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97

from 소설 2024. 10. 17. 17:50

    1

    영화처럼 극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없다. 게다가 대부분 허구 아니면 과장이다. 그처럼 둘 중 하나다. 또는 능력자거나 젊거나. 몇몇 조건 빼면 우리들에게 드라마틱 뭐 그런 건 없다고 보면 된다. 우리들에게? 넘어가자. 어찌 됐든 내 주변에 꿈, 희망, 열망, 환희, 신비, 아름다움과 사랑? 거리가 먼 얘기일 따름. 그래서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라는 둥 취미를 가지라는 둥. 판에 박은 조언? 식상하다. 그렇다고 삶의 큰 기쁨이니 소소한 행복이니 그래 봐야. 무슨 기가 막힌 절경이니 사진찍어 자랑하고 추억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리느니. 논뷰와 산뷰로 만족하는 게 지당함. 무슨 하와이와 알라스카와 밀라노를 거쳐 유럽일주? 황토방과 갯벌체험이 딱. 아니면 주제파악이라는 제목의 칼럼 기억. 그런데 컨버터블은 무슨! 게다가 골든 리트리버와 비글과 코카 스파니엘? 동네 똥개 구경이 딱. 그런데 호캉스가 웬말. 심지어 논뷰와 산뷰도 내 땅이 아님. 근데 왜 내가 혼자 주접을 떨고 있지? 아무래도 도시를 떠날 때가 됐나 보다. 그래서 나는 썩 멀지 않은 휴양지로 떠났다. 
    도착했다. 경치는 그럭저럭. 최근 본 넷플릭스 드라마 주인공처럼 나도 펜션을 숙소로 잡았다. 그러다 펜션 주인장과 친해졌다. 그럼 또 파도타기가 시작됐겠지. 근처 읍내 정육점 사장은 함께 낚시하면서 가까와졌고. 카페 사장과는 말이 통해서? 술집 사장은 왠지 모르게 더 말이 통해서? 어떤 전시관 관장과는 도시 얘기로 화기애애. 또 초등학교 선생. 식물원 직원. 선주와 선장은 술 먹다가. 또 이름도 알았다가 잊어먹고. 얼굴도 익혔다가 헷갈리고. 그렇게 휴양지 생활에 적응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낙조 전망대 카페에 놀러갔다. 
   「형씨는 도시에서 뭘 했소?」
   「하는 일이 없었소.」
   「나도 실은 도시에서 살다 중간에 이곳으로 유입된 사람이라오. 당연히 연애도 많이 했죠. 친구도 많았소. 그렇지만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나이드니까 젊음의 들뜸을 중년의 번잡함으로 오해했기 때문일 것이오. 내가 이곳에 내려온 이유는 말이오. 게다가 늙으니까 친구들을 만나도 옛날 얘기도 재미없고. 할 얘기도 많지 않고. 연락도 뜸해지고. 만나기도 싫어지고. 하긴 우리들만 그러겠소? 청춘들도 뭘 해도 재미없긴 마찬가지겠죠. 지나왔으니까 다 아는 얘기죠. 그런데 형씨는 바닷물이 푸르고, 관광객이 많거나, 볼거리와 맛집들은 물론 결코 심심하지 않은 여행지로 가지 여긴 대체 무슨 일이오? 말하지 않아도 괜찮소. 왜냐하면 오늘 우리와 함께 귀신 나오는 집에 가야 하기 때문이라오.」
   「귀신 나오는 집이요?」
   「귀신 본 적 있소?」
   「당연히 없죠. 그럼 김선생은 있어요?」
   「난 아직이라오. 다만 여기 사는 친구들 가운데 몇몇은 아마 경험자로 알고 있소.」
   「그럼 오늘 그곳에 가면 귀신을 알현할 수 있단 말이오?」
   「운이 좋으면 그렇겠죠.」
   「썩 믿음직스럽지 않군요.」
   「그렇다고 이 시골에 밤의 네온사인과 번화가의 분위기가 어딨겠소. 하여 신비로운 탐험이 제격 아니겠소.」
   「어쩌면 대어를 볼 수 있겠으나 너무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단 얘기로 들리는군요.」
   「잘 알아들으셨소.」
   「김형 그러지 말고 은행원 아가씨. 마트 점원 숙녀. 보건소 그녀. 차라리 5 대 5 미팅이 어떨까요?」
   「갑자기? 쉽지 않아. 그건 쉽지 않아요. 네. 하지만 또 방법이 썩 없는 건 아니겠죠. 우리에게 희망 빼면 뭐가 남는데요. 허허허허허. 그러니까 그게 있죠, 뭐? 날 왜 찾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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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기대는 곧 실망. 말만 말만 그럴싸 했지 괜한 희망만 들쑤셔놓고서 모두 바쁘다면서 가버렸다. 그럴꺼면서 무슨 귀신이네 미팅이네 왜 그런 거야? 그래서 나는 혼자 못 가본 명소들을 탐방하기 위해 차를 탈려는데. 뭐야? 내 차가 없어져버렸다. 어디 갔지? 찾았다. 어디 갈 일이 없었으니까. 근데 설마 이렇게 덤벙대니까 나는 지금껏 부자가 못되었을까? 자본을 정복한 건 아니지만 꼭 부자가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뭐하다. 또 아니면 어떤가. 뭘 모르던 시절 어른들의 인문교양학에서 가르치듯 아무나 만나지 마라 라는 격언을 실천하지 못했다가. 다 늙어서는 아무나 만나지 마라가 아니라 주위에 아무도 없음인데. 무슨 행복과 희망과 부자 가운데 어디에 깃발을 꼿아야 무슨 소용 있겠나. 근데 거기서 여자가 빠졌으니까 난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건가? 아니다. 나는 사랑에 관심없으니까. 정말로? 정말이겠나. 그러든 어쩌든 도시에서 떠나오니 마음이 편하다. 이걸 꼭 뭐라 표현하기 곤란한다만 그걸 멋지게 표현하지 못하는 그 불편함이 자연스럽다고나 할까? 좌우지간 이곳도 완전한 휴양지는 아니므로 주중에 주민들은 대부분 일한다. 그건 뭐냐? 나만 논다는 거다.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또 할 일이야 찾으면 되는데. 이를 테면 말 잘 통하는 상대가 없거나 만약 드물게 있어도 뭔가 불쾌한 사연, 안 어울리는 조건, 쾌활하고 마음에 들 수 있는 친교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승리하든가. 즉 과거는 그랬다. 그럼 미래는 다를까? 희망은 관심없고 기대는 안함. 그렇지만 행진은 해야 함. 안 그래도 이미 늙어버렸는데 무모한 젊음처럼 마시고 놀고 대책없이 계속 놀 수도 없는 인생. 그래서 나는 도시에서도 하지 않던 인스타그램을 했다. (그러다가 또 칼럼 작성 / 다 썼다치고) 
    그러니까 전진하기 좋아하는 남성성 보좌하기에 지쳤다는 말은 아니다. 아닌 게 아닌가? 아니면 어쩔 건데. 할 수 없다. 아무도 없는 산속이나 무인도에서 혼자 살 게 아니라면. 게다가 어딜 봐도 촌놈 아니면 촌년이라며 투정할 수도 있는데. 그럼 난 촌닭 아닌가? 어쩌겠나. 페라리 FF는 휴양지에서 딱 1시간만 타본다 아니 그냥 옆에서 사진만 찍으면 그만이라 했을 때. 나는 남들처럼 드림카를 상상도 안해봤는데, 왜냐하면 그런 게 없었고 근사치를 들여놔봐야 어차피 질릴 테고 나머지 이유야 많으니까. 어쨌든 파나메라 투리스모를 우리 동네에 가져다 놓는다 가정했을 때. 예전 친구 말마따나 안 어울릴 거 같음. 결국 유럽 사진과 북미 풍경이 아니라 정답은 그거다. 논뷰, 산뷰, 막뷰! 어? 바로 이래서 트럭 아니면 오직 세단인 걸까? 그러니 SUV로 절충인 거네. 아니면 전기차. 근데 내가 언제부터 차 얘기를 좋아했다고 이러지? 나는 원래 시내버스 타는 남자였는데. 내가 대체 왜 이러냔 말이야. 왜냐하면 아니다. 말 말자. 그런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쯤이면 새로운 친구가 내게 제의를 넌지시 건네는 게 순서일 텐데. 가령 첫째 유령선 탐험, 둘째 귀신의 집 구경, 셋째 폐 놀이공원 탐방, 넷째 무인도 탐사. 그런데 도시에 이어 여기서까지 혼자? 장소가 문제가 아니란 얘기군. 그럼 답은 나왔다. 나 혼자 망한 리조트를 찾아가는 걸로. 





    2

    휴양지에서 며칠 동안 잠을 많이 잤다. 그럼 꿈을 많이 꿨겠지. 악몽은 없었고 개꿈 위주였다. 거기서 낮에는 새로 사귄 친구들을 만났고 밤에는 도시생활과 비슷했다. TV, 유튜브, 인터넷, 책도 뒤적거리고 뭐 살거 없나 구경하고. 다만 연애는 못했다. 그래서일까? 또 뭔가 꿈틀꿈틀 신비주의를 찾아나서라는 악동의 속삭임. 있었으면 거짓말이겠으나. 또 꼭 그렇지도 않았다는 점. 왜냐하면 남자는 철들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하긴 그동안 남긴 블로그만 봐도 툭하면 환상, 탐험, 열망? 밑도 끝도 없이 염탐. 어느새 습관을 지나 생활을 넘어 인생이 되어버렸나보다. 전생에 무슨 미스테리 괴담의 주인공이었을까? 대관절 전생의 업보가 어떻길래 말을 잇지 못하도록 하는지. 그러든 어쩌든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기 마련이므로 오늘을 보람차게 살아야 할 테니. 그래서 난 또 휴양지의 해수욕장을 보름동안 탐방했다. 그 다음엔 동네 뒷산을 비롯해 전망 좋은 언덕들을 일주일. 낚시도 일주일. 그러고 보니 볼 건 다 봐버렸다. 그럼 끝?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저수지를 지나. 언덕처럼 조그만 산을 넘고. 카페도 보이고 들밭에서 일하는 분들과 인사말 나눈 다음. 오솔길을 따라 경치가 괜찮은 곳에 올라가보니. 딱 보이는 건 바로 폐리조트! 가령 마당 넓은 폐주택을 구경하는 재미라면 그곳에 살았던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유추하기까지는 아니지만. 남겨진 물건들과 살았던 흔적을 엿보며 무슨 외계인은 없겠지 없구나 다봤다 라며 완결되는 느낌. 그것과 비슷한 구경을 또 할 수 있을까 해서 역시나 들어가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렇게 여기저기 보다가 나는 지하실로 들어갔다. 1층은 인테리어가 하얀색이라면 이제 슬슬 회색빛이 감돌다가 막 어떤 게임처럼 으시시해지는 건가? 아아 너무 재밌다. 당연히 그냥 하는 말이다. 그래도 완전 노잼은 아니니까 괜찮다. 아직도 청춘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저돌적인 젊음을 즐길 수는 없으니. 옛친구를 만나봐야 추억 얘기도 지겹고 할 얘기도 없으니 이렇게 혼자 노는 게 알맞긴 한데. 그렇다고 휴양지에서 새로 사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으니. 이 다음은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마침 지하실 밑에 또 지하실이 있네? 들어갔다. 그런데 평범한 구조가 아니라 지상으로 올라가는 모양새를 보이다가 마딱드린 광경은 실내 수영장. 다만 물은 없었다. 그런데 왜 먼지가 하나도 없지? 누가 청소했을 리도 없을 텐데. 원래 더럽혀질 수 없는 운명의 건물? 말도 안되겠지. 아니 근데 왜 안 더럽냐고. 뭐야 더러우면 더럽다고 피해 안 더러우면 안 더럽다고 투정. 뭔가 이상하니까 그렇지. 어쨌든 이곳에 와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모두 얘기할 수는 없다. 할려면 한도 끝도 없이 할 수도 있다만. 그러면 재미가 없으니까. 폐건물 유튜브 영상에서 보는 내용과 완전 똑같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 반나절쯤 지났을까? 아이폰을 보니 시간은 대여섯 시간이 아니라 무려 일주일이 경과해 있었다. 누가 내 아이폰에 장난친 건가? 그럴 꺼야. 이게 진짜일 리는 없으니까. 그래서 난 아이폰 조작에 속지 않은 채 어떻게 어떻게 깊고 깊은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나가 주변을 보니 저멀리 처음 들어갔던 폐리조트가 보였다. 뭐야 내가 (지하로) 이렇게 멀리까지 왔다고? 믿기지 않았으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산책과 등산만 해도 돌아보면 내가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왔나 그와 비슷하니까. 그렇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건 너무한데! 뭐지? 그런데 이렇게 햇볕을 쬐니 기억이 난다. 난 사실 그곳에서 출구를 못 찾아 헤매다 잠자고. 깨어나 걷고. 지쳐서 쉬고. 그러다 어디서 웬 신음소리가 들리네? 난 젊음에서 멀어지니까 최신 유행가를 안 듣는데 그와 더불어 아버지를 봉양하던 중 방문한 보청기센터. 거기서 듣기로 아버지 청력이 기능적으로 0에서 10% 구간이라나. 몇 년전 들은 그 얘기까지 더해지니 아이폰으로 유튜브 볼 때도 최저음으로 듣는데. 그래서 폐리조트 내부에서 듣던 신음소리가 더 또렷이 들렸던 걸까? 어쨌든 근원지를 찾아보니 그건 배터리가 아마도 강력할 거 같은 아이팟에서 켜진 영상이었다. 재생중인 영상은 한 3,40년 된 듯한 비디오. 누가 놓고 간 건가? 어차피 뭘 해도 재미없을 거면 숙소 반대편에 있는 배카페에 방문할 걸 그랬나? 거긴 진짜 배를 육지 언덕까지 끌어다 놓아서 경치도 괜찮은데. 아무튼 지상으로 나와보니 제정신을 찾아서 다행이다만. 난 일주일이란 시간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이걸 휴양지 친구들한테 말하지 않을 수도 없고. 예상은 말해봤자 반응은 예상이 빗나갈 리도 없을 테고. 그래도 한다 안한다에서 '한다'를 선택하는 게 나을 듯 해서 말해봤더니? 역시나-였다. 
   「친구, 어디 불편한데 있는가? 있으면 말을 해. 괜히 이상한 얘기 지어내지 말고.」
   「형씨, 나한테 뭐 서운하 거 있소? 혹시 내가 뭘 잘못했다면 빙빙 돌리지 말고 직언해주셨으면 좋겠소. 나 남자지 않소. 그러다고 형씨가 여자란 말은 아니라오.」
   「선생, 개꿈을 너무 실감나도록 꾼 거 아니오? 나도 그런 적 있어 알긴 안다오. 하지만 너무 갔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곳이 어디요? 나도 한번 데리고 가주쇼. 왜 그런 일들은 김형 같은 양반들한테만 일어나는지 원 참. 왜 나만 쏙 빼놓고 말이야.」
    괜히 말했다. 안 그래도 뭘 해도 재미없는 녀석들일 텐데. 젊은이들 저속한 표현마따나 (개)빡쳤을려나?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을 테지만 그랬을 수도 있다. 무슨 말 같은 말을 해야 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나도 겨우 기억해냈음은 물론 말도 안되니까 말이야. 그러든 어쩌든 지들과 나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 아니야. 그럼 맞짱구 쳐줄 수 있는 거 아냐? 아, 그랬구나. 자기한테 뭔가 섭섭한 일 있으면 말하라는 거나 남자말 번역기 돌려도 마찬가지니까. 하긴 나 뿐만이 아니라 걔네들도 늙어가는구나. 뭐? 예전 엄마한테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엄마랑 나랑 함께 TV 보다가 엄마가 툭하면, 쟤도 늙었어 쟤도 많이 늙었구나 등등. 근데 그걸 계속 반복하니까 듣다 듣다 내가 어쩌고저쩌고 반응. 근데 나도 지금, 아니 그냥 생활처럼 그러고 있다. 생각도 그렇다. 젠장! 그럼 진짜 젊음은 끝나버린 거잖아? 맞다. 청춘은 끝났다. 게다가 커피조차 이제는 디카페인. 그마저 한달에 2번? 콜라는 한달에 1번? 아직 안마셔봤지만 무알콜 맥주도 1년에 몇 번이면 충분하겠네. 이제 노후자금 걱정과 심심함 때문에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은퇴자 처지. 냉정하게 보든 허세로 부풀리든 허영으로 미화하든. 이미 무직이자 은퇴자. 좋은 시절 다 가버렸음. 생각해보니 클럽도 딱 1번 가봤지만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그 안에서 길 잊어먹고, 일행도 못찾고 어리버리 남은 건 오직 고독. 꽝. 그렇다고 연애는 멋지게 했나? 나이 50살 거의 다 됐다만 아직도 모태솔로. 뭐? 이런 젠장! 뭘 해도 안되는 건 여전하구나. 진짜 여전하면 좋을 건 변해버렸고. 대체 언제까지 거꾸로맨으로 살아야 하지? 이젠 취미는 양치질과 산책 밖에 없는 삶. 인생에서 뭘 바랄 수 없음. 안되겠다. 내 경험이 진짜라는 걸 증명하는 수 밖에. 그래서 나는 그곳으로 다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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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리조트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이 바꼈다. 이상하다. 아니 이상할 거 없다. 굳이 이걸 진짜인지 아닌지 가늠할 필요 있을까? 없다. 어차피 아이폰으로 동영상 찍어도 거기서 끝난다. 혹시 유튜브에 올려도 관심 못 받을 게 뻔하고. 편집도 못할 거고. 고로 의미없는 일일 뿐. 뭐야 그럼 괜히 왔잖아? 그렇다니까 글쎄. 그렇게 된 거 근처 바에나 가야겠다 라면서 나는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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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에 자리를 잡았다. 
   「바텐더님. 논알콜 맥주 하나 주시겠소?」
   「메뉴에는 없지만 드리지요. 손님을 위한 게 아니라 제몫이지만 말이에요.」
   「역시 형씨는 제 마음을 알아줄 줄 알았소. 내 예언하나 하겠소. 앞으로 형씨한테 여자가 줄을 설 것이요. 아마도 인원은 가늠 못할 거요. 아시겠소?」
   「절 웃겨주실려고 하시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그런데 하나도 웃기지 않다? 그야 두고 봅시다. 내가 돌팔이 예언가인지 아닌지를 말이오.」
    그때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옆에서 듣기 민망하오. 그럼 어차피 민망할 거 내게도 그런 덕담 건네주시는 게 어떻소. 왜, 저 친구랑 제가 너무 비교됩니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어디...!」
   「왜 말을 하다 맒니까?」
   「제가 원래 말을 잘 못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는 댁은 왜 저 멋진 경치가 펼쳐지는 카페를 놔두고 이처럼 조용한 가게를 찾으셨소. 별 이유가 없겠지만 한번 여쭤보는 겁니다.」
   「말 그대로 별 이유 없다오. 그렇지만 뭐랄까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네? 그게 무슨...! 뭔지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저라면 철썩같이 믿을지 누가 압니까.」
   「아마도 듣고 나면 어처구니 없다고 느끼실 텐데 그래도 말해볼까요, 말까요?」
   「마음이 있군요. 어서 말씀해보시구료. 마법지팡이 여기 있다고 상상할 준비가 됐단 말이오.」
   「다름 아니라 거대, 아니 초거대 UFO가 내게 발각됐다오.」
   「네?」
   「뭘 되묻고 그러오. 잘 들었지 않소. 것 봐요. 내가 말 안한다 그랬잖아요.」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제 말은, 기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터놓고 얘기합시다. 뿐만 아니라 속되게 말해 그니까 까놓고 말해서 난 속아도 괜찮소. 그게 뭔 대수겠소. 다만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선생께서 말씀하신 UFO의 사이즈가 어떻게 된다구요?」
   「형씨가 은퇴자로 보이니 나 같은 운둔자가 조심스레 귀뜸하겠소만. 앞서 말했듯이 (몸짓). 거기까지만 아쇼. 더 알려하지 마시구요.」
   「설마, 장난은 아니겠죠?」
   「내가 장난할 사람으로 보이오? 아니지 않소.」
   「그럼 우리가 만담할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니, 따라서 선생 말씀이 맞단 얘긴데.」
   「뭘 기대하시오? 홀딱 반할 만한 숙녀를 자빠트릴 궁리나 하시지 마시고 나랑 함께 소풍간 셈치고 그 UFO를 구경하러 가시지 않겠소?」
   「그래서인지 침이 꼴깍 넘어가는 구료. 아니 근데 왜 군침이 돌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소. 그야 어떻든 태어나서 이런 광경을 딱 한 번 마주칠 수 있다면 그건 인류사에서 오직 극소수에게 허락된 행운일 거요. 더군다나 형씨는 야망 없고 욕심도 별로인 데다 인생 내내 병풍이셨을 걸로 추측해서 하는 말인데. 이게 아무일도 아니라고 이미 눈치채지 않는 걸로 보이오. 말이 잠시 꼬였소만. 원래 사석에서 점잖게 말해야지 신경쓸 필요없도록 편한 자리면. 말 섞다가 그럴 수 있소. 왜냐하면 적어도 무의식적으로 몸 섞는 응큼한 서사를 상상할 필요는 없기 때문일 거요. 사람일은 모르는 거잖소. 보아하니 나이도 먹고 이제 헛바람도 잘 들어가지 않을 어른같아 하는 말인데. 제가 괜히 실없는 얘기를 꺼내는 걸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소. 우리가 평소 한가하긴 하나 중요한 주제로 남까지 한가하게 만들고 싶도록 사는 제주는 딱히 없으니 말이오.」
   「저도 말해도 되겠소?」
   「그럼요. 얼마든지.」
   「선생은 지금 저를 벌세워두고서 3박4일 내내 떠드실 수 있을 달변가로 보이시는데. 아직 몸도 푸시지 않은 걸로 보건대. 저를 얼마나 들었다 놓을지, 어느 정도 감았다 풀지 고민할 필요도 없으신 듯 보이는군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제가 아무리 속고만 산 바보일지라도 형씨 말까지 안 믿을 걸로 보이오? 그래서 계속 뜸만 들이는 거요?」
   「아니오. 아직 우리는 오다가다 만난 사이에서 겨우 몇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오. 아 그렇지 않소. 신뢰가 쌓였나 인생사에 대해 차분히 대화나눴나, 그렇다고 뭘 해도 재미없는 어른들끼리 요즘 뭐가 흥미롭다오 라면서 상대의 구미를 건드리며 간지럽히기를 했소. 그러니까 제 말은 아직 덜 친해졌는데 섣불리 형씨 보고서 저를 덥썩 믿으라, 끝장나는 UFO를 만나러 가자, 우리 함께 환상의 내일로 가자며 형씨를 꼬실 수 없으니 하는 말 아니겠소.」
   「나는 준비됐소. 그게 절망의 UFO일지 허접한 외계인의 연극일지 난 아무래도 괜찮단 말이오.」
   「정말이오? 그럼 좋죠. 나야 아직 두세 시간 더 설변을 푸는 거야 일도 아니지만 노고를 줄일 수 있으니 말이오. 그럼 우리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소. 내일 요 앞 해변에서 이 시간에 만나는 거요. 괜찮겠소?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거절하셔도 좋소. 내일 만나서도 중간에 번복하셔도 괜찮고 말이오.」
    그렇게 나는 아직 이름도 모르는 아저씨와 UFO 탐험을 위해 내일 만나기로 했다. 이게 잘하는 일일까? 하긴 지금 와서 꿈을 바꾸겠나 야망가로 거듭나겠나. 게다가 여기까지 와서 칩거만 고집할 수도 없는 일. 하여 밑져야 본전. 뿐만 아니라 또 모르지 않나. 만약 UFO를 못찾을지언정 꽤 괜찮은 추억이라도 만들지. 아니면 뜬금없이 매력녀와 사랑에 빠질지 말이다. 물론 실망도 준비됐다. 심지어 판돈은 안든다. 모험은 공짜다. 죽음을 떠올릴 필요도 없다. 스머프와도 관련 없다. 그렇다고 그 냥반한테 된통 당할 재산이 있나 뭐가 있나. 어찌 됐든 내일 만나보면 알겠지. 





    3

    나는 오늘 약속장소에서 DAN을 만났다. 어제 이름을 가르쳐줬는데 잊어먹다 뒤늦게 생각났다. 
   「나오셨군요. 그럴 줄 알았소.」
   「실은 형씨가 안나오실 수도 있겠다 라며 걱정한 건 저죠.」
   「이해해요. 우리가 왜 만나기로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되니까요. 그런데 아제는 정력가요?」
   「네? 무슨 얘기시죠. 뜬금없이 정력가라뇨. 전 그냥 몽상가로 해둡시다.」
   「허허허허허. 왜 그런 얘길 묻는고 하니 오랫만에 UFO를 탐색하러 가니 설레서 그랬소. 어떻소. 아제의 예감은 말이오. 아마 나쁘지 않죠? 잘하면 외계인과 조우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오. 어째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너무 앞날을 낙관하는 것 같소? 난 아직 어린애같은 긍정주의자라오. 어젯밤 꿈도 즐거웠소.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오. 어찌 됐든 이렇게 탐험가 동지가 된 마당에 이걸 기념하여 어떤 미신을 하나 만들면 어떻겠소. 아니오. 안 그러는 게 좋겠소. 괜히 징크스 만들 필요 없지 않소. 우리가 뭐 야구선수도 아니고 말이오. 즉 UFO 탐험은 날마다 하는 게 아니란 얘기라오. 긴장푸쇼. 기대로 부푼 것과 별개로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맙시다. 그야 어찌 됐든 아제가 변변찮은 내 연설을 믿어주어 고맙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아제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면 어떻겠소? 아니 근데 갑자기? 그러게 말이오. 그러지 맙시다. 나중 봐서, 또 기회는 많을 테니 말이오. 자, 우리가 만나자마자 내가 또 달변을 참지 못하고 있는데. 이건 혹시 좋은 징조일까요 아니면 허접한 결말을 예고하는 썩은 조짐일까요. 역시나 모른 척 눈감아 줍시다 그려. 허허허허허. 다만 내가 외계인과 싸우다 다치면 부디 모른 체하지 말아주시오. 적당히 몸은 사려야할 테지만 시작부터 의리를 버릴 수 없는 일 아니겠소. 그런데 이제 보니 아제는 오늘 더 잘생겨진 거 같소. 난 더 멍청해진 듯 보이고 말이오. 그나저나 우리가 함께 외계인을 때려잡고 UFO에 깃발을 꼽는다면 매스컴에 연락해야 할까요? 아마 연락해도 믿지 않을 테고 안해도 이상하지 않을 테나. 좌우지간 우리 그냥 싸구려 술집에서 얘기나 더 할 걸 그랬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제 등짝에 식은땀이 쭉 나고 있답니다. 아제는 믿거나 말거나쯤일 테지만 난 아니기 때문이오. 난 사실 예전에 외계인을 만난 적이 있다오. 심지어 걔네들한테 납치되어 UFO에 끌려갔던 적도 있소. 아무튼 사전 정보를 몇 가지 알려드리자면 이렇소. 
    자, UFO의 종류에 대해 알려드릴까요? 일단 빛보다 빠른 녀석들이 있겠죠. 그리고 반투명한 놈들. 또 시간여행 때문에 자꾸 보였다 안 보였다 그러는 UFO도 있고. 참 이 얘기를 꺼내자면 한도 끝도 없는데. 근데 아제 표정이 좀 그렇군요. 그래도 이렇게 확 트인 정경과 맑은 공기와 함께 UFO를 구경할 생각을 하니. 불행은 저 멀리 도망가버린 거 같지 않소? 뭐라고 말 좀 해보쇼.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이오. 만약 외계인이 아제의 속마음을 꿰뚫어볼 수도 있으니 하는 말 아니오. 안 그렇소? 게다가 그분들도 꿈과 이상이라는 게 있겠죠. 형씨도 이상형과 여성상이라는 게 있을 테니 말이오. 그럼 내 세계관은 어떨까요? 그걸 알아 뭐 하겠소. 이미 늙어버린 마당에 말이오. 우리 씁쓸한 얘기는 하지 말기로 합시다. 그런데 정말 우리 둘 만 가도 될까요? 만약 우리가 쪽수로 밀리면 어떡하라구요. 아제는 싸움...에 썩 소질이 돋보일 거 같진 않은데. 나도 마찬가지고. 그럼 우리가 쟤네들한테 흡씬 뚜둘어맞으면 어떡한담니까. 대책있소? 난 없소. 없는 게 자랑은 아니오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떡하오. 안 그렇소? 아니 만약 걔네들이 처음부터 당돌하게 나오면 아제가 걔네들을 혼쭐내준다구요? 무슨 수로 말이오. 게다가 말도 안 통하면 어떡하고. 이제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그렇다고 우리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굴 사람이오? 그러니 뭔가 아니다 싶으면 우리가 외계인인 척 합시다. 좋은 생각 같지 않소? 근데 왜 내가 갑자기 망상가가 됐지? 그러게 말이오. 나는 미치지 않았소. 내가 왜 미쳐? 그럴 일 없죠. 지금 우리가 외계인과 친해지냐 마냐, 외교를 시작할까 말까, 친분을 맺어 때돈을 버냐 마냐라는 단계인데. 초장에 찬물 끼얹지 맙시다 그려. 허허허허허. 아무튼 오늘은 정말 신나고, 재밌고, 기쁘며, 짜릿한 하루가 될 것만 같소. 바로 오늘을 기다리느라 고생이 많았소 아제. 그런데 아제는 왜 말이 없소? 입이 얼어붙었소? 내가 만약 첫눈에 반할 것 같은 여인이라면 탐스러운, 아니 근데 내가 이런 얘기를 왜 하고 있지? 그러게 말이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본론을 말할 시간이 되었소. 많이 기다리셨소. 버티느라 고생하셨구만. 다 아요. 내가 왜 모르겠소. 허허허허허. 
    자, 앞서 봤던 돌기둥을 기억하시오? (그는 좀전에 내게 웬 돌덩이를 보여주며 이걸 기억하라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겠소. 첫째, 우리가 만났던 지점의 돌조각. 둘째, 저기 해변 끝에 보이는 쇠기둥. 아마도 알루미늄에 티타늄에 막 조합이 기가 막혀서 지구상에서 아직 아니 앞으로도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합금일 거요. 이 첫째와 둘째를 점이라 생각하고 연필로 자를 대고 줄을 그러본다고 생각해보시오. 직선일 것 같소?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구조, 히파르코스의 우주구조, 또한 아리스타르코스의 태양중심설까지 설명하진 않겠소. 다만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학식을 아시듯이. 지구평면설을 신봉하지 않는다면 이걸 굳이 꼭 직선으로 보아야 할 이유, 있을까요? 아마도 그러든 말든 아무렇지 않게 보일 테지만. 기하학에서, 원 또는 구의 반지름은 그 중심으로부터 경계에 이르는 선분이라오. 그렇죠? 그리고 반지름은 그 지름의 절반이고 말이오. 아울러 반지름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약어와 수학 변수는 r이고 확장하여 지름 d는 반지름의 2배로 정의될 텐데. 쉽게 말해 앞서 말했던 첫째와 둘째를 난 예전에 지름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가정해보았소. 그런데 이럴 수가! 원의 넓이 = 원주율 × 반지름에 근거하여. 나는 UFO의 크기를 계산할 수 있었소. 앞서 첫째와 둘째를 지적했듯 그게 증거라오. 다른 근거도 무수히 많소만 그건 차차 설명드리겠소. 일단 굳이 비순환소수와 무리수인 동시에 초월수인 원주율 파이에 대해서 설명하진 않겠소. 요약해서 반지름 R인 원의 둘레, 넓이, 부피, 겉넓이를 비롯해 바젤 문제. 복소수 계산.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한 아인슈타인 방정식.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양자 역학적인 물리량. 조르주루이 르클레르 드 뷔퐁이 제기한 뷔퐁의 바늘 문제까지. 모든 상식. 지식. 학식. 논문. 컴퓨터를 통한 AI 무한 연구 등. 모든 걸 검토해보니 내가 발견한 UFO는 남극의 전체를 덮고도 남을 만큼 거대했소. 물론 그게 UFO 본체일지 아니면 본체에서 잠깐 지구를 탐구하러 나온 초소형 비행선일지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소. 그렇다고 내가 저 아무 쓸모 없을 것처럼 보이는 돌덩이와 특수 합금 기둥의 탄소연대측정조차 해보지 않을 것 같소? DNA 염기 서열 분석은 물론 빈틈없이 UFO가 맞다는 걸 검토했소. 자, 어떻소. 나와 함께 나머지 외계인의 흔적을 비롯해 인간으로 변장한 그들을 추적해보지 않겠소?
    아 그런데 있잖소. 아주 잠깐 머리도 풀겸 딴 얘기 좀 하자면 말이오. 바람 불고 선선하며 파도소리 좋고.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이 아름다운 해수욕장에. 만약 개를 풀어놓으면 정말 미친듯이 환장할 것 같지 않소? 막 막 막 바람에 개침이 휘날리며 막 막, 네? 자, 그럼 마저 하던 얘기를 이어서 하자면 말이오......」
    이 양반이 내가 중간에 말을 끊지 않는다고 전문용어를 순서없이, 관련없이, 무턱대고 막 끌어다 설명하네? 이분이 상태가 좋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내가 그렇게 속여도 덥썩 믿을 만큼 덜떨어진 거야.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3개월 후 나는 다른 휴양지에서 어떤 지인을 만났다. 그리고 친해졌다. 다음으로 함께 놀러다녔겠지. 그러면서 내가 새로운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준다는 둥 젊어지는 비법을 전수해주겠다는 둥 말이 많았을 테고.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분을 멋진 해수욕장으로 불러내 만났다. 
   「형씨 나오셨군요. 내가 장난으로 UFO를 보여주겠다 했을 것 같소? 아마도 반신반의했을 테지만. 내가 아무 믿는 구석 없이 그런 낭설을 자신있게 떠들진 않았을 테니. 아마도 형씨는 믿는 둥 마는 둥 속는 셈치고 놀러가보자 그랬을 텐데. 좀 지나면 아마 깜짝 놀라 자빠질 꺼요. 뿐이요? 한동안 신비주의를 배운다며 한 3년 나와 동거동락 할 수도 있소. 그럼 또 따분한 연구만 하겠소? 내가 중간에 여자는 어떻게 자빠트린다니 사랑의 희망에 대해 떠들썩 떠벌릴 테고. 뭐 그건 그렇고. 자, 본론부터 말하겠소. 자, 앞서 봤던 돌기둥을 기억하시오? (그는 좀전에 내게 웬 돌덩이를 보여주며 이걸 기억하라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겠소. 첫째, 우리가 만났던 지점의 돌조각.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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