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54

from 소설 2019. 8. 24. 15:54

    1

    사랑은 행운의 논법. 그러나 개탄스러운 건수. 행운의 여신은 언젠 안 그랬냐는 듯 묵과로 일관. 신조어도 모르고 나이듬을 실감하고. 사근사근한 태도. 어쩌면 서글서글한 눈빛. 허나 매가리없어. 숙녀에게 깐깐하지도 뭇여성들에게 퉁명스럽지도 않아. 그런데 여자가 없어. 그러자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응, 마라.」
   「왜 안 와?」
   「어딜?」
   「우리 사무실.」
   「너네 사무실?」
   「주 1회 너도 팀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거. 기억 안 나?」
   「앗! 깜빡했다. 완전 새까맣게 잊고 있었어. 아 깜짝이야.」
   「(상대방 말 흉내내기) 아 깜짝이야. 놀라면 다야? 잔말 말고 당장 튀어와. 너 이럴 줄 알고 내가 미리 확인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넌 우리 직원들한테 찍혔어. 알아?」
    나는 뚱딴지 같은 공상병은 마감한 채 외출 준비를 했다. 
    대충 사무실 정리하는 거 3분. 
    사무실에서 웨건까지 가는데 또 3분. 
    침대에서 축축하지만 흡족한 느낌과 함께 꿈나라까지 가는데 장장 3시간. 뭐? 
    무슨 마라톤 대회도 아니고. 또 그 생각. 또 또 또. 하여간에 그놈의... 됐고. 
    나는 마라를 만나러 갔다.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주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그렇게 미스테리아까지 30분. 
    도착 완료. 
    나는 편집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회의는?」
   「끝났어.」
   「뭐? 벌써 끝나면 어떡해? 한 1시간 반은 해야 할 거 아니야.」
   「1시간 반은 무슨. 뻥이야. 실은, 회의는 내일 해. 오늘은 연습으로 널 불러낸 거고.」
   「뭐라고?」
    늙은 개가 거칠게 문다더니, 농염한 저 년 저 저... 
    그러나 늙은 꿀벌이 꿀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뭐 늙어? 젊어! 창창해. 늙긴 누가 늙어? 아침이 오기 전에 새벽에 눈이 번쩍 뜨이긴 누가 번쩍 뜨인다고. 우리는 여전히 몽정기일 뿐. 
    그처럼 30분 수다 떤 후. 
   「이 바닥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은근 허당치고, 어? 어디 마라를 모른다는 게. 그게 말이나 되니? 어? 지성과 사랑 둘 다 일가견이 있는 천재적인 미녀 마라를 모르다니. 어디 그게 말이냐고 무슨 개뼉다귀냐고. 응? 그게 무슨 황당한 일이냐 그거지 내 말은. 안 그러니? 이래서 모두들 정신 나간 듯이 마라 마라 한다니까. 마라 마라,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응? 이처럼 현혹될 수밖에 없는 매력이 듬뿍 넘치는 숙녀를 모를 수 있다니. 불가사의가 따로 없구만 그래.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됨. 정말 정말 이해가 안됨.」
   「하여튼 저 놈의 뻥은 뻥은, 딱 좋은 허풍대회 출전감이라니까. 원하는 게 뭔데? 어? 너 뭘 바래? 응?」
   「바라긴 뭘 바래? 나는 진실만을 말했을 뿐이데.」
   「허당기. 허영기. 장난기. 바람기. 푼수기. 그 가운데 뭐니? 지금 나한테 끼부리니?」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넌 왜 그렇게 사람 쩔쩔매게 만들어?  문제가 뭔 줄 아니? 넌 너무 아름다워. 널 보면 차마 떨려서 말을 못하겠다고. 하려던 말도 즉각 까먹어. 응?」
   「너 외롭니?」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아. 안 봐도 뻔한 거지.」
    잔잔한 배경 음악은 그거였다.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오페라 <줄리어스 시저> 중 클레오파트라의 아리아 '폭풍' 
   「아아 이 음악은 바로 그 전설적인 테너. 아니 아니 슈바...무슨 코프던가? 아닌가?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질 않네.」
   「아는 척 그만 해. 유난떨지 말라고. 재수없으니까. 잘난 척 지겹단 말이야. 알아? 알면 조용히 하고. 모르면 왜 모른가에 대해서 생각이나 해. 알았어? 그러든가 말든가. 아무튼 시끄러워. 조용히 해.」
   「늬가 더 시끄러워. 어? 닥쳐!」
   「뭐 닥쳐? 아니 어떻게 그처럼 심한 말을. 야, 너 꺼져!」
   「너나 꺼져.」
   「꺼지라면 내가 못 꺼질 줄 알어?」
   「야. 너 말 다 했어?」
   「다하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시작도 안 했다고? 그 말 다시 해 봐.」
   「뭔 말 했는지 까먹었어.」
   「아니, 이 사람이!」
   「그래. 계속하라고?」
   「계속하긴 뭘 계속해!」
    음식은 갈수록 줄고 말은 갈수록 는다. 이 말 뜻은 곧 그렇다. 
    첫째, 눌변이 달변되긴 힘들어도 말발은 는다.
    둘째, 소문은 빨리퍼지고 험담은 재밌다? 
    전남편(전마누라? 전남친?) 흉보기 만큼 재밌는 게 또 어딨겠냐마는. 어쨌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그래서 다정한 친교는 더티러브를 의심케 하는 스캔들로 붉어졌고. 아는 동생들은 들고 일어났으며. 그 가운데 내 눈에 흙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그런 추접 던지러운 추문은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선동가. 행운의 주동자에는 바로 사라가 낙찰되었다. 사랑싸움의 선봉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내가 맡아야 한다, 뭐 그런 뜻이었을까? 아마도 내 상태가 많이 심각한 듯 하다. 저질 상상병의 선봉을 놓치기 싫어하는 걸 보면 말이다. 무슨 처녀 불알도 아니고 콧수염 난 숙녀도 아니고. 거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잔소리를, 어? 그처럼 싸구려 정력제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으니 여자가 없지. 안 그래? 허구헌 날 생각하는 거 하고는 만병통치약 파는 약장수도 아니고. 이건 말이죠~ 자,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죠~ 어? 추억의 만화영화 나레이션이야 뭐야. 무슨 TV 홈쇼핑이냐고 뭐냐고. 하여튼 그 인간은... 어? 뭐야! 그 인간은 바로 난데? 좌우지간 나와 마라가 친하게 지내는 꼴을 못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인지. 월간지 여성환상 1.5의 편집장 사라가 찾아왔다. 여기까지. 어인 일로 왔을까. 
   「잘들 논다 잘들 놀아. 나만 빼놓고, 어? 나만 쏙 빼놓고 너네들끼리 이러기야? 정말 이러기야?」
   「넌 왜 오자마자 시비야 시비긴?」
   「지금 내가 흥분하지 않게 생겼니?」
   「아무 일도 없었어.」
   「어쭈! 마치 무슨 일 있었다는 듯이 날 놀리네? 일단 매기고 시작하잔 말이니?」
   「너네들 왜 그래? 설마 나 때문은 아닐 테고. 둘이 싸웠니?」
   「싸우긴 누가 싸워. 쟨 나한테 상대도 안돼.」
   「누가 할 소릴! 말이야 바른 말이지. 쟤 내가 안 져주면 울어. 쟤 삐돌이니까. 어? 삐순이라고. 그래서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져준 게 대체 몇 번인데. 안 그러니? 다, 말, 해 줘? 그래 말어? 어? 말만 해.」
   「너 정말 왜 그러니? 너 원래 고상한 애잖니. 오빠가 너한테 얼마나 실망하겠어. 안 그래?」
   「」
   「오빠 무슨 생각해?」
   「나? 넌 무슨 생각하는데?」
   「비밀이야.」
   「오빠 술버릇 뭐야?」
   「없어. 술에 취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그런 게 있을 턱이 있니.」
   「오, 정말?」
    그렇게 우리는 얼렁뚱땅 편집장 모임을 하게 됐다. 편집장 2 + 칼럼니스트 1. 무슨 2 + 1 끼워 팔기 상품이야 뭐야. 내가 무슨 덤이야? 뽀너스야? 별책부록이야? 아무한테나 남발하기 때문에, 고로 아무대나 막 굴러다니는. 어? 내가 무슨 그런 싸구려 초대권이냐고. 아니면 뭐 꼬리없는 웰시코기야? 생후 1주일 만에 단미 수술을 한 걔네들은 치명적인 뒷태라도 있지. 이건 뭐 피노키오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런데 이게 이게 곤혹스러운 게 딱 이거다. 1 대 1이면 어떻게 뭘 한 번 해 보겠는데. 꼭 뭘 해 본다 어쩐다는 말이 아니라. 일 얘기를 하던 아님 속 얘기를 털어놓든. 편하게 놀겠는데. 그런데 1 대 2. 딴 늑대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허당 플레이보이 토끼 두더쥐 너구리 허쉬퍼피 닥스훈트 비글들은. 원래 1 대 1에 능한 법. 그런데 그거 다 옛날 얘기. 과장 아니면 다 뻥. 아닌가? 아무튼 또 어정쩡한 놀기라...! 놀기? 그런 말이 있지. 술, 사랑, 밤이라는 세 개의 조언자는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속담. 그런데 그 세 개 빼면 뭔 재미가 하나도 없잖아. 우리가 무슨 일하는 기곈가? 아니면 성직잔가. 그도 아니면 사랑의 '사'자도 모르는 로보트란 말인가. 어찌 됐든, 어? 캄캄해지면 모든 여자가 아름답다고 오비디우스가 말했던가, 키케로가 귀뜸했던가. 아니 플라톤이던가? 무슨 소크라테스 담배 피던 시절 얘기는 재미없고. 중요한 건 말이지. 마라와 사라는 낮에도 빛난다는 거. 허허허허허. 능글맞긴 참 내 거 무슨 지가 무슨 푼수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놀고 자빠졌다~, ~라는 핀잔을 난 정말로 듣고야 말았다. 이래도 아직도 사랑의 바보가 아니라고 딱 잡아뗄 텐가?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궁지. 그 코너에 몰린 생쥐인지 치타인지. 그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곤혹스러운 미스테리는 뭐 차차 풀어가면 그만이고. 
    자, 그렇게 우리는 그날 꽐라가 됐다. 딱 필름 끊긴 거지. 그렇지만 돈 쓰고 시간 쓰고 재밌기는 재밌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고. (절레절레). 그렇다고 진짜로 질펀한 술자리에서 정말로 속된 말로 깽판 거시기 뭐 그랬다는 말은 아니고.





    2

    인생의 승부는 관 뚜껑을 덮어봐야 안다. 연애는 결혼행진곡 울려봐야 알고. 사랑은, 사랑? 18세기? 1800전 이전? 어느 귀부인이 그랬던가! 여자에게 사랑은 일생의 이야기이나 남자에게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고. 뭐 또 사랑! (절레절레). 허허. 그러니까 오로지 사랑의 기쁨을 위해 살고 싶은 낭만적인 생각? 지극한 행복감이 무엇인지는 차라리 별들에게 물어보는 게 낫겠네. 그러다 열망은 병들고. 소망은 시들고. 희망마저 지치면. 그러므로 타율 낮은 장타를 노리다 썩은 미소에 절망하느니, 오히려 적게 걸고 적게 먹는 뻔트! 또 그놈의 뻔트? 쾌락마라면 환장하는 호색한도 아니고. 맙소사 아주 그냥 신물이 나는 공상 뻔한 환청, 말도 안되는 착상, 말 같지도 않은 영감. 번뜩이는 천재성인 줄 착각하는 그 뭐야 뜬구름 잡기. 툭하면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심심하면 뜸들이기. 말 돌리기. 말 빼앗기. 이제 좀 말 좀 해 볼까 하는데, 딴청피우기. 매너 없게 T샷 날리려는데, 시끄럽게 하고 뭘 툭툭 떨어트리고. 그래~ 듣지 않기! 뭐 아무튼. 그래 봐야 뻔트도 타석에 들어서야 거포든 대형 스트라이커든 다 가능할 텐데 만년 벤치 신세. 아니면 팀 방출. 스카웃 제의는 꿈도 못 꿔. 뭐 해고 통보가 아니라 알아서 박수칠 때 떠나라? 그러니까 여자친구한테 차였단 말이지? 누가, 내가? 내가 왜! 차일 꺼면 먼저 차야지. 그런데 개 발. 구 멍. 촌닭. 꽥꽥 오리. 에잇 재미없다 재미없어. 사랑 그거 다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지는 인생. 기다리는 국대 상비군이라고 해 봐야 심심함, 권태, 지루함, 판에 박은 듯한 식상함, 덧없는 상심 등등. 뭐? 
    안되겠다. 이대로 재미없는 경주마로 은퇴할 수는 없는 법. 새파랗게 질린 얼굴은 아닐지라도, 사는 낙이랄지 기대하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별다른 꿈이 없는 젊음. 차라리 뭘 좀 모르고, 여자도 모르며, 숙녀를 꼬시지도 여심이 제 발로 찾아오지도 않는 청춘이면 다행이게? 말이 안 통하니까, 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닙니다 라고 어설프게 웃길 줄 아는 맨발의 청춘이면 그래도 낫다고. 바로, 그래서 나는 당분간 웨건에게는 장기 휴가를, 다음으로 새로운 애마로 뚜껑 없는 마차를 영입하기로 했다. 
    자동차인데 뚜껑이 없어. 안 그래도 친구 포르토피노 몽키스패너가 자기 꺼 안 쓰는 카브리올레를 시운전해달라고 했다. 잘 됐네. 누가 쓰라면 못 쓸 줄 알아? 우리의 우정은 의심할 수 없는 끈끈함으로 정평났거든. 잘된 거지. 허허허. 단 하루를 살더라도 남자는 폼! 무조건 그렇단 게 아니라 말이. 일단 자기 합리화. 나쁘지 않은 동기 부여. <무분별한 아니면 말고>보다 얼마나 건전한가. <될대로 되라>보다 손해도 얕고 불이익도 현저히 적지 않냔 말이다. 그렇다고 <에라 모르겠다>라는 치기를 부릴 처지도 아니고. 뭐니 뭐니 해도 입장은 가시 방석. 두둑한 배짱으로 고백할 애정도 없고. 담력을 시험할 모험은 꿈도 꿀 수 없는데? 언제까지 '피가로의 결혼' 중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그런 거나 듣고 있으라고. 엉덩이 근질근질 입은 더 근질근질거리는데? 그런데 할 말은 떨어지고. 할 일은 더럽게 하기 싫고. 어? 내가 왜 거울을 평균 이하로 보는데. 내가 왜 거울을 잘 보지 않냐고. 보면 막 그냥 유죄 판결을 받은 죄수 표정인데? 주둥이, 아니 아니 입 튀어나왔지 눈 튀어나왔지. 아침에 지가 무슨 피노키오도 아닌데 어디는 성나지. 어? 심심하면 거기가 성나. 그분께서 화를 낸다고. 어? 결코 치유되기 힘든 상상병, 함께 사는 게 운명이고. 완치가 힘든 허언증 역시나. 수전증이야 이미 숙명으로 안지 오래. 어차피 인생은 거북목 증후군에 대한 걱정이랄지, 목선 축 늘어진 거 뭐야 누리끼리해진 싸구려 100퍼센트 면티처럼 뭐랄까.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래, 평범한 아저씨의 권태감 같은 건 아닐까? 화장발 장난 아닌데, 화장을 지우고 나면 피부결 섭섭하고 단추구멍 되는 숙녀? 통상 젊음의 행진이 아무리 당차고, 숙녀의 도도함이 고결해봐야. 그래 봤자 골인 지점은 남자라면 뭘 해도 재미없어, 아니면 사랑은 없어. 여자라면 아줌마인데 아줌마라고 불리기를 썩 좋아하지 않아. 알고 보면 솔직히 뒷담화를 좋아하는데 자기가 자기 입으로 그래. 전 당사자 없는 자리에서 남 험담하는 거 싫어해요. 아 글쎄 진짜로 아줌마 보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어쩌다 짜증 확 내시는 분들, 없나 있나. 있나 없나? 모르겠고. 뭐야 진짜로 아줌마인데 아줌마란 호칭을 들으면 짜증내신다고? 우리는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들린다 들린다. 정말로 들린다 들린다. 늬가 더 나뻐, 늬가 더 싫어, 늬가 더 짜증나, 매를 버네 매를 벌어. 진짜로 들었다 들었다 나는 들었다. 보아하니 립서비스 먼저 깔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인데. 여자말 번역기도 번역기다만. 무엇보다 잔말 말고 따라와 라도 좋으니 의전을 받고 싶다? 그러니까 의자 빼 주다가 딱 앉을라 할 때 의자 더 빼 
버리지. 농담이고. 진짜 진짜 농담. 
    좌우지간. 내 정신이 온통 딴 데 팔려 기회가 날라가든, 포르토피노 몽키스패너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그처럼 나는 이론가로써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실무가로써 용단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왜냐하면 흐리멍텅 우유부단은 다 옛날 얘기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친구 포르토피노를 만나러갔다. 





    3

    세네카는 말했다. <계획이 실패하는 이유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항구로 가야할지 모른다면 제 아무리 순풍이 불어도 소용없다>.
    캬~! 멋진 말이다. 그렇긴 하다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왜냐하면 우연이 있기 때문이다. 얻어걸리는 어복이 생 초보를 유독 편애하면. 그럼 허접한 초보는 물 반 고기 반일 때, 고수들은 죄다 뚜껑 열리고 고개 숙이며 (조용조용히 우리끼리만 말해서) 빡치게 된다. 짜잔~ 뚜껑 따는 거지. 두둥~ 금고인지 커피머신 수증기 분출구인지가 열리는 거라고. 큐피트의 도움 때문이든 아니든 인생 내내 여복 쨍한 건 또 뭐겠나.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건 또 어떻고. 그렇든 어쩌든 진공청소기로 모든 여심을 그냥... 희망찬 내일에 대한 당치도 않은 예감. 너무 분홍빛에 새빨간 섹시함 일색이면 것도 몹시 당황스러우니까, 고로 말장난은 이 정도로. 무슨 몬테카를로 모스크바 산티아고, 해외 암웨이 다이아몬드 걸물도 아니고. 사이비 종교 고위급 논술도 아니고. 지금 무슨 플라톤 타령에 세네카를 부러워할 시국이 아니다. 
    지금 나는 몽키스패너 포르토피노를 만나러 가는 길. 
    내 웨건을 걔네 집 주차장에 세워 놓고. 적당히 친구끼리 안부 묻고 어쩌고. 
    그래서 걔 꺼 남아도는 거 중에, 뚜껑 없는 차 하나 골라서 타고 오면 그만. 끝. 
    그렇게 나는 포르토피노를 만나러 가던 중 뭔가 하나를 발견했다. 
    무사히 포르토피노를 만났는데. 딱 하나. 중간에 뭔가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저번에 언제더라,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그와 비슷한 걸 발견한 것이다. 
    그럼 이건 뭐,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2? 재미없고. 
    간략히 요점만 말하자면. 오늘 나는 포르토피노를 만나서 자동차 바꿨고 집까지 돌아왔다. 
    줄거리만 요약하자면 딱 그랬다. 별일 없었다. 
    그 시시콜콜한 세부 과정이 어쩌고저쩌고. 다 쓰잘데기 없는 설명일 뿐이고. 
    핵심만 말하자면 딱 거 뭐시기 그 뭐냐, 그래 그렇지. 
    보아하니 오늘 밤에 일기를 쓰자면 인상적인 일은 딱 하나. 
    바로,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2. 
    물론 시운전으로 뭐가 나올지 뽑아보기는 했다. 
    그래서 알게 됐다. 
    그건 무엇일까? 
    뭐긴 뭐겠나. 
    이번 뭐가 나올 줄 모르는 자판기 2는, 바로, 뭐가 나올지 안다는 것이다. 
    뭐라고? 그게 그러니까 이런 식이었다. 
    500원 동전 2개를 넣으면 = 중간에 방정식이 어쩌고저쩌고 = 그래서 존 F. 케네디 동전 2개가 나옴. 
    1000원 지폐 1개를 넣으면 = 중간에 순서도 어쩌고저쩌고 = 그래서 생 텍쥐베리 지폐 1개가 나옴. 
    그렇게 나는 재미난 자판기를 알게 됐고. 단골 고객이 되었다. 





    4

    지금 읽는 소설은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의 연기. 
    오늘의 노래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충실한 마음을 지닌 그대 KV. 217
    오늘의 노래? 6명인가 7명 딸부잣집 막내딸이랑 소개팅했던 그날이 기억난다. 
    아빠가 꼭 오늘의 커피를 마시라고 했다던 숙녀. 스타벅스에서 진짜로 오늘의 커피를 마셨던 그녀. 
    그녀의 아빠가 우리 아빠와 직장 동료 사이였는데. 우리 아빠 말씀하시기를, 그 후배가 사람 좋고 성실하고. 직장 다니면서 소도 키웠고 돼지도 키웠고 농사도 했고. 참 부지런했고. 엄마를 보면 딸을 알듯. 아버지를 보니 딸도 욕심나는 처녀.
    그녀랑 연한 사랑에 빠져, 달콤한 연애 감정 느끼면서, 여심을 훔쳐 잠깐 사귈  그랬어. 지금 생각해보면. 
    어쨌든 재산 목록 1위 2위 3위도 없어. 옛날에는 생애 첫 조립식 컴퓨터가 1등 똥차가 2등 그랬는데. 
    그건 그거고. 여성환상 1.5든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든. 의뢰도 끊겼어. 품위유지비도 간당간당. 
    애인 사진도 없는데 지갑이 뭔 필요. 짙은 흑심을 띠고 군침을 흘리는 표정이라면 지긋지긋.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제인 오스틴,  폴 세잔, 아인슈타인이 그려진 지폐가 있는데 쓸 수가 없어. 
    모차르트, 베르디, 베를리오즈, 드뷧시가 그려진 지폐를 보며 돈의 의미를 생각하든 아니든. 있어도 쓰지 못해. 
    은행 가서 생활 반경 얼마에서 사용 가능한 지폐로 바꿔야 해. 그마저 귀찮어. 안 해. 안 한다고. 왜 해? 안 해. 
    그나저나 사무실에 걸려있는 저 그림이나 딴 걸로 바꿀까? 그럴까 그러지 말까. 
    동네 산책하면 언젠가 공사장에서 친하게 으쌰으쌰하다 갑자기 싸움질 나서 아구창 3연타로 쥐어터졌던 기억과 연상되는 차가 굴러다니고. 다 그런 식. 
    하여간에 뭘 해도 되는 게 없구만 그래. (절레절레) 
    따라서 나는 마치 오페라 서곡 및 간주곡과 흡사한 글을 작성할 수 밖에 없었다. 
    번개처럼 떠오르는 그런 번득이는 영감은 떠오르지 않고. 놀라운 발상도 아직이니까. 
    내가 쓰는 이야기란 게 따지고보면 줄거리는 별거 없고. 서론말 길고. 뻔할 뻔자 같은 연애랑 비슷하니까. 
    조아키노 로시니 / 오페라 랭스로 가는 여행 - “나는 얼마나 그곳에 가고 싶었던가”
    그렇게 진지한 분위기를 조장하고서 나는 열심히 글쓰기에 몰입했다. 
    다음 문단은 그처럼 뚝딱 작성한 일종의 간주극이라 해도 무방할 듯 했다. 
    아닌가? 선망을 자극하는 영특한 마케팅을 지향하다가 결국 2 + 1 같은 뻔한 상술로 판별나는 건가. 
    모르겠고. 칼럼과도 닮은 막간극 잔소리가 뭔지는 보면 안다. 





    5

    진절머리가 나는 약속없음. 구미가 확 댕기는 그런 꽤 괜찮은 흥밋거리가 어딨어. 미완성 환상머신에 대한 탐닉과 집착? 환상머신은 무슨. 미지의 동경심? 미완성은 개뿔. 집어치우고. 어쩌다 이리도 건조한 일상에 난 맥없이 굴복하는 것일까. 설마 하니 나는 낭만과는 담 쌓은 놈일까 아닐까. 감정이 매마르거나 말거나, 뭐든지 귀찮아하는 걸로 보면 딱히 틀린 분석은 아닌 듯. 그러든 어쩌든 그걸 누가 알고 싶어한다고. 염소 설사하는 소리나 하고 자빠지셨군. 염소가 지사제를 먹을 일이 뭐 있어. 염소가 뭘 잘못했다고. 너구리 물똥 누는 소리는 그만 집어치우고. 두더쥐가 새똥 맞는 헛소리고 나발이고. 넙적부리황새 피똥 싸는 얘긴 듣고 싶지도 않고. 다 필요없고. 딱 됐고. 
    마땅히 해야 할 일하기, 커피포트도 좀 쉬어줘야 한다. 영심이의 욕망과 아첨녀의 탐미주의를 진공청소기로 쏘옥~ 빨아들일 것만 같은, 그런 뭔가 가슴을 뻥 뚫어주는 상쾌함 어디 없을까. 귀부인의 합리적 의심은 물론 풍만한 숙녀의 선망까지 모조리 빨아들일 것만 같은 잔재주. 그런 짜릿한 쾌감 어디 없을까? 없다. 없어. 있을 리가 있나. 있을 턱이 없지. 그럼. 허허. 그런 게 있었으면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겠나. 진작 아무도 날 모른 채 돈만 돈만 원없이 가졌겠지. 열 일 제치고 몰입할 열의도 바닥났고. 원래 없었나? 쾌락에 몰두할 열정 역시나 비리비리. 여체가 아닌 여심에 대한 탐욕마저 시들시들. 소원은 많은데 소원만 많아. 전부 싹 다 그림의 떡. 아니면 뻥 다 뻥. 몽땅 뻥. 전부 뻥. 웬 허접한 사이렌의 허풍을 읊조리는 숙주, 누가 또 리모콘을 잘못 눌렀길래 난 또 괴팍한 환청을 듣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여자. 어쩌면 불여우. 맞어. 맞네 맞어. 산만한 거 보면 딱이지. 그럼. 
    곧 숙녀 기분 저기압일 때 옆에 있으면 안된다. 피하는 게 최선.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피차 뚜껑 열리는 지름길. 그러니까 그녀 기분이 은밀하도록 은근슬쩍 고양이 담 넘어가듯 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알고 보면 여자는 전부 다 시누이. 살쾡이. 어? 순한 양은 무슨~, 신경질적인 살쾡이지. 호피무늬. 표범. 치타. 재규어. 야옹이. 원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 세상사라는 게 그렇다. 안 그럴 수가 없거든. 그 말은 곧 뭐다? 그렇지.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남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무작정 나갔다가 비전 없어서 다시 쥐구멍으로 복귀한 게 대체 몇 번인데. 안 그래? 내가 뭐 틀린 말을 했어~, 아니면 말을 지어내기를 했어. 어? 다 사실 아니냐고 딱 사실. 응? 개구멍으로 들어갔다가 툭하면 골탕먹은 건 또 어떻고. 으쌰으쌰 좋다 좋아 으쌰으쌰 속 시원하다 으쌰으쌰 후련하다 좋다~, 그래서 딱 젊음의 행진을 했는데. 그런데 주위를 보니 아무도 없어. 또 속았어. 매번 당해. 일생 패배주의. 인생이 루저. 뭐 어떻게 잡어라도 안되겠니? 어복 터지던가 아니면 도를 닦던가. 도대체가 말이야 중간이 없어 중간이. 하여간에 뭘 해도 액면이 영 거시기하구만 그래. 판돈은 애시당초 없었으니까 바닥날 리도 없고. 아 글쎄 재산 탕진할 걱정 없어서 거 참 좋겠네. 허허. 누가 허당 아니랄까 봐. 
    (잠깐 삼천포 잔지식 자랑. 나도 자랑 좀 합시다! 언제까지 겸손 겸손 겸손 꺼벙 꺼벙 꺼벙. 어?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언제였던라. 그게 생리대인데 팬티로 추측했어. 예측만 한 게 아니라 팬티 아니냐고 진짜로 물어봤어! 흥 하나 만큼은 그 어디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짝사랑녀. 걔도 그랬어. 걔는 액션만 취했는데 걔한테는 안 물어봤고. 걘 팬티랑 생리대 둘 다였나? 완전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꼭 우르르 여럿이 1박 2일로 놀러가서 그런 장면 연출하는 게 특기인 여자들이 있긴 있다. 없진 않음. 넘어가고). 
    말하자면 내 안의 그분께서 아무래도 꽤나 심심해 하시는 듯 하다. 왜 아니겠어. 혹시 우리 사이를 혹시 누가 이간질하는 거 아닌가? 에이~ 설마! 정말로 누가 걔와 걔를 이간질하는 건가? 아니면 심하게 질투하거나. 부러우면 지는 거래잖아. 착한 척하다 돌아서면 험담. 마음 놓고 화장실을 갈 수가 있어야지 말이야. 여자세계에서 뒷담화 빼면 남는 게 뭐 있나? 없나? 정말 있나? 하오나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또 알고 보면 뒷담화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부정하기도 좀 뭣허고. 그분들 편도 은근슬쩍 들어주긴 해야 하니까. 우리는 그녀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보아하니 인생이란 말이야 그 말이 명언 중의 명언이다. 그 말은 대체 뭐냐고? <욕하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응? 겉으로는 위하는 척하면서 속으로 미워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놓고 비난하라고. 어? 
    여기서 남녀가 딱 갈린다. 이래서 여자가 무섭다. 응? 여자가 참말로 독하단 말이지. 어떻게 사랑이 인생의 전부일 수 있냐고. 예를 들어 보자. 소년들 보면 친구가 다치고, 넘어지고, 피나고, 기부스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러면 푸하하하하 푸하하하하 막 웃고 개 웃고 자지러지고. 그런데 여자는? 소녀들 보면 친구가 기부스하고, 넘어지고, 어쩌고. 그러면 어쩌니 걱정걱정 어쩌니 괜찮니 어머머머머 어떡하니 염려하며 어쩌고저쩌고. 겸손 겸손 겸손 칭찬 칭찬 칭찬. 그런데 제빵학원 동료가 뼈에 금갔는지 뼈 부러졌는지 병원에 우르르 다들 몰렸갔는데, 여자 둘이서 빵끗 터져. 어? 아름다운 사랑에 관한 예시가 아니긴 하다만 아무튼. 뒷담화 관음증 조증 허언증 수전증 과장병 뭐, 거북목 증후군? 그런데 거북목 증후군이 여기서 왜 나와. 내 말이. 
    그건 그렇고. 한편! 한편은 무슨 한편. 좋게 퇴근이나 해야지 별수 있나. 
    그렇게 나는 행복한 퇴근을 했다.





    6

     <연극대회 출연 제의를 수락. 덥석은 아니고 심하게 망설이던 끝에 겨우겨우>
    숙녀의 마음은 언제나 닥터지바고에 나오는 라라의 테마 같은 것. 폴 모리아 악단. 할리퀸문고. 여성잡지 1과 2. 그 중간 중간 소녀감성 낑겨주고. 한마디로 여자는 일생 내내 신부다. 여자 = 신부! 여자는 자기 빼고 세상 모든 만물과 만인은 전부 다 신부들러리. 자기만 일평생 5월의 신부. 바로 그 때문에 칭찬 칭찬 칭찬 겸손 겸손 겸손 그러는 것일 뿐. 그런데 <시어미──시누이──며느리> 이 전설적인 트로이카의 사이가 좋아보이면 그나마 선방. 그 내면은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가 따로 없고. 여자말 번역기 그거 까면 장난 아니라는 거. 어? (절레절레) (절레절레) 즉 여자는 그렇다. 여자는 다 그래. 딱 자기 1인만 독보적인 원톱 스트라이커고, 나머지는 싹 다 개 발 구멍 약체 바보 병풍 백댄서. 어? 그렇다고 뭐 내 사랑 낭군님은 동화 속 왕자님? 그건 그냥 말이 그렇고. 희망사항일 뿐이고. 진짜는, 애인도 역시나 신부들러리. 혹시나 아니기를 바랬으면 미안허고. 거 참 이래서 너무 솔직해도 탈이라니까. 그래도 입은 삐툴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 추억의 나이트클럽 돈텔마마에 가보시라. 극장식 카바레 카사노바에 들려보시라. 웨이터가 턱시도를 입고 손님은 다양한 패션을 자랑한다. 턱시도? 내 남자는 다름 아니라 웨이터라니까 그러시네. 어? 그런데 그 웨이터 이름이 뭐 막살자? 하여튼 못말려 (절레절레)
    좌우지간 여자의 마음이란 딱 그거다.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여심. 그나마 나비가 평균이면 다행이게? 사랑은 나방이기 때문에, 따라서 그렇게나 늑대님들께서 벌레 먹은 사과를 좀 어떻게 한 번 해 볼려고 눈에 쌍심지를 켜시지들 않나. 정말로 그렇단 말이 아니라 이를 테면. 정말 여자는 하늘 남자는 땅이란 말이 아니라. 농담이고. 북어와 마누라는 이틀에 한 번씩 뚜들어패야... 라는 구식탱탱묵은 얘기하면 여자들 퍽이나 좋아하겠다. 어쨌든 변덕은 죽 끓고. 변심은 기본. 사랑의 기초는 뭐 여자의 판타지? 매를 버네 매를 불러. 바로 그래서~ 우리가 여심이 아니라 여체를 탐하며 신비감과 환상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달려라 쾌락마 달려라 쾌락마. 1번마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라는 1번마는 첫 끗발이 개 끗발이군요. 자, 다음으로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라는 2번마 벌써 지쳤어요 벌써 지쳤어, 보기에는 UFC 급인데 보기에만 UFC 급이군요 거 참 실력은 거 무슨 동네 술꾼보다 더 비리비리한 거 좀 보세요. 그런데 어머 어머머머머 3번마 '남자는 문지방을 넘을 수만 있어도 여자를 탐한다'께서... 끝내 경기를 포기하셨군요. 저런~! 3번마 마권에 몰빵하신 행복업 매니아들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겠는데요? 자, 그건 말이죠~ 
    ~라는 싸구려 만화 나레이션 같은 농담은 이쯤 하고. 재미 하나도 없으니까 넘어가고. 통과. 어쨌든 우리가 왜 여심이 아니라 여체를 탐할 수 밖에 없는가! ~라는 논조가 썩 밑도 끝도 없는 궤변 같긴 한데. 허나 또 퍽 말이 아주 안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다 이상해. 허허. 
    자, 그 말은 곧 나도 신부들러리 같은 남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고찰을 기꺼이 안겨주는데. 흔쾌히 그거 받고 덤으로 얹어서 베팅할 배짱도 없고. 일단 판돈은 커녕 약속도 없고. 그러니까 말이지, 먹고살기 바쁜 세상 어찌 사시사철 시시각각 그런 쓰잘데기 없는 공상이나 떠올리고 있나. 무슨 그런 개 풀 뜯어먹는 상상병 언제까지 붇들고 있으라고. 응? 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수다는 수다대회 가서나 하고. 말도 안되는 잔소리만 하고 또 할 꺼면 좋게 소파에 자빠져서 TV 채널이나 돌리던가 말던가.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제안한 연극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연극? 저번에 애들이 제안했거든. 아마추어 연극대회에 나가면 재밌을 거 같다면서 각본, 분장, 조명, 기타 등등 다 준비됐다면서 오빠는 몸만 오라는 주문이 있었다. 
    난 당연히 할까 말까 망설였고. 
    제목은, 나 잡아봐라! 
    뭐야 나 잡아봐라? 제목이 뭐 그렇게 촌스러워? 제목부터 그 모양인데 나 같은 촌닭이 주인공을 맡으라고? 
    뿐만 아니라 연극은 실험극이었다. 즉 각본은 대충 10분 + 애드립 20분 = 30분짜리 연극. 내용도 초간단. 
    줄거리조차 딱 1줄로 요약 가능. 15년 만에 재회한 연인이 왜 헤어지게 됐는지, 어째서 사랑이 어긋났는지. 잘지냈느냐 어쩌냐. 배경은 비키니에 요트에 뻔하고. 
    그렇게 남자 대사 두세 번 여자 대사 두세 번. 막 서로 말 왔다 갔다 많이 하지도 않고 길게. 그렇게 해서 각본대로 10분 소화. 나머지 20분은 막말이자 즉흥연기로 때우고. 그렇게 총 30분짜리 연극. 
    그래? OK! 
    나는 고민 고민 끝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7

    만나서 연습하고 어쩌고저쩌고. 
    중간 다 건너뛰고.
    중간 다 건너뛰고.
    중간 다 건너뛰고.
    필름 빨리 돌려서 연극대회 본선. 예선은 출연자 부족으로 생략한 체 즉각 본선. 
    무슨 참가자가 단 4명 뿐인 대회에서 준결승은 상대가 기권해서 어부지리로 결승 진출하고, 어영부영 반칙으로 딱 1번 이겼는데 우승하는 거야 뭐야. 
    어쨌든 무대에는 나와 로즈마리뿐. 
   「오빠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오빠는 나 안 보고 싶었어?」
   「넌 그렇게나 좋아하던 오빠를 15년 만에 봤는데 겨우 한다는 말이란 게, 어? 고작 TV에서 보던 거 그대로 따라하니? 그게 뭐니? 어? 그러니까 늬가 남자한테 차이고나 다니지. 안 그래?」
   「(나직히) 오빠. 왜 그래. 난 반가워서 그러는데. (조용조용히) 오빠. 지금 우리 연극 무대야.」
   「조용히 소곤거려도 다 들려. 그냥 크게 말해. 어? 남 눈치를 왜 봐!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막사는 거. 지조없는 년. 너 걸레라고 회사에 소문 쫙 퍼졌어. 뒤에서 수군대는 거 신경도 안 쓰이던? 그런데도 그 양복쟁이 유부남들 혼자서 짝사랑했니? 누가 모를 줄 아니. 너 똥파리한테 넘어갔다고 회사 단짝 언니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아니 모르니? 어? 어디 그게 끝이야? 너 CS했다며? 그것도 완전 싫어하는 남자랑. 아는 오빠니까 덥썩 음주운전 차에 타서 신나게 데이트했다며? 심지어 2 대 2로 대낮에 더블데이트에, 저녁 지나서 야밤에도 드라이브했다며?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난 주제에 뭐 아름다운 재회? 미쳤니? 너 같으면 그게 아름답다고 느끼겠니?」
   「이건 각본에 없는 얘긴데.」
   「없으면 어때?  입으로 1번이면 끝이라고, 했어 안 했어? 문어발식으로 남자 만난 주제에 뭐 이제 와서 한다는 얘기가, (성대모사), 오빠 오래만이야 잘 지냈어? 잘 지낸 거 좋아하시네. 나 알콜중독자로 살았어. 됐니? 봐 봐. 봐 봐 얘. 안 보여? 내 손 떠는 거. 수전증 몰라?」
   「오빠 그거 손 억지로 떠는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에는 그거 억지로 떠는 거 같은데. 연기가~, 어설퍼~!」
   「뭐? 아니 이 사람이...! 아무튼, 그런 넌 애 낳고 잘 살았다며? 이번엔 또 어떤 똥파리가 따라다니길래 자줬니?」
   「오빠 말이 심하다. 똥파리라니?」
   「이게 어디서 잘했다고 따박따박 말대꾸야 말대꾸가?」 
    곧바로 나는 뿅망치를 꺼내들었다. 애들 장난감 뿅망치 특대 사이즈. 
   「5km」
   「」
   「뭐해?」
    로즈마리는 알아서 와서 눈탱이 부위를 부딪혔다.
    다음으로 나는 막대기 끝에 달린 헐크 장갑을 꺼내들었다. 
   「12km」
    그녀는 이번에는 다른 쪽 눈탱이를 가져다 살며시 비볐다. 비벼? 애무야 뭐야!
   「뭐야, 웃어~? 야 너. 머리 박어!」
   「」
   「안들려? 대가리 박어!」
   「어? 머리를 박어? 어디다? 누가? 내가? 왜 박어? 뭐하러? 내가 뭘 잘못했다고?」
   「몰라서 묻니? 여자이기를 포기한 거니? 박으라면 박어.」
   「그건... 그야... 나는... 어떻게 박는 줄 말을 해 줘야지.」
   「너도 알잖아. 어릴 때 꽁트에서 봤으면서 모른 척은! 뭐해? 대가리 안 박고!」
    로즈마리는 그렇게 머리를 땅에 대고 푸샵 자세를 취했다. 엎드려뻗친 자세에서 손을 떼려는데 균형은 안 잡히지 머리는 아프지. 그렇게 겨우겨우 뒷짐을 지었다. 
    나는 로즈마리에게 귀뜸했다. 그녀의 보드라운 귀에다 대고 말했다. 
   「15년 동안 딴놈이랑 실컷 즐기다가 이제 와서 뭐가 아쉽다고 날 찾아왔니? 응? 아니면 뭐 15년 동안 수절이라도 했니? 왜냐하면 날 만나는 동안 사랑의 기본이 잘못됐다는 걸 반성하는 의미에서? 그래서 이제라도 오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므로 날 먹어줘? 좀 식었만 이제라도 맛있지 않을까? 아니 그윽한 고급 치즈처럼 숙성도 됐겠다, 벌레 먹은 사과보다 훨씬 상큼하고 시큼하며 새콤달콤한지 아니면 끝없이 달콤한지. 너 맛 좀 봐라? 그러니까 그때 날 좋아한 건 맞는데. 내가 애인이 아니었던 거네. 그치? 전남자친구 얘기를 슥 흘린 건 나 기분 좋으라고 한 소리고. 난 후보군이니까 전남자친구는 계속 만나면서 환승이별 적기를 노리고 있었던 거구만. 그치? 뿐만 아니라 너 내 친구랑 잤잖아. 너 내 친구랑 CS 했잖아? 심지어 소개팅은 소개팅대로 계속하고. 선 본 남자들이랑 꼬박꼬박 A X 3, B X 3, C X 3000...... 그처럼 오랫동안 누구든 만나고. 남자에 환장한 년. 껄떡년. 이건 뭐 양다리도 아니고 문어발식으로 남자를 거느렸구만 그래. 여왕벌 마인드가 설마 했는데 얘였네. 그러네. 어? 환승이별감 후보군으로 그래도 내가 1등이었다고? 너 그때 CS하고 나니까 이제 남자들 자동차 조수석에 타는 게 아무것도 아니든? 남자도 사겨봤겠다 전남자친구도 여전히 불타도록 껄떡거려주시겠다, 어? 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얘. 그날 더블 데이트하면서 뭐 느끼는 거 없었니? 그러니? 넌 여자도 아니야. 넌 여자도 아니라고. 어? 가서 만나던 똥파리나 계속 만나라. 어? 야, 너 가라! 꺼져라. 하이에나가 쫌만 노력하면 지 맘에 들든 아니든 아무나 다 따먹을 수 있는 년. 어? 개나 소나 다 받아주는 년. 똥파리든 하이에나든 의전만 충족되면 1년이든 15년이든 죄다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주는 년. 회사에 똥파리한테 넘어갔네 따먹혔네 더러운 소문 쫙 퍼졌는데, 챙피한 줄도 모르는 년. 넌 그냥 그 흔한 번따년일 뿐이야. 알아? 
    T자형 삼거리에 위치한 식료품점에서 처음 만난 날. 바로 그 다음 날 친구들끼리 펜션에 놀러갔을 때. 펜션에서 가부좌 자세로 혼자서 소꿉장난할 때. 책상다리로 앉아 반죽인가 뭔가를 손으로 가지고 놀던 모습. 그러다 내가 뒤에 있는 거 알고 재빨리 일어서서 수줍어하던 모습. 배꼽티 입었는데 츄리닝 사이 엉덩이골 보여서 챙피하다 어쩐다는 듯. 나 그런 여자 아니다? 그럼 뭘해! 정성스럽게 딱 화장하고서, 머리 빗고, 향수 뿌리고, 구두 신고. 쪼르륵 나가서 번따녀가 똥파리를 만나서 자랑스럽게 백화점 데이트. 어? 거울 보면서 립스틱 바르고, 아이쉐도우 꾸미고, 빤짝이 뿌리고. 속눈썹 붙이고. 눈썹 그리고. 볼터치 하고. 그렇게 정성스럽게 꾸미고 딱 나가서 약속 장소에서 보고 싶은 남자친구 만나서 데이트. 오늘 키스하면 어쩌지? 화장 1시간 하기 전에 이미 브레지어랑 팬티랑 깔맞춤 해 놓고. 어? 물론 전남자친구가 하도 껄떡거려서 1년간 사겨줬고. 1년 동안 지갑 속에 사진 간직해줬고. 속으로는 싫었고. 진짜로는 회사 유부남 짝사랑했고. 일찍부터 심신분리됐어. G 스폿 열릴 준비도 끝났고. 아니야? 아니면 아니라고 반박을 하던가! 못해. 왜? 왜냐하면 사실이니까.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걸레네. 거지같은 년. 미친년. 남자에 환장한 년. 그래 놓고 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래. 회사에 더러운 소문 쫙 퍼졌는데. 뭐 1번이면 끝이에요? 더러운 년. 더럽게 멍청한 년. 대가리에 똥만 가득찬 년. 골빈년. 돌대가리. 대식가니까 화장실에서 똥 엄청나게 많이 싸는 년. 그런데 혼자 있을 때 콧구멍 엄청나게 후벼파. 더러운 년. 방귀쟁이년. 거리에서 보는 게 남자 밖에 없어. 넌 그냥 그 흔한 번따년일 뿐이야. 알아? 늬가 여신은 무슨 여신이야, 이런 싸구려 번따년아. 어? 번따년. 똥파리 전마누라. 큭큭큭큭큭. 
    넌 그저 똥파리 전마누라이자, 진짜로 하이에나든 늑대든 전남편의 애를 낳았잖아. 안 그래? 그런데 이제 와서? 당시! 그 당시. 전남자친구한테 마음도 주고 몸도 주고, 어? 전남자친구랑 섹스하고. 내 친구랑은 CS 하고. 어? 새로운 남자는 새로운 남자대로 죄다 상대해주고. 어? 도대체 몇 명이랑 잤니? 그러면서 나만 놀리고 놀리고 놀리고. 그러면서 단 1번도 1 대 1로 만나주지 않고. 튕기고 튕기고 튕기고. 차고 차고 차고. 그러면서 또 전남자친구랑 잤는지 안 잤는지, 손은 잡았는지 안 잡았는지, 키스는 했는지 안 했는지, 궁금하고 질투나며 미치라는 듯이 놀리고! 어? 그런데 이제 와서? 왜 전남편이 불구니? 그러니? 아니면 10초를 버티기가 너무 힘들데? 썩 실하지가 않아? 나이는 먹고 G 스폿은 열렸는데, 그런데 외롭니? 많이 외롭니? 그러니? 어? 아무나 물고 빨고 핥고, 벌렁벌렁! 개나 소나 다 얼굴 팔려주는데. 그런데 딱 1명. 나만 빼고.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이제 와서? 어? 나 싫다며! 
    내가 예전에 런닝머신 파는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가슴골 보여주고, 빨간 립스틱에, 뇌물 공세에 아양 떨고 친한 척 해서 물컹한 느낌의 딥키스를 받아냈던 아줌마. 옆 사무실에서 일했던 그 아줌마. 그래서 자기 남편은 마피아라면서 날 마다하며, 젊은 숙녀를 소개시켜주던 그 아줌마. 그 아줌마도 엄마 스타일 아니야. 엄마 스타일은 애 손잡고 나가 외갓남자를 만나면서 애한테 그 강렬한 기억을 각인시켜주지, 그처럼 남몰래 물컹한 딥키스 1분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어? 진짜로 그 아줌마 남편이 깡패였던 게 맞아. 아줌마들 우리가 어디 한두 명 만나본 줄 아니? 여성잡지 2가 괜히 여성잡지 2인 줄 알어? 뭐 아무튼. 
    그래서 이모 스타일이 마침내 엄마이자 엄마 스타일로 거듭났으니. 따라서 이제라도 뭐 어떻게 안될까요 오라버니? 오라버니 좋아하시네. 일어서!」
    로즈마리는 겨우겨우 일어섰다. 





    8

   「넌 번따녀 아니면 번주년이야. 아니? 어? 아니 모르니? 웬만한 숙녀들이야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지만. 넌 남자 없으면 못 사는 년. 남자 밖에 모르는 년. 그거 뿐이면 좋고 괜찮은데. 그런데 미친년. 섹스가 늬 인생 전부잖아. 안 그래? 번호 따이는 게 취미이자 소원인, 번따녀! 동시에. 쫌만 지 맘에 들면 일단 남자한테 번호 찍어주고 남자 번호 따는, 번주년. 어? (1) 인성이니 외모니 성격 등 아무것도 안 보고. 껄떡쇠한테 번호 따여서 할 거 안 할 거 다 하고 갈 데까지 간 년. 심지어 그걸 애인한테 자랑해. 애인 엿먹으라는 거야 뭐야. (2) 번따녀 생활 클럽죽순이 생활 질리니까 친구랑 남자 작업쳐. 너가 먼저 내 핸드폰 뺐어서 번호 찍어주고, 즉각 내 전화기 지가 자기 번호로 전화 걸어서 내 전화번호 따고. 즉시 저장하고. 어? 번따녀로 똥파리한테 작업당하면 고추 빨아주고. 고추 빨아준다면서 응원하고 기대하게 만들고. 자기도 선홍빛 예감에 흥분하고. 어? 전남자친구한테 잘 보일려고 화장 곱게 하고. 정성스럽게 꾸미고. 어? 볼장 다 보고! 어? 
    반면에, 지가 이상형 남자한테 작업쳐서 번따년&번주년 되면 애인한테 지옥을 선물하고. 여전히 전남자친구 만나고. 새로운 남자들 죄다 만나고 다니고. 미친년. 걸레 중의 걸레. 이런 년이 G 스폿까지 열려 봐봐. 와 상상이 안된다 상상이. 심심하면 남자한테 작업당하고. 지가 남자 번호 따는 번따녀로 사교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선보였고. 그저~ 번따녀로 의전 대우만 해주면 개나 소나 다 좋대! 반면 지 맘에 쏙 들어서 홀딱 반했길래 번호 찍어주고, 너가 내 번호 따고. 그러다 양다리 세다리 내 친구랑 CS. 귀 뚫리니까 그때부터 개걸레. 
    야 암캐! 짖어봐. 어? 지서봐! 아니 됐다. 됐어. 재미없다. 발정난 암코양이, 냄새난다. 무슨 오징어 썩는 냄새 진동한다고. 저리 가라. 야, 가. 아휴 저 맹추. 응? 왜, 탐색전 해 보니 마음에 쏙 들길래 작업쳐서 1달 반 만에 후딱 합방하고 싶었는데. 계획대로 안되든? 그게 맘대로 잘 안되던? 그래서 뭐 15년 걸려서라도 어떻게 한 번, 어? 한번이 소원이니? 그러니? 늬 까짓 게 뭐 특별한 숙녀라도 되는 줄 아니? 착각하지 마 얘. 넌 그저 그런 싸구려 번따녀&번주년일 뿐이니까. 아름다운 숙녀 인생 장밋빛 인생? 웃기지 마라. 하나도 웃기지 않으니까. 징그럽고 멍청하고 추접스런 년. 야 암퇘지. 어? 꿀꿀~ 해 봐. 뭐해? 꿀꿀~ 하지 않고. 어? 꿀꿀꿀 해 봐. 돼지가 돼지 소리도 못내? 그런 돼지가 이 세상에 어딨니? 암퇘지면 암퇘지답게 굴어. 어? 
    그런데 너 표정이 그게 뭐니? 응? 누가 보면 진짜로 똥 씹은 줄 알 거 아니니. 안 그래? 하긴~ 어? 개가 똥을 끊겠니 영역표시를 그만두겠니. 알만하다 알만해. 야 암캐. 좀 암캐면 암캐답게 구시지. 응? 암캐면 암캐답게 굴자. 어? 우리 좀 그러자. 어? 아 맞다. 너 오늘 아침에도 흥분했겠네? 그러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명언이 썩어빠졌다 얘. 어? 이미지 트레이닝 아조 그냥 끝짱이겠네. 흐흐흐흐흐. 응? 히히히히히히히. 어떻게, 응? 멍청녀 대회는 알아봤고? 너 같은 희대의 멍청녀가 멍청대마녀 대회에 안 나가면, 그럼 대체 누가 나가야 하니? 어? 안 그러니? 한번 생각을 해 봐 봐 생각을. 응? 말 나온 김에 이참에 돼지 대회에도 나가보시든가. 뭐 그러든가 말든가. 내 알 바 아니고. 어? 그때 보니 아주 그냥 겁나게 쳐먹던만. 어? 그게 뭐였더라, 맞다. 돼지 창자. 허천나게 어? 더럽게 쳐먹던만 그래. 뭐 돼지가 돼지를 먹어? 그것도 창자를? 근데 너 피부관리 포기했니? 모공이 무슨 화산 분화구만 하네. 그러네. 너도 늙었지 왜 아니겠니. 어? 참 많이 닳아진 거지. 그럼. 그럼 뭐야, 그러면 하트도 늙었겠네? 그러네? 크크크크크크크. 뭐야, 머리카락도 가늘어졌잖아? 세월의 힘을 너가 아주 그냥 왕창 받는구나. 중력의 힘을 뉴튼은 법칙으로 승화시켰는데 넌 노화로 받았단 말이지. 어? 축하한다 축하해. 아 글쎄 샴푸 적게 들고 얼마나 좋아. 안 그래? 안 그래도 넌 남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여자이기를 포기했고. 어? 
    아무리 그래도 우리, 어? 얼굴 좀 피자. 응? 표정 좀 피자고. 어? 그게 뭐니? 너 안 그래도 말상이야. 그런데 얼굴 더 길어지게 그게 뭐니? 그거 보면 관상가가 뭐라 그러겠니, 말 대가리 어쩌고저쩌고 설마 그러시면 어쩌겠냐, 이 말이라고. 응? 안 그래? 내가 어디 틀린 말 했니? 응? 안 그래도 너 멍청한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어디 지금만 알겠니? 그런데 입은 왜 그렇게 쭉 빼는 거니? 기분 나뻐? 그럼 행실을 똑바로 하던가. 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니? 사랑이 장난이니? 가정교육 그렇게 배웠니? 너도 뭐 모딜리아니 그림처럼 늬가 명화 속에 나오는 여신인 줄 아니? 어? 넌 그냥 번따져 번주년이야. 알어? 꼴에 숙녀라고! 얼굴값 못하기로 세계 최고인데, 또 꼴값이라면 환장해. 남자는 더 환장해. 어? 너가 뭐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오페라 <알치나> 중 '내게 돌아와줘요' 듣고, 고전소설 읽으면 그 멍청한 전두엽 더 멍청한 측두엽이 어디 영리해질 꺼 같니? 설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넌 그러니까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먹고 나면 방귀나 왕창 겁나게~ 끼는 번따년 번주녀 똥파리 전마누라일 뿐이야. 너 그거 먹고 나서 막 쉬지 않고 방구만 끼잖아? 안 그래? 너 지금도 코에 콧물이랑 코딱지 가득 들어있지? 너 축농증 내가 모를 줄 아니? 더러운 년. 오늘 아침에도 똥 엄청 쌌지? 얼굴이 얼굴이 똥 씹은 표정처럼 그게 뭐니? 어? 너 설마, 팬티에, 똥쌌니? 그래? 하여튼 답이 없구만 답이 없어. 허영심만 하늘을 찌르고.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번호 따이는 거 좋아하고. 번호를 주고 번호를 땀과 동시에, 이 남자 저 남자 막 만나고 다니고. 어? 에라~ 똥바가지나 뒤집어쓸 년아. 이런 미친년 같으니라고. 어? 왜 나이는 먹고 첫키스도 못해봤는데 하고는 싶고. 겁나게 빨고는 싶고. 왜, 똥줄타니? 그러니? 어? 솔직히 말해봐. 내가 비밀로 해 줄께. 응? 그 전에 그 얼굴부터 펴고. 어? 늬가 무슨 인상파니 뭐니? 어? 늬가 무슨 아그리빠 조각상이니? 어? 뭐 비싼 와인 마시며 폼 잡고, 세련되고, 우아하고, 고상한 숙녀? 넌 그냥 토속주에다 싸구려 맥주 타서 폭탄주나 마셔라. 어? 그거랑 하이네켄이랑 맛 비슷비슷하니까. 어? 좋게 그래라. 멍청한 년. 꼴보기 싫은 시누이 같은 년. 더럽게 멍청한 년. 왕재수년. 너 지금도 그러지? 어? 잠잘 때 코 드르륵드르륵, 깨어나서 미남 보면 하트 벌렁벌렁 침 질질. 어? 너 여태 내 생각하느라 설마 보지가 벌렁벌렁했던 건 아니지? 그치? 그럴 꺼야. 거기가 무슨 수도꼭지도 아니고 심심하면 질질 질질. 어? 잘났어 증말! 누가 너 모를 줄 아니? 응? 넌 그냥 안성탕면 끓여서 계란 쳐넣어서 먹어. 그거랑 까르보나라랑 맛 비슷하니까. 지가 무슨! 방구왕에 성적인 생각하면 똥 마렵고 곧장 화장실 달려가서 똥싸고. 어? 야, 똥싸개! 똥싸는 자세 잡아 봐. 거 무슨 미모에 물이 올랐다는 둥 사랑한다는 둥, 어? 뭐 그런 달콤한 속삭임이라도 들을 줄 알았니? 착각하지 마 얘. 넌 똥이야. 알어? 뭐 난 꽃이야? 넌 똥이다 똥! 첫인상 즉시 풋사랑 시작하는 그대여, 어? 시치미떼기 선수인 능청꾸러기는 바로 너. 응? 딱 너! 뭐 연예인 A의 남성미, 영화배우 B의 기럭지, 탤런트 C의 얼굴? 웃기고 자빠졌네. 전남자친구 사진 보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 지갑 속에 그분의 얼굴을 1년 동안 고이 간직하고 다녔으면서 뭐, 영화배우 A는 어쩌고 B가 진짜 어쩌고저쩌고. 미친년. 아래로 똥사고 입으로 똥 뱉는 년. 중간에 미리미리 다 환승이별 생각했던 년. 똥싸배기 코끼리 방귀끼는 소리나 하고 자빠졌어. 늬가 꽃이면 이 세상에 꽃 아닌 게 없겠다. 에라 이런 똥보다 못난 년아. 그러고서 좋다고 하이에나랑 단둘이 데이트하고. 똥파리랑 독대하고. 촌닭들 다 상대해주고. 얼어죽을년. 어? 이런 똥싸배기 미친년. 못된 시어미 더 못돼쳐먹은 시누이 같은 년. 어? 아휴 저 저 저 똥독 오른 년. 설마 돈독까지 오른 건 아니지? 그치? 그렇지? 그러지 말고 너 대회나 나가봐라. 어?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이게 다 너 생각해줘서 하는 얘기야. 응? 그러니까 무슨 대회? 뭐긴 뭐야 똥쟁이 대회지.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이런 똥싸배기 같은 년 생각하는 거 하고는 시시때때로 그 생각뿐. 어? 야, 똥싸개 똥개야! 똥싸는 자세 잡아 봐. 뭐해? 아니다. 됐다. 똥싸배기 같은 년 데리고 내가 뭘 하겠다고. 어? 그런데 어디서 막 문어 썩은 냄새가 풀풀 풍기는 거지? 어디야? 어? 어디냐고. 설마, 너니? 그러니? 그런데 저기 보이는 저 빛나는 건 또 뭐야. 문어대가리야 뭐야? 뭔 조명이야 저건 또. 야! 너 꺼져. 눈부셔. 마빡에 애무남이라고 진짜로 적고 다니는 놈도 다 있네.
    뿜뿜~ 뿜뿜뿜뿜~ 뽕뽕 뽕뽕뽕뽕뽕! 
    푸쉭푸쉭 뿡뿡뿡.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멍청하디 멍청한 돼지 같은 년. 먹고 싸는 거 아니면 번따녀 번주년. 암캐. 발정난 암코양이. 머릿속엔 똥만 가득 찼고. 걸핏하면 똥싸고. 맛난 거 있으면 겁나게 퍼먹고. 더럽게 멍청하고. 그런데 저 문어 대가리는 왜 계속 따라다녀. 안 그래도 냄새나는데. 뭐야? 가. 너, 가! 조용히 해. 시끄럽다고. 어? 닥쳐! 닥치고 반성해. 할 일 없으면 가서 공갈젖꼭지나 물어. 화장 떡칠이나 하고 말이지. 그게 뭐야? 어? 남의 남자한테 환장하며 꼬리치기나 하고. 처음 만난 날 얼굴에 뾰루지 덕지덕지 피부도 더러웠어. 자기 관리도 안 하는 년. 겨드랑이 털 부숭부숭. 지가 원시인이야 뭐야. 또 하트 수도꼭지 틀어? 이제보니 이거 순 변태 날라리 수도꼭지녀구만. 어? 야 아이큐 두 자리. 어? 닭대가리. 야 촌년.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딴년 젖통 큰 거 질투하지 말고. 어? 뻔질나게 유부남 근처에서 알짱대지 말고 꺼져. 임자 있는 남자 좀 웬만치 껄떡거려라 이년아. 어? 계란후라이 저리 돌리라고. 눈에 거슬리니까. 귀걸이 욕심은 또 많아가지고 말이야. 어? 천박한 년 같으니라고. 뽕뽕뽕! 저 봐 저 봐 봐, 또 방귀껴. 어? 또 화장실 가. 방금 야한 생각했지? 누가 모를 줄 알어! 눈탱이는 어디서 쥐어터졌니. 뭐 화장이라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구만 그래. 응? 먹고 싸고 멍청하고 먹고 싸고 멍청하고. 이거 이거 순 돼지새끼 아니야? 이런 살쾡이 같으니라고. 돼지 같은 년. 꿀꿀 꿀꿀꿀. 난 뚱뚱한 여자 좋아하고 성격 좋은 숙녀도 좋은데. 넌 아니야. 넌 아니라고. 왜냐, 넌 그냥 암퇘지니까. 알아? 그냥 암퇘지도 아니고 똥 암퇘지. 야! 따라서 해 봐. 따라서 해 보란 말이야. 어? 나는 멍청한 똥 암퇘지다! 어? 이제부터 네 별명은 벌렁벌렁이야. 알았지? 뭐 늬 질 내 압력 장난 아니라고? 저런 멍청하고 천박한 꿀꿀꿀 똥 암퇘지 같으니라고. 에잇~! 야 벌렁벌렁.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기어갔다 와. 뭐해?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니니. 응? 아니다. 그러지 말고, 어? 좋게 클리토리스나 잡고 반성해. 알았어? 알았니 몰랐니? 더럽게 밝히기나 하는 년. 젠장~ 이런 젠장! 응큼해도 정도가 있니. (절레절레) 허허. 아 맞다. 늬 소원이 뭐였는지 내 한번 맞혀볼까? 그럴까? 뭐긴 뭐겠니.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라는 말 한번 해 보는 거겠지. 뻔해. 뻔할 뻔자라고. 허허. 
    자, 넌 뭐라고? 자! 그래. 따라서 해 봐. 번따녀~ 번주년~! 왜, 그럴 기분이 도저히 아니니? 잘났어 정말! 어? 잘나셨다고 증말. 대단하다 대단해. 어?」
    객석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들려왔다.
   「뭐꼬? 뭐 쪼개?」  「정서적 불륜이 습관이었단 말이야? 미친년이네. 챙피한 줄을 모르구만.」  「심신분리녀지 뭐겠어.」  「워매 좋은그~ 딴년이랑 즐겨도 남자는 조강지처와 가정을 모른 체 하지 않는데. 워매 좋은그~ 딴놈이랑 정서적 불륜부터 육체적 사랑까지? 뭐하자는 거야! 저마 저거 저 뭐야? 어? 아 뭐시여!」  「당해보지 않음 모르지. 남 얘기랑 지 경험이랑 하늘과 땅 차이니까.」  「1번의 실수는 없어. 어차피 2번 이상부터는 고속도로. 귀 뚫려도 지조 있으면 모르지만, 귀걸이 구분 안되면 그건 막장. 딱 끝. 뭐든 처음이 제일 힘든 법.」
    그 얘기를 듣다보니 사랑이 더러워져서 불륜에 이르는 줄거리라면 그나마 내용이라도 있으니 하다 하다 그게 부러워졌다. 
    정서적 불륜이든 육체적 불륜이든. 결국 남는 건 끝없는 의심과 상처. 그래서 웃긴 게 뭐냐, 마침내 바람났던 여자가 피해자로 바뀌고, 바람핀 아내이자 애인의 더러움을 참아준 남자. 그렇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다나 뭐래나.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잊고 살려고 해도 도저히 잊혀지지 않음. 알콩달콩 사랑에 폭 빠졌는데, 전남자친구 만나고, 새로운 남자랑 바람피고, 남편 친구랑 CS 즐기고. 또 딴놈이랑 드라이브 데이트하고. 그걸 어떻게 잊나. 딴놈들 고추 신나게 빨아주더니, 정작 좋아하는 애인에겐 튕기고 튕기고 황금보따리 들고 오면 고추 빨아주겠다는 년이라니. 1번째 바람피다 걸리면 이혼을 원하면 이혼해주겠다? 너가 먼저 바람피웠으니, 갈라설 수는 없고 그러기도 싫고, 따라서 맞바람? 예비 환승이별녀야 뭐야. 그처럼 사랑에 불미스러움이 개입되면 나중 더러워지는 건 시간 문제. 1년 후 상황? 같은 넘이든 다른 넘이든 또 바람피다 걸림. 그때는 울면서 사과 안 함. 
   「그래 나 바람폈다! 삐─── 삐───! 뭐 어쩌라고? 그래서 내가 이혼해준다 했잖아?」
    그 기억을 평생 떠안고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쇼윈도우 생활? 인생이 처량해진다. 게다가 우유부단하게 넘어갔다가,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나중 서류상 정리해야 할 시점이 왔을 때, 증거 부족하면 오히려 위자료를 듬뿍 바람핀 위인께 물어줘야 할 판. 그래서 그냥 참고 산다? 평생 커피포트를 떠안고 사는 셈. 홧병 인생 딴 거 없다. 나는 여자의 판타지를 실현해도 된다 나는 정서적 불륜은 남녀의 우정일 뿐이다, 그러나 너는 남자의 판타지는 꿈도 꾸지 말거라 어쩌고저쩌고? 양측 모두 서로 더럽게 멀티태스킹했다면야 그럭저럭 넘어갈 수야 있다지만. 입으로는 자기가 처녀라는데, 행동으로는 개 걸레 창녀 매춘부 쓰레기. 주위에서 손가락질 하는 줄도 모르고. 사랑의 불문율도 다 깨트리고. 의전만 충족되면 다 좋다는 맹녀. 돈만 많으면 어떤 남자든지 죄다 받아준다는 성도착증녀 성감 절정녀. 어차피 나중 심신분리가 되든 실수를 하든 헤퍼지는 건 시간문제. 그래도 날 많이 사랑해준 거 알고, 나도 많이 사랑했고, 여전히 서로 연정은 남아있고. 그래서 눈 감고 참는다? 그러다 남자는 알콜중독자 된다. 그런데 술 마시면 집에를 못 들어가. 왜? 아니 왜? 어째서냐, 왜냐하면 이성이 말랑말랑해지며 감성이 촉촉해지면 여자가 딴놈 고추 빨아주고, 다리 벌리고, 교성에 분수에 떨림에, 그걸로도 모자라 이 놈 저 놈 막 다 그냥 정서적 불륜으로 문어발식 청춘 사업한 게 다 떠오르는데? 한 시도 잊을 수 없는데? 그래서 그 남자는 혈중 알콜 농도가 남아있을 때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보면 때릴  같으니까. 사랑의 애무처럼 살며시 만져주듯 때리겠나. 응? 
    숙녀들이여 한번 생각을 해보시라. 당신 남자친구이자 남편이 만약 이랬다면 나는 어떨까 라고. 현남자친구를(현남편을) 약올리면서, 데이트도 안 해줘, 잠자리도 거부해. 남자가 현여자친구를 여자 취급하지 않는 거지. 여자 자존심 똥으로 만든다고. 여자 자존감 지근지근 밟으주는 거 아닌가. 다정한 대화든 뭐든 아무것도 안 해줘. 뽀뽀도 예우도 키스도 포옹도 아무것도 안 해줘. 그런데 놔주지는 않아. 여자의 판타지처럼 사랑의 차트에서 1위일지 모른다면서 애만 태워. 응? 그러면서 내 남자친구&내 남편이 전여자친구 만나고, 전전여자친구와도 몰래 데이트하고, 아는 여동생 커플이랑 더블데이트도 하고. CS 한 거도 어떡하다 들키고. 회사에 플레이보이라고 소문 쫙퍼지고. 집에 들어오는 남편 옷을 빨려다 보니 여자 팬티가 나오네? 브레지어도 나오네? 소셜 네트워크에서 뭐라는지 문맹이 아니니까 다 보게 됨. 눈이 있으니 보고 귀가 있으니 듣고. 어? 그 남자 어떻게 어떻게 꼬시면 절대 마다하지 못하니까, 우리가 먼저 따먹자! ~라고 여우들끼리 속닥속닥. 걔네 어차피 풋사랑이니까, 따라서 그 남자 돈 많은 년 좋아하니까 성 그래프 어떤 여자를 좋아하므로, 고로 우리가 작업쳐서 걔 현여자친구 물 먹이고 내가 먼저 빼았을 야~! 라는 얘기를 아예 대놓고,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로 오고. 전화로 그 남자 놔주라며 협박하고. 딴 년도 아니고 하필 친구가 늬 남자친구랑 너 결혼할 꺼 아니면 그만 빠지라고, 친구가 으름장 놓고. 아예 몰래 CS로 유인해서 일찍부터 몸부터 성상납했던 친구는 몰래몰래 현남자친구를 현여자친구한테 뺐을 궁리를 주도면밀하게 실천에 옮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 저 여자 다 자동차 조수석에 태우고, 이 여자 저 여자 혼자 사는 여자들만 딱 골라서 그녀들 집에 매번 번갈아가면서 들리고.
    결국 나는 「니 바보가?」 ~라는 말을 들었다. 객석에서 들었는지 환청인지 이제는 분간도 되지 않았다. 메소드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으니까. 
   「깍지 껴.」
    로즈마리는 망설였다. 팔짱낄까 깍지낄까를.
    그러다 그녀는 내게 살며시 깍지를 끼려는 시늉을 하길래.
   「어허. 깍지 너 혼자 껴.」
    로즈마리는 깍지를 꼈다.
   「엎드려뻗쳐!」
    로즈마리는 날 보는 둥 마는 둥 망설이다가 어영부영 엎드려뻗쳤다. 깍지낀 손으로! 
    잠시 후. 
   「일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 이미 눈물로 화장은 떡이 됐고. 콧물도 입에 흥건히 들어갔고. 
   「벗어.」
    그녀는 옷을 벘었다. 브레지어와 팬티만 남겨놓고. 
   「이거 봐. 이거 봐. 이거 이거 보라고. 브레이저랑 팬티랑 딱 맞췄네. 신경썼어. 생각 많이 했다고. 어?」
   「꿇어.」
    그녀는 꿇었다. 나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사랑의 상심을 태어나서 단 1번도 겪어보지 못했으면서. 너가 직접경험 못해봤다고 왜 하필 사랑하는 낭군님께. 그것도 수시로? 뭐 이제 와서 납득할 수 없는 신비감을 맛보고 싶다? 이제 와서 아름답고 자유로운 환상까지 못 해본 거 다 해 보자? 질투 어린 사랑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열정. 이제 원없이 쾌락으로 보상 받고 날이면 날마다 짜릿한 쾌감으로 배상받자? 아아! 난 딱한 남자일까 아닐까. 하나 분명한 건 이거 같아. 내게 사랑은 어쩌면 너무 가엾다고나 할까? 아니면 너무 쓰다고나 할까. 한 남자의 사랑이 더럽고 인생이 딱한 건 둘째치고. 사랑이 정내미 뚝 떨어지도록 불쾌하네. 어? 사랑이 오만정 뚝 떨어지게끔 추접스럽다고. 어? 틀림없이! 안 그래?」
    그녀는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그래서 나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또 착한 척이니? 각본에 있는 거 말해. 뭐해, 말 안 하고!」
    눈물. 콧물. 땀. 침. 범벅. 혹시 그녀의 생리대까지 범벅? 범벅은 뭔 범벅. 
    침묵. 휴지기. 





    9

    작곡가 존 케이지가 1952년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작품, 4분 33초. 
    그 정도 길이 만큼의 정적을 로즈마리는 순전히 눈물로 때웠다. 콧물도 함께 했고. 
    옆에서 지켜보니 그녀는 침은 침대로, 콧물 더럽게 많이 흘렸다. 
    막 흐물흐물 콧물에다가 누런 코딱지 덩어리에다가 더럽기가 더럽기가. 정녕 그렇게나 서러웠던 것일까? 
    어쨌든 그녀는 독한 년이었다. 사랑에 미친년이었다가 연극에 독한년이라니! 
   「오빠, 경영대학원에서 전략과 재무를 따로 배웠을 때 나중 발생가능한 문제점이 무엇인 줄 알아요? 아니. 그거 알아 오빠? 몰라? 알아?」
   「그건 뜬금없이 왜 물어보는데?」
   「왜겠니! 오빠 말 끊을라고. 듣다 듣다 끝은 없고. 하다 하다 더럽게 재미없잖아. 그러니 누군가 총대를 매지 않게 생겼어?」
   「너 지금 말 다 했어?」
   「오빠. 지금 했던 말 다시 해 봐.」
   「너! 겁나게, 너 대체 왜 그러니? 내가 뭐 잘못했니? 눈치없이 내가 괜히 물어봤나. 아닌가.」
   「오빠. 내가 그렇게 싫어?」
   「내가 언제 싫데?」
   「그럼 내가 좋다는 말이네?」
   「넌 왜 사람 무안하게 그런 걸 물어보고 그러니?」
   「지금 안 물어보게 생겼어?」
    이런 말도 안되는 연극의 진행을 보다 보다, 참다 참다, 끝끝내 참다가 결국 연출자 릴리의 무대 난입으로 끝이 났다. 
거 참 더럽게 재밌는 연극, 이렇게 끝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친구와 내기를 해서 이겼다면, 건 돈을 아낌없이 탕진하라. ~라는 격언을 나는 살면서 지켰을까 어겼을까. 그야 평판 이미 포기했다만. 말만 말만 허풍대회 출전자격 겨우 얻을까 말까였지만. 뭐랄까 나는 감정없이 살다가 왜 하필 무대에서 모든 감정을 쏟아낸 것인가. 바로 그게 궁금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애드립을 애드립이라고 그걸 하나도 여과없이 노출하다니. 그게 말이 되야지 말이. 안 되면 조상 탓 잘되면 내 탓. 내가 무슨 응석부리는 초딩이야?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뭐 깨방정부리는 코메디언이냐고. 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의 훼손은 사랑을 더럽혔던 자칭 로맨티스트가 방점을 찍는군. 누가 아니래. 숱하디 숱한 연애사에 대한 회상. 그거 다 추접스러운 기억이었어. 결국 연극대회? 연습은 개 발, 실전은 발 연기로 결론났다.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행운의 숙명이고 뭐고. 다 꽝된 거지. 누구 하나 챙피하지 않은 사람 없도록. 
   「너가 혹시라도 기분 나빠할까 봐 내가 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또 말하지 않고 넘어가면 것도 어떻게 보면 네 입장에서 뭔가 어떤 섭섭함을 느낄지도 모르니까. 그러므로 기왕 말 나온 김에 굳이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그건 이래. 그건 이래? 그런데 내가 뭔 말을 하려고 했지?」 
    ~라면서 중간까지는 좋았어. 괜찮았어. 딱 좋았다고. 그런데 왜 갑자기! 내 말이, 어? (절레절레). 아무 말도 못하고 속만 부글부글 끓는 심정. 아주 그냥 화염방사기를 쏘아댄 거지. 어? 세차장의 그 물뿌리개로 속 시원하게. 눈에서 레이저가 나갔다고. 나는 멍청대마왕일까 아니면 권태의 여왕일까. 그보다는 허당계의 퇴물? 그걸 누가 알고 싶어한다고. 얼빵하고. 덜떨어지고. 띨띨하고. 허접하고. 연극대회마저 망했고. 아무튼 설명도 재미없고. 뜸들이기는 더 재미없고. 결론만 말하자면 이랬다. 
    연출자 릴리가 무대로 뛰어들자마자, 관객들은 이미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모두 일어서서 뒤돌아섰다. 나는 그 뒤통수를 보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아니? 
    열광이랄지 뜨뜻미지근. 아니면 조롱에 야유에 냉소에. 그도 아니면 속옷 벋어서 집어던져서 무대에 수북이 쌓이기. 무슨 팬티 회사가 협찬한 거야 뭐야? 아 맞다. 연출자 릴리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흰 수건이 무대로 던더졌다.
    아무튼. 전원 기립 뒤돌아서서 뒤통수 보여주기라니! 와, 그건 뭐랄까 아마도 그와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는 일. 
    첫째, 스탠딩 관중의 흥분에 호응하여 록커가 뒤돌아누워 파도를 타는 기분. (뭐 앞으로?)
    둘째, 우승 기념 세러모니. 아님 단판 막판 뒤집기에 성공. 헹가래 1 2 3. (속닥속닥) 야 야 마지막에 손 놔 3번째에 손 떼! 
    셋째, 야 야 그 인간 기분 어때 기분 어때.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도망쳐 도망쳐. 야 야 튀어 튀어! 
    흡사 그와 쌍벽을 이루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지도 모르고. 살면서 단 1번도 겪기 어렵다는, 도저히 보기 힘들다는 바로 그 희귀한 진풍경.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였다. 나?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차라리 셀카를 1장 찍고 말지. 아예 로또 3등에나 당첨되기를 바라지 난 그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어? 어쩌다가. 뭐 어쩌다 보니. 응? 그 착찹한 심정이란 뭐라 형언할래야 해선 안될 것만 같았다. 





    10

    <은따. 왕따. 자중. 반성>
    세상 사는 거 별 게 없다. 동화 동요 동시 인형극 건너뛰고 곧바로 어른들 듣는 유행가 먼저 알던가. 아니면 시누이는 고추보다 맵다는 걸 일찍부터 깨닫던가. 사람이 살다보면 세상사에 닳아지고, 모험에 지치고, 풍파에 시달리고. 그러다 여성잡지 2의 주인공으로 낙찰되기도 하고. 뭐 저 먹자니 싫고, 개 주자니 아깝다? 사랑 이야기라면 신물이 나는 시기가 올까 안 올까 궁금할 때가 좋은 것. 그렇게 평탄한 삶 나이는 먹고. 사랑도 알고. 쾌락마저 우리를 길들이는 인생. 얻어 들은 풍월에 나이값 하고. 유명세는 없지만 이름값 즉 서명에 내 행동도 따라가고. 얼굴값이야 뭐 그냥저냥. 여자 망신 아니고. 남자 더 망신도 아니고. 사람 좋고 평판 나쁘지 않고. 성격 좋단 말도 곧잘 듣고. 허당계에서 인기 역시 썩 빠지지 않고. 뭘 좀 알고. 유달리 속좁지도 유난히 꽉 막히지도 않은데. 그런데 사랑의 맹세가 깨졌다? 
    그래서 사랑의 스캔들이란 추접스러운가 아닌가는 몰라도 적어도 시끄러운 법. 가책, 가식, 자책, 위선, 뒷담화, 비화, 남얘기, 풍문...! 뭐 입방아? 통과. 그래서 무명인데 돈만 많은 게 그래도 낫긴 나은 것. 바에 나란히 줄지어 앉은 친구들 중에, 돈이 제일 많을 거 같은 남자로 첫 손 꼽혀도, 친구들 광분하기만 딱 좋고. 더 쫌팽이 쪼다 짠돌이한테 얻어먹어보는 게 내 소원이라는 둥 뭐라는 둥. (그래도 그때 당시 그저 그런 어설픈 여 바텐더가 아니라. 나름 직업 정신이라고나 할까, 투피스 정자도 그렇고 나름 뭔가 분위기 있는 여 바텐더였음. 언제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했으면!). 바텐더로부터 받는 인기니, 웨이트레스의 호감이야 일상일 뿐이고. 유니폼걸이 애착심 품는 짝사랑도 짝사랑이지만. 무명인데 돈만 많은 게 그래도 낫긴 나은 것. 그렇지만 적게 걸고 적게 먹는 건 우리의 스타일이 아니다? 하여 그분들 인생 포지셔닝은 어쩌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뭐라고? 자칼에게 물리느니 사자한테 먹히는 것이 낫다나 뭐래나. 어차피 교수형 당할 거라면 여왕의 다이아몬드를 훔쳐라. 라는 말이 있나 없나. 그렇다고 정말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도적단에 가입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려진 지폐 다발을 훔치란 말은 아니고. 그런데 이런 시덥잖은 잔소리를 대체 내가 왜 하고 있지? 그걸 별님에게 물어보겠나 달님에게 따지겠나. 각설하고. 
    따라서 나는 그녀들을 찾아갔다. 뭐라도 궁색하게 변명이라도 해야 하니까. 지금 나 약 먹는 중이다 또는 미안하다, 왜 그랬는지 나도 아직 모르겠다. 궁색하든 어쩌든 뭐라도 핑계 아닌 핑계라도 대야하니까. 
    하지만! 연출자 릴리. 상대 배우 로즈마리. 코데네이터 엘리자베스. 화장 담당 샬럿. 
    결과만 말하자면 그녀들은 모두 날 만나주지 않았다. 전화는 수신 거부. 
    전날 술 취해서 몇 시간의 기억이 날아가버렸는데, 나중 드문 드문 기억날 때.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 나는 아마 한동안 꽤나 자중해야 할 것만 같았다. 





    11

    호감호감 ──> 얼쩡얼쩡 ──> 알짱알짱 ──> 굽실굽실 ──> 반짝반짝 ──> 윙크윙크 ──> 팔짱팔짱 ──> 뿌잉뿌잉 ──> 추접스러운 우정이면 깐족깐족. 유치한 사랑의 존속이라면 새콤달콤? 그도 아니면 무관심부터, 짜증짜증 싫증싫증, 또는 자연스러운 멀어짐이냐. 그처럼 사랑이란 응큼한 여우의 설익은 흑심 같은 것. 아닌가? 그럼 군침 흘리는 늑대의 탐스런 열매를 향한 눈독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보다 더 고차원의 관건은 이렇다. 즉 사랑의 뻔한 과정은 알고보면 더 뻔하다는 것이, 사랑의 정의보다, 한 수 위 고수라는 것. 설마 한 수 위가 아닌가? 넘어가고. 진한 사랑은 지겹고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없고.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여자 얘기라면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다. 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여자 얘기. 우리는 태어나서 친구들이랑 여자 얘기를 해 본 적이 단 1번도 없다. 어? 뭐 이런 뻔뻔한 칼럼니스트 양반을 다 봤나? 그렇지만 꼭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 
    그도 그런 것이 이런 남자가 있다더라 라는 그녀들의 수다 3시간. 또는 여체에 즉각 반응하는 시각적인 남성성. 곧 남녀는 첫인상이 혹하는 호감이냐 무덤덤한 무관심이냐로 나뉘고. 그것이 성적인 기대감으로 발전하거나 불길한 예감으로 결판나거나. 아니면 큰 실망이요 개 망신에 가까운 드라마도 아예 없진 않고. 그렇듯 아는 동생 아는 오빠가 다 저 어딘가에 포진해 있는 것 아닐까? 남녀의 우정처럼. 낙지 빨판처럼 들러붙든. 싸구려 오공 뽄드같이 질척거리든. 머리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단물 빠진 풍선껌이든지. 시시해도 친교는 거리가 있고. 고상할지언정 사교는 정감의 상대적 속성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아아 지친다 지쳐. 뭔 말을 하는 줄도 모르겠고. 
    한편 존티는 내게 전화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서론이 무지하게 쓸데없었다만. 밑도 끝도 없이 알짱알짱이 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나는 오늘 친구 존티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나왔다. 
    이곳은 그냥 동네 구멍가게였다. 
    나는 카페라떼. 존티는 카푸치노. 
    꼴에 커피는 마실 줄 알아가지고. 
    물론 이건 2차. 1차는 둘 다 에스프레소 원샷. 
    음악은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中 삶도 희망도 사랑에 걸었는데. 
    그윽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아름다운 주인 마담이 혼자 있을 때만 치는 피아노. 뭐야 악기가 악기를 연주해? 하여간에 (절레절레)! 
    이를 테면 그런 빈틈. 여체의 곡선미와 달리 여심의 아찔한 틈새처럼 유행가가 넘실대는 대부분의 찻집에서 그런 음악을 틀 때가 있는 법. 
    3분의 마법이라는 유행가 제목만 들어도, 읽어도, 알아도 마음이 찡할 만한 사랑. 그런 사랑가를 뭉클하니까 눈물 나니까 듣지 않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뭐 그건 그거고. 
   「존티. 어떻게 살았니?」
   「어떻게 살긴. 그날이 그날이지.」
   「그날이 그날이라고? 그건 너의 인생 슬로건과 약간 대치되는 건데. 넌 원래 직진이자 직구 스타일이잖아. 간접화법, 간지럽잖아. 응? 하면 하고 말면 마는 식, 응? 뭐? 신나게 한바탕 해?」
   「뭐? 신나게 한바탕 하긴 뭘 한바탕 해. 좋게 차나 마셔. 그러는 넌. 넌 최근 색다른 습관 뭐 생긴 거 있냐?」
   「어. 있어.」
   「그래? 뭔데?」
   「책 읽기. 글 읽을 때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보면서, 그대로 코 흘리개 꼬마들처럼 밥 떠먹여주는 건 초보고. 우리 같은 고수는 다르지. 그럼.」
   「어떻게 다른데?」
   「주어를 바꿔.」
   「주어를 바꿔? 어떻게 바꿔?」
   「존티는? 오빠는! 아저씨는? 오빠는! 응? 가령 책에, 
    레몽이 느끼는 벅찬 행복감을 ───> 오빠가 느끼는 벅찬 행복감을
    아빠 머리를 기대세요  ───> 오빠 머리를 기대세요. 
    박사의 열정은  ───> 오빠의 열정은. 
    그처럼. 꼬박꼬박 읽을 때 주인공 이름이랄지 지칭하는 주어, 고유명사, 3인칭 주인공 통칭어. 그걸 모두 <오빠>로 즉각 바꿔서 읽는 거지. 응? 웬만한 대명사도 틈틈이. 이따금 불완전명사까지도. 그런데 있잖니, 너 의존명사가 뭘 뜻하는지 알기는 아니?」
   「내가 그걸 왜 몰라.」
   「뭔데?」
   「너 나한테 멱살 잡히고 싶냐? 이 자식이...! 넘어가. 아무튼 대단한 취미 생겼네. 훌륭하다. 어? 대단하다 대단해. 중증이다 중증. 명사 납시셨구만 그래. 축하한다. 축하해도 될 일인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습관인지 뭔지가 미쳤단 말이다.」
   「넌 뭐 재미난 일 없었어?」
   「아 보자. 그게 그러니까. 재밌는 얘기 하나 들었어.」
   「뭔데? 재밌겠네?」
   「어. 약간. 근데 뒷맛이 좀 씁쓸하니까 그건 미리 알아두고.」
   「OK~! 준비 됐음. 긴 대사 들을 준비 완료. 너가 평소에 말을 안해서 그렇지, 한번 입 털기를 시작했다 하면, (절레절레)」





    12

   「내가 아는 형씨가 공익근무할 때 여공무원한테 쌍욕했던 일. 자, 준비 됐음 말 한다? (윙크)
    A. 그 형씨가 보건소 공익근무 반 년 정도 하다가 동사무소로 옮김. 
    그래서 나랑 친한 형씨는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공익근무 요원. 
    다른 건 다 뭐 그럭저럭. 사람 사는 데 다 거기서 거기. 괜찮음. 무탈. 좋음. 적응.
    그런데 딱 하나 구식 탱탱 묵은 관례. 응? 
    동사무소 ──> 구청. 동사무소에 있다가 구청까지 가서 서류를 갖다주거나 갖고 오는 업무. 그걸 매일. 
    1일에 1번은 차비를 지원. 그런데 두 번은 지원 안 함. 1일에 2번째부터는 자비. 여기까지 좋음. 나쁘지 않음. 
    공적인 업무에 겸사겸사 간단한 사적 전달품이랄지 심부름? 적당한 정도면 OK! 
    친한 직원과 호형호제 하고 퇴근 후 같이 술 한 잔 하고. 운동과 취미 생활도 함께. 
    말하자면 공적 업무 8에 사적 보너스 2면 말을 안 함. 
    그런데 그 8 대 2가 나중 보니 반대로 바뀜. 보아하니 잡일 8을 위해 공무 2가 있음.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내용물들이 나중에는 경조사비, 개인 선물, 구청 내 있는 은행 개인 통장 정리, 별 게 다 있음ㅋㅋㅋㅋ 그게 80퍼센트.
    하다 하다 별의별 무슨 시시콜콜한 쪽지에 뭐에 말도 못함. 립스틱에 화장솜에 설마 콘돔까지? 
    그러다 가끔 가벼운 다툼이 있을 뻔 하다가~ 연장근무시킨다 협박. 있을 뻔한 다툼은 무마됨. 
    일단은 한 4~5개월동안 별말없이 성실한 벙어리. 
    그러다 참는 데 한도를 넘어서고. 기준도 뭣도 없고. 뚜껑 열리고. 완전 속으로 빡치고. 계속 빡치고. 

    B. 그래서~ 사적 업무를 전부 사진 찍어 증거로 남김. 차곡차곡. 조용조용. 칼을 감. 
    여기에는 구청장, 동장, 구청 각과 과장들 사람들은 검찰에 줄소환될 블랙리스트요, 
    여기에는 경조사비 포함, 개인 통장 정리 심부름 등등 증거는 증거대로 영역도 방대함. 
    눈치 빠른 사람들은 바로 이 B 구간에서 미리미리 빈도를 줄이고. 조심하고. 돌아가는 사정 살피고. 
    근데 정말 웃긴 건 눈치가 빠르건 어쩌건, 사람이 좋건 나쁘건, 전부 다 똑같음. 저 여직원처럼 많이 시키냐 적게 시키냐 차이 밖에 없음.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기 때문일까?
    물론 성격 변태랄지 성격 나쁘지만 중간은 가는 사람도 알긴 알아.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것. 
    권력 간격 지수(PDI)를 괜히 들먹이는 게 아님. <내가 위고 넌 아래다, 고로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라>라는 게 그 여직원 속마음. 어? 
    신이시여, 나를 날씬하게 해줄 수 없다면 친구들을 더 뚱뚱하게 만들어주세요─주의! 
    남 잘되는 꼴은 못 본다는 극도의 이기주의Crab Mentality! 
    친구의 단점을 칭찬 내 장점을 자학. 아니면 같이 죽자 물귀신 정신. 

    C. 그러던 어느 날. 
    버스 타고 구청 가는 중. 여직원이 전화해서, 자기 까먹은 거 있다고 동사무소로 부름. 
    그래서 구청 가다 말고 복귀. 그렇게 동사무소로 돌아와서 다시 서류 받고, 다시 버스타고 구청가는데 또 다시 전화가 옴.
    용건은? 또 빠진 게 있다고 다시 오라함.
    다시 돌아감 (이때 개빡침. 개빡돔. 격분. 광분)
    그런데 갔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서류를 주길래ㅋㅋㅋㅋ 표정 썩고 혼잣말로 하~했더니
    정직원 그녀 왈, 냉소에 조롱에 하대ㅋㅋㅋㅋ그때 바로 쌍욕박음
    조그만 동사무소라서 모든 직원이 쳐다보게 됨ㅋㅋㅋㅋ
    안 멈추고 진짜 개쌍욕박음. 태어나서 그때 전에도 후에도 그런 적 딱 0. 전무후무!
    <미안한데 다시 가줄래> ~라고 말만 부드럽게 했어도 비정상적 관례 어길 생각없었음. 그냥 좋게좋게 넘어감. 
    그러다 갑자기 여직원이 욕한다 뭐다 연장근무 각오하라는 거임ㅋㅋㅋㅋ
    그래서 몇 달 동안 모아온 개인 심부름 증거 사진을 보여줫더니
    따라서 이제 말리던 젊은 직원말고, 뒷짐지며 구경만 하던 동장 과장 간부들이 나서기 시작함ㅋㅋㅋㅋㅋ
    갑자기 여직원한테 너무했다고 사과하라 종용ㅋㅋ 그러더니 울면서 씩씩거리다 사과하지 않음. 그 다음 날 사과함. 

    D. 이게 구청까지 소문이 퍼졌고ㅋㅋㅋㅋ 구청 공익 전체 담당한테 불려갔는데. 
    이를 테면 감사실. 오히려 그 여직원한테 뭐라했다면서, 사진은 좀 지우자고 함. 
    8 대 2 관례가 정상인데, 우리는 비정상 공동체다 따라서 2 대 8이 옳다. 고로 그건 지워라! 라는 논리? 
    내부 고발 그런 거 여기서는 안 통한다 뭐 그 말임. 그래서 그건 안된다고 실랑이. 그건 그냥 그럭저럭 넘어감. 
    결론은 직무가 바뀜. 즉 사람만 바뀌고 불량한 관례는 그대로! 
    그렇게 유령처럼 지내다 소집해제. 끝.」 
   「와, 진짜야?」 
   「어. 나랑 요즘 제일 친한 형씨가 직접 겪은 실화.」
   「우와, 실화? 100퍼센트 사실?」
   「그렇다니까.」
   「와! 대박! 장난 아니구만. 장난 아니야.」
   「관례라는 게 그래. 속으로 썩으면, 어? 속으로 썩어들어가면 사람들 정신도 썩어. 고인 물은 썩는 원리. 왜 은행권에서 한 지점에 오래 못 있도록 직원들을 돌리는데. 조직 특성 상 똑똑하면 뒤쳐지게 되는 조직이 딱 그런 식. 모난 돌이 정으로 얻어맞게 되는 식. 사업 모델 혁신, 제품 개발, 인수 합병, 재무지표 등 폭넓은 경영이론은 그쪽 세계에 적용하기엔 너무 무색해지지. 제일 규칙을 잘 따르고 솔선수범해서 질서를 잘 지켜야 할 장본인. 수직만 있고, 아부왕만 승승장구하는 조직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어. 그 조직인이 제일 앞장서서 규칙을 어기고 질서를 파괴한다니까.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관례가 그러니까 그걸 좋게 바꾸고 쉽게 깨트릴 수 없단 말이야. 
    일례로 구청 교통과. 교통 범칙금이 담당 직원 이름으로 발생하면, 그는 물론 1층 2층 직원들이 걸리면 거기 들려서 자기 이름만 전산에서 삭제. 없던 일 되는 거지. 아무일 아닌 거 같지만, 걔네들 다 무법자되는 거라고. 응?
    일례로 지방 경찰서. 서장 친구니 뭐니. 지역에서 힘 깨나 쓰는 누구 누구. 음주운전이든 뭐든 걸려도, 다음 날 조사 받을 때 딴 사람 보내서 바지 하나 세우면 끝. 
    그러므로 이런 예시들은 2가지 교훈을 주지. 
    첫째, 개선해야 할 과제와 혁신이 필요한 관례. 바꿔야 하는데 그건 바꿀 마음 일절 없이 로보트이자 소크라테스. 관심도 없어. 정치도 일부분 비슷한 이치. 
    둘째, 따르면 좋고 하라는 데로 하기만 하면 되는데 괜한 일만 거꾸로맨. 어? 제멋대로. 우기기. 웨이터 이름처럼. 으샤으쌰. 
    뭐야 이거?
    첫째와 둘째가 뭐냔 말이지. 정작 따라야 할 건 안 따르고, 바꿔야 할 건 안 바꾸고. 그 둘이 바껴야 하는데.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 딱 그거지. 
    남한테 엄격하고 나한테는 고무줄이고. 응?」 
   「딱 동의. 100퍼센트 공감. 자긴 술보다 술자리 분위기가 좋다는 그런 뻔한 말 듣고 또 듣고. 맞장구쳐주고. 다 나중을 위한 그렇고 그런 건수. 그거 100번 보다 이게 낫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사랑도 똑같아. 지가 무슨 큐피트라도 되는 것처럼, 어? 증거 조목조목 들어서,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조용히 하라, 꼬리 내려라, 추접스러워서 못 보겠다. ~라고 돌려서 말해야 그제사 알아먹는다니까? 사랑의 큐피트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어? 중매를 못하면 뺨이 석 대라고 했어. 뭘 할려면 제대로 하던가 아니면 중간에 아니다 싶으면 빠지던가. 아니면 슬렁슬렁 대충대충 추접스럽고 더럽게 나오고. 다 지 결혼에 괜한 청춘 남녀 이용해 먹은 결과를 만들어 놓고. 의도는 좋았을지언정 결과가 더러워져. 뭐, 뭐가 어쩌고 저째? 썩을 년. 증거 요목조목 대니까 그제사 암컷 싸움닭은 꼬리내리고. 응? 암컷 싸움닭이 받아줘도 받아줘도 끝없이 설치길래. 하도 까불길래 엑셀 파일에 전부 다 기록해두게 만들고. 지가 주인공도 아니면서 여자 세계에서 왕따 당하면서, 아무나 보면 보이는 족족 다 싸우려고만 하면서. 엑셀 파일 내용 메일로 요목조목 읽어보기 전까지, 그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절레절레). 그러니까 여자세계에서 최고의 왕따감이지. 
    앞뒤 안 보고 동조. 앞뒤 안 보고 편들기. 앞뒤 안 보고 험담하기. 어? 스캔들 파다하게 퍼져 봐. 여자들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일이 뭔데. 뒷담화라니까 그러시네. 어? 누구누구 이혼설 즉시 협의 이혼. 여초 커뮤니티 1위부터 30위까지 올킬! 1주일 2주일 내내 올킬! 싹 다 점령. 원그래프로 나이와 성별과 수입 등 기타 등등 따져서 약간씩 나뉘지만. 그래도 대충 각 나와. 응? 객관성이 그렇게나 어려운 잣대란 말이야. 누구누구 파혼설 그런 게 터지면, 어? 엑셀 파일로 잘한 거 못한 거, 요목조목 장단점, 어쩌고저쩌고. 논리적으로 따져서 뭐 어떻다 그냥 그렇다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어. 그냥 자기 듣고 싶은 거만 듣고, 자기 말하고 싶은 거만 말하고. 그냥 수다머신이지 수다머신! 
    뭐든지 적당하면 좋은데 극심할 때. 인간은 누구나 관심종자, 그런데 역대급 관심종자? 글쎄요. 자존감 적당하고 자존심 있어야 하고. 그런데 오냐오냐로 딸랑딸랑말고는 들어본 뭣도 없는 허세꾼. 허세지수. 허영지수. 오디오 이퀄라이저처럼 A가 높고 B는 낮고 C는 보통. 그러면 좋고 대체로 누구나 그런데. 이건 뭐 이기심 최고봉. 잔재주는 잔재주 언더그라운드가 딱 인데. 잔재주꾼에게 과도한 스포트라이트? 글쎄요 글쎄요. 하여간에 사랑 이야기라면 여자들 우뇌 좌뇌 전극 파다닥 파다닥 말도 못하지 말도 못해.」 
   「아직 말 안 끝났니? 앗! 말 끊어서 미안. 한 박자 쉬어간다고 생각해. 아 글쎄 말 갑자기 많이 하면 입 아프잖아? 허허허.」 





    13

   「그 대신 여자는 사랑이고 남자는 섹스고. 딱 그래. 물론 여자는 여성잡지 1을 기점으로 많이 바뀌긴 하지만 일단은 그렇지. 차이점은 그거. 남자들 얘기할 때 고추 포경 비포경 주제만 나와도 즉각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돌변하는 비율이 얼만데. 시끄러운 뉴스가 들리면 듣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악성댓글만 유독 돋보이듯 포경 비포경 주제만 나오면 어떤 비율은 즉각 호모 사피엔스로 돌변하지 않나. 그냥 머머해서 머머했다 그게 다인데. 난 쟤 무조건 싫어. 전부 다 싫어. 응? 여자는 사랑 남자는 섹스! 
    첫째, 성적 담론 TV 프로그램. 어릴 적 변칙 행위 때문에 자긴 지루다 그거 정말 괴로운 거다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일부 시청자 속마음은?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둘째, 성적 담론 TV 프로그램. 여자 성 칼럼니스트 왈. "저는 날마다 해요, 날마다 안 하세요?" 뭐! 그래서 일부 시청자 속마음은?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셋째, 비뇨기과 다녀온 썰을 누가 풀었는데. 간호사 왈 여자들 생각이 어쩐다 요즘 경향이 어떻다 라는 덕담? 조언! 그런데 그걸 읽은 일부 비율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첫째 둘째 셋째 모두 앞뒤 볼 거도 없고. 이유도 없고. 밑도 끝도 없이 뭐라고? 자, 우리 모두 다 함께 ───>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뭐? 자, 다시 한번. 워───워───워! 자동차 + 자존심 = 차부심. ~이면 이해해. 이해한다고. 이해가 돼지 왜 안돼? 마이크 타이슨의 핵펀치 + 남자 자존심 = 핵존심. 핵존심? 일상이 아니고 꽁트라면 것도 이해해. 이해하지 않을 수 없지. 여자의 잔소리가 뭐 별건가. 그런데 그런 수준이 아닌 거. 딱 그거.
    첫째는 토론도 아니고 토의 프로그램. 자기 사춘기 때 변칙성 행위 때문에 자긴 지루다 지루가 정말 괴로운 거다 어쩌고저쩌고. 라는 얘기만 했는데. 무슨 자랑을 한 거도 아니고 창피한 고백 조금 한 거 뿐인데. 그거 말하라고 초대위원들 출연료 주면서 초빙한 것일 뿐. 그런데 앞뒤 볼 거도 없이 그 사람 그 인생 전부가 무조건 싫데. 뭐야? 누가 조루라고 놀렸나 아니면 비포경이라고 열등감 느껴지지 않냐 라고 뽐뿌질하며 따졌기를 했나. 그저 앞뒤 볼 거 없이 무조건 싫데. 자기보다 잘나면 세상 모든 게 다 싫데. 튄다마 때문에 모든 말들이 다 튄다마로 보이고. 잘난 놈이 잘난 척해도 짜증나고. 잘난 놈이 겸손하면 더 짜증이고. 못난 놈이 나오면 못생겨서 싫다, 못난 놈이 겸손빼면 그게 뭐냐. 도대체 뭐 어쩌라고! 어? 어쩌란 말이냐고. 나 열등감 느끼게 만들면 다 싫다는 거야 뭐야. 지는 비교라는 잔소리를 듣다 듣다 짜증 그래프 한도를 초과했을 때 뱃고동 소리를 내는 거도 아니고. 그냥 무턱대고 조건 반사? (절레절레). 곧 일시적으로 첫째 둘째 셋째 가운데 내게 해당사항이 있을 수도 있어. 왜 안돼? 사람이 살다보면 기분 나쁘거나 큰 돈 잃었거나, 짜증 계기판의 막대 그래프가 심하게 바쁘면 그럴 수 있어. 그럴 때도 있다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첫째 둘째 셋째가 자연스러운 조롱꾼. 비관주의자. 사이코패스. 그렇다고 사회성이 없는 거도 아니고 완벽. 눈치 다 있고 알 만큼 아는 사람. 그런데 자기 기분에 다들 맞아야 한다 병풍이나 해라 딱 그거지. 넌 너 밖에 몰라, 라는 공주병녀한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가떨어진 남자가 어떤 유형의 여자라면 질색하듯이. 그런 분과 남자라면 여자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전체는 안 보고, 분위기와 흐름은 알고 싶지도 않고. 자기 싫은 거만 나오면,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만나면 아무나 다 싸울려고 하는, 굳이 기싸움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구태어 뭐든지 누구든지 입씨름으로 몰고 가는 암컷 싸움닭처럼. 암컷 싸움닭의 천생연분인 그 어떤 부류 하이에나. 천성을 어찌 바꾸나. 방법은 하나. 피하는 거. 통상적으로 남녀가 서로 솔직하면 말이 잘 섞이지 않는 게 정상이듯. 성격에 따라서 궁합이 안 맞는 몇몇 위인들 딱 정해져 있지 왜 아니겠어. 말 한마디 붙였다가 뭔 기분 나쁜 비꼬기를 얻어들으라고. 슬쩍 몇 마디 나눠보고 성격 비춰지면 쓱 보내드려야 하는 것. 사람이 무슨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는 거도 아니고 말이지. 오히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나이 자신 양반께서 넓고 촘촘하며 깊고 다면적 다층적으로 보시고. 마음의 상처가 깊은, 트라우마를 간직한 누군가는 되려 전후좌우 3D 4D 사차원까지 다 챙겨. 뭐가 반대로 됐어. 뭐 어쨌든 설명을 이어가자면, 
    둘째, 자기도 알아. 남자의 직접화법 대 여자의 간접화법. 여자 성 칼럼니스트가 남자 맥이는 거도 아니고. 자랑도 아니고. 목적은 오직 웃자! 그런데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뭐?
    셋째, 자기도 알아. 통상 여자가 비포경보다 포경을 선호한다는 걸. 단지 비포경이어도, 최소한, 손을 씻는 것 정도 만큼 깨끗하면 OK. 그런데 손을 자주 씻나? 그러니까 언제 어디에서라도 펠...라면 남녀 모두 떨떠름. 아니면 언제 어떻게라도 깔끔. 그 반대는 꺼림칙. 그래서 나는 쟤 무조건 싫어! 뭣이라고라? 
    특정 주제는 그분들 앞에서 말도 못 꺼내. 그래서 오프라인에서는 친한 친구끼리도 거의 말 못 할 주제가 꽤 되고. 손차양 그린다랄지 몇몇 피해야 할 주제는 딱 정해져 있고. 온라인에서는 왕왕 시끄럽고. 여자도 똑같아. 뭐가 달라. 남녀는 절반쯤 같고 절반쯤 다르고. 어떤 대상이 뭔가 어느 사람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당히 재수없고 얄밉고 꼴보기 싫은 거야 인간의 본능인데. 이유도 없고 밑도 끝도 없이 끌어내리는 행위. 늑대의 두뇌를 파충류처럼 쓰느냐, 고도로 발달한 문명인처럼 사용하느냐. 그래서 사람은 책을 읽고 배우고 교류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어? 아니 누가 좋아해달라며 싹싹 빌기를 했나, 아니면 관심받고 싶다고 재수없어도 참아달라며 구걸하기를 했나. 대개 보면 시어미도 다 사람 좋은데. 하필 유독 꼴보기 싫은 시어미 끝판왕이랑 딱 닮은 꼴. 사람도 십중팔구, 사람 사는 데도 다 비슷. 그런데 일부 중의 일부. 
    보아하니 요컨대 이런 것 같아. 악의적 행복감, 선망, 부러움, 시기, 질투심, 쌤통 등 약간씩 결이 다른 명사들. 이 모두를 아우르는 낱말을 딱 하나만 꼽자면 무엇일까! 어쩌면 교양? 너무 광범위하지. 아마도 <심보> 아닐런지. 단순히 기분 문제가 아니고. 성격 변태와 약간 다른 단계고. 괴로운 시절이 그나마 비슷하고.」
   「」
   「우리가 선녀를 이해해야 하듯이, 그거랑 똑같다고 보면 돼지 뭐. 그 일정 비율 상남자를 우리는 이해해야 해 이해해야 해! 
    하여튼 여자에게 내 일은 사실이 중요하고, 남 일은 사실이든가 말든가 관심 없고. 응? 내 일이냐 남 일이냐, 남 일이면 아니면 말고라니까. 응? 
    친구, 마크 트웨인이 뭐라고 말했나.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한 바퀴 돌 수 있다>라고 했지. 그래서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그런데 또 내게 유리한 사실만 똑 떼어서~ 딱 그거 하나만 유독 돋보이게 몰아가는 재주. 그거 기가 막히도록 잘하는 상남자, 없잖아 있고. 누군가는 뜨끔하실 테고. 그렇게 되도록 원인 제공을 하신 배경이 꼬일 만큼 꼬였고. 어? <이럴꺼면 우리 헤어져~!>의 끝판왕. 아아 꼬여도 어떻게 그렇게 꼬이냔 말이지. 그야 뭐 결과적으로 보면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수도 있고. 대체로 시끄러운 동시에 재밌기도 하고. 우리의 말은 뻥이 반틈. 변심은 기본. 소셜네트워크로 소란을 키우고. 오락산업은 굳이나 보고 떡이나 먹고. 국회 속기록 보는 것도 재밌겠지만, 공식 비공식 정상회담과 UN, 국제기구 속기록을 보는 게 훨씬 더 큰 스케일. 물론 우물 안을 살피는 게 먼저고. 아무튼 우리가, 그녀들을, 어떻게 당하겠나. 단지,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게 썩 반박할 생각이 없다는 의중만 넌지시 전하면 그뿐이지. 떡밥 던져주고 미끼 다양하게 갈아끼우고. 그녀들 관심사 쥐락펴락하는 거. 그게 어디 일이야? 일도 아니지. 나중 뒷머리 벅벅 긁게 만드는 일. 일도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그런데 또 진흙탕 개싸움에 숟가락 올리기, 그게 또 썩 재미없는 일도 아니라서 문제긴 문제지. 
    여자들이 남자보다 대체로 선량하고 착한데, 그 말은 곧 속좁고 이기적이란 말이지. 여자말 번역기. 그리고. 암컷 싸움닭 기질. 자기만 5월의 신부고, 나머지는 싹 다 몽땅 계절의 여왕을 위한 병풍이라는 인생 논조. 져주지 않으면 져줄 때까지 떼쓰는 건 또 잘해. 어? (절레절레)」
   「그 여직원인지 사랑의 큐피트인지. 암컷 싸움닭은 제정신이 아닌데, 자기가 제정신이 아닌 걸 모른다는 게 제일 큰 문제구만.」
   「이래도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야? 여자는 전부 시누이요 살쾡이라니까. 여자는 여자 편만 들고 싶고. 자기들끼리는 또 여자의 적은 여자고. 어? 여적여 보적보란 말 보기도 듣기도 싫고. 아줌마조차 아줌마라 불리는 걸 극혐하고. 지가 잘못했으면서 지 친구가 잘못한 거까지 덤으로 얹어서, 자기 앞에 와서 무릎 꿇기를 바라는 게 여자라고. 어? 그렇다고 당시 그 형씨한테 쌍욕을 얻어들은 그 여직원. 지금 반성할까? 반성은 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재수없다면서, 아마 지금도 저주를 퍼부을 걸? 쌍욕을 얻어들어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로 당시 현장에서 사과도 안했고. 응? 자기가 신부들러리요 아랫것들은 싹 다 노예인데, 그분 마음에 들 리가 있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나 할 것이지 어디서 설치긴 설쳐! ~라고 말하고 싶을 텐데. 분위기는 전세가 역전됐고. 증거는 빼도 박도 못하고. 숙녀 마음은 인정하기 싫고. 그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게 바로 여자의 마음. 깔끔하게 자기 반성 자성 인정, 여자가 남자로 바뀌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 안 그래? 자기한테 다 맞춰줘야 하는데, 자기가 뭘 잘못했냐 그거라니까. 그러니까 남자들이 연애할 때 여자한테 잔소리 들을 건 딱 정해져 있고. 또 여자도 헤어질 때 몇몇 부류도 들을 말 딱 정해져 있어. 다 똑같아. 그게 뭐다? 넌 너 밖에 몰라! 지 생각 밖에 안 하는 년. 어? 
    그 동사무소에서 여자가 적반하장으로 방귀  놈이 성내는 일. 
    남녀는 똑같아. 남자가 바람핀 거 걸릴 때도 똑같이 썽내. 막 질러. 부모든 뭐든 다 걸어. 
    증거가 없으면 그런단 말이지. 응? 그리고 증거가 있기 때문에 꼬리를 내리면 그나마 양반. 
    그런데 원리와 이치를 따져 말을 알아듣게 했는데도 이해를 못한다? 답이 없는 거지, 답이!」
   「」
   「수평과 수직이라는 게 그렇다니까. 무슨 자기 비서이자 노예, 아니면 사극의 제왕. 둘 중 하나 밖에 없어. 지 편 아니면 싹 다 적. 그러니까 시작부터 끝가지 뒷담화지. 안 그래? 거기다 조직에서 성비까지 불균형하면? 주식회사냐 비상장회사냐, 공적 업무 회사냐 아니냐. 유니폼 회사냐 아니냐. 각 방면 조직의 특성을 보면 특히 시대에 뒤떨어진 뭔가가 다 보여. 다 겪어보면 알게 되지.」
   「존티. 너 오늘 잘 만났다. 안 그래도 칼럼 주제가 빈약했는데. 좋은 소제였어. 난 오늘 내 얘기가 꽤 색다른 느낌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네 얘기가 훨신 재밌다야. 허허허허허. 속 시원하다~! 좋다 존티. 잘한다 존티. 그 형씨 내가 고급 술집에서 술 산다 그래. 그렇다고 진짜로 그러지는 말고.」 
    하여튼 존티 거 참 나 누가 오바쟁이 아니랄까 봐 무지하게 떽떽거리네. (표정) (몸짓) (커피포트) 애니 윌킨스 그년 말 참 더럽게 많다고. 





    14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나는 오랜만에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어차피 휴가 가 봐야, 착상 떠오르면 그 즉시 일할 거니까 뭐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인생. 솔직히 말해 일하기도 싫고. 할 말은 없고. 말은 많은데 재미가 없는, 말수만 많은 여자 얘기 듣다가 기가 빨리느니. (아는 동생들인 딱 그랬다. 원래 재밌었는데 최근 부쩍 그랬고. 나는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분위기였고). 차라리 떠나자. 그런데 어디로 가지? 날 오라는 데가 있긴 있나! 그렇다고 천리마한테 쥐를 잡으라고 할수는 없고. 내가 대형 거포도, 홈런타자도, 쪼커도 아니고. 아아 딱따구리 같은 인생, 개처럼 심심하구만 그래. 살찔 걱정 때문에 돼지 같이 막 이거저거 왕창 퍼먹을 수도 없고. 그렇지만 내가 인생을 그리 헛산 건 아니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왜냐하면 친구 하워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다. 같이 으쌰으쌰하던 때가 언제더라. 그럼 오늘 만나서 적당히 3차 정도만 달려주면 되겠네. 따분하던 찰나에 잘됐군.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전화를 받았다. 
   「어, 하워드. 무슨 일이야? 어떻게 지냈어?」
   「네? 거기 피자가게 사장님 전화 아니에요? 죄송해요. 잘못걸었네요.」
    뚝! 삐 삐 삐 삐 삐. 
    뭐야 이거? 젠장. 이런 젠장.
    여자를 다루는 솜씨. 누구든 구슬려대는 깐족. 무엇보다 바텐더를 구워삶는 필살기? 웨이트레스한테 빰이나 앚 맞으면 무난. 여심을 쥐락펴락한다며 큰소리치면 뭐하냐고. 은밀한 유혹에 군침 흘리기 일쑤인데. 밀려졌다 당겨졌다 변덕은 그냥 말도 못하고. 들려졌다 놔졌다 변심이 일상 아니냐고. 팔랑귀는 심심하면 브랜드 슬로건에 맞장구 치는 게 취미고. 어? 이런 신묘한 타성을 가라앉힌 채 묵묵히 일을 해야 한다? 아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따라서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럼 뭘해. 비장의 카드 자체가 없는데. 뭐? 꺼져. You Know? 닥쳐! 농담이고. 정말 농담이고.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궁지에 몰린 나는. 쥐구멍에 볕들 날 기다리다 지친 나란 놈은. 이런 돼지새끼 같은 애니메이션 주인공도 뭣도 아닌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주인공은. 결국 그가 선택한 특단의 조처 다름 아니라 일하기였다. (몸짓) (손짓) (표정)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마리우 by Tino Rossi> 그런 거 틀어놓고 일이나 해야지 뭐 별수 있나. 혼기 꽉 찬 무용과 출신 숙녀가 자길 꼬셔주라는 듯이, 약혼식장에서 만난 미남들에게 흡사 그렇게 말하는 듯이. 
   「집구석에 가서 TV나 봐야죠 뭐. 아아 바다 보러 가고 싶다, 라는 말도 많이 해 봤고.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남자친구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랑의 순위에 초대하고 싶은 남자. 살짝 흔들릴지도 모르는 남자. 그분 들으라고, 아아 놀이공원 가고 싶다! ~라며 꼬리치기. 이젠 신물이 납니다 형씨들. 왜? 우리 친구들 중에 제가 남자설이라는 얘기도 이제 지긋지긋하거든요. 허허. 저 별로죠? 그쵸? 내 그럴 줄 알았어. 어? 그 뭐야! 그 뭐냐고. 통장잔고 부족이라는 불행, 신용카드 한도 초과라는 복병. 매번 전자 아니면 후자. 어? (절레절레)! 뿐만 아니라, 응? 심지어 이 무슨 별 그지 같은 슬럼프란 말이야. 추문으로 온 동네방네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권태기에 신음하는 연인도 이보다는 나을 거란 말이지. 왜 아니겠어? 응? 누가 아니래. 나와 봐. 컴옹. 덤벼. 들어와 들어와. 상대는 해 드릴께. 예우는 해 드린다고. 어? 아니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어? 내 이 자식을 콱 그냥...! 내가 지금 흥분하지 않게 생겼어? 어? 뭘 봐. 뭘 보냐고. 이쁜 여자 처음 봐? 어? 
    천신만고 끝에 겨우겨우 간신히 불행을 모면한 다음, 딱 환희의 행운을 맛볼 수 있는 제 7의 전성기가 코앞일까? 코앞은 무슨. 집구석에 가서 소파에 자빠져 TV 주말 연속극이나 봐야지 뭐. 설마, 하여튼 별놈의 공상을 다 듣겠네. ~라고 생각하시진 않으셨죠? 그렇죠? 울며 겨자 먹기로 뭐, 혹시라도, 네? 요 앞 나이트클럽에 함께 가자고 형씨들께서 꼬셔주신다면야, 그럼 뭐 한 번 생각해 볼 테고. 네? 방금 뭐라 하셨어요? 저런 미친년을 다 봤나! ~라고 하신 건 아니실 테고. 설마? 에이~! 어머머 날 좀 보소, 장님 코끼리 말하듯 말하는 거 좀 봐. 어머머. 내 정신 좀 봐 봐. 남이 뭔 생각을 하는지 그걸 내가 어찌 알어. 지들 맘이지. 안 그래유? 아 그래유 안 그래유? 네? 아 왜 말이 없어유? 네? 장구를 쳐야 춤을 추지, 네? 아무튼 독을 파는 자가 꽃 간판을 내건다지만, 저 그렇게 헤픈 년 아니에유? 알겠시유? 자고로, 나를 떨어뜨리는 말보다 나를 태우는 당나귀가 더 좋은 법. 요염한 3번마 놓치고 싶지 않으면, 어서 데이트 신청이나 하시든가 말든가. 네? 그렇게 멀뚱멀뚱 보고만 있지 마시고. 어딜 그렇게 시선 마주치기 곤란해서 뚤레뚤레하시유? 네?
    우리는, 어? 우리는~ 사귀면 최선을 다한다니까 그러시네.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시구만 그래. 응? 우리는 애교도 최선. 아양떨기도 최고. 쾌락도 최대. 어? 복합적인 행복감도 차마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도록 최초. 네?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키스해 드린다고요. 네? 그런데 어디에! 아 몰라몰라.
    아 됐고. 일어서시오. 나랑 나갑시다. 넌 빠지고. 당신. 당신 나랑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까 말이오. 넌 꺼지고. 당신은 닥치고. 어? 우리 멋진 오빠. 자,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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