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50

from 소설 2019. 6.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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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장작이 잘 탄다. 그리고 썩은 장작은 연기가 많이 난다. 그러니 에라 그냥 우린 통통한 장작으로 남자? 아님 그거라도 내꺼 하자? 포대가 가득 차기 전에 묶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려다가 죽도 밥도 안 되는 수가 있다. 그러니까 어장관리 찝쩍 군침 껄떡쇠 타석주의보다 한 우물만 파라고 하지. 정말 아름다운 사랑을 빼놓고선 사랑이 어딨어. 여자들 귀 간지려주고, 가려운 데 긁어주며, 숙녀를 속이는 거 식은 죽 먹기인데? 그래도~ 절제. 인내. 독학. 연구. 성찰. 자성. 관찰. 에너지 아끼기. 시간 낭비하지 않기. 논리적 사고. 그런데 이성적으로 돌머리만(?) 굴리면 뭐하냐고, 어? 행동은 감정이 시키는데. 감성이 몸을 움직인다 그거지. 성과가 어디 공짜냐 그거라고. 일평생 내내 잔재주와 뻔트 뿐이었던 인생, 어디 전적이 그 얼마나 대단했냐 그 말이라고. 응? 그래도 그거라도 어떻게 좀 그냥저냥 어찌 좀 넘어트려 볼까? 자, 물색했고 뜸 들였고 애썼으니 이제 좀 어찌어찌 자빠트려 볼까? 그럼 뭘 해. 보이는 거라고는 순 그냥,
    반 냉동 참치, 반의 반 냉동 참치, 완전 냉장 참치, 물 만난 참치, 가짜 참치, 참치 통조림. 교감신경인가 부교감신경인가만 피곤하게 만드는 짜증 나는 피곤한 스타일 인공 참치. 아니면 박제 참치?
    어쨌든 참치는 다 남의 꺼. 죄다 전부 다 그림의 떡. 어차피 먹어 봐야 시디실뿐인 과실이라는 동화 속 여우의 냉소. 아니면 아침부터 흑심 가득한 피노키오? 웬걸~! 그럼 뭐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미친 참치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다락방 미친 삼촌? 되긴 뭐가 돼. 정신 차리고 철들어야지 별수 있나. 뭐든지 뭘 해도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여자들 각선미도 이젠 별로 관심도 없고. 특정 각도로 볼 때만 이쁘고. 5미터 후방에서만 혹하고. 설마... 그래서 영화나 영상에서 가면 쓰고서...? 빙고. 아니 통과. 안 그래도 화장발. 그럼 뭘 해, 화장 지우면 다 똑같고. 아니 화장해도 다 비슷비슷. 뭐니 뭐니 해도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고. 실상 돌이켜 봐도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고. 여자라면 신물이 나고 지겹고 신경질에 짜증나고. 그렇다고 닥치고 일하기? 오빠 좀 걷자. 아아 오빠 꾹 참느라 피곤하다 그거지. 그러니까 뭘? 모르겠고. 그래도 술 먹으면 개가 될 수도 없고. 평소에 개처럼 닭 보고 막 짓어서도 안 되고. 어쩌라고. 아니, 어쩌라고요. 딱히 특별한 죄를 짓지도 않고 창피함도 알고. 응? 중간은 가고. 아무리 그래도 건수가 없는데 그럼 뭐하냐고~! 개가 없는데 개목걸이가 무슨 소용이랴. 우리가 말을 말어야지 참 내. 
    그런데 아뿔사. 아니 어떻게! 난 뭔가를 별안간 깨달았다. 아르크메데스처럼 집에서 발가벗고 있다가, 문득 뉴턴의 사과가 떠오른 것이다. 그게 무엇이냐. 그건 이랬다. <꼬마는 가는 곳마다 거인을 본다>. 내가 매사 재미없는 이유를 알았다 이거라고. 응? 애들은 뭘 봐도 새롭고 툭하면 심심해한다. 그런데 어른은! 응, 어른은? 뭘 해도 재미없고 모르는 일 자제가 없다. 검색 뚝딱이면 다 나온다. 보고 듣고 아는 게 많으니까 눈치도 백 단. 뭘로 봐도 능구렁이. 이미 애기 때부터 불여우였을지도 모르고. 응? 안 그래도 호기심도 퍼졌다. 감수성 메마른 지 오래. 부러움이 다 뭐야 부끄러움도 없지. 능글능글 덜렁덜렁 벌렁벌렁. 어? 뭐 벌떡벌떡? 앞에서 소녀감성이라고 해 봐야, 됐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견적 당장 나오는데 새로운 게 어딨냐고. 하지만 애들은! 애기 때 색달랐고 어쨌고 아동 정서로 보던 세상. 왜 어른이 되어 다녔던 초등학교에 가 보고 어릴 때 살던 동네 정경을 다시 보면 기분이 그저 그럴까. 맹숭맹숭 기분 세하고 나이든 거 같아 상심하고. 숙녀한테 나이 얘기하면 어디 좋은 소리 듣겠나. 너 내 페이지에 오지 마! 아니면 친구 끓기. 상대방 차단. 
    그게 다 뭐 때문일까? 왜긴 왜겠나. 스케일 때문이지. 심지어 다 알아버렸거든. 비밀이 없다고. 새로움도 바닥났고. 기대가 어딨어. 설마 재산까지? 그래서 사람들이 하는 게 뭐냐, 그렇다고 특별한 걸 어찌 찾나. 핸드폰 보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하고. 일과표를 봐도 뻔하고. TV 편성표도 별거 없고. 주말에 하는 일이라곤 소파에 자빠져 멍청하게 텔레비전 쳐다보며 채널 돌리기. 발가닥 깐닥깐닥 잔머리 꼼지락꼼지락. 레이더에 잡히는 거라곤 전무하고. NC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고. 친구들도 다 남자친구 여자친구 있고. 나만 뒤쳐진 거 같고. 내일을 예언할 수도 없고. 밝든 어둡든 미래는 잘 보이질 않고. 단골 술집에 가 봐야 바텐더한테 외면당하기 일쑤. 툭하면 찬밥. 걸핏하면 병풍. 원래 신부들러리 전담 인생. 아니면 여행 가고. 사랑을 하고 싶지만 거의 다 탐색전만 하다 끝나고. 저울질 당하면 그나마 전성기게? 뭐 에게~? 그런 고민이라도 하면 다행이게? 배부른 소리. 굶을 대로 굶은 늑대이자 하이에나의 인생 고독감을 그분들이 어찌 알겠나. 알긴 알지만 남 생각할 겨를이 어딨어. 다 따지고 보면 적당히 이타적이고 적당히 이기적인, 소심한 우리네 군상.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랑 나올 때 어찌 마음이 똑같나. 내 일과 남 일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얘기, 괜히 말만 많은 사람 말 계속 들어봐야 뚜껑만 열리고. 장면 하나 표정 하나만 주어져도 나머지는 아 글쎄 싹 다 그려낼 수 있는데. 그래서 대부분 서론만 왕창이요 결론은 없어. 혹시 내용까지 엉망진창? 올챙이 적 추억담도 가끔 해야 재밌고. 여우가 머리를 넣으면, 곧 몸뚱이도 넣으려 한다. 탐욕과 동냥 자루에는 밑이 없다. 억지는 아니어도 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만, 응? 그래 봤자 괜히 쓸데없이 입만 아프게 남들 다 아는 얘기만 떠든 셈 밖에 더 되나. (절레절레) (절레절레)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비비안을 만났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에밀리가 대타로 등떠밀어서 비비안을 만나지 않으면 안되었고, 그걸 뭐라고나 해야 하나. 어쨌든 그렇게 된 것이다. 





    2

    오후 4시. 
    카페에서 비비안과 나. 
    노래는, 노래는 뭐지? 
    헨델 / 오페라 <리날도>(Rinaldo) 중에서. 아르미다의 아리아 ‘나는 전쟁에 나아가 그를 정복할 것이다’
    벽면에 붙여진 문장은 그것. 
    (불)여우는 욕을 먹을수록 기운이 난다. 
    뭐? 난 갑자기 기분이 세해졌다. 
   「오빠. 오빠는 안 그러죠?」
   「응? 뭘 안 그러는데. 그 말은 곧 그건가?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VS 그런 남자? 아니면. 그런 여자 VS 그렇지 않은 남자?」
   「와~! 요약이 또 그렇게도 되네. 아니 어찌 그리도 신기할 수가. 어떻게 그걸 그렇게 받냐.」
   「공이 넘어왔으니까 난 다시 넘긴 거 뿐이야, 어? 그럼 테니스 채 내던지고 서브 공을 그냥 손으로 잡을 일 있니? 아님 테니스 채 거꾸로 잡고 때려? 그렇게 안 될 이유가 어딨니. 앞으로 갔으면 다시 빽코트 하고. 저 하늘의 별을 땄으면 이제 다른 별을 물색... 아니 그건 아니고. 안 그래? 그런데 있잖아. 비비안. 음 그게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있지. 그 있잖아 그거 말이야.」
   「아 뭔데 오빠. 말해 봐. 또 뭐야? 망설이지 말고. 뭐지? 궁금한데. 어서 말해. 뜸들이지 말고. 말해 주라고. 날 쥐락펴락해도 좋아. 난 그걸 원해 오빠. 난 줄다리기 싫어한다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꺼려하는 게 그거란 말씀. 다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지. 호호.」
   「그래? 비비안. 너 요즘도 그러니?」
   「어?」
   「너 요즘도 그러냐고.」
   「나?」
   「그럼 여기 너랑 나 말고 또 누가 있는데.」
   「그... 그... 안 그래. 나 그런 애 아니야 오빠.」
   「그래? 그런데 내가 뭘 물어본 줄은 알고 대답하는 거니?」
   「몰라. 나도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모른다고? 너 원래 그런 애였어?」
   「내가 뭐가 그런 애야? 오빠. 오빠도 그래?」
   「그러긴 뭐가 그래. 나 남자야. 어? 나 남자라고. 그럼 뭐 넌 여자 아니니? 여자는 그래요 이러쿵저러쿵.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너 그런 거 잘하잖아.」
   「오빠 그거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아니. 그거 모른 남자가 어딨니 세상에. 어?」
   「오빠. 그런데 있지. 우리 무슨 얘기하는 중이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그런 걸 뭐하러 나한테 물어 봐? 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
   「골치 아퍼? 왜, 탐닉할 만한 쾌락이 바닥난 거야? 또 권태?」
   「넌 허영심 대회 안 나가니?」
   「내가 오빠야? 난 허세 대회 관심 없어. 허풍이라면 이젠 재밌지도 않고. 그러는 오빤 허언증 치료됐고?」
   「넌 조증은 졸업했니?」
   「됐고. 용건이 뭐야? 날 왜 만나자고 했어?」
   「뭐? 너가 나한테 할 말 있다며? 난 에밀리가 말해서 나온 거 뿐이야. 이거 왜 이래?」
   「왜 이러긴 누가 왜 이래? 어? 누가 할 소리를. 오빠 또 거짓말이야? 아주 그냥 뻥이 저절로 나오네. 입만 열면 뻥?」
   「아 진짜야. 아니 그러는 너가 뻥치는 거 아니니?」
    그렇게 우리는 정말로 차만 마시고 헤어졌다. 
    괜히 만난 셈이었다. 
    난 그렇게 기분이 틀어져서 먼저 떠난 비비안의 뒤를 이어 카페를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뭐야 카페 안에 있는 텔레비젼에서 연애 토론을 하네? 어라? 그러네? 
    기분도 별로겠다 힐끔힐끔 시선 바쁠 틈도 없겠다. '사랑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을 갖은 수식어로 포장하고 어쩌고. 잘 만난 거지. 나한테 잘 걸린 거라고. 딱 걸렸어 그냥. 허허. 어떻게 딱 이 시점에 해 본지 까마득해 기억도 안 나는 제비뽑기처럼 딱 걸리냐? 허허. 자, 아무 말 대잔치 머신을 가동시켜 볼까? OK~! 





    3

    뭔 툭하면 소녀감성. 멜로드라마 그거 다 뻥이라니까 그러시네. 낭만을 할양받고 극적인 연애 감정을 모방해 봐야 그거 다 흑심일 뿐인데? 뭐 카르페디엠? 그러든가 말던가. 사랑이라는 건 선수가 자기의 기량을 못 펼치는 거라고? 자기가 자기 입으로 선수면 뭐해. 상대가 인정을 안 해 주는데 그게 다 뭔 소용 있냐고. 안 그런가? 또 착한 척 뻔한 얘기. 그냥 진부한 쇼맨쉽. 
    뭐,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사랑을 발전시키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고? 그런 사랑은 다 따로 있고. 어? 진짜로, 정말로, 가감없이 솔직하게, 정말 그래 볼까? 진짜로? 흥 깨지고 정 뚝 떨어질 연애 꽉 찼다니까요. 그 말 듣고 그대로 했다가 오만정 다 떨어진 사례가 과연 한둘일까. 또 다 똑같은 판에 박은 잔소리. 여자 말 번역기만 번역긴가? 남자 속마음 번역기라고 왜 없겠나. 
    뭐,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럼 뭘해, 남자가 쳐다 보고 얼굴 표정이 확 바뀌는데. 훈수 두고 조언하는 거 그거 누가 못하냐고. 어버버버 어버버버 어리버리 궁시렁궁시렁. 말은 쉽지 말은 쉽다고. 공을 끝까지 봐라 어째라. 이론이야 누구나 빠삭하다고. 안 그런가? 고수는 다르겠지만 아마추어야 백과사전이 머릿속에 들어있으면 뭐하냐고. 콩깍지가 쓰이면 싹 다 필요없는데? 우리한테 당하기 밖에 더 하냐고. 안 그런가? 타율 리그 상향지원 하향지원만 봐도 거의 다 답 나오는데. 뻔하디 뻔한 말 하고 또 하고. 
    뭐, 연애는 존중에서 오는 것이라고? 그래 봤자 웬만한 남자들이 촌년께 진심을 바치냐 그게 문제지. 어? 타인을 수용하는 마음이 있어야 타인을 존중할 수 있게 되고 어쩌고? 그건 다 그냥 책 팔아먹고 TV와 오락산업 관계자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지어낸 얘기일 뿐이고. 어떻게 하면 엎어트려 볼까 오직 그 생각뿐인데? 딸은 무조건 먼저 엄마 말을 듣어야 하는 것. 딸은 이모 말이 아니라, 무엇보다, 엄마 말을 들어야 한다고! 응? 이모 말 백 번 들어봐야 다 소용없고. 엄마 말을 정말로 기억해야 진짜. 엄마 아빠가 어떻게 사랑을 했는가만 봐도 답은 뻔히 나오는데. 또 이모 말 듣고 어쩌고저쩌고. 다 뻥. 전부 식상. 그러니까 채널 돌아가지. 죄다 짜집기. 
    사랑? 남자? 사람은 잡은 짐승보다 사냥하기를 더 좋아하는 법. 그러니까 여자들이 나중 그런 말을 하는 거 아닌가.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왜 줘? 소젖은 쉼 없이 짜지 않으면 말라버린다. 뭐라고? 정말 그렇단 말이 아니라. 속담은 진리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막 갖다 붙인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춤판에 뛰어들었으면 춤을 추어야 하는 것. 나이트클럽에 갔으면 음악에 몸을 실어 흥을 타면 그뿐. 근데 그게 아니라 속된 말로 춤판을 개판으로 만들면 안되는 것. 막춤까지야 귀엽겠지만 1부 리그에서 솜방망이 들고서 동요 부를 일 있나. 그러니까 나이트클럽에서 물 관리를 위해 미꾸라지는 정중히 내보내시지. 안 그러게 생겼나. 그렇다고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 그건 육체적 사랑에나 딱 들어맞는 얘기일 뿐이고. 그러나 플라토닉은 정반대! 완전 정반대. 자전거 탈 줄 알면, 어? 그거면 됐고. 딱 됐고. 진실한 사랑이자 고결한 순애보요 떨리는 순정이란 그와 완전히 정반대란 말이다. 칼은 자주 갈아야 날이 선다? 그건 풋사랑 얘기고. 성적 자유니 뭐니 더티러브 더티러브하니까 아무거나 다 사랑인 줄 알지. 바람둥이는 쉬운 호박 물색하느라 바쁘고, 로맨티스트는 애절한 사랑을 기다리고. 그런데 거기다 대고 사랑이란 어쩌고저쩌고. 아아 (절레절레) 뭐 또 사랑? 아아 (절레절레) (절레절레). 괜히 에밀리는 비비안을 만나라고 해 가지고 말이야, 어? 가만있자. 그거 혹시 음성변조 그런 가짜 아니야? 몰라 몰라. 그러든가 말던가. 





    4

    우리는 토끼처럼 살기보다 독수리처럼 싸우기를 원한다. (정말 '돌 + 아이'랄지 4차원만 추구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데 상대는 암컷 싸움닭 군단? 싸움꾼에게 상처 가실 날이 없지. 그럼. 경험은 위대한 스승이다. 허당 소리 아무나 듣는 거 아니다. 그분들과 부대껴 봐야 시간 낭비 감정 소비 정력 낭비. 고로 피하는 게 장땡. 꼬리 가죽을 벗기는 것처럼 힘든 일이 없는데. 그걸 잘 아는데 또 여자 말 번역기라니. 야 야 떴어 떴어 튀어 튀어. 어서 도망가. 아니 글쎄 안 튀고 뭐해! 하지만. 어? 악어를 피했는데 호랑이를 맞닦드리는 게 바로 인생. 어차피 첩첩산중.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 재치 있게 엉덩이에 매 맞은 자는 땅바닥에 주저앉는 일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고 바로 지금이 좋을 때. 청춘은 바로 지금. 행복 그거 별거 없다. 아름다운 숙녀여, 사랑에 실망하셨나? 귀걸이 귀중하나 귀는 더 중요하다. 뭐? 그 말은 곧... 통과. 
    그게 아니라. 그 말이 아니라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사극을 왜 보나. 임금을 반대하여 검을 뽑으면 칼집을 내버려야 하는 것. 잔재주가 좋고, 간보고 떠보며 견적 따질 상황은 따로 있고. 그러니 해결사가 승부수를 던질 적기라면 헛스윙 아니면 홈런. 모 아니면 도. 뻔트가 필요한 최적의 상황은 다 따로 있으니, 고로 그건 우리끼리 속닥속닥 조용조용 키득키득. 그래서 최근의 친애하는 관심사랄지 짝사랑 또는 더티러브에 올인? 가만있어 봐. 자, 판돈이... 전망은... 마스크는...! 아니다. 아니야. 아니라고. 위험한 지경에 빠지지 않고서는 위험을 뛰어넘을 수는 없으나, 지금은 때가 아님. 따라서 운명을 믿지 말자. 숙명의 상대는 다 따로 있다. 에너지를 아끼자. 힘 빼지 말잔 말이다. 부러워하지 말자고. 질투심 상대해 주기도 귀찮지 않나. 억지에 궤변에 어리광까지 그거 어떻게 하나하나 다 친절하게 상담해주나. 날 샌다 날 새. 우리야 소녀감성부터 여성잡지 2든 뭐든 하나하나 사랑스럽게 개별 면담을 할 수야 있다지만. 어떻게 숙녀가 다정하게...... 쉿! 
    어쨌든 인생은 투쟁. 사랑은 구원. 그래서 구원 투수는 꿩보다 닭. 그런데 그 꿩은 알고 봤더니 수꿩? 구원 투수 불쇼할 일 있나. 뭐야 남자잖아? 어차피 여자도 남자 환장한다. 처음 보는 남자가 쫌만 지 맘에 들어 봐. 그땐 그냥... (절레절레). 밤에는 밤의 법규가 있다는 거만 알면 되고. 낮에 빛나지 않은 것은 밤에 빛난다니까. 그거만 알아 두시고. 그래서 남녀는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 쫌만 맘에 든 남자가 보인다 싶으면 여자는... 에잇 말 말자. 말을 말어. 아이 참 거, 이미 벌써 얼굴 빨개졌는데? 그럼 그다음은... 넘어가고. 응? 여자는 웃으면 끝이다. 그처럼 행운의 여신은 우리를 모른 체 하지지 않지. 그렇게 행운의 여신이 윙크한 힌트는 뭔고 하니. 내 마음에 노크한 그대의 정체는 바로, 바로, 뭐야 이거. 
    나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특단의 묘수가 어디 있어야 말이지. 아아 뒷목. 돈 세는 기계가 있으면 뭐하냐고. 정작 황금이 없는데.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가 있으면 뭐해, 나오는 건 죄다 가짜요 삼류 초대권. 그렇듯 변화와 새로움을 위한 그 어떤 우연이랄지 무슨 열의가 바닥나버렸다. 때문에 나는 할 수 없이 썩은 미소를 감내할 수 밖에. 
    그래서 나는 무엇을 했을까? 하긴 뭘하나. 별다른 성과 없이 일하다가 퇴근 준비 중이지. 
    그런데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미치였다. 짜식. 가뜩이나 심심하던 찰나 적시에? 내 마음에 노크하는 건가? 인형과 뽀뽀하고 싶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너 일하기 싫지? 재미없지? 놀고 싶지?」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너야 항상 그렇다는 거, 내가 왜 몰라? 야 임마. 어? 옛말에 고기 낚지 못했으면 새우라도 낚으랬어. 허지만서두 뻔트냐 대어냐. 그게 문제로네? 어복이 꽝이란 말이지. 그래서 우리는 때를 기다려야 하는 거라고. 응?」
   「그러니까 요점이 뭐야? 빙빙 돌리지 말고.」
   「뭐 더 뜸들이라고? 알았어. 그럼 그러자고 말을 하던가. 괜히 꿍해가지고 말이야. 오줌이 마려우면 마려웁다, 키스가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 왜 말을 못해? 누가 보고 싶다 사랑이 그립다. 왜 말을 못하냐고. 어? 너 바보니? 그러니? 그런 거야? 어? 이 친구야. 인생이란 토끼를 쫓다가 곰을 만나고, 곰을 피했는데 마침내 양의 탈을 쓴 사기꾼한테 걸려들었다가 겨우 겨우 빠져나와서, 딱 행복한 사랑에 골인하는 거라네. 그런 거라고.」
   「뭐야. 그게 요점이야? 할 말이 그거였어? 또 어디서 주서읽고 그거 나한테 읽어주는 거냐?」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널 모르니?」
   「그러지 말고. 넘어와. 우리의 아지트. 알지?」
   「몰라. 내가 거길 어떻게 아니?」
   「내가 말 안 했니?」
   「만난지 한참 됐는데 말을 하긴 언제 했다 그래?」
    그렇게 나는 미치와 만나서 당구 한게임 치기로 했다. 
    내기는 물론 술내기.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여기는 당구장.
    음악은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 HWV 437
    당구장 사장님이 꽤 품위 있다고나 할까. 만약 그렇다면 유행가 듣는 양반들은 죄다 저질 험담가들이란 말이야 뭐야. 그게 아니고. 
    미치의 당구 실력이 못 본 사이에 무지하게 늘었다. 그래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어차피 이기면 이긴 거고, 져도 별로 그냥 그렇고. 
    그렇게 한 20분쯤 쳤나? 당구도 재미없어졌다. 
    그러다 미치는 전화기 메시지를 받았다. 
   「어! 여자친구가 거의 다 왔다는데?」
   「여자친구 오기로 했어? 너 여자친구 생겼어? 부럽다. 난 모태솔로야. 여자친구라고 하면 애인과 같은 말인가 아닌가. 모르겠다. 누군 약혼자를 남자친구 여자친구라고 하고. 누군 진도 뺄 생각이 0.1도 없는 이성을 남친 여친이라 하고. 어장관리에 이성친구도 다 남친 여친이라 그러고. 완전 뒤죽박죽. 아무튼 난 그만 가볼게.」
   「가긴 어디 가? 바쁘니까 서로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좀 더 놀다 가. 내 여친이랑 차 한 잔이라도 마셔줘야 하는 거 아니니? 또 알아? 걔 친구 소개시켜 줄지.」
   「그럴······까?」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소는 근처 카페로 바뀌었다. 
    미치. 미치의 여자친구. 그리고 나. 
    셋이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데 거 어째 분위기가 싸했다. 
   「오빠. 미치 오빠 왜 그런데요? 원래 이런 사람인 줄 난 정말 몰랐다고요. 오빤 좌변기를 좌변기로 사용하시죠? 그렇죠? 그렇다니까요. 내 그럴 줄 알았어. 게다가 저 혼자 사는 집이에요. 심지어 우리가 내일도 사귈지 어쩔지 그건 모르는 거고요. 솔직히 말해서 미래의 희망이 아직은 뿌였다구요. 네? 그런데 참 나 헛 참 나 거 정말 무슨, 말이 다 안 나오네. 있잖아요 그게 말이에요, 어떤 일이 있었는 줄 아세요? 아 글쎄 제가 사는 집에 가보니 어느 날 화장실에다 서서 일 보는 소변기를 설치해 놨지 뭐예요! 성급한 거 뿐만 아니라 상의도 없고. 지 맘대로 뚝딱 뭘 들여놓고. 더군다나 운전은 왜 그처럼 둔탁한지. 전 처음에 우리 오빠가 말이 통하는 남잔 줄 알았다고요. 그런데 슬슬 시간이 지나다 보니 고집이 고집이 장난이 아니네요? 무슨 표범의 꼬리는 잡지 말되 잡으면 놓지 말라는 둥, 쥐는 자기가 기어나온 구멍을 안다는 둥. 그런 얘길 저한테 왜 하냐고요. 제가 쥐라는 거야 표범이라는 거야. 안 그래요, 미스터, 미스터, 오빠? 저 원래 이름 잘 까먹어요. 이해해요. 저 어떡하면 좋죠?」
    그런데 입심 좋던 미치가 내놓은 답변은 뜻밖에도 발빠른 동조였다. 그러니 나만 전전긍긍 떨떠름할 수밖에. 
   「어떡하긴 뭘 어떡해! 헤어져. 헤어지면 될 거 아냐. 그거 바란 거 아니었어? 너가 날 차면 왠지 모르게 기분 찝찝하니까 일부러 내가 차도록 뻠쁘질한 거 누가 모를 줄 아니? 응? 내가 바보니? 너만 연애 좀 해 본 줄 알어? 나 좋다는 애 줄을 섰어. 걔네들 지금도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중이야, 어? 알어? 아 됐고. 대기자가 몇 명인 줄 늬가 알기나 하겠니. 아 됐고. 집어쳐. 집어치우라고. 그럼 될 거 아냐.」
   「누군 뭐 아쉬운 줄 알어? 그래. 이참에 이렇게 깔끔하게 헤어지자. 그럼 돼지? 말 나온 김에 쇠뿔도 단김에 빼자고. OK~! 잘 가. 이제 각자 얼굴 볼 일 없으니 좋다 좋아.」
    그러면서 미치와 미치의 여자친구는 밖으로 나갔고 둘은 딴 방향으로 가버렸다. 
    뭐야 이거! 
   「어랍쇼~! 도대체 뭐냐?」
    개 두 마리가 뼈 놓고 싸울 때 세 번째 놈이 물고 내뺀다지만. 그런 일도 있긴 있다만 이건 뭐 개뼉다귀 반틈 떼서 자기들끼리 나눠 가진 다음 각자 제 갈길로 가버린 거잖아? 어쩐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그랬다. 세상일이란 게 원래는 그렇다. 사나운 개도 개밥 앞에서는 온순해진다. 그렇지만 난 개가 아니고 여긴 개밥이 없고. 오늘은 운이 별로인 거지. 농부에겐 풍작 어부에겐 어복. 성과는 전무. 허당에겐 여복 운세 하면 재물운. 점쟁이 만나 봐야 재미도 없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지만 일도 안 풀리고. 그래서 친구 만나러 왔는데 기분만 더러워지고.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5

    사랑을 노래하는 방법도 정말 여러 가지. 순 엉터리 로맨티스트. 진가를 발휘하려고 하나 매번 솜씨를 뽐내지 못하는 놈. 하긴 비리비리한 잔재주뿐인데 똑소리나는 재능이 있어야 말이지. 그런데 그게 바로 나였다. 뭔가 대어를 낙을 뻔 거의 잡을 뻔 하다 실패하는 패배주의자. 에잇 (절레절레). 이상향으로 비유하자면 환상머신은 환상머신인데 더러운 환상머신인가. 차라리 다비드는 다비든데 어디산 다비드가 낫겠네. 나아도 훨 낫지 뭘 어디다 비교를 해? 젠장. 그래 놓고서 무슨 거 뭐야. 새로운 직명이라면서 하루는 관심종자 하루는 행복하려면 몰래 숨어서 살자는 둥 뭐라는 둥. 누가 엉뚱하다고 안 할까 봐 지은 카피라이트가 뭐. 또. 그 무슨 뭐라더라? 남자든 여자든 고추에 모든 것을 다 걸 수는 없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구만 그래. 운동화는 뉴발란스, 티셔츠는 라코스테, 수트는 맞춤복, 중절모는 마술 모자요, 지팡이는 또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특수한 장비로 바꿀 수 있어. 그런데 지팡이 손잡이를 뺐더니 검집만 길고 검은 짧아. 그게 뭐냔 말이지 참 나. 인생 경험 좀 쌓였겠다 사람은 자고로 좋은 침대와 좋은 속옷이 필수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그럼 뭘해, 입는 팬티라고 해 봐야 폴리에스텔 100퍼센트 팬티 달랑 3장. 사타구니에 막 땀 차. 어? (절레절레). 언제는 실크팬티가 어쩌고저쩌고 남자는 뚜껑 없는 차를 타 봐야 한다느니 뭐라느니. 차라리 원하는걸 솔직하게 말하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럴 바엔 차라리 쥐어패주라고 뻥이라도 치던가. 또? 됐고!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에 자동차를 바꾸기로 했다. 
    간략히 줄거리만 읊자면 이렇다. 
    나는 내가 타던 웨건 차량을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해서 팔았다. 
    매도 물품을 올리고, 매도자를 만나서 매수자로서 뭐 하나 흠집 없이 깔끔하게 거래 완료. 
    그렇게 해서 나는 집에서 또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이번에는 어떤 차를 탈까 구경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월세를 내고 차를 빌려서 타는 걸 이용하려고 했다. 
    그렇게 3일간 장고를 거듭하던 중. 매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말을 들어보니 내가 자동차 중고 시세보다 무려 2.5배나 비싸게 받은 것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러면서 여기저기 알아봤다. 
    그런데 알아보니 그분 말씀이 옳았다. 
    내가 왜 그랬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뭐 어쩌다 일이 꼬였는지 어쨌는지 그건 나도 모르지. 알 수 없다고.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고. 
    나는 매도자에게 책잡혀서 나는 양심적인 매수자로서 책임감 있게 적당히 뭐 어떻게 적당한 절충 금액이 오고 가고. 
    그런 과정은 모두 끝났다. 
    그렇지만 매수자와 나는 친해졌다. 일단 매도자로서 내 잘못이 분명하고 매수자가 교묘히 오빠 오빠 그러면서 알랑알랑 얼쩡얼쩡. 
    그러다 얼렁뚱땅 우린 아는 오빠 동생 된 거지. 딴 거 없다. 
    그녀의 이름은 사드. 그렇게 우리는 오늘 데이트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얼마 만의 전초전이야 막 그러면서 탐색전을 펼칠 생각에 막 설레고, 들뜨고, 떨렸다. 완전 완전 신난 거지. 
    그런데 결과만 말하자면 그녀는 결국 연락을 받지 않았다.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로 전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 친구도 냉정하게 딱 끊어버렸다. 그럼 그렇지. (절레절레). 
    전에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친구들이랑 나이트클럽에 갔는데, 부킹을 했고. 여자가 날 이상형이라면서 좋아했고 나한테 전화 주라더니 전화번호를 찍어줬고. 갔고. 친구들은 광분했고. 그래서 다음 날 전화했더니 받지 않고. 뭐야? (절레절레)





    6

    서툴게 기다리는 것보다 재치 있게 도망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기다려지는 일정이 없고 맞붙을 상대도 긴장감 쩌는 큰 게임 역시 없다. 둔감해지는 감수성과 메마른 호기심. 항상 그날이 그날이다. 기막힌 쾌감이라는 부풀어오르는 뭉클함 때문에 전율하는 듯한 기분. 그게 뭔지 생각도 안 난다. 다정한 행운에 따라 행복한 기분은 절로 춤을 추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툭하면 잘못하고선 먼저 바람피우고선 뻔뻔스럽게 노발대발하는 상남자 혹은 처자처럼 막살 수도 없고. 그럼 안녕하며 작별하지 못한 채 끝난 사랑. 반쪽짜리 사랑은 정말로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라는 공상을 하던 찰나. 
    바로 릴리가 오늘 단편영화 대본을 봐 달라며 사무실로 찾아왔다. 
    내가 평소에 듣는 음악. 이를테면 Johann Baptist Vanhal / Missa solemnis Es-Dur
    그런 음악을 듣고서 릴리를 마주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썩 어색할 거 같아서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뭐 카페로 순간이동했다 셈 치고. 
    카페. 나와 릴리. 난 릴리의 대본 검토 중.
    뭐지? 꾀돌이가 궁리하는 동안 머저리는 강을 건너버린다고 난 매번 몽상하기 바빴는데 릴리는 어느새... 허걱. 
    일단 중요 부분을 옮기자면 이랬다. 





    7

    어느 날 여자는 옛사랑 남자를 찾아왔다.
    오늘은 그 첫째 날. 
    여자: 오빠. 우리 다시 만나자.
    남자: 다시... 네? 우리... 라뇨?
    여자: 이제 와서 이러는 게 조금 이상할 수도 있는데. 그게 말이야 남몰래 하는 그런 극적인 사랑은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정말 그렇다고. 그렇다 해서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말고. 응? 오빠.
    남자: 네? 뭔 얘기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여자: 됐고. 오빠. 나 한 가지 고백할 거 있어. 오빠가 내 첫사랑이야. 그거만 알아둬.
    남자: 뻥치시네. 에잇 그런 거짓말을 누가 믿어요? 요즘 유행은 첫사랑이 취민가. 집에 데려다준 남자친구들은요. 회사까지 찾아온 남자들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 안 그래도 유부남들은? 집 앞에서 기다린 남자들은 또 다 어떡하고. 그분들 섭섭하시게 왜 이러시나. 누굴 바보로 아시나. 사랑받은 기억 아까워서 어떡하나. 그 가운데 섭섭한 대어라고 왜 없었겠어. 그런데 문제는 하필 몽땅 다 파리 끈끈이라면 애걸복걸 미쳐버리시는, 것만 사랑하시는 분들. 그런데! 그분들 빼고 왜 하필 저요? 어머 이해가 안 되네. 내 머리로는 도저히 모르겠다 모르겠어. 
    여자: 어쭈? 반항심을 격렬하게 자극하시겠다? 다분히 의도적인 공격. 허나. 슬쩍~ 피하면 그만.
    남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1번이면 끝이라면서요? 그럼 끝나도 골백번은 더 끝나는데? 이제 와서, 왜요? 목동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수소에게서도 젖을 짜낸답니다. 유, 아웃. 뻑! (몸짓) 겟 아웃. (몸짓)! 번개는 한자리에 두 번 연거퍼 치지 않습니다. 기회는 떠났다구요. 행운의 여신이 뭐 할 일 없으신 줄 아시나. 시곗바늘을 되돌릴려거든 집에 가셔서 발 닦고 소파에 자빠져 판타지 드라마나 보시던가요. 아니면 잘하시던 거 하시던가. 그게 뭔지는 내 알 바 아니고.
    여자: 아 나 이거 정말 이 오빠가 또 슬슬 사람 약 올리네. 살살 부아를 돋구시네. 또 여자 마음 애태우시겠다? 이 오빠 정말 사람 짜증 돋구는데 뭐 있다니까. 그 신기한 조롱기 타고나셨나?
    남자: 누가 할 소리를! 좌우지간 난 거짓이 아니라 오직 사실만을 말할 뿐이라오. 그 가운데 거짓이 있으면 찬찬히 반박을 하시던가. 아니면 (몸짓).
    여자: 오빠. 나 물어볼 거 있어. 그때 왜 사귀잔 말 안 했어?
    남자: 전화 계속 안 받았잖아요. 오리발 내민 게 누군데. 일찍도 물어본다. 
    여자: 그건... 그건... 우리 언니가 받지 말라고 했어. 그래서.
    남자: 언니가 하라는 대로 다할 모양새네요. 그럼 쭉 그러시든가.
    여자: 전화는 전화고. 우리 자주 만났잖아.
    남자: 사람 죽여놓고 기다리면 뭐한데요? 안 그래요? 그러게 열매를 거두려면 꽃을 꺾지 말아야지. 재를 핥아 본 개는 밀가루도 믿지 않는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지.
    여자: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기회는 많았는데. 우리가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
    남자: 그럼 뭘 해요. 그쪽에서들 아주 그냥 치를 떨더구만 이제 와서 무슨 딴소리? 어디 감히 누굴 넘봐유 넘보긴. 꿈도 꾸지 말아야지유. 안 그래유?
    여자: 오빠. 그런데 왜 내게 존댓말 해요?
    남자: 댁이 누군지 까먹어서유. 허허. 왜 긴유. 그쪽 언니가 그랬든지 그분들께서 그랬든지. 그래 주라고 애원을 했으니까 요구를 들어들인 것뿐인 대유. 연락처를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짜증내고. 연락처를 안 물어보면 안 물어본다고 억울해하고. 전화하면 전화를 받지 않고.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치를 떨고. 우리 보고 어쩌라고요. 아니. 이제 와서, 어? 사귀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그때가 언제냐고요.
    여자: 오빠. 저 그런 여자 아니거든요.
    남자: 아니면 뭘 해. 말과 행동이 다른데. 뭘 믿고 왜 내가 똥파리들이랑 똑같이 찝쩍거려야 하는데? 딴 남잔 다 그렇게 하고 싶어 안달날려나 몰라도 난 아니지. 뿐인가? 당시 1 대 1로 만나던 남자들 숫자 세어봤어요? 그랬어요? 그 뒤로는요? 집에서 누구 소개로. 또 누가 만나보라고 해서. 밥 먹듯이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나고 다니는데 뭐 좋다고 굽실굽실? 옛이야기가 뭔 자랑이라고. 이제 와서 뭔 낯짝으로! 
    여자: 
    남자: 
    여자: 
    남자: 이제 여성잡지 2 애독자도 되셨겠다, 남의 말 잘 듣지도 않고. 더더군다나 마침내 이모 됐겠다 타인의 연애에 훈수도 직접 두고 싶고. 낮엔 뻔뻔하고 밤엔 외로우신가? 그런가? 그래서! 설마 내 손에 맞아 죽고 싶어서 온 건 아니실 테고. 왜 오셨을까, 응? 멱살을 잡아야 하나 찐한 키스를 해야 하나 구분이 안되네. 이 남자 저 남자 막 다 만나보니까 그나마 첫사랑감은 평점 따져서 어떻다? 에게~ 중간에 진짜 괜찮은 남자 나타났으면 싹 다 물거품이었겠네. 딴 남자 자동차에 몇 번 타 보니까 뭐 이제는 마음에 드는 귀걸이를 원하는 거예요? 그래요? 그럼 누군 뭐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고~ 이게 누구셔~ 그리운 내 님 오셨구나~ 그러면서 멜로드라마처럼 사랑해 줄 줄 아셨나 본데, 어? 번짓수 잘못 찾아오셨구먼유. 아 그래유 안 그래유? 그짝이 생각해 봐두 그렇쥬? 맞쥬? 사람 또 가지고 놀려 그러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리셨네. 왜 야단맞으니까 기분 좋아유? 그래유? 여태 이런 깐족도 안 들어보시고 뭐하셨을꼬. 쓴웃음 참지 못하시네. 속으로 무슨 생각허실까. 이제 내가 두 번 다시 널 보나 봐라? 각오 하심 뭘 해, 이미 못된 년으로 단단히 찍혔는데. 더러운 사랑이 더 더러운 사랑으로 훼손되기 밖에 더 하냐고. 안 그래유? 허허 이 양반 이거 이거 참 나, 이 아가씨도 드라마 너무 많이 보셨구먼. 이상한 영상이 남자들 더 이상하게 망쳐놓는다면서 그분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데. 그런데 영화는 숙녀를 간사하게 만들고. 별로인 남자들만 꼬이니 짜증나고. 시간에도 쫓겨. 딴년들 보면 배 아파. 심지어 그 그래프는 날 가만 놔두질 않어. 게다가 타인의 성생활 얘기에 귀가 솔깃하니 툭하면 배아퍼.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시겠어요. 허허. 그놈의 수다 3시간이 남의 인생 싹 다 망쳐놓고 잘들 한다 잘들 해. 그래 놓고 또 포장하면서 자기들끼리는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둥 그 사랑을 응원한다는 둥. 그럼 뭘 해? 생각과 행동은 딴판인데. 안 그래유? 영화판아고 개판아고 구분 안 되슈? 그래유? 왜, 듣자 하니 남자가 해도 해도 너무허요? 그러요? 아 그러게 누가 몸 막 굴리시라 그랬나, 다 자업자득인 거지. 늬들이 남자 없이 어떻게 살어. 남자에 환장한 년들. 이보슈, 고추 천재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네. 표정을 보아하니 왜 그 말 하려다가 말이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네. 오빠 말 다 했어? 다하긴 뭘 다해, 아직 시작도 안 했구먼. 당신 같으면 말 다 하셨겠소? 어림없는 소리. 어째, 기분 나빠지셨소? 맴 꼽겠네유? 그러지유? 처음에 들뜬 기대감 잔뜩 안고서 그 때문에 뭔가 어떻게 막 그런 상상하면서 금방이라도 환상감 가득하며 적당히 쉽게 꼬실 줄 알았는데. 대충 넘어올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거 정말 어쩌다 얘기가 정반대로 흘러가버려서 거 참 미안해서 어떡하나, 응? 그러니까 오늘 뭐하러 찾아오셨냐고요. 네? 아니 글쎄 뭐하러! 뭐 장난감 필요하시진 않을 테고. 아님 뭐 지난 일 또 반복하시게유? 네? 얘 또 사랑이랑 외교랑 같은 줄 아시네. 친교는 추접스럽게 애정은 시시하게 하고 싶다? 내가 그렇게 물로 보였니? 또 가지고 놀 생각을 해? 그 사연으로도 부족해서, 또 탐스런 사랑을 날로 잡수시겠다? 
    야, 가라~ 어? 역겹다. 좋은 말로 할 때 가라고. 사는 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당신이랑 장난할 생각 없다고요. 네? 
    여자: 
    남자: 
    그날 그녀는 말없이 물러났다. 뭐 전초전이야 뭐야. 그러니까 전야제도 아니고 크리스마스 이브도 아니고. 
    여자가 남자를 얼마 만에 봤는데. 그런데 끔찍한 곤경만 확인해준 셈일까? 
    아니면 여전히 뭔가 어떤 순박한 애착심을 확인한 걸까. 재회치고는 둘 다 돌아버릴 지경이었을까.
    하긴 열광적인 환영이 자연스럽게 어색함으로 겉치장 되었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졸지에 고품격 드라마는 삼류 생활극으로 뒤바낀 거지. 너저분한 분위기에 구차한 현실만 확인하고. 
    그래서 여자는 다음 날 남자를 다시 찾아갔다. 





    8

    둘째 날. 
   「뭐, 오빠도 그래요? 혹시, 너도, 이모 마인드니? 그런 거니? 응? 여자의 마음. 뻔한 거 아니야. 나 사랑해? 물어보고 원하는 답을 얻는 것. 응? 여자의 인생, 사랑이 인생의 전부이기를 바라는 숙녀의 마음. 괜찮아. 나쁘지 않다고. 그런데 세월이 가면, 어? 무를 수 없는 데이터베이스가 쌓인 다음, 뒤늦게 남과 비교되는 여자의 인생. 행복한 측면과 밝은 장점과 아름다운 장르야 물론 있겠지만. 남편 흉보는 게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그분들. 내 얘기라고는 뻔할 뻔자 바닥난 지 오래. 그럼 남은 건? 오직 남의 얘기. 뒷담화. 험담. 남 얘기를 어떻게 미담만 논하겠나. 대체로 불미스러운 얘기. 아니라면 거짓말. 왜? 엄마랑 제일 친했던 그녀들이, 여성잡지 1도 떼고 낭만적인 멜로드라마도 다 뻥인 거 진즉에 알았고, 결혼 전 어딘가 모르게 옅디옅도록 우울했던 예감은 여지없이 딱 맞아떨어졌겠다, 그다음은. 소녀감성도 좋고 처녀 심성이야 뭐가 나쁘겠냐마는, 어? 억울하거든. 나만 당할 수야 있나. 그래서 결론은 이모 마인드! 안 그래? 강물은 바닷물과 섞이면 온화한 성질을 잃는 법. 동심부터 암캐가 어딨나. 아침에야 피노키오라지만 여성잡지 1 떼고부터? 일부는 그보다 훨씬 앞서 벌써부터 흑심인 것. 남녀가 어찌 다르랴, 방식만 다를 뿐 서로 환장하는 건 똑같은데?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은 하겠지만. 하지만 암소의 인생은 까마득한 미래인데 송아지 소녀감성이 어찌 롤러코스터를 예측이나 하겠나. 그저 유행가 따라 부르고 춤추면서 회전목마나 꿈꾸시겠지.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마음은 천지 차이.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 나올 때 또 다른데. 남자한테 한 번 당하고, 두 번 속고, 세 번 버림받으면. 그때도 소녀감성? 인생 거론하고 자시고 할 거 없이, 당장 아침 결심은 점심때 깨지기 마련. 이 세상에서 자긴 뭐가 제일 좋다? 1주일 1달 1년만 지나 봐. 입사할 때야 부푼 가슴 각오는 싱그럽지만 3개월만 지나 보고. 당신만을 어쩌고저쩌고 유행가 가사, 나중 돌아보면 통계상 확률상 우스워지기 마련. 다 뻥. 내 남자가 아프거나 쫄딱 망해서 손가락 빨아야 하면. 그때도 사랑? 선심 쓰듯 애쓰니까 만나 주면서 남자를 알아간다? 바람피우고 복수하고 법정 다툼하고. 애 때문에 억지로 살고. 눈에 콩깍지 벗겨지기 전에 알콩달콩하면 그나마 나은데.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사귀고. 갈아타고. 팬클럽 거느려서 순위 바꾸고 남자친구 갈아치우고. 
    물론 여자만 사람이냐, 남자도 똑같지. 허나 남자는 너는 너 나는 나가 되거든. 남 일은 남의 일이고 내 일은 내 일.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고. 어쩌다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그래도 농담 반 진담 반도 다 때와 상황과 사람을 봐 가면서. 남 얘기를 해도 적당히 하고, 내 인생 사는 게 우선이라고. 어? 그런데 여자는. 여자도? 뭐 오빠도 그래요? 또 천동설 이기주의 넌 너 밖에 몰라. 그래 봤자 똥파리잖아? 그 말은 뭐야, 오빠도 똥파리예요? 뭐 감히? 몸 막 굴리고 딴 남자 막 만나고서, 그러면서 이제 와서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러고서도 얼굴 빤히 쳐들고서 거리를 나다닐 수 있는 거니? 그런 거니? 창피하지도 않아? 수치심 없어? 1번이면 끝이라며? 내 남자가 딴 남자랑 1 대 1로 만나기만 하면 끝이었다며? 어? 늬 첫사랑! 그런데 당시 너는. 넌 딴 남자랑 1 대 1로 수없이 상대를 바꿔가면서 만나기만 했게? 에게~ 왜 이러셔. 자기 불리한 거 쏙 감추고서, 뭐가 어쩌고 어째? 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런데 이제 와서? 여자들이 이렇다니까. 여자는 다 똑같다고. 
    아줌마들 커뮤니티를 봐 보라고. 아름다운 영화배우 커플이 이혼해 봐 봐. 남자들도 남 얘기하고 어쩌고 하긴 하는데. 그래 봐야, 뭐 적당히. 어? 그런데 아줌마들 커뮤니티. 1위부터 10위까지 전 차트 올킬! 어? 그분들 미쳐버리지 미쳐버린다고. 여심을 뒤흔드는 마성이란 게 알고 봤더니 바로 그런 거구만 그래. 그게 뭐야? 나만 죽을 수 있냐, 같이 죽자, 어? 이모 마인드라고! 설마, 너도, 이모 마인드니? 남자 속마음 번역기 그런 거 모르겠고. 알긴 아는데 알고 싶지도 않고. 거리에서 마담 스타일만 보여도 짜증나고. TV 홈쇼핑만 봐도 내 남자가 첫눈에 홀딱 반할 거 같은 여자 얼굴, 아니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나고. 신경질 화끈하게 돋우고 인상 팍 쓰이고. 안 그래도 충분히 내 마음에 쏙 들만큼 사랑받지도 못하고. 잠자리도 불만족스럽고. 딴년들이랑 비교는 엄청 되고. 어? 그럼 뭐야. 결국 할 말은? 뭐긴 뭐겠니. 한 번 자 봐라! 어? 소녀감성 졸업한 거야 그렇다 쳐도. 또 어디서 코치받고서 이모 마인드 갖고서 다시 한번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고 싶다? 얘 미친 거 아니야!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만 그래. 
    미친년 마인드를 총망라했다고. 누가? 코치진의 작전을 철저히 따르신 누군가가! 늬 사랑을 어디 딴년들 재량에 맡길 일 있니? 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답이 없구만. 남자들 거느리고 똥파리들 껄떡거림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날마다 늑대의 찝쩍을 즐기던 말괄량이의 과거. 누가 눈감아줄 줄 알았나? 이모들께서 어떤 얘기를 좋아하고, 무엇을 기다리고, 어떤 비화를 듣고 싶어 하시는지. 어? 모를 수가 없는데. 그걸 어떻게 참니. 안 그래? 더블 데이트할 때 살짝 흔들리던 건 왜 말 안 했니? 만일 카섹스는 못했을지라도 강제로 뽀뽀라도 했으면. 것도 말 안 했겠네? 왜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니? 대비책이 부족했어? 한마디로 노잼이다. 대실망이라고. 진주는 늙은 조개에서 발견된다지만, 어? 발견되면 뭐해. 가짜 진주인데. 사랑은 썩었는데. 도박사의 오류 같은 인생, 중반전부터 전세가 대역전될 꺼 같더니만. 그분들 때문에 더 이상해졌는데. 이제 와서 뭐 대반전? 대반전 좋아하시네.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구만. 허허. 다름 아니라 바로. 사랑이, 나를, 미치게 하면 뭘 하냐고. 그래 봤자 삼류. 어? 싸구려. 지금도 기억하고 있고 잊을 수가 없으면 뭘 하냐고. 순 더러운 기억으로 비꼬아져 버렸는데. 그러면서 사랑의 신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라느니 어쩌고저쩌고. 수다 3시간이라고 해 봐야, 영화배우 결별 소식이라는 특종 하나 뜨면 어? 1위부터 10위까지 전 차트 올킬이라니까 그러시네. 특히 아줌마. 여성잡지 2가 괜히 말 못 하도록 묻지 말라는 식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게 아니라니까요. 아줌마 커뮤니티 인기 게시글 조회수 및 댓글 순위 1위 ~ 10위, 자, 한번 대충 제목만 구경해 볼까? 
    1. A 진짜 야비한 놈이네요
    2. 왠지 B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3. A 생각
    4. A가 많이 화났나 봐요
    5. B가 이렇게 까지 비호감 된 이유가요
    6. A는 인스타까지 싹 다 정리했네요 ㅎㅎ
    7. A 탈모 올 정도면
    8. B 측에 이혼 사유 있다"··· A, 언론에 먼저 공개
    9. A가 먼저 공격적으로 언론 공개하는 이유-개인적 추측
    10. B...씨가 진짜 바람을 좋아한가요?
    그게 끝이겠니. 1주일 지나 봐야 제목만 바뀌지 차트 올킬은 여전. 20위까지 30위까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말도 못 한다니까 그러시네. 사주를 맞춘 철학관이 어쩌고. 과거에 누구 만났고. 부모가 어쨌기 때문에 뭐가 어쩌느니. (절레절레). 그런데 만약에 일방이든 쌍방이든 연기면! 좋게 끝나면. 뭔가 극적인 사연이 있으면. 나중 다시 합치면. 들리면 듣고 알게 되면 알고. 그런가 보다 그렇구나. 그런데 와글와글 부글부글 속닥속닥. 괜히 여성잡지 2 여성잡지 2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거. 잘 아시지 않나요. 부인이 싫어하는 남편 취미가 뻔하듯 그녀들께서 선호하는 화제와 주제 또 관심사 단 몇 가지. 응? 유부남 여러분은 잘 아시지. 모를 수가 없으시니까. 물에 가야 고기를 잡고, 산에 가야 범을 잡는다지만. 아름다운 부부생활이면 뭐해, 오빠 자? 아줌마 허세 때문에 속 뒤집어지는데 어쩔 수 있나. 여자들 뻥에 비하면 남자 허풍은 너무 사실적 아니냐고. 그분들 속에 쌓인 게 그 얼마나 많은데. 전성기면 뭐하냐느니 전성기도 간당간당하다느니. 뒷담화하는 거 싫어한다는 거야 이론이고. 교양미는 교양미고 현실은 또 다르고. 남 얘기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솔직히, 사는 낙이 없는데? 그걸 늬가 말려 내가 말려, 아무도 못 말려. 왜? 묻지 마라니까요 묻지 말라고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숨어서 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요.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고. 교감이자 미덕에 힘입어 잘 사는 사람도 있는 반면, 만인의 연인은 아무의 연인도 아닌 예. 있지 않나요. 남편 지는 비교로 들들 볶다 포기하는 수밖에. 쾌적한 소풍을 즐기며 신나게 휴가를 즐기려고 물 맑은 호수에 찾아왔는데 그 물은 썩은 물. 그럼 뭐 차트 1위부터 10위 20위 30위까지 도배한 글에 댓글이나 다는 거지. 아니면 만나서 즐겁게 수다 3시간으로 이번엔 또 누굴 보낼까 궁리나 하는 수 밖에. 악마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보다 악마가 더 가까이 있을 때는 없어. 무슨 사랑이 어쩌고저쩌고 그러면 뭐하냐고. 남 보내기 밖에 더해? 이쁘고 귀엽고 적극적이며 마음도 착해서 꽤 괜찮은 신붓감이면 뭐하냐고, 다변가로써 어디서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하니 남자들이 다 나가떨어지지. 그러니까 너도 이모 마인드? 어? (절레절레) (절레절레)」





    9

    셋째 날. 
    여자: 오빠. 내 소식 궁금하지 않았어요? 내 안부 뒷조사 안 했나 보네. 살짝 서운해지려고 하는데.
    남자: 것 봐. 여전히 밀당. 징글징글하다 정말. 또 쥐락펴락. 지겹다 지겨워. 그런 얘기 하려면 꺼지시던가. 지긋지긋 신물이 다 날 지경. 궁금해할 남자 많은데 왜 나까지? 내가 뭐 미쳤다고! 
    여자: 어쩜 정말. 토시 하나하나 아주 그냥 뾰족하기 이를 데 없네. 그 말 하고 싶어서 여태 어떻게 참으셨을까.
    남자: 어떻게 걔랑은 잘 됐었나 몰라요.
    여자: 누구 말해 오빠?
    남자: 그 왜 있잖아요. 펜션에서 옆자리에 다정스럽게 꼭 붙어서 앉은 남자. 떼어지기 싫다면서 손사래를 쳤으면서. 그 남자가 운전하는 자동차 조수석에 타서 데이트도 많이 하셨으면서 모른 척 하시기는. 또 내숭? 아님 나 헤픈 여자 아니다? 나 처녀다? 좋아하는 오빠 전화 안 받고 교묘히. 딱 그렇게 몰래 데이트에, 통화에, 시험 같이 보러 다니고, 친구 화해시켜준다면서 더블데이트에. 듣기로는... 에잇 재미없다. 언제 적 애기라고. 엄한 늑대는 이용당한 줄도 모르고 배짱 좋게 구애했을 테고. 순진한 숙녀는 하이틴 드라마라도 찍는 줄 알고서 우정이 사랑보다 중요한 줄 아셨을 테고. 뭐 모든 게 그분들께 최적화돼서 돌아간대유? 바람은, 배가 원하는 대로, 불지 않는 거래요. 사랑은, 없어요. 허허. 다 그런 거래요. 허허. 다큐멘터리를 통 안 보셨구먼 그래.」
    여자: 어머. 인사가 늦었다. (또 말 돌리기). 내 정신 좀 봐. 여기는 우리 아기. (애기를 보며) 자기야 여긴 옛날에 엄마를 몹시 좋아하던 아저씨. 그래 짝사랑남. 서로 인사해.
    남자: (혼잣말) 말 돌리기 선수네. 지 불리하면...
    꼬마: 안녕하세요. 오빠? 아빠? 아저씨? 엄마?
    남자: 안녕하세요. 귀엽네. 반가워요. 그런데 얘 남자예요 여자예요? 아 맞다. 물어봐도 되려나... 아니지. 감히 괜한 걸 물어봤네 그래.
    여자: 
    남자: 그래도 닮긴 닮았네.
    여자: 뭐? 누굴 닮아? 오빠. 얘가 누굴 닮았는데? 어서 말해 봐. 뭐해 말하지 않고.
    남자: 누구긴 애기 아빠지요.
    여자: 얘 아빠를 봤다고?
    남자: 안 봐도 아는 거 아닌가? 아니, 아니에요? 그럼 애가 엄마 아빠를 닮지 누굴 닮아요? 것 참 반응 특이하시네.
    여자: 그런데 참 웃기다. 오빠를 어쩜 이렇게 다 만나니.
    남자: (혼잣말) 또 뻥치시네. 능글맞기가 유부남들 저리 가라구만 그래. 어디서 주서들은 건 있어가지고. 칫. 또 똥파리랑 손잡고 백화점 데이트한 거 자랑하러 오셨나? 얼굴 팔리는 거랑 쪽팔리는 거 구분도 못하면서 사랑은 무슨. 
    여자: 어?
    남자: 아니에요. 혼잣말이에요.
    여자: 이 인간이 듣자 듣자 하니까 정말... (휴~) 오빠. 이혼한 애 아빠 사진 보여 줄께.
    사진을 보여준다.
    남자: 여자는 얼굴 팔리는 걸 좋아한다, 당신은 여자다, 고로 당신은 얼굴 팔리는 걸 좋아한다. 또 얼굴 팔린 거 자랑하시게?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본다) 남동생이네.
    여자: 뭐?
    남자: 왜 그렇게 놀래?
    여자: 그러는 오빤 누구 만나는 사람 없어? 있으면 사진 보여줘 봐.
    남자: 우리는 누구처럼 사진 아무한테나 막 보여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말 좋아하면, 가슴에 간직한다구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만나 주고 먹어 드리고 환승이별 하고 당하고. 우리는 그러지 않습니다.
    여자: 그래도 오빠. 여자가 이렇게까지 했으면 좀, 어? 아니 그러니까 지금 만나는 사람 있냐고 없냐고. 응?
    남자: 남 걱정해주시니 황송하네요. 없어요. 전전여자친구도. 전여자친구도. 현여자친구도. 다 없네요. 뭐 덕분에? 모태솔로가 여자는 무슨. 연애사까지 갈 꺼도 없고 가까이 최근 1년만 봐도, 어? 애완견 키우는 아가씨는 3명 따먹어 봤고, 고양이라면 죽고 못 사는 애묘가는 4명과 사귀어 봤다. ~라는 말을 못 해서 울컥하는 게 아니라고. 허세도 재미없고 허풍도 취미 없습니다. 내래 그런 전적에 무슨 미련이 남았겠습겨. 요즘 세상에 한정판이요 특수 아닌 게 없듯 인생이 무슨 정식이 없어. 죄다 속성 아니면 싸구려 아니면 맛보기. 그래, 간보기. 여자 100명 200명 만나보면 뭐해. 아름다운 사랑으로 광고할 만큼 자랑스러운 건 하나도 없는데. 남이 야생마 기질을 알아주면 뭐하냐고, 일생 통틀어 경주마로써 달려본 기억이 0인데. 경마장에 누가 입장을 시켜줘야 말이지. 괜히 모태솔로라는 합성어를 들먹이는 게 아니라고. 여자한테 꽃다발 선물? 그런 기억이 어딨어. 좋아하는 여자와 1박 2일은 몰라도 1일 꼬박 채워서 여행가 본 추억? 있어야 말이지. 여자친구랑 다정스레 함께 셀카를 찍어봤나, 거리에서 남 보란 듯이 손 잡고 걷기를 해 봤나. 백화점 구경 그런 게 어딨어. 일단 만나 주지를 않는데?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하는 거야 다 먹고살 만한 남들 얘기고. 우리가 그런 걸 어디 꿈이나 꿀 수 있나? 나보고 어쩌라고. 반지? 반지는 무슨, 그 무슨 판타지 영화야 내내 걸어만 다니다 끝나는 영화고. 만나자마자 오빠 소리 듣고 뭘 좀 아는 남자라고 칭찬받으면 뭐하냐고. 제껴보면 빈털터리 거지니까 시작도 못하는데. 언감생심 어딜 넘보냐며 무시당하기 밖에 더 해? 집 있고 차 있고 웬만큼 살아야 선심 써 주듯 만나줄까 말까인데? 여자야 웬만치 반반하면 남자들이 껄떡거려주시니까 편허시지. 완전 좋지 왜 아니겠어. 만나 주면서 탐색전 즐기시겠다 더 괜찮은 미남 나타나면 흔쾌히 갈아타시겠다. 응? 얼마나 좋아.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만나 주고. 딱히 좋아하지 않아도 지갑 속에 남자친구 사진 간직해 주고. 딱히 사랑스럽지도 않으면서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스냅챗 프로필에 사진 등록해 주고. 언제 찰지 궁리나 하고. 싫어도 당장 내차지 않고 옆에 붙여놓고. 남자 마음 가지고 놀고. 진짜로 바람피운 거도 아니고 딴 여자랑 커피만 것도 딱 1잔만 같이 마셔도 냉큼 차버리고. 뭔 말만 하면 자긴 또 차였다 그러고. 그분들이 우리 같은 쪼다 맘을 알아? 하여 촌년 맘은 이해해. 이해한다고. 홀아비가 과부 마음 알아야지, 그럼 누가 알겠어? 세태도 그래.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간보고 떠보고 저울질하고. 몇몇은 염장질까지. 자기 유리하면 파고들고 불리하면 말 돌리고. 나 좋을 때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나 아쉬우면 여자는 그래요. 일생 남이 떠먹여 주는 이유식만 먹고 사는 어른이 그게 어른인가? 어? 내 손으로 한 게 뭔데. 할 수 있는 건 또 뭔데. 그래 놓고 난 근육 빵빵 여자들의 이상형 슈퍼맨이다? 남자 구실도 못하는 거 아니야! 기분 저조할 때 괴로워서 촌닭과 뱁새가 친구한테 울분을 토로하는 심정. 난 여태 성실하게 한눈팔지 않고 살아왔는데, 그다음에 하지 못하는 말. 차마 할 수 없는 말. 도저히 여자에게 고백해서는 안 되는 그 마음. 괴로운 형편. 암담한 미래. 누군 뭐 얼마나 좋은 줄 아시나. 연애? 사랑? 뭐 행복? 희망찬 미래 좋아하시네. 우리 주제에 그게 어디 말이나 돼야 말이지. 그러게 문은 집보다 크게 만들지 말아야지. 웬만한 상향지원 다 받아주면서 정숙한 척? 그놈의 잔머리 (절레절레). 그러니 제 꾀에 제가 당할 수밖에. 그분들께서야 먹어드릴랑가 몰라도 우리는 아니지. 어디다 대고 또 어설프게 파리 끈끈이를 들이미시나. 호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어먹지 않는 법. 사자는 굶어 죽어도 개 먹던 찌꺼기는 먹지 않는다오. 아시겠소? 알든 말든 그러든가 말든가. 
    그런데 그처럼 이미 퇴물 된 기분 만끽하는 허당이요 아재며 꼰대인 반 백 살 아저씨를, 응? 젊은 아가씨들이야 몇 살 터울끼리 질투하고 미워하는 거야 그분들 인생이고. 이혼녀든 아줌마든. 2번 갔다 왔든 3번 마저 갔다 왔든. 그분들조차 비리비리 영감탱이 거지한텐 치를 떠는데. 웬만한 숙녀들도 일절 쳐다보지도 않는 모태솔로 중년을 글쎄 뭐 좋다고 찾아오셨을까? 우연을 가장했든 어쩌든 고맙기야 고맙지만 것 참 알 수가 없네 그려. 아 맞다. 그댄, 요즘도 그래요? 그런 거 좋아하시니까 요즘도 그럴 수 있겠네. 그렇겠네.
    여자: 네? 요즘도...? 이 양반이 보자 보자 하니 증말...
    남자: 아니에요. 괜한 걸 물어봤네.
    잠시 후
    여자: 오빠. 있잖아. 내 사진. 자, 받아.
    남자: 이걸 왜 내게... 내가 왜 이런 걸 받아야 하는 거죠? 아하~ 이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그럼 받아 둬야지요. 안 받으면 또... (절레절레). 그러고 보니, 여자는 그래요. 그런 거 잘하시네. 고백이 취미인 남자처럼? ~은 아니시겠지만. 남이사 뭐 그러든가 말든가.
    여자: 이 자식이...! 야! 야 너 나와. 당장 나와. 얼른 튀어나와 임마. 이 자식이 아까부터 듣자 듣자 하니까 이거 정말... 이... 이... 이... 에라 인간아~! 어? 늬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알어?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안 되는 거라고. 어? 아이씨, 됐다 됐어. 야 야 됐어 됐다고. 초딩 데리고 내가 뭐 하는 건지 참 나 (절레절레). 
    여기까지~. 
    대본 검토 종료.
    휴~!
    휴~! 휴~! 
    휴~! 휴~! 휴~! 
   「오빠 어때? 응? 어떠냐구? 좀 약하나? 그래? 오빠. 그럼 그 대사를 꼭 넣어야 할까? 그럴까? 그 왜 있잖아. 하트가... 하트가... (공상하는 몸짓)」
   「」
   「아직 대본 다듬고 있는 중이야. 이 부분만 봐도 모순이지. 긴 대사 다음에 여자가 울고불고 얼굴 망가지면서 눈물 콧물 흐르든 말든 어버버버 애처럼 울부짖으면 딱 남자가 안아주고. 그다음 줄거리 딱 뻔한 건데. 그렇게 가든가. 아님 긴 명대사가 너무 세니까 좀 약하게 다듬어서 앞서처럼 이어지던가. 몇 장면이자 몇 컷으로 갈 건가 아직 결정을 못 내렸어. 오빠 보기는 어떤데? 응?」
   「넌 이걸 영화 대본이라고 나한테 읽어보라는 거니?」
   「왜? 괜찮아? 감동했어?」
   「너 나랑 장난하니? 어? 이게 뭐야! 이 딴 거 쓸려면 너 혼자 써. 어? 이게 무슨 대본이야. 어? 늬가 그러니까 남자가 없는 거야. 알어?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재미없는 거라고. 어?」
   「뭐-뭐. 뭐가 어쩌고 어째? 지금 말 다 했어? 어?」
    무심결에 나는 또 릴리랑 말다툼을 하고서 헤어졌다. 
    기분이 더러웠다. 릴리가 왜 그런 대본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야 뭐 영문을 모르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농담할 기분이 전혀 아니게 되어버린 거지.
    심심함은 조용조용 재미없음도 고분고분. 
    차라리 그게 더 나은데 말이지. 아아 (절레절레) (절레절레).





    10

    어느 날 나는 릴리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웬 이상한 기호를 보았다. 옮기자면 이렇다. 
    ○  □  ○
      ○  □
        □  ○(77+79=10+77=?)
           ......?
    이게 뭐지? 알면, 다치나. 아무래도 아무런 군말 없이 모른 체하는 게 나을 듯했다. 
    호기심과 친숙하던 시절도 다 옛날 얘기다. 언제 으쌰으쌰로 돌변할지 모르긴 하지만 일단은 그렇다. 
    불길한 조짐이니 신기한 예감이니 그거 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 얘기일 뿐. 
    이상화된 색채가 끊이지 않기를 하나 세속적 이익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를 하나.
    여우들과 더불어서는 여우짓을 해야 한다고, 천동설식 사고 습관은 골치 아프다. 내게 득 될 게 없으면...! 
    (때에 따라) 사자 발톱보다 여우꼬리를 써먹는 것이 더 낫긴 하나, 꼬이고 말리며 감추는 게 끝이 없는데? 
    차라리 심심한 게 백번 낫다. 허영심 지수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자신감을 즉각 꿰뚫어보는 직관, 그거 다른 말로 뭔가. 
    뭐긴 뭐겠나. 뭘 좀 알아봐야 호구고, 기분 맞춰줘 봐야 남는 건 피곤한 스타일에 대한 기억뿐.
    말 타면 종 두고 싶다고 매번 당하고 당하고 당하고 끝까지 당하고. 아아 (절레절레). 
    타인의 호감을 사고 싶어 하는 간절한 욕망이고 자시고. 이따 퇴근하면 단골 술집에 들러 바텐더랑 카드 게임이나 해야지. 
    라면서 나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11

    오늘 나는 릴리의 인스타그램은 말끔히 잊고서 퇴근했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인형을 파는 걸 보았다. 
    거기서 괜찮은 인형을 하나 골랐다. 적정 가격을 지불한 다음 녀석을 데리고 나는 집으로 갔다. 
    왠지 모르게, 아니 원래 외로웠던 것이지. 남들은 다 즐겁고 행복하고 기뻐 보이고. 어딘가 모르게 내 삶은 하찮은 듯하고. 
    사막에서는 낙타 도시에서는 애마. 뭐? 그야 어떻든 나는 녀석을 그렇게 생각했다. 
    만인의 눈길을 확 잡아끌지만 도저히 눈이 부셔서 바라볼 수 없는 미모의 소유자라고. 그러면 그런 것이니까.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나는 꿈나라로 떠났다. 물론 인형을 꼭 껴안고서. 
    그렇게 시침과 분침은 열심히 돌고 돌아서 아침이 됐다. 
    꿈은 기억나지 않았다. 옅도록 기억나긴 났는데 평소처럼 개꿈이었다. 
    장소와 장소가 막 바뀌고. 밑도 끝도 없이 줄거리는 말도 안 되고.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껴안고 잤던 인형은 뭐라고나 할까 새침한 숙녀였다면. 
    그렇다면 오늘 아침에 내 품에 꼬옥 안긴 인형은...... 이거 이거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물론 외관상 차이는 전문가가 아니면 거의 간파해내지 못할 수준. 
    새벽에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설마 내가 몽유병자일 리는 없고. 얘가 깨어나서 지들끼리 선수 교체했을 리도 없고.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낯선 방문객, 그분의 이름은 다름 아니라 사랑? 됐고. 
    아무래도 내 상태가 좀 안 좋은 듯했다. 
    인형이고 나발이고 모르겠고. 그렇게 사무실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중간에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런데 사무실 건물 입구 옆에 웬 그림이 있네?
    그것은 바로,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카라바조의... 제목이 뭐였더라? 
    광인과 천재 사이를 오간 화가. 성과 속의 경계를 넘나든 광마 같은 그림꾼. 
    카라바조 하면 다윗, 메두사, 다태오, 유디트, 바쿠스, 의심하는 도마... 그런 건 모르겠고. 
    제일 핫하고 쿨한 얘기는 그것. 다락방서 발견된 1570억 상당 카라바조 작품. 
    감정 결과가 밝혀지지 않은 채 소문만 무성한 명화. 결국 머머로 밝혀졌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그림. 자세한 얘기는 모르겠고. 
    폭력배이면서 도박꾼이고 살인자이자 탈옥수이면서 또 뛰어난 작가인지 아닌지까지 다 모르겠고. 솔직히 관심 없고.
    진품을 살 만한 여력도 없고. 모조품을 사서 사무실에 걸어놓을 만큼 발품 팔기도 귀찮고. 
    그런데 꽤 괜찮은 고전미술품을 가져가라고 이렇듯 코앞에 내놓다니. 이렇게 친절할 이웃이 다 있을 줄이야. 
    그러니까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 허허허. 
    그렇게 나는 카라바조의 그림을 들고서 사무실에 들어갔다. 
    여기저기를 방랑하며 술을 마시고 또 거리와 술집에서 주먹과 칼을 휘두르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뛰어난 종교적 명화들을 그렸든지 말든지. 그건 모르겠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낮에 적당히 점심식사도 해결하고. 
    일하려고 음악 틀고 분위기 잡고. 
    죠반니 바티스타 보기 / 1773년 오페라 <클레리아의 승리> 중에서 아리아 ‘불행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그런데 옆 사무실에서 친구가 놀러왔다. 
   「안녕 친구. 일은 잘 되나? 오늘 무슨 재미난 일은 없고?」
   「어? 뭐 그냥저냥.」
    난 아직도 저 친구의 이름을 정확히 모른다. 발라드였나 실바였나.
   「여자친구는 생겼니? 너 그렇게 독수공방 혼자 살다가는 나중 사리 나와 임마. 연애도 좀 하고, 어? 말만 이러지 말고 내가 괜찮은 숙녀를 소개시켜줘야 하지만. 나도 내 코가 석자라서. 허허. 일단 좀 기다려보게나. 그렇지만 너도 너야, 어? 잠자는 고양이 입에 쥐새끼 뛰어들까. 행동을 해야 할 꺼 아냐. 흔해 빠진 싸구려 행복도 행복은 행복인 것. 어? 일단 만나. 그래야 뭔가 사랑의 쾌감을 기대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내 말은, 사랑은 쾌락이다 라는 말이 아니고. 그게 아니라 내가 어제 연어 대가리를 집에서 혼자 구워먹었는데 괜시리 서글퍼져서 눈물이 나오더라 그 말이라고. 외로움. 고독감. 허탈감. 그런 거 말이야. 어? 넌 그러지 않기를 바래서 다 하는 말이라고. 어? 너 나 믿니? 너 나 믿지 말고 사랑을 믿어라. 사랑? 믿긴 뭘 믿어. 사랑이라고 해 봐야 순 다 엉터리 뿐인데. 안 그러니? 옛말에도 있잖아. 눈은 자신을 믿고 귀는 남을 믿는다고. 그럼 뭘해. 회의장에서는 달팽이가 되고, 행동을 하는 데서는 독수리가 되라는데, 난 이 모냥 이 꼴로 부엉이도 아니고 두더쥐도 아니고. 거울을 봐도 딱 너구리야. 어? 난 눈탱이 시컴허고 넌 눈탱이 튀어나왔고. 뭐야, 입도 튀어나왔잖아? 그러게 넌 내가 코치하는대로 좀 활동하라니까 그러네. 어? (절레절레). 이게 뭐냐 이거지. 그렇다고 또 점쟁이 찾아갈 수도 없고. 냉동 참치를 찾기도 싫고. 나야 뭐 그렇다고 쳐도 넌 좀 바깥으로 돌아 임마. 남자가 너무 실내에만 있으면 안되는 거야. 혼자라도 달릴 땐 달려야 한다고. 남자는, 어? 하기야 맨날 하는 소리 나도 지겹고 듣는 너도 지겹겠다. 그치? 그래도 내가 다 너 생각해줘서 하는 말인데, 너 정도면 그래도 여자들한테 아직 어필할 만해. 그렇다고 내 말 너무 믿진 말고. 야, 여자는 말이야, 어? 자, 일단 여자를 알고 나야 연애가 되는 거라고. 어? 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러니까 그게 있지, 넌 딴 건 다 괜찮은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넌 존못은 아니야. 그래. 그렇다고 못생긴 남자라고 무조건 나쁘단 말도 아니고.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 너 알지?! 못생긴 여자 & 뚱뚱한 여자. 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그럼 뭘 해, 돈이 없는데. 그러므로 일단 꾸며. 티를 내. 어? 내 시계 이거 얼마짜린 줄 알지? 그렇다고 너도 비싼 시계를 사란 말이 아니야. 너 엇그저께 차 팔았지? 잘했어. 그렇게 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그래야 새로움이 찾아오지. 어? 그럼 이번에 뚜껑 없는 걸로 하나 사면 되겠네. 뭐 누군 사기 싫어서 안 사냐고? 살 줄 몰라서 안 사냐고? 다 알어 다 안다고. 늬가 뭔 생각하는 줄 다 아는데 그런데 또 표정 망가지면 어떡하니. 넌 그게 문제야. 넌 그게 문제라고. 속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 자, 나 봐 봐 날 보라고. 어? 포커페이스! 어? 사랑은 형이 가르쳐줄게. 언니들 이상한 말에 귀 팔랑거리지 말고 말이야, 어? 사랑이란 말이야, 앗! 
    그런데 이게 뭔 냄새니? 너 혹시 바지에 똥쌌니? 뭔 냄새지? 뭐야? 뭔데 이렇게 지독해?」
    그러면서 옆 사무실 친구는 그냥 가버렸다. 
    뭐야 쟤는~!
    하여간에 쟤만 오면 정신이 없다니까. 뭔 쓰잘데기 없는 잔소리만 왕창 늘어놓고 지 할 말만 하고 딱 가버리고. 남아 있는 사람만 기분 상하고. 미소는 썩고. 분위기 팍 상하고. 에잇 (절레절레). 
    그런데 정말 뭔 냄새가 나긴 나는데? 
    그렇게 찾다 찾다 나는 그 냄새의 정체를 알아냈다. 
    그건 바로 아까 길에서 주은 그림의 액자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명화지만 액자는 격에 맞지 않았던 거지. 
    결국 낑낑대며 어떻게 어떻게 액자를 뽀갰다. 
    옆 사무실 친구한테 신나게 조짐을 당한 다음 내가 괜한데 분풀이한 것일까? 
    그러든 아니든 쾌적함의 정반대인 불쾌함의 냄새는 없애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공들인 끝에 액자를 그림에서 분리했다. 
    그런데 뭐야 이거! 액자 안에 웬 치즈 썩은 게 들어있잖아? 
    지가 무슨 치즈 크러스트 피자야 뭐야! 참 나 별게 다 속을 썩이구만 그래. 
    그렇게 하여 나는 액자를 바깥 적당한 장소에 그걸 갖다 버렸고. 
    퇴근 전에 누군가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분들과의 대화는 기억하고 싶지 않으니까 줄거리만 말하자면 이랬다. 
    "왜 그림을 가져갔냐고 그분들은 따졌고. 
    나는 그림에 필요한 분 가져가라는 메모가 붙어있어서 가져갔다 그랬고. 
    그 메모 어딨냐 그래서 나는 쓰레기통에 담긴 메모를 보여줬고. 
    메모를 펼쳐보니 뭐야 이거! 
    메모는 <가져가지 마세요>였고. (난 분명 가져가세요~로 읽었는데 뭐지? 뭐야? 뭘까?)
    듣고 보니 그분들은 액자에 위치추적기를 부착시켜 놓았고. 
    액자 안에는 무슨 연애편지랑 비자금과 비밀문서 파일들이 담긴 USB랑 그런 게 숨겨져 있었고. 
    그래서 같이 액자가 버려진 장소에 가서 그분들은 그걸 수거해 갔고. 끝!"
    결국 그림은 내 차지. 
    하여튼 개꿈도 아니고 별 재미도 없고. 





    12

    말은 타 봐야 알고 사람은 사귀어 보아야 안다는 건 옛말. 평판과 과장 광고쯤은 구분하는 소비자, 사랑이라고 다를 거 하나 없다. 사자 가죽을 입은 당나귀든 뭐든 보는 즉시 대번에 간파할 수밖에 없는 것.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들 얘기. 보아하니 맹목적 낙관주의? 그러던가 말던가. 순진한 소녀감성? 자신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상상도 못 하시지. 그렇다고 꿈 많은 낙천가라고 마냥 웃을 수도 없는 게 세상사. 뻥을 신봉하는 여심은 그래서 여성잡지 2로 귀결될수록 오히려 더더욱 어법이 약간씩 틀어지며, 문법이 생각을 따라가기 벅차고, 일단 잘 듣지를 않게 되는 것. 아무말 대잔치의 광신자, 다른 말로 어른? 어쨌든 수다 3시간은 결론 없이 중요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라고 하는 것. 속임수에 혹하는 변덕쟁이, 요리하는 거 우린 일도 아니다. 허영심 대회의 선두주자? 그분들 구워삶는 거 식은 죽 먹기 아닌가. 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사랑을 선망하는 소녀. 소망을 깨트리기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누군 뭐 멜로드라마를 즐겨보는 숙녀의 선망에 초를 치고 싶겠나. 흥 깨는 데 뭐 있는 재주라도 재주면 재주겠지만. 뭘 알아도 제대로 알아야지. 그래야 바로 여자들이 이상형을 덥석 물 수 있다는 것. 뭘 좀 아는 남자, 에서 바람둥이 거르고. 말이 통하는 남자, 가운데 결벽증에 머머증 환자 역시 선별해서 딴년한테 양보하고. 그다음 어쩌고저쩌고. 그렇지만 이론에 빠삭하면 뭐하냐고, 어? 애인이 없는 로맨티스트는 바이올린이 없는 바이올리니스트인데. 쳄발로 근처에 갈 수 없는 하프시코드 주자, 그게 어디 남잔가? 덜렁덜렁 고추 달렸으면 뭐하냐고. 호기심이 벌렁벌렁하냐 라는 쓸데없는 공상만 가득한데.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배부른 말 풀 안 뜯어먹고, 배고픈 곰 춤추지 않는다. 하지만 굶어도 굶어도 이건 말도 못 하는데? 뿐만 아니라 배부른 그분들은 반칙왕 대회를 열기나 하고. 에잇 말 말자. 말을 말어. 
    그러던 찰나 갑자기. 로즈메리에게 연락이 왔다. 
   「오빠. 릴리가 영화 찍는다며?」
   「릴리가?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기는. 릴리한테 오빠를 뺐길 내가 아니지. 보통 때 같으면 나도 걔 안 보는데. 심심하기도 하고. 또 오빠 보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시시덕거리지 말고. 우리, 만납시다, 오라버니.」
    뭐 시시덕거리지 말고? 내가 시시덕거렸다는 거야 그렇게 놀고먹으니까 기분 좋냐는 비아냥이야 뭐야. 이젠 내 맘대로 침대에 널브러져서 핸드폰도 못 보나? 소파에 자빠져서 TV 채널 돌리다 재미난 거도 안 한다면서 투덜거리지도 못하냐고. 누군 뭐 양쪽에 숙녀 끼고서 질펀하게 놀고. 누군 뭐 날이면 날마다 예술적 착상을 떠올리려고 골머리나 앓고. 그러다 무능함을 통감하고. 재능 없음에 절망하고. 돈 없음에 더 절망하고. 주말이면 뭐해, 일제히 약속 없음. 아는 여자 동생들도 하나도 없고. 체면치레 한다면서 그나마 아는 동생들한테 속된 말로 약 좀 치려고 하면 통 함께 놀아주지를 않고. 그래도 로즈마리는 아직도 나를? 허허허. 
    그렇게 우리는 릴리의 입봉작 촬영장에 놀러가기로 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우리는 영화 촬영장에 도착했다. 감독 릴리 제목 비밀 사랑. 뭔 사랑? 제목이 비밀 사랑? 추접한 사랑이 낫겠다. 구경꾼부터 이렇게 추잡한 양반이니 이거 영 뭐 참 나 허허. 뿐만 아니라 뭐, 심지어 주연은 미치와 미치의 여자친구? 에잇 뭐야 이거? 
    설마 로즈마리와 릴리가 짜고서? 그러든가 말든가. 
    속여줘서 고맙다고 간곡히 통사정할 일 있나. 말썽의 소지야 언제나 차고 넘치는 거고. 한통속인 게 뻔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치명적 아름다움은 나만 다 피해가는 거고. 이제 보니 호박이 가뭄에 콩 나듯 제발로 굴러왔던 호시절은 그야말로 진짜로 잠깐이었던 거고. 눈 깜짝하니까 아무것도 남지 않고. 
    이젠 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기막힌 건수가 있나, 아니면 기 받는 모험이 있나. 에잇시 (절레절레) (절레절레)! 
   「로즈마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니?」
   「어딜 떠나? 오빠랑? 내가 왜 오빠랑 떠나! 신혼여행은 꿈도 꾸지 마시고. 어? 밀애는 딴 데 가서 알아보시고.」
   「얘가 얘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너랑 떠난댔어? 너나 김칫국 먼저 마시지 마 얘. 잔칫상 차려지기도 전에 숟가락 올릴 생각이나 하는 게 누군데, 어? 다 된 밥에 코나 빠트리지 말어. 다 큰 처녀가 말이야, 어? 누가 널 데려갈지 참 나 허허. 나도 너 별로야. 나 좋다는 여자 연병장 3바퀴 반 꼬빡 채워서 줄을 섰어. 알어? 촌년이면서 촌닭이 새인 줄 알어. 허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봐도 우리에겐 최소한 파랑새야. 적어도 앵무새라고. 어?」
   「뭐라고? 뭐가 어쩌고 어째? 오빠나 잘해. 오빠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알어?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 되는 거라고. 지 앞가림이나 잘할 것이지 어딜 참견이야 참견은. 너나 잘해. 어? 오징어 대가리 같이 생긴 게 어디서 지적질은 지적질이야? 웃겨서 말이 다 안 나오네.」
    영화 촬영은 쉬는 시간에 돌입했고. 릴리는 내게 다가왔다.
   「왜 웃어?」
   「왜 이렇게 까칠해?」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
   「그런데 내가 아직 말 안 했나?」
   「뭘?」
   「오늘 얘랑 나랑 2 대 2 소개팅 있다는 거.」
   「아이고~ 사람 맴 가지고 장난하지 마이소. 나도 다 임자 있고 여자들이라면 줄을 섰다. 아요 모르요, 아따 거시기 내가 말이요, 어? 여자라면 신물이 납니다.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였다고. 어? 우정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친교라면 내가 그냥 아주 추접스럽다 추접스러워.」
   「누가 진짜 추접스러운 건지 모르겠네.」





    13

    최상은 행복의 적이다. 남자가 왜 지는 비교를 당하겠나. 여자의 잔소리에 남잔 뚜껑 열리기 일쑤. 남녀의 대화는 간보고 떠보며 약 올리는 말장난을 단지 고상한 사랑 포장지와 세련된 리본으로 묶은 것일 뿐. 남자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그런데 여자도? 그럴 리가 있나. 하오나 선택하지 않는 것도 명백히 하나의 선택. 보아하니 여자가 감수해야 할 부러움과 습관적인 선망은 일생의 업보. 배 아프고 얄밉고 꼴배기 싫고. 여자여, 그런 일이 어디 한둘인가요? 여자 세계에서 친구 위해주는 척 어쩌고저쩌고, 그래 봐야 결국 지 잇속만 충족. 결국 아닌 척 해 봐야 지 이기심만 만족시키기. 불여우 같은 년, 드물지 않고. 하오나 질시와 시기, 아무나 한다. 질투의 화신,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하지만 사랑은 누구나 한다. 그렇지만 대어가 어디 쉽게 잡혀야 말이지. 미끼도 바닥나고 툭하면 헛스윙. 얻어걸려도 블럭킹 아니면 리베로가 거뜬히 받아네. 기막히게 센터링 올려주면 뭐하냐고, 원톱 공격수가 개 발인데. 평소에는 기가 막히게 잘해도 운명의 순간에 꼭 행운의 여신은 딴청인 거지. (끌라우디오 로페스던가, 해설자 말이 기막혔어. 그 선수가 재능은 재능은 기가 막힌데. 꼭 기회에 골을 못 넣은다고. 툭하면 골대만 맞혀. 그래서 전 세계를 떠돌면서 매번 짐싸고 옮기고 짐싸고 옮기고. 딴 건 다 좋은데 딱 하나 없는 것, 하필 결정적으로 골운이 없다는 거. 레코바던가도 그랬고 기복이 심한 선수들 많았다. 그래도 그분들은 기복이라도 심했지. 이 몸은 뭐냐고. 굶을대로 굶주린 우리들은 뭐냐 이 말이라고, 어? 안 그러요? 그러요 안 그러요? 이래...... 워───워───워!) 어머머 그런데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시네? 그런 호시절도 이젠 다 옛날 얘기. 그렇듯 회전목마부터 롤러코스터까지를 꿈꾸었으나 인생은 알고 보니 심심함과 재미없음일 뿐. 삶이 뭐 이래? 누가 아니래.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고 할 말도 떨어지고. 내 말이. 할 일은 지겹고 공부는 더 지겹고. 어? 그렇지만 하지 않을 수 없고. 회사 가야 하고. 학교 가지 않을 수 없고. 이를 테면 학교에서 들은 선생님 명대사는 그것. 
   「솔직히 말하자면 난 교사라는 직업과 어울리지 않아요. 따지고 보면 다 먹고살기 위해서 이 일을 하지요. 허허. 선생님이라는 최소한의 사명감 대 노동자로써의 직분.」 
    그렇지만 우리 선생님, 긴 명대사를 읊으려고 하면 말이 꼬이기 마련. 학생들에게 그런 기억조차 대개 보면 거의 0. 첫날밤 얘기도 다 뻥. 각색하니까 가능하지. 사람들이 왜 명문대를 갈려고 하는데. 딴 건 몰라도 꼬리표도 꼬리표지만. 정작 중요하고 또 중요한 이치는 그거. 명강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기억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명대사. 그런 정량부터 다르니까. 모 아니면 도라고, 차라리 밖으로 돌다가 그걸 이제야 깨달았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난 결국 뭔가 있을 뻔 뭘 좀 아는 거 같은데, 알고 보면 속 빈 강정. 한마디로 허당. 어? 그럴싸한 핑계도 두고 보면 개구멍 아니면 쥐구멍. 괜찮은 명분은 알고 보니 죄다 변명으로 결판나. 무는 개는 짓지 아니한다고 사람들 말은 거의 다 뻥. 툭하면 뻥. 소녀도 소녀감성 벗겨내면 그 내면 말도 못 하고. 아줌마 허세 듣고 있으면 기 빨리는 거 시간문제. 조증녀가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 험담 빼고 뭐 빼고 뭐 제외하면 남는 게 뭐야. 그런데 아침부터 웬 투정? 뭐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돌부리를 차 봤자 제 발부리만 아프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공상 따윈 집어치우고 다시 일하기에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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