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자 대 남자가 아니고. 여자 대 안 친한 여자도 아니고. 친한 동성 친구끼리, 여자의 대화법.
내 얘기의 종류 (내가 화자든 청자든 주인공이 나일 때)
- 자학-자조 ────> 고급 유머 (직접)
- 자기 자랑 ────> 자랑이란 하기보다 듣기로. 단, 아주 친하면 OK. 1번을 바닥에 깔아주면 얼마든지!
- 칭찬듣기(장점) ────> 겸손 (식상)
- 칭찬듣기(단점) ────> 광분. 격분. 뚜껑 열림. 여자들 공공의 적.
- 험담 듣기(직접) ────> 고급 유머 (간접)
- 험담 듣기(간접) ────> 여자가 여자를 남 얘기. 깔 만하니까 깖. 극소수 취향일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닐 때. 원인이 분명 있음. 특히, 존재 자체가 남자&여자 속 뒤집어지게 만들 때. 차라리 파벌보다 개인 플레이가 나음.
남 얘기하기. 뒷담화.
- 험담 (장점 까기) ────> 질투. 시기. 부러움. 선망. 수다. 인간미.
- 험담 (단점 까기) ────> 남남이면 OK. 친하면 재미 예의 기쁨. 안 친하면 싸우자.
- 칭찬 (장점 칭찬) ────> 평범 (식상)
- 칭찬 (단점 칭찬) ────> 광분. 격분. 뚜껑 열림. 여자들 공공의 적.
좀 더 간출이자면 이렇다.
- 뒷담화 (험담이든 그저 사는 얘기든)
- 칭찬 칭찬─겸손 겸손─자랑 자랑 (내 자랑은 제일 마지막 순서)
그렇듯 여자 세계 불문율 1과 2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일단 자조 개그! 내가 먼저 스스로 발가벗고 춤추고, 나체로 쌩쑈하며 깽판을 쳤는데. 그 의미가 뭐겠나. 솔직해지자 아니겠나. 어? 우리 놀자! 그래서 순서가 중요한 것. 날 까고 상대를 띄워서 바닥을 따복따복 다져놓으면, 그 다음에 아무리 자랑해도 얄밉지가 않은 것.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는 것. 제일 먼저 내가 날 깠으므로, 따라서 나는 남을 깔 수 있다 그래도 된다는 것이다. 널 띄우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날 깠으면 거기서 끝일까? 그럴 리가 있나.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지. 친하면 친할수록 그러면 서운한 것. 더없이 섭섭한 일. 나 까고 너 까고 제3자도 까고 다 까자, 라는 스타일 농담. <같이 죽자>식 유머. 그녀들 세계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일 뿐. 자조 개그가 바로 그래서 타율이 좋다. 일단 쳤다 하면 기본 2루타다. 스치면 골찬스. 뻔트만 대도 파울 홈런이다. 날 까고, 웃겼고, 분위기 좋고, 날 낮췄으니 여자들한테 탄탄한 지지를 얻고. 내 친구를 내 맘대로 원없이 까도 되고. 그러지 않으면 안 되고. 반드시 그래야 하고. 안 그럼 친한 게 아니고. 어디, 폭로전 한번 해 말어? 뭘로 봐도 손해볼 건 없다.
자조 개그 예. <남자 A + 여자 D> 일화. 결혼 전에 무슨 여자가 남자의 큰 빚을 모두 갚아줬네 어쨌네. 말들 많았지만...... 사실은 아니죠. (어쩌고저쩌고) 그이 취미가 뭐냐, 스쿠버다이버죠. 그럼 바다 속에서 주로 뭘 볼까요, 뭐긴 뭐에요. 해삼, 멍개, 말미잘, 오징어, 문어, 낙지, 바다거북이죠. 그처럼 어류를 자꾸자꾸 보고. 자주자주 보고. 그러다 보니 친숙해지고 친숙해지고. 그럼 아마도...! 설마 그래서? 설마가 아니겠죠. 설마가 사람 잡는다 하지 않나요. 일이 그렇게 된 거죠. 그렇죠. 그러던 어느 날 우린 여행을 갔죠. 우린 한 번 가는 데만 계속 가죠. 그렇죠. 그렇게 여행지 음식점에서 우린 분위기 좋았죠(남자 A + 여자 D는 과장이고, 그냥 남자가 조금 나아보인다는 뜻). 전 기분 좋아서 또 쾌활하게 웃었죠. 푸하하하하하하 그렇게요. 그런데 대뜸 저의 폭소에 주인장 아주머니께서 독특한 웃음소리에 부쩍 좋아하시던 걸요. 막 더없이 호감을 표시하시더라구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둥 뭐라는 둥. 그래 주인 아주머니 한말씀 더. 뭐라고요?
주인장: 「이런 여자 잡아야 해, 응? 꼭 잡아야 한다고. (삶의 활력소니 뭐니 어쩌고저쩌고)」
남자왈: 「감사합니다. 그럼. 얼굴은 어때요? 얼굴은요?」
주인장: 「감수해야지. 뭘 다 가질려 그래?」
(효과음) (효과음) (효과음)
그런 못난이라면(매력 넘치나 말하자면) '남자 A + 여자 D'일지라도 그 사랑이 아름답도록 다 옆에서 포장해준다. 응원해준다.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보면 볼수록 여자 D는 예뻐보인다. 알고 보면 D도 아니다. 3 대 3, 4 대 4로 소개팅하다 보면 미녀, 선녀, 공주병녀, 귀염녀, 화장발녀, 섹시녀, 부자녀 등 다 빼고 결국 재밌는 숙녀에게 남자들 관심이 합심하여 몰리는 일. 몰표. 그래서 발생하는 것이다. 단, TV 연애 프로그램 같은 데서 미녀가 자긴 남자를 사겨본 적이 단 1번도 없다며 고백했을 때는 딱 빼고. 왜냐하면 그건 몰표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 그렇듯 여자 세계에서는 나를 낮추면 낮출수록 내 가치는 상승.
그런데 그게 아니라 시작부터 끝까지 내 자랑에, 내 장점을 자학하고, 친구의 단점을 칭찬한다? 매를 버는 걸로도 모자라 욕을 아무리 얻어들어도 싸디싼 여자. 천성은 모르겠다만 일시적이라면 비툴어진 원인이 분명 있을 테고.
즉 내 편일지라도 자리에 없다 싶으면 일단 절반은 까이는 것. 화장실 가면 화장실 간 숙녀는 까이고, 안 간 여자들은 까고.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진짜로 심하게 헐뜯지는 않을 테고. 그러기를 바람. 기원. 애청). 그렇듯 <까냐 까이냐>라는 능동격에서 피동격으로의 전환이 진짜. 그게 바로 국면 전환인 것. 물론 친하면 친할수록. 시시각각 분위기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여심은 신비로울 정도로 변덕스럽고. 숙녀는 자기의 마음조차 스스로 때로는 잘 모를 수 있고.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아리아, 여자의 마음이 바로 그런 것.
고로 여자끼리 나누는 뒷담화는 어느 정도 화기애애, 아자아자 으쌰으쌰일 뿐. 남편 흉보기 만큼 재밌는 게 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있겠나. 거의 없다 거의 없다고. 남편조차 속 시원하게 까이는데 못 깔 게 어딨겠나. 그런데 그게 와전되었을 때. 우리는(남자들은) 또 오해하는 것이다. 간접화법은 어이없이 직접화법으로 가치 폄하되는 것이지. 한 번은 곡해요 한 번은 조롱. 다시 한 번은 투정 한 번은 응석. 툭하면 불만에 기분이 좋지 않은 이상 냉소. 성격 좋으면 아닐 테지만, 일단 남자 평균이 그렇다. 그러므로 남녀는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피차 손해인 것. 다만 우리는 먹고 먹히는 속고 속이는 밀림에서 생쥐를 잡을 때조차 최선을 다한다는 점. 3일 굶다가 녀석을 잡아먹고 나서 3주일을 쫄딱 굶을지도 모를 테니까. 그런 다음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는 게 아닌 것. 초식동물의 특징인 뿔과 발굽. 하이힐은 발굽이고 뿔은, 뿔은, 개뿔 사람한테 뿔이 어딨어.
2
<보너스. 남녀의 대화>
어쨌든 말이 통해서 법적 부부가 되었다는 남녀. 축복해드려야 하고 천생연분을 만난 걸 감사하지 않으면 안된 일. 그런데 오락산업에서 세뇌 받은 우리. 결혼 전과 후. 180도 돌변하는 늑대. 없지 않거든.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 초딩은 1주일 사귀다 헤어지고, 십대는 1달 썸타다 헤어지고(갈아치우고?) 100일 사귀다 헤어지는 일. 옛 정서가 기반이 되어 평생을 달려온 야생마는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 그냥 그렇구나 고개만 끄덕거릴 뿐. 일명 세대 차이. 그런 야생마가 꼰대 지수와 허세 지수와 허영심 지수가 모두 정상 범위 안에서만 왔다 갔다 하면 몰라도. 그게 아닐 때. 야생마와 경주마와 펭귄이든 뭐든 그 뭘로도 변신할 수 있을 때. 여자가 나중 한쪽 눈 감고서 결혼했다는 걸 깨닫는 일일 수도 있다. 남자는 두 눈 부릅뜨고 결혼하고, 여자는 한쪽 눈 감고서 결혼했다가 나중 머리 위로 수증기 모락모락 피어나고. 남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화법도 다르고, 성적 취향도 다르고, 노는 방식도 다르고. 그래서 대화법도 달라야 정상이다. 남녀가 말이 통한다? 비정상이다. 때문에 말이 통한다면 의심을 해야 한다. 굶을대로 굶어서인가, 조강지처로써 데려다 앉힐 셈인가 판별을 해야 한다고. 아님 여자를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이제야 여자의 마음과 성격을 본다던가, 할 거 안 할 거 다 해 봤기 때문에 재밌는 여자를 고른다던가. 그냥 단순히 트로피 와이프를 찾는지 아닌지 보면 보인다.
- 남녀는 대화방식이 다름 : 그걸 재밌게 받아들인다.
- 남녀는 대화방식이 다름 : 그걸 재미에서 싸움이나 토라짐쪽으로 이동하는 형편.
- 남녀는 대화방식이 다름 : 싸움도 지겹고. 대화도 별로고. 통상 듣기는 싫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식이다.
1은 20살이랄 25살일 수 있고 첫사랑일 수 있고. 2는 30살이라거나 연애 경험이 쌓였을 때, 만난지 오래될수록 그럴 수 있고. 3은 누가 봐도 한 사람을 깊이 알았을 때. 그게 진짜다. 그래서 남녀는 말이 안 통해야 정상. 그 전제를 알고서 시작하면 오히려 발전 가능성이 크다. 길이길이 사랑하며 행복해질 가망성이 많다고. 장기전으로 같은 편으로 오래토록 다정할 공산이 크단 말이다. 그런데 그 전제를 속여서 (싫지만) 억지로 맞춰주기 식으로 그냥 사냥하기. 나중 문제가 붉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남자는 두눈 부릅뜨고 결혼하는 거고, 여자는 한쪽 눈 감고서 결혼하는 거고. 그런 사례가 발생하는 이치다. 1에서 3으로 라는 사랑. 어디 말만 그러겠나.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 뚝 끊기. 대화를 하는데 각자 말하고 싶은 거만 말하고, 듣기 싫은 건 거르기. 곧 말만 하고 듣지 않기. 걸을 때만 봐도 함께 한 기간과 거의 완벽히 비례한다. 요컨대 사귄 기간과 정비례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사랑이 꽃필 때야 두손 꼭 잡고 팔짱끼고 알콩달콩. 그러나 점점, 점점, 점점. 나중에는 1미터, 2미터, 3미터, 5미터, 7미터 앞서가고 뒤에 따라가고. 여자는 나중 '잔말 말고 따라와'식으로 앞서가는 꼴을 못 봄. 하다 하다 의전을 간만에 선사할려다가 남자는 망신당함. 그러다 각방을 쓰게 됨. 바로 그렇게 잠을 따로 자게 되는 것이다.
3
뽀너스 2.
속담에 따른 사랑 이야기.
- 사람의 본심을 알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 단, 노출된 정보의 총량이 적을 때에만. 직감이자 눈썰미에 직관력 다 놔두고 뭘 모를 때. 그러고선 뭘 좀 아는 남자와 말이 통하는 남잘 찾고. 드러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래프 선은 직선이 아닌 곡선을 띄는 것.
- 술병이 열렸으면 마셔야 하는 것 : 물러서도 좋나? 질 수야 없지! 연애가 뜨겁다? 갈 데 까지 가 보는 것. 단, 속아도 괜찮은지 미리미리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질 것. 연애 상담 태반은 그런 것. 미안하지만 넌 섹스용이다, 냉소꾼이 단 댓글 그게 바로 정답이거든. 뻔트요 풋사랑이자 쨉을 무슨 거창한 연애이자 사랑씩이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기 전에 미리미리. 여자만 손 놓으면 언제 끝나도 끝날 연애. 어차피 초장에 여자가 몸부터 베팅한 사례. (1) 여자가 남자를 따먹은 일 (2) 여자가 남자에게 성상납한 일. 어차피 그런 연애 상담은 연애 상담이 아니라 1 아니면 2인 것. 무슨 그걸 연애상담씩이나. 만약에 골탕먹었을 때 내가 무엇까지 감수해야 하나, 그 대가는 예상보다 2배 4배 8배 16배 클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세상사. 눈 뜨고 속눈썹 떼어가는 세상. 뭐 낙타 눈썹? (절레절레) (절레절레)
- 다 된 것 같다가도 안되는 일이 있다 : 거의 거의, 거의 다 거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거의 다 따먹은 거나 마찬가지인 기린의 열매. 올라갈 수 없는 나무, 여우는 속이 탄다 속이 타. 그림의 떡을 거의 거의 점령이자 정복할 뻔 말 뻔 다시 거의 따먹을 뻔 했는데, 이걸 어쩌나! 간발의 차이로 실패. 애태우다 남자만 폭삭 망함. 부어진 포도주라고 삼켜진 것은 아닌 법. 웨딩 마치 울리며 식장에 턱시도&웨딩드레스로 입장허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 그게 사랑. 뿐인가. 그걸 시작으로 뚜껑 열릴 일이 어디 한두 가지여야 말이지. 아니 그런가? 쩝쩝쩝쩝 후루루쩝쩝 쩝쩝쩝쩝 킁킁 킁킁킁 쩝쩝쩝쩝 냄새는 또 어떻고. 심지어 구멍만 보이면 다 넣을려고 해! 투우사는 여자의 마음, 투우사의 치마는 여자의 몸.
- 엄하기보다는 부드럽게 하는 게 남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 술 보다는 꿀로 파리를 잡는다고 하지 않나. 폭풍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지 못하지만 쨍한 햇볕은 다르다는 거. 허나. 아무리 말해도 소 귀에 경 읽기. 쩝쩝쩝 공기 반 소리 반, 그거 노래 부를 때 하는 거 아닌가? 나 지금 맷돼지랑 식사하니 아님 오빠가 참새랑 겸상하니. 라고 쏘고 쪼지는 않겠지만. 돌려서 말해도 못 알아먹고, 완곡하게 표현하면 딴청에, 직접 말해도 웬만하면 소용없음. 오히려 면박맞음. 화냄. 짜증냄. 그런데 시댁에(또는 처가댁에) 갔더니 나 빼고 다 쩝쩝거리며 먹어. 쫩쫩쫩쫩. (절레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