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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소설 2018. 10. 15. 17:48

    1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이브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오빠. 긴히 할 얘기가 있어.」
   「긴히?」
   「응. 긴히.」
   「뭔 긴히? 그야 뭐 들어보면 알겠지. 내 마음을 사로잡는 이브 아씨께서 내게 긴히 할 말이 있다니, 이럴 수가. 점점 궁금해지는데 글쎄!」
   「이거 정말 내가 벌써 오빠를 띄워버린 건 아닌가 몰라. 그럼 난 이제 베아트리체가 되어야만 하는 건가? 그러지 말고 차라리 띄운 김에 오빠에게 은둔형 사색가의 놀라운 모험, 그것을 암시하는 발단을 안겨주는 건 어떨까? 응, 오빠.」
   「뭐야. 그게 대체 뭔 소리야? 그럼 난 또 제자리에서 뱅뱅 도는 전개에 뚜껑이 열리다 못해, 밑도 끝도 없는 절정을 기다리다 지쳐서 끝없는 환락은 포기하라고? 그렇게 되면 내가 친구들로부터 들을 말이 뭔 줄은 너도 알겠지?」
   「아니. 모르겠는데. 뭐라고 할까?」
   「아마도 그러겠지. 늬가 톰 크루즈냐? 라고.」
   「하하하. 오빠들 참 재밌게 논다. 어쨌든 거기서 만나.」
    그는 이브를 시내 카페에서 만났다. 그런데 이브 옆에 웬 아름다운 숙녀가 있네.
    그는 그렇게 시사주간지 편집장 스텔라를 소개 받았다. 건네받은 명함에는 그렇게 씌여있었다.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 POPULAST. 편집장 스텔라 쇼.
    젊은 나이에 벌써...?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주변을 빙빙 돌다가 '실례지만...' 라면서 직접 물어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참았다. 그게 꼭 허영심의 질투 어린 교태 때문은 아니었고. 어쨌든 만나서 나눈 대화는 별다른 건 없었다. 언제 어디로 놀러가자라면서 여행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고, 2 대 2 소개팅을 함께 염원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이브 옆에 앉은 그분으로부터 정중한 칼럼 청탁을 받았다. 그 업계 후발주자로써 늦깎이 데뷔를 감행했기 때문에 발군의 소란, 잔잔한 폭풍을 일으켜 브랜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싶다. 라는 간곡한 목적을 내게 통사정했다. 필요하다면 자기를 계열사로 둔 저 위쪽 회사 지분까지 비록 소량이지만 배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그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면서, 내가 무슨 이적료로 스포츠 뉴스를 들었다 놨다 하는 스트라이커도 아닌데 뭐 그렇게까지 공들일 것 있냐, 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다만 자리가 마련되었으니 차분히 사연을 들었고, 정당한 원고 요청을 애틋한 애원처럼 받아들였다. 뭐야 이거, 결국 넘어간 거네? 그럴 꺼면서 무슨! 누가 그 빵긋 웃는 사심과 활짝 웃는 속마음을 모를까봐. 어느 귀인이 나서서 응석쟁이 라고 칭송하지 아니할까봐? 오바쟁이인지 뭔 뚱딴지인지 거 참. 하여간... 그 겸양,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렇게 그들은 만났고, 헤어졌고,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그는 그날 사무실로 가서 다음과 같은 칼럼을 작성했다.
    선심과 동심을 양쪽에 꿰차기가 먼저인지, 아니면 플라토닉은 육체적 사랑의 증거인지는 몰라도 당장 품위 유지비가 절실했으니까.
    다음은 그렇게 작성한 칼럼이다. 그 칼럼 때문에 과연 어떤, 퍽 이해하기 어려운 기승전결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2

    제목: 도대체 어른스럽다는 건 뭘까.
    내용: 눈에 안 띄이면 아무말 않겠는데,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보면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애잔한 드라마와 감상적인 유행가에 마음이 살며시 끌릴 것 같다가, 심사는 다시 인문교양쪽으로 기운다. 엄마를 빼닮은 내 안의 여성성은 픽션을 집필하고 싶어하는데, 테스테스토론은 자꾸만 걸출한 인문교양론을 쓰고자 하는 건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모르겠다 통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사 마음에 걸리는 일들은 썩 점잖치도 않고 결코 적지도 않다. 이를 테면 나름 전문가란 양반들의 전혀 전문가답지 못한 발언. 그야 뭐 개인의 자유일 테지만 아예 그래프에서 멀어질려고만 하거나, 본래 흐지부지 밍밍한 수다만 늘어놓는 일.
    으아~ 캬~!
    그러니까 절묘한 1~2페이지를 썼던 어느 추리소설가는 도심지에서 채 3일을 못 버틴 채 바깥으로 나가시지. 안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신인의 포부와 깜짝상의 소감은 다 똑같아진다. 지겹고 지겨운데 또 똑같은 얘기만 하고 또 하고, 듣고 또 듣고. 그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어쩌다 머머신드롬을 따라하게 된다. 설마 나 미친 건가! 어쩜 그 때문일까? 인류사를 통틀어 제일 똑똑하다는 현대인은 점점 생각하기를 꺼려하는 것만 같다. 생각 그거 인공지능한테 일임시킨 채 대체 무슨 꽁무늬를 그렇게나 쫓아다니시는지. 눈길만 따라갈지 아니면 행동으로, 그도 아니면 내 마음 속에 들어오지 마세요 라면서 시적인 낙서를 끄적거리시는지. 그야 어쨌든 남의 일. 그와 동시에 나의 일.
    단언컨대 내 일이건 세상사건 무조건 외면하고 침묵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행동하지 않으면 말짱 황이다. 인류는 그렇게 발전해왔다. 차츰차츰 좋아지고 차근차근 나아지게 만들기. 그것이 보수인 것 같지만 생명체와 공동체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로지 진보 아니면 퇴보 둘 중 하나 밖에 없다. 물론 가까이서 봤을 때. 즉, 슥 지나치고 슬쩍 모른 체할 일은 따로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정치, 화제로 혹시라도 거론되면 딴청. 사회문제 또한 밋밋할 정도로만,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때만 나는 어떻게 생각한다 정도로만 겨우겨우 언급. 그러다 내게 유리한 품위 유지에 대한 일이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숟가락 올리기. 여자애가 분홍빛 인형을 가지고 노는데 반해, 남자애는 푸른색 장난감과 어떤 조립식 완구품을 가지고 노는데? 어? 군사와 외교와 역사와 교양 그리고 상식이라면 그저 논하지도 말고, 무조건 고개 돌리기. 정치인이 국민의 대표이니 만큼 정치는 정치인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분들 결정에 우리는 그저 조용조용 따르기만 하면 그뿐이요, 건조하게 사실만 알면 그만이다니. 불미스러운 주제랄지 오락산업의 무책임, 유행의 거품, 무분별한 소비의 시대에 대해서 그저 고개만 돌리라는 건 어른의 책무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견지하듯이, 정치적으로는 진보요 경제적으로는 자유와 보수를 표방. 그건 좋다만 중도가 좋을 때도 있는데, 확실한 게 좋을 때와 어중간함이 나을 때는 적지 않은 경우 겹치기 힘들다는 게 어른들의 중론인 듯 하다. 행운 다음에 또 다시 행운만 거듭된 어른 말고, 백전노장이요 파란만장 험난한 세파를 이겨낸 어른들 말이다. 가령 EU의 초심과 의도는 매우 좋았고, 현재 점수는 뭐 어떻고, 유로는 와우 어떻구나! 라는 명확한 구분처럼 말이다.
    가만 보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는 말과 글을 분석...까지 할 깜냥도 못되고 시간도 없지만, 직관적으로 따져보니 딱 그렇다. 어떻게 딱 그렇냐, 완벽하게 문화와 상통한다. 완전히 문화와 일맥상통한다. 절대 언어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회악을 못본 체하며 모순을 방관만 하는 일이 어른들의 권리이자 유명인들의 의견 표명이라면 그건 어른으로써의 직무 유기다. 사랑이란 건 너무 어렵고 난해하며 믿을 게 못된다, 더불어 너무 슬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기를 바라기 때문에 아예 사랑을 하지 말란 말인 것처럼 들린다. 끄떡하면 수박 겉 핥기요, 걸핏하면 피하고, 툭하면 딴소리하기. 그런 거 이미 다 몇 백 년 전에 에이번의 시인께서 훨씬 멋지게 하신 일일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여전히 소크라테스 따라하기. 지겹지도 않나 몰라. 여자는 남자 밑이요 노예와 양반이 엄밀히 구분됐던 그 옛날이라면 말이 된다. 체통이란 게 있을 테니까. 그런데 바로 지금 해맑은 아동들과 꿈 많은 젊음과 난다 긴다 하는 능력자들이 죄다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만나며 떠드는 세상인데, 지금도? 답답한 선생들 하고는!
    어법과 생각과 감각을 헤아리니 딱 이런 식이구만 그래. 가짜뉴스, 사실만 믿자. 광고, 따르자. 사랑의 맹세? 속자. 뭐가 문젠가. 사기는 묻지 말자요 편견은 따지지 말자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누군가 진절머리 나도록 싫을지도 모를 구닥다리 얘기를 앞장 서서 원로들께서라니. 힘들게 뭐하러 발명왕이 될 필요 있나요 판매왕만 되면 장땡인데! 시키면 따르자요 정해지면 지키자다. 설계도와 사용자 경험, 일치시키면 그만이지 뭐하러 군말할 필요 있냐 그거다. 이상해도 황당해도 억울해도 무조건 참자다. 단, 정 못 참겠으면-이랄지 직접적으로 나와 관계된다면 또 다를 수도 있고. 곧 좀비식이요 꼰대풍이다. 그건 신식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허구는 가짜요 뉴스는 진짜다. 어른의 말? 애들은 토 달지 말자-다. 여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가다니, 어디서...! 극심한 권위주의이자 힘의 논리고 보수 중의 보수다.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요 철부지처럼 살지 말라니. 자기는 허당 중의 상허당인 줄도 모르고. 괴짜는 사양하되 특급 괴짜가 일군 혁신품은 마지못해 사용한다구만. 정작 나서야 할 땐 안 나서고, 어? 하루는 아무 말 대잔치, 하루는 남의 다리 긁기! 어제는 뒷북 오늘은 허세 내일은 또 뭐가 나올려나.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딴 데 봐 딴 데 봐, 같은 민감한 쟁점만 지나가면 슥 고개를 들이밀며 우리가 언제 쥐구멍으로 피했냐는 듯이? 뭐야 그거! 남자도 말 한마디면 즉각 개-소-말-돼지가 되고, 여자 역시 무심함과 무정함에 대해 심각하게 분위기 잡고 따질려다 <우리는> 그 한 방에 찬물이 확 끼얹어지는 마당에, 물론 바라건대 일일드라마에서. 그런데 대중이라고 뭐 얼마나 다르겠냐 라면서 영차영차 으쌰으쌰, 오락산업과 영합한 대중예술. 먹고 살기 위해 매체와 긴밀히 협조하는 구식 탱탱묵은 공자왈 맹자왈들. 그게 확연히 좋을 때도 있으니까 응당 이상한 면도, 가끔 아쉬운 점도 있다.
    전쟁이란 주제는 얘기하지 않는 게 좋다요, 노벨상은 관심 끄면 그만이다? 원숭이 마술인 줄 알았더니 완전 벌거벗은 임금님이구만 그래. 아무튼 어찌 됐든 (비판적 고찰을 오락산업처럼 도발적인 한마디로 뽑아보자면) 완전 꼰대식 발상! 원숭이는 저쪽 세계를 부러워하지도 알려고도 하지 말라, 라는 말과 대관절 뭐가 다를까. 물론 희망 찬 시선과 긍정적인 관점으로써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다. 또 밝은 미래를 고대하며 낙관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면 필경 좋은 의견임에 틀림없다. 소녀가 그걸 듣고 왜 싫다고 하겠나. 젊음이 그에 대해 뭐하러 일부러 딴지를 걸겠나. 그렇지만 세상사는 절대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생사가 어디 그렇게 만만합디까. 왜 청춘을 보며 어른들이 애기라고 하시는지, 우리가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요. 그런데 호랑이 없는 굴에는 토끼가 왕이라고, 진짜가 아니라 가짜 때문에 시끄럽고 노이즈마케팅이 대세가 되는 요상한 세태와 우매한 물정을 못 본 체 넘어가다니, 그냥 은글슬쩍 슥 넘어가라고? 어? 나, 까지? 아니 아니 미천한 이 바보까지? 응? 노노노노노노노! 응? 노노노노노노노! 그럴 수는 없다. 그러기 싫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알기 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알게 된 이상 그 우몽한 풍정을 어찌 묵과하겠나. 필자는 수많은 요청에 쫓기고 절절한 애원에 화답해야 할 만큼 중차대한 일정이 바쁘지도 않고, 그걸 모른 체 할 정도로 자상하지도 않다. 자존감도 그저 그렇고 숙녀 앞에서 썩 당당하지도 못하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 떳떳한 어른도 못된다고 하여 이와 같은 의견을 속으로만 삭일 정도로 그렇게 뻔뻔한 인간은 아니다. 이 내 얼굴이 그렇게 두꺼웠다면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라나 몰라도 한량으로 살지만 않았기를. SF영화 같은 공상은 넘어가고. 아무튼 어디서 존재감 있고 아가씨들이 줄줄 따르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이건 그냥 못 본 체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사안은 동전의 양면성을 피할 수 없다. 딱히 흠 잡을 데가 많지 않은 명작이면 몰라도 그런대로 괜찮은 정책이랄지 정치적 언동이라면 어떻게든 결점이 구체화되기 마련. 정치와 엔터테인먼트는 괜히 교집합이 상당한 게 아니다. 다음 날 신문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바로 뜬다. 핸드폰에 어떤 것의 단점은 무엇이다 라는 식의 헤드라인이. 확실함이 좋을 때가 있고 '알면서 모른 척'이 중용돼야 할 사안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이 옛날 시대도 아닌데, 지금 세상에 지나치게 애매모호함이 부각되는 건 언론 자유 지수랄지 개인의 번듯한 교양-상식-소견-학습-교학에 썩 도움 되지 않는 처사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쟁이니 노벨상이니 컨츄리 가수가 뜻밖의 공로상을 받고 전쟁 관련 서적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린다고 하여 무조건 고개만 돌리라? 글세요 글쎄요! 노─노─노! 학생들은 도대체 누굴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일까. 주제가 어중간하고 민감하면 그냥 무조건 고개를 돌려라? 그렇게 고개를 돌려서 전쟁이 나면 암말도 못하잖아? 아무 말 못하잖아! 로보트야 뭐야? 그러니까 언제나 우리는 좀비가 됩시다, 그거 아니냐고. 어? 예민한 주제니까 문화처럼 또 고개를 돌리자? 불미스러움은 보지도 듣지도 생각도 말자, 아예 논하지를 말자? 그러다 전쟁 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어땠나. 지식인들, 아무말도 못했다. 잔잔히 내부에서 말이야 있었겠지만 그럼 뭘해. 펜보다 칼이 센 걸! 입도 뻥긋 못했지 않나, 아무말 못했지 않나, 시키면 시킨대로 다 하지 않았나. 그걸 속된 말로 뭐라고 하나, 찍소리도 못한다고 한다. 전시에 아무말도 못한 채 눈치 보며 살살 기면서 난세를 방관하더니, 비둘기가 딱 돌아와서라고 한다는 말씀이 글쎄, 전쟁이란 주제를 무조건 모른 체 하자? 이야~ 매파도 이런 매파가 없구만 그래. 한쪽에서는 또 전범들을 추모하며, 그곳에 걸린 현수막들에 대체 뭐라 씌였는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며, 또 모른 체하자? 그렇다고 평시에 꺼내놓은 해법이요, 악귀에 대한 처방이자, 고양이한테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라는 답변이 글쎄, 어? 또 고개를 돌리자! 또? 아 글쎄, 또? 이야~ 훌륭하다 훌륭해 대단히 훌륭하시구만 그래. 끝없는 악순환이잖아? 그러든 어쩌든 안에서는 괜찮지. 경제만 좋으면 그만이니까. 그래서 못 사는 사람들과 근처 학생들만 괴로울 수 밖에. 누구나 다 피해자 코스프레. 경제! 인류애는 나만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요, 세계관은 불미스러움은 고개 돌리고 애매하면 싹 다 방관하시오? 아무리 나 잘난 맛에 사는 인생이라지만 진짜와 가짜조차 구분되지 않고서 행복하면 뭘 하나! 수치심과 부끄러움도 모르고서 나는 판테라요 너는 사자다 라니.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아웅다웅 서로 다투지 않나, 어디로 숨었다가 이제사 쥐구멍에서 기어나오고 어쩌고저쩌고 하며. 국민의 대표를 어떻게 뽑나 뽑히나, 제도는 선험자와 같은데 제도만 같은 것 아닐까? 제도조차 걸러서 받아들일 수 밖에. 그러면 결국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라지만, 알고 보면 국민은 정치인의 노예 아니냐고! 그 언제까지라도. 응? 그런데 왜 아무도 나서서 말을 안하나? 응? 아예 말을 안하는 게 아니라, 잘난 척 나서서 그러지 않나. 눈길을 주지 맙시다, 말을 하지 맙시다 라고? 그게 내 예술 인생을 걸고 할 소리일까? 내 이름을 걸고 내 얼굴에 부끄럽지 않게 내 미래에게 챙피하지 않을 발언일까? 놀랍네 놀라워, 감탄스럽기 그지없구만. 이거 완전 독수리 밥이잖아? 그런가 안 그런가! 완전 영화 속 악당에게 최적의 조건이지 않을 수 없구만. 사사로운 민법은 엄하게-요, 국가의 책무는 유야무야? 그런데 어른들은 나서서 또 뭐라 아는 체 하시고, (절레절레). 다시, 사회지도층은 으쌰으쌰요 정말 괜찮은 정치인은 오히려 정치력이 부족하고. 맙소사! 물은 어떻게 흐르고 시간은 어디로 가는지 참 나! 빈센트 반 고흐의 청각기관과 가엾은 인과관계가 성립될 것만 같은 압생트를 마시기 전. 그가 그렸던 정물화. 화병과 꽃이 어울리나는 몰라도 과학적 상식은 이렇다.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은 낮에 우리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밤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따라서 화분을 침실에 놓는 건 썩 유익하지 못한 일이다? 그런 논리인가 뭔가. 그럼 산촌에 사는 사람들은 다 바보야 뭐야, 참 나! 그러면 도시에 나무를 심으면 안되겠네? 공원은 없으면 없을수록 좋은 거 아니냐고. SF영화처럼 밤에는 숲 근처에도 가면 안된다는 말이잖아! 사회적인 명사와 세계적인 전문가씩이나 되는 양반들이 내놓는 혜안이라는 것이, 아니 정말로 딱 거기까지라니요! 허허허. 순 초딩들!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건 아니다 그건 아니야. 그러니까, 바로 그러니까 서술자는 쟤네들한테 말한다. 외친다. 절규한다. 제발 초딩들한테 선심성으로 상장을 남발하지 말라고. 애걸한다. 제발 너네들 정신 차리라고. 싹싹 빌면 한번 생각해보겠다면 싹싹 빌겠다. 못 할 건 뭔가. 허당들과 말싸움 하고 삼류들과 몸싸움을 한 다음에 제 몇 회 허풍 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다면,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래도 하겠다. 왜냐하면 해야하니까. 한 판 붙자. 어? 비겁하게 입만 털지 말고. 어? 아니면 뭘 모르면 제발 초딩처럼 따따부따 말을 말던가. 아아, 시끄러워!
    알려진 권위자님들이 뭔 생각을 하시는지 사고의 원리가 휘리릭 그림 그려진다. 우선 본인이 특별히 좋아하는 분야도 아니고, 다음으로 유달리 애착심을 키워야 할 명분도 없으며, 게다가 확실함에 편들어서 내게 하나도 유익할 리 없는 걸로도 모자라, 특히나 이렇다 할 탁월한 견해를 표명할 수도 없다. 심지어 내가 왜 그런 일에 휘둘리며 악수를 둬야 하는데? 까지는 모르겠고. 그러니까, 따라서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어중간함 즉 무관심해도 괜찮을 영문에 쓱 무게를 실어준다? 글쎄요 글쎄요! (손짓) 노노노노노노노! 툭하면 애매모호함이요 눈 한 번 껌뻑하면 고개 돌리기구만 그래. 와, 왜 이걸 몰랐지. 나란 바보는 왜 그 쉬운 이치도 몰랐냐고. 대체 왜 그걸 이제야 알았을까. 내 그걸 진작에 깨우쳤다면 어렸을 때 그 소중한 시간들에 닥치는 대로 아무 거나 읽으면서 (아주 잠시) 왕성했던 지적 호기심을 소중하지 못하게 해소시키지 않았을 텐데. 물론 그래서 좋았던 뭔가도 분명 있긴 있겠지만, 만약 지적 허영심이 일찍 발달했다면 차라리 그랬을 거 아니냐고. BBC선정 뭐, 르몽든 선정 뭐, 타임지 선정, 뉴스위크 선정,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하버드 선정 뭐... 응? 오직 그런 것 위주로만 읽었을 텐데. 통 이해 못할 허구들을 작가들은 왜 그렇게나 빡빡 우기는 걸까 라면서, 어떻게든 장점은 없을까 라면서 그 뭔가를 이해해볼려고 무던히도 애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지. 그렇지. 정말 그렇지. ......(효과음)......OK! 어라~! 어쭈~! (딱) 요것 봐라~! 그렇다면, 내가 만약 어디서 다스베이더라면......... 와우, 여기까지!
    (광고 시간)





    3

    ※ 참혹함의 극치인 전쟁만 해도 그렇다. 선험자들은 모든 잇점을 누렸고, 인류의 발전을 위해 최초와 최대와 차선 또 최고와 유일함과 기준 또 수많은 표준에 대해서 이미 기록을 할 만큼 했다. 문명의 척도를 마련했고 풍요의 기틀을 다졌다. 따라서 만약 누가 제3의 무엇을 국지적으로라도 시작한다면 그건 당연히 후발주자쪽에서 발생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크게는 어려워도 말 그대로 국지적으로는 가능하다. 후발주자의 방어권은 만국공통된 권리일 테지만, 이치상 따졌을 때 출발이 늦은 데 대해서 뭔가 딱함 그런 게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칼어, 독일어를 쓰는 곳은 그렇게나 많은데, 그런데 우리 언어는? 그거다. 그거라고. 바로 이거다.
    국가와 국가의 경계랄지 국가와 국가의 해상 접경 지대. 거기서 분쟁이 잔잔히 혹 거칠게 일어나는 일? 일방적으로 선발주자보다 후발주자쪽에서 발생할 확률이 지극히 높다. 그렇다고 그걸 UN이 얼마만큼 제어할 수 있을까? 만약 접경 지대 바다 위에 떠 있는 학교 운동장보다 적은 돌맹이를 기습해서 후발주자가 새 주인이 됐다? 그럼 원래 주인은 그걸 순순히 봐줄까? 그럴 리가 있나. 첫째는 국지적으로 즉각 대응이요, 둘째는 전-세계 매스컴에 싹 뿌리는 거지. 이미 예상을 하고 준비는 생활이거든. 왜냐하면 역사적 근거가 충분하고 과학적 추론도 그렇게 말하니까. 최근 1000년만 통틀어봐도 쉬지 않고 주기적으로 몇 번, 통계를 보니 결산은 그래. 연-평균 몇 번이고, 타율은 어떻다고. 반대쪽으로의 도전은 시도도 적었고 망신이었지만, 순방향은 완전 꽝은 아니었거든. 아무리 사이 좋고 제아무리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도, 간헐적으로 양의 탈을 벗고서 늑대가 도발하면 공든 탑은 무너지는 법. 역사를 뭘로 부정하나, 왜 역사가들이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겠나. 그래서 가상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지면 그처럼 첫째와 둘째로 대응을 하겠지. 우리는 비열한 기습, 하지 않는다 라고. 몇 시간 내에 어디서 철수하지 않으면 전쟁 선포라고. 우선 순위에 따라 진행될 1단계부터 마지막 단계 전면전까지 전-세계 매스컴과 UN에 도배. 즉각 세계 증시는 도미노로 폭락. 길어지면 세계 경제 공황. 혹시라도 일이 커지면 제3차 세계대전. 거기서 악화되면 SF영화에서 제시하는 그대로. 시나리오는 그렇다. 그와 같은 시작을 뭐라 하느냐, 일반적인 용어로 기습이라고 하고 농구에서는 가로채기라고 한다. 옛날에는 유럽식 고전미로 결투를 신청했고, 무도회에서 숙녀에게 정중히 춤을 신청하며, 꿈 같은 혼인 그 서막에 대해 예비 신부에게 청혼의 예를 갖추는 것. 그것과 정반대되는 신청 없는 행위, 수락을 요구하지 않는 행동, 야비함의 극치인 기습. 실행에 옮기면 참극이 된다. 야만성의 시작은 물론 도둑 같은 기습이다. 모두 정치가 시킨 일이다. 지금 세상에 신청하고 청혼하듯이 군사적으로 싸울 리는 없다. 후킹이니 뭐니 그런 용어들 흔하다. TV-인터넷-핸드폰으로 간혹 누구나 접해본 뉴스가 뭔가? 무슨 무슨기가 어디 상공에 뭐 어쨌다 접근했다 그래서 우리쪽에서 비상 출격했다, 거기까지. 그것도 이제는 식상한 일이 되어버려서 이미 옛날 옛날에 이름이 정해져 있다. 일명 밀어내기라고!
    단, 선험주자는 이미 그런 일들을 해볼 만큼 충분히 해 봤기 때문에 더 하지는 않을 것임. 보나마나 뻔함. 프랑스와 영국이 100년 동안 싸운 다음 콩코드도 만들어서 역할을 맡았고, 채널 터널도 만들었으니까. 프랑스가 지구 반대편 미국에다 자유의 여신상도 선물했으니까 말이다.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 어느 기념관에도 가서 참배하는데? 하지만 후발주자는 정반대로 전범자만 참배하거든. 그 차이. 딱 거기까지. 세계 최초로 월드컵 공동주최를 하면 뭘하나. 정치인이 한방에, 정치인이 일반인들의 정서에 틈틈히, 정치인이 원만하기를 바라는 보통 사람들의 관념에 꼬박꼬박 찬물을 끼얹거든. 우리가 아무리 무난한 친분과 무탈한 외교를 바래도 어떤 쪽으로 비상한 천재 리더 1명이 시간표를 거꾸로 돌리면 그 모든 것은 전부 다 필요없게 된다. 그러니까 일반인들만 괜히 꺼림직, 언제까지라도 꺼림직, 무의식적으로 항상 꺼림직. 참 나!
    어쨌든 가상으로 뭐 어떻게 됐다고 가정을 해보자. 자, 일이 커졌네! 누구누구 특파원 나와주세요, 현재 UN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UN은 입장도 애매하고 대책도 애매하다. 옛날처럼 세계 몇 개국이 참가한 UN연합군이 어디로, 어디로 침투 작전을 펼치는 일. 그게 가능할려면 UN 법률안에 기초하여 질서 있는 과정을 거쳐서, 의견을 모은 다음에 땅땅땅 하고서 정당한 절차에 돌입한 다음, 다시 준엄한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현대 군-기술이 과연 그걸 얼마나 느긋~~~하게 기다려줄까? 세월아 네월아, 어느 세월에! 이미 20세기에 사실로써 여실이 증명됐다. 그렇다고 역사책에서만 봤던 국가 대 국가간 불가침조약 그런 게 지금 있나? 없다. 명백히 없다. 아예 없다. 있어도 면책용이자 면피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완전 차단된 것도 아니다. 괜히 유럽에서 잉글랜드의 국방비가 언제나 최상급인 것이 아니다. 3분의 1인가가 찬성했던 스코트랜드 독립? 어렵다. 해군 원자력 잠수함 기지가 어디에 있는데? 카탈루니아든 어디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도 단위를 분리하면 국가의 모든 체계를 전부 갖춰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렇다고 힘으로 어디를 편입한 일들, 멀지 않은 과거다. 그처럼 국제 사회의 체면과 인륜과 윤리, 외교 그리고 대차대조표를 따져서 하지 않는 거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야만은 합당한 권리요 질서일 뿐이었다. 나중에라도 구실 삼아서 작전 세우고 실행하면 답은 없다. 쌍방이 대동소이한 피해를 입으니까 안 하는 거지, 못하는 게 아니다.
    특히, 선발주자는 시간의 기준을 설정하고 모든 표준을 도입했으며 전성기를 누릴 만큼 누렸다. 세계사를 이끌었고 문명사를 기록했다. 해 볼 만큼 해 봤다. 불가능한 것 빼고는 다 했다. 그것도 완벽하게 주도적으로. 그렇지만 후발주자는? 못 해 봤거든. 전혀 또는 뒷북 끝. 극단성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도 그렇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근시안적이며 호전적인 세력은 언제 어디서나 상존한다. 적게는 10명 중에 0.1~1명이요, 많게는 훨신 많을 수도 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말이다. 99퍼센트가 제아무리 선량하고 친절하며 이타적일지라도, 단 1명의 천재가 괴상한 야망을 실천에 옮긴다면 뭐 어떻게 될 수도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그러면 나중 뒷감당은 상상도 못하니까. 아무리 꼬부랑 촌부일지언정 기어코 법정에 세우던가, 아니면 일찍도 사면들하여 나중 길이길이 그분들을 대표님들께서 꼬박꼬박 나서서 경배하던가. 사실일까 허구일까, 전혀 어렵지 않은 실정이다. 아쉬움이 남는 액션 장르, 보고 나면 세한 범죄 영화도 좋고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급이 달라도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낚시꾼의 마음처럼 나중의 리더가 놓쳤던 대어를 잡으러 또 다시 명당을 찾지는 않겠지만, 미련은 남는 법. 아니라면 거짓말. 그저 좋게 좋게 사랑만 노래부르고 행복만 찾으며 쾌락을 연구하기엔 퍽 개운치 않은 이유다. 미래를 나아지게 만드는 데 일조하며 예측은 할 수 있으나, 그 누구도 미래를 선험적으로 알 수는 없는 것. 그걸 알기나 알고 정치적 시간표가 어쩌고,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나 알고서 말을 하더라도 하자. 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따따부따 따따부따, 어? 누가 뭐 얼마나 이쁘다고 봐 주고, 시대는 뭐 얼마나 훌륭하다며 박수 칠까.

    ※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경제적으로도 혼란은 만만치 않게 된다. 정치-사회-경제를 뉴스에서 만년 1번으로 손꼽는 이유다. 정치. 도시에 지하철 2호선을 도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에 매우 적절한 주제다. 찬성은 그런다. 어차피 필요하다, 하지 않으면 예산은 옆 도시로 넘어간다고! 반대의 요지는 이렇다. 더도 덜도 아니고 달랑 몇 칸 몇 명짜리 토마스 열차를 굳이 도입할 필요 있냐, 명백한 세금 낭비라고 한다. 실제로 그 도시 근처 시골에 신설 도로가 많이 생겼는데, 그것도 둘로 나뉜다. 하나는 정말 필요한 도로, 하나는 1년에 차가 몇 대 다니지 않는 유령 도로. 전자는 좋고, 후자는 나쁜 예다. 후자는 뻥튀기 해서 업자끼리 속닥속닥해서 정치인을 엮었고, 행정 관료는 감았으며, 시민은 속인 거다. 곧 처음에 주장했던 근거와 자료와 예측했던 추정치는 모두 가짜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안에 대해서라면 판단할 기준은 명확하다.
    첫째, 과학!
    둘째, 진짜냐 가짜냐.
    첫째인 과학으로 따졌을 때 교통 분담률과 평균 속도가 어떻고, 향후 인구 변화량이 어떨 것이며, 이른 도입과 늦은 도입의 차이가 어떠하고, 만약에 헛스윙을 했을 때 책임은 어떻게 져야 한다까지. 이미 성공과 실패담의 사례는 아주 아주 많다. 절실하냐 급하냐, 아니면 부풀려졌냐 나중 흉물이 되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느냐. 전혀 어렵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버티다 버티다 늦게라도 도입되면 다행인데, 나중 거짓으로 판명난 사업.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되어 뒷감당이 훨신 힘들게 될 수도 있다. 한 도시에서 인구 100만에 지하철 1호선. 200만에 2호선. 300에 3호선. 그처럼 지하 교통 정책이 인구와 정비례하면 불협화음은 사전에 차단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도시공학적으로 봤을 때 그것이 인구와 비례는 하지만 그래프가 선형은 아니라는 점. 말이 많아지며 멀고-깊고-넓게 생각하고, 그리고 신중히 판단하기에 곤혹스런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갸우뚱해도 생각을 해 보면 된다. 그러면 된다. 어려울 거 없다. 과학이 있다. 시간도 많다. 시간별 도로 이용률과 면밀한 과학을 바탕으로 꼼꼼히 판단하면 그처럼 까다로운 난제까지는 아니란 거다. 일단 시간부터 우리 편이니까 급할 거 없다. 급하게 몰아가는 쪽은 왜 급하게 몰아가는지 의구심을 해소시켜줄 의무가 있다. 때문에 없어서 큰일나는 게 아니니까 이런 경우 늦는 건 괜찮다. 어차피 효율1이냐 효율2냐의 차이뿐. 게다가 효율2에서 1로 가는 동안 완공까지 큰 불편의 감수는 불가피하다. 단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을 때는 문제됨. 현재 어디의 100년, 150년이 지난 노후 지하철을 보시라. 어떻게 손을 보더라도 한계가 있다. 이런 사안에 대해서 늦는 건 괜찮다는 예증이다. 그런데 사막 한가운데다 공원을 100개, 1000개 지어놓으면 사람들은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데 유지관리비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들어간다. 다만 발상의 자유와 소수의 의견까지 발생도 전에 차단하는 건 시간표를 몇백 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니만큼, 초보적 제의는 OK. 그리고 사회적 관심은 고맙고 궁금함은 환영. 동시에 개인이 곰곰이 생각해서 사리판별을 지혜롭게 할 수 있으면 그만. 그게 썩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면 이건 사고 능력 향상의 문제이니까 애초에 수학과 철학 같은 과목을 잘한다, 까지는 몰라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인데...? 아하 그러니까 어느 여인들은 지적인 남자를 이상형으로 손꼽는구나. 누구나 슬기로운 지성인으로 공인되며, 아무나 밤-세계의 지존으로써 상남자들께 허락 받는 건 아닐 테니까. 아무튼 그런 예가 드물까, 드물지 않을까. 이거다. 관건은 레테의 강이냐 라는 점.
    말하자면 우리의 할 일, 사회구성원의 의무, 어른의 책임은 이렇다. 정치적 술수와 언론 책동에 휘둘리지 말며, 생각은 내가 해야 한다. 공감과 동의와 판단 그 이전에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공지능이 좋은 것 빼고는 내가, 이성과 직관에 입각하여,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왜 요즘 세상이 눈 뜨고 옷 벗겨가는 세상이라고 하겠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법 없이 살 정도로 착하기만 하다면 사기꾼은 뛸듯이 기뻐할 게 뻔하듯이, 믿고-따르며-긍정함만으로 모든 사안을 일관하면 안되는 것. 현대 문명의 제도적 특징은 정치-경제-사회 문제도 초보적 발상에 대해서 관대하니만큼, 자유를 불합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장하니 만큼 명민한 경계 또한 필수라는 것이다. 꼭, 반듯이! 어떻게 보자면 어른이 되어 유아적 상상력을 반납하고, 반면에 큰 재주는 물론 잔머머도 부족한 걸로도 모자라, 야망은 멀리 있고 호박마저 더 멀리 있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풍요의 권익을 누리는 건 결코 공짜가 아니므로, 따라서 내가 사는 사회에 최소한 작은 관심은 가져야만 한다. 무관심의 대가가 상상을 초월하기 전에 말이다. 다른 예를 들어도 된다.
    유럽연합의 체계 도입은 좋았는데, 그 대신에 유로로 인한 부작용에 할 말을 잃게 되는 일. 하나 얻고 하나 잃는 일이다. 애초의 의도는 좋았을지라도 미래를 예견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서류를 작성하더라도, 그게 꼭 그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다. 자, 영국과 프랑스를 예로 들어보자. 채널 터널! 프랑스와 영국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할까 말까 여차여차 우여곡절이 많았고, 지금은 실사용 중이다. 그것이 좋은가 나쁜가는 몰라도 현지인들은 그에 따른 장단점에 아주 아주 빠삭하다. 그걸 본따서 어디서 그걸 따라하면 어쩌겠냐, 누군가 의견을 제시했다가 흐지부지되기도 한다. 타당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런데 어중간한 예 말고, 실패담은 없을까? 왜 없겠나. 찾아보면 엄청 많다. 과학이 뭔가. 인터넷이 왜 있나. 그래서 사업계획서니 뭐니 사기단에 속는 건 기분이 내 몸을 리드했기 때문이다. 7개 국어로 70시간만 꼼꼼히 조사하면 어지간한 꽝은 피할 수 있다. 왜 병에 걸리면 그 병에 관한 전문가가 된다고 할까. 왜 어느 마을에 말발 좋은 닥터가 부임하면 그분의 전공 분야에 대해 사람들의 어디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할까. 왜냐하면 과학과 인사의 경계가 흐릿해지기 쉬우니까. 정작 푸치니 기념일인데 푸치니의 어떤 곡에 대한 지휘자만 승승장구하는 일. 그건 괜찮다만 다 차려진 잔치상에 숟가락 올리는 일은 아마추어라고 썩 빠지지 않는다. 다른 예도 있다. 수술실에 CCTV를 도입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걸 고민했던 선험자들, 한마디로 부지기수다. 의학 드라마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못 봤을까? 닥터 1인자부터 말단까지. 천재 외과의의 수술 장면을 참관하며, 정치적 다툼을 경계하고, 알력의 소란을 서로 주의하지 않나. 그건 되고, 저건 안된다? 몇 십 년 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 시장 근처에 지하도를 도입하면 좋을 것 같아 사거리 주위로 어느 범위까지 팠다. 공사가 완료되어 환경을 딱 조성했다. 그런데 아무도 입주를 안하고 이용을 안하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다시 매꿨다. 땀 뻘뻘 흘리고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그거 다 없던 일로 되어버렸다.
    정치, 사회, 경제! 관심을 끄면 기득권자만 좋아지는 세상이 된다. 그 기득권자가 중간만 가면 그나마 좋은데, 그게 아니라면! 그런데 예술한다고 고생하시는 양반들이 정치-경제-사회 역시 내가 전문가나 된다는 듯이 아는 체 하시며 뭐가 됐든 우선 고개를 돌리라고?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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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젊은 날에 독서에 흥미를 잃고 허당의 우정에 치중했던 원인은, 알고보니 응분의 동기는 충분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
    일단 저자 이름에 바나나가 들어가고, 책이 작고 얇은 데다 표지가 알록달록 이쁘네? 게다가 솔직한 말로 선심성이란 덕목이 티글만큼도 없었다면 거짓말이 아닐 수 없을 터. 티끌만큼? 몰라!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친구가 들고 다니는 게 눈에 띄고, 인터넷에서 간혹 보이네? 여자친구를 사귀면 왠지 모르게 나중 결혼해야 할 것만 같다, 그녀와 만나면 난 그녀를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고. 부담 없고 중간에 읽다 그만두면 되고, 어차피 시간 죽이기. 또 어쩐지 세대와 산뜻하고 쉬운 정서에서 멀어지면 안될 것 같고, 어딘가 모르게 잘난 척 하기에는 내가 많이 부족하고. 더군다나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한 게 재주꾼들인데, 심지어 허당들은 우기기 바쁘고 친구들마저 허세가 어설프다? 너 여자가 어떤 스타일 좋아하는 줄 아니, 위는 타이트하게 아래는 여유 있게! 말은 그렇고 글은 또, 나는 사람을 처음 만나면 그의 구두를 눈여겨본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헤세와 지드가 어쩌고저쩌고. 우웩~! 뭐? 뭘 잘 아시는 것 같지도 않은데 어른들은 따따부따 따따부따 또 따따부따! 스승의 그림자를 밟는 거 아니다, 어른 말에 토 달지 마라.
    그러나, 내 손은 자석처럼 동자승의 민머리를 나도 모르게 쓰윽쓰윽~! (속으로) 와~ 기분 완전 좋은데~! 그러면 안된다 라며 무의식적으로 그 정도 예의쯤 왜 몰랐겠냐마는, 그 당시 저절로 그냥, 응? 내 손이 내 손은 아니었거든. 어? 캬~, 끝짱~, 캬~!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새록새록하네, 것 참 나! 설마 그 동자승은 지금쯤... 그 녀석이 그걸 다 담아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날 찾아오면 그땐 어떡하지? 이 자식이...... 그럼 뭐 나도 장품쯤은 일도 아니라고 하면 그만. 설마 이제는 대승 아니면... 모르겠고 그럼 뭐 영화 한편 찍지 뭐. 영화가 뭐 별건가.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그래서 1번 읽기에 실패하고, 2번째 도전하자마자 싫증나며, 3번째 마저 시도하다 마침내 두껑이 열린다. 이런, 젠장~! 헤비메탈과 고전음악을 모두 애정했고, 삼지창과 유럽 3대 성당 같은 분위기도 좋지만, 뭐랄까 단순히 귀신 이야기와 공포 영화, 무슨 무슨 사건 막 그런 데 끌렸는지도. (귀신을 완벽하게 7명이 함께 또렷하고 생생하게 봤다는 경험담. 옛 단짝이자 친구들 얘기인데 왜 자세히 안 물어봤지? 다음 날 어느 주민왈, 그 할머니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나중 만나면 꼭 캐물어야 함) 아무튼 그러다 어쩌면 문학은 싫어지고 책은 멀리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먹고 살기 바빠지며 미래도 미래지만, 속마음은 어디까지나 플레이보이의 3박자 왈츠. 잔지식왕이 괜히 탄생하겠나. 이어서 딴 데 쳐다보는데 웬 호박이, 처음 만나는 숙녀와 아는 동생들이 막 꼬리를 흔드네? 재수 없지만 사랑이 뭐 별건가! 곧 사랑 이야기는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은 또 다르다는 것. 그 다음으로 어느 때가 되면 나도 웬만한 인문교양서 하나쯤은 대충 쓸 수 있을 것만 같거든. 때로는 오락산업마저 시시해보이게 됨. 이젠 더 이상 응애응애 삐악삐악 병아리가 아니니까. 유럽처럼 어족이 막 70~80퍼센트 겹치지도 않고 일상적으로 둘 중 한 명은 대략 최소 2개국어 사용자도 아니니까 적어도 새싹들에게는 협소하며 넓은 세상. 동시에 인터넷 태동기. 곧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으로 넘어갔을까 말까 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파가니니 1번 협주곡은 전혀 손색 없었음. 한마디로 만족.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아아 (뒷목 또 뒷목 계속 뒷목)! 음 그렇다. 사연은 바로 그런 거라고.
    하지만 그건 누굴 탓할 일도 아니고, 크게 손해 본 장사도 아니다. 지나치게 아쉬운 실패담 역시 아니다. 삼류와 허당들 탓만 하며 세상과 불화할 게 아니라 그래프의 기울기로 보면 되고, 반전의 계기로 삼으면 그만이다. 더군다나 핸드폰도 없고 인터넷도 전문 회사 빼고는 거의 없던 시절. 특히, 인터넷이 매우 매우 느렸던 때. 난 당시 학교에서 느린 인터넷으로 할 일이 없어서 하지 않았고, 오직 자판 연습만 했었다. 느려 터진 인터넷 초창기에 대한 각별히 남는 기억 하나. 어느 회사에 가서 주소창에 이렇게 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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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인터넷이 느렸고 또 시간도 없는 데다 남의 일하는 공간. 그래서 그냥 얼른 닫았던 기억뿐. 그땐 그랬고, 뭐야! 어라~ 얼마 만에, 지금 다시 들어가볼까? 넘어가고. 그처럼 어려서 난 왜 그때 멜로-에로, 드라마, 만화, 장비, 잔지식 같은 주제에 천착하지 못한 채 소녀소녀-여자여자 그런 감성까지 챙겨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을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그처럼 뭐든지 부딪혀보고, 꿈도 수시로 바꿔보며, 그 뭐든지 일단 도전하는 것이다. 사랑은 정말로 아름다운 건지 탐구하며 친구를 사귀다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알아가는 것일 뿐. 응애응애 괜히 어른이 젊음을 애라고 하는 게 아니고, 삐악삐악 청춘이 괜스레 여기 저기 손을 많이도 뻗치며 특별한 목적도 없이 막 빨빨거리며 나돌아당기는 게 아니다. 방황도 공부고 패배도 인생 수업이다. 다른 건 없다. 그처럼 말수 없고 생각을 해도 뭐가 뭔지 잘 모르다가, 내가 나를 잘 모름에서 어느새 어른이 되면 마침내 알게 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첫사랑과 첫눈과 첫인상도 좋지만 그보다 야성녀와 쾌락마와 환상머신의 세계도 냉정히 따졌을 때 내가 썩 싫어하지 않는구나, 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 다른 게 아니라 어른이 되어 가는 길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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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장의 투혼이니 좀비가 되살아났다느니 뭐니, 윗 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인데 어른들 뿐만 아니라 지식인이 앞장서서 남의 다리를 긁는 일에만 앞장선다면 그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으로 의문이다. 과학과 기초학문을 비롯한 문명의 발전은 좋다만, 전위적인 풍요로움도 아름답다만, (부끄럽게도 자칭) 교양인으로써 미술─음악─문학의 뒷걸음질이라고나 할까. 예술계의 방황을 묵묵히 보고만 있어야 할지 물개박수라도 쳐야할지 퍽이나 난감할 뿐. 직접과 간접의 비율이야 개인사에 속할 테지만 예술과 농담, 장난, 놀이의 장벽마저 기준점이 점차 낮아만진다? 실험은 좋다만 어느 추상미술가 거 누구더라, 아 맞다. 마크 로스코가 말하기로서니 현대미술은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 관객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니까, 아하~ 나도 동감한다라...! (웅성웅성) 우르르르르 (웅성웅성) 우르르르르도 아니고 으쌰으쌰 역시 아니며,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이구만. 또 어느 분야 전문가들은 왜 요즘 친구들은 (해외)팝송을 통 듣지 않냐며 궁금해한다. 정답은 그렇다. 듣긴 듣는데 할 일이 많다, 그거겠지. 왜 요즘 젊은 친구들은 통 글을 읽지 않냐 책이 팔리지 않느냐, 전업으로 허구만 써서는 통 먹고 살 수가 없다 라면서 한탄하신다. 파가니니가 행차하신다는 소식이 자자하며, 보봐리 부인 얘기를 귀족 부인들끼리 조심스럽게 넌지시 논하며, 보티첼리와 르누아르의 공통점에 대해 백작에게 슬며시 의견을 여쭙는 일. 지금 세상에 아직도 그러지는 않을 테니까. 인터넷이 느려터지던 때는 놀 거리가 많지 않았다. 가수가 음반을 발표하면 우르르르르 그냥 기본으로 100만장, 200만장, 또는 땅 짚고 헤엄치듯이 발표했다 하면 몇 십만 장.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음반이 날개 달린 듯 팔리던 시절이 아니다.
    어제의 세기말과 오늘의 세기초는 그 차이다. 공중전화 부스와 핸드폰 세대. 버글스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왜 어르신께서 그러시겠나. 우리 때 만약 핸드폰이 있었으면 난 아마......! 자세한 얘기는 이쯤에서. 노병의 영웅담은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때로는 영화일 수도 있고, 때로는 '듣기 싫어'일 수도 있다. 우리 때는 말이야...... 째깍째깍 몇 분은 괜찮은데, 그 시간이 넘어가 봐라. X세대? 우웩~~! 땅 짚고 헤엄치듯이 오락산업이 나팔바지였다면 어디 그것만 그랬을까? 정보의 통제와 의식의 획일화는 그 얼마나 (지금에 비해 월등히) 쉬웠을까. 누구에게? 한편으로는 애매한 보나파르트요 한편으로는 다스베이더에게, 즉 홀로그램처럼 시대적 국운에게! 듣기 좋은 말도 삼세번인데 정치계는 여전히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어느 관심사가 그렇다면 다른 편이라고 왜 없겠나. 선망을 중용하는 소녀에서 여성잡지1이 가르치는 기교를 철저히 학습하지 않으면 안되는 숙녀의 청춘을 거쳐, 여성잡지2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는 인생 철학에 대해 모딜리아니 그림처럼 고고한 목선을 유지한 채 정말 많은 걸 참고 또 참으시는 여인까지. 환멸이냐 이혼이냐 타협이냐, 넘어가고. 타임머신이 먼저냐 환상머신이 더 중요하냐, 그와 함께 세 번째 결혼에서 성공할지는 몰라도 언제까지 전관 예우만. 넘쳐나는 새로움, 사서 쓰고 버리는 소비, 즐겁고 기쁘고 재미나는 풍요와 향락. 그리고 시간 때우기에 최적화된 예술까지. 스포츠라는 산업은 마권이 팔리는 행복업과 연계되는데 언제까지 구식 탱탱 묵은 명예의 전당 타령만? 그러니까 그분들께서 그러신다. 늬가 내 대신 우리 회사 출근하고, 내가 너 대신 4번 타자 하겠다고. 하루 종일 1년 내내 비틀스만 듣고, 차도 평생 뉴비틀만 타며, 머리띠 매고 누구여 돌아오라 돌아오라 누구여 돌아오라 돌아오라 라면서 또 동창회에 나가야 할까? 그래 봐야 어른들이 어떻게 모를 수 있겠나. 동창회는 불륜인지 뭔지 어떤 순위권에 오르내리고, 이익단체던지 봉사단체던지 입당을 하는 이상 1등을 위해 결심을 행동에 옮기지 단지 병풍을 모집하며 신부들러리만 하기 위해서 다짐을 결행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그걸, 누가, 모를까! 삼류들의 아무 말 대잔치, 허당들의 소풍, 한량들의 허풍 대회, 무대에 개 100마리가 올라가듯이 친구들끼리 만났는데 내가 진짜 플레이보이라면서 그분들은 과연 어떻게 놀까? 말하고 듣는지, 듣고 말하는지, 듣지 않고 일단 우기는지, 완전 라디오 주파수 혼선이 따로 없다. 그러니까 애매한 바보와 어정쩡한 푼수조차 일류의 잘난 척을 따라한다. 안티팬도 팬이란 말은 그저 위안일 뿐. 정말 그렇다고? 그렇다면 학교 다닐 때 왠지 모르게 일관되게 꼴 보기 싫었던 친구와 나도 고귀한 우정이란 말 아닌가! 그럴 리는 없다. 그럴 수는 없다. 못되고 나쁘고 밉살스러운 인간이 사치를 누리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기 바쁜 체 잘나가고 잘사는 경우가 그 얼마나 많은데! 세상은 자유로우니만큼 평등에 대해서 시대적인 한계가 있다. 도덕을 알고 윤리를 배우며 가정 교육은 물론이요, 상식과 교양으로 우리는 잔지식의 금자탑을 쌓지만, 결국 법 없이 살 사람이라는 칭찬조차 듣기 힘들다. 그런데 허당들의 잘난 척은 자유고, 어른들의 쓴소리와 놀이터의 아무말 대잔치는 자유 아니고? 자유와 방종의 경계는 흐릿하지만 소비의 시대를 살면서, 정치마저 오락산업과 동업자 신세이니까, 말썽쟁이의 불난과 망동에 고통 받는 대중들의 한탄과 한숨마저 내 마음대로 생각하기 역시 자유다. 안티도 팬이다? 이기주의다. 말장난이다. 억지다. 기득권자의 이기심이자 그저 농담이다. 일종의 말주변이다. 비방은 예찬이 아니다. 그럼 뭐 악덕의 방임은 미덕이요, 죄악의 방관은 윤리이자, 그 어떤 비난마저 모두 다 물개박수라고? 그럴 리는 없다. 왜 당신처럼 곱게 늙고 싶다 라는 말이 칭찬일까? 왜냐하면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변신에 나오듯이 우리는 누구나 그레고르 잠자로 변신하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꽃은 피고 지기 때문이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가 있으면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판에서는 너는 뭐 안 늙을 줄 아냐 <내가 너의 미래다> 라는 투정을, 몽블랑 요양원에 단짝과 함께 놀러가서는 확 바뀌시는 노년이 드물까? 단짝한테, 에이 뭐 어쩌네 에이~ 우리 다시 여기 오지 말자, 라고! 이기면 겸손이고 알면 아는 척이지만, 진다면 변명은 차고 넘친다. 내가 너한테 이겨서 뭐하겠냐, 내가 져줬다, 나는 너무 시대를 앞서나갔다 등등. 그러나 단짝의 에피소드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더 재미난 에피소드는 영원히 만들어진다. 그런데 오늘도 물개박수요, 아직도 '나는 여자를 만나면 최선을 다한다'라는 얘기에 귀기울여주며 딸랑딸랑하라고? 그래서 바텐더는 거짓말을 못한다. 그래서 바 입구에 안내문이 붙여져있다. A4용지에 대충 프린트해서 씌여진 글씨는, 바텐더 남자입니다 여-바텐더 없습니다!
    참고로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에서 잠시 옆길로 빠지자면 이렇다. 허당과 은근 허당의 차이. 타인은 자기를 그냥 허당으로 보는데 뭘 믿는지 은근 허당으로 나대는 일. 드물지 않을 것이다. 대체 뭘 믿고서? 누가 아니래! 개개인의 취향은 다를 테니 뭐 그럴 수도 있다 치고. 그러니까 무턱대고 열정을 여과없이 노출하면 칭송의 반대가 쌓일 수도 있다. 하여 조롱꾼은 심심하지 않게 되고, 호사가도 충고한다. 그분들께서 그걸 어찌 참겠나. 그 무엇이 어깨뽕인지 아닌지 소란스러우면 다 팬이라고? 그럼 사기꾼이라고 핑계 없겠나. 그래서 그분들은 다음 다섯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첫째, 개구멍은 마련했는가. 둘째, 최소한의 멍석이 깔리는 걸 확인했는가. 셋째, 혹시 나는 물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노를 젓진 않았는가. 넷째, 다 차려진 잔칫상에 솔직히 숟가락만 올렸을 뿐이다 라고 고백했는가. 다섯째, 나의 지르기 창법은 저질이고 바이브레이션도 다 기계 덕이다 라고 실토했나 라는 점. 경제가 튼튼하고 오락산업이 건재하니까 어쩌다 행운상이 내게 잘못 안겼을 뿐이다, 라고 말하고 싶어도 꾹 참기.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가 반짝했으니 만큼 레너드 번스타인은 그랬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 지대에서 지휘자와 작곡가를 겸한 한편 청소년 음악회를 개최한 점.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오락산업에서 살살 긁고 슬슬 구슬리고 띄워주며 조명을 비추니까 쇼맨쉽과 자랑 대회마저 출전 자격조차 무색해진다. 그러니까 꿈나무는 시작부터 삼류를 지망하니까 아티스트는 연예인병에, 코메디언은 아티스트병에 걸리는 것 아닐까. 그러면 결국 중요한 핵심으로 그것이 남는다. 그건 무엇이냐? 바로 도저히 미워할 수 없게끔 자랑하고, 얄밉지 않도록 타인을 띄우는 잔기술. 그게 더 미운 것인지도! 그렇듯 때로는 큰 기술보다 잔재주가 절실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그거 일타 몇 피야? 어느 학원에 가면 배울 수 있는지,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책을 보면 독학할 수 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참 나!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나는 그런 말까지 들어봤다-겠지. 가령, 우리 반에서 나는 누구 빼고는 너가 제일 웃겨! (오빠는)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친구1의 여자친구 이마에 난 점을 보며 점백이 라며 놀린 친구2는 따로 있는데, 그 말에 친구3은 완전 빵 터져서 방방 뛰며 웃기 밖에 안했는데, 뜻밖의 웃음은 차마 멈추어지지 않았는데, 그게 더 미워! 늬가 더 나빠? 그게 더 싫은 거네. 뭘 좀 아네 어쩌네 다 빼고도. 그래도 내가 정말 이런 말까지는 차마 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살짝만 말하자면, 그게 차라리 낫다. 무엇보다 냐면, 분위기 못 읽고서 참한 숙녀한테 (막, 어? 마구 놀려도 대놓고 깐족거려도 얼마든지 괜찮은 분위기인 줄 딱 착각하고서) 너 혹시 아침에 면도하니? 왜 치마를 못입냐 혹시 다리에 문신 있니? 설마 코끼리 다리니? 라~고 놀려서 미움을 사다가 나중 싹싹 비는 것보단 차라리 저게 낫다. 그런데! 그런데 대체 왜 나는 이렇게 볼품없이 가난한 거야! 내 품위 유지비는 다 어디로 가버렸냐고. 이렇듯 하나 챙기면 하나 풀어야지, 통 듣지를 않고 말만 많으면 꼴불견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사귈 때는 나도 나도 막 그러면서 다정히 나란하게 걷다가, 꽃다발이 너 때문에 초라하네 어쩌네 의전이 어쩌고저쩌고 그러더니, 나중에 가서는 한 3~7미터 앞서 가든가 아예 잘 따라오나 돌아보지도 않게 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드럼통 사기에 다 당하지? 대관절 얼마나 마음이 순수해야 육로로 진입 불가능에 공중으로도 비행 허가가 어렵다는 알박기 땅에 투자를 다 하냐고. 어라~! 그럼 잘하면 맥주를 기계 에너지로 바꾸는 엔진이 개발됐다고 하면? 워워 잘하면 속겠는데! 자, 주제와 관련 없는 잡담으로 3분의 마법에 실패했으니 다시 돌아가자. 과거의 젊음과 현재의 청춘의 차이로. 인터넷이 없던 시절 LP─카세트테이프─CD를 적정 가격에 구입했던 세기말과 십대들은 어떻게 논다는 현재 그 세대 차이로 돌아가서.
    그와 같이 지금은 그렇게 음반이 날개 달린 듯 팔리던 시절이 아니다. 집에서도 일생 잔소리를 견디는데 TV 채널 돌리니까 또 잔소리. 그만. 그만. 그만. 입만 열면 자기 자랑, 기승전결 자기 자랑. 그런데 대체 왜 잘난 척─아는 척─이쁜 척이 그렇게 나뉠까? 한 명은 눈물날 정도로 재밌는데, 한 명은 콱 그냥 저걸 그냥 아휴...... 저 저 저... 귀신은 저 인간 안 잡아가고 뭐하냐... 왜 완전 빡돌 만큼 싫은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슬퍼서 눈물을 흘려야 정상인데 어떻게 웃겨서 눈물이 나는지. 감정이 메말라서인가? 아닐 것이다. 바로 그래서 전문가는 초딩의 글을 읽지 않고, 소비자는 예술을 시간 때우기로 알며, 아티스트는 연예인을 꿈꾼다. 지금은 바로 이런 시대인 것이다. 연애조차 핸드폰으로 시작해서 핸드폰으로 끝나는 시대다. 옛날처럼 폰팅이 있고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지나가는 아가씨한테, 제 여자친구네 집에 친구인 것처럼 전화 좀 걸어주시겠어요 부탁합니다, 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엄한 시기가 아닌 것이다. 만약 지금 핸드폰 없이 연애를 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녀가, 그 남자가, 그 인간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 어떻게 알겠나. 난 혹시 세컨인지 뭔지 누가 알겠나. 진짜로 아빠가 두집 살림을 하셔서 나중 이복 형제와 친해지신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실 수도 있다. 지금은 더 이상 가식이 예절이요 노예는 운명이었던 밋밋한 과거가 아닌 것이다. 솔직함은 기본이자, 비겁도 위선으로 포장되며, 귀가 얇으면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 쉽상인 지금인 것이다. 왜 눈 뜨고 속눈썹 떼 가는 세상이라고 하겠나. 그런데 아직도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신밧드의 사연과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말라니. 저런!
    그처럼 당시와 지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시대가 바꼈는데 요즘은 왜 옛날처럼 젊음이 책을 멀리하고 음악을 듣지 않냐 라니. 그럼 오락산업에 종사하시는 어른들은 또 뭐고! 하루 종일 해외(팝송)만 들으라는 말이에요? 다른 일 다 손 놓구요? 아니면 하루 종일 영화로 구현 불가능한 뭔지 모를 이야기만 읽으라구요? 그러다 난독증 걸리면 누구나 다 리처드 브랜슨이 된답디까? 라~고 청춘이 어른들께 따지는 질문이 꼭 진짜로 들리는 것만 같다. 물론 그분들은 많이 참고 계시거나, 아예 눈길조차 건네주시기에 인색하시니까 그러시지 않을 테고.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 잔소리1: 묻지 마. 따지지 마. 하지 마. (엉덩이) 까지 마.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 (영화에서) 아무도 믿지 마. 떠들지 마. 질문하지 마. 토 달지 마. 늦잠 자지 마. 계속 머머하지 마!
  • 잔소리2: 공부해라!

    잔소리 1 + 2를 왕창 지속적으로 듣고 자란 우리들은, 바로 그래서, 우리가 말하고 하는 일은 그거다.
    A.머머는 없어! 
    B.우리는!
    C.잔말말고 따라와. 
    D.으쌰으쌰!
    아하, 우리는! 넌 너고 난 나다. 한다면 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단, 앞일은 모르니 미녀 100명이 아니라 우유부단은 상시 대기중. 곧 우리는 그런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러므로 우리는 그 둘이 아직도 여전히 헷갈리는 것이다. 그건 무엇일까? <오늘을 살자 : 내일은 없어>. 그러니까 으쌰으쌰는 단순히 노는 행위가 아니라 심도 깊은 토론인 것. 맞나? 그러든가 말든가.
    내 말이 틀렸을까? 아니면 옳을까? 말도 안되는 얘기일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억지일까!
    요즘 무슨 책 읽니, 머머하렴, 머머하지 않겠니? 라면서 사려 깊은 긍정형 어법과 부드러운 권유형 어조가 아니라 딱 끊어서 머머하지 마! 짧게, 어른이 애한테 명령.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쳐. 응? 그게 말이다, 이런 말까지 할려고 했던 건 아닌데 뭐랄까 왠지 그런 것 같다. 응애응애 애기 때는 아아 이뻐라 에고 귀엽다 머머하세요 머머하면 안되요 딸랑딸랑 딸랑딸랑! 바로 그처럼 머머하세요 즉 포근함 및 PLEASE가 붙었다. 그런데 애가 크니까 감당이 안되네? 우선 내 정신부터 없거든. 엄마 입장에서는 장난 아닌 거지. 남편도 애요 애기도 애니까. 지금껏 들은 고전음악이 어느 만큼이고, 아는 교양이 얼마며, 우아한 응? 여자여자 향긋한 여성미가 그 얼마나 고상하고, 세련되며, 고결스러웠는데? 그러니까 숙녀였던 부인의 목소리는 도톰해질 수 밖에. 학창 시절 친구들은 존 업다이크를 들고다니는 여주인공 활약상이 두드러졌던 드라마나 보며 유행가나 듣고 남자 얘기만 하고 또 할 때, 난 그랬거든. 난 달랐거든. 난 특별했거든. 실제로 쇼팽과 리스트 그리고 드뷧시 악보를 들고 다녔으며, 삐에르 보들레르와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를 끼고 살았거든. 글쎄 바이런까지.
    그런데, 지금은? 이거다. 이거여. 이거시라고. 응? 바로 이거란께. 꼬마들도 속은 다 있고, 십대들도 인생이 무언지쯤은 안다. 가난과 행복 정도는 나도 알거든. 어? 남자가 여장해서 하루를 살아보면 자연히 이해하게 되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고양이 쥐 (입장) 생각해주지 못한다. 잘생긴 사람이 못생긴 사람의 마음을, 그것도 그렇다. 그래서 잘난 척으로 웃기는 게 그렇게 재미난 거다. 그 종이 한 장 차이를 아직은 모를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 둘이 친구라면 야수는 선제로 설을 풀어 친구를 구슬린다. 너 잘생겼자나, 너 뭐 잘하자나 라면서 리모콘 버튼을 재빠르게도 누른다. 여자들이 서로 위로하며 듣고 또 듣고 난 뭐니 그럴 때, 남자들은 이해관계가 엃히면 아무리 친해도 마이크를 켜고 또 켤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래야 하니까. 드물게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는 애들이 뚱한 게 그거다. 부모가 최고 학벌에 부유하고 어쩌고 어쩌고.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조건. 그런데 왜? (간혹 일부는) 그땐 그렇거든. 왠지 사연이 필요할 것만 같고, 난 이겨내야 할 그래프의 최저점이 왜 없는 거냐, 래퍼만 봐도 딱 그렇거든. 진짜로 화 나서 랩하는 것과 어딘가 모르게 좀 어설픈 것. 그게 은연중 드러나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하여간, 한물간 원로 양반들. 괜찮은 의견을 내놓거나 참신한 발언에 자신 있지 않다면 그냥 가만 있는 게 도와주는 것 아닐까? 살다가 새똥을 진짜로 맞을 일이 어디 흔하겠냐마는, 말라비틀어져 초라하게 버려진 바나나껍질, 누가 밟고 넘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따돌림 당한 너구리 같이 생겼다고는 안 할 테지만. 나 어렸을 때는 뭐 어땠다, 나 젊어서는 뭐라뭐라. 다 좋은데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괜히 뭔가 멋진 얘기를 그것도 꼭 반드시 내가 해야만 한다는 아집 때문에, 중요한 시간 빼았겨서 어떤 친구들은 앞에서 졸고 어떤 친구들은 돌아서자마자 욕할지도 모른다. 읽고 나서 어디서 전부 다 짜집기해서 썼다느니 무슨 박사가 이러니 라면서 말이다. 그런 속임수에 한 번 당하고 두 번 당하고, 그게 반복되면 잔지식왕인 어른들은 어느 날 보면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 하고, 고전미는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무슨 별 멍청한 밥통씩이나 되면서 아는 체라니, 우웩~ 웬 꼴불견! 막 진짜로 단 한 번도 그처럼 말하거나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 있으면 자신 있게 손을 들자. 물론 절대 긍정 소녀도 있고, 꼭 그러라는 말이 아니다. 어쩌라고? 어쩌라는 말이 아니다. 안 그래도 학업마저 돈벌이를 위해 공부하고, 젊음이란 어차피 내 편만 남게 되어 있다느니 나중 리무진을 같이 탈 뭐라뭐라 버스를 뭐라뭐라, 어? 딱 거기까지가 젊음의 생각 아닌가. 솔직히 그 이상을 심도 있게 따질 수 있는 친구들이 그게 공부 꽤나 한 양반들이지 그게 어디 방황하는 청춘들일까. 아니 그렇소? 청춘이 뭐 다들 천재일 리 있겠나. 청춘의 평균은 뉴욕타임스 논설위원이 작심하고서 말로 설득하고 글로 겁박하면 지구는 평평하고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해도 믿는다. 안 그러면 거짓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자본의 논리가 얼마나 치밀한 건데, 문명사에 해박하고 교양과 상식의 박사가 될 시간과 경험이 턱없이 부족할 텐데, 하고 싶은 일은 많거나 꿈은 100개요 야망은 하루가 멀다 하고 또 바뀌는데, 무엇보다 여자친구도 없고 뭘 해도 작심삼일인데? 어제는 친구한테 잔지식으로 딸렸고, 오늘은 내 잔기술의 부족함에 절망하며, 내일은 여자친구의 잔소리에 뚜껑이 열릴지도 모르는데? 안 봐도 뻔한데? 그런데 솔직히 나는 뭘 해도 재미없고, 내가 평생 제일 많이 했던 말은 심심해-이며, 우리 아빠는 말은 대충 살며 때때로 최선을 다하라고 하시지만 내가 보기엔 완전 막살자-식 배불뚝이 아저씬데? 나도 남한테 말은 못해도 내 숨겨진 꿈은, 평생 놀고 먹기인데? 그러니까 어른들이 스무살을 애라고 하는 것이다. 좋을 때니까. 거침없을 시절이라고. 왜? 젊음은 순진한 것이거든. 사랑은 어렵고 야망은 잘 잡히지 않아서 그렇지, 그래서, 그렇지만, 그러니까 열망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거든. 그만큼 탄산음료는 짜릿하고, 열매는 탐스러우며, 쾌락은 달콤하고, 꽃은 아름답거든. 어렵게 꼿은 깃발은 가치가 드높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이치 때문에, 가수라면 노래만 듣고, 연기자에 대해서는 연기만 보며, 다른 재주꾼들은 보면 보이고 시간 없으면 잊는 반면 지식인들은 거 어째 통 지식인답지 못한 측면이 흔치 않게 보이니까 하는 얘기다. 50점에 겨우 턱걸이하는 '나는 어떻게 생각한다'라면 차라리 '나는 그건 잘 모르겠다'가 훨씬 낫다. 시시콜콜한 따따부따만 반복하실 거라면 동네 노인정에 가서 하시라. 끌어내리지 않는다고 끝까지 무대에서 따따부따 따따부따, 예우랄지 자유 때문에 그런 거지 진짜로 미래인이 고대하며 지성인이 궁금해하는 줄 아시나. 그게 안되니까 내 의견이 50점인지 아닌지, 미덕인지 악덕인지, 특별함인지 듣기 싫다일지, 그도 아니면 구식 탱탱 묵은 골동품인지 분간 자체가 안되니까 그 다음이 안된다. 그 다음이 뭐냐구요? 그건,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다, 바로 그것! 안 그렇수? 차라리 이러면 또 모른다.
   「세상을 살다보면 애매한 일이 많죠, 그에 앞서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에 대해서 나는 이기주의자입니다, 고로 나는 일단은 대충 살자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왜냐하면 최선을 다하자 그래야만 한다 라는 드라마틱한 시기가 딱 닥치면, 진짜로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 고유한 이타심을 아무 때나 누구한테나 공개하기엔 뭔가 아깝고 아직 전 뭔가 수줍거든요.」
    라~면 또 모를까! 그런데 그것도 아니다. 결국 어떤 주제던지 논점은 그거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물론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가령 그런 분들 때문에 하는 얘기다. 주로 노래 못하는 가수, 유명세 뿐인 이름값, 허울 뿐인 권위자, 재수없는 코메디언, 잘난 척에 한이 맷힌 삼류. 신인 가운데 얼굴 마담은 귀엽기라도 하지, 맹숭맹숭한 노장이 허당계의 얼굴 마담이라고? 지금, 이 양반이, 장난하시나! 구식 탱탱묵은 고리타분한 얘기들. 뭐야 뭐야, 뭐야 이거 무슨 먼지가 이리도 많이 날려? 뭔 노인정 잔치도 아니고 유리하면 공인의 책임감이요 불리하면 프라이버시! 학예회랑 허풍대회를 착각하시나. 에게~ 그게 뭐야. 응애응애 삐악삐악? 오락산업 참 대단하다. 황금과 인기의 힘, 굉장히 장하다. 듀퐁가와 힐튼가 가운데 어디가 더 걸출한 줄 아시나요, 글쎄 그렇게 물었더니 뭐, 내가 최고요? 나 원 참! 옛날에야 신분을 따졌다지만 요즘 세상에 촌년이냐 촌닭이냐 곧 매력덩어리냐 아니냐는 돈과 천박함과 격조, 품성, 지조 그리고 튀는마 보다는 유니콘 같은 특이함으로 따지는 것 아닐까? 왜냐하면 구식탱탱 묵은 유물의 먼지가 최신식 개성은 아닐 테니까.
    (광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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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보아하니 뭐가 됐던 애매함이 최고다. 어렵고, 힘들고, 까다로우며, 꼬이고 또 꼬였으면 무조건 방관이다. 내게 득이 안된다 내게 불똥이 튄다 케첩에 대한 질문까지 받아야 한다, 라면 무조건 뒷짐이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은 따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우리는 그저 여성분들의 편의를 위해 여자 화장실의 긴 줄을 줄여주자는 얘기나 하고 또 한다. 착실한 납세자로써 어디서 썩 빠지지는 않거든. 시도 때도 없는 잘난 척이 문제지 중간은 간 인생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툭하면 뒷짐. 또 식상함. 더하여 지루함. 아울러 따분함까지. 뭐야 그게! 또 그 얘기. 또 구식 탱탱묵은 말? 로보트야 뭐야! 수다 기계야 뭐야. 아예 그냥 말을 말던가! 그러니까 일류의 잘난 척은 그렇게나 멋지고, 재밌으며, 웃겨 보이는데 반해 드문 경우로 뜬금없이 나머지가 일류를 똑같이 따라한다. 아휴~ 저 저 저... 말 말자! 내가 뭐 포수도 아니고, 내가 왜 수시로 절레절레해야 하는데?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냐고! 내가 무슨 갓난아기야 뭐야, 도리도리를 하고 또 하게? 이런 젠장! 타석이면 이쁨상이고, 먹고 살기면 그저 귀감이다. 그래서 심심한 청춘들은 더 심심해지고 미래가 암울하다며 달리고 또 달리고, 윗 물이 맑지 않으니 너도 나도 남의 다리 긁기가 유행이자 취미가 된다. 때문에 마라톤 우승자들이 어둡고, 영화제 시상식이 밝으면 일관되지 못한 채 하나만 인종차별이라고 한다. 나는 외모차별해도 되고 남은 안되고. 뭐야 그게. 그러면서 또 남자들끼리는 누가 누가 그들 세계에서 덕망이 두터운가 알게 모르게 인정하며 공감한다. 주거니 받거니 잘들 한다. 뭐 놀고 있네? 세상은 말이다, 가짜에 자꾸 헛스윙을 남발하다 보면 딱 진짜가 나타나면 그게 진짜인 줄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가짜들의 신부들러리로 남용되게 된다. 인생 초라해지기 쉽상이다. 구두가 몇 개인지 세며 옷장을 열어볼 필요도 없다. 게임 상의 자원과 내 에너지와 내 시간은 정확하게 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판 뒤집기요 인생 역전, 그거 아무나 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유년기에 양치기 소년을 괜히 읽고 소년기에 동물의 세계 다큐멘터리를 괜히 봤을까? 자성 그거 왜 해야 하는데, 관행이 사회와 너무 동떨어지면 내부 고발은 범죄요 결국 차근차근이 아니라 혁신이랄지 파급 효과가 큰 희생을 요구하게 된다. 피를 먹고 자란 꿈나무인 민주주의가 어떻게 현대 사회에 정착됐는데. 풍요로운 세상이니 만큼 누구 하나 빠짐없이 밝은 미래로 나아갑시다, 판에 박은 말만 하고 또 하고. 뭐야 그게. 주인이 아무리 가자고 보채도 고집스럽게 제자리를 지키는 강아지면 그나마 낫게! 시간표를 거꾸로 돌리는 부류라고 왜 없겠나. 생각은 곧 말로 표현되는 것인데, 원래 우리는 거꾸로맨이라서 철들면 안된다며 으쌰으쌰는 습관인데, 나서서 옛날로 돌아가자 라며 선동하시는 분들? 법으로 보장된다. 실정법으로 보장하고 관습법마저 게으름뱅이다. 언제 어디를 봐도 무리가 형성된다. 복고풍이란, 옛 스타일 + 새로움 + 프레타포르테에서 오튀쿠튀르로 왔다 갔다 = 바로 그게 복고풍인 것. 그런데 새로움 빼고 프레..머도 오튀..머도 빼고 옛 스타일이 복고풍이라고? 지금? 아예 길다란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게 차라리 나아도 낫겠다. (일부) 어른들마저 왜 그걸 모를까. 어른들 허풍 대회에 그렇게나 출전 자격을 까다롭게 따지더니 결국 어쩌다가 학예회 출전자들을 모시기 일쑤다. 그것만 보고 듣고 배우면서 자란 꿈나무가 어른이 되면 희망의 기대주인 어린이들에게 과연 좋은 사고 방식을 주입시킬 수 있을까? 보나마나 일방적인 사고 방식을 세뇌시키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다른 건 다 할 수 있겠지만, 언어! 언어의 한계에서 벗어나기는 더더욱 힘들게 된다. 왜? 선순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어는 문화와 천상의 연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옛날에 선발주자와 선각자 그리고 발명가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각성시키는 역할, 누군가 그 선동가의 할 일을 절대로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 아닐런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누군가 추상미술을 한다지만, 정작 세상을 살아보니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생각을 해도 뭐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장님 코끼리 뒷 다리 만지며 그것을 화려한 궁전의 기둥으로 알듯이, 누군가 자기가 삼손은 아니지만 인류의 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건 좋지만 다른 것만은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것들 말이다. 통찰력이 천시 받는 것. 교양이 삐뚤어지는 것. 유명인과 지식인이 나서서 세태의 어지로움과 정치가의 타락상을 무조건 외면하라고 부추기는 것. 비트겐슈타인처럼 모르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는 그런 얘기도 아니고 왜 침묵해야 하는지, 왜 침묵해서는 안되는지 뭐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저 말들만 많다는 점.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왜 죄와 벌은 상관관계가 일정하지 않은 채 들쑥날쑥하는지.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그 얼마나 비전문적인지를 결코 모른 체 할 수는 없다는 점.
    이처럼 신기할 정도로 시민 의식이 질서정연하며, 본받을 점은 차고 넘쳐나고, 부러운 점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닌 문화권일지라도 결국 단점도 있다. 투철한 질서 의식의 그림자, 그걸 꼭 단점으로 보냐 안 보냐,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일 테지만. 그렇다고 최고로 잘나가는 연예인의 단점을 발견하면서, 동료 연예인이 이야~ 누구도 단점 있어 와 기분 좋다 이야~ 살맛 난다, 막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은 문화와 인습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그렇듯 언어의 한계를 벗어나기 역시 더더욱 힘들며, 고로 생각 또한 대부분 바로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인다는 것. 아하~! 그러니 인류가 이만큼 진보하느라 그 얼마나 크나큰 대가를 치렀을까? 썩 대단한 발견은 아니다만 것 참 시원섭섭 기분이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약 희대의 다스베이더라면 어떤 천우일우의 기회일 테니 응당 좋을 테고, 만일 행인3이라면... 그런데 가만 있어 봐. 언어를 바탕으로 의견을 듣고, 생각을 읽으며, 마저 가상으로 주제만 툭 던지면 그 뭐든지 어떻게 바라본다는 무의식까지 전부 다 보여진다고? 허걱! 그건 아마 다섯 가지 중 하나다. 첫째 대사상가, 둘째 로보트, 셋째 만담꾼, 넷째 사기꾼, 다섯째 그분이 도사든 백수든 그냥 단지 늙었다는 것(아님 닳아졌다고 해야 할까?).
    사석에서야 웃으면서 말한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고. 그럴 줄 알아야 한다고. (누가 그러기 싫어서 안 그러요? 너도 늙어봐라? 멍석 깔아드릴 테니 자, 무대에 어서 오르시지요! 아따 선상님 어디로 내빼유~?) 괜히 벅찬 기쁨─숨가쁜 일정─황홀한 사랑등 이런 가치들이 부족하다는 투정 같지만, 명사들이 직분에 충실하지 못한 채 월권을 일삼는데, 나라고? 응석을 조금만 포장하자면 이렇다. 할 일은 정작 그거다. 꿈의 환상을 부추기고 다채로운 행복감을 스스로 절규하게 만들기.
    그런데 정작 하고 있는 일은 보아하니 이렇다. 헛바람만 주입시키며 황당한 개꿈만 조장시키기. 요컨대 이런 개념들. 바보의 허언증. 푼수의 조증. 장난꾸러기의 허풍. 얻어걸리는 행복의 에필로그. 간간이 아마데우스의 아리아. 어쩌다 우스꽝스럽게도 사랑스런 애교. 잘하면 잘만 하면 어떻게 잡힐 듯 잡힐 듯, 뜸 들이는 데 짜증나서 포기하면 바보가 휙 채갑니다요, 잡힐 듯 잡힐 듯 진짜로 잡힐 것만 같은 마르지 않는 황금. 풍요로운 청춘. 비밀 부족─애정 결핍─품위 유지비 간당간당─심심함 과잉. 곧 재미없는 허세가 웃긴 쇼맨쉽으로 변할려면 최소한의 멍석이 필요하다는 둥, 바쁜 일정과 흡족한 인기가 절실하다는 둥.
    그런데 쓰고 나니 거 어째 일기장에나 쓸 헛소리를 괜히 엄한 데 발표한 듯 해서 많이 챙피하다. 한마디로 결론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자 그거 아니냐고. 따라서 흔쾌히 인정하는 바이다. 이건 쓸데없는 심술 그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라고. 절대로 아니라고. 아니 초과도 아니고 미만도 아니라고 해야 하나? 됐고. 격정적인 쾌감을 촉발하고 엉덩이가 근질근질한 행복을 복권시키지도 못할 바에야, 이렇게 세태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일. 허당의 전공이자 삼류 컬럼니스트의 특기일 것이다. 그걸 꼭 플라톤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를 증명한 걸로.
    그래서 진짜 결론은 이렇다. 뜬금없게도 불운에 굴복하지 않는 미소를 잊지 마시고, 작위적인 낭만과 형식적인 사랑을 발전시켜보시라고. 당신의 삶은 남의 것이 아닌, 바로 하나뿐인 그대의 인생이니까. (뭐야 이런! 마치고 나니 완전 멋진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 봐야 쥐꼬리 만한 칼럼 1부 원고료가 전부임)
    (칼럼 끝)





    7

    불행에 버티고 절망을 견디며 재미없음에 저항하다 보면, 언젠가 사랑은 찾아오기 마련일까?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라... 그러든 말든 복권이나 당첨되어라! 최선을 다하자, 도 좋지만 꿈을 향한 질주 그 최적의 조건은 난 모르겠고. 일단은 대충 살자 라는 것. 애쓸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도 간당간당할 좋은 먹잇감이 나타나기 전까지. 무언가에 몰입하기 직전까지. 왜냐하면 장미꽃밭에서 뛰놀며 향긋한 풍년에 썩 불만족스럽지 않은 조과까지, 광기가 느껴지는 전성기와 막사는 쾌락의 중간이 어쩌면 진정한 행복일 테니까.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을지도 모르니까. 쥐구멍에서 다람쥐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말이다.
    아니다 나는 아니다, 나는 그 언제나 무조건 이글아이요 인생 직진에 하나만 한다? OK! 나는 기막힌 극적 고조감과 절묘한 확률을 추구하겠다? 최선의 쾌감─최대의 방탕─최소 노력─최초의 말새 개새 개말─최장의 전성기─최단 슬럼프─행운은 아차상감─최고의 전적만을 탐하시겠다? 포기는 빠를 수록 좋을 때도 있고, 미지의 꿈은 일찍 깨져야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끔찍한 망상을 타파하기 위해 탐정소설을 읽고, 말 같지도 않은 상상력을 길들이기 위해 영화를 본다. 이상형은 1주일에 한 번씩 바뀌고 꿈은 하루에 한 번씩 변한다.
    그러나 욕망은 끈질기고 승리는 우리에게 매정하다. (뭐 우리가 아니고 너에게만? 우리에서 나만 쏙 빼달라라... 너 하는 거 봐서!) 그러니까 보티첼리가 그린 아름다움을 보고, 예술을 알며, 짝사랑 받기를 기다리는 걸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는다라... 방법이 있다. 방법이 있어.
    첫째는 약한 처방
    둘째는 강력한 권고.
    곧 첫째는 간접적인 방법이고 둘째는 직접적인 해결책이다. 다시 말해,
    첫째는 그런 것이다. 즉 단골 술집은 <펜트하우스와 플레이보이>. 차를 뭘로 바꿀까 라며 알아만 보고, 에스토니아가 고향인 웨이트레스한테 찝쩍거리기. 굳이 초코릿 달랑 몇 개 먹으러 귀찮게 벨기에까지 갈 필요 있냐, 게임 안에서 중세의 황제가 되어 애첩을 몇 명 거리릴 수도 있다, 뭐 그런 논리다.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에 직접 참석하러 달려갔다가 날짜를 잘못 알아서 옥토버페스트를 바짝 뒤쫓는 슈투트가르트 맥주 축제에 얼렁뚱땅 참석하라고? 그럴 필요 뭐 있나. 집 근처에 뭰헨 호프가 있는데. (나는 뭰헨─슈투트라르트─함부르크 다 가봤는데, 넌 평생 그렇게 살아라? 뭐가 어쩌고 어째!) 그리고,
    둘째는 회사 그만두기, 머머 접습니다 라면서 취미 바꾸기, 애인까지 바꾸란 말이 아니라 이사도 지겨운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말.
    그러든 어쩌든 피카소의 창의성이 내게는 없고, 어느 구단주의 유복함이 내 것은 아니다. 비극적인 멜로드라마는 재미없고, 여-바텐더에게 환영 받지 못하며, 특급 나이트클럽에서는 입장 금지 당했다. 이거다. 이거라고. 바로 이게 현실이다. 냉혹한 현실. 그렇다고 고개만 숙이고 있을 수야 있나. 뭐라도 해야 한다.
    그는 즉 입이 근질근질하면 일이 잘되고,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면 놀기가 잘 풀릴 징후에 가까웠다. 그러든 어쩌든 규칙적인 삶을 어느 정도는 유지해야 했기에 그는 아침에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웬 하이틴 스타를 지망하는 듯한 숙녀가 날 기다리다니. 그것도 두 눈 땡그랗게 뜨고서. 뭐야 이거?
   「오빠 안녕.」
   「예? 누구...신지?」
   「저예요 오빠.」
   「저요?」
   「네. 저요. 아니 이러지 말고. 우리 말놓자. 응? 오빠.」
    그런데 웬 우연일까. 아니면 직관적인 의혹에 따른 뜬금없는 착각일까. 그는 방금 전에 오빠를 아빠로 들은 것이다.
   「네? 그게 그러니까... 전에 어디 사셨는지...」
   「오빠. 그건 왜 갑자기? 뭐 일단 말하자면, 앨런타운에서도 살았고. 오빠 몽크톤 알아? 모르겠네. 설마 앨버니는 모르지 않겠지? 그리고 또 오이스터 베이에서 일광욕 좀 했지. 그런데 그건 왜? 아하~! 이제 알겠다. 오빠랑 나는 호적상 관계가 깨끗하고, DNA의 인과관계도, 천성의 상관관계도 없습니다요. 됐습니까 오라버니?」
   「(휴)~」
   「오빠. 이브 언니한테 얘기 못들었어? 오빠가 나랑 놀아주기로 했다고. 응? 첫째날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일단 통성명이나 합시다 형씨. 난 엔야. 오빠는, 배드보이? 넘어가고. 자, 뭐부터 할까? 키스? 꿈 깨시고! 할로웬데이 코스튬? 마음도 없으면서! 옷 사주란 말 하지 않을 테니까, 쇼핑이나 일단 합시다. 아침부터 못할 건 뭐유? 안 그래유? 돈이라면 나도 많아. 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지금껏 만난 남자들은 다들 뭔가 좀 이상했어. 가난했거나, 잔재주만 많았거나, 말만 많았거나. 아니면 뜬구름 잡는 야망만 커다랐거나. 응? 오빠는... 어떤가 몰라도 일단 그거 하나는 분명히 하자고.」
    그러면서 엔야는 그에게 지갑을 열어서 보여줬다. 돈자랑이야 뭐야? 이런 캐릭터는... 흔치 않은 게 아니라 그에게 처음이었다. 상세한 내막이 뭔지는 몰라도 이게 웬 떡이야, 그것도 아니겠지만 그는 힐끔힐끔 훔쳐보면서 차츰차츰 알아가며 점차 친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오빠. 오늘 일 안하지? 일단 극장 먼저 가자. 마침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했으니까. 예고편이 끝내줬거든. 보고 나서 실망하면 또 어때. 안 그래? 설마 오빠 어제도 놀지는 않았겠지? 그러면 오늘 일해야 하는데... 뭐 또 놀지 뭐. 응? 오빠. 행복이 뭐 별거유, 안 그렇소? 그런데 어떻게 아침 진지는 자셨고? 어제 별은 따셨고? 뭐라고 말 좀 해 봐봐. 응? 나도 알건 다 알아. 이거 왜 이래?」
    얘 뭐야? 당돌한 탐욕과 깜짝스런 감탄을 저절로 불러일으키는 맵시의 소유자야 뭐야!
    그렇게 그들은 극장에 갔고 영화를 봤다. 영화는 재밌었나 몰라도 그는 잠을 잤다. 그렇게 영화가 끝났다. 그들은 바깥으로 나왔다.
   「오빠. 오래 기다렸지. 영화를 봤으면 뭘 먹어야지. 응? 정신력을 심각하게 소모했으면, 응? 소진된 체력을 보충해야 할 거 아니냐고. 안 그래요, 오라버니? 설마 우리가 육체적으로 힘을 뺀 거도 아니잖아. 응? 우리는 몸을 쓴 게 아니라 머리를 쓴 거라고. 응? 머리를 써야 할 때 몸을 쓰면 뭐야, 탈나. 그럼 머리를 딱히 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머리를 더 쓰면? 그건 (딱) 반전! 안 그래?」
    뭐? 얘가 가만 보니 못하는 말이 없네. 얘 도대체 뭐지, 뭘까, 뭐야 너!
   「오빠 그런데 있잖아. 내가 밥 사면 오빠는 내게 뭘 해줄 건데? 그런데 있잖아 오빠. 내 원피스 이쁘지? 원피스만 입지 청자켓은 왜 걸쳤냐고? 너무 이쁘면 사람들이 막 쳐다본단 말이야. 눈총 받으면 있잖아. 막 따가워. 허허허. 그런데 왜 나만 말하고 있지? 설마 오빠가 내 기를 빨아들이고 있나? 아니면 오빠가 내게 기를 빨리고 있을까. 그러든 어쩌든 세상일이 다 그런 거지 뭐. 그나저나 사람들이 우릴 바라보는 눈빛이 영 신통치 않군 그래. 그리고 오빠 옷이 그게 뭐니? 수트도 아니고 캐쥬얼도 아니고. 안 되겠다. 옷부터 사자. 그러지 말고 미용실에 갈까? 아니지 일단 뭘 좀 먹어야 하지 우리. 그런데 오빠 그 표정은 뭐야? 혹시 지금 그 말 할려고 했어? 너 누가 보냈어!」
    아 정신 없어 완전 정신 없어. 그는 엔야에게 기 빨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빨려도 빨려도 이만저만이 아닌 거지.
    그렇게 어디 가고 어디 가고, 뭘 하고 자꾸 자꾸 오빠 오빠 그 얘기만 듣고 계속 듣다가, 마침내 그 얘기까지 듣고 말았다.
    엔야는 어렸을 때 어느 정보 집단으로부터 스파이 교육을 (그루밍 단계로) 10년간 세뇌 받았고, 그 중간에 그와 동시에 동자승 생활을 했다고. 그런데 언젠가 뭔 여드름 난 십대 중반인지 스무살인지 어느 못생긴 남자애가 자기 민머리를 쓱쓱 만졌다나 뭐라나! 어제 일처럼 아직도 새록새록하다나 뭐라나.
    뭐야, 설마 얘가 걔?
    아니 진짜, 설마 얘가 걔?
    말도 안돼, 진짜 얘가 걔라고?
    그는 생각이 많아졌다. 안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아닌데. 기억하기로는 그 동자승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는데. 그렇지만 그때 성별 구분이 뚜렷이 드러나지도 않았고, 당시 목소리도 전혀 못 들었다. 그렇다면...... 어쨌든 그들은 그렇게 친구가 됐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아마 만나고 싶었을 것이다. 누구를? 누구긴 누군가. 바로 민머리를 박박, 슥삭슥삭 문질렀던 당시의 동자승이지. 그런 현재 그분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어떻게 만나겠나. 상대방도 원치 않을 테고, 어쩌면 기억도 못할 수 있고.
    어찌 됐든 엔야가 그분일 가망성은 일단 반반. 50 대 50. 엔야가 아니라면 녀석은 날 기억할까? 보고 싶을까? 말도 안되는 공상이지만, 말 같지도 않은 공상은 그의 특기였다. 단지 지금은 그 허황된 생각이 현실일지 아닐지 긴가민가한 거고.
    고급 사교법과 중급 사랑술, 저질 잔지식은 얼마든지 타인에게 알려줘도 된다. 물려줘서 탈날 것만 빼고는. 그렇지만 단 하나, 뭔가 비밀 하나쯤은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엔야는 도대체 어디까지가 비밀이고 어디서부터 숙녀란 말인가. 원래 그가 알기로는 그랬다. 세상은 둘 중 하나라고. 바로 장사꾼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울며 겨자 먹기. 그런데 엔야는...... 분석할 수도 없었고 기는 빨리고 또 빨리지만 계속 재밌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모처럼 강적을 만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

    그는 이브를 만났다. 왜냐하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하니까. 곧 엔야에 대해서 따져묻기 위해서였다.
   「이브.」
   「응 오빠.」
   「엔야...를 어떻게 알게 됐니?」
   「응 저번에 오빠랑 함께 만난 스텔라. 편집장인가 뭔가 그 친구가 내게 누군가를 소개시켜줬어.」
   「그게 누군데?」
   「Pandora Pistorius」
   「판도라 피스토리우스? 그 인간은 뭐하는 놈인데?」
   「오빠 왜 그래? 대충 살자의 황금비, 막살기의 카오스. 뭐 그런 일 때문이야? 내가 뭐 도와줄 일 있어? 응? 오빠.」
   「난 단지 너가 어떻게 엔야를 알게 됐는지. 그 사정만 알고 싶어서.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줄께 일단 그것만 알려주면 좋겠어.」
   「응 어디까지 했더라? 아 맞다. 편집장 스텔라가 판도라 피스토리우스를 소개시켜줬어. 그렇게 나와 판도라는 친구가 됐지. 그런데 다시 판도라가 내게 굉장히 기이한 인물을 소개시켜줬지.」
   「그건 누군데?」
   「자콥 커퍼필드.」
   「뭐?」
   「왜 알아?」
   「아니 그냥. 그래서?」
   「그래서 자콥 커퍼필드가」   그는 얘기를 끝까지 듣지 못한 채 말을 끊었다.
   「그래서 자콥 커퍼필드가 너에게 엔야를 소개시켜줬다고?」
   「아니.」
   「그럼 뭐야?」
   「뭐긴. 그 양반의 비서가 나한테 엔야를 소개시켜준 거지. 그게 다야.」
   「그래?」
   「응. 무슨 문제될 거 있어?」
   「왜 내게 말 안했어?」
   「묻지도 않았잖아! 오빠 저번에 전화해도 받지 않던데.」
   「그래?」
   「응. 그외 무슨 이상한 점은?」
   「난 말이야. 아직 할 말이 떨어지지는 않았어. 너도 알지?」
   「뭐? 알긴 뭘 알아. 내가 오빠 마음을 어떻게 알아? 말하지 않는 이상. 안 그래? 응? 그래, 안 그래?」
   「오, 놀라워라!」
   「오빠 자꾸 왜 그래? 놀라긴 뭐가 놀라워?」
   「웃기지 말라고 해!」
   「뭘 웃기지 말아? 아 참 나 이거 정말 원, 이 오빠 정말 이상하네. 지금 누구랑 말해? 귀에 뭐 꼽아놨어? 아닌데. 이 오빠 왜 이러지?」
   「너 있잖아 스미스가와 클라인가 가운데 누가 잘나가는 줄 알아?」
   「그건 또 뭔 소리야? 오빠 친구 중에 혹시 글락소라고 있어? 어디서 약 팔려고 그래? 한물간 정보 흘려서 나보고 이상한 주식 사라고? 그 말이야? 아 진짜! 왜 그래 오빠?」
   「그게 말이야 자꾸 어제 꿈에서 본 뭔가가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래.」
   「어제 무슨 꿈 꿨는데?」
   「기숙사형 스파르타식 아카데미에 어떻게 입대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완전 재밌는 거야. 그래서 날마다 웃고 떠들고 난리도 아니다가, 졸업이 가까와져서 막 애들끼리 일부러 유급당하고 어쩌고, 막 그랬어.」
   「그랬어? 재밌었겠네.」
   「그렇지? 복권, 사야할까?」
   「사지 마. 개꿈이니까.」
   「그래?」
   「오빠. 그거 모르지?」
   「뭘 말이야?」
   「엔야가 있잖아. 어쩌면 오빠를 좋아하는 것 같아.」
   「뭐?」
   「그럼 어때! 전에 오빠도 나한테 좋아한다며 고백했잖아. (웃음)」
   「얘 그건, 어? 그건, 거 왜, 흥! 참 나, 어? 이브. 사랑은 있잖아, 어쩜 요정의 거짓말 같은 거야.」
   「그건 또 뭔 소리야? 그러니까 오빠가 아직도 혼자지. 어? 그러니까 오빠가 안되는 거라고. 어? 알아? 어? 아냐고!」
   「살살해 좀, 어? 살살! 아 쫌! 내가 뭐 한량의 천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플레이보이라는 거야 뭐야.」
   「아아! 피노키오는 무엇을 보았을까, 숙녀는 늑대를 왜 믿었을까?」
    애마는 다정하고 종마는 특별하다! 대화로 추정되는 인생의 좌우명이 뭐 그런 건가?
    그는 이번에도 느꼈다. 매번 깨닫는다. 무엇을? 바로 여자와 대화를 나누면 뭔가 이상하고 배가 자꾸만 산으로 가는 것 같다고. 그녀들과 말을 섞다 보면 막 그냥, 어? 자기도 모르게 그런 것만 같게 느껴진다. 귀족적인 유혹에 넘어가는 허당의 권위란 게 이런 거였나, 괜히 막 그처럼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 NB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는 미지의 타락을 거절하느냐, 아니면 미완의 야망을 맹렬히 추구하느냐. 그것이 문제였을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엔야, 엔야, 엔야! 그는 이번에도 역시 엔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묘한 사랑놀음이니 격정적인 황홀경이니 그런 건 모르겠고. 푸른색 물망초 그 하나만 쫓기로 한 것이다.





    9

    어느 날 그는 엔야를 만났다. 곧 이브를 만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최근 엔야라는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났는데 누굴 만나겠는가. 애증은 사랑의 흔적인 법을 깨닫게 되기 전까지 NB는 엔야를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오빠. 누가 오빠 만나고 싶데. 누굴까? 아 나는 알고 있지. 그렇지만 그분처럼 미지의 존재를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돌연히 부럽네. 그분은 대체 왜 오빠를 만나고 싶다는 걸까? 오빠의 얌전한 소망? 아닌데. 신중한 허영심? 그럴 리는 없어. 그렇다면 뭐냐고. 뭐하러 부족한 거 하나 없는 지복의 존재께서, 응? 대체 뭐하러!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니까. 참 나! 안 그래 오빠?」
   「뭐가?」
   「그런 게 있어.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 오빠」
   「그게 누군데? 누가... 날 만나고 싶다고?」
   「응. 그렇다니까 오빠.」
   「누군데?」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지.」
   「그래?」
   「오빠. 만나고 나면 날 잊지 않을 거지, 오빠?」
   「내가 널 왜 잊어?」
   「혹시 오빠가 말이야. 혹시라도 오빠가 나중에 막 전혀 다른 세상을 알게 되면 정결함에 순종적인 야망이, 뭐랄까, 흑막에 가려질까봐 그렇지.」
   「너의 말은 곧 내가 변심할지도 모른다?」
   「그래. 그거야. 그거라고.」
   「그렇게 행복한 고민을 해볼 일이 과연 있을까? 꼭 일부러 우리가 그런 내기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렇지만 말이야.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어. 황금에 절절매고 인기에 쩔쩔매는 일. 그것을 밝게 말하자면 희망찬 꿈과 지고의 소망이야. 하지만 냉소꾼은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거지. 하나는 돈독이고 하나는 일복이네! 라~며 투덜거릴 꺼 아니냐고. 어떻게 생각하시우, 오라버니.」
   「얘가 정말 누굴 소개시켜줄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시나?」
   「그러게. 나도 내가 왜 이러나 몰라. 오빤 혹시 아실려나?」
   「그런데 있잖아. 너!」
   「응. 오빠. 궁금한 건 뭐든 물어봐. 자, 어서.」
   「너, 이브는 어떻게 알게 됐어? 그보다 먼저. 그 무슨 편집장인가 뭔가. 스텔라 쇼와는 무슨 사이고. 응? 말 안해? 그 또 뭐야. 판도라 피스...토리우슨가 뭔가. 그 인간은 뭐하는 애야? 어? 뭐 피스토리우스? 지가 무슨 연극 주인공이야 뭐야. 그런데 늬가 자콥 커퍼필드를 어떻게 알어? 아 맞다. 그런 얘기는 없었나, 없었지. 그렇지만 한 다리만 건너면 너와 자콥 커퍼필드는 꽤 돈독한 관계라는 얘기인데... 심상치 않아. 우리가 결코 만만히 볼 인물이 아니야. 어? 알어? 그 인간 보통 인물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렇게 길게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답하지? 꽤나 난감한데.」
   「그러니까 내 말은 한 번에 다 알 수는 없지만, 뭐 차차 우리가 하나씩 풀어가야 할 숙제라.. 바로 그 말이지. 굳이 답하지 않아도 돼. 단, 아직은!」
   「오빠.」
   「왜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 그래? 그거 원래 남자가 해야 하는 거잖아.」
   「왜, 난 뭐 그럼 안돼?」
   「안된다는 말이 아니라, 어? 아니야 아니야.」
   「오빠 방금 이상한 생각했지? 그치? 그렇지? 맞네 맞어. 딱 맞어. 이 오빠 안되겠네.」
   「아 뭔 소리야? 너 왜 그래? 얘가 왜 갑자기 생사람 잡고 그래?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하긴 뭔 이상한 생각을 해? 어? 혹시라도, 늬가 누군가를 내게 소개시켜줘서, 내게 큰 이득이 생겼어. 요즘 말로 이득 앞에 개를 붙여서, 개-이득! 그렇다고 내가 널 잊을 거 같아? 나 그런 이상한 생각, 하지 않았어. 또 하면 어때. 그렇다고 지금 내가 선망의 기쁨이 실현될 공상 때문에 만족스런 홍조로 말미암아 귀까지 노을지게 만들 지경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야.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란 말인데, 어? 내가 플라토닉의 정반대를 상상했다고? 에이~ 설마! 설마가 아닌가?」
   「고백했으니까 됐어.」
   「돼긴 뭐가 돼?」
   「그건 그렇고. 오빠. 캥거루 뒷발로 맞아봤어?」
   「아니. 넌 맞아봤니?」
   「아니.」
   「그런데 그건 왜 물어봐?」
   「왜, 물어보면 안돼?」
   「아니 그건 아닌데. 늬 말마따나 왠지 모르게 난 꼭 캥거루 뒷발에 맞아봤어야만 한다, 그렇게 내가 은근히 설득되는 기분 때문에 뭔가 찜찜해서 그렇지. 진짜 그렇다니까. 그런데 그 얘긴 왜 하는데?」
   「내가 오빠한테 소개시켜줄려는 거물이 사는 곳에 캥거루 뿐만 아니라 참 많은 동물들이 살기 때문이지.」
   「거물? 뭔 거물? 그럼 난 거물이 아니라고? 난 그럼 소물이야 소인이야? 어? 그러니까 난 무슨 소인배나 하수란 말이야 뭐야?」
   「워──워──워! 오빠. 진정하시옵소서.」
   「그런데 거기 하이에나도 있어?」
   「그야 나도 모르지. 어쨌든 가서 놀라지나 말아.」
   「막 TV에서나 보던 그런 사유지를 얘기하는 건가. 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의리의리한 대저택? 어차피 그처럼 멋진 고풍스런 궁전 같은 건 재미없어. 그렇게 거대한 사치는 어차피 둘 중 하나야. 첫째 화려한 고저택이냐, 둘째 골프장 같은 환경이냐. 아무튼 난 차라리 골프장 본부에 사글세로 세들어 사는 걸 선호하는 부류라고 할 수 있지. 도시에서 멀면 외롭거든. 아무리 부유해도 사람이 없으면 심심해. 안 그래?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파티를 날마다 즐겼나? 하긴 지금이라고 뭐가 달라! 어쨌든 소규모 신도심지 한가운데 조성된 공원. 최신인데 어째 거 좀 영 뭐해. 보면 말이야. 그러니까 100년된 허름한 세면용품 공장의 잔디밭이 훨신 나아보인다니까. 그래서 최신식 공원을 아주 멋지게 지을 게 아니라면 차라리 골프장처럼 만들면 좋겠어. 골프만 하지 않으면 될 거 아니야. 안 그래? 하지만 그건 1인의 희망사항일 뿐이고, 설계 단계부터 이것 저것 뭘 많이도 집어넣지 않을 수가 없겠지. 그걸 뭐라고 하냐, 도시공학이라고 하나? 뭐 그건 그렇고. 난 너의 몇 번째 남자니?」
   「뭐?」
   「아 농담이야 농담. 왜 그래 얘가! 너 혹시 나 미워하는 건 아니지? 내 하나 고백하자면, 내가 널 너무, 아주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
   「이 오빠 눈치 하나는 기똥차게 빠른데. 거물이라니까 제대로 줄거리를 알아버렸네. 응? 누가 오빠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설마 전-여자친구? 그렇게 다정하고, 향기롭게 자상하며, 섬세히 정답다는 건 어찌 보자면 숙녀를 오래 사귀기 힘들다는 말과 다름없는데. 어쩌지? 어? 오빤 나한테 연예사와 사교생활을 벌써 들켜버렸네? 어쩜 좋아! 말해. 어? 말하라고. 아 뭐해? 실토하지 않고 뭘 하냐고. 냉큼 불어. 아 글쎄 지금 당장. 어? 언년이야? 어? 언년이냐고. 응? 그년이 대체 누구야!」
    그러면서 엔야는 팔을 걷어부쳤다.
   「엔야. 지금 우리가 말이야. 음... 우리는 있잖아. 언년.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그... 흐흠. 그년이 아니라 그분. 즉 너가 말한 거물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우리가 있잖아. 지금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어. 괴상하게 너와 나의 기분이 과열됐다고.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우리 엔야께서 왜 이처럼 흥분하실까. 설마 내가 널 좋아한다는 고백을 너무 장난스럽게 했기 때문에? 아니면 바로 그 직전에 했던 말. 무슨 말인가는 생각나지 않는데, 그런데 그런 말은 책임이 따라야 하는 말이라는 거니? 맞아. 그건 딱 맞아. 그렇지만 그에 따라 둘 중 하나의 행동이 함께 해야 한다는 거. 멜로드라마의 정석이지. 그런 반칙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봐주게 되는 거고, 아니면 심한 거고. 안 그래?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 넌 그 이유를 아니? 알면 좀 오빠한테 가르쳐주지 않겠니?」
   「표 안 나게 상대의 의중을 가늠하기. 오빠한테 안 통할 줄 알았어. 미끼를 내가 문 건지 오빠가 져준 건지는 몰라도, 일이 재밌게 되어 가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수, 오라버니?」
   「아 머리 아포. 어지러워. 이런 얘기는 드라마로 보기만 해도 막 산만한데, 설마 내 입으로 이런 얘기를 하게 될 줄이야. 난 그래서 추리소설도 읽지 않는데. 엔야. 우리 있잖아. 너무 멀리 왔다. 이제, 응? 그만! 그만! 여기까지.」
    그렇게 그들은 언년에 관한 대화를 마무리했고, 거물을 만나러 갔다.





    10

    일주일 후.
    엔야와 그는 오스트리아의 어느 한적한 시골에 도착했다. 검은 세단과 함께 선그라스를 쓴 8 대 2 가르마 덩치분들께 에스코트 받으며 진짜로 대저택에 초대를 받게 될 줄이야. 그는 엔야가 장난하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진짜라니! 뭔가 혹시 연막이 있는 건 아니야? 그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했다. 그 거물인가 뭔가 그분의 저택에 들어와서 그는 드디여 보게 됐다. 바로 캥거루를. 뭐야 이거! 오스트리아에도 캥거루가 있잖아? 그런데 왜 없다고 했어. 저런 저런 저런! 어른들은 순 거짓말쟁이들이라니까 글쎄. 그런데 도대체 그 거물이란 양반은 어떤 인물일까. 영화처럼 분위기 있고 목소리는 저음에 신기한 인물일까? 아니면 든든한 배경 빼놓고는 하나도 볼품 없는 그저 그런 촌부일까. 어쨌든 의구심은 증폭됐고 호기심은 춤을 췄다. 그래서 그는 신비주의의 소심한 주권자가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살다 살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더라, 같은 초실사판 달력 사진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어찌 현실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그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현실이다. 와우!
    그는 지금까지 그랬다. 동화를 알고 꿈을 믿었겠지. 그러니 지금은 다시 플레이보이로 돌아간 것이다. 곧 가련한 여주인공과의 애처로운 사랑을 꿈꾸는 삶. 태양 아래 사랑하고 오늘의 자유를 누리기. 그러다 이렇게 우연히 거물을 만나러 오기. 이건 옛날부터 다 각본으로 짜여진 것이다. 그동안의 굴곡 많은 인생은 다 무용한 실패가 아니라 귀중한 절망감이었던 것이다. 곧 소중한 경험담은 그저 쓸모없는 패배담이 아니라 소중한 밑거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름 어깨 뽕이 튀어나올 정도로 그는 할 말이 많았다. 기초가 매우 튼튼한 지성, 건강한 인성, 올바른 품성. 입이 근질근질하지 않더라도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또 뭘 해도 재미없고 대체로 엉덩이가 근질근질하지 않더라도, 또 움직이고 활동하며 나다니다 보면 뭔가 억지로 성과를 만들게 됐다. 어쩌다가 따박따박 할 말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그는 나머지는 싹 다 뿌리치고 오직, 오로지 엔야한테만 전념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엔야의 덫일지 거물의 미끼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때!
   「오빠. 어때, 봤지? 이제 믿겠지. 믿지 않을 수 없으니까. 내가, 어? 이런 사람이야. 어? 허허허.」
   「」
   「뭐라고 말 좀 하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썩 나쁘지는 않다고 말씀 좀 해 보시지. 어이 형씨, 네? 입 벌리고 바보처럼 헤헤~ 그러지 말고. 어?」
   「」
   「아 쫌! 그리고 저기 오네. 저분은 누구일까? 거물? 아니야. 통역사야. 아 보면 몰라?」
   「」
    바로 그때. 저쪽에서 누군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데, 시간은 느려졌다. 거물로 추정되는 인물의 배후에 후광이 비췄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정말 우리가 만나도 되나요? 라고.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NB는 더 멍청해졌다는 것. 때문에 나눈 대화를 대충은 기억하는데, 중간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긴 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설마 이 궁전 같은 대저택을 1일, 아니 반나절 동안 빌린 건 아니겠지? 어쨌든, 룩셈부르크에도 가 보고 7권짜리 장편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사랑도 해 봤지만, 그것을 언제나 아름답다고 말하긴 힘들다. 그러나 엔야가 소개시켜준 거물과 작성한 계약서는 쉽다. 확실하다. 내용도 어렵지 않다.
    그는 POPULAST 그룹이 거느린 각종 주간지, 월간지, 격월간지등에 글을 자기 마음대로 실을 수 있다는 종신 계약을 맺지는 않았다. 다만 1편을 싣고 괜찮다 싶으면 또 1편을. 즉 단발성 계약을 맺은 것이다. 거물이란 양반이 그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미리 착수금 전액을 입금시켰다고. 그건 마라한테 얘기 듣지 못했냐고 했다. 마라가?
    그처럼 뜻밖에 그는 거액이 생겨버렸다. 신나는 놀기가 항상 기쁨이 춤추고 꿈으로 넘치는 모험인 건 아니다. 딱히 신분 상승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두둑한 품위 유지비의 발생. 어쩌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의 인생은 틀리지 않았다. 바쁜 삶 어쩌면 대충 사는 듯한 생애가 결코 어리석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으쌰으쌰는 슬로건의 논증. 포지셔닝의 실천은 인생의 기쁨. 이렇게 당당한 성과로 증명된 것이다. 어찌 되었든 환상의 지배자를 농락하는 건 결국 환상 머신인 것. 그는 단발성 계약인 만큼 일단 집으로 돌아와서 부푼 가슴을 가라앉히고 칼럼을 작성하기로 했다. 통장은 그 다음에 확인해보고, 소비의 기쁨과 즐거운 삶은 그 다음으로 미룬 것이다.





    11

    NB는 다음과 같은 칼럼을 그룹 POPULAST 사내 정기 잡지에 기고했다.
    제목: 사랑의 종류
    내용:
    1.조신한 처녀의 단정한 태도. 그리고 도도한 턱선. 갸름한 목선. 오묘한 고개 각도 또 애처로운 눈빛. 무엇을 생각하는지 기이한 분위기까지. 하지만 정숙해보이는 숙녀라고 클럽에 가서 미친듯이 놀지 말라는 법도 없고, 혹시라도 엉뚱한 과거와 웬 이상한 스캔들이 사실일 수도 있다. 즉 프라이버시는 프라이버시인 것. 그런데, 설마......!
    2.그러나 고개를 숙일 땐 언제나 습관적으로 손은 저절로 가슴 위로. 목폴라를 입었을지라도. 그 다음으로 상냥한 미소.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고 눈꼬리마저 뭔가 좋은 기분을 대변하는 듯 하니 멋쩍은 상상을 하는 중일지도. 그러다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허당에게는 드물지 않게 싸늘한 무관심. 정반대로 은근 허당에게는 호감과 눈인사로 대처하며 긴장하기. 뭐? (분명한 점은 그것. 썩 일관된 태도는 아닌 듯. 약간 논외로, 일관성이란 어쩌면 그런 것 아닐까? 성서에 의하면 제일 오래 살았던 므두셀라를 비롯해 900년-800년-700년을 살았던 기록과 모든 교리를 완벽하게 믿고 수행할 것인가, 아니면 의역과 직역을 적당히 절충할 것인가. 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종교와 관계없이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원론적으로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견지하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 에너지가 고갈될 여지도 있으니 때때로 뭐 어째야 한다는 점. 그렇다면 앞서 일관성이란 상념도 100퍼센트가 어차피 어렵다면 우선 순위와 현재에 맞는 의역이 일부 참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점. 왜냐하면 지금은 그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소비의 시대이자, 눈부신 과학의 발전으로써 대체로 누구나 원하기만 한다면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무소속 위원은 발언 자격이 없겠지만 단지 개인의 소견은 그렇다는 것. 물론 높은 기준선을 고집하겠다는 걸 말릴 생각은 없음)
    1과 2의 어느 차이가 확연한 그녀들은 대체 속으로 무슨 생각들을 한단 말인가. 설마 불가능한 것 빼고는 모두 다 상상하는 것 아닐까?
    그 궁금한 꿍꿍이가 아마도 OX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 답변에 대해서 일단 절반은 긍정이다. 왜냐하면 숙녀는 '다음 사람에게는' 같은 제목의 유행가라면 처음 보는 남자가 아무리 노래를 못해도, 그저 첫인상이 무난하기만 하여도 저절로 사랑의 진도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장르는 발라드요 제목은 이렇게. 여가수의 원곡, 다시 사랑한다면! 남가수의 원곡, 다음 사람에게는! 그 원곡을 동성이 부르던지, 막 부르던지, 완전 엉망진창 엄청 못부르던지 하나도 상관없다. 하나도. 전혀. 왜냐하면 그녀들은 뭘 좀 아는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숙녀는 일단 1.5 미만이다 싶으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옷 잘 입는 멋쟁이 중년 부인왈~ 우리 딸 이뻐, 한번 만나봐! 왈가닥 말괄량이왈~ 우리 엄마 이뻐, 오빠 이 다음에 나랑 같이 우리 엄마 만나자! 그때 여자는 사랑을 예감하는 게 아니라 이미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가 말이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분위기를 스스로 읽어서 그녀가 원할 때만 쌥쌥거리기. 쫑알쫑알 따따부따 쫑알쫑알 따따부따, 그러다 안색을 살핀 다음 쉿! 숙녀가 (가련히?) 봐줄 때만 짹짹거리기. 그렇다고 무리수를 둬서 멋진 깔깔이를 우리 편으로 섭외하란 사인을 깔깔이로 자처하란 의미로 잘못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많이 곤란하다. 문득 프랭크 시나트라 노래가 듣고 싶다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그 전집을 사고 탭댄스를 배우며 뮤지컬을 예약하는 남자. 답 없다. (설레설레)! 특히, 사랑의 행위 가운데 침묵은 금인 것. 그처럼 숙녀에게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 그러면 그녀의 마음은 이럴 테지. 사랑의 춤은 이제부터 내가 리드할 꺼야. 물론 그렇게 끝까지 갈 수도 있고, 대개는 일찍 또는 그러다 중도에 마음을 접을 테고. 내가 만약 저 무서운 인상의 야수 같은 남자와 연인이 되고 나중 함께 살게 된다면, 그럼 매일 그래야 할 거 아니냐고. 라~는 듯이 상상은 무료다. 공상은 자유다. 몽상은 취미다. 곧 만약 저 인상파와 나의 교제가 발전한다면, 그럼 나중 결혼해서 그럴 거 아니냐고. 매일 매일 키스를 하고 또 하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저분의 얼굴을 같은 침대에서 마주쳐야 한다고? 진짜로? 내가 먼저 눈을 뜨면 내가 보고, 그쪽이 먼저 눈을 뜨면 날 보고? 진짜로? 그러니까 어떤 차림으로? 으악~~! 꺄악~~! 최소한 경악과 못 이긴 척이 겹쳐질 순 없는 것이다. 단, 다음 여섯 가지는 빼고,
    첫째, 멋 모르고 일찍 만났을 때. 연락을 하고 또 하고 계속 하고, 선물 들고 쫓아다니며, 꽃 들고 기다리기.
    둘째, 의전! 말이 통하고 뭘 좀 알고, 특별히 가난하지도 유달리 못나지도 않았으면 하는 지극히 공통적인 여자들의 바램. 청순 만화 같은 이상형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고, 성실하고, 다정하며, 착했으면! ~~가 아니라. 그게 아니라 익히 공감되는 개념들 다 마다하고 오직 의전, 오로지 의전만 따지는 여자.
    셋째, 무모한 도전과 끈질긴 배짱에 버티다 버티다 끝까지 버티다, 드디여 끝끝내 못 버티고 막판에 딱 넘어간 아가씨.
    넷째, 1미만의 사랑이 아니라 1.5이상의 애정을 수락할 때. 타협을 적극적 동의라고 보기 어려울 때. 메리에이지 불루도 있고 나중의 변심도 있고. 사랑이라면 그녀들에게 묻기. 허지만서두, 꼭 그럴 수는 없다는 것. 남편부터 그녀의 글에는 고개를 돌리고, 사랑도 사랑이지만 진짜 운명이란 그녀의 잔소리를 일평생 견딘다는 것이거든. 바로 그래서 이런 게 있다. 즉 다만 그건 있다. <사랑보다 비교적 황금을 측량하기가 더 쉽다. 그러므로 행복을 측정하기 역시 대체로 우리에게 권고한다. 무엇을? 바로 최소한의 황금을 전제로 사랑할 것을 세상은 우리에게 종용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달콤한 꿈과 다정한 선망만으로 유쾌한 삶과 기쁜 인생을 몽땅 우리에게 의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허락할 순 없으니까. 그래서 환상적인 사랑과 현실적인 연정, 이상적인 애정과 흠모하는 짝사랑, 바로 그 차이에 관해서 어른들은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체 하는 것이다. 신기루 같고 백일몽처럼 신기하며 신세계나 되는 듯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1미만이 좋다는 걸 우리가 모를 수는 없는 법. 어찌 그럴 수 있겠나. 그러나 어른들은 대체로 1.5를 권장한다는 사실. 어떻게 보면 명백한 모순이다. 그처럼 1미만이냐 1.5 선상이냐, 그 차이가 어쩌면 여성잡지1과 2의 경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른들 말씀은 결국 그거다. 오래되면 노상 1은 세파와 다투며 현실이란 괴물은 이겨내기에 벅찰 수도 있지만, 하지만 1.5는 살다보면 정들게 마련이라며 안온한 조건과 안정적인 환경 그리고 집안끼리의 혼맥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무던한 사랑의 결합을 설득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1.5에서 점점 1에 가까운 걸 찾아야 하느냐, 아니면 아예 2로 갈 것이냐, 그도 아니면 그 둘이 운명적으로 일치된 사랑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그녀들은 생각도 말도 많아질 수 밖에. 그래서 남자의 할 일은 그렇다. 그녀가 사랑은 어쩌면 운명 같은 거라고 말한다면 자기는 그 생각에 결연히 반대한다고만 하면 된다. 곧 뭐라고 반대하느냐, 나는 우리의 사랑을 운명이 아니라 천명이라고 생각하오 라고. 뭐? 캬~ 으아~! 으윽~! 따지고 보면 그렇다. 그녀들끼리 1미만을 논한다? 1.5는 흔히 얘기할려나 몰라도 어떻게 0점대 방어율을 논하리요. 에이~ 그런 말 못한다. 에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나. 간지럽고 낯뜨거워서 그런 얘기까지는 여자들도 거의 잘 하지 않는다. 애도 아니고 어른인데 어떻게 1을 내 입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겠나. 대체로 못한다. 거의 못한다. 챙피해서도 못하고 남부끄러워서도 못한다. 얘기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어른은 바보가 아니고 우리는 푼수로 살면 안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 힘든 길을 가고자 한다면 가난할 각오, 불행할 준비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헤어드레서처럼 매일 같이 숙녀의 고운 머릿결을 매만지는 일을 수십 년 하다 보면 그 어떤 차이가 보인다고도 한다. 희망의 연가처럼 1을 말한다, 안한다. 전자에서 후자로 어쩌면 2까지 넘어간 듯한 눈빛이 보인다고. 은연중 또는 한눈에 구분이 된다고. 물론 아닐 수도 있고. 바로 그래서 우리 상남자들은 사랑이라면 일절 입에 담지를 않는 것이다.
    다섯째, 조건! 이 남자가 만약 부유하지 않다면? 그녀가 이쁘지 않다면, 과 대체 뭐가 다를까! 물론 꼭 같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 멀찍이 다르지도 않을 테니까.
    여섯째, 그래서 우리는 말끔한 수트를 빼입는 거다. 우린 결국, 남자는 폼인 것이다.
    그런데 난 트럭으로 저런...... 이런 사적 담론을 정답게 나누고 또 나눴던 단짝이 언젠가 멀어졌다가 나중 우연히 만났는데. 그런데 어머나 어째 서로 팔짱 낀 왕자님들이...... 통과.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나 우연을 빙자하고, 큐피트의 운명을 강조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그 격정이 유지될 수 있나 자신할 순 없겠지만. 사랑의 장기전이란 A부터 Z까지 있겠지만 그 가운데 딱 둘만 꼽아보자면 이렇다.

  1. 소란이란 소란은 모두 일으키며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채 큰소리 떵떵 친 다음, 하도 난리치며 사랑의 완성에 골인. 다음으로 오래 지나서 떠들썩하게 나중 헤어지느니, (그래서 못 갈라설 수도 있고)
  2. 인생의 많은 경험들이 혼재하고 찐한 사랑도 알았다가 풋사랑도 논했다가, 그러다 딱 결혼행진곡 이후로 잘사는 것. (즉 결혼 전은 각자 남의 인생, 결혼한 다음부터는 우리의 인생. 개인 삶과 우리의 사랑이 어느 만큼 겹쳐야 하느냐, 그건 각자 재량껏 정하는 거고. 물론 전자와 후자 모두 최고면 좋겠지만 일단 이론상으로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 라는 뜻이다. 고로 오직 현재의 사랑에만 전념한다는 게 B의 요지)

    따라서 오늘도 풍운아들은 숙녀를 가만놔두질 않고서 또 자꾸자꾸 귀찮게 하는 것일까? 그분들의 서툰 기성복과 몰래한 사랑은 모르겠고. 적어도 그 하나는 진리인 것이다. 바로 행운아들에게는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오고 또 굴러오고 쉬지 않고 굴러온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는 그녀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아끼고 에스코트를 하고 또 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마초들은 바텐더의 오판에 욱-하지 않을 수 없을 테고. 화장발에 조명발 하며 유혹술이 발달하고, 여성잡지 필진이니 뭐니 사랑의 전문가들 싹 다 내 앞으로 집합해라 라는 듯이 큰소리칠 수 있으면 뭐하겠나. 누군가는 쥐락펴락하고, 또 누군가는 밀려졌다 당겨졌다 할 텐데. 어제는 내가 들었다 놨지만, 오늘은 내가 들렸졌다 놔졌다 그건 모른 거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그 흔한 사랑이란 주제를 도저히 가만 놔둘 수가 없는 것이다. 모순되는 듯한 사랑일 테지만,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랑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정 애절하도록 사랑 받음에 좀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점. 아마도 사랑학의 2.0일 것이다.





    12

    칼럼을 이메일로 보낸 다음 그는 통장 잔고를 확인해봤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왜냐하면 예감이 별로였으니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테니까. 그런데 그런데!
    기록된 금액은... 뭐야 이거! 대체 0이 몇 개야? 혹시 착오 아니야? 그래서 그는 계약서를 펼쳐봤다.
    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불행한 인생을 구제하는 사랑의 에피소드라니. 와우~! 야호! 빙고! 이거야. 어? 이거라고. 이거라니까. 바로 이거라고~!
    그건 바로 웬만한 최고급 차 1대를 살 수 있는 금액, 이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어지간히 유명한 명화로 소품 1점을 너끈히 살 수 있는 거액. 그 전자와 후자의 중간쯤 되는─아마도 전자쪽에 가까운─큰 돈이 그의 통장에 입금되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건물 같은 부동산에 투자를 해야 할지 버크셔 헤더웨이 같은 특급 주식을 일부 사고 나머지는 차차 생각을 해 봐야 할지, 크게 고민되는 정도의 액수였다.
    그러다, 그는 이제 충분한 황금이 생겼기 때문에 당분간 해이해져버렸다. 마음을 놓아버렸다. 뭐 좀 놀지, 라고 혼잣말을 하고 또 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차를 바꾸지는 않기로 했다. 차근차근 놀면서 '내 머릿속에는 괴물이 살아요.'라는 작품 구상도 틈틈히 하기로 했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자기가 후한 접대를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 때문에 들은 말은?
   「늬가 한턱 산다고?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거 아니니!」
   「뭐가 어쩌고 어째?」
    그래서 그는 기록을 뒤졌다. 몇 년 몇 월 무슨 요일, 어디서 어떻게 라면서 기록을 제시했다. 이래도 발뺌할래? 라고 했다. 많지는 않지만 나도 성의껏 노력은 했다 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또 따졌다. 뭐 먹을라냐고. 소, 돼지, 닭, 생선. 푸아그라? 캐비어? 뭐든 말만 하라며 큰소리 떵떵쳤다. 그런데 왜인지는 몰라도 우연찮게 친구들이 바빴다. 그래서 그는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었다. 여유는 되는데 파티가 없었다. 품위는 유지할 수 있는데 약속이 없었다. 때문에 지난 날의 심심함을 응징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괜히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멜로 영화가 아니라 에로비디오를 볼까 하는. 기쁜 인생이 미치도록 궁금한 허당계 신동의 공상은 계속됐다. 일단 과소비와 사치와 호사의 삶과 즉시 결탁하지 않은 채 일과 관계되니까 잡지를 몽땅 샀다. 에거사 크리스티 전집은 살까 말까 망설이다 사지 않기로 했다. 픽션에 마음이 기울었다가 다시 역전되어서 인문교양쪽에 마음을 내어주었다. 그렇지만 엔야가 소개시켜준 거물로 인해 발생한 거금. 그에 따른 전과 후. 큰 차이는 없었다. 눈꺼풀을 파르르 떨 만한 새로움도 없었다. 뭐야 또 없어야? 짐짓 불안해졌다. 은밀한 행복감에 도취되어야 정상인데 벌써 권태? 안돼 안돼. 100미터를 막 질주해서 숨이 차던가 만취라도 해야 했다. 그러든 어쩌든 삶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일할 때는 후한 인심 즉 대충 살자. 놀 때는 이기적 사심 곧 최선을 다하자. 지금도 그랬다. 뼛속까지 지복한 발전과 지고의 사랑을 희망하기도 여전했다. 한량의 칙명도 변하지 않았다. 즉 미래에서 사는 상상과 꿈 속의 행복, 그 사이에 일상이 있다고. 그렇게 여심으로부터의 아양, 권력을 향하는 아첨. 적당히 현실과 타협한 채 주술사가 미래를 예언하듯이 그는 내일을 예비했다. 결국 인기 울렁증은 남의 얘기였던 것이다. 그러면 플레이보이의 4대 요소 가운데 부족한 게 무엇인지 모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하기를 바랬다. 때문에 새로운 마법사의 탄생은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든 어쩌든 이게 정말 자신이 염원했던 꿈 같은 인생일까? 그렇다고 자신하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그보다 그녀의 마음을 여는 비밀 열쇠를 내가 알아야 하는데, 왜 그걸 엔야 늬가 갖고 있냐면서 그녀한테 따지고 싶었다. 꼭꼭 숨겨둔 사랑은 바로 너, 엔야 라면서 그녀와 밀월 여행을 꼭 떠나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안부가 궁금해서 그는, 날개 없는 천사는 호기심쟁이라네 뭐라네 그러면서 수다를 떨기 위해서 엔야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런 젠장!
    거짓말도 할 수 있고 허풍에도 속지 않는데, 인생이 달콤하지 않다면 그건 뭐지.
    있는지 의심스러운 인기는 불안했고, 존재가 의뭉스러운 품위는 불길했다.
    딱히 불행이 부과된 건 아니지만 속절없이 심심했다. 그래서 외로움이 초래되었다. 고독감은 결국 몽매했다. 그러니까 TV에 나오는 조명발을 곁눈질했는데, 그들을 따라하기도 어색했다. 엔야가 소개시켜준 거물이 어쩌면 부당한 대우, 과도한 예찬으로 자기를 길들이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다만 다행스런 불만족 때문에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규칙적 생활은 여전하고. 이게 정말 거북한 행복감일지 아니면 노련한 재담꾼의 왜곡된 욕망일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녀들 순정 어린 장밋빛 미소와 숙녀들의 짝사랑은 다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갔다.





    13

    1주일 후.
    그는 내용 증명 우편물을 받았다.
    비상식적 원고 때문에 발생한 어쩌고저쩌고. 받은 원고료의 몇 곱절을 배상하라는 내용.
    일명 소송에 휘말리라고?
    그래서 그는 어떻게 어떻게 해서, 그쪽 담당 변호사를 만났다. 그렇게 하여 변호사와 담판을 지었다. 받은 금액의 1 대 0.9 정도로 하여 (예비)원고측에 환원하고, 3개의 사적 칼럼을 송달하는 것으로 타협은 완료됐다. 곧 그분의 따님께는 일기를, 부인에게는 인생론을, 그분에게는 명성론을 전달하기로.
    그럼 그렇지. 왠지 일이 잘풀린다 했다. 그래서 그는 이런 말은 아직까지 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 정말 정말 재밌겠다. 와 신난다!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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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그가 POPULAST 배후 조종자에게 상납하는 명성론의 전문이다.
    제목: 도입부 명성론
    내용: 명성이란 그런 것 아닐까? 아무리 거품 같은 인기일지언정 넓디넓은 중고차 매장에 나타난 최신식 연노란색 까레라 1대. (색상은 하늘색도 괜찮고 가정이야 각자 좋아하는 걸로) 차를 사람이라고 비유하자면 썩 빗나간 비유는 아닐 것이다. 곧 최신식 노랭이한테 관심은 반갑고 조명은 좋은데 그게 끝이 아닐 터. 질투에 이어 조롱도 흔할 테며 그들의 친구인 야유라고 왜 없겠나. 그 따가운 눈총, 운명이라 여겨버릴 수도 있는데 내내 그렇게 살아갈 생각을 하니, 아이고야! 아직은 무관심에 지쳐 비꼼마저 아쉬울 처지는 아닐 테니까. 그렇다면 애들처럼 저건 이쁘다 저건 안 이쁘다, 이건 마음에 든다 저건 싫다, 라고 필요 이상으로 솔직해서도 안될 건 뻔한 일. 그렇다고 마냥 예술가병에 걸려서 나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어중간한 부류는 근근히 먹고 살기에 치중하고, 삼류는 에라 모르겠다 라면서 뭘 해도 일단 들이밀기 바쁘며, 일류는 그 어렵다는 잘난 척으로 사람들을 웃긴다. 신기하게도 잘난 척만으로 폭소가 가능하긴 가능하다는 것. 진짜로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때로는 익명과 섞이거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해서 말 못할 심정은, 평범한 가식과 재미없는 위선에 복속되는 건 정해진 수순. 나는 '대충 살자'가 원래 내 방식인데, 나는 막살자가 때로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데 어깨가 무거우니까, 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거지. 뭐 진짜 그렇다고? 자, 뭐라는지 일단 한번 들어나 볼까!
    여러분, 밝고 맑고 자신 있는 삶의 자세로 하나 뿐인 인생 최선을 다합시다! 라고. (그런데 맥 없는 어조가 왜 하필 누군가에겐 빈정거림으로 들리는지, 그분들 재주도 알아줘야함)
    그럼 또, 뭐 매사 그러라고? 누굴 바보로 아시나! 라~고 그렇게 동물의 세계식 다큐멘터리론은 설득력을 얻고서 명사를 부추긴다. 쟤가 뚜껑이 열리나 아니면 발전을 하나 지켜보자 라면서. 그처럼 햄버거병에 걸린 게 아니라 햄버거 자체가 되면 즐기든 견디든 현실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 그 다음으로 뜨든 지든 대체로 끼리끼리 사교 생활을 지속하기 마련. 그래서 그 다음 경우의 수는 통상 세 가지가 보통이다. 그 외는 논외로 치고.
    첫째, 바른 생활. (장미와 칸나, 튤립, 백합, 데이지, 부케, 회전목마 등등)
    둘째, 뜬금없는 소문이랄지 각종 염문과 황당한 추문에 휩싸이기. (잡초, 가짜꽃, 롤러코스터, 범퍼카, 귀신의 집)
    셋째,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기 곧 잊혀지기. (괜히 좋다 말았네? 일 수도 있고, 추억으로 살아갈 수도 있음)
    첫째와 둘째는 조용하든 시끄럽든 각자 인생을 즐긴다. 그런데, 셋째. 셋째는 어느 날 문득 클라우드 나인에서 내려오니, 세상을 내려보던 스카이라운지에서 1층에 내려와 거리에 나가니 아무도 없더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실한 하체에 알찬 마음으로 대비책을 세울 시간은 충분했을 테니. (뭐 상체는 짝가슴?) 그래서 우리는 나서야 할 때 나서야 하고, 행동을 위한 인문교양학에 밝아야 하며, 관망할 때 관망해야 한다. 참다 참다 끝내 못 참고 터트린 할 말이 있다면, 당연히 참고 참고 또 참고서 '묵묵히 일하기&억지로 공부하기'와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삶도 있는 것이다. 전자가 반짝 신인이라면 후자는 일반인이다. 뭐 전자는 우리 헤어져-요, 후자는 그대 사랑해요? 넘어가고. 그런 한편 말수 없고 인기도 없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럴지도 모른다. 속~ 터지다 못해 기어코 입 터지고, 말 트이며, 끝끝내 웃음 보따리까지 풀리더니 급기야 플레이보이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나 뭐라나! 농담인데 진담이면 좋을 얘기는 넘어가고. 혹시? 빙고!
    즐거운 한량의 기쁜 팔짜는 결국 운명이고, 사랑은 나비인지 나방인지 모르겠으며, 인생은 무엇일까 오늘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것. 바로, 행복의 알리바이!
    그야 어쨌든 시선이 따가운 삶이 뭔지는 모르겠고, 일반인이야 언제 일류가 되어 잘난 척이 미덕이 되고 이쁜 척이 인기를 보장하는 그런 삶을 기다리겠나. 그러다 날샌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허세가 있고 허영심이 있다. 가능하다면 달콤한 연애 즉 사랑이 있고, 최소의 운만 따라도 더한 재미가 거의 드물다는 바로 돈 쓰는 재미 곧 소비. 다시 말해 유명해지고 싶든 아니든 무명의 삶도 얼마든지 행복한 인생이요 기쁜 나날들인 것이다. 취미도 중독성이 높고 매력이 값진 건 한마디로 그거다. 사랑처럼 나만 봐 라는 점. 시간을 충분히 투입해야 하며, 많은 걸 걸고, 시간을 죽이는 취미. 빠지면 몰입하는 일. 천국이란 그런 거니까. 에뎅2라는 나이트클럽 오픈발에 속은 손님과 밤무대 딴따라는 알고 보니 첫사랑이었더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재산과 격조가 늘 수도 있는데, 삶을 돌아보니 힘은 밑에서 위로 올라오다 내게 말도 안 하고서 제멋대로 멀리 가버릴 수도 있겠지만. 물개박수와 기립박수에 병풍과 신부들러리의 기술은 도가 텄지만 그 나머지는? 내 말이! 그러니 일단 즐거운 인생이요 뭘로든 중간은 간다라고 가정하고. 그러니까, 굳이 찬양이 보장된 잘난 척을 위해 그 힘든 길을 갈 필요가 있을까? 있긴 있겠지만 꿈은 바뀌고, 합리화는 편하며, 사랑도 변하기 마련. 우월감은 좋든 싫든 동정심과 친구이자, 열등감과 연인이며, 가련한 연민과는 그야말로 막역한 사이다. 그녀의 기분이 저조할 때 지는 비교의 1번은 뭐니 뭐니 해도 상남자다. 그래서 그분들은 가죽점퍼를 즐겨 입고, 괜히 막 화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남자들끼리는 쉬쉬하지만 서로들 이따금 무서운 얼굴을 부러워하는 그런 뭔가가 있단 말이다. 오죽하면 앵그리 버드라는 캐릭터가 한때 유행했겠나. 명망가의 낙마와 풍운아의 불행 그리고 호사꾼의 비운. 우린 그런 거 모르겠고 이와 같은 세상사의 이치를 따졌을 때, 따라서 우리는 그래야 한다.
    개처럼 신나게 놀고, 토끼처럼 바쁘게 일하며, 고양이처럼 은근한 꿍꿍이속으로 엉큼한 수작을 도모하여 인생 제2막을 조짐하기. 그 낌새가 불길할지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늑대 NB가 이번에 쓴 양의 탈은 무엇인고 하니, 그런 바로 ______________ (Sir, 여기서부터 직접 수필조로 작성하시고, 막판 피날레만 대필 시키시면 될 겁니다)





    15

    다음은 그가 POPULAST 배후 조종자 딸에게 선사하는 일기.
    종류: 일기
    내용: 인생은 내 기분에 따라 사랑도 이따금 '얼어죽을'이 될 수도 있는 것. 세상은 내가 처한 입장에 의해 때로는 행복마저 '빌어먹을'과 동일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애정의 정결함에게 황금이라는 전제 조건은 어쩌면 필수일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그윽한 조명과 검소한 사치를 마다한 채 언제나 신부들러리만, 무얼하든 병풍만 자처함은 말이 안된다. 하여 세상은 우리에게 말한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라고.
    자, 가정 시작. 그래서 소년은 야망을 가졌어. 공부 그거 왜 하는데요, 돈 많이 벌려고 하는 거 아니예요? 라고 소년은 어른들께 묻지 않았다. 세상에게 따지지도 않았다. 자, 그렇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는 합리적인 상식, 우아한 교양, 고상한 인성을 살찌운다는 핑계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유일한 목적을 이뤘다. 그것이 플레이보이의 3박자네, 매사 최선을 다하자네, 이유와 동기가 무엇이건 그것은 어른이 된 소년의 침묵 때문에 알 수 없는 일. 그러니까 간곡한 과정은 다큐멘터리 감독이랄지 예술가들에게 일임하고 정작 중요한 건 현실. 곧 지금 승자의 기분은 어떠한가 라는 점은 지극히 합당한 의문점. 패자라면 버스를 타 볼 만큼 타 봤으니까 넘어가고. 그처럼 막상 신비로운 낙원에 당도하고 보니 승자의 생각은 넷으로 나뉘네? 바로 다음과 같이.
    첫째, 아아 나는 생각보다 많은 대가를 치렀구나.
    둘째, 오오 나는 고생의 총량보다 훨씬 많은 호사를 선물로 받았구나.
    셋째, 그게 그거네.
    넷째, 별 생각 없을 수도.
    그러면 이때 그 다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그야 뭐 대충 나뉠 것이다.
    1.A---라면 A+++로. 즉 상승
    2.현상 유지 
    3.새로운 목표 설정 
    4.지난 날 못해 본 무엇에 집중 (가령 그것은 방탕이 될 수도 있고, 건전한 사교 같은 것일 수도 있음)
    그분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건 그건 그분들 삶이고, 어차피 어느 단계에 있건 객관식 보기는 대게 비슷한 것 같다. 일기는 투정, 응석은 애들에게, 나이트클럽에서 나올 때는 짜증, 예술가는 불만족, 직장인은 불평. 젊음은 맨발의 청춘이요 노년은... 설마 그래서? 나는 아무도 부럽지 않다! 농담이고. 알고보면 꿈이란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어떻게 보면 대강 비슷비슷하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건 삶을 사는 자세가 어찌하건 간에. 곧 애초에 설정했던 목표가 색채의 마술사 같은 별명, 주류-에너지 대체 사업 어디 본부장 같은 직급, 수의사 같은 직업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처음 품었던 꿈의 목적은 예술가로써 단지 사랑과 행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면 무난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뭐랄까 가질 만큼 가졌고 이룰 만큼 이뤘는데, 난 지금 뭘 해도 재미가 없고 행복한 가정과 별개로 뜻 모를 외로움과 사무치는 고독감은 또 뭐란 말인가 라는 점. 그건 아마도 내 운명은 어느 정도 처음부터 정해진 건 아닐까 라면서 궁금증을 쓰윽 부채질할 수도 있다. 언제가 됐건 어떤 사연으로 이 일을 하건 간에 영화판에서 최선을 다하자, 봉급쟁이로 대충 살자, 바람둥이로 막살자 같은 좌우명과 현실은 타고난 것일지도 모를 일. 그렇지만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지만, 거창하게 볼 일은 따로 있고 이런 건 작게 보면 그럴수록 좋을 듯. (물론 상황에 따라 아닐 수도 있고) 곧 1년은 짧고 하루는 길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떻게 보낼까 나는 오늘 무엇을 했는가, 고로 오늘 내 시간표와 성과만 따진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의견도 더없이 타당한 요지라 할 수 있다. 물론 그에 동의하면 저녁에 맥주 1잔과 함께 그날을 돌이켜볼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떠할까? 그건 바로 운명의 개혁을 위해서─상심의 안정을 바라고자─변심을 향한 유혹에 저항해야 하니까─변화에 대한 갈망, 같은 고민 때문에 그분을 찾아갈 수 밖에. 그분은 누구다? 그렇지, 점쟁이!
    추신:
    공주님, 부디 내용에 대한 정신연령이 썩 불만족스럽지 않기를. 참고로 이건 공주님께서 직접 작성하신 일기이옵니다. 그럼, 내일의 행복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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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그가 POPULAST 배후 조종자 부인께 바치는 인생론.
    종류: 인생론
    내용:
    귀를 밀랍으로 틀어막고 자신을 돛대에 단단히 묶게 한 오디세우스.
    이 세상은 세이렌이요 우리는 그와 같은 야생마일지도 모른다는 것. 왜냐하면 아마도 경마장에 초대 받지 못했으니까. 관중이 아닌 주자로써 정식 초대장을 선사 받지 못했으니까. 왜냐하면 수많은 퀸 엘리자베스 콩쿨 우승자들과 세계적인 마에스트로가 흔하디 흔할지언정 고전음악의 제1전성기 그 찬란한 수혜를 입은 작곡가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 곧 기립박수던 물개박수던 칭송에 익숙하고 찬양에 적응되더라도 마음이 붕 뜨다 못해 제비복을 입었기로서니, 내가 마치 베토벤이나 베르디라도 된 것 마냥 들뜸은 자제해야 한다는 점. 그러니까 차라리 우리들은 (인공?)가죽 점퍼를 선호하고, 어깨뽕이 들어간 복고풍 스웨터를 애정하는지도 모름. 어른들 세상이 이렇듯 쉽지 않다. 하수도 힘들다. 먹고 살기는 더 힘들다. 우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부터 진정 극심한 것이다.
    일례를 들어볼까? 무엇을 꼽아볼까. 아하, 오라 그렇지! 바로 레슬링과 프로레슬링. 때문에 일부러 취미의 세계에 남는 고수들도 결코 적지 않다. 그 이치로 말미암아 어느 비율은 거의 일방적이다. 곧 순수예술에서 대중예술로는 심심치 않은데, 대중예술가가 순수예술가로 전업을? 너무 드물기 때문이랄지 거의 힘드니까 발생하면 특종 중의 특종이다. 게다가 도전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심지어 너무 많은 기교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순수예술의 기본기라는 걸음마 단계를 밟는다는 건 거의 힘들다고 봐도 된다. 일방적인 방향성이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까 헤비메탈 밴드 50년 생활 청산하고 제 몇 기 멤버는 드물게 교학을 공부하며 뒤늦게 추기경 직분에 도전하다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직업인도 둘로 나뉜다. 부모(의 명성)만한 자식(의 명성)이 동일한 분야에서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곧 저명한 수석 발레리나는 딸에게 딸아, 너만은 제발 토슈즈를 신지 않는 삶이기를 바란다면서 말리고 또 말리고 그 꿈만은 극구 반대. 반대로 고만고만한 무대 생활이지만 어느 그만그만한 바리톤은 자기2세가 나도 아빠처럼 바리톤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적극 후원하는 사람도 있다. 뭘 해도 작심삼일에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말을 여간해선 잘 하지 않는 2세가 구체적으로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한 사례 자체가 희귀하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설마 대부분의 프리마돈나가 그렇게 지금에 이르르진 않았겠지만 메조소프라노의 프로레슬링 생활, 썩 쉽지만은 않다는 것. 7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직행하기가 오히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라는 핀잔마저 무색해진 바로 권태로운 그분들의 심정보다 더 쉬울지도 모른다는 것. 그런 인생론을 우리가 어찌 모를까. 그렇지만 무대에서 조명이라도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게? 하지만 꼭 조명을 직접 받아야만 어느 업계에서 대우 받고 보람을 느끼는 건 아니니까 우리들 비전문가들도 나름 위안은 된다. 꼭 마권업자가 아닐지라도 로또복권 달랑 1장만 사도 우리는 바로 행복업에 일조하는 거니까.
    어쨌든 우리는 야생마일까 퇴물로 잊혀진 경주마일까 그도 아니면 세이렌일까. 물론 그 반대로 우리가 세이렌이요 누가 스핑크스인지 누가 루돌프 사슴코인지 살다 보면 뭐가 뭔지 통 헷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곧,
    첫째, 하이틴 드라마를 즐겨보던 꿈 많은 시절, 그땐 미지의 사랑도 상상하며 뭐든지 '최선을 다하자'에 동의하지만, 일단 어서 어른이 되고 싶은 시기.
    둘째, 왜 때로는 대충 살아야 하는지, 왜 가끔은 웨이터 막살자씨한테 위로를 받고 싶은지 알게 되는 시점. 곧 어른의 삶.
    첫째에서 둘째로 완전히 전환되었을 때던지 아니면 우연히 어떤 계기 때문에 일찍도 깨달았을지. 그게 가능하던 불가능하던 언제던지. 우리는 살면서 어쩌다 깨닫게 될 수도 있고, 모를 수도, 혹은 알게 되어도 일부러 매번 외면할 수도 있다. 어른이란 함은 대체로 이 세 번째를 가르킨다는 점. 곧 내가 쾌락마를 타던 최고의 타락마를 부러워하던지, 아니면 황금마─인기마─행복마─사랑마─뻔뻔마─아부마─중간마를 타던지! 그래서 우리는 인생이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과연 나는 당나귀여야 하느냐 아니면, 바다 한 가운데서 빛의 변화를 육안으로 관찰하기 위해 자신을 돛대 끝에 단단히 묶게 했던 화가(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처럼 내 인생의 조타기를 알랭 드롱 같이 내가 직접 제어해야 하느냐 라는 것. 그건 바로 허구에서 말하는 낙원과 나의 환상일까, 아니면 막사는 자유인이 말하는 그것일까. 그것인즉슨
    젖어, 묻지 마, 사랑은 없어, 오빠 믿지, 우리는 그래, 여자는 다 그래, 남자는 으쌰으쌰! 뭐, 오빠 달려? 아 됐고, 일단 튀어!
    정말 그럴까? 아닐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까? 이처럼 생각이 심화됐다면 그렇다면 사랑은 어때야 한다는 것도 결코 모를 수 없을 것이다. 어디 사랑만? 무엇을 하고, 그 뭔가를 왜 알아야 하며, 사랑을 어떻게 믿지 않고 감언이설에 어찌 속지 않을지!
    가슴 뭉클한 애원일랑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내팽게치고, 달콤한 거짓말만 일삼아 사치스러운 퇴폐미에 젖어 살기. 그렇게 미지근한 삶에 안주하느냐, 아니면 나는 언제나 꿈꾸는 이상주의자로써 탐욕스러운 열망을 길들이며 천진난만한 프리지아 꽃다발처럼 삶은 화사하고 향기롭고 즐거울 것인가. 전자는 썩 마음에 안들고, 후자라는 열정의 선홍빛 순풍은 또 너무 뜬구름 잡는 것만 같고. 그러니까 우리는 심심함이 야기한 모험의 끝에 과연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적잖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오나 라일락 같은 젊은 날의 추억, 부족했으면 지금 만들면 그만. 왜냐하면 그 언제나 여복에 시달릴 팔짜, 말은 안해도 회상하기 부끄러우니까. (뭐라고? 이 자식이......!) 그러니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다만 내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신나는 인생과 다정한 사랑의 작전을 때와 상황에 맞게 변경하기는 무릇 정당성을 부여 받을 것이다. 물론 변심은 합당하지 않을 수도 있고.
    따라서 내가 아는 웃긴 악당의 이름은 왕지락일지라도, 우리는 어리석은 마법 같은 사랑과 미련한 요술 같은 행복을 절대로 끝까지 포기하면 안되는 것이다.





    17

    야만적인 맹수의 정신을 올바른 인본주의로 바꾸어놓을 요술.
    그것은 개구리의 모습을 멀쩡한 인간의 형상으로 다시 변신하게 할 수 있는, 입맞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랑의 키스가 효력이 있냐 없냐, 일시적이냐, 아니면 아예 키스 대신 황금으로 만들어진 스핑크스를 누군가는 바랄지도 모른다는 점.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둘로 나뉠 것이다.
    첫째, 베팅파
    둘째, 관망파
    첫째는 얼리아답터요 둘째는 브랜드의 일반적인 타겟층. 그렇지만 기분파던 실속파던 우리는 일단 사랑의 카멜레온일 것이다. 왜냐하면 하루는 꿈을 선동하고 하루는 유류 대체 에너지 사업에 주식 투자를 하며, 한번은 사랑을 하고 한번은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소설 제목마따나 이성과 감성도 좋다만, 더 나아가 직관과 행운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성과 감성, 누가 모르겠나. 왜 싫겠나. 그러니까 운보다 섬세함이 부족해서 남편은 매번 부인의 직감에 곤혹스러울 수 밖에. 식스센스가 내가 너보다 딸리게 되면 애 먹을 수 밖에. 그게 연습이면 수업료요 실전이면 연패. 생쥐처럼 개구멍으로 빠져나가면 뭐랄까, 무임승차? 그야 어쨌든 당사자들 사정이고 NB는 뭔가 후련한 이해를 구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납득이 되던가 어쩌던가 해야 똥개 훈련 당한 듯한 당혹감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서 그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건 곧 마라를 물고 늘어지기.
    NB는 환상문학지 사무실로 찾아갔다. 왜냐하면 마라로부터 뭔가 변명이랄지 해명을 듣지 않을 수 없으니까. 뜬금없는 애원은 바랄 수 없어도, 아 그는 마라가 누구와 사귀는지 그들의 연애가 평탄한지 알고 싶지도 않고. 일단 거대 그룹 POPULAST의 거물을 너가 어떻게 알고 있냐 라면서 따져야만 했다. 너네는 무슨 관계길래 날 들었다 놨다 하냐면 구구절절한 핑계를 들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바보로 휘둘려진 건 불합리한 처사일 테지만 그건 참을 수 있다. 그렇지만 사정이 어떻게 된 건지는 알야봐야 하지 않나 라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논리로 요목조목 따져서 마라의 이성과 감성을 혼쭐내야겠다는 계획과 함께 그곳에 도착했다.





    18

   「마라.」
   「연락도 없이 웬일이야? 설마 소개팅 대타 그런 일 없냐며 애걸복걸하러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인데?」
   「뭐? 우리가 꼭 사업적 협력자 관계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 않나? 사람 섭하게 그러기야? 어?」
   「뭐해! 일단 앉어. 아직도 모르겠어?」
   「뭘?」
   「우리 사무실 소파 바뀐 거 말이야. 그거, 비싼 거야. 응? 많이!」
   「그래? 어. 정말 그런 것 같은데. 완전 푹신해. 그렇지만 값싸게 푹신하지는 않고. 오오 좋은데. 완전 딱 좋은데. 이거 얼마짜리야? 라고 내가 물어볼 줄 알어? 꿈 깨!」
   「왜 그렇게 뿔났는데? 응?」
   「너 그 사람 알지?」
   「누구?」
   「누구긴 누구야? 정말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대체 뭔 일인데 그래? 왜 이렇게 뜸들이는데? 또 어디서 당한 거야? 어? 그런 거야? 그러니까, 또?」
   「또긴 뭐가 또야!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될까? 너와 그분의 관계를.」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뭔 소리냐고. 아 사람 궁금하게 정말 이러기야? 어? 그러니까 늬 말인즉슨 넌 절제하는 유혹자요 난 신비한 구원자이기를 바란다? 그런 거니? 어? 그런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넌 자유로운 영혼이자 보드라운 육체. 난 황홀한 사랑이자 아름다운 인생. 아닌데. 아닌데. 이게 아닌데. 정말 아닌데. 너도 알잖아, 그게 아니라는 거. 응?」
   「저승의 뱃사공 카론의 노래 같은 요설은 집어치우고. 너가 베르케로스라고 해도 믿을 테고, 스테노와 에우리알레를 양쪽에 꿰찼다고 해도 깜박 속아줄께. 왜? 우리니까! 응? 자, 뭔 사정인지 차근차근 조곤조곤 설명을 해보시게, 이 사람아. 이 양반아,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말씀을 풀어놓으시라고. 응?」
    그렇게 해서 NB는 마라한테 모든 줄거리를 얘기해줬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되나! 마라는 딱 잡아뗐다. 진짜로 거물인지 뭔지를 모르던가, 아니면 알면서 모른 체 발뺌 하던가. 아마도 정말로 모른 듯 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마라가 NB에게 그 일들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납득을 시켜주었다는 점. 다시 말해 정밀한 조사와 면밀한 관찰력으로 헛점을 파고들다보니 빈틈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곧 엔야와 그가 비행기를 탔던 건 맞다. 그런데 그들이 도착했던 곳은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상장 폐지된 영화사에서 한동안 이용하던 영화 세트장이었다는 점. 즉 그 근방에서만 뱅뱅 돌다 그 사설 비행장에 그들을 내려주었고, POPULAST 그룹도 조사를 해보니 그런 것 있지도 않았다. 아니 있긴 있었는데 폐간된지 10년도 넘은 주간지는 존재했다는 점. 그리고 스텔라 쇼? 어째 낯이 익다 많이 익다 했는데 마라가 그녀를 어디서 본 것 같다고 했다. 거기가 어디냐, 바로 극장식 카바레. 거기가 한동안 오픈발로 꽤 괜찮았는데 길게 가진 못했다고 했다.
   「그럼 엔야는?」
   「뭐 바람잡이겠지. 안 그래? 아니면 우정? 그건 애매하잖아. 그렇다고 사랑일 리도 없고. 안 그래?」
   「그럼 판도라 피스토리우스는?」
   「왜 내가 그런 시덥잖은 중간 보스까지 알아야 하는데! 어? 내가 그 양반까지 챙겨야 하니? 아 나 이거 정말, 얘 아직도 정신 못 차리네. 어?」
    그는 완전히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렇지만 그다지 큰 손해 본 거 없잖아? 내가 봤을 땐 오히려 개-이득 아닐까? 게으른 널 저쪽에서 가지고 논 거네. 어? 바로, 특훈! 한동안 동네 똥개가 된 소감이 어때? 응? 자, 한말씀 해주시지 않으시겠소? 내 아무리 너한테 부탁하면 뭘 하니. 늬가 노느라 어느 꽁무늬 쫓아다니느라 정신 못차리는데. 안 그래? 그런데 어디서 그런 일감을 물어온 거야? 특명을 내린 그 조직을 다시 찾아볼까 말까?」
   「약 올리지 마. 그만 그만. 응? 나 많이 참고 있어. 알어? 그만. 여기까지. 아 맞다. 여기, 여기 사진 있어. 이거 봐봐.」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찍은 몇몇 사진을 마라한테 보여줬다.
   「이거 딱 봐도 관상이 사기꾼-상이네. 어? 그래도 모르겠어? 어? 아직도 모르겠냐고!」





    19

    어른들은 말한다. 사랑은 그저 멋진 왕자님한테 끌려서 홀딱 반하는 게 다가 아니라고. 첫인상은 일주일 가고 첫사랑은 단지 한 계절일 수도 있다고. 모르긴 몰라도 나중 짝사랑은 차마 세지도 못할 것이라고. 몸에 밴 자상함과 익숙한 찬미와 거기다 수려한 외모라...! 뿐만 아니라 뚜껑 없는 마차와 어디식 예법에, 하루는 가죽점퍼요 하루는 멀끔한 수트라...! 뭐, 이벤트랍시고 리무진 애마까지? 이 자식이......! 그녀들 안달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겠네. 라면서 대화의 화제에 대해서 스스럼없는 남자들은 말한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과연 대체 뭐라고 할까?
    이방인 아가씨가 이딸리아~에 놀러 가서 미남한테 반해 원나잇 교접, 투나잇 합방, 쓰리나잇 교미네 뭐네 그래 봐야 그게 뭐 사랑이냐고. 무슨 에로영화 찍어? 제목은 뭘로 할까! 그녀의 무슨(!) 관광? 푸하하하하하하! 야 스트라이커 가서 보험이나 팔아, 야 4번 타자 넌 뭐야 임마 얼른 햄버거나 만들어? 푸하하하하하하! 뿐만 아니라 거기 사는 남자라고 다 메이드 인 머머를 입는 게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메이든 인 머머라고 다 똑같은 그게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세리아 A에서 해외파 선수가 활약하면 축구만 하는 사람도 있는데, 옷값에 버는 돈 절반을 쓰는 사람도 있다고. 왜? 지기 싫으니까. 묻의 것들과 시칠리아 섬-처녀의 사랑, 물론 좋은 예도 있지만서두 그거 믿을 거 못된다고. 그렇지만 그녀들도 심지가 굳세고 살면서 배우고 알며 익숙해지다, 끝내는 묻의 도시로 떠난다고. 그리고, 나는야 발정기? 아주 드물게 만나자마자 천년을 약속하고 실제 그 약속을 실천하는 커플도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아주 드문 일일 뿐이라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긴데, 그런데 그분들은 왜 그처럼 청순한 숙녀가 듣기엔 꽤나 거북한 말씀만 하고 또 하실까? 그것도 딱 그것만 골라서! 누가 플레이보이계의 유들유들한 대표주자요, 한때 그래도 내가, 어? 나도 왕년에 뺀질뺀질 잘나가는 넉살꾸러기로써 아가씨들 꽤나 따랐다는 설핏 의뭉스러운 진실이 외면 당할까 봐? 나도 허우대 멀쩡하고 나름 나 좋다고 쫓아다닌 여자는... 넘어가고. (딱 봐도 여자깨나 울렸다는 말 순 다 뻥이네!) 그래도 타석주의를 추종하며 빨빨거리며 바쁘게 돌아댕기기는 했거든. 그분들 입장은 그렇고, 좀 더 냉정히 왜 그럴까 라는 동기를 추측해보자면 이렇다. 학구적으로 그분들의 심리적 영문을 파헤쳐보자면 이렇다. 곧 그 은근한 까닭은 아마도 이렇지 않을런지.
    첫째, 왜냐하면 살아갈 생기, 삶의 낙, 내일로부터 기대하는 것과 기다려지는 미래. 그 모두에 대해서 썩 특별한 예감과 퍽 신통한 영화로움을 키우지 않기 때문. (인생 그래프가 꺾였음)
    둘째, 왜냐하면 그런 어른들이기에 그분들은 심한 농에 수줍지도 않고, 유대감이 무엇이건 전혀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 (머신은 머신인데 좀 닳아진 머신)
    셋째, 왜냐하면 예측 불가능성은 낮고, 대체 불가함 역시 낮으며, 새로운 꿈을 찾고 신선한 낭만과 순수한 기쁨을 지망하기보다는 익숙한 재미에 훨씬 가까운 어른이기 때문. (책임감이 늘듯 포기할 게 많아지고 귀찮은 건 더 많아짐)
    애와 어른의 중간도 아니고, 애도 아니니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젊은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나보다 연장자라면 무조건 우대하는 곧 노년을 존중하는 문화도 있고, 노인을 말로만 존칭함이 아니라 실질적 복지로 보호하는 경제권도 있다. 곧 '머머를 위한'이냐 '머머만을 위한'이냐 그 차이.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허세보다 솔직함이 앞서며, 부러움도 다 귀찮고, 아 맞다! 팔은 짧아지고 목마저 짧아지며 배는 뭐랄까 어떤 인격의 징표가 될 테니까. 진짜 그렇다. 젊어서 완전 잘나갔던 슈퍼스타일지라도 나중 보면 과거와 똑같을 수는 없다. 그분들도 나이 들면서 점차 그렇게 변한다. 특히 기럭지 긴 캐릭터일 경우에. 그분들은 곧 팔은 짧아지고, 목도 짧아지고, 둥글둥글해지다 끝끝내 얼굴이 더 커진 듯 보여진다. 심지어 젊어선 호리호리했는데 이젠 거기다 배까지 나온다? 푸근함이 뭔지 모르겠다만 일단 그렇다. 외계인이야 뭐야! 더군다나 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옛 동료랄지 옛 친구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때 속마음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고─선배 얼굴이 더 커진 거 같아요─아부성 발언이 생활화된 사람도 있다─언니 어떻게 거기서 더 예뻐지니, 세월이 비켜가도 유분수지! 말하자면, 나는 잔머머의 황태자이자 동시에 잔소리를 견딘다는 게 다름 아닌 사랑이자 인생이란 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데? 야한 비명과 관능적인 내숭의 종이 한 장 차이. 고혹적인 꾸밈도 좋지만 젊음의 가치로써 빚어지는 아름다움과 보라빛 소, 파스텔톤 펠리컨, 뚤레뚤레 뭐가 그렇게나 궁금한지 고개의 각도가 살짝 이상한 홍학과 바쁜 토끼, 한량 강아지의 구별이 저절로 되어버리는데? 그런데 그분들께서 어찌 그처럼 스스럼없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대망이 시절을 잠식하거나 사랑이 나를 자신 있게 리드하던 반짝반짝 빛나는 딸랑딸랑의 황금기가 아닌데? 그런데 그분들께서 어찌 그처럼 넉살을 자랑하시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뻔뻔마도 타 봤겠다, 간사마는 키워서 진작 팔았고, 종마부터 회전목마까지 안 타 본 말이 없고 안 해 본 배역이 없는데? 있지도 않은 트로이의 목마까지 소문 내며 뽐냈는데? 때로는 믿거나 말거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파란만장이란 수식어마저 무리하게 끌어다 붙일 수도 있는데, 아무리 눌변일지언정 삶의 관록미는 보아하니 썩 녹슬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세월은 무상하고, 숙녀는 무색해하며, 상남자는 이따금 무심한 것이다. 다만 사랑과 남남의 중간이 간혹 무정일지 다정일지, 그 잔소리와 뚜껑의 줄다리기는 오늘도 계속 될 것이라는 점. 가전제품들을 보아하니 모른 체할 수만은 없을 뿐이다. 뭐 사람 나름이겠지만 말이다. 여성잡지1과 2의 차이는 그냥 단순한 차이가 아닐 테니까. 그러든 어쩌든 남아라면 숙녀를 이해해야 하는 법. 곧 금요일엔 괜히 설레고, 약속 하나 없는 토요일마저 들뜨며, 막연한 기대감은 그 언제나 떨릴 준비로 가득한 스무살 아가씨. (엄마도 숙녀요 할머니도 여자란 말은 다른 게 아니다. 그걸 잘 아는 남자를 바로 여자를 다루는 재주가 출중한 남자라고 우리들끼리 얘기하지 않는다. 왜? 왜냐하면 우리는 그냥, 보면 아니까! 우리는 말이다) 그렇지만 같은 청춘일지라도 결이 다를 테니, 직업적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그분들의 머리결을 매만지며 예민하게 가위질을 하시는 베테랑 미용사라면 그 어떤 차이가 보이지 않을래야 보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녀들의 눈빛만 봐도 아하~ 하시는 것이다. 물론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로써 얻는 철학도 있고, 기 빨린다는 단점도 있음. 그러니까, 삶의 활력이란 대체로 사랑의 시작이랄지 한마디로 새로움으로부터 오는 법. 어른은 그처럼 지키고 책임 져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 왜 그처럼 사랑, 오직 사랑, 또 사랑뿐일까. 모르겠다. 도무지 모르겠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드라마는 죄다 사랑 이야기 뿐일까? 원래 그런 것이다. 원래! 그러니까 유행가의 가사도 사랑 빼면 할 얘기가 없으며, 젊음의 거리에 포진한 연극가에 가 봐도 주제가 사랑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니, 그래서 또 사랑? 알겠다. 이제 알겠다. 마침내 알겠다. 우리는 그냥 단지 사랑의 동물일 뿐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고대 라틴어는 아는 체하지 말기로) 어머머머 글쎄나, 사랑이 과연 그렇다고? 그럼 사랑은 정말로 끔찍한 것일까, 아니면 진짜로 아름다운 것일까! 그도 아니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그것이다. 입이 근질근질하고, 엉덩이에 불이 나며, 마음은 안절부절 못하는 것. 그런데 사랑은 그러나 몰라도 삶은 내게 유리하면 햄릿이요 불리하면 돈키호테다. 괜찮다 싶은 상황이면 우유부단함이고, 안되겠다 싶으면 선동한 다음에 으쌰으쌰 열이 오르고 부흥이 일어나면 나 혼자 훌쩍 태평양 한 가운데로 떠나는 것이다. 거기라면 막살든, 대충 살던, 최선을 다하던 아무도 모를 테니까. 행복이 뭐 별건가, 어쩌면 낙원이란 그런 거니까.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바로 그처럼 뭔가 도움 되는 듯한 얘기던지 당시는 솔깃하지만 돌아서면 하나도 남지 않는 얘기던지, 왠지 모르게 내가 뭔가 있는 듯한 덕담을 누군가에게 꼭 들려줘야만 할 것 같은 어른인데. 그런데 난 도대체 지금 뭐냐고. NB의 입장은 바로 그랬다. 새로움은 멍청했고, 변화는 메말랐으며, 약속은 0개였다. 통장 잔고는? 넘어가자. 유행이 뭔지도 모르고 도태된 듯한 느낌에 뜻 모를 조바심마저 그를 채찍질했다.
    하여간, 말은 말은!
    좌우지간 지가 무슨 브랜드도 아니고 어쨌든 NB인데, 그런데 N이 S가 아닌가 의심스러운 지경. 설마 S라면... 스트레인지?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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