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92

from 소설 2021. 10. 31. 16:48

    1

    사색가로써 전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인생. 그래서 역전을 꿈꾼다? 바라든 아니든 갑자기 외계인으로 변신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마음에 없는 말과 욕망은 아마도 상치될 텐데. 그로 미루어 짐작하면 그 둘이 대치하면 뭘 하나. 재미없음과 심심함이 대적한다 한들 그 어떤 황홀함은 그림의 떡일 뿐인데. 말이 너무 심했나? 첫째 심하다기엔 좀 뭐하고, 둘째 아무도 듣지 않으며, 셋째 현재 NB한테 떽떽거리고 닦달하며 잔소리 얻어들어도 정신 못차릴 지경이라는 게 중요할 따름. 그래? 뭐가 그래. 그러긴 뭐가 그래! 이런 형편에 어떻게 듣도 보도 못한 사랑에 빠지겠나. 어림없다. 멜로드라마는 관심 없고 야망은 통 말을 안 듣고. 어쩌지? 그야 본인 알아서 하겠지 뭐. 그러니까 이제는 마음은 새파래졌고, 피부는 핏기를 잃었으며, 세상이 노랗게 보일 지경. 그러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하늘이 연분홍빛으로 보이네? 단지 석양이었다. 시간이 정지된 줄 알았겠지. 한편 갑자기 그는 인터넷 대작 게임에 빠졌다. 흡사 청초한 미녀에게 첫눈에 홀딱 반한 것처럼. 그러나 예사롭지 않은 친밀감은 3일에 불과했다. 그럼 그렇지. 하여 이제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낙옆만 봐도 웃을 수 없는 중년. 드디여? 사랑에 대한 애착이 돈독하면 뭘 하나. 결국 말만 무슨 머쉰이라는 둥 그랬지 알고 보면 허당 중의 허당. 이래서 우리는 무언가를 알 수 있다. 즉 숙녀에게 반하기는 쉬워도, 능력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뭐라고? 하오나 무능력자가 뭐 어떤가. 적당히 행복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이제 와서 사교계에 늦깎이 데뷔를 왜 하나. 그 때문에 잔머리는 아마 이렇게 돌아갈 듯. 심심한데 마술을 독학할까, 여자말 번역기 학원에 다녀 그녀들의 마음을 녹여줄까, 아니면 청개구리 허당계를 창단할까. 뭐라고? 생각한다는 거 하고는. 이래서 여자가 없지! 그러니까 사랑은 완성하기 힘들다. 행복을 어떻게 정복하나. 가난한테 눈탱이 맞지나 않으면 다행. 말이 심했다만 다 웃자고 하는 말인데 듣고 보니 안 웃기군 그래. 그래서 어떻게 숙녀의 손금을 봐주겠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됨. 결국 그는 권태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남자였다. 그럼 이제 권태기가 복수할 차례일까? 차례는 무슨.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 연애를 해보고 싶다고?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는 그냥 소파에 자빠져 TV나 보라 그래. 시내에 나가 눈 돌아가면서 평균연령이나 깎아먹지 말고 말이다. 다 커서 그게 뭐야! 찌질한 녀석. 한심하다 한심해. 한편 뉴스에서 또 토마토와 마늘이 정력에 좋다더라 라는 걸 보고서... 귀 얇으면 피곤하다. 그러니 젊음을 탕진해서 현재 지갑 없음? 허나 고깝게 듣지 말자. 왜냐하면 미련한 놈이 곰 잡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기나긴 푸념은 대체 언제 끝날까? 그야 허당이 골든벨을 울리면 끝나겠지. 아니면 복권은 꽝되던가. 아예 사본 적도 없다고? 그러든가 말든가. 이래서 늦잠 자며 꿈에서 깨어나기 싫을 텐데. 그래 봤자 개꿈은 꾸나 마나다. 그러니 또 단꿈이 선명치 못하니까 반투명한 공상이 대신할 것이다. 가령 이런 식. 나는 어제 누구를 자빠트렸을까, 아니 나는 지금 뭐 하고 자빠졌나! 또는. 심심한데 (피동격으로) 짝사랑이나 받을까 아니면 (능동적으로) 누군가를 유혹할까. 뭐, 뭐가 어쩌고 어째? 그건 그렇고. 그는 갑자기 뭔가 놀랄 만한 전개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아지트에 가보기로 했다. 실상 도망가버린 젊음 때문에 상심할 수도 없는 노릇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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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트는 문 닫았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나는 야외로 한바퀴 돌기로 했다. 드라이브! 혼자? 조용해서 좋지 뭘. 그렇게 사무실에서 아지트까지 걸어갔다가 아지트가 닫힌 걸 보고 야외로 자동차 타고서 나가려고 했는데. 그런데 내 자동차가... 어디로 갔지? 주인은 여기 있는데 지 혼자 어디로 가버렸나? 그렇다고 세계적인 미술품 수집가의 수하에 있는 중간보스가 내 허름한 중고차를 훔쳐갈 리도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뭐지? 아니면 웬 바보가 지 혼자 영화 찍는다면서 내 차가 마음에 들기 때문에 문을 딴 다음, 드라마에 나오듯이 파란선-빨간선-초록선-노란선에서 피복 벗겨 뭐와 뭐를 연결했더니. 그렇게 시동 걸어 몰고 가버렸을 리도 없을 텐데. 거 참 이상하네. 그런데 어쩐지 동네에 캠핑카가 최근 세워져 있었고, 사람들이 이따금 들락날락하는 걸 알아보니 그건 점집이었다. 웬 영험한 도사가 일시적으로 땅기운이 좋기 때문에 머물르면서 사람들 점을 봐준다고 하는데. 그 양반한테 물어봐야겠군 그러면서 나는 그 캠핑카에 방문했다. 
   「도사님. 제 차가 사라졌어요.」
   「그랬어요?」
   「되묻지 마시구요.」
   「그건 제 마음이지요. 찬찬히 상황을 확인하고자 수긍하는 건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그랬나요? 그럼 저를 다그쳐주세요. 딱 보니 저 같은 허당 혼내주시는데 재주가 탁월할 걸로 예상합니다.」
   「네? 그건 또 무슨... 형씨는 저랑 말이 잘 섞이질 않는군요.」
   「그래요?」
   「그래요? 되묻지 마쇼. 거 참 우리가 왜 만났는지 자꾸 헷갈리게 만들거요?」
   「네? 그건 제 마음이지요.」
   「벌써 날 따라하시네. 아, 그러고보니 제가 먼저였군요. 오랫만에 적수다운 적수를 만나 반갑습니다. 아, 제 말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우린 꽤 말이 잘 통할 것 같다 그런 얘깁니다. 섭섭히 생각하지 마시구요.」
   「아니요. 무척 고깝게 들립니다.」
   「거 참, 이럴 게 아니라 인사말은 이 정도로 하고. 그만 왜 날 찾아왔는지 본론을 얘기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게요. 제가 선생님을 왜 찾아왔죠?」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합니까! 설마 저한테 여자를 소개받고 싶으신 건 아닐 테고.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요, 네?」
   「제 눈엔 선생님 얼굴이 생선 대가리로 보입니다.」
   「허허허. 재미없는 농담에 미소로 답하지 못할 만큼 난 답답한 사람 아니라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당신 새대가리요? 미안하오. 실언했소. 허나 당신이 심했어. 알아?」
   「그러니까 실없는 농담으로 분위기 떨떠름하게 만드는 난 형편없는 작자란 말이오?」
   「내가 언제 그랬소. 이 양반 그러고보니 자꾸 내 부아를 돋구는데. 그런다고 설마 내가 형씨 손금이라도 봐줄 줄 아시는 거요?」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제 성적 취향에 대해 섣부른 판단은 참아주시죠.」
   「그러게 왜 아까부터 자꾸자꾸 깐족거리고 그러시오.」
   「제가 언제 깐족거렸다고 그러십니까. 며칠 캠핑카를 관찰해보니 성별, 연령별, 매력, 감정, 외모 분포가 구분되더라. ~라며 선생님을 협박할 의도는 없다오.」
   「네? 지금 말 다 했소?」
   「저는 말 많은 남자가 아니란 것만 알아주십시오.」
   「그럼 지금 나보고 말 많다고 면박주는 거요, 것도 면전 앞에서?」
   「근데 도사님은 왜 자꾸 아까부터 제 말을 비꼬아 듣는 겁니까?」
   「내가? 아무래도 우리...끼리는 대화가 길어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소. 동의하시오?」
   「제가 왜 싫겠습니까. 저도 바쁜 사람입니다.」
    나는 그렇게 캠핑카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캠핑카 앞에 내 자동차가 있었다. 그 찰나 사이에 누가 여기다 내 자동차를 가져다 놨지? 그게 저 괴팍한 도사가 다 짜고 그랬을 리는 없을 텐데. 설마 그렇다고 할지라도 속을 나도 아니고. 싸구려 발단과 허접한 전개는 식상하다. 삼류 드라마로 날 어떻게 한번 해보시겠다? 나는 말려들 생각 없다. 사람을 뭘로 보고! 저 양반의 전직이 뭔지 의심스럽긴 하다만 그의 인생이 속된 말로 아마도 꿀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의 찬란함은 나한테 상대도 되지 않을 테니까. 하긴 유치하게 내가 저 냥반을 찾아온 것부터 문제다. 뭐 자동차야 원래 여기 있었는데 내가 막 드라마처럼 없는 자아를 분열시키고, 없는 인물을 만들어내서 반전의 반전. 그게 일시적으로 착각한 걸 수도 있다. 때문에 나는 내 자동차가 밑도 끝도 없이 캠핑카 옆에 짠~하면서 나타난 것에 대해서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바로 그때! 캠핑카가 움직였다. 뭐야, 저건 RV카랄지 자동차가 끌어서 이동하는 캠핑카인데. 당장 뭔지 모를 세한 느낌. 새파란 직감은 달아오른 흑심을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뭐? 어쨌든 저 캠핑카는 내게 말하는 듯 했다. 자기를 따라오라고! 그래? 그럼 못 따라갈 내가 아닌데. 왜냐, 내가 못할 줄 아냐? 라는 말은 참고 그냥 따라가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아서. 그렇게 녀석을 따라간지 약 30분 경과.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녀석을 놓쳤다. 그럴 거면 뭐 하러 따라오라는 것처럼 내게 도발한 거지? 물론 내 오해일 수도 있다만. 아니 근데 여긴 대체 어디야? 이게 정말 용한 점쟁이 짓인지 돌팔이 마술사가 내게 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니 증말 여긴 어디지? 차에서 내린 나는 선명하거나 상쾌한 경치를 보다가, 갑자기 그게 바뀌는 장면까지 보게 됐는데. 
    알고 봤더니 '나&자동차'보다 크게 자동차 모형이 있었고. 그 안에 '나&자동차'가 그 큰 모형 안에서 자동차 실내 디자인을 감상했는데. 알고 보니 실내 디자인을 둘러싼 화면들 전체가 일종의 TV 브라운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게 다 진짜가 아님을 알게 된 바로 그때. 저쪽에서 무당벌레 3,000만 마리가 나를 향해 맹렬히 날아오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그 위세에 눌림과 동시에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갔는데. 그러다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고 또 몇 바쿠 땅바닥을 구르다가. 그러다 어느새 정신을 잃어버림. 
    그래서 나는 어디서 깨어났을까? 
    다름 아니라 캠핑카였다.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린 자세로! 
   「선생님. 그 짧은 틈을 쪼개서 낮잠까지 주무시네요? 대단합니다.」
   「선생님? 아, 잠깐! 다리에 쥐났어.」
   「어디요? 어디요?」
   「어딘지 알면?」
   「제가 주물러드려야죠.」
   「저리 가.」
   「지금 저 보고 저리 비키라 하셨어요? 서운해요. 사람 섭섭하게 우리 정말 이러기에요?」
   「그런데 내가 왜 당신한테 선생이란 호칭을 들어야 하는 거요?」
   「무슨 소리에요, 나 같은 미녀 조수가 또 어딨다고. 선생님도 엉터리 마술사에서 쪽집게 점쟁이로 대변신할 수 있던 사연도 다 제 덕택인 거 인정하셨잖아요.」
   「제가요? 언제요! 아니 당신은 누군신데...」
   「개꿈 꾸셨어요? 설마 그 내용에서.. 저를 겁탈? 이래서 내가 앙탈을 안 부릴래야 안 부릴 수가 있나. 또 또! 쌤, 대체 언제 정신차릴 거에요, 네? 또 저한테 비법은 언제 전수해주실 거구요. 저기 줄 엄청 긴 거 안 보이세요?」
   「」
    나는 그제사 눈치챘다. 내가 돌팔이 점쟁이로 돌변한 사실을. 이게 다 어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기억을 복구하고 과정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 저 긴 줄을 어떻게 내가 다 상대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냅다 도망갔다.
   「저기 저 인간 도망간다.」
   「인간이 아닌가? 저 놈 잡아라.」
   「기와 이렇게 된 마당에 개를 패자!」
   「하필 우리 차례 다 됐는데 도망가다니. 야 잡어. 뭐 해 안 뛰고!」
   「저 놈 잡히면 가만 두나 봐라.」
   「잡힐지 안 잡힐지 일단 잡고나 보자.」





    2

    2탄을 예고하지 않는 드라마. 그래 봐야 다 방법이 있다. 그래 봤자 웬만하면 1탄 따라가기 힘들다. 그래서 결국 남자들은 새로운 여자를 결코 싫어하지 않는 건가? 사랑 얘기라면 싫증 정도가 아니라 속에서 쓴물이 올라온다. (당신은 단물이 고인다고? 절레절레) 그렇다고 꼭 블로그가 개 같단 말은 아닌데. 어쨌든 그는 상냥함을 싫어하지 않았다. 하긴 남자라면 어떻게 축복 받은 몸매에 화낼 수 있을까! 물론 NB가 아무 여자한테나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육덕녀의 관능미가 짜증났다. 그러므로 상쾌한 건수니 아름다운 유혹이니 다 지겨웠다. 또 풍운아를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즉 주술사가 아니라 작명가인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건가? 퍽이나 기특한 발상이군 그래. 석연치 않은 세상사의 복잡함은 모르겠고 그냥 놀고 먹겠다? 그래서 선뜻 인생의 신비로움을 포기해버렸나! 글쎄 아무리 쫓아도 사랑은 잡히지 않았으니 그러겠지. 이럴 때 깜짝 놀랄 만한 특별함, 색다름, 새로움이 그를 초대하면 얼마나 좋겠나. 이처럼 그는 권태로운 인생에 너무도 잘 적응해버렸다. 뭐 누군들 안 그러겠나. 이처럼 식상한 전개는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그래서 더 이상 멍청이로 살지 않겠다는 바보 선언을 했다. 그럼 뭘 해? 아무도 들어주지 않음. 실망도 옛날에 익숙. 그러니 오늘은 왜 절망이 안 오지? 체념아 놀자 그거네. 안 그래도 팔랑귀구만. 그래서 달아나는 노루 보고 잡은 토끼도 놓쳤어. 하여 이제 몸은 얼어버린 수탉이요 마음은 어쩌면 냉동참치? 그러나 잡초는 빨리 자란다. 하여 욕망이 어떻게 멈추나. 원래부터 요란한 공상은 미움받을 수 없단 말이네. 그래도 헛된 탐욕을 사랑하잔 뜻은 아니겠으나. 속된 표현마따나 백판 자빠져 놀고 먹는 놈팽이에 적임자가 아니라 딱 허당이잖아? 괜찮다.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 거야 당연하지. 그래서 웬 숙녀를 자빠트리지 못할 바에야 소파에 자빠져 TV나 보겠지. 그런데 말로는 사욕에 초연하다? 전적 없음을 좋아한다는 말처럼 거짓말인 건 뻔하다. 이래서 녀석은 기분이 나빠졌다. 어떻게 분위기가 좋아지기를 바라겠나. 하긴 그런 말도 있다. 그림의 떡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다. 뭐, 뭣이 어째? 나 참 말문이 막히네. 그건 그렇고. 그처럼 잠자코 가택감금 상태로 지내기에 엉덩이가 근질근질했으므로 그는 조용히 아지트 근처를 배회했다. 기웃기웃 하면서 새로운 얼굴 없나 직접 들어가서 탐문하긴 그렇고. 하여 얼쩡얼쩡 역시나 관찰자 직분에 충실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캠핑카의 미행을 눈치채게 되었는데. 아니 왜 나를? 그리고 미행을 하려면 안 들키도록 몇몇 조로 나누거나 위치 추적을 자동으로 할 수도 있을 텐데. 일부러 어리숙하다는 건 무언의 의사 표시일까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일부러 캠핑카를 앞서 보낸 다음 곧바로 우리의 입장을 뒤바꿨다. 이제 내가 캠핑카를 추척 중이고, 녀석은 내게 미행을 받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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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도착한 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 지대에 캠핑카가... 몇 대야? 한마디로 개수를 셀 수 없을 정도. 흡사 수출용 차량을 선적에 싣기 전에 대기 장소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여기까지는 배가 들어올 수 없는데. 그야 뭔가 사정이 있을 테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는 왜 내게 이 광경을 구경시켜준 것인지 아직도 알 수 없을 따름. 이처럼 잔머리를 굴릴 동안 내가 미행했던 캠핑카가 어디로 갔는지 놓쳐버렸다. 더더군다나 이 근방에 보이는 캠핑카는 모양과 색상과 모델이 거의, 거의 다 비슷비슷. 따라서 나는 곧장 따라갔던 캠핑카를 찾는 건 포기했다. 
    다음으로 인적이 없었으므로 소리를 질렀으나 인기척은 없었고. 사람 이외의 반응도 전무. 그래서 혹시 모르니까 캠핑카들을 열어봤는데. 그렇게 잠겨있고, 잠겨있고, 잠겨있고... 앗! 문이 열리는 캠핑카가 드물게 있었는데. 그런 캠핑카들 안에는 여지없이 곰돌이 인형들이 앉아 있거나, 아니면 아주 드물게 멧돼지나 강아지가 나를 반겼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꿈은 아닐 테고! 
    그러다 나는 단번에 깨달았다. 저멀리 보이던 캠핑카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여기가 무슨 우주도 아니고 내가 언제부터 천문학자? 잠깐 한눈을 팔고 나니까 저 까마득히 보이던... 허나 휘청하면서 쓰러지지는 않았다. 일단 뭐가 뭔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을 뿐. 그렇게 근처에서 뭔가를 탐방하며 추측하다가 바둑판처럼 세워진 대열에서 빈 공간을 보자 정신을 잃고 말았다. 





    3

    내가 깨어난 곳은 우리 동네 캠핑카 안. 깨어나서 바깥을 엿보니 사람들이 줄서서 대기중이라니. 나는 뒷문으로 도망가려다가 잠겨있길래 창문..도 안 열렸고. 어떻게 어떻게 뚜껑을 열고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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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도 NB는 사무실에서 저속한 말로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 중. 그러다 전화도 없이 미카엘이 벌컥 사무실 문을 열고 나타났다. 
   「미카엘!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연락을 미리 하면 너가 여자들을 빼돌릴 것 같아서.」
   「응? 그럼 실망했겠구나. 어쩌지?」
   「뭘 어째. 어쩌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난 절망했으니까.」
   「너까지?」
   「뭐? 너 여전하구나.」
   「그러면 너가 날 변화시켜줄래?」
   「내가 왜? 너 알아서 해. 그러니까 연애를 하던가.」
   「말하는 폼을 보니 너 연애 얘기 하러 왔구나.」
   「넌 눈치가 그렇게 빠른데 왜 여자가 없냐?」
   「없기는 누가 없어? 지금도 나는 활발한 현역이야 임마. 어? 내 발에 채이는 게 여자라고. 알어?」
   「알든 모르든 오늘은 내가 화자다. 넌 청자니까 일단 듣기나 해.」
   「뭔 말을 하려는 건데?」
   「얘기가 좀 길어.」
   「예상하고 있었어. 어서 털어놓지 않고 뭘 해?」
   「급하기는. 그렇다고 내가 성급하게 거짓말을 지어낼 수는 없는 거 아냐. 안 그래?」
   「난 너 보고 소설 쓰라고 한 적 없다.」
   「알아. 그래서 더더욱 나의 로맨스는 아름다울 뿐.」
   「너 못 보던 새에 많이 유치해졌구나. 난 계속 듣고 있어야 하냐?」
   「응.」
   「일단 우리가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지? 넌 그게 문제야. 기억력이 여자와 관련되어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 그나저나 내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지? 아, 그거구나! 나는 말이야, 음 최근 부쩍 상상력이 빈곤해졌어. 허나 나는 재미없는 삶에 괴로워하지 않았다구. 왜냐하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현실을 환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내가 뭐 영화처럼 짜릿한 사랑을 꿈꾸지는 않았어. 내가 언제 야망 키우는 거 봤니? 그런데 이런 내가 애인에게 무엇을 선물할까를 왜 고민해야 하냐. 안 그래? 근데 이런 비논리적인 화법 나도 적응이 안돼. 그러든 어쩌든 참다못해 드디여 타락해야겠단 말은 아니야. 왜냐하면 사교계도 귀찮고 무도회마저 관심 없으니까. 그래? 그러거나 말거나! 좌우지간 흔해빠진 지겨움은 아무렇지 않을 거야. 너도 그래? 몰라. 너가 나처럼 여자를 많이 만나봤어야 인생이 뭔지를 알지. 어? 그러게 언제까지 대어만 노릴 거냐, 어? 늑대는 잡어야. 알아? 그만 소망으로 목표를 바꾸란 말이야. 너 그러다 날 샌다. 아끼다, 말 말자! 이러니 판에 박은 권태야 친숙할 따름. 왜냐, 그러다 소 뒷걸음질에 쥐를 잡을 수도 있거든. 허나 말이 쉽지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하냔 말이야. 만약에 삶이 식상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함.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 당혹스러운 짝사랑? 개한테 풀이나 뜯어먹으라 그래. 무슨 개뼉따귀 같은 잔소리를. 너도 내가 약장수로 보이냐? 나는 낯술 하지 않았어. 흐흠. 일단 웬만한 숙녀들은 너한테 속아넘어갈 리가 없다는 거만 알아둬. 그렇다고 늑대의 인생을 폄하하겠다는 말은 아니다만. 뭘 해도 싫증이 빠른데 어쩌란 말이야. 하여 오늘도 아마 희망찬 미래에 대해 한바탕 떠들어볼까 생각하다가 느닷없이 동공이 확장되는 너가 생각나서 찾아왔어. 왜냐,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심심해할 거거든. 그럼 전화를 하던가. 왜 너는 부를 때만 타석에 등장하냐, 어? 늬가 무슨 대타냐?」
   「어.」
   「그래? 그럼 그렇고. 하긴 만일에 개뼉따귀를 보고도 개침을 흘리지 않는다면 그건 개가 아니지.」
   「그건 또 무슨 얘기야? 너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정신차려 이 친구야.」
   「나는 정신을 잃지 않았어. 나는 인간이야. 난 남자라니까. 남자는 여자를 탐하게 되어 있어. 물론 여자도 똑같지. 그럼 여자도 혹시...? 에잇 설마~! 신바람 나는 멜로드라마에 혹여 내 추종 세력들이 짜증낼지 모르니까 헛소리만 하는 건 아닌데. 기발한 환상극을 절대 못 써서 창작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두면 돼. 너도 알다시피 나 영화판 때려쳤어. 직업을 바꿨단 말이야. 물론 전업이 완성되진 않았어. 내가 미완성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계절이 바뀌는 그 찰나의 여심을 내가 가만놔둘 수는 없으니까. 물론 농담이야. 근데 내가 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지? 그러게 중간에 내 얘기를 끊어야 할 거 아냐. 왜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건데?」
   「왜냐하면 나는 듣는 건 잘 되는데 끌고 끊는 건 잘 안돼. 그래서 나는 너네들이 연락할 때 다 갔어. 언제 너네들이 나한테 연락했을 때 내가 안 간 적 있냐? 없어. 그런데 동시에 내가 너네들한테 먼저 연락한 적 있든? 없어. 그러니까 제발 날 묻어가게 해줘. 너도 알다시피 난 그냥 업혀거야 하거든. 이래 뵈도 날 업어본 여자도 있다 너, 아니? 아무튼 생각해보니 내가 무슨 마누라한테 잡혀살아 찍소리 못하는 남편도 아닌데.. 왜 난 그렇게 살았지? 정말로 난 감독 손끝만 보고 산 듯 하단 말이야.」
   「그걸 이제 알았냐? 그래서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알아?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라고. 그러게 어디 연애 아카데미 같은 데라도 등록해서 좀 배워. 어?」
   「그래서 남은 건 뭐 맥 빠진 인생과 김 빠진 사랑? 놀고 있네. 재미없다. 알고 보면 여자들이 미남한테 환장한다는 비밀도 녀석은 지 입으로 말 못하겠지. 뭇여성들이 어떤 매혹에 대한 욕망이 굴뚝같단 말을 어떻게 자기 입으로? 혹시라도 풍문으로라도 듣는다면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면 그만.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 모두 법 없어도 살 사람들이라면 좋겠지만 그건 꿈이니까. 뭐? 멍청함에 약은 없다. 그러게 내 뭐랬나. 아니다. 쥐구멍에 볕 뜨지 말란 법 없다. 더더군다나 녀석도 뭔가를 기대하는 것도 같은데. 그 꿍꿍이가 대체 뭐지? 지가 뭘 안다고. 그런데 그게 어때서?」
   「너 못 보던 새에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구나. 원래 정상이 아니란 거 정도는 우리들도 반신반의했는데. 너 이 정도였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왜 늬가 하냐?」
   「너 보다는 내가 그나마 정상이니까.」
   「너 말 다 했어?」
   「어허. 머쉰, 왜 그래?」
   「내가 무슨 머쉰이야. 나는 그냥 말이야. 너가 터미네이터지.」
   「나는 터미네이터가 아니야. 늬가 우머나이저지.」
    이런 식상한 얘기를 한도 끝도 없이 읽어달란 말은 아니다. 밑도 끝도 없는 헛소리를 대체 누가 반기겠나. 이런 개뼉따귀 같은 대화 증말 징글징글하다. 밤이나 낮이나 이런 (저속한 표현마따나) 개소리 누가 못 지어내나! 안 그런가? 흐흠. 





    4

    그나 저나 NB는 찬찬히 미카엘의 얘기를 장장 1시간 들어줬다. 그래서 1시간이 경과하여 미카엘은 겨우 몸이 풀린 정도라고나 할까? 그러다 미카엘은 1시간 30분 정도에 마침내 본론을 꺼내놓았다. 듣고 보니 최근 어느 여자를 만났는데 둘이 한편의 낭만극을 찍었다는데. 살림도 차리고 남들 하는 거 다 했다는데. NB는 미카엘과 절친한 사이일 뿐만 아니라 미카엘의 친구를 거의 다 알고 있었다. 미카엘의 모르는 인생사도 별로 없을 정도로. 그런데 미카엘이 털어놓는 얘기가 신빙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들어줬을까? 믿기지 않았으니까. 늬가 어디까지 나불대나 보자 까지는 아닐지언정. 왠지 모르게 나도 미카엘처럼 가슴 절절한, 코 끝이 찡한 사랑을 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NB는 듣다 듣다 녀석의 말을 확 끊었다. 
   「너 언제까지 여자 얘기만 할래? 듣고 보니 얘 안되겠네. 뭐 아까 말한 누구? 그런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났다고? 너 원래 여자 없었어.」
   「」
   「」
   「너 원래 여자 없었단 말이야.」
   「그래?」
   「그래 임마. 너 저번에도 그랬자나. 오늘 갑자기 늬 차가 없어졌다고. 뭐 페라리 FF인지 루소인지? 멋진 차가 왜 갑자기 사라지냐. 원래 없었으니까 그랬지. 대체 누가 널 이렇게 만들어냐. 그게 궁금하다.」
   「」
   「」
   「늬가 말하니까 정신이 번쩍든다.」
   「그럼 만약에 내가 말하지 않았다면 너 오늘 밤새도록 얘기하려고 했니?」
   「응. 왜냐하면 내 정신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럼 너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잖아.」
   「알아 임마. 말하지 않아도 돼. 늬가 생각하는 거나 내가 생각하는 거나. 너나 나나, 응?」
   「그나저나 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제야 하는 말인데 아아 그렇구나. 이제 생각났어. 그게 다 오오 이제 보니 그 모든 게...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는 거네. 캬,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듣고 보니 미카엘은 새로 사귄 친구 초대로 웬 대형 농공단지에 놀러갔다가 논 다음 집으로 복귀했는데. 그날 갔다 다음 날 왔는데. 1주일이 훅 가 있었다는 거다. 즉 1주일 기억이 확 날아가버렸네? 녀석은 그때 이후로 자기도 모르게 환상을 지어내서 자기가 막 믿는 삶을 살고 있더랜다. 
   「거기가 대체 어디야?」
    우리는 그곳으로 출발했다.





    5

    거긴 캠핑카 결집지였다. 물론 그 둘은 당장 그 한복판까지 진출하진 않았다. 그곳을 조망할 수 있는 요새 같은 정찰지를 탐방하여 괜찮은 관측지에서 그곳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너 내가 언제 거짓말 한 거 본 적 있냐?」
   「넌 옛날부터 입만 열면 거짓말이었어. 물론 참말도 했지. 그래서 종잡을 수 없었어.」
   「그래도 넌 잘 구분할 수 있었을 거 아냐. 왜냐하면 친구니까. 우리들은 늘상 만나는 친구끼리만 놀았고. 그런데 어떻게 농담을 구분 못해?」
   「이런 상황이 닥칠지 미리 예견했다고나 할까?」
   「늬가 노스트라다무스냐?」
   「그나저나 저기에 내려가 볼까?」
   「너가 가자면 갈 수는 있는데 난 별로 추천 안한다. 왜냐, 너도 나처럼 될 수 있거든. 내가 이상하게 변했으니까 오늘 너가 내 정신을 깨워줬잖아. 근데 너가 이상해지면 누가 널 챙겨줄 건데. 나? 나는 여자 만나느라 바뻐 임마. 물론 노력은 하겠으니 난 너 감당 안돼.」
   「나도 너가 날 챙겨주는 건 기대도 안해. 바라지 않아. 더구나 나도 새로운 육덕녀를 영입하면 그만.」
   「뭐 새로운 슈퍼모델을 벌써 선점했다고?」
   「그런데 있잖아 저기는 내가 최근 방문했던 곳이거든.」
   「너도?」
   「그래. 근데 내가 저기 가봤을 때는 저런 농업지대가 아니었어. 지금 보면 비닐하우스가 바둑판처럼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는데. 내가 저기 갔을 때는 그게 아니라 캠핑카들이 약간 느슨하게 줄지어서 꽉 차 있었거든.」
   「그게 언젠데?」
   「한 2,3주 됐나?」
   「정말이야?」
   「정말이지. 지금은 뻥칠 때가 아니잖아.」
   「그때 거기 가서 뭐 했는데?」
   「딱히 한 건 없어. 다만 이상하긴 이상했지. 왜냐하면 그곳을 둘러보다가 나는 정신을 잃었고, 깨어났을 때 우리집 근처 캠핑카 안이었으니까.」
   「진짜야?」
   「아 진짜라니까 글쎄.」
   「그러든 어쩌든 오늘이 중요해.」
   「그럼 내일은 안 중요하냐?」
   「내가 언제 내일이 없댔냐? 나는 오늘만 사는 남자가 아니야.」
   「그럼 나보고 어제에 묶여 있는 늑대로 살란 말이냐?」
   「그러지 말고 늬 생각을 말해봐.」
   「아무래도 가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아.」
   「너도?」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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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와 미카엘은 함께 현장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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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도착했더니 거긴 농공시설이 아니라 종교시설! 뭐지? 
   「저길 꼭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일단 철수하는 게 어떨까?」
   「그게 좋겠지?」
   「그래. 술이나 먹으러 가자.」
   「내가 좋은 델 알고 있어.」
   「가자.」





    6

    인생이란 네모난 구멍에 둥근 뚜껑일까? 그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린가. 그게 그러니까 한갖 감상적 기분에 젖어있을 때가 아닌데. 그럼 뭐에 흠뻑 젖어야 하냐고요? 질펀한 상상력은 남자도 짜증낸다. 그런데 어떻게 숙녀가 음습한 분위기를 좋아하기를 바랄까. 다 부질없다. 소용없어. 가라 그래. 필요없으니까. 자, 이제 절망과 상심과 체념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음. 또 누가 아나? 해가 동쪽에서 뜰지 말이야. 아, 그게 정상이구나. 난 또 뭐라고. 이래서 나는 어떤 저질 성적표를 용서할 수 밖에 없었다. 초라한 전적에 대해 후회가 있을 턱이 없지. 안 그래도 지적 호기심도 바닥났다. 그렇다고 특히 시간 낭비에 민감하던 청춘을 되찾고 싶단 말은 아닐 테지만. 뭐랄까 절망에 무감해질 거라는 예감이 적중한 게 아니라 그냥 늙은 건가? 답답하군. 왜 한심하지 않겠어. 하긴 시간은 유독 그대만 비켜가는군요, 라는 대사를 읊을 기회가 없으니 당연할 테지. 이런 와중에 점을 쳐보면 어떨까. 추정컨대 내가 운명을 썩 신뢰하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희망은 멀어져가고 슬럼프는 내 바지끄댕이를 붙잡은 체 놓아주질 않고. 어쩌지? 뭘 어째. 어쩌긴 뭘 어쩌냐고. 완전 기쁜 연애를 하면 된다. 그렇지만 신나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감으로 나는 부적합인 현실. 받아들여야지 안 받아들이면 어쩔 건데. 이래서 사교계가 날 거절했구나. 엑스트라와 부합하지도 못한 허당이니까 이해는 하는데. 거 참 너무한 거 아냐? 아니다. 번민과 빈곤과 고뇌와 더불어 절망까지 감수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러니까 사색가도 모험가도 풍운아도 해결사도 웬만한 별명들은 날 도저히 공인할 수 없는 거다. 그렇다고 불만족이 뭐 자랑이란 말은 아니다만. 거 기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만 사랑을 모를까? 굶주린 늑대들이 뭘 안다고. 불여우도 똑같다. 어쨌든 타오르는 욕망의 본심이 뭐냐고 묻지 말자. 차라리 애인한테 비키니를 선물하자. 아니면 뜬금없이 여행이나 갈까? 내가 지금 개소리를 지껄일 때가 아닌데 라면서 자학하고 싶단 말이 아니라. 정말로 어디서 개 짓는 소리가 들려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럼 뭐 언젠 안 그랬나? 근데 내가 지금 뭐 하고 자빠져 있는 거지! 일하기 싫어 핑계 삼아 앓는 소리 남발할 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떠나자. 한다면 한다. 가면 된다. 미술관 왜 혼자 가면 안되나. 놀이공원에 혼자 가서 뭇여성들 뒤꽁무늬를 따라다니겠단 말은 아니다만. 멋진 해수욕장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러나 사무실을 나가면 귀찮은데... 그래서 소파에서 나갈 궁리를 않음. 이처럼 나도 어느새 말이 많고, 좋고, 길어져버렸다. 이걸 대체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긴 뭘 어쩌면 좋아! 이번 기회에 새끈한 자동차를 사고 여자도 바꾸면 되지. 아니, 그게 아니라 말이 그렇단 거고. 이처럼 낭만은 멀고 초현실주의로부터 간택받을 수도 없는 실정. 그러니까 만만한 인공지능을 불러도 대답이 없지. 또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인공지능?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럼 또 패자무언이냐, 핑계 없는 무덤 없다. 전자와 후자 사이에서 난처해 할 거 뻔한데. 미련한 놈 쓰잘데기 없는 생각만 부자구만. 곰은 대체 언제 잡을려고 말이야. 이런 마당에 내가 어째서 사랑의 기쁨을 선망해야 하나. 차라리 사랑의 슬픔에 짜증내는 게 좋지는 않을지언정. 혹시라도 뿔을 구하러 갔던 낙타가 귀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냥 시나 쓸까? 날마다 하는 일이 그건데 무얼 더! 뭘 해도 재미없음이 다 늙음 때문이라는 걸 빤히 연구해봐야 부질없다. 
    그래서 NB는 미카엘한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없는 전화번호라고 하네? 이 자식이...!
    하는 수 없이 NB는 혼자 캠핑카 천국 & 농공지대 & 종교시설이던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녀석은 혼자 그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무지 거길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산세가 막 많이 변한 것도 아님. 어떻게 된 거지? 숲 안에 있을 게 아니라 좀 멀찍이 떨어져서 봐야 하나? 하여 전망대까지 가서 조망을 살펴봐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원래 장소인 공원에 도착했는데,,, 공원 어딘가에 숨어있을 리는 없고. 이상한 <관계자외 출입금지> 구역이... 설마... 혹시 전체가 다 공원으로 바꼈나? 지금으로서는 그거 말고는 답이 없었다. 아니 진짜로 오직 그것만이 사실인 듯 하다. 어떻게 된 거지? 일단 NB는 철수했다. 
    그리고 그날 그는 집에서 혼자 거울을 보다 허물을 벗었다. NB의 외피를 벗기면서 nb가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에 nb는 곧바로 로봇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A) 캠핑 축제 → 숙주찾기
    B) 농업 단지 → 허물벗기
    즉 A,B 출신들은 각자 자기가 소멸하기 전에 옮겨갈 숙주를 찾는다랄지 또는 허물을 벗고 알까기를 한다랄지. 여기까지는 nb가 체험한 직접경험이고. 그와 더불어 공중부양, 유체이탈, 부활 등을 추가하여 각종 도표에 따라 인물관계도를 한쪽 벽면에 그려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다. 
    바로 그때 미카엘의 아들이 nb 집 밖에 도착해서 그를 불렀다. 
   「대부.」
    당연히 nb는 천리안이자 은하계 바깥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으므로 고개를 까딱했다. 
    올 것이 왔을까? 그런데 뭐 하러! 뭔가 목적이 있겠으나 남자끼리 만나서 뭘 하게. 
    뭐 남자 둘이서는 극장 조조 프로만 봐야 하거나, 남자 셋 이상일 땐 저녁 영화를 봐도 되는 암묵적 규약에 서명하려고? 아니면 갈 데까지 갔나.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없애는 그 머드라 그 거 있잖나... 제거... 뭐 그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느낌 세한 상황을 nb가 예상하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그는 미리 천적 관계에 해당하는 누군가를 
근처에 서성이게 만들었는데. 그와 같은 쫓고 쫓기는 드라마의 몰입도는 아마 nb가 봐도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걸 영화화시킬 수 있는 제작사를 알아보기로 했는데. 다음 내용은 다음 기회에! 





    7

    NB는 깨달았다. 황홀한 사랑을 꿈꾸어봐도 소용없다는 걸. 그럼 어차피 칙칙할 거라면 차라리 nb한테 재량권을 내어줘버릴까도 생각해봤다. 그렇지만 언제 녀석이 노크하는지 알 수가 있나. 그 때문에 뭇여성들한테 윙크하는 추태를 부려서도 안될 것이다. 하긴 연애도 무기한 찬란할 수 없다.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 법이거든. 그럼 작명가의 이상은 영원할까? 하다 하다 밤의 황제라는 호칭을 스스로 부여할 생각을 하다니. 그런데 이런 녀석을 잡지사는 왜 은퇴시키지 않는 걸까. 그 허접한 이유를 알아서 뭐 하나. 그나저나 흠모하는 그녀의 애정에 도취되어 로맨스에 흠뻑 젖는 공상의 노예 신분에서 도망가기를 소망하는데. 꽃병은 꽃을 위해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액자 같은 남자는 명화를 기다리는 수 밖에. 맥 빠진 현실이다. 아니면 매가리 없이 잘생겼다는 칭찬조차 못 받는 신세인가? 그래서 그는 아찔한 시상을 떠올렸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일 테지. 젊음은 아름답다. 허나 사랑은 냉혹하다. 따라서 야수여 뜨거운 열정으로 그녀를 만족시켜라. 만족,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쳇! 그게 시적 상상력이라면 이 세상에 시인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겠네. 맘 편히 만화영화를 보며 게으름 피울 때인 줄 아나 보지? 허나 눌변의 대명사인 NB도 어느새 말이 늘었다. 고로 변명이 왜 없을까. 어디서 또 주서들었을 것이다. 비밀을 얘기하면 그 사람의 종이 된다고! 하오나 귓구멍은 메울 수 없는 법. 그래서 차라리 귀에서 피가 나는 게 더 나을까? 낫긴 뭐가 낫나. 말을 말자. 어쨌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뭐야? 그럼 기똥찬 어제는 가버렸단 말이잖아? 투정과 작별한 게 언젠데 아직도. 남자고 나발이고 녀석은 철들려면 멀었다. 그러니까 속 없는 남자. 설마 지금도 질나쁜 누구를 기억하나? 이러니 행복이 선명해지기는 커녕 날씨까지 변덕이지. 지구 기상이변도 다 걔 때문이다. 고로 자기도 모르게 지구의 운명까지 걱정하시겠다? 꿈도 크다. 아주 야무져요. 잘났어 정말. 이러니 아직도 에로영화 무대 주변을 서성이는 망상에 빠져있지. 인생이 참말로 멜로드라마와 정반대다. 그렇지만 뭐랄까 녀석이 꼭 측은하다는 건 아니다만. 이제 알겠다. 따분하기 이를 데 없으니, 그래서 타인의 삶을 엿본다는 걸. 그럼 뭐 관음증? 수전증부터 머머증 겁나게 많네. 좋겠다. 허언증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이러니 아프로디테의 변치 않는 미모를 믿기보다는 상남자들이 오늘의 건수를 선호할 수 밖에. 그럼 또 식상한 인생은 물들어서 NB마저 육체적 사랑을 편애할 수 밖에. 그런 건 또 어떻게 금새 배워요. 이래서 사랑도 부질없다. 정결한 여신은 뭔 정결한 여신. 예술도 가련하다. 블로그? 불쌍해. 그럼 달콤한 쾌락은 끝났나? 최소한 신비한 후속타는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군침부터 말라버렸으니까. 아주 그냥 사막이다. 신기루 구경도 못한다. 그런데 그게 혹시 얕은 물에 큰 고기 없기 때문일까? 아무리 그래도 큰물로 가봐야 뱁새는 뱁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듣는 뱁새 기분 나쁠 것이다. 이래서 NB는 똥차도 없지. 하긴 똥차를 똥차라 그러지 그럼 뭐라고 해! 한편 또 남의 것도 아닌 자기 정신을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하는 걸 감지했으므로 녀석은 분위기를 바꿨다. Vivaldi / ‘Magnificat’ RV610a 허나 기분전환이 쉽게 될 리 있나. 그러니 최후의 방편으로 한동안 들리지 않았던 아지트. 그는 그곳으로 향했던 것이다. 내가 아지트에 두 번 다시 가나 봐라 만약 가면 나는...라고 했으나. 제1 정체성 바보는 죽었는데. 다시 부활했으니까 말이다. 그럼 도대체 대타들이 몇 명이야?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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