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93

from 소설 2021. 12. 30. 19:08

    1

    잠꼬대 같은 공상은 재미없다. 그럼 이제 고양이 손을 빌어 불 속의 밤을 끄집어내볼까? 근데 문제는 주변에 탐스러운 복숭아는 커녕 파리새끼 한마리 얼씬하지 않음. 그러니까 아는 동생들이 다 도망갔지. (절레절레) 그런데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 제 발로 굶주린 늑대에게? 놀고 있네. 허나 구름이 걷히면 달과 별을 볼 수 있다. 권태에 주늑든 게 자랑은 아닐 테니까. 그 결과 NB는 허영심을 파괴했다. 다만 오히려 허영심 2가 부활했다는 게 거북할 뿐. 그러니 고귀한 이상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나. 때문에 어떤 욕망마저 퇴색했을 것이다. 더구나 일단 잘나지 않았으니까 잘난 척도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아는 척을! 이러니 기쁜 바쁨이 아니라 불쾌한 일정 없음만. 일전에 나는 미치지 않았다더니 이제는 난 늙지 않았다로 바꼈을까? 둔갑술은 딱하고 여자말 번역기도 고장났다. 마침내 마술도 썩었다. 희망도 멍청해지고 소망도 곯았다. 그런데 사랑이 허접하지 않다고? 최소한 멜로드라마는 유치하다. 이래서 반짝이는 짝사랑복도 믿을 게 못된다. 이 여자 저 여자 다 따먹고 다니더라는 허풍만큼 재미없는 게 어딨나. 부질없다. 소용없어. 가라 그래. 저리 비켜? 아무도 없음. 꽃과 하늘과 별과 그대의... 시도 안 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비너스의 매력을 측정하겠다니. 말이 되나 말이. 이러니까 고상한 세련됨은 허랑방탕함에 희석되지. 결국 정체는 탄로난 셈. 풍운아가 아니라 그냥 몽상가. 그래서 오늘도 백판 자빠져 놀고먹기 좋아하시나? 말을 말자. 이런 형편에 이 세상에 둘도 없는 희열을 걘 털어놓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들어줄 사람도 없거니와 뭘 모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록빛 다정함과 신비로운 부드러움? 놀고 자빠졌다. 그런 의미에서 질투심을 팔고 호기심을 부풀렸는데. 알고 봤더니 남은 건 뭘 해도 재미없음. 뭐라고? 그러니까 지난 날을 돌아보니 누구에게나 만만히 보였거나, 아니면 (개)엄살! 그래서는 야망은 커녕 사랑도 소망도 다 놓친다. 물론 알긴 아니까 이 시대에 능청이 웬말 막 그러면서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가 봐야 또 이용당함. 솔직히 말하자면 허당이 아니라, 좋게 얘기해서 허당일 따름. 그러니 정말로 잔뜩 굶주린 늑대는 고독에 지친 거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그는 욕심이 없다기보다는 그냥 무지했으므로 다른 별명 다 포기한 체 어엿한 몽상가로 남은 것이다. 좋았어. 훌륭하군. 대단해. 가련하다? 미련한 거지. 허허허. 이처럼 한량으로써 소임을 다하다 보니 언젠가 꿈이 평생 놀고먹는 거라는 걸 기억도 못해. 아무튼 백판 자빠져 노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행복한 사색가의 팔자래야 밤이면 술꾼으로 변신한다는 거? 더럽게 재미없는 사실이 그거다. 게다가 흉금을 털어놓을 말상대는 없지, 만약 있다고 하여도 할 말 떨어진 실정. 그래서인지 몰라도 살다보니 숙녀에게 나이는 묻지 않을지언정 놀기 일하기 다 싫증났다는 거짓말을 누구도 들어주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데 이 마당에 여심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을 어떻게 발달시키나. 못한다. 불가능하니까. 그러나 정말로 무대 근처도 서성이지 못하는 운명이 밉지는 않을 텐데. 그래 봐야 얄미운 패배주의는 쓴웃음을 끝없이 선사하는 것. 삶에 흥미를 잃었군. 그러니까 사는 낙이 뭐야? 대체 그걸 알아서 뭐 하겠나. 안 그래도 사랑은 없다. 더더군다나 어차피 식을 건데 사랑을 뭐 하러 하나. 그러게 뭇여성을 꼬실 생각을 왜 해. 운명의 여신은 노크할 마음도 없는데 문만 열어놓다니.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그래서 녀석은 아무 생각없이 놀이공원에 갔다. 이유가 무슨 필요있나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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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소포일러를 살짝 귀뜸하자면 그는 숙녀를 꼬셨다. 아니, 뭐 어떻게 어떻게 NB는 여자들한테 꼬심을 당했다. 이를 테면 
   「오빠 혼자 왔어요?」
   「쟤 왜 갑자기 아저씨한테 말 걸지?」
   「갑자기 부인이랑 애들이 아빠한테 다가오는 거 아냐?」
   「그러게. 그러니까 내가 4 대 4 소개팅 나가자고 했니 안했니!」
   「근데 이 오빠는 왜 말이 없지? 말 못하는 거 아닐까? 아님 안 들려?」
   「넌 왜 멀쩡한 오빠를 놀리고 그러니? 못됐어.」
   「그렇지만 저 오빠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지 않니?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가 뭐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냐 그 말이야 내 말은.」
   「그러든 어쩌든 이 오빠 기본 좋나봐. 들떴어. 혹시 이 오빠도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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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애초에 그녀들 가운데 누군가를 어떻게 한번 자빠트려볼 흑심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녀석을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그게 지금 왜 궁금한데. 아무도 관심없을 뿐. 그러든 어쩌든 이곳은 그녀들끼리 사는 숙소다. 그녀들은 함께 산다. 불여우 4 마리가 왠 토끼 1 마리를 소굴로 불러들인 건가. 세상에 이런 일이! 그렇다고 이런 일이 아예 있을 수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 고로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수 밖에 없는데. 그러던 순간 여자 1명은 거실에서 소파에 놓여진 옷을 치우고, 여자 3명은 다른 방으로 갔다. 뭔가 음료를 준비한다랄지 그런 목적일 것이다. 그런 다음 일단 여자 1명이 NB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코피를 흘렸다. 뭐라고? NB라고 에티켓을 모를 리가 있나. 그래서 아기처럼 손바닥으로 그걸 닦아줄려는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손이 그쪽으로 갔다. 그러나... 아뿔사! 
    NB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그렇다고 바지에 오줌을 지리지는 않았다. 허나 안심하다가 설마 바지에 똥을 쌌다? 아 글쎄 그러니까 뭣 때문에! 설명이 늦었다. 그렇다고 말 나온 김에 계속 뜸만 들일 의도를 품고 서술자가 애독자를 골탕먹일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애독자 자체가 꼴랑 4,5명쯤에 불과할 테니까. 물론 많아 봐야 무척 낙관적으로 예상했을 때 말이다. 어쨌든 왜 NB가 입에 군침이 흥건했는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왜 녀석의 심박수가 부쩍 상승했는지, 무엇 때문에 트럼프 카드에 나오는 네 가지 모양 가운데 하필 하트가 벌렁벌렁했는지 그 이유를 말해볼까? 아니나 다를까 혹시 NB는 지금 딴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제정신이라면 분명 바지에 똥을 싸을 테니까. 즉 군대에서 휴가 나와 웬 신학대학교 도서관에 들어가 악보를 찢고 지갑을 왜 훔치도록 만들었는지, 그게 원인이 되어 1,2년 뒤 도심지 시내 미용실에서 전화왔었던 일. 당신 지갑이 우리 미용실에 떨어져 있으니까 와서 찾아가시오, 만약 찾아가기 싫다면 그러든가 말든가. 까지는 아닐지언정 이를 테면 이런 쓰잘데기 없는 잡념들. 물론 여자들 넷이 사는 집에 늑대 1명이 초대받았는데 그런 뭐랄까 잠깐만 옐로카드 받는 셈치고 심한 말 딱 1번만 하자면. 뭔 말 할지 까먹었음. 
    아무튼 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코피를 닦아주려 했는데. 그런데 알고 보니 조금 전과 상황이 전혀 달랐던 것이다. 무엇이 달랐을까? 
    첫째, 그녀는 숙녀가 아니라 마네킹이었음
    둘째, 코에서(콧구멍에서?) 흐르는 피는, 다시 보니 눈에서 흐르는 하늘색 액체였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막 그러면서 NB는 다른 쪽에 있을 여자 3명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녀들도 모두 마네킹이라니! 그래서 그는 다시 여자 1명에게 돌아왔다. 
    물론 여자 1명은 좀전에 분명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벌떡) 일어서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NB의 팬티는 팽창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왜? 뭐 변태야? 아니면 전문용어 무슨 도착이야? 그는 대번에 정신을 차렸다. 따라서 그녀들이 귀신인지 유령인지 몰라도 걔네 작전대로 허둥대다가는 자기까지 마네킹으로 변신할 것만 같은 불안감. 이제야말로 바지에... 쉿! 결국 그는 도망갔다. 





    2

    그 뒤로 그는 여자 네 명은 무조건 피해다녔다. 또 이따금 코에서 뭔가가 흘러나왔다. 그게 또 이상한 게 밖에서는 정상적인 콧물이 흘렀는데. 집에서는 초록색 콧물이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데. 이걸 말하면 누가 믿어줄까? 결국 NB의 코는 성감대로 바뀐 것인가 아닌가! 그래서 그는 비정상적으로 아찔한 착상을 번뜩이는 영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듯이 별 허접한 허구를 쓰기 시작했다. 이를 테면 주인공의 성행위 빈도에 따라 콧물 색상이 변한다나 뭐래나.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무슨 말도 안되는 걸 뭐 하러...! 그러게 뭐 한다고 놀이공원에 가서 꼬심을 당하나. 아니나 다를까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써내려간 공책을 찢어서 그는 던지고, 물고, 뜯고, 뭉쳐서 던져버렸다. 또 무슨 밑도 끝도 없이 뭐 하늘색 눈물과 초록색 콧물? 이런 개뼉따귀 같은.. (절레절레)! 그렇지만 엇그제 놀이공원에서 있었던 일은 전부 사실이고. 또 그녀들 숙소에서 벌어졌던 황당한 사건. 그건 대체 뭘로 설명할 건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불가사의를 남한테 고백한다? 답답하다. 아니면 그걸 빌미로 소설을 써서 순진한 양반들을 속여서 때돈을 번다? 허접해 허접하다고. 그럼 그걸 다 없던 일로 치분한다? 그건 또 아니지. 따라서 그는 그녀들 숙소에 다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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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그녀들의 숙소를 찾을 수 없었다. 분명 이 근처 어디였는데... 왜 찾을 수 없지? 막 그러면서 수없이 헤맸는데 도저히 그녀들 숙소 비슷한 건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어떻게 좀 닮은 거라도 발견하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왜? 그걸 필자가 아나 독자가 짐작하시나. 누구도 모를 일일 따름. 그렇게 포기한 채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저기 저쪽에서 그녀들 4명이 정답게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막 룰루랄라 룰루랄라 얍 얍 뿅 뿅, 어쩌고저쩌고 수다 떨면서 말이다. 그걸 본 순간 NB는 다리에 힘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다. 그렇다고 길바닥에서 엉거주춤 서서 바지에 똥을 싼다? 요의도 전혀 느끼지 않았고. 그는 덜컥 겁이 나서 도망가려고 했다. 그런데 몸이 말이 듣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점점 그녀들은 다가오고 있었는데. 
   「어머머 얘들아 이 마네킹 뭐니?」
   「뭐지? 특이하게 생겼는데?」
   「못생긴 거지 이게 이상하다고?」
   「그러든 어쩌든 어딘가 모르게 수상한데.」
   「너도 그렇게 느꼈니? 나도 왠지 모르게 느낌 세해.」
   「아마 이거 누가 버린 거 같은데. 얜 어쩌다가 주인한테 버림받았지?」
   「그런 의미에서 낙서라도 해줄까?」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 데려가서 그림을 그려주자. 옷을 입혀주고 막..」
   「너 방금 뭐 생각했어?」
    그렇게 NB는 그녀들한테 붙잡혀서 꼼짝도 못한 체 불여우 굴로 끌려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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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잠에서 깨어났다. 장소는 그녀들 숙소 소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는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왜냐하면 근처 어딘가에 마네킹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기 싫었으니까. 만약 있다면 그녀들일 테고, 없다면 또 뭔가 꿍꿍이 때문에 자기를 요리할 조미료를 사러 갔을 테고. 케찹도 사올려나? 막 파스타 소스랑 뭐랑... 안돼 안돼. 그래서 그는 도망갔다. 만약 잡혀서... 상상도 하기 싫었으니까. 





    3

    어느 날 NB는 꿈을 꾸었다. 유령이 나타나 그녀들 4인방을 다시 만나라나 뭐래나. 내용을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게 뭐랄까 꿈이야 어차피 몽환적이기 마련이다만 이건 극히 사실적이다가 또 이상하게 만화영화처럼 다채로웠다가. 그래서 꿈을 깨고 나니 침대 시트가 흥건하니 젖었다는 것. 또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다시 그곳으로 가보면 뭔가를 발견할 것이다 라는 귀신의 속삭임? 무슨 뚱딴지 같은 개꿈을 꿔서... 또 속아넘어가라고? 허나 속는 셈치고 녀석은 또 바보처럼 자기도 모르게 다음 날 그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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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는 왜 몰랐을까? 그곳은 동네 전체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신을 앞두고 있었다. 때문에 인적이 드물어지고 이 다음에 어떻게 되겠다를 아무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는 단계. 그런데 이런 과정이 왜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그게 아마 다 그녀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든 어쩌든 꿈의 계시 때문에 복권을 살 걸 괜히 여기까지 또 고생스럽게 발걸음을 했다면서, 막 녀석은 또 인상 팍 쓰면서 이러쿵저러쿵 혼잣말을 내뱉으면서 그녀들 숙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머나! 오늘은 웬 비밀번호를 요구하네? 전에 미처 못 봤던 것일까? 인적 없고 사람도 살지 않으며... 그런데 왜 이런 출입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지? 물론 전엔 항상 열려있었으나 도둑고양이가 뭘 잘못 건드려서 문이 딱 닫혀버렸어. 그런데 고장났던 비밀번호 문짝이 어느 날 정상작동했다? 그럴 수 있다. 어렵겠으나 녀석은 그런 거까지 의심할 만큼 심기가 편치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비밀번호는 뭐지? 아하! 마네킹들 뒷목에 전부 파이(π) 기호가 각인되어 있던 걸 기억해냈다. 그렇다고 시그마니 루트니 뭐니 수학책에서 봤던 기호를 죄다 동원할 필요까지 있겠나. 비밀번호 입력창에 딱 3141, 딩동댕!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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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아니 어떻게... 아뿔사! 맙소사, 소파 앞 탁자에는 정말로 007 가방이 있었다. 전에 봤던 마네킹이랄지 또 마네킹이 없을 땐 진짜 사람 즉 여자들. 그런 건 죄다 사라진 채 이제 남은 건 오직 007 가방뿐. 그럼 그녀들과 다정한 모습들과 은근한 유혹... 그런 게 모두 이 가방으로 들어갔다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가능성도 농후하다만. 꿈을 믿을 마음은 없었다만 속는 셈치고 와서 지금 이렇게 식겁한 상황. 대체 저 안에 무엇이 들었길래...! 뭐지? NB는 일단 가방을 들고 그곳을 나왔다. 물론 케익 상자를 당장 열어서 생크림 맛을 보는 것도 좋고, 멋지며, 가능은 하겠으나. 동네 분위기가 어떻고 또 꿈에서 뭔가를 알려줬는데 그걸 드라마처럼 뭘 좀 알아야지, 밑도 끝도 없이 당장 사실주의? 일단은 이기주의자로써 영화 주인공인 척 녀석은 그 가방을 자기 사무실로 옮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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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녀석 사무실. Handel / 세속 칸타타 ‘사랑, 잔인한 폭군’ HWV97 자, 일단 (TV로 흔히 봤던 표정과 몸짓처럼) 그는 양손을 비볐고 이제 한번 시작해볼까 막 그러면서 뜸을 들였다. 근데 대체 안에 뭐가 들어있길래... 설마 고액권 다발이? 만약 그렇다면... 또 그게 아니라... 혹시 코카콜라 제조 비법이 적힌 수첩이? 더 뜸들였다가는 신비감이 실망감으로 변하는 마법이 실현될지도 모르므로, 따라서 NB는 당장 가방을 열었다. 그런데 잘 열리지가 않네? 아니 왜? 당연히 뭔가 장치가 있겠지. 자기를 뭐 조심스럽게 다뤄주라 그건가? 우리 서두르지 말아요 뭐 그러냔 말이다. 그래서 손잡이를 잡고 어떻게 할까 했는데, 그 손잡이를 (일부러 그렬려는 건 아니었다만) 딱 트니까 가방이 찰칵 하면서 열렸다. 그럼 내용물은? 
    안에는 작은 카바레, 즉 극장식 카바레가 구현되어 있었다. 또는 인형극 극장 무대라고나 할까? 뭐랄까 막 뭐지 뭐지 그러는데 모차르트, 비발디, 브람스, 베토벤... 그런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들렸는데. 가방은 직각까지만 열렸고. 왠지 모르게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만 150도 각도까지 젖힐 수 있을 걸 예상할 수 있었으며. 그 안에 무대에는 1명 인형만 올릴 수 있었고, 대기자는 3명. 물론 지금 무대는 공석. 그래서 발레리나 후보는 총 4명. 그런 누구부터 메조소프라노로 간택한다? 콜로라투라는 그러니까 스킬레토힐을 일단 벗겨서, 에라 모르겠다 너부터 프리마돈나로 나서자. 왜냐하면 못 고르겠으니까. 그렇다고 공평하게 공연 때마다 바뀌도록 막 뮤지컬 제작 기법을 적용할 수도 없고. 그래서 네 명 숙녀 가운데 일단 아무나 무대로 올렸는데. 그러자 '백조의 호수' 노래가 모차르트 21번 피아노 협주곡 2악장인가 그걸로 바뀐 거 말고는 변한 게 없었다. 뭐야 이게! 별것도 없잖아? 아직은 NB가 장차 뭔 기발한 작풍이 자기를 들었다 놨다, 밀었다 당겼다, 쥐었다 폈다, 감았다 풀었다 그럴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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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는 평소처럼 출퇴근하는 삶을 살았다. 친구를 만나서 넌 최근 누구를 꼬셨다며 떠보고. 술집에서 바텐더한테 소파에 자빠져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무엇이지 성의 없는 립서비스를 받고. 그러다 글이 안 써진다며 무작정 발길을 옮긴 곳은? 미술관. 동물원. 공원. 또 드라이브! 기타 등등. 변한 건 없는데. 딱 하나 바뀐 건 새로운 여자들을 만났다는 점. 물론 요점만 말하자면 진한사랑은 다 실패했다. 당연히 말이 통하고, 사랑을 논하며, 멜로드라마를 반역하네 마네 라는 줄거리도 없이 진한사랑 만을 추구한 건 아닌데. 성적표를 말하자면 그랬다는 것. 그러다 NB는 어딘가 모르게 그게 혹시 007 가방에서 무대에 벨벳 드레스를 올렸기 때문이가 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사무실에 있는 가방을 열어 1명만 올라갈 수 있는 모노드라마 주인공을 교체했다. 그랬더니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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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뜸들이지 않고 곧장 말하겠다. 그는 침대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아니... 그게...! 새로 만난 그녀의 이름은 샤론이었는데 왜 하필 그 순간에 눈물을? 기뻐서 흘리는 게 아님. 또는 슬퍼서 눈물이 나왔다? 역시나 아니었는데. 그럼 왜! 왜인지 알 수 없었다는 건 나중 그녀가 말해서 알았고, 또 당시에도 그녀가 막 잡아끌고, 자기를 다시 어째주라... 그런 여러 정황과 근거와 몸의 언어로써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근데 이상한 건 그런 그녀의 의사와는 달리 그녀의 몸은 차갑게 식으면서 눈물을 흘리더라는 점. 왜일까? 당연히 그녀와 연애하고, 오래 사귀며, 많이 대화를 나눠보면 알 수 있었겠으나. 어색한 만남은 오래가지 못했고. 또 더더욱 괴상한 건 다음 만나는 여자도 똑같이 키스하고, 손잡고, 포옹하고... 다가온다 다가온다 미치겠다 미치겠다 뜨겁다 뜨겁다 흥분한다 흥분하다...! ~라는 과정을 거친 다음 그녀 또한 눈물을 흘렸다는 점. 그래서 녀석은 누구와도 그 다음을 결코 진행할 수 없었다. 





    4

    이처럼 여자 10명을 만나면서 알게 됐다. 그게 다 가방 때문이라는 걸! 빨랐는지 늦었는지 이제야 원리를 깨달았던 것이다. 
    (1) 플리츠 스커트
    (2) 고급스러운 실루엣
    (3) 고전적인 매력
    (4) 윙클 드레스
    가방을 열면 고정된 무대. 거기에 등장시킬 수 있는 인원은 딱 1명. 누구를 퇴장시키면 무조건 다른 1명을 다시 올리지 않으면 안되도록 설정되어 있음. 이게 그 때문? 이건 연극보다는 장편 드라마에 어울리는 소재인데 아무튼 은근함을 퇴출시킨 채 확실히 말하자면 이렇다. 
    (1) 플리츠 스커트      → 눈물
    (2) 고급스러운 실루엣 → 코피
    (3) 고전적인 매력      → 귀에서 피
    (4) 윙클 드레스        →  ....애...액? 
    물론 1~4번 모두 의상이 가방을 열 때마다 매번 변한다는 걸 녀석은 정말 오래오래 지나서 알게 된다는 건 귀뜸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그만큼 녀석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점을 모르면 안되니까. 여기서 혹여 누군가는 4번 애...뭣이면 좋지 왜 나쁘겠냐며 환호성을 지를지도 모르겠다만. 그게 마냥 쾌재를 부를 일만도 아닌 게 뭐냐면! 그가 접근하는 여자가 이를 테면 브랜드 마케팅처럼 표적이 최적화되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 뭐 아무나... 막... 누구나? 골치아퍼진다. 왜 난감하지 않겠나. 
    여기서 통계에 따른 도표, 수치, 기록,,, 그래프가 어떠하니 뭐가 어쩌고저쩌고더라? ~까지 설명할 수도 있다만. 그 가운데 최우선으로 말해야 할 게 있다. 그건 무엇일까? 바로, 1, 2, 4번은 사실주의이고 3번만 환상파였다는 점. 그게 대체 뭔 말이지? 즉 결말에 가서 어퍼지든 찬물을 확 끼얹든 어차피 정점은 못 찍을지언정. 합방을 하게 됐는데, 합궁을 하니 마니, 속궁합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마침내 비밀스러운 성감대를 딱 대번에 찾아냈는데. 그러든 어쩌든 나머지는 싹 다 사실주의. 그렇지만 죄다 실패. 그런데 유독 3번만 마술적인 환각으로 NB의 마음을 황홀하도록 미칠 듯이 흔들어놓았는데. 다시 말해 3번도 역시나, 기왕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애독자여! 그대여 한번 상상을 해보시라. 그러세요 제발! 딱 어떻게 어떻게 딱 그럴려고 하는데. 그런데 상대방 귀에서 피가 나오는데 더 진행한다? 못한다. 또 갑자기 쌍코피가 흐르는데 키스를 계속한다? 말 같지도 않음. 눈물은 앞서 말했고. 경험한 사람들 거수? 물론 4번 애... 그건 우리가 만약 사후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경우의 수만 따져도 생지옥이 따로 없을 거라는 점. 그래서~ 은근이라는 간접화법이 없을 수 없는데. 그처럼 4번 만큼 곤혹, 짜증, 뚜껑열림에 대해서는 애처롭게 말을 아낌. 머리에서 부글부글 수증기가... 모락모락... (절레절레)! 근데 왜 갑자기 어디서 문어 썩은... 쉿! 
    보아하니 누구를 타석에 등장시켜도 전부 실패. 아무리 시기 적절하게 교체를 해도 누구나 헛방망이. 아니면 솜방망이? 헛발질도 한두 번이지 차라리 망신 안 당하도록 집에서 혼자 영화나 보는 게 백번 천번 나을 건 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가 쌓이다보니 NB는 알 게 됐단 말이다. 나머지는 모두 사실주의였으나 오직 3번만 환각, 환상, 환영... 마술적인 판타지였다는 걸! 즉 귀에서 피가 흐르는데 어떤 날은 그게 청록색이었다가... 누군가 귀에서 흐르는 액체는 거의 진짜 케찹과 흡사하기도 하고. 또 연보라색 액체가 귀에서 흐르자마자 막 증발하는데. 그 기체가 커졌다 작아졌다 반짝였다 초소형 불꽃축제처럼 터지다가. 물론 이건 극중 농밀한 정사씬? 머머씬? 그런 정신없는 순간에 뜬금없이... 남녀 모두 미칠 노릇인데. 여자도 여자지만... NB는 밑도 끝도 없이 뭐 귀에서 흐르는 피가 어느 날은 주황색이었다가 또 다른 여자를 만나서는 뭐, 어? 귀에서 무지개색 변화무쌍한 액체가 흐르더니 막 증발해서, 다음에 코앞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고? 누가 믿겠어. 허나 사실인데? 물론 그놈 딱 1명에게만! 
    딱 여기까지만 해도 편당 30분 잡고 20부작쯤 거뜬히 뽑을 수 있을 텐데. 
    중요한 건 어느 날 녀석은 또 꿈에서 계시를 받았다는 점. 내용은 무엇을까? 
    저번에 선물했던 그 가방을 찾으로 왔노라 어쩌고저쩌고! 그랬더니 집에서 일어나자마자 그는 사무실로 뛰어갔다. 
    그랬더니 정말로 그 마술 가방은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정말 어떻게 됐을까? 그 다음에 그 다음에... 아 글쎄 어떻게 됐냐고? 





    5

    요술 가방이 선사한 원리. 그건 앞서 괴상한 꿈을 꾼 뒤로, 요술 가방이 선사한 원리는 반대로 바껴버렸다. 
    즉 이제부터 NB는 누군가를 만나면 이상하게 눈물을 흘렸다. 
    또 어느 날 인연을 맺게 된 어떤 숙녀와 친해져서 데이트르 하고. 
    그러다 연애의 진도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끝에, 아차! 아니 저런... 저... 저...!
    딱 중요한 순간에 NB는 코피를 흘리네? 키스하던 그녀는 표정 싹 바뀐다. 
    또 딴 분을 만났더니 글쎄 이상하게 오줌마려워. 막 자주 그래. 근데 화장실에 가면 또 안 마려워. 
    뭐지? 뭐지? 이거 대체 뭐지? 그러니까 대체 누구를 만나면 귀가 가렵고, 누구와 함께 있으면 쌍코피가 나게 되어 있을까. 
    이를 테면 딱 거사를 치른 다음에 뭐 쌍코피가 터지든 말든 해야 할 건데. 무슨 뭐 마침표도 못 찍고, 어? 느낌표는 커녕, 에잇! 
    말 말자. 어? 묻지 말라고 글쎄 이 양반아. 거 사람 미칠 노릇이 이거니까 말이야. 아주 그냥 환장할 일이지 그냥. 돌아버려. 
    좋다 마는 거도 한두 번이지. 뭐가 어쩌고 어째? 
    C.P.E.Bach / Magnificat Wq215
    그래서 녀석은 결국 장편 드라마를 1단계는 1부작에서 20부작까지, 2단계는 1부작에서 30부작까지 마쳤으니까. 
    이제 서서히 다음을 구상하여 수동 기어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기어 조작을 했을까? 
    정답은 엑셀!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니까 <어떻게>부터 알아봐야 하지 않겠나. 따라서 일단 만나봤다. 
    스타벅스 커피숍에 취직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물론 모든 걸 엑셀표에 적었다. 뭐든지 기록했다. 
    그런데 스타벅스 유니폼을 입는 동안 녀석은 여자를 단 1명도 못 꼬셨다. 또 아무도 그를 유혹하지 않았다. 
   (절레절레) 그래서 그는 스타벅스를 때려친 다음 버거킹에 취직했다. 유니폼을 바꿨기 때문일까? 버거킹 매장 
    내에서는 별 일이 없었다. 다만 우연의 일치 때문인지 뭔지 날이면 날마다 그는 여자를 갈아치웠다. 그렇다고 속된 말로 막 그냥 씨를 막 뿌리고 다닌 건 아니었다. 뭐?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농담이고. 그럼 뭘 해? 
엑셀에서 주의할 만한 부분은 아무 것도 못 건졌는데. 하여 다시 유니폼을 또 맥도날드로 바꿨는데. 
    다시 말해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코피가 나지 않음. 눈물이 말랐나? 이러면 엑셀표를 작성하는 의미가 없잖아? 왜 아니겠나. 
    호시절이 다 가버린 건지 아닌지 화려한 전성기는 다시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럼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좋잖아.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누가 알겠나 그 꿍꿍이를. 





    6

    그러던 어느 날 NB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놀고 있었다. 빈둥빈둥 호랑방탕한 놈 같으니라고, 뭐 평생 놀고먹겠다고? 그 심보를 어디서 배웠는가는 몰라도 설마 어려서부터 꿈이라면 또 몰라도. 아니, 설마 어려서부터? 무슨 그런 개똥 같은 소망을 일찍부터! 그나저나 그가 받은 문자는 무엇일까? 요약하자면 이랬다. 
   "어디어디 모텔 몇 호실로 오시오. 우리의 제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대가 더 잘 알 것이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가 당신을 자기라 불러도 될까요? 안 될 건 또 뭐겠소. 더더군다나 방금 뭐랬냐, 우리 라고 하지 않았겠소. 그럼 그대는 1명인 반면 우리는 2명이지 않겠소. 왜, 생각이 많아지시오? 그러든 아니든 우리는 반드시 만나야 되는 것. 아무튼 방문은 1시간 뒤 약 5분 동안 열려있을 것이오. 혹시 늦더라도 당신의 발걸음이 느려지지 않도록 다 조치해놓을 것이오. 그럼 도착하여 우리를 뭐라 불러드릴 생각이오? 아직 우리가 누군지 모르겠소? 궁금함에 마음에 별나라로 도망가기 전에 어서 만납시다."
    이런 느낌 처음일까? 쿵쾅쿵쾅 녀석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어디 하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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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어디 모텔 몇 호실에 딱 들어섰는데. 거기에는 뒤늦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려는 것인지 막 반짝반짝, 뿌잉뿌잉, 들썩들썩 막 그랬다. 축제 기분이 고조되는 느낌으로 장식도 꾸몄고 음악도 알맞고. 그런데 그의 앞에는 웬 마네킹이 2명 서있다니! 아뿔사...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녀석은 갑자기 자기 몸의 중간, 그곳이 따듯해지는 걸 감지했다. 그때 핸드폰은 마구 울렸다. 왜냐하면 자기 사무실 출입 시스템이 경고음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불시에 누가 침입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건데. 아니 누가? 그러게 말이다. 왜 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게다가 어째서 지금이냐고. 심지어 몰래 침입해서 특수 선그라스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막 선홍색 레이저, 하늘색 레이저를 일부러 건드려서까지. 꼭 그렇게 해서라도 자기 사무실에 들어와야 할 긴박한 이유라도? 일단 뭐 가보면 알겠지. 그래서 얘네들을 어떻게 요리할까는 잠시 뒤로 미룬 체 NB는 자기 사무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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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음악을 누가 틀어놨지? Viotti / Violin Concerto No. 22 게다가 텔레비젼도 켜져있고. 무선청소기 역시나. 대체 누구야? 그런데 아무도 없어. 그렇다고 특수 침입 시스템이 오작동할 리도 없고. 그건 연방 준비위원회는 물론 스위스와 전세계 곳곳의 조세회피처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비밀 장소에서도 신뢰하는 그런 프로그램인데. 아니 어떻게... 허무감이 밀려왔다. 뭐야? 그런 허전함을 날려버릴 해결사가 바로 녀석 등 뒤에 있었다는 사실을 그땐 왜 몰랐을까. 알 리가 없지. 그때 NB는 왠지 모르게 자기 팬티를 열어봤다. 그런데 그 물건이 뭣 때문에 대리석으로 변해있지? 알 수 있나. 모를 수 밖에. 그러다 갑자기! 
    벽에 걸리 명화 속 마네킹은 느닷없이 하늘색 레이져를 녀석한테 쏘았다. 그래석 NB는 마네킹으로 바꼈고, 명화 속 nb는 밖으로 뛰어나와 녀석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제 숙주를 탈환하는 방법이 새롭게 발전했다고나 할까. 그걸 누가 감탄할 기회도 주기 싫다는 듯이 nb는 서둘러 어딘가로 뛰어갔다. 거긴 어디일까? 어디겠나. 앞서 NB가 어디어디 모텔 몇 호실 바로 거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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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어디 모텔 몇 호실. 도착하자마자 nb는 연분홍빛 레이져를 마네킹 2명에게 쏘았댔다. 그녀들의 마음을 녹여서 부드럽고, 다정하며, 따스한 육신으로 변신하게 하기 위해서! 뭐라고? 바로 그 찰나, NB의 사무실에 또 누군가 도착했음을 nb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겨를이 어딨겠나. 생각이 어디 가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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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플리츠 스커트
    (2) 고급스러운 실루엣
    (3) 고전적인 매력
    (4) 윙클 드레스
    그 넷 가운데서 또 다른 멋진 패션으로 변신한 2명. 그녀들은 NB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미 NB가 마네킹으로 변해있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녀들도... 아니다. 그녀들은 눈에서 레이져가 나가지 않음. 따라서 레이져 대신에 녀석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그녀들 본거지로 그 마네킹을 데려갈 수 밖에 없었는데. 근데 몸이 아니라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그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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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서 그녀 2명은 눕힌 NB 마네킹의 발바닥을 한 명씩 담당하고 있었다. 나머지 2명은 아직 아마 출타 중이었을 건데. 그녀들이 어서 돌아와 녀석의 두 손을 담당해서 어떤 마법을 완성시키면 녀석은 다시 사람으로 변신할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7

    1주일 후. 
    시간은 후딱 가버렸다. 
    장소는 시내. 시내에서 더더욱 멍청해진 NB를 양쪽에서 부축하여 걷고 있을 때. 저 앞에서.... 저 앞에서... 
    다음 장편 드라마는 방영되면 확인하는 걸로. ~라고 환상극은 끝날 뻔했는데. 이걸 어쩌나? 녀석은 통 무대에서 내려갈 줄을 몰랐음. 자,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이어가자면, NB는 인파가 꽤 되는 시내에서 웬 유리창에 부딪혀서 넘어졌다. 쇼윈도우라고 하나? 그럼 이미 마네킹들이 녀석을 아이쇼핑했을 수도 있다는 얘긴데.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주목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은 그 장면을 보고서 웃고, 잡담하고, 미소를 감추거나 키득키득. 그렇다고 숙녀가 그 몸짓에 어떤 성적 상징이 숨겨져 있나 라면서 희번덕거릴 수 있나. 말 그대로 몇몇은 웃고 몇몇은 제 갈길 가고. 그런데 중요한 점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NB는 정상으로 복귀했다는 점. 양쪽에서 팔짱 꼈던 그녀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역시나 정면에서 작은 nb도 거울처럼 그렇게 자기한테 다가왔는데. 쇼윈도우에 부딪힌 다음에는 여자-nb-여자... 걔네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바로 그때! 
    옆에서 NB를 부축하는 마초 2명. 
   「아이쿠, 괜찮은세요?」
   「어르신, 어쩌다 넘어지셨어요? 설마 드라마처럼 저 안쪽으로 쓱 통과하실 수 있을 것 같았나요?」
   「그러게 말예요. 정신이 좀 드세요? 설마 그게 가능했다고 해도 그럼 이 세상에 초능력자 아닌 사람이 어딨겠어요. 안 그래요? 저희 같은 잔챙이라고 뭐 불행과 가난만 양쪽에 꿰차고 살란 법 있냔 말이에요. 기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건 아마 계획에 따라 실행된 작전은 아닐 겁니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아냐구요? 그야 뭐 엄마한테 물어보면 알겠죠. 그러지 말고 '엄마한테 말하지 마'라는 나이트클럽에나 갈까요? 무슨 이런 재미없는 농담도 농담이라고. 개똥 같은 잡담 그만하고 일단 우리랑 갑시다. 어디로 갈지는 가보면 알겠죠. 물론 고급스러운 리무진을 타고 갈 테니까, 칵테일도 드실 수 있죠. 당연히 마술사의 조수는 미녀일 테구요. 어떻게 취향은 그냥 치마, 아니면 치마+스타킹? 그런데 저희도 주어진 좌표로 가는 게 임무일 분 그곳에 어떤 귀빈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기가 막힌 파티가 벌어지고 있을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요. 다만 형씨께서는 가셔서 결코 손해보시진 않을 테고. 우리가 선생을 모셔가는 데 실패하면 우리는... (절레절레) 말도 말어요. 말도 마시라구요. 왜냐구요? 아 글쎄 묻지 마시라니까요. 그래도 뭔가 궁금하니 조금 힌트를 쓱 흘릴까요? 영화에서 보셨어요 안 보셨어요? 황홀한 몸매, 천상의 목소리로 마음을 녹여주는 교태. 귀여운 게 강아지랑 똑같네. 웬 나이트가운과 파티복과 무슨 패션쇼를? 그런데 무슨 가면무도회도 아니고 막 사람들이 쓴 가면은 초정밀한 상어대가리, 독수리 머리, 돼지 머리, 코뿔소 머리... 등등. 그럴 줄 알았죠? 아니에요. 모두 나체. 그리고 선그라스. 또 하나? 마스크!」
    리무진을 타고서 도착한 곳은 말 그대로 대저택. 
    정문부터 또 다른 정문까지는 멋진 오픈카를 타고 이동. 
    다시 2번재 정문부터 3번째 정문까지는 적토마, 백마, 천리마...애마를 타고서. 
    그렇게 어떻게 어떻게 파티장에 입성. 중간에 물론 8 대 2 가르마가 깔끔한 요원들이 암구어를 물어봤을 테고. 
    주변에는 가죽점퍼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는 건 NB 혼자! 
    그렇게 딱 들어갔는데. 진짜로 앞서 말했듯이 모두 나체! 심지어 속옷을 하나도 안 입음. 
    그런데 알고 봤더니 죄다 마네킹. 그런데 100명? 200명? 몇 명인지 몰라도 전부 다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없고. 요한 쉬트라우스인지 그 주니어인가 2세인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미묘하게 눈을 돌릴 때, 
    발걸음을 멈췄다가 움직일 때. 시선을 돌릴 때. 뭔가 관심을 보일 때. 호기심을 발동하는 그 순간. 
    여러 마네킹들은 미묘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 그래서 너무너무 이상하다 싶어서 그는 그 가운데 
    새끈한? 어떤 숙녀를 만져봤다. 뭐야? 따듯하잖아! 그래서 알게 됐다. 
    이 수많은 마네킹들은 전부 다 마네킹이 아니라는 점. 그럼 누구는 하체만 사람이요... 
    또 엑셀파일처럼 자료 입력해서 휘리릭, 삐리릭 CPU 돌리고 RAM 구동시켜야 하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음악 장르가 뒤바뀌며, 드라이아이스 수증기를 비롯해 변화무쌍한 분위기. 어떤 줄거리가 이어질까, 
    배후에 감춰진 속임수는 무엇이며, 유인하여 몰고갈 다음 등장 인물을 예상하도록 귀뜸해줄 텐데. 
    ... 라고 골똘히 전머리를 너무 굴렸기 때문일까? 그는 소파에 자빠져 스르륵 잠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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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류 나이트클럽. 허나 한땐 더 잘나가는 클럽이 없었다더라 어쩐다더라. 심지어 일부러 삼류로 꾸몄을 뿐 그 안에서만 비밀문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사설 비밀 클럽이 있다더라. 소문만 무성한 그런 나이트클럽. 거기서 그 뭐지 고전영화 죠스에 보면 철창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그걸 바다 밑으로 들여보내 어쩌고저쩌고. 그런 철창 비슷한 데서 NB는 깨어났다. 근데 복장이... 나체에다 황금색 반짝이 팬티! 그리고 부족한 근육은 실리콘으로 붙이고 어쩌고. 또 얼굴은 뭐가 씌여져 있는데 본인은 알 수가 있나. 설마, 넘어가고. 또 SF 영화에 나오듯이 로봇의복을 입고서 막 전투하고 그러는 것처럼, 로봇이 그의 등과 팔다리 곳곳에 부착되어 있거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연결만 되어있는데. 그렇게 관절꺾기 인형 이름이 뭐지,,, 막 로보트 춤을 출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면 삼류 나이트클럽 손님은? 다음 내용은 장편 드라마로 개봉되면 관람하는 걸로. 





    8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인생이란 잠깐 기분 좋았다가 대부분 빈정상하는 건가! 말할 것도 없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아니어야 하니까. 이처럼 녀석은 끊임없는 공상 때문에 괴로웠다. 상념은 늘 그를 괴롭혔다. 게다가 슬럼프와 부쩍 친해지기까지. 심지어 가난은 끈질기도록 NB의 뒤꽁무늬만 쫓아다닐 따름. 뭐가 어쩌고 어째? 말하자면 탐스러운 열매는 자꾸 미래로 도망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정말로 그는 괜찮은 애마를 배당받지 못한 걸 늘상 망각했다. 그러면서 이따금 내뱉는 혼잣말은, 아니 누굴 바보로 아나! 물론 농담 반 진담 반. 그게 아니라 풍문으로 전해질 수 없는 긴가민가일 뿐. 그러므로 밝은 내일에 대한 가슴 부푼 희망 대신에. 그 대신에 자기도 모르게 어떤 저속한 제목을 떠올릴 것이다. 다름 아니라 뭐, 경리녀 따먹기 같은 삼류 드라마 제목을 말이다.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아직도 그런 개뼉따귀 같은 잡담에 귀기울이는 사람이 있나? 필자가 알기로는 단 1명도 없다. 이 세상을 오락산업이 떡 주무르듯 하는 시대에 그런 개 풀 뜯어먹는 헛소리가 재밌다는 것부터 말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신비로운 상상력을 어떻게 쥐어짜내려고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그게 한다고 되나? 그럼 얼마나 좋겠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는 건 멜로드라마 주인공들 얘기일 뿐이다. 그러든 어쩌든 흠모하는 애정은 끈질길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군지는 몰라도 공공연히 알려진 진실은 아마도 그것. 짧게 말해 뉴 페이스? 이럼에도 불구하고 소망 충족을 어떻게 하나. 그래서 식탐이 농간을 부렸다. 곧 그는 실수로 폭식에 몰두한 것이다. 쯧쯧. 물론 오래가진 못했다. 결국 현실 초월과 초망 충족은 택도 없는 희망에 지나지 않은 것. 고로 남은 건 애만 태우는 재미없음. 아니면 쩔쩔매는 가난? 그럼 지금이라도 어떻게 비밀이나 추억에서 둘 중 하나를 만들어볼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님. 고로 남은 건 세상의 기쁨, 환희, 만족, 선망을 두고 보고만 있어야 하나? 그러던가. 아니면 내 불만을 애써 눈치 못 챈 척하든가. 그게 뭐야! 결국 아니나 다를까 꼼작없이 심심함. 할 수 없이 따분. 어쩔 수 없도록 재미없음. 당연히 권태한테 맺집 부르트도록 샌드백 신세. 이래서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뭐랄까 우리는 엉덩이 근질근질한 거 못 참는다고나 할까? 농담이고. 
    그래서 녀석은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뭐, 또? 말하자면 자기 자신에게만 보이는 등에 딱 달라붙은 로봇. 타인에게는 보이지도 않고 누구도 볼 수 없는 그것. 그것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떡해야 하나를 고민하기 위해서였다고나 할까.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오줌을 눠도 알록달록 무지개빛이요 뭔가를 집어도 홀린 듯 제 의지와 때때로 다르게 움직이는 생활. 그래서 그는 마침내 X맨 연구소로 찾아갔다. 끝까지 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언제까지 웜홀 연구만 할 수도 없고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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