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생이란 그럴지도 모른다. 즉 단조로운 생활에 만족하느냐, 화려한 삶에 불만족하느냐! 일단 도표는 생략하고. 그게 아니라 나는 거꾸로맨이니까 단순한 삶이 불만족스럽지 않나요? 하긴 루저도 급이 있다. 왜 없겠나. 진실을 외면하면 후퇴만 있다. 패전 처리 전담 요원이나 벤치멤버는 꿈조차 못 꿨을 수도 있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결과는 무조건 상심이라면! ~그래도 밝고 맑고 청순하며 긍정적인 그녀를 꼬시기 위해, 냉소꾼 늑대는 양의 탈을 쓰고서 오늘도 낙천주의자 행세를? 그런데 그녀는 자긴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서 애원을 정중히 거절! 그래서 아마존에서 장난감을 사겠지.
「알렉사. 뭐 재미난 일 없니? 나 또 차였어!」
「나보고 어쩌라고! 안될 놈은 뭘 해도 안되는 거야. ~라고 친구한테 악담하던 자신의 옛 모습이 혹시 기억나십니까? 네, 주인님.」
뭐가 어쩌고 어째? 브랜드는 말한다. 나이키는 그냥 해, 그러나 난 해도 안돼. 그냥 하긴 뭘 그냥 해! 입으로 먹고 얼굴에 바르는 광고도 말한다. 사랑하니까! 뭐, 사랑하니까? 하지만 거기 아르바이트는 날 짝사랑해주지 않는다. 그런 바램의 실현은 추호도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뭐 행복을 마셔라? 나 살 엄청 쪘어. 아, 보라니까! 그렇다고 애플의 띵크 디퍼런트? 우리 동네 바에서 말 많기로는 내가 단독 1등인데, 아 이 양반아 내가 압도적으로 1등이면 뭘해! 바텐더들 눈빛을 누가 뭐 모를 줄 알아?
신사 숙녀 여러분!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은 인생 2막의 좌우명에 도착한다. 돌고 돌아서 사뿐히 안착한다.
그건 무엇? (딱) 안되면 말고! 다시, 아니면 말고!
그 잘난 유명인들이 착한 일도 많이 하고 웃기며, 항상 웃을 수 밖에 없어서 안면 근육이 씰룩거리느라 고생하는 거 다 알아, 나도 다 안다구. 그런데 그 중에 잘난 척을 하면 할수록 웃긴 사람이 있고, 입만 열면 망하는 사람도 있다. 좀비영화가 괜히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고, 공연히 뻔뻔마와 간사마가 비밀 리에 유행하는 게 아니다. 너도 나도 튄다마에 올라타며 잔칫상이 차려지든 말든 일단 숟가락부터 올리기. 우선 그냥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을 궁리 하기.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 그렇지만 퇴물도 물건은 물건이고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 하거든. 또 그렇지만, 손가락만 까딱해도 재수없고 입만 뻥끗해도 유난 떠는 족속, 드물게 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누군가 나를 그렇게 보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호불호는 나뉘니까. 좋다. 괜찮다. 나쁘지 않다. 수긍한다. 이치가 그렇다. 일리 있는 말일 뿐. 그런데 문제는 그것.
우리는 너무 막사는 건 아닌지! 세상은 너무 요지경이 아닌가 라는 점.
나 혼자서 망가지는 건 괜찮다. 다만 나 망가지며 나 망할 때, 나를 따르라? 저런!
딱 모두 모였는데, 자길 따르라던 그 형씨는 대체 어디 갔냐고! 그러니까 약속 장소로 나가면 나 혼자 뿐이지.
바로 이 지점이다. 안되면 말고? 아니면 말고? 왜 이상하지! 왜 이상할까! 뭐지? 뭐지? 대체 뭘까? 도대체 왜 살짝 갸우뚱 하는 거냐고. 왜냐하면 그 때문이다. 바로, 우리는 어렸을 때 하면 된다 라고 배웠거든. 학계와 업계가 많이 다르니까 애들마저 동요는 건너뛰지 않게 생겼나. 여기서 정확히 나뉜다.
첫째, 최선을 다하자. (A급의 겸손이지만 알고 보면 '아니면 말고'와 절반쯤 똑같음)
둘째, 대충 살자. (B급 유명인의 아니면 말고. 잊혀진 노병의 안되면 말고)
셋째, 막살자. (C급은 무명이란 말이 아니라, 일반인의 아니면 말고)
저 1-2-3은 엄연히 다른 건데, 그런데! 행운 빼고, 전문가의 도움도 부풀리거나 빼고, 체념도 빼고, 좌절도 빼고, (개)고생도 빼고, 대충 포장하고 쇼맨쉽으로 더 포장해서 조명을 비춘 다음에, 딱! 짜잔~ 캬~ 으아~, 아니면 말고! 뭐?
답습하고, 베끼며, 모방하고, 따라하기. 갓난애기처럼 흉내내기는 인간의 본능. 장점 본뜨기는 나쁜 게 아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그것은 둘로 나뉘게 된다. 곧 날 따라해봐요 이렇게, 또는 따라하지 마! 옛날 어느 가난한 화가는 사후에 유명해졌지만 이제는 누구나 바이런처럼 조명 받기가 쉬워졌다. 인터넷이 없어서 호시절을 누린 예가 그 얼마나 많은가! 역으로 인터넷 때문에 물 만난 물고기도 많을 테고. 하지만 지금은 포장의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시대. 때문에 세상을 비롯해서 오락산업은 당신을, 그 누구도 그대를 거들떠보지 않도록 가만 놔두지를 않는다. 마치 남자가 여자를 귀찮게 하듯이 말이다. 그 바닥이 장난이 아니거든. 응? 그런데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거울아 거울아 라면서 동화 백설공주 따라하기. 거울의 안과 밖이 다른 데도 불구하고 또 마이크 잡고서 뭐라고요?
「아니면 말고!」
2
그 말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그러니 피라미드의 상중하를 살펴보자면 이렇다.
A.피라미드 상. 말하자면 피라미드의 최상층은 내가 페가수스다 라고 하지 않는다. 내가 유니콘이다 라고 외칠 필요가 없다. 파랑새가 뭐하러 나는 파랑새다 라고 주장하겠나. (나를 캥거루로 부르지 말라, 는 지식-상식-교양으로만. 양치기견으로 태어난 건 내 의지가 아님) 이를 테면 페라리보다 빠른 치타, 마담의 사자머리보다 원류인 사자, 고유한 문양의 외로운 호랑이. 또 웨이터 에르메스. 제비복 입고서 고전음악을 아직도! 그리고 메트로놈까지.
B.피라미드 중. 하지만 피라미드의 중층은 어떤가? 말도 못한다. 혼전도 그런 혼전이 없다. 우리들 친구들만 봐도 딱 그렇지 않나. 촌닭도 그런 촌닭이 없지 않나. 얘가 누굴보고 촌년이래, 어? 늬가 더 촌년이야, 어? 알아? 그러니까 늬가 남자친구가 없는 거야. 어?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알어? ~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바로, <안되면 말고>가 다 이 층위에서 나온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도 어차피 모두 B다. 아마데우스는 영원해도 연주자는 직업인이다. 하이든도 고용인이자 낭만파 음악인들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다지만 작곡가와 연주자는 전혀 다른 세계. 피라미드의 상층도 잘 모르면서 피라미드의 중층까지 신경 쓸 여력이 많으면 둘 중 하나다. 속 편하거나 시간이 많거나. 아, 어리다도 있겠네. 숙녀들이 말하는, 뭘 모르는 남자도 있겠네. 헤어질 때 그 얘길 듣는 숙녀도 있겠네, 넌 너 밖에 몰라! 뭐야 이거, 계속 나오면 곤란한데. 지나가는 이야기로 인터뷰 기사가 하나 생각난다. 어렵게 인터뷰 일정 따내서 준비한 문답이 오가는데, 표범-코끼리-기린-재규어측에게 침팬치가 쓴 무엇을 읽어보셨나요? 아 생각을 해보시라. 응? 생각을! 당신께서(내가) 표범-코끼리-기린-재규어라면 그 시간을 어떻게 만들겠나! 형식적인 배려와 정식 사냥은 엄밀히 따져 같지 않거늘 내 인생을 오롯이 선심성에 할애하라고? 아무리 진보하고 비율이 어쩌고 해도 더, 점차, 더더욱 시끄러우면 시끄러웠지 그 반대는 아니거든. 이론과 현실의 괴리. 그래서 누군가 뭘 추천하고 권해도 내가 싫으면 죄송하지만 점잖게, 간곡하게 거절하는 게 옳다. 전적으로 백번 옳다. 방향성이 그렇다. 눈표범은 눈표범끼리 보노보는 보노보끼리. 그런데 차이는 있다. 보노보는 눈표범을 따라하는데, 눈표범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억지로 봐도, 찬찬히 마음을 기울여 들여다봐도 뭔 얘기인지 도통 하나도 모르겠거든. 응? (절레절레)! 커피는 생두를 반쯤 익힌 걸로 뽑아서 먹을 수 있다지만, 진화한 인간으로써 어떻게 고기를 생으로 먹겠나. 프로메테우스가 뭐 할 일 없어서 불을 우리에게 가져다줬겠나. 자기는 그 때문에 어떤 대가를 치를 텐데. (그게 뭐 프로메테우스냐, 시지푸스지! 빡빡 우기는 친구 보면 꼭 있다. 야 내가 거기 지리 제일 잘 아는데, 조용해, 거기 옆에 뭐 있고 그 옆에는 있는 건 뭐야 응 그래 그렇지 내가 제일 잘 알아 내가 최고야 빡빡 빡빡) 물론 특식은 가능이요 외식은 OK. 곧 물고기를 재미로 낚던가, 잡자마자 슥삭슥삭 해 먹을려고 낚시를 하던가, 그 차이. 그렇지만 보노보는 또 그들만의 리그가 있고, 이 세상은 나 잘난 맛에 사는 인생을 응원한다는 것. 일평생 피라미드 상층에 기록되기 위해 발버둥치며 노력했거늘, 왜 나는 피라미드 중층에 불과하나 라는 투정을 B가? 그럴 리가 있나. 이미 그 조명에 황금에 스스로 피라미드 상층으로 인식하기 쉽상이다. 아니면 말고, 라는 자세가 괜히 이류와 삼류들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게 아니다. 업계에 따라서는 동네 수다 잔치와 피라미드 중층은 분간조차 안된다. 나는 합리적인 소비자인데 친구를 보고는, 넌 그게 뭐니 그걸 옷이라고 입었니, 그렇게 우리 같이 놀러 가자고? 무슨 삐에로도 아니고 참 나! 그런데 나는 싸구려에 짝퉁에 가짜에, 어쩔 수 없이 1원짜리 하나에 벌벌 떨고 10원까지 아끼면서 친구한테 하는 말, 싼 게 비지떡이더라! 어지간히 일확천금이 생기지 않는 이상, 절대로 베팅을 못하는 부류다. 심지어 대회 (싸구려) 기념품을 받자마자 버릴려고 하면, 옆에서 화를 낸다. 그걸 왜 버리냐고. 이상한 놈이라고. 눈 똥그랗게 뜨고서 굳이 선천적 출신과 속일 수 없는 천성을 감추지 못한다. 그걸 왜 버리냐고. 이상한 놈이라고. 그러면서 싼 게 비지떡이네 자긴 페라리와 포르쉐를 좋아하네 뭐는 싸구려네, 그러다 갑자기 음료수 없이 최저가 햄버거 먹기? 뭐야 그거! 가난한 태생을 누가 얼마나 손가락질 하겠나. 어려서 기억나는 표정 가운데 참으로 인상적인 게 있다. 초등학교 행사에 엄마들이 왔는데, 같은 반 친구의 엄마. 속된 말로 곱추요 나은 말로 척추 장애인. 그렇지만 그 친구는 엄마를 챙피해하지 않고, 그렇지만 어떤 뭔가 차이는 있고, 이런저런 오묘한 표정. 나중 그 언젠가 반복되더라. 그래서 우정이란 건 재밌으면서도 추접스럽다. 그러니 불편함은 내내 반복된다. 공직에 있지도 않은 데도 불구하고 그런다. 음식점에서 같이 나오면서 좀 뭔가 어중간했다 라고 친구가 말하면, 늬가 가자고 했어 난 아니야 라고! 나는 뭘 해 봤기 때문에, (내 기분이 좋아서) 친구들한테 너네 뭐 해 봤어? 나는 뭘 못 해봤기 때문에, (짜증나서) 그럼 넌 뭐 해 봤냐? 숙녀들로부터 사랑 받지 못한 남자의 비애에 대해서, 유독 독불장군을 놀리길래, 그럼 넌 여자랑 사겨 봤냐? 나는... 단 1번도 사겨보지 못했지. 그런 말 들을 꺼면서 뭐하러 물어보실까. 싫거든, 짜증나거든, 아는 척하거든, 내가 꼴찌거든, 난 루저거든. 완벽한 촌닭 중의 촌닭.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성실한 아빠가 되겠지만 일평생 정상적인 연애는 단 1번도 못해본 남자요, 사랑이란 말을 친구끼리 단 1번도 안해본 남자다. 일기 0에 스무살 이후 독서 0에 잔지식만 왕창, 그리고 할 말 없음. 아니면 조롱만 왕창. 그렇지만 착실한 가장이자 정직한 남편, 가끔 재미없는 친구. 그분과 그의 단짝 친구. 속에 쌓인 게 알고 보면 말도 못한다. 그러다 목에 턱 하니 걸리는 그 말.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만은 부디 말할 수 없고. 완벽한 촌닭 중의 촌닭. 삶을 돌아보면 친구들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중간 보스, 영화배우 뺨 치는 친구, 성우, 달변가, 웅변가, 사기꾼, 코메디언등. 그 친구들은 곧잘 명대사를 읊었다. 캬~, 어? 캬~! 그런데 그 물결이 지나가고 나니 남은 건 그거였다. 즉, 잔소리꾼! 꽥꽥 짹짹 뿌락뿌락 떽떽거리고, 따따부따 삐악삐악 이러쿵저러쿵 닦달하며, 서로 통 듣지 않고 각자 마이크 들고 딴소리하기. 천성적으로 이 B 유형이 아무리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쥐더라도, 아무리 유명해지더라도, 아무리 행복해지더라도 그 한계를 절대로 벗어날 수는 없는 거다. 통 버리는 걸 못하거나, 지나치게 완고하거나. 사겨보고 말을 섞어보면 알 수 있다. 겉으로 표출하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체는 들통날 수 밖에 없다. 내가 고릴라인지, 똥개인지, 펠리컨인지, 참새인지. 겉과 속이 어떻게 다른지를. 아니 그렇다면, 어? 그렇다면 당나귀의 수다를 일기장에나 쓰시지 왜 여기에? (지긋이 눈을 감고서 고개를 틀고 두상의 각도를 꺾어... 부쉬쉬쉬쉬~)! 아무튼 <아니면 말고>가 다 이 단계에서 나온다.
C.피라미드 하. 마지막으로 피라미드의 최하층. 한마디로 무명. 다시 말해 일반인. 내가 막살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잔소리는 있겠지만─최선을 다해도 일상적으로 체념. 따라서 미덕은 대충 살자인 것! 다른 건 몰라도 중간은 가자는 것. 어머나, 철들었네? 그래서 마음 먹고 착하게 살며, 숙녀에게 다정하고 다망함을 선물하며 자상하게 에스코트를! 그러다 또 엉덩이가 근질근질 입도 근질근질하여 친구들과 만나서 으쌰으쌰? 색다른 허세로 친구1한테 밀리고, 새로운 허풍으로 친구2한테 딸리는 걸로도 모자라, 친구3은 술값 자기가 자주 낸다고 생색내지 않나 메뉴는 뭐가 불만이라며 따지지 않나, 홀딱 반할 만한 허영심 바텐더 언니마저 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니! 난 뭐 마담 꿈도 꾸지 말라고? 또 1등은 쟤요 난 꼴등, 인생이 루저라니! 그런데 바에서 켜놓은 TV 화면에서 웬 오리인지 하이에나가 나와서 또 한다는 소리가 글쎄,
아니면 말고!
뭐? 이러니 그분들께서 B에서 C로 옮겨갈 명분은 충분해지는 거 아닐까? B는 대충 살자요, C는 막살자! 뭐라고? 이런, 젠장!
3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말투를 고상하게, 어조를 세련되게, 몸짓마저 우아하게 뚝딱 바뀌겠나. 그러니 일단 '아니면 말고'를 살짝 완화하는 수 밖에. 이를 테면 2번 말할 거 1번으로. 1번 말할 거 참거나 대체하기. 대신할 말은 무엇이냐,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고. 진취성, 도전하기, 적극성, 단점 따지기, 꼼꼼하게 경우의 수 파악하기, 막무가내 떼쓰기, 트집 잡기. 각각 확 다른 듯 하지만 얼렁뚱땅 많이 비슷하다. 말하는 기교와 간교한 화술에 따라 구분이 안될 여지도 많다. 그래서 상호 화목함을 추구하기 원한다면 말습관에 변화를 주면 된다. 가령, 어쩌라고? 어쩌라구요! 아니면 말고, 그 끝에 물음표 붙이기. 그렇게 생각은 시작되니까. 여자들이 잘하는 추임새 본뜨기. 즉 할 말 없으면, 그랬구나! 앵무새처럼, 머머했다고? 아니면 고래라도 끄덕끄덕. 그런데 그 인간은 대체 말이 필요 없는 거야 아니면 원래 꿍한거야? 그냥 하라니까, 그냥 하긴 뭘 그냥해! 이와 같은 여건을 종합해보건대 정작 문제점은 그것인 듯 하다. 보아하니 토론, 논쟁, 토의, 협의, 타협, 회의, 대화, 밀담, 수다, 흉보기, 혼잣말, 대본등. 그 구분 자체를 하지 않고 일단, 응? 아니면 말고! 그래서 저 A-B-C에서 어디가 시끄럽고 누가 누가 말썽쟁이인지는 명쾌해진다. 그러니까 일단 뒤통수 먼저 긁고 나서 딴지 걸고 어깃장 놓겠다고? 못-말-려!
A 리그에서 1팀의 표어는 닥치고 공격, 닥공! 다람쥐의 닥치고 쓰기, 닥스! 그리고 B의 아니면 말고. 또 C의 (혹시라도) 막살자 또는 대충 살자. 이 A-B-C에서 막말이 어디서 많이 나올까? 전혀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내가 굳이 그런 추론까지 해야 하나,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라는 퉁명스런 반문이 진짜로 들리는 것만 같다. 그게 아니라 탁월한 유머, 고급스런 농담, 아찔한 지성, 참으로 이해 못할 만큼 이상하게 눈물 나도록 웃긴 잘난 척, 깜짝 놀랄 만한 신기함과 타율왕은 물론 뻔트왕이 어디에 포진하고 있을지 가늠하는 건 퍽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니면 말고'를 하루 12번 입버릇처럼 남발하는 양치기 소년이 되면 주변에서 이미 간파한다. 완전한 허당이라고.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한다고. 소극적으로 손하나 까딱 안 했는데 얼렁뚱당 어부지리 승자가 될 것인가, 적극적으로 화끈하게 패배할 것인가. 때와 상황에 맞게 각자 하고 싶은 데로 하면 된다. '아니면 말고'라는 이름의 경주마에 확률 따져서 베팅하면 그뿐. 아니면 말고! 누구나 간혹 이용하는 말일 뿐이다. 그래서 심약한 분이랄지 순진한 소녀는 이렇게 선생님께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화법처럼 그걸 심하게 사용하는 위인은 어떻게 응수하면 좋은가요? 라고! 정답은 이렇다. 좋으면 사귀고 싫으면 무관심, 아니면 피하기! 사석은 간단하다. 사석에서, 아니면 말고? 얼마든지! 응? 마음껏! 원하시는대로. 안될 게 뭔가. 그렇지만 사석이 아닐 때는 사석과 똑같지 않기를! 그 정도 세상사 일리를 누가 모르겠나. 그런데 문제는 공과 사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가.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타인의 마음을 알고 싶고, 뭔가를 엿보고자 하는 건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며, 오락산업은 물론이요 예술도 공과 사의 구분은 이미 옛날부터 희미해진지 오래다. 그렇지만 푼수가 나을 때도 있는데 이왕이면 바보보다는 천재가 낫지 않을까? 그러니까 '아니면 말고'의 대타들을 활용하면 어떠냐는 말이다. 예를 들어, 가. 해. 하지 마. 갔다 와. (친구끼리 가끔씩만) 꺼져! 오빠. 천천히 빨리 와. 살살 막 해. 됐어. 딱 됐고. 좋아. 싫어. 괜찮아. 나쁘지 않아. 아니. 그래. 될 수 있으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그래? 너무 기니까, 뭘 고민하니 망설이지 마 라는 뜻으로) 그냥 해! 그럼 또 즉각 천적이 고개를 슥 내민다. 뭐, 그냥 해? 그냥 하긴 뭘 그냥 해! 그렇다고 또 방법이 없겠나, 작전명은 역시나 뻔트다. 그렇다고 대항마가 어찌 없겠나. 쟤 뻔트마야? 이런 찌질한 놈 같으니라고. 야 재껴, 거포 어디 갔어, 홈런왕 내 보내! 아니다. 이번에는 마구가 뭔지나 구경시켜 주자.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 수도 있다. 뉴욕 사는 양키즈팬이자 관광업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다. 뉴욕에서 관광객이란, 그 마음 모르는 사람은 없다. 주택가와 번화가의 경계에만 살아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니 그분께서 들리는 얘기 대충 듣고 즉시 반사적으로 직감한다. 직업병일까? 아무튼! 뭐라고 편견과 선입견이 말씀하시냐, 이렇게 옆구리를 툭 건드린다.
북유럽? 짠돌이!
동유럽? 재미없어!
남유럽? 제멋대로!
서유럽? 꽉 막혔어!
그걸 반대로 해석하면 뭘까? 짠돌이, 이성적이고 질서 있다. 재미없어, 착하고 인심 좋다. 제멋대로, 예술적이고 재밌다. 꽉 막혔어, 친절하고 배려심 좋다. 뭐야 손님께서왈, 「그런데 어쩌죠. 전 아이슬란드 사람인데요. 아, 저는 섬 것들이라고요!」 뭐? 묻의 것은 깜짝 놀라며 주춤한다. 그러든 어쩌든 확률상 틀릴 수도 있다. 장사 하루 이틀 하나. 일상은 또 이어진다. 「뭐야 또 소세지 좋아하는 사람들이잖아? 쟤는 피자 쟤도 에스프레소!」 <아니면 말고>가 바로 이런 식이다. 「뭐야 이번에는 단체 관광객이네, 그런데 물량이 물량이... 오!」 응? 그래서 대충 비슷하게 생기면 전부 차이나, 아니며 말고! 「그런데 어쩌죠. 전 뉴욕 2포인트인데요.」 '아니면 말고'가 들으면 들을수록 재밌고 웃긴데, 개인적으로 그런 농밀한 사적 담론를 찾아서 알고 싶은데,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 세계 마초 협회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분들의 울분은 생각치 말자. 단지 스코트랜드에 사는 상남자들께 여쭤보자. 우리 터놓고 얘기하자면서. 가죽점퍼를 즐겨 입는 내 친구 중에 혹시 그런 친구 없냐고. 가령,
짠돌이에, 재미없고, 제멋대로요, 꽉 막힌 친구!
그 네 가지를 싹 다? 그런 친구 기분 나쁘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사실만 따지자면 오직 사실 아닐까! 뭐 아니라고? 그럼 뭐 아니면 말고! 아닌 게 아니다? 차마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기왕지사 말 나온 김에 한말씀 올리자면, 그분들께서는 뭐 그럼 좋다고 얼씨구나 하면서 스스럼없이 그 사실을 인정할까?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지적질은 어디서 지적질이야? 어? 내가 봤을 땐 늬가 꽝이고 내가 쿨해 임마. 어? 알어?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어?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안되는 거라고.」 라고 하시지 않을까? 그분들께서 저 네 가지를 어찌, 흔쾌히, 인정하시겠나! 게다가 한 번 큰 베팅을 해서 실패한 다음이면, 어쩔 수 없이 긴축 재정을 할 수 밖에 없는 형편도 있지 않겠나. 그러니까 난 아니라고? 난 절대 아니라고? 뭐, 아니면 말고! 웃자고 농담한 걸 가지고 그렇게나 도끼눈씩이나? 글쎄요 글세요.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가 나타났어. 아니면 말고!」 진짜 늑대는 괜찮다고 한다. 자기가 늑대니까. 자기는 진짜로 간혹 양떼 목장에 들르니까. 그런데 자칼은? 여우는? 너구리는? 필자가 만약 두더쥐라면 나까지 늑대로 상정한 채 '아니면 말고'라는 으쌰으쌰가 살짝 들린다면, OK! 왜 안되겠나, 나쁠 거 없다. 재밌다. 웃기다.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음. 딱히 언급하기도 귀찮음. 감정 요만큼도 없다. 「늬가 정말 그렇다고? 정말로 그렇다고 늬가? 이 자식이...!」 양치기 소년은 약 올라서 동네 넘버쓰리 꼬마한테 시킨다. 쟤를 더 약오르게 놀리라고. 그래서 막 두더쥐 앞에서 두더쥐 흉내내고 메롱 메롱 놀리고 비하에, 차별에, 조롱에, 따돌림에? ......(효과음)...... 내가 이상한 건가! 아무렇지 않네? 그걸로도 모자라 꼬마 녀석은 엄마한테 딱 걸려서 엉덩이 까여서 엄청 얻어터지고 수도꼭지 터진 것처럼 울고불고. 인형극이야 뭐야! 괜히 내가 다 미안하잖아? 이런 젠장, 뭐야 이거! 아니면 말고?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일단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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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느냐,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서 사람은 조금씩 바뀐다. 툭하면 '아니면 말고'였던 야망가가 '그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라는 호인으로 변하기도 한다. 막사는 듯했던 삼류가 대기만성해서 어엿한 어른이 되기도 한다. 짠돌이라는 낱말에 빈정 상하고 마음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검소한 소비 습관, 행복한 인생의 필수 요건이다. 기분파든 팔랑귀든 아낄 때는 아껴야 한다. 현명한 돈 관리, 인생의 장르가 좌지우지된다. 낮에는 오늘을 살자 라며 열심히 일하기. 해가 지면 내일은 없다며 풀 베팅. 아니면 일찍 집으로. 인생이란 사랑의 인사라는 꽃도 좋다. 하지만 금단의 열매와 달콤한 쾌락, 꿈 같은 전성기도 좋지만, 행복은 구체적인 것. 생업은 추상적이지 않다는 점. 먹고 살기의 제1번은 그 벌고 쓰기 라는 씀씀이인 것. 꽃과 화병의 애정도 모두 다 그 다음에 성사시켜야 할 부차적인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생존을, 인생 극장은 생업을, 배우 수업은 운명을 뜻하지만 그에 앞서 삶은 벌고 쓰기가 최우선! 그래서 배당률은 이따금 닭 알에서 오리가 태어나는 기적을 실현시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뭘로 봐도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가족마랄지 큰 재주 딱 1개만 타고난다랄지, 그것이 아니라 잔재주만 많다고 투덜거리는 일도 어찌 보면 복에 겨운 일일 수도 있다. 수트 입은 평범한 봉급쟁이, 흥정에 익숙한 장사꾼, 천직을 찾아 성공과 실패를 오가는 사업가. 7번마에 베팅할지 착실히 예금만 할지 야생에서 뛰노는 망아지는 나중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아직은 모른다.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 마치 사랑처럼! 어찌 됐든,
결론은 이렇다. 정작 절실할 때는 따로 있다. 아니면 말고, 가 딱 필요해서 최적의 대타가 투입될 적기는. 왜 연애 얘기할 때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으면 웃지 않을 수 없을까. 잘 아시다시피 다큐멘터리에 나오듯이 하고 또 하고 따따부따 아무리 반복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밀림의 맹수들이 아무 때나 최선을 다하면 진짜 먹잇감, 저거 잡으면 1주일을 안심할 수 있는 먹잇감이 나타나도 매가리없이 비리비리 불쌍하게 쳐다만 봐야 하기 때문. 충분히 잡을 수는 있겠지만 찰과상의 피해는 감수해야 하니까, 거기에 감염되어 1주일이면 꼴까닥일 수 있다는 걸 절대 모르지 않거든. 내 인생의 운명을 만났을 때! 뭘 해도 재미없고 언제나 작심삼일이었는데 마침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바로 그때가 되면 '아니면 말고'라고 말해서는 결코 안되는 거다. 뭘 하던지 '아니면 말고'를 남발하고, 습관처럼 '아니면 말고'를 오용하면 진짜로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될 탐스런 목표를 영영 놓치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다음에 갈 곳은 딱 정해져 있다. 곧 아무 말 대잔치와 자기 합리화 경연장일 수 밖에. 허풍 대회랄지 자랑 대회라면 차라리 낫고. 그처럼 '아니면 말고'식 배짱은 부릴 때와 대상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무턱대고 아니면 말고, 친구 따라서 어디 가고, 누구 따라해서 아니면 말고? 인생은 하루 아침에 답답하고, 시시하며, 하찮고, 짜증나며, 재미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 떼나 떼쓰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우기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바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고!
아니면 말고? 그거 다 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