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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by 줄리언 반즈.
  소설은 다소 많이 중성적인 본래 성향을 간직한 그레이엄이 약간의 남성상을 내포한 앤을 만나면서부터 변해가는 발전하는 전개되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참고로 소설 내용 요약 및 분석은 이게 다다. 즉 아래부터는 그와 관련된 딴 이야기다. 사실 실토하자면 연타석 내야 안타(?)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식은땀을 쭉 흘렸다. 아니 지금도 흘리고 있다. 분명 앞으로도 흘릴 것이다. (어른들은 알고 있다. 적당한 긴장감은 어딘가에 필요하다는 것을) 그렇지만 하던거 하는 심정으로, 해야 하는 일상의 의무이자 역할로 어떻게 약간 만족스럽지 못한 퀄러티의 포스트가 씌여졌다.
그렇듯이 보기 드물게 특별하고 아주아주 지성적이면서 전혀 완전 새로운 근사한 감상기를 (처음으로) 뚝딱 신선하게 내어놓으면 좋겠지만 그건 사실 너무 어렵다. 이건 마치 한물간 아니 조금 많이 잊혀진 3류 코메디언을 신흥 방송제국 유머 TV 프로그램에 갑자기 출연시키는 것과도 비슷할 것이다. 프로그램의 패널로는 내놓으라 하는 당대의 지성인과 예술가들이 즐비한 무게감 있는 그런 프로그램에 (이제는) 잊혀진 3류 코메디언을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누군가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짐작한다. 이 세상 남자들 가운데서 차지하는 선천적인 잭(꽈)의 비율이 낮다고 한다면 수많은 상점과 회사, 개패의 소득은 줄어만 갈 것이고 영화와 문학계도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고 도시라는 가장 현대적인 공간 자체의 존립 또한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헛생각. 그렇다고 어른들이 잭의 아내 수처럼 후천적으로 적응해가야만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이 또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그와 다르게 또 다른 혹자는 사랑의 신중함에 대하여 생각해볼 것이다. (오... 사랑의 신중함 뭔가 느낌이 있다) 그레이엄이 얼마나 그 기초에 충실했는가 라는 마음으로 자기도 모르게 독자는 그레이엄에 대한 안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레이엄 같은 타입의 남자는 쉽게 말해 사려깊고 꽤나 성실한 타입으로 지식인이 되지 않았다면 사기꾼들이 등쳐먹기 딱 좋은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좀더 섬세한(?) 마음의 소유자는 연관되는 드라마 대사를 떠올릴 것이다. 그레이엄의 새살림 몰입의 속도에 대한 대사로 드라마 Sex And The City를 연관지어 생각해본다. 극중 미란다 호브스의 대사였는데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응용해서 내어놓을 수 있다. 첫 만남에서 처음의 육체적 사랑에 이르는 기간과 짧을지 영원할지 알 수 없는 교제 혹은 결혼생활의 기간은 비례한다는 내용의 말이었던 것 같다. 드라마 Sex And The City는 중간중간 아주 조금씩만 봐서 미란다 호브스가 그녀들 가운데서 비교적 덴마크적이었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와 전혀 다르게 소설 일부 설명문의 명료함과 가벼움을 너무 기만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또 다른 괴팍한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만약 앤의 관점을 중심으로 패러디한다면 여자 듀코브니가 나오는 미드 캘리포니케이션을 떠올린다면 너무 많이 나가버린 것이겠지만 누군가 (특작부대 혹은 정보요원) 정복을 입었을 때 정복에 붙여진 훈장이 그 정복의 빛을 얼만큼 가감할지 내다보는 수읽기가 그레이엄에게는 부족한 덕목(?)이 아니었을까 하는 허상이 그려질 수도 있다. 그레이엄이 말하는 후반부일지 모르는 그의 인생에서 새로운 상대를 너무 조심스럽지 않게 만났다는데 대한 아쉬움이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의 공통점이길 바란다면 그레이엄처럼 사람이 너무 순진한건 아닌가 모르겠다. 좋게 말하면 순진한거지만 애초에 잭이 그레이엄에게 어울리는 친구가 아니었다.
  최근 책을 읽으면서 왜 줄리언 반즈와 이언 매큐언 소설을 괜찮게 느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이런 작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참 세상은 오래오래 건강하고 밝고 열심히 살고 볼 일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잘 모르지만 이건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굳이 유별나게 독특하고 영리하지 않아도 몇몇 작품을 접하는 동안 시나브로 '아 이거구나'라며 가을 가랑비에 머리카락이 젖듯이 살며시 이해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어른들은 척하면 척 처음부터 다 아는 것을 뭐 어떻게 감지되고 어쩌고 어쩌고라며 우기는 원래 우끼는 존재다. 그래도 자세히 몇가지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 소설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은 연애나 결혼 상대로 최적이다. 짧은 만남의 상대라거나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라는 개인사 연혁쯤으로 기준선을 낮추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근접하는 연예인을 TV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그 리스트에는 또 적잖은 수치로 (자타공인) 피곤한 스타일이 포함되어 있다. 혹시 피곤한 스타일과 까다로운 성격을 비슷하다고 하는 사람이 지금 주위에 있다면 친하게 지내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곧 피곤한 스타일도 무척 세분화 된다는 뜻이다. 일단 피곤함 하면 '나를 찾아줘'의 전 신문기자 닉을 대표주자로 꼽을 수 있다. 자칭 웰던(잘 익은)류 정상적 터프 가이라고 자부하는 어떤 남자라면 도대체 '닉이 누구야' 라면서 '나를 찾아줘'를 읽어볼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나서 겉으로는 "뭔 그런 얼간이가 다 있어?"라고 뚱딴지 같은 놈이라고 하겠지만 속으로는 '그 정도면 보통 아니야. 닉이 뭐 어때서?'라고 할지도 모른다. 쌍둥이들! 이래서 소설 주인공들 인기 순위 투표가 어딘가 웹페이지에 꼭 존재할 것이라는 상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왜 없겠는가? 요약하자면 그들은 책임감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을 만큼 착하다. 사람이 중간은 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만 말해보자면 이렇다. 사람들은 고아와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픈 마음을 가슴 깊이 공감한다. 같이 마음 아파한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고양이와 다른 동물들도) 참 많이도 고아이거나 자식과 생이별한 부모가 많을 것이다. 그 비율이 몇퍼센트인지는 모르겠다. 법이나 산업구조 같은 묵직함은 생각치말고 그냥 잠재의식의 비밀공간에 그만큼의 자리는 놔두는 정도를 결코 인색해하면 안될 것 같다. 존 말코비치의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그 비밀공간. (버뮤다 트라이앵글이 뭐 어때서?)
  둘째, 그 주인공들은 미국영화를 싫어한다. 그들이 미국영화를 싫어한다고 또 모든 미국영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건 결코 이간질이 아니지만 그건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단연 최고의 코메디 소재임이 분명하니까 또 한번 짚고 넘어간다. 곧 컨텐츠든 생활이든 끕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모종의 무분별함을 경계하니까.
  셋째, 그들은 가부장 지수가 낮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안찾아봤지만 인포그라픽이나 표, 그림을 포함한 기사가 어딘가 있을 것이다.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켜기 귀찮으면 그냥 주변 인물들을 떠올려보면 된다. 앗 누군가 옆에서 겸연쩍 웃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가? 당신은 천리안을 타고났다. 또는 백안의 신이던가. 설마 그들끼리 험담은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이건 정말 수많은 자료 가운데 상당히 저평가 받고 있는 자료가 분명하다.
  넷째, 적절한 균형감과 분포 비율로 감정이나 사물등 다방면의 주제를 다룬다. 음악을 예로 들자면 교향곡과 실내악, 비욘세와 더불어 광고음악도 나온다는 것이고 영화를 예로 들자면 적은 분량으로라도 다양성을 챙긴다는 뜻이다. 다큐멘터리 기법, 필기관련 영상과 기기, (역사적으로 길이길이 남을.. 정육으로 때리기 같은) 코메디 명장면, 약간의 미스테리, 브랜드, 색감, 회고, 나레이션, 신비주의(미스테리와는 다르다), 속도감, 첩보, 엉뚱함, 우스꽝스러움, 과장, 동문서답, 기인, 기타등등
  다섯째, 그들은 로맨티스트다. 몸짓, 어투, 말하는 속도, 사용하는 어휘, 대화 주제, 식사 속도, 말하는 속도 그리고 연애 속도까지. 또한 독서 습관과 옷입는 스타일, 사고 수준에 주요 관심사도. 그래서 이런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자연스레 분위기 있다. 극단적 실용주의자도 그 고즈넉한 분위기를 인정할 것이고 낭만파 심미주의자들은 책을 읽는 동안 (닉처럼 애인을 내버려두지 않고 동행인을 방치하지 않고) 충분히 존중받는다는 감정을 경험할 것이다. 몸에 익은 호의와 의무가 아닌. 그런 인간계...
  이제 문단은 단점으로 넘어간다. 이 포스트의 단점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소설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보면 질문과 함께 변호의 표현이 많이 나온다. 그에 힌트를 얻어 이 포스트의 단점을 열거하자면 수없이 많지만 그중 하나 뽑자면 이런게 아닐까. 누가 가장 찌푸린 표정을 지을지 충분히 짐작하고 그것을 예상해서 그 의도로 글을 쓴게 아닌가 하는 허탈한 웃음을 자아낸다는 점. 즉 아무래도 순수문학 애호가들이 보기에는 너무 가벼운 수준이라는 점이다. 포스트의 단점은 그렇고 소설의 단점을 꼽자면 (동시에 특징이자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단조 마무리인데 너무 미디엄 템포가 아닌가 그런 느낌. 즉 중간에 수술중 각성 현상과 코메디 일상의 수면중 각성 증상 같은 희귀하고 간편한 웃음이 잠시 좀더 등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 말이다. 그래도 상당히 (성적 취향과 야한 이야기를 포함한) 미국 소설 스타일까지 포함되어 글을 읽는 사람의 기품이 괜히 들추어 올려진 느낌을 받는 소설이다. 사람의 호르몬 변화와 인물 분석, 음악 취향까지 바랜다면 그건 소설을 새로 쓰는 방법 말고는 답이 없을 것이다.
  위에 열거한 궤론은 완벽한 억지 또는 괜찮은 코메디 소재 이상의 값을 매길 수 없을지도 모르니 그냥 재미로만 읽어본다거나 약간 참조만 하는 정도가 적당하다. 이제는 포스트를 마무리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주술을 남긴다. 지금 기분이 괜찮은 사람에게는 포근한 꿈의 암시가 될 것이고 요즘 많이 꿀꿀한 분들께는 (희망찬 내일을 위한) 충격요법 악담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오늘밤 꿈에 잠꼬대를 할 것이다. 룩셈부르크 또는 스위스 비밀 계좌에 있는 자신의 비자금이 대공개되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줄거리의 꿈으로 새벽에 다음과 같은 잠꼬대를 하리라. "오 룩셈부르크 비밀계좌여..."
  하나 더! 말콤 글래드웰의 새책이 언더독에 관한 것이라는데 혹시 그 책에서 이미 다루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번역이 안되어 못읽어봤다. 눈치 빠른 어른이라면 또는 평균치 추리력 수준의 Snapchat, PicsArt 사용자라면 금새 아하 하실 것이다. 거참 단행본도 아니고 뭔 표절의 변명을 그렇게 은근하게 하시나 하며.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줄리언 반즈
p.12 이렇게 이름을 복창하며, 남자들은 그를 동성애자인 줄로 생각하는지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반면에 여자들은 그가 은근한 보스턴 사람 또는 어쩌면 낙천주의자냐고 공손하게 물었다. 그레이엄은 그 방법을 포기했고, 그는 다시 기억력이 부족한 자신의 두뇌를 부끄러워했다.
p.18 이런 가르침의 패턴은 항상 똑같았다. 맨 먼저, 앤이 어떤 일(먹고, 사랑하고, 말하고, 그저 서 있거나 걷는 일까지도)을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면서 익히는 과정. 그 다음, 그런 특별한 기쁨 앞에서 편안한 느낌이 들 때까지 그녀를 모방하고 따라잡는 기간...
p.73 하지만 생각해 봐. 그녀의 <시간>, 그녀의 <거기 있음>, 그녀의 <삶>..... 말하자면 그녀에게 옷을 입혀 보는 거야. 그게 아주...... 멋져.
p.74 난 그것을 바라보는 거야. 그러면 기분이...... 좋아... 나중에 슬픈 느낌이 들지.
p.106 그레이엄은 잭과 달리 군집 대명사 쓰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차마 앤의 이름을 거명할 수 없었다.
p.164 ...동물원을 두루 구경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곳은 아무리 눈치 없는 부모도 놓칠 수 없는 곳이다. 당신이 자녀의 눈에 아무리 넌더리 나고 가난에 쪼들리거나 하찮게 보일지라도, 당신이 아무리 자주 아이가 학교에서 상 탈 때 엉뚱한 옷을 입고 갔다 하더라고, 동물원에 가면 틀림없이 이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부모의 상상력이 낳은 소중한 산물인 것처럼 보이는 동물 덕택에, 아이들에게서 부모가 얻을 수 있는 영예에 대해 동물들은 매우 관대하다.
p.168 「아빠 , 그게......」 곁눈질로 그는 그녀의 찡그린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게 낭만적 사랑이었어요?」 그녀는 마치 처음으로 이 낯선 구절을 사용하는 듯 발음을 우물우물했다.
p.230 「바로 그게 요점이에요. 당신은 안 보이죠, 그러나 화장실에 가거나, 테이블에 돌아가거나, 그럴 때, 당신은 레스토랑의 모든 사람에게 당신을 공표해야 돼요. 그레이엄, 그건 다 아는 사실이에요. ─ 아마 당신들 사회에서는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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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한권 읽었다. 토요일 by 이언 매큐언! 보통 사람들 가운데 어떤 타입의 부류는 친구에게 책을 읽은 후의 느낌에 대해 뭔가 얘기하고 싶은게 있을 것이다. 어떤 단점이 있을텐데 그걸 꼬집어 보고 싶다거나 정말 괜찮기는 한데 직접 적절한 길이의 감상문을 쓰는건 잘 안된다랄지 커피 마시면서 가볍게 얘기하고 재수없네 훌륭하네 투덜거리는 말들. 하지만 그와 같은 불분명한 여러가지 감정들을 글로 남겨야 하는 이유를 꼽자면 첫째, 그만큼 얘기거리가 확실하게 있다. 둘째, 그렇게라도 깍아내려 흠잡고 싶은 정도로 얄미운 스타일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얼마나 품격 높은 글을 썼다고 말이다.
  이 책을 한번 읽고 나서 곧이어 두번째 읽기를 시도했다. 왜냐하면 소설 전체에서 '부추긴다'는 표현이 2번 나왔기 때문이다. 스토리상 헨리 부인이 저렴하게 부추기지는 않았겠지만 이런 순간에서 많은 독자들은 친근감을 느낀다.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수정이란 책에서도 (좋은 작품이지만 반틈만 읽었음) 첫째 아들이(맞나?) 엄마를 이간질의 명수라고 읊는 대목이 나와서 핑하고 연결되는 지점이 생긴거다. (명수가 나오니까 또 그게 생각난다. 약 10년전에 박명수를 완벽하게 닮은 여자를 어느 노래방에서 본 기억이 난다. 닮은 정도가 정말정말 완벽했다) 실은 이런 고품격 소설에서 주인공이 이간질과 사촌지간인 '부추긴다'는 용어를 2번 이상 사용한다는 것이 책을 2번 읽기 시도했던 더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자신있게 의욕적으로 2번째 읽기를 시도한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초반부에 포기했다. 아니 10대 문학소녀도 아니고 20대 아마추어 에세이스트도 아닌 가끔 술이나 퍼마시는 30대 아저씨니까 '이게 왠 오바냐' 그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줄거리가 아닌 소설과 관련되어 떠오르는 감상들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결국 거창하게 좀 뭔가 있어보이게 그럴싸한(?) 서론으로 시작했는데 이간질로 넘어왔다. '부추긴다'에 대한 알맞는 구글링 검색결과 첫빠는 아쉽게 없지만 어떻게 보면 이간질과 코메디는 동의어다. 이간질의 좋은 표현으로 무엇이 있을까? 딱히 찾아보기는 싫고 얼추 추려봐도 몇가지가 금방 나온다. 권유하다. 제안하다. 떠보다. 알린다. 보도하다. 그리고 유난떨다. 이러한 단어들도 어떤 각도로 보면 이간질이 될 수 있고 강렬한 인상의 눈빛도 그 퍼포먼스의 정상급이 맞지만 진정한 이간질의 최고봉은 사실 존재 그 자체다. 이건 동시에 너무나 저차원적이라서 뻑하면 이간질이기 때문에 답답함을 동반한 허탈한 웃음을 불러온다. 이렇게 보자면 멀리 떨어져서 고고하고 우아하게 사는 아이슬란드와 뉴질랜드도 문제다. 국경이 다닥다닥 붙어있거나 여러 분야 이념적 이슈에서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는 까다로운 국가들 입장과는 다르게 잘 살고 평화롭고 고귀하게 백조처럼 엘레강스하게 그네들과는 거리를 아주 멀찍히 두면서 살고 있는 아이슬란드와 뉴질랜드 그리고 영국이 문제다. 소설 토요일에서 헨리 퍼론은 훨씬 신랄하고도 모질게 국가 단위로 문제의 소지를 얘기했었다. 즉 이 이야기가 헨리 퍼론보다는 훨씬 저급하지만 동시에 덜 신랄하고 덜 모질다는건 명확하다. 하기야 이건 말도 안된다. 그러면 영화배우 금성무도 재수없다. 말을 하나만 하지 중국어도 하고 일본어도 하고 말이다.
  소설 토요일의 헨리 퍼론에 대한 설명은 현실주의자, 직업 환원주의자, 경건주의적 멋쟁이등으로 묘사되면서 (절대적이라고는 하지 않지만 그와 비슷한 즈음이라고는 나온다) 그의 부인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과는 판이하게 단정할만치 그의 외모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마법처럼 독자를 쇠뇌시킨다. 이건 작가의 관록에 어울리는 무척 고급스러운 방법이다. 소설에서 헨리 퍼론은 미국과 그외 다른 나라에 대해서 나이듬에 어울리게 조금은 시니컬한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저널리즘과 여러 학문까지 깊숙하게 건드리지는 않지만 각 방면 분야에 대해 그와 같은 삶의 경력의 소유자가 어찌 그렇게 똑똑하게 확고한 의견을 품고 있는가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게다가 어떻게 토요일 단 하루 안에 이런 생각들이 모두 가능한가 또한 미스테리다. 물론 현실에서 근사치는 있겠지만 소설이니까 가능한 얘기다. 보통 영화에서는 많이 알면 다치고 영화는 현실을 얼마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설정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범위를 개인으로 좁혀서 현실을 본다면 많이 알면 대개 목소리가 크거나 또는 아예 조용하다. 또 다르게는 드물지만 늙는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헨리 퍼론은 그런 부작용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균형잡힌 매커닉한 사견을 설파한다. 하지만 그런 세간의 뉴스에 대해 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가운데 헨리 퍼론도 소설상 인물 설정 때문인지 일반화의 문제에서 자유스러울 수는 없다. 그래서 신문과 뉴스를 통해서인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꺼두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하는 장면도 나온다. 나이게 걸맞게 지적이고 비교적 여유롭게 많은걸 갖추었기 때문인지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자의 스타일에 대한 의견들이 많은 것 같다. 누가 말했나 지휘자는 떠나도 베를린 필은 남는다고. 헨리 퍼론은 의식의 흐름상 지휘자와 베를린을 완전히 동일시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청자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달라스 사는 사람들과 베를린 사는 사람들은 서로 잘 모른체로 인격 대 인격이다. 서로 친절하고 오히려 넘어가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시간에 따른 흐름 가운데 어떤 극소수 때문에 또는 시대상 한순간의 지휘자 때문에 대다수의 개인의 취향이 미세하게 영향을 받거나 본인의 완벽하지 못한 교양수준에 대해 괴로워하고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일이 틈틈히 발생하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깝지만 문제는 울타리 안에도 있을 것 같다. 지나가는 태풍과 토네이도는 이것과 분리되는게 맞는데 말이다.
  사람 사는 곳은 대개 비슷하다. Culture Difference가 분명히 있지만 또 어디나 똑같이 착한 사람이 있는 반면 나쁜 사람도 있다. Bach는 독일 사람이다. 그리고 대부분 어디에서나 수컷은 대체로 거칠다. 늬가 잘낫네 내가 잘낫네 서열도 정하고 술마시는 자리에서는 반드시 누군가 쓰러져야 자리가 끝난다. 지금껏 수없이 쓰러졌다. 물론 집단으로 실신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딱 몇가지 꼽히는 사건사고도 있다. 조셉 콘래드의 어떤 말이나 이러한 사례는 코메디로 널리 동서고금으로 씌여지고 있다.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052702304713704579095211104006416.html  국가별로 어느 지역이든지 거의 다 낮춰부르는 속어가 존재한다. 그런 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주로 단순한 남성들이다. 그런 단순한 소수 마초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화로운 사람들이다. 그런 속어들에 평화로운 사람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어야만 하고 또 영화 Johnny English Reborn에 나오는 장면처럼 주로 극중 코메디로 씌이면 좋겠다. 괜히 그네들끼리 으쌰으쌰 하는데 평화주의자들이 영향받지 않는 것이 본인의 소중한 시간을 침해받지 않는 길이다.
http://blogs.wsj.com/korearealtime/2013/10/10/south-korea-risks-overplaying-its-hand-with-japan/  사람들 생각과 사리판별 기준은 각양각색이지만 이와 같은 아주 완곡한 어법과 그 뒤에 숨겨진 긴장감을 동시에 느끼도록 만드는 글쓰기 스타일을 배우고 싶다. 링크글에 나오는 프레임 또는 큰 이름에 대해서 사람들은 헨리 퍼론과 소설 인생수정(by 조너선 프랜즌)의 엄마와 같은 심정을 누구나 헤아려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또 연예인 혼자 모범적일 수는 있지만 그 스케일을 넘어서면 원주율을 바라기는 힘들다.
  비교하기와 현재주의(http://julianseo.tumblr.com/post/332329620) 그리고 다니엘 튜더(http://daniel-tudor.com/)가 말한 현재 과거 식민지를 경영했던 대다수 선진국에 대한 표현,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스타일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고 보면 동양과 서양, 양쪽을 모두 경험하거나 그러한 성장환경을 겪은 사람들과 특파원들 그리고 여러나라를 둘러본 사람들의 생각이 좀더 범상한 듯 하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들을 따라할려다 보면 도저히 회피할 수 없는 단점이 적어도 하나는 발생한다. 헨리 퍼론의 딸 데이지의 말처럼 "양다리"를 걸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으쌰으쌰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함께 헨리 퍼론 이상으로 균형감 있는 괜찮은 현재, 더 나은 미래 그리고 형이상학적 웰빙이 보통 사람들과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헨리 퍼론이 그렇게 행복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소설속의 시릴처럼 양심적이고 예의 바른 생활. 조금 재미없는 생활이 되는건 책임질 수 없다.
  괜히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수준의 특수요원 니키타가 은퇴해서 어느 커다란 호수 옆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만난지 아주 오래된 것 같지 않은 새로운 남편과 살고 있는데 아직 은퇴하지 못한 현역 요원이 어떤 한 사람과 동행하여 찾아왔는데 재회하는 순간 눈물을 흘리는 모습.
  자기 자신을 잘 알아가야 하는 이유는 좀더 쾌적한 현재와 멋진 미래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쾌적한이란 형용사가 조금 딱 알맞게 들어맞지는 않지만 그 자리는 다른 여러 긍정적인 수식어로 대체될 수 있을 것 같다. 훌륭한, 멋진, 낭만적인, 즐거운, 아름다운... 소설을 예로 들자면 여러 장르와 시대, 분류등 다양하게 책읽기 시도를 지속하다가 자기 스타일을 알게 되고 그래서 그러한 책을 만났을 때는 아마도 글을 좀더 천천히 읽고 싶은 마음을 감지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시에 씌였는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본듯한 '나는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다' 같은 왜 그런 문장이 연상된다. 그렇게 차근차근 꼼꼼하고 편안하면서 기분좋게 천천히 읽고 싶은 글을 만나면 많이들 기뻐하고 그 행운에 감사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순간을 만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또 자신의 스타일이 약간 나이와 비례해서 또는 어떤 이유로든 바뀔 수도 있어서 친구나 지인에게 또 소셜 네트워크나 여러 매체에서 힌트를 얻는게 도움이 된다. 그렇게 정독이나 속독이랄지 그런 일련의 습관을 거친 후에 딱 자기 스타일의 작품을 만나면 천천히 읽고 싶지만 차분하고 느리게 읽는 품위 있는 읽기 행위는 그 동안의 관성 때문에 잘 적용되지가 않는다. 그건 마치 젊어서는 시간과 의욕, 이상은 있지만 돈이 없고 늙어서는 헨리 퍼론처럼 아이를 따르고도 싶어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것과 조금 닮은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영화 감독이 (꼭 그 업계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그러겠지만) 한 영화를 50번 또는 200번 보고 또 어떤 시골 사람은 어떤 음악을 셀 수 없이 듣고 누군가는 특정 시와 소설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규칙적으로 다시 읽는 것 같다. (책 Iconoclast 280쪽 참고) 그러므로 정말 창조적이지 못한 평범한 사람 또는 그레고리 번즈, 잡학의 대가 켄 제닝스, 빌 브라이슨과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 같은 사람들의 교양과 학식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들은 항산화 요소가 듬뿍 들어간 건강한 음식을 먹는 식습관을 생활화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인스턴트 과당 음료를 먹으면 안된다고 주변에 충고하고 다닌다면 그 식음료 회사와 임직원의 식구, 회사의 직간접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인들은 그저 생각의 연속성을 차단하는 습관을 생활화하는 길 밖에 없다. 사람 감정탓인지 환경탓인지 또는 세상일은 어려운 일들 투성이라는 변명 때문인지 헨리 퍼론의 아들 시어군은 뉴스를 기사만 스캔하는지도 모르겠다
  뻥카를 찾아볼 수 없도록 밋밋하고 잔잔하며 지루한 소설 토요일. 압축밸브는 보장할 수 없고 이간질도 보증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만을 토로하게 만드는 불편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군가에게 아직 안 읽어봤다면 그 불편함을 한번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작품에 대한 호평은 일반적으로 요목조목 논리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또한 기하학적이고 정돈된 형식으로 작품을 분석해준다. 하지만 희한하게 엉뚱한 색채를 띄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자유로운 해석법은 전혀 새로운 글쓰기 스타일이 아니다. 시트콤에서 어렵지 않게 비슷한 장면을 마주칠 수 있다. 정성스레 만든 음식의 품평을 부탁하면 시음자가 곧바로 아구창을 날릴 듯한 표정으로 "아니 이렇게 맛나게 만들어도 되는거야?"라고 반문하는 그런 장면.
  문득 왜 어떤 나라는 차가 우측으로 다니고 어떤 나라는 차량 좌측 통행 시스템인지 궁금해진다. 상식이 부족해서 모를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 종이책이 아닌 인터넷 브라우저를 띄워 금새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귀찮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기 싫은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이 세상을 좀더 천천히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결론은 한마디로 명쾌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현재를 사는 것이다.

토요일, 이언 매큐언
p.54 그는 여전히 거리낌없는 무엇, 예측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열망할 만큼은 젊으며,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알 만큼은 늙었다. 이제 그도 그런 사내가 되는 건가? 상점 진열장 앞에서 발을 멈추고 색소폰이나 오토바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내, 자기 딸 또래의 애인을 얻고 싶어하는, 그저 그런 나이의 그저 그런 사내. 고급 승용차는 이미 장만했다. 시어의 연주는 아버지의 가슴 속에 이런 회한을 몰아온다. 블루스는 천생 블루스다.
p.57 이 십대 후반 아이의 침실에는 ... 틈바구니에 거의 손도 대지 않은 UFO 관련 책이 몇 권 있다. UFO, 요새는 외계인이 몰고 다니는 우주선으로 통한다지. 헨리가 보기에, 시어의 세계관은 세상의 모든 것이 어떻게든 밀접하게, 또 흥미롭게 관계가 지어져 있다는 직감에서 출발한다. 이 아이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 관한 정보를 입수할 특권을 지닌 집단, 특히 미국 정부가 그런 불가사의한 정보가 나머지 세계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고 믿는데, 딱딱하고 우둔한 현대 과학으로서는 애당초 이해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어지간한 문고본 속에 다 나와 있는데, 시어는 그 책들도 건드리지 않았다.
p.65 얼마전 일요일 저녁에는 시어가 잠언을 하나 꺼냈다. 크게 생각할수록 형편없어 보인단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치판, 지구온난화, 국제 기아, 이런 큰 주제에 매달리다보면 전부가 정말로 끔찍하고 아무것도 좋아지는 게 없는 것 같고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작은 거, 가까운걸 생각하면, 새로 만난 여자애라든가 채스하고 함께하게 될 노래라든가 다음달 놀러갈 스노보드 여행, 이런 거 말이죠, 그러면 세상도 근사해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제 모토예요. 작게 생각하라."
p.73 로절린드와 사랑을 나누는 것에 싫증이 난 적이 없거니와, 의사라는 직위에 통용되는 관대한 논리를 이용해 한눈팔 기회가 도처에 널렸음에도 심각하게 유혹 당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자면, 아니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변태에 속한다.
p.169 퍼론이 알기로 제이는 엄청난 봉급 삭감과 생활상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영국으로 온 유일한 미국 의사다. 그는 영국의 의료 체계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료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경의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그를 이 평화운동의 지지자로 만들지는 못했다... 제이 말에 따르면, 상황은 암울하다... 그는 자기 확신에 흔들림이 없는 사람으로, 틈만 나면 외교정책, 대량살상무기, 사찰단, 알카에다와의 연계 증거 따위를 논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는 주장한다. 미국은 처절하게 실패했던 과거의 정책을 벌충해야 한다. 적어도 이라크 민중한테는 이 점을 빚지고 있단다. 헨리는 제이와 이야기를 할 때면 자기가 어김없이 반전 진영으로 기우는 것을 느낀다.
p.209 확장되는 도덕적 연민의 범위, 이것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적 조건이다.
p.400 한 큐레이터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둥근 천장 꼭대기에 삐죽빼죽하게 뚫린 구멍을 가리켰다. 15세기에 강도들이 뚫고 들어와 황금 잎사귀 모양 장식을 훔쳐간 자리라고 했다. 나중에는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가 이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경이롭게도 그들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불 아래서 그곳의 도안과 그림을 배껴 그렸다. 이 침입이 그들의 작품 세계에 심오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시뇨르 벨트로니는 통역을 통해 내빈들의 마음에 와닿을 것이라고 여긴 비유적인 표현을 했다. 그 화가들은 저 벽돌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 고대 로마의 정신을 발견한 것이라고... 그 시장의 말이 맞다면 두개골을 뚫었을 때 보이는 것은 뇌가 아니라 정신일 것이다... 데이지를 위해서라면 관대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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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2000년 또한 이상한 세상이었다. 수십년 전 외계인 시추대가 작업해 놓은 시추공 수심을 매일 재고 다니면서 미국방부 대대장이 타는 차와 외계인 화물 우주선을 바라보면서 좀 차이난다고 보았다. 또 그때 특작부대(?)에서 이러고 놀았다. 지금의 십대는 아마도 유치하다고 거들떠보지도 않을 수 있는 ARTBOX를 만들어서 2000년 6월 2일에 완성하였다. 스카이다이빙은 커녕 낙하산도 안탔으면서 공수마크를 전투모와 전투복에 붙이고 전투복에 매직으로 Ermenegildo Zegna를 쓰면서 말이다. 게다가 남극 땅꿀소대에서 만난 타부대 아저씨의 유학경험도 재미나게 들었다. 십대 때 미국유학 시절 부유한 친구를 만나서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옷장을 열어본 순간 베르사체, 아르마니, 뭐, 뭐, 뭐... "훔치고 싶드라..."는 말을 들었던게 기억난다.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한세경이 스캔하는 그 장면과 비슷하겠다.

  • 미국 영화의 정보요원에 딱 맞는 FORD
  • 부러움과 질투, 선망, 매혹의 아이콘 AUDI
  • 보편적 욕망과 풍요, 작전으로 그릴 수 있는 브랜드 BMW
  • 연민과 탐욕과 풍선or열기구 마크 INFINITI
  • 꿈과 이국적 클래스 정체성? LAND ROVER
  • 스케일과 만족과 후발주자 하이브리드 LEXUS
  • 로망과 동경과 낭만의 메이커 JEEP
  • 전통과 배경과 집안의 상징 JAGUAR 4949
  • 남성적 심플 럭셔리 적토마 머쉰 FERRARI
  • 슈퍼 하이클래스 포지셔닝 BENTLEY와 MASERATI
  • 품위와 권위와 부를 말하는 상표 BENZ
  • 안전과 평화 그리고 행복의 예감을 뜻하는 덤프와 포크레인 승용차 VOLVO
  • 탁월한 취향과 안목의 심볼과 정서 PORSCHE

차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 그렇다. 사람의 평판과 인상과 이미지, 동물과의 교감, 어떤 영화의 주인공이 들고 있는 핸드폰 상표와 노트북 로고, 드라마에서 사무실 발자국 소리, 옷입는 스타일과 악세사리와 목소리와 말투, 거시적인 타이밍, 셀 수 없는 생활연기와 플래시 몹... 이건 전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천재 자폐 서번트의 공감각 같은 평범한 일반인들의 특출한 코드 네이밍이고 인간의 고유한 감각 의식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www.Revision3.com에 나오는 사람들은 Ermenegildo Zegna를 입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Ermenegildo Zegna를 입는(street 소유 은유...) 김정난을 뭐라고 하면 안된다. 그러므로 수제 ARTBOX에 잡지의 Ermenegildo Zegna 사진을 붙였던 현실의 KIDULT는 비밀이 없으니까 그리고 힘이 없으니까 로맨틱 코메디로 승화되는지도 모른다. 프레임에서 마인드는 빼놓고만 봐도 쟤들은 Ermenegildo Zegna를 입을 필요가 당연히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환경이 Ermenegildo Zegna이니까! 주홍글씨인지 오렌지 캬라멜인지는 판타지를 보는 개인의 세계관에 달려있겠지만 PANDORA라는 프레임 또한 남의 일만이 아닌 각자 자아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다음의 또 한 마리 시계토끼를 어린 친구들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 포지셔닝 | 잭 트라우트 & 알 리스 | 안진환 역 | 을유문화사

지금 세상은 과거보다 어마어마하게 판이 커졌고 우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며 현대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의 안좋은 부조리도 나중 Ermenegildo Zegna로 바꾸어 나가기를 바라고 먼 훗날 HYUNDAI와 SAMSUNG의 페이스북 Like를 클릭하고 싶은 마음이 진짜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데 www.foundation.bz의 도메인 뒷자리가 왜 바꼈지

"새로운" 무의식-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저 | 김명남 역 | 까치
P.196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기
우리는 누구나 페르소나라는 커튼 뒤에 진짜 사람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커튼을 치워도 괜찮다고 생각할 만큼 친밀한 사람-친구, 가까운 이웃, 가족,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개(고양이는 틀림없이 아닐 것이다)-을 소수 사귄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커튼을 그렇게 많이 열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꼭꼭 닫아두기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타인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주로 목소리, 얼굴과 표정, 자세, 그밖에 위에서 언급했던 여러 비언어적 개성과 같은 피상적인 특징들로 이루어진다. 착하거나 짜증나는 직장 동료, 이웃, 의사, 아이의 선생님, 표를 주거나 주지 않거나 아예 무시할 정치인에 대한 판단이 모두 그렇다. 우리는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린다. 나는 이 보모를 믿어. 이 변호사는 자기 일을 잘 알아. 저 남자는 촛불 아래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암송하면서 내 등을 다정하게 어루만질 타입으로 보여... 인간은 본성상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알아차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것은 우리 뇌에 처음부터 갖추어져 있는 능력이고, 이것을 끄는 스위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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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t successful people are those who are good at Plan B.
-James Yorke

로드맵, 시나리오같은 단어가 난 도무지 언제들어도 낯설기만 하다. 길지 않게 틈틈히 만나는 사람도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일에 대한 거라면 그냥 받아들이고 딱 일하고 참여하고 혁신도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삶에 대해서라면 도무지 그런 말이 막 특별하게 와닿지 않고 별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그냥 잘하든 못하든 일관되고 반듯한(바르다는 뜻보다 스트레이트.. 바르기도 해야할 것이고) 모습으로 큰 변화가 없고 항상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사는게. 
즐겨보는 블로그, 틈틈히 찾는 장소, 만나는 사람들, 유지하려고 하는 생활 습관등;; 그래서 늘 발전이 더디고 실제 드러나는 성과가 부족하지만 조금씩은 진전이 있다ㅎ 비즈니스든 책읽기든 사람에 대한 것이든, 관심가는 그 무엇이든지...

나의 플랜은 A도 B도 C도 사랑이다 헉, 인생 또는 다른 무엇들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는 마음ㅎ 원래 이런게 지극히 정상적인거지만 주위의 익살스런 녀석들은 4차원이네 뭐네 그렇게 말한다. 이왕 그런 얘기라면 Purple Cow나 초록색 원숭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바랠껄 바래야지.

아무튼 그러다 보면 '오 솔레 미오', '유아 마이 선샤인' 이런 말도 실제 소리내어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푸하핫
3개월이든 7개월이든 또는 슬프겠지만 조금 더 긴 시간일지라도~' 

요즘 위젯(widget)을 많이 보는데, 괜찮은 게 좀~ 많다. 음악듣기도 좋고 앙증맞기도 하고. 네이버 뮤직 1분듣기(최근 지아, 김동희, 조장혁, 루시드폴, 린, 신소희의 음악을 들었음)나 마이스페이스로 듣거나, mp3로 듣거나 social music이나, 블로그 음악등도 있지만 실제 위젯으로도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라 괜찮은 위젯이 있으면 기록해둔다. 위젯으로 만들어 들어보고 싶어서. 그렇게 듣고 싶어서...


photo by Inky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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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calendar
(성능 좋은 프린트로 뽑아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거나 또는 선물하면 좋을 듯)

연말이고 하니 철지난 겨울 노래 듣기(오래된 캐롤송)
 

아침에 해가 떠서 지고 달이 뜨고 지고, 그렇게 하루를 지내는 동안 근사한 음악을 충분히
듣는다면 행복이란 무엇이며 그 실체가 뭐가 뭔지 몰라도 그런대로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jack johnson, the beatles를 흥얼거리며 오랫동안 듣고,
sondre lerche, jason mraz를 또 소리 크게 틀어놓고,
maroon 5, joao gilberto, amy winehouse도 실컷 듣고,
또 hollywood undead도 있고 akon도 있고,
k-pop도 있다(루시드폴, 지아, 다비치, 원더걸스, 씨야...최신가요)
& http://www.myspace.com/janinejansen 
http://www.myspace.com/nellofficial
(아는 음악 실컷 듣고 나면 또 모르는 음악을, 한번도 안들어봤던 음악을 듣는 순서로 이어진다,
그래서 Emotioanl Link가 좋다, 다른 음악서비스의 related artists, similar artists듣기는 거즘 다 똑같다)

이러면 이 음악을 듣고 있는 곳이 부에노스 아리레스나 북유럽의 어느 한적한 도시,
에딘버러, 샌프란시스코, 서귀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럴땐 조금 과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음. 아니 유익하다ㅎㅎ
(막 질베르토 듣고 있음 그건 아주 환상이다, 딱 그림 그려지는 곳에서 오리발 끼고 그물침대에 누워 낮잠을)

예전에는
이곳에서 다른 전시를 하고있었고
다른 사람과 보러왔었다
지금은 다른 전시를 하고있고
다른 사람과 보러왔다
나는 계속 칠하고 또 칠하고 덧칠하고.

고흐가 돈이 없어 그린 그림위에 또 다른 그림을 그렸다는사실이
무엇이 대단하단말인가
우리는 평생동안 인생을 덧하고 있는데
당신을 향한 나의 웃음 뒤로
다른 사람을 향했던 나의 수백번의 미소가 있는데
나를 향한 당신의 눈빛너머로
다른 사람을 향했던 수만번의 깜박임이 있었을텐데

from Yoz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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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iLike 2008. 11. 14. 00:25

 
David Fray - Bach Concertos pour piano

우연짢케 발견하고 와우. david fray 썩 괜찮군, 저런거 보고 드는 생각

1.그레이드 해머가 들어간 사일런트 야마하 하나 사서 다시 바흐를 즐길까
 (옛날 옛날에 저 악보 사놨었는데 없어져버림 큭)
2.그냥 이렇게 보고 듣고 즐길까
3.아님 바이올린이나 비올라를 배우든가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아무래도 ②번 + 공연가끔 가고 그러는게 쉽겠다.
①번이나 ③을 실행한다면 참 좋겠지만..
무언가 꼿혀도 오래 못가는건 나이들었거나, 싫증나거나, 너무 몰입해서 즐기지 못하거나
그런 이유들이 있겠다.. 요즘 픽시에 자꾸 눈길이 가는데 금새 질리면 어떻게하지, 그래도
싫증날 때 나드래도 하나 입양하는게 좋겠음;






















Photo by kristian 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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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iLike 2008. 8. 1. 17:00

좋아하는 것이 무언지 알게되었다, 하나 정도는.
무엇을 하면 기쁜가
어떤 때 기분이 좋아지는가
이런 잡생각 하다보니 좋아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남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
뭐 다들 아는 거지만 또 이렇게 깨닫기도 어려운 일인가보다.


<J의 노트>

 당시 위건은 리그 우승팀이었다.
"제일 어려운 점이 뭡니까?"하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혈기 넘치는 선수들에게 경기에서 뛸 날이 서른 이전에 끝난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고, 다른 직업을 위한 재훈련을 받도록 유도하는 일입니다."
그런 젊은이들은 럭비가 가장 잘하는 일인데도 오래 할 수가 없다. 이는 모든 운동선수에게
해당되는 사실이다. 전성기는 금세 끝나버리고 인생의 나머지 시간을 내리막길을 걷는 시들은
상태로 보내야 할 수도 있다. 그나마 사람을 관리하는...

'일종의 재생의 기회... 육체적인 죽음만 없었다 뿐 완전히 새로운 삶'

'언젠가는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steven의 일기>


남자들은 그리 친절하지 않아서 아무런 노력도 안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너'를 좋아해주지
않는다. 빌리 조엘의 노랫말처럼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라는 것은,
바로 그 '있는 그대로의 나(just the way I am)를 연출하기 위해 여자들이 얼마나 뒤에서
파란만장하게 공을 들였는지를 단순한 남자들이 몰라서 하는 소리일 뿐.
<어디였드라...>


 
김병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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