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2000년 또한 이상한 세상이었다. 수십년 전 외계인 시추대가 작업해 놓은 시추공 수심을 매일 재고 다니면서 미국방부 대대장이 타는 차와 외계인 화물 우주선을 바라보면서 좀 차이난다고 보았다. 또 그때 특작부대(?)에서 이러고 놀았다. 지금의 십대는 아마도 유치하다고 거들떠보지도 않을 수 있는 ARTBOX를 만들어서 2000년 6월 2일에 완성하였다. 스카이다이빙은 커녕 낙하산도 안탔으면서 공수마크를 전투모와 전투복에 붙이고 전투복에 매직으로 Ermenegildo Zegna를 쓰면서 말이다. 게다가 남극 땅꿀소대에서 만난 타부대 아저씨의 유학경험도 재미나게 들었다. 십대 때 미국유학 시절 부유한 친구를 만나서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옷장을 열어본 순간 베르사체, 아르마니, 뭐, 뭐, 뭐... "훔치고 싶드라..."는 말을 들었던게 기억난다.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한세경이 스캔하는 그 장면과 비슷하겠다.
- 미국 영화의 정보요원에 딱 맞는 FORD
- 부러움과 질투, 선망, 매혹의 아이콘 AUDI
- 보편적 욕망과 풍요, 작전으로 그릴 수 있는 브랜드 BMW
- 연민과 탐욕과 풍선or열기구 마크 INFINITI
- 꿈과 이국적 클래스 정체성? LAND ROVER
- 스케일과 만족과 후발주자 하이브리드 LEXUS
- 로망과 동경과 낭만의 메이커 JEEP
- 전통과 배경과 집안의 상징 JAGUAR 4949
- 남성적 심플 럭셔리 적토마 머쉰 FERRARI
- 슈퍼 하이클래스 포지셔닝 BENTLEY와 MASERATI
- 품위와 권위와 부를 말하는 상표 BENZ
- 안전과 평화 그리고 행복의 예감을 뜻하는 덤프와 포크레인 승용차 VOLVO
- 탁월한 취향과 안목의 심볼과 정서 PORSCHE
차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 그렇다. 사람의 평판과 인상과 이미지, 동물과의 교감, 어떤 영화의 주인공이 들고 있는 핸드폰 상표와 노트북 로고, 드라마에서 사무실 발자국 소리, 옷입는 스타일과 악세사리와 목소리와 말투, 거시적인 타이밍, 셀 수 없는 생활연기와 플래시 몹... 이건 전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천재 자폐 서번트의 공감각 같은 평범한 일반인들의 특출한 코드 네이밍이고 인간의 고유한 감각 의식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www.Revision3.com에 나오는 사람들은 Ermenegildo Zegna를 입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Ermenegildo Zegna를 입는(street 소유 은유...) 김정난을 뭐라고 하면 안된다. 그러므로 수제 ARTBOX에 잡지의 Ermenegildo Zegna 사진을 붙였던 현실의 KIDULT는 비밀이 없으니까 그리고 힘이 없으니까 로맨틱 코메디로 승화되는지도 모른다. 프레임에서 마인드는 빼놓고만 봐도 쟤들은 Ermenegildo Zegna를 입을 필요가 당연히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환경이 Ermenegildo Zegna이니까! 주홍글씨인지 오렌지 캬라멜인지는 판타지를 보는 개인의 세계관에 달려있겠지만 PANDORA라는 프레임 또한 남의 일만이 아닌 각자 자아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다음의 또 한 마리 시계토끼를 어린 친구들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 포지셔닝 | 잭 트라우트 & 알 리스 | 안진환 역 | 을유문화사
지금 세상은 과거보다 어마어마하게 판이 커졌고 우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며 현대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의 안좋은 부조리도 나중 Ermenegildo Zegna로 바꾸어 나가기를 바라고 먼 훗날 HYUNDAI와 SAMSUNG의 페이스북 Like를 클릭하고 싶은 마음이 진짜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데 www.foundation.bz의 도메인 뒷자리가 왜 바꼈지
"새로운" 무의식-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저 | 김명남 역 | 까치
P.196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기
우리는 누구나 페르소나라는 커튼 뒤에 진짜 사람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커튼을 치워도 괜찮다고 생각할 만큼 친밀한 사람-친구, 가까운 이웃, 가족,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개(고양이는 틀림없이 아닐 것이다)-을 소수 사귄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커튼을 그렇게 많이 열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꼭꼭 닫아두기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타인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주로 목소리, 얼굴과 표정, 자세, 그밖에 위에서 언급했던 여러 비언어적 개성과 같은 피상적인 특징들로 이루어진다. 착하거나 짜증나는 직장 동료, 이웃, 의사, 아이의 선생님, 표를 주거나 주지 않거나 아예 무시할 정치인에 대한 판단이 모두 그렇다. 우리는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린다. 나는 이 보모를 믿어. 이 변호사는 자기 일을 잘 알아. 저 남자는 촛불 아래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암송하면서 내 등을 다정하게 어루만질 타입으로 보여... 인간은 본성상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알아차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것은 우리 뇌에 처음부터 갖추어져 있는 능력이고, 이것을 끄는 스위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