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53

from 소설 2019. 8. 14. 00:42

    1

    오빠 자? 
    신선한 벌름벌름 새로운 벌렁벌렁 같은 공상도 지겹고. 딱 신물이 나고. 인생이 별 볼 일 없는 사탕 포장지처럼 느껴지는 일상. 오빠라는 말을 들어도 미쳐버리지 않고. 일단 들을 일 자체가 없고. 뭐니 뭐니 해도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돼먹지 못한 공상, 말도 안되는 그런 거 일절 재미도 없고. 그러다 마침내 발견해, 하찮은 환희를. 그런데 꿈이야. 매번 그 모양. 늘 심심하고. 여지없이 재미없고. NB로 말할 것 같으면 속 좁고. 꽉 막히고. 툭하면 빈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다음에 보자? 진짜로 다음에 보자는 말인지, 아님 두 번 다시 보지 말자인지 헷갈려. 잘 가? 가다가 딴 데 쳐다보며 걷다 전봇대에 부딪히지 말라는 건가? 그로 말할 것 같으면 한마디로 새하얀 도화지이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화폭. 그런데 누렇게 떠서 목이 축 늘어진 싸구려 재질 100퍼센트 면티 같은 남자라고나 할까. 아니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개 이득 꿀 이익은 언제나 미뤄지고 또 미뤄지지.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아무튼 그로 말씀드리자면 딴 거 없다. 
    거리에서 보는 거? 뭐겠나. 생각하는 거? 예를 들면 이런 식. 굶주린 늑대와 인기 없는 촌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가? 그러니까 누가 촌놈이고 누가 암코양이야. 넌 뭐 얼마나 잘났냐 사둔 남 말하시네. 과부 마음 홀애비가 아는 법. 그럼 과부는 누구고, 에잇~! 됐고. 하나도 재미없고. 
    우리는 진한 사랑을 염원한다 염원한다. 우리는 숙녀를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름다운 사랑에 만족하는 미래의 행복. 달콤한 애정 새콤한 연애. 부드러운 여체. 분홍색 향수. 오렌지빛 낭만. 주홍색 예감. 보랏빛 기대감. 주황색 은근함. 새빨간 립스틱. 오똑한 콧날. 뿅가는 각선미는 머리카락뿐만이 아니고. 하이힐. 스틸레토 힐. 슬리퍼도 좋아. 맨발이야 당연히 대만족. 소망 충족. 탐욕 만족. 흑심은 대만족. 성욕 완전 완전 완전 흡족. 신나는 인생. 고귀한 이상. 경이로운 쾌감. 게임의 규칙은 군침을 절대로 멈추지 않기. 그럴 수는 없거든. 짜릿한 기분 아찔한 분위기. 탐스러운 발단. 신비한 전개. 놀라운 절정. 절정만 계속? 상기된 빰의 홍조는 날이면 날마다 해피엔딩. 날마다 쾌락마? 따듯한 쌍코피? 결코 환청이 아닐 테니까, 따라서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기? 아아 눈부신 환상이여. 비너스와 아르테미스! 뭐라고? 젠장 이런 젠장~! 
    ~라는 헛생각에 빠져있을 때. NB의 사무실로 샬럿이 찾아왔다. 샬럿은 NB의 친구일까 여동생일까 아는 동생일까.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최고로 애매한 친교가 바로 아는 오빠, 아는 동생인 거지. 뭐 그러든가 말든가. 내 말이? 
    의례적인 인사말이 오가는 건 건너뛰고. 
    빈말과 가식과 허례까지 생략하고. 
   「그 오빠 거 말이야, 거 순 저질이더라구. ~라는 말을 듣는 나. 오빠. 그런 내 기분이 어땠는 줄 아슈? 내 기분이 어땠겠어? 알긴 아슈 오빠?」
   「진짜로, 그렇게, 들었어?」
   「아니. 뻥이야. 진짜겠니. 걔가 뭘 안다고. 또 속기는!」
   「너 정말. 혼나 볼래?」
   「어머. 오빠 날 혼내주게?」
   「가라. 나 바쁘다.」
   「설마 오빠 삐진 거 아니지? 그치? 오빠 대인배잖아. 안 그래?」
   「나 대인배 아니야. 범인도 아니고. 쫌팽이다. 됐지? 나 쪼다야. 됐어? 이제 만족해?」
   「오빠 소인배야?」
   「누가 그래? 왜 탈탈 털려줘? 그래? 원해? 진정? 말만 해. 말만.」
   「오빠가 심기 불편하신가 보군. 고민이 많나 봐. 뭐 육체적 고민? 발정기? 아님 칼럼 써서 먹고는 살아야 하고. 슬럼프라서 부담감 팍팍?」
   「저번에는 오빠한테 딱 붙어서 애교부리고. 아양 떨고. 교태에 윙크에 팔짱에. 타고난 아첨꾼의 부담스러운 알랑방구로 내 마음을 녹여주더니. 뭐 이제는 간신배의 충심도 아니고. 내가 공이니? 골프공 아니면 축구공?」
   「오빠 많이 변했네. 전엔 나랑 신나게 놀아주더니. 오빠 상남자구나? 여자랑 대화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보면 딱 그렇네. 맞네. 말로만 여자 꼬실 때 자기는 듣는 거 좋아한다 그러고. 그치? 맞지? 오빠. 오빤 거의 내가 키웠어. 알아?」
   「뭐가 어쩌고 어째? 휴~! 어, 그래. 좋다. 늬가 오빨 키운 걸로 하자. 내가 말로 널 어떻게 이기니. 난 지는 게 좋다. 그래. 타고난 루저. 그게 왜 나빠?」
   「그래. 나쁘지 않아. 그 그 헛똑똑. 괜찮아. 그래도 돼. 아아. 드디어 오빠가 숙녀의 허를 찌르는 구만 그래. 살살 슬슬 뚜껑이 열리시나? 그러나?」
   「열었으면 네가 좀 닫아줄래?」
   「그러지 말고 있잖아. 오빠. 오빠. 우리 남몰래 만날까?」
   「몰래?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아니, 왜!」
   「왜긴 뭐가 왜니. 우리가 무슨 연예인이니? 너 유명인이야? 아니잖아. 나도 무명. 안 그래?」
   「뭐 그건 그렇고. 오빠. 쫄딱 망했다며?」
   「쫄딱 망하긴 누가 쫄딱 망해? 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말이 안돼?」
   「웃기지도 않고. 말도 안되고. 뭐야 그게. 어?」
   「말이 되게 해 줄까?」
   「무섭다. 질린다. 겁난다. 아차 하면 너한테 빠져든다고.」
   「왜, 내가 별로야? 나 완벽하지 않지? 그치? 어쩌면, 싫증나지? 지겹지? 그치? 그럼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을 하던가. 그래야 내가 변신을 하던가 말던가 할 거 아니냐고. 자, 그래서 말이죠~」
   「또 뭔 말 할려고? 사랑 타령에 또 행복 운운하게?」
   「그런 터무니없는 말이 어딨어? 오빠 나한테 왜 그래?」
   「왜 그러긴 누가 왜 그래?」
   「오빠가, 나한테, 왜 그러냐고!」
   「내가? 내가 너한테 왜 그러긴 뭘 왜 그래!」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런다고 내가 뭐 뽀뽀라도 해 줄 줄 알았어? 어림없어. 꿈도 꾸지 마.」
   「너나 꿈도 꾸지 마.」
   「」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이어진 다음. 샬럿은 인사도 없이 기분 상해서 가려고 했다. 
    NB는 그녀를 잡지 않았고. 
    문을 열고 딱 나가려다가. 샬럿은 이렇게 말했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나 하고 앉아 있어? 한가해? 바쁘게 해 줘? 어?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나보고 믿으라고? 이런 시덥잖은 허당 같으니라고 말이야. 응? 그런 얘기 할 꺼면 가서 풀이나 뜯어먹어. 알았어? 보자 보자 하니까...! 어? 듣자 듣자 하니까 이 오빠가 누굴 바보로 아나? 숙녀 기분 꼭 이처럼 망쳐야 속이 후련하시겠어? 오빠, 잔말 말고 당장 양말 벗어봐.」
    뭔가 느낌이 세했던 것일까? 그러니까 왜! 
    왜냐하면 아마도 샬럿은 이쁜 암컷 싸움닭 스타일처럼 느껴졌으니까. 
    꼭 그렇진 않겠으나 고양이가 울컥해서 꼬리를 흔드는 걸 느낀 거지. 
    암컷 불여우의 호적수는 패배주의 전투마인데. 패배주의 빼고 그냥 전투마. 
    그래서 숙녀는 뿔났고. 드라마틱하게 져줘도 모자랄 판에 잘한 거지. 잘한 거라고. 
    NB는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긴박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못 들었어? 다시 말해줘? 양말 벗어봐. 당장...」
   「」
   「허걱! 뭐야 이거?」
    어느 쪽 양말을 벗었는지는 몰라도. NB의 발가락이 5개에서 4개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NB는 샬럿을 쳐다봤다. 
    그녀는 윙크만 남긴 채 떠났고. 
    다시 그래서 NB는 자신의 맨발을 다시 쳐다봤다. 
    뭐야 이거, 그런데 다시 정상이네? 어떻게 다시 5개로 돌아왔지? 
    그렇지만 찬찬히 진득하니 생각해보면. 보아하니 6개로 늘어나지 않은 게 다행 아닐까? 
    그렇게 그는 이솝 우화에서 읽었던 구절을 떠올렸다. 
    낙타는 하늘에 뿔을 요구했으나 되레 귀만 뽑혔다. 
    내친김에 에디오피아 속담까지. 
    사자를 만들었다고 신을 비난하지 말라. 오히려 사자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한다. 





    2

    NB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가에타노 도니제티 / 오페라 <돈 파스콸레> 2막 -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나중 걸작은 관심도 없고. 이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화가의 작품 가운데. 
    저렴한 동시에 그래도 괜찮은 유화. 싸긴 싼데 그래도 다채롭고 뭐 그런대로 괜찮은 작품.
    하나 사는 게 소원인지 아닌지. 것도 똑같은 꿈 품었다가 이루고나니까 짜증나더라 별거없더라. 
    이미 골 세러머니 맛 봐 버린 사람,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슬리퍼 1개 양복 3벌처럼. 목 늘어진 티셔츠 달랑 2개로 돌리는 게 그래도 편하긴 편하다. 
    일단 시간도 없고. 정신없지 그냥. 
    그러다 사무실에 토마스가 찾아왔다. 토마스? 애들이 좋아하는 그 토마스 기차야 뭐야. 
   「너 번호표 받았어?」
   「번호, 뭐?」
   「아니야. 앉아.」
    중간 건너뛰고.
    토마스는 이렇게 진중한 얘길하려면 명 바텐더한테나 할 것이지. NB가 무슨 걸출한 학자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고문이 따로 없었다. 토마스의 말을 옮기자면 이와 같다. 
    물론 당연히 긴 대사였다. 이 자식은 듣는 사람 생각은 하는 거야 안하는 거야!
    드라마라면 중간에 어떻게 쪼개고 쉬고 어쩌고 다 할 텐데. 하필 리얼이네. 어째서 실화냐고. (절레절레)
   「세상이 시끄럽지. 세상사 참 복잡하게 얽혔어. 때문에 캐나다처럼 자동차도 못 만드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어떻게 보면 축복받은 거야. 예를 들어 내가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얼마나 좋아. 역사적으로 얽히고설킨 껀덕지가 없다고. 어? 중년 되서 한가하게 퀘벡에서 1주일 살다가 1주일은 위로 아래로. 그렇게 즐거운 인생.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 살면서 성격 좋다는 말 곧잘 들었고. 여자들도 뭐 조금은 따랐고. 여복, 어복, 모험복, 애정운, 짝사랑복, 어? 아닌가? 연애운이면 연애운도 꽝. 재물운 역시나 더 꽝. 말년운은 어떨란가 모르겠네. 그래도, 어? 그래도 사람 좋다는 평판 괜찮았고 뭐 그랬어. 그래서 돈과 여자 빼고는 뭐 그럭저럭 살 만한 인생. 재밌어. 놀고 또 놀고. 신난다고. 몰입이라는 게 참 뭔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니까? 
    바로 그처럼. 나 같은 캐나다인이라면 정말로 축복받은 거야. 아나 모르나! 복음을 달고 살아도 돼. <국산이냐 수입품이냐>에 얽매일 게 없다고. 독일제 스타인웨이 앤 선스 얼마든지. 이탈리아제 페라리 FF 역시나. 스코트랜드산 위스키 조니워커 창고에 쌓아두고 마셔. 조니워커는... 넘어가. 전통이 짧은 내 나라 캐나다지만, 달리 보면 젊은 거 아닌가. 북아메리카의 장점만 취하고, 유럽의 체계는 그대로 이입됐고. 얼마나 좋아. 어? 알파벳 언어니까 굳이 괴로운 일하기를 위해서 알파벳만 봐야 한다는 철칙에 얽매이지 않아도 돼. 물론 알파벳 아닌 거는 거북하다랄지 불편하지만 존중하며 참고 보는 편에 가깝고. 솔직히 말하자면 불쾌해.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래서 안 봐. 그러니까 맨부커상이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거고. 또 노트북? 디자인드 인 캘리포니아 쓰면 돼. 운동화는 미국제. 핸드폰은 중국제. 시계는 스위스제. 요리? 베트남 국수부터 아주 그냥 잡식이 따로 없지. 난 미식가인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대식가거든. 스포츠? 축구광이니까 당연히 유럽 3대 리그만 보지. 페라리 루쏘도 지겨워져서 팔았어. 독일제 포르쉐 파나메라로 이참에 바꿨어. 내가 쓰는 화장품? 프랑스제. 옷? 이탈리아제. 엇그제 극장에서 일본영화 봤고, 내 딸은 KPOP 좋아해. 
    이처럼, 자동차도 못 만드는 캐나다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사는 나. 내가 캐나다제를 뭘 애호하지? 뭐지? 휴가 때 여행도 주로 호주나 유럽으로 가고. 그래도 뉴질랜드인들 조롱하고 깐족거려서, 호주인과 이간질 시키지는 않아. 이래뵈도 내가 험담하는 거 싫어하거든. 난 맞짱뜨는 걸 즐기니까. 그렇다고 다혈질은 아니야. 안 그래도 세계마초협회에서 엉덩이 까여서 쫓겨난 마당. 어찌 됐든 난 그야말로 외화 반출범이지. 어? 비애국자가 따로 없다고. 그렇다고 나 같은 캐나다 사람이 드무냐, 아니지. 보통이라고. 평균이란 말이야. 얼마나 좋아. 뿐만 아니라 나 같은 외화 반출범이 다수인데, 왜 하필 우리나라 캐나다는 그렇게 잘사냔 말이지. 1인당 GDP든 뭐든. 단지 수치만 높은 후발주자권과 달라. 모든 문명 체계는 99퍼센트 유럽에서 만든 것. 남자&백인이 발명. 그래서 현지에 가서 면밀히 살펴 보면 괜히 유럽 선발주자 북미 중견주자 그러는 게 아니지. 디테일이든 규모든 뭘로 따져도. 물론 후발주자의 잇점과 장점도 많지만. 사실은 사실. 
    그런데 나처럼 소비제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많을까 적을까. 캐나다인인데 캐나다제 쓰는 게 다 싸구려만 써. 싸구려는 다 캐나다에서 만든 거 쓰고. 비싼 건 죄다 수입품만 써. 그래도 돼. 그런데 우리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다 그럴까? 우리가 얼마나 축복받았는지, 이치와 원리를 이해하면,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지. 그렇다고 이런 날 보며, 아아 캐나다인처럼 살아도 되는 구나 외화 반출범이라며 비난 받을 일이 아니구나. ~라고 산다면? 그래도 되긴 돼고. 개인의 자유지만. 그게 정도가 지나치다? 그러면 나라 망하기 딱 좋은 거지. 예를 들어. 
    가령. 일본에서는 전자기기와 비싼 제품은 무조건 일본제 내수품만 써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지. 그걸로 세계 최고. 거기서도 독일차 타긴 타. 그렇지만 인구 대비 현저히 낮아. 게다가 연간 판매량으로 따져 르노 5000대 푸조 5000대 팔릴 때 현대 기아차는 몇 대 팔리는 줄 아나? 0대 1대 4대. 끝. 부가티보다 덜 팔려. 다른 거도 다 마찬가지. 단, 소녀감성과 관련되는 건 예외. 중국 내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핸드폰 톱 5는? 머머해야 한다 라는 바로 그거야. 약아빠지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라고. 착해 봐야 착한 척 그거 다 뻥. 아니면 속고 당하고. 어?
    (1) 선심성 
    (2) 소녀감성
    (3) 허영심
    비싸냐 싸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게 바로 후발주자. 또 비슷한 게 뭐가 있을까. 
    스웨덴과 러시아. 보드카 서로 어디 걸 많이 먹게? 
    프랑스의 맥주 판매량 1위부터 10위까지. 그 순위권에 독일 맥주가 1개라도 있게 없게?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네델란드, 이탈리아... 유럽에서 스타벅스가 돈을 많이 버나? 
    독일 내 맥주 판매 TOP 10, 자동차 판매량 TOP 10이 뭔지는 보나 마나 뻔할 테고. 
    복권은 건전한 오락의 한 부분으로 보는 그리스. GDP대비 복권판매량 1위인 그리스. 그리스... 잔지식 떨어졌다. 통과.
    폴란드. 폴란드 내 자동차 판매 TOP 10. 독일차는 폴란드 내에 공장 짓고 어쩌고 그래서 선방. 
    아일랜드 경제 지수가 식민지 종주국인 잉글랜드 본토를 능가했기 때문에, 150년 전 일 50년 전 일을 2000년 전후에 총리와 여왕이 공식 사과. 정치까지 주제를 넓히지는 마세나. 이런 예시는 찾아보면 한도 끝도 없어. 내가 참말로 캐나다에서 태어났기 망정이지 어디 어중간한 데서 태어났으면, 어? 아주 그냥 강박증 끝짱이었을 거란 말이지. (절레절레) (절레절레)」





    3

    「좌우지간 선발주자만 해도 그래. 북유럽만 봐도 그래. SAAB 잊혀진 브랜드고. NOKIA 전성기 지났고. VOLVO 중국 자본에 팔렸고. 유럽이 전 세계의 90퍼센트를 장악했던 예전 전성기. 그 전성기를 구가하려면 뭐 말로 했겠나? 해양을 누벼야 다 가능한 것. 그래서 선박제조에서 유럽이 전세계 1등. 그렇지만 지구촌 세상. 여전히 기득권을 쥔 것 가운데 노른자든 뭐든 놓치지 않은 건 여전하고. 선박제조 같은 건 후발주자권으로 넘어간 셈이고. 의류로 보자면 싼 건 H&M. 비싼 건 여전히 유럽이 전세계를 꽉 잡고 있고. 응? 맞나 틀리나. 
    네델란드 다국적 회사 Philips처럼 선전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추억의 가전제품 브랜드 AEG처럼 지는 해도 있고. MICROSOFT는 전세계 운영체제 독점이요. 또 APPLE처럼 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도 하고. 크고 작은 차이는 있으나 이치와 원리는 소비제 판매에서조차 결코 예외일 수 없는 것. 유럽에서 유로파이터를 만들어서 운용하지 F-35를 수입해서 쓰지는 않고. Miele 세탁기. DYSON 청소기. 어디서 뭐가 많이 팔리고 안 팔리는지. 선발주자와 중견주자는 다 알지. 다만, 어?
    단지, 후발주자는 뭐라고나 할까 순박하다고 해야 할까? 
    정말 그래. 순진해. 착해. 좋게 보면 선량하고 달리 보면 뭘 모르고. 어쩌면 당하기 딱 좋고. 업자들이 벗겨먹기 딱이고. 남자는 완전 순둥이 촌닭이고, 여자는 허풍도 믿고 허세에 속고 마음 약한 숙녀고. 정치적 옳바름이니 샤이 보수니, 어찌 됐든 진보냐 퇴보냐. 90퍼센트 어쩌면 99퍼센트가 보수인데. 어쩌다 보면 퇴보와 보수 그 둘을 헷갈리기도 하고. 경제와 오락산업은 치열하기 이를 데 없는데 말이지. 어쨌든 진보와 퇴보의 중간인 점차 개선, 차츰차츰 발전이라는 모양새는 안정됐기 때문에. 따라서 착한 척, 이타적, 이기심, 이타적인 이기주의 그 미세한 차이가 구분이 된다고. 그래야 한단 말이지. 그런데 시골 옛날 사람들처럼 세상 돌아가는 걸 몰라봐. 착하고. 소심하고. 순진하고. 천진하고. 애들은 그래도 돼. 왜? 애니까. 소녀감성이 세상물정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성잡지 2 되는 거고. 허영심 지수도 오르락내리락. 아는 척 뭔 척 머머왕 머머왕 초딩들은 그래도 된다고. 그런데 어른도? 어른이 그러면 누가 해도 할 말 하지. 안 할 수가 없거든. 무대 잘 돌아간다는 둥 뭐라는 둥. 안 그래? 그 이치와 원리를 알면, 전동기구 보쉐가 어디서 많이 팔리고 왜 어디서는 잘 안 팔리는지. 다 답 나온다니까? 정물화에 나오는 접시, 후라이팬 같은 주방기구. 고전풍 가구. 의료기기. 학계. 사치품. 명품. 정밀공학. 기계를 만드는 기계. 도로를 포장하는 인프라스트럭쳐 관련 장치들. 재무. 개론. 컨설팅. 커피머신. 웬만해선 선발주자에서 깃발을 양보하지 않는 분야. 딱 정해져 있다고. 나중은 몰라도 현재 점수는 그렇단 말이지. 응? 
    그분들 옆에서 보면 정말 너무너무 순박해. 사람은 착해빠져면 좋지. 그래야 한다고. 성격 좋으면 옆에서 좋아라 해. 그런데 착해빠지기만 한다? 그럼 호구되기 딱 좋은 세상. 약아빠지지 않으면 안되는 인생이기 때문에, 고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데. 이건 뭐 세뇌를 당하는지, 등에 빨대가 꼽혔는지, 리모큰으로 내가 조종당하는지. 차라리 모르면 나아질 가능성이라도 있어. 그런데 알아도 나만 잘살면 그만이다 정신. 어? 거울만 보고 나만 이쁘다 그만이다-주의. 응? 무슨 불매니 뭐니 잠깐 부글부글하다 금방 식고. 잊고. 변하고. 소비와 정치가 뭔 상관이냐, 식습관과 사랑은 또 뭔 관계냐. 툭하면 자기합리화. 1인자가 도화지를 뭘로 만들든. 리더의 세계관이 어쩌든. 그분들과 개인이 뭔 상관이냐면서 태양을 바라보며 해바라기처럼 뿌잉뿌잉 물개박수. 찐따, 쪼다, 얼간이, 머저리, 바보, 천치, 둔재들 빼놓고 영재, 천재, 팔방미녀들은 자기들끼리만 친한데. 바보는 자기 인생 사는 거도 아니고, 그저 수재들 신부들러리. 언제나 부자들 병풍. 오락산업의 노예. 응? 중견주자는 그나마 낫지. 그런데 선발주자랑 후발주자는 어떻게 달라도 그처럼 판이하게 다를 수 있을까. 정말 미스테리가 따로 없단 말이야. 응? 역사는 역사. 정치는 정치. 과거는 과거.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래서 개인 대 개인은 감정 없고, 우린 모두 친구다? 그래. 좋아. 왜 나빠? 누가 그거 싫다는 사람도 있나! 정치적 사고방식 대 소비와 친선이 대체 뭔 상관이냐 그러지만. 하지만 잘살면 잘살수록 절대적으로 상관이 크지. 응? 통계와 그래프를 보면 모르나? 그처럼 너무너무 순박하니까, 단위 내에서도 보면 딱 공통돼. 민법으로 넘어가도 이치는 똑같아. 형범 관련해서 형사들이 매번 똑같은 말을 듣는 게 뭔데.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영화배우 목소리를 빌리자면 이런 식이지. 
    "그 말을 누가 제일 많이 하냐, 사기 사건 피해자들. 사기꾼 새끼를 믿어서? 아니야~! 응? 아니라고. 자기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왜 하나같이 꼭 약속한 것처럼 그 말만 똑같이 읊조리냐, 왜냐하면 자기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기 때문에. 그 말이 사실이면, 지금까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거만 들은, 자기 자신이 바보 멍청이란 걸 인정해야 하므로. 바로 그 때문에 인정하기 싫은 거지. 바로 그래서 다 똑같은 반응을 보인단 말이야."
    차라리, 그처럼 순진하게, 내가 속은 걸 인정하기 싫으면 다행이게? 나만 안 속으면 된다, 응? 바람 피어도 안 걸리면 그만이다, 어? 서쪽 사람들은 공평하게 좋은 브랜드를 사줘야 하고, 동쪽 사람들은 불공평하게 타국 브랜드를 배척하고. 서쪽은 배타적이어서는 안되고, 동쪽은 원수처럼 배타적이어야만 하고. 서쪽은 이타적이지 않으면 손가락질 받아도 싸고, 동쪽은 철저히 이기적인 게 당연하고. 동쪽에서 소비 패턴이 어떻게 뭔가 시끄러우면 보기 흉하고, 서쪽에서 소비 패턴이 일방적이자 배타적인 건 관습일 뿐이고.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 선발주자권과 비교하면 후발주자권은 무슨 말도 안되는 게 너무도 많아. 상식도 다르고. 교양은 불확실하고. 미덕은 의뭉스럽고. 응?
    정통파가 깔아놓은 체계. 기분파로 유쾌하지만 남미권만큼 다혈질은 아니고. 그렇다고 세계마초협회에서 보도 듣도 못한 비공식이고. 약삭빠르고 응용 잘하고 반칙왕들은 물론 사기꾼도 난무하는 이런 요지경 같은 세상에서. 좋게 보면 쿨하고 나쁘게 보면 멍청한 거고. 첫눈에 홀딱 반할 만한 숙녀의 이상형, 다른 여자들에게는 더 이상형. 양날의 검을 과연 어떻게 쓸 것인가. 착한가, 맹하기만 한 바보일 것인가. 딱 동전의 양면. 기회를 틈타 치고 빠질 것인가, 내내 관망하다 내 님을 보낼 것인가. 뭐 새로운 여자? 
    뭐 어쨌든 어디와 어디에 낑긴 상남자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소비자권이 어디냐, 바로 나란 말일세. 그분들께서 제일 꿀떨어지도록 선망하는 사람이 누구? 바로 나! 나야 나~ 나야 나~. 바로 나라고. 허허허허허. 그런데 난 그처럼 선망과 부러움과 시기 질투를 듬뿍 받는데. 그런데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도 좋지만. 도대체 왜 나는 여자가 없을까? 어째서 숙녀들은 나란 남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어? 내가 뭐가 빠진다고. 어? 왜 나는 뭘 해도 재미가 없냐고.」 
   「토마스. 늬가 뭘 해도 안되는 이유. 그걸 내가 분석해주는 게 좋겠나. 아니면 명 바텐더가 해주는 게 나을까.」
   「나도 다 알아. 뭔 말인지. 그럼 뭘하나. 바에 A4 용지에다 만년필로 끄적거려서 붙여놨던 걸.」
   「뭐라고?」
   「여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라고!」
   「뭐? 잘했네. 잘했어.」
   「너 내 친구 맞냐? 어?」
    어쨌든 말장난은 더 재밌게 진행되지는 않았고. 적당한 친교는 그쯤하고 그들은 술이나 마시러 나갔다. 





    4

    다음 날. 그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티토왕의 자비 K.621 - 1막 '떠나겠소, 하지만 내 사랑이여'
    그런데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진짜였으니까. 속임수가 아니니까. 
    샬럿이 도대체 어떤 마술을 부린 거지? 그런데 또 샬럿이랑 냉가슴 앓는 사랑은 아니지만 어째 분위기가 서먹서먹하니까 물어볼 수는 없고. 
    샬럿 그년 승질머리 하고는! 입심 좋지 못한 그 인간 NB. 그 인간이 샬럿을 말로 이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얄팍한 잔꾀는 안 떠오르고. 획기적 진전은 뿌옇게 보이지도 않아. 비약적 발전이 어딨어.
    아하~! 
    NB는 샬럿의 친한 친구인 크리스티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약속을 잡고. 시간이 흐른 다음. 카페에서 그 둘은 만났다. 
    의례적 인사와 안부. 건너뛰고.
   「오빠 그럼 하는 거다.」
   「해? 뭘 해?」
   「아 오빠 아니야. 오빠 보고 말한 거 아니라고. 잠깐만. 미안. 나 메시지 좀 보내고.」
   「(난 또 뭐라고)」
    그렇게 한 남자를 한참 동안 대기시키다가 크리스티는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오빠 나 불행해.」
   「늬가 불행하다고? 내가 혹시 잘못 들었니?」
   「아니야. 제대로 들었어. 나 불행해.」
   「너가 진짜 불행하다면 이 세상에 불행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겠다.」
   「그럼 나 행복한 거야?」
   「그렇다고 또 딱히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좀 뭣하고.」
   「뭣하기는 뭐가 뭣해? 편을 들어주려면 확실히 들던가. 오빤 왜 뭘 자꾸 하다 말어? 립서비스를 털다 말면 맥이 끊기잖아. 지금, 나, 맥여? 그래? 에라 뚜껑 열려봐라, 뭐 그거야? 응?」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야. 아니라고. 넌 행복하다고 치자. 좀 그러자. 됐지? 그럼 내가 불행한 걸로. OK? 얘. 넌 내가 불행했으면 좋겠니?」
   「얘기가 왜 또 그리로 가?」
   「그럼 어디로 가게? 뭐 원하시는 데라도 있어?」
   「꼭 어디로 가야 돼?」
   「아이고 맙소사! 내가 지금 너랑 뭔 얘기를 하는 건지. 난 도통 하나도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그걸 오빤 왜 나한테 물어? 모른 것도 자랑이야? 그걸 오빤 왜 나한테 묻냐고! 어?」
   「그럼 여기 너랑 나 말고 누가 또 있니?」
   「없어.」
   「그래. 없으니까. 그래서. 그러니까. 그런데 내가 뭔 말을 하려다가 이러지?」
   「그것도 몰라?」
   「그럼 넌 아니?」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답답하다. 답답해. 어?」
   「한심하다. 한심해. 응?」
    크리스티를 만난 목적이 뭔데. 만나서, 들었니? 샬럿이 요술을 부리는 능력자라는 거. 너 혹시 아니? 
    딱 그렇게 물어보려고 만난 건데. 이게 뭐야! 샬럿의 꼬리가 최소 9개라는 것만 실감한 셈이잖아? 누가 아니래! 
    덴마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남의 코를 풀고자 하는 자는 자기 손가락을 써야 한다. 뭐? 남의 코를 푸는데 왜 내 손을 써? 
    세상사는 그리 간단치가 않은 것. 그래서 업그레이드. 무엇으로? 
    손 안 대고 (내) 코 풀기. 또는 내 손에 케첩 묻히지 않기. 
    농담이고.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크리스티 그 응큼한 년은 보통이 아니다. 샬럿이 청탁한 것일 수도 있고. 
    구미가 땡기는 꽤 흥미로운 향락. 촘촘한 유흥. 꼼꼼한 쾌감. 섬세한 행복감. 극적인 신비감. 깐깐한 만족까지.
    그런 거 하나도 없는 찰나에. 딱 떡하니 샬럿이 나타나서 별 희한한 요술을 선보였는데. 
    그 비밀을 알아낼 수도 없고. 알고는 싶고. 
    참으로 영묘한 사랑, 아니 쾌락, 아니 궁금증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를 불러왔다. 





    5

    꿀은 핥아먹어야 제 맛? 그럼 아이스크림은! 달콤한 공상 그거 지겹지도 않나 몰라. 새콤한 일하기에만 몰두하는 거도 아니고. (절레절레)
    말하자면 감미로운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신비한 기분, 느껴본지 오래됐단 말이구만 그래. 허허. 
    그러니까 과격한 결과가 예상되면 안되니까 또 관망? 하여간에 못 말려. 아님 누가 말려주기를 바라나? 아마도! 
    미래의 신붓감과 새콤달콤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상상. 아조 그냥 징글징글하다 라는 표정. 알 만하다 알 만해.
    그래서 현황은 한마디로 가난. 여복도 초라함. 대어를 낚기 위해 미끼와 먹밥을 아끼지 않으려는데. 판돈은 간당간당. 액면은 비리비리. 품위 유지비마저 더 비리비리. 
    그런데 뭐야 이거? 
    딩~동! 뭐지?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건가? 
    마침 사무실로 릴리가 찾아왔다. 
    역시나 사교적인 서론은 건너뛰고. 
   「호기심이란 요사스런 유혹에 넘어가기 좋아하는 욕심쟁이. 부러움과 질투심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응석받이. 그게 바로 나? 아니. 내가 아니라 오빠. 딱 오빠?」
   「너 말 다 했어?」
   「다 안 했으면!」
   「다 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럼 기다리면 되지 숙녀 말은 왜 끊어?」
   「왜냐하면 여자말 번역기가 과부하 걸렸으니까. 뭐랄까 커피포트가 슬슬 신호가 온다고나 할까?」
   「뭐야. 오빠 진공청소기 아니었어?」
   「너 오빠 가지고 노니? 어? 사람 놀려?」
   「어.」
   「뭐?」
   「나도 여자야.」
   「그 말이 지금 왜 나오니?」
   「왜 나오긴. 그럼 오빠도 해. 그럼 되잖아.」
   「뭘? 하긴 뭘 해?」
   「나도 남자다. 라고 말이야.」
   「말이 도무지 섞이지가 않는다. 말이 안 통한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재미없는 거야. 뭘 모르니까.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어? 그래서 오빠가 여자가 없는 거라고. 알아?」
   「알긴 뭘 알어. 몰라. 모른다고. 됐니? 미안하지만 나는 여자 관심 없어. 알긴 아니? 난 숙녀 좋아하지 않아. 내가 뭐하러! 뭐 돼먹지 않은 늑대가 거짓말한다고? 뻥 좀 웬만치 치라고? 뻥 아니라니까 그러시네. 난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한다고. 어? 알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여자 좋아하지 않아.」
   「뭐야. 그럼 오빠 남자 좋아해?」
   「그게 뭔 소리야? 나 여자 좋아해. 그래. 나, 여자에, 환장한다. 됐니? 그렇지만 연애, 관심 없어. 왜 내가 숙녀의 아름다움에 흥미를 보여야 하는데. 아니야. 난 아니야. 딱 아니라고. 난 너에게 매혹당하지 않아. 난 네게 끌리지가 않는다고. 너 내 말 듣긴 듣는 거니? 듣니 안 듣니? 응?」
   「이 오빠 좀 보소. 허허. 이거 뭔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자는 건지. 자긴 여자에 환장한다는 거 고백하는 건지. 뭐가 뭔지 통 모르겠구만 그래. 하여간에 못 말려. (절레절레)」
   「못 말리기는 누굴 못 말려. 말리지 마. 안 말리면 될 거 아니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지 마.」
   「안 물어봤어. 누가 언제 궁금하데?」
   「아니면 됐고.」
    잠시 후. 
   「오빠. 왜 나한테 짜증을 내?」
   「내가 언제 너한테 짜증을 냈다고 그래?」
   「지금 짜증내고 있네 뭘.」
   「아니라니까.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언제 욱했다 그래? 난 살면서 화내 본 적 단 1번도 없어. 이거 왜 이래? 난 화를 어떻게 내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야. 나는 아예 짜증 자체가 나질 않는 사람이야. 알아?」
   「또 시작했네. 또 시작했어.」
   「뭐?」
    그러다 결국 릴리는, 「나 갈래.」 그러면서 가버렸다. 
    징하다 징해! 아아 뒷목 뒷목. 수증기 푸쉭푸쉭. 
    차라리 오지를 말던가. 줄까 말까 줬다 뺏는 거도 아니고. 
    릴리는 계획이 다, 없구나. 없었구나. 하나도 없어. 완전 없다고. 아님 그 인간이 계획이 없는 건가. 알 게 뭐야.





    6

    NB 그 인간은 아는 동생들과 왜 자꾸 뭔가 궁짝이 짝짝 맞지 않는 걸까. 왜냐하면, 나도 모르겠다. 알긴 아는데, 그런데 모르고 싶다. 보아하니 아는 동생들이 너무 많은데 쉽게 서열을 정하는 게 힘들기 때문일까? 그걸 누가 알고 싶다고. 우리가, 그거까지, 알아야 하나! 하여튼 여자들 우정이 골치 아픈 게 뭐냐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거. 상담하고 상담하고 하소연 하소연. 그런데 알고 보면 자랑 자랑. 들어주고 들어주고. 동조 동조 호응 호응.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랬니 그랬니. 그러다 기 빨리고. 완전 기 싹 빨리고. 여자말 번역기가 그렇다. 좋은 점도 있고 정답고 다정한데. 동전 앞면이 있는데 뒷면이 어찌 없겠나. 또 있다. 
    <제가 춤추고 싶어서 동서를 권한다>는 말. 
    자기가 하고 싶지만 차마 먼저 나서서 하기가 힘드니까 남부터 먼저 하라고 권유한다는 뜻의 속담. 1단계에 일단 너 들었니? 2단계로 기어 올리면, 세상에 세상에 어저고저쩌고 부추기고. 3단계? 뻠뿌질 뽐뿌질 (몸짓) 푸쉭푸쉭! 그런데 자기 뒷담화 신나게 어디서 하는 거도 모르고. 
    보아하니 그분들 어법이 막 그렇다. 딱 특징이 있다. 이를테면, 오빠 뭐 먹고 싶지 않아? 자기가 먹고 싶으면서! 남자가 분위기 조장하고 몰아가다 뜸만 들이다, 결국 기운 빠지게 만들어 뚜껑 열어버리는 거랑 화법이 약간 다르다. 남자는 어디 갈까? 어쩔까? 에잇~ 가지 말자. 물론 그 쥐락펴락 화법은 여자한테만 쓰고, 남자들끼리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즉 남자는 여자를 말로만 들었다 놓기. 그런데 여자. 여자는 간접화법. 때문에 의도치 않을지언정 어쩌다 이간질. 뭐뭐하자~ 라는 시점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아아 길다 길어. 하여 나도 모르게 고자질. 툭하면 삼천포. 그러다 수다 3시간. 우리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여자들 화술이 그렇다. 그렇게 어쩌다가 부채질. 가령, 들었니? 왜 내가 틀린 말 했니? 사실 100 팩트만 100이니까 자긴 책임 없다 그 얘기. 할 말 해야 직성이 풀리시지들. 그러나 듣는 사람 이미 뚜껑 싹 열어놓고 나 몰라라. 만만한 애 골라서 먼저 선발대이자 수색조로써 보내고. 괜찮으면 그때 짜잔~! 이거 먹어봐. 너 죽나 안 죽나 보게. 네가 괜찮으면 나도 좋아. 뭐라고? 
    그러니까 연애도 딱 패턴이 정해져 있다. 궁합 맞다 싶으면 괜찮은데. 뭔가 어긋나도 어긋나는 남녀. 딱 굴러가다 삐그덕거리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 왜 아니겠나. 남자들이 연애하다 중간에 웬만하면 나가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고. 어떻게 어떻게 잘 좀 해서, 어떻게 한번 좀 해 볼까 하다가, 툭하면 듣는 소리가 우리 헤어져. 그래서 큰맘 먹고, 야 너 가라~! 데이트하면 꼬박꼬박 음식점에서 사진 30장 찍어주고, 또 어디로 가서 사진 100장 찍어주고. 뭔 데이트를 하는 게 아니라, 찍사이자 비서를 데리고 다녀. 그러다 줄 듯 말 듯을 만나도 퍼지고, 의전녀 만나도 짜증나고. 
    좌우지간 여자는 웬만해서 선동하지 않고. 주동자 감투는 놈팽이 바지 하나한테 씌워놓고. 일단 관망. 그러다 전망 괜찮으면 재빨리 우르르. 적게 먹고 적게 따고. 한방? 사랑은 한방이다, 에 속아서 여태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는데. (사는 지역)에서 이렇게 썩고 있는데. 또 썩은 미소? 그 썩을 놈을 콱 그냥... 워 워 워! 그런데 또 크게 걸고 크게 잃으라고? 고위험 고배당은, 유혹이야 달콤하지만 보면 혹하니까 고개를 돌리는 것. 그래서 연애도 똑같다. 환승이별 징후를 보이면서 알아서 제 발로 떨어져 나가도록 눈치를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알아듣고 찐따처럼 들러붙고, 따라다니고, 싹싹 빌고. 심지어 하다 하다 빈말을 참말로 알아듣는 상남자도 있고. 뭐? (절레절레) 의전을 위해 남자를 앞에 보내다가, 안전빵이다 재밌다 기쁘다 싶으면 딱 바껴서, 여자가 남자한테 잔말 말고 따라와. 이때, 남자가 눈치없이 앞서가면 숙녀 뚜껑 열리기 딱 좋고. 
    그런데 뭔 말을 하려다가 이 얘기를 한 거지? 소설 줄거리를 풀어놓던가 NB와 친구들 근황 토크를 해야 하는데. 뭔 여자말 번역기 타령을 또 글쎄? 하여간에 못 말려. 그러니까 뭘 해도 안되지. 뭘 해도 재미없어. 그러니까 여자가 없다고. 어? 어찌 됐든 거 나 참, 소설 거 증말 더럽게 재미없네. 말만 더럽게 많다고. 내 참 더러워서 내가 칼럼을 쓰든가 해야지, 원. 에잇 이 짓거리도 못해먹겠네 그려. (몸짓) (몸짓)





    7

    격조 높은 생활비는 쥐꼬리만큼이요, 뭇여성들로부터 받는 인기와 선망 & 늑대로부터 받는 질시는 참새 눈물만큼 찔끔. 아니 것도 다 뻥. 
    모험심 성취 감수성 회복 호기심 점령 환상적인 기대감 정복. 그러나 달콤한 행복감은 불만족? 길게 설명했다만 한마디로 그건 개고생. 
    먹고살려면 돈이나 벌어야지. 그렇게 뚝딱 칼럼 완성. 매번 인터넷으로 보냈는데 이번 칼럼은 중계자인 여성환상 1.5 편집장 사라가 좀 특별한 청탁을 했다. 
    그 칼럼을 인쇄해서 자기한테 주면, 자기가 그걸 어느 월간지에 전달하겠다는 거다. 
    그럼 인쇄를 하려면 그건 다 여성환상 1.5에 있는 거니까 그곳으로 가야 하고. 
    그렇게 그는 여성환상 1.5 사무실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동 수단으로 자신의 웨건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택시를 탔고. 이동 중. 
    틀어진 음악은 고전음악. 
    요한 쉬트라우스 2세 / 오페레타 <박쥐> 중 웃음의 아리아: 여보세요 후작님 & 내가 순진한 시골처녀를 연기할 때. 
   「기사님. 고전음악 듣는 숙녀조차 만나기 어려운 세상.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거 있죠. 허허허.」
   「그런가요? 저는 만나는 숙녀마다, 네? 만나는 족족 다 그 분과인데 이걸 어쩌죠? 제가 아는 쳄발리스트. 아는 동생 플루티스트. 어정쩡한 애정 관계인 일러스트레이터. 기타 등등. 아무래도 제 허풍이 꽤나 듣기 거북하신가 보죠, 선생님?」
   「아닙니다 아닙니다. 전 정말 그런 설변을 심하게 듣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진짜요?」
   「그러겠죠?」
   「이 사람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시네.」
   「선생님이야말로 어영부영 말을 놓으시는군요. 사람 떨리게 말이죠. 먼저 선을 그으면 실례인지 모르겠지만. 초면에 이런 말씀드려도 되려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을 섞은 김에 한말씀드리자면. 음... 뭔 말을 할지 까먹었어요. 뭔가 할 얘기가 있긴 있었는데. 뭐지?」
   「네. 괜찮아요. 그래도 돼요. 왜 안 돼요? 제가 맞춰볼까요? 그럼 생각나실 꺼 아니에요. 저 성적 정체성이 궁금하셨던 거 아닌가요?」
   「네?」
   「깜짝 놀라시기는. 농담이에요.」
   「아니에요. 맞아요. 그래요. 왜냐하면 어젯밤 꿈에 제가 야한 꿈을 꿨거든요.」
   「그래요? 어떤 꿈인데요?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바로 타인의 꿈 얘기 듣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진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시는군요.」
   「그러지 말고. 인심 후하게 예고편만 귀뜸해주시면 안될까요? 어려운 부탁인 줄은 잘 압니다만. 기밀이랄지 민감한 사안은 아닌 듯 사료됩니다만. 아, 직감이 그래요. 단지 그뿐.」
   「아니에요 아니에요. 못 말할 것도 없죠. 아니. 제가 말하고 싶어서 먼저 슥 얘기를 흘린 것일 수도 있죠.」
    그렇게 그는 택시 드라이버와 꿈 얘기를 나눴다. 내용은 이랬다. 
    개꿈 1 2 3... 말도 안되는 단막극이 이어지다가. 짤막한 이야기가 내용은 모르겠고 장면 전환 연속. 
    친구들과 놀러가서... 놀다가... 일행에서 떨어져 나옴. 
    길을 가다 어느 주차장을 보니. 빈 주차장. 
    그런데 텅빈 주차장 가운데 웬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고(남녀 성은 구분 못함). 
    그 뒤로 또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 
    또 장면 전환. 왼쪽 대문 1 안에 여자 1. 오른쪽 대문 2 안에 여자 2. 외국영화 모텔 같이 노출형 복도처럼. 
    투시경처럼 대문 1 안의 여자 1을 보게 되고. 오오 눈부신 여체 여체. 
    몽환적 진행. 얼렁뚱땅 여자 2가 등장. 왼쪽을 향하여 여자 2가 여자 1을 후배위 자세로 사랑의 행위. 자세하진 않고 대충.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목격. 
    그런데 행위 도중 여자 2가 모유인 듯한 액체를 수평으로 막 베이지색 위주이자 연하디 연한 파스텔톤으로 막 뿌림 이쪽저쪽 막 선풍기 회전하듯이. 관계 중에. 모유인지 뭔지가 가슴에서 마치 광고에 나오는 페인트나 물감처럼 쫙 뿌려짐.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목격하는 관찰자는 개 신기. 
    분수녀와 뱀파이어녀를 경험해본 남자는 안다. 무엇을? 그 정량이 장난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그처럼... 그처럼... 하긴 뭐 없진 않을 듯. 
    결국 완전 개꿈이구만! 
   「오오 완전 완전 재밌는데요. 정말 정말 듣고 싶었던 얘기예요.」
   「그건 기사님께서 저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고.」
   「눈치채셨네? 허허허. 그런데 있잖아요. 우리 혹시 구면 아닌가요?」
   「네?」
   「그 왜 있잖아요. 두세 번 식료품점에서 스치듯 마주친 얼굴을 10년 후에 만나도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빵집 주인이 간헐적으로 2년 동안 두세 번만 본 게 다일지라도, 20년 후에 알아보고. 역시나 한두 번만 만난 손님일지라도 미용사가 5년 만에 기억해주는 일. 뜻밖일 수도 있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죠? 그런데 이걸 어쩌나. 저는 손님 얼굴을 그게 언제더라? 빈틈 매꾸자면 바야흐로 20년 만이군요. 아침 출근길. 차는 흰색이던가 검정색이던가 모델명은 레간자. 강변도로에서 차 막힌 상황에서 제 왼쪽 차가 먼저 가다가 왼쪽 빽미러를 치고 가서 빽미러 까진 거. 기억하시죠? 혹시 잊지 않으셨을라나.」
   「놀라지 않았어요. 아저씨 혹시 포토그래픽 기억력 뭐 그런 분인가요?」
   「아니죠 아니죠. 저는 지극히 정상이죠. 웬만한 사람들 그 정도는 다 기억할 껄요? 머머증이나 무슨 신드롬 그 정도 기억력은, 진짜로 비디오로 찍고 하루에 사진 10000장 찍듯이. 엑셀 파일에 모든 걸 저장하듯이 기억하는 게 그거고. 저 정도면 한마디로 정상. 보통. 네? 시내버스에서 서서 조는 학생, 지하철에서 앉아서 침흘리는 숙녀. 딱 1번 보고 지나쳤어도. 30년 40년 50년 지나도 기억해야 정상입니다. 살다 보면 잊고 사는 거 역시나 정상인데. 기억할 게 좀 많은 세상이긴 하지만서두. 기억력 보통 이상인 사람은, 그 정도만 가지고도 30년, 40년, 50년 지다도 다 또렷이 기억하는 법이죠. 인간의 기억력이란 게 그처럼 대단한 동시에, 물론 기억이 왜곡될 수도 있고요. 억지로 짜집기에 곡해하는 일이라고 왜 없겠습니까. 만약 물리적 시각은 지금일지라도 인식 시간표가 옛날이면 딴 게 아니라 그게 바로 타임머신이겠죠.」
   「아저씨. 철학자이시군요. 멋져요. 인정. 동의. 아저씨 말씀이 딱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그러게 말이죠. 제가 다 궁금하네요. 이거 혹시 선생께서 꾸민 일 아닌가요?」
   「이 만남을요? 제가 어떻게!」
   「그럼 제가 범인이란 말씀이세요?」
   「아니 그건 아니고요.」
   「그럼 뭐 프리메이슨의 기막힌 작전이라고 해 둡시다. 아니. 일루미나티던가? 설마 아저씨 그런 거 믿는 거 아니죠? 그렇죠?」
   「당신 혹시 밀본이오?」
   「밀본이 뭔데요? 뭔 뽄드 이름이에요? 아니면 새로 출시된 과자 이름? 아까 무슨 말도 안되는 꿈 얘기를 하시더니. 거 너무 하시는 거 아니오? 이 사람이...! 허허허. 개그가 좀 부적절했네요. 실은 방금 제가 손님을 기억한다는 거. 다 뻥이에요.」
   「네? 전 진짜로 알았는데. 왜냐하면 사실이니까요. 저는 기억날 듯 말 듯해요. 왜냐하면 선생님께서 인상적인 조연으로 단막극, 드라마에서 열연하는 어느 배우의 인상과 꽤 흡사하기 때문이죠. 물론 긴가민가하지만요.」
    그렇게 그는 여성환상 1.5에 도착했다. 





    8

    여성환상 1.5에 가서 원고를 전달하고 어쩌고 일처리는 끝남. 
    아니 있었다. 편집장 사라와 일 얘기만 한 건 아니지. 그렇지. 
   「사라 있잖아.」
   「있긴 뭐가 있어?」
   「아 왜 그래. 평소처럼 해. 거 왜 되지도 않는 연기를 하고 그래? 너 그런 거 안 어울려.」
   「그래? 그럼 말해 봐. 뭔 얘긴데?」
   「내가 아는 남녀가 있거든. 그런데 사겨. 둘이 좋아서 미쳐. 남은 인생을 다 걸라면 걸 테고. 목숨을 주라면 줄 테고.」
   「응. 그래서.」
   「일단 남자는 도날드 여자는 줄리아라고 가정하자고. 편의상 말이지. 편의상. <도날드 + 줄리아 = 환상적인 애인!> 응? 감동적인 사랑.」 
   「응. 그래서.」
   「그런데 그 커플의 정신연령이 낮어. 많이 낮어. 완전 많이.」
   「(검지손가락을 펴서 귀 옆에 갖다 대고 빙글빙글)」
   「아니. 그게 아니라.」
   「(검지손가락을 펴서 코 앞에 갖다대고 시선 집중)」
   「아니야. 아니라고. 어? 그게 아니라. 그냥 순수한 사랑. 고고한 순애보. 맑은 순정. 정결한 연정. 말 그대로 한치의 흠결 없는 사랑이라고. 그 흔한 유행가에 나오듯 생애 단 몇 번 만나는 사랑. 그런데 그 가운데 최고. 응?」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런데 한쪽이 좀 급해. 마음이 조급해. 왜? 왜냐하면 너무 좋아하니까. 완전 홀딱 반한 거지. 미쳐버렸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웬만한, 아니 길가는 여자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돼. 이런 남자 어떠냐고. 친구들 아무한테만 물어봐도 뻔해. 뻔할 뻔자. 걔 사귀자면 사귈래? 거의 1000명이면 1000명의 숙녀가 웬만하면 답하는 말은 뻔해. 뭐라고? 빵끗 웃으며, 땡큐지~ 라고! 그러니까 말이야 도날드가, 도날드가 어마어마하게 잘생겼어. 얼굴천재. 조각미남. 다비드의 현존. 그냥 잘생긴 정도가 아니라. 어디 지역이면 그 지역에서 나올 수 없는 얼굴과 몸매. 어디 지역이면 그 성형외과 의사든 골상학이든 예술가든. 누가 보더라도 최고. 딱 최고. 도날드가 바로 그런 미남이란 말이지. 얼굴만 그런 게 아니라 몸매까지 완전~ 그리스 조각상이라니까. 이탈리아 현지 박물관에 있는 딱 그 조각상이라고.」
   「(눈빛 총총 속눈썹 껌벅껌벅)」
   「그렇게 탐색전이 이어지면서. 남자 도날드는. 남자와 여자가 죽고 못 살듯 서로 사랑하는데. 그럼 아름다운 사랑을 어떤 작품으로 완성하진 못하더라도. 새콤달콤한 행복을 꽃피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단둘이 만나서 커피 1잔쯤은 마셔야 하는 거 아니니? 적어도 1 대 1로 햇볕 쨍쨍하든 말든. 대낮이어도 좋으니까. 만나서 1 대 1로 커피 1잔은 마셔야 하는 거 아니니?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A) 그런데. DONALD는 중간에 딴 여자를 만나. 1주일마다 소개팅을 꼬박꼬박 하는 거지. JULIA의 마음을 시험하려고 달랑 1번만 하는 거도 아니야. DONALD는 소개팅으로 만난 참한 숙녀들을 3번씩 꼬박꼬박 만나. DONALD는 그야말로 G 스폿 열린 거지. 아니. 도날드는 남잔데? 그럼 뭐 환상머신이 작동한 걸로 치자. 그래. 그 신비 버튼 누가 눌렀나는 몰라도. 일단 그래. 
    (B) 뿐이니? 도날드와 줄리아가 애인인데. 다정한 애인인데. 도날드는 하필, JULIA의 친구 Barbara와 단둘이 여행 가네? 단둘이 드라이브하네? 도날드는 줄리아의 친구인 바바라와 단둘이, 술 취해서, 야밤에, 여행지에서, 드라이브? 섹스각이네! 애인 관계인 애인의 여자친구랑 단둘이 놀러가? 미쳤네 미쳤어! 애인만 쏙 빼놓고 친구들끼리 놀러가서, 애인이 멀리 있는 틈을 타서, 단둘이 바람피워? 미친 거 아니야! 캬~! 애인의 여자친구가 최고급 스포츠카도 직접 운전해서 남자한테 꼬리치고. 꼬시고. 그래서 단둘이 만나고. 친구들끼리 여행 가서도 카섹스하고. 으아~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C) 여기서 끝이면 서운하게? DONALD는 결국 전여자친구 비비안까지 만나. 캬~! 그러면서 DONALD는 애인에게 쫑크를 주지. 저주하지. 무시하지. 겁준다고. 면박주는 게 취미. 멸시는 습관. 자긴 1번이면 끝이라면서. 자기는 남자 매춘부처럼, 말하자면 바람둥이처럼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고 다니면서 너는 1번이면 끝이래. 자기는 여전히 현역 플레이보이로써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면서 넌 성모 마리아로 숙녀 인생 영원히 썩어라 그거지. 나는 남자 매춘부이지만 너는 창녀이면 안된데. 그러면서 너는 직업이 비리비리해서 싫데. 너는 집안도 가난하고 연봉도 꾀죄죄해서 싫데. 
    (D) 뿐이니? 회사에서도 불륜. DONALD는 직장 동료들끼리 나이트클럽도 자주 가고. DONALD는 오늘도 소개팅 내일도 소개팅. 그러면서 남녀는 서로 애인이래. 하다 하다 그 애인을 놔둔 채. DONALD는 결혼을 약속한 딴 커플과 더블데이트까지 하네? 그렇게 또 딴년과 카섹스를 하네? 캬~! 
    (E) 그렇다고 JULIA가 DONALD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받지 않고. 받지 않고.
    (F) 그렇게 계속 DONALD는 전여자친구도 만나고. 스토커랑도 통화하고. 회사에서 불륜. 딴년이랑 카섹스. 또 다른 딴년이랑 드라이브 데이트. 또 다른 딴년이랑 영화 보고. 오늘도 전여자친구 비비안이 집 앞에서 기다리더라면서 자랑하고 뻐기고 튕기고. 언년인지 몰라도 상대 바꿔가면서 심심하면 카섹스. 어? 아예 혼자 사는 숙녀들 집에 툭하면, 심심하면 들락날락. 
    (G) 그처럼 DONALD는 JULIA를 보험으로 딱 남겨놓고. 확실한 정실감이니까 어디 도망 못 가도록 꽉 붙들어놓고. 여자 A부터 Z까지. 여자 a~z까지 막 만나면서 여자 맛을 알게 된 거지. 분수녀. 떨림녀. 교성녀. 기타 등등. 우아한 육덕녀. 고혹적인 중년 아줌마. 영계. 걸레. 고급 마담. 유부녀. 처녀. 술집 여자. 바텐더. 웨이트리스. 유니폼녀. 막 만나. 다 만나. 아무나 만나. 아무 여자한테나 다 몸과 마음을 바쳐. 요즘 세상 또 혼자 사는 여자가 좀 많니? 남녀가 연애하면서 진도 뺄 때. 플레이보이는 조수석에 여자 태우면 그건 말 다 한 거 아니니? 그런데 그와 똑같이. 도날드는 이 여자 저 여자, 혼자 사는 숙녀들 집에 막 들어가. 내 남자가 자기 차 조수석에 딴년이 앉는 걸 허락하지 않는 모습. 여자들이 그 얼마나 떨려하는 사랑의 예법인데. 사랑하는 애인을 놔두고서 딴 남자 조수석에 막 타면서 카섹스 즐기는 걸레가 있을 수도 있듯. 사랑하는 애인을 놔두고서, 딴 여자들 혼자 사는 숙녀들 집에 막 들어가서 하룻밤 풋사랑. 응? 비유하자면 딱 그거. 캬~~~! 짜릿한 쾌락마만 딱 골라서. 그처럼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즐기고 끝이 없었던 도날드. 응? 캬~~! 
    (H) 그래도 도날드는 여전히 줄리아에게 그루밍 그루밍. 나 도날드는 딴년들이랑 매번 카섹스 한 거 알고 있지? 아니 모르니 줄리아야? 이 머저리 밥통 바보퉁이 등신아! 난 오늘도 전여자친구인 비비안 만났어. 왜 기분 나쁘니? 약해. 아직 약해. 나 저번주에는 엘리자베스 만났다 너? 나 이번주에 크리스탈 만날 꺼야. 그런데 이걸 어쩌니, 에밀리는 나 좋다면서 꽃 들고 쫓아다니는데. 뿐만 아니라 얘~ 로즈마리 그년은 나 만나면 그날은 왜 하필 속옷 입는 걸 까먹고 나와. 이게 말이 되니? 응? 그러지 말고 내가 걔한테 팬티 선물하는 건 어떨까? 응? 이게 말이 되냔 말이지 내 말은. 응? 
    그런데 너 표정이 그게 뭐니? 응? 오늘 너 완전 똥 씹은 표정인 거 아니 모르니? 
    거 무슨 저녁 굶은 시어미 상(相)이야 뭐야. 어? 아니. 정말로 바지에 똥쌌니? 그랬니?
    설마, 너 바지에, 진짜로 똥 쌌니? 그러니? 와 대박! 와우 소름! 너 원래 바지에 똥 싸는 애였니? 자주 그러니? 정말? 
    (I) 그런데 결정적으로 여자 줄리아는 가난해. 많이 가난해. 희망은 있어. 그런데 희망만 있어. 심성이 밝아. 착해. 정체성이 복잡한 거야 넘어가고. 그래서 정실감으로 혹시 모르니까. 도날드는 줄리아를 계속 협박해. 나 곧 떠난다. 나 곧 딴 여자랑 결혼할 거다. 너 가난하니? 돈 없니? 내 전 여자친구가 어땠는지 들었니? 못 들었니? 내 전 여자친구는, 나와 걸맞지 않게, 정말 못생겼는데 돈만 많았어. 응? 돈지랄! 돈만 많기로 왕지락이었지. 난 그런 여자 좋아해. 돈만 많으면 다 OK. 나만 좋아해주면 딴 거 아무것도 안 봐. 그래서 너 돈 있어 없어. 없으면 꺼져. 가서 급전을 땡기든. 몸을 팔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돈 없으면 꺼져. 협박 협박. 줄리아는 아주 그냥 미쳐버리는 거지. 카섹스 하나로도 미쳐버리는데. 참는 데도 분수가 있지 글쎄. 
    혼자 사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를, 자기 집에 초대하면. 뭔 말 더 해야 하니?
    그런데 그런 일이 한두 번이게?」





    9

   「그거 실화니?」
   「어.」
   「그 남자 망할 놈이네.」
   「또 있어. 도날드의 친구인 세바스찬. 세바스찬까지 나서서, 줄리아에게 꺼지라 그래. 찐따처럼 들러붙지 말고 그만 떨어지라고. 싸구려 뽄드처럼 질척거리지 말라 그 말이지. 왜 그리 껄떡거리냐면서! 어? 완전 추접스럽다 그 말이지. 그 도날드의 친구 세바스찬이 또 가관이야. 하이에나 중의 하이에나. 그런데 또 걔 애인마저 암컷 싸움닭. 그래서 걔네는 치정 직전까지 가는 더러운 사랑 추접스러운 연애. 그런데 도날드는, 줄리아의 여자친구들을 따먹으려고, 1 대 1로 각개 격파하듯이, 꼬박꼬박~ 정성스럽게 데이트. 줄리아 몰래몰래! 딴년을 만나는 건 다 따로따로 꼬박꼬박 만나고. 왜 하필 줄리아의 친구까지 만나서 따먹어 따먹긴? 거 미친 거 아니야? 제정신이야? 사람이야? 그래서 카섹스 해서 꿀꺽 따먹고. 계속 그 패턴만 내내 반복.」
   「썩을 놈이구만.」
   「아무튼 편의상 가명이 그렇다는 거 알아두고.」 
   「편의상이든 어쨌든. 방울을 달든가 기저귀를 채우든가 그래야겠구만.」
   「또 있어. 도날드는 다니던 회사에 소문 다 났어. 치마만 둘렀단 하면 여자에 환장하는 놈이라고. 하필 제일 못생긴 손님이 도날드를 따라다녔거든. 집에 쫓아가고. 회사에 찾아오고. 스토커 중의 스토커. 그렇게 단 몇 번 여자가 정성을 들이니까. 도날드는 넙쭉 넘어갔어. 좋다면서. 그래서 공식적으로 사귀었지. 주변에 소문 다 내고. 집안끼리도 인사하고. 한마디로 여자는 붙어도 붙어도 딱 그 분과. 완전히 못생긴 꽝녀! 여자는 꼴값 도날드는 캬~ 얼굴값! 그런데 여자가 준비하는 국제시험이 있었거든. 그거 합격하면 펠라치오랑 커닐링구스를 완전 정성스럽게 해 주기로 딱 약속하고. 그때까지만 진한 사랑은 꾹 참기로 하고. 그래서 지갑 속에 서로 사진 간직하고. 만날 때마다 코스는 딱 정해져 있고. 주말 데이트를 하면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밥 먹고, 백화점에서 손 잡고 데이트하고. 전화 통화하고 전화 통화하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데려다주고. 회사에 또 찾아오고 찾아오고.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평상시에 애인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기념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고. 크리스마스에 뭐할까 뭐할까. 첫경험은 언제 할까 언제 할까. 첫 키스는 이미 했나 이미 했나. 얼굴 다 팔리고. 회사에 소문 쫙 나고. 한마디로 그 도날드가 미남 중의 미남이거든. 그 어떤 여자가 봐도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뭐랄까... 그래 마네킹. 인형. 응? 조각 미남. 이렇게 보면 요정 저렇게 봐도 다비드 상. 응? 그래서 회사의 온갖 여직원들이 그분을 흠모하면 꼬리치고 유혹하고. 웬만한 숙녀는 숙녀는 침 질질 어디 벌렁벌렁. 난리도 아니야 난리도 아니라고. 여자들 아조 그냥 미쳐버린다니까 그러시네. 다 그냥 질질 싸고 질질 흘리는 거지. 
    그런데 뭘? 
    흐흠. 허허. 이어가자면. 막 그냥 여자들 환장한다고. 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 주변에서 소개도 얼마나 많이 받았는데. 사귀지만 않았지 만나본 숙녀가 도대체 얼만데. 그런데 하필 도날드는 제일 못생긴 손님과 딱 사귀네? 손쉽게 넘어가네? 홀딱 빠지네? 회사 여직원들 죄다 뒤통수 잡았다지 뭐래니. 
    수증기 푸쉭푸쉭. 커피포트 아주 그냥 돌아버리는 거지 딱 돌아버리는 거라고. 안 그러게 생겼니? 
    회사에 소문 쫙 퍼졌어. 돈 많은 재치한테 넘어갔다고. 창피한 줄도 모른다고. 더럽다고.
    그러면서 도날드는 애인 줄리아에게 계속 그루밍 그루밍. 그루밍 그루밍. 
    여자가 자기 좋아하는 거 아니까 아주 그냥 막사는 거지 막살아.
    이건 뭔 양다리도 아니고 개걸레. 남자 매춘부. 남자 창녀지.
    그렇다고 여자를 놔주는 것도 아니고. 계속 그루밍 그루밍.
    그렇게나 남자라면 환장하는 년이 뭐, 
    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에요?
    나 꽃이야 좋아하시네.」
   「」
    ............
   「자, 얘기를 듣고 보니. 어떠니? 어떻게 생각하니? 응?
    (1) 남자 자동차 조수석에 신난다고 타는 여자 
    (2) 혼자 사는 여자 집에 초대받아 놀러가는 남자
    결국 (1) = (2)인 것! 1과 2가 어찌 다를 수 있나. 안 그런가? 
    그런데,
    도날드는, (1)을 술 안 취해서 낮에도. 술 취해서 밤에도. 
    도날드는, (1)을 아는 숙녀와도. 모르는 여자와도. 
    도날드는, (2)를 술 안 취해서 낮에도. 술 취해서 밤에도.
    도날드는, (2)를 여자가 혼자 있을 때 방문도. 여자와 함께 방문도. 
    물론 (1)과 (2). 둘 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단둘뿐이 모르고. 
    물론 단둘이 입 닫으면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거고. 응? 
    도날드는 다 했어 다 했다고. 한두 명도 아니고. 
    삑사리 나면 절대 안되므로, 따라서 의견 일치시키기로 협약. 
    그다음 그걸 잘 지키기만 하면 둘만의 비밀이요, 은밀한 사랑. 
    또는 아름다운 불륜? 어쨌든 남몰래 더티러브 완성. 
    그러나, 줄리아의 사랑만, 미완성. 
    그렇게 도날드가 청순한 처녀 혼자 사는 집에 들락거린 일. 
    게다가 한두 번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냉동참치가 아니라 오직 날것으로만!
    도날드는 그야말로 타고난 텐미닛이라니까 그러시네. 눈빛만 쏘면 다 넘어와. 
    적극적인 애교녀들만 골라서. 심지어 저돌적인 미녀만 딱 골라서. 
    아 글쎄 여자들이 좋다고 난리고, 숙녀들 죄다 환장하며 매달리는데? 
    그렇듯 집요한 떨림녀 분수녀 교성녀 그 절정녀들로만 딱 골라서. 
    매번 혼자 사는 숙녀 집에 들락날락! 
    (남녀 역할 바꾼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녀는. 그녀들은 것도 숨겼어. 
    이 남자 저 남자 슈퍼카들 조수석에 막 타고 다닌 거 싹 다 숨겼다고).
    ............
    배꼽을 맞췄을까 맞추지 않았을까! 
    아랫배를 서로 맞춰봤든 아니든. 
    배꼽이든 아랫배든 뭐든지 다 짝짜꿍 맞춰보고 
    그다음에 시치미떼기로 딱 입을 맞춘 건 아닐까. 
    단둘이 잡아떼기로 딱 맹세하면. 그럼 다네?
    고문하지 않는 이상 어떤 바보가 제 입으로 실토하겠냐고. 
    고문? 물고문? 성고문? 다른 고문? 희망 고문? 간지럽히기? 발바닥? 옆구리? 겨드랑이? 넘어가고! 
    심지어 무덤까지 그 비밀 안고 갈 상대가 어디 한두 명이었게?
    그럼 줄리아는 도대체 뭐가 되는 것일까. 
    잤냐 안 잤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늘. (절레절레)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날드는 줄리아에게 그랬지. 
    어디서 버러지 만도 못한 촌놈 주제에 감히 다비드를 넘봐? ~라면서! 
    그래도 그대가 좋다고. 그대를 열렬히 사랑한다면서 일편단심 가슴 졸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날드는 줄리아에게 그랬지. 
    너 같은 촌년은 남이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 같은 똥파리나 만날 것이지, 
    어디다 눈독 들이냐. 이러니까 촌년들은 잘해주면 안된다니까. 
    쫌만 잘해주면 남자가 지 좋아하는 줄 알어. 미친년들! 
    설마 늬까짓 암캐 주제에 감히 날 좋아해도 된다고 착각한 건 아니지? 그렇지? 
    넌 거울도 안 보니? 그러니? 이미 벌레 먹고 썩은 과일 주제에. 뭐가 어쩌고 어째?
    에라~ 찐따 머저리 불여우야. 가서 똥바가지나 뒤집어 써라. 이 발정난 암코양이야. 
    그처럼 쫑크 주고 망신 사고 모욕적이었는데. 
    그래도 줄리아는. I LOVE YOU 도날드! 어? 
    ............
    이건 뭘까? 정말 뭘까! 도대체 뭐냐고. 
    DONALD + JULIA = ♡? 
    그게 사랑이야? 응? 
    도날드 + 줄리아 = 사랑? 
    그게 말이 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어딨어? 야! 걔 어딨어? 내 이 인간을 콱 그냥. 야! 가서 몽키스패너 갖고 와. 아니다. 야, 가서 오함마. 아, 슬레지해머 특대 사이즈로 가져와라. 초대형으로.」
   「야 야. 사라 사라. 참어 참어. 어? 참어. 딱 참어. 늬가 참지 누가 참니? 응?」
   「장난이야. 그런 걸레는 좋아할 가치가 없어. 가라 그래. 
    뭐 내가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됐어? 그다음 그다음. 말해봐 말해봐. 어서어서> ~라고 말할 줄 알았니?
    에잇. 못 들을 걸 들어서 재수없다야. 에잇!
    그런 더러운 얘기 더 할 거면. 어? 
    야! 너 가라~! 꺼져. 닥치고 꺼져. 어? 안 꺼져?
    이런 삐─── 삐─── 삐────────────!」





    10

    다음 날. 
    평소처럼 출근하고. 일과 이어지다가 쉬는 시간. 
    외롭고 재미없고 고독하기로 따라올 사람은 엄청 많고. 그래서 그는 하던 공상 마저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주제는 가위눌림. 뭐 가위 눌림? 
    생애 통틀어 딱 1번 가위 눌림 엇비슷한 경험. 완전 괴상한 경험인데 아주 확실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불확실하지도 않고. 19살? 20살? 대충 그쯤. 세 들어 살던 저택. 허름해서 집세는 쌌고. 정원이 매우 길다란 긴 직사각형 구조 2층 집. 내부는 현관-거실-큰방1-큰방2. 그런데 큰방 2가 원래는 실내 수영장이었다가 그걸 매꿔서 큰방 2가 됨. 어느 날 큰방 1 안에 있는 침대. 벽 모서리에 침대가 위치하고. 그 침대 위가 아니라 옆 아니 밑, 그러니까 침대와 수직으로 누워 바닥에서 낮잠 자던 중. 일명 유체이탈. 당연히 본인은 거울녀도 아니고 막 그래서 유체이탈되어 날 찬찬히 관찰하진 않았고. 멀리 돌아다닐 수는 없었고. 단 얼마 동안만 느낀 기분? 오오 몸이 안 움직여진다, 아아 그런데 내가 내 몸에서 심신분리됐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그렇지만 완전히 유령이 되어 이성적으로 물건을 만지고, 물질적으로 말을 하고 듣고, 의지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고. 그냥 그러다 가위눌림은 끝났고. 딱 1번뿐. 괴상한 경험이긴 했다만 차라리 야한 꿈이 낫긴 나았네. 
    그런데 실내 수영장을 메꿨고, 침대가 있었고. 그 사이에 뭔 마가 끼었나? 점보면 용한 점쟁이가 뭘 지어내려나 갸우뚱갸우뚱. 





    11

    책망은 몰래 하고 칭찬은 알게 하랬다. 그런데 지적질 쉬쉬하며 잔소리하면 뒷담화요, 립서비스에 후하면 약 올리기. 뭐 어쩌라고요! 하여 참견도 사람 봐 가면서. 어디서 지적이야 너나 잘해! 너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너가 그러니까 뭘 해도 재미가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알아? 꼴에 눈은 높아가지구 말이야. 뭐? 뭐라고? 왜 더 해 줘? 해 주라면 해 주고! 빻은 메주에 찐 붕어 같은 놈. 뭐가 어쩌고 어째? 못생긴 생선 대가리 같은 놈. 뭐라고? 
    여자들처럼 친구의 단점을 칭찬하고 내 장점을 자기 비하하진 않았으나. 그러나 NB는 최근 기고했던 괜한 칼럼들 때문에 원성이 이만 저만 들끓은 게 아니었다. 물론 그건 과장된 거고. 뭐랄까 목소리 큰 놈이 장땡이다 같은 시장판 개싸움처럼 꼬인 세상사를 꼬집은 거 가지고. 교양을 바로 아는 것, 잘못된 상식을 깨는 것. 전자와 후자는 엄연히 다른 문제.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둘 다 못하면? 둘 다 개굴개굴 응애응애 삐악삐악 소녀갬성이면? 참말로 못 봐주겠다는 심정으로 옳은 얘기 좀 한 거 가지고. 그거 가지고 속마음을 숨겨야지 판도라의 상자를 속 시원하게 열어버리면 정말 어떡하냐 라는 핀잔. 그걸 누가 통쾌하다며 감탄하겠냐는 딴지. 전혀 상쾌하지도 그다지 아름답지도 못하다는 조롱. 다름 아니라 여성환상 1.5 편집장인 사라에게 들었던 것이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 대부분 선량하고 다정하고. 그래도 날로먹고 벗겨먹고 숙성되기도 전에 덥석 물어가는 놈이 임자고. 빡빡 우기고. 따박따박 더 우기고. 재수없고. 꼴 보기 싫고. 남의 다리 피나게 긁기나 하고. 죄다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물개박수만 받으려고 하고.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스승이고. 늑대가 늙으니 까마귀가 등에 올라타고. 그래서 똑소리~나는 칼럼 몇 편 연재한 것뿐인데. 양심에 찔리시는 분들이 있긴 있었나. 없었나. 뻥인가. 거짓인가. 연기인가. 
    결국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마라마저도 NB를 업신여겼다. 그게 뭐냐고. 그것도 칼럼이냐고. 그게 칼럼이면 동네 꼬마들 죄다 피카소라고. 늬가 칼럼니스트면 칼럼니스트 아닌 사람이 없겠다고. 그렇게 개 풀 뜯어먹는 소리만 나불댈 꺼면 가서 좋게 소파에 자빠져 잠이나 자라는 둥, 냉수 마시고 속 차리라는 둥. 헤엄치는 자 제 등 보지 못하는 요지경 같은 세상에 쓴소리 좀 한 거 가지고 말이야. (절레절레). 강자가 웅변하면 찍소리도 못하고 쥐구멍에서 나올 생각도 안하면서. 개구멍에 환상머신을 초대할 궁리나 하면서. 심심하면 사랑의 행운과 짝짝꿍 벌일 일만 상상하면서 그게 뭐냐고. 전설적인 테너의 아리아를 들어도 감흥은 예전 같지 않고. 안되겠다. 
    그래서 그는 무턱대고 밖으로 나갔다. 뭐야, 그런데 갈 데가 없네? 
    그는 갈 데가 없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발길은 그곳으로 향했다. 최근 아지트로 친구들이 심심치 않게 모이는 당구장으로 말이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당구장 도착. 
    오늘도 당구장은 고전음악을 틀었다. 
    헨델 /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크게 기뻐하라, 오 시온의 딸이여
    벽면에 걸린 명화는 뭘로 교체됐지? 앙리 마티스의 1936년 작 젊은 여인이구나.
    당구대의 무게는 1톤. 맞나? 대충 오차가 크든 작든 넘어가는 걸로. 
    그렇게 딱 연습을 시작하려던 찰나. 
    어딘가 모르게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바꼈다. 시작도 전에 싫증이 나는 듯해서 꽤나 찜찜했던 것이다. 
    하여 바로 근처에 있는 록 볼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혼자서 볼링 치긴 좀 뭐하고. 오락기에서 오락도 하고. 카드 게임도 하고. 음료수 마시면서 바텐더와 농담 따먹기도 하고. 
    그러던 찰나. 
   「어? 이게 누구야! 아니 어쩐 일로?」
   「어쩐 일은. 자네는 어인 일로 왔나.」
   「그냥 심심해서. 그러는 자넨 어떻게 왔냐니까?」  마크는 그렇게 말했다. 
   「왜 내가 못 올 데 왔나? 허허허. 마음이 심란해서.」
   「고독한가? 외로워마시게. 왜냐하면 나는 더 외로우니까. 들었지?」
   「들어? 듣긴 뭘 들어.」
   「아 안 들었겠네. 나 쓸쓸하다는 거. 너무 적적해 친구. 그래서 이렇게 만나니 더더욱 반갑구먼 그래. 허허.」
   「그런가? 많이 참고 있는 거 같네 그려.」
   「그래 많이 참고 있어. 참아? 그런데 뭘 참아. 뭐든지 참다가 풀다가 뭐 사는 게 그런 거지.」
   「이해해. 쥐구멍에 볕들 날이 있을 거야. 뭐? 그건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더군다나 자네가 쥐란 말도 아니야. 오히려 나라면 모를까.」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네.」
   「뭘 말인가?」
   「그거. 줄거리만 요약하자면 이렇다네. 내가 저번에 샬럿을 만났거든. 그런데 샬럿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살짝 샬럿이 빈정상했어. 나도 이주 개미 쥐똥만큼 기분 나빴고. 그러다 내가 찔끔 샬럿을 달래줬고. 그렇게 샬럿이 안녕하며 갔어. 그런데 다시 돌아오네? 돌아와서 하는 말이 글쎄. 사랑은 그런 게 아니라나 뭐라나. 뭔 놈의 사랑? 그래서 나는, 넌 내 타입이 아니야, 라고 말해줄까 말까 살짝 고민했어. 그러다 또 샬럿이 그러더군. 다분히 탐닉해도 나쁘지 않을 꽤 괜찮은 오락거리 뭐 아는 거 있녜. 응? 그래서 난 모른다 그랬지. 그래서 샬럿은 그것도 모르냐면서 날 마구 핀잔 주네? 난 참았지. 꾹 참았지. 그러다 다시 샬럿은 내게 말했어. 무슨 괜찮은 껀수 없녜. 그래서 내 그랬지. 껀수? 그런 게 어딨어. 냉큼 꺼져. ~라고 으름장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허허. 그래서 내가 쓱 떠봤지. 혹시 연애질 그런 거 말하냐면서, 내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 참 좋은 사람이다, 정말 괜찮은 남자다, 소개시켜 주고 싶은데, 만나볼 의향이 있냐! ~라고 물어봤지. 적어도 뻔트 잘하면 홈런감이라고 운을 막 띄웠단 말일세. 막 그런 얘길 듣고 샬럿이 뭐라 했는 줄 아나?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
   「뭐라 했는데?」
   「뭐라 하긴. 그러니까 오빠가 여자가 없는 거야. 에라 이 인간아. 늬가 그러니까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알아? 바로 그래서 늬가 뭘 해도 재미가 없어 이 발정기 늑대야. ~라면서 따금하게 혼내면서 딱 나가네. 그러다 갑자기 뒤돌아서서. 나보고 그러더군.」
   「뭐라 했는데?」
   「나보고 신발을 벗어보래. 내가 그랬지, 왜? 잔말 말고 벗어보래. 그래서 벗었어. 그러더니 양말도 벗어보래. 내가 그랬지, 왜? 닥치고 벗어보래. 그래서 벗었어. 그랬더니 내 발가락이 3개네? 난 허걱 놀랬지.」
   「그래서 어떻게 됐나?」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내 없어진 발가락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지.」
   「그런 얘길 듣고 그년은, 아니 숙녀 샬럿은 뭐라던가.」
   「자기가 안 가져갔데. 그러면서 손으로 (딱) 소리를 냈던가. 그러면서 저쪽을 손가락을 가리키는 거야. 난 봤지. 다시 무슨 듀퐁인지 뭔 구닥다리 골동품을 꺼내서 핑~ 효과음을 들려주네? 그런 다음 또 저쪽을 가리켜. 이년이 누구 똥개 훈련시키나, 라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봤어. 그런 다음 다시 내 눈을 쳐다보면서 (딱) 소리를 내는 거야. 그러면서 눈짓하더군. 내 발을 다시 보란 그 말이지 뭐겠어.」
   「그래서 어떻게 됐나?」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되겠나 친구. 발가락은 다시 생겼어.」
   「정말?」
   「그래. 정말이라니까. 왜 거짓말 같나?」
   「아니. 재미없어. 실은 나도 샬럿으로부터 똑같은 마술을 당했거든.」
   「뭐 자네도? 난 자네가 그래도 샬럿이랑 꽤 친하다길래, 언제 만나면 물어볼까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
   「그래.」
   「그런데 우리가 꼭 샬럿의 속임수를 끝까지 알아내야 하는 걸까?」
   「그야 뭐 반드시 알아낼 필요까진 없겠지?」
   「잘 생각했네.」
   「고맙네 친구. 자네밖에 없어. 허허허.」
   「너도 알지?」
   「뭘 말인가?」
   「샬럿이 자넬 많이 좋아한다는 거.」
   「내가 알기로는 자넬 좋아하는 거 같은데? 자네 조심하게. 샬럿 그년 남자 더럽게 밝혀. 한번 기 빨리면, 걔한테 기 제대로 빨리면. 어? 감당 안될 걸세. 내 경고했네. 알겠나?」
   「그런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우리끼리 너무 설레발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알게 뭐야. 허허허」





    12

    요한 밥티스트 반할. Stabat Mater in f minor
    NB는 일하려고 집중하던 중.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샬럿의 믿기지 않는 요술이 차마 잊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럴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는 친구들 중에 이런 일에 일가견이 있는 톰을 만나기로 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톰과 카페에서 만남.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장엄 미사. 
   「톰. 너 원래 이런 노래 좋아하니? 아니면 카페 아르바이트가 손님 없다고 지맘대로 유행가 끈 거 아니야?」
   「그런 넌 이런 노래 싫어하니?」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뭐라고나 할까, 연인끼리 생일잔치를 단둘이 조촐히 하는 순간이라면 좀 그렇다 그거지.」
   「여기 손님이 지금 너랑 나 말고 더 있니?」
   「(뚤레뚤레)」
   「불완전한 사랑은 대부분 불순한 동기에서 시작되고, 불미스러움에 기인하여 진행되다가, 싱겁게 끝나는 것. 
    ~라는 말 같지도 않은 얘기할 꺼면. 딴 데 가서 알아보고. 시적인 남자 지적인 오빠를 좋아하는 숙녀들이야, 아 나 이거 정말 또 여자 얘기? 우리 제발 그만 좀 하자. 어? 여자 얘기 그만 좀 하면 안되겠니? 응?」
   「뭘 그만해? 그 이야기 늬가 꺼냈잖아?」
   「아 그래? 그럼 자중하고. 뭐 그건 그렇고. 만나자고 한 용건이 뭐야? 우리는 남자. 남자 대 남자로 꼭 대화해야 된다, 라는 건 아니지만. 너 나 알지? 전화받으면 내가 하는 말. 왜 전화했냐는 정공법. 어?」
   「너가 혹시 아나 해서.」
   「내가? 뭘? 진한 사랑 중에 모유 나오는 거? 아님 겨자 뿌리고 케첩 진짜 케찹 뿌리고, 막 주방의 그 오일이랑 그런 거 뿌려가면서. 그런 거 그냥 경험상 한 번쯤 해 보고 싶었다는 여자 얘기? 또 그놈의 여자 얘기.」
   「여자 얘기 늬가 꺼냈거든.」
   「아 맞다 맞다.」
   「톰. 나 샬럿한테 당했어.」
   「당해? 뭘 당해? 뭔지 몰라도, 나도 당하고 싶다. 뭔지는 모르지만.」
   「아 쫌! 장난 아니야. 진짜야.」
    중간 건너뛰고.
    NB는 자초지종을 톰에게 모두 설명했다.
    중간 건너뛰고.
   「샬럿이 그런 애였니? 지가 마녀야 뭐야!」
   「그런 넌 난봉꾼이야 뭐야. 중요한 건 그 얘기가 아니고.」
   「중요한 건 그 얘기가 아니고.」
   「아 쫌 따라하지 말고.」
   「아 쫌 따라하지 말고.」
   「」
   「알았어. 알았어.」
   「샬럿한테 당한 애가 나뿐만이 아니라는 거야. 바로, 톰도 당했어. 똑같은 거.」
   「실은 있지. 나도 당했어.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 뻥, 아니라고.」
   「진짜?」
   「샬럿 그년이? 지가 무슨 셀레나 고메즈야 뭐야!」
   「지가 뭐 기고 날아봐야, 케이티 페리야 뭐야.」
   「야. 그러지 말고. 가서 맞짱 뜰까? 샬럿 싸움 잘해?」
   「샬럿 여자잖아. 그건 그렇고. 넌 싸움 잘해? 늬가 무슨 져스틴 비버냐!」
   「져스틴 비버?」
   「그래. 져스틴 비버가 저번에 그랬잖아. 야 톰 크루즈. 늬가 연예인 싸움 순위 톱 3 안에 든다고? 넌 늙었어. 내가 최고야! 내가 아무리 골체미를 자랑한다고 할지라도. 넌 나한테 안돼. 라스베가스 호텔 최고급 특설링에서, 우리 속 시원하게, 한판 붙자. 어? 화끈하게, 어? 남자답게, 어?」
   「정말 그랬다고?」
   「그 얘기 늬가 나한테 해줬거든. 싸움에 체급이 어째서 있고. 왜 선수들이 유럽 명문 구단에서 뛰다가, 슬슬 2부 리그 3부 리그 그렇게 내려가는지. 그런 잔지식 상식 교양. 다 늬가 나한테 얘기해준다고. 왜? 넌 더럽게 말 많은 놈이거든. 너 혹시 딴 데 가서 나 흉본 거 아니니? 이따금 내 귀가 간지러운 거 보면 뭔가 의심스럽단 말이야. 응? 너 고자질 못 끊었냐. 그거 누구한테 배웠는데. 뭐, 하워드?」
   「이 자식이 어디서 이간질이야. 어? 너 한번 혼나 볼래?」
   「워 워 워.」
   「워 워 워는 뭐가 워 워 워야. 내가 말이야? 어? 히잉히잉 내가 말이냐고!」
   「아니. 당나귀. 귀만 이따만 한데. 마권 업주가 안 좋아하는 조랑말. 행복업을 사랑하는 경마 애호가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퇴물.」
   「뭐?」
   「아님, 종마?」
   「종마? 종마가 뭐하는 말인데?」
   「넌 것도 모르냐. 집에 가서 검색해 봐.」
    당장 핸드폰으로 검색.
   「이 자식이......!」
   「농담이야 농담. 너 안 본 사이에 많이 성질 죽었다며. 이제 옛날처럼 욱 안 한다며. 상스런 말도 다 잊었다며. 그런데 지금 이건 뭐야?」
   「뭐긴 뭐야. 너가 자꾸 날 짜증나게 하잖아?」
   「논점 흐리지 말고. 아 장난 그만 좀 해 인마.」
   「어쨌든.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그럼. 샬럿에게 당한 놈이 총 3명. 너. 나. 아리아나 그란데.」
   「아니. 드웨인 존슨. 상남자. 캬~! 어? 크리스찬 호나우두, 말벅지! 어? 캬~!」 
   「뭐 꿀벅지?」
   「뭐? 그런데 들었니? 엇그제 컨디션 안 좋아서 호나우두 개 발 됐다는 거. 뉴스 헤드라인 기가 막혔다. 또 있다. 저번에 테니스의 황제 페더러. 컨디션 안 좋으니까 120위권이던가 150위권이던가 보도 듣도 못한 무명한테 발렸잖아. 그래서 개상 죽상 울상돼서 퇴장하는데, 승자가 히죽히죽 웃던 장면. 카메라 기자들이 기가 막히게 딱 찍었잖아. 아아 (절레절레)!」
   「또 있어.」
   「뭔데?」
   「C. 호나우두 여자 설. 걔가 여자라는 일설이 있어.」
   「그건 또 뭐야?」
   「긱스 왈 "호날두는 메시가 골을 넣으면 TV를 꺼버려요"」
   「허허. 메시는 암말도 안 하는데 걘 대체 왜 그런다니? 트로피도 많고. 성과 뚜렷하고. 성적 여전하고. 하여간에 있는 놈들이 더 한 다니까. 엑스맨 실존설이야 뭐야. 뭐 지구 동공설? 또 그놈의 달 착륙 조작설? 외계인 일루미나티? 재밌긴 재밌다만. 실없는 얘기는 이쯤 줄이자. 아무튼 우리가 이 일을 그만 넘어가서는 안돼. 그럼. 그렇고 말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너도?」
    하이파이브. 
    한 번 더. 
    하이 파이브.





    13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일까? 간사한 아첨꾼일 것인가, 아니면 사랑스러운 낭만주의자를 고집할 텐가. 그러니까 말이지 이를 테면 말이다, 음 가만있자. 말하자면 귀여운 강아지처럼 꼬리 살살 흔들면서 비위 맞추고 아부하며 호응하기. 알고 봤더니 살쾡이 중의 살쾡이인데 개처럼 꼬리 살살 흔들면서 개처럼. 그런데 왜? 뭐한다고 이처럼 슬슬 감고 살살 당기고 날 띄워주지? 
    자, 속마음을 은근슬쩍 엿보자면. 흠모한다는 듯한 말을 까고, 발랑 까고, 친하고 싶다는 신호의 달콤한 포장지를 벗기고 나니. 어라~! 자, 의중을 딱 발가벗겨 보니. 실오라기 하나 없이. 어느 콘서트장 무대에 수북이~ 쌓인다는 그거까지 모두 딱 발가벗겨 보니. 허심탄회하게 본심을 빼도 박도 못하도록 측정하고 보니. 허허. 허허허. 거 선생께서 나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구만 그래. 여자면 자기 순위권에 들고 싶다면야 썩 마다하지 않겠다는 거고. 남자라면 서로 목적 견주고 성과 따지자는 거고. 어? 날 좋아하는 호감이면 여자말 번역기. 나 기분 좋으라는 빈말이면 가식. 그래서 립 서비스 건너뛰고 남자 대 남자로 얘기하자는 직접화법이면 화끈해서 좋고. 딱 쿨하고! 뭐 다혈질? 으쌰으쌰 기분파면 재밌기는 한데, 간혹 빈말 못 알아들는 철부지면 귀찮아지고. 
    아무튼 뭐든지 본론은 옷으로, 예의로, 관례이자 허식으로 감추어져 있는 것. 실상 뜸들이기 건너뛰면 재미없고. 사랑은 곧 그리움. 그래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일쑤니까 기성복이 비싼 것. TV에 나오는 게 다 그거. 백화점에서 파는 소비제도 그거. 집착했다가 미련한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멜로드라마. 특유의 진행 패턴이 불변하는 할리퀸 문고. 시시콜콜한 TV 드라마 대사. 너 나 좋아하니? 나 좋아하지 마라! 그런 드라마를 결코 싫어할 수 없는 여자 여자. 일평생 목숨 걸고 일편단심으로 오직 나만을 떠받들 거 아니면 저리 가라, 넌 절대로 그럴 위인이 못된다 라는 직감이 발달한 숙녀. 그런 도도한 여자들이 나오는 드라마. 어? 닭살 닭살! 거북하고 거북하고. 간지러운 멜로 장르 절대 못 보는 남자 남자. 캬~, 어? 상남자! 캬~ 남자. 어? 남자! 물론 혼자서는 그렇다는 거고. 애인과 함께라면 그게 바로 이 세상에서 최고로 기쁜 일일 뿐이고.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있을 수가 없고. 그러나 뭘 해도 재미없어. 언제나 심심. 외로워. 고독하다고. 뭐 언제는 안 그랬게? 늘 그랬어. 항상 권태를 어깨 위에 짊어지는 대리석 조각상 같은 남자라는 게 그분들 인생 모토의 골자구만 그래. 어디산 다비드면 그나마 천만다행이게? 다비드 발끝도 못 따라가면 그건 또 뭐냐고. 뭐 인생이란 그렇다 치고. 
    그럼 사랑이란 무엇일까! 뭐 또 사랑? 하여간에 여자들이란! 뭐? 글쓴이는 남잔데! 좌우지간 남녀 공히 사람이니까, 고로 인간적인 우리가 어찌 사랑에 대한 호기심을 내려놓을 수 있겠나. 애정에 대한 의구심은 단지 본능일 뿐. 10시 방향 2시 방향 곁눈질. 미남이 나타났다 미남이 나타났다, 소문난 그 남자 요즘 뭐한다니 들었니 어쨌니 수다 삼매경. 아마도 사랑이 그런 것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싫증이 매사 기분의 선봉일 뿐이고. 통상 빈수레가 요란하듯. 딱 보면 은근 허당. 죽 쑤어 개 주는 일 허다하고. 말들이 먹을 귀리를 암탉들이 실컷 먹고 말이지. 그래서 뭔가 흥미진진한 꿍꿍이를 모색하다가, 색다른 취미를 찾는다? 주위에 소문 다 내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은밀히? 결국 쥐도 새도 모르게? 허나 아무리 은밀해봐야 비밀은 없고. 하늘은 알고. 다 알고. 각본 반틈은 다 정해진 거고. 개 뻥은 탄로 나기 일쑤고. 어차피 재미없고. 아는 동생들한테 넌지시 잘해주면 또 잘해준다고 바람둥이라고 미워하면서 좋아하고. 맺고 끊기를 확실히 하면 또 냉정하다면서 더 미워하고 더 좋아하고. 어? 소개팅 마칠 때 전화번호 물어보면 물어본다고 짜증내고. 안 물어보면 안 물어봤다고 토라지고. 어? 우리 보고 어쩌라고요! 
    그래 봤자 다 뻥 개 뻥.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 동경심에 아찔한 결과 그는 감수성에 맹종했다> 그런 꿍꿍이 가득한 소설을 쓰는 NB의 마음은 뻔했다. 진한 사랑 말고 뭘 더 원하겠나. 호색한 같은 놈. 지지리 못난 놈. 돼지 꿀꿀 개구리 개굴개굴 병아리 삐악삐악. 어? 너구리처럼 눈이 시커멓지도 못한 채 쥐새끼처럼 눈 튀어나왔어. 토끼처럼 입까지 튀어나왔어. 아침이면 아침이라고 흑심 가득한 피노키오. 도대체 안 튀어나온 게 뭐야! 이런... 이런... 못할 것도 없지. 이런 돼지새끼. 에잇 (절레절레). 
    그러던 순간. 무료함을 탈출한 계기가 뭔고 하니. 
    그건 바로, NB는 파티를 열기로 했다. 무슨 수영장 파티니 초대장이니, 어? 드레스 코드 그딴 거 필요없고. 
    제발 그딴 거 있는지도 몰랐던 전성기의 끝물에 경험이라도 해 봤으면 좋겠으나. 옷 많고 차 많고 돈 많아 봐야 다 귀찮다. 완전 귀찮다. 
    돈이야 딱 쓸 만큼만 있으면 되고. 어? 옷? 직업 때문이라면 양복 딱 3벌로 돌리면 그만. 슬리퍼 2개. 뭐 마누라는 1?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말이! 
    아,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NB는 샬럿에게 당한 남자 3명이서 모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샬럿에게 당한 3인방끼리 회식? 거 괜찮네. 듣던 중 반가운 소리. 
    그럼 뭐 언제는 들리는 얘기가 다 저질에 더럽고 추접스러웠나 뭐! 
    좌우지간, 불러서 고기 구워 먹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 으쌰으쌰도 기웃기웃 해가 중천에서 노을로, 뿐만 아니라. 통속적인 화법으로써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친한 친구끼리 이빨 까는 거. 그보다 더 재밌는 건 이 세상에 썩 많지 않다는 거. 누가 모를까. 어쨌든 그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14

    샬럿에게 당한 3인방끼리 모였다. NB의 사무실에서. 
    톰, 마크, NB! 뭐야? 그럼, 전문용어로, 동서? 동서는 동서인데 뭔 동서? 
    하여간에 못 말려 못 말린다고. 뭔 틈만 나면 아주 그냥, 거 무슨 야생마도 아니고 두더지도 아니고. 
    생긴 거는, 됐고! 딱 됐고. 
    여기서부터는 친한 지인들끼리 편히 말해서 하는 얘기로, 썰만 털면 문맥이 끊길 듯하니까. 
    아니 솔직히 말해서 입 아프고, 자판 소리 시끄럽고, 털만큼 털었으니까. 따라서 줄거리 위주로 깔끔하게. 단촐하게. 딱 그렇게. 
    그렇게 샬럿에게 당한 3인방 톰, 마크, NB는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NB의 사무실에 냄새가 배기든 말든. 돼지고기 특정 부위. 소고기 최고급 부위, 는 아니어도 중간 등급. 
    그런데!
    그런데!
    진짜 그런데! 
    아뿔싸. 맙소사. 지퍼스 크리퍼스! 
    샬럿에게 당한 3인방이 모인 자리에, 바로, 샬럿님께서, 제 발로 등장해주셨다. 두둥~! 짜잔~!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 
    선크림. 카시트. 컨츄리 스푼? 사카스틱 초콜릿? 센티멘탈 클래식? 스마일 캔슬? 아아 들린다 들린다. 그딴 놀이 때문에 귀가 탄다나 뭐라나. 거 참 말 더럽게 많다나 뭐라나. (절레절레) (절레절레) 
    살면서 기억나는 인상적인 표정 2가지가 있다. 살다보면 복합적인 표정이 뭔가, 심하도록 잔상이 특별하지만. 또 그와 달리 지금 선별된 건 딱 2가지. 
    첫째, 눌변가인 아빠의 말을 일평생 견디고, 버티고, 참았던 엄마의 무표정. (이거 모르는 사람은 없고)
    둘째, 최고의 다변가. 수다 대회 1인자. 그런데 재미없어. 재미는 없고 말만 많아. 그런 부인을 둔 남편의 한숨. 그런 부인을 둔 남편, <진짜 말 많다니까. 말 정말 많아>. ~라는 말조차 해도 해도 끝이 없었을 텐데. 그런데 그런 말을 수없이 반복하는 자기 자신조차... (절레절레). 일명 지칠 줄 모르는 수다머신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남편의 운명. 아아! 그놈의 수다 3시간과 시간을 함께 보내도 기 빨리고 힘 빠지고 벅찬데. 그런데 평생 붙어있어야 한다고? 위스키 3잔으로 퉁칠 수도 없고. 맥주 3캔 까고 후딱 도망갈 수도 없고. 참말로 미치고 환장하는 거지. 그 인고의 세월! 처음에 만날 땐 조신하고, 고상한 분위기에, 참한 느낌, 다정한 기분 하며, 신데렐라처럼 통금 시간 있고, 명문가에서 신부수업까지 받고. 말수 많지 않고.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여자 쪽이 아니라 참한 정실감인 듯한 느낌. 딱 그랬는데 그랬는데. 그랬는데. 아아 오오 (절레절레) 그분 표정을 바로 옆에서 직접 보면... 속에서 올라온다 올라온다. 뭐가? 
    남자는, 나이가 들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옵니다~! 뭐? 
    아무튼.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온 거야, 아니면 도둑이 제 발로 자수하러 온 거야. 
    겉으로 확실한 감탄사를 내뱉을 수는 없어도. 
    샬럿에게 당한 3인방끼리 속으로 떠오른 생각은 정확히 일치했다. 
    그건 무엇일까? 뭐긴 뭐겠나. 
   「너 잘 왔다.」
    너 잘 걸렸다 그거지. 딱 그거지. 여기가 어디라고? 아니면 이 말은 어떨까! 
   「이게 웬 떡이야?」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인사하고 묻고 답하고 어쩌고저쩌고. 다 했어. 다 했다고. 
    즐겁게 수다 떨고. 넌지시 물어보고. 샬럿은 얼렁뚱땅 말 돌리고.
    그래서 진실을 알게 됨. 알고 봤더니 샬럿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함. 
    그 순간 갑자기.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또 다른 샬럿이 등장. 
    뭐야. 쟤 뭐야!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야. 
    이번에는 속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말해도 했다. 
   「쟤 잡아!」
    원래는 행동 먼저 하고 말은 다음에 하던가 말던가 그래야 하는데. 
    얘네들도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TV랑 드라마에 나오는 게 다 그거. 그게 그거. 
    어쨌든 넘어가고. 
    그래서 추격전.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결과는 놓침. 
    조니에게 전화 옴. 마크가 받음. 
   「너네 지금 TV에 나오고 있어. 야 뭐해? 뭐하는 거야? 뭔 일인데 그래?」
   「뭐 진짜?」
   「아니. 뻥이야!」
    전화 끊음. 
    샬럿에게 당한 3인방 + 진짜 샬럿 = 그렇게 3 플러스 1개 끼워주기 상품. 
    그렇게 4인방 그분들은 가짜 샬럿 잡기를 과연 포기할 텐가. 
    바로 그 순간. 가짜 샬럿에게 가면을 쓴 일당 3명이 합세. 그렇게 딱 4인방이 등장. 
    뭐야 거울? 도플갱어? 그것도 1명이 아니라 4명이 한꺼번에? 4명 다 뎃고 살라고? 4명?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와 똑같은 4인방이 등장. 
    그들에게 다가옴. 
    그들 즉 오리지널은 겁나서 도망감. 
    그렇게~ 한 3분 도망갔나? 그랬나? 그랬다. 그랬다고. 
    그러다 멈춤. 딱 멈춤. 
    그런데, 왜 우리가 도망가야 하지? 
    전세 역전. 
   「얘들아 우리가 왜 도망가?」
   「야 쟤 잡아!」
    오리지널이 가짜를 추격. 맹추격. 





    15

    영화 기법 전문용어 어쩌고저쩌고로, 아 이건 화면 예술이 딱인데. 좌우지간. 
    어쨌든 아까는 달렸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바로 차를 탄 것이다. 헌데 차가 이상하네?
    무슨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도 아니고.
    가짜 4인방이 탄 차가 그랬단 말이다. 
    물론 진짜 4인방은 그 근처에 묘한 우연처럼 NB의 웨건이 딱 대기. 
    그래서 차가 차를 추격. 아까는 뛰어서 쫓고 쫓는 추격. 지금은 차가 차를 추격. 
    그러니까 가짜 4인방이 탄 차가 그랬단 말이다. 
    선두에 호박마차요, 다음으로 동물 모양 차. 다음으로 놀이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차 한 칸. 다음으로 빙글빙글 다람쥐 쳇바퀴 기구의 그 칸. 마지막으로 단종된 폭스바겐 그 조그만 버스까지. 
    이건 뭐 거 무슨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도 아니고. (절레절레) (몸짓) (표정) 
    이쯤 되면 토끼와 거북이 우화가, 도대체 왜, 줄거리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저절로 이해가 될 지경. 
    이따금 궁지에 몰린 생쥐에게 고양이가 쫄기도 하지만. 종종 소형 노트북 만한 쪼그만 강아지가 맹렬히 짖으면 그레이트데인은 완전 쫄보가 되듯. 대관절 왜 살쾡이 분과인 고양이가 쪼그만 생쥐를 톡톡 건드리면서, 신기해하고, 호기심 충족되면서, 같이 놀고 싶어하는지. 알 듯 말 듯. 
    어쨌든 바로 그처럼 쫓는 그들. 
    남자 셋 여자 하나. 
    남자는 톰, 마크, NB.
    여자는 샬럿. 진짜 샬럿. 
    전세가 역전되어 진짜 4인방이 가짜 4인방을 쫓게 됨. 
    그들은 어느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느긋해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허나 그들도 어른.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거친 백전노장까지는 아니겠으나. 
    사자도 모기로부터 제 몸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왜 모르겠나. 
    똥파리 쉽게 보고 하이에나 무시하지 않는 거 다 알지. 다 알아. 
    굶주린 늑대가 여기만 해도 몇 명인데. 
    자스민에게 무례한 꿀벌을 보았는가?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자, 잡아서 어떻게 심문한다? 뭐부터 물어보지? 
    그들은 눈빛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렇지, 이심전심! 
    그들은 여유 없게 쫓기는 가짜 샬럿 일당을, 
    그들은 여유 있게 쫓으면서 생각했다. 무엇을? 
    어려움은 꼬리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 ~라는 것을. 
    대체 쟤네들을 어떻게 족칠까, 뭐라고 닦달할까, 어떤 식으로 떽떽거릴까 라고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 이상한 뭐라고나 할까, 열차? 
    그 괴상망측한 뭐라고 불러야 하나, 어설프게 밧줄로만 묶어서 연결한 장난감 행렬? 
    아무튼 그 해괴한 행렬은 느닷없이 수직 상승하여 지면과 딱 직각으로 진행했다. 
    지면과 정 90도를 이뤄서 그대로 젊음의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뭐야 그걸 지금 우리보고 믿으라고? 
    좌우지간 그 뚱딴지 같은 행렬은 
    공중으로 계속 올라가다가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카루스처럼 다시 내려오지도 않았다. 
    용처럼 하늘로 승천하면서 공중에서 연기로 뭔 글씨를 쓰지도 않았고. 
    그냥 정상적인 거리. 적란운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시거리가 어쩌고저쩌고. 
    그런 지극히 정상적인 거리가 아닌, 꽤 가까운 시점에서 점점 작아지는 듯 멀어지는 듯 그러면서 소실됐다. 
    뭐야 그걸 지금 우리보고 믿으라고? 
    딴 사람은 몰라도 그걸 지켜보는 남자 셋 여자 하나는 과연 심정이 어떻겠나. 
    이건 뭐 그냥 막 거 무슨 아 나 이거 정말 미치겠네 미치고 환장하겠구만, 어? 
    이 상황에 바지에 똥을 쌀 수도 없고. 새똥을 맞아본 적도 없고. 어? 
    이게 말이 되냔 말이지 말이. 그런데 사실. 딱 사실. 100퍼센트 사실. 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장면을 왜 하필 우리가 바라보고 있냐고. 멀뚱멀뚱. 어? 
    뭔 말도 안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어째서 우리냐고. 어? 
    이런 장르 완전 생뚱맞은 걸로도 모자라, 무슨 밑도 끝도 없이 판타지도 아니고. 
    말짱 황이요 말짱 도루묵. 죽 쑤어 개 주는 꼴.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거지. 
    이런 개 풀 뜯어먹는 허탈감을 봤나 딱 그거였다. 
    이런 장면에 더없이 적절한 말이 있다. 그건 뭐냐, 
    바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뭐? 
    진짜네. 진짜야. 개도 이제 깨달은 거지. 
    아아~ 닭도 새였구나! 라는 걸 말이다. 
    한편, NB는 고백할 수 없었다. 
    그건 자신의 예지몽이었다는 사실을. 





    16

    조지 프레드릭 헨델 / 오르간 협주곡 B플랫 장조 Op. 4 no. 2 HWV 290
    똥 냄새 풍길지도 모르니까 어설픈 위작으로 사무실 그림을 바꿀 수도 없고. 
    NB는 그렇게 평소처럼 일하는 중. 그러다 톰에게 전화가 옴. 
    나 놀러가도 되냐, 
    안 될 게 뭐냐, 
    그럼 갈께 그렇지만 빈손으로 간다, 
    진짜 빈손으로 오면 내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그런 너의 허망한 얼굴 근육 움직임을 보고 싶다 이러쿵저러쿵.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톰은 NB의 사무실에 도착.
   「너 수색영장 떨어졌데. 체포영장이랑 함께. 정식이 아니라 무슨 24시간 긴급 어쩌고저쩌고로 즉각 받았다는데. 너 나 정보통인 거 알지! 내가 꼽아둔 USB가 몇 개냐. 내가 심어둔 위치추적기가 얼마냐고. 내가 빨아들이는 여자말 번역기, 너 몰라? 체포영장 당장 떨어졌다니까. 어? 실시간 첩보 입수.」
   「뭐 나를? 진짜? 왜?」
   「뻥이야!」
   「뭐? 이 자식이... 이 자식이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푸하하하하하하. 너 뭐 잘못한 거 있니?」
   「잘못은 뭔 잘못. 내 손에 케첩만 안 묻었다 뿐이지, 어? 우리는! 인간은 악마의 마성은 물론, 본능부터, 뭐 넘어가자. 내가 너랑 무슨 그런 심도 깊은 얘기를 하겠니.」
   「그래? 너 불행하지? 인정해. 잘못했지?」
   「어. 내가 잘못했다. 너나 잘 먹고 잘 살아라. 됐냐?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라. 됐냐?」
   「아니. 내 말은 뭐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넌 내가 불행했으면 좋겠니? 그러니?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
   「아니~ 내 말은 뭐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럼 뭐 내가 당장 꼴까닥이 아니라. 시름시름 앓으면서 가늘고 길게 시름시름 시름시름. 어? 병든 닭 마냥 시름시름. 그런데 가늘고 길게. 딱 그러기를 바라냐? 어? 이 자식이...」
   「아니~ 내 말은 정말 그렇다는 게 아니라.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말하자면 뭐 그냥 너나 나나 다 사는 형편 뻔하고. 네 팬티가 몇 장인지 슬리퍼 몇 켤레에 숟가락 몇 개인지까지 다 아는 사이에. 어? 뭐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어?」
   「말이 많아지는 거 보니까, 알겠다 알겠어.」
   「알긴 뭘 알어? 나 그런 사람 아니야.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넌 속 좁은 남자야. 넌 아주 그냥 꽉 막힌 마초라고. 알아?」
   「내가?」
   「오, 스티브 잡스! 약발이 떨어질 때도 됐지. 그런데 안 떨어져. (절레절레) (절레절레) 쟤 좀 말려라. 환청은 끊이질 않고. 왜 아니겠어. 안 그래? 잡것! 오빠 달려? 오빠 좀 걷자. 지친다. 퍼진다. 몰린다. 숨찬다. 풀 데가 없다. 발정기라고. 몽정 아니 아니. 몽상은 해도 해도 그 끝이 없단 말이다. 아아 그놈의 미저리 미저리!」
   「뭐? 그게 대체 뭔 말이니? 말을 좀 알아듣게 해. 늬가 뭔 외계인이야 뭐야?」
    그래도 결과가 없지 않았다. 톰은 묵직한 힌트를 안겨줬던 것이다.
    윙크? 힌트? 팔짱? 그게 뭐냐. 
    자, 그건 다름 아니라 과학적 분석이었다.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의 차이. 
    피터 드러커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서적에서 몇 자 주서 읽은 거 가지고서. 
    그까이 꺼 뭐 그냥 대~충 그냥 몇 자 말발로 때우고, 갸우뚱하며 반문해도, 듣지 않으면 그만. 
    어른들 말발이 다 그런 식. 통 듣지를 않어. 토론다운 토론, 제대로 되는 거 본 사람 있나? 거의 없다. 있을 수가 없다. 아저씨 아줌마들 말발이 다 그런 식. 관심을 돌리고. 시선을 빼앗고. 시끄럽게 반칙하고. 말 끊고. 말수로 승부하고. 말할 차례 빼았고. 뭔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맞받아치고. 뭔 말 같지도 않은 삼천포로 툭하면 빠지고. 밑도 끝도 없이 지적질. 개 풀 뜯어먹는 뽐뿌질. 어? 결국 마무리는 내 자랑. 푸하하하하하하. 마침내 너나 나나 전성기 지났다는 거 인정하는 꼴 되는 거지. 널 보면 나 잘 나가던 당시의 날 보는 것 같다. 내가 너다? 식욕이 성욕이다? 너는 내가 될 것이다? 
    어쨌든. 그까짓 거 뭐 그냥 대~충 응용하고 짬뽕하고 잡탕을 요리해서, 몇 마디 지껄여도 되는, 얼마든지 그래야 하는 친한 사이니까. 
    열심히 깐족거려야 정상인데. 오늘은 얘가 그래도 철이 들었는지 핵심만 딱 집어줬다. 
    바로, 걔네 잔당들은 홀로그램을 이용해서 너네들 관심을 90도 수직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가던 길 마저 간 것뿐이라고. 
    알고 봤더니 톰이 또 그래도 과학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대중과학잡지 꽤나 정기 구독했고. 세계 3대 순수과학잡지 역시나 언뜻 보기는 했었다. 
    대중은 몰라도 순수과학잡지까지? 왜냐! 왜긴 왜겠나. 여자 꼬시려고 그랬지. 왜냐하면 숙녀를 꼬셔서 연애하다가 진한 사랑에 골인하기 위해서이기 때문. 
    그런데 듣고 보니. 가능할 거 같았다. 현재 과학으로 달에 물리적 기지를 설치해서 자원을 캐고, 그 에너지를 무선으로 지구로 보내고. 그거 이미 몇십 년 전에도 가능. 
    단,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일 뿐.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그래도 뭐 그게 가능은 하다고 쳐. 
    그런데 걔네들 뭐하는 애들이야? 뭐하는 놈들인데 그 난리를. 참 할 일도 없다 할 일도 없어. 차라리 할 말이라도 없으면 말을 안 하지. 
    하여간에 거 참 나 증말 말 더럽게 많네. 더럽게 많어. 내 참 나 이거 증말 더러워서 칼럼니스트 때려치던가 해야지, 원. 내 참 나 더러워서 여성환상 1.5 정기구독 못하겠네. 때려쳐 때려쳐. 때려치면 될 거 아냐. 나 참 더러워서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정기구독을 끊던가 해야지, 이거 나 원 참 나 증말 (절레절레)! 뭐, 똥개가 뭘 끊겠냐고? (절레절레) (절레절레) (절레절레) 하여간에 커피포트는 쉴 틈이 없구만 그래. 쉴 틈이 없어. 당근 먹고 채찍질. 당근 먹고 채찍질. 그 인간이 무슨 말이야 개야 소야. 어? 거 무슨 입 튀어나왔으니까 토끼도 아니고. 자칭 플레이보이라며 나불거리며 허세는 허세대로 말도 못하고. 허풍도 말도 못하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 그냥. 숙녀의 아름다움에 환장해도 모자를 판에 말이야. 





    17

    바다는 어떠한 강도 거부하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나. 뭐 있는 놈이 더한다? 꼭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배부른 자가 더 자상함. 미남 미녀는 언제 어디서나 대우가 좋으니, 인생 내내 그랬으니, 살아갈 날도 똑같으니까. 따라서 카페 점원과 피자 배달원 경험담처럼 만인에게 친절. 대체로 통계 딱 나옴. 첫인상도 재포지셔닝 기회도 풍부. 반대로, 우리들 굶주린 늑대는! 뭐 여자 보기를 돌 보듯 하는 거지 뭐. 도나 닦아야지 뭐 별수 있어? (절레절레) (몸짓) (수증기 부글부글)! 고기 잡는 법을 알아도 어복이 없어. 아예 여복엔 관심도 없다고. 뭘 해도 재밌지가 않아. 
    ~라는 생각이 정말로 NB의 진심이었다. 진짜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말이. 그래서 그는 뭇 여성들의 끈질긴 구애, 다 거부했다. 오빠 오빠 따라다니는 여동생들. 죄다 갈 길로 보냈다. 지킬 수 없는 약속보다는 당장의 거절이 낫다고, 어? 그 수많은 아는 동생들, 어떻게 순애보를 하나하나 다 상대해주겠나. 그렇다고 진한 사랑만 받는다? 사랑을 가르쳐줄 수도 없고. 이별하는 방법은 이런 거라면서 나쁜 남자가 되어서도 안되고. 숙녀들과의 썸씽이 아주 그냥 섬뜩할 정도. 
    핏대를 올리며. 뭐야 그런 의표를 찌르는 듯한 숙녀들의 열화와 같은 인기가 정말이었다고? 아니. 뻥이다. 다 뻥. 몽땅 뻥. 물론 요만큼은 진짜고. 어쨌든 과장. 하여튼 희귀종이구만 그래. 누가 뭐래도 관심종자. 그러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고독한 사냥꾼으로 변신하고.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아가씨들한테 툭하면 기나 빨리고. 상사병 잊혀졌나 했는데 허언증이 도져. 아니면 술꾼. 플레이보이계에서도 안 받아줘. 도박꾼의 재능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판돈이 없어. 자질도 쫄보. 가난한 남자를 누가 좋아한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그는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절레절레) 그래서 그는 사무실로 가서 재밌는 소설을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대는 나 같은 재미없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뭐 그런 인류애 같은 건 알 리도 없고. 
    아무튼 마지막 할 말은, 
    오빠 안 잔다!
    뭐, 아빠 안 잔다? 
    매를 버네 매를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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