 많지 않다는 거. 누가 모를까. 어쨌든 그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14

    샬럿에게 당한 3인방끼리 모였다. NB의 사무실에서. 
    톰, 마크, NB! 뭐야? 그럼, 전문용어로, 동서? 동서는 동서인데 뭔 동서? 
    하여간에 못 말려 못 말린다고. 뭔 틈만 나면 아주 그냥, 거 무슨 야생마도 아니고 두더지도 아니고. 
    생긴 거는, 됐고! 딱 됐고. 
    여기서부터는 친한 지인들끼리 편히 말해서 하는 얘기로, 썰만 털면 문맥이 끊길 듯하니까. 
    아니 솔직히 말해서 입 아프고, 자판 소리 시끄럽고, 털만큼 털었으니까. 따라서 줄거리 위주로 깔끔하게. 단촐하게. 딱 그렇게. 
    그렇게 샬럿에게 당한 3인방 톰, 마크, NB는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NB의 사무실에 냄새가 배기든 말든. 돼지고기 특정 부위. 소고기 최고급 부위, 는 아니어도 중간 등급. 
    그런데!
    그런데!
    진짜 그런데! 
    아뿔싸. 맙소사. 지퍼스 크리퍼스! 
    샬럿에게 당한 3인방이 모인 자리에, 바로, 샬럿님께서, 제 발로 등장해주셨다. 두둥~! 짜잔~!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 
    선크림. 카시트. 컨츄리 스푼? 사카스틱 초콜릿? 센티멘탈 클래식? 스마일 캔슬? 아아 들린다 들린다. 그딴 놀이 때문에 귀가 탄다나 뭐라나. 거 참 말 더럽게 많다나 뭐라나. (절레절레) (절레절레) 
    살면서 기억나는 인상적인 표정 2가지가 있다. 살다보면 복합적인 표정이 뭔가, 심하도록 잔상이 특별하지만. 또 그와 달리 지금 선별된 건 딱 2가지. 
    첫째, 눌변가인 아빠의 말을 일평생 견디고, 버티고, 참았던 엄마의 무표정. (이거 모르는 사람은 없고)
    둘째, 최고의 다변가. 수다 대회 1인자. 그런데 재미없어. 재미는 없고 말만 많아. 그런 부인을 둔 남편의 한숨. 그런 부인을 둔 남편, <진짜 말 많다니까. 말 정말 많아>. ~라는 말조차 해도 해도 끝이 없었을 텐데. 그런데 그런 말을 수없이 반복하는 자기 자신조차... (절레절레). 일명 지칠 줄 모르는 수다머신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남편의 운명. 아아! 그놈의 수다 3시간과 시간을 함께 보내도 기 빨리고 힘 빠지고 벅찬데. 그런데 평생 붙어있어야 한다고? 위스키 3잔으로 퉁칠 수도 없고. 맥주 3캔 까고 후딱 도망갈 수도 없고. 참말로 미치고 환장하는 거지. 그 인고의 세월! 처음에 만날 땐 조신하고, 고상한 분위기에, 참한 느낌, 다정한 기분 하며, 신데렐라처럼 통금 시간 있고, 명문가에서 신부수업까지 받고. 말수 많지 않고.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여자 쪽이 아니라 참한 정실감인 듯한 느낌. 딱 그랬는데 그랬는데. 그랬는데. 아아 오오 (절레절레) 그분 표정을 바로 옆에서 직접 보면... 속에서 올라온다 올라온다. 뭐가? 
    남자는, 나이가 들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옵니다~! 뭐? 
    아무튼.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온 거야, 아니면 도둑이 제 발로 자수하러 온 거야. 
    겉으로 확실한 감탄사를 내뱉을 수는 없어도. 
    샬럿에게 당한 3인방끼리 속으로 떠오른 생각은 정확히 일치했다. 
    그건 무엇일까? 뭐긴 뭐겠나. 
   「너 잘 왔다.」
    너 잘 걸렸다 그거지. 딱 그거지. 여기가 어디라고? 아니면 이 말은 어떨까! 
   「이게 웬 떡이야?」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인사하고 묻고 답하고 어쩌고저쩌고. 다 했어. 다 했다고. 
    즐겁게 수다 떨고. 넌지시 물어보고. 샬럿은 얼렁뚱땅 말 돌리고.
    그래서 진실을 알게 됨. 알고 봤더니 샬럿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함. 
    그 순간 갑자기.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또 다른 샬럿이 등장. 
    뭐야. 쟤 뭐야!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야. 
    이번에는 속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말해도 했다. 
   「쟤 잡아!」
    원래는 행동 먼저 하고 말은 다음에 하던가 말던가 그래야 하는데. 
    얘네들도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TV랑 드라마에 나오는 게 다 그거. 그게 그거. 
    어쨌든 넘어가고. 
    그래서 추격전.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결과는 놓침. 
    조니에게 전화 옴. 마크가 받음. 
   「너네 지금 TV에 나오고 있어. 야 뭐해? 뭐하는 거야? 뭔 일인데 그래?」
   「뭐 진짜?」
   「아니. 뻥이야!」
    전화 끊음. 
    샬럿에게 당한 3인방 + 진짜 샬럿 = 그렇게 3 플러스 1개 끼워주기 상품. 
    그렇게 4인방 그분들은 가짜 샬럿 잡기를 과연 포기할 텐가. 
    바로 그 순간. 가짜 샬럿에게 가면을 쓴 일당 3명이 합세. 그렇게 딱 4인방이 등장. 
    뭐야 거울? 도플갱어? 그것도 1명이 아니라 4명이 한꺼번에? 4명 다 뎃고 살라고? 4명?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와 똑같은 4인방이 등장. 
    그들에게 다가옴. 
    그들 즉 오리지널은 겁나서 도망감. 
    그렇게~ 한 3분 도망갔나? 그랬나? 그랬다. 그랬다고. 
    그러다 멈춤. 딱 멈춤. 
    그런데, 왜 우리가 도망가야 하지? 
    전세 역전. 
   「얘들아 우리가 왜 도망가?」
   「야 쟤 잡아!」
    오리지널이 가짜를 추격. 맹추격. 





    15

    영화 기법 전문용어 어쩌고저쩌고로, 아 이건 화면 예술이 딱인데. 좌우지간. 
    어쨌든 아까는 달렸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바로 차를 탄 것이다. 헌데 차가 이상하네?
    무슨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도 아니고.
    가짜 4인방이 탄 차가 그랬단 말이다. 
    물론 진짜 4인방은 그 근처에 묘한 우연처럼 NB의 웨건이 딱 대기. 
    그래서 차가 차를 추격. 아까는 뛰어서 쫓고 쫓는 추격. 지금은 차가 차를 추격. 
    그러니까 가짜 4인방이 탄 차가 그랬단 말이다. 
    선두에 호박마차요, 다음으로 동물 모양 차. 다음으로 놀이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차 한 칸. 다음으로 빙글빙글 다람쥐 쳇바퀴 기구의 그 칸. 마지막으로 단종된 폭스바겐 그 조그만 버스까지. 
    이건 뭐 거 무슨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도 아니고. (절레절레) (몸짓) (표정) 
    이쯤 되면 토끼와 거북이 우화가, 도대체 왜, 줄거리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저절로 이해가 될 지경. 
    이따금 궁지에 몰린 생쥐에게 고양이가 쫄기도 하지만. 종종 소형 노트북 만한 쪼그만 강아지가 맹렬히 짖으면 그레이트데인은 완전 쫄보가 되듯. 대관절 왜 살쾡이 분과인 고양이가 쪼그만 생쥐를 톡톡 건드리면서, 신기해하고, 호기심 충족되면서, 같이 놀고 싶어하는지. 알 듯 말 듯. 
    어쨌든 바로 그처럼 쫓는 그들. 
    남자 셋 여자 하나. 
    남자는 톰, 마크, NB.
    여자는 샬럿. 진짜 샬럿. 
    전세가 역전되어 진짜 4인방이 가짜 4인방을 쫓게 됨. 
    그들은 어느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느긋해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허나 그들도 어른.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거친 백전노장까지는 아니겠으나. 
    사자도 모기로부터 제 몸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왜 모르겠나. 
    똥파리 쉽게 보고 하이에나 무시하지 않는 거 다 알지. 다 알아. 
    굶주린 늑대가 여기만 해도 몇 명인데. 
    자스민에게 무례한 꿀벌을 보았는가?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자, 잡아서 어떻게 심문한다? 뭐부터 물어보지? 
    그들은 눈빛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렇지, 이심전심! 
    그들은 여유 없게 쫓기는 가짜 샬럿 일당을, 
    그들은 여유 있게 쫓으면서 생각했다. 무엇을? 
    어려움은 꼬리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 ~라는 것을. 
    대체 쟤네들을 어떻게 족칠까, 뭐라고 닦달할까, 어떤 식으로 떽떽거릴까 라고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 이상한 뭐라고나 할까, 열차? 
    그 괴상망측한 뭐라고 불러야 하나, 어설프게 밧줄로만 묶어서 연결한 장난감 행렬? 
    아무튼 그 해괴한 행렬은 느닷없이 수직 상승하여 지면과 딱 직각으로 진행했다. 
    지면과 정 90도를 이뤄서 그대로 젊음의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뭐야 그걸 지금 우리보고 믿으라고? 
    좌우지간 그 뚱딴지 같은 행렬은 
    공중으로 계속 올라가다가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카루스처럼 다시 내려오지도 않았다. 
    용처럼 하늘로 승천하면서 공중에서 연기로 뭔 글씨를 쓰지도 않았고. 
    그냥 정상적인 거리. 적란운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시거리가 어쩌고저쩌고. 
    그런 지극히 정상적인 거리가 아닌, 꽤 가까운 시점에서 점점 작아지는 듯 멀어지는 듯 그러면서 소실됐다. 
    뭐야 그걸 지금 우리보고 믿으라고? 
    딴 사람은 몰라도 그걸 지켜보는 남자 셋 여자 하나는 과연 심정이 어떻겠나. 
    이건 뭐 그냥 막 거 무슨 아 나 이거 정말 미치겠네 미치고 환장하겠구만, 어? 
    이 상황에 바지에 똥을 쌀 수도 없고. 새똥을 맞아본 적도 없고. 어? 
    이게 말이 되냔 말이지 말이. 그런데 사실. 딱 사실. 100퍼센트 사실. 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장면을 왜 하필 우리가 바라보고 있냐고. 멀뚱멀뚱. 어? 
    뭔 말도 안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어째서 우리냐고. 어? 
    이런 장르 완전 생뚱맞은 걸로도 모자라, 무슨 밑도 끝도 없이 판타지도 아니고. 
    말짱 황이요 말짱 도루묵. 죽 쑤어 개 주는 꼴.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거지. 
    이런 개 풀 뜯어먹는 허탈감을 봤나 딱 그거였다. 
    이런 장면에 더없이 적절한 말이 있다. 그건 뭐냐, 
    바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뭐? 
    진짜네. 진짜야. 개도 이제 깨달은 거지. 
    아아~ 닭도 새였구나! 라는 걸 말이다. 
    한편, NB는 고백할 수 없었다. 
    그건 자신의 예지몽이었다는 사실을. 





    16

    조지 프레드릭 헨델 / 오르간 협주곡 B플랫 장조 Op. 4 no. 2 HWV 290
    똥 냄새 풍길지도 모르니까 어설픈 위작으로 사무실 그림을 바꿀 수도 없고. 
    NB는 그렇게 평소처럼 일하는 중. 그러다 톰에게 전화가 옴. 
    나 놀러가도 되냐, 
    안 될 게 뭐냐, 
    그럼 갈께 그렇지만 빈손으로 간다, 
    진짜 빈손으로 오면 내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그런 너의 허망한 얼굴 근육 움직임을 보고 싶다 이러쿵저러쿵.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톰은 NB의 사무실에 도착.
   「너 수색영장 떨어졌데. 체포영장이랑 함께. 정식이 아니라 무슨 24시간 긴급 어쩌고저쩌고로 즉각 받았다는데. 너 나 정보통인 거 알지! 내가 꼽아둔 USB가 몇 개냐. 내가 심어둔 위치추적기가 얼마냐고. 내가 빨아들이는 여자말 번역기, 너 몰라? 체포영장 당장 떨어졌다니까. 어? 실시간 첩보 입수.」
   「뭐 나를? 진짜? 왜?」
   「뻥이야!」
   「뭐? 이 자식이... 이 자식이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푸하하하하하하. 너 뭐 잘못한 거 있니?」
   「잘못은 뭔 잘못. 내 손에 케첩만 안 묻었다 뿐이지, 어? 우리는! 인간은 악마의 마성은 물론, 본능부터, 뭐 넘어가자. 내가 너랑 무슨 그런 심도 깊은 얘기를 하겠니.」
   「그래? 너 불행하지? 인정해. 잘못했지?」
   「어. 내가 잘못했다. 너나 잘 먹고 잘 살아라. 됐냐?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라. 됐냐?」
   「아니. 내 말은 뭐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넌 내가 불행했으면 좋겠니? 그러니?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
   「아니~ 내 말은 뭐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럼 뭐 내가 당장 꼴까닥이 아니라. 시름시름 앓으면서 가늘고 길게 시름시름 시름시름. 어? 병든 닭 마냥 시름시름. 그런데 가늘고 길게. 딱 그러기를 바라냐? 어? 이 자식이...」
   「아니~ 내 말은 정말 그렇다는 게 아니라.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말하자면 뭐 그냥 너나 나나 다 사는 형편 뻔하고. 네 팬티가 몇 장인지 슬리퍼 몇 켤레에 숟가락 몇 개인지까지 다 아는 사이에. 어? 뭐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어?」
   「말이 많아지는 거 보니까, 알겠다 알겠어.」
   「알긴 뭘 알어? 나 그런 사람 아니야.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넌 속 좁은 남자야. 넌 아주 그냥 꽉 막힌 마초라고. 알아?」
   「내가?」
   「오, 스티브 잡스! 약발이 떨어질 때도 됐지. 그런데 안 떨어져. (절레절레) (절레절레) 쟤 좀 말려라. 환청은 끊이질 않고. 왜 아니겠어. 안 그래? 잡것! 오빠 달려? 오빠 좀 걷자. 지친다. 퍼진다. 몰린다. 숨찬다. 풀 데가 없다. 발정기라고. 몽정 아니 아니. 몽상은 해도 해도 그 끝이 없단 말이다. 아아 그놈의 미저리 미저리!」
   「뭐? 그게 대체 뭔 말이니? 말을 좀 알아듣게 해. 늬가 뭔 외계인이야 뭐야?」
    그래도 결과가 없지 않았다. 톰은 묵직한 힌트를 안겨줬던 것이다.
    윙크? 힌트? 팔짱? 그게 뭐냐. 
    자, 그건 다름 아니라 과학적 분석이었다.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의 차이. 
    피터 드러커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서적에서 몇 자 주서 읽은 거 가지고서. 
    그까이 꺼 뭐 그냥 대~충 그냥 몇 자 말발로 때우고, 갸우뚱하며 반문해도, 듣지 않으면 그만. 
    어른들 말발이 다 그런 식. 통 듣지를 않어. 토론다운 토론, 제대로 되는 거 본 사람 있나? 거의 없다. 있을 수가 없다. 아저씨 아줌마들 말발이 다 그런 식. 관심을 돌리고. 시선을 빼앗고. 시끄럽게 반칙하고. 말 끊고. 말수로 승부하고. 말할 차례 빼았고. 뭔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맞받아치고. 뭔 말 같지도 않은 삼천포로 툭하면 빠지고. 밑도 끝도 없이 지적질. 개 풀 뜯어먹는 뽐뿌질. 어? 결국 마무리는 내 자랑. 푸하하하하하하. 마침내 너나 나나 전성기 지났다는 거 인정하는 꼴 되는 거지. 널 보면 나 잘 나가던 당시의 날 보는 것 같다. 내가 너다? 식욕이 성욕이다? 너는 내가 될 것이다? 
    어쨌든. 그까짓 거 뭐 그냥 대~충 응용하고 짬뽕하고 잡탕을 요리해서, 몇 마디 지껄여도 되는, 얼마든지 그래야 하는 친한 사이니까. 
    열심히 깐족거려야 정상인데. 오늘은 얘가 그래도 철이 들었는지 핵심만 딱 집어줬다. 
    바로, 걔네 잔당들은 홀로그램을 이용해서 너네들 관심을 90도 수직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가던 길 마저 간 것뿐이라고. 
    알고 봤더니 톰이 또 그래도 과학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대중과학잡지 꽤나 정기 구독했고. 세계 3대 순수과학잡지 역시나 언뜻 보기는 했었다. 
    대중은 몰라도 순수과학잡지까지? 왜냐! 왜긴 왜겠나. 여자 꼬시려고 그랬지. 왜냐하면 숙녀를 꼬셔서 연애하다가 진한 사랑에 골인하기 위해서이기 때문. 
    그런데 듣고 보니. 가능할 거 같았다. 현재 과학으로 달에 물리적 기지를 설치해서 자원을 캐고, 그 에너지를 무선으로 지구로 보내고. 그거 이미 몇십 년 전에도 가능. 
    단,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일 뿐.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그래도 뭐 그게 가능은 하다고 쳐. 
    그런데 걔네들 뭐하는 애들이야? 뭐하는 놈들인데 그 난리를. 참 할 일도 없다 할 일도 없어. 차라리 할 말이라도 없으면 말을 안 하지. 
    하여간에 거 참 나 증말 말 더럽게 많네. 더럽게 많어. 내 참 나 이거 증말 더러워서 칼럼니스트 때려치던가 해야지, 원. 내 참 나 더러워서 여성환상 1.5 정기구독 못하겠네. 때려쳐 때려쳐. 때려치면 될 거 아냐. 나 참 더러워서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정기구독을 끊던가 해야지, 이거 나 원 참 나 증말 (절레절레)! 뭐, 똥개가 뭘 끊겠냐고? (절레절레) (절레절레) (절레절레) 하여간에 커피포트는 쉴 틈이 없구만 그래. 쉴 틈이 없어. 당근 먹고 채찍질. 당근 먹고 채찍질. 그 인간이 무슨 말이야 개야 소야. 어? 거 무슨 입 튀어나왔으니까 토끼도 아니고. 자칭 플레이보이라며 나불거리며 허세는 허세대로 말도 못하고. 허풍도 말도 못하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 그냥. 숙녀의 아름다움에 환장해도 모자를 판에 말이야. 





    17

    바다는 어떠한 강도 거부하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나. 뭐 있는 놈이 더한다? 꼭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배부른 자가 더 자상함. 미남 미녀는 언제 어디서나 대우가 좋으니, 인생 내내 그랬으니, 살아갈 날도 똑같으니까. 따라서 카페 점원과 피자 배달원 경험담처럼 만인에게 친절. 대체로 통계 딱 나옴. 첫인상도 재포지셔닝 기회도 풍부. 반대로, 우리들 굶주린 늑대는! 뭐 여자 보기를 돌 보듯 하는 거지 뭐. 도나 닦아야지 뭐 별수 있어? (절레절레) (몸짓) (수증기 부글부글)! 고기 잡는 법을 알아도 어복이 없어. 아예 여복엔 관심도 없다고. 뭘 해도 재밌지가 않아. 
    ~라는 생각이 정말로 NB의 진심이었다. 진짜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말이. 그래서 그는 뭇 여성들의 끈질긴 구애, 다 거부했다. 오빠 오빠 따라다니는 여동생들. 죄다 갈 길로 보냈다. 지킬 수 없는 약속보다는 당장의 거절이 낫다고, 어? 그 수많은 아는 동생들, 어떻게 순애보를 하나하나 다 상대해주겠나. 그렇다고 진한 사랑만 받는다? 사랑을 가르쳐줄 수도 없고. 이별하는 방법은 이런 거라면서 나쁜 남자가 되어서도 안되고. 숙녀들과의 썸씽이 아주 그냥 섬뜩할 정도. 
    핏대를 올리며. 뭐야 그런 의표를 찌르는 듯한 숙녀들의 열화와 같은 인기가 정말이었다고? 아니. 뻥이다. 다 뻥. 몽땅 뻥. 물론 요만큼은 진짜고. 어쨌든 과장. 하여튼 희귀종이구만 그래. 누가 뭐래도 관심종자. 그러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독한 사냥꾼으로 변신하고.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아가씨들한테 툭하면 기나 빨리고. 상사병 잊혀졌나 했는데 허언증이 도져. 아니면 술꾼. 플레이보이계에서도 안 받아줘. 도박꾼의 재능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판돈이 없어. 자질도 쫄보. 가난한 남자를 누가 좋아한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그는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절레절레) 그래서 그는 사무실로 가서 재밌는 소설을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대는 나 같은 재미없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뭐 그런 인류애 같은 건 알 리도 없고. 
    아무튼 마지막 할 말은, 
    오빠 안 잔다!
    뭐, 아빠 안 잔다? 
    매를 버네 매를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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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2

from 소설 2019. 7. 31. 17:45

    1

    <오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친교와 교양에 대해서. 사랑은 또 다르고. 사랑? 가령, 
    (여자 왈) 우리 헤어져, (남자 왈) 야 너 가라! 전자와 후자가 같지 않듯. 여자가 정말 좋아하는 남자에게, 오빠 나 만나면 돈 많이 드는데? (여자말 번역기를 가동하면) 네가 가난해도 난 좋아 나는 정말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라는 뜻! 전 1번이면 끝이에요? (여자말 번역기를 가동하면)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기는 아직 모릅니다, 3분의 마법이 다 뭐야 막장 일일드라마 줄거리처럼 그러다 애첩 될지도 모르는 것. (때문에 남녀 공히 사랑─구걸─동정심─집착─스토킹의 차이를 바로 알아야 하는 것. 그 차이를 모르면 어떻게 당해도 싸디 싼 것. 정말로 사람 취급 못 받는 일 허다하고. 숙녀 예우 무시당하는 사례는 어떻고. 여자 인생 조지지 말라며 걱정하면 뭘 하나. 딸 가진 부모가 죄인이라는 거 알면 뭐하냐고. 입만 살아있는 수다 3시간, 그래서 포근히 사랑받을 자격부터 없을 수도 있는 것) 그러다 일평생 싹싹 빌던가 망부석처럼 일편단심이던가. 때문에 사랑은 신비한 것이다? 뭐 신비? 신비 좋아하시네. 노노노! 사랑의 '사'자만 들어도 우리는 골치 아프고. 생각만 해도 수증기 푸쉭푸쉭. 우리는 일생 친구와 사랑의 '사'자도 들먹여본 일이 일절 없고. 딱 0이고. 
    고로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토는 뭐다? (딱) 그렇지,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진짜로 꼭 그렇단 말이 아니라. 고로 야 너 가라, 넌 너 밖에 몰라, 난 널 한 번도 단 1도 사랑하지 않았어! ~라는 말을 숙녀가 듣게 되는 일. 사랑의 시소처럼 수평적인 사랑이 아니라 여왕벌이자, 살쾡이요, 이모 마인드식 순위권 사랑에 가깝기 때문일 수도 있다. 타인의 사랑 이야기야 자세히는 모르겠고. 관계가 수평인가 수직에 가까운가는 보면 보이고. 비등하지 않고 상향 지원하고 하향 지원 받아주고. 애절하도록 애정하는가 많이 사랑하는가 그대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가, 즉답하기 곤란하니까.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그대, 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몸짓) 으으윽! 얼굴 빨개질 일 있나, 그 환상을 어찌 논해. 그러니까 툭하면 헤어지자 라고 하지. 
    사랑이란 단 3명의 이성을 만난 다음 추억하고, 그 이후로 3명보다 월등한 상대를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 이때 사랑운에 따라 천차만별. 큐피트가 기분 좋으면 더 나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고. 사랑의 비너스가 짜증나면 그녀 이상은 꿈도 못 꿀 수도 있고. 똥차 보내고 최고급 리무진이 올 수도 있고. 똥차 보내고 더, 더더, 더더욱 똥파리만 들끓을지도 모르고. 응? 숙녀가 A를 만났는데 가만 보니, 나 갖기는 부족하고 남 주기는 아깝고. 설령 내 본심은 아닐지언정 돌아가는 분위기가 얼렁뚱땅 결과적으로 <먹기는 배부르고 개 주기는 싫고>. 혹은 완전 내 스타일이요 첫눈에 홀딱 반했던가. 그래서 염장질에 이간질에 뽐뿌질에 지르기. 비속어로 현직, 사랑의 감정이 오가는 중에 B부터 Z까지를 다 만나본 다음에 아하~ 그래도 A가 제일 낫긴 낫구나. 남자의 평균이 여태 소문자 a인 줄 알았는데. 그걸 은근슬쩍 뽐내며, 과감히 자랑하고, 은근히 과시하며, 넌지시 뻐겼는데. 은밀하게끔, 똥파리의 전마누라에서, 껄떡쇠의 현여자친구로, 갈아타든 환승이별하기를 애타게 꿈꿨는데. 그런데 대문자 A를 뒤늦게 놓치고 나니 후회와 미련과 후폭풍이 이만저만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먼 미래에 쪼르륵 그 남자에게 찾아가서, 오빠 우리 다시 만나자? 우리 웬만하면 그럽시다? 
    여자들이 사랑을 꿈꾸면서 소녀갬성에서 이탈하고, 엄마 스타일에서 멀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거다. 마음이 이미 A에게 홀딱 빠져서,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숙녀 인생에서 손꼽는 사랑. 짝사랑에서 잘만 하면 어떻게 거의 잡을 듯 말 듯 잡을 듯 말 듯. 잘하면 넘어올 거 같은데 도저히 넘어오지를 않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고. 마음이 없지 않은데 이게 뭐냐 그거지. 이때 심신분리도 일어나고 양다리 세 다리 환승이별과 여자의 방황과 방탕이 다 발생함. 어쩌다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가 이혼한 다음에 찾아가기도 하고. 여자가 통상 1번째 결혼이 원만한 행복이면 옛사랑을 찾지 않는데. 뭔가 애매하다 싶을 때 이따금 찾는 여자도 있고. 1번째 결혼이 서류상으로 깔끔하게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딴 남자를 만나던 옛사랑을 찾건. 1번째 결혼이 좋으면 옛사랑은 추억, 1번째 결혼이 실패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아쉬우니까 미워도(?) 다시 한번. 1번에 1번이라는 불문율이 무너지는 건 곧 이모 스타일이냐 매춘부 마인드일 것이냐 그건 시간문제. 남자는 바람둥이 스타일과 늑대가 흔하지만, 여자는 매춘부가 꼭 명찰을 달아야지만 매춘부가 아니다. 남자만 정량인 게 아니라 여자 역시나 사랑은 차트. 남자가 여자말 번역기만 알고 나면 뒷목을 잡겠나. 여자의 판타지가 대체 무엇인가를 알고 나면 우리들 뚜껑은 열기기 바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서 또 의전도 우리가, 남자니까 예우도 우리가, 찬미도 우리가! 변덕도 받아주고 변심보다 앞서가고. (절레절레). 아아 여자 여자 여자. 그래서 어떤 숙녀가 수년간의 짝사랑에 실패하면 토라져서 웬 썸남한테 상납하고. 친구들끼리 어디로 놀러가서 또 당하고. 아는 오빠들한테 막 전화해서 여자친구 있든 없든 불러내서 막 만나고. 더더군다나 그 어떤 꼬이고 꼬였던 사랑 이야기. 수많은 사연은 사연대로. 비화는 비화대로. 그래서 결론은 이미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격언처럼. 당시에, 벌써, 초장에 결론 나는 것. 어떻게?  
    남자 왈. 영화식으로: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 
    남자 왈. 실제로     :  「야 너 가라~!」 또는 「꺼져줄래!」
    여자 왈. 실제로     :  「딴 사람은 다 몰라도 내가 오빠랑은 안 사겨. 딴 남자는 다 몰라도 오빠는 아니야.」
    그렇지만 사귀게 된 경우는 또 다르고. 이때 여자가 촌년이냐 참새냐 딱따구리냐, 유형에 따라 또 거 어째 연애가 비틀비틀 삐걱삐걱. 그처럼 어린 아가씨는 여전히 그 흔한 드라마 대사를 유행처럼 반복 반복. 
   「오빠 나 왜 만나?!」 





    2

    (서론이 좀 길다만 기왕 짧지 않은 거 서둘러 끝내려면 좀만 더 달리자. 그럽시다)
    뭐, 왜 만나? 또 또 또! 왜 만나긴 뭘 왜 만나. 누가 왜 만나. 감정부터 반반이 아니던가 뭘 모르는 촌년이든가. 그러니 드라마 개봉도 못하고 찍다가 어퍼지는 것. 오빠 나 왜 만나? 내가 너 이러려고 만나! 오빠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역으로 바꾸면, <내가 오빠 이러지 않으려고 만나겠니!>. 야 너 가라~를 순화하지 않으면 뭐겠나. 꺼져 제발 꺼져라 썩 꺼지라고 영원히 꺼져줄래! 이때 만약 여자가 암컷 싸움닭이면 그녀는 죽기 살기로 쫓아다닌다. 암컷 싸움닭은 그렇게 스토킹하며 구걸해서 사랑을 회복하던가, 아니면 남자를 죽이던가, 또는 자기가 죽던가. 미치던가 몇 년 고생하던가 등등 경우의 수는 또 집단지성 모아 보면 롱테일의 가닥이 보인다. 하이에나랑 다 걔네들 끼리끼리 만난다. 무슨 사랑이 더럽던가 막장이던가. (절레절레). 물론 이쁜 암컷 싸움닭은 새로운 연적이 중간에 끼면 깔끔하게 포기한다. 걔 아니어도 나 좋다는 남잔 너무너무 많거든. 하는 데 까지는 하고. 아니면 아니고. 얼마든지 더 괜찮은 놈 꽤찰 수 있다고. 통상적으로 보면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야 너 가라~'라는 말을 들을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옆에서 웬 촌년들이 아는 척 잘난 척 이쁜 척 훈수질. 장편 미니시리즈는 그래서 장르가 막장으로 바뀌는 것. 옆에서 뭐라 하건 닥치고 내 주관대로 좋아하고 싶은 사람을 사귀던가. 나 하고 싶은 대로 애인과 단둘이서 한 잔의 커피를 마셔보기라도 하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사랑이니 낭만적인 로맨스니, 사랑의 세레나데와 어울리지 않는 숙녀. 여주인공감으로 낙방. 내 입맛대로 쥐락펴락 잡혀줄 남자가 아니던가. 그러니까 (어떤 여자들 입장에서 말하자면) 똥파리 같은 별로인 남자들만 주위에 드글드글. 저처럼 실한 남자를 어디서 물어왔냐는 칭찬을 상상할 테지만 그래 봐야 대체로 상상. 한 숙녀로서 진정 대어가 싫다면 잔챙이로 만족해야 하는 것. 그렇지만 사냥하기에 쾌감을 느끼는 우리가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줄 리가 있나. 사랑의 순서와 기본부터 잘못되는 것. 그러니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지. 사랑의 기초를 모른 체 아무나 따라다니면 다 좋다니까. 희대의 연쇄살인범이든, 천하의 불한당 개망나니 스토커 강간범이든. 그저 꽃 들고 기다리고, 직장 앞에서 대기하고, 회사든 학교든 어디든 따라만 다니면 아이고 좋아라~! 그분들이야 사교계에서 자발적으로 빠져주시면 실질적으로 우리는 고마울 뿐이고. 그런데 정말 그러려고 부모님께서 곱게 숙녀를 키우셨을까? 심지어 그걸 자랑해. 백화점 폐점 시간 지나면 직원들 퇴근 시간에 맞춰 남자친구들 자동차들 그 근처에 즐비하다. 똥차든 스포츠카든 여자친구를 의전하기 위해서든 그저 서로 좋아서든. 우리 모태솔로들이 그 얼마나 그걸 해 보고 싶어하는데. 그런데 순진한 모태솔로와 말이 통하는 오빠들한테 기회조차 안 주지. 만나 주지도 않아. 그러니까 엄마 스타일을 구워삶아서 단물 빨아먹고 버리면, 그녀는 이모 스타일 되어서 헤퍼진 다음 매춘부 마인드 되는 거고. 아름다운 사랑이고 멋진 인생 그런 거 모르겠고. 얼추 인생 요약하면 행복한 가정처럼 선명한 풍경화는 몰라도, 막연히 여자친구 사귀어보고 손 잡고 걷고 학교든 회사 앞에서든 기다리고. 그거 단 1번도 못 해 본 체 반 백 년 가버린 걸로 따지면 순진한 남자 인생은 실패. 그래서 루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똥파리 전마누라는 스토커 전남자친구 만난 거도 자랑이요, a~z까지 새로운 남자를 계속 만난다며 어쩔래요 그러면서 튕기고, B~Z까지 계속 만날 것이다 몸을 팔든 급전을 땡기든 결판 보자면서, 짝사랑 애인의 친구와 자고. 이 남자 저 남자 차 조수석에 막 타며 숙녀의 전성기를 즐기고. 회사에서 얼굴값 못하고 꼴값에게 넘어갔다고 소문나고. 하이에나들 들쑤셔서 똥파리 들끓으니가 좋아서 미치고. 사랑이란 낱말을 더럽히는 짓이라면 아주 그냥 (절레절레). 여자의 마음이 그러니까, 귀걸이부터 초장에 잘못 어쩌기 일쑤. 또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비전이 없던가. 아니면 환승이별하기 딱 좋은 수순이거나. 내 일이 아니고 남 일이면, 그러든 어쩌든 뭔 상관. 이모 스타일의 조언을 여자말 번역기 가동해 봐 봐, 절반은 너도 당해 봐라 그것. 응? 나만 당할 수 없지 그거라고. 막살자 웨이터한테 팔목 잡혀서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나돌아다니면 속으로 얼마나 좋아하는데. 안 그래도 밤의 세계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아줌마 말 들어보시라, 이 일 하면 남자 필요 없다고 하신다. 응? 그래서 이모 스타일의 슬로건은 뭐니 뭐니 해도 <아니면 말고!>. 조건부로 적게 먹고 적게 따기, 너 하면 나도 할께. 그런데 선봉에 서기는 싫다 그거라고. 왜? 선동해서 직장 상사한테 따졌다가 왕따당하거든. 언제부터 일을 그처럼 열심히 했다고. 아니면 뭐뭐하자 으쌰으쌰 어쩌자 그러자. 그처럼 몰아가기. 크게 걸고 크게 잃기는 싫으니까. 혼자는 외롭거든. 슥 관망하다 아니다 싶으면 발 빼고. 너 나 믿니? 라고 어떻게 대놓고 물어 봐. 남자들처럼 사랑이란 낱말은 평생 단 1번도 입에 담지 못하는 것과 정반대면 뭐하냐고. 완전 현실주의자요 냉혹한 감상주의자이자 철저한 이기주의자인데. 안 그러면 피임 한 번 잘못했다가 전성기 훌쩍 공백생겨버리면 슬럼프 다음에 어영부영하다가 숙녀 인생은 폐경기가 코앞인데? 그러니 눈표범의 발바닥은 어는 법이 없어요. 생각이 많으니까 말도 많다고. 아 독해라 독해. 신부들러리 기분 상하고 상하고 짜증 그래프의 막대가 한계점을 노크해 보라고. 노크는 무슨 평소 취미가 뭐, 우리 헤어져? 개처럼 좋아서 꼬리 흔들지를 않지 그분들은. 여자의 아니오가 도대체 몇 가지 뜻이냐고. 여자는 웬만하면 너 나 알지, 라고 못 지르지. 우리 오빠가 나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날 얼마나 사랑해줬는데, 막 그러면서 여자는 웬만하면 바람 먼저 못 피워. 그러다 엄마 스타일과 이모 스타일로 뒤늦게 양분되기도 하고. 알고 보면 여자가 늑대고 남자는 양이야. 응? 남자는 우쭈쭈 우쭈쭈 살살 간지려주고 슬슬 꼬시고 바람잡고 그러면, 골든벨을 울려. 남자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친구들끼리 으쌰으쌰 돈 없으면 내 지갑 집어던지기 퍼포먼스라도 하지. 그러나 여자는? 묶여 있지 않은 곰은 춤을 추지 않는다 그거지. 생음악으로 반주없이 노래부르기야 어르신들 세대 얘기. 피리가 불어야 쥐구멍이 바뻐지는 법. 안 그래도 틈틈이 촌닭한테 사랑의 슬픔을 배웠거든. '거의'라는 수작이, 예스런 태도도 때로는, 의전식 자세든 뭐든. 그건 아마도 사랑을 농락하는 과정이란 걸 차차 깨닫게 된다고. 종종 또 속고. 왕왕 사랑에 절망하고. 체념은 기본. 어? 그래서 이모 정신은, 같이 망하자? 남자의 <아니면 말고>와 비스무리한데 또 달라. 응? 그게 뭐야, 그게 바로 여성잡지 2 아니냐고. 우리는 변치 않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정실감 아니면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 그런데 동화 건너뛰고 유행가 부르고 춤추고. 소녀감성에 꺄르르 꺄르르. 로맨스 할리퀸문고를 요즘 누가 읽나. 그러다 그러다 이모는 나중 통 듣지를 않아. 너 개 발 나도 개 발. 어? 100퍼센트니까 하라는 대로만 하면 그 늑대는 늬 꺼다 그거지. 혹시라도 아니면 그건 나 몰라라. 그래, 아니면 말고. 말도 안되는 훈수 남발에 말 같지도 않은 헛스윙을 회심의 강펀치로 착각. 그놈의 수다 3시간! 축구로 치면 구멍들 모아놓은 오합지졸. 너 개 발 나도 개 발. 우리는 7부 리그의 제왕? 하오나, 뭐 그런 여인이라도 어떻게 얼마든지 총애해주시다 싶다? 남자는 손가락 까딱할 힘만 있어도 뭐 어쩐다더니 (몸짓) (표정)! 농담이고. 재미없지만 진짜 농담. 
    A부터 Z니 어장관리니 뭐니 그래도 남녀의 차이는 막심하다. 뭐가 막심하냐고? 대체로 똑같은데. 단, 직접화법과 간접화법처럼 남녀는 여기서 딱 나뉜다. 남자는 애틋한 사랑에 대해 상대의 마음이든 외모든 그 그래프는 시간 대비 점점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첫사랑은 순애보, 2번 타자는 훨신 아담하고 이뻐, 세 번째 사랑은 더더욱 이쁘고 말상에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멍청해. 아니면 그래프 선이 오르락내르락할 수도 있고. 곧 그가 로맨티스트라면 더더욱! 뿐만 아니라 재산도 대체로 상승. 기술 역시나. 단, 여자는 아니고. 여자의 전성기는 빤짝. 그래서 남자 플레이보이에 대응하는 게 여자 창녀. 남자 쑥맥을 여자가 선호하지 않듯, 여자 처녀에 남자가 환장하는 것. 남녀의 차이를 빼놓고 어찌 사랑을 논하나. 
    그러니 남녀 공히 내 마음에 쏘옥~ 드는 이성에게 내 눈은 이글이글 하트 뿅뿅, 심장 벌렁벌렁, 나머지 어쩌고저쩌고. 첫눈에 홀딱 반한 이성에게 남녀 공히 0.5 임을 직감했을 때. 남자는 다가가지 못하는 순정부터 몇 가지 경우의 수. 단 몇 가지로 나뉜다. 단 몇 가지밖에 없다고. 더더군다나 그래야 한다. 왜? 우리는 남자니까. 액자에 걸맞지 않은 명화다 그래서 미리 단념. 욕심은 나지만 화병이 감당하기에 딱 봐도 벅찰 거 같다, 그래서 어차피 먹어봐야 실 꺼야 라면서 우화를 떠올리고. 세계 3대 미항에 수많은 배들이 나다니는데, 나까지? 세상의 절반은 여자 그리고 남자. 무턱대고 껄떡거리고 막 그냥 찝쩍거리는 거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 잘 알지만, 열 번 찍으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거 잘 알지만. 동시에 근거 있는 자신감,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용기, 역시나 그 또한 여자들이 치를 떤다는 걸 잘 아니까. 그래서 우리는 참는다. 그래서는 품격 없고 저질이니까 예의가 아니니까 참는다고. 그러나 여자. 여자는 마음만 주냐, 몸부터 베팅하냐, 주변을 공략하냐, 1 대 1만 피해서 애를 태우느냐, 질투심을 유발하냐, 장기전에 돌입하냐. 별의별 아주 그냥 별의별 수가 다 나온다. 그 사랑론의 대가들 아아 여자의 마음이란! 
    좌우지간 여자의 간접화법과 남자의 직접화법, 그 둘의 오묘한 열애도 열애지만. 그보다 훨씬 고농도로 신기한 황홀경이란 무엇이냐? 하면 그건 바로 빈말을 참말로 아는 허접한 팔랑귀. 빈말을 참말로 인지하는 순진한 그분들. 순수한 우유. 다음에 보자 어쩌자 중요한 얘기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오란다고 진짜로 오면 다른 분들께서 퍽이나 좋아하시겠네. 공수표 남발을 진짜로 믿는 돌아이. 하란다고 진짜로 하다니. 직장 상사 흉보고 뒷담화와 울분을 토하고 어쩌고. 그래서 에라~ 너가 직장 상사면 다냐, 그러면서 다짜고짜 버럭! 그랬는데 지들이 언제부터 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다고 다 딴청. 개망신당하는 상황.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이러쿵저러쿵 분위기 조장하고 어쩌고 으쌰으쌰 돌격 앞으로~, 그런데 가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어. 약속 장소에 친구들 아무도 없다고. 그래서 명언의 고전은 뭐니 뭐니 해도, 아무도 믿지 마! 뭐? 말하자면 오라는 데가 많으신 분들이야 인생이 즐거우실 텐데. 보아하니 갈 데는 많아도 반기며 오라는 덴 별로 없는 우리들은... (절레절레) (절레절레)!





    3

    서론이 시끄럽다 시끄럽다, 하다 하다 약간 길 뻔 말 뻔 하다가~ 겨우 끝났다. 자, 본론으로 넘어가서. 
    사심 본심 흑심. 때문에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오빠 <       > 하지 마!」
    ~라는 글을 아는 동생 크리스탈이 인스타그램에 올렸으니. 
    영화에 나오듯이 글씨 써진 스케치북을 들고서 찍은 사진을 떡하니 올려놨으니. 
    따라서 댓글은 한마디로 열광. 폭주. 때로는 격분. 주제도 광범위. 부글부글 반응을 재촉. 상상도 다양. 몽상가의 환상까지. 
    댓글놀이 내용이야 우리들의 일상이니 생략하는 걸로 하고. 기껏해야 농담 반 진담 반. 장난스러운 일이 뭐 별거라고. 
    타인끼리도 아니고 친한 친구끼리. 
    그런데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하필 나만 일절 반응이 없었다고 하더라. 
    아는 동생 크리스탈이, 바로, 그래서 오늘 나를 찾아왔다. 
    도대체 왜 오빠는 아무런 대꾸가 없냐 그거지. 
    나야 당연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오페라 <쉬피오네의 꿈>에서 “바람처럼 덧없는 나”, 를 들으면서 열심히 작품 구상 중. 
    그런데 뭔 뜬금없이 아는 동생 크리스탈이 사무실로 불쑥 찾아와서 하는 말이 글쎄. 
   「오빠. 왜 댓글 안 달아?」
   「댓글?」
   「응. 댓글.」
   「뭔 댓글?」
   「안 봤어, 내가 올린 거? 지금 난리났어. 장난이 아니라고. 그걸 안 보면 어떡하니? 다들 재밌다고 난리 났다니까 그러네. 혹시 안 본 거야?」
   「아, 그거?」
   「뭐야! 봤으면서 무반응? 이 오빠가 지금 나한테 어떤 소리를 얻어듣고 싶어서. 이 냥반이 시방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워 워 워.」
   「워 워 워는 뭐가 워 워 워야? 내가 말이야? 망아지야? 내가 무슨 당나귀라도 되는 줄 아냐고. 어? 이 오빠가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무슨 개뼉따귀로 아시나. 응?」
   「바빠서 그랬어. 바빠서. 게다가 난 일찍 봤거든.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고. 듣자하니 내가 제일 처음 본 모양이네. 심지어 난 뭔 얘기인 줄도 몰랐어. 공상머신을 가동하지 않았단 말이야.」
   「뭐라고? 내가, 그걸, 누구 때문에 올렸는데!」
   「누구? 뭐 그럼 그걸 나 때문에 올렸다는 거니? 아니 왜!」
   「왜긴 뭐가 왜야! 나랑 오빠랑 사귀는 사이니까 그러지.」
   「내가? 너랑? 사겨? 우리가 왜 사겨!」
   「이 오빠 오리발 내미는 거 좀 보소. 저번에 사귀기로 했잖아. 이제 와서 이러기야? 오빠 날 무슨 벌레 먹은 낙과쯤으로 보는 거야? 탐스런 사과가 보이길래 농부가 지나가다 그거 슥~ 따먹고 버릴 셈이었어? 아님 뭐 꿀벌이 아름다운 꽃에 앉았는데 앉고 보니 더 예쁜 꽃들이 꽃밭에 천지더라, 뭐 그 말이냐고. 어림없어. 어림없다고. 어? 넌 내 거니까. 알아?」
   「크리스탈. 네가 뭘 좀 착각하나 본데. 혹시 낮잠 자다 꿈꾼 거 아니니?」
    그러자 크리스탈은 핸드폰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보여줬다. 거기에 어쩌고저쩌고. 친구 누구더라 그 생일 파티할 때 어쩌고저쩌고. 그게 다 그거였다. 
   「이래도 모른 체할 거야? 응? 그럼 오빠는 늑대도 아니다. 덜렁덜렁 고추 달린 남자가 그러면 안된다고. 여자의 순애보를 몰라줘? 어? 그게 남자야? 어? 그게 남자냐고. 오빠가 여자를 잘 모르나 본데. 여자는 말이야, 어? 여자는 그래요. 들었어? 어? 들었냐고. 여자는 그렇다니까. 여자는 다 그래. 
    (1) 여자는 본래 기질적으로 나 빼고 다른 동성은 모두 신부들러리, 다른 이성은 다 나의 팬클럽. 
    (2) 남자는 원래 천성적으로 나 빼고 다른 동성은 너는 너 나는 나, 다른 이성은 모두 사냥감.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치가 그렇다고. 요컨대 여자는 차트고 남자는 정량이지. 남자가 숫자 1이냐 아니냐라면 여자는 뭐 숙녀에 따라. 1. 2. 3. 10. 30. 뭐 300? 
    남자든 여자든 판타지는 판타지고. 정말로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데 어쩌지? 오빠 나 입 트였어. 그럼 화끈하게 화염방사기 한 번 쏴 줘야지? 준비됐어? 것도 속사포이자 따발총처럼 그냥 끊지 않고 1번에.」 
    그녀가 마시는 레모네이드. 유리컵인데 표면에 몬스터란 글씨가 정말 씌여진 것처럼 보인다. 





    4

    「아아 그놈의 사랑 사랑 사랑. 사랑에 대해서 어찌 남자가 여자에게 명함을 내밀겠어. 남자는 돈도 벌고, 취미도 즐겨야 하고, 할 일이 많잖아. 적어도 허황된 꿈은 다망하다 그 말씀. 최소한 잊혀진 대망 때문에 이따금 시원섭섭하지 않으면 그건 남자가 아니고. 안 그래도 친구들끼리 허세에서 밀리면 기분 나쁜데? 여편네한테 시도 때도 없이 지는 비교 당하면 커피포트 울고 싶어지겠지 왜 아니겠어. 그래 봐야 마누라 잔소리 피해서 도망가봐야 부처님 손바닥. 세월도 무상허지 비리비리한 잔재주 더 비리비리해졌어. 바텐더도 남자야. 어? 남자들, 허풍꾼과 자웅을 겨루는 재미, 그거 어떻게 포기하겠수~ 남자가? 삶의 낙이 뭔데 말이야. 살면 살수록 인생의 재미란 바로 대화 아닌가? 그런데 남자의 대화는 기승전결 있고, 테니스 서브 넣고, 코너킥 올렸는데 하필 개 발이 웃겨주고, 홀인원 개 뻥으로 밝혀지고. 어? 간혹 삼천포로 빠져도 딱 딱 틀이 나오고 각이 보이고 그림 나온다고. 어? 그런데 여자는. 말 꼬리잡고 늘어지기는 보통이고, 뒷담화 빼면 그건 완전히 미친 거고, 뭔 주제와 방향이 밑도 끝도 없이 산만해. 어? 사랑도 그래. 사랑이라고 뭐가 달라. 여자. 어? 여자! 여자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동물. 수컷과 달리 암컷은 사랑 이야기라면 밤을 지세워도 부족. 그러니까 3시간 실컷 수다 떤 후 헤어질 때 인사말이,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자세한 얘기를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기는 뭘 다시 만나서 해! 귀에서 피가 나고 귀가 타라고? 그러니까 그분들이 경고를 귓등으로 듣지. 뭐 수다 3시간? 3분 얘기하면 용건 끝나는 거 아닌가? 콜라 3캔 원샷 때리는 게 나아. 내기하고 게임하고 깔끔하게. 나머지는 으쌰으쌰 게임을 하든 사냥을 하든 담판 짓고, 끝맺음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많이 친하든 적당히 사이 좋든, 1차에서 할 얘기는 다 한 것. 2차 3차야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억지로 만들어서 하고. 김빠진 맥주. 그러니까 그분들이 공을 어떻게든 골대에 넣으려고 하고, 공을 때리고, 동물을 쫓고. 어? 그 구멍이 아닌데 엄한 구멍에 또 뭘 넣으려고 그 난리지. 안 그래 오빠? 안 그러냐고. 응? 내가 어디 틀린 말 했어? 아니잖아. 그찮아.
    곧 사랑 사랑 사랑이라면. 여자의 암투, 암컷들 기싸움, 여자들의 치밀한 작전, 영원한 뒤끝, 수다 대잔치. 남편 흉보기. 남자친구 갈아타기? 추억 이야기 남자 이야기. 그래서 남자의 연애사는 양적으로 부풀려지기 마련이고. 여자의 사랑은 질적으로 과장되기 일쑤고. 여자는 전성기 뚜렷하고, 초경부터 폐경까지 난자 생산량 빼도 박도 못하고. 여자는 진실한 사랑 1번이면 쉽게 정 못 떼. 어디 정만 못 떼면 다행이게? 만약 더티러브가 있었다 그 다음에 헤어지면 괴로움은 어떻고. 애 낳으면 대충 5년 10년 훌쩍 가고. 괜히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게? 
    사랑이란 꽃과 화병! 액자는 속으로,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는 게 아니다 라고 하고. 그림은 대놓고,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라고 하고. 그러니까 여자가 이모 말 듣고 타석으로 전향하면 인생 괴로워질지도 모르고. 실질적으로 수컷은 일평생 씨를 뿌리는? 뿌릴 수 있는 생물학적 입장. 반면 여자는 타율에 고개 돌리면 이미 여자이기를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고. 남녀가 연애하는데 뭐 손도 잡지 말고 진도 빼지 말란 말이 아니라. 풋사랑이니 더티러브니 뻔트라면 빠른 생애사 전략이니까, 연애는 누구와 결혼은 누구와, 그처럼 답과 견적이 딱 각 나온다 그거지. 반대로 플라토닉을 동반한 사랑은 뭐니 뭐니 해도 느린 생애사 전략이라 그 말이라고. 남자는 정량 여자는 차트! 사랑이란 딴 게 아니야. 도화지를 더럽히고만 싶은 건 더티러브고, 끝없는 사랑으로 가꾸고 키우며 아끼자 그건 다름 아니라 플라토닉. 이 세상에 더럽히고 싶은 새하얀 도화지가 그 얼마나 많은데. 어? 남녀의 그 교묘한 차이. 그래도 절반쯤 일맥상통. 측량하기 곤란한 풋사랑은 다 지난 일이니, 고로 탐색할 수 없는 끝사랑으로 너는 내 꺼다. ~라는 여심도 있다면 일찍부터 때 묻지 않은 영계를 휘어잡아 끝없이 옆에 붙여놓고 싶은 여자도 있어. 그런데 그마저 차트라고? (절레절레) 사랑보다 정욕임을 측정할 것인가, 대리전에 연습에 시험에 미루기에 본게임까지. 그러다 진도 못 빼니까 남자는 초장에 바람나던가 일찍 나가떨어지고. 버티다 버티다 끝까지 버티다 3년 기다려도 안 주면, 요만큼 뻥 보태면 친구 만나서 울면서 얘기하지. 어떻게 3년 만났는데 단 1번도 안 주냐면서. 그래 봤자 4년 만나서 안 줘 봐. 남자가 여자한테 싫증나서 바텐더 앞에서 여자친구를 뚜껑 열리게 만들지. 쟤가 너보다 더 이쁘다고! 이미 멀티태스킹은 바쁘고. 여자도 어장관리 안하게 생겼나? 남자 여자 길게 만나서 좋을 거 하나 없어. 아주 아주 지고지순한 사랑만 빼놓고는 말이야. 어? 친구야 나 어제 누구 따먹었어? (절레절레)! 그런데 뭐 흑심은 차마 측량 자체가 안된다고? 허허. 허허허. 사랑의 진심과 플라토닉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러다 사랑의 장기전과 더불어 더럽고 추접스럽고 헤괴망측에 보도 듣도 못한 드라마는 끝이 없는 거고. 듣도 보도 못한 멜로드라마에 한 번 발목 잡히고 나면 발목 잡히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그래서 남자는 대체로 뻔트요 여자는 모 아니면 도. 화끈한 헛스윙이냐 끝내기 장외홈런이냐. 아아 그놈의 지긋지긋한 사랑 이야기는 어떻게 말이 나오면 끝이 없냐고. (절레절레)
    하여튼 이제부터 오빠는 내 신부들러리요, 평상시엔 병풍. 보통은 보디가드. 때로는 돌쇠. 이따금 상남자. 어쩌다 로맨티스트. 일단은, 황홀한 호사에 감지덕지, 미쳐버리는 늑대. 어? 그래 촌닭. 내 영원한 우리 오빠라 그거지.」
    이거 이거 상황이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이걸 어쩌면 좋지? 어쩜 좋아 어쩜 좋냐고.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크리스탈이 내 친구이자 애인이며 사랑이 된다면야. 그럼 뭐 나야 싫지 않지. 땡큐라고. 
    그런데 왠지 모르게 뭐랄까 이대로 발목 잡히면 뭔가 나중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기분? 세한 느낌? 어딘가 모르게 멱살이 아니라 뒤통수 잡힌 직감? 
    그런 게 날 가만 놔두질 않았던 것이다. 이게 그러니까 장난 반 진짜 반인데. 허허. 크리스탈 마음을 어떻게 진정시킨담. 농담이 진담된다, 뭐 그런 상황인가? (절레절레)
    호수가 고요하면 오리도 조용한 법인데. 이거 정말 둘 다 제정신 아닌 거지. 허허. 
   「미안하지만 오빠는 날 사랑해야만 해.」
    크리스탈은 이처럼 협박성 경고를 남긴 채 갑자기 떠나갔다. 
    뭐야? 좋다 만 건가! 알게 뭐야. 누가 궁금해한다고. 
    그럼 이제 나는 망신스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창피해서 개구멍으로 쏙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당연스러운 건데. 그런데 정반대로 그게, 자랑스러운 여자의 마음을 생각하는 일은, 한마디로 죽을 맛? 좋으면서 싫은 척? 모르겠고. 그렇게 다시 일을 하려는데 또 일이 영 손에 잡히지가 않네? 걔는 괜히 느닷없이 찾아와서 사내의 순정을 짓밟고 속을 뒤집은 채 나 몰라라 그러면서 떠나가버려가지고. 이게 뭐냐고. '베베 꼬고 약 올리며 뜸들이기'라면 넌더리를 낼 지경인데. 그런데 글쎄 거기다 덤으로? (절레절레) 하여간에 뭘 해도 안돼 뭘 해도 안 된다고. 그래서 나는 그날 일은 때려치우고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5

    그렇게 딱 사무실 불 끄고 문을 열었는데. 
    앗 깜짝이야! 
    크리스탈이 두 눈 똥그랗게 뜨고서 날 쳐다보고 있네? 
    독한 년. 응큼한 것 같으니라고. 
   「오빠. 마지막으로 여자랑 사겨본 게 언제야?」
   「그런 얘기를 꼭 분위기 없게 이처럼 복도에서 해야겠니?」
   「그래? 그럼 따라와.」
    뭐 잔말 말고 따라와? 
    그래 뭐 딱히 재미난 일도 없고. 할 일도 없고. 할 말까지 떨어졌는데. 누가 따라오라면 못 따라올 줄 알아? 
    ~라는 심정으로 나는 크리스탈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니 크리스탈은 역시나 부잣집 딸내미 누가 아니랄까 봐, 와우~!
    띠리릭 무선 리모컨 버튼을 누르니, 신형 페라리 GTC4 루소 T는 반응했다. 
    핑~! 팡~! 퐁~! 
    물론 그 효과음은 나만의 착각이었고. 크리스탈의 애마는 한마디로 거친 상남자였다. 거칠기가 거칠기가... (절레절레)! 
    그렇게 크리스탈의 뒤를, 나는 내 애마 구닥다리 웨건을 몰고서 따라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여기는 크리스탈의 대저택. 
    이 큰 저택에 크리스탈 혼자 산다고? 
    그럼 난 몸만 들어오면 되는 건가? 
    그렇게 우리는 수영장 옆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누게 됐다. 
   「오빠. 마지막으로 여자랑 사겨본 게 언제야?」
   「뭐라고? 또 그 얘기야?」
   「또라니? 나 오빠한테 이 얘기 처음 물어보는 건데?」 
   「그래? 흐흠. 흐흐흠. 넌 뭘 그런 걸 나한테 묻고 그러니? 싱겁다 얘. 그런데 뭐 마지막? 아직인데!?」
   「잠깐만! 그럼 그 말은, 몰래한 사랑? 풋사랑? 진한 사랑? 짝사랑? 전형적인 그건데. 언년이야? 어? 누구야? 어떤 발정난 암코양이냐고. 몇 명이야? 응? 내 이 년들을 콱 그냥...」
   「워 워 워.」
   「오빠. 모태솔로 탈출하지 못했니? 아직이면, 그럼, 나랑 사귈래? 아. 이미 우리 사귀는 사이지. 내가 깜빡했다. 내가 원래 좀 그래. 오빠가 이해해. 아 그리고 나 말 많거든.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지. 이제부터 오빠 귀 좀 아플 걸! 그렇지만 귀에서 피 나올 걱정 붙들어 매시고. 이 떨리는 애교로 오빠 마음 살살 녹여버릴 테니까. 안 그래도 내가 누구야, 변신의 귀재 아니냐고. 날 볼 때마다 딴년 만나는 기분 들 텐데 이걸 어쩌나? 어쩜 좋아 어쩜 좋냐고! 응? 남자들 그런 거 좋아하잖아. 게다가 오빠는 눈썰미 없지 않고. 척이면 척! 그래서 변화에 민감하고. 고분고분이면 고분고분. 다소곳에 요부에 정숙함에 뭐든지 시시각각 팔색조로 변신하고. 낮엔 수줍고 밤엔 음란하고? 그러다 채널 고정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나도 좋고 오빠는 더 좋고. 응? 얼마나 좋아. 안 그래? 오해하는 것보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는데. 오빠는 날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차라리 내가 얼마나 오빠를 사랑하는지 차마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응? 아마도 모르는 게 낫다 그 말이라고. 응?」
   「」  
    난 이때부터 왠지 덜컥 겁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잡아먹히는 거 아닌가 하는 식겁한 마음 때문에. 그건 마치 여자가 풀메이크업 화장을 정성스럽게 하는 장면을 볼 때 드는 그 뭔가다. 대체 어떤 늑대를 잡아먹으려고, 어느 촌닭을 공략하려고 저 저 저... 통과. 반올림해서 50 평생 모태솔로를 탈출하진 못했지만. 반올림하지 않아도 얼추 대충 50 평생 모태솔로. 그렇게 느즈막허니 너무 갑작스레 찾아온 행운. 불안하지 않으면 거짓말일 것이다. 
    모태솔로. 잘나가는 친구들이야 아직도 혼자냐, 너무 잘생긴 남자랄지 너무 이쁜 여자야 고르고 고르다 보니 사람에 따라 늦을 수도 있다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친구들은 흔하디 흔하게 모태솔로. 그게 오히려 정상. 대부분 이성을 사겨도,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겨도, 멋진 연애이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별로 없고. 대부분 시시하고. 아님 우정처럼 추접스럽던가. 그래서 더티러브는 흔하고. 그마저도 못하는 비율이 태반이고. 굶을 대로 굶은 늑대 그리고 하이에나. 돈 없어서 못 하고. 마음에 든 이성이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 못하고. 그게 정상. 촌닭의 천생연분은 뭐니 뭐니 해도 촌년. 그런데 서로 다들 위만 쳐다보지. 흡사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것처럼. 천생의 배필에게 첫눈에 반해야 하거늘.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아무튼 그동안 만났던 친구들 지인들 사람들을 찬찬히 보아하니. 얼렁뚱땅 교제가 대부분이고. 정식으로 사귀고 어쩌고 그런 거 없이 결혼하는 사람들로 쑤두룩. 그런데 얘가 얘가 또 내 아픈 내면을 건드릴 뻔 하다가, 날 살려주네. 쥐었다 폈다 괜찮아 괜찮다고. 뭐 그건 그렇고. 
    그런데 그 순간. 바깥이 뭔가 소란스럽네? 여럿이 수다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인간들이 왜 벌써 와?」  
   「누군데?」  
   「누구긴 누구야. 집주인이지.」  
   「뭐야. 여기 너네 집 아니었어?」  
   「오빠 미쳤어? 내가 이런 집 언제 구경이나 해 본 줄 알아? 나 잠깐 아르바이트 대타 뛰는 중이야.」  
    뭐라고?
    그래서 나는 창고로 피신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거기서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를 따라 밖으로 나갔고. 
    웨건을 몰고 집으로 갔다. 뭐야? 좋다 만 거잖아? 크리스탈은 약 올리는 거도 아니고. 내일 또 딴말할 게 뻔해. 뻔하다고. 하여간에 사랑이란 믿을 게 못된다니까 정말. 





    6

    나는 오늘 동료 칼럼니스트인 로빈의 사무실에 놀러왔다. 
    로빈은 미스테리아와 여성환상 1.5에 칼럼을 비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작가다. 
    한때 문학계에서 왕따를 당하다 영화계에 기웃거리다 다시 칼럼니스트로 이직했다는 얘기를 잡지사에서 들었던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여성환상 1.5의 내놓으라 하는 경리 아가씨가 살짝 귀뜸한 얘기. 썩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걔 역시나 믿거나 말거나 뭔 말을 했는지 기억이나 할런지 모르겠고. 
    그건 그렇고. 로빈도 일할 때는 고전음악을 듣기 좋아한다. 왜냐하면 몇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주업에 집중하기 적합하니까. 또 완전한 정적보다는 카페 소음처럼 일정량의 데시벨은 없는 거보다 있는 게 나으니까. 음악은,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 / 오페라 <오리 백작> - “슬픔에 사로잡혀”
   「너 여자친구 생겼다며?」
   「뭐? 로빈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진짜야? 알긴 내가 어떻게 알어. 그냥 한번 찔러본 거뿐인데. 넌 떠본다고 즉각 넘어오냐? 미끼를 기다렸다는 듯이 덥썩 문다고. 떡밥이 흔쾌히 마음에 들었나? (몸짓)! 난 솔직히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일인데 말이야. 에잇 괜한 걸 알아버렸어. (몸짓)」
   「입도 뻥긋하지 말어. 알았어?」
   「입도 뻥긋하지 말긴 누가 입도 뻥긋하지 마. 너 귀에서 피나 볼래? 그럴래? 원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내가 그래야 하는 7가지 이유를 말해 봐. 그 이유가 상당히 타당하다면 그럼 한번 생각해 볼께.」
   「너도 알고 있지? 지금 우리 대화가 서로 잘 섞이지 않는다는 거.」
   「왜, 하마터면 추접한 염문설에 휘말리기라도 할 뻔한 거니? 정말로? 어머. 어머머. 어쩜 좋니 어쩜 좋아 얘. 응? 정말 그랬니? 정말이야? 왜 말 안 했어. 왜. 어째서.」
   「그야 뭐 어쩌다 그렇게 된 거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늬 행색을 좀 보시게. 어? 뭐 연애? 연애? 추접스럽게 그게 뭐니? 여자친구 꼭 있어야 하니? 만나고 사귀고 뽀뽀하고 결국 지겨워지고. 언젠가 싫증나고 어떻게든 권태로워지는 그 과정. 나 왜 만나? 그때 들었던 그 말 또 듣기. 웃음 나오잖아. 때 되면 그 말 하겠다 싶으면 여지없이, 나 왜 사랑해? 아니면 우리 그만 헤어져. 1주일에 1번씩 우리 헤어져. 그거 꼭 해야 하니? 그런 거 그냥 안 하면 안되니?」
   「못해 본 친구처럼 너 왜 그래? 너 나 지금 질투하니? 아니면 억울한 거야 뭐야?」
   「질투는 무슨. 너 그러다 차일까 봐 걱정이라서 그런다. 그러지 말고. 너 저번에 그랬잖아. 여자친구 회사 앞에서 그녀를 기다려보고 싶다고 한 거. 만일 널 좋아하는 여자친구면 그럼 깜짝 놀라면서 널 반길 테고. 만약에 널 비공개로 만나고 싶다, 그러면 그녀 얼굴은 그냥 망가지는 거지. 둘 중 뭐야? 몰래한 사랑이야 아니면 세상 아름답기로 소문난 사랑이야. 사랑의 시소야 아니면 발바닥을 핥아줄 상상만 해도 질색할 순위권식 사랑이냐고.」
    그렇게 나는 로빈에게 힌트를 얻었고. 그래서 내 새로운 여자친구 크리스탈을 찾아갔다. 
    물론 나는 아직 크리스탈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걔도 내게 숨기는 게 많은가? 그러든가 말든가. 
    목적지로 가는 동안 나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 
    남자는 겉멋 우리는 허세 오늘도 으쌰으쌰! 그러든 아니든 나는야 로맨티스트. 그렇지, 딱 행운아.
    미지의 희망이 선명해진 듯 포근함이 깃들어있는 행복감. 그리고 바람직한 쾌적함. 다음으로 들뜬 상쾌함까지. 
    그럼 이제 남은 건...... 으흐흑! 이 기분은 뭐랄까, 권위적인 가식쟁이에게 받는 극진한 환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으흐흑!
    화끈한 낭만파 늑대로써의 야망을 유감없이 발휘할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던 건 다 옛날이야기고. 지금은 이처럼 들썩들썩 마음은 붕붕 떠다녔던 것이다. 





    7

    퇴근 시간에 회사 앞에서 나오는 크리스탈. 
    나는 반가운 표정과 화사하지만 조촐한 꽃다발을 안고서 그녀에게 손짓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나오는 그녀. 
   「어머머. 최근 새로 쫓아다니는 남자가 저분이니?」
   「뭐야. 너 왜 말 안 했어? 새로운 찝쩍남 따라다닌다고.」
   「응큼한 년. 바닥에 허접한 늑대 깔아놓고 주말에 또 미팅 약속 잡아뒀니?」
   「잘생겼네. 완전 잘생겼네. 연예인 누구는 어쩌고 누구는 뭐라 뭐라. 그러더니 고른 게 하필...」
   「대단하다 대단해. 호언장담을 하질 않나, 친구의 남자친구를 흉보질 않나. 이상형으로 슈퍼맨을 들먹이질 않나. (절레절레). 그래서?」
   「너 지금 과거 만들고 있는 거 기억해둬. 넌 나중 우리가 입만 뻥끗하면 아주 그냥 (몸짓). 알아?」
   「딱 환승이별각이네. 자기도 남자친구 사귈 줄 안다 자랑하고 싶은 거던가. 아직도 남자친구 없냐며 나이 얘기하고 어쩌고. 그럼 지들이 조급해지지 않고 배겨? 너도 별수 없다.」
   「그럼 그렇지. 이래서 내가 이모 말 안 듣는다니까. 뭔 상담하는 척 하다 지 인생 하소연하고. 투정에. 짜증에. 뭔 별 희안한 경험까지 다 얘기하고. 입도 안 아퍼. 지치지도 않아.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하다 하다 남자친구 없으니까 우리 이모는 술 취하면 꼭두 새벽에 꼭 나한테 전화한다니까 글쎄. 다음날 기억도 못해. 자기 연민 끝장이지. 자존감 굳세고. 자존심은 또 얼마나 대단한데. 말도 마라 말도 마 얘. 그런데 연애사 전적을 살펴 보면 자기 말로는 전남자친구들이 다 멋지고 잘생기고 잘나갔다는데, 찬찬히 살펴보면... 나 이모 딱 한 대 쥐어팰려다가 겨우 겨우 간신히 참았어. 콱 그냥, 내가 참아야지 누가 참아. 남자에 환장한 년. 우리 이모 은근 나한테 묻어갈려 그런다니까. 너네 봤지? 우리 이모 완전 못생긴 거. 어제도 술 마시자고 집 앞까지 찾아왔잖아. 내가 지 남자친구야 뭐야. 걸핏하면 전화해서 술 마시제. 어떻게든 지 마음에 드는 늑대를 물고는 싶고. 웬만한 촌닭은 잡히지를 않고. 꼴 보기 싫은 촌년들은 얄밉기가 끝이 없고. 툭하면 배 아프고. 그럼 뭐 그나마 탁월한 촌년한테 묻어가야지 별수 있나. 업혀 가면 최소한 얼굴은 팔리니까. 적어도 좋든 싫든 관심은 받거든. 어차피 신부들러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병풍이 어딘데. 그러게 너네들도 암컷 싸움닭한테 걸리지 말고 미리미리 조심해. 알아서 잘 도망가라고. 차라리 정직하게, 어? 솔직하게 암코양이 때 되면 발정나도 숙녀의 자존심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차라리 낫다니까. 왜? 우리는 떳떳하니까. 우리가 뭐 죄졌니?」
   「너 설마.... 에잇 아니야. 너 혹시... 에잇 아니다. 정말로...... 아니다 아니야. 말 말자.」
    그처럼 그녀의 동료들은 뭐라고 뭐라고 그랬고. 크리스탈의 얼굴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망가졌다. 
    여기까지 찾아오면 어떡하냐 딱 그거였다. 어디 가서 내 남자친구라고 하지 마! 그 말을 꼭 해야 하냐 그거지. 
    뭐 그럭저럭 어떻게 동료들은 떠나고 그녀와 나는 단둘이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내가 언제 여기 찾아와달라고 했어?」
   「그건 아닌데.」
   「오면 안되는 거 아냐? 혹시, 와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 에잇~ 설마!」
   「너 그게 무슨... 왜! 내가 창피하니?」
   「몰라서 물어?」
    나는 크리스탈의 이마에 씌여진 글씨를 또 읽고야 말았다. 
    그녀의 빛나는 마빡에 씌여진 글씨는 뭔고 하니, 또 속냐! 
    이런 빌어먹을. 이런 젠장! 
    숙녀의 허영심을 만족시켜줄 수 없다면 떠나는 게 옳긴 한데. 
    발로 드리블당하는 축구공도, 손으로 채로 방망이로 치는 공도 아니고. 
    오직 1명뿐인 우리 오빠가 아니라 난 그냥 넘버 7도 감지덕지인 거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환상? 어쩐지 일이 잘풀린다 그랬다. 그럼 그렇지. 
    줄다리기라면 꼴도 보기 싫은데 어쩐 일로 연애가 수월하게 착착 진행된다 그랬다고. 
    그러니까 나는 허당 중에서 하필 성가신 허당이다? 허당 가운데 피곤한 스타일 허당이 바로 나다? 
    이런 괴상한 사랑이 또 있을까. 결론은 정해졌다. 
    너는 너 나는 나. 각자 갈 길 가는 거지. 
    쩨쩨한 낭만 시시한 모험 추접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라고. 





    8

    가만 있어 봐. 가만 보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작하자마자 이별? 그래도 이건 그나마 낫네. 저번에 언제야? 그땐 사랑이라 확신인데 이별. 다시 사랑이라 좋아했는데 어딜 넘봐. 또다시 사랑이라며 떨렸고 설레며 들떴는데 딴놈이랑 카섹스. 또 심신분리. 그래도 내 사랑이라며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는데, 저울질. 그럴 분이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좋아서 넙죽 양다리 걸친 거도 아니고. 원해서 딴 오빠랑 썸탄 거도 아닌데. 아마도 청소년 드라마에 감동해서, 어쩌면 추억의 유행가에 여심은 아찔했기 때문에. 그래서 술취해서, 여행지에서, 야심한 밤에, 외갓남자와 단 둘이, 음주운전 차에 타서, 음침한 데서 CS 하기 딱 좋은 장소로, 충분한 시간 동안, 드라이브를 하여, CS를 완성했다? 실수했다? 최소한 그 직전까지 그 분위기를 연출하기를 하긴 했다? 그래도~ OK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좋았는데. 그러니까 참다 참다 여자들이 하는 건 좋아하고, 듣는 건 싫어하는 대리고백. 사랑에 빠져드는 정체성 보아하니, 지들 판단하기로, 암컷 싸움닭 남자친구인 하이에나한테 딱 대리고백을 할 것이다? 그래서 하이에나와 팔색존가 뭔가랑 단 둘이 술 마시게 자리를 만들라며 딱 하이에나한테 시켰는데. 결과는 대판 싸움질. 술집에서 사람들 놀라도록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말다툼하고 싸우고. 결국 하필 오빠 친구인 딴 늑대랑 술쳐먹고 CS 했다고 넌지시 귀뜸하고. 그래도~ 좋았는데. 우리 같은 촌년 세계에 연애란 없다 오직 결혼만 있다, 따라서 결혼을 거래하자? 남자라면 그마저 좋아야 정상. 딱 정상. 아니면 비정상. 
    삼류 대학교 때 결산하면 친했던 친구는 딱 3명. 두루두루 친하고 그랬어도 단짝 2명에, 동기인데 1살 위인 형 1명. 그렇게 총 3명. 그 형이랑 친했는데 그 형 결혼할 때 딱 그랬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숙녀. 결혼을 약속했고, 이변은 없고, 연애 진하게 하고. 형이 모텔 얘기 많이 해 줬고. 이미 진한 사랑하는 사이고. 그러다 여인은 사랑싸움하다 어쩌다 자기 친구랑 잘빠진 남자 접대부, 쎄끈한 젊은 남자 매춘부가 옆에 딱 붙어서 접대하는 룸살롱에 갔고. 그 형은 어차피 사랑싸움의 연속이다, 술취해서 어쩌다 자기 앞니도 깨지고. 뭐 어쩌고저쩌고 넘어가고 그러다 결혼에 골인. 지금은 행복한 가정. 그 사연까지는 몰라도,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안다면, CS했건 어쨌건 그녀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OK. 그래도 좋았다고. 그런데 순서가 또 의전? 들었어요? 회사에서 손가락질 받고. 더러운 소문나고. 은근히 왕따요. 직장 단짝 언니 속 뒤집어주고 싶으니까. 그래서 스토킹 먼저 하고, 연애는 하는 둥 마는 둥 건너뛴 채 일단 결혼 먼저해서 사랑하자? 야, 너 가라~! 그런 CS를 뭘 믿고? 줄거리는 그렇게 된 것. 
    CS! 무슨 선크림도 아니고 하필 이니셜 반복이 또 CS! 단짝이랑 동업하며 불구덩이를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던 시절. 흑역사의 시작과 끝이었던 도메인은 어째서 BuddyBuddy.com, 하필 SayClub.com 또 거꾸로 CS네. 대학교 기숙사에서 단짝 처키가 채팅으로 꼬셔서, 대타 나갔다가 홈런 때리고, 처키 속 뒤집어져서 여자가 눈물 흘렸던 일. 다 그 사이트. 19세 금지 얘기는 사석이 아니니까 더 못할 얘기도 있고. 아니다. 못할 거도 없다. 특정 자세 경험은 딱 1번인데 그마저 하필 어느 대학교 앞이었는데, 대학교 이름이 언어 창시자. 아휴.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징그러운 피부병이 심했던 때. 그마저 13살. 또 13의 배수 첫 번째인 26살에 다시 피부병 반복. 중간 중간 틈틈이 지병처럼 여름에 반복됐는데 심했던 게 딱 그 때. 나머지 어쨌고. 그 26살이 단짝과 동업했던 흑역사. 단짝 이름마저 거 어째 세했고. 부대 마크가 다윗의 별이었던 군복입던 때 주 임무가 지하음 청취였는데. 그런데 나중 뭐 탄생해가 같은 보이저 2호처럼 우주의 모습을 지구로 전송하는 거야 아니면 하늘의 소리를 알리라는 거야. 참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구만 그래. 원래는 개처럼 군침 흘리며 늑대처럼 흑심 품고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해서 결혼한 다음. 딸아, 딱 아빠만 빼고 이 세상 남자는 죄다 늑대이니라~! 또는 아들아, 인생이란 말이다~ 라고 마성의 썰을 풀어야 정상인데. 남자는 여자에 환장하고, 여자는 남자를 좋아해야 딱 정상인데. 영원한 내 사랑 피앙세를 만나기 전. 인생 통틀어 일반인과 진한 사랑의 마지막이 피앙세 성씨인데. 떨림녀였던 그 연상의 여인과 대화를 나눴던 지점 하나, 둘, 셋 뭐야 딱 삼각형이잖아? 누군가의 피앙세는 정말로 장모님 되는 건가? 장모님 전남자친구니 뭐니 추억의 소셜 네트워크 도메인도 하필 Cyworld.com 뭐 잔지식 얘기는 이쯤 하고 다시 돌아가서. 말하자면 여자의 입을 빌려서, 여자 연기자로 빙의해서 말하자면 이런 식이지. 
   「나는 이미 당신한테 뻑~갔어도. 난 오빠에게 홀딱 반했어도. 난 이미 그대와 아름다운 사랑에 포근히 젖었을지라도.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 왜? 난 의전녀니까. 그래서 페라리 FF 먼저. 연애는 나중. 원룸에서 시작하는 거도 싫다 그말. 무조건 자가. 싯가 얼마짜리 이상. 존미녀 만나면 그 정도는 기본 아니야? 존예녀 만나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똥파리 전철을 밟아서 똑같이 회사 앞에서 기다릴 것. 그거 먼저. 사랑은 나중 문제. 그 조건 충족되면 결혼까지 한번 생각은 해 본다는 것. 아니면 말고. 그러니 알아서 잘 판단할 것. 오빠야 부디 잘 생각하시라. 자기야 제발 좀 똑똑히 들어라, 알았느냐? 미천하디 미천한 촌놈 주제에, 감히 어디서, 눈부신 여신을 넘보느냐! 심히 무엄하도다 바로 그것. 너가 정녕 의전녀를 아느냐 아니면 사랑을 알기를 하느냐. 우리 같은 음란한 맹녀는 딴 거 없다 딴 거 읎서. 어? 우리는 가리는 거 없다 남자 얼굴 보지도 않는다. 우리는 무조건 10번만 쫓아다니면. 단 10번만 꽃 들고 기다리고 따라다니며 집까지 쫓아오기만 하면. 어? 그러면 우리는 단박에 사귄다. 대번에 지갑 속에 고이 우리 오빠의 사진을 간직해 준단 말이다. 일평생 그 달콤한 고추를 최선을 다해서, 어? 그 새콤달콤 예쁜 바나나를 성심성의껏, 어? 그 벌렁벌렁 황홀한 어딘가를 미칠듯이 애무할 만반의 준비를 다한 여자. 그게 바로 우리다. 알겠느냐? 우리는 남자의 직업이니 나이니 재산이니 매력이니 잔재주니 얼굴이니, 암것도 안본다. 아무것도 소용없고. 아무것도 원치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의전만 바라느니라. 아느냐 모르느냐. 그러니 1 대 1로 만나서 커피 딱 1잔이라도 마셔보고 싶으면 즉각 최신형 페라리 FF 사고, 신혼집도 당장 구하고, 없는 재산 대충 만들어라. 늬 몸을 팔든 어쩌든 그건 우리 알 바 아니고. 알겠느냐? 바로 그래서 내가, 새로운 남자 A부터 Z까지도 모자라서, 하다 하다 전남자친구까지 만났느니라. 지갑 속에 고이 사진 간직해줬던 전남자친구까지. 으하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9

    그다지 재밌지만 않지만. 그래도 얼렁뚱땅 그럭저럭 굴러가긴 굴러가는 소설, 잘 나가다 하필 또 삼천포로 빠지네. 그렇지만 기왕 빠진 거. 줄거리 잊어먹을 만큼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하던 얘기 쫌만 더 하자면 이렇다. 응? 이렇게 말하긴 좀 뭣하지만 기왕 말 나온 김에 말하자면. 구태여 이러니저러니 투덜거릴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또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있긴 있으니 하는 말이지만. 
    보아하니 작전이 이렇다? 결국 발정난 암캐는 알고 봤더니 여왕벌 마인드. 결론은 야 너 가라~ 라는 말은 커녕 만나볼 기회마저 박탈. 뭐 CS? 드라마 CSI 보는 거 말고는 도통 할 줄 아는 게 없는 멍청녀 주제에, 감히 어딜 넘보냐며 쯧쯧쯧! 여자의 복수심은 여자가 지닌 모든 감정 중에서 가장 끈질긴 것. 나의 지갑 속에 항상 간직될 사람은 너가 아니었고. 똥파리 전마누라의 우리 오빠도 너가 아니고. 세상 모든 남자를 다 상대해주는 나는 사랑의 비너스요 넌 그저 해충이요 익충일 뿐. 하이에나의 기쁨조인 나 아르테미스는, 아무때고 내게 전화해서 다정하게 통화할 남자라면, 오직 첫사랑 똥파리뿐. 그게 바로 숙녀 인생의 전부인 사랑. 사랑의 추억이 곧 삶의 모든 것. 넌 아니다 그거지. 우리가 뭐 죄졌어? CS가 문제가 아닌데 골빈년이 그런 걸 어찌 아나. 관심도 없지. 오직 진한 사랑 그 상상뿐인데 이 남자 저 남자 자동차에 막 타느라 정신없지 정신없어. 이미지 트레이닝에 순위권 남자들을 죄다 초대하시면서, 엄마 오빠 머머머해~ 남자들 그게 뭐야~ 리얼사이즈 인형 어쩌고저쩌고. 오늘 밤도 엄마는 뜨겁고. 어제 새벽도 꾹 참다 참다 어쨌고. 내일도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라는 명언만 되새기시고. 천년의 사랑에 홀딱 빠져서, 아찔한 연정에 정신 못 차리고 나니, 따라서 외갓남자가 술을 쳐마셨든 내 오빠가 마음 아파하든 어쩌든, 세상 사람들 보란듯이 이 남자 저 남자 자동차 조수석에 막 타고 다녀. 그러면서 내 남자가 자동차 조수석에 (이성에 대해서) 오직 그녀가 아니면 허락하지 않는다는 데 더없이 꿈처럼 높은 가치를 부여해? 
    이상은 선명하지 않고 거북이는 제 껍데기를 모른다. 낙타가 제 등이 어쩐지 모른다고. 첫눈에 홀딱 반하기 전부터 짝사랑도 시작되고 애정도 부풀릴 대로 부풀려졌는데. 마치 무슨 스폿이 열린듯이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나니 정신을 못차린다 그 말이지. 괜히 팬들이 백치미 백치미 그러나? 괜스레 삼류 칼럼니스트가 의전녀 의전녀 그러겠냐고. 꼴에 지도 맹녀이자 집순이요 엄마 스타일이라고 얌전한 척 내숭 수줍은 척 애교. 알고 보니 경망스러운 계집이요 요사스러운 악녀. 아니면 응큼한 껄떡녀. 아니면 여자말 번역기 그 자체이자 속에 품은 판타지와 복수심이 말도 못하는 숙녀? 그 어떤 보복이 꿈꾸고 있을지 상상도 못한 채 촌닭부터 하이에나의 끝까지 어장관리는 어장관리대로, 새로운 남자는 새로운 남자대로. 여왕벌 마인드가 실현되니까 미쳐버리는 거지. 그처럼 사랑 때문에 미쳐버렸는데. 그와 같이 사랑 때문에 심신분리됐는데. 그런데 정신을 어떻게 차려. 판타지가 코앞인데. 집에서 일하고, 완전히 자기 이상형이고, 마음에 쏙~ 들고, 집안일 다 할 테고. 가정부 역할이든 뭐든 말하면 말하는 대로 뭐든 다 들어줄 거고. 미쳐버리는 거지. 미쳐버린다고. 그처럼. 여자말 번역기 그 자체이자, 속에 품은 판타지와 복수심이 말도 못하는 숙녀 평균이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는데. 그런데 어떻게 제정신을 차리나. 마음은 24시간 붕붕 지면을 떠다니는데 정신을 어떻게 차리냐고. 생각은 날마다 침대요, 언제나 첫날밤이자, 위대한 상상력이 주문하기를 행복하기가 행복하기가 그 끝이 없을 절정감인데? 정신 못차리지. 제정신 차릴 수가 없다고. 그런데 정신을 어떻게 차려. 판타지가 코앞인데. 모두 다 상대해주고 만나주느라 기쁨의 춤을 추는 날 보며, 표정 망가지던 널 보며, 그 얼마나 행복했는데? 
    일평생 그 표정으로 살아 봐. 느껴 봐. 당해 봐. 거울. 반사. 에코. 
    (1) 오늘은 (입술과 입술이 가까이 근접한 사진이 찍혔던 날 전남자친구 만났던 얘기했던 날) 바로 그 썩은 표정!
    (2) 내일은 (설거지 마친 다음 돌아섰을 때 보여준) 바로 그 표정! 
    그렇게 딱 2개. 오로지 딱 2개. 내내 반복. 일생 반복. 영원히. 끝없이. 다다다다다다음 생이든 언제든 끝은 없고. 1번 똥 씹은 표정을 보며 그 아찔한 행복함 즐기셨으면 그럼 이제 나중 1조배 1경배로 되돌려주셔야지. 하나 갔으면 하나 와야 하는 법. 2번 미간 찌푸리면서 순식간에 시선 회피. 허허. 똥 마려운 심정쯤은 봐줄 용의 없지 않고. 왜냐하면 여자는 의무방어전을 상상만해도 그 은근한 예감만으로도 화장실 직행해야 정상이니까. 실제 그러니까. 아니면 여자가 아니고. 그렇게 딱 2개 표정만. 당해 봐. 느껴도 싸지 싸. 끝없이. 영원토록.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음의 생까지는 어림도 없고. 영원히. 무슨 눈물이 핑돌고 가슴이 먹먹해도 참아야 하느니 어쩌니 다 필요없고. 딱 그 2개. 오직 2개. 그러니까 평범한 남자이자 웬만한 모태솔로들 죄다 죽사발 만들어버리는 사랑의 기초라니. 일생이 공주병 연예인병 햄버거병이구만 그래. 가난한 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경멸은 최대한 절약해서 써야 하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 그런데 가난한 애인을 능욕하고 모태솔로들을 경멸해? 사랑이니까 경솔? 또 팔랑귀? 훈수꾼들 신나니까 팔랑개비? 지켜 보는 냄비는 더디 끓는 법. 시작도 발단 끝도 발단. 늙은 고양이는 먹잇감으로 장난치지 않는다. 이 세상 모태솔로들이여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이게 말이나 됩니까? 못생기고 가난하고 모태솔로고 인기 없고. 그런 남녀 어디 서러워서 살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워 워 워. 워───워───워!  그분들 때문에 우리 같은 모태솔로는 말이야, 투우장이든 어디든 출전 자격부터 없는 거지. 괜히 혼자 좋다가 만 거라고. 
    토끼 두 마리를 쫒으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 적게 걸고 적게 먹기냐. 아니면 고위험 고배당률이냐. 뻔트냐 풀스윙이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제7부 리그에서조차 나는 방출당했다는 거다. 외상으로 사들인 돼지는 쉴 새 없이 꿀꿀거린다는 걸 내가 왜 몰랐냐고. 결국 외상으로 사들인 돼지는 알고 봤더니, 지고지순한 사랑과 짝사랑과 순애보? 그럼 진한 사랑에 대한 기대감에 도대체 얼마나 애타라는 거냐고. 아니면 이처럼 크리스탈한테 또 속기나 하고. 뜨거운 물에 덴 고양이는 찬물까지 무서워한다고, 내가 딱 그짝이었다. 막 그쪽. 딱 그 신세. 하여튼 나도 나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사랑 칼럼은 뭔 사랑 타령. 허구헌 날 사랑이 어쩌고저쩌고. 강 건너의 모기는 보면서 코밑의 코끼리는 못 본다고 그게 딱 내 말이었던 것이다. 남 걱정은 정도껏 내 앞가림 먼저. 그치만 수다 3시간에서 남 얘기 빼면 뭐가 남냐고. 남편 흉보기 시작하면 표정부터 싹 바뀌는데. 몰라. 됐고. 남이야 지들 남편 흉을 보던가 말던가. 난 일이나 하는 수밖에 없었다. 





    10

    꿈 투기업자 즉 사기꾼의 특기는, 동기부여 뻠쁘질. 또 세속적인 애정 부추기기. 의혹스런 인생을 돌이켜보게 만들기까지. 그러니까 그분들의 미끼는 달콤한 희망? 알고 보니 치명적인 매력이란, 여자의 마음에 쏘옥 들었던 남자 얼굴이랄지 여자 말 잘 들을 거 같은 어리숙함. 오락산업은 바로 그녀들에게 환상감을 무궁무진하게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맥없이 여잘 기쁘게 해 줄 표정 하며. 뭐야,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이는 사기꾼도 난봉꾼도 플레이보이도 아니네? 보아하니 그녀들의 마음은 언제나 은근 허당에게 가 있다는 것. 말하자면 여자는 미남을 절대로, 결코,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는 것. 그녀들이 목소리 도톰한 남자를 왜 싫어해? 그분들은 그 치명적인 공식에서 여간해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 단지, 그녀들의 이상형이 우리가 아니라서 서운할 뿐. 어? (절레절레)! 
    그래서 우리도 먼길 돌아 다시 타율주의로 복귀하기를 마다하지 않음. 난 소중하니까.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거거든. 사랑은 아름답고 지고의 가치가 있으니 만큼 뻔트와 장타쯤은 구별해야 하는 거라고. 우리도 그쯤은 식은 죽 먹기. 말이야 뭔들 못 해? 뭔가 지나친(?) 농담이고. 좌우지간 이게 단물 빠진 호박이냐, 아니면 누군가 꺼억~ 트림하며 씹다 버린 풍선껌일 수도 있느냐. 구분은 해야 하거든. 곧 인생이란 나를 가꾸는 것. 사랑이란 가랭이 사이로 공을 넣어 수비수를 제낀 다음 희망찬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것. (뭐 개인기 뛰어나서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공 집어넣서 제치는 게 아니라, 중견수가 알까기 해서 1루타를 런닝홈런으로 만들어주는 것? 인생이란 믿었던 구원투수의 불쇼? 하여간에 말을 말어야지 말을). 그러니까 날 헤프도록 막살자 웨이터에게 맡겨버리면 안되는 것. 대충 살자 바텐더라면 또 모를까. 뭐? 어쨌든 세일은 곧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일. 쉬운 말로 상품은 합리주의도 괜찮을지언정, 인생은 떨이와 싸구려이길 경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알려지며 파리 꼬이는 꽃에게, 홀딱 반해야 할 이유? 뻔한 늑대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그분들께 마음을 빼앗기며 시간 낭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럴 동기도 뭣도 없다고. 어? 우리가 뭐한다고 내 인생을 타인에게 맡기냐고. 
    따라서 나는 사랑보다 혼자 놀기를 택했다. 그래서 나는 최근 애착심이 손톱 때만큼 있을 둥 말 둥 부풀어오른 취미, 바로 당구를 즐기러 갔다. 
    영차영차 영차영차.
    영차영차 영차영차.





    11

    당구장 도착. 거기 이름은 봤는데 거론하기 귀찮고. 
    취미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렇게도 나눌 수 있다. 
    혼자 하는 것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 물론 둘 다 가능한 것도 있고. 아니면 돈이 적게 드냐 많이 드냐로 나눌 수도 있고. 공력과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큰 재미를 보는 취미도 있고. 취미 반 직업 반도 있고. 그런데 그 가운데 지금 여건에서는 적게 걸고 적게 먹는 일이, 그나마 시간 낭비도 적고 부담도 덜하고. 하는 일이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따분한 칼럼 쓰기에 지친 무명작가를 달래주는 일. 뭐야, 알고 보니 그거 또 뻔트잖아? 그러든가 말든가. 아무튼 여긴 조용해서 좋았다. 특히나 음악이. 
    요한 세바스찬 바흐 / 세속 칸타타 <다가오라, 빛나는 물결이여> BWV 206 중에서 감미로운 아리아 몇 편. 
    C. Ph. E. Bach / Die Auferstehung und Himmelfahrt Jesu Wq240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오페라 <마술피리> - ”지옥의 복수가 내 마음에 끓어오른다"
    그런데 뜬금없이 아는 동생 엘리자베스가 찾아왔다. 
   「네가 여기 웬일이니?」
   「오빠. 인사치고 거 어째 촌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수?」
   「뭔수? 얘가 못 보던 새에 말발이 꽤 늘었네? 너 어디 웅변 아카데미 다니니? 아니면 뭐 아는 마담한테 개인교습이라도 받는 거니?」
   「내가 무슨 실비아 크리스텔이야 뭐야. 오빠는 생각 자체부터 식상해. 응? 풍기는 느낌부터 고리타분하다고. 그런 구식 탱탱 묵은 발상으로 어떻게 명작을 쓰겠다고. 한심하기가 과히 이를 데 없네 그려. 응? 그러니까 뭐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글도 안 써지고. 약속도 없고. 할 일은 더 없고. 그렇다고 할 말이 있어서 칼럼 써서 품위유지비를 챙기기도 힘들고. 카피라이트인가 뭔가 그거도 영 머시기하고. 그래서? 잘한다 잘해. 가루도 아니고 반죽도 아니고.」
   「너 여기 왜 왔니?」
   「왜 오긴. 보면 몰라?」
   「너 나 미행하니? 누가 보냈어?」
   「누가 보내긴 뭘 누가 보내. 내 발로 찾아왔구만. 내가 무슨 호박이니? 아 맞다. 오빠 차였다며. 소문 쫙 퍼졌어. 물론 이젠 추문도 염문도 뭣도 아니지. 왜? 재미없으니까. 애들 모두 듣는 둥 마는 둥 관심도 없던데?」
   「누가 관심을 바란데? 알고 싶지도 않아.」
   「그런데 왜 차였어? 크리스탈이 웬만하면 순정이 식지 않는 앤데. 내가 걜 잘 알거든.」
   「사귀지도 않았어. 그냥 아는 오빠 아는 동생. 그게 다였다고.」
   「오빠 꽉 막힌 남자구나? 일명 속 좁은 남자. 푸하하하하하하. 제대로 삐졌네 이 오빠. 이 오빠 완전 꼴았어. 완전히 삐졌고 완전히 꼴았고. 꼴았네 꼴았어. 속이 골은 거지 그냥.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인데. 오빠, 우리 헤어져.」
   「뭐? 그건 또 뭔 소리야? 헤어지긴 뭘 헤어져. 너랑 나랑 언제 사겼니? 너 오빠 가지고 노니?」
   「오빠 발끈하니까 귀엽다. 어쨌든 자기반성이 가장 좋은 고삐. 여자가 뭘 바라는지 이참에 잘 생각해보면 되지 뭐. 하여간에 잘 판단해. 지금 때가 때가 장난이 아니니까. 오빠 이런 기회 두 번 다시 안 올지도 몰라. 응? 나중 오빠 인생에서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지도 모른다고. 알긴 알아? 크리스탈이야 나야? 걔 완전 멍청해. 미련 버려. 잊으라고. 보내. 그런 응큼한 암탉은 세고 셌어. 알어? 세상의 반은 여자. 응? 오늘도 봐 봐. 우리가 괜히 우연처럼 만났겠어? 다 예언가가 우리 사이를 점지해주었을 수도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응? 오빠는 나 같은 철저한 기분파한테 사랑을 배워야 한다니까.」
   「너 도대체 뭔 얘기를 하는 거니? 네 얘기를 듣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 혼이 나가버리는 느낌이라고. 너 지금 나랑 수다 3시간 그거 해 보자는 거니? 내가 못할 줄 아니? 어? 뭐 밉살스럽지만 끈덕진 미련은 버리라고? 처음부터 없었어. 감정 깔끔하다고. 우리는, 못 말릴 사랑은,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아. 알아? 안 그래도 우리는 지난 사랑은 묻지 않아. 그게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법이지. 고달픈 슬럼프야 짠한 애모야 얼마든지. 단! 연애의 성패는 군말 없이. 그런데 거 어째 자꾸 너한테 말리는 감이 없잖아 있네. 너 나 너무 감지 마라. 나 감기면 안 돼. 웬만치 당기라고. 어? 긴말할 것 없이 우리, 수다가 아니라 경기에 집중하자. 본심을 말하자면 어쩌고저쩌고,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지으면서 이러쿵저러쿵. 정신사나우니까. OK?」
   「오빠가 무슨 드라마에 나오는 약장수야 뭐야. 뭔 뚱딴지 같이 웬 명령? 훈수꾼이 더 극성이네. 자기가 주인공인 줄 착각하기 좋아하고. 심하게 오바하고. 오빠 이용당한 거였어. 크리스탈이랑 나랑 썸타는 사이야. 알아?」
   「뭐 진짜?」
   「아니. 뻥이야. 진짜겠니. (몸짓) 오빠 가만 보면 아주 그냥 팔랑개비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하여간에 (절레절레) (절레절레)!」
   「꾸지람은 시어미한테서 받고 애꿎은 개보고 야단도 아니고. 하여튼 동네 북이네 동네 북.」
   「보아하니 또 사랑? 뭐 연애? 프러포즈할 때 남자의 마음은 5월이지만 결혼하면 12월이 된다? 꼭 그렇지도 않아. 다 그렇지도 않지. 허나 배고픈 늑대와 배부른 토끼는 처지부터 다르고.」
   「아 시끄러워. 어? 닥쳐. 딱 닥쳐. 조용하란 말이야. 그만 좀 까불어. 어? 사랑이라면 신물이 다 난다니까 그러시네. 속에서 쓴 물이 올라온다고요. 네?」
   「아니. 어떻게 그토록 심한 말을!」
   「너 또 그 얘기할라 그랬지? 그 입꼬리 한쪽 올라갔다 내려오고. 눈빛 2시 상향 봤다가 8시 방향으로 내리깔았다가. 눈 크게 떴다가 미간 찌푸리고. 그 순서 보면 내가 모르니? 뭐 그러니까. 뭐지, 말하자면. 뭐라더라? 그래. 그거. (딱). 딱 그거. 입 가까이에 있는 것은 마음 가까이에 있다? 뭐 식욕이 성욕?」
   「이 오빠가 여자한테 뭐 발정난 암코양이네 뭐네. 암캐니 암탉이니 그런 칼럼이나 쓸 줄 알지. 순 허당이네.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알아? 어?」
   「넌 뭐 얼마나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인 줄 아니? 응? 너 화장 진하고 패션 섹시하고, 어? 다 치장하니까 보는 거 아니야. 화장발, 너 그거 장난 아니잖아? 늬 친구들이 뭐라 그러는지 알기는 아니? 어? 눈썹에 달린 불부터 끄셔. 눈은 높아가지고 말이야. 어? 내가 차마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고자 했는데, 아니다. 됐다. 그런데 너 그거 아니? 아니다. 됐다. 뭐 그건 넘어가자. 그렇지만 또 아닌 게 아니지. 그렇지. 그럼. 맞다. 너 그거 들었니? 아니다. 됐다. 그냥 네가 아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거만 알아둬. 네가 혹시 모르는 게 있나, 있을 수도 있고. 없을지도 모르고. 설마 하니 뭔 사연이야 있겠냐마는. 또 모르잖아?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게 롤로코스터일지 회전목마일지 몰라도, 글쎄나 알고 봤더니 귀신의 집? 뭐 그 정도만 알아둬. 응? 뭔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귀 안 간지럽던? 간지러울 때도 됐는데.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그렇지 (몸짓). 그리고 말이야, 그거도 다 나나 되니까 너한테 귀뜸하는 거야. 그 암시 귓등으로 듣지 말고. 응? 왜 조짐이 심상치 않니? 다른 애들이 말이야, 어? 아니다. 아니야. 그래도 다 나나 되니까 너한테 넌지시 운을 띄우는 거라고. 나나 되니까~! 딴 애들, 아는 동생이네 추종 세력이네 뭐네. 딴 애들 같으면 어림도 없어. 알아?」
   「오빠 말 다 했어?」
   「다하긴 뭘 다해? 아직 시작도 안 했구만.」
   「거짓말. 오빠 할 말 떨어졌지? 그 볼살 경련 보면 내가 모를 줄 알아?」
   「나 할 말 있어.」
   「(따라 하기. 흉내내기. 성대모사). 나 할 말 있어~. 응애응애 꼼지락꼼지락 푸하하하하하하. 그래 할 일 있는 걸로 하자. 그래 줄께. 응? 들어는 준다고. 뭐 꼬집으면 아픈 시늉이라도 해 주지 뭐. 그게 뭐 어렵다고. 허허. 뭐 또 그 말 할라 그랬어? 야, 너 가라~! 그래. 나 갈게. 안 그래도 갈려 그랬어. 나 바빠. 오라는 데도 많고 갈 데도 많고. 만나주라는 애들은 더 많고. 응? 오빠. 나 간다. 우리 다음에 다시 보자. 다음에는 좀 생각을 하고 말하기를 바랄게. 알았지?」
    귀가 아무리 커도 머리보다 작다는데 이건 무슨 코끼리도 아니고 앵무새도 아니고. 그날 나는 그처럼 바보퉁이가 되어 성과는 꽝이 되어버렸다. 어떤 조과를 바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일의 작황은 꽃을 보면 안다지만 이건 뭐. 꽃이 피건 말건. 벌꿀이 꼬여도 꼬여도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너와 나의 마음이 꼬여도 꼬여도 피차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에잇. 말 말자 말을 말어. 내가 말을 말어야지. 그런데 내가 어쩌다 이렇게 쉬운 상대가 되어버렸지? 걔네들은 날 뭘로 아는 거야. 이거 정말 아는 동생들 다 청산해 말어! 어? 바보 같은 짓을 부추김 당하기에서 슬쩍 발을 빼기에 성공하고 보니, 어느새 인생은 사랑도 행복도 멀어졌더라 뭐 그런 건가. 아무튼 난 바보가 아냐. 연애가 무슨 불쾌한 생리 기간과 불쌍한 발정기 그 둘 사이의 사랑인가? 관심도 없고. 호감 가는 관심사는 더 없고. 
    결국 오늘 구원투수로 걸출한 꽈배기 투수를 올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패전 전담 요원 힘 빼기도 안쓰럽고. 그냥 오늘은 대패로 마감할 수밖에. 지면 확실히 통쾌하게 지고. 어? 그래. 버리는 경기. 은밀한 비밀을 털어놓고 싶어 안달난 여인에게 딱 걸려든 행복한 심정? 징글징글하다. 아주 그냥 지긋지긋하다고. 재미도 없고. 뭐 들었어요? 듣긴 뭘 들어. 멍청하디 멍청한 촌년 같으니라고. 뭔 말만 하면 땡땡땡땡 멍청함을 광고해. 속에 든 거 없는 허영심만 자랑해. 말도 마 말도 마라고. 남녀의 사랑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백번 양보해도 앞뒤가 영 맞아떨어지지 않는 일. 괜히 엘리자베스는 뜬금없이 나타나가지고 상남자 기분 잡쳐버리게 만들어버려가지고 말이야. (절레절레)





    12

    그대를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드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 절대 절대. 환상에 환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기쁘기 그지없는 숙녀 인생으로 그녀를. 띄우고. 녹이며. 애타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말로만! 그래도 성의껏 얼마만큼 신비한 절정과 신기한 격정에 그런대로 도달하려 노력했는가, 시시콜콜 캐묻고 따지고 자시고 할 뭣도 없이 산통 다 깨진 격. 혹시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가 설마 이런 느낌인 걸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아마도 난 아니었으면 좋겠고. 결국 이기적인 속물근성은 우리들의 솔직한 심정. 그러니까 꿈에도 예상치 못한 쾌락은 언제쯤에나 쥐구멍에 찾아올까 오직 그 생각뿐? 뭐야 사랑은 없다잖아? 차마 믿기 힘들 정도의 환희를 안겨주는 사랑일 텐데 뭐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 진한 사랑은 뭐 사랑 아닌가! 아무렴. 왜냐하면 그녀는 아직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망을 모르실 테니까. 뭐 알면 안 된다고? 자못 안쓰러운 상념일 뿐이구만. 심통도 재미없고. 공상도 다 귀찮고. 억지도 쓸모없고. 품위 유지비가 간당간당도 아니라 바닥났고. 열정도 없고. 수프는 식었고. 보너스는 꽝이고. 미소는 썩었어. 복숭아는 속이 골았다고. 빛 좋은 개살구지. 아니면 반 냉동참치. 그래서 벌레 먹은 사과가 맛있긴 맛있는 걸까? 그야 알고 싶지도 않고. 나는 사랑을 아직 모르고. 어쨌든 사랑은 뻥. 다 뻥. 몽땅 뻥. 드라마도 지루해. 줄거리도 말도 안 돼. 밑도 끝도 없이 이상한 전개들 투성이. 게다가 탐스러운 사과 아름답기는 한데 맛이 없어? 앓는 소리와 거드름, 그거 다 능글맞은 허세일뿐. 좌우지간 연습경기에 힘 다 뺐어. 쓸모없는 억측 때문에 더 힘 빠졌고. 괜히 TV 보고 수다 듣다가 기 빨리니까 그러게 미리미리 조심해야지. 일단 염려 붙들어 매시고 뭔가 애써도 심취할 만한 활력이 비리비리. 그럼 이젠 어떡한담?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래서 나는 롭에게 새롭게 머물고 올 만한 별장을 요청했고, 롭은 내게 꽤 괜찮은 휴양지를 알려줬다. 
    별장 이름은 문자가 아닌 숫자. 440. 뭐시여 440? 뭐야 그게! 아~ 남자와 여자? OK!
    남녀.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 늑대와 여우. 개와 고양이. 양과 돼지? 여자가 일평생 생산하여 배출하는 난자의 개수가 적게는 400이던가 450이던가. 많게는 500? 정확한 평균과 최대값은 몰라도. 남자는 양 여자는 질. 남자는 외향성이요 여자는 까다롭기로 정평난 여자말 번역기. 자칭 숙녀요 타칭 뭐 여적여 보적보? 어쨌든 남자는 배짱 여자는 애교. 그래서 얼굴값 어쩌다 꼴값. 얼굴 팔리는 걸 좋아하는 관심종자냐, 얼굴 팔리는 걸 죽기보다 더 싫어하는 바람둥이냐. 1부 리그 무대와 7부 리그 불장난 정도는 구분하는 게 우리. 득점왕과 뻔트 차이도 모르면 안되거든. 남자야 손해볼 거 없으니까 뜬금포든, 막던지든, 삼천포든, 풋사랑이든, 농담이든 어쩌든. 말하자면 속된 말로 이빨 까는 게 주특기. (눌변가께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일단 이치가. 매를 버는 게 일이 될 수도 있다니 절레절레 쩔레쩔레). 보아하니 여자들 우정은 첫째도 듣기 둘째도 듣기지만. 남자는 그 반대. 남자들 우정은 뭐니 뭐니 해도 안 듣기. 으쌰으쌰. 그래서 여성잡지 2 애독자인 아줌마들은 하도 하도 당해서 안 듣기. 수컷은 입만 열면 뻥. 아니면 과장. 그래서 아줌마 허세가 장난 아니고. 남자 말을 믿느니 옆 집 똥개말을 믿고. 어차피 여자도 사람이니까, 변심은 기본.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마음은 절대로 같지 않음. 똑같을 수가 없음. 아아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하리다? 사랑은 없어~! 농담이고. 남의 말을 듣다 듣다 보면 속고 당하기 딱 좋은 세상. 그래서 일찍부터 대부분 남의 말을 안 듣는 법. 그런데 여자도? 여자는 진한 사랑 딱 1번 잘못 했다가, 평생 애절한 사랑에 행복할 수도 있고, 그때부터 팔자 꼬여서 여자 인생 조질 수도 있고. 일단 피임과 성병 걱정부터 시작해서 애 배고, 낳고, 기르고. 섹스 딱 1번에 숙녀 인생 5년 10년 훅 가고. 애 점지하고, 태교에, 낳고, 키우는 그 초반 5년 6년 7년 동안 여자는 딴 일 거의 못하고. 성병 뿐만이 아니라, 뭐니 뭐니 해도 추문! 어? 스캔들이 멋지면 몰라도 더러우면. 뒷담화라는 게 고혹적이기가 어디 간편하냔 말이지. 연애사라는 게 통상 그렇다. 딱 그렇다. 남자는 훈장 상장 트로피 쟁쟁한 전적 침 튀기는 자랑, 그런데 여자는 숨기고 감추고 낮추고 수줍고. 뭐 피 튀기는 질투? 겉과 속이 다르고. 말은 못하고. 흐흠~ 가만 있자~ 손차양을 그리며...... 흐흠! 뭐? 일평생, 얘 여자는 한 방에 넘어가~ 사랑은 한 방이야~ 하지만 내 그때를 생각하면 이 발등을 찍고 싶더라, 그러니 너도 훅가지 않으려면 조심해 내 말 명심해, 라면서 오늘도 남편 흉보기로 수다 3시간을 보낼지도 모르고. 남녀는 하늘과 땅 차이. 타율 신드롬과 하이에나 타석주의 역시나. 남자와 여자. 빠르냐 미루냐. 창과 방패. 첫날밤이냐 미루기냐. 첫 키스냐 개꿈이냐. 첫 포옹이냐 무슨 개뼉따귀 같은 뻥이냐. 쾌락 충족이냐 만족 지연이냐. 꽃과 화병. 액자와 명화. 남자는 항구 여자는 배. 아니 반대네. 귀와 귀걸이. 즉, 평생 남자는 대략 4천억 개의 정자 생성. 또는 1억개 방출도 불사. 그런데 여자도? 여자는! 여자는 평생 150만 개의 난자가 생성되지만, 그중 약 400개만 성숙. 오직 딱 400개. 그 400개 난자 다 만들어냈으면 폐경. 폐경되어도 즐거운 인생 재밌는 사교 아름다운 사랑이면 좋고. 또는 누가 여자 나이 50 넘으면 쳐다본대유? 라고 농담하던가. 너가 그 말로만 듣던 난자왕이야, 난 정자왕이다 어쩔래. 아아 이래서 세간에서 비너스 비너스 사랑의 비너스 하는구나, 바로 이래서 속궁합이니 뭐 명...기? 하여간에 절레절레. 뭔 스폿? 절레절레. 커피포트는 통 쉬지를 못한다니까 글쎄. 날이면 날마다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빨아드려도 모자를 판에 말이야. 여체는 관심 없고.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우리는 예쁜 아가씨니 아름다운 숙녀니 귀여운 애교니 그런 거 싹 다 몽땅 무관심. 하나도 관심없음. 보기도 싫음. 들려서 짜증남. 그런데 뭐가 좋다고 늑대들은 홀린 듯 바라보며 생각하는지. 우리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살면서 지금까지 싸워서 져본 적 단 1번도 없고. 내기해서 져본 적도 0이고. 여자를 좋아해 본 연애사도 없고. 다만 번호표 뽑는 기계는 절실히 필요했고. 왜? 통과! 
    좌우지간 그깟 말도 안되는 사랑론 누가 허풍떨지 못한다고, 아조 그냥 말은 말은! 말만 그냥 헤라클레스요 쥬피터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연애법도 사랑이라고 개 풀뜯어 먹는 썰이나 풀고 자빠졌어 그냥. 춤추고 법석에 재롱 잔치를 벌이는구만 그래. 미친놈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네. 이놈의 여편네가 보자 보자 하니까... 아 여편네 없구나. 마누라 있으면 뜨겁게 사랑해줘야지 여편네를 왜 패? 내가 여편네를 왜 패냐고. 안 패. 오빠 자? 안 자! 누가 자? 안 자! 왜 자? 안 자! 3박 4일로 쌍코피가 터지든 어쩌든 내 그냥... 워 워 워! 이글이글거리는 바로 이 이글 아이!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거 안 보이니? 입에서 화염방사기의 불꽃이 나가는 열기가 느껴지지 않냐고. 거 무슨. 굶주린 하이에나 개꿈꾸고 있구만 그래. 허허. 아무튼. 그래서 숙녀 인생에서 난자의 총량은 대충 440개! 대충 그거랑 비슷하네. 또는 여자의 초경부터 폐경기까지 기간으로 봐서 대충 40년이랄지 44년. 정확한 평균값과 최대값 최소값은 몰라도. 것도 그렇고. 아니면 누군가의 시험 점수. 그도 아니면 별장 주인이 연애 440일 만에 결혼에 골인했을 수도 있고. 잔머리 굴려봐야 머리만 아프고. 
    좌우지간. 그곳에서 한 시절을 보낸다면 그야말로 기분 좋은 만족감 때문에 아찔한 착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는 큰 기대랄까. 뭐라고나 할까. 찔끔찔끔 심하게 낭만적인 예감이 결국 더러운 실망으로 귀결되면 안되니까. 혹시 모르니까. 따라서 나는 수군대기 좋아하는 성미를 가라앉혔다. 잠시 놀다 오는 것뿐인데 통 큰 결심은 또 뭐한다고. 상남자의 권태를 홀가분하도록 날려버릴 속이 다 후련한 모험은 바라지도 않았다. 어차피 빨리 익은 열매는 빨리 썩는다. 때로는 자기합리화도 썩 나쁘지 않은 발상. 함성으로 시작해서 낑낑거리며 끝내기. 곧 첫 끗발이 개 끗발일 수도 있으니. 그저 뭔 일 있겠어 라는 듯한 자세로, 나는 당장 그곳으로 떠났다. 





    13

    나는 별장에 도착했고 그곳에 입주했다. 
    동네 분위기도 괜찮고. 초록색은 다채롭고. 꽃들도 만발하고. 
    앙브루아즈 토마의 오페라 <미뇽>. 그 가운데 아리아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를 들으면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궁리했다. 
    결과는 나왔다. 일단 동네 산책을 하면서 대충 3박 4일 일정을 구상하기로.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뭐야, 그런데 문이 잠겨있네? 난 잠그지 않았는데? 근데 왜 잠겼어! 
    그야 풀면 되지. 하지만 안 풀리네? 어쭈! 이것 봐라. 뭐지 지금. 어라? 
    해도 해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장난이 아니었다. 이게 어떻게 소꿉장난인가. 
    하여 나는 롭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롭. 너는 아니?」
   「알다니 내가 뭘?」
   「여기 문이 잠겼어. 안에서 잠겼고 밖으로 못 나가.」
   「그래?」
   「응.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혹시 너가? 너 영화 찍니?」
   「내가? 내가 왜! 내가 형을 감금해서 뭐한다고. 형 잘 알잖아. 나 여자 좋아한다는 거.」
   「응. 알지. 잘 알지. 그런데 왜 잠겼지?」
   「개구리에게는 황금 의자보다 연못 속이 더 좋다는 말이 있지.」
   「그럼 그 말은 곧 난 개구리요 여기는 우물, 고로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잘 아시네. 허허. 농담이고. 참을성은 당나귀의 미덕.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방법을 찾아봐. 직접. 어릴 적 소풍 가서 그런 거 해 봤지 않나? 숨은 쪽지 찾기 놀이 같은 거. 형. 침대의 열을 가지고서는 피자를 구울 수 없다는 거. 형도 잘 알잖아? 형이 나한테 새로운 행선지를 요청한 건 뭔가 모험을 하고 싶다는 거고. 나는 형의 동생으로써 뜻밖의 발단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고. 뭐니 뭐니 해도 귀찮고. 때문에 그건 아마 그냥 우연일 거야. 다락방에 올라가 봐. 거기에 집 설계도랑 제어부랑 뭐랑. 전부 다 거기 있어. 거기서 조작하면 될 꺼야. 일단 나 바쁘니까 이만 끊자. 다음에 통화하고. 안녕. 」
    뚝. 삐─삐─삐─삐─삐! 
   「여보세요? 여보세요? 뭐야! 여보세요? 이 자식이......」
    롭은 지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 
    그래서 나는 롭의 말대로 다락방 쪽으로 갔다. 왜냐하면 나는 이상적인 환상보다 현실감을 중요시하는 실리주의자이기 때문. 그런데 어설퍼. 뭐? 됐고. 허황된 꿈을 꾸도록 부추기기를 논할 상황도 아니고. 헛된 사랑의 희망을 간직하도록 독려하기를 지금 뭐한다고 고민하나. 지금 탈출을 해야 뭐든 하든 말든 할 거 아닌가. 얼빵한 미저리에게, 아니 아니 찌질한 머저리에게, 설마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싶도록 놀라운 행운. 지금 상황이 상황이 그딴 걸 공상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다락방 문도 안 열리네? 아 나 이거 정말 원 맙소사! 
    어쩌란 거지? 어쩌라고! 어쩌라고요? 





    14

    그렇게 몇 번 낑낑대다 포기하기 직전. 나는 마지막으로 딱 1번만 더 열어보자는 마음으로 문을 막 열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열릴 줄이야. 아니 이럴 꺼면 미리 말을 하던가. 엉뚱한 상소리를 내뱉을 수도 없고. 
    그러니 그 뭐야 숙녀에 대한 깍듯한 예우 차원에서 그녀가 앉을 의자를 쓱 빼주다가. 의전은 뭔고 하니, 결국 앉으려고 하니 의자를 더 빼버리는 일처럼. 
    벌러덩~! 난 그렇게 문이 벌컥 열리니 뒤로 나가떨어졌다. 나름 우습기 짝이 없었다만, 웃길 상대가 없다는 게 다만 아쉬울 뿐. 
    코메디언 발끝도 못 따라갈 유머는 그쯤 하고. 
    그래서 딱 다락방에 뭐가 있나, 집안 경비 시스템 해제하고 어쩌고 그래야 하는데. 
    그때 딱 다락방 문에서 하필 비비안이 등장하네? 
    이게 뭐야! 레이디 비비안이 왜 하필 거기서 나와. 도대체 어째서? 
    한낱 늑대 주제에 난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나 같은 촌닭이 뭐가 좋다고! 
    의심은 부쩍 상승했고. 돌연히 겁이 났기 때문에 다리털이 바짝 서는 듯했다. 정말로 꼭 그런 건 아니고, 말이. 
    현시점 줄거리는 족히 장르 변환 감이었다. 그렇다고 줄행랑을 칠 수야 있나. 
    쭈삣쭈삣 물어볼 건 물어보고. 힐끔힐끔 얘가 날 얼마큼 좋아하나 눈짐작은 해 봐야 하니까. 
   「앗 깜딱이야! 놀라니까 발음이 다 세네. 뭐야? 너 뭐야? 레이디 비비안! 네가 여기 웬일이니?」
   「그러는 오빠야말로 여기 웬일이야?」
   「너 지금 내 말 따라 하니?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오빠가 먼저 물어봤으니까, 따라서 오빠가 먼저 대답하면 되겠네. 안 그렇수?」
   「뭐가 어쩌고 어째? 너 나 미행했니?」
   「뭔행? 내가 오빠를 왜! 이 오빠 상태가 영 안 좋은 거 같은데.」
   「상태가 안 좋긴 누가 안 좋아? 그러는 너나 바지 지퍼 잠그고 다녀.」
    그녀는 고개를 숙여서 촌스러운 꽃무늬 치마의 지퍼를 쳐다본다. 
   「인사 잘 받았다.」
   「윽 유치해. 내 치마 지퍼 뒤에 있거든.」
   「그런데 왜 아래를 쳐다봤는데.」
   「잠시 망설였어.」
   「망설... 뭘? 뭐? 뭐를? 왜? 너 이상한 생각하지 마. 혼난다. 정신 차려. 어?」
   「시끄럽고. 그만 가줄래?」
   「어? 가긴 어디를 가! 내가 왜? 오늘 이곳은 나의 별장이야. 이거 왜 이래?」
   「웃기지 말고. 웃기지도 않으니까. 가. 어? 가라고. 내가 먼저니까.」
   「진짜야?」
   「그럼 거짓말인 줄 알아?」
   「그런데 너 그 안에서 뭐했어?」
   「하긴 뭘 해? 오빠는 거실에서 뭐했는데?」
   「야 거실에서 할 일이 뭐 있니? 다락방에서 나오는 네가 이상한 거지.」
   「왜, 내가 미친 다락방 삼촌이라도 되는 듯 보이니? 놀래기는!」
   「너 드디어 돌았구나.」
   「미친 건 오빠야.」
   「나는 미치지 않았어. 난 미친놈이 아니야. 바보도 아니고.」
   「그럼 멍충이?」
   「너 자꾸... 그러면 혼난다. 혼 좀 나 볼래? 어?」
   「됐고. 시끄럽고. 허당은 엄명을 받들라. 자, 나가주세요. 오빠 갈 길로 가시라고. 우리 헤어졌잖아.」
   「헤어지기는. 애초에 사귀지도 않았네.」
   「뭐야. 부디 붙잡아주지 않을래? 그런 표정인데? 어머. 어머머. 어머머머머. 이 오빠 재밌네. 그러니까 걔들이...」
   「걔들이 뭐? 걔들이 누군데?」
   「누구긴. 나도 모르지.」
   「(절레절레)」
   「오빠. 오빠 있잖아. 오빠. 혹시 내게 긴히 할 말이 있지 않니?」
   「내가? 너한테? 할 말? 나 크리스탈이랑 헤어졌어. 그리고 곧바로 엘리자베스가 내게 대쉬하네? 싫진 않고. 구애는 뜨겁고. 어쩌면 청혼까지? 물론 나만의 공상일 수도 있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왜? 진짜니까. 아니 믿기 싫으면 믿지마. 그래. 뻥이야. 뻥이라고 치자. 내가 나쁜 놈 되지 뭐.」
   「이 오빠가 돌아도 단단히 돌았네.」
   「얘가 아까부터 자꾸 말끝마다 돌았다느니, 미쳤다는 둥, 바보라 하질 않나. 너 뭐 믿는 구석이라도 있니? 어?」
   「그런데 오빠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 왜 그래? 얼굴 경련이 경련이... 오빠 나 좋아해? 어머 정말이야? 진짜로? 어머머 어쩜 좋니 어쩜 좋아! 오빠 있잖아. 나 화려한 여자 아니야. 나 쓸쓸한 여자야. 아니 참한 숙녀. 조신한 조강지처 부류라고나 할까? 정숙한 새침데기부터 정신없는 말괄량이도 포함해서 요염한 요부까지. 그 뭘로도 변신 가능하다면. 오빠가 이런 날 퍽 좋아하려나? 그렇지만 언제까지! 닭알을 원하는 자는 암탉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참아야 한다는데. 오빠, 내 다변을 견딜 자신 있어? 웬만한 미남들은 중간에 다 나가떨어졌는데. 아니 아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뜻이지. 나 남자 한 번도 안 사귀어봤어. 그럼. 정말이지. 아는 애들은 다 알아. 어쨌든 웬만한 남자는 귀에서 피나기도 전에 (몸짓). 훨씬 전에. 응?」
   「혹시 너 남자 보는 눈이 썩 까다롭지 않은 건 아니니? 그러니? 웬만하다 싶으면, 에잇 설마!」
    바로 그때. 별장의 출입문이 열렸다. 어찌어찌해서 출입문은 밖에서 열도록 바뀐 건가? 나야 모르겠고. 
    이성적인 허영심이 만들어내는 행복한 희망, 그 낯선 방문자는. 
    다름 아니라 크리스탈이었다. 뭐 크리스탈? 걔가 여기까지 왜! 내 말이. 
    여기가 무슨 호들갑을 자동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사교계의 명소야 뭐야. 
    누가 봐도 영락없는 실업자 신세요, 꾀죄죄한 한량 차림새의 당사자인 내게. 과연, 오늘, 여복이 터진 건가? 그럴 꺼면 좀 진작에 미리미리 차근차근 한 번에 하나씩, 쉼 없이, 꾸준히, 오든가 그랬어야지. 하여간에 (절레절레) (절레절레)!
    아무튼 모두들 썩 달갑지 않은 눈치. 아니 퍽이나 싫은 표정. 아마 벌써 뚜껑 열린 듯. 어쩌면 참지 못할지도 모르고. 
   「레이디 크리스탈!」
   「레이디는 무슨 개뼉따귀 같은 레이디?」
   「왜 그래 크리스탈. 우아하게, 어? 너 세련된 여인이잖니. 너 고상한 거 좋아하잖아. 정신 차려. 너 꽁트 싫지 않잖아? 최소한 우리 인사라도 매끄럽게 해야 하는 거 아니니?」
   「그나저나. 넌 여기 웬일이니?」
   「너야 말로 웬일인데. 너 나 이길 자신 있니? 머리 끄댕이 잡고 한 판 하자는 거야 뭐야?」
   「어쭈 얘 봐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너 정신이 외출한 거니 뭘 잘못 먹은 거니? 뭔 배짱으로 나한테 눈 똥그랗게 떠? 어? 시선 깔지 못 해?」
    예기치 못할 우연에 따라 신비감을 떨쳐버릴래야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 아마도 여자의 판타지란 설마 이런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고. 
    뭐야, 그런데 나 남자잖아? 누가 아니래! 
    그런데 이 일을 대체 어쩌면 좋지? 얘네 둘을 정말 어떻게 화해시킬까? 내가 둘 다 어떻게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어? 한마디로 역부족! 
    얠 넘어트리고 나중 쟬 자빠트리고? 소파에 자빠져 TV 채널이나 돌리고 말지. 이건 뭐......!
    바로 그때 극적으로 별장에 엘리자베스가 등장했다. 
    와우~ 엘리자베스까지? 어? 레이디 엘리자베스! 
    잘한다 잘들 한다고!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결판났을까? 
    어쩌긴 어쩌겠나. 거기서 여자 3 남자 1 그 넷이서 연필을 함께 붙잡고 미신처럼 막 귀신을 불러서 어쩌고저쩌고 할 수도 없지 않나. 
    나는 총대를 메고 돌아가기로 했다. 
    게다가 녀석들은 날 붙잡지도 않았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수다 3시간은 벌써 시작됐다. 
    하여간에 여자들이란. 
    수탉, 암탉이 있으면 병아리도 생기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 지금은 뭐 전략상 철수 말고는 없었다. 전혀 없었다. 여자들을 화해시켜서 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에잇 이런 젠장! 





    15

    낙원의 파랑새는 자신을 잡으려 하지 않는 사람의 손 위에 날아와 앉는다. 이를 테면 늑대의 사냥 욕구, 나르키소스의 동정심, 뭘 모르는 숙녀의 변덕까지. 뻔한디 뻔한 멜로드라마, 그래서 재미가 없다. 영화가 다 그렇단 말이 아니라. 보아하니 대어가 정실감이라면 잡어는,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 실없는 농담 지겹지도 않나. 아니면 농담 반 진담 반이던가. 어제는 어복 오늘은 골운 내일은 재물운? 그러다 소녀 감성은 마침내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따라서 숙녀의 마음은,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고. 한쪽은 커피포트 한쪽은 요술램프. 문지르고 비벼도 요술램프를 비벼야지 엄한 걸 비볐다가는... 아아 뒷목 잡게 만드시는군, 매를 버네 매를 벌어, 살아있네 살아있어! 
    이렇게 보면 사랑은 시소, 저렇게 보면 사랑은 흥정에 탐색전이자 떠보고 간보며 아이들 장난 같은 일. 그럼 정말 호박을 굴러가게 만드는 마법은 정녕 따로 있는 것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아니면 사랑은 유인구인 걸까. 어차피 직구도 힘 빠지면 아리랑볼 되기 마련. 게다가 우리는 선구안도 끝장. 심지어 진공청소기. 아무리 그래도 평소에는 발동이 안 걸리고, 이따금 커피포트일 뿐. 그러니 공부하기 싫은 게 정상. 직업도 타성 못 버티면 이직. 권태는 일상. 사랑도 일. 호박 나이트클럽에 가 봤자 한 발 늦기 일쑤. 전성기는 잠깐. 손차양 몸짓에 얼마나 줄이 길게 섰나 봐 봐야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보여. 웬만한 촌년께서조차 얼씬도 안 해. 그럼 고장난 진공청소기를 수리하느니 막 그냥 잔뻔치를? 뻔트를 댈 줄 알면 뭐하냐고, 순전 벤치 신세인데. 어느 세월에 주전이야 날이면 날마다 7부 리그에서도 찬밥인데. 
    그러므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양의 탈을 써야만 한다. 젊음의 행진은 인생의 모토. 뿐만 아니라 이웃집 정원의 사과는 보기만 해도 달콤하다. 음료수 광고만 봐도 짜릿하다. 본디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 특히 그림의 떡. 그래 봐야 그분들은 우리한테 넘어올 수밖에 없고. 먹밥은 날카로운 바늘을 숨기고 있다는 걸 잠깐 까먹는 거지. 그러니 우리가 하는 일이 딱 그렇다니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그런데 살쾡이 목에 방울을 달랬더니 코끼리 귀에 귀걸이를? 그런데 아직 귀가 안 뚫렸어! 와우~ 대박~ 소름~, YES! 딱 걸렸어. 그러나 그것도 다 옛날 얘기. 있는지 없는지 그마저 가물가물 기억도 안 나는 영웅담. 다 허황된 사랑 이야기. 왕년에 좀 안 놀았던 사람도 있나. 뭘 해도 재미없고. 그래서 안 되겠다 레이다 풀가동. 그렇게 한 손으로 날달걀을 쥐듯이 딱 단안경 모양처럼 보는 시늉. 그런데 전망이 어둡네. 그럼 다시 양손으로 쌍안경 모양을 만들어 저멀리를 보면. 그러면 전경이 더 어둡고. 이게 뭐야. 안되겠다, 검지를 펴서, 귀 옆에 대고, 빙글빙글 빙글빙글! 
    그러니까 난 정말 떨리는 플레이보이계에 화려한 데뷔를 앞둔 허당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아니라고나 할까. 데뷔는 커녕 상위 리그에 진출도 못한 채 은퇴를 앞둔 심정. 미지의 사랑 그 고결함에 물의를 일으키는, 풍만한 육덕녀 공상은 그만 때려치우고. 진한 사랑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충족시킬 만반의 준비, 그런 거 그만 좀 생각하고. 어? 그렇게 다망한 쇼를 위한 적절한 제안. 그건 결국 딴 게 아니라 일하기였다. 놀기든 쉬기든 이제 다 돈 벌기에게 순위와 순정마저 내어준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16

    앵무새는 새장 안에 있을 때 말을 더 잘한다. 멍석을 깔아주면 잘할 자신이 있는 무대 체질이냐, 차려지지 않은 잔칫상에 숟가락 올리기가 특기인 피곤한 스타일이냐. 뭐 걸출한 대타가 따로 있겠나. 누가 왕년에 해결사 아니었던 상남자 있겠나. 다 행운이 따라야겠지. 그보다 여자의 마음을 녹여주는 아첨쟁이는 어떨까. 아니면 여심을 떡 주무르듯 농락하길 퍽 마다하지 않는 바람둥이? 저절로 호박이 꼬이지 않을 수 없도록 그분들의 마음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환상머신? 달콤한 말이 시금치에 버터를 발라주지 않는다지만. 하오나 감언이설이 그다지 퍽 듣기 싫지는 않은 법. 그래서 적당한 가식은 필수요, 때로는 불가피한 위선도 비준하지 않을 수 없고. 빈말을 어찌 근절하겠나. 립 서비스 좀 털어주면 웬만한 숙녀께서는 유체이탈 하실까 하시지 않을까. 내기 해 말어? 얼마? 그분들의 애절한 소망과 고상한 취향을 구워삶아 썸타는 사이로 발전하기, 내기 해 말어? 그래도 굳이 확인까지는 하지 말자. 그러다 진짜로 심신분리되면, 어? 누구 좋은 일 시키라고! 안 그런가? 멋진 인생과 아름다운 사랑을 맹렬히 추종하는 성숙한 어른으로써 변죽만 길고, 서론은 더 길고, 뜸 들이기 좋아하는 허당임을 부인하고 싶진 않지만. 뭐 팔 짧고 목 짧고 다리까지 짧아? (몸짓) (몸짓)! 하여튼, 누구 좋은 일 시키라고. 어설프게 뽐뿌질에 염장질에 이간질하며 부추기기. 내가 다 꼬셔줄께? 그분들 인생은 그분들 인생. 그러니까 아는 동생들이 추풍낙엽처럼 털털 떨어져 나갈 수밖에. (절레절레). 
    그런데 도대체 뭔 말을 하려다 또 아는 동생 타령이지? 그러게 말이야. 누가 아니래. 좌우지간 개가 케이크를 탐하든 고양이가 쥐를 쫓든, 복이 달아나면 따라가고 불행이 닥쳐오면 피해야 한다. 그렇지만 통 1부 리그에 출전을 시켜주질 않는데 어쩌냔 말이지. 누군 뭐 달콤한 과실을 따먹기 싫냐고. 누가 골 세러모니 할 줄 몰라서 허구한 날 잔소리만 비약적으로 부풀리냐 그거라고. 보아하니 살맛나는 모험도 없고. 거창한 야심은 원래 애호하지 않았고. 심통을 부리는 일도 취미 없고. 응석도 한두 번. 말하자면 권태만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구만 그래, 어? (절레절레). 때려칠 직장도 없고. 약 올릴 애인이 어딨어. 쾌락마가 웬 말. 굶주린 말이 여물통을 깨끗이 비우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 그런데 굶을 대로 굶주린 늑대에게 여물통의 '여'자도 보이질 않아. 뭔 대어의 낌새는 커녕 잡어조차 일절 구경하기 힘들고. 목장주와 양치기와 양치기 견만 기쁘고 재밌고 신났다고. 우유 마시는 소비자와 호피 무늬 패션 애호가와 썸타는 마초들만 즐거워. 무슨 투덜이 샘술쟁이도 아니고 공상만 하염없이 늘어가니 이거 원 뭘 못해먹겠구만 그래. 
    그리하여 남자는 실내에 있으면 안된다 어쩌고저쩌고, 또 또 또 그 이상한 격언을 들먹이며 그 인간은 과감히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지. 말만 말만 그냥 워렌 버핏이요 빌 게이츠야. 말만 아주 그냥 슈퍼스타요 위인이라고. 어? 성과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찬 호나우두여야 하는데. 아 글쎄 말만 마이클 조던! 어? 뭐야 그게! 할리우드 배우 당장 떠오르는 이름도 톰 크루즈 밖에 없어. 잘 생각하면 몇몇 기억나긴 하겠지만 즉각 대라면 오드리 헵번, 데미 무어, 나탈리 포트만. 달랑 3명밖에 없어. 요즘 잘 나가는 배우는 아무도 몰라. 요즘 잘 나가는 가수들 선수들 이름만 모르면 다행이게? 딴 분야도 다 그래. 그러니까 여자도 없고 아는 동생도 다 떠났지. 안 그럴 수가 있나. 구식 탱탱 묵은 칼럼니스트 양반 같으니라고. 하여간에 극장식 카바레도 아니고 또 그놈의 2박자 쿵쾅쿵쾅 빠른 음악 다음에 블루스로 나뉘는 나이트클럽 세대. 걸핏하면 바에서 바텐더한테 친구들 중에 돈이 제일 많을 거 같은 남자로 뽑힌 걸 추억해. 툭하면 그 생각. 하여간에 (절레절레)! 아니면 <여 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뭐? 친구들끼리 일시적으로 결성한 놀기 모임 이름이 글쎄 일명, NC? 무슨 TV도 아니고 JS도 아니고. (절레절레). 여자의 절정에 벌벌 떨어도 모자랄 판에 뭐 품위 유지비가 간당간당해서 벌벌 떨어. 그게 뭐냐고. 어? 질퍽한 뱀파이어의 흔적과 정반대로 질퍽질퍽한 진흙탕 개싸움. 진한 사랑이 아니라 언제까지 풋사랑 순애보 플라토닉? (수증기 푸쉭푸쉭). 그렇다고 찡한 애인과 애절하도록 사랑스러운 연애사도 없었고. 나이도 꺾인지 옛날인데 아직까지 모태솔로. 질펀한 과거 그거 다 뻥 아니면 삼류. 진짠지 가짠지 잠깐 활동했던 서포터스 이름이 뭐 조마조마? 조마조마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팔자 좋아. 신수 훤하다고. 잘났어 정말. 놀고 있네. 이런 젠장! 남자는 폼. 응? 우리는 행동. 어? 커피포트처럼 내내 부글부글 뚜껑 열릴 뻔 열릴 뻔 하다 참고. 여자의 변심에 또 참고. 다변가의 수다에 절망하고. 기 센 숙녀들한테 기 빨리고. 어? 이래서 되냔 말이지. 이게 이게 뭐냐고. 고양이가 염소를 지킨다면 쥐는 대체 누가 잡겠는가. 
    그래서 NB는~ 예고편은 여기까지! (무슨 줄거리도 힌트도 윙크도 암것도 없으면서 예고편은 무슨. 놀고 있네 놀고 있어). 1인칭 게임처럼 느껴지는 3인칭 주인공 시점. 다음 편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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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1

from 소설 2019. 7. 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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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속담이던가, 선금을 받는 것은 목에 올가미를 쓰는 것이라는. 또 있다. 컴퓨터 판매점 사장님들 업계에서 통용되는 상도덕, 하나 주고 하나 받기. 괜히 그러는 게 아니겠지. 하나를 주거나 받았으면 무조건 하나를 받거나 줘야 하는 불문율. 왜냐, 공짜가 이 세상에서 제일 비싸다는 걸 모르시지 않으니까. 응? 그분들께서는 빚지고는 못 사시거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뭐든지 최선을 다하며 살자, 그 말이 아니라. 사람 구실이자 어른으로서 중간은 가는 사회 구성원이니까. 부분적으로 특별한 걸 좋아할 수 있다지만, 개인적 관심사 말고 보통은 한마디로 지극히 상식적인 인간. 다른 말로 교양. 그래서 백전노장 수컷들과 남자들 허풍 저리 가라는 허세 아줌마들 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끼리끼리, 주거니 받거니 법칙을 모를 수 없다.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의전녀에게 누가 공짜로 의전하나? 최고로 영접하는 거야 다 부담값 팍팍 느끼라고 환대하는 것. 그런데 기분 좋고 마음은 몸에서 외출해버리시지 애들 마냥 정신을 못 차리시지. 동화 속의 여우마저도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게 세상사 이치.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딨냔 말이야. 어딜 놀러갔더니 와 무릎 꿇고 환대를 하네? 광고 문안가가 뭐라고 이마를 바닥에 닫도록 절하시네? 것도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치도록 길게. 딸랑딸랑 뿌잉뿌잉 반짝반짝~! 애도 아니고 어깨 뽕 튀어나올 일 있나. 아무리 술 취해서 비틀비틀할지라도, 여흥 때문에 마음은 차마 지면에 발을 못 디딜지언정. 아무리 그렇더라도 똑같이 물팍 꿇어야지. 마빡에 반반남이라고 써 있든 말든, 똑같이 따라하고 흉내내야 내 마음이 편한 것. 바늘방석에 앉아 봐 봐 그게 어디 방석인가. 응? 그래야 옳지. 안 그런가?
    (슬라브니 뭐니 따지고 보면 누구나 원주민 부족. 문화적 차이를 존중함과 더불어 세계관이 제일 위인 걸 알면 되고. 시대에 따라 풍습도 바뀌고. 어떤 여인이 때로는 친구의 단점을 칭찬해서 자길 상대적으로 높이듯이, 누가 흑인 어쩌고저쩌고 손가락질 하고 싶겠나. 단지 자기 잘난 건 자기 잘난 거고, 자랑도 좋고. 친한 사이끼리 늬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나쁘지 않고. 곧 미세한 틀림이 아니라 섬세한 다름의 결을 알면 그뿐. 져주는 거, 착한 척, 선심,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말만 자존심이 아니라 진짜 자존심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도덕적 이론, 정치적 노선, 제 밥그릇 챙기기, 촌스러운 취향, 저렴한 안목, 고결하게 숨어서 살기. 그렇다고 숨어서 살지 않는다고 불결하단 말도 아니고. 원리와 이치를 알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끄덕. '여성적인 문화권에 사는 남성'과 '남성적인 문화권에 사는 여성'의 어울림은, 글쎄요 글쎄요. 물론 일반론이 그렇다는 거고 예외도 있고. 또 프렌치 키스가 일상인 사람들처럼 누구나 사는 데 정 붙이며 태생적으로 익숙한 대로 사는 거고. 단지 뭔 키스? 나도 나도 나도!).
    비록 비리비리 천하디 천한 칼럼니스트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딴 사람은 몰라도 암컷 싸움닭들은 정반대. 180도 정반대. 아무나 다 만나기만 하면 싸워. 겉으로는 다정해도 속으로는 말도 못해. 도무지 싸울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트집 잡고 적당한 명분을 억지로 만들어서 싸워. 여자들이여 잘 아시지 않나요. 그래서 어디 엄마 스타일로써 부끄럽지 않을 자신 있을런지. 애 몰래 내 남편 몰래, 누구도 몰래 나가서, 몰래한 사랑이나 하지 않을런지. 왜 제일 친한 친구한테 말 못한 뭔가가 있을 수 있냐고. 여자 세계만의 그 뭔가 불문율들, (절레절레). 웬만한 사랑 이야기를 듣다보면 걱정이 이만저만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바로 여성잡지 2.
    보아하니 문제는 무경험자. 연애로 치면 아마추어이자 소녀감성이요 처녀. 더불어 간접경험과 잔지식과, 큰 기술에다, 천부적인 재능 더하기 사랑의 힘으로 뭔가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착함. 애절함. 애틋함. 또 순진함. 올바름. 순정. 믿음. 아니면 일방적인 상향 지원. 맹목적인 애정. 인간적인 따듯함까지. 또 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수박 겉핥기 안다 박사 바람둥이는 어쩌면 가난한 연애가 소원일 수도 있고. 그거도 해 본 사람은 다 부질없다는 거 잘 알고. 연애 길게 해 봐야 좋을 거 하나 없다는 거, 선수와 어른들이 어찌 모르시겠나. 20살 여대생이 30살 오빠를 만나면서 하는 말, 와~ 오빠 능력 있다! (사석에서 여자들끼리 그거 좋게 볼지 어떨지 당사자들께서 아주아주 잘 아실 테고. 여기서 모순. 딱 여기서 여심은 모순! 결혼 비용 비율 협의. 결혼 준비 부동산 명의 타협. 여자의 판타지는 꿈도 꾸지 않지만. 그러나 현실에서 과연 이상형이 날 스토킹해 줄까? 아니 이상형들이? 20대 초반 여자가 20대 후반 남자한테, 와 오빠 능력 있다. 연애야 뭐 좋다 쳐도, 결혼 얘기 나오면 시끌시끌. 비슷한 나이대와 연애 길게 해도 좋을 거 하나 없고. 나이 드는 거 누가 쫓아오는 거 같아서 초조하기는 하지. 주변에 꼴배기 싫은 뭔가는 많지. 여자 나이 30 넘어도 나이 후려친다며 속상하지, 나이 어린 여자와 결혼 비용 논의해도 또 후려친다고 막말하지. 사랑의 시소야 난 모르겠고. 내 일도 아니고 남 일일 뿐이고. 주어진 정보도 별로 없고. 에라 모르겠다~ 라는 훈수가 태반). 
    다시 돌아와서. 남녀 당사자들끼리 만나서 연애만 할 수도 있는데. 천생연분을 주변에서 짝지어 줄 수도 있는 것. 예를 들면 ). 노총각과 딱 맞는 색시를 소개시켜 주면서, 뭘로 봐도 천생연분이다 주변 어른들 인생을 걸고서 하는 얘기다, 그러니 합방해라! ~라면서 방에 낯선 남녀랄까 최소한의 탐색전만 마친 남녀를 합방하면, 허세와 달리 그게 인연이라면 남자는 '내가 못할 줄 아냐'와 달리 저 하늘의 별을 따야 하는 것. 
    그야 어쨌든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면 별 말 없겠지만 아니라면 직접경험자들이 따끔하게 충고해도 무리는 아니다. 더군다나 주제넘게 훈수 두는 게 아니라 경험담을 형님께 먼저 요청한다면야 슬기로운 상담은 상례일 뿐. 말 한마디로 열을 알고. 행동과 태도와 자세로 백을 아는 것. 그 때문에 어른들이 청춘을 보고서 응애응애 삐악삐악 애라고 보는 것이지, 그냥 무턱대고 우리 아재들도 클럽 가서 젊음의 분위기에 묻어가자 어쩌고저쩌고. 꼰대 지수로 억압하며 누르고 가르치고. 그러는 게 아니다. 물론 롱테일이 뜨면 간파해서 피하거나 대처하면 그만이고. 
    웃긴 엄마 스타일은 말한다. 내가 만약에 남자로 태어났으면 이 여자 저 여자 다 따먹고 다녔을 거라고. 엄마 스타일과 이모 스타일에 양다리 걸친 숙녀는 행동한다. 어떻게? 어떻게긴 뭐가 어떻게인가 심신분리녀가 되는 거지. 하다 하다 특별한 별칭 잊을 만하면 생기고 생기고 들리고 보이고. 그게 그거다. 그럼 이모 스타일은? 물론 이모 스타일도 다 청순한 숙녀요 조신한 아가씨이자 아름다운 여자인데, 멋 모르는 순진무구한 숙녀로 여자 인생을 시작했는데 뭐 어쩌다 변한 거지 뭐.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 가운데 일부 아주 일부 이모 스타일은 진짜로 이 남자 저 남자 다 따먹고 다니는 여자가, 있나? 없나? 소문나나? 몰래몰래 끼리끼리 만나나 아니나. 남자 세계에서 이미 유명해졌던가 데뷔를 앞두고 있던가.
    아무튼, 족제비는 병든 오리만 골라 문다. 누구나, 우리가 잘 아는 내 친구들 바람둥이. 이모 스타일이랄지 쉬운 여자요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만 딱 골라서 만난다. 물론 정실감은 가뭄에 콩 나듯 섞이고.  (1) 여자는 그래요  (2)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3) 나도 여자야, 엄마도 여자다, 할머니도 여자다. ~라는 말이 괜히 각기 상충되는 게 아니다. 괜스레 그분들께서 명화와 액자요, 꽃과 화병이자, 귀와 귀걸이에다, 배와 항구를 들먹이는 게 아니라고. 청춘 남녀들은 뭐 사람 아닌가? 나이가 많든 적든 부자든 아니든. 인간의 본성은 뭐니 뭐니 해도 그것.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 그래서 나는 남녀의 우정이 가능하고, 타인이야 그러든가 말든가 관심 없고. 나는, 여자의 판타지처럼 날 흠모하는 성우와 날 좋아하는 미남은 물론 팬클럽 2 범주 3 범주가 있다면! 그렇다면 솔직히 그거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겠나. 그거 마다할 여자라면 완전히 여자 1퍼센트의 1퍼센트라고 공인할 수 있는 맹녀라거나, 천생연분과 완전 꿀 떨어지는 사랑에 빠졌다거나, 아니면 덜렁덜렁 고추 달렸겠지 뭐. 벗겨 봐? 넘어가고. 농담이 지나쳤고. 재미 하나도 없고! 그런데 문제는 꽃이 피었는데 날파리조차 꼬이지 않는 분도 있다는 거. 그런데 뭔 말을 하려다가 이 얘기가 또 나왔지? 그걸 필자가 알겠나 앞집 똥개가 알겠나. 일단 서문 격으로 잡담으로 몸이나 푼 셈 치고 본론은 다음 문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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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가 무슨 약속이 있겠나. 딱히 뾰족한 수 없이 일이나 하는 수 밖에. 그래서 그는 사무실에서 몇몇 줄거리를 생각해봤다. 
    Riccardo Broschi / Son qual nave agitata(나는 파도를 가르는 배), from 'Artaserse'. 그윽한 음악과 함께 즐거운 일하기. 
    아찔한 착상과 놀라운 영감이라기보다 웬 뚱딴지 같은 공상에 가까울지라도. 비록 어설픈 아이디어에 불과해도 또 모르니까.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우선 전제를 정하고. 즉 전제가 되는 

    <기본 줄거리 1부>
    서로 사랑했던 남녀. 그러나 탐색전만 징그럽게 줄다리기하던 그들. 돌아보면 징글징글 새록새록 심쿵심쿵. 그래서 단 1번도 데이트는 커녕 이름도 제대로 불러보지 못한 연인. 둘 다 서로 첫눈에 홀딱 반했으면 뭐하냐고. 서로 죽고 못살듯 사랑하면 뭐하냐고. (음력으로) 남자는 32살 여자는 30살. 전 당신이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아요, 라는 신호만 보내고 또 보내고. 그렇다고 직접화법 남자들이 좋아하는 정공법으로 무식하게 들이대지도 않고. 정정당당하게 정면돌파도 아니고. 은근하게. 아아 이건 사랑이구나 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은밀한 힌트만 딱 골라서 그렇게. 그렇지만 자주 만나지는 않고. 1 대 1이라는 기회도 일절 주지 않고. 전화번호만 가르쳐 줬지 딱 3번 걸었는데 받기는 0번. 만나기는 1달에 오직 2~4번만. 한 달 평균 딱 3번만 얼굴 보여주기. 딱 거기까지 애태우기. 얼굴 1번 보여주고 2주일 그리워하게 만들고. 얼굴 또 1번 비추어 사랑의 눈빛으로 떨리도록 만든 다음, 17일 동안 애틋하게 상상만 하도록 밀었다 당겼다 밀었다 당겼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애만 태울 수야 있나, 딴년이 냅다 채가면 어떡하라고. 죽 쑤어 개 줄 일 있냐 그거지. 그래서 친구들 여럿 모아서 함께 스키장 가고 어쩌고. 2 대 2로 또 스키장 가고. 그러다 몇몇 사연으로 꼬이고. 1박 2일은 1번으로 쳤을 때 총 합하면 4개월 동안 딱 12번 봤나? 그랬다. 딱 12번 봤다. 그게 다다. 암컷 싸움닭 결혼식 때야 옷깃이 스치지도 않았고, 눈빛이 마주치지도 않았고. 먼발치서 지긋이 어설픈 각도로, 부케 받은 여자는 빵끗 웃고 남자는 무표정. 그래서 만남들 횟수는 총합 12와 반. 그다음에 언젠가 시내 삼거리에서 90도 각도로 사진 찍고. 드라마는 끝이 없고. 그래 봐야 다 다른 사람들과 엮여서. (당일치기로 남자들끼리 놀러간 스키장에서 뇌진탕으로 헷까닥하던 날. 그 부딪힘도 90도. 한편 당일 도시로 돌아와 술자리. 그녀는 재빨리 등장해서 즉각 옆자리를 꿰차고. 그런데 아~ 아직 뇌진탕 여파가... 그래서 먼저 컴백홈. 그날 꺼는 포함됐나 안됐나 긴가민가. 그럼 12가 아니라 13이 되는 건가. 아 몰라 몰라. 조사하면 다 나오지만 귀찮고. 만사가 귀찮고) 
    그런데 어떻게 12월 5일 금요일에 처음 만나 4개월 동안 딱 12번 만난 걸 다 기억하냐고? 기록했으니까. 사실만 기록한 게 아니라 부르고 싶은 애칭과 색다른 별명은 물론이요, 함께 하고 싶은 일들까지. 부끄럽고 오글거려서 차마 생각도 못할 일인데, 또 어떻게 그땐 그게 가능했던 거고. 그래서 수첩과 엑셀 파일에 꼼꼼히 하나하나 모두 다 기록했던 거고. 언제까지 추접스러운 우정으로 만족해야 하겠나, 신기한 인생을 유치한 사랑과 달콤한 쾌락으로 채워가야 하지 않냐 그 말이지. 그래서 평생 못 해 본 거, 만나면 뭘 하고 어디로 놀러갈 것인가, 근처에 놀러갈 만한 곳들 알아두고 기록하고. 서투르지만. 그래도 그렇게. 그런데 느닷없이 그러다 끝. 안녕. 이별. 절망. 파국. 지옥. 여기까지가 1부. 

    <기본 줄거리 2부>
    그럼 2부는? 만나기 전부터 소셜 네트워크로 남자 마음 들쑤셔놓고, 먹잇감을 애간장 녹게 만들었고. 4개월간 공 들였고. 이제 사랑의 포로가 됐다는 안심 때문에 흐뭇하고.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 충분히 했으니까 이제 만찬을 기대하며 축배를 들며 괜찮은 건배사를 궁리할 시간. 그처럼 뜸들이는 시간이 진짜 짜릿한 법이니까. 여자들 각본대로라면 자기들이 총공격하여 4개월 공들였으니까, 완전 몰빵했으니까. 그럼 남자가 발바닥에 땀나도록 으쌰으쌰 준비해서 후끈 달아오르고, 함께 후다닥 2달 동안 결혼 준비 뚝딱 해서, 데이트 하는 둥 마는 둥 즉각 결혼행진곡에 골인하는 게 정해진 수순. 그 다음이야 뭐 아아 좋아라~ 워매 좋은그~ 쪽쪽 빨고 핥고 어쩌고 벌렁벌렁 질질 사랑의 쾌감만 남은 거고. 물론 그쪽 편은 재밌는 천국, 남자 혼자만 정반대로 미친 지옥.
    어머머머머, 그런데 웬걸? 이 남자가 꿈쩍도 않네? 드라마 재밌게 돌아가는데? 어라? 얘 봐라. 어쭈 늬가 안 따라온다 그거지? 그래? 그렇다고? 여자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것. 사랑의 줄다리기가 이상하게 꼬여버려서 나중 장르야 어떻게 되든, 사랑의 긴장감은 여전하고 아니 더 극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애정의 신경전은 마침내 장기전에 돌입하는 거. 
    그래서 절대로 주인공들끼리 직접 연락은 금물이고 윗선을 공략. 위를 조지면 아래야 뭐 어떻게든 되는 거고. 집안과 직장과 기타 등등. 요점은 여자 쪽에서 90퍼센트든 100퍼센트든 전부 준비할 테니까, 이미 완벽히 준비 끝났으니까, 그러니 남자는 몸만 와라 그거. 그렇게 얘네들 결혼시키자 그럽시다. 그렇다고 윗선에서 아 그러세요 일단 그렇게라도 합시다, 그게 되겠나. 어떻게든지 성의껏 그래도 남자 쪽인데 뭔가 노력을 하겠지. 사람 염치라는 게 딴 게 아니거든. 똥파리처럼 몰염치할 수야 있나. 그래도 명색이 인간인데. 어른이 괜히 어른인가, 패륜아처럼 파렴치해서는 안되니까. 그렇게 좋게 좋게 합궁시킵시다 라는 제의는? ───────> 그래서 노! 딱 노. 그럼 뭘 해 흔한 말로 콩가루 집안이 아닌가 싶도록 부채가 부채가 말도 아닌데. 한 남자의 알량한 자존심 하나가, 이 세상에 지옥을 가져다 주기도 하니까. 그래서 한 방에 해결하려고 하는데 그게 또 잘 안되네? 될 리가 있나.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당사자는 쏙 빼놓은 체 지들끼리 뭔 놈의 꿍꿍이속 야단법석. 그렇다고 남자 쪽 형편이 풀리기를 어떻게 기다리나. 여심을 녹여주었으면 뭘해, 남자는 뚜껑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다 녹아버렸는데. 루비콘 강을 건너도 수없이 건넜는데? 확 그냥 딴년과 작정하고 동거든 결혼이든 막장 드라마를 추진하면 어떡하냐고. ───────> 그 흥미진진한 진짜 드라마를 지켜보는 작전 세력은 비상 상황이 장난 아니게 되어버린 거지. 속된 말로 질질 싸도록 여자들이 제일 재밌어하는 사랑싸움 신경전. 장기전에 돌입했는데 탐색전만 끝이 없어. 수다 3시간의 화제로 최적. 다변가들의 먹거리로 끝판왕.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 지조 없고 헤프고 정숙하지 못한 문어발녀와 뭘 믿고 결혼을 하라고. 어? 지들 방식대로 사귀어봐서 좋으면 희망찬 미래를 논하는 거지. 아는 거 아무것도 없는데? 사랑을 돈거래하자는 거잖아. 거 무슨 오리발 내밀기 딱 좋게 쑥덕쑥덕. 그동안 당하고 당한 주인공이야 썩어빠져 문들어지든가 말든가. 그 무책임한 으쌰으쌰가 가져올 후폭풍은 미처 상상도 못한 체 말이지. 어?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남 생각은 요만큼도 안 해. 나중 그 어떤 피바다를 지들이 상상이나 했겠어. 지들밖에 모른다고, 입이 귀에 걸려서 자기들밖에 몰라. 당시 각오 단단히 한 여자들 과연 몇 명이나 됐겠냐고. 그러니까 뭐 또 아니면 말고 정신? 바람피워도 안 걸리면 그만 아니냔 거랑 똑같잖아? 불륜을 꿈꾸며 막장을 상상하는 걸레들 같으니라고. 그러면서 무엄하다느니 주제를 알라느니 이러쿵저러쿵 좋다고 신나서 으쌰으쌰 미쳐버린 거지, 미쳐버린 거라고. 누가 미친년 아니랄까 봐. 짜여진 각본대로 누가 성의 표시로 이거라도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마님~, 하면서 찾아가서 넙죽 엎드리며 사랑을 구걸할 줄 알았나 보네. 지근지근 밟아도 한도 끝도 없길래 내내 받아줬더니 끝까지 그럴 줄 알았던 거라고. 한심한 양반들 같으니라고. 

    <기본 줄거리 3부>
    그러던 찰나 입소문은 퍼지고 퍼지고. 남자보다 여자가 월등한 게 바로 그거. 합심하고 전파하고. 쿵짝쿵짝 꿍꿍이속으로 뭔가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하여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쉼 없이 사연은 퍼지고 퍼지고. 그 가운데 닥터라고 왜 없겠나. 이건 남자가 그렇게 끝까지 버틸 수 없는 건데. 이상한데? 많이 이상한데? 최소한 기다려달라, 적어도 얼굴을 보려고 해야 하는 건데. 안 그래도 여자가 전 그대가 좋아서 죽겠어요 전 너무너무 당신을 사랑해요! 전 날마다 그댈 생각하며 질질 벌렁벌렁 질질 애탄답니다. 오빠 나 맛있을 꺼 같지. 오빠 그러니까 정식으로 제발 나 좀 따먹어줘. 날 먹어달라고. 나 오빠한테 따먹히고 싶어. 나 맛있을 거라니까, 응? 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냈기 때문에 거기 응해서 최저점의 노력은 해야 당연한 건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왜 사랑을 하다 마냐고! 깍쟁이도 그런 깍쟁이가 없네? 그래서 뒷조사. 그렇게 머리카락이든 뭐든 입수. 그래서 DNA 조사. 
    그런데 결과가...... 뭐야 이거! 혈청을 분석해보니 피는 초록색이요 염색체는 외계인이네? 뭐야 이거! 이때부터 얘기 복잡해지게 됨. 후 폭풍 어마어마할 거라는 가정 하에 상황 장난 아니게 됨. 뭐랄까 마치 연역적으로? 간접적으로 흡사 사후세계의 존재가 증명되기라도 한 것 마냥 상황이 상황이 장난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진짜로 사후세계가 있다고? 그럼 사후세계가 없다는 가정 하에 살면 뭐되는 거잖아? 그렇잖아? 다시 말해 내일은 없다 식으로 막살면 나중 어쩌면 늦는 거 아니냐고. 도대체 패자부활전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긴 하지만. 어차피 나중 알게 될 거 이승에나 전념하자, 오늘을 살자 라는 뜻 아닐는지. 참 알쏭달쏭 하구만 그래. 
    </기본 줄거리 종료>

    여기까지 기본 줄거리 1부 2부 3부가 불과 채 1년도 안되고. (잘은 모르겠는데 대충 1년 이짝 저짝)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는 항해 도중 선박이 난파된 후 해변으로 표류하고, 릴리퍼트 섬에 살고 있는 15cm 미만의 소인국으로 포로가 된다. 또 외계인이 출몰했다는 51 구역 외에 숫자 15에 대한 여러 가지 상징들 하며. 그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기본 줄거리 <첫 만남부터 4개월 + (대충) 몇 개월 = 1년>. 그다음으로 1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 그에 대해 만화영화도 아니고. 전설도 아니고. 입이 떡 벌어지는 신화 같은 이야기들은 빼고. 그 눈물겹고 어쩐 사연들은 따로 논하고. 기본 줄거리 1년은 저렇고. 그 다음 15년이 지나고. 다시 그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의 몇 가지 후보군은 다음과 같다.





    3

    <Ⅰ>
    일단 왜 사연이 장난 아니게 꼬여버렸냐. 하면 남자 때문에. 남자가 뭐 어때서? 그 너구리 똘똘이 만도 못한 녀석을 알고 보니 그렇다는 거. 기본적인 인격은 완벽하게 남자 + 여자. 다시 말해서 정상적인 여자 DNA + 남자 DNA = 남자 1명.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니 XYY 증후군, XXYY 증후군, 터너 증후군 기타 등등. 그런 사례야 1000명 가운데 1명이든 100만 명 가운데 1명이든. 다 명확한 사례가 있는데. 그런데 이런 건 보도 듣도 못했네? 그럼 거기서 끝이냐, 아니지 아니지. 다중 인격자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인격이 태어나고 자라며 수명을 다하면 소멸되고. 다양한 사람들이 남자 1명이라는 숙주 안에 존재. 기본적으로 시작은 남자 1명 여자 1명, 그래서 합은 영혼 2에 육신 1개. 영화 미드소마처럼 다중인격체가 탄생하고 성장하고 소멸하고. 웬만한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처럼 1개 숙주 안에서 남녀가 티격태격 사랑싸움은 일상이요 일평생 지속. 대체 몇 명이 멀쩡한 숙주 딱 하나에 기거하냐고. 시시각각 전면에 꼬마가 나설지도 모르고, 웬 할망구랄지 노신사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거고. 
    예를 들면 이런 식. 쟤가 좋아 내가 좋아, 쟤야 나야. 당장 말해 당장. 뭐해 대답 안 하고! 어? 그래서 토의 결과 실행은 어떤 어떤 순서로. 바람잡이는 누구, 행동대장은 누구, 중간보스는 또 누구. 그렇게 여성잡지 2가 춤곡과 분위기와 상대 숙녀의 견적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산출하고. 반응을 즉각 보아하니 딱 답 나오네? 대번에 3박자 춤을 2번 타자 숙녀가 리드, 길게 갈 필요 뭐 있나? 진도 빼고 어쩌고 풋사랑각이네. 그럼 뭐 오늘 바로 저 하늘의 별을 따는 거지. 어지간 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란 말씀. 그처럼 매가리없이 좀 생기다 만 허당한테, 그렇게 다 차려진 잔칫상을 차려주면, 어리숙한 허당 숙주는 그저 숟가락만 올리는 일. 일명 노마크 골찬스! 바보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멍충이도 대충 스쳐도 득점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배구에서 토스하고, 축구처럼 센터링하고. 개 발이 아닌 이상 어? 그게 그러니까 과연 도대체 몇 번이었지? 그런데 무슨 웬만한 남자라면 정신 못차릴 만한, 늑대라면 홀딱 반하지 않고 못 배길 만한 촌년이 놓은 덫에 사뿐히 걸려들었다고? 저런 썅년이 뭐가 좋다고! 가령 「언년이야? (잠시 후). 이런 이런 도화살 좀 봐 봐.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가 뭐랬어. 남자 등골 빼먹을 년 조심하라 그랬지 않냐고. 사주팔자부터 복상사가 얽혔잖아 이 바보야. 우리 몰래 그랬단 말이지? 내 이것들을 가만 두나 봐라. 얘들아! 모여. 사이렌 울리라고. 이 바보야. 골든벨이 아니라 사이렌을 울리라고. 귓등으로 듣지 말고. 장난 아니라니까 지금. 질 나쁜 년. 발랑 까져가지고 말이야. 하여간에 남자 더럽게 밝히게 생겼네 그년!」 그분들께서 그 꼴 그냥 보게 생겼나. 응? 배신도 그런 배신이 없는 거지. 죽 쑤어 개 줄 일 있나 그거라고. 그럼 그 다음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볼 일만 남은 거지. 푸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곧 개탄스러운 노릇. 비상도 그런 비상이 없는 거라고. 가혹한 운명의 장난. 그래서~ 마녀부터 요정과 마술사까지 총출동. 주전 싹 다 빼고, 잽싸게 특급 벤치멤버로 모두 물갈이. 툭하면 뻥에 걸핏하면 뻔트였지만. 이젠 뭐 스쳐도 홈런? 그야 두고 보면 아는 거고. 그게 그러니까 신부들러리들의 과잉 충성이야 뭐야. 아무튼 말하자면 1개 숙주 안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이란 게 다 이처럼 등에 식은땀 쭉 나도록 드라마틱했다는 거. 
    그런데 그걸 모르고서 거기다 대고, 처음에 멋 모른 채, 당당한 기세로, 치졸한 사랑싸움을 걸었던 그분들은 15년 동안 절실히 깨닫게 되고. 아아~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던 거지? 라면서. 때문에 처음에 사랑싸움을 걸었던 여자들. 그리고 사연이 퍼지고 퍼지고, 뒷조사가 대연구로 이어지고. 
    그래서 토의 결과 방법은 딱 하나. 왜? 왜냐하면 온갖 지저분하고 더럽고 치졸한 반칙을 총동원했기 때문에 이제는 여자가 거뜬히 남자에게 장르든 뭐든 다 맞춰줘야 하기 때문. 사귀게 되면 어련히 알아서 의전이든 뭐든, 여자 마음에 쏙~ 들도록, 여자 직감보다 뭐든지 한발 앞서서 다 맞춰줄 텐데. 그런데 또 그놈의 의전녀, 타고난 의전녀, 징글징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그놈의 의전녀 공주병녀 거울녀. 뿐인가? 헤프고 어쩌고 막장 드라마 연출했던 거. 그거 다 갚아줘야 하니까. 그러지 않으면 안 되니까. 처음 만난 4개월 동안 남자 대 여자. 남자는 모태솔로요 여자는 전남자친구부터 문어발식 어장관리를 총동원. 그거 갚아주겠다 라는 논리. 
    그러니까 어떻게? 첫눈에 반했던 숙녀는 15년 동안 사랑하는 오빠를 단 1번도 만나지 않은 채 2명의 아이를 출산. 마치 성모 마리아처럼! 당연히 여자는 15년이 지나 40대 중후반이 될 때까지 애는 2명 낳았을지라도, 첫키스도 0 첫경험도 0! 물론 어떻게 어떻게 정자를 채취하고 어쩌고 다 가능. 영화와 드라마와 소설에 나오든 아니든 상상 가능하다는 건 대부분 현실도 가능하단 얘기. 그렇게 15년 동안 2명의 아이가 성장.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 그 남자를 사랑했던 숙녀는 남자가 꿈꾸었던 시시한 연애, USB에 기록된 일들과 블로그에 나온 내용을 모두 만족시켜주기로 한다. 단, 자신이 아니라 첫째 딸을 통해서. 남자는 당연히 모를 테고. 알 듯 모를 듯 척하면 척이더라도 한 편의 드라마이자 꿈일 뿐이고. 물론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않고. 아빠는 아빠가 아니고. 남남이자 타인이 처음 만나 첫눈에 홀딱 반해서, 따라서 곧장 남자친구 여자친구.
    그렇게 15년 후 남자는 무려 34살 연하의 새로운 여자와 데이트. 물론 화장발이면 화장발 잔기술이면 잔기술. 첩보 영화에 나오듯 신분이며 서류며 뭐든 캐도 캐도 계속 나옴. 심지어 사극에 등장하는 방중술이 빠질 수야 있나. 당연히 겉으로 24살처럼 보이고 여권도 영화고. 뭐든지 놀라움과 신기함. 한 사람의 전 인생을 알아가는 재미는 그렇게 더블. 사랑도 더블. 그러다 여자는 차마 거절하기 힘든 그런 은밀한 제안을 한다. <일부일처제,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난혼제>가 아닌 사랑의 삼각형을 이루자고. 해를 품은 달이야 뭐야. 이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 사례를 찾으면 있긴 있다. 1 대 2로 뭐 어쩌는 예.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와 양성애자를 조합하면 경우의 수도 여럿 생기고. 그런데 그와 달리. 법적으로 결혼을 4촌 금지냐 8촌 금지냐, 어디서나 오이디푸스 같은 근친상간은 금지인데. 그건 인간계 얘기고. 이건 다른 거고. 그래서 암것도 모른 채 이상한 사랑싸움을 걸었던 우리가 그 사랑 갚아주겠다 라는 사연. 이론상 엄마와 (아빠를 모른 채 낳고 자란) 딸이 동성애 사이라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그건 수다 3시간 공상일 뿐이고. 기본적으로 엄마는 이성애자. 남자보다 여자들이 일반적으로 동성 간 스킨쉽에 남자보다 훨씬 어쩌지만 엄연히 이성애와 동성애는 다른 것. 그럼 뭐야, 문명화된 현대에 무슨 사랑의 전설이라니! 아니 진짜로? 

    <쉬는 시간>
    참고로 별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는 그런 사실이 있었다. 지난 기억을 찾아보니 정말로 비슷한 사연이 있네? 때는 바야흐로 월드컵 시즌의 소란스러움이 식을 둥 말 둥 하던 시기를 지나서. 가을. 사무실에서 실장님, NB, NB의 단짝. 그렇게 셋이서 동업이자 프리랜서로 일하던 시절. 걔네가 아마 26살이던가 그랬고. 그런데 단짝 친구가 중학생과 어떡하다 사귀게 됨. 그 여중생이 하필 마음이 뜨겁네? 그래서 단짝한테 막 결혼하자 그랬고, 집에도 말했고. 그러다 여중생 엄마가 사무실에 찾아왔던가? 그러다 흐지부지 끝난 일이 있었음. 

    <Ⅱ>
    'Ⅱ'는 'Ⅰ'와 달리 여자가 첫째 딸을 낳은 다음, 딸을 지구본 저 멀리로 보냄. 영화 엑스맨 같은 막 그런 영재학교 같은 곳으로. (또는 가장 가까운 곳 곧 바로 코앞). 첫째 딸은 그렇게 성장한 다음 15년 후 귀국. 편의상 부르기를 첫째 딸은 아르테미스의 딸, 일명 AD? 어찌어찌 AD는 남자를 만나서 함께 풋풋한 로맨스를 실현. 아르테미스는 이제야 15년이 지나서야, 이름을 부르지도 못하고 만날 수도 없는 애인에게, 겨우겨우 일찍도 사랑싸움의 공평함을 맞춰주었으니. 하여 선수 교체 즉 남자와 AD의 이별. 그럼 원래 처음에 만났던 남자와 여자가 뒤늦게 재회한 다음 어쩌고저쩌고? 와 도대체 몇 번을 꼬아버린 건가. 춤추는 구두 때문에 대체 몇 바퀴 돌아버린 거냐고.

    <Ⅲ>
    편의상 부르기를 첫째 딸은 비너스의 딸, 일명 VG? 아니 헷갈리니까 계속 AD라 통칭하고. 
    남자와 AD가 사귀어 연애를 시작. 서로 남자친구 여자친구 알콩달콩 꿀 떨어지는 연애질. 
    그러다 AD가 자기 엄마 이쁘다면서 엄마를 만나보자고 함. (남자가 이 정도로 빈틈을 주는데 왜 도대체 왜 날 품지 않는 거지? ~라면서 너무도 의아해했던, 첫사랑과 발음이 비슷하고 이니셜이 같았던 여자. 그녀도 그랬다. 자기 엄마 이쁘다고 같이 만나보자고. 그러다 어느 날 술 취해서, 나 오빠랑 결혼 못하겠다~! 그 뒤로도 기회를 주고 주고 주고. 어? 그런데 안 먹어. 일절 안 먹는다고. 결국 오빠 나한테 전화하지 마!) 그래서 만남. 그런데 AD의 엄마를 만나보니 엄마가 걔?

    <Ⅳ>
    그러다 AD가 자기 언니 이쁘다면서 언니를 만나보자고 함. 그래서 만남. 그런데 AD의 언니를 만나보니 언니는 걔?

    <Ⅴ>
    그러다 AD가 자기 이모 이쁘다면서 이모를 만나보자고 함. 그래서 만남. 그런데 AD의 이모를 만나보니 이모는 걔?

    <Ⅵ>
    남자와 AD는 사귐. 그런데 AD에게 연적이 생김. 그 연적은 다름 아닌 걔? 즉 AD와 연적인 아르테미스는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건지 알쏭달쏭. 

    <Ⅶ>
    ......(예전 기억) 예전 런닝머신 파는 아르바이트할 때처럼. 옆 가게에서 일하는 친했던 언니가 놀러와서 키스. 뭉클 짜릿 새콤달콤했던 느낌 잠시. 수줍어 도망가던 그녀. 그녀가 옆 옆 가게에서 일하는 젊은 숙녀를 소개해줌. 키스 그 얘기 다 공유함. 어떻게 그랬냐 어쨌냐 재밌다 그랬냐, 자긴 입 한 번 트이면 수다대회 1인자감이다 뭐라는 둥. 그래서 딱 1번만 1 대 1로 데이트하고 말았는데. 
    (가정) 옛사랑 아르테미스를 먼저 만남. 아들 1명의 손을 꼬옥 쥐고서 나타난 그녀. 그녀의 (연출된) 행복한 모습에 감회가 이상야릇. 그러다 웬 AD를 소개시켜 줌? 아님 얼렁뚱땅 소개 비슷하게 됨. AD와 길게 안 만날 수 없는 상황. 차마 거부할 수 없는 유혹.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명분. 그 다음 어쩌고저쩌고. 

    <Ⅷ>
    ......

     몽상이야 계속 이어졌지만 쓸데없이 머리만 아플 뿐이고. 그래서 그는 이런 플롯 어디다 팔아먹을 수도 없고. 극본 작가처럼 사실적으로 구체화시키지도 못하고. 그러니 그냥 그렇게 성과도 없이 허구는 탄생할 뻔하다 말았던 것이다. 





    4

    옛말에 선한 일은 3년 해도 아는 사람 적으나, 나쁜 짓은 한 번 해도 천하가 안다고. 그렇듯 유명해지고 싶다면 일단 노이즈 마케팅으로 반짝 뜰 수도 있는 게 세상사. 더불어 돈과 악마는 휴식을 모르니, 그러므로 오락산업 때문에 세상은 언제나 떠들썩. 그렇지만 유행 따라가기도 벅차고. 사랑도 일이고. 우선 호박은 다 날 피해 가던가 건수도 없고. 모두 그림의 떡일 뿐이고. 만사가 귀찮고. 무엇보다 인기 없고. 노잼이냐 개 꿀잼일 것이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먼저 뭘 해도 재미없고. 더더군다나 품위 유지비는 간당간당. 심지어 정력도 비리비리한 판국에 TV 채널 돌리다 그분들께 기 빨려. 패배주의에 지는 비교에 짜증에 권태에 또 뭐, 뭐? 한심한 놀기. 허접한 일하기. 하찮은 재산. 저조한 재능. 무기력한 의욕. 보이지 않는 개구멍. 그러니까 쥐구멍에 도대체 언제 볕이 뜨냐고. 응? 뜨긴 드냔 말이지. 날씨도 찌푸둥하고 퍽이나 공상하기 좋은 날일까? 그럼 어떻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쾌락마를 오래간만에 기용해야 하는 거냐고. 뭐 끝짱을 보라고? 끝장을 보긴 뭘 끝장을 봐. 누가? 쟤가? 얘가? 그럼 또 승부사부터 도박꾼까지 찾아오면 어떡하냐고. 늬가 그 말로만 듣던 끝판왕이냐, 야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쩌고저쩌고. 보아하니 NB의 최근 인생 행보는 개 대가리에 뿔난 격일까. 뿔은 무슨. 됐고. 애들처럼 징징거리는 어리광은 더럽게 재미없고. 안 볼 걸 괜히 봤네, 못 들을 걸 들었네, 에잇시 눈 배렸어 라는 가상의 투덜거림은 왜 생각 안 하냐고. 무슨 인생이 개뼉따귀도 아니고 말이야. 개 풀 뜯어먹는 잔소리는 그쯤 하고. 
    그래서 그는 하긴 뭘 했겠나. 일이나 해야지. 그렇게 그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아리아 “아니요, 당신은 아무 것도 몰라요” KV.419 
    정신 사나워서 딴 걸 들을 수도 없고. 
    그런데 일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딴짓하고 싶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NB는 아는 동생 가운데 누구한테 연락을 할까 골똘히 고민 중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쿵쿵쿵. 아니 초인종 놔두고 노크를 뭐 그리도 크게? 여자가 그처럼 살며시 노크할 리는 없고. 
    예상과 달리 문을 열어보니 방문자는 다름 아닌 레이첼이었다. 
   「레이첼. 웬일이야?」
   「웬일은 무슨. 내가 왜 못 올 데 왔나?」
   「아니 그건 아닌데. 뜬금없으니 하는 말이지.」
   「뜬금없긴. 뭐하다 켕긴 당황스러움이야? 불어. 실토해. 어? 안 해? 컴퓨터 어딨어? 노트북 어딨는데? 화장지 왜 없어? 두루마리도 없고 갑 티슈도 없고. 어? 아니면 번호표 뽑는 기계라도 있어야 할 거 아니야? 그런다고 돈 세는  기계를 들여놓겠어 어쩌겠어. 안 그래? 이거 봐 이거 봐. 사라가 이 썩은 미소를 봤어야 하는데. 맹세컨대 그랬으면 걔 웃다가 배꼽 빠졌을 걸.」
   「그나저나 용건이 뭐야? 뭐 내가 무슨 부탁 들어줘야 하나? 아님 내가 뭐 잘못했던가.」
   「오빠 전에 안 그랬는데. 이 오빠가 뭔가 의뭉스럽네. 그러네. 왜, 여자한테 심하게 당했니? 왜 갑자기 상남자 흉내? 안 어울려. 오빠랑 안 어울린다고. 돌아와. 냉큼. 오빠 그거랑 하나도 안 어울린다고. 알어?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어?」
   「그러지 말고 소파에 자빠져서 잡지나 뚜적거리며 쉬었다 가든가. 그러든가 말든가.」
   「오빠도 요즘 재미없구나. 하긴 우리야 항상 심심하지. 안 그래?」
   「안 그러긴 누가 안 그래? 난 뭘 해도 재미있어. 항상. 매번 즐겁고 뭘 해도 기쁘고. 보람 있고. 어? 항상 진지하고. 낭만적인 로맨스에 대한 사모하는 마음 가득하고, 어? 아는 동생들 가운데 레이첼이 친근감으로 독보적인 1등을 달리고 있어서 뭐랄까, 다른 동생들한테 조금 미안한 감이 없잖아 있지. 그렇다고 내가 네 어장에서 천년만년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니?」 
   「어장은 무슨. 뭔 뚱딴지 같은 공상을 하다가 말이야, 은연중 켕기니까 아무 말이나 막 하시는 거 좀 봐. 허허. 생각 좀 하고 막 던져. 어? 그러니까, 날 좀 그냥 내버려두라? 이 오빠 중2병이네. 그러네.」
   「어! 왜, 그럼 안돼? 그런데 뭐야. 너 헤어스타일도 미세하게 바뀌고, 못 보던 반지까지 끼었네? 너 남자친구 생겼니?」
   「왜 나는 남자친구 생기면 안 돼?」
   「안 돼긴. 남자친구 생겼으면 이처럼 날 단독으로 만나는 건 자제했으면 해서 하는 소리지.」
   「어떻게 척하면 척이냐. 그런 오빠는 반지 안 껴봤어?」
   「반지? 어. 한 번도.」
   「뭐? 한 번도? 여태 한 번도 반지를 안 껴 봤다고?」
   「내내 걸어만 다니는 영화 거 뭐지, 제목이 뭐더라. 아! 반지의 제왕은 봤어. 그러나 반지는 못 껴봤지.」
   「정말이야? 오빠 낼모레...」
   「낼모레 뭐?」
   「아니 그게 아니라. 뭐 그럴 수도 있단 말이지. 살면서 바쁘고 어쩌고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어. 그럼. 그게 무슨 큰 흉인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인터넷 메신저,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자친구 0. 일절 0.」
   「그게 뭐 자랑이니? 설마 오빠 나 여자로 보는 거 아니지? 그렇지? 에이~ 설마!」
    레이첼에게 반론하는 그 인간. 대체 대사 1번으로 얼마나 긴 대사를 뽑으려고 또 한숨을 쉬는 걸까? 아무래도 칸을 떼서 가는 게 좋겠다. 





    5

   「넌 남자야. 알아? 그야 어쨌든 넌 좋아하는 남자도 많고, 껄떡대는 추종 세력도 많아서 좋겠다. 부럽다. 잘났네. 대단하다고. 난 정반댄데. 난 내 가족, 지인, 선배, 친구들이 내 여자친구를 봤던 적 단 한 번도 없어. 전성기는 있지도 않았고. 순 병풍만 서다가 벌써 아재 된 거지. 시간 참 빠르네. 살면서 단 1번도 여자친구를 사귀어보지도 못했는데. 공원에서 다정하게 의자에 함께 앉아 얘기하고 어쩌고 그런 걸 어떻게 해 봐. 여자친구 집에 데려다주고 그런 건 신간 편한 늑대들이나 하는 거고. 우리는 그냥 평생 이 모냥 이 꼴로 늙어죽는 거고. 모태솔론데 여자친구랑 통화를 어떻게 해 봤겠니. 이름을 어떻게 불러봤겠냐고. 극장 데이트가 다 뭐야. 여자를 사겨야 집에 데려다 주든가 말든가 하지. 아무도 만나 주지를 않는데? 우리 같은 쪼다들이 나 싫다는 그분들 귀찮게 하면 되나. 그럼 쓰나. 평생 존댓말이든 반말이든 이름을 단 한 번도 못 불러보다 이러다 그냥 가는 거지 뭐. 용기 있는 똥파리와 저돌적인 하이에나들한테는 일찍부터 번호 따이고. 쉽게 쉽게 마음 주고. 거뜬하게 몸 바치고. 술술 따먹히고. 커플링 하고. 고추 빨아주는 건 일도 아니고. 커닐링구스니 뭐니 쾌락의 금자탑을 쌓고.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고. 커플링하고. 그런데 우리는? 
    그 어떤 흉악한 강간범이랄지 끈덕진 스토커일지라도 그녀는 사겨 주는데? 우리는 1 대 1로 안 만나줘도, 걔들은 1 대 1로 만나 주는데? 지갑 속에 사진을 간직해 주는데? 2달만 쫓아다니면 최소 3번 따먹혀주는데? 적어도 1년은 사귀어주는데? 세상에 소문 쫙 퍼지게 더티러브하는 연인이라고 사방팔방 자랑하는데? 파랑새가 똥파리 자지를 정성스럽게 빨아주고, 똥파리는 파랑새의 향긋한 보지를 미친 듯이 빠는 일,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인데? 
    그런데 우리는? 어? 그런데 우리는! 아아 사랑이 바로 이런 거구나 라고 깨달으면 뭐하냐고. 음주 운전하는 남자 차에 보지 벌리고 막 타고. 하이에나가 운전하는 승용차 조수석에 좋다면서 또 타고. 그러면서 내 남자가 자기 차 조수석에 다른 여자를 허락하지 않기를 바라고. 안 그래도 아무 남자나 막 만나고. 문어발식 어장관리 계속하고. 그런 뭣 같은 년을 뭘 믿고 사랑을 하냐고. 다른 웬만한 늑대들은 그런 사랑 못해서 난리지만, 우리는 뭐라고? 그래~ 너 가라~ 안녕~ 잘 가라~ 꺼져라~ 제발 꺼져주라! 좋아하는 오빠가 따로 있으면 뭐하냐고. 아무 때고 네게 전활 해 나야 하며 속삭이고 어쩌고, 노래 가사 있잖아. 1년 동안 애틋하도록 알콩달콩 추억을 쌓았다는 흑역사 자랑을 모태솔로 오빠한테 하는 걸로도 모자라, 너 죽어봐라? 너 디져봐라? 
    아버지 할아버지 말씀 듣기로 그 자리에 기차역이 있었다는 번화가에서, 이모가 어떤 말을 해 주더라 라는 얘기를 나중 해 주는 여자를 만나서, 그날 1차 커피집 2차 술집에서 키스하고 그다음 모텔비 부족해서 아는 동생이랑 동거한다는 걔네 집에 가서 그날 저 하늘의 별을 따고. 동거하는 동생이 아침에 퇴근해서 온다길래 시간 촉박. 모텔비 부족하다고 그냥 대놓고 말했으면, 그날 적어도 한 3번은 하는 건데. 그럼 걔 더 오래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많이 아쉽네? 걔 대음순 엄청 튀어나왔던데. 그래 봐야 걔도 G 스폿 이미 느끼더라고. 일단 상체를 뒤로 제끼더란 말씀. 살다 살다 정상 체위에서 엉덩이 드는 년은 처음 봤던 적도 있는데. 아아 (절레절레). 한편 기차길 옆에 살았던 많이 어린 여자애가 처녀였는데 걔도 만난 당일. 딱 당일. 나중 임신테스터기도 사다 주고. 한동안 연락 없다가 나중 다시 만나서 자동차에서 키스하고. 오늘 영화 보자고 하길래 자긴 설렜다고 하고. 기찻길 옆에 살았던 딴 처녀도 만난 당일 차에서. 우린 뭐든지 만난 당일. 우리는 웬만하면 주문 즉시 테이크아웃. 아니면 배달. 즉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우리는 플레이보이, 언젠가는 펜트하우스! 아니면 허풍.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견적이 좀 그렇다 해 봤자, 어? 그래 봐야 처음 만나 손 잡고, 둘째 날 뽀뽀하고, 셋째 날 밀월여행 (딱)! 어? 남자들이 왜 못생긴 여자를 좋아하는데. 못생긴 여자가 다 그렇단 말이 아니라. 미녀도 다 그렇진 않은데, 그저 따라다니고 쫓아다니며 꽃 들고 기다려 주기만 하면 걔 자지 빨아주는 건 시간 문제. 정숙하면 뭘 하냐고. 차라리 헤픈 게 낫지. 그러니까 우리가 못생긴 여자를 만나는 거 아니야. 어? 그래서 존미녀와 존미남 커플은 이론과 달리 정량이 턱없이 모자른 거고. 여자는 한쪽 눈 감고서 결혼하고, 남자는 두 눈 부릎 뜨고서 정실감 딱 찾아서 결혼한 다음에 나중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고. 어? 진도 빼기 어려운 숙녀라면 사귈 때 일찍 바람피던가. 아니면 3년 4년 사겨도 대놓고 바람 피던가. 왜? 안 주니까! 4년 사귄 남자친구가 바에 여자친구랑 같이 가서 하는 말, 쟤가 너보다 더 이뻐. 나중 여자친구는 딴 남자한테, 나도 풀메이크업하고 그 조명 아래 서면 이쁘겠다 어쩐다 다 얘기해주고. 밤을 꼬빡 새워서 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통화하고. 2번째로 사랑했던 꼬마, 전화 통화 하느라 통 잠을 못 자. 가짜가 아니라 진짜로 전화통화만 기본 4시간 6시간 하느라 잠을 못 자. 새벽에 통화하다가 보면 아침 해가 벌써 떠있네? 어쩌다도 아니고 자주 자주. 진짜로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걸 절실히 깨닫지 않을 수 없다는 거. (절레절레). 통화하고 통화하고, 인터넷 메신저로 대화하고, 그래서 일도 못해. 말이 말이 완전 많은 수다녀, 어디서 말 많기로 일절 져 본 적이 없는 여자.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귀에서 피가 나는 여자. 남자 귀에 고름이 나오게 만드는 아가씨. 남들 귀가 타버리도록 말이 많은 숙녀. 아아 (절레절레). 그래서 웬만한 남자 뿐만 아니라, 어지간히 버티고 견디며 언젠가는 따먹겠지 라면서 4년을 기다려도 단 1번도 안 주는데. 참 그분도 그분이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버티냐. 그냥 보통도 아니고 그 다변을 어찌 버티냐고. 좌우지간, 어차피 결혼해도 아름다운 사랑을 빼놓고서는 무엇이라고?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 그럼 뭘해, 스토커가 쫓아다니면 그저 좋다면서, 어떻게 만나도 만나도! 그러니까 강간범이랑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 여자 세계 불문율 말도 못하는데, 그 모순 다 빼놓고 그 뭐든지 자기한테 다 맞춰주라 그러고. 
    (사귀지도 않았건만 꼭 사랑이라 부르건 단지 썸만 탔건 어쨌건. 그래도 걔 아빠가 막내딸한테 사준 새 승용차, 부들부들한 실버 아반떼, 그녀가 운전하는 자동차 조수석에 딱 탔지. 결혼할 꺼면 집에서 얼마까지 해 줄 수 있다면서 다 공개하고. 먼저 전화하고 전화하고 메신저로 꼬시고 꼬시고. 그래서 결국 만나서 고기 사주고. 그 고기집에 손님 많았는데 전부 여자. 와, 전부 다 여자다~! 그러니까, 왜 좋아? 좋아? 막 좋아? 집에 데려다 준다길래. 누구처럼 아무 똥파리나 아무 하이에나 차에 보지 벌리며 막 타지 않지 우리는. 어? 우리는 좋아하니까 여자가 운전하는 자동차 조수석에 딱 탔던 거라고. 당시 걔. 좋아만 하다 남자도 마음이 있는 거 같은데 안 넘어와서 상심했는데. 다시 넘어온 것만 같아서 집 앞에 다 와서 그 얼마나 좋아했는데. 황홀감에 그토록 신나는 모습, 아아! 애들보다 훨신 빵끗 웃으면서, 오오 내가 애쓴 보람이 다 있구나 그랬구나 막 그러면서. 생각난다. 기억난다. 떠오른다.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까? 조수석에 타 있던 좋아하는 남자의 왼팔을 막 그냥 심하게 때리는 바로 그 애교. 아흐흑. 우리는 그처럼 좋아하니까 이성이 운전하는 차에 타고. 좋아하니까 사귀고 싶어하는 거라고. 응? 뭔 미친년들처럼 얼굴 팔리는 거 좋아라하고 그러지 않지. 스토커든 강간범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의전만 받으면 그저 다 좋다는 사랑? 그게 뭐가 사랑이냐고. 그러면서 그게 무슨 자랑인 줄 알어. 내 전남자친구가 오늘도 집 앞에서 기다리더라? 걔네들 미친 거 아니야?)





    6

    그의 내면에서는 어느새 선수교체가 뚝딱 이루어졌다. 웬 말괄량이인지 새침한 숙녀인지는 몰라도. 
   「그래서 그랬을까? 사귀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는 문어발식으로 세상 모든 남자를 다 상대해주겠다, 이제 G 스팟 열리는 건 시간문제다, 여차하면 이모 스타일로 확 그냥 삐툴어지겠다, 그러나 너는 똥파리랑 똑같이 나한테 껄떡거려야 하느니라 하느니라. 뿐만 아니라 최신식 페라리 FF 당장 대절하지 않으면 넌 곧장 버림받느니라. 알겠느냐? 어디서 감히 늬까짓게 나한테! 우리는 여신 너는 벌레 만도 못한 돌쇠. 나는 1년 동안 우리 똥파리 전남자친구와 사귀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했느니라. 심지어 지금도 만나느니라. 
    그때 당시 난 회사에서 소문 쫙 퍼졌어. 똥파리 중의 똥파리랑 사귄다고. 똥파리한테 따먹혔다고. 똥파리 사랑한다고. 야구선수랑 아나운서랑 사귀다가 아나운서가 자살했던 일. 그녀는 챙피했나 몰라도 어쩜 좋지, 난 부끄러운 거 모르네? 수치심도 없네? 그런 게 어딨어. 왜? 내가 걜 사랑하니까. 내가 걜 정말 좋아하는데? 그럼 말 다 한 거 아니니? 지갑 속에 남자친구 사진 1년 동안 간직해 주면 말 다 한 거 아니냐고! 어? 넌 그런 거 못 해 봤지? 그치? 그렇지? 찌그러져 이런 모태솔로 머절아. 날마다 꼬박꼬박 퇴근하면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집에 데려다 주고. 사람들 많은 번화가에서 다정하게 손 잡고 걸어다니고. 만인이 보란듯이, 특히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남자친구랑 손잡고 거닐면서 여점원들 눈빛 구경하는 거 얼마나 재밌었는 줄 늬가 알겠니. 어떻게 알겠니. 하나도 모르지. 게다가 회사에만 소문났게? 하이에나의 친구들은 뭐다? 그렇지 똥파리 친구도 똥파리지. 걔네들 세계에도 소문 쫙 퍼졌어. 대어 중의 대어를 물었다더라. 곧 있으면 따먹을 일만 남았다더라 막 그러면서. 난 천상천한유아독존이야. 남잔 그냥 쓰레기든 뭐든 옆에 붙여놓기만 하면 되는 거고. 우린 아마존이거든. 나만 이쁘면 그만이라고.
    그런데 있잖니, 오늘 퇴근해서 집에 가는데 어머머머머! 집 앞에서 전남자친구가 또 기다리네? 내 사랑 전남자친구가, 못 본지 꽤 됐는데, 그 아득한 옛날처럼 또? 자기 시험에 합격했다고 말이야. 오랫만에 누구야~ 다정한 그 음조. 또 들으니까 흔들리더라. 꺼뻑 떨리더라. 그래서 한번 다시 생각해보자 그랬지. 당연히 예상도 못한 우리 오빠의 출연에, 생각도 못한 전남자친구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니까, 아 글쎄 내 보지가 벌렁벌렁하네? 난 또 애액 질질 흘렸어. 얘 말도 마 말도 말라고, 그 날 입은 펜티 다음 날도 입을라 그랬는데, 하는 수 없이 그날 펜티 그냥 빨았잖니 얘. 응? 속뒤집어지지? 그치? 다 너 좋으라고 하는 거야, 너가 속 뒤집어져야 우리가 기쁘거든. 응? 이야~ 그 얼굴 또 보니까 나 속으로 얼마나 떨렸는 줄 아니? 그리고 너 한번 생각을 해 봐 얘. 걔랑 나랑 자그마치 1년을 만났는데. 그런데 우리가 손만 잡았겠니? 달콤한 첫키스 그 얼마나 떨렸는 줄 늬가 알겠니, 늬 같은 모태솔로가 그걸 어찌 알겠냐고. 안 그래? 이런 쪼다 머저리 등신 병신새끼야, 늬까짓 거렁뱅이가 그 애틋함을 어찌 알겠냐고. 어? 아울러 우리는 피임도 잘 했어. 어? 하도 껄떡거리길래 난 아직 성 그래프가 늦으니까 그저 포옹이 더 좋지만,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사랑하니까, 난 줬다고. 성심성의껏 빨아줬어. 어디를? 똥파리 거기를! 걔 그러니까 완전 좋아하더라. 응? 막 미치던데? 뿐이니? 고추 막 빨아주니까 내 입에다 쌌어 얘. 걔도 조루거든. 그래도 내가 다 토닥거려줬지. 찬찬히 발전하면 되니까 얘. 나중 시험 합격하면 애널리즘도 시도해 보자고 기분 북돋아주는 건 일도 아니었어 얘. 얘~ 너 같은 모태솔로가 그런 걸 해 봤겠니, 여자를 알겠니. 어? 아아 그때가 생각난다. 그이와 쌓은 추억이 너무도 소중하다고. 막 그냥 뽀뽀하고 빨고 핥고 지지고 볶고. 떨고. 분수에. 떨림에. 근데 있잖니, 걔 엄청 실하더라. 삽입만 1시간이야? 응? 컨디션 좋으면 1시간 반. 2시간도 문제 없는데 그래도 걔 공부도 해야 하고, 너무 중독되면 안되고 그래서 참았던 거고. 응? 그 정도면 그래도 꽤 괜찮은 거 아니니? 게다가 후희가 또 얼마나 기가 막힌데?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멀티 오르가즘을 선물하더란 말씀. 그래서 걔 아직 시험 합격은 안 했지만 우린 딱 상견례하기로 했지. 그런데 얼렁뚱땅 걔 바람핀 거 딱 걸린 거고. 그래서 이별했고. 
    그렇다고 여자들이 남자들처럼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오가 되니? 그러니? 여자들 말이 좀 많니 얘. 그래서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쩜 그럴 수 있냐 어쩌고저쩌고. 오늘도 친구랑 그 얘기했어 얘. 넌 그렇지 않지 얘? 들었니? 어? 들었어? 모태솔로 주제에 알긴 뭘 알겠니. 너, 들었니? 오빠, 들었어요? 우리가 이미 작전 다 짠 거니까 들었겠네? 들었지? 그치?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 주고, 회사에 더티러브 소문나고. 그런데 아직까지 걔는 다시 만나자고 또 껄떡거리고. 응? 나 지금 완전 남자복 터진 거지. 안 그러니? 그러니 지금 말이야 그냥 걸어만 다녀도 보지 애액 질질 싸게 생겼다고. 어? 여자는 있잖아, 얘. 얘. 응? 얘. 여자는 그래. 여자는 말이야, 이별해도 우리 오빠 우리 오빠, 그놈의 <우리 오빠>! 입에 붙은 습관 <우리 오빠>를 떼는 데만 적어도 한 세월이 걸려. 알아? 너 같은 모태솔로가 그걸 어찌 알겠니. 아무리 더럽게 헤어졌어도 여자는 <우리 오빠> 쉽게 못 떼. 아니 모르니? 헤어진 거뿐만 아니라 내 돈과 친구 돈과 친구의 친구 돈까지 뜯겼어도, 어? 받을 길 희박하단 걸 이미 잘 알아도, 여자는! 어? 여자는~ <우리 오빠>란 말 즉각 못 떼. 아니 모르니? 검소하게 아끼고 아껴서 모은 숙녀의 목돈, 친구의 목돈, 친구의 친구의 목돈까지 싹 다 꼴아박아도. 응? 그녀는 <우리 오빠>라는 입버릇 쉽게 못 고친단 말이야. 뭘 알고나 사랑을 논해. 그러니까 왜 못 떼냐? 몸을 꼬박꼬박 섞었으니까. 어? 최소 한 달에 한 번! 응? 냉 나오고 어쩌고 남자에게 횟수와 냄새와 못 느끼는 절반 참치 등 뭔가가 턱없이 불만족스러울지라도. 혼자 사는 숙녀 집에 자율 출입권을 부여했으면 까딱 잘못하다 시소에서 앉아있음과 동시에 유체이탈해서 분신은 양다리로 떠날 준비를 할 수도 있는 것. 상대 부모님 인사드리고 봤으면 뭘 해! 숫자만 1달에 1번이었지 문턱이 닳토록 혼자 사는 숙녀 집에 늑대는 불쑥불쑥, 기회를 엿보고 엿보고, 침대에 올라가면 내려가라 내려가라. 연애도사 숙녀가 4년 사겨도 성관계 0번을 괜히 고수하는 게 아니다 얘?! 모르면 알아 둬. 알아서 손해볼 건 없으니까 얘. 더티러브 없으면 일찍 바람나든 늦게 시도하든 확률은 99.9퍼센트. 결혼 전에도 그런데 결혼한 다음은? 잘 아시다시피! 연애도사 존미녀가 괜히 하이에나의 끈질긴 구애에 철벽을 치는 게 아니라고. 사랑은 뭐라고? (딱) 그렇지~ 사랑은 모르는 것! 면사포 쓰고서 사랑의 예식장에서 결혼 행진곡에 아찔하며 행진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 안 그런가?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고, 판도라의 상자는 열어봐야 아는 것.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것도 다 아마추어 얘기. 왜? 왜냐하면 사랑 역시 상대적이기 때문. 그렇다고 결혼이 끝도 아니고. 어? 그야 당연히 육체적 사랑은 아직일지라도, 마음으로만 사랑한지 좀 됐어도 결과는 마찬가지. 응? 남자는 '친구야 나 누구 따먹었어'부터 이처럼 재산 벗겨먹은 전여자친구와의 성관계 횟수까지 친구랑 공유해. 알어? 몸 바치고 돈 말아먹고 밥 먹이고 수발들고. 응? 성상납 돈상납 상납 안 한 게 뭐냐고. 그렇게 빚쟁이 여자 3명과 정보원 1명. 건너 건너 딱해서 어렵싸리 모은 목돈 빌려줬다 깡그리 날리게 생겼는데, 바로 옆에 있는 빚쟁이들 입장 생각 못하고. 거기서 입버릇처럼 우리 오빠 우리 오빠. 틈틈히 우리 오빠. 어? 이미 딴년이랑 바람난지 좀 됐고, 재미도 좋고 미래까지 생각하는 데도 우리 오빠. 아끼고 아껴서 모은 목돈 받은 길 막막한데도 우리 오빠. 여자는 말이야,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사랑에서 정 떼는 게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존재야. 왜? 사랑이 인생의 전부거든. 그게 바로 우리라고. 알겠니? 넌 어떻게 된 게 여자에 대해 암것도 모를 수 있니? 여자는 정 주면 웬만하면 바람 못 피워! 그게 여자야. 그래서 여자는 그래요 라고 하는 거라고. 다 사랑이 식어서 여자가 심신분리되고 어쩌고, 이상한 년들이 막사니까 말들이 많은 거고. 아니 모르니?
    그렇지만 우리가 누구니, 응? 골빈년에 걸레에 영심이이자 의전녀 아니니! 응? 알고 보면 여왕벌 중의 여왕벌! 여자말 번역기는 뭐다? 그거라니까. 모든 여자는 살쾡이요 여왕벌이라고. 어? 그 가운데 착한년 맹녀 집순이 선녀 암캐 수캐 암탉 기타 등등 천성이 천차만별일 뿐이고. 어? 강간범을 사랑하고 스토커를 더 사랑하는 우리. 사랑싸움이야 서로 좋아하고 평소에 다정한 연인들끼리나 해당하는 거고. 객관화, 해, 봐, 얘. 응? 여자는 딱 괴물이라니까. 어? 살쾡이~! 보이지 않는 꼬리만 최소 9개. 미친년도 그런 미친년들이 없지. 미친년도 그런 상미친년이 없다고. 어? 너 여자말 번역기 몰라? 그래? 여자의 허영심에 그 끝이 어딨니. 응? 은근한 허영심, 그리고 흡족하리 만치 쾌적한 만족감. 전자와 후자가 한치의 빈틈없이 일치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됨. 그게 어떻게 가능하나. 응? 악마는 새로움을 사랑하는데, 어머머 여자는 한정판을 더 좋아하네? 허허. (몸짓) 우리가 악마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선 존재다 그 말씀. 응? 무엇보다, 여자는 솔직해선 안되는 것. 그래서 모순. 지조란 게 딴 게 아님. 여자가 '아니오'라고 말할 때는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는 말이고, 여자가 '가능성이 조금 있다'고 말할 때는 '예'라는 말이며, 여자가 '예'라고 말할 때는 숙녀이기를 포기한 셈. 그러므로 모순! 딱 모순. 시시때때로 모순. 쉬지 않고 변심. 그러니 마초들 아주 그냥 돌아버리는 거지. 바로, 그래서~ 여자의 <애매한 NO>와 <치를 떠는 NO>는 남자에게 맞추어서 0이냐 1이냐 딱 그래야 하는 것. 그러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되는 것. 아니면 개판 5분전이든 남자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돌변해 여자를 강간 및 성폭행해도 그 화근은 시발점이 뭐 어떻다는 것.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만나고 소름 돋도록 싫으면서 만나고 사겨 주고, 그럼 생태계 섭리를 더럽히는 일. 
    괜히 사람 구실하고, 늑대로서 중간은 가며, 교양과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게 살았거늘. 뭐 천사처럼 보였는데, 속으로 요정과의 달콤한 섹스를 그 얼마나 꿈꿨는데. 그런데 개나 소나 다 따먹을 수 있는 걸레라고?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로 살아야 하느냐, 를 친구에게조차 발설할 뻔 하다 뚝 멈춰야 하는 게 퍽이나 인간적인데. 그런데 그런 꼴을 봤다? 별꼴 다 보겠네 얼굴값 못하신다? 따라서 꼴값은 그래서 흔해지는 것. 아시겠나? 어? 아시겠냐고! 애들 어리광도 내 꺼요, 응석으로 어디서 썩 안 빠지고, 징징대며 투정에 짜증에 신경질에. 일관성도 없고 변심은 말도 못하고. 툭하면 싫증, 어? 여자 인생 조지는 거, 누가 됐든 여자 1명 인생 조지는 거. 애석하고 슬프지만 여자 1명만 그러면 다행이게? 생태계 개판 되는 거, 수컷들 광분하는 거,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요 길이길이 미래의 애인이든 누구든 뭐든. 말도 못하는 진흙탕 개싸움 벌어지는 거. 다 여자의 마음 때문. 인생 혼자라지만 이 세상 나 혼자 사는 게 아닌 법. 사랑이 더러워지는 거, 여자 1명 인생 조지는 거. 그럼 그냥 불행 중 다행이게? 그러게? G 스팟이 열리건 숙녀 보지에 불이 나건, 여자 1명 인생 조지는 거 그럼 다행이게? 나만 이쁘면 그만,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 <아니면 말고>는 <바람펴도 안 걸리면 말고>와도 부합하기도 하는 것. 어? 지 사랑 조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하는 얘기. 그처럼 추접스러운 염문이 있으니까 별로인 남자들만 꼬이게 되는 여자도 발생하는 것. 파리는 신의 성배든 사극에 나오는 왕의 독배든, 내 거든 남의 거든 막 그냥 가리지 않고 다 덤비는 거. 다 여자들이 판을 뭘로 만들기 때문에, 절반은 그녀들 책임이란 거지. 뷸륜을 뭐 남자 혼자 완성하나? 사랑법도 모르고. 이기적으로 나는 예외고. 연애론도 변칙이라서 싫고. 허나 나는 예외고. 애정관 역시나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 평생 쌓인 게 많은 숙녀. 촌닭의 천생 배필은 바로 촌년인데, 그분들은 파랑새를 한 번 보더니 혼을 빼았겨버리고. 어? 그래서 이모 스타일로 몸 막 굴리고. 절반은 마음이 매춘부고. 어차피 속고 당하고 억울하게 귀가 한번 뚤리고 나니, 헤프게 막살고. 귀걸이가 뭐든지 쫌만 내 맘에 들었다 싶으면 그땐 그냥...! 어차피 참새들이야 그냥 뭐 그렇다 치더라도. 거위와 백조와 존미녀인데 생태계 개판으로 만드신다? 수탉이 울지 않고 암캐가 짓지 않아도, 그래도 아침은 온다네. 늑대가 양의 탈을 벗는다고 아침이 안 오랴. 언젠가 땅을 치며 후회할 날 온다 그거지. 늑대가 흑심을 품건 고양이가 유혹을 하건 해는 뜨지 왜 안 떠. 그러니까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면 안된다니까. 어? 웬만치들 설치고 다녀야 말을 안 허지. 어? 나대기는 지들이 뭔데 나대고 난리야? 거울도 안 봐? 두뇌 없어? 생각하기 싫어? 어? 
    그런데! 그런데 여자를 사랑하겠다고? 각오 단단히 하시라 그 말씀. 어? 적당히 갖고 놀다 버릴 꺼면 몰라도, 어? 장기전으로 갈 꺼라면 절대로 쉽게 생각하지 마시라는 얘기. 아무리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세태라지만, 사랑 그거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시라고요. 네? 괜히 여자가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하나? 다음 생의 다음 생의 다음 생의 그 언제까지라도, 너는 내 꺼야! 그게 바로 여자인데? 책임 못 질 꺼면 그러니까 마음만 받으라고. 어? 얘기가 샛길로 좀 샜는데 다시 돌아가자고. 그럼 돼.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고. 어? 남자가 거 쪼잔하게 그게 뭐니? 어? 나무가 커야 그늘도 크지.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이는 글쎄 밴댕이 소갈딱지? 그야 여자 입장이고 남자는 오늘도 수증기 푸쉭푸쉭. 뚜껑 열리고. 뒷목 잡고. 하여간에 남녀는... (절레절레). 
    좌우지간, 나뭇꾼과 양몰이꾼은 가는 길이 다르다네. 어? 이 양반아 귓구멍 막지 말고 똑똑히 들어. 어디 가서 이런 설교 쉽게 듣는 줄 알어? 가슴에 마음에 영혼에 새기지 않으면 나중 큰코 다칠 줄도 모른단 말일세. 어? 나뭇꾼 다음에 아까 뭐라 그랬지?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하. 그럼 도박꾼과 난봉꾼은 우정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알고 싶지도 않고. 아무튼 여자 여자. 아아 (절레절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자를, 쉽게, 사랑하지 마시게나. 그렇다고 또 거꾸로맨처럼 그럼 여자를, 어렵게, 사랑하란 말입니까 뭡니까? ~라고 허를 찌르지도 마시고. 어? 그러니까 괜히 그 냥반들이 뭔가를 늦출 수 있는 대로 늦추라, 그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니라네. 물론 농담 반 진담 반 허세겠지만 말일세. 여자는, 여자가 봐도 미스테리야. 여자를 잘 모르는, 뭘 좀 모르고, 말이 잘 안 섞이는 상남자에게만 여자가 미스테리가 아니라고. 어? 여자의 허영심은 답이 없단 말이야 답이. 어?
    (뭔 게임 캐릭터처럼 즉각 할아버지는 숙녀로 선수교체)
    여자는 남자한테 잘 보일려고 화장을 하는 존재인데? 모든 남자들이 다 날 바라보고 사랑해주고 집 앞에서 죽치고 대기하고, 스토커처럼 회사에 쫓아오고. 그거 얼마나 좋아하는데. 단, 내 맘에 쏙 드는 남자만. 내가 첫눈에 홀딱 반할 만한 남자만! 응? 왜 여자의 노는 그 해석만 최소 100가지겠니. 남자는 동물 유형으로 따지면 단 몇 가지로 딱 가닥 나와. 어? 말하자면 남자는 단적으로 따져서 그냥 단순해. 어? 수컷! 그렇지만 여자? 가짓수만 해도 장난 아니고, 문제는 그때그때 변하는 거. 어? 변덕이 변덕이 말도 못하고. 천동설이고. 친구들끼리든 친한 지인들끼리든. 앞에선 별 말 없어도 뒤에서 그 얼마나 놀랍도록 까는 줄 알기는 아니? 어? 뒤끝없는 여자? 그런 여자는 없어. 딱 0이라고. 여자가 남자의 과거를 얼마나 질투하는지, 그 얼마나 시기하는지 알기는 아니? 남자는 우리한테 비교도 안돼. 새발의 피란 말씀. 마치 성적 절정감처럼 말이지. 애인의 연애사 과거에 속뒤집어지는 거. 남자는 우리한테 명함도 못 내민단 말씀. 뻔데기 앞에서 주름 잡을 일 있니? 여자는 남자의 과거사와 얽인 개년들을 싹 다 죽여버리고 싶어야 그래야 진짜야. 어? 아니면 다 가짜. 뻥. 몽땅 뻥. 전부 가식. 죄다 위선. 어? 다 몽땅 뻥이라고. 순 내숭이지 그게 진짠 줄 알어? 여자가 속 뒤집혀 봐. 할 말 못 할 말 가릴 게 뭐야. 지랄 대회 여는 거 문제도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또 그러다 한순간 천사로 바껴. 어? 적응 안되게. 그러다 다시 돌직구로 사람 놀래게 하고. 뒷담화 안하고 남 욕 안하는 여자? 친구 없어! 험담 싫어하는 여자? 외톨이! 여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남 얘기. 어? 그거 좋아하지 않으면 왕따라니까요. 심지어 언제 뒤통수 맞을지도 모르고. 어? 남 돌려까는 게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인데, 우리들 사이에 늬 편 내 편이 어딨니. 다 순진한 얘기일 뿐이지. 그냥 너 혼자 살어. 성격 변태 같은 여자 데리고 살다가는 아아 말도 마라 말도 마! 뭘 좀 알고, 말이 통하고, 여심을 뭐든지 한 발 앞서가는 걸로도 모자라 외모까지 잘생겼어. 그런 남자가 어디 흔할까? 드물겠지. 그처럼 성격 좋은 여자? 통과! 오빠 천사표죠 라면서 처음 본 남자한테 홀딱 반한 여자가 천사표일 확률? 말 말자. 말을 말자고. 어? 그런데 뭐 여자? 어? 여자? 여자? 
    남자의 판타지야 남자들만 좋아하듯. 여자의 판타지 역시나 여자들만의 판타지일뿐. 최고의 이상형이, 아니 이상형들이 죄다 날 좋다며 따라다니고. 회사에 찾아오고. 꽃 들고 기다리고. 언제나 집 앞에서 죽치고 대기하고. 전화 불나고. 매번 새로운 남자 + 끈질긴 녀석들로. 여자의 꿈이 그거야, 이상형한테 스토킹 받는 거. 그러다 해피엔딩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 몇 십 번 따먹히고 버림 받은 예, 부지기수야 부지기수. 그런데 여자, 어? 여자! 여자는 참다 참다 참다 끝까지 참고 끝까지 버티다가, 끝끝내 싫다고 하다가 마지막에 모든 걸 놔버리는 여자. 그래서 싫어도 싫어도 싫어도 그래도 스토킹. 체면과 염치와 상식과 도덕이자 윤리 때문에 똥파리짓 하지 않는 것이지. 나처럼 파리 끈끈이녀로 똥파리한테 쉽게 넘어갈 꺼라면, 그분들께서 괜히 참았게? 그렇게 쉽게 만나주고, 사겨주고, 데이트해주고,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 주고. 어? 이상형은 사겨주지도 않은 채 발로 뻥 차고. 내 그럴 줄 알았으면 모든 주위 남자들이 속으로 죄다 그랬을 거 아니냐고. 
    <아아 저런 저런.... 그럼 내가 미리 선수칠 걸! 저 싸구려 허영덩어리 좀 보소. 개나 소나 쫌만 노력하면 다 따먹을 수 있잖아? 몰염치 때문에. 파렴치가 뭔 줄 아니까. 교양 있고 상식 모르지 않거든. 그래서 안 껄떡거린 거 뿐이라고. 그런데 저 저 저 찝쩍남한테 홀딱 넘어가? 주변에서 손가락질 하는 거 생각도 안 해? 이미 따먹혀도 더럽게 따먹혔겠구만. 꼭 보면 저런 애들이 놀이공원 대관람차 안에서 하이에나 고추 빨아준다니까. 쯧쯧쯧 천받하디 천박한 매춘녀구만 그래. 저런 창녀가 뭐가 좋다고 (절레절레)>
    사귀기 전에, 주변 사람들 죄다 속 뒤집어져버렸는데. 싫으면 끝까지 싫던가. 결국 넘어가네? 그러네? 쟤도 어쩔 수 없네! 그럼 커닐링구스와 펠라치오는 이제 시간 문제네? 똥파리한테 넘어가기 전과 후. 넘어가기 전에도 주로 여자들 위주로 속 뒤집어졌고. 넘어간 후에는 남자들 위주로 속 뒤집어졌고. 회사든 어디든 소문 쫙 퍼졌고. 사회 통념도 짜증나고. 질서도 뭔판이고. 인습이 뭔 소용이야. 그 때문에 막산 사람이라고 왜 없겠냐고. 그런데 중요한 건 여잔 도무지 챙피한 걸 모른다는 거고. 깨도 깨도 정도가 있지. 남 생각은 요만큼도 안 하고. 그 가운데 최고의 수혜자는 누구다? 똥파리야 나중 해피엔딩 아닐 테니까 그건 넘어가고. 어차피 수락한 사람 책임이 절반이고. 그래서 주인공들 빼면? OK~ 딱 1명. 오직 1명. 뻠쁘질에 직장 동료 집 앞에 찾아가고, 불러내고, 나이트클럽 가자고 꼬시고. 그랬던 직장 단짝 언니. 걔? 암컷 싸움닭! 딱 그 1명만 기분 쨰져 미쳐버릴 듯이 기뻤단 뜻이지. 환상, 어? 걔 때문에 자긴 찬밥 중의 찬밥 됐기 때문에, 기를 쓰고서 동료를 쓰레기로 만드는 여자. 기막힌 환상. 짜릿한 쾌감. 미칠듯 끝장을 본 거지. 그녀 딱 1명만 빼놓은 채 남들은 죄다 속 뒤집어져버린거고. 뿐더러 그때 뿐만이 아니고. 그런 년은 머리에 똥만 가득 들어찼다니까. 남들은 몰라도 얘는 둘 중 하나. 딱 둘 중 하나. 
    첫째, 성모 마리아처럼 일평생 처녀로 살던가. 아니면,
    둘째, 그야 뭐 나중 하는 거 봐서 한번 다시 생각해 보는 거고.
    똥파리의 여자라는 꼬리표는 영원하고. 하이에나 1의 전마누라요. 하이에나 2의 짝사랑이자. 나머지 하이에나들의 희망이라는 상징은 끝이 없고. 응? 지울 수 없고! 꼬였다 하면 전부 다 별로인 남자, 그런데 정작 좋아하는 자기만의 애인은 지근지근 밟아서 묵사발 만들었던 그녀. 그런 숙녀로 기억되는 거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그래야지. 지가 인간이면 응당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고. 어? 남들이 뭐라고 수군거리는 줄도 모른 채, 뭐 들었어요? 장래 뭔 비판을 받을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뭐 들었어요? 무덤을 파라 무덤을 파. 무덤파기 골 세러모니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미련해도 분수가 있지 (절레절레). 들었어요? 킁킁킁 쩝쩝쩝 그 소리에 1, 2년도 아니고 성장기를 다 바쳐 완전히 미쳐버렸는데, 또? 와~ 자기들이 빡빡 주장하는 행복한 사랑이라면서 천국의 부케를 안겨주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썩었어. 완전 골았어. 많이 상했다고. 어디까지 하나 보자 지켜봤더니, 끝도 없어. 애비도 애미도 몰라 봐. 멍청해도 멍청해도 예술적으로 멍청한 줄은 모르고, 좋아하는 남자한테 것도 자랑이라고. 아이고야 쯧쯧쯧! 허허. 다는 아니겠지만. 순진한 우리 착한 여자들이 바로 이처럼 멍청하시다네. 응? 이 정도로 (몸짓) 생각이 없다고. 여기서 하나 더. 그런데 더 웃긴 거? 걔는 객관적으로 보자면 스토커 똥파리가 첫사랑인데, 그런데 또 자기는 나중 완전 좋아했던 어떤 오빠가 첫사랑이라고 빡빡 우기는 거. 어? (절레절레). 그러게 뭐하러 연애사를 더럽히냐고.
    뭐 그건 그렇고. 안 그래도 지금, 2년 3년 소개팅 스케줄 꽉 차 있느니라. 어제도 만났다 오늘도 만난다 이번 주말도 마저 3번 꼬빡 채워서 만나기로 했다. 남자들 만나보니까 만날 만 하던만 뭘 그래. 좋지 왜 안 좋아. 매춘부와 플레이보이. 여성잡지 2는 아실 거야. 막 만나면 얼마나 좋은지를. 괴로운 사례만 딱 뺀다면 좋지 왜 안 좋아? 그렇게 막 헤프게 얼굴 팔리는 걸 좋아라 하고. 우리는 몰라도, 바람둥이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얼굴 팔리는 일. 어? 쪽팔리는 거랑 지조 있는 거도 구분 못하고. 누가? 넘어가고. 좌우지간 너 모태솔로지? 딱 봐도 뻔해. 왜 꼽냐? 꼴리냐? 속 뒤집어지냐? 디져 봐라 디져 봐. 그럼 페라리 FF 갖고 오든가. 어? 난 손도 잡고~, 만인에게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라고 자랑하고 지금도 자랑하고, 설레지도 좋아하지도 떨리지도 않으면서 만나 주는 게 무슨 벼슬이고. 어? 왜? 어차피 갈아탈 거거든. 아니면 남자친구 형편 풀리면 결혼해서 자지 빨고 보지 핥고 미치고 환장한 사랑의 쾌락을 매일매일 맞 볼 거거든. 너 내 미니홈피 봤지? 그럼 내가 걔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겠네. 거기 공개로 올려놓은 게시물 봤지? 내가 걔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겠든 모르겠든. 어? 여자는 남자한테 쉽게 정 못 떼 얘. 너도 잘 알면서! 응? 넌 지금 멀티태스킹으로 나한테 딱 걸린 거야. 그런데 꽤나 비리비리하네? 그치만 괜찮긴 괜찮고. 나 갖기는 부족하고 남 주기는 싫고. 나 맛있을 거 같지? 그렇지? 나 먹고 싶지? 그렇지? 그럼 페라라 FF 갖고 와. 그럼 한번 생각해 볼게. 응? 





    7

    휴~!
   「너 말 다 했어?」 
    ~라는 반문을 들을 새도 없이. 그는 마지막 할 말까지 마저 이어서 했다. 청자의 귀는 마비되고 화자의 입은 너덜너덜할 지경. 
    「그런데 거기다 대고 그래 놓고 전 1번이면 끝이에요? 문어발식으로 하이에나와 똥파리들 다 상대해 주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좋아하시네. 우리는 꽃다발 주기는커녕 일생 여자를 사귀어보지 못한 모태솔로인데. 꽃다발 받아봤다 집 앞에서 기다리고 데려다주고 회사에 찾아오고.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님.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한 것 역시 문제도 아님. 이모 스타일도 우리는 얼마든지 엄마 스타일로,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어드리고 떠받들어 드림. 그런데 머릿속에 똥만 가득 들어찬 그놈의 의전녀. 행동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 의전 받을 자격이 있나 없나. 똥파리가 스토킹해주길 바라시네? 좋아해서 사귀고 사랑을 키워가면 어련히 알아서 뭐든지 잘해드릴까. 그런데 사람을 보는 것도 아니고, 조건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오직 의전 그놈의 의전. 바람둥이 중에도 맘 먹고 그런 애들 있다. 겉으로는 의전 의전, 속으로는 잔말 말고 따라와, 그래서 따먹든 아니면 복수하고 버리는 짓. 어? (절레절레) 딱 보면 딱. 척하면 척. 뭐 저울질? 염장질? 그러니 사랑의 시소가 사기꾼의 저울이 되지. '못생긴 암컷 싸움닭&욕심쟁이 하이에나' 기고만장 커플한테 물들고, 지령 받고, 소개해주는 제 2 제 3의 하이에나들 줄줄이 다 독대하며 탐색전 펼치니까 사랑은 더러워지는 거라고. 무슨 상한 비엔나 소시지야 뭐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썩은 미소나 만들어내고. 무슨 전남자친구의 옅은 그림자 흔적도 아니고. 지갑 속에 사진 1년 동안 간직했던 우리 오빠와 경쟁하라고? 파리 끈끈이가 좋단 놈들이나 많이 하라들 그래. 우리는 아니니까. 얼마든지 실컷. 우리는 아니라고. 우리는 스토커 좋아한다 강간범 사랑한다? 
    그분들께서 우리는 일절 만나 주지를 않는다니까 그러시네. 왜? 지들은 공주거든. 자기들이 여신인데 뭐 미쳤다고 우리 같은 거지를 만나겠니. 언감생심 쌍욕 들을 일 있니? 감히 찝적거리는 시늉이라도 했다간 뭔 소리를 듣게. 생각도 말아야지. 아예 똥파리가 스토킹 하면 사랑해주던가, 아니면 하이에나한테 성폭행당하고 강간당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가. 걔네들은 모 아니면 도야. 콧대가 좀 높아야지. 우리 같은 촌닭들은 쳐다보지도 않아 얘. 여자친구니 남자친구니 정식으로 사귀는 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어? 소개팅해서 늑대가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싫다고 하지. 전화번호를 안 물어보면 안 물어본다고 상처 받았다고 하지. 늬 까짓 촌닭이 뭔데 내 친구 마음 아프게 하냐고 암컷 싸움닭도 우리를 고맙게도 지근지근 밟아주시지. 그냥 밞아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그냥 상처에 소금 뿌리면서 좋다고 꼬시다고 신난다고 비명을 지르셨지. 그녀들 완전 재밌어서 미쳐버렸다고. 어? 그러면서 지들이 무슨 아름다운 사랑 드라마라도 연출하는 줄 알어. 완전 재밌어하고 신나서 미치고. 내 님이 나타나면 뭘해, 지들 딴에는 최상의 환대라지만, 상대는 지옥을 선물받는 건데.
    누가 걔네 존미녀들 갖다 쓸 줄 몰라서 안 갖다 쓰는 줄 아시나? 우리가 걔네 구워삶기 싫어서 가만 놔두는 줄 아냐고. 웬만한 늑대들이 걔네 작업치기 어려워서 치근덕거리지 않는 줄 아시나 본대. 착각도 팔자다. 지들이 호감 갖는 남자도 다 보내고, 어? 지들이 좋아하는 남자한테 애정 표현도 못하고, 어? 지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내며 조심스레 근처에서, 저 같은 허접한 촌닭이 감히 그댈 사랑해도 될까요? ~라면서 신호를 보내도 속으로 좋으면서도 고민하다 사랑의 적기를 놓치고. 보내고. 뺏기고. 남자가 포기하고. 철벽치고. 콧대 세우고. 속으로는 남자 얼굴 보면서 겉으로는 마음을 본다 그러고. 겉으로는 의전녀처럼 뭘 모르는 여자 아니라면서 실제로는 조건 좋고, 호인에 성격 좋고, 잘생기고, 목소리 매력적이고, 자상하고, 다정하고, 부드러운 남자들 싹 다 싫다 그래. 그럼 누가, 오직 어떤 남자가 좋냐? (딱) 옳거니~ 오로지 의전 딱 1개만 봐! 그래서 여자 인생 평생 눈 높기로 최고니까 웬만한 남자들 다 싫대. 그런데 일생을 통틀어 딱 1명의 남자를 사겼으니. 그냥 만나면서 썸탄 거도 아니고, 정식으로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1년 동안 사겼지.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고, 소셜 네트워크로 만방에 자랑하고. 성적으로 얽히고 설키고. 회사에 소문 쫙퍼지고. 각자 집안 부모님과 친척들 다 알게 되고. 상견례 직전. 자기 친구들한테도 다 알리고.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이. 그렇게 여자 인생 40년을 통틀어 딱 1명만 사귐. 오직 딱 1명. 그런데 그 딱 1명이 누구냐? 하면, 그대는 바로 똥파리 중의 똥파리, 즉 스토커 중의 스토커. 게다가 미혼녀로 어떻게 애 낳고 어쩌고 살면서. 폐경을 앞둔 채 여자 인생 46년 47년을 통틀어 남자친구라고 사겨본 거도 역시나 딱 1명. 사겼던 남자가 걔 사진을 지갑 속에 간직한 사례는 그처럼 하이에나 딱 1번. 그렇게 여자 전성기는 파리 끈끈이로 막을 내리는 거지. 응? 그 여자 인생 50년 동안 결국 남자랑 1 대 1로 데이트해본 추억이라고는 스토커 딱 1명 뿐인 여자 인생. 낭만적이지 않니? 멋지다. 아름답다. 대단하다고. 휼륭하시지 왜 아니겠어. 한번 생각해 봐. 그 스토커는 그 사실을 알면 얼마나 행복할까? 스토커만도 못한 취급에 네 발 짐승 만도 못한 대우 받은 짝사랑남은 또 어떻고. 그러니까 강자는 누가 뭐래도 똥파리와 하이에나. 맞자나? 그게 어디 틀린 말이야? 아니잖아?
    더군다나 그걸 자랑해. 심지어 후회하지도 않아. 후회되면 자랑을 하겠나. 자랑스러우니까 자랑하지.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누가 협박했나? 그런데 여자들은 그게 첫사랑이 아니래. 자기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하니까. 최고가 나타나면 지난 건 다 쓰레기거든. 안 그런가? 그 둘을 견주어서 말도 안되면 막 그냥 갖다 버린다고. 하여간에 여자들이란. 태어나서 난생 처음 남자를 사겨서, 50년 숙녀 인생에서 남자는 오직 딱 1명 뿐이었던 첫사랑, 전남자친구. 다른 말로 우리 오빠. 와우, 똥파리에 최적화된 여자. 똥파리를 위해서 태어난 아가씨. 축하해. 좋겠다. 부럽다. 질투나네. 얄밉다. 유난떤다고. 재수없기는. 와 존경스럽다. 참으로 본받아야겠구나. 만인의 귀감이잖아. 미덕이 악덕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위선 같은 거? 교양미가 좀 오져야 말이지. 사랑론 박사님들 납셨구만 그래. 응? 어쩜 좋니, 응? 아름답잖아. 그 얼마나 멋지냐고. 안 그래? 좌우지간, 때 늦은 뉘우침은 대개 본의가 아닌 것. 개구리가 모기에게 용서를 빌까. 잃은 뒤에야 그 물건 귀한 줄 안다고. 양가죽을 벗겨버리면 두 번 다시 털을 깎지 못하는 법. 짐승을 놓치고 나서야 방도를 알게 되면 뭘 해. 안 그런가? 뭐 의전녀? 허영심녀? 여왕벌? 그분들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내어 분석해 주지. 자, 물 한 잔 마신 다음에. 입이 바짝바짝 탄다 얘. 내가 그런데 넌 얼마나 귀가 타들어가겠니? 아아 (절레절레)」





    8

   「의전녀? 영심이? 맹녀? 여왕벌? 그건 곧 자기들 같은 의전녀는 딴 거 아무것도 안 본다는 걸 입증하는 일. 진짜로 딴 거 아무것도 안 봐. 걔네들 특징이 그래. 그럼 사랑은 스토킹일까? 그분들을 봐서는 그렇지. 왜냐하면 그 어떤 남자들도 다 싫다 다만 스토커라면 무조건 좋다, 강간범이라면 행복한 가정이라도 꾸리겠다 라는 걸 사실로 증명하니까. 그걸 의전녀께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남자를 가질려고 애를 쓰면서도, 자긴 그런 의전녀라고 당당히 밝혀. 또 협박해. 저울질해. 염장질하고. 챙피한 줄도 모르고. 자랑스러워한다고. 남들이 골빈년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줄도 모르고. 주변에서 죄다 쓰레기한테 넘어간 거 반칙 중의 반칙이라면서 삿대질하는 줄도 모른 채. 또 착한 척. 미남 완전 좋아하면서 자긴 남자 얼굴 안 본다 그러고. 딴 여자랑 달랑 커피 1잔 마셨는데 내 남자친구를 뻥 차고. 딴 여자랑 달랑 커피 1잔 마셨을 뿐인데, 그런데 1년 동안 지갑 속에 사진을 간직해준 첫사랑을 뻥 차. 그러면서 자기가 차였데. 또 그게 자랑이데. 막 그래. 그러고도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시나? 그러니까 환승이별이 유행이고 대세지. 그래서 사랑이 더러워지는 거라고. (절레절레) (절레절레) 
    그런 의전녀들이 소개팅 어떻게 하는 줄 아니? 참 나 처음 만나는데 집 앞에다 자동차 갖다 대기시키라고 한다네. 응? 그래서 처음 만나자마자 의전 받아서 데이트하면서, 탐색전 펼치고, 또 집까지 고이 모셔다 드려야 하지. 그러면서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갈 때 어쩐 줄 아니?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올리면서 목선을 또 보여줘. 여우짓 하면서 전 의전녀이자 골빈년이랍니다, 라고 광고한다고. 걔네 특징이 그래. 걔네들 아무것도 안 봐. 무조건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싫다고 뿌리쳐도 끈질기게 매달리고, 집 앞까지 따라오고. 거절해도 거절해도 끝까지 꽃 들고 쫓아다니고. 딴 거 아무것도 안 보고 오직 그거 딱 1개만 본다니까. 말도 말어 말도 마. 뭔 얼굴, 능력, 성격, 인성, 몸매, 집안, 배경, 잔재주, 나이 기타 등등. 그런 거 아무것도 안 봐요. 오직 딱 1개 의전만 본다고. 어? 지가 의전 받을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나? 그러면서 겉으로는 자긴 남자 얼굴 안 본대. 연예인 누구 누구라면 환장을 하면서 말이야. 그저 하는 생각이라고는 남자 고추 빨 생각 밖에 안 하고. 의전녀 통계를 집단지성에 근거하여 내 보면, 집안 좋고 머리에 든 거 있고 괜찮은 여성도 분명 있겠지. 허나 대체로 보면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하고, 명품 좋아하고, 허영심 쩔고. 응? 뭐 명품?
    명품 좋아하는 건 문제가 아님. 호사와 사치와 명작 등 얼마든지. 명품이니 뭐니 절대 나쁜 게 아님. 그런데 문제는 분수에 넘치고, 자긴 여왕벌에 남잔 벌레고. 머릿속에 똥만 찼고. 가정교육 배운 건 없고. 막내딸이 다 그런 거도 아닌데 버는 족족 다 써. 주제도 모른 채 명품 휘감고. 하루종일 거울을 손에서 놓치를 않고. 어? 한 시절 그럴 수도 있는데. 인생이 시시해보이는 딱 영심이? 절레절레. 원래 그런 여자거나 또는 남자한테 당하고 속아서 일시적으로 삐툴어지는 여자도 보면 보이고. 여자들 얼굴에 똥칠하는 바로 그런 여자. 유치원선생이네 간호조무사네. 평판 깎아먹고 숙녀 평균 먹칠하는 미꾸라지들. 딱 쉬운 여자. 유부남킬러들. 남자랑 사겨도 절대 먼저 연락 안 하고. 심지어 자기가 먼저 꼬리쳤고. 누구로 갈아탈까 자꾸 흘리고 유혹하고 다니고. 걔네들 특징이 자기만 이쁘면 그만 주의. 자기 남자는 못생겨도 얼마든지 좋고, 친구 남편 친구 남자친구들 속 뒤집어지는 거 보는 게 삶의 기쁨. 인생의 행복. 어?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그러니까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그러니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닐 수 있나. 여자가 봤을 때 딱 싫어하는 여자. 사랑을 하겠다는 거야, 아니면 의전을 받고 싶다는 거야. 그도 아니면 단순히 트로피를(여자들이 부러워하는 남자친구 남편감을) 갖고 싶다는 거냐고. 노선 확실히 타는 의전녀도 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의전녀도 있고. 아무튼 그처럼 의전녀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뭐 논문 쓸 거도 아니고 그냥 수다로 풀지 뭐.
    첫째, 환승이별.
    둘째, 남자친구한테 복수 당해.
    셋째, 남자한테 배신당해. (똥파리 스토커가 하도 귀찮게 쫓아다니길래 만나줬어.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고 만방에 우리 사귀는 사이라고 공식적으로 알려. 언제 따먹히느냐는 시간 문제. 그러다 1년 만에 남자가 딴년과 채팅으로 만나 커피 1잔 마셨다고 작별)
    넷째, 남자 마음 식어버리게 만듬. (사랑하는 오빠인데도 불구하고 일절 전화 0번에, 1 대 1 만남 0번에, 사겨 주지도 않고. 똥파리는 사귀지만 넌 아니다 그거라고. 다른 남자는 다 몰라도 넌 아니다 딱 그거. 리무진 대기시키라 딱 그말. 연예인병. 공주병. 의전병. 머릿속에 똥만 꽉 찬 멍청녀. 맹녀)
    첫째는 흔한 거고. 둘째는. 둘째는 남자가 쫓아다녀서 딱 사겼어. 그래 공식적인 남자친구 여자친구. 그런데 진도가 없다는 건 그렇다 쳐. 남자가 무슨 짐승도 아니고 풋풋하게 만나서 차근차근 서로를 알아가는 거, 좋지 왜 안 좋아. 그런데 여자가 먼저 연락은 0. 집 앞에서 기다려라, 회사 앞에서 대기해라, 꽃 들고 어째라. 응? 그러니까 남자가 사귀면서 시험 합격한 다음에 몰래 바람펴서 딴년과 결혼 날짜 잡은 다음에 딱 걜 차버리지. 머릿속에 똥만 찬 멍청녀거든. 그러면서 또 직장 동료 통해서 소개팅 받는데, 집 앞에서 승용차 대기시키라 그래. 물론 남잔 플레이보이니까 대번에 눈치 채고 뻥 차지. 그러다 웬 어리숙한 연하이자 가난한 하이에나 잡아서 결혼해. 그러다 남편 직장 잘리고 이사가고 어쩌고. 의전녀? (절레절레) 얼굴 반반한 거 빼고 아무런 매력 없는 여자. 만나면 만날수록 턱 튀어나오고 남자 유도선수 만큼 발이 크지... 성격도 마음도 별로요, 몸만 따먹기 딱 좋고. 그래 봤자 절반 참치, 차라리 육덕녀 아줌마가 나아도 훨씬 낫지. 그분들은 절정녀거든. 응? 그러니 아무런 잇점이 없어. 그런 여자를 만나려면 술집 마담이 훨씬 낫지. 나아도 100번 낫다고. 성격도 별로 멍청해 여자 세계에서도 왕따. 사람 딱 보면 대번에 아하 의전녀구나, 라고 감지해야 하는데. 거기다 또 훈수 두는 양반들도 뭔 뜬금없이 코끼리 뒷다리 잡고서 '스테어웨이 투 헤븐'의 계단이래. 스타인웨이 앤 선스가 무슨 주류 회사인주 알어. 어? (절레절레) 꼬리쳐서 어장에 집어넣는 데 유독 재능이 돋보이는 의전녀도 있고. 남자처럼 사냥감보다 사냥 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의전녀부터. 딴년의 남자 뺏는 의전녀. 내 남자 뺏기는 데서 변태적 감정 느끼는 의전녀까지. 의전녀나 여왕벌녀나. 그러니까 넌 너 밖에 모른다 그러고 차이지. 그래서 난 널 사랑하지 않았어 라면서 차인다고. 그러면서 또 말은 자기 또 차였다며 차인 게 자랑이래. 여자가 남자를 찼으면서도 자기가 차였데. 스토커든 강간범이든 뭐든지 꼬였다 싶으면 자랑. 
    그걸 보고 여자들이 가만 있나? 그러나? 어? 그래? 그거 보고 가만 있으면 여자가 아니지. 응당 못 참는다고. 어떻게든 끌어내려야 속이 시원하단 말씀. 어떻게든 바닥에 눞혀서 지근지근 밟아줘야 그분들 속이 시원하거든. 응? 그러니까 미녀 때문에 선녀가 광분하면, 걜 폐기물 중의 폐기물이랑 짝지어주지. 암컷 싸움닭이 또 한번 독한 맘 품으면 장난 아니거든. 직장 동료 언니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집 앞에 찾아가고 찾아가고. 전화해서 불러내고 불러내고. 술 먹자 술 먹자! 나이트클럽 가서 부킹하자 부킹하자. 어? 가만 놔두질 않지. 새하얀 도화지에 기어코 똥칠을 해 놔야 그제사 속이 시원하시다 그 말씀. 귀가 뚫린 이모 스타일이 문어발식으로 순위 변경 차트를 즐기면서 남자를 거느리거나. 귀가 안 뚫린 숙녀가 남자에 환장하는 마음을 주체 못해 남잘 먼저 꼬셔서 남자친구로 꿰찬 다음 먼저 연락 0에 애교도 0이거나. 노잼. 싫어도 만나고.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사귀고. 그냥 거느리는 여왕벌 마인드.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한 게 문제가 아님. 멍청해도 괜찮음.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니라고. 응? 걔네들이 엄마 스타일에서 이모 스타일로 전환해보라고. 직업군에서 헤픈 여자 지조없는 여자 잘 주는 여자, 어? 걔네들이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환상을 다 깨주시지. 멀쩡한 직업인들 평판을 훼손시킨다고. 의전녀가 딱 미꾸라지. 수컷들이 걔네들을 딱 환영한다고. 거기서 더 가면 남자 세계에서 성적으로 유명해지는 거고. 걔네들이 아줌마 돼서 남편이랑 이혼하던가 별거하던가, 그래서 밤의 세계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손님과 딱 2 대 2로 만나면 블루스 추다가 갑자기 수트 입은 남자 바지에 손 쓱~ 집어넣서 완전 좋아해. 미치는 거지. 그럼 거기 남자 2명 가운데서 그나마 미녀 미시는 친구한테 가서 거기 만지는데, 자긴 선녀 아줌마? 야~ 가자! 우리 부모는 괜히 (몸짓) 날 이렇게 낳아가지고 말이야. 지는 비교 또 짜증 확 나는 거지. 그놈의 의전녀라면 아주 그냥 신물이 다 날 지경. 여성잡지 2 애호가랄지 새끼 마담들. 남자들 이 고추 저 고추 웬만히 빨아봤으니까 잘 아실 꺼 아니야. 의전녀를 특히 좋아하는 남자들이 누군지. 응? 여자 좀 아는 플레이보이들이 괜히 의전녀라면 질색하는 게 아니라고. 그분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바로 의전녀란 말이야. 어? 
    의전녀! 연쇄살인범이든 그 어떤 흉악범이든. 희대의 살인마조차도 스토킹만 하면 만사 OK. 스토킹만 하면 전부 다 사랑해 주고, 사겨 주고,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 주고. 고추를 빨아주고 입으로 요구르트를 받든 어쩌든. 그것만 충족되면 다 좋대. 다 좋다고 한다고. 어? 그분들이 괜히 악착같이 끈덕지게 달라붙겠나. 집요하면 집요한대로 다 성과가 두둑하니까 그렇지. 아동강간범인지도 모르고 따라만 다니면, 집 앞에서 꽃 들고 기다리기만 하면, 회사에 출근하듯이 꼬박꼬박 찾아오면 그저 좋대. 어? 여자 인생에서 이제야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첫눈에 홀딱 반해버린 오빠한테 마음을 주면 뭐하냐고. 몸은 똥파리한테 주는데. 또 심신분리? 걔네들이 원래 변태네. 좋아하는 남자한테 마음을 줄까 말까. 싫어하는 늑대한테 몸 주고 마음 주고 정 주고 돈 주고 사랑 주고. 안 주는 게 뭐야. 안 주는 게 뭐냐고. 뭐가 잘못 돼도 크게 잘못된 거란 말이야. 그러다 또 남자친구 갈아치우고. 최고가 나타나면 나타날 때마다 그게 첫사랑이라 그러고. 남자보다 더 하구만. 어? 집안 어르신 소개로 천생연분일 거 같아 만나보라, 그래서 사귄 거도 아니고. 친한 친구 소개로 괜찮은 사람 있으니 한 번 만나서 사귄 거도 아니고. 그냥 쫓아만 다니면 개나 소나 아무나 안 가리고 다 좋다는 의전녀. 걔네 의전녀들이 딱 강간범과 흉악범들한테 딱 걸려야 하는데. 아니면 평소에 하던대로 똥파리와 하이에나가 싹 다 처리하던가. 안 그런가? 자상함, 섬세함, 유려한 용모, 훤칠한 기럭지, 시원한 능력, 지적인 취향, 단순히 얼굴 기타 등등. 그런거 다 필요없고 오직 스토킹만 하면 만사 OK래. 그게 뭐냔 말이지. 자랑할 게 그렇게 없나? 할 일이 그렇게 없냐고.
    누가 자기 여자 아끼기 싫데? 때 되면 좀 알아서 다 맞춰줄까. 자기 여자를 이 세상에서 최고의 숙녀로 어련히 알아서 잘 대우해 줄까. 어? 그런데 시작부터 (몸짓)! 응? 순서부터 (몸짓)! 응? 누가 여자친구 회사 앞에서 기다리기 싫냐고. 모태솔로 우리도 한번 탈출해 보자, 그게 꿈인데? 그런데 순서부터 틀려먹었잖아 순서부터. 사랑의 자세부터 썩어빠졌다고. 어? 머릿 속에 똥이 들어있는지 뭔지 몰라도 오직 그거 하나만 좋데. 멍청한 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니까, 응? 못생긴 거가 문제가 아니라고. 우둔해도 내 주관이 뚜렷하면 돼. 그런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뭘 잘 알지도 못하고. 자기가 멍청한 줄도 모르고. 전남자친구를 자랑하지를 않나 계속 만나지를 않나. 예전의 우리 오빠를 새로운 사랑과 교제 시작도 전에 깔고 시작하려고 하질 않나. 보험은 또 계속 들고. 쉬지 않고 새로운 남자들 만나고. 심지어 좋다고 보지 벌린 채 군침 흘리는 늑대들 자동차 조수석에 그냥 막 타. 남자가 음주운전을 하든 말든, 2 대 2로 공식 더블 데이트를 하든 말든. 그러면서 자기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다? 생각도 없이 사랑의 기본도 모르고. 사랑할 자세도 틀려 먹었고. 사랑의 태도마저 더러운데. 그런데 걔네 의전녀들이 나중 G 스팟 열려봐. 어? 그럼 눈에 뵈는 게 없겠지. 걔네들이라면 아주 그냥 신물이 난다 신물이 나. 뭔 규칙도 모르고, 사랑관에 대한 예절도 없지, 일관성도 고무줄이지. 그래 놓고 뭔 사랑을 하겠다고. (절레절레) (절레절레) (절레절레)! 걔네 정말 의전을 받고 싶은 거야, 아니면 사랑을 하고 싶은 거야? 속을 알 수가 있어야지 속을. 
    하기사 오합지졸 동심에다 꼬마들 모아놓고 연설은 뭔 연설. 누구 들으란 소리는 아닌데, 그런데 네가 들어도 그분들 참 행복할 거 같지 않니? 그치? 그럼 뭐 이러다 곧 있으면, 아 됐다. 됐어. 어차피 연애 포기한지 옛날이고. 인생 혼자 사는 거지 뭐.」





    9

    레이첼은 거의 졸다가 이제 깨어났다. 
   「오빠 법사네.」
   「법사? 법사가 뭔데.」
   「마법사!」
   「」 뒷목. 몸짓. 표정. 뚜껑. 인상파. 울컥.
   「이 오빠 좀 봐 봐. 오빠 뭔가 상심이 컸구나. 뭔 사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빠 큰 상처받았구나. 많이 데였다고. 그래도 오빠 남자잖아. 응? 오빠가 참아야지. 성격 좋은 오빠가 뚱한 친구한테 당하고 마초들이 억지 부려도 오빠가 받아줘야지. 그게 우정이듯 오빠가 포근히 안아주는 게 사랑 아니야? 그러니까 오빠가 여자친구가 없지. 
    오빠 여자를 잘 모르네. 여자는 말이야 호응하고, 맞장구치고, 편들고, 공감하고, 동조하며, 얘기를 들어주고. 응? 과장하고 친할수록 흉보고 칭찬하고 들었다 놨다, 그래야 좋아해. 알아? 논리 그런 거 필요없어. 어? 비위 맞춰주고. 찬미하고. 아부하고. 어? 여자는 여자야. 남자가 남자듯이. 여자는 천생 <나 꽃이야!>라고. 여자한테는 져 주는 거 말고는 답 없어. 오빠도 잘 알잖아. 안 그래? 그래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빤 허구헌 날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고. 허허. 내 꺼랑 오빠 꺼랑 바꾸자, 뭘 좀 아는 오빠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오빠네, 성격 좋네, 아야 너 내 아들하자! 라는 말 들으면 뭐하냐고. 응? 그러니까 몇 년 내내 짝사랑 받았던 여자한테 그런 얘기나 듣지. 그녀가 빵끗 흥분하면서, 내가 딴 사람은 몰라도 오빠랑은 안 사겨 오빠는 아니야. 그런데 그걸 바로 앞에서 지켜봤던 하이에나는 또 1차 술집에서 나와 2차 술집으로 옮겨가는 자리에서, 그녀를 힘으로 어깨 동무하며 추행해, 그녀가 싫다는 데도. 그녀가 싫다면서 주먹으로 장난치지 말라면서 그 오빠를 가격하고. 그 마피아 늑대는 귀엽다며 재밌다 그러고. 하여간에~ 똥파리랑 하이에나랑 엮이는 거 뭐 있다니까 이 오빠는. 응? 여자는 간접 고백 받는 건 싫어하지만 하는 건 좋아하지. 그녀가 전방 몇 미터에서 걸어가며 뒷모습을 보이는 찰나 친구를 통해 대리고백. 딱 그 장면이 삼각형이었다면, 그땐 역삼각형. 걔가 괜히 그날 나와서 오빠 옆 자리 앉았게? 똥파리 하이에나는 참 어지간히도 껄떡거리고. 걔네들 아주 그냥 보이면 보이는 대로 아무한테나 다 찝쩍대고 들이대고. (절레절레). 그러니까 그 짝사랑녀는 웬 늑대한테 처녀성 헌납하고, 그깟 게 뭐냐 그러면서 억지로 좋지도 않으면서 처녀성 버리고, 웬 늑대는 상향지원 받아주면서 좋다고 따먹고. 맞잖아? 나 비뚤어질 꺼야! 응? 여자의 마음! 일명 여심. 그리고 여체. 어? 그러다 적당한 남자 골라서 시집가고. 여자가 이모 스타일로 전향할 뻔 하다가 다시 마음 다스리고서 엄마 스타일로 남는 예. 응? 
    여자는 남자 오래 못 기다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3년 5년 짝사랑한다는 거. 그거 절대 쉬운 일 아니다 오빠? 그거 결코 흔한 일 아니다고. 그거 진짜 진짜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알어? 오빠의 5년 펜팔녀는 오빠 할머니 성씨고. 오빠 첫사랑 성씨는 K요 그녀 보낸 다음 맞이한 썸녀도 성씨가 K. 그거 다 나한테 말해줬던 건 기억나? 그래? 여자가 자존심 내팽개치며 구애하고. 오래 기다리고. 승부수를 던지고.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 어? 그거 마다하면 못써. 아님 일찍 떨치던가 해야지. 남자도 줄 듯 말 듯 애태우는 여자 싫어하잖아. 어장관리에 환승이별에 지잘난년 짜증나잖아. 걸리면 양다리요 안 걸리면 환승이별. 여자도 그래. 남자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어? 그래야지. 웬만한 여자는 사귀든 안 사귀든 3년 넘게 미혼으로 한 남자를 사랑하기 힘들어.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을 빼놓고 여자는 남자를 오랫동안 못 기다린다고. 응? 아니면 양다리 세 다리 멀티태스킹이고. 그럼 정답은? 
    첫째, 초반 승부. 적극적으로 초장에 승부 보고 접든가, 즉 짝사랑만 하고 몸은 안 주고 끝내던가. 제일 깔끔!
    둘째, 초반 승부. 말하자면 초장에 몸부터 베팅하기. 그러다 남자는 몸만 받고 마음은 거르고. 때로는 여자의 덫에 제대로 걸리고. 꽃뱀! 
    셋째, 초반 승부 & 장기전. 초장에 승부 보고 어떻게든 그 남자 내 껄로 만들던가. 해도 해도 안 넘어오면, 못 도망가게 주변 잡초들 싹 뽑아버리고. 끈질기게 끝까지 남던가. 
    넷째, 장기전. 장기전에 내 모든 걸 거는 거고. 여자 인생 한 남자한테 올인이라고. OK?
    진한 사랑과 함께 여자가 마음 주고 돈 주고 몸 주고 순정 바치고, 그러면서 3년 기다려 주는 거? 그거 그냥 즐기는 이모 스타일도 있고, 많고, 그런데. 달리 보자면 그거도 절대 쉬운 거 아니다 오빠, 어? 여자는 남자랑 다르다고. 여자가 그렇게는 아니지만 짝사랑부터, 사랑과 우정 사이, 썸만 타거나, 아는 오빠 아는 동생으로 끈덕지게 그 주변에서 남자 근처에서 알짱알짱 얼쩡얼쩡 남아 있는 거. 일편단심인 걸 들키든 아니든. 그러다 차이면, 어? 그럼 다시 리셋하고 새 출발? 여자에게 제일 크나큰 관건이 뭔가, 나이야 나이! 외모도 외모지만, 나이에 따라 물건값이 그야말로 천차만별 좌지우지된다고. 응? 괜히 서른 넘으면 후려친다는 둥 뭐라는 둥 그러는 게 아니라고. 남잔 오히려 느긋하거나 범위가 넓어지겠지만. 여자는 오히려 더더욱 초조해진다고. 어? 안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마법 걸리면 일주일 동안 생리하면서 우울감 오고. 어? 그럼 똥 쌀 때 화장지로 거기 닦으면 피랑 막 범벅되고 기분 뭐 같고. 응? 남자가 그걸 어찌 아나. 안 그래? 여자는 전성기 확실하고 폐경은 더 확실하고. 어? 여자는 남자랑 다르다니까요.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문지방을 넘을 수만 있어도 여자를 탐하는 것. 그런데 여자는? 남자의 구애와 여자의 베팅은 그 성격이 너무도 판이하다는 말씀.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는, 타석 VS 타율! 액자와 그림이니 그런 얘긴 지겹고. 괜히 말이야, 괜히 <존미녀 & 존미남> 부부도 있긴 한데, 그게 좀처럼 드문 게 다 이유가 있다는 거라고. 응? 남자야 타석주의니까 최선을 지향하면 그뿐. 그런데 여자는? 여자는 타율왕을 바라는데 어찌 단 몇 번 만에 천생연분, 것도 특 A급 여자 외모에 딱 맞춘 맞춤복 남자 특 A급과 맺어지겠나. 뽑기로 봐도 여자에게 꽤나 불리한 게임. 안 그래? 
    이 오빠 알고 봤더니 이거 이거 순 허당이네, 어? 그걸 잘 알겠지만 오빠가 생각이 많으니까 지금 이 모양 이 꼴이지. 안 그래? 음악도 구식 탱탱 묵은 거나 듣고. 옷도 후줄근하고. 어이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오빠. 이제부터 오빤 말꼬리잡고 늘어지기 오빠야. 알어?」
   「너 오빠 약 올리려고 왔니? 그럼, 잘 왔어. 오빠 좀 얻어듣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네.」
   「오빠, 장난이지? 오빠 변태 같아.」
   「뭐라고? 나 똘아이 아니야. 나 미치지 않았다고. 너가 미친년이라면 또 모를까.」
   「허허. 그러고 보니 오빠 욕구불만이구나. 그치? 그 가운데 뭐, 성욕? 또? 하여간에 남자들이란. 파리는 임금님 국사발도 모른다는데 별로인 남자들만 꼬이질 않나. 족제비는 닭이 많이 여위었다고 탓하지를 않나. 어? 모든 막대기를 모으는 자는 숲에서 나올 수 없다네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적당한 언니를 만나서 그만 정착해 오빠도. 어? 그만 결혼해서 애 낳고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란 말이야. 응, 오빠. 뭐 또 그 말 할라 그랬지? 누군 만나기 싫고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줄 아니? ~라고 말이야. 얼굴에 다 써 있어. 얼굴이 빨개지면 이마에 나 늑대요, 표정이 새파랗게 질리면 마빡에 뭐라고 써지게? 맞춰 봐. 맞추긴 뭘 맞춰. 애무남이라고 당장 써지는 거지. 왜 찔리니? 하여튼 누가 촌닭 늑대 꿀벌 아니랄까 봐. 왜 사는 낙이 뭔지를 모르겠어? 몸정에 대해 논하는 에로 영화 본지 꽤 됐나? 아니면 극장에 가서 피맛에 빠질 뻔하다 간신히 모면하는 슬래셔 영화라도 좀 보던가. 아 맞다. 오빠 겁 많지? 그러면서 상남자 흉내는 무슨. 오빤 영락없이 쫄보 개상이라니까.」 
   「내가 무슨 개상이야? 그러는 넌 말상이니?」
   「어 나 말상이야. 어떻게, 잘, 아네?」
    재밌지도 않은 얘기를 지 혼자 웃기다고 정말 천연덕스럽게 떠벌리는 거 좀 봐. 와, 레이첼 말발 장난 아니네. 이분들의 대화를 모두 옮길 수는 없고. 그런다고 이 냥반들이 뭐, 괘씸한 환상의 내막을 파헤쳐 볼 뻔 말 뻔하다가 새로운 신비를 탐색했을까? 그런 일은 없었다. 있을 턱이 있나. 요컨대 적당히 수다를 나눈 다음 레이첼은 소개팅을 주선해준 다음 가버렸다.
    어라? 것도 퇴근 후 사무실 근처에서 만나라 그러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건수? 아니나 다를까 이제야 그는 흐뭇한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허허허. 그렇게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 꽃단장까진 아니지만 나름 신경쓰고 어쩌고 그런 다음 약속 장소로 갔다. 





    10

    그런데 약속 장소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당장 레이첼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된 거지? 아무도 안 오는데?」
   「안 그래도 내가 전화할라 그랬는데. 내가 딱 통화 버튼을 누를려 그러는데 마침 오빠한테 전화 오네? 오빠한테 전화받기 직전에 걔한테 전화 왔어. 자기 소개팅 하기 싫데. 미안 미안. 전남자친구랑 다시 만나보기로 했데. 오빠. 너무 신경쓰지 마. 내가 다음에 훨씬 나은 애로 소개시켜줄께. 알았지?」
    뚝. 뭐야 이거!
    거품은 맥주가 아니다. 행복은 다 남의 얘기일 뿐. 양이 있는 곳에는 늑대도 있다는데. 다시 말해 양의 탈을 쓴 늑대. 그런데 늑대만 있고 양은 없잖아? 이런 젠장! 
    그래서 그는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카페에서 칼럼 초안을 작성했다. 내용은 이랬다. 
    <낚시꾼은 남자, 물고기는 여자. 남자가 여자를 뭘로 꼬시냐, 하면 미끼와 배짱. 즉 얼굴 능력 성격 몸매 배경 말발 노력. 곧 숙녀가 허당한테 넘어가는 건 다 미끼에 현혹되는 것. 그래서 나중 누군가는 반드시 후회하는 것. 이 세상에 남편 흉보기 만큼 재밌는 게 어디 흔한가? 다시 말해 남자와 미끼를 혼동할 수밖에 없는 게 여자. 왜일까, 왜? 왜냐하면 날마다 화장하고 항상 거울 보며 시선 끌고 관심받아 기분 좋기, 라는 그들만의 리그를 평생 지속하다 보면 그도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 왜 이모 스타일 촌년이 지 맘에 쏘옥~ 드는 남자한테 섣불리 몸부터 베팅하겠나. 다 미끼가 아닌 낚시꾼을 딱 봐도 상향 지원이거든. 완전 내 맘에 쏙 들거든. 첫눈에 홀딱 반했으니까. 저 하늘의 별을 딸지라도 절대로 싫지 않다고, 응? 촌닭에서 반대 방향이 아니라 (자기 연애사에 비추어서) 앵무새 쪽이니까. 한편 보아하니 왜 늑대와 하이에나는 촌년에게 몰리느냐, 하면 정답은 모른 사람은 없고. 그래서 다 비슷비슷 끼리끼리 맺어지게 되면, 그럼 남는 건 결국 남자 F와 여자 A. 벌레는 제일 좋은 사과를 좋아한다. 
    왜 남자를 보며 여자가 「아니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라는 것일까?
    왜 여자를 보며 남자가 「아니 어떻게 만나도 만나도......」라고 하냐고! 
    왜냐하면 벌레 먹은 사과가 더 맛있는 법이니까. 뭐라고? 아름다운 꽃과 탐스런 열매 얘기라면 지긋지긋 신물이 나고. 어쨌든 남녀 공히 첫사랑에 곧장 랑데부 홈런을 때리는 경우는 확률뿐만 아니라 실상 어렵고. 그럼 남자는 플레이보이계를 넘보며 타격을 거듭하면서 백전노장이 되어갈 때 여자는. 남자는 재산 모으며 느긋하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듯 허세와 허풍으로 허영심을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할 때 여자는. 여자는 전성기의 가산점이 너무도 월등하므로, 나이에 따라 연애 시장에서 흥정 자체부터 후려침을 당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초경─소녀감성─할리퀸 문고─멜로 영화─여성잡지 1─여자의 판타지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드라마─숙녀의 전성기─다음으로 성적 절정과 여성잡지 2와 폐경까지. 남자의 성 그래프와 흡사한 게 연애 전선에서 숙녀의 나이 가산점. 그 대신에 여자는 성적 그래프는 반대니까 다 나름 보상이 뚜렷하고. 그래도 조급성은 마귀의 장난. 그러게 서둘러도 천천히 서두르셔야지. 요리사가 많으면 주방의 수프는 짜디짜서 못 먹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영원한 플레이보이계의 현역인 것. 농담이고. 연애와 사랑에 대해서 왕도는 없다. 다 자기가 알아서 애정을 깨닫고, 자기 인생을 살면 그뿐. 남녀 각기 이성을 좋아하는 건 본능이겠지만 문제는 항상 속고 속이고 변하고 식는 게 문제. 뭐 사그라든다고? 넘어가고. 그래서 답은 없다. 단, 사랑은 없지 않기를. 단지 사자는 쥐를 물지 않고 독수리는 파리를 잡지 않는다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만약'과 '100% 200% 확신'이라는 내 주관으로 사랑할 것. 내 인생 남한테 맡길 일 있나. 내 사랑관을 뭐한다고 타인에나 의탁하나. 이 남자가 혹시라도 딴년과 정서적 불륜의 기미를 보이면 나는 내 사랑을 지킬 자신이 있을까? 이 여인은 바람피우지 않을 엄마가 될 것인가. 혹시라도 나는 나보다 내 애인을 더 좋아하는 것일까? 하여 애 때문에 참고 살고 막장 드라마 연출할 거라면 애초에 시작을 말던가. 사랑이란 각자 스타일대로 만나는 것. 그게 자연스럽다. 
    첫째, 비교적 풋풋한 10대 20대처럼 연하고 순수하니까(?) 어장관리에 관대할(?) 것인가 아니면. 
    둘째, 대체로 엉큼한 30대 40대처럼 진하고 불순하니까(?) 다른 이성과의 멀티태스킹에 엄격할 것인가. 
    이모 스타일처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닐지라도 끝끝내 묵묵히 관찰하며 인내하며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엄마 스타일 같은 정실감을 고집할 것인가. 유별나기로 다변가들 못지않은 설레발과 참견은 참고로 알고, 행동은 내가 하고. 책임도 타인에게 미루지 말고. 저주도 재미없고. 복수할 만큼 인생이 한가하지도 않고. 날씨는 아침에 칭찬 말고, 잠자리는 초저녁에 큰 기대 말자. 사랑은 장기전. 뭐 쾌락은 장타? 장검을 피하자 단검에 부딪히지나 말기.>





    11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달콤한 추억, 무모한 모험심, 멍청한 청춘. 뭐랄까 가난한 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쓸쓸한 아줌마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고. 말이야 못생겼다 선녀다 라면서 칼럼을 남발했을지언정. 말과 달리 우리한테 걸려들기만 한다면야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고 어여쁜 숙녀로 만들어드릴 수 있을 텐데. 한마디로, 자신있는데! 뭔 말인들 못하시냐고? 마이크 꺼 마이크 끄라고! 행복한 감수성을 밀고 당기고. 소망과 공상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남몰래 짝사랑에 빠져버릴 것만 같은 소녀감성까지 쥐락펴락 쥐락펴락. 하루에 12번도 더 첫눈에 홀딱 반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호시절이 있었던가는 기억도 안 나고. 그래 봤자 다 쓰잘데기없는 얘기고. 흥미로운 건수가 어딨어. 기다리는 일정도 없으니 실망할 일도 없어서 좋기는 한데. 간지려 줄 고상한 취향도 보이지 않고. 한껏 들뜨도록 마음을 빼앗아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버릴 궁리도 다 귀찮고. 설레는 일이 어딨냐고. 코끝이 찡해 봐야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핑 도는 사랑이라고 해 봐야, 그래 봐야 더티러브한테 안 되고. 다들 쾌락마한테는 도무지 상대가 안 되고. 어? (절레절레)! 희망의 미소 같은 얘기라면 짜증나고. 에잇시 우리가 바라는 부드러움이라는 건 식빵이랄지 참치 샐러드가 아닌데 아닌데. 공상도 재미없다 재미없어. 
    ~라고 그는 생각했다. 10년에 딱 1번 들을까 말까 하는 현란한 말발. 기회를 주지 않으니 7부 리그는커녕 패자부활전마저 무색하니 말도 어눌해지고 쓰는 어휘도 초라해지고. 
    그러던 찰나. 그는 할 일을 하나 생각해냈다. 할 말이 애초에 없든 떨어졌든 할 일이 생긴 게 어딘가. 
    그건 다름 아니라 중고차로 대충 탈만 한 애마를 입양하는 일이었다. 알아보는 거도 다 알아봤다. 
    가지러만 가면 된다. 상표니 뭐니 그런 거 이제 다 귀찮고. 그까이 꺼 그냥 굴러만 가면 되고. 
    어차피 지금 이 판국에 이동 수단이면 그뿐이고. 그래서 그는 친구 제라드 2를 만나러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는 제라드 2를 만났다. 
   「아무리 똥차라지만 너 후회 안 해? 공짜면 나도 왠지 모르게 미안하잖니. 안 그래?」
   「미안하긴. 이거 딴 데다 팔아서 쥐똥 만한 개이득 챙기느니, 뭐랄까, 친구한테 좋은 일하고 생색 같지도 않은 생색 한번 내보고 싶었네. 됐수?」
   「나야 고맙지. 그렇지만 다시 한번 말하는데. 뻥, 아니지?」
   「아니라니까 얘가.」
   「알겠네 알겠어. 그래도 나도 애마 받고 입 싹 딲으면 왠지 꺼림칙하고. 내가 뭘 해 주면 좋겠니. 말만 해.」
   「바보 같이 굴지 마. 그런 거 없어. 없다고.」
   「없긴 뭐가 없어? 여자지? 그렇지? 괜찮은 여자 소개해 주면 되는 거지?」
   「하여간에 눈치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허지만서두 나도 눈치라면 어디서 썩 안 빠져. 너 이미 그 말 들었지?」
   「무슨 말?」
   「아는 동생한테 날 소개해줄라다가, 그 언니가 따끔하게 쐈을 거 아니야. 뭐라고? 이 오빠가 미쳤나?? 라고.」
   「늬가 그걸 어떻게 알아?」
   「뭐야, 정말이야?」
   「농담이야. 쫄기는. 아무튼 주접 그만 떨고. 이렇게 만났는데 할 일도 그저 그렇겠다. 바다 보러 가는 거 어때?」
   「지금?」
   「왜, 바빠? 너 기다리는 여자 없잖아? 안 그래?」
   「여자친구는 없어도. 그래도 우리가 또 아는 누군가는 있지 않을까?」
   「이거 봐 이거 봐. 그래 놓고 나한테 뭐 여자를 소개시켜달라고?」
   「뻥이야 이 친구야. 나 일해야 돼. 중요한 약속도 있고. 아무튼 담에 더 괜찮은 거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때까지 그냥 대충 끌고 다녀. 알았어?」
   「말이라도 고맙네 친구.」
   「또 연락하자구. 안녕 보머나이저? 서머나이저!」
   「또 연락하자구. 안녕 제미네이터!」
    뭐, 뭐. 뭔네이터 무슨나이저? 지들끼리 아주 그냥 잘들 논다 잘들 놀아. 하여간에 순 화상에 허당이자 한량 아니랄까 봐. (절레절레)





    12

    어중간하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냐, 사랑에 대해서라면 내 사전에 뻔트란 없다 주의냐. 짝사랑이냐 끝장을 보느냐. 
    자, 후자인 줄 알고 많이 좋아했는데 알고 봤더니 글쎄 양다리도 아니고 문어발식 어장 관리? (절레절레)! 그건 뭐 세태요 유행이자 애교일 뿐인 건가? 그러든가 말든가. 관심도 없고. 사랑이라면 신물이 날 지경이고. 유난떨기 좋아하는 성미를 숨길 수 없는 심술쟁이네 뭐네 여자들 찬미하는 거도 다 뻥이고. 다 따먹을라고 애쓰는 개수작이지 뭐 사랑이 별건가. 그러니까 그분들이 우리한테 일평생 속기만 하지. 일생 우리한테 당하며 길들여지기 밖에 더하냐고. 딸랑딸랑 응애응애 딸랑딸랑 뿌요뿌요! 뭔 말만 하면 다 믿어. 순진하고 착하고 소심하고 다정하고. 그리고 부드럽고. 많이 부드럽고! 여자들 속이는 거 일도 아니라고. 사랑이라는 게 본디 따지고 보면 별거 없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런데 누구한테 사랑받기 위해? 날파리한테!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풍선이 땅에 닫기 전에 톡톡 건드려서 틈틈이 띄워주기만 하면 그뿐.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다, 는 농담 반 진담 반이고. 다 그게 그냥 배 고프면 밥을 주고, 로맨스 분위기 이어가고. 양치기 견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고, 목동은 사랑에 대한 당근과 채찍 작전에 지친 마음을 달래려 시선을......! 뭐? 여자의 판타지. 물욕. 군침. 흑심. 눈독. 개침. 낭만이고 자시고 다 뻥. 몽땅 뻥. 전부 개 뻥. 사랑은 더티러브. 아니면 사랑은 없어. 더러운 기억부터 하찮은 추억 하며 눈길에 오르내리고 입소문까지. 
    또 또 사랑. 사랑에 대한 공상은 지겹고. 애들 코 묻은 돈 합법적으로 빼앗고, 멍청하고, 외롭고. 따분한 양반들 관심에 목마른 듯 헛된 연애론이나 떠올리느니. 먹고살려면 그는 칼럼을 써야 했다. 그래. 품위유지비. 금은 말은 못 해도 수많은 일을 한다. 돈이 좋기는 좋다?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럼. 가난한 게 뭐 자랑도 아니고 땅을 파도 돈은 안 나오고. 일을 해야지 일을. 
    자! 그런데 어떤 칼럼을 쓰지? 아니 저번에 광고 문구 짓는 걸로 업을 바꿨잖아? 그러든가 말든가.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을 찬찬히 관찰해보면 매번 딴짓. 공부 잘하다가, 거울 보고, 핸드폰 보고, 기지개 펴고 어쩌고. 그러다 공상하고. 사랑의 쾌감을 상상하고. 언제 쾌락마를 탈지 궁리하고. 허구한 날 남자 꼬실 생각. 왠지 끌리는 남자를 유혹하고 싶은데 별로인 남자들만 찝적거린다며 투정할 입장이나 되면 오죽 좋냐고. 그러다 성적은 떨어지고. 공부를 잘하면 미래의 신부 얼굴이 바뀐다 그러고. 공부를 못해서 어떤 미녀는 나중 두고두고 똥파리와 하이에나의 구애에 지긋지긋 치를 떨고. ~라는 공상병. 에잇. 일은 하기 싫고. 그는 그처럼 항상 놀고 싶었다. 제 버릇 개 주랴. 너구리 같은 놈. 찐따. 아웃사이더 일명 아싸. 개 아저씨. 개저씨. 짧게 아재. 개의 마음은 언제나 뼈다귀에 쏠리는 것. 그 뼈다귀를 이르러 일명 개 뼈다구, 개 뼉따귀. 응? 그래~ 개 뼈다귀. 다시 그걸 일컬어, 무슨 개뼉따구 같은 소리나 하고 있냐,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는 그만 닥치시라.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 집어치우고. 어? 무슨 말도 안 돼 같은 일은 다 남의 일이고. 
    그래서 그는 일 때려치우고 놀러 가려고 했다. 어디로? 어디긴 어딘가 푸르른 해변에 가서 비키니를 구경하는 거지. 그녀들이 얼마나 애쓰고 노력하며 공들였는데. 관중이 다 필요하단 말씀. 물론 그녀들이 바라는 관심은 이 관심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NB는 당장 웨건에 짐을 챙겨 넣으면서 당장 출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미스테리아 편집장 마라로부터 전화가 오네? 아니 얘가 뭔 일로...! 한동안 뜸하다 싶더니 연애하다 차였나? 그야 들어보면 알겠지. 
   「자기야 잘 지내? 왜 안 와? 이러기야? 정말 이러기냐고.」
   「얘 마라. 누가 들으면 너가 내 마누라라도 되는 줄 알겠다. 아니면 본처가 아니라 애첩? 그도 아니면 새끼 마담?」
   「새끼 마담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하여간에 남자들이란, 어? 그저, 됐고. 딱 됐고. 우물쭈물 뜸들일 거 없이 용건만 간단히 말할께. 남자들 그거 좋아하잖아. 안 그래?」
   「꼭 그렇진 않아 얘. 먹잇감을 물색하고 잡을 때 최선을 다하는 건 여자도 마찬가지 아니니? 탐스러운 사냥감을 얌얌 냠냠 꿀꿀 우걱우걱 맛나게, 것도 좋지만. 먹잇감보다 사냥하기에 더 매료되는 거 아니니? 장사 한두 번 하는 거도 아니고. 솔직히 그찮아? 안 그런 척은 무슨.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봐 봐 얘. 그럼 퍽이나 기분 좋겠다. 안 그래? 너 미남 싫지 않지? 그치? 내가 널 모르니, 어? 고양이는 귀가 제일이고, 여우는 꼬리가 으뜸이야. 이제 슬슬 네 팔랑귀가 펄럭일 때가 됐는데. 네 엉치뼈가 슬슬 가려울 적기가 임박했는데.」
   「닥치고. 통화 길어지는 건 그건 전형적인 신부들러리들이나 하는 일. 주인공은 행동. 응? 우린 만나야 하는 것. 응?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 돼 이 녀석아. 남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단 말이야. 너 남자지? 그렇지? 그럼 넘어와. 당장. 잔말 말고. 알았니?」
    그래서 그는 환상문학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 사무실로 찾아갔다. 





    13

    그렇게 이동해서 도착했다 치고. 
    편집장 마라의 사무실에 슬로모션으로 들어가서, 양쪽 소파에 앉아 서로 째려보는 중.
    음악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오페라 <양치기 임금님> KV.208 - “온화한 대기와 상쾌한 나날” 
    음악이 심하게 낯설다면야 DJ에게 바꿔달라 부탁하면 되고. 왠지 어색하면 뭐 속된 말로 졸라 분위기 있다면서 쓱 웃으면 그만이고. 그렇지만 지금 분위기는 어딘가 모르게 쎄하고! 
   「너 줄거리 썼다며?」
   「뭔거리?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너 내 뒷조사했니?」
   「어디 뒷조사만? 넌 뛰어봐야 내 손바닥 위야. 알겠니?」
   「그럼 나 지금 심문받는 거니?」
   「알면 됐고. 우리가 모르는 게 어딨니. 어찌 됐든 알기 전이라면 또 모를까, 그 뭔가를 우리가 벌써 알아버렸네? 그럼 할 수 없지. 어?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거든. 안 그러니? 그 어떤 우수에 찬 예술가의 눈빛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사랑에 상심한 로맨티스트의 비애라고나 할까. 아 맞다. 그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네. 이를 테면 사랑이 아니라 우정. 어차피 우정도 사랑과 거의 똑같은 거니까. 즉 우정으로 시작했다가 끝은 사랑인 거지. 아니면 사랑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사랑 + 우정. 아니면 두 마리 토끼? 넘어가고. 의리가 뭐 별거니? 가족끼리 이미 별을 수 차례 땄는데 뭘 또 따? 라는 농담처럼. 친구끼리 왜 그런 거 있잖니. 허세 장난 아닌 친구랄지 승부욕으로 어디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친구. 어떻게 테니스 채 잡을 줄이나 알아? 어? 어떻게 골프채 쥘 줄이나 아냐고! 그렇게 시작됐다가 복수전 1번 20번 300번, 그러다 이길 때까지 할 생각인가 보네? 정말로? 진짜로? 그럼 일찍 져주는 게 장땡.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고개 숙여 고개 숙여. 뭔가 어떤 그런 기분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게 뭐야?」
   「뭐긴 뭐야 줄거리가 뜨뜻미지근하다 그거지. 그래서 전문가의 손길을 타면 확 그냥 뒤바뀔 거라는 촉. 어? 우리가 그런 감도 없으면 어떻게 이 바닥에서 벌어먹고 사니? 안 그러니? 자칭 전문가요 타칭 권위자씩이나 되면서 세상없어도 감 떨어지면 알아서 내려가야 하거든. 제 발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고. 머리끄댕이 잡혀서 끌려내려가면 그나마 다행이게? 그야 콩트도 재미없고. 하여튼 이제나저네나 늬가 그 사연 왜 안 털어놓나 했다. 
    그거, 실화, 아니지?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그처럼 사실적이니? 마치 진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어? 믿을 수가 없는데 완전 진짜 같아. 놀랍다고. 응? 넌 그냥 눈치껏 이제부터 뭐든지 예스만 하면 돼. 어? 넌 이제 예스맨이라고. 알겠니? 너 영화에서만 봤잖아. 007 가방을 열었더니 글쎄 고액권 가득 든 거. 뿐이니. 골드바가 가득 든 007 가방은 또 따로 있고. 그런 거 진짜로 보고 싶지 않니? 깐깐하게 굴 거 없어. 넌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우리가 일 한두 번 하니? 이만하면, 아 넌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 정신없겠다. 뭐가 뭔지 정신 하나도 없겠다고. 알아 얘 다 안다고. 말 안 해도 다 늬 맘 안단 말일세. 허허. 아직은 뭔가 긴가민가 하겠지만 넌 그냥 개구리처럼, 너구리처럼, 개처럼 그냥 그대로 일하고. 놀고. 마시고. 그럼 돼. 어? 두더지를 색출하거나 감정선이 꼬이는 영화도 가끔 보고. 더 놀고 싶으면 또 놀고. 어? 그런데 이걸 어쩌니. 아 글쎄 노다지가 벌써 뚝 떨어졌네? 그러네?
    긴말 필요 없고. 일단 만나 봐. 너 지금 절호의 찬스야 인마. 어? 개 없이 사냥 떠난 자 토끼 없이 돌아온다고 했어. 알아? 뭐, 찐한 사랑을 암시하게 만드는 무언의 요구? 안 써지는 로맨스 웬만히 붙잡고 있고. 우리 그냥 쉽게 가자. 응? 내가 배부르다고 남도 배부르지는 않지. 아 네가 배고프다고 남도 다 배고프지는 않아 짜샤. 짜식. 세상일이란 게 말이지, 슬프면 손톱이 자라고 기쁘면 머리카락이 자라는 건데. 그런데 뭐든지 다 길어. 전설의 검이라는 휘황찬란한 검집에서 검을 딱 뺐더니, 짜리몽땅한 단검이 나왔다더라. 그게 아니고 말이지. 진짜로 다 길어. 심지어 꼬리까지, 어? 캐도 캐도 비밀이 끝없이 나와. 자초지종 알려고 하지 말고, 어?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쳐 얘. 그니까 넌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라고. 알겠니?」
   「시끄러워.」
   「뭐 재밌다고?」
   「도와줘.」
   「뭐 안아달라고? 키스는 나랑 말고 딴년이랑 해라. 나도 키스한지 퍽이나 오래됐다만, 우린 그런 사이 아니다. (절레절레)」
   「거짓말 마.」
   「설마... 내 마음 읽었니?」
   「응큼한 년. 더럽게 밝히는 년. 암캐. 암탉. 불여우.」
   「어머. 어머머. 어머머머머머. 나 얼굴 빨개졌어 얘. 나 색정증 환자 아니야 얘. 나 정상이라고.」
   「치사한 자식.」
   「뭐? 나 여자야 얘. 나 여자라고. 왜, 보여줘?」
   「보여주긴 뭘 보여줘! 
   「아 이제 알겠다. 너랑 나랑 친구라서 그렇구나. 왜 사랑과 우정 사이 싫다고? 아니면 뭐 내가 늙었니? 그러니? 너도 영계 좋아하니? 아니면 벌레 먹은 사과? 이 인간이...! 보자 보자 하니까 증말. 아휴 내가 말을 말어야지. 하여간에 누가 늑대 아니랄까 봐. 넌 늑대의 탈을 쓴 양이야. 알아? (삿대질). 그러니 내가 목에 핏대 안 세우게 생겼니? 아하~ (딱)! 호칭이 문제였구나 호칭이. 우리의, 양의 탈을 쓴 늑대님께서 꿀꿀꿀 슬퍼지셨어요, 우쭈쭈? 내가 그걸 여태 왜 몰랐을까. 나도 나다. 오빠~! 응? 오빠~! 됐지? 그러게 진작 말을 하지 그랬니. 원 맙소사! 너도 너다. 어? 너도 너다고. 왜 더는 못 봐주겠어, 오빠? 너무 볼썽사나워? 오빠. 눈꼴셔서 차마 눈길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해? 그래 오빠? 오빠.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응, 오빠.」





    14

    NB는 허구헌 날 몽상에 빠져 있었다. 딱히 끌리는 숙녀에게 막 이런 식으로, 그댄 풍만한 몸매 하며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미모를 보아하니 정말 믿을 수 없는 비너스로군요. 아아 사랑의 아르테미스여 ~라는 립서비스를 통 뻐꾸기 날릴 기회조차 없었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허허. 책상 위의 화장지 같은 놈. 의뭉스러운 녀석. 뻔한 잔꾀야 한심할 뿐이고. 허당계에서 썩 빠지지 않는 여복이 다 뭐야. 풍년이야 잠깐 있을 뻔 말 뻔하다 언뜻 스쳐지나갔을 뿐이고. 재밌지도 않은 시간 낭비용 드라마일 뿐이고. 누구에게나 뒤지는 심심한 놀기와 재미없는 일하기 뿐인데. 숙녀들의 타고난 이상형감과 정반대. 병풍으로 끼워주기에도 한심한 작자. 고질적인 공상병은 또 어떻고. 불행한 인생에 낙심하여 절망하고, 막살자 주의에 군말 없이 동의하기를 바라는 건 아닌데. 이게 그러니까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뭐랄까 눈은 자신을 믿고, 귀는 남을 믿는 것이라는데. 그런데 따져보면 전자는 진실이요 후자는 못미더운 것. 그래서 전자 + 후자. 그게 무엇이냐. 없었다. 있을 리가 없지. 어? 있을 턱이 있나. (절레절레). 
    말하자면 JS는 엄청 고민했다. 마라가 말한 정체불명의 구매자를 만날 것인가 말 것인가. 이건 기회일까 아닐까. 설마 속임수는 아닐까 라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누가 나올까. 누구지? 누구냐고. 과연 그분은 누구! 혹시? 아니야 아니야. 아직이지. 아닌데? 그야 뻔하잖아. 뻔하긴 뭐가 뻔해. 헛소리 횡설수설 혼잣말 나불나불. 에잇 몰라. 에잇시 모른다고. 됐고. 집어치우고. 만나보자. 그는 결심했다. 
    그렇게 마라가 주선한 약속 장소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벨리니의 오페라 <몽유병 여인> 중 <오, 알 수 없는 인간의 생각이여>
    하여튼 웬만한 찻집에 가면 대부분 유행가다. 다른 장르야 단 몇 개 뻔하고. 대체로 유행가라고. 
    그런데 그가 가는 곳마다 무조건 고전음악만 튼다니. 뭐야 이거 자기들끼리 짠 거 아니야? 넌 일이나 해라,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 그게 아니라 바로 그거지. 그게 어떤 이치냐고? 
    바로, <늑대 눈에는 하트만 보인다>. 뭐? 
    아닌 게 아니라. 여자들이 무슨 공상을 제일 많이 하시는 줄 아시나? 뭐긴 뭐겠나. 여자의 판타지가 무엇인가? 남자는 수량이라면 여자는 차트라니까 그러시네. 응? 이를 테면 <곰은 언제나 꿀에 마음이 가 있다>에서 그 곰이 암컷이네? 그러네? 어라? 여자가 남자 생각을 그 얼마나 많이 하는데. 여자들끼리 만나서 뒷담화 이만큼에 친구를 앞에서 까냐 뒤에서 까냐 단지 그 차이라면. 나머지는 그냥 싹 다 남자 얘기. 응? 여자가 남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거리에서 여자들이 보는 거? ············뭘까············! 정말로? 그렇다니까 그러시네. 막말로. 이 글을 읽는 그대 진정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께서는 출근하면서 뭘 보시나? OK~ 들었다 치고. 
    당신께서는 여행지에서 눈길과 관심이 어디로 쏠리시나? 의지는 아니실지라도 어디로 마음이 끌리는 것일까? OK~ 들었다 치고. 
    당신께서는 친구와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눴나요? OK~ 공감하고 동조하며 편들었다 가정하자고요. 진심으로. 충성심으로. 이해심으로 말이다. 
    그 어디에 가건, 누굴 만나건, 뭔 일을 하건. 어? 뭐 사랑이란 미스터리라고 하면 그뿐이고. 환상과 쾌락과 행복감에 꺼뻑~ 흰자 뒤집히는 공상은 그만 때려치우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NB 앞에 착석한 그분은, 다름 아니라 여성환상 1.5 편집장 사라였다.





    15

   「사라. 네가 여기 웬일이니?」
   「오빠였구나. 난 또 누구라고. 그럼 그렇지.」
   「왜 실망이야? 벌써? 시작부터 김 빠지게 이러기야?」
   「이러기는 누가 이러기야. 내가 오빠랑 뭘 했는데?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착각하지 마. 또 뭘 상상하는데. 어?」
   「나 상상 안 했어. 얘가 얘가 생사람 잡네. 응? 넌 다 큰 처녀가 뭘 그렇게 밝히기는 밝히니? 어?」
   「내가 언제 밝혔다 그래? 오빠 나한테 멱살 한번 잡혀 볼래? 어?」
   「워───워───워! 진정하고. 오빠가 다 알아서 어련히 괜찮은 남자 나중에 소개해줄까. 어? 조증이 잠잠하면 조급증. 누가 말괄량이 아니랄까 봐 하여튼.」
   「긴말 필요 없고. 밝게 웃으며 즐거워해도 모자를, 흥미 만점을 만끽해야 할 분위기. ~는 아닌 거 같아. 지금 말이야. 나 오빠랑 찐한 사랑 못할 거 같아. 에잇 솔직하게 말하자.」
   「뭐? 내가 언제 너랑 그렇고 그런 장면을 꿈꿨다고 그래. 얘가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어? 안 되겠네. 너 나한테 혼 좀 날래? 그럴래? 오늘로 날을 잡어? 그래? 원해? 그걸 바라냐고.」
   「오빠. 재미없어. 재미없다고. 놀아주니까 좋다고 그냥. 이 오빠 꽁트 어지간히 좋아한다니까. 완전 촌스러워. 요즘 애들 그런 거 하나도 안 좋아하네요. 완전 구식 탱탱 묵은 농담이나 하고. 어휴 구닥다리. 그러니까 각본도 별로요 줄거리는 더 별로지. 안 그래? 별로인 남자들만 꼬인다는 여자들처럼, 오빠도 별로인 상상력만 출중하시다 그 얘기라고. 알겠어요? 뭘 해도, 따분하고 재미없기 일보 직전. 뭐 언젠 안 그랬나! 뭔 얘긴가 들어보면 다 그렇고 그런 군침. 개침이 딱 반이야. 아니지. 이건 뭐 그냥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다 그거야. 다 그거라고. 도대체 오빠 머릿속에 뭐가 들었을까? 응? 도무지 모르겠네. 통 그 속을 알 수가 없다고. 응?」
   「뭔 소리야? 난 늬가 더 의뭉스러워.」
   「그래요? 오빠 고마워. 호호. 오빠가 날 좋아한다는 간접적 표현이네? 뭐 벌써 고백하시게? 그럼 그다음은? 허허. 제가 누굽니까. 그러나, 딱 반전! 어? 나 오빠 줄거리 안 살래. 오늘 내가 들고 온 이 007 가방.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 줄 알기나 해?」
   「뭐가 들었는데?」
   「오빠 살면서 지금껏 007 가방 만져보지도 못했지? 어떻게 타인의 007 가방 근방 1.5미터에 접근해 봐야. 그래 봤자 전부 다 합리적인 상품이었지? 일명 싸구려. 어? 저렴한 거 말이야. 그래 안 그래? 사실만 따져서. 피고는,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시오.」
   「예.」
   「아이구 귀여워. 저 꼬리 살랑살랑 흔들면서 침 흘리는 거 좀 보소. 호호. 어디서 눈독은!」
   「뭐?」
   「됐고. 일단 이거 열어나 봐.」
    와우~! 
    짧게 가자. 영상으로야 슬로모션 기법에 어쩌고저쩌고. 긴장감 절정이다 치면. 지금은 짧게 가자고. 간접화법 아주 그냥... 워 워 워! 
    그는 007 가방을 여느라 한참 동안 땀을 뻘뻘 흘렸다. 이렇다니까. 이래요 이래. 어? 막 이래. 주인공들은 처음 보는 가방도 척척 열고, 식은 죽 먹기로 뚝딱 뭔가를 운전하고 어쩌고. 
    그렇지만 이런 병풍은? 뭘 해도 어설프지. 뭘 해도 꺼벙하다고. 허접한 녀석 같으니라고. 비리비리 매가리 없이 멍청하기나 하고. 그렇게 어떻게 끌렀다 치고. 
    자, 그럼 그 안에 과연 무엇이 가득 들어있었을까? 
    고액권 돈다발?
    빛나는 황금바?
    가방은 텅텅 비어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가방이 무거웠는가? 
    007 가방이 정말 비싼 특수 주문품이라서 그랬지. 8 대 2 가르마. 9 대 1 가르마. 어? 올백! 그 떡대들은 이런 가방 딱 들어봐도 내용물이 0이란 걸 즉각 감지하는데. 그는 혼자서 뭔 별의별 망상을 다 한 거라고. 
   「왜 실망이야? 오빠. 여자 생각 그만 좀 해라. 응? 여자가 그렇게 좋니? 그래? 우리 좀 적당히 하자. 응? 그거 그만 좀 하면 안 되겠니? 남자의 판타지? 그거 제발 좀 자제하면 안 되겠니? 남자들 허세 배틀 붙으면 말도 아니지. 누가 뻠쁘질 살짝만 해 봐 그냥 말도 못 한다고. 사석에서 그러다 보면 또 애널리즘 얘기 나오고. 현미경으로 정자를 보면 그게 무슨 모양이냐, 그런데 너네 그런 경험 있어? 막 그러면서 바나나 끝에 왜 하필 콩나물이 붙어서 나오냐고! 그러면서 겁나게 웃고. 물론 허세 딸리는 친군 썩은 미소 짓고. 아아 (절레절레) (절레절레)」
   「넌 뭐 성녀니? 넌 남자 생각 안 해? 너 남자 싫어해? 너 남자 환장하잖아? 남자가 허벌라게 너한테 껄떡거려주는 게 소원이잖아? 그러잖아? 솔직히 그래 안 그래? 어? 사자의 힘 여우와 대비 안되고, 여우의 꾀 사자와 비교 안된다~ 너? 넌 그냥 벤치멤버일 뿐이야. 알아? 그러니까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주지 않는다 그러지. 두 자루의 날카로운 칼을 한 칼집 속에 집어넣을 수 없어. 그런데 뭐 또 환승이별? 또 어장관리? 또 문어발식 작전? 그놈의 거미줄 웬만치 좀 퍼트려라. 그래 가지고 무슨 사랑. 그래 봐야 가난이 문 열고 들어오면 행복은 창문 밖으로 나가고. 어? 금은보석은 사랑을 변호한단 말이야 이 친구야. 알어? 뭐 또 남이 피운 불에 제 몸 녹일 생각이니? 그러니? 아니면 뭐 언 발에 오줌누기? 또? 개에게 빵조각을 아끼는 자는 양을 통채로 늑대에게 바치는 법이야. 알어? 어? 하여튼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뭘 상상하셨을까. 저 화장하느라 1.5시간. 정성스럽게 화장했으니 집에 들어가기 당연히 싫으실 테고. 말만 시선강간 어쩌고저쩌고. 그러나 관심은 받고 싶고. 남자들로부터 인기 받는 건 애타게 그립고.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싶으실 테니, 어딘가로 행차하실 테고. 집에 가셔서 그거 지우느라 또 정성스럽게. 긴 생머리 감고 말리는 데 또 몇 시간. 어? (절레절레) (절레절레)
   「오빠 말 되게 이쁘게 한다!? 에라~ 인간아. 그러니까 늬가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내가 여자라도 널 골탕 먹이고 싶어서 안절부절 애걸복걸하겠다고. 응? 오빤 놀리기 딱 좋은 늑대라니까. 가지고 놀기에 그야말로 딱 좋아. 어? 딱이야~ 딱! 골탕먹이고 놀리고 약 올리고. 그러다 또 살살 가려운데 긁어주고. 다독여주고. 달래며. 사랑해주고. 뜨겁게... (몸짓)! 쥐락펴락 쥐락펴락. 밀었다 당겼다 밀었다 당겼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칭칭 감고. 쩍쩍 달라붙고. 착착 엮어. 어? 살살 끌어당겨. 호호호. 꼬리에 꼬리를 물어 말리고 말리고 말리고. 말아? 내가 왜 말아! 두루마리 화장지야 뭐야! 됐고. 아 덥다. 어? 더워. 왜 이렇게 덥니? 아 미치겠네. 아무튼 오빠, 가라. 어? 가! 나 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줄거리 안 살래. 어차피 애초에 살 마음 없었어. 그냥 오늘 오빠랑 데이트 기분 내고 싶었다고. 그런데 어떻게 무슨 말을 해도 해도... (절레절레) 오빠는 이래서 안된다고. 이래서 안된단 말이야. 그러니 뭘 해도 재미없지. (눈빛) (몸짓)」
    그녀는 떠났다. 
    내 주제에 판권은 무슨. 유령작가도 아니고. 
    좌우지간 이 인간은 정말로 판 깨는 덴 진짜 뭐 있다니까. 
    성과는 전무. 뚜껑만 열리고. 짜증은 도저히 식지를 않고. 결국 나가리. 좋을 뻔 하다가 어퍼진 거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그냥 소파에 자빠져 TV 채널이나 돌리는 건데. (절레절레). 그건 지 맘대로 해도 되잖아. 그걸 누가 뭐라 하냐고 그 말이지. 
    그는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서 돌아갔다. 





    16

    표범은 (새로운) 사슴 싫증날 때 없다. 배가 불렀건 굶주렸건 뭐 사슴도? 여자는 뭐 사람 아닌가. 그러니 숙녀의 탐욕과 선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우리는 분주해야 하는 것. 그녀가 황홀하도록 쥐락펴락. 숙녀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그만 하랄 때까지 들었다 놨다. 그런데 그러다 퍼지기 일쑤. 어떻게 언제나 최선을 다하나. 최적의 베스트를 위해서는 평소 밀림의 사자처럼 게을러야 하는 것. 그렇다고 막살자는 식이 아니라. 그렇지만 대놓고 대충 살자도 아닌데 그마저 너와 나의 기준은 다르네? 어쩌라고요, 가 아니라 어른들도 때로는 투정도 하고 어딘가 어리광도 피우고 싶다는 그 말. 그야 어떻든 안간힘을 써 봐야 대망의 모험은 다 영화 속 주인공들 얘기. 그러니 우리네 인생은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말 따로 행동 따로. 안 그런가? 정말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얼핏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 그렇고 보면 신부들러리만 해도 어디야. 웬만하면 병풍으로 불러주지도 않는 게 평범한 범타. 평타인 인생이 썩 그렇게 쉬운 게 아니지요. 뻔트라고 말처럼 그리 간단치 않단 말씀. 그렇게 따분하고 심심하던 NB의 인생에 어느 날 갑자기? 갑자기 분위기 싸해질 일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사무실에 걸려있는 그림 '황금 마네킹 상점'의 액자를 뽀개기로 했다. 어? 
    또 혹시 모르니까!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노코멘트! 





    17

    목동이 우유를 못 먹는다. 피노키오는 포커페이스에 재능 없고. 그래서 치킨집 사장은 치킨을 잘 먹지 않는다. 그러니까 일 중독, 업자의 타성, 꾼의 권태. 하오나 어딘가에 아마추어로 데뷔해도 싫증은 정해진 수순. 또 뭐뭐 접습니다 장비 내놓습니다. 그럼 이제 그는 정말 떠날 때가 되었을까? 누군들 공부가 재밌고 일하고 싶어하겠나. 그냥 먹고살아야 하니까. 돈 많이 벌어야 하니까. 보람도 있고 잔재미도 좋다만 그는 거의 애나 다름없었다. 미친놈 소리 안 듣는 게 어디야, 라면서 투정할 몽정기도 아니고. 허세도 짜증나고. 넉살도 재미없고. 그렇다고 세상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뻔한 얘기를 할 수도 없고. 누구나 진부하고 식상하며 고리타분한 말이라면야 듣기도 싫을 테고. 그럴지언정 괜한 유행가 가사를 트집 잡은 채 아름다운 사랑을 흠집낼 수야 있나. 예를 들면 싫증나지 않는 사랑의 참다운 아름다움을 유린하기. 쫀득쫀득? 주려거든 꾸짖지 말고, 꾸짖으려거든 주지 말라. 그런데 뭘? 내 말이. 말하자면 인생은 사랑이다. 보아하니 다 잡은 대어, 언제나 놓친 사냥감이 제일 큰 법. 삶은 닭이 도망치는 일도 가끔 있고. 삶은 닭인지 냉동 참치인지 관심 없고. TV를 틀어도 재미없고 NC도 예전 같지 않고. 때 빼고 광 내며 멋부린다고 누가 봐주기를 하나,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기를 하나. 일이나 하자. 은퇴했던 사교계에서 러브콜을 보내나, 아님 숙녀들의 비밀 모임에 연고가 있기를 하나. 일이나 하자고. 기껏해야 컴퓨터 켜놓고 책 뚜적거리고. 공상 떠오르면 기록하고. 맨손체조 하고 라디오 듣고. 어렵지 않다. 장사 하루이틀 하나. 일이나 하잔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신나는 일하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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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150

from 소설 2019. 6. 29. 20:25

    1

    마른 장작이 잘 탄다. 그리고 썩은 장작은 연기가 많이 난다. 그러니 에라 그냥 우린 통통한 장작으로 남자? 아님 그거라도 내꺼 하자? 포대가 가득 차기 전에 묶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려다가 죽도 밥도 안 되는 수가 있다. 그러니까 어장관리 찝쩍 군침 껄떡쇠 타석주의보다 한 우물만 파라고 하지. 정말 아름다운 사랑을 빼놓고선 사랑이 어딨어. 여자들 귀 간지려주고, 가려운 데 긁어주며, 숙녀를 속이는 거 식은 죽 먹기인데? 그래도~ 절제. 인내. 독학. 연구. 성찰. 자성. 관찰. 에너지 아끼기. 시간 낭비하지 않기. 논리적 사고. 그런데 이성적으로 돌머리만(?) 굴리면 뭐하냐고, 어? 행동은 감정이 시키는데. 감성이 몸을 움직인다 그거지. 성과가 어디 공짜냐 그거라고. 일평생 내내 잔재주와 뻔트 뿐이었던 인생, 어디 전적이 그 얼마나 대단했냐 그 말이라고. 응? 그래도 그거라도 어떻게 좀 그냥저냥 어찌 좀 넘어트려 볼까? 자, 물색했고 뜸 들였고 애썼으니 이제 좀 어찌어찌 자빠트려 볼까? 그럼 뭘 해. 보이는 거라고는 순 그냥,
    반 냉동 참치, 반의 반 냉동 참치, 완전 냉장 참치, 물 만난 참치, 가짜 참치, 참치 통조림. 교감신경인가 부교감신경인가만 피곤하게 만드는 짜증 나는 피곤한 스타일 인공 참치. 아니면 박제 참치?
    어쨌든 참치는 다 남의 꺼. 죄다 전부 다 그림의 떡. 어차피 먹어 봐야 시디실뿐인 과실이라는 동화 속 여우의 냉소. 아니면 아침부터 흑심 가득한 피노키오? 웬걸~! 그럼 뭐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미친 참치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다락방 미친 삼촌? 되긴 뭐가 돼. 정신 차리고 철들어야지 별수 있나. 뭐든지 뭘 해도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여자들 각선미도 이젠 별로 관심도 없고. 특정 각도로 볼 때만 이쁘고. 5미터 후방에서만 혹하고. 설마... 그래서 영화나 영상에서 가면 쓰고서...? 빙고. 아니 통과. 안 그래도 화장발. 그럼 뭘 해, 화장 지우면 다 똑같고. 아니 화장해도 다 비슷비슷. 뭐니 뭐니 해도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고. 실상 돌이켜 봐도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고. 여자라면 신물이 나고 지겹고 신경질에 짜증나고. 그렇다고 닥치고 일하기? 오빠 좀 걷자. 아아 오빠 꾹 참느라 피곤하다 그거지. 그러니까 뭘? 모르겠고. 그래도 술 먹으면 개가 될 수도 없고. 평소에 개처럼 닭 보고 막 짓어서도 안 되고. 어쩌라고. 아니, 어쩌라고요. 딱히 특별한 죄를 짓지도 않고 창피함도 알고. 응? 중간은 가고. 아무리 그래도 건수가 없는데 그럼 뭐하냐고~! 개가 없는데 개목걸이가 무슨 소용이랴. 우리가 말을 말어야지 참 내. 
    그런데 아뿔사. 아니 어떻게! 난 뭔가를 별안간 깨달았다. 아르크메데스처럼 집에서 발가벗고 있다가, 문득 뉴턴의 사과가 떠오른 것이다. 그게 무엇이냐. 그건 이랬다. <꼬마는 가는 곳마다 거인을 본다>. 내가 매사 재미없는 이유를 알았다 이거라고. 응? 애들은 뭘 봐도 새롭고 툭하면 심심해한다. 그런데 어른은! 응, 어른은? 뭘 해도 재미없고 모르는 일 자제가 없다. 검색 뚝딱이면 다 나온다. 보고 듣고 아는 게 많으니까 눈치도 백 단. 뭘로 봐도 능구렁이. 이미 애기 때부터 불여우였을지도 모르고. 응? 안 그래도 호기심도 퍼졌다. 감수성 메마른 지 오래. 부러움이 다 뭐야 부끄러움도 없지. 능글능글 덜렁덜렁 벌렁벌렁. 어? 뭐 벌떡벌떡? 앞에서 소녀감성이라고 해 봐야, 됐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견적 당장 나오는데 새로운 게 어딨냐고. 하지만 애들은! 애기 때 색달랐고 어쨌고 아동 정서로 보던 세상. 왜 어른이 되어 다녔던 초등학교에 가 보고 어릴 때 살던 동네 정경을 다시 보면 기분이 그저 그럴까. 맹숭맹숭 기분 세하고 나이든 거 같아 상심하고. 숙녀한테 나이 얘기하면 어디 좋은 소리 듣겠나. 너 내 페이지에 오지 마! 아니면 친구 끓기. 상대방 차단. 
    그게 다 뭐 때문일까? 왜긴 왜겠나. 스케일 때문이지. 심지어 다 알아버렸거든. 비밀이 없다고. 새로움도 바닥났고. 기대가 어딨어. 설마 재산까지? 그래서 사람들이 하는 게 뭐냐, 그렇다고 특별한 걸 어찌 찾나. 핸드폰 보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하고. 일과표를 봐도 뻔하고. TV 편성표도 별거 없고. 주말에 하는 일이라곤 소파에 자빠져 멍청하게 텔레비전 쳐다보며 채널 돌리기. 발가닥 깐닥깐닥 잔머리 꼼지락꼼지락. 레이더에 잡히는 거라곤 전무하고. NC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고. 친구들도 다 남자친구 여자친구 있고. 나만 뒤쳐진 거 같고. 내일을 예언할 수도 없고. 밝든 어둡든 미래는 잘 보이질 않고. 단골 술집에 가 봐야 바텐더한테 외면당하기 일쑤. 툭하면 찬밥. 걸핏하면 병풍. 원래 신부들러리 전담 인생. 아니면 여행 가고. 사랑을 하고 싶지만 거의 다 탐색전만 하다 끝나고. 저울질 당하면 그나마 전성기게? 뭐 에게~? 그런 고민이라도 하면 다행이게? 배부른 소리. 굶을 대로 굶은 늑대이자 하이에나의 인생 고독감을 그분들이 어찌 알겠나. 알긴 알지만 남 생각할 겨를이 어딨어. 다 따지고 보면 적당히 이타적이고 적당히 이기적인, 소심한 우리네 군상.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랑 나올 때 어찌 마음이 똑같나. 내 일과 남 일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얘기, 괜히 말만 많은 사람 말 계속 들어봐야 뚜껑만 열리고. 장면 하나 표정 하나만 주어져도 나머지는 아 글쎄 싹 다 그려낼 수 있는데. 그래서 대부분 서론만 왕창이요 결론은 없어. 혹시 내용까지 엉망진창? 올챙이 적 추억담도 가끔 해야 재밌고. 여우가 머리를 넣으면, 곧 몸뚱이도 넣으려 한다. 탐욕과 동냥 자루에는 밑이 없다. 억지는 아니어도 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만, 응? 그래 봤자 괜히 쓸데없이 입만 아프게 남들 다 아는 얘기만 떠든 셈 밖에 더 되나. (절레절레) (절레절레)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비비안을 만났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에밀리가 대타로 등떠밀어서 비비안을 만나지 않으면 안되었고, 그걸 뭐라고나 해야 하나. 어쨌든 그렇게 된 것이다. 





    2

    오후 4시. 
    카페에서 비비안과 나. 
    노래는, 노래는 뭐지? 
    헨델 / 오페라 <리날도>(Rinaldo) 중에서. 아르미다의 아리아 ‘나는 전쟁에 나아가 그를 정복할 것이다’
    벽면에 붙여진 문장은 그것. 
    (불)여우는 욕을 먹을수록 기운이 난다. 
    뭐? 난 갑자기 기분이 세해졌다. 
   「오빠. 오빠는 안 그러죠?」
   「응? 뭘 안 그러는데. 그 말은 곧 그건가?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VS 그런 남자? 아니면. 그런 여자 VS 그렇지 않은 남자?」
   「와~! 요약이 또 그렇게도 되네. 아니 어찌 그리도 신기할 수가. 어떻게 그걸 그렇게 받냐.」
   「공이 넘어왔으니까 난 다시 넘긴 거 뿐이야, 어? 그럼 테니스 채 내던지고 서브 공을 그냥 손으로 잡을 일 있니? 아님 테니스 채 거꾸로 잡고 때려? 그렇게 안 될 이유가 어딨니. 앞으로 갔으면 다시 빽코트 하고. 저 하늘의 별을 땄으면 이제 다른 별을 물색... 아니 그건 아니고. 안 그래? 그런데 있잖아. 비비안. 음 그게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있지. 그 있잖아 그거 말이야.」
   「아 뭔데 오빠. 말해 봐. 또 뭐야? 망설이지 말고. 뭐지? 궁금한데. 어서 말해. 뜸들이지 말고. 말해 주라고. 날 쥐락펴락해도 좋아. 난 그걸 원해 오빠. 난 줄다리기 싫어한다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꺼려하는 게 그거란 말씀. 다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지. 호호.」
   「그래? 비비안. 너 요즘도 그러니?」
   「어?」
   「너 요즘도 그러냐고.」
   「나?」
   「그럼 여기 너랑 나 말고 또 누가 있는데.」
   「그... 그... 안 그래. 나 그런 애 아니야 오빠.」
   「그래? 그런데 내가 뭘 물어본 줄은 알고 대답하는 거니?」
   「몰라. 나도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모른다고? 너 원래 그런 애였어?」
   「내가 뭐가 그런 애야? 오빠. 오빠도 그래?」
   「그러긴 뭐가 그래. 나 남자야. 어? 나 남자라고. 그럼 뭐 넌 여자 아니니? 여자는 그래요 이러쿵저러쿵.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너 그런 거 잘하잖아.」
   「오빠 그거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아니. 그거 모른 남자가 어딨니 세상에. 어?」
   「오빠. 그런데 있지. 우리 무슨 얘기하는 중이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그런 걸 뭐하러 나한테 물어 봐? 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
   「골치 아퍼? 왜, 탐닉할 만한 쾌락이 바닥난 거야? 또 권태?」
   「넌 허영심 대회 안 나가니?」
   「내가 오빠야? 난 허세 대회 관심 없어. 허풍이라면 이젠 재밌지도 않고. 그러는 오빤 허언증 치료됐고?」
   「넌 조증은 졸업했니?」
   「됐고. 용건이 뭐야? 날 왜 만나자고 했어?」
   「뭐? 너가 나한테 할 말 있다며? 난 에밀리가 말해서 나온 거 뿐이야. 이거 왜 이래?」
   「왜 이러긴 누가 왜 이래? 어? 누가 할 소리를. 오빠 또 거짓말이야? 아주 그냥 뻥이 저절로 나오네. 입만 열면 뻥?」
   「아 진짜야. 아니 그러는 너가 뻥치는 거 아니니?」
    그렇게 우리는 정말로 차만 마시고 헤어졌다. 
    괜히 만난 셈이었다. 
    난 그렇게 기분이 틀어져서 먼저 떠난 비비안의 뒤를 이어 카페를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뭐야 카페 안에 있는 텔레비젼에서 연애 토론을 하네? 어라? 그러네? 
    기분도 별로겠다 힐끔힐끔 시선 바쁠 틈도 없겠다. '사랑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을 갖은 수식어로 포장하고 어쩌고. 잘 만난 거지. 나한테 잘 걸린 거라고. 딱 걸렸어 그냥. 허허. 어떻게 딱 이 시점에 해 본지 까마득해 기억도 안 나는 제비뽑기처럼 딱 걸리냐? 허허. 자, 아무 말 대잔치 머신을 가동시켜 볼까? OK~! 





    3

    뭔 툭하면 소녀감성. 멜로드라마 그거 다 뻥이라니까 그러시네. 낭만을 할양받고 극적인 연애 감정을 모방해 봐야 그거 다 흑심일 뿐인데? 뭐 카르페디엠? 그러든가 말던가. 사랑이라는 건 선수가 자기의 기량을 못 펼치는 거라고? 자기가 자기 입으로 선수면 뭐해. 상대가 인정을 안 해 주는데 그게 다 뭔 소용 있냐고. 안 그런가? 또 착한 척 뻔한 얘기. 그냥 진부한 쇼맨쉽. 
    뭐,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사랑을 발전시키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고? 그런 사랑은 다 따로 있고. 어? 진짜로, 정말로, 가감없이 솔직하게, 정말 그래 볼까? 진짜로? 흥 깨지고 정 뚝 떨어질 연애 꽉 찼다니까요. 그 말 듣고 그대로 했다가 오만정 다 떨어진 사례가 과연 한둘일까. 또 다 똑같은 판에 박은 잔소리. 여자 말 번역기만 번역긴가? 남자 속마음 번역기라고 왜 없겠나. 
    뭐,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럼 뭘해, 남자가 쳐다 보고 얼굴 표정이 확 바뀌는데. 훈수 두고 조언하는 거 그거 누가 못하냐고. 어버버버 어버버버 어리버리 궁시렁궁시렁. 말은 쉽지 말은 쉽다고. 공을 끝까지 봐라 어째라. 이론이야 누구나 빠삭하다고. 안 그런가? 고수는 다르겠지만 아마추어야 백과사전이 머릿속에 들어있으면 뭐하냐고. 콩깍지가 쓰이면 싹 다 필요없는데? 우리한테 당하기 밖에 더 하냐고. 안 그런가? 타율 리그 상향지원 하향지원만 봐도 거의 다 답 나오는데. 뻔하디 뻔한 말 하고 또 하고. 
    뭐, 연애는 존중에서 오는 것이라고? 그래 봤자 웬만한 남자들이 촌년께 진심을 바치냐 그게 문제지. 어? 타인을 수용하는 마음이 있어야 타인을 존중할 수 있게 되고 어쩌고? 그건 다 그냥 책 팔아먹고 TV와 오락산업 관계자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지어낸 얘기일 뿐이고. 어떻게 하면 엎어트려 볼까 오직 그 생각뿐인데? 딸은 무조건 먼저 엄마 말을 듣어야 하는 것. 딸은 이모 말이 아니라, 무엇보다, 엄마 말을 들어야 한다고! 응? 이모 말 백 번 들어봐야 다 소용없고. 엄마 말을 정말로 기억해야 진짜. 엄마 아빠가 어떻게 사랑을 했는가만 봐도 답은 뻔히 나오는데. 또 이모 말 듣고 어쩌고저쩌고. 다 뻥. 전부 식상. 그러니까 채널 돌아가지. 죄다 짜집기. 
    사랑? 남자? 사람은 잡은 짐승보다 사냥하기를 더 좋아하는 법. 그러니까 여자들이 나중 그런 말을 하는 거 아닌가.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왜 줘? 소젖은 쉼 없이 짜지 않으면 말라버린다. 뭐라고? 정말 그렇단 말이 아니라. 속담은 진리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막 갖다 붙인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춤판에 뛰어들었으면 춤을 추어야 하는 것. 나이트클럽에 갔으면 음악에 몸을 실어 흥을 타면 그뿐. 근데 그게 아니라 속된 말로 춤판을 개판으로 만들면 안되는 것. 막춤까지야 귀엽겠지만 1부 리그에서 솜방망이 들고서 동요 부를 일 있나. 그러니까 나이트클럽에서 물 관리를 위해 미꾸라지는 정중히 내보내시지. 안 그러게 생겼나. 그렇다고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 그건 육체적 사랑에나 딱 들어맞는 얘기일 뿐이고. 그러나 플라토닉은 정반대! 완전 정반대. 자전거 탈 줄 알면, 어? 그거면 됐고. 딱 됐고. 진실한 사랑이자 고결한 순애보요 떨리는 순정이란 그와 완전히 정반대란 말이다. 칼은 자주 갈아야 날이 선다? 그건 풋사랑 얘기고. 성적 자유니 뭐니 더티러브 더티러브하니까 아무거나 다 사랑인 줄 알지. 바람둥이는 쉬운 호박 물색하느라 바쁘고, 로맨티스트는 애절한 사랑을 기다리고. 그런데 거기다 대고 사랑이란 어쩌고저쩌고. 아아 (절레절레) 뭐 또 사랑? 아아 (절레절레) (절레절레). 괜히 에밀리는 비비안을 만나라고 해 가지고 말이야, 어? 가만있자. 그거 혹시 음성변조 그런 가짜 아니야? 몰라 몰라. 그러든가 말던가. 





    4

    우리는 토끼처럼 살기보다 독수리처럼 싸우기를 원한다. (정말 '돌 + 아이'랄지 4차원만 추구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데 상대는 암컷 싸움닭 군단? 싸움꾼에게 상처 가실 날이 없지. 그럼. 경험은 위대한 스승이다. 허당 소리 아무나 듣는 거 아니다. 그분들과 부대껴 봐야 시간 낭비 감정 소비 정력 낭비. 고로 피하는 게 장땡. 꼬리 가죽을 벗기는 것처럼 힘든 일이 없는데. 그걸 잘 아는데 또 여자 말 번역기라니. 야 야 떴어 떴어 튀어 튀어. 어서 도망가. 아니 글쎄 안 튀고 뭐해! 하지만. 어? 악어를 피했는데 호랑이를 맞닦드리는 게 바로 인생. 어차피 첩첩산중.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 재치 있게 엉덩이에 매 맞은 자는 땅바닥에 주저앉는 일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고 바로 지금이 좋을 때. 청춘은 바로 지금. 행복 그거 별거 없다. 아름다운 숙녀여, 사랑에 실망하셨나? 귀걸이 귀중하나 귀는 더 중요하다. 뭐? 그 말은 곧... 통과. 
    그게 아니라. 그 말이 아니라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사극을 왜 보나. 임금을 반대하여 검을 뽑으면 칼집을 내버려야 하는 것. 잔재주가 좋고, 간보고 떠보며 견적 따질 상황은 따로 있고. 그러니 해결사가 승부수를 던질 적기라면 헛스윙 아니면 홈런. 모 아니면 도. 뻔트가 필요한 최적의 상황은 다 따로 있으니, 고로 그건 우리끼리 속닥속닥 조용조용 키득키득. 그래서 최근의 친애하는 관심사랄지 짝사랑 또는 더티러브에 올인? 가만있어 봐. 자, 판돈이... 전망은... 마스크는...! 아니다. 아니야. 아니라고. 위험한 지경에 빠지지 않고서는 위험을 뛰어넘을 수는 없으나, 지금은 때가 아님. 따라서 운명을 믿지 말자. 숙명의 상대는 다 따로 있다. 에너지를 아끼자. 힘 빼지 말잔 말이다. 부러워하지 말자고. 질투심 상대해 주기도 귀찮지 않나. 억지에 궤변에 어리광까지 그거 어떻게 하나하나 다 친절하게 상담해주나. 날 샌다 날 새. 우리야 소녀감성부터 여성잡지 2든 뭐든 하나하나 사랑스럽게 개별 면담을 할 수야 있다지만. 어떻게 숙녀가 다정하게...... 쉿! 
    어쨌든 인생은 투쟁. 사랑은 구원. 그래서 구원 투수는 꿩보다 닭. 그런데 그 꿩은 알고 봤더니 수꿩? 구원 투수 불쇼할 일 있나. 뭐야 남자잖아? 어차피 여자도 남자 환장한다. 처음 보는 남자가 쫌만 지 맘에 들어 봐. 그땐 그냥... (절레절레). 밤에는 밤의 법규가 있다는 거만 알면 되고. 낮에 빛나지 않은 것은 밤에 빛난다니까. 그거만 알아 두시고. 그래서 남녀는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 쫌만 맘에 든 남자가 보인다 싶으면 여자는... 에잇 말 말자. 말을 말어. 아이 참 거, 이미 벌써 얼굴 빨개졌는데? 그럼 그다음은... 넘어가고. 응? 여자는 웃으면 끝이다. 그처럼 행운의 여신은 우리를 모른 체 하지지 않지. 그렇게 행운의 여신이 윙크한 힌트는 뭔고 하니. 내 마음에 노크한 그대의 정체는 바로, 바로, 뭐야 이거. 
    나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특단의 묘수가 어디 있어야 말이지. 아아 뒷목. 돈 세는 기계가 있으면 뭐하냐고. 정작 황금이 없는데.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가 있으면 뭐해, 나오는 건 죄다 가짜요 삼류 초대권. 그렇듯 변화와 새로움을 위한 그 어떤 우연이랄지 무슨 열의가 바닥나버렸다. 때문에 나는 할 수 없이 썩은 미소를 감내할 수 밖에. 
    그래서 나는 무엇을 했을까? 하긴 뭘하나. 별다른 성과 없이 일하다가 퇴근 준비 중이지. 
    그런데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미치였다. 짜식. 가뜩이나 심심하던 찰나 적시에? 내 마음에 노크하는 건가? 인형과 뽀뽀하고 싶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너 일하기 싫지? 재미없지? 놀고 싶지?」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너야 항상 그렇다는 거, 내가 왜 몰라? 야 임마. 어? 옛말에 고기 낚지 못했으면 새우라도 낚으랬어. 허지만서두 뻔트냐 대어냐. 그게 문제로네? 어복이 꽝이란 말이지. 그래서 우리는 때를 기다려야 하는 거라고. 응?」
   「그러니까 요점이 뭐야? 빙빙 돌리지 말고.」
   「뭐 더 뜸들이라고? 알았어. 그럼 그러자고 말을 하던가. 괜히 꿍해가지고 말이야. 오줌이 마려우면 마려웁다, 키스가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 왜 말을 못해? 누가 보고 싶다 사랑이 그립다. 왜 말을 못하냐고. 어? 너 바보니? 그러니? 그런 거야? 어? 이 친구야. 인생이란 토끼를 쫓다가 곰을 만나고, 곰을 피했는데 마침내 양의 탈을 쓴 사기꾼한테 걸려들었다가 겨우 겨우 빠져나와서, 딱 행복한 사랑에 골인하는 거라네. 그런 거라고.」
   「뭐야. 그게 요점이야? 할 말이 그거였어? 또 어디서 주서읽고 그거 나한테 읽어주는 거냐?」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널 모르니?」
   「그러지 말고. 넘어와. 우리의 아지트. 알지?」
   「몰라. 내가 거길 어떻게 아니?」
   「내가 말 안 했니?」
   「만난지 한참 됐는데 말을 하긴 언제 했다 그래?」
    그렇게 나는 미치와 만나서 당구 한게임 치기로 했다. 
    내기는 물론 술내기.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여기는 당구장.
    음악은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 HWV 437
    당구장 사장님이 꽤 품위 있다고나 할까. 만약 그렇다면 유행가 듣는 양반들은 죄다 저질 험담가들이란 말이야 뭐야. 그게 아니고. 
    미치의 당구 실력이 못 본 사이에 무지하게 늘었다. 그래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어차피 이기면 이긴 거고, 져도 별로 그냥 그렇고. 
    그렇게 한 20분쯤 쳤나? 당구도 재미없어졌다. 
    그러다 미치는 전화기 메시지를 받았다. 
   「어! 여자친구가 거의 다 왔다는데?」
   「여자친구 오기로 했어? 너 여자친구 생겼어? 부럽다. 난 모태솔로야. 여자친구라고 하면 애인과 같은 말인가 아닌가. 모르겠다. 누군 약혼자를 남자친구 여자친구라고 하고. 누군 진도 뺄 생각이 0.1도 없는 이성을 남친 여친이라 하고. 어장관리에 이성친구도 다 남친 여친이라 그러고. 완전 뒤죽박죽. 아무튼 난 그만 가볼게.」
   「가긴 어디 가? 바쁘니까 서로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좀 더 놀다 가. 내 여친이랑 차 한 잔이라도 마셔줘야 하는 거 아니니? 또 알아? 걔 친구 소개시켜 줄지.」
   「그럴······까?」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소는 근처 카페로 바뀌었다. 
    미치. 미치의 여자친구. 그리고 나. 
    셋이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데 거 어째 분위기가 싸했다. 
   「오빠. 미치 오빠 왜 그런데요? 원래 이런 사람인 줄 난 정말 몰랐다고요. 오빤 좌변기를 좌변기로 사용하시죠? 그렇죠? 그렇다니까요. 내 그럴 줄 알았어. 게다가 저 혼자 사는 집이에요. 심지어 우리가 내일도 사귈지 어쩔지 그건 모르는 거고요. 솔직히 말해서 미래의 희망이 아직은 뿌였다구요. 네? 그런데 참 나 헛 참 나 거 정말 무슨, 말이 다 안 나오네. 있잖아요 그게 말이에요, 어떤 일이 있었는 줄 아세요? 아 글쎄 제가 사는 집에 가보니 어느 날 화장실에다 서서 일 보는 소변기를 설치해 놨지 뭐예요! 성급한 거 뿐만 아니라 상의도 없고. 지 맘대로 뚝딱 뭘 들여놓고. 더군다나 운전은 왜 그처럼 둔탁한지. 전 처음에 우리 오빠가 말이 통하는 남잔 줄 알았다고요. 그런데 슬슬 시간이 지나다 보니 고집이 고집이 장난이 아니네요? 무슨 표범의 꼬리는 잡지 말되 잡으면 놓지 말라는 둥, 쥐는 자기가 기어나온 구멍을 안다는 둥. 그런 얘길 저한테 왜 하냐고요. 제가 쥐라는 거야 표범이라는 거야. 안 그래요, 미스터, 미스터, 오빠? 저 원래 이름 잘 까먹어요. 이해해요. 저 어떡하면 좋죠?」
    그런데 입심 좋던 미치가 내놓은 답변은 뜻밖에도 발빠른 동조였다. 그러니 나만 전전긍긍 떨떠름할 수밖에. 
   「어떡하긴 뭘 어떡해! 헤어져. 헤어지면 될 거 아냐. 그거 바란 거 아니었어? 너가 날 차면 왠지 모르게 기분 찝찝하니까 일부러 내가 차도록 뻠쁘질한 거 누가 모를 줄 아니? 응? 내가 바보니? 너만 연애 좀 해 본 줄 알어? 나 좋다는 애 줄을 섰어. 걔네들 지금도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중이야, 어? 알어? 아 됐고. 대기자가 몇 명인 줄 늬가 알기나 하겠니. 아 됐고. 집어쳐. 집어치우라고. 그럼 될 거 아냐.」
   「누군 뭐 아쉬운 줄 알어? 그래. 이참에 이렇게 깔끔하게 헤어지자. 그럼 돼지? 말 나온 김에 쇠뿔도 단김에 빼자고. OK~! 잘 가. 이제 각자 얼굴 볼 일 없으니 좋다 좋아.」
    그러면서 미치와 미치의 여자친구는 밖으로 나갔고 둘은 딴 방향으로 가버렸다. 
    뭐야 이거! 
   「어랍쇼~! 도대체 뭐냐?」
    개 두 마리가 뼈 놓고 싸울 때 세 번째 놈이 물고 내뺀다지만. 그런 일도 있긴 있다만 이건 뭐 개뼉다귀 반틈 떼서 자기들끼리 나눠 가진 다음 각자 제 갈길로 가버린 거잖아? 어쩐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그랬다. 세상일이란 게 원래는 그렇다. 사나운 개도 개밥 앞에서는 온순해진다. 그렇지만 난 개가 아니고 여긴 개밥이 없고. 오늘은 운이 별로인 거지. 농부에겐 풍작 어부에겐 어복. 성과는 전무. 허당에겐 여복 운세 하면 재물운. 점쟁이 만나 봐야 재미도 없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지만 일도 안 풀리고. 그래서 친구 만나러 왔는데 기분만 더러워지고.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5

    사랑을 노래하는 방법도 정말 여러 가지. 순 엉터리 로맨티스트. 진가를 발휘하려고 하나 매번 솜씨를 뽐내지 못하는 놈. 하긴 비리비리한 잔재주뿐인데 똑소리나는 재능이 있어야 말이지. 그런데 그게 바로 나였다. 뭔가 대어를 낙을 뻔 거의 잡을 뻔 하다 실패하는 패배주의자. 에잇 (절레절레). 이상향으로 비유하자면 환상머신은 환상머신인데 더러운 환상머신인가. 차라리 다비드는 다비든데 어디산 다비드가 낫겠네. 나아도 훨 낫지 뭘 어디다 비교를 해? 젠장. 그래 놓고서 무슨 거 뭐야. 새로운 직명이라면서 하루는 관심종자 하루는 행복하려면 몰래 숨어서 살자는 둥 뭐라는 둥. 누가 엉뚱하다고 안 할까 봐 지은 카피라이트가 뭐. 또. 그 무슨 뭐라더라? 남자든 여자든 고추에 모든 것을 다 걸 수는 없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구만 그래. 운동화는 뉴발란스, 티셔츠는 라코스테, 수트는 맞춤복, 중절모는 마술 모자요, 지팡이는 또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특수한 장비로 바꿀 수 있어. 그런데 지팡이 손잡이를 뺐더니 검집만 길고 검은 짧아. 그게 뭐냔 말이지 참 나. 인생 경험 좀 쌓였겠다 사람은 자고로 좋은 침대와 좋은 속옷이 필수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그럼 뭘해, 입는 팬티라고 해 봐야 폴리에스텔 100퍼센트 팬티 달랑 3장. 사타구니에 막 땀 차. 어? (절레절레). 언제는 실크팬티가 어쩌고저쩌고 남자는 뚜껑 없는 차를 타 봐야 한다느니 뭐라느니. 차라리 원하는걸 솔직하게 말하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럴 바엔 차라리 쥐어패주라고 뻥이라도 치던가. 또? 됐고!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에 자동차를 바꾸기로 했다. 
    간략히 줄거리만 읊자면 이렇다. 
    나는 내가 타던 웨건 차량을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해서 팔았다. 
    매도 물품을 올리고, 매도자를 만나서 매수자로서 뭐 하나 흠집 없이 깔끔하게 거래 완료. 
    그렇게 해서 나는 집에서 또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이번에는 어떤 차를 탈까 구경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월세를 내고 차를 빌려서 타는 걸 이용하려고 했다. 
    그렇게 3일간 장고를 거듭하던 중. 매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말을 들어보니 내가 자동차 중고 시세보다 무려 2.5배나 비싸게 받은 것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러면서 여기저기 알아봤다. 
    그런데 알아보니 그분 말씀이 옳았다. 
    내가 왜 그랬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뭐 어쩌다 일이 꼬였는지 어쨌는지 그건 나도 모르지. 알 수 없다고.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고. 
    나는 매도자에게 책잡혀서 나는 양심적인 매수자로서 책임감 있게 적당히 뭐 어떻게 적당한 절충 금액이 오고 가고. 
    그런 과정은 모두 끝났다. 
    그렇지만 매수자와 나는 친해졌다. 일단 매도자로서 내 잘못이 분명하고 매수자가 교묘히 오빠 오빠 그러면서 알랑알랑 얼쩡얼쩡. 
    그러다 얼렁뚱땅 우린 아는 오빠 동생 된 거지. 딴 거 없다. 
    그녀의 이름은 사드. 그렇게 우리는 오늘 데이트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얼마 만의 전초전이야 막 그러면서 탐색전을 펼칠 생각에 막 설레고, 들뜨고, 떨렸다. 완전 완전 신난 거지. 
    그런데 결과만 말하자면 그녀는 결국 연락을 받지 않았다.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로 전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 친구도 냉정하게 딱 끊어버렸다. 그럼 그렇지. (절레절레). 
    전에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친구들이랑 나이트클럽에 갔는데, 부킹을 했고. 여자가 날 이상형이라면서 좋아했고 나한테 전화 주라더니 전화번호를 찍어줬고. 갔고. 친구들은 광분했고. 그래서 다음 날 전화했더니 받지 않고. 뭐야? (절레절레)





    6

    서툴게 기다리는 것보다 재치 있게 도망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기다려지는 일정이 없고 맞붙을 상대도 긴장감 쩌는 큰 게임 역시 없다. 둔감해지는 감수성과 메마른 호기심. 항상 그날이 그날이다. 기막힌 쾌감이라는 부풀어오르는 뭉클함 때문에 전율하는 듯한 기분. 그게 뭔지 생각도 안 난다. 다정한 행운에 따라 행복한 기분은 절로 춤을 추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툭하면 잘못하고선 먼저 바람피우고선 뻔뻔스럽게 노발대발하는 상남자 혹은 처자처럼 막살 수도 없고. 그럼 안녕하며 작별하지 못한 채 끝난 사랑. 반쪽짜리 사랑은 정말로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라는 공상을 하던 찰나. 
    바로 릴리가 오늘 단편영화 대본을 봐 달라며 사무실로 찾아왔다. 
    내가 평소에 듣는 음악. 이를테면 Johann Baptist Vanhal / Missa solemnis Es-Dur
    그런 음악을 듣고서 릴리를 마주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썩 어색할 거 같아서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뭐 카페로 순간이동했다 셈 치고. 
    카페. 나와 릴리. 난 릴리의 대본 검토 중.
    뭐지? 꾀돌이가 궁리하는 동안 머저리는 강을 건너버린다고 난 매번 몽상하기 바빴는데 릴리는 어느새... 허걱. 
    일단 중요 부분을 옮기자면 이랬다. 





    7

    어느 날 여자는 옛사랑 남자를 찾아왔다.
    오늘은 그 첫째 날. 
    여자: 오빠. 우리 다시 만나자.
    남자: 다시... 네? 우리... 라뇨?
    여자: 이제 와서 이러는 게 조금 이상할 수도 있는데. 그게 말이야 남몰래 하는 그런 극적인 사랑은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정말 그렇다고. 그렇다 해서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말고. 응? 오빠.
    남자: 네? 뭔 얘기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여자: 됐고. 오빠. 나 한 가지 고백할 거 있어. 오빠가 내 첫사랑이야. 그거만 알아둬.
    남자: 뻥치시네. 에잇 그런 거짓말을 누가 믿어요? 요즘 유행은 첫사랑이 취민가. 집에 데려다준 남자친구들은요. 회사까지 찾아온 남자들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 안 그래도 유부남들은? 집 앞에서 기다린 남자들은 또 다 어떡하고. 그분들 섭섭하시게 왜 이러시나. 누굴 바보로 아시나. 사랑받은 기억 아까워서 어떡하나. 그 가운데 섭섭한 대어라고 왜 없었겠어. 그런데 문제는 하필 몽땅 다 파리 끈끈이라면 애걸복걸 미쳐버리시는, 것만 사랑하시는 분들. 그런데! 그분들 빼고 왜 하필 저요? 어머 이해가 안 되네. 내 머리로는 도저히 모르겠다 모르겠어. 
    여자: 어쭈? 반항심을 격렬하게 자극하시겠다? 다분히 의도적인 공격. 허나. 슬쩍~ 피하면 그만.
    남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1번이면 끝이라면서요? 그럼 끝나도 골백번은 더 끝나는데? 이제 와서, 왜요? 목동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수소에게서도 젖을 짜낸답니다. 유, 아웃. 뻑! (몸짓) 겟 아웃. (몸짓)! 번개는 한자리에 두 번 연거퍼 치지 않습니다. 기회는 떠났다구요. 행운의 여신이 뭐 할 일 없으신 줄 아시나. 시곗바늘을 되돌릴려거든 집에 가셔서 발 닦고 소파에 자빠져 판타지 드라마나 보시던가요. 아니면 잘하시던 거 하시던가. 그게 뭔지는 내 알 바 아니고.
    여자: 아 나 이거 정말 이 오빠가 또 슬슬 사람 약 올리네. 살살 부아를 돋구시네. 또 여자 마음 애태우시겠다? 이 오빠 정말 사람 짜증 돋구는데 뭐 있다니까. 그 신기한 조롱기 타고나셨나?
    남자: 누가 할 소리를! 좌우지간 난 거짓이 아니라 오직 사실만을 말할 뿐이라오. 그 가운데 거짓이 있으면 찬찬히 반박을 하시던가. 아니면 (몸짓).
    여자: 오빠. 나 물어볼 거 있어. 그때 왜 사귀잔 말 안 했어?
    남자: 전화 계속 안 받았잖아요. 오리발 내민 게 누군데. 일찍도 물어본다. 
    여자: 그건... 그건... 우리 언니가 받지 말라고 했어. 그래서.
    남자: 언니가 하라는 대로 다할 모양새네요. 그럼 쭉 그러시든가.
    여자: 전화는 전화고. 우리 자주 만났잖아.
    남자: 사람 죽여놓고 기다리면 뭐한데요? 안 그래요? 그러게 열매를 거두려면 꽃을 꺾지 말아야지. 재를 핥아 본 개는 밀가루도 믿지 않는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지.
    여자: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기회는 많았는데. 우리가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
    남자: 그럼 뭘 해요. 그쪽에서들 아주 그냥 치를 떨더구만 이제 와서 무슨 딴소리? 어디 감히 누굴 넘봐유 넘보긴. 꿈도 꾸지 말아야지유. 안 그래유?
    여자: 오빠. 그런데 왜 내게 존댓말 해요?
    남자: 댁이 누군지 까먹어서유. 허허. 왜 긴유. 그쪽 언니가 그랬든지 그분들께서 그랬든지. 그래 주라고 애원을 했으니까 요구를 들어들인 것뿐인 대유. 연락처를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짜증내고. 연락처를 안 물어보면 안 물어본다고 억울해하고. 전화하면 전화를 받지 않고.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치를 떨고. 우리 보고 어쩌라고요. 아니. 이제 와서, 어? 사귀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그때가 언제냐고요.
    여자: 오빠. 저 그런 여자 아니거든요.
    남자: 아니면 뭘 해. 말과 행동이 다른데. 뭘 믿고 왜 내가 똥파리들이랑 똑같이 찝쩍거려야 하는데? 딴 남잔 다 그렇게 하고 싶어 안달날려나 몰라도 난 아니지. 뿐인가? 당시 1 대 1로 만나던 남자들 숫자 세어봤어요? 그랬어요? 그 뒤로는요? 집에서 누구 소개로. 또 누가 만나보라고 해서. 밥 먹듯이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나고 다니는데 뭐 좋다고 굽실굽실? 옛이야기가 뭔 자랑이라고. 이제 와서 뭔 낯짝으로! 
    여자: 
    남자: 
    여자: 
    남자: 이제 여성잡지 2 애독자도 되셨겠다, 남의 말 잘 듣지도 않고. 더더군다나 마침내 이모 됐겠다 타인의 연애에 훈수도 직접 두고 싶고. 낮엔 뻔뻔하고 밤엔 외로우신가? 그런가? 그래서! 설마 내 손에 맞아 죽고 싶어서 온 건 아니실 테고. 왜 오셨을까, 응? 멱살을 잡아야 하나 찐한 키스를 해야 하나 구분이 안되네. 이 남자 저 남자 막 다 만나보니까 그나마 첫사랑감은 평점 따져서 어떻다? 에게~ 중간에 진짜 괜찮은 남자 나타났으면 싹 다 물거품이었겠네. 딴 남자 자동차에 몇 번 타 보니까 뭐 이제는 마음에 드는 귀걸이를 원하는 거예요? 그래요? 그럼 누군 뭐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고~ 이게 누구셔~ 그리운 내 님 오셨구나~ 그러면서 멜로드라마처럼 사랑해 줄 줄 아셨나 본데, 어? 번짓수 잘못 찾아오셨구먼유. 아 그래유 안 그래유? 그짝이 생각해 봐두 그렇쥬? 맞쥬? 사람 또 가지고 놀려 그러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리셨네. 왜 야단맞으니까 기분 좋아유? 그래유? 여태 이런 깐족도 안 들어보시고 뭐하셨을꼬. 쓴웃음 참지 못하시네. 속으로 무슨 생각허실까. 이제 내가 두 번 다시 널 보나 봐라? 각오 하심 뭘 해, 이미 못된 년으로 단단히 찍혔는데. 더러운 사랑이 더 더러운 사랑으로 훼손되기 밖에 더 하냐고. 안 그래유? 허허 이 양반 이거 이거 참 나, 이 아가씨도 드라마 너무 많이 보셨구먼. 이상한 영상이 남자들 더 이상하게 망쳐놓는다면서 그분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데. 그런데 영화는 숙녀를 간사하게 만들고. 별로인 남자들만 꼬이니 짜증나고. 시간에도 쫓겨. 딴년들 보면 배 아파. 심지어 그 그래프는 날 가만 놔두질 않어. 게다가 타인의 성생활 얘기에 귀가 솔깃하니 툭하면 배아퍼.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시겠어요. 허허. 그놈의 수다 3시간이 남의 인생 싹 다 망쳐놓고 잘들 한다 잘들 해. 그래 놓고 또 포장하면서 자기들끼리는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둥 그 사랑을 응원한다는 둥. 그럼 뭘 해? 생각과 행동은 딴판인데. 안 그래유? 영화판아고 개판아고 구분 안 되슈? 그래유? 왜, 듣자 하니 남자가 해도 해도 너무허요? 그러요? 아 그러게 누가 몸 막 굴리시라 그랬나, 다 자업자득인 거지. 늬들이 남자 없이 어떻게 살어. 남자에 환장한 년들. 이보슈, 고추 천재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네. 표정을 보아하니 왜 그 말 하려다가 말이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네. 오빠 말 다 했어? 다하긴 뭘 다해, 아직 시작도 안 했구먼. 당신 같으면 말 다 하셨겠소? 어림없는 소리. 어째, 기분 나빠지셨소? 맴 꼽겠네유? 그러지유? 처음에 들뜬 기대감 잔뜩 안고서 그 때문에 뭔가 어떻게 막 그런 상상하면서 금방이라도 환상감 가득하며 적당히 쉽게 꼬실 줄 알았는데. 대충 넘어올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거 정말 어쩌다 얘기가 정반대로 흘러가버려서 거 참 미안해서 어떡하나, 응? 그러니까 오늘 뭐하러 찾아오셨냐고요. 네? 아니 글쎄 뭐하러! 뭐 장난감 필요하시진 않을 테고. 아님 뭐 지난 일 또 반복하시게유? 네? 얘 또 사랑이랑 외교랑 같은 줄 아시네. 친교는 추접스럽게 애정은 시시하게 하고 싶다? 내가 그렇게 물로 보였니? 또 가지고 놀 생각을 해? 그 사연으로도 부족해서, 또 탐스런 사랑을 날로 잡수시겠다? 
    야, 가라~ 어? 역겹다. 좋은 말로 할 때 가라고. 사는 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당신이랑 장난할 생각 없다고요. 네? 
    여자: 
    남자: 
    그날 그녀는 말없이 물러났다. 뭐 전초전이야 뭐야. 그러니까 전야제도 아니고 크리스마스 이브도 아니고. 
    여자가 남자를 얼마 만에 봤는데. 그런데 끔찍한 곤경만 확인해준 셈일까? 
    아니면 여전히 뭔가 어떤 순박한 애착심을 확인한 걸까. 재회치고는 둘 다 돌아버릴 지경이었을까.
    하긴 열광적인 환영이 자연스럽게 어색함으로 겉치장 되었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졸지에 고품격 드라마는 삼류 생활극으로 뒤바낀 거지. 너저분한 분위기에 구차한 현실만 확인하고. 
    그래서 여자는 다음 날 남자를 다시 찾아갔다. 





    8

    둘째 날. 
   「뭐, 오빠도 그래요? 혹시, 너도, 이모 마인드니? 그런 거니? 응? 여자의 마음. 뻔한 거 아니야. 나 사랑해? 물어보고 원하는 답을 얻는 것. 응? 여자의 인생, 사랑이 인생의 전부이기를 바라는 숙녀의 마음. 괜찮아. 나쁘지 않다고. 그런데 세월이 가면, 어? 무를 수 없는 데이터베이스가 쌓인 다음, 뒤늦게 남과 비교되는 여자의 인생. 행복한 측면과 밝은 장점과 아름다운 장르야 물론 있겠지만. 남편 흉보는 게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그분들. 내 얘기라고는 뻔할 뻔자 바닥난 지 오래. 그럼 남은 건? 오직 남의 얘기. 뒷담화. 험담. 남 얘기를 어떻게 미담만 논하겠나. 대체로 불미스러운 얘기. 아니라면 거짓말. 왜? 엄마랑 제일 친했던 그녀들이, 여성잡지 1도 떼고 낭만적인 멜로드라마도 다 뻥인 거 진즉에 알았고, 결혼 전 어딘가 모르게 옅디옅도록 우울했던 예감은 여지없이 딱 맞아떨어졌겠다, 그다음은. 소녀감성도 좋고 처녀 심성이야 뭐가 나쁘겠냐마는, 어? 억울하거든. 나만 당할 수야 있나. 그래서 결론은 이모 마인드! 안 그래? 강물은 바닷물과 섞이면 온화한 성질을 잃는 법. 동심부터 암캐가 어딨나. 아침에야 피노키오라지만 여성잡지 1 떼고부터? 일부는 그보다 훨씬 앞서 벌써부터 흑심인 것. 남녀가 어찌 다르랴, 방식만 다를 뿐 서로 환장하는 건 똑같은데?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은 하겠지만. 하지만 암소의 인생은 까마득한 미래인데 송아지 소녀감성이 어찌 롤러코스터를 예측이나 하겠나. 그저 유행가 따라 부르고 춤추면서 회전목마나 꿈꾸시겠지.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마음은 천지 차이.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 나올 때 또 다른데. 남자한테 한 번 당하고, 두 번 속고, 세 번 버림받으면. 그때도 소녀감성? 인생 거론하고 자시고 할 거 없이, 당장 아침 결심은 점심때 깨지기 마련. 이 세상에서 자긴 뭐가 제일 좋다? 1주일 1달 1년만 지나 봐. 입사할 때야 부푼 가슴 각오는 싱그럽지만 3개월만 지나 보고. 당신만을 어쩌고저쩌고 유행가 가사, 나중 돌아보면 통계상 확률상 우스워지기 마련. 다 뻥. 내 남자가 아프거나 쫄딱 망해서 손가락 빨아야 하면. 그때도 사랑? 선심 쓰듯 애쓰니까 만나 주면서 남자를 알아간다? 바람피우고 복수하고 법정 다툼하고. 애 때문에 억지로 살고. 눈에 콩깍지 벗겨지기 전에 알콩달콩하면 그나마 나은데.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사귀고. 갈아타고. 팬클럽 거느려서 순위 바꾸고 남자친구 갈아치우고. 
    물론 여자만 사람이냐, 남자도 똑같지. 허나 남자는 너는 너 나는 나가 되거든. 남 일은 남의 일이고 내 일은 내 일.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고. 어쩌다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그래도 농담 반 진담 반도 다 때와 상황과 사람을 봐 가면서. 남 얘기를 해도 적당히 하고, 내 인생 사는 게 우선이라고. 어? 그런데 여자는. 여자도? 뭐 오빠도 그래요? 또 천동설 이기주의 넌 너 밖에 몰라. 그래 봤자 똥파리잖아? 그 말은 뭐야, 오빠도 똥파리예요? 뭐 감히? 몸 막 굴리고 딴 남자 막 만나고서, 그러면서 이제 와서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러고서도 얼굴 빤히 쳐들고서 거리를 나다닐 수 있는 거니? 그런 거니? 창피하지도 않아? 수치심 없어? 1번이면 끝이라며? 내 남자가 딴 남자랑 1 대 1로 만나기만 하면 끝이었다며? 어? 늬 첫사랑! 그런데 당시 너는. 넌 딴 남자랑 1 대 1로 수없이 상대를 바꿔가면서 만나기만 했게? 에게~ 왜 이러셔. 자기 불리한 거 쏙 감추고서, 뭐가 어쩌고 어째? 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런데 이제 와서? 여자들이 이렇다니까. 여자는 다 똑같다고. 
    아줌마들 커뮤니티를 봐 보라고. 아름다운 영화배우 커플이 이혼해 봐 봐. 남자들도 남 얘기하고 어쩌고 하긴 하는데. 그래 봐야, 뭐 적당히. 어? 그런데 아줌마들 커뮤니티. 1위부터 10위까지 전 차트 올킬! 어? 그분들 미쳐버리지 미쳐버린다고. 여심을 뒤흔드는 마성이란 게 알고 봤더니 바로 그런 거구만 그래. 그게 뭐야? 나만 죽을 수 있냐, 같이 죽자, 어? 이모 마인드라고! 설마, 너도, 이모 마인드니? 남자 속마음 번역기 그런 거 모르겠고. 알긴 아는데 알고 싶지도 않고. 거리에서 마담 스타일만 보여도 짜증나고. TV 홈쇼핑만 봐도 내 남자가 첫눈에 홀딱 반할 거 같은 여자 얼굴, 아니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나고. 신경질 화끈하게 돋우고 인상 팍 쓰이고. 안 그래도 충분히 내 마음에 쏙 들만큼 사랑받지도 못하고. 잠자리도 불만족스럽고. 딴년들이랑 비교는 엄청 되고. 어? 그럼 뭐야. 결국 할 말은? 뭐긴 뭐겠니. 한 번 자 봐라! 어? 소녀감성 졸업한 거야 그렇다 쳐도. 또 어디서 코치받고서 이모 마인드 갖고서 다시 한번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고 싶다? 얘 미친 거 아니야!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만 그래. 
    미친년 마인드를 총망라했다고. 누가? 코치진의 작전을 철저히 따르신 누군가가! 늬 사랑을 어디 딴년들 재량에 맡길 일 있니? 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답이 없구만. 남자들 거느리고 똥파리들 껄떡거림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날마다 늑대의 찝쩍을 즐기던 말괄량이의 과거. 누가 눈감아줄 줄 알았나? 이모들께서 어떤 얘기를 좋아하고, 무엇을 기다리고, 어떤 비화를 듣고 싶어 하시는지. 어? 모를 수가 없는데. 그걸 어떻게 참니. 안 그래? 더블 데이트할 때 살짝 흔들리던 건 왜 말 안 했니? 만일 카섹스는 못했을지라도 강제로 뽀뽀라도 했으면. 것도 말 안 했겠네? 왜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니? 대비책이 부족했어? 한마디로 노잼이다. 대실망이라고. 진주는 늙은 조개에서 발견된다지만, 어? 발견되면 뭐해. 가짜 진주인데. 사랑은 썩었는데. 도박사의 오류 같은 인생, 중반전부터 전세가 대역전될 꺼 같더니만. 그분들 때문에 더 이상해졌는데. 이제 와서 뭐 대반전? 대반전 좋아하시네.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구만. 허허. 다름 아니라 바로. 사랑이, 나를, 미치게 하면 뭘 하냐고. 그래 봤자 삼류. 어? 싸구려. 지금도 기억하고 있고 잊을 수가 없으면 뭘 하냐고. 순 더러운 기억으로 비꼬아져 버렸는데. 그러면서 사랑의 신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라느니 어쩌고저쩌고. 수다 3시간이라고 해 봐야, 영화배우 결별 소식이라는 특종 하나 뜨면 어? 1위부터 10위까지 전 차트 올킬이라니까 그러시네. 특히 아줌마. 여성잡지 2가 괜히 말 못 하도록 묻지 말라는 식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게 아니라니까요. 아줌마 커뮤니티 인기 게시글 조회수 및 댓글 순위 1위 ~ 10위, 자, 한번 대충 제목만 구경해 볼까? 
    1. A 진짜 야비한 놈이네요
    2. 왠지 B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3. A 생각
    4. A가 많이 화났나 봐요
    5. B가 이렇게 까지 비호감 된 이유가요
    6. A는 인스타까지 싹 다 정리했네요 ㅎㅎ
    7. A 탈모 올 정도면
    8. B 측에 이혼 사유 있다"··· A, 언론에 먼저 공개
    9. A가 먼저 공격적으로 언론 공개하는 이유-개인적 추측
    10. B...씨가 진짜 바람을 좋아한가요?
    그게 끝이겠니. 1주일 지나 봐야 제목만 바뀌지 차트 올킬은 여전. 20위까지 30위까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말도 못 한다니까 그러시네. 사주를 맞춘 철학관이 어쩌고. 과거에 누구 만났고. 부모가 어쨌기 때문에 뭐가 어쩌느니. (절레절레). 그런데 만약에 일방이든 쌍방이든 연기면! 좋게 끝나면. 뭔가 극적인 사연이 있으면. 나중 다시 합치면. 들리면 듣고 알게 되면 알고. 그런가 보다 그렇구나. 그런데 와글와글 부글부글 속닥속닥. 괜히 여성잡지 2 여성잡지 2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거. 잘 아시지 않나요. 부인이 싫어하는 남편 취미가 뻔하듯 그녀들께서 선호하는 화제와 주제 또 관심사 단 몇 가지. 응? 유부남 여러분은 잘 아시지. 모를 수가 없으시니까. 물에 가야 고기를 잡고, 산에 가야 범을 잡는다지만. 아름다운 부부생활이면 뭐해, 오빠 자? 아줌마 허세 때문에 속 뒤집어지는데 어쩔 수 있나. 여자들 뻥에 비하면 남자 허풍은 너무 사실적 아니냐고. 그분들 속에 쌓인 게 그 얼마나 많은데. 전성기면 뭐하냐느니 전성기도 간당간당하다느니. 뒷담화하는 거 싫어한다는 거야 이론이고. 교양미는 교양미고 현실은 또 다르고. 남 얘기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솔직히, 사는 낙이 없는데? 그걸 늬가 말려 내가 말려, 아무도 못 말려. 왜? 묻지 마라니까요 묻지 말라고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숨어서 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요.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고. 교감이자 미덕에 힘입어 잘 사는 사람도 있는 반면, 만인의 연인은 아무의 연인도 아닌 예. 있지 않나요. 남편 지는 비교로 들들 볶다 포기하는 수밖에. 쾌적한 소풍을 즐기며 신나게 휴가를 즐기려고 물 맑은 호수에 찾아왔는데 그 물은 썩은 물. 그럼 뭐 차트 1위부터 10위 20위 30위까지 도배한 글에 댓글이나 다는 거지. 아니면 만나서 즐겁게 수다 3시간으로 이번엔 또 누굴 보낼까 궁리나 하는 수 밖에. 악마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보다 악마가 더 가까이 있을 때는 없어. 무슨 사랑이 어쩌고저쩌고 그러면 뭐하냐고. 남 보내기 밖에 더해? 이쁘고 귀엽고 적극적이며 마음도 착해서 꽤 괜찮은 신붓감이면 뭐하냐고, 다변가로써 어디서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하니 남자들이 다 나가떨어지지. 그러니까 너도 이모 마인드? 어? (절레절레) (절레절레)」





    9

    셋째 날. 
    여자: 오빠. 내 소식 궁금하지 않았어요? 내 안부 뒷조사 안 했나 보네. 살짝 서운해지려고 하는데.
    남자: 것 봐. 여전히 밀당. 징글징글하다 정말. 또 쥐락펴락. 지겹다 지겨워. 그런 얘기 하려면 꺼지시던가. 지긋지긋 신물이 다 날 지경. 궁금해할 남자 많은데 왜 나까지? 내가 뭐 미쳤다고! 
    여자: 어쩜 정말. 토시 하나하나 아주 그냥 뾰족하기 이를 데 없네. 그 말 하고 싶어서 여태 어떻게 참으셨을까.
    남자: 어떻게 걔랑은 잘 됐었나 몰라요.
    여자: 누구 말해 오빠?
    남자: 그 왜 있잖아요. 펜션에서 옆자리에 다정스럽게 꼭 붙어서 앉은 남자. 떼어지기 싫다면서 손사래를 쳤으면서. 그 남자가 운전하는 자동차 조수석에 타서 데이트도 많이 하셨으면서 모른 척 하시기는. 또 내숭? 아님 나 헤픈 여자 아니다? 나 처녀다? 좋아하는 오빠 전화 안 받고 교묘히. 딱 그렇게 몰래 데이트에, 통화에, 시험 같이 보러 다니고, 친구 화해시켜준다면서 더블데이트에. 듣기로는... 에잇 재미없다. 언제 적 애기라고. 엄한 늑대는 이용당한 줄도 모르고 배짱 좋게 구애했을 테고. 순진한 숙녀는 하이틴 드라마라도 찍는 줄 알고서 우정이 사랑보다 중요한 줄 아셨을 테고. 뭐 모든 게 그분들께 최적화돼서 돌아간대유? 바람은, 배가 원하는 대로, 불지 않는 거래요. 사랑은, 없어요. 허허. 다 그런 거래요. 허허. 다큐멘터리를 통 안 보셨구먼 그래.」
    여자: 어머. 인사가 늦었다. (또 말 돌리기). 내 정신 좀 봐. 여기는 우리 아기. (애기를 보며) 자기야 여긴 옛날에 엄마를 몹시 좋아하던 아저씨. 그래 짝사랑남. 서로 인사해.
    남자: (혼잣말) 말 돌리기 선수네. 지 불리하면...
    꼬마: 안녕하세요. 오빠? 아빠? 아저씨? 엄마?
    남자: 안녕하세요. 귀엽네. 반가워요. 그런데 얘 남자예요 여자예요? 아 맞다. 물어봐도 되려나... 아니지. 감히 괜한 걸 물어봤네 그래.
    여자: 
    남자: 그래도 닮긴 닮았네.
    여자: 뭐? 누굴 닮아? 오빠. 얘가 누굴 닮았는데? 어서 말해 봐. 뭐해 말하지 않고.
    남자: 누구긴 애기 아빠지요.
    여자: 얘 아빠를 봤다고?
    남자: 안 봐도 아는 거 아닌가? 아니, 아니에요? 그럼 애가 엄마 아빠를 닮지 누굴 닮아요? 것 참 반응 특이하시네.
    여자: 그런데 참 웃기다. 오빠를 어쩜 이렇게 다 만나니.
    남자: (혼잣말) 또 뻥치시네. 능글맞기가 유부남들 저리 가라구만 그래. 어디서 주서들은 건 있어가지고. 칫. 또 똥파리랑 손잡고 백화점 데이트한 거 자랑하러 오셨나? 얼굴 팔리는 거랑 쪽팔리는 거 구분도 못하면서 사랑은 무슨. 
    여자: 어?
    남자: 아니에요. 혼잣말이에요.
    여자: 이 인간이 듣자 듣자 하니까 정말... (휴~) 오빠. 이혼한 애 아빠 사진 보여 줄께.
    사진을 보여준다.
    남자: 여자는 얼굴 팔리는 걸 좋아한다, 당신은 여자다, 고로 당신은 얼굴 팔리는 걸 좋아한다. 또 얼굴 팔린 거 자랑하시게?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본다) 남동생이네.
    여자: 뭐?
    남자: 왜 그렇게 놀래?
    여자: 그러는 오빤 누구 만나는 사람 없어? 있으면 사진 보여줘 봐.
    남자: 우리는 누구처럼 사진 아무한테나 막 보여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말 좋아하면, 가슴에 간직한다구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만나 주고 먹어 드리고 환승이별 하고 당하고. 우리는 그러지 않습니다.
    여자: 그래도 오빠. 여자가 이렇게까지 했으면 좀, 어? 아니 그러니까 지금 만나는 사람 있냐고 없냐고. 응?
    남자: 남 걱정해주시니 황송하네요. 없어요. 전전여자친구도. 전여자친구도. 현여자친구도. 다 없네요. 뭐 덕분에? 모태솔로가 여자는 무슨. 연애사까지 갈 꺼도 없고 가까이 최근 1년만 봐도, 어? 애완견 키우는 아가씨는 3명 따먹어 봤고, 고양이라면 죽고 못 사는 애묘가는 4명과 사귀어 봤다. ~라는 말을 못 해서 울컥하는 게 아니라고. 허세도 재미없고 허풍도 취미 없습니다. 내래 그런 전적에 무슨 미련이 남았겠습겨. 요즘 세상에 한정판이요 특수 아닌 게 없듯 인생이 무슨 정식이 없어. 죄다 속성 아니면 싸구려 아니면 맛보기. 그래, 간보기. 여자 100명 200명 만나보면 뭐해. 아름다운 사랑으로 광고할 만큼 자랑스러운 건 하나도 없는데. 남이 야생마 기질을 알아주면 뭐하냐고, 일생 통틀어 경주마로써 달려본 기억이 0인데. 경마장에 누가 입장을 시켜줘야 말이지. 괜히 모태솔로라는 합성어를 들먹이는 게 아니라고. 여자한테 꽃다발 선물? 그런 기억이 어딨어. 좋아하는 여자와 1박 2일은 몰라도 1일 꼬박 채워서 여행가 본 추억? 있어야 말이지. 여자친구랑 다정스레 함께 셀카를 찍어봤나, 거리에서 남 보란 듯이 손 잡고 걷기를 해 봤나. 백화점 구경 그런 게 어딨어. 일단 만나 주지를 않는데?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하는 거야 다 먹고살 만한 남들 얘기고. 우리가 그런 걸 어디 꿈이나 꿀 수 있나? 나보고 어쩌라고. 반지? 반지는 무슨, 그 무슨 판타지 영화야 내내 걸어만 다니다 끝나는 영화고. 만나자마자 오빠 소리 듣고 뭘 좀 아는 남자라고 칭찬받으면 뭐하냐고. 제껴보면 빈털터리 거지니까 시작도 못하는데. 언감생심 어딜 넘보냐며 무시당하기 밖에 더 해? 집 있고 차 있고 웬만큼 살아야 선심 써 주듯 만나줄까 말까인데? 여자야 웬만치 반반하면 남자들이 껄떡거려주시니까 편허시지. 완전 좋지 왜 아니겠어. 만나 주면서 탐색전 즐기시겠다 더 괜찮은 미남 나타나면 흔쾌히 갈아타시겠다. 응? 얼마나 좋아.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만나 주고. 딱히 좋아하지 않아도 지갑 속에 남자친구 사진 간직해 주고. 딱히 사랑스럽지도 않으면서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스냅챗 프로필에 사진 등록해 주고. 언제 찰지 궁리나 하고. 싫어도 당장 내차지 않고 옆에 붙여놓고. 남자 마음 가지고 놀고. 진짜로 바람피운 거도 아니고 딴 여자랑 커피만 것도 딱 1잔만 같이 마셔도 냉큼 차버리고. 뭔 말만 하면 자긴 또 차였다 그러고. 그분들이 우리 같은 쪼다 맘을 알아? 하여 촌년 맘은 이해해. 이해한다고. 홀아비가 과부 마음 알아야지, 그럼 누가 알겠어? 세태도 그래.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간보고 떠보고 저울질하고. 몇몇은 염장질까지. 자기 유리하면 파고들고 불리하면 말 돌리고. 나 좋을 때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나 아쉬우면 여자는 그래요. 일생 남이 떠먹여 주는 이유식만 먹고 사는 어른이 그게 어른인가? 어? 내 손으로 한 게 뭔데. 할 수 있는 건 또 뭔데. 그래 놓고 난 근육 빵빵 여자들의 이상형 슈퍼맨이다? 남자 구실도 못하는 거 아니야! 기분 저조할 때 괴로워서 촌닭과 뱁새가 친구한테 울분을 토로하는 심정. 난 여태 성실하게 한눈팔지 않고 살아왔는데, 그다음에 하지 못하는 말. 차마 할 수 없는 말. 도저히 여자에게 고백해서는 안 되는 그 마음. 괴로운 형편. 암담한 미래. 누군 뭐 얼마나 좋은 줄 아시나. 연애? 사랑? 뭐 행복? 희망찬 미래 좋아하시네. 우리 주제에 그게 어디 말이나 돼야 말이지. 그러게 문은 집보다 크게 만들지 말아야지. 웬만한 상향지원 다 받아주면서 정숙한 척? 그놈의 잔머리 (절레절레). 그러니 제 꾀에 제가 당할 수밖에. 그분들께서야 먹어드릴랑가 몰라도 우리는 아니지. 어디다 대고 또 어설프게 파리 끈끈이를 들이미시나. 호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어먹지 않는 법. 사자는 굶어 죽어도 개 먹던 찌꺼기는 먹지 않는다오. 아시겠소? 알든 말든 그러든가 말든가. 
    그런데 그처럼 이미 퇴물 된 기분 만끽하는 허당이요 아재며 꼰대인 반 백 살 아저씨를, 응? 젊은 아가씨들이야 몇 살 터울끼리 질투하고 미워하는 거야 그분들 인생이고. 이혼녀든 아줌마든. 2번 갔다 왔든 3번 마저 갔다 왔든. 그분들조차 비리비리 영감탱이 거지한텐 치를 떠는데. 웬만한 숙녀들도 일절 쳐다보지도 않는 모태솔로 중년을 글쎄 뭐 좋다고 찾아오셨을까? 우연을 가장했든 어쩌든 고맙기야 고맙지만 것 참 알 수가 없네 그려. 아 맞다. 그댄, 요즘도 그래요? 그런 거 좋아하시니까 요즘도 그럴 수 있겠네. 그렇겠네.
    여자: 네? 요즘도...? 이 양반이 보자 보자 하니 증말...
    남자: 아니에요. 괜한 걸 물어봤네.
    잠시 후
    여자: 오빠. 있잖아. 내 사진. 자, 받아.
    남자: 이걸 왜 내게... 내가 왜 이런 걸 받아야 하는 거죠? 아하~ 이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그럼 받아 둬야지요. 안 받으면 또... (절레절레). 그러고 보니, 여자는 그래요. 그런 거 잘하시네. 고백이 취미인 남자처럼? ~은 아니시겠지만. 남이사 뭐 그러든가 말든가.
    여자: 이 자식이...! 야! 야 너 나와. 당장 나와. 얼른 튀어나와 임마. 이 자식이 아까부터 듣자 듣자 하니까 이거 정말... 이... 이... 이... 에라 인간아~! 어? 늬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알어?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안 되는 거라고. 어? 아이씨, 됐다 됐어. 야 야 됐어 됐다고. 초딩 데리고 내가 뭐 하는 건지 참 나 (절레절레). 
    여기까지~. 
    대본 검토 종료.
    휴~!
    휴~! 휴~! 
    휴~! 휴~! 휴~! 
   「오빠 어때? 응? 어떠냐구? 좀 약하나? 그래? 오빠. 그럼 그 대사를 꼭 넣어야 할까? 그럴까? 그 왜 있잖아. 하트가... 하트가... (공상하는 몸짓)」
   「」
   「아직 대본 다듬고 있는 중이야. 이 부분만 봐도 모순이지. 긴 대사 다음에 여자가 울고불고 얼굴 망가지면서 눈물 콧물 흐르든 말든 어버버버 애처럼 울부짖으면 딱 남자가 안아주고. 그다음 줄거리 딱 뻔한 건데. 그렇게 가든가. 아님 긴 명대사가 너무 세니까 좀 약하게 다듬어서 앞서처럼 이어지던가. 몇 장면이자 몇 컷으로 갈 건가 아직 결정을 못 내렸어. 오빠 보기는 어떤데? 응?」
   「넌 이걸 영화 대본이라고 나한테 읽어보라는 거니?」
   「왜? 괜찮아? 감동했어?」
   「너 나랑 장난하니? 어? 이게 뭐야! 이 딴 거 쓸려면 너 혼자 써. 어? 이게 무슨 대본이야. 어? 늬가 그러니까 남자가 없는 거야. 알어?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재미없는 거라고. 어?」
   「뭐-뭐. 뭐가 어쩌고 어째? 지금 말 다 했어? 어?」
    무심결에 나는 또 릴리랑 말다툼을 하고서 헤어졌다. 
    기분이 더러웠다. 릴리가 왜 그런 대본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야 뭐 영문을 모르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농담할 기분이 전혀 아니게 되어버린 거지.
    심심함은 조용조용 재미없음도 고분고분. 
    차라리 그게 더 나은데 말이지. 아아 (절레절레) (절레절레).





    10

    어느 날 나는 릴리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웬 이상한 기호를 보았다. 옮기자면 이렇다. 
    ○  □  ○
      ○  □
        □  ○(77+79=10+77=?)
           ......?
    이게 뭐지? 알면, 다치나. 아무래도 아무런 군말 없이 모른 체하는 게 나을 듯했다. 
    호기심과 친숙하던 시절도 다 옛날 얘기다. 언제 으쌰으쌰로 돌변할지 모르긴 하지만 일단은 그렇다. 
    불길한 조짐이니 신기한 예감이니 그거 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 얘기일 뿐. 
    이상화된 색채가 끊이지 않기를 하나 세속적 이익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를 하나.
    여우들과 더불어서는 여우짓을 해야 한다고, 천동설식 사고 습관은 골치 아프다. 내게 득 될 게 없으면...! 
    (때에 따라) 사자 발톱보다 여우꼬리를 써먹는 것이 더 낫긴 하나, 꼬이고 말리며 감추는 게 끝이 없는데? 
    차라리 심심한 게 백번 낫다. 허영심 지수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자신감을 즉각 꿰뚫어보는 직관, 그거 다른 말로 뭔가. 
    뭐긴 뭐겠나. 뭘 좀 알아봐야 호구고, 기분 맞춰줘 봐야 남는 건 피곤한 스타일에 대한 기억뿐.
    말 타면 종 두고 싶다고 매번 당하고 당하고 당하고 끝까지 당하고. 아아 (절레절레). 
    타인의 호감을 사고 싶어 하는 간절한 욕망이고 자시고. 이따 퇴근하면 단골 술집에 들러 바텐더랑 카드 게임이나 해야지. 
    라면서 나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11

    오늘 나는 릴리의 인스타그램은 말끔히 잊고서 퇴근했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인형을 파는 걸 보았다. 
    거기서 괜찮은 인형을 하나 골랐다. 적정 가격을 지불한 다음 녀석을 데리고 나는 집으로 갔다. 
    왠지 모르게, 아니 원래 외로웠던 것이지. 남들은 다 즐겁고 행복하고 기뻐 보이고. 어딘가 모르게 내 삶은 하찮은 듯하고. 
    사막에서는 낙타 도시에서는 애마. 뭐? 그야 어떻든 나는 녀석을 그렇게 생각했다. 
    만인의 눈길을 확 잡아끌지만 도저히 눈이 부셔서 바라볼 수 없는 미모의 소유자라고. 그러면 그런 것이니까.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나는 꿈나라로 떠났다. 물론 인형을 꼭 껴안고서. 
    그렇게 시침과 분침은 열심히 돌고 돌아서 아침이 됐다. 
    꿈은 기억나지 않았다. 옅도록 기억나긴 났는데 평소처럼 개꿈이었다. 
    장소와 장소가 막 바뀌고. 밑도 끝도 없이 줄거리는 말도 안 되고.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껴안고 잤던 인형은 뭐라고나 할까 새침한 숙녀였다면. 
    그렇다면 오늘 아침에 내 품에 꼬옥 안긴 인형은...... 이거 이거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물론 외관상 차이는 전문가가 아니면 거의 간파해내지 못할 수준. 
    새벽에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설마 내가 몽유병자일 리는 없고. 얘가 깨어나서 지들끼리 선수 교체했을 리도 없고.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낯선 방문객, 그분의 이름은 다름 아니라 사랑? 됐고. 
    아무래도 내 상태가 좀 안 좋은 듯했다. 
    인형이고 나발이고 모르겠고. 그렇게 사무실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중간에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런데 사무실 건물 입구 옆에 웬 그림이 있네?
    그것은 바로,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카라바조의... 제목이 뭐였더라? 
    광인과 천재 사이를 오간 화가. 성과 속의 경계를 넘나든 광마 같은 그림꾼. 
    카라바조 하면 다윗, 메두사, 다태오, 유디트, 바쿠스, 의심하는 도마... 그런 건 모르겠고. 
    제일 핫하고 쿨한 얘기는 그것. 다락방서 발견된 1570억 상당 카라바조 작품. 
    감정 결과가 밝혀지지 않은 채 소문만 무성한 명화. 결국 머머로 밝혀졌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그림. 자세한 얘기는 모르겠고. 
    폭력배이면서 도박꾼이고 살인자이자 탈옥수이면서 또 뛰어난 작가인지 아닌지까지 다 모르겠고. 솔직히 관심 없고.
    진품을 살 만한 여력도 없고. 모조품을 사서 사무실에 걸어놓을 만큼 발품 팔기도 귀찮고. 
    그런데 꽤 괜찮은 고전미술품을 가져가라고 이렇듯 코앞에 내놓다니. 이렇게 친절할 이웃이 다 있을 줄이야. 
    그러니까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 허허허. 
    그렇게 나는 카라바조의 그림을 들고서 사무실에 들어갔다. 
    여기저기를 방랑하며 술을 마시고 또 거리와 술집에서 주먹과 칼을 휘두르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뛰어난 종교적 명화들을 그렸든지 말든지. 그건 모르겠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낮에 적당히 점심식사도 해결하고. 
    일하려고 음악 틀고 분위기 잡고. 
    죠반니 바티스타 보기 / 1773년 오페라 <클레리아의 승리> 중에서 아리아 ‘불행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그런데 옆 사무실에서 친구가 놀러왔다. 
   「안녕 친구. 일은 잘 되나? 오늘 무슨 재미난 일은 없고?」
   「어? 뭐 그냥저냥.」
    난 아직도 저 친구의 이름을 정확히 모른다. 발라드였나 실바였나.
   「여자친구는 생겼니? 너 그렇게 독수공방 혼자 살다가는 나중 사리 나와 임마. 연애도 좀 하고, 어? 말만 이러지 말고 내가 괜찮은 숙녀를 소개시켜줘야 하지만. 나도 내 코가 석자라서. 허허. 일단 좀 기다려보게나. 그렇지만 너도 너야, 어? 잠자는 고양이 입에 쥐새끼 뛰어들까. 행동을 해야 할 꺼 아냐. 흔해 빠진 싸구려 행복도 행복은 행복인 것. 어? 일단 만나. 그래야 뭔가 사랑의 쾌감을 기대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내 말은, 사랑은 쾌락이다 라는 말이 아니고. 그게 아니라 내가 어제 연어 대가리를 집에서 혼자 구워먹었는데 괜시리 서글퍼져서 눈물이 나오더라 그 말이라고. 외로움. 고독감. 허탈감. 그런 거 말이야. 어? 넌 그러지 않기를 바래서 다 하는 말이라고. 어? 너 나 믿니? 너 나 믿지 말고 사랑을 믿어라. 사랑? 믿긴 뭘 믿어. 사랑이라고 해 봐야 순 다 엉터리 뿐인데. 안 그러니? 옛말에도 있잖아. 눈은 자신을 믿고 귀는 남을 믿는다고. 그럼 뭘해. 회의장에서는 달팽이가 되고, 행동을 하는 데서는 독수리가 되라는데, 난 이 모냥 이 꼴로 부엉이도 아니고 두더쥐도 아니고. 거울을 봐도 딱 너구리야. 어? 난 눈탱이 시컴허고 넌 눈탱이 튀어나왔고. 뭐야, 입도 튀어나왔잖아? 그러게 넌 내가 코치하는대로 좀 활동하라니까 그러네. 어? (절레절레). 이게 뭐냐 이거지. 그렇다고 또 점쟁이 찾아갈 수도 없고. 냉동 참치를 찾기도 싫고. 나야 뭐 그렇다고 쳐도 넌 좀 바깥으로 돌아 임마. 남자가 너무 실내에만 있으면 안되는 거야. 혼자라도 달릴 땐 달려야 한다고. 남자는, 어? 하기야 맨날 하는 소리 나도 지겹고 듣는 너도 지겹겠다. 그치? 그래도 내가 다 너 생각해줘서 하는 말인데, 너 정도면 그래도 여자들한테 아직 어필할 만해. 그렇다고 내 말 너무 믿진 말고. 야, 여자는 말이야, 어? 자, 일단 여자를 알고 나야 연애가 되는 거라고. 어? 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러니까 그게 있지, 넌 딴 건 다 괜찮은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넌 존못은 아니야. 그래. 그렇다고 못생긴 남자라고 무조건 나쁘단 말도 아니고.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 너 알지?! 못생긴 여자 & 뚱뚱한 여자. 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그럼 뭘 해, 돈이 없는데. 그러므로 일단 꾸며. 티를 내. 어? 내 시계 이거 얼마짜린 줄 알지? 그렇다고 너도 비싼 시계를 사란 말이 아니야. 너 엇그저께 차 팔았지? 잘했어. 그렇게 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그래야 새로움이 찾아오지. 어? 그럼 이번에 뚜껑 없는 걸로 하나 사면 되겠네. 뭐 누군 사기 싫어서 안 사냐고? 살 줄 몰라서 안 사냐고? 다 알어 다 안다고. 늬가 뭔 생각하는 줄 다 아는데 그런데 또 표정 망가지면 어떡하니. 넌 그게 문제야. 넌 그게 문제라고. 속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 자, 나 봐 봐 날 보라고. 어? 포커페이스! 어? 사랑은 형이 가르쳐줄게. 언니들 이상한 말에 귀 팔랑거리지 말고 말이야, 어? 사랑이란 말이야, 앗! 
    그런데 이게 뭔 냄새니? 너 혹시 바지에 똥쌌니? 뭔 냄새지? 뭐야? 뭔데 이렇게 지독해?」
    그러면서 옆 사무실 친구는 그냥 가버렸다. 
    뭐야 쟤는~!
    하여간에 쟤만 오면 정신이 없다니까. 뭔 쓰잘데기 없는 잔소리만 왕창 늘어놓고 지 할 말만 하고 딱 가버리고. 남아 있는 사람만 기분 상하고. 미소는 썩고. 분위기 팍 상하고. 에잇 (절레절레). 
    그런데 정말 뭔 냄새가 나긴 나는데? 
    그렇게 찾다 찾다 나는 그 냄새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건 바로 아까 길에서 주은 그림의 액자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명화지만 액자는 격에 맞지 않았던 거지. 
    결국 낑낑대며 어떻게 어떻게 액자를 뽀갰다. 
    옆 사무실 친구한테 신나게 조짐을 당한 다음 내가 괜한데 분풀이한 것일까? 
    그러든 아니든 쾌적함의 정반대인 불쾌함의 냄새는 없애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공들인 끝에 액자를 그림에서 분리했다. 
    그런데 뭐야 이거! 액자 안에 웬 치즈 썩은 게 들어있잖아? 
    지가 무슨 치즈 크러스트 피자야 뭐야! 참 나 별게 다 속을 썩이구만 그래. 
    그렇게 하여 나는 액자를 바깥 적당한 장소에 그걸 갖다 버렸고. 
    퇴근 전에 누군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분들과의 대화는 기억하고 싶지 않으니까 줄거리만 말하자면 이랬다. 
    "왜 그림을 가져갔냐고 그분들은 따졌고. 
    나는 그림에 필요한 분 가져가라는 메모가 붙어있어서 가져갔다 그랬고. 
    그 메모 어딨냐 그래서 나는 쓰레기통에 담긴 메모를 보여줬고. 
    메모를 펼쳐보니 뭐야 이거! 
    메모는 <가져가지 마세요>였고. (난 분명 가져가세요~로 읽었는데 뭐지? 뭐야? 뭘까?)
    듣고 보니 그분들은 액자에 위치추적기를 부착시켜 놓았고. 
    액자 안에는 무슨 연애편지랑 비자금과 비밀문서 파일들이 담긴 USB랑 그런 게 숨겨져 있었고. 
    그래서 같이 액자가 버려진 장소에 가서 그분들은 그걸 수거해 갔고. 끝!"
    결국 그림은 내 차지. 
    하여튼 개꿈도 아니고 별 재미도 없고. 





    12

    말은 타 봐야 알고 사람은 사귀어 보아야 안다는 건 옛말. 평판과 과장 광고쯤은 구분하는 소비자, 사랑이라고 다를 거 하나 없다. 사자 가죽을 입은 당나귀든 뭐든 보는 즉시 대번에 간파할 수밖에 없는 것.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들 얘기. 보아하니 맹목적 낙관주의? 그러던가 말던가. 순진한 소녀감성? 자신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상상도 못 하시지. 그렇다고 꿈 많은 낙천가라고 마냥 웃을 수도 없는 게 세상사. 뻥을 신봉하는 여심은 그래서 여성잡지 2로 귀결될수록 오히려 더더욱 어법이 약간씩 틀어지며, 문법이 생각을 따라가기 벅차고, 일단 잘 듣지를 않게 되는 것. 아무말 대잔치의 광신자, 다른 말로 어른? 어쨌든 수다 3시간은 결론 없이 중요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라고 하는 것. 속임수에 혹하는 변덕쟁이, 요리하는 거 우린 일도 아니다. 허영심 대회의 선두주자? 그분들 구워삶는 거 식은 죽 먹기 아닌가. 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사랑을 선망하는 소녀. 소망을 깨트리기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누군 뭐 멜로드라마를 즐겨보는 숙녀의 선망에 초를 치고 싶겠나. 흥 깨는 데 뭐 있는 재주라도 재주면 재주겠지만. 뭘 알아도 제대로 알아야지. 그래야 바로 여자들이 이상형을 덥석 물 수 있다는 것. 뭘 좀 아는 남자, 에서 바람둥이 거르고. 말이 통하는 남자, 가운데 결벽증에 머머증 환자 역시 선별해서 딴년한테 양보하고. 그다음 어쩌고저쩌고. 그렇지만 이론에 빠삭하면 뭐하냐고, 어? 애인이 없는 로맨티스트는 바이올린이 없는 바이올리니스트인데. 쳄발로 근처에 갈 수 없는 하프시코드 주자, 그게 어디 남잔가? 덜렁덜렁 고추 달렸으면 뭐하냐고. 호기심이 벌렁벌렁하냐 라는 쓸데없는 공상만 가득한데.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배부른 말 풀 안 뜯어먹고, 배고픈 곰 춤추지 않는다. 하지만 굶어도 굶어도 이건 말도 못 하는데? 뿐만 아니라 배부른 그분들은 반칙왕 대회를 열기나 하고. 에잇 말 말자. 말을 말어. 
    그러던 찰나 갑자기. 로즈메리에게 연락이 왔다. 
   「오빠. 릴리가 영화 찍는다며?」
   「릴리가?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기는. 릴리한테 오빠를 뺐길 내가 아니지. 보통 때 같으면 나도 걔 안 보는데. 심심하기도 하고. 또 오빠 보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시시덕거리지 말고. 우리, 만납시다, 오라버니.」
    뭐 시시덕거리지 말고? 내가 시시덕거렸다는 거야 그렇게 놀고먹으니까 기분 좋냐는 비아냥이야 뭐야. 이젠 내 맘대로 침대에 널브러져서 핸드폰도 못 보나? 소파에 자빠져서 TV 채널 돌리다 재미난 거도 안 한다면서 투덜거리지도 못하냐고. 누군 뭐 양쪽에 숙녀 끼고서 질펀하게 놀고. 누군 뭐 날이면 날마다 예술적 착상을 떠올리려고 골머리나 앓고. 그러다 무능함을 통감하고. 재능 없음에 절망하고. 돈 없음에 더 절망하고. 주말이면 뭐해, 일제히 약속 없음. 아는 여자 동생들도 하나도 없고. 체면치레 한다면서 그나마 아는 동생들한테 속된 말로 약 좀 치려고 하면 통 함께 놀아주지를 않고. 그래도 로즈마리는 아직도 나를? 허허허. 
    그렇게 우리는 릴리의 입봉작 촬영장에 놀러가기로 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우리는 영화 촬영장에 도착했다. 감독 릴리 제목 비밀 사랑. 뭔 사랑? 제목이 비밀 사랑? 추접한 사랑이 낫겠다. 구경꾼부터 이렇게 추잡한 양반이니 이거 영 뭐 참 나 허허. 뿐만 아니라 뭐, 심지어 주연은 미치와 미치의 여자친구? 에잇 뭐야 이거? 
    설마 로즈마리와 릴리가 짜고서? 그러든가 말든가. 
    속여줘서 고맙다고 간곡히 통사정할 일 있나. 말썽의 소지야 언제나 차고 넘치는 거고. 한통속인 게 뻔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치명적 아름다움은 나만 다 피해가는 거고. 이제 보니 호박이 가뭄에 콩 나듯 제발로 굴러왔던 호시절은 그야말로 진짜로 잠깐이었던 거고. 눈 깜짝하니까 아무것도 남지 않고. 
    이젠 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기막힌 건수가 있나, 아니면 기 받는 모험이 있나. 에잇시 (절레절레) (절레절레)! 
   「로즈마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니?」
   「어딜 떠나? 오빠랑? 내가 왜 오빠랑 떠나! 신혼여행은 꿈도 꾸지 마시고. 어? 밀애는 딴 데 가서 알아보시고.」
   「얘가 얘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너랑 떠난댔어? 너나 김칫국 먼저 마시지 마 얘. 잔칫상 차려지기도 전에 숟가락 올릴 생각이나 하는 게 누군데, 어? 다 된 밥에 코나 빠트리지 말어. 다 큰 처녀가 말이야, 어? 누가 널 데려갈지 참 나 허허. 나도 너 별로야. 나 좋다는 여자 연병장 3바퀴 반 꼬빡 채워서 줄을 섰어. 알어? 촌년이면서 촌닭이 새인 줄 알어. 허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봐도 우리에겐 최소한 파랑새야. 적어도 앵무새라고. 어?」
   「뭐라고? 뭐가 어쩌고 어째? 오빠나 잘해. 오빠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알어?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 되는 거라고. 지 앞가림이나 잘할 것이지 어딜 참견이야 참견은. 너나 잘해. 어? 오징어 대가리 같이 생긴 게 어디서 지적질은 지적질이야? 웃겨서 말이 다 안 나오네.」
    영화 촬영은 쉬는 시간에 돌입했고. 릴리는 내게 다가왔다.
   「왜 웃어?」
   「왜 이렇게 까칠해?」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
   「그런데 내가 아직 말 안 했나?」
   「뭘?」
   「오늘 얘랑 나랑 2 대 2 소개팅 있다는 거.」
   「아이고~ 사람 맴 가지고 장난하지 마이소. 나도 다 임자 있고 여자들이라면 줄을 섰다. 아요 모르요, 아따 거시기 내가 말이요, 어? 여자라면 신물이 납니다.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다고. 어? 우정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친교라면 내가 그냥 아주 추접스럽다 추접스러워.」
   「누가 진짜 추접스러운 건지 모르겠네.」





    13

    최상은 행복의 적이다. 남자가 왜 지는 비교를 당하겠나. 여자의 잔소리에 남잔 뚜껑 열리기 일쑤. 남녀의 대화는 간보고 떠보며 약 올리는 말장난을 단지 고상한 사랑 포장지와 세련된 리본으로 묶은 것일 뿐. 남자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그런데 여자도? 그럴 리가 있나. 하오나 선택하지 않는 것도 명백히 하나의 선택. 보아하니 여자가 감수해야 할 부러움과 습관적인 선망은 일생의 업보. 배 아프고 얄밉고 꼴배기 싫고. 여자여, 그런 일이 어디 한둘인가요? 여자 세계에서 친구 위해주는 척 어쩌고저쩌고, 그래 봐야 결국 지 잇속만 충족. 결국 아닌 척 해 봐야 지 이기심만 만족시키기. 불여우 같은 년, 드물지 않고. 하오나 질시와 시기, 아무나 한다. 질투의 화신,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하지만 사랑은 누구나 한다. 그렇지만 대어가 어디 쉽게 잡혀야 말이지. 미끼도 바닥나고 툭하면 헛스윙. 얻어걸려도 블럭킹 아니면 리베로가 거뜬히 받아네. 기막히게 센터링 올려주면 뭐하냐고, 원톱 공격수가 개 발인데. 평소에는 기가 막히게 잘해도 운명의 순간에 꼭 행운의 여신은 딴청인 거지. (끌라우디오 로페스던가, 해설자 말이 기막혔어. 그 선수가 재능은 재능은 기가 막힌데. 꼭 기회에 골을 못 넣은다고. 툭하면 골대만 맞혀. 그래서 전 세계를 떠돌면서 매번 짐싸고 옮기고 짐싸고 옮기고. 딴 건 다 좋은데 딱 하나 없는 것, 하필 결정적으로 골운이 없다는 거. 레코바던가도 그랬고 기복이 심한 선수들 많았다. 그래도 그분들은 기복이라도 심했지. 이 몸은 뭐냐고. 굶을대로 굶주린 우리들은 뭐냐 이 말이라고, 어? 안 그러요? 그러요 안 그러요? 이래...... 워───워───워!) 어머머 그런데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시네? 그런 호시절도 이젠 다 옛날 얘기. 그렇듯 회전목마부터 롤러코스터까지를 꿈꾸었으나 인생은 알고 보니 심심함과 재미없음일 뿐. 삶이 뭐 이래? 누가 아니래.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고 할 말도 떨어지고. 내 말이. 할 일은 지겹고 공부는 더 지겹고. 어? 그렇지만 하지 않을 수 없고. 회사 가야 하고. 학교 가지 않을 수 없고. 이를 테면 학교에서 들은 선생님 명대사는 그것. 
   「솔직히 말하자면 난 교사라는 직업과 어울리지 않아요. 따지고 보면 다 먹고살기 위해서 이 일을 하지요. 허허. 선생님이라는 최소한의 사명감 대 노동자로써의 직분.」 
    그렇지만 우리 선생님, 긴 명대사를 읊으려고 하면 말이 꼬이기 마련. 학생들에게 그런 기억조차 대개 보면 거의 0. 첫날밤 얘기도 다 뻥. 각색하니까 가능하지. 사람들이 왜 명문대를 갈려고 하는데. 딴 건 몰라도 꼬리표도 꼬리표지만. 정작 중요하고 또 중요한 이치는 그거. 명강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기억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명대사. 그런 정량부터 다르니까. 모 아니면 도라고, 차라리 밖으로 돌다가 그걸 이제야 깨달았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난 결국 뭔가 있을 뻔 뭘 좀 아는 거 같은데, 알고 보면 속 빈 강정. 한마디로 허당. 어? 그럴싸한 핑계도 두고 보면 개구멍 아니면 쥐구멍. 괜찮은 명분은 알고 보니 죄다 변명으로 결판나. 무는 개는 짓지 아니한다고 사람들 말은 거의 다 뻥. 툭하면 뻥. 소녀도 소녀감성 벗겨내면 그 내면 말도 못 하고. 아줌마 허세 듣고 있으면 기 빨리는 거 시간문제. 조증녀가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 험담 빼고 뭐 빼고 뭐 제외하면 남는 게 뭐야. 그런데 아침부터 웬 투정? 뭐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돌부리를 차 봤자 제 발부리만 아프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공상 따윈 집어치우고 다시 일하기에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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