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니면 말고 2

from 칼럼 2018. 11. 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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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사한 심성의 소유자들은 결코 드물지 않다. 예를 들면 이렇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헤어스타일, 의복, 구두, 악세사리의 총액이 얼마 이하인 서민이 평균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 과연 없을까? 유니언 잭은 패션 아이템으로 흔하지만 현지에서 그걸 돋보이게 입는 사람은 단지 극우 정치인 누구 정도뿐. 보이면 보고 들리면 듣지만 그걸 내가? 고상한 숙녀께서는 어떻게 입고, 무엇을 보며, 얼마나 세련되어야 할지 잘 아신다. 브랜드 로고조차 특정 국기와 비슷하면 숙녀는 사석에서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 서슴없이! 싸구려는 지나가던 개한테나 던져주라고! (그건 정당함. 옳음. 나쁘지 않음. 예쁨. 그렇지 않으면 사석이 아님. 친하지 않음) 우정이라면 썩 동의 못할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이 어쩌다 풍문으로 들리길래 오히려 오기가 발동해 그 옷만 샀던 사람. 없을까? 어디 출신 과티를 입는 친목의 범주에서, 유독 튀고 유난히 파격을 추구하는 한 친구 때문에 그 사교계에서 발을 빼고 싶은 심정. 사석에서 그런 말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너무도 친한 친구들 사이지만 지나치게 성대한 약혼식을 여네? 참석한 다음 각자 돌아가면서 할 말은, 짧게, 뻔하다. 하지만 우정은 영원하고.
    고결함에 대해서 친교가 아닌 혈연에서 일정 범위를 넘어서는 특별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부족할 것 하나 없는 그런 남부럽지 않은 집안에서 미운 오리 새끼도 그런 아이가 없다니. 진짜로 영화처럼 산다면서 완벽한 천재지만 막노동판을 전전하겠다고? 부모님 머리 위로 송글송글 부쉬쉭 수증기가 끓어오를 일이다. 사극만 봐도 반틈 미친 척해서 막판에 재기에 성공하는, 진짜로 미쳐서 목숨을 건지는 왕자도 나온다. 즉 탁월한 조건이 드물게 새똥에 해당할 수도 있고, 쾌적한 환경이 어쩌다 바나나 껍질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물론 개인의 자유이고, 그 비율 때문에 고된 일과 힘든 일을 도맡아 지구가 잘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층위라는 걸 알게 된다. 똑같은 상황과 똑같은 현상을 보고 사람들 생각은 제각각이다. 취향이니 존중해야 하고, 안목이니까 존경 받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천부적인 큰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살면서 잔기술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물건을 놓고서 <머머 내꺼랑 바꾸자> 라는 말은 틈틈히 반복된다. 어디 물건만? 사무실을 운영하는 아들이 사장이라서 엄마는 반찬을 전했는데, 거기 2인자인 사장의 친구&부하가 반찬 그릇을 깨끗이 씻어서 직사광선에 꼼꼼하니 말려서 돌려주네? 뽀드득뽀드득 뭐야, 냄새 0 이잖아! (너 워매~ 우리? 내!) 아들-하자! 라고 어른은 말씀하신다. 사랑이 무엇인가? 내꺼-하자 아니냔 말이다! 옥석은 가려지고 행운은 어디로 튈 줄 모르며, 시장이 있으면 고품격 사교계도 있다.
    수평. 보아하니 수평은 혼잡하다. 그렇다고 수직이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래서 나이트클럽은 오픈발이 중요하고, 바깥에 서서 선수 입장을 관리하는 절차가 더 중요한 법이다. 난 음악은 무엇만 듣고, 글은 딱 뭐-뭐만 읽고, 동선이야 미술관과 어디와 어디만! 그런데 따따부따 유명마를 탄 뱁새는 역으로 타인들을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잠자로 본다? 제발 스스로 알았으면, 알아서 거리를 두었으면! 직업인도 아닌데 날이면 날마다 해충-조류-심리학 연구에, 영화광도 아닌데 매일처럼 고스터 버스터즈를 보고 또 보기? (절레절레)! 귀족들 세상이던 옛날도 아니고 신분이니 재산이니 잘난 척이니 다 좋고, 얼마든지 괜찮다만 교양미가 무엇인지 만큼은 모르지 않았으면. 그게 아니라면 겉이야 똑같은 사람이라지만 서로 다른 종으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닭, 오리, 너구리, 딱따구리, 거위, 넙적부리 황새, 펠리컨, 기러기, 갈매기, 촉새, 나비, 나방, 날파리, 벌꿀, 모기까지. 가난해도 얼마든지 괜찮고 직업이 무엇이건 집안이 어떻건 다 좋다만, 거지라도 좋다만 우리는 그저 교양인으로써는 평범하기를. 개성으로 특별한 거야 얼마든지 갈채하겠지만, 교양과 상식은 고유한 개성과 달리 평범하기를. 따라서 숙녀는 기도한다, 부디 뭘 좀 아는 남자가 날 좋아했으면! 보던 TV를 끄고, 가던 클럽에 발길을 끊고, 사귀던 친분에게도 핑계를 골똘히 강구하는 일. 구독하던 과학잡지마저 튄다마와 침팬지 특집이라니! 피가로지에 기고하는 어느 칼럼니스트는, 타임스에서 은퇴한 문화부 기자는 그래서 날개 돋힌 듯 팔렸던 파울로 코엘료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눈길조차 줄 시간마저 인색해하는 게 지극히 정상이다. (옛날 기준으로 천하디 천한) 광대가 지금 세상에서는 자기가 자기 입으로 나는 아티스트, 너네는 대중예술가! 그분도 성격 보면 딱 그렇다. 자기가 어느 자리에 가서 2인자다? 2번은 없다. 친교를 오직 병풍들로만 구성하는 빼어난 재주를 지녔으니까. 특급 나이트클럽, 그리고 초-호화 요양원! 객관성을 따져보면 그렇다. 전자에 입장 금지 당하면 기분 나쁘고, 후자에 갔더니... 오오 저런! 은퇴 번복해도 관심이 뜨겁지 않으니까, 어떤 사업에 큰 투자를 했다가 이렇게 자조 섞인 한마디가 탄생한다.
   「오오! 하늘은 딴따라에게 큰 부를 허락하시지 않는구나.」
    그래서 난 행복해, 그의 인생은 불행했다 라면 차라리 낫다. 무관심에 인기 없음, 구애에 무반응보다는 말이다. 늬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라는 추접스러운 우정과 유치한 사랑. 그 외에도 수평적인 세상사의 다양성이라는 게 이렇다. 무명이 행인3의 시선으로 봤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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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번잡한 수평에 비해 비교적 수직적인 먹고 살기의 문제는 또 다르다. 먹고 사는 문제는 '아니면 말고'처럼 거칠고, 공격적이며, 사나운 성질을 띄기 마련이다. '아니면 말고'라고 주로 말하던 사람이 어느 날 보니 180도 바뀌는 일. 그런 말을 웃음의 용도로 선호하면서 그냥 무덤덤히 여기고, 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일. 그저 인생이다. 말도 말어 말도 마! 야 야 떴어 떴어 고개 돌려 고개 돌려 모른 척해 모른 척해! 먹고 살기가 그렇다. 사이코패스 직장 상사가 능력이라도 있으면 내 능력이 상승하는 동안 꾹 참을 수 있다. 그래야 한다. 하급자의 능력을 일취월장시키는 능력 만큼은 업계 최고니까. 그렇지만 어느덧 내가 연못만 해지면? 스카우터가 그 정도 감까지 잃으면 은퇴할 시기가 임박한 것이다. 현역 선수들의 전출-은퇴 시기를 관중이 따지는 일처럼.
    말습관에 따른 층위가 어떻고 함께 사는 세상이니 만큼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지만 다양성이란 건 여간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가령,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 법. 피부색이 까맣다면 속으로, 될 수 있으면 아프리카로 돌아가주었으면 하는 사람. 0명은 아닐 것이다. 나랑 생각과 구사하는 언어의 개수와 관습이 약간 다르네? 너네 원주민들 사는 고을로 돌아가라, 라고 거리에 나서서 으쌰으쌰하는 소수라고 왜 없겠나. 이를 테면 배보다 더 큰 배꼽은 차라리 낫다. 심지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 오히려 그거면 양반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어떤 비율이랄지 무슨 불문율 때문에 은근 꺼림직하니까, 왜 우릴 피하시오? 라~고 어떻게 없을 수 있을까! 동성애자들이 괜히 커밍아웃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일단 멈칫 해야 정상이거든. 서로 다른 걸 어쩌겠나. 오히려 멈칫 하면 최선이고, 너무 자연스러우면 차선이게? 구시대적 잣대를 들이미는 구체적 내용이 정말 어떤 것인지, 애들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싶은 마음. 어른들은 모르지 않음. 무대 위의 개 100마리, 1000마리가 있는 모습을 어떻게, 그 짧은 낱말, 그걸 어찌 내 입으로 말하리요! 좌-가죽점퍼요 우-수트가 있는데, 왜 슬리퍼가 나선단 말인가. 내 손에 패스트푸드점 케찹을 묻히라고? 아마데우스를 듣고 자란 희소품 최고급 스테이크를 놔두고? 영화에 나오기로는 중간보스도 그 정도는 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피어 신분께 피어 미만은 사람이 아니라 그건 일종의 짐짝이랄지 물건이었고, 지금은 겉으로는 평등해졌다. 그렇지만 생각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건대 (과거 기준에 해당하는) 칼춤 추는 사람과 백정은 있다. 현재 직업이 아니라, 생각을 표출하는 근거로 따졌을 때 말이다. 생선 팔고, 농업에 종사하며, 행복을 배달하는 게 뭐 챙피한 일이라고! 그게 아니라 내 안의 무의식을 온전히 바깥으로 다듬어서 내놓는 과정을 말하는 거다. 오직 무의식에서 의식, 의식에서 생각, 생각으로부터 말과 글! 순수하도록 딱 그 과정에 근거하여, 그 기준에만 따르자면 옛날 세상의 칼춤 추는 사람과 백정은 있다. 아니, 많다. 엄청 많다. 말도 못한다. 오히려 오락산업이 제일 반기는 부류 가운데 하나가 그것이다. 곧, 옛날에 귀족들은 사냥을 했고, 지금 세상 뉴질랜드에서도 낚시로 물고기를 잡자마자 슥삭슥삭해서 생으로 먹기도 한다. 잘 익지도 않은 생두로 커피를 뽑듯이 말이다.
    한편, 집고 넘어갔으면 싶으신 분도 계실 테니 잠시만 한말씀. 앞서 뭐,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 법? 못생긴 사람 이거 정말 서러워서 살겠나! 단순함 1.0을 심하게 2.0까지도 말고 살짝만 틀어보자. 대폭이 아닌 소폭만 부분 업그레이드 말이다. 재미없는 풍요이자 불행한 갑부가 낫나, 아니면 행복한 평민이요 정겨운 가난이 낫나! 물론 우월한 신체조건 빼고 모두 가진 남자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누구나 장단점과 더불어 제약은 있고, 하루 3끼 먹는 건 똑같다. 나이 들면 팔과 목이 짧아지는 것도 똑같다. 초-갑부와 유명인이 눈총을 얼마나 받고, 입길에 어떻게 오르는지 자세히 알면 까무러친다. 아무도 부럽지 않다는 어르신이 계신 반면, 회춘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걸겠다는 멋진 늙은이도 있다. 좌우간 모든 것을 가진 노인보다는 맨발의 청춘이 낫긴 낫다는 데 반대표는 많지 않다. 인생은 생각하는 태도 반에 희망적 자세가 반이다. 물론 액면은 긍정이더라도 필요하니까 부정적 사고방식도 대타로 거느린 채 말이다. 반틈 일한 밭! 남은 반틈 언제 다하지? 반대로 반틈 했으니 반틈만 하면 되겠네! ~라는 마음가짐과 몸가짐! 50 대 50을 장조냐 단조일 것이냐, 개인의 자유다. 외모도 한몫하는데, 외양과 웃음 같은 거. 그리고 스타킹. 스... 뭐? (말리지 마 아직 안 끝났어. 거의 막판이니 기다리라고 이 친구야) 슬리퍼가 가죽점퍼와 수트들을 오래 관찰하다 보면 보인다.
    결론은 이렇다. 놀랍도록 간편하게 유명해질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니 약간 애매한 일에 대해서까지 아니면 말고? 한 번쯤 생각 좀 해볼 일인가, 스스로 판단하기를. 뭐든지 대부분 차분히 생각을 하면 알 수 있다. 워낙 세상사가 발전하니까 기계가 나보다 더 똑똑해지고, 생각마저 기계가 대신하니까, 자꾸자꾸 생각을 덜 하고 안 하게 되는 듯 해서 잠시 잔소리가 늘었다. 만약 플라톤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에 와서 뭔가를 진단한다면 그렇지 않을까 라고 추정해봤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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