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친교와 교양에 대해서. 사랑은 또 다르고. 사랑? 가령,
(여자 왈) 우리 헤어져, (남자 왈) 야 너 가라! 전자와 후자가 같지 않듯. 여자가 정말 좋아하는 남자에게, 오빠 나 만나면 돈 많이 드는데? (여자말 번역기를 가동하면) 네가 가난해도 난 좋아 나는 정말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라는 뜻! 전 1번이면 끝이에요? (여자말 번역기를 가동하면)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기는 아직 모릅니다, 3분의 마법이 다 뭐야 막장 일일드라마 줄거리처럼 그러다 애첩 될지도 모르는 것. (때문에 남녀 공히 사랑─구걸─동정심─집착─스토킹의 차이를 바로 알아야 하는 것. 그 차이를 모르면 어떻게 당해도 싸디 싼 것. 정말로 사람 취급 못 받는 일 허다하고. 숙녀 예우 무시당하는 사례는 어떻고. 여자 인생 조지지 말라며 걱정하면 뭘 하나. 딸 가진 부모가 죄인이라는 거 알면 뭐하냐고. 입만 살아있는 수다 3시간, 그래서 포근히 사랑받을 자격부터 없을 수도 있는 것) 그러다 일평생 싹싹 빌던가 망부석처럼 일편단심이던가. 때문에 사랑은 신비한 것이다? 뭐 신비? 신비 좋아하시네. 노노노! 사랑의 '사'자만 들어도 우리는 골치 아프고. 생각만 해도 수증기 푸쉭푸쉭. 우리는 일생 친구와 사랑의 '사'자도 들먹여본 일이 일절 없고. 딱 0이고.
고로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토는 뭐다? (딱) 그렇지,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진짜로 꼭 그렇단 말이 아니라. 고로 야 너 가라, 넌 너 밖에 몰라, 난 널 한 번도 단 1도 사랑하지 않았어! ~라는 말을 숙녀가 듣게 되는 일. 사랑의 시소처럼 수평적인 사랑이 아니라 여왕벌이자, 살쾡이요, 이모 마인드식 순위권 사랑에 가깝기 때문일 수도 있다. 타인의 사랑 이야기야 자세히는 모르겠고. 관계가 수평인가 수직에 가까운가는 보면 보이고. 비등하지 않고 상향 지원하고 하향 지원 받아주고. 애절하도록 애정하는가 많이 사랑하는가 그대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가, 즉답하기 곤란하니까.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인 그대, 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몸짓) 으으윽! 얼굴 빨개질 일 있나, 그 환상을 어찌 논해. 그러니까 툭하면 헤어지자 라고 하지.
사랑이란 단 3명의 이성을 만난 다음 추억하고, 그 이후로 3명보다 월등한 상대를 만난다는 보장이 없다. 이때 사랑운에 따라 천차만별. 큐피트가 기분 좋으면 더 나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고. 사랑의 비너스가 짜증나면 그녀 이상은 꿈도 못 꿀 수도 있고. 똥차 보내고 최고급 리무진이 올 수도 있고. 똥차 보내고 더, 더더, 더더욱 똥파리만 들끓을지도 모르고. 응? 숙녀가 A를 만났는데 가만 보니, 나 갖기는 부족하고 남 주기는 아깝고. 설령 내 본심은 아닐지언정 돌아가는 분위기가 얼렁뚱땅 결과적으로 <먹기는 배부르고 개 주기는 싫고>. 혹은 완전 내 스타일이요 첫눈에 홀딱 반했던가. 그래서 염장질에 이간질에 뽐뿌질에 지르기. 비속어로 현직, 사랑의 감정이 오가는 중에 B부터 Z까지를 다 만나본 다음에 아하~ 그래도 A가 제일 낫긴 낫구나. 남자의 평균이 여태 소문자 a인 줄 알았는데. 그걸 은근슬쩍 뽐내며, 과감히 자랑하고, 은근히 과시하며, 넌지시 뻐겼는데. 은밀하게끔, 똥파리의 전마누라에서, 껄떡쇠의 현여자친구로, 갈아타든 환승이별하기를 애타게 꿈꿨는데. 그런데 대문자 A를 뒤늦게 놓치고 나니 후회와 미련과 후폭풍이 이만저만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먼 미래에 쪼르륵 그 남자에게 찾아가서, 오빠 우리 다시 만나자? 우리 웬만하면 그럽시다?
여자들이 사랑을 꿈꾸면서 소녀갬성에서 이탈하고, 엄마 스타일에서 멀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거다. 마음이 이미 A에게 홀딱 빠져서,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숙녀 인생에서 손꼽는 사랑. 짝사랑에서 잘만 하면 어떻게 거의 잡을 듯 말 듯 잡을 듯 말 듯. 잘하면 넘어올 거 같은데 도저히 넘어오지를 않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고. 마음이 없지 않은데 이게 뭐냐 그거지. 이때 심신분리도 일어나고 양다리 세 다리 환승이별과 여자의 방황과 방탕이 다 발생함. 어쩌다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가 이혼한 다음에 찾아가기도 하고. 여자가 통상 1번째 결혼이 원만한 행복이면 옛사랑을 찾지 않는데. 뭔가 애매하다 싶을 때 이따금 찾는 여자도 있고. 1번째 결혼이 서류상으로 깔끔하게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딴 남자를 만나던 옛사랑을 찾건. 1번째 결혼이 좋으면 옛사랑은 추억, 1번째 결혼이 실패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아쉬우니까 미워도(?) 다시 한번. 1번에 1번이라는 불문율이 무너지는 건 곧 이모 스타일이냐 매춘부 마인드일 것이냐 그건 시간문제. 남자는 바람둥이 스타일과 늑대가 흔하지만, 여자는 매춘부가 꼭 명찰을 달아야지만 매춘부가 아니다. 남자만 정량인 게 아니라 여자 역시나 사랑은 차트. 남자가 여자말 번역기만 알고 나면 뒷목을 잡겠나. 여자의 판타지가 대체 무엇인가를 알고 나면 우리들 뚜껑은 열기기 바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서 또 의전도 우리가, 남자니까 예우도 우리가, 찬미도 우리가! 변덕도 받아주고 변심보다 앞서가고. (절레절레). 아아 여자 여자 여자. 그래서 어떤 숙녀가 수년간의 짝사랑에 실패하면 토라져서 웬 썸남한테 상납하고. 친구들끼리 어디로 놀러가서 또 당하고. 아는 오빠들한테 막 전화해서 여자친구 있든 없든 불러내서 막 만나고. 더더군다나 그 어떤 꼬이고 꼬였던 사랑 이야기. 수많은 사연은 사연대로. 비화는 비화대로. 그래서 결론은 이미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격언처럼. 당시에, 벌써, 초장에 결론 나는 것. 어떻게?
남자 왈. 영화식으로: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
남자 왈. 실제로 : 「야 너 가라~!」 또는 「꺼져줄래!」
여자 왈. 실제로 : 「딴 사람은 다 몰라도 내가 오빠랑은 안 사겨. 딴 남자는 다 몰라도 오빠는 아니야.」
그렇지만 사귀게 된 경우는 또 다르고. 이때 여자가 촌년이냐 참새냐 딱따구리냐, 유형에 따라 또 거 어째 연애가 비틀비틀 삐걱삐걱. 그처럼 어린 아가씨는 여전히 그 흔한 드라마 대사를 유행처럼 반복 반복.
「오빠 나 왜 만나?!」
2
(서론이 좀 길다만 기왕 짧지 않은 거 서둘러 끝내려면 좀만 더 달리자. 그럽시다)
뭐, 왜 만나? 또 또 또! 왜 만나긴 뭘 왜 만나. 누가 왜 만나. 감정부터 반반이 아니던가 뭘 모르는 촌년이든가. 그러니 드라마 개봉도 못하고 찍다가 어퍼지는 것. 오빠 나 왜 만나? 내가 너 이러려고 만나! 오빠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역으로 바꾸면, <내가 오빠 이러지 않으려고 만나겠니!>. 야 너 가라~를 순화하지 않으면 뭐겠나. 꺼져 제발 꺼져라 썩 꺼지라고 영원히 꺼져줄래! 이때 만약 여자가 암컷 싸움닭이면 그녀는 죽기 살기로 쫓아다닌다. 암컷 싸움닭은 그렇게 스토킹하며 구걸해서 사랑을 회복하던가, 아니면 남자를 죽이던가, 또는 자기가 죽던가. 미치던가 몇 년 고생하던가 등등 경우의 수는 또 집단지성 모아 보면 롱테일의 가닥이 보인다. 하이에나랑 다 걔네들 끼리끼리 만난다. 무슨 사랑이 더럽던가 막장이던가. (절레절레). 물론 이쁜 암컷 싸움닭은 새로운 연적이 중간에 끼면 깔끔하게 포기한다. 걔 아니어도 나 좋다는 남잔 너무너무 많거든. 하는 데 까지는 하고. 아니면 아니고. 얼마든지 더 괜찮은 놈 꽤찰 수 있다고. 통상적으로 보면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야 너 가라~'라는 말을 들을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옆에서 웬 촌년들이 아는 척 잘난 척 이쁜 척 훈수질. 장편 미니시리즈는 그래서 장르가 막장으로 바뀌는 것. 옆에서 뭐라 하건 닥치고 내 주관대로 좋아하고 싶은 사람을 사귀던가. 나 하고 싶은 대로 애인과 단둘이서 한 잔의 커피를 마셔보기라도 하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사랑이니 낭만적인 로맨스니, 사랑의 세레나데와 어울리지 않는 숙녀. 여주인공감으로 낙방. 내 입맛대로 쥐락펴락 잡혀줄 남자가 아니던가. 그러니까 (어떤 여자들 입장에서 말하자면) 똥파리 같은 별로인 남자들만 주위에 드글드글. 저처럼 실한 남자를 어디서 물어왔냐는 칭찬을 상상할 테지만 그래 봐야 대체로 상상. 한 숙녀로서 진정 대어가 싫다면 잔챙이로 만족해야 하는 것. 그렇지만 사냥하기에 쾌감을 느끼는 우리가 잡은 물고기한테 밥을 줄 리가 있나. 사랑의 순서와 기본부터 잘못되는 것. 그러니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지. 사랑의 기초를 모른 체 아무나 따라다니면 다 좋다니까. 희대의 연쇄살인범이든, 천하의 불한당 개망나니 스토커 강간범이든. 그저 꽃 들고 기다리고, 직장 앞에서 대기하고, 회사든 학교든 어디든 따라만 다니면 아이고 좋아라~! 그분들이야 사교계에서 자발적으로 빠져주시면 실질적으로 우리는 고마울 뿐이고. 그런데 정말 그러려고 부모님께서 곱게 숙녀를 키우셨을까? 심지어 그걸 자랑해. 백화점 폐점 시간 지나면 직원들 퇴근 시간에 맞춰 남자친구들 자동차들 그 근처에 즐비하다. 똥차든 스포츠카든 여자친구를 의전하기 위해서든 그저 서로 좋아서든. 우리 모태솔로들이 그 얼마나 그걸 해 보고 싶어하는데. 그런데 순진한 모태솔로와 말이 통하는 오빠들한테 기회조차 안 주지. 만나 주지도 않아. 그러니까 엄마 스타일을 구워삶아서 단물 빨아먹고 버리면, 그녀는 이모 스타일 되어서 헤퍼진 다음 매춘부 마인드 되는 거고. 아름다운 사랑이고 멋진 인생 그런 거 모르겠고. 얼추 인생 요약하면 행복한 가정처럼 선명한 풍경화는 몰라도, 막연히 여자친구 사귀어보고 손 잡고 걷고 학교든 회사 앞에서든 기다리고. 그거 단 1번도 못 해 본 체 반 백 년 가버린 걸로 따지면 순진한 남자 인생은 실패. 그래서 루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똥파리 전마누라는 스토커 전남자친구 만난 거도 자랑이요, a~z까지 새로운 남자를 계속 만난다며 어쩔래요 그러면서 튕기고, B~Z까지 계속 만날 것이다 몸을 팔든 급전을 땡기든 결판 보자면서, 짝사랑 애인의 친구와 자고. 이 남자 저 남자 차 조수석에 막 타며 숙녀의 전성기를 즐기고. 회사에서 얼굴값 못하고 꼴값에게 넘어갔다고 소문나고. 하이에나들 들쑤셔서 똥파리 들끓으니가 좋아서 미치고. 사랑이란 낱말을 더럽히는 짓이라면 아주 그냥 (절레절레). 여자의 마음이 그러니까, 귀걸이부터 초장에 잘못 어쩌기 일쑤. 또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비전이 없던가. 아니면 환승이별하기 딱 좋은 수순이거나. 내 일이 아니고 남 일이면, 그러든 어쩌든 뭔 상관. 이모 스타일의 조언을 여자말 번역기 가동해 봐 봐, 절반은 너도 당해 봐라 그것. 응? 나만 당할 수 없지 그거라고. 막살자 웨이터한테 팔목 잡혀서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나돌아다니면 속으로 얼마나 좋아하는데. 안 그래도 밤의 세계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아줌마 말 들어보시라, 이 일 하면 남자 필요 없다고 하신다. 응? 그래서 이모 스타일의 슬로건은 뭐니 뭐니 해도 <아니면 말고!>. 조건부로 적게 먹고 적게 따기, 너 하면 나도 할께. 그런데 선봉에 서기는 싫다 그거라고. 왜? 선동해서 직장 상사한테 따졌다가 왕따당하거든. 언제부터 일을 그처럼 열심히 했다고. 아니면 뭐뭐하자 으쌰으쌰 어쩌자 그러자. 그처럼 몰아가기. 크게 걸고 크게 잃기는 싫으니까. 혼자는 외롭거든. 슥 관망하다 아니다 싶으면 발 빼고. 너 나 믿니? 라고 어떻게 대놓고 물어 봐. 남자들처럼 사랑이란 낱말은 평생 단 1번도 입에 담지 못하는 것과 정반대면 뭐하냐고. 완전 현실주의자요 냉혹한 감상주의자이자 철저한 이기주의자인데. 안 그러면 피임 한 번 잘못했다가 전성기 훌쩍 공백생겨버리면 슬럼프 다음에 어영부영하다가 숙녀 인생은 폐경기가 코앞인데? 그러니 눈표범의 발바닥은 어는 법이 없어요. 생각이 많으니까 말도 많다고. 아 독해라 독해. 신부들러리 기분 상하고 상하고 짜증 그래프의 막대가 한계점을 노크해 보라고. 노크는 무슨 평소 취미가 뭐, 우리 헤어져? 개처럼 좋아서 꼬리 흔들지를 않지 그분들은. 여자의 아니오가 도대체 몇 가지 뜻이냐고. 여자는 웬만하면 너 나 알지, 라고 못 지르지. 우리 오빠가 나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날 얼마나 사랑해줬는데, 막 그러면서 여자는 웬만하면 바람 먼저 못 피워. 그러다 엄마 스타일과 이모 스타일로 뒤늦게 양분되기도 하고. 알고 보면 여자가 늑대고 남자는 양이야. 응? 남자는 우쭈쭈 우쭈쭈 살살 간지려주고 슬슬 꼬시고 바람잡고 그러면, 골든벨을 울려. 남자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친구들끼리 으쌰으쌰 돈 없으면 내 지갑 집어던지기 퍼포먼스라도 하지. 그러나 여자는? 묶여 있지 않은 곰은 춤을 추지 않는다 그거지. 생음악으로 반주없이 노래부르기야 어르신들 세대 얘기. 피리가 불어야 쥐구멍이 바뻐지는 법. 안 그래도 틈틈이 촌닭한테 사랑의 슬픔을 배웠거든. '거의'라는 수작이, 예스런 태도도 때로는, 의전식 자세든 뭐든. 그건 아마도 사랑을 농락하는 과정이란 걸 차차 깨닫게 된다고. 종종 또 속고. 왕왕 사랑에 절망하고. 체념은 기본. 어? 그래서 이모 정신은, 같이 망하자? 남자의 <아니면 말고>와 비스무리한데 또 달라. 응? 그게 뭐야, 그게 바로 여성잡지 2 아니냐고. 우리는 변치 않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정실감 아니면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 그런데 동화 건너뛰고 유행가 부르고 춤추고. 소녀감성에 꺄르르 꺄르르. 로맨스 할리퀸문고를 요즘 누가 읽나. 그러다 그러다 이모는 나중 통 듣지를 않아. 너 개 발 나도 개 발. 어? 100퍼센트니까 하라는 대로만 하면 그 늑대는 늬 꺼다 그거지. 혹시라도 아니면 그건 나 몰라라. 그래, 아니면 말고. 말도 안되는 훈수 남발에 말 같지도 않은 헛스윙을 회심의 강펀치로 착각. 그놈의 수다 3시간! 축구로 치면 구멍들 모아놓은 오합지졸. 너 개 발 나도 개 발. 우리는 7부 리그의 제왕? 하오나, 뭐 그런 여인이라도 어떻게 얼마든지 총애해주시다 싶다? 남자는 손가락 까딱할 힘만 있어도 뭐 어쩐다더니 (몸짓) (표정)! 농담이고. 재미없지만 진짜 농담.
A부터 Z니 어장관리니 뭐니 그래도 남녀의 차이는 막심하다. 뭐가 막심하냐고? 대체로 똑같은데. 단, 직접화법과 간접화법처럼 남녀는 여기서 딱 나뉜다. 남자는 애틋한 사랑에 대해 상대의 마음이든 외모든 그 그래프는 시간 대비 점점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첫사랑은 순애보, 2번 타자는 훨신 아담하고 이뻐, 세 번째 사랑은 더더욱 이쁘고 말상에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멍청해. 아니면 그래프 선이 오르락내르락할 수도 있고. 곧 그가 로맨티스트라면 더더욱! 뿐만 아니라 재산도 대체로 상승. 기술 역시나. 단, 여자는 아니고. 여자의 전성기는 빤짝. 그래서 남자 플레이보이에 대응하는 게 여자 창녀. 남자 쑥맥을 여자가 선호하지 않듯, 여자 처녀에 남자가 환장하는 것. 남녀의 차이를 빼놓고 어찌 사랑을 논하나.
그러니 남녀 공히 내 마음에 쏘옥~ 드는 이성에게 내 눈은 이글이글 하트 뿅뿅, 심장 벌렁벌렁, 나머지 어쩌고저쩌고. 첫눈에 홀딱 반한 이성에게 남녀 공히 0.5 임을 직감했을 때. 남자는 다가가지 못하는 순정부터 몇 가지 경우의 수. 단 몇 가지로 나뉜다. 단 몇 가지밖에 없다고. 더더군다나 그래야 한다. 왜? 우리는 남자니까. 액자에 걸맞지 않은 명화다 그래서 미리 단념. 욕심은 나지만 화병이 감당하기에 딱 봐도 벅찰 거 같다, 그래서 어차피 먹어봐야 실 꺼야 라면서 우화를 떠올리고. 세계 3대 미항에 수많은 배들이 나다니는데, 나까지? 세상의 절반은 여자 그리고 남자. 무턱대고 껄떡거리고 막 그냥 찝쩍거리는 거 여자들이 좋아하는 걸 잘 알지만, 열 번 찍으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거 잘 알지만. 동시에 근거 있는 자신감,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용기, 역시나 그 또한 여자들이 치를 떤다는 걸 잘 아니까. 그래서 우리는 참는다. 그래서는 품격 없고 저질이니까 예의가 아니니까 참는다고. 그러나 여자. 여자는 마음만 주냐, 몸부터 베팅하냐, 주변을 공략하냐, 1 대 1만 피해서 애를 태우느냐, 질투심을 유발하냐, 장기전에 돌입하냐. 별의별 아주 그냥 별의별 수가 다 나온다. 그 사랑론의 대가들 아아 여자의 마음이란!
좌우지간 여자의 간접화법과 남자의 직접화법, 그 둘의 오묘한 열애도 열애지만. 그보다 훨씬 고농도로 신기한 황홀경이란 무엇이냐? 하면 그건 바로 빈말을 참말로 아는 허접한 팔랑귀. 빈말을 참말로 인지하는 순진한 그분들. 순수한 우유. 다음에 보자 어쩌자 중요한 얘기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오란다고 진짜로 오면 다른 분들께서 퍽이나 좋아하시겠네. 공수표 남발을 진짜로 믿는 돌아이. 하란다고 진짜로 하다니. 직장 상사 흉보고 뒷담화와 울분을 토하고 어쩌고. 그래서 에라~ 너가 직장 상사면 다냐, 그러면서 다짜고짜 버럭! 그랬는데 지들이 언제부터 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다고 다 딴청. 개망신당하는 상황.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이러쿵저러쿵 분위기 조장하고 어쩌고 으쌰으쌰 돌격 앞으로~, 그런데 가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어. 약속 장소에 친구들 아무도 없다고. 그래서 명언의 고전은 뭐니 뭐니 해도, 아무도 믿지 마! 뭐? 말하자면 오라는 데가 많으신 분들이야 인생이 즐거우실 텐데. 보아하니 갈 데는 많아도 반기며 오라는 덴 별로 없는 우리들은... (절레절레) (절레절레)!
3
서론이 시끄럽다 시끄럽다, 하다 하다 약간 길 뻔 말 뻔 하다가~ 겨우 끝났다. 자, 본론으로 넘어가서.
사심 본심 흑심. 때문에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오빠 < > 하지 마!」
~라는 글을 아는 동생 크리스탈이 인스타그램에 올렸으니.
영화에 나오듯이 글씨 써진 스케치북을 들고서 찍은 사진을 떡하니 올려놨으니.
따라서 댓글은 한마디로 열광. 폭주. 때로는 격분. 주제도 광범위. 부글부글 반응을 재촉. 상상도 다양. 몽상가의 환상까지.
댓글놀이 내용이야 우리들의 일상이니 생략하는 걸로 하고. 기껏해야 농담 반 진담 반. 장난스러운 일이 뭐 별거라고.
타인끼리도 아니고 친한 친구끼리.
그런데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하필 나만 일절 반응이 없었다고 하더라.
아는 동생 크리스탈이, 바로, 그래서 오늘 나를 찾아왔다.
도대체 왜 오빠는 아무런 대꾸가 없냐 그거지.
나야 당연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오페라 <쉬피오네의 꿈>에서 “바람처럼 덧없는 나”, 를 들으면서 열심히 작품 구상 중.
그런데 뭔 뜬금없이 아는 동생 크리스탈이 사무실로 불쑥 찾아와서 하는 말이 글쎄.
「오빠. 왜 댓글 안 달아?」
「댓글?」
「응. 댓글.」
「뭔 댓글?」
「안 봤어, 내가 올린 거? 지금 난리났어. 장난이 아니라고. 그걸 안 보면 어떡하니? 다들 재밌다고 난리 났다니까 그러네. 혹시 안 본 거야?」
「아, 그거?」
「뭐야! 봤으면서 무반응? 이 오빠가 지금 나한테 어떤 소리를 얻어듣고 싶어서. 이 냥반이 시방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워 워 워.」
「워 워 워는 뭐가 워 워 워야? 내가 말이야? 망아지야? 내가 무슨 당나귀라도 되는 줄 아냐고. 어? 이 오빠가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무슨 개뼉따귀로 아시나. 응?」
「바빠서 그랬어. 바빠서. 게다가 난 일찍 봤거든.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고. 듣자하니 내가 제일 처음 본 모양이네. 심지어 난 뭔 얘기인 줄도 몰랐어. 공상머신을 가동하지 않았단 말이야.」
「뭐라고? 내가, 그걸, 누구 때문에 올렸는데!」
「누구? 뭐 그럼 그걸 나 때문에 올렸다는 거니? 아니 왜!」
「왜긴 뭐가 왜야! 나랑 오빠랑 사귀는 사이니까 그러지.」
「내가? 너랑? 사겨? 우리가 왜 사겨!」
「이 오빠 오리발 내미는 거 좀 보소. 저번에 사귀기로 했잖아. 이제 와서 이러기야? 오빠 날 무슨 벌레 먹은 낙과쯤으로 보는 거야? 탐스런 사과가 보이길래 농부가 지나가다 그거 슥~ 따먹고 버릴 셈이었어? 아님 뭐 꿀벌이 아름다운 꽃에 앉았는데 앉고 보니 더 예쁜 꽃들이 꽃밭에 천지더라, 뭐 그 말이냐고. 어림없어. 어림없다고. 어? 넌 내 거니까. 알아?」
「크리스탈. 네가 뭘 좀 착각하나 본데. 혹시 낮잠 자다 꿈꾼 거 아니니?」
그러자 크리스탈은 핸드폰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보여줬다. 거기에 어쩌고저쩌고. 친구 누구더라 그 생일 파티할 때 어쩌고저쩌고. 그게 다 그거였다.
「이래도 모른 체할 거야? 응? 그럼 오빠는 늑대도 아니다. 덜렁덜렁 고추 달린 남자가 그러면 안된다고. 여자의 순애보를 몰라줘? 어? 그게 남자야? 어? 그게 남자냐고. 오빠가 여자를 잘 모르나 본데. 여자는 말이야, 어? 여자는 그래요. 들었어? 어? 들었냐고. 여자는 그렇다니까. 여자는 다 그래.
(1) 여자는 본래 기질적으로 나 빼고 다른 동성은 모두 신부들러리, 다른 이성은 다 나의 팬클럽.
(2) 남자는 원래 천성적으로 나 빼고 다른 동성은 너는 너 나는 나, 다른 이성은 모두 사냥감.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치가 그렇다고. 요컨대 여자는 차트고 남자는 정량이지. 남자가 숫자 1이냐 아니냐라면 여자는 뭐 숙녀에 따라. 1. 2. 3. 10. 30. 뭐 300?
남자든 여자든 판타지는 판타지고. 정말로 꼭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데 어쩌지? 오빠 나 입 트였어. 그럼 화끈하게 화염방사기 한 번 쏴 줘야지? 준비됐어? 것도 속사포이자 따발총처럼 그냥 끊지 않고 1번에.」
그녀가 마시는 레모네이드. 유리컵인데 표면에 몬스터란 글씨가 정말 씌여진 것처럼 보인다.
4
「아아 그놈의 사랑 사랑 사랑. 사랑에 대해서 어찌 남자가 여자에게 명함을 내밀겠어. 남자는 돈도 벌고, 취미도 즐겨야 하고, 할 일이 많잖아. 적어도 허황된 꿈은 다망하다 그 말씀. 최소한 잊혀진 대망 때문에 이따금 시원섭섭하지 않으면 그건 남자가 아니고. 안 그래도 친구들끼리 허세에서 밀리면 기분 나쁜데? 여편네한테 시도 때도 없이 지는 비교 당하면 커피포트 울고 싶어지겠지 왜 아니겠어. 그래 봐야 마누라 잔소리 피해서 도망가봐야 부처님 손바닥. 세월도 무상허지 비리비리한 잔재주 더 비리비리해졌어. 바텐더도 남자야. 어? 남자들, 허풍꾼과 자웅을 겨루는 재미, 그거 어떻게 포기하겠수~ 남자가? 삶의 낙이 뭔데 말이야. 살면 살수록 인생의 재미란 바로 대화 아닌가? 그런데 남자의 대화는 기승전결 있고, 테니스 서브 넣고, 코너킥 올렸는데 하필 개 발이 웃겨주고, 홀인원 개 뻥으로 밝혀지고. 어? 간혹 삼천포로 빠져도 딱 딱 틀이 나오고 각이 보이고 그림 나온다고. 어? 그런데 여자는. 말 꼬리잡고 늘어지기는 보통이고, 뒷담화 빼면 그건 완전히 미친 거고, 뭔 주제와 방향이 밑도 끝도 없이 산만해. 어? 사랑도 그래. 사랑이라고 뭐가 달라. 여자. 어? 여자! 여자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동물. 수컷과 달리 암컷은 사랑 이야기라면 밤을 지세워도 부족. 그러니까 3시간 실컷 수다 떤 후 헤어질 때 인사말이,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자! 자세한 얘기를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하기는 뭘 다시 만나서 해! 귀에서 피가 나고 귀가 타라고? 그러니까 그분들이 경고를 귓등으로 듣지. 뭐 수다 3시간? 3분 얘기하면 용건 끝나는 거 아닌가? 콜라 3캔 원샷 때리는 게 나아. 내기하고 게임하고 깔끔하게. 나머지는 으쌰으쌰 게임을 하든 사냥을 하든 담판 짓고, 끝맺음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많이 친하든 적당히 사이 좋든, 1차에서 할 얘기는 다 한 것. 2차 3차야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억지로 만들어서 하고. 김빠진 맥주. 그러니까 그분들이 공을 어떻게든 골대에 넣으려고 하고, 공을 때리고, 동물을 쫓고. 어? 그 구멍이 아닌데 엄한 구멍에 또 뭘 넣으려고 그 난리지. 안 그래 오빠? 안 그러냐고. 응? 내가 어디 틀린 말 했어? 아니잖아. 그찮아.
곧 사랑 사랑 사랑이라면. 여자의 암투, 암컷들 기싸움, 여자들의 치밀한 작전, 영원한 뒤끝, 수다 대잔치. 남편 흉보기. 남자친구 갈아타기? 추억 이야기 남자 이야기. 그래서 남자의 연애사는 양적으로 부풀려지기 마련이고. 여자의 사랑은 질적으로 과장되기 일쑤고. 여자는 전성기 뚜렷하고, 초경부터 폐경까지 난자 생산량 빼도 박도 못하고. 여자는 진실한 사랑 1번이면 쉽게 정 못 떼. 어디 정만 못 떼면 다행이게? 만약 더티러브가 있었다 그 다음에 헤어지면 괴로움은 어떻고. 애 낳으면 대충 5년 10년 훌쩍 가고. 괜히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게?
사랑이란 꽃과 화병! 액자는 속으로,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는 게 아니다 라고 하고. 그림은 대놓고,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라고 하고. 그러니까 여자가 이모 말 듣고 타석으로 전향하면 인생 괴로워질지도 모르고. 실질적으로 수컷은 일평생 씨를 뿌리는? 뿌릴 수 있는 생물학적 입장. 반면 여자는 타율에 고개 돌리면 이미 여자이기를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고. 남녀가 연애하는데 뭐 손도 잡지 말고 진도 빼지 말란 말이 아니라. 풋사랑이니 더티러브니 뻔트라면 빠른 생애사 전략이니까, 연애는 누구와 결혼은 누구와, 그처럼 답과 견적이 딱 각 나온다 그거지. 반대로 플라토닉을 동반한 사랑은 뭐니 뭐니 해도 느린 생애사 전략이라 그 말이라고. 남자는 정량 여자는 차트! 사랑이란 딴 게 아니야. 도화지를 더럽히고만 싶은 건 더티러브고, 끝없는 사랑으로 가꾸고 키우며 아끼자 그건 다름 아니라 플라토닉. 이 세상에 더럽히고 싶은 새하얀 도화지가 그 얼마나 많은데. 어? 남녀의 그 교묘한 차이. 그래도 절반쯤 일맥상통. 측량하기 곤란한 풋사랑은 다 지난 일이니, 고로 탐색할 수 없는 끝사랑으로 너는 내 꺼다. ~라는 여심도 있다면 일찍부터 때 묻지 않은 영계를 휘어잡아 끝없이 옆에 붙여놓고 싶은 여자도 있어. 그런데 그마저 차트라고? (절레절레) 사랑보다 정욕임을 측정할 것인가, 대리전에 연습에 시험에 미루기에 본게임까지. 그러다 진도 못 빼니까 남자는 초장에 바람나던가 일찍 나가떨어지고. 버티다 버티다 끝까지 버티다 3년 기다려도 안 주면, 요만큼 뻥 보태면 친구 만나서 울면서 얘기하지. 어떻게 3년 만났는데 단 1번도 안 주냐면서. 그래 봤자 4년 만나서 안 줘 봐. 남자가 여자한테 싫증나서 바텐더 앞에서 여자친구를 뚜껑 열리게 만들지. 쟤가 너보다 더 이쁘다고! 이미 멀티태스킹은 바쁘고. 여자도 어장관리 안하게 생겼나? 남자 여자 길게 만나서 좋을 거 하나 없어. 아주 아주 지고지순한 사랑만 빼놓고는 말이야. 어? 친구야 나 어제 누구 따먹었어? (절레절레)! 그런데 뭐 흑심은 차마 측량 자체가 안된다고? 허허. 허허허. 사랑의 진심과 플라토닉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러다 사랑의 장기전과 더불어 더럽고 추접스럽고 헤괴망측에 보도 듣도 못한 드라마는 끝이 없는 거고. 듣도 보도 못한 멜로드라마에 한 번 발목 잡히고 나면 발목 잡히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그래서 남자는 대체로 뻔트요 여자는 모 아니면 도. 화끈한 헛스윙이냐 끝내기 장외홈런이냐. 아아 그놈의 지긋지긋한 사랑 이야기는 어떻게 말이 나오면 끝이 없냐고. (절레절레)
하여튼 이제부터 오빠는 내 신부들러리요, 평상시엔 병풍. 보통은 보디가드. 때로는 돌쇠. 이따금 상남자. 어쩌다 로맨티스트. 일단은, 황홀한 호사에 감지덕지, 미쳐버리는 늑대. 어? 그래 촌닭. 내 영원한 우리 오빠라 그거지.」
이거 이거 상황이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이걸 어쩌면 좋지? 어쩜 좋아 어쩜 좋냐고.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크리스탈이 내 친구이자 애인이며 사랑이 된다면야. 그럼 뭐 나야 싫지 않지. 땡큐라고.
그런데 왠지 모르게 뭐랄까 이대로 발목 잡히면 뭔가 나중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기분? 세한 느낌? 어딘가 모르게 멱살이 아니라 뒤통수 잡힌 직감?
그런 게 날 가만 놔두질 않았던 것이다. 이게 그러니까 장난 반 진짜 반인데. 허허. 크리스탈 마음을 어떻게 진정시킨담. 농담이 진담된다, 뭐 그런 상황인가? (절레절레)
호수가 고요하면 오리도 조용한 법인데. 이거 정말 둘 다 제정신 아닌 거지. 허허.
「미안하지만 오빠는 날 사랑해야만 해.」
크리스탈은 이처럼 협박성 경고를 남긴 채 갑자기 떠나갔다.
뭐야? 좋다 만 건가! 알게 뭐야. 누가 궁금해한다고.
그럼 이제 나는 망신스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창피해서 개구멍으로 쏙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당연스러운 건데. 그런데 정반대로 그게, 자랑스러운 여자의 마음을 생각하는 일은, 한마디로 죽을 맛? 좋으면서 싫은 척? 모르겠고. 그렇게 다시 일을 하려는데 또 일이 영 손에 잡히지가 않네? 걔는 괜히 느닷없이 찾아와서 사내의 순정을 짓밟고 속을 뒤집은 채 나 몰라라 그러면서 떠나가버려가지고. 이게 뭐냐고. '베베 꼬고 약 올리며 뜸들이기'라면 넌더리를 낼 지경인데. 그런데 글쎄 거기다 덤으로? (절레절레) 하여간에 뭘 해도 안돼 뭘 해도 안 된다고. 그래서 나는 그날 일은 때려치우고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5
그렇게 딱 사무실 불 끄고 문을 열었는데.
앗 깜짝이야!
크리스탈이 두 눈 똥그랗게 뜨고서 날 쳐다보고 있네?
독한 년. 응큼한 것 같으니라고.
「오빠. 마지막으로 여자랑 사겨본 게 언제야?」
「그런 얘기를 꼭 분위기 없게 이처럼 복도에서 해야겠니?」
「그래? 그럼 따라와.」
뭐 잔말 말고 따라와?
그래 뭐 딱히 재미난 일도 없고. 할 일도 없고. 할 말까지 떨어졌는데. 누가 따라오라면 못 따라올 줄 알아?
~라는 심정으로 나는 크리스탈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밖으로 나가니 크리스탈은 역시나 부잣집 딸내미 누가 아니랄까 봐, 와우~!
띠리릭 무선 리모컨 버튼을 누르니, 신형 페라리 GTC4 루소 T는 반응했다.
핑~! 팡~! 퐁~!
물론 그 효과음은 나만의 착각이었고. 크리스탈의 애마는 한마디로 거친 상남자였다. 거칠기가 거칠기가... (절레절레)!
그렇게 크리스탈의 뒤를, 나는 내 애마 구닥다리 웨건을 몰고서 따라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여기는 크리스탈의 대저택.
이 큰 저택에 크리스탈 혼자 산다고?
그럼 난 몸만 들어오면 되는 건가?
그렇게 우리는 수영장 옆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누게 됐다.
「오빠. 마지막으로 여자랑 사겨본 게 언제야?」
「뭐라고? 또 그 얘기야?」
「또라니? 나 오빠한테 이 얘기 처음 물어보는 건데?」
「그래? 흐흠. 흐흐흠. 넌 뭘 그런 걸 나한테 묻고 그러니? 싱겁다 얘. 그런데 뭐 마지막? 아직인데!?」
「잠깐만! 그럼 그 말은, 몰래한 사랑? 풋사랑? 진한 사랑? 짝사랑? 전형적인 그건데. 언년이야? 어? 누구야? 어떤 발정난 암코양이냐고. 몇 명이야? 응? 내 이 년들을 콱 그냥...」
「워 워 워.」
「오빠. 모태솔로 탈출하지 못했니? 아직이면, 그럼, 나랑 사귈래? 아. 이미 우리 사귀는 사이지. 내가 깜빡했다. 내가 원래 좀 그래. 오빠가 이해해. 아 그리고 나 말 많거든.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지. 이제부터 오빠 귀 좀 아플 걸! 그렇지만 귀에서 피 나올 걱정 붙들어 매시고. 이 떨리는 애교로 오빠 마음 살살 녹여버릴 테니까. 안 그래도 내가 누구야, 변신의 귀재 아니냐고. 날 볼 때마다 딴년 만나는 기분 들 텐데 이걸 어쩌나? 어쩜 좋아 어쩜 좋냐고! 응? 남자들 그런 거 좋아하잖아. 게다가 오빠는 눈썰미 없지 않고. 척이면 척! 그래서 변화에 민감하고. 고분고분이면 고분고분. 다소곳에 요부에 정숙함에 뭐든지 시시각각 팔색조로 변신하고. 낮엔 수줍고 밤엔 음란하고? 그러다 채널 고정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나도 좋고 오빠는 더 좋고. 응? 얼마나 좋아. 안 그래? 오해하는 것보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는데. 오빠는 날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차라리 내가 얼마나 오빠를 사랑하는지 차마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응? 아마도 모르는 게 낫다 그 말이라고. 응?」
「」
난 이때부터 왠지 덜컥 겁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잡아먹히는 거 아닌가 하는 식겁한 마음 때문에. 그건 마치 여자가 풀메이크업 화장을 정성스럽게 하는 장면을 볼 때 드는 그 뭔가다. 대체 어떤 늑대를 잡아먹으려고, 어느 촌닭을 공략하려고 저 저 저... 통과. 반올림해서 50 평생 모태솔로를 탈출하진 못했지만. 반올림하지 않아도 얼추 대충 50 평생 모태솔로. 그렇게 느즈막허니 너무 갑작스레 찾아온 행운. 불안하지 않으면 거짓말일 것이다.
모태솔로. 잘나가는 친구들이야 아직도 혼자냐, 너무 잘생긴 남자랄지 너무 이쁜 여자야 고르고 고르다 보니 사람에 따라 늦을 수도 있다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친구들은 흔하디 흔하게 모태솔로. 그게 오히려 정상. 대부분 이성을 사겨도,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겨도, 멋진 연애이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별로 없고. 대부분 시시하고. 아님 우정처럼 추접스럽던가. 그래서 더티러브는 흔하고. 그마저도 못하는 비율이 태반이고. 굶을 대로 굶은 늑대 그리고 하이에나. 돈 없어서 못 하고. 마음에 든 이성이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 못하고. 그게 정상. 촌닭의 천생연분은 뭐니 뭐니 해도 촌년. 그런데 서로 다들 위만 쳐다보지. 흡사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것처럼. 천생의 배필에게 첫눈에 반해야 하거늘.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아무튼 그동안 만났던 친구들 지인들 사람들을 찬찬히 보아하니. 얼렁뚱땅 교제가 대부분이고. 정식으로 사귀고 어쩌고 그런 거 없이 결혼하는 사람들로 쑤두룩. 그런데 얘가 얘가 또 내 아픈 내면을 건드릴 뻔 하다가, 날 살려주네. 쥐었다 폈다 괜찮아 괜찮다고. 뭐 그건 그렇고.
그런데 그 순간. 바깥이 뭔가 소란스럽네? 여럿이 수다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인간들이 왜 벌써 와?」
「누군데?」
「누구긴 누구야. 집주인이지.」
「뭐야. 여기 너네 집 아니었어?」
「오빠 미쳤어? 내가 이런 집 언제 구경이나 해 본 줄 알아? 나 잠깐 아르바이트 대타 뛰는 중이야.」
뭐라고?
그래서 나는 창고로 피신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거기서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를 따라 밖으로 나갔고.
웨건을 몰고 집으로 갔다. 뭐야? 좋다 만 거잖아? 크리스탈은 약 올리는 거도 아니고. 내일 또 딴말할 게 뻔해. 뻔하다고. 하여간에 사랑이란 믿을 게 못된다니까 정말.
6
나는 오늘 동료 칼럼니스트인 로빈의 사무실에 놀러왔다.
로빈은 미스테리아와 여성환상 1.5에 칼럼을 비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작가다.
한때 문학계에서 왕따를 당하다 영화계에 기웃거리다 다시 칼럼니스트로 이직했다는 얘기를 잡지사에서 들었던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여성환상 1.5의 내놓으라 하는 경리 아가씨가 살짝 귀뜸한 얘기. 썩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걔 역시나 믿거나 말거나 뭔 말을 했는지 기억이나 할런지 모르겠고.
그건 그렇고. 로빈도 일할 때는 고전음악을 듣기 좋아한다. 왜냐하면 몇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주업에 집중하기 적합하니까. 또 완전한 정적보다는 카페 소음처럼 일정량의 데시벨은 없는 거보다 있는 게 나으니까. 음악은,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 / 오페라 <오리 백작> - “슬픔에 사로잡혀”
「너 여자친구 생겼다며?」
「뭐? 로빈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진짜야? 알긴 내가 어떻게 알어. 그냥 한번 찔러본 거뿐인데. 넌 떠본다고 즉각 넘어오냐? 미끼를 기다렸다는 듯이 덥썩 문다고. 떡밥이 흔쾌히 마음에 들었나? (몸짓)! 난 솔직히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일인데 말이야. 에잇 괜한 걸 알아버렸어. (몸짓)」
「입도 뻥긋하지 말어. 알았어?」
「입도 뻥긋하지 말긴 누가 입도 뻥긋하지 마. 너 귀에서 피나 볼래? 그럴래? 원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내가 그래야 하는 7가지 이유를 말해 봐. 그 이유가 상당히 타당하다면 그럼 한번 생각해 볼께.」
「너도 알고 있지? 지금 우리 대화가 서로 잘 섞이지 않는다는 거.」
「왜, 하마터면 추접한 염문설에 휘말리기라도 할 뻔한 거니? 정말로? 어머. 어머머. 어쩜 좋니 어쩜 좋아 얘. 응? 정말 그랬니? 정말이야? 왜 말 안 했어. 왜. 어째서.」
「그야 뭐 어쩌다 그렇게 된 거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늬 행색을 좀 보시게. 어? 뭐 연애? 연애? 추접스럽게 그게 뭐니? 여자친구 꼭 있어야 하니? 만나고 사귀고 뽀뽀하고 결국 지겨워지고. 언젠가 싫증나고 어떻게든 권태로워지는 그 과정. 나 왜 만나? 그때 들었던 그 말 또 듣기. 웃음 나오잖아. 때 되면 그 말 하겠다 싶으면 여지없이, 나 왜 사랑해? 아니면 우리 그만 헤어져. 1주일에 1번씩 우리 헤어져. 그거 꼭 해야 하니? 그런 거 그냥 안 하면 안되니?」
「못해 본 친구처럼 너 왜 그래? 너 나 지금 질투하니? 아니면 억울한 거야 뭐야?」
「질투는 무슨. 너 그러다 차일까 봐 걱정이라서 그런다. 그러지 말고. 너 저번에 그랬잖아. 여자친구 회사 앞에서 그녀를 기다려보고 싶다고 한 거. 만일 널 좋아하는 여자친구면 그럼 깜짝 놀라면서 널 반길 테고. 만약에 널 비공개로 만나고 싶다, 그러면 그녀 얼굴은 그냥 망가지는 거지. 둘 중 뭐야? 몰래한 사랑이야 아니면 세상 아름답기로 소문난 사랑이야. 사랑의 시소야 아니면 발바닥을 핥아줄 상상만 해도 질색할 순위권식 사랑이냐고.」
그렇게 나는 로빈에게 힌트를 얻었고. 그래서 내 새로운 여자친구 크리스탈을 찾아갔다.
물론 나는 아직 크리스탈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걔도 내게 숨기는 게 많은가? 그러든가 말든가.
목적지로 가는 동안 나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
남자는 겉멋 우리는 허세 오늘도 으쌰으쌰! 그러든 아니든 나는야 로맨티스트. 그렇지, 딱 행운아.
미지의 희망이 선명해진 듯 포근함이 깃들어있는 행복감. 그리고 바람직한 쾌적함. 다음으로 들뜬 상쾌함까지.
그럼 이제 남은 건...... 으흐흑! 이 기분은 뭐랄까, 권위적인 가식쟁이에게 받는 극진한 환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으흐흑!
화끈한 낭만파 늑대로써의 야망을 유감없이 발휘할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던 건 다 옛날이야기고. 지금은 이처럼 들썩들썩 마음은 붕붕 떠다녔던 것이다.
7
퇴근 시간에 회사 앞에서 나오는 크리스탈.
나는 반가운 표정과 화사하지만 조촐한 꽃다발을 안고서 그녀에게 손짓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나오는 그녀.
「어머머. 최근 새로 쫓아다니는 남자가 저분이니?」
「뭐야. 너 왜 말 안 했어? 새로운 찝쩍남 따라다닌다고.」
「응큼한 년. 바닥에 허접한 늑대 깔아놓고 주말에 또 미팅 약속 잡아뒀니?」
「잘생겼네. 완전 잘생겼네. 연예인 누구는 어쩌고 누구는 뭐라 뭐라. 그러더니 고른 게 하필...」
「대단하다 대단해. 호언장담을 하질 않나, 친구의 남자친구를 흉보질 않나. 이상형으로 슈퍼맨을 들먹이질 않나. (절레절레). 그래서?」
「너 지금 과거 만들고 있는 거 기억해둬. 넌 나중 우리가 입만 뻥끗하면 아주 그냥 (몸짓). 알아?」
「딱 환승이별각이네. 자기도 남자친구 사귈 줄 안다 자랑하고 싶은 거던가. 아직도 남자친구 없냐며 나이 얘기하고 어쩌고. 그럼 지들이 조급해지지 않고 배겨? 너도 별수 없다.」
「그럼 그렇지. 이래서 내가 이모 말 안 듣는다니까. 뭔 상담하는 척 하다 지 인생 하소연하고. 투정에. 짜증에. 뭔 별 희안한 경험까지 다 얘기하고. 입도 안 아퍼. 지치지도 않아.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하다 하다 남자친구 없으니까 우리 이모는 술 취하면 꼭두 새벽에 꼭 나한테 전화한다니까 글쎄. 다음날 기억도 못해. 자기 연민 끝장이지. 자존감 굳세고. 자존심은 또 얼마나 대단한데. 말도 마라 말도 마 얘. 그런데 연애사 전적을 살펴 보면 자기 말로는 전남자친구들이 다 멋지고 잘생기고 잘나갔다는데, 찬찬히 살펴보면... 나 이모 딱 한 대 쥐어팰려다가 겨우 겨우 간신히 참았어. 콱 그냥, 내가 참아야지 누가 참아. 남자에 환장한 년. 우리 이모 은근 나한테 묻어갈려 그런다니까. 너네 봤지? 우리 이모 완전 못생긴 거. 어제도 술 마시자고 집 앞까지 찾아왔잖아. 내가 지 남자친구야 뭐야. 걸핏하면 전화해서 술 마시제. 어떻게든 지 마음에 드는 늑대를 물고는 싶고. 웬만한 촌닭은 잡히지를 않고. 꼴 보기 싫은 촌년들은 얄밉기가 끝이 없고. 툭하면 배 아프고. 그럼 뭐 그나마 탁월한 촌년한테 묻어가야지 별수 있나. 업혀 가면 최소한 얼굴은 팔리니까. 적어도 좋든 싫든 관심은 받거든. 어차피 신부들러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병풍이 어딘데. 그러게 너네들도 암컷 싸움닭한테 걸리지 말고 미리미리 조심해. 알아서 잘 도망가라고. 차라리 정직하게, 어? 솔직하게 암코양이 때 되면 발정나도 숙녀의 자존심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차라리 낫다니까. 왜? 우리는 떳떳하니까. 우리가 뭐 죄졌니?」
「너 설마.... 에잇 아니야. 너 혹시... 에잇 아니다. 정말로...... 아니다 아니야. 말 말자.」
그처럼 그녀의 동료들은 뭐라고 뭐라고 그랬고. 크리스탈의 얼굴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망가졌다.
여기까지 찾아오면 어떡하냐 딱 그거였다. 어디 가서 내 남자친구라고 하지 마! 그 말을 꼭 해야 하냐 그거지.
뭐 그럭저럭 어떻게 동료들은 떠나고 그녀와 나는 단둘이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내가 언제 여기 찾아와달라고 했어?」
「그건 아닌데.」
「오면 안되는 거 아냐? 혹시, 와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 에잇~ 설마!」
「너 그게 무슨... 왜! 내가 창피하니?」
「몰라서 물어?」
나는 크리스탈의 이마에 씌여진 글씨를 또 읽고야 말았다.
그녀의 빛나는 마빡에 씌여진 글씨는 뭔고 하니, 또 속냐!
이런 빌어먹을. 이런 젠장!
숙녀의 허영심을 만족시켜줄 수 없다면 떠나는 게 옳긴 한데.
발로 드리블당하는 축구공도, 손으로 채로 방망이로 치는 공도 아니고.
오직 1명뿐인 우리 오빠가 아니라 난 그냥 넘버 7도 감지덕지인 거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환상? 어쩐지 일이 잘풀린다 그랬다. 그럼 그렇지.
줄다리기라면 꼴도 보기 싫은데 어쩐 일로 연애가 수월하게 착착 진행된다 그랬다고.
그러니까 나는 허당 중에서 하필 성가신 허당이다? 허당 가운데 피곤한 스타일 허당이 바로 나다?
이런 괴상한 사랑이 또 있을까. 결론은 정해졌다.
너는 너 나는 나. 각자 갈 길 가는 거지.
쩨쩨한 낭만 시시한 모험 추접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라고.
8
가만 있어 봐. 가만 보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작하자마자 이별? 그래도 이건 그나마 낫네. 저번에 언제야? 그땐 사랑이라 확신인데 이별. 다시 사랑이라 좋아했는데 어딜 넘봐. 또다시 사랑이라며 떨렸고 설레며 들떴는데 딴놈이랑 카섹스. 또 심신분리. 그래도 내 사랑이라며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는데, 저울질. 그럴 분이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좋아서 넙죽 양다리 걸친 거도 아니고. 원해서 딴 오빠랑 썸탄 거도 아닌데. 아마도 청소년 드라마에 감동해서, 어쩌면 추억의 유행가에 여심은 아찔했기 때문에. 그래서 술취해서, 여행지에서, 야심한 밤에, 외갓남자와 단 둘이, 음주운전 차에 타서, 음침한 데서 CS 하기 딱 좋은 장소로, 충분한 시간 동안, 드라이브를 하여, CS를 완성했다? 실수했다? 최소한 그 직전까지 그 분위기를 연출하기를 하긴 했다? 그래도~ OK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좋았는데. 그러니까 참다 참다 여자들이 하는 건 좋아하고, 듣는 건 싫어하는 대리고백. 사랑에 빠져드는 정체성 보아하니, 지들 판단하기로, 암컷 싸움닭 남자친구인 하이에나한테 딱 대리고백을 할 것이다? 그래서 하이에나와 팔색존가 뭔가랑 단 둘이 술 마시게 자리를 만들라며 딱 하이에나한테 시켰는데. 결과는 대판 싸움질. 술집에서 사람들 놀라도록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말다툼하고 싸우고. 결국 하필 오빠 친구인 딴 늑대랑 술쳐먹고 CS 했다고 넌지시 귀뜸하고. 그래도~ 좋았는데. 우리 같은 촌년 세계에 연애란 없다 오직 결혼만 있다, 따라서 결혼을 거래하자? 남자라면 그마저 좋아야 정상. 딱 정상. 아니면 비정상.
삼류 대학교 때 결산하면 친했던 친구는 딱 3명. 두루두루 친하고 그랬어도 단짝 2명에, 동기인데 1살 위인 형 1명. 그렇게 총 3명. 그 형이랑 친했는데 그 형 결혼할 때 딱 그랬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숙녀. 결혼을 약속했고, 이변은 없고, 연애 진하게 하고. 형이 모텔 얘기 많이 해 줬고. 이미 진한 사랑하는 사이고. 그러다 여인은 사랑싸움하다 어쩌다 자기 친구랑 잘빠진 남자 접대부, 쎄끈한 젊은 남자 매춘부가 옆에 딱 붙어서 접대하는 룸살롱에 갔고. 그 형은 어차피 사랑싸움의 연속이다, 술취해서 어쩌다 자기 앞니도 깨지고. 뭐 어쩌고저쩌고 넘어가고 그러다 결혼에 골인. 지금은 행복한 가정. 그 사연까지는 몰라도,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안다면, CS했건 어쨌건 그녀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OK. 그래도 좋았다고. 그런데 순서가 또 의전? 들었어요? 회사에서 손가락질 받고. 더러운 소문나고. 은근히 왕따요. 직장 단짝 언니 속 뒤집어주고 싶으니까. 그래서 스토킹 먼저 하고, 연애는 하는 둥 마는 둥 건너뛴 채 일단 결혼 먼저해서 사랑하자? 야, 너 가라~! 그런 CS를 뭘 믿고? 줄거리는 그렇게 된 것.
CS! 무슨 선크림도 아니고 하필 이니셜 반복이 또 CS! 단짝이랑 동업하며 불구덩이를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던 시절. 흑역사의 시작과 끝이었던 도메인은 어째서 BuddyBuddy.com, 하필 SayClub.com 또 거꾸로 CS네. 대학교 기숙사에서 단짝 처키가 채팅으로 꼬셔서, 대타 나갔다가 홈런 때리고, 처키 속 뒤집어져서 여자가 눈물 흘렸던 일. 다 그 사이트. 19세 금지 얘기는 사석이 아니니까 더 못할 얘기도 있고. 아니다. 못할 거도 없다. 특정 자세 경험은 딱 1번인데 그마저 하필 어느 대학교 앞이었는데, 대학교 이름이 언어 창시자. 아휴.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징그러운 피부병이 심했던 때. 그마저 13살. 또 13의 배수 첫 번째인 26살에 다시 피부병 반복. 중간 중간 틈틈이 지병처럼 여름에 반복됐는데 심했던 게 딱 그 때. 나머지 어쨌고. 그 26살이 단짝과 동업했던 흑역사. 단짝 이름마저 거 어째 세했고. 부대 마크가 다윗의 별이었던 군복입던 때 주 임무가 지하음 청취였는데. 그런데 나중 뭐 탄생해가 같은 보이저 2호처럼 우주의 모습을 지구로 전송하는 거야 아니면 하늘의 소리를 알리라는 거야. 참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구만 그래. 원래는 개처럼 군침 흘리며 늑대처럼 흑심 품고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해서 결혼한 다음. 딸아, 딱 아빠만 빼고 이 세상 남자는 죄다 늑대이니라~! 또는 아들아, 인생이란 말이다~ 라고 마성의 썰을 풀어야 정상인데. 남자는 여자에 환장하고, 여자는 남자를 좋아해야 딱 정상인데. 영원한 내 사랑 피앙세를 만나기 전. 인생 통틀어 일반인과 진한 사랑의 마지막이 피앙세 성씨인데. 떨림녀였던 그 연상의 여인과 대화를 나눴던 지점 하나, 둘, 셋 뭐야 딱 삼각형이잖아? 누군가의 피앙세는 정말로 장모님 되는 건가? 장모님 전남자친구니 뭐니 추억의 소셜 네트워크 도메인도 하필 Cyworld.com 뭐 잔지식 얘기는 이쯤 하고 다시 돌아가서. 말하자면 여자의 입을 빌려서, 여자 연기자로 빙의해서 말하자면 이런 식이지.
「나는 이미 당신한테 뻑~갔어도. 난 오빠에게 홀딱 반했어도. 난 이미 그대와 아름다운 사랑에 포근히 젖었을지라도.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 왜? 난 의전녀니까. 그래서 페라리 FF 먼저. 연애는 나중. 원룸에서 시작하는 거도 싫다 그말. 무조건 자가. 싯가 얼마짜리 이상. 존미녀 만나면 그 정도는 기본 아니야? 존예녀 만나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똥파리 전철을 밟아서 똑같이 회사 앞에서 기다릴 것. 그거 먼저. 사랑은 나중 문제. 그 조건 충족되면 결혼까지 한번 생각은 해 본다는 것. 아니면 말고. 그러니 알아서 잘 판단할 것. 오빠야 부디 잘 생각하시라. 자기야 제발 좀 똑똑히 들어라, 알았느냐? 미천하디 미천한 촌놈 주제에, 감히 어디서, 눈부신 여신을 넘보느냐! 심히 무엄하도다 바로 그것. 너가 정녕 의전녀를 아느냐 아니면 사랑을 알기를 하느냐. 우리 같은 음란한 맹녀는 딴 거 없다 딴 거 읎서. 어? 우리는 가리는 거 없다 남자 얼굴 보지도 않는다. 우리는 무조건 10번만 쫓아다니면. 단 10번만 꽃 들고 기다리고 따라다니며 집까지 쫓아오기만 하면. 어? 그러면 우리는 단박에 사귄다. 대번에 지갑 속에 고이 우리 오빠의 사진을 간직해 준단 말이다. 일평생 그 달콤한 고추를 최선을 다해서, 어? 그 새콤달콤 예쁜 바나나를 성심성의껏, 어? 그 벌렁벌렁 황홀한 어딘가를 미칠듯이 애무할 만반의 준비를 다한 여자. 그게 바로 우리다. 알겠느냐? 우리는 남자의 직업이니 나이니 재산이니 매력이니 잔재주니 얼굴이니, 암것도 안본다. 아무것도 소용없고. 아무것도 원치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의전만 바라느니라. 아느냐 모르느냐. 그러니 1 대 1로 만나서 커피 딱 1잔이라도 마셔보고 싶으면 즉각 최신형 페라리 FF 사고, 신혼집도 당장 구하고, 없는 재산 대충 만들어라. 늬 몸을 팔든 어쩌든 그건 우리 알 바 아니고. 알겠느냐? 바로 그래서 내가, 새로운 남자 A부터 Z까지도 모자라서, 하다 하다 전남자친구까지 만났느니라. 지갑 속에 고이 사진 간직해줬던 전남자친구까지. 으하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9
그다지 재밌지만 않지만. 그래도 얼렁뚱땅 그럭저럭 굴러가긴 굴러가는 소설, 잘 나가다 하필 또 삼천포로 빠지네. 그렇지만 기왕 빠진 거. 줄거리 잊어먹을 만큼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하던 얘기 쫌만 더 하자면 이렇다. 응? 이렇게 말하긴 좀 뭣하지만 기왕 말 나온 김에 말하자면. 구태여 이러니저러니 투덜거릴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또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있긴 있으니 하는 말이지만.
보아하니 작전이 이렇다? 결국 발정난 암캐는 알고 봤더니 여왕벌 마인드. 결론은 야 너 가라~ 라는 말은 커녕 만나볼 기회마저 박탈. 뭐 CS? 드라마 CSI 보는 거 말고는 도통 할 줄 아는 게 없는 멍청녀 주제에, 감히 어딜 넘보냐며 쯧쯧쯧! 여자의 복수심은 여자가 지닌 모든 감정 중에서 가장 끈질긴 것. 나의 지갑 속에 항상 간직될 사람은 너가 아니었고. 똥파리 전마누라의 우리 오빠도 너가 아니고. 세상 모든 남자를 다 상대해주는 나는 사랑의 비너스요 넌 그저 해충이요 익충일 뿐. 하이에나의 기쁨조인 나 아르테미스는, 아무때고 내게 전화해서 다정하게 통화할 남자라면, 오직 첫사랑 똥파리뿐. 그게 바로 숙녀 인생의 전부인 사랑. 사랑의 추억이 곧 삶의 모든 것. 넌 아니다 그거지. 우리가 뭐 죄졌어? CS가 문제가 아닌데 골빈년이 그런 걸 어찌 아나. 관심도 없지. 오직 진한 사랑 그 상상뿐인데 이 남자 저 남자 자동차에 막 타느라 정신없지 정신없어. 이미지 트레이닝에 순위권 남자들을 죄다 초대하시면서, 엄마 오빠 머머머해~ 남자들 그게 뭐야~ 리얼사이즈 인형 어쩌고저쩌고. 오늘 밤도 엄마는 뜨겁고. 어제 새벽도 꾹 참다 참다 어쨌고. 내일도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라는 명언만 되새기시고. 천년의 사랑에 홀딱 빠져서, 아찔한 연정에 정신 못 차리고 나니, 따라서 외갓남자가 술을 쳐마셨든 내 오빠가 마음 아파하든 어쩌든, 세상 사람들 보란듯이 이 남자 저 남자 자동차 조수석에 막 타고 다녀. 그러면서 내 남자가 자동차 조수석에 (이성에 대해서) 오직 그녀가 아니면 허락하지 않는다는 데 더없이 꿈처럼 높은 가치를 부여해?
이상은 선명하지 않고 거북이는 제 껍데기를 모른다. 낙타가 제 등이 어쩐지 모른다고. 첫눈에 홀딱 반하기 전부터 짝사랑도 시작되고 애정도 부풀릴 대로 부풀려졌는데. 마치 무슨 스폿이 열린듯이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나니 정신을 못차린다 그 말이지. 괜히 팬들이 백치미 백치미 그러나? 괜스레 삼류 칼럼니스트가 의전녀 의전녀 그러겠냐고. 꼴에 지도 맹녀이자 집순이요 엄마 스타일이라고 얌전한 척 내숭 수줍은 척 애교. 알고 보니 경망스러운 계집이요 요사스러운 악녀. 아니면 응큼한 껄떡녀. 아니면 여자말 번역기 그 자체이자 속에 품은 판타지와 복수심이 말도 못하는 숙녀? 그 어떤 보복이 꿈꾸고 있을지 상상도 못한 채 촌닭부터 하이에나의 끝까지 어장관리는 어장관리대로, 새로운 남자는 새로운 남자대로. 여왕벌 마인드가 실현되니까 미쳐버리는 거지. 그처럼 사랑 때문에 미쳐버렸는데. 그와 같이 사랑 때문에 심신분리됐는데. 그런데 정신을 어떻게 차려. 판타지가 코앞인데. 집에서 일하고, 완전히 자기 이상형이고, 마음에 쏙~ 들고, 집안일 다 할 테고. 가정부 역할이든 뭐든 말하면 말하는 대로 뭐든 다 들어줄 거고. 미쳐버리는 거지. 미쳐버린다고. 그처럼. 여자말 번역기 그 자체이자, 속에 품은 판타지와 복수심이 말도 못하는 숙녀 평균이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는데. 그런데 어떻게 제정신을 차리나. 마음은 24시간 붕붕 지면을 떠다니는데 정신을 어떻게 차리냐고. 생각은 날마다 침대요, 언제나 첫날밤이자, 위대한 상상력이 주문하기를 행복하기가 행복하기가 그 끝이 없을 절정감인데? 정신 못차리지. 제정신 차릴 수가 없다고. 그런데 정신을 어떻게 차려. 판타지가 코앞인데. 모두 다 상대해주고 만나주느라 기쁨의 춤을 추는 날 보며, 표정 망가지던 널 보며, 그 얼마나 행복했는데?
일평생 그 표정으로 살아 봐. 느껴 봐. 당해 봐. 거울. 반사. 에코.
(1) 오늘은 (입술과 입술이 가까이 근접한 사진이 찍혔던 날 전남자친구 만났던 얘기했던 날) 바로 그 썩은 표정!
(2) 내일은 (설거지 마친 다음 돌아섰을 때 보여준) 바로 그 표정!
그렇게 딱 2개. 오로지 딱 2개. 내내 반복. 일생 반복. 영원히. 끝없이. 다다다다다다음 생이든 언제든 끝은 없고. 1번 똥 씹은 표정을 보며 그 아찔한 행복함 즐기셨으면 그럼 이제 나중 1조배 1경배로 되돌려주셔야지. 하나 갔으면 하나 와야 하는 법. 2번 미간 찌푸리면서 순식간에 시선 회피. 허허. 똥 마려운 심정쯤은 봐줄 용의 없지 않고. 왜냐하면 여자는 의무방어전을 상상만해도 그 은근한 예감만으로도 화장실 직행해야 정상이니까. 실제 그러니까. 아니면 여자가 아니고. 그렇게 딱 2개 표정만. 당해 봐. 느껴도 싸지 싸. 끝없이. 영원토록.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음의 생까지는 어림도 없고. 영원히. 무슨 눈물이 핑돌고 가슴이 먹먹해도 참아야 하느니 어쩌니 다 필요없고. 딱 그 2개. 오직 2개. 그러니까 평범한 남자이자 웬만한 모태솔로들 죄다 죽사발 만들어버리는 사랑의 기초라니. 일생이 공주병 연예인병 햄버거병이구만 그래. 가난한 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경멸은 최대한 절약해서 써야 하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 그런데 가난한 애인을 능욕하고 모태솔로들을 경멸해? 사랑이니까 경솔? 또 팔랑귀? 훈수꾼들 신나니까 팔랑개비? 지켜 보는 냄비는 더디 끓는 법. 시작도 발단 끝도 발단. 늙은 고양이는 먹잇감으로 장난치지 않는다. 이 세상 모태솔로들이여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이게 말이나 됩니까? 못생기고 가난하고 모태솔로고 인기 없고. 그런 남녀 어디 서러워서 살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워 워 워. 워───워───워! 그분들 때문에 우리 같은 모태솔로는 말이야, 투우장이든 어디든 출전 자격부터 없는 거지. 괜히 혼자 좋다가 만 거라고.
토끼 두 마리를 쫒으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 적게 걸고 적게 먹기냐. 아니면 고위험 고배당률이냐. 뻔트냐 풀스윙이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제7부 리그에서조차 나는 방출당했다는 거다. 외상으로 사들인 돼지는 쉴 새 없이 꿀꿀거린다는 걸 내가 왜 몰랐냐고. 결국 외상으로 사들인 돼지는 알고 봤더니, 지고지순한 사랑과 짝사랑과 순애보? 그럼 진한 사랑에 대한 기대감에 도대체 얼마나 애타라는 거냐고. 아니면 이처럼 크리스탈한테 또 속기나 하고. 뜨거운 물에 덴 고양이는 찬물까지 무서워한다고, 내가 딱 그짝이었다. 막 그쪽. 딱 그 신세. 하여튼 나도 나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사랑 칼럼은 뭔 사랑 타령. 허구헌 날 사랑이 어쩌고저쩌고. 강 건너의 모기는 보면서 코밑의 코끼리는 못 본다고 그게 딱 내 말이었던 것이다. 남 걱정은 정도껏 내 앞가림 먼저. 그치만 수다 3시간에서 남 얘기 빼면 뭐가 남냐고. 남편 흉보기 시작하면 표정부터 싹 바뀌는데. 몰라. 됐고. 남이야 지들 남편 흉을 보던가 말던가. 난 일이나 하는 수밖에 없었다.
10
꿈 투기업자 즉 사기꾼의 특기는, 동기부여 뻠쁘질. 또 세속적인 애정 부추기기. 의혹스런 인생을 돌이켜보게 만들기까지. 그러니까 그분들의 미끼는 달콤한 희망? 알고 보니 치명적인 매력이란, 여자의 마음에 쏘옥 들었던 남자 얼굴이랄지 여자 말 잘 들을 거 같은 어리숙함. 오락산업은 바로 그녀들에게 환상감을 무궁무진하게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맥없이 여잘 기쁘게 해 줄 표정 하며. 뭐야,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이는 사기꾼도 난봉꾼도 플레이보이도 아니네? 보아하니 그녀들의 마음은 언제나 은근 허당에게 가 있다는 것. 말하자면 여자는 미남을 절대로, 결코,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는 것. 그녀들이 목소리 도톰한 남자를 왜 싫어해? 그분들은 그 치명적인 공식에서 여간해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 단지, 그녀들의 이상형이 우리가 아니라서 서운할 뿐. 어? (절레절레)!
그래서 우리도 먼길 돌아 다시 타율주의로 복귀하기를 마다하지 않음. 난 소중하니까.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거거든. 사랑은 아름답고 지고의 가치가 있으니 만큼 뻔트와 장타쯤은 구별해야 하는 거라고. 우리도 그쯤은 식은 죽 먹기. 말이야 뭔들 못 해? 뭔가 지나친(?) 농담이고. 좌우지간 이게 단물 빠진 호박이냐, 아니면 누군가 꺼억~ 트림하며 씹다 버린 풍선껌일 수도 있느냐. 구분은 해야 하거든. 곧 인생이란 나를 가꾸는 것. 사랑이란 가랭이 사이로 공을 넣어 수비수를 제낀 다음 희망찬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것. (뭐 개인기 뛰어나서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공 집어넣서 제치는 게 아니라, 중견수가 알까기 해서 1루타를 런닝홈런으로 만들어주는 것? 인생이란 믿었던 구원투수의 불쇼? 하여간에 말을 말어야지 말을). 그러니까 날 헤프도록 막살자 웨이터에게 맡겨버리면 안되는 것. 대충 살자 바텐더라면 또 모를까. 뭐? 어쨌든 세일은 곧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일. 쉬운 말로 상품은 합리주의도 괜찮을지언정, 인생은 떨이와 싸구려이길 경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알려지며 파리 꼬이는 꽃에게, 홀딱 반해야 할 이유? 뻔한 늑대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그분들께 마음을 빼앗기며 시간 낭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럴 동기도 뭣도 없다고. 어? 우리가 뭐한다고 내 인생을 타인에게 맡기냐고.
따라서 나는 사랑보다 혼자 놀기를 택했다. 그래서 나는 최근 애착심이 손톱 때만큼 있을 둥 말 둥 부풀어오른 취미, 바로 당구를 즐기러 갔다.
영차영차 영차영차.
영차영차 영차영차.
11
당구장 도착. 거기 이름은 봤는데 거론하기 귀찮고.
취미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렇게도 나눌 수 있다.
혼자 하는 것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 물론 둘 다 가능한 것도 있고. 아니면 돈이 적게 드냐 많이 드냐로 나눌 수도 있고. 공력과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큰 재미를 보는 취미도 있고. 취미 반 직업 반도 있고. 그런데 그 가운데 지금 여건에서는 적게 걸고 적게 먹는 일이, 그나마 시간 낭비도 적고 부담도 덜하고. 하는 일이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따분한 칼럼 쓰기에 지친 무명작가를 달래주는 일. 뭐야, 알고 보니 그거 또 뻔트잖아? 그러든가 말든가. 아무튼 여긴 조용해서 좋았다. 특히나 음악이.
요한 세바스찬 바흐 / 세속 칸타타 <다가오라, 빛나는 물결이여> BWV 206 중에서 감미로운 아리아 몇 편.
C. Ph. E. Bach / Die Auferstehung und Himmelfahrt Jesu Wq240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오페라 <마술피리> - ”지옥의 복수가 내 마음에 끓어오른다"
그런데 뜬금없이 아는 동생 엘리자베스가 찾아왔다.
「네가 여기 웬일이니?」
「오빠. 인사치고 거 어째 촌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수?」
「뭔수? 얘가 못 보던 새에 말발이 꽤 늘었네? 너 어디 웅변 아카데미 다니니? 아니면 뭐 아는 마담한테 개인교습이라도 받는 거니?」
「내가 무슨 실비아 크리스텔이야 뭐야. 오빠는 생각 자체부터 식상해. 응? 풍기는 느낌부터 고리타분하다고. 그런 구식 탱탱 묵은 발상으로 어떻게 명작을 쓰겠다고. 한심하기가 과히 이를 데 없네 그려. 응? 그러니까 뭐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글도 안 써지고. 약속도 없고. 할 일은 더 없고. 그렇다고 할 말이 있어서 칼럼 써서 품위유지비를 챙기기도 힘들고. 카피라이트인가 뭔가 그거도 영 머시기하고. 그래서? 잘한다 잘해. 가루도 아니고 반죽도 아니고.」
「너 여기 왜 왔니?」
「왜 오긴. 보면 몰라?」
「너 나 미행하니? 누가 보냈어?」
「누가 보내긴 뭘 누가 보내. 내 발로 찾아왔구만. 내가 무슨 호박이니? 아 맞다. 오빠 차였다며. 소문 쫙 퍼졌어. 물론 이젠 추문도 염문도 뭣도 아니지. 왜? 재미없으니까. 애들 모두 듣는 둥 마는 둥 관심도 없던데?」
「누가 관심을 바란데? 알고 싶지도 않아.」
「그런데 왜 차였어? 크리스탈이 웬만하면 순정이 식지 않는 앤데. 내가 걜 잘 알거든.」
「사귀지도 않았어. 그냥 아는 오빠 아는 동생. 그게 다였다고.」
「오빠 꽉 막힌 남자구나? 일명 속 좁은 남자. 푸하하하하하하. 제대로 삐졌네 이 오빠. 이 오빠 완전 꼴았어. 완전히 삐졌고 완전히 꼴았고. 꼴았네 꼴았어. 속이 골은 거지 그냥.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인데. 오빠, 우리 헤어져.」
「뭐? 그건 또 뭔 소리야? 헤어지긴 뭘 헤어져. 너랑 나랑 언제 사겼니? 너 오빠 가지고 노니?」
「오빠 발끈하니까 귀엽다. 어쨌든 자기반성이 가장 좋은 고삐. 여자가 뭘 바라는지 이참에 잘 생각해보면 되지 뭐. 하여간에 잘 판단해. 지금 때가 때가 장난이 아니니까. 오빠 이런 기회 두 번 다시 안 올지도 몰라. 응? 나중 오빠 인생에서 크나큰 오점으로 남을지도 모른다고. 알긴 알아? 크리스탈이야 나야? 걔 완전 멍청해. 미련 버려. 잊으라고. 보내. 그런 응큼한 암탉은 세고 셌어. 알어? 세상의 반은 여자. 응? 오늘도 봐 봐. 우리가 괜히 우연처럼 만났겠어? 다 예언가가 우리 사이를 점지해주었을 수도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응? 오빠는 나 같은 철저한 기분파한테 사랑을 배워야 한다니까.」
「너 도대체 뭔 얘기를 하는 거니? 네 얘기를 듣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 혼이 나가버리는 느낌이라고. 너 지금 나랑 수다 3시간 그거 해 보자는 거니? 내가 못할 줄 아니? 어? 뭐 밉살스럽지만 끈덕진 미련은 버리라고? 처음부터 없었어. 감정 깔끔하다고. 우리는, 못 말릴 사랑은,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아. 알아? 안 그래도 우리는 지난 사랑은 묻지 않아. 그게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법이지. 고달픈 슬럼프야 짠한 애모야 얼마든지. 단! 연애의 성패는 군말 없이. 그런데 거 어째 자꾸 너한테 말리는 감이 없잖아 있네. 너 나 너무 감지 마라. 나 감기면 안 돼. 웬만치 당기라고. 어? 긴말할 것 없이 우리, 수다가 아니라 경기에 집중하자. 본심을 말하자면 어쩌고저쩌고,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지으면서 이러쿵저러쿵. 정신사나우니까. OK?」
「오빠가 무슨 드라마에 나오는 약장수야 뭐야. 뭔 뚱딴지 같이 웬 명령? 훈수꾼이 더 극성이네. 자기가 주인공인 줄 착각하기 좋아하고. 심하게 오바하고. 오빠 이용당한 거였어. 크리스탈이랑 나랑 썸타는 사이야. 알아?」
「뭐 진짜?」
「아니. 뻥이야. 진짜겠니. (몸짓) 오빠 가만 보면 아주 그냥 팔랑개비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하여간에 (절레절레) (절레절레)!」
「꾸지람은 시어미한테서 받고 애꿎은 개보고 야단도 아니고. 하여튼 동네 북이네 동네 북.」
「보아하니 또 사랑? 뭐 연애? 프러포즈할 때 남자의 마음은 5월이지만 결혼하면 12월이 된다? 꼭 그렇지도 않아. 다 그렇지도 않지. 허나 배고픈 늑대와 배부른 토끼는 처지부터 다르고.」
「아 시끄러워. 어? 닥쳐. 딱 닥쳐. 조용하란 말이야. 그만 좀 까불어. 어? 사랑이라면 신물이 다 난다니까 그러시네. 속에서 쓴 물이 올라온다고요. 네?」
「아니. 어떻게 그토록 심한 말을!」
「너 또 그 얘기할라 그랬지? 그 입꼬리 한쪽 올라갔다 내려오고. 눈빛 2시 상향 봤다가 8시 방향으로 내리깔았다가. 눈 크게 떴다가 미간 찌푸리고. 그 순서 보면 내가 모르니? 뭐 그러니까. 뭐지, 말하자면. 뭐라더라? 그래. 그거. (딱). 딱 그거. 입 가까이에 있는 것은 마음 가까이에 있다? 뭐 식욕이 성욕?」
「이 오빠가 여자한테 뭐 발정난 암코양이네 뭐네. 암캐니 암탉이니 그런 칼럼이나 쓸 줄 알지. 순 허당이네.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러니까 오빠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알아? 어?」
「넌 뭐 얼마나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인 줄 아니? 응? 너 화장 진하고 패션 섹시하고, 어? 다 치장하니까 보는 거 아니야. 화장발, 너 그거 장난 아니잖아? 늬 친구들이 뭐라 그러는지 알기는 아니? 어? 눈썹에 달린 불부터 끄셔. 눈은 높아가지고 말이야. 어? 내가 차마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고자 했는데, 아니다. 됐다. 그런데 너 그거 아니? 아니다. 됐다. 뭐 그건 넘어가자. 그렇지만 또 아닌 게 아니지. 그렇지. 그럼. 맞다. 너 그거 들었니? 아니다. 됐다. 그냥 네가 아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거만 알아둬. 네가 혹시 모르는 게 있나, 있을 수도 있고. 없을지도 모르고. 설마 하니 뭔 사연이야 있겠냐마는. 또 모르잖아?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게 롤로코스터일지 회전목마일지 몰라도, 글쎄나 알고 봤더니 귀신의 집? 뭐 그 정도만 알아둬. 응? 뭔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귀 안 간지럽던? 간지러울 때도 됐는데.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그렇지 (몸짓). 그리고 말이야, 그거도 다 나나 되니까 너한테 귀뜸하는 거야. 그 암시 귓등으로 듣지 말고. 응? 왜 조짐이 심상치 않니? 다른 애들이 말이야, 어? 아니다. 아니야. 그래도 다 나나 되니까 너한테 넌지시 운을 띄우는 거라고. 나나 되니까~! 딴 애들, 아는 동생이네 추종 세력이네 뭐네. 딴 애들 같으면 어림도 없어. 알아?」
「오빠 말 다 했어?」
「다하긴 뭘 다해? 아직 시작도 안 했구만.」
「거짓말. 오빠 할 말 떨어졌지? 그 볼살 경련 보면 내가 모를 줄 알아?」
「나 할 말 있어.」
「(따라 하기. 흉내내기. 성대모사). 나 할 말 있어~. 응애응애 꼼지락꼼지락 푸하하하하하하. 그래 할 일 있는 걸로 하자. 그래 줄께. 응? 들어는 준다고. 뭐 꼬집으면 아픈 시늉이라도 해 주지 뭐. 그게 뭐 어렵다고. 허허. 뭐 또 그 말 할라 그랬어? 야, 너 가라~! 그래. 나 갈게. 안 그래도 갈려 그랬어. 나 바빠. 오라는 데도 많고 갈 데도 많고. 만나주라는 애들은 더 많고. 응? 오빠. 나 간다. 우리 다음에 다시 보자. 다음에는 좀 생각을 하고 말하기를 바랄게. 알았지?」
귀가 아무리 커도 머리보다 작다는데 이건 무슨 코끼리도 아니고 앵무새도 아니고. 그날 나는 그처럼 바보퉁이가 되어 성과는 꽝이 되어버렸다. 어떤 조과를 바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일의 작황은 꽃을 보면 안다지만 이건 뭐. 꽃이 피건 말건. 벌꿀이 꼬여도 꼬여도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너와 나의 마음이 꼬여도 꼬여도 피차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에잇. 말 말자 말을 말어. 내가 말을 말어야지. 그런데 내가 어쩌다 이렇게 쉬운 상대가 되어버렸지? 걔네들은 날 뭘로 아는 거야. 이거 정말 아는 동생들 다 청산해 말어! 어? 바보 같은 짓을 부추김 당하기에서 슬쩍 발을 빼기에 성공하고 보니, 어느새 인생은 사랑도 행복도 멀어졌더라 뭐 그런 건가. 아무튼 난 바보가 아냐. 연애가 무슨 불쾌한 생리 기간과 불쌍한 발정기 그 둘 사이의 사랑인가? 관심도 없고. 호감 가는 관심사는 더 없고.
결국 오늘 구원투수로 걸출한 꽈배기 투수를 올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패전 전담 요원 힘 빼기도 안쓰럽고. 그냥 오늘은 대패로 마감할 수밖에. 지면 확실히 통쾌하게 지고. 어? 그래. 버리는 경기. 은밀한 비밀을 털어놓고 싶어 안달난 여인에게 딱 걸려든 행복한 심정? 징글징글하다. 아주 그냥 지긋지긋하다고. 재미도 없고. 뭐 들었어요? 듣긴 뭘 들어. 멍청하디 멍청한 촌년 같으니라고. 뭔 말만 하면 땡땡땡땡 멍청함을 광고해. 속에 든 거 없는 허영심만 자랑해. 말도 마 말도 마라고. 남녀의 사랑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백번 양보해도 앞뒤가 영 맞아떨어지지 않는 일. 괜히 엘리자베스는 뜬금없이 나타나가지고 상남자 기분 잡쳐버리게 만들어버려가지고 말이야. (절레절레)
12
그대를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드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 절대 절대. 환상에 환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기쁘기 그지없는 숙녀 인생으로 그녀를. 띄우고. 녹이며. 애타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말로만! 그래도 성의껏 얼마만큼 신비한 절정과 신기한 격정에 그런대로 도달하려 노력했는가, 시시콜콜 캐묻고 따지고 자시고 할 뭣도 없이 산통 다 깨진 격. 혹시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가 설마 이런 느낌인 걸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아마도 난 아니었으면 좋겠고. 결국 이기적인 속물근성은 우리들의 솔직한 심정. 그러니까 꿈에도 예상치 못한 쾌락은 언제쯤에나 쥐구멍에 찾아올까 오직 그 생각뿐? 뭐야 사랑은 없다잖아? 차마 믿기 힘들 정도의 환희를 안겨주는 사랑일 텐데 뭐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 진한 사랑은 뭐 사랑 아닌가! 아무렴. 왜냐하면 그녀는 아직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망을 모르실 테니까. 뭐 알면 안 된다고? 자못 안쓰러운 상념일 뿐이구만. 심통도 재미없고. 공상도 다 귀찮고. 억지도 쓸모없고. 품위 유지비가 간당간당도 아니라 바닥났고. 열정도 없고. 수프는 식었고. 보너스는 꽝이고. 미소는 썩었어. 복숭아는 속이 골았다고. 빛 좋은 개살구지. 아니면 반 냉동참치. 그래서 벌레 먹은 사과가 맛있긴 맛있는 걸까? 그야 알고 싶지도 않고. 나는 사랑을 아직 모르고. 어쨌든 사랑은 뻥. 다 뻥. 몽땅 뻥. 드라마도 지루해. 줄거리도 말도 안 돼. 밑도 끝도 없이 이상한 전개들 투성이. 게다가 탐스러운 사과 아름답기는 한데 맛이 없어? 앓는 소리와 거드름, 그거 다 능글맞은 허세일뿐. 좌우지간 연습경기에 힘 다 뺐어. 쓸모없는 억측 때문에 더 힘 빠졌고. 괜히 TV 보고 수다 듣다가 기 빨리니까 그러게 미리미리 조심해야지. 일단 염려 붙들어 매시고 뭔가 애써도 심취할 만한 활력이 비리비리. 그럼 이젠 어떡한담?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래서 나는 롭에게 새롭게 머물고 올 만한 별장을 요청했고, 롭은 내게 꽤 괜찮은 휴양지를 알려줬다.
별장 이름은 문자가 아닌 숫자. 440. 뭐시여 440? 뭐야 그게! 아~ 남자와 여자? OK!
남녀.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 늑대와 여우. 개와 고양이. 양과 돼지? 여자가 일평생 생산하여 배출하는 난자의 개수가 적게는 400이던가 450이던가. 많게는 500? 정확한 평균과 최대값은 몰라도. 남자는 양 여자는 질. 남자는 외향성이요 여자는 까다롭기로 정평난 여자말 번역기. 자칭 숙녀요 타칭 뭐 여적여 보적보? 어쨌든 남자는 배짱 여자는 애교. 그래서 얼굴값 어쩌다 꼴값. 얼굴 팔리는 걸 좋아하는 관심종자냐, 얼굴 팔리는 걸 죽기보다 더 싫어하는 바람둥이냐. 1부 리그 무대와 7부 리그 불장난 정도는 구분하는 게 우리. 득점왕과 뻔트 차이도 모르면 안되거든. 남자야 손해볼 거 없으니까 뜬금포든, 막던지든, 삼천포든, 풋사랑이든, 농담이든 어쩌든. 말하자면 속된 말로 이빨 까는 게 주특기. (눌변가께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일단 이치가. 매를 버는 게 일이 될 수도 있다니 절레절레 쩔레쩔레). 보아하니 여자들 우정은 첫째도 듣기 둘째도 듣기지만. 남자는 그 반대. 남자들 우정은 뭐니 뭐니 해도 안 듣기. 으쌰으쌰. 그래서 여성잡지 2 애독자인 아줌마들은 하도 하도 당해서 안 듣기. 수컷은 입만 열면 뻥. 아니면 과장. 그래서 아줌마 허세가 장난 아니고. 남자 말을 믿느니 옆 집 똥개말을 믿고. 어차피 여자도 사람이니까, 변심은 기본.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마음은 절대로 같지 않음. 똑같을 수가 없음. 아아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하리다? 사랑은 없어~! 농담이고. 남의 말을 듣다 듣다 보면 속고 당하기 딱 좋은 세상. 그래서 일찍부터 대부분 남의 말을 안 듣는 법. 그런데 여자도? 여자는 진한 사랑 딱 1번 잘못 했다가, 평생 애절한 사랑에 행복할 수도 있고, 그때부터 팔자 꼬여서 여자 인생 조질 수도 있고. 일단 피임과 성병 걱정부터 시작해서 애 배고, 낳고, 기르고. 섹스 딱 1번에 숙녀 인생 5년 10년 훅 가고. 애 점지하고, 태교에, 낳고, 키우는 그 초반 5년 6년 7년 동안 여자는 딴 일 거의 못하고. 성병 뿐만이 아니라, 뭐니 뭐니 해도 추문! 어? 스캔들이 멋지면 몰라도 더러우면. 뒷담화라는 게 고혹적이기가 어디 간편하냔 말이지. 연애사라는 게 통상 그렇다. 딱 그렇다. 남자는 훈장 상장 트로피 쟁쟁한 전적 침 튀기는 자랑, 그런데 여자는 숨기고 감추고 낮추고 수줍고. 뭐 피 튀기는 질투? 겉과 속이 다르고. 말은 못하고. 흐흠~ 가만 있자~ 손차양을 그리며...... 흐흠! 뭐? 일평생, 얘 여자는 한 방에 넘어가~ 사랑은 한 방이야~ 하지만 내 그때를 생각하면 이 발등을 찍고 싶더라, 그러니 너도 훅가지 않으려면 조심해 내 말 명심해, 라면서 오늘도 남편 흉보기로 수다 3시간을 보낼지도 모르고. 남녀는 하늘과 땅 차이. 타율 신드롬과 하이에나 타석주의 역시나. 남자와 여자. 빠르냐 미루냐. 창과 방패. 첫날밤이냐 미루기냐. 첫 키스냐 개꿈이냐. 첫 포옹이냐 무슨 개뼉따귀 같은 뻥이냐. 쾌락 충족이냐 만족 지연이냐. 꽃과 화병. 액자와 명화. 남자는 항구 여자는 배. 아니 반대네. 귀와 귀걸이. 즉, 평생 남자는 대략 4천억 개의 정자 생성. 또는 1억개 방출도 불사. 그런데 여자도? 여자는! 여자는 평생 150만 개의 난자가 생성되지만, 그중 약 400개만 성숙. 오직 딱 400개. 그 400개 난자 다 만들어냈으면 폐경. 폐경되어도 즐거운 인생 재밌는 사교 아름다운 사랑이면 좋고. 또는 누가 여자 나이 50 넘으면 쳐다본대유? 라고 농담하던가. 너가 그 말로만 듣던 난자왕이야, 난 정자왕이다 어쩔래. 아아 이래서 세간에서 비너스 비너스 사랑의 비너스 하는구나, 바로 이래서 속궁합이니 뭐 명...기? 하여간에 절레절레. 뭔 스폿? 절레절레. 커피포트는 통 쉬지를 못한다니까 글쎄. 날이면 날마다 진공청소기처럼 여심을 빨아드려도 모자를 판에 말이야. 여체는 관심 없고.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고. 우리는 예쁜 아가씨니 아름다운 숙녀니 귀여운 애교니 그런 거 싹 다 몽땅 무관심. 하나도 관심없음. 보기도 싫음. 들려서 짜증남. 그런데 뭐가 좋다고 늑대들은 홀린 듯 바라보며 생각하는지. 우리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살면서 지금까지 싸워서 져본 적 단 1번도 없고. 내기해서 져본 적도 0이고. 여자를 좋아해 본 연애사도 없고. 다만 번호표 뽑는 기계는 절실히 필요했고. 왜? 통과!
좌우지간 그깟 말도 안되는 사랑론 누가 허풍떨지 못한다고, 아조 그냥 말은 말은! 말만 그냥 헤라클레스요 쥬피터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연애법도 사랑이라고 개 풀뜯어 먹는 썰이나 풀고 자빠졌어 그냥. 춤추고 법석에 재롱 잔치를 벌이는구만 그래. 미친놈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네. 이놈의 여편네가 보자 보자 하니까... 아 여편네 없구나. 마누라 있으면 뜨겁게 사랑해줘야지 여편네를 왜 패? 내가 여편네를 왜 패냐고. 안 패. 오빠 자? 안 자! 누가 자? 안 자! 왜 자? 안 자! 3박 4일로 쌍코피가 터지든 어쩌든 내 그냥... 워 워 워! 이글이글거리는 바로 이 이글 아이!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거 안 보이니? 입에서 화염방사기의 불꽃이 나가는 열기가 느껴지지 않냐고. 거 무슨. 굶주린 하이에나 개꿈꾸고 있구만 그래. 허허. 아무튼. 그래서 숙녀 인생에서 난자의 총량은 대충 440개! 대충 그거랑 비슷하네. 또는 여자의 초경부터 폐경기까지 기간으로 봐서 대충 40년이랄지 44년. 정확한 평균값과 최대값 최소값은 몰라도. 것도 그렇고. 아니면 누군가의 시험 점수. 그도 아니면 별장 주인이 연애 440일 만에 결혼에 골인했을 수도 있고. 잔머리 굴려봐야 머리만 아프고.
좌우지간. 그곳에서 한 시절을 보낸다면 그야말로 기분 좋은 만족감 때문에 아찔한 착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는 큰 기대랄까. 뭐라고나 할까. 찔끔찔끔 심하게 낭만적인 예감이 결국 더러운 실망으로 귀결되면 안되니까. 혹시 모르니까. 따라서 나는 수군대기 좋아하는 성미를 가라앉혔다. 잠시 놀다 오는 것뿐인데 통 큰 결심은 또 뭐한다고. 상남자의 권태를 홀가분하도록 날려버릴 속이 다 후련한 모험은 바라지도 않았다. 어차피 빨리 익은 열매는 빨리 썩는다. 때로는 자기합리화도 썩 나쁘지 않은 발상. 함성으로 시작해서 낑낑거리며 끝내기. 곧 첫 끗발이 개 끗발일 수도 있으니. 그저 뭔 일 있겠어 라는 듯한 자세로, 나는 당장 그곳으로 떠났다.
13
나는 별장에 도착했고 그곳에 입주했다.
동네 분위기도 괜찮고. 초록색은 다채롭고. 꽃들도 만발하고.
앙브루아즈 토마의 오페라 <미뇽>. 그 가운데 아리아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를 들으면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궁리했다.
결과는 나왔다. 일단 동네 산책을 하면서 대충 3박 4일 일정을 구상하기로.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뭐야, 그런데 문이 잠겨있네? 난 잠그지 않았는데? 근데 왜 잠겼어!
그야 풀면 되지. 하지만 안 풀리네? 어쭈! 이것 봐라. 뭐지 지금. 어라?
해도 해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장난이 아니었다. 이게 어떻게 소꿉장난인가.
하여 나는 롭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롭. 너는 아니?」
「알다니 내가 뭘?」
「여기 문이 잠겼어. 안에서 잠겼고 밖으로 못 나가.」
「그래?」
「응.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혹시 너가? 너 영화 찍니?」
「내가? 내가 왜! 내가 형을 감금해서 뭐한다고. 형 잘 알잖아. 나 여자 좋아한다는 거.」
「응. 알지. 잘 알지. 그런데 왜 잠겼지?」
「개구리에게는 황금 의자보다 연못 속이 더 좋다는 말이 있지.」
「그럼 그 말은 곧 난 개구리요 여기는 우물, 고로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잘 아시네. 허허. 농담이고. 참을성은 당나귀의 미덕.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방법을 찾아봐. 직접. 어릴 적 소풍 가서 그런 거 해 봤지 않나? 숨은 쪽지 찾기 놀이 같은 거. 형. 침대의 열을 가지고서는 피자를 구울 수 없다는 거. 형도 잘 알잖아? 형이 나한테 새로운 행선지를 요청한 건 뭔가 모험을 하고 싶다는 거고. 나는 형의 동생으로써 뜻밖의 발단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고. 뭐니 뭐니 해도 귀찮고. 때문에 그건 아마 그냥 우연일 거야. 다락방에 올라가 봐. 거기에 집 설계도랑 제어부랑 뭐랑. 전부 다 거기 있어. 거기서 조작하면 될 꺼야. 일단 나 바쁘니까 이만 끊자. 다음에 통화하고. 안녕. 」
뚝. 삐─삐─삐─삐─삐!
「여보세요? 여보세요? 뭐야! 여보세요? 이 자식이......」
롭은 지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
그래서 나는 롭의 말대로 다락방 쪽으로 갔다. 왜냐하면 나는 이상적인 환상보다 현실감을 중요시하는 실리주의자이기 때문. 그런데 어설퍼. 뭐? 됐고. 허황된 꿈을 꾸도록 부추기기를 논할 상황도 아니고. 헛된 사랑의 희망을 간직하도록 독려하기를 지금 뭐한다고 고민하나. 지금 탈출을 해야 뭐든 하든 말든 할 거 아닌가. 얼빵한 미저리에게, 아니 아니 찌질한 머저리에게, 설마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싶도록 놀라운 행운. 지금 상황이 상황이 그딴 걸 공상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다락방 문도 안 열리네? 아 나 이거 정말 원 맙소사!
어쩌란 거지? 어쩌라고! 어쩌라고요?
14
그렇게 몇 번 낑낑대다 포기하기 직전. 나는 마지막으로 딱 1번만 더 열어보자는 마음으로 문을 막 열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열릴 줄이야. 아니 이럴 꺼면 미리 말을 하던가. 엉뚱한 상소리를 내뱉을 수도 없고.
그러니 그 뭐야 숙녀에 대한 깍듯한 예우 차원에서 그녀가 앉을 의자를 쓱 빼주다가. 의전은 뭔고 하니, 결국 앉으려고 하니 의자를 더 빼버리는 일처럼.
벌러덩~! 난 그렇게 문이 벌컥 열리니 뒤로 나가떨어졌다. 나름 우습기 짝이 없었다만, 웃길 상대가 없다는 게 다만 아쉬울 뿐.
코메디언 발끝도 못 따라갈 유머는 그쯤 하고.
그래서 딱 다락방에 뭐가 있나, 집안 경비 시스템 해제하고 어쩌고 그래야 하는데.
그때 딱 다락방 문에서 하필 비비안이 등장하네?
이게 뭐야! 레이디 비비안이 왜 하필 거기서 나와. 도대체 어째서?
한낱 늑대 주제에 난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나 같은 촌닭이 뭐가 좋다고!
의심은 부쩍 상승했고. 돌연히 겁이 났기 때문에 다리털이 바짝 서는 듯했다. 정말로 꼭 그런 건 아니고, 말이.
현시점 줄거리는 족히 장르 변환 감이었다. 그렇다고 줄행랑을 칠 수야 있나.
쭈삣쭈삣 물어볼 건 물어보고. 힐끔힐끔 얘가 날 얼마큼 좋아하나 눈짐작은 해 봐야 하니까.
「앗 깜딱이야! 놀라니까 발음이 다 세네. 뭐야? 너 뭐야? 레이디 비비안! 네가 여기 웬일이니?」
「그러는 오빠야말로 여기 웬일이야?」
「너 지금 내 말 따라 하니?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오빠가 먼저 물어봤으니까, 따라서 오빠가 먼저 대답하면 되겠네. 안 그렇수?」
「뭐가 어쩌고 어째? 너 나 미행했니?」
「뭔행? 내가 오빠를 왜! 이 오빠 상태가 영 안 좋은 거 같은데.」
「상태가 안 좋긴 누가 안 좋아? 그러는 너나 바지 지퍼 잠그고 다녀.」
그녀는 고개를 숙여서 촌스러운 꽃무늬 치마의 지퍼를 쳐다본다.
「인사 잘 받았다.」
「윽 유치해. 내 치마 지퍼 뒤에 있거든.」
「그런데 왜 아래를 쳐다봤는데.」
「잠시 망설였어.」
「망설... 뭘? 뭐? 뭐를? 왜? 너 이상한 생각하지 마. 혼난다. 정신 차려. 어?」
「시끄럽고. 그만 가줄래?」
「어? 가긴 어디를 가! 내가 왜? 오늘 이곳은 나의 별장이야. 이거 왜 이래?」
「웃기지 말고. 웃기지도 않으니까. 가. 어? 가라고. 내가 먼저니까.」
「진짜야?」
「그럼 거짓말인 줄 알아?」
「그런데 너 그 안에서 뭐했어?」
「하긴 뭘 해? 오빠는 거실에서 뭐했는데?」
「야 거실에서 할 일이 뭐 있니? 다락방에서 나오는 네가 이상한 거지.」
「왜, 내가 미친 다락방 삼촌이라도 되는 듯 보이니? 놀래기는!」
「너 드디어 돌았구나.」
「미친 건 오빠야.」
「나는 미치지 않았어. 난 미친놈이 아니야. 바보도 아니고.」
「그럼 멍충이?」
「너 자꾸... 그러면 혼난다. 혼 좀 나 볼래? 어?」
「됐고. 시끄럽고. 허당은 엄명을 받들라. 자, 나가주세요. 오빠 갈 길로 가시라고. 우리 헤어졌잖아.」
「헤어지기는. 애초에 사귀지도 않았네.」
「뭐야. 부디 붙잡아주지 않을래? 그런 표정인데? 어머. 어머머. 어머머머머. 이 오빠 재밌네. 그러니까 걔들이...」
「걔들이 뭐? 걔들이 누군데?」
「누구긴. 나도 모르지.」
「(절레절레)」
「오빠. 오빠 있잖아. 오빠. 혹시 내게 긴히 할 말이 있지 않니?」
「내가? 너한테? 할 말? 나 크리스탈이랑 헤어졌어. 그리고 곧바로 엘리자베스가 내게 대쉬하네? 싫진 않고. 구애는 뜨겁고. 어쩌면 청혼까지? 물론 나만의 공상일 수도 있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왜? 진짜니까. 아니 믿기 싫으면 믿지마. 그래. 뻥이야. 뻥이라고 치자. 내가 나쁜 놈 되지 뭐.」
「이 오빠가 돌아도 단단히 돌았네.」
「얘가 아까부터 자꾸 말끝마다 돌았다느니, 미쳤다는 둥, 바보라 하질 않나. 너 뭐 믿는 구석이라도 있니? 어?」
「그런데 오빠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 왜 그래? 얼굴 경련이 경련이... 오빠 나 좋아해? 어머 정말이야? 진짜로? 어머머 어쩜 좋니 어쩜 좋아! 오빠 있잖아. 나 화려한 여자 아니야. 나 쓸쓸한 여자야. 아니 참한 숙녀. 조신한 조강지처 부류라고나 할까? 정숙한 새침데기부터 정신없는 말괄량이도 포함해서 요염한 요부까지. 그 뭘로도 변신 가능하다면. 오빠가 이런 날 퍽 좋아하려나? 그렇지만 언제까지! 닭알을 원하는 자는 암탉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참아야 한다는데. 오빠, 내 다변을 견딜 자신 있어? 웬만한 미남들은 중간에 다 나가떨어졌는데. 아니 아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뜻이지. 나 남자 한 번도 안 사귀어봤어. 그럼. 정말이지. 아는 애들은 다 알아. 어쨌든 웬만한 남자는 귀에서 피나기도 전에 (몸짓). 훨씬 전에. 응?」
「혹시 너 남자 보는 눈이 썩 까다롭지 않은 건 아니니? 그러니? 웬만하다 싶으면, 에잇 설마!」
바로 그때. 별장의 출입문이 열렸다. 어찌어찌해서 출입문은 밖에서 열도록 바뀐 건가? 나야 모르겠고.
이성적인 허영심이 만들어내는 행복한 희망, 그 낯선 방문자는.
다름 아니라 크리스탈이었다. 뭐 크리스탈? 걔가 여기까지 왜! 내 말이.
여기가 무슨 호들갑을 자동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사교계의 명소야 뭐야.
누가 봐도 영락없는 실업자 신세요, 꾀죄죄한 한량 차림새의 당사자인 내게. 과연, 오늘, 여복이 터진 건가? 그럴 꺼면 좀 진작에 미리미리 차근차근 한 번에 하나씩, 쉼 없이, 꾸준히, 오든가 그랬어야지. 하여간에 (절레절레) (절레절레)!
아무튼 모두들 썩 달갑지 않은 눈치. 아니 퍽이나 싫은 표정. 아마 벌써 뚜껑 열린 듯. 어쩌면 참지 못할지도 모르고.
「레이디 크리스탈!」
「레이디는 무슨 개뼉따귀 같은 레이디?」
「왜 그래 크리스탈. 우아하게, 어? 너 세련된 여인이잖니. 너 고상한 거 좋아하잖아. 정신 차려. 너 꽁트 싫지 않잖아? 최소한 우리 인사라도 매끄럽게 해야 하는 거 아니니?」
「그나저나. 넌 여기 웬일이니?」
「너야 말로 웬일인데. 너 나 이길 자신 있니? 머리 끄댕이 잡고 한 판 하자는 거야 뭐야?」
「어쭈 얘 봐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너 정신이 외출한 거니 뭘 잘못 먹은 거니? 뭔 배짱으로 나한테 눈 똥그랗게 떠? 어? 시선 깔지 못 해?」
예기치 못할 우연에 따라 신비감을 떨쳐버릴래야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 아마도 여자의 판타지란 설마 이런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고.
뭐야, 그런데 나 남자잖아? 누가 아니래!
그런데 이 일을 대체 어쩌면 좋지? 얘네 둘을 정말 어떻게 화해시킬까? 내가 둘 다 어떻게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어? 한마디로 역부족!
얠 넘어트리고 나중 쟬 자빠트리고? 소파에 자빠져 TV 채널이나 돌리고 말지. 이건 뭐......!
바로 그때 극적으로 별장에 엘리자베스가 등장했다.
와우~ 엘리자베스까지? 어? 레이디 엘리자베스!
잘한다 잘들 한다고!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결판났을까?
어쩌긴 어쩌겠나. 거기서 여자 3 남자 1 그 넷이서 연필을 함께 붙잡고 미신처럼 막 귀신을 불러서 어쩌고저쩌고 할 수도 없지 않나.
나는 총대를 메고 돌아가기로 했다.
게다가 녀석들은 날 붙잡지도 않았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수다 3시간은 벌써 시작됐다.
하여간에 여자들이란.
수탉, 암탉이 있으면 병아리도 생기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 지금은 뭐 전략상 철수 말고는 없었다. 전혀 없었다. 여자들을 화해시켜서 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에잇 이런 젠장!
15
낙원의 파랑새는 자신을 잡으려 하지 않는 사람의 손 위에 날아와 앉는다. 이를 테면 늑대의 사냥 욕구, 나르키소스의 동정심, 뭘 모르는 숙녀의 변덕까지. 뻔한디 뻔한 멜로드라마, 그래서 재미가 없다. 영화가 다 그렇단 말이 아니라. 보아하니 대어가 정실감이라면 잡어는, 어떻게 붙어도 붙어도? 실없는 농담 지겹지도 않나. 아니면 농담 반 진담 반이던가. 어제는 어복 오늘은 골운 내일은 재물운? 그러다 소녀 감성은 마침내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따라서 숙녀의 마음은,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고. 한쪽은 커피포트 한쪽은 요술램프. 문지르고 비벼도 요술램프를 비벼야지 엄한 걸 비볐다가는... 아아 뒷목 잡게 만드시는군, 매를 버네 매를 벌어, 살아있네 살아있어!
이렇게 보면 사랑은 시소, 저렇게 보면 사랑은 흥정에 탐색전이자 떠보고 간보며 아이들 장난 같은 일. 그럼 정말 호박을 굴러가게 만드는 마법은 정녕 따로 있는 것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아니면 사랑은 유인구인 걸까. 어차피 직구도 힘 빠지면 아리랑볼 되기 마련. 게다가 우리는 선구안도 끝장. 심지어 진공청소기. 아무리 그래도 평소에는 발동이 안 걸리고, 이따금 커피포트일 뿐. 그러니 공부하기 싫은 게 정상. 직업도 타성 못 버티면 이직. 권태는 일상. 사랑도 일. 호박 나이트클럽에 가 봤자 한 발 늦기 일쑤. 전성기는 잠깐. 손차양 몸짓에 얼마나 줄이 길게 섰나 봐 봐야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보여. 웬만한 촌년께서조차 얼씬도 안 해. 그럼 고장난 진공청소기를 수리하느니 막 그냥 잔뻔치를? 뻔트를 댈 줄 알면 뭐하냐고, 순전 벤치 신세인데. 어느 세월에 주전이야 날이면 날마다 7부 리그에서도 찬밥인데.
그러므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양의 탈을 써야만 한다. 젊음의 행진은 인생의 모토. 뿐만 아니라 이웃집 정원의 사과는 보기만 해도 달콤하다. 음료수 광고만 봐도 짜릿하다. 본디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 특히 그림의 떡. 그래 봐야 그분들은 우리한테 넘어올 수밖에 없고. 먹밥은 날카로운 바늘을 숨기고 있다는 걸 잠깐 까먹는 거지. 그러니 우리가 하는 일이 딱 그렇다니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그런데 살쾡이 목에 방울을 달랬더니 코끼리 귀에 귀걸이를? 그런데 아직 귀가 안 뚫렸어! 와우~ 대박~ 소름~, YES! 딱 걸렸어. 그러나 그것도 다 옛날 얘기. 있는지 없는지 그마저 가물가물 기억도 안 나는 영웅담. 다 허황된 사랑 이야기. 왕년에 좀 안 놀았던 사람도 있나. 뭘 해도 재미없고. 그래서 안 되겠다 레이다 풀가동. 그렇게 한 손으로 날달걀을 쥐듯이 딱 단안경 모양처럼 보는 시늉. 그런데 전망이 어둡네. 그럼 다시 양손으로 쌍안경 모양을 만들어 저멀리를 보면. 그러면 전경이 더 어둡고. 이게 뭐야. 안되겠다, 검지를 펴서, 귀 옆에 대고, 빙글빙글 빙글빙글!
그러니까 난 정말 떨리는 플레이보이계에 화려한 데뷔를 앞둔 허당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아니라고나 할까. 데뷔는 커녕 상위 리그에 진출도 못한 채 은퇴를 앞둔 심정. 미지의 사랑 그 고결함에 물의를 일으키는, 풍만한 육덕녀 공상은 그만 때려치우고. 진한 사랑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충족시킬 만반의 준비, 그런 거 그만 좀 생각하고. 어? 그렇게 다망한 쇼를 위한 적절한 제안. 그건 결국 딴 게 아니라 일하기였다. 놀기든 쉬기든 이제 다 돈 벌기에게 순위와 순정마저 내어준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16
앵무새는 새장 안에 있을 때 말을 더 잘한다. 멍석을 깔아주면 잘할 자신이 있는 무대 체질이냐, 차려지지 않은 잔칫상에 숟가락 올리기가 특기인 피곤한 스타일이냐. 뭐 걸출한 대타가 따로 있겠나. 누가 왕년에 해결사 아니었던 상남자 있겠나. 다 행운이 따라야겠지. 그보다 여자의 마음을 녹여주는 아첨쟁이는 어떨까. 아니면 여심을 떡 주무르듯 농락하길 퍽 마다하지 않는 바람둥이? 저절로 호박이 꼬이지 않을 수 없도록 그분들의 마음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환상머신? 달콤한 말이 시금치에 버터를 발라주지 않는다지만. 하오나 감언이설이 그다지 퍽 듣기 싫지는 않은 법. 그래서 적당한 가식은 필수요, 때로는 불가피한 위선도 비준하지 않을 수 없고. 빈말을 어찌 근절하겠나. 립 서비스 좀 털어주면 웬만한 숙녀께서는 유체이탈 하실까 하시지 않을까. 내기 해 말어? 얼마? 그분들의 애절한 소망과 고상한 취향을 구워삶아 썸타는 사이로 발전하기, 내기 해 말어? 그래도 굳이 확인까지는 하지 말자. 그러다 진짜로 심신분리되면, 어? 누구 좋은 일 시키라고! 안 그런가? 멋진 인생과 아름다운 사랑을 맹렬히 추종하는 성숙한 어른으로써 변죽만 길고, 서론은 더 길고, 뜸 들이기 좋아하는 허당임을 부인하고 싶진 않지만. 뭐 팔 짧고 목 짧고 다리까지 짧아? (몸짓) (몸짓)! 하여튼, 누구 좋은 일 시키라고. 어설프게 뽐뿌질에 염장질에 이간질하며 부추기기. 내가 다 꼬셔줄께? 그분들 인생은 그분들 인생. 그러니까 아는 동생들이 추풍낙엽처럼 털털 떨어져 나갈 수밖에. (절레절레).
그런데 도대체 뭔 말을 하려다 또 아는 동생 타령이지? 그러게 말이야. 누가 아니래. 좌우지간 개가 케이크를 탐하든 고양이가 쥐를 쫓든, 복이 달아나면 따라가고 불행이 닥쳐오면 피해야 한다. 그렇지만 통 1부 리그에 출전을 시켜주질 않는데 어쩌냔 말이지. 누군 뭐 달콤한 과실을 따먹기 싫냐고. 누가 골 세러모니 할 줄 몰라서 허구한 날 잔소리만 비약적으로 부풀리냐 그거라고. 보아하니 살맛나는 모험도 없고. 거창한 야심은 원래 애호하지 않았고. 심통을 부리는 일도 취미 없고. 응석도 한두 번. 말하자면 권태만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구만 그래, 어? (절레절레). 때려칠 직장도 없고. 약 올릴 애인이 어딨어. 쾌락마가 웬 말. 굶주린 말이 여물통을 깨끗이 비우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 그런데 굶을 대로 굶주린 늑대에게 여물통의 '여'자도 보이질 않아. 뭔 대어의 낌새는 커녕 잡어조차 일절 구경하기 힘들고. 목장주와 양치기와 양치기 견만 기쁘고 재밌고 신났다고. 우유 마시는 소비자와 호피 무늬 패션 애호가와 썸타는 마초들만 즐거워. 무슨 투덜이 샘술쟁이도 아니고 공상만 하염없이 늘어가니 이거 원 뭘 못해먹겠구만 그래.
그리하여 남자는 실내에 있으면 안된다 어쩌고저쩌고, 또 또 또 그 이상한 격언을 들먹이며 그 인간은 과감히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지. 말만 말만 그냥 워렌 버핏이요 빌 게이츠야. 말만 아주 그냥 슈퍼스타요 위인이라고. 어? 성과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찬 호나우두여야 하는데. 아 글쎄 말만 마이클 조던! 어? 뭐야 그게! 할리우드 배우 당장 떠오르는 이름도 톰 크루즈 밖에 없어. 잘 생각하면 몇몇 기억나긴 하겠지만 즉각 대라면 오드리 헵번, 데미 무어, 나탈리 포트만. 달랑 3명밖에 없어. 요즘 잘 나가는 배우는 아무도 몰라. 요즘 잘 나가는 가수들 선수들 이름만 모르면 다행이게? 딴 분야도 다 그래. 그러니까 여자도 없고 아는 동생도 다 떠났지. 안 그럴 수가 있나. 구식 탱탱 묵은 칼럼니스트 양반 같으니라고. 하여간에 극장식 카바레도 아니고 또 그놈의 2박자 쿵쾅쿵쾅 빠른 음악 다음에 블루스로 나뉘는 나이트클럽 세대. 걸핏하면 바에서 바텐더한테 친구들 중에 돈이 제일 많을 거 같은 남자로 뽑힌 걸 추억해. 툭하면 그 생각. 하여간에 (절레절레)! 아니면 <여 바텐더 없습니다. 바텐더 남자입니다!>. 뭐? 친구들끼리 일시적으로 결성한 놀기 모임 이름이 글쎄 일명, NC? 무슨 TV도 아니고 JS도 아니고. (절레절레). 여자의 절정에 벌벌 떨어도 모자랄 판에 뭐 품위 유지비가 간당간당해서 벌벌 떨어. 그게 뭐냐고. 어? 질퍽한 뱀파이어의 흔적과 정반대로 질퍽질퍽한 진흙탕 개싸움. 진한 사랑이 아니라 언제까지 풋사랑 순애보 플라토닉? (수증기 푸쉭푸쉭). 그렇다고 찡한 애인과 애절하도록 사랑스러운 연애사도 없었고. 나이도 꺾인지 옛날인데 아직까지 모태솔로. 질펀한 과거 그거 다 뻥 아니면 삼류. 진짠지 가짠지 잠깐 활동했던 서포터스 이름이 뭐 조마조마? 조마조마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팔자 좋아. 신수 훤하다고. 잘났어 정말. 놀고 있네. 이런 젠장! 남자는 폼. 응? 우리는 행동. 어? 커피포트처럼 내내 부글부글 뚜껑 열릴 뻔 열릴 뻔 하다 참고. 여자의 변심에 또 참고. 다변가의 수다에 절망하고. 기 센 숙녀들한테 기 빨리고. 어? 이래서 되냔 말이지. 이게 이게 뭐냐고. 고양이가 염소를 지킨다면 쥐는 대체 누가 잡겠는가.
그래서 NB는~ 예고편은 여기까지! (무슨 줄거리도 힌트도 윙크도 암것도 없으면서 예고편은 무슨. 놀고 있네 놀고 있어). 1인칭 게임처럼 느껴지는 3인칭 주인공 시점. 다음 편 개봉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