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적인 삶

from 쨍한 사랑 노래 2013. 3. 24. 16:55

image: http://www.flickr.com/photos/saintseminole/347111173/

달라스가 어디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이와 비슷한 책 제목이 있길래 따라해봤다. 제목은 그렇고 어제 드라마시티, 베스트극장풍 단편 소설 미라(백영옥작)를 읽었다. 재밌있다. 너무 어렵지도 않고. 앗 또 표현이 뭘 닮았다. 황동규의 시집과 비슷한 표현이다. 이런 작품은 무슨무슨 문학상 절대 못받는다. 왜냐하면 TV 단편극에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게 재미있는 법이다. 어떤 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은 유달리 벗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고 전교 최상위권 성적과는 거리가 많이 멀지만 폼나게 볼펜돌리기를 보여줄줄 아는 유별나게 뭔가 특별해 보이는 친구들은 대단한 영화제의 그랑프리 영화들보다 영화제 특별작이 더 멋져보일 것이다. 물론 샌핑인가도 눈여겨볼 대상으로 빠지면 몹시 서운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기만의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 영화 한편을 보면서도 수다를 나누는 자리에서 "원래 여자들은 그러지 않지." 하면서도 또 그런 영화만 찾아 헤맬지도 모른다. 물론 이건 진짜 몰라서 하는 얘기다. 일상적인 사건과 잔잔한 감정을 다룬 이야기도 좋다. 하지만 어른들은 적어도 아이들보다는 욕심이 많다. 그래서 뭔가 특별한 얘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다린다. 그렇기 때문에 보는 동안 손에 땀이 하도 많이 나서 수건을 20장 준비해야 할 만한 추리소설도 많이많이 읽힌다. 또 바람부는 날에는 누군가를 문득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오늘 그건 절대 영 아니다는거다) 이제는 3D 텔레비전과 영화도 평범하게 되었고 이런 트윗 내용도 생활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https://twitter.com/gemmakang/status/16317009586
우리가 쓰는 갤럭시 핸드폰은 페이스북 Like 숫자가 천단위인 회사의 제품이고 노트북은 애플 친구들이 갖은 고생을 해서 만들어낸 Designed in California, 동네이웃은 뉴질랜드로 이사를 가고 친구랑 쇼핑하러 홍콩에 잠깐 여행갔다 오기도 한다. 그리고 TV와 잡지에는 세상의 온갖 진귀하고 번쩍이는 보물들이 다 나온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네델란드 브랜드 맥주를 마시는 화끈하고 호탕하며 괴팍한 코가 삐툴어진 아저씨들은 간질간질하고 밋밋한 축구팀 안좋아한다. 당연히 Liverpool F.C. 훌리건이나 Wanderlei Silva를 첫손 꼽는다. 왜 그런지는 1반과 2반과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런 아저씨들은 새 핸드폰을 구입하면 아마도 박스에 들어있는 사과 모양 스티커를 Dell 모니터에 떡 하니 뿥여놓을 것이다. 쨘 하고서! 즉 심오하고 철학적인 작품도 중요하지만 세계가 평평해진 가운데 사람들은 눈이 높아졌고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시만 외우면서 살 수는 없다. 꽁신 신동엽의 코메디도 우리 삶에서 빠져서는 안된다.

  • 브리짓 존스의 애인/헬렌 필딩
  •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 스타일/백영옥

이 책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응 그렇다. 도서관 자료실에서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들이다. (이 표현은 TV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자기가 얘기하고 자기가 박수치는 장면과 닮았다) 도서관 자료실에서 찾아보면 이 책들은 너덜너덜 닳아져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책과 베스트셀러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겠지만 바쁜 어른들에게는 이렇게 도서관에서 인기있다거나 입소문이라는 마법 양탄자를 탄 책을 읽는게 아무래도 안전빵이다. 20년 전에는 이런 책들을 일부러 안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때와 달리 이런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어른들은 고전보다 현대작이 더 재미있다는걸 분명히 알고 있다. 메시와 마라도나외에 시, 미술, 스포츠 기록등 관련 예도 찾아보면 많다. 하지만 훌륭한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하면서 청소년에게 고전 읽기를 강요한다. 왜냐하면 어른이 봤을 때 청소년은 도스도예프스키와 카잔차키스, 토마슨 만, 김수영도 읽고 십대를 졸업하는게 맞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라서 어른이 된 그들은 또 다른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위와 같은 성격의 책을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바흐와 모차르트는 질투를 많이 살만하다.

엄마: 괴테, 까뮈, 지드, 염상섭은 읽어야하지 않겠니? 커서 뭐가 되겠다는 거창함은 바라지 않아. 하지만 언제까지 총쏘는 영화만 볼거니, 게임만 하다 어른되겠다.
아들: Do you read that books?
엄마: 그럼 너만할 때 읽었지. 엄마가 소녀시대일 때 클럽과 개패만 다녔다면 지금의 너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꺼야.

도서관에서 큰 인기는 없지만 나중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겼다.

  • 나를 보내지마/가즈오 이시구로
  •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리브카 갈첸

"호주에서는 래퍼의 발음에도 되게 민감해요. 그 뮤지션이 미국에서 살아봤거나 미국인이 아닌 이상. 호주에서 미국식 영어 (정확하게는 발음)로 랩을 하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클럽에서 프리스타일 배틀을 할 때도 딱 두 마디 정도만 듣고 호주식이 아니다 하면 대부분이 나가라며 야유를 보내요. 그리고 그냥 무시해버리고요."
샘 해밍턴 from http://blog.naver.com/raybm/130083044301

힙합을 잘 모르지만 유식하지 않지만 또 자긍심, 객관적 시선, 미국, 호주, 베트남도 다 좋지만 이렇게 교차되는 영역에 대한 얘기가 재미있다. 하구도 그렇고 바닷가 수평선, 건물 옥상 풀샷, 영화에서 텍스트를 보여주는 기법, 현대음악 뮤직비디오에 쓰이는 쳄발로 소리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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