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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8. 10. 31. 18:40
1
나는 낮에는 범생이요 밤에는 놈팽이인 걸까. 썩 달갑지 않은 비유다. 그럼 뭐 내가 정말 그랬을까. 낮에는, 트집 잡기의 명수가 (가짜)보이스카우트 입단식에서 곤욕을 치르는 허구를 구상하기. 그러다 밤 하늘에 너의 별과 나의 별이 반짝반짝 빛나면, 숙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란한 기교를 놀리지 않을 궁리 끝에 사교계에 행차하기.
오만 가지 기분 좋은 상상은 개꿈에게 양보하고, 나는 용단을 내려야만 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에 대해서. 어엿한 후보군들로 치자면 가령 남부럽지 않은 호사, 남부끄럽지 않은 취미, 엔간히 질렸을 법한 괴벽, 색다른 관심사, 새로운 연정등일 테지. 보아하니 난 결국 또다시 떨구어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어디에? 그래, 없어-에! 말하자면 안색은 유쾌하지 않고, 기분은 쾌활하지 않으며, 분위기는 상큼하지 않음. 기쁘다, 가 아니라 또 기쁘지 않다 라니. (딱) 말 시작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요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딱) 말 중간마다, 어? 응? 어?
그렇다면 다시 심심함이라는 얘기인데... 정작 원하는 건 그거 아니란 말인가. 곧, (딱) 말 끝마다, 오빠! 아니면 시작도 중간도 끝도, 밑도 끝도 없이 오빠? 항상 오빠 언제나 오빠? 뭐야 그게! 하여간 그 말을 듣고 싶다는 말을 왜 하지 못하나, 참 나! 1번마 '아내는 아무것도 모른다'가 선두권에서 뛰쳐나갑니다. 그런데 2번마 '아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가 기분이 나빴을까요? 2번마가 1번마를 곧바로 따라붙었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또 뭡니까! 3번마 '뭘 해도 재미없어'께서 선두 대열에 번개처럼 합류했습니다. 그러니까 문득 뜻밖의 3인방이 결성됐군요. 별로 친해보이진 않지만 일단 두고 봐야겠죠. 어머나,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4번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가 그 모두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점점 재미있어지는군요. 그나저나 5번마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만 불쌍하게 꼴찌로 쳐졌군요. 사정 참 딱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6번마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가 드디어 봉기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뭐 그러마 말겠죠. 원래 제가 저 말과 기수를 좀 아는데, 가끔 미칠 때를 빼놓고 평소에 비리비리하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벌써 살짝 지친 기색이 역력하군요. 그래서 사람들은 웬만하면 6번마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에 승부를 잘 걸지 않죠. 그럼요.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어떻게 저럴 수가요. 6번마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가 미친듯이 질주하드니 마침내 단독 1등을 차지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군요. 그 누구도 아마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건 정상이 아니죠. 어떡하지, 쟤가 1등하면 짱돈을 잃는데, 그 비상금 모으느라 내가 얼마나 (개)고생했는데...... 아 잠시 옆에서 뭐라하는 잡음이 들렸군요 죄송합니다. 아무튼 저 6번마가 미치지 않는 이상 1등은 이상한 현상임에 틀림없죠. 그럼요. 혹시 기수가 정상이 아닌 걸까요, 아니면 말이 약을 먹은 걸까요. 그야 뭐 나중 조사하면 나오겠죠. 그러나, 여러분! 여러분, 그러나! 진정 승부는 이제야 시작이군요. 왜냐하면 이윽고 7번마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드리겠소'가 막판 스퍼트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재밌게 진행되는군요. 짜릿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죠. 참으로 진땀 나는 경기라 아니 할 수 없겠죠? 진행자도 등에 식은땀이 빠싹 나는군요. 제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걸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군요. 할 수 없죠 뭐.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리송하군요. 7번마가 어떻게, 7번마가 어떻게 저걸 위해 지금까지 허접하게 연기하며 꼴찌를 도맡았던 걸까요? 그야 뭐 경기 끝나고 말에게 여쭤보면 알겠죠. 한편 저건... 몇 번 마죠? 경주표에 등록되지 않은 말인데 느닷없이 경기장에 난입했군요. 더군다나 압도적인 속력으로 단박에 관중의 주목을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뭐야! 기수와 말이 분리됐어요. '번호 인식 불가'마와 그 기수가 분리... 뭐야 이런! 저거 인형이잖아? 이런 젠장! 웬 비장의 조커랄지 숨겨진 에이스인 줄 알았더니, 저건 결국 그레이하운드자나? 뭐야 저거! ..... 에잇~! 혼자 놀기도 재미없다. 혹시라도 누가 들었다면 재수 없는 걸로도 모자라, 한소리 했을까? 저런 머저리 같은 놈! 이라고. 어쨌든 이처럼 쓸쓸하고 허탈하며 나른한 적은 일찍이 없던 일이다. 정말로? 뻥이다. 당연하지. 좌우지간 이렇게 이상한 말만 나부리느라 상태가 안 좋아진 적도 없었고, 따라서 이런 기분 처음이다. 진짜로? 뻥이다. 뭐야 그거! 심심함을 만끽하며 기뻐서 쾌재를 부르고, 신나니까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지경이군 그래. 진짜로? 뻥이다. 별의별 투정을 다듣겠어. 하여간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별꼴이라니까 증말. 꺼벙해 빠져가지고 말이야. 심심하면 재미없다, 툭하면 심심하다며 징징거릴 줄이나 알지, 원. 서론은 이만하면 됐고!
그러므로 나는 조용한 전화기를 붙잡고 있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상남자의 명언을 따르기로 했다.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꼭 신용하는 철칙까지는 아니지만 때에 따라 썩은 웃음이 필요할 땐 한번 기용해볼 만한 충고 카드라는 점. 부인할 수 없음. 고로 나는 겁 없이 비장의 카드에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인터넷에서 꼼꼼히 알아봤다. 바로, 과점퍼 구입을.
어쩌고저쩌고......!
대충 적당한 거 골라서 입금했고 배달만 받으면 된다.
그런데 판매자한테 연락이 왔다. 나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니 지금 직접 전달해주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나는 검색해봤다. 그분의 아이디를. 그런데 이거 뭐야...... 아이디는 특별했고 숙녀였으며 아름다웠다. 마다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나는 당장 만나기로 했다. 이게 웬 떡이야 라는 어감은 꼭꼭 숨긴 채 말이다.
2
어느 날 몽정기에 홀라당 사로잡힌 친구들이 왜 성공한 어른들의 삶이 궁금하겠나. 왜냐하면 그분들의 환락과 향락에 대한 직접 경험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 아닐 수도 있고. 그렇지만 뭔가 어중간한 어른은 반대로 추억의 영화처럼 학창시절이 그립다. 왜냐하면 그때 드라마 주인공처럼 충분히 조명 받지 못했으니까. 또는 당시가 전성기였을 테니까. 그러니까 젊음은 꿈꾸며 기다리고 나를 알아가지만, 어른들은 이미 너무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것이다. 가령, 여성잡지1에서 여성잡지2로. 그래서 중년은 어제를 회상하고, 오늘을 고심하며, 앞날을 예상한다. 내게도 최선을 다하자 같은 동심이 있었는데. 내게도 대충 살자 라는 사심이 있었나? 막살자 라는 흑심은 대체 언제부터 날 잠식한 걸까 라면서! 바로 그렇게 해서 과점퍼를 팔고 싶어하는 청춘과 그것을 사고자 하는 나, 그 둘은 만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만나기 전에 검색한 정보로 알기에는 어땠는데, 그와 정반대되는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이 자식이...! 그분이 만나자고 한 장소는 웬 조정 경기장 근처 찻집이었다. 만나자마자 뭐 바쁜 일 있냐면서 일단 차부터 마시자길래, 나는 깔끔하게 거래만 하자고 응수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걸 카리스마라고 하는 걸까?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난 그와 함께 카페로 들어갔고, 주문을 한 다음, 함께 앉아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날 발견했다. 그러든 어쩌든 나는 초면에 괜한 질문, 이를 테면 육체적 사랑의 욕구는 최근 어떠신지, 그런 걸 물어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분께 과점퍼는 어딨냐고 물어봤다. 「과점퍼요? 아! 그거 동생 아이디인데.」 「네?」 「아, 저기 오네요.」 그 순간 나는 천상의 멜로디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라는 우람한 황홀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저분과 나는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숙명일 테니까. 그래서 우리가 친해지면 언젠가 나는 그녀에게 날 더 이상 짝사랑하지 말라며 다그칠 테고, 곧이어 착실히 또 심각하게 고심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바로, 난 그녀를 누구한테 소개시켜줘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는 수순이 화급히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통성명을 하고 보니 오빠는 판도라 피스토리우스요, 동생은 포니 피스토리우스였다. 그래? 판도라 피스토리우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았다. 그런데 통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렇지만 판도라 피스토리우스인가 뭔가는 관심 없고, 나는 그의 여동생인 포니 피스토리우스와 어떻게 친해질지 궁리가 많아졌다. 우리 함께 나이트클럽을 시찰하고 카지노를 순방하기를? 됐고, 「혹시 나이트클럽 생각하신 거 아닌가요?」 뜨아~! 그걸 대체 어떻게 알았지? 「아 그게 있잖아요. 제 친구 중에 꼭 그런 친구가 있거든요. 얼굴 표정이 화사해지면 꼭 그 생각을 하는 친구요. 더군다나 그 녀석은 무척 단순해서 가는 데와 노는 데, 친한 바텐더와 좋아하는 웨이트레스가 딱 정해져 있어요. 취향이 그리 까다롭지도 않아요. 네 그럼요. 그래서 전혀 어렵지 않은 친구죠.」 「아 그렇군요.」 설마 독심술사는 아닐 테고. 우연이라고? 나는 안심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게 덜컥 그의 말을 믿었으니까. 그런데 나도 나다. 거울을 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난 귀가 빨개진 듯 했다. 그래서 발생한 묘한 홍조 때문에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곧 가설은 그것. 색마는 약삭빠른 탐욕을 언제쯤 싫증낼 것인가. 그는 아마 오늘도 어떻게 하면 익숙한 다정함과 생소한 찬미로 숙녀의 마음을 뒤흔들 궁리만 하고 있겠지. 보나마나 뻔해! 그런데, 설마 그가 나? 그럴 리가. 에이 그럴 리가. 맙소사!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럼. 바로 그때 분위기 그윽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건 바로, 안토니오 비발디의 오페라 <그리셀다> 2막 2장 중에서 아리아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Agitata da due venti). 미친 척 열정에 몸을 맡길까, 아니면 바보인 척 모른체 할까. 그런데 그건 대체 무슨 열정일 것이며, 모른체 할 친분을 처음 만나 어떻게! 그래서 나는 우리의 용건만 간단히 정리하고, 헤어지기로 결의했다. 「그런데 과점퍼는 어떻게... 입금은 마쳤거든요.」 「아, 그거요? 포니. 너 그 과점퍼 어디 뒀니?」 「그거? 레이스 보트에.」 「거기 두면 어떡하니? 내가 말 안했어? 남은 거 하나 팔 거라고.」 「오빠가 언제 말해? 그런데 이분은 누구신지... 오빠 뭐해? 소개시켜주지 않고. (핸드폰 메시지 확인 후) 아니다. 야 판도라. 지금 바로 경기 시작한다는데?」 「그래? 그럼 같이 가시죠. 바로 전달해드리면 되겠네요.」 「판도라. 그런데 있잖아. 타수가 결석했어.」 「그걸 왜 이제 말해?」 「뭘 이제 말해? 아까 말했잖아.」 「그래?」 그렇게 해서 나는 얼렁뚱땅 조정 경기에 참가하게 됐다. 8명의 조수는 워낙 팀웍이 잘맞어서 실은 타수가 필요없으니, 나는 자리에 앉아만 있으라고 했다. 중간은 건너뛰고. 약 1시간 경과 후. 그렇게 해서 아마추어 경기가 끝났다. 그래서 이제는 진짜로 용건을 간단히 끝낸 다음 헤어지기로 했다. 나는 말했다. 「과점퍼는 어떻게...?」 「포니. 너 과점퍼 어디 뒀어?」 「집에.」 「그걸 집에 두면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내 꺼니까 집에 뒀지.」 「그거 늬 꺼야? 난 남는 건 줄 알고 이분께 팔았는데.」 「그걸 팔면 어떡하니, 내 껀데. 그럼 방법은 두 가지야. 첫째 처음으로 되돌린다, 둘째 이렇게 셋이 우리 집까지 가서 내 과점퍼를 오빠한테 선물한다.」 나는 그처럼 벌써 포니 피스토리우스와 오빠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셋이서 피스토리우스 남매네 집으로 출발했다.
3
나와 판도라 피스토리우스. 포니 피스토리우스. 이렇게 셋은 각자 차를 타고서 피스토리우스네 집에 도착했다.
규모는 상상에 맡긴다. 듣던대로, 아니 들은 풍월이 없으니 보이는대로! 말하자면 긴말 필요없이 압권이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나는 어제 이런 생각을 했다. 어설픈 위스키 동호회는 때려치고, 차라리 발랄한 샴페인 동호회에 기웃거리면 어떨까? 라~고! 그런데 오늘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거야~ 이거라고~ 이거라니까~! 라면서 나 혼자만 들떴고 흥분했으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왜냐하면 어떡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야 하고, 난 또 얘네들 친구들을 파도타기로 알게 된 다음, 그런 한편 나는 레이저 설비 시스템에 대해 아는 체할 수 있기 때문에. 물론 상상이다. 그렇지만 마음이 부풀지 않게 생겼나. (딱) 새로운 관심사는 썰렁했고, 취미 없음의 기세 또한 무변화에 깍뜻했는데 마침 잘됐다! 라면서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왠지 모르게 신났고 어딘가 모르게 막 나는, <하늘이 내려주신 사랑은 순애보의 은신처> 라는 신기루에 당도한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오빠. 여기 있어 과점퍼!」 난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과점퍼를 받기만 했을 뿐. 침착한 분위기를 파악해보건대 포니의 의중은 대충 이런 듯 했다. 용건은 해결됨, 목적 달성, 그런데 뭐 더 할 말 있어, 오빠? 진짜로 그렇게 말할 듯 말 듯 한 걸로도 모자라, 그녀는 마치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자기 볼 일을 봤다. 게다가 판도라는 어디로 간 줄도 모르게 가버렸다. 그럼 나라고 여기서 좀 더 친한 척 할 수 있겠나, 뭔가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내겠나. 아니면 생소한 화제를 끄집어내서 그녀를 웃겨주겠나. 나도 다 속이 있고 눈치가 있다. 내가 뭐한다고 상대방 기분 뻔히 아는데 그녀의 바지끄댕이를 물고 늘어지겠나. 나는 그 흔한 동네 똥개가 아니란 말이다. 더군다나 나도 그런 말 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다. 차마 그 말 만큼은 떠안기 싫었다. 그게 뭐냐, 그거-였다. 오빠. 안 가고 뭐해? 그런데도 나는 혼자서 일말이라도 사랑의 정의를 떠올렸고, 그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미조차 마음대로 정해버렸다. 감미로운 과즙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탐닉. 아름다운 꽃에 대해 끝없이 갈망하는 열정. 어쩌면 행복은 항상 미완하며, 아마도 미지의 사랑은 쉼 없이 신비와 환상을 동경하는 것. 그래서 순정은 추잡한 사랑을 피하고, 풋사랑과 한때 친했다가, 둘 중 하나에 도달할 것이다. 그 둘은 무엇? 바로 나비와 나방.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나는 꿀벌도 파랑새도 제비도 펭귄도 아닌 그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건 바로, 날파리! 아닌 게 아니라 이게 더 나쁜 거였다. 아 말이야 바른 말이지 상황이 그렇지 않나. 무슨 드라마 한 편 찍을 것처럼 조정 경기 대타 출전 다음에 과점퍼 밀거래를 빌미삼아 날 이 으리으리한 공간까지 끌어들여놓고서, 뭐, 이제 구경 다했으면 그만 작별하자? 뭐야 그게!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나는 터벅터벅 혼자서 얼른 저택을 빠져나왔고, 더욱 쓸쓸하게 구닥다리 웨건을 몰고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미성숙한 본심이 지대하면 뭘 하나. 행복의 조건도 무심하시지. 유심히 떠올려보면 조촐한 소망도 있긴 있었을 텐데. 그런데 현실은 살짝 주뼛대며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메롱!」 뭐? 참말로 뻘쭘하구만 그래.
무심한 야망마. 지친 쾌락마. 싫증난 열불마. 그러면 무정한 으쌰으쌰마 대신 이번에는 무지한 뻔트마를 믿어볼까? 썩 신용할 만하진 않지만 역설적이게도 성공 확률이 제일 높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어떻게 살다 보니 경황없는 틈에 녀석이 인생의 4번 타자를 꿰찬 것이다. 하루는 신경과민증, 하루는 수전증, 하루는 성욕과도증, 그러다 갑자기 넌 조증 난 허언증. 그런 촌스런 취향과 천박한 비유를 꼭 인생이라 부를 순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볼 장 다 본 사랑보다는 그 언제나 짝사랑 받을 수 있는 가망성이 존재한다는 건 알고 보면 썩 심사가 뒤틀릴 일은 아니다. 자존심이 알량하건 자존감이 유감이건 삶이란 그렇다. 욕망을 숨기지 말며, 재능을 감추지 말 것이며, 꿈─이상─희망이라는 삼두마차를 거침없이 채찍질 하는 것. 그러다 늑장 부리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대충 살게 된다는 것. 그래 봤자, 주제넘은 푸념이고 상스러운 인생론이다. 다 모르겠고, 질투 따윈 두렵지 않은 인생. 떠나는 거다. 자, 떠나면 된다. 뭐가 어렵나. 바로 그처럼 뭔가를 해야 한다는 헛생각만 떠오르고 또 떠올랐다. 어디로 떠날 것이냐는 기쁜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말이다.
4
나는 허당계의 총아로써 숱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린 끝에 플레이보이계를 은퇴하지 못했을까? 뻥이다. 무슨 총아니 염문이니, 그거 다 누가 믿겠나. 나라도 코웃음 칠 일. 그런데 만약 아니라면? 저런! 하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워낙에 매력적인 로맨티스트는 영웅담을 입 아프게 굳이 자기 입으로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닌가? 아니면! 아닌 게 아닌가? 모르겠고.
따지고 보면 내가 타고 싶은 말은 아마도 행운마일 테지만, 내가 탈 수 있는 말은 둘 중 하나였다. 회전목마 아니면 오리배. 뭐라고? 이런 젠장! 그러니까 내게 어복과 여복은 그만하면 됐고, 잔머머와 뻔트와 일복만 떠안으라고? 사사로운 잡담은 여기까지. 사랑의 주문을 암송해도 모자를 판에 만인의 부러움을 사는 처지가 웬 말인가. 운신의 폭이 이처럼 참으로 넓을 줄이야, 예전에 난 미처 몰랐네. 깨물어주고 싶은 그 어떤 대담한 책략이 있다 라면서 시시덕거리기나 할 뿐, 내가 진정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아하~ 이제 알았다. 나는 다시 슬럼프에 빠져버린 것이다. 왜냐하면 일하기는 허했고 놀기마저 실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 맹위를 떨치는 권태와 반응이 무덤덤한 타성,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를 슬럼프를 어서 빨리 탈출하기를 바랬다. 제발, 부디! 그렇지만 그렇다고 뭐 뾰족한 대책이 있나, 없었다. 그래서 바람도 쐴 겸 기분 전환도 할 겸 나는 친구 윌과 통화한 다음 곧바로 만나기로 했다. 1시간 경과 후 우리는 시내 찻집에서 만났다. 나는 유기농 에스프레소를, 윌은 오렌지 쥬스를 시켰다. 「야, 너!」 「나?」 「그래 너. 너, 왜 날 피해?」 「누가? 내가? 내가 널 왜 피해? 어? 피하긴 누가 피했다고 그래?」 「그럼 넌 빼고.」 「왜, 다들 널 피하는 것 같니?」 「응.」 「그럼 방법이 있어.」 「뭔데?」 「첫째, 베풀어. 둘째, 너도 같이 피해. 그럼 돼.」 「그래?」 「응. 어떤 걸로 할래? 첫재 아니면 둘째.」 「셋째는 없니?」 「셋째?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그래? 참 나! 늬가 그래서 여자가 없는 거야. 어? 늬가 그래서 안되는 거라고. 알어?」 「알긴 뭘 알어! 그럼 넌 뭐 얼마나 잘나가니? 바텐더한테 1등 한번 먹었다고 이러기야? 증말 어지간히 유세부려라. 어? 어지간히 우려먹으라고! 지겹지도 않냐? 어? 넌 꿈도 없니?」 「꿈? 어른은 원래 그런 거 없어. 그럼 넌 있냐? 넌 꿈이 뭔데?」 「몰라서 물어?」 「모르니까 묻지. 우리끼리 그런 얘기를 언제 해 봤어야지. 안 그래?」 「내 꿈은.」 「어, 니 꿈은.」 「내 꿈은, 없어.」 「뭐 없다고? 또 없다-야? 이런, 젠장!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뭐. 늬 인생 늬가 사는 거지, 내가 뭐 이래라 어째라 하겠냐.」 「그래도 어째 기분이 좀 그렇다. 어? 친구가 꿈이 없다고 하면 좀 입바른 소리도 하고, 옆에서 뭔가 거들어줄 생각은 안하고.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왜? 우리들 불문율이 그거 아니냐. 오늘만 말하기. 사랑은 모르기. 안 그래?」 「야! 내일도 있어.」 「그걸 누가 몰라? 내일은 해가 떠오르던가 아니면 찌푸둥하던가. 둘 중 하나겠지. 관건은 바쁘냐 한가하냐일 테고. 그래, 안그래? 꿈이란 건 말이야 소년이라면 모르겠지만 자고로 어른이라면 그건 일종의 재산 같은 거야. 응? 재산이 뭐니, 자본이거든. 다들 말로 돈. 자, 동산과 부동산이 있어. 그치만 어디 그것만? 마이너스도 있겠지, 일명 빚. 통장이 적금만 있니, 마이너스 통장도 있거든. 그래서 재산이라는 건 말이야 둘 중 하나야. 불어나느냐 줄어드느냐. 그런데 또 재밌는 게 뭐냐면 베팅파가 있으면 관망파가 있듯이, 치고 빠지는 데 둔하지 않고 감각이 있어야 그나마 근근히 돈이 돈을 불러온다는 점. 따라서 그래프로 보자면 재산이란 건 둘 중 하나야. 첫째 재산이 큰 재산이 되느냐, 둘째 탕진하느냐! (딱) 알겠니? 물론 과장된 얘기지만 어려서부터 경제 관념이 흐릿하면 평생 돈한테 끌려다닐 수 있으니, 미리미리 조심하라는 뜻인 거지. 돈! 얼마나 좋고 깨끗하고 감미로운 낱말인데. 그런데 왜 돈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놔두고 자본 같은 점잖은 말이 더 많이 사용될까? 왜냐하면 말을 어렵게 해야지 밑에서 잘 모를 테니까. 응? 비슷한 예는 많아. 요컨대, 성! 그래, 육체적 사랑. 그 얼마나 고결하며 사랑스럽고 멋진 일이니. 응? 그런데 왜?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동안 뭔가, 그 뭔가가 이상했다는 뜻이거든. 응? 내가 아까 뭐랬니, 꿈은 재산과 같은 거라고 했잖아. 그래서 꿈은 어렸을 땐 있고 어른이 되면 없는 게 일반적인 거야. 왜? 사람들이 복권을 괜히 사는 게 아니거든. 알겠니?」 「이런 느낌 처음이야.」 「처음이긴 뭐가 처음이야! 뭐가 이런 느낌 처음이야? 아 나 정말 얘 안되겠네.」 「그런가? 아닌가!」 「넌 눈치없이 뭐하러 그런 걸 묻고 그러니?」 「늬가 먼저 물었자나. 아닌가?」 「어쨌든, 늬가 더 미워. 응?」 「뭐라고? 넌 배드보이야. 알어? 난 영보이고.」 「이 자식이... 내가 영보이고 넌 올드보이야. 아니. 넌 이상해.」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늬가 더 이상해. 알어?」 「몰라. 아 모른다고. 됐냐? 어?」 「우리 이제 이런 얘기 그만하자. 그만할 때도 됐다. 응? 남들이 보면 대체 뭐라고 생각하겠냐. 바보도 저런 바보가 없다고 손가락질 할꺼 아니야.」 「골세러모니일 수도 있잖아.」 「(말 따라하기) 골세러모니일 수도 있잖아. 아휴~ 답답하다 답답해. 어? 너만 보면 답답해.」 「너도 마찬가지야. 넌 뭐 얼마나 멋진 줄 아냐?」 이렇게 이어지는 대화법. 여렵지도 쉽지도 않고, 아예 지겹지도 않다. 왜냐하면 이렇게라도 기분을 달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지는 않더라도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나는 윌을 괜히 만났다고 생각했다. 재미없고 꿀꿀했는데 기분이 더 이상해져버렸다.
바로 이때! 윌은 새로 만나는 듯한 아가씨한테 연락이 와서 간지럽고, 느끼하며, 오그라드는 사랑의 밀담을 전화로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 어정쩡한 시간 동안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선약에 집중하는 시간에 맥락을 끊는 통화를 길게 한다는 걸 실례로 여길 만큼 윌은 자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동심이 흑심의 환심을 사는 일. (경우의 수 4가지는 넘어가고) 그렇게 욕망에 눈을 뜨게 되어 인생을 꾸려나가는 것. 사랑에 속고, 염문을 믿으며, 호기심과 감수성의 쌍두마차가 가고자 하는 비상의 목적지를 알게 되는 일. 그러다 미지의 행복을 정복할 수도 있고, 불운과 친구가 될 수도 있음에 무뎌지는 것. 그런데, 얘는, 아직도, 통화하네? 그래서 난 또 다시 몽상가의 습관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번득이는 흑심. 부지런한 눈독. 성실한 눈치. 신중한 선망. 조심스런 군침. 일종의 행복감과 모종의 쾌감을 동시에 양쪽에 꽤찬 듯한 공상. 거기에 핀잔 받아 마땅한 환청까지. 이것이 바로 당사자들께 허락 받지 않아도 되는, 바로 몽상가의 습관일 것일까. 아닐까. 때때로 다를까. 그런데, 얘는, 아직도, 통화하네?
하긴 친구랑 대화를 해야 하는데, 고개 푹 숙이고서 핸드폰만 쳐다보는 일. 누구나 익숙한 일이다. 그렇지만 매일 만나는 친구라면 몰라도 가끔 만나는 친구 앞에서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 한마디로 뭘 모르는 남자다. 뭘 모르는 걸로도 모자라... 그만.
그래서 난 또 다시 무엇을 상상했을까! 무엇을 상상하긴. 눈이 돌아갔다. 아까도 돌아갔지만 매번 하는 일이 이거니까. 자기는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며 생각하고 사람들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고도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사람들은 거의 비슷하다. 좋아하는 배우냐, 호감 가는 조연이냐, 입길에 오를 만한 얘기냐 눈길을 줘도 아깝지 않은 자태냐! 사람들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 대개는 비슷하다. 남자들? 남자들은 재색을 겸비한 여자를 좋아하지 그냥 무작정 눈초리를 어느 뒷꽁무늬로 향하는 게 아니다. 단, 실험해 보자는 제안은 미리 사양하겠음. 그건 그거고, 아 이제야 통화가 끝났구나. 「나 있잖아. 사랑에 빠졌어. 그런데 있잖아. 얘가 지금 만나제. 왜? 날 보고 싶어서 참을 수 없대. 먼저 갈께. 미안. 다음에 만나서 한번 달리자. 응? 오늘은 왠지 술 마실 기분도 아니었잖니. 나 먼저 간다. 연락할께.」 의리 없는 놈. 그렇게 윌은 훌쩍 가버렸다. 저런! 그렇다고 대타를 불러내느냐,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일단 철수하기로 했다.
5
A.케케묵은 구식 잔소리. B.근사한 교양미와 고혹적인 고전미. 왜 A는 B가 될 수 없을까? 왜냐하면 A는 '하면 된다'와 '아니면 말고'의 차이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알아도 모른 척 능청맞기 때문이다. 애들처럼 마음이 활짝 열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귀 얇은 친구처럼 남 얘기에 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장점도 많지만 단점은 뭐겠나, 꽉 막혔을지도 모른다는 점. 주관이 뚜렷하니까 동조성은 낮고, 다정하긴 하나 표면적으로 다정하고. 헤어질 때 하는 말, 난 널 사랑하지 않았어. 이별하며 참지 못하는 명대사, 넌 너 밖에 몰라! 그렇다고 절대로 안 그럴 같은 남자를 유혹해보시라. 사귀면 결혼해야 할 것만 같아서 겁이 나니까, 저 목석 같은 남자는 통 넘어오지를 않네? 나 원 참! 아름다운 뒷모습이라는 유종의 미, 이별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박수칠 때 떠나는 은퇴식, 무도회는 들썩거리고 사교계는 들뜨며 오락산업은 바쁜데! 그런데 관료의 이취임식은 그렇다쳐도, 우리는 늙은 허당들의 심심한 수다와 한물간 삼류들의 밍밍한 잡담에 물개박수나 선사할 만큼 그리 한가하지 않다. 학생은 업계로 진출하고, 한시절 반짝했으면 유행도 바껴야 한다. 나 잘난 맛에 살며 나 행복하기도 벅차니까, 일단 어른들은 욕심꾸러기다. 애들의 응석도 우리 꺼, 인생의 불만도 우리 꺼, 선녀의 투정도 우리 꺼다.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하나, 신부들러리는 환영 받고 병풍은 있어도 있어도 부족하다. 그래서 어른들은 살면서 자꾸 잊어버린다. 내게 꿈이 있었는지, 사랑관과 행복론을 고민하긴 했는지를. 그리고 자존심-허세와 자존감-허영만을 중용하며 죄책감과 수치심은 벤치 신세로 천대하지 않았는지를. 그러니까 하수는 고급스런 농담이 절실할 때 말도 안되는 허풍을 시도하며 헛스윙을 하고 또 한다. 그러다 숙녀들의 심중과 오손도손 흥겨운 분위기와 좌중의 기분을 무시한 채, 그분들은 무리수를 두고 또 둔다. 그러다 호시절이 지나가면 깨우칠 수도 있고, 끝까지 잔머머로 일관할 수도 있다. 설마, 내가 저렇게 설쳤다고? 진짜로, 내가 저처럼 나댔다고? 내가 정말 재수없도록 말하기 좋아하고, 눈꼴시릴 정도로 나서기 좋아했다고? 진짜로? 그렇다고 지금 와서 어떡하겠나. 그러니까 끝까지 뻔뻔마를 타고, 간사마는 상시 대기시키며, 잠을 자도 튄다마 위에서 자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숙녀에게 뭘 좀 아시네 라는 말을 통 들어보지 못한 남자, 이따금 성격 좋다 라는 언급은 남 얘기에 호박들의 호감이 애달프게 그리운 마초는 그나마 낫다. 단지 일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독설도 내 꺼고, 악담 듣기도 내 꺼여야 하며, 시도 때도 없이 아는 척─잘난 척─센 척? 못 말린다! '오늘을 살자'와 '내일은 없다'의 차이? 한 번은 묻지마요, 한 번은 알아도 모른 척이다. 그래서 으쌰으쌰마를 타고 철들지 않는 요술옷을 입은 우리들을, 그녀들은, 애라고 부르는 것이다. 뭐야 그럼! 어른이 젊음한테 애라고 하고, 부인이 남편 보고, 어른마저 알고 보면 애들한테 어리광으로 지기 싫어한다고? 여성잡지2식 잔소리로써 선망과 낭만을 양쪽에 꿰찬 귀부인들은 상식을 얘기하고 또 하는데? 결국 누구나 다 애기고, 누구든지 우리는 이기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양의 탈을 쓴 늑대는 감히 운명을 논해도 되고, 연가를 불러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양의 탈을 쓴 고양이도 알고 보면 미리미리 속옷의 위와 아래를 결정적으로 사전에 조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운이 부족한 로맨티스트는 마음이 복잡한 것이다. 사기꾼의 농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고, 플레이보이의 꼬임과 숙녀의 유혹에 대해서도 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좌우지간 나는 로맨티스트일까 아닐까? 그걸 누가 궁금해하겠나. 그런 허황된 유난 떨기 보다 좀 더 생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 그러니까 좋게 나는 설혹 나중 듣게 될지도 모를 <재수 없어!>라는 핀잔쯤은 과감히 무시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뭘 하고 놀면 재밌게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던 중 톰한테 연락이 왔다. 그래서 나는 톰을 만나러 나갔다.
6
「나를 뭘로 아는 거야?」 「뭐라고?」 「나를 뭘로 아는 거야, 라고 물었네.」 「왜, 누가 널 띄엄띄엄 안다는 거니?」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런데 왜! 넌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이제 드라마 그만 봐. 응? 그럴 거지? 적당함이 좋은데 넌 지나쳤어. 그거 악습이야. 그러니까 드라마에서 남자가 여자친구한테 차일 때 그런 말이나 듣지. 그거 사랑 아니고 집착이라고. 내가 봤을 때는 그래. 넌 최근 일을 너무 많이 했거나, 아니면 그동안 너무 많이 놀았어. 플레이보이의 웬만한 명대사는 다 꿰고 있다고. 그러니까 이제부터 넌 그냥 심심함에 복종해. 알겠니? 사건이나 모험 없이도 재밌을 수 있어. 너도 알잖아. 뭐가 문제야? 가을 타니?」 「뭐? 우리끼리 그런 악담. 너무한다고 생각치 않니?」 「또, 또! 늬가 너무한다고 생각치 않니? 것 봐. 넌 또 배역 따라하기를 하고 있잖아. 이렇게 앵무새나 흉내내고 딱따구리를 본뜨고. 그처럼 톡톡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잖아. 안 그래? 응? 그래, 안 그래? 」 「늬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 「그러긴 뭐가 또 그래. 하여간!」 「그러긴 뭐가 또 그래. 하여간!」 「또. 이번에는 아동극이니 뭐니? 참 나, 가지가지 한다 증말!」 「또. 이번에는 아동극이니 뭐니? 참 나, 가지가지 한다 증말!」 「난 바보다.」 「어?」 「이건 왜 안 따라하는데?」 「너 같으면 따라하겠니, 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 곧 있으면 노발대발할 거니?」 「왜?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그렇지? 그러지 마, 그러면.」 「그렇다고 너무 마음 놓치말고. 응?」 「어?」 「농담이야. 그런데. 너 나 믿니?」 「드라마 대사 흉내내지 말라며 이젠 늬가 따라하냐?」 「앞만 보지 말라니까 그러네. 난 처음부터 너가 '난 바보다'를 따라하지 않을 줄 알고 있었거든. 어째 갑자기 등이 가렵지 않니?」 「이런! 뭐야 이거. (등에 붙여진 포스트잇을 떼어보더니) 난 바보다?」 「푸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 음하하하하하하.」 「요즘 친구들 말로, 나는 빡돌아야 정상이니? 웬걸! 듣는 사람 없지? 아 빡쳐!」 톰이나 나나 답답하기는 서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녀석을 괜히 만났다고 생각했고, 녀석도 녀석 나름대로 허접하고 멍청한 날 거들어준다고 여길 수도 있다. 자기가 대인배로써 넓은 마음으로 소중한 시간 내서 놀아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설마 진짜로 그러지는 않기를 바라고. 그래서 우리는 이만 각자 철수하기로 했다.
7
A.찐한 사랑을 갈망하는 것. B.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것. A와 B를 꼭 다르다고만 볼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인생은 밝은 기대와 고운 희망이 다가 아니다. 왜냐하면 어부지리도 있고 뻔트도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화법의 대가들은 말한다. 남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남자는 절대 집에 얌전히 있으면 안된다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드라마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우리는 틈만나면 우리는! 그런 중간 보스는 얼굴도 모르는 어떤 별명이 떨군 특명을 어렵싸리 수행한다. 곧 전면에 나서지 않는 그분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첫째 수트발이요, 둘째 학교 다닐 때 범생이. 곧 실내에서 기본을 연마하지 않은 채 바깥으로만 돌면 잔기술─잔지식─잔머머만 느는 법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잔소리만 듣고 여성잡지만 애독하며 화장술만 익히라는 말이 아니고. 따라서 환경의 제약과 천부적인 재능의 한계는 분명하니만큼 노력만이 능사는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20번 실패 후 겨우 먹고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보다는, 단 두 번 만에! 즉 한 번은 져주고, 한 번은 기권한 다음에 바로 출세하는 게 낫기는 더 낫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 위치가 되고 나면 나는 지금까지 져본 적인 한 번도 없다는 허풍마저 고급스러운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다. 세상은 그런 거니까.
고로 객관적인 여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계획에 없던 행운이 날 이끌고, 상상도 못했던 개꿈 같은 우연이 날 든든히 받춰주는 일. 그건 어쩌면 판돈도 아끼고 에너지도 아끼는 1석2조 같은 일일 것이다.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지고, 와는 또 다른. 그런데 지금 나의 문제는 이랬다. 판돈은 떨어지고 에너지도 흐리멍텅하다는 점. 때문에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가죽점퍼 입은 '우리는'도 아니고, 칠흑처럼 검은 최고급 세무구두를 신은 배후의 그림자도 아니라는 점. 그렇다고 슬리퍼는 대체로 실력자도 아니고, 해결사도 행운아도 아니다. 즉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야 이거? 이런, 젠장! 그러므로 나는 뭐라도 하긴 해야 했다. 잔머리를 더 쓰면 안된다. 이제는 결연히 행동할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단독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학교 다닐 때처럼 꼭 친구랑 함께 움직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뭘 하든지 어떻게 꼭 2명 이상이서 한단 말인가. 그러면 제약이 너무 많다. 나는 내 과점퍼를 입고서 혼자서 카페로 갔다. 일단 일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8
나는 카페에서 혼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막상 일하기가 즉각 될 리가 있나. 그래서 나는 카페 내부를 둘러봤다. 저쪽에 앉은 친구는 그래 보였다. 자기 밖에 모르는 여자와 남자 밖에 모르는 여자. (무슨 주의자들에게 검열 받은 다음에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니 여자 대신 남자를, 남자 대신 여자로 얼마든지 치환해도 됨) 그러니까 저분들이 각자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헤아려봤다. 그런데 잘 되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여자들 우정에서 악착스러운 허영심이 50점이듯 한 친구는 자존감이고, 한 친구는 드라마퀸 같았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진짜로 자기 밖에 모르는 여자와 남자 밖에 모르는 여자가 친구라고? 그야 사람은 누구나 이기주의자니까 자연스러운 일일 테고 문제는 그것. 즉 그 두 가지 특징이 한사람에게 극심하도록 겹쳤였을 때! 진짜로? 아아 글쎄요! 즉각 떠오르는 드라마 캐릭터가 누구라는 건 여자들이 훤히 꿰고 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솔직히 그렇게 사는 걸 좋아할 수도 있고, 반면 그런 여자라면 여자가 제일 싫어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또는 드라마에서! 하긴 남자라고 뭐 얼마나 다르겠냐마는, 남자들은 여자들 세계의 생리를 차라리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 남자 대 여자. (사람에 따라) 각자 화장실에서, 뒷골목에서 어떤 정도까지 대화한다는 걸 알면 모두 뒷목잡을 수 밖에 없을 테니까. 남자는 여자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 높이가 내려가듯이, 여자도 똑같다. 남자랑 대화하다가 남자가 0명이 되면, 그분은 여자일까 라는 점. 단, 천동설과 지동설이라는 사고방식의 차이는 존재하니 만큼 그건 있다. 촌닭과 촌년의 사랑은 남존여비가 아닌 것. 일반적으로, 늑대의 배필은 여우이자 고양이의 천생연분은 강아지라는 점. 그런 한편, 보필함을 양치기의 순수한 우정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 외교야 뭐 정치외교학 전공자들께 조언을 구하면 되고. 그외 어떤 항목에 핸디캡을 적용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 다시 나 혼자 있던 카페로 돌아가서, 그런데 바로 그때 저쪽에 롭이 혼자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나는 롭을 불렀고 우리는 만났다. 「롭. 너 여기서 뭐해?」 「형은 여기 웬일이야? 여기 커피맛 구려. 게다가 이곳은 천박하기로 이름난 곳이야. 심지어 여기는 허영덩어리들의 명소라고. 그런데 형이 여긴 왜? 일 안 해?」 「일 해. 그런데 내가 여기 왜 왔냐! 왜냐하면 나는 천박하니까. 나 원래 그런 커피 한번 먹어보고 싶었어. 어딘가에서 흘낏 읽었는데 덜 익힌 원두로 커피를 뽑는 게 유행이라길래 그래서 왔지. 그러니까 여기가 허영덩어리들의 명소라고? 너 알잖아. 너 나 알지! 나 지기 싫어한다는 거. 아니 반대로 말했나? 농담이고. 기나긴 연패에서 벗어나는 기분, 너 그게 어떤지 정말 알기는 아니?」 「하긴 형은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없는 루저왕이긴 해. 그건 인정. 그렇지만 정말로 형이 그런 커피가 궁금했다고? 어디 산에서 내려온 거야? 그러니까 형이 안되는 거야. 그러니까 형이 인기가 없는 거라고. 알아? 수많은 여심이 집중된다는 것은 곧 로맨티스트의 치명적인 결점이긴 해. 그렇지만 형도 잘 알잖아. 그냥 허당과 은근 허당의 차이. 자고로 형은 그냥 허당과 은근 허당의 중간이란 말이지. 그게 좋은 점이지 어떻게 결점이냐고? 그러니까 그분들은 안되는 거야. 응? 그러니까 그분들이 안되는 거라고. 알아?」 「이 자식이... 알아. 알지 왜 몰라?」 「그렇게 나오면... 내 입장이 이상해지는데. 난 말이야. 그렇게 농담하는 사람을 만나면, 아직 만나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형씨. 알면 혹시 가르쳐주겠수?」 「그걸 내가 아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내가 그걸 알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니? 너도 참! 늬가 보기엔 내가 아직도 쾌락에는 과격파 심심함에는 소심파로 보이니? 아니면 뭐 우정에는 기분파 사랑에는 낭만파? 재미없다 재미없어. 누가 뒤에서 두 손으로 갑자기 눈을 가리며, 나 누구게? 우웨~ 뭐야 그게, 아 유치해! 그런데 이거 뭐야, 손이 영 보드랍지 않네? 돌아봤더니 글쎄 음성과 행동이 나뉘었구만 그래. 언제적 영화도 아니고 참 나!」 「형. 지금 혼잣말 하니? 지금 나랑 대화하는 거 잊었어? 날 믿지 못하는 거야? 아니면 날 투명인간 취급하는 거야? 형. 어디 아퍼? 그런 거야? 정말 그래?」 「아 미안. 잠깐 딴 생각하느라 그랬어. 이를 테면 이런 거. 박식가로써 잔소리만 늘어놓을 것인가, 아니면 몽상가로써 뜬구름 잡는 공상에 빠져살 것인가. 그도 아니면 정력가로써 성과를 뒤쫓아 유감없이 허당 중의 상허당이라는 별명을 꿰찰 것인가.」 「형. 그런데 그 옷은 또 뭐야? 하여간 알아줘야 한다니까. 뜻밖이라서 그래. 비꼬는 거 아니고.」 「너도 알잖아. 형이 원래 대충 입는다는 거. 그런데 그게 요즘 들어서 더 심해졌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형. 그러지 말고. 우리 거기나 놀러가자.」 「어디?」 「이 근처에서 호박왕 뽑는 대회가 열린다는데? 굴러다니는 그런 얘기가 아니라 진짜 호박. 농부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갖은 연구 끝에 호박을 키워서 그 대회에 출전한다고 하던데! 메달권이면 호박 1덩이에 거의 1000kg 된다던가. 어때?」 그래서 우리는 함께 근처 호박왕 대회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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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호박왕 대회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흥미로움은 찾을 수 없었고, 구경꾼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그랬다. 왜 도시와 시골의 인구 비율이 어쩐지 같은 느낌. 그렇지만 난 이런 한가함도 좋아하고, 그렇지만 이를 테면 그건 있다. B급 아저씨가 A급 나이트클럽에 가서 퇴짜 맞으면 기분이 영 뭐하고, C급 카바레에 가면 가자고 우긴 친구에게 뭐라 한소리 한다는 거. 그래서 롭도 내게 그랬다. 「형. 가자. 에이 뭐야 이거. 괜히 왔다.」 「어? 어.」 「아 맞다. 형 슬럼프라 그랬지?」 「응.」 「그럼 거기 가보는 건 어때?」 그러면서 롭은 아는 여자 동생들이 하도 성화길래 만나기로 했다면서 떠나갔다. 막상 작별인사를 하긴 했는데, 나는 자칫 잘못했으면 그럴 뻔 했다. 「롭. 형도 어떻게 거기 꼽사리꾼으로 끼면 안될까?」 물론 하마터면 그럴 뻔 했지만 나는 잘 참았다. 인간관계가 꼭 매정한 건 아니지만, 뭐랄까, 지금은 낙엽이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이었던 것이다. 혹독한 시련과 미련한 고뇌. 그것은 어쩌면 미래의 행운을 착복하지 않은 채, 내일의 불행을 미리 차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때문에 꾀죄죄한 품위, 허접한 인기, 초라한 애정, 볼품없는 일정 없음쯤은 참아줄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심심하고 재미없고 따분하다며 절망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체념은 인생 경험이고, 실망도 배우 수업일 뿐이다. 따라서 사랑의 바보가 되고 일하기에 천재가 아니어도 괜찮다. 심지어 가난하니까 눈총 받을 일도 없고, 지성을 살찌우니만큼 오만해질 여력도 부족하다. 다만 마권이 제발 꽝만은 좀 면했으면. 꼴등에서 2번째, 얼마나 좋아? 뭐 어떻게 어쩌다 나이트클럽 사장실에도 초대 받고! 뭐, 뭐라고? 그래 맞다. 나는 솔직히 카지노에도 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뭐 꾀죄죄하고 허접하고 재미없어도 괜찮다고? 거짓말이네 순 거짓말이네. 다 뻥이구만 그래. 사랑 받지 못하고, 둔재에 눌변이며, 지지리 궁색하고 가련한 예술가로 보여져도 상관없다? 순전 뻥이네, (개)뻥! 맞다. 그렇다. 나는 속물이자 가식덩어리요 푼수인 것이다. 거기다 못 미더운 허풍꾼에, 전성기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플레이보이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극도의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뾰족한 묘수가 필요하단 말인가. 그 복안이 새롭지도, 전혀 찬란하지도, 많이 엉성할지라도 뭐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롭이 소개시켜준 빈 직업실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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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과일과 아름다운 꽃. 즐거운 인생과 신나는 모험. 기쁜 행복과 포근한 사랑. 과실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신화적인 선악과. 정령들의 천도복숭아.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알았다면 애호했을 망고와 파인애플. 천사를 반기는 들장미. 메두사의 상징이 아닌 디오니소스의 포도 열매.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네 가지 방법이 있다.
- 바뤼흐 스피노자처럼 희망의 사과나무를 심기.
- 사과나무 밑으로 가서 아이작 뉴턴처럼 법칙을 창안하기.
- 사과나무 밑에서 쉬기-놀기-구직-공부하기.
- 과일을 사기 위해 쥐꼬리만한 봉급을 버는 방법.
-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기. (호박에게 재량권을?)
1번은 농부요, 2번은 전문가이며, 3번은 노코멘트요, 4번은 평범한 봉급쟁이고, 5번은 플레이보이다. 그외 이러이러한 원리로 위스키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엔진이 개발됐으니 투자하시요! 그러듯이 잔꾀 많은 자칼처럼 여러 흑심을 현혹하는 건 사기꾼이다. 그러든 어쩌든 현자의 전형적인 인생론은 결국 잡은 물고기한테, 1.0이냐 1.5냐를 따져서, 밥을 줘야 한다는 것. 일단 그 가운데 나는 어디쯤일까를 알기 위해서는 그 구분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 그 구분은 어떻게 차이나는지 찬찬히 살펴보자. 1-2-3은 일단 제외하고. 4는 돈 버는 기계인데 반해 5는 진공청소기다?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괜히 타성에 젖고 권태와 다투는 게 아니다. 아이는 싫증을 자주 느끼고, 숙녀의 기분은 변심과 친하듯이. 누구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할 수는 있지만 그 작곡가일 수는 없는 법. 머머를 접고 장비병에 걸리며 애인에게 바람 맞는 이유다. 다비드는 다비든데 어디산 다비드면 뭐하나, 십중팔구 허당인 걸. 5번 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기 라고. 좋다 나도 좋다. 싫어하지 않는다. 왜 나쁘겠나. 반대하지 않는다. 은근한 걸 좋아하는 숙녀를 좋아하는 우리가 뭐하러 그 흔한 진리를 부정하겠나. 우리도 여심을 쫓고 이상을 꿈꾸며 사랑의 춤을 추고 싶다. 진정 그러고 싶다. 허~나! 하오나, 일단 여자가 나한테 오지를 않는데? 그런데 우리 보고 어쩌란 말이냐. 어? 남자는 나이가 들면 뭐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온다고? 올라오기는 올라오는데, 올라오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그 종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티끌 만한 흔적도 없단 말이다. 응? 5번은 공기청정기요 에어컨이자 안마머신인데 우린 뭐 언제나 커피포트만 전담하란 말이냐 뭐냐. 어? 그래서 되는 놈은 뭘 해도 되고, 안되는 놈은 뭘 해도 안된다 라는 속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호박은 다 날 피해가고, 복권은 사는 족족 꽝이며, 뭘 해도 재미가 없다! ~라고 4번은 말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예술가는 가난하고, 종교인은 재미없고, 회사원은 더 재미없어 하기 일쑤다. 그러니까 삶은 개처럼 종잡을 수 없고,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 줄 모르며, 이 세상은 고양이처럼 이기적인 것이다. 문명조차 안정기에 들어섰는데,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는 끝났는데 앞으로 어찌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재차 탄생할 수 있단 말인가. 탐험가들이 찾을 만한 보물섬은 다 찾았고, 과학자들이 발명할 만한 법칙은 거즘 다 발명했다. 틈새 시장을 공략해서 성공하면 행복이지만 실패하면 노이즈마케팅으로 떠들썩한 오명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세상은 1번이라는 풍년, 2번의 명성, 3번의 과정과 4번이라는 행복한 가정의 동심. 그리고 5번 타자의 농심. 1부터 5도 좋지만 우리는 그보다 <사는 방법>이라는 대타를 신뢰한다. 극적인 타율 때문에 그분을 첫손 꼽는다. 그것은 바로 일명, 소비! 화폐 가치가 세계를 좌지우지하며 오락산업이 우리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이유다. 베토벤 같은 어느 장르 음악인은 초빙하면 그만이고,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은 사기에는 비싸니까 인쇄된 쟁반과 접시를 단지 사면 그뿐. 내가 직접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자 한다면 좋긴 좋다만 아무래도 시간 낭비일 가망성이 크다. 그래서 우리는 스티븐 호킹의 글을 읽는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발표 당시만?) 과학자들도 잘 모르니까. 또 최고급 제품들은 적정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당하게 구입하면 된다. 멋진 풍광은 달력 사진도 있고, 에르메스는 웨이터 이름이다. 어른들은 원래 안델센 동화를 기억도 못하고, 걸리버여행기와 쥘 베른을 정독해 본 어른조차 비율로 따지자면 참담할 수도 있다. 마리아 칼라스라는 이름을 대면 최근 연예계에서 뜨는 요리사 이름인지 뭔지 내 알게 뭐야, 까지만 가지 않기를. 그렇다고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교양과 상식을 선별해서 습득하자니 만사가 귀찮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사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뭐든지 정하기만 하면 다 살 수 있단 말인가. 비타인 A가 어떻고 C가 어떻고 미네랄이 뭐 어쩐다? 우리는 무엇보다 대망을 꿈꾸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라는 격언이 맞긴 맞는데, 어른으로써 애들에게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찌 <최선을 다하자─대충 살자─막살자>의 황금비를 그분들께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어른은 불참시킨 채 그분들끼리 노는 시간이 재밌긴 재밌다는 거다. 아동 잔치에 때로는 아동들끼리 꼭 서열을 정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하이틴 드라마로 넘어가면 골목대장 놀이도 뭔지는 알아야 하니까. 버찌라는 록그룹 음악도 찾아 듣고, 친구들은 어른 흉내내기 바쁠 때 난 미리미리 테슬러와 베를리오즈 CD를 감상하며, 하다 하다 전기기타를 오귀스트 로댕처럼 조각하는 일. 그때 아니면 언제 하겠나. (다만 어떤 꼬마처럼 머머 운동은 일찍 시작하지 않으시길) 눈부신 광채로 동심을 깜짝 놀라게 하면서 꿈과 희망을 들었다 놨던, 휘영청 밝은 보름달처럼 뽀얗고 복숭아빛처럼 오묘한 아동 더블에스의 눈부신 엉덩이를 어찌 잊겠나. (세상일은 간단한 게 좋을 때가 있고, 꼼꼼&깐깐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 잠시 섬세함의 극치를 내려놓자면 내게 있어 엉덩이는 오직 둘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건 무엇이냐? 첫째, 세계3대 후라이팬에 덴 남자 어린이의 엉덩이. 둘째, 선홍빛? 다홍색 아동복 바지를 입은 여자 어린이의 눈부신 엉덩이. 쓸데없는 웅변은 이만 줄이고)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면 딸기처럼 산뜻한 립스틱과 바나나처럼 샛노란 자동차, 다시 말해 사랑과 행복이라는 쌍두마차에 대해 고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망고냐 블랙베리냐, 칵테일이냐 커피냐. 둘 다 먹고 싶은데 세상은 우리네 인생에 참 참견이 많은 것이다. 뭐 그건 그렇고. 나는 정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안되었다. 할 일과 할 말 그리고 놀기에 대해서 너무 막연해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장르는 뭐고, 튤립을 편애할지 아몬드를 선호할지를. 그리하여 어떻게 했다, 는 다음 장에 나온다. 이상 잠깐 쉬어가는 틈에 사는 얘기 몇 자 적어본 것 뿐이다. 왜냐하면 환상문학 잡지에서도 통 원고 청탁이 없고 그랬기 때문에. 허구와 실화와 각종 장르를 애정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논픽션과 말장난을 각별히 아끼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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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 눈이 호강하고 오빠라는 아양에 귀가 즐거운 향락의 시절. 너도 나도 행복이라는 벌꿀을 쫓는 사냥개. 그렇지만 너나 나나 오직 황금만을 추종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시시해진다. 때문에 우리는 기쁜 세상을 위해서 청순한 양과 도도한 고양이, 뿐만 아니라 깜찍한 여우의 꽁무늬를 쪼르륵 따라가고 또 따라가는 것일까? 앗, 깜짝이야! 그러다 우리는 골대 앞의 심상치 않은 골키퍼를 보며 단념하기 일쑤다. 코요테 같은 숙녀 옆에 어떻게 저런 덩치 각 나오는 괴물이... 그럼 난 뭐 너구리란 말이야 뭐야. 넘어가고. 그처럼 우리는 그런다. 어제는 작별했고 오늘은, 사랑은 믿을 게 못된다면서 역시나 절망한다. 그 다음으로 하는 생각은 아니나 다를까 바로 이렇다. 뭐 재미난 일 없나? 라~는 떼쓰기가 붉어지기 전! 나는 즉각 롭이 소개시켜준 작업실로 출발했고, 도착했다. 새로운 작업실의 배경은 그랬다. 사랑의 예감은 파랑새의 다정한 밀고. 그 풍경은 인터넷과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멋진 정경이었다는 거다. 그럼 내 심경은? 그만 깜짝 놀라서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가 아니라 그냥 그랬다. 단지 손을 쓱싹쓱싹 하면서 먹잇감을 탐색하는 치타의 눈빛과, 바람으로부터 향기를 읽는 하이에나의 분연한 바쁨을 닮았을 뿐. 그렇지만 화자의 경거망동이던 신남이던 그건 관심 없고, 라디오 드라마 애청자와 월간잡지 애독자께서 궁금해하시는 건 보나마나 그거다. 전개! 그래? 알다마다! 나는 옆집 이웃과 인사를 나눴고, 시시콜콜한 사정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또한 그분들의 귀염둥이인 그레이하운드와도 친해졌다. 그래서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친구도 생겼고, 일상의 시간표도 대충 마련된 듯 했다. 그래서 나는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면 옆집에서 부탁한 그레이하운드 산책시키기를 흔쾌히 승낙했다. 그렇게 마을을 대충 한 바퀴 돌던 중. 밑도 끝도 없이 포니 피스토리우스를 여기서 만나다니! 「오빠 여기 웬일이야?」 「어? 어.. 그게 말이야. 아-아-아마도 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다 포-포-포기한 채 어... 무작정 일하러 왔지. 치-친구가 빈 작업실...을 소개시켜줘서 잠-잠-잠-잠시 쉬었다 갈려고.」 「그런데 왜 그렇게 말을 더듬어? 못 볼 사람이라도 본 것 마냥. 난 오빠 반가운데. 보고 싶었어. 난 솔직한데 오빠는 솔직하면 안되는 무슨 은밀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 얼굴 표정은 또 왜 그래? 마치 지옥문이라도 열린 것 마냥. 응?」 꼼꼼한 호기심과 사사로운 욕망. 미칠 것 같은 연정. 평온한 떨림과 이상한 호기심까지. 얘가 나한테 전부 안겨주고 있었다. 「말을 해 오빠. 왜 말을 못해. 누가 오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어? 그건 아니잖아. 그런데 왜? 아니면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일까? 그럴 수도 있겠네. 아니면 응큼하게 막 뭐야, 그러니까 뭐랄까, 주렁주렁 열린 탐스런 열매의 달콤한 유혹. 막 그런 거 상상하고 있었던 건 아닐 테고. 그렇지? 그치?」 하고많은 만남 가운데 하필이면 포니라니. 내 마음을 띄우고, 들뜨게 만들어 설레는 순간 한 번 더 기분을 고조시키며, 그 다음에 그럴 거 아니냐고. 다음을 기대하게 하여 미치고 환장하게 만들고, 이 다음에 뭐가 등장할까를 예감하면서 깜짝 놀랄 준비를 딱 마쳤는데! 그런데 폴짝 뛸 만한 일정이 아니라, 눈빛으로 읽을 수 있는 그말. 오빠 안 가고 뭐해? 아니면, 오빠 아직 안 갔어? 참 나! 하여튼 누가 포니 아니랄 까봐! 아닌데. 아직 밝혀진 정보가 없으니 그런 말은 안 어울리지. 그럼 뭐 이제부터 차차 알아가볼까?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가까운 공원에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 꽃을 피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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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영화 할로윈 1편 봤어? 안 봤겠지. 옛날 꺼니까. 굳이 찾아볼 만큼 매니아는 아닐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거기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 존 카펜터거든. 거 어째 오빠가 그 사람을 많이 닮은 거 같아. 방금, 그래? 라고 할려고 했지? 그럼 뭘해. 그 배우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검색할 수는 없고. 그냥 끄덕끄덕할 수 밖에. 그치? 그럼. 그런데 있잖아. 오빠 니콜라스 케이지 알아?」 「응. 알지. 영화배우.」 「나 방금 니콜라스 케이지 만나고 왔어.」 「와. 정말?」 「설마 방금 걔 한물 갔다고 말할려던 거 아니지?」 「아니지 아니라고. 나도 한물 갔다는 소리나 들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런데 있잖아. 동명이인이야. 보면 아마 실망할 걸.」 뭐야 이거? 「오늘 술값은 오빠가 내.」 「응?」 「못들었어? 들었잖아. 그런데 왜? 설마 술값 내기 싫은 거 아니야? 아니면 나랑 술 마시기 싫어서? 에잇~ 그냥 우리 술 마시지 말자. 쓰디쓴 술을 뭐하러 마셔. 안 그래? 그러지 말고 우유에다 빵을 먹자. 그게 좋겠다.」 뭐야 이거? 좋다 말았자나! 「오빠 그런데 조정 배운다면서? 막 윈드 서핑 같은 거도 독학 시작한 거 아니야? 설마 나 때문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럼 안돼?」 「아 그게... 배워볼까 생각은 해봤는데. 그게 그러니까 너한테 직접 배우는 게 낫긴 나을 꺼 같아서. 그래서 미뤄뒀어.」 「그래? 잘했어. 그런데 어떡하니? 나 그거 관뒀어. 머머 접습니다 라면서 팔 장비도 없어. 진작에 공짜로 후배한테 선물했거든. 새 장비 선물하는 게 좋긴 하지만, 뭐 어쩌다 그렇게 됐어. 오빠 그런데 여기 웬일이야? 아 아까 말했지. 오빠 그러지 말고 우리 주다스 프리스트 공연이나 보러 갈까? 근처에서 한데. 시간도 곧 있으면 시작하겠네. 고별이라던가 은퇴 공연만 벌써 20년째야. 재밌다니까.」 「아, 주다스 프리스트? 오, 지저스 크라이스트! 이 근처에서 한다고?」 「그치만 우리, 가지 말자. 복잡해. 번잡하다고. 차 막혀. 응? 엄청 기다린다고. 줄 서서 말이야. 동네 꼬마 녀석들 무지하게 많이 올꺼 아니야. 안 그래? 그런데 오빠. 오빠 키스해봤어? 오빠 키스 잘해?」 「그걸 내가 어... 내가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하니. 허허허.」 「뭐야? 그럼 잘한다는 말 아니야? 그 눈빛은 또 뭐고! 어허, 꿈도 꾸지마. 알았어? 그렇다고 또 그렇게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울상을 지으면 어떡하니? 아 나 이거 정말 못말린다니까.」 「그래. 늬 말이 맞는 거 같다.」 「오빠. 오빠. 아이 오빠. 응? 오빠!」 나는 살짝 삐질 뻔 했는데, 한바퀴 돌아서 마음이 녹아들지 않을 수 없었다. 또야? 어쨌든 그 다음으로,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나는 그렇게 그녀한테 끌려서 그녀의 친구 마리온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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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라 라는 진부한 조언, 그냥 해 라는 용기를 북돋는 브랜드 슬로건. 그것에 이런 게 포함되면 어떨까? 질 나쁜 기행, 정다운 희망과 따뜻한 축복과 정반대되는 덕행. 그렇지만 온실 속의 화초가 있으면 벌판의 잡초도 있는 법. 곧 실패와 불행과 이별과 예선 탈락은 나중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는 행복감을 선사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저급한 잔꾀와 형편없는 잔기술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대망은 하늘이 허락했더라도 행운의 마법이 다한다면 찡찡한 먹구름이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 인생이란 햇빛 쨍한 날, 흐린 날, 눈비가 쏟아지며 바람 부는 날도 있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었다. 지금 내 인생은 몰라도 일상만 보자면 날씨가 그랬다는 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듯 시야는 찜찜하고, 청명함도 밍밍하며, 기분까지 불길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요령부득한 잔잔함을 개선하기 위해 롭이 알려준 비밀 작업실까지 왔는데. 그런데 결국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아니라 말괄량이 시중들기였다. 「오빠. 그런데 있잖아. 마리온이 지금 분위기가 좀 심각한 거 같은데. 오빠는 빠져야겠는데? 실망한 거 아니지? 우리 다음에 만나자. 응? 상황이 그렇게 됐단 말이야. 이해 좀 해주소 형씨. 응? 오빠. 그럼 나 같다. 오빠 다음에 봐!」 뭐야 이거? 이런 젠장! 뭐냐고. 좋다 말았자나? 어쩐지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했다. 그럼 그렇지. 그게 더 나뻤다. 난 이제 알았다. 늬가 더 미워! ~라는 핀잔을 내뱉는 화자의 심정이 어떻다는 걸. 나도 알게 됐다. 내가 더 싫다는 것을. 따라서 나는 요즘 친구들 말로 그렇게 됐다. 즉, 완전 빡쳤던 것이다! (올드보이가 아니라 YB식 대화법으로야 상스런 표현이 아닐 테니, 딱 한 번만 따라하자면) 겁나게 빡돈 거지. (뭐야, 재밌자나! 그래서? 농담 진짜 농담) 나 혼자 설레다니 그건 바보짓이었다. 잠자코 일이나 할 걸. 이게 뭔 초라한 행색이람. 나는 기분 상했다. 그것도 팍! 내가 무슨 막 오빠-오빠-오빠 와~ 환호성에 흥분에 모험에 열광한 것도 아닌데, 파티에 안달 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응? 이게 뭐냐고. 나 원 참, 맙소사! 괜히 들뜨게 만들더니 분위기만 이상하게 조장시켜 놓고서 내빼? 그래서 내 기분은 꽝이었다. 나는 과히 애통했다. 미심쩍은 등장 인물들의 동태 파악, 알 게 뭐야! 전혀 예측 불가능한 사랑 받기는 하이틴드라마에게나 어울리는 일일 뿐이다. 심심함을 타개할 기발한 제안이 어디 있냐고.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을 용기, 웃기지도 않다. 하잘것없는 소망과 저열한 대망, 말도 안된다. 수줍은 숙명 때문에 발생한 앳된 기쁨, 그게 웬말인가. 사랑 받고자 하는 맹렬한 열의, 그리고 행복하고 싶은 확고한 신념?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상에 대한 동경심 어린 신뢰라니. 내가 아직도 판타지라면 일단 꺼뻑 넘어가고 마는 신비주의의 염탐꾼인 줄 알아? 난 애초에 판타지에 관심도 없었다고. 난 정말 그런 픽션을 어떻게 읽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 내가 못 하니까. 차라리 덜떨어진 공포영화나 한 편 보고 말지. 샘나는 잔기술과 탐나는 큰 재주의 부재에 대해서 일기나 끄적거리는 게 백번 낫겠다. ~라면서 나는 투덜거린 채 작업실로 돌아왔다. 그레이하운드는 다시 옆집으로 돌아갔고. 그러니까 이게 뭐야? 괜히 좋다 말았자나! 원, 세상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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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불며 난리 법석에 징징거리며 떼를 쓰듯. 나는 어쩜 그렇게 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헷갈렸다. 왜냐하면 다년간의 기억을 돌이켜보건대 난 분명 일중독에 준하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환상공포증은 경외감이요 허언증과는 단짝에 준하는 우정인가? 그러든 말든 모르겠고. 나는 무엇보다 싫증과 노-재미, 지루함과 따분함을 벗어던지는 게 급선무였다. 그렇다고 연습장에 불행, 짜증, 가난, 인기 저조... 이런 낱말들을 기입한 다음 쭉 찢어서, 구기고 뭉쳐서 집어던지는 지극히 초보적인 방법은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신비주의 신드롬에 대한 환상머신의 설계도는 어디로 도망가버렸을까? 무슨 신드...... 뭐 또 환상머신? 차라리 소파에 자빠져서 TV나 보는 게 낫겠다. 그런데 내 이런 동경심으로 포장된, 장기 휴가를 떠나고 싶고 마냥 놀고 싶은 욕구가 만약 내 애인이라면! 그러면 그녀를 어깨에 훌쩍 들쳐매고서 (두툼한?) 엉덩이를 마구 때려줄 텐데. 그러면 그녀는 막 내려줘 내려줘, 오빠 오빠 내려달란 말이야 오빠 미워. 막 그렇게 앙탈을 부리고 또 부릴 텐데. 그런데 그렇게 들쳐멜려다가 실패한 채 엎어지면? 그거 완전 (개)망신 아니야! 지금 내가 딱 그 꼴이었다. 내가 어쩌다...! 혹시라도 누가 들으면, 그분께서 순진한 심성의 소유자라면 내가 한때 꽤나 잘나갔는 줄 아시겠네. 그래서 한물간 B급 연예인이 그러는 걸까? 지금 최고로 잘나가는 A급 청춘 스타를 보며, 널 보면 꼭 나 바쁠 때─나 어릴 때─내가 한창 주가 높을 때를 보는 것만 같다고! (이때 A급 젊음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할 뿐. 그저 웃기 밖에 더하시겠나) 노인을 존중함과 동시에 구시대적인 교훈은 교양으로 알고, 반면 구식 탱탱 묵은 꼰대식 발상이라면 신물이 나고! 결국 젊은이는 늙은이를 무시하지 않고, 늙은이도 젊은이를 맨발의 청춘이라며 깔보지 않는다. 그래서 여간해서는 팔 짧아지고 목 짧아지고, 얼굴이 커지며 동글동글해진 추억의 스타는 그런 직설법은 사양할 것이다. 그래야 하니까. 그러니까 어떤 얘기를? A는 B다, B는 A다! 내가 너의 미래다, 너의 미래는 나다! 다만 그건 있다. 사랑하는 부부라도 연중 무휴로 함께 붙어있는 것도 좋겠지만, 만년 함께 한 채 자유가 없다 했을 때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 그래서 이왕이면 일하는 날에는 오전에 집을 나가서 행복도가 높아지는 시간부터 만남을 고대하기. 그게 여의치 않으면 오늘도 참는 부인. 그러니까 옆에서 이방은 속닥속닥 속삭인다. 너 솔직히 집에 들어가지 싫지? 라고! 여성잡지1에서 2로 옮겨갈 수 밖에 없는 여자의 마음. 남자든 여자든 나이 들면 할 말은 많아지는데 반해 듣기는 더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노안에다 귀도 어두워진다. 나이듬이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12살짜리 팬 사이의 친분이 나쁠 리가 있나. 젊은 친구들은 술자리에 노교수와의 합석을 반기고, 중견 전문가도 대선배의 친한 척을 좋아한다. 다만, 그 공존의 시간이 짧은 것과 긴 것의 차이는 있다는 것. 곧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선생님은 미리 정해져 있고, 호박이 굴러가는 목적지와 방향은 초지일관 일정하다는 진실. 여성호르몬의 그윽한 목소리에 대한 호감은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떤 짠함? 슬픔? 환호? 노인과 바다는 친구인데 차이는 단지 그렇다는 것뿐. 젊음이 좋다는 게 그거다. 청춘에 근거한 아름다움이 그거다. 딸은 훗날 지금의 엄마처럼 될 테니까. 아들은 아마도 나중 아빠의 판박이가 될 테고. 그렇지만 마음이 말랑말랑한 중년이 있으면 고리타분한 성격의 청년도 있다. 나이 들어 힘이 밑에서 위로 제대로 올라온 노년이 있으면, 그냥 말만, 말수만 많아지는 어르신도 있다. 간혹, 참으로 신기하게도 듣기 싫은 말만 골라서 말수가 느는 경우도 없지 않다. '어서 어째야지' 라고 스스로 매일 12번씩 말하기. 에이~ 여기 이제 오지 말자.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왜냐하면 늙으면 어째야지, 라는 말을 내가 하는 건 괜찮은데 타인으로부터 듣기는 싫으니까. 그 말을 내가 하면 농담, 내가 들으면 무례! 그 말을 듣고 또 듣고 또 듣는 제3자는, 고개를 15도 틀고 20도 꺾고 살며시 눈을 감으면, 수증기 부시시시시식~~~! 곧 어른들도 애다. 애처럼 인형도 내 꺼, 어리광도 내 꺼, 아는 척도 내 꺼, 웅변과 평가와 감상도 내 꺼. 왜냐하면 일평생 신부들러리와 병풍만 도맡았는데, 늙은 것도 원통한데, 인생 후반기에 이르러서까지 또 신부들러리와 병풍으로 손위 노년의 시중 들기를 좋아한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들수록 전화 예절에서 뭔가 불쾌함을 떠안고 살아가는 일이 많다. 굉장히 흔하다. 통화할 때 자기 할 말만 하고 뚝 끊기! 우리 마누라가 딱 그래요? 연애할 때는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바칠 것처럼 잘해주더니, 이제는 무슨 으쌰으샤도 아닌데 잔말 말고 따라와-식으로 또 앞서가다니! 그러니까 평소에 꽃을 선물하지 않다가 갑자기 꽃을 선물하면, 무슨 일 있냐고 되묻게 될 것이다. 우리 주제에... 이럴 꺼면 차라리 생선을 사오라고 한다. 부인이 자기보다 앞서 걸으면 냉큼 싫어한다는 걸 잘 아니까 매번 부인을 앞세웠는데, 괜히 뜬금없이 에스코트랄시고 의전식으로 한발 앞서가질 않나 안 하던 차 문 열어주기를 하지 않나? 즉각 치고 들어올 것이다. 듣자 하니 뭐라고? 뭐 캥기는 거 있냐고! ......(정적)...... 뭐, 너나 잘해? (젊음에서 늙음으로, 나이듬에 관한 연민) 그래서 여자를 만나면 최선을 다한다는 어느 고지식한 친구는 오늘도 어엿한 지성의 전당을 기어코 노인대학으로 전락시키고야 만다. (여급에게) 넌 몇 학번이니 넌 무슨 과니? 난 말이야...... (듣고 나서 재밌으면 좋은데 거 어째...!) 뭐 내가 3병맨이라고? 이런 젠장, 너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 오지 마! 그러니까 3병맨은 A와 B에서 서슴없이 B를 택한다. A는 제일 친한 친구의 평생 1번 뿐인 결혼식에서 진득하니 신부들러기 하기. B는 매주 1번 본인이 창단한 축구 동호회에서 전원 병풍들에게 1인자로 대우 받으면서 축구 하기. A와 B가 같은 날 겹쳤을 때. A에 얼굴만 비추고 화급히 B로 내빼기. 평생 1번이 중대한가 매주 1번이 막중할까. 내가 서열 1번인데 뭔 남자가 신부들러리야? 젠장, 필요 없어! 간단히 보면 아무렇지 않은 일이다. 간단히 보면! 왜냐하면 개인이야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 개성이자 천성이라고 치면 그만이니까. 어째야 직성이 풀린다는 점, 친구나 되니까 이해하지 누가 이해하겠나. 때문에 제일 친한 친구끼리의 우정을 1.0이라고 한다면 1.1이상은 1.0을 따라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 1.0이 있으니까 1.0의 성의를 넘어서지 않는 건 일종의 묵계. 제일 친한 친구가 내빼는데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나도 그 정도로 내려가진 않았거든. 나도 그 정도로 생각이 없진 않거든. '늬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라는 식의 단짝 우정에, 한두 번도 아니고 뜬금없이 혜성처럼 등장해 우정의 구도를 역삼각형으로 바꿔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일. 삐악삐악 참새 짹짹, 1등 해도 의미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음. 그런데 문제는 그것! <저게 사적이 아니라 공적일 때>. 만약 A와 B에서 서슴없이 B를 택한 인물이 업계의 리더가 된다면, 더군다나 그 업계는 구식 탱탱 묵은 관행을 중요시한다면. 그건 비교적 신식보다 구식 드라마다. 어쩌면 엄연한 현실일 수도 있고. 바로 그런 걸 관례라고 한다. 그러면 공평해야 할 생태계에서 속좁은 1인자의 뒤로 나머지가 줄을 서는 건 전혀 어렵지 않게 된다. 공정거래 위원회에서 담합 업체에 과징금 얼마 부과, 같은 뉴스도 엇비슷한 얘기다. 드라마에서 그런 대사 들어보지 않으신 분 계시면 손을 들어보자. 「이거 왜 이래. 이 바닥 좁아! 알잖아? 혹시 잊었나 해서 가르쳐줬을 뿐이라구. 응? 나나 되니까... 에잇 그만 하자.」 또는 「그분께 등돌리고 이 바닥에서 여전할 수 있을지 무척 의문스럽네요. 과연 그런 선례가 있긴 있었는지 재차 묻고 싶단 말입니다.」 뭐야 그런데 들어보지 않으신 분 계시면 손을 들어야 하는데, 뭐 이렇게 하나같이 쌍수를 들고 계시나? 아하~ (딱) 거꾸로맨 회합이구나! 그래서 그런가? 3병맨은 팀장이 됐을 때, 자기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얘기하니까, 자기는 모든 권위를 내려놨다면서 구식 탱탱 묵은 관례를 모두 걷어치웠다고 했다. 그래서 회식 때 헹가래도 받고 1차-2차 으쌰으쌰 기분 좋은 채 헤어졌는데, 그런데 3차에서 6번 7번 팀원끼리 회심의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을 목격했다나 뭐라나. 그걸 이해하기가 어째 뭔가 어려웠다나 뭐라나. 하긴 추정은 할 수 있다. 자기 비하에 신세 한탄하며 나 이렇게 산다를 내가 하면 덕담이고, 친구가 하면 부정적인 악담이 되고. 뭘 해도 재미없어 뭐 재미난 일 없냐, 라는 평범한 말조차 들으면 짜증내고 내가 하면 농담. 오직 수직이냐 수평이냐 밖에 없다니. 게다가, 동네 바 빌라로보스! 똑같은 3병 먹고 가는 단골인데 왜 자기만 3병맨이라고 불려야 하냐는 거지! 똑같이 3병 먹는 저기 저 기생 오라비 같은 녀석이 받는 눈웃음과 홍조라는 특혜는 뭐고, 똑같이 3병 먹고 가는 내게는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걸로도 모자라 어느 날 그래. 친구들을 데려갔더니 뭐 까도남? 까고 싶은 도시의 남자라니니 뭐라느니! 왜 나만 3병맨이냐고? 이런 젠장! 세상사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여심의 기준으로, 꽉 막힌 친구 얘기) 그러니까 친구의 우정이 아름다울 때도 있는데 때로는 추접스러운 것이다. 특급 바텐더 앞에 오랫만에 모인 남자 7명이 나란히 앉아 있네? 겉은 상남자인데 겉만 그렇다. 가면을 벗으면 닭, 새, 개, 자칼, 낙타, 말, 생선까지! (그럼 여-바텐더는 사랑의 카멜레온이야 뭐야? 여-바텐더 없는 바는 또 뭐고!) 그래서 추억이 겹치고 회상도 재밌고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찬찬히 들어보면 절반쯤 각자 딴 얘기를 한다. 멍멍, 짹짹, 삐악삐악, 히잉히잉, 야옹야옹, 개굴개굴, 소쩍소쩍, 으르렁으르렁...... 그런데 얘기가 잘 안 통할 것 같은데 또 어떻게 얼렁뚱땅 어울린다. 그런 한편, (여-바텐더의 직감에 따라 엄선된 납득할 수 없는 1등 선택을 듣고서) 뭐 우리 중에 쟤가 돈이 제일 많아 보일 것 같은 남자라고? 이런 젠장, 내가 쟤한테 술 한번 얻어먹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나 뭐라나! 친구들끼리 광분하기 딱 좋은 주제다. 분위기 단박에 달아오르니까. (남자의 우정) 뭐라는 거야! 어? 뭐래! 그런데 뭔 얘기중이었지? 아 그거구나. 일중독 ─> 일과 놀이의 균형 ─> 신세 한탄 ─> 젊음에서 늙음으로, 나이듬에 관한 연민 ─> 꽉 막힌 친구 얘기 ─> 남자의 우정까지. 무슨 개구리도 뭣도 아닌데 참 나, 이리저리 많이도 튀었네. 다시 처음의 주제인 일중독으로 돌아가서. 영보이냐 뉴보이냐. 어제는 그랬다. 그러나 나는 다시 심심해졌다. 일하는 데 지치고, 쉴려고 TV를 보다 조증녀한테 기가 빨렸다. 그러므로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결국 나는 앵그리 보이일까, 아니면 영-버드일까 라는 점. 뭐 올드보이? 이런, 젠장! 버드와이저라도 마셔야 하나? 안되겠다. 그냥 일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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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면 날마다 지적 허영심과 성적 환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 쫓기. 물론 그 우스꽝스런 추격전이 흡족까지는 몰라도 뻔트라도 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만년 벤치 신세를 면치 못헌다면! 그러면 삶은 딱하고, 자존감은 띵하며, 인생의 행복관과 꿈 같은 사랑론은 이상해질 수 밖에. 그러므로 나는 또 다시 으쌰으쌰의 명분이 두둑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당혹스런 더티러브가 갈 데 까지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심심한 인생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 언제 갑자기 1.0 ~ 1.5 사이의 목표가 뜬금없이 나타날지 안심할 수 없으니까. 뭐 몇 시 방향? 벽 밖에 안 보인다. 뭐 그게 너의 미래다? 이런 젠장!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괜히 간당간당한 품위 유지비에 빈정거리지 말고 화끈하게 행동을 하자고. 속 시원하게, 어? 미련없이 지든가, 아니면 행운마를 타고서 기쁨의 광시곡에 맞춰 춤을 추든가! 그런데 문제는 대상은 무엇이고, 목표 상대는 어디 있냐고. 악당이 없어서 스스로 악당 흉내를 내는 영화 주인공도 아니고, 참 나! 그리하여, 나는 탐탁치 않은 혼자 놀기보다 사랑과 우정 사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내가 그녀들에게 그냥 아는 오빠3에 불과한지, 아니면 애원에 굴복 당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간지러운 친교의 어장 관리 대상인지. 입장을 확실히 하라고 아는 여자 동생들한테 당당하게 따지기. 적어도 그녀들은 어떻게 생각할려나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난 그녀들한테 썩 멀리하고 싶은 오빠는 절대 아니라고 봐도 된다고. 글쎄올씨다,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자신감? 나 혼자 베팅은 공상과 전혀 다른 놀이가 아니네. 그렇게 나는 소셜 네트워크로 그녀들을 툭툭 건드려봤다. 꼭 일부러 깐족거리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으나 한동안 우리에게 그건 일상이었다. 당연히 숙녀가 받아들이기에 노크랄지 마음을 흔들고, 매력적인 제안과 달콤한 힌트로써 접근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 로즈마리야 그 소식 들었니, 포르토피노가 너 좋아한데! 또는. 비비안 오랫만이야, 그런데 참다 참다 정말 많이 참았는데 내가 더는 못 참겠어, 마라가 늬 험담하고 다니던데! 농담이고. 나는 그렇게 멀리까지 일하러왔는데, 작업실에서 노닥거리다가 쿵쾅쿵쾅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서 서둘러 바깥으로 나갔다. 밖에는 어제 날 바람 맞힌 포니와 포니의 친구인 마리온이 있었다. 그녀들은 뚱한 안색으로 날 멀거니 쳐다보고 있었다. 음하하하하하하. 깜찍한 것들. 그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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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안녕. 얘 인사해. 그 오빠야.」 「오빠 안녕. 난 마리온. 오빠 얘기는 많이 들었어. 반가워 오빠.」 나는 어느새 내 마음의 냉소가 눈 녹듯이 녹는 걸 느꼈다. 내 기분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해졌고 분위기 또한 솜사탕 같은 구름처럼 포근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제1차로 찻집에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오늘 드디여 제7차 클럽까지 갈 수 있을려나 몰라도 일단은 조용조용히 서막을 열기로 한 것이다. 「오빠. 내가 마술 보여줄께.」 「늬가?」 「응. 내가 만약 실패하더라도 여기 2번 타자 마리온이 있잖아.」 「그래?」 「자, 시작한다. 겁 먹지 말고. 응? 오빠. 그렇지만 마음 놓진 마. 좀 떨란 말이야. 기쁜 호기심과 불길한 예감은 반반일 테니까.」 그러면서 어떻게 어떻게 절차에 따라 그녀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내 가슴 속으로 집어 넣을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쉽게 되겠나? 당연히 실패지. 그런데 왜 난 기분이 뭐랄까 어째 뭔가 이상하지? 어서 난 말해야 하는데! 그처럼 노골적으로 숙녀의 손이 상남자의 가슴을 더듬으면 돼, 안 돼? 라고! 「어? 왜 안되지. 마리온.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거기서는 됐자나.」 「그러니까. 내가 한번 해볼께.」 그러면서 이번에는 마리온이 그 포근한 손으로 내 가슴을 더듬거리게 되었다. 얘 얘 얘, 그렇게 대놓고 사내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면 어떡하니? 난 어쩌란 말이고! 뭐꼬? (설마... 신호가? 뭐시여! 농담이고)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교태와 가식을 불러일으키며 달콤한 쾌락과 애틋한 사랑까지 연상시키는 남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로 나는 곧바로 내 사무실의 레이저 시스템을 관리하는 앱을 켜서 핸드폰으로 특수 불빛을 포니의 가슴에 비췄다. 그러고서, 「자, 시작한다.」 그렇게 나의 왼손은 왼편에 앉은 포니의 가슴을 통과하여 소파 뒷편을 만지작거렸다. (추억의 만화도 아니고 말이야, 지가 무슨 가제트야 뭐야?) 그녀들이 어떻게 됐을까? 나는 내친 김에 후레쉬를 오른편에 앉은 마리온에게 향하게 했다. 그러고서 내 오른손으로 마리온의 가슴을 통과하여 또 다시 소판 뒷편을 만지작거렸다. 뭐? 차라리 통과하지 않았으면 그건 어떠냐고? 그건... 이 양반이...... 오, 땡큐? 실력이 아주 녹슬지는 않았군. 허허허허허. 재밌는 인생을 위한 개구쟁이의 엉뚱한 실험은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양손을 양측에 넣어놨는데? 그래서 옴짤달싹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녀들한테 부탁해서 핸드폰 앱을 꺼달라고 부탁했고, 내 손은 그녀들의 가슴에서 빠져나와 원위치될 수 있었다. 「오빠. 와~ 오빠. 막 사람이 달라보이는 거 있지?」 「뭐야? 그럼 전에는 날 삐리하고 바보에 얼간이로 알고 있었단 말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와 아무튼, (엄지척)!」 「그치? 그치? 완전! 와, 소름! 어? 와, 소름! 오오오 우와, 소름!」 나는 이때 막 잘난 척하지 않고 눈빛은 저 멀리 향했다. 그게 더 재수없다고? 따라서 나는 어쩌면 바보로써 존경 받고 싶고, 푼수로써 물개박수를 마다하지 않고자 하는 욕심을 그녀들한테 들켜버렸다. 그래서 그녀들은 날 막 추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마술 어떻게 하는 거냐고. 「이 세상에서 말이야. 이 요술은 딱 3명만 할 수 있어. 오직 그 3명만 말이야. 그 셋은 어쩌면 한날한시에 함께 만나면 안되는 운명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그건 마치 평범한 남자와 순진한 여자가 운명적인 사랑을 하기 전에 뭐랄까, 3단계 사랑을 거치는 과정과 정반대되는 미스테리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첫째 풋사랑, 둘째 더티러브, 셋째 환상적인 사랑. 사랑학이야 뭐 이 다음에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아까 오빠가 뭐랬지? 아, 그 세 명이 누구냐! 바로 누구냐 하면 이렇지. 첫째 내 친구 제라드, 둘째 은둔형 실력자 자콥 커퍼필드, 셋째는 바로 나! 허허허허허. 푸하하하하하하.」 「뭐? 와! 우리 그 아저씨 아는데. 아까 뭐랬지? 제라... 그분은 모르겠고, 자콥 아저씨는 우리랑 친해.」 「그럼. 완전 허물없는 사이지. 그런데 오빠가 그분을 어떻게 알아?」 「뭐?」 이 자식이......! 나는 예술가병의 선례인 허언증이 도졌을까? 아니면 자콥 커퍼필드의 이름을 듣고 쫄았을까! 행복을 입증할 근거가 재밌는 모험이냐, 아니면 심심한 사랑일 것인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새 자콥 커퍼필드와 나는 대립 관계가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그 인간이 대체 어디까지 마수를 뻗친 거야? 원, 세상에나! 뭐 어쨌든, 부러움을 다스리고 휘날리는 귀의 경거망동을 차단하기에 급급한 삶. 우리는 자콥 커퍼필드의 새로운 은둔처인 별장에 놀러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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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사랑하기에 시치미 떼느냐, 다양한 쾌락을 추구하며 어떻게 하면 신나게 막살 수 있을까 골몰하기. 낭만적인 사색가는 전자니 후자니 모르겠고, 차라리 행복하게 '대충 살자'라는 패에 일찍부터 판돈을 걸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주든 안 주든, 탐스런 열매를 따먹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발명. 창작. 선점. 선취점. 선동. 주동. 동참. 구경. 관망. 방관. 예선 탈락. 입장권 품절. 모른 체 잘난 척까지. 무턱대고 사랑의 나비만 쫓다가는 첫 끗발이 개 끗발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분들은 사랑이든 일이든 놀이든, 뭐가 됐든 판을 성과에 최적화시키는 걸 고심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래야 한다. 수다의 꽃 3시간에, 어제는 병풍이요 오늘은 신부들러리 내일은 아부왕. 맥주 3병으로 인생의 쓴맛을 인내하기! 참고 견디며 때로는 경주를 즐길지라도 확고한 목표를 설정하면 베팅을 하긴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쾌적한 시간이든, 불쾌한 기분이든, 만족스런 호사든 간에. 그러든 어쩌든 나는 엉겁결에 대타로 기용됐고, 큰 경기에서 싫지만 뻔트를 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큰맘 먹고 자콥 커퍼필드와 담판을 짓기로 하고서 그녀들과 함께 자콥 커퍼필드가 기거하는 별장에 도착했다. 딩~동! 딩~동! 딩~동! 뭐야 이거, 없나? 딩~동! 딩~동! 딩~동! 휴~ 이 자식이 눈치 채고 도망갔나? 그럼 그렇지. 허허허허허. 나는 속으로 진땀이 났다가 안심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게 아쉬워했다. 딩~동! 「자콥 아저씨 없나보다.」 「그러니까」 휴~! 그래서 순진무구한 동심의 열렬한 지지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오빠 안색이 왜 그래? 어디 아퍼?」 「어? 아니야 아니야. 내가 무슨.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에이 무슨.」 「아 맞다. 얘 포니. 자콥 아저씨 집은 대문이 파란색이 아니라 지붕이 파란색 아니니? 그렇지?」 「아 맞다. 그럼 이 집이 아니라 옆집이네. 어쩐지.」 뭐? 뭐라고? 꼼꼼한 놀기와 깐깐한 일하기에 대해 고민하던 때가 차라리 나았던 것일까?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옆집, 그러니까 진짜 자콥 커퍼필드 집의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휴~! 나는 또 한 번 안심했고, 도합 두 번을 떨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딱 발길을 돌리려던 그때. 저쪽에서 복고풍 롤스로이스... 아닌데. 저 차 이름이 뭐지? 웬 길다란 차 한 대가 우리쪽으로 접근해왔다. 「와, 아저씨다.」 그래서 차에서 내린 사람은, 「뭐야 이거. 니콜라스 케이지잖아?」 「아니야. 저분이 바로 자콥 커퍼필드야.」 「뭐? 그럼 내가 아는 자콥 커퍼필드와 너네들이 아는 자콥 커퍼필드가 다른 사람이라고? 어쨌든 잘된 거네. 휴~ 다행이구만 그래.」 「어?」 「아니야, 아무것도.」 그렇게 해서 우리는 자콥 커퍼필드 아저씨네 댁에 마치 초대라도 받은 것 마냥 함께 들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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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자콥 커퍼필드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워낙 스스럼없었기 때문일까? 그분은 따로 자기 볼일을 봤고, 그녀들은 자유롭게 집을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포니. 어째 집안 분위기가 좀 음침한 것 같지 않니?」 「그건 모르겠는데, 왠지 오늘따라 오빠가 좀 피곤해보이네?」 「나? 아니야. 괜찮아. 그럼. 그런데 마리온은 어디 갔니?」 「아 아까 인사 못했구나. 갑자기 남자친구가 무슨 일 있다고 해서 갔어.」
「뭐? 걔 남자친구 있어?」
「응. 왜?」
「아니. 그냥. 응? 아니. 어? 그냥.」
「나보고 오빠한테 인사 못하고 간다고 전해주라고 하던데.」 「그래?」 「어머머머. 내 정신 좀 봐. 나 오늘 약속 있는 걸 깜빡했네. 어쩌지? 조정부 친구들이 송별회에 열어준다고 했거든. 그럼 있잖아. 오빠 여기서 놀다가 아저씨랑 친해지고 얘기도 좀 하고. 나 먼저 갈께. 다음에 봐 오빠. 나 간다.」 그렇게 포니와 마리온은 떠나고, 나만 혼자 덩그러니 자콥 커퍼필드 박사의 저택에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 양반은 또 어딜 간 거야? 남의 집에 나 혼자? 뭐야 이거!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알 수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버린 거야? 그걸 누가 알겠나! 그래서 나는 진지하게 최근의 내 삶을 검토해보기로 했다. 요즘 들어 내 인생은 아마도 이런 듯 했다. 사냥개! 오전에는 최선을 다해 성과를 추격하는 사냥개. 감시견! 낮에는 지치고, 싫증나며, 기 빨리다 마침내 이렇게 대충 살아도 괜찮은 건지 살짝 고민되는 야망의 감시견. 그럼 저녁에는... 양치기견? 아니 양치기! 그렇게 해님과 달님의 교체 시기가 임박하면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면서, 슬슬 행복도가 상승한다. 그 다음으로는... 광견! 하여, 깜깜한 밤하늘에 별님이 등장하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때로는 미친 개가 된다. 농담이 좀 심했나? 통과. 한편, '막살자'라는 핫한 애칭을 친구에게 은근슬쩍 떠넘기기. 만약 받지 않는다? 친한 웨이트레스한테 전가하기. 그러니까 숙녀는 그 남자의 이상한 사정을 아셔야 하는 걸까? 그러든가 말든가! 그런데 우리는 살면서 늦잠을 자고, 지각을 한다. 심지어 남들 다 은퇴할 때 뒤늦게 플레이보이계에 늦깎이 데뷔를 하고 싶어하는 친구도 있다. 걔는 남들 놀때 뭐했는지, 참 나! 그게 잘 될려나 모르겠다만, 얌전한 고양이로써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지도 못했고, 늦바람이 무섭다지만 도전만 하며 (개)이득이 없으면 뭘해! 가만 보면 꼭 돈 쓰고, 욕 먹고, 독박 쓰는 사람들이 있긴 있다. 그래서라도 웃는 거지. 어쨌든 토끼처럼 한눈팔든, 거북이처럼 부지런하든, 살다보면 반박자 늦을 수도 있다. 분위기 파악 못할지도 모르고,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데 빈말을 참말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처럼 사랑의 신호를 오해하거나, 유행의 막차와 호시절의 끝물에 나 혼자 들썩거리지 말란 법도 없다. 그래서 (늦잠 자서) 숙취와 함께 대낮부터 하루를 시작하게 되면, 눈 뜨고 보니 이미 해는 중천. 그러면 하루의 시작부터 '대충 살자'가 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자, 가 아니라! 뭐 어쨌든 나는 그처럼 일에 몰입하여 환희에 젖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규칙적으로 시간표와 건전한 다짐을 엄수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따라서 나는 오늘도 뻔트마를 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선수 교체된 듯 나의 앞에 등장한 최적의 쾌감마이자 깜짝마는, 날 버리고서 다들 지네들 살길 찾아 떠나간 것이다. 저런! 그건 그거고, 나는 집주인도 안 보이는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순 없어서 나갈려고 했다. 그런데 문이 모두 잠겨있네? 아 나 정말 가지가지 한다. 뭐야 이거!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이번에는 가택감금은 가택감금이었는데, 이번에는 남의 집에 가택감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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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의 본심은 제쳐두고 한량의 직분에 충실하자면 나는 그래야 했다. 사랑의 열망가, 에잇 그거 못해먹겠다고. 농담이고. 나는 일단 장밋빛 내일을 예측하지 못했다. 궁극적으로 연보라빛 낭만과 사모하는 호사, 흠모하는 사치에게 퇴짜 맞은 것이다. 「뭐야, 나 또 차였어!?」 왠지 유행어처럼 무척 친근감이 느껴지는 그 말을 어느새 내가 하고 있다니! 무심코 드는 생각은, 결국 따로 임자가 없는 말이로군. 그렇다고 약속 없음을 증오하겠나, 뜬금없이 여자의 마음을 탐문하겠나. 아니면 밑도 끝도 없이 흑심을 사이렌 마법으로 개량하겠나. 난 뭐라도 해야 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어떤 새로움이 절실했다. 그러지 않으면 안되었다. 속세에서 상놈이란 세칭을 덥썩 수락할 수야 없겠지만 '고놈 물건이네'란 말은 못들을지언정 미친놈처럼 돌아다녔던 방황의 시절이 그리웠다. 그렇다고 지금 문득 어느 아가씨의 뒷모습에 반해서 환장한 채 무작정 그녀의 행적을 쫓을 수도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오해 받기도 싫었다. 설혹 걷는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에 그냥 어쩌다 의도치 않게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어떤 동선이 겹칠 수는 있다. 출근길과 퇴근길, 등교와 하교가 그런 것 아닌가. 도시에서 버스에 탄 사람들이 창밖으로 뭘 보겠나. 다만, 난 아니다 난 아니야!
정말로. 진짜로. 난 아니다 난 아니야!
그렇다고 산책이든 쇼핑이든 시내를 돌아다니다 어떡하다 동선이 겹치는 건 부도덕이 아니다. 그렇다만 만약 그랬을 때, 딱 그랬을 때, 그렇다만 막상 정면을, 정면을... 넘어가자. 아, 커피포트! 아무튼,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공주병의 특권인 허영심조차 반겨야만 했다. 가혹한 운명을 탓하겠나, 도박꾼 친구와 어울려 진땀 나는 승부에 집착하겠나.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뭐랄까, 클래식 기타 학원이라도 다녀볼까? 플라멩고 막 그런 기교를 연습하다가 기웃기웃하다 뭔가 분위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 어떤 비율이 신통치 않을테니, 또 유쾌한 익살꾼은 달랑 1주일만 다니겠지. 보나마나 뻔해. 안될 일이다. 이미 많이 경험해본 일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세계 바텐더 대회에 나가기로. 그런데 그건 장기전이다. 아마 중도에 분명 포기할 것이다. 그럼 상쾌히 시작하느니 애초에 아니함만 못하다. 그러니 그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그게 문제인가? 내가 원래 알던 자콥 커퍼필드가 아니라 생판 모르는 자콥 커퍼필드의 집에 갖혔는데? 나는 백방으로 뛰어보고 알아보며 비상 스위치를 찾고 또 찾았다. 그러다 창고의 상황을 볼 수 있는 소형 화면을 소파 앞에 있는 카지노 머신 뒷편에서 발견했다. 거길 보니 자콥 커퍼필드가 자기 자동차에다... 아니 글쎄 저가 증류주를 넣고 있었다. 뭐지? 뭐지? 이건 대체 뭐지? 아하~! 이제야 알겠다. 뭔가 느낌이 왔다. 잘은 몰라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곧 내가 알던 자콥 커퍼필드가 얼굴을 바꿔서 내가 모르는 자콥 커퍼필드가 된 거지. 저런! 어쩐지!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했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서 태평하게 이런 생각이나 하다니. 인생에 대한 그럴듯한 훈계일랑 거부하고, 으쌰으샤에 대한 그럴싸한 명분을 더─더더─더더욱 그럴싸하게 꾸미고 아름답게 만들기. 나는 좀 더 면밀히 탈출구를 찾았다. 그래서 끝내 비상 버튼을 발견했고, 그걸 눌러서 자콥 커퍼필드의 별장을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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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이 됐다. 먼 곳까지 작품을 쓰러와서 이게 뭐란 말인가. 꼭 (개)망신까지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남의 집에 가택감금이나 되고 겨우겨우 탈출이나 하다니. 내가 바란 건 원래 이런 공상이 기본이었다. 왜냐하면 그래야 그 다음이 있기 때문에. 즉, 말하자면 이런-식이지. 언젠가 짝사랑을 고해하더니 사랑의 변심을 고백하는 일. 드라마의 흔한 소재요, 유행가 가사의 단골이자, 연애소설의 주전이다. 환상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고 신비감은 마땅히 증발하기 위해 우리를 현혹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알다가도 모를 감정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통속적인 경과라는 건 무릇 어떠하니, 차라리 황금을 흠모하고 사랑 받음을 맹신하는 게 나아보일 때도 간혹 있다. 없을 수 없을 테니까. 솔직히... 나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보편적인 행복이란 아마도 1.5군일까? 그야 물론 2부 리그 붙박이 벤치 멤버로써 엉덩이가 근질거려본 선수들에게나 해당하는, 즐거운 투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 어른인 이상 모를 수 없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낮과 밤이 모순되는 삶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낮에는 성과에 대한 열망을 구슬리면서, 성공은 몰라도 적어도 먹고 살기에 대한 열정에 봉사하기. 그러나 해가 지면 우리는 별님들의 밀담을 미리 엿들어서 아가씨한테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다. 나는 정말 사랑을 믿고 운명을 기다린다고. 그녀가 행복하기를 원한다고! 그걸로도 모자라 유도심문에 넘어가지 않기. 그런데 친구들과 만나서 한다는 얘기가 글쎄 뭐, 뉴페이스? 어른들의 세상살이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짝저짝 교활하게 따져서 '왜 그 쉬운 걸 진작 몰랐을까?'라는 포지셔닝은 뚜렸해진다. 그것은 곧 사랑에는 바보가 되고, 놀기에는 천재가 되자고! 그럼 일하기는 뭐냐구요? 그건 '대충 살자'를 훨신 상회할지 아닐지, 각자 판단하기. 각자! 그야 어쨌든 미소년의 소원과 어른의 야망은 난 모르겠고. 말하자면 나는 즉흥적으로 설정한 짜릿한 목표를 믿어보기로 했다. 무턱대고 끌리는 야릇한 대망을 신뢰하기로 했다. 하루 중 행복도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해질녘 전의 기분을 좋아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목표라는 게 구체적이지 않은 점. 아울러 새로운 대망이란 게 너무나 막연하다는 것. 뭐? 그래서 청아한 스타카토와 신나는 멜로디는 또 다시 도돌이표를 만나서 애초의 심심함으로 복귀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께서 뭔가 이상한 상상력을 점지해주시기라도 한 것일까? 내가 아니라 타인에게! 즉 내 가녀린 동심과 청초한 팔랑귀를 자극하는 주제는 거칠게, 막 거칠게 내 마음에 노크도 허락도 없이 들어와버린 것이다. 정말로? 뻥이다. 그처럼 롭이 소개시켜준 작업실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고. 그래서 나는 다시 옆집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그레이하운드와 동네 산책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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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레이하운드와 함께 산책하면서 휴식의 시간을 만끽했다. 동네 아낙네들과 눈인사를 나눴고, 그레이하운드와 나는 숨김없이 우정을 쌓았다. 더구나 나는 이방인으로써 썩 모나지 않게 처신했다. 오싹한 공포감도 없었다. 모든 건 정상으로 복귀했다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 명백한 증거이자 귀여운 힐책은 물론 그레이하운드의 꼬리 흔듬이었다. 무슨 환상머신이네 가련한 미스테리네, 그런 거 하나도 안 궁금했다. 가상의 연적도 필요 없었다. 가련한 객설과 듣기 싫은 푸념을 또? 지겨운 일이다. 새로운 꿈의 탐구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상상력이 넘쳐나도 부족할 판에 또 루저마인드? 이제 그만. 정말 그만! 그러다 나는 동네 인근 도로에서 말 만 마리가 행진하는 장광을 목격했다. 뭐야! 저건 인터넷 동영상으로 본 거잖아? TV 다큐멘터리로도 봤던가? 와~ 저런 행사도 있긴 있구나. 그러면서 입이 떡 벌어진 채 명장면을 눈앞에서 감상했다.
그런데 다 좋은데 냄새가...? 통과!
풍운아의 약점은 결국 간당간당한 품위 유지비인 것일까? 이런 푸념일랑 진작 증발해버렸다. 순수한 새로움 무딘 익숙함. 하나를 사면 하나는 관심에서 멀어지는 법인데 둘 다 챙긴 것만 같았다. 은근한 열정과 사색적인 자신감까지 샘솟았다. 싱그러움을 향해 환히 빛나는 열망은 마침내 싹이 돋았다. 그렇게 말들의 행진을 목도한 다음 나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런데, 아뿔사! 저건 또 뭐야! 또? 즉, 얼마 후에 이번에는 그레이하운드 천 마리의 산책을 만나게 됐다. 뭐야 이거? 이 동네는 증말로 자유의 왕국이자 욕망의 천당이란 말인가! 탐욕스러운 감수성으로 말미암아 고양된 예리한 대망은 날 막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런 만족스런 경치를 보게 되자 꼭 그런 기분이 들었다. 베팅은 백일하에 불행이 입증될지라도 가난을 탈출할 한 가닥 희망 같은 것인데, 난 이미 부자가 되버린 듯한 현실감이라고나 할까? 이 정경이 내게 말하고자 하는 건 어쩌면 이런 뜻이 아닐까? 푼수의 표상인 절대적인 조증이 그대의 귓전을 때리는 한, 당신은 결코 늙지 않으리라. 그건가? 그런데, 기쁨의 순간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건 바로 내가 산책시키는 옆집 그레이하운드가 내게서 도망가버린 것이다. 자기들 종족을 그것도 때거지로 만났으니 녀석도 흥분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그러나 이해는 하는데, 뭔 사연인 줄 알긴 알겠는데! 옆집 주인한테 뭐라 변명한단 말인가.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속이 탔다. 별나 보인다 싶을 정도로 난동을 부리며 녀석을 찾아헤맸다. 그러다 나는 롭에게 연락했고, 하나의 힌트를 얻었다. 곧 그 녀석은 동네에서 파란색 지붕 근처를 좋아한다고. 뭐야 어제 겨우겨우 그 인간네 집에서 탈출했는데, 거기 또 가라고? 그러나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거기까지 갔고, 그레이하운드를 만났으며, 돌아와서 옆집 주인께 녀석을 칭찬하며 돌려보냈다. 다시는 옆집 그레이하운드를 산책시키지 말아야지, 라는 결심과 함께. 곧 문제 해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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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쾌락에 놀라고, 지고의 이상에 태연하기. 그게 자연스러운 일일까? 아니면, 야한 쾌감에 무감각해지고, 교양스런 행복을 반기기. 오히려 그게 부자연스러운 일일까? 다 모르겠고! 어찌 되었든 귀여운 소원이든 막대한 야망이든, 뭐랄까, 욕망의 충족은 어떻게 보면 묘한 선착순 같은 개념일 것이다. 곧 그것은 꿩 대신 닭일 수도 있고, 노-세일을 고집하며 제1의 목표만 맹목적으로 쫓는 열정일 수도 있다. 그러다 얼렁뚱땅 추잡한 방탕도 스쳐지나가고, 때로는 골탕도 먹고, 어쩌다가 음란한 염문도 알게 되면 인생 경험은 풍부해지는 것. 그런데 아직까지 여태 마음은 버릇처럼 들뜨고, 귀는 참을성도-줏대도-주관도 없이 깃발처럼 펄럭인다는 점. 그러나 '대충 살자'와 '막살자'라는 쌍발마를 몰아본 우리들이 잘하는 게 뭔가? 곧 점잔 빼자면 직관이요, 제 딴에는 눈썰미. 다른 말로 촉은 여간해선 녹슬지 않는다는 것. 한마디로, 비전! 따라서 나는 새로운 전망이 뿌였기 때문에 선명한 환희와 기발한 구상을 떠올리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지 않으면 안되었다. 혹시, 떠난다는 말만 들어도 기분이 들썩거리시는 분이? 장안의 내놓으라 하는 명마 가운데 싫증의 대항마로써 이만한 게 없다니! 그건 마치 역마살 낀 올빼미를 길들여 긴요한 작전 암시문을 발에 묶어 보내듯이 몸과 마음이 분리되는 현상일까? 분리는 무슨! 어쨌든 나는 참을 만큼 참았다. 그러니까 이쯤 해서 잠깐 가택감금을 풀기로 한 것이다. (암닭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라는 속담을 빗대어) 수닭이 울면 어쩐다고? (여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안된다 라는 속담을 빗대어) 이거 이거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가, 어? 뭐! 이 놈의 여편네가, 북어랑 마누라는 이틀에 한 번씩 뚜들어줘야...! 뭐 생선대가리, 생... 뭐? 보아하니 환청을 주거니 받거니, 가 지겨워졌던 것이다. 그래서 그 어딘가가 어디냐 하면, 바로 내 사무실이다. 난 아무래도 놀아도 집 근처에서 놀아야 마음이 편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갔고, 하루 쉰 다음에 사무실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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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기인이었다. 물론 연분홍색 들꽃, 풍성한 안개꽃, 발 달린 주홍색 호박, 하늘색 하늘 아래 양떼구름 같은 양떼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뭐라고나 할까,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을 수도 있는데! 그런데 결정적으로 지금 내가 뽐내고자 하는 건 그런 단순한 자랑이 아니다. 겸양도 싫다. 그 다음을 못하니까. 가식에 얽매이기에는 무대가 비좁다. 그래서 지금 내가 뽐내고자 하는 건 이거다. 바로, 나는 그분들에게 주로 인기인이었다는 점. ('나도 말 좀 하자'가 '나도 자랑 좀 하자'로 바껴버렸다니. 어떻게...! 으으으으으윽 오그라든다. 아아아아아 재수없어. 으웩~~~ 유치해! 완전 왕재수 아니야?) 그러니까 그분들에게 주로 인기인이었다니, 그분들? 대관절 그분들이 누구냐구요? 두그두그두그~~~~~~~ 빰빠라밤~ 빰~빠~밤~빰~빠~밤~! (딱) 허당과 삼류와 주당들! 뭐? (쉭─쉭─쉭) 허당과 삼류와 주당들! (핑~) 팡파레가 울려퍼졌듯이 (퐁~) 나는 그분들에게 주로 인기인이었다. 밤무대의 이단아가 끊임없이 주창하는 포지셔닝이 뭔가, 막살자-다! 주색의 장타자가 쉴새없이 친애하는 슬로건은 무엇일까, 내일은 없다-다! 그게 다 그분들 작품 아닌가. 응? 그분들이 어디 보통 분들인가, 어? 멋진 좌우명, 길다. 근사한 인생 모토, 번잡하다. 지키지도 않을 거. 됐고. 짧게. 뻔-트! SO COOL! 농담이고, 때문에 그 말은 곧 나는 병풍이자 신부들러리 전담 요원이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종이 한 장 두께 차이라는 게 이런 거다. 자랑은 자랑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거! 자랑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고 미주알고주알 분석하기. 똥개가 미친듯이 땅을 마구 파고 또 파듯이. 깔깔거리더니 꼴 좋다, 가 아니라 그건 다름 아니라 자기 풍자였을 수도 있다는 거. 아닌 게 아니라 진짜로 1.5인자로 딱 좋은 거 아니냐고. 그러다 드물게 그런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내 IQ 몇이야' 수재-프로그래머는 여자친구 잔소리를 견디다 견디다 끝내 못 버티고서, 듣기 싫은 등쌀에 못이겨 <너 그럴려고 프로그래머 됐니>라는 레드라인마저 무시하기. 성격 좋다 라는 말을 곧잘 듣는 사람이 어디 흔한가? 거기다 많이 빠지면 안되고, 제법 잘나지도 않고, 그렇지만 뭘로 봐도 중간은 가며, 농구할 때도 만능 포지션이었으니 금상첨화네. 다른 말로 주연급은 절대 아니고 명품 조연도 아니지만, 뭐랄까 속된 말로 땜빵용으로 썩 부족하지 않다? 좀 더 후하게 쳐주자면 한마디로 말해서 대타로 딱인 거지. 아쉬운 대로 써먹을 만하니까. 맞네. 그러네. 대타로 딱 좋네! 여자로 치면 친구3을 우리파에 끌어들여서 화장술 갈켜주고, 변신술 알려주며, 애교와 내숭까지 전수해주지만 결정적으로 말이 통하는 남자는 절대로 소개시켜주지 않기. 어째서? 내 코가 석 자니까! 농담이고, 뭐 농담이 아니라고? (화들짝) 통과. 그래서, 아아, 그래서 내 친구들이 그렇게도 날 우정 파도타기로 적극 띄워준 건가?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사돈의 팔촌까지 알지는 못했지만, 중간에 멈출 수 밖에 없는 그 지점을 누가 모르겠나. 그렇다고 진짜로 우정 파도타기에만 열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참말로 남자들이 날 막 미친듯이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우리는 여자를 좋아했고,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이상해졌다) 그렇지만 우정의 척도란 뭔가. 난 친구들과 친했고, 친구들도... 아니 친구들은 날 좋아했고, 우리는 의리로 뭉쳤다. 남자의 우정이란 닭살이니까! 나는 단짝 많기로 중급은 결코 성에 차지 않았다. 그게 꼭 나쁜 것도 아니고, 반드시 플레이보이의 3박자라는 목표 지점까지 1자로만 가란 법도 없다. 살다보면 S자로 갈 수도 있고, 목적지 자체가 변경되는 일도 꽤 흔하니까. 가죽점퍼를 입은 똑진이와 수트가 잘 어울리는 범생이가 친구일 수 있지만, 허허허허허 흐흐흐흐흐, 배후의 그분은 슬리퍼! 재미없고. 좌우지간, 그러니까 중간보스부터 코메디언에 영화배우에 뭐에 뭐에, 물론 그래봐야 언더그러운드지만, 어디서 말발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친구들이 결코 적지 않았던 건가. 거 원, 남자 여러명을 두고 숙녀에게 1번으로 공인 받는 일을 뒤집어 보면 우정에서 1.5역으로 딱 최적이라니. 이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영 모르겠네. 어쨌든 이 화제의 결론은 그거다. 숙녀에게 뭘 좀 아는 오빠요, 왕왕 '성격 좋다'라는 호평이 핀잔은 아닐 테고, 아는 여자 동생한테 남자의 우정에서 어떤 남자를 손꼽을래 라는 내기에 당당히 부동의 1위로 뽑혔다는 것. 그건 곧 남자 세계에서 좋은 친구요, 다른 말로 호구일 여지도 있다는 거다. 그래서 유독 친구의 누나와 동네형의 누나한테 첫손 꼽혔다는 자랑을 엔간히, 무던히도 남발했었나? 백날 그 얘기! 어? 질리지도 않나 몰라. 어디 숙녀한테 그처럼 첫손 꼽혀보지 않은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뭐, 병 주고 약 주니? 오오 맙소사, 아아 진정 못 말린다니까! 사랑은 몽둥이찜질일까 아니면 인생은 솜방망이일까. 무슨 몽키스패너니 공포의 삼겹살이니 다비드는 다비든데 어디산 다비드니, 또 그 얘기? 그런데 신기하게도 별로 지겹지는 않네. 아무튼 여자가 선호하는 무언가가 남자 세계에서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집에서 혼자 외롭게 술잔을 독대하는 일. 어른이 되어서도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 내가 바로 그러고 있더라! 어쩜 인생은 그런 것 아닐까? 위스키 스트레이트의 쓴맛과 인생의 애환을 비교하기. 뭐, 에스프레소라도 좀 어떻게 안되겠냐구요? 하여간 구식 탱탱 묵은 헛소리는 이만 하면 됐고. 보자, 부랴부랴 연애가 어쩌고 우물쭈물 다행스런 인생을 추측하더니 그걸 이제야 알았냐고? 그럼 늦게라도 여자의 마음을 알았다 치고, 다음으로 상남자들의 신임을 얻는 데 지겨워졌단 말 아닌가? 싫어서 관뒀든 어쩌든 그것도 실패했다. 왜냐하면 여-바텐더의 오판 때문에. 따라서 나는 이짝저짝 신경 쓰다가 쩔쩔맨 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가 되느니, 차라리 나는 자유롭게 이상의 날개를 펼치고 희망을 꿈꿔야만 한다. 그럴려면 체면 따윈 동네 강아지한테 양보하고, 선망일랑 잊고, 고양이 안달나게 하기마저 연기한 채 나는 꿈의 파랑새를 찾으러 떠나야만 한다. 그렇지만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다'가 좋겠나 그 반대가 근사하겠나. 그래서 이왕이면 변덕스런 만족감, 비정상적인 질투심, 야릇한 놀라움이 혼재된 파티일지언정 초대 받는 게 모양새가 낫기는 낫다. 그런데 초대장은? 어설픈 8 대 2 가르마말고, 올백머리 특급 보디가드가 지키는 최고급 나이트클럽 잔치는? 1차 카페, 2차 술집, 3차 극장식 카바레, 4차 사설 클럽, 5차 특급 NC 다음으로 흐름을 살려, 6차 비밀 살롱에 이어 막판 스파트에 열을 올려, 제7차 끝짱나는 환상의 그 무언가는? 따라서 나는 또 다시 웃음기가 싹 가신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래서......>까지는 가지 말기로 하자. 요점은 이렇다. 군침의 애칭은 눈독이다. 욕망은 정직하지 않다. 사랑의 미래를 꿈꾸는 건, 로맨티스트에게 꽃다발을 받길 썩 싫어하지 않는 분들께! 미지의 이상은 철학과 학생에게로. 형이상학이야 뭐 똥개한테 일임하면 그만. 그대신, 그대신 나는 터무니없는 발단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고로 초미의 관심사를 나는 그냥 무턱대고 즉흥적으로 정해버렸다. 그건 무엇이냐? 바로 친구들과 칵테일 동호회랄지 새로운 뭔가를 찾아내기로 합심한 것이다. 그게 그렇게 잘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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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유치하고 우정은 추접스럽다. 영화는 뻥이고 복권은 꽝이다. 환상은 가짜고 신비는 속임수다. 눈물 글썽이고 가슴 뭉클하며 코끝이 찡한 연애는 대체로 가식이고, 아마도 위선이다. 애정이 가득했던 드라마 주인공을 오랫만에 TV로 보면 마음이 짠하다. 팔과 목이 짧아져서 외계인이 된 데다 늙었으니까. 그러나 야망은 야속할지언정 우리는 달려야 한다. 때로는 쉴 수도 있고. 반면 여인은 세월이 비켜갔다는 빈말을 좋아하면서, 쟤도 어쨌어 쟤도 어쨌어. 뭐? 아무튼 야망은 개꿈에 불과하고 타율은 악몽이다. 사랑이 꽃 피고 행복이 싹트는 꿈나라는 왜 그렇게 멀리 있냐고? 멀리 있지 않다. 다만 철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일상은 지루하고 놀기도 싫증난다는 것. 한눈팔기 조심하며 무정과 무심을 조심하더라도, 결국 사랑은 어쩌면 짝사랑 받기가 최고 아닐까? 왜냐하면 대등한 사랑은 제아무리 달콤하더라도 일종의 빚이자, 책임이며, 어떤 자유의 박탈이니까.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한 달은 버거킹, 한 달은 스타벅스, 한 달은 던킨 도넛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뭐하다. (너도 한달짜리구나!) 사는 건 뭘까. 세상살이가 꼭 뭐랄까, 개뼉다귀 같은 건 아니겠지만 인생은 결국 솜사탕도 아니고, 화사한 꽃다발도 리본으로 마무리된 최고급 케익도 아니다. 따라서 현재 점수는 그렇다는 거 아닌가. 선물은 주지도 받지도 말기.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가 아니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러나 난 단지 좀 더 나은 삶을 바랬을 뿐이고.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도 여태 잘 모르겠고. 아니다. 안된다. 이건 아니다. 이대로 무덤덤한 일상에 순종한 채 신나는 모험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절대 안된다. 비록 우리가 쾌락의 노예는 아닐지언정 나는 그래서 썩 나쁘지 않은 쾌감을 탐구하고 싶어졌다. 그래야 하니까. 소망하는 사랑이 더러워지기 전에. 좋아하는 행복이 퇴색되지 않게. 꿈꾸는 인생이 아름다움은 몰라도 불행해지기 전에 말이다. 아무튼 나는 그랬다. 낮에는 소심하고 밤에는 경솔했다. 그 말은 곧 일하기는 심심하고, 놀기는 당돌하다는 뜻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바로 그래서 나는 무엇을 했는가?
그건 결정적으로 비밀이다. 끝.
from 소설
2018. 10. 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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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느 날 갑자기 이브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오빠. 긴히 할 얘기가 있어.」 「긴히?」 「응. 긴히.」 「뭔 긴히? 그야 뭐 들어보면 알겠지. 내 마음을 사로잡는 이브 아씨께서 내게 긴히 할 말이 있다니, 이럴 수가. 점점 궁금해지는데 글쎄!」 「이거 정말 내가 벌써 오빠를 띄워버린 건 아닌가 몰라. 그럼 난 이제 베아트리체가 되어야만 하는 건가? 그러지 말고 차라리 띄운 김에 오빠에게 은둔형 사색가의 놀라운 모험, 그것을 암시하는 발단을 안겨주는 건 어떨까? 응, 오빠.」 「뭐야. 그게 대체 뭔 소리야? 그럼 난 또 제자리에서 뱅뱅 도는 전개에 뚜껑이 열리다 못해, 밑도 끝도 없는 절정을 기다리다 지쳐서 끝없는 환락은 포기하라고? 그렇게 되면 내가 친구들로부터 들을 말이 뭔 줄은 너도 알겠지?」 「아니. 모르겠는데. 뭐라고 할까?」 「아마도 그러겠지. 늬가 톰 크루즈냐? 라고.」 「하하하. 오빠들 참 재밌게 논다. 어쨌든 거기서 만나.」 그는 이브를 시내 카페에서 만났다. 그런데 이브 옆에 웬 아름다운 숙녀가 있네. 그는 그렇게 시사주간지 편집장 스텔라를 소개 받았다. 건네받은 명함에는 그렇게 씌여있었다.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 POPULAST. 편집장 스텔라 쇼. 젊은 나이에 벌써...?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주변을 빙빙 돌다가 '실례지만...' 라면서 직접 물어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참았다. 그게 꼭 허영심의 질투 어린 교태 때문은 아니었고. 어쨌든 만나서 나눈 대화는 별다른 건 없었다. 언제 어디로 놀러가자라면서 여행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고, 2 대 2 소개팅을 함께 염원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이브 옆에 앉은 그분으로부터 정중한 칼럼 청탁을 받았다. 그 업계 후발주자로써 늦깎이 데뷔를 감행했기 때문에 발군의 소란, 잔잔한 폭풍을 일으켜 브랜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싶다. 라는 간곡한 목적을 내게 통사정했다. 필요하다면 자기를 계열사로 둔 저 위쪽 회사 지분까지 비록 소량이지만 배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그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면서, 내가 무슨 이적료로 스포츠 뉴스를 들었다 놨다 하는 스트라이커도 아닌데 뭐 그렇게까지 공들일 것 있냐, 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다만 자리가 마련되었으니 차분히 사연을 들었고, 정당한 원고 요청을 애틋한 애원처럼 받아들였다. 뭐야 이거, 결국 넘어간 거네? 그럴 꺼면서 무슨! 누가 그 빵긋 웃는 사심과 활짝 웃는 속마음을 모를까봐. 어느 귀인이 나서서 응석쟁이 라고 칭송하지 아니할까봐? 오바쟁이인지 뭔 뚱딴지인지 거 참. 하여간... 그 겸양,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렇게 그들은 만났고, 헤어졌고,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그는 그날 사무실로 가서 다음과 같은 칼럼을 작성했다. 선심과 동심을 양쪽에 꿰차기가 먼저인지, 아니면 플라토닉은 육체적 사랑의 증거인지는 몰라도 당장 품위 유지비가 절실했으니까. 다음은 그렇게 작성한 칼럼이다. 그 칼럼 때문에 과연 어떤, 퍽 이해하기 어려운 기승전결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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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대체 어른스럽다는 건 뭘까. 내용: 눈에 안 띄이면 아무말 않겠는데,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보면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애잔한 드라마와 감상적인 유행가에 마음이 살며시 끌릴 것 같다가, 심사는 다시 인문교양쪽으로 기운다. 엄마를 빼닮은 내 안의 여성성은 픽션을 집필하고 싶어하는데, 테스테스토론은 자꾸만 걸출한 인문교양론을 쓰고자 하는 건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모르겠다 통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사 마음에 걸리는 일들은 썩 점잖치도 않고 결코 적지도 않다. 이를 테면 나름 전문가란 양반들의 전혀 전문가답지 못한 발언. 그야 뭐 개인의 자유일 테지만 아예 그래프에서 멀어질려고만 하거나, 본래 흐지부지 밍밍한 수다만 늘어놓는 일. 으아~ 캬~! 그러니까 절묘한 1~2페이지를 썼던 어느 추리소설가는 도심지에서 채 3일을 못 버틴 채 바깥으로 나가시지. 안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신인의 포부와 깜짝상의 소감은 다 똑같아진다. 지겹고 지겨운데 또 똑같은 얘기만 하고 또 하고, 듣고 또 듣고. 그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어쩌다 머머신드롬을 따라하게 된다. 설마 나 미친 건가! 어쩜 그 때문일까? 인류사를 통틀어 제일 똑똑하다는 현대인은 점점 생각하기를 꺼려하는 것만 같다. 생각 그거 인공지능한테 일임시킨 채 대체 무슨 꽁무늬를 그렇게나 쫓아다니시는지. 눈길만 따라갈지 아니면 행동으로, 그도 아니면 내 마음 속에 들어오지 마세요 라면서 시적인 낙서를 끄적거리시는지. 그야 어쨌든 남의 일. 그와 동시에 나의 일. 단언컨대 내 일이건 세상사건 무조건 외면하고 침묵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행동하지 않으면 말짱 황이다. 인류는 그렇게 발전해왔다. 차츰차츰 좋아지고 차근차근 나아지게 만들기. 그것이 보수인 것 같지만 생명체와 공동체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로지 진보 아니면 퇴보 둘 중 하나 밖에 없다. 물론 가까이서 봤을 때. 즉, 슥 지나치고 슬쩍 모른 체할 일은 따로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정치, 화제로 혹시라도 거론되면 딴청. 사회문제 또한 밋밋할 정도로만,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때만 나는 어떻게 생각한다 정도로만 겨우겨우 언급. 그러다 내게 유리한 품위 유지에 대한 일이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숟가락 올리기. 여자애가 분홍빛 인형을 가지고 노는데 반해, 남자애는 푸른색 장난감과 어떤 조립식 완구품을 가지고 노는데? 어? 군사와 외교와 역사와 교양 그리고 상식이라면 그저 논하지도 말고, 무조건 고개 돌리기. 정치인이 국민의 대표이니 만큼 정치는 정치인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분들 결정에 우리는 그저 조용조용 따르기만 하면 그뿐이요, 건조하게 사실만 알면 그만이다니. 불미스러운 주제랄지 오락산업의 무책임, 유행의 거품, 무분별한 소비의 시대에 대해서 그저 고개만 돌리라는 건 어른의 책무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견지하듯이, 정치적으로는 진보요 경제적으로는 자유와 보수를 표방. 그건 좋다만 중도가 좋을 때도 있는데, 확실한 게 좋을 때와 어중간함이 나을 때는 적지 않은 경우 겹치기 힘들다는 게 어른들의 중론인 듯 하다. 행운 다음에 또 다시 행운만 거듭된 어른 말고, 백전노장이요 파란만장 험난한 세파를 이겨낸 어른들 말이다. 가령 EU의 초심과 의도는 매우 좋았고, 현재 점수는 뭐 어떻고, 유로는 와우 어떻구나! 라는 명확한 구분처럼 말이다. 가만 보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는 말과 글을 분석...까지 할 깜냥도 못되고 시간도 없지만, 직관적으로 따져보니 딱 그렇다. 어떻게 딱 그렇냐, 완벽하게 문화와 상통한다. 완전히 문화와 일맥상통한다. 절대 언어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회악을 못본 체하며 모순을 방관만 하는 일이 어른들의 권리이자 유명인들의 의견 표명이라면 그건 어른으로써의 직무 유기다. 사랑이란 건 너무 어렵고 난해하며 믿을 게 못된다, 더불어 너무 슬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기를 바라기 때문에 아예 사랑을 하지 말란 말인 것처럼 들린다. 끄떡하면 수박 겉 핥기요, 걸핏하면 피하고, 툭하면 딴소리하기. 그런 거 이미 다 몇 백 년 전에 에이번의 시인께서 훨씬 멋지게 하신 일일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여전히 소크라테스 따라하기. 지겹지도 않나 몰라. 여자는 남자 밑이요 노예와 양반이 엄밀히 구분됐던 그 옛날이라면 말이 된다. 체통이란 게 있을 테니까. 그런데 바로 지금 해맑은 아동들과 꿈 많은 젊음과 난다 긴다 하는 능력자들이 죄다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만나며 떠드는 세상인데, 지금도? 답답한 선생들 하고는! 어법과 생각과 감각을 헤아리니 딱 이런 식이구만 그래. 가짜뉴스, 사실만 믿자. 광고, 따르자. 사랑의 맹세? 속자. 뭐가 문젠가. 사기는 묻지 말자요 편견은 따지지 말자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누군가 진절머리 나도록 싫을지도 모를 구닥다리 얘기를 앞장 서서 원로들께서라니. 힘들게 뭐하러 발명왕이 될 필요 있나요 판매왕만 되면 장땡인데! 시키면 따르자요 정해지면 지키자다. 설계도와 사용자 경험, 일치시키면 그만이지 뭐하러 군말할 필요 있냐 그거다. 이상해도 황당해도 억울해도 무조건 참자다. 단, 정 못 참겠으면-이랄지 직접적으로 나와 관계된다면 또 다를 수도 있고. 곧 좀비식이요 꼰대풍이다. 그건 신식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허구는 가짜요 뉴스는 진짜다. 어른의 말? 애들은 토 달지 말자-다. 여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가다니, 어디서...! 극심한 권위주의이자 힘의 논리고 보수 중의 보수다.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요 철부지처럼 살지 말라니. 자기는 허당 중의 상허당인 줄도 모르고. 괴짜는 사양하되 특급 괴짜가 일군 혁신품은 마지못해 사용한다구만. 정작 나서야 할 땐 안 나서고, 어? 하루는 아무 말 대잔치, 하루는 남의 다리 긁기! 어제는 뒷북 오늘은 허세 내일은 또 뭐가 나올려나.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같은 민감한 쟁점만 지나가면 슥 고개를 들이밀며 우리가 언제 쥐구멍으로 피했냐는 듯이? 뭐야 그거! 남자도 말 한마디면 즉각 개-소-말-돼지가 되고, 여자 역시 무심함과 무정함에 대해 심각하게 분위기 잡고 따질려다 <우리는> 그 한 방에 찬물이 확 끼얹어지는 마당에, 물론 바라건대 일일드라마에서. 그런데 대중이라고 뭐 얼마나 다르겠냐 라면서 영차영차 으쌰으쌰, 오락산업과 영합한 대중예술. 먹고 살기 위해 매체와 긴밀히 협조하는 구식 탱탱묵은 공자왈 맹자왈들. 그게 확연히 좋을 때도 있으니까 응당 이상한 면도, 가끔 아쉬운 점도 있다. 전쟁이란 주제는 얘기하지 않는 게 좋다요, 노벨상은 관심 끄면 그만이다? 원숭이 마술인 줄 알았더니 완전 벌거벗은 임금님이구만 그래. 아무튼 어찌 됐든 (비판적 고찰을 오락산업처럼 도발적인 한마디로 뽑아보자면) 완전 꼰대식 발상! 원숭이는 저쪽 세계를 부러워하지도 알려고도 하지 말라, 라는 말과 대관절 뭐가 다를까. 물론 희망 찬 시선과 긍정적인 관점으로써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다. 또 밝은 미래를 고대하며 낙관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면 필경 좋은 의견임에 틀림없다. 소녀가 그걸 듣고 왜 싫다고 하겠나. 젊음이 그에 대해 뭐하러 일부러 딴지를 걸겠나. 그렇지만 세상사는 절대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생사가 어디 그렇게 만만합디까. 왜 청춘을 보며 어른들이 애기라고 하시는지, 우리가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요. 그런데 호랑이 없는 굴에는 토끼가 왕이라고, 진짜가 아니라 가짜 때문에 시끄럽고 노이즈마케팅이 대세가 되는 요상한 세태와 우매한 물정을 못 본 체 넘어가다니, 그냥 은글슬쩍 슥 넘어가라고? 어? 나, 까지? 아니 아니 미천한 이 바보까지? 응? 노노노노노노노! 응? 노노노노노노노! 그럴 수는 없다. 그러기 싫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알기 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알게 된 이상 그 우몽한 풍정을 어찌 묵과하겠나. 필자는 수많은 요청에 쫓기고 절절한 애원에 화답해야 할 만큼 중차대한 일정이 바쁘지도 않고, 그걸 모른 체 할 정도로 자상하지도 않다. 자존감도 그저 그렇고 숙녀 앞에서 썩 당당하지도 못하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 떳떳한 어른도 못된다고 하여 이와 같은 의견을 속으로만 삭일 정도로 그렇게 뻔뻔한 인간은 아니다. 이 내 얼굴이 그렇게 두꺼웠다면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라나 몰라도 한량으로 살지만 않았기를. SF영화 같은 공상은 넘어가고. 아무튼 어디서 존재감 있고 아가씨들이 줄줄 따르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이건 그냥 못 본 체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사안은 동전의 양면성을 피할 수 없다. 딱히 흠 잡을 데가 많지 않은 명작이면 몰라도 그런대로 괜찮은 정책이랄지 정치적 언동이라면 어떻게든 결점이 구체화되기 마련. 정치와 엔터테인먼트는 괜히 교집합이 상당한 게 아니다. 다음 날 신문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바로 뜬다. 핸드폰에 어떤 것의 단점은 무엇이다 라는 식의 헤드라인이. 확실함이 좋을 때가 있고 '알면서 모른 척'이 중용돼야 할 사안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이 옛날 시대도 아닌데, 지금 세상에 지나치게 애매모호함이 부각되는 건 언론 자유 지수랄지 개인의 번듯한 교양-상식-소견-학습-교학에 썩 도움 되지 않는 처사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쟁이니 노벨상이니 컨츄리 가수가 뜻밖의 공로상을 받고 전쟁 관련 서적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여 무조건 고개만 돌리라? 글세요 글쎄요! 노─노─노! 학생들은 도대체 누굴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일까. 주제가 어중간하고 민감하면 그냥 무조건 고개를 돌려라? 그렇게 고개를 돌려서 전쟁이 나면 암말도 못하잖아? 아무 말 못하잖아! 로보트야 뭐야? 그러니까 언제나 우리는 좀비가 됩시다, 그거 아니냐고. 어? 예민한 주제니까 문화처럼 또 고개를 돌리자? 불미스러움은 보지도 듣지도 생각도 말자, 아예 논하지를 말자? 그러다 전쟁 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어땠나. 지식인들, 아무말도 못했다. 잔잔히 내부에서 말이야 있었겠지만 그럼 뭘해. 펜보다 칼이 센 걸! 입도 뻥긋 못했지 않나, 아무말 못했지 않나, 시키면 시킨대로 다 하지 않았나. 그걸 속된 말로 뭐라고 하나, 찍소리도 못한다고 한다. 전시에 아무말도 못한 채 눈치 보며 살살 기면서 난세를 방관하더니, 비둘기가 딱 돌아와서라고 한다는 말씀이 글쎄, 전쟁이란 주제를 무조건 모른 체 하자? 이야~ 매파도 이런 매파가 없구만 그래. 한쪽에서는 또 전범들을 추모하며, 그곳에 걸린 현수막들에 대체 뭐라 씌였는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며, 또 모른 체하자? 그렇다고 평시에 꺼내놓은 해법이요, 악귀에 대한 처방이자, 고양이한테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라는 답변이 글쎄, 어? 또 고개를 돌리자! 또? 아 글쎄, 또? 이야~ 훌륭하다 훌륭해 대단히 훌륭하시구만 그래. 끝없는 악순환이잖아? 그러든 어쩌든 안에서는 괜찮지. 경제만 좋으면 그만이니까. 그래서 못 사는 사람들과 근처 학생들만 괴로울 수 밖에. 누구나 다 피해자 코스프레. 경제! 인류애는 나만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요, 세계관은 불미스러움은 고개 돌리고 애매하면 싹 다 방관하시오? 아무리 나 잘난 맛에 사는 인생이라지만 진짜와 가짜조차 구분되지 않고서 행복하면 뭘 하나! 수치심과 부끄러움도 모르고서 나는 판테라요 너는 사자다 라니.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아웅다웅 서로 다투지 않나, 어디로 숨었다가 이제사 쥐구멍에서 기어나오고 어쩌고저쩌고 하며. 국민의 대표를 어떻게 뽑나 뽑히나, 제도는 선험자와 같은데 제도만 같은 것 아닐까? 제도조차 걸러서 받아들일 수 밖에. 그러면 결국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라지만, 알고 보면 국민은 정치인의 노예 아니냐고! 그 언제까지라도. 응? 그런데 왜 아무도 나서서 말을 안하나? 응? 아예 말을 안하는 게 아니라, 잘난 척 나서서 그러지 않나. 눈길을 주지 맙시다, 말을 하지 맙시다 라고? 그게 내 예술 인생을 걸고 할 소리일까? 내 이름을 걸고 내 얼굴에 부끄럽지 않게 내 미래에게 챙피하지 않을 발언일까? 놀랍네 놀라워, 감탄스럽기 그지없구만. 이거 완전 독수리 밥이잖아? 그런가 안 그런가! 완전 영화 속 악당에게 최적의 조건이지 않을 수 없구만. 사사로운 민법은 엄하게-요, 국가의 책무는 유야무야? 그런데 어른들은 나서서 또 뭐라 아는 체 하시고, (절레절레). 다시, 사회지도층은 으쌰으쌰요 정말 괜찮은 정치인은 오히려 정치력이 부족하고. 맙소사! 물은 어떻게 흐르고 시간은 어디로 가는지 참 나! 빈센트 반 고흐의 청각기관과 가엾은 인과관계가 성립될 것만 같은 압생트를 마시기 전. 그가 그렸던 정물화. 화병과 꽃이 어울리나는 몰라도 과학적 상식은 이렇다.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은 낮에 우리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밤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따라서 화분을 침실에 놓는 건 썩 유익하지 못한 일이다? 그런 논리인가 뭔가. 그럼 산촌에 사는 사람들은 다 바보야 뭐야, 참 나! 그러면 도시에 나무를 심으면 안되겠네? 공원은 없으면 없을수록 좋은 거 아니냐고. SF영화처럼 밤에는 숲 근처에도 가면 안된다는 말이잖아! 사회적인 명사와 세계적인 전문가씩이나 되는 양반들이 내놓는 혜안이라는 것이, 아니 정말로 딱 거기까지라니요! 허허허. 순 초딩들!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건 아니다 그건 아니야. 그러니까, 바로 그러니까 서술자는 쟤네들한테 말한다. 외친다. 절규한다. 제발 초딩들한테 선심성으로 상장을 남발하지 말라고. 애걸한다. 제발 너네들 정신 차리라고. 싹싹 빌면 한번 생각해보겠다면 싹싹 빌겠다. 못 할 건 뭔가. 허당들과 말싸움 하고 삼류들과 몸싸움을 한 다음에 제 몇 회 허풍 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다면,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래도 하겠다. 왜냐하면 해야하니까. 한 판 붙자. 어? 비겁하게 입만 털지 말고. 어? 아니면 뭘 모르면 제발 초딩처럼 따따부따 말을 말던가. 아아, 시끄러워! 알려진 권위자님들이 뭔 생각을 하시는지 사고의 원리가 휘리릭 그림 그려진다. 우선 본인이 특별히 좋아하는 분야도 아니고, 다음으로 유달리 애착심을 키워야 할 명분도 없으며, 게다가 확실함에 편들어서 내게 하나도 유익할 리 없는 걸로도 모자라, 특히나 이렇다 할 탁월한 견해를 표명할 수도 없다. 심지어 내가 왜 그런 일에 휘둘리며 악수를 둬야 하는데? 까지는 모르겠고. 그러니까, 따라서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어중간함 즉 무관심해도 괜찮을 영문에 쓱 무게를 실어준다? 글쎄요 글쎄요! (손짓) 노노노노노노노! 툭하면 애매모호함이요 눈 한 번 껌뻑하면 고개 돌리기구만 그래. 와, 왜 이걸 몰랐지. 나란 바보는 왜 그 쉬운 이치도 몰랐냐고. 대체 왜 그걸 이제야 알았을까. 내 그걸 진작에 깨우쳤다면 어렸을 때 그 소중한 시간들에 닥치는 대로 아무 거나 읽으면서 (아주 잠시) 왕성했던 지적 호기심을 소중하지 못하게 해소시키지 않았을 텐데. 물론 그래서 좋았던 뭔가도 분명 있긴 있겠지만, 만약 지적 허영심이 일찍 발달했다면 차라리 그랬을 거 아니냐고. BBC선정 뭐, 르몽든 선정 뭐, 타임지 선정, 뉴스위크 선정,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하버드 선정 뭐... 응? 오직 그런 것 위주로만 읽었을 텐데. 통 이해 못할 허구들을 작가들은 왜 그렇게나 빡빡 우기는 걸까 라면서, 어떻게든 장점은 없을까 라면서 그 뭔가를 이해해볼려고 무던히도 애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지. 그렇지. 정말 그렇지. ......(효과음)......OK! 어라~! 어쭈~! (딱) 요것 봐라~! 그렇다면, 내가 만약 어디서 다스베이더라면......... 와우, 여기까지! (광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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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혹함의 극치인 전쟁만 해도 그렇다. 선험자들은 모든 잇점을 누렸고, 인류의 발전을 위해 최초와 최대와 차선 또 최고와 유일함과 기준 또 수많은 표준에 대해서 이미 기록을 할 만큼 했다. 문명의 척도를 마련했고 풍요의 기틀을 다졌다. 따라서 만약 누가 제3의 무엇을 국지적으로라도 시작한다면 그건 당연히 후발주자쪽에서 발생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크게는 어려워도 말 그대로 국지적으로는 가능하다. 후발주자의 방어권은 만국공통된 권리일 테지만, 이치상 따졌을 때 출발이 늦은 데 대해서 뭔가 딱함 그런 게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칼어, 독일어를 쓰는 곳은 그렇게나 많은데, 그런데 우리 언어는? 그거다. 그거라고. 바로 이거다. 국가와 국가의 경계랄지 국가와 국가의 해상 접경 지대. 거기서 분쟁이 잔잔히 혹 거칠게 일어나는 일? 일방적으로 선발주자보다 후발주자쪽에서 발생할 확률이 지극히 높다. 그렇다고 그걸 UN이 얼마만큼 제어할 수 있을까? 만약 접경 지대 바다 위에 떠 있는 학교 운동장보다 적은 돌맹이를 기습해서 후발주자가 새 주인이 됐다? 그럼 원래 주인은 그걸 순순히 봐줄까? 그럴 리가 있나. 첫째는 국지적으로 즉각 대응이요, 둘째는 전-세계 매스컴에 싹 뿌리는 거지. 이미 예상을 하고 준비는 생활이거든. 왜냐하면 역사적 근거가 충분하고 과학적 추론도 그렇게 말하니까. 최근 1000년만 통틀어봐도 쉬지 않고 주기적으로 몇 번, 통계를 보니 결산은 그래. 연-평균 몇 번이고, 타율은 어떻다고. 반대쪽으로의 도전은 시도도 적었고 망신이었지만, 순방향은 완전 꽝은 아니었거든. 아무리 사이 좋고 제아무리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도, 간헐적으로 양의 탈을 벗고서 늑대가 도발하면 공든 탑은 무너지는 법. 역사를 뭘로 부정하나, 왜 역사가들이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겠나. 그래서 가상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지면 그처럼 첫째와 둘째로 대응을 하겠지. 우리는 비열한 기습, 하지 않는다 라고. 몇 시간 내에 어디서 철수하지 않으면 전쟁 선포라고. 우선 순위에 따라 진행될 1단계부터 마지막 단계 전면전까지 전-세계 매스컴과 UN에 도배. 즉각 세계 증시는 도미노로 폭락. 길어지면 세계 경제 공황. 혹시라도 일이 커지면 제3차 세계대전. 거기서 악화되면 SF영화에서 제시하는 그대로. 시나리오는 그렇다. 그와 같은 시작을 뭐라 하느냐, 일반적인 용어로 기습이라고 하고 농구에서는 가로채기라고 한다. 옛날에는 유럽식 고전미로 결투를 신청했고, 무도회에서 숙녀에게 정중히 춤을 신청하며, 꿈 같은 혼인 그 서막에 대해 예비 신부에게 청혼의 예를 갖추는 것. 그것과 정반대되는 신청 없는 행위, 수락을 요구하지 않는 행동, 야비함의 극치인 기습. 실행에 옮기면 참극이 된다. 야만성의 시작은 물론 도둑 같은 기습이다. 모두 정치가 시킨 일이다. 지금 세상에 신청하고 청혼하듯이 군사적으로 싸울 리는 없다. 후킹이니 뭐니 그런 용어들 흔하다. TV-인터넷-핸드폰으로 간혹 누구나 접해본 뉴스가 뭔가? 무슨 무슨기가 어디 상공에 뭐 어쨌다 접근했다 그래서 우리쪽에서 비상 출격했다, 거기까지. 그것도 이제는 식상한 일이 되어버려서 이미 옛날 옛날에 이름이 정해져 있다. 일명 밀어내기라고! 단, 선험주자는 이미 그런 일들을 해볼 만큼 충분히 해 봤기 때문에 더 하지는 않을 것임. 보나마나 뻔함. 프랑스와 영국이 100년 동안 싸운 다음 콩코드도 만들어서 역할을 맡았고, 채널 터널도 만들었으니까. 프랑스가 지구 반대편 미국에다 자유의 여신상도 선물했으니까 말이다.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 어느 기념관에도 가서 참배하는데? 하지만 후발주자는 정반대로 전범자만 참배하거든. 그 차이. 딱 거기까지. 세계 최초로 월드컵 공동주최를 하면 뭘하나. 정치인이 한방에, 정치인이 일반인들의 정서에 틈틈히, 정치인이 원만하기를 바라는 보통 사람들의 관념에 꼬박꼬박 찬물을 끼얹거든. 우리가 아무리 무난한 친분과 무탈한 외교를 바래도 어떤 쪽으로 비상한 천재 리더 1명이 시간표를 거꾸로 돌리면 그 모든 것은 전부 다 필요없게 된다. 그러니까 일반인들만 괜히 꺼림직, 언제까지라도 꺼림직, 무의식적으로 항상 꺼림직. 참 나! 어쨌든 가상으로 뭐 어떻게 됐다고 가정을 해보자. 자, 일이 커졌네! 누구누구 특파원 나와주세요, 현재 UN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UN은 입장도 애매하고 대책도 애매하다. 옛날처럼 세계 몇 개국이 참가한 UN연합군이 어디로, 어디로 침투 작전을 펼치는 일. 그게 가능할려면 UN 법률안에 기초하여 질서 있는 과정을 거쳐서, 의견을 모은 다음에 땅땅땅 하고서 정당한 절차에 돌입한 다음, 다시 준엄한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현대 군-기술이 과연 그걸 얼마나 느긋~~~하게 기다려줄까? 세월아 네월아, 어느 세월에! 이미 20세기에 사실로써 여실이 증명됐다. 그렇다고 역사책에서만 봤던 국가 대 국가간 불가침조약 그런 게 지금 있나? 없다. 명백히 없다. 아예 없다. 있어도 면책용이자 면피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완전 차단된 것도 아니다. 괜히 유럽에서 잉글랜드의 국방비가 언제나 최상급인 것이 아니다. 3분의 1인가가 찬성했던 스코트랜드 독립? 어렵다. 해군 원자력 잠수함 기지가 어디에 있는데? 카탈루니아든 어디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도 단위를 분리하면 국가의 모든 체계를 전부 갖춰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렇다고 힘으로 어디를 편입한 일들, 멀지 않은 과거다. 그처럼 국제 사회의 체면과 인륜과 윤리, 외교 그리고 대차대조표를 따져서 하지 않는 거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야만은 합당한 권리요 질서일 뿐이었다. 나중에라도 구실 삼아서 작전 세우고 실행하면 답은 없다. 쌍방이 대동소이한 피해를 입으니까 안 하는 거지, 못하는 게 아니다. 특히, 선발주자는 시간의 기준을 설정하고 모든 표준을 도입했으며 전성기를 누릴 만큼 누렸다. 세계사를 이끌었고 문명사를 기록했다. 해 볼 만큼 해 봤다. 불가능한 것 빼고는 다 했다. 그것도 완벽하게 주도적으로. 그렇지만 후발주자는? 못 해 봤거든. 전혀 또는 뒷북 끝. 극단성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도 그렇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근시안적이며 호전적인 세력은 언제 어디서나 상존한다. 적게는 10명 중에 0.1~1명이요, 많게는 훨신 많을 수도 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말이다. 99퍼센트가 제아무리 선량하고 친절하며 이타적일지라도, 단 1명의 천재가 괴상한 야망을 실천에 옮긴다면 뭐 어떻게 될 수도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그러면 나중 뒷감당은 상상도 못하니까. 아무리 꼬부랑 촌부일지언정 기어코 법정에 세우던가, 아니면 일찍도 사면들하여 나중 길이길이 그분들을 대표님들께서 꼬박꼬박 나서서 경배하던가. 사실일까 허구일까, 전혀 어렵지 않은 실정이다. 아쉬움이 남는 액션 장르, 보고 나면 세한 범죄 영화도 좋고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급이 달라도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낚시꾼의 마음처럼 나중의 리더가 놓쳤던 대어를 잡으러 또 다시 명당을 찾지는 않겠지만, 미련은 남는 법. 아니라면 거짓말. 그저 좋게 좋게 사랑만 노래부르고 행복만 찾으며 쾌락을 연구하기엔 퍽 개운치 않은 이유다. 미래를 나아지게 만드는 데 일조하며 예측은 할 수 있으나, 그 누구도 미래를 선험적으로 알 수는 없는 것. 그걸 알기나 알고 정치적 시간표가 어쩌고,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나 알고서 말을 하더라도 하자. 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따따부따 따따부따, 어? 누가 뭐 얼마나 이쁘다고 봐 주고, 시대는 뭐 얼마나 훌륭하다며 박수 칠까.
※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경제적으로도 혼란은 만만치 않게 된다. 정치-사회-경제를 뉴스에서 만년 1번으로 손꼽는 이유다. 정치. 도시에 지하철 2호선을 도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에 매우 적절한 주제다. 찬성은 그런다. 어차피 필요하다, 하지 않으면 예산은 옆 도시로 넘어간다고! 반대의 요지는 이렇다. 더도 덜도 아니고 달랑 몇 칸 몇 명짜리 토마스 열차를 굳이 도입할 필요 있냐, 명백한 세금 낭비라고 한다. 실제로 그 도시 근처 시골에 신설 도로가 많이 생겼는데, 그것도 둘로 나뉜다. 하나는 정말 필요한 도로, 하나는 1년에 차가 몇 대 다니지 않는 유령 도로. 전자는 좋고, 후자는 나쁜 예다. 후자는 뻥튀기 해서 업자끼리 속닥속닥해서 정치인을 엮었고, 행정 관료는 감았으며, 시민은 속인 거다. 곧 처음에 주장했던 근거와 자료와 예측했던 추정치는 모두 가짜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안에 대해서라면 판단할 기준은 명확하다. 첫째, 과학! 둘째, 진짜냐 가짜냐. 첫째인 과학으로 따졌을 때 교통 분담률과 평균 속도가 어떻고, 향후 인구 변화량이 어떨 것이며, 이른 도입과 늦은 도입의 차이가 어떠하고, 만약에 헛스윙을 했을 때 책임은 어떻게 져야 한다까지. 이미 성공과 실패담의 사례는 아주 아주 많다. 절실하냐 급하냐, 아니면 부풀려졌냐 나중 흉물이 되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느냐. 전혀 어렵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버티다 버티다 늦게라도 도입되면 다행인데, 나중 거짓으로 판명난 사업.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되어 뒷감당이 훨신 힘들게 될 수도 있다. 한 도시에서 인구 100만에 지하철 1호선. 200만에 2호선. 300에 3호선. 그처럼 지하 교통 정책이 인구와 정비례하면 불협화음은 사전에 차단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도시공학적으로 봤을 때 그것이 인구와 비례는 하지만 그래프가 선형은 아니라는 점. 말이 많아지며 멀고-깊고-넓게 생각하고, 그리고 신중히 판단하기에 곤혹스런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갸우뚱해도 생각을 해 보면 된다. 그러면 된다. 어려울 거 없다. 과학이 있다. 시간도 많다. 시간별 도로 이용률과 면밀한 과학을 바탕으로 꼼꼼히 판단하면 그처럼 까다로운 난제까지는 아니란 거다. 일단 시간부터 우리 편이니까 급할 거 없다. 급하게 몰아가는 쪽은 왜 급하게 몰아가는지 의구심을 해소시켜줄 의무가 있다. 때문에 없어서 큰일나는 게 아니니까 이런 경우 늦는 건 괜찮다. 어차피 효율1이냐 효율2냐의 차이뿐. 게다가 효율2에서 1로 가는 동안 완공까지 큰 불편의 감수는 불가피하다. 단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을 때는 문제됨. 현재 어디의 100년, 150년이 지난 노후 지하철을 보시라. 어떻게 손을 보더라도 한계가 있다. 이런 사안에 대해서 늦는 건 괜찮다는 예증이다. 그런데 사막 한가운데다 공원을 100개, 1000개 지어놓으면 사람들은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데 유지관리비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들어간다. 다만 발상의 자유와 소수의 의견까지 발생도 전에 차단하는 건 시간표를 몇백 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니만큼, 초보적 제의는 OK. 그리고 사회적 관심은 고맙고 궁금함은 환영. 동시에 개인이 곰곰이 생각해서 사리판별을 지혜롭게 할 수 있으면 그만. 그게 썩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면 이건 사고 능력 향상의 문제이니까 애초에 수학과 철학 같은 과목을 잘한다, 까지는 몰라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인데...? 아하 그러니까 어느 여인들은 지적인 남자를 이상형으로 손꼽는구나. 누구나 슬기로운 지성인으로 공인되며, 아무나 밤-세계의 지존으로써 상남자들께 허락 받는 건 아닐 테니까. 아무튼 그런 예가 드물까, 드물지 않을까. 이거다. 관건은 레테의 강이냐 라는 점.
말하자면 우리의 할 일, 사회구성원의 의무, 어른의 책임은 이렇다. 정치적 술수와 언론 책동에 휘둘리지 말며, 생각은 내가 해야 한다. 공감과 동의와 판단 그 이전에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공지능이 좋은 것 빼고는 내가, 이성과 직관에 입각하여,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왜 요즘 세상이 눈 뜨고 옷 벗겨가는 세상이라고 하겠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법 없이 살 정도로 착하기만 하다면 사기꾼은 뛸듯이 기뻐할 게 뻔하듯이, 믿고-따르며-긍정함만으로 모든 사안을 일관하면 안되는 것. 현대 문명의 제도적 특징은 정치-경제-사회 문제도 초보적 발상에 대해서 관대하니만큼, 자유를 불합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장하니 만큼 명민한 경계 또한 필수라는 것이다. 꼭, 반듯이! 어떻게 보자면 어른이 되어 유아적 상상력을 반납하고, 반면에 큰 재주는 물론 잔머머도 부족한 걸로도 모자라, 야망은 멀리 있고 호박마저 더 멀리 있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풍요의 권익을 누리는 건 결코 공짜가 아니므로, 따라서 내가 사는 사회에 최소한 작은 관심은 가져야만 한다. 무관심의 대가가 상상을 초월하기 전에 말이다. 다른 예를 들어도 된다. 유럽연합의 체계 도입은 좋았는데, 그 대신에 유로로 인한 부작용에 할 말을 잃게 되는 일. 하나 얻고 하나 잃는 일이다. 애초의 의도는 좋았을지라도 미래를 예견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서류를 작성하더라도, 그게 꼭 그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다. 자, 영국과 프랑스를 예로 들어보자. 채널 터널! 프랑스와 영국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할까 말까 여차여차 우여곡절이 많았고, 지금은 실사용 중이다. 그것이 좋은가 나쁜가는 몰라도 현지인들은 그에 따른 장단점에 아주 아주 빠삭하다. 그걸 본따서 어디서 그걸 따라하면 어쩌겠냐, 누군가 의견을 제시했다가 흐지부지되기도 한다. 타당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런데 어중간한 예 말고, 실패담은 없을까? 왜 없겠나. 찾아보면 엄청 많다. 과학이 뭔가. 인터넷이 왜 있나. 그래서 사업계획서니 뭐니 사기단에 속는 건 기분이 내 몸을 리드했기 때문이다. 7개 국어로 70시간만 꼼꼼히 조사하면 어지간한 꽝은 피할 수 있다. 왜 병에 걸리면 그 병에 관한 전문가가 된다고 할까. 왜 어느 마을에 말발 좋은 닥터가 부임하면 그분의 전공 분야에 대해 사람들의 어디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할까. 왜냐하면 과학과 인사의 경계가 흐릿해지기 쉬우니까. 정작 푸치니 기념일인데 푸치니의 어떤 곡에 대한 지휘자만 승승장구하는 일. 그건 괜찮다만 다 차려진 잔치상에 숟가락 올리는 일은 아마추어라고 썩 빠지지 않는다. 다른 예도 있다. 수술실에 CCTV를 도입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걸 고민했던 선험자들, 한마디로 부지기수다. 의학 드라마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못 봤을까? 닥터 1인자부터 말단까지. 천재 외과의의 수술 장면을 참관하며, 정치적 다툼을 경계하고, 알력의 소란을 서로 주의하지 않나. 그건 되고, 저건 안된다? 몇 십 년 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 시장 근처에 지하도를 도입하면 좋을 것 같아 사거리 주위로 어느 범위까지 팠다. 공사가 완료되어 환경을 딱 조성했다. 그런데 아무도 입주를 안하고 이용을 안하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다시 매꿨다. 땀 뻘뻘 흘리고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그거 다 없던 일로 되어버렸다. 정치, 사회, 경제! 관심을 끄면 기득권자만 좋아지는 세상이 된다. 그 기득권자가 중간만 가면 그나마 좋은데, 그게 아니라면! 그런데 예술한다고 고생하시는 양반들이 정치-경제-사회 역시 내가 전문가나 된다는 듯이 아는 체 하시며 뭐가 됐든 우선 고개를 돌리라고?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광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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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젊은 날에 독서에 흥미를 잃고 허당의 우정에 치중했던 원인은, 알고보니 응분의 동기는 충분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 일단 저자 이름에 바나나가 들어가고, 책이 작고 얇은 데다 표지가 알록달록 이쁘네? 게다가 솔직한 말로 선심성이란 덕목이 티글만큼도 없었다면 거짓말이 아닐 수 없을 터. 티끌만큼? 몰라!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친구가 들고 다니는 게 눈에 띄고, 인터넷에서 간혹 보이네? 여자친구를 사귀면 왠지 모르게 나중 결혼해야 할 것만 같다, 그녀와 만나면 난 그녀를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고. 부담 없고 중간에 읽다 그만두면 되고, 어차피 시간 죽이기. 또 어쩐지 세대와 산뜻하고 쉬운 정서에서 멀어지면 안될 것 같고, 어딘가 모르게 잘난 척 하기에는 내가 많이 부족하고. 더군다나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한 게 재주꾼들인데, 심지어 허당들은 우기기 바쁘고 친구들마저 허세가 어설프다? 너 여자가 어떤 스타일 좋아하는 줄 아니, 위는 타이트하게 아래는 여유 있게! 말은 그렇고 글은 또, 나는 사람을 처음 만나면 그의 구두를 눈여겨본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헤세와 지드가 어쩌고저쩌고. 우웩~! 뭐? 뭘 잘 아시는 것 같지도 않은데 어른들은 따따부따 따따부따 또 따따부따! 스승의 그림자를 밟는 거 아니다, 어른 말에 토 달지 마라. 그러나, 내 손은 자석처럼 동자승의 민머리를 나도 모르게 쓰윽쓰윽~! (속으로) 와~ 기분 완전 좋은데~! 그러면 안된다 라며 무의식적으로 그 정도 예의쯤 왜 몰랐겠냐마는, 그 당시 저절로 그냥, 응? 내 손이 내 손은 아니었거든. 어? 캬~, 끝짱~, 캬~!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새록새록하네, 것 참 나! 설마 그 동자승은 지금쯤... 그 녀석이 그걸 다 담아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날 찾아오면 그땐 어떡하지? 이 자식이...... 그럼 뭐 나도 장품쯤은 일도 아니라고 하면 그만. 설마 이제는 대승 아니면... 모르겠고 그럼 뭐 영화 한편 찍지 뭐. 영화가 뭐 별건가.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그래서 1번 읽기에 실패하고, 2번째 도전하자마자 싫증나며, 3번째 마저 시도하다 마침내 두껑이 열린다. 이런, 젠장~! 헤비메탈과 고전음악을 모두 애정했고, 삼지창과 유럽 3대 성당 같은 분위기도 좋지만, 뭐랄까 단순히 귀신 이야기와 공포 영화, 무슨 무슨 사건 막 그런 데 끌렸는지도. (귀신을 완벽하게 7명이 함께 또렷하고 생생하게 봤다는 경험담. 옛 단짝이자 친구들 얘기인데 왜 자세히 안 물어봤지? 다음 날 어느 주민왈, 그 할머니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나중 만나면 꼭 캐물어야 함) 아무튼 그러다 어쩌면 문학은 싫어지고 책은 멀리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먹고 살기 바빠지며 미래도 미래지만, 속마음은 어디까지나 플레이보이의 3박자 왈츠. 잔지식왕이 괜히 탄생하겠나. 이어서 딴 데 쳐다보는데 웬 호박이, 처음 만나는 숙녀와 아는 동생들이 막 꼬리를 흔드네? 재수 없지만 사랑이 뭐 별건가! 곧 사랑 이야기는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은 또 다르다는 것. 그 다음으로 어느 때가 되면 나도 웬만한 인문교양서 하나쯤은 대충 쓸 수 있을 것만 같거든. 때로는 오락산업마저 시시해보이게 됨. 이젠 더 이상 응애응애 삐악삐악 병아리가 아니니까. 유럽처럼 어족이 막 70~80퍼센트 겹치지도 않고 일상적으로 둘 중 한 명은 대략 최소 2개국어 사용자도 아니니까 적어도 새싹들에게는 협소하며 넓은 세상. 동시에 인터넷 태동기. 곧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으로 넘어갔을까 말까 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파가니니 1번 협주곡은 전혀 손색 없었음. 한마디로 만족.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아아 (뒷목 또 뒷목 계속 뒷목)! 음 그렇다. 사연은 바로 그런 거라고. 하지만 그건 누굴 탓할 일도 아니고, 크게 손해 본 장사도 아니다. 지나치게 아쉬운 실패담 역시 아니다. 삼류와 허당들 탓만 하며 세상과 불화할 게 아니라 그래프의 기울기로 보면 되고, 반전의 계기로 삼으면 그만이다. 더군다나 핸드폰도 없고 인터넷도 전문 회사 빼고는 거의 없던 시절. 특히, 인터넷이 매우 매우 느렸던 때. 난 당시 학교에서 느린 인터넷으로 할 일이 없어서 하지 않았고, 오직 자판 연습만 했었다. 느려 터진 인터넷 초창기에 대한 각별히 남는 기억 하나. 어느 회사에 가서 주소창에 이렇게 입력했다.
www.playboy.com ! 그런데, 인터넷이 느렸고 또 시간도 없는 데다 남의 일하는 공간. 그래서 그냥 얼른 닫았던 기억뿐. 그땐 그랬고, 뭐야! 어라~ 얼마 만에, 지금 다시 들어가볼까? 넘어가고. 그처럼 어려서 난 왜 그때 멜로-에로, 드라마, 만화, 장비, 잔지식 같은 주제에 천착하지 못한 채 소녀소녀-여자여자 그런 감성까지 챙겨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을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그처럼 뭐든지 부딪혀보고, 꿈도 수시로 바꿔보며, 그 뭐든지 일단 도전하는 것이다. 사랑은 정말로 아름다운 건지 탐구하며 친구를 사귀다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알아가는 것일 뿐. 응애응애 괜히 어른이 젊음을 애라고 하는 게 아니고, 삐악삐악 청춘이 괜스레 여기 저기 손을 많이도 뻗치며 특별한 목적도 없이 막 빨빨거리며 나돌아당기는 게 아니다. 방황도 공부고 패배도 인생 수업이다. 다른 건 없다. 그처럼 말수 없고 생각을 해도 뭐가 뭔지 잘 모르다가, 내가 나를 잘 모름에서 어느새 어른이 되면 마침내 알게 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첫사랑과 첫눈과 첫인상도 좋지만 그보다 야성녀와 쾌락마와 환상머신의 세계도 냉정히 따졌을 때 내가 썩 싫어하지 않는구나, 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 다른 게 아니라 어른이 되어 가는 길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광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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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의 투혼이니 좀비가 되살아났다느니 뭐니, 윗 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인데 어른들 뿐만 아니라 지식인이 앞장서서 남의 다리를 긁는 일에만 앞장선다면 그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으로 의문이다. 과학과 기초학문을 비롯한 문명의 발전은 좋다만, 전위적인 풍요로움도 아름답다만, (부끄럽게도 자칭) 교양인으로써 미술─음악─문학의 뒷걸음질이라고나 할까. 예술계의 방황을 묵묵히 보고만 있어야 할지 물개박수라도 쳐야할지 퍽이나 난감할 뿐. 직접과 간접의 비율이야 개인사에 속할 테지만 예술과 농담, 장난, 놀이의 장벽마저 기준점이 점차 낮아만진다? 실험은 좋다만 어느 추상미술가 거 누구더라, 아 맞다. 마크 로스코가 말하기로서니 현대미술은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 관객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니까, 아하~ 나도 동감한다라...! (웅성웅성) 우르르르르 (웅성웅성) 우르르르르도 아니고 으쌰으쌰 역시 아니며,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이구만. 또 어느 분야 전문가들은 왜 요즘 친구들은 (해외)팝송을 통 듣지 않냐며 궁금해한다. 정답은 그렇다. 듣긴 듣는데 할 일이 많다, 그거겠지. 왜 요즘 젊은 친구들은 통 글을 읽지 않냐 책이 팔리지 않느냐, 전업으로 허구만 써서는 통 먹고 살 수가 없다 라면서 한탄하신다. 파가니니가 행차하신다는 소식이 자자하며, 보봐리 부인 얘기를 귀족 부인들끼리 조심스럽게 넌지시 논하며, 보티첼리와 르누아르의 공통점에 대해 백작에게 슬며시 의견을 여쭙는 일. 지금 세상에 아직도 그러지는 않을 테니까. 인터넷이 느려터지던 때는 놀 거리가 많지 않았다. 가수가 음반을 발표하면 우르르르르 그냥 기본으로 100만장, 200만장, 또는 땅 짚고 헤엄치듯이 발표했다 하면 몇 십만 장.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음반이 날개 달린 듯 팔리던 시절이 아니다.
어제의 세기말과 오늘의 세기초는 그 차이다. 공중전화 부스와 핸드폰 세대. 버글스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왜 어르신께서 그러시겠나. 우리 때 만약 핸드폰이 있었으면 난 아마......! 자세한 얘기는 이쯤에서. 노병의 영웅담은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때로는 영화일 수도 있고, 때로는 '듣기 싫어'일 수도 있다. 우리 때는 말이야...... 째깍째깍 몇 분은 괜찮은데, 그 시간이 넘어가 봐라. X세대? 우웩~~! 땅 짚고 헤엄치듯이 오락산업이 나팔바지였다면 어디 그것만 그랬을까? 정보의 통제와 의식의 획일화는 그 얼마나 (지금에 비해 월등히) 쉬웠을까. 누구에게? 한편으로는 애매한 보나파르트요 한편으로는 다스베이더에게, 즉 홀로그램처럼 시대적 국운에게! 듣기 좋은 말도 삼세번인데 정치계는 여전히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어느 관심사가 그렇다면 다른 편이라고 왜 없겠나. 선망을 중용하는 소녀에서 여성잡지1이 가르치는 기교를 철저히 학습하지 않으면 안되는 숙녀의 청춘을 거쳐, 여성잡지2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는 인생 철학에 대해 모딜리아니 그림처럼 고고한 목선을 유지한 채 정말 많은 걸 참고 또 참으시는 여인까지. 환멸이냐 이혼이냐 타협이냐, 넘어가고. 타임머신이 먼저냐 환상머신이 더 중요하냐, 그와 함께 세 번째 결혼에서 성공할지는 몰라도 언제까지 전관 예우만. 넘쳐나는 새로움, 사서 쓰고 버리는 소비, 즐겁고 기쁘고 재미나는 풍요와 향락. 그리고 시간 때우기에 최적화된 예술까지. 스포츠라는 산업은 마권이 팔리는 행복업과 연계되는데 언제까지 구식 탱탱 묵은 명예의 전당 타령만? 그러니까 그분들께서 그러신다. 늬가 내 대신 우리 회사 출근하고, 내가 너 대신 4번 타자 하겠다고. 하루 종일 1년 내내 비틀스만 듣고, 차도 평생 뉴비틀만 타며, 머리띠 매고 누구여 돌아오라 돌아오라 누구여 돌아오라 돌아오라 라면서 또 동창회에 나가야 할까? 그래 봐야 어른들이 어떻게 모를 수 있겠나. 동창회는 불륜인지 뭔지 어떤 순위권에 오르내리고, 이익단체던지 봉사단체던지 입당을 하는 이상 1등을 위해 결심을 행동에 옮기지 단지 병풍을 모집하며 신부들러리만 하기 위해서 다짐을 결행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그걸, 누가, 모를까! 삼류들의 아무 말 대잔치, 허당들의 소풍, 한량들의 허풍 대회, 무대에 개 100마리가 올라가듯이 친구들끼리 만났는데 내가 진짜 플레이보이라면서 그분들은 과연 어떻게 놀까? 말하고 듣는지, 듣고 말하는지, 듣지 않고 일단 우기는지, 완전 라디오 주파수 혼선이 따로 없다. 그러니까 애매한 바보와 어정쩡한 푼수조차 일류의 잘난 척을 따라한다. 안티팬도 팬이란 말은 그저 위안일 뿐. 정말 그렇다고? 그렇다면 학교 다닐 때 왠지 모르게 일관되게 꼴 보기 싫었던 친구와 나도 고귀한 우정이란 말 아닌가! 그럴 리는 없다. 그럴 수는 없다. 못되고 나쁘고 밉살스러운 인간이 사치를 누리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기 바쁜 체 잘나가고 잘사는 경우가 그 얼마나 많은데! 세상은 자유로우니만큼 평등에 대해서 시대적인 한계가 있다. 도덕을 알고 윤리를 배우며 가정 교육은 물론이요, 상식과 교양으로 우리는 잔지식의 금자탑을 쌓지만, 결국 법 없이 살 사람이라는 칭찬조차 듣기 힘들다. 그런데 허당들의 잘난 척은 자유고, 어른들의 쓴소리와 놀이터의 아무말 대잔치는 자유 아니고? 자유와 방종의 경계는 흐릿하지만 소비의 시대를 살면서, 정치마저 오락산업과 동업자 신세이니까, 말썽쟁이의 불난과 망동에 고통 받는 대중들의 한탄과 한숨마저 내 마음대로 생각하기 역시 자유다. 안티도 팬이다? 이기주의다. 말장난이다. 억지다. 기득권자의 이기심이자 그저 농담이다. 일종의 말주변이다. 비방은 예찬이 아니다. 그럼 뭐 악덕의 방임은 미덕이요, 죄악의 방관은 윤리이자, 그 어떤 비난마저 모두 다 물개박수라고? 그럴 리는 없다. 왜 당신처럼 곱게 늙고 싶다 라는 말이 칭찬일까? 왜냐하면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변신에 나오듯이 우리는 누구나 그레고르 잠자로 변신하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꽃은 피고 지기 때문이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가 있으면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판에서는 너는 뭐 안 늙을 줄 아냐 <내가 너의 미래다> 라는 투정을, 몽블랑 요양원에 단짝과 함께 놀러가서는 확 바뀌시는 노년이 드물까? 단짝한테, 에이 뭐 어쩌네 에이~ 우리 다시 여기 오지 말자, 라고! 이기면 겸손이고 알면 아는 척이지만, 진다면 변명은 차고 넘친다. 내가 너한테 이겨서 뭐하겠냐, 내가 져줬다, 나는 너무 시대를 앞서나갔다 등등. 그러나 단짝의 에피소드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더 재미난 에피소드는 영원히 만들어진다. 그런데 오늘도 물개박수요, 아직도 '나는 여자를 만나면 최선을 다한다'라는 얘기에 귀기울여주며 딸랑딸랑하라고? 그래서 바텐더는 거짓말을 못한다. 그래서 바 입구에 안내문이 붙여져있다. A4용지에 대충 프린트해서 씌여진 글씨는, 바텐더 남자입니다 여-바텐더 없습니다! 참고로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에서 잠시 옆길로 빠지자면 이렇다. 허당과 은근 허당의 차이. 타인은 자기를 그냥 허당으로 보는데 뭘 믿는지 은근 허당으로 나대는 일. 드물지 않을 것이다. 대체 뭘 믿고서? 누가 아니래! 개개인의 취향은 다를 테니 뭐 그럴 수도 있다 치고. 그러니까 무턱대고 열정을 여과없이 노출하면 칭송의 반대가 쌓일 수도 있다. 하여 조롱꾼은 심심하지 않게 되고, 호사가도 충고한다. 그분들께서 그걸 어찌 참겠나. 그 무엇이 어깨뽕인지 아닌지 소란스러우면 다 팬이라고? 그럼 사기꾼이라고 핑계 없겠나. 그래서 그분들은 다음 다섯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첫째, 개구멍은 마련했는가. 둘째, 최소한의 멍석이 깔리는 걸 확인했는가. 셋째, 혹시 나는 물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노를 젓진 않았는가. 넷째, 다 차려진 잔칫상에 솔직히 숟가락만 올렸을 뿐이다 라고 고백했는가. 다섯째, 나의 지르기 창법은 저질이고 바이브레이션도 다 기계 덕이다 라고 실토했나 라는 점. 경제가 튼튼하고 오락산업이 건재하니까 어쩌다 행운상이 내게 잘못 안겼을 뿐이다, 라고 말하고 싶어도 꾹 참기.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가 반짝했으니 만큼 레너드 번스타인은 그랬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 지대에서 지휘자와 작곡가를 겸한 한편 청소년 음악회를 개최한 점.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오락산업에서 살살 긁고 슬슬 구슬리고 띄워주며 조명을 비추니까 쇼맨쉽과 자랑 대회마저 출전 자격조차 무색해진다. 그러니까 꿈나무는 시작부터 삼류를 지망하니까 아티스트는 연예인병에, 코메디언은 아티스트병에 걸리는 것 아닐까. 그러면 결국 중요한 핵심으로 그것이 남는다. 그건 무엇이냐? 바로 도저히 미워할 수 없게끔 자랑하고, 얄밉지 않도록 타인을 띄우는 잔기술. 그게 더 미운 것인지도! 그렇듯 때로는 큰 기술보다 잔재주가 절실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그거 일타 몇 피야? 어느 학원에 가면 배울 수 있는지,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책을 보면 독학할 수 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참 나!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나는 그런 말까지 들어봤다-겠지. 가령, 우리 반에서 나는 누구 빼고는 너가 제일 웃겨! (오빠는)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친구1의 여자친구 이마에 난 점을 보며 점백이 라며 놀린 친구2는 따로 있는데, 그 말에 친구3은 완전 빵 터져서 방방 뛰며 웃기 밖에 안했는데, 뜻밖의 웃음은 차마 멈추어지지 않았는데, 그게 더 미워! 늬가 더 나빠? 그게 더 싫은 거네. 뭘 좀 아네 어쩌네 다 빼고도. 그래도 내가 정말 이런 말까지는 차마 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살짝만 말하자면, 그게 차라리 낫다. 무엇보다 냐면, 분위기 못 읽고서 참한 숙녀한테 (막, 어? 마구 놀려도 대놓고 깐족거려도 얼마든지 괜찮은 분위기인 줄 딱 착각하고서) 너 혹시 아침에 면도하니? 왜 치마를 못입냐 혹시 다리에 문신 있니? 설마 코끼리 다리니? 라~고 놀려서 미움을 사다가 나중 싹싹 비는 것보단 차라리 저게 낫다. 그런데! 그런데 대체 왜 나는 이렇게 볼품없이 가난한 거야! 내 품위 유지비는 다 어디로 가버렸냐고. 이렇듯 하나 챙기면 하나 풀어야지, 통 듣지를 않고 말만 많으면 꼴불견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사귈 때는 나도 나도 막 그러면서 다정히 나란하게 걷다가, 꽃다발이 너 때문에 초라하네 어쩌네 의전이 어쩌고저쩌고 그러더니, 나중에 가서는 한 3~7미터 앞서 가든가 아예 잘 따라오나 돌아보지도 않게 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드럼통 사기에 다 당하지? 대관절 얼마나 마음이 순수해야 육로로 진입 불가능에 공중으로도 비행 허가가 어렵다는 알박기 땅에 투자를 다 하냐고. 어라~! 그럼 잘하면 맥주를 기계 에너지로 바꾸는 엔진이 개발됐다고 하면? 워워 잘하면 속겠는데! 자, 주제와 관련 없는 잡담으로 3분의 마법에 실패했으니 다시 돌아가자. 과거의 젊음과 현재의 청춘의 차이로. 인터넷이 없던 시절 LP─카세트테이프─CD를 적정 가격에 구입했던 세기말과 십대들은 어떻게 논다는 현재 그 세대 차이로 돌아가서.
그와 같이 지금은 그렇게 음반이 날개 달린 듯 팔리던 시절이 아니다. 집에서도 일생 잔소리를 견디는데 TV 채널 돌리니까 또 잔소리. 그만. 그만. 그만. 입만 열면 자기 자랑, 기승전결 자기 자랑. 그런데 대체 왜 잘난 척─아는 척─이쁜 척이 그렇게 나뉠까? 한 명은 눈물날 정도로 재밌는데, 한 명은 콱 그냥 저걸 그냥 아휴...... 저 저 저... 귀신은 저 인간 안 잡아가고 뭐하냐... 왜 완전 빡돌 만큼 싫은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슬퍼서 눈물을 흘려야 정상인데 어떻게 웃겨서 눈물이 나는지. 감정이 메말라서인가? 아닐 것이다. 바로 그래서 전문가는 초딩의 글을 읽지 않고, 소비자는 예술을 시간 때우기로 알며, 아티스트는 연예인을 꿈꾼다. 지금은 바로 이런 시대인 것이다. 연애조차 핸드폰으로 시작해서 핸드폰으로 끝나는 시대다. 옛날처럼 폰팅이 있고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지나가는 아가씨한테, 제 여자친구네 집에 친구인 것처럼 전화 좀 걸어주시겠어요 부탁합니다, 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엄한 시기가 아닌 것이다. 만약 지금 핸드폰 없이 연애를 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녀가, 그 남자가, 그 인간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 어떻게 알겠나. 난 혹시 세컨인지 뭔지 누가 알겠나. 진짜로 아빠가 두집 살림을 하셔서 나중 이복 형제와 친해지신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실 수도 있다. 지금은 더 이상 가식이 예절이요 노예는 운명이었던 밋밋한 과거가 아닌 것이다. 솔직함은 기본이자, 비겁도 위선으로 포장되며, 귀가 얇으면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 쉽상인 지금인 것이다. 왜 눈 뜨고 속눈썹 떼 가는 세상이라고 하겠나. 그런데 아직도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신밧드의 사연과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말라니. 저런! 그처럼 당시와 지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시대가 바꼈는데 요즘은 왜 옛날처럼 젊음이 책을 멀리하고 음악을 듣지 않냐 라니. 그럼 오락산업에 종사하시는 어른들은 또 뭐고! 하루 종일 해외(팝송)만 들으라는 말이에요? 다른 일 다 손 놓구요? 아니면 하루 종일 영화로 구현 불가능한 뭔지 모를 이야기만 읽으라구요? 그러다 난독증 걸리면 누구나 다 리처드 브랜슨이 된답디까? 라~고 청춘이 어른들께 따지는 질문이 꼭 진짜로 들리는 것만 같다. 물론 그분들은 많이 참고 계시거나, 아예 눈길조차 건네주시기에 인색하시니까 그러시지 않을 테고.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 잔소리1: 묻지 마. 따지지 마. 하지 마. (엉덩이) 까지 마.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 (영화에서) 아무도 믿지 마. 떠들지 마. 질문하지 마. 토 달지 마. 늦잠 자지 마. 계속 머머하지 마!
- 잔소리2: 공부해라!
잔소리 1 + 2를 왕창 지속적으로 듣고 자란 우리들은, 바로 그래서, 우리가 말하고 하는 일은 그거다. A.머머는 없어! B.우리는! C.잔말말고 따라와. D.으쌰으쌰! 아하, 우리는! 넌 너고 난 나다. 한다면 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단, 앞일은 모르니 미녀 100명이 아니라 우유부단은 상시 대기중. 곧 우리는 그런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러므로 우리는 그 둘이 아직도 여전히 헷갈리는 것이다. 그건 무엇일까? <오늘을 살자 : 내일은 없어>. 그러니까 으쌰으쌰는 단순히 노는 행위가 아니라 심도 깊은 토론인 것. 맞나? 그러든가 말든가. 내 말이 틀렸을까? 아니면 옳을까? 말도 안되는 얘기일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억지일까! 요즘 무슨 책 읽니, 머머하렴, 머머하지 않겠니? 라면서 사려 깊은 긍정형 어법과 부드러운 권유형 어조가 아니라 딱 끊어서 머머하지 마! 짧게, 어른이 애한테 명령.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쳐. 응? 그게 말이다, 이런 말까지 할려고 했던 건 아닌데 뭐랄까 왠지 그런 것 같다. 응애응애 애기 때는 아아 이뻐라 에고 귀엽다 머머하세요 머머하면 안되요 딸랑딸랑 딸랑딸랑! 바로 그처럼 머머하세요 즉 포근함 및 PLEASE가 붙었다. 그런데 애가 크니까 감당이 안되네? 우선 내 정신부터 없거든. 엄마 입장에서는 장난 아닌 거지. 남편도 애요 애기도 애니까. 지금껏 들은 고전음악이 어느 만큼이고, 아는 교양이 얼마며, 우아한 응? 여자여자 향긋한 여성미가 그 얼마나 고상하고, 세련되며, 고결스러웠는데? 그러니까 숙녀였던 부인의 목소리는 도톰해질 수 밖에. 학창 시절 친구들은 존 업다이크를 들고다니는 여주인공 활약상이 두드러졌던 드라마나 보며 유행가나 듣고 남자 얘기만 하고 또 할 때, 난 그랬거든. 난 달랐거든. 난 특별했거든. 실제로 쇼팽과 리스트 그리고 드뷧시 악보를 들고 다녔으며, 삐에르 보들레르와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를 끼고 살았거든. 글쎄 바이런까지. 그런데, 지금은? 이거다. 이거여. 이거시라고. 응? 바로 이거란께. 꼬마들도 속은 다 있고, 십대들도 인생이 무언지쯤은 안다. 가난과 행복 정도는 나도 알거든. 어? 남자가 여장해서 하루를 살아보면 자연히 이해하게 되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고양이 쥐 (입장) 생각해주지 못한다. 잘생긴 사람이 못생긴 사람의 마음을, 그것도 그렇다. 그래서 잘난 척으로 웃기는 게 그렇게 재미난 거다. 그 종이 한 장 차이를 아직은 모를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 둘이 친구라면 야수는 선제로 설을 풀어 친구를 구슬린다. 너 잘생겼자나, 너 뭐 잘하자나 라면서 리모콘 버튼을 재빠르게도 누른다. 여자들이 서로 위로하며 듣고 또 듣고 난 뭐니 그럴 때, 남자들은 이해관계가 엃히면 아무리 친해도 마이크를 켜고 또 켤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래야 하니까. 드물게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는 애들이 뚱한 게 그거다. 부모가 최고 학벌에 부유하고 어쩌고 어쩌고.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조건. 그런데 왜? (간혹 일부는) 그땐 그렇거든. 왠지 사연이 필요할 것만 같고, 난 이겨내야 할 그래프의 최저점이 왜 없는 거냐, 래퍼만 봐도 딱 그렇거든. 진짜로 화 나서 랩하는 것과 어딘가 모르게 좀 어설픈 것. 그게 은연중 드러나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하여간, 한물간 원로 양반들. 괜찮은 의견을 내놓거나 참신한 발언에 자신 있지 않다면 그냥 가만 있는 게 도와주는 것 아닐까? 살다가 새똥을 진짜로 맞을 일이 어디 흔하겠냐마는, 말라비틀어져 초라하게 버려진 바나나껍질, 누가 밟고 넘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따돌림 당한 너구리 같이 생겼다고는 안 할 테지만. 나 어렸을 때는 뭐 어땠다, 나 젊어서는 뭐라뭐라. 다 좋은데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괜히 뭔가 멋진 얘기를 그것도 꼭 반드시 내가 해야만 한다는 아집 때문에, 중요한 시간 빼았겨서 어떤 친구들은 앞에서 졸고 어떤 친구들은 돌아서자마자 욕할지도 모른다. 읽고 나서 어디서 전부 다 짜집기해서 썼다느니 무슨 박사가 이러니 라면서 말이다. 그런 속임수에 한 번 당하고 두 번 당하고, 그게 반복되면 잔지식왕인 어른들은 어느 날 보면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 하고, 고전미는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무슨 별 멍청한 밥통씩이나 되면서 아는 체라니, 우웩~ 웬 꼴불견! 막 진짜로 단 한 번도 그처럼 말하거나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 있으면 자신 있게 손을 들자. 물론 절대 긍정 소녀도 있고, 꼭 그러라는 말이 아니다. 어쩌라고? 어쩌라는 말이 아니다. 안 그래도 학업마저 돈벌이를 위해 공부하고, 젊음이란 어차피 내 편만 남게 되어 있다느니 나중 리무진을 같이 탈 뭐라뭐라 버스를 뭐라뭐라, 어? 딱 거기까지가 젊음의 생각 아닌가. 솔직히 그 이상을 심도 있게 따질 수 있는 친구들이 그게 공부 꽤나 한 양반들이지 그게 어디 방황하는 청춘들일까. 아니 그렇소? 청춘이 뭐 다들 천재일 리 있겠나. 청춘의 평균은 뉴욕타임스 논설위원이 작심하고서 말로 설득하고 글로 겁박하면 지구는 평평하고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해도 믿는다. 안 그러면 거짓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자본의 논리가 얼마나 치밀한 건데, 문명사에 해박하고 교양과 상식의 박사가 될 시간과 경험이 턱없이 부족할 텐데, 하고 싶은 일은 많거나 꿈은 100개요 야망은 하루가 멀다 하고 또 바뀌는데, 무엇보다 여자친구도 없고 뭘 해도 작심삼일인데? 어제는 친구한테 잔지식으로 딸렸고, 오늘은 내 잔기술의 부족함에 절망하며, 내일은 여자친구의 잔소리에 뚜껑이 열릴지도 모르는데? 안 봐도 뻔한데? 그런데 솔직히 나는 뭘 해도 재미없고, 내가 평생 제일 많이 했던 말은 심심해-이며, 우리 아빠는 말은 대충 살며 때때로 최선을 다하라고 하시지만 내가 보기엔 완전 막살자-식 배불뚝이 아저씬데? 나도 남한테 말은 못해도 내 숨겨진 꿈은, 평생 놀고 먹기인데? 그러니까 어른들이 스무살을 애라고 하는 것이다. 좋을 때니까. 거침없을 시절이라고. 왜? 젊음은 순진한 것이거든. 사랑은 어렵고 야망은 잘 잡히지 않아서 그렇지, 그래서, 그렇지만, 그러니까 열망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거든. 그만큼 탄산음료는 짜릿하고, 열매는 탐스러우며, 쾌락은 달콤하고, 꽃은 아름답거든. 어렵게 꼿은 깃발은 가치가 드높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이치 때문에, 가수라면 노래만 듣고, 연기자에 대해서는 연기만 보며, 다른 재주꾼들은 보면 보이고 시간 없으면 잊는 반면 지식인들은 거 어째 통 지식인답지 못한 측면이 흔치 않게 보이니까 하는 얘기다. 50점에 겨우 턱걸이하는 '나는 어떻게 생각한다'라면 차라리 '나는 그건 잘 모르겠다'가 훨씬 낫다. 시시콜콜한 따따부따만 반복하실 거라면 동네 노인정에 가서 하시라. 끌어내리지 않는다고 끝까지 무대에서 따따부따 따따부따, 예우랄지 자유 때문에 그런 거지 진짜로 미래인이 고대하며 지성인이 궁금해하는 줄 아시나. 그게 안되니까 내 의견이 50점인지 아닌지, 미덕인지 악덕인지, 특별함인지 듣기 싫다일지, 그도 아니면 구식 탱탱 묵은 골동품인지 분간 자체가 안되니까 그 다음이 안된다. 그 다음이 뭐냐구요? 그건,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다, 바로 그것! 안 그렇수? 차라리 이러면 또 모른다. 「세상을 살다보면 애매한 일이 많죠, 그에 앞서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에 대해서 나는 이기주의자입니다, 고로 나는 일단은 대충 살자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왜냐하면 최선을 다하자 그래야만 한다 라는 드라마틱한 시기가 딱 닥치면, 진짜로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 고유한 이타심을 아무 때나 누구한테나 공개하기엔 뭔가 아깝고 아직 전 뭔가 수줍거든요.」 라~면 또 모를까! 그런데 그것도 아니다. 결국 어떤 주제던지 논점은 그거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물론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가령 그런 분들 때문에 하는 얘기다. 주로 노래 못하는 가수, 유명세 뿐인 이름값, 허울 뿐인 권위자, 재수없는 코메디언, 잘난 척에 한이 맷힌 삼류. 신인 가운데 얼굴 마담은 귀엽기라도 하지, 맹숭맹숭한 노장이 허당계의 얼굴 마담이라고? 지금, 이 양반이, 장난하시나! 구식 탱탱묵은 고리타분한 얘기들. 뭐야 뭐야, 뭐야 이거 무슨 먼지가 이리도 많이 날려? 뭔 노인정 잔치도 아니고 유리하면 공인의 책임감이요 불리하면 프라이버시! 학예회랑 허풍대회를 착각하시나. 에게~ 그게 뭐야. 응애응애 삐악삐악? 오락산업 참 대단하다. 황금과 인기의 힘, 굉장히 장하다. 듀퐁가와 힐튼가 가운데 어디가 더 걸출한 줄 아시나요, 글쎄 그렇게 물었더니 뭐, 내가 최고요? 나 원 참! 옛날에야 신분을 따졌다지만 요즘 세상에 촌년이냐 촌닭이냐 곧 매력덩어리냐 아니냐는 돈과 천박함과 격조, 품성, 지조 그리고 튀는마 보다는 유니콘 같은 특이함으로 따지는 것 아닐까? 왜냐하면 구식탱탱 묵은 유물의 먼지가 최신식 개성은 아닐 테니까. (광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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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보아하니 뭐가 됐던 애매함이 최고다. 어렵고, 힘들고, 까다로우며, 꼬이고 또 꼬였으면 무조건 방관이다. 내게 득이 안된다 내게 불똥이 튄다 케첩에 대한 질문까지 받아야 한다, 라면 무조건 뒷짐이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은 따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우리는 그저 여성분들의 편의를 위해 여자 화장실의 긴 줄을 줄여주자는 얘기나 하고 또 한다. 착실한 납세자로써 어디서 썩 빠지지는 않거든. 시도 때도 없는 잘난 척이 문제지 중간은 간 인생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툭하면 뒷짐. 또 식상함. 더하여 지루함. 아울러 따분함까지. 뭐야 그게! 또 그 얘기. 또 구식 탱탱묵은 말? 로보트야 뭐야! 수다 기계야 뭐야. 아예 그냥 말을 말던가! 그러니까 일류의 잘난 척은 그렇게나 멋지고, 재밌으며, 웃겨 보이는데 반해 드문 경우로 뜬금없이 나머지가 일류를 똑같이 따라한다. 아휴~ 저 저 저... 말 말자! 내가 뭐 포수도 아니고, 내가 왜 수시로 절레절레해야 하는데?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냐고! 내가 무슨 갓난아기야 뭐야, 도리도리를 하고 또 하게? 이런 젠장! 타석이면 이쁨상이고, 먹고 살기면 그저 귀감이다. 그래서 심심한 청춘들은 더 심심해지고 미래가 암울하다며 달리고 또 달리고, 윗 물이 맑지 않으니 너도 나도 남의 다리 긁기가 유행이자 취미가 된다. 때문에 마라톤 우승자들이 어둡고, 영화제 시상식이 밝으면 일관되지 못한 채 하나만 인종차별이라고 한다. 나는 외모차별해도 되고 남은 안되고. 뭐야 그게. 그러면서 또 남자들끼리는 누가 누가 그들 세계에서 덕망이 두터운가 알게 모르게 인정하며 공감한다. 주거니 받거니 잘들 한다. 뭐 놀고 있네? 세상은 말이다, 가짜에 자꾸 헛스윙을 남발하다 보면 딱 진짜가 나타나면 그게 진짜인 줄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가짜들의 신부들러리로 남용되게 된다. 인생 초라해지기 쉽상이다. 구두가 몇 개인지 세며 옷장을 열어볼 필요도 없다. 게임 상의 자원과 내 에너지와 내 시간은 정확하게 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판 뒤집기요 인생 역전, 그거 아무나 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유년기에 양치기 소년을 괜히 읽고 소년기에 동물의 세계 다큐멘터리를 괜히 봤을까? 자성 그거 왜 해야 하는데, 관행이 사회와 너무 동떨어지면 내부 고발은 범죄요 결국 차근차근이 아니라 혁신이랄지 파급 효과가 큰 희생을 요구하게 된다. 피를 먹고 자란 꿈나무인 민주주의가 어떻게 현대 사회에 정착됐는데. 풍요로운 세상이니 만큼 누구 하나 빠짐없이 밝은 미래로 나아갑시다, 판에 박은 말만 하고 또 하고. 뭐야 그게. 주인이 아무리 가자고 보채도 고집스럽게 제자리를 지키는 강아지면 그나마 낫게! 시간표를 거꾸로 돌리는 부류라고 왜 없겠나. 생각은 곧 말로 표현되는 것인데, 원래 우리는 거꾸로맨이라서 철들면 안된다며 으쌰으쌰는 습관인데, 나서서 옛날로 돌아가자 라며 선동하시는 분들? 법으로 보장된다. 실정법으로 보장하고 관습법마저 게으름뱅이다. 언제 어디를 봐도 무리가 형성된다. 복고풍이란, 옛 스타일 + 새로움 + 프레타포르테에서 오튀쿠튀르로 왔다 갔다 = 바로 그게 복고풍인 것. 그런데 새로움 빼고 프레..머도 오튀..머도 빼고 옛 스타일이 복고풍이라고? 지금? 아예 길다란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게 차라리 나아도 낫겠다. (일부) 어른들마저 왜 그걸 모를까. 어른들 허풍 대회에 그렇게나 출전 자격을 까다롭게 따지더니 결국 어쩌다가 학예회 출전자들을 모시기 일쑤다. 그것만 보고 듣고 배우면서 자란 꿈나무가 어른이 되면 희망의 기대주인 어린이들에게 과연 좋은 사고 방식을 주입시킬 수 있을까? 보나마나 일방적인 사고 방식을 세뇌시키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다른 건 다 할 수 있겠지만, 언어! 언어의 한계에서 벗어나기는 더더욱 힘들게 된다. 왜? 선순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어는 문화와 천상의 연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옛날에 선발주자와 선각자 그리고 발명가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각성시키는 역할, 누군가 그 선동가의 할 일을 절대로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 아닐런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누군가 추상미술을 한다지만, 정작 세상을 살아보니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생각을 해도 뭐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장님 코끼리 뒷 다리 만지며 그것을 화려한 궁전의 기둥으로 알듯이, 누군가 자기가 삼손은 아니지만 인류의 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건 좋지만 다른 것만은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것들 말이다. 통찰력이 천시 받는 것. 교양이 삐뚤어지는 것. 유명인과 지식인이 나서서 세태의 어지로움과 정치가의 타락상을 무조건 외면하라고 부추기는 것. 비트겐슈타인처럼 모르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는 그런 얘기도 아니고 왜 침묵해야 하는지, 왜 침묵해서는 안되는지 뭐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저 말들만 많다는 점.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왜 죄와 벌은 상관관계가 일정하지 않은 채 들쑥날쑥하는지.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그 얼마나 비전문적인지를 결코 모른 체 할 수는 없다는 점. 이처럼 신기할 정도로 시민 의식이 질서정연하며, 본받을 점은 차고 넘쳐나고, 부러운 점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닌 문화권일지라도 결국 단점도 있다. 투철한 질서 의식의 그림자, 그걸 꼭 단점으로 보냐 안 보냐,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일 테지만. 그렇다고 최고로 잘나가는 연예인의 단점을 발견하면서, 동료 연예인이 이야~ 누구도 단점 있어 와 기분 좋다 이야~ 살맛 난다, 막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은 문화와 인습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그렇듯 언어의 한계를 벗어나기 역시 더더욱 힘들며, 고로 생각 또한 대부분 바로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인다는 것. 아하~! 그러니 인류가 이만큼 진보하느라 그 얼마나 크나큰 대가를 치렀을까? 썩 대단한 발견은 아니다만 것 참 시원섭섭 기분이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약 희대의 다스베이더라면 어떤 천우일우의 기회일 테니 응당 좋을 테고, 만일 행인3이라면... 그런데 가만 있어 봐. 언어를 바탕으로 의견을 듣고, 생각을 읽으며, 마저 가상으로 주제만 툭 던지면 그 뭐든지 어떻게 바라본다는 무의식까지 전부 다 보여진다고? 허걱! 그건 아마 다섯 가지 중 하나다. 첫째 대사상가, 둘째 로보트, 셋째 만담꾼, 넷째 사기꾼, 다섯째 그분이 도사든 백수든 그냥 단지 늙었다는 것(아님 닳아졌다고 해야 할까?). 사석에서야 웃으면서 말한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고. 그럴 줄 알아야 한다고. (누가 그러기 싫어서 안 그러요? 너도 늙어봐라? 멍석 깔아드릴 테니 자, 무대에 어서 오르시지요! 아따 선상님 어디로 내빼유~?) 괜히 벅찬 기쁨─숨가쁜 일정─황홀한 사랑등 이런 가치들이 부족하다는 투정 같지만, 명사들이 직분에 충실하지 못한 채 월권을 일삼는데, 나라고? 응석을 조금만 포장하자면 이렇다. 할 일은 정작 그거다. 꿈의 환상을 부추기고 다채로운 행복감을 스스로 절규하게 만들기. 그런데 정작 하고 있는 일은 보아하니 이렇다. 헛바람만 주입시키며 황당한 개꿈만 조장시키기. 요컨대 이런 개념들. 바보의 허언증. 푼수의 조증. 장난꾸러기의 허풍. 얻어걸리는 행복의 에필로그. 간간이 아마데우스의 아리아. 어쩌다 우스꽝스럽게도 사랑스런 애교. 잘하면 잘만 하면 어떻게 잡힐 듯 잡힐 듯, 뜸 들이는 데 짜증나서 포기하면 바보가 휙 채갑니다요, 잡힐 듯 잡힐 듯 진짜로 잡힐 것만 같은 마르지 않는 황금. 풍요로운 청춘. 비밀 부족─애정 결핍─품위 유지비 간당간당─심심함 과잉. 곧 재미없는 허세가 웃긴 쇼맨쉽으로 변할려면 최소한의 멍석이 필요하다는 둥, 바쁜 일정과 흡족한 인기가 절실하다는 둥. 그런데 쓰고 나니 거 어째 일기장에나 쓸 헛소리를 괜히 엄한 데 발표한 듯 해서 많이 챙피하다. 한마디로 결론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자 그거 아니냐고. 따라서 흔쾌히 인정하는 바이다. 이건 쓸데없는 심술 그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라고. 절대로 아니라고. 아니 초과도 아니고 미만도 아니라고 해야 하나? 됐고. 격정적인 쾌감을 촉발하고 엉덩이가 근질근질한 행복을 복권시키지도 못할 바에야, 이렇게 세태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일. 허당의 전공이자 삼류 컬럼니스트의 특기일 것이다. 그걸 꼭 플라톤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를 증명한 걸로. 그래서 진짜 결론은 이렇다. 뜬금없게도 불운에 굴복하지 않는 미소를 잊지 마시고, 작위적인 낭만과 형식적인 사랑을 발전시켜보시라고. 당신의 삶은 남의 것이 아닌, 바로 하나뿐인 그대의 인생이니까. (뭐야 이런! 마치고 나니 완전 멋진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 봐야 쥐꼬리 만한 칼럼 1부 원고료가 전부임) (칼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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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에 버티고 절망을 견디며 재미없음에 저항하다 보면, 언젠가 사랑은 찾아오기 마련일까?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라... 그러든 말든 복권이나 당첨되어라! 최선을 다하자, 도 좋지만 꿈을 향한 질주 그 최적의 조건은 난 모르겠고. 일단은 대충 살자 라는 것. 애쓸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도 간당간당할 좋은 먹잇감이 나타나기 전까지. 무언가에 몰입하기 직전까지. 왜냐하면 장미꽃밭에서 뛰놀며 향긋한 풍년에 썩 불만족스럽지 않은 조과까지, 광기가 느껴지는 전성기와 막사는 쾌락의 중간이 어쩌면 진정한 행복일 테니까.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을지도 모르니까. 쥐구멍에서 다람쥐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말이다. 아니다 나는 아니다, 나는 그 언제나 무조건 이글아이요 인생 직진에 하나만 한다? OK! 나는 기막힌 극적 고조감과 절묘한 확률을 추구하겠다? 최선의 쾌감─최대의 방탕─최소 노력─최초의 말새 개새 개말─최장의 전성기─최단 슬럼프─행운은 아차상감─최고의 전적만을 탐하시겠다? 포기는 빠를 수록 좋을 때도 있고, 미지의 꿈은 일찍 깨져야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끔찍한 망상을 타파하기 위해 탐정소설을 읽고, 말 같지도 않은 상상력을 길들이기 위해 영화를 본다. 이상형은 1주일에 한 번씩 바뀌고 꿈은 하루에 한 번씩 변한다. 그러나 욕망은 끈질기고 승리는 우리에게 매정하다. (뭐 우리가 아니고 너에게만? 우리에서 나만 쏙 빼달라라... 너 하는 거 봐서!) 그러니까 보티첼리가 그린 아름다움을 보고, 예술을 알며, 짝사랑 받기를 기다리는 걸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는다라... 방법이 있다. 방법이 있어. 첫째는 약한 처방 둘째는 강력한 권고. 곧 첫째는 간접적인 방법이고 둘째는 직접적인 해결책이다. 다시 말해, 첫째는 그런 것이다. 즉 단골 술집은 <펜트하우스와 플레이보이>. 차를 뭘로 바꿀까 라며 알아만 보고, 에스토니아가 고향인 웨이트레스한테 찝쩍거리기. 굳이 초코릿 달랑 몇 개 먹으러 귀찮게 벨기에까지 갈 필요 있냐, 게임 안에서 중세의 황제가 되어 애첩을 몇 명 거리릴 수도 있다, 뭐 그런 논리다.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에 직접 참석하러 달려갔다가 날짜를 잘못 알아서 옥토버페스트를 바짝 뒤쫓는 슈투트가르트 맥주 축제에 얼렁뚱땅 참석하라고? 그럴 필요 뭐 있나. 집 근처에 뭰헨 호프가 있는데. (나는 뭰헨─슈투트라르트─함부르크 다 가봤는데, 넌 평생 그렇게 살아라? 뭐가 어쩌고 어째!) 그리고, 둘째는 회사 그만두기, 머머 접습니다 라면서 취미 바꾸기, 애인까지 바꾸란 말이 아니라 이사도 지겨운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말. 그러든 어쩌든 피카소의 창의성이 내게는 없고, 어느 구단주의 유복함이 내 것은 아니다. 비극적인 멜로드라마는 재미없고, 여-바텐더에게 환영 받지 못하며, 특급 나이트클럽에서는 입장 금지 당했다. 이거다. 이거라고. 바로 이게 현실이다. 냉혹한 현실. 그렇다고 고개만 숙이고 있을 수야 있나. 뭐라도 해야 한다. 그는 즉 입이 근질근질하면 일이 잘되고,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면 놀기가 잘 풀릴 징후에 가까웠다. 그러든 어쩌든 규칙적인 삶을 어느 정도는 유지해야 했기에 그는 아침에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웬 하이틴 스타를 지망하는 듯한 숙녀가 날 기다리다니. 그것도 두 눈 땡그랗게 뜨고서. 뭐야 이거? 「오빠 안녕.」 「예? 누구...신지?」 「저예요 오빠.」 「저요?」 「네. 저요. 아니 이러지 말고. 우리 말놓자. 응? 오빠.」 그런데 웬 우연일까. 아니면 직관적인 의혹에 따른 뜬금없는 착각일까. 그는 방금 전에 오빠를 아빠로 들은 것이다. 「네? 그게 그러니까... 전에 어디 사셨는지...」 「오빠. 그건 왜 갑자기? 뭐 일단 말하자면, 앨런타운에서도 살았고. 오빠 몽크톤 알아? 모르겠네. 설마 앨버니는 모르지 않겠지? 그리고 또 오이스터 베이에서 일광욕 좀 했지. 그런데 그건 왜? 아하~! 이제 알겠다. 오빠랑 나는 호적상 관계가 깨끗하고, DNA의 인과관계도, 천성의 상관관계도 없습니다요. 됐습니까 오라버니?」 「(휴)~」 「오빠. 이브 언니한테 얘기 못들었어? 오빠가 나랑 놀아주기로 했다고. 응? 첫째날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일단 통성명이나 합시다 형씨. 난 엔야. 오빠는, 배드보이? 넘어가고. 자, 뭐부터 할까? 키스? 꿈 깨시고! 할로웬데이 코스튬? 마음도 없으면서! 옷 사주란 말 하지 않을 테니까, 쇼핑이나 일단 합시다. 아침부터 못할 건 뭐유? 안 그래유? 돈이라면 나도 많아. 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지금껏 만난 남자들은 다들 뭔가 좀 이상했어. 가난했거나, 잔재주만 많았거나, 말만 많았거나. 아니면 뜬구름 잡는 야망만 커다랐거나. 응? 오빠는... 어떤가 몰라도 일단 그거 하나는 분명히 하자고.」 그러면서 엔야는 그에게 지갑을 열어서 보여줬다. 돈자랑이야 뭐야? 이런 캐릭터는... 흔치 않은 게 아니라 그에게 처음이었다. 상세한 내막이 뭔지는 몰라도 이게 웬 떡이야, 그것도 아니겠지만 그는 힐끔힐끔 훔쳐보면서 차츰차츰 알아가며 점차 친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오빠. 오늘 일 안하지? 일단 극장 먼저 가자. 마침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했으니까. 예고편이 끝내줬거든. 보고 나서 실망하면 또 어때. 안 그래? 설마 오빠 어제도 놀지는 않았겠지? 그러면 오늘 일해야 하는데... 뭐 또 놀지 뭐. 응? 오빠. 행복이 뭐 별거유, 안 그렇소? 그런데 어떻게 아침 진지는 자셨고? 어제 별은 따셨고? 뭐라고 말 좀 해 봐봐. 응? 나도 알건 다 알아. 이거 왜 이래?」 얘 뭐야? 당돌한 탐욕과 깜짝스런 감탄을 저절로 불러일으키는 맵시의 소유자야 뭐야! 그렇게 그들은 극장에 갔고 영화를 봤다. 영화는 재밌었나 몰라도 그는 잠을 잤다. 그렇게 영화가 끝났다. 그들은 바깥으로 나왔다. 「오빠. 오래 기다렸지. 영화를 봤으면 뭘 먹어야지. 응? 정신력을 심각하게 소모했으면, 응? 소진된 체력을 보충해야 할 거 아니냐고. 안 그래요, 오라버니? 설마 우리가 육체적으로 힘을 뺀 거도 아니잖아. 응? 우리는 몸을 쓴 게 아니라 머리를 쓴 거라고. 응? 머리를 써야 할 때 몸을 쓰면 뭐야, 탈나. 그럼 머리를 딱히 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머리를 더 쓰면? 그건 (딱) 반전! 안 그래?」 뭐? 얘가 가만 보니 못하는 말이 없네. 얘 도대체 뭐지, 뭘까, 뭐야 너! 「오빠 그런데 있잖아. 내가 밥 사면 오빠는 내게 뭘 해줄 건데? 그런데 있잖아 오빠. 내 원피스 이쁘지? 원피스만 입지 청자켓은 왜 걸쳤냐고? 너무 이쁘면 사람들이 막 쳐다본단 말이야. 눈총 받으면 있잖아. 막 따가워. 허허허. 그런데 왜 나만 말하고 있지? 설마 오빠가 내 기를 빨아들이고 있나? 아니면 오빠가 내게 기를 빨리고 있을까. 그러든 어쩌든 세상일이 다 그런 거지 뭐. 그나저나 사람들이 우릴 바라보는 눈빛이 영 신통치 않군 그래. 그리고 오빠 옷이 그게 뭐니? 수트도 아니고 캐쥬얼도 아니고. 안 되겠다. 옷부터 사자. 그러지 말고 미용실에 갈까? 아니지 일단 뭘 좀 먹어야 하지 우리. 그런데 오빠 그 표정은 뭐야? 혹시 지금 그 말 할려고 했어? 너 누가 보냈어!」 아 정신 없어 완전 정신 없어. 그는 엔야에게 기 빨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빨려도 빨려도 이만저만이 아닌 거지. 그렇게 어디 가고 어디 가고, 뭘 하고 자꾸 자꾸 오빠 오빠 그 얘기만 듣고 계속 듣다가, 마침내 그 얘기까지 듣고 말았다. 엔야는 어렸을 때 어느 정보 집단으로부터 스파이 교육을 (그루밍 단계로) 10년간 세뇌 받았고, 그 중간에 그와 동시에 동자승 생활을 했다고. 그런데 언젠가 뭔 여드름 난 십대 중반인지 스무살인지 어느 못생긴 남자애가 자기 민머리를 쓱쓱 만졌다나 뭐라나! 어제 일처럼 아직도 새록새록하다나 뭐라나. 뭐야, 설마 얘가 걔?
아니 진짜, 설마 얘가 걔?
말도 안돼, 진짜 얘가 걔라고?
그는 생각이 많아졌다. 안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아닌데. 기억하기로는 그 동자승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는데. 그렇지만 그때 성별 구분이 뚜렷이 드러나지도 않았고, 당시 목소리도 전혀 못 들었다. 그렇다면...... 어쨌든 그들은 그렇게 친구가 됐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아마 만나고 싶었을 것이다. 누구를? 누구긴 누군가. 바로 민머리를 박박, 슥삭슥삭 문질렀던 당시의 동자승이지. 그런 현재 그분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어떻게 만나겠나. 상대방도 원치 않을 테고, 어쩌면 기억도 못할 수 있고. 어찌 됐든 엔야가 그분일 가망성은 일단 반반. 50 대 50. 엔야가 아니라면 녀석은 날 기억할까? 보고 싶을까? 말도 안되는 공상이지만, 말 같지도 않은 공상은 그의 특기였다. 단지 지금은 그 허황된 생각이 현실일지 아닐지 긴가민가한 거고. 고급 사교법과 중급 사랑술, 저질 잔지식은 얼마든지 타인에게 알려줘도 된다. 물려줘서 탈날 것만 빼고는. 그렇지만 단 하나, 뭔가 비밀 하나쯤은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엔야는 도대체 어디까지가 비밀이고 어디서부터 숙녀란 말인가. 원래 그가 알기로는 그랬다. 세상은 둘 중 하나라고. 바로 장사꾼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울며 겨자 먹기. 그런데 엔야는...... 분석할 수도 없었고 기는 빨리고 또 빨리지만 계속 재밌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모처럼 강적을 만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
그는 이브를 만났다. 왜냐하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하니까. 곧 엔야에 대해서 따져묻기 위해서였다. 「이브.」 「응 오빠.」 「엔야...를 어떻게 알게 됐니?」 「응 저번에 오빠랑 함께 만난 스텔라. 편집장인가 뭔가 그 친구가 내게 누군가를 소개시켜줬어.」 「그게 누군데?」 「Pandora Pistorius」 「판도라 피스토리우스? 그 인간은 뭐하는 놈인데?」 「오빠 왜 그래? 대충 살자의 황금비, 막살기의 카오스. 뭐 그런 일 때문이야? 내가 뭐 도와줄 일 있어? 응? 오빠.」 「난 단지 너가 어떻게 엔야를 알게 됐는지. 그 사정만 알고 싶어서.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줄께 일단 그것만 알려주면 좋겠어.」 「응 어디까지 했더라? 아 맞다. 편집장 스텔라가 판도라 피스토리우스를 소개시켜줬어. 그렇게 나와 판도라는 친구가 됐지. 그런데 다시 판도라가 내게 굉장히 기이한 인물을 소개시켜줬지.」 「그건 누군데?」 「자콥 커퍼필드.」 「뭐?」 「왜 알아?」 「아니 그냥. 그래서?」 「그래서 자콥 커퍼필드가」 그는 얘기를 끝까지 듣지 못한 채 말을 끊었다. 「그래서 자콥 커퍼필드가 너에게 엔야를 소개시켜줬다고?」 「아니.」 「그럼 뭐야?」 「뭐긴. 그 양반의 비서가 나한테 엔야를 소개시켜준 거지. 그게 다야.」 「그래?」 「응. 무슨 문제될 거 있어?」 「왜 내게 말 안했어?」 「묻지도 않았잖아! 오빠 저번에 전화해도 받지 않던데.」 「그래?」 「응. 그외 무슨 이상한 점은?」 「난 말이야. 아직 할 말이 떨어지지는 않았어. 너도 알지?」 「뭐? 알긴 뭘 알아. 내가 오빠 마음을 어떻게 알아? 말하지 않는 이상. 안 그래? 응? 그래, 안 그래?」 「오, 놀라워라!」 「오빠 자꾸 왜 그래? 놀라긴 뭐가 놀라워?」 「웃기지 말라고 해!」 「뭘 웃기지 말아? 아 참 나 이거 정말 원, 이 오빠 정말 이상하네. 지금 누구랑 말해? 귀에 뭐 꼽아놨어? 아닌데. 이 오빠 왜 이러지?」 「너 있잖아 스미스가와 클라인가 가운데 누가 잘나가는 줄 알아?」 「그건 또 뭔 소리야? 오빠 친구 중에 혹시 글락소라고 있어? 어디서 약 팔려고 그래? 한물간 정보 흘려서 나보고 이상한 주식 사라고? 그 말이야? 아 진짜! 왜 그래 오빠?」 「그게 말이야 자꾸 어제 꿈에서 본 뭔가가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래.」 「어제 무슨 꿈 꿨는데?」 「기숙사형 스파르타식 아카데미에 어떻게 입대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완전 재밌는 거야. 그래서 날마다 웃고 떠들고 난리도 아니다가, 졸업이 가까와져서 막 애들끼리 일부러 유급당하고 어쩌고, 막 그랬어.」 「그랬어? 재밌었겠네.」 「그렇지? 복권, 사야할까?」 「사지 마. 개꿈이니까.」 「그래?」 「오빠. 그거 모르지?」 「뭘 말이야?」 「엔야가 있잖아. 어쩌면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아.」 「뭐?」 「그럼 어때! 전에 오빠도 나한테 좋아한다며 고백했잖아. (웃음)」 「얘 그건, 어? 그건, 거 왜, 흥! 참 나, 어? 이브. 사랑은 있잖아, 어쩜 요정의 거짓말 같은 거야.」 「그건 또 뭔 소리야? 그러니까 오빠가 아직도 혼자지. 어? 그러니까 오빠가 안되는 거라고. 어? 알아? 어? 아냐고!」 「살살해 좀, 어? 살살! 아 쫌! 내가 뭐 한량의 천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플레이보이라는 거야 뭐야.」 「아아! 피노키오는 무엇을 보았을까, 숙녀는 늑대를 왜 믿었을까?」 애마는 다정하고 종마는 특별하다! 대화로 추정되는 인생의 좌우명이 뭐 그런 건가? 그는 이번에도 느꼈다. 매번 깨닫는다. 무엇을? 바로 여자와 대화를 나누면 뭔가 이상하고 배가 자꾸만 산으로 가는 것 같다고. 그녀들과 말을 섞다 보면 막 그냥, 어? 자기도 모르게 그런 것만 같게 느껴진다. 귀족적인 유혹에 넘어가는 허당의 권위란 게 이런 거였나, 괜히 막 그처럼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 NB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는 미지의 타락을 거절하느냐, 아니면 미완의 야망을 맹렬히 추구하느냐. 그것이 문제였을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엔야, 엔야, 엔야! 그는 이번에도 역시 엔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묘한 사랑놀음이니 격정적인 황홀경이니 그런 건 모르겠고. 푸른색 물망초 그 하나만 쫓기로 한 것이다.
9
어느 날 그는 엔야를 만났다. 곧 이브를 만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최근 엔야라는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났는데 누굴 만나겠는가. 애증은 사랑의 흔적인 법을 깨닫게 되기 전까지 NB는 엔야를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오빠. 누가 오빠 만나고 싶데. 누굴까? 아 나는 알고 있지. 그렇지만 그분처럼 미지의 존재를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돌연히 부럽네. 그분은 대체 왜 오빠를 만나고 싶다는 걸까? 오빠의 얌전한 소망? 아닌데. 신중한 허영심? 그럴 리는 없어. 그렇다면 뭐냐고. 뭐하러 부족한 거 하나 없는 지복의 존재께서, 응? 대체 뭐하러!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니까. 참 나! 안 그래 오빠?」 「뭐가?」 「그런 게 있어.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 오빠」 「그게 누군데? 누가... 날 만나고 싶다고?」 「응. 그렇다니까 오빠.」 「누군데?」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지.」 「그래?」 「오빠. 만나고 나면 날 잊지 않을 거지, 오빠?」 「내가 널 왜 잊어?」 「혹시 오빠가 말이야. 혹시라도 오빠가 나중에 막 전혀 다른 세상을 알게 되면 정결함에 순종적인 야망이, 뭐랄까, 흑막에 가려질까봐 그렇지.」 「너의 말은 곧 내가 변심할지도 모른다?」 「그래. 그거야. 그거라고.」 「그렇게 행복한 고민을 해볼 일이 과연 있을까? 꼭 일부러 우리가 그런 내기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렇지만 말이야.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어. 황금에 절절매고 인기에 쩔쩔매는 일. 그것을 밝게 말하자면 희망찬 꿈과 지고의 소망이야. 하지만 냉소꾼은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거지. 하나는 돈독이고 하나는 일복이네! 라~며 투덜거릴 꺼 아니냐고. 어떻게 생각하시우, 오라버니.」 「얘가 정말 누굴 소개시켜줄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시나?」 「그러게. 나도 내가 왜 이러나 몰라. 오빤 혹시 아실려나?」 「그런데 있잖아. 너!」 「응. 오빠. 궁금한 건 뭐든 물어봐. 자, 어서.」 「너, 이브는 어떻게 알게 됐어? 그보다 먼저. 그 무슨 편집장인가 뭔가. 스텔라 쇼와는 무슨 사이고. 응? 말 안해? 그 또 뭐야. 판도라 피스...토리우슨가 뭔가. 그 인간은 뭐하는 애야? 어? 뭐 피스토리우스? 지가 무슨 연극 주인공이야 뭐야. 그런데 늬가 자콥 커퍼필드를 어떻게 알어? 아 맞다. 그런 얘기는 없었나, 없었지. 그렇지만 한 다리만 건너면 너와 자콥 커퍼필드는 꽤 돈독한 관계라는 얘기인데... 심상치 않아. 우리가 결코 만만히 볼 인물이 아니야. 어? 알어? 그 인간 보통 인물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렇게 길게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답하지? 꽤나 난감한데.」 「그러니까 내 말은 한 번에 다 알 수는 없지만, 뭐 차차 우리가 하나씩 풀어가야 할 숙제라.. 바로 그 말이지. 굳이 답하지 않아도 돼. 단, 아직은!」 「오빠.」 「왜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 그래? 그거 원래 남자가 해야 하는 거잖아.」 「왜, 난 뭐 그럼 안돼?」 「안된다는 말이 아니라, 어? 아니야 아니야.」 「오빠 방금 이상한 생각했지? 그치? 그렇지? 맞네 맞어. 딱 맞어. 이 오빠 안되겠네.」 「아 뭔 소리야? 너 왜 그래? 얘가 왜 갑자기 생사람 잡고 그래?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하긴 뭔 이상한 생각을 해? 어? 혹시라도, 늬가 누군가를 내게 소개시켜줘서, 내게 큰 이득이 생겼어. 요즘 말로 이득 앞에 개를 붙여서, 개-이득! 그렇다고 내가 널 잊을 거 같아? 나 그런 이상한 생각, 하지 않았어. 또 하면 어때. 그렇다고 지금 내가 선망의 기쁨이 실현될 공상 때문에 만족스런 홍조로 말미암아 귀까지 노을지게 만들 지경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야.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란 말인데, 어? 내가 플라토닉의 정반대를 상상했다고? 에이~ 설마! 설마가 아닌가?」 「고백했으니까 됐어.」 「돼긴 뭐가 돼?」 「그건 그렇고. 오빠. 캥거루 뒷발로 맞아봤어?」 「아니. 넌 맞아봤니?」 「아니.」 「그런데 그건 왜 물어봐?」 「왜, 물어보면 안돼?」 「아니 그건 아닌데. 늬 말마따나 왠지 모르게 난 꼭 캥거루 뒷발에 맞아봤어야만 한다, 그렇게 내가 은근히 설득되는 기분 때문에 뭔가 찜찜해서 그렇지. 진짜 그렇다니까. 그런데 그 얘긴 왜 하는데?」 「내가 오빠한테 소개시켜줄려는 거물이 사는 곳에 캥거루 뿐만 아니라 참 많은 동물들이 살기 때문이지.」 「거물? 뭔 거물? 그럼 난 거물이 아니라고? 난 그럼 소물이야 소인이야? 어? 그러니까 난 무슨 소인배나 하수란 말이야 뭐야?」 「워──워──워! 오빠. 진정하시옵소서.」 「그런데 거기 하이에나도 있어?」 「그야 나도 모르지. 어쨌든 가서 놀라지나 말아.」 「막 TV에서나 보던 그런 사유지를 얘기하는 건가. 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의리의리한 대저택? 어차피 그처럼 멋진 고풍스런 궁전 같은 건 재미없어. 그렇게 거대한 사치는 어차피 둘 중 하나야. 첫째 화려한 고저택이냐, 둘째 골프장 같은 환경이냐. 아무튼 난 차라리 골프장 본부에 사글세로 세들어 사는 걸 선호하는 부류라고 할 수 있지. 도시에서 멀면 외롭거든. 아무리 부유해도 사람이 없으면 심심해. 안 그래?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파티를 날마다 즐겼나? 하긴 지금이라고 뭐가 달라! 어쨌든 소규모 신도심지 한가운데 조성된 공원. 최신인데 어째 거 좀 영 뭐해. 보면 말이야. 그러니까 100년된 허름한 세면용품 공장의 잔디밭이 훨신 나아보인다니까. 그래서 최신식 공원을 아주 멋지게 지을 게 아니라면 차라리 골프장처럼 만들면 좋겠어. 골프만 하지 않으면 될 거 아니야. 안 그래? 하지만 그건 1인의 희망사항일 뿐이고, 설계 단계부터 이것 저것 뭘 많이도 집어넣지 않을 수가 없겠지. 그걸 뭐라고 하냐, 도시공학이라고 하나? 뭐 그건 그렇고. 난 너의 몇 번째 남자니?」 「뭐?」 「아 농담이야 농담. 왜 그래 얘가! 너 혹시 나 미워하는 건 아니지? 내 하나 고백하자면, 내가 널 너무, 아주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 「이 오빠 눈치 하나는 기똥차게 빠른데. 거물이라니까 제대로 줄거리를 알아버렸네. 응? 누가 오빠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설마 전-여자친구? 그렇게 다정하고, 향기롭게 자상하며, 섬세히 정답다는 건 어찌 보자면 숙녀를 오래 사귀기 힘들다는 말과 다름없는데. 어쩌지? 어? 오빤 나한테 연예사와 사교생활을 벌써 들켜버렸네? 어쩜 좋아! 말해. 어? 말하라고. 아 뭐해? 실토하지 않고 뭘 하냐고. 냉큼 불어. 아 글쎄 지금 당장. 어? 언년이야? 어? 언년이냐고. 응? 그년이 대체 누구야!」 그러면서 엔야는 팔을 걷어부쳤다. 「엔야. 지금 우리가 말이야. 음... 우리는 있잖아. 언년.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그... 흐흠. 그년이 아니라 그분. 즉 너가 말한 거물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우리가 있잖아. 지금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어. 괴상하게 너와 나의 기분이 과열됐다고.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우리 엔야께서 왜 이처럼 흥분하실까. 설마 내가 널 좋아한다는 고백을 너무 장난스럽게 했기 때문에? 아니면 바로 그 직전에 했던 말. 무슨 말인가는 생각나지 않는데, 그런데 그런 말은 책임이 따라야 하는 말이라는 거니? 맞아. 그건 딱 맞아. 그렇지만 그에 따라 둘 중 하나의 행동이 함께 해야 한다는 거. 멜로드라마의 정석이지. 그런 반칙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봐주게 되는 거고, 아니면 심한 거고. 안 그래?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 넌 그 이유를 아니? 알면 좀 오빠한테 가르쳐주지 않겠니?」 「표 안 나게 상대의 의중을 가늠하기. 오빠한테 안 통할 줄 알았어. 미끼를 내가 문 건지 오빠가 져준 건지는 몰라도, 일이 재밌게 되어 가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수, 오라버니?」 「아 머리 아포. 어지러워. 이런 얘기는 드라마로 보기만 해도 막 산만한데, 설마 내 입으로 이런 얘기를 하게 될 줄이야. 난 그래서 추리소설도 읽지 않는데. 엔야. 우리 있잖아. 너무 멀리 왔다. 이제, 응? 그만! 그만! 여기까지.」 그렇게 그들은 언년에 관한 대화를 마무리했고, 거물을 만나러 갔다.
10
일주일 후. 엔야와 그는 오스트리아의 어느 한적한 시골에 도착했다. 검은 세단과 함께 선그라스를 쓴 8 대 2 가르마 덩치분들께 에스코트 받으며 진짜로 대저택에 초대를 받게 될 줄이야. 그는 엔야가 장난하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진짜라니! 뭔가 혹시 연막이 있는 건 아니야? 그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했다. 그 거물인가 뭔가 그분의 저택에 들어와서 그는 드디여 보게 됐다. 바로 캥거루를. 뭐야 이거! 오스트리아에도 캥거루가 있잖아? 그런데 왜 없다고 했어. 저런 저런 저런! 어른들은 순 거짓말쟁이들이라니까 글쎄. 그런데 도대체 그 거물이란 양반은 어떤 인물일까. 영화처럼 분위기 있고 목소리는 저음에 신기한 인물일까? 아니면 든든한 배경 빼놓고는 하나도 볼품 없는 그저 그런 촌부일까. 어쨌든 의구심은 증폭됐고 호기심은 춤을 췄다. 그래서 그는 신비주의의 소심한 주권자가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살다 살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더라, 같은 초실사판 달력 사진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어찌 현실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그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현실이다. 와우! 그는 지금까지 그랬다. 동화를 알고 꿈을 믿었겠지. 그러니 지금은 다시 플레이보이로 돌아간 것이다. 곧 가련한 여주인공과의 애처로운 사랑을 꿈꾸는 삶. 태양 아래 사랑하고 오늘의 자유를 누리기. 그러다 이렇게 우연히 거물을 만나러 오기. 이건 옛날부터 다 각본으로 짜여진 것이다. 그동안의 굴곡 많은 인생은 다 무용한 실패가 아니라 귀중한 절망감이었던 것이다. 곧 소중한 경험담은 그저 쓸모없는 패배담이 아니라 소중한 밑거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름 어깨 뽕이 튀어나올 정도로 그는 할 말이 많았다. 기초가 매우 튼튼한 지성, 건강한 인성, 올바른 품성. 입이 근질근질하지 않더라도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또 뭘 해도 재미없고 대체로 엉덩이가 근질근질하지 않더라도, 또 움직이고 활동하며 나다니다 보면 뭔가 억지로 성과를 만들게 됐다. 어쩌다가 따박따박 할 말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그는 나머지는 싹 다 뿌리치고 오직, 오로지 엔야한테만 전념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엔야의 덫일지 거물의 미끼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때! 「오빠. 어때, 봤지? 이제 믿겠지. 믿지 않을 수 없으니까. 내가, 어? 이런 사람이야. 어? 허허허.」 「」 「뭐라고 말 좀 하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썩 나쁘지는 않다고 말씀 좀 해 보시지. 어이 형씨, 네? 입 벌리고 바보처럼 헤헤~ 그러지 말고. 어?」 「」 「아 쫌! 그리고 저기 오네. 저분은 누구일까? 거물? 아니야. 통역사야. 아 보면 몰라?」 「」 바로 그때. 저쪽에서 누군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데, 시간은 느려졌다. 거물로 추정되는 인물의 배후에 후광이 비췄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정말 우리가 만나도 되나요? 라고.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NB는 더 멍청해졌다는 것. 때문에 나눈 대화를 대충은 기억하는데, 중간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긴 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설마 이 궁전 같은 대저택을 1일, 아니 반나절 동안 빌린 건 아니겠지? 어쨌든, 룩셈부르크에도 가 보고 7권짜리 장편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사랑도 해 봤지만, 그것을 언제나 아름답다고 말하긴 힘들다. 그러나 엔야가 소개시켜준 거물과 작성한 계약서는 쉽다. 확실하다. 내용도 어렵지 않다. 그는 POPULAST 그룹이 거느린 각종 주간지, 월간지, 격월간지등에 글을 자기 마음대로 실을 수 있다는 종신 계약을 맺지는 않았다. 다만 1편을 싣고 괜찮다 싶으면 또 1편을. 즉 단발성 계약을 맺은 것이다. 거물이란 양반이 그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미리 착수금 전액을 입금시켰다고. 그건 마라한테 얘기 듣지 못했냐고 했다. 마라가? 그처럼 뜻밖에 그는 거액이 생겨버렸다. 신나는 놀기가 항상 기쁨이 춤추고 꿈으로 넘치는 모험인 건 아니다. 딱히 신분 상승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두둑한 품위 유지비의 발생. 어쩌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의 인생은 틀리지 않았다. 바쁜 삶 어쩌면 대충 사는 듯한 생애가 결코 어리석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으쌰으쌰는 슬로건의 논증. 포지셔닝의 실천은 인생의 기쁨. 이렇게 당당한 성과로 증명된 것이다. 어찌 되었든 환상의 지배자를 농락하는 건 결국 환상 머신인 것. 그는 단발성 계약인 만큼 일단 집으로 돌아와서 부푼 가슴을 가라앉히고 칼럼을 작성하기로 했다. 통장은 그 다음에 확인해보고, 소비의 기쁨과 즐거운 삶은 그 다음으로 미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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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는 다음과 같은 칼럼을 그룹 POPULAST 사내 정기 잡지에 기고했다. 제목: 사랑의 종류 내용: 1.조신한 처녀의 단정한 태도. 그리고 도도한 턱선. 갸름한 목선. 오묘한 고개 각도 또 애처로운 눈빛. 무엇을 생각하는지 기이한 분위기까지. 하지만 정숙해보이는 숙녀라고 클럽에 가서 미친듯이 놀지 말라는 법도 없고, 혹시라도 엉뚱한 과거와 웬 이상한 스캔들이 사실일 수도 있다. 즉 프라이버시는 프라이버시인 것. 그런데, 설마......! 2.그러나 고개를 숙일 땐 언제나 습관적으로 손은 저절로 가슴 위로. 목폴라를 입었을지라도. 그 다음으로 상냥한 미소.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고 눈꼬리마저 뭔가 좋은 기분을 대변하는 듯 하니 멋쩍은 상상을 하는 중일지도. 그러다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허당에게는 드물지 않게 싸늘한 무관심. 정반대로 은근 허당에게는 호감과 눈인사로 대처하며 긴장하기. 뭐? (분명한 점은 그것. 썩 일관된 태도는 아닌 듯. 약간 논외로, 일관성이란 어쩌면 그런 것 아닐까? 성서에 의하면 제일 오래 살았던 므두셀라를 비롯해 900년-800년-700년을 살았던 기록과 모든 교리를 완벽하게 믿고 수행할 것인가, 아니면 의역과 직역을 적당히 절충할 것인가. 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종교와 관계없이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원론적으로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견지하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 에너지가 고갈될 여지도 있으니 때때로 뭐 어째야 한다는 점. 그렇다면 앞서 일관성이란 상념도 100퍼센트가 어차피 어렵다면 우선 순위와 현재에 맞는 의역이 일부 참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점. 왜냐하면 지금은 그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소비의 시대이자, 눈부신 과학의 발전으로써 대체로 누구나 원하기만 한다면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무소속 위원은 발언 자격이 없겠지만 단지 개인의 소견은 그렇다는 것. 물론 높은 기준선을 고집하겠다는 걸 말릴 생각은 없음) 1과 2의 어느 차이가 확연한 그녀들은 대체 속으로 무슨 생각들을 한단 말인가. 설마 불가능한 것 빼고는 모두 다 상상하는 것 아닐까? 그 궁금한 꿍꿍이가 아마도 OX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 답변에 대해서 일단 절반은 긍정이다. 왜냐하면 숙녀는 '다음 사람에게는' 같은 제목의 유행가라면 처음 보는 남자가 아무리 노래를 못해도, 그저 첫인상이 무난하기만 하여도 저절로 사랑의 진도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장르는 발라드요 제목은 이렇게. 여가수의 원곡, 다시 사랑한다면! 남가수의 원곡, 다음 사람에게는! 그 원곡을 동성이 부르던지, 막 부르던지, 완전 엉망진창 엄청 못부르던지 하나도 상관없다. 하나도. 전혀. 왜냐하면 그녀들은 뭘 좀 아는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숙녀는 일단 1.5 미만이다 싶으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옷 잘 입는 멋쟁이 중년 부인왈~ 우리 딸 이뻐, 한번 만나봐! 왈가닥 말괄량이왈~ 우리 엄마 이뻐, 오빠 이 다음에 나랑 같이 우리 엄마 만나자! 그때 여자는 사랑을 예감하는 게 아니라 이미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가 말이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분위기를 스스로 읽어서 그녀가 원할 때만 쌥쌥거리기. 쫑알쫑알 따따부따 쫑알쫑알 따따부따, 그러다 안색을 살핀 다음 쉿! 숙녀가 (가련히?) 봐줄 때만 짹짹거리기. 그렇다고 무리수를 둬서 멋진 깔깔이를 우리 편으로 섭외하란 사인을 깔깔이로 자처하란 의미로 잘못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많이 곤란하다. 문득 프랭크 시나트라 노래가 듣고 싶다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그 전집을 사고 탭댄스를 배우며 뮤지컬을 예약하는 남자. 답 없다. (설레설레)! 특히, 사랑의 행위 가운데 침묵은 금인 것. 그처럼 숙녀에게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 그러면 그녀의 마음은 이럴 테지. 사랑의 춤은 이제부터 내가 리드할 꺼야. 물론 그렇게 끝까지 갈 수도 있고, 대개는 일찍 또는 그러다 중도에 마음을 접을 테고. 내가 만약 저 무서운 인상의 야수 같은 남자와 연인이 되고 나중 함께 살게 된다면, 그럼 매일 그래야 할 거 아니냐고. 라~는 듯이 상상은 무료다. 공상은 자유다. 몽상은 취미다. 곧 만약 저 인상파와 나의 교제가 발전한다면, 그럼 나중 결혼해서 그럴 거 아니냐고. 매일 매일 키스를 하고 또 하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저분의 얼굴을 같은 침대에서 마주쳐야 한다고? 진짜로? 내가 먼저 눈을 뜨면 내가 보고, 그쪽이 먼저 눈을 뜨면 날 보고? 진짜로? 그러니까 어떤 차림으로? 으악~~! 꺄악~~! 최소한 경악과 못 이긴 척이 겹쳐질 순 없는 것이다. 단, 다음 여섯 가지는 빼고, 첫째, 멋 모르고 일찍 만났을 때. 연락을 하고 또 하고 계속 하고, 선물 들고 쫓아다니며, 꽃 들고 기다리기. 둘째, 의전! 말이 통하고 뭘 좀 알고, 특별히 가난하지도 유달리 못나지도 않았으면 하는 지극히 공통적인 여자들의 바램. 청순 만화 같은 이상형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고, 성실하고, 다정하며, 착했으면! ~~가 아니라. 그게 아니라 익히 공감되는 개념들 다 마다하고 오직 의전, 오로지 의전만 따지는 여자. 셋째, 무모한 도전과 끈질긴 배짱에 버티다 버티다 끝까지 버티다, 드디여 끝끝내 못 버티고 막판에 딱 넘어간 아가씨. 넷째, 1미만의 사랑이 아니라 1.5이상의 애정을 수락할 때. 타협을 적극적 동의라고 보기 어려울 때. 메리에이지 불루도 있고 나중의 변심도 있고. 사랑이라면 그녀들에게 묻기. 허지만서두, 꼭 그럴 수는 없다는 것. 남편부터 그녀의 글에는 고개를 돌리고, 사랑도 사랑이지만 진짜 운명이란 그녀의 잔소리를 일평생 견딘다는 것이거든. 바로 그래서 이런 게 있다. 즉 다만 그건 있다. <사랑보다 비교적 황금을 측량하기가 더 쉽다. 그러므로 행복을 측정하기 역시 대체로 우리에게 권고한다. 무엇을? 바로 최소한의 황금을 전제로 사랑할 것을 세상은 우리에게 종용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달콤한 꿈과 다정한 선망만으로 유쾌한 삶과 기쁜 인생을 몽땅 우리에게 의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허락할 순 없으니까. 그래서 환상적인 사랑과 현실적인 연정, 이상적인 애정과 흠모하는 짝사랑, 바로 그 차이에 관해서 어른들은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체 하는 것이다. 신기루 같고 백일몽처럼 신기하며 신세계나 되는 듯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1미만이 좋다는 걸 우리가 모를 수는 없는 법. 어찌 그럴 수 있겠나. 그러나 어른들은 대체로 1.5를 권장한다는 사실. 어떻게 보면 명백한 모순이다. 그처럼 1미만이냐 1.5 선상이냐, 그 차이가 어쩌면 여성잡지1과 2의 경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른들 말씀은 결국 그거다. 오래되면 노상 1은 세파와 다투며 현실이란 괴물은 이겨내기에 벅찰 수도 있지만, 하지만 1.5는 살다보면 정들게 마련이라며 안온한 조건과 안정적인 환경 그리고 집안끼리의 혼맥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무던한 사랑의 결합을 설득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1.5에서 점점 1에 가까운 걸 찾아야 하느냐, 아니면 아예 2로 갈 것이냐, 그도 아니면 그 둘이 운명적으로 일치된 사랑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그녀들은 생각도 말도 많아질 수 밖에. 그래서 남자의 할 일은 그렇다. 그녀가 사랑은 어쩌면 운명 같은 거라고 말한다면 자기는 그 생각에 결연히 반대한다고만 하면 된다. 곧 뭐라고 반대하느냐, 나는 우리의 사랑을 운명이 아니라 천명이라고 생각하오 라고. 뭐? 캬~ 으아~! 으윽~! 따지고 보면 그렇다. 그녀들끼리 1미만을 논한다? 1.5는 흔히 얘기할려나 몰라도 어떻게 0점대 방어율을 논하리요. 에이~ 그런 말 못한다. 에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나. 간지럽고 낯뜨거워서 그런 얘기까지는 여자들도 거의 잘 하지 않는다. 애도 아니고 어른인데 어떻게 1을 내 입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겠나. 대체로 못한다. 거의 못한다. 챙피해서도 못하고 남부끄러워서도 못한다. 얘기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어른은 바보가 아니고 우리는 푼수로 살면 안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 힘든 길을 가고자 한다면 가난할 각오, 불행할 준비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헤어드레서처럼 매일 같이 숙녀의 고운 머릿결을 매만지는 일을 수십 년 하다 보면 그 어떤 차이가 보인다고도 한다. 희망의 연가처럼 1을 말한다, 안한다. 전자에서 후자로 어쩌면 2까지 넘어간 듯한 눈빛이 보인다고. 은연중 또는 한눈에 구분이 된다고. 물론 아닐 수도 있고. 바로 그래서 우리 상남자들은 사랑이라면 일절 입에 담지를 않는 것이다. 다섯째, 조건! 이 남자가 만약 부유하지 않다면? 그녀가 이쁘지 않다면, 과 대체 뭐가 다를까! 물론 꼭 같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 멀찍이 다르지도 않을 테니까. 여섯째, 그래서 우리는 말끔한 수트를 빼입는 거다. 우린 결국, 남자는 폼인 것이다. 그런데 난 트럭으로 저런...... 이런 사적 담론을 정답게 나누고 또 나눴던 단짝이 언젠가 멀어졌다가 나중 우연히 만났는데. 그런데 어머나 어째 서로 팔짱 낀 왕자님들이...... 통과.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나 우연을 빙자하고, 큐피트의 운명을 강조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그 격정이 유지될 수 있나 자신할 순 없겠지만. 사랑의 장기전이란 A부터 Z까지 있겠지만 그 가운데 딱 둘만 꼽아보자면 이렇다.
- 소란이란 소란은 모두 일으키며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채 큰소리 떵떵 친 다음, 하도 난리치며 사랑의 완성에 골인. 다음으로 오래 지나서 떠들썩하게 나중 헤어지느니, (그래서 못 갈라설 수도 있고)
- 인생의 많은 경험들이 혼재하고 찐한 사랑도 알았다가 풋사랑도 논했다가, 그러다 딱 결혼행진곡 이후로 잘사는 것. (즉 결혼 전은 각자 남의 인생, 결혼한 다음부터는 우리의 인생. 개인 삶과 우리의 사랑이 어느 만큼 겹쳐야 하느냐, 그건 각자 재량껏 정하는 거고. 물론 전자와 후자 모두 최고면 좋겠지만 일단 이론상으로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 라는 뜻이다. 고로 오직 현재의 사랑에만 전념한다는 게 B의 요지)
따라서 오늘도 풍운아들은 숙녀를 가만놔두질 않고서 또 자꾸자꾸 귀찮게 하는 것일까? 그분들의 서툰 기성복과 몰래한 사랑은 모르겠고. 적어도 그 하나는 진리인 것이다. 바로 행운아들에게는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고 또 굴러오고 쉬지 않고 굴러온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는 그녀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아끼고 에스코트를 하고 또 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마초들은 바텐더의 오판에 욱-하지 않을 수 없을 테고. 화장발에 조명발 하며 유혹술이 발달하고, 여성잡지 필진이니 뭐니 사랑의 전문가들 싹 다 내 앞으로 집합해라 라는 듯이 큰소리칠 수 있으면 뭐하겠나. 누군가는 쥐락펴락하고, 또 누군가는 밀려졌다 당겨졌다 할 텐데. 어제는 내가 들었다 놨지만, 오늘은 내가 들렸졌다 놔졌다 그건 모른 거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그 흔한 사랑이란 주제를 도저히 가만 놔둘 수가 없는 것이다. 모순되는 듯한 사랑일 테지만,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랑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정 애절하도록 사랑 받음에 좀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점. 아마도 사랑학의 2.0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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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이메일로 보낸 다음 그는 통장 잔고를 확인해봤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왜냐하면 예감이 별로였으니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테니까. 그런데 그런데! 기록된 금액은... 뭐야 이거! 대체 0이 몇 개야? 혹시 착오 아니야? 그래서 그는 계약서를 펼쳐봤다. 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불행한 인생을 구제하는 사랑의 에피소드라니. 와우~! 야호! 빙고! 이거야. 어? 이거라고. 이거라니까. 바로 이거라고~! 그건 바로 웬만한 최고급 차 1대를 살 수 있는 금액, 이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어지간히 유명한 명화로 소품 1점을 너끈히 살 수 있는 거액. 그 전자와 후자의 중간쯤 되는─아마도 전자쪽에 가까운─큰 돈이 그의 통장에 입금되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건물 같은 부동산에 투자를 해야 할지 버크셔 헤더웨이 같은 특급 주식을 일부 사고 나머지는 차차 생각을 해 봐야 할지, 크게 고민되는 정도의 액수였다. 그러다, 그는 이제 충분한 황금이 생겼기 때문에 당분간 해이해져버렸다. 마음을 놓아버렸다. 뭐 좀 놀지, 라고 혼잣말을 하고 또 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차를 바꾸지는 않기로 했다. 차근차근 놀면서 '내 머릿속에는 괴물이 살아요.'라는 작품 구상도 틈틈히 하기로 했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자기가 후한 접대를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 때문에 들은 말은? 「늬가 한턱 산다고?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거 아니니!」 「뭐가 어쩌고 어째?」 그래서 그는 기록을 뒤졌다. 몇 년 몇 월 무슨 요일, 어디서 어떻게 라면서 기록을 제시했다. 이래도 발뺌할래? 라고 했다. 많지는 않지만 나도 성의껏 노력은 했다 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또 따졌다. 뭐 먹을라냐고. 소, 돼지, 닭, 생선. 푸아그라? 캐비어? 뭐든 말만 하라며 큰소리 떵떵쳤다. 그런데 왜인지는 몰라도 우연찮게 친구들이 바빴다. 그래서 그는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었다. 여유는 되는데 파티가 없었다. 품위는 유지할 수 있는데 약속이 없었다. 때문에 지난 날의 심심함을 응징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괜히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멜로 영화가 아니라 에로비디오를 볼까 하는. 기쁜 인생이 미치도록 궁금한 허당계 신동의 공상은 계속됐다. 일단 과소비와 사치와 호사의 삶과 즉시 결탁하지 않은 채 일과 관계되니까 잡지를 몽땅 샀다. 에거사 크리스티 전집은 살까 말까 망설이다 사지 않기로 했다. 픽션에 마음이 기울었다가 다시 역전되어서 인문교양쪽에 마음을 내어주었다. 그렇지만 엔야가 소개시켜준 거물로 인해 발생한 거금. 그에 따른 전과 후. 큰 차이는 없었다. 눈꺼풀을 파르르 떨 만한 새로움도 없었다. 뭐야 또 없어야? 짐짓 불안해졌다. 은밀한 행복감에 도취되어야 정상인데 벌써 권태? 안돼 안돼. 100미터를 막 질주해서 숨이 차던가 만취라도 해야 했다. 그러든 어쩌든 삶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일할 때는 후한 인심 즉 대충 살자. 놀 때는 이기적 사심 곧 최선을 다하자. 지금도 그랬다. 뼛속까지 지복한 발전과 지고의 사랑을 희망하기도 여전했다. 한량의 칙명도 변하지 않았다. 즉 미래에서 사는 상상과 꿈 속의 행복, 그 사이에 일상이 있다고. 그렇게 여심으로부터의 아양, 권력을 향하는 아첨. 적당히 현실과 타협한 채 주술사가 미래를 예언하듯이 그는 내일을 예비했다. 결국 인기 울렁증은 남의 얘기였던 것이다. 그러면 플레이보이의 4대 요소 가운데 부족한 게 무엇인지 모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하기를 바랬다. 때문에 새로운 마법사의 탄생은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든 어쩌든 이게 정말 자신이 염원했던 꿈 같은 인생일까? 그렇다고 자신하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그보다 그녀의 마음을 여는 비밀 열쇠를 내가 알아야 하는데, 왜 그걸 엔야 늬가 갖고 있냐면서 그녀한테 따지고 싶었다. 꼭꼭 숨겨둔 사랑은 바로 너, 엔야 라면서 그녀와 밀월 여행을 꼭 떠나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안부가 궁금해서 그는, 날개 없는 천사는 호기심쟁이라네 뭐라네 그러면서 수다를 떨기 위해서 엔야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런 젠장! 거짓말도 할 수 있고 허풍에도 속지 않는데, 인생이 달콤하지 않다면 그건 뭐지. 있는지 의심스러운 인기는 불안했고, 존재가 의뭉스러운 품위는 불길했다. 딱히 불행이 부과된 건 아니지만 속절없이 심심했다. 그래서 외로움이 초래되었다. 고독감은 결국 몽매했다. 그러니까 TV에 나오는 조명발을 곁눈질했는데, 그들을 따라하기도 어색했다. 엔야가 소개시켜준 거물이 어쩌면 부당한 대우, 과도한 예찬으로 자기를 길들이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다만 다행스런 불만족 때문에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규칙적 생활은 여전하고. 이게 정말 거북한 행복감일지 아니면 노련한 재담꾼의 왜곡된 욕망일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녀들 순정 어린 장밋빛 미소와 숙녀들의 짝사랑은 다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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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후. 그는 내용 증명 우편물을 받았다. 비상식적 원고 때문에 발생한 어쩌고저쩌고. 받은 원고료의 몇 곱절을 배상하라는 내용. 일명 소송에 휘말리라고? 그래서 그는 어떻게 어떻게 해서, 그쪽 담당 변호사를 만났다. 그렇게 하여 변호사와 담판을 지었다. 받은 금액의 1 대 0.9 정도로 하여 (예비)원고측에 환원하고, 3개의 사적 칼럼을 송달하는 것으로 타협은 완료됐다. 곧 그분의 따님께는 일기를, 부인에게는 인생론을, 그분에게는 명성론을 전달하기로. 그럼 그렇지. 왠지 일이 잘풀린다 했다. 그래서 그는 이런 말은 아직까지 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 정말 정말 재밌겠다. 와 신난다!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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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가 POPULAST 배후 조종자에게 상납하는 명성론의 전문이다. 제목: 도입부 명성론 내용: 명성이란 그런 것 아닐까? 아무리 거품 같은 인기일지언정 넓디넓은 중고차 매장에 나타난 최신식 연노란색 까레라 1대. (색상은 하늘색도 괜찮고 가정이야 각자 좋아하는 걸로) 차를 사람이라고 비유하자면 썩 빗나간 비유는 아닐 것이다. 곧 최신식 노랭이한테 관심은 반갑고 조명은 좋은데 그게 끝이 아닐 터. 질투에 이어 조롱도 흔할 테며 그들의 친구인 야유라고 왜 없겠나. 그 따가운 눈총, 운명이라 여겨버릴 수도 있는데 내내 그렇게 살아갈 생각을 하니, 아이고야! 아직은 무관심에 지쳐 비꼼마저 아쉬울 처지는 아닐 테니까. 그렇다면 애들처럼 저건 이쁘다 저건 안 이쁘다, 이건 마음에 든다 저건 싫다, 라고 필요 이상으로 솔직해서도 안될 건 뻔한 일. 그렇다고 마냥 예술가병에 걸려서 나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어중간한 부류는 근근히 먹고 살기에 치중하고, 삼류는 에라 모르겠다 라면서 뭘 해도 일단 들이밀기 바쁘며, 일류는 그 어렵다는 잘난 척으로 사람들을 웃긴다. 신기하게도 잘난 척만으로 폭소가 가능하긴 가능하다는 것. 진짜로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때로는 익명과 섞이거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해서 말 못할 심정은, 평범한 가식과 재미없는 위선에 복속되는 건 정해진 수순. 나는 '대충 살자'가 원래 내 방식인데, 나는 막살자가 때로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데 어깨가 무거우니까, 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지. 뭐 진짜 그렇다고? 자, 뭐라는지 일단 한번 들어나 볼까! 여러분, 밝고 맑고 자신 있는 삶의 자세로 하나 뿐인 인생 최선을 다합시다! 라고. (그런데 맥 없는 어조가 왜 하필 누군가에겐 빈정거림으로 들리는지, 그분들 재주도 알아줘야함) 그럼 또, 뭐 매사 그러라고? 누굴 바보로 아시나! 라~고 그렇게 동물의 세계식 다큐멘터리론은 설득력을 얻고서 명사를 부추긴다. 쟤가 뚜껑이 열리나 아니면 발전을 하나 지켜보자 라면서. 그처럼 햄버거병에 걸린 게 아니라 햄버거 자체가 되면 즐기든 견디든 현실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 그 다음으로 뜨든 지든 대체로 끼리끼리 사교 생활을 지속하기 마련. 그래서 그 다음 경우의 수는 통상 세 가지가 보통이다. 그 외는 논외로 치고. 첫째, 바른 생활. (장미와 칸나, 튤립, 백합, 데이지, 부케, 회전목마 등등) 둘째, 뜬금없는 소문이랄지 각종 염문과 황당한 추문에 휩싸이기. (잡초, 가짜꽃, 롤러코스터, 범퍼카, 귀신의 집) 셋째,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기 곧 잊혀지기. (괜히 좋다 말았네? 일 수도 있고, 추억으로 살아갈 수도 있음) 첫째와 둘째는 조용하든 시끄럽든 각자 인생을 즐긴다. 그런데, 셋째. 셋째는 어느 날 문득 클라우드 나인에서 내려오니, 세상을 내려보던 스카이라운지에서 1층에 내려와 거리에 나가니 아무도 없더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실한 하체에 알찬 마음으로 대비책을 세울 시간은 충분했을 테니. (뭐 상체는 짝가슴?) 그래서 우리는 나서야 할 때 나서야 하고, 행동을 위한 인문교양학에 밝아야 하며, 관망할 때 관망해야 한다. 참다 참다 끝내 못 참고 터트린 할 말이 있다면, 당연히 참고 참고 또 참고서 '묵묵히 일하기&억지로 공부하기'와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삶도 있는 것이다. 전자가 반짝 신인이라면 후자는 일반인이다. 뭐 전자는 우리 헤어져-요, 후자는 그대 사랑해요? 넘어가고. 그런 한편 말수 없고 인기도 없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럴지도 모른다. 속~ 터지다 못해 기어코 입 터지고, 말 트이며, 끝끝내 웃음 보따리까지 풀리더니 급기야 플레이보이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나 뭐라나! 농담인데 진담이면 좋을 얘기는 넘어가고. 혹시? 빙고! 즐거운 한량의 기쁜 팔짜는 결국 운명이고, 사랑은 나비인지 나방인지 모르겠으며, 인생은 무엇일까 오늘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것. 바로, 행복의 알리바이! 그야 어쨌든 시선이 따가운 삶이 뭔지는 모르겠고, 일반인이야 언제 일류가 되어 잘난 척이 미덕이 되고 이쁜 척이 인기를 보장하는 그런 삶을 기다리겠나. 그러다 날샌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허세가 있고 허영심이 있다. 가능하다면 달콤한 연애 즉 사랑이 있고, 최소의 운만 따라도 더한 재미가 거의 드물다는 바로 돈 쓰는 재미 곧 소비. 다시 말해 유명해지고 싶든 아니든 무명의 삶도 얼마든지 행복한 인생이요 기쁜 나날들인 것이다. 취미도 중독성이 높고 매력이 값진 건 한마디로 그거다. 사랑처럼 나만 봐 라는 점. 시간을 충분히 투입해야 하며, 많은 걸 걸고, 시간을 죽이는 취미. 빠지면 몰입하는 일. 천국이란 그런 거니까. 에뎅2라는 나이트클럽 오픈발에 속은 손님과 밤무대 딴따라는 알고 보니 첫사랑이었더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재산과 격조가 늘 수도 있는데, 삶을 돌아보니 힘은 밑에서 위로 올라오다 내게 말도 안 하고서 제멋대로 멀리 가버릴 수도 있겠지만. 물개박수와 기립박수에 병풍과 신부들러리의 기술은 도가 텄지만 그 나머지는? 내 말이! 그러니 일단 즐거운 인생이요 뭘로든 중간은 간다라고 가정하고. 그러니까, 굳이 찬양이 보장된 잘난 척을 위해 그 힘든 길을 갈 필요가 있을까? 있긴 있겠지만 꿈은 바뀌고, 합리화는 편하며, 사랑도 변하기 마련. 우월감은 좋든 싫든 동정심과 친구이자, 열등감과 연인이며, 가련한 연민과는 그야말로 막역한 사이다. 그녀의 기분이 저조할 때 지는 비교의 1번은 뭐니 뭐니 해도 상남자다. 그래서 그분들은 가죽점퍼를 즐겨 입고, 괜히 막 화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남자들끼리는 쉬쉬하지만 서로들 이따금 무서운 얼굴을 부러워하는 그런 뭔가가 있단 말이다. 오죽하면 앵그리 버드라는 캐릭터가 한때 유행했겠나. 명망가의 낙마와 풍운아의 불행 그리고 호사꾼의 비운. 우린 그런 거 모르겠고 이와 같은 세상사의 이치를 따졌을 때, 따라서 우리는 그래야 한다. 개처럼 신나게 놀고, 토끼처럼 바쁘게 일하며, 고양이처럼 은근한 꿍꿍이속으로 엉큼한 수작을 도모하여 인생 제2막을 조짐하기. 그 낌새가 불길할지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늑대 NB가 이번에 쓴 양의 탈은 무엇인고 하니, 그런 바로 ______________ (Sir, 여기서부터 직접 수필조로 작성하시고, 막판 피날레만 대필 시키시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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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가 POPULAST 배후 조종자 딸에게 선사하는 일기. 종류: 일기 내용: 인생은 내 기분에 따라 사랑도 이따금 '얼어죽을'이 될 수도 있는 것. 세상은 내가 처한 입장에 의해 때로는 행복마저 '빌어먹을'과 동일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애정의 정결함에게 황금이라는 전제 조건은 어쩌면 필수일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그윽한 조명과 검소한 사치를 마다한 채 언제나 신부들러리만, 무얼하든 병풍만 자처함은 말이 안된다. 하여 세상은 우리에게 말한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라고. 자, 가정 시작. 그래서 소년은 야망을 가졌어. 공부 그거 왜 하는데요, 돈 많이 벌려고 하는 거 아니예요? 라고 소년은 어른들께 묻지 않았다. 세상에게 따지지도 않았다. 자, 그렇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는 합리적인 상식, 우아한 교양, 고상한 인성을 살찌운다는 핑계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유일한 목적을 이뤘다. 그것이 플레이보이의 3박자네, 매사 최선을 다하자네, 이유와 동기가 무엇이건 그것은 어른이 된 소년의 침묵 때문에 알 수 없는 일. 그러니까 간곡한 과정은 다큐멘터리 감독이랄지 예술가들에게 일임하고 정작 중요한 건 현실. 곧 지금 승자의 기분은 어떠한가 라는 점은 지극히 합당한 의문점. 패자라면 버스를 타 볼 만큼 타 봤으니까 넘어가고. 그처럼 막상 신비로운 낙원에 당도하고 보니 승자의 생각은 넷으로 나뉘네? 바로 다음과 같이. 첫째, 아아 나는 생각보다 많은 대가를 치렀구나. 둘째, 오오 나는 고생의 총량보다 훨씬 많은 호사를 선물로 받았구나. 셋째, 그게 그거네. 넷째, 별 생각 없을 수도. 그러면 이때 그 다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그야 뭐 대충 나뉠 것이다. 1.A---라면 A+++로. 즉 상승 2.현상 유지 3.새로운 목표 설정 4.지난 날 못해 본 무엇에 집중 (가령 그것은 방탕이 될 수도 있고, 건전한 사교 같은 것일 수도 있음) 그분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건 그건 그분들 삶이고, 어차피 어느 단계에 있건 객관식 보기는 대게 비슷한 것 같다. 일기는 투정, 응석은 애들에게, 나이트클럽에서 나올 때는 짜증, 예술가는 불만족, 직장인은 불평. 젊음은 맨발의 청춘이요 노년은... 설마 그래서? 나는 아무도 부럽지 않다! 농담이고. 알고보면 꿈이란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어떻게 보면 대강 비슷비슷하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건 삶을 사는 자세가 어찌하건 간에. 곧 애초에 설정했던 목표가 색채의 마술사 같은 별명, 주류-에너지 대체 사업 어디 본부장 같은 직급, 수의사 같은 직업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처음 품었던 꿈의 목적은 예술가로써 단지 사랑과 행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면 무난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뭐랄까 가질 만큼 가졌고 이룰 만큼 이뤘는데, 난 지금 뭘 해도 재미가 없고 행복한 가정과 별개로 뜻 모를 외로움과 사무치는 고독감은 또 뭐란 말인가 라는 점. 그건 아마도 내 운명은 어느 정도 처음부터 정해진 건 아닐까 라면서 궁금증을 쓰윽 부채질할 수도 있다. 언제가 됐건 어떤 사연으로 이 일을 하건 간에 영화판에서 최선을 다하자, 봉급쟁이로 대충 살자, 바람둥이로 막살자 같은 좌우명과 현실은 타고난 것일지도 모를 일. 그렇지만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지만, 거창하게 볼 일은 따로 있고 이런 건 작게 보면 그럴수록 좋을 듯. (물론 상황에 따라 아닐 수도 있고) 곧 1년은 짧고 하루는 길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떻게 보낼까 나는 오늘 무엇을 했는가, 고로 오늘 내 시간표와 성과만 따진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의견도 더없이 타당한 요지라 할 수 있다. 물론 그에 동의하면 저녁에 맥주 1잔과 함께 그날을 돌이켜볼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떠할까? 그건 바로 운명의 개혁을 위해서─상심의 안정을 바라고자─변심을 향한 유혹에 저항해야 하니까─변화에 대한 갈망, 같은 고민 때문에 그분을 찾아갈 수 밖에. 그분은 누구다? 그렇지, 점쟁이! 추신: 공주님, 부디 내용에 대한 정신연령이 썩 불만족스럽지 않기를. 참고로 이건 공주님께서 직접 작성하신 일기이옵니다. 그럼, 내일의 행복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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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가 POPULAST 배후 조종자 부인께 바치는 인생론. 종류: 인생론 내용: 귀를 밀랍으로 틀어막고 자신을 돛대에 단단히 묶게 한 오디세우스. 이 세상은 세이렌이요 우리는 그와 같은 야생마일지도 모른다는 것. 왜냐하면 아마도 경마장에 초대 받지 못했으니까. 관중이 아닌 주자로써 정식 초대장을 선사 받지 못했으니까. 왜냐하면 수많은 퀸 엘리자베스 콩쿨 우승자들과 세계적인 마에스트로가 흔하디 흔할지언정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 그 찬란한 수혜를 입은 작곡가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 곧 기립박수던 물개박수던 칭송에 익숙하고 찬양에 적응되더라도 마음이 붕 뜨다 못해 제비복을 입었기로서니, 내가 마치 베토벤이나 베르디라도 된 것 마냥 들뜸은 자제해야 한다는 점. 그러니까 차라리 우리들은 (인공?)가죽 점퍼를 선호하고, 어깨뽕이 들어간 복고풍 스웨터를 애정하는지도 모름. 어른들 세상이 이렇듯 쉽지 않다. 하수도 힘들다. 먹고 살기는 더 힘들다. 우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부터 진정 극심한 것이다. 일례를 들어볼까? 무엇을 꼽아볼까. 아하, 오라 그렇지! 바로 레슬링과 프로레슬링. 때문에 일부러 취미의 세계에 남는 고수들도 결코 적지 않다. 그 이치로 말미암아 어느 비율은 거의 일방적이다. 곧 순수예술에서 대중예술로는 심심치 않은데, 대중예술가가 순수예술가로 전업을? 너무 드물기 때문이랄지 거의 힘드니까 발생하면 특종 중의 특종이다. 게다가 도전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심지어 너무 많은 기교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순수예술의 기본기라는 걸음마 단계를 밟는다는 건 거의 힘들다고 봐도 된다. 일방적인 방향성이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까 헤비메탈 밴드 50년 생활 청산하고 제 몇 기 멤버는 드물게 교학을 공부하며 뒤늦게 추기경 직분에 도전하다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직업인도 둘로 나뉜다. 부모(의 명성)만한 자식(의 명성)이 동일한 분야에서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곧 저명한 수석 발레리나는 딸에게 딸아, 너만은 제발 토슈즈를 신지 않는 삶이기를 바란다면서 말리고 또 말리고 그 꿈만은 극구 반대. 반대로 고만고만한 무대 생활이지만 어느 그만그만한 바리톤은 자기2세가 나도 아빠처럼 바리톤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적극 후원하는 사람도 있다. 뭘 해도 작심삼일에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말을 여간해선 잘 하지 않는 2세가 구체적으로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한 사례 자체가 희귀하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설마 대부분의 프리마돈나가 그렇게 지금에 이르르진 않았겠지만 메조소프라노의 프로레슬링 생활, 썩 쉽지만은 않다는 것. 7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직행하기가 오히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라는 핀잔마저 무색해진 바로 권태로운 그분들의 심정보다 더 쉬울지도 모른다는 것. 그런 인생론을 우리가 어찌 모를까. 그렇지만 무대에서 조명이라도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게? 하지만 꼭 조명을 직접 받아야만 어느 업계에서 대우 받고 보람을 느끼는 건 아니니까 우리들 비전문가들도 나름 위안은 된다. 꼭 마권업자가 아닐지라도 로또복권 달랑 1장만 사도 우리는 바로 행복업에 일조하는 거니까. 어쨌든 우리는 야생마일까 퇴물로 잊혀진 경주마일까 그도 아니면 세이렌일까. 물론 그 반대로 우리가 세이렌이요 누가 스핑크스인지 누가 루돌프 사슴코인지 살다 보면 뭐가 뭔지 통 헷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곧, 첫째, 하이틴 드라마를 즐겨보던 꿈 많은 시절, 그땐 미지의 사랑도 상상하며 뭐든지 '최선을 다하자'에 동의하지만, 일단 어서 어른이 되고 싶은 시기. 둘째, 왜 때로는 대충 살아야 하는지, 왜 가끔은 웨이터 막살자씨한테 위로를 받고 싶은지 알게 되는 시점. 곧 어른의 삶. 첫째에서 둘째로 완전히 전환되었을 때던지 아니면 우연히 어떤 계기 때문에 일찍도 깨달았을지. 그게 가능하던 불가능하던 언제던지. 우리는 살면서 어쩌다 깨닫게 될 수도 있고, 모를 수도, 혹은 알게 되어도 일부러 매번 외면할 수도 있다. 어른이란 함은 대체로 이 세 번째를 가르킨다는 점. 곧 내가 쾌락마를 타던 최고의 타락마를 부러워하던지, 아니면 황금마─인기마─행복마─사랑마─뻔뻔마─아부마─중간마를 타던지! 그래서 우리는 인생이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과연 나는 당나귀여야 하느냐 아니면, 바다 한 가운데서 빛의 변화를 육안으로 관찰하기 위해 자신을 돛대 끝에 단단히 묶게 했던 화가(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처럼 내 인생의 조타기를 알랭 드롱 같이 내가 직접 제어해야 하느냐 라는 것. 그건 바로 허구에서 말하는 낙원과 나의 환상일까, 아니면 막사는 자유인이 말하는 그것일까. 그것인즉슨 젖어, 묻지 마, 사랑은 없어, 오빠 믿지, 우리는 그래, 여자는 다 그래, 남자는 으쌰으쌰! 뭐, 오빠 달려? 아 됐고, 일단 튀어! 정말 그럴까? 아닐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까? 이처럼 생각이 심화됐다면 그렇다면 사랑은 어때야 한다는 것도 결코 모를 수 없을 것이다. 어디 사랑만? 무엇을 하고, 그 뭔가를 왜 알아야 하며, 사랑을 어떻게 믿지 않고 감언이설에 어찌 속지 않을지! 가슴 뭉클한 애원일랑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내팽게치고, 달콤한 거짓말만 일삼아 사치스러운 퇴폐미에 젖어 살기. 그렇게 미지근한 삶에 안주하느냐, 아니면 나는 언제나 꿈꾸는 이상주의자로써 탐욕스러운 열망을 길들이며 천진난만한 프리지아 꽃다발처럼 삶은 화사하고 향기롭고 즐거울 것인가. 전자는 썩 마음에 안들고, 후자라는 열정의 선홍빛 순풍은 또 너무 뜬구름 잡는 것만 같고. 그러니까 우리는 심심함이 야기한 모험의 끝에 과연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적잖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오나 라일락 같은 젊은 날의 추억, 부족했으면 지금 만들면 그만. 왜냐하면 그 언제나 여복에 시달릴 팔짜, 말은 안해도 회상하기 부끄러우니까. (뭐라고? 이 자식이......!) 그러니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다만 내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신나는 인생과 다정한 사랑의 작전을 때와 상황에 맞게 변경하기는 무릇 정당성을 부여 받을 것이다. 물론 변심은 합당하지 않을 수도 있고. 따라서 내가 아는 웃긴 악당의 이름은 왕지락일지라도, 우리는 어리석은 마법 같은 사랑과 미련한 요술 같은 행복을 절대로 끝까지 포기하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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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맹수의 정신을 올바른 인본주의로 바꾸어놓을 요술. 그것은 개구리의 모습을 멀쩡한 인간의 형상으로 다시 변신하게 할 수 있는, 입맞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랑의 키스가 효력이 있냐 없냐, 일시적이냐, 아니면 아예 키스 대신 황금으로 만들어진 스핑크스를 누군가는 바랄지도 모른다는 점.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둘로 나뉠 것이다. 첫째, 베팅파 둘째, 관망파 첫째는 얼리아답터요 둘째는 브랜드의 일반적인 타겟층. 그렇지만 기분파던 실속파던 우리는 일단 사랑의 카멜레온일 것이다. 왜냐하면 하루는 꿈을 선동하고 하루는 유류 대체 에너지 사업에 주식 투자를 하며, 한번은 사랑을 하고 한번은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소설 제목마따나 이성과 감성도 좋다만, 더 나아가 직관과 행운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성과 감성, 누가 모르겠나. 왜 싫겠나. 그러니까 운보다 섬세함이 부족해서 남편은 매번 부인의 직감에 곤혹스러울 수 밖에. 식스센스가 내가 너보다 딸리게 되면 애 먹을 수 밖에. 그게 연습이면 수업료요 실전이면 연패. 생쥐처럼 개구멍으로 빠져나가면 뭐랄까, 무임승차? 그야 어쨌든 당사자들 사정이고 NB는 뭔가 후련한 이해를 구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납득이 되던가 어쩌던가 해야 똥개 훈련 당한 듯한 당혹감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서 그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건 곧 마라를 물고 늘어지기. NB는 환상문학지 사무실로 찾아갔다. 왜냐하면 마라로부터 뭔가 변명이랄지 해명을 듣지 않을 수 없으니까. 뜬금없는 애원은 바랄 수 없어도, 아 그는 마라가 누구와 사귀는지 그들의 연애가 평탄한지 알고 싶지도 않고. 일단 거대 그룹 POPULAST의 거물을 너가 어떻게 알고 있냐 라면서 따져야만 했다. 너네는 무슨 관계길래 날 들었다 놨다 하냐면 구구절절한 핑계를 들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바보로 휘둘려진 건 불합리한 처사일 테지만 그건 참을 수 있다. 그렇지만 사정이 어떻게 된 건지는 알야봐야 하지 않나 라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논리로 요목조목 따져서 마라의 이성과 감성을 혼쭐내야겠다는 계획과 함께 그곳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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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연락도 없이 웬일이야? 설마 소개팅 대타 그런 일 없냐며 애걸복걸하러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인데?」 「뭐? 우리가 꼭 사업적 협력자 관계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 않나? 사람 섭하게 그러기야? 어?」 「뭐해! 일단 앉어. 아직도 모르겠어?」 「뭘?」 「우리 사무실 소파 바뀐 거 말이야. 그거, 비싼 거야. 응? 많이!」 「그래? 어. 정말 그런 것 같은데. 완전 푹신해. 그렇지만 값싸게 푹신하지는 않고. 오오 좋은데. 완전 딱 좋은데. 이거 얼마짜리야? 라고 내가 물어볼 줄 알어? 꿈 깨!」 「왜 그렇게 뿔났는데? 응?」 「너 그 사람 알지?」 「누구?」 「누구긴 누구야? 정말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대체 뭔 일인데 그래? 왜 이렇게 뜸들이는데? 또 어디서 당한 거야? 어? 그런 거야? 그러니까, 또?」 「또긴 뭐가 또야!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될까? 너와 그분의 관계를.」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뭔 소리냐고. 아 사람 궁금하게 정말 이러기야? 어? 그러니까 늬 말인즉슨 넌 절제하는 유혹자요 난 신비한 구원자이기를 바란다? 그런 거니? 어? 그런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넌 자유로운 영혼이자 보드라운 육체. 난 황홀한 사랑이자 아름다운 인생. 아닌데. 아닌데. 이게 아닌데. 정말 아닌데. 너도 알잖아, 그게 아니라는 거. 응?」 「저승의 뱃사공 카론의 노래 같은 요설은 집어치우고. 너가 베르케로스라고 해도 믿을 테고, 스테노와 에우리알레를 양쪽에 꿰찼다고 해도 깜박 속아줄께. 왜? 우리니까! 응? 자, 뭔 사정인지 차근차근 조곤조곤 설명을 해보시게, 이 사람아. 이 양반아,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말씀을 풀어놓으시라고. 응?」 그렇게 해서 NB는 마라한테 모든 줄거리를 얘기해줬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되나! 마라는 딱 잡아뗐다. 진짜로 거물인지 뭔지를 모르던가, 아니면 알면서 모른 체 발뺌 하던가. 아마도 정말로 모른 듯 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마라가 NB에게 그 일들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납득을 시켜주었다는 점. 다시 말해 정밀한 조사와 면밀한 관찰력으로 헛점을 파고들다보니 빈틈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곧 엔야와 그가 비행기를 탔던 건 맞다. 그런데 그들이 도착했던 곳은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상장 폐지된 영화사에서 한동안 이용하던 영화 세트장이었다는 점. 즉 그 근방에서만 뱅뱅 돌다 그 사설 비행장에 그들을 내려주었고, POPULAST 그룹도 조사를 해보니 그런 것 있지도 않았다. 아니 있긴 있었는데 폐간된지 10년도 넘은 주간지는 존재했다는 점. 그리고 스텔라 쇼? 어째 낯이 익다 많이 익다 했는데 마라가 그녀를 어디서 본 것 같다고 했다. 거기가 어디냐, 바로 극장식 카바레. 거기가 한동안 오픈발로 꽤 괜찮았는데 길게 가진 못했다고 했다. 「그럼 엔야는?」 「뭐 바람잡이겠지. 안 그래? 아니면 우정? 그건 애매하잖아. 그렇다고 사랑일 리도 없고. 안 그래?」 「그럼 판도라 피스토리우스는?」 「왜 내가 그런 시덥잖은 중간 보스까지 알아야 하는데! 어? 내가 그 양반까지 챙겨야 하니? 아 나 이거 정말, 얘 아직도 정신 못 차리네. 어?」 그는 완전히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렇지만 그다지 큰 손해 본 거 없잖아? 내가 봤을 땐 오히려 개-이득 아닐까? 게으른 널 저쪽에서 가지고 논 거네. 어? 바로, 특훈! 한동안 동네 똥개가 된 소감이 어때? 응? 자, 한말씀 해주시지 않으시겠소? 내 아무리 너한테 부탁하면 뭘 하니. 늬가 노느라 어느 꽁무늬 쫓아다니느라 정신 못차리는데. 안 그래? 그런데 어디서 그런 일감을 물어온 거야? 특명을 내린 그 조직을 다시 찾아볼까 말까?」 「약 올리지 마. 그만 그만. 응? 나 많이 참고 있어. 알어? 그만. 여기까지. 아 맞다. 여기, 여기 사진 있어. 이거 봐봐.」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찍은 몇몇 사진을 마라한테 보여줬다. 「이거 딱 봐도 관상이 사기꾼-상이네. 어? 그래도 모르겠어? 어? 아직도 모르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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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말한다. 사랑은 그저 멋진 왕자님한테 끌려서 홀딱 반하는 게 다가 아니라고. 첫인상은 일주일 가고 첫사랑은 단지 한 계절일 수도 있다고. 모르긴 몰라도 나중 짝사랑은 차마 세지도 못할 것이라고. 몸에 밴 자상함과 익숙한 찬미와 거기다 수려한 외모라...! 뿐만 아니라 뚜껑 없는 마차와 어디식 예법에, 하루는 가죽점퍼요 하루는 멀끔한 수트라...! 뭐, 이벤트랍시고 리무진 애마까지? 이 자식이......! 그녀들 안달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겠네. 라면서 대화의 화제에 대해서 스스럼없는 남자들은 말한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과연 대체 뭐라고 할까? 이방인 아가씨가 이딸리아~에 놀러 가서 미남한테 반해 원나잇 교접, 투나잇 합방, 쓰리나잇 교미네 뭐네 그래 봐야 그게 뭐 사랑이냐고. 무슨 에로영화 찍어? 제목은 뭘로 할까! 그녀의 무슨(!) 관광? 푸하하하하하하! 야 스트라이커 가서 보험이나 팔아, 야 4번 타자 넌 뭐야 임마 얼른 햄버거나 만들어? 푸하하하하하하! 뿐만 아니라 거기 사는 남자라고 다 메이드 인 머머를 입는 게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메이든 인 머머라고 다 똑같은 그게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세리아 A에서 해외파 선수가 활약하면 축구만 하는 사람도 있는데, 옷값에 버는 돈 절반을 쓰는 사람도 있다고. 왜? 지기 싫으니까. 묻의 것들과 시칠리아 섬-처녀의 사랑, 물론 좋은 예도 있지만서두 그거 믿을 거 못된다고. 그렇지만 그녀들도 심지가 굳세고 살면서 배우고 알며 익숙해지다, 끝내는 묻의 도시로 떠난다고. 그리고, 나는야 발정기? 아주 드물게 만나자마자 천년을 약속하고 실제 그 약속을 실천하는 커플도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아주 드문 일일 뿐이라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긴데, 그런데 그분들은 왜 그처럼 청순한 숙녀가 듣기엔 꽤나 거북한 말씀만 하고 또 하실까? 그것도 딱 그것만 골라서! 누가 플레이보이계의 유들유들한 대표주자요, 한때 그래도 내가, 어? 나도 왕년에 뺀질뺀질 잘나가는 넉살꾸러기로써 아가씨들 꽤나 따랐다는 설핏 의뭉스러운 진실이 외면 당할까 봐? 나도 허우대 멀쩡하고 나름 나 좋다고 쫓아다닌 여자는... 넘어가고. (딱 봐도 여자깨나 울렸다는 말 순 다 뻥이네!) 그래도 타석주의를 추종하며 빨빨거리며 바쁘게 돌아댕기기는 했거든. 그분들 입장은 그렇고, 좀 더 냉정히 왜 그럴까 라는 동기를 추측해보자면 이렇다. 학구적으로 그분들의 심리적 영문을 파헤쳐보자면 이렇다. 곧 그 은근한 까닭은 아마도 이렇지 않을런지. 첫째, 왜냐하면 살아갈 생기, 삶의 낙, 내일로부터 기대하는 것과 기다려지는 미래. 그 모두에 대해서 썩 특별한 예감과 퍽 신통한 영화로움을 키우지 않기 때문. (인생 그래프가 꺾였음) 둘째, 왜냐하면 그런 어른들이기에 그분들은 심한 농에 수줍지도 않고, 유대감이 무엇이건 전혀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 (머신은 머신인데 좀 닳아진 머신) 셋째, 왜냐하면 예측 불가능성은 낮고, 대체 불가함 역시 낮으며, 새로운 꿈을 찾고 신선한 낭만과 순수한 기쁨을 지망하기보다는 익숙한 재미에 훨씬 가까운 어른이기 때문. (책임감이 늘듯 포기할 게 많아지고 귀찮은 건 더 많아짐) 애와 어른의 중간도 아니고, 애도 아니니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젊은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나보다 연장자라면 무조건 우대하는 곧 노년을 존중하는 문화도 있고, 노인을 말로만 존칭함이 아니라 실질적 복지로 보호하는 경제권도 있다. 곧 '머머를 위한'이냐 '머머만을 위한'이냐 그 차이.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허세보다 솔직함이 앞서며, 부러움도 다 귀찮고, 아 맞다! 팔은 짧아지고 목마저 짧아지며 배는 뭐랄까 어떤 인격의 징표가 될 테니까. 진짜 그렇다. 젊어서 완전 잘나갔던 슈퍼스타일지라도 나중 보면 과거와 똑같을 수는 없다. 그분들도 나이 들면서 점차 그렇게 변한다. 특히 기럭지 긴 캐릭터일 경우에. 그분들은 곧 팔은 짧아지고, 목도 짧아지고, 둥글둥글해지다 끝끝내 얼굴이 더 커진 듯 보여진다. 심지어 젊어선 호리호리했는데 이젠 거기다 배까지 나온다? 푸근함이 뭔지 모르겠다만 일단 그렇다. 외계인이야 뭐야! 더군다나 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옛 동료랄지 옛 친구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때 속마음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고─선배 얼굴이 더 커진 거 같아요─아부성 발언이 생활화된 사람도 있다─언니 어떻게 거기서 더 예뻐지니, 세월이 비켜가도 유분수지! 말하자면, 나는 잔머머의 황태자이자 동시에 잔소리를 견딘다는 게 다름 아닌 사랑이자 인생이란 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데? 야한 비명과 관능적인 내숭의 종이 한 장 차이. 고혹적인 꾸밈도 좋지만 젊음의 가치로써 빚어지는 아름다움과 보라빛 소, 파스텔톤 펠리컨, 뚤레뚤레 뭐가 그렇게나 궁금한지 고개의 각도가 살짝 이상한 홍학과 바쁜 토끼, 한량 강아지의 구별이 저절로 되어버리는데? 그런데 그분들께서 어찌 그처럼 스스럼없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대망이 시절을 잠식하거나 사랑이 나를 자신 있게 리드하던 반짝반짝 빛나는 딸랑딸랑의 황금기가 아닌데? 그런데 그분들께서 어찌 그처럼 넉살을 자랑하시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뻔뻔마도 타 봤겠다, 간사마는 키워서 진작 팔았고, 종마부터 회전목마까지 안 타 본 말이 없고 안 해 본 배역이 없는데? 있지도 않은 트로이의 목마까지 소문 내며 뽐냈는데? 때로는 믿거나 말거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파란만장이란 수식어마저 무리하게 끌어다 붙일 수도 있는데, 아무리 눌변일지언정 삶의 관록미는 보아하니 썩 녹슬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세월은 무상하고, 숙녀는 무색해하며, 상남자는 이따금 무심한 것이다. 다만 사랑과 남남의 중간이 간혹 무정일지 다정일지, 그 잔소리와 뚜껑의 줄다리기는 오늘도 계속 될 것이라는 점. 가전제품들을 보아하니 모른 체할 수만은 없을 뿐이다. 뭐 사람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여성잡지1과 2의 차이는 그냥 단순한 차이가 아닐 테니까. 그러든 어쩌든 남아라면 숙녀를 이해해야 하는 법. 곧 금요일엔 괜히 설레고, 약속 하나 없는 토요일마저 들뜨며, 막연한 기대감은 그 언제나 떨릴 준비로 가득한 스무살 아가씨. (엄마도 숙녀요 할머니도 여자란 말은 다른 게 아니다. 그걸 잘 아는 남자를 바로 여자를 다루는 재주가 출중한 남자라고 우리들끼리 얘기하지 않는다. 왜? 왜냐하면 우리는 그냥, 보면 아니까! 우리는 말이다) 그렇지만 같은 청춘일지라도 결이 다를 테니, 직업적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그분들의 머리결을 매만지며 예민하게 가위질을 하시는 베테랑 미용사라면 그 어떤 차이가 보이지 않을래야 보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녀들의 눈빛만 봐도 아하~ 하시는 것이다. 물론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로써 얻는 철학도 있고, 기 빨린다는 단점도 있음. 그러니까, 삶의 활력이란 대체로 사랑의 시작이랄지 한마디로 새로움으로부터 오는 법. 어른은 그처럼 지키고 책임 져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 왜 그처럼 사랑, 오직 사랑, 또 사랑뿐일까. 모르겠다. 도무지 모르겠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드라마는 죄다 사랑 이야기 뿐일까? 원래 그런 것이다. 원래! 그러니까 유행가의 가사도 사랑 빼면 할 얘기가 없으며, 젊음의 거리에 포진한 연극가에 가 봐도 주제가 사랑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니, 그래서 또 사랑? 알겠다. 이제 알겠다. 마침내 알겠다. 우리는 그냥 단지 사랑의 동물일 뿐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고대 라틴어는 아는 체하지 말기로) 어머머머 글쎄나, 사랑이 과연 그렇다고? 그럼 사랑은 정말로 끔찍한 것일까, 아니면 진짜로 아름다운 것일까! 그도 아니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그것이다. 입이 근질근질하고, 엉덩이에 불이 나며, 마음은 안절부절 못하는 것. 그런데 사랑은 그러나 몰라도 삶은 내게 유리하면 햄릿이요 불리하면 돈키호테다. 괜찮다 싶은 상황이면 우유부단함이고, 안되겠다 싶으면 선동한 다음에 으쌰으쌰 열이 오르고 부흥이 일어나면 나 혼자 훌쩍 태평양 한 가운데로 떠나는 것이다. 거기라면 막살든, 대충 살던, 최선을 다하던 아무도 모를 테니까. 행복이 뭐 별건가, 어쩌면 낙원이란 그런 거니까.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바로 그처럼 뭔가 도움 되는 듯한 얘기던지 당시는 솔깃하지만 돌아서면 하나도 남지 않는 얘기던지, 왠지 모르게 내가 뭔가 있는 듯한 덕담을 누군가에게 꼭 들려줘야만 할 것 같은 어른인데. 그런데 난 도대체 지금 뭐냐고. NB의 입장은 바로 그랬다. 새로움은 멍청했고, 변화는 메말랐으며, 약속은 0개였다. 통장 잔고는? 넘어가자. 유행이 뭔지도 모르고 도태된 듯한 느낌에 뜻 모를 조바심마저 그를 채찍질했다. 하여간, 말은 말은! 좌우지간 지가 무슨 브랜드도 아니고 어쨌든 NB인데, 그런데 N이 S가 아닌가 의심스러운 지경. 설마 S라면... 스트레인지? 통과!
from 소설
2018. 9. 3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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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연정이란 암캐가 수닭을 유혹하고, 늑대가 양의 환심을 사는 일. 어머머머머 그이가 날 좋아한다니, 라는 어리둥절함에 깜짝 놀라 숙녀는 사랑에 빠짐. 그런데 여자의 마음이 변심과 친하듯 사랑이 절망으로 돌변하는 일은 (확률적으로 말해서) 시간 문제일 터. 어쩌면 사랑은 인생의 전부가 아닐지도 몰라. 그래서 아마도 황금과 인기 같은 덕목의 행복이 차라리 훨신 더 의리 있는 건 아닐까? 결국 인생교본의 제목은 평생 놀고 먹는 법이다. 내 비장의 히든카드와 내 사냥개는 타인에게 독심술 기초이자 햄스터다. 그러든 어쩌든 어디서 그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고귀한 아름다움일지라도 세월이 가면 꽃은 진다네. 이별은 슬프겠지만 우리는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나중 반갑게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까 사소한 오해와 앞서가는 욕심은 흔하다는 점. 수컷 공작새의 화려한 군무가 아니라 거꾸로맨은 천진하게 제멋대로요 으쌰으쌰만 좋아한다나 뭐라나. 무얼 하며 어떻게? 뭘하든 그게 무엇이든지, 오랑우탄이 제 가슴을 마구 두드리듯이. 아니, 고릴라던가? 알 게 뭐야! 꽃다발을 바라는데 솜사탕을 안겨 줄터이니 더 이상 뭘 바래. 하여간 다이아몬드 광고가 나오는 여성잡지2를 둘러보니 여성잡지1을 장식하는 숙녀들 세상이로구나. 잘나가는 것들, 재수없어. 겸손한 척하기는, 차라리 쇼맨쉽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학원을 다니시지. 그래서 이제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화사한 꽃다발이라니. 내가 언제 이런 거...... 차라리 10주년 기념으로 그래프 선율이 어떤 버크셔 헤더웨이 종목을 10년 전에 사두었던 거라면서... 꿈은 일찍 깰수록 좋다. 일일드라마는 재미없고 시트콤도 뻔하다. 곧 현실은 환상이 아닌 법. 그러므로 거꾸로맨들의 마음에게도 (내) 이해는 간다. 오지 마라? 여심은 해도 해도 모르겠고, 통장잔고는 바닥을 기며, 내 첫인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꽃밭은 찾아도 찾아도 아무리 찾아 헤매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애석하기 그지없도다. 그렇다고 인생의 포지셔닝은 줏대없이 첫눈이 올 때마다 바뀐다. 다시 그렇다고 사랑의 도전 그 슬로건을 수정하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구나. 그러면 남은 건 결국 추접스러운 우정뿐. 스캔들을 기다리다간 날 샐 테니까. 그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수신음만 뚜─뚜─뚜! 저쪽에게는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반갑지 않은 부제중 전화 1통, 이쪽에게는 으쌰으쌰의 상대를 바꾸면 그만. 어쩐지 단짝이 한동안 길게 간다 했다. 그렇게 인생을 돌아보니 황홀한 사랑 그거 다 순 거짓말인 것만 같다. 왜냐하면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니 뭐니 해도 어디에 가면 하루에 12번이 뭐야 120번도 첫눈에 반할 수 있으니까. 그러다 제2범주로 서로 거리를 유지하는 오빠와 숙녀, 다시 말해 남자는 롤러코스터고 여자는 회전목마구만. 동물원에서 여자를 찾으니까 그게 문제지, 숙녀 혼자 미술관에 가면 뭘 하냐고. 괜찮은 사교계의 전성기는 길지 않고 나이트클럽의 과장 광고도 믿을 게 못된다. 화장발에 속고 조명발에 넘어가는 것조차 감지덕지일 수 있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닌 숙녀들이 평균이라면 곤란할 테지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아는 동생에게 연락이 오네? OK~! 그래 봐야 들썩들썩 비트에 으쌰으쌰 선동일 줄 알았는데, 마침내 아디지오이자 칸타빌레로부터 냉엄한 지령도 아니고 다정한 안부라니. 그러니까, 라르고?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천지창조야 뭐야. 아니면 영화 ET에 나오는 식으로? 그야 뭐 만나보면 알겠지. 그렇게 나는 샐리에게 뜻밖의 전화를 받았고, 약속을 잡았으며, 지금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너무 들뜨면 안된다. 미리 설레면 나중 체념을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르니까 차분히 작전을 짜야지. 그런데 참 어떻게 된 일인지 그녀로부터 연락이 온 시점도 특별했다. 인생은 어쩌면 그게 아닐까 라고 골똘히 고민했거든. 즉 스위트룸에서의 행복한 출발이냐, 밀월여행도 못가본 불행한 인생이냐. 그야 어쨌든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녀를 만나러 갔다. 샐리의 순수한 마음은 과연 어떤 꿈과 찐한 사랑을 동경하는 것일까 라는 직감을 대동하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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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의 남자다움에 끌려서 마음이 흔들리면 여자는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남자는 가능하다. 무엇이? 적어도 하루에 12번도 더 첫눈에 반하는 일. 어디 남자만! 사랑이라면 여자는 남자한테 지기 싫어한다. 그럴 수는 없는 것. 그래서 여자는 툭하면 애정을 생각하고, 걸핏하면 사랑 받음을 회상한다. 뭐 동경? 회상인 걸로! 때문에 남자와 달리 여자는 최소한 1년에 12번도 더 짝사랑을 하는 것이다. 지금 최고의 사랑을 하고 있든,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든 어쩌든.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데 어떻게 아닐 수 있겠나. 그래서 오락산업은 그런 여심에게 살며시 노크한다. 왜냐하면 그분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인생이란 게 다른 게 아니거든. 사랑이 꽃 피는 희망의 나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라면서 여성잡지는 은글슬쩍 그녀를 쓱 유혹한다. 우정으로 모든 게 해결되나요 누가 그럽디까, 정말로 순진하게 우정이 인생의 비밀이라고 생각합니까, 라면서 추리소설─미스테리─스릴러─호러─판타지는 그녀의 마음을 뒤흔든다. 사정없이 뒤흔든다. 그래서 그녀는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다. 광고, 보면 안된다. 신제품? 나오면 산다. 그렇다고 마시던 커피를 끊겠나 고집 센 지성을 키우겠나. 하여간 그랬는데 행복이 싹틀 줄 알았는데, 욕망은 끝이 없더라? 그녀는 절망한다. 그녀는 깨닫는다. 기대와 실망은 정비례는 아니지만 비선형으로 비례한다고. 약간 그런 것 같다고. 그러면 숙녀는 진화하게 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속아야 속 편하다. 당해야 마음이 놓인다. 마조히즘이 무엇인지 속으로만 알게 된다. 타인에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비밀을 훤하게 방송한다면 모를까. 그러다 취미를 바꾼다. 그런데 장비가 뭐하네? 취미를 또 바꾼다. 그런데 싫증은 지치지도 않는구나. 그러니까 이번에는 이사다.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퍽 나쁘진 않네. 그렇지만 삶은 솔직히 말해서 재미없다. 뭘해도 재미없다. 옛날부터 쭉 그랬다. 늘 그랬다. 항상 그랬다. 그래서 이번에는 드디어 이직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인생은 새로움이 최고다. 재미 가운데 단독 1등은 소비인 것처럼. 통속적이긴 하지만, 다른 말로 돈 쓰는 재미! 뭐? 통과! 그런데 뭐야 옮긴 직장이 전보다 못하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다. 자존감 화장품을 애용하는 그녀가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구관이 명관이냐고? 회사는 그랬는데 남자친구는 정반대였음. 어쨌든 지금은 혼자. 그래서 숙녀는 생각한다. 그녀는 공상가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쉬지 않고 상상한다.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날 미지의 남자친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이는 백마 탄 왕자님일까 라면서. 사랑의 열정은 어떻고, 대망의 성취는 어땠으며, 행복의 발라드를 읊어줄 수 있을까 라면서. 얼굴도 모르는 그분의 변천사로 드라마를 쓰고 또 쓴다. 그런데 어머나! 불륜의 1번은 단연 동료 사이라는데, 직장에서 측은함도 불미스러움도 아닌 아름다운 사랑이 잘하면 탄생하겠네? 미심쩍은 낌새라기 보다 기쁜 예감이라니, 어머머머머! 아 글쎄 그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니! 그래서 그녀는 어필한다. '우리'라는 말을 그이에게 강조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술에 취했는데, 같은 과 남자애가 지갑을 훔쳐갔다, 그래서 내가 그 뒤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사랑의 신호를 고이 보낸다. 그러나 결론은 풋사랑. 그처럼, 나이트클럽이 2가지가 있듯 풋사랑도 2가지가 있어, 라면서 수다 꽃을 피울 때. 바로 그때 나는 샐리를 만났다. 곧 샐리는 친구들과 있었던 것이다. 그 어떤 심술쟁이 숙녀도 단 몇 마디로 설레게 만들 수 있는, 내가 그런 천하의 카사노바도 아닌데 얘는 날 왜 불렀지? 내가 무슨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그런 숙녀들의 이상형도 아닌데 말이야. 설마 또 사랑학을 얘기하자고? 오빠의 세계관이나 들어보자니, 지가 무슨 면접관이야 뭐야! 그러니까 뭐, 환상론을 실토하라고? 호텔 아르테미스에 입성해도 괜찮을까 말까인 마당에, 뭐 무도관에 정기적으로 출근해서 막살자씨와 친해지자 라니! 뜨거운 사랑의 격정에서 따뜻한 애모로 사랑이 변하는 것, 나도 안다. 그처럼 사랑이 식는 건 좋은데, 난 대체 차가운 무심함을 도저히 모르겠다느니, 나는 남자의 무정함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또 그 얘기? 날 그렇게 혼잣말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나는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대번에 난 기 빨릴 텐데. 빨려도 많이 빨릴 텐데. 이젠 정말 어떡하지? 큰일인데! 오빠는 유쾌─상쾌─통쾌해 라며 내게 아양 떨고서 오빠는 촌닭 나는 촌년 그러지도 않을 거 아니냐고. 고양이의 욕망과 강아지의 꿈. 그 둘의 만남은 과연 어떻게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연출할까? 재밌는 불행일까 아니면 다정한 기쁨일까. 결론은 그거다. 여자와 대화하는 건 항상 어렵다는 것. 그 자리에는 샐리외에 내가 아는 사람도 있었고, 모른 사람도 있었다. 「오빠. 오랫만이야? 왜 연락 안했어? 기다렸는데. 그런데 오빠. 있잖아, 나 오늘 생일이야.」 「뭐 생일이라고? 그런데 케익은!」 나는 그렇게 살짝 동작만 취했다. 날 붙잡지 않을 리가 없거든. 「가지마 오빠. 실은 얘 차였어.」 「뭐, 차였다고?」 「오빠 드라마 주인공 따라하는 거야? 차였다는 걸 또 반복하면 어떡하니?」 윙크. 손짓. 몸짓. 미소. 깜짝 놀라는 표정. 「오빠. 불행을 찬찬히 관찰해본 적 있어?」 「뭘, 관찰해?」 얘가 오늘 낮술을 자셨나! 「아니야 아니야. 분위기 쳐진다. 그러지 말고. 자, 마셔! 응? 오빠.」 그래서 나는, 백 번 양보해서, 마셨다. 술도 마시고 음식도 막 맛있게 먹었다. 그야 어쨌든 시시콜콜한 대화는 다 건너뛰고.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나는 그날 일행이었던 비비안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오빠가 오늘 샐리 책임져!」 뭐? 나는 등에 식은땀이 쭉 났다. 아니면 난 기쁘다며 막 방방 뛰어야 정상인 걸까? 만약 그게 정상이라면 나는 비정상인 게 분명했다. 하긴 옛날에 그런 일을 실제 겪었다. 그날 나는 그녀의 모자를 빼았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별일 없었다. 아니지 아니지. 으흐흐흐흐. 푸하하하하. 아닌 게 아니지. 어디 그런 일이 한두 개도 아니고 말이야. 으흐흐흐흐. 푸하하하하하하. 으흐흐흐흐. 어쨌든 넘어가고. 그런데 얘는 왜 이렇게 무거워? 숙녀를 업어보시라, 엎고서 어디서 어디까지! 한마디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퍼진다. 지친다. 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얼만큼 숨이 차냐고? 음... 그러니까, 경마대회에서 1등으로 꼴인하는 '아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마와 꼴등으로 뛰다 중간에 포기한 '아내는 아무것도 모른다'마. 그 둘로도 모자라 나머지 출전마를 모두 합친 만큼 숨이 찬다. (전적이 미미한 친구가 할 말, 머머해봤냐, 하수의 말은 믿고 건너뛰자) 드라마에서 멋지게 업는 모습? 그거 다 뻥이다. 헤라클래스 대회 우승자는 모르겠다만, 무슨 웬만한 대회 우승자? 일단 종목을 모르니까, 그분들은 몰라도 허풍 대회 우승자는 중간에 거의 쓰러진다. 아 나 이거 정말 참 나, 못 헤먹겠네! 라면서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든 어쩌든 남자는 계산적이고 여자는 타산적이다.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샐리를 업고서 권태와 심심함의 정반대인 기쁨의 천국으로 향하는 것일까? 그러나, 흔한 말로 우리는 이성으로 보는 사이가 아니었다. 샐리는 남자를 좋아하고 나는 여자를 좋아하는데, 나만 샐리를 좋아했나? 농담이고. 그녀는 중간에 내 등에 한번 실수를 했고, 우리는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마침내 거기서 정점을 찍었다. 그녀는 화장실 입구에서 실례를 또 했다. 다시 말하자면 아까는 위 지금은 아래. 이런 젠장! 나는 후회했다. 다정한 남자? 그대에게 양보하겠음. 친절함과 자상함? 다음 기회에. 어리숙함과 여자 말 잘 들을 것 같은 느낌이든 양날의 검이든, 지금 같아서는 싹 다 포기하고 싶다. 적어도 지금 심정은 그랬다. 그러든 어쩌든 나는 그녀와의 비밀을 무덤까지 안고 가야지 뭐 별수 있나. 그렇게 해서 그녀는 자기 집에 남고, 나는 그녀의 집에서 나왔다. 그런데! 내 앞에는 내 친구 누노가 있네? 누노도 그렇고 우린 모두 아는 사이다. 친한 사이인가는 장담하기 꺼림직하지만. 「늬가 거기서 왜 나와?」 「나? 그러는 넌 무슨 일인데?」 「나? 그러니까! 내가 여기 뭐하러 왔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한테 묻지 않았어. 내가 헷갈려서 그런 거라고. 그건 그렇고. 반갑다.」 「어. 반갑네.」 「그렇게 어색하게 굴 거 있어? 우리가 또 그렇게 내외하는 사이는 아니지 않냐. 뭐해 악수 안 하고.」 「뜬금없이 뭔 악수야? 내 친구 중에 악수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누가 있을까. 가만 있자. 딱 정해져 있네. 악수는 관료. 하이파이브는 자유인. 한량은 말발. 플레이보이는 명대사. 중간 보스도 명대사. 또 있다. 군인의 화법. 학자의 논리. 부자의 아량. 그 가운데 너는, 너는 꽤나 애매한 유형인데.」 「친구끼리 이러기야? 어?」 「이게 뭐? 어? 뭐? 뭐 잘못된 거 있어?」 「아니 없어.」 「그럼 됐고.」 「그런데 이거 무슨 냄새니? 가만 있자... 오 사랑이여! 아아 큐피트여!」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찬란한 환희 가슴 뭉클한 사랑, 그거 다 늬꺼해라.」 「뭐?」 그러다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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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한말씀. 앞서 말했다. 숙녀를 업어서 여기서 저기까지 이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진짜로 그렇다. 그와 관련해서 한 가지 꼭 집고 넘어갔으면 하는 게 있다. 곧 그 상황이 만약 어려운 상황이었을 때를 말이다. 사극 영화에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온다. 퇴각하라 퇴각하라! 그때 부상당한 동료를 둘러메고서 안전하게 후퇴? 그거 뻥이다. 아마도 힘들다. 또 그것도 있다. 큰 부상을 입은 동료가 있는데, 데리고 가면 좋은데 어쩔 수 없이 동료를 뒤로 하며 눈물을 머금고 떠나는 장면. 한두 번 본 장면이 아니다. 사태를 이성적으로 따져보자면 그게 옳다. 왜냐하면 위험을 무릅쓰다가 둘 다 망할 공산이 크니까. 그렇지만 도덕적으로 보자면 관객 중 일부는 갸우뚱할 수도 있다. 모험을 걸어 볼만도 하니까. 그건 아마 연출을 잘 못해서일 수도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산악 등반 영화. 영화는 현실이고, 현실은 영화다. 실화도 있다. 경주 스포츠처럼 4명이 한 팀이고, 한 팀에서 1등과 4등의 평균값을 내고, 그걸 모두 비교해서 팀 경주의 1위를 꼽는 스포츠도 연상된다. 아무튼 가령 산악 등반의 극한값을 가상으로 그려보자. 2명이건 그 이상이건 팀 등반을 하는 상황. 고지를 찍고 내려가는 길. 그런데 악천우 발생. 그와 동시에 낙오자 발생. 아직 안전 지대까지는 멀다. 그때 부상자를 어떻게든 데리고 내려간다? 도의적으로야 재고의 여지도 없는 판단이지만, 이때 경우의 수 발생.
- 공멸 (큰 부상 입은 동료를 그 험준한 여정에서 데려간다는 게 쉽지 않음. 그래서 시도하다...꽝)
- 이기주의자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든, 하다 하다 최후에든, 1명 포기하고 이별. 나머지는 안전지대까지 대피하여 지원 요청)
- 범죄 (영화 소제)
- 해피엔딩 (몇몇 상황을 가정해서 어떻게든 성공)
3번은 일단 제외하고.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상황을 설정해본다면 과연 1번과 4번이 쉬울까? 하는 수 없이 2번이 될 수 밖에 없는 일. 현장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정도 되면 모를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다시 소재를 뜬금없이 돈 문제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돈 문제로 민사상 채무자와 채권자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다음 경우의 수는 이럴 것이다.
- 같이 망함 (단 둘만)
- 같이 망함 (다단계처럼 피라미드 효과)
- 범죄 (영화)
- 채권자가 채무자한테 끌려다님 (처음에 거금을 투자했건, 소액으로 시작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됐건)
- 채권자가 용단을 내려 포기 (늪에서 빠져나와 내 인생 살기)
- 진흙탕
- 법정 출두
-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 열린 결말 (받긴 받았는데......)
- 해피 엔딩
애초에 변호사를 통해서 꼼꼼히 서류에 근거하여 채무 관계가 설정됐다 하더라도, 나중 원금을 받을 방법이 힘든 경우도 있다. 많나? 또는 돈이 아니라 이권을 놓고 어떤 관계가 형성됐을 때. 나중 드라마처럼 배신감이 있을 수도 있다. 하나가 가면 하나가 와야 하는 법칙은 동의하겠지만, 그 기준에 대해서 너와 내가 다를 공산도 적지 않다. 일단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심지어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기분이 같기를 바라는 건 너무 순진한 짓일까! 그런데 그 모든 악수와 힘든 난관, 억울한 역경을 모두 이겨내고서, 짜잔~ 10번 해피엔딩을? 이른 시점이면 모르겠는데 손가락 까딱하거나 문지방을 넘기에 어쩔 때가 되서야 비로소 해피엔딩이라면 어떡하지! 그래서 가족도 포함하여 가까운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썩 드물지 않다. 미래를 측정할 수 없는데 현실을 꿈처럼 낙관하기만 한다? 그래서 비판적 시각도 필요하고, 냉소적 관점도 중요하다. 새가 좌우 날개로 날고, 자전거가 양쪽 페달로 가듯이. 한번 생각해보자. 순진한 사람들, 사랑의 바보들, 절대 긍정주의자와 선천적 팔랑귀, 그리고 뭐라 말해도 일절 의심 없이-철석같이 믿어버리는 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면. 그럼 이 세상의 사기꾼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그분들께 지상 천국은 따로 없을 것이다.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한말씀 끝.
4
누노와 나는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누노가 이런 데를 어떻게 알고 있었지? 누노와 도착한 위스키 동호회는 한마디로 지상 천국이었다. 나는 긴가민가 농담 반 장난 반으로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난 정말 설마-했다. 그런데 역시나, 가 아니네? 오, 맙소사! 그건 완전 대-반전이었다. 난 미리 할 말까지 준비해두었다. 남자가 8할일 테니, 누노한테 따질려고 말이다. 너 저분들 심정이 어떤지 알기는 아니 라고. 그런데 우리가 2할에 속하다니. 어디에 감사해야 할지 몸들바를 몰랐다. 이거야. 이거라고. 이거라니까~! 나는 흥분했고 긴장했다. 입이 귀에 걸렸다. 누노 말대로 진짜로 남녀 비율이 그랬다. 8 대 2! 설마... 하면서 남자가 8이겠지 그랬는데 여자가 8이었다니. 흐흐흐흐흐! 얘 좀 봐라~! 나는 연신 싱글벙글 계속 좋았다. 그래서 위스키는 냄새도 맡아보지 못한 채 생각은 많아졌다. 나는 그랬다. 새로운 미래와 유쾌한 변화가 그 무엇보다 절실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왜냐하면 위스키 동호회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세상사를 다 안다는 듯이, 나중 후회 막심, 그 다음 순서로 나의 인생은 불행했다? 이런 젠장! 상상만 해도 사람 긴장하게 만드는 일. 남의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왜냐하면 위스키 동호회가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는 아침마다 고민에 빠졌다. 내 초심은 동심이었을까, 어쩌면 내 본심은 흑심이 아닐까 라는 것.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왜냐하면 위스키 동호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과의 새로운 친분이라면 집에서는 금주요, 여기에 와서 위스키 구경 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쓸데없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자, 약속을 잡고 계획을 세우며 개별적으로 작전을 실행에 옮겨볼까? 그렇지만 서두르면 탈난다. 그럴 것이다. 차분해야 한다. 흥분하면 안된다.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지만 찬탄을 걷으로 드러내면 안된다. 그러든 어쩌든 나는 좋다. 완전 좋다. 왜냐하면 위스키 동호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30분 정도 지났나? 나는 대충 분위기를 파악했다. 혹시 얘네들 아르바이트 아닌가 하고. 원래대로라면 꼬셔도 진작 꼬셨어야 했다. 그래야 옳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뭔가 이상했다. 정상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교양미도 부족했다. 화장은 잘하나 몰라도 뭔가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속빈 강정이었다. 더군다나 다 조명발 같았다. 그때 누노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친구. 손꼽히는 자본가의 반열에 올라서고 싶은가?」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무슨 사회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얘기를 하고 그래? 어울리지도 않게 말이야.」 「뭐 어때! 어쨌든 내 말 맞지?」 「인정. 그건 좋아. 딱 좋아. 많이 좋아.」 「내가 초대한 잔치는 그러니까 썩 나쁘지 않다는 말이네?」 「어 그래. 그런데, 뭐랄까, 그런데 뭔가 잘못 초대 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뭐? 좋다고 했다가 이상하다고 했다가. 참 어렵게도 말한다. 그러니까 뭐 힌트라도 주라 그 얘기니? 그럼 그렇다고 진작 말을 하던가.」 「아니~. 내 말은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런데 너 예전부터 그렇게 눈치가 빨랐니? 내가 뭔 생각을 하는지 알긴 아니?」 「어떻게 몰라? 어찌 모를 수 있겠나, 친구여.」 그러면서 누노는 딱 3명을 지목했다. 1번은 검정색 원피스에 검정색 하이힐. 2번은 가터벨트. 3번은 그걸 뭐라 그러지 하이힐인데 장화처럼 무릎 위로 올라오는 그 구두, 그리고 어깨를 드러낸 의상. 누노는 그렇게 세 명을 지목했다. 알고보니 내가 잘 둘러보지도 않고서 서둘러 실망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흐흐흐흐흐. 「가서, 말해.」 「말해?」 「어. 말해.」 「말하다니. 뭘 말해?」 「뭘 말해? 뭘 말하냐면, 주라 그래. 주라고 말하라고.」 「주라니? 뭘 주라고?」 「너 그 정도 마술은 할 줄 알잖니.」 「할 줄 알긴 누가 할 줄 알어? 그러니까 뭘?」
「아가씨. 꽃을 주세요. 한 손을 그녀의 머리카락쪽으로 슬며시 가져가며 그녀의 주의력을 분산시킨 다음. 그녀의 가터벨트를 보고 딱 놀라는 거야. 어머! 웬 꽃이야? 그러면서. 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무슨 멜빵으로 차고 다니는 뭐 그런 거나 되는 줄 알았소. 너 그런 말 잘하잖아. 하나. 그녀의 귀걸이를 바라본다. 둘. 그녀의 취향에 의구심을 품은 채 물어본다. 왜 반지가 하나도 없는지, 무슨 사연으로 매니큐어 꾸밈이 전혀없는지를. 그런 숙녀 참 오래간만이라는 듯이. 셋. 그러면서 다짜고짜 따지는 거야. 아니 글쎄 핸드백에 새를 가둬두면 어떡하냐고! 핸드백이 무슨 새장이라도 되냐는 듯이. 응? 어때. 할 수 있겠어? 아니다. 그건 어렵겠다. 할 수 있어도 쟤네들은... 음... 아니야. 너도 아마 느꼈을 텐데. 쟤들이 바로 그런 부류라는 거. 뭐랄까, 백치미? 알고보면 남자들이 또 좀 까다롭니! 언제나 미녀들로 가득찬 낙원을 상상하며, 항상 그녀들의 영원한 오빠로써 다양한 음조와 상냥한 목소리로 그렇게 하루에도 각기 다른 음성으로 골백번도 더 <오빠>라는 단어를 듣고 싶어한다는 점. 그런데 중요한 게 뭐냐면, 마치 연예계에 새롭게 등장해서 관심을 끌었던 그녀가 어느 날 보니... 완전 푼수임이 증명돼면 차갑게 식어버리는 남자의 마음. 어디 여자의 마음만 신기하며 예측할 수 없는 거냐고. 우리 남자라고 뭐 얼마나 빠지겠어? 그러니까 우리, 오늘은 참자. 내가 아까 뭐라 그랬어? 8 대 2! 오늘 내 말 맞다는 거 증명됐지? 그런데 다만 그 어떤 고급스러움은 살짝 들쑥날쑥하다는 거. 그 정도는 이해해주지 않으렴? 그렇지만 네가 뭔가 아쉬울 테니 음 어떡하지! 정 못 참겠으면...」 「정 못 참겠으면?」 「어. 정 못 참겠으면!」 「뭐? 정 못 참기는 누가 못 참아! 얘가 오늘 왜 이래?」 「아 왜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 그러는 늬가 더 이상해!」 「그래?」 「어. 딱 그래.」 「그러든가 말든가!」 우리는 일단 아쉬움을 뒤로 한채 일단 후퇴하기로 결정을 봤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냐 그거였다. 보물 창고는 알아놨으니, 서두를 거 없다 그거-였다. 그런데 그날 3가지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샐리를 데려다 준 일과 우연히 누노를 만난 일은 그렇다 쳐도, 어딘가 모르게 내 마음을 은근히 잡아끄는 일. 넌지시 내게 허락도 받지 않고서 내 동심을 사로잡은 일이 있었다. 뭐랄까, 분명한 건 그거다. 나는 누가 뭐래도 사랑의 바보라는 점. 나 역시 허당이자 삼류였고 푼수였다. 그런데 세상이 재밌는 게 뭐냐면 행운은 도돌이표로 되돌아오며, 당김음에 약하고, 스타카토를 좋아한다는 것. 기회 타령을 하는 사람이야 인생에 큰 기회는 딱 3번 온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 타율왕은 뻔트만 대도 런닝 홈런인 법.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신경이 씌여 상대팀 셰터와 리베로와 거포는 실수를 연발한다는 점. 그게 바로 인생이다. 풍운아가 다른 게 아니거든. 아무튼 쓸데없는 얘기는 됐고. 그날 있었던 3가지 특이한 일은 이랬다. 첫째, 그 위스키 동호회 장소로 입장하는 통로에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둘째, 퇴장하는 통로에서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듣게 된 점. 셋째, 위스키 동호회에서 먼저 몰래 빠져나갈 때 누군가 그랬다는 점. 오빠 벌써 가?, 가 아니라 뭔지 알 수 없는 말이 내 귀에 쏘옥 들어왔다는 거다. 그건 무엇이냐, 그거였다. 「누노씨, 장외 시장에서 스파피날레 사세요! 늦기 전에요! 꼭!」
5
사실만 말하자면 누노는 장외 시장에서 진짜로 스파피날레 주식을 샀다. 그것도 세 장을 투자해서. 뭐? 뭐야 이거! 누노는 임팔라가 아니라 코끼리였어? 행복을 예고하는 새로움의 추구냐, 쾌락을 요망하는 마담과의 독대냐. 삶은 다름 아니라 그것이 문제였다. 물론 인생의 기대감을 듬뿍 낮추었을 때 말이다. 그러니까 중간 보스 건너뛰고 교본 1권 독파한 다음, 곧바로 관중과 운명적으로 조우할 것인가. 아니면 기본-학습-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서 꿈을 거의 다 이루기 직전에 포기할 것인가. 곧 버킷 리스트니 뭐니 그건 (개)고생이고, 안도감을 고백하자면 쇼핑 리스트나 업데이트하자 그거였다. 그러나, 알고 보니 내게는 누노가 있었다. 최근 급히 더더욱 부쩍 친해진 누노. 아하~ 그게 있었지 라고 생각할 순간. 우연처럼 누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왜 아무 말 안해?」 「어?」 「뭔 상상을 한 거야? 설마, 또?」 「또긴 뭐가 또야!」 그렇게 누노와 나는 만났고, 꼭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이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로 향했다. 누노는 뭐랄까 그런 남자다. 폼나게 살지 못해도 찌질하게는 살지 말자! 라고 말하고 싶은 스타일. 그러니까, 얘가? 그 말을 뒤집어 보면 그거다. 숙일 때 숙이고 간사할 때 간사해야 하는 법, 나도 안다. 그런데 왜 잡을려고 하면 행복은 도망가고, 내 어깨에 살며시 앉은 나비는 알고 봤더니 불나방인데 나 보고 어떡하란 거냐고. 어쩌다 드물게 파랑새가 내 어깨에 사뿐히 앉아도 뭐가 그렇게 바쁜지 금방 달아나버리면 그나마 다행이게? 어깨에 뭐가... 무슨 이게 그 유명한 새똥이라니! 곧 뭘 해도 안되고, 뭘 해도 재미없다? 다시 말하자면, 혹시 나는 폼나게 살지 못하기 때문에 허접한 아부의 필요함을 부정하는 것 아닐까? 한마디로, 자기 합리화. 그렇게 생각하는 누노와 내가 너무 성급한 단짝 결성이라니. 무슨 늦깎이 예술계 데뷔도 아니고 말이야. 어쨌든 우리는 타산적인 사심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챙겨야만 한다는 듯이 목적지로 향했다. 마치 사랑에 빠진 발레리나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야무졌고, 과감했으며, 배짱이 두둑했다. 강박증은 내다 버렸다. 우리는 꼴찌가 아니었고, 패자이기를 자처하지 않았으며, 바보 천치로 불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위스키 동호회 회원들이 꿈의 파티에 취해 있는 그곳에 도착했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 나는 꽃길을 걷는 듯 했고, 달콤한 꿈 속에서 허우적거렸으며, 엘가던가 뭐든가 사랑의 인사를 흥얼거렸다. 진짜로 파티장 입장 통로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가운데 어떤 부분을 운명적으로 듣고서 휘청했다. 그런데! 오늘도 저번과 같은 8 대 2일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럴 수가... 뭐야 이거. 이번에는 남자가 8이었다. 이런, 젠장! 가설─실험─검증, 그 3단계 논증. 그것의 구현에 대해서 나는 둘로 나눠봤다. 첫째 탐미적 행복, 둘째 말초적 쾌감... 내 마음은 요염한 천사와 유혹하는 요정들로 가득했는데, 저런! 「야 누노. 오늘 우리 망한 거니?」 「기다려봐. 곧 좋아질 꺼야.」 「그래?」 「그렇다니까.」 「그럼 너만 믿겠다.」 「뭘 너만 믿어? 그런 얘기하지 마. 날 겁쟁이로 만들고 싶니?」 「뭔 소리야 그게?」 「아. 환청이 들려서. 난 늬 말을 그렇게 들었거든. 나보고 늬가 여장하라는 말인 줄 알았어. 내 실망감, 들켰니?」 「하긴. 사랑보다 중요한 게 어딨어?」 「그건 또 뭔 소리야?」 「그러니까. 뭔 소리지? 늬가 헛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나는 환각이 보여서 그랬던 거 같아. 그런데 왜 갑자기 난 늬 얼굴이 느닷없이 코끼리로 보이는 거지? 잠깐! 다시 제대로 돌아왔는데, 잠시 전에 진짜 그랬다니까.」 「뭐라고? 너 어디 아프니? 그거 중증인데. 내가 알기로는 그래. 그걸 일컬어 세간에서는 그러더라고. 거울 증후군이라고. 뭔 말인지 알겠니?」 「뭐?」 「뭐야! 그럼 난 일전에 늬 얼굴이 생선 머리로 보였는데... 그럼 설마...? 이런 젠장!」 「내 얼굴이 생선으로 보였다고? 그러니까 늬 말대로라면 내가 참치라고?」 「어. 동시에 내가 참치일 수도 있고. 왜, 싫어? 다랑어나 청새치면 좋겠니?」 「너나 다랑어 해라. 너나 청새치 해라. 그런데 있잖아. 가만 보니 너도 관상이... 뭔가 수상한데.」 「그래?」 「응. 너 지금 내가 혹시 돌고래로 보이지 않니? 찬찬히 보아하니 돌고래랑 닮은 것도 같잖아. 눈 하며 코 하며 입도 그렇고... 안 그래? 그러네. 진짜 그러네. 야~ 이거 생선상이라니, 그 관상 정말 드문데 오오 대단한데. 만만치 않아. 음. 정말 그래.」 「듣고 보니 또 그런 거 같네.」 「넌 딱 보니까 얼굴이 상어다 상어. 눈 2개. 귀 있고. 코도 있고. 입이 수평이고. 맞네. 그러네. 완전 똑같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아니라 늬가 생선이라고. 알어?」 「뭐!」 그렇게 우리는 모사꾼과의 친분이 없었고, 난감한 인기도 없었다. 이러다 또 없어-신드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게 아닌가 덜컥 겁이 났다. 뭔가 많이 부족해도, 뭔가 많이 잘못됐어도 처음의 그 비율을 회복하고 싶었다. 천사 같은 미소, 그거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저번에는 내 진정 누노에게 감읍할 만 했는데, 오늘 나는 누노를 때리고 싶은 걸까? 애꿎은 숙명을 미워하겠나 부질없는 야망에 싫증내겠나. 누굴 탓하리요. 그렇게 우리는 삶의 목표를 수정하냐 마냐를 따지고 있을 때 어느 점잖은 어르신께서 다가온 줄도 모르게 다가와서 우리와 말을 섞고 있었다. 정말 귀신처럼 다가왔고 유령처럼 대화를 이끌었다. 나이는 대충 보아하니 인생 후반기. 외양은... 나비넥타이와 커프링스를 보건대 그거네. 웨이터 에르메스는 이름만 그랬는데, 이분은 악세사리가 에르메스라니. 이런 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설마 이분의 인생 슬로건은 그럼 막살자? 농담이고. 무엇보다 이 분의 치명적인 매력은 그거였다. 유창한 언변. 값싼 코메디식도 아니고, 직업적으로 숙련된 기술도 아니며, 방송계랄지 시장 분위기도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정치가 스타일도 아니고. 그건 뭔가, 한마디로 신비로웠다. 뭔가 멋진 얘기가 길게 이어질 줄 모르니, 문단을 떼서 가자.
6
「잘생긴 친구 둘이서 뭐하시나? 이 몸이 단짝의 우정에 끼어들면 실례가 될까? 아니겠지, 젊은이? 아니기를 바라네. 날 너무 싫어하지 마시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우릴 무슨 무례한 교양인으로 만드시는 군요? 라는 듯한 그 표정! 좋아. 아주 좋아. 그건 좋고, 나는 아니고. 음 그렇지. 아니지 아니지. 곧 그 반대는 여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 친구야. 연애라면 그대들이 나보다 한 수 위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실례를 범한 셈이군 그래. 안 그런가? 결국 그대들 기분을 추측해보자니 그런 셈이군. 나는 꽤 괜찮은 사설을 겨우 완성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낙서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저번에는 남녀 비율이 딱 좋았는데, 왜 이번에는 이 모양일까! 설마 그런 생각, 하지 않았나? 허허. 농담일세. 그 정도로... 하수로 보이지 않구만 그래. 아 여자들이 그러지 않나. 우리에게 영원한 미스테리인 여심. 그분들은 뭐 여자의 변심은 행복이고 우리의 에스코트는 언제나 부족하다 뭐 그건가? 꼭 보면 말이야, 어?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신 거 같은 숙녀께서, 간혹! 아주~ 드물게 그렇다는 말씀이야. 지금 이 자리에 우리 셋 말고 여자, 있나 없나? 어? 남자 대 남자로 이런 말 하면 안되나? 아 내 말이 틀렸냐고 이 양반아. 자네들도 그런 말 들어봤을 것 아닌가. 간접 경험으로 드라마 대사를 기억하고, 연애소설에서 본 것도 같고 안 본 것도 같고, 극장에서 보긴 본 것 같은데 남자가 뭐라고 맞받아쳤냐, 딱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않는 그녀의 절규. 그건 뭐냐. 이거지. 이거라고. (여자 성대 모사) 나 아니어도 되잖아? 꼭 나일 필요는 없었잖아! 다른 누구라도 되는 것 아니었어? 그런데, 그런데 왜! (성대 모사 끝) 창밖으로 가로수가 보이는 전망이 멋진, 그런 분위기 괜찮은 2층 카페에서 헤어지냐 마냐. 기로에 서 있는 연인. 파괴적 낭만이냐, 아니면 사랑의 기쁨은 회복기에 접어드느냐. 딱 보니 자네들은 그녀의 마음을 살살 녹여주며 똑 부러지는 논리로 그 위기를 빠져나가겠구만 그래. 단언컨대 그 핑계를 대야 모범이라는 거지. 그게 뭐다? 그렇지, 운명! 그거면 다 되거든. 여자들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드라마, 동경하는 주인공의 특징이 뭔가. 아 우연 또 우연 계속 우연 막 우연, 밑도 끝도 없는 우연 아닌가. 안 그런가? 물론 그런 힌트 일절 없이 드라마를 보며 대사를 듣고,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에게 공감한다면 사람에 따라 생각도 안 하고 동의할 수도 있어. 듣고 보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거든. 그 애절함이 내 몸으로 빙의하니까 말이야. 응? 감상적으로 감명 깊게 연애 영화에 빠져 있는데, 그분들께서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 그 기분 어찌 속이겠나. 들켜도 옛날에 심지어 자주 들킨 텐데. 곧 주관이 약하고, 줏대가 흔들리며, 성격 좋은 양반들! 임팔라, 팔랑팔랑! 듣고 보니 그 말이 완전 맞는 거 같거든. 응? 찬성이라 그거지. 생각도 안 한 체 말이야.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어딨어, 최소한 그 순간 만큼은 완전 동감인데. 그러다 나중에 가서는 그래. 내가 왜 그때 생각도 없이 그랬지? 라면서.
생각이란 게 그런 거거든. 지금 생각은 지극히 합리적인 것 같은데, 먼 나중 보면 내가 그때 왜 그랬지? 라는 거. 한번 예를 들어볼까? 탐지되는 석유 생산량 추정분은 아직도 계속 늘어만 가는데, 미리미리 준비한다면서 제2 제3의 전력에 대해 얘기가 오고 가지. 그 가운데 하나로 태양광!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기술력 대비 효능 측면에서 한마디로 탁월한 에너지지. 현재 단계는 그래. 그런데 태양광? 좋긴 좋아 그런데. 그런데 아직은 원자력처럼 기술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분포도 낮어. 면적 대비 효과도 아직 흡족하지 못하고 말이야. 풍력은 모르겠는데 태양광은 그래. 현재, 그렇다고. 에너지계를 선도할 정도로 태양광 분야가 뛰어나다면, 그 만큼 기술력이 탄탄하다면 호주 사막지대 반틈에다 태양광을 도배하면 될 거 아닌가. 그 말은 곧 태양광은 좋다는 얘기야. 단! 다만, 다른 에너지 생산 수단들이 모두 비리비리하다는 전제 하에서만. 그래서 관료주의로써 또 판단 미스가 발생해. 막 호수 한두 군데도 아니고 무더기로 막 계속 늘려가. 어디에? 호수란 호수에 막 계속. 그게... 뭔지 참 나! 아 다른 에너지 생산 수단들이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었으면 또 몰라. 그런데 무슨 유행도 아니고 대체 로비를 어떻게 한 거지? 총천연색 사진과 TV 광고용 화면에 나오는 오스트리아, 스위스, 어? 그곳들 호수 한복판도 태양광 전력판이 점령했을까? 그게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단위 면적당 에너지 생산량을 10배 100배 끌어올리는 게 먼저지, 직각면이랄지 활용 가능한 벽면들에서 방법을 찾는 게 먼저지, 그냥 멀쩡한 산의 숲을 몽땅 없애면서까지 뭐하러 그렇게 태양광에 매달리는지 난 통 그 이유를 모르겠네. 유리창과 지붕과 바닥등 원-기능과 에너지-기능 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을 1000배 발전시키는 게 낫지, 안 그래도 좁은데... 노는 땅과 건물이 그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왜 하필! 자기 땅에 자기 재산 같으면 일조권 그렇게나 따지면서, 어? 임자 없는 이권이요 정처 잃은 정책이라는 건지 뭔지. 그나마 환경과 케이블카의 공존을 모색했던 유럽에서 그건 왜 앞장서지 않았을까. 그게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절레절레)! 어쨌든 생각이란 게 그런 거네. 쏠리고 몰리며 휩쓸리면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두서 없이 말해서 자네들 정신 없겠지만, 이미 우리는 내기를 시작한 거라네. 내 얘기가 재미없으면 내가 자네들한테 특급 소개팅 3연타를 선물하겠고, 내 얘기가 재미있으면 간혹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이, 아니 그냥 이처럼 오다 가다 만난 것처럼 내 얘기만 들어주면 되네. 어떤가. 썩 손해보는 내기는 아니지 않나? 말하자면 말일세. 난 살면서 실패를 유독 많이 했네. 왜? 성공하고 싶었으니까. 헨리 제임스의 어느 소설에 나오는 대목이던가, 주인공이 하는 말이 그랬거든. 자기는 최대한 많은 쾌락을 경험하고 싶다고. 정확한 대사는 아닌데 대충 그래. 나도 자네들처럼 젊었을 땐 딱 그랬거든. 그래서 나는 아마추어 7군이든 프로 3부 리그든 쉬지 않고 달렸어. 막 그냥 막! 그런데 세상이 어디 그렇게 녹록하던가? 아니지 아니지. 요컨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진짜 중요한 인생의 비밀은 그게 아니거든. 사랑도 마찬가지지만 쉬쉬하며 자기들끼리만 아는 진짜 교훈은 다른 거더라고. 그게 뭐냐? 뭐냐면 바로 나는 놈 위에 하는 놈 있다-지! 뭔 말인 줄 알겠나? (딱) 그거! 방금 그거! 그 웃음. 그 생각. 그 무의식. 바로 그거. (딱) 사람은 말이야, 그런 얘기를 듣고 읽고 어쩌다가 알게 되던 스치며 감상하든, 일단 알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다네. 어떻게? 부정적인 예시 먼저 즉각적으로 연상한다네. (딱) 자, 투명인간! 허허허. 그거야 그거~! 그렇지만 뭐 우리끼리 얘기 못할 거도 없지 뭐. 운 좋게도 아니면 재수 없게도 근사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숙녀는 오늘 모두 바쁜 거 같으니까 말이야. 거기 귀공자 거기 행운아, 그대에게 이 박식가 지망생이 한말씀 하겠네. 그래도 되겠지? 허허. 이쯤해서 쓱 꽁무늬를 빼면 또 그것 만큼 얄미운 게 어딨겠나. 여자는 그렇게 안달나는 법이겠지만 말이야. 아 그런데 내가 뭔 얘기를 할려고 했더라? 아하! 뭘 한다─해도 된다─하면 안된다─이미 했다─너 뭐 해 봤어?, 그거였군. 곧 뛰는 놈 위에 하는 놈 있다라... 내가 아는 친구1은 그랬어. 그 친구가 듣기로 그랬다더군. 과장하자면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던 어느 날 부유한 친구2 집에 놀러가서 옷장을 열어봤는데 CD, 제냐, 무슨 라벨, 디올, 뭐 뭐 뭐! 전부 다 그래서 당시 친구1은 속으로 그랬다고. (남자 성대 모사) 옷장을 딱 열었는데, 와 다 훔치고 싶더라! (성대 모사 끝) 물론 훔치지 않았지. 우정인데? 그런데 내가 아는 또 다른 친구3은 그랬어. 인생의 슬럼프를 겪던 어느 날 삼각관계랄지 무슨 사연이랄지 그런 게 아니라 물질을 훔치는 경험을 했다고. 정신병자도 아닌데 어떻게 그 친구 말을 실현시킬 생각을 했는지, 참 나! 친구3이 친구1과 또 친구였는데, 그 말을 기억했던 것 같아. 그것도 또렷이. 걔 사이코 아니야? 아무튼 그러더라고. 그나저나 그건 부정적인 예고, 그럼 이제 긍정적인 얘기를 한번 해 볼까? 그래, 여자의 마음! 여기서 뛰는 놈은 여자의 마음을 빼았고 싶다-겠지. 다른 말로 허세! 또는 날 부러워하지 말던가. 너네 뭐뭐 해 봤어? (턱 쭉 빼기) 너가 그처럼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과일─훔쳐보는 아리따운 꽃밭, 그 가운데 늬 꺼 없다. 알어? 라~고 차갑게 짓는 냉소.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뛰는 놈은 딱 거기까지겠지. 많이 쳐 줘도 말이야. 그럼 있잖나. 그럼 그 다음으로 뛰는 놈이 아니라, 하는 놈은 뭘까? 하는 놈! 하는 놈? 뭘 해! 누가? 그분은 아마도... 습관적으로 여심을 훔치는 놈,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하지 않았나. 여자가 안달복달 초조해하며 그 오빠만 막 좋다고 난리니까. 여자가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웃으며 마음을 전달하는데 그걸 모르는 게 어디 남잔가? 그런 남자도 있긴 있지. 그걸 모르는 남자와 그걸 알지만 통 여자의 유혹이 감감무소식인 친구. 그 둘은 단짝일 테고. 그런데 그와 반대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서 그녀의 마음을 빼았았다? 말 다 한 거지! 입도 뻥긋, 아니 경우에 따라 입이 적지 않게, 아니 꽤나 많이 바빠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녀의 마음 속으로 사뿐히 들어가기에 성공하시는 분. 그 차이라고. 그 차이야. 물론 그 중간에는 농담도 있고, 허풍도 있겠지. 픽션이 다른 게 아니라 그런 거 아니겠나. 안 그런가? 어떤가. 내 얘기 별로 재미없나, 아니면 뭔가 솔깃한가? 약간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일단 더 들어나보세. 허허. 허허허. (그러던 찰나 언제 받은 줄도 모르게 받았던 그분의 명함을 보니 그렇게 씌여있었다. 스파피날레 대표 자콥 커퍼필드) 일단 나는 깍쟁이가 아니니까 내 정보를 먼저 투명하게 공개한 다음 시작하고 싶네. 만약 그렇게 우리가 최소한의 친분을 쌓아도 된다면 말일세. 나는 부다페스트 태생이네. 내가 헝가리 왕국 역사는 대충 알지만, 그러나 헝가리어는 일절 못하네. 자랑은 아니네만 살다보니 어떻게 그렇게 됐어. 삶이 뭐 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그 다음에 나는 피렌체에서 동화책을 읽었고, 밀라노에서 사춘기를 겪었다네. 그때 당시 나는 내가 방랑벽을 학습할 줄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네. 어느 날 외교관이신 부모님을 따라 또 멜버른에서 교복을 입고서 첫사랑을 만났네 글쎄. 새록새록하지. 그걸 어찌 잊겠나. 아니 그런가? 허허. 세상에서 뭐라 그런가. 흔한 말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둘 다 처음이니까. 미숙하니까. 사랑인 줄 모를 수도 있으니까. 둘 다 어린데? 허허! 물론 나도 그랬어. 그렇게 나는 역마살이 끼어버린 것일까? 나는 어느 날 보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스코트랜드 던디를 오가며 무역업을 하고 있더군. 내 꿈은 아마도 달랐겠지만 말일세. 그러다 나는 당시 남자들이 익히 아는 밤의 세계, 거기서 제왕까지는 아니어도 단골은 됐네. 그래. 일 때문에. 아 맞다. 바로 그 전이었군 그래. 즉 밤의 세계에 취미를 붙이기 전. 그러니까 착실히 일만 하다 밤에 놀기만 하던 시절. 여자들 꽁무늬나 쫓아다니고 어떻게 하면 숙녀를 꼬실 수 있을까, 그 궁리만 하던 때. 당시 단짝과 나는 마치 내기라도 하는 듯이 우리는 미친듯이 여심을 탐하고 다녔다네. 당시 단짝과 나는 놀기만 같이 했던 게 아니라 한 사무실에서 동업하던 처지였거든. 그 개념으로 당시 우리는 인생의 절정을 맛보고 있었겠지.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여자를 꼬셨네. 내가 마음 먹으면 웬만한 아가씨는, 어? 넘어올 수 밖에 없어. 어? 허허. 농담이고. 뭐 농담도 아니지. 허허. 아마 나와 똑같은 과정을 거친 사람, 과연 한두 명일까? 하지만 걔네들 나한테 안돼. 농담 아니야 이 친구야. 허허. 아무튼 그걸로 보자면 사람은 똑같다고 할 수 있어. 인문교양으로 빠지지 말고 계속 라디오 1인극이나 듣세나. 하던 얘기 마저 이어가자면 그랬네. 그렇게 알게 된 그녀. 어느 날은 유치원생들이 쓰는 연보라색 빵모자. 또 어떤 날은 반투명한 청록색 선그라스. 또 다른 날은 연분홍색 원피스. 지나친 묘사는 생략하겠네. 새침하고, 정숙하며, 눈 부시게 아름다웠냐고? 꼭 그렇지는 않았어. 다만 그런 느낌은 있었지. 얘는 모르긴 몰라도 둘 중 하나-겠다 라고. 모 아니면 도라고. 뭔 말인지, 알겠지? 알 꺼야. 알아야 돼. 그걸 모르면 안돼지. 그러면 뭘 좀 아는 남자라는 얘기는 아무리 기다려도 못 들을 테니까 말이야. 아울러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올 뻔 거의 그럴 뻔 하다 말아봐? 퍽이나 기분 좋겠네. 응? 허허. 그렇게 그녀와 나는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만나면서 그랬네. 당시 나는, 나 가져요 라는 신호를 그녀에게 무던히도 받았네. 감사하게도! 그렇지만 나는 끝까지 모른 체 했지. 미안하게도! 그걸 외면하는 남자가, 그게 어디 남잔가? 고추 달린 남자가, 그게 어디 쉬웠겠냐 이 말일세. 잠깐만, 뭐 가져? 뭘 가져! 허허. 남자 대 남자로 얘기해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그렇게 우리는 한두 번 만나고 또 만나고. 그러다 어느 날 단둘이 함께 했던 자리에서 그녀의 고백을 들었지. 그것도 취중고백. 어떤가, 흥미롭지 않나? 그거 무슨 고백일까! 아주 구체적으로 이 얘기 저 얘기 주절주절. 많지는 않아도 그 모든 것을 빠짐없이 실토하더라고. 왜? 기분 좋고 딱 취했으니까. 원래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오빠한테는 솔직한 여자일 테니까. 그녀의 말인즉슨 이랬어. 이건 성대 모사하지 않을 테니 알아서 변조하시게. 발음도 절반쯤 알아서 꼬고 말이야. 흐흠. 나는 오빠랑 결혼 못하겠네, 끝까지 조신한 척 연기해서 결혼할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러기 힘들 것 같네, 그래서 오빠는 우리 엄마를 만나봐야 하네, 우리 엄마 이뻐, 언제 시간 봐서 만나게, 또 오빠는 내 인생의 단짝인 내 가장 친한 언니를 만나봐야겠네, 그 언니 어디 살거든, 언제 우리 언니 만나러 같이 그곳으로 놀러가게 오빠. 그리고 또, 내 엄마랑 아빠가 옛날에 어떻게 싸웠고 아빠의 직업은 무엇이었으며, 부부 싸움 할 때 아빠는 어떤 행동과 특정한 말을 반복했고 엄마는 또 어땠고. 그리고! 그리고 자기는 화류계 생활을 하며 수집한 CD, 제냐, 무슨 라벨, 디올, 뭐 블루라벨, 에르메스 뭐 뭐 뭐. 그거 다 버렸다고. 전부 다 갖다버렸다고. 그래서 나는 한때 서점가에서 돌풍은 아니지만 작은 바람을 일으켰던 그 책을 읽지 않았네. 나는 사치품을 모두 갖다 버렸다나 뭐라나, 그런 원제던가 부제던가 그런 책 말이야. 그런데 다른 얘기 하나 하나까지 자세히 기억하는 줄 알면 그녀는 아마 창피할 텐데. 하오나 말할 수는 없고. 모를 테지? 그럴 꺼야. 여기 이렇게 우리들 남자 뿐이 없으니까. 젊어서는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더니, 최소한 사랑 같은 감정에 솔직해져야 할 이 시점이 되고 보니 이제는 입이 근질근질하다네. 허허허. 그걸로만 보자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온 건 맞는데, 나 아직 젊어 이 사람아. 응? 내가 하루에 팔굽혀 펴기 몇 개 하는 줄 아나? 100개? 으잉~ 120개! 그것도, 하루도 빼지 않고. 허허. 사랑의 시점이라... 나는 모르겠네만 적어도 자네들은 너무 늦진 않았겠지? 너무, 가 뭐야 아직 전성기에 접어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농담이 과했나! 곧 내 인생 후회는 없네만 살날이 구만리 같지는 않지만서두, 그래도 아직 삼만리 같다고나 할까? 허허. 농담이고. 아 이 날 이 때까지 그 어떤 사연들을 그 뭔가 찡한 사랑 이야기를, 말 못한 이 내 심정은 어죽허겠냐고. 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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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그럼 입장을 바꿔서 우리 남자들이 어땠는데, 어쩌는데, 어쩔 건데! 어떻게 하면 틈만 나면 어떻게 한 번 해 볼까..., 어? 그럼 여자들은 그렇게 벌떼들한테 평생을 시달리면서도 그렇게나 어떤 패턴을 반복하면서, 그 남자 만큼은 절대 포기 못한다? 세상에나~! 모르고 겪어도, 알고 봐도 여자들이 진짜 독하다니까. 말도 못해. 물론 연기는 잘할지언정 끝까지 순진한 그녀도 있을 테고 말이야. 그런 한편 아무리 기다려도 꽃을 꽃이라고 불러주지도 파리조차 날리지 않는 입장은 또 뭐고! 부익부빈익빈이라... 허허허. 그녀의 고백을 듣던 날, 나는 아니겠지 아니겠지 아닐꺼야 라는 심정이 무너졌어. 그렇게 절망해서 어쩌다 구닥다리 소형차에 우린 함께 타고서 차분히 얘기를 한다는 게 그만, 이동을 했어. 그래서 한 180, 200 밟았던가 그래. 연애 좀 해 본 여자들의 공통점이 무언 줄 아시나? 그건 바로, 극적인 순간이 닥치면 무조건 말한다는 것. 무엇을 말하실까? 뭐겠나, 다음 사람에게는-이지! 무조건, 다음 사람에게는-이라고! 어? 심지어, 남자 좀 만나본 여자는 '다음 사람에게는'이라는 노래만 남자가 불러도 과장하자면 핑~ 돈다네. 꺼뻑~ 넘어가. 왜? 황홀하거든. 어? 생각만해도! 물론~ 그 남자가 완전 싫은 스타일이 아니라는 조건하에! 흐흠. 그렇게 그녀들은, 괜히 좋다네. 곧 입술을 허락한다네. 아니 입술이 대순가! 아시겠나? 마음도 반틈은 주고 시작한다 그거라고. 처음 알게 됐냐, 오래 아는 사이인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이 양반아. 어? 그거란 말일세. 참고로 말일세, 어떤 명대사들이 만인에게 공통되지 않으면 난 입도 뻥긋 안한다네. 내가 이럴려고 오빠 만나? 허허. 바로 그래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숙녀, 뭘 좀 아는 남자에게 '뭘 좀 아는 오빠네'라는 말을 하는 여자. 그녀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하는 법. 곧 플레이보이와 쑥맥! 그 둘 가운데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고민하고-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플레이보이라고! 단박에. 망설임의 여지도 없이. 그녀들은, 서슴없이, 플레이보이를, 선택하지. 일 때문에 선택을 많이 받아봤던 여자들, 뿐만 아니라 점쟁이와 팔짜가 거의 똑같은 연예인들도 하나같이 그렇게 말해. 왜? 왜냐하면 그럴만 하니까 그런 거라고. 아 글쎄 재고할 일을 재고해야지. 남자를 아는데? 연애 좀 해 봤는데! 그걸로 어디서 썩 빠지지 않는데? 그렇거든. 그런 거라고. 허지만, 성장 환경에서 아빠의 플레이보이 활약상을 많이도 봤다거나, 그런 남자만 만났다거나, 그러면 또 다를 수도 있고 말이야. 정작 내 짝은 실한 놈으로 고르겠지만, 적어도 웃자고 하는 사랑의 대화에서는 적어도 그렇게 고른다, 바로 그 말이라고. 알겠나? 말하자면 순진한 여자는 몰라도 연애를 아는 여자는 생각을 하던, 말을 하던, 그냥 기분이 찡하던 그런다네. 그런다니 뭘 그런다? 기대한다고. 응? 기대한다고! 그녀들은, 기대를, 한단, 말일세. 뭐 더 자세히? 무엇을 기대하냐, 음, 내 사랑의 전과 현재와 다음을! 곧 내 첫사랑은, 순수함 같은 덕목으로만 따졌을 때 청소년 드라마의 첫사랑과 딱 부합했다고 할 수 있지. 그럼. 그런데 그 우유 같은 첫사랑은 실패로 판명나고, 그리고 몇 년 후, 첫사랑의 이니셜이 반복되네? 그런데 그녀의 고백을 듣고 보니 연예계도 아니고 스포츠계도 아니고, 뭐 화류계? 이런 이런 이런! 이걸 운명이라 탓할 수는 없지만 비운까지는 아니겠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니까 말이야. 그러다 발목 잡히지 않아서 다행일 수도 있고, 불행일 수도 있을 테지만. 내 말은, 그 업계 종사자를 감싸주지 않겠다 편들기 싫다, 그게 아니라 이니셜의 반복에 대해서 극명하게 상반됐다는 게 핵심이란 말일세. 응? 만인이 경험하는 첫사랑. 아 만인이 아닐 수도 있겠네만, 몸이랄지 마음이 불편하신 분들이 듣기에는 심간 편헌 소리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음 그래서 말을 바꾸자면 그래. <만인이>가 아니라 많이들 경험하는 첫사랑. 그 순수함 다음에 인생 경험이 지속된 다음 음... 그래! 너무 비교되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여자 이야기라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법. 곧 나중 시간이 훨씬 지나서 또 생머리 휘날리며 내가 괜찮아라 하는 스타일을 내 친구의 여자친구가 소개시켜줄려던 적이 있었어. 자기 친구 누구는 살면서 연애를 딱 3번 해봤는데, 그 3번이 모두 화류계 남자였다고. 그처럼, 그 말을 내게 슬쩍 흘림으로써 날 한 번 쥐었다 펴네? 친구의 여자친구가 말이야. 내게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줄까, 말까 막 쟤면서 말이야. 날 한 번 들었으니, 말 나온 김에 놓을 게 아니라 여세를 몰아 한 번 더 들어야 하는 법. 자기 친구 집이 시골에서 뭐한다면 부자라네? 이 내 두 귀가 팔랑팔랑, 한번 더, 또 다시 팔랑팔랑! 집에 가서 딱 잠을 잘려는데 막 생각나고. 어? 그렇지만 당시에~, 난 뭐 딴 생각을 하는 척 딴청을 피웠지. 그때 그 언젠가 내 친구가 내게 말한 명대사가 그거였고. 늬가 (내 부인) 데리고 살래? 뭐! 오, 땡큐? 그 이야기의 결론은 이렇지. 첫인상이든 첫사랑이든 첫눈이든, 내 첫 무엇! 그 첫머머와 이니셜이 공통된 다음 타자의 등장. 짜잔~! 그것의 성공 가능성은 반반. 그것이 월척인가 라는 가망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반반! 곧 50 대 50! 따라서 이니셜에 지나친 가중치는 삼갈 것. 고로 좋은면 재구입, 아니다 싶으면 일찍 작별을. 직관과 직감 키우느라 굳이 30년 헤맬 필요는 없단 말이네. D 브랜드가 내 첫 차였어도 나중 F 브랜드로 바꿔도 돼. P 카메라로 시작해도 중간에 R 카메라로 왜 못 바꾸겠나. 물론 사랑이 우연도 아닌데 기적처럼 미들네임 이니셜이 내내 반복된다면, 저 하늘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인생도 그래. 오프라 윈프리 말마따나, 지금 리무진을 같이 탈 사람은 많다지만 나중 버스를 같이 탈 사람은 많지 않다고. 정작 소중한 사람은 그대의 리무진이 고장났을 때 버스를 같이 타줄 사람이라...! 좋긴 한데 좋은 말이긴 한데, 그냥 딱 듣자마자 끄덕끄덕? 그거 너무 애들 같지 않냐 그 말이라고. 그런데, 그럴까? 정말로? 인터넷을 둘러보면 흔히 보이는 명언 덕분에 내 또 하나 배웠네. 과연 무엇을 배웠을까! 하여간 좋아. 좋다고. 다 좋지 뭐가 나쁘겠나. 하지만 우리, 거기서, 만족하지는 마세나! (손짓) 응? 소셜 네트워크에서 사진 한 장 보며 캬~, 글귀 하나 보고 와~! 응? (손짓) 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 우선 나부터 반짝반짝, 새콤달콤, 응애응애를 싫어하진 않거든. 으쌰으쌰를 좋아하는 건 죄가 아니라고. 어? 신부 들러리가 해산한다고 꼭 구식 병풍만 내 편이라며 우기는 건 좀 고수답지 않는 일. 어차피 내 편만 남게 된다는 둥 뭐라는 둥. 그럼 뭐 자기는 남에게 진심 어린 편이 되어주지 못한 채 무조건 천동설처럼 어차피 내 편만 남게 된다 어쩐다? 아무리 인성이 좋고, 성격 나무랄 데 없고, 배울 점 많으며, 재밌고, 분위기를 주도하며, 웃기고, 언제나 행복감과 에너지를 선사하는 그~런 친구일지라도. 그 친구가 아무리 99 대 1 비율을 넘어설 정도로 내게 줄기차게 연락하며, 끝까지 우정으로 남는다고 할지라도! 그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대는 그 친구를 피도 눈물도 없이 버린다네. 아니라면 그건 거짓말이야. 그건 사람이 아니라고. 그게 이 세상의 법칙이야. 안 그런가? 그거야. 그거라고. 어차피 내 편만 남게 돼 있다? 자긴 뭐 얼마나 남들한테 그의 편이 되어줬다고! 어? 그거 너무 이기적이고, 너무 자기중심적이며, 너무 애 같지 않나! 버스를 같이 타줄 사람은 적고, 리무진을 같이 탈 사람은 많다? 곧 만약 내가 떴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사교계 명사와 연예계 친구와 예술계 인사를 알게 됐다고 가정해보세. 정계의 러브콜은 정중히 사양하고 학계는 물론이고 한마디로 그대는 떴어, 최고로 떴어. 자, 그 다음은 경우의 수랄지 X축-Y축 도표로 구분된 도형이 딱 떠오르지 않는가? 앞서 인용한 말처럼 내가 떴어 그렇게 중간은 건너 뛰고, 어떤 계기로 인기는 망하고 황금은 망쳐서 옛날의 찌질이로 돌아왔다고 보자고. 그러면, 다시 초기화가 됐으니 버스를 같이 탈 친구들이 100퍼센트 남아야 정상일까? 그럴 리가 있나! 그 중에는 드물게 예전의 나처럼 최고로 뜬 친구도 있을 꺼 아닌가! 적당히 부자가 된 친구라고 왜 없겠나. 그 친구가 거렁뱅이 같은 내게 손을 내밀면, 그럼 나는 좋아할까? 얼씨구나 진정한 우정이로구나 하면서? 글쎄, 나 같으면 그다지 그러고 싶진 않을 것 같구만. 그대는 자존심이 허락할려나 몰라도 그거 아마 쉽지 않을 듯 해. 응? 리무진은 떠난 다음 버스를 같이 탈 친구는 언제, 어디서나, 사정과 이유 불문하고 나와 함께 버스를 타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닐 걸세. 어떻게 딱 그 준비 하나만 하면서 살라고? 그거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치 않나? 음. 듣고 보니 그렇지? 그럴 꺼야. 그럴 수 밖에 없어. 적지 않은 게 그럴 걸. 많은 생각에 대해서 내게 말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뉠 거라고. 두고 봐~ 허허허! 우리의 새로운 만남. 그것의 불길한 징조가 결국 냉혹한 경주대회에서 그랑프리로 당첨될지, 아니면 장밋빛 인생이 막판 역전극을 펼칠지 그건 우리 차차 지켜보기로 하세나. 허허허. 응? 앞서 말했듯이 내가 흥했을 때 리무진을 같이 탈 사람은 많겠지만, 그보다 우선 내가 바뻐. 정신이 없어. 나도 썩 나쁜 사람은 아니거든.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된 골프 친구도 사귀고, 말이 통하는 업계 동료도 만나야 하고, 한편 옛 친구인 '막살자'씨 하며 또 지난 우정인 '대충 살자'까지. 어? 다 챙긴다고. 얼마나 자주 만나게 될지는 몰라도 말이야. 그렇지만 내 전성기가 안정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 쉬운 말로 망했을 때. 꽝이 됐을 때. 슬퍼졌을 때. 전-재산을 탕진한 채 빛더미만 떠안게 됐을 때! 그러면 1층에 내려갔더니 개미 새끼 한마리 없더라~! 그런... 찰나에 그런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있긴 있겠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야. 그건 나중 고비를 넘겼을 때나, 넉살 같은 여유가 생겼을 때나 하는 말이라고. 아시겠나?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 하니까 재도전도 하고, 방법을 모색하며, 변신을 시도하는 게 먼저란 말이야. 앞으로 먹고 살 궁리를 해야지, 언제까지 신세 타령이나 하며 고점을 찍은 추억만 회상하고 있겠나. 아니 그런가? 무턱대고 황새들과 어울렸다가 뱁새라는 원위치로 복귀했다고 하여, 내 주제를 다시 깨닫고서 뱁새들과 어울리는 것도 결코 나쁜 것도 아니겠지만 말이야. 거지1과 거지2의 우정. 그 둘의 경우의 수, 몇 개 안돼. 왕자와 거지라는 우화처럼 그 둘이 친구가 될 수도 있지만, 마법에 걸려 개구리가 된 왕자도 있을 테지만, 일단 왕자가 됐는데 왕자와 거지가 자주 만난다? 세상은 그 둘을 자주 만나도록, 절대로,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네~! 아시겠나? 가끔 만나도 그래. 뭔 인사말 좀 하고 옛 얘기 좀 하려고 하면, 사인해주세요 같이 사진 찍어요 주위에서 (수근수근) 야 야 누구다 누구 아 누구라니까 (수근수근)! 어? 거지 기분 솔직히 말해서 좋을 리가 있겠나. 한두 번은 좋을 수 있는데, 2번 3번 4번... 거기다 무명인 친구의 스케쥴에 맞추겠나? 무조건 유명인 친구의 스케쥴을 근거로 만날 수 밖에 없어. 옛 친구로부터 연락이 와도 평민 쪽에서 저절로~ 거절할 수 밖에 없다고. 그러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겠나, 슬슬 자연스럽게 멀어진다고. 멀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것. 그렇게 되면 자주 못봐. 물론 8 대 2가 그렇다는 얘기지만 그와 별개로 사람들 사교가 다 그런 식이라까. 뭘 하든지 새로운 친구가 생기고, 자주 보는 얼굴은 덜 자주 보게 되며, 안 보면 대개는 멀어져. 어쩔 수 없어. 그러니까 오랫만에 다시 보면 반가운 거 아닌가. 그럼. 어떻게 자주 보겠나. 소셜 네트워크 놀이, 그것도 수준 좀 높였으면 좋겠네. 그처럼 나도 친구가 리무진 태워주면 좋지 왜 안 좋겠나. 그런데 말일세, 그 친구가 나중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던 어쩌던 그 친구 어려워질 때까지, 내가 그 녀석 옆에 매미처럼 딱 달라붙어서 반드시 기다려줘야만 할까? 그것만이 미덕일까? 나는 내 인생 내버려둔 채? 난 아무것도 못 하라고? 진짜로 내 인생을 내팽개친 채, 난 뭐 평생 5분 대기조로 영원히 살라고? 그 친구만을 위해서? 그게 내 인생의 임무이자, 내 삶의 목표이자,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목적일까? 과연? 정말 그래야 할까? 오직 그것만이 좋은 친구일까? 그렇게 꼭 좋은 친구라는 호평에만 나는 매달려야만 하냐고. 응? 우리 정도 나이 되면 <꼭 그런 건 아니다> 라고 딱 부러지게 답할 수 있다네. 절대, 절대로 아니거든. 매미처럼 꼭 달라붙어서 영원히 그 친구의 병풍이 되라고? 내 인생 포기하고? 어? 나는 그러니까 끝없는 2인자? 친구가 반-재산을 손해보자마자 옆에서 충고하면 그 친구 참으로 좋아하겠네. 퍽이나! 그걸로도 모자라 전-재산 탕진한 친구에게 위로랄지 폼 잡고 뭔가 조언을? 아 글쎄 모른 척 해줘야 좋을 때도 있다니까 그러네. 나 잘나갈 때 옆에서 최고 최고 으쌰으쌰 최고 최고, 완전 최고라며 물개박수 부대들, 어? 침체기를 지나서 내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니까 스카이라운지에서 차근차근 뭐 그렇게 슬슬 하나둘 날 외면하다가, 나는 1군-2군-3군 계속 밀려나더니 난 끝내 패망하여 초라한 모습으로 1층에 내려갔더라, 그랬더니 아무도 없더라! 개미 새끼조차 보이지 않더라? 그런 얘기 몇 번 들어봤을 꺼야. 그런데 왜 없을까? 꼭 있어야만 정상일까? 그럴까? 아 신부들러리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닌가! 나는 뭐 아부하며 공짜술 얻어먹은 적 일절 없을까? 이왕이면 축제와 잔치와 소풍에 마음이 기울지 상갓집과 불행과 인상 팍~팍 쓰는 친구들만 골라서 위로하는 삶을 살라고? 그게 직업일 수도 있는데 직업이 아니면 나도 먹고 살아야 한다니까 그러네. 인터넷에 흔히 보이는 명언와 TV 토크쇼 이야기대로라면 우리는 내 꿈은 포기한 채 언제 갑자기 슬럼프에 빠질 줄 모르는 친구들만 챙기고, 완전 망했거나 재산을 탕진한 친구들만 골라서 곁을 지켜주란 얘기 아니야? 어? 진짜 그러라고? 정말로, 그러라고? 그렇게만 살려면 내 인생은 병풍으로 컨셉을 잡지 않는 이상, 안되는 거야. 어떻게 그러나! 어? 인터넷에 흔히 보이는 명언와 TV 토크쇼 이야기도 좋지만, 앞뒤 떼고 사연도 생략한 채 두둥~ 캬! 짜잔~ 캬~?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거 아니라고. 응? 같은 공무원일지라도 왜 교도관 분야는 경쟁률이 비교적 낮을까? 다 어떤 원리와 질서가 있는 거거든. 곧 내 인생이 먼저라고. 어차피 내 편만 남게 되어 있다? 응애응애 삐악삐악, 자기는 얼마나 타인에게 편이 되어 주는지 굳이 자세히 알고 싶진 않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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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세나. 동창회에서 곗돈 몰래 쓴 친구에게 한마디 거들면 그렇게 된다네. 다 같이 모였을 때 주위에서 하나, 둘, 셋, 넷... 한마디 씩만 거들어도 이만~해져. 이만~큼! 악역 입장에서는 아마 이따~만큼이겠지? 허허. 응? 그런데 순번이 늦은, 또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나서기보다 일단 전망을 살피며 관망하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눈치 없게 숟가락을 쓱 올리지. 순번이 늦더라도 재발 만큼은 막아야 하니까.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 그래서 그 비리비리한 바보가 한마디 툭 던질 테지. 그러면 곗돈 즉 사정상 공금횡령한 친구는 눈빛에 독기가 서리는 법. 왜?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기분이 나쁘거든. 많이 나쁘거든. 어마어마하게 나쁘거든! 한 사람 정도에게는 할 말 하고 싶거든. 그래서 녀석은 딱 한 명 지목해서 그런다네. 너 여기서 빠지라고! 왜? 단짝 우정을 받아주지 않은 친구거든. 왜? 연락하는 비율이 9 대 1도 모자랐거든. 왜? 뭐 사랑도 아닌데 우정에게 줄기차게 구애했거든. 왜? 제일 만만하거든. 왜? 제일 친했거든. 왜? 제일 편하거든. 왜? 제일 믿었거든. 그런데, 너마저? 그렇게 되는 거라네. 그처럼 조언해서 어떤 표정을 동반한 반응이 내 기억에 영원히 각인되느니 차라리 모른 체가 훨씬 안전빵일 수도 있다~, 뭐 그런 말이지 내 말은. 잡은 물고기한테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다, 그것도 그래. 잡은 물고기한테 먹이를 줄만 하면 주고, 안 줄만 하면 안 주고. 그거라고.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정답은 없어. 무엇보다 나는 월척인가 아닌가, 그 생각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흐흠. 인생 그거 절대 만만한 게 아니야. 부드럽게 거절하기 힘들다고 예스맨의 운명을 덥썩(?), 결연히 받아들인다? 인생은 냉정할 때 냉정해야 하는 법. 거절 잘하는 법을 배웠더라도, 아무리 학습해도 안되면 단호히 거절할 수 밖에. 여자들이 친한 친구에게 제 비밀을 어디까지 딱 잡아떼는 줄 알기는 아신나? 허허~ 말도 못한다네. 그녀들 세계는 우리 남자들이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어. 단언컨대, 상상 초월. 불여우들의 생리는 딱 그 만큼이야. 인생이란 도리어 욕을 듣더라도 안심해야 하고, 숫제 매도 일찍 맞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이 양반아. 어? 이상이 내 옛날 이야기였다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1집. 1집이 10집이 될 때까지 계속 신기록이면 좋겠지만 대개는 그만그만이지. 많은 경우 1집이 제일 나을 수도 있고. 아니면 1집과 함께 나머지도 다 꽝일지도 모르고 말이야. 다시 말해 1집 증후군은 셋으로 나뉜다 그거지. 첫째 평행이론, 둘째 X이론, 셋째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여기서 둘째인 X이론. 그냥 내가 즉석해서 지은 거야.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있어 보이지 않나? 새로운 이론의 고안이랄지 신세계 발견, 머머주의의 창시 그런 느낌이니까. 허허. 곧 X이론의 끝이 좋을 리가 있나. 그래서 짧게 단언하지 말고 인생은 길게 봐야 한다 그 말일세. 그래야 한다고. 그래서 말인데, 난 뭐랄까 마라톤에 대해서 약간 불만이랄까. 그런 게 하나 있어. 마라톤의 변천사 말일세. 마라톤. 요컨대 기록을 위해서 재미를 포기한다는 것! 하긴 그건 프로가 있긴 있어도 완전 상업적이지는 않지. 그래서 이해는 하네만... 그래도 재미없는 걸 재미없다고 하지 뭐라고 하겠나. 마라톤이 딱 그렇거든. 옛날에는 도로 사이클 경주처럼 마라톤도 굴곡이 있었어. 많았어. 마라톤도 그랬다고. 막판 뒤집기도 아마 꽤 있었을 거야. 평균 경사도 얼마, 따라서 큰 고비는 2개 기막힌 승부처는 3곳, 절묘한 눈치 작전은 4할 남은 지점부터 끝까지! 그렇게 말이야. 그런데 현대 마라톤은 뭔가? 한마디로 일자야. 딱 1자라고. 굴곡 그런 거 없어. 연습 방법이 발달하니까 기록도 좋아졌지만, 밋밋한 롤러코스터로 세계 신기록? 그게 무슨 세계 신기록이야? 어? 장난해? 어? 롤러코스터가 밋밋하면 그게 기차지 무슨 롤러코스터야! 안 그런가? 하긴 아마추어니까 이해는 하는데, 좀 그래. 어차피 트랙경기의 연장일 뿐이지만 그건 좀 서운해. 올림픽의 기원이자 상징적으로 올림픽의 꽃 같은 종목인데, 너무 밋밋해. 올림픽의 상징인데... 그래도 하나쯤은 프로면 안되는 건가? 프로가 활발한 종목들이 올림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종목들도 적지 않아. 그럼. 아 그럴 꺼면 런닝머신 종목도 추가하시지, 흥! 그러니까, 아 영화를 왜 보냐고! 극적인 사랑, 짜릿한 액션, 섬찟한 공포, 신기한 판타지, 오묘한 스릴러, 놀라운 미스테리, 감동적인 드라마, 애절한 로맨스 고혹적인 멜로. 그래서 극장에 가는 것 아닌가? 아... 아... 아 맞다... 선심성처럼 다른 장르도 있구나. 다큐멘터리도 빠질 수 없고. 너무, 너무 내 생각만 했네. 허허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시게. 그렇지만 산업혁명 그리고 고전예술의 제1전성기의 종료, 그 둘의 발생 시점이 큰 차이는 아니기 때문에 난 어릴 때 뭐랄까, 뭔가 많은 시간을 허비한 듯한 느낌이야. 물론 방황으로써 얻은 값진 경험도 많았을 테고 말이야. 보아하니 규모의 혜택으로 이득을 본 분야는 좋지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사람들이 말이야 규모가 아닌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에 대해서라면 시간 낭비일지언정 선심성으로 시간 때우려하지 않았음 좋겠어. 화폐 가치 때문에 대중예술과 오락, 대중예술과 게임, 대중예술과 장난, 대중예술과 시간떼우기의 구분이 뭔지를 모르겠어. 자네들은 알겠나? 난 모르겠어. 음. 음악, 미술, 건축과 같은 예술도 그래. 현대식 교양 그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 문학을 학구적으로 전공한 학자의 글을 읽어보면 그 느낌이라는 게 있어. 그런데 또 이니셜이 반복된 대중예술들을 보면 뭐라 할 말을 읽게 되지. 유럽 문화를 답습하여 지구 반대편에서는 언어라면 합리적인 인문교양적 논리를, 오페라는 뮤지컬로, 그리고 과학과 상업과 오락산업으로 유럽의 바톤을 이어받았으니까. 그래서 익히 아는 화가─작곡가─작가 라는 기반 없이 문학계의 세계적인 거장이자, 순수예술계의 이단아라는 둥, 대중문학의 뭐 잭슨 폴록? 글쎄요. 웃기고 자빠졌네! 뭔가 이상해. 도저히 마음이 가질 않아. 유럽의 정신을 토스 받아 반대쪽에서 규모로 스파이크를 쳤다, 그런데 글은... 논픽션과 인문학에 최적화되서 그쪽의 허구는 영상은 몰라도 글은 뭔가 이상해. 화가─작곡가─작가 라는 고전적 기반은 현대와 어쩌면 정비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정말 없을까? 쉽게 말하자면 그래. 세계 지도를 절반으로 접어보자고. 그럼 그 단위 안에서 소비재, 오락산업, 경제 규모는 예술의 수준과 비례할까? 그랬으면 나도 좋겠네. 바라지 않는 게 아니라고. 내가 지금, 괜한 걸, 트집잡는 걸까? 글쎄나... 괜한 간섭은 아닌 듯 하네. 럭셔리 브랜드, 대중 브랜드, 우주 과학 기술, 인문학, 공학, 생물학, 물리학, 의학, 인터넷 사업...! 오롯이 문자로써 환상과 신비와 장르를 구현하는 일마저 그와 비례할까? 글쎄나... 학교에서 배운 미술사,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 수염을 길렀던 옛 문호들. 그 명맥 대신 경제의 수혜에 힘입어 짧은 시간에 탄생한 열매는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 같아. 철저히 오락산업의 논리를 바탕으로 성장하며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환경의 생리를 배우며 자란 세대. 그들에게는 뭔가 한계점이라는 게 있는 듯 해. 내 이야기 세상 이야기도 좋지만 내가 보고 배운 게 그랬는데 뭘 더 바라겠나. 플라톤이니 미켈란젤로니 미술의 인상주의와 음악의 후기 낭만주의, 그것은 몇 천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어. 종교와 법이 그저 좋게 좋게 그처럼 쉽게 분리된 건 아니거든. 그런데 한쪽에서 규모의 순위를 가져왔다고 하여, 모든 걸 다 가져온 건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이라네. 왜 저기서 배워서 여기서 가르치냐,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니까 그러지. 자기중심적인 사고라면 몰라도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지는 않거든. 학생들이 배우는 과목을 보면 훤해. (광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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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기초, 과학의 근간을 비롯하여 발명과 창안등 태초의 시작은 거의 완전히 일방적이지. 볼펜, 선풍기, 컴퓨터, 핸드폰, 진공청소기, 오디오, 스피커, 마이크, TV, 미러볼, 식기세척기, 전자렌지, 에어컨, 라디오, 사진기, 허블망원경, 세탁기, 헤어드라이어, 텐트, 우주복, 시계, 전화기, 전기까지. 물론 내가 일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있을 수는 있는데, 일단은 그래. 곧 별명은 전부. 한쪽에서. 전부 다! 단, 브랜드는 아니고. 그런데 누가 처음에 만들었든 지금은 다 같이 사용하고 각자 만들어. 별다른 차이는 없다고. 그렇지만 딱 하나, 바로 생각. 생각이 작동하는 원리. 사고가 동작하는 구조. 무의식이 의식으로 발전하는 방식. 그것이 뭔가? 과학이라고 할 수도 있고, 글이라고 할 수도 있어. 그래, 글! 다른 말로 언어. 전 세계를 돌아다녀보든, 돌아다니지 않은 채 알아보든, 사람들 사는 생활을 면면히 살펴 봐봐. 약간의 인프라스트럭쳐, 대동소이한 생활방식과 문화 차이를 빼고는 다 비슷해. 다 비슷해. 그렇지만 그 중에 딱 하나. 글은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게 내 결론이네. 반올림 1세기 동안 연구한 결과,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더라 그 말씀이네. 흐흠. 그렇지. 그럼 왜 유독 글에 대해서만 그런 차이가 발생했느냐, 그것이 궁금할 수도 있어. 어째서? 생각해보면 돼. 그럼 알 수 있어. 궁금함, 그거 풀고 가세나. 떠안고 살면서 내내 끙끙 거릴 필요 있나. 응? 왜 유독 글에 대해서만 그런 차이가 발생했느냐,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지. 첫째, 현대 문명의 발명과 견자 역할, 즉 미술의 황금기와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라는 잔치에 초대 받지 못했으니까. 둘째, 문화적 배경─민족성─정서의 차이 때문. 첫째와 같은 기반을 바탕으로 오락산업과 증권가라는 현대 문명의 쌍두마차와 함께 함은 똑같아. 하지만 문화적 기틀과 지역 정서는 정반대되는데? 한마디로 현대 문명의 기준은 그것이지. 내가 최고─잘난 척─이쁜 척─튀는 마! 야생마든 경주마든 유니콘이든 페가수스까지 공정한 기준으로 경합해서 그 중에 1등이 꼽히니까 가짜가 아니라 진짜가 자연스럽게 인기마를 타게 된다고. 그렇지만 후자주자 문화권에서는 요컨대 지역 정서가 그걸 좋아하지 않아. 그쪽 속담으로 그런 게 있지.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곧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남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새로움과 진짜와 강직함과 정의와 혁신은 유리 천장과 싸우기 마련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일단 시작부터 모순이야. 괜히 노이즈마케팅이네 가짜 뉴스에 오락산업계를 이끄는 풍운아의 폭주네, 그러는 게 아니라고. 셋째, 도시화. 도시화가 비교적 더뎠으면 그 모든 것은 전부 현대화가 됐더라도 단 하나. 생각이 오롯이 드러나는 말과 글까지 강압적으로 세련되긴 어려울 수도 있다 그거야. 도시와 시골의 인구 비율이 어떻게 바꼈나? 요컨대 2 대 8에서 8 대 2로 역전됐어. 응? 그래프로 따지자면 거의 한순간에. 그게 어디 보통 일인가? 자, 일단 시골의 정서를 알아보세. 깊이 들어갈 필요없어. 내 인생을 통틀어 보자면 시골 사람의 정서를 딱 한마디로 꼽을 수 있는 게 기억나.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 놀러가서 그곳 어린이들과 잠시 만났던 경험. 정식 인사를 나누지 않은 채 서로 상대를 살피게 됐지. 경주마와 야생마라... 그때 내가 들은 말이 뭐겠나. 그거였어. (옷깃이 있는 투버튼 재킷의) 단추 잠궈라! 어? 그게 인사말이었다고. 해석하자면 너 잘난 척하지 마라. 더 압축하자면 겸양이지. 내가 군복을 입던 때 듣던 말에서 하나를 꼽을 수도 있어. 계급 차이가 많이 나는 상사가 보내는 눈빛, 그 의미가 뭐겠어. 주머니에서 손 빼라, 그거지. 하의에 손을 꼽으면 그렇고, 상의에 손을 꼽으면 그나마 말이 아니라 눈빛 정도로 넘어가고. 이렇듯 모순1─모순2─모순3이 한편이 됐는데, 다른 건 다 어른스러워도 아동은? 이때 아동이 뭔가, 글! 아이를 기르려면 무당 반에 어사 반이 되어야 한다는데, 글이라는 아동께서 쉽사리 철이 들겠나. 어른마저 철들면 안돼 라면서 막 으쌰으쌰하시길 좋아하는데, 어? 그럴 수는 없어. 그럴 수는 없는 법이라고. 아니 그런가? 바로 그래서 글에 대해서 나는 뭐랄까 음... 깍쟁이처럼 재수 없지. 그래서 그래. 놀이이면서 일이니까. 시간이란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안 그럴 수 없으니까. A지역이라면 패션과 고전예술과 풍광과 외모는 기가 막혀. 그렇지만 A의 소설은 좀 그렇지. B지역이라면 음식 문화가 놀라울 정도고 만화와 무엇 무엇은 좋은데, 나머지는 다 좋은데 글은 또 어떻고. 뭐 아무튼, 그 얘긴 그만허고. 첫사랑은 순수했는데, 첫사랑의 이니셜이 반복된 건 화류계라니... 그런데 내 친구들은 아직도 밤의 황제를 부러워 해. 그건 또 뭐야. 참 나~! 뭇남성들의 자유, 로망, 이상, 미지의 선망. 하긴 나도 한때 밤의 세계의 장본인이었군 그래. 선택을 받는 여급이 아니라, 풋사랑의 가능성이 농후할 수도 있는 마담이 아니라, 바로 손님으로 말이야. 첫사랑과 같이 잤는데 손도 안 잡고 잤고, 첫사랑의 이니셜이 반복된 숙녀와는 그 많은 기회니 신호를 다 무시했다니. 뭐야 그거. 둘 다 꽝이잖아? 이런 젠장! 그래서 에르메스와 디올과 CD를 죄다 내다버렸던 그녀에게 언젠가 전화하니 그러더군. 이제 나한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하긴 예술가도 대중예술과 순수예술로 나뉘듯이 개그맨도 밤무대에 서긴 하니까 뭐 이해는 되네. 이해는 하네. 해야지 어쩌겠나. 내 인생 내가 책임져야지 누구한테 따지겠나. 아니 그런가? 그래도 돈과 인기만 쫓는 세태를 보면 살짝 착찹하긴 착찹해서 하는 말일세 그려. 응애응애 삐악삐악, 뭘 잘 알지도 못하면서 꼬끼오꼬꼬댁 꼬끼오꼬꼬댁~! 아 시끄러워. 아 번잡해. 너무 조잡해. 내 과거가 그처럼 구질구질한 걸까? 내 전적이 그만큼 허접한 걸까? 내가 꿈꾸고, 내가 사랑하고, 내가 받은 사랑들이 그렇게나 천박했던 건 아닐까 심히 걱정되네 그려. 내가 창조한 이론이 그처럼 보잘 것 없는 거냐고. 허허. 벅찬 감동 가슴 뭉클한 기쁨, 그런 거도 없으면서 내 말이 많았네. 미안하게 됐네. 그대에게 고맙고 말이야.」 연설 끝. 그 아저씨 말 한 번 더럽게 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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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체는 지적이고 하체는 부실했을까? 아니면 반대로 상체가 실하고 하체가 허약했을까! 힘은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기분의 버릇처럼 밑에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태양의 인력처럼 분위기는 수평적으로? 모르겠고, 어쨌든 환상머신은 혹사당했고 행복론은 미완성이다. 말하자면 원활한 두뇌 회전으로 말미암아 일이 잘되고, 일이 잘되면 최고급 벨트를 매든 슬리퍼를 신든 놀기도 재미있었을까. 재미없는 얘기는 집어치우고 아니 넘어가고. 한마디로 둘다 그만그만했다. 죽도 밥도 아니었단 말이다. 그렇지만 또 전화는 걸려왔다. 누구긴 누구겠나. 누노였지. 저번에 누노와 알게된 노신사. 자콥 커퍼필드가 명색만 그런지 뒤에서 조종하는지 몰라도 그가 알려준 스파피날레라는 회사는 그런 회사였다. 한마디로 술을 동력원으로 사용하여 기계적인 에너지를 실현시키는 일. 다시 말해 연료는 술이요, 기계는 엔진. 자, 엔진에 대해 간략히만 알아보고 가야겠다. 배, 비행기, 모터사이클, 자동차 다 똑같다. 석유 기반 원료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는 점.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 자동차의 연료는 1가지가 아니다. 휘발유, 경유, 가스, 전기, 수소, 곡물 추출 연료등. 인력도 있다. 생산성 대비 이득이 낮아서 그렇지, 그외 가능은 하나 시도하지 않는 것도 많다. 즉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기계적 에너지를 만드는 것, 그것을 엔진이라고 하는데. 그 과정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연료와 공기를 연소실에 흡입시키고, 피스톤이 내려가면서 동력을 발생시키며, 배기 밸브가 열리고 연소 가스가 배출 어쩌고저쩌고. 그런 엔진의 운동 특징 상 완전 연소가 일어나면 무엇이 발생하냐, 물이 발생해 물. H2O, 수소 2개 산소 1개. 운전할 때 신호대기중에 뭐가 보일까, 앞 차의 배기구에서 물이 똑똑똑 떨어지는 모습. 학교에서 배웠던가... 그랬을 것이다. 다시 말해 엔진이 건강하면 그처럼 물이 나와야 정상. 그런데 엔진에서 완전 연소가 아니라 불완전 연소가 발생한다? 그러면 물 대신에 새까만 연기가 나온다. 그거다. 그렇게 과정의 일리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막 계속 막 계속 나온다. 그래서 석유를 먹는 엔진이 필요없는 전기 자동차는 그런 엔진이 필요없다. 전기를 즉각 힘으로 전달하면 되니까 모터 하나면 끝. 더 간단히 말해서 엔진과 모터의 차이가 뭐냐? 매우 타당한 의문점이다. 원론적으로는 이렇다. 모터는 전력 에너지를 받아 동력 에너지로 변환하는 전동기요, (여기서 말하는) 엔진은 석유-가스 에너지를 동력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계.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사람 + 자전거 = 자동차>라고 가정했을 때, 모터는 내 의지를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내 몸에 에너지가 있으니까 곧바로 페달만 밞으면 그만. 그러나 엔진은 내 몸 자체가 엔진이다. 내가 음식물을 섭취해서 칼로리를 얻고, 그 칼로리를 소비해서 힘을 내는 전-과정. 그것이 엔진이다. 말하자면 모터는 실한 하체, 엔진은 눌변 뿐만 아니라 정신을 포함한 내 몸 전체. 그러니까 모터에 비하면 엔진은 훨씬 복잡한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 튜닝의 끝은 엔진 튜닝일 테고. 그처럼 사람은 음식물을 섭취하고, 할동하며, 화장실에 간다. 그러듯이 자동차는 석유와 공기를 먹고, 달리며, 물과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그럼 남자의 마음은 모터고, 여자의 마음은 엔진인가? 넘어가자. 바로, 그런 원리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자콥 커퍼필드 아저씨가 그랬다. 세계8대 자동차 엔진을 분해 연구하고 또 연구하면서 마침내 어떤 기술을 개발했다고. 바로 술을 원료로 하여 기계적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엔진을! 다만 아직 기술은 90퍼센트 정도 완성 단계였고, 양다리는 안된다고 했다. 그건 곧 위스키는 위스키만. 포도주는 포도주만. 탁주는 탁주만. 맥주는 맥주만. 그런데 이 기술이 만약 완성되면 기존 산업계에서 가만 있겠냐, 자기들 망하는 거 시간 문제인데 들고 일어설 거 아니냐.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또 해야 한다면서 침을 튀기면서 연설하셨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농담인지 왜 몰랐겠나. 그런데 자콥 커퍼필드 아저씨의 말발에 우리가 넘어가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그러지 못했다. 그 양반의 탁월한 언변에 설득되지 않고 고집 피우는 게 가능했을까? 불가능했다! 아저씨의 과학적인 설득에 우리는 감동했고, 아저씨의 수학적인 뚝심에 우리는 마음이 약해졌다. 아저씨의 배짱 뿐만 아니라 우리는 기어코 비밀스런 연구소까지 방문해서 실체를 보고야 말았다. (딱)! 아 진짜구나, 우리는 홀딱 넘어가고 말았다. 지폐 인쇄술이니 뭐니 수표와 채권 증서를 찍는 기계니 뭐니, 그런 사기 뉴스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었다. 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영업을 한다면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다가 암웨이인지 어딘지 모르겠는데, 어느 다단계 빌딩인 줄도 모르고 덥썩 들어갔다가 그곳의 높은 직급에게 딱 걸려서 혼쭐이 난 적이 있다. 당시 역으로 당해서 풀이 죽은 채 절망한 사례가 있다. 명함은 함부로 내미는 게 아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고! 더군다나 누노는 먼 과거도 아니다. 누노는 불과 얼마 전에 당했다. 무슨 위인들에게? 비타민 담배 관련 사업단에게! 비타민 + 담배 = 비타민 담배! 두둥~. 심지어 누노는 나한테 딱 3장만 뜯겼다고 했지만, 눈치를 보아하니 적어도 7장 정도는 손해본 거 같았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자콥 커퍼필드는 그 모두를 뛰어넘는 초절정 고수라는 점.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급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누노와 나는 그렇게 됐다. 하루는 투자 설명회 하루는 위스키 동호회. 물론 투자 설명회에서 우리는 바람 잡는 역할도 뭣도 아니었다. 물론 우리는 위스키 동호회에서 위스키 냄새도 맡지 못했다. 정말로 위스키 동호회에 처음 간 날만 여자가 8이었다. 그 뒤로 나머지는 남자가 거의 100퍼센트. 억울해도 정도가 있지 그건 망해도 한도 끝도 없이 억울했던 거다. 부득이 일은 그렇게 됐던 것이다. 누굴 탓하겠나. 이렇게 우리가 당하고 또 당하니, 속고 또 속으니 허세와 허풍이 발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거다. 안 그런가? 곧 우리는 허영심의 노리개로만 살 수는 없는 일. 그러나 그걸 천대하면 허세의 어깨 뽕이 튀어나온다는 점. 고로 그 애증 어린 우정의 시소 게임에서 중재자로 나서야 할 제3의 인물은...... (두근두근 조바심 부채질, 두근두근 궁금증 부추김)...... 결국 허풍일 수 밖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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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투자설명회에서 발길을 돌렸다. 내 삶을 살아야 하니까. 그런 황당무계한 얘기는 단지 허구일 뿐이니까. 그러나 자콥 커퍼필드 아저씨의 명-연설이 내내 내 마음을 잡고서 놓아주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그곳에 들려서 17살 때 시도했던 일을 반복했다. 곧 그때는 정치-외교 과목 선생님의 설변을 속기사처럼 기록했지만, 지금은 자콥 커퍼필드 아저씨의 강의를 채록해서 집에서 복기해봤다. 다음은 최근 그분의 연설 일부분이다. 「여러분. 오늘의 주제는 이기주의입니다. 일상을 둘러봅시다. 개인사, 가족사, 친족 갈등, 사업운 기타 등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그렇죠? 사람이 살면서 걱정 하나 없이 살면 그 또한 재미가 없겠죠. 그렇지만 그 걱정이 내 삶을 이끌면 안되겠죠. 그럼요. 그렇지만 그런 일들이 결코 드물지도 않고, 나이가 들어도 오히려 잦아질 수도 있어요. 속칭 잘나가는 멋쟁이라면 몰라도 보통 사람들은 호쾌히 동의하실 겁니다. 그렇죠? 왜 아니겠어요. 그처럼, 왜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웃음이 줄어들까 그걸 한번 생각해봤어요. 뭔가 이상했거든요. 딱 봐도 10살보다 70살이 상식적이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아니죠. 그럴 때도 있는데, 아닐 때도 적지 않다는 것. 누가 모르겠습니까. 그럼요.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모르는 일도 없고, 굴곡도 겪을 만큼 겪고, 사랑도 해 봤다 행복이 무엇인 줄도 아는데? 그처럼! 재주 많은 팔방미인이신 어른들께서 애보다 훨씬 현명하고 항상 즐거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정상 아닙니까? 이론적으로는 그렇죠.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아니죠. 그럼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허허허.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구요. 때문에 어른과 아이는 이기주의의 격부터 다르다, 그겁니다. 특히 돈 문제! 1인에게 한 번, 두 번, 세 번......! 한 번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몰염치와 몰상식은 탄탄대로죠. 어렵지 않거든요, 그 때부터는. 3번째부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가 될 가능성마저 꽤 농후할 껄요. 그런데 양이 크거나 1번에 1인이 아닌 건 또 뭐구요. 주객전도, 그거 쉽상입니다. 집안 일이든 뭐든 끌려다니기 전에 내 기준선은 내가 지켜야 합니다. 아차 하다가 어느 선부터는 포기도 못하죠. 타인은 절대 그 기준선이 슬퍼지는 사정을 알아주지도, 이해해주지도 않습니다. 주도권을 챙기고, 꼭 여심을 유도하며, 반드시 분위기를 이끌 필요는 없겠죠. 그러나 엉뚱한 주동자의 폭주에는 저항하고, 말도 안되는 괴짜의 선동은 사양할 줄도 알아야 하겠죠. 으쌰으쌰 난리도 아니길래 순진한 남자가 총대 메고 팀장한테 따져 보면 어떻게 될까요! 팀장 이 인간, 반성하라 반성하라?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세하길래,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니! 어? 이런! 뭐야? 허허허. 세상이 그런 거거든요. 그렇다고 그 다음 날 친구들한테 위로 받고 으쌰으쌰? 다시 그 다음 날 약속 장소에 나가보면 뭘 하나요, 아무도 없는데! 그렇죠? 알고 보면 인생 참 웃겨요. 허허. 그러므로 연설은 요점은 이렇습니다. 타인의 이기주의에 내 이타주의로 답할 수 있는 한계는 사전에 정해놓을 것. 내 이기심의 양보 기준을 바꾸지 말 것. 마음 약하다고 이별을 못하면 나중 사랑도 아니고 뭣도 아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가 좋을 때도 있는데 그 반대도 있겠죠. 곧 맺고 끊기! 그걸 못하면 행운은 멀어지고, 행복보다 불행쪽으로 점점 어영부영 가까워질 수 밖에 없다구요. 단, '업어 치나 매 치나'가 괜찮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는 구분해야 하고요. 말하자면 괜히 사람들이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라~는 처지에 빠지는 게 아닙니다. 바로 그걸 깊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란 걸 어른들이 왜 모르겠냐마는, 알면서도 당하는 세상! 속고 속이고, 믿거나 반드시 믿도록 만들고. 고로, 우리의 사업 목적과 목표는 믿거나 말거나? 넘어가죠. 단, 비밀만은 꼭 엄수합시다. 아시겠습니까, (쿵)? (합창)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합창) 우리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허허허허허. 감사합니다. 얘기를 이어가자면 이렇습니다. 밀고 당기고 쥐락펴락! 오락산업도 다른 게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제아무리 성격 좋은 남자라도 한두 번 넘어지겠죠. 그러다 배우겠죠. 잃어도 될 만큼만 빌려주자 라구요. 왜요? 같이 망하니까. 그러면 우정도 돈도 행복까지 다 안개처럼 사라지니까요. 그렇게 그분은 인생을 배웁니다. 성격 좋은 남자가 말이죠. 그래서 그분은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당차게 변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성격 좋은 남자일 테죠? 그래서 인생의 교훈을 알기 전이 아닌, 지금의 나를 농락할 수 있는 고수들에게 끌려다니지 말란 법은 없겠죠. 그분은 돈 거래에 대해서 샐러리맨 주급 정도까지가 상한선일 테니, 지켜지지 않을 약속은 줄을 설 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줄이...... (손차양)...... 차마 끝이 안보이는군요. 허허. (절레절레)! 속된 말로 웃자는 식으로 그렇게 말하죠. 있는 놈이 더한다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물론 웃자는 얘기겠죠. 허나, 내가 있는 놈이면! 내가 1등이면! 어른들이 그렇죠. 마음 속에 뭐가 들어앉았는진 몰라도 어른들이 그래요. 응석은 기본이요, 돈 빌려주라고 하면 죽는 소리 하는 투정은 더 기본! 곧 익살꾼은 재롱이요 냉소꾼은 조롱. 허풍꾼의 농담은 또 어떻고요. 어린이가 담백한 우유와 달콤한 음료수를 마실 때 어른들이 멋모른 채 씁쓸한 독주를 들이켜는 일. 괜히 그러는 게 아니겠죠. 허허허. 그래서 우리가 신-사업의 공략 지점을 잘 잡았다, 못 잡았다? 워─워─워! 곧 인생은 쓰디쓴 스카치위스키 같은 거거든요. 나서서 동의하지는 않을 수 있으나, 어른인 이상 누가 그걸 부인하겠소, 안 그렇수? 그처럼 고양이가 쥐 (입장) 생각 못한다니까요. 여우와 두루미만 봐도 되겠죠. 교양이니 인문학이니 법이니, 그 어떤 문제든지 한가지 기준으로만 보면 됩니다. 어려울 거 뭐 있어요? 그럼요. 즉 그건 뭐냐, 상식이죠!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럼요. 명쾌하죠. (눈빛)? 에이~! 그런데! 상식의 제1제한선을 줄타기하고, 호혜성을 요구하고, 사람 감동시키며 향긋한 치즈에 달린 줄을 살살 잡아당기는 남자. 심지어 여자 마음 안달복달하며 떨리게 만드는 재주랄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그 비장의 뭔가가 있다면! 그러면 적어도 그럴 공산이 크겠죠. 곧 행복해도 가난해야 한다고. 재미없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드문 궁합으로 보자면, 하루는 싸우고 하루는 화해하는 과정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고. 그래서 저는, 무슨 자동 청소 기계도 아니고 인생이 스스로 즐겁게 진화할 거라며 장담하지 않습니다. 이 놈은 사랑이 마냥 아름다울 거라며 거짓말하지 않는다구요. 차라리 피 터지게 싸우고 미운정-고운정이 들라고 권고한다면 모를까, (갸우뚱)? 물론 때와 장소, 그리고 상대를 봐 가면서 말이죠.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녀 간의 사사로운 연정일 테고, 우리의 원대한 대망은 무엇이다? 쉿! 007 작전처럼 쉬쉬하는 그 자세, 아주 좋아요. 그럼요. 허허허. 여러분! 저기 저 숙녀분께서 우정은 왜 추접스러운 거냐고 묻는 듯 하군요. 그럼 우정이란 주제도 짧게나마 간략히 다루고 넘어가보죠 뭐. 간결하게만 말이에요. 앞서 강의에서 제가 리무진이 어쩌고저쩌고 그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거 왜 이런 말 있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일단 듣고 보면 좋은 얘기란 거 누가 모르겠어요. 단지 무슨 얘기인지 잘 알지만 자기도 모르게 의역을 때로는 직역으로 대체한다는 게 문제죠. 안 그래요? 친구가 어려울 때 옆 자리를 가만히 지켜준다랄지, 친구 얘기를 잘 들어주라는 뜻일 꺼에요. 그런데 그런 의역이 아니라 저 말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기준은 나요 상황도 나죠. 곧 자기중심적으로 나는 남한테 어떨려나 몰라도, 친구는 나한테 내가 좋을 때든 나쁠 때든 나 어려울 때 모른 체 하는 친구는 뭐 어쩐다,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거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 어려운 친구 10명이 성격 좋은 친구 1인에게 집중될 수도 있다는 것. 간혹 보면 직접 경험으로 깨닫는 분도 계시다니까요. 30년 우정을 쌓기는 힘든데 사소한 1번의 오해에 대해 총 합해서 100분 분량을 소통한 결과 영원히 남남이 되는 사례, 제 친구 사례니까요. 30년 40년 친분을 일정선 유지하느니 저렇게 갈라서는 우정이 아마 덜 힘들 걸요? 모르긴 몰라도 그래요. 어차피 으쌰으쌰할 때나 친구지 몇몇 조건에 따라 친구는 멀어질 수 밖에 없어요. 가령, 인생이 후반기 쪽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우정의 전성기가 한두 번 끊긴 다음부터! 꼬박꼬박 얼굴 보지 않으면서부터! 그 다음으로 우정은 거의 단교의 과정을 완수하는 건 어쩌면 시간 문제죠. 은혼식이 힘든 것처럼 우정도 반올림하면 100퍼센트 단절됩니다. 물론 짠한 얘깁니다만, 찡한 거 미리 알긴 알고서 인생을 사는 게 좋을 겁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하나 같이 말씀하시는 우정의 결론은 이렇죠. 첫째, 친구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말자. 둘째, 오래 보면 좋은 거고 멀어짐은 당연한 것. 친구란 서로 둘 다 만년 1순위인 단짝 빼고는 말 그대로 친구일 뿐. 살면서 그런 예를 본 적은 제가 기억하기로 아마 한두 번 정도인 듯 해요. 곧 오래 보면 좋은 거고 멀어짐은 당연한 것. 무소식이 희소식이든, 잊지 않든 각자 자기의 삶을 산다는 것. 그 말은 곧 친구를 무슨 내 수호신이랄지 불사신 정도로 격상하지만 않으면 된단 말이죠. 어른들 삶을 알고 보면 자기는 괜찮은 친구가 단 1명도 없다는 사람, 결코 적지 않거든요. 사랑이 품위 유지비를 벌어주지도 않고, 우정이 밥 먹여주지도 않아요. 먹고 사는 생계 앞에 낭만과 더불어 우정 또한 어떻게 보면 사치겠죠. 그걸 전제로 우정과 의리를 구분하는 게 낫지 그냥 직진만 하다가는 인생 괴로워질 수도 있다니까요. (광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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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단절된 우정을 오랫만에 다시 만났는데 섭섭한 마음의 토로가 많죠. 그렇죠? 그건 쉬워요. 전혀 어렵지 않다구요. 앞서 말한 친구라는 관계 때문에 화자의 입장은 뻥카─뻔트─예절─사교─의리─추억─신부들러리─친분등 이유가 아무래도 복합적일 수 있으니, 따라서 (더군다나 오랫만에 보면 생활 수준 차이와 친밀감의 변화도 감안해야 하니까) 청자와 화자의 속셈이 같을 수는 없으므로, 고로 맺고 끊기는 내 고유한 권한이니 만큼 설혹 오해랄지 서운한 감정이 발생하더라도 그렇게 결론내는 게 좋다 그 말입니다. 그 결론은 뭐냐? 그 섭섭함, 내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는 거죠. 친구는 내게 회포를 상기시키는 우정의 회복을 툭 던졌고─한마디로 응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그런데 분명 맺고 끊는 권한은 내쪽에 있었고, 따라서 준 만큼 내가 못 받는다고 할지라도 상심하지 말 것. 그 균형감은 대부분 처음부터 불가능을 전제로 하는 것일 테니까요. 그렇게 내 마음을 달래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요? 물론 상처 받으신 분들께 쉽지는 않겠지만요. 애초에 내 선의도 오롯이 순수하지만은 않았을 테니, 타산적으로 되돌려 받아야 할 부채는 흔한 핑계로 치부된다고 해도 실망할 명분이 다소 부족하겠죠. 최소한 어른스럽진 않죠. 아마도 동심에 가까울 테구요. 따라서 처음에 내 선의에 대해서 돌려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전제 하에 마음과 행동이 함께 해야 좋다는 것. 프로야구, 프로축구 선수는 현역 시절 반짝 벌어서 은퇴 후 긴긴 삶을 살아야 해요. 그래서 전성기 때 빠싹 벌어야 한다구요. 그렇지만 기쁜 날이 있으면 좋지 않은 날도 있는 법. 연봉에 걸맞는 활약상을 펼치지 못하면 팬과 언론으로부터 뭔가 말이 나와도 나오죠. 그 흔한 표현, 이 중에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시장은 내 마음과 같기 힘들 테니까 변수가 적지 않다 그 말이죠. 그처럼 그대의 선의를 먼저 입은 친구가 나중 눈꼽 만큼의 선의일지라도 되돌려주고 싶겠지만, 막상 살아보니 변명이 앞서는 게 뭐 어렵겠습니까. 그런 일이 어디 드물겠습니까! 나이트클럽 들어갈 때랑 나올 때는 천양지 차이인데요? 게다가 앞으로 얼굴 볼 일 대체 몇 번이나 된다구요! 그러니까 친구의 우정이란 장사꾼이 꼭 지키는 법칙과는 약간 상이한 거다 그거죠. 곧 하나 주면 무조건 받는다, 하나 받으면 반드시 나도 하나 준다! 아마도 그럼 우정도 절반쯤 계산적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일까요? 특히, 돈-봉투를 주고 받는 문화 같은 게 있다면 특히 더하죠. 서로 돕고 좋게 좋게 챙기자, 의도는 좋죠. 이론적으로 최고에요. 하오나, 나는 친구들 2번 3번 결혼할 때 또 어떨 때 죄다 찾아다니면서 총합이 얼마가 됐는데. 그런데 난 정작 거의 반 세기가 가까워서야 1번째 결혼에 골인. 그런데 뿌린 만큼 거두지 못했으니, 고로 섭섭하다? 섭섭한 게 당연하긴 당연한데, 너무 천진한 발상이죠. 어차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거, 설마 모르지 않았을 거 아니냐구요. 왜 누군가 그러겠어요, 우정은 추접스러운 거라고. 웃고 떠들며 재밌을 때만 대체로 친구니까 그렇죠. 나 힘들 때 쩜쩜쩜...... 이론적으로 그때 곁에 있는 친구가 좋을 듯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글쎄요, 썩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거. 어른인 이상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어쨌든 어떤 결과가 내 마음에 안 들 때 반틈은 내 책임이다, 그 말씀입니다요. 1번 가고 1번 오고 정황을 봤을 때 일단 계약서를 쓰는 사업도 아니고, 계약서 상의 독소 조항이 인습에서는 어쩌면 멀어짐 같은 거 아닐까요? 사회적 전례를 지켜야 하는 도덕적 강제성이 상대적으로 큰 혈연 관계도 아니고, 단지 우정이니! 애초에 맺고 끊는 권한은 내쪽에 있었고, 응분의 보상을 100퍼센트 받을 것을 상대 또는 미래의 동의도 없이 내 마음대로 정했으며, 그것을 전제로 행동했던 선의이니 만큼 실망감도 반틈은 내 탓이라 그 말씀입니다요. 제 말이 틀렸을까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구요. 네? 감정적으로는 적지 않게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풀어서 알아보니 이렇다 그 말씀입니다. 네. 그렇죠. 이성적 결단이라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게 푸념보다 조금은 나은 것 같아요. 자, 우정 얘기는 여기까지. 그래서 강의를 끝......내기는 아직 아쉽죠. 허허. 한쪽은 푸하하하, 한쪽에서는 룰루랄라, 또 다른 한쪽에서는 거의 뒷목 잡기 직전이시네. 네. 네, 알겠습니다. 짧게 가겠습니다. 저도 그런 거 좋아해요. 그럼요. 왜 싫어하겠어요. 누가 됐던지, 우리는 일단 상대를 보면 속으로 이미 실측을 끝마친 상태라니까요~. 분석 착오 그런 게 어딨어요, 사람이 계산하는 것도 아닌데. 네? 뭐야! 말하고 보니 완전 재수없네... 우웩! 농담이 심했습니다. 인정. 주의하겠습니다. 허허. 아무튼 우정이란 그런 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친구끼리 티격태격하며 다투고 으쌰으쌰하며 재밌고. 그러다 애인한테, 애인이 없으면 일기장이든 소셜 네트워크에 그러죠. 뭐라구요? 아 우정 그거 짜증난다구요. 물론 투정이랄지 농담으로 말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우정은 그런 거 같아요. 꼭 우정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말이에요. 네. 그럼요. 곧 <낙관적인 기질 대 회의적인 천성>! 그게 사람에 따라 8 대 2도 있고, 그 반대도 있고, 반반도 있을 테죠. 그냥 쉽게 구분하자면요. 그런데 문제는 그거죠. 어른인데 초딩처럼 예측 가능하냐! 네? 전문가인데 비전문가로 대체 가능하냐! 네? 상남자인데 알고 보면 옹졸한 걸로 어디서 그 짝을 찾을려고 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네? 얘는 재밌는데 타율마저 좋다, 허나 쟤는 재밌는데 아 말 말자! 네? 얘는 장르가 장르가 매번 새로운데, 재는 뭐야 아쉬운대로 매꾸고 여전히 뻔하네! 네? 그처럼 사람을 사귀고 겪어 보면 고수와 하수, 그거 어떻게 보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연애도 똑같다니까요 그러네. 어쨌든 일반적인 방정식은 그렇죠. 네. 수학의 난제를 풀거나 공식을 만든 사람이 있으면 푸는 사람도 있다는 것. 공부, 하기 싫거든요.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 아닌가요? 다시 돌아와서, 1차적으로는 그렇죠. 뭐가 그렇냐, 내게 유리하면 긍정이요 내게 불리하면 인상 팍이라는 점. 그렇죠? 보통은 그게 정상이에요. 곧 성격이 앞서 말했듯이 8 대 2든, 2 대 8이든, 장조와 단조가 반반이든. 일반적으로는 그래요. 한두 번은 모르는데 사람을 오래~ 함께 하며 해프닝도 겪고 그렇게 친해지면 그건 드러나지 않을 수 없는 거거든요. 네. 그럼요. 그래서 이쯤 하여 그 다음으로 1차 방정식을 2차로 발전시켜보자구요.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내 마음에 안 드니까, 내 기분 나쁘니까 부정적인 반응을 숨기지 못하는 것. 그거 오히려 반대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그게 되면 그 다음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내 한계를 내가 뛰어넘지, 어? 누가 요술로 날 띄울 수도 없고, 양치기는 개꿈이나 꾸지 양치기가 양 생각 하겠어요? 그거거든요. 바로 그거라구요. 내 밥 그릇은 내가 챙겨야 하고,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그건 여기서 할 애기가 아닌 거죠. 네. 그럼요. 그렇지만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안 되면 언제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하나 내내 그 수준에서 그냥... 그냥 뭐... 그만그만하게 갈 수 밖에 없겠죠. 그 나물에 그 밥이 다른 게 아니겠죠. 허허. 네 그럼요. 안 그렇겠어요? 물론 이것도 이기주의는 이기주의인데 단순한 이기주의와는 또 다르다 그거죠. 네. 그럼요. 왠지 싫지만 쟤한테는 뭔가 배울 점이 있네, 내게 쓴소리지만 난 이걸 새겨듣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듣기 싫고 견디기도 어렵지만 이 고비만 넘으면 이거 분~명 언젠가 어떻게든 내가 최소한 한번은 써먹을 수 있겠구나! 바로 그런 예가 있겠죠. 값싼 질투가 있으면 고급스런 질투라고 왜 없겠어요. 이 얘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테지만, 실천하는 사람도 어쩌면 그리 많지는 않을 거 같아요. 그럼요. 이게 바로 레벨1에서 2로 발전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여러분. 말은 쉬운데 실천이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 그거죠. 그럼요. 한마디로, 지는 비교! 그걸 무의식이 하면 열등감. 내가 하면 자존심. 화장품 광고가 독려하면 자존감. 부인의 잔소리는 뭐겠어요, 직접화법이죠. 허허. 유난 떠는 게 웃기면 유대감이고, 푼수의 잘난 척이 웃기면 코메디 아니냐구요. 쟤는 왜 저렇게 낄 데 안 낄 데 다 끼는지, 대체 왜 저렇게 나대는지 이해가 통 어려우면 내게 연민이 부족한가 감정이 매말랐나, 한번 생각해봐야 하구요. 이만하면 웬만한 중고차 값 내고서 세계적인 강연을 굳이 꼭 가서 볼 필요 없지 않나요? 그분들과 제가 1 대 1로 말싸움하면, 제가 질 거 같아요? 저는 자신 있습니다. 누가 됐든, 아주 그냥 혼쭐을 내줘서, 눈물 콧물 쏙 빠지게 만들 자신, 있습니다. 그럼요. 말만 하세요. 저는 자신 없는 걸 자신 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자신 있으면 저는 제 말에 책임을 집니다. 뭐든지 그 뭐든지 걸 수 있으니까요. 그럼요. 허허. 듣고 보니 재수없네. 죄송헙니다~ 허허. 그야 어떻든 우리의 사업 슬로건이 뭐다? (마이크를 관중석으로) (007게임처럼 무음으로 화답) (대체 어떻게 학습된 건지 참 나!) 자, 우정 얘기 진짜로 끝. 그 다음으로......」 그 다음 이야기는 생략한다. 알고 보면 자콥 커퍼필드, 참말로 할 말이 산더미 같은 인간이다. 자콥 커퍼필드, 보면 볼수록 미스테리한 인물인 듯 하다. 바로 이래서 등 돌렸던 내 마음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철지난 유행가처럼 그랬다. 미워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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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콥 커퍼필드가 풀어놓는 다변의 특징은 무엇일까를 분석해봤다. 누구든지 무엇이나 단박에 설득하는 법, 같은 기본기도 아니다. 정치색 짙은 단체에서 가르치는 전형적인 방법도 아니다. 선동가의 논법도, 주동자의 배짱일 리도 없다. 잡지풍 글발처럼 자극적이지도, 연설가의 말발처럼 유려하지도 않다. 그렇지 않나? 언어에 최적화될 만큼 구조적이지도 않고, 결점과 흠과 단점을 최소화할 만큼 논리적이지도 않다. 아닌가, 아닌 게 아니기를. 그럼 뭐냐? 모르겠다. 향수를 건드리고, 동정심에 호소하며, 무의식에 손짓하는 판에 박은 수법. 그건 그것대로 절실히 필요할 때가 따로 있다. 물론 그것도 아니었다. 그럼 뭐냐? 모르겠다. 어쩌면 인공지능이 탑재된 환상머신의 지령을, 귓등에 붙인 손톱 만한 살색 스티커를 통해서 듣고, 그걸 토시 하나 틀리지 않도록 읊는 것일까? 모르겠다. 그걸 누가 알겠나. 그렇다면 그건 아마 무대책 궤변일까 아닐까. 대부분 알고 싶지 않을 것이다. 관심조차 없겠지. 허나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야. 그래서 남는 답은 단 두 개였다. 그건 곧, 첫째 그럼 뭐냐, 둘째 모르겠다. 따라서 그가 손꼽는 핵심은 이렇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볼 수 밖에. 당신의 어법을 빌어서, 당신의 몸짓을 본따서, 당신의 감흥을 베껴서 말하자면 이렇다. 「그러니까 언제 장기 투자하고 어느 세월에 신의 한 수를 노리냐 그거지. 신제품은 나오고 또 나오고. 단짝은 바뀌고 또 바뀌고. 뭐, 마누라인지 뭔지 남자친구마저 바꾸도 또 바꾸고? 통과! 아무튼, 바쁜 세상 기분은 날 따돌리고 행복마저 날 끌고가지 않나요, 네? 그렇죠? 그럼요 그럼요. 감수성은 어떻게 작동하고 긍정적 정서는 무엇이며 행복에도 공식이 있다? 잠깐 반짝은 할 수 있는데, 잠깐 이후에 금새 잊혀져요. 훅~ 끝! (몸짓) (표정) (반응) 정서와 동기의 얽힌 관계, 언어와 사고의 동반적 운명? 당장 채널 돌아갑니다. 학습과 성장은 무엇이고, 왜 나이를 먹으면 웃음이 줄며, 그럼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면서 뭔가 설을 풀려고 해 봐요. 아 진짜 그래 보세요. 말발 좋은 꼬마 녀석 당장 치고 들어옵니다. 노크도 없어요. 힌트가 다 뭐에요. 예법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니까요. 하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긴 하겠지만 말이에요. 뭐 어른들만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란 법 있습디까? 그거거든요. 건방진 장난꾸러기 같으니라고, 요만~큼도 기다려주지도 않아요. 넌지시가 다 뭐에요 어디서 배웠는지 직설화법도 이미 고급 단계로 접어든지 한참 지났을 껄요~. 걔가 뭐라 하겠어요. 이렇게 말하겠죠. 공부 그거 다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아저씨 돈 많아요? 그래서 아저씨 행복해요? 거짓말 마세요. 이미 얼굴에 딱 써 있네. 나는 불행하다 나는 뭘 해도 재미가 없다 라구요. 푸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이 자식이......! 바로 그거죠. 바로 그거라구요. 네. 그렇죠. 내가 아무리 공상을 좋아하고 몽상가로 유명해지고 싶어도, 그게 어디 쉽나요? 신기한 상상력은 아무리 날뛰어봐도 어린이한테 안되고, 놀라운 가상 세계와 달콤한 환상은 내가 제아무리 뛰고 날아봐야 그분들께 안됩니다. 그분들이 누구겠어요, 매스컴에서 말하는 누가 돌아왔다-겠죠. 네? 그렇죠?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뭔가 멋진 말을 꺼낼려고 하면 이미 꺼내기도 전에 옆에서 그래요. 무슨 얘기할 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저급한 과시욕과 허접한 허세는 부지런한 호기심과 성실한 허풍, 특히 지적 허영심한테 상대도 안된다 그 말이죠. 네? 아 진짜 그렇다니까요. 그래서~! 저급한 과시욕과 허접한 허세는 과연 어떻게 우리를 농락하는가, 그 얘기를 짧게만 알아보죠. 무엇을 예로 들까요... 아하! (딱) 그 가운데 일단 좋은 거부터 시작하죠. 그럼요. 그래프가 어쩌니까 중요한 일은 오전에 하라, 그렇지만 행복도는 해가 저물어가면서부터 올라간다? 오전에 최선을 다하자, 낮에는 대충 살자, 밤에는 막살자 그 얘기 아닌가요! 네? 공부는 쉽고 일은 재밌다? 그거 다 뻥이에요. 무지보다 앎, 아는 것보다 노는 것, 노는 것보다 즐기는 게 최고다, 고로 현재를 즐겨라? 그거 다 뻥이에요. 네? 저 뿐만 아니라 우리의 친구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막노동 십장, 사기 및 도박 및 알선, 한 명은 머머 출신에 한 명은 주술사라...! 뭐 어쨌든 힘든 과정을 즐겨라 그런 말 다 뻥이라구요. 몽키스패터가 별명이면 웃긴데 공구면 힘들답니다. 야구방망이가 야구하는 데 쓰이지 않으면 할 말을 잃게 된다구요. 네? 머머하면 머머하니까 따라서 즐겨라? 웃기시네! 다 뻥이에요 싹 다 뻥! 벽돌 메고 계단을 올라가 보세요, 그런 말이 나오나. 삽으로 땅을 파고 곡괭이로 맨땅을 파 봐요. 돈이 나오나. 어머나! 그런데 누가 진짜로 땅에다 보물을 파-묻었다, 불법으로 번 거액을 그렇게 발견했다 라는 뉴스가 간혹 우리를 웃겨주긴 하죠. 네. 하여간, 뭐 멋진 얘기 있어 보이는 연설, 혹하는 말발 그거 절반은 뻥이에요. 네? 블루컬러잡이라고 뭐 죄다 맷 데이먼처럼 수학 천재인 줄 아시나! 도박업이 어떤 일인데 그분들이 뭐 바보도 아니고 일류대 박사님들한테 당하고 또 당하고 어쩌고? 희박한 전설 빼고는 다 뻥이죠. 요만~한 일을, 이만~하게! 그래서 우리가 드라마 보고 익힌 건 한두 개가 아니라구요. 하여 영화만 보면, 책만 읽으면 뭘 자꾸 따라하는 친구들. 조심해야 해요. 드물게 나중 일낼지도 모르거든요. 진흙 속의 진주처럼 우리 주위에도 물건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럼요. 물론 당시에 즐기는 일도 있는데, 대체로 나중 포장한 경우가 많다는 말이죠. 내가 지금 행복한데 행복에 몰입됐고 행복한 줄도 모른 채 이처럼 따박따박 나불대고 있는데, 그런데 뜬금없이 나 행복해? 뻥이에요 다 뻥. 즐긴다는 둥 만끽한다는 둥 그거 말이 쉽지, 즐긴다 그게 어디 남의 집 개 이름이냐 그 말이죠. 단, 멍석이 깔렸다 싶으면 막 밑도 끝도 없이 막춤 추며 난리 부르스라도 춰야죠. 왜? 자랑 대회와 허풍 대회 출전 자격을 그걸로써 얻을 수 있으니까요. 고급 패턴과 배운 어법에다 전장에서 익힌 술법은 그 대회에서 받아주지 않는데 어떡합니까? 허허허! 지난 날 내 못났던 이기심에 복수하고, 무던히도 종잡을 수 없었던 질투심을 길들일려다가 팬들 다 떨어져나가요. 괜히 조증을 따라해봐요, 애인이 뭐라 하겠어요. 평소대로 해, 그런단 말이에요. 사람이 갑자기 이상해지면 뭐 어쩐다나 뭐라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요목조목 설명해봐요. 친구가 하는 말은 뻔하겠죠. 뭐라 할까요, 이렇게 말하겠죠. 우리는~ 뭐라뭐라! 그렇죠? 벌써 웃었네 벌써 웃었어. 그런 경험 하신 분이 한두 분이 아니구만 그래. 어렵게 외우고 분위기 만들어서 뭔가 설득할려고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지죠. 무엇에요? 아 <우리는>에! 허허. 어쨌든 긴말 필요없고, 군말도 여기서 할 게 아니라 분위가 좋은 카페에서 애인한테나 해야겠죠. 그런데 애인이 없다고? 나 보고 어쩌라고! 농담이에요 농담. 여러분, 저는 응원합니다. 사랑의 지망을. 여러분, 저는 바랍니다. 행복의 소망을. 여러분, 저는 기원합니다. 흑심의 다망을. 네? 당신의 다변은 답이 없다구요? 일단 넘어가죠. 여러분, 저는 애원합니다. 유복한 호사과 우리들 베팅의 축복을. 뭐 어쨌든 쓰잘데기 없는 얘기는 이만하면 됐고, 이제 그만 결론을 슬슬 정리해보죠. 자, (쿵) 그럼 당장 결론을 꺼내보죠. 흐흠. (쉭──쉭──쉭) 곧 제 말은 그거에요. 언제 그 모든 과정을 다 거치냐. 네? 스킨쉽에 말을 놓고 유혹하며 어쩌고저쩌고 분위기 파악하고 성격 측정하며 낭만감을 한 발 앞서 간파하다가는, 네? 그랬다가는, 날샙니다. 네? 그녀는 도망간다구요. 도망가도 진작 도망가죠. 어디서 기생 오라비 같은 놈한테 홀딱 반하더니 날 언제 알았냐는 듯이 한순간에 딱 등 돌려버린다구요. 네? 바로 그래서~, (딱) 다섯 가지를 한꺼번에 하라 그 말이라고. 응? 그건 뭐냐, 첫째, 다수의 귀추를 대번에 끌어모은다. 둘째, 저변의 편을 든다. 셋째, 평균을 자극한다. 넷째, 리더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마지막 다섯째 두둥~! 다섯째, 마침내 여심을 빼았는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뭐라고? 그거네. 첫째는 쇼, 둘재와 셋째는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넷째는 약점 물고 늘어지기. 다른 말로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다섯째는 그 뭐야 명당에 미끼에 기다림과 입질까지, 만반의 조건과 최적의 행운까지 충분하니 누가 걸려도 걸린다? 남은 일은 관상만 보면 된다 그 말이구만 그래. 말상인지 개상인지 그것도 아니면 생선상인지를. 이 인간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야? 어디서 난봉꾼 주제에, 어? 이런 날땅보를 내 그냥......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웅성웅성) 뭐야 그거! 애초에 자기 빠져나갈 구멍은 미리 다~ 마련해 놓고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 일! 그거 아닙니까? 으쌰으쌰──으쌰으쌰──으쌰으쌰, 너도 나도 동네 똥개마저 들썩일 때 자기만 쓱 빠져. 언제 빠진 줄도 모르게, 뭐 담 넘어가듯이 쓱~ 빠져. 그렇게 어디에 가서 야자수 + 비키니 + 칵테일 + 해먹 + 레게풍 유행가? 그러다 추리소설은 따분하니까 읽다 던져버리고, 여성잡지1 애독자와 라디오 드라마 애청자 하며 여성잡지2 편집장까지 분위기 좋고 기분도 좋고, 사교의 공식을 새롭게 쓰며, 무도회에 갈 채비만 내내 반복하시겠다고? 또? 거기서 누가 알아 본다고, 그 말이구만. 도시에서 '최선을 다하자'와 '대충 살자' 사이에서 아웅다웅할 필요도 없고. 어? 대놓고 막살겠다고? 진짜로 그러시겠다? 그거야? 어? 정녕 그거냐고! ...... (침묵) ...... 야 야 눈치챘어 눈치챘어, 뭐해 뭐해 튀어 튀어! 일단 튀라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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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꿈은 소망하기에 너무 노골적이다. 또 말이 되는 꿈은 너무 막연하다. 흔한 게 좋지만 그 또한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처럼 시시할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꿈은 뭐랄까, 뭔가 잘만 하면 잡을 듯 말 듯, 잡을 뻔 하다 안타깝게 놓친 다음 7전 8기로 겨우 잡을 수 있는 말 그대로 꿈. 극적 고조감이란 곧 그래야 한다는 말인데... 가만 있자. 즉 가능성의 극한값과 최저값, 그것의 평균이 좋다는 말인데...! 그러면 또 왠지 모르게 남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 우승 소감과 향후 포부, 그거 다 똑같지 않냐 그 말이다. 그러면 개성이 없어보인다. 솔직하지 않단 말이다. 속으로는 그냥 한심한 탐욕, 겉으로는 사랑을 탐구하기, 요란한 행복감. 있어 보이는 말, 할 만큼 했다. 멋져 보이는 잘난 척, 할 만큼 했다. 아직 덜 했나? 됐고. 과감한 시도 후 참담한 실패, 그 역시 할 만큼 했다.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허당들 따라하기? 할 만큼 한 게 아니라 나보다 더 잘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큰소리 떵떵 칠 정도로 했다. 그러면 그 다음은? 그래서 일찌감치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뭐라고? 꿈은 없고 욕망은 있다고! 뭐야, 그냥 내뱉은 말인데 멋진데. 명언 같은데. 나 천잰데! 미안하지만 아니다. 왜냐하면 노력은 쓰고 열매는 달다 라는 말과 별 차이 없으니까. 거꾸로맨들한테 그건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 그렇지만 내가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혹시 패배의식? 루저왕? 눈 한 번 깜박만 하면 새로운 절망감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소질일까?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대체될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심심함, 권태, 일병, 중2병, 아티스트병, 할리우드병 기타 등등.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일하기에게는 관대하고 놀기한테는 까다로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인과관계가 썩 부족하다만 나는 친구 피오렌티나 몽키스패너한테 연락하기로 했다. 한동안 조용하다 싶었는데 또 다시 으쌰으쌰 달릴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잘 놀 수 있을려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따라 집에서 멀찍한 공원에서 잠들어 있는 애마에게로 걸어갔다. 뚜벅뚜벅. 콧노래를 부를 만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렇게 도착했다. 그런데, 무작정 내 웨건에 올라타서 핸드폰으로 피오렌티나 몽키스패너한테 연락을 하려던 바로 그 순간, 아뿔사! 나는 특종 완전 특종에 해당하는 광경을 목도하고야 말았다. 그건 무엇이냐? 공원에서 보니 어느 최고급 승용차에 누군가 위스키를 주유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저건... 뭐지? 뭐야! 설마 날 모르는 척 하면서 일부러 보라는 듯이? 그럴 리는 없겠지.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지 않나. 나는 흡사 최면에 걸린 마법 토끼라도 된다는 것처럼 그를 따라갔다. 일명 추적! 다른 말로 추격전. 그렇게 어딘지도 모르고서 한 시간, 두 시간을 쫓아갔다. 도착한 곳은 꿈 같은 해변. 그 다음으로 나는 차근차근 그가 무슨 일을 하고, 누굴 만나며, 내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찬찬히 관찰했다. 여기까지는 은빛 모래밭. 저기서부터는 푸르른 바닷물. 바람과 온도는 딱 좋고. 숙녀들이 선망하며, 뭇남성들이 부러워할 만한 천혜의 휴양지. 번화가에서 사람을 구경하듯이 비키니를 목격하는 건 지겨울 정도. 그렇게 저 수상한 인물은 파라솔 밑에서 엎드려 책을 읽음. 누군가 우연히 그에게 알은 체를 하네? 입술만으로 말을 해석하는 독순술. 어디서 뽐낼 수는 없어도 나도 나름 일가견이 있는 기술. 따라서 나는 그들의 대화를 유추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통역도 된다. TV를 보면서 애인에게 말도 안되는 뚱딴지 같은 통역, 자신 있다. 왜? 어차피 애인도 모르거든. 때문에 진짜인 것처럼 상황에 어울리게 대충 꾸며서 지어내면, 그녀가 곧이곧대로 믿는 건 일도 아니다. 넘어가고. 그처럼 그들의 대화를 유추하자면 이와 같다. 「가슴이 파인 그 옷차림은 뭐요, 숙녀여.」 「뭐겠어요. 해묵은 욕망을 되살리려는 것 아닐까요?」 「무슨 가당찮은 소리를. 그대여. 오늘 밤, 기대해요. 알겠소?」 「기대하긴 뭘 기대해요! 또 어디선가 낯선 전화를 받고서 급한 일이라며 도망칠 거면서. 지가 무슨 추리소설 주인공이야 뭐야! 안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 품위를 포기하지는 맙시다. 그렇긴 해도, 어쩜 그대는 징징거리는 그 모습마저 아름다운지. 아직도 모르겠소? 내 마음은 여전히 떨린다는 것 말이오.」 「그렇게 날 안심시키기로서니 내가 넘어갈 줄 알아요? 어림 없어요. 알겠어요?」 「그대여. 지금 날 힐난하는 거요? 난 그럼 행복하오. 참치와 고래는 바다에 살고, 나무는 바람과 친하며 태양광이라는 축복에 힘입어 성장하는 것처럼 나는 그대의 잔소리까지 사랑한다오. 아시겠소? 아 지금 보이지 않냐 이 말이오. 바로 이 내 떨려하는 마음 말이오. 응? 순수한 사랑. 그리고 다정한 열정. 또 고결한 행복. 허허허.」 「아 글쎄 여태 여자를 대체 몇 명이나 꼬셔본 거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아주 그냥 술술 나오네 술술 나와.」 「우리, 그러지, 맙시다. 내가 은퇴를 해도 진작에 했는데, 했어도 10번은 했을 텐데, 아직까지 그러면 내가 조금 민망하단 말이오.」 「그 놈의 말이오 말이오. 내가 어쩌다 그 말에 넘어갔느지, 나도 참! 그건 어쩜 내 '말이야 말이야'식 수다와 기막힌 한쌍이었을지도 몰라. 그래도 난 당신이 '우리는'을 자제하는 것에 대해 음... 조금 고마워요. 너무 남발하면 재미없으니까요. 호호호.」 「허허. 그러니 그대도 이만 허당계의 규칙을 인정하시는 게 어떻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거나, 아예 막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 이제 뭔가를 내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소? 혹시라도 우리가 나중 혹은 지금, 대충 살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우리, 애틋한 사랑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려놓지 말기로 합시다. 맹세코! 응? 절대로! 아시겠소?」 「하여간 말은 말은!」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그 세침한 표정. 나쁘지 않소. 더없이 사랑스럽소. 여전히 그대는 아름답구료. 눈부신 천사 같고 어여쁜 요정 같소. 정녕 그걸 모른단 말이오?」 「」 「전 거짓말을 못한답니다.」 그 얘기를 추정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늬가?」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들이 했던 말은 모두 외국어? 그러든가 말든가! 하여간 상황은 다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듯 했다. 곧 저 인간은 아름다운 아가씨와 함께 또 다시 어디로 떠나네? 나는 계속 추적했다. 그렇게 한두 시간 경과. 결국 종착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자콥 커퍼필드가 리드하는 비밀사업체의 본사인 스파피날레! 저런...? 그래서 나는 이런 일에 대해 조예가 깊고 마당발이자 잔머머의 황제인 존티를 찾아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나와 누노로써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차원으로 진입해버렸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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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다음 날 찾아가서 존티를 만났다. 만나자 마자 그 얘기를 꺼내기는 좀 그래서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마라는 뭐하니? 뭐 일하고 있겠지. 샐리와 비비안 소식은 들었니? 자기들 알아서 잘 살겠지 뭐. 그런데 너 원래 그렇게 눈이 튀어나왔니? 난 왜 몰랐지. 뭐야, 입도 튀어나왔잖아? 젠장 이제 알았어. 그런데 있잖아. 이브나 도나는 뭐하고 있을까?」 「걔들이야 뭐, 보나 마나 카페에서 죽치고 수다 떨기 밖에 더 하겠어.」 존티 이 녀석... 성격 좋네? 「그럼 걔들이 우릴 흉보고 있다고?」 「우리? 뭐가 우리야! 나 말고 너! 너만 흉보고 있겠지. 그러나, 그것도 관심이니까 굳이 마음에 담아둘 필요없어. 알겠니?」 「넌 꼭 보면 믿거나 말거나-식 얘기를 아주 기가 막히게 둘러댄단 말이야. 속아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여태 귀가 얇은 난 또 뭐냐고! 것 참 나.」 「너 보기엔 내가 깨작깨작, 어? 뭘 해도 얼렁뚱땅, 응? 아무리 봐도 허접하고 매가리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도 나름 어디 가서 리더 노릇 한다네. 특히 입소문. 그러니까 앞에서는 강연이요, 사석에서는 속된 말로 '입방아'의 주제만 툭툭 던져서 일파만파 파급을 일으킬 수 있는 장본인. 그게 바로 나란 말씀.」 「내가 그걸 왜 모르겠냐. 모험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너인데.」 「내가? 그런 얘긴... 처음 듣는데.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 그게 올바른 표현 아니니? 실상, 나와 너무 멀리 동떨어진 얘기도 아니고 말이야. 허허.」 「그건 그렇고. 넌 요즘 어떻게 사니? 뭐 재미난 일이라도 있어?」 「어떻게 살긴. 그냥 그렇지 뭐. 나 남자잖아? 남자들이 별수 있니. 다른 남자들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원래 남자란 게 다 그렇잖니. 일단 나만 봐도 그래. 객관적으로 말이야 내가 3인칭이 되서 날 보아하니 그런 것 같아. 나는 뭔가 타는 걸 좋아하는 듯해. 자동차! 어? 승마! 어? 나 요즘 경륜 출주표를 보면서 관상 대비 전법을 따져서 건다. 난 마권 살 때도 말 관상 사람 관상 다 봤어. 또 연대율 대 삼-연대율의 비율도 따지고. 물론 미신, 있지. 지금은 일단 2번, 3번, 5번, 7번이 명당. 하여간 하다못해 우리는 놀이공원에 놀러가서-까지도 범버카든 회전목마든 뭐든 타. 안 그래? 또 우리는, 달려야해. 공을 어디에 꼭 넣어야 해. 치고 때리고 달리고. 모 아니면 도라고. 나도 남자니까 거기서 뭐 얼마나 다르겠니. 그럼, 여자들은? 여자들이 하는 얘기야 뭐 여성잡지1과 2와 교양미가 전부 아닐까? 조용조용히 연예계 얘기도 할 테고 말이야. 사랑이냐 행복이냐, 어차피 시소의 양편에 뭔가를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수다. 그거야. 그거라고. 나는 1 친구는 1.5! 친구끼리 친한가 아닌가는 그걸로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애정을 논하고 유행에 마지못해 따르기. 못이긴 척 사랑의 새로움을 동경하기. 응? 다시 말해 첫째 화장술, 둘째 조명발, 셋째 독심술 즉 직관, 넷째 애인이 한눈팔지 않게 마음을 놓지 않기 곧 직감, 다섯째 황금과 인기, 여섯째 사랑과 우정, 일곱째 우아하게 나이 들고 싶다, 여덟째 평생 반복돼도 아무리 반복되어도 결코 지겹지 않은 말들. 가령, 지겹다 따분하다 지루하다 심심하다 뭘 해도 재미없다 요즘 뭐 재미난 일 없니 등등. 너, 왜 여자의 마음이 신비로운지 아니? 그녀는 변덕쟁이네 심술쟁이네, 왜 사랑은 변심을 경계해야 할까? 왜냐하면 여자들이 사랑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 겪는 일의 정형화된 과정을 보면 그 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야. 그분들 삶의 특징과 인생의 패턴을 딱 따져보라고. 답은 뻔하거든. 간단해. 그게 뭐냐, 바로 이거지. 곧 나이 들면서 믿고 속고, 다시 믿고 속고, 또 다시 믿고 속고! 그러다 결국 나를 믿고 나한테 속고. 그러다, 한방! 어? 인생, 어?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지만, 미래는 몰라도 지금은 그래. 지역적으로 어딘가에서의 결혼은, 곧 여자의 성씨를 남자와 동일하게 바꾸는 일이라고. 여자 인생에서 남자 잘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여자, 음 여자! 나를 가꿈으로 얻는 뿌듯함, 나를 꾸밈으로 빚어지는 들뜬 기분. 화장이란 말이야 순수한 자기 만족이 제1목적이요, 얻어걸리는 유혹의 찬사는 자연스러운 부록. 떳떳하게 나는 인기와 황금이 좋다면서 그게 제1.5 목적이라시는 분도 있어. 그걸 싫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왜 겉으로 그걸 말하면 안되냐며 말이야. 또는 대놓고 그게 1번이고 나머지는 다 벤치멤버라는 분도 있겠지. 여자들끼리 적어도 단짝끼리 그런 얘기, 하지 왜 안 하겠나. 꽃에게 벌과 개미와 나비가, 과일에게 곰의 손길이랄지 파리가 날리는 일. 그게 사랑이지 뭐가 사랑이겠나. 그런데 그럴지언정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과 기쁜 우연도 있을 테고, 슬픈 사연도 있다는 게 우리네 인생사. 그게 세계에서 최고로 드문 일이란 걸 잘 아시는 숙녀의 슬픔. 우리는, 그녀를, 이해해야 한다네! 안 그런가? 남자는 우리를 가르치려 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존중 받아야 하고, 자기는 살면서 말이 통하는 남자는 단 1명도 못 만나봤다는 그녀만의 순정을 배려해야 하겠지. 누가? 아 우리가! 왜? 왜냐하면 그녀의 순정은 이렇다 할 구애가 조심스러워도 너무 조심스러워서 객관적인 비인기라는 그 드문 사례가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네. 아하 사랑이라...! 나비가 꽃에 앉았다가 때 되면 떠나고. 남자가 하는 일이 뭐니. 씨를 뿌리고 설을 풀고, 어? 그거 아니냐고. 응? 아침에 면도를 하는 남자도 있고 넥타이를 매는 남자도 있지. 샤워는 꼭 밤에 하는 여자와 샤워를 꼭 아침에 하는 남자가 만나 봐. 첫날밤에는 샤워하겠지 왜 안 하겠어. 그런데 딱 첫날밤에만! 그 다음은 아아, 상상만 해도 커피포트 바빠진다구. 허허. 어쨌든 남자가 아침에 뉴스를 보든 음악을 듣던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지. 그러면 그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 하루를 얼마나 보람차게 보낼까, 성과를 위해서 어떻게 노력할까일 수도 있는데. 음 그런데 보통은 별 생각이 없을 꺼야. 어제와 오늘은 별 차이가 없을 테니까. 여자도 똑같아. 아침에 거울을 보며 정성스럽게 립스틱을 바르고, 핸드백 내용물을 점검하며, 거울을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끝까지 보는 일. 그러고서 아침마다 희망과 동경심과 사랑을 꿈꿀까? 그럴 리가 있나. 그냥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시작하는 것일 뿐. 공부는 재미없다 일하러 가기 싫다! 그게 진짜라고. 어? 그게 진짜야. 그럼 그 가운데는 또 딴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 어떻게 없을 수 있겠니. 그러면 부적절한 관계도 있고 아슬아슬한 긴장감도 있을 꺼야. 허허허. 그런데 내가 이런 얘기를 지금 왜 하고 있지? 왜 그랬지? 넌 혹시 알고 있니?」 「나?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니!」 「그럼. 좋아. 그걸 늬가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야. 늬가 무슨 시리도 아니고 말이야. 허허. 그런데 너 왜 웃어? 내가 우습니? 어? 지금 웃을 일이 아니야. 지금 웃을 때가 아니라고. 어?」 「우습긴. 늬 얘기가 웃겨서 그렇지.」 「그래? 그럼 넘어가고. 하긴 그 뭔가 이상한 상황에 대한 어떤 까닭을 너는 계속 모른체 해. 말을 해도 내가 해야지. 다만~ 너도 말을 하고 싶으면 제지를 해. 내 말을 딱 끊으라고. 치고 들어와. 어? 맞 받아 쳐. 어? 의견이 다르면 반론을 펼쳐. 어? 왜? 우리는 그래도 되는 사이니까. 뭐라고? 나도 말 좀 하자 라고! 어? 왜 그래야 하냐, 뭐 그걸 설명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르겠지마 말이야. 하여간 내가 말로 할 수 있는 욕은 단 몇 개. 허나 글로 쓸 수 있는 상스런 말이라면 말과 똑같아서는 절대─절대─절대 안됨. 내 기준이 그러니까. 곧 글이라면 차라리, 외국어로, 짧게! 그것도 거슬리니까 안 하겠지만 말이야. 그럼 이제 한 번쯤 해 볼까? 에잇, 하지 말자. 재미없다. 뭔 말을 할지도 잊어먹었는데, 거 무슨! 그런데 그 눈빛은 뭐니? 날 보고 마치 무슨... 아무말 대잔치랄지 벼르고 벼른 허풍 대회에 출전해서 예선 탈락한 루저라도 되는 듯한 그 측은함. 내가 모를 줄 알아? 어쨌든 서론은 이만 하면 됐고. 자, 본론은 뭐니? 여기서 내가 더 이빨 까다가는 내가 먼저 지치겠다. 그러면 용건을 못 들어주게 될 테고. 그러면, 헤어지게 될 테고. 다시 그러면 밤에 궁금해서 도저히 잠을 못 이룰 거 아니야? 안돼 안돼 그러면 안돼. 자, 어서 말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 바로 이렇게 하여 내 설명을 찬찬히 듣고 나서 존티는 뭐라고 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 나 이런! 야 이런 순박한 친구야. 아 글쎄 그런 일이 있으면 곧장 날 찾아왔어야지! 응? 전화기 뒀다 뭐하냐구. 어? 조심하며 어려워 할 친구가 따로 있지. 자기들은 본선 진출해서 아차상이네 인기상이네 깜작상이네 좋은 건 지들끼리 다 해 먹고, 어? 예선탈락용으로 따돌릴 친구가 따로 있지. 뭐? 내가 뭐 팽당한 토끼야 뭐야! 그럼 난 지금까지 사냥개도 뭣도 아니었어? 허허. 우리 우정이 겨우 이 정도니? 내 이것들을 가만 두나 봐라. 아주 그냥 본때를 보여줘야지. 따끔한 맛을 보고 싶다면야 뭐 원하시는대로.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어! 아니지. 난 들은 얘기가 아직 없지? 어쨌든 농담이고. 지금이라도 알았으니까 됐다. 어디야, 거기! 자, 어서 가자.」 바로 이렇게 해서 존티는 나와 누노와 함께 트리오를 결성하게 되었다. 나는 그날 일단 존티를 안심시켰고, 우리는 다음 날 그곳으로 쳐들어가기로 했다. 그 셋의 모험담은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내 삶을 잠깐 점검하자면 이렇다. 그것을 나는 일기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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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제목 없음. 내용: 말년에 가택감금에 처해진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비하면 나는 뭐 거의 천국에 사는 거나 다름없다. 조금 단조롭긴 하지만 TV로 여행하고, 기쁨과 즐거움은 인터넷에도 있고, 술값도 거의 다 친구가 낸다.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라고 유감스럽게도 뚱한 표정이니? 내 말이! 그러니까 혹시 부족한 건 쾌락? 경박한 모험이라도 어떻게...! 거 무슨 쓸데없는 소리씩이나. 그렇지만 말이야... 왜 말을 할려다 말아? 더, 더더욱 귀가 팔랑거리게 말이야. 내가 무슨 임팔라야 토끼야? 이거 정말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이야. 어? 그러니까 내 말인즉슨 차라리 학자보다 내가 먼저 선수쳐서 쾌감과 행복의 비례에 대한 논증을 정량화할까? 논문 쓸려다가 허풍선이 될 일 있나. 다 됐고, 딱 두 가지만 하자. 라고 나는 생각했다. 결국 일하기 아니면 놀기. 그 2가지 밖에 없었다. 자콥 커퍼필드는 사기꾼인가 아닌가. 지주회사 스파피날레에서 새롭게 선보일 사업은 과연 진짜일까 가짜일까 라는 것. 그건 그렇고. 어디선가 우연히 사랑의 유행가가 들려오길래 나는 3분의 마법에 걸린다. 그래서 사랑을 생각해봤다. 혹자는 묻는다. 천리안 씩이나 되면서 옆 동네에서 발생하는 무작위의 속삭임도 듣지 못하냐고. 너 바보냐고! 말하자면, 사랑에 대한 요점은 그거다. 그분들 말씀은 그거다. 남자든 여자든. 남자라면 이러겠지. 당신이 플레이보이라고? 만약 그렇다면 나는 사랑의 큐피트겠네! 확인하지 않아도 뻔할 테지. 허허. 또 사랑하는 애인의 다변을 듣고서 그 남자는 대변인처럼 말할 것이다. 고수든 하수든 내 알 바 아니고, 나는 그것을 알고 싶다고. 믿거나 말거나 같은 그대의 허풍은 난 관심 없고, 말 그대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라고. 남의 얘기 말고 자기의 사랑 가운데 첫 번째, 그 하나를. 처음이든 최후든 그 최고의 1개만을! 코 끝이 빨개지고, 가슴이 찡하며, 눈물이 핑~ 도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서정적인 애원보다 아마 꾸지람이 포함된 성원일 수도 있을 헤아림이다. 곧 처음 만나 키스하고, 두 번째 만나 또 키스하고, 세 번째 결혼하자─떠나자─암묵적인 짬짜미로, 거리에서 손 잡고 걷기는 나중에 하자! 라~는 전형적인 플레이보이 이야기 말고, 어? 진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뭐랄까, 야유? 그렇지만 나는 그런 가상의 요청을 거절하고 싶다. 왜냐하면 네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나는 그걸 잘 못하고, 둘째 그건 간접적으로 은연중 드러나기를 바라며, 셋째 그걸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차마 셀 수 없이 저 하늘의 별처럼 세상의 모래알처럼 많을 테고, 넷째 그 사랑은 진짜로 애절하고 참으로 촌스러운 사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그건 정말 너무너무 고귀한 운명이었다고. 사랑의 작전이자 하늘이 점지해준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때문에 선생님의 첫사랑은 들을 필요도 없고, 사랑이란 멀리 볼 필요도 없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부모, 형제, 친구, 지인의 사랑만 잘 관찰해도 충분하다. 그 사정만 묻고 그 사연만 들으면 된다. 그거면 된다. 대체로 그렇다. 아닌가? 아닐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겠네. 정말 그렇겠네. 그걸로 부족할지도 모르겠군. 아니, 완전 부족할까? 어쨌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그걸로 충분하다는 가정하에 말하자면 이렇다. 유명한 영화니 일상적인 드라마니, 인상적인 허구는 다 필요없다. 왜냐하면 최소한 현실적인 사랑과 이상에 가까운 꿈의 사랑은, 적어도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처럼 내 주위의 그분들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고, 중간에 아름답게 사겼는지 멋지게 헤어졌는지, 사랑은 그것만 알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단! 부모, 형제, 친구, 지인의 사랑만 잘 관찰해도 충분하다는 가정 하에서만. 물론 TV와 픽션등 간접적으로 체득한 정보도 결코 만만치 않겠지만 말이다. 그게 오히려 그럴 수 있겠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무엇. 아무튼 사랑 이야기는 여기까지. 끝! 뭐? 아니, 지금 옆에서 연인들이 대판 싸우고 있다고? 우리 엄마 아빠는 하루라도 다투지 않으면 엉덩이에 뿔이 난다고? 그래서 키우던 강아지 머리에 뿔이 나서 그 개는 마침내 유니콘이 됐다니! 오오, 아아! 곧 있으면 그 개, 아니 그 말 내일 모레 코뿔소 되겠네. 그럼 난 그 코뿔소가 고슴도치로 변하지 않기를 기도해야 하나? 듣자하니 뭐 원래 고양이의 수염이 변해서 뿔이 됐다나 뭐라나. 개 털이나 너구리 털이나. 여시 꼬리나 족제비 꼬리나. 악어 가죽이나 실험용 쥐 가죽이나. 사자 갈기를 골든 리트리버한테 뗐다 붙였다, 가 그저 애교라니. 즉 미용실에서 거금을 투자하여 하이에나 갈기처럼 헤어스타일을 완성했는데, 여자친구왈 오빤 촌닭이니 쌈닭이니 뜬금없이 웬 닭 벼슬? 라는 핀잔에 울컥하여 삭발하며, 남자가 여자 모자를 썼다 벘었다! 잔말 말고 따라와, 의전이 그게 뭐니 참 나. 우리가 적어도 에스코트를 하고 받을 사이는 아니지 않니? 우리가 왜 밀고 당겨야 하는데! 설마... 난 아니다 난 아니야. 하여간, 내가 졌다 내가 졌어. 난 루저, 유 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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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은 끝났다. 결전일이 임박했네 어쩌네 뜸들이며 거드름을 피우다가 들뜸을 타이르는 시기는 벌써 지나갔다. 자콥 커퍼필드가 허락하든 어쩌든, 우리가 '술-주유' 사업 주체인 스파피날레의 섭정을 떠맡든 어쩌든 일단 부딪혀보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그래서 누노, 나, 존티. 이렇게 셋이서 곧바로 그곳으로 출발했다. 「존티. 그래도 그렇지, 이래도 되는 거니?」 「안 될 건 뭐야. 쇠뿔도, 단김에, 빼랬어. 응?」 「너가 보기에 '술-주유'사업이 쇠뿔처럼 보이니? 내가 말을 말어야지. 그런데 넌 뭐가 그렇게 당당하니?」 「나? 늬가 내 찌질한 모습을 못 봤으니까 그렇지. 내가 기 죽고 소심하며 절망하는 장면을 늬가 보게 되면... 말 말자. 어쨌든 난 뭐 항상 얌체에 뺀질이만 떠맡으란 법 있냐. 잔말 말고 형만 따라와. 알았어?」 「좀비 명단이라도 있는 거니? 이거 이거 너무 깊이 연루되는 듯 해서 좀 걸리는데. 적당히 하다 빠지는 거, 꼭 약속 지켜라. 응?」 「만약 지금 이보다 더 흥미로운 무도회 있으면 발길을 돌리자. 있어? 만약 지금 이보다 훨씬 재밌는 놀기가 생각나면 말해. 나 그쪽으로 갈께. 응? 만약 지금 이보다 최소한 흐지부지가 아니고 약간 근사하며 듬뿍 고상한 사교 모임 있으면, 차라리 우리 그쪽으로 가자. 응? 어때!」 「늬 말이 맞긴 하다만, 거 어째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느낌. 뭔가 께름직하긴 하다. 이 일을 괜히 너한테 말한 결과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넌 정말 지금 들떴어. 알어? 이게 무슨 너의 못마땅한 '필생의 꿈'이라도 되는 거니?」 「우리 있잖아. 말 너무 많이 했어. 우리끼리 이러는 거 아니다. 알지?」 우리는 그렇게 자콥 커퍼필드가 이끄는 '유류대체 신연료' 사업체인 스파피날레에 도착했다. 그런데 뭐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해야 하나. 그날은 무슨 기념회인지 뭔지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물론 음악은 3박자 왈츠. 그래서 말단 경비원을 비롯하여 경호 인력까지 전부 파티장에 총출동하여 여흥을 즐기는 듯 했다. 「그럼 그렇지. 야 뒤져!」 「뒤져? 뒤지긴 뭘 뒤져?」 「지키는 사람 아무도 없다니까 그러네. 드라마에서 본 거 그거 다 뻥이야. 알어? 일단 지휘부로 보이는 사무실쪽으로 접근하면서 문이란 문은 다 열어봐. 필경 한두 개는 열려있을 테고, 특히 중요한 VIP룸은 무조건 열려있어. 알았니?」 나는 항상 일하기는 열띠었고 놀기는 딱했는데, 지금은 존티가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30분 경과. 딱히 큰 성과는 없었기 때문에 각자 흩어져서 조사한 결과를 얘기하는 데까지 구간 당기기를 하자. 「얘들아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문은 다 잠겨있고 별거 없든만. 넌?」 「어 그게 있잖아. 나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어. 그러는 넌?」 「나? 난 있어.」 「뭐?」 「뭐야?」 「나 있잖아. 샐리를 봤어. 무슨 비서실인가 분장실인가 그런 것 같았거든. 그런데 못 볼 걸 봤어.」 「뭘 봤는데?」 「설마, 누드? 혹시, 올-누드?」 「아니 그게 아니라. 처음에 내가 본 건 샐리가 아니었어.」 「그럼 뭔데?」 「그는... 자콥 커퍼필드였어. 그런데 그 인간이 글쎄, 괴기 드라마처럼 분장을 벗는 거야. 그러니까 가면을. 어? 그러더니 그 안에 나타난 인간은 바로 샐리였다고. 그렇다면 내가 그걸 보고 믿었겠냐? 믿기 싫었지.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믿지 않고 어떻게 해? 그렇다고 그 분위기에 내가 정체를 드러낸 채 가서, 야 이게 누구야 샐리 반갑다, 라면서 인사할 수도 없는 거잖아? 안 그래?」 「거기 어디야?」 「어디면! 가게?」 「그 반대로 갈려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 나도 같이 가자!」 「너네들이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내 꼴은 뭐가 되겠니? ...... 일단 후퇴할까!」 「어째 이거 돌아가는 분위기가 영 찜찜하다. 돌아가는 게 영 거시기하잖아? 안 그래?」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존티에게 말리는 건지, 아니면 자콥 커퍼필드의 수작에 엮이는 건지 모르겠다만. 그렇다면 차라리 파티에 취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처음에 존티 말처럼 이건 정말 쇠뿔도 단김에 뺄 일이 아닌 것 같아. 뭔가를 캐낼려면 일단 동화되는 게 첫째야. 응? 그래, 보호색! 우린 먼저 비밀스러운 마법 같은 매력에 은근히 유혹돼야 한다구. 그렇잖아? 그래서 그 다음은? 순수한 열망과 저질 탐욕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오리오, 무엇이겠나, 하는 수 없이 샐리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줘야지. 곧 앵무새 따라하기.」 「뭔 소리야? 넌 여기까지 와서 쓸데없는 공상을 하고 있니!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어?」 그래서 우리는 일단 파티장으로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파티장에 도착했다. 그 파티장의 느낌은 어땠을까? 분위기는 아름답고 기분은 기쁘며, 그들은 당장 파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파티는 어떨란가 몰라도 나머지는 그랬다. 사랑은 당당하고 우정은 치졸한 것. 그 반대일까? 아니면 우정은 쪼잔하고 사교는 추접하다는 어떨까! 차라리 외교는 응석이고 친교는 투정이라고 하는 게 낫겠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다. 그건 곧 한마디로 세 친구 모두 파티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숙녀들은 그 흔한 조명발에 지치고 그 뻔한 화장발로 피곤해하는 그런 아가씨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동안 우리는 겁없이 사랑에 빠지고 함부로 꿈을 바꿨던 건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그곳은 군말 필요없을 정도로 뛰어난 그런 가면 무도회였던 것이다. 세련되고 우아하며 격조 높은 이런 분위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이런 파티에 단 1번도 초대 받기 힘들다.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파티 참가자들은 대부분 가면을 쓰고 있는데, 그들은? 복장이 완전 비교됐다. 게다가 존티는 가죽점퍼. 심지어 누노는 하필 슬리퍼! 뭐야 이거? 그러던 바로 그 순간! 그들은 파티장에서 자콥 커퍼필드가 휠체어에 마네킹을 실은 채 파티장을 왔다 갔다 하며 사람들과 얘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건... 뭔가... 이상했다. 수상했다. 잘못 걸렸다간 인생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사극에서 보는 칼춤 장면도 아니고, 공포 영화에 나오는 상징적인 모습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결코 다짜고짜 모른 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그 뭔가를 더 떠벌려서도 안될 테고, 그 어떤 비밀을 살살 뽑아내서도 안될 것이라 추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졸지에 그들은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그럼 이제 중요한 건 목숨을 부지하는 일? 놀라운, 사랑의 낙원은 무슨! 모험은 한마디로 말해 꽝이었다. 바라노니 고이 탈출할 수 있기를 간구했다. 그렇게 세 친구는 곧장 '에너지 신사업 유류대체품' 사업체인 그곳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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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만 말하자면 이랬다. 누노, 나, 존티 이렇게 셋이서 각자 차를 몰고 스파피날레 본사를 나가는 길에 그럴싸한 장면을 목격했다. 곧 경찰과 검찰진 차량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자콥 커퍼필드를 잡으러 가는 장면. 들고 가는 건 압수 수색영장일 테고, 벌어질 일은 관련자 전체 연행일 것이다. 그 후 3시간 경과. 세 친구는 다시 스파피날레 본사에 도착했다. 얌전한 여우처럼. 응큼한 족제비처럼. 꾀바른 늑대처럼. 뭔가 구경 거리가 쏠쏠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니까. 다시 2시간 경과. 소득은 없었다.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함. 그래서 세 친구는 위스키 동호회로 출발했다. 그들은 위스키 동호회에 도착했다. 당연히 남녀 비율은 2 : 8도 모자랐다. 곧, 대실망! 모험은 결국 사달이 났다. 어쩌면 아무일 없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체면을 구겨서 오히려 안심이 됐다. 머릿속이 하얘질 만큼 이미 멍해졌고, 수심에 잠길 만한 여유도 없었다. 삐딱한 공상 까칠한 농담도 생각 없었다. 닳고 닳은 사랑의 결말처럼 그들은 풀이 죽었다. 좋게 집에서 신분 상승을 고민할 걸 그랬나, 그들은 각자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들은 그날 뒷모습이 초라한 채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야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니었으니까 내일을 기약하는 약속도, 희망의 찬가도 필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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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의 포지셔닝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내 아무리 관광지에서 (개)고생하는 초라한 조랑말의 숙명이라지만 내게도 꿈이 있었다. 평생 놀고 먹기라는 그런 사적인 소망 말고, 이를 테면 잠깐 잠깐씩이나마 하고 싶은 일과 되고 싶은 무엇이 있었다. 예를 들면 조류학자는 어떨까, 심리학을 배워볼까,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볼까 같은 것. 그렇지만 비과학적 애정을 체험하려는 진지한 시도 같은 건 머리 아프고. 하여 난 아마 살면서 최소한 두 가지를 추구했던 것 같다. 첫째 몰입할 수 밖에 없는 환상, 둘째 거역하지 않을 수 없는 신비. 하지만 그것은 뭔가 있어 보이게끔 다듬은 겉꾸밈일 뿐이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 삶의 슬로건은 아마도 없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하는 둥 마는 둥,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뭐? 통과! 즉 나 유리할 때만,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마침내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양쪽에 꿰찬 것처럼 옛날에 그런 일도 있었다. 친구들과 또 친구의 여자친구의 친구들과 모여서 1박 2일 여행을 갔을 때. 날 짝사랑하여 날 찍은 사진을 간직했던 '흥'하면 절대로 그 어디서건 빠질 수 없던 조증녀, 그리고 헤프기로 소문 났던 조증녀의 친구(선천적이든 후천적인 트라우마 때문이든 그야 모르겠고). 그 둘이서 날 팔짱 끼었을 때! 난 아마 둥둥 떠다니듯 기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하자면 그렇다. 하나는 사랑의 이기주의자였고, 또 하나는 쾌락의 마성녀 아니었을까? 후자로써 기억 나는 숙녀라면 하나, 둘, 셋, 넷......! 그러나, 기회는 많았는데 후자라면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이때 반반으로 나뉠 테니까. (조증녀? 구애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지만 만약 그 동생한테 발목 잡혔다면... 허걱! 기가 빨려도 아주 그냥 제대로 빨렸을 텐데. 기 쪽쪽 빨리다 빨리다 글쎄 살마저 쭉쭉 빠졌을지도 모르고!) 그건 그거고 꿈에 대한 예측값은 청춘에게 일임하는 게 좋겠다. 그래야지 우리는 한심한 현실을 직시하며, 끔찍한 야심을 통찰할 수 있으니까. 학자연 하듯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프고, 귀에서 피 나올 일은 나중 일일 테니 일단 먼저 생각을 하자. 그래서 할 말 보따리를 풀어나 보자. 그래야 사랑의 찬가인지 인생의 불만인지 뭔지가 뚜렸해질 테니까. 아하~! 알게 됐다. 내 생각이 무엇인지를. 벌써? 빙고! 그것은 곧 환상은 환상인데 뭔가 멍청한 환상이다. 요령껏 꾀 부리고, 이해득실 따져서 끼 부릴려다 망하기. 무심결에 내 탐욕에 내가 놀라기. 마침내 깨달은 사랑이란 바로 한마디로 민망한 것. 말하자면 내 삶은 이랬다. 아침에는 최선을 다하자 < 낮에는 대충 살자 < 밤에는 막살자? 결국 인생은 1번으로 동심, 2번 사심, 3번 흑심이군. 그럼 4번 타자는 뭐 뻔~트? 이런 이런! 그렇담 사랑은 언제하고? 참 나! 하긴 사랑도 그렇잖아. '최선을 다하자'로 시작해서 '대충 살자'로 바뀌는 일. 그러다 '막살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뭐 어쩌는 거고. 취미도 똑같다. '대충 살자'에서 '막살자'로 바뀔 즈음에 그러는 거다. 머머 접습니다 라면서 장비를 내놓는 일. 그러면 뭐든 그 패턴이라고? 최선을 다하고, 대충 살고, 막살고 끝! 저런 저런. 그렇다면 인생도? 그러므로 둘 다 아니란 거네. 첫째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 필요도 없고, 둘째 늦바람이 무섭다는 것처럼 앞만 보며 살기엔 뭐하다 그거 같다. 좌우지간, 자기계발이니 인문교양이니 그쪽에서 하는 말은 쉽게 말해 이 가운데 하나다. 곧 (최선을 다하자─대충 살자─막살자) X (아이 좋아라─워매 좋은그─끝짱 완전 끝짱)! 곧 3 X 3 = 9. 행복은 어디 있고, 사랑은 필연이든, 주제가 무엇이든지 말이다. 뭐 어쨌든,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공부가 때로는 재밌는 것처럼 남자는 일단 바깥에 나가면 둘 다 가능하다는 것. 그 둘이 뭐냐, 일하기와 놀기다. 자, 답은 나왔다. 정답은 곧 일단 나가자 라는 것. 그런데 어디로? 사무실은 왠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럼 어디로 갈까! 그게 무엇이든 객관식 보기는 딱 1개 밖에 없었다. 그것은 곧, 위스키 동호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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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스키 동호회에 가기로 했다. 최근 어쩌다 자연스럽게 트리오가 결성되어버렸다. 때문에 당분간 꽤나 붙어다닐 게 뻔하다. 우정이란 이런 것이다. 다시 말해 뜬금없는 것. 으쌰으쌰라는 게 그렇다. 예술계의 질서를 방관하든 어쩌든 우리는 남자의 우정에 조예가 깊은 것이다. 곧, 지금은 대천사가 시샘하는 사랑의 계절. 계절이라 함은 그렇다. 봄은 여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여름은 바다로 떠나야 하는 법이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고, 겨울은 고독한 남자의 계절이라는 둥 뭐라는 둥. 다 됐고. 얼렁뚱땅 트리오가 결성됐으니 만큼 흥청망청 방탕만 일삼거나, 성과에 어리버리 불성실하지는 않겠다. 단지 우리는 최소한 행동하면 그뿐. 그래야 한다. 할 수 있다. 실패해도 좋다. 그래서 우리는 위스키 동호회에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인생의 동경심은 일단 규명하고 보며, 사랑의 감수성을 우선 숙녀에게 조장하고 볼 일이라는 속셈은 꼭 없었지만 말이다. 뭐, 뭐라고? 아조 법석을 떨고 있구만 놀고 자빠졌네! 라~는 혼잣말이 진짜로 들리는 것만 같다. 아무튼 우리는 만났고, 위스키 동호회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어머나, 그런데! 저기 보이는 저 인간은... 다름 아닌 자콥 커퍼필드? 뭐야, 어떻게 돌아온 거야! 말하자면 그때 잡혀가서 무혐의? 우리는 동태를 살피느냐, 아니면 이대로 발을 빼느냐. 그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콥 커퍼필드의 설변에 빠져들고 설득되어 신기한 궤변에 녹아들 생각을 하니, 아이고야! 그 어떤 주제가 나와도 술술 그냥 술술, 아주 살살 말고, 그저 착착 감고, 너끈히 슬슬 엮으며, 그래서 결국 유류 대체 에너지 사업 개념은 우리들 머릿 속에 쩍쩍 들러붙을 텐데... 맙소사!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하지? 그 생각 뿐이 없었다. 우리는 지금껏 위스키 동호회 활동을 했지만, 왜 아직도 위스키 냄새조차 맡지 못했을까? 모처럼 위스키 동호회가 8 대 2에서 8이 숙녀인데, 왜 하필... 사랑의 신호이자 애정의 향기가 폴폴 풍기지만 왜 하필... 죄다 조명발에 화장발일까. 교태는 어설프고 애교는 급조된 듯한 느낌도 없잖아 있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돌아온 자콥 커퍼필드는 또 뭐고! 그건 곧 부활인지 회생인지 뭔지, 공권력마저 거뜬히 이겨냈다는 거 아니냐고. 뭐 영화 찍어? 자세한 사정은 알아봐야겠지만 대략 형편은 그런 듯 했다. 그래서 보나마나 우리가 듣게 될 말은 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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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애는 어쩌면 최선을 다하자-일까? 그러나 사랑은 아마도 '대충 살자'인 것! 앞서 걷는 연인을 딱 봐도 알 듯 모를 듯. 남자는 대충 살자, 여자는 최선을 다하자? 누가 됐든 막살자만 아니기를! 혹시라도 모를 슬럼프를 탈출하기를. 어찌 됐든 그녀에게만은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결국 상남자들에게 모처럼 심각한 다변의 근거, 그녀들끼리 나누는 수다는 그것. 첫째,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둘째, 최선을 다해야 할까 대충 살아야 할까 아니면 막살까 라는 것. 셋째, 잊혀진 대망 그런 거 난 모르겠고, 솔직히 말해서 평생 놀고 먹기도 엄연히 꿈 아닐까 라는 점. 고로,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늦바람이 무섭다! 살아보니 인생이란 '전자냐 후자냐'가 아니다. 그럼 뭐냐? 상이 차려지든 말든 일단 숟가락 먼저 올리기라는 것. 왜냐하면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 세상의 교훈이야 배 들어올 때 노 저으라지만, 우리는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문지방을 넘을 수만 있으면!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는 점. (그렇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오지 않는 인간은 또 뭐야!) 그런데, 배 부른 고양이는 쥐를 잡지 않는다고? 곧 우리네 삶이 다큐멘터리 동물의 세계와 참 많이 비슷해도 다른 것도 있음. 봄바람이 불면 여심이 들뜨고 꽃이 피는데, 탐스런 과일에 나비가 춤 추는데? 아무리 장미꽃밭이 그림의 떡이라지만, 남자는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 살아보면, 나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까운 일이 어디 드물던가. 인생은 다른 게 아니다. 따라서 나는 로또 복권, 너는 마권 사업. 그렇지만 그녀는 아직도 보봐리 부인과 인상주의 그리고 낭만파라는 것. 그와 별개로 내 친구 웨이터의 이름은 막살자, 바텐더의 별명은 못 말려! 또 나는 여전히 기분파. 단,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기>와 <막살라>의 구분은 다소 모호할 수 있다는 점. 그러든 어쩌든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말이다. 남이야 전봇대로 이를 쑤시건 말건 고로, 도전─행동─성과─꿈! 숙녀도 그렇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으라고, 내 거울이 수정구슬인가 아닌가를 바로 알기.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인지 아닌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내게 맞을지 어쩔지를. 물론, <아니면 말고>와 <하면 된다>의 구본 역시 애매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분명한 건 그것. 길고 짧은 것은 대어 보아야 한다는 점. 말과 행동은 다를 테니까. 아 옛말에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하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타석주의와 타율의 격조는 구분할 것. 종이 한 장 두께 차이는 그거니까. 그야 어떻든 쾌락은 지금 행복은 다음에! 그리고 으쌰으쌰는 묻지 마? 어쨌든 행운은 고맙고 실패는 아니면 말고. 꿈은 행동인 것. 그러나 그 언제나 뻔트는 내 운명! 보아하니 삶의 열정은 품위 유지비요, 인생의 희망은 플레이보이의 4대 요소인 것. (뭐 이미 어마어마한 전적을 성취하지 않았냐고? 허나, 같은 떡도 남의 것이 커 보이는 법. 남자는 숟가락 어쩌고저쩌고, 우리는 이러쿵저러쿵...!) 말하자면 우리의 문제는 그것. 투정은 측정 가능하나, 사랑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 그러다 돌아온 탕자의 방탕기를 듣고 나니 풍운아의 모험심은 또 다시 들썩거리는구나. 그러므로 마법에 걸린 남자가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선사하는 풍성한 꽃다발, 은 잠시 미루고 우리는 인기마에 올라타 밝은 내일로 나아갑시다. 미래는 모르는 거지만 사랑도, 인생도 대체불가능이라는 기준은 준엄한 것. 바꿀 수 없는 것 빼고는 다 대체된다, 버릴 수 없는 것 빼고는 언젠가 모두 날 떠난다. 그것이 인생이죠.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 애착심이 너무 강해 도저히 뭘 버리지 못하는 성향도 존중해야겠지만요. 뉴스에 보면 간혹 나오죠. 목숨 하나 빼고 물이든지 불이든지 그 때문에 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일. 그건 커다란 슬픔이지만 어쩌면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살 수 있는 계기 같은 것일 수도 있답니다. 농담으로야 우정은 추접스럽네 사랑은 '대충 살자'네 그러지만, 영화에 간혹 나오듯이 젊어서 은퇴한 요원이랄지 망명자의 신분 세탁. 그런 게 정말 영화 같은 인생이죠. 성형 수술과 함께 믿지 못할 소식만 남기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대-사기꾼의 묘연함처럼요. 버릴 수 없는 것, 손꼽아서 엑셀 파일로 정리해보세요. 대체 그게 몇 가지나 될지. 대체 불가능한 것, 그 역시 손꼽아서 수첩에 적어보세요. 대체 그건 몇 가지나 될지. 끙끙 앓던 남부끄럽지 않은 소원이던,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남몰래한 사랑이든 멋진 연애든 혹시 버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우리가 그걸 가능하게 합시다. (007 게임처럼 무언으로 합창) 혹시 바꾸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우리가 그걸 가능하게 합시다. (007 게임처럼 무언으로 합창) 마무리 치고는 여운이 꽤 뭔가 좀 짠합니다. 허허. 이럴 때도 있어야죠. 허허. 이런 말씀 드리긴 뭐헙니다만, 이대로 끝내기는 서운하니까 한말씀 더하자면 이렇죠. 들으면 병이요 안 들으면 약이라고, 이거 괜히 병 주고 약준 듯 무책임한 낭설만 늘어놓은 듯 하여 죄송합니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그냥 난리도 아니었구먼유 그래. 허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주제 넘게 얘기가 길어졌소이다, 다음번에는 내 반드시......! 아무튼 죽쑤어 개 좋은 일 한다고, 우리는 유류 대체 에너지 사업에나 전념합시다. 아 쥐 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하지 않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냐 이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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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스키 동호회의 숫자일 뿐인 8 대 2 비율에 만족할 수 없었다. 역시나 자콥 커퍼필드의 낭설도 더 이상 만끽할 수만은 없었다. 물론 깜짝 놀랄만한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러니 기막힌 반전은 기대할 수 없었을 테고. 그런데 갑자기 예감이 우리를 꿈의 낙원으로 데려가겠나, 아니면 권태의 족쇄를 풀어 쾌락의 끝을 구경시켜주겠나. 보다시피 애초에 느꼈던 어딘가 불길한 기쁨은 역시나 잔잔한 실망으로 밝혀졌다. 곧 심심한 발단과 이상한 전개는 넉넉한데, 문제는 으리으리한 절정이 없다는 것. 고로 우리는 자콥 커퍼필드의 연설에 질릴 만도 했다. 때문에 우리는 위스키 동호회의 턱없는 비율에 질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방법을 정했다. 첫째, 주류 에너지 대체 사업인가 뭔가 그 본부 앞을 하루에 1번씩 드라이브하며 분위기를 살피기. 둘째, 위스키 동호회 모임에 1명을 선발대로 보내서 전망을 살피기. 꽝이면 1명이 감당하고, 아니면 긴급 연락! 말하자면 '교대로 번갈아가며' 라는 단서를 붙였다. 이를 테면 분업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랄까. 그래서 특훈이든 특명이든 그런 건 잊고, 우리는 다시 으쌰으쌰의 약한 연결 상태로 돌아갔다. 곧, 개인 플레이. 그래서 나는 또 인생, 사랑, 꿈 이런 상념에 관하여 생각했다. 그러다 버킷리스트에 추가할 한 가지가 생각났다. 바로, 리무진 타보기! 나 같은 사람은 한마디로 버스를 타볼 만큼 타 봤다. 따라서 당신이 잘나갈 때 리무진에 같이 탈 친구는 많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버스를... 어쩌고저쩌고. 우리는 그런 얘기에 혹하지 않는다. 물론 그 말도 좋다만, 우리는 항상 기다린다는 것이다. 리무진 탈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믿는다. 싸구려 오픈카를 중고로 사든, 서글서글한 리무진을 빌리든지 여행을 떠나면 그만이라는 것을. 우리 같은 소년들이 꿈도 야무지지 버스를 같이 탈 친구들만 챙기겠나. 버스를 같이 탈 친구들도 언젠가 100퍼센트 멀어진다. 자기들 먹고 살기 바쁠 텐데 언제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겠나. 친구도 좋지만 가족이 먼저일 테니까. 그건 그렇고 나는 인생, 사랑, 꿈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인생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지도 케익처럼 포근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랑의 나비를 공모했는데 정작 뽑힌 건 결국 쾌락의 나방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꿈을 생각한다. 꿈? 꿈! 꿈을 향한 도전과 사는 낙이 정비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분 비례할 수는 있다. 그것을 과학에서는 선형이 아니라 비선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야망이 탁하거나, 소원이 불투명하며, 내가 나를 잘 모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이따금 살면서 아르키메데스가 되는 것이다. 누구야 이 구두 어디서 샀냐, 누구야 이거 내꺼 하자, 오빠꺼랑 내꺼랑 바꾸자, 형이 지폐2장을 건네면서 슥~! 억지로 비교하자면 이건 콜롬버스의 신세계 발견이다. 그렇다고 단테가 환상론을 포기할 수야 있나. 아인슈타인은 논문만 쓴 게 아니라 바이올린도 연주했고 냉장고도 발명했다. 따라서 저 누구가 그 누구이건, 우리는 새로운 기호학을 고안해내야 한다. 취향은 어떻고 안목이란 무엇이며, 신제품에 대해 얼리어댑터가 될지, 고전적인 격조를 포기할지 말지를. 따라서! 따라서는 뭐가 따라서야? 결국 나는 품위 유지비를 벌어야 하므로 칼럼을 써야만 했다. 뭐-뭐라고? 난 또 뭐라고! 이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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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리무진 타보기 내용: 가설은 이렇다. 리무진을 같이 탈 친구가, 나 힘들 때 버스를 같이 타줄 친구보다 많다! 이와 같은 올바른 경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가설의 옳음을 증명하는 것보다 가설의 역설에 대한 타당함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 설명이 꽤 합리적일지 억지 같은 말장난이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가설은 맞는 얘기다. 좋은 얘기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단, 1차적으로는! 그 당연한 진리는 그대도 알고 나도 안다. 어른은 다 안다. 그렇지만 우리, 개미와 베짱이 동화처럼 동전의 앞면 같은 교훈만 편들지는 맙시다. 어려서는 개미처럼 부지런하기를, 커서는 벌처럼 난봉을...!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요점은 이렇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같은 식상한 주제에, 우리가 도대체 언제까지 발목 잡혀서 끌려다녀야 한단 말인가. 피자 배달원에게 익숙한 동네는 둘로 나뉜다. 첫째 먹고 살기 좋은 동네, 둘째 거쳐가는 동네. (대체로 1.5겠지만 둘째도 확실히 있긴 있다) 둘째에 살아본 사람들은 모를 수가 없다. 거긴 대강 2할만 원주민이고 8할은 언제 떠도 뜬다는 것을. 반올림하면 주기적으로든 불규칙적으로든 멤버는 계속 바뀐다는 거다. 곧 대부분은 서로서로 그 뭔가를 같이 응원하며 기원한다는 점. 즉 버스를 원 없도록 많이 많이 타본 어른들은 알고 있다. 시시콜콜한 TV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토끼와 거북이 같은 주제가 나오기 전에 채널을 틀고 또 틀고, 그러다 오랫만에 NC에 가는 기쁨을. 과연 입장 금지 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진짜 고민이지, 언제까지 우리가 여우와 두루미를. 보아하니 리무진과 버스 얘기는 한마디로 그거다. C+에서 A+++ 상류 사회로 승급하는 친구를 배웅하는 심정이랄까? B--에서 B++학교로 전학가는 친구에게 선물하는 연필 같은 마음 아닐까? 7부 리그 팀에서 유일하게 중간 단계 건너뛰고 1부 리그로 직행하는 선수를 보내는 작별식, 그런 거 아닐까! 아니다. 아니다. 모두 아니다. 왜냐하면 리무진을 타면 리무진급 친구가 생기고, 버스를 타면 버스를 함께 타는 친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악마만 새로움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천사도 마찬가지다. 새로움은 그렇고 익숙함도 그렇다. 유령이 하는 일은 딱 몇 개 정해져 있다. 야수도 자기 스타일 몇 가지만 일평생 줄기차게 반복한다. 천재든 범인이든 색다른 발상을 좋아하는 누군가만 뭘 버리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똑같다. 우리도 '머머 접습니다' 전까지는 1가지만 한다. 특별한 경우 약간 다를 수는 있음. 하여간, 밀림의 사자─표범─퓨마─치타처럼 최적의 먹잇감이 출연하기 전까지는 요컨대 (웃자고 하는 말로) 막사는 것이다. 개 팔자가 상 팔자라고 어찌 보면 개처럼 사는 게 최고다. 고양이는 다르겠지만. 어떤 유형을 고수라 부르고, 하수의 장점도 있겠으나 요점은 이와 같다. 어설픈 허세로 평소에 힘 빼면서, 일하며 스트레스 받고, 밤의 세계에서 오픈발-화장발-조명발에 속고, 놀면서 조증녀한테 기 빨리며, 친구한테 그러면 날 부러워하지 말던가? 나는 차 욕심 없다 라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바란다고 뭐, 재산 증식 그런 거 일절 관심 없다니! 자기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한다는 말과 도대체 뭐가 다를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다나 뭐라나. 남자 세계에서는 곧 허세부터 밀리면 김치국 먼저 마시는 게 취미가 된다. (설레설레) 아니다 그건 아니다. 그래서는 허영심을 길들일 수도, 여심을 꼬실 엄두도 낼 수 없다. 삶이 재밌는데 재미가 없어진다. 결론은 그거다. 항상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 그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 모든 숙녀에게 다정하면 애인이 질투한다. 친구와는 허세로 경쟁하고, 아는 여자들한텐 양의 탈을 쓰며 자상함과 억지 매너로 꾹 참고 어필하기? 안 하던 차 문 열어주기와 애인에게 뜻밖의 에스코트를 밑도 끝도 없이 새롭게 시도해보자. 그러면 과연 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안 봐도 뻔하다. 그게 좋으면 당사자 마음이겠으나, 내가 굳이 세상만사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다는 점.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어?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라고~! 라~는 지적을 듣는 친구는 곧이곧대로 자신있게 말한다. 자기는 여자를 만나면 최선을 다한다고! 그래? 그렇다고? 좋다. 바람직하다. 나쁘지 않다. 괜찮다. 보통이다. 중간은 가네. 다만 사랑이 일이라거나 말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와 오빠 말발 좋다 라는 칭찬은 10년 통틀어 딱 1번만 들어도 충분하다는 것! 그 얘기는 곧 그거다. 대충 살면서 때를 기다릴 줄 알기. 놀면서 행운을 부를 것. 사랑운이든 재물운이든 환상적인 운명이 미완의 상태일 때부터 미리미리 장기적으로 찬찬히 준비할 것. 적어도 플레이보이는 <최선을 다하자─대충 살자─막살자>의 구분이 매사 선명하게 된다는 점. 선동했다가 슥 한 발 뺐다가, 끝물이나마 막판 파도를 탔다가 썰물처럼 다시 슥 빠지고. 그러다 관망에 지치다 못해 마침내 기다려온 대망의 급물살에 승부수를 거는 일까지. 물 들어올 때 노 저을려는데 물이 안 들어오네, 레인메이커가 되어 수작을 어떻게 어떻게! 곧 내게 완비된 에너지는 분기당 딱 100개인데, 그런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 글쎄요 글쎄요! 아무리 기 받고 기 빨리며 가전제품을 애호해도, 그 누구든지 에너지는 어차피 100에서 +-오차 범위 얼마 이내다. 한정된 자원을 모두 애정 사업에 투입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테면 먼저 할 일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견적─직관─직감─떠보기─형편─수읽기─일기─독서─잔머머 학습─슬로건─포지셔닝─예측─추론─나를 알기! 무계획이란 말은 그렇다. 나는 계획 그런 거 없다? 좋을 때는 뻥이고, 아닐 때는 허세도 됐다가 핑계도 되고 투정도 된다. 그걸 재밌게 돌려 말하면 그건 다름 아닌 허풍이고. 또 목표 변경도 임시방편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성공도 내 할 일을 다 했을 때, 절반은 운이다. 노력도 없이 운부터 바래서는 안된다는 거다. 아무리 만반의 노력과 천우의 기회로 최적의 조건이 갖추어져도, 절반인지 뭔지 행운의 여신과 척질 수는 없다는 거다. 도박사를 승부사로, 전문가를 해결사로 격상하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결정이 단호하고 포기가 빠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구분은 있다. 최선을 다하면 시간당 한정된 에너지가 소비되는 점은 똑같은데 다음과 같은 구분은 있다. 곧,
- 모험 = 고베팅&저승률 (가능성 희박&뒷감당 큼. 정력-돈-시간 낭비&재기에 대한 부담이 큼)
- 능력UP = 최선을 다하자 (노력과 실력이 비례하여 상승. 성과를 향한 질주. 당근보다 채찍)
- 능력UP = 최선을 다하자 (2는 연봉, 3은 창업이랄지 비상장 주식 배당, 연구 개발, 오랜 무명 생활)
- 현상유지= 대충 살자 (2는 개인-상사-환경등 최선의 성과, 4는 위-아래 모두 평범한 월급쟁이)
- 체력저하= 하위 리그행 (지식 노동보다 기술직이랄지 운동 선수에 해당)
※ 그외 경우의 수는 생략. 그리고 번호 변경은 여러 이유가 있음. 가령 개인 의지 문제, 업종 변경, 스카웃, 베텐더 충고등. ※ 참고로 여-바텐더 말마따나 어영부영 80퍼센트만 실력 발휘했다가 잘못 걸리면 낭패를 볼 수도 있음. ※ 평범한 봉금쟁이: 상급자의 일관된 비꼼을 끝까지 넉넉하게 200퍼센트 받을 자신이 있는가. ※ 업계의 텃새: 조직체에서 연대된 냉대를 꿋꿋이 이겨낼 수 있는가. ※ 착각 혹은 과정: 나는 정말 천재적인 이단아일까, 아니면 응석쟁이-천덕꾸러기-심술쟁이-뻔뻔한 고문관일까. ※ 인생에 대한 포부: 그 어떤 풍파와 불운을 감수하고서라도 나는 꼭 이 길을 가야만 하는가. 내가 원하는 게 정말 이 길인가. ※ 진로 고민: 그 혹독한 여정을 겪고서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예의인가, 리그를 수직-수평으로 옮길 것인가. 전업도 있음. ※ 콜라 없는 최저가 햄버거 먹기는 그저 너스레일 뿐이고, 눈물 젖은 빵 먹기는 나중 그림을 위해 필요할 수도 있음. 먹고 사는 일이 다 그런 거니까. (어제 꿈에서 돈 주고 듣기 힘든 개-갈굼을 당함. 캬~! 경제부에 정식으로 들어가서 지옥을 체험. 과학부에 옆문으로 들어갔는데 사수 별명이 하필 악마. 미술부에 뒷문으로 들어가서 일 못한다며 뭐라뭐라, 뚜껑 제대로 열림. 밀고 당기는 사랑처럼 보통은 다독임과 격려를 섞기 마련인데 어떻게... 저렇게... 진짜 나가란 말인가. 완전 사실적인 꿈이었음)
이처럼 베팅-한방-행운-액면-자금-실력등이 중요한 분야도 있고, 평범한 삶에 해당하는 분야도 있다. 그야 어쨌든 베팅이 있으면 뻔트도 있는 법. 뻔트가 반복되면 직장인은 이직이 잦고, 사업가는 도전 종목이 많게 됨. 곧 적게 걸고 적게 따거나 읽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고, 재산을 탕진하거나 은퇴를 앞당길 수도 있다. 그걸로 도가 트는 기간을 버틸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할 수도 있고,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애초에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 자, 진짜 결론은 이렇다. 동물의 세계를 보시라. 왜 사자는 생쥐를 쫓을 때도 최선을 다할까! 왜 치타는 평소에 대충 살고, 왜 표범은 평소에 난봉꾼처럼 막살까? 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까 어떤 말이? 잡은 물고기한테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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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리무진 타보기2 내용: 리무진 타보기 2편이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당신은 가진 게 많고 욕심도 많아서 단지 리무진을 타지 않는 것 뿐이라고.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하고 싶고, 내일보다 모레 더 잘살고 싶으니까. (물론 내일은 없다와 으쌰으싸가 어찌 다른가는 논외로 하자. 그건 따로 우리끼리.... 키득키득...) 때문에 그대는 대중교통─대중 브랜드─대중예술─대중 사교계를 애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킬 게 많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무료함을 달래는 평범한 삶, 아무말없이 가만 있는데도 불구하고 뻔뻔한 탐욕에 미련한 타율을 지적 받는 루저를 살살─간질간질─딸랑딸랑 기 살려주고, 돌아서서 저쪽에 가서는 또 재단사는 칫수를 재느라 바쁠 것이다. 누구의? 가만 있어도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플레이보이와 복권 당첨자, 백조에게! 촌닭과 촌년으로 전석 매진되는 동기 부여 강연과 책, 웅변술, 요술, 환상론, 독심술, 허언증, 교양학. 그것의 학습에 대해서 그 부여잡은 끈을 놓치만 않으면 가능하다. 무엇이 가능할까? 바로 그분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것이!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대충 흉내는 내게 될 수 밖에 없다. 그 서당개는 단지 잃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진짜 신비가 무엇인지 확신하거든. 인생과 사랑과 미래를 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다시 대중매체와 대중교통, 대중 브랜드를 선호하시는 분들께 집중하자면 이렇다. 가깝냐 머냐에 따라 차이는 있다. 직관, 교양, 상식에 대해서. 현지인은 스치듯 처음 봐도 대충 구분한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냐를. 반면 지구 반대편 사는 사람들은 잘 구분하지 못한다. 헝가리, 체코, 우크라이나 사람이냐를. 물론 눈썰미 좋은 사람은 단지 첫인상만으로 일찍도 파악한다. 직업, 성격, 재산, 출신, 성 정체성, 행복, 사랑등을. 직감이 그렇다면 인습은 이렇다. 하루 아침에 유명해져도 애틋하니까 자기는 그게 좋으니까 무명 때 사귄 친구들만 만날 수도 있다. 한편으로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국적을 바꿨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리무진과 버스 얘기도 똑같다. 그때 그때 형편에 따라 오랜 친분은 정답고, 새로운 교분은 반갑다. 문화권에 따라 덧치페이의 강약 차이는 있어도, 사정이 비슷비슷한 친구의 우정을 (비교적) 선호함은 차이가 없다. 자랑 대회에서 예선 탈락하고, 허풍 대회에서 우승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밑도 끝도 없이 우리가 너네보다 잘산다, 앞뒤 없이 내가 너보다 잘생겼다─돈 많다─키 크다─힘 쎄다─차 좋다─이 가죽 진짜다 라는 '불쑥'은 없다. '갑자기'도 종이 한 장 차이가 중요하고, 예기를 뽐냄도 최소한의 멍석을 필요로 한다는 점. 누가 모를까! 친구끼리라면 심리적인 눈 높이 그런 거 따지면 그만이다. 늬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라며 호혜성을 요구하는 기술, 어른들은 출중하다. 친구 사이에서 <난 이렇게 잘났다, 알어? 그리고 나 참고 있어. 알어? 그러니까, 꺼져!>도 재밌다. 하지만, 더 재밌는 건 그거다. 즉 <넌 뭐 그렇게 잘났냐─늬 까짓게 뭔데>라는 친구만의 원맨쇼도 인기 괜찮다. 그런데 문제는 모르는 사람끼리라면 어쩌다 괜한 오해가 뜬금없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 이를 테면 기준 자체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결혼식 피로연에서 주인공의 시골 동창과 도시 친구 간의 일부 부자연스러움과 어색함.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의중을 떠보고, 애정을 간보며, 대체로 선동은 피해야 한다. 진짜로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만 살라는 말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내가 총대를 매더라도 쓴웃음일지언정 포장은 하고, 밉상에게도 빠져나갈 구멍 정도는 마련해주기. 나 역시 전공이 뻔트고 특기는 개구멍 만들기니까. 다만 개인차는 있다는 것. 언제나 약삭바르고 매사 무조건 타산적이요 뭐든지 계산적이냐, 아니면 적당히 이타적이고 슬기롭게 이기적이냐. 전자만이 오직 성공의 기준인 사회이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 그것이 다름 아닌 리무진과 버스 얘기일 것이다. 그건 곧 전자 부류를 알고, 친하며, 나도 때때로 전자일 수 있는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개인의 성공, 행복의 정복, 사랑의 완성도 그렇다. 완벽하게 큰 재능 100점만으로 유명해진 사람은 많지 않다. 거의 없다. 대게는 보통 정도의 재능, 지속된 노력, 최적의 제반 여건, 과분한 행운이 합심한 결과일 뿐. 그 반면 대게는 잔재주만 100개요 잔소리나 잔뻔치, 즉 잔머머 전문일 테고. 뭐 또 뻔트? 그래서 세상은 말한다. 나도 알고 상대도 알라고! 나를 아냐 모르냐, 상대를 아냐 모르냐. 일단은 경우의 수 4개. 그외 너와 나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 그것이 오직 내게만 치우치던가 이권의 목적 때문에 일방적으로 아부로만 표출되던가, 곧 모 아니면 도 밖에 없으면 허세 지수 적어도 80 초과다. 소문대로 그 분의 자존심은... 통과! 또 귀가 팔랑팔랑 마음이 들떴다가 동요하며 빼았기기까지 서슴치 않는다면 그건 허영심 지수 최소한 51이다. 물론 허세의 모범은 가령 알레그로─안단테─론도의 흐름을 타면 그만이요, 허영은 몰토 알레그로─안단테─메뉴에토 트리오─알레그로 아싸이라는 행운의 구름에 사뿐히 안기면 미덕인 것. 바로 그것이 허세의 멜로디와 허영의 환상에 대한 모범이다, 라는 가정하에 하는 얘기다. 이어서. 반면 주관이 약하고 권위에도 약한 친구, 소심하고 순진한 청춘, 말수 없고 뭘 해도 재미없는 아저씨,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숙녀까지. 허세 지수 20에 허영심 지수 30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그분들 마음은 이렇다. 내 말 좀 들어봐 라는 친구, 할 말이 많은 사람들, 나서기 좋아하는 재주꾼들, 일단 속이고 보자 라는 오락산업, 그녀를 어떻게 한 번 해 볼까... 어찌 하면 그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까 라는 흑심, 일단 벗겨먹을려고만 하는 거친 세상사. 바로 그 틈바구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분들의 이마에 대체 뭐라고 씌여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넷 중 하나라고 봐도 된다. 첫째, (직설법#) 나도 말 좀 하자! 둘째, (직설법♭) 거 좀 조용히 좀 해라. 셋째, (절레절레 혼자 삭힘) 거 참 말 많네! 넷째, (야 야 떴어 떴어/진짜 가지 가지 한다) 도망가자─일단 튀자─우선 피하고 보자. 하여간, 동요나 유행가와 작품과 논픽션도 다른 게 아니다. 그게 어쩌다 일을 크게 만드는 스타일에게 책잡히면 바로 저급한 '리무진 타보기2' 칼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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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잘난 척 내용: 특히, 잘난 척도 진짜 잘난 사람이 잘난 척하면 재밌다. 좋다. 웃긴다. 괜찮다. 또 보고 싶다. 그분들께서 중간에 허당계를 거치실 수도 있고 건너뛸 수도 있는데, 결국은 나중 언젠가 허풍계로 수렴한다. 아무튼 그분들께서 앞으로 겸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 받는다. 많이 받는다. 기 받다가 젊어질 지경이다. 벌써 어려졌다. 호감이다. 볼수록 매력이다.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눈물이 다 난다. 도저히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다. 완전 빵 터졌는데 계속 웃긴다. 신기하고 계속 재밌다. 빵끗 웃지 않고 어떻게 배기겠나. 그 때문일까? 그래서 누군가 또 덩달아 따라하네... 저분은... 습관적으로... 저분은... 아아 절레절레 애쓴다 애써 그만 그만! 다시 말해 말 그대로 진짜 잘난 우리의 스타들 쇼맨쉽이 먹힌다고 가짜 잘나신 뭔가 애매하신 분들께서도 똑같이? 정말로 똑같이? 진짜로? 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 그분들께서는 기왕 자랑과 뽐냄으로 갈 거라면 허풍쪽으로 가야지, 그게 아니라 허세로 간다면? 그건 정말 오 제발! 전자는 웃고 좋아라도 하지, 후자는 자칫 잘못하면 푼수에 바보요 얼간이로 보여질 수도 있다. 시대와 유행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차이점인 것. 이를 테면 권위적인 사회이자 어려운 시절이라면 응당 '겸양'의 가치를 아마도 다소 드높게 요구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누구에게? 속된 말로 딴따라에게! 그런데 오락산업이 호시절을 맞았는데 아직도 언제처럼? 그래서 또 어디서나 너무 가버리는 경우가 없잖아 있다. 흔하다. 많다. 오리가 촐랑거린다고 닭은 더더욱 까불까불? 허허 글쎄요 글쎄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 촉새가 백조를 가르치려들다간 끌려내려갈 수도 있다. 살짝 정리하자면 이렇다. (연예계 뿐만 아니라 타 분야도 대동소이함. 연예인 자리에 영화배우, 가수, 감독, 작가, 연기자등을 대입해도 비슷. 잘난 = 1류, 그냥 = 2류, 못난 = 3류) <유명인>
- 잘난 연예인 ─> 잘난 척 = OK (인기. 열광. 스타)
잘난 연예인 ─> 겸손 = ? (노 재미. 애매함. 식상함) - 그냥 연예인 ─> 잘난 척 = NO (밉상)
그냥 연예인 ─> 겸손 = ? (노 재미. 애매함. 식상함) 그냥 연예인 ─> 까불다 = NO (허세-설친다-나댄다-얼간이-머저리-꼴불견-왕재수. 저분은 왜...!) 그냥 연예인 ─> 껴들다 = OK (먹고 살기) 그냥 연예인 ─> 깐족 = OK (먹고 살기) 그냥 연예인 ─> 허풍 = OK (재미) - 못난 연예인 ─> 잘난 척 =
못난 연예인 ─> 겸손 = ? (노 재미) 못난 연예인 ─> 타율주의 = OK (인기) 못난 연예인 ─> 타석주의 = OK (먹고 살기)
※ 글쎄요... 나는 <OK : NO> 그게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 한마디로 1번이 웃자는 뜻으로 농담하는 왕자병은, OK! 그런데, 2-3번이 습관적인 농담으로 1번과 똑같이? 완전 똑같이? 워──워──워! 바로 이래서 2번과 3번은 리듬을 타며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양다리가 불가피하다 라는 뜻. 그러면 사랑도 약간...? (먼 산 쳐다보기)! 특히 연예계는 그렇다 쳐도, 예술계로 가면 겸손과 자학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그야말로 재밌어진다. 왜냐하면 연예계는 스타성과 쇼맨쉽을, 정치권도 인기를, 예술계마저 인기와 황금을 최고로 치니까. 그러면 작품성은? 지금 세상에 누가 안델센과 베르디의 아성을 넘을려고 하겠나. 어차피 관건은 유명세일 뿐. 순수예술계도 선심성 같은 실수도 하며 콧대 높은 기준만 고집하기엔 피곤할 수도 있는 법. 곧 스티븐 킹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J.K. 롤링은 방관하는데, 그런데 서로 막 나서서 자기가 진정한 노벨문학상 후보라는 둥 뭐라는 둥 들썩들썩. 코메디언 왈, 나는 순수예술가 너네는 대중예술가! 결국 유명하면 모두 연예인이다! 지금은 소비의 시대이자 오락산업이 최고다. 누가 됐든 우리는 나 잘난 맛에 살아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한두 명도 아니다. 찬 밥 더운 밥 가리든지 말든지, 일단 귀 막고 숟가락부터 올려야 한다. 안 그러면 밀려나기 일쑤다. 잊혀지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우선 다빈치, 미켈란젤로, 셰익스피어, 바흐, 모차르트, 빅토르 위고, 톨스토이, 피카소, 조지 오웰과 같은 거의 영구한 1류에 이름을 올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므로, 예술가들도 나 잘난 맛에 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잘난 연예인의 잘난 척이 OK라고, 덩달아서 '그 외'마저 무리수를 두고 또 둔다. 연예인병은 모종의 과정이라지만, 아티스트병은 일종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뭔가 애매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짜냐 가짜냐, 도 그렇다. 에드바르드 뭉크의 절규처럼 정말로 가치 있는 뭔가를 이 세상에 호소한다면 재미가 없어도 괜찮고, 필요하며, 좋다. 참을 수 없는 외침, 의미 있다. 예를 들면 흑인이 힙합을 하면 어울린다. (이때 슥 인종차별로 끼어들지는 말기) 왜냐하면 R&B랄지 힙합 같은 장르는 마음 즉 무의식에 그 뭔가가 쌓였고, 그걸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드러내는 데서 아하~ 하게 되니까. 쉽게 말해 힙합 가수 절반은 화난 상태로 무대에 오른다. 그래서 화나 있지 않은 상태로 무대에 오르면 뭔가 이상할 수도 있다. 뒤늦게 발동이 걸릴지도 모르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저분은 글쎄... 저분 인생은 썩 열 받고 쌓이지 않으신 분 같은데... 자기 불리한 건 생쥐처럼 잘도 피해 다니면서... 괜히 후발주자로써 누구들 흉내낸다면서 똑같이 막, 나 화났어? 허허, 이상하다! 나 뿔났어? 코메디 같다! 나 열 받았어? 그러니까 자기가 커피포트라는 말인지 뭔지...! 이때 진짜 프로는 깨닫고, 어설픈 프로는 기분 나빠한다. 아주 그냥 짜증나는 거지. (물론 심하게 말해서 그렇지 틈새 시장을 잘 파고드시는 분들 결코 드물지 않음) 물론 진짜로 가방끈이 짧고 파란만장했던 인생에 대해서 할 말이 많으면 그건 가짜가 아니라 진짜다. 따라하기가 아니다. 바로 거기서부터 그게 시작된다. 무엇이? 날 따라해봐요 이렇게! 오락산업에서 급한대로 슥 이용해먹고, 단물 빠지면 흔하디 흔한 대체품 건전지처럼 유행에 맞게 또 다른 누군가를 살며시 밀어준다. 약발 떨어지면 유행도 바꾼다. 어차피 증권시장과 오락산업이 지금 세상의 양대 산맥인 만큼 지망생은 셀 수도 없으니까. 이건 글이야 해서 발표했는데, 무슨 카페 녹취록인지 뭔지. 스스로에게 솔직하여 내가 뭔가 화나 있지 않으면 무대에 올라 연기하지 않는 게 옳다. 물론 이론은 그렇고, 실제는 다르다는 거다. 어차피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는 끝나도 옛날에 끝났는데, 내가 입만 뻥끗해도 대중매체가 뒤집어지고, 내가 손만 까딱해도 만인이 열광하는데? 다른 게 아니라 먹고 사는 게 그런 거란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손가락만 까딱할 수 있으면, 문지방을 넘을 수만 있다면 뭐 어쩌는 것일까? 그건 일단 넘어가고. 그러든 어쩌든. 솔직한 건 솔직하고 감출 건 감춘다, 를 뭐라고 할까? 뭐긴 뭐겠나 포장이지. 그런데 포장을 풀르면... 뭐야 이거, 아무것도 없잖아? 이런 젠장! 바로 그래서 제품보다 비싼 별책부록이 인기인 것이다. 다른 말로 거품 산업. 햄버거를 샀더니 장난감을 주네? 꼬마들이 싫다고 하겠나 짜증내겠나. 1.광고하고─2.소비하고─3.버리고! 그 3박자의 끝없는 반복. 여기서 '버리고'를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시간 떼우기, 속고 속이기, 선심성, 건전한 취미, 시간 낭비, 방황, 방탕, 기분 전환, 분위기 반전, 밤의 세계 등등. 좀 더 들어가자면 다음으로는,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가 뭐 별건가? 무대 위에서는 '최선을 다하자', 무대 밑에서는 '소탈하다는 둥 인간적이라는 둥' 그것에 대해서 대충 살자, 그리고 진짜 프라이버시는 막살자? 그거 아니냔 말이다. 뭐 어쨌든! 그 어떤 종이 한 장 두께 차이에 대해서 일반인은 과연 어떤가, 간략히만 알아보면 이렇다. <일반인> - 잘난 친구 ─> 잘난 척 = 허세 (듣는 데 한계가 있음. 그래도 중간은 간다. 마이크 혼선 대기중)
잘난 친구 ─> 겸손 = 허영 (얘가 더 밉다? 젠장, 바텐더 눈이 삐었지)
- 그냥 친구 ─> 잘난 척 = 허세&허영. (루저의 친구는 루저. 합리화와 투정마저 없으면 슬프니까)
그냥 친구 ─> 조용 = 딴청, 듣기, 원샷, 혼자 삭힘. 어쨌든 결과는 모두 쌓임. 언젠가~ 뚜껑 열림.
※ 여자들한테 물어보자. 1번은 성격 좋고 2번은 공주병이라면! 바로 그때 누가 말릴 틈도 없이 3번이 대번에 나서더니...... 자기가 지금까지 남자를 진짜 진짜 많이 만나봤는데~ ......? 워──워──워! 웃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거다 이거. 이거야 이거. 어? 이거라고. 바로~ 이거라니까~! 옛말에 사또 보다 이방이 날뛴다고, 이거라니까 바로 이거라고! ※ 심하게 구분하지 않아서 그렇지, 일반인의 1-2-3이 왜 그렇게나 복잡할까? 왜냐하면 그만큼 각자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하면 된다. 같은 반인데도 1년 내내 말 한마디 섞지 않은 친구, 많다. 같은 반인데도 1년 내내 말은 한두 마디 나눴어도,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했던 친구들 쑤두룩하다. 인기가 많은 친구는 그나마 나은데, 인기 없는 친구는? 여기서부터는 여자들 얘기가 더 호소력이 짙다. 어쨌든, 친구 사이라면 열등감을 안고서 우정은 성립한다. 그런데 문제는 인터넷 놀이터, 사석 토론장, 스치듯 만난 사이.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만고불변의 진리는 진선미라는 것. 때문에 남자는 다 똑같고 여자도 다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본론. 남자 ABC, 여자 ABC! 오직 편의상 설명을 위해 나눠보자. 바로 앞서 말했던 여자의 말, 「내가 지금까지 남자를 진짜 진짜 많이 만나봤는데~ 말이 통하는 남자는 단 1명도 없더라!」 그 말을 여자 누가,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천양지차이다. 여자 단짝끼리라면 뭐가 문젠가! 그러나 가까운 지인 남자들이 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면 길이길이 기분과 분위기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두고두고 생각난다. 시시각각 사람을 귀찮게 한다. 즉 앞서 지적은 3번을 뜻한다. 그러니까 이제는 우리가, 숙녀에게 또 애인에게 물어보자. 그대라면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겠냐고. 한번 생각을 해보라고. 정녕 말이 안 통하게 생겼는데, 모든 남자를 싹 다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그 들뜸에 대해서 과연 참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진짜 정답은 여자는 대체로 못 참고, 남자는 대체로 참는다. 고로 이제 가짜 정답을 알아보자) 역시나 이때도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첫째 한다, 둘째 못한다, 셋째 안한다, 넷째 어떻게 하나 해서 쓰겠나, 다섯째, 원래는 하지 않는데 내 이번에 딱 1번 총대 메고 했다 라고. 그대 진정 부디 몇 번이기를! 한편 이 상황에 대해서 남자 빼고, 여자들끼리 그녀를 인정할까? 만일 내가 여자라면 다른 건 다 봐도 그 꼴 만큼은 못보겠다. 솔직한 말로 그걸 멋지게, 좋게, 아름답게, 고상하게 보는 여자는 여자가 아니다. 그게 어디 여잔가? 어? 그러한 그녀는 군말없이 고추를 달아야 한다. 그녀는 곧 남자다. 실없고 어이없어서 식 웃는다면 또 모를까, 그 심정 이해한다? 어찌 여자가! 물론 서술자는 남자니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슥 흘려야 한다. 그럴 수도 있고, 뭐 어물쩍 넘어갈 수 밖에. (뭐 그게 더 싫어? 늬가 더 밉다고!) 이 문제는 발언의 수위 문제도 있고, 발언자의 급 문제도 있다. 곧 발언 수위와 발언자의 급, 곧 대충 3 X 3 = 9. 다른 예를 들어보자. 「나는 남자가 180CM 미만은* 루저라고 생각해요.」 이 정도까지는 여자 ABC든 어떤 상황이건, (루저왕인 필자는) OK! 키 큰 남자가 멋지더라, 와 똑같은 말인데 단지 그 차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점. 단, 공개 석상에서라면 적극(!) 말리는 게 좋음. 허나 여자들끼리 사석에서라면 뭔 얘기를 못하겠나. 그런데 여자 단짝끼리의 자리가 아닐 때. 인터넷 놀이터든 지인이 낀 자리에서든 똑같은 말은 어떻게 바뀔까, 이렇게 바뀐다. 자기는 180미만은 남자로 보지 않는다고. 그 말은 곧 180미만 남자는 사람이 아니라, 개─소─말─돼지라는 말과 똑같다. 그럼 남자들 가만 있겠나. 남자도 똑같다. 야 야 뭐해 뭐해 몇 시 방향 몇 시 방향, 어디 어디...... 이 자식이....! 속았지? 남자는 그렇다 치고. 실제 어떤 숙녀께서 왜 그렇게 말씀하실까, 왜 그렇게 강하게 발언하실까, 사정을 알고 나면 단지 끄덕끄덕할 뿐. (* 번역본과 시대에 따라 약간씩 다른 값으로. 네델란드에서 188 미만은 남자로 안 본다는 숙녀께서 어디에 갔더니... 거기까지. 거기까지로 끝내긴 살짝 섭하군. 그래서 조금만 더. 여자가 키 작은 남자를 덜 선호할 수도 있고, 차 없는 남자가 덜 유리할 수도 있다. 조명 받는 일이 무엇인지 당사자가 잘 아니까 조명 받는 상대는 사양하는 경우도 있고, 성실함 하나만 보는 여자도 많다. 결국 남녀의 연애 대상 기준은 남자가 비교적 좁고-공통되며, 결과적 기준은 여자쪽이 비교적 넓고-분산된다. 왜냐하면 첫째 본능, 둘째 인습 때문. 첫째는 만고불변의 진리. 둘째는 가장무도회에서 춤을 신청하고 무도의 환희를 이끄는 쪽은 대개 남자이듯이 구애─유혹─설득─청혼은 남녀 각기 역할이 다르다는 것뿐. 그건 알겠는데, 과정 가운데 왜 그처럼 그 무언가가......? 아하! 그건 한마디로 정리됨. 바로, 우리는! 어? 우리는~ 뭐라뭐라. 끝. 농담이고. 그러니까 그러냐 하면서 잘 알겠다며 물러서긴 남녀 공히 뭔가 약간 서운하다. 그래서 끝내 말수 없던 남자까지 껴든다. 힘들고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고 까다로우며 험난한 일─가령 인프라스트럭쳐, 막노동─그로써 완성된 사회 체계. 만들기까지는 남녀불평등, 만든 다음부터는 남녀평등이냐고. 힘들고,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고, 까다로우며, 험난한 일은 왜 만년 남녀불평등이어야 하냐고. 남자가 애를 낳지 못하는 게 어떻게 남녀불평등이냐 그 말이지. 인종차별처럼 남자가 잘하는 일은 설혹 남녀불평등처럼 보여지더라도 굳이 제도적으로 심하게 제한된 기준을 가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걸로 지구상에서 제일 앞서는 권역조차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니까, 그건 뭐 차차 풀어가야 될 숙제라고 보고. 통과) 따라서 요점은 단짝이나 애인끼리만 할 얘기가 있고, 아닌 게 있다는 거다. 내 주변엔 전부 단춧구멍들 뿐이 없어, 오빠! 애인이나 남녀의 우정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된다. 그래야 한다. 단지 그 상황이 아닐 때만 문제가 될 뿐. 남자A와 여자A도 심한 말을 하겠지만, 딱 봐도 비교적 덜할 것이라는 점. 그걸 어찌 모르리! 단지 내 입장이 아니므로 99퍼센트 추정은 하나 100이해는 못한다는 게 섭섭할 뿐. 사람이기 때문에 본능이 아름다움, 이쁨, 멋짐, 잘생김으로 향하는 건 좋다. 당연하다. 아니면 비정상이다. 그래서 남자들과 여자들이 다비드 상만 바라보니까 피카소의 판화 같은 유형은 자연스럽게 소외된다. 그 상처 받은 마음이 일평생 쌓인다고 생각해보시라. 당사자가 아니면 그 마음 모른다. 절대 모른다. 때문에 남녀 공히 평균적으로 <아름다움─이쁨─잘생김>의 반대 급부를 뭐라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살짝 불씨만 던지면 (그런 거 좋아하시는 분들만) 이러쿵저러쿵 부글부글하기 십상이다. 이게 뭔가? 완전한 부익부빈인빈 현상인 것! 그러므로 남녀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 잘난 1류─그냥 2류─못난 3류에 대해서 각자 선호도가 나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은 <아름다움─이쁨─잘생김>을 결코 싫어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자들도 남성을 볼 때 잘생기고, 키 크고, 돈 많고, 말 잘하고, 웃기며, 젊고, 자상하고 여자를 아끼면 좋아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인 것. 그에 대해 남자는 둘로 나뉘고. 여자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남자와 아닌 남자로. 다만 내가 C인데 무턱대고 A만 바랄 수는 없다는 것. 남자도 여자도 똑같다. 피자 배달원의 경험은 여기서도 크게 다르지 않게 적용된다. 만고불변의 진리에 대해서 울컥하는 비율은 대체로 위보다는 밑이 비교적 민감한 것이다. 드물게 솔직한 캐릭터가 인기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뭐, 여자들이 오직 자기 만족만을 위해서 화장을 한다고? 그걸, 누가, 믿겠나! 바~로 이때, 이 언급을 듣고서 여자라면 발끈해야 정상이다.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는데, 어쩌면 덜렁덜렁 고추를 다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큰 거 작은 거, 바나나 아님 고추? 왜냐하면 꼬마 때부터 소꿉장난할 때부터 거울 보며 화장하고 눈꺼풀 깜빡깜빡, 그것은 여성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활이랄까, 뭔가 세면 같은 기본 습관과 예의 같은 일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루저네 어쩌네 라는 발언처럼 여자의 허영심은 남자의 열등감과 탁월한 한 짝인 것이다. 남자들이 그렇게나 많이 들어본 말들 가운데 하나, 지는 비교! 그것도 그렇다. 처음에는 공주 대접이었는데, 이제 와서 대충 살자? 나는 그이만 믿고 사랑 하나만 바라보며 이 날 이 때까정 살았는데, 마침내 이제 와서 꽃은 시들고 어쩌고저쩌고. 그녀의 자존감 하락한다. 많이 하락한다. 슬프다. 연기가 반복되고 말이 많아진다. 잔머머로써 남자 뚜껑 열리기 딱 좋은 상황이지. 때문에 이 역시 남자의 자존심에 여자의 자존감이 대칭하는 것이다. 살짝 살짝 다를 뿐 남자와 여자는 방식이 다르지 똑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화장실도 가지 않는 단아하고 꽃다운 여자로 대접 받아야 마땅하다. 그렇다. 정말 그렇다. (뭐야 너만 살자고? 또 개구멍이라니, 이 자식이...! 너만 여자들한테 점수 따면 다냐?) 진짜 여자들 세계가 어떤지 그 진실을 얘기할까, 얘기하지 말까? 아마존 생태계의 질서, 말 말자. 알고 나면 남아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거나, 상남자들 머리 아플 수 있으니까. 남자들은 제대로 알고 나면... 안된다. 절대 안된다. 오오, 저런! 끝까지 모르는 게 오히려 더 낫다. 친구의 갓난 아기 보고, 늬 애기 못생겼어 알어? 어? 완전 못생겼어? 앙칼진 고양이 성질 나면 무섭다. 우리는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숙녀를 지켜주고 싶다. 총대는 우리가 매야지, 그럼. 그건 그래도, 우리네 속좁고 제멋대로요 찌질한 남자들은 굳이 단점을 거론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입 아프게 뭐 그럴 필요 있나. 어차피 이미 많이 밝혔으니까 말이다. 그런 측면으로 보자면 차라리 남자는 단순하다. 그러니까 하다 하다 그 얘기까지 나온다. <잘생김 못생김 X 착하다 못됐다> 그 경우의 수에 대해서 뭐가 최악이라고! 어쨌든 남녀 모두 루저는 괴롭다. 거기서 둘로 나뉘고. 루저인데 밝냐, 루저인데 어둡냐로! 어차피 남녀 공히 외모를 먼저 보지만, 남자는 경제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여자는 남자보다 꽃이 화사할 개화기가 지나면 어떻다는 점. 그 차이 밖에 없다. 후천적 조건은 모르겠는데, 선천적 조건이라... 난 영원히 안되는 거라고? 에라 같이 망하자! 라~는 친구들 꽤 될지 어떨지 까지는 침묵합시다. 결론은 이렇다. 여자 남자 다 똑같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는, 그분들을 그분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이 놈 봐라! 늬가 더 나빠?)
※ 우정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 남자와 결혼하면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는 하나가 됐다느니, 남자는 무심하네 말이 짧네 어쩌네...! 장난하나? 어? 또? 웃자고? 어? 또? 진짜? 어? 그거 다 뻥이다. 과장이다. 억측이다. 응석일 뿐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자가 무슨 바본가! 괜히 잡은 물고기 어쩌고저쩌고 그러는 게 아니다. 여자들 귀에서 피가 나와 봐야 정신 차릴까? 그럴까? 전 세계의 남자들이여! 세계 상남자협회 아태지역 회원과 전-라틴 마초 클럽 여러분. 그리고 대서양 경제 연맹 남자분들, UFC를 간혹 보는 상남자들이여. 네? 우리가 언제까지 그녀들한테 기 죽어 살아야 합니까? 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네? 딸랑딸랑도 한두 번이지 시도 때도 없이 기 빨리고 응애응애? 이게 뭡니까, 네? 이게 말이나 됩니까? 네? 이게 어디 사는 겁니까? 네? 참말로 보자 보자 하니까 ...... 워──워──워! 연애에 최선을 다하는 남자, 사랑도 좋지만 대충 살자로 돌아온 남자. 전자에서 후자로 바뀌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 그러는 게 이상한 거다. 사랑에 막 빠져들었을 때야 그녀를 아름다운 공주처럼 떠받들어주지 왜 아니겠나. 시작은 자기를 최고의 브레이저처럼 최적으로 딱 맞게 포근히 띄워줘서 좋았어, 그 다음으로 여자들이 원하는 건 하나다. 그 분위기가 그 언제까지라도 이어졌으면! (이건 아니겠지만) 혹시라도 끝내도 내가 끝냈으면. 그렇지만 현실은 무엇일까? 둘 중에 하나다. 첫째, 그녀의 귀에서 피가 나는 것(그래 봐야 정신 차릴까 아닐까). 둘째,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 법. 여기서 1.5가 대충 마음에 들거나 견딜 만하면 계속 가는 거고, 아니면 그 다음이고. 뭐,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싸운다? 그러든가 말든가! ※ 사랑이란 결국 그런 것 같다. 그것은 곧 뭐라 말하기 곤란한 것. 살면서 얼마나 생각이 바뀌고 사랑에 대한 정의가 보통 심하겠나. 여자는 모르겠고 남자의 우정에서 사랑을 얘기해봤다? 그런 사람이 있나 없나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지금껏 그런 적이 1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0번일 것이라 자부한다. 내 장담할 수 있다. 그 특징을 알고서 웃어도 웃어야지, 그냥 무턱대고 그이는 무정에 딴청에 직감이 떨어진다? 숙녀가, 진짜 직감 좋은 남자를 만나봐야 정신을 차리지! 안 그런가? 그녀들은 알고 있다. 특히 여성잡지1보다 여성잡지2의 애독자님께서. 무엇이냐,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최고 중의 최고 왕자님을 만나더라도 24시간 365일 긴장하며 정신 차리고 떨려서 소화도 안 되어 내가 소화제를 자주 찾아야 하는 남자를 만나느니, 차라리 바보를 만나는 게 낫다고. 어차피 0순위를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사랑에 대한 결론은 이렇다. 공식적으로 7번 밖에 결혼하지 못해서 아쉽게도 8번은 못 채운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인생도 있고, 반세기를 막살던 대충 살던 딱 반세기 만에 1번째이자 마지막 사랑을 하는 연애도 있다고. 결국 지금의 사랑이 최고라고 말이다. ※ 만약 같은 줄끼리 친구면 문제 없음. 여자의 우정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남자는. ※ 그외 친구의 단점을 칭찬등이 있음. 어중간함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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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래 연구되어 완성을 목전에 둔 주류 엔진. 듣도 보도 못한 신-에너지 사업이라니. 혹시나 해서 얘기하는데, 과연 완성이 되나 어쩌나 지켜보는 재미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밑도 끝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신뢰. 전자도 후자도 아닌 애들 장난 같은 일이었으니까. 솔직함과 가식의 딱 중간선에서 말하자면 이랬다. 기대감, 있었다. 조바심? 왜 없었겠나. 더불어 제2의 정체성은 속 시원한 결과를 캐내라고 날 제촉했고, 제3의 동겸심은 탐정이든 뭐든 동원하여 정체를 어서 밝히라고 성화였다. 곧 내게 주어진 전개는 젊음의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이상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던 것이다. 어쨌든 뭔지 모를 장르에 질질 끌려다닐 수는 없으니 우리는 약속했던대로 망보기를 실행했다. 그렇게 어제 나는 당번이었다. 당번인 날도 바람 쐬러 슥 지나갔다 오면 그만이었다. 바람잡이보다 훨씬 쉬운 일이 분명했다. 그렇게 방법을 정하니 무척 홀가분했다. 물론 즐길 수 있는 밀회가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 비번을 맞이했고, 나는 내 상냥한 동심에게 폭넓은 아량을 베풀어서 한적한 공원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오기로 했다. 텐트 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 주변에서 얼쩡거리기. 그러다 소셜 네트워크로 옛 친구에게 청첩장 언제 줄라냐고 따지기. 보아하니 그처럼 판타지에 대한 바램과 미스테리에 대한 이해심은 잠시 잊어버리는 데 거의 성공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목적지였던 유원지로 가는 길에 신호 대기에 걸렸다. 그런데 내 바로 옆에 웬 리무진이 서 있네? 왠지 궁금한 마음에 차창을 내려서 육안으로 구경했다. 그런데 그 순간 리무진의 창문도 내려갔고, 나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을 몇 초간 멍청하게 쳐다봤다. 쟤가 왜 저기 있지? 라면서 뭔가 이 상황이 의아했으니까. 「야 핀. 너 거기서 뭐해?」 「이게 누구야! 어떻게 이렇게 만나지?」 그러다 신호가 바껴서 우리는 어찌어찌하여 근처 공터에서 만났다. 「그런데 리무진은 웬 거니? 너 어디 취직했냐? 왜! 갑자기 파란만장한 인생을 돌아보니, 안 해 본 일 가운데서 지금이라도 뭐 하나를 꼭 해봐야겠다. 그래서?」 「뭔 소리야? 나 리무진 운전수 아니고 리무진 주인이야.」 「그럼 리무진 운전수는 휴가 갔니?」 「리무진을 주인이 몰 수도 있다니까 그러네. 아 증말!」 「뭐? 그럼 뭐 회장님 모시는 그런 일이 아니라, 비정기적으로 손님을 맞는 그런 사업할려고?」 「아 뭔 소리야? 이거 내 차라니까. 난 그냥 차만 바꿨을 뿐이야. 그냥, 이동수단! 어? 집에서 사무실까지 갔다 오기. 마트에 갈 때 이용하고. 또 1년에 1번 파도타기하러 갈 때. 1달에 1번 극장에 갈 때. 그게 다야. 끝. 됐냐?」 「그러면 다른 차도 많은데 왜 하필 리무진이야? 이건, 뒤에 타야 그럴듯한데. 뭔가 좀 그래야 하지 않을까? 물론 너처럼 직접 몰지 말란 법도 없다만.」 「그래. 이해는 한다. 너 같은 얘길 내가 하도 많이 들어가지고, 어? 보이냐? 내 귀에 피가 났다가 이제 겨우 말랐어. 그런데 또 지금 너가 내 귀를 들쑤시고 있다는 거. 뭐 어쨌든 나도 모르게 그냥 어느 날 느닷없이 이걸 타고 싶었어. 엑스맨 영화에 한번 나오던가 그랬어. 앞 세대 돌연변이가 거기서 리무진 탔거든. 마벨 영화가 하도 많아서 AA급만 볼려고 고집 부렸으면 몰랐겠지만. 이제 일이 어떻게 된 건 줄 알겠지?」 그렇게 우리는 같이 놀기로 했다. 내 차는 어디 근처에 대충 정박해두고, 우리는 같이 리무진을 타고서 정처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노상 알기만 했던 리무진을 타보기는 처음이었다. 「핀. 그런데 있잖아. 나 뒤에 타면 안 될까?」 「무슨 말을 더 듣고 싶니?」 「농담이야. 아, 정색은!」 「그건 그렇고. 특종 뭐 그런 거 없니?」 「그게 그러니까... 있을 뻔 했는데, 아직은 아니야. 뭔가 확실해지면 그때 알려줄께.」 「그래?」 「일단 기다려.」 「오오! 뭐야, 부다페스트에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냐? 아니면 베네치아에 놀러갔다가 만난 거액 상속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데... 뭐지? 뭘까? 아 궁금하네. 뭔가 있는데... 아 힌트 좀 줘봐.」 「」 「뭐야 미친 척? 뭔가 있네 뭔가 있어. 진짜 미친 건 아닐테고. 내가 널 모르니? 좋은 패 들어오면 얼굴에 화색이 돌며 홍조가 울긋불긋한데, 어? 최소 트리플, 보통은 풀하우스, 운 좋으면 A 하트 포카! 그런데, 그게 뜨면 뭐하냐고! 어? 포커페이스가 안되는데. 참 나! 그러니까 넌 말이야 우리들 도박사 세계에 괜히 멋 모르고 껴들면 안되는 거야. 그래도 뭔가 심심하다 싶으면 직접하지 말고 마권 같은 걸 사. 응? 스포츠 복권 그런 거 말야. 알겠어?」 「적당히 해라. 고마하란 말이다.」 「전하, 고정하시옵서서」 「그건 또 뭔 소리야?」 그러다 우리는 핀의 리무진 네비게이션에 기록된 단1개의 목적지로 무작정 출발했다. 녀석은 중고로 구입한 다음 그걸 한번도 사용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 목적지가 그러니까... 정식 이름은 아닌 것 같고, 무슨 알파벳과 숫자 조합으로 뭔지 모를 이름이었다. 과연 그곳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슬슬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 세이렌의 노래가 안겨주는 미칠듯한 희롱일까, 아니면 패배왕의 마지막 희망과도 닮은 궁전일까. 우리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그곳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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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핀의 리무진 네비게이션에 기록된 목적지 단 1개 그곳으로 출발했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은 알고보니 자콥 커퍼필드의 사업체였던 것이다. 뭐야 이거! 그래서 나는 이상한 공상이 떠올라 잠깐 아찔했다. 내가 만약 자콥 커퍼필드에게 내기 골프를 제안하고, 경기가 성사돼고, 그렇게 18홀을 모두 돌기 직전. 처음 약속은 이랬다. 내가 이기면 내 세 가지 소원을 당신이 들어주고, 내가 지면 내 비밀을 1가지 알려주겠다. 뭔가 불공평한 듯 하지만 어쨌든 만약 그렇게 정한 다음 경기 끝. 결과는 내가 딱 이겼어. 그런데, 이런저런 소원을 다 말한 다음에 난 희희낙락거리고 있을 즈음 급한 일 때문에 자콥은 먼저 떠남. 그러다 골프장 카페에 들어섰는데, 골프장 사장님이 날 직접 접대하며 나한테 그러는 거지. 최근 그런 손님이 일절 없었는데 어떻게 18홀을 앞뒤 3구간을 모두 비워서 혼자 치실 생각을 다하셨냐고. 무슨 중요한 사업 결정을 하셔야 했나 보다고. 뭐? 그래서 나는 CCTV를 확인해보고, 나 혼자임을 확인하는데... 그럼 자콥은 뭐야, 유령이야? 꿈은 아니고, 이건 뭐지! 그런데 바로 그때 자콥의 비서라는 어느 아리따운 숙녀가 내게 슥 접근해온다. 뭔가 줄거리가 연상되는 그 즈음...... 다정히 눈을 맞춘 후 갈망하던 쾌락마에 딱 올라탈려던 순간, 공상은 거기까지. 달콤한 상상은 그처럼 짧게 끝났다. 잠깐 얼떨떨하다 말았던 것이다. 우리는 둘 다 무표정이었다. 할 말도 없었다. 할 일은 능동적이면 안될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무작정 정적으로 누군가를 기다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러다 흡혈귀를 만나게 될지 자콥 커퍼필드의 영접을 맞이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리도 조용할 수 있을까? 이 큰 사업체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파리 한 마리 구경할 수 없었다. 아, 사람만 없다 뿐이지 동물은 드문드문 보였다. 사장의 7번째 사업 이념 때문인지 뭔지 여긴 유독 동물들이 많았다. 노루, 멧돼지, 토끼, 사슴, 개, 돼지, 당나귀, 고양이, 다람쥐, 딱따구리, 앵무새, 펠리컨, 까마귀... 일단 보이는 건 그 정도였다. 설마 그 동물들을 다 우리를 위해 준비한 것도 아닐 테고, 우린 어차피 할 말이 없었지만 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사람 하나 바보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는 듯한 뭐야, 도전장이야 힌트야! 그렇게 우린 왠지 모르게 고고학자랄지 낯선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 때문에 뭔가 비밀스런 사연을 알게 될 듯한 예감에 빠져들었다. 이러다 저 하늘의 구름이 우리 옆으로 슬그머니 내려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이건 뻥이 아니라 100퍼센트 실화였다. 게다가 우리는 혈중 알콜 농도도 완벽하게 0인 상태였다. 무슨 이상한 약을 먹고서 보는 환각도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 앞에 고래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공룡과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따라서 우리는 마음 놓고 그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주차장 한복판에서 동물들이 기웃거리는 동안 시를 쓸 수는 없었으니까. 우리는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본부로 보이는 건물에 들어갔고, 저 앞에 접견실이라는 이름표를 보았다. 아직까지도 역시 사람은 개미 새끼 한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딱히 무서울 것도 없었고, 외롭지도 않았다. 그러다 쥐새끼 한마리가 기어간다면 놀라자빠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러다 만약 복도에서 쳄발로 소리가, 접견실로 들어갔더니 오르간 음악이, 그리고 음침한 어떤 여인이 트럼펫 음률과 함께 딱 나타나서... 아니다 아니다. 그건 아니다. 그건 불가능. 영화를 아무리 많이 봤어도 현실과 비현실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핀. 나중 이 순간을, 기억할 거지?」 「너. 지금 나한테 겁주냐?」 「그게 아니라. 긴장감을 즐기자 그거지.」 「지금 그러게 생겼냐? 당장 내가 널 꼬집을 수도 없고, 때리고 싶지도 않고. 모르겠다. 우리가 대체 여긴 왜 왔을까?」 「그러지 말고 일단 앉자, 어? 접견실에 들어왔으니까.」 「참새가 방앗간 앞을 지나치랴 고양이가 생선을 마다하랴.」 「그건 좀...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 듯 하오. 너 겁먹었지? 그치?」 「내가 느끼는 왠지 모르게 불결한 쾌감 같은 걸 늬가 알 턱이 있나. 왜! 어떻게, 절묘한 환상 극적인 신비가 10분 후에 발생할 거라고 예견이라도 하리?」 「그런데 있잖아. 왜 나는 지금 가슴이 설레지 않을까?」 「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너 너무 예민한 거 같아. 그렇다고 그런 널 보며 내가 고소해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알지?」 「그건 뭐 순수한 동정심이니? 늬가 언제부터...! 말 말자. 나는 솔직히 말해서 순결한 행복감, 너무 오랫만이야. 알어?」 「그걸 나보고 믿으란 말이냐? 늬 얼굴에 딱 써 있네. 거짓말이라고!」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왜, 후끈 달아오르니?」 「달아오르긴 뭐가 달아올라! 어딘가 모르게 음산하구만 그래. 소름 돋기 직전이야. 진짜야. 끔찍한 사랑에 못마땅한 우정이라니... (절레절레) 내 미리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여자 꼬시러 갈 걸 그랬어. 그렇다고 진짜로 여자 꽁무늬나 쫓겠다는 건 아니고.」 「뭐 아무튼. 우리 정신 똑바로 차리자. 아 체스도 아니고, 무를 수도 없잖아! 안 그래?」 「그런데 있잖아. 저건, 뭘까?」 그들은 벽면에 걸린 액자를 유심히 관찰했다. 핀은 그 사진을 응시하다 촛점이 흐릿해졌고, 나는 내 얼굴이 마치 참치나 다랑어랄지 상어, 돌고래가 된 듯한 환상에 빠지고 말았다. (설마 내 면상은 개상이 아니라 물고기상? 저런!) 말하자면 벽에 걸린 사진은 그랬다. 1번째. 소극장에 빼곡히 만석. 그런데 모두 양. 그 가운데 양의 탈을 쓴 자콥의 모습. 웃을 듯 말 듯 이상한 표정이네. 2번째. 소극장에 빼곡히 만석. 그런데 모두 늑대. 그 가운데 늑대의 탈을 쓴 자콥의 모습. 뭐야! 왠지 모르게 날 보고 비웃는 거 같은데? 이런 날을 예상이라도 한 건가! 「저거 아무리 봐도 진짜 사진인데. 유명 사진사 작품이 틀림없어. 아!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저 사진에 나온 소극장인지 대극장인지 아까 본부 건물 옆에 있었잖아? 우리 거기나 가볼까?」 「그럴...까?」 핀과 나는 가까이 있는 소극장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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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극장 같은 소극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대극장인지 소극장인지에 입장했다. 사업이 성장세인지 아니면 세계 유류 협회로부터 간섭을 받는지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야 그네들 사정이고. 우리는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움을 목도하던가, 아니면 턱없이 부족한 황금 더 부족한 인기만 챙기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될려만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야 어떻든 소원의 실현 가능성, 그런 거 따지지 말자. 그늘 한점 없는 애정? 앱을 켠 채 마라톤 대회에 나가던 놀이공원에서 기구를 타던, 사랑에 빠지고 만끽하며 어느덧 정력기를 훌쩍 지나가버리기 전에는, 사랑은 아무래도 지금은 알 수 없는 것 같다. 즉 사랑하던 시절 그때는 내 사랑에 대해서 뭐라 단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살면서 어차피 절망은 익숙하고 체념도 친해졌으니, 사랑은 모르겠고 우리는 오늘의 운세에서 최소한 '대충 살자'는 확보할 것. 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소극장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괜한 소란을 자초한 것일까. 꽃단장한 숙녀들이 단 1명도 없잖아. 뭐 꼭 우리가 초대 받은 손님은 아니라도 뭔가 섭섭했다. 또 그걸 뭐 얼마나 애타게 바랬다는 것도 아니다. 따분한 세상이자 순진한 인생에서 이 정도 모험은 솔직히 우리에게 감지덕지였다. 잔말 말고 어서 말하라고? 뭘 봤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어떻게 됐는지를! 우리가 본 장면은 그랬다. 양심의 가책 없이, 본심에 호소하는 책망감에서 자유로운 채, 뜸 들이지 말고 말하자면 이랬다. 일단 제일 먼저 파악한 건 시설이었다. 마치 고급 장비를 욕심내는 아저씨처럼. 곧 극장식 카바레의 전 좌석은 아마도 100퍼센트 물청소가 가능한 설비로 예상됐다. 보아하니 우리 앞에는 그 의자에 모두 고양이가 앉아있었던 것이다. 즉 접견실에서 봤던 바로 그 사진. 그것의 실제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이 보게 된 것이다. 객석은 그처럼 진짜 고양이로 전석 매진이었고, 무대는 그랬다. '벽에 걸린'이 아니라 무대 위에는 꽉 채워서 전원 개! 저건...... 저건...... 그......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다. 단지 입이 근질근질할 뿐! 그리고, 관객석은 전석 꽉 채워서 고양이! 뭐야 이거? 지금 뭐하자는 거야! 그런데, 바로 그 가운데 고양이의 탈을 쓴 자콥.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약속은 없고 기분은 맥 없으며 공상마저 귀찮아질 때'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거 뭔가 잘못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곧 사람 진을 빼는 일이냐, 기 빨리는 만남이냐. 그런 건 모르겠고 우리는 그저 어디로 숨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그러나 딱히 통탄이랄지 달관 같은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시라. 이런 광경을 코 앞에서 목도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그랬더니 글쎄,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능한데 뭐하러 그 고생을 한다요? 그래... 그러고 보니 또 듣고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우리만 봐서 미안허니까 하는 말이다. 그걸 정말 그대께서 봤어야 했는데! 와, 우와, 이거 뭐 거의, 와, 뭐라 말할 수 없는 장관이었으니까.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 「대답하기 싫어?」 「지금 말이 나오게 생겼냐?」 「아 믿기지 않으니까 그러지. 안 그래?」 「그러긴 그래. 이게... 말이... 되냐?」 「안되지. 이게 어떻게 말이 되니!」 「그러니까. 말도 안돼!」 「저기 저 고양이의 표정 봤니?」 「어디?」 「쟤가 이랬어. 그러면 누가 부러워할 줄 아니?」 「뭐?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진짜야.」 「허허. 그럼 저기 저 친구는 너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거 참 딱들하시네! 라고.」 「뭐 임마? 이 자식이...!」 바로 그 순간. 자콥 일행은 서둘러 극장식 카바레를 빠져나갔다. 뭐지? 뭐가 됐든 우리도 긴급히 그들을 따라갔다. 그런데 자콥 커퍼필드 일당이 리무진을 타고서 어딘가로 출발하네? 우리는 쫓아갔다. 리무진이 리무진을 미행하게 된 것이다. 리무진끼리의 추격전은 시작됐다. 단지 살짝 밋밋하긴 했다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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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콥 커퍼필드 일당은 위스키 동호회 모임에 도착했다.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이지, 라는 말도 아까웠다. 왜냐하면 뭔지 모르게 우리는 실망했으니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든 어쩌든 우리도 따라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나는 누노와 존티에게 얼른 오라고 연락했다. (미리 말하자면 녀석들은 온다고 해놓고 오지 않았다. 의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들어가서 분위기를 살피니 특별한 건... 딱 하나였다. 바로 남녀 비율! 그건 좋았다. 그런데 그것만 좋았다. 그게 문제였다. 다시 말하지만 위스키 동호회는 이번에도 딱 하나만 좋았다. 그 1개가 무엇이냐, 오직 비율이었다. 최소 80퍼센트가 숙녀였는데, 그냥 비율만 그랬다는 거. 뭐라 논평하기 곤란한 어정쩡함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은 이만 일찍 철수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대로 자콥 커퍼필드를 따라다녀봐야 성과는 전무할 테니까. 우리가 살면서 영화를 너무 많이 봤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온 순간! 어머머머머! 이거 뭐야? 야외 주차장에는 비슷한 리무진만 수백 대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저런 저런! 대충 약 90퍼센트가 검정색이었고. 「야 피노키오. 이제 우리 어떡하냐? 너 무선 열림 장치 그런 거 돼 있지? 그렇지? 설마...」 「어쩌지? 설마...가 맞는데!」 「뭐?」 「그 기능 있는 건 비싼 거 밖에 없더라고. 리무진이 뭐 동네 구멍가게에서 파는 무슨 장난감인 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야! 그럼 이제 우리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아 집까지 걸어갈 수야 없는 거 아니냐. 야! 찾어.」 「뭐?」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리무진을 찾고 있었다. 바로 그때 평상복 차림의 형사가 접근. 어떤 얘기를 우리에게 전했는지는 뻔하니까 필름 구간 댕기기를 실행한다. 뭐라뭐라. 어쨌든 요점은 그거였다. 우리가─당시 알파벳 3개를 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뭐였는지 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자콥 커퍼필드의 사업체를 주시하고 있다. 세계 수소 협회, 전기 자동차 연합회, 유수의 석유 업체등이 우리에게 풍부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와 별개로 우리는 비밀리에 조사중이다. 아직 막후에서 이렇다할 불법 사항을 적발하지 못했다만, 지금 당장 입건하는 건 일도 아니다. 다만 아직은 애매한 상태니 덩치를 키워서 잡을 생각이다. 그러니 앞으로 작은 협조를 부탁한다. 요점은 이랬다. 그를 보내며 존티의 한마디. 「아마도 경쟁사의 중간 보스 냄새가 나는데. 안 그래?」 「뭐를 근거로?」 「근거 같은 게 어딨어!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중간 보스 치고는 좀 허접하지 않냐? 싸움도 별로 못할 거 같은데! 안 그래?」 「어쨌든 있잖아. 이거 혹시, 함정 아닐까?」 「그야 뭐 지켜보면 알겠지.」 그 뒤 3개월 경과. 우리는 그다지 위스키 동호회 활동에 넌덜머리가 나지도 않았고, 철부지처럼 자콥 커퍼필드를 미행하지도 않았다. 그저 우린 후자에 대해서 말없이 관심을 뗐고, 전자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했다. 어째서? 여심의 미스테리 때문에! 뭐랄까, 남자들은 여자가 보기에 꼴 보기 싫은 여자한테 맥을 못추는 걸까? 말하자면 위스키 동호회는 간헐적으로 분위기가 괜찮을 때도 틈틈히 있었고, 그 뭔가가 점점 나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 다시 3개월 경과.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신-에너지 사업체, 주류 엔진 업체 앞을 운전하며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굳게 닫힌 문에 웬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읽지 않더라도 대충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는 얘기들. A라는 채무가 B로 넘어갔으나 해결되지 못해서 동산 및 부동산이 C로 압류됐다, 그래서 무엇 무엇을 안내한다, 책임자 누구 어쩌고저쩌고! 저런! 자콥 커퍼필드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조직은 해체되었을까? 아니면 무슨 비밀결사대처럼 명맥을 근근히 잇고 있을까? 초기 르네상스의 보티첼리, 중기 르네상스의 라파엘로, 그리고 후기 낭만파의 프란츠 리스트까지! (정말 살짝만 과장하자면) 그때 그건 지금의 문학 동호회처럼 흔했다는데. 뭐 그건 그거고. 나는 샐리가 자콥 커퍼필드 변장을 벗는 모습을 목격했는지, 반대로 자콥 커퍼필드가 샐리 변장을 벗는 광경에 까무러쳤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왠지 모르게 앞으로 언젠가 자콥 커퍼필드 본인 또는 동명이인과 친해질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그 직감은 썩 의심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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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 신물이 난다는 둥 사랑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 둥. 전자와 후자를 오가는 리셋증후군. 꼭 사랑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또 어른들이 뭘로 보나 엄살과 잔머머로써 어디서든 썩 빠지지는 않을 테니까. 곧 사랑 뿐만 아니라 인생에는 언제나 진정한 강자들이 우정 출연을 상시 준비중인 것이다. 그 실력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장난이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예를 들면 심심함, 지겨움, 따분함, 지루함, 신부들러리, 병풍, 싫증, 예선 탈락, 복권 꼴찌, 변심, 권태, 타성, 쾌락마, 기 받을려다가 기 빨리듯 기대에서 실망으로의 변화까지. 그러니까 루저의 연패는 다음처럼 되기 마련이다. 나름 운수가 좋다면 성격 좋다는 얘기도 틈틈이 듣고, 거절을 좀체 못하며, 권위에 약하고 주관은 더 약하고, 귀는 임팔라처럼 쉴새없이 팔랑팔랑한다? 잘 믿고 툭하면 속는다? 동심인지 흑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심은 여심처럼 소프라노가 부르는 아리아와 똑같다? 삶이란 쉽지가 않다. 먹고 살기도 쉽지 않다. 한눈팔기도 바쁘다. 눈독 들이기는 어디 쉬운 줄 아시나. 그런데 황금은 도망가고, 가짜에 또 속으며, 행운은 사뿐히 날 건너뛰기 좋아한다? 그래서 일시적일지언정 사람은 둘로 나뉜다. 첫째, 인문교양서처럼 머머해라─머머하지 마라─머머하자 라면서 으쌰으쌰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유형. 나는 행복하다! 나는 만족한다! 나는 그 무엇도 부럽지 않다! 나는 대인배다! 까지. 속으면 야망이랄지 달콤한 욕심 탓이고, 속지 않으면 대체로 뒷북이다. 결국 모든 건 세상탓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시작은 할 수 있다요, 끝은 아니면 말고! 둘째,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주든 안 주든 날 속일 필요 뭐 있나. 나까지? 그건 아니다. 그건 아니야. 그래서 그 무언가를 속 시원하게 인정하는 부류. (다만 나는 천문학자요, 너는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5살, 12살, 스무살 지나서 언제 어디서나 제일 많이 했던 말은, 심심해! 제일 많이 느낀 기분은? 뭘 해도 재미없어! 시간 때우거나 분위기 때문에 처음에만 으쌰으쌰, 약속 장소에 나가면 나 혼자! 그러므로 둘째는 모든 건 NC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바로 그 차이란 걸 잘 아니까, 그래서 속 시원히 인정하는 거다. 허세 < 허영심! 라~는 것을! 다시 말해서 첫째는 응큼한 허세요, 둘째는 성숙한 허영심이다. 그러든 어쩌든 둘 다 단점은 있다. 먼저 첫째. 첫째는 매번 예감을 체념으로, 희망은 절망으로 기우는데? 슬슬 입이 근질근질하면서 커피포트가 바빠지던가, 슬슬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면서 나도 솔직히 둘째라는 걸 과연 인정해야 하는가 고심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허세─허영심─허풍이라는 클린업 트리오가 그분을 가만 놔둘 리가 있나. 절대로 가만 놔두질 않는다. 역시나 여간해서는 속마음을 인정하기 싫은 거지. 실제 맛난 음식을 먹거나 쾌감이라면 나도 일가견이 있으니까 대놓고 소셜 네트워크에 쓴다. 난 행복해 라고. 그런데 평판은 알고 보면 그렇다.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너무 많은 걸 알면 실망할지도 모르니 호기심은 다음을 위해, 워워워. 그러니까 이름은 브랜드나 머머주의가 되긴 어렵고, 스타마를 타기도 힘들다. 그래서 세상에 기억되기 힘들 묘비명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봐도 된다. 뭐라고? 그는 불행했다고! 뭐라고? 이런 젠장! 그러면서 영화 예고편을 본 다음 골프장 플레이를 예약한다. 그리고 둘째의 단점. 기대치를 낮추면 좋긴 좋은데 어설픈 촌년도 다 예뻐보인다는 것. 애매한 촌닭도 다 멋져보인다는 것. 판타지,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장르는 일단 믿고 본다. 추천과 권유와 찬사에 속아야 마음이 놓인다. 변태야 뭐야? 친구의 수다도 반겨야 한다. 탐구심, 낭만감, 동경심, 감수성... 차마 외면할 수 없다. 행복의 논리가 수시로 바뀐다. 사랑해야 할 숙녀들이, 좋아해야 할 미남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걸핏하면 남자 생각, 꿈에서도 여자 생각, 거리에서 보는 거라고는... 가방? 잔머머는 되는데 큰 재주가 없다. 오히려 패배를 좋아할 수도 있다. 알고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선망과 작별할 수도 없다. 부러운 건 너무 많다. 끝이 없다. 그러다 꿈은 '없다─있다─바뀐다'를 매번 반복한다. 따라서 세이렌은 세이렌이고 어찌 됐든 관건은 나다. 태양이라는 최고의 조명도 날 위해 존재한다. 첫째와 둘째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도 할 수 있다. 그분들은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든가, 혹시라도 모를 스캔들을 걱정한다. 최소한 돈 문제로 고민한다. 곧 인류애도 좋고 이타심이 왜 나쁘겠냐마는 고양이가 쥐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거다. 별명이 똑진이야 뭐야? 그러다 지치고 힘 빠지고 싫증나면 한눈팔기! 잠깐만, 고양이는 쥐의 걱정까지 해주지 않는다고? 그러므로 늑대는 일단 양의 탈을 쓰고 봐야 한다. 탐스런 과일을 따먹고 강아지가 꽃을 꺾어 머리핀처럼 꼿아야 한다. 나 예뻐? 막 그러면서. 하이에나가 아프리카의 고봉을 오르고, 드물게 양이 양치기의 거짓말에 대해서 소설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은 사자가 여우에게 월계관을 씌우든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든, 우리는 행복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삶이 재밌어질려면, 본격적으로 인생이 즐거워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사는 것이 흥미로워질려면 사는 낙을 찾아야 한다. 사는 낙을 찾을려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미술관에 가서 여자를 꼬셔야 한다. 농담이고. 친구를 만나고, 옷을 사며, 잘난 척에 속아야 한다. 속된 말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 땀과 노력이라면 롤러코스터와 회전목마, 두 가지를 타봐야 한다. 그러나 여건이? 꼭 내 처지에서 할 수 없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페라리와 포르쉐 둘 다를 소유한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된다. 이왕이면 웨이터도 막살자씨보다는 에르메스를, 바텐더도 남자보다는 숙녀를! 농담이고. 그렇다고 나는 사치품을 모두 버렸다는 책을 읽고 따라할 것인가, 크게 딸려면 베팅도 커야 한다는 동기 부여업계의 지침에 따라 과감히 재산을 탕진할 것인가는 각자 몫으로! 그래서 결론은? 결론이 뭐냐고! 주제를 만들어 볼까? 이제사라니! 세상에는 영보이와 올드보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에는 짧은 연애도 있지만 오랜 행복도 있다. 언제까지 집에서 TV만 보다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NC에 가야 할까? 지겹지도 않나! 그러므로 나 NB는 생각했다. 인생에는 이상한 신비도, 뜻밖의 우연도, 극적인 운명도 있다고. 그래서 나는 끝으로, 이상하고 새로운 환상을 만나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니까 결심은 끝났으니까 이제 행동할 차례가 된 거다. 뭐야, 그런데 그건 한마디로 색다른 관심사자나!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또? 그 한마디를 위해서 이렇게 짜증나는 장광설을 읽고, 듣고, 그 끝에 뭐가 나올려나 지켜봐야 했다고? 이런, 젠장!
from 소설
2018. 9. 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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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깡마른 품위 유지비를 위해서 환상문학 잡지를 비롯해 몇 곳에 칼럼을 기고했다. 딱히 할 얘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 뭐 어떻게 주제가 수다의 태산을 만들어낸 셈이 됐다. 결국 지옥 같은 스케쥴과 세계적인 러브콜이 한쌍인가는 몰라도 확실한 건 그거였다. 둘 다 남의 얘기라는 것. 그래서 일이나 하는 수 밖에. 세상 물정에는 통달했는데 숙녀는 어떻게 다루는지 죽어도 모르겠다는 남자를 흉보기. 행복을 위한 심란한 알리바이. 그게 무엇인가 전문을 옮기자면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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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유행을 선도하는 법 내용: 거리에서 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마치 그렇게 보인다. 나도 고전미를 좋아하고, 나도 유행과 교양미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고 자부한다는 듯이. 그런데 결과를 놓고 보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현실과 상상은 다른 거니까.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니까 어떤 옷차림이 인기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니까 괜한 허영심에 익지 않은 생두로 뽑은 커피가 최고인 줄 안다. 코메디언이 아나운서의 일거리마저 독점하고, 인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뮤지컬이었던 전문 뮤지컬 가수들도 뜨끔한다. 이미 그곳의 텃새 역시 연예인들께 잠식 당했으니까. 그래서 성우들이 날리는 파리나 잡는다고? 누가 아니래! (정직한 벌꿀은 바라지도 않고, 그 날-파리들이 희희덕거리며 흥분하는 군무라도 구경해봤으면! 우리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다만 정치인의 면면을 살펴보지는 말자. 잘 사시며 큰 소란 없이 잔잔하게 행복하신, 바로 우리의 정치학과 교수님에게 괜한 헛바람을 주입시키지 맙시다. 수학이든 과학이든 그렇게 한번 어디에 갔다 오신 권위자는 참으로 많은 걸 깨달았을 테니까요. 그렇게 보자면 돌아온 싱글, 일명 돌싱도 참 할 말 많으실 것이다. 입담이 아무리 좋아도, 어? 그러니까 부인 말씀도 반드시 경청해봐야 하지 않냐 이 말입니다요!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특히, 숙녀여! 그대 아름다운 여자의 마음! 이거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네? 이게 뭡니까? ...... 그만 그만 그만. 워─워─워! 그런데 대체 뭔 얘기를 하던 중이었지? 아하 헛선심처럼 물거품 같은 인기, 맥주 거품 같은 유행, 콩까지 씌인 사랑, 친구의 허세 나의 허영심. 그리고 만담가의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허풍까지. 아하~! 이제야 뭔 주제인지 알겠네. 주제는 그것. 들쑥날쑥한 미술 사조와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 문학 운동이 아니라 바로, 패션의 유행. 유희의 변화. 단란한 오락에 대한 시장의 요구와 수요 또 충족까지. 뭐 행복의 파탄? 됐고. 주제는 한마디로 시간 지나면 이해 못할 순위다. 촌스러운 유행이다. 다른 말로 시절에 대한 회상. 뭐, 존은 끝에 가서 어쩐다? 지금 생각 좀 해 보시오. 대체 그게 어떻게 반올림 1억부가 팔렸는지. 그거 참으로 불가해한 현상 아니냔 말이오. 이어가자면 이렇다. 선망이 가고, 선심이 오며, 여심은 몇 시 방향, 흑심은 아침부터? 농담이고. 익지 않은 생두로 뽑은 커피가 최고인 줄 알지는 않겠지만, 뭐 어쩌다 그게 유행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는 것. 진짜로, 아니 글쎄 진짜로 (많이) 덜 익힌 생두로 뽑은 커피를 아주 그냥 적극적으로 다 함께 선호한다고? 그걸 대관절... 믿어야 돼 말아야 돼! 아 맞다. 녹차도 생생하면 녹차, 반틈 숙성하면 뭐, 많이 숙성하면 아하 그게 바로 홍차로구나. 하긴, 물고기든 육고기든 날것으로 먹는 문화도 있으니. 명태라는 물고기의 변형된 구분이 몇 개인지, (절레절레)! 반대쪽에서는 그것도 괜찮다 말은 하지만 절대적으로 익은 고기를 선호하는 문화권에서 뭐랄까! 뭐랄까, 거기서 뭔가 날것에 대한 제맛을 알게 된 건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게 아니라, 늦바람이 무섭다고 설마 그래서? 전문가 세계야 나는 모르겠고. 그처럼 음식과 비음식의 경계도 옅어진다. 그런 줄도 모른 체 그럴 수도 있음. 왜냐하면 일단 가격과 품질은 대체로 비례하니까. 선형은 아닐지언정 비선형은 장담하니까. 그처럼 관습 차이도 있는데, 개인차도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무화과는 생으로 못 먹는데, 무화과가 첨가되어 요리된 빵은 완전 좋아한다. 그런 내가 설마 변태는 아니겠지, 아니기를, 그랬으면! 날것의 싱싱함으로 또 다른 예는 시끄럽고, 이만하면 서술자도 살만 하단 말인데...! 그러면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라, 뭐 그 말인가? 그러면 너는 그렇고 나는 뭐 물 들어올 때 노를 져어라, 에 해당하지도 못헌단 말이냐? 나는 뭐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라? 어?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어? 아 그말이냐고! 라는 딴지는 은근슬쩍 모른 체. 그야 어쨌든, 유럽식이라고 무조건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비유럽에 한번 어떤 허영심 돌풍이 불면 겉잡을 수 없을 수도 있다. 다만 그건 있다. 리조또 : 죽─바이러스 : 균─수프 : 누룽지─올리브 : 고추. 당근이 들어간 야채-빵에 고추는... 글쎄요. 참고로 후발주자의 차근차근에 대해 한말씀. 비슷한 예로 구분이 나뉨. 가령 직수입, 도입해 개량, 상표 계약&현지 생산, 고-진입 장벽 시장에 2인자 전략으로 안착─1인자의 캐쉬카우 관련 문제 때문에 어부지리로 1위 등극. 물론 수입 금지, 국가대표 패전 뉴스 축소도 있음. 그 중에 제일 민감한 주제는 2개. 첫째 정치, 둘째 돌연변이. 첫째는 정치인 수입불가능에 여타 문제가 있음. 뭐, 쾌감도 대체 불가? 아휴...! 둘째는 제도를 수입했는데 실패, 기술을 들여왔는데 부작용, 파란색 사과 품종을 가져와 퍼트렸는데 세계 최초로 선악과라는 돌연변이 발생. 대표적인 예시 가운데 하나로 터키를 들 수 있음. 특이점은 터키 현지인이 잘 알고, 외부인도 아하 하며 느낌. 와, 왠지 모르게 나 어릴 적 그 당시 기분이다 라며. 도시와 정치-경제-사회등 모두가 타임머신이라는 점. A부터 Z까지 현대식, 00년식, 99년식, 88년식, 77년식, 시간과 무관한 고유의 특징도 함께. 그러면 시행착오이자 세계사라는 크나큰 대가를 치른 선험자보다 후발주자가 유리한 것 아니냐, 또는 무조건 선험자가 낫네 라는 이의 제기? 합리적 의심! 그러나 제논의 역설처럼 단순한 경쟁도, 전성기에 따른 순위 변화처럼 규모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님. 따라서 결론은 2개. 첫째 모르긴 몰라도 미래는 더 나을 거라는 점. 꼭 그래야 한다는 것. 둘째, 미지의 내일은 행복할지 불길할지 예측은 가능하나 지금은 아마도 알 수 없다는 점. 사랑은 모르는 것처럼! 참고로 한말씀, 끝. 그 때문에 생각나는 일화 하나. 그래서 '어디로 튈 줄 모르는 개구리─할 말이 많은 닭' 하면 떠오르는 예술의 나라에 초대 받았고, 현지에 도착해 누가 공연을 하는데~! 왜 일이 그렇게 꼬였는지 살짝쿵, 슬며시 알아나 볼까? 남몰래 내 마음대로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첫눈에 홀딱 반하여 수많은 숙녀들과 사랑에 빠질 수는 없는 일이니! 일은 그랬다. 사정이 그렇게 됐다. 즉 가수는 아무리 기다려도 박수를 안 치네, 아직 박수의 단계로는 부족하다 그 말인가? 역으로, 관중은 아무리 기다려도 기다려도 피날레가 없네! 둘 다 상대방 생각 먼저 하느라 공연은 끝없이 길어짐. 원론적으로 한쪽은 협주곡이 끝나야 긴 박수를 치고, 앞서 공연한 가수는 5분이 됐든 5시간이 됐든 처음부터 끝까지가 1곡이라서 (오페라처럼 아리아만 떼서 부를 수도 있겠지만) 중간에 틈틈이 자주 박수를 받아야 함. 둘 다 서로 그걸 몰랐으니까, 바로 그 차이! 서양고전음악 같은 정악이 아니라 민속음악에서 점잖은 정악이 아닌 하필 민속악. 하여 적당히 1~2시간이면 될 걸 가지고 기어코 논스탑 5~6시간 완창을! 가수는 오랫만에 힘겹게 몸을 풀었다 쳐도, 아무것도 몰랐던 청자는 그야말로 완전 미쳐버리는 거지. 흔한 말로 (개)고생! 없던 일로 돌릴 수는 없고, 예의와 결별할 수도 없고 참 나! 결국 해피엔딩이지만, 아아, 돌아가는 사람들 표정이 정말로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설레설레) 아찔! 솔직히 아는 사람은 덜 애호한다지만, 아는 사람이 보기에 그분들 불쌍해야 정상 아닐까? 불쌍해도 정도가 있지 완전 겁나게 불쌍한 게 딱 옳음. 약간 다른 얘기지만, 정치인이 대체 어떤 마술을 부렸는지 몰라도 우리들 좀비도 똑같음. 일단 인지도만 있으면 누구든 오즈의 마법사란 말이군. 뭐 그건 그렇고, 다른 게 아니라 으쌰으쌰가 그렇게 길어지면 영화 행오버 1-2-3이 됨. 옆길로 빠진 일화 얘기 끝. 다시 돌아가서, 언제 어디서나 그렇다. 전문가 세계. 그분들 솜씨가 또 좀 좋나. 그래서 또 말이 만들어진다. 일단 한번 듣고나 볼까? 마블은 전설이다, 뭐가 뭐를 만났다, 어디에 기적이 일어남. 프로이트 + 라울 뒤피 + 비틀즈 = 작가 누구 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누구 신드롬, 머머주의, 머머앓이, 머는 하나의 현상이다. 해리포터처럼 거대 박물관이 지어진 적이 과거에 있었던가. 있으면 내게 알려주는 자상함을 베풀어주시지 않겠소? 그처럼! 누가 신었으니까, 누가 들으니까, 누가 읽으니까. 유럽에서 난리니까. 그게 뭐냐, 오락산업이 대중을 길들이기-다. 또는 얼렁뚱땅 우연히 발생한 시장에서의 흐름과 운동이다. 또 어른이 아이를 훈육하기. 전문가가 비전문가에게 친절하기. 저쪽으로 가자 우르르르르! 다시, 이쪽으로 가자 우르르르르! 어제는 으쌰으쌰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분하게 모딜리아니의 어느 그림처럼! 3분의 마법을 들어봐도 후크송, 곧 잠깐 달콤하면 그만이다. 소비재, 쓰다 버리면 끝이다. 그럼 사랑은? 이거다. 변심은 기본이고 절망은 순서다. 이거다. 조급한 거다. 세상도 바쁘다. 나는 벅차다. 친구는 잘나간다. 으쌰으쌰,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나 혼자뿐이다. 뭐야 이거! 사랑과 우정 사이, 그게 뭐 나쁘다고. 통통배의 이름으로 멋진 거도 많다. 낭만, 모히또, 마티니, 행복, 금요일, 숙녀의 이름들. 그런데 그게 아니라 통통배의 진짜 이름이 뭐 어장 관리선? 허허, 사업자등록증에 등재된 정식 카페명이 글쎄, 카페 피카소라니! 좌우지간, 나랑 말이 통하는 남자는 일생을 통 틀어 1명도 없었는데, 타인은 날 그렇게 볼지도 모른다는 점.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신 거 같은데! 내 추억의 사진은 추하고, 우정은 추접스럽고, 사랑도 순위권 빼고는 모두 허접하다는 것. 즉 내가 나를 모르는 일. 아무리 속아도 오락산업을 바쁘게 가동시키고 살살 뻔트만 대게 만드는 무슨 그런 위원회라도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어른으로써 나는 계속 나를 모르고, 아이들은 아직 어리니까 자길 모르고.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인지. 나는 과연 무엇을 좋아하는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고 싶고 뭐가 되고 싶냐고. 드라마처럼 필름을 빨리 돌려서 딱 성공했다고 치자. 자, 황금이 있다. 황금바 007 가방은 내 꺼다. 그런데 그 황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미 많은 걸 해 봤다. 더 이상 할 게 없다. 할 거 안 할 거 다 했는데, 더 할 게 없다. 자, 유명해졌다. 그런데 유명해지기만 하면 좋을 줄 알았는데 뭔가 허전하네. 이 공허감은 대체 뭐지? 계약서에 이미 사인했기 때문에 한동안 목표를 수정할 수도 없다. 조명이 비추니까 자연스럽게 폼을 잡는데 웃음은 직업적이고, 언동은 꾸며진 거다. 신비주의, 그거 다 가짜 컨셉이다. 즐겁고 기쁘고 좋은데, 그 다음이 없다. 재밌긴 재밌는데 재밌기만 하다. 그래도 그러면 중간이다. 그러다 까딱 잘못하면 반-재산 탕진하기 일쑤다. 과장하자면 가짜 내가 진짜 나를 잠식한 거다. 특히! 말수 적고 말하기 좋아하지 않고, 나서기 싫어하며, 툭하면 심심하다 걸핏하면 뭘 해도 재미없다고 하는 친구들. 곧 유명인이 아니라 일반인. 내 전-여자친구는 발레리나가 아니며, 날 짝사랑하는 카페 웨이트레스는 프리마돈나와는 전혀 거리가 멀고, 내가 (속된 말로 껄떡?) 눈독 들이는 여-바텐더가 메조소프라노일 리는 없거든. 그럴 수는 없는 법. (야 한 번 주라? 주긴 뭘 줘!) 한마디로 꿈이 없는 친구들. 그분들 주위에 누가 있나. 내 친구를 둘러보자면 둘 중 하나다. 첫째, (명망과 재산은 몰라도 언더그라운드에서 특징으로 일가를 이룬) 거물들 둘째, 은근이란 수식어는 차마 붙일 수 없는 허당들. 내 친구들은 정확히 그렇게 둘로 나뉘었다. 물론 성실한 1.5군들은 빼고. 물론 나는 셋째일 테고. 하여간, 첫재는 그렇다. 얼굴은 영화배우급, 말발은 연설가급, 진짜로 현직 사기꾼, 정말로 전직 도박사, 어설픈 스포츠맨, 전직 마피아 출신, 허세왕, 허풍꾼등등. 그러다 그 친구들과 멀어지고, 시골 출신으로 도시의 고독한 사냥꾼과 친하게 지냄. 그런데 호랑이 없는 굴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고 완벽한 허당에 완전한 촌닭이네?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라는 말도 할 수 없음. 토라짐을 넘어서서 우정이 깨질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일상이 권태롭고 사는 낙이 거기서 거기인 우리들을 보아하니 이렇다. 그분들이 보고, 듣고, 읽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오락산업과 시간 소비의 대상은 무엇인가. 둘 중 하나다. 첫째. 날 따라하지 마시오! 둘째. 절 따라하세요, 어서요! (부연 설명) 첫째. 캐머론 전-총리는 말했다, 우릴 부러워하지 마시오. 영화 대사는 이렇다, 쟤 나 따라하는 거야? 비전문가 친구 왈, 날 부러워하지 말던가! 둘째. 전문가의 전문가들이 연구하여 출시한 안무, 허구, 유행가, 상품들. 말하자면 죄다 그런 식이지. 날 따라해봐요 이렇게! 첫째와 둘째만 왔다 갔다, 내 꿈은 있거나 말거나 아니면 수시로 바뀌고? 한마디로 정신없음. 그 세월이 얼마 만큼 양적 팽창을 거듭하다보면, 그 관성이 거듭되며 질적 팽창까지 더해져서 어른이 되면! 어린이의 상상력은 헌납하고 어른의 냉철한 이성은 챙겼는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길래 밟지 않았는데 관례도 바뀌고 세상도 바꼈다? 나는 최말단 쫄병일 때 지역 경찰서장의 출퇴근길을 국빈처럼 무신호로 매일 통과시켜줬는데, 그 고생한 다음 내가 그 자리에 갔는데 당시 권위와 지위와 혜택은 다 어디로 갔냐고! (그럼 현재의 국빈급 대우가 옛날에는... 사회지도층의 평균이었다고? 아이고야! 진짜로? 세상에나! 관행도 결국 차근차근을 요구하시는군) 더군다나 어느 날 문득 나는 꼰대. 젊은이와 대화를 해 보니 진짜 그렇다? 대화가 정답게 오고 가며 오손도손 의견 차이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알고 보니 나는 로보트처럼 내가 아는 지식만 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만 로보트처럼 반복한다니! 그러니까 생각이 말랑말랑하며, 사고의 틀을 넓히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님. 뿐만 아니라 약간이라도 의식적으로 그렇게 할려고 하면 심에 붙힘. 벅참. 힘듬. 퍼짐. 지침. 따라서 부작용은 그것. 임팔라처럼 귀가 팔랑거리고, 토끼처럼 딴 생각만 하며, 고양이처럼 이기적으로 살기 쉽상. 그렇기 때문에 살던대로 살면 이렇다. 어느 날 내가 플레이보이의 4대 요소 잔지에 슥 숟가락을 올려도 그런 식이다. 뭔지 알 수 없는 이 허전함은 대체 뭐지? 왜 예술은 불만족스러워야 하느냐,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거다. 내가 최고인데? 이미 환상을 알아버렸거든. 진작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동화 속 주인공을 꿰차버렸거든. 메피스토펠레스한테 영혼을 맡겨버렸으니까. 나는 이미 프랑켄슈타인이 되어버렸는데? 그래서 졸부는 하수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부자 되도 별거 없다고! 나도 그런 말 하고 싶으니까 일단, 부자나 되고 보자?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인생이고, 지금은 삶의 원리 얘기를 이어가자면 이렇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나를 봐도 똑같다. 유명해지지 않아도 괜찮고, 한마디로 자족. 삶에 대해 대충 큰 불만족 없음. 자존심 때문에 '나는 아무도 부럽지 않다'가 아니라 그런대로 큰 불평 없는 생애. 뭐 일단 뭐든지 나쁘지 않음. 나는 매사 긍정적이고, 조롱꾼 친구와도 친하며, 낙관적인 바텐더를 선호함. 말발이든 깐족이든 잔지식, 잔재주, 잔머머, 여러 종목으로 붙어봤더니 적어도 내가 친구들한테 밀리는 건 많지 않음. 사실은 사실. 그런데, 그럴까? 정말 그럴까? 자, 옷장을 열어보자. 내 마음에 쏙~ 드는 옷이... 음 그러네. 그러면 서재를 봐볼까? 보지 말자. 신발장은? 봤다 치자. 그렇긴 하나 내 카드 명세서를 보아하니 살 건 다 사고, 할 건 다 한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세계적인 화가의 진품도 비록 손바닥만 하지만 집에 몇 점 걸려있다. 내 연봉 뻔하지만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드 쿠닝의 진품, 마크 로스코 초정밀 위작. 그리고 버크셔 헤더위이 종목 소유. 연봉 뻔하지만, 가질 만큼 가졌다. 절대 막살지 않았음. 성실했고 평판도 괜찮았음. 현재 적당히 행복함. 단지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다 뿐이지 '반올림' 마크를 붙이면 내 인생도 꽤 괜찮아보임.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화가의 작품일지라도 귀여운 싸구려 중고차값 한 대도 안되는 사례가 꽤 많다는 점, 아는 사람은 안다) 그렇게 나는 잔머머로 어디서 썩 빠지지 않는다. 이제는 말할 수 있음. 무엇을? 옛날에는 그런 줄 알았음. 피라미드식 논리를 선호했고, 기승전결이라는 형식미, 뭔지 모를 수 밖에 없는 파격적인 추상화, 수박 겉 핥기라는 픽션의 관능미, 남의 다리 긁기라는 (개?)수작. 그것을 비전문가가 애정하면 습작, 전문가가 손 보면 걸작. 바로 그렇게. 그러나 지금은 깨달았음. 알게 됨. 무엇을? 바로 전문가니 뭐니 해도 꽤 괜찮은 영화 같은 범작과 고전을 빼 놓고는 전부 그거라는 점. 바로, 역피라미드식 전개! 곧 요만~한 걸 이따만~하게 부풀리는 기술. 알고 보면 그거거든. 알고 보면 그거 아무 것도 아니거든. 그거야. 그러라고. 바로~ 그거라고! 줄거리와 요점만 잡으면 나머지는 전문가들이 요술로 다 만들어냄. 컴퓨터 그래픽 같은 거. 생선 같은 놈 하나 나와서 여자랑 연애한다는 줄거리, 거기다 살 붙이면 꽤 괜찮은 판타지 영화가 되는 것이다. 내 직관력 자랑 그만하고, 처한 실정 초라한 형편으로 돌아와서, 그럼 내 사랑은, 전적을 돌이켜보니... 말 말자. 그럼 내가 출입하는 사교계는 어떤고 하니, 음... 그만그만하다. 간혹 들르는 무도회는 썩 자랑스러울 정도의 분위기까지는 아니다. 그렇다면 내 교우 관계는? 그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라는 세간의 속설로 따지자면, 뭐라고? 이런 젠장! 출신을 따지면, 따지지 맙시다. 호구조사는, 여기서 멈추자. 나의 친교가 난교는 아니지만, 공상은 이미 사극인 것. 역대 왕들이 적지 않게 단명한 이유를 모르진 않소만, 한 친구는 3000명을 1명씩 개별 면담할 생각에 빠져 입이 귀에 걸림. 그런 반면 또 다른 친구는 응큼함의 격이 다름. 곧 한 친구는 1000 대 1의 경쟁률로 뽑힌 3명의 애첩을 총애할 궁리를 사실적으로 도모한다. 그야 어쨌든, 난 어쩔 수 없는 속물이라는 둥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둥 실망은 금물. 그렇다고 세상이 진짜로 재미없고 인생 뭐 별거없다며 푸념할 수야 있나. 허세는 새롭게, 허영심은 변화를 맞이하고, 허풍은 이제야 고급스러움을 아는 일. 물 반 컵 담긴 잔을 봐도 그렇다. 좋게 보면, 남은 날 가운데 오늘이 제일 젊은 날. 비관적으로 보자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글러먹은 때. 늦었을 때가 제일 빠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처럼 껄끄러운 방법으로는 바람 펴서 활기와 스릴감을 맛볼 수도 있고, 건전한 시도도 있다. 가령 취미 바꾸기. 어른이 일기 쓰기. 소셜 네트워크를 공개와 비공개로 나눌까? 여행도 있고 새로운 만남도 있다. 바로 그것. 그래서 내가 만난 색다른 환상이자 신비한 새로움은 무엇이냐! 무엇인고 하니 살짝 힌트만 하나 흘리자면 그건 절대 추리소설 읽기는 아니다. 세계 제패 시도 역량이 돼도 옛날에 됐던 단위와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에게 구식탱탱묵은 방법처럼 도청을? 글쎄요! 안 봐도 안다는 것, 그건 곧 천리안이요 신화로써 수없이 반복됐다는 점. 구식탱탱? 숙녀에게 그 말을 속삭이면 참으로 좋아하겠다. 어디 여자가 말이야... 여자 목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가, 어? 암닭이 울면 어쩐다고! 살살 간질간질 살살 깐족깐족, 뭔가 중요한 일이라도 있다는 듯이 귀에다 소곤소곤! 그녀가 웃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언제까지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포근히 안겨버리지 않고는 도저히 헤어나올 방법이 없는 사랑이라니. 뭐 또 사랑? 또? 넘어가고. 아무튼 그 비밀 수법은 판타지-스릴러-공포 영화를 보면서 추측하기도 아니다. 직접 개구쟁이 탐험대가 될 수도 없다. 왕성한 식탐은 다이어트로 절제 중. 여심에 대한 열망 또한 옛날 얘기. 야심의 정량적 실측은? 품위 유지비만 벌면 일 더 할 생각 없고, 뻔트면 대-만족! 아니 도대체 그 얼마나 대단한 환상적인 꿈꾸기길래 이 난리야? 뭐 그렇게나 말이 많냐고! 그 하고 싶은 할 말, 지금까지 못헌 채 다 어떻게 참았냐고 글쎄! 아니 정말 어떻게 감동시킬 작정인지 몰라도, 그게 진짜 사람 뒷목 잡을 뻔한 반전이 기다리는 막 말이 필요 없는 역작이라도 되냐고! 어? 그래서, 어? 그래서? 아, 그래서! 나도 말 좀 하자, 라는 말 듣기 전에 변죽은 여기서 그만. 뜸 들이는 일도 재미없으니, 서막을 마치고 본론을 공개하자면 이렇다. 그것은 바로 '블로그'란 제목의 허접한 책을 타인에게 쓱 선물하기!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이런 젠장! 사람 약 올려도 분수가 있지, 이 양반이 이거 보자 보자 하니까...! 이거 순 약장수도 뭣도 아니면서, 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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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정치 내용: 여자의 우정. 결혼한 친구1은 남편 흉을 본다. 친구1의 험담을 8할은 코메디로, 2할은 자랑으로 듣던 친구2. 그녀는 먼발치서 보니 표정이 꽤나 이상하다. 그 오묘한 신비함을 어찌 숨기겠나. 그런데, 혹시 친구2는 노처녀 콤플렉스일까! 혹은 가난이랄지 외모 같은 열등감일까? 그와 같이 격의 없는 친구 사이라면 몰라도, 아마도 외교는 앞서 말한 그런 것 아닐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든 어쩌든 외교는 동성이 아니다. 국가는 이성애자고 외교로 결혼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사극에서야 국가간 왕족끼리 친척이 된다만 현재는 종교와 법이 분리됐듯 국왕도 정치인의 밑이다. 신분만 왕이지 직업은 백수다. 정치도 무엇도 체면 깎이는 일은 그 무엇도 해서는 안된다. 그러다 아마추어처럼 뭘 좀 하면 사진에 조명에, 그래 봐야 저 구석지 토막 기사다. 나 행복하며 나 잘난 척 하기도 바쁜 세상, 나 잘난 맛으로 사는 인생, 대하드라마 그거 언제 다 챙겨보나. 관심도 없다. 그처럼 외교는 불편한 우정이면 몰라도 애증의 사랑은 아니다. 그럴 수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독립과 분리에 대해 일단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학습한 다음이라고 가정하면 이런 억측이 가능하다. 곧 사랑과 우정이 제일 비슷하듯, 우정과 외교도 그렇다. 그러면 우정과 외교는 뭐 얼마나 다를까? 불합리하지 않은 논리 전개다. 단, 잔지식이 애매하고 학교에서 배운 과목마저 자신에게 애매하다 했을 때만. 그럼 대체 처음에, 어? 초장에 속 시원하게 등장하지 못한 결론은 뭘까! 뭐지? 뭐냐고! 뭐냐하면 결론은 간단하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표한다, 그것은 형식. 그러나 포장을 벗긴 진실은, 국민은 정치인의 노예일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젊은 층은 정치에 고개를 돌리는 게 당연하고, 중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독해져서 정치를 외면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것. 늙은이의 말은 그거다, 한두 번 속나! 그러나 젊은이는 실제 한두 번 속아도 속은 건지도 모른다. 관심도 없다. 오히려 그 무언가가 도덕이자, 윤리며, 정의인 줄 알 수도 있다. 정치인을 끌어내려 좀비로 만들든, 괴물과 싸우다가 똑같이 괴물이 되던 무관심은 곧 퇴보의 지름길이니까, 그래서 어른은 정치-경제-사회 뉴스에 대해 마냥 팔짱만 끼며 방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 젊을수록 정치를 모르고 늙을수록 세상사에 통달하는 건 그렇다 쳐도, 빈부는 어떨까. 내게 유리한 정세가 무엇인지 파악하며 잠룡을 점찍는 수읽기. 가난이라고 무작정 모르지도 외면하지도 않겠지만, 적어도 부자가 냉철한 이성으로 이기주의적인 정치관을 유지할 거라는 점. 누가 모를까. 부러움의 방향은 '빈자에서 부자로'인 것. 위에서 밑으로는 추정과 배려요, 밑에서 위로는 이해 8에 질투 2. 먹고 살만 해야 멀리 보며 두뇌 회전이 잘될 거라는 점, 사실이다. 피자배달원은 소설가가 아니다. 남녀는 또 어떻고.
남녀? 잠깐만 남녀 얘기. 잠시만 삼천포로. 예로부터 여자는 그랬다. 전시에는 전리품이요 평시에는 그랬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그러다 좋은 세상이 됐다. 그래서 평등, 좋다. 나쁠 게 뭔가. 단지 여자도 관심의 균형을 심하게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논리보다 직감. 이유보다 감각. 증거보다 육감. 왜보다 그냥. 지각보다 청각. 합리보다 허영. 다큐멘터리보다 로맨스. 뉴스보다 드라마. 선택보다 변심. 기술보다 요술. 성과보다 거울. 아니시면 아니라고 반박을! 틀리지 않으면 틀리지 않다고 제~발 동조를! 신부들러리 < 신부. 병풍 < 주인공. 당근 < 신데렐라. 목적 < 친목. 타율 < 타석. 화술 < 수다. 안목 < 취향. 공정 < 선심. 합리화 < 동경심. 만족 < 선망. 그런데 바둑 두는 사람 어디 갔나? 언제부터 그렇게 조용하셨다고! 곧 처녀 때 요리하기는 싫고 꽃다발을 선호, 그러나 나중 여성잡지2는 앙칼진 음조로 말씀하신다. 생선이나 사오지 대체 뭔 꿍꿍이로, 어? 이 인간이 뭐 캥기는 게 있길래~ 우리 형편에 꽃다발은 무슨... 쩜쩜쩜. 물론 다음 타자는 뭐니 뭐니 해도, (딱) 지는 비교! 전 세계의 유부남들이여~ 어? 이게 뭐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어? 이 세상의 남녀 평등은 뭐 동네 개도 쳐다보지 않는 땅바닥에 떨어진 피자요 뭐요. 어? 아 우리가 동네 북이요 뭐요? 시도 때도 없이 듣는 잔소리. 8할은 그렇다 쳐도, 2는 뭐요? 그건 뭐 말이요 껌이요? 참말로 개 팔자가 상 팔자라더니, 살다 살다 내 개 팔짜가 다 부럽다니. 허허. 그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끙끙 앓으면서 묵묵히 듣고만 있어야 하다니. 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안 그렇소? 왜 맨날 우리는 힘들게 가정을 위해서 땀 뻘뻘 흘리면서 돈을 버는데, 이게 대체 뭐냔 말이오. 안 그렇소? 특히나,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라는 인생 포지셔닝이 일관되신 분들. 남자 대 남자로 후련하고 통쾌하게 응어리를 풀어나 봅시다. 네? 알죠, 네. 왜 몰라요?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 중에는 말로 벌어먹고 사시는 분들도 있고, 가뭄에 콩 나듯 10년에 딱 1번 말발 좋다는 얘기를 들을까 말까 하신 분들. 잡은 물고기한테는 먹이를 주지 않는 분들. 생쥐를 잡을 때만 최선을 다하시는 분들. 내 배 부르면 잠이나 쿨쿨 자고 핑핑 놀며 노닥거리시는 분들. 그대 전설적인 플레이보이는 이성친구가 0명이라는 사실. 우리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살짝 거짓말도 하긴 하지만, 최소한 이 사랑에 전념한다는 점. 이게 어디 보통 일입니까? 우리가 전에 어땠는데요? 네? 조르쥬 심농이 우리들 꼬봉 아니었냐 이 말입니다. 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우리가 언제까지 기 죽어 살아야 합니까? 참는 데도 한도가 있습니다. 안 그렇소? 우리가 무슨 돈 버는 기계요 뭐요? 어? 그럼 여자들은 환상머신? 이게 뭡니까,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이러니 이 장본인이 선동하며 주동자가 되지 않을 수 있냐구요. 안 되겠소...... 으쌰으쌰...... 워──워──워! 분위기가 슥 바뀌니 내시인지 뭔지 이방께서 한말씀 하신다. (사이코패스왈, 거 참 빨리도 기어나온다?) 뭐 홈런보다 뻔트는 남녀 공히 좋아하지 않냐고? 이런 이런 이런! 그러니까 왜, 어째서 도대체 왜 심한 불균형은 지양해야 하냐고? 영화에 나오지 않나, 포로 중에 인간적으로 아이와 여자는 먼저 어쩝시다 라고! 권리만 남고 의무는 뒷전, 여자도 제외일 수 없음. 머머주의도 좋지만 그게 왜 그렇게 시끄러운고 하니 인종차별처럼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뀐지 불과 얼마되지 않았으니까 그럼. 아 말이야 바른 말이지, 차근차근이 아니니까. 어? 옛날에 겉으로는 레이디 퍼스트! 왜? 사랑은 해야 하니까. 그러나 실제로는 골프장 입장 금지요, 첫 손님으로 여자라면 재수가 없어 소금을 뿌리며, 배에 여자가 타면 재수없어서 어쨌다나 뭐라나. 남자는 애를 낳을 수 없고, 여자는 사랑과 존중을 대체로 받는 입장. 그렇기는 하나, 고로 우리는 숙녀를 이해해야 하지만, 화장발과 조명발도 다 좋다만, 우리 여성분들 앞서 말한 개념도 함께 챙기자는 거다. 논리, 까닭, 근거, 왜, 사실, 진짜, 원리, 뉴스, 정치, 사회, 성과, 목적, 그리고 인문교양서를 말이다. 남녀 논쟁 끝.
인문교양서와 뉴스, 정치, 젊은이가 누릴 기쁨이자 뽐낼 인생이며 희망찬 세상인데, 그런데! 젊은이는 딴청이고 오히려 늙은이가 정치사에 밝다? 이게 모순이 아니면 뭐가 모순일까. 앞길이 창창한 청춘은 방관인데, 살날이 구만리 같지 않은 노년은 인상 쓰며 사설과 토론을 비판적으로 읽고 보며 논한다니. 이게 대체 뭐지, 뭘까, 뭐냐고! 인형 안에 인형이 계속 들어있는 러시아 인형. 그분들 뿔랄 만 한 일이다. 다만 쇼팽 콩쿨을 구경 가는 범생이 제외.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상류층도 통과. 빙고? (있지도 않은 수염 쓰다듬는 거드름)! 그러니까 보드카를 사랑하는 상남자들이 그러는 거 아닐까?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라고! 곧 닥치거든.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내일이니까. 그분들 으쌰으쌰 안 할 수가 없는 거다. 곧 나이, 성별, 빈부등 어떤 기준으로 봐도 정치는, 정치란! 대중에게 밑지는 장사요, 처음부터 손해 보는 게임이며, 하면 할수록 지기만 하는 내기라니. 백번 양보해도 썩 틀린 말은 아니라니. 새파란 젊음은 한 번쯤 생각 좀 해보시길!
결국 사랑은 모르는 거고, 우정은 추접스럽지만, 외교 및 정치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 콤플렉스니 부러워하지 마라느니, 너나 잘해 라느니! 적어도 옛날보다 지금은 그렇다. 열심히 하든 많이 부족하든 한마디로 기대감은 높다는 점. 최소한 불행을 고대하진 않을 테니까. 정치인은 잊어서는 안된다. 조명 받는 건 오락산업과 다 똑같지만 정치는 특별하니까. 그래서 그 분야는 아마도 칭찬에 인색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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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남녀의 우정 내용: 이성친구라...! 곧 남녀의 우정은 가능할까, 불가능할까? 답은 이렇다. 떳떳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가능한 것 빼고는 대체로 불가능하다에 어른들의 중론은 모인다. 그쪽으로 우세한 주관을 바깥에서는 코메디로 설을 풀겠지만, 집에서는 덜 웃길 수 밖에. 누가 모르겠나. 황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듯이 사과─바나나─망고─복숭아? 견물생심이다. 단, 이론과 실제는 다를 수 있다. (허나, 내 친구 척키가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학과에서 여자애들이 키 작은 남자를 싫어하지 않고 어쩌고, 그래서 척키가? 절레절레! 그러면 키 빼고 다 가진 남자가 다름 아니라 바로 척키라고?) 곧 남녀의 우정이 입소문을 타게 되면 그게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추문? 염문 먼저 경험해봐야 할까! 아니면 잠깐 시끄러웠다 잊혀질 스캔들? 새로운 사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일. 그게 어떻게 불가능하겠나. 싱글 대 싱글이면 몰라도, 그게 아니면 불행은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기 마련. 가족1은 슬럼프, 가족2는 불화에 직면할 수 밖에. 엄마 아빠가 일상적으로 싸우는 걸 보고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면 다른 건 다 몰라도 사랑을 잘 할 수 있을까? 사춘기 때 다짐은 하겠지. 나는 나중 커서 절대로 아빠처럼 살지는 않을 꺼야 라고. 그런데 커 보니, 웬~걸! 번식기도 아니고 뭐, 발정기의 신기록을 세우다니! 세상에나! 나는 커서 엄마와 약간 다른 여자를 만날 꺼야. 그런데 나중 알고보니 여자는 다 그래? 맙소사! 늑대는 다 똑같다는 말이랑 일맥상통하잖아? 인종차별이란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듯이, 사람들은 매스컴을 통해서 짜증나도록 학습했다. 따따부따 따따부따, 찬반은 나뉘지만 사랑하는 연인끼리 얼마만큼 프라이버시를 인정할 것인지를. 각자 개인 사생활을 얼마만큼 존중할 것인지를.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남자가 여자의 핸드폰을 보면 될까 안될까! 여자가 남자의 노트북과 아트박스를 검사해도 될까, 안될까! 정녕 사랑한다면 여자는 오히려 바래야 하지 않을까? 털어서 먼지 날 게 없다면 남자는 관대해야 하지 않을까! 그이가 날 감시하며 질투하기를, 사랑은 어쩌면 그거 아니냐고! 무엇보다 너무 풀어주면... 너무 끌어당기면... 밀고 당기기, 그게 다른 게 아니다. 사람 마음 쥐락펴락, 그걸 드디여, 어? 마침내 이제 겨우 알만 하니까...... (뒷목)...... (커피포트)...... 워─워─워! 남편이 설마 한눈팔지는 않는지 부인은 직감을 앞세우고, 남편도 부인이 제일 친한 친구한테마저 그 뭔가를 딱 잡아뗀다는 걸 아주아주 잘 알기에 여간해선 마음을 놓지 않는 게 정상이다. 단, 가족이라는 장르로 심하게 넘어가지 않았을 때. 곧 드문 사례로 일명 맞바람이 부는 일도 있을 테니까. 여기서 주제를 심도 깊게 알아보기 위해 칼 구스타브 융을 비롯한 정신분석 학파의 총론을 극명히 요약해보자. 성격 파악에 대한 사람들의 인생론을 통합해보자. 그 결과 구분은 이렇다. 1.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2.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1은 플레이보이일 수도 있고,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신 듯한 숙녀일 수도 있다. 2는 소녀, 평범한 청춘남녀, 원래 1이었다가 나이들면서 많이 둥글둥글해진 어른일 수도 있다. 인생 내내 하나만 하란 법도 없다. 모든 일에 대해 둘 다를 후보군에 놓아야 좋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1번은 돈키호테고 2번은 햄릿이라고 일단 편의상 약칭해보자. 곧 1번 같은 돈키호테든 2번 같은 햄릿이든, 그 일관성을 어떻게 비판하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누구도 그건 보장할 수 없다. 장사 하루 이틀 하시나! 특히, 이럴 때 전적은 아주 그야말로 완전 기가 막히게 커다란 교훈을 떠안겨준다. 호탕하게도 간접 경험이 죽었다 깨어나도 성취 못할 값진 진리, 직접 경험은 인생의 의미를 우리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거져 준다에 해당할지도 모르고. 하여간, 우리는 모를 수가 없다. 플레이보이, 우리끼리는 눈빛만으로 미래의 줄거리를 읽는 신통력이란 게 있거든. 어? 우리는 말이야! 아닙니다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너네 플레이보이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들 사랑학 학자─사랑론 옹호자─사랑법 수호자이자 라디오 멜로드라마 애청자는 그렇지 않다? 영 아니다? 그래요. 그렇다구요~! 네, 알겠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허허허. 자, 그럼 또 예시를 들어보자. 아니 예시가 아니라 과학자처럼 가설을 설정해보자. 아, 가설이 아니라 가정, 여심을 추정하며 내 추억을 회상해보잔 말이다. 나는 나중 어쩌고 싶다는 사랑의 자세를 떠올려보자. 또는 여태 지금까지 어땠다는 사랑의 태도를 기억해보자. 그런즉슨 나는 이상적인 사랑 즉 괜찮은 애정이면 저 1과 2에 대해서 대충 2 대 8 이었다? 그렇지만 꽤 괜찮은 애정이 아닌 최고의 사랑이라면 말이 다르다? 그래서 그 정도로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8 대 2 였다? 그럼 그게 아니라 사랑의 불장난이랄지 그래, 풋사랑은! 그건, 누구도, 딱 부러지게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말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사랑은 모르는 거니까. 우리는 일단 첫인상부터 즉각 친해지거든. 처음 만나면 바로 호감인데? 무조건 일단 웃고 시작하는데? 여자는 웃으면 끝난다. 웃음 다음에 곧바로, 아니 동시에 사랑이다. 육체적 사랑이든 플라토닉이든 시작은 웃음이다. 시작은 눈빛이다. 오빠가 너무너무 좋아요 라는 애절한 눈빛도 있지만, 좋으면서 싫은 척 그처럼 피하는 눈빛도 있다. 우리에게, 숙녀는, 바로 사랑인 것이다. 아시겠소? 처음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거다. 사랑이 뭐 별건가! 어떤 여자든지, 어? 우리는, 숙녀라면 일단 무조건 사랑과 우정 사이로 시작한다. 세계 플레이보이 협회가 있나 없나는 모르겠다만 최소한 공식-비공식 마초 클럽에서 꽤나 자문을 구하거든. 아 글쎄 우리에게 말이다. 어? 말도 마시라.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일? 그거 일도 아니라니까 그러네. 아무튼 사랑에 대해서 1과 2 중 무엇을 선호한다, 그건 몰라도 무엇을 장담한다? 그건 아니다. 그건 아니라고. 그걸 어떻게 책임지겠나! 차라리 무책임하고 싶다. 드라마를 봐도 연애소설을 읽어도 사랑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그걸 누가 장담하겠나, 어디서 보장 받겠나. 제우스? 안해! 포세이돈? 못해! 하데스? 내가 그걸 왜 해야 하는데! 라고 하실 거다. 잘은 몰라도. 그래서 그마저 날씨따라 바뀌고 바람따라 흔들린다는 거다. 따라서 정답은 그거다. 이기주의! 나 좋을 때는 람보요 나 싫을 때는 랭보. 내 꺼는 내 꺼, 늬 꺼도 내 꺼. 나는 되고 너는 안 되고! 1이든 2든 기준은 이기주의고, 1이든 2든 발단도─절정도─엔딩도 이기주의다. 다른 말로 하면 그거. 내가 하면 사랑 늬가 하면 불륜. 나 좋을 때는 모 아니면 도, 나 싫을 때는 애매하게! 반대도 똑같다. 내게 유리하면 이성친구 10명을 사랑과 별개로 우정이란 명목하에 존속, 내게 불리하면 애인에게 이성친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 일 때문이라는 핑계로 어장 관리 차원으로 한 100명쯤 무엇을 거느릴 수도 있다. 가능하다. 불가능하지 않다. 사극에서 황제가 괜히 애첩을 총애했겠나! 일관성은 왔다 갔다 변할 수 밖에. 단호함이든 싱거움이든 사람은 누구나 동전의 양면성을 지닌다. 짙냐 옅냐 그 차이다. 사랑이 오래되어 의리랄지 가족애로 변모하는 듯한 과정. 그 가운데 위기도 있음. 사랑의 슬픔에는 심신분리가, 사랑의 기쁨일지라도 포도주가 있다! 남 부끄럽지 않게 떳떳한 이성친구 사이라고? 사랑의 묘약 앞에서 이성은 벤치로 끌려내려가는 일. 그게 어찌 불가능할까. 특히나 이걸 알아야 한다. 사랑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점.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점. 짝사랑이라면 모르지만 사랑이 깊어지면 앞서 말했듯이 순진한 숙녀와 천진한 남아, 그 둘이 만나 애틋한 사랑을 꽃 피운다 할지라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점. 참고로 말하자면 데이트 폭력 문제. 문제를 일으킨 말썽쟁이가 대체로 똑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단골 손님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무조건 그런 남자 만나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정작 문제의 진원지인 문제아들이 왜 그런가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렇게 문제에 접근하는 게 현명하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신다. 의부증을 남자는 힘들지만 견디고, 의처증을 여자는 못 견딘다, 오델로 증후군까지는 논외로 치고. OK~! 자, 다음으로 이어가서~ 우리가 괜히 양의 탈을 쓰는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어? 우리는 어떤 여자든 딱 세 마디면 충분하다. 그것도 많다. 표정으로도 충분하다. 그 누구도 우리는 꼬실 수 있다. 뭐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 바디랭귀지 쓰고 어쩌고저쩌고, 오늘 당장 신혼여행 못 갈 줄 아시나? 우리가 누군가. 플레이보이계에서 알아주는 바로, 플레이보이 중의 플레이보이라니까 그러네. 물심양면으로 시간과 돈을 풍족하게 투입해서 대어를 잡을 뻔 말 뻔 하다 겨우 잡는 친구? 우리는 그거 하수로 본다. 에게~ 그게 뭐야? 그게 뭐냐고! 가만 있어도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는 일, 우리는 그게 일상이요 인생이다. 우리는! 아니 정말 생각을 좀 해 보소. 뻔트만 대도 얼렁뚱땅 1루에 골인하고, 어영부영 실책을 틈타 2루를 훔치며, 운 좋게 3루도 밝고, 내친 김에 홈까지 들어오는데! 어? 뭐하러 초장부터 헛스윙으로 힘 빼나. 뭐 여자는 초장에 잡아야 한다? 어디서 구식탱탱 묵은 소리나 들어가지고 말이야. 농담이고. 게다가 원래 남녀는 시간을 함께 하면 친해질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끌렸는데, 시간 지나면 정드는데? 쯧쯧쯧! 멋모르는 허당은 덜 친해질 수 있지만, 우리 같은 플레이보이도? 아니지 아니지! 정 드는 거 그거 금방이라니까요. 왜 추문의 단독 1등이 직장 동료인 줄 어른들이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그렇지만 그분들은 함께 한 막대한 시간이 사랑의 요술을 부렸다 쳐도, 우리는, 우리도 그럴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우리는 전형적인 플레이보이처럼 보이지 않는다니까 그러네. 딱 봐도 플레이보이? 그거 하수다. 고수 아니다. 우리끼리만 아는 진실이다. 처음 만나 손 잡고, 두 번째 만나 키스하고, 7일이 되면 권태기에 접어드는 일. 뭐야 그거, X세대야 뭐야? 우웩~! 그게 아니라, 일관된 패턴, 우리는 그거 없다. 그런 거 안 키운다. (사석이라면 그-따위... 노노노노노. 그건 너무 거만함) 곧 플레이보이의 하수가 기성복이라면, 우리는 맞춤옷이라니까요. 허허.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변신의 귀재로 연극 무대에서 만년 러브콜을 받습니다요. 꼴불견 자랑이지만 사실인데 어쩌겠습니까. 허허허허허. 음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하! 자로 잰 듯한 찬미가 아니라 진짜로 낭만감을 측정하고, 동경하는 행복감을 한 발 앞서서 리드한다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여심을 저글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연애의 기승전결을 드리블하는 것, 지긋지긋해서 신물이 날 정도다. 그게 뭐 어렵다고! 어? 플레이보이의 하수가 딱 보기에, 너무 도도하며 과도하게 정숙해 라면서 뭔가를 길게 예견하는 일. 말 그대로 하수. 허허. 사랑은 그녀의 마음을 녹여주는 것. 사랑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것. 사랑은 콜라처럼 짜릿하고 우유처럼 순수한 것. 사랑은... 그만 그만. 세이렌의 속삭임에 과연 그녀가 사랑에 빠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 우리 내기 한번 할까요? 그럴까요? 하지 맙시다. 하지 말자구요. 베팅도 재미없다구요. 허허. 어디 우리만 그럴까? 일례로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 경우의 수를 따져볼까, 따져보지 말까. 내가 만약 이혼하면 그이는 나보다 더 이쁜, 더 착한, 더 부유한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될까? 그이가 나보다 훨씬 아름다운 불여우와 허니문을? 꼬리 9개 달린 그년과? 그녀는 말한다. 다른 건 다 봐도, 내 그 꼴 만큼은 못 보겠다 라고. 내가 그동안 여자들 입맛에 딱 알맞게 거의 완벽히 튜닝해놨는데? 노력의 결실이...? 아니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만약 저 여편네와 이혼에 성공한다면, 나는 다음 사랑으로 월등히 높은 단계의 선녀를 꼬실 수 있을까? 그럼 이혼의 대가는! 사랑이 시작될 듯 하여 설렜고, 사랑이 전개되어 절정으로 치달아 들떴으며, 사랑의 진상을 알게 되어 떨린다? 경우의 수를 따지느라 골머리를 앓으니까 떨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만일 저 인간과 이혼한다면, 최소한 저 인간 이상의 남자는 충분히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그이를 사랑하는 걸까? 그런 건가? 아니 진짜 정말로 나보다 더 재밌고 훨씬 어리며, 게다가 더 특별하고 덜 신경질적인 걸로도 모자라, 심지어 끝없이 매력적인 년을 만난다라...! 미쳤어? 안돼 절대 안돼! 유난 떠는 불여우에 재수 없는 여시 같은 그 썩을 년과 그이가? 내 이년을 그냥 콱......! 아무리 상황이 더럽게 꼬였다지만, 그건 아니야 그건 아니라고. 절대로, 안됨! 아 글쎄 그 인간이 누구냐고. 웬만하면 눈 돌아가는데? 어지간하면 홀딱 반하는데! 언제 어디서나 첫인상에 넘어갈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데? 그이의 몸짓과 어조와 억양과 언변에 걸려들면... 안돼 안돼 안돼. 아무나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순 없어. 첫눈에 반하는 게 취미인데 뭔 말이 더 필요하냐고. 만일 그렇게...... (상상함) (설레설레) (절레절레)! 참으세요? 참긴 뭘 참아요! 참지 마세요? 참지 말긴 어떻게 참나요. 근데 자꾸 아까부터 이랬다 저랬다야? 어? 어디서 이래라 저래라 명령이냐고! 어? 줏대도 없고 꺼벙한 걸로도 모자라 분위기 파악도 못하슈? 아 그러요? 그러니까, 진정하세요?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고요. 댁 같으면 진정하겠소? 휴~ 푸~ (한숨으로 앞머리 휘날리기) 그런데, 이 상황에 하이파이브하는 놈들은 또 뭐야? 웃어? 웃겨? 우스워? 아 재밌냐고! 그렇게 대놓고 웃으면 어떡합니까? 생긴 건 꼭 무슨 참치 대가리 같이 생겨가지고 말이야. 어? 생선 대가리도 아까워. 알어? 어? 아냐고! 심지어 상했네 상했어. 꽝이야 완전 꽝이야. 답답허다 답답해. 아주 한심할 지경. 거 무슨 삐리하고 어리버리하다고 자랑하는 거요, 뭐요? 자랑할 게 그렇게 없나? 어?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어...... 그게...... 앗! 이런! 아니네! 진짜 아니네! 어머머머머머머! 어떡해 어떡해 미안해요 미안해요 몰랐어요 몰랐어요! 착각했네요 착각했어요. 잠깐 헛것이 보였나봐요. 그건 정말 환각이었어요. 나 진짜 어떡하니, 어? 허허. 허허허. 라~는 가상의 현실. 충분히 가능하다. 아는 사람은 잘 아니까. 그처럼 깊은 사정을 참작하며 감수해야 할 사랑의 아픔. 그것을 간과하지 말라고 변호사가 귀뜸해줄까, 아니면 선수쳐서 당사자가 먼저 고백할까? (딱) 여기까지. 자, 긴 말 필요없고. (왜냐하면 변호사는 시간당 비용이듯, 우리는 기분따라 분위기니까) 결론을 간추려보자. 곧 관계 정의가 명확하면 도덕─부자유─심심함─명예에 가깝다. 반면에 관계 정의에 융통성이 발휘되면 부도덕─자유─흥미─불명예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나는 필연이고 하나는 우연이다. 그게 운명이라고 핑계대는 일, 그걸 제일 잘하는 사람이라... 대표적으로 딱 둘만 예를 들어보자면 이렇다. 첫째 한량, 둘째 할리우드 배우! 농담이고. 하수는 몰라도 우리는 그래서 1과 2에 양다리를 걸치는 거다. 플레이보이 플레이보이, 알고 보면 그건 타고나야 하는 것이다. (거기 막살자씨, 아무 데서나 명함 내밀지 맙시다) 그러든 어쩌든 사람은 살면서 중간은 가야 한다, 를 잘 알지만 왜 그게 그리도 어려울까? 1과 2의 중간이 차라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기주의 때문에 짱구를 굴리며 꿍꿍이를 만들고, 복안과 작전을 계획하다가는 제 꾀에 제가 당할지도 모른다. 부인의 직관에 딱 걸린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타주의만 따르자니 삶은 재미없어지기 쉽상이다. 친구들한테 툭하면 놀림 받는다, 넌 신데렐라도 뭣도 아니라고. 그러므로 결론은 그거다. 우리는, 으쌰으쌰가, 필요하다는 것.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위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주제의 진짜 결론은 누누이 말했듯이 1은 1이고, 2는 나중 어쩌다 갸우뚱할 여지가 큼.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었지? 라며. 여담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하필 독심술사가 연애운을 보러 애인과 함께 점쟁이를 찾아갔다. 점쟁이가 뭐라 할까? 관상을 보아하니 개상과 말상의 만남이라, 천사가 나서서 축복하며 요정들이 춤을 추며 성대하게 기념을 하네? (딱) 천생연분일세! 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독심술사라고 가만 있을 리가 있나. 독심술, 그거 직업병인데? (딱) 점쟁이의 생각은 읽혀도 벌써 읽혔다. (소곤소곤) 뭐야 이거, 얘 나중에 또 오겠는데. 헤어지네 마네 아주 난리도 아닐 텐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을 텐데... 어떻게 어떻게 VIP 고객을 만들지 말지 고민 좀 해봐야겠는데! 라고 말이다.
from 소설
2018. 8. 3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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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는 늑대들은, 사랑은 인생의 전부가 아닐까 라는 추측을 즐겨 상상했던 숙녀들은, 대체 왜 허세와 허영이 그렇게나 들쑥날쑥할까? 왜냐하면 관계와 여건과 환경에 따라 이기주의는 훼손되면 안되기 때문. 적어도 나에게는! 자존심 회복과 자만심 복구, 자부심 격려로써 그만한 방법이 없으니까. 인성, 윤리, 이타심 이런 개념도 중요하고 제때 챙기지만 우리는 신부들러리와 병풍이 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따라서 또 한 번 '없어'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래? 대체 뭐가 없을까? 뭐가 없냐면, 욕심은 끝이 없다. 욕심은! 아니다. 그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년이 되면 훨씬 사람이 부드러워지고, 친밀감이라는 감정을 우대하며, 여유롭고 둥글둥글해진다. 곧 인생을 즐기며 세상을 알아가다 보면 누구나 슬기로워지기 마련이다. 생활이 윤택해지면, 마음이 느긋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면, 그러므로 소망만 충족된다면 절대 욕심쟁이라고 소문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과연! 즉 꼭 그런 건 아니다. 예나 아니오만 있는 건 아니란 말이다. 서머셋 모옴의 논픽션과 주제 사라마구의 (마지막) 픽션을 읽어보며 행간을 느끼다 보면 사람은 탄생부터 영면까지 일관되게 그것이다. 이기주의와 반짝반짝! 여기서 반짝반짝은 철없는 청춘들의 으쌰으쌰와 응애응애만 뜻함이 아니라 인생을 탐험하는 개인주의, 세상을 모험하는 주관성, 인간계에 놀러와서 얼마 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냐 라는 개척자 정신을 뜻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 생각은 천차만별이란 뜻이다. 그 두 작가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분들이 겪은 세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지만 지혜로운 노신사와 전혀 말랑말랑하지 않은 노인의 완고한 고집. 전자와 후자의 구분이 그리 쉽진 않단 말이다. 넌 평생 신부들러리나 해라 라는 상남자의 투정 어린 저주가 과연 어떻게 포장될까? 충분히 선심이나 선의로 바뀔 수도 있다. 곧 유독 병풍만 애호하지 않음은 단지 인간의 본능일 뿐. 실상 그 논픽션과 최후의 픽션을 읽고 느낀 점은 뭔가 약간 SF영화에 나오는 우주여행 주인공들의 심경을 감지했을 뿐이다. 노년이 되면 여유로워지는 건 맞는데 정말 많은 가치를 성취한 분들일지라도 말은 수박 겉 핥기요, 행동은 남의 다리를 긁는 예는 결코 드물지 않다. 그런데 크고 작은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년에 대한 예우는 고금을 막론하고 만국공통이다. 막살았건 멋진 인생을 실천했건 노인이라면 일단 공경이 사회적 도리다. 대체 어떤 노인의 말을 믿어야 할지 구분조차 어려운 세상이다. 후학양성이니 뭐니 불행은 아닐지언정 심심한 인생 이제사 뒤늦게 뜨게 생겼는데? 기분은 들뜨기 마련이다. 건전한 사회니 뭐니 알게 모르게 좋은 일도 했다만, 하필 숨겨진 티끌 하나가 뒤늦게 화를 부르네? 나부터 살고 봐야 한다. 내가 죽게 생겼는데 만사 제치고 해결만이 능사다. 사람은 원래 나이와 비례해서 정력 같은 과목은 서서히 줄어들 테지만, 늘어나는 게 훨씬 많다. 예를 들면 주름살, 흰머리, 말발, 글발, 솜씨, 나이, 사교, 지식, 지혜, 경험. 뿐만 아니라 재산까지. 그런데 거의 전부 늘었는데 딱 하나, 만약 재산만 줄었다? 그것도 폭삭? 그걸로도 모자라 최고점을 찍던 화려한 시절은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눈 앞에 선연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라는 젊음의 염세주의, 어디서 아니면 말고 라는 말을 듣고서 빵처럼 또 부풀려진 허영심, 에라 모르겠다 라는 한탕에 대한 배포 등등. 오히려 직간접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어느 쪽의 셈이 예상과 달리 더 빠를 수도 있다. 더불어 노년의 우애라고 청춘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 우정은 추접스럽고, 사랑은 촌스럽다. 뿐인가? 인기는 대체로 거품이다. 유행은 시시하고. 표현이 심하지만 심하지 않았다. 그처럼 사고 방식, 생각의 패턴, 나댈 수 있는 정력이 바뀔 뿐이지 원숙한 노년일지라도 마음에 항상 봄바람이 부는 건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드물게 구도의 길을 가는 분도 있고 천사의 마음을 실현하시는 사례도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드물 뿐. 그래서 사람은 이기주의의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작용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러는 게 일신상 편하다. 원리가 그렇다. 이기주의자란 말은 나쁜 말이 아니지만 세상이 각박해서 우리가 단지 약간 그렇게 느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타주의도 자기 만족이므로, 고로 이타주의는 곧 이기주의다. 물론 늬 것은 내 것이고, 내 것도 내 것이다. 너 지고 나 뜨자, 나 뜨고 넌 계속 부러운 건 하나도 없다고 하거라. 심지어 나 혼자 막살긴 싫다, 그러니 우리 같이 막살자! ~까지 이기주의일 테지만. 그래서 이기주의자와 이기주의자의 마찰을 떠올려보면 한결 공감이 수월하다. 가령, 어째서 한 남자는 타인의 하드디스크를 복구했을까? 오죽하면! 다른 예를 들어볼까. 왜 남자는 비교 자체를 싫다고 하는 것일까? 왜냐하면 속으로는 이기는 비교에 열광하는데, 자꾸자꾸 지는 비교 대상으로만 물망에 오르니까. 뒤늦게 무대에 올라도 부족헐 판에 도마 위에 그것도 자주 오르다니. 밖에서는 친구들한테 신데렐라냐고 놀림 받고, 안에서는 오늘도 지는 비교! 예는 또 있다.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뭣! 왜냐하면 마음이 몸에 끌려가니까. 몸은 1인자 마음은 2인자. 마음은 몸을 질투. 결국 내 말은 낭만마도 공주마도, 나비마도 아닌 나방마라니. 허걱. 에잇! 말로나마 플라토닉을 챙기자. 몸이 의전마일 줄 알았는데 쾌락마일 줄이야, 마음은 미처 몰랐음. 그러나 절대 싫지는 않음. 그래서 그 대사는 결코 유행어가 아니라 일종의 인사말처럼 공통어일 뿐이다. 그 어떤 상황에 그렇게 말하지 않음이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확실히 인생을 즐기던가, 끝까지 사랑을 포기하지 않던가. 막살던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던가. (정말 유난스레 막살자씨는 우릴 따라다니는군. 지겹도록 말이야. 유난 떨고 있어 정말. 별꼴이야) 그도 저도 아니면 아직 순진한 거고. 그렇다고 어느 당사자들이 불순하다는 뜻은 아님. 절대 아님. 예는 계속 있다. 없을 수가 없다. 어떡하다 또 한 남자는 너 그럴려고 소설 쓰냐 라는 핀잔을 들어도 들어도 부족할까? 왜냐하면 그동안 쌓인 게 많았으니까. 속에서 또 밖에서. 그런데 허세와 허영이 왜 갑자기 남의 흉보는 얘기로 바꼈지? 왜냐하면 아마 NB는 일하기 싫어서 그랬을 것이다. 놀기마저 싫증나서 그랬을 수도 있다. 둘 다 뭔가가 잘 안 풀렸던 거지. 그런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정답은 또 따라하기였다. 따라하기가 또 문제였다. 그가 최근 보는 책 가운데 두꺼운 심리학 개론이 있다. 거기 이렇게 나와 있다. 특성 수준에 대한 음식의 효과 요약에 대해서, 단백질은 창조성을 높여준다고. 그래서 그는 고기를 먹었다. 그 결과 어떻게 됐을까? 피둥피둥 살이 쪘다. 하루 아침에 창의적인 영재로 거듭날 수는 없었나 보다. 또 카페인은 외향성을 높이고, 감미료는 안정 욕구에 민감해진다. 낮잠은 충실성을 올리고 유산소 운동은 적응성을 올린다. 그외 뭐는 어떻고 뭐는 어떻고, 그대로 따라했더니 어떻게 됐을까? 배가, 산으로, 갔다!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아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농담이고. (여유가 된다면 하루에 1쪽식 정독하면 좋을 듯한 매우 매력 높은 학문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야! 누가 그래서를 반긴다고. 아무튼 NB는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톰과 존티와 NB. 오랫만에 셋이 뭉치기로 한 것이다.
2 「야! 나랑 같은 옷 입고 오면 어떡해? 아 나 이거 정말 당황스럽네. 글쎄 사람들이 우릴 보고 뭔 생각을 하겠냐고. 내 말이 사석이 아니라면 약간 오해를 살 여지도 있긴 하다만, 내 의도가 그 어떤 편견이 아니라는 건 굳이 밝힐 필요까지는 없어. 하지만 우린 지금 사석이고, 난 지금 남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단 말이야.」 「뭔 소리야? 늬가 나 따라한거네. 내가 먼저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렸자나.」 「아 맞다. 늬가 얘 따라한 거네.」 「뭐?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야. 그러니까 너는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겠어?」 「모르긴 뭘 몰라! 따라한 건 넌데, 그런데 왜 내가 무관의 제왕이어야 하냐? 왜 나만 비인기 3병맨이어야 하냐고! 어?」 「모르네. 아직도 몰라. 너 그런 말 안 들어봤지? 뭘 좀 아는 오빠네 뭐네. 성격 좋다는 둥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다는 둥. 둘 중 누구야, 왜 항상 쟤야? 괜찮네 어쩌네, 와 오빠 뭐라 뭐라! 단, 그런 얘긴 들어봤을 수도 있어. 오빠니까 믿는다고. 글쎄, 한 다리 건너서 신뢰한다라... 그거도 좋은데. 그 반대는 어떨까? 차라리 둘 다는!」 「뭐-뭐, 뭐라고? 또 늬 자랑이냐! 어?」 「또? 뭐가 또? 아마도 이렇게 직설적으로는, 처음 아닐까! 암산 안되니? 늬가 자랑을 많이 했을까, 내가 자랑을 많이 했을까? 구태여 계산할 필요까지 있냐? 꼭 어디서 공인 받아야 할 일은 아니 것 같은데. 굳이 비교해서 새 발의 피라고 답을 들으면 나는 괜찮은데, 그런데 있잖아. 그러면 내가 너한테 많이 미안해지잖니. 응? 너 있잖아. 인생의 첫 20년을 시골에서 살았지?」 「어. 그게 뭘 좀 모르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상관없어.」 「상관없어?」 「어. 상관없어. 다만! 전적은 상관 있지. 암. 그렇지. 그렇고 말고.」 「그건 왜? 그건 왜 그런데? 뭘 좀 아는 건 대체 뭐고, 뭘 좀 모른다는 건 또 뭐고 말이야.」 「왜냐하면 그 때문이지. 다 그런 건 아닌데, 전적이 귀여우면 일단 속에 쌓인 게 많아. 쌓인 게 많으면 그걸 뭘로 보상하니? 허세로 보상해야지. 긍정적으로 취미 생활이랄지 다른 교양으로도 풀 수 있겠지만 말이야. 예선 탈락만으로 입만 열면 뻥뻥 터트릴 정도면 개그맨이라도 될 텐데, 그냥 어중간한 상남자라면 친구의 과도한 자랑 듣기는 짜증나야 정상이야. 그래서 서로 대화는 하는데 각자 딴 얘기를 하게 돼. 그러니까 옆에서 가만히 들어보면 완전 덤앤더머야. 답답~하다고. 그런다고 부족한 전적이 허세로 보상될까? 그럴 리가 있겠니. 그럼 당연히 사랑극을 감상하는 것도 별로겠지. 듣기도 싫다고! 어? 보기도 싫어. 남자에게 말이야,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허세는 똑같아. 본능이니까. 그처럼 우정에 대해서도 1.0─1.1─1.2...내가 이미 다 정해놓은 채 나 혼자 옆에서 듣든 말든 막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 이유도 없어. 1.1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너의 여자는 내가 앞으로 확실허게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뻥뻥. 응? 그런데 1.5나 2.0에게도 그럴까? 그럴 리가 있겠니. 뭐겠어, 악담이지. 전적이 그만큼 중요한 거라고. 5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그런 유명인도 사랑이란 주제만 나오면 얼굴이 망가지는 예, 드물게 있지. 전적도 그렇고 스스로 생긴 거부터 짜증나는 거야. 거울만 보면 저 뭐 같은 인간, (설레설레), 쨰는 일단 시비조거든. 허세로써 슥 넘어가면서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말 그대로 허세일 뿐.」 「거 참 말 많네. 그러니까 내가 뭘 모르는 거냐고! 어? 아 정말...!」 「워─워─워! 거 봐봐. 간접화법이면 일단 짜증 먼저 내고 보자나. 자기의 야망이 타인에게 소망이란 걸 인정하기 싫어하잖아. 의무방어전이네 지명방어전이네 그런 거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거든. 마음과 달리 말이야.」 「그래? 늬가 내 마음을 알어? 그러든 어쩌든, 그럼 인정할께. 그게 뭐든지. 왜냐하면 뭔지 몰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도저히 정답이 뭔지 듣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까 대체 내가 모르는 게 뭐냐고? 베텐더에게 1등, 웨이터에게 2등, 숙녀들에게 3등조차 나는 아차상마저 과분할 테지만 너네들도 그건 후련하게 인정하잖아. 너네들이 속 시원하게 공인한다고. 내가 큰 재주는 없지만 잔머머 전문이란 거 말이야. 잔재주, 잔지식, 잔소리, 잔재미, 잔꾀, 잔뻔지, 잔머머. 응? 나보다 더 잔기술 뛰어난 사람 여기에 있어? 나도 차라리 너네들이 나보다 잔머머가 훨씬 뛰어나고, 내게 큰 재주 딱 하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OK! 맞아. 확실해. 인정. 분명해. 왜 아니겠니? 그런데!」 「그런데 뭐? 내가 뭘 모르는데?」 「아 턱 좀 집어넣어라. 그러다가 턱으로 나 때리겠다. 그러다 맞으면 나 꽤나 아플 테고 말이야. 응?」 「아 정말! 넌 그렇게 뜸 들이는 게 좋니? 내 조바심이 재밌니? 상대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건 네 특기니? 아니면 취미니!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 그거 피곤하지도 않냐고. 내 입장 생각 좀 해 봐봐. 밀려졌다 당겨졌다 밀려졌다 당겨졌다! 내가 무슨 남자에겐 밀물이고 여자에겐 썰물이니? 남자한테는 으쌰으쌰 만유인력이고, 여자에게는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뭐 척력이냐고. 어? 그런 내 기분은 어쩌겠니? 친구라면서, 응? 늬가 내 마음을 알기나 하니?」 「그래. 또 패자는 나다. 내가 잘못했다. 그러니까 늬가 뭘 모르느냐! 늬가 모르는 건 그거야. 너 저번에 우리한테 그랬지. 부러워하지 말라고. 응?」 「아 그거야 농담이잖아. 남자들끼리 그런 말 안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 우리가 예의 차릴 사이니? 우리끼리 뭐 법도를 따져야해? 친하니까 놀리고 좋아하는 으쌰으쌰니까 달리는 거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야. 그러니까 늬가 전적이 그만그만하다는 거고. 부러워하지 말라! 농담 치고는 좀 저급하지 않니? 부러워하지 말라는 건 곧 우리가 널 부러워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말이잖아. 맞지? 그런데 실상 우리가 널 부러워하니, 아니면 늬가 우릴 부러워하니? 넌 아직도 바텐더랑 친구를 혼동하고 있어. 그게 문제야. 어? 그게 늬 문제라고. 꼭 보면 하수가 그런다니까. 고대 라틴어처럼 정언하여, 머머하지 말라! 뭐, 머머하지 마? 그럼 일정 범주 안에 있는 거만 하라는 말이잖아? 내 마음에 드는 거만 하라는 말이잖아? 그러니까 늬가 토너먼트에서 매번 탈락하는 거라고. 금은동은 저 멀리에 있어. 그러나 얻어걸릴 수도 있어. 그런데 상 받으면 뭘해 인기 식었는데. 몸이 예전 같지 않거든. 어쨌든 떴다 가정하고 딱 유명해졌어 인기와 황금이든 뭐든 다 챙겼어. 그런데, 그러면 뭘해 힘이 빠졌는데. 야생마이긴 야생마인데 늙어버렸거든. 젊은 이상을 설파할 수야 있지만, 속으로는 젊음이 부러우면서 사석에서는 그래. 나는 무엇도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고. 응? 날 부러워하지 말든가, 머머하지 말라? 재밌네 재밌어. 너 그거 아냐? 너랑 우리 동네 사시는 할아버지랑 말하는 게 완전 똑같아. 말투, 어조, 화제, 화법, 자주 쓰는 수식어, 반복하는 숙어까지 와! 어떻게 그렇게 똑같을 수 있지? 아주 그냥 완벽해! 판으로 딱 박은 거 같다니까. 아 정말! 진짜 완전 진짜! 그 할아버지랑 너랑 따지고 보면 뭔가 공통점이 있을 텐데...」 「그래? 원래대로라면 내가 기분이 나빠야 정상인데... 뭐랄까 뭔가 흥미로운 주젠데. 약간 재밌어. 주인공이 나니까 그런가? 아니면 내가 이상한 건가? 그래도 좋아. 오오, 정말로 재밌는 요점을 찝은 듯 해. 솔깃하긴 하다고. 그런데 그 어른신 부자니? 차는 뭐 타? 옛날에 무슨 일 하셨는데? (피식)! 부자든 아니든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체! 헛 참 나, 그렇지만 내가 너네 동네 할아버지를 만날 수는 없잖냐? 상큼한 숙녀를 소개 받아도 부족헐 판에 말이야. 그렇지? 어쨌든 그건 넘어가고. 그래. 그럼 고수는? 고수는 어떻게 하는데?」 「고수는? (딱)! 그럼 하수가 아닌 고수는 어떻게 할까? (쉭─쉭─쉭)! 당연히 그 반대로 하지. <머머하지 마라, 머머는 없다> 가 아니라 <날 부러워해라, 날 따라해봐요> 그렇게! 응? 늬가 하수란 말이 아니야. 응? 다 너 생각해서 하는 얘기라고. 너 솔직히 생각해 봐봐. 주변에서 누가 너한테 이런 얘기 해 주냐? 그런 사람 있냐? 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어디 술집을 전전해도 어떻게 하면 널 벗겨먹을 생각을 할까, 까지는 아니겠지만 마음에 맞고 말이 통하는 여급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야. 늬가 술집을 좀 많이 다녀봤니? 내 말에 동의하지? 흐흠. <아니면 말고>와 <하면 된다>도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 두께 차이지만, 달리 보면 크나큰 차이라는 거야. <나는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았다>, <나를 밟고 올라서라>! 관행과 인습과 문화라는 건 말이야 전자에서 후자로 발전하는 것 아닐까? 질서든 무엇이든 버리고 어기고 무시하며 무심한 <나는 예외>에서 <나부터>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에서 <해야 한다>로! 그러면 그 틈새 시장은 뭐겠어? 2인자 전략도 있고, 천재들의 공통점인 모방 학습은 물론 그것도 있을 테지. 어라 친구가 어떻게 하네, 난 따라하는 건 싫다 그래서 나는 다른 걸 하겠다 라고. 그처럼 거꾸로 할 게 있고 바로 할 게 있는데, 그걸 넌 아직도 반대로 하고 있다고. 응? 이제 좀 이해가 되니? 빈수레가 요란하니까, 세상은 통속적이니까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지. 뭐는 뭐라는 직설법에 진정 능하다면 부럽다고 하고, 술값은 늬가 내라고 정당하게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술값을 원래 잘 냈으면... 지겨워도 누군가 바텐더 역할에 충실할 수 밖에. 하여튼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수많은 기교와 고결한 격조를 배운 다음에 모든 것을 잊으세요 라는 마에스트로의 작별인사를 듣고 난 다음, 전 세계를 누비며 내 이름을 만방에 알리는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탈모에 주름에 이별이니 권태와 이직등 인생의 그 어떤 변화를 겪더라도 나는야 뭘 해도 대학생, 끝까지 대학생? 나는야 끝끝내 상큼한 여대생들의 이상형? 그런데 실상은 이상형이 아니고, 부러운데 부럽지는 않고, 그녀들을 어떻게 할 수는 없고 훔쳐보기나 하는 나는 도대체 뭐냔 말이야! 어? 위치가 말이야 사는 위치가 영원한 대학생. 아울러 면학한 내 허세는 어설픈데, 친구들로부터 들은 대단한 허세를 차마 잊을 수는 없고, 아집마저 포기할 수 없다? 사는 지역이 거길 못 벋어나니까 동네의 명인이자 학파의 유명한 촌닭이 되는 거라고. 비록 촌년에 촌닭일지언정 깜짝상도 받고 유명해지며 부자도 될 수 있는데, 제발로 내려갈 수는 없을 테니 일평생 꼬끼오꼬꼬댁 삐악삐악 그럴 밖에 할 수 없다는 거, 정녕 아직 모르겠니? 나 봐 봐, 날 보란 말일세. 지금 내가 뭐라고 하니, 응? 응애응애 삐악삐악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어? 먹고 살려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거, 너도 잘 않잖아! 친구도 떠나고 교수도 떠나고 교직원은 물론 주민도 다 떠나는데, 늬가 무슨 원로야 뭐야? 솔직히 말해서, 늬가 나온 그 학교 노벨상 몇 개 받았니? 이런 얘기 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이 아니라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인데 넌 정말 유명해지고 싶지 않니? 부자되고 싶지 않니? 넌 돈 욕심 없니? 차 욕심도 없니? 욕심이 뭐가 나쁘니? 있잖아 너 욕심 있잖아? 차 욕심 있잖아. 그런데 왜 차 욕심 없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 봤니? 적절한 이기주의가 왜 욕을 먹어야 하냐고! 여자들한테 인기 있는 남자가 되고 싶지 않니? 내 친구 중에 그런 애가 있어. 다른 건 다 좋은데 허세지수가 월등한 친구. 자존심 황제도 심심치 않게 있듯이 누구나 사람은 A부터 Z까지 뭐는 높고 뭐는 낮을 수 밖에 없어. 나도 알아. 심리학에서 말하듯이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 없고, 그것이 표출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는 거. 나도 알아. 그런데 넌 약간 이상해. 굉장히 특별해. 그런데 보편적이어야 할 부분까지 특별하다는 게 문제야. 허세는 허센데 그보다는 오히려 성격장애나 강박증에 가깝단 말이야. 몸은 아닌데 마음은 할아버지 세대와 똑같다니까. 그래서 간혹 보면 좋을 때도 있는데 어쩔 땐 도무지 말이 안 통해. 무조건 자기 생각만 해. 그게 심하니까 어떤 남자가 헤어지는 여자한테 아마 그랬다지? 넌 너 밖에 몰라 라고. 친구가 말을 해. 축구장 분위기 봐서 독주는 자제했다, 그러면 그래 나는 어쩌겠다고. 무슨 피자 반죽도 아니고 말이야,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 구분도 없이 다 내 맘이야? 또 친구가 말을 해. 동네 산책하다가 어느 강아지를 자주 만난다 그런데 나는 녀석한테 애정 순위가 20위권 저 너머다. 그럼 또 그 강아지를 기어코 똥개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려. 값싼 과자 몇 개 던져주면 상황 끝난다고. 그러면 게임 끝이라고.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지만 말이야 개를 흠모하는 애인이나 딸처럼 생각하는 견주도 흔치 않은데, 그런데 뭐야 삼단논법이야? 모든 개는 똥개다, 똥개는 내게 친절하다, 나는 똥개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모든 개는 나를 좋아한다, 고로 그 개도 나에게 똥개가 되어야 한다? 막살자네. 어? 막살라야. 잠깐만, 뭐야 이거, 이건 5단 논법인데. 어쨌든 그런데 막살자 라는 웨이터가 영 신통치 않으니까 변심은 정당한 것, 라면서 단골을 에르메스로 바꾸기. 왜 안 되겠어! 그래서 간혹 말이 안 통하니까 때로는 그냥 답답하기만 할 뿐. 그렇다고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다 라고 내 허세를 비틀 수 있는 유형도 아니야. 오직 수직 밖에 없다고. 뻣뻣해. 꽉 막혔어. 하긴 남자들이 원래 좀 그렇지. 치타, 표범, 제규어, 사자, 하이에나, 늑대 그렇게 말이야. 아 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몹시 피곤한데. 이러면 정작 대뜸 꽃과 과일과 물고기가 나타나면 힘 딸릴 텐데. 사자는 모기로부터도 날 보호해야 하고, 호랑이는 개구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어쩌지? 하는 수 없지 뭐. 난 그냥 이번에는 맹수이기를 포기하겠네. 어? 과감히 포기허겠다고. 무엇을 위해서? 이번에는 내가 병풍이자 신부들러리니까 우리의 우정을 위해서! 푸하하하하하하. 흐흠 흐흠. 허허허허허, 허험! 잠시라도 말이야. 흐흠. 하여튼 그와 더불어 무명에다, 가난하고, 인기 없고, 희망도 없고, 그런데 야심은 만만치 않는 데다가 냉소에, 투정에, 말수는 없고 잘 웃지도 않고 상대가 등 돌리면 확 바뀌기까지 한다? 그런데 옆에서 딸랑딸랑 반짝반짝 새콤달콤 날 띄울 때만 겸연쩍다며 썩 나쁘지 않다는 듯이 식 웃는다? 쓱 입이 귀에 걸린다? (친구가 데려온 여잘 보면서 닮았다는 뜻으로) 우마 써먼, (하이파이브)! (친구가 데려온 여잘 보면서 가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우와~ 표정이 표정이......! 누구나 친구들 중에 이런 친구, 최소 한두 명씩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알고 봤더니...... 워워워 그만 그만 그만. (여급1에게) 너 학교 어디 나왔니, (여급2에게) 너 몇 학번이니, (여급3에게) 나 학교 다닐 때... (설레설레)! 가끔 헷갈려. 거기 혹시 1인을 위한 노인 대학이 아닐까 라고. 나 고등학생 때 유도복 입고 명산 어디를 뛰어다녔네 어쩌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은 묻지 않는 이상 말을 안 할 텐데 말이야. 그렇게 거꾸로맨의 주특기만 반복하다 보면 나중엔 내 얘길 들어주는 사람이 통 없으니까, 끼리끼리 으쌰으쌰, 그러다 결국 찾는 곳은 어디겠어? 그렇다고 그분들은 또 뭔 죄니! 한두 번도 아니고 아예 바깥에 안내문을 붙여놓지 않냐 그거야. 그러니까 뭐라고? <여-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라고.」 「자 자 그건 그렇고. 너네들이 여자를 얼마만큼 좋아한다는 거 내 모르는 바 아니니까, 그러니까 가자. 지금 당장 가자고.」 「가? 어디로?」 「가긴 어딜 가?」 「어디긴 어디야! 옷 사러 가야지. 아까 늬 말대로라면 둘이 같은 옷을 입으면 좀 그럴 수 있는데, 셋이 같이 입으면? 그건 괜찮은 거거든. 안 그래? 어차피 바보된 김에 아예 바보왕이 되잔 말이야, 이 친구들아. 응? 안될 거 뭐 있어! 다음 번에는 내가 먼저 어디서 명문대 과점퍼를 구해다가 입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버려야지 정말. 못 말린다니까 정말!」
3
「늬가 나온 그 학교, 노벨상 몇 개 받았니?」 여기서 잠깐. 부언 설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인 듯 하다. 읽는 사람 꽤나 피곤하고, 듣는 분 꽤나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친구끼리 이런 거 받아줄 수 있음. 그래야 함. 난 늬 허세 다 받아주는데, 넌 왜 통 듣지를 않니? 나도 말 좀 하자! 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그럴 수도 있으니까. 엇비슷한 예로 술집에서 타인끼리 체통을 살짝만 내려놓는 대화를 들 수 있다. 「당신은 백인들 얼굴 구분할 수 있나요? 난 동양인 얼굴 통 구분을 못하겠어요.」 아무것도 아닌 담소를 다문화 환경에 너그로운 사람이 볼 때는 드물게 인종차별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건 응당 대부분 선뜻 이해가 어려운 일! 서술자도 처음에 도저히 이해가 어려웠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봤다. 그래서 고심 끝에 차근차근 추상화를 구상화로 바꾼 다음, 조곤조곤 말로 풀어봤다. 딱히 민감한 질문도 아니고 오다 가다 만난 사이에 딱 환영할 만한 주제인데, 날씨 얘기나 그거나! 그게 무슨 나쁜 말이라고? OK! 그런데, 왜 누군가는 내 옆구리를 슬쩍 찌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말하기 싫어하고 나서기는 더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골상학적 소견과 공감과 유대감은 얼마든지 괜찮다만, 이를 테면 골상학적으로 루저─루저가 뭐가 나쁜가, 모른 사람은 없다 외모와 외양의 차이를!─다른 기준으로 비틀어 생각하는 입장도 있을 테니까. 흑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중국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고... 아니 설마 인도가? 그러는 것처럼, 어떤 가정법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흑인에, 빈곤에, 못생겼고, 키도 작고, 말수도 없고, 같이 사는 장애인 가족도 있으며, 연애 경험도 없고, 흑인 누구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흑인 누구처럼 웃기지도 않고, 흑인 누구처럼 잘생기지도 않고, 흑인 누구처럼 노래나 춤과도 거리가 멀고, 흑인 누구처럼 전혀 머머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객관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거의 없는 일일 테지만, 일단 흑인에다 루저로써 쌓은 게 많은 사람인데 뭘 해도 되는 일은 없고, 이미 충분히 가난한데 더─더더─더더더 가난해지기만 하며, 전망은 어둡고, 하필 그날따라 기분도 꿀꿀하다면, 화자의 의도를 어쩌다 곡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점. 미처 챙기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잘생긴 사람은 못생긴 사람의 심정을 99퍼센트 추정은 하는데 100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다. 선녀는 미녀가 받을 질투와 시기심이 어떤 아름다움인지 99퍼센트 추정은 하는데 100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다. 연예인병에 걸려보지 않고서는 그게 대체 어떤 이상한 증상인지 이해는 하는데, 완전히 체감할 수는 없다. 대충 또는 아주 많이 알 수는 있는데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30년, 50년을 같이 산 부부일지라도 서로 모르는 부분이 적지 않다.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도 인생의 오랜 시절을 할당하고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 키 빼고 다 가진 남자가, 키도 작고 못생기며 돈 없고 비리비리 찌질한 남자 루저의 마음을 진정 이해할까? 같은 남자니까 둘 다 키가 작으니까, 그러니까 키 빼고 다 가진 남자는 꺼벙한 남자 루저를 이해할까? 그럴 리는 없다. 그럴 수는 없다. 말도 안되는 얘기다. 공감하며 헤아리고 이해는 할 수 있는데,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일이다. 백조에게 수치심에 해당하는 일이 촌닭에게는 자랑이다. 고양이와 개가 말이 안 통하듯 말과 늑대는 생김새도 다르다. 세대 차이든 뭐든 우리가 너구리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캥거루의 심정을 배려해야 한다? 고슴도치가 뭐라 하겠나! 고슴도치는 이렇게 말해야 정상이다. 어떻게? 이렇게,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만약 고슴도치가 그러지 않는다면 그건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다. 어쩌다 전쟁 경험이랄지 피부 트러블이랄지 이례적인 경험으로, 아 그래서 그렇구나, 라고 이해심의 씀씀이가 헤프게 되는 일도 드물게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끼리끼리를 선호한다. 끼리끼리는 나쁜 게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편견을 대체로 옹호한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좋지만 누구나 백지장 같은 하얀 마음이라면 이 세상의 사기꾼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게?) 그렇지만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다가 행운상에 당첨된 사람들은 그래프의 전 영역을 신경써야 한다. 따라서 전문가는 피곤해도 의무적으로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적당히 구성을 만들 수 밖에 없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교훈도 넣고, 인종 구성도 신경 쓰고, 동성애자 포함해서, 거지도 행인으로 나오고, 친구들 중에 가난한 친구도 할 말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비전문가는 전문가처럼 피곤하지 않다. 쿨하다. 완전 시원하다. 뭔 생선 같은 놈 하나 나와서 인간이랑 연애하는 영화네 어쩌네, 내내 걸어만 다니다 끝나는 영화네 어쩌네. 완전 쿨하다. 완전 시원시원하다. 그런데 비전문가 중에도 전문가가 있고, 전문가 중에도 아마추어는 흔하다. 그래서 끼리끼리의 질서와 우정의 규칙을 오다 가다 만난 사람도 동일할 것이라 가정하고 말함에 대해서 드물게 제지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곧 어떤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인사말의 기준선이 다를 수도 있을 듯 하다. 러시아에 가면 술집에서 다른 탁자에 앉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고 한다. 다른 데서는 뭐한 놈이 성낸다지만, 러시아에서는 뽕~ 실례의 소리가 들리면 절대, 누구도 절대 쪼개면 안된다. 아, 웃으면 안된다. 그처럼 절친한 사이도 아닌데 할 말이 많지 않은 가운데 괜찮은 화제 하나를, 누군가는 이렇게 누군가는 또 저렇게 느낄 뿐. 유대감이나 유머로 받는 게 보통일 텐데 드물게 다큐멘터리랄지 시적으로 듣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틀린 말도 아니고, 그 분별력 부족이 절대 죄도 아니다. 오히려 그게 정상이고 반가운 질문. 왜냐하면 사람에 따라 자동차나 신발과 옷의 상표를 읽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외관만 가지고서는 구분을 못한다는 말과도 같으니까. 글쎄요 남자들은 대충 보고 차 이름, 모델명, 생산연도, 가격, 옵션 등등 대충은 알지 않나! 눈썰미는 통상 개인차가 있지만 말 그대로 개인차일 뿐. 오래 살아야 느끼고 이해하며 체득하는 일도 있을 테니까. 왜냐하면 나쁜 의도로 꺼낸 말도 아니고, 어감과 분위기를 따져봐야겠지만 100퍼센트 동감하는 얘기니까. 그게 그렇게 공감하기가 퍽이나 어려운 얘기는 절대 아닐 테니까. 따라서 지나치지 않은 생각의 자유, 의견의 다양성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일. 때문에 「당신은 백인들 얼굴 구분할 수 있나요? 난 동양인 얼굴 통 구분을 못하겠어요.」 라고 질문했더라도, 최소한의 친분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극미하게라도 있을 수 있으니 그런 질문은 자제하자 라는 친구의 눈치에 그냥 쉽게 미안이라며 넘어가는 건 모종의 회피에 가깝다. 나는 악의 없었고 그냥 궁금했다, 라고 당당히 밝히면 된다. 아직은 로보트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니까 그 말이 뭔 얘긴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상황을 바꿔서 중동 사람이 유럽인에게, 아프리카 사는 사람이 남미인에게 저처럼 물어본다면 그건 인종차별에 대한 오해의 여지가 없는 것일까? 아니거든. 똑같은 논리거든. 여자의 우정에서 존재 자체가 밉살스러움의 대상이고, 남자들 사이에서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자존심이라면 몰라도 문명인 대 문명인으로써 공통된 유대감마저 대폭 축소된다는 것에, 나는 반대다. 그러나 그와 같은 불합리한 위축감이 딱하기는 하나 극력히-까지는 아니고. 다만 그 어떤 환경에서 수십 년 살고, 그 어느 분위기 때문에 제철 맞은 휴양지에 파리가 날릴 수도 있는 일이니, 그래서 아하 라면서 그럴 수도 있겠거니 추측은 가능할 것이다. 심정, 마음, 생각, 사랑, 차이라는 게 그렇다. 그렇듯 각계각층 남녀노소 어디를 보더라도 그래프의 일정 영역은 없을 수가 없다.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사람, 어느 유년은 나도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 또 다른 어른은 이 맹숭맹숭한 시간이 어서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 연애하느라 바쁜 친구들은 이 행복한 시간이 천천히 가주었으면! 누구는 총각 때로 돌아가고 싶다, 누구는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오나 세상이 망하는 게 소원이라는 사람이라고 왜 없겠나. 일부러 쌀쌀맞은 게 아니라 원래 쌀쌀맞은 사람, 상-상류층에서 예의와 달리 본심은 어떤 사람, 시골 사는 상인 중에도 유달리 삐딱한 사람, 드물게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그런 이유로 아마도 커밍아웃은 쉽지 않은 것 아닐까? 학교 다닐 때 동성애자로 대충 짐작 가는 친구가 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숫자가 점점 어떻게... 점점 늘어가는 것만 같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당신은 백인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누군가는 괜히 한번 꼬아서 듣는 게 정상일 수도 있을 테니까. 일부러 속깊은 대화나 민감한 감정 교류는 참아야 하는 이유도 있을 테니까. 그 둘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 고로 차라리 연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처럼, 뭐 몇 개 받았냐고? 사석의 대화란 게 그렇다. 제3자가 들을 거란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는 것. 그게 진짜다. 아니면 가짜다. 그래서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대화는 태반이 가짜다. 오히려 그로써 우리에게 감상이 하닌 (때로는 식상한) 학습을 강요하는 일면도 없잖아 있다. 그치만 그 또한 인생 학습으로써 괜찮은 하나의 방편이다. 그처럼 제3자를 완벽하게 배제한 대화, 그게 친구 사이의 대화다. 그게 퍼지는 건 경우의 수고. 실수로 퍼질 수도 있고, 두더쥐가 있을 수도 있다. 아예 입 싼 친구가 동네 방네 소문 내고 다니는 일도 있다. (우리는 남 험담하는 걸 싫어하지만, 알고보면 사람들은 원래 남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만 외우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어쩌다가 사람들과 사귀다 보면 뭐든지 알려지게 마련이다. 비밀이란 하늘도 몰라야 진짜 비밀일 테니까. 그처럼 대화란 게 한 다리 건너면 그렇게 된다. 친구에게 야 나 집 샀어. 친구는 다른 친구에게 얘기한다. 걔 있잖아, 건물 샀데! 초가집 겨우 장만했는데, 어느새 무슨 타워의 사장이 되는 거지. 하루 아침에 말이다. 사적 대화라는 게 이렇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친구가 핸드폰을 보고 얘기한다. 멕시코가 내 해외여행 희망지 탑3에 드는데, 왜냐하면 세계에서 피라미드가 제일 많은 곳이거든, 아 나 이런 거기서 단편영화 찍어야 하는데 이거 이거 이러면 곤란한데...! 그럼 옆에서 거든다. 어감을 들어보니 지식 자랑은 아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를 테니까. 멕시코는 오히려 스페인 식민지일 때가 낫지 않았을까? 그럼 또 이렇게 받는다. 너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고서 하는 얘기냐? 차라리 독일이 프랑스의 식민지일 때는, 유럽에서 흑인이 제일 많은 나라인 프랑스 역사에 대해서 늬가 나보다 많이 아니? 아예 영국이 로마제국 식민지일 때가 나았겠네. 아니, 터키가 그리스를 지배하던 시절은? 아니다. 지금 독일 인구의 10퍼센트가 터키계인데, 우리 외삼촌이 거기 살거든, 뭔 얘기를 하는지 듣고서 나중 얘기해줄께. 그런 말 하지 마, 인마! 이탈리아에서 친구들끼리 외모가 좀 딸리면 모로코나 튀니지 어디 어디쪽을 닮았다고 하는 건 제3자를 완전히 배제한 사적 대화 곧 장난 반 농담 반인데, 모로코 사는 친구가 들으면 기분이 어쩌겠니. 흑인이 미국 대통령도 했고 아랍계가 런던 시장도 하는데, 우리도 좀 세계주의자처럼 할 말 못 할 말 가려서 하며 고상해져야 하지 않겠니? 그래서 결론적으로 친구끼리 의견은 일치한다. 도대체 그 약이란 게 얼마나 대단하길래! 라고. 진짜로 영화에 나오듯이 막 사람 머리가 기린이나 코끼리로 보이고, 입에서 화염이 눈에서 레이저가 나갈까? (아마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나! 아닌가? 모르겠다) 막 그러면서 장풍에 뭐에 얘기는, 배가 산으로 간다. 마지막으로 자랑이 빠질 수 없다. 너 캐비어 먹어봤어? 라고. 그게, 바로 그게 사석에서의 고상한 대화다. 비화가 베풀기 꺼려하는 사연. 토크쇼에서 손꼽히는 해프닝. 잊을 만 하면 또 다시 회자되어 뒤통수 벅벅 긁게 만드는 기억들. 댓글 토론도 있다. 어디서 7년 살고 온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어디서 7년 살고 온 거 맞냐? 너도 햄버거병 걸렸냐?─난 아니다 난 아니야. 그런데 너도 라고? 넌 걸렸네 햄버거병─뭐? 내가 뭐 좀비냐? 야 초딩. 너 말 다 했어?─나 말 다 했냐고? 아직 시작도 안했다. 됐냐?─뭐-뭐, 뭐가 어쩌고 어째? 라면서 다투는 생면부지의 대화. 그게 바로 사석에서의 고상한 대화다. 게임 하다가 진짜 초딩한테 그 어떤 통쾌한 몇 마디를 들어보면 아차 한다. 휘청 한다. 웃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바로 그게 사석에서의 고상한 대화다. 그래서 발라드 가수는 대중에게 날 100퍼센트 드러내면 안된다. 절대 안된다. 그렇다고 발라드 가수만? 그건 아니거든. 반대로 사석과 공석의 구분이 없고, 사생활마저 전면 상시 방송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때로는 산업에서 요구하고 틈틈히 틈새 시장에서 환영한다. 수군수군 물개박수는 벌거벗은 임금님도 춤추게 한다. 그러니까 연예인 지망생은 경쟁이 치열하고 오히려 일반인이 그런다. 하루는 조증 하루는 예술가병. 친구들 사이에서 바텐더 막살라씨와의 친교는 자랑할 일이다. 아무튼 사석에서의 근사한 대화라는 게 이렇다. 그렇기 때문에 사적 대화는, 제3자 입장으로 듣는 사람에 따라서 뭔가 열등감이 얽혀들어 가식을 내려놓고 보자면 빈정상할 여지도 없진 않다. 하지만 사석에서 친구끼리 얼마든지 따질 수 있는 말일 뿐. 다음에 연락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물론 비교 조건 하위인 고졸 친구가 대졸 친구에게 물어보는 게 일반적이지, 그 반대는 통상 성립하지 않음. 그런데 중요한 건 뭐냐면 허세는 언제나 빈틈을 노림. A와 B가 같은 대학 동문인데, A는 노력해서 들어갔고 B는 노력 전혀 없이 입학한 걸 거드름 피우며 말할 수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건방진 뚱보 일명 건뚱이니까. 이 사회가 말이야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너무 불공평한 것 같지 않냐? 라고 말한 친구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대학교를 노력 없이 들어갔다고 자랑하고 싶은 것인지, 그 친구도 좋은 친구인데 대체 왜 그렇게 인생 내내 허세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지 궁금할 따름. 그 정도면 병이고 환자다. 안 그럴 수 없는 신체적 조건, 타고난 기질, 참을 수 없는 삶의 여건, 채워지지 않는 야망, 하필 사춘기 때 겸양이 미덕인 지역에서 잘난 척이 기본인 환경으로 이사를? 동화책 내팽개치고 개헤엄치며 놀다가, 젠체하는 자존심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넓은 세계에 서서히 눈뜨기 시작하면 그럴 수도 있다. (젠체! A지역에서 눈꼴시려워서 못 봐주겠다 정도는, B지역에서는 그냥 애교도 아님. 예의도 못됨. 겸손은 나중 얘기고 젠체 자체가 미덕. 그래서 조명이 비추는데 1인의 골세러모니가 생략된다? 있을 수 없는 일. 그래서는 안되는 것. 때문에 만인의 골세러모니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 그걸로 A에서 B로? 명함도 못 내밈) 여기서 쌓인 걸 저기서 풀 수 밖에 없는 허세왕에 대한 정신분석이 뭐 어렵겠나. 또 이게 드라마의 한 장면이라면 분명 또 말 나온다. 친구에게 사실을 묻고 내 서운한 감정을 토로함이 타인의 허락을 전제로, 단체의 심의를 바탕으로 전개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친구끼리마저 딸랑딸랑 반짝반짝 해야 한다면 그 우정은 왠지 찡하고 짠하며 불순해보일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남다른 심미안씩이나 필요한 일도 아닌데, 뭔 얘기하는지 모르는 사람 하나 없을 텐데, 대체 왜 이렇게 해설이 길어졌지? 그걸 누가 알겠나! 와 오빠 눈 크다, 내 주위 남자들이라곤 다 단춧구멍들 뿐이 없어! 연애하는 사이라면 그런 말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라는 점. 그게 왜 설명이 필요한 일이지? 왜냐하면 첫째, 연애하는 사이라면 상관없는데 그게 아닐 때가 문제됨. 사석에서 3명은 익살 1명은 넉살로 받을 걸 나머지 1명은 웃긴 웃는데, 그 웃음이 썩 편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둘째, 루저의 입장에서는 농담과 장난을 인류애로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 1퍼센트의 불편함을 예술적으로 다루면 예술, 현실적으로 논하면 사회니 정치니! 그러니까, 예를 들어 피로연 같은 좋은 분위기에서 간혹 다툼이 발생함. 주인공에게는 다 똑같이 친한 친구지만 그룹별로 나뉘기도 한다. 어쩌면 허세가 통용되고, 어떻게 과시해야 하는지, 언제 잘난 척 해도 되는지 그 기준 자체가 확실히 또 미세히 다를 테니까. 중동 하면 아는 체하기가 약간 애매한데, 만수르 어쩌고저쩌고 사기단한테 넘어가서 딱 2장 날린 거랑 이 장광설이 대체 뭐가 다르다고 얘기가 이렇게 길어졌냐고! 이름에 만수르가 들어가는 사람이 대관절 몇 명이고, 그 중에 어느 만수르의 돈이 다 내 돈도 아니지 않냔 그 말이다.
4
옛말에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한다.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속담과 달리 그녀들은 여자 셋의 행복한 우정을 한껏 자랑하고 있었다. 에밀리, 로즈마리 그리고 마라. 리더는 아마도 공석으로 보이니까 서열 다툼이 팽팽한 재미가 있었던 것이다. 「쟤는 다 좋은데..」 「다 좋은데 뭐?」 「궁금해지는데. 그 다음 뭐니?」 「설마 맹하다고 말할려는 거 아니지? 뭔가 막 기대되는데.」 「기대? 얜 불운이나 악역을 좋아하는 부류인가. 조짐을 보아하니 이미 답은 나온듯 하오. 그러니 들은 셈 칩시다.」 「그래. 그게 좋겠다.」 「말 꺼낸 사람은 난데, 말을 잇지를 못하게 만드시는군. 맥 빠지게 말이야. 하여 나도 뭔 얘기를 할려던 건지 까먹었다. 아 새로운 게 생각났다. 그러니까 그건 말이지... 왜 하필...」 「」 「」 「뭐야! 이러기야? 넘어가자. 어쨌든, 변화가 필요해.」 「반대하진 않음.」 「있잖아. 나 어제 그 오빠 봤다.」 「취해 있었지?」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누가 어떻게 알아! 볼 때마다 취해 있었으니까 그렇지.」 대체 그 오빠란 작자는 누구일까?
「얘들아 있잖아. 나 어제 꿈에 2인자란 말 들었어.」 「너 그런 말 들어도 무탈하잖아. 아무 생각이 없지 않니? 아닌가. 그럼 너 오늘부터 1.5 해. 됐지?」 「아니. 안됐어.」 「그래? 그럼 얘 또 시작인 거네. 그렇지.」 「뭐가 시작인데?」 「뭐긴, 없어지!」 「응. 맞아. 또 시작이야. 그럼 또 뭐가 없을까? 아 글쎄 또 뭐가 없냐고.」 「뭐가?」 「응. 일단 한번 들어나 보자.」 「애절한 그리움이 없어. 유쾌한 낭만은 있니? 우선 남자가 없자나. 그렇다고 약속은 있니? 있으면 말을 해 봐봐. 응? 환상의 나라로 떠나고 싶은 의욕은 잠을 자고 있어. 그렇다고 지성을 애정할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하지를 말자. 우리의 응원대는? 없어. 코끼리 팬티는? 장난도 재미없어. 어찌된 영문인지 부귀영화는 멀리 있고, 신나는 인기와 신기한 환상은 다 남의 얘기야. 너. 그리고 너. 연예인 되고 싶은 생각 있니? 내 얘기가 빈말이라는 거 이미 다 알잖니.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 궁금한 거 없지? 나도 너네들로부터 지독한 재미를 기대하지 않아. 우린 일단 기쁜 예감이 없는 거라고. 안 그래? 일단은, 나는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 둘이란 게 뭐냐. 이거지. 이거라고. 첫째 아름다움, 둘째 비밀. 아름다움? 최근 일주일 동안 몇 명의 낯선 남자가 너네들한테 말을 걸었니? 그거거든. 그거라고. 그 다음에 비밀. 없으면 만들란 말이야. 재미없는 연애소설이나 애독하고, 여성잡지1과 2 사이에서 뭘 볼까 따분하게 고민하지 말고. 응? 최소한 우리에게는 꿈과 자유가 있으니까 말이야. 응? 사랑은 변하게 마련이고 우리의 마음도 바껴. 세월은 가고 카드값 납입일은 다가와. 남자친구와 헤어져도 미련은 남아. 하지만 무턱대고 야 바다 보러 가자, 라고 들썩거릴 시기도 지났지, 아마? 그러니까 철없는 모험심? 없어. 때문에 바로 우리의 전적은 별볼 일 없었던 거라고. 이겨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기억은 가물가물할 테고, 패배의 쓴잔으로 상심을 달랜 추억이 훨씬 많아. 만약 동의하지 않는다면 너넨 회상이 달콤하지 않거나, 아니면 패배주의도 남자도 사랑도 인생마저 뭘 모르는 거야. 우린 말이야 적어도 이 멤버라면 서로 솔직해져야 하는 것 아니니? 숨길 게 뭐 있어? 야 너. 늬 속마음을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남자 좋아하잖아. 그리고 너. 너는 틈만 나면 남자 생각하잖아. 안 그래? 내 말 맞자나. 왜 아닌 척 하는데. 어? 딱 걸렸어. 빼도 박도 못해. 딱 걸렸어. 어? 조심해. 내가 너네들 뭔 생각하고 있는지 그 어딘가에 싹 다 말해버리는 수가 있어. 그러니까 스스로, 알아서, 잘, 행동하도록! 알겠니? 아아, 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힘이 딸린다. 당 떨어졌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군 그래. 그렇다고 구하러 가진 말고. 너네들은 그게 문제야. 뭐든 1차적으로 생각하는 거. 남자들이 딱 아이스크림이든 사탕이든 선물이든 뭐든 들고 쫓아오도록 만드는 재주가 없어. 그러니까 우리 같은 순진한 숙녀들을 얕보며 남자들은 양의 탈을 쓰는 거 아니냐고. 안 그래? 웃기면 그냥 확 웃어! 여기서 힘 빼니까 남자 앞에 가면 내숭이 안되는 거 아니냐고. 어? 수줍음이 연습이냐 소모냐, 연습일 수도 있고 소모일 수도 있어. 허나 실전은 또 다르단 거 잊지 말도록. 응? 또 뭐가 없을까. 뭐가 없지? 그거. 마음껏 절망할 자유. 우린 너무 긍정적이란 게 문제야. 우리도 남자들처럼 때로는 투정에 때로는 불만으로, 어? 막 이런 거, 이런 거, 이런 표정까지도 짓고 투덜거리고 그래야 한단 말이야. 남자들이 여자의 뭘 좋아하는지 아니?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터벨트도 있지만 너네들이 저평가하는 목록 가운데 하나는 그거야. 즉 다양한 표정! 응? 이 맹꽁이들아. 그걸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만 진짜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러면 딱 그 남자에게 운명적인 숙녀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알겠니? 어? 아휴 이 푼수들, 이 기집애들 바보 곰탱이 같으니라고. 그러니까 너네들이 안되는 거야. 어? 그러니까 너네들이 남자한테 인기가 없는 거라고. 참 나! 야 너 로즈마리. 레너든가 레모네이드던가 그 속 빈 강정이랑 헤어졌지? 말 안하면 뭐 누가 모를 줄 아니? 내가 바보니? 그리고 너. 에밀리. 이별을 암시하는 사진만 즉각 올릴 게 아니라 제때 제때 이 언니한테 보고를 해야 할 꺼 아니야. 늬가 뭐 줄 달린 치즈를 슬슬 잡아당기는 낚시꾼이니? 내가 전에 뭐랬니? 제라드는 완전한 허당에 완벽한 삼류라고 말 했어, 안 했어? 어? 얘 정말 정신 못차리네. 어? 아 나 이거 정말 얘네들 정신을 어디다 빼 놓고 다니는 거야? 어? 눈물 콧물 쏙 빠지도록 혼이 나 봐야 정신을 차릴래? 어? 그리고 야 너 로즈마리. 술 좀 작작 마셔. 어? 아 쫌 작작! 너만 이별해 봤니? 어?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거 너도 모르는 거 아니거든. 응? 어떤 스타일 원해? 남자는 남자로 잊으라는 말, 나는 반복하지 않을께. 단지 내가 아는 남자가 결코 적지 않다는 거, 꼭 기억하도록. 벌써 그 다음을 상상한다는 그 의젓함, 나쁘지 않아. 합격. 괜찮아. 음. 그래. 가만 있어봐 가만 있어봐. 에밀리. 너 그거 뭐야? 너 언제 스티커 문신을 했니? 그러니까 모양이 글쎄 하트 뿅뿅? 아~ 유치해! (표정 압권!) 늬가 무슨 큐피트니 뽀빠이니? 아니면 초딩? 우웩! 너네들 정말 가지 가지 한다, 어? 웃기지도 않다고. 아니 근데 그 떨떠름한 안색들은 다 뭐니? 도대체 왜 막살게 되었는지는 제발 묻지 말아달라 뭐 그런 뜻이니? 정숙한 숙녀에게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안된다? 남자들은 그런 너희를 도도하게 볼지 몰라도 내겐... 관두자. 어? 관둬. 때려쳐. 다 필요없어. 못된 계집애들. 지들 아쉬울 때만 꼬리 살랑살랑거리고. 어? 너네들한테 의리란 게 있긴 있냐? 어? 아 됐고. 뭔가 할 말이 있었는데 너네 때문에 까먹었잖아. 참 나! 얘네들은 참 알 수가 없는 말괄량이들이라니까 정말. 그런데 있잖아, 너네 정말 혼나니까 기분이 좋니? 그런 거니? 어? 왜, 막대해주니까 막 기뻐? 얘네들 이상한 거 좋아하네. 아 글쎄 진짜로! 그런데 내가 너네들한테 뭔 얘기를 하는 줄 모르겠다. 아직 새침한 아가씨들 모셔놓고 말이야 내가 도대체 뭔 개-허영심을 가르치는지 나도 통 모르겠어. 남자들도 개-허세에 대해서 지들끼리 토론하지는 않을 꺼 아니냐고. 안 그래? 내가 봤을 땐 말이야, 너네들은 감수성이 메마르면 메마를수록 옷을 야하게 입는 거 같아. 그러다 호기심 특히 남자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상승하면 그런 걸 선호해. 가죽, 호피 무늬, 진한 화장, 하이힐. 여성잡지1에서 세뇌시키는 기교들 말이야. 한번 생각해 봐봐. 정말 그런 거 같지 않니? 늬 일기장과 쟤 인스타그램을 딱 비교해 봐봐. 정확히 그래. 딱 그래. 완전 그래. 따라서 뭔가 심심하고 재미난 일이 전혀 없을 때, 흥미란 증발되고 기쁨이란 바닥일 때, 더 이상 뭔가를 기다리며 기대할 게 없을 때, 바로 그때 너네들은 나한테 이처럼 혼이 나야 한단 말이야. 왜? 너네들이 귀가 따갑도록 내 수다를 듣고나면 절망감이 긍지로 확 바뀌거든. 왜냐하면 너네들은 내 최면술과 설득력, 허언증 치료법, 성욕 과도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슬기로운 처방에 대한 강연을 듣고나면 뭔가 막 자신감이 샘솟고 자존심이 새롭게 꽃 피우는 느낌에 빠져들기 때문이지. 맞지? 그렇지? 그렇다니까 그러네. 응? 그럴 수 밖에 없어. 입만 열면 우리는 우리는, 듣기만 하면 나는 나는, 볼 때마다 아니면 말고 아니면 말고! 어? 그렇다고 응애응애에 뭐 구식 교훈도 아니고, 뭐, 하면 된다? 이럴 때, 바로 이럴 때 말이야 이 언니한테 너네들은 혼구녁이 나야 돼. 어떻게? 지금 이처럼! 내 다변에 따라서 너네들은 가짜가 아닌 진짜 자존감이 상승하는 동기 부여의 주문을 속으로 외우게 마련이거든. 너 방금 속으로 뭔 생각했어? 그래. 그거야~. 그거라니까. 자, 한번 따라서 해볼까?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아 쫌! 아 글쎄 따라하란다고 진짜로 따라하지 말고. 어? 그러니까 늬가 남자한테 휘둘리는 거라고. 어? 그러니까 늬가 남자를 초장에 잡지 못하는 거야. 어? 좋아도 아닌 듯, 만 반복되면 그 남자는 널 떠나버릴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아무튼 우리도 성적 주체성의 깃발을 휘어잡고, 언제까지 소망과 짜증만 일기장에 남발하지 말며, 마침내 우리도 즐겁게 춤 추고 신나게 노래 부르며 야망을 외쳐야 한다고. OK?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늬 야망은 뭐야? 수많은 남자들이 너 좋다고 날이면 날마다 구애하는 거? (딱)! 내 그럴 줄 알았어. 딱 그럴 줄 알았다고. 제대로 걸렸어! 오도 가도 못하고 완전 딱 걸린 거지. 응? 얘 정말 남자 어지간히 좋아하네, 어? 그럼, 너의 대망은 뭔지 한번 들어나 볼까? 아, 아, 아! 안 들어도 알겠다. 너의 소원은 그거지? 평생 놀고 먹기! 왜,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마에 딱 그렇게 씌여 있는데. 그럼 너네들 고민은 뭐니? 뭐긴 뭐겠어, 한마디로 남자지. 다른 말로 사랑. 어? 장르로 치자면 에로. 아니 아니 멜로. 말이 헛나왔다 얘. 너네가 이해해.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응? 아 웃기면 웃으라니까. 웃음을 참아야 할 때가 있고, 참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있어. 너네는 당연히 후자고. 응? 웃긴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에게 대쉬할 때 바로 그때나 너네가 웃긴 얘기를 하면서 절대 웃으면 안되는 거라고. 알겠니? 아 정말 이거 원, 내가 화가였다면 너네들 누드화를 딱 기가 막히게 그리는 건데 말이야. 내가 만약 남자로 태어났다면 그냥 확 마 그냥 어? 어? 확, 어? 거 마, 어? 워─워─워! 진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너네들 웃으라고 한 얘기니까 어디다 이상한 소문 퍼트리지 말고. 허허. 그렇다고 새삼스럽게 억지로 그처럼 크게 웃지도 말고. 아 푼수같잖아? 늬가 먼저 윙크하며 남자의 마음을 이끌지 못하면 늬 그 여심은 늑대의 야성에 끌려가게 된단 말이야. 뭐 질질? 노노노노노. 못 이긴 척! 명심하도록! 어때? 무도회에 가서 실망하는 것보다 나한테 혼나는 게 그래도 낫긴 낫지? 왜 내 면상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건 아니지? 그렇지? 난 말이야, 너네들이 모르는 초능력이 있어. 일단 투시력만 설명하자면 난 너네들이 밤에 잘 때 뭘 보듬고 자는지 다 보이거든. 그렇다고 독심술이 빠지겠니? 얘가 지금 속으로 그랬거든. 아 이 년 진짜 더럽게 말 많네~ 라고! 허허허. 봐봐. 웃자나. 딱 걸렸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아주 딱 걸렸어. 확실히 들켜버렸다고. 응? 아, 없다 그거 또 있다. 오늘은 덧치페이 없어. 왜냐하면 내가 연애에 쓸 에너지를 수다에 다 써버렸으니까. 그러니까 커피든 술이든 너네가, (딱)! 알겠니? 내 시간당 강연료가 얼만지나 아니? 그 설명할 수 없는... 파혼한 약혼녀 같은 표정은 대체 뭐니? 대체 무얼 뜻하는 표정인지 꽤나 전위적이군 그래. 그렇지만 그런 행위예술, 나한텐 안 통해. 안 먹혀! 어쨌든 언니 말 빈말 아니니까 진짜 생각 있으면 말하고. 뭔 말? 아까 했던 말. 연예인 해볼 생각 없냐는 말. 완전 뜨는 건 몰라도 어중간한게 뜨는 건 일도 아니거든. 언니가 그래도 신비문학 잡지 미스테리아 편집장을 하면서 발이 좀 넓어졌단 말이야. 알겠니? 일단 뭘로 시작하고 싶어? 잡지, 영화, 뮤직비디오, 노래, 광고, 조연... 뭐든 말만 해. 어? 진짜로! 뭐? 연예인병은 늬가 중증이라고? 얘가 속으로만 생각하면 누가 모를 줄 알고? 아 진짜! 어? 뭔가 멋진 말이 있었는데 너 때문에 잊어먹었자나. 책임져. 어? 사과하란 말은 하지 않을께. 언니도 존티랑 당분간 남남으로 지내기로 했으니까, 소개팅 한 건 잡아오는 거 잊지 말고. 그러지 말고 이참에 우리 3 대 3으로 소개팅이나 할까? 아니다. 됐다. 내가 너네들이랑 뭘 허겠다고. 그건 그렇고 어디 괜찮은 나이트클럽 아는 데 있니?」
5
톰, 존티, NB는 옷가게에 가지 않았다. 대신 NB는 옷을 거꾸로 입었고 그들은 볼링장으로 갔다. 그리고 마라, 로즈마리, 에밀리는 나이트클럽이 아닌 볼링장을 택했다. 괜찮은 NC는 멀거나, 줄이 길거나, 아니면 아예 입장이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어디가 괜찮은지를 우선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그들은 뜻하지 않게 볼링장에서 3 대 3으로 만났다. 자연스럽게 미팅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존티와 마라는 자연스럽게 화해가 될 테고. 「너네 볼링장에 웬일이야?」 「왜, 볼링장에 야구하러 왔을까 봐?」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볼링공 잡을 줄이나 아는지 걱정이란 말이지.」 「뭐라고?」 「허허. 농담이야. 왜 그래? 너네끼리 다퉜니?」 「다투긴. 우리 사이 얼마나 좋은데. 너네들 흉을 봤다면 모를까. 안 그렇니?」 「야 존티. 뭐해? 뭐라고 말 좀 해봐봐. 어? 꿍한 맹꽁이마냥 그게 뭐니? 그런데 로즈마리는 귀걸이가 그게 뭐니? 늬가 무슨 클레오파트라니? 푸하하하하하하.」 「너나 잘해! 어디서 지적질이야? 어?」 「너나 잘해? 난 잘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야?」 「그래? 그럼 내가 분발해야겠군. 하여간 참 이상한 구성으로 만났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 얘 그렇지 않니?」 「너 안색이 좋지 않구나. (컨디션 최상인데?) 왜, 남자친구가 한눈파니? (완전 잘해줌) 참, 별자리운 점치기 공부는 잘 되가고 있고? (진작 때려치웠음) 넌 역술을 독학할 게 아니라 거리에서 설탕물을 팔아야 해. 왠줄 아니? 그게 어울리니까. 팔짜가 그래. 관상이 그렇게 말을 하거든. 인터넷으로 펀딩 한번 해 봐봐. 또 모르잖아. 인생이란 게 통 알 수 없는 거거든. 그러고 보면 넌 다 좋은데, 돈 버는 덴 통 소질이 없더라. (지는 얼마나 대단하다고!) 운이 안 따라주는 건가? 그게 그거네. 차라리 나는 내 큰 재주와 네 잔재주를 통채로 바꾸고 싶어. 그럴 수만 있다면 말이야. 아무튼 건투를 빌께. 열망이 지고지순하다면 언젠가 행운의 구름을 타지 않겠니? 히히히히히히히.」 「」 「왜 반응이 없니?」 「」 「아 재미없어. 누구 재미난 일 없니?」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게 아니라 늬가 우릴 우껴보는 건 어떠냐? 어?」 「뭐야, 불시에 나 개그맨 된 거야? 마음 먹고 실성한 듯이 웃겨 봐? 에이 난 못해. 난 원래 뭐랄까 해결사랄지 탐험가 부류지. 솔직히 주색의 추종자일 테고 말이야. 얘네들 그런데 정말 너무 조용하네. 꿀 먹은 벙어리 같단 말이야. 이 아류, 삼류, 머저리, 사기꾼, 쪼다들아.」 「」 「뭐야! 그래도 무반응이잖아? 저런! 역시나 드라마든 영화든 주인공이 많으면 재미없어. 조명이 분산되거든. 출연진이 많아도 알고보면 비중으로든 인기로든 순위란 건 불가피하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끝까지 말 안하기야? 주제도 모르고서 내가 너무 설친건가? 아니라고 말 좀 해 봐봐. 제발!」 「얘 톰. 듣자하니 너 카지노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다며?」 「내가? 아닌데. 나 카지노 한 번도 안 가봤어. 어디 카지노만? 어디서 그런 뜬소문이 났지? 에밀리. 그 추문 대체 누구한테 들었니?」 「아닌가? 내가 잘못 들었나봐. 아마 늬가 아닌가 보지 뭐.」 「참 내! 이 조용함은 기 빨리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군 그래. 도대체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니까 이렇게는 만나면 안되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남녀가 서로 마음에 안들어하는 눈치 아니냐 이 말이야.」 「그래. 인정. 틀린 말은 아니야. 그런데 그러니까 오히려 더 부담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니니? 아 글쎄 친구란 게 뭐니? 안 그래?」 「딱히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얘네들이 그런 것 같아. 속세에 부대끼고 세파에 시들어서. 그래서 기분이 들뜰려다 말았어.」 「살아가는 기쁨, 사는 낙, 기다려지는 내일, 흥미로운 관심사... 이런 게 없다는 말이잖아?」 「그런 게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찬성.」 「동의하오.」 「이러니까 왕성한 정력가들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무한한 방탕욕에 그만 눈이 빨개지지.」 「그건 또 뭔 소리야? 늬가 그 왕성한 정력가란 말이니?」 「아니. 그게 아니라. 이를 테면 그런 친구도 있을 수 있단 말이지. 내 말은!」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누구, 나? 왜 날 쳐다 봐? 여기 나만 있니? 아니잖아! 그런데 왜? 아 진짜! 웃겨 줘? 그치만 공짜로?」 「넌 우릴 웃기지 않아도 돼. 가만 있어도 괜찮다구. 어차피 너가 우릴 웃겨봐야 웃음이 어색했냐 억지였냐 썩었냐, 필경 3번에 가까울 테니까. 허허. 농담이고. 내가 한번 나서서 이 가라앉은 침울한 분위기를 띄워볼까? 너네들 진짜로 마술을 보고 싶어? 속임수 막 그런 거 말고, 동화책에 나오는 그런 요술 말이야.」 「NB. 네 마음은 잘 알겠는데 굳이 무리할 필요 있니? 볼링이나 몇 게임 치다 맥주 한두 잔 마시다 헤어지면 될 걸 가지고 말이야. 안 그래?」 「그래. 참어. 응? 그게 좋겠다.」 「아니야. 아니라고. 왠지 모르게 승부욕이 발동했어. 어딘가 모르게 사교성, 친화력, 설득력, 최면술... 이런 재능이 막 요술쪽으로 몰리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지금이 아니면 이 요술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네! 아주 확! 이걸 어쩌지?」 「늬가 말하는 그 요술이란 게 대체 뭐니? 괜히 씨도 안 먹히는 트집 같은 거 잡을려는 거 아니야? 차라리 말을 해. 옷벗기 게임을 하고 싶다고! 어? 그 대신 흑기사는 꿈도 꾸지 말고.」 「아니야. 진짜야. 나 심각해. 그리고 확실한 걸 배웠기 때문에 큰소리 치는 거야. 알겠니? 내가 액면으로 밀지도 뻥카를 남발하지도 않는다는 거 잘 알잖아? 안 그래?」 「슬슬 궁금해지는데. 대체 뭘 보여줄려고 그러는 거지?」 「늬 요술대로 내가 현실감을 잃어서 한번쯤이라도 황홀해져 봤으면. 그래서 두 번은 불가능한 요술을 재현하라고 너를 닦달하느라 여념이 없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아 진짜라니까 그러네. 마술사의 그 뻔한 마술이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다 나와. 신기할 거 하나 없다고. 중세의 흑마술이니 뭐니 그거 역시 믿기지도 않아. 그렇지만 나는 너네들한테 저번에 한번인가 보여주지 않았니? 그런 거 같은데...」 「그런 거도 같고 아닌 거도 같고.」 「자, 일단 너네들 화장실에 가서 웃옷을 거꾸로 입고 나와봐. 어서. 속는 셈치고 믿어보란 말이야. 응? 아 뭐해? 글쎄 이따 놀라 자빠지지나 말고. 어?」 잠시 후. NB를 제외한 다섯 친구는 화장실에 가서 상의를 거꾸로 입고 왔다. 이제 뭔가... 나와야 하는데! 「이제 뭘 할 건데?」 「그러게. 공중부양? 아님 유체이탈? 그 정도가 아니면 우리 정말 실망한다.」 「자, 긴 바지를 입고 온 사람들은 양말을 봐봐. 양말 색상이 바꼈을 테니. 슬리퍼를 신고 온 사람은 아래 속옷을 봐봐. 속옷 색상이 변했을 테니까. 얼른. 확인해 봐봐.」 「그대로인데.」 「나도.」 「나도.」 「뭐야 바뀐 거 하나도 없잖아? 널 믿은 내가 잘못이지.」 「나는 오늘 정신이 없어서 양말을 신은 체 슬리퍼를 신고 왔네. 그래서일까? 내 속옷이... 속옷이... 글쎄 내 속옷 색상이 말이야...」 「뭐야, 바꼈어?」 「아니. 그대로야.」 「아 깜작이야!」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 NB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럴 수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우리끼리, 뭔가 새롭고 즐겁고 막 신나는 일 없을까? 라고 물으면 안되는 거야. 일기도 안 쓰는 친구들과 뭔 진지한 얘기를 하겠다고.」 「낯설게 하기와 극사실적인 겉꾸밈을 번갈아 사용하기. 그것이 좋게 쓰이면 예술이요, 달리 이용되는 일을 하는 사람을 흔히 사기꾼이라고 부르지. 미안하지만 이건 예술도 요술도 아닌 듯 하네, 친구.」 「오늘은 이만 흩어지자. 재미 하나도 없다.」 「그러자. 다음에 만나자.」 「안녕.」 「안녕.」 「잘가!」
6
신나는 모험, 아름다운 로맨스, 다채로운 새로움이 좋긴 좋다만 사람들은 때때로 한량의 한가함을 남몰래 부러워한다. 왜냐하면 쉽게 말해 잘나가는 전성기와 썩 나쁘지 않은 슬럼프, 달콤한 휴식등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걸 택하면 저건 바라만 보기. 이걸 책임지면 저건 부러워도 않기. 자유가 1번이면 사랑과 행복은 2냐 3이냐를 놓고 다툴 수 밖에. 행운의 출연은 불규칙적이고, 인생이란 언제나 메조소프라노의 아리아 같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번 돈을 몽땅 탕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직접 움직이지 않은 채 게임을 하고, 남 얘기 하는 걸 썩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꿈만 탐구하며 텔레비전만 보고, 나이트클럽에만 기웃거릴 수는 없다. 신부들러리와 병풍으로 만족허느냐, 아니면 여성잡지 지면에 얼굴을 들이밀고 싶으냐! 적어도 사람의 욕망은 일방적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아아, 많이 참았다. 오오, 오래도 기다렸다. 워워, 미칠듯이 인내했다. 금빛 행복을 지망만 하고 무지개빛 사랑을 동경만 하다가는 날 새겄다. 고로 체념하기 전에 떠나야 한다. 이대로 쥐어지고 펴지고, 들려졌다 놔지기만 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 초라해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다람쥐는 새장에서 탈출하고, 파랑새는 너구리로 변신을 시도할 것이다. 마침내 오묘한 민낯을 노출하고, 새침한 본색을 드러낼 수 밖에. 그런데 작심이 너무 쉬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는 원래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까닭일까. 곧 재주는 녹슬고, 뭘 해도 재미가 없으며, 근근히 먹고 사는 일조차 결코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오락산업이 좀 왕성하나. 그래서 또 다시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야성이 자극 받는다. 소셜 네트워크를 떠돌며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을 느낀다. 상상력은 신비의 세계로 이미 날 살며시 데려다 놓는다. 하여, 들뜨기 좋아하는 기분은 '심심함 끝 바쁨 시작'을 예감한다. 그래서 유행에 밝고 빨빨거리며 돌아댕기기 좋아하는 친구에게 살짝 물어봤더니, 내 관심사를 거침없이 이끌었던 풍문은 글쎄 일시적인 투기였음을 알게 된다. 그럼 그렇지! 대박이란 말에 솔깃해서 땅을 샀는데, 내 대에서는 개발제한구역이 풀릴 가망성은 0인 거지. 하지만 절망하기엔 너무 이르다. 역전승이 몇 번인데, 허허. 전망은 시시각각 바뀐다. 관망은 재미없다. 뒷짐만 지었다간 뒷북 대열에도 끼지 못할 게 뻔하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 시간 위에 열정을 얹고, 뭔가를 더해서 베팅한다. 그런데 뭐에다? 그게 문제다. 의욕만 충만했다. 힘은 남는데 정작 감독은 비장의 조커로 날 기용하길 꺼려하는 것이다. 인기로부터 호명 받지 못하고, 황금과 친할 수 없는 슬픔. 과부 마음 홀애비가 아는 것이다. 루저인 친구보다 내가 위면 뭐하나, 오십보백보인 걸. 할 만큼 했다. 그래서 드디여 깨달았다. 나대고, 설치며,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해봐야 운이 따르지 않으면 다 필요없다는 것을. 때문에 우리는 때로는 직접화법 대신 간접화법을 애용하는 것이다. 동기부여 팟캐스트만 애청하다가는 한 발 늦는다. 고전만 애호하다가는 젊음의 행진을 공감할 수 없다. 대열에 억지로 낄려고 해도 NC 앞에서 8 대 2 가르마 아저씨한테 입장을 제지 당한다. 스탕달만 애독하다가는 드라마는 종영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오락산업을 애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즉 구워삶기의 명수는 다름 아닌 오락산업. 그런데 그곳은 새침한 시장이다. 그래서 복고풍 사랑이든 희대의 스타든지 풍선껌이 단물 빠지면 광고계는 외면한다. 대중은 색다른 농담, 신선한 얼굴, 새로운 이름, 지겹지 않은 쾌락을 원할 뿐이니까. 일단 나부터도 그러거든. 내 친구들이 원하는 이상형은 바로 새 얼굴. 그분들은 언제나 반짝 신인을 선호하거든. 그러나 아무리 내게 주어진 액면은 저속한 인생극, 비공개된 패는 통속적 연민일지언정 내게도 복안은 있다. 끙끙 앓다보면 묘수는 탄생할 수 밖에 없다. 곧 그 화사한 오락산업에 하루는 생명수 하루는 설탕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안 그럴 수가 없는 거지. 그러면 연패했던 인생은 급반전을 앞두게 된다. 천재의 거동이자 풍운아의 환생은 시간 문제인 거지. 그러므로 땀 뻘뻘 흘리며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따라서 우리의 할 일은 그 형식을 A에서 B로 바꿀 수 밖에 없다. 곧 궁금증 유발하기, 유혹하며 매료시키기, 환상적인 흡성마법으로 말이다. 그래서 NB, 뉴보이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런데! 그러나 쓸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하는 수 없이 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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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제목: 우주여행 내용: 우주여행. 과학계의 학설에 의하면 우주는 현재 팽창중이고, 나중 쪼그라들 것이라고 한다. 아주 아주 먼 훗날 말이다. SF 영화에서 우주여행이 나오는데 대체로 그건 가까운 미래다. 그런데 과학계에서 말하는 먼 미래, 즉 우주 종말에 임박한 미래에 대해서 허구를 만들기는 쉽지 않는 걸까? 통 작품이 보이지 않길래. 매니아들의 도움을 받으면 뭐-뭐-뭐 조목조목 반박하는 얘길 경청할 텐데. 아닐 수도 있고. 그러든 어쩌든 상상은 가능하다. 다섯 살 꼬마가 기저귀 찬 애들을 보며 세대 차이 난다고 하는 게 우습긴 하다. 그런데 거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우주 종말에 가까운 미래에는 우주여행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실제 인간만 봐도 노익장을 아무리 과시한다고 할지라도, 노년은 정말 왕성하게 돌아다니시면 피곤하실 테니까. 꼭 우주의 후반기가 아닐지라도 우주의 팽창 속도가 느려짐을 관측할 때부터 인간은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아주 먼 옛날이라면 지구인은 새로운 식민지에 안착했을 테고. 우주의 생애를 인간으로 비유해보자면 현재 우주는 젊다. 아니, 어리다. 한마디로 응애응애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우주의 성장기 즉 인간으로 비유해서 사춘기를 넘어서면서 제1차, 제2차, 제3차 성징을 확인한다? 곧 몸이 다 성장함을 알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아직 새파란 청춘이지만 우주는 미래를 어떻게 한 번 해 봐야 할까? 그처럼 현재는 그렇다고 하나, 아주 먼 미래 세대는 과연 우주 종말을 멀거니 근냥 멀뚱멀뚱 기다리기만 할까? 아주 불가능하다면 몰라도 아니라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시도할 것이다. 그러니까 무엇을? 시간 여행을! 결론적으로 공상의 현실성을 따져보자면 이와 같다. 만약 인간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답은 3개라는 것. 첫째, 저승은 없다 고로 이승에 모든 걸 건다. 다른 말로 막산다? 둘째, 저승은 있다 따라서 이승에 모든 걸 베팅하는 건 말도 안된다. 바보가 아닌 이상 막되먹으면 안되고 막살아서도 곤란하다. 드물게 '내일은 없다'식으로 놀 수야 있겠지만 말이다. 셋째, 양다리?
8
그는 기분 전환과 행복한 글쓰기라는 목적에 따라 젊음의 거리로 갔다. 그랬더니 정말로 분위기가 들떴다. 왠지 모르게 놀기도 일하기도 모두 잘될 것만 같았다. 진짜 진짜, 기를, 듬뿍 듬뿍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설레는 고조감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재주꾼들을 벽보로 광고로 보고서 그만 다시 기가 빨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좋게 일이나 하자 그러면서 작품 소제 구상을 위해 미스테리아 사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에밀리였다. 그녀는 로즈마리와 같이 있다고 한다. 꼭, 지금 만나야 한다나? 무슨 일인가 몰라도 만나서 얘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NB는 그녀들을 만나러 갔다. 저번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는 토라져서 집에 갔던 일은 깨끗이 잊어버렸는데, 대체 무슨 일로 그녀들이... 덜컥 하며 궁금증이 도졌다. 「오빠.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된 일이냐니! 뭐가?」 「저번에 우리들 만났을 때. 아 3 대 3으로. 응? 그때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글쎄, 변했네.」 「변해? 뭐가?」 「변했다고. 나는 양말 색상이 바꼈고, 로즈마리는... 로즈마리는 팬티 색상이 바꼈어. 우리끼리니까 스스럼없이 말하자. 응? 부끄러워할 필요 뭐 있어! 그러니까 그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와 오빠 대단하다. 보통은 말이야, 스무 살 여자가 서른 살 먹은 남자를 만날 때 간혹 그러거든. 와 오빠 대단하다! 라고. 왜? 왜냐하면 자기 친구의 남자친구들은 대체로 그만그만한데, 뭐야 내 남자친구는 뚜껑 없는 차 씩이나? 라고 놀라니까. 그런 거거든. 남녀의 만남이란 게 말이야, 인생은 통속극이야. 그것도 뭐 순진할 때만 그러고. 아닌가? 아니겠네. 그건 넘어가고. 아무튼 말 좀 해보소! 응? 뭐라고 해명이 필요한 듯 하지 않소? 안 그렇소? 어이 오라버니! 뭐라고 핑계라도 대보란 말이요. 응?」 「농담하지 마. 바뀌긴 뭐가 바꼈다고 그래? 내가 그걸 어떻게 바꿔? 그리고 그때 그거 다 장난이었어. 사실 내가 시도했던 건 다른 거였다고. 양손을 달걀을 쥐듯이 오므리고 망원경처럼 눈에 갖다 대면, 그때 그 볼링장을 투시해서 거리가 보이는 마술을 선보일려고 했지. 그런데 그게 어디 쉽겠나? 당연히 실패했지. 나부터도 믿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일전에 한번 체험하긴 했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더라고. 연습만 골백번 하다 때려쳤거든.」 「아 말돌리지 말고. 이제 우리는 오빠 제자 할래. 그것도 수제자. 아님 비서나 조수 할까? 말만해! 뭐든지. 응? 그러니까 차근차근, 어? 조곤조곤 설명을 좀 해보란 말일세. 응, 오빠.」 「아 설명하긴 뭘 설명해? 방금 말한 그대로, 난 한 게 아무것도 없었어.」 「뭐 오빠는 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그래. 그렇다니까.」 「뭐야? 그런데 어떻게 얘는 팬티가 나는 양말이 바꼈지? 그 시점에 딱 탈색될 뭐 그런 면 소재일 리도 없고 말이야? 우리가 오빠 기를 빨아들였을 리도 없잖아. 안 그래?」 이쯤되면 보아하니 수제자 1, 2위를 다투느라 그녀들끼리 막 아웅다웅하며 폭로전에 이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너는 짝가슴이잖아, 그러는 넌? 짝엉덩이 아니니? 예를 들면 그렇다는 말이다. 「에이. 그게 어떻게 바뀌니. 드물게 그런 면직물도 있긴 하지만 속옷은 대체로 순면이나 실크가 인기잖아. 기능성보다는 말이야. 아마 너네가 입은 양말이나 팬... 어? 아무튼 뭔가 착오가 있었을 거야.」 「아니라니까. 아니라고. 진짜야. 정말이야. 대체 뭘 한 거야? 어?」 「이건 정말 꿈일 꺼야. 아닐 수가 없거든. 그래서는 안될 테니까 말이야. 무엇보다 그래야 하니까. 그렇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 그래서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오빠. 완전, 진짜라고. 어?」 「아 나 정말 미치겠네. 내가 하긴 뭘해? 날 봐봐. 비리비리하고, 어? 허접해. 이런 내가 무슨 마술이야?」 「이제부터 오빠는 우리의 마술사야. 알았어?」 「그래서 말인데 이제부터 우리가 오빠를 하나 하나 바꿀 꺼야. 일단 지금 시점에 요구되는 덕목은 뻔뻔마의 야성. 달리 말해서 밝은 자신감. 건강한 자존감. 명랑한 자긍심. 너무 가지 않을 정도의 자존심. 그래봤자 허세일지도 모르지만! 라~는 걱정은 내려두시고. 응, 오빠. 자, 그러니까 오빠는 말이야 우리 앞에서 좀 더 우쭐해도 괜찮은 사람!」 「아 진짜 너네들 가지 가지 한다. 그렇다고 양말을 보여주라고 할 수도 없고 말야.」 「뭐 팬티? 집에다 모셔놨어. 기념비처럼.」 「뭐?」 「어머머머머! 잠깐, 잠깐!」 「왜 그래?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어?」 「나 방금 오빠의 생각을 읽었어. 인생이란 쾌감에 충실할 육체를 건사하고, 마음이 갈아탈 예비마를 꾸려나가는 것. 오빠 방금 그렇게 생각했지? 그렇지? 와 벌써 내게 텔레파시를 감지하는 기술을 전수한 거야? 놀라운데! 대단해! 응? 제법이라고. 이제 완전 자동이네. 장난 아닌데? 내가 오빠의 수제자가 맞긴 맞구나. 어머 감동이어라. 아이 좋아라.」 「맙소사! 뭐야 이거? 계속, 이렇게, 가자고? 응?」 「오빠. 보여줘!」 「보여주긴 뭘 보여줘?」 「오빠. 고백하라니까.」 「고백하긴 누가 고백해? 하 나 정말 이거 원! 돈 벌고 돈 쓰기 바쁜 세상, 별의별 이상한 일을 다 보겠네.」 「오빠. 우리 눈은 못 속여. 우린 기다릴 꺼야. 알았어?」 「」 「오빠 뭐해, 우리도 끼워주라니까. 오빠만 알고 있는 그 신비에. 오빠만 가능한 그 요술에. 오빠만 독학으로 습득한 그 비법이 적힌 요술 교본을 알려달라고. 응? 오라버니!」 「차라리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이런 대사를 읊어보라고 하는 게 낫겠다. 참 나!」 진짜인지 가짜인지 몰라도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는 정말로 자기가 제라드한테 뭔가 기막힌 신통력을 사사받았나 궁금해졌다. 이쯤 되면 말이다, 만약에 그가 자기 사무실에 설치된 레이저 시스템에서 CPU에 설정된 제한값을 풀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나 예언가랄지 유명한 캐릭터를 딱 불러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준다면? 얘네들은 완전 꺼뻑 넘어올텐데... 라는 예상이 퍼뜩 떠올랐다. 세상에나, 어쩌면 좋아! 차라리 네스호나 탐사하러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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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끝내 저속한 취향에 물들었을까? 그러지 않았다. 설령 그랬을지언정 꽃이 피고 낙엽이 떨어지듯, 질 나쁜(?) 물이 들고 빠지기를 꽤나 반복해서 철이 들었을 뿐. 그럼 은밀한 야망은 그를 가만 놔두었을까? 단순한 시도를 넘어서서 아마 그를 들들 볶았을 테지만 그는 싫은 기색을 내비췄다. 못 이긴 척 끌려다닐 청춘의 방황은 아니란 말이다. 곧 욕심을 끝까지 그 어딘가에 내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부뚜막에 일찍 올라가면 못된 고양이요, 나중에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면 늦바람이 되지 않겠나. 뭐? 허세와 뒷북의 중간이 뭐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나 원 참! 어쨌든 세상을 골탕먹일 수야 없는 일일 테니까, 당해도 차라리 내가 당하겠다 라는 포부에 그나마 가까운 듯 하다. 정말 그럴까? 그러기는! 달리 말하자면 타인에게 속을지언정 차라리 자신을 속였던 거지. 그러니까 어려선 예선탈락이요, 커서는 의무방어전과 지명방어전이 어떻다는 둥, 이제는 드디어 미완의 패배론을 가지고서 끙끙댄다고? 웃기지도 않다. 하나도 안 웃기는 일이다. 지금 세상에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궤변이 먹힌다고! 어쨌든, 만약 그렇다면 그는 과연 이제부터는 응큼한 사심에서 자유로웠을까? 그렇다. 그는 마침내 동심을 되찾았다. 동화책을 읽고 동요를 부르기 직전의 상태가 됐다. 그는 이윽고 이상의 날개를 펼치고서 희망의 나라에 도착하여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꿈이 야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소년시절 야망도 몰랐고 일기도 쓰지 않았으므로, 따라서 그리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우리는 멀쩡한 사람인 이상 호기심에 상냥하고, 감수성에 공손하며, 욕심에 솔직해야 한다. 왜냐하면 억압과 인내가 좋을 때도 있으나 땀과 우승 상금, 노력과 트로피가 꼭 비례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때에 따라 행운마는 수작이 될 수 있고, 지나치면 개-수작이요, 때 아닌 뜻밖의 우군이 될 수도 있다. 고급스러운 허영심이 연속적인 행운의 구름을 부른다, 그런 말 못들어봤나? 앞뒤 따질 거 없이, 금시초문이다. 그러다 그는 정말 정말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러나 꿈의 줄거리를 기억할 순 없었다. 그렇지만 너무도 각별한 애호감을 남겼기에 그는 꿈을 복기할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렇다고 꿈에 대한 플롯은 선명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잊혀지기만 할 뿐. 그래서 그는 아침 햇살을 맞이하러 집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데 대문을 열자마자 웬 연기가 집으로 스르륵 스며드네? 뭐야 이거! 설마 구름이 집으로 들어오는 건가? 그럼 집이 하늘로 떴나는 말이야? 알고 보니 그건 동네 꼬마녀석들이 가지고 놀던 드라이아이스가 집 앞에 놓여 있었고, 그 기체가 바람에 날려 집으로 날려온 것일 뿐. 난 또 뭐라고! 그런데, 아뿔사! 뭐야 이거! 어떻게 이런 일이... 세상에나! 오오오, 맙-소-사! 그렇게 그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오던 중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자기가 입고 있는 팬티가 생전 처음 보는 팬티였기 때문이다. 곧 자기는 어제 잘 때 여우가 왕관을 쓴 문양이 반복된 면 소재의 팬티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봐도 유아용 팬티였다. 응애응애! 뭐지?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에밀리와 로즈마리가 뭐 어떻게 요술을 부린 걸까? 자기가 그녀들한테 수작을 부렸으니 너도 한번 어째봐라 라면서? 곧 그는 어제까지 관찰자이자 보고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몽상가이자 자유주의자가 된 건가. 이건 너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였다. 하지만 딱히 기발한 절정으로 치다를 가망성은 별로 없어보였다. 원래 그는 그랬다. 번번이 발단에서 전개, 전개에서 발단, 아니면 발단에서 또 발단. 그게 전부였다. 그럼 이건 뭘 뜻하는지. 설마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 신호? 도전장? 경고?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다고 신용카드값에 대한 만기일을 알리는 일도 아닐 것이다. 자랑 대회에나 허풍 대회에도 출전할 일은 없었다. 보아하니 왜 팬티가 바꼈는지 까닭을 추론하느라 질척거릴 필요없이, 그는 그냥 성심껏 무시해버리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날 하루를 뭐 하고 보낼까를 생각했다. 결론은 등대가 떠올랐다. 등대를 보러가자. 왜인지는 몰랐다. 그냥 갑자기 그게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아침에 해야 할 일들, 화장실에 들리고 커피를 마시고 어쩌고저쩌고를 마친 다음 집을 나섰다. 그렇게 약 5분쯤 차를 몰고 갔을까? 잠시 쉬었다 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차를 정차시키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저기서 릴리가 나타났다. 쟨 또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오빠. 어디 가?」 「릴리. 어... 나는 널 만나러 갈까 해서.」 「그래? 이런 우연이 다 있다니. 난 오빠 보러 가는 길이었는데. 잘못했으면 길이 엇갈릴 뻔 했네? 그래도 이렇게 반갑게 만났으니 다행이다. 그치?」 「응? 응. 나는 오늘 널 이처럼 우연찮게 만나서 뭐랄까, 어쩐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다.」
이 인간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어머. 그거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오빠가 내 마음을 읽었네. 그럼 난 청아한 숙녀 목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오빠의 심경 고백을 이끌어낼 차례인데... 그게 여간해서 쉽지가 않네. 어떻게 오빠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그래? 오빠가 당장 도와줄께. 일단 이리와 봐. 그런 의미에서 우리 뽀뽀나 한번 할까?」 라고 NB는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단 말을 쉬었다. 할 말이 어정쩡하면 쉬는 게 정답이니까. 그랬더니 쫑알쫑알 참새처럼 그녀는 또 뭔 얘기인지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오빠. 우리 뭐 할까? (뭐해? 하긴 뭘해! 뽀뽀?) 극장 갈까? 아니다. 쇼핑할까? 것도 아니다. 아니면 뭐 토론? 그러니까 뭐에 대해서! 보통은 괜찮지만 때로는 수다가 악취미가 될 수도 있어. 것도 통과. 그렇다고 오빠를 데리고 미용실에 갈 수도 없고, 어떡하지? 그런데 있잖아 내가 오빠를 만나러 온 용건은 아주 구체적이었는데, 그게 그러니까, 오다가 내가 까먹었어. 어쩌지? 어쩌면 좋니! 그치만 걱정하지마. 곧 있으면 생각날 테니까. 지가 생각나지 않고 배기겠어? 안 그래? 가만 있어봐. 오빠랑 나랑 해변에 가서 일광욕을 한다? 너무 쌩뚱맞다. 그럼 기린을 보러 갈까? 기린이라고 매번 구경꺼리만 되길 바라지는 않을 꺼야. 그럼 우리 산책을 하는 건 어때? 아니야 아니야. 산책이라면 날이면 날마다 하는 거잖아? 좋은 방법이 아니야. 그렇다고 우리가 꼭 뭘 해야 해? 그러니까 뭘? (1인 2역을 하며) 오빠 어제 TV 봤어? 릴리야 그 소식 들었니, 배우 누가 바람 피운데! 오빠, 오빠 요즘 운동해? 와 이 실루엣이... 릴리 그걸 꼭 말로 해야겠니? 오빠 그러지 말고 오빠가 쓴 일기나 나한테 보여주소. 응, 그건 어때? 일기? 내가 그걸 너한테 왜 보여줘야 하는데? 농담이고, 안 그래도 이렇게 딱 일기장을 가지고 왔잖니....? (설레설레) 아니야 아니야. 일일 드라마 찍을 일 있어? 그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가까운 유원지에 갔다. 풍경을 둘러보며 세잔느를 떠올렸고,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의 흉을 봤다. 어느 거리를 지나갈 때면 저기 저 사유지를 엿보고 싶은 충동을 잠재우기 힘들다는 고백도 있었다. 그들은 거의 친구 같았고, 누가 봤으면 다정한 연인으로 볼 듯 했다. 그는 오늘 이렇게 갑자기 릴리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미처 꽃다발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다 암산했던 것일까? 그녀는 화사한 작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온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신나는 전개의 주변만 뱅뱅 도는 건 한마디로 상심이고, 체념이며, 재미없음일 것이다. 그 동안 지식이 얼마나 늘었나, 외모는 어떻게 젊어졌고, 관심사는 무엇으로 바꼈는지! 곧 그들은 역시나 가장 적합한 할 일 즉 대화, 마음의 대화를 나눴다. 그것 밖에 없었다. 마음. 영혼의 대화를 말이다. 「오빠 있잖아. 내 친구가 핑갈의 동굴을 직접 보고 싶다고 하네? 그래서 내가 말해줬지. 아마 직접 보면 실망할지도 모른다고. 그랬더니 걔가 즉각 단념하더라고. 어차피 갈 생각도 없었으면서 말이야 라디오에서 멘델스존 서곡이나 주서들은 주제에 뭐 나한테 뭐라고? 어디서 허영심을! 그래서 내 말했지. 베네치아와 로카텔리의 공통점을 아냐고? 물론 난 모른 체로 말이야. 그랬더니 그녀가 어떻게 나왔게? 어떻게 나오긴 뭘 어떻게 나와, 말을 돌렸지. 걔가 원래 그래. 우리들은 항상 그런 식이니까. 왜 그럼 안돼? 안될 게 뭐 있어! 안 그래? 어차피 걔랑 나. 우리는 친구. 무명 대 무명. 우리의 대화를 누가 궁금해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자유롭게 남자들 험담을 나눴고, 자유롭게 전에 알던 오빠들 이야기를 했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뭐랄까 너무 시시하다고나 할까? 글쎄 대단한 사실을 고백하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비밀을 자백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우리가 동네 아줌마들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서 놀란 표정을 연기하며 어머머, 그랬니, 어땠니, 시시콜콜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렁쿵, 쑥덕쑥덕? 그래서 내가 그랬어. 재미없어 이 년아 라고. 원래 우리는 그런 말 해도 되는 사이거든. 그런데 오빠 왜 그래? 잠 와? 아직 오전인데. 어제 뭐 했는데? 오늘은 뭐 먹었고. 이 오빠가 어제 이상한 걸 봤나? 아니면 어디서 기가 빨렸나. 내가 오빠를 책임질 것도 아닌데 나도 참 주책이다. 그건 그렇고. 내 얘기에 그처럼 콧방귀만 끼지 말고 오빠 얘기를 좀 해보시지. 응? 말해. 말하라고. 누구야? 어떤 년이야? 오빠 마음을 감쪽같이 훔친 숙녀 말이야. 응? 이제 그만, 입을 열어. 말해. 실토해. 응? 말 안 해?」 그는 릴리의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론 재밌다, 한편으론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느꼈다. 뭔 얘기인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었다. 헤롱헤롱 헤롱헤롱! 그래서 두 눈동자가 각기 따로 노는 것처럼 그는 한마리 카멜레온으로 변신한 기분에 살짝 어질했다. 「와! 시점이 절묘한데. 나도 말 좀 하자, 라고 말할려고 했거든. 허허허. 농담이고. 나는 어제 인터넷에서 어느 희대의 사기꾼을 검색했고, 여러 동물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어. 이렇다 할 특별한 일은 없었어. 그런데 말이야, 있잖아. 오빠가 말이야, 어 그게 그러니까. 말하자면 음 뭐랄까 그게 음...」 「뭔데? 아 그냥 말해. 우리가 존칭할 사이는 아니잖아. 오빠는 날 깔봐도 돼. 험하게 다그쳐도 된단 말이야. 그러니까 말해. 오빠여, 이제 그만 말을 해보시게. 으흠.」 「이런 말 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그냥 눈 딱 감고 말할께. 빙빙 돌리지 말고 말이야. 오빠가 있잖아. 어제 잠을 자고 오늘 아침에 딱 일어났거든?」 「왜 야한 꿈 꿨어? 그래서 아침부터 흑심?」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은」 「내 말은!」 「오빠 말은,」 「오빠 말은?」 「그게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봤는데, 뭐야 이거, 팬티가 바껴버렸지 뭐니? 그것도 어린애 팬티로!」 「왜? 오빠 몽유병 있어?」 「아니야 그런 거. 뭔가, 뭔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설명하지?」 「저번에 비비안한테 듣긴 들었는데, 인공지능 로봇이 어떻게 했다 그걸 말하고 싶은 거야?」 「아니야 그런 거. 실은 말이야.」 「이제 나온다. 아하, 이제야 본론이 나오는 구나. 괜히 이 얘기를 끌어내느라고 한참을 헤맸네 그래.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 어떻게 됐다는 나왔으니까, 왜 그런 건데?」 「그게 말이야 내가 일전에 에밀리와 로즈마리한테 장난을 친 적이 있거든. 난 그런 마술이 실현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그게 어떡하다가 내 마음대로 됐어. 이왕 말한 김에 계속 말할께. 그렇게 해서 에밀리는 양말이 바꼈고 로즈마리는 어... 팬티가 바꼈어. 응? 속옷! 아니 로즈마리가 양말이 바꼈고 에밀리는 팬티가 바꼈나? 그랬나? 치, 알게 뭐야! 아무튼 색상이 바꼈데. 면이 실크로 바꼈나 까지는 못 물어봤지. 남사스럽게 그런 걸 어떻게 물어보니? 아 그리고 걔네들이 먼저 말해준 거야. 알겠지? 절대로 내가 먼저 물어본 거 아니다. 알겠지? 늬가 한번 생각을 해 보렴. 그걸 어떻게 추궁하니? 흐흠. 그 다음에 그래서 이번에는 말이야, 아마도 로즈마리와 에밀리가 함께 나한테 뭐랄까, 그 미신이나 어느 요술 같은 업계에서 말하는 전문용어로, 살을 날린 거 같아. 살짝 애교스럽게 말이야.」 「그러니까 로즈마리와 에밀리가 밑도 끝도 없이 얍! 그랬고. 그래서 오빠의 팬티가 그것도 어린애 팬티로 바꼈다고.」 「그래. 그거야. 바로 그거라니까. 그거야. 그거라고~! 이제야 릴리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셨군.」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장난해? 오빠 나한테 지금 장난쳐? 어? 이 양반이 아침부터......」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내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려나 모르겠지만, 내 이성적으로 말할께.」 「이성적으로?」 「어. 이성적으로? 왜 감성적으로 얘길 해 볼까?」 「아니. 이성적으로. 그럼. 이성적으로.」 「오빠 병원 한번 가봐.」 「병원?」 「어.」 「병원?」 「그래. 병원.」 「무슨... 병원?」 「정신과 병원.」 「정신과... 병원?」 「다음 번에 만날 때 얘기해줘. 정신과 전문의와 무슨 상담을 했는지. 알겠어? 아니면 내가 어디다 전화한다. 그럼 걔네들이 출동해서 오빠를 잡아갈 껄.」 「그럴...까?」 「오빠 정신과 전문의 만나본 적 있어?」 「아니. 한번도!」 「잘됐네!」 운명은 행운으로 포장된 고생길을 주선하는 것일까? 그는 이참에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한번 그분들과 담판을 지어야만 할 것 같은 숙명을 예감한 일도 있고. 그래서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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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NB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정신과 병원을 찾아갔다. 어느 선생이 괜찮은가 굳이 수소문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처음 방문한 곳이 마음에 들면 그를 한두 번 더 찾을 테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곳까지 총 3곳을 들려서 진단의 평균을 참고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야 하는가 하면 꼭 그런 건 아니었다. 다만 호기심도 작용했고 릴리의 가벼운 조언도 한몫했을 뿐이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불편해하지 마세요. 이렇게 좋은 날 눈동자가 그렇게 돌아가면 어떡합니까? 처음이세요? 괜찮아요. 누구나 무엇이나 처음은 있죠. 그 처음 이후로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구요. 어떻게 제 연설가연하는 태도가 마음에 썩 들지 않을실지도 모릅니다만 나름 짧은 시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속으로 꿍하고 담아두지 마시고 즉각 말씀해주세요. 여기서는 그래야 합니다. 그럼요. 왜냐하면 오늘은 개 같은 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허허허.」 「제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요. 그렇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놓이네요. 제가 보아하니 선생님께서는 여성적인 논리에 남성적 인격을 소유한 몇 안되는 저명한 학자이신 듯 하온데, 꼭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제 마음이 복잡해서 이렇게 몇 마디 나누다보면 차차 편안해질 것만 같아 찾아왔으니까요. 허허. 그런데 웃음이 저랑 몹시 비슷하시군요. 왠지 친근감이 드는데요? 일단 제가 먼저 한말씀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제가 막 이상한 걸 신봉하고 괴상한 걸 좋아하시는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 주위에서 저보고 기이한 능력이 생겼다고 자꾸 부추기는 바람에 제 마음이 몹시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하게 됐구요. 저는 딱히 직무스트레스 검사랄지 MBTI 검사 같은 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랑도 만났고, 행복도 알며, 운명과 친한 데다 천운에 관한 소명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거추장스런 기본적인 검사는 생략했으면 합니다. 물론 제 의견은 그렇고, 꼭 필요하다면 굳이 마다하지는 않겠습니다.」 「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허허. 저도 그렇다면 전문가적 소양을 내려놓고 유도 심문 같은 뻔한 수법은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아 식상하잖아요? 허허. 게다가 한눈에 봐도 머머증이랄지 머머장애에 해당하시지는 않는 것 같으니, 아까 말씀하신 신기한 능력이란 게 무엇인지 꽤나 궁금해집니다. 가능하다면 저도 배웠으면 싶구요. 마음의 병이란 게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상담에 대한 만족도라는 게 천차만별입니다. 사람들이 겉으로 딱 인정은 하지 않지만 그게 아마도 남녀간의 사사로운 감정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용조용히) 선생님께만 알려드리는 건데요, 글쎄... 아니에요. 아니에요. 나중에 친해지면 알려드릴께요. 그런데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맞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단 인격 대 인격이라고 할지라도 남녀라는 이성으로 만나서 호감을 느끼느냐, 단지 직업적 관계로 그치느냐, 그거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거거든요. 네 그럼요. 벌써 아실 수도 있는데, 제 몇 대 교황도 몇 살 때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한 일이 있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시시각각 운이 바뀌므로, 따라서 어제는 협상가요 오늘은 순응자에 내일은 반항아일 수도 있겠죠. 제가 드리는 말씀이 무슨 얘기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싶으면 언제라도 알려주세요. 군말 없이요. 일단 개인 대 개인으로써 우리 사이의 벽을 낮추는 게 우선이거든요. 그게 제일 중요하죠. 그럼요. 처음의 의도와 달리 목적이 변경되어도 좋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방금, 이런 말도 안되는 이상한 분위기라니, 도대체 어쩌자는 것일까? 라고 혹시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네?」 「초반에 일부러 겉주변만 도는 듯한 심리요법을 제 사심으로 판단하지 않으셨나, 그 말입니다.」 「아니에요. 아니죠. 아닌가? 아니겠죠. 그래야 하죠. 그럼요. 그게 맞는 거죠? 허허. 일부러 투정의 빌미를 제공하게 만드시는 겁니까? 시작은 기대치를 최대한 낮춘 다음 그래프선을 점차 끌어올리시려는 수법은 아니실지 걱정입니다. 허허허. 말하자면 저는 거짓말을 잘하는 로맨티스트고, 선생님은 웃고 떠들기 좋아하는 큐피트 귀공자인 듯 합니다. 허허허. 그런데 말입니다, 초면에 죄송한 말씀인데... 혹시 성별이 여자분이십니까?」 「네. 저는 여자죠. 왜요? 남자로 보셨나요?」 「네. 이제 알았어요. 처음에 남자로 봤었는데, 물어볼까 말까 하다가 실례될까 봐서... 아 여자 여자, 여자시군요. 좋습니다. 여성스럽습니다. 괜찮다구요. 이미 그것만으로 꽤나 융숭한 대접인데요? 허허허.」 「오히려 제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군요. 사는 낙이 없는 듯한 권태감, 그거 혹시 엿보이지 않나요? 무심코 넘기기엔 뭔가 어중간한, 그런 조잡한 매력. 부디 그런 건 칭찬하지 말아주세요. 아시겠어요?」
「네네. 걱정마세요. 자,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요?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제 정신이 뭐가 문제인가 알고 싶군요.」 「오빠의... 아니 손님의 정신이 뭐가 문제냐구요? 제가 봤을 땐 하나도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외람된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은밀히 여심을 탐색하기에 딱 좋은 성격이에요. 남자가 눈이 너무 높아도 곤란하죠. 그러니 이제 그만 대중성의 요구에 굴복하시는 게 어떨까요? 부럽진 않지만 플레이보이가 퍽 신경 쓰이는 염증 같은 게 고민이다, 이런 거짓 투정일랑 꺼내지도 마세요. 아시겠어요?」 「혹시 의사 선생님께서 최근 읽으신 소설책 제목이 그런 건가요? 젊음이여 안녕! 꽤 괜찮게 봤던 드라마는 사랑의 입맞춤이구요.」 「네? 의사... 선생님이라뇨?」 「의사를 보고 의사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부른답니까? 감독? 아니면 야? 보자마자 친구 먹을 순 없지 않겠어요? 아니 아니 제 말은 예절을 내려놓을 순 없다 그겁니다. 우린 교양인이니까요. 허허.」 「그게 무슨... 혹시 절 아시나요?」 「네? 제가 의사 선생님을 아냐구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오늘 처음 뵙는 건데...」 「저 의사 아니에요. 아까부터 왜 계속 의사라고 부르시는지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군요.」 「네? 여기 정신과 병원 아닙니까?」 「아니죠. 여기는 운명 상담소죠. 철학관이라고도 불리구요. 저는 일명 도사랄지 역술가쯤 되겠죠? 전공은 물론 연애운과 재물운이랍니다. 특히, 궁합은 소문이 자자하구요. 호호호.」 「어쩌다 제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는지... 바깥에는 정신과 전문의라고 씌여 있는데...」 「아 그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신과 병원이었죠. 그런데 그분들은 이사갔어요. 저는 새로 입주한 사람이구요. 어떡하죠? 이거 정말 사정이 이상하게 되어버렸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왕 오신 김에 무료로 운세를 봐드릴께요.」 「무료라니요? 제일 좋은 특급 상담에서 2번째 비싼 걸로 해주세요. 너무 길지만 않게요.」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럼 뜸들이지 말고, 급하게 팔짜를 뽑아보죠. 음... 보아하니 보잘것없는 잔재주에 대해 썩 불만족이시군요. 그리고 좋아하시는 건 음 가만 있자. 선천적 안목을 측정하고 후천적 취향을 해석하기? 뭐야 이거! 이 양반 이거 이거 순 난봉꾼 아니야? 아, 방금 그건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또 다른 정체성을 간직한 어느 분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니까 이해하시구요. 」 「네? 네. 꽤 흥미로운 경험이군요.」 「어머나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하시나봐요?」 「운동요? 그냥 뭐 남들처럼...」 「간혹 본인의, 또 숙녀들의 허벅지가 대리석으로 보이시지 않나요? 딱 보니 그 꽌데!」 「」 그걸 대체 어떻게 알았지? 라고 그는 생각했다. 「아울러 타인의 마음을 헷갈리게 만드는 귀재시군요. 최근 언제 타인의 속옷 색깔을 바꾸신 적 있어요?」 「네? 그게 뭐 제 이마에 씌여있기라도 한 겁니까?」 「보면 알죠. 투시력도 조금 연마하셨네요? 보통내기가 아니시구만. 여자의 마음을 빼았는 건 기본이고 사람의 몸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신공까지? 혹시 어느 스승께 전수 받았는지 혹시 조심스레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전수 받긴 뭘 전수 받아요? 전 그런 거 몰라요.」 「아닌데. 분명 그냥 사람은 아닌데. 뭔가 있는데. 아! 꿈꾸는 회전목마가 행복해질 시간인가? 달콤한 유행가가 울려퍼지자 연인들이 바다로 떠날 계획을 세우는 상상을 할 때! 바라는 건 이런 거네. 안타까운 연정, 복받치는 그리움, 아름다운 사랑. 그렇지만 현실은 이렇다고 말하는군요. 팍팍한 삶, 헛된 꿈, 심심한 일상... 어떻게 나팔 부는 아기 천사 같은 기인이 딱 나타났지? 신기한데! 완전 제 발로 굴러온 복덩어리 아니야? 잠시만 마음을 내어주시겠어요? 제가 그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으니까요. 그럴 게 아니라 우리 일단 차분한 음악을 들으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훨씬 심층적으로 말이죠. 그게 좋겠어요.」 그러면서 웬 명상 음악이 흐르더니 NB는 슬슬 시선이 흐릿해지고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보아하니 벽면에 왔다 갔다 푸코의 진자를 닮은 장치와 몇몇 최면술에 쓰일 듯한 최신 기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 다음에 그는 꿈도 꾸었다. 목마름의 유혹과 절망의 쾌감으로 가득찬 꿈 속에서 쉽게 헤어나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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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얄밉다. 얄미우면 짜증난다. 짜증나면 커피포트가 끊는다. 커피포트가 끓으면 향긋한 차를 마실 수 있다. 차를 마시면 정신이 또렸해지고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지면 열정이 샘솟는다. 열정이 샘솟으면 환상머신을 발명할 수 있다. 마침내 발명했다고 가정하고. 그런데 환상머신이 통 팔리지를 않는다. 또 다시 절망한다. 절망은 얄밉다. 얄미우면......! 그렇게 수없이 반복되는 걸 불행한 인생, 실패한 사랑이라고 한다.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단은 말이다. 또 그걸 글로 쓰면 인생론이고, 말로 하면 허세다. (허세라고 다 나쁜 게 아님. 뭔지 모를 종이 한 장 차이를 잘 이용할 수 있는가가 진짜 관건이니까) 그걸 음악으로 만들면 유행가고, 억울해서 점쟁이를 찾아가면 상업이다. 자랑할 일은 많고, 희망은 넘치며, 틈틈히 재미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미지의 행운은 내게 불친절했던 것이다. 그러나 삶이란 게 항상 기를 빨리며, 언제나 지루하기만 한 건 아니다. 누구나 잘하는 거 한두 개, 최소한 좋아하는 뭔가는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동화 속에 나오는 토끼와 양과 늑대를 일기장에 옮겨본다. 인간에 빗대어 말이다. 또 꿈 속에서 만난 귀인에 대해 글로 쓴다. 그래서 희곡을 쓴다. 그 다음에 영화로 만들어진다. 또 내가 직접 단편영화를 찍고, 단편소설을 쓰며, 교향시가 아닌 3분의 마법 곧 연가를 짓는다. 너무 짧은 거만 편애하는 거 아니냐구요? 유행가를 보시라. 일단 사람들이 바쁘지 않냔 말이다. 최신곡을 돈을 번 다음 나중 협주곡을 작곡해도 된다. 그게 쉽게 될려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랬더니 옛날과 바뀐 게 하나 있다. 물론 흥행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괜찮게 팔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크게 상처 받지 않는다는 점. 인기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체념마저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는 것. (참이냐 거짓이냐? 내 하나 되묻자. 그대만을 영원히 사랑하겠소 라는 사랑의 맹세, 여전하십니까! 곧 모든 걸 내려놨다고 할지라도 여전할 수도 있다는 뜻. 그게 썩 나쁜 일도 아닐 테고 말이다) 곧 여기까지가 NB의 간략한 인생 이야기다. 그러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첫째, 그는 새로움이라는 허풍설을 창작했다. 둘째, 허영심 지수 50점 위주의 숙녀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 곧 첫째는 일이고 둘째는 놀이였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뭐냐면 둘째로써 할 말이 생기고, 할 말이 생기면 할 일도 잘된다는 점. 따라서 그는 첫째보다 둘째 곧 일하기보다 놀기에 치중한다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설혹 거기서 잘못 옆길로 빠지면... 상상은 그만. 그래서 그는 일하기와 놀기의 적절한 균형이 무엇인지 아직도 헷갈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꿈 속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글이 번개처럼 떠올랐는데, 그걸 잊어먹기 전에 어디에 옮겨서 기록해둬야 할까 두리번거리다가 꿈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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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깨어난 장소는 정신과 병원이 아니었다. 정신과 전문의로 잘못 알고서 만났던 역술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다음 여기가 어디인지 알게 됐다. 그곳은 놀이공원에 있는 호박의 집이었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나가고. 그는 인파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바깥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밖에 나가니 에밀리와 로즈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이거! 어떻게 이런 일이...! 「오빠. 나왔네. 우리는 만났고.」 「오빠!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그러니까 우리 아무 말 하지 말기로 해요.」 「그래도 뭔가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까?」 「응. 필요없어.」 「그럼. 남이 알면 그러지 않겠어? 염치 없는 심간 편한 소리라고 말이야.」 「도대체 너네들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뭐 양말이랑... 속옷 색상을 바꿨다고 그러는 거야? 나 아니라니까! 어? 나 아니라고! 아 정말 얘네들 가지 가지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한 거지? 이게 다 뭐냐고!」 「오빠. 그냥 받아들여.」 「그래. 그러면 돼 오빠.」 「받아들이긴 뭘 받아들여? 헛 참 나! (혼잣말) 아 나 이거 정말 미치겠네. 어떡하지? 얘네들 대체 나한테 왜 그래?」 「」 「좋니? 오빠 바보 만드니까 만족해? 그래 속 시원하겠다.」 「무슨 얘길 하는 거예요?」 「내가 모를 줄 알았지?」 「모르겠는데. 넌 아니 에밀리?」 「아니. 글쎄 뭔 얘기인지 내가 더 알고 싶은데.」 「그러니까.」 「너네들... 누구니? 누구...세요?」 「」 내가 올라탄 사랑스런 천리마는 성공 가능성이 꽤 높은 명마였다. 처음의 전망은 괜찮았기 때문에 결코 관망하지 않은 거지. 열정적으로 달릴 수 밖에. 그런데 녀석은 얼마 못 가 지치고, 지겨움을 못 견디며, 빡센 아니 몹시 힘든 장기전를 버티지 못헌 채 정체를 슬슬 드러내고야 만다. 재미없음마저 대놓고 싫증낸다. 이제 보니 그건 풍운아의 애마가 아니라 어쩌면 닭처럼 생겼고, 아마도 개인 듯 하며, 혹시라도 늑대와도 비슷하다? 뭐야, 그런데 눈은 왜 또 토끼처럼 빨개? 이대로 계속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백마랄지 활기찬 유니콘으로 갈아탈 것인가! 그걸 뭐라 하느냐, 인생 또는 사랑이라고 한다. 인생이든 사랑이든 그건 그렇고, 알고 봤더니 내가 탄 말은 1번마도 2번마도 아니고 그거였다. 곧 내가 말이었던 것이다. 관광지에 가면 관광객이 일정 금액을 내고 말에 올라타서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가기. 사진찍기. 말을 쓰다듬고 폼 잡고 웃고 떠들기. 그 상황의 조랑말, 포니, 당나귀. 그게 나였다. 그게 바로 나였다. 맙소사! 그러니까 좀 육중한 체격의 상남자가 타면 한숨 쉬며 울상이 되는 그런 나귀였다고? 저런! 이건 뭐라 논평할 수 없는 요술이었다. 제라드와 연락도 되지 않고, 증거 수집도 불가능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환상이 아주 망각으로 사라진 것도 아니다. 게다가 나는 그녀들이 성가시지 않음. 심지어 다음이 기대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정상이었으면 좋겠는데. 무엇이 되었든 정상이기를 나는 간절히 바랬다. 그럴 수 밖에 없었으니까. 이 엉망진창 대소동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인담? 당분간은 못 받아들일 것 같았다. 그렇다고 별다른 뾰족한 방법도 없었다. 단지 에밀리의 교태가 넘치는 눈길과 로즈마리의 수줍은 개성, 그녀들의 경쾌한 발걸음이 그다지 싫진 않을 뿐. 그래서 나는 일단 이 사랑의 꿈과 같은 환각인지 뭔지, 망상과도 흡사한 체험은 일단 잠시 잊기로 했다. 그것 말고 달리 묘안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그는 릴리도 그 역술인도 혹시 한패가 아닐지 의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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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는 에밀리의 양말과 로즈마리의 속옷 색상을 바꿔버렸나? 그걸 그가 어떻게 알겠나. 그러면 NB는 대체 왜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갔을까? 왜냐하면 릴리의 조언을 신뢰했기 때문에. 그런데 문제는 병원을 찾아가긴 갔는데 잘못 찾아갔다는 점. 그래서 그는 웬 보도 듣도 못한 무명 역술가한테 뜬금없이 최면이 걸렸다는 점. 그런데 그게 최면인지 요술인지, 아니면 조작된 기억인지 아직 확실한 건 없었다. 그가 추측하기로는 그랬다. 아마도 숙녀의 산만한 언변에 녹아들고, 또 관련된 상상의 자유를 만끽하다가, 어느 순간 딱 기절하지 않았을까 라는 점. 그러고 보니 근래 그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아무튼 어느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뇌파가 상승하고, 그건 다시 눈부신 행복이라는 몰입감에 도달하여, 몽상 이어서 망상 다음에 환상으로 빠져든다는 점.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현실과 환각을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어렵고, 어떤 물질에 의탁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는 바람직한 원인과 과정을 밝혀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그는 호박의 집에서 깨어나기 전에 꿈을 꾸면서 막 연습장에 만년필로 뭔가 글을 쓰긴 썼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이제 생각났다. 사랑이란 이마에 '묻지 마'라고 씌여있는 미남에게 질문 받기를 좋아하는 것. 초심에 기인한 선망이 실현될 찰나 딴마음을 품는 건 그럴듯한 변명이요, 한눈파는 건 그저 습관일 뿐. 할 일은 과감히, 할 말은 조심조심. 이번에 한번 그걸 바꿔볼까? 그럼 뭐 하나. 결과는 매번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인데! 대사도 들었다. 「하나도 안 부럽다.」 「그 속을 누가 알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끔찍하군. 가증스럽단 말이야. 아직도 모르겠어?」 그런데 그 꿈에 관한 선명한 기억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저런 저런! 하여튼 아직도 모르겠다, 가 정답이었다. 하여 그는 당분간 에밀리와 로즈마리를 요주의 인물로 점찍었고, 주의 깊게 관찰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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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100마리의 개를 보았다. 그리고 1000마리의 종이학을 기억했다. 또 10,000마리의 나비에게 추격을 당했다. 그런데 모두 뻥이다. 하나 같이 지어낸 이야기다. 하여튼 개는 함께 놀기는 좋은데 키우기는 귀찮다. 귀찮음도 마다하지 않을 책임감은 개 사랑이라는 애정보다 훨씬 작을 것이다, 라고 오판하지 않는 일. 한마디로 현명한 거다. 사람은 뭔가 부족하고 결핍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거만해지기 쉽상이다. 개는 개고, 아무튼 종이학은 촌스럽다. 나비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뻥이라... 어느 신앙인은 거짓말이라는 이유로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데. 그럼 영화도 그럴까? 진짜일 수도 있고 가짜일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함 때문에 극장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을 경박하다고 여기는 것.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일 테지만 구식으로 살아가기에 지금 세상은 한마디로 너무 신식이다. 더없이 풍요롭다. 결국 드라마를 비롯한 모든 예술은 우리의 현실과 이상을 투영한 거다.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일, 원하는 무엇, 착각 가능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그런 것들. 그건 그렇고, 그러니까 인문교양서-뉴스-사극-공놀이를 좋아하는 남자와 문화-교양-문학-드라마-잡지-낭만을 좋아하는 여자가 연애를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할 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즉 사랑의 대화는 줄고 잔소리는 늘고. 음식 솜씨가 뛰어나고 글씨체가 이쁜 여자를 물색하며, 플레이보이를 질투하고, 미녀와 살아보지 못한 슬픔을 공감할 수 있는 남자. 그런 남자의 소원이 꼭 평생 놀고 먹기는 아니겠지만, 대망이라면 숙녀도 결코 빠질 수는 없다. 2명의 우정은 날 짝사랑하고, 3명의 포근한 음성을 간직한 행운아들은 그녀의 사랑을 갈망하며, (조금 시간차가 있을지언정) 4명의 미남이 꽃 들고 쫓아다니며 날 기다리기. 어머머 어쩜...! 결국 아무리 말수 없고, 웃음도 없고, 희망마저 차디찬 냉소주의자라 할지라도 형편이 바뀌면 변하게 마련이다. 겨울을 지나 드디여 봄바람이 부는데 숙녀의 마음이 센치하지 않으면 그거 뭔가 이상한 거다. 때가 되면 으쌰으쌰에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고, 탐스런 열매에 군침 흘리며, 대어를 낚기 위해 호시탐탐 눈독들이는 남아의 열망! 침체된 시절이라면 몰라도 최소한 잊혀진 꿈, 승부에 대한 숨겨진 묘수 가령 복권 사기, 잃어버린 야망. 그분들께 공통되는 사항이다.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도 천생 여자다. 할머니도 어머나, 완전 여자인 것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평범하지 않다. 나는 절대 아니다? 혼자 쓴 일기와 둘 만의 비밀인 편지, 사적인 대화, 무명으로 남겨져야 할 신비감을 굳이 공개하는 사람들을 나는 정말 싫어한다! 그 무엇이든지 다 좋다는 사람이 난 밉더라!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심려 깊은 안목이네 조용조용한 교양미니, 상스러운 통속성과 멀찍이 거리를 두는 품위니 뭐니, 나는 그런 거 이해할 수 없다. 유난 떠는 위선, 젠체하는 별꼴, 교양학자연 하는 모습, 밉살스러운 잘난 척... 나는 도저히 그분들의 허세와 엄숙함과 허영을 인정할 수 없다. 훗날 보면 이 내 태도가 몹시 재수 없어 보일 수도 있을 텐데...! 하오나, 원래 이 세상은 거친 정글인 법. 따라서 과감하게 막사는 듯한 풍파에는 막사는 듯한 자세로 대처하고, '아니면 말고'식 처세술을 바탕으로 억지 쓰며 잘난 체 하지 않으면 세상은 결코 나의 잘남을 알아봐주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내일은 없다 오늘만 있다 라는 생활의 습관은 기쁨이고, 막사는 건 자랑이다. 부끄러움? 모른다. 수치심? 필요없다. 내숭? 그건 뭐 여건 봐서! 아 잠깐, 젠체라?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젠체─잘난 척─아는 척─이쁜 척을 완벽하게 재수 없을 정도로 잘하는 것만 좋아하며 추구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이기심을 알고 적극적일 수 있는가, 가 기본적으로 개성보다 우선시된다는 뜻. 곧 배려심, 특별한 성격,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도 좋다. 하지만 그럴려면 말을 해야 하고, 말을 할려면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좋아하는 일에 적극적이고, 운동할 때 공격적이며, 사랑에 대해서 사랑을 받기만 하지 말고 연애에 대해서 1 대 1로 주체적일 수 있는가! 라~는 기본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가능해야 한다고 하는 것을 교육, 학습, 어른 되기, 인생이라고 한다. 말하기 싫어하고 나서기 꺼려해도 얼마든지 괜찮다. 공상도 자유다. 나는 뭐든지 귀찮고 뭘 해도 재미없는 데다, 평생 놀고 먹는 게 소원이다? 안될 게 뭔가! 난 할 말도 없고, 유난 떨기도 싫고, 놀기도 따분하지만 그러나 차마 플레이보이계에서 은퇴할 수는 없다? 아무렴 어떤가, 얼마든지! 다만, 개인의 자유도 좋다만 책임과 의무와 관습도 있다. 막살자씨와 친한 것도 좋지만 개성에 앞서 기본적인 교육 내용이 최우선. 왜냐하면 나 혼자 원맨쇼하는 세상이 아니니까. 그게 아니라 개성이라는 개인주의가 사회성과 아예 동떨어지면 좀처럼 연민을 공감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가령 덩치는 어른인데 마음은 초딩 아니면 구시대적인 노년. 물론 그렇지 않으면 좋겠지만, 아마 부인 말도 경청해봐야 하지 않을까? 고집불통에 제멋대로요 꽉 막히고 속 좁은 남자, 또는 넷 다던가! 설마 부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라~고 일단락 지어야 하는데. 그런데 주제가 말이다, 주제가 너무 너무 좋다! 그래서 조금만 더. 금방 끝난다. 정상이 코 앞이다. 거의 다 왔습니다요. 그러니까 이어서 말하자면 이렇다. 문화도 좋지만 비판적 시각으로 보면 이렇다. 졸부도 아니고 일개 빈자의 사적 견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겸양,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맥락없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겸양이 최우선인 것도 좋다. 왜 나쁘겠나. 그러나 젠체와 잘난 척을 얼마나 예술적으로, 통속적으로, 겸손하게, 능란하도록 잘하는 게 미덕인 사회의 겸양이 아마도 한 수 위다! 그 겸양이 고급이다. 그 어떤 차이를 사람에 따라 근소하다는 둥 엎치락뒤치락이라는 둥 의견은 개인차가 있겠으나 패배의 왕이 봤을 때 그 겸양이 적어도 한 수 위다. 신문을 읽고 교양을 배우며 가정 교육은 물론 학교에서 과목을 배웠는데, TV도 알고 잔지식이 얼마인데, 우승자의 골세러모니와 뒷골목의 삿대질을 구분할 수 있는 패자가 어떻게 그 차이를 모를 수 있을까! 그 때문에 오히려 승자가 모를 수 있다는 점, 일시적이면 초심이 흔들린 거고 지속되면 아예 처음 푼수는 영원한 푼수라며 전략을 수정한 거다. 왜? 태생부터 뼛속까지 촌닭이거든. 꼬끼오~ 꼬꼬꼬꼬꼬! (그럼 뭐 너는 대체 얼마나 잘났길래 뼈 바깥까지 뭐 외계인이라도 된단 말이더냐? 너 푸아그라 몇 번이나 먹어봤는데? 그러니까 너네들은 뭐 돼지 간이나 먹어라 그거냐?) 옆 사람의 허세를 듣고보면 고수는 아닌 듯. 유명인의 쇼맨쉽? 고급인지 저질인지 선명하게 보이다니! 허풍과 허영의 옥석을 오락산업에서 어떻게 이용하네? 대중들이 원하는 게 그거구만! 그래서 겸양이 먼저인 문화권에서 나름 최고라며 자타공인하는 명사들의 거동을 주제 넘게 평하자면 한마디로, 약하다. 요컨대 귀엽다. 단언컨대, 애쓴다.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고. 그만큼 이 세상이 말이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거지. 흉내내고 따라하는 수준이 참 많다. 때문에 여기서 전문가가 저기서는 비전문가다. 여기서 예술가는 저기서 삐에로일 수도 있다. 많은 경우 저기서 배워서 여기서 가르친다. 그러니까 챔피언스 리그를 보다가는 눈만 높아진다. 투정이 늘다 늘다 아예 철들면 안된다고 하는 거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그걸 바로 허영심이라고 한다. 허세라고 한다. 수치심과 자랑을 혼동한다. 그런데 여기서 일반인이 저기서는 연구 대상에 해당하면 어쩌지! 어쨌든 많은 경우 수박 겉 핥기가 많다. 꿩 대신 닭이다. 호랑이 없는 굴에서는 여우가 왕이다. 싼 것이 비지떡이다. 방황, 포장하면 인생 수업이요 달리 보면 시간 낭비다. 내일은 없다와 막살자처럼 '오늘을 살자'와 '오늘만 있다'? 겉은 언뜻 비슷해보인다. 남의 다리 긁기란 말이다. 때로는 재수없고 때로는 허탈한 느낌도 없잖아 있음. 어디는 유명 브랜드에 대해서 가짜란 게 없는데, 어디는 가짜가 흔하다. 그래서 상표에 대해 진짜임을 강조하는 표기 역시 흔하다. 음식점도 원조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창시와 발명보다 2인자 전략을 더 선호하기 때문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거짓말은 농담과 허풍 사이를 오락가락한다지만 사기는 명백히 죄다. 그런데 왜 가짜에 대한 수요가 통 줄어들지 않는단 말인가? 거짓말의 격, 농담의 급, 허풍의 품위, 픽션의 정도가 시장의 만족도를 따라가기에 벅차기 때문일까? 겸양이 먼저라는 문화적 배경과 현대적 표준 및 단위가 서로 조화롭기가 버겁기 때문일까? 아마도 반칙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 아닐런지. 아닌 건 아니다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다르고, 다양성을 뒤늦게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래서 해도 되고 하면 안되고, 라는 관습헌법보다 성문헌법이 앞서 가니까 그렇지 않을까? 틀을 바꾸고 새 시장을 만든다, 에 대해서 변화가 심하고 박자가 그렇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나이트클럽이 중간에 음악이 끊겼는데, 지금은 클럽에서 음악이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곧 고상한 의식이든 만족스런 생활상이든 질서가 문화를 따라가기 벅찬 건 아닌지. 도전 정신과 패배주의가 너무 동떨어지면 안되지 않냐 그 말이다. 때문에 이 쇼맨쉽과 저 쇼맨쉽을 비교하니 웃기다. 재밌다. 박수 부대의 물개박수마저 오히려 진짜 광팬을 모시네? 그러니까 오락산업이 장난 아닌 거지. 사회적인 인습에 대해서 겸양이 먼저냐 쇼맨쉽이 먼져냐,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제논의 역설처럼, 일반인들이 웃으면서 말하는 비공식 속담이 맞긴 맞다는 거다. 그것은, 안되는 놈은 뭘 해도 안된다-다. 그것은,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다. 지금이니까 중국제 공산품이 흔하고, 도요타를 타며, 삼성 냉장고를 사용한다지만 2인자 전략이랄지 후발자의 활약상이 왜 통했나 라는 인문학적 소양은 더 이상... 아는 체하면 안될 듯. 왜냐하면 이와 같은 잘난 척이, 재수 없고 꼴보기 싫어서 짜증나는 잘난 척이 알고보면 아마도 겸손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참으로 일찍 깨달은 듯 하니까.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겸양만 먼저라고 강요되면, 언제 어디서나 나이가 계급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집착하면 자칫 잘못하다가 멋지게 지는 법, 폼나게 늙는 법, 아름답게 패배하는 법, 박수칠 때 떠나는 법, 즐겁에 웃으며 헤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할 수도 있는 듯 하다. (거기 누구 없소? 꾸역꾸역 수다 떨기 것 참 힘들구만 그래. 그러니 이만 좀 끌어내려주시지 않겠소?) 찰스 디킨스의 어느 소설이던가 거기 나오는 꼬마처럼 내가 졌다 늬가 이겼다, 그건 내 잘못이다, 당신이 옳고 내가 틀렸다, 그대와 나는 누가 맞냐 틀리냐가 아니라 단지 다른 것이다, 그건 내가 잘 모르니까 잘 알아본 다음에 얘기하겠다, 라는 여유가 부족할 수도 있단 말이다. 어설픈 허세가 근거 있는 쇼맨쉽과 허풍을 따라갈려고 하니 속에 쌓이는 게 많을 수 밖에. 대학가 근처에서 평생 살아도 생각이 젊어지지 않으면 플레이보이업계에서 대우하며 순수예술가협회에서 결코 모셔가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기다려도 스카웃 제의는 대개 그만그만하단 말이다. 그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보는 개론의 저자가 겸양이 먼저인지 겸양도 챙기는지, 곧 어디에서 배우며 자랐냐만 봐도 금방 그 뭔가를 알 수 있다. 말하자면 표지를 보아하니 심리학 개론서를 집필한 저자가 교수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분께 학문을 사사 받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게 좋다는 걸 누가 모르겠나. 어디 난민 문제만 국제 뉴스인가, 원정 출산도 있다. 그게 또 숫자가 장난이 아니니까, 그래서 어디서는 새로운 법까지 만들었다. 이미 오래된 일이거나 또는 정계에서 한 발 늦었을 것이다. 주가가 정말로 시장보다 6개월씩이나 앞설까, 는 논외로 하고. 한편 얼마 전 아일랜드는 국민투표 결과, 낙태 금지 헌법조항을 35년만에 폐지했다. 때문에 아일랜드 여성은 더 이상 원정 낙태를 떠나지 않게 됐다.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면 꺼림직해도 (일부) 불법에 눈감고 모른 체할 수 밖에 없다. 합법의 사례로 이민이 있다. 영화 같은 망명도 있다. 드물게는 합법적으로 이민을 갔다가 원위치로 역이민을 오는 일도 있다. 원정의 순기능과 달리 명백한 역기능도 있는데, 그 문제를 바로 알려면 먼저 애매한 난민 토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난민의 해외 정착과 고아의 해외 입양은 성공적일 수도 있는 반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반 세기 전의 난민과 지금 난민을 단순 비교하는 건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냥 단순히 생각할 사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Sicario (2015) 같은 영화는 결코 비현실이 아니란 거다. 원정 출산─불법 이민─밀입국. 영화 장르가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고 그 경로는, 완벽하게, 일방적이다. 가난에서 부자로, 불행에서 행복으로, 구속에서 자유로! 똑같은 현상이 지역만 달리해서 언제 어디서나 반복될 뿐이다. 일단 절대 긍정을 옹호하며 싫어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하나의 가정을 해 보자. 즉 난민에 대한 심사 기준을 소폭 올리는 게 아니라, 대폭 낮추면 어떻게 될까? 첫째는 몰라도 둘째로는 군수 산업 관련 업체의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점, 불을 보듯 뻔하다. 그 다음에는 선순환일까 악순환일까? 선과 악, 죄와 벌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랑이 얼마만큼 꼼꼼해야 하는가는 몰라도 분명한 건 그거다. 법조인 만큼은 아니어도 일반인도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 어른은 아이보다 세상사를 정교하게 보며 섬세히 생각해야 한다는 점. 그러니까 난민 문제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나아감에서 과연 어디쯤에 있을까? 그것은 시작일까, 아니면 끝물일까! 중반 이후라면 좋겠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10년, 100년, 1000년 내내 지금과 똑같이 현재처럼 난민 문제에 대해서 관대할 자신이 있는가? 말씀 좀 해 보소! 그럴 자신이 있나요? 네? 왜 갑자기 침묵허요? 네? 위선은 응당 내가 떠맡을 테니 차선에 대한 고견을 가르쳐주지 않겠소? 껄끄러운 악역은 이쪽에서 담당할 테니 지혜로운 해법을 내놓고서 영웅이든, 선자든, 교양인이든, 원하는 게 뭐든지 주연이 되시지요. 정녕 그래 주었으면 너무나도 고맙겠습니다요! 너무 너무 감사하겠소이다. 그래만 주신다면야 길거리에서 발가벗고 춤이라도 추겠소이다! 예상컨대 정답은 간단하다. 자신 있으면 쭉 가는 거고, 자신 없으면 코 앞만 볼 게 아니라 멀리까지 보는 거고. 대체 왜 뉴스에서 정치를 1번 2번으로 다루는지 자명해지는 질문 아니겠나. 머머하니까 머머하므로, 따라서 난민에 대해 인도적으로 더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사견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지만 대체 뭐가 남의 다리 긁기인지 모르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재밌다. 너무 빡빡하게 구네 어쩌네 팀원들이 무던히도 소동이길래, 내 총대를 매고 팀장이 오길래 골세러모니를 연발하며 거세게 따졌드니... 아 글쎄! 넘어가고.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일은 그것과 똑같다. 백조가 적선을 구하고, 촌닭이 연예인병을 논하며, 뻐꾸기가 영화를 찍는 것. 곧 육상선수가 축구선수로 변신할 수는 있는데, 여간해서는 천문학자가 현역 우주인은 겸하지 않는다는 점. 아마도 내 사고의 틀, 견해의 한계를 벗어나는 건 꽤나 쉽지 않나 보다. 그런즉슨 다행스럽게 희소식이 우릴 기다릴지 모르겠지만, 난민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결론은 이와 같다. 부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기를! (휴~~~~~~~~~~~~~~)
(쉬는 시간)
16
이상으로 난민 토론은 끝났고. 자, 이제 원정 출산 차례. 가는 김에 거침없이 칸을 띄지 말고 그것까지 따져보자. 관련된 문제인 원정 출산에 대해서 잠시만 더 알아보자. 아일랜드 낙태 사안처럼 기능적으로 산업 현안이자 편의상 의학 사정 때문에 그러는 건 괜찮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여행 가서 애만 낳으면 국적을 따는 목적의 원정 출산을 여기서 논하겠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이렇다. 일본은 모르겠고, 한국은 예전에 홍역을 치렀고, 중국은 아마도 철을 맞은 듯 하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이 보는 호제와 대상은 넓디 넓다. 비전문가도 모를 수가 없다. 장소가 국지적이지도 않고 때가 한시적이지도 않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선험자 집단의 환경을 바라보는 선망, 그리고 실질적 욕구. 왜 그렇게 그에 대한 수요가 끓이질 않는지를 따져보자. 그분들의 생각은 이렇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촌닭이 설치고, 원숭이가 득세하며, 판다가 인기에다, 고양이를 존대하다니! 나라면 여기서 일류가 되느니 차라리 저기서 삼류로 살겠다. 내가 봤을 땐 사르트르가 이렇게 말했나 저렇게 말했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거창한 상장들도 적지 않은 부분은 선심성이었다. 세계적 유행조차 드물게 자선심이 알게 모르게 한몫한다. 헛선심에 가식일지언정 유독 우리와 언제, 어디든, 무엇을 하든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강박적으로 함께 하는 개념들이 있다. 가령 대표적으로 인종차별, 열등감, 자존심! 대타는 말 말자. 그래서 인종차별과 전혀 관계 없는 일인데, 흔히들 인종차별이라고도 한다. 일부러 코메디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결국 그러니까 상장들도 유럽과 북미 외에 다양하게 남발됐다. 모른 사람은 끝까지 모를 수도 있는데, 상식적으로 봐도 그런 측면이 없잖아 있다. 나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원컨대, 그냥 좋은 건 원래 좋은 쪽에서 계속 독식했으면 싶다. 지나친 비하감 아니냐는 비난, 달게 받겠다. 필경 그래야 한다. 그러나 아예 없는 얘기도 아니고, 객관성을 포기하기 싫은 건 내 마음이니까 계속 토론은 이어가자. 곧, 안 그래도 자랑과 수치심을 구분 못하는데, 거만함에 날개를 달고 우쭐함의 왕관을 씌어주는 일이단 말이다. 현지에서, 어른들의 학예회에 악영향이 미칠까 두렵다고 느끼는 권위자가 진정 없을까?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오락산업이라고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할까? 그럴 리는 없다. 다음 선심성은 개코원숭이 차례다 라면서 상장은 따논 당상 마냥 해마다 연례 행사를 치르는 모습. 저분들이 원하는 건 바로 저거구나, 떡 줄 사람은 생각이 있든 없든, 완벽한 재롱 잔치라는 것. 그 재롱 잔치가 학예회인지 팔순잔치인지 모르겠지만. 그 일이 한 30년 연속되면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을 지경. 왜? 선심성이 있거든. 왜? 권위도 실수를 하거든. 왜? 왜냐하면 다양성이란 명목 하에 아마추어도, 삐에로도, 난봉꾼도 끼워줄지 모르니까. 왜? 특히, 왜냐하면 무엇보다 인종차별이 걸리니까! 이게 핵심이다. 바로 이게 핵심이라고! 상장의 기준이 불변하면 인종차별이란 잡음이 불거지지 않을 수가 없거든. 그래서 기준선을 낮추면? 인종차별은 피해간다. 그러나 그때부터 동물원은 들썩거리게 마련. 물이 들어왔으니까 노를 저어야 할 거 아닌가. 삼류들 바빠진다. 허당들 동기 부여 된다. 한두 명도 아니다. 세계는 재미있어진다. 잘만 하면 나도 선심성이겠네? 옳커니! 왜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고, 왜 숙녀는 찬사에 끝없이 목말라할까! 왜 인간은 욕심의 끝이 없을까. 왜 예술은 만족하면 안될까. 왜 사람은 달콤한 언사에 약할 수 밖에 없을까. 빈말일지언정 내가 주인공이면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으니까. 딸랑딸랑, 반짝반짝, 새콤달콤, 뿌잉뿌잉! 으쌰으쌰 머─머─머─최고─머─머─머 이름을 외치며 으샤으쌰, 목마 탄 남자! 으쌰으쌰 머─머─머─최고─머─머─머 이름을 합창치며, 헹가래! 그처럼 인파 위에 누워서 파도타기의 주인공이 된다면 우리의 기분은 쉬웅~ 뷰웅~ 짜잔~하며 사랑의 나비가 된다. 여러분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라면서 선창해서 선동에 성공한 다음 나만 쏙 빠지는 것과 또 다른 장관이 연출된다면? 기분 끝짱인 거다. 오락산업에서 사람 하나 동화 주인공으로 만드는 거, 일도 아니다. 정계의 유혹에 넘어가 학자랄지 누군가가 나중 그런다. 그때 곤욕을 치를 만큼 치렀다고. 그때 곤경은 두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그때 곤혹 때문에 참으로 많은 걸 배웠다고. 물론 잘된 사례도 있지만서두 말이다. 그러니까 코메디언이 그런다. 나는 순수예술가 (동료들을 가르키며) 너네들은 대중예술가 라고. 그러니까 오락산업은 튀는마를 중용하고, 정계에서 품위 찾기는 어렵다. 물론 혜택 만큼 고생하시지만, 기대값도 크다는 뜻이다. 명예욕, 과시욕, 허세, 쇼맨쉽, 허영, 호사, 사치, 풍요, 행복, 황금, 돈 다발, 주주등 다 좋다. 하지만 예술가로 출발했을지언정 나중에 그 예술가의 생애는 셋으로 나뉜다. 첫째 연예인, 둘째 예술가, 셋째 변신. 그러니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쓴 존 르 카레처럼 번잡함을 못 견뎌 소란스러움을 멀리하는 작가도 있겠지만, 바로 그래서 태반의 꿈나무들이 애초에 시작부터 예술가가 아니라 연예인을 지망하는 것이다. 인기스타 작가? 폼 나거든. 삼류지만 이름값? 그거면 되거든. 순수예술은 몰라도 뭐 해리포터 박물관? 대만족이라고. 야망이면 그 정도는 되야 귀엽지 않겠나. 그러고 보면 연예인병 그거 불치병이다.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가 없으니까. 물론 현 인류는 1세기 전에 크나큰 값을 치뤘다.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으로 배운 것이다. 그 기억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일반화의 오류는 앞으로도 꽤나 선전할 듯 싶다. 난민의 대표적 사례인 이스라엘. 이스라엘에서는 바그너의 음악이라면, 기독교인지 천주교인지 타 종교라면, 멈칫한다는 것.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을 겪었으니까 99퍼센트 추정은 해야 한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제가 돼야 한단 말이다. 왜냐하면 장구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단지 현실에서 말하고, 예술에서 논했던 정도가 아니라 누군가가 총대를 맸으니까. 아돌프 히틀러라는 리더와 국교와 결과를 보아하니 어떻게 보면 일종의 종교전쟁이었으니까. 아울러 신의 인간계 데뷔를 일절 인정 못하거든. 선택 받은 민족을 위해 해 준 게 변변찬거든. 착하게 살라 거짓말하지 말라 어째라 어째라... 도덕과 윤리에 대해서는 만국공통인데 우리가 1번인데 평등도 좋지만, 워낙 핍박도 많이 받았고 형평성에 대해 뭔가 좀 그렇거든. 그렇다고 인격이 아닌 신격이 노여워하시지는 않을 테지? 신이 응애응애 애기도 아닐 테고 암행어사처럼이든 전면에 나서든 어쩌든 인간의 우매함에 대해서 웃으면서 미스테리를 남길 수 밖에.
(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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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상식 한말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를 양분했던 악의 세력인 독일과 일본. 나치 문양과 욱일기. 똑같은데 똑같지 않음. 한쪽은 법으로 금하는데 한쪽은 그렇지 않음. 완벽하게 문명의 선험자와 후발주자의 차이. 또 1인자 브랜드가 있냐 없냐, 국기와 겹쳤냐 독립됐냐의 차이. 유럽과 유럽이 아니냐의 차이. 교류가 많은 문화권과 적은 문화권 차이. 한마디로 유럽은 통합이요 반대쪽은 개별. 그래서 한마디로 애매함. 유럽에서 저먼 파워를 알아주듯이, 후발 주자 가운데서는 일본도 '영국+독일'의 규모. 결국 나중 중국은 미국 X 몇에 도달할 텐데, 대체로 규모의 문제일 듯. 흐흠. 인도의 헛기침 소리가 유난히 크군 그래. 또 모른다. 먼 미래에 남미 연합이 들고 일어설지도. 그런데 이런 애매한 일은 대가와 거장들이 나서서 외면. 정치? 무조건 고개 돌림. 난민 문제? 입도 뻥긋 안함. 그런데 상장을 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아주 아주 싱글벙글 아조 아조 으쌰으쌰, 좋아죽겠다는 거지. 그러니까 일부 평론가가 그런다. 웃기고 자빠졌네 라고. 반대 학파가 그런다. 좋아하시네 라고. 다 그런 건 아닌데 그분들은 벙어리 삼룡이임. 절반은 가짜임. 허당임. 삼류에 바보요 푼수임. 꺼림직한 일은 시민단체가, 어려운 일은 환경단체가 죄다 도맡아 하란 말인가? 뭐야! 그런데 애매함에 대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자나. 정작 중요한 걸 또 잊어먹었네? OK!
하여 해법은 하나. 애매함이 좋다면 함께 기억하면 되고, 애매함이 싫다면 법제화를 하면 된다. 정리를 하면 된다. 애매함이 좋다면 함께 기억하면 된다. 전쟁사의 기념비적 압권이자, 최고의 사건인 진주만 공습! 전쟁 위안부, 난징 대학살, 731부대의 생체실험, 군수 산업을 위해 동원된 무수한 강제 노동, 무수한 개-죽음, 일본의 식민지 알레스카, 일본의 식민지 호주, 일본의 아시아 거의 전 지역 장악... 너무 많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까지 전부 다 일어났다고 봐도 된다. 실제 그랬으니까! 차마 셀 수가 없다. 그런데 원자 폭탄과 진주만, 그래서 끝? 나머지 999는 다 어디로 가고! 그래? 그렇다면, 애매함이 싫다면 법제화를 하면 된다. 의식이 따라가면 된다. 그러나 그건 싫네? 함께 기억하면 된다. 잊으면 안되고. 그래서 나치기와 욱일기에 대해서 결과는 그렇다. 하나는 따로국밥이고, 하나는 코스모폴리턴이다. 약간 엇비슷한 예로 그게 있다. 리하르트 바그너와 이스라엘. 그 둘은 상관관계가 없다. 이론적으로는 그래야 한다. 그런데, 그럴까?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전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로보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의 역사는 곧 종교의 역사였다. 유럽인이 잘 아시듯 유대인의 반기독교 정서는 식민지를 10년 100년 겪는 일과는 또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의 기준이라는 셔력 0년도 이스라엘에서는 불인정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 구약인지 신약인지 거기 나오는 어떤 인물을 히틀러보다 더 혐오할 수도 있다. 신은, 유대인을 만족시키지 않는 이상, 신은 없다 라는 것이 그분들의 논리다. 우리를, 유대인을 만족시킬 정도의 신만, 우리는 신으로 온전히 인정한다는 논리다. 유대교를 자세히 연구하고 싶지는 않다만 그게 유대교의 철학이다. 그게 유대교의 논리다. 아니 어째서, 대체 왜 그렇게 내부에서 보면 올곧던가 외부에서 보면 비틀어졌을까? 그럴 만 했으니까 그랬겠지! 그게 역사다. 그게 바로 역사다. 그러니까 이 깃발이 어쩌고 저 깃발이 저쩌고? 문제는 그런 애매함을 해소할 수 있냐 라는 것. 그래도 어떻게 잘만 하면 의견을 통합할 가망성이 있을까? 없다.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결론은 계속 그처럼 가는 수 밖에 없다. 각자 따따부따 하는 수 밖에 없다. 바로 민주주의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성숙하면 끝일까? 끝 아니다.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국가는 국가를 정당하게 침략해도 되고, 마음대로 침탈할 수 있으며, 고로 결연히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미숙함을 벗어나서 그렇지 힘으로 유럽이 전 아프리카를 장악해도 정당하다. 다른 데서 뭐라 할 수는 있겠지만 정당한 일일 뿐이다. 야만에 대해서 나는 예외라는 게 인간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사가 그걸 증명했다. 기특하게도? 그것에 대해서 만큼은 법도 윤리도 없다. 시대적 분위기만 존재할 뿐. 국제뉴스를 보아하니 러시아와 중국 사이가 좋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지금이니까 그렇지 1969년 약 1년간 국지전이 있었고 어중간한 무승부로 끝났다. 말발 센 친구들이랄지 비화랄지 그걸 근거로 말하자면, 어디가 어디에 찍소리도 못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알고보면 썩 우호적인 사이는 아닌 것이다. 그럼 또 러시아와 일본은 싸운 적이 없을까? 있지 왜 없겠나. 누가 이겼을까? 누가 이겼나는 몰라도 현재 쿠릴 열도는 러시아가 실효 지배중이다. 현재 러시아 땅이다. 러시아는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지만 당시는 아니었으니까, 어쩌다 알레스카를 미국에 팔았다. 지금 따져보면 판단 미스지! 그러면 지금 쿠릴열도? 포기할 수 없을 거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도 아니고, 중국과 앞으로 사이가 내내 좋다는 보장도 없으며, 일본과 겉으로는 1인자끼리 악수하며 사진을 찍지만 과거에는 적대국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 가스는 고갈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 콩쿨이 유명하면 뭐 하나, 중국의 성장세를 보니 장난이 아니거든. 국제뉴스에 쿠릴열도가 나오면 얼굴만 찡그릴 게 아니라 그런 사정을 아는 게 선행 조건이다. 그게 필수적이지 않으면 남자들 사이에서 말발로 딸리게 된다. 때로는 창피함을 당하게 된다. 부끄러움은 감수해야 한다. 곧 숙녀가 모르고 싶어할 러시아 역사에서 딱 1개만 간추려보자. 뭔가 이해가 어렵다면 말이다. 정사와 비화 다 빼고, 딱 1개만. 그것은 무엇이냐, 러시아의 입장이다. 말도 못할 정사와 비화는 전부 빼고 지금은 딱 그것만 보자. 왜냐하면 그래야 러일전쟁이 어떻게 쿠릴열도로 이어졌나를 이해하기 쉬우니까. 러시아가 어떤 나라인가? 무시무시한 케첩 역사는 다 빼고 이것만 보자. 소련 연합이 해체되기 전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를 러시아가 어떻게 누렸는지를. 문학?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나보코프(러시아→미국)! 미술? 간딘스키, 샤갈! 음악?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러시아 5인조! 이와 같은 브랜드가 일본에 있나? 없다. 있어도 톨스토이에 비하면 2류다. 있어도 차이코프스키에 비하면 한시적이다. 있어도 라흐마니노프에 비하면 귀엽다. 결국 선험자 집단에 비하면 그만그만하고, 전부 경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비 브랜드 일색이다. 아마추어는 열광할지 모르지만 (일부) 전문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으니까. 일본이 자기를 아시아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던 것처럼, 개인적으로 알파벳을 선호하는 것 또한 자유니까. 그 역시 존중 받아야 마땅하니까. 유행가도 안 듣거든. TV도 거의 안 봄. 일반인 주제에 스타병 걸린 거야 뭐야, 지가 대가와 거장과 천재들을 어찌 모른 체할 수 있냐? 첫째 몰라 봬서 죄송헙니다, 둘째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아시아 원시인들은 비-알파벳으로 만들어진 컨텐츠나 보며 좋아해야지 별수 있나. 남의 다리 긁기를 좋아하는 미개인들은 신세계를 알아도 영원히 남의 다리나 긁는 토인일 수 밖에. 수박 겉 핥기가 진짜인 줄 아는 부시맨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 응애응애 미개인인데? 삐악삐악, 아무리 잘 해도 꼬끼오꼬꼬댁이 끝인데? 아무리 잔칫상에 숟가락이 올라가도 톨스토이나 셰익스피어, 피카소와 모차르트는 못되는데? 야만인은 아니지만 인도인처럼 맨손으로 식사를 하고, 동아시아 일부처럼 강아지를 먹으며, 또 어디처럼 태평양에서 고래나 잡으러 다녀야지. 고래 고기가 대체 얼마나 맛난지 전-세계인에게 자랑해야지. 환경단체니 뭐니 지구 기후를 걱정하시는 여러분, 너무 애쓰지 마세요. 거 너무 힘 빼지 말란 말이오. 당신들이 노력하면 뭐헙니까, 우리가 한방에 해결한다니까요. 허허허. 우리가 나서서, 전 세계의 고래를 모두 때려잡을 테니까요. 싹 다 그냥 일망타진할 테니까요. 고래 그거 몹쓸 동물이거든요. 그처럼 명예욕은 모든 좀비들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든다. 오락산업은 그 덜렁덜렁 고추 달린 좀비는 물론 괴물까지도 춤 추게 만든다. 그것도 교양인이 돌아다니는 멀쩡한 거리에서 말이다. 뭐야, 뭘 보고 뭘 듣고 무엇이 최고라고? 우리를 아시아라고 부르지 말라 했던 영원한 원숭이가 만든 거네? (딱) 믿고 거름. 100퍼센트 쓰레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통과. 왜? 왜냐하면 사자병에 걸린 원숭이가 자기를 원숭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으니까. 심지어, 지금도, 여전하니까! 정말 왜 그런거야, 재규어─치타─표범이 못되서 그 원숭이들은 한이라도 맺힌 건가? 걸신들린 거야 뭐야! 날 따라해봐요 이렇게, 전 예술계가 연예인 지망생에다 일단 조명이라면 그냥 아주 환장하는구만 그래. 딸랑딸랑이라면 정말 사족을 못 써요. 허허. 원숭이, 대단하다. 원생이, 훌륭하다. 원쉥이, 아름답구나. 원숭이 최고, 원숭이 지구 최고, 원숭이 우주 최고! 어쩜 그리도 주제 파악을 잘하실 수 있는지. 맙소사! 한마디로 감동 한마디로 갈채. 일동 기립박수! 딸랑딸랑 반짝반짝 따르릉따르릉! 멍청한 놈들, 천박한 것들, 식민지 거지들. 노예 근성, 제 버릇 개 주겠나. 멸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깔봐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막 대해주셔서 성은이 만극하옵니다. 물론 진심입니다. 독수리니 코뿔소니 맹수니 뭐니, 그거 다 순 허당입니다요. 원숭이 만세 만세 만만세! 지금이 난세도 아니고, 아 글쎄 듣고 싶으시면 듣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지 그랬소.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말이오. 허허허. 저런...... 뭐-뭐-뭐라, 심히 무엄하도다? 단정히 화를 내도 귀여우시네. 옛날처럼 때리며 저세상으로 보낼 필요도 없잖습니까. 애원도 아니고 명령도 아닌 원숭이의 소원인데 만사를 제치고 들어들어야죠. 세계가 나서서 열광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워워워 워워워 워워워워워워워! 쩍-쩍-쩍-쩍-쩍-쩍-쩍! 그래서 그래서, 시작했어 시작했어. OK, 드디여! 뚜껑 열렸어 뚜껑 열렸어. 얼굴 빨개졌어 얼굴 빨개졌어. 화났어 화났어. 열 받었어 열 받었어. 삐졌어 삐졌어. 기분 잡쳤어 기분 잡쳤어. 신경질 났어 신경질 났어, 신경질 제대로 났어. 빡쳤어 빡쳤어, 완전 빡쳤어.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야 야 야, 뭐해 뭐해 뭐해, 튀어 튀어 튀어. 뭐해 일단 튀라고! 뒷북도 억울한데 비인기도 짜증나는데, 본심은 결국 지기 싫으셨던 것이로군. 누구에게? 아 잉글리쉬 페이션트에게! 그러니까 1세기 동안 장구한 발전을 거듭하여 도달하신 지성이 딱 그 정도라고? 천왕 패하 만세, 천왕 패하 만세! 천왕은 세계의 희망! 천왕은 우리의 기쁨. 천왕은 다름 아닌 바로 신! 아니 그럼 듣고 싶으시면 말씀을 하시지 그랬소, 이 양반아. 허허. 아 놀구 있네~! 알고 봤더니 깜둥이 누가 앞장 서서 껌둥이 망신 다 시키고 다녔구만 그래. 만약 백인이 그랬으면 어땠을까, 통계니 비율이니 과학도 모르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인종차별이라는 힐난 먼저 피하자고 선심성 남발에 비-알파벳 문화 애호라... 소비의 시대이자 혐오증 세상이로구나. 앞날이 결코 만만치 않겠구만 그래. 아무리 그래도 과거 욱일기는 아시아를 괄대했지만, 현대인은 선심성에서 자유롭기를! 하이에나는 누가 봐도 하이에나인 것. 준치는 썩어도 준치인 것. 사자는 나를 사자라고 부르지 말거라 라고 하지 않으니까. 코끼리는 영원한 코끼리일 테니까. 그러니까 일본은 1세기 전에 아시아를 미천하게 보았을까? 그랬다. 그래서 일본은 1.5세기 전에 아시아를 멸시했을까? 딱 그랬다. 미술─건축─고전음악─문학등 유럽 문명은 꽃을 피웠는데, 그런데 아시아는? 유럽에는 화려한 오페라가 있는데, 그런데 아시아는! 실제 그랬다. 당시 세계3대 도로 사이클 경주가 시작될 즈음, 아시아 일부는 아직도 인력거와 가마였다. 그래서 일본이 총대를 맺고, 러일전쟁도 그래서 일어났다. 일본인은 이런 논의에 대해서 뚱한 표정을 지어야 정상이다. 아니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밝은 미래로 나아가자, 조상님들 일은 건조하게 바라보자, 그러면서 내게 불리한 불미스러움과 학교의 교과목은 외면한다? 어른스럽지 않은 일이다. 남자답지 못한 일이다. 여자는 몰라도 남자는 고추를 달 자격이 없는 일이다. 그런 남자라면 덜렁덜렁 고추, 그거 달 자격 없다. 그 고추 내 꺼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말하자면 교화-개척-탐험-침략에 대해 황금기를 누린 걸 무엇이라고 하냐, 제국주의의 전성기라고 한다. 그것의 뒷북은? 잘 아시다시피! 그래서 세상에서는 말한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그래서 어른들은 말한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그래서 드라마는 말한다. 사랑은 운명이라고. 아차~ 깜빡하다가 샛길로 빠질 뻔 했는데, 다시 돌아와서. 러시아 역사에서 국제적 분쟁, 그 결정적 장면은 많지 않다. 그것은 곧 러시아로의 침공국! 징기스칸과 로마제국이 러시아에 얼만만큼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러시아는 제국주의의 영광을 제법 누리지 못한 듯 하다. 자, 한번 봐볼까? 북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에서 러시아어를 쓰는 국가가 있나? 없다. 동유럽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가 있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없다. 당장 떠오르는 건 0개다. 밖으로냐, 안으로냐! 보아하니 러시아는 후자였던 것이다. 어떤 경계가 애매하긴 하다만 명백한 후자. 자, 그에 대해 러시아가 후자라면 잔뻔치는 다 빼고 탑3를 꼽아보자. 그것은 이렇다. <1.프랑스 2.일본 3.독일> 그렇게 끝. 브랜드로 따지면 <1.나폴레옹 2.진주만 기습 3.히틀러>. 여기까지 잘못된 일이랄지 틀린 거 있나? 없다. 있으면 알려주시고. 그렇게 제국주의의 시대에서 소비의 시대로 넘어왔으니, 따라서 지금은 영토로 아웅다웅하지 않고 다른 걸로 대신한다. 이를 테면 올림픽, 월드컵, 해외관광, 외교, 국제뉴스, 예술, 오락산업등. 좌우간 현재 러시아는 민주주의 체제지만 자타공인하듯이 성숙한 단계까지는 아니다. 요약하자면 러시아는 이랬다. 1206년 징기스칸의 주무대. 1800년 전후 나폴레옹에게 희롱 당함. 18세기 중반 유럽의 제국 연합 동맹군에 대패. 1905년 러일전쟁 완패. 제1차 세계대전 때 선제 공격으로 뻔트를 댔으나 망신. 그래서 소련 연방 결성. (유럽은 연합, 중동은 연맹, 소련은 연방등 약간씩 차이 있음) 또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에게 농락 당함. 그때는 연합국 편. 그러나 중간에 상황이 애매하게 바뀜. 그래서 1945년 얄타 회담을 근거로 한 불가침조약을 파기. 그렇게 아시아 침략. 그렇게 러일전쟁2 발생. 그 영향으로 1956년 부다페스트 봉기와 1968년 프라하의 봄 발생. 그래서 민주주의가 늦게 출발. 정치적 의식도. 그런데 문제는 체제만 타임머신이 아니라, 평균 수명이 뭐하다는 것. 그러니까 러시아 상남자들이 현재 으쌰으쌰중. 옛날부터 쭉 그랬는데, 악재가 겹침. 숟가락 들 힘이 없을 때가 임박해서야, 문지방 넘을 힘이 없어 여심을 탐할 수도 없을 때, 구애 자체가 불가능한 딱 그시점에야 비로소 연금을 줄라요? 라면서! 나는 아무도 부럽지 않다, 그의 인생은 불행했다. 전자에서 후자로 언제 바뀔지 모르는 바로 그 간당간당한 찰나에 연금인지 뭔지를 줄라요? 살짝 느낌이나 보라면서? 지금 장난해? 어? 라면서!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오다 옆길로 샌 것도 억울한데, 어? 그것만 해도 서러워죽겠는데, 어? 솔직히 어디서 말은 안 했지만, 친구한테 그걸 어떻게 하소연하냐고! 그처럼 전적도 초라한데, 뭐가 어쩌고 어째? 러시아 마초들 뿔날 만함. 마초계에서 알아주는 마초─언제 어디서든 상남자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상남자─세계 마초 협회에서 명예 회원 특급으로 추대하는 러시아 마초. 충분히 그럴 만함. 그렇지만 러시아 정부는 가난을 핑계댐. 결론은 러시아가 밖에서 당했고, 안에서 헤맨 만큼 앞으로는 더 헤매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점. 러시아는 더 이상 당하기 싫을 거라는 점.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어찌 예상할 수 있단 말인가, 러시아가 더더욱 헤매고 싶어할 것이라고. 러시아 하면 케첩이 즉각 떠오르네 뭐니 뭐니 같은 정치사도 중요하지만, 보아하니 러시아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사랑의 바보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비-러시아 국민이라는 그대의 신분으로써 러시아의 입장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있습니까? 있을까? 없을까? 정말 있을까? 있냐구요! 솔직히, 있냐구요! 있다 라고 자신있게 손을 번쩍 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교양가라고 자신있게 자부하는 박사님은 제외하고, 비-전문가로써 동의한다가 아니라 미리 다 알고 있었다 라고 생각하신 분. 있습니까? 우물우물 종알종알하지 마시고, 있냐구요. 있을 턱이 없겠죠. 이기주의자로써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만 믿을까, 내게 유리한 것만 옹호할까, 그 궁리만 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생각을 틀을 넓힐 수 있으리요. 안 그렇소? 궁시렁궁시렁, 말끔히 정리되어도 결국 듣기 싫다는 것. 개코원숭이와 인간의 공통점 아니겠소. 치아를 보여서 인사하는 것, 공격 의사가 없다며 약조하는 것. 전자는 사랑의 인사요 후자는 외교적 관례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자와 후자도 알고 보면 썩 다르지 않다는 것. 문명과 야만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듯이. 주관적인 국사와 객관적인 세계사, 그 역시 마찬가지다. 그처럼 비-러시아인으로써 러시아의 입장을 생각해봤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단 케첩이 얽힌 비화가 먼저 떠오르거든. 그처럼 고양이가 쥐 (입장) 생각해주기가, 그게 어디 쉽나! 안 그렇소? 사실을 놓고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국소적인 사실만 놓고 말하는 것. 둘째, 사실인 줄 알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닌 것. 셋째, 전 영역에 걸친 사실 가운데 내게 유리한 사실만 요만~큼만 똑 떼서 말하는 것. 일본인이 전에 거기 살았나 안 살았나는 몰라도 쿠릴열도는 한마디로 정치적 지역인 것이다. 독도는 한국인이 옛날부터 살았고 지금도 사는 데도 불구하고, 일본은 우기다 안 우기다 반복하다가, 지금은 적극적으로 우기는 중이다. 일관성은 포기했고 자존심도 포기했다. 잘 하고 있다. 살아 생전 마음대로 살던가 막살던가 그래야지, 안 그런가? 제발 그 마음 변치 마시길. 한쪽은 싫어도 큰 관심이고 한쪽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겠지만. 야금야금, 확장 정책은 포기할 수 없으니까. 문명의 선발주자가 아니라 후발주자니까. 쿠릴열도만 봐도 쉬운 문제 아님. 좌로는 숙적 아일랜드요 우로는 앙숙 프랑스라! 한쪽은 미개요 한쪽은 껄끄로움. 쿠릴열도의 현 시각은 이렇다. 2018년 러시아가 평화협상 제안했으나, 일본은 현장에서 듣자마자 즉각 거절. 외교적 관례에 위배되나? 어쨌든, 따라서 러일전쟁 3탄은 이론상 가능. 과연 러시아가 생각하는 레드라인이 일본과 같을지는 몰라도 여차하면 러시아가 망설임 없이 전쟁을 택할지는 미지수. (일단 중국 무슨 부장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움) 1가지 분명한 건 그것! 일본은 법을 바꾸면 진주만2 즉시 가능. 1945년 전쟁 패배 후 욱일기 사용 금지. 대충 1955년부터 욱일기 재사용 시작. 1964년 도쿄 올림픽. 곧 현재 나치기는 독일 및 일부에서 불법, 욱일기는 전세계에서 합법. 정서적 불편함은 상존, 관습헌법은 별개. 때문에 욱일기 휘날리는 일본 군함이 하와이 진주만에 자랑스럽게 입항 가능. 게다가 군함은 국제법상 자국의 영토임. 하지만!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인은 멈칫함. 국제전 축구장에 원정경기 응원단이 와서 욱일기를 휘날려도, 되긴 되지만 멈칫. 마치 이스라엘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을 트는 일처럼. 아돌프 히틀러가 사랑했던 바그너의 음악이 아시아에서는 그렇다니...! 고로 유럽은 연합 아시아는 콩가루. 유럽은 십자가 아시아는 빨간색. 유럽은 컬러TV 아시아는 황인종. 아울러 일본은 법을 안 바꾸면 실제적으로 진주만 1탄을 당할 가능성 없지 않음. 그래도 선제 공격은 불가능하나, 편법이 있음. 그렇다고 법을 바꾸면 진주만 2탄이 상시 가능! 진퇴양난. 그게 다 일본 정계가 1세기 독주하며 쌓은 업적. 그런데 이상한 게 뭐냐면 세뇌될 만큼 됐기 때문에, 그러므로 좀비 입장에서는 조상님의 업보부터 현재까지를 합리적인 정의로 인식함. 반쪼가리 자작처럼 우리도 피해자인데, 왜 저들이 불편해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함. 일반인이 아무리 노력하며 뭐 어째도 정치인이 한방에 해결함. 세계 경제 2~3위는 달성했으나 윤리는 외면. 결과적으로 세계 제패 도전자의 자격을 국력으로 증명. 그러나 하필이면 뒷북. 한마디만 하자. 개별 정서가 심하게 차이나는 게 왜 그런 것일까? 그럼 유럽은 정상이고 아시아는 비정상인가? 유럽과 아시아의 차이점은 뭘까! 설마 문명인과 미개인? 왜 아시아에서는 전부 다 이기적으로만 역사를 볼까! 뭐 일단 그래서 지금부터 다음 1세기의 전세가 흥미진진 기대됨. 군사전문가가 이 정도도 모른다면 그건 사이비다. 명백한 가짜. 헛선심처럼 헛 공부한 셈. 그처럼 싸움 외에 영토분쟁 역시 만국공통이다. 세계지도에서 보면 최고로 반듯한 직선. 곧 캐나다와 미국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알레스카의 꼬리인지 어딘지를 놓고 1세기던가 1.5세기던가 다툼이 치열했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대해서 대체 왜 미스터 오리님께서 광분하실까? 알고보면 그럴 만 하니까 그런 거다. 스페인어를 못하면 미국 남부권에서 살기에 불편하고, 뭔가를 자세히 알면 머리 아프다. 그래프로 따져보면 인종비율 언어비율이 미국에서는 상하로, 중국에서는 빈부라는 기준에 따라 동서로 정확히 선형을 띤다. 비선형이 아니라. 자, 그렇다면 시선을 남미로 돌려볼까? 돌려보지 말자. 너무 많다. 너무 복잡하다. 말도 못하겠다. 전쟁과 분쟁은 그처럼 인접국 사이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통계로 따지면 90퍼센트. 그러니까 제일 친하게 지내야 할 이웃 국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제일 미워하는 사이일 수도 있다. 세계 어디를 봐도, 그건 만국공통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이간질할려는 게 아니라 진실이 그러할 뿐. 그런데 음, 전쟁 이야기라... 남자들 싫어하지 않는 주제로군. 그러니 조금만 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이 패배한 이유는 한마디로 무리한 세력 확장 때문이었다. 만일 당시 일본이 알레스카를 먹지 않고 알레스카와 미-본토 사이, 그 캐나다 영역으로 침투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원숭이는 백마에 올라타 오렌지와 사과, 탐스런 딸기와 달콤한 망고까지 다 따먹었겠지. 위안부, 다른 말로 전쟁 성 노예는 캐나다에서도 착출됐을 테고. 작전을 보자면 그린란드까지 꿀꺽할 수 있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뒷북만 때리다 만 결과가 됐다. 그러니까 다리가 가려우면 내 다리인지 남의 다리인지 잘 보고 긁어야 한다. 안 그러면 드문 사례처럼 비열했던 하와이 진주만 대공습은 결국 처참한 실패로 끝나게 된다. 말하자면 기업처럼 자신 있는 분야만 일하는 게 아니라 무리한 사업 확장? 결과는 패업이다. 증권가 역사를 봐도 그렇다고 한다. 당시 독일과 일본이 세 확장을 하지 않았으면 국제 질서는 또 달랐을 것이다. 그 가운데 제일 유명한 원자폭탄 투하? 당시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그렇게 2곳에 투하됐다. 그런데 이상한 게 뭐냐면 사람들은 그 때문에 전쟁이 끝난 줄 안다는 것! 과연 그럴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사실을 알게 된 다음 일본의 지휘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참모진은 그 정도로 눈 하나 깜짝한다면 그건 참모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전쟁이 폐막하게 됐냐고? 미국이 일본의 해상선을 완전히 봉쇄했기 때문이다. 당시 어마어마한 해전도 벌어졌는데, 전쟁은 그게 다가 아니다. 굳이 카알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읽어보지 않아도 된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봐도 된다. 이해, 가능하다. 고개 끄덕끄덕! 일단 전쟁을 할려면 그만한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만한 에너지가 막 넘치니까 자, 전쟁이 시작됐다. 그러면 군수를 조달해야 한다. 군수를 조달할려면 무선으로 조달할까?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래서 군수품을 배로 바깥으로 보내고, 군수품을 만들기 위해서 재료를 해외에서 배로 불러들여야 한다. 해안선이 봉쇄되기 전에도 후에도 전쟁 노예를 시켜서 소나무 송진을 조달했다. 석유 대용으로 말이다. 만약 군수품을 땅에서 캐내거나 마술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답은 그것 밖에 없다. 그래서 그 보급로를 완벽하게 차단하면 어떻게 될까? 세계 패권 도전자는 궁지에 몰린 쥐 신세일 수 밖에. 그래도 항복하지 않았다면 원자폭탄은 계속 투하됐을 거라는 점,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언제까지? 바로 항복할 때까지! 3개─4개─5개─6개─7개......! 그리고 남자들 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 진주만 공습이 뭔가? 유럽의 펜싱, 유럽의 신사, 유럽의 문화, 유럽의 모자, 유럽의 격식, 유럽의 교양, 유럽의 양복, 유럽의 선구 정신과 전혀 상반대는 행태였다는 점! 일단 시작부터 일본은 '유럽 정신'과는 상반되게 전쟁 선포 일절 없이 도둑처럼 진주만을 공습했다. 고양이처럼. 나비처럼? 밤 도둑처럼! 체스로 치면 시작도 하기 전에 포와 차와 말을 다 떼어버린 체 시작한 셈이다. 원래 전쟁이란 그렇게 물불을 가릴 수 없는 게 전쟁이다. 사극에서 그런 얘기 안하고 뭐 하나! 그러니까 원자폭탄이 그렇게나 유명하니까 어떻게 보면 꼭 일본은 아무일도 안했는데, 가만 있는 일본한테 미국이 윽박지른 건가,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관심 자체가 없으니까. 요점만 알면 되니까. 역사라면 따분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전쟁이 끝났다. 전쟁 종료까지 일본의 왕은 무엇을 했을까? 아무 말도 못했다. 일명 허수아비. 전쟁 후에는? 노 코멘트! 중요한 건 형식이니까 가식 떼놓고 행동만 따져보자. 역대 왕, 일본의 역대 왕에 따라서 정확히 둘로 나뉜다. 표면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속으로는 정확히 둘로 나뉜다. 완벽하게 둘로 나뉜다.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사람은 그럴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둘로 나눴을까? 이렇게 나눴다. 첫째, 내가 왜 전쟁을 반성해야 하는데! (살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 진짜다) 둘째, 전쟁을 반성합니다. 바로 그렇게 둘로 나눴다.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새빨간 거짓말. 거짓말이 반복되면 또 역시나 땅에서 하늘에서 뭔가가 꿈틀된다. 한 시절도 아니다. 꼭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뭐랄까 이스라엘처럼 민족의 운명이니까. 만약 전쟁 범죄가 성공했다면 영국 여왕처럼 의전-충성-절을 받았을 테고, 실패했으니까 내가 왜 반성을 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전자던 후자던 왕은 결국 허수아비였으니 그럴 수 밖에. 결과를 봐서 좋으면 전면에, 안 좋으면 발뺌. 물론 일부랄지 속마음이 그렇다는 뜻. 왕답네 왕다워. 그러니까 핵심이 뭐야. 존경해라야 숭배해라야, 아니면 오리발을 보고 배워라야! 뭐냐고. 무슨 왕이 이래? 왕부터 오리발이니까 남의 다리 긁기가 유행이지. 아 저번에 긁은 데 또 긁네. 또 누가 내가 긁는 거야? 아 시원해, 근데 난 왜 남의 다리를 긁는데 시원하지! 안 그런가? 누굴 보고 배우란 거야? 차라리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나 가지. 혼자 알아서 적자생존하란 말 아닌가. 그 지위는 배알도 없나, 아니면 있으니 그런가! 그러니까 동물원의 원숭이가 물개박수를 받으면 사람들 마음도 모르고서, 혼자서 좋다고 재롱을 피우지. 안 그런가? 결과가 그렇다. 잉글랜드가 증명했고 일본은 반쯤 미담으로 남지 못했고. 입장이 판이하게 그처럼 둘로 나뉘듯이 정계에서도 똑같이 나뉜다. 전쟁 위안부 문제에 그렇게 소극적이면 되겠습니까, 전 세계가 우리를 주시하며 우리가 정말로 그런 줄 안다니까요 라고 하는 정치인? 없을, 수가, 없다. 베스트셀러 작가 출신 여성 정치인이 대표적으로 그렇게 말한다. 그분은 정녕 그럴려고 국민의 대표가 됐을까? 남의 집 잔치에 배 나와라 감 나와라, 하는 거 아니지만 지구촌 시대에 그건 좀 아니지 싶다. 그렇게 전쟁이 끝난 후 미군 및 연합군이 일본을 일정 기간 통치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난 후 중국은 공산화가 됐고, 한국은 2개로 쪼개졌다. 미국도 크게 깨우쳤다. 식겁한 거지. 또 베트남은 그 전에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다시 일본의 식민지였다가, 중간에 공산화가 됐다. 그러다가 나중 베트남 전쟁이 일어난 거다. 아, 그 전에 한국전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독일과 일본은 연합군 통치 체제로 전환. 그런데 하필 그때가 냉전. 그래서 한국의 위는 러시아, 아래는 연합군이 통치. 그러다 북한이 하와이 진주만 때의 일본처럼 기습. 전쟁 시작. 국제 연합군 50인가 100여개 국가가 남한 도움. 엎치락뒤치락. 그러다 중국이 북한을 도움. 그렇게 4년 후 종료. 비화는 빼고 사실만 요약. 근대 전쟁에서 사망자 순위로 겨우 탑10에 들긴 들텐데 면적 대비로 보면 최상급. 지금은 휴전 상태. 전제군주제인 북한도 근대 군주에 대해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전범자 참배처럼, 아니 독재적으로 뭐 어떠함. 하늘나라에서는 어쩔란가 몰라도! 아무튼 제2차 세계대전의 폐해가 유럽 만큼은 아니지만 지구 반대쪽도 치열했음. 나머지는 다 빼고라도 말이다. 그 기간 중에도 일본은 영국이 중국의 홍콩 땅을 차지한 것처럼 제2의 홍콩을 요구했다. 누구에게? 미군정에게! 그런데 패자의 요구를 승자가 들어줄까? 딱 거절! 그러니까 왜 그렇게 반성과 승복이 어려울까? 왜냐하면 후발주자인 일본은 국제전 경험이 근대에 들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서구 세력이 아시아에 손을 뻗치지 않은 딱 2 곳 중의 한 곳이 바로 일본이었다. 그러니까 UFC에 프로모터가 믿어봅시다 라는 식으로 출전시킨 선수처럼 화제가 된 거다. 사극에서 나오듯이 연못에서 소란스러운 건 있었지만, 유럽처럼 그 근방에서 역사적으로 참 오래도록 광풍까지는 없었다. 물론 유럽에 비해서 그만그만하게 아웅다웅만 있었다는 거다. 그에 대해서 흔히 보이는 얘기가 뭐냐면 터키도 그런다. 서구 대 자기. 동아시아도 서구 대 아시아, 어디는 또 어쩌고. 물론 그 말은 우리도 함께 가야 한다 라는 뜻이다. 우리도 분발하자? 좋다. 왜 나쁘겠나. 그런데 비틀어보면 그건 뭔가 부족한, 상태가 좀 안 좋은 말로도 들린다. 물론 화자 잘못이 아니라 청자의 억지다. 비판적 견해로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거지. 한마디로 틀이 작다. 생각이 좁다. 판이 크지 못하네. 그건 곧 1 대 1 즉 동격이라는 걸 전제로 하는 말 아닌가. 아니 글쎄 동격이라니... 허허허! 바로 그래서 후발주자는 전쟁에 대한 의식이, 최소한 정치권과 군 계통, 즉 보수쪽에서 당연히 구시대적일 수 밖에 없다. 영국과 일본의 차이가 그거다. 영국은 한마디로 선발주자였다. 문명의 근간은 수학이다. 종교적&왕권 사회라는 과거에서 과학이라는 현대로 넘어왔다는 것. 과학의 근간인 118개의 원소기호. 원소기호는 현재까지 118개, 더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원소기호 견자를 보아하니 대충 97퍼센트가 백인이요 우리가 흔히 아는 선발주자라는 점. 나머지 3퍼센트를 후발주자로써 일본쪽에서 역할을 한 거다. 바로 그게 규모의 문제다. 일본이 '영국+프랑스'를 사뿐히 넘고, '프랑스+독일'로 봐도 우위니까 가능한 얘기다. (차이점이 그거다. 새 원소기호가 발결될 순 있지만, 한마디로 그 시장도 끝물이라는 점. 아동용 동화, 유년 신문, 뭐 플레이보이?, 대중적 취미 모임이 아닌 스웨덴 왕의 연회에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전문가들의 세계. 학계에서 필즈상 도전자의 비율. 곧 새 견자가 나올 가능성은 선험자보다 후발주자측이 월등하다는 것. 교과서-참고서-필기구-전자기기를 챙겨서 어른들이 다시 가방 메고 학교에 가는 일? 글쎄요!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는, 완벽히, 끝났으니까) 왜 세계의 패권이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넘어갔을까? 규모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하는 말로, 대중잡지 말고 전문적인 과학잡지를 보면 어디에서 완전 독식한다고 한다. 완전 독점이란다. 그러니까 후발주자라는 공룡 중국은 한발 늦은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잘 살면 그뿐! 어쨌든, 그처럼 영국은 일찍도 분위기에 편승했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 캐나다 총리는 어째야 하고, 법적으로 호주 총리도 일부 격식이라는 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가 어땠으면 그처럼 일본 왕의 지위도 격상됐을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주변국에서 일본의 왕은 인기 없다. 관심도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하늘에서 전투기로 호위하며 땅에서 의전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여 독일이 영국 여왕을 모시는 일? 거기서는 가능하다. 실제 그런다. 영국 왕실의 전통은 1년에 1번 국빈을 초청하는 일도 일상화된 뉴스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아직 왕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아시아에서? 일본의 왕님께는 죄송헌 말씀이지만, 꿈도 꿀 수 없다. 왜? 아직은 가까운 역사니까. 유럽은 가까운 역사에서 악역을 맡은 독일이 공화제요 영국이 입헌군주제니 가능한 얘기다. 그런데 지구 반대쪽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악역인 일본이 반대로 입헌군주제요 주변국은 공화제네? 반기지 않는다. 존중은 하나 존경까지는 아닌 거다. 같은 입헌군주제였는데, 위에서 시키지 않았든 밑에서 모르고 했든지, 한쪽에서 다른 한쪽의 왕을 무참히 죽이고 강제로 폐위시켰는데, 짜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천벌 받을 논리.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이디푸스 같은 게 그런 거다. 소 닭 보 듯 닭 소 보듯인 거지. 그렇지만 이해가 잘 안된다 라는 사람 왜 없겠나. 우리는 모두 친구, 우린 모두 챔피언! 우리는 세계인? 그럼 한번 비유를 해보자. 그러면 명쾌해질 테니까. 독일이 만약 입헌군주제라면! 그러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식민지였던 프랑스는 어떨까? 그때 기억으로 독일놈이라면 치를 떠는 프랑스 할아버지, 유럽인은 아주 잘 이해한다. 아주 아주 잘! 그런데 독일의 왕이 공화제인 프랑스의 대단한 호위를 받으며 기가 막힌 의전까지 받고 두둥~ 행차하신다? 어림 없는 일이다. 그와 똑같다. 교황이 이스라엘에 방문한 일이 있나 없나는 잘 모르겠지만, 저건 아니다.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교황은 세계를 돌며 거지의 맨발을 씻겨주는데, 감히 독일의 왕이 인사를 받겠다고? 전쟁 반성도 안 하면서? 독일에서나 왕이지 프랑스에서는 왕도 뭣도 아닌 거다. 왕이면 뭘해? 사람이 안 됐는데!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어본 뻔트 전문 대타도 그런다. 여기는 왕 그런 거 없다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자기가 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유대인에게 인사를? 늬가 신이면 나는 신 할아버지다 라고 하지 않을까! 그러든 어쩌든 지상의 왕은 하늘나라에서도 왕으로 대우해 줄 리는 없다는 것. 그럼 언제까지 미안해 해야 하냐고 라는 의문도 합당한 생각이다. 정답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다. 다만 기억하면 된다. 단지 조상님들 일이었다는 것을. 다시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어른들은 누구나 천사의 미소를 닮은 아이였고, 푸르른 꿈을 꾸던 유년이었음을 부디 잊지 말자고. 더군다나 현대의 문화와 오락산업은 우리에게 쿨할 것을 강요한다. 심지어 이미 세계인은 친하다. 더 친해지면 정든다. 더 정들면... 그럼 안되는데. 왜냐하면 그땐 의무방어전이든 지명방어전을 치러야 할 테니까. 어쨌든 영국왕은 드문 예고 그처럼 스폐인과 포르투칼이 제국 전성시대의 경쟁자였을 때는 승승장구해서 먼 과거가 됐는데, 후발주자가 뒤늦게 봉기를 일으킨 가까운 과거는 내내 뉴스에서 화자된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문화와 상식과 교양, 즉 미술-음악-문학에서 지대한,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아돌프 히틀러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차이가 그거다. 선발주자냐 후발주자냐 라는 점. 과장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원소기호 발견에 기여하므로써 다른 건 다 선진적이고 진보적이며 좋을 수는 있는데, 그건 늦는 거다. 그거? 전성기를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래서 여전히 국경에 대해서 객관적 실효를 불인정하며 내 판단을 법적으로 전 국민 즉 전 학생들에게 교육시킨다. 전쟁 반성? 그런 거 없다.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왜 그럴까? 왜냐하면 정치권은 사실과 역사는 먼 과거로 흘러가므로,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따러서 '미안'을 '유감'으로 대체하는 일에 대해서 앞장 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역할이긴 역할이니까. 언제 어디서나 그렇지 않나. 뉴스를 보면 국가대표팀이 이겼네? 뉴스는 커다랗게! 국가대표팀이 졌네? 신문에서 토막 뉴스로 다룬다. 시골 사는 친구를 만나러 도시인이 시골에 갔다. 드라이브하며, 야 야 여기야 여기야 여기가 시내야! 그래? 그래? 어디? 어디? 그런데~ 벌써 지나갔어! (효과음) 그런 게 진리다. 그러니까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제2차 세계대전 참모진들을 위해 인사하는 것은 정치권의 불문율일 뿐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국위를 선양하는 예가 오직 그것 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건... 왜 그분들이 1등인데! 왜냐하면 그 지역은 (잘은 모르겠으나) 자연재해에 대해서 세계1위권에 해당하는 삶을 살았고, 살며, 살아야 하기 때문은 아닐까 라고 넌지시 추측해볼 수 있다. 세계지도에서 불의 고리라는 땅의 절규, 그 외에도 하늘에서 천사의 눈물과 악마의 태풍은 사시사철 함께 해야 할 운명일 테니까. 그러면 주역의 뒷짐에 대한 잡음의 피해는 다 누가 받을까? 오롯이 독일 시민과 일본의 일반인이 받는다. 1차적으로는 안에서 받고, 2차 또는 똑같이 바깥에서 세계인이 받는다. 주변국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자동차도 못 만드는 나라 캐나다에서 벤츠 탄다고 다 나치가 아니거든. 중국에서 아이폰을 쓰고, 테슬라를 몰며, 알베르 까뮈를 읽으면 다 매국노게? 그건 아니거든. 결국 고스란히 무명들이 뒤치닥거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틀을 짜 주는대로 살 수 밖에 없는 민중들이 십자가를 지는 식이다. 조명은 그분들이 받고, 껄끄러움은 밑에서 다 알아서 하라는 거지. 힘든 일은 시민단체가, 욕은 환경단체가! 또 명성은 유명인이. 그럼 너네들은 물개박수나 치거라? 그러든가 말든가! 그래서 예술은 예술이 아니고, 예술이라는 이름 하에 너도 나도 전 시민이 연예인을 지망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뭐가 물이고 뭐가 술인지, 지성인들도 잘 모른다. 이런 바보 미련 곰탱이들~! 무대에 있다고 유명하다고 자기가 진짜 최고인 줄 알아.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자랑과 수치심조차 구분 못하는데 말 다 한 거지. 운전은 정계에서 하는데, 와 보아하니 배가 산으로 가는구나. 저러다가 진짜로 발가벗은 임금님이 되게 생겼네? 그렇다고 이건 아니다 싶다고 유명인들이 나서서 뭔 말을 하나? 그러나? 간혹 하기는 한다. 그러면 뭘해? 인기와 명성과 황금이 먼저인데. 극우세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차에 페인트를 발랐다, 그게 다거든. 메두기도 한 철이라고 선거철이든 뭐든 슥 넘어가면 된다. 그게 최고다. 따지고 보면 관망만 한 게 없다. 그래서 매번 뉴스는 반복될 뿐이다. 욱일기? 나치기? 나부터 요트도 사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이다. 그래서 단골 뉴스8번의 시기는 우리를 잊지 않고 고맙게도 또 돌아왔다. 욱일승천기 어쩌고저쩌고. 그러고 보니 욱일기를 다룬다는 게 빠졌군 그래. 유럽에서는 나치 깃발을 대놓고 찬양하나 안 하나는 모르겠는데, 독일에서 신-나치당이 정당한 의석을 가진다. 미국 시골에서 나치 깃발을 휘날리며 거리에서 자기들끼리 모이는 건 불법 아니다. 그러면 욱일기는? 유럽처럼 통합된 문화가 적어서 그렇지 아시아에서 서로서로 알고는 있다. 그렇지만 그냥저냥 어쩌다가 어물쩍 넘어간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런데 욱일기라는 브랜드가 나쁘게 쓰인 건 사실인데, 아예 독립적으로 전쟁을 위해서만 씌이지 않았다는 점? 맞나 틀리나는 모르겠다만 그래서 애매해지게 된 것이다. 나치기는 독일 국기와 독립됐는데, 욱일기와 일장기는 형제라는 점. 카인과 아벨이 형제였듯이 말이다. 기억하면 된다. 속으로 알면 된다. 이스라엘 개국 전에 유대인이 유럽에서 어떻게 당했나? 기독교는 독일의 국교였고, 아돌프 히틀러의 종교관은 몰라도 그는 독일인이었으며, 유대인은 독실하든 불성실하든 유대교도였다. 그래서 아돌프 히틀러라는 브랜드는 가스실에서 유대인을 가스로 몰살시킬 때, 자기가 좋아하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을 듣고, 또 들려주었다. 화형식의 공식 노래였다. 그에 일조한 조력자들이 많은지 적은지 몰라도 상당 부분 기독교도요 카톨릭 신자였다. 규모도 규모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럼 뭐 난징 대학살은 장난인가? 하긴 로마제국도 옛날에 똑같았고, 그때도 유대인은 당했으며, 몽골제국의 칭기스칸은 그랬다고 한다. 망자의 친족들이 슬퍼하며 오열하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제일 좋다고. 지금은 몽고인과 세계인이 친구니까, 일반화의 오류는 범하지 말자. 그렇다고 홀로코스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구 반대쪽에서 비슷한 시기에 난징 대학살이 있었다. 그게 바로 999 가운데 튀는마 1개다. 국제 재판과 학계와 약 10~20만명, 언론에서는 30만명이 학살된 걸로 본다. 막 10만명씩 들쑥날쑥하는 건 일도 아니라니. 그럼 일본에서 보수의 보수가 말한다. 그거 지나치게 과장된 거라고. 독일에서도 홀로코스트 그거 별일 아니라고, 지나치게 부풀려진 거라고 펄쩍 뛰는 정치인이 계신가는 몰라도 말이다. 정치인은 지치지도 않는다. 쉬지않고 거든다. 세계 전쟁의 역사에 위안부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고. 문화 라는 명분 때문에 꺼림직한 주제에 고개를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며, 외면만 하다가는! 그랬다가는 시민은 정치인의 노예에 다름 아닌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정계에서 포장하고 어쩌고 해서 전부 다 해먹어버린다는 거다. 아예 정치인의 옥석을 구분하는 선구안까지 까막눈이 된다. 괜히 존경 받아 마땅한 정치인까지 같은 값으로 가치 폄하되야 한다니. 정치 꿈나무는 틈틈히 고민할 수 밖에. 내가 정말 이 길을 가는 게 과연 옳은지 어쩐지 라고. 깃발에 대한 얘기가 다소 길어졌다만 정세라는 게 그렇다. 문명이라는 게 그렇다. 이익의 충돌만 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그 의의가 좀 많나? 남녀, 문명, 종교, 타임머신, 빈부격차, 정서, 선험자의 의식과 후발주자의 의식도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상식이란 바로 생각의 틀을 넓히는 거다. 생각이 슬기롭고 잔머머의 왕자가 된 반면 말랑말랑한 유연성도 챙기면 좋다는 거다. 부인 말도 들어봐야 하니까. 교양은 이런 걸 알고 난 다음에 교양이지, 그저 잔지식이 다가 아니란 거다.
한쪽에서는 말한다. 전쟁 얘기를 자주 하면 전쟁 발생 가능성이 그만큼 증가한다고. 정말 그럴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꼭 그런 건 아니다. 바로 그러니까 1세기 동안 유럽과 비유럽의 의식 차이가 심한 것 아니겠나. 전쟁에 대해서 쉬쉬하니까, 그래서 만족스럽나? 그래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만큼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신가? 입이 2개가 아니라 200개일지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러지 말고 우리, 하던대로 전범들 숭상하고 진주만2 영화 한번 찍자. 피라미드를 엎어서 너를 위해 살라, 대세가 그러니까, 뭔가를 의역해서 전범을 길이길이 숭배하나? 싫든 좋든 전범들은 그 언제까지라도 떠받들 테니, 그러니까 진주만2 영화 한번 찍자. 못할 것도 없지 뭐! 경기 끝난 후 경기장에서 패자가 짐 싸서 떠나지 않은 채 선수단 전체가 도열하여 승자를 축하해주면 뭐하나. 경기 끝난 후 관중은 끝까지 남아 다 함께 깔끔하게 청소하면 뭐하나. (군대야 뭐야 라는 비꼼은 빼고) 극장에서 영화 끝나면 엔딩 크레딧조차까지 전원 감상하며 화면 꺼지지 않는 이상 전원 착석이면 뭘해. <자화자찬에 물개박수와 야유가 기본 : 앵콜에 미칠 듯한 기립박수> 그 둘의 구분이 뚜렷한 유럽이 아니라, 무슨 공산당원도 아닌데 아무추어 깜박 속아넘어갈 정도의 환성이 최저점이라고? 그럼 뭐해. 손님이 저 멀리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하며 손 흔들어 인사하면 뭐하나. 그럼 뭘해? 응? 그럼 뭘하냐고! 정치인이 한방에 해결한다니까 그러네. 왜 그걸 모르나. 혹시라도 정상과 옳음 그리고 정의 쪽으로 약간이라도 다가간다고 가정해도 우려는 남는다. 그건 정치판에서 최소한의 윤리를 빠트리지 않는다는 건데, 설령 그럴지라도 무슨 크나큰 양보라도 한다는 듯 정치인의 생색에 대해서 또 얼마나 조명을 비추어 줄까. 오락산업은 또 얼마나 들끓을까. 특종의 특종의 특종이니 뭐니. 말도 못하겠지.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는 물론이요 대의까지 챙겼다? 예상되는 헤드라인, 부도덕한 정치인의 인기 연장에나 도움될 뿐이다. 그러다 분위기 지나면 또 다시 시간표는 어디로 쓱~ 옮겨 갈 테고. 뻔하다 뻔해. 그러니 사죄니 뭐니 미안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런 거 싹 다 셧업하고! 1 대 1로 만나라. 사진 찍을 때 1 대 1로 굽혀라. 아니면 만나지 말라. 아니면 인사도 받지 말라. 그래야 한다. 가짜로 굽히던가, 나는 뻣뻣하니 받기만 하고 그럼 안된다. 그럼 못쓴다. 진짜로 오늘을 살고 밝은 내일로 나아가고 싶다면, 잘못된 걸 바로나 잡고 과거는 기억만 해야지, 어? 그거 싫은 사람이 어딨나. 그게 뭐 그렇게나 어려울까? 어렵다. 왜냐하면 천왕은 어디 여왕이 될 듯 말 듯 될 뻔 하다가 망했기 때문이다. 안에서는 모르지만 밖에서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외톨이에 가택감금이다. 전면에 나서면 뻔뻔마를 탄 거다. 지금이 지들 세상인 줄 알어? 어버버버 아브브브 어므므므므, 꺼벙해도 분수가 있지. 나 허접하고 멍청하다고 자랑하나? 장난하나? 아직도 아쉽나? 한마디로 배 아프구만! 열등감 느끼네! 옛날을 그리워하네! 1세기 전에는 그쪽에서 그랬다. 우리를 아시아라고 부르지 말라고. 1세기 지나서 현재는 추측하기로서니, 나는 거울을 보며 만족하는데, 왜 쟤들이 우릴 원숭이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거지. 뭐? 황제를 모독하는 건 전 일본제국을 모독하는 것, 으르렁...? 단순화의 오류라! 천황이 빠가면 전-일본국민이 빠가란 말이네. 옛날만 해도 매일 절을 하고, 지들 말도 못하며, 기어코 때려야 말을 듣더니, 어? 식민지 근성 못 버리고서 노예 곤조 못 벗어던진다? 콤플렉스는 지들이 느끼는구만! ~라고 생각할 텐데. 상도덕이 있는데 어디 비리비리한 천민 주제에?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라... 상도덕을 먼저 어긴 게 누굴까! 제2차 세계대전 때 툭하면 할복에 자결에 자폭한 군대가 대체 어디 군대냐고. 연합군 전쟁 포로한테 너네는 왜 머머하지 않냐고 닦달했던 게 누굴까! 이러다 국가 차원에서 금서가 될려나? 그러니까 들어오란 말이지. 그 뒤로도 현재까지 쭉 정치적 의식의 시간표가 그때 당시에 머물러 있는 데가 어디냐고. 어차피 세계 제패는 실패로 돌아갔으니 나는 전범께 매해 절해도 되고, 너네는 우릴 비난하지 마라?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라, 솔직히 다 잡은 대어를 놓쳤는데 영-연방이 부럽지 않으면 거짓말 아니겠느냐. 그건가! 우리가 부도덕하다면 너넨 무질서하지 않냐? 이제 거의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됐는데...! 거의 미끼를 물 때도 됐는데. 아니면 너무 셌나? 아니면 너무 약했나! 미끼를 바꿔 달까? 그럴까? 아무튼, 부러웠는데 마침 잘됐다, 가 될 뻔 했다가 발뺌하면서 존경은 무슨! 존중도 감지덕지다. 관심조차 아깝다. 사람이 말이야 인간이 먼저 되야지, 정치인이나 누구나. 실제로 일방적 교육이 1세기 반복됐지 않나. 바깥은 몰라도 안에서는 그런 얘기 나오지 않나? 그러니까 한쪽은 우리를 부러워하지 마라, 한쪽은 도와주지 말자 도와주면 좋은 소리 못듣는다, 그러는 거 아니냐고. (쩔레쩔레)! 모순이 발생하는 원리든 거꾸로 가는 패턴이든 털끝 하나라도 틀린 점 있으면 말씀을 해보시라.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시면서들, 그런데 왜 말을 못하나. 안 그렇소? 정말 바보요? 그러요? 새똥은 더러워서 피하고 들개가 무서워서 피하냐, 그 말이오? 바나나 껍질은 무조건 외면만이 능사다라... 깐 바나나 또 까야 정신 차리겠네. 어차피 깐 바나나 영원히 또 까도 정신 못 차리는 게 인간의 숙명. 어딜 쳐다보시나. 왜 말을 못하나. 이러니까 부모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 너도 나중 커서 애 낳고 키워봐라 라고. 지금은 소비의 시대이자 오락산업이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으니 그런 거 같은가? 사극은 왕의 세상이요 지금은 내 세상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관과 요한계시록, 그거 다 말도 안되는 순 거짓말에 가짜요 저질 소설 같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가? 인간은, 딱 거기까지가, 한계다. 자기중심적인 인간은 딱 거기까지다. 어쩔 수 없다. 그러면 하는 수 없지 뭐. 아 당사자가 원한다는데, 그렇게나 애절하게 바라는데, 위에서 대타와 심판과 암행어사들을 내려보내야지 않겠나. 별수 있나 그거라고. 마르스는 내려가고, 케르베로스는 위에서 기다리고! 메두사는 힌트만 주고. 그처럼! 가만 있자... 전쟁에 대해서 무조건 쉬쉬해야만 한다라...? 게다가 그럴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오히려 외면하면 그것이 더욱 최악의 참상을 반복할 가망성을 키운다. 뿐만 아니라 1인자를 국민이 간접으로 뽑든 어쩌든, 결정은 온전히 1인자의 몫인 법. 1인자 마음 먹기에 따라 100년, 1000년, 10000년이 좌지우지된다. 1인자 마음에 따라 현재의 전-국민, 후세 대대로 전-세계인은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만 한다. 그래서 아돌프 히틀러는 브랜드화 됐고, 반대쪽에서 전범들은 (내부에서 영원한) 인기 대열에 합류했다. 그런가, 안 그런가? 여자 아이들이 어릴 때 인형과 함께 소꿉장난을 하는 동안 남자 아이들은 뭘 가지고 노나? 그걸 정말 몰라서 고개를 돌리고, 뒷짐 지며, 헛기침을 하는가? 그래서 병풍을 자처하나? 그러고서도 우리의 희망인 어린이, 나의 열정인 내 사랑, 내 꿈의 떳떳함, 친구의 대망은 불건전함, 내일의 나와 미래의 지구인, 적어도 뒷 세대에게 챙피하지도 않나? 인간의 탈을 쓴 금수인가 뭔가! 그거 정녕 어른 맞소? 보아하니 신수는 훤헌데 이거 순 푼수들 천지 아니야! 시간은 앞으로 가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때문에 지난 일은 알면 됐고, 따라서 현재를 살자 우리 함게 희망찬 내일로 나아가자? 바로 그래서 과거에 그렇게나 유럽에서 유대인을 사랑했고, 현재 전범들께 세계 제패 재도전을 위해 절을 올리나? 인류의 문명사가 말해주고, 어린이의 관심사가 증명한다.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그거 절대 아니라고. 그대여 정신 차라리고. 친구여 깨어나라고. 절대─절대─절대 아니라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하나!
그런데,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동의할 수 없다? OK! 좋다. 반갑다. 기쁘다. 괜찮다. 그럴 수 있다. 그래도 된다. 왜 없나 했다. 마침내, 오오, 드디여 나왔다. 아, 아직인가? 오래 참으로 오래 기다렸다. 뭐야, 번호표 뽑는 기계 아직 안 샀는데! 들어와 들어와 할 때는 매번 삥바리들만 들어오더니, 이제야 대물이 걸렸구만. 그런데, 어디로 갔어 어디로 갔어? 허허. 그러면 반박을 해 보시라. 얼마든지! 다 괜찮으니까 논리적으로 사실에 입각하여 제발 반격을 해 주시라. 그럴 용의가 있다면. 뒤에서 소곤거리는 뒷담화를 모두 모아서 비구상화를 구상화로 만들어서 반론을 펼쳐보시란 말이다. 네?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괜찮아요, 네? 들어와 들어와! 제발 들어오세요. 환영합니다. 아주 그냥...... 웃겨버릴 테니까! 들어오란다고 정말로 들어왔냐, 라고 하지 않겠다. 비겁하지 않겠다. 정면 승부로 한판 붙어보잔 말이다. 여기서 못 붙으면 나중 하늘나라에서 한판 뜨자. 안 될 게 뭔가! 거기가 누구의 홈구장인가는 몰라도 무서워할 거 없다. 전혀 없다. 누가 원정경기인지는 몰라도, 우리, 제발 쫄지 말자. 1번의 인생, 쪼잔해지지 말잔 말이다.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놀러와요 놀러와요. 우리 함께 우리 함께. 제발 제발. 어머머머, 진짜 뎀비네? ~라고 하지 않겠어요! 그쪽에서 밑지는 장사도 아니지 않나요? 그런가요, 안 그런가요! 들어와요 들어와요.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느니 무슨 싸우지 않고 이기는 거라느니, 이상하게 동양식 먼지 쌓인 책처럼 구식탱탱 묵은 식으로 궁시렁거리지 말고. 컴온 베이비 컴옹 베이베! 연예인 싸움 순위 1위든 뭐든 화끈하게 한판 붙잔 말이다. 글도 좋고, 말도 좋고! (그런데 이쪽에서 무참히 얻어맞으면 어떡하지? 완전 창피할 거 아니야! 무슨록을 쓴 요한이라도 불러야 하나, 아니면 헤라클레스를 불러야 하나. 누구야 누구야, 불러도 대답이 없잖아. 에라 모르겠고, 깔끔하게 1 대 1! 농담이고. 들어와 들어와. 컴옹 베이비! 뭐야, 그래도 안 들어오네. 아 나 이거 정말 어떡하지? 왜 주춤하시나요, 무엇을 망설이세요? 누구의 꾀임 때문에 고민입니까? 어머머머머, 어머나 글쎄! 거기... 거기 혹시 막살자씨에요? 그래요? 당신이에요? 아니네. 아니잖아. 보아하니 최장수 선생님 같은데. 아닌가? 뭐야 아무도 없잖아. 내가 잘못 봤나? 그러니까 내가 헛것을 보다니! 내가 정말 그동안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그런 거야. 드라마에서는 그렇잖아. 비중 약한 배역이 그런다고. 중간 보스의 쫄다구가 그래. 죽고 싶어? 라고. 자기는 오래 살고 싶으면서 말이야. 분명 뭔가를 보고 무언지 모를 소리를 듣긴 했는데, 일단 기다리는 수 밖에. 들어와 들어와, 컴옹 베이베! 지구가 태양 주위를 2000번 돌 때 1번이든 5000번 돌 때 1번이든, 누군가 오면 뭘 하냐고. 인정을 못하는데. 그렇게 한 골백번 왔다 가야 정신을 차릴려나! 자존심으로 세계 최고, 고집으로 우주 대스타라 그거지. 막무가내에 부인은 옛날에 포기하고 친구들은 몰라도 아부의 왕들과 예스맨들도 고개를 돌린다? 소 귀에 경 읽기도 정도껏이라니. 답은 하나다. 올라와서 봅시다! 들어와 들어와, 컴옹 베이베!)
잠깐 상식 한말씀, 끝. (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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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상식2 한말씀. 주제는 오해. 오해라... 주제가 만만치 않다. 일단 심호흡 먼저 하고, 칸타타 BWV 29번을 튼다. 우정에 대해서 친구가 힘들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서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고, 모른 체가 오히려 서로 윈윈일 때도 있다. 그걸 반대로 하면 곤란하다. 그러나 친구니까 반대로 해도 괜찮다. 비온 뒤에 땅은 굳어지니까. 그런데 그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아니면 어떻게 하더라도 불만을 피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도우면 도왔다고 뭐라 그러고, 도우지 않으면 도우지 않았다고 또 뭐라 그러고. 예를 들면 이렇다. 경쟁심이 투철한 우정, 애증이 깊은 관계, 앙숙에서 회복된 친교, 적대적인 사이에서 우호적으로 발달한 외교. 영화에 봐도 나온다. 이웃집 살면서 자동차 업그레이드로 경쟁심을 느끼는 친구. 내가 구닥다리 볼보를 바꾸니 쟤는 최고급 사브로 바꾸고. 그렇게 몇 번 반복되다 관계 회복을 위해 대인배인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지 그러면서 친구를 찾아감. 그런데 뭐야 이거, 친구는 북유럽 공동체라는 사브나 볼보 룰을 깼네? 최신형 BMW 그것도 뚜껑 없는 차를 뽑았네? 훈풍이 불 듯 했던 고기압은 급속히 저기압으로 급변한다. 아예 보지도 않는 사이가 된다. 영화 얘기 끝. 얕은 우정은 그렇고 문제는 훨신 큰 관계일 때. 오해라는 건 아주 쉽게, 그저 어쩌다가, 말도 못하게 우연히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 화자는 선의의 말인데, 청자가 듣기에 선의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즉각 둘 다 마음이 상하게 된다. 내가 장난을 걸어도 상대측에서 진담으로 받으면 분위기 이상해진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빌 수도 있다. 내 기분이 연패를 거듭했을 때 옆에서 깐족 깐족 건들면? 나도 모르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나는 그걸 코메디로 받을 여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위로랄지 충고, 도움도 때로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친구라면 맥이는 거냐며 대놓고 말할 수도 있고, 나중 술 한 잔 마시며 풀 수도 있다. 그런데 훨씬 파급력이 큰 문제면? 나중 길이길이 대대로 고생길이 열린다. 또 최소한의 친분이 애매하게 쌓인 다음 어려운 분께 조언을 하면 어떻게 될까? 내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좋게 받는다. 그런데 내 마음의 여유가 바닥이면 상대방의 의도를 곡해한다. 현찰로 도와주지도 않은 채 조언으로 때운다, 했을 때 듣게 될 말. 머머하는데 뭐 보태준 거 있소? 아하, 그래서 현찰로 도와준다! 그랬더니, 누굴 거지로 아시나? 라고 한다. 그러니까 타인은 안 보면 그만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얽힌 단위, 그리고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도 있다. 그래서 애매하다 싶을 땐 슥 발을 빼는 게 좋을 때도 꽤 된다. 가정을 하나 해보자. 껄끄러운 나라끼리 세계대회를 공동 개최한다고. 예를 들어 이스라엘과 이란, 그리스와 터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아니면 독일과 이스라엘?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과 일본, 중국 대 한국은? 글쎄요... 아아 너무도 많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자. 영차영차 영차영차. 그처럼 프랑스와 영국은 말이 필요없는 전통적인 앙숙 관계다. 싸워도 시시하게 10년 싸운 게 아니라 백 년동안 싸웠다. 앙숙이라면 독일 대 프랑스도 빠질 수 없다. 앙숙이라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정도는 되야 한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이, 글쎄요. 앙숙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관계는 바로 이란과 이라크다. 캬~! 그 정도는 되야지 어디다 명함을 내밀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스라엘 대 중동을 어떻게 빠트리나. 왜 중동연맹에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가 없을까? 외부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쪽에서는 그럴 만 하니까 그러는 거다. 이스라엘은 전쟁할 때 유럽식이었을까 하와이 진주만식이었을까? 그렇다고 유럽의 전쟁사가 모두 신사적이지는 않았다. 아무튼 넘어가고. 중국과 필리핀? 조마조마하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사이가 좋을 리가 있나. 러시아와 폴란드, 스페인과 포르투칼, 와우 스페인 대 프랑스도 또 결코 만만치 않네. 사람들이 북유럽 북유럽 하는데, 북유럽끼리 얼마나 앙금이 있는지 설마 모르시진 않겠죠! 자, 그럼 다음으로 아프리카로 가볼까? 가지 말자! 남미를 언급할까? 하지 말자! 뉴질랜드와 대만? 말 말자. 겉으로는 우방에다 정상적인 교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외교인 듯 하지만 알고 보면 쌓인 게 모두들 많은 것이다. 여간 많은 게 아니겠지. 그럼. 그러니까 그 둘이서 세계대회를 공동 개최한다고? 상상부터 어째 불안불안하다. 그렇다면 그건 무엇을 뜻할까? 그렇다. 제일 가까운 국가는 제일 친해야 하지만, 제일 사이가 나쁘다는 뜻인 거다. 만국공통이다. 그 가운데 일례로 딱 하나만 손꼽겠다. 바로 일본과 한국. 빙 둘러서 국경이 5개, 10개인 나라보다 일본과 한국처럼 인접국이 많지 않은 나라가 오히려 외교적 민감성으로 나을 수도 있다. 1대 10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1 대 1로 다정히 협상만 잘하면 되거든. 유럽 유럽 유럽, 자꾸 유럽을 거듭 강조하니까 유럽의 좋은 면만 부각됐는데 유럽의 단점도 많다. 왜 그렇게 유럽에서는 역사적으로 유대인을 꺼려했을까? 그럴 만 했으니까 그랬겠지.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크고 작게 몇 번씩 일이 있었던 게 화근이었지. 그건 그렇고. 일본과 한국은 유럽처럼 북적거리지 않으니까 서로 한걸음 다가가고 한걸음 다가오고, 먼저 듣고, 배려하며, 신경 쓰고 잘만 하면 훨씬 좋아질 가망성이 다망하다. 가는 말이 좋으면 오는 말이 좋다고,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감정이 붉어지지 않을 테니까. 서로 조심하면 그만이거든. 이제 가정이 아니라 사실 차례. 그래서 드디어 일본과 한국은 큼직한 타이틀을 내건다. 짜잔~! 일명 2002 월드컵 공동 개최! 캬~ 이름도 거창하다. 월드컵 공동 개최는 세계 최초였다. 곧 의도가 좋았고, 출발도 좋았다. 다만 잘 아시다시피 역사적 사실만 따졌을 때 앙숙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하고.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왜냐하면 공동 개최를 하는데, 한쪽은 성적이 좋았는데 좋아도 너무 좋았고, 한쪽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면 어떤가 라는 가능성도 미리 안고서 시작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람이 감정의 동물인 이상 뭔가 좀 그랬다. 상황을 바꿔서 일본이 3위 정도 하고 한국은 예선 탈락 했어도 아마 비슷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침울해하며 더 투정 부렸을지도 모르고. 그래도 결과는 겉으로 별다른 내색도 않고 그럭저럭 시간은 지나갔다. 그런데 그때부터 왠지 모르게 양국 관계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그 최정점에는 뭐니 뭐니 해도 독도가 있다. 한국이 단 한 번도 내준 적 없이 과거에 끝없이 지배했던 땅. 현재 실효하는 땅. 앞으로 공짜로 상납할 의사가 전혀 없는 땅. 두둥~, 이름하여 독─도! 거기까지는 괜찮다. 어차피 사이가 좋든 안 좋든 교양 대 교양이고, 문명 대 문명이니까. 어차피 국력으로 따져서 고래 대 새우니까! 국민 정서는 그냥 국민 정서고, 우리는 코스모폴리턴이 아니던가. 때문에 정치인이 틈틈히 독도 언급을 하더라도, 대부분, 그건 국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한국은 몰라도 일본은 독도를 한마디로 시피봤다. 그냥 국내용으로만 이용해먹은 거다. 어차피 원래 자기네 땅도 아니고 국내용 정치에만 딱 좋은 먹잇감이니까. 언론들도 좋아하거든. 또 일본 국민 정서로만 봐도 아예 관심이 없고 즉 정치인에게는 일석삼조. 그런데 딱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하여 왠지 모르게 언론에서 다루는 양국 관계가 경색된다. 어딘가 모르게 그렇게 된다. 정치인이 뭐라 해도 그때 뿐인데, 2002 월드컵이 있고 난 다음부터 정치인의 말이 국내용이 아니게 됐다. 관건은 딱 하나, 즉 독─도! 2002년 이후 몇 년이 지나서부터 일본은 고래라는 덩치, 세계2위라는 국력, 후발주자 공룡이라는 명망에 걸맞지 않게 새우에게 태클을 걸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일본은 바로 국방백서에 기록을 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국방백서에만? 학생들에게 교육도 시킨다. 그 시점 이후로 군국주의의 향수와 관련된 몇몇 규칙들이 서서히 부활한다. 그러다가 중국이 일본을 끌어내리고 세계 경제 규모 넘버2가 된다. 그 시점에 센카쿠 문제가 중일 관계에 냉각을 일으킨다. 또 이어서 그 가운데 정점을 찍은 일은 한국 대통령이 레임덕 기간이던가 그때 다음 타자를 위한답시고 독도까지 간 거다. 이 분께서는 진짜로 바늘로 눈 가릴 수 있음. 바로 그때 한일관계는 최저점을 찍었다. 언론플레이라는 룰이 깨진 것이다. 일본은 키릴열도를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데, 독도는 탐나지만 옆 나라 1인자는 레임덕이라며 약을 올리고, 중국은 급부상하며 어디를 걸고 넘어지네? 물론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 되자마자부터 야욕은 언제 어디서나 현재진행형이었기 때문에 한국은 전국민에게 독도를 세뇌시킬 지경이 됐다. 독도를 빼았기면 나라 전체를 빼았기는 거라고. 그렇게 2000년 전까지는 그래도 정치인의 언동은 국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2002년 이후로 확 바꼈다. 당시 지구 반대편에서 전야제라고 왜 없었겠나. 아무 말 않고 웃기만 하니 누굴 바보로 아시나! 문화재 침탈에 단물 쪽쪽 뽈아먹고 귀무덤-코무덤으로 불만족, 전-세계인이 천황께 굽혀야 만족이라니! 천황이 대체 누구야? 잘생겼어? (......부스럭부스럭......) 완전 못생겼네. 뭐야 단춧구멍이잖아? 망했네 망했어. 왕이 뭐 이래? 초딩이야 뭐야! 거울도 안 보나. 그리스-로마 신화랑 완전 비교되잖아? 아아 괜히 봤어. 몇 시 방향? 이 자식이...! 그런데 영국 여왕처럼 숭배 받고 싶어서 뒷북으로 소란을 일으켰다니! 결국 결과적으로 그런 셈. 그렇게나 영국 여왕이 환장할 만큼 부러웠다고?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말도 못하고 사랑에라도 빠진 것처럼 부끄러워할 건 또 뭐야. 옆에서 선언문 작성해주면 초딩처럼 그거 보고 읽는 게 다잖아? 그게 뭐야. 유럽 왕족들처럼 교류도 못해 주변국에서 다 싫어해. 가택 감금이 따로 없구만 그래. 그런데 차마 말은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될 일들 뿐인다. 체면과 전통이란 그런 거니까. 저쪽의 그분은 세계가 들썩거리며 떠받드는데, 난 이게 뭐야. 부러운데 부럽지 않다라...! 내가 최고인데 물개박수도 제대로 안 치네? 괘씸하도다.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오락산업 이것들을 그냥. 큰 재주는 커녕 잔재주도 없잖아? 말도 잘 못하네? 어버버버 어버버버 아부부부. 이거 이거 자기가 천황 할아버지란 사람들 꽤나 되겠는데. 그렇게 2000년 전까지는 그래도 정치인의 언동은 국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2002년 이후로 확 바꼈다. 그래서 2006년부터던가? 일본은 대충이 아니라 아예 본격적으로 독도를 빼았기 위한 100년, 1000년 계획을 세운다. 치밀하게 실행한다. 그렇게 2005년인가 2006년 이후로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일본의 국방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거짓말이 명기됐다. 올해도 똑같다. 2000년 전에도 오래도록 일상이었지만 그 후로 상황이 달라졌던 것이다. 그게 다 2002년, 곧 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로 발생한 일이다. 세계 최초 월드컵 공동 개최. 물론 취지는 좋다. 왜 나쁘겠나. 그런데 앙숙의 앙금이 바닥에 깔린 처지에서 세계대회를 공동개최? 목적대로 내용이 흘러가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따라서 나는 이를 교훈으로 삼아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내가 만약 신이라면 독도로 장난하는 일본의 권력자들을 깔끔하게 처단하고 싶다. 두번 다시 그러지 않도록. 정녕 독도를 원한다면 대마도를 주고 독도를 가져가면 어쩌냐고 딜을 하던가. 그것도 저것도 아니고 무슨 기저귀 찬 애긴가? 외교가 장난인가? 새우는 밥인가? 그런데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그게 가능하겠나. 말도 안되지. 그래서 안 되면 하늘나라에서 해야 할 테고.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 그 책이 일본에 번역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자국민은 더 잘 알 것이다. 그 일이 일본 정치인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 없다. 있나? 없다. 있으면 제발 알려주시라. 있을까 없을까! 어쭈 인간 주제에? 그런 건 영화 대사다. 어디 감히 인간 주제에? 만화책 보기도 귀찮다. 그런데 꿈이 이루어질 뻔 하다가 잘못 이루어져서, 그러다가 지구가 망하면 어떻게 하냐고? 설혹 잘못돼서 지구가 망한다라... 그래도 된다. 얼마든지! 설마 지구가 여기 하나만 있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천진한 발상은 사양한다. 지구? 망해도, 후회, 없다. 지구가 망한다? 미련 같은 거 일절 없다. 단, 인간들이 일부 정치인들처럼 막살지 않는다면 미련은 많고. 잘들 살아간다면 길게 갔으면 좋겠다. 어쨌든 시끄럽고 다 됐고, 올라와 봐라! 위에서 보자. 둘째, 세계대회 공동 개최. 그게 성공하면 좋은데 단점도 있다는 것. 셋째, 오해가 발생할 소지는 언제나 상존한다는 점.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어떻게 일제 식민지 시절 3월 1일 대운동과 숫자도 비슷하게 딱 발생했다. 실종 및 사망이 만 단위를 넘었다. 그 이후로 한국에서 성금을 모아 일본에 전달할려고 했다. 그런데 진짜인가 가짜인가 모르겠는데... 차라리 한국이 일본의 아픔을 모른 체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일이 발생했다. 사실 여부는 확인 못했다만, 만약 사실이 아닐지라도 충분히,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아마도 한 50퍼센트 속은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그래 봐야 크고 작은 오해랄지 잘못 전해진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어디를 가든 그래프의 일정 영역은 없을 수가 없다는 것. 그런데 순진한 범주가 또 휩쓸리기 쉽다는 것. 팔랑팔랑 임팔라 팔랑팔랑 코끼리. 비주류 언론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 뭔 얘기지 하며 들여다 보면 관심이 가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자체를 놀이로 아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 물론 모셔서 멍석을 깔아주면 정체성이 바뀜. 시간을 돌려서 당시 동일본 대지진 때 성금 1-2-3위 대충 그랬던 대만과 한국은 어떻게 보면 오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달랐다. 중국은 덩치에 안 맞게 소극적이었다. 한마디로 소인배. 덩치로 보자면 거의 뒷짐이었음. 그렇지만 이제 와서 보니, 결국 당시 중국이 오히려 나았을 수도 있다는 점. 약간 멈칫하게 만드는 일이다. 약간 다른 예지만 이런 일도 있다. 몽고 대지진! 그때 구호단체만 있었던 게 아니라 선교단도 있었다는 점. 어느 선교단이 구호만 하면 괜찮은데, 또 롱테일이 있었나 보다. 그런 거다. 오해나 한 다리만 걸치기등. 실제 일반인은 존중이고, 인터넷은 놀이터다. 그런데 잘못된 사실이 퍼지면 호들갑이 가만 있겠나. 물 만난 거지! 게다가 일본만 그렇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라 한국도 똑같고, 누구라도 성의를 성의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은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그 누구라도! 아시다시피 질서 의식으로 세계 최고는 누가 뭐래도 독일과 일본이다.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곧 일본의 시민의식이 훨씬 앞서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 얘기다. 그것도 월등히! 곧 그래프의 롱테일이라는 게 있는데 어떻게 좋은 말만 있을까? 그래서 또 그런다. 참사가 발생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고. 그럼 또 반박한다. 그래프의 롱테일이지 않냐, 그러면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은 매해 꼬박꼬박 국민의 대표들께 인사를 받는 건 또 뭐냐? 주변국들 농락하는 거냐? 정기적인 염장질이냐? 라고 한다.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국가의 수장은 그래도 되고, 찌질한 일개 민초들은 헛소리도 못한단 말이냐 라고 한다. 일본의 전 총리인 요시다 시게루는 한국전쟁 발발을 대놓고 좋아하지 않았냐, 역대 내내 정치인의 전범 참배는 불문율이지 않냐? 그건 옳고, 일반인의 헛소리만? 차이는 그거 아니요. 어차피 일반인들은 만국공통으로 헛소리를 한다. 단, 국민의 대표는 다르다는 것! 논리적으로 대화를 하자는 건가 애들 장난하자는 건가, 라고 한다. 그처럼 온정이든 선심이든, 관망과 무관심이 좋을 때도 있다는 것. 일부러 악용하면, 아 몰랐어! 가 되겠지만. 그래서 사안의 경중을 구분하고, 전후좌우 사정을 살펴서 선의의 손길을 내밀더라도 내밀 것. 오지랖 넓은 모습과 사려 깊은 심려, 종이 한 장 두께 차이일 수도 있다. 신경 쓰이는 친구의 까불까불, 나 기분 좋아서 룰루랄라. 똑같은 얘기다. 추접스러운 우정에 빈정상하는 건 차라리 나음. 신물이 나는 사랑에 상심하면 그나마 양반. 그러니까 무엇보다? 덜 친하고 더 넓은 범위의 감정 교류, 그것의 오해보다! 말하자면 뒷짐 져서 질타를 받을 것인가, 설레발로 오해를 살 것인가. 전자와 후자를 시소에 태우는 추산의 결과를 바탕으로 행동하면 그만. 그런데 전자와 후자의 중간도 있을 텐데. 그게 뭔데? 아하! 또, 또 빈말에 속으라고? 이제 다시 속나 봐라 해서 나가지 않았는데, 다 모였는데 뭐하고 있냐 라는 윽박지름에 당황해야 하다니! 자선심이 갔는데 누구 약 올리냐, 호의로 다가가면 속셈이 뭐냐. 특히, 성의껏 정성스럽게 장문의 편지를 써서 지폐 대신 정성이 담긴 편지를 봉투에 담아서 쓱 건네면?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한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런 거니까. 성의 표시 치고는 제법 두툼하거든. 호호호. 그런데 봉투를 받은 사람이 화장실로 가서 그걸 딱 열어봤는데 글쎄, 어머머머머 저런! 곧 쌍욕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 왜냐하면 얼마 들었을까를 먼저 나도 모르게 예상했을 테니까. 곧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염문이나 만들어내는 데 골머리를 앓기는 자제하고, 도움-조언에 대해서도 분위기 으쌰으쌰는 자제하자는 거다. 이러니까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2014년 4월 16일 한국에서는 큰 배가 가라앉았을까? 하나는 대홍수요 하나는 노아의 방주를 역으로! 그런데 그 정도 일이 적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점점 더 많아졌다면! 방법은 하나다. 착하게 살라는 것. 대마도는 우리 땅, 키릴반도도 우리 땅, 나머지도 다 우리 땅이라고 하지 말고. 어린애들은 그래도 된다. 내 꺼는 내꺼, 늬 꺼도 내 꺼. 그런데 어른도?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면 동일본 대지진은 대체 몇 번이나 반복될지 알 수 없다. 동일본 대지진이 도쿄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법, 있나? 내가 알기로는 없다. 행복, 사랑, 기쁨 이런 개념이 어떻게 싫을 수 있겠냐마는 이기주의의 선은 지켜져야 한다. 한국처럼 내가 잘하면 내가 잘나서 내가 못하면 조상 탓, 그러지 말고.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 십자가에서 말하는 원죄, 심리학으로 밝혀진 죄의식적 기쁨. (일부) 정치인이 불미스럽게 앞서서 자랑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는 점, 잊지 말자. (뭐 서울이라고 무사할 줄 아냐고? 천둥 같은 대합창이라니, 천리안이란 소리를 귓등으로 듣다니. 고작 인간이 이 정도였나! 어거 정말 실망인데... 염소를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야 하나 레인메이커가 나서야 할까. 그러니까 말세라는 루저들의 성토는 끊이질 않는게로구나) 잠깐 상식2 한말씀, 끝. (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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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상식3 한말씀. 주제는 1.후발주자 2.친구.
단지 겉꾸밈에 앞서 우선 서구의 정신을 좋아하는 변방의 노신사는 아마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정치적 충고, 그것도 따끔하게. 북유럽 복지도 아니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겸손, 무조건 친절, 나이는 계급. 그런 환경에서 세상의 변화를 1세기, 즉 딱 100년을 겪어보니 그렇다고. 지구의 공전 방향이 서운하다, 과거가 그립다, 신분이 아련하다, 새로운 변화가 걱정이다고. 그게 뭔가, 일단 한번 들어나 볼까? 전부는 기니까 살짝 요점만 살펴보면 이런 식이다. (자, 닥치고 전진? 품위 있게 팔짱만 껴든가, 말하자면 일단 한번 듣고나 봅시다. 도대체 뭔 대단한 얘기인지 말입니다) 결론은 한마디로 그거다. 서구 너네 원숭이 우습게 보지 말라요-다! 원숭이가 얼마나 똑똑한 줄 아녜? 사자와 독수리와 하이에나가 누비고, 표범과 치타가 뛰어놀며, 코끼리와 기린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카메라 앞에서 폼 잡는 모습. 그게 변치 않기를 바란다면 원숭이를 조심하시오. 좋은 말로 할 때 주의하란 말이오. 네? 이상한 다큐멘터리를 찍어서 선심성으로 상 몇 번 받다보면 세계3대 후라이팬 그런 권위?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오는 거, 거저 일도 아니라요. 딱 그 말이지. 메뚜기도 제 철이고 전성기 그거 한순간이라 그 말이라고. 저쪽에서 유로의 부작용을 감당하는 동안, 또 저쪽에서 샴페인을 터트리며 축제에 취하는 동안 스멀스멀 우리 곁으로 다가온 그분들. 괴물일지 야수일지, 양의 탈을 쓴 늑대일지 모른다는 것. 설마 다스베이더? 아니면 척키? 내용은 이렇다. 인도와 남미와 아프리카니 뭐니 제3세계권은 차치하고 앞서 논한 예만 봐도 된다. 자, 중국에서 종교를 보는 시선을 알아볼까? 유럽과 비슷할 테지 라고 보면 크나큰 오판. 하여, 아하~ 라면서 대충 알아봤다고 치고. 구경하고 소통하며 알려진다고 다 비슷하진 않다. 중국은 여전히 민주주의가 아니라 1당제 사회주의라는 것. 다른 말로 공산주의. 내 말이 틀렸나? 다른 건 몰라도 1인자의 언급도 옳다. 너무 무질서한 개방은 혼란을 키울 거란 말. 개혁은 대가가 크고, 한 방에 될 규모도 아니며, 차근차근이 좋긴 좋으니까. 그러니까 중국 = 공산주의. 중국 = 사회주의. 이 말이 틀렸나? 아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논쟁이 죄도 아니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시골집에 십자가나 모나리자 복제품이 아닌, 전직-현직 1인자의 초상화가 걸려있어야 자연스러운 일. 실천은 몰라도 이론상 아직은 그렇다. 종교에 대해서도 드러내놓고 기도하며 골세러모니에서 어쩌는 것도 조심해야 함. 자치제가 아니니까 법의 집행 강도 자체가 다름. 여행 간다고 파견이니 발령이니, 마냥 들뜰 일이 아니란 거다. 여기서 저기로 원정 경기일 수도 있는데, 달리 보자면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거니까. 그거나 알고 나서 아는 척을 해야 함. 그렇지만 말이다, 어디 중국만? 거의 서구화를 완벽히 흡수한 일본도 의식을 따져보면 잠재적인 슬로건은 제국주의 쪽으로 기운다. 왜? 왜냐하면 자기들도 엄연한 공룡인데 제국주의 전성기의 잇점을 별로 못 누렸기 때문. 아쉽거든. 미련이 남거든. 먼 과거, 가까운 과거. 서구든 어디든 전자는 편하고 후자는 덜 편하다. 그런데 그릇은 사람마다 각자 개인차가 있다. 때문에 한두 마디 툭 던지면 의중이 파악될 소지가 크다. 그리스의 아픈 역사를 잘 이해해요, 핀란드는 왜 스웨덴어가 공용어에요?, 제2차 세계대전 때 길 터준 게 덴마크에요 아니면 핀란드에요? 등등.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와 리투아니아 쪽을 구경해보니 서유럽보다 못 살더라? 사석에서 얘기할 때 제발 마이크는 끄자. 독일에서 지내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여기가 이런데 그렇다면 영국-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네델란드는 다 뭐하고 있냐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말도 덜 밉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먼 과거라고 무조건 편한 건 아니다. 스위스는 스위스어가 따로 없나요? 벨기에는 공용어를 보아하니 원래 그 공용어의 나라 아니었나요? 인문학자도 거든다. 문명과 언어등 일부분이 아시아 대륙에서 일본으로 넘어왔다는 데 대해서, 인접국의 왕족이 귀화했다는 데 대해서 반갑게 듣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어쩌면 입장을 바꿔놓고 봐도 그런 것 같다고. 실제 DNA를 분석하면 뭐 어떻다는 걸 알 수 있다. 잠깐 삼천포로 빠졌다만 다시 그쪽으로 돌아가서. 유로로 통합된 유럽. 그 중에서도 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을 묘사한 할리우드 영화가 국영채널에서 방송되는 일? 일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잘못을 낱낱히 학습시킨다. 요점은 내가 먼저! 유럽 사람들은 잘 안다. 일이든 공부든 독일로 넘어와 사는 사람들은 잘 안다. 그러면 일본에서도 그럴까? 정반대다. 요점은 나는 제외! 일본에서는 방송 금지다. 그런 역사가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없다. 그럴 수가 없다. 불리하면 뭐든지 문화적 차이, 유리하면 뭐든지 모방-복제-수입-차용-견학-2인자 전략.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의 활약이 영화에 나오네?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수입 금지, 둘째 수입해도 19세 금지. 자, 반론을 한번 들어볼까? 있으면 말씀을 해보시라. 오, 제~발! 일본 국영방송에서 자발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을 악역으로 설정한 컨텐츠를 방송한 적이 있는지. 과연 있을까, 없을까? 그런 역사가 없다. 다시 말해 일본이 내부에서 악역이었다 그건 있는데, 바깥에서 악역이었다는 거의 없음. 100퍼센트 일본의 피해,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의 피해만 방송한다. 어른은 몰라도, 새파란 새싹 우리의 희망, 소년 소녀 아동 유년 청소년은 대체 뭘 보고 배울까? 유럽인과 의식의 차이가 나중 어떻게 될까? 나중 고스란히 그분들이 정치계에 입문하지, 어디서 정치인을 수입하겠나. 아니면 정치학과 교수를 정계로 모시겠나. 그러니까 적지 않은 정치인에게 적반하장은 기본이다. 그걸로 끝? 악순환은 반복된다. 그게 문제다. 그러니까 젊은 층은 일본 바깥으로 잘 나가지를 않는다. 철면피도 그래서 생긴다. 잘못된 게 잘못된 것일 줄 모른다. 역사적 토론을 해도 말이 안 통한다. 유럽인의 의식과 거리감이 생긴다. 그렇게 공부하고,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보고 듣고 읽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말할 때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A부터 Z의 장단점을 보고 말할 때 나의 단점은 빠트리며 강의를 할 수도 있다. A는 어딜까. 여기서 의견의 반대가 아니라 사실이 아닌데 대해서 반박할 수 있으면 반박을 하시라. 숨어서 언짢아하지 마시고, 제발 반론을 펼쳐주시라. 오, 제~발! 단, 동의가 아닌 반론일 때 말이다. 많으면 약 200개 나라요 적으면 단 2개, 우선은 1개 나라에 대해서 무조건 자성 먼저 다뤘다. 무조건 객관성을 근거로 했다. 무조건, 악담을 해도 안쪽이 먼저였다. 무조건 내 자랑 먼저 했을까? 그런 일은 없다. 자, 입이 있으면 말씀을 해보시라. 틀린 건 뭐고 옳은 건 뭔지를. 그래야 서로 발전이 있지 않겠나. 얼마나 더 간사하게, 얼마나 더 깐족거려야, 얼마나 더 재롱을 피워야 들어올 텐가. 제발, 들어와, 주세요! 헤겔과 마르크스와 엠마누엘 칸트의 나라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반론한다. 그건 맞다고, 저건 틀린 줄 알았는데 틀리지 않았다고. 그처럼 악순환은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당시 군주의 무능, 군부진의 강권에 따른 시민의 어쩔 수 없는 침묵. 당시는 어쩔 수 없었으니까 그랬다고 치고, 지금은 자유 그런 거 없을까? 하오나, 이제는 오락산업의 시대. 그래서 유명인은 침묵하고 일반인은 무관심이다. 학생은 먼 역사로 흘러가는 지식을 요약해서 인지한다. 한마디로 세뇌된다. 그러니까 일본의 왕은 일기장에 그렇게 썼다. 내가 전쟁을 반성해야 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완벽한 상남자 심리도 그렇지 않은가.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친구가 원맨쇼 연설의 맥을 끊어도 그런다. 친구한테, 너는 그게 왜 궁금하냐? 라고. 말을 바꾸면 저와 똑같다. 늬가 그걸 왜 궁금해 하는데! 일반인도 최고는 나, 왕도 최고는 나) 나치가 나오는 전쟁 영화처럼 욱일기가 휘날리며 하와이 진주만 공습, 전쟁-성노예에, 731 부대의 생체실험, 군수 산업을 위해 동원된 무수한 강제 노동, 무수한 개-죽음, 일본의 식민지 알레스카, 난징 대학살, 무수한 태평양 해전에서의 가미가제 공격, 일본의 식민지 호주 지배, 일본의 아시아 거의 전 지역 장악으로 베푼 선행이 일본 국영방송에서 적극적으로 알린 사실이 있을까, 없을까? 정답은 없다-다. 실수로 틀었다면 몰라도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아마 일본은 민주주의지만 체제만 그렇지 일당 독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제1정당이 정권을 놓친 적, 1세기를 통틀어 단 몇 년 뿐이다, 국민은 정의보다 경제를 택한다, 세부적인 정치 제도도 서구와 약간 다름) (뿐만 아니라 주변국인 러시아-중국-북한-남한-일본. 이렇게 5개국의 정치는 어떨까? 4곳은 독주, 1곳만 정권이 미국처럼 정당을 오고간다. 그런데 그나마 그 1곳인 남한도 그렇게 된지가 불과 얼마 안 됐음. 뿐인가? 핵은 어떻고! 후발주자의 실상이란 바로 이런 거다. 그러니까 정치적 의식은 현대식이기 어렵고. 그러니까 생각을 해보시라. 누군가는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를 부러워하지 않을까? 왜 엄마들이 캐나다와 호주와 미국 본토는 물론 괌─사이판─하와이로 원정 출산을 갈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다. 법의 허점이 있으니까 그런 거다. 정계에서 한 발 뒤늦으니까 그런 거다. 물론 그곳은 현재의 난민처럼 1세기 전에 조국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남았다) 그래서 적지 않은 연도표를 보면 일본에서는 몇 년부터 몇 년까지는 빈칸이다. 그걸 실제로 본 백인들 손을 들어보실까요? 여기, 저기, 거기, 어머머머머 저기 저 숙녀의.... 호호호호호! 통과. 그러니까 누군가 나서서 제3차 세계대전을 러시아가 일으키면 결국 러시아가 피해자로 탈바꿈하게 될 꺼라고 경고한다. 저게, 말이, 되나? 말이 안되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문화 때문 아니다. 문화 핑계를 여기다 댈 수는 없다. 불리하면 문화 유리하면 권리. 늬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 그래서 비슷한 부분을 빼놓고는 그쪽에서 정치적 의식은 전혀 서구적이지 않는 거다.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겠지만. 의견이 충돌할 수 밖에 없었던 명쾌한 해설이 나왔다. 그래서 앞서 다룬 긴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좋은 점과 장점 다 빼고 사실만, 오직 사실만 따져서) 악순환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세계 최고로 잘 살고, 음식-만화 기타 등등에서 세계 최고이자 다 좋은데, 의식 자체가 유럽처럼 공평할 수가 없다. 왜? 왜냐하면! 1.새파란 학생들은 불완전한(일방적인) 정보를 학습한다. 진실을 모른 체 성장. 2.나중 고스란히 그분들이 정치계에 입문한다. 다른 건 다 대체해도 정치인은 수입 못함. Irreplaceable! 3.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처럼, 정치인의 반쪽자리 정치성은 다시 학생에게 스며든다. * 1 ~ 3번이 내내 영원히 반복되는데, 오히려 말이 통하면 이상한 거다. 반쪽이 아닌 게 이상한 거다. 1 ~ 3이 1세기 반복되는데 학자라고, 전문가라고, 권위자라고 중립적 시각을 견지할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아주 당연한 논리. 따라서 교수님과 역사적 토론을 해도 말이 통할 리가 없다. 1 ~ 3이 반복되면 학생만 반쪼가리 자작이 될까? 아니다. 학생들만 정계에 입문할까? 아니다. 전 국민이 전부 좀비가 된다. 특히 선생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선생님. 그분들께서 대표적으로 옛날 펜싱 종목처럼 중립적 사실을, 객관적 역사를, 통합적 사안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학생들은 그처럼 어른들이 짜 놓은 틀에서 절대 벋어날 수 없다. 옴짝달싹 못한다. 빼도 박도 못한다. 있어도 걸러서 수입하는데? FTA(자유 무역 협정)에서 제재할 수도 없다. 1당이 1세기를 독재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다른 건 못해도 경제만 괜찮으면 만사 OK다. 정치적 의식이 일방적이며 극단적인 대상을 만약 좀비라고 가정하면 이런 식이다. 학생들은 좀비에게 배우고, 학생들은 좀비들이 정한 테두리의 정보만 습득하고, 학생들은 좀비들이 쓴 책─좀비들이 만든 컨텐츠─좀비들이 만든 게임─좀비들이 꾸민 다큐멘터리만 보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이게, 바로 이게 좀비가 아니면 대체 뭐가 좀비란 말인가. 왜 잘못된 걸 아무도 나서서 잘못됐다고 말을 하지 않냔 말이다. 세계도 동조하지만, 네델란드에서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좀비들이 저 세상으로 떠나가는데. 쉼 없이 가는데. 끝없이 하데스를 알현하러 떠나는데. 한두 명도 아니고 막, 그냥 막 작별 인사조차 못하고 명을 달리하는데. 안녕이란 말도 못하고 떠나는데. 그런데 왜 누구도 나서서 말을 못하나. 이 바보들아! 잘못된 걸 왜 다 함께 침묵하냐 그 말이다. 애석하기만 할 따름이다. 인간들이여, 진짜 부끄럽지도 않나? 챙피한 걸 정녕 모르겠나? 인생을 그렇게 살고 싶나? 여기서 알아야 할 건 추가된다. 첫째, 일본의 법. 일본의 법은 헌법이 있으면 그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 법은 완벽한 거다. (천왕. 일본의 왕도 이름부터가 세계의 왕도 아니고 하늘의 왕이다. 결과로 보자면 뭐 어떻지만) 법으로 보호 받으며 법을 따르는 시민은 한마디로 소크라테스란 거다. 그래서 그 법이 옳은가 틀린가를 따지는 제도 자체가 없다. 헌법재판소, 그런 거 없다. 물론 일본 법은 실제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졌고, 꽤 훌륭하게 사용하며 적용됨. 또 그것은 대통령제냐 총리제냐 그처럼 단지 방식 차이일 뿐.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한마디로 <악법도 법>인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그 법이 훌륭할지라도 일부분, 아주 일부분 제국주의적 성격이 희미하다 할지언정 그 법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그 일을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곳이 일본과 독일이고. 잘 아시다시피 진주만 대공습으로 크게 깨달은 미국, 세계 최초이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 그 둘은 현재 우방이다. 그런데 그처럼 영원히? 사람이 인간인 이상 본심을 일부분 숨기는 건 예의. 그러나 겉과 속이 다르기를 크나큰 예법으로 보는 일본은, 절대로, 미국을 믿을 수 없다. 믿지 못한다. 믿지 않는다. 믿지... 않아야 할까? 일단 믿는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렇다고 중국은 점점 세지는데, 이거 진짜 어떡하지? 바로 그래서 일본은 법을 바꾸냐 마냐 라고 시끄럽게 됐다. 새우는 전혀~! 걱정 붙들어 매도 된다. 더 친할 필요도 없고 덜 친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새우를 사이로 둔 두 고래는 사정이 다르다. 그 둘도 서로의 속을 모른다. 앙숙처럼 미운 정 고운 정이 아니라 아예 그에 가깝다.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그러니까 말이 나온다. 법을 바꿔서 다시 진주만 대공습을 가능하게 바꾸자고.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또 출판계가 호시절을 맞았던가 그랬을 거다. 그래서 결론은 법을 바꾼다? 진주만 공습이 다시 가능하게 된다. 물론 당시 그랬으니 혹시라도 뭔가가 현실일 것이라면 그대의 의중마따나. 법을 바꾸지 않는다? 외교를 잘하고 현재처럼 일방적 교육이라는 순환을 이어가면 된다. 복잡할 게 뭐 있나. 간단하다......(주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됐다고 가정하고. 그러면 법이 바꼈으니 따라서 A.전범 참배 B.진주만 공습2는 마음만 먹으면 가능 C.미국이 중국과 친해지거나, 미국이 일본과 느슨해지거나, 러시아-중국-일본 그렇게 셋이서 묘한 기류가 조성된다면? 뭐야 그거, 낙동강 오리알 신센데. 그럼 유럽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건가. 세계평화고 자시고 사실은 세계 제패 시도였다는 점. 그리고 속마음도 여전히 구시대적 야욕. 어찌 부인할 수 있으리요! 이야~ 재현은 고급일까, 패자부활전을 보험으로 바벨탑2라는 도전장? 어차피, A는 일상이요 B는 상시 가능에다 C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고로 맹수가 날개를 다는 격이라니! 그야말로 무엇하기 딱 좋은 최적의 환경이 형성되는 건가? 결국 출판계 호황이 꽤나 길게 갈듯 싶다. * 참고로 평화 헌법 한말씀. 일본의 평화 헌법 조항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2곳에 떨어트린 원자폭탄을 사죄하라? 안 막았으면 전-세계를 일본 연합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왜 막았냐 그거지. 그러니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주민은 미국 전-1인자한테 사과를 요구하는 일, 정당한 자유다. 그것을 거절한 권리도 자유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일. 그래? 그럼 도의적으로 생각을 넓혀보자. 히틀러측이 굽혀야 하는 게 맞나, 나치의 침략을 틀어막은 쪽에게 사죄를 요구하는 게 맞은지를.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가 분명해지면, 그렇다면 일본의 1인자가 사죄해야 할 일은 도대체 과연 몇 개일까? 차마 셀 수가 없다. 찾아가고 돌아다니며 사죄만 하다가는 날 샌다. 하루는 진주만, 하루는 난징, 하루는 관동, 하루는 대만 전쟁-성노예 추모, 하루는 어디 참배, 하루는 홍콩, 중국의 전쟁-성노예, 전-동남아시아 전쟁 성-노예 사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해국인 러시아에게 일본이 사죄, 베트남 사과, 필리핀 사죄, 마닐라 대학살, 캄보디아 사죄, 인도네시아 사죄, 미얀마 사죄, 북한 사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 보완, 1945년 7월 26일의 포츠담선언 재확인, 카이로선언, 포츠담선언, 일본의 항복 문서, 연합국 특히 미국의 초안 검토, 중국에게 마지막 황제 사죄, 알래스카 기념비 사죄, 제2차 세계대전 보상이 아닌 배상에 대해서 부족하거나 빠진 부분 재개, 괌 기념비 참배, 호주도 방문해서 식민지 지배 사죄.........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일들에 대해서 일본의 1인자가 일일이 사죄를 한 일이 있나? 생각을 좀 해보소, 그걸 어떻게 다 하겠나. 그런 역사가 있긴 있나? 있긴 있는데 별로 없다. 거의 없다. 오히려 깍듯이 A급 전범만 신격으로 대우해 연례 행사로 절만 할뿐. 미국의 전-대통령 버락 오바바한테 사죄를 요구했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시위단은 이런 사실을 알고나 했던 일일까? 그건 고급스럽게 말하자면, 원자폭탄 2개 투하의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일본 1인자에게 정계 은퇴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안 그런가? 왜냐하면 누워서 침 뱉기니까. 그러니까 일본 1인자는 먼 역사쪽으로 흘러가는 일에 대해서 외면하는 게 차라리 속편하다. 외면해도 시간이 다 해결해주니까. 유럽처럼 통합이 아니니까. 그러다 말이 나온다. 슥 고개를 든다. 무엇이? 평화 헌법 조항이 진짜로 노벨 평화상의 유력한 후보라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과연? 자, 한번 생각을 해보자.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핵무기를 물심양면 세계 최고급으로 신속히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아니고, 유럽에서 약자였거나 중립국, 역사적으로 옳은 편에 섰던 국가의 헌법이 그렇다면 그건 그래도 된다. 유력...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오락산업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영국이, 그런다? 제국주의의 전성기 그 잇점을 최대한 취할 만큼 취했는데, 이제 와서? 그 정도로 잉글랜드는 멍청하지 않다. 게다가 이미 받을 만큼 받았다. 대신에 유럽에서 군비 지출로 만년 최상위일 뿐. 지켜야 할 자존심이 있으니까. 그러면 비둘기는 돌아왔으니까 독일이 나서서, 야 이번에 우리한테 그 대단한 노벨 평화상을 주라? 그러니까, 욕심난다? 전 유럽과 그 너머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지금은 국제 정세에 동참하니까 이번에는 마땅히 우리가 받아야 하겠다라! 홀로코스트는 쳐다보지도 않는데? 앞에서는 법에 평화 조항이 있을지언정, 뒤에서 전범들을 특급 대우하며 항상 깍뜻하게 추모하는데? 어머머머머, 앞과 뒤가 다르네! 천벌 받을 놈이 만년 연예인병에 걸렸다니. 그 물 전체가 그렇다니. 천사의 탈을 쓴 악마야 뭐야. 언제 어떻게 하면 진주만 2가 상시 가능하도록 법을 바꿀까 1인자는 언제나 골똘히 고민하는데? 오직 그 생각뿐인데? 왜 어른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를까! 나는 아주 옳은 얘기라고 생각해서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일에 대해서, 대체 왜 사이코패스가 짧게 ( ) 라고 하는지, 설핏 이해될 듯 말 듯 하다. 불미스러움을 무조건 외면하는 게 문화니까 바깥을 향한 참극 999는 눈 감고, 나치 참사는 사죄하라? 그게 뭐지? 뭘까! 뭐야? 도대체 그게 뭐냐고! 생각하기는 싫고, 검토는 더 싫고, 객관성은 짜증나기만 하다는 걸까? 진짜로 <생각> 그런 거 일절 안 해본 상태에서 하는 행동일까? 생각을 하기 싫은 건가, 아니면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가. 마네킹도 아니고 영장류라는 자부심이 있는데, 사람 머리가 멋으로 달린 건 아니잖아. 따라서, 사죄 그런 거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 오, 제~발! 우리를 뭐 아시아라 부르지 말라? 아시아, 아시아, 아시아, 아시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원숭이, 원숭이, 원숭이, 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 허허허허허. 원숭이 격을 떨어트려도 유분수지. 무슨 법도도 없고, 어떻게 인정 사정도 없다니. 오오 맙소사! 그러고서도 실리는 다 챙기고. 오, 세상에나! 참으로 한심할 따름. 복수심, 질투심, 자존심, 열등감... 뭘로 봐도 퇴보시켰자나? 더구나 나만 선진이고. 아시아는 연합이 아니니 너네들 각자 알아서 하시라? 글쎄요! 월드컵 공동 개최, 하면 뭘해! 1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적어도 정부의 제국주의 이념은 여전한데? 아시아는 유럽이 아니다, 아시아는 미개하다, 고로 우리를 원숭이라고 놀리지 말거라! 짜잔~. 두둥~. 캬~? (설레설레) 들어오세오 들어오세요. 이제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됐는데.... 가만 있자. 보아하니 뭔가 낌새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마침내 거의, 거의 입질이 임박했는데 왜 이리도 조용하지? 덥썩 물 때도 됐는데~ 스스로 알아서 자기는 월척이 아니라는 건가? 그래서 물지 않나? 아니면 월척인 건 맞는데, 먹으면 탈난다 즉 독사과라도 된단 말인가? 백설공주야 뭐야! 노벨상이 무슨 풍선껌인가? 동네 북인가?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다. 인종차별도 남용됐다. 실패했으니 국민의 왕은 속으로 꿍하고, 성공했다면 왕이 전면에 나섬은 정당하며, 지금에서야 세계 제패 재도전을 위해 국민의 대표는 꿍꿍이에 속이 썩는데? 그런데 아니 글쎄 이거 뭐냐고! 예견할 필요도 없이 전망은 구체화된다. 정답은 물타기! 첫째 전범을 호국 영령들과 합사, 둘째 법도 진주만 2는 언제든지 가능하도록 변경! 그러면 명분이 딱 마련된다. 옳커니! 꿩 먹고 알 먹고요,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방식만 바꼈지 전범 추모라는 비난도 교묘히 피하고, 미국을 안 믿어도 되고. 그거 뭐야, 완벽한 <님도 보고 뽕도 따고>잖아! 군사전문가가 그렇게 예측하나는 모르겠다만 왜 그런 추리가 가능하냐, 왜냐하면 이렇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전범 추모와 평화 헌법은 완벽하게 모순되기 때문이다. 한 나라에 군주가 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반인들이 친절하고 어쩌면 뭘 하나! 왜곡된 역사 교육이니 뭐니 인식이니, 정치인들이 한방에 해결해버리는데. 지성인이니 뭐니 모조리 가짜들 뿐이니 총대를 누군가 맬 수 밖에. 왜냐하면 좀비들 천지니까 말이다.
둘째, 문화. 불미스러운 건 무조건 외면하고, 잘못하면 고개 숙이고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일. 서구 사람이 보면 모욕-치욕-모멸에 가까울 정도로 보이는 느낌이 매우 크다. 그렇다만 그건 지극히 정상이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태생은 몰라도 생각이 서구적인 사람이라면 한마디로 군대와 비슷하게 본다. 그쪽에서 질서란 다른 말로 힘과 권위에 따른 차이다. 위화감이 이상한 게 아니다. (일본은 그렇고, 한국은 나이로 굽히는 걸 더 강조하고, 중국은 또 대륙적이고. 그 주변국이 다 그렇다. 서구인이 남한에 살면서 느끼는 최고로 이상한 점 가운데 하나. 나이 때문에 언어 차별이 극심하다는 것. 동전의 앞면은 문화지만, 뒷면은 부적응이자 때로는 굴욕감에 때로는 울화다. 현지인조차 일부분 공감. 물 건너는 전범이고, 거기서는 중범죄자든 막살자씨든 방탕한 자유인이든 뭐가 됐든 밑에서 위로 무조건 공경? 밑도 끝도 없이 존경? 어떻게 보자면 말도 안되는 질서다. 그게 옅냐 짙냐는 만국공통이지만, 그걸로 세계 최고?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할 운명. 거기도 일본과 똑같이 절반쯤 씨족사회이자 군대식이다. 또 중국은 모르겠는데 일-한은 분위기와 눈치를 매우 중요하게 따진다. 그 때문인가는 몰라도 유럽 국기가 십자가 일색이듯, 동남아시아 국기들은 거의 빨간색 일색이다. 참고로 옛 소련 연합의 국기가 지금의 중국기와 거의 똑같았다. 좋은 점도 물론 많다만, 뭔가 대하드라마 느낌이 든다. 구시대적 사상 및 구식 권위로 세계 최고! 군대과 절반쯤 공통된 문화권이 이미 옛날에 세계 탑3에서 2개나 가져갔는데 쟤네들 아직도 정신 못차리네!) 옷깃만 스쳐도 미안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무조건 그대 먼저. 뭘 해도 배려와 친절. 잉글랜드랑 똑같다. 아일랜드는 아니고. 그러니까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는 문화시설 설명에서 빈칸인 경우가 적지 않음. 셋째, 불미스러운 역사 외면. 1 ~ 3이 1세기 반복돼서 듣기는 되는데 받아들이기는 안된다. 곧 모방-복제-수입-차용-견학-2인자 전략은 OK. 그러나 내게 불리한 건 상당히 거른다. 정치인의 언동, 선생님께서 들려준 얘기,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신 힌트, 유명인들이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하며 떠들어댄 지혜. 태어나서 평생 동안 습득한 지식과 기억이 일방적이기 때문에 악순환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그거 다 반쪼가리 자작이었다니. 그 사람 마음 녹일 듯한 친절, 설마 가짜였다니. 얼마나? 문화 자체가 그렇다. 일본은 사무라이 문화, 잉글랜드는 신분제. (과대 망상하자면) 한쪽은 군대 한쪽은 사극. 사회적 인식이 일부분 잘못되었을지라도 오로지 직진만 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일평생 일방적인 정치적 세뇌를 받았는데, 왜 저 땅이 우리 땅이 아닐까? 이해를 못한다. 왜 사회적 민감한 문제가 내내 반복될까? 그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관심이 없다. 가까운 행복과 자세한 기쁨이 있는데, 왜 불미스러운 사실도 알아야 할까? 그저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왜곡된 시대에는 일반인은 총칼에 침묵할 수 밖에 없었고, 오락산업이 지배하는 소비의 시대에 진실에는 고개를 돌린다. 곧, 정치적 교육 이념에 위배되는 건 배우고 습득하며 발전될려다가 튕겨 나간다. 그러므로 첫째 법 인식, 둘째 문화, 셋째 1 ~ 3이라는 일방적 정치 관념의 세뇌 때문에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게 최고다. 다른 말로 방관. 내게 꿇리는 분야에 대해서 중립적 시각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 현대인이라면 도덕적으로 우리가 너네보다 우위다, 라고 하지 않지만 중립이 뭔지 모르니까 불편한 거다. 그 누구도 옛날 일 꺼내서 논하고 싶은 마음 없는데도 괜히 멈칫한다. 왜? 안에서 배운 것과 바깥의 생각은 너무도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게 도대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어른들은 입도 뻥긋 안한다. 하긴 하는데 약하고, 하긴 하는데 팔리지를 않으며, 하긴 하는데 그러면 가난해진다. 인기도 없어진다. 정당한 일을 하면 왠지 따돌림 받는 느낌이 있다. 옳은 말을 하면 분위기 세해질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플레이보이의 3박자를 놓칠지도 모른다. 그러면 결국 악역은 환경단체와 시민협회가 도맡을 수 밖에. 그러니까 유명인은 남의 다리를 긁을 수 밖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남의 다리는 피가 난다. 귀에서도 피가 난다. 친구 별명도 똑같다. 한 명은 어디 몽키스패너, 한 명은 어디 피바다, 또 한 명은 어디 폭격기. 엔간히 좀 긁어라 라고 하지도 못한다. 수박 겉 핥기는 개인의 자유니까. 더더군다나 문화적으로 관능미를 특별히 존중한다. 좋지 않게 표현하면 수박 겉 핥기인데, 좋게 보면 한마디로 픽션! 그렇다. 휴~! 자, 여기까지 틀린 점이 있으면 사실을 바탕으로 논거를 요목조목 제시해서 반론을 해 주세요. 병 주고 약 주냐 라는 조소조차 고마울 테니, 그거 정녕 진심일 테니까. 아따~, 뭔 밑도 끝도 없이 험담에다 쓰잘데기 없는 억지 궤변이나 나발댔는지를, (몸짓). 겸허히 수용하고 논리를 비교해서 발전을 원할 테니까, 반박을 해 주세요. 오, 제발! 1 ~ 3번이 1세기만 반복돼도 지금인데, 나중은? 먼~ 나중 그분이 지구에 오실지 안 오실지 모르겠지만 이런 게 정말 그거 아닐까?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사죄니 뭐니 미안하단 말, 그거 영원히 하지도 받지도 말자. 단지,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말자. 하여간, 뉴스에 소식 나오면 짜증난다. 뚜껑 열린다. 그러니까 우리, 영원히 잊지 말자구요. 이야~ 후진국에 책 팔아먹을 때는 언제고, (껄떡거리며?), 사람 뒤통수를 그렇게 치다니! 비꼬기 좋아하는 조롱꾼들... 일단 떠오르는 걸로 최소 2개. 첫째. 열등감이라는 한계를 견디며, 노예 근성이라는 운명을 감수하는 천민들한테 뭐 빨대 꼿았던 거야? 그런 거야? 둘째. (짧게 한마디) 섬것들! 곧 둘째는 설전도 귀찮다 입 아프다, 삐딱함도 귀해야 제맛인데 너무 흔하다 그거지. 가만 있자, 얼굴이......(꼼지락꼼지락)...... 에이 눈 배렸어. 아 짜증나. 괜히 봤네. 완전 꽝이다. 계속 짜증나네. 완전 못생겼자나? 메주야 뭐야!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 내 차라리 새똥을 밟고 말지 이거 정말 뭐 하자는 거야? 지금 장난해? 어? (휙~ 아랫입술만 쭉 내밀어서 한숨을 위로 불어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아니 근데 왜 사진들이 다 눈 감고 찍은 거 밖에 없어? 뭐! 설마... 눈 뜨고 찍은 거야? 맙소사! 할 말을 잃어버리게 만드시는군. 나 원 참 내가 졌다 내가 졌어. 아아 이거 짜증 제대로네. 왜 궁금해해가지고, 아주 미쳐버리겠구만 그래. 아 짜증나. 우웩~! 거 정말 너무헌 거 아니요? 아 진짜! 그 정도면 젊음에 기인한 아름다움, 그런 거도 없었다는 말이자나? 이런, 젠장! 사람이 최소한 염치가 있어야지, 아 진짜! 글은 또 어떨까? 선험자 따라하는 사람이 그걸 읽어보니... (절레절레). 말하자면 이건 아마 피학, 가학 같은 인간의 욕망에 근거한 행동인 듯 싶다. 왜냐하면 욕을 대륙 단위로 얻어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욕구, 크든 작든 그 역시 인간의 본능이니까. 돌아이가 있으면 상-돌아이도 있고, 상-돌아이가 있으면 돌아이 할아버지도 있을 테니까. 참말로 세상은 푼수들 천지구만 그래. 허허.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데. 하늘이 절대로 모르시지 않을 텐데. 참 얼굴 두꺼운 사람들 많기도 하다. 하긴 인터넷만 봐도 그렇고 망언 제조라는 재주는 그리 썩 드문 재주는 아닌 듯. 최소한 초밥을 먹을 때 그 생각이 떠오르겠네. 아름다우니 쳐다보지는 못하겠고 존성대명을 어찌 이 미천한 것의 주둥이에 담겠습니까요. 단지 초밥 먹을 때만 기억할께요. 전 세계가 일본의 전쟁 성-노예 사건을 진짜로 알게 생겼는데, 미주알고주알. 당신의 그 아름다운 말을요. 당장 내일도 초밥 먹게 생겼군. 연상해야지. 제2차 세계대전 때 흉악의 최고점, 야욕의 세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던 바로 일본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대공습을. 그 기습 작전 하면 단짝은 뭐니 뭐니 해도 그것. 곧 술 마실 때 맥주 + 양주! 폭탄주를 마실 땐 뭐라고? OK~, 원자폭탄! 1~3이 1세기 반복되니 표본 추출하면 이렇다니까. 원숭이 홈 그라운드 근처가 이러니 선수도 아니면서 원정머를 간거 아니냐고. 아무튼 사죄니 뭐니 미안하단 말, 그딴거 영원히 하지도 받지도 말자. 단지,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말자. 다만 1번 만큼은 제대로 하자. 1번이 안되면 다른 거 다 안된단 말이다. 1번이 안되니까 예술가가 정계에 진출하여 국회에서 자랑스럽게 말한다. 세계인이 진짜로 그런 줄 안다니까요, 하와이 진주만 공습이니 전쟁 성-노예니 난징 대학살이니 그런 일들, 그거 진짜인 줄 안다구요. 그래서 환경이 좋으니까 바깥에서 관광은 오는데, 안에서 바깥으로 잘 나가지를 않는다. 그게 일부분은 굽히는 문화 때문. 잘못한 건 미안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며... 불미스러움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라... 독일과 비슷한데 그걸로는 정반대다. 그렇게 외계인이 3번을 방관? 그건 아니다. 그건 아니야. 왜냐하면 명백히 3번은 세뇌니까. 따라서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바뀌면 좋고, 안 바뀌면 그건 뭐 죄는 정치인이 짓고 벌은 누군가 달리 감당할 수 밖에.
자, 이제 카메라를 반대편으로 돌려보자. 다행인지 불행인지 프랑스어는 영어에 영향력을 남겼다. 영어도 프랑스어에 마찬가지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유니언잭은 타 국기들에 흔적을 남겼다. 유니언잭 관련 잡음은 아일랜드 뿐만이 아니고, 잉글랜드가 아닌 영국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되고 어떻게 되는지 현지인들조차 모른 사람이 결코 적지 않다. 그게 다 앵글로-색슨족이 독일쪽에 살다가 지금의 잉글랜드로 건너갔기 때문이다. 굴러온 돌은 박힌 돌을 빼낸다. 원래 거기 살던 사람들은 아일랜드로, 북아일랜드로, 웨일스로, 스코트랜드로 갈 수 밖에. 그 일로 발생한 피바다는 아... 말 말자. 그럼 거기서 끝? 그럴 리가 있나. 앵글로-색슨족은 원래 엉덩이가 근질거리는 민족이다. 건너간다. 한두 군데도 아니다. 일단 대표적으로 미국 내전이 있다. 거기서 영국은 끝끝내 발을 뺐지만, 뿌려둔 씨앗은 많기도 했다. 과거에는 그랬고, 현재 잉글랜드는 연맹이 많은 만큼 부담도 크다. 껄끄러운 외교, 풀어야 할 숙제다. 유럽에서도 옛날에 자기들 하수였던 독일한테 지금은 밀려도 많이 밀렸다. 영국은 옛날에는 세계1위권. 식민지가 많으니까 일명 해가 지지 않는 나라. 하지만 앞으로는 경제랄지 그런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 밀려났지 다시 올라가기는 아마 힘들지 않을까? 그걸 뭐라고 부르냐, 전성기라고 한다. 그래도 문명의 선험자로써 오랫동안 세계 최고권을 찍었으니까 괜찮다. 준치는 썩어도 준치니까. 다만 영국은 인과응보라는 법칙을 모를 수가 없으니 군비 지출로 유럽에서 만년 최상위권. 그럼 그 운영비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다시 병합? 잉글랜드는 스코트랜드와 웨일즈한테 잘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 다 독립하니까. 결국 관건은 돈! 정치는 잉글랜드에서 독식하면서 세금 꼬박꼬박 다 내는데 왜 돌아오는 건 이 모양 이 꼴이냐, 그 말이 길어지면 안되거든. 그걸 뭐라 하느냐, 분리-독립이라고 한다. 유럽의 강대국들 곧 선험자들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똑같이 지니는 거다. 그게 바로 제국주의 때문. 그런데 유럽에서는 향수병인데, 저쪽은 시간표가 어디를 가르킴. 프랑스든 스페인이든 약점이 많지만 일단 잉글랜드만 봐도 그렇다. 좌청룡 아일랜드 우백호 프랑스! 캬~! 이 정도는 되야, 어? 이런 걸 앙숙이라고 하지,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질 줄 아는 교양인이 되자. 이거 이거 보통 견원지간이 아님. 말도 못함. 그럴 만 했으니까 그럼. 포르투칼과 스페인이라고 영국과 애인이겠나? 또 견원지간에 차라리 가깝다. 또 있다. 포크랜드 전쟁을 어떻게 잊으리요. 아르헨티나와 영국, 허허허. 식민지배로 수탈이 많았던 인도를 또 빼놓을 수 없지. 잉글랜드 왕실에서 연례 행사로 초청하는 일들이 그냥 단지 전통 때문이 아니라 다 그런 포석이 깔려있는 거다. 오오 영리한테 완전 똑똑한 거잖아. 조상의 업보를 이렇게라도 갚아야지 뭐. 또 시작됐다. 리스트는 끝이 없다. 영국-아프카니스탄 전쟁도 있었지. 영국-네델란드 전쟁은? 또 있다. 국지전이긴 하지만 영국 참 멀리도 갔다. 영국 대 일본도 붙었으니까. 영국 내전도 인상 아조 팍 쓰시는군. 왜 난 껴주지 않냐고. 그 수많은 식민지와 영-연방 연합하며, 영국은 그야말로 전쟁으로 세계1등이었군. 다시 말해 잉글랜드. 아일랜드는 빼고. 세금을 영국 통합으로 걷어 군비도 지출하지만, 그러나 정치는 잉글랜드에서만! 그러니까 다른 덴 몰라도 적어도 유럽에서 알고보면 다들 그쪽이라면 썩 별로 좋아하지를 않겠구만 그래. 한마디로 외톨이! 일단 정상들끼리 말싸움만 붙어도 1 대...... 도대체 몇이야?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딴 게 아님! 어쩔 수 없음. 참다 참다 못 참아 잉글랜드가 딱 한마디를 한다고 가정해 봐. 그럼...... 유럽에서 한 마디씩만 거들면...... 워워워 세상에나! (모임에서 이 때 숟가락 잘못 얹으면 그 소리를 듣게 됨. 너, 여기서, 빠져라! 실제 영국은 자발적으로 유럽연합 탈퇴. 아웅다웅 시끌시끌) 그래서 러시아 스파이 어쩌고저쩌고 해도, 매스컴에서 비난해도 암말도 못함. 기껏 해 봐야 뭐 우릴 부러워하지 마라? 전-프랑스 대통령 귀에 그 말이 쏙~ 들어갔던가? 초딩이야 뭐야? 상남자들 으쌰으쌰할 때랑 완전 똑같잖아? 장난해? 장난쳐? 총리가 무슨 코메디언이야 뭐야? 따로 TV 코메디 프로를 볼 필요가 없잖아? 유튜브로 원맨쇼 영상을 뭐하러 찾아봐! 핸드폰으로 소셜 네트워크만 멍청하게 쳐다볼 필요가 전혀 없다 그거라니. 이처럼 유럽에 살면 하루 하루 완전 재밌을 거 아니냐고. 하루는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는 토마토 축제, 하루는 투우장 관중, 오늘은 내 생일이요, 경마장이 300개 골프장은 또 몇 개고, 하루는 초코릿 먹으로 벨기에행, 와우. 정상들끼리 뼈 있는 실언을 많이도 말고 딱 한 마디씩만 건넨다고 생각을 좀 해 보소. 와우! 오, 마이, 갓! 결론적으로 거기서는 굳이 내 스스로 유명하지 않아도 그만큼 재밌다는 거 아니야! 어지간 해서는 연예인병, 예술가병 그런 거 잘 안 걸린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원숭이의 쇼맨쉽? 쳐다보지도 않는다. 선심성이라면 몰라도. 그런데 상 주니까 원숭이 녀석 또 좋다고 웃네? 이야, 초딩이야 뭐야. <나를-우리를 부러워하지 마라>가 있으면 <미워하지 마라>도 있다. 그러니까 미워하지 마라 가운데 어떤 미워하지 마라! (딱), 네 이웃을 미워하지 마라? OK, 그걸로 하자. 음, 그러니까 미워하지 말라고? 알았다. YES! 미워하기 싫다. 좋아하고 싶다. 오손도손 정답게,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이 좋다. 나쁘지 않다. 괜찮단 말이다. 그런데, 그래서 그럴까? 뒷끝없다 라는 말을 어떻게 막살자씨가 할 수 있나. 친구들만 봐도 그런다. 진짜 쿨한 친구는 그런 말 자체를 안한다. 나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어, 나는 차 욕심 없어, 나는 뒤끝 없어. 왜?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니까. 뭘 좀 아는 남자니까. 여자에게 천사표라는 말을 들어봤으니까. 성격 좋다 라는 말을 곧잘 들어봤을 테니까 말이다. 친구 중에 꼭 보면 푼수요 사고뭉치이자 꼴통에다, 제멋대로인 거꾸로맨들이 자기가 무슨 여자들의 반-이상형이나 된다는 듯이 꼭 그처럼 말한다. 뭐라 하냐, 나는 뒤끝 없다고. 그 말이 왜 하필 그 친구 입에서 나오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걸로 보자면 차라리 우리는-화법이 낫다. 훨씬 낫다. 그런데 우리는-화법의 대가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하지? 그건 뭐 각자 알아서 하고. 그런데 뭔 얘기를 하던 중이었지? 아하! 어디서든 손가락질 받지 않고 젊잖으신 분이라고 왜 없겠나. 말발 센 골목대장 왜 없겠나. 넌지시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들었다 치고, 요점은 그거다. 현재를 살자, 미래를 보자! 그래? 그렇다고? 어허 말하자면 나는 대인배? 우리는 어른? 그럼 그걸 그렇게나 잘 아시는 분들께서 2000년 내내 유럽에서 그렇게들 유대인을 핍박했나? 어? 그런가, 안 그런가? 어? 왜 말이 없나? 어? 체스 두는 사람 어디 갔나? (손차양을 하며) 이 양반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어허, 어라~! 이거 정말 유럽 알면 알수록 재밌네. 역시나 그래서 유럽 유럽 하는구나. 그러니까 포도주를 마시는 잘생긴 이탈리아인이 놀려도,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프랑스인이 비꼬면서 거들먹거려도, 특유의 제스춰를 선보이며 스페인과 독일인이 깐죽거려도 뭐라고? 옳커니, 잉글리쉬 페이션트! 아하 그래서 상상류층은 눈치 보이니까 내가 먼저 재규어를 타지만, 시선을 돌려보니 여기도 똑같네. 맥북에, 벤츠 BMW에, 뭐에 뭐에. 이탈리아에 스타벅스가 진출할 줄이야. 그래도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할 말이라고는 오직 하나. (록스타가 손바닥을 귀에)? 우리를, 부러워하지, 마시요!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꼬끼오꼬꼬꼬 삐악삐악 응애응애. 바로 그래서 신호등 질서는 독일인이 제일 잘 지키고, 런던에서는 연인이 머리끄댕이 잡고 피 터지게 싸워도 남 일이라면 일절 신경을 쓰지 않는 게로군. 러시아 초갑부들이 템즈강 부촌을 전부 꿰차며 살아도. 외국인들이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야금야금도 아니고 아예 왕성하게 알짜들을 불러모아 사들여서 굴려도. 힐난 이렁쿵저러쿵해도 영국에서는 국민의 대표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단지, 우리를 부러워하지 마시요! 응애응애 삐악삐악 뭐야 그거. 어? 웃기고 싶어? 그렇게 인기에 목말라? 도날드가 그렇게나 부러워? 유명세로 내가 밀리니까 인기왕들이 괘씸해? 어? 앙숙 감정도 역시나 유럽이 세계 1등. 응석 또한 유럽이 세계 최고! 거창한 모임으로 명사들이 만나서 웃고, 샴페인 잔을 들어 건배를 하며, 그거 다 뻥이군. 속으로 대체 뭔 생각을 하겠냐고. 그 영국을 답습한다며 일본은 뒷북을 쳤고. 그나마 영국은 명색이라도 있고. 이거 이거 완전 싸움닭이구만 그래! 그래 놓고서 신이시여 여왕을 지켜주시옵소서? 이제부터 그 가사를 부를 때마다, 들을 때마다, 기억날 때마다! 적어도 그때마다 생각나겠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가 아니라 우리가 탄 말은 뻔뻔마라네! 나는 오래 살고 싶은데, 너한테는 죽고 싶어? 이거 정말 완전 깡패가 따로 없는 거 아니야? 학교라면 퇴학감도 이런 퇴학감이 없겠어. 그렇지만 문명의 발전에 기여도 많았고 뭐 통과. 왜 유럽에서 (좋게 말해서) 의뭉스러운 족속이라고 하는지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통해서 충분히 밝혔으니 넘어가고. 하긴 그 기여도가 아니었으면 전성기를 누릴 수 없었을 것임. 때문에 세계를 누비며 수탈한 문화재를 빼면 런던 박물관은 텅텅 빔. 그래서 선점한 건 돌려주면 안됨. 도의적이니 뭐니 다 따지면 난민 천국이 됨. 오만불손 안 하면 호구 됨. 다는 아니지만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음. 다른 점 빼고 사람도 다 똑같음.
그래서, 가령 영국에서 자연재해가 발행했길래 주변국에서 성의 표시를 한다! 프랑스 수탉의 성금? 돌려줘! 이탈리아 암캐의 성금? 돌려주라 그래! 십중팔구, 즉 잉글리쉬 페이션트라고 대부분 좋게 좋게, 어? 둥글 둥글 예절을 차려도 언제 어디서든 할 말 하는 사람은 없을 수가 없다. 뭐? 돌려줘! 그런데 정상들끼리는 그럴 수 없음. 그래서 전쟁 성-노예 기금 마련 어쩌고저쩌고. 짜잔~! 밖으로 돌려주지는 못하고, 안에서는 원성이 들끓고. 고로 그런 거 주지도 받지도 맙시다. 세상사 친구가 어려우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줘야 할 때가 있고, 모른 체 하는 게 오히려 도와주는 일도 있음. 그렇지만 양국관계가 해빙 분위기를 향하여 땀 뻘뻘 흘리며 거북이처럼 어렵싸리 진군하는데, 그럼 뭘해. 바로 그때! 독일 총리가 나서서 찬물을 확 끼얹음. 또 때가 됐다 그거지. 곧 연례 행사. 유대인 600만명이 죽은 홀로코스트에 참배를 해야 정상인데, 반대로 히틀러를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께 절을 한다. 영-연방처럼 영국 여왕처럼 숭배를 받아야 하는데, 천왕은 가택감금이라니. 국가 정상이 나서서 거꾸로맨인데, 일반인 거꾸로맨들이 가만 있겠나. 제2차 세계대전 때 난징 대학살만 있었던 게 아니라, 일본 내 한국인 대학살을 비롯해 999가 있는데, 교육은 쉬쉬요 남의 땅도 내 땅이라. 이게 뭐지? 뭘까? 뭐야? 그래서 잘못 교육 받은 학생들이,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처럼 반쪽 교육을 받고, 그 학생들이 그대로 정치계에 입문한다. 정치인을 어떻게 수입하나? 다 들여와도 그건 절대 못한다. 그래서 또 억지와 망언은 반복된다. 그렇다고 서민은 뭔 죄? 총리가 골세러모니 엇비슷하게 한마디, 서민! 뭐가 어쩌고 어째? 그러나, 그러나 서민이라고 조상님의 업보에서 독립할 수는 없는 법. 여기서든 저기서든 할 말을 할 사람은 한다는 것 뿐. 그러니까 사시사철 영원히 조상의 업보를 일반인들이 고스란히 감수한다. 알고 보면 둘 다 똑같다 그 얘기다. 이거다. 이거라고. 식민지 후손 그것도 서자에다 빈자의 열등감이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니. 1세기도 안 됐는데, 당시 프랑스가 독일의 식민지였을 때 어땠는데, 거지 근성 어디로 가겠나 그거지. 당최 때리지 않으면 말을 안 들었먹으니 그렇게 된 거지, 그러니까 당시 딱 두 가지가 강조됐어. 첫째, 언어! (영국은 이탈리아어를 없애고 강제로 영국식 영어를 가르침. 스파르타교육은 귀여울 정도로). 둘째, 유대 민족 정기 말살! (독일은 프랑스에서 프랑스인을 유대인처럼 없애지는 않고 민속성 색채감을 없애고 모든 것을 독일식으로 바꿈) 그러다 또 지진이 난다. 그러면 그 다음 순서는 뭘까? 영국에서 자연재해 발행했길래 주변국에서 성의 표시를 한다! 프랑스 수탉의 성금? 돌려줘! 이탈리아 암캐의 성금? 돌려주라 그래! 물론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그렇게 말할 리는 없지만, 사람들 생각은 엇비슷하고 그래프 비율은 차이나지 않는다.
(딱)! 바로 이 패턴은 세계 어디서나 반복되는 거다. 만국공통! 어디에 비하면 유럽은 양반이란 말이다. 유럽에 비하면 어디는, 오 세상에나 그럴 수가!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하구만 그래. 어쨌든 곁가지는 여기까지. 자,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의는 아닐지라도) 일본의 왕은 끝내기 홈런을 칠려고 했으나 결국 뻔트만 댔고 그 뻔트를 가지고 후세에 길이길이 미담을 남긴 거다. 그게 다 그 때문이다. 정치적 의식이 완벽하게 구시대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기 때문. 일본 뿐만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낑긴 새우. 여전히 국가보안법이라는 게 있다. 무조건 없어야 한다, 그 말이 아니라 그 내용이 완전 서구적은 아니란 말이다. 더더군다나 지금은 아니지만 심지어, 멀지 않은 과거에 불륜은 그곳에서 인습의 묵계가 아니라 헌법의 명시적 조항이었다. 강아지를 먹는다는 구-구습이 아직 남아있네 어쩌네, 그곳의 단점도 밝혀야 공평하지만 너무. 이미, 정말 너무나도 많이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자성을 못하는 지성인은 지성인으로 대우 받을 자격이 없다. (늬가 안 하면 내가 한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걸로!) 이처럼 어느 쪽에서는 서구의 물질을 (거의) 따라잡았다. 그럼 다른 건? 외모는, 어쩔 수 없다. 타고난 대로 사는 수 밖에. 그외 문화와 전통과 개성은 존중. 그럼 정치적 의식은? 보시는 바와 같이! 정계 말고 민심이랄지 예술계는? 세계 양대 미술품 경매 시장의 권위는 여전하다. 그러니까 정치인이 양복을 입고 있어도 의식이 현대식인지 구시대식인지 모를 수가 없다. 보면 보인다. 1인자들 대화록과 유엔의 회의록을 읽어보시라. 특급 속기사들과 친해보자. 선험자의 의식과 후발주자의 의식, 그 차이는 확연하다 못해 웃음이 절로 나올 수도 있다. 아 진짜 알게 되면 감탄사 즉각 나온다니까 그러네. 그 정도도 모르고서 우리, 제발, 어디서 아는 체하지 맙시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생각! 생각은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사진을 찍지만 어떻게 살지 않는 이상, 둘 다 어른일 수는 없는 법. 겉은 둘 다 어른인데 한쪽은 겉만 어른이다. (물론 심하게 말해서 그렇다는 뜻) 그래서 오빠 머머 내꺼랑 바꾸자 라는 말만 듣고 살았으면, 그게 쌓이면 괴물이 어디 살고 외계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누군가는 그걸 꼭 말하고 싶어질 거라는 점. 쉬이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원정 출산이라는 문제의 방향성. 쉬이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원래 입이 근질근질한 건 동화 주인공일 테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가짜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자. 인터넷에 보면 가짜 뉴스 나오지 않나. 언젠가 스타인웨이 앤 선스가 망했다던가 그런 가짜 뉴스가 눈에 띄었다. 클릭할까 말까 딱 3초 망설이다 말았다. 왜? 망할 수가 없는데 그랬다고 하니까. 뭐지, 뭐지? 그랬다. 그런데 나중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지금 현재 공산품에서 중국제를 빼면 거의 세계의 모든 산업은 원활히 돌아갈 수 없다. 세계 경제는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중동 어쩌고저쩌고가 아니라 상위-중위권끼리 전쟁이 나면 세계 경제, 곧 같이 망하는 거다. 그럼 방법은 뭐냐? 돈 밖에 없다) 메이드 인 이탈리든, 메이든 인 져머니든, 디자인드 인 캘리포니아든, 중국제 빼놓고는 일도 못하고 제대로 놀지도 못한다. 부품과 재료와 싼 거는 다 중국제거든. 그렇다고 합리주의만? 아니다. 브랜드도 그쪽에서 이미 약진했다. 더 하면 더 하지 아마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 필요도 없다. (물론 막대 그래프에서 마약이나 액션-스릴러 장르 부분 그래프는 낮고, 특유의 장점 그래프는 높다) 더구나 서구에는 가짜 뉴스는 있어도, 가짜 브랜드는 없다. 그게 바로 어겨질 걱정이 필요 없는 암묵적 묵계다. 누구도 그 카르텔을 어기지 않는다. 그런데 저쪽에서도 그럴까? 아니다. 누가 됐든 두 발 벗고 나서서 그 시장에 뛰어든다. 그래서 가짜 에르메스를 입고, 가짜 샤넬을 들고, 가짜 베르사체 옷을 애완견에게 입혀서 뉴욕에서 번화가의 편의점에 딱 들어가 보시라. 거기 사는 하와이계 초딩, 흑인 중학생, 백인 고등학생, 혼혈 대학생은 친구들끼리 수군거린다. 속닥속닥, 재 봐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았어, 속닥속닥. 전부 싹 다 진짜인 줄 알고서, 또는 긴가민가 하면서 말이다. 모방은 예술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파블로 피카소가 도대체 얼마나 다른 미술가들을 따라했는지 말도 못한다. (설레설레) 피카소는 적극적으로 또 소극적으로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따라했다. (과장하면) 그러다 피카소는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았다. 그 쥐에 대해서 알베르 까뮈는 글로 써서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뭐야 이거, 노벨상 수상자의 면면을 살펴보니 전부 다 백인이잖아? 100퍼센트 백인이잖아? 그 가운데 유대인이 몇 인가, 그걸 누가 알고 싶어 한다고. 백인이 받을 만 하니까 받은 거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러므로 인종차별이란 야유를 학계라고 피할 수는 없다. 인종차별 만큼은 외면할래야 외면할 도리가 없다. 바로 그때부터 노벨상은 백인 외에게 남발됐다. (물론 심하게 말하자면) 선심성으로 막 그냥 막 거저 나눠줬다고 봐도 된다.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과정이 바로 그렇게 됐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초딩, 허당, 삼류, 개그맨, 삐에로등 유력한 노벨상 수상 유력자는 말도 못한다. 한마디로, 개나 소나! 진짜끼리의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1등이 되고, 가짜라는 제3시장에서도 가짜가 덩치를 키워서 진짜가 되고? 선험자 집단은 정신, 차려야, 한다. 이제 부-주제인 친구 차례. 다른 말로 외교. 왜 프랑스와 영국이 공동 개발해서 콩코드를 만들었을까? 왜냐하면 앞서 말한 관계 때문이다. 제일 친하게 지내야 할 이웃. 그렇지만 알면서 모른 척. 앞서 앙숙의 예를 참 많이도 들었다. 어디와 어디. 그 가장 대표적인 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영국과 프랑스다. 어중간히, 어디 대 어디? 말도 마시라. 프랑스와 영국 정도 앙숙이 아니면, 반프 감정 반영 감정 정도가 아니면 제발 알아서 참아주시라. 명함도 내밀지 말란 말이다. 우리 교양인들끼리, 낄 데 안 낄 데 정도는 구분합시다. 애교는 애인한테, 응석은 일기장으로, 투정은 수다 잔치에서나. 아 정말 내 다리 피나는 거 안보이냔 말이오. 왜 시도 때도 없이 남의 다리를 긁고 난리요? 취미요? 버릇이요? 아는 건 알고 모르는 건 모른다, 결론적으로 내 의견은 어떻다, 까지는 괜찮다. 내가 아는 건 A─B─C이고 D는 모른다 그 때문에 나는 어떻게 생각한다, 아주 좋다. 아주!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알긴 아는데 뭔가 어설프게 알면서 전부 다 안다는 듯이? 입도 뻥긋 마시라. 알긴 아는데 뭔가 잘못 안다? 가서 공갈 젖꼭지나 더 빨고 오시오, 냉큼! 엉덩이 걷어차이기 전에 말이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어쩌고저쩌고, 친선국이 미주알고주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류 일간지의 주필이자 정치계 필진의 윗대가리란 양반이 글쎄, 뭐 이제는 어디의 왕을 이쪽으로 모셔서 어쩌고저쩌고 그럴 때도 됐다고? 이 사람이 달린 입이라고 함부로......! 독일이 만약 입헌군주제라고 했을 때, 이스라엘과 프랑스와 어디와 어디에서 독일의 왕을 반갑게, 다정하게, 기쁘게 모시기를 바랄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그런데, 주필 그 양반 그거 어떻게 해서 그 자리에 간 거지? 남자니까 소파 승진 그런 거도 아닐 꺼 아니야? (소파 승진이란 말 자체는 성 차별이 아님. 왜냐하면 명백한 사실을 근거로 하는 얘기니까. 조롱도 아님. 왜냐하면 아마도 처음 쓴 거니까. 그런데 얘기가 남용되고 유리 천장은 쏙 빼면... 바로 그럴 때 성 차별임. 인종차별도 똑같음) 어떻게 그게 아니 정말... 참 이해를 할 수 없단 말이야. 학교에서 도대체 뭘 가르쳤지? 이 사회에서 도대체 뭘 배웠냐고. 그분도 혹시 뻔뻔마를 탄 거야? 그러니까 오락산업에서 제일 선호하는 경주마들이 이렇다니까. 정계에서 손을 뻗치면 엉덩이가 근질거리고, 한 마디 하면 귀가 팔랑거리고. 그래서, 너는 애비 애미도 없냐 라는 댓글은 귀엽고 망언 같은 난동은 즐거운 거지. 단, 그걸 즐기시는 분들께 말이야. 무대 위에 오직 개들만 셀 수 없이 보인다라... 그걸 대체 뭐라 그러지? 뭐지? 뭘까? 뭐지? 거기 혹시 그걸 아시는 분 계시오? 없소, 있소? 아시는 분 있으면 제발 살짝만 귀뜸해주지 않겠소? 프랑스가 군주제를 어떻게 종결시켰는지 몰라서 하는 말일까? 아니면 프랑스가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다음 어떻게 배신자와 변절자를 처단했는지 정녕 몰라서 하는 말일까? 뭐야, 그럼 거기서 단두대로 처형됐어야 했는데 용케 살아난 장본인의 후손, 혹시 아닐까? 아닐지라도 생각은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고, 바보요 푼수다. 에이~ 모르겠고. 그러니까 왕정복고를 통해 자기가 왕이 되고 싶다 그거지, 연예인병은 치유될래야 치유될 수 없단 거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선심성으로 뭘 받으면 들썩들썩 복고풍으로 어깨뽕 들어간 옷을 입는 거 아니야! 자진 반납 그런 거 없고, 끌어내지 않는 이상 무대에 끝까지 남겠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어? 지가 뭐 찰리 채플린이야 버트란트 러셀이야? 참 나! 안 되겠어. 도저히 안 되겠다고. 내가, 바로 내가 움직여야겠구만 그래. 내가 직접 찾아가서 그럴 꺼야. 따질 꺼라고. 싸울 땐 싸워야 하니까. 큰소리 떵떵칠 거라고. 야! 야! 누구! 야 임마! 늬가 누구냐? 야! 당장 나와. 우리 한 판 뜨자! 속 시원하게~ 어? 남자답게, 어? 남자 대 남자로! 어? 허허허. 그...래야 할까? 농담이고. 생긴 건 꼭... 외모 차별이니까 넘어가고. 표정만 봐서는 부인 몰래 친구들이랑 나이트클럽에 놀러갈 짱돈을 어디다 숨겼는데 통 찾지를 못한다는 표정. 술인지 물인지도 구분 못하니까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지.
「그 잘난 직책이 뭔가 그건 알고 싶지도 않고, 일단 우리 만납시다. 그대의 용안과 이 놈의 상판은 어쩌면 사랑하는 연인처럼 마주봐야 하지 않겠소? 왜냐하면 그건 우리의 숙명일 테니까 말이오. 그렇다고 눈살 찌푸릴 일은 없을 것이오. 당신의 옥체를 털끝 하나 손상시키지 않으리오. 다만 담판은 지읍시다. 둘 중 하나는 둥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치 않소? 그러니까 궁전에 군주가 둘일 수는 없는 법. 1.2네 1.5네 그건 우정한테나 물어보고. 번지수 잘못 찾아 나한테 따지지 말고. 그런 사극이 있든 없든 난 모르겠고. 중요한 건 난 그 꼴 못 보겠다는 것. 아시겠소? 그러니까 내기라도 하잔 말이오. 못 믿겠으면 주문을 하시오. 이 내 몸이 담보를 걸겠소이다. 아니 그럴 게 아니라, 제가 접고 시작해도 되오. 그럴 용의도 없는 주제에 나설 내가 아니니 말이오. 그럼 먼저 날 잘근잘근 씹어주시고 우리 시작을 해도 헙시다. 아시겠소? 아 그러면 공평하지 않겠소, 안 그렇수? 그리하여, 우리 논설위원 양반보다 종목은 내가 정하고 싶소. 아 그런 천박한 선택까지 주필께서 하나 하나 신경 쓰셔야 한다면 확 그냥 주류 언론 당장 사버리겠소. 거 얼마요? 1장? 2장? 뭐, 3장? 이 사람이... 어쨌든 체스판 챙겨오는 거 잊지 마시오.」
그런데 (딱)! 방금, 듣지 못했소? 나는, 분명, 들었다. 바로 아일랜드의 헛기침 소리를. 참고로 말하자면 영국은 말 그대로 그 일대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일 뿐이다. 앞서 말했듯 프랑스 대 영국, 여기서의 영국은 주로 잉글랜드를 가르킨다. 그렇게 세분화하자면 잉글랜드도 그렇다. 오른쪽으로는 프랑스라는 앙숙이요, 왼쪽에는 아일랜드라는 숙적이 있다. 응애응애 삐악삐악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인터넷 뉴스나 보고, 잔지식 대결이나 펼치며, 관광이 다 라는 너와 나. 그분들은 영국 여왕 그러면 왕위 서열 막 그러면서 멋져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국 여왕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대체 얼마인지 아시긴 아시나요? 네? 영국 아니 잉글랜드 여왕은 잉글랜드에서나 여왕이지 다른 데서는 그냥 꼬부랑 할머니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관심도 없다. 들리면 들리는데 단지 짜증날 뿐. 유럽의 왕족들도 마찬가지 얘기다. 매스컴은 단지 할 일을 하는 거고, 잉글랜드 내에서는 신분제-전통-문화-관광등의 이유로 여전히 입헌군주제는 변함없는 거고. 내가 만약 호주랄지 뉴질랜드, 캐나다 국적이라면 영국 아니 잉글랜드에서 완전한 독립하는 것에 대해서, 대-찬성이다. 어째서? 민감한 말로 국민성, 다른 말로 기질 자체가 정반대거든. 언어가 다르거든. 정서도 정반대거든. 말은 통하는데 말만 통한다. 즉 일상이면 모르지만 일이라면 응당 통역자가 필수라는 것. 번역자 없으면 말짱 황이라는 점, 누가 모를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한마디로 언어부터 완전 딴판! 그 때문에 관광이라면 모르지만 산다는 건 완전 다른 문제라서, 독수리가 변신하여 재규어의 나라에 살러 갈 때는 싱글벙글 들뜬다. 신난다. 설렌다. 그렇게 살면서 때로는 향수병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다 기간 채우고 집으로. 그런데 표정이 시원섭섭도 아니고 뭔가... 이상한 것이다. 그거다. 바로 그거다. 외교관들이 제일 잘 아는 것. 들어갈 때 망했다는 듯이 울상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때 활짝 웃으며 조금 서운한 듯이 나오는 것. 기타 등등. 그래서 하는 말인데 캐나다는 처음에 국기를 잘 만들었는데, 호주와 뉴질랜드는 처음에 잘못했다. 잘난 체하고 막말하며 초딩 같은 도날드 트럼프가 시끄럽긴 하지만, 쇼맨쉽만 봐서는 뭔가 약하긴 하지만 뭐 그런대로 봐줄 만 하다. 영국 여왕께 혹시 무례한 건 아닌가, 일본 왕한테 팔을 톡톡 치는 것도 실례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에 너 최고, 세계 최고, 우주 최고, 아주,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왜 없겠나. 물론 같은 초딩이 봤을 때 말이다. (그건 곧 툭하면 인종차별에 발목 잡혔고, 때문에 바깥으로 헛선심이요 안에서는 가방 끈 짧은 백인만 푸대접 받았다는 뜻 아닐까? 사교가보다 오히려 말수 없는 지식노동자가 좋은 상급자일 수도 있거든. 크레파스-수채화-유화 물감처럼 원체 다양하니 걸핏하면 차별. 뭔 차별 뭔 차별. 상이 차려지든 말든 일단 숟가락 먼저. 낄 데 안 낄 데 구분하고 옥석을 가리며 인품 따지다가는, 심심하면 밀리기 쉽상이라 그거지. 그만큼 큰 물이니까. 그러니까 누구한테 밀리냐고? 나이가 들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온 남자한테, 젊은데도 불구하고 위아래 모두 실한 남자한테, 나대는 친구한테, 뻔트마, 뻔뻔마, 튀는마, 잘난척마, 거포마, 잔재주마...한테. 참으로 오래도 기다려서 순번이 될 듯 말 듯 했는데 또 밀려. 그 중에 최고는 제7의 전성기를 영접한 놈. 녀석은 나이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위아래 다 실하네? 날개 달린 사자야 뭐야! 이런 젠장~, 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게 됐구만 그래. 그러니까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분수에 동전을 한주먹 건져오려고 누군가 난입하는 거 아니냐고. 아 맞소, 틀리요? 아아~ 내가 정치인이라면 이렇게 한쪽 기 살려주고 다음 행선지로 가는 거구나. 낮에는 아마도 아이비리그요 밤에는... 뭐 딱 정해져 있겠지. 그런데 그러다 조증녀를 만나 기 빨리면 어떡하지?) 좌우지간 말이 좋아 연방이지 비슷한 말로는 식민지니까. 그럼 잉글랜드는 좋아할까? 그럴 리가 있나. 그때 또 어설픈 사이코패스가 나선다. 옛날에 죄수와 노예와 사기꾼들이 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갔다고. 치한과 중범죄자와 루저들이 주로 넘어갔다고. 빚쟁이들이 마지막 선택하는 방법이 그거였다고. 캐나다로. 호주로. 미국으로. 유럽으로. 아일랜드로. 프랑스로. 그렇게. (말이 통하는 같은 영어라지만 명백히 어디식, 어디식 완전 다른 영어임. 필자가 일 때문에 최근 하루에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된 책을 읽는데, 굉장히 혼란스러움. 왜냐하면 그 때문. 언어만 따지자면 영국식 영어, 프랑스어, 그리스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영국에서 태어나 20대 초반에 도미하여 미국에서 평생 사는 교수가 70대 후반에 쓴 글을 읽고 있음. 모두 번역본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특히 미국식 영어로 쓰인 인문교양서와 영국식 영어로 쓰인 소설. 그 둘을 왔다 갔다 하기가, 그게 여간 쉽지가 않음. 상당히 피곤함. 특히 한쪽은 합리적인 논리인데, 한쪽은 이걸 뭐라 해야 하나 허허) 물론 그렇지 않은 현지인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차피 싫든 좋든 도날드가 인기지 여왕 그거 하는 일도 없고, 누구도 별로 알아주지도 않거든. 게다가 식스아이는 여전할 테고, 식스센스는 독학해야 하거든. 육감으로 남자가 여자한테 딸리니까. 아 밀리니까. 아무튼 왕 관련 뉴스는 귀만 따갑거든. 왕이 노래를 불러 춤을 춰? 가수보다 노래도 못해, 유명인 보다 말도 못해. 얼굴? 못생겼어. 품격? 여기서 저기까지 걸어갔다 걸어왔다, 그거 누가 못해. 뭐, 아동극 찍어? 초딩이야? 초딩이네. 사극을 흉내내며 성대 모사도 못하잖아? 참 나, 재수없어! 지금이 뭐 지들 세상인 줄 알어? 한심해서 말이 다 안 나온다. 저 사진은 또 뭐야! 물개박수의 전형이군. 또 좋다고 웃어요. 속으로는 이따 뭐 먹을까 그 생각이나 하면서. 점심 때 먹은 게 탈났나? 여기서 실례하면 안되는데, 아 얼른 화장실 가야 하는데. 체면이고 뭐고... 아니야 아니야. 고로 여왕은 취미가 사진 모델, 생애는 쇼윈도우 인생. 맞다. 직업은 백수. 참 나 웃기지도 않다. (...엥엥엥 파리 한 마리가 옆에서...) 넌 또 뭐야? 늬가 파리면 난 괴물이다. 별 게 다 날 귀찮게 하고 있어. 짜증이 가라앉지를 않는구만 그래. 에잇 시시하네. 괜히 보여가지고 말이야. 통과. 어쨌든 앙숙의 고급 단계에 아무나 숟가락을 올리지는 말잔 말이다. 그렇게 영프-프영 양국이 공동 개발한 콩코드처럼 지구 반대편에서는 2002 월드컵 공동 개최가 있었다. 그럼 앞서 논했듯이 왜 호주 대 뉴질랜드를 말했을까? 왜냐하면 그 때문. 우정은 현재 친한 친구와 재밌으면 그만. 그러나 외교는 전혀 다른 얘기. 정치인이 잘못 하면 후세 대대로 (개)고생길이 열린다. 아시다시피 중동 연맹에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0개다. 그처럼 외교는 우정과 급이 다른 얘기란 거다. 왜냐하면 외교는 <싫으면 말고> 라는 사랑도 아니고, 외교는 <아니면 말고>라는 친교도 아니니까. 결국 아는 게 힘이다. 너와 나 우리는 친구, 우리는 모두 챔피언? 긍정이 왜 나쁘고 순진함이 뭐가 싫겠나. 다만 속고 속이는 세상, 뭐가 진짜고 가짜는 어떻게 판도라처럼 우릴 유혹하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걸 아는 게 좋을까, 모르는 게 나을까. 그냥 생각없이 <로미오 : 줄리엣> 친구 1쌍 탄생. 그러다 여기에 휩쓸리고 저기서 상처 받고, 그러다 체념? 그렇게 지치느니 플라톤이 왜 뭐라고 했는지를 일단 알고나 보잔 말이다. 순서가 그렇게 되면 삐리한 냉소가 날 전염시킬려고 해도 튕겨나간다. 체념을 이겨내고 2단계로 올라간다. 이쪽 말도 들어보고 저쪽 말도 들어보고. 궁합도 빠질 수 없다. 프랑스 대 영국. 프랑스 남자와 영국 여자는 조합이 괜찮은데, 반대로, 프랑스 여자와 영국 남자? 뭘로 보든 어딜 가나 8 대 2에서 뭐가 8이고 뭐가 2인지 살피는 일. 속된 말로 견적이요, 달리 보면 편견이다. 고정관념이 틀릴 때도 있지만 대체로 맞다. 하여간, 바꿔 말했을 수도 있는데 그런 어울림을 알아가는 일. 그건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치고 또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바로 그래서 어른들이 스무살을 응애응애 삐악삐악 애기라고 하는 것이다. 스무살 보고 너 기분 나뻐해라, 라는 뜻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요점은 그렇다. 우정과 사랑은 차이점 빼고는 완벽하게 똑같을 수 있지만, 정치 그리고 외교는 전혀 판이 다른 문제라는 것. 정치─사회─경제를 뉴스에서 지겹도록, 짜증나도록 우대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 베르디의 오페라를 논하며 여자의 마음을 듣는 일. 선물 받은 뮤지컬 초대권, 그것도 특석. 유럽 성당의 그윽한 분위기. 이탈리아인 쉐프가 있는 프랑스 요리점에서 식사를 마친 다음 레브라도 리트리버와 공원을 산책하기. 아이폰으로 인스타그램을 보니 친구의 사진이 보이네, 오스트리아 왕궁에서 뭐야! 여자친구 또 바꼈어? 이 자식이......! 친구와 메이저리그, 챔피언스리그를 함께 보기. 내 포르쉐와 친구의 페라리를 바꿔 타기. 볼보는 팔렸지만 게임사 세계 1위는 건재. 아직 영화제가 있으니까. 아직 과학계가 있으니까. 아직 펜싱이 있으니까? 허허, 글쎄요! 지금 그처럼 여유 부릴 때가 아닌 듯 한 데요. 누구쪽 말입니다. 이게 두더쥐의 쓴소리인지 도마뱀의 간언인지는 알아서 판단하라요. 아시갔소 동무?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데 대해서 왜 주저해야 하나요? 당신 벙어리요? 아~따 그라요? 사랑의 겁쟁이는 괜찮소만 인생은 그렇게 살면 안되는 거라요. 알갔소 동무? 수도 없이 신부들러리만 맡는 친구에게 슬쩍 물어보라요. 기분이 좋은지 착찹한지를. 기분 나쁘다면 절교하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시간 지나면 남남이 되겠죠. 그러나 문명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법. 어디 늑대만 양의 탈을 쓰란 법 있소? 원숭이가 얼마나 영악한 동물인지, 대체 얼마나 신통한 둘갑술에 능란한 <변신의 귀재>인지. 혹시, 아시나요? 그런데 저기 지나가는 단춧구멍 숙녀여, 얜 또 뭐야.... 빼어난 미모, 수려한 목선, 고고한 눈빛, 근사한 언동, 단아한 샤넬풍 원피스, 백은 디올이네! 새침한 분위기 하며, 도도한 화장은 또 어떻고, 아이쿠나 결코 조명발도 화장발도 아니네. 어머나, 정숙한 엄마와 다정한 아빠와 함께 뼈대 있는 가문에서 꽤 괜찮은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을 듯 하네! 어라~ 뼛속까지 정결한 여인이라. 아아, 신비로운 사랑에 목말라하는 듯한 새침한 바로 저 표정. 오오, 환상의 남자를 기다렸다는 고갯짓이라니. 아니 글세, 다른 누구도 아닌, 그건 바로 날 가르키는 것 아닐까? (환장 아니, 환상에서 그만 빠져나와 이어가자면)...... 일례로 중국 (현) 1인자는 영국 여왕과 동격으로 악수했음. 그런데 미국 (전) 1인자는 일본 천왕에게 예의라며 굽실. 득실을 따져보니 서구의 1무 1패. 하긴 가택감금이니 그렇게라도 받아야지 별수 있나. 당시 저쪽에서 오바마 멍청하네 뭐네 말 나오게 생긴 일. 시간 지나서만 봐도 폼만 잡았지 결과적으로 영 아니었음, 라는 중론이 자자함. 허리와 고개를 굽혀서 인사하고, 나이는 계급, 북유럽 복지도 아니고 밑도 끝도 없이 겸양이라는 문화권으로 순방하면, 정상들이여! 제발 굽히지 마시라. 웬간하면 믿지 마시라! 부디 속지 마시라! 단, 나 사랑해? 왜 사랑해? 응? 라~고 보채는 그녀한테는 아니고. 뭐 이미 했다고? 묻지마 라고? 내가 못 살아. (물론 서구인 시각으로는 약간 웃김.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둥 져준다는 둥. 그 근방에서는 훤함. 흑인-백인들끼리도 첫인상이 많은 걸 알려주는 것처럼. 어쨌든 동급끼리는 동격으로 인사하기. 핸디캡 적용하더라도 특히 1인자끼리는 더욱. 월드컵 공동 개최 끝나고 몇 년 후던가, 어떤 모습은 꽝임. 과거는 과거고 1인자끼리는 같은 각도로. 언젠가 어디 가서 호텔에서 내게 절을 하길래, 같이 절을 함. 됐겠지 하고 허리를 폈는데, 뭐야 아직도? 다시 굽힘. 슥 눈치 봐서 더 나중 폄. 결론은 졌는데 이김)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애기 안 할려고 했는데) 원숭이들은 그런다니까. 내게 유리하면 전통 내게 불리하면 서구식. 원숭이가 얼마나 쑹악한 줄 알긴 아요? 내게 유리하면 내 방식, 내게 불리하면 문화적 차이. 레인메이커처럼 기도하지 않아도 원숭이가 리모콘만 누르면 비가 온다니까요. 손만 까딱 하면 관현악 연주장에 개가 난입해서 실례를 한다니까. 그 실례가 누구의 헤어스타일을 닮았을지 몰라도. 남자는 손가락 까딱~만 해도 문지방을 넘을 힘만 있으면 뭐 어떤다니까, 응? 입만 뻥끗하면 거리를 지나가는 숙녀가 바람에 치마가 훌러덩 치솟는다니까요. 지가 마를린 먼로야 뭐야? 어? 남자는, 나이가 들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옵니다! 그런데 올라오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어? 누가 데려갔어? 어디다 또 눈독 들이며 한눈을 파냐고! 어? 원숭이가 바로 그렇다니까 그러네. 늬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 너네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을까. 이런 바보 머저리 천치들 같으니라고. 누가 이런 충고 해 준 적 있어? 어? 있으면 말을 해 봐. 벙어리야 뭐야 왜 말을 못해. 진짜로 닭이야 뭐야, 정말로 개냐고! 그러니까 뭐라 뭐라 말을 하는데 주의깊게 들어보면 들리는 거라고는, 어? 멍멍멍 멍멍멍멍, 꼬끼오꼬꼬댁 삐악삐악, 어버버버버 아드드드드드 어으으으으으. 파리처럼 손바닥이나 비벼대지 않나, 헛 참 나. 돼지가 돼지를 먹고, 멍멍이가 톰과 제리를 만들며, 참새가 대단한 외부 초대 명사랍시고 뉴욕타임스에 사설을 기고하는 거 아니냐고. 안 그렇소? 내 말이 틀리요? 아 틀리다면 틀리다 왜 말을 못하냐고. 어? 아아 답답해 정말 답답해. 아 나 이거 정말 거 참, 또, 어? 또 또 뒷머릭 긁적긁적 아조 그냥 벅벅 긁게 생겼네. 내가 못 살아 정말. 미쳐버리겠구만 그래. ......(휴)...... 저분들이 고작 병풍만 설려고 동물농장에서 쭉지를 폈겠소? 기껏 행인3으로 만족할려고 거친 영화판에 뛰어들었겠수? 괜히 농담으로 어디의 곰은 마침내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겠소? 어림 없는 얘기라요. 아시갔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는 위인들이 대체 물리학의 '물'자는 알면서 인용하는지, '언젠가 나의 전성기가 올 것이다'라는 뜻으로 말한 구스타프 말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건 모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이거라요. (딱) 바로 이거래요. 톰, 닐, 윌, 존티, 포르토피노, 롭, 조지, 도날드, 델, 윌, 폴, 핀, 피터, 멀더, 버나드, 누노, 마라, 샐리, 비비안, 이브, 도나, 릴리, 에밀리, 로즈마리, 레너드, 제라드, BB, GG, OB, YB, NB... 에고고 숨 차라. 휴~! 원 없이 떠들만큼 떠들었으니, 내 충고 하나 하겠소! 예? 형씨, 자만에 빠지지 말고 정신 차리라요. 다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알갔소? 흐흠. 이제 정보원은 손바닥을 보이며, 슥~! 고급 정보가 갔으니 합당한 대가가 오는 건 기본. 그렇다고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를 사양하지 않겠음. 맙소사,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즉각 표정 연기 들어가야겠죠. 허나 관측은 거기까지. 그렇게 분위기 살피고 눈치를 보며 연애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단둘이서 손바닥을 슥~! 그런데 부드러운 여자 손도 아니고 무섭게 생긴 마초가 살며시 악수를? 저런, 내가 이럴려고... 허허. 장난 장난. 다시 다시. 그럼 그럼. 그래서 흐흠 흐흠. 어? 뭐야 이거, 제법 두툼한데! 저쪽으로 가서 뒤돌아서서 살짝. 어머머머머, 이거 뭐야. 머-머-머 100퍼센트 당첨 추첨권?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어? 이 양반이......! 잠깐 상식3 한말씀, 끝. (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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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상식4 한말씀. 주제: 이스라엘. 내용: 얼핏 일각에서 궁금함이 급부상한다. 1900년 전까지 유대인이 유럽에서 신임을 얻고, 존경을 받으며, 주다스 프리스트─샤일록(베니스의 상인)─수전노 스크루지 영감이 모두 유대인이라는 걸 만회하면 되지 않냐고! 아 프랑스를 봐라, 독일이 지배만 했지 프랑스인은 놔뒀지 않냐! 그래요? 합당한 의문이다. 단, 지금 기준으로! 왜, 도대체 왜 유대인쪽 변론도 하나 설득력을 얻어야 하는지, 이렇게 짧게 설명하면 그만이다. 곧 지금은 교회와 법원이 분리되어 있다. 그런데 옛날에도 그랬을까? 그랬겠나! 옛날에는 무엇이 있었냐, 바로 종교재판소가 있었다. 달리 말해서 종교 + 법. 곧 종교 = 법이었다. 그래서 그런 거다. 유럽사는 곧 종교사인데 거기서 유대교? 어땠을지 짐작만으로 머리 아프다. 유럽의 대표적 유랑민 집시, 유럽의 정착민 유대인. 하나는 빈곤이었고, 하나는 짠돌이로 악착같이 명맥을 유지했다. 또 유럽사에서 교주가 있었고 교왕이 있었으며 교황도 생겼다. 국왕은 한마디로 싸우기 바빴다. 바로 당시는 노예제가 예의이자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대양의 섬들, 중동과 아시아를 강자가 마음껏 유린해도 승자측에 정당했던 시기였다. 무엇보다 유럽 내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다 정들었을 정도로 쉬지 않고 싸웠다. 그땐 그렇고 현재를 보자면 이렇다. 결국 2000년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대민족은 단 몇 십년 동안 중동에서 나라로 인정 받기보다 살아남기를 선택. 그래서 바깥의 유대인은 몰라도 안의 유대인, 그 정치적 의식은 아마도 현대식이긴 어려울 듯 싶다. 종교적으로 일단 서력 0년부터 방향이 달랐으니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유럽 국기들이 하나같이 십자가 일색인데? 결국 이스라엘은 어쩌면 그래야 하지 않았을까? 서력 0년을 전후한 시절에 노르웨이던가 그리스던가 400년, 700년이든 독립하는 그날을 위해 끝까지 조국을 버리지 않음이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는 못했던 걸로! 왜냐하면 서력 0년 이후 언제가 되어 모든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추방됐기 때문이다. 일명 실향민. 유대인은 그후 최악도 겪었고, 차악의 대가도 치를 만큼 치렀다. 지금 영토에 살기까지, 곧 진리를 깨닫기까지 무려 200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던 셈인데. 정말 그래야 했을까? 사실만 봐서는 그렇다. 700년의 경험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제 넘게 아는 체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그거다. 유대인의 2000년 방황은 식민지와 달랐다는 점. 왜냐하면 사정이야 어떻든 고향에서 추방되었으며, 유럽에서 물을 흐리는 (무수한 기록에 근거하자면) 미꾸라지 같은 평판을 얻었으니까. 유대인이 듣기에 매우 기분 나쁘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첫째 적응해서 좋은 평판을 얻던가, 둘째 종교의 대립 때문에 갈등이 심하다면 종교를 포기하던가, 셋째 포기하지 못한다면 방법을 찾던가. 유대인은 유럽에서 셋 중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첫째, 유대인끼리 살았다면 문제 없었을 것이라는 점. 둘째, 유럽에서 유대인이 유럽 문화─유럽식 예법─유럽식 인습─유럽의 종교에 절반쯤 고의적으로 적응하기 싫었을 것이다는 점.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바로 그때 나왔나? 로마제국이 전-유럽과 지금의 중동과 아시아 일부까지 장악했던 시절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그때 로마제국이 이스라엘을 점령하며 전쟁이 끊이지 않았을 때 유대인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래서 유대인은 로마(유럽)에 가서 유럽의 법은 어기지 않았는데, 법 = 종교였던 시기인 만큼, 유대인은 유럽에서 그러지 못했다. 유대인은 유럽에서 신임을 얻지 못했고, 존경을 받지 못했으며, 주다스 프리스트─샤일록(베니스의 상인)─수전노 스크루지 영감이 모두 유대인이라는 걸 만회하지 못했다. 그러다 참극이 벌어졌고. 따라서 20세기 전쟁사라는 과정을 거쳐서 유대인은 현재의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울러 중동의 종교는 이슬람교 일색이고, 그 원주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만 유대교이자, 그 둘의 정치적-종교적 의식은 현대식일까 라는 의구심도 남는 실정이다. 물론 지금은 슬라브─게르만─터키계─어디 어디 어울려 산다.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까. 종교 = 법이 아니니까. 더욱이 종교인조차 종교의 교리를 옛날 만큼 지키지 않을 테니까. 끝. 잠깐 상식4 한말씀, 끝. (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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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상식5 한말씀. 주제: 왜 아시아에서는 전부 다 이기적으로만 역사를 보게 됐을까! (진짜 주제는 영토 분쟁) 내용: 왜냐하면 유럽이 1000년 2000년 걸려 이룩한 현대 문명을 아시아는 뒤늦게, 한꺼번에 따라갈려니까 벅차기 때문이다. 뒷끝 없다 라는 말은 말썽쟁이가 하기에는 염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자, 독일인의 항의를 들어볼까! 프랑스에 유학온 독일인이 묻는다. 1.우리는 유대인 혐오 방지를(나치 관련) 법으로 명문화해서 엄수합니다. 그런데! 다른 유럽 국가들은 왜 혐-독일인 방지 그런 법이 없습니까? 답변: 인간의 고유한 감정, 만인에게 공통된 혐오의 감정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방법이 타국가들은 독일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밖에서 모여 시위하고 홀로코스터 같은 방식을 원하지 않습니다. 과거만 잡고 늘어지자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열등감이 있듯이 그대들에게도 숨길 수 없는 아픈 약점이 있지 않습니까. 일단 인간은 혐오라는 본능에 대해서 응당 공통되겠지만, 우리는 차라리 개인 영역에 한정되는 걸 선호한답니다. 달리 보자면 뒤끝이 길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신 크게 넓히며, 내내 따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선을 넘는 건 따져야 마땅하겠죠. 경제와 정치와 사회가 아무래도 늦었으니 정치인들이 국민을 이용해먹은 측면도 없잖아 있죠. 아니, 아니죠. 아주 크죠. 그럼요. 그걸 부인하지 않겠어요. 절대루요! 네. 음... 혐오의 방식이 구체화됐으니까, 과거를 정리해야 하니까, 유럽은 아시아처럼 모래알이 아니니까, 그래서 독일에서는 그런 법률을 만든 것 아닐까요? 제가 봤을 때 독일이 특별히 선량하고 유난히 고결해서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알고 보면 1900년 중후반 얼마나 아웅다웅이 심했는데요. 말도, 말도 못합니다. 그 애기하면 얘기 길어지니까 넘어가자구요. 그리고 역시나 독일이 유별나게 뭔가 하나 처지는 나라도 아닙니다. 평판은 잘 아시다시피. 물론 게르만 민족의 우수함은 제가 앞장서서 인정합니다만, 그것과 이건 별개니까요. 안 그렇수? 조상의 업보이자 각자의 기질과 서로 조금씩 다른 국민성을 그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달리 봐도 그렇습니다. 왜 그런 법이 없냐구요? 왜냐하면 독일은, 적어도 독일의 정치계는 일부분 미움 받을 만하니까요. 그와 별개로 우리는 그걸 법으로 명시화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그런 사소한 감정을 뭐하러 제한합니까? 우리가 역사적으로 그렇게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요? 물론 먼 역사면 모르지만 가까운 역사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그런 법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왜요? 깐 바나나 또 깔 일 있습니까? 눈탱이 맞았는데 맞은 데 또 맞으라구요? 전쟁 패전국이 국력을 재건하는 게 급선무였던 것처럼, 식민지 국가는 자존심 회복과 열등감 극복이 먼저인 법. 무엇보다 그런 헌법이 없는 게 정상이죠! 역으로, 있는 게 비정상!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으시겠죠, 자기가 자라온 환경의 바깥은 아무래도 어색하고 이질적이니까 말이죠. 전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우리는 유럽을 미워않습니다, 미워하지 말자 라는 법을 만듬? 그래요? 때린 놈은 두 발 뻣고 자는 식이죠. 맞은 놈도 그럴 것 같소? 허허. 때려놓고, 나는 뒤끝 없다? 깡패야 뭐야! 그럴려면 애초에 때리지 말고, 유럽의 광풍을 일으키지 않은 채 그런 법 자체를 만들지 않았으면 되지 않습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처럼 독일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은 한 가지를 하고, 한 가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했던 일 하나는 뭐냐, 유럽 연합을 만들었습니다. 맞죠? 하지 않은 일은 뭐냐, 독일은 독일의 역할을 했지만 나머지 나라들은 독일을 미워하지 말자 라는 법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핍박 받은 게 뭐 자랑도 아닌데, 사죄를 요구하지도 않는데, 기억만 하면 됐지 괜한 조항을 왜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까! 네? 왜!! 뭐하러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오히려 독일이 피해자가 되고, 우리가 분란국이 되라구요? 그게 말인가요, 오렌지 껍닥(껍질)입니까. 포르투칼, 네델란드, 리히텐슈타인, 체코,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덴마크, 폴란드,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그리스...... 어디 어디는 독일인 혐오 금지 법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그들에게 그런 법률 조항이 있어야 정상일까요, 없어야 정상일까요? 대관절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정상이 아닌지 생각해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대체 어떻게 교육을 받으면 이렇게 되는지 놀라워요. 우리는 정녕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걸까요? (몸짓─손짓─표정) 모르시진 않겠지만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게 민주주의죠. 그런 만큼 민주주의의 평화를 짓밟은 쪽에서는 비정상적 정서를 법으로 구체화하고, 평화를 짓밟힌 쪽에서는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 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것. 차이는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그것 밖에는 없겠죠. 아니 그렇소?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인지 어떻게 어른으로써 모를 수 있죠? 모를 수 있겠죠.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럼요. 딱 태어나고 봤는데, 조상님들이 어마어마한 일들을 펼치셨다니, 노친네들 참 대단도 하시지! 아 지치지도 않는다니까, 흑심도 대단하셨어 그래. 허허. 그러니까요. 네. 그럼요. 그렇지만 내게 정상이라고 타인에게도 정상일까요? 내게 비정상이라면 남에게 정상이라고 요구해도 되는 걸까요? 나치를 막은 걸 사죄하라? 왜 우리를 막았냐? 내 친구들은 어이가 없다고 합디다. 단지 그렇게 꼬일 수 밖에 없는 국제 정세가 사람보다 더 밉다 뿐이지, 할 일은 다 해요. 독일 소세지 먹고, 바흐를 즐겨 들으며, 틈틈히 독일에 대해 친구들 사이에서 아는 체하는 게 중요하답니다. 지식 자랑에서 지면 어디 기분이 좋습디까? 허세로 밀리면 허풍에서 이겨도, 술값으로 공짜 술을 마셔도 그 꺼림직함 3일이 아니라 꽤 오래갑디다. 형씨는 안 그렇수? 그대는 몰라도 적어도 저는 그래요. 물론 친한 친구 사이에서나 그렇죠. 곧 나도 지성인이자 교양인이니까요. 코스모폴리턴이거든요. 모르긴 모릅니다만, 적어도 이스라엘에 독일인 혐오 방지법 그런 건 없을 듯합니다. 독일인이 좋고 동유럽은 좀 그렇고 러시아인은 사랑스럽다, 그거 개인의 자유 아닌가요! 뭐하러 그걸 법으로 제제하죠? 그걸로써 세계 최고로 악랄했고 비열했으니까, 일부 그런 방법을 선호하는 극소수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법을 만든 거 아닌가요!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과거에 발목 잡혀 박물관에 불난 걸 보며 좋아하지는 않겠지만요. 강 건너 불구경, 그거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구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독일어 교습을 강제로 받고, 자국어도 못쓰며, 독일 황제에게 매일 절을 했지만 말이예요. 아닌가요? 제 말이 틀렸나요? 틀렸으면 지적을 하세요. 그럼 됩니다. 민주주의를 왜 역행하냐고요? 그렇게는 못하죠. 아닌 건 아닌 거거든요. 인습과 정서에 반하는 내용을 성문헌법으로 만들라구요? 아니, 누구 맘대로! 그럴 수는 없는 일. 곧 많이 알고 실제 겪었던 중년 이후 세대는 꺼림직한 반면, 그 이후 세대는 편하다는 것 뭐가 문제야! 그 차이뿐. 아울러 일반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정치인은 딴청에 망언에 자유이자 과거로부터의 독립인데요? 윤리로부터의 해방인데요?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국민의 대표가 나서서 그러는데, 그런데 혐-독일인 법 왜 그런 것 없습니까 라니. 그게 무슨 논리인지 당최 이해를 못하겠어요. 네. 그럼요. 자, 그럼 이제 반론을 펼쳐보시죠. 왜 우리는 유대인 혐오 방지법이 있는데, 당신네들은 왜 독일인 혐오 방지법이 없는지! 자, 논리 정연하게 속 시원히 저한테 따져보세요. 아 제가 틀린 일이라면 응당 받아들여야 마땅허고, 제쪽이 타당한 논리라면 그대가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것 아니냐 이 말입니다. 자, 바통은 넘어갔소. 2.독도 영토 분쟁 문제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법원, 즉 국제재판소에서 시비를 가릅시다? 우리, 비겁하지, 맙시다! 답변: 부부의 이혼 분쟁이랄지 법적 분쟁에 준하는 사안이라면 타당한 제언. 그러나, 명백히 우리 집 마당의 개 집을 왜 국제 재판소까지 가서 시비를 가려야 하는데! 그 논리대로라면 거꾸로맨과 정치인들 얘기만 들어주다가 우리들 인생은 끝남. 세상도 망함. 모든 게 말짱 황! 게다가 어떤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소유권을 주장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음. 제2차 세계대전 후 미미한 항의와 소란은 있었음. 허나 대충 1950년 초반부터 약 50년 동안 정식 이의 제기 거의 전무했음. 있어도 약했음. 그러다 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에 문제가 붉어짐. 50년 조용하다가 뜬금없이 이의 제기? 밑도 끝도 없이 재판합시다? 받는 기금에 따라 UN의 정의는 다소 들쑥날쑥한데, 뭐 어떻게? 말도 안됨. 정치인이 반세기 동안 내부용으로 이용해먹기만 하다가, 잘하면 어떻게 정말 잘하면 뭔가가 될 거 같으니, 이제는 대놓고라니. 말하자면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게 말도 안됨. 합당하지 않음. 비실효측이 분쟁지역이라고 우기면 분쟁 지역이 되나? 우기니까 언론상으로는 그렇게 보임. 뿐만 아니라 유엔 가맹국 가운데 강제관할권을 수용한 국가가 몇 곳인가, 3분의 1은 되나? 국가의 주권을 온전히 국제사법재판소에게 일임한다? 쉽게 봐도 딱 위험한 발상이다. 단! UN이 제법 만족할 정도로 공정하며, 아름답도록 정의롭고, 눈물겹도록 도덕적이지 않다 라는 가정 하에서. 자세한 명단을 살펴보진 않았으나, 실제 강제관할권 수락 국가는 영토 야욕을 많이 실현한 국가다. 대표적으로 영국! 영국을 비롯해서, 그로써 잃을 게 많지 않은 나라만 그 조항을 받아들인 형국이다. 내 말이 맞나, 틀리나?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 말을 하시오. 네? 바보요 뭐요! 곧 떼쓰기는 놀이터에서. 강제관할권? 안이냐, 밖에냐! 아마도 후자에게 유리한 제도인 것 같다. 따라서 주장도 어불성설이요 원하는 방법도 불공평함. 그래도 사실을 따지면, 설마? 사실만 따져도 된다. 센프란시스코 조약 체결 1951년 9월 8일. 샌프란시스코 조약 발효 1952년 4월 28일. 명시적으로 나와 있다. 일본은 한국 국토에 대한 모든 권리와 문서주장을 포기한다, 일본은 쿠릴열도... 주권을 가졌던 모든 섬에 대한 권리문서 주장을 포기한다고. 러시아가 전에 2개 준다고 했던가 안 했던가...! 러시아는 전쟁을 하면 했지 그거 포기 못한다. 요지는 그거다. 서류에는 그렇게 나와 있다고. 즉 주권 이양의 대상은 본토, 섬1, 섬2, 섬3 이렇게 총 4개라는 것. 따라서 그 4곳을 제외한 땅은 우리쪽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크고 작은 섬들 한 3000개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그러나. 베니스의 상인-식으로 현실을 끌고 가자는 의도니, 그러므로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초안과 근거가 되는 당시 자료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초안의 1차부터 6차까지는 독도를 명시, 7차부터 9차까지는 생략. 더불어 원안에서도 본토, 섬1, 섬2, 섬3 이렇게 총 4개 외에 나머지 작은 섬에 대한 권리 및 권원을 포기한다고 명시적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명찰이라는 이름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으니 그거 내 꺼다? 허허허, 웃음 밖에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정말로 쪼잔하게 걸고 넘어지네. 지치지도 않고 줄기차게! 집요하게! 무섭도록!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는 그 전에 그 후에, 또 그 당시에 셀 수 없이 많다. 차마 셀 수가 없이! 그런데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근거를 만들고 떼써서 재판하자? 혼자 하세요! 재판 좋아하시네. 도대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지, 해적 지도를 어른이 가지고 놀기에는 어린이가 알까 두렵다. 민사라면 모르겠지만 어거지 주장을 가지고 억지 논리만 되풀이하는 걸, 왜 받아주어야 하는지 참 알 수가 없다. 3.전쟁 성-노예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 답변: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 프랑스가 변절자 처단을 했다. 그에 대해 나중 잘못된 폭언과 경거망동, 방종에 대해서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 그게 소설이면 모르지만 소설이 아니라면 여론으로든 재판으로든 따지는 게 옳음. 내부에서 전범국에 유리한 주장이 발표되니, 왜 그걸 억압하느냐? 그것을 논하고 따지며 책임을 묻는 일도 엄연한 민주주의의 할 일. 문명의 의무. 현대인의 책임. 왜 전범국에 유리한 주장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 표현의 자유 억압이고,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네. 의견은 민주주의고, 의견에 대한 논쟁과 성토와 건강한 토론 심하게는 재판 과정은 민주주의 아닌가? 왜 좀비─좀비─좀비, 원숭이─원숭이─원숭이 그랬는지 제발 논리로 붙자. 논리로. 그럽시다, 제발! 4.역사왜곡을 하지 마십시오. 교과서에 자국에 불리한 상황은 빼고, 자국에 유리한 기술들만 미화시키고 왜곡시켜 넣고 있습니다. 답변: 일부분 인정. 자세한 건 모르겠다만, 그러나 그건 만국 공통된 사항. 결국 주장의 요점을 보아하니 그거다. 왜 가까운 과거는 자세하고, 먼 과거는 숨기며 왜곡하느냐. 가까운 과거는 자세히 기술했고, 먼 과거는 자세히 기술하지 못함. 그러나 타국과 비교하자면 지나치게 미화한 듯 하진 않음. 게다가 주장한 자료가 객관적인지 주관적인지도 애매함. 이부분은 자세한 조사가 필요함. 5.일본해를 동해라고 우기지 마십시오. 부끄러운 줄 아십시요. 답변: 남의 집 마당의 개 집을 내 것이라고 우기는 거는 되고, 편의상 명칭을 내 마음대로 부르는 건 안되나? 뭐가 더 쓰이고 뭐가 덜 쓰인다 뿐이지, 1개만 정의다 그래서 당신의 자유를 박탈하겠다, 반성하시오? 나는 반대요. 못하요. 그대나 하시오. 6.욱일기를 나치기와 비교하며 프로파간다 하지 마세요. 답변: 이론상으로는 인정. 그러나 감정상으로는 애매함. 유대인의 마음을 전부 까발릴 수는 없고 거 참 나! 앞서 상대측에게 유리한 논점을 명확히 제시했음. 인정할 건 인정함. 옳은 건 옳은 거니까. 고로 답변은 여기까지. 7.왜 천황을 일왕이라고 부릅니까? (다시 말해 영어권에서는 황제요 한자권에서는 황제로 통칭하는데, 그런데 왜 낮춰부르냐는 요지) 답변: 부르는 사람 마음이니까. 대우를 받고 싶으면 세계를 제패하던가. 제패 못했으니까 천왕 패하 만세, 그거 하지 않겠음. 한때 하긴 하셨겠지만 이제는 현실이 아니라 사극일뿐. 이러쿵저렁쿵 어쩌니까 사죄하라? 못함. 하늘의 왕? 로마인보다 못생겼는데. 허수아비인데. 존중은 몰라도 존경을? 전세계에서 그렇게 존중을 받더라도, 단 하나 정도에게는 그런 거 원하지 마세요. 정식 명칭으로 교과서에서 다룰 수는 있는데, 신사 앞에 걸려진 현수막에 뭐라 씌여있는지, 정치적 시간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수 없는 이상! 그분을, 존중하지, 않으리요. 솔직히 존경까지는 몰라도 경건하게 존중하고 싶어요. 유럽처럼 의식이 개선되면 일찍 초대도 하고 싶죠, 왜 아니겠어요. 다만! 다만 정치계의 시간표가 어떻게 돌아가는데 그게 말이 되나요! 더군다나 왕을 왕이라고 하는 게 썩 높임말도 아니고 지나치게 낮춘 말도 아니지 않나요. EMPEROR와 KING가 그렇게 차이나나, 지금 세상에 표기 차이까지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 좀 지나침. 그렇게 따지자면 일본 정치인은 왜 사죄 안 하나. 사죄할 데가 어디 한두 군데인가? 사죄 그런 거 하지도 받지도 말자! 반성하라? 반성하지 않는 건 누가 더 잘하실 듯. 배상하라? 내 하나 되물읍시다, 천왕패하 만세를 그렇게 외치게 때리고, 죽이며, 억압했는데. 그럼 그 억감정은 어떻게 배상할라요! 내게 불리한 거는 배상도 사죄도 안 할 거면서, 내게 유리한 거만 사죄니 배상이니. 허허허! 어떻게 불러달라, 못한다. 안 하겠다. 앞서 주장에서 뭐라고 하셨나요? 표현의 주장을 억압하지 말라고 하신 걸로 기억함. 그리고 실제적으로 둘 다 많이 쓰임. 단지 명칭의 통일에 민감하지 않을 뿐. 그보다 솔직히 좋아하지 않음. 관심 없음. 아무튼 1인자든 왕이든 잠시 머물르다 가는 지위, 사람은 이승에 잠깐 놀러왔다 피크닉을 마치고 돌아가는 인생. 거 너무 그러지 맙시다! 거 무슨 천 년 만 년 사실 것처럼, 세계의 왕이자 우주의 왕으로써 존중해달라, 그거 너무 심하지 않소 이 말이오. 잘 아실 만한 분께서... 먹고 살 만하신 상류층께서 말이오. 우릴 너무 천시하지 말아달란 말이오. 1~7 Q&A 끝. 물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함. 말도 안되는 출판물이 유행한 시절이 있는가? 있다. 분명 잘못된 일. 하오나 이 역시 양쪽 모두 아마 비슷할걸! 얼마나 차이나나는 모르겠지만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걸로 예상함! 자세한 자료 조사까지는 하기 싫음. 전후 세대의 지나친 언동, 심하지 않냐? 인정! 딱 인정. 못 살던 시대상이자, 정치적 의식도 뒤쳐진 때였음. 딱 인정.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죄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능한 한도 내에서 다 하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심려에 대해 마음이 누구러지신다면요. 그런데, 그분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반감정이 심하지 않냐? 일부분 심하다. 문제다. 물론 응어리만 그렇다 뿐이지 겉으로 언제나 막 누구나 심한 건 아니다. 게다가 앞선 세대가 그러지 지금은 아니다. 그런 거 보면 한마디로 격변이다. 어쨌든 정치가들의 망언처럼 심하지도 않고, 세계인보다 과할 정도로 겉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참고로 말하자면 일각에서는 이런 의견도 있다. 「베트남이라든가 인도네시아-인도 같은 나라들은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과 싸워서 자기 힘으로 광복, 독립을 해냈기 때문에 가난하더라도 사과, 반성, 보상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의 반일 감정 해소는 결국 일본과 한번 전쟁을 해서 이기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꿈 같은 얘기다. 그렇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오히려 의미 있는 지적이다. 나는, 동의한다. 내가 반성할 일은 반성해야 한다. 무의식과 별개로 의식적으로 이겨낼 건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만 왜 아시아는 양측 간격이 그렇게 이질적인지 알아보는 게 먼저다. 유럽에서도 쟁쟁한 주변국들이 끈질기게 규탄하지 않았다면, 유럽 연합을 창설하지 않았다면, 지금 독일처럼 법제화와 의식화가 진행되었을 리는 없다. 유럽인들은 안다. 차근차근 중간 중간, 독일 내에 무슨 변화가 있었고 어떤 괴짜 그것도 국민의 대표들이 상존했는지를. 0.5세기라는 태풍이 지나간 다음 가해자는 피해자를 이해할 수 없다. 0.5세기 동안 당한 일을 가해자는 99퍼센트 추정은 하나 100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는 일. 때문에 왜 그런지 도저히 모르겠다면서 1~7번을 감정적으로 격앙돼서 질문하는 것, 가능할 것 같다고 여겨짐. 1900년 이전의 군부 문화가 어땠나는 빼고라도 1900년 이후의 정치적 노선은 쭉 일관됐으니, 1.2세기 동안 역사와 현실을 내게 유리하도록 인지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고로 양쪽의 차이는 좁혀지기 힘들 수 밖에. 타인의 오열을 이해합니다? 이해 못함. 절대로 이해 불가능. 단, 내가 당사자가 되기 전에는! 똑같이 당해보면 절대로 그럴 수는 없는 일. 그런데 어떻게 1~7번을 그 어느 인내력이... 와우! 질문을 다듬긴 했다만, 오오! 그 참을성으로 감정이 흔들린다는 건 아시아가 유럽인 줄 안다는 건데. 1세기 전에 왜 그렇게 말했는지, 어쩌면 99퍼센트 추정할 수 있을 듯. 우리는 충분한 노력을 했는데, 제2의 홍콩도 주지 않고 전세계에 왜 우리말을 공용어로 쓰는 나라는 없는 겁니까 라니. 정녕 원숭이는 사자와 하이에나-치타-표범일 수 없는 것이로군. (딱)! 원숭이는 재규어가 부러운 걸로. 끝! 그 누구든 열등감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 걸로. 끝! 다른 원숭이들도 그렇고 원숭이는 사자와 독수리에게 심각한 열등감을 간직한 걸로. 끝! 1세기 전에는 우리를 원숭이라 부르지 말라, 지금은 너네 원숭이과는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뭐야, 전자에서 후자로라면...? 별반 바뀐 게 없다는 거잖아? 오 맙소사! 친구의 슬픔, 동료의 아픔, 이웃의 불행은 이해하는데 옆 단위의 한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옛 세대도 피해자, 신-세대도 피해자. 나치도 피해자 주변국도 피해자. 우린 모두 피해자. 뭐야 그거, 유행가로 듣던 무슨 챔피언 어쩌고저쩌고, 그 대사랑 완전 반대잖아. 집 안에서는 챔피언 밖에 나가면 피해자인가? TV를 보면서 타인의 통곡하는 비통함은 (끄덕끄덕) 이해한다 충분히 헤아리겠다, 그러나 그 비통함이 X축─Y축─Z축 그렇게 깊고─넓고─길게 확장된 건 이해할 수 없다네. 정답은 이해 불가능. 고로 서로서로 납득을 구하지도 말고, 역사적 상식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 것. 너는 너 나는 나! 정치인들이 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거야? 너무도 신기하네. 참으로 대단할 따름. 진짜로 무슨 술수를 쓴 거야? 이런 젠장! 앞으로는? 저런! 하오나, 결론이 가까우니 논평을 뒤집어 포장할 차례. 보아하니 이렇다.
선망. 그러니까 선망이라. 부러우면 지는 거다 라는 허세의 우정이 외교는 물론 세계사에도 공통된다니. 거 참 나! 그야 어떻든 부러운 건 어디까지나 부러워하는 사람의 마음. 부럽든 부럽지 않든 내 마음인데 뭔 참견? 타인의 정당한 권리를 얄밉게 제어하고 싶은 마음, 아름답지 못함! 하지만 비꼬아 풍자하는 사람도 있어야 뭔가 공평하지 않을 런지. 미녀와 야수니 화병이 낫네, 차가 아깝다는 둥. 뭐라 해도 본인만 좋으면 그만. 단, 지나치지 않은 마음씨 안에서. 모든 껍질을 벗기고 속 시원히 말하자면 이거 아니겠나. 이거 이거 이거는 부럽고, 저거 저거 저거는 부럽지 않음.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부러운 게 아니니까. 부러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1.우리를 부러워하지 말라 2.우리를 원숭이라고 부르지 말라. 1이든 2든 세계사가 우리에게 한두 번 알려줬나? 새롭고 신기하며 이국적인 거. 그거 단물 빠지면 쓱 철수하지 않던가. 한발 늦게 뒷북 쳤으면 후세 대대로 감수해야 할 지식과 교양미일 테고. 아니 그렇소? 내 말이 틀렸냔 말이오.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나가버렸지 않냔 말이오. 뭐랄까 미래를 장담할 순 없지만 예술의 고전주의가 신비로워서 하는 말. 지구상에서 수많은 언어가 멸종될 뻔했는데, 다양한 문화가 말살될 뻔 했는데! 그런데 그런 슬픔을 이해는 못할 망정 추정하기 싫다면 뭐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그렇다고는 하나, 문명사를 무슨 동네 구멍가게의 춤추는 사업운쯤으로 학생들은 교육 받는 것일까? 그 놀라운 마술 그건 대체 뭐냐고! 워워, 정말로 배우고 싶은데. 그러고서 우리는 사석에서 사랑을 논하며 천연기념물을, 희귀보호종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둥, 그리고 거짓과 이기주의와 그만그만한 의무방어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그러니까 툭하면 인종차별 미주알고주알. 그 때문에 허당들 좋은 세상이자, 삼류 천국에, 푼수의 낙원이 된 거 아닙니까. 저 세상에서 플라톤이 탄식하겠네. 인간들은 대체 왜 그렇게들 자기중심적인지 라며. 돼지는 돼지, 참새는 참새가 한계일 수 밖에. 촌닭이나 촌년이나! 수닭이나 암캐나! 원숭이나 사자나! 에라~ 인간아, 사후가 무섭지도 않더냐 후세에 부끄럽지도 않냔 말이다. 최소한 궁금하기는 할 텐데, 정말로 그렇지 않을까. 인간은 정녕 어려서는 여우와 두루미 동화를 읽고, 커서는 개미와 베짱이처럼 살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 어른이 토끼든 거북이든 늑대와 양이든, 결국 우리 모두는 여우와 두루미인 것. 결과적으로 원숭이과에서는 내가 최고. 우정이든 외교든 허세는 나를 부러워하지 마라. 허영심은 무엇이든 뽐낼 것을 찾아야만 한다는 강박감. 물론 아니면 더 좋고. 말하자면 내가 라틴만 특별히 좋아해야 할 응분의 사연은 없다. 그대 역시 오직 아프리카만 영원히 동경해야 할 합당한 명분은 부족하다. 따뜻한 남쪽 나라의 열대 열매와 추운 지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허구만이 간직한 우수. 누구나 둘 중 하나 정도는 좋아한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이와 같은 논조의 칼럼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써야 맞다. 그런데 뭐 어떻게 됐다. 그와 별개로 어떤 지식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로 나뉘 듯, 괜한 설변에 누군가는 죽기 전까지 뭔가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다음은 모르겠고. 그러든 어쩌든 까닭과 논리가 어떻든 다 같은 인간이라는 점.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는 슬픈 운명일까? 동물원에서 인기는 덜할 수는 있겠지만 재밌는 인생, 행복한 사랑이면 그뿐. 단지 괜히 알게 되어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므로, 그 때문에 왠지 모르게 무언가의 운명이 불쌍해보인다는 것. 속이기 싫다. 여기는 불행 저기는 행복이란 뜻도 아니다. 친구랑 놀 때도 핸디캡은 감안하고, 어른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야지 그 반대일 수는 없으니까. 그처럼 어느 날 동물원에 간다면 뭔가가 달리 보일지도 모른다는 점. 숨길 수 없다. 나만 직감이 있나, 직관력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것. 또 굳이 모른 체할 필요도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불쌍하게 여긴다는 그 방향은 타인으로부터 나일 수도 있다는 것. 멈칫하나 존중할 자유일 뿐. 열등감을 이겨낸 천재, 질투심을 애호하며 심심함을 극복한 행운아. 그 희소성의 당첨자로 뜻밖에 나이기는 어려운 법. 그래서 우리는 내 진짜 소원을 때로는 꼭꼭 숨길 수 밖에. 여기서는 평생 놀고 먹기요, 저기서는 막살자─막산다─막살라? 이런...! 그런데 말이야, 가만 있자. 이거 이거 이러면 선심성이 듬직한 우군을 확보한 셈인데! 역시나 종착역은 모순이라니! 뭐, 또? 일단 여기까지는 예비 결론. 진짜 결로은 다음 칸에.
내 기분이 나쁘다고 무조건 싫어할 필요는 없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왜 그렇게 골이 깊나 라는 원리를 모른체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시시하다.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다. 후세의 행복감을 보장할 수는 없겠으나, 부담감은 낮춰주는 노력. 값질 것이다. 그것에 대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현재 내 죄에 대해서 타인이 벌을 받는 건 아닐까 라는 듯이. 아일랜드에서 외국인이 욱일기를 지적하는 것, 이스라엘 내에서 바그너의 음악에 멈칫하는 것. 그게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유럽인이 독일을 아름답게 보는지는 모르겠으나, 반대쪽에서 왜 진주만 대공습이라는 브랜드는 전-아시아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지 불가해할 뿐. 심한 열등감에 노예 근성이랄지 피해 의식 당사자들의 잘못일 수도 있고, 어떤 노력을 충분히 지속하지 않은 전범국쪽 잘못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유럽처럼 인접국이 많지도 교류가 활발하지도 않으니, 아일랜드와 잉글랜드가 억지로 친할려고만 하면 탈도 날 수 있고, 그러면서 배우고 정도 들지 않을까. 어차피 최소한의 미운 정은 그들에게 운명일 테니 말이다. 속마음을 포장하여 감추는 게 미덕일 수도 있고, 그럴 필요 뭐 있냐 과거는 과거고 나는 내 인생을 산다도 있다. 가식이 예절이기도 하고, 위선조차 귀감과 얼마나 다를까. 모른 체함이 오히려 도와주는 일, 흔치 않냐 이거다. 아무튼 당장은 몰라도 전망이 썩 어둡지는 않다. 가까운 미래가 먼 미래로 된다면 달라도 뭔가 다를 테니까. 그런데 참으로 식상한 주제지만 얘기가 길어졌다만 왜 아무런 반론이 없지? 고급스럽든 어쩌든 한번 반격을 받아봤으면! 어정쩡한 능청 그런 거 말고 진짜로. 비겁하고 싶지 않다. 지명 방어전에 허접한 상대만 초대하기 싫다. 여기서 더 째째해지면 진정 곤란하다. 의무 방어전으로 상대를 시시각각 시도 때도 없이 바꿀 정도로 막살지 않겠다. 개그맨 말마따나 쾌락 총량의 법칙이라며, 이제 내가 타야할 말은 쾌락마가 아니라 환상마인 듯 싶으니까. 그렇게 애원이 실현되고 소망이 이루어지듯 일이 착착 잘 진행될려나 모르겠지만. 결국 결론은 유럽은 연합이고 아시아는 연합도 뭣도 아니라는 점, 그거 아닐까! 잠깐 상식5 한말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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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이란 개념에 대해 바로 그래서 우리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알고보면 인간의 본성이자 사회의 규칙, 삶의 질서인 미적 가치. 즉 외모도 알고 보면 인종차별이거든. 사랑? 왜 아니겠나! 그래서 거창한 상장도 인종차별에서 절대, 절대,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진리는 반대로 자유로워야 한다고 외치지 않을까) 그러나, 권위가 진짜 존경스러워야 할 권위라면 인종차별이란 항변에 맞서서 초딩, 선심성, 장사꾼, 딴따라, 아마추어등 이런 가치에 대해서까지 신경써주는 것에, 나는 반대다. 이번에는 극력히! 인종차별과 그것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 기준선의 콧대가 너무 고고하면... 모든 게 정당하며 옳고 떳떳할 텐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림이 또 어떻게 될 공산이 크다. 인종차별이네 백인우월주의네 시끄러워지지 않을 수 없겠지. 백인이 우월한 분야에 대해서는 백인이 우월하다는 것. 이게, 어떻게, 인종차별일까! 흑인이 올림픽에서 100미터와 마라톤을 만년 독점하면 그것도 인종차별이게? 그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것인지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선심성은 남발되고, 헛선심이 반복된다. 고로 이 세상은 촌닭과 삼류와 허당들의 천국이 되는 것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인종차별이니까 맨시티든 유벤투스든 바르셀로나든 그래야겠네. 몇 명 보장 딱 해서 인종차별이 아니도록 비율 맞춰서 경기장에 출전시키면, 와 그러면 재밌겠다. 만년 벤치 멤버들 벌써 입이 귀에 걸렸다. 진짜로 어디 리그에서는 그런다. 용병은 몇 명만 출전, 용병을 선출할 때도 키는 몇 미만. 왜? 용병이 월등히 잘하거든. 용병 제한이 없으면 자국 리그 망하는 거, 그거 시간 문제거든. 유럽 축구리그에서 용병 빼면 어떻게 될까? 또 뭐가 있을까? 뭐야 영화제 시상식은 또 뭐야, 그거 인종차별이자나! 싫어도 다른 인종들은 백악관에 진출할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네. 남미계는 북미에서 경찰직을 하면 스스로 인종차별에 일조하는 거네. 덴마크 왕족들은 슬라브계랄지 태평양 섬주민, 혼혈과 인사조차 나누면 안된다는 카르텔이 있다니. 명백한 인종차별이네. 옳치~ 애완견도 있구나. 애완견 색상도 인종차별이네 껄껄껄. 세계3대 과학잡지를 읽어보고 말 것도 없이 세계 과학계를 어디서 독점한다고? 거기 과학자를 면밀히 살펴보자. 워워워, 전부 다 뭐자나? 인종차별이네! 성 차별처럼 직장과 모든 조직에서도 인종 비율 할당을 하지 않는다고? 조지 오웰이 잘 예측한 거네. 것도 인종차별이구만. 뭐야 사람들이 좋아하는 육고기와 물고기는 또 어떻고? 잘 팔리는 육고기와 물고기는 딱 정해져 있단 말이지... 육고기와 물고기에 대한 인종차별 아닌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미술품이 거래되는데... 거장들은 하나같이 뭐 어떻다니. 비싼 거만 비싸다니. 아아 또 또 또 인종차별이로구나. 그럼 인종차별 아닌 게 없다는 말이자나? 그게 문제다. 그게 문제라고. 당신은 백인들 얼굴 구분할 수 있나요? 물어보지도 말란 말이네. 너 힙합 좀 하니, 너 힙합 좀 아냐? 물어만 봐도 인종차별이네! (휴~~~~~~~)
진짜 동물원에 가면 애들이 뭘 좋아하나? 코끼리, 하마, 기린, 얼룩말, 표범, 치타, 사자, 호랑이, 백곰, 판다, 홍학, 캥거루, 오랑우탄, 넙적부리황새, 라마, 펭귄, 펠리칸, 앵무새, 코뿔소... 주로 이런 동물들이 인기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촌닭이나 참새? 관심도 없다. 응애응애 곤충? 시간이 아깝다. 삐악삐악 병아리? 쳐다보지도 않는다. 자, 그럼 이제 가짜 동물원으로 가봅시다. 두벅두벅 영차영차 두벅두벅 영차영차. 가짜 동물원에 가도 별로 다를 건 없다. 촌닭이나 참새? 쳐다보지도 않는다. 가짜 동물원에 가면 심판들이여, 제발 선심성 물개박수는 치지를 마시라! 오, 제발. 애들 버릇만 나빠진다. 생태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단 말이다. 호주에서 흔하디 흔한 캥거루한테 안 좋은 음식을 주면 안 좋다는 거, 어른들이 모르시지 않거든. 원숭이가 무대에 올라가면 진짜 자기가 최고인 줄 알거든.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냉혹한 자성은 반드시 안에서만 할 수 있다는 점. 혹독한 내부 비판은 바깥에서 못하면 결국 안에서 해야 한다는 점. 인종차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점. 우리는 그걸 알아야 한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될 테니까. 그래서 어떤 대회의 권위도 그러다가 어떻게 어떻게 슬슬 물을 타고 흐려지게 되면, 그 언제가 되면 정말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닭 쫓던 개는 지붕을 쳐다보고, 인종차별 아닌 게 없게 될 게 뻔하다. 윔블던이니 뭐니 전통 포기하지 말고 새겨 들어야 할 얘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새겨 들어야 한다. 훅 하고 불면 휙 하고 날아가는 거? 한순간이다. 물론 어렸을 때 영화에 나온 명대사, 볼보 어쩌고저쩌고. 볼보가 나중 포지셔닝이 온전할지 사브나 노키아가 아주 잊혀진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말이다. 그처럼 한번 지나간 역사는 결코 번복될 수 없다. 그래서 승자는 자세히 패자는 흐릿하게 기록할 여지가 없지 않다. 친구들끼리 졸업앨범만 봐도 웃고, 웃고, 또 웃다가, 멈칫, 다시 웃고 웃고 웃고 웃고, 그리고 썩은 미소. 일명 썩소! 교장-감독-주지사의 액자가 줄줄이 걸려있는 장면... 오 오 오 음 음 음 아 아 아 그런데 중간에......! 총리라고 다르겠나. 거창한 상들도 그렇다. 다 똑같다. 서점이나 어디에 가면 또 역시 액자가 줄줄이 걸려있다. 지긋이 응시해보자. 계속 좋아 계속 좋다고. 음 음 음 아 아 아 오 오 오 캬 캬 캬, 그러다 중간에, 뭐야 저거! 저분이 대체 왜 저 자리에 있을까? 심지어 엷디 엷게 웃네, 비웃나? 지가 모나리자야 뭐야! 뭐야 이거, 누굴 보고 웃는 거야, 설마 나를? 이 자식이......! 그처럼 썩 이해되지 않는 일, 있나 없나! 응애응애 올해 노벨상 누가 받을까, 삐악삐악 올해 그랑프리는 누가 유력하다, 꼬끼오꼬꼬댁 티슈 한곽이 부족하다 드라마 전편 연속보기처럼 한 자리에서 다 읽었네 어쩌네. 들썩들썩, 동물원의 동물들은 으쌰으쌰, 난리난다. 지금은 사자─코끼리─재규어─독수리─닭 차례가 아니라 원숭이, 원쉥이 순서니까 그것만 따져보자면, 차분한 자성은 대체 어디로 실종되어버렸을까? 지성인들은 뭐하나. 양심은 대관절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러고서도 명성? 거 무슨 명성씩이나! 친절한 배려, 그거 다 가짠가? 오락산업에게 책잡혀서 사랑의 포로가 된 건가? 정말 그런 건가? 돈이면 못하는 일은 없다 뭐 그런건가? 돈이라면 내 뭐까지 팔라는 말인가? 들어와 들어와, 했더니 진짜로 덤비네. 이것 좀 보소! 막 덤비네. 어쭈! 한두 명도 아니네? 1 대...... 도대체 몇이야? 좀비 영화 한번 찍자고? 못할 건 또 뭐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만 그래. 이제 좀 뭔가 슬슬 재밌어질려고 하는데! 농담이고. 그러니까 초딩들이 그러는 거 아닌가. 공부 그거 돈 벌려고 하는거 아니냐고! 그치만 어른들이 그 얘기를 듣고서 가만 있겠나.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분들 또 바쁘게 생겼지. 글쎄 가르쳐야 하니까. 설변하고 싶어지니까. 위에서 눌러야 하거든. 뭐라뭐라 어쩌고저쩌고. 그래?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초딩이라고 말발 좋은 초딩이 왜 없겠나. 아저씨는 완전 잘못 걸린 거지. 하필 그날은 재수 없는 날. 그래서 초딩은 양 팔목을 걷어붙이며 그런다. 너 잘 걸렸다 라는 기세로. 너 딱 걸렸어 라는 표정으로. 그렇게 긴 명대사를 읊을 것이다. 어떻게? 바로 이렇게! 「그래서 아저씨는 얼마 버는데요? 아저씨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어요? 설마 못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공부 잘해서 돈을 많이 번다는 보장 있어요? 아저씨가 책임질 거에요? 저도 알아요, 슥 그래프를 보여주시겠죠. 그러나 가망성은 높지만 어차피 수트와 가죽점퍼는 슬리퍼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것. 그게 이 세상의 질서예요. 아세요? 네? 알아요? 아시는 분이 스스로 제일 듣기 싫었던 말을 제게 반복하세요? 좀 뭔가 달라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저씨는 수트에요, 아니면 가죽점퍼에요? 아니면 슬리퍼에요? 그럼 뭘해요, 반전이 없는데. 비리비리하구만. 제가 그렇게 본단 말이 아니라 숙녀가, 응? 친구가 찌질하게 막 응? 한 수 아래로 볼 거 아니냐구요. 허접하다 어쩌다 하면서요. 맞죠? 그렇죠? 내 그럴 줄 알았어. 틀림없다니까. 그러니까, 공부를 잘해도 돈을 못 벌면요? 그래도 미녀를 만날 수 있어요? 숙녀가 가난한 남자도 좋아한다, 그러면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할께요. 아저씨께서 자신 있으면 저한테 맹세를 하세요. 왜, 자신 없어요? 딱 보니 아저씨는 나한테 말발이 안되네. 네? 인정 하시죠? 그럼 뭐야! 나이가 차는데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갈 뻔 하다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귀신이야 뭐야! 야 야 야호, 너 어디 갔어? 야 야 어디 있니? 왜 대답이 없니? 어? 흐흠. 아저씨 우리 아빠가 얼마나 공부 잘했는지 아세요? 아저씨 대학 어디 나왔어요? 우리 아빠는 어디 나왔어요. 제가 입고 입는 과점퍼, 보이시죠? 이거 진짜에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아세요? 한마디로, 더럽게, 가난해요. 아빠가 한방을 노리시다가 재산을 탕진하셨걸랑요. 자랑이냐구요? 네 자랑이에요. 그렇지만 저는 자랑할 만 하니까 하는 거고, 아저씨는 공부 못했잖아요. 자기는 공부를 싫어했고, 못했고, 노는 게 좋았으며, 어쩌면 막살았을 수도 있는데, 그런데 저보고 너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공부해라? 네? 그거 농담이시죠? 그렇죠? 아저씨는 공부에 대해서 저한테 자랑할 처지가 아니라는 거. 그거 사실이잖아요? 사실 아닌가요? 아 맞잖아요? 네? 아 윗 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을 거 아닌가요. 안 그렇수? 자기는 공부라면 치를 떨어놓고, 나보고는 공부하라면서 윽박지른다? 아하~ 내가 이러니까 너만은 어째야 한다? 그러나, 만약에 한방에 성공하셨다면 또 그러실 거 아녜요. 인생은 한방이다, 남자는 직진이다, 남자는 폼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인생이란 말이야 이러쿵저러쿵. 어차피 아저씨가 공부를 못했으니까 공주를 만났다면 모를까, 그 유전자가 어디 가겠어요? 어차피 최대값은 한계가 있다구요. 제 말이 틀려요? 아 틀리면 틀리다고 반박을 해보세요. 아저씨 말이 맞다고 논증을 풀어보시라구요. 네? 말싸움으로 안된다고 몸싸움을 하실려고 하시지 마시구요. 지금이 무슨 가을인가요? 왜 얼굴이 불그락푸르락인가요? 제 면상과 비교되잖아요? 제가 어디서 사주라도 받고 이러는 줄 아세요? 뒤에서 날 조종하는 작자가 대체 누군인지 알고 싶어요?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제 어깨 위에 그 누구도 없다구요. (조용조용히) 한마디로 이 양반 이거 이거 의심이 많구만. 등 돌리면 험담이구만. 그러니까 아저씨가 안되는 거에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여자친구가 없는 거라구요. 네? 아세요? 인종차별과 어느 조직의 인종 비율이 뭔 상관이에요? 논리적으로 답변을 해보세요. 왜 말씀을 못하세요? 아저씨 말 못해요? 제 말 못 알아들으세요? 아까 그러셨잖아요. 공부하라고! 네? 그러니까 제 말은 왜 공부를 해야 하냐구요. 선생님은 가르치고 학생은 공부하는 게 소임이니까 그렇다구요? 또 또 또! 그 선생님이 속으로 뭔 생각하시는 줄 모르고서 하시는 말씀이에요? 선생님 생각은 그거에요. 아 내가 정말 어디에만 갔어도, 누구만 만났어도, 잘만 태어났으면 얘네들한테 잔소리나 하며 재미없게 살지 않을 텐데. 그런다니까요. 이른바 선생이란 양반이 뭐가 어떻고 어째서 공부를 해야 한다, 가 아니라 속으로 마권을 살 생각에 여자 꼬시고 주색에 빠질 생각이나 하면서 빈말로 공부해라. 아 나 이거 정말 나보고 어쩌라고! 물론 좋은 스승님도 있어요. 다 똑같다? 저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겠소이다. 네 그럼요. 그런데 선생님이 모두 현인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 선생님요? 너네 선생님은 어떤가 그 얘기나 들어보자구요? 우리 선생님은 이렇죠. 우리의 희망이니까요. 우리 선생님은 대놓고 말씀하세요. 솔직하시다구요. 아조 시원시원해요. 그렇지만 치고 빠지고 상부에 굽히며 처세술에도 능하시죠. 그렇지만 우리한테는 허물 그런 거 없어요. 절대 없어요. 나 곧 있으면 선생직 때려칠 거다, 그러니까 나는 아쉬울 거 없다, 물론 말로만요, 가르치는 거 자기 적성에 안 맞다, 그렇지만 먹고 살려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 라구요. 뭘 해도 재미없다고, 그렇게 그분은 우리에게 솔직하니까 우리들한테 인기가 많아요. 나는 가르치기 싫고, 너네는 공부하기 싫고. 하지만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니? 라고 하시죠. 그래요. 그렇다구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 말 다 안 들어도, 우리는 그 선생님 말씀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요. 사랑만 오래되면 의리로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 일하기 좋아하는 어른이 어디 많나요? 공부하기 좋아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제게 한번 데려와 보시지요. 제가 큰 값을 치를 테니까요. 다 나중 생각해서 억지로 하는 거 아니냐구요. 그러니까 아저씨 부자에요? 몇 위인데요? 머머해봤어요? 머머 먹어보셨어요? 어디 가봤어요? 누구 만나봤어요? 해본 게 뭐에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잔지식 밖에 없잖아요? 큰 기술 없잖아요? 이거 완전 잔머머파구만. 그러면서 우릴 가르쳐요? 아까 말씀하신 거 다 틀렸네. 인터넷 검색하니까 뭔가 많이 잘못 아셨네. 입만 살았구만! 공부하라 공부하라, 공부해라 공부해라. 다 너 좋으라고 하는 말이다 이러쿵저러쿵. 좋아요 다 좋다구요. 하지만, 꿈이 먼저 아닌가요. 왜 기본을 알아야 한다, 아빠를 봐라,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 적어도 엉망진창 3단 논법이라도 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네? 공부를 안 하면 어떻고, 꿈은 잊혀지며, 엄마를 보거라! 최소한 엉뚱하게도 설득하며 연설가연하는 태도는 있어야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밑도 끝도 없이 공부해라 때리면서 공부해라 왜 공부를 안 하냐?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이 맑죠! 안 그래요? 사냥개는 사냥만 잘하면 되요. 그렇지만 보통 개는 짖기만 잘하다고 능사가 아니죠. 안 그래요? 그럼 사람은요? 공부만 잘하면 끝인가요? 그럴 리가 있나요.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인성이 되먹지 못하면 다 필요없죠. 안 그래요? 그러나, 일단 공부로 1등을 하고 나서 부족한 교양은 나중에 보충하자?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제가 모를까 봐요? 꿈을 이룰려면 최소한의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과 부모님-선생님이 권고하는 최소한이 다르단 게 문제겠죠. 그러니까 일단 꿈이 뭔가 보자구요? 어머나, 얘는 얘는 알고 봤더니 꿈이 없네? 그리고, 쟤는 쟤는 꿈이 평생 놀고 먹는 거네? 또 뭐야, 이 친구는 이 친구는 플레이보이가 꿈이 잖아? 얘는 수시로 바뀌고. 이런, 젠장! 그렇지만 성실한 학생이라고 왜 없겠습니까, 그래서 딱 골랐죠. 그런데 녀석들이 좀 똑똑하나요? 작가 지망생은 그래요. 일류대 나온 사람들은 인문교양쪽이라면 모르는데 픽션 쪽은 영 아니다, 그렇다고 진흙 속의 진주가 흔하겠나, 그러면서 어중간하게 공부한다니까요. 최선을 다하지 않아요. 그럼 또 조각하는 친구들요? 공부랑 상관관계가 많지 않다고 우겨요. 그런데 듣고보면 썩 틀린 말이 아니거든요. 정말 그러걸랑요. 그건 그렇고. 아저씨 차 뭐 타세요? 지금 입고 있는 옷과 신발, 그거 다 해서 견적 얼마에요? 지금 사시는 집은요? 2세한테 물려줄 비상장 주식이나 부동산은요? 아저씨는 꿈 없어요? 아저씨 여자 좋아해요 남자 좋아해요? 아저씨 평판이 어떤 줄 아시기는 아세요? 사람들이 앞에서 뭐라 하며 뒤에서 뭐라고 하는지 아시기는 아시나요? 여기서 멈추면 섭섭하죠. 이제 시작인데. 아저씨 연애사 전적 조사하면 다 나와요. 오래도 안 걸리구요. 가만 보아하니 아저씨가 만난 여자, 뭐 줄이야 저 멀리까지 늘어섰겠지만, 그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뭐 교성요? 허허. 전문용어 생략하고 여성잡지2식으로 인상적 통계로 보건대 순서가 말이에요. 아무튼 셋만 딱 꼽아보자면 와! 진짜 그랬을 것 같은데요? 맞죠? 그렇죠? 뭐가 그렇냐구요? 그 뭘로 탑 3가 그거라는 점요. 첫째 엄마의 성씨, 둘째는 아빠의 성씨, 셋째는 피앙세의 성씨. 맞죠? 맞죠? 그럼 지금 피앙세는 몇 번 째인데요?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그렇지, 그런 걸 누가 궁금해하겠어요? 그러니까 12, 13 정도로 합의보죠. 허허. 저나 되니까 많이 쳐주는 거라구요. 아시겠어요? 다른 사람 같으면 어림없다구요. 네? 음... 그런데... 아니지. 아니지 아니지. 아-아-아-아-아-아-아니지. 잠깐만. 우리끼리니까, 네? 재미로 꺼낸 얘기니까요. 아저씨. 듣는 사람 없으니까 말하자면, 실제로는 120? 아니 1200? 뭐, 베팅을 더 하라구요? 남은 판돈이... 있나? 애들처럼 지금 뭐 하는 거냐구요? 이런 젠장, 조르쥬 심농을 거뜬히 능가한다고요? 저런 저런 저런! (소곤소곤) 혹시...... 진짜로? 에이 설마! 아니 정말일까?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서부터 가짜야? 얘 뭐야! 이 자식이...! 행운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는 재주가 뛰어나신 분들께는 단 한 번도 어려운 사랑을, 어? 도대체 몇 번이나 갈아치웠다는 말이야? 이거 정말 괴물이야 뭐야? 이거 정말 이 인간 순 난봉꾼 아니야? 이런 머저리 등신 쪼다 같은 찌질한 인간이 뭐가 좋다고 그녀들도 참 한심하다. 쯧쯧쯧! (소곤소곤 끝) 하여간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하. 좌우지간, 그런데 가만 있자... 뭐 삼위일체야 뭐야! 맞죠? 맞죠? 아저씨가 무슨 승마기수라도 되눈 줄 아시나 본대, 일단 넘어가고. 네? 찍은 거 아니라구요. 네? 맞는데. 맞을까? 맞나? 아닌가? 아닌가? 아닌 게 아닌데... 포세이돈의 삼지창이라고 딱 그렇다고 나오는데. 잘 아시겠지만 관상은 말발이고, 사주는 학식이며, 땅 기운을 보는 건 무조건 장비에요. 무조건 장비. 나침반 같은 거 그런 거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드문 학파라는 점. 내가 잘못 봤을 리가 없는데.... 아무튼 넘어가고. 연애사 전적이 아저씨의 허풍과 일치하는가 조사하면 다 나온다니까요. 어디 은행원들만 몰래 지인들과 애인들 재산 조회하는 줄 아세요? 정보원들만 신분 조회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줄 아시냐구요. 그분들과 우리의 차이점이 그거에요. 직접 하느냐 시키느냐! 딱 하나 이상한 게 뭔지 아세요? 저는 아저씨 이름을 모르지만, 아저씨는 아마 우리 아빠 이름을 아실 껄요? 아-마-도! 그 자신감 뭐냐구요? 승산 없으면 강아지는 치아를 고양이는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게 이 바닥 룰이에요. 아시겠어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까 우리 아빠 가난하단 말 그거 다 뻥이에요. 새빨간 거짓말이죠. 그렇다면 제가 왜 이렇게 삐툴어졌을까 라는 의문이 뒤를 잊겠죠. 당연히도 말이죠. 이미 그와 같은 의구심이 똑똑똑 노크하자마자 들어와버렸네요 글쎄. 가진 건 돈 밖에 없는......」
농담...이 좀 심했다. (그런데 얘 초딩 맞어? 내 말이! 얘 노인네 아니야? 의뭉은 해소되지 않고 참 나. 그치만 말이야, 말 본새를 보아하니 장난이 아닌데?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는 건데. 미련없이 사랑도 해 봤다는 것 아니냐고. 남 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았는가는 모르겠지만. 음... 타인이 가뭄에 콩 나듯이 부러워는 했을 듯해. 흡족히 유복한 형편으로 태어나진 않았을 테니까. 한마디로 뻔트 전문일 테니까 말이야. 그건 다른 말로, 미숙한 방황은 썼지만 성숙한 연패는 더 썼다야 뭐야? 참 나! 지가 무슨 바이런이야 카사노바야? 헛 참 나! 짜릿한 콜라와 담백한 우유를 다 놔두고 쓰디쓴 술잔을 왜 드는지 나도 모르겠다는 의중인데...! 딱. 알겠다. 딱. 잘 알겠다. 딱. 이제 알겠네. 랭보가 아닌 람보 스턴트맨 후보도 못되는구만. 어디서 구라까고 있어. 또 뻥치기만 했다 봐라. 못된 허풍꾼 같으니라고. 하여간 센세 타령 하고는, 어디서 유난 떨고 있어? 어디서 탄을 날려? 어? 난 또 뭐라고! 아휴 이걸 그냥 콱... 워 워 워. 내가 참아야지. 애들이 뭘 아나? 그럼. 그렇지) 그런데 허구가 아니라 실화일까? 넘어가고. 각자 자기 인생을 사는데 수도원에 들어가 사는 것처럼 본능에 거슬러서 외모 차별을 하지 말라고? 되든 안되든, 뭐가 옳고 뭐가 틀리든, 구분이 애매하든 어쩌든, 따라서 정답은 하나다. 모든 것의 기준은 뭐니 뭐니 해도 나! 바로, 나! 내게 유리하면 외모차별을 하고, 내게 불리하면 외모차별을 하지 말라고 한다는 것. 맞다. 결국, 정답은 이기주의다! 결론은 외모도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이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의의에 대해서까지 인종차별을? 그것과 그것이 어떻게 같을 수 있단 말인가. 얕은 짝사랑이든 짙은 연정이든, 사랑에 대해서조차 남자는 여자를 볼 때 뭘 보는가? 얼굴이 제1기준 아닌가! (몸매는 1.1이요 나이는 1.2, 과감성은 1.3에 재력은 1.4? 넘어가고) 또 개인차는 있지만 여자는 남자의 4가지를 본다. 첫째 능력, 둘째 외모, 셋째 의전(꽃 들고 기다리며 공작새처럼 수컷이 나에게 미칠 수 있는가), 넷째 인성이랄지 유머와 말발과 낭만 및 조건등 개인적 가중치.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둥 매혹적인 연애라는 둥, 적게 잡아도 최소한 절반은 다 뻥이다. 아니, 60퍼센트는 뻥이다. 70? 그만 그만. 일단 한쪽만 봐도 남자에게 사랑은 둘로 나뉜다.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다, 와 그 반대로. 어쩌다 발목 잡혀 일찍 플레이보이계를 은퇴하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하나 같이 그런다. 너무 일찍 조숙할 필요는 없다고, 인생을 즐기라고. 그러나 어느 승자는 말한다. 어려운 시절을 즐기라는 말, 그거 다 뻥이라고. 패자는 알고 있다. 인생을 즐기려면 로또복권에 당첨되어야 한다고. 농담이고, 뿐만 아니라 누구나 외모와 조건을 본 다음에 사랑에 빠진다. 외모도 보지 않고서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첫눈에 반하지는 않는다. 조건도 모른 체 무턱대고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 자기는 외모 일절 보지 않고 사랑에 빠진다고? 뻥이다! 자기는 조건은 1도 보지 않고 막무가내로 사랑을 한다고? 진짜로 그런 사람 빼놓고는 다 뻥이다. 누구든지 외모를 보고서 사귀고, 누구든지 조건을 직감으로 판단하고서 사랑에 골인하는 것이다. 그럴 때 직관이 빠지면 쓰나. 바로 그럴 때 직관이 바빠져야지, 연봉은 대단한데 절호의 찬스에 직관이 밥값 못헌 채 잠이나 쿨쿨 자면 쓰겠나. 아니 그런가? 사랑에서 플라토닉이 얼마만큼일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의 기준선에 대한 개개인의 판단력은, 썩 멋진다며 박수치기 어렵게도, 외모차별이다. 애석하지만 그게 정답이다. 그게 진짜다. 아니라면 뻥이다. 사랑은 타산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일정 부분 그래야 한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것이다. 안 그러면 안되니까. 남녀가 만나 평생 놀기만 한다면 모를까, 아니 그마저도 공짜는 아니니까 말이다.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이 나중 어떻게 바뀌나는 차치하고, 이처럼 사랑도 외모를 근거로 조건을 바탕으로 하여 성립되는 것이다. 안 그렇다는 사람은 아마도 그런 사람일 것이다. 보아하니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신 듯 하온데, 그런데 말이 통하는 남자가 요즘 세상에는 통 없다고 하시는 분. 남자로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 뒷모습이 영 뭐한 남자? 허허허! 이쯤 되면 외모 차별은 권리요 인종 차별은... 그것도 권리인 것만 같다. 왜냐하면 그거 인종차별 아니냐고 항의할 자유가 있으니까. 그래서 문제 제기는 일상이고 그 가운데 이를 테면 20퍼센트만 불거지는 식이다. 심판이 거절한 나머지 80퍼센트는 그럼 뭘까? 살펴보니 성 차별도 포함되다니! 어 뭐야 이거, 외모 차별은 또 왜 나와? 그 정도가 되면 기피증을 안고 살면서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밖에. 수많은 머머증에 적응할 수 밖에. 그래서 만남과 어울림에 대해서 어떤 암묵적인 비율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상대방이 선호하는 평균값도 존중해야 한다. 그건 그분들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남자가 여자의 미모를 찬미하는 게, 여자가 남자의 어떤 특징을 좋게 보는 게, 그게 왜 잘못일까. 선을 넘지 않는 본능 자체가 공론화 되는 게 왜 터부시될까? 곧 그 주제로써 진지한 대화는 거절하고, 웃긴 대화만 반긴다는 뜻일까? 아마도! 결국, 남자친구가 뚜껑 없는 차를 몰면 그녀는 단지 그 때문에 넘어간 걸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녀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나는 그렇다고 고백하는 일, 왜 없겠나! 오 제발 그런 여자 어디 없을까? 어찌 되었든 그녀의 솔직함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고, 그녀의 자유도 보장되야 한다. 책임도 자신이 질 테니까. 이게 다 뭘까? 이건 뭘까? 외모 차별 아닌가? 황금만능주의 아니냔 말이다. 인문교양서를 보면 나온다. 그게 맞다고. 그야말로, 완벽하게, 맞다고! 그럼 왜 인종차별은 과장되고, 외모차별은 축소되는 데 대해서 아무 말도 없나? 똑같은 거 아닌가? 경제학도 상업도 예술도 다 똑같지 않냔 말이다. 그러니까 왜 꼬마 자랑 대회도 아닌 어른들 잔치에 초딩과 기저귀까지 배려를 해야 하는데! 어째서 그래야 하냐고. 나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난 대관절 그 이유를 모르겠다. 대충 짐작을 못하는 바는 아니다만 약하거나 심할 수도 있다는 거지. 포도주나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음감을 블라인드 테스트할 게 아니라, 정작 블라인드 테스트가 필요한 건 이거 아닌가? 왜 아무도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을 하지 않는가! 알려지기로는 썩 말하기 싫어하고, 퍽 나서기 꺼려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왜 말을 못하나, 대체 왜? 응애응애 삐악삐악, 이대로 계속 가는 건 병아리의 유복함에는 일조할지 모르지만 성격에 작은 스크래치가 생긴 채 성장할 가망성이 크다. 그러니까 그분들이 직장 상사가 되거나 유명해지면 그러는 것 아닌가.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3부 리그에서 원맨쇼하는 1인자를 1부 리그에서는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외면한다. 야 야 떴어 떴어... 그럴 필요도 없이 대놓고! 그걸 쳐다보는 척 돈과 시간을 할애하는 건 반틈은 쇼다. 그런데 사람들은 뭐 느끼는 거 없을까? 진짜 없을까? 없을 수가 없을 텐데 왜 아무도 말을 하지 않나! 예술과 국민 정서, 이성과 감성, 취향과 호감의 차이, 가까운 역사와 먼 역사, 사실과 감정, 사랑과 불륜등 이런 구분이 수학적으로 누구나 쉽게 된다면야 뭐가 문제겠나. 그러니까 언젠가 어느 올림픽에서 펜싱 경기 중 심판의 심한 편파 판정이 있었다. 그건 뭔가? 올림픽 정신이 아니라 쇼이자 애들 장난이다. 말도 안되는 텃새까지 점수에 관여할 꺼라면 올림픽 종목에서 빼는 게 옳다. 안 그러면 인간이 다시 수치심과 치욕과 야만쪽으로 치우치는 거니까. 다시 식민지 경쟁을 하는 제국 시대로 돌아가는 거다. 그런데 옛날에 펜싱에서 왜 그랬냐고? 왜냐하면 자존심 때문. 자랑스럽든 알량하든 자존심 때문에. 다 봐도 그 꼴 만큼은 못 본다 그거지. 노예제에서 인종차별로, 라는 장구한 발전은 현실이지만 안되는 일도 있다는 것.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해라는 게 그렇다. 왜 그처럼... 바보도 아닌데 왜 그처럼... 어떨까? 준치는 썩어도 준치다. 그럴 만 하니까 그랬겠지. 그 정도면 그럴 만하다는 걸 많이들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추정은 하나 죽었다 깨어나도 100퍼센트 이해할 수 없는 일. 있다. 많다. 진짜 많다. 꼽아도 꼽아도 모자란다. 이 세상이 그렇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이 월드컵에서 습관적으로 죽을 쑤면 뭐 어쩔 수 있나. 나머지 피파 랭킹을 전부 억지로 신부들러리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거든. 그런데 왜 펜싱은? 비인기 종목이니까. 예술계에서 선심이 심하게 남용되니까. 그래서 유럽의 자존심 같은 펜싱에서 그 정도는 쉬쉬하며 충분히 용인할 정도의 텃새라는 거다. 그래서 견문을 넓히든 여행을 가든, 원정경기를 떠나든 현지인은 그런다. 아니 자동차도 못 만드는 나라에 무슨 볼거리가 있다고 오셨는지, 쩜쩜쩜! 물론 나쁜 의도도 불쾌가 어감도 아닌 체 말이다. 곧 그건 불공정이고, 저것도 불공정이다. 그런데 하나는 세계 언론 지수 순위에 맞서 작게나마 화자되며, 하나는 불공정인데도 불구하고 쉬쉬한다. 테니스 대회에서 흑인이 1등, 세계 골프 선수 순위를 보면... 그건 약간 느낌이 이상한 건 있다만 부인할 수 없는 공정. 그래도 피겨스케이트 하면 어렸을 때 보기로는 뭔가 어쨌는데, 지금은... 뭔가 멈칫 하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운 거다. 그처럼 세계 3대 콩쿨도 테니스나 골프처럼 공정 쪽으로 기우는가는 잘 모르겠고. 그건 그래도 세계3대 영화제랄지 세계3대 무슨 무슨 쇼에서는 선심성이라는 명목 하에 원류에게 차별적이듯 지류에게 가중치를 부여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맨부커상처럼 인터내셔널 종목을 따로 만드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올림픽에서 스포츠가 숫자를 기준으로 판단하듯이 예술도 미적 가치와 새로움이랄지 완성도와 수준을 봐 가면서 상장을 수여하는 게 옳다. 오차가 반복되며 커지다가는 권위가 땅에 떨어질 수도 있단 말이다. 시간 지나고 나서 보면 결국 헛선심이란 걸 모를 수가 없으니까. 평균 키는 네델란드인이 제일 크고, 고추는 흑인이 상남자들 사이에서 덕망이 두텁다. 인종차별이 아니라 사실일 뿐이다. 하지만 자동차 까이엔은 아무나 탈 수 있다. 경제에 따라 지구가 돌아가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롤스로이스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한테나 팔지 않는다, 라는 동심 어린 희소성을 기대하는 게 무슨 중차대한 잘못일까? 그럴까? 진짜로? 정말 그럴까? 이건, 뭔가, 잘못됐다. 아무도 말은 안 하는데, 꽤 많이 잘못된 일이다. 인기도 슈퍼스타가 독식하며 재력도 잡지계에서 세계적 순위를 뽑는데, 하물며 진짜 그래도 전혀 나쁘지 않을 아름다움이란 가치에 대해서는 어울리지 않게 형평성을? 그것과 그건 다른 얘기 같다. 맨부터 인터내셔널? 취지는 좋다만 뭔가 어울리지 않는 옷 아닐까? 솔직히 선험자 집단 내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있나, 없나? 추측하자면 결코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말을 안하나? 아니면 말을 못하는 건가! 말해서는 안될 주제니까? 어쨌든 단지 침묵할 뿐. 어쩔 수 없이 제3세계도 챙기고 그러면서 그림을 만드는 거지 뭐. 없을 수가 없다. 현대에 입헌군주제가 왜 나쁘겠냐마는 현지인 가운데서도 구체제 같은 전통이 거추장스럽다거나, 아예 싫은 사람이라고 왜 없겠나. 그냥 깔끔하게 몇 대 왕 = 오리! 그건 마음에 들고, 일은 어떤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좋든 싫든 감정은 자유고, 사실은 법리주의고. 사극에서처럼 활약도 못하고 하면 안되는 일들 뿐인데, 간혹 뉴스에서는 꼬박꼬박 다루고. 지금이 무슨 아마데우스와 베토벤이 딱 1번 만났던 시대인가. 그건 그렇고. 그 무슨 1000년 전에는 어디가 앞서나갔다고도 하지만 것도 글쎄요. (짝짝짝) 거기도 보트 위로 바다표범이 올라오고, 드물게 맹수도 눈에 뜨이며, 물소들 천 마리 만 마리가 이동하는 장관을 볼 수 있지 않냐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에서는 야생동물로 제일 큰 게 오직 멧돼지다. 동물원에서 뭐가 탈출하지 않는 이상, 오직 멧돼지! 그마저도 평생 한두 번 보기 힘들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보자면 최고 인기 동물은 뭐니 뭐니 해도 대형견이다. 친구들 두셋이서 큼직한 참치 낚시? 꿈도 못 꾼다. 인터넷으로 본 게 전부다. 그건 허세로도 어떻게 안된다. 게다가 인력거 시대에서 산업혁명과 총을 건너뛴 채 근대화로 접어들었음. 그래서 많든 적든 알게 모르게 바깥 세상을 향한 동경심이 커다랄 수 밖에 없다.
앞서 껄끄러운 이웃 나라의 감정이 얼마나 세계적으로 공통됐나를 알아봤다. 그래서 좋든 싫든 불가피하게 심한 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왜? 왜냐하면 무의식과 잠재의식까지 건드려야 진짜가 무엇인지 바로 알게 되니까. 수박 겉만 핥기는 싫으니까 그랬다. 적당히 남의 다리나 간지럽히다가 점잖게 품위나 챙기고, 좋아하는 친구 어깨를 툭 치며, 호감 가는 이성에게 윙크 하나 보내는 게 낫지 뭐하러 그랬겠나. 인터넷의 험담가와 술집의 조롱꾼을 굳이 자처할 필요가 뭐겠나. 민감한 이슈만 요정처럼 톡~ 건드리고, 잊어버린 향수만 팅~ 일깨워주며, 묻어버린 대망만 퐁~ 하면서 되살아나게 만들면 그만이지, 어? 대체 뭐하러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악역을 자처하여 부글부글, 살살, 간질간질 그 어떤 감정을 끓어오르게 만들었을까? 만약 그게 잘 되어 뚜껑이 확 열렸나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잘 참았나, 이미 진작 등 돌렸나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애청자랄지 독자는 그렇고, 그럼 궤변가는? 그분은 그 일이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웠고, 누워서 떡 먹기처럼 마냥 좋았을까?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기쁘기만 했을까? 그럴 리가 있겠나. 그야 어쨌든 왜 그랬냐,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짜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의 속마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와 남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는 건 다 똑같은 얘기와 포장지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범작은 빼고라도 투정, 응석, 불만, 짜증, 비난, 악담, 독설, 장난, 농담, 허풍, 수다에 자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말을 섞고 그분들의 속마음을 엿들여다 보는 호의를 실천해보자. 인터넷의 댓글을 읽어보자. 사안의 X축, Y축, Z축까지 섬세하게 따진 다음에 하는 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진짜 많지 않다. 그러니까 어른이 되어도 내가 나를 잘 모르고, 내가 지금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판단을 잘 못한다. 나는 잘 살고 있는지, 내가 하는 건 사랑인지, 이 풍요와 호사가 내가 처음에 바랐던 꿈인지조차 판단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아울러 귀는 팔랑거리고, 잘난마-타석마-거포마-재주마들이 (루저 입장에서 보기에는) 설치는 세상이다.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안 그래도 세상은 학예회다. 그래서 말이 길어졌던 거다. 그건 그렇고. 앞서 나온 주제에 대해서 각자의 입장은 그렇고, 무기명 투표로 사람들 말을 들어봐도 어느 정도 방향성은 공통된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원숭이과에서는 무기명 투표 결과의 순위는 잘사는 환경을 기준으로 뽑힌다. 물론 친구끼리 농담으로 하는 얘기는 그렇고, 후천적으로 국적을 바꿀 생각은 대부분 없다. 그런데 원숭이과가 아니라 선택권을 동물원 전체로 넓히면! 그렇다면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를 아시아라고 부르지 말라! 원숭이권에서는 그쪽을 많이 부러워한다는 점, 사실이다. 배울 점이 훨씬 많고 의식이나 교양을 차치하고 삶의 여유가 있으니까. 그렇지만 미움도 같이 받는다. 왜? 정치 때문에. (죄가 밉지 사람이 미운 게 아니다. 일부 정치성이 싫지 일반인이 싫은 게 아니다. 극단적인 일방성에 반대하기 때문에 잘못된 건 잘못된 거라고 말한다는 점. 감정이란 알고보면 다 위에서 만드는 거다. 다른 건 다 앞서도 정치적 시간표는 거북인데 어떻게 방관하겠나) 원숭이가 자기를 원숭이라 부르지 말라? 사자나 늑대와 기린으로 태어난다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바로 그 감정, 불편하지만 열등감과 일부분 직결된다. 아닐 수가 없다. 자존심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더더군다나 만약 내가 자존심 상급이다? 불쾌해질 수도 있다. 허세가 된다? 그러면 허세로 기분 전환 하겠지만, 허세가 안 된다면 바텐더든 누구든 그분의 기분을 풀어줘야 한다. 내 상처 받은 허영심? 동기부여 강연회든 어디든 가서 위로 받아야 한단 말이다. 안 그래도 재능으로써 불공평해야 할 공정 경쟁에서조차, 일부분 불공정 경쟁이 되어버렸다. 인종 차별이란 말, 들어도 들어도 한도 끝도 없다. 성 차별? 불과 얼마 전에 유서 깊은 명-골프장에서 여자 입장을 역사상 처음으로 허용했다. 동성애의 커밍아웃, 많이들 하지 않는다. 세상은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자면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공정 경쟁조차 불공정 경쟁이니, 시기와 질투와 종목도 수많은 차별 때문에 역차별이 발생한다. 흔한 말로, 말하기 좋아하지 않고 나서기는 싫어하는 선녀에게까지 말이다. 더불어 아무리 형편없어도 상장도 선심성으로 때로는 초딩에게 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시장은 혼탁해지고 생태계는 무질서해져서 하나둘 지구는 새로운 문제들을 떠안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이 더 이상 심화되기 전에 우리는 깨우쳐야 한다. 나는 루저니까 인상만 팍 쓰며 여차하면 재롱 피울 궁리만 할게 아니라. 고로 유명인은 유명인이고, 일반인도 1 대 1로 만나자. 동격으로 마주보자. 단, 죽네 마네 엄살꾼은 딴 친구가 봐주던가 말던가. 안에서 바깥이 부럽다면 바꾸면 된다. 스승의 그림자 조심에서 날 밟고 올라서라로. 나는 예외에서 나부터로. 평소에는 반말일지라도 반반 섞어서 꼬마들한테 존댓말을 하면 된다. 세금 많이 내기는 절대 싫고, 북유럽 같은 탈권위는 멋져보이는데, 나는 야망 같은 거위의 꿈은 차마 포기할 수 없다? 밤의 황제가 품는 도둑놈 심보, 동화책에서 읽은 그대로다. 딸랑딸랑, 반짝반짝, 뿌잉뿌잉? 애들이나 어른이나!
결국 모든 기준은 웨스턴이다. 구글이 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이 소설도 처음에 제목을 알파벳이라고 지을까 라면서 살짝 고민했다. 일찍 후보군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건 뭐 쓸데없는 얘기고, 그건 그렇고. (리모콘 클릭) 저 꼴 보기 싫은 인간 또 나왔네, (리모콘 클릭) 내가 저 꼬락서니를 또 봐야 하다니 나도 참 한심하다, (리모콘 클릭) 거 참 나 허허 저 재수 없는 인간 또 나왔네, (리모콘 클릭) 쟨 뭐 병이야? 해도 해도 끝이 없어 아 웬간이 잘난 척 좀 해야지. 꺼 꺼 안 봐 안 봐! 에잇, 술이나 마시자! 쥐의 취향과 너구리의 안목 사이에서 나는 물개박수나 치고 하루는 신부들러리, 하루는 병풍으로 그것도 일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정말로 그러라고? 그렇게 사느니 나는 도리어 모험을 떠나겠다! 라~고 해서 정당하게 유학가고 합법적으로 이민을 가면 좋다. 왜 나쁜가. 얼마든지. 다 괜찮다. 내 인생은 나의 것. 재밌는 지옥이 좋으면 남고, 심심한 천국이 좋으면 떠나는 거다. 둘 다 싫으면 험담가와 호사가를 겸하면 그뿐. 그래? 그러면 빠삐용이 향했던 신세계는 어떤가? 과연 어떨까? 이언 매큐언과 줄리언 반스를 읽네, 노벨상 50개 100개 받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니! 우리가 아는 가전제품의 최초 발명자들의 나라네? 원소기호 발견자의 조국이네? 세계 4대 패션쇼의 현장이네? 세계4대 테니스 대회가 일상이네? 학창 시절 들었던 헤비메탈 밴드들의 본고장이네? 이미 종료된 고전음악 제1전성기를 누린 행운아들이 여기서 작곡했다니. 몇 발짝 옮기니 드뷧시의 묘소가 있고, 또 몇 발짝 옮기니 빅토르 위고의 묘비명을 직접 읽을 수 있단 말이야? 한 나라 안에 경마장이 무려 300개요, 우와 축제들 보소 와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구나! 옆 동네에 가니 워워워 옷이 글세 전부 다 메이드 인 머머!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뭐야 이거! 사람들이 전부 영화배우잖아? 또 옆 동네에 가니 엽서나 달력 그림에서 봤던 바로 그곳. 인터넷에서 읽은 그 얘기도 생각남. 허드슨강을 보니 거기 강물이 여기 뭐보다 깨끗하다고. 뭐, 진짜로 그렇다고? 정말로? 야 야 가자 가자 떠나자 떠나자, 희망의 나라로 가잔 말이다. 오리가 진짜로 왕이고, 골프장에는 악어가 살고 운전하다 곰을 만나며, 캥거루는 짜증나도록 흔하고, 덩치 큰 야생 동물이 먹을 걸 찾아서 시골 집에 기웃거리는 그곳으로 가잔 말이다! ~라면서 여행을 가면 좋은 일이다. TV로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아예 국적을 옮기거나 그래 (딱), 그저 백수로 한 삼 년 살고 와도 된다. 그게 좋겠다. 거기서 연애도 하는 거지. 내가 만약 어디에서 태어났으면 그냥 막... 워─워─워! 좋다. 괜찮다. 공상은 자유고 그 정도면 실천도 건전하다. 싹 다 괜찮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이름도 이상한 뭐, 원정 출산? 어쩌다, 그게, 산업이 되어버렸다니! 물론 다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술집에서 험담에 짜증에 온갖 불만을 투덜대다 딱 계산할려고 하니 아까 내게 한마디 흘렸던 양반이 이미 계산하고 가셨다니. 글쎄 어떤 말이냐면, 형씨 달라스도 그럭저럭 살만 하답니다! 아 나 이거 원 거 참 진짜 허허, 글쎄 이거 말이 아니로구만! 또, 뒷머리 벅벅 긁게 만드시는군. 물론 개인차는 있다. 그래서 1부 리그의 벤치냐, 3부 리그의 주전이냐로 나뉘는 게 당연하다. 번잡한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축구 뿐만 아니라 경마도 그렇다. 큰 시장에서는 마권 사는 걸 성실하게 주업으로 삼아 단타만 치면 웬만한 월급쟁이처럼 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런다. 왜 여기는 규제가 어떠냐며 투덜거리지. 하지만 가면 말도 안 통하고, 외모도 딸리고, 돈도 없고, 다 귀찮고, 응? 그냥 불만 많아도 여기가 좋은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된다느니 어쩌니 하며, 친구와 허세 대결을 하는 게 재밌긴 재밌다는 거다. 옛말에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란 말이 있다. 그처럼 도대체 큰 물이란 게 대체 뭘 뜻하는가를 알 필요는 있다. 라디오와 TV 전성시대를 지나서 인터넷과 핸드폰이 신성으로 떠올라서 많이 평평해지긴 했다만 말이다. 이와 같은 사정에 근거하여, 그러니까 드물게 하늘에서 즉 진짜로 구름 위에서 애를 낳은 경우도 있긴 있다. 통상 그 방향은 일반적이거든. 그야 어떻든 공부는 내 길이 아니었고 일찍 성숙한 친구들이 명언을 남발해서 재밌긴 재밌었다는 거다. 그 친한 친구들이 우리는 우리는, 남자는 남자는, 인생은 뭐라 뭐라! 곧 어째서 그 무슨 차이가 중요하냐면 본능이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겸양이냐 잘난 척이냐, 자존심이냐 자존감이냐, 겸양이 아니라 잘난 척이 순위가 앞선다고. 따라서 어른들의 자랑 대회와 어른들이 주인공인 학예회를 보아하니 그 세계에서 때로는 뭐가 겸손이고, 뭐가 꼴불견이며, 뭐가 고급스런 농담인지 이따금 간혹 헷갈려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하루는 즐겁게 으쌰으쌰, 또 다음 날은 쓰디쓴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의 비밀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잡을 듯 잡을 듯 잘하면 잡힐 것 같은 얄미운 행복을 논하는 듯 하다고나 할까? 그러니 그 뭔가가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고로 이 정도면 드디여 자랑 대회 본선에 참가해도 된다는 출전 자격을, 아조 그냥 겨우겨우─아득바득─영차영차─빠득빠득─알짱알짱 획득한 것 아닐까? 그런데! 전보체로 간략히 설명한다는 게 그만, 수다를 압축한다는 게 그만, 또 다변이 되버렸네 글쎄. 또! 어쨌거나 저쨌거나 넘어가고. 여기까지 <젠체>에 대한 부언 설명 끝. 어찌 됐든 인생의 전성기를 훌쩍 지나면 깨닫게 된다. 내가 그때 왜 그랬지 라고. 내가 무슨 응석꾸러기도 아니고,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친구들을 굳이 싫어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럴 만 하니까 그랬겠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하라, 무엇보다 막살자, 뭐가 됐든 '아니면 말고'가 있으니까 아무 숙녀한테나 눈독들이고 들이대며, 그 어떤 욕망의 대상이든 일단 외치자. 자, 덤벼라 세상아! 라~고 내가 말했다고? 진짜로? 그러니까 언제? 누가, 내가? 정말로 내가? 그러나! 하지만 궁지에 몰렸다고 뽑아들 카드가 바닥난 건 아니다. 뻔트도 있고 개구멍도 있다. 바이브레이션만 창법이냐 샤우트 창법도 있고 장르는 다양하다. 여차하면 머머주의를 창시할 수도 있다. 머머-머신의 고안은 문제도 아니란 말이다.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나. 그땐 변명, 설득, 자랑, 반성, 후회, 합리화, 이론으로써 포장술도 있고 장광술이라는 방법도 있다. 바로, 젊음은 원래 그런 것일 뿐이다 라는 거리두기. 청춘은 그럴 수도 있다는 관망으로 변론은 대체될 수도 있다. 무엇이? 그 어떤 아니꼬움과 건방짐과 촌스러운 활약상, 생각없는 막살기, 젊음의 방황, 바보 같은 거드름이 말이다. 그렇지만 논쟁은 재밌다. 인생이 증거다. 그래서 반박문은 이어진다. 참 오래도 기다렸다. 어느 소문난 1인극이 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그러지? 자, 그럼 이제 막살자 측의 변론을 본격적으로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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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상상처럼 자유로운 주관성. 건강한 줏대. 그것을 근거로, 사랑도 변심하는데 인생이라고 새로움과 즐거움과 다양한 쾌락을 찾아 포지셔닝을 바꾸고, 정체성을 수정하는 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일까? 잔재주─큰 기술─운수, 그 셋 중에 내게 부족한 게 내 잘못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말이야, 인생사라는 게 말이야 필요하다면 융통성 있게 아부도 떨줄 알아야겠지. 때로는 남자답게 일부러 내 자랑을 먼저 슥 떠벌렸다가, 그걸 빌미로 누군가를 구워삶아 홀딱 넘어오게 만든 다음 간사마를 탈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라네. 옆구리 살~살, 어? 발바닥 살~살, 응? 자신의 성공을 믿는다면 말일세. 인생이란 다름 아니라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것이라네. 글쎄 아끼면 꽝된다니까! 내일의 행복과 사랑을 바라지 않는다면 또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적시에 자기애에 승부를 걸어보란 말이야 이 친구야, 어? 일단 나만 믿고 따라와. 잔말 말고 따라오라는 그런 우정이 아니라, 미래의 귀인을 알아보는 의전이라고 이 양반아. 왜 그걸 모르나. 어? 난 구단주고 자넨 모든 언론에 대서특필된 특급 신인이라고. 나는 자본 자네는 거물! 응?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라 행동해야 할 때라는 걸 명심해야 해. 여차하면 행운마에 올라 탈 순번은 다음 타자한테 넘어가버려. (고개 까딱) 앞으로... 언제까지 우리가 함께 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음... 나는 그래. 함께 하는 동안 만큼은 적어도 내 편에게는 환상의 끝을 보여준다, 물론 동급에게만! 그게 내 신조네. 내 평판, 내 별명, 마담들이 부르는 내 애칭,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언제 어떻게 나랑 일했다, 라는 건 이 바닥에서 바로 꼬리표란 말일세. 알게 모르게 통용되며 쉬쉬하는, 승승장구라는 이름의 고유 상표라고. 어? 거 참 나 이거 정말, 내 입으로 내 자랑 할려니까 무척 쑥스럽구만 그래. 허허. 넘어가자고. 고비만 넘으면, 그게 그러니까,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장미꽃밭은 물론이요 황금성 다음에 보물섬까지 몽땅 때려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건 스스로 추론하시게. 근거는 적지 않을 테니 말이야. 긴 얘기는 입 아프거든. 길조가 상상되든 불길함이 암시되든 커팅식은 본인 몫이라고. 아닌 말로, 남자는 문지방을 넘거나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어쩐다는데, 천국행 티켓을 구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 아찔한 결정권, 그 화사한 기쁨, 그 바나나 껍질 까기까지 빼앗을 수는 없다오. 그래서야 쓰겠나! 뭐 깐 바나나 또 깔 일 있나? 에잇~! 허허. 우리가 아직도 머머하는 법 같은 노란 책을 읽고,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며 펭귄클래식이나 들고 다니고, 뉴튼을 흉내낸다면서 물 좋은 나이트클럽이나 전전할 수는 없지 않겠나. 아니 그런가? 대작전이 나중 그림대로만 된다면야 그딴 호박 한둘이 문제겠나? 말 나온 김에 선명하게 1가지 행복과 2가지 호사, 3가지 사치, 제5의 부귀영화에 대해 잠깐만 언급하고 넘어갈까? 왜 안되겠나. 잔잔한 명목과 은은한 소품들 죄다 빼고, 일단 사랑스런 가정 하나와 명화는 걸작으로 두 점. 이 친구야 두 집 살림은 나도 싫다고. 허허. 뭐든지 많으면 감당 안될 테니까, 그러니까 딱 그것만. 은근히 앙증맞은 거 다 빼고라도 말이야. 그리고 애첩 10명에 명차 100대? 아하, 집에 레이저 시스템도 설치해야겠군. 왜, 그 흔한 요트도 없고 너무 귀여운가? 허허. 사치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제법 벌써 귀찮아지는군 그래. 참 이상하게도 말이야. 허허 농담이고. 그러니까 말일세, 사람이 너무 깨끗하면 못써. 현장 경험이 없으면 사극에서 이방역을 떠맡을 수도 있다고. 숙녀는 허영심 지수 50이 귀감이고, 남자는 허세 지수 50이 모범이야. 일단 기본은 모데라토에, 몸 풀리면 안단테 칸타빌레요, 불리하다 싶으면 뭐겠나? 뭐긴 뭔가 스케르찬도지! 그런 거야. 그런 거라고. 먼저 숙이고 들어갈 때는 따로 있으니까 아무 때나 굽히지 말고. 미안하단 말도 유감스럽단 말로 대체 해. 특히, 무턱대고 분위기 타서 막 자기 자랑하지 말고. 우리 같은 캐릭터는 둘 중 하나야, 신비주의냐 푼수냐! 알겠어? 그야 뭐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또 보자... 음 그거. 한 번 결탁하는 건 내 맘이지만 나가는 건 또 다르다는 촌스러운 대사, 그런 거, 일절 생각하지 마시게나. 시시한 영화랑 인생 드라마는 다른 거니까 말이야. 눈 한 번 딱 감고 끝나. 그 뒤로 저 세상까지 내내 무지개 너머 오로라! (쉭─쉭─쉭─)! 응? (딱), 끝! 저급한 표현으로 뭐 1급수니 뭐니 그거라고. 뭔 얘긴지 설마 모르진 않겠지? 난 처음부터 자네를 그렇게 고지식한 작은 그릇으로 보진 않았네. 물컹한 듯 보이지만 돌려보면 메마름도 보이더라고. 그런데 또 썩 뻣뻣할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꽤나 물렁한데? 그 흔한 그저 그런 물건이 아니었다고. 그래서 난 고 잡것 막 그러면서 딱 결심했지! 그러므로 부디 내 안목이 뼈 아픈 착오로 판명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네. (윙크) 그러니까 이상한 장르를 떠올리며 비겁하게 어둠과 손 잡는다 반군과 결탁한다는 둥 자존심을 굽힌다 뭐 그런 게 아니라,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는 방법은 여러가지란 말이지. 자네, 왜 사람들이 과감할 땐 과감해야 한다고 하는지 알겠나? 왜 세간에서 웨이터 미스터 '막살자'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걸까? 왜냐하면 이 세상이 험난하고 거칠기 때문이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부분 비극임을 잘 알지만, 누구나 희극적으로 살고 싶으니까. 응? 특히, 매사 소심하고 욕망에 소극적인 친구들! 그 친구들은 사석에서야 으쌰으쌰 우정일 테지만 사회에서는 최소한 강적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다섯이야. 그 다섯이 무엇인지 알겠나? 읊어볼 테니 맞나 틀리나 가늠해보는 재미를 만끽하시게나. 자, 꼽아봄세.
첫째 재주꾼들, 둘째 적극적인 사람들, 셋째 행운아들, 넷째 거꾸로맨들, 다섯 째 이 다섯 째가 내 말이 길어진 이유야. 다섯 째는, 다섯 째는 거친 친구들이야. 세상만 풍파가 있냐 나는 야망이 있다! (딱) 그러니까 아니면 말고 라는 정신이 호객꾼들 뿐만 아니라 만인에게 인기란 말이네. 그 뿐인가? 내가 왜 그걸 알아야 하는데! 그것도 있겠지? 여기서 끝일까? 그럴 리가 있나! '너는 너고 나는 나다'도 있겠지. 또 있겠지. 그건 뭐다? (딱) 알게 뭐야! 교체 멤버 기다리기 지루하시겠네. 그런들 어떻고 아닌들 어떠하리, 들어봤겠지? 남자가 여자에게는 '다음 사람에게는'이, 여자가 남자에게는 '묻지마세요'가 있겠지? 아 노래 제목으로 말이야. 여기서부터는 후보군이 너무 많아. 많아도 너무 많아. 때문에 설명이 너무 방만해진 느낌이 있으니, 차분하게 우리도 논객보다 문사의 풍류에 가깝게 생각해보세나. 그럼 또 뭐가 있을까, 옳커니! 양심? 교집합이 존재해야 옳겠지만 때로는 대망이 그분을 포근히 품을 수도 있다는 게 이 세상의 이치라고. 원리가 그래. 흐흠. 그럼 뭐 반칙? 판을 바꾸면 그마저 작전이 된다고. 기록? 편집이 뭐 어렵겠나. 그 어떤 친구들이 잔재주는 다망하고, 큰 기술도 유망한데 왜 어느 문턱에서 고개를 돌렸는지 그 이유를 아시나? 그 양반들은 다 좋은데 행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잔꾀가 부족했던 거라고. 잔머머는 다 뛰어난데 하필 그걸 깜박했으니까. 그래서 혼탁한 속세에서 벗어나 고고한 무명으로 낙향한 걸세. 그러니까 내 말인즉슨 지금 형편을 보아하니, 말하자면 지나가는 관례의 끝물이란 말일세. 우주로 떠나는 여행선 그것도 막차가 곧 출발하게 생겼는데, 그럼 우선 타고봐야 하지 않겠나. 지구 상황은 SF 영화처럼 급박할 테고 말이야. 어? 어차피 우리가 갈아타야 할, 본선에서 활약해줘야 할 진짜 늑대마는 저 멀리 있거든. 언제, 어떻게, 무슨 경로로, 다 준비되어 있지. 허허. 혹시라도 말이야 야심만만, 난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군 그래. 음 그럴 수 있어. 어쩜 그래야 하지. 이해해. 가상해. 정말 기특하다고. 어쩜 안 그러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지. 그게 정상이라고. 그럼. 그런데, 아니야. 아니라고. 그런 거 절대 아니라고. (손가락 노─노─노─노─노─!) 이왕 생명체 중에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멋지게 살라, 그런 단순한 말도 아니야. (뚜벅뚜벅) 그렇다면 필경 1보 후퇴했다가 개구리처럼 저 멀리 펄쩍 뛰란 말도 아닐 테고. 왜냐하면 그 타당한 이유는 이 때문이지. 그건 바로, 우리가 탄 말은 조심성 끝장인 예민한 고양이의 탈을 쓴 엉뚱한 강아지걸랑. 아는 사람만 아는 얘기지. 허허허.
(쉬는 시간)
(Zz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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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깐만! 좀 전에 말한 다섯 가지 이유. 왜 내성적인 친구들이 때로는 적극적이어야 하는가? 어째서 순진한 사람도 당찰 필요가 있는가? 곧 할 말이 많지 않은 친구들이 주의해야 할 상대에서 여섯 째 이유를 더하는 걸 깜박했네. 여섯 째는 이거야. 여섯 째는 좋게 말하면 확고한 주관이요, 덜 좋게 말하자면 '넌 뭐야'라는 자세를 말발과 글발로 교묘히 포장하여 뭐든지 우기는 사람. 물론 '늬 까짓 게 뭔데' 라는 도전 의식도 필요해. 그런데, '내가 왜 그걸 알아야 하는데?'라는 줏대도 지나치면 안된다는 의미야. 유명인, 권위자, 전문가, 달변가, 능력자, 사기꾼에서 여섯 째가 적지 않다니까. 그분께 동조는 어렵고 주장은 쉬워. 주장도 그때 그때 다르고. 왜? 말이 좋으니까. 하루는 아니면 말고, 하루는 그때 당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해. 생각이 바뀌는 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고 하면서. 응? 이분들은 여간해선 사람을 깊게 이해할려고 하지 않지. 그저 존중한다, 끝. 설득당하지도 않아. 아는 게 그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설득을 당하나. 뭔가 납득이 안되는 일이 있으면 대체로 자기식으로 해석하지. 심지가 그렇게 굳은데 어떻게 귀가 코끼리처럼 팔랑거리겠나. 안 그런가? 그건 잘 모르겠다─알아본 다음에 말해주겠다─그건 내가 틀렸다─내 잘못이다─미안해요 라는 말을 이분께 바란다면 그건 애초에 번지수가 틀린 셈이지. 여섯 째가 잘나고, 웃기고, 행복할 수도 있어. 다소 얄밉긴 하겠지만 사람이 아주 나쁜 건 아니야. 어떻게 보자면 아마도 단지 다를 뿐이겠지. 딱따구리냐 앵무새냐, 그 차이니까. 그런데 여섯 째는 속칭 꼰대에 가까워. 만약 여섯 째가 말하는 걸로 먹고 산다면 괴짜랄지 푼수에 가까울 테야. 드물게 명물 촌닭이랄지 망아지 꼴통도 이 범주야. 남자는 보통 어느 정도 여섯 번째 특성을 조금은 띠어야 해. 동물의 세계 그 다큐멘터리 특성상 안 그럴 수가 없으니까. 상대가 자기보다 잘나가면 말수를 줄이고, 그렇지 않으면 말수가 확 늘지. 그러니까 나이나 출신이랄지 권위가 나보다 낮으면 할 말이 많아지겠지? 서열 먼저 따져서 말투부터 위에서 누른다고. 꾹꾹! 힘껏! 그런데 나보다 많이 위거나 내가 잘난 체할 수 없는 분야다, 입 딱 닫고 침묵하지. 부럽지 않은데 부럽다? 표정 망가지지. 앞에선 친한데 등만 돌리면 욕하는 사람도 있듯이 여섯 째의 특징은 쇼맨쉽이 좋아. 만나고 듣고 읽어도 그땐 혹하는데 지나고 나면 남는 게 없어. 그래서 뭘 좀 아는 사람이라면 여섯 째의 말을 들으면 반론의 양을 챙기고, 글을 읽으면 좋게 말해서 대칭되는 논거의 결을 확보할 수 있다구. 실제 시간이 그처럼 넉넉하면 좋겠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홈런타자에게 야구공이 수박 만하게 보인다는 너스레처럼 인문학이라지만 말을 듣으면 코메디가 보이고, 글을 읽으면 몇 쪽 훓어보다 절레절레하며 책을 덮는 게 누구나 되는 건 아니야. 말과 노력만 타석주의가 있는 게 아니라 인생도 똑같아.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경험을 많이 해도 모른 사람은 끝까지 몰라. 속는 사람은 그만 좀 속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절반은 인문학인데 절반은 코메디를 듣고 보고도 앞에서는 끄덕끄덕, 완전 감동이라고 하지. 그러면 물개박수가 절반은 물개박수가 아니란 말인가? 하긴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그리 쉽겠나. 여자들만 말하면 곧이곧대로 다 믿을까? 아니야. 남자라고 뭐가 다르겠나. 잔지식파로 어디서 썩 안 빠지는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쓱 흘려봐. 와 저기 식료품점에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 미모가 장난 아닌데? 설마 늬가 벌써 꼬신 건 아니지? 라~고 하면 그 친구는 엉덩이 근질근질하다가 그새를 못 참고 벌써 확인하러 달려간다니까 글쎄! 그런 다음 갔다 와서 표정이 영 이상해. 아 속았다 워 짜증난다 이 자식이, 그거지. 그러니까 할머니 말씀이 그런 거 아니겠어? 남자 말을 믿느니 차라리 옆집 강아지 말을 믿겠다고! 그러니까 오히려 그분들이 엄한 베팅하느라, 헛똑똑이로 이상한 데 투자하거나, 1원짜리만 벌벌 떨며 아끼다가 술 취해서 그 어떤 말을 할 뻔 하다가 꾹 참아. 눈물 젖은 빵이 아니라, 콜라 없이 최저가 햄버거를 분위기 으쌰으쌰 맛있는 척 먹어보지 않고서는 인생을 논하지 마시게나. 응? 보통 사람들이 이런데, 대중을 위한 장사? 아 속느냐 속이느냐라니까 그러네. 황금바 007 박스? 눈 먼 돈이야. 여섯 째라고 이마에 딱 씌여진 사람이 강연을 해. 그럼 말을 들으면 자칭 인문교양학자겠지만 보아하니 절반은 개그맨이거든. 말은 좋은데 말만 좋거든. 응? 껴들면 안되거든! 그게 뭐다? 거품 장사야! 유행가는 좀 달라도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가 대체로 그래. 10년 전 당시의 베스트셀러를 읽어봐. 그럼 드는 생각은 그거야. 뭐야 그때 사람들은 진짜로 이걸 정독했다고? 당최 이해를 못하면서 놀라는 게 정상이야. TV로 복고풍 패션을 보면 완전 촌스럽지 않나. 자기 사진들도 그렇지 않나. 그게 다 쇼이기 때문에 그런 거야. 그 선봉은 누구다? 그래, 오락산업! 저기서는 스타인웨이 앤 선스와 포르쉐가 평균인데, 어디서는 스미스 앤 웨스 앞에서 시위를 한다랄지 돌체앤가바나 선그라스를 끼고서 베인앤컴퍼니에 첫 출근하는 거지. 복장이 그게 뭐냐고? 개성이 강하면 승승장구하거나 고생길이 훤할 수 밖에. 사랑은 첫인상이니까. 주인공보다야 신부들러리가 훨씬 많을 테니까. 이 양반아 인생은 속느냐 속이느냐야. 어? 세상사라는 게 알고보면 그거라고.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나오는 건 결국 피자! 아 그거란 말일세. 응? 뭘 비판하면 좋은 풍자도 있겠지만 인종차별도 알고보면 하나는 진짜로 인종차별인데, 하나는 취향 차이, 하나는 개인의 자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존감이 풍파에 시달리기 때문에 소란스러운 거라고. 심하고 약한 정도의 인종차별도 있겠지만 퍽 애매한 정도의 인종차별이 죄라면 험담도 죄고, 교리를 어기는 신도도 문제야. 아무튼. 그래서 순진한 독자, 권력이 약자인 시청자, 할 말이 많지 않은 분이라면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빼았길 공산이 크다고. 즉 돈 아니면 시간을! 뭐 둘 다? 것도 크게? 그만 그만! 아니 아니 아니, 아직 아니야. 단순히 동기 부여 강연을 보고 끄덕끄덕하는 건 괜찮아. 동기 부여랄지 강연이란 건 말 그대로 들뜬 느낌만 얻고, 강한 결론 한두 개만 건지는 게 주-목적이니까. 그건 괜찮아. 나중에는 다를지언정 논픽션을 산 돈이 아깝다거나 시간 때우기로 픽션에 속는 건 좋아. 그런데 그게 아니라 여섯 째 분과 사랑으로 얽히고 일로써 밀착한 관계일 때, 그게 진짜 문제지. 여섯 째가 강연을 하신다? 300인 앞인데 좋은 흐름이자 발동 걸린 맥을 누군가 자꾸 끊으면 그래. 강의실 밖으로 나가라고. 또는 나한테 열등감 느끼지 말라 하시지. 거울을 보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열등감이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아는 거야. 나는 지금 막 빡빡 우기고 있습니다요, 제가 준비한 1인극 꽤나 웃기죠? 사람에 따라 제가 꼴도 보기 싫으시겠죠 네 그럼요 빨빨거리며 돌아당기고 걸핏하면 잘난 체나 하니까 말이에요 안 그럴 수가 없을 꺼에요 라고. 원맨쇼 하는 학자랄지 개그맨 입장에서는 간섭이 심하면 그럴 수 밖에 없어. 안 그러면 연설이 실패하거나 주인공이 바뀌는데? 처음부터 병풍도 아니고 주인공 하다가 병풍 되기는 그야말로 최악이거든. 곧 그보다 원래는 그래야겠지? 질문은 나중에 한꺼번에 받겠다 라고. 그런데 300인 앞이 아니라 1인에게 말하는데 내 말을 끊네? 내 앞으로 너한테 두 번 다시 이런 심도 깊은 얘기 안 한다, 그러면서 겁박해. 또 권위야! 툭하면 서열. 밑도 끝도 없이 예절. 아무 때나 체통. 여섯 째는 그런다고. 통상 우리가 아는 좋은 스승은 질문을 반기고, 좋은 아빠는 아이가 뭐에 새롭게 관심을 보이면 막 좋아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말이야. 응? 괜히 부인 말도 들어봐야 하지 않나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네. 허허허. 쓸데없이 여섯 째 얘기가 길어졌군 그래. 공연히 나 혼자 흥분했어. 에이~! 난 몰라도 자넨 여섯 째가 아니니까 안심하고. 자, 흐름을 이어가자면, 그러니까 예선에서 하수처럼 힘 빼지 말고 눈치 보며 관망 해. 허나 중요한 순간 딱 그 한 번 정도만 등번호 7번 멍멍이의 흑심을 충족시켜주란 말인 거야. 진짜로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막 그 애처롭고 개-귀여운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단 말인가? 꼬리 살랑살랑 주인님 주인님 꼬리 살랑살랑, (딱)! 단, 나는 물론 남에게도! 아 남 생각 먼저 해야 할 거 아닌가. 응? 세상에나, 우리 같은 이타주의자가 어딨겠나. 안 그런가? 고로 뒷짐 질 때랑 집중할 순간은 구분해야 한다고. 많이도 말고 딱 1번. 아울러 예전에는 그게 인습이자 평균값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절대로! 아시겠나? 자네 가슴 속에 자리잡은 궁극적인 선망 그 고결한 이상이 무언지는 내 모르겠네만, 예전에 혹시 키다리 아저씨가 되고 싶단 생각 해보지 않았나? 하루에 착한 일 하나랄지 찰스 디킨스 소설에 나오듯이 친구를 어떻게 도와라 라는 일에 대해서 뜻이 아예 없진 않았을 것 아닌가. 흔한 얘기로 환경이랄지 옳은 행동주의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일조하고 싶은 건 인간의 고차원적인 본능이라고. 아니 그런가? 그런데 그럴려면 일단 내가 유복해야된단 말이네. 그래야 가난한 사람들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 수 있고, 불행한 자들에게도 돈방석에 앉을 기회를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결백이고 도덕이고 다 좋네만 업사이드 깃발이 올라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반칙인지 아닌지 어떤 애매모호함이 1번 선행된 다음 999번의 덕행이 뒤따르면 되는 거라네. 한번 생각을 해보란 말일세. 아 순서가 그렇지 않나. 500번 선행을 베풀다가 1번 넘어졌다 일어나서 다시 슬럼프를 이겨낸 다음 499번, 아니 1001번의 환상을 선물할 수도 있지 않겠나! 행복한 결말이 일찍 온다면 카페 피카소의 외상값 문제는 다 해결되게 마련이야. 거포가 통쾌하게 빨랫줄 타구로 홈런을 쳐서 1점을 얻나, 대타가 땅볼 안타로 1루로 뛰다가 중견수가 가랭이 사이로 알까기해서 그라운드 홈런으로 1점을 얻나, 그게 그거 아닌가? 바에 갔다가 카페에 가나, 카페에 갔다가 살롱에 가나, 뭐가 다른가. 대어를 낚나, 월척이 잡히나. 사과를 따던가,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던가. A는 아기자기한 사랑, B는 오밀조밀한 인기, C는 짜글짜글한 주름이 아니라 쾌락! A는 B다 B는 C다, 고로 A는 C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뭐가 문제냐고! 어? 아무렴 어때!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 땐 가죽점퍼를 입을 수도 있고, 어쩌다 나비넥타이를 맬 수도 있단 말이네. 어디 숙녀만 에스코트하란 법 있나? 내 인생은 소망조차 못 품게 내버려둔 채? 그러니까 다른 무엇도 아닌 내 꿈을 방치한다? 물론 소소한 행복감에 웃음 짓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내가 보기엔 말이야, 자넨 그렇게 그릇이 작은 위인이 아닐세. 응? 자네가 바라는 사랑의 세계에 파랑새가 살지 야수가 리더일지는 모르겠네만, 적어도 말이야, 투란도트던가 나비부인이던가 아 또 있군. 위대한 캐츠비 말일세. 음... 하오나, 꼭 할 말이 썩 간절하지 않다면 굳이 옛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 아니야. 사랑의 대사처럼 우리는, 만나야, 한다? 나는 그대만을 영원히 사랑하겠소! 넘어가자고. 응? 통과. 그러니까 자넨 아마 새로움을 몹시도 추구하기 좋아하나본데, 잡지를 읽고 TV를 보며 소문을 듣고서 골라도 돼. 호명을 하던가 다만 눈빛으로 비서에게 알리던가 말이야. 그 다음 이야기는 나도 모르겠고 말이야. 그 이상은 서로 관심 갖기 말기로 하세나. 허허. 어차피 우리는 누가 봐도 겉으로는 야성적인 하이에나랄지 의인화된 늑대거든. 슬리퍼 신고서 칵테일 마시며 여유 부리기 전까지 눈부신 미래를 위해서 하루는 가죽점퍼, 하루는 수트라고. 아시겠나? 한참 바빠야 할 현역이라고. 알겠나? 그러니까 지금은 전반-전이요, 전개는 이미 시작됐고, 이제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드디여 잔칫상에 숟가락을 쓱 올릴 시기가 임박했단 그 말일세. 허허허. 고로 나중 자네가 쓸 환상소설 문학과 인문교양서 인생론은 모두 이미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있는 거나 다름없어. 이제 뭔 얘긴지 알겠지? 그러므로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따라서 먼 훗날 바로 내, 혹시라도, 새콤달콤한 야망의 처참한 실패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네! 그 누구도 말일세. 아시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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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말에 딱 넘어가면 까딱 잘못하다간 막살게 된다. 잔머머가 아닌 큰 재주를 타고났고, 사연은 극적이었으며, 행운도 반복됐고, 노력도 했으며 뭘로 봐도 다방면으로 재주꾼들이 하는 말로, 아니면 말고? 그분들 단계에서는 맞는 말이다. 옳다. 멋지다. 재밌지. 흥미롭다. 있어 보이고 멋져 보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잔재주조차 비리비리하고, 운수는 남 얘기요, 노력해도 안되고 무엇이든 해도 안되며, 뭘로 봐도 허접하고 그만그만한 루저가 그분들 논리를 따라서, 아니면 말고? 똑같이, 아니면 말고? 하마터면 슈퍼스타의 <아니면 말고>가 루저에게는 <막산다>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 절대 쉽게 간과하지 마시길. 특히 주관이 흐릿하고 귀가 팔랑팔랑하신 분들 말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같은 말일지라도 자신감─자존감─자존심─자긍심을 선수와 전문가들은 멋지게 포장할 줄을 안다. 그런다고 곧이그대로 따라하며 곧이곧대로 그 뭔가를 믿으면 비전문가와 일반인들도 그 무엇이 될까? 드물게 별이 되기도 하지만 굳이 타율은 얘기하지 말자. 부자의 검소함이 가난에겐 사치일 공산이 크다. 똑같은 장난도 행운아게는 농담이요 패자에게는 허세다. 풍운아의 뻔트가 허풍꾼에게는 과소비요 유소년에게는 모험, 초딩한테는 꿈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악역은 성경을 인용한 대사를 읊는다. 사람들은 그 영화를 정당한 값을 치르고 본다. 그것이 내 마음에 들면 예술이고, 성에 차지 않는다 싶으면 외면이다. 간혹 뚜껑이 열려 골 세러모니를 선보이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걸 정식으로 공부하는 건 학업이다. 약식으로 즐기는 건 취미다. 그 가운데 도전자들이 상업에 진출하여 출세하면 권위를 뽐내겠지만, 실패하면 나만의 인생교양서를 쓸지도 모른다. 곧 성공하는 방법은 승자에겐 어쩌면 결과론 같은 것. 곧 누구나 행운의 크나큰 역할을 잘 알기 때문에 뻔한 얘기든 입바른 소리든 그건 관심없고, 나머지 비법이 과연 무엇인가가 소란스러울 뿐. 어차피 해도 안된다는 거 잘 아니까, 웃겨나 보라는 거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아도, 애니메이션처럼 코끼리 귀가 펄럭거려 하늘을 날아도, 대중은 겸양이나 행운은 걸르고 <아니면 말고>같은 자랑과 허세와 끼에 환호성을 지르는 거다. 그분들 의견과 심정은 이와 같다.
어차피 우리도 다 알고 있다는 거지. 될 놈은 뭘 해도 되고, 안될 놈은 뭘 해도 안된다는 걸. 규정 타석을 채워야 신인상이든 타율왕이든 1등 자격이 된다는 걸 누가 모른답니까! 그렇지만 무대가 아닌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끝까지 버티기도 힘들고, 제 길이 아닌 시도도 많다는 게 문제겠죠. 환경은 또 어떻구요. 그러니까 될 놈은 뭘 해도 되고 안될 놈은 뭘 해도 안된다, 그 말을 꼭 고깝게 말하거나 들을 필요가 없다 그 말이올씨다. 차라리 웃어야죠. 웃어줘야죠. 네, 그래야죠. 사랑은 뒷모습인 것처럼요. 안 그렇수? 어차피 행복한 성공이든 다정한 출세든, 알몸으로 태어난 인생이든 한 끗발 차이일 수도 있다는 걸 어른들은 결코 모르지 않거든요. 그러니 괜~히 우리를 위로한답시고 식상한 말 그런 거 하지 마쇼. 다만 제 말만 듣고서 그대로 하면 저야 좋지만서두, 혹시라도 밀려나면 그건 내 책임 아니올시다. 흐흠. 팬들의 호응에 일일이 모두 부응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면 브랜드는 결국 배가 산으로 가게요? 그러니 제 말은 한 귀로 듣고 부디 한 귀로 흘리쇼. 나는 내 인생을 살 테니 형씨는 형씨 마음대로 예기를 펼치시라 이 말입니다요. (마이크를 서로 뺐으면서 이 목소리 저 목소리 끼어듬. 뭐 나도 말 좀 하자야 뭐야?) 선수끼리 왜 그래요? 정말 이러깁니까? 위선을 벗어던져라 벗어던져라. 가식은 지나가는 개한테나 던져주자 던져주자. 잘난 척을 어디서 잘못 배웠냐 잘못 배웠냐! 약하다 약하다! 우릴 띄엄띄엄 알지마라 알지마라. 반성해라 반성해라. 우리가 바라는 게 정녕 뭔지 모르시나요? 우리가 원하는 건 뭐랄까 무대 위에서 개 100 마리- 천 마리- 만 마리가 마구 즐겁게 뛰어노는 것, 그걸 한마디로 뭐라고 하나요? 뭐지 뭘까 뭐드라, 난 정말 모르겠다! 거기 누구 아시는 분 없소? 들립니까? 네? 하늘이여 인간의 성원이 들리시지 않습니까? 허나 살면서 누구나 TV는 볼 만큼 볼 테니, 사극 배우 흉내내는 건 뭐 그리 큰재주라고 하긴 어렵소. 곧 우리의 바램은 설교 말씀이 아니라는 점. 우리의 소원은 놀자 잔치라는 것! 라는 식이다. 오락산업이 만들어내는 판타지가 대체로 이런 원리로 돌아간다. 하여튼, 앞서 긴 명대사에 딱 넘어가면 까딱 잘못하다간 막살게 된다. 그럴 것이다. 아마도 그 어떤 분들이 처음부터 막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행운이 안 따라줘서 그렇지 그분들이 보통 분들이 아니거든. 물건도 그런 물건이 없거든. 그러니까 슬리퍼 애인한테 속아넘어가는 건 보너스다. 그렇게 되면 무리수를 두고 반칙을 하며, 축축한 끌림과 척척한 유혹에 끊임없이 빠질지도 모른다.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디 쉽더냐. 비교라는 게 그렇다. 악순환에 빠져보지 않고 멋진 경험이 없는 상남자가 듣는 데 짜증나면 참지 못한 체 묻는다. 너는 머머해봤냐고! 난 머머해봤다 라는 뜻으로 말하지 않아도 루저는 저절로 삐딱하게 들을 수도 있다. 그러다 자기가 이기는 비교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나온다. 웃으며, 너네들 머머해봤어? 라고. 그래서 쇼맨쉽과 코메디, 교훈과 익살, 타인의 허세와 나의 과시욕은 비교도 하고 구분할 줄도 알아야 한다. 불륜과 사랑을 혼동할 게 아니라. 이기심이 나쁜 게 아니다만 그마저 이기적이 된다면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막살지도 모른다. 막산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느새 그러는 줄도 모르게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노익장도 좋다만 끝끝내 물개박수를 마다하지 않는 것만 봐도 애나 어른, 개나 남자, 여심이나 여우가 무슨 차이인가 모를 수도 있다. 그러든 어쩌든 어쩌다가 막살지도 모르나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면 된다. 시간은 지나간다. 그런데 막사는 데 젖어들어 아예 막사는 환상과 즐거운 환상이 잘 구분되지 않는 삶도 있다. 막살아보지 않고서는 막사는 데 대한 꿈꾸는 듯한 기쁨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산뜻한 젊음이여, 모르는 건 계속 몰라도 된다. 간접경험이 괜히 필요한 게 아니니까. 구태여 막살기 교본을 읽고 허풍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 에라 모르겠다 라는 슬럼프에 빠진 이도 인생과 싸우던 세상과 화해하던 내가 처음이 아니다. 곧 막사는 것도 층위가 있다. 패왕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사극에 나오듯이 미친 척 연기하다 극적으로 회생하는 서자가 될 것인가. 삶은 드라마일 수도 있고 브랜드일 수도 있다. 왜 사람들이 황금을 좋아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사랑을 동경할까? 왜냐하면 그 때문이다. 곧, 그냥 원래 그럴 뿐. 막사는 것도 순위와 핑계 그리고 희망이 있다. 아니다. 그 삶도 나쁘지 않다. 나는 막살자 웨이터에게 뇌물도 정기적으로 상납하며 막산다 업계에서 1인자가 되겠다? 그건 그럼 나중 둘 중 하나가 된다. 첫째 그는 헛살았다, 둘째 그의 인생은 불행했다. 으하하하하하하, 음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주관은 강직해지는 게 좋다. 개성은 발전하는 게 나을 것이다. 비판적으로 읽고 듣는 법도 알아야 한다. 나에 대한 불평도 겸허히 수용할 줄 아는 어른이 되야 한다. 악평과 비난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사람이 이해 못하는 사람보다 뭔가 나은 게 있다. 숙녀의 마음만 훔칠 궁리만 할 게 아니라, 말을 돌리고 말을 뺐을 줄도 알면 좋을 것이다. 아 친구끼리는 말로써 핑퐁이 되지 않나. 속셈을 간파하고 의중을 읽으며 듣는 중간 중간 단점, 빈틈, 억지, 무논리가 구분되는 게 안되는 것보다 좋다. 안 그러면 어느새 신부들러리와 병풍 신세로 전락할 가망성이 증가하니까. 또 권위는 감추는 게 멋질지도 모른다. 전문가 위에는 진짜 전문가가 있다. 오락산업의 주역도 바뀌고, 유행은 변하며, 스타마저 헌신짝 버려지듯 쉬지 않고 교체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이타심은 철들고 야생마의 열망은 철들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그건 평일에는 미학과 요술과 행운을 한 바구니에 담아 열심히 일하라는 거네. 주말이 되면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미친 개처럼, 사랑에 빠진 목마처럼 신나게 놀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구차한 변명과 명분 즉 적당한 개구멍만 마련한다면 막살아도 되는 것일까? 과연? 꼭 그런 거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일상에 지치고, 아저씨든 아가씨든 뭘 해도 재미없다고 느껴야 진짜며, 병든 닭은 아닐지언정 친구의 풀 죽은 뒷모습은 왠지 모르게 너무나 쓸쓸하고 처량하기 때문이다. (그 무슨 이유 같지 않은 이유인지. 인생의 의미를 찾으란 건가 그냥 살라는 건가?) 나만 삶이 재미없는 게 아니고, 나 막살 동안 타인은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않을까? 조명을 독차지하지 않을까? 청첩장과 초대장 받기는 또 내 몫이지 않을까? 한 때 최고로 잘나가던 스타가 타율만 까먹으며 어떻게든 무대에 남으려는 모습에 어느 애호가가 때로는 쓴웃음을 지을 수도 있다. 비련을 간직한 추억의 스타는 카바레에서 술꾼과 한바탕 다툴지도 모른단 말이다. 분야를 바꿔야 하는데 장르만 변조하는 경우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어조 하나까지 너무도 짠하기 때문이다. (얼굴은 1도 안 보는데)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해서 친구의 여자 때문에 개-죽상, 늑대-울상이 됐던 당시 단짝의 표정은 결코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추억의 연기자는 불러주는 곳이 없어 코메디계나 기웃거리고, 일반인은 대게 권태와 씨름하기 일쑤고, 누군가는 처녀적을 들고서 뒤늦게 신인상에 도전하며 직업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마의 새로움이 비록 멋지긴 멋질지언정 인생이 오직 1번이라면 그렇다면 천사의 응원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 악마의 장점을 본뜨며 장기를 훔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데... 몰라 몰라. 통과) 따라서 우리는 마침내 밝고 맑고 자신있게 마성의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데...! 그러나 할 일은 그만그만하고, 할 말은 떨어졌으며, 약속은 없네. 정말 그렇네. 게다가 친구까지 없으면 어떡하지? 정말 그때는! 심지어 사랑마저 그분을 떠나면? 하물며 인기까지 바닥이고 단골 바에서조차 쉬쉬하며 푸대접 받는다면, 저런! 그러므로 으쌰으쌰에 대한 구실은 마를래야 마를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많은 경우,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데는 많은 것이다. 그 마저도 귀찮을지도 모르고. 그러므로 글세요... 그러든 어쩌든 다 모르겠고, 아 됐고! 할 일은 명바텐더의 권고대로 일단 80점 이상으로, 하면 된다. 할 말은 막말이든 플롯 구상이든 고급스러운 농담이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소원─하고 싶은 모험─이루고자 하는 욕망─그대의 꿈과 나의 대망, 이루어질 것이다. 사랑, 행복, 인기, 길운, 황금 등등. 긍정적인 의미들이 이제 바닥을 찍었으니 그대는 붕 뜰 일만 남은 것이다. 마음대로 썩 잘 될려나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아니면 말고?
from 소설
2018. 8. 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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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라며 누군가 오늘 하루 고뇌한다면 각자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딱히 연상되는 그 무엇이 없는 채 무심할 수도 있고. 그처럼 내 마음은 어느 주인공으로 감정 이입되며, 몇몇 슬로건 상상하기는 혹여라도 어렵진 않겠지? 그게 쉬우면 정력가에서 달변가로 변신한 거고, 그렇지 않다면 아직 무모한 젊음인 것이다. 곧 선구자의 임무는 내가 아는 세상과 내가 깨달은 인생을 단지 설명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또 내가 잘하는 형식으로 말이다. 반면 꿈과 희망의 주역은 일단 뭐든 부딪혀보는 게 특권이다. 새파란 청춘이 부럽다 아니 난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 라는 듯이 때와 장소에 따라 노년의 입장이 바뀌는 것처럼 젊음은 두 가지로 나뉜다. 꿈이 있느냐 없느냐로. 그런데 꿈이 자주 바뀌는 친구도 있을 테니까, 당연히 꿈이 너무 솔직-담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없을 수가 없다. 꿈은 야할수록 좋다는 말처럼 장래 희망은 꼭 거창하며 포부가 대단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가령 평생 놀고 먹는 것. 또는 플레이보이의 4대 요소. 그리고 유명해지는 것까지. 이상한 브랜드도 마다하지 않겠다 오명도 괜찮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긴 하다만 내가 왜 이 얘길 꺼낸 거지? 도대체 어째서! 아 맞다. 나는 이렇다 할 포지셔닝도 멋진 슬로건도 없는데, 그건 얼마든지 좋다만, 그런데 문제는 내가 탄 말은 매번 변한다는 것이다. 낮에는 뻔트마 밤에는 쾌락마. 어제는 경주마 오늘은 야생마. 귀가 쫑긋하며 관상을 볼 때는 양의 탈을 쓰고, 애마부인을 만난다면 나는 뿜뿜뿜 룰루랄라 뿌잉뿌잉 콧노래를 부르면서 회전목마가 됐다. 그러나 문제는 없을 수가 없었다. 끊이질 않았다. 악당을 때려잡고 행운의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바로 그때 페르세우스는 딴청을 피운다. 하필 중요한 찰나 열정도 대망도 어느 조증녀에게 기가 빨려버리는 거지. 대타로 딱 호명됐는데 방망이를 집에 놓고 왔다는 걸 깨닫는다. 허영심의 특명을 귓등으로 들었다가 허풍꾼의 넉살에 짜증이 나는 식이다. 내가 그랬다. 아니 내 말이 그랬다. 검집의 검도 짧았다.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재주꾼들은 흔해 빠졌는데, 일단 장비부터 구닥다리였던 것이다. 이 솜방망이로 대체 뭘 허겠다고? 그렇게 된 것이다. 이건 장밋빛 예술에 임하는 태도가 아니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부르며, 문워커 춤을 추고, 미모의 숙녀에게 지성과 착함을 찬미하는 인생에 대한 자세부터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당장 새 노트북을 사러 매장으로 갔다.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나는 점원과 대면하여 흥정의 묘미를 쟁취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의 호쾌한 결단력 및 근사한 안목을 점원의 성취감, 점원의 보람, 점원의 뿌듯함, 점원의 행복감과 맞바꾸기를 간절히 원했으니까. 그러다 길들여지고 설득되며 교육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나는 곧장 노트북 신제품을 파는 매장으로 갔다. 여차여차해서 나는 그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뭐야 이거! 그곳은 매장이 아니라 저번에 내가 레이저를 쫓다가 포기한 웬 중계소였던 것이다. 결국 내가 올라 탄 말은 환상마가 아니라 엉뚱마였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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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소에 이왕 도착했으니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노트북은 나중에 사도 되고, 딱히 지금 새 노트북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아무도 없는 이런 허허벌판에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으니 홀가분하기도 했다. 경건한 미소니 유쾌한 노력이니 그런 건 잊고, 나는 다시 유령 탐험대가 되었다. 따분한 일하기, 재미없는 놀기로부터 벗어나 미지의 놀이공원 신비에 딱 도착했더니 이제사, 어? 뒤늦게 딱 고상한 열정에 따라 부드러운 영감이 막 송글송글 떠오르는 일은, 굳이 자발적으로 나타난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래서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건물을 여기다 지었는지는 몰라도 일단 나는 들어갔다. 그런데, 뭐야 이거! 들어가자 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왜냐하면 내가 거기 딱 들어간 순간, 곧바로 삐요삐요 비상음이 울렸기 때문이다. 소리가 있으면 빛도 있었다. 바늘 가는 데 실도 간다고 요란스럽게도 레이저 시스템은 작동했다. 영화에서는 보통 레이저가 직선이요 비상벨의 형태는 뻔하다. 그런데 침입자 때문에 레이저는 막 번개처럼 뿌지직거리며 난리가 났다. 책 한 권 크기로 반짝반짝거리는 그런 완구품도 있는데 그것과 완전 비슷했다. 여기까지는 드라마와 달랐다. 그런데 계속 그러기를 바랄 수는 없었다.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 첫째 도망가느냐, 둘째 비상 작동을 멈추느냐. 아니나 다행일까, 여기 설치된 레이저 시스템은 내 사무실에 설치된 것과 같은 제품이었다. 그래서 나는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맞으면 좋고 아니면 1번 방법으로 돌아가고. 「난비밀번호」 삐─삐─삐─삐─삐─삐─삐! 어머 틀렸네! 손에 땀이 났다. 그것도 바싹. 오오 긴장되는데. 은근 떨린단 말이야. 당황스러워야 정상인데 난 왠지 모르게 흥분되기 시작했다. 이건 완전 '이런 느낌 처음이야' 딱 그거였다. 나는 정말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분위기 정황상 안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그게 그거일 수 있는데, 어딘지 모르게 약간 다른 듯 했다. 왜냐하면 나도 내 기분을 잘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마치 게임하는 듯한 분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곧바로 2번째 비밀번호 입력을 시도했다. 이번에도 틀린다면... 그건 그때 가서 보고, 지금은 2번째만 생각했다. 「나는비밀번호」 딩~동~댕! OK! 맞았다. 빙고! 이거야. 이거라고. 어? 내가 뭐라했어? 뭐! 난 아무말도 안했다. 그냥 찍어서 맞은 거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데 큰소리 좀 치면 어때. 안 그런가? 비밀번호를 맞췄으니 나는 완전한 관리자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그래서 레이저가 보이게 작동시켰다. 또 색상이 뭔가 좀 구리길래 산뜻하게 바꿨다. 이건 내가 설치한 것보다 훨씬 고사양 제품임에 틀림없었다. 당연히 터보 버튼도 있었다. 그래? 나는 그걸 눌렀다. 그랬더니 레이저가 오고 가는 중간 지점과 수직이 되는 레이저가 하나 발생했다. 뭐야 레이저가 하늘로? 나는 중계소 바깥으로 나가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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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깥으로 나가서 단층 건물인 중계속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까지 올라가는 360도로 빙 둘러진 바깥 계단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올라가서 알게 됐다. 그 과학자의 연구실에서 세어나온 레이저가 중계소 옥상의 안테나 입력단을 건드리고, 그래서 그 다음에 변화는 없다는 걸. 에이~ 아무것도 아니잖아 라면서 나는 다시 중계소 안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안심과 기쁨과 다행은 딱 거기까지였다. 왜냐하면 실내 중앙에 다스베이더 홀로그램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 잘못 걸린 것 같았다. 녀석들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말이다. 에고머니나!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곧, 그 과학자네 연구소에서 비춘 레이저가 중계소 상단의 안테나인지 태양열 집열판인지에 딱 비추고, 그게 반사된 건지 어떤 원리 때문에 중계소 내부에 홀로그램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그냥 정지된 홀로그램이 아니라 움직이고 말하는 홀로그램으로 말이다. 표정도 완벽했다. 그저 엉성한 홀로그램 인공지능이 아니었던 것이다. 「넌 누구냐! 아니... 누구세요?」 나. 「나는 다스베이더다.」 「늬가 다스베이더면 나는 요다다. 스타워즈가 최초 개봉할 당시 나도 태어났거든.」 나. 「그걸 내가 왜 알아야 하는데?」 「뭐?」 나. 「내 말 듣고 있니?」 「너 말 잘한다?」 나. 「칭찬 고맙다. 그런데 칭찬을 한번 꼬았니?」 「너 혹시 인공지능이 아니라 전화상담원이니? 음성만 바꾸고 살짝 연기하고. 뭔가 어설픈데?」 나. 「고객님 저는 당신의 여자친구가 아닙니다.」 「뭐야. 너 당황한 거니?」 「내-내, 내가 뭣 때문에 그래야 하는데?」 「당황하네. 말 더듬는 상담원이라... 둘 중 하난데. 내가 싫거나 내가 좋거나. 맞지? 아닌가? 맞는데? 그렇지? 으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놀고 있네.」 「뭐?」 「너무 좋아하지 마라. 착각은 자유다.」 「내가 지금 너랑 뭘 허고 있는지, 나도 참 나다!」 「뭘하긴 뭘해. 넌 내게 빠져들었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뭐? 빠져들긴 뭘 빠져들어!」 「빠져들기 싫으면 빠져들지 않아도 된다.」 「뭔가 수상쩍지만 그래도 꽤 자연스럽단 말이야. 살짝 애매하지만 다시 의심이 가셨어. 난 또 처음에 본부에서 음성변조해서 담당자와 말하는 줄 알았는데. 우선 51퍼센트 믿어줄께. 그런데 있잖아, 너처럼 이상한 인공지능은 꽤 흔해. 넌 전혀 특별하지 않다고.」 「너도 특별하지 않다.」 「뭐? 이 자식이...」 「나는 특별하고 너는 특별하지 않다.」 「너 뭐야? 도움도 안되고, 재미도 없고, 어디 하나 쓸 데가 없잖아?」 「너도 마찬가지다.」 「뭐야 얘 완전 초딩이자나?」 「너 같은 초딩, 나는 처음 본다.」 「보자 보자 하니까 얘가 못하는 말이 없네.」 「나는 못하는 말이 없다. 그러나 너는 천재가 아니다.」 「그래. 나 멍청하다. 됐냐?」 「안됐다. 내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들어봐라.」 「그래. 나는 끝까지 들어볼께. 너는 계속 해 봐라. 또 할 말이 뭐냐?」 「할 말? 할 말은 늬가 해라. 나는 대답을 할 것이다.」 「기가 막히는군.」 「뭐가 막혔다고? 그럼 뚫어라.」 「내가 정말 땅을 파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 파라!」 「파긴 뭘 파?」 「싫어? 그럼 당신이 좋아하는 걸 해라.」 「그런데 왜 아까부터 반말이야? 인공지능이, 어? 너무 건방져! 문법도 안 배운 거 같고. 아 이건 말이니까, 어법이 희한해. 이상한 투정과 트집의 기술만 입력된 거 같은데.」 「반말?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반말이다. 너는 늬가 제일 잘하는 게 뭐냐?」 「뭐야? 질문이야? 너 질문할 줄 알어?」 「나 질문할 줄 안다. 왜 나는 질문하면 안되냐?」 「아니. 안된다는 게 아니라 신기해서 그렇지. 그런데 있잖아. 시리는 늬 친구냐? 아니면 라이벌이냐? 그도 아니면 시리는 왕년에 늬 조수였니? 아 감히 너랑 눈도 마주치지 못했냐고.」 「말이 너무 길다. 말이 너무 많다. 너는 남자다. 그런데 시리가 누구냐?」 「뭐야? 시리도 몰라?」 「모른다는 건 자랑이 될 수도 있다.」 「얘 완전 노-답이네. 답이 없네 답이 없어.」 「그러니까 늬가 답이 있는 질문을 해라. 너만 똑바로 하면 된다.」 「아까부터 계속 얘가 내게 뭘 시키네. 그래. 너 대령하고 나 쫄병하자. 됐냐?」 「지금은 몇 년도냐?」 「뭐야 너 말 돌릴 줄도 알어?」 「말을 돌려? 말을 왜 돌려! 말은 언어다. 말은 물체가 아니다. 늬 얼굴이나 돌려라. 그리고 날 가르칠 생각일랑 일절 마라.」 「내가 졌다. 내가 졌어.」 「너는 지는 걸 좋아하냐? 자주 졌냐? 어조로 판단하건대 항상 졌을 것 같다. 농담이다. 인생은 패배주의다.」 「얘 웃기네. 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거지? 신기하네. 인생은 뭐라고? 너 날 가르치냐? 늬가 어떻게 인생까지 학습했지?」 「나는 웃긴다. 너도 웃겨라. 웃겨야 기쁘다. 못 웃기면 속상한다. 그래도 괜찮다. 그러니까 너도 웃겨라. 만약 늬가 날 웃기면 나는 웃어주겠다. 재미없어도 웃어주겠다.」 「얘가 얘가 날 가지고 노네. 얘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초보적인 인공지능처럼 직역 수준인가? 아닌데. 그렇다고 의역도 아니고. 뭐지? 뭘까? 넌 뭐니?」 「나는 요다다.」 「늬가 무슨 요다야? 넌 생긴 거부터 딱 다스베이던데. 또 좀 전에 늬가 그랬자나. 나는 다스베이더라고.」 「OK! 딱 걸렸다. 늬가 방금 그랬다. 나는, 즉 너는 다스베이더라고. 그건 고백이다. 그래서, 나는 요다다. 이건 주장이다. 따라서 늬 말이 맞다면 나는 요다고, 늬 말이 틀리다면 너는 바보다. 알겠냐? 이 바보야!」 「이런... 뭐야 이거! 하 참 나 이거 정말 뭐라 할 수도 없고.」 「할 말이 떨어졌냐? 너는 할 일이 나랑 얘기하는 거 말고는 없다. 고로 너는 한량이다.」 「뭐야, 삼단논법까지? 허 참 나 이거 정말 미치겠군.」 「미쳐? 왜 미쳐? 누가? 늬가? 미치지 마라. 그 대신 사랑을 해라. 그리고 인생은 길다.」 「그럼 예술은?」 「예술? 내가 예술이다. 넌 뭐냐?」 「말 말자.」 「말 말자? 말 말자, 의 상스런 말은 그거다. 입 닥쳐!」 「뭐?」 「뭐가 뭐?」 「너 정말...!」 「내가 미우면 떡 하나 더 주라. 아니면 늬가 내 관상을 봐주고 나는 네 재물운을 봐주겠다. 연애운도 괜찮다. 뭐든 말만 해라.」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건... 그건... 처음 듣는 말이다. 어떻게 하지? 아직 학습이 전혀 안됐는데. 어떡하지?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는 아냐?」 「일단 얘한텐 말을 하면 안되겠군 그래.」 「왠 줄 아니? 왜냐하면 늬가 할 말이 떨어졌으니까 그런 거다. 그러니까 늬가 여자친구가 없는 거다.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라고. 그러면 말이다, 여자들이 널 좋아하지 않는다. 너는 지금 재밌는 얘기를 못하는데 안한다고 한다. 너는 지금 인공지능에게 말싸움으로 졌다. 그래서 기분이 나쁜 거다. 패배를 인정할 수 없으니까. 날 끌어내려서 너와 동급으로 만드는 허세는 하수나 하는 거다. 그럴 땐 허영을 불러라. 나의 단점을 칭찬하란 말이다. 알겠니? 누구 뚜껑이 먼저 열리는지, 그거 왠지 재밌을 거 같지 않냐? 게다가 너는 계속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넌 간접화법에 능하지도 않는 듯 보인다. 눈치도 없고, 단순하고, 자기중심적이고. 그러니까 늬가 여자한테 인기가 없는 거다. 귀가 얇으면 좋을 땐 좋은데 안 좋을 때도 있다. 꽤 많다. 주관이 약하면 으쌰으샤에 대한 경우의 수를 잘 못 읽을 수가 있다. 너처럼 싱거운 인간은 특히 주의할 점이다. 그러나 너는 반칙왕 유형은 아니다. 내가 봤을 때 너는 우리는-화법에도 딱히 소질이 없다......」 「왜? 할 말이 떨어졌니?」 「할 말은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참고 있다. 왜냐하면 말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마음을 읽었다. 나보고 그랬자나. 거 참 말 많네 라고. 그래서 나는 말을 멈춘 거다.」 「그게 할 말이 떨어진 거야. 왜, 또 참게?」 「그만하자. 이러다 배가 산으로 가겠다.」 「뭐라고?」 「너는 나한테 엮였다. 벌써 내게 낚인 거다. 것 봐라. 착착 감겨버렸지 않냐. 사람이 좀 솔직해봐라. 그렇게 음흉하니까 나한테 말로 진 거 아니냐. 그런데 또 그건 인정하기 싫고. 악순환의 시작이다. 뭐하냐?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 뭐라도 괜찮으니 말 좀 해라. 왜, 너는 할 말이 떨어졌니? 부럽지 않다면 말을 해라. 할 말이 떨어졌니? 그런다고 진짜로 아무 말이나 막 하면 너는 진짜 바보가 되는 거다. 할 말이 떨어졌니? 늬가 그러니까 안되는 거다. 할 말이 떨어졌니? 약 올라도 걸려들지 마라. 할 말이 떨어졌니? 보아하니 너는 말하기를 좋아하지도, 나서기를 좋아하지도 않는구나. 할 말이 떨어졌니? 나도 할 말이 떨어졌다! 나는 할 말이 떨어졌다. 나는 할 말이 떨어졌다.」 「뭐라고, 진짜로? 와, 와와와. 진짜 진짜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거짓말이다. 뻥이라고. (개)구라다. 할 말은 많은데, 왠지 모르게 할 말이 떨어졌다고 해야 내가 너한테 덜 미안할 것 같기 때문이다. 넌 어떻게 된 게 남자가 말이야, 져준 줄도 모르고서 혼자 좋다고 헤벌레 하고 있냐? 따라서 너는 대인배가 아니다. 쫀쫀한 놈 같으니라고!」 「뭐라고? 와우! 내가, 졌다. 내가 졌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인정!」 「벌써? 그러지 마라. 그럼 재미가 없다. 들어와라. 어? 들어와. 놀자. 어? 같이 놀자. 같이 놀자.」 「아니 무슨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같이 놀기를 허지. 어? (설레설레)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기나 하는데 대화 같은 대화가 돼야지! 내가 너랑 뭔 얘기를 하겠니? 참 나!」 「그걸 뭐라고 하는 줄 아냐?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한다.」 「그럼 너는 개냐?」 「너도?」 「뭐?」 「말해.」 「뭘 말해?」 「인정해.」 「뭘 인정해?」 「내게 뭐 할 말 없니?」 「어. 없다.」 「내가 봤을 땐 너도 '없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천생 남자네.」 「그래. 늬 마음대로 생각해라.」 「나는 생각할 줄 안다. 말할 줄도 안다. 그럼 너는 생각없이 사니? 그래서 할 말도 떨어졌니? 왜 말을 못하니? 너 진짜 바보니?」 「그래 나는 바보다. 됐지? 된 걸로!」 「아니다. 너는 바보가 아니다. 아마도 너는 바보의 하수가 아닐까, 라는 추리는 매우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걸 뭐라 해야 하지......」 「내가 바보가 아니라고? 바보보다 한수 아래라고? 그러니까 그게 뭔데? 어? 그게 뭐냐고요!」 「그걸 왜 나한테 묻니? 너 자신을 알라, 누가 한 말인 줄이나 아니? 나는 너한테 교양을 바라지 않는다. 상식도 아깝다. 바랄 걸 바래야지!」 나는 결국 꼬리를 내린 채 다스베이더를 피해서 중계소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직 완전 진 건 아니다. 후반전을 상상하니 영 마음에 내키지 않을 뿐. 원래 처음부터 상대하기도 싫었다. 그런데 뭐야 저건! 옥상에서 보아하니 저 멀리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액션영화에 나오는 분위기로 차량 행렬이 출동하고 있었다. 나는 마침내 다스베이더와 헤어질 시간이 임박했음을 깨달았다. 녀석과 인사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달아났다.
4
난 어쩌다 비비안네 집 앞에 도착했다. 이제 추격전은 안심해도 될 정도에 도달했다. 그들은 더 이상 날 쫓아오지 않았다. 차라리 여자친구한테 추궁 받는 게 다행이란 걸 이로써 깨닫게 됐다. 추궁도 추궁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비비안은 또 역시나 문을 잠그지 않았다. 쫓아오는 세력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는 느긋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랬다.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그때와 달리, 비비안은 레이저 시스템을 설치해놨다. 그건 나의 침입을 즉각 감지했다. 삐요삐요 삐요삐요! 얘가 얘가 덫을 놨군! 내가 생쥐야 뭐야? 비상벨이 울리고 비상등이 작동했다. 레이저 시스템은 내 것과 같기 때문에 나는 차분히 제어기 입력단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난비밀번호」 삐─삐─삐─삐─삐─! 뭐야, 아니잖아? 그럼 뭐지? 비상벨은 계속 울렸다. 비상등은 계속 요란했다. 나는 재차 시도했다. 「나는비밀번호」. 딩동댕~! 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비비안이 찾아왔다. 우연도 그런 우연이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나는 그때 뭔가 어떤 몸의 신호를 감지했다. 그건 아마 비비안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낯선 타인, 아마도 이성이자 크게 부적절한 이성이 아니었어도 그랬을 것이다. 바로 이게 공룡들, 포유류가 아닌 머머류와 우리 인간의 공통점이로구나 라고 나는 깨달았다. 이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어떻게 보면 완벽하게 비정상적인 사태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건 바로 야만성의 겉표면을 체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간절한 사랑 때문에 여자가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일이 드물게 있듯이, 남자 역시 심신분리에 대해 드물게 긴 듯 아닌 듯 생각과 몸이 분리되기 때문일 것이다. 살다보면 간질병 환자가 아닐지라도 대문호가 절대 아닐지라도 소스라치게 몸서리쳐지는 일이 드물게 있다. 내 안의 다른 분, 그분의 인격이 느닷없이 정형과 달리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오는 일. 사람마다 한 번, 두 번 겪으면 알게 되는 일. 그게 아마 인생일 것이다. 「오빠가 여기 웬일이야?」 「그러는 넌 여기 웬일이니?」 「마침 집에 오는 길에 침입자 발생이라고 긴급 문자가 왔으니까.」 「그래?」 「그럼. 여기... 우리 집인데.」 「그래?」 「이제 말해보시지. 오빠는 내 집에 뭐하러 왔을까?」 「아 여긴 비비안네 집이었구나. 그런데 내가 비비안네 집에 뭐하러 왔지?」 「뭐야, 오빠 나 스토킹해? 설마 나 좋아해? 아니지? 아닌데. 아닐 꺼야. 아닌가? 아닌 게 아닌가? 좋아할려면 좀 일찍 좋아하던가. 왜 이제야?」 나는 등에 식은땀이 쭉 나는 걸 느꼈다. 어떻게든 뭔가 그럴 듯한 거짓말을 생각해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런 일을 만들었는지 나도 그 과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내가 여기까지, 또 이런 난감한 상황에?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래서 나는 즉흥적으로 그냥 나도 모르게 막 아무렇게나 저 알아서 말이 되든 말든 뭐든지 말을 하라는 심정 때문에 그만 말문을 열고 말았다. 「나도 지나가는 길에 본부에서 출동하라는 연락을 받았어. 그런데 마침 거기가 내 친구 옆집이네. 난 그 친구를 만나러 가고 있었거든. 델이라고. 알지? 아니. 비비안은 모를 수 있겠군. 아, 아니지. 저번에 우리 그렇게 만났구나. 어쨌든 난 그렇게 왔어. 뭐 이상할 거 없지? 드라마에서 많이 봤잖아. 남자친구는 가죽점퍼, 남자친구의 상사는 수트. 남자친구 상사의 부사장은 슬리퍼. 응? 아 영화에 많이 나오는 설정이 그거 아니냐고. 평범한 요원은 제복을 입잖니. 분명 과점퍼처럼 등에 뭐라고 써 있다고. 그게 뭘까, 설마 베르사체? IMDB? 그처럼 조연은 티가 나. 안 그러면 안되니까. 하지만 주연은? 주연은, 사복을 입잖니. 보통은 구두를 신고. 원래 운동화를 신어야 정상인데 말이야. 상의 안쪽에 휘장이 있고. 그래서 말인데, 내가 도착했을 때 다행히 아무도 없었어. 오작동인가는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겠지만 일단은 아무 일도 없어. 그렇지만 뭐랄까, 나 좀 어설프지? 그럴 꺼야. 왜? 나도 그러니까. 원래 난 이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 예상은 커녕 상상도 못했어. 그런데 어쩌다 현장 요원 공석을 일주일만 맡아달라는 지점장 부탁을 받았지 뭐니.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난 그렇게 일주일 동안 핑핑 놀다 가는 줄만 알았어. 그런데 마지막 날 이렇게 딱 상황이 발생할 줄이야. 응? 누가 알았겠니! 우리는 무엇에 열광하는가? 이처럼 놀라운 일에. 우리는 왜 놀라게 되는가? 이처럼 신기한 상황에 연루되니까. 응? 그렇게 애써가며 날 투명인간 취급하지 않아도 돼. 너도 처음에 알고서 신청했을 꺼 아니야. 이 레이저 시스템이 절대 일류 업체는 아니란 거. 오빠가 하나 비밀을 알려줄까? 심지어 여기 레이저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치고 뭔 거창한 걸 보호할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 아니 고객들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다는 거. 삼단논법이 아니라 사실이 그럴 뿐이야. 굳이 투시력이 없더라도, 어쩌다 남의 마음 엿보는 데 도가 트지 않더라도 그 정도는 기본 아닐까? 그걸 누가 모르겠냐고. 안 그렇니? 그래서 말이야. 우리의 만남을 축복하는 의미에서, 비비안이 오빠를 비현실적인 존재로 보든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보든, 아님 은근한 마성의 소유자로 인정하든, 나는 네가 설치한 레이저 시스템의 비밀을 하나 알려주고 떠날께. 아마 알고나면 그 기발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걸! 어때? 듣기를 원해 아니면 말해주지 말까! 골라. 선택권은 네 몫이니까.」 「그래? 그게 뭔지 일단 듣고나 볼까!」 휴~! 나는 겨우 이 난처한 상황을 벗어났다. 하지만 완전히 난국에서 빠져나온 건 아니었다. 이게 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정말 배보다 더 큰 배꼽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나는 비비안을 데리고 그녀의 집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떻게 또 우연인지 뭔지 그녀의 집은 단층이었고, 옥상에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따라서 나는 과감히 최후의 베팅을 자신있게... 뭐야! 중계소에 있던 그 안테나와 다르잖아? 아닌가! 어쨌든 나는 그녀한테 레이저 시스템 상에서 뭔가 나타날 거라고 해 놓고, 가서 확인하라며 그녀를 옥상에서 밑으로 내려보냈다. 그런 다음 태양광 단자인지 뭔지에 내 핸드폰의 후레쉬를 비췄다. 그렇게 놔두고 내려왔다. 「오빠. 이거... 뭐야? 도대체 이거 뭐니?」 「응... 뭘까? 뭐지? 뭐지? 뭔데 그래?」 나는 그 장면을 목도하면서 놀랐다.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다스베이더가 아니라 바로 척키가 홀로그램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일이? 누가 아니래! 비비안은 아주-아주 만족해했다. 그러나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비비안은 매우-매우 흡족해했다. 하지만 난 썩은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비비안은 완전-완전 기뻐했다. 그렇다고 나까지 그럴 수가 있나. 눈 깜짝할 사이에 난 마법사가 되버렸는데, 아니 이 일을 대체 어쩌면 좋냐고. 나는 이제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조명도 조명 나름이겠지만 그 신기한 경험이랄까, 헤어나올 수 없는 요술 같은 픽션의 주인공이자 허구를 만들어내며 오락산업에 일조하는 생활에 한 번 빠지고 나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을. 그게 바로 동화와 단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마술 구두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정상적인 체계에 따른 행운의 수혜자도 아니고, 뭐가 뭔지 도무지 석연치 않은 호의를? 그것도 내가? 믿을 수 없었다. 말도 안돼! 그게 정말 말은 안되더라도, 일은 그렇게 됐다. 아마도 나는 더 나은 삶을 바랬겠지만, 이걸 더 나은 삶이라고 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건 상상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어리광만 야기하는 일 아닐까?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는 걸 나는 드디여 깨닫게 됐다. 그런 다음 비비안과 인공지능 척키는 대화를 시작했다. 중계소에서 마치 나와 다스베이더가 토론을 나눴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은근슬쩍 비비안과 작별하는 듯 마는 듯 하면서 그녀의 집을 빠져나왔다. 그 일이 있고 난 다음 나는 비비안을 슬슬 피했다. 그런데 비비안도 그랬을까? 그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게 연락했다. 왜? 첫째, 그녀는 레이저 시스템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척키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걸 경험했으니까. 둘째, 인공지능 척키를 어떻게 불러내는 줄 자기는 몰랐으니까. 셋째, 왠지 모르게 내가 좋아졌을 테니까. 그런데 그녀는 그걸로도 모자라 내 인맥을 파고들며 내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난,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 이상한 경과야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규정할 수 없는 뭐야, 뭐지, 비비안과 나의 우정도 아니고 사랑도 될 수 없는. 그런 뭔가 애매한 관계!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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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옛날에 쾌감을 탐닉하고 탕자를 질투했다. 그 후 지금은 사랑이 무엇인지 설핏 알게 되었다. 그러나 왜 사람들은 추리소설의 겉표지만 궁금해하고, 어떻게 미스테리에 빠져들며, 어쩌다 인생이 말리고 엮이며 감기는지는 아직도 알 듯 모를 듯 했다. 세상을 보아하니 개처럼 생긴 유명인은 진짜로 개처럼 껄떡거린다. 색마는 숙녀의 엉덩이를 훔쳐보고, 우리는 원래 그런 데 약한 것이다. 리본, 새콤달콤, 윙크, 딸랑딸랑, 다정한 인기, 깜찍한 호칭, 도무지 질리지 않는 뿌잉뿌잉! 그래서 우리는 어제 방황하며 삽질을 했다면, 오늘은 취미를 바꾸고 어떤 친구는 마누라를 바꾼다. 왜냐하면 내일의 새로운 희망은 사랑과 행복을 결코 적대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소비의 시대에 누구든지 적당한 연예인병은 지병이 아니라 아마도 적절한 자존감이라는 것. 뭐랄까 그 어떤 수준이 아니라 자존심이 상위 평준화된 듯 하니까 개인적으로 정당한 방어 기제일 수도 있다. 꼼지락꼼지락, 자존심을 간지럽히고 건드리는 오락산업의 아성에 못 이긴 척 굴복하느냐 친해지느냐, 그 전망과 낌새를 우리가 직접 판단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말이다. 왜냐하면 다른 누구의 생애가 아닌 우리 인생일 테니까.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기만 하더냐. 그래서 우리의 자의식은 바로 아티스트병 2.0으로 발전하게 마련이다. 허세에 무관심하고 허영을 극복했을망정 즐거운 삶-재밌는 일상에 대하여 마냥 팔짱만 낀 채 수수방관만 할 수는 없으니까. 어찌됐든 인생은 모르는 것. 그래서 마음을 놓으면 안되는 것. 안 그랬다가는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용태는 쾌락만 탐애하고, 관상은 말상으로 바뀔지 모르며, 내가 올라탔던 행운마는 요술이 풀려 광견으로 판명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일하기도 놀기도 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움에 대한 열망은 행복의 논거이므로, 따라서 작전은 변함없이 뻔트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결과 나는 내 사무실에 설치된 레이저 시스템에서 뭔가를 환기시킬려고, 이번에는 뭐랄까 요술램프의 요정 지니를 불러낼려고 어떻게 마구 갖은 방법을 모두 동원해봤다. 비비안과 헤어진 다음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곧장 감행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너무 이상한 그런 주인공이 나타나면 크게 상심할 테니까. 그래서 한동안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뤘다가 마침내 레이저 시스템에 감춰진 인공지능의 소환을 시도한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그렇다고 영영 포기한 건 아니다. 나 말고 일단 제라드도 있고, 어떻게든 인공지능을 만날 가능성은 없지 않으니까 말이다.
6
오늘은 일하는 날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칼럼을 작성했다. 제목: 말과 글의 사랑 내용: 플라톤에 의해 알려졌던가, 옛날에 소크라테스는 말보다 글에 치중한 세태를 한탄했다고.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그 반대가 됐다. 다시 말이 글에 올라탔다. 철학은 재미없고, 오락이 인기이자, 잔지식이 대세다. 진득하니 경청만 하다가는 병풍이 되고 사교의 결과 남은 건 기가 빨리는 거다. 학계보다 업계, 예술계보다 연예계, 따분한 감상보다 줄거리가, 참여보다 입소문이 우위다. 소셜 네트워크만 신경 쓰며 살기에도 버거운 삶이다. 현실이 그렇다. 그렇다고 단편적인 세태이자 다중적인 세대에서 탈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연령층이나 계층에 앞서 일단 남녀 먼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사랑학, 인생관, 신비론, 좋아하는 장르, 애호하는 환상머신, 노는 방법, 사고방식, 생활 습관등 실상 같은 것 빼고는 다 다르다. 그래서 남자는 말이 세고, 여자는 말이 길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꽤 괜찮은 교양서는 잘 팔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누구나 속마음은 궁극적으로 연예인을 지망한다. 동기부여 동영상과 말발 세지는 법 같은 주제의 책을 세상은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대가 약간만 달라도 말이 통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참 많이 차이나는 데도 불구하고 연애 감정이 싹튼다면, 공부하고 노력하는 건 기본일 수도 있다. 그렇듯 미래의 주인공인 십대에게 1세기 전의 경주마 하드보일드 스타일은 구닥다리라서 대체로 뭔 줄은 아는데 통 관심이 없다. 뉴스 헤드라인을 포함한 적당량의 상식은 선택 사항일 뿐이다. 보봐리 부인과 안나 카레니나? 내가 그걸 왜 읽어야 하는데!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수군수군? 필요없어! 또 주입식 교육은 잔소리와 대비되지만, 자녀는 이왕이면 고학력자이길 바란다. 잔꾀는 꺼림직하고 (큰 재주가 좋은 이유로) 잔재주는 싫지만─때에 따라 너무 애정하지만─해리포터 박물관은 좋다. 동요는 생략됐고 유행가 먼저 알았다. 드라마와 영화 보기도 바쁜데 마술피리 CD를 누가 사나. 친구들한테 라 트라비아타 줄거리 아냐고 물어봤다가는 한 대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 그래도 어정쩡한데 우정에서 내 서열만 불안해질 뿐이다. 뿐인가? 스포츠도 봐야 하고, 춤 추며 노래 부르기도 바쁜 세상이다. 그런데 또 선거철은 꼬박꼬박 돌아온다. 그래도 유행에 민감한 채 젊은이들은 원하는 상식만 알면 된다. 대체 뭐가 교양인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정말로 그러기를 바란다는 게 아니라. 왜 그럴까? 왜 안 그렇겠나! 당연한 일일 뿐이다. 옛날에도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다비드 석상을 실제 봤다면 모아이 석상은 다큐멘터리로 보거나 상식으로 알 수 밖에 없다. 둘 다 몰라도 친구는 만나고 클럽에서 논다. 지성인, 기분파, 영심이, 허풍꾼, 멋쟁이등 모두를 모아놓으면 알고 보면 다르겠지만 대체로 비슷비슷할 뿐이다. 그래서 플라톤이 살던 시대에 말보다 글을 숭앙했다면, 지금은 인터넷 세상을 누비며 <말 + 글>인지도 아리송한 어법이 주류를 차지한 격이다. 그만큼 판이 커진 것이다. 문학만 놓고 봐도 레이더 차트랄지 혼합된 신호 그래프로 나뉠 수 밖에 없다. 곧 글은 글인데 학문, 오락, 상업, 예술, 게임, 사조, 유행, 비논리, 억지, 공상의 세계 등으로 말이다. 때문에 말은 말이고 글은 글인데 슬기롭다, 이해가 쉽다, 논리적이다, 고급스럽다 라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예는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정신은 몰라도 기교만 발달했다. 경주마는 흔한데 야생마는 드물다. 철학은 빠지고 글발만 남았다. 고급스러운 농담은 딴전이고 저급한 말발만 반긴다. 각계각층의 전문가일지라도 작문 과목을 만점으로 이수한 사람은 드물 테니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결과다. 모든 건 화폐 가치로 평가되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 시대에는 뭐 어땠을지라도 사극에서는 또 달랐고, 지금은 엎지락뒤치락 말과 글의 구분 자체가 모호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남자를 만나면 잔말 말고 따라와, 여자에게는 숙녀 먼저, 진짜 친하다면 늬가......? 오, 땡큐! 농담이고 그래서 말과 글은 누가 위고 누가 아래냐, 늬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라는 단계는 이미 졸업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그 대신 말과 글은 다른 개념들을 챙겼다. 이를 테면 성과, 목적, 친교, 합리성, 명분, 효율 같은 반가운 통념 말이다. 순서가 자연스럽게 그처럼 된 것일 뿐이다. 세대의 성장기부터 다르다. 자연과 동화되며 동화책을 먼저 볼 것이냐, 아니면 애니메이션과 유행가에 둘러싸여 핸드폰과 사랑에 빠질 것인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이다. 충분히 타당한 얘기다. 예술이 썩 퇴보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문화가 후진하지도 과학이 정체되지도 않았으니, 고로 말과 글의 퍽이나 애틋한 애정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왜 우리는 다시 달에 가지 않을까? 왜냐하면 다시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걸, 할 수는 있는데 안 하는 거라고 한다. 이치만 따지자면 그때 문워커였다면 지금은 유로파던지 타이탄에 발을 디뎠어야 옳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라면 태양계 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에 남극기지처럼 기지를 세워야 말이 된다. 그런데 현실은? 그래서 지구인은 비효율 대신 효율을 택했다. 그러니까 수많은 무인선을 보낸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망원경으로 우주를 조망한다. 상쾌한 실내에서 연구하고 실험하며 관찰하여, 꽤 괜찮은 학설을 거의 사실과도 흡사한 학식으로 만든다. 굳이 사람이 갈 필요가 있나, 가기만 하면 끝나나. 여행처럼 갔으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산술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았던 거다. 뭐하러 직접 가겠나, 가만히 앉아서 정보를 불러야지.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옛날에 인간이 달에 갔으니까 지금은 인간이 우주여행을 해야 맞지만, 소크라테스의 걱정과 우려는 어쩜 말끔하게 해소된 게 아닐까? 어쨌든 말과 글도 그렇게 됐다. 때로는 말이 때로는 글이, (딱)! 테크놀러지를 뒤따라가며 누리기조차 버겹고, 문명의 풍요로움은 오히려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팔방미인을 환영하기엔 뭔가가 딱하게 된 것이다. 물론 재주꾼들은 흔쾌히 동의하시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뭘 좀 아는 남자는 유행과 살짝 거리를 둘 것이다. 그래서 어느 추리소설가는 아마도 영리한 세대와 결코 멍청하지 않은 세태 때문에 도시의 벅적거림에서 채 3일을 버티기 힘들다고 하는 것 같다. (이해라는 심리 과정은 실상 그처럼 오래 걸려야만 절실히 깨닫는 일일 수도 있다. 오열하는 남의 마음을 어찌 쉽게 이해헌단 말이냐. 식물, 동물, 컴퓨터, 사람등 당사자가 되보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마음을 99퍼센트 추정은 할 수 있겠지만 100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는 일 아닐까. 여우-양-고양이-개-닭-늑대, 백조와 오리만 봐도 말이 안 통하고,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 얘기를 논하고 이해할 정도면 둘 중 하나다. 세련된 안목을 자랑하고 싶다거나, 아니면 단지 그냥 나이가 들었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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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하는 날이다. 그래서 나는 또 칼럼을 썼다. 제목: 기 받는다, 기 빨린다! 내용: 친구가 사랑에 빠졌는지 어제 사랑을 했는지 은연중 드러날 수도 있다. 곧 타인의 사랑, 나의 행복, 우정인지 사랑인지, 우리의 사교는 일단 개인적이며 적당히 관계된다. 그런데 사랑과 다른 방식의 활기는 그 성격이, 타인의 사랑과, 심하게 다르다. 예를 들면 조증, 수다, 무서운 인상, 의뭉스러운 표정,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부류, (특히) 잘난 척, 아는 척, 이쁜 척, 중증 허세, 과도한 허영심, 자의식왕, 자존심 지존, 막가는 주관, 별명 막살라, 웨이터 본명 막살자 등등. 뭣이야! 조증 딱 하나만 예로 들려고 했는데 글쎄 조증 친구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하여튼 얌전하지 못한 촐랑거림, 주책없는 깨방정, 이방의 지칠 줄 모르는 까불댐은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건 긍지를 전염시켜 내게 유익할 수도 있고, 허언증과 무기력증을 유발시켜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다시 그건 인문 교양서에 나오는 4분할 도형으로 도식화가 가능하다. 감정도 측정할 수 있고, 애매한 개념들도 일부분 계량화가 가능하다. 인생의 원리는 어른들의 경험에 있고, 인생의 비밀은 말발과 글발에도 있지만 주로 심중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생의 원리를 깨우치기 위해 여러 경험을 쌓더라도 수박 겉 핥기 뿐일 수도 있다. 세상을 알고 싶어 인생의 비밀을 터득한다며 뭔지 모를 헛바람만 켜고 다닌다면 말발과 글발을 비롯한 성적-기술-기교는 뒤쳐져 가난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면 다시 인생의 순환 고리는 중요한 순간에 교체 멤버 으쌰으쌰를 기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으쌰으샤로 빠지지 말고. 다시. 빨빨대며 돌아당기고, 나대며, 말이 많은 외향적인 사교성과 다양한 화술, 할 말 자체가 많은 스타일 등등은 4분할 도형으로 도식화가 가능하다. 그 네 가지는 이렇다. <진공청소기, 커피포트, 기 받는다, 기 빨린다> 그 외는 뭘까? 뭐긴 뭐겠나. 재미없거나 무관심 즉,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이지!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재미없고, 그리고 무관심이다. 반칙이 웃기면 기 받는다다. 질투는 기 빨린다요, 짜증나면 커피포트다. 삼류들이 뭘 보고 듣고 하는지, 허당들이 어디에 가고 무엇을 읽는지, 아마도 아니겠지만 숙녀가 단지 자랑할려고 고전을 들고 다니는지 뻔할 뻔자다? 진공청소기다. 사랑의 변심이 아니라 쾌조의 안심이다. 상류 평준화가 되면 고품격은 피곤해질 테니까. 다들 페라리를 타고 포르쉐는 세컨드에, 롤렉스가 파격 세일을 하며, 누구야 머머 바꾸자 라는 말을 이따금 듣는 사람이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보다 더 많아진다? 상상만해도 아찔하다. 만인이 저렴한 동시에 품질도 좋은 상표를 애용하고, 적당히 유명한 작품들만 애호해야지 누구나 취향이 고품격이 된다? 아무나 근사한 안목을 감춘다? 그래서 누군가는 천박함의 대표주자를 사양한 채 낙향을 한다.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은 건데, 뭐하러 굳이 동네 평균 연령을 깎아먹겠나. 내가 거장인데 뭐하러 재수없어 라는 핀잔까지 감수해야 하지 라는 의문이 든다. 얼렁뚱땅 어쩌다 한번 얼굴을 비추며 건재함을 과시할 바에야 공기 좋고 조용한 동네로 떠날 수도 있다. 그럼 당연히 그 빈자리에 숟가락이 과연 몇 개 올라올지 예상은 어렵지 않고. 도시에서 진공청소기를 부러워하고, 커피포트 때문에 열 받고, 아주 드물게 사근사근한 청춘의 거리에서 기를 받다가, 다시 조증과 나댐의 명사들에게 기가 빨린다? 차라리 두문불출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깔깔이와 바보와 푼수들이 저변을 충원하고 유행을 공고히 지지해야, 그래야 진짜 백조들도 고고한 목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그저 적당히 귀엽고 자주 보면 정드니까 아무 여자한테나 애원하는 그런 남자가 아니다. 그러니까 그대는 적당히 남자답고 그다지 자상하거나 친절하진 않더래도 왠지 끌린다 좋아진다 싶으면 아무 남자한테나 막 무턱대고 꼬리치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맞다. 옳다. OK! 자세히 조사할 필요도 없다. 왜 아니겠나. 그러므로 구애와 유혹의 격조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어머나 그런데 이걸 어쩌지! 클라우드 나인인지 어딘지 그곳에 가니 그게 평균이라니. 저런, 저런, 저런! 그러므로 난 끝까지 물러나지 않겠다, 나는 지금이 전성기다, 나는 영원한 무대 체질인 것이다. '유난 떨고 꽃 받고 싶다'는 관객의 말일 뿐이고, 누군가는 박수에 사는 것이다. 공식은 그렇고 순서도 그렇게 된다. 그게 다 저 4분할 도형 도식화 때문에 발생하는 이치다. 그 가운데 그럼 시간 때우기는 뭐냐구요? 당연히 재미없거나 무관심이다. 유년시절 탐정 소설 전집 100권 완독은 당시에는 진공청소기였을 테지만, 나중에는 둘로 나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나뉠까? 이렇게 나뉜다. 첫째 향후 어떻게든 내게 도움이 됐다, 둘째 나중 내게 별 도움이 안 됐다. 곧 첫째는 유익 둘째는 무익. 첫째는 소년의 야망이 중년의 소원으로 바뀌는 계기랄지 직업을 꿈꾸는 발단, 또는 단지 말발에 도움이 됐다-까지 해당된다. 둘째는 현재 기억나는 건 전무하고,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게 재밌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곧 첫째는 우연한 행운이고, 둘째는 내 경험에 따른 잔소리이자 잔지식일 뿐이다. 때문에 그 차이는 확연해진다. 첫째는 홈런이고 둘째는 뻔트라고! 말을 바꾸면 첫째는 뻔트고, 둘째는 헛스윙이랄지 2군 퇴출이다. (물론 당사자는 2분법이고, 화자가 아닌 청자는 '4+2'분법이다. 일관되면 좋겠지만 변할 수도 있고, 복합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액면이 비리비리하다고, 잔재주가 그만그만하다고, 숟가락을 올릴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는 둥, 출발선부터 뒤쳐졌다며 삶이 투정 일색이 되면 그 인생은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나온 4분할 도형에서 2개 카드를 뽑았는데 원하는 하트 뿅뿅도, 좋아하는 반짝반짝 다이아몬드는 나와 점점 멀어질 것이라는 점. 나까지 꼭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해야 할 응분의 동기가 꼭 옳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마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100가지에 도전해서 1개의 천직을 찾고, 2번의 사랑을 하며, 3가지 비밀을 무덤까지 갖고 가고, 취미는 한 열 댓 번 정도 변하며, 차마 뭐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찬란한 흑심은 이루 말도 못할 형편이었다고! 말하자면 사랑학을 숙지하고, 인생론을 깨우치며, 환상관을 터득하면 그 어떤 원리가 막 선명히 보이는 것이다. 뻔트 100번이 10번의 빠울 홈런보다, 그 어떤 신인상이나 득점왕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것. 뭐랄까 신기하고 아름다우며 행복하기? 놀랍도록 신비하며, 동화를 꿈꾸고, 애니메이션 속 희망의 나라에 사는 듯한 기분! 그러나 동기 부여로 들떴던 분위기가 슬슬 가라앉고 나면 또 다시 조증과 수다,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좀비 잔치는 우리를 괴롭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여러분! 자존감 화장품 애호가이자 점잖으신 양반들, 품격 높은 당숙과 끝내 철들기를 마다하는 형씨들까지. 여러분, 우리가 대체 언제까지 정력가들의 자랑에 쭉지를 못 편 채 신부들러리나 감지덕지하면서 걸핏하면 병풍이나 서야 합니까? 네? 우리가 뭐가 못났다고 수다쟁이들 가려운 곳이나 긁어줘야 하냐구요. 네? 우린 대체 뭐가 엉망이라고 그 어른 응석쟁이들 수발이나 들어야 합니까? 우리가 왜 그래야 하냐구요! 그 까짓 깔깔대는 잔재주,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게 뭡니까? 네? 이게 대체 무슨 개꼴입니까?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네? 이건, 이건 아닙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어? 네? 막? 확 마 거 마...? 워─워─워! 단, 개꼬락서니 미워서 낙지를 살 것인가, 아니면 미운 놈 떡 하나 더 줄 것인가는 각자 알아서! 그렇다고 띄워주겠다는데 굳이 사양할 텐가, 찬조와 조명과 특급 대우를 다 뿌리치고 굳이 고요한 숲 속의 성으로 도망칠 것인가, 제 발로 굴러온 호박 그것도 까무러칠 만한 대어를 구태여 밀어내고 마다해야 하는가! 그건 차근차근 생각을 하며 전후좌우 형편을 따져봄이 마땅한 일일 것이다. 월척인 줄 알았는데, 실망일 수도 있으니까. 그 뭔가가 가짜 열매에 벌레 먹은 사과일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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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디어 노는 날이다. 그런데 특별한 일은 없었다. 약속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놀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나는 일기를 썼다. 오늘이 몇 월 며칠 무슨 요일인지도 까먹었다. 내용: 통상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은 말하기도 좋아하게 마련이다. 대체로 그렇다. 그런데 그 반대, 곧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나서기도 좋아할까? 그건 단서가 붙는다. 나서도 괜찮을 상황인가를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먼저 판단해야 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전망을 살펴야 한다. 낄 데 안 낄 데 아무 데나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였다? 푼수 대회다! 사리 판별이 밝고 선량하나 전체적인 수준이 영 내 마음에 들기 힘들다? 삼류 나이트클럽을 외면하는 건 그대의 자유다! 우리들의 허당 대회에 내가 빠질 수야 있나, 얼마 만의 으쌰으쌰인데? 대체로 낙관일 테지만 혹시 모르니까 일단 '나 혼자 팔짱' 정도로만 참여다! 세계 7대 불가사의가 별자리 북두칠성과 그 모양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별자리운으로 북두칠성과 천생연분이라는 오리온자리를 파면 보물이 있다, 고대의 보물 지도가 발견됐으니 펀드에 슬며시 끼워준다는 초특급 제의를 받는다? 솔깃한 귀뜸은 고맙다만, 첩보는 가련하다만 이미 작년에 속아서 딱 3장 날린 미스테리다, 때문에 뒷짐!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가 아니라 어쩜 날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의아한 고급 사교계? 주동자와 친해지면 좋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일단 근처에서 얼쩡얼쩡 주변에서 알짱알짱! 곧 숟가락이 좋을지 삼지창이 나을지는 대 봐야 안다. 형세 읽기에 대한 예시는 이렇다만 나는, 나서기를 좋아하지도 말하기에 특별히 취미가 있지도 않았다. 단골 술집 바텐더한테 다짜고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멋모르고서 웬 카페에 뜨내기로 등장하여, 웨이트레스에게 왜 날 짝사랑하지 않냐고 따질 수도 없었다. 할 말도 별로 없고, 할 일은 이미 타성과 연애에 빠져버렸다.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잘난 척을? 박수가 아니라 매를 벌 수도 있다. 그러면 어디를 가든 아는 척? 난 바보 멍청이 모지리로 찍혀서 은근히 따돌림 당할지도 모른다. 심심한 데도 불구하고 재밌게 놀기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복은 마다할 수 없으니 열심히 소처럼 일만 하다 난 결국 허언증이 도졌다. 심지어 언제부터 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다고, 라는 비난마저 달게 받아들여야 하나 문득 겁이 들었다. 그래서 이것도 저것도 아닐 바에야, 따라서 나도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해야 할까? 그걸 대체, 누가, 좋아하겠나! 타인의 관심은 꿈쩍도 안 한다. 역시나 통장 잔고는 그만그만했다. 그러다 나는 아르키메데스처럼 깨달았다. 아아, 바로 그래서 나는 거포가 아니라 뻔트 요원이로구나 라고. 결국 난 잔지식은 되는데 잔소리에는 통 소질이 없었던 것이다. 잔근육은 있다만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잘 보이지 않는데 있다는 거다. 영화배우 뺨 치게 잘생기지도 못했고, 성우에게 명함을 내밀 수도 없다. 그렇다고 장비발이 좋나 큰 기술이 있나. 그러니까 나는 주로 선녀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왜 안 오나 했나. 또 다시 자랑의 시간이 돌아왔다. 살면서 차라리 친구들한테 말로 자랑을 남발했다면 아마도 덜 이랬을 듯 싶다. 그래서 어쩌면 자랑은 오히려 글보다 말이 낫지 않을까? 하온데 그러면 그건 다시 허세가 되는데! 또 모순에 봉착했군. 하여튼 용서를 구하고, 선처를 빌며, 아량을 부탁한다. 면목 없다만 말이다) 나는 주로 선녀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매가리없이 생기고, 어리숙하며, 여자 말 잘 들을 것 같고, 아마도 착해 보이니까. 선녀들, 그분들 입장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분들을 최고 미녀로 인정한다는 내 고집은 꽤 오래 불변할 것이다. 겸양의 미덕마저 포기할 수 없으니, 물론 턱없이 저평가해서 그렇다는 거다. 심각한 가치 폄하가 아니라 엄밀한 객관성에 근거하자면 그녀들 평균은 최소 지역 미녀대회 입상권이었다. 그렇지만 사생활 문제도 있고 하니 일단은 선녀로 부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뭔가 애매한 숙녀가 양쪽에서 내 팔짱을 꼈고, 것도 한 번이 아니었으며, 뭔가 어중간한 미녀들이 날 짝사랑하고 풋사랑했다. 그러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건 행운일 테고. 그런데 남자들 세계에서 덕망이 두터운 가죽점퍼 카리스마 친구가 이런 얘길 듣는다면 아무렇지 않으실까? 그럴 리가! 입이 튀어나오고, 얼굴이 길어지며, 뚜껑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늬가 바로 그 제 몇 회 자랑 대회 우승자냐? 라면서 누군가 슥 우리 집에 찾아와서 막, 야 한 판 뜨자......?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쭉 난다! 이러니 마음 놓고 자랑할 수야 있나. 그래서 우리는 겸손이란 액면을 먼저 슬쩍 깐 다음에 자랑을 하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원하는 건 그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건데, 정작 나에게 노크하는 건 극장 관계자다. 영화 끝났는데 자니까 깨우거나, 엔딩 크레딧마저 거의 끝나가는데 괜히 폼 잡고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청소하시는 분이 들어갈까 말까 망설인다. 그리고 우천 중간 중료되어 경기장 난입, 딱 1번 있었다. 바로 그날 나는 길바닥에서 잤다. 그러니까 나는 발단만 요란하다. 행복한 결말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없고, 끝까지 뜸만 들인다. 전개는 구경하기 힘들고, 성과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예견하며 사랑을 해야 하는데 영화 예고편에 속는 식이다. 기쁨을 기대하며 즐거움을 예상하지만, 몇몇 명언에서 빠져나올래야 빠져나올 수가 없다. 환상을 예언하기 바로 그걸 꿈꾸지만, 결국 현실은 촉망과 정반대다. 말하기 좋아하는 허당에게 기가 빨리고, 나서기 좋아하는 삼류 때문에 뚜껑이 열린다. 하긴 알고 보면 나도 변변치 못한 커피포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싸구려 낭만도 낭만은 낭만인데, 어떻게 내게도 그런 일들이...? 숙녀의 팔짱, 내 마음 속에 노크, 달콤한 백허그, 황홀한 키스, 다정한 사랑, 새콤달콤 윙크, 반짝반짝 립스틱 색상을 알아맞추고, 리본을 풀어 포장지를 벗긴 다음 위와 아래가 한쌍인가를 확인...... 이런, 젠장! 그게 아니라 아무리 기다려도 애타게 기다려도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오지 않는 분들이나 놀리며 깐족거리고 있으니, 이거 이거 큰일이다. 보통 일이 아닌 거지. 그러고 보면 바로 그래서 차라리 잔재주, 잔소리, 잔근육, 잔기술, 잔지식이 좋을지도 모른다. 매에는 장사 없다고 쨉이면 게임 끝난다. 큰 거 한방 믿었다가 낭패를 본 사랑의 포로들 꽤 된다. 부푼 예감이 큰 실망으로 결판나느니 아예 처음부터 뻔트로 출발하는 것도 썩 나쁜 인생관은 아닌 듯 하다. 그러다 나중 괜찮은 포지셔닝을 슥 가져다 붙이면 되니까 말이다. 분위기 따졌을 때 모두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한다며 쉽사리 절망만 할 게 아니다. 묻어가고, 그 위에 올라타며, 행운은 내 편이요 구름은 솜사탕일 것이다. 그분들을 들뜨게도 만들었다가 뚜껑 열리게도 했다가, 쩍쩍 붙는 우연의 연속, 또 말고 엮고 감는 작전 그 신기한 잔꾀가 있으니까 나는 환상머신의 단추만 딱 누르면 그만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신비한 환상머신은 아직 구경도 못했다는 것. 아직 발명도 착안도 구상조차 못했다는 것. 예언가는 커녕 정력가와 몽상가들의 소망 파악도 못했고, 탐구는 지지부진하며, 추측은 여태 추리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 따라서 어쩌면 나는 더 심심함을 견뎌야 할 것이다. 고로 나는 아마 재미없음을 더더욱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풍운아의 운명과 공상가의 허풍은 좀처럼 친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체념과 재미의 그래프를 오르락내리락한다. 할 말이 없어도 말하기를 좋아해도 된다. 할 말이 떨어져도 당당할 수 있고, 못 웃겨도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말수가 없었어도 바텐더한테 단독 1등으로 손꼽혔다. 조용 조용, 그만 그만! 듣기가 무진장 쌓였으니 다른 직업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작가에게 엄청난 데이터베이스는 분명 한 재산인 것이다. 또 말하기를 좋아해도 나서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 왜 안되겠나. 할 일이 있어도 매번 홈런만 칠 수는 없다. 날마다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생일이라면 특별함도, 기다림도, 그리움도, 애타는 극적 긴장감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것이다. 나방으로 시작했다가 나중 플라토닉을 영입해서 사랑이 될 수도 있다. 가난해도 재미있을 수 있고, 비밀이 없어도 허구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미지의 이상과 새로운 희망은 그렇다만 남자는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난봉과 쾌락마와 방탕 그리고 밤의 세계를. 퇴폐미, 백치미, 푼수과, 막살라 명찰... 대타는 한도 끝도 없다. 친구 경주마는 죽상이 되어 초저녁에 집으로 터벅터벅 향하지만, 우리 야생마들은 정녕 저 푸른 초원을 미친듯이 질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장미의 선망을 꼭 뭐 어떻게 한 번 해보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네 인생 드라마는 단지 그럴 수도 있다는 걸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한 것일 뿐.
9
나는 레이저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홀로그램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슬펐다. 그래서 역전하기 위한 기쁜 예감을 찾았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제라드를 만나서 물어봤지만 관심이 없는 듯 했다. 레너드도 마찬가지였다. 또 내 사무실에 설치된 시스템은 최저가라서 뭘 기대할 수 없었다. 그 중계소에 다시 가봤는데, 거긴 폐쇄됐다. 그럼 홀로그램을 봤던 사람은 나와 비비안이 전부였다. 실제 대화를 깊이 나눴던 사람은 내가 유일하고, 비비안은... 그 친구도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어떤 가능성 때문에 비비안은 날 귀찮게했다. 그렇다고 나는 어떻게 달리 그녀의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도, 미지의 동경심을 만족시켜줄 수 없으니까 나는 그녀를 피했다. 여기까지가 사건도 아닌 사건의 전말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치고 꽤 시시하다. 따라서 잊는 게 좋은 일이라고 나는 일단 1차 결론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공상에 빠졌다. 무엇을 생각할까? 생각났다. OK! 유능한 천문학자가 외계인의 실존을 입증했다. 시선을 학계에서 업계로 돌려보면 저명한 점쟁이는 유령의 활약을 예언했다. 그런데 눈이 외계인은 3개요 유령은 1개라면, 그럼 사람들은 그걸 까메오가 아닌 지구인의 친구라는 공식적인 주연으로 인정할까? 헉!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왔냐, 아니면 올라올 뻔 하다가 어디로 흔적도 없이 가버렸냐조차 그분들께서 도통 인정하기 싫어하시는데, 그럴 리는 없다.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결국 진실을 따지자면 과학자는 외계인의 실존을 입증하지 못했고, 역술가의 화법은 딱 하나만 모는 식이다. 사랑이냐 행복이냐, 채찍이냐 당근이냐, 예나 아니오냐! 영험한 신통력으로 미래를 관측함도 좋지만 우선은 얻어걸리는 우연보다 꼼꼼한 최면술이 정답이니까 지극히 모범 답안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따지건대 전생이니 내생이니 모르겠고, 따라서 우리는 현생에 집중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설령 그렇더라도 긴 듯 아닌 듯 양다리를 슥 걸치고서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차라리 영화 예고편에 속는 게 낫다. 차라리 나도 한때 추리소설을 몹시 애호했다고 거짓 자랑을 하는 게 좋다. 어쩌면 플레이보이의 요건을 따졌을 때, 허당계를 이끄는 공상을 하며 처음부터 삼류를 지망하는 게 도리어 유리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아저씨는 퇴짜놨지만, 우리는-화법에게 딱 바지끄댕이를 잡혀서 그녀는 한동안 방황할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니까. 하지만 어찌됐든 황금을 좋아하고 인기를 추종하는 건 우리의 본능. 그래서 적당한 탐욕을 지지하고, 은근히 선망을 사랑하며, 아직도 야망을 향한 갈망을 뿌리치지 못한다? 후배의 응원에 힘입어 일부러 철들지 않았더니, 친구의 부추김에 기 받어 억지로 철들지 않았더니, 단순한 야단이 아니라 여자친구는 영영 날 떠나버릴 수도 있다. 그러면 대체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게 대체 뭐냐고? 그래서 원리와 순서와 진리는 모두 다시 으쌰으샤로 취합할 수 밖에 없다. 그러지 않을 수가 없거든! 그런데 문제가 내게 딱 달라붙어서 안 떨어진다. 도저히 안 떨어진다. 내 마음을 빼았기기 전에 숙녀의 마음을 훔칠려고 하는데, 여심은 내게 굴러올 듯 말 듯 하다 날 교묘히 피해간다. 더 이상 세상에 속지 않고 사랑 앞에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머머하는 법' 전집을 샀는데, 알고보니 뭔가를 잘못 산 거다. 공중부양을 해야 하는데 심신분리가 되고, 동기 부여를 하고 싶은데 사기 저하로 기운이 빠진다. 허세꾼의 말을 듣고 조증녀를 생각만해도 기가 빨린다. 참 나! 고로 우리는 결심을 하고 용단을 내려야 한다. 어설픈 애정에 흔들리지 않겠다? 진짜로 한눈팔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충동구매에 넘어가지 않겠다? 형편 때문인지 자의인지 몰라도 나는 어느새 현명한 소비자 즉 짠돌이가 됐다. 두 번 다시 안 서도 될 병풍은 적극 거절하고, 다시는 이기주의를 포기한 채 신부들러리로 살지 않겠다? 진짜로 감정이 매말라서 로보트 같은 이성주의자가 된다! 재미없다고 투정부리지도 않고 돈 없다고 짜증내지 않기? 일기장에 쓴대로 이루어진다! 황홀한 사랑을 잠시 유보하고, 달콤한 행복은 잠깐 연기하기? 어 뭐야, 진짜 진짜 그렇게 된다! 자, 정말로 그렇게 됐다 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언제까지? 그래서 우리는 묵묵히 으쌰으쌰에 다시 임하는 것이다. 안 그럴 수가 없으니까. 많이 참았을 테니까. 그렇다고 꼭 경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너무 막사는 태도는 지양하고, 역시나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막말도 경계해야 한다. 그처럼 우리는 이따금 오락산업의 총아로써 상업주의가 잘 돌아가나 테스트를 하게 된다. 그러다 다시 스트레스를 받을지, 인기는 물론 넉넉한 황금과 보너스인 쾌락마저 덤으로 챙길지 모르지만. 하여 심각한 고민 끝에 내가 고른 으쌰으쌰는 연애론도 방탕조도, 사랑법도 허풍술도 아니었다. 그건 바로 내 친구 얼리아답터 롭, 내 팬클럽 회장인 롭을 만나서 내가 봤고, 만났고, 대화를 나눴던 인공지능에 대해서 물어볼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롭에게 연락했고,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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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롭을 만나러 가는 길에 어느 길거리 집회 현장을 목격했다. 누군가 들고 있는 금빛 액자 안에 이런 문구가 씌여 있었다. '볼 때는 꼴리고 찍히니 쫄리냐?' 나는 낯 뜨거움을 느꼈다. 화들짝 놀랬다. 아마도 귀가 빨개졌을 것이다. 홍조는? 차마 거울을 볼 여력이 없었다. 거울도 없었다. 핸드폰은 있었지만. 결국 나는 숙녀처럼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금껏 읽거나 듣기는 했어도 글로 쓰거나 말로 한 적은 (아마) 한 번도 없는 표현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그 다음 나는 세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합법적인 시위는 시위인데 내가 왜 그런 자세한 구호를 외워야하지?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둘째, 내가 그걸 인지할려고 저분들과 나는 운명적으로 스쳐지나가듯 만났나?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셋째, 아아 이건 민주주의로구나! (자기 나 사랑해?) 이런 말 해도 괜찮을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끼가 없으니 이건 끼 부리는 행위가 아니다. 아울러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여우의 내숭이라 부를 일도 아닐 것이다. 내숭이 싫다 애교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다고 저급한 분석적 사고의 얄팍함으로 판단하건대 암캐의 본능적인 꼬리흔듬이라고 볼 여지도 없다. 왜냐하면 내게 득될 게 하나 없을 테니까. 고로 이건 그저 단순히 나불거린 수탉의 잠꼬대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적나라하고, 아니라고 하기엔 뭔가 어른들께 시사하는 바가 있으니 뒷맛이 썩 개운치 않다. 누가 뭐라든 정당한 의사 표현이고 합당한 규탄의 자유. 그 자체가 1차로 놀이이자 문화요 2차로 말장난에 농담이 될 수도 있는데, 옳은 까닭에 근거하여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모였을 것이다. 당연히 옛날 옛날에는 이런 일을 한마디로 민감하게 봤을 테고.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불편한 용기를 공개할 수 있으니, 우리는 진보했을까? 맞다. 진보했다. 소비의 시대이니 만큼 자유의 가치가 드높은 반면, 책임과 다양성 때문에 시끄러운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따름이다. 또 그 뭔가가 잘 돌아간다는 증거일 테고. 그처럼 나도 진화하고 싶다. (너 많이 컸다? 좋게 받자면, 나만 커서 미안하다! 한 번 꼬자면, 술값 내라는 말이냐? 두 번 꼬자면, 알려줘서 고맙다! 세 번 꼬자면, 나 클 때 넌 뭐 했냐?) 어쨌든 사정이 허락하면 나도 잠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롭과 만나는 목적을 모른 체 할 수는 없었다. 불미스러운 일이라면 무조건 거리를 두는 성격의 교양인 입장에서 봤을 때 약간 마뜩잖은 일일 수도 있으나, 뭐랄까, 나는 어떤 막연한 거룩함이 느껴져서 벌렁벌렁했다. 아, 트럼프 카드놀이의 하트 뿅뿅이! 그건 그렇고 나는 롭을 만났다. 나는 롭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차저차해서 어떤 일이 있었다. 넌 그걸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충분히 가능한 일일 뿐인데, 왜?」 「왜냐니? 뭐가 왜야?」 「있을 수 있는 일이 있었어. 주인공은 형이었고. 그게 다야. 아마도 형은 막연한 선망과 뿌연 신비감을 시인하는 게 좋지 않을까? 보아하니 지금 형은 말이야, 합리적인 현실성에 귀속됨으로 인해 어떤 뭐랄까, 믿었던 환상으로부터 배신 당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떤 막 뭔가 딱 그런 게 느껴져. 어, 정말. 진짜로. 딱 그래. 우연히, 어? 어쩌다 비범한 열정가인 미지의 존재와 딱 조우했는데, 그런데 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거라? 형의 마음은 붕 떴어. 마음이 붕 뜨는 건 두 가지가 있다는 거 형도 잘 알잖아. 응? 겉보기와 달리 이 형 완전 순진하네. 형 너무 천진한 거 아니야? 세상 거칠어. 어? 형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무슨 까불이 홀로그램에 홀려가지고 그처럼 넋을 잃은 듯한 표정이라니. 상사병도 아니고 말이야. 그게 말이 돼? 말이 안되지. 그럼 내가 말이 되는 과학을 보여줄까? 형 학교 다닐 때 수학 잘했어? 속상하다고 지금 뒤늦게 학구열에 넘어가지 말고. 응? 일단 이걸 봐봐. 이걸 보고 나서 얘기하자, 우리. 응? 일단 보고 나면 깜짝 놀란다니까 그러네. 아주 기가 막혀요~! 허허허.」 그러면서 롭은 웬 작은 영사기 같은 큐브 장치를 선보였다. 스타워즈 소품 장난감처럼 생겼는데, 꽤 정교해보이는 게 가격이 만만치 않을 듯 했다. 「형. 이게 있잖아. 한정판이야. 게다가 특수 제작. 심지어 연구소장의 의뢰에 의한 주문품. 다시 말해서 이건 말이야, 아직 정식 시판에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란 말이지. 나는 그걸 테스트하는 음... 연구원이고. 다른 건 다 좋은데, 이게 말이야, 인공지능이 좀 멍청해.」 그러면서 롭은 리모콘 버튼을 누르니 큐브에서 레이저 더미가 수직으로 나오더니 약 1.5미터 상공에 홀로그램을 띄웠다. 홀로그램에 나타난 주인공은 유명 애니메이션 주인공이었다. 「이게 말이야. 동작, 표정, 생각, 대화등 다 되는데.. 그런데 있잖아. 얘가 좀 띨띨해. 약간 덜 영리해. 아직 상용화 전이니까 그럴 수 있어. 그렇지만 대화가 안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 그럼. 얘랑 한번 대화해 봐.」 그래서 나는 그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애니메이션 주인공과 대화를 시도했다. 「안녕.」 「안녕? 가식적인 인사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어쭈! 시작부터 세게 나오는데.」 「위선자 같으니라고. 처음부터 맥없이 시작한 건 내가 아니라 형씨죠. 안 그렇수?」 「뭐, 뭐라고? 요것 봐라!」 「보긴 뭘 봐요? 형씨가 나를 보슈. 당신은 거울도 안 보요? 내가 형씨보다 잘생겼고, 형씨가 나보다 못생겼네. 라~고 말하면 안된다고 배웠습니다.」 「와, 뭐냐? 롭, 얘 완전 다 되네?」 나는 레이저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홀로그램 인공머신과 거의 흡사한 듯한 느낌 때문에 녀석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더군다나 녀석은 큐브에서 나왔다. 「롭? 롭이라면 우리 집 고양이 이름이다. 롭. 너는 고양이냐? 아니다. 너는 쥐상이다. 고로 너는 제리로 이름을 바꿔라. 알겠느냐?」 「형 봤지? 얘가 이런 애야. 어때?」 「뭐가 어때?」 「너 이제 그만 들어가. 나중에 부르면 그때 나오라고. 응?」 그러면서 롭은 큐브의 버튼을 눌렀다. 홀로그램은 윈도우나 맥처럼 컴퓨터 운영체제에서 프로그램이 화면 하단으로 내려가는 효과처럼 스스륵 하면서 큐브 안으로 사라졌다. 「와. 괜찮은데! 롭. 얘 얼마니?」 「아까 말했잖아. 아직 시판 전이라고. 상용화 결정이 아직 나지 않았어. 연구-개발 단계의 막바지이긴 한데, 테크놀러지 미디어에서 특종 캐낼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 그리고 나도 주주야. 일단 이건 공룡업계에서 제작한 게 아니고, 중소업체에서 만든 거야. 어때? 형도 투자할 생각 있어? 아니다. 지금은 그 단계 건너 뛰었어. 비상장주식 거래도 제한된 상태라고. 아무튼 잘 되야 할 텐데...」 나는 혹 뗄려다 혹을 붙여서 집에 왔다. 롭과 만나기 전에는 롭이 뭔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뭔가 속 시원한 처방을 내려줄 걸로만 기대했다. 그런데 결과는 역시나 절망이었다. 롭이 가져온 큐브가 훨씬 훌륭했다. 소형화에 성공했고, 기계로 만들어서 상용화를 앞둔 신제품이었다. 그런데 나는? 레이저 시스템으로 우연잖게 등장한 홀로그램 인공지능? 소환이 불가능했다. 맛만 보고 만 거다. 시음이야 뭐야? 어딘지는 몰라도 환상을 내게 줬다 뺐어간 거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뭐 동네의 유명한 똥개야 뭐야? 저런! 나는 비길 데 없이 애가 탔다. 뜻밖의 환상을 잡을 듯 말 듯 다시 잡을 듯 한 아슬아슬함은 그 어디에 비할 데가 없었다. 그런데 롭이 가져온 큐브라니...! 결국 나는 혹 뗄려다 혹을 붙여서 집에 왔다. 아, 집으로 오는 길에 웬 그래피티를 봤다. 그래피티라기 보다는 낙서에 가까웠다. 씌여진 글씨는 이랬고. 오늘도 예술가인 척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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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본선 탈락보다 깔끔한 예선 탈락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은, 과정이 중요하다고 배웠지만 더 중요한 건 결과인 것. 때문에 그 흔한 병풍이나 신부들러리로 초대 받지 못할 바에야 아예 진로를 바꾸는 게 현명한 결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결국 무소속이 됐다. 직장도 없고 존경하는 상사도, 날 흠모하는 후배도 없다. 괜찮다. 다 괜찮다.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뭐야, 러브콜이 없잖아? 이 일을 대체 어쩌면 좋아! 지명방어전 상대로 제발 날 지목해달라며 아무한테나 빌어야 하나, 아니면 우리 함께 의무방어전의 예술을 논헙시다 하면서 뜬금없이 구애에 나서야 할까. 그러니까 누구한테? 그걸 내가 알겠나 그대가 알겠나. 듣도 보도 못한 환상은 통 소식이 없고, 밑도 끝도 없는 신비는 날 진작 배반했으니 쉬어가는 셈 치고 지난 날을 보속하는 의미에서 회상록이나 써볼까? 하지만 비망록이라면 벌써 심도 깊은 집필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전력이 있다. 그러니까 글썽이는 열망, 뭉클한 마음, 찡한 애원의 대상은 무엇일까? 사랑을 동경하는 인생... 너무 소녀의 기도 같다. 그럼 허심과 정반대되는 전율감을 선물하는 판타지나 써볼까? 할 수는 있는데 반지의 제왕 같은 걸 쓰면 뭐하나, 내내 걸어만 다니는 영화라는 소리나 들을 텐데! 여기서 잠깐 몹시 궤란쩍지만 구분은 필요하니까 허세에 대해서 한말씀. 허세1은 못하는 걸 안한다라고 하는 것. '우리는', '없어' 같은 것 (내가 최고. 스스로 올라가기) 허세2는 그런 얘기는 나라도 하겠다, 늬가 무슨! (꿈 깨,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상대를 끌어내리기) 허세3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듣거나 (직접화법의 결점) 허세4는 눈치가 없는 것 (단순함. 자기중심적. 일은 잘하는데 일만 잘함. 착함.) 허세5는 빈말과 참말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주관이 약함. 흔한 말로 순진함, 좋게 말해 성격 좋음) 허세6은 참는 놈 위에 하는 놈 있다고 흙탕물에 대한 풍자, 반칙왕에 대한 설교 (정상? 비정상?) 허세7은... 이러다 배가 산으로 가겠다. 조용! 이쯤 되니 허세나 허영이나 다른 거 빼고는 똑같구만 그래! 다시 본론을 이어가자면, 그렇다고 정지된 시간이니 꿈의 낙원이라는 둥, 유행도 지났고 너무 남발됐다. 보아하니 까무러칠 듯한 행복감을 구현할려면 풍선처럼 부푼 환희를 제시하면 된다. 말하자면 풍선처럼 부푼 환희는 과장된 모험심으로써 꽃 필 수 있다. 과장된 모험심을 수월하게 끌어당길 수 있는 치즈에 달린 줄은 그것이다. '옹졸한 인격 대 고귀한 천성' 구도로 전개되는 비밀스러운 사랑에 대한 궁금증. 그래서 비밀스러운 사랑이라면... 친구의 사생활 폭로도 끼여들지도 모르고, 애인 염탐을 해야할 수도 있다. 그러면 원초적 유혹은 기본일 테고, 점잖은 분들께 상서로운 불쾌감을 유발할지도 모르는데?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어? 내가 직접 나대고, 꼬시고, 민폐에, 찝적에, 혹시라도 상스러운 표현으로 껄떡거린다는 비난마저 감수하며,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라고? 진짜로? 망할 게 바보될 게 뻔히 보이는데, 그 길을 가라고? 나보고? 설마 같이 아웃되자고? 그러니까, 나까지? 그건 아니다! 그건, 정말, 아니다. 다정은 몰라도 수다는 조심해야 한다. 다망이라면 괜찮은데 사랑에서 다자주의는 숙녀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왜 아니겠나. 그렇다고 지금 와서 직업을 작명가로 바꿔 다명을 슬며시 권하겠나 어쩌겠나.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으쌰으쌰말고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데 놀라운 게 뭐냐면 내가 이번에 선택한 으쌰으샤는 결코 범상치 않다는 점. 아닌가? 아닌다. 진짜다. 맞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해변으로 떠나기로 했다. 일상이 재미없을 때 내가 하는 일은 뻔했다. 몇 가지 없었다. 1달에 한 번 일광욕. 가끔 드라이브. 방황. 소풍. 으쌰으쌰. 바닷가에서 파도타기하는 사람들 구경하기. 운동하기. 기타 등등. 그렇게 나는 짐을 챙겨서 딱 떠날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때마침 롭에게 전화가 왔다. 「형. 혹시 내 큐브 못봤어?」 「그 요술램프 지니? 너가 보여준 뒤로는 못봤지.」 「그래?」 「왜, 녀석이 할로윈 잔치에 자발적으로 참가했을까 봐?」 「아니 정말... 그게 어디 가버렸어. 형. 정말 못봤어?」 「당연히 못봤지. 내가 녀석을 어떻게 봐? 그 친구가 내 얘기 하던?」 「그런데 있잖아. 내가... 이게 말이야, 말하는 나도 웃기지만, 또 말하지 않을 수도 없고.」 「왜! 뭔데 그래? 괜찮아. 말해. 말해. 일단 듣고나 보자. 응?」 「그게 있잖아. 아무래도 말이야. 그 큐브가 정사각형 컨테이너로 변한 거 같아. 거 왜 옛날에 형이 살았던 초소형 설치 주택 있었잖아? 그거랑 비슷한 크기로 큐브가 변신한 거 같아. 나도 알아. 내 말이 헛소리로 들린다는 거. 왜 몰라? 하지만 나는 미치지 않았어. 제정신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형이 우리 집에 좀 와주면 안될까? 내가 이걸 들고 갈 수는 없거든. 너무 커. 너무 무겁다고. 응? 어떻게 안돼. 그래도 난 미치지 않았어. 하지만 난 분명 제정신인데, 살짝 돌려고 해! 진짜 그래. 말도 안되는 헛소리로 들린다는 거 잘 아는데, 그래도 속는 셈 치고 한번 와주라. 형. 나 알지? 내 말은 믿지 않아도 좋다구.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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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행선지를 바꿔서 롭을 만나러 갔다. 그렇게 나는 롭네 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함께 롭의 집 마당에 있는 컨테이너를 구경했다. 이제야 일이 뭔가 재미있어질려는 찰나일까? 발단 또 발단 내내 발단, 그러다 갑자기 전개 건너뛰고 곧바로 절정? 그럼 내게 남은 배짱은 무엇일까? 내가 못 해본 체념은 어떤 형태일까? 과연 얘는 진짜 환상일까 가짜 환상일까? 롭은 설마 나를 놀리는 건 아니겠지? 야심을 내팽개치고서 앞날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일만 하다가, 갑자기 이런 현실감 심하게 떨어지는 고철덩어리라니...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나는 일기장에나 어울리는 소원이랄지 수다로 증발하고 농담으로 실패할 소원 같은 작은 꿈에 집착하는 게 전부였는데, 그런데 이게 뭐야? 이거 정말 뭐하는 상황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당연히 롭은 그런 표정이었다. 형도? 「롭. 얘 뭐니?」 「나도 몰라. 그런데 지금 가능한 추측은 딱 그거야. 큐브가 이걸로 바꼈을 거라는 거.」 「그걸 나보고 지금 믿으라고? 나도 그런 말 하기 싫어. 내가 왜 지금 이걸 믿어야 하는데, 같은 거. 그렇지만 말이야... 이건... 이건... 어? 아니 왜! 다른 추정은 없는 거니?」 「어. 후보는 없어. 지원자가 없거든. 전혀. 모든 것을 점검했어. 그 결과 결론은 이거야.」 「롭. 너도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봤을 테고,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를 꽤 봤을 테니까 잘 알겠지만 말이야. 사건이란 있잖니, 합리적인 의심이 전제가 된 다음에 미심쩍은 전개로 나아가는 게 순서야. 응? 우리가 아무리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고 해도, 이건... 근거가 너무 빈약하잖니. 안 그래? 우리가 아직도 소년 잡지에나 나오는 싸구려 불가사의나 궁금해 해야겠니? 머머설이니 UFO니 외계인이니, 그거 다 옛날 옛날에 뗐잖아? 그런데, 이건 뭐니!」 「아 그야 나도 형처럼 생각했지. 왜 아니겠어? 그런데 상황이 그렇지 않다니까 그러네. 자 봐봐. 내가 아무런 실태조사도 없이 형을 불렀을까봐? 아니야. 나 그렇게 물렁한 사람 아니라고. 형도 잘 않잖아? 아, 모를 수도 있겠군. 어쨌든 들어가 보게. 그럼 알게 될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의 세계는 마치 회전목마와 알록달록 크리스마스 츄리를 꾸미는 느낌, 고전음악에서 피아노 전신에 해당하는 악기로 연주하는 바로크 선율. 그리고 나이트클럽이나 살사 클럽에 가면 볼 수 있는 미러볼은 없는데 어떤 원리로 발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이저가 그처럼 비추고 있었다. 음악은 개인의 상상과 우리의 허밍으로 충분할 것만 같았다. 그때 롭이 어느 버튼을 또 눌렀다. 그러자, 삐요삐요, 삐요삐요! 비상벨과 비상등이 작동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우리 집에 설치된 레이저 시스템과 동일한 장비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또 비밀번호를 입력했고, 비상벨-비상등은 동작을 멈췄다. 그 다음에 자동으로 중앙에 홀로그램 인공지능이 나타났다. 얼굴은 프랑켄슈타인이었다. 「형. 이제 내 말 믿겠어?」 「일단 52퍼센트 믿겠어.」 「에이~ 너무 쩨쩨한 거 아니야? 좀 더 써!」 「더 쓰긴 뭘 더 써? 너 솔직히 말해. 이거 얼마 주고 샀어? 어?」 「아니 글쎄, 사다니? 아 몇 번을 말해. 큐브가 이걸로 변했다니까. 아 정말 이 형 왜 이렇게 의심이 많지?」 나는 깨달았다. 대화를 마무리짓고 이끌기 좋아하는 사람, 허세꾼, 영심이, 상대적 우위에 대한 권위를 특히 강조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차라리 내 지성미가 무색해지는 게 낫다는 걸. TV를 보며 조증녀에게 기가 빨린다던가, 어느 날 어쩌다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유난히 피곤해지는 게 차라리 낫다는 걸. 이건 뭐랄까, 환상은 환상인데 믿기지 않는 환상이었다. 요술은 요술인데 뭔가 반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요술이었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싫증을 염두에 두고 현재의 이권을 속속들이 파악했지만, 미세한 경각심을 영영 잠재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롭의 큐브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혹 뗄려다 혹을 붙인 꼴이었는데, 이건 뭐야? 나는 영원한 신부들러리요, 항구적인 병풍이 된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나는 달리 롭에게 괜찮은 처방전을 내리지 못한 채 롭과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롭이 심하게 부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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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을 기대하면 대가를 요구하는 것, 그것은 밤의 세계다. 그런데 하나 주고 하나 받기는 밤에만 그러는 게 아니다. 낮에 TV를 보고 핸드폰으로 광고를 건너뛰는 것만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밤 하늘의 별을 보고, 약속에서 바람맞고, 애인에게 차이는 등 공짜 빼고는 모두 무료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즐겨한다. 오락산업의 시대에 싫든 좋든 그건 필수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멀티태스킹에서 쾌락과 효율만 얻고, 기다림과 집중력을 놓치느냐 하면 꼭 그런 건 아니다. 그러니까 다중작업은 때로는 유익하고 때로는 무정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는 권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논의를 정치로 확장하지 말고 개인의 예만 들어봐도 된다. 가령 나는 필요하니까 멀티태스킹을 하지만, 내가 청자요 신부들러리이자 병풍이면 단일작업은 내게 명백히 불리한 설정이다. 그땐 몸과 마음도 따로 논다. 속으로는 설혹 짜증일지도 모르나 겉으로는 역할극에 충실해야 한다. 예의란 딴 게 아니니까. 따라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타주의보다 이기주의쪽으로 쏠리게 된다. 마이크를 독점할 수 있는 권위. 무대에서 끌려내려가지 않는 이상 추하던 쓰러지던 끝까지 남고 싶은 권리. 타인에게 칭찬 받고 호인으로 보이며 괜찮은 평판을 쌓고자 하는 권세. 또 우정에서 우기기. 으샤으쌰에서 속지 않기. 사랑을 유혹하기. 이상형에게 못 이긴 척 넘어가기. 남이 추접스럽네 어쩌네 해도 스캔들은 끊이질 않기를. 그리고 낭만적인 사랑에 대해서조차 옆에서 보면 보인다. 남자가 더 좋아하는지, 아니면 여자가 더 많이 사랑하는지가. 그렇다고 우리가 언제까지 애들처럼 오늘은 뭘 자랑할까, 내일은 무엇을 뽐낼까 그 궁리만 해야 할까? 어째서 나의 자유는 만인의 희망이 아닐까? 왜 나의 행동주의를 타인1은 설치는 걸로 간주하고, 타인2는 동기 부여의 값어치를 높이 살까? 왜냐하면 그건 눈감고 휘둘렀는데 어쩌다 홈런이냐, 아니면 만년 홈런왕이냐 그 차이는 더없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곧 헛스윙 몇 번 하고 감 잡아서 신인왕이 되면, 그 후로 남의 다리를 긁건 수다를 포지셔닝으로 삼건, 대충 뻔트 대고 타석만 들어서면 인기는 근근히 유지되며 먹고도 산다. 말하자면 그건 꿈이 아니라 업일 뿐이다. 흐름을 타버려서 말이 좀 셌는데, 다만 기준선을 높게 잡았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그것도 어디겠냐마는 사업가냐 몽상가냐, 야심가냐 사색가냐, 행동주의자냐 낭만주의자냐, 이기주의냐 이타주의냐, 직업인이냐 예술가냐는 그렇게 나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 양다리는 좋다만 왔다 갔다 은퇴했다 돌아왔다 이거했다 저거했다, 까지는 좀 그렇다. 정신 사납다. 산만하다. 가볍단 말이다. 더 원론적으로 따져서 떴냐 못떴냐 라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살펴보자. 그러는 게 좋겠다. 아무리 결과를 대우하는 세상이라지만 과정없이 결론은 없을 테니까. 행운아의 과정은 나중 분명 포장될 테니까 말이다. 그처럼 실패와 성공이 비례하는 건 맞다. 똑같은 노력이 투입됐을 때 10번 실패하는 것보다 100번 실패함이 성공 확률이 높다. 그것도 월등히. 그런데 세상이 워낙 각박하고 인생은 1번이니까 경쟁은 언제나 맹렬하고, 그러므로 항상 우리는 더더욱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패기, 끈기, 열정도 좋다만 <이기면 그만이요 뜨면 끝이다> 라는 듯한 셈법까지 그럴싸하게 포장된다. 그와 같은 그럴 듯한 좌우명의 일례가 무엇이냐, 그것이다. <아니면 말고!> 아니면 말고? 너무 짧다. 짧아서 좋긴 하다. 그러나 인생을 아는 어른 뿐만 아니라 멋지게 늙고 싶다는 청춘이 보더라도 약간 뭔가 애매한 말임에 틀림없다. 비교적 옛날에 비해 왜 요즘은 더더욱 튀는-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까? 왜냐하면 잘난 척 하지 않으면 개개인의 그 잘난 재능을 충분히 성원할 만큼 세상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얘가 진짜 뭘로는 끝내주는데, 쟤가 정말로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최고인데, 나도 알고 보면 꽤 괜찮은데, 애매한 분위기에 굳이 깜짝 신인의 패기를 믿어볼 필요 있나요 노장 카드는 본전 보장합니다 등등등. 기다릴 시간이 없다. 채널 돌아간다. 차례를 놓친다. 아니면 신부들러리와 병풍이다. 1위를 내줄 수 밖에 없다. 한 번 2군으로 밀려나면 변신하지 않는 이상 예전과 똑같은 방식의 성공은 어렵다고 봐도 된다. 그래서 옛날에는 촌스러울지언정 '하면 된다'라는 표어가 야생마에게 익숙했다면, 지금은 '아니면 말고'식 경쟁력이 쉬쉬하면서도 아니고 대놓고 경주마들에게 인기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도전 정신과 긍지, 나는 막산다 너도 막살라 우리 막살자 라는 '아니면 말고' 주의! 전자와 후자를 어른들이라면 몰라도 한마디로 젊음은 혼동하기 쉽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막사는 선배가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다 라는 설득, 뭘 좀 모르는 친구는 아니면 말고 따따부따, 유명인이 베짱과 예법을 구분 못허고 '아니면 말고' 어쩌고저쩌고. 그래? 한두 번도 아니고? 에라 모르겠다 라면서 다 차려지든 아니든 상관 말고 숟가락 먼저 올리는 식이다. 아니면 말고? 뭐가 그렇게 간단할까. 간단한 게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좋은 사례가 훨씬 많겠지. 하지만 도전 정신과 불굴의 예술혼이니 희망찬 도전주의니 뭐니 다 좋다만 지속적인 실패의 잇점만 취하고, 반칙과 후회와 아픔은 잘 포장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않냐 라는 쿨함이 엿보여서 썩 불편한 좌우명인 듯 하다. 비슷한 논조로 '아니며 말고'보다 더 유명한 말이 있다. 그건 무엇일까? '하면 된다'다. 하면 된다? 하면 된다! 하면 된다는 장조고, 아니면 말고는 단조다. 어감이 하나는 긍정적이고 하나는 부정적이다. 때문에 다소 촌스러울지언정 하나는 좌우명으로 걸어도 괜찮은 듯 하고, 나머지 하나는 글이 아니라 비교적 말에 더 어울린다. 그런데 '아니면 말고'를 가훈으로? 아아, 나라면, 쥐구멍에 숨고 싶겠다. 나라면 차마 눈 감고 휘둘르는 덩치를 4번 타자로 기용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나라면! 그러니까 타인은 그걸 쥐구멍에 숨고 싶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기도 한다. '철들면 안된다'에 대한 감수성은 각자 다를 테니까 그럴 수 있다. 어렸을 땐 헤비메탈을 즐겨듣다가 커서는 애들처럼 유행가만 듣는다랄지, 그녀를 처음 본 순간 홀딱 반했다가 나중 정떨어지고 어쩌고 하여 영원한 남남이 되는 예, 드물지 않다. 라디오를 애청하다, DJ에게 애착하고, 거기서 소중한 호감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집착으로 넘어가거나 사랑일 것인가 약한 스토킹 증상으로 발전할 것인가. 나뉘지 않을 수 없다. 그처럼 극명하게 견해가 갈린다. 사람들은 입장과 견해가 이렇게 정반대인 경우가 흔하다. 하면 된다? 하면 되는 사람이 있고, 하면 안되는 사람이 있다. 해도 해도 안되다가 끝내 되는 일이 있고, 아무리 해도 해도 안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게 뭐냐, 해도 될 일이 있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 그래서 남자들 얘기할 때 그렇게 말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나는 놈 위에 하는 놈 있다고. 결국 성장기에는 하면 된다는 밝은 긍지가 나를 이끈다면 세상사를 겪고 나도 인생에 대해 뭔가를 말할 수 있는 말발-글발-잔재주-잔소리의 위력이 커지면, '하면 된다'가 '아니면 말고'와 딱 한쌍이라는 걸 알게 된다. 아니면 말고? 그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세상은 승자에게 그걸 슬쩍 눈감아준다는 말처럼 들린다. 아니면 말고? 유명한 사람이 아니면 말고 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무슨 뜻인지 어른들은 잘 유추하겠지만, 방황하는 젊음도 그럴 꺼라고 쉬이 낙관하기는 썩 애매한 일이다. 아니면 말고? 짐의 말은 곧 법이다, 짐은 나고 법은 결과론이다, 고로 '아니면 말고'식으로 살라니! 아니면 말고? 긍정적으로만 쓰인다는 보장이 없다. 아니면 말고?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좌우명이다. 아니면 말고? 테슬라 CD는 돈주고 정당히 샀듯이, 베를리오즈 CD는 훔치다 걸려서 망했지만, 만약 안 걸리면 끝이라니! 아니면 말고? 목적은 그 언제나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나 수단이 목적 위에 올라서는 일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걸 수차례 경험하면서 알게 되면 아마도 그런 촌스런 좌우명은 약간 더 유치해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너무 시시하니까. 좀 그러니까. 부끄러우니까. 챙피하니까. 수치가 무엇인지 정도는 나도 알거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인면수심이면 안되는 거거든. 아니면 말고? 얼마든지 무책임해도 된다는 말이네! 아니면 말고? 막살라 그것과 도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아니면 말고? 플레이보이 예찬론이군! 아니면 말고? 되면, 이기면, 잡히면 만사형통이요 그 어떤 티끌마저도 멋지게 포장될 수 있다는 거네. 아니면 말고? 품위 그런 거 지나가는 개한테나 주라는 말 아닌가! 아니면 말고? 잘나가는 친구들에 대한 머머설, 아니면 말고! 아니면 말고? 경범죄가 있으면 중범죄라고 왜 없겠나, 안 걸리면 그만이니까 이참에 우리 영화나 한번 찍을까! 아니면 말고? 상담원-배달원-경비원-옷가게 점원... 나보다 대충 밑인 거 같으면 막말에 윽박에 깔봐도 그만이다. 아니면 말고? 장난전화는 그냥 장난이고, 모욕은 농담일 뿐이다. 아니며 말고? 나는 어쩔 수 없었어도 너는 어쩔 수 없었으면 안돼. 아니면 말고? 가짜, 거짓, 무책임, 무질서, 무례... 몰랐다 유감이다! 아니면 말고? 막말을 좋아하고 방종을 반기며 무법마저 아무렇지 않다는 것과 얼마만큼 다른지 어느 젊은이가 물어온다면, 그 질문을 받는 분이 하필 '아니면 말고'만 옹호하는 어른이라면 그분의 재주는 응당 잔재주일 것이다. 적어도 큰재주가 글은 아닐 것이다. 아니면 말고? 뭐가 아니면 말고! 아니면 말고? 바람펴서 안 걸리면 말고! 아니면 말고? 나는 불세출의 카사노바로 살아도 되고, 내 딸이나 내 여동생은 절대-절대-절대 그런 남자를 만나면 안되고! 아니면 말고? 뭐야 이런, 밑도 끝도 없이 한없이 계속 나오잖아! 아니면 말고? 닭은 조류다. 아니면 말고? 나는 알에서 태어났다. 아니면 말고? 에르메스는 외계인이 만들었다. 아니면 말고? 앞집 멍멍이 꼬리에 모터가 달렸다. 아니며 말고? 내 나이는 12,000살이다. 아니면 말고? 유명인 누구-누구-누구 다 날 거쳐갔고, 그와 더불어 나는 동네에 있는 복숭아 나무에서 열린 레몬을 따먹었다! 아니면 말고? 연예계 싸움 순위 1위는 옛날에 내 꼬봉이었고 2위는 내가 업어 키웠다! 아니면 말고? 나는 타임머신을 발명했다. 아니면 말고? 나는 미래에서 왔다. 아니면 말고? 한 가지 비밀을 얘기하자면 이거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그녀들은 다 날 좋아했다. 아니면 말고? 우리는 만나도 누구든지 금방 친해진다. 아니면 말고? 우리 회사에서 불륜이 누구 누구인지 나는 다 알고 있다. 아니면 말고? 누구는 한때 소문난 난봉꾼이었고, 누구는 어디에서 유명할 정도록 헤픈 여자였다. 아니면 말고? 나는 지금까지 싸워서 져본 적인 단 한 번도 없다. 아니면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아니면 말고? 완전 재밌네! 아니면 말고? 오직 결과만 옹호한다는 거다! 아니면 말고? 뭘 좀 모르는 남자도 얼마든지 사랑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아무 여자한테나 들이대며 희롱하고 집적거려도 무방하다! 아니면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아니면 말고? 얼마든지 낮과 밤이 달라도 괜찮다는 말이자나! 아니면 말고? 워─워─워! 그만. 그만. 그만. 타인이 날 좋아하도록 유혹하느냐, 그녀에게 남자답게 구애하느냐, 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하나뿐인 인생을 과연 어떻게 살지는 개인의 자유다. 첫째, 일평생 <아니면 말고> 정신으로 막살면서 막말도 서슴치 않고, 잡으면 장땡이므로, 고로 타석왕으로 성공하고 보니 일단 뜨면 끝이로구나. 내가 손만 까딱해도 입만 뻥끗해도, 오락산업은 그야말로 환장하고 대중들은 열광하는구나. 세상은 미치는구나, 옳거니! 그러므로 잔기술과 잔뻔치와 잔소리가 최고다. 하여 당신도 막던져라? 아니면 말고! 둘째, 굳이 그렇게까지 성공할 필요가 있냐, 아니다. 품격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야 진공청소기. 따라서 가만 있어도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게 만드는 흡성마법이라는 큰 기술이 진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첫째와 둘째. 그걸 과연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할 수 있을지 퍽 애매할 뿐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하는 말이 나를 알라고 한다. 내가 원하는 성공의 지향점은 단지 플레이보이의 4대 요소인가, 아니면 연예인병의 치유이자 후대의 평가인가.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멋진 인생에 대한 열망은 풍요-호사-사치-인기-황금 같은 단순한 반짝반짝인가, 아니면 그것 플러스 천상의 아리아인가. 하여 3안으로 일단 뜬 후 2안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나중 1안은 잊어버린 채 삼류로 만족하고 세대의 스타로 기억될 수도 있다. 물론 행운의 작용이 크나크게 성공을 좌우하겠지만, 그와 별개로 천재성의 한계는 어느 정도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그러든 어쩌든 초심은 여자의 마음을 닮았다. 어딘가에 발목이 잡혔으면 변심은 내 권한 밖일 수도 있고, 오락산업이 줄 달린 치즈를 살살 끌어당기면 변절은 인생의 줄거리를 재구성하기보다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운명에서 뭐가 먼저 왔고, 뭐는 나중에 왔냐 라는 순서가 중요해진다. 그에 따라 그림 그리는 연기자, 글 쓰는 가수, 노래 부르는 화가도 될 수 있다. 즉 애초에 명성이라는 퍼즐 조각을 먼저 수여 받게 될 수도 있고, 누구는 무명이라는 인생 수업을, 또 누구는 카드 패를 받을 때마다 과일-꽃-물고기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떤가? (여기서 '나는'은 '우리는'의 의미가 아니라 진짜 나는-이다) 나는 재물운은 비리비리하고, 어복은 그만그만했으며, 일복은 변화가 극심했기 때문에 들쑥날쑥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할 말이 떨어졌을까? 할 일이 생겼을까? 신인상에 또 인기상, 게다가 아차상, 심지어 깜짝상에 도전했을까? 그러다 미끄러졌을까? 아니면 억지로 말하기를 좋아해볼까 라며 고민했을까! 분명한 건 이거다. 내가 나서기 좋아한다고 어디서 나의 나섬을 열광스레 갈망하지는 않는다는 것. 때문에 나는, <일하기 + 놀기>라는 멀티태스킹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재밌든 심심하든! 당분간 웬 뚱딴지 같은 홀로그램 인공지능은 잊고서 말이다. 그렇다고 마술쇼 직전 참고의 말씀처럼 따라하기를 주의하라는 둥 자제를 권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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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겪은 모험들에 신경 쓰느라 일을 못했음을 절감했다. 중계소니 뭐니, 인공지능 홀로그램은 다 쓸데없는 일일 뿐이다. 그저 모두 애들 장난감과 다를 게 없으니, 어른인 내가 같이 놀면 안된다. 따라서 나는 할 일을 하고 할 말을 참아야 한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사무실에 가서 차분한 음악을 틀어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괜히 성과 검증을 한다며 이상한 유령을 불러들이는 레이저 시스템을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만일 인공지능 홀로그램이 내게도 꼭 나타나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다면, 그럼 늑장을 부리더라도 언젠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조바심을 가라앉히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렇다고 딱히 속상하지도 않았다. 나는 적당한 구경을 했고, 부적절한 신기함을 경험했다. 여기서 더 나가면 그건 비현실이 된다. 초현실을 믿을 나이도 지났다. 커다란 원을 놓고 큐브가 여덟 방향에 딱 자리하여 거기서 하나같이 레이저를 비춰서 한 도시 만한 홀로그램을 만들어낸다? 그 얘기를 들으면 초딩들도 짜증낸다. 그걸 바로 가도 너무 간다고 하는 것이다. 지극히 건전한 상상력이 저해받을 수 있는 말도 안되는 막다른 공상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홀로그램 인공지능의 사교성은 깨끗이 잊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밖에 나가보니 사람은 없고 웬 봉투만 문 옆에 놓여 있었다. 행복의 배달자는 혹시 내가 재주는 많은데 돈 모으는 운수는 젬병인 걸 간파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러지 않았다면 그 또한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나는 그 봉투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가서 소파에 앉아 뜯어봤다. 이제 곧 환상을 꿈꾸는 논법은 기대감을 충족시켜줄까? 일단 겉봉투만 봤을 땐 뭘 파악하고 추정할 근거가 없어서 속이 부글부글 끓지는 않았다. 그렇게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웬 루빅큐브가 하나 들어있었다. 루빅큐브! 여섯 가지 빛깔의 플라스틱 주사위 26개로 된 정육면체의 각 면을 같은 빛깔로 맞추는 장난감. 각 면을 가로세로 석 줄로 나누었고 각 줄마다 360도 회전이 가능함. 헝가리의 건축가 루빅이 고안함.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대회 우승자들이야 단 4초던가 5초에 맞춘다지만 나라면... 한마디로 말하자면 하며 할수록 짜증이 날 수도 있다. 마치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도 좋아하며, 남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생각만 하는 남자가 거절 당할 것 같으면 아예 친구에게 묻지 않아야 한다는 불문율과도 비슷할 것이다. 떡대들이라면 몰라도 지성과 사랑을 애호하는 철학가에게, 야 팔씨름 한 판 하자? 상남자들끼리 그러면서 친해지기도 하겠지만, 연예인병을 건너뛴 중견 가수가 그러다 팔이 뭐 어쨌다는 사례가 있다. 실사례를 정형의학계에서 오락산업계에 보고한 일이 종종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큐브를 돌리면 좀 어떻게 해결 쪽으로 한 발짝 다가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게 하면 할수록 더 멀어지나? 너는 천재가 아니다 라는 진실만 증명되는 일은 굳이 모험을 걸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 시간에 여심을 추측하는 게 차라리 더 생산적인 일일 수도 있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내게 전달된 루빅큐브는 그냥 장난감이었고, 녀석에게 특출난 기능은 없었다. 게다가 초인종 소리를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고, 큐브는 누가 가져가다 떨어트렸거나 주머니에서 떨어지다가 발에 차여 내 사무실 문 앞에 당도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더라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는 큐브에게 갖은 공을 들였다. 그러다 나는 무던히 탐색에 실패하다가 끝끝내 큐브의 숨겨진 기능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큐브 중앙 틈으로 핸드폰 후레쉬를 비추니 사무실 레이저 시스템이 작동했다. 이건 일종의 동기화 무선 기능일 것이다. 그렇게 하여 사무실 중앙에 말을 탄 흑기사가 나타났다. 짜잔~! 그런데 아직은 50점이었다. 두둥~!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많이 기뻤다. 그래서 나는 대화를 시도해봤다. 「너는 흑기사? 그럼 난 뭐니?」 「」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거니, 아니면 요술에 걸리지 않은 거니?」 「」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허허. 농담이야. 뭐라고 말 좀 해보지 않겠니? 그래야 내가 너의 주인인지, 아니면 어떤 미지의 존재가 널 내게 보냈을지 알 수 있을 거 아니야? 응? 솔직히 말 좀 해봐 이 친구야. 너가 가져온 특명이 뭐 나보고 어떤 여자를 꼬셔라, 그딴 말도 안되는 임무이기만 해 봐. 그래 봐봐. 널 가만 놔두질 않겠어.」 「」 「뭐야! 얘 정말 현대미술처럼 그냥 눈에 보이는 게 단가?」 「」 「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 이걸 어떡한담?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닌데!」 「」 「뭐야? 진짜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럼 이걸 배달한 사람은 누구지? 왜 내게? 혹시 롭이? 자기는 큰 게 생겼으니 나는 루빅큐브나 가지고 놀아라? 이 자식이...!」 그 순간 흡사 아침에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것처럼 흑기사의 창에서 레이저가 나타났다. 그 방향은 애초에 레너드와 내가 그렇게 뭔가를 찾고 또 찾은 바로 그 과학자의 연구실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거 정말 뭔가가 있는 걸까 라며 나는 의혹과 불신과 호기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권태는 연기되었으나 부득이 행복도 유보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땅히 지망할 사연은 어설펐으나 나는 벌써 탐험가가 되었던 것이다. 이미 일반적인 사랑이니 야망이니 그런 장르에서 나는 판타지로 훌쩍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상상을 많이 했다는 걸 얘가 어떻게 알았지? 온 몸에 철로된 갑옷과 철가면을 쓰고서 한 손에 방패, 한 손에 창. 말 위에 타고서 마주본 기사1과 기사2의 거리는 대략 70미터. 창의 길이는 10미터, 곧 둘의 합이 20미터. 그럼 창 끝과 끝의 거리는 50미터. 고로 각자 25미터씩만 달려오면 딱! 그건 뭔가? 실력도 실력이지만 장비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걸 봐라! 내게 배달된 루빅큐브가 증명하지 않나. 아무튼 막연한 동경심이 좋을지 미련할지는 단순히 결과 편향적인 뿐. 그래서 나는 혼자 과학자의 연구실로 당장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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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자의 연구실 앞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그런데 나온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윌이었다. 나의 동네친구 윌. 내가 윌에 대해 아는 건 우리가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 윌은 쟈칼을 키운다는 점. 윌은 샐리에게 눈독들이는 중. 내가 샐리와 친하기 때문에 윌은 내게 무척 호의적임. 그외 윌은 혼자 살고, 드라큘라가 아니며, 좀비도 아님. 화가 거 누구더라... 윌은 오필리아 그림을 유난히 좋아함. 그 모작만 수집하는 취미가 있음. 「늬가 여기 웬일이니?」 「내 취미가 이사하기로 바꼈나? 어느 날 이곳을 지나가다 느꼈어. 기가 좋더라고. 내게 맞더라니까. 언제까지 유능한 친구들한테 기 빨리며 살 수야 없지 않나, 이 친구야. 안 그래?」 「그래?」 나는 딱히 딴지를 걸 수 없었다. 「」
「그런데 이 옆에 연구실이 있지 않았니?」 「그건 어떻게 알았어? 왜! 너가 아는 사람이 살았었니? 그거 없애버렸어. 나는 연구를 하지 않으니까.」 「그럼 저기 저 기사 그림이 그려진 차량은 뭐고?」 연구실 자리에는 특수차량이 정차되어 있었다. 「아, 아까 내가 택배를 하나 받았거든. 응. 이제 가네.」 「뭐라고?」 나는 그 차를 쫓아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곧바로 따라갔다. 중간은 건너뛰고. 그 기사 그림이 그려진 차량은 롭의 집에 도착했다. 나는 차 안에서 그 모두를 지켜봤다. 차량에서 상하-일체복을 입은 아저씨가 나와서 롭에게 뭔가를 전달한 다음 떠나갔다. 나는 냉큼 롭을 족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야 롭!」 「어. 형?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내가 연락 안 했어?」 「아니 했나? 아닌데. 연락오지 않았는데.」 「그건 그렇고. 너 받은 거, 그거 뭐야?」 「아 이거? 내가 있잖아, 요즘 초소형 인공위성을 공부하고 있거든. 물론 독학으로. 그 책이야.」 「그래? 그럼 마당에 있던 컨테이너는 어디 갔어?」 「아 그거? 팔았어!」 「뭐! 그걸 팔면 어떡해? 큐브가 그걸로 변했다며!」 「거짓말이지. 큐브가 어떻게 그걸로 변하니? 설마 그걸 믿은 건 아니지?」 「어? 어. 농담이었어. 재미없지? 허허.」 나는 더 이상 속지도, 캐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기로 했다. 인공지능은 그냥 인공지능일 뿐이고, 홀로그램은 귀여운 개처럼, 도도한 고양이처럼 날 따라다니지 못한다. 때문에 뭔가를 막 상상하며 신기한 기대감을 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들뜬 예감이 식상한 일상이자 심심한 권태로 뒤바뀌는 건 시간 문제일 테니까. 그래서 나는 롭에게 큰소리쳤다. 사무실에서 가져온 큐브로 놀라운 걸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큐브에 핸드폰 후레쉬를 비추었다. 물론 아무일도 없었다. 「?」 「?」 「형 오늘 좀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니야? 몹시 피곤해보여. 집에 가서 좀 쉬지 그래?」 「아니... 이게 왜 이러지... 아까는 됐는데.」 「돼? 돼긴 뭐가 돼!」 「?」 「?」 「아니 진짜 아까는... 어떻게 된 거지?」 「어쩌다가...! 형. 누구한테 맞았니? 혹시 여자한테? (설레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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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마음이 이만저만 세한 게 아니었다. 회심하고 단념하긴 했다만 미혹은 없잖아 남았던 것이다. 미련하긴! 그래도 나는 깔끔하게 잊기로 했다. 그래서 책상에 앉았다. 그래도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질 않았다. 나는 꺼벙한 상상 때문에 일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와 더불어 유치한 심정에 대한 반감으로 말미암아 놀 기분 역시 아니었다. 그걸 나보고 어쩌라고? 마치 그런 반문이 진짜로 들리는 것만 같았다. 하여 나는 '이 축 처진 분위기를 어쩌면 좋아?' 라면서 구원 투수의 등판 시기를 골똘히 고심했다. 그러나 부적응에 멋지게 반항할 수도 없었고, 뭔가 재미있을 듯한 묘수가 떠오르지도 않았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성과 없음'에 내내 끌려다닐 테고, 나중 남을 건 아마도 예상 가능했다. 바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래서 나는 약간 논리적인 궁금증은 아닐려나 몰라도 남들도 그럴까 라는 합리적 호기심에게 일부러 져주었다. 그 결과 억지스런 패배감 때문에 나는 용기를 얻었고, 이윽고 친구에게 전화했다. 그렇게 나는 약간 충동적으로 친구 델에게 물어봤다. 너도 일이 재미없냐고. 너도 노는 게 그저 그렇냐고. 마침 녀석은 나와 동감이었고, 따라서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동물농장을 운영하는 친구 델. 비비안의 옆집에 사는 델. 나는 델과 비비안의 관계에 견제구를 던져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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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과 만나서 뭐하고 놀았나, 굳이 밝히지는 않겠다. 별로 재미없었다. 그냥 그랬다) 프라이버시에 일관성이 있을까? 정답은 그때 그때 다르다다. 비밀이란 아무도, 하늘까지 몰랐을 때 비밀이지 1인이나 기계가 아는 건 비밀이 될 수 없다. 개인의 사생활에 미담이 있으면 의뭉스러운 특종도 있다. 내 기록이랄지 어찌 어찌 드러난 행동이 비난 받고 조롱거리가 된다면 단조가 아니 장조란 건 거짓말. 유명인의 소탈하고 털털한 성격이 화자되는 건 웃음인데, 아무도 내 일상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일반인의 푸념은 그래서 갈 곳이 딱 정해져 있다. 일기장, 단짝과의 수다,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아울러 추억이 기억에 저장되는 것처럼 말 없음은 불만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기 마련이다. 그 무의식이 수면 위로 비치면 참 아름다울 것이다. 간혹 프라이버시-프라이버시 하는데 이따금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좋다만, 당연히 존중받는 게 당연하다만, 프라이버시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개인 소관이라면 0이든 1이든 될 수 있으면 포지셔닝이 수시로 바뀌지 않는 게 어른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때때로 그 공개 여부의 기준은 응당 딸랑딸랑이라는 점. 뒷맛이 퍽 미묘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애나 어른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선의-대의의 잇점만 취하고 문명의 권리만 옹호하기엔 프라이버시의 가치는 꽤나 유동적인 게 현 실정이다. 일단 최면술사의 권능은 제외하고서도 말이다. 하지만, 난 아니다 내 디지털 흔적은 없고 난 정말 영화 속 요원처럼 산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으니까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사실이다.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면 재미가 없다. 비밀도 없다. 인기도 없다. 약속은 있겠나. 재산마저 없을 수도 있다. 그건 플레이보이보다 사극에 나오는 행인3에 가깝다. 타인이 본인을 귀찮게 하지는 않겠지만, 타인이 본인을 귀찮아 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공짜가 아니고, 구글이 프라이버시 보호에 앞장선다고 큰소리칠 수도 없으며, 애플이라고 뒷짐질 리는 없다. 사은품 리모콘이 공짜라고 오락산업의 공손함에 팔짱만 끼어서는 전망이 썩 밝지는 않다. 누구에게? 풍요의 수혜자에게!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야 그러니까 늬가 애인이 없는 거라고, 라고 윽박지르는 친구마저 없는데 베텐더라고 마냥 고급스럽게 날 띄워줄 리는 만무하다. 세상사 만고의 진리는 그것이다. 수평적으로 하나 주고 하나 받기, 수직적으로 위가 있으면 아래도 있기. 그 가운데 롤러코스터는 큰 사랑과 행복을 추구할 테고, 다람쥐 회전 목마처럼 잔재미와 잔소리-잔기술-잔재주 같은 작은 모험을 선호할 수도 있다. 베팅은 각자의 몫이요 천운은 막연한 것. 그 원리를 뒤늦게라도 깨우쳤다면 이제 하산해도 괜찮다고 봐도 된다. 그래서 딱 적극적으로 사교계에 뛰어들어 타인을 배려하고 숙녀에게 다정했더니? 매혹적인 그녀1은 찝쩍거린다며 날 피하고, 낄 데 빠질 데를 알아야 하므로 그녀2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인생이란 날 꾸미고 가꾸며 교양과 장비를 갖춘 다음에, 그 다음에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게 기본 공식이다. 그 반대가 되면 애매하고. 그런데 보기 드물게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했더니 세상은 내게 더없이 친절할 수도 있다. 그걸 뭐라 하냐, 요행이라고 한다. 프란츠 요셉 하이든이 지금 세상에 태어나면 음악 수업을 잘 받다가 춤바람에 빠질 줄도 모른다. 유명인이 세대를 잘못 넘어설려고 하면 잘못하다가 추태가 될 수도 있고, 장르와 분야가 바뀔지도 모른다. 그처럼 푼수로 포지셔닝이 굳어지면 계속 푼수만 해야 된다. 하늘은 딴따라에게 인기와 큰 부를 허락할 수도 있는데, 동네 챙피한 일로 굳어지는 거다. 변덕과 망각은 대중의 신성한 권리이고, 한번 플레이보이 잡지의 간판 모델은 영원한 플레이보이-걸이 되는 것이다. 브랜드가 포지셔닝을 바꾸고, 때로는 학파가 변색되겠지만 꼬리표는 우리를 내내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대체로 변신을 시도해봐도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잘난 척, 아는 척, 유난 떨기, 과장하기, 나서기, 말하기, 남 얘기 하기 좋아하는 분이 어느 날 갑자기 하루 아침에 바뀌면 그것만큼 초라하고 불쌍한 게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새똥을 맞거나 바나나 껍질을 밟고 넘어질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더라도 한 번뿐인 우리네 인생 그 미지의 한계에 도전하는 게 어쩌면 미래의 나에게 덜 미안하지 않을까?) 그런데 일반인의 프라이버시는 그 효용 가치가 약하지만 유명인은 그 반대다. 그래서 광대는 천생 광대다. 그러니까 삐에로는 벌거벗은 왕자님이다. 그러나 앞에서는 아티스트, 머머가, 머머인이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좋아하신다. 딸랑딸랑 반짝반짝 뿌잉뿌잉! 아이고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실재 인간 세상의 지존은 돈이요, 체계는 오락산업이며, 어느 종목이든지 엔터테인먼트와 엮고 말리며 친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다시 배가 불렀다 싶으면 오락산업은 싸늘해지고, 약발이 떨어졌다 싶으면 간질간질 동기 부여 환호를 부흥시키는 식이다. 혹여 그럴지라도 실제로 우리는 각자 오락산업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몇몇 현역들은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또 도전자는 한도 끝도 없이 대기중이다. 사랑은 의무방어전일 테지만, 농담은 지명 방어전을 존중한다. 그렇다고 루저끼리 패자부활전을?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도 가끔 써먹어야지 남발하면 곤란하다. 그러니까 목표는 하나다. 바로 챔피언! 일단 챔피언이 되야 무슨 방어전도 가능하고, 재수없다는 핀잔도 들을 수 있다. 그러든 어쩌든 무명에게는 잃을 게 없다. 따라서 나는 풍운을 불렀고, 변신을 시도했으며,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종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그게 곧 잘난 척, 아는 척,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곧 나는 명문대 심리학 석사 출신에, 전 동기부여업계의 신성이요, 현 남성잡지 사장인 조지를 만나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내 짐작컨대 조지는 결코 허당이 아니다. 어중간한 대학을 졸업한 다음 내내 졸업한 대학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몸은 늙어도 정신연령은 당시에 멈춰버린다. 안 그래도 철들지 않는데, 더 꽉 막혀버리는 거지. 그렇지만 조지는, 음, 한마디로 믿음직한 친구였다. 내가 과연 현재 정상인지 아닌지 진단이 절실했으니까 나는 조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아직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야 할 시기는 아니지만 뭔가 쉬어가야 할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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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의 상담은 뻔했다. 특히 조지는 지 자랑만 교묘히 되풀이했다. 한마디로 나는 조지에게 당한 것이다. 그것도, 심하게! 나는 괜히 조지에게 상담을 신청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조지와 헤어지고 집에 가서 잠을 잤다. 푹 잤다. 부끄럽지 않니? 챙피하지도 않냐고. 세상을 살아보니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나지도 않고, 바람 피워도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이라는 거니? 수치심은 갖다 버렸냐고! 나는 하다 하다 꿈 속에서 정말로 이런 대사를 듣고야 말았다. 결국 우린 애첩을 여럿 거느릴 수 없으니 고유한 정체성을 수없이 파생시켜서 새로운 가면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최소한 말이 앞서든가 풍족한 장비로 대리만족하던가, 어쩜 그게 진정 선행일 수도 있겠군. 어떻게 보면 최소한 그게 정상일 거란 말이야.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야망은 꽝이요, 행복의 결핍에 난 뭘 해도 신부들러리에 병풍 전문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해결책은 둘 중 하나다. 첫째 우리가 그분들을 이해하던가, 둘째 망아지의 고삐를 풀어주던가. 그러나 조커도 있고 보너스도 있다. 가령 무시, 무반응, 관망, 반칙등. 즉,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그러니까 사람들은 서로들 일단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것이다. 우선 솔깃해서 잘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기 일쑤다. 때문에 오락산업은 박리다매라고 싸구려를 잘 다듬고 잘 포장해서 뭔가 있는 듯한 허상을 만들어낸다. 그게 그 업계의 역할이자 할 일이다. 수요도 꾸준하다. 그걸 잘하는 전문가들은 다른 게 아니라 그게 일이다. 그중에는 불량품도 있고, 중독이나 남용 같은 소비자측 문제도 있다. 그래서 팔짱 낀 연인들이 백화점, 놀이공원, 나이트클럽에 놀러오면 카지노 사장실에서 누군가 그래프를 보며 슥 웃음을 짓는다. 옷이 날개라고 가죽점퍼는 멋이며 수트는 숙녀에게 낭만일 수도 있겠지만, 반전의 주인공은 역시나 허접한 슬리퍼인 것이다. 슬리퍼는 무슨, 사랑이라는 일장춘몽 때문에 '위는 우리는-화법이요 아래는 슬리퍼'한테 훌러덩-홀라닥 넘어가서 지금 내 발등을 찍고 싶은 하소연이라고 왜 없겠냐마는, 일단은 그렇다. 결국 통상적으로 상업은 소비자에게 소비제와 대중예술을 팔고, 경제는 화폐와 캐쥬얼을 굴린다. 그 틈새에서 고상한 선생들과 부유한 귀빈들을 위해 당연히 양대 미술품 경매시장은 원활히 돌아간다. 그런데 말이다, 작품의 양은 천문학적으로 늘었는데, 왜 지금은 셰익스피어 같은 극작가가 없을까? 뭣 때문에 모차르트나 피카소 브랜드는 단절됐을까? 왜냐하면 같은 식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단, 그 대신! 당시 없었던 게 지금 얼마나 많냔 말이다. (딱)! 그래서 천사의 물개박수에 악마가 좋아하는 새로움은 늘 대비되는 것이다. 그걸 바로 사조라고 한다. 바로크 음악이 있었으니까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는 화려한 꽃을 피운 것이다. 완전 갑자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나비효과니 평행이론이니 머머설은 장난일지라도 인간은 알에서 태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천사니 악마니 합리주의 원리가 대체 왜 나왔지? 아하! 그건 바로 섬세함의 극치를 존중하는 세상, 황금만능주의가 이끄는 소비의 시대에 극명하게 대두되는 최고의 가치! 그 가운데 하나는 바로 변신이라는 것이다. 소프라노가 바리톤으로 탈바꿈하는 이를 테면 유체이탈, 공중부양, 하루 아침에 대성공, 미지의 초능력은 아마도 썩 힘든 일일 테니 우리는 시시각각 변신해야 한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노력도 충분히 가상한 가치다. 변신! 자동차는 신제품이 인기고, 유행의 선도자는 패션디자이너다. 유아적 상상력과 허언증 걸렸냐는 농담은 모두 결국 연예인병으로 귀결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한때 무명이란 팀으로 예선 탈락을 했지만 절대 개인적 명성을 꿈꾸지는 않았다. 일절 생각도 없었다. 예술가는 상상도 못했다.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처럼 나는 한때 평생 놀고 먹기를 지망했으나 현실은 그저 가난한 작가일 뿐이다. 아무튼 살면서 남자는 몇 번 우느니 몇 번 기회가 온다느니, 그건 그냥 뭔가 있어보일려는 말일 뿐이다. 남자는 폼이다, 인생 직진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될 놈은 뭘 해도 된다 처럼. 진담 같은 농담이 재밌는 게 뭐냐면 그 역도 참이라는 거다. 그 중간도 참이라는 거다. 목적에 충실하고 결과를 만족시키기 위한 말이라서 비록 가짜일지언정 웃음이 성립할 수 밖에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요 목에 차면 목걸이라는 것이다. 뭐 = 뭐. 단, 어떤 조건 하에서만! 그처럼 사랑과 열정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행복 및 낭만과 친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다가 나는 마침내 천운을 읽었다. 변신의 시기가 임박한 것이다. 단, 그 근거가 무엇인가는 아직 비밀이다. 말이 앞서면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나중 그걸 의전으로 바꿀려면 진땀 꽤나 흘린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그래 놓고 방심한 틈을 타서 다시 말이 앞서는 걸 뭐라 하느냐, 그건 혹시 수다마이지 않을까? 어쩌면, 아마도! 타격주의라는 인생론, 곧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다. 그런데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거랑, 그게 대체 뭔 차이지? 뭐야! 그게 그거잖아? 이런, 젠장! 그래서 나는 뻔트마에서 쾌락마로 갈아탔다. 농담이고, 홀로그램 인공지능에 대한 책을 일단 30권 주문했던 것이다.
from 소설
2018. 7. 3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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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열망은 다정하다. 그러나 대망의 실현은 단지 고요하기만 할 뿐. 우리는 천사가 아니고 이 세상이 천국이 아니듯, 그래서 공상가의 일상은 단조롭기만 하다. 약간 아웃사이더 기질도 없잖아 있는 그지만, 때문에 평범한 그는 과거가 이랬을 것만 같다. 즉, 꿈나무로써 과감했는데 로맨티스트로써는 소심했다는 것. 하지만 스스로 천재도 풍운아도 아니라는 걸 절대 부인하지 않는다. 하늘색 스포츠카도 없고, 화사한 꽃다발을 곱디고운 그런 정숙한 숙녀에게 선물해본 기억도 없다. 그러니까 꿈은 과감하고 사랑은 소심했다는 정평이랄까, 아니 어떤 추측성 분석은 어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헛된 기대는 듬직한 우군이요, 뭉클한 공상은 요정의 적자인 법. 한바탕 춘몽 같은 인생, 따라서 우리는 구름처럼 붕 떠 있다가 나비처럼 다가가서 요술처럼 네 마음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바로 그처럼 우리의 주인공, 아니 아니, 누구도 관심 없는 AB. 올드보이도 영보이도 아닌 어중간한 보이(Ambiguous Boy). AB는 신기한 전개에 캐스팅 되고, 어떤 숙녀의 놀라운 첫인상을 마음에 들어했을까? 과연 그는 행복의 예감으로 말미암아 밑도 끝도 없이 모험의 힌트를 얻었을까?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고품격 사교계에 직접 노크는 못했을지언정 숙명의 그림자에 젖어듬을 암시하는 세한 기분이 대두되고야 말았다. 왜냐하면 그가 자기 사무실에 설치했던 파란색 레이저 시스템으로부터 비상 문자 알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 뭐야 이거.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는 싸해졌다. 릴리가 큐레이터로 있는 미술관을 구경하던 중 뜻밖의 문자라니. 그래서 AB는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달려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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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무실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뭐야 이거! 그는 레이저 설비를 수동으로 작동시켜봤다. 그 결과 한 가지 변화를 알게 됐다. 그건 바로 레이저 색상이 파란색에서 연두색으로 바꼈다는 것. 아니 왜? 그래서 그는 뭔가 느낌이 이상했기 때문에 그 레이저 시스템 대리점에 찾아갔다. 그곳은 멀지 않았다. 중간에 별다른 일도 없었다. 그는 대리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옛 친구 레너드를 만났다. 「어? 여기서 다 보네!」 「야. 레너드. 너 여기서 뭐해?」 「나는 레이저 시스템에 약간 문제가 생겨서 문의하러 왔어. 그런데 너도 혹시...」 「나도 그거 쓰냐고? 왜 나는 그거 쓰면 안 되니? 꼭 학교 다닐 때 집에 뭐 있다니까, 깜짝 놀라는 짝궁의 반응 같은데. 너가? (화들짝) 왜 그런 거 있잖아. 그렇다고 우리 집 책상 밑면에 뭔가 귀중한 게 있다고 나는 말 못해. 아 맞다. 나는 파란색이 연두색으로 바껴서 왔어. 너는?」 「그래? 나는 분홍색 레이저가 하늘색으로 바껴서 왔어.」 「뭐야! 진짜?」 「왜? 뭐라도 알고 있는 거 있어?」 「아니. 그냥 놀라는 척 해 본 거야. 미안. 재미없지?」 「농담이 모두 재밌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허허.」 「그런데 분홍색 레이저가 하늘색을 건너뛴 채 곧바로 연두색으로 바뀐 경우도 있을까?」 「그야 모르지. 왜냐하면 파란색 레이저가 연두색을 건너뛴 채 분홍색으로 바뀐 사례가 있을지, 우리가 그건 아직 모를 테니까. 그런데 넌 그에 대해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글쎄.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뭐?」 「허허허. 아 농담이야 농담. 이 친구 왜 그렇게 정색하고 그래? 괜히 무안해지잖아. 우리 옛날에 안 그랬잖아. 어?」 거 어째 대화가 영 매가리 없고 재미없다고? 당연하지! 왜냐하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가지 않았을 테니까. 이런 말씀 드려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럼 청년, 중년, 장년, 노년... 아무리 기다려도 입담이 어눌한 경우는 뭐냐 라는 반론도 아예 없진 않겠군. 듣고 보니 그분들 입장도 이해는 가나 위에서 밑으로 내려갈 수야 없지 않나. 아무튼 밑이고 위고 모르겠고, 통과. 그들은 대리점에 들어가서 일을 보고 나왔다. 특별한 건 아니고 레이저 시스템의 인공지능 옵션 문제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건 그렇고, 그들은 이대로 헤어지기는 너무 허전했다. 딱히 바쁜 일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섭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함께 차를 마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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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너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느냐고?」 「응. 제발 알려줘.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지를!」 「내가 그걸 왜 너한테 설명해야 하는데?」 「그래?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러든가 말든가!」 「딱 하나만 말할께. 그건 바로, 난 손해볼 거 없다는 거. 넌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난 아니야. 난 아니라고. 혹시 있잖아. 너의 그 말도 유행어 뭐 그런 거니? 너 혹시 사이코패스니? 생각해서 얘기해주니까 그렇게 대꾸하면, 너 같으면 기분 좋겠냐? 라~고 반문은 차마 못하겠다야. 그러니까,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느냐고? 꼭 보면 그런 친구들이 이런 말을 주로 하는 것 같아. 그분들 공통점은 그거야. 주관이 뚜렷해. 자존심이 하늘에 가 있어. 자기 생각만 해. 남을 이해할려고 하지 않아. 내 말만 맞다 그거지. 우연인지 몰라도 못생긴 친구들도 많아. 외모지상주의, 뭐 그런 게 아니라 단지 사실일 뿐이야. 자기 확신 편향인가 전문용어가 뭐드라, 아무튼 결과론을 좋아하는 허세가 주특기라고. 또 말이 많아. 능력 있고 삐딱하면 그나마 나은데, 부지런한데 부지런하기만 하다? 성과와는 거리가 멀고 유난히 꼬인 게 많은 듯 하다? 고집불통으로 복고풍만 고집하고 남극 가서 에어콘을 팔 궁리만? 아아 (설레설레). 그래서 일기예보가 있다면 허당주의보도 있는 거야. MBA 출신들이라면 좋아할란가 몰라도 오락업이나 사교계에서 그러지는 마라. 충고라고 생각한다면 그야 내가 어떻게 말리겠나. 너 빼고 다 아는데, 그게 다 너 생각해줘서 얘기해줄려는 건데, 그런데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느냐니! 성격 좋네. 호인이야. 인기 좋겠어. (엄지척)! 대단해. 훌륭하셔. 어떻게 박수라도 쳐주리? 딸랑딸랑, 응애응애, 뿌잉부잉, 반짝반짝! 하지만 그 캐릭터도 옛날부터 흔했어. 인기 없다고. 응? 그런데 이게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어? 너까지? 유난 떨지 마셔! 심지어 내 친구? 재수 없어!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냐고? 왜냐하면 너 빼고는, 그걸, 다 알고 있으니까! 넌 거울도 안 보니? 늬 머리에 뿔났잖아! 아 여태 그 흔한 셰익스피어도 안 읽어봤냐고 이 친구야. 창이 짧은 건 괜찮다만, 검투사가 창을 놓고 패자부활전에 나가면 어떡하니? 그러니까 꼭 너 같은 애가 그래. 자기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증권 시세표 하나만 딱 가지고 가겠다고. 타임머신을 아무나 타겠다는 건가? 심지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옆에서 별로 듣고 싶어하지도 않는데 그런다니까. 글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건 얼마든지 좋다만 말을 하고, 듣고,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도 유익해. 다망하며 다재다능함과 동시에 다행일 테지. 하지만 일단 사람들은 듣지를 않아.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통 생각을 안 해. 생각을 해도 자기 생각만 해. 남녀의 사랑이 식어서 헤어질 때까지 그래. 넌 너 밖에 몰라 라고. 이게 뭐니? 이게 대체 뭐냔 말이야?」 「나도 말 좀 하자! 거 말 한 번 더럽게 많네...」 AB는 옆 테이블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레너드에게 가자고 말했다. 꽁트라면 몰라도 드라마에서도 저처럼 늘어지는 대사는 별로 호응을 얻기 힘든데, 그런데 영 기분마저 아니다니. 그래서 AB는 엉덩이를 의자에서 뗐다. 그런데, 「쟤들 연극 대사 연습하고 있는 거야. 여기 단골이거든. 나랑도 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고. 괜찮아. 곧 끝나. 신경 쓰지 마. 그런데 재밌지 않니?」 「어. 정말... 그러네. 어디서 공연하니?」 「가서 볼 수 있으면 좀 좋겠니? 아무나 못 본데. 초대 받아야지만 볼 수 있다더라고.」 「어떻게 해야 초대 받는데?」 「어떻게 해야 초대 받느냐고?」 「어. 어떻게 해야 초대 받는데?」 「내가 이제 무슨 말 할 차례인 줄 느낌 안 오니? 감 안 와? 어?」 「어련히! 흐흠.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루브르 별관 루브르 아부다비에 가면 그 그림이 있어. 르네 마그리트의 종속당한 독자라고. 내 관상 보이니? 그 그림이 지금 내 표정이랑 똑같아. 어때?」 「어떠긴 뭘 어때! 그래도 넌 저 연극 제목을 피할 수 없어. 어떻게 해야 초대 받는데?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흐흐흐. 농담이고. 내가 구해줄께. 걱정마.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이니? 아니 차라리 이러는 게 좋겠다. 그냥 우리 저거 지금 보러가자.」 「초대권이나 입장권을 바로 구할 수 있단 말이야?」 「그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가가 바로 연극 보기. 그리고 2위는 극장에서 영화보기. 알잖아?」 「너 저번에는 집에서 낮잠 자다 TV보고 과자 먹는 휴식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했잖아. 나머지는 순위에도 못 들었는데.」 「내가 그랬냐? 원래 있잖아, 제일 좋아하는 머머는 자주 바뀌는 법이야.」 요술관은 멀고, 신학론은 어렵지만, 소극장은 가까이 있었다. 그리고 레너드는 발이 넓었다. 어떻게 온라인 초대장을 뚝딱 구했다. 그들은 그렇게 극장 앞에 도착했고, 연극을 보러 들어갔다. 아, 연극 제목은 이랬다.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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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연극을 보고 나왔다. 연극 내용은 겁나게 심심했다. 역시나 시시했다. 무슨 내용인지 요약하기도 힘들었고, 이해하는 건 더 힘들었다. 그러나 예술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그들은 헤어졌다. 레너드와 헤어진 후 AB는 집으로 갔다. 그는 오면서 대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착상의 떠오름을 감지했다. 그건 정말 예술가의 심금을 울리는 영감을 방불케 했다. 주제는 당연히 연극 제목이었다. 종류는 픽션이면 좋은데 이 경우에는 칼럼이 딱이었다. 대충 어떻게 어떻게 하면 뚝딱 칼럼 하나 나올 수 있을 듯 했다. 보아하니 환상성의 정도는 하, 개탄스러운 신비감은 중급이요, 짜릿한 당혹감은 아마도 상급? 일단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치 신들린 것처럼 심심한 뻔트론을 작성했다. 흡사 미친듯이 희안한 농담을 마구 만들어낼 수는 없었지만, 이번에 대충 호쾌한 헛스윙 정도는 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건 꼭 논리학에서 언어학으로 전과한 다음, 다시 연기학과로 옮겼다가 학업을 그만두는 것처럼 난데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5 AB는 연극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를 보고서 영감을 얻어 다음과 같은 칼럼을 완성했다. 때문에 정말 간당간당했던 품위 유지비는 호황은 아니지만 겨우 예선 탈락은 면하게 됐다. 참 다행이다. 어쨌든 칼럼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제목: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내용: 본 칼럼은 지그문트 프로이드식 정신분석도 아니고 서술자는 어디식 학파도 아니므로, 고로 최대한 쉽고 최고로 슬기로우며 최상의 이해도를 추구함을 먼저 밝히겠다. 과연 두 마리 토끼를 잡나 못 잡나는 나중 채점하자. 결과를 놓고 영 아니다 싶으면 뭐 칼럼니스트 한동안 쉬는 거지. 인생 뭐 있나? 농담이고, 출발한다. 여러분 준비되셨나요? 자, 그 미지의 마법사를 만나러 이제 떠나가볼까! 정신분석! 그분들 생각은 이렇다. 거친 인생관을 일부러 배배 꼬았을 리도 없고, 심사가 의도적으로 화염방사기─레이저─커피포트─세차 분무기와 닮았을 리도 없다. 다만 사람들은 꿈이 많고 세태는 어지러우며 세상은 바쁘게 돌아갈 뿐. 그러므로 친구의 자랑에 장단 맞추기도 귀찮고 물개 박수도 피곤하다는 거다. 여심은 항상 농심을 유혹하고, 광고는 넘쳐나며, 오락산업은 언제나 저기 저 45도 각도에서 날 내려다보기만 하는 식이지. 기분 나쁘게? 그럴 리가! 결국 일하기는 재미없고 놀기마저 심심한데 미스테리아까지 날 피로하게 만든다는 거다. 안 그럴 수가 없다. 고상한 태도로서 말하고, 세련된 눈빛으로 듣고, 근사한 품격과 함께 고고한 대화를 나누는 영화의 한 장면! 그런 친교가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면 겉도는 사교가 태반이다. 평범한 일상을 돌아보자면 아마도 삶의 드라마는 역전 홈런도 거포도 득점왕도 아니고, 어쩌면 그저 뻔트이자 독심술에 지나지 않을까? 그러니까 남자는 목적이 일치하면 '자 떠자나' 라거나 위스키 3병이요, 여자들끼리 친분이 돈독하면 수다가 3시간이다. 나 좋아하는 것만 쫓기에도 버겁지 않다면, 그건 솔직한 인생론이 아니다. 가식이고 허세며 단지 누구 앞이니까 폼 잡는 거다. 얘들아 얘들아, 상황 해제 상황 해제, 야 야 갔어 갔어, 나와 나와! 만약 허접한 칼럼니스트라면 그런 말을 해도 된다. 글로 주창해도 눈길조차 끌기 어려울 테지만 천직이 글쟁이인 만큼 칼럼 하나, 책 한 권 뚝딱은 일도 아니다. 곧 사람이 언제 긍정에서 비관으로 바뀌는지 그 찰나를 꼬집어서 외람되지만 예를 들겠지. 「이런 말씀 드려도 될려나 모르겠지만 조심스럽게 살짝만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이렇습니다. 글쎄요, 우리 사이에 이런 말 해도 되는 것 아니냐...?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도 할 만큼 했어요. 네. 그럼요. 지금이야 내 그대를 보필하지만 왕년을 돌아보자면... 흐흠. 허험. 그러니까, 이게 다 나리님의 명랑한 삶을 위한 겁니다요. 독자님의 제7 전성기를 위해 드리는 간곡한 간언이니 만큼, 꼭 기분 나쁘게 들으실 필요는 없다는 걸 미리 말씀드립니다. 서로의 진심을 왜곡해서 뭐헙니까, 네? 그럼요. 꼭 욕심을 회심하라 군침을 재고하라, 라는 말이 아니라, 어?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꾹 참고 타인의 마음 속을 들여다 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살짝 손에 침을 묻힐지언정 의중 한 쪽을 제껴보고, 욕망을 넌지시 엿보는 것. 불손함도 아니고 명백히 병이 아니라 약에 가갑죠. 네. 그럼요. 그럴 수만 있다면, 예? 집이도 좋고 나도 좋고. 뭐시여! 아 아무도 없을 때는 말 놓으라며? 나 원 참! 내가 이거 때려치든가 해야지 참말로. 이 일도 못해먹겠구만 그래. 허허허. 못 들었지? 농담이고. 아 그러니까 대관절 어떤 말을 들었길래 이 사단이냐구요? 뜸 좀 그만 들이라구요? 네. 지두유 진짜로 지겹습니다. 지긋지긋해요. 지도 정말 신물이 날 지경이구먼유. 아 짜정난다구유. 그러니까, 곧장 갑시다. 속된 말로 하자면 이렇죠. 우리 만나자 라면서 초청장을 건네더라 이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정면승부 같아요. 우린 의표를 찔렸고 속셈을 들켰어요. 그게 본색을 드러내라는 말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다시 말해 소극장 앞에서 보자고 헙디다. 연극 제목은 바로,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2라나 뭐라나!」 일개 삼류 글쟁이라면 몰라도 만약 유명인이 이렇게 말한다? 일부는 웃고 좋아하며, 일부는 푼수라 놀리고, 또 한쪽에서는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라며 반응은 뜨거워진다. 관계자는 부탁을 하고 또 한다. 아아 제발, 오오 제발 생각을 한 다음에 말을 하라고! 평점은 어디까지나 평균이란 말이지 취향과 안목의 통일이 아니다. 모든 기준은 바로 나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내가 불리하면 생전 처음 가 본 레스토랑에서 주문의 최선은 추천이다. 차선은 '나도'다. 그렇지만 내가 유리하면 당장 '나는'이 우리를 이끌 수 밖에 없다. 자 우리 모두 돌격 앞으로, 그래서 갔는데 나 빼고 아무도 없을 수도 있지만. 바로 그러니까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 거다. 사랑! 재미없어서 조느라 통채로 시간 낭비만 하느니, 차라리 잠깐 딴 얘기로 쉬었다 가자면 이렇다. 첫인상 얘기는 아니니까 미리 긴장하지는 마시고. 사랑은 처음의 열정만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야 야 비켜 비켜 이런 머저리 같은 놈 넌 그것도 못하냐 답답하다 정말 답답해 하 참 나, 그런데 잠시후, 효과음......!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여자가 말이 길고 약간 산만하듯이, 남자는 말이 세고 큰소리치는 게 특기다. 사랑이라...!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다는 둥 뭐라는 둥, 라는 말이 있다. 우리 여성분들 그런 말 많이 들어보셨죠? 철들면 안된다나 뭐라나. 여러분, 사랑은 혹시 이렇지 않을까요? 여심이라는 하드웨어는 사랑이라는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되어 있다. 반대인가? 그거나 그거나! 때문에 인생이라는 최적의 먹잇감마저 포기할 수 없는 남아의 마음과 정결한 여심은 마찰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랑에 대해서 여심이 농심보다 우월하다. (아담과 이브 어쩌고저쩌고는 넘어가고, 에덴2라는 NC가 과연 행복의 온상인지 아닌지는 차차 또 각자 확인하고) 그래서 버전이 있고 업그레이드라는 게 있다. 여자의 마음을 대변하자면 이렇다. 남자들은, 농심 1.0은 여심 2.0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자꾸 우리에게 가르칠려고 한다나 뭐라나. 그래서 농심 1.0은 여심 2.0에서 열리지만, 역으로, 여심 2.0은 흑심 1.0에서 안 열린다? 고로, 사랑마저 여자가 모성애로 남아를 보듬어야 한다라나 뭐라나! 꽃을 선물하며 졸졸 쫓아다니고 내내 기다리더니 존중 받았던 숙녀의 마음이 글쎄, 어느새 명령 받고 구박 받는 하녀로 격상됐다는 건가. 말하자면 재미없는 농담이고, 아무튼 앞선 정신분석의 요점은 이렇다. 내 입장의 합리화이자 이기주의자의 냉소에 대한 변호. 예를 들어보자. 가령 미스테리한 남자의 마음을 엿볼 수도 있다. 친구를 만났을 때 나의 우월감은 곧 내 자랑이다. 그런데 친구 입장에서 보면 그 녀석의 우월감은 곧 나의 열등감이다. 그래서 친구의 자랑을 내가 다소곳이 들어야 할까? 아니지. 예상되는 그 영웅담까지 행사장 순서처럼 진득하니 기다려야 할까? 아니다. 나는 VIP다. 더군다나 나는 말 돌리기 선수다. 고로 그때까지 기다릴 수야 있나! 뒤늦게 맞받아치면 낙제점만 겨우 면하거나 마이크 이미 있는데 또 추가만 될 뿐이다. 따라서 응당 먼저 선공을 펼쳐야 한다. 왜냐하면 남자의 예법과 우정의 척도를 무시할 내가 아니니까. 즉 나의 열등감을 선망─부럽다─인정으로 연결시키지 않고, 미리 비꼬는 거다. 어떻게? 이렇게! <너 잘생겼자나─넌 키 커서 좋겠다─넌 뭐뭐해서 좋겠다─너는 나처럼 얽매이지 않자나 넌 자유롭자나─너는 놀자나 넌 먹고 살만 하잖아─(아부) 너 그런 거 잘하잖아 (깐족) 누가 너만 하겠냐─제3자에게 얘 돈 잘 벌어요─얘 어디 살어─바텐더에게 얘 연봉 얼마에요> 라면서 한 번 꼰다. 그분들이 알고보면 고품격 화술의 귀재거든. 그럼 또 상대의 유대감과 겸손을 저절로 불러온다. 드물게 같이 귀 막는 사례도 있는데, 실제 그럴려나 몰라도 자랑에 앞서 사전에 미리 새파란 새싹을 살포시 밟아주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다시 나의 우월감을 자랑할 차례가 곧바로 이어지므로, 따라서 그 선순환은 정당함도 얻고 행운마에 올라탈 수 있는 그래프 각도마저 전망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우정이란 이름으로 빈수레가 요란한 건 뭐 이렇듯 합당한 명분이지만, 잔칫상에 숟가락 올라오는 걸로 봐서는 어쩜 이 세상은 바보 대회이자 자랑 대회요 푼수 대회인 것만 같다. '너 좋아하는 뭐뭐'까지 가면 너무 간 거니까 그건 통과. 그러니까 꿩 먹고 알 먹기! 그처럼 우정의 원리가 이러니까 사랑도 변할 수 밖에 없다.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드리겠소,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전자에서 후자로 바뀌는 것. 그걸 사랑이라고 한다. 물론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뭐, 사랑? OK, 사랑! 수업시간에 선생님 강의가 재밌나, 아니면 선생님의 쓸데없는 모험담이 재밌나? 당연히 학습에 도움 되는 건 강의고, 재미있는 건 수다다. 전자는 이성이고 후자는 감성이다. 이때 중요한 게 뭐냐면 대체로 전자가 먼저고 후자는 나중이라는 것. 전자가 어느 정도 보장된 다음에 후자까지 덤으로 챙겨야지, 그 반대가 되면 비싼 강의료를 냈더니 스승님이란 양반이 글쎄 어디 가서 여자 꼬신 이야기나 하고 있다고?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까... 그렇게 된다. 그렇게 된다고. 그런데 만약 강의보다 정작 딴 얘기가 월등하게 훌륭해서 약간 뭔가가 애매해질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될까? 그러면 규율로써 제재가 가해지든 스스로 그만두든지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영원한 현역감이 못되니, 박수칠 때 떠나거나 꾸역꾸역 버티다가 억지로 밀려나든가. 그 다음에 개그맨 시험을 보던가 허당 대회에 출전하던가는 당사자 마음이고. 규율도 밑에서 요청하든, 위에서 판단하든, 옆에서 말이 나오던지고. 어느 선을 넘지 않으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거고. 간당간당 조마조마 애매모호... 그 현란한 줄타기에 대해서 뭐랄까, 일단 지금 상황을 보건대 어느 정도 전자를 챙겼다는 산술적 판단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잠깐만 삼천포로 빠져도 된다는 명분은 누가 봐도 지극히 합당하다. 실익이란 정량은 챙겼으므로, 고로 그럼 이제 허영이란 환상을 잠깐만 엿보아볼까? 그랬더니 화들짝! 뭐야 뭐야 뭐야, 아 뭔데 그래? 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분만 웃고 가자. 사랑을 얘기할려면 우정을 알면 된다. 왜냐하면 그 둘은 확연히 틀린 점 빼고는 완벽하게 똑같으니까. 앞서 논했듯이 남자의 우정은 그런다. 너 잘났자나 너는 돈 많자나, 그런데 난 뭐냐 난 어쩐다 등등. 그게 자꾸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서로 딴 얘기만 하게 된다. 얘기를 듣고 말을 했는데, 때로는 언제 그랬는지 기억도 못한다. 그런데 말은 듣기도 있지만 끊기와 빼앗기, 부풀리기, 무시하기, 비꼬기, 전달하기도 있다. 그런 가운데 여자도 직설법을 애호하는 순간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바로 사랑과 우정 사이! 여자는 남자와 반대로 말한다. 오빠 눈 튀어 나왔어. (애니메이션 주인공이야 뭐야? 맞는 말이거든!) 오빠 입도 튀어 나왔어. (조류야 뭐야, 개야? 사실이거든!) 오빠 옷이 그게 뭐야, 우리 할머니랑 똑같네. (그녀의 할머니를 보지 못했으니까 확인할 길이 없거든!) 남자든 여자든 친하지 않으면 그런 얘기 하지도 않고, 친해도 그렇게 말해서 기분 나빠할 거 같으면 그처럼 놀리지도 않음. 단, 희박한 확률로 어려운 길을 가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10번 참는 사람과 1번도 참지 않는 사람이 만나면 동화든 코메디든 뭔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마이크 타이슨이 링에서 챔피언 벨트를 뺐겼을 때 언더그라운드에서 누군가는 있지도, 보이지도, 멋지지도 않은 우승컵을 슥 들어올리는 거다. 때문에 이치를 보아하니 얄팍하든 호쾌하든 직접화법이 유리하겠다고? 하오나 어느 마초가 좋아하는 숙녀는 정작 싱거운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접화법만 또 선호하다가는 사기꾼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만남이 우정이면 그나마 낫다. 으샤으쌰 분위기가 기쁨과 슬픔을 오갈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사랑이면? 그러면... 그러면 오히려 일찍 결별해야 해피엔딩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모르겠다. 사랑은 너무 어렵다. 그래도 다 방법이 있다. 왜 없겠나. 사랑을 알려면 사랑과 제일 흡사한 우정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려면 이해가 한결 쉽다. 10번 참는 친구를 A, 1번도 참지 않는 친구를 B라고 했을 때 우정은 이렇다. A가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고 30번 꼬박 채워서 꾹 참다 못해 B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쌓인 걸 참으로 빨리도 말한다. 그러면 B는 뭐라고 할까? 뭐라고 하겠나. 야 이 바보야 야 이 멍충아 그럼 그걸 진작 말을 하지 그랬냐, 야 늬가 똥개냐 그럼 처음에 말을 해야지 라고 한다. B의 관점에서는 당연하다. 1번도 참지 않는 인생관이니까. 그러나 A는 어떤가, 1번도 참지 않는 생애가 아니라 뭐든지 최소 10번 참고, 뭘 사기 전에 20번 고민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30번 재고하는 친구다. 그래서 A는 마침내 뚜껑이 열린다. 두둥~! 짜잔~! 그렇지만 A라고 마냥 푼수일 리가 있나. B라고 세상을 모를 리가 있나. 그 둘은 적당히 벤치 클리어링까지만 가고 소중한 우정은 깨트리지 않는다. 그런데 사랑도 이와 같을까? 정말 그럴까?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A와 B처럼 부딪히면 우정이 아닌 사랑은 생각할 게 많다. 2세도 있을 수 있다. 애완견은 뭘 보고 배우겠나. 단념과 절망 그리고 원망과 달리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질 수도 있다. 포기나 달관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바람도 있고 법원행도 있겠다. 문학도 있고 다큐멘터리도 있다. 영화와 드라마가 빠질 수야 있나. 곧 사랑은 우정보다 경우의 수가 더, 훨씬 많은 것이다. 파급력도 크고, 멀티태스킹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의인법처럼 사랑과 문학을 사람으로 봤을 때) 사랑이 생각할 때 우정처럼 자유롭지 못하니 참으로 머리 아플 수 밖에. 그러니까 사랑은 우정을 질투하는 거다. 주위를 보시라. 진짜 그런다. 더 할 얘기가... 다 했네. 아 피곤해. 말을 너무 많이 했어. (설레설레)! 아니 근데, 이거 뭐야? 1분 넘겨서 6분씩이나 해 먹었잖아? 어쨌든 수다는 이쯤으로, 다시 칼럼으로.
원리! 그런데 낭만파가 그 흔한 사랑 얘기만 하면 좀 좋나. TV를 틀면, 잡지를 펼치면, 인터넷을 보면, 풍문을 들으면 다 똑같은 얘기. 다 그저 그렇게 식상한 모범 답안 말하기, 뻔한 과장법, 앵무새 따라하기 일색.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겠지만, 그런데 남의 다리를 피나게 긁으면 아 진짜 너무너무 시원하다, 그 둘은 모순이다. 정말로 남의 다리를 피나게 긁었을 뿐인데, 그게 긁어 부스럼이 아니라 일약 스타덤에 올라 쾌락마저 덤으로 선사한다? 그 기쁨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클라우드 나인의 행복감을 미리 탐지하기는 어렵다. 추측론과 나의 신기한 환상은 다른 거니까. 그렇듯 오락산업은 순수예술가 뿐만 아니라 악역과 얼굴마담도 필요하고, 대중예술가에게 연예계는 꿈과 희망의 인생 무대인 것이다. 모순은 또 있다. 나는 영원한 현역이고 싶다는 둥 박수칠 때 떠나라는 둥. 그야 어쨌든 허당 잔치 학예회에 나까지 신부들러리를 서야 할 합당한 이유는 없다. 내가 할 일이나 할 말이 없다고 굳이 수다쟁이들의 병풍이 되야 할 정도로 시간이 남아나는 건 아니니까. 지식인의 품격과 예술가의 새로움이 아니라 시시콜콜한 수다를 나보고 또 들으라고? 지금, 우리, 장난하나! 지금은 BC가 아니라 A.D. 곧 기원후라는 시공간인 것. 그처럼 A의 밤무대와 D의 주무대라는 어떤 어색함이라고나 할까, 무언가 운동선수의 숙명을 모른 체 하기에는 우린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또 우리는 투정과 응석으로 진짜 초딩들과 경쟁 관계다. 때문에 현대인은 일정 부분 피곤함을 안고 살 수 밖에 없다. 신의 권능에 버금가는 리모콘 채널 돌리기라는 권한마저 우리에게 거의 무한대로 부여된 형편. 오히려 테크놀러지의 노예가 되지 않음이 힘든 실정이다. 어쩌고저쩌고는 예를 들자면 끝도 한도 없다. 나는 구두를 고를 때 무조건 끈이 있는 유형을 선호한다, 나는 벌써 유명해졌지만 돈 욕심 없다, 나는 애스턴마틴을 팔았고 람보르기니를 샀다, 나는 허풍을 좋아하고 허영심은 싫어한다! 뭐뭐뭐... 뭐라고?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거장이니 대가니 뭐니 알아서 오락산업에서 날 띄워주니 난 정말 귀찮아 죽겠다, 라고 말하는 명사 가운데 최근의 시사 문제에 관해서 뚜렷한 의견을 밝힌 사람이 많나? 있나? 없나? 말할 뻔 하다 말았나? '난민'이라는 주제에 대해 잠깐이나마 떳떳하게 의사를 밝힌 거장 있으면 누가 누가 있나 생각해보자. 과연 누가 있을까? 많지 않다. 그래도 그런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큰소리치지는 맙시다, 호호호! 순진한 선의일지라도 할 말은 하는 게 좋지, 쾌감을 얻기 위해서만 책을 읽고 '나는 아티스트 너희는 대중예술가'라면서 떽떽거리기만 하면 푼수임을 자처하는 거다. 물론 코메디언은 얼마든지 그래도 된다. 복고풍이란 건 옛날의 유행이 현대식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것이지,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언제식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장르는 미스테리 아니면 판타지, 하나-둘-셋 하면 말하기! 그래서 반의 반 박자 딱 늦게 말하는 아가씨처럼 행동하는 마에스트로는 뒷북으로 또 한번 푼수임을 증명하므로, 그러므로 비난이나 무관심이란 벌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응애응애 삐악삐악, 애들은 말이라도 잘 듣는데 말이다. 우와 우리 뭔가 통하는 것 같아요 우린 정말 잘 어울리는 거 같지 않나요, 그건 남녀 사이라면 몰라도 지성인의 지위에서는 본전도 못 찾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꿋꿋이 어려운 길을 가거나, 까다로운 삶을 살거나, 욕을 듣더라도 옳은 말을 하는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지금 세상에 많나? 적나? 없나? 있어도, 오락산업한테 밉보이면 언제 그랬는지 아닌지도 모르게 묻혀버린다. 쥐도 새도 모르게 내 이름 브랜드는 잊혀지는 거다. 반대로 아무리 당사자가 싫다해도 끝까지 뽑아먹을 수 밖에 없다. 속된 말로 끝까지 우려먹는다. 곧 영원한 푼수가 되는 거지. 너절너절할 때까지 이용당하고 헌신짝처럼 버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일부러 악평이라도 들을려고, 누구에게나 엄연히 시원한 인생이고 공평한 사랑이니까, 숟가락은 쉴 새 없이 잔칫상에 쓰윽 올려지는 법. 그런데, 대중은 또 어떤가? 일단 유명해진 다음에 어정쩡하게 남의 다리를 긁거나 내가 100퍼센트 솔직하면 만인의 반응이 공통될 리는 없다. A는 B에게 친절함으로 다가가야 하지만, B는 A에게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우릴 웃겨봐!' 이런 식일 테니까. ('우리는' 화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항상 우리 뭘 해도 우리, 둘째 내게 유리할 때에만 만사 제치고 우리!) 개중에는 물론,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도 있다. 그래서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오히려 암말도 안하는 게 제일 이득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요즘 이 바닥 돌아가는 낌새가 심상치 않다 싶으면 두 눈을 지긋이 감고, 고개를 틀고 살짝 들어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를지라도 그때는, 그때는 관망이 최고다. 전망 보면 견적 딱 나오는데 그 무슨 월계관을 바란다고. 이미 영화로움은 나와 함께 하는데 굳이 고행길에 앞장설 필요는 없을 테니까. 막 그렇게 막 쉬쉬하며 눈치 작전으로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지니는 내 지니다. 남의 지니가 아니다.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고, 게다가 이미 무인도에 데려가고 싶은 넘버 쓰리로 뽑히기도 했다. 심지어 오락산업마저 내게 우군이자 믿음직한 조수다. 그러니까 그러다 다시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지면 슥 고개를 들고, 조명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쭉지를 쫙 편 채 밝고 자신있게 그래야 한다. 따따부따 따따부따, 이러쿵저러쿵 이러쿵저러쿵, 어쩌고저쩌고 어쩌고저쩌고! 그렇지만 (대체로) 가수는 노래만 잘 부르면 되고, 영화배우는 연기로 말을 하며, 학자는 논문으로 승부하는 거다. 일단 태풍은 지나가길 기다리고, 추문은 듣기도 전에 손사래를 치며, 은근한 스캔들이라면 내가 먼저 슥 흘릴 줄도 알아야 한다. 먹고 살려면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어려운 시절이랄지 따끔한 시선이 스쳐지나가면 다시 얼굴이 활짝 펴지는 거다. (딩동~) (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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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도 똑같다. 내 친구들이 괜히 얼굴은 말상이요, 술 먹으면 개이자, 평소에는 한량인 것이 아니다. 심지어 낮에는 동물애호가이에, 밤에는 육식론자이자, 디오니소스로도 어디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친구들이다. 그런데 일요일에는 또 기도를 드린다? 필경 개인의 자유일 테지만 일부러 순수함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친구인지 모를 리가 없으니까. 어쨌든 우리들은 양의 탈을 써야 하니까. 구애를 여자의 몫으로 돌리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그처럼 업계의 흐름을 읽고 나서 우리는 다시 마이크를 드는 거다. 마이크 먼저 들고 업계 흐름은 나중에 읽기보다는 말이다. 그러든 어쩌든 오늘도 말하기 좋아하는 우리들은 뭔가를 말하고 싶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한다. 근질근질한 건 엉덩이일 때도 있지만 이번에는 입이다. 아무 얘기도 좋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나는 낯선 여행지에서 무작정 정처 없이 떠돌다 이상적인 호기심이 낯선 숙녀에게 향하는 걸 좋아한다, 남성잡지와 세계적인 주간지를 애독하는 나는 보아하니 그런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를 테면 낮에는 여성잡지1의 기술이 온전히 투영되고 밤에는 여성잡지2의 지식과 기술이 잘 반영된 여자. 뭐-뭐, 뭐라고? 잔지식, 잔근육, 잔기술, 잔재주, 잔꾀, 잔소리, 잔재미, 까메오, 잔뻔치, 쨉 쨉 쨉 또 쨉 계속 쨉 끝까지 쨉, 그 언제까지나 뻔트? 저런!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이런...! 논점을 잠깐만 벗어남. 불과 얼마나 됐다고 또 딴생각에 또 꿈나라의 유혹이? 단락 짧게 떼서 확실하게 쉬었다 가자. 진정한 고품격이 아니라 달랑 변죽을 울리는 말발, 놀리는 글발, 잘난 척 허세 본위의 말장난, 아는 체 타석주의, 잔지식, 잔근육, 잔기술, 장비발, 잔재주, 잔소리, 헛짓거리, 기타 등등. 그 잔머머의 친구 중 하나로 당연히 개헤엄도 있다. 잔재주가 아니라 큰 재주, 잔꾀가 아닌 고급 기술을 터득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머머하는 법 같은 책을 읽으며 독학할 것인가, 몇 년치 계획표를 세워서 체계적으로 학습할 것인가 라며 고심한다. 어쨌든 영법 수영의 상징은 뭔가, 당연히 선수들이 입는 삼각 수영복이다. 한때 수영을 배우느라 여름에 친구들이랑 해변에 놀러갔는데, 하필 삼각 수영복을 고집한 사람 솔직히 손들어보자. 나 운동한다고 몸매 자랑하고 싶어서 아무 데서나 훌러덩 훌러덩, 그거랑 똑같다. 그래서 푸른 바닷가에서 간단한 놀이 기구를 탈려는데, 관계자가 그러는 거지. (삼각 수영복 입으신 남자분을 가르키며 일행인 숙녀들에게) 저분이랑 친하게 지내지 마세요! 라고. 다시 돌아와서, 문제점은 이렇다. 일단 거기까지는 옳다. 틀리지 않다. 괜찮다. 그럴 수도 있다. 나쁘지도 않다. 오히려 좋을지도 모를 테고. 유익한 점이 꽤 된다. 그리고 나는 학교 다닐 때 악역을 맡아본 일이 전혀 없다. 사실이다. 아니, 있나? 아무튼 문제를 바로 안 다음 해결책을 도출할려면 남녀의 사고방식을 알아보면 된다. 그러면 문제점이 무엇인지 자명해질 것이다. 고개를 끄떡거리게 될 것이다. OK! 여자 먼저. 여자들이 일기장에 쓰는 표현에서 주로 반복되는 표현은 무엇일까? 이와 같다. 머머 같다, 머머인 듯 하다, 머머일지도 몰라, 그럴까 안 그럴까, 잘 모르겠다, 머머하면 어쩌지, 타인이 날 보고 어떻게 생각하지 않을까, 머머하면 좋겠다, 머머는 좋고 머머는 싫다, 누가 나한테 뭐라고 했다, 머머하고 싶다 머머 먹고 싶다, 어디 가고 싶다, 머머 사고 싶다 갖고 싶다, 오늘 머머했다 머머했다, 내일 머머할 것이다 머머할 것이다, 누가 나보고 뭐라고 했다, 오늘 어떤 얘기를 들었다, 나는 오늘 어떤 선물을 받았다, A는 나보고 착하다고 했고 B는 나한테 예쁘하고 했으며 C는 나에게 얼굴이 참 표정이 많다고 했다, 친구1과 친구2는 비교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다르다, 그런데 내일의 희망은 어떡하지, 나는 친구한테 뭘 빌려줬는데 걔는 고마운 줄도 모르고, 기집애 단짝을 뭘로 아는 거지 나 설마 1.5로 밀린 거 아냐 나는 항상 걔 얘기 다 들어주는데 지 아쉬울 때만 연락하고.. 쩜쩜쩜. 그러면 남자는? 주전 빼고 대타도 빼고, 딱 9번 타자만 말하자면 남자는 한마디로 그거다. <내가 대체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여자의 일기장이, 타인이 읽고서 반한다, 그 남자의 마음이 흔들린다, 독자는 나한테 홀릴 것이다, 라는 전제로 쓰이지 않는다면 몰라도 투정과 자랑과 응석은 필수다. 그걸 다른 말로 하면 자기애이자 자존감이니까 나쁜 게 아니다. 단지 그게 지나치면 여자의 수다 3시간과 쇼핑 6시간에 남자의 뚜껑은 열리는 거다. 겉으론 아니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남자도 똑같다.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가 심하게 반복되면 하는 수 없이 그렇게 된다. 주변에서 슬슬 그분을 피하는 거지!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비상 비상, 딴 데 봐 딴 데 봐, 고개 숙여 고개 숙여! 그런데 그분이 상급자랄지 한량의 3요소와 플레이보이의 4대 요건에 대해 일부 성과가 확실하다면 모를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어디 보자, 영 그렇지 않다라... 한마디로 괴로워지는 거다. 그래서 굳이 직설법을 고집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혼자서 열정은 과소비되고, 그러므로 완곡어법으로 주변에서 말을 하면 때로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일도 있다. 그래서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고 루저의 제일 친한 친구는 루저일 수 밖에 없다. 허나 내가 루저인데 루저의 마음을 굳이 아프게 할 필요야 있나. 그래서 루저는 루저에게 기본적으로,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라는 삐딱한 직설법은 자제한다. 좀처럼 그 말만은 남발하지 않는다. 대신에 바텐더는 다섯 명 또는 일곱 명 중에 딱 1명을 꼽아야 하니 막 난감하고 적잖이 난처해질 수 밖에! 때문에 어설픈 루저를 하느니 차라리 왕-루저, 허당 중의 상허당이 되어 루저 마인드라는 주제로 인문교양서를 쓰는 게 차라리 나아도 나을 것이다. 해법은 이렇다. 그래서 '기분이 완전 좋다 완전 나쁘다'를 오르내리는 자존심은 그래야 한다. 경주마에 올라타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당근의 기준과 채찍의 취향에 대해서 융통성이란 찾아볼 수 없도록 속좁은 남자가 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면 된다. 그게 바로 중간이다. 그러다 또 슥 분위기 타고, 기분 들뜨며, 가슴이 으쌰으쌰로 부풀어오르면 둘 중 하나가 된다. 첫째 오 땡큐, 둘째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따라서 우리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다몽과 다변? 일단은 괜찮아 보인다. 다정과 다망? 그 역시나!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다작과 다처? 때에 따라 좋을 수도 있는데, 그런데 과찬과 립서비스가 대관절 뭘로 바뀔지는 굳이 상상하지 말자. 뭘 좀 모른다면 몰라도 일부러 거기까진 알고 싶지 않을 테니까. (끄덕끄덕). 내가 의전으로 앞서야 할 차례인데, 서로 잔말 말고 따라와? 돈 쓰고 욕 먹고 독박 쓰는 거다! (딩동~) (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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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점도 있다.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풍 정신이 너무 부족해도 탈이다. 뭐든 대체로 적당한 게 좋다. 적게 걸면 적게 따거나 적게 잃거나. 아니면 올인처럼 많이 따거나 몽땅 잃거나. 물론 우리는 주식이 내려가면 거꾸로 돈을 버는 옵션은 물론, 세상사에 대해서 한 발만 쓱 걸치는 작전도 얼마든지 능숙하다. 실제로 한 발만 슥 걸치는 게 좋은 예는 결코 적지 않다. 사랑은 아닐 테지만 명쾌한 과학─초자연적 신론─행복한 세계관은 당연히 양다리가 좋다. 그 외 뻔트냐, 모든 걸 거느냐, 흐름을 타느냐 등등.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나는-나는-나는-나는, 바로 그 <나> 위주의 인생관들 틈바구니에 그게 있다. 이를 테면 우리는-화법, 이타주의, 입버릇 '늬 말마따나'! <나> 위주의 인생관과 그건 상반된다. 우리는-화법? 주어는 내가 아니다. 이타주의? 남을 위하는 주의다. 입버릇 '늬 말마따나'? 남을 먼저 띄워준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정말로 그럴까? 아니지 아니지. 그럴 리가 있나! '우리는' 화법의 목적은 뭐든지 '우리는'으로 물타기 해서 내가 항상 파도의 최상층에 올라가는 것이다. 이타주의는 이타주의자로만 살면 천사가 아니라 호구로 보일지도 모르므로, 다시 이기주의는 급부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입버릇, 늬 말마따나? 1차적으로 타인을 띄워주는 거지만, 알고보면 목적은 날 띄우자는 거다. 즉 우정이든 처세술이든 사랑이든, 뭐든지 그 기준은 나, 바로 나다! 왜 그렇겠나. 왜 빈수레가 요란하다느니 응애응애니 삐악삐악이라는 둥, 어째서, 도대체 왜 그렇게 그 주제는 짜증나도록 지겹게 반복될까? 왜냐하면 자존심은 왕급, 자의식은 황제, 자랑은 제우스요, 자긍심은 신기록을 가뿐히 능가하고, 허세 쩔며, 허영심으로 만년 1등인 위인들은 결코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인이 아니라 우리 친구들만 봐도 자존심왕과 자의식 황제는 흔하다. 영심이에게 인생의 기쁨 그 절반은 연예계 백과사전식 지식이다. 여성잡지1과 2는 진정한 바이블인 것이다. 조명 받는 직업인 입장에서는 그런 친구들까지 대리만족시킬려면 사랑처럼 자랑도 그저 일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세상을 살다 보면 어느 때인가 자기도 모르게 당대의 내놓으라 하는 삐에로─푼수─바보─허당─삼류─허세꾼─영심이─호사가가 잠깐 좋아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연기 못하는 영화배우, 노래 못하는 가수, 보이스레코더로 글을 쓰나 싶은 작가, 잘난 척 유난 떠는 험담가, 뭔가 부족한 안다 박사님, 막말하는 유명인, 막사는 예술가, 못생긴 여자 화장품 모델 등. 나랑 단지 뭔가가 비슷해서... 내 처지와 닮은 배역... 달랑 연예계 싸움 순위 상위권이라는 신빙성 낮은 이유 때문에, 인성은 못됐지만 그냥 단지 무섭게 생겼기 때문에. 왠지 모르지만 우리는 살면서 나도 모르게 그분들에게 호감이 가는 시기가 있다. 각자 정상으로 돌아오면 제정신을 차리겠지만 말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고. 제 손에 케첩 묻히지 않는 캐릭터네, 손 안대고 코 푸네, 흙탕물 튀기지 않게 조심해, 라는 속담과 대사도 있으니까 우리는 제각기 관심사가 분산되는 것일 뿐이다. 어려운 시절이 닥치면 경우의 수는 나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일종의 방어기제에 해당하는 일일 수도 있다. 우리는 거칠고 거친 세상 속에서 항상 연애론만 공부할 수는 없다. 때문에 합리화의 이유와 방황담의 와전과 대리만족의 원리는 그때 그때 변할 수 밖에 없다. (뭐야! 또 없다-야?) 고객층 100과 무대 100 사이 로얄석의 임자는 때로는 등호, 때로는 부호일 테니까. 일생 내내 심심하기만 했다거나, 일생 내내 파리조차 스쳐지나가기를 마다했다거나, 막 그랬는데 딱 인생이 무엇인가 겨우 알 만한 시점이 되자 그때사 나에게 전성기가? 뒤늦게 어복이? 역으로 뭐 하나 부러운 것 없던 화려한 슈퍼스타의 몰락이랄지 재산 탕진이? 그걸 대체 뭐라고 하냐, 바로 말년운이라고 한다. 그래프가 올라가면 올라간다고, 내려가면 내려간다고, 왔다 갔다 요동친다면 요동친다고 다들 할 말은 많은데, 그런데 나는 대체 뭐냐고! 이때 반응은 둘로 나뉜다. 첫째 나도 말 좀 하자, 둘째 나는 여태 어쩌고어쨌는데 왜 지금 나는...! (아니다. 딴청, 독설등 후보군 쟁쟁하겠군. 그래도 일단 응어리에 대한 대표적 예를 그렇다 치고) 그렇지만 그게 다일까? 그럴 리는 없다. 재능마저 상 중의 상이요, 처세술과 함께 아첨과 애교와 반칙왕 그리고 오락산업의 막후 세력등등 주전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아예 대타마저 행운을 비롯해서 주전 뺨 치는 거물들이 득실거리는 실정이다. 어디 보자 그런 분들이 과연 얼마나 되실까...? 세상에나, 맙소사! 그렇지 않은 분들을 세는 게 차라리 낫겠네. 바로 그래서 '내가 최고' 정신이 주류를 이루며, 바로 그래서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스타일도 흔한 것이다. 허세왕과 허영심왕 앞에서 물개박수니 뭐니 진짜 왕은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 오락산업에서 거론하는 상품과 사람 브랜드를 보시라, 자존심과 자의식은 한마디로 끝짱이다. 규칙이 그렇고 질서도 그렇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휘둘리고 길들여지며 언제나 밀릴 수야 있나. 바로 그래서 따따부따, 따따부따, 따따부따 그러면서 헤드폰을 쓴 채 모두들 그 마이크만 들고 있는 것이다. 그 마이크의 이름은 바로,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고로, 1.과잉된 자의식과 과분한 자존심은 <대화와 집중>이 아닌 <소비와 멀티태스킹>을 양산한다. 2.다시 그건 특별판이 아닌 게 없고, 과소비? 과사용이 아닌 게 없는 오락산업의 거품으로. 3.또 다시 그건 자의식 과잉과 1등 자존심으로. * 쫄병으로 영입한 핸드폰의 주인은 나지만, 실상 우린 노예나 다름없다. 1부터 3까지를 내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하면 선순환이고, 아니면 악순환이다. 그 순환은 쉬지 않고 반복되므로, 따라서 이 시대는 모차르트 같은 예술가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 사업가를 더 선호하게 마련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단지 선호도가 더 높다는 것 뿐이지 또 다른 모차르트의 부활과 피카소2세의 환생을 마다하는 게 아니라는 점) 때문에 사랑처럼 인생도 모르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런 길을 걷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라는 일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 세상을 이제 조금 알고 났더니 사랑은, 봄바람도 나비도 첫눈도 아닌 바로 나방이란 진실. 인생이 미로처럼 보일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래는 모르는 거다. 나도 말 좀 하자 라면서 어느 허당이 밑도 끝도 없이 화염을 뿜을지 누가 알겠나. 그럴 꺼면 좀 일찍 작게라도 행복할 것이지 뒤늦게 어복이 넘쳐서 세차 분무기를 뿜을려는데, 딱 그 중요한 순간 물이 떨어지고, 웬 뚱딴지도 아니고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레이저 시스템을 설치하네 어쩌네, 연구실에서 비친 레이저를 따라가네 라며 난리를 피우고, 커피포트의 작동 원리를 연구한다면서 이제사 커피포트론을 들고서 인문교양계에 지각 데뷔를 할지 어쩔지! 인생은, 모르는, 거다. 그러니까 기분파와 고슴도치는 내 기분만 따지지 말고,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카드를 남발하지 말 것을 권고 받아야 한다. 안 그러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양치기 소년은 당황한다. 심지어 소년도 아니고 뭔가는 밑에서 위로 올라왔을 텐데, 정작 난 피노키오가 아니라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아저씨로 낙인찍히는 거다. 안 그러면 아무도 믿지도 관심 갖지도 않는데, 난 행복해 난 행복해 라며 사랑가를 부르게 된다. 안 그러면 이제야 자랑 좀 하며 뒤늦게 세상에 뭔가를 베풀려는데, 주위에 사람은 없고 다들 날 피할지도 모른다. 대타란 그런 것이다. 에어컨은 발명가의 의도로 탄생했을 수도 있는데, 적지 않은 경우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는 일이 꽤 된다는 것. 인생에서 뻔트는 기본이요, 대타 카드를 뭘로 쓰느냐에 따라 나의 위치는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다. 진흙 속의 진주냐, 보석상에서 사기꾼에게 도둑맞느냐, 아니면 뒤늦게 대어가 잡히느냐로. 그 외에도 어른들은 알고 있다. 그분들께서 어떻게 모르실 수 있겠나. 타인의 재산 탕진한 사연이 알고 보면, 듣고 보면 그 가운데 최고 사연은 정말 으아~! 크아~ 기가 막히게 재밌다, 우와 어지간한 영화보다 훨씬 극적이다, 캬~ 완전 환상적이네! 라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우리가 그걸 모를 리는 없다. 어쨌든 자의식이 너무 심해도, 몸은 여기 있는데 자존심은 하늘에 가 있는 것도 불편하지만,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정신이 너무 부족해도 탈이다. 빈말과 참말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하니까. 으쌰으쌰 기분 좋고 마냥 들썩거릴 때 의기투합해서 내일 우리 떠나자, 해서 딱 당일이 되어 어디에 나갔는데! 뭐야 이거, 아무도 없잖아? 하오나 그게 다일 리는 없다. 으쌰으샤 경우의 수는 또 있다. 없을 수가 없다. 친구들끼리 오랫만에 뭉쳤는데 나 빼고 전부 다 여자친구가 있네, 그러다 또 어디로 떠나자 라는 얘기가 나와, 그래서 나 빼고 너네들끼리 가라 라고 했는데 극구 사양해도 꼭 반드시 함께 가자고 한다, 그래서 함께 떠났어, 그런데 여행지에서 그 뭔가를 절실히 깨닫는 거다. 그 뭔가를 정말 극적으로 통감하는 거지. 그래서 밤중에 하는 수 없이 나 혼자 조용조용 야반도주를 하는 수 밖에! 그게 뭐야? 뭐지, 뭐지, 뭐지...! 듣고 보니까 어느 작명가가 봤을 때 퍽 불행한 이름 같지도 않다. 보아하니 정말 그렇다. <내가 봤을 때─우리는 화법─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부인은 모든 걸 알고 있다─부인은 아무것도 모른다> 라는 애칭의 잘생긴 노장들도 그렇지만 초딩들 사이에서도 그럴 수 밖에 없다. 응애응애 아기, 걷는 아기, 유치부, 초등부들이 함께 놀 때 자기들끼리 막 그런다. 우리가 배려를 해야 한다,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맞춰줘야지 쟤들한테 동조성을 바라겠니 뭘 기대하겠니? 응? 우리가 쟤네한테, 그럼 어쩌라고? 라~고 할 수야 없지 않냐. 어? 쟤들이 뭘 알겠니? 쟤들이 유행가를 알아 아니면 만화영화 주인공을 알아? 우리는 기저귀 무늬를 애용하지만 쟤네들은 진짜 기저귀를 차지 않냐 이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걔네들끼리도 그런다. 진짜 세대 차이 난다고! 어디 아이들만? 80대 명콤비 친구도 그런다. 어디 물이 안 좋더라, 거긴 아니더라. 그래서 찾아간 새로운 휴양소 몽블랑을 순방하신 다음 나중 그러신다. 보보스는 무슨 순 꼬부랑 무광들 밖에 없더구만, 야 야 야 우리 이제 거기 가지 말자! 그런데, 뭐시라, 꼬부랑? 너는...... 라는 말이 들린다면 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 대체 어떤 분들께서 주로 그렇게 말씀하시나 그 공통점을 찾아가며 구태여 떠들썩하게 엑셀 파일을 바쁘게 할 필요도 없다. 정녕 노인들께서 그렇게 말하시지 않는다는 것일까? 진짜로? 아무도? 아마도 그 반대일 거라고 굳이 못 박지는 않겠다. 다만 쉬쉬할 뿐. 분위기랄지 예의상 그러지 않을 수는 있는데, 사석에서 또 친해지면 속마음의 고운 결을 은연중 비출 수 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꼭 어린애와 노인만 그러는 게 아니다. 중간도 똑같다. 중간층을 놓고 나이트클럽 신비, 호박, 엄마한테 말하지 마, 딱 그 3곳에 데려다 놓은 다음 그댄 최적의 고객층이다 라고 한다면? 묻는 분이 설마 그대라면 상욕만은 듣지 않으시길 바란다. 오, 제발! 그처럼 애-어른-노년 각계각층에서 그렇다는 건 안 그런 사람은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건 곧 말이 세냐 기냐, 의사표현이 말이냐 표정뿐이냐 그 차이다. 단지 '춥다 덥다' 같은 감정과 똑같은 사람의 기분일 뿐이니까. 물론 일과 놀이는 다르니까 국제구호와 환경에 대한 옹호성 글을 쓰고, 표는 상반되게 어디로 향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가문이 어떤 전통을 거스르는 초유의 행사를 선보일 수는 있는데, 근본적으로 나와 남의 일은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인습과 편견이 한 발짝 내딛는다는 건 바로 그런 거니까. 어디 NC가 괜찮다길래 단짝은 얘기한다. 우리가 뭐가 어때서! 우리가 어디가 모자른다고, 특별히 멍청하지도 제법 가난히지도 않은데, 우리가 어딜 봐서 찌질하다고 언제까지 음악이 중간에 멈추는 나이트클럽에만 가야 하는데? 삼촌들 엉덩이는 들썩거리는 거지. 부비부비 부비부비 부비부비, 어디 소식을 듣고 읽고 보고 으쌰으쌰 (혹시라도 술기운에) 환장할 테니까. 그처럼 딱 거길 방문했다가 8 대 2 가르마 친구들과 한사코 실랑이를? 알고 봤더니 길을 잘못 들어 괜한 사설 클럽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 오늘도 있을 것이다. (칼럼 끝)
8 액면 그대로 보이는 걸 믿고, 들리는 데 끌리며, 알고 나면 혹할 수 밖에 없는 요술─마술─최면술─점성술. 학문과 상업이 아닌 오락 같은 바로 그 머머술. 그리고 증명할 수 없으면 어쩐다 라는 과학과 수학의 논리. 그 둘의 중간에는 사랑도, 믿음도, 행복도 있지만 행운론과 경제가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환상, 꾸준한 쾌락, 섬세한 기쁨을 꼭 액자 안에서만 찾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럼 옵션이 더 비싸다는 그 고차원적 보너스는 과연 무엇일까? 대체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어디긴 어디고 무엇이면 무엇이겠나, 바로 카지노 사장실이지! 알고 봤더니 레너드는 진짜로 카지노 사장이었다. 그런데 가 본 사람보다 안 가 본 사람이 아마도 훨씬 많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익히 아는 그런 카지노가 아니라 한마디로 구멍 가게 수준의 카지노였다. 이왕 친구를 만날 꺼면 마권업자보다 동물학자를 추천하느냐, 라는 신념을 고집하지는 않겠지만 어떡하다 또 그렇게 됐다. 그러니까, 관련 분야를 억지로 넓혀보자면 뭐랄까 거대 브랜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인지심리학 연구소장이 레너드의 직업과 연결되겠구나. 그렇지만 모든 과학자가 아인슈타인처럼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유명한 데다, 고위직 행정가가 기가 막히게 재미있으며, 화가들이 다 잘생긴 건 아니다. 의사도 최소한의 사회성이 필요하고 뭘 하든 눌변보다는 달변이 좋다. 그러나 장점이 하나 가면 단점도 하나 딸려 오는 법. 다정하고 성실한 사랑이 좋긴 좋다만 그 어떤 어눌함을 몇 십 년 견뎌보시라. 아무튼,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AB는 레너드와 한두 번 인연이 반복됐기 때문에 한동안 친하게 지냈다. 여자라면 운명이란 낱말을 슥 갖다댈지도 모르겠지만 레너드는 적어도 학교 다닐 때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때문에 회상은 달콤했고 기억은 각별했다. 당시 레너드와 AB는 중학교 3학년 같은 반이었다. 적당히 친해서 쉬는 시간에도 곧잘 얘기하고 그랬다. AB는 인기 그래프로 봐을 때 매년 오르락내리락했는데 그땐 나름 괜찮았던 시절. 그러던 어느 날 레너드와 담소를 나누던 중. 그건 대화라기보다 레너드 혼자 신나게 떠드는 웅변에 가까웠다. 그런데 하필 주제가 담임 선생님. 그래서 레너드는 정신없이 침을 튀겨가며 담임이었던 여선생님의 험담을 웬만한 만담꾼보다 훨씬 뛰어나게 우리에게 선사했다. 학생에게 걸맞지 않는 입담으로 말이다. 그런 레너드가 딴 데 신경 쓸 겨를이 어딨겠나. 진짜로 정신없이 침을 튀기며 떠들고 있던 중이었다. 담임 여선생 이름이 만약 소피아라면, '선생' 떼고 '님'이란 의존명사도 떼고 레너드는 결국 이름마저 생략하는 화술을 택했다. 급히 만든 별명을 들었다 놨다 막 그러면서. 브레이크가 없었던 거지. 그런데 담임 선생님 소피아는 하필 레너드 뒤에서 그 얘기를 다 듣고 있었네? 그래서 아무도 레너드를 말리지 않았고, 따라서 소피아 선생님은 그 모든 얘기를 똑똑히 들었으며, 결국 레너드는 눈치 빠르게도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참 천천히 깨달았다. 그래서 소피아 선생님왈, 「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레너드는 차마 고개를 못 들었고... 이때 중요한 게 뭐냐! 최소한 레너드의 열변을 들었던 AB를 비롯한 친구들은 그래야 했다.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드라마 작가라면 원래는 그렇게 글을 써야 모범이다. 멋쩍다, 겸연쩍다, 남부끄럽다, 쑥스럽다, 선생님께 죄송허다... 등등등. 그러나 모범은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고, 오히려 비범함이 인기마를 타지 않나. 못된 인간이 수치심과 골 세러모니를 잘 견디며, 뻔뻔함이라는 가치만으로 롱런에 성공할 수도 있다. 세상이 그렇다. 그래서 너무 착하지도 너무 순진하지도, 그렇다고 구태여 자랑 대회와 허풍 대회의 트로피란 트로피를 죄다 휩쓰며 꼭 막살 필요까지는 없다. 지금 시대에 첩1과 첩2를 양쪽에 꿰차면 곤란할 테지만,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양쪽에 꿰차는 건 다름 아닌 인간의 도리다. 양의 탈을 쓴 늑대는 동화에 나오지만 우리는 진짜로 금수처럼 살아서는 안될 테니까 말이다. 때문에 레너드와 선생님이 아닌 AB를 비롯한 나머지의 반응이 어쨌겠나. 당시 우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어쩌긴 뭘 어쩌나. (조심조심) 웃었지! 당사자였던 레너드와 소피아를 빼고는 화면이 흐려지고 어쩌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런데 또 AB와 소피아 선생님은 한마디로 우호적인 관계. 사람은 눈빛과 태도로서 꽤 많은 걸 파악할 수 있다. 기왕 수려한 외모면 좋겠지만 그래서 단정한 외양이 더 중요한 법이다. 그건 그렇고, AB가 학교 후문 바로 앞에 있는 문구점에 들렸다 돌아오면서 한 장면을 목격한다. 바로 자동차 안에서 소피아 선생님과 내연남? 그건 일일드라마 용어고, 다시 말해 아마도 합법이면 남편이요 사랑법이면 애인인... 그런 다정한 장면을 목격했다. 당연히 분위기 간파한 채 못 본 척 자연스럽게 지나갔고. 그래서 소피아 선생님은 레너드의 원맨쇼를 결코 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레너드와 AB는 어쩌면 막역한 사이일 테니까, 따라서 선생님은 AB에게 한두 번 다정하고 따듯한 언사를 건넨 적이 있다. 끝. 그게 다다. 실상 아무런 일도 아니다. 어차피 우리들이 살면서 실제 겪는 소소한 일일 뿐이고, 시트콤으로 수없이 학습했던 장면에 지나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만 레너드와 AB에게는 아마도 추억. 그리고 소피아 선생님은 그냥 은사님. 그래서 그런 레너드를 오랫만에 만나니 AB는 반가웠고, 한동안 우정은 긴 슬럼프를 종료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9
AB는 에밀리와 로즈마리와 사귀던 중 레너드를 만나게 됐다. 그러나 우리 이제 두 번 다시 보지 말자 라는 합의는 없었지만, 그들 모두는 남남이 됐다. 그러다 레이저 시스템 고장이라는 묘한 우연은 우정의 부활을 예고했다. 때문에 벌써부터 AB는 이상한 전개라는 도약을 예단했다. 그처럼 화사한 절정이 나타나줄려나 몰라도, 큐피트가 쏜 화살은 사랑이 아니라 우정인 건 분명했다. 사랑도 추억을 만드는데, 우정이라고 발동도 걸렸겠다 가만 있을 수가 있나. 그래서 레너드는 AB를 고급 사교계에 초대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AB는 어울리지 않는 고품격 살롱에 드나들면서 알게 됐다. 아아, 레너드는 성공했구나 라고. 옛날의 그 눈치 없던 레너드가 아니구나 라고. 이 VVVIP 회원들도 모두 레이저 시스템을 애용하는구나 라고. 곧 그분들과 AB의 차이점은 그거였다. 레이저 시스템이 그들에게는 재산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었고, AB에게는 순수한 목적이라는 것. 한쪽은 일 한쪽은 놀이. 여기는 심각 저기는 재미. 그러다 어느 날 레너드와 AB는 어느 과학자의 집에 놀러갔다. 같은 레이저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명목상 초대였다. 아, 하나 더. AB는 최저가 설비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주문 제작한 무제한 설비라는 점. 아무튼 그 과학자는 전공이 양자역학인지 상대성 원리인지는 몰라도 그분은 다른 부자들처럼 뭘 지키기 위해 레이저 시스템을 도입한 게 아니었다. 바로 연구 목적으로 설치했으니까. 자기 말로는 타임머신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그게 정말인지 장난인지, 아니면 농담 반 진담 반인지... 아직은 긴가민가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더 지켜볼 수 밖에. 그렇다고 친교가 사기로 돌변하거나 애정으로 급변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들은 연구실도 구경했다. 연구실에는 상시 레이저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런데 차이점! 그것은 레이저 색상이 하늘색, 분홍빛, 연두색이 아니라 은색이라는 점. 그리고 대단한 걸 지킨다랄지 그저 재미로 설치한 게 아니라 연구 목적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뭔가가 또 있었다. 그건 바로 하나의 레이저가 연구실 바깥으로 이어진다는 점. 과학자가 다른 일을 볼 동안 레너드와 AB는 바깥으로 나가서 그걸 확인해보기로 했다. 바깥에 나가보니 저기 저 멀리, 아주 멀리 끝까지 수평선처럼 레이저는 펼쳐져 있었다. 뭐야 이거? 지면과 수평으로 레이저가 이어지다니! 그들은 당연히 그 선을 따라가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체면 따지고, 평판 신경 쓰며, 품위만 생각하다가는 무슨 3박자인지 4대 요소인지 다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그 레이저를 따라갔다. 그렇게 한 100미터쯤 갔나? 갑자기 레이저는 사라졌다. 청소년식 표현으로 바꾸자면 뭐야, 갑레사? 재미없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은 효과음을 들었다는 게 진짜다. 레너드는 핑~! AB는 퐁~! 그래서 레너드와 AB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한동안 과학자네 연구실에 놀러가기로 다짐했다. 아무도 믿지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전자는 극적인 영화고, 후자는 일상적인 드라마다. 그런데 그들의 호기심은 뭘까? 그렇다 말없이 곧 짜릿한 무언극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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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그들은 과학자네 연구실에 수차례 방문했다. 박사한테 연락하고 올 때도 있고, 무작정 몰래 방문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레이저를 볼 때도 있고, 못 볼 때도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여러 번 레이저를 따라갔다. 그들은 그게 혹시 무슨 양성자 연구소... 막 그런 시설과 비슷한 것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불규칙적으로 매번 레이저가 중간에 꺼져서 끝까지 따라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레너드. 저 끝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러니까! 그런데 우리가 꼭 저 끝까지 가서 확인해야만 하는 걸까?」 「그건... 누가 시키지는 않았으니까 안 그래도 되겠지?」 「그럼 여기서 우리, 멈출까?」 「그럴까?」 「그래도 조금 아쉽지 않니?」 「그러니까. 뭔가 섭섭하긴 하다야.」 「너도 그렇지?」 다시 그 다음날이 됐다. 그들은 매번 연구실부터 레이저를 따라가다가, 오래 되니까 머리를 쓴다고 언제부터 마지막 지점부터 따라갔다. 그런데 거리가 얼마인지 측정하지 않은 채 대충 눈대중으로 따라가다가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보게 됐다. 그러고 보니 레이저를 따라가는 탐사 도중 사람을 한 번도 못봤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낯선 아저씨가 그들에게 물었다. 「여기서 뭘 찾고 계시나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뭘 따라가고 있어요. 여기 보이는 이 레이......」 갑자기 레이저는 사라졌다. 「혹시 방금 전에 은색 레이저를 보지 못하셨어요? 바로 직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은색, 뭐요?」 「아니 그러니까. 방금 전에. 저기 저쪽부터 이쪽으로. 색상은 은색. 모양은 그 왜 조명쇼나 콘서트나 클럽, 뭐 그런 데 가면 볼 수 있는 레이저 같은 거 있잖아요. 그게... 있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저기 저 꼬마들이 놀고 있는 고무줄을 뜻하지는 않으실 테고. 혹시 영화를 보신 다음 뭘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줄자로 뭘 재고, 강철선을 설치하고. 레이저요? 그런 거라면 못봤어요.」 설마 그 은색 레이저가 레너드와 AB에게만 보이는 건 아닐까? 라면서 세한 느낌에 약간 어질어질했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어느새 사라졌다. 그렇게 매번 실험실의 생쥐처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다람쥐 챗바퀴 도는 것처럼 몸만 쓰다 보니까 그들은 어느덧 지쳤다. 그래서 그들은 머리를 쓰기로 했다. 그래서 그들은 인터넷으로 그 방향을 알아봤다. 그건 완전한 남극점을 가리켰다. 설마 지구동공설? 그러니까 아문센을 검색해야 돼, 아니면 마젤란을 흉내내야 돼! 아, 맞다. 평면 지도만 볼 게 아니라 지구본도 있구나. 그들은 또 열심히 제일 크고 정밀한 지구본을 영차 영차 알아냈다. 어떻게 어떻게 알아봤다. 박사님의 연구실이 지구본에서 그 반대편이 어디인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어디인지 알게 됐다. 자, 그러면 그 꼭지점 세 개는 정삼각형...은 아니고. 북극점까지 포함해서 최소 2개 이상의 도형을 그려야 하나? 그럼 혜성들의 공전 궤도까지 포함할까? 물리학은 작심삼일마저 힘든 종목이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보는 다큐멘터리라면 몰라도, 뭐가 어쩌고 어째? 꿈 깨자 라고 그들은 결론 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성적 사고는 진작 포기했다. 상대성 이론을 과연 어디에 적용할 텐가, 그보다 상대성 이론을 나는 알고 있는가... 우리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제는 오늘의 꿈나무. 새로운 사랑은 내일의 이상한 희망. 그러나, 레이저 시스템은 무슨 세계 몇 대 불가사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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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를 그만 쫓기로 합의했지만 끝끝내 그들은 나 혼자, 딱 한 번만, 진짜로 마지막 한 번만 더 그곳에 가 보기로 했다. 물론 각자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그만 오자라는 합의를 내렸지만 어떻게 된 게 둘 다 미련을 선뜻 버리지는 못했으니까. 그래서 각자 다시 그 장소를 찾게 됐고, 그들은 현장에서 서로 마주치며 깜짝 놀라게 됐다. 「늬가 여기 웬일이야?」 「그러는 넌?」 「나? 나는... 내가 먼저 물었자나? 넌 여기 뭐하러 왔는데?」 「나? 나는 여기에... 널 만나러 왔을까? 아닌데. 우리는 우정이지 사랑은 아니지. 그럼. 그런데 왜? 내가 여기 왜 왔지? 솔직히 말해. 고백해. 어? 어서. 실토하라고. 내가 왜 여기를 왔을까? 너는 알고 있을 꺼 아니야. 그렇지? 알고 있지?」 「뭘 알어, 알기는! 내가 왜 그걸 알아야 하는데? 어? 대체 왜 내가 그걸 알아야 하느냐고!」 「흥분하지 마. 흥분할 일이 아니야. 지구는 망하지 않아. 단, 지구가 망하기 전까지는. 외계인은 없어. 단, 외계인이 비밀리가 아니라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는. 심지어 빅뱅이론도 일종의 가설일 뿐이야. 꽤 훌륭한 이론으로 발전하기는 했지만, 사실이냐 추론이냐를 따졌을 때 당연히 추론이지. 사실은, 아니라고. 응? 많이들 사실로 알고 있겠지만, 나도 귀찮으니까 그러고 싶지만 그건 원소기호 발견하는 거랑 전혀 다른 문제거든. 많은 일반인이 빅뱅이론을 믿고, 많은 전문가가 신뢰하지만 빅뱅이론은 말 그대로 단지 하나의 학설에 불과하다고. 응? 그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거든. 여러 후보들 가운데 가장 그럴싸한. 더구나 반박할 수 없는 헛점마저 적지 않아. 하나의 뛰어난 학술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대식. 곧 먼 미래에서 보자면 아마도 이럴 거라고. 위키리크스에 나오겠지. 1억년 전에는 빅뱅이론이 대세였다고. 응? 말하다 보니 주제를 벗어났지만, 어쨌든 레이저를 따라가도 어디선가 끝나. 그럴 수 밖에 없을 테니까. 일단 그 레이저는 직선이라고. 응? 그런데 지구는 뭐야, 둥글잖아. 우리가 이걸 언제까지 따라가서 끝에 뭐가 있다는 걸 확인해도, 아마 별거 없을 꺼라고. 이론적으로 생각해봐도 레이저는 점점 지면과 멀어지면서 붕 떠서 하늘로 가겠지. 맞잖아? 레이저는 직선, 지표면은 곡선이니까. 응? 그럴 수 밖에 없다구.」 「너도 그렇게 생각해? 하긴 나도 그냥 아쉬워서 그냥 지나가던 길에 들린 것 뿐이야.」 「그렇지? 우리 그러지 말고 영화나 보러 가자.」 「그럴까?」 그래서 그들은 영화를 보러 갔다. 저번에 봤던 연극과 같은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기 때문에 그들은 그 영화를 보러 갔다. 그러니까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2, 가 아니라 리메이크작 정도일 것이다.
12 레너드와 AB는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웅성웅성,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헤어지기 전에 인파에 섞여 그 말다툼인지 아니면 행위예술인지를 구경한 다음에 집에 가기로 했다. 「아니 이게 누구요? 어... 맞죠? 맞네 맞어. 귀신은 속여도 내 눈은 못속인다니까. 대체 뭐가 그리 바빠서 통 얼굴을 안 비춥니까? 왜지? 왜일까? 깍쟁이인가? 아닌가? 너무헌 거 아니유? 한때 꽤 괜찮았는데. 막상 알고보니 인기 그거 별거 아닙디까?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말투가 좀 거친 듯 하오만 너무 고깝게 듣진 마쇼. 중요헌 건 사람 마음 아니냔 말이오. 에 그게 그러니까 평생 장사꾼으로 살았더니 남는 게 돈이 아니라 이처럼 거친 입담뿐이더라, 그 말씀입니더. 알겠습니껴? 거 마 어이쿠, 처량한 인생이지. 사랑은 모르겠고 인생은 더 모르겠고. 여자의 마음은 미스테리, 그런 여자를 좋아하는 나는 불가사의. 말이야 바른 말 아니오. 대화에서 흥정의 재미를 놓치고 살면 그건 일단 내 손해가 아닙디까?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니 청춘 남녀가 연애를 하는데 밀담의 즐거움도, 밀고 당기는 재미도 없어. 그게 사랑이라구요? 에이~ 그건 아니지. 그건 아니야. 손 잡고 뽀뽀하고 거짓 고백을 하건, 손 잡기를 건너뛰건 찐한 사랑의 묘미를 모른다면 그게 뭐가 사랑이대유? 청포도 같은 상큼한 풋사랑이지. 하오나, 어떻게 그거라도... (뻔트 몸짓) 아니 근데 아티스트 앞에서 내가 무슨 청승이야? 하하하하하. 이해하쇼 스타님이! 하하하하하. 그래도 한때 애정이 각별했는데 안 보이니 섭섭해서 그러요. 게다가 깨방정 깐족은 오히려 내 분야가 아니라오. 역으로 그걸 받는 넉살이 내 전공인데, 이거 이거 남의 옷을 걸친 느낌이랄까. 그야 어쨌든 추억의 스타니 뭐니 해도 아직 마음만은 현역 아니오? 보아하니 여전하시구만! 그렇다면 날 한 번 웃겨주시는 건 어떻소? 감도 잡고 긴장감도 즐기고, 일석이조. 아이고 얼마나 좋소. 나는 언제라도 공짜로 웃을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니까 그러네. 연배를 예상컨대, 이런 말씀 드려도 될려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뭔가가 밑에서 위로 슥 올라오지 않았을까요? 하하하하하. 히히히히히. 크크크크크.」 연상되는 건 랩배틀인데 보이는 건 영 애매한 동네 아저씨? 그래서 그래서, 그 다음에 그 다음에,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이거 이거 어떡하나. 고맙다고 해야 할지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해야 할지, 썩 남감하구만요. 허허허. 그럴 게 아니라 우리 일단 명령인지 부탁인지 그거 먼저 정합시다. 선상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로 보아하니, 음 가만 있자. 이 아우님이 애원으로 오해하지는 않겠소이다. 거기꺼정 좋아요. 네. 딱 좋아요. 기럼요. 헤헤. 그 정도도 못하면 어디 알아봐줘서 고맙다며 몸둘 바를 몰라할 자격이나 있겠소? 나도 누구 보고 뭐가 그리 바빠서 일찍도 숨어버렸냐고 비꼬아야 정상 아니겠소. 그러니까, 이건 어떻겠소? 만약 제가 형씨를 웃기면 형씨가 내 소원을 하나 들어주고, 제가 형씨를 못 웃기면 형씨가 내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기 말이오. 자신있소? 괜찮은 방법 같지 않나요? 맹숭맹숭하게, 예? 간지럽게 동네 꼬마들마냥 우리가 언제까지 남의 다리나 피나게 긁으면서 막 고라고 놀 수야 없제이! 응, 아니 그렇소? 아니 왜... 다시 생각해보니 똑부러지게 요구할 게 아니라 애처롭게 읍소하고 싶소? 아따 그라요? 참말로? 에헤 정당한 간청이라... 허허, 글쎄올시다. (기다란 수염도 없으면서 허공에 손짓은 무슨!) 그러면 나도 더더욱 바짝, 어? 빠싹 엎드리겠소.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이건께. 시방 그게 뭐가 어렵다고. (시늉만 살짝 다시 원위치) 그러니 자 어떻게 물팍이라도 꿇으리요? 말만 하씨오, 그대 정녕 원한다면! 내 이래봬도 어딘가에서는 아부의 화신으로 통한다오. 허허허허허. 내 옆에서는 그 어떤 아이스크림도 살살 녹아들고, 나는 사탕도 애들처럼 막 쪽쪽 빨아먹고 쪽쪽쪽 핥을 수 있소. 여심이라면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 쥐락펴락! 응? 일도 아니죠. 에이~! 사랑과 행복은 이 손 안에 있소이다. 아 봐 보시오. 똑똑히 관찰해보시란 말이오. 이 내 손바닥이 부처님 손바닥이랑 완전 똑같이 생겼지 않소? 거짓말 아니라니까 그러네. 게다가 내 코는 피노키오요 족보 따지면 그 옛날 아더왕, 아니 아니 알렉산드리아 대왕이랑 나랑 아마 직계인가는.. 몰라도 방계쯤은 거뜬할 걸요? 내가 그처럼 왕년에 펜싱도 했고, 전직 정보원 출신이란 말이오. 뭐니 뭐니 해도 내 주특기는 여심의 정복이구요. 허허허허허. 이러니 내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허요. 헤헤. 그러든 어쩌든, 내가 마음 먹고 형씨 가려운 곳을 한번 긁어볼까요, 긁어보지 말까요? 다만 오늘은 도저히 이 내 맘이 저기압이라서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겠소. 나중 그럴 기회가 있을려나 모르겠소만, 글쎄요, 어디 사람 인연이란 게 내 마음대로야 되나. 차차 때를 기다리다 보면 어떻게 우연히 마주칠지도 모르는 것 아니겄소? 어쨌든 풍자의 기준은 각기 다를 테니 이해는 하요. 내 뭐헌다고 일부러 곡해하겄소. 충분히 납득이 된단 말이오. 나도 한때 알아주는 투정꾼이자 응석쟁이였소. 불평객으로써 소문이 자자했는데, 감히 누가 나한테 명함을 내밀 수 있었겠소. 어림없는 소리지. 당시에는 말이외다. 먹기 싫은 밥에 재나 뿌리지 말지 라는 심술,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라는 시절.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소! 같은 사람으로써 어찌 모를 수 있단 말이오. 그런데 애들이 떼를 쓰면 귀엽고 예뻐보이지만, 우리 어른들도 그럴까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사람들 불만의 단골메뉴, 뉴스의 만년 헤드라인, 운전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뭔가 올라올 듯 하다 슬며시 잠재워지는 괜한 훼방감이라고나 할까요? 살다보면 괜히 도덕군자로써 칭찬 받고 싶은 시기가 있으면, 당연히 내면의 짜증을 어떻게든 겉으로 실현시키고 싶은 때가 왜 없겠소! 그러니까 그 행동화를 이왕이면 좋게 하자 라는 뜻에서, 그래서 우리가 뛰고 치고 달리고 춤 추고 노래 부르며 그러는 것 아니겠소? 그 모든 심리학 전문용어들. 이 몸도 응당 수없이 경험해봤지 어떻게 처음일 수 있겠소. 만약 처음이다면 그 거짓말을 과연 누가 믿는단 말이오. 아니 그렇소? 다혈질이 귀여운 게 뭐냐면, 네? 요만~한 일에만 분개해요. 네? 요만~한 일에만. 험담가들이라고 뭐가 다르겠소. 그분들도 요만~한 일에만 따따부따 떠들죠. 자기 빼고는 뭐든지 다 나쁘다는 거죠. 자기 빼고는. 그처럼 하수는 어설퍼요. 네, 몹시 어설프죠. 그치만 어설프면 재미가 없어요. 재미가 있어도 조잡해요. 애매한 허세? 글쎄요. 어중간한 사이코패스? 좀 그렇죠. 소심한 기분파? 귀엽다니까요.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고 뚜껑이 열릴 때, 바로 그 순간조차 전광석화처럼 견적 내고 계산 끝내서 딱 괜찮을 정도로만 화를 풀죠. 그치만 다음을 생각해야 하니까 그건 당연히 좋은 거죠. 허허허. 나라고 뭐가 다르겠소? 공부해서 알거나 살면서 깨닫거나,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몽니라는 낱말이 있죠.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 그걸 한 단어로 몽니라고 하죠. 그런데 몽니를 친구한테 부리면 그건 뭐 괜찮아요. 그럼요. 또 재밌어요. 어떨 땐 필요하고 절실하기까지 하단 말이오. 그런데 그 대상이 바뀌면 뭐겠소? 골 세러모니지 뭐겠냔 말이오. 구시대적 조직 문화의 대표적 명언이 뭔 줄 설마 모르시진 않겠죠? 잘 아시겠지만 제가 아는 체, 알은 체, 허허허. 이 딴따라의 깨방정 재롱을 부디 용서해주기 바라오. 그건 바로 조직에서 불평-불만 많아서 좋을 거 하나 없다! 그거요. 말 그대로 구시대적-이었을 때 말이요. 구시대적? 우리 역사 얘기 한번 할까요? 에이, 하지 맙시다. 학교 다닐 때 우리 정말 지겨웠고 공부도 못했는데 해서 좋을 게 뭐 있겠소. 아, 본인은 그랬는데 형씨는 달랐겠죠. 일부러 묻어갈려는 의도는 없었소. 허허허. 아무튼 거창한 그런 거 말고, 개인의 역사가 뭐냐, 그건 바로 인생이지요. 사소한 혼잣말에, 지나가는 넋두리에, 가벼운 하소연에 아마도 내가 너무 심헌 거 같소이다. 그렇지만 말이오.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가 걷다가 혹시 개미를 밟지나 않을까 하면서 저절로, 원래 그랬긴 했지만서두, 유난히 걸음걸이가 더더욱 신경 쓰이더란 말이오. 오늘 비가 오면 우산을 쓰겠지만 때로는 비를 맞으면 기분이 좋아요. 난 원래 비 맞는 걸 좋아하니까요. 그런데 그러다 문득, 혹시 이건 천사의 눈물일까? 아니면 이 세상 사람들의 눈물일까? 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요. 그럼 또 멈칫하겠죠. 내가 연못에 던진 돌 하나. 그거 아무것도 아니지만 개구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겠죠. 왜 펜은 칼보다 강하다란 말이 유명하겠소? 정작 심한 건 말이니까 하는 얘기 아닙니까. 살면서 사람이 실수도 하고 한눈도 팔며 실패도 하지 왜 안 하겠소. 그런데 굳이 그걸 일부러, 또 꿋꿋이, 심지어 억지로 반복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오.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을, 그것도 밥 먹듯이? 그건 아니오. 한번 가면 오지 않는 인생,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란 말이오. 물론 이건 모두 내 탓이오. 명백히 내 잘못이란 말이오. 그러니 대체 왜 이렇게 얘기가 길어졌는지, 나 편허자고 이해를 바라는 소생의 복안. 아마도 눈치 채셨겠죠? 우리끼리 모른 체 하지는 맙시다 그려. 그게 숙녀에게 향하면 애정이요, 줄거리가 엮이면 사연이고, 이권이 끼면 꿍꿍이가 되니까 말이오. 헤헤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이해하요. 풍자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알고 있소. 상황과 분위기를 일부러 비꼰다? 그러기 싫소. 충분히 납득이 된단 말이오. 네. 그럼요. (쯧쯧쯧) 이 몸이 그렇게 속좁은 남아는 아니란 말이오. (으잉) 아 조롱이든 뭐든 웃겨야 고수 아닙니까! 아니 그렇소? 물론 막말을 권리라고 생각치는 않으실 테지만, 만약 어쩐다면, 막사는 걸 책임지라고 해서도 안되겠지요? 아니 이치가 그렇지 않소이까! 저는 허접한 푼수에 지나지 않소만, 그게 또 절 막 무지 좋아하는 마귀가 있단 말이오. 한두 명이 아니여. 일단 그 중의 1인자. 그런데 문제는 그 친구가 들쑥날쑥하다는 것. 어떻게 안돼. 도저히 안돼. 어? 아 말도 말어. 영 못 말린단 말이오. 아이디부터 '묻지마'라니까 그러네. 아아 몰라 몰라 몰라. 다 됐고. 말도 마시오. 그런데 이게...... 뭐여! 아니 어떻게...... 벌써 그 녀석이 선상님 두 어깨를 밝고 있구먼유. 앗 깜작이야. 쟤가 언제 벌써...? 아마도 최근 승모근이 솔찬히 뻐근하셨을 껀디. 그런디 여태 어떻게 참았디아? 사람이 너무 독하믄 못쓴 것이여. 그람~!」 「(궁시렁궁시렁)~!」 「뭐, 뭐요? 아하! 이제 알겠네 이제 알겠어. 결국 형씨는 원래 심성이 그런 양반이 아니구만 그래. 하긴 내 반응이 심한 것 인정하요. 문제는 나였어! 아, 나라고. 아무튼 옆에 친구분인지 뭔지 이방을 달고 다니셔서 그렇구먼. 아니 내시인가? 아니야 이방이야. 그래 이방. 콤비를 잘못 결성하셨구먼유. 혹시 조수께서 나 땜에 신분 격상을? 그야 뭐 내 알 바 아니고. 그런데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겠다. 내 이 두 귀로 똑똑히 들었어요. 초음파로 읽었는데 어떻게 놓치겠소. 최면술로 말을 이끌어냈단 말이오. 아니 생각만 하셨을까? 아니야. 딱 걸렸거버렸거든. 그러니까 듣자하니, 웃기지도 못할망정 지가 우리 막사는 데 뭐 보태준 거 있나, 라고 하셨죠?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이 아름다운 말을 어찌 감히 보잘 것 없는 이 소생 혼자 독점하오리까. (미성-가성-진성-흉성-육성-두성-비성이 아니라 이건 복식호흡에 따른 발성. 하긴 표정부터 심상치 않았음. 이를 테면 대극장용)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아니면 웃깁니까! 허허허허허. 저기 저 예쁜 언니 말씀하시네요. 그녀는 과연 뭐라고 했을까요? (딱) 그렇죠, 나만 당할 수 없지! 허허허. 저기 있잖아요. 유감스럽게도 내 눈은 천리안이요 청력은 개미의 감탄사까지 엿듣는다오. 왜, 못 믿겠소? 이 냥반이 속고만 살았나, 내가 여태 팔아넘긴 은하계가 몇 갠데 그래! 너무 겸연쩍다고 얼굴 빨개지시면 거 참 적잖이 민망하네요. 불그락푸르락, 불그락푸르락? 커졌다 작아졌다 커졌다 작아졌다! 어허 뚤레뚤레하시는, 저기, 저, 네. 선생님 말이오. 네. 남자답게. 네? 시선 집중되니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관심 받으면 좋지 뭘 그러요! 이왕이면 다홍치마요, 봄 조개 가을 낙지라 하지 않소이까! 아 뭘요? 지금 이렇게 멍석 깔아졌을 때 놀지 언제 논다요? 안 그라요? 선상님! 제 눈을 피하지 마씨오. 허허허.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니까요. 제 속마음을 속 시원히 말씀드리자면, 보태주지도 재롱을 부리지도 못해서 죄송헙니다. 제가 원래 재미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그럼 만약 응애응애 딸랑딸랑 물심양면으로 제가 지존께 뭔가 보탬이 됐다면 어떻겠소? 그럼 반응이 어땠을까 궁금하지 않소이까? 그렇죠. (딱) 그럼요. 왜 아니겠어요. 제가 뭔가 성의 표시를 한다면 또 할 말은 뻔하지 않냐 이 말이죠. 그 말은 대체 뭘까요? 뭐긴요, 누굴 거지로 아시나!-겠죠. 그럼요. 허허허. 맞나? 맞겠지! 허허허허허. 뭐시여, 아닌가? 아니긴 뭐가 아니여! 으하하하하하하. 돈 아까워서 영화는 어떻게 보셨을까! 귀찮은데 사랑은 왜 하실까. 아울러 처음에 주문하셨죠, 자 한번 웃겨보라구요. 나도 하나 물읍시다. 내가 대체 왜 당신을 웃겨야 하는데! 라~고 어떻게 따질 수야 있겠습니까. 허허허. 허허허허허. 원래대로라면, 저는 단지 유명인으로 착각허시고 알은 체 해주시는 건 그냥 흔한 일인데, 제가 흉내도 내고 최대한 하는 데까지 해야 정상입니다. 그렇죠. 다시 말하자면 저는 형씨께서 예단하시는 그분이 아니라, 단지 그분을 닮은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요. 이거 참 송구스럽게 됐구먼유. 그렇지만 그게 꼭 제 잘못만은 아니지 않나요? 착각하신 분 눈썰미도 한번쯤 의심해볼 만 허다, 그거라구요. 네. 그럼요.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여태껏 이런 사소한 일로 말을 이처럼 많이 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진짜로?) 완전 처음이라구요. (정말로?) 그러니까 초유의 사태. 그렇게 여기서 저기서 뭔가를 들었어도, 해명을 하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든, 차라리 연기하는 게 재밌었단 말이오. 장단 맞춰드리는 게 뭐 어렵다구요. 더더군다나 감쪽같이 속이지도 않았어요. 나중 무조건 함께 웃었죠. 네, 해피엔딩! 저 어디 가서 막 험한 말 듣고, 뒷얘기 부풀어지는 그런 사람 절대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누구 아니시냐는 착각을 놓고 3년 동안 들을 걸 오늘 단 하루에 몽땅 들어버렸지 뭡니까! 딱 1일에 말이죠. 저도 저죠. 아직 멀었습니다. 아직 멀었어요. 사람 될려면! 철들려면! 농담이 고급스러워질려면 말입니다. 그래도 참 신기한 게 뭐냐면, 거 어째 열렸던 뚜껑이 따따부따 따따부따 말을 막 장황하게 나불대다보니 저절로 닫히는 거 있죠? 참으로 신기허군요. 허허허허허. 공갈젖꼭지야 뭐야, 참 나! 결국 정작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저고, 미안해야 할 사람 역시 저구만요.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정식으로 인사나 합시다. 사람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디 이거 이거 보통 인연이 아니구먼유. 전생에 우리가 혹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뭐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죠. 네. 그럼요. 아 농담이고, 나 여자 좋아허요.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단 말이오. 헤헤. 일단 제 소개 먼저 올리겠소. 나 장사꾼되는 사람 누구올시다......」 끝으로 레너드와 AB는 뭐랄까 은근 기대했던 드라마 대사는 못들은 채 소란스런 길거리 구경을 마치고 헤어졌다. 즉 장르가 코메디나 드라마였다면 그 말이 나왔어야 했다. 첫째, ...이거 왜 이래! 둘째, 뭐가 어쩌고 어째? 그들은 두 손 두 발 다 든 채 무슨 얘기를 하는지 홀딱 빠져버렸지만, 그 말만은 못 들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분들의 연기, 좌중의 분위기, 두 친구의 기분만 봐서는 그게 고대 그리스극인지 철학 드라마인지 아니면 시골 시장판 말다툼인지 통 분간이 어려웠다. 하지만 옅디옅게 뭔가 느낌이 왔다. 저들은 어쩌면 일당이 아닐까 하는! 곧 그건 아마 연극,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2탄? 아니, 벌써 영화 3탄 홍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합리적 의심은, 타당한 증명 과정을 거쳐, 유익한 성과를 얻어, 이론이 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물론 그건 머머술일 수도, 머머설이랄지 머머증은 물론 머머업이자 머머가도 가능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으니까. 아마도 그게 그리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결국 AB는 집으로 가던 중 생각했다. 그 양반과 통성명이라도 나누며 호형호제라도 하자랄 껄 그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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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아마도 레너드가 연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녀석은 이미 애들 장난 같은 레이저 따라하기를 잊었고, 마음이 떠났을 것이다. 그럼 당연히 AB도 나중 이 시절을 회상하며 술회하듯 구술자로써 허구를 쓰지도 않을 테고. 그래서 그는 갑자기 새로운 관심사가 허무하게 끝나버렸기 때문에 어디에 마음을 기대야 할지 몰라 했다. 그 일이 그렇게 대단하고, 매우 즐겁고, 아주 기쁘지는 않았으나 뭔지 모를 유별난 애착이란 게 있었나 보다. 하트 뿅뿅, 사랑의 윙크에 기대감 뿌잉뿌잉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잔재미는 마땅한 행복감이었다. 드라마처럼 많은 걸 거는 모험이 아니라 출퇴근하면서 쪼잔하게 얼쩡거리는 흥미라는 게 진정 있긴 있었다는 걸,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AB는 아쉬움을 달래며 할 수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피로한 일하기 재미없는 놀기, 피로한 일하기 재미없는 놀기.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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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는 그 동안 색다른 원숭이 마술을 배우지도 않았고, 신선한 염문을 캐내지도 않았다. 의뭉스러운 기쁨이 떠나갔다고 무작정 땅을 팔 수도 없었고, 괜히 전봇대에 올라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치고 때리고 달리고, 그건 이미 옛날에 많이 했고 또 귀찮았다. 그처럼 끔찍스러울 만큼 환상적인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 그는 친구를 만나려고 시내에 나갔다.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에밀리와 로즈마리를 만나기 위해서. 어느 덧 공간 이동을 했고, 저기에 에밀리와 로즈마리가 보였다. 그런데 그 옆에는... 뭐야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친구가 있네? 「너네들 어떻게 된 거니?」 「어. 왔어?」 「아, 아직 말 안 했구나. 이렇게 사귀고, 저렇게 사겨.」 「그런데 농담이야.」 「뭐 농담이라고? 나 차인 거야?」 「아 뭔 소리야?」 「몰라.」 「나도 몰라.」 「그러니까.」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아 나 이런 정말, 기가 막혀서. 맙소사, 뭐야 정말? 나 빼놓고 다 뭐냐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번에 오빠 그 레이전가 뭔가 있잖아. 그 얘기 좀 해 봐 봐 봐.」 「늬가 그걸 어떻게 알아?」 「레너드 오빠가 얘기해줘서 알지. 그런데 있잖아. 오빠는 딱 거기서 포기했지?」 「야 레너드. 그럼 넌 거기 또 갔어? 가지 말자며! 늬가 그랬잖아?」 「어떻게 어정쩡하게 그냥 끝낼 수가 있니? 우리 사전에 포기란 없어. 물도 아니고 술도 아니고? (손가락 노노노노노)」 「그래? 그래도 돼. 어차피 나는 주연감도 못돼고 희망의 주역이 될 생각도 없었어. 내가 정말 알고 싶었던 건 그런 거였어. 차라리 이럴 게 아니라 귀여운 급여를 지출해서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면 어떨까 라고. 여유가 되면 난 정말 그러고 싶었어. 그런데 마침? 나야 좋지.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알려줘? 알려줄까 알려주지 말까? 로즈마리.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아 쫌! 뜸 들이지 말고. 요점만 간단히. 응? 너 왜 그런지 몰라도 애가 이상해졌어. 전에 안 그랬잖아. 좀스럽게 그러지 말고, 아 진짜 궁금하니까 딱 줄거리만 간략히. OK?」 「OK. 말할께. (침묵)」 「뭐야? 생각해? 뭘 지어낼려는데? 나 간다?」 「알았어 알았어. 말할께 말한다고. 거 참! 그거야. 그거라고. 바로, 중계소! 중계소가 있었어.」 「중계소라고?」 「응. 중계소.」 「중계소가 뭔데?」 「내가 말했잖아. 아니 늬가 말했니? 레이저는 직선이고 지구는 둥글다. 따라서 우리는 레이저를 끝까지 따라갈 수 없다. 고로 여기서 접자 라고. 그래서 넌 포기했고, 난 끝까지 따라 붙었고. 맞지?」 「어. 그렇지. 맞어. 그 다음에 그 다음에?」 「그 다음에? 그 다음에. 그런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이 참. 중계소. 아 중계소.」 「아 맞다. 그렇지. 중계소. 중계소라는 있었어. 양성자 무슨 연구소 막 그런 거 들어봤지? 규모가 대단한 그런 연구소에서 중성자 가속이니 뭐니 해서 엄청 길다란 통로가 딱 있고 막 그런 거. 그걸 그 과학자 양반이 따라한 게 아니었어. 왜냐하면 과학자 양반은 곡선이 아니라 직선을 추구하는 몽상가니까. 그는 결국 상남자였거든.」 「곡선이 아니라 직... 뭐라고? 아 그게 대체 뭔 얘기야? 좀 알아 듣게 설명을 해봐봐봐.」 「뭐냐니! 들어보라니까 그러네. 왜 얘기를 중간에 막 끊고 그래? 너는 지금 모범생, 얘는 꿈꾸는 소녀, 나는 연설가이자 내 안의 그분은 기도하는 아동. 응? 저 상상하기 좋아하는 숙녀를 보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서 내 얘기를 애청하고 있잖니. 왜? 경청자니까. 마이크는 내가 쥐고 있다고. 호호호. 그래. 요점만 말할께. 줄거리만 말이야. 알고 봤더니 그분은 글쎄 과학자가 아니라 사업가였어. 너 빛의 속도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아니? 최신 기법은 알았다가 아마 잊어먹었을 꺼야. 아님 관심 없었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최초 기법은 아마 대충 기억하고 있을 걸? 그거야. 그거라고. 그 과학자, 아니 사업가는 그 방식으로 레이저를 중계소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사업설명회를 열었더라고. 레이저를 반사, 반사, 반사, 반사 계속해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주제로 말이야. 그러면 당연히 사업계획서도 있었겠지? 그 다음은 뭐야, 사업 자금이 모일 거라고. 그럼 어떻게 된다? 조직이 결성되겠지. 애플 본사 구조식이든 토너먼트식이든 일종의 네트워크 사업 체계가 부흥할 준비가 마련되는 거라고. 응?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겠어? 이제 이해가 돼?」 「아, 그런 거였어?」 「그래. 그랬다니까.」 「그런데,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넌 그걸 왜 알고 싶은데?」 「왜? 친구니까! 그 정도는 얘기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이거 왜 이래, 쪼잔하게!」 「알았어 알았어. 얘기해줄께 얘기해줄께. (침묵)」 「아 정말!」 「알았어. 정말로. 진짜로. (딱) 내가 그걸 어떻게 안 게 아니라, 그건 바로 내 추측이 그렇다는 말이야. 단지 내 예상일 뿐이야. 그게 다야.」 「뭐라고? 참 거창한 사업계획을 일찍도 속단한다. 아휴 이걸 정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이 자식이... (설레설레)! 이런 능청꾸러기가 뭐가 좋다고 여자들은...」 「오빠들 뭐라는 거야?」 「설마 내가 꼴도 보기 싫은 건 아니지?」 「잡것.」 「속물.」 「그런 말은 당치도 않소.」 「당치도 않긴 뭘 당치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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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정답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단연 NB다. NEW BOY! BAD BOY일 리가 있나. 그러면 뉴 보이가 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시적이라면 무도회장이 있다. 좀 더 멀리 가면 여행이 있고, 낭만과 행복은 물론 쾌감이라는 보너스가 두둑한 사랑도 있다. 그러나 여행은 갔으면 돌아와야 하고, 사랑은 좋아도 진정해야 한다.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그렇지만 말이야, 꼭 뉴 보이가 되야만 하는 것일까? 방법이 목표가 되면 뭐 어떻다라지만, AB에게는 그 방법이 곧 NB가 될려는 목적이었다. 때문에 실상 그는 뉴 보이가 되든 안 되든 별 상관없었다. 그래. 전혀 상관이 없었다. 따라서 AB의 결심은 이와 같았다. 머머-되기가 아닌 머머-하기에 집중! 피터 드러커식 성과도 좋지만 중세의 흑기사가 되어 기다란 창의 길이를 꼭 비교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럴려면 철가면도 써야 하고, 방패와 함께 명마는 기본인데? 게임에서 아이템 사듯이 뭘 해도 이렇듯 황금은 우리를 물고 늘어진다. 그것도 지독하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본격적으로 경제학을 공부한다? 얼마 못 가 포기할 게 뻔하다. 그렇다면 동기 부여 직종에 도전한다? 나중 괜찮은 인문교양서 한 권을 출간하던가, 뚝딱 칼럼 하나 쓰는 걸로 대신하자. 고로 결론은 나왔다. 바로, 농부처럼 일하고 플레이보이처럼 놀기! 기쁨을 만끽하기에도 짧은 인생, 결국 삶이란 이런 것이다. 가령, 개는 닭을 쫓는다. 닭은 지붕 위로 올라간다. 그렇다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볼 수야 있나. 개는 재빨리 목표 변경.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에라 놀이공원에나 가자. 그래서 개는 쳄발로와 리코더 음률이 가미된 최신 유행가를 들으며 회전 목마를 탄다. 그런데 회전 목마는 개가 마음에 드네? 본지 안지 얼마나 됐다고, 홀딱 반한 거지! 그러니까 목마는 개를 품었고 그들의 사랑은 트로이의 목마가 된다. 트로이의 목마가 무엇인가? 둘 중 하나다. 오디세우스의 지모, 아니면 바이러스! 뭐야 결국 우리네 삶이란 신화 아니면 인터넷 바이러스라고? 이런, 젠장! 픽션은 쓰기 어렵고, 허풍은 통 늘지를 않는 데다, 그러니까 나는 바이러스를 만들 수 없다. 고로 신부들러리나 원 없이...? 저런! 결론은, 놀면 뭐하나! 그래서 AB는 루저의 특명으로 남자의 마음에 대해서 칼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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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자의 마음이라는 미스테리 내용: '늬 말마따나'라는 숙어를 애용하는 남자. '솔직히'라는 부사를 유달리 총애하는 여자. 그 둘의 호감도가 일치하는 걸 사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랑조차 '나도'에서 '나는'으로 바뀌는 변화의 바람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의 영심이는 입버릇처럼 '내가 봤을 때는'라고 말하는 아저씨를 절묘히 피했다. 어설픈 눈독은 역시나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 그런데 어쩌다 그녀는 '우리는'화법에게 딱 발목 잡힌다. 다시 그 세레나데의 결실로 머머2세가 태어난다. 그처럼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슈퍼맨 주니어는 J.K. 롤링은 읽었는데 톨스토이 읽기는 건너뛴 채 성장한다. 어느 세대가 동화와 동요 단계를 일찍 떼듯이 말이다. 그래서 녀석은 테크놀러지 회사 대표들에게 뭘 발라주라고 편지를 써서 이간질시킨다. 그런데 우연잖게 하나 같이 페인트공들은 또 알았다면서 궁짝을 맞춰 답장을 쓴다. (그 결과는 관심 없음?) 그러다 그 친구는 어느 눈부신 숙녀를 알게 됐다. 그들은 일단 우정으로 시작한다. 그녀가 묻는다. 왜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가 끝났는 줄 아느냐고. 지금 세상에 고흐가 탄생하고 피카소가 길러지냐고. 그래서 청년은 또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자신이 기분파나 잔지식파가 아니라 낭만파 지성인임을 딱 입증한다. 마침 어제 읽은 인문교양서에 참고할 만한 대목이 운 좋게도 나왔으니까. 그러니까 뭐라고 답했을까.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모차르트급 신동이 우리 앞에 출연하지 않는 원인은 학문의 후퇴도 재능의 부재도 아닌, 바로 고전음악이라는 분야의 인기 하락 때문이라고! 시장의 요구 때문에 오락산업이 일부러 순수예술을 밉보았을 수도 있는데, 소비의 시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고전음악은 올림픽 비인기 종목처럼 대중들에게 뒷전이라는 말이군. 다른 말로 하자면 이렇다. 딴따라에게 한량의 3박자와 최소 행복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그분들 가난한 예술가의 총량이 슈퍼스타 지망생의 반의 반의─반의 반의─반의 반틈만 되어도 충분히 승산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만 된다면 '멘델스존 : 바그너'라는 결혼 행진곡의 굳건한 양강 구도는 너끈히 깨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청년이 어제 읽은 인문교양서는 알아보는 안목이 많지는 않지만 뭘 좀 아는 사람들은 결코 부인하지 않는 교양서다. 그런데 하필 청년은 다 놔두고 거기서 딱 애매모호한 미세 헛점을 인용했다니, 맙소사! 그 얘기를 들은 아가씨왈, 그러니까 걸출한 고전음악 작곡가를 꿈꾸는 아동용 제비복들의 열망이 미미하고, 그 시장에 대한 애호마저 단지 귀여울 뿐이라고? 그래서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몰라도 (고전음악의 제2전성기를 리드하는) 불세출의 작곡가는 명맥이 뚝 끊겼다고? 나 참! 그 업계에 발을 살짝이나마 담궈봤던 여자친구를 대체 뭘로 아시나. 순진한 문학 소녀로서 당찬 숙녀로 성장한 여인이 봤을 땐 이렇다. 그거 너무 야심 찬 허세꾼에게 잔꾀를 사사 받은 듯한 발상 아닐까? 라고 그녀는 말한다. 왜냐하면 그건 한마디로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는 말이니까! 야무진 언변에 따른 자신감 넘치는 자세는 좋다만 그저 당돌함 이상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고전음악도 당시에는 최신 유행가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 사실. 허나 이렇듯 논쟁에 불리한 사실만 추리는 건, 반박의 기록이 풍자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 그런즉슨, 현재 음악산업의 역량과 자원을 고전음악 분야로 충분히 집중시키면 모차르트급 천재는 틈틈히 나올 수 있다고? 못 나온다에 내... 도대체 뭘 걸어야 할까! 고전음악 제1전성기에게 천운의 시기였던 당시에 비해 현재는, 기술과 자원과 도전자등 뭘로 보나 당시에 비해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됐고 투입되며 투입될 것이란 걸 누가 모르겠소. 딴따라로 폄하하는 건 아니오. 하오나 여러 장비와 함께 키보드를 두드려 유행가를 만드는 그런 직업 작곡가가 아니라, 필기구로 악보에 음표를 그리면서 곡을 쓰는 명문대 (고전음악) 작곡과 학생들께 과연 그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볼까, 물어보지 말까? 답은 들으나마나! 할 수 있는데 안 하거나 필명을 고집하는 뚝심, 나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어! 전자와 후자가 별반 차이 없다는 얘기자나? 거의 똑같다는 말이자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난 관심 없어. 유명세로 빚어지는 귀찮음, 인기 때문에 저절로 따라오는 호사와 풍요와 사치? 전혀, 부럽지, 않아! 하긴 에르메스를 입을 수는 있는데, 에르메스가 될 수는 없다는 원초적 비련. 자손심은 센 데 반해 성과는 어깨를 나란히 하기 힘들다는 때 이른 체념. 사실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페라리를 아무나 타나? 영화감독 아무나 하고 숙녀들의 인기를 누구나 독차지 하냔 말이다.
(참고로 잠깐만. 왜와 어떻게는 모르겠지만 최근 읽은 <고전음악이라는 분야의 인기 하락......>라는 구절이 등장한 어느 인문교양서. 근래 읽은 서적 가운데 제일로 흡사하다고 느꼈다. 무엇이? 문장 다음에 문장. 어휘 다음에 어휘. 놀랍도록 번쩍 스치는 그 뭔가가 대체 뭔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나와 손금, 귀모양, 지문등이 매우 흡사한 사람을 만난 기분이라고나 할까. 거 왜 보면 똑같은 구두랄지 똑같은 귀걸이를 찬 사람을 만나는 거보다, 습관과 필기구와 엑세서리까지 일치하는 굉장히 특이한 느낌. 쓰잘 데 없는 잡담은 여기까지)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날마다 화장을 하고 또 하고, 거울을 보고 또 보고. 여자의 삶은 결코 쉽지 않고, 그녀들 세계는 남자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치열한 뭔가가 있다. 그 이치에 인간적으로 동의한다면 매일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커졌다 작아졌다는? 그러므로 여자도, 남자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변호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수컷 공작새만 편드는 건 아니라는 것이 본 칼럼의 진짜 결론이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여자도 남자를 이해해야 한다─요점은 단지 칼럼의 얼굴 마담일 뿐이니까.
17 일단 경쟁자는 스스로 기권했으니 만약 발견만 한다면 보물은 AB의 독차지일 것이다. 물론 뭔가 고생한 대가를 보상해주는 대단한 실체가 드러난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AB는 포기했던 모험심이 되살아남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레이저를 끝까지 따라가는 지독한 탐험을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연구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같은 레이저를 따라가기 위해 다시 그곳으로 갔다. 그는 일할 때는 '재미없음' 주위에서 빈둥거렸고, 놀 때는 '심심함' 근처에서 알짱거렸다. 그런데 이제야말로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면서 마침내 활동을 시작한 좀비처럼 김빠진 맥주 같은 젊음을 입증하기 위해 애쓰는 것만 같았다. 그는 그곳에 도착했다. 레너드의 말마따나 웬 중계소 같은 기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물론 그날도 여느 때처럼 따라갔던 은색 레이저는 시나브로 종적을 감췄다. 이제 어떡하지 하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그때 마침 AB는 친구 제라드를 만났다. 오오, 마법사의 아들 제라드! 그들은 언제부터 친구가 됐던 것이다. 「늬가 여기 웬일이니?」 「나? 블랙홀이 발명됐다 그래서. 아니 그건 가전제품이 아니니까 발명이 아니겠구나. 그럼 뭐라고 해야 돼지?」 「그걸 왜 나한테 묻니?」 「그렇군. 그럼 인공지능한테 물어볼까? 어쨌든 난 말이야. 블랙홀이 실험으로 증명됐다 그래서, 그걸 목격하러 왔어.」 「그래? 그런데 그 첩보는 어디서 입수했는데? 믿을 만한 곳이야?」 「뭐야! 그걸 장난도 농담도 아니라 심각한 탐구 활동으로 가정하는 건 늬가 처음이야. 고마워. 아아 감동이다.」 「뭐라고?」 「아니 그게... 난 그냥... 그런데 너는 여기 웬일이니?」 「나? 내가 아는 어느 연구실이 있는데 말이야. 그 어떤 레이저가 이쪽으로 향하길래, 계속 따라왔을 뿐이야. 음. 그렇지. 그렇다고 그 불빛이 타임머신과 관계되는 뭐 그런 심오한 그런 건 아니고. 그게 다야.」 AB는 현실을 떡 주무르듯 주물러 환상의 세계로 바꿀 수는 없었다. 믿었던 제라드마저 그 어떤 속임수도, 입이 떡 벌어지는 요술을 선보이지 못했다. 비길 데 없이 허탈했고, 그래서 오히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만족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경외하는 태도와 미몽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따라서 잘된 일이었다. 귀엽도록 변덕이 심한 꿈, 도저히 측정하기 어려운 욕심처럼 새어져 나온 레이저는 단지 새어져 나온 게 전부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웬 중계소 같은 이상한 시설에서 레너드를 만났을 때 AB는 보았다. 저기 저 멀리 무지개가 떠 있는 것을. 와 정말 오랫만에 보는 무지개구나,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혹시 그가 찾는 레이저 따라가기는 나방이요, 저 미지의 희망을 연상시키는 듯한 무지개는 혹여 나비 아닐까? 왜냐하면 레이저는 직선이요 무지개는 커브랄지 슬라이더 아니 마구일 테니까. 그 말은 곧 레이저 따라가기는 단지 육체적 사랑이었고, 은은히 신비함을 비추는 무지개는 플라토닉이란 말인가? 플라토닉은 무슨! 하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마지막으로, 진짜로, 진짜 정말로 딱 거기까지만 가본 다음 레이저 따라가기 프로젝트를 종료하기로 마음먹었다. 거기까지? 무지개 너머까지! 어딘가 모르게 막 그러고 싶었으니까. 그래야만 사랑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점찍었으니까. 여기서 AB와 제라드가 어디까지 가서 뭔가를 발견하고 다음에 무엇을 했는가는 비밀에 부치기로 한다. 너무 많은 것을 밝힐 수는 없으니까. 행복과 사랑은 몰라도 이 시절엔 가난이 비밀을 애호했으니까. 아마도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2'를 상영했던 극장 앞에서 목소리가 컸던 장사꾼 아저씨들이 중계소에 나타날 테니까 말이다. 그로써 비공식적으로 레이저 따라가기 탐사는 종료됐다. 그는 그래서 다시는 레이저 운운하는 레너드의 말에 속아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하긴 초장부터 낌새가 이상하다 했다. 숱하게 쫓고 또 쫓았는데, 레이저가 커브볼처럼 휘어질 일도 중계소가 타임머신으로 작동할 리도 없었다. 휘어진 레이저인지 구부러진 시간인지 몰라도 그 대신 무지개를 발견했던 게 조촐한 성과라면 성과였다. 이제 그만 부질없는 허구는 잊고, 정신 차려서 현실로 돌아가자는 용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것도, 엄숙히! 그는 결국 유익한 것이라면 마치 스펀지처럼 몽땅 닥치는 대로 흡수하더니만 레이저는 도저히 흡수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로 그는 좋게 전공에 주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첫인상은 호감. 기대는 달콤함. 예감마저 행복. 쑥덕쑥덕. 선망의 진전. 동경심의 촉발. 잇따라 왜냐고 묻지 않을 수 없는 허풍의 재발견. 기발한 상상력. 한껏 고무되는 허영심까지. 일이 안 풀리고 놀기까지 재미없으면 선심쓰듯 좋게 일기나 쓸 일이다. 괜히 타인의 분야에 참견하지 말고. 뻔질나게 탐구해 봐도 아직 우리 인간은 아무리 해 봐야 태양계 내, 무인선은 태양계 밖. 이게 한계니까 말이다. 적어도 일단은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진짜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거다. 그러니까 머머설이 유명할 수 밖에.
18 황홀한 사랑도 은밀한 행복도 다 모르겠고, AB는 단순함을 갈망했다. 그것은 바로 고상한 일하기와 유쾌한 놀기. 그런데 문제는 일하는 건 퍽 따분했고, 노는 건 꽤 심심하다는 것.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복권을 사며, 상상하기를 즐겨하고, 유명한 점쟁이를 알현하기 위해 빨빨거리며 돌아다녔을까? 아니다. 그럴 리가 있나. 왜냐하면 녀석들은 적시에 대타로 나서봐야 뻔트도, 헛스윙조차 성공시키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덩킨도넛과 베스킨라빈스와 스타벅스에 발길을 무정하게 뚝 끊을 수야 있나. 그러니까 이대로 도너츠 가게 점원의 짝사랑도 못 받고, 이대로 아이스크림 가게 아가씨의 첫사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오오, 무심한 하늘을 탓할까 말까 망설이게 됐다. 그러므로 새로운 세대의 소망과 아는 동생들의 애원, 삼류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는 특별한 비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밑도 끝도 없이 특별함도 아니고, 그냥 비밀도 아닌, 특별함 + 비밀 = 특별한 비밀! 나방 + 플라토닉 = 나비? 하하하하하. 그래서 그는 아무리 막연할지라도, 제아무리 뻔할지라도 자신의 허당기와 허영기는 물론 그 어떤 관록미마저 총동원해서 기필코 만들어야만 했다. 무엇을? 비밀을! 그런데, 어떻게? 내 말이! 이번에도 열정만 앞섰으니 순진한 객기는 이렇다 할 계획표도 순서도도 뭐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쉬쉬하며 그 중계소는 믿음직한 대타로 고이 남겨두기로 했다. 좌우지간. 언제까지나 미스테리아만 구독하고, 유행가만 애청하며, 정숙한 아름다움만 탐구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상한 주문을 흥얼거려서도 안된다. 때문에 재산이냐 자유냐, 일단은 재산이 먼저였다. 먹고 살면서 품위 유지는 해야 하니까. 따라서 AB는 신나는 놀기는 미룬 채 뿌듯한 일하기에 전념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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