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상한 우정

from 칼럼 2018. 11. 19. 16:01
    1

    사랑이 인생의 전부일까 아닐까가 본 칼럼의 주제는 아니다. 이번 편에는 우정. 그 중에서도 이상한 우정이 주제다. 왠지 모르게 삐그덕대는 우정. 잘 살펴보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분명 원인이 있다. 왜 그럴까 매번 기승전결을 분석하며 겨우겨우 버티는 우정도 있지만, 사랑 싸움처럼 매번 반복되는 우정의 정형은 그 틀이 굳건해서 도저히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애매한 우정의 근근한 애매모호함을 누가 속 시원히 알려주지도 않는다. 알긴 아는데 타인에게 명확하고 쉽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런 드문 사례에 대해서 왜 그럴까를 알아보는 시간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오래 살면 숨쉬는 모습도 꼴보기 싫네 어쩌네. 그런 시기가 있다. 쉬운 말로 권태기랄지 이별이 가까워져 오는 전조에 해당할지도 모르고. 씌워졌던 콩깍지가 벗겨지고, 환상이 깨지며, 솔직히 사석에서 하는 말로 갈 데까지 간 경우. 곧 그 지점에서 슬럼프를 이겨내냐, 아니면 어쩌냐. 그런데 그건 사랑이고, 우정으로 돌아와서. 나는 왜 저 친구가 아무 이유도 없이 싫을까, 대체 왜 쟤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손만 까딱해도, 입만 뻥긋해도 싫을까? 여러분, 그런 고민 한번쯤 해보시지 않으셨나요? 자, 왜 그런지 그 이유에 대해서 명쾌히 따져보기로 합시다. 하면 되죠. 못할 건 뭔가요. 그렇지만 <안되면 말고!>는 절대 아니랍니다. 허허허. 도대체 왜 저 인간은 혐오 곤충처럼 꼴도 보기 싫은지 그 원인을 조목조목 살펴보기로 하자. 왜냐, 대관절 왜! 그 이유를 속시원히 알자면 우선 원리를 분석해야 한다. 그럼. 그럼 일단 도표를 그려보는 게 좋겠다. 그 도표를 보고서 찬찬히 생각만 해도 적어도 절반은 '왜'와 '어떻게'까지 해결될 것이다.

                A          B
    남자      제비      뱁새
    여자      파랑새   참새

    곧 부러워하느냐 부러움을 사느냐, 질투를 하느냐 질시를 받느냐! 대체로 어떤 사이든 큰 문제는 없다. 인간관계라는 게 이 도표처럼 단순하지는 않듯이 현실은 만화영화도 동화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간혹 발생하는 불쾌함, 퉁명스러움, 세한 기분. 응? 짜증나고 뚜껑 열려서 한 소리 하고 싶은 심정. 캬~, 난 쟤 무조건 싫어. 난 쟤랑 말하기 싫어. 아아 빡돌아 오오 빡쳐! 라는 기분. 드물게 있다. 없을 수 없다. 그 미운 상대가 친구일 수도 있고, 그 싫어하는 대상이 더 약한 관계랄지 브랜드일 수도 있다. 그처럼 꺼려하는 범위가 많이 크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겉에 걸친 의복의 총액이 얼마 이하인 사람은 보기 싫어서 대중 교통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처럼 꺼려하는 범위가 멈추지 않으면, 짜증 레벨 계기판의 빨간 막대가 내려가도록 미리미리 손을 써야 한다. 영화처럼 분노 게이지에 무신경하면 안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멜라토닌 분비량, 음주가무, 연애, 소개팅, 취미, 잠, 폭식, 담소, 산책, 으쌰으쌰, 기타 등등. 그렇다면 먼 길 돌아가지 말고, 일단 목표점을 확실히 콕 찍어서 결론 먼저 밝히자면 이렇다. 왜 싫은가?
    정답1은 이유 없다-다!
    정답2는 짜증나니까 짜증나는 거다.
    정답3은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 즉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 어울리지 않기 때문.
    정답4는 싫은 상대가 잘난 척 하니까.
    안 그래도 싫은데, 그 싫은 극혐 곤충이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며 잘난 척에 나대기 일쑤다? 그건 뚜껑 열리는 게 당연한 거고, 물론 참으면 더 좋겠지만, 문제는 얄미운 상대가 멀거니 가만 있을 때. 그때도 싫다는 거! 그렇다고 그 인간의 뒤통수를 그냥 빡~ 칠 수도 없고.
    자, 그럼 원인은 나왔으니까 해결책을 찾아보자. 해결책? 그거 모른 사람도 있나! 이미 다 알고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지, 줄달린 치즈를 살살 당겨서 10시 방향의 어떤 뒷모습에 잠깐 눈길을 빼았겼던 소비자를 2시 방향으로 슥 유혹하는 광고. 그걸 누가 모르겠나. 카페에서 황야의 카우보이처럼 판토마임 하듯 줄을 짜고 묶고 엮어서 휙휙 돌린 다음 슝~ 던져서 낚였다 치고 끌어당겼더니, 진짜로 그렇게 여자를 꼬셨다? 드물게 그런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알던 사이인 경우다. 해결책? 안 보면 그만이다. 그게 제일 좋다. 각자 행복한 인생에 집중하는 것. 사랑하기에도 짧은 생애인데 뚜껑론을 완성할 게 아니라면, 뭐한다고 일부러 빡치는 감정을 붙잡고 날마다 씨름할 필요 있나. 그래서 오늘도 법원으로 사이 좋게 향하는 남녀는 끊이질 않는다. 우정이라면 흔들린 우정이 되기 전에 그래야 한다고 우리들은 농담한다. 어디에서 여자를 만나면 일단 누구 아냐고, 먼저 물어본 다음에 만나라고. 그런 말이라면 나라도 하겠다, 까지 갈 것도 없다. 어른들은 모두 다 천재인데 뻔한 말 반복하는 건 입만 아플 뿐이다. 그렇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사랑은 해야 하니까, 남자는 아니 내가 대인배니까 헤어질 수 없다? 정신감정도 받고, 관련 서적도 읽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견디던가 이겨내던가 해야 한다. 시시한 해결책이 본 칼럼의 주요 목적은 아니니까, 다시 왜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격정이 발생하는지를 다시 알아보기로.
    대체로 너와 내가 잘 어울리면 문제는 없다. 그걸 바로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드물게 상극이 만나면 썩 아름답지 못한 질긴 인연처럼 보이기도 한다. 짧게 악연이라고도 한다. 이때 다시 그 감정이 발생하는 관계에 주목해보자. 곧 어디를 가든 4가지로 나뉠 것이다.
    첫째, 친하고 좋다. (티끌이 0일 수도 있고, 1이상이더라도 쌓인 거 풀면 그만. 만사 OK)
    둘째, 친한데 꺼림직함. (그 친함이 자의든 타의든 먹고 살기 때문이든)
    셋째,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감정 없음)
    넷째,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말 한마디 안하는 사이지만 괜히 밉상)
    지금 논점은 둘째다. 친한데 꺼림직하냐! 응? 친구 파도타기로 엮인다면 넷째도 똑같다. (딱) 그건 그럴 수 밖에 없다. 일단 서로 안 어울린다. 제비와 뱁새! 제비는 아무것도 안하든 아무 말이나 하든, 아마 손 하나 까닥 해도 뱁새는 좋게 보지 않을 걸? 남자 세계에서 그렇다면 여자 세계도 똑같다. 파랑새와 참새! 그렇지만 어려서 동화도 읽고 만화영화도 보며 시트콤과 일일드라마가 뭔지도 아는데, 내가 대인배야 그러니 친하게 지내야지 라면서 1번─2번─3번 친교를 시도한다. 그렇다고 여우와 두루미가 꼭 붙어다닐 수는 없다. 더 친해져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제비와 뱁새! 파랑새와 참새! 우정에 대해서 각자의 기분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2

    예 1번. 뱁새와 참새의 사랑. 천생연분이다. 다투며 아웅다웅하지만 사랑을 꽃 피우고, 거리에서 자랑스럽게 손 잡고 다니는 사이다. 그런데 여자 참새가 내 남자인 뱁새에게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주네. 이른바, 파랑새! 뭐? 뱁새는... 뱁새는... 뱁새2에게 쪼르륵 달려간다. 감정은 미묘하니까.
    예 2번. 뱁새의 입장을 잠시만 헤아려보자. 뱁새는 그런다. 뱁새와 촌닭이 우정이라면, 경쟁하듯 놀면서 서로 띄워줄 때 띄워준다. 한쪽에서 야 머쉰, 하면 한쪽에서 미스터 호스! 아주 놀고 있네? 잘들 논다, 어, 잘들 놀아! 진짜로 아무 문제 없다. 주변에서 그 단짝의 우정을 부러워하고, 처음 보는 여급도 대번에 알아본다. 그 정도 단짝은 드무니까, 여자가 먼저 알아보니까, 즉각 물어본다, 둘이 친하냐고! 뱁새와 촌닭 그 둘만 있으면 <늬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에서 <머쉰과 말>이라는 뽐냄과 띄워주기를 오가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뱁새와 촌닭의 잔잔한 사이에 누군가 꼭 끼어든다. 어? 무인도가 아니니까. 그 둘의 우정을 시샘하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가령 <촌닭, 촌닭 여자친구, 뱁새>. 그렇게 셋이 식사하는 자리. 뱁새는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자긴 망했고 기분은 꽝이며 표정은 망가졌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뱁새, 촌닭, 늑대, 늑대의 여자친구>. 그렇게 넷이서 만난다. 촌닭이 늑대의 여친에게 공인 받은 눈치네? 뱁새는 광분한다! 촌닭이 언젠가 초딩을 만났다더라, 어쨌다더라, 그야말로 미쳐버린다. 고삐 풀린 망아지는 딱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뱁새는 자기 단짝인 촌닭의 어느 계정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그 계정으로 인터넷에서 활동하면서, 상대의 뭔가를 훔치고 엿보며 코스프레까지 한다.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기존의, 처음의 누굴 만나기까지 한다. 그렇게 결국 막장 드라마를 진짜로, 기어코, 완성한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게 뭐냐면, 뱁새는 촌닭한테 그걸 또 순순히 고백한다. 그렇다고 '재밌다&씁쓸하다'가 반반 섞인, 응? '기묘한 고개 각도 + 상한 미소'로만 답한 상대는 또 뭐고! 아주 정말 끝까지 황당하구만 그래. 무슨 성장 드라마 영화 찍나? 하나 분명한 건 그런 단짝 결코 흔치 않다. 살면서 이런 우정 일평생 단 1번도 못 겪어본 사람 아마 쑤두룩할 것이다. 사연이 있었으니까. 그 무슨 우정의 애증이야 뭐야! 늬 바나나가 내 바나나보다 어쩐다는 말이 내 귀로 쏙 들어왔다느니 어쩌느니, 그 말까지? 참 나! 하긴 그 뱁새 입장에서는 자기의 모든 인맥을 소개시켜줬고, 내 모든 것을 다 공개했으며, 95퍼센트 먼저─많이─내내 연락했고, 동업만 몇 번이요 놀기는 또 얼마나 중첩됐는데? 하다 하다 간지럽고 챙피하게도, 어려운 시절에 남자끼리 생일 카드마저 적어준 적이 있다니! 거 참 별 이상한 인연도 다 있지. 지하세계를 탈출해야만 했던 때. 보석상에서 귀걸이 한쌍을 사서 한쪽씩 나눠 끼던, 난봉꾼 명콤비의 브로맨스야 뭐야! 하여간 별 희한한 일을 다 보겠네, 것 참 별 희박한 우정을 다 듣겠구만. 그런데 또 나중 개인 홈페이지에서 '단짝-준단짝'들을 다 함께 마주 대하니 것도 참 느낌 괴상하더군. 뭐 그건 그렇고. 그래서 또 다른 뱁새는 여자친구의 닦달에 혈안이 되어 촌닭인지 제비인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해한다. 지는 비교는 듣기도 말하기도 싫은 뱁새, 만사가 딸랑딸랑 반짝반짝 뿌잉뿌잉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예 3번. 그러니까 <촌닭, 뱁새, 제비>라는 남자 셋의 우정에서 서열이 어찌 되는가가 중요하다. 일단 나열하기로는 뱁새는 넘버2다. 물론 본인은 인정하기 싫을 테고. 그걸 어떻게! 게다가 원래 촌닭과 뱁새의 2강 구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제비가 어디서 느닷없이 날아왔네? 갑자기 허락도 없이 끼어든 거지. 말은 안했지만 촌닭과 뱁새는 그런다. 자기가 대인배고 친구는 1.1이나 1.2 정도라고. 내가 다 봐주고 마음을 열고 받아준다고 여긴다. 서로 똑같이. 그랬는데, 딱 그랬는데 뭐야 이거! 제비가 오더니 자기는 넘버2도 아니고, 부동의 넘버3로 밀리네? 것도 하루아침에! 미치고 환장하고 펄쩍 뛸 일이 바로 이거다! 안 그래도 형편은 비리비리하고 희망마저 궁색한데? 심지어 촌닭은 촌닭인 걸 어찌 숨기나, 자기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는 둥 날 부러워하지 말지 그랬냐는 둥 자기한테 열등감 느끼지 말라는 둥, 그러는데? 뱁새는 뚜껑 열리고 빡치다 망하는 거다. 그럼 그 얄미움은 다 어디로 향할까, 제비는 가만 있어도 제비인데? 뭘 해도 밉고 입만 뻥긋해도 손만 까딱해도 미운 것이다. 존재 자체가 밉상이 따로 없지. <촌닭, 뱁새, 제비> 사이에서 제비가 자기 비하 유머를 시도하면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자기 비하? 촌닭은 짜증낸다, 자기가 그걸로 못 웃겼으니까. 허나 뱁새는 좋아하며 어깨동무를 시도한다. 자기가 제발로 내려갔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그거지. 반면 제비가 꺼벙한 몸개그를 시도한다? 간혹 빵긋 하며 웃는다. 아주 드물게. 덤앤더머가 따로 없다. TV에서 일류가 잘난 척하는 건 눈물겹도록 웃기고 재밌는데, 나머지가 그걸 따라서? 말말자, 그런데 제비는! 그거다. 딱 이거다. 이류는 참고, 2.5는 상도덕을 지키며, 삼류는 미리 걱정한다. 혹시 내가 나서면, 시청자는 그러지 않을까, 쟤는 지가 뭔데 막 나서서...! (실제 그런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뱁새-촌닭-참새들 사이에 소음은 없을 수가 없으니까) 그러다 뜬금없이 얼굴 두꺼운 뱁새가 혜성처럼 나타나서 재수없는 캐릭터로 은근슬쩍 자리잡는다. 먹고 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락산업은 풍선껌을 파는 마술쟁이이니까. 아득바득 치열한 다큐멘터리 세계니까. 원리가 이럴진대 절망적인 시기의 뱁새와 불행함에 침체된 참새 앞에서 잘난 척을? 물개박수라면 감지덕지. 광대의 운명이란 클라우드 나인이자 동시에 감수해야 할 그 뭔가도 있는 것이다. 즉, 잘난 척마저 내 소관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여자의 우정을 봐도 마찬가지다. 친구를 가볍게 놀리는 건 촌년끼리 우정의 척도인 것. 곧 남자 우정이 <늬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에서 <머쉰과 말>를 오가듯이 여자는 그런다. 여자 우정은 친구 놀리기, 친구 띄워주기, 자기 비하, 겸손하게 자랑, 미안, 선망, 회상, 소비, 사치, 꿈, 남자 얘기, 또 남자 얘기, 일단 듣기, 기타 등등. 남자보다 훨씬 원리가 복잡하고 불문율이 다망하다. 그러니까 많은 남자들이 잘 도전하고, 잘 참고, 잘 지내다가 때때로 중간에 나가떨어진다. 그런 한편, 여자 세계에서 그냥 가만히 있어도 아무런 소란을 피우지도, 나대거나 말하고 나서기도 좋아하지 않는 존재를 두고 뭐라 하나? 둘 중 하나다. 첫째 여자도 미녀를 좋아한다, 둘째 (자의든 타의든 분위기 때문이든) 재수없다고 여긴다! 첫째 유형의 여자도 있고, 둘째에 가까운 여자도 있다. 보통은 그 둘을 왔다 갔다 한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대충 반반이던가 8 대 2 던가, 그때 그때 다르다. 이때 불문율은 프리마돈나, 수석 발레리나, 여주인공은 암묵적으로 어떤 기준선이 정해져 있다는 것. 그 때문일까? 어떨 때 괜히 누군가 존재 자체가 싫고 옆에 있으면 그냥 미운 거다. 응? 안 그래도 꽃은 꽃인데, 파리부터 나비까지 죄다 싹 다 날 피해가는데, 안 그러게 생겼나. 호박부터 과일과 꽃까지 죄다 전부 다 날 스쳐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멀찍히 돌아가는 뱁새와 촌닭의 심정, 똑같다. 과부 마음 홀아비가 아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그 껄끄러운 감정을 어떻게 하지? 그걸 연료로 떼서 일하기에 쓸 수도 있고, 친구랑 수다 떨거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다. 그외에 방법은 다섯 가지.
    1.학자: 왜 그럴까 곰곰히 따지면서 면밀히 분석하기.
    2.친구: 내색하지 않다 가끔 싫다며 표현하기/멀어지던가/거리 두기.
    3.사회인: 견디기/버티기/꾹 참기/일로만 엮이기/무시/흉 보기/선동/빈말/관망
    4.학생-짝: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자랑만 하기, 또는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만 하기.
    5.우정: 드물게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정을 아끼고 키우기.
    5번이면 좋겠지만 결정적으로 처음부터 제비와 뱁새, 파랑새와 참새는 어울리지 않았다. 애초에! 시작부터 말이다. 그래서 분석하고 연구하고자시고 어쩌고 해 봐야, 결론은 어쩔 수 없이 여우와 두루미인 것이다.





    3

    참고로 마찰음 발생 과정을 설명하느라 자칫 뱁새와 참새는 깎아내리고, 제비와 파랑새만 띄운 듯 하여 잠시 한말씀. 뱁새와 참새 모두 충분히 존경 받을 만큼 착하고 행복해야 마땅하다. 때와 시기와 사람에 따라 제비와 파랑새가 주인공을 지원할 수도 있고, 뱁새와 참새가 호인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그 모두가 막역한 시트콤을 찍을 수도 있다. 타고난 천성과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한계는 있을지언정 살다보면 내가 무엇이고, 누가 내 사랑의 나비가 될지 그건 모르는 거다. 정체성 1과 2의 어울림에 따라 일부 부조화가 발생해서 그렇지, 그냥 막 파랑새와 제비만 편드는 얘기가 아니다. 왜 관계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발생하냐, 그게 핵심이니까. 설령 뱁새와 참새의 입장을 강변하더라도 언짢음은 남아야 정상이다. 아니라면 거짓말! 그건 아마도 뱁새라는 용어 자체 때문일 수도 있다. 뱁새라... 어쩌면 하이에나쯤 아닐까! 참새는 영특하고 애교 넘치는 여우요, 파랑새는 둔하고 맹하고 순진한 곰? 개미와 베짱이, 토끼와 거북이... 다른 명칭도 많다. 그렇지만 차이점과 서로의 오해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여기서는 이렇게 정했던 걸로 허접한 비유에 대한 변호문을 마친다.
    끝으로. 마지막. 진짜로. 깔끔하게. 딱 두 가지만 부언 설명을. 왜냐, 아무리 해도 해도 아직도 고개를 갸우뚱 하시는 분이 계시니까! 그 두 가지는 무엇이냐 하면 이거다.
    첫째, 앞서 누누히 강조했던 뱁새냐 아니냐의 잣대는 외모, 자질, 능력, 명성, 재산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성격이다. 성격이 뭐니 뭐니 해도 제1기준이다. 친해지고 겪어보고 정보가 일정량 이상 노출 되어야 판별 가능하다. 첫인상만으로 충분히? 직감이 발달한 자기! 말 몇 마디 섞어보니 대번에 진단? 직관력으로 똑부러지는 친구! 그렇지만 보통은 일정치 이상의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변수라는 게 있고 여건과 상황이 뒤섞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급하면 많이들 착각하기 쉽다. 매력 덩어리에 인기 만점이니까 뱁새, 아니겠네? 완전한 뱁새다! 예쁜 여우니까 참새, 아니겠지? 천만의 말씀! 능력 출중하므로, 따라서 다른 건 몰라도 그분만은 결코 뱁새가 아니다? 완벽한 뱁새라니까요. 말하자면 뱁새의 제1기준은 뭐니 뭐니 해도, 누가 뭐래도 성격인 것이다. 단, 제1기준만! 그래서 어떤 남자를 처음 만나서 오빠 오빠 막 그러면서, 파란색과 핑크색 가운데 뭘 좋아해요? 바다와 산, 어디로 갈래요? 딱 물어본 다음, 우리 하나-둘-셋 하면 동시에 말하기로 해요. 라~고 해놓고서 하나-둘-셋 다음에 남자가 정답을 말하자마자 따라하는 여자. 참새다! 일단 그걸로만 보자면. 정밀 감식은 자료가 더 필요하다. 남자를 보자면 묻어가고, 친구들 결정에 따르고,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지 않으며 의견을 잘 내세우지 않는 친구. 친구들 가운데 있는 듯 없는 듯, 잘 맞춰주고 잘 들어주고 잘 따라가는 친구. 그걸로 판단하건대 뱁새가 아니겠네? 말수 없고, 선동도 못하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매사 불만 투성이에, 다른 여러 조건들로 봐도 딱 그만그만하다! 완벽하고 완벽한 뱁새다. 적극적인 뱁새와 소극적인 뱁새로 나뉠 수 있지만, 뱁새는 호구과나 팔랑귀 임팔라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호감, 친밀감, 카리스마, 무난함, 리더쉽, 동조성, 타자에 대한 배려, 여자를 다루는 기술! 그것과 <성격 좋다>는 똑같지 않다. 절대로 다르다. 까칠한 고슴도치한테, 꼼꼼한 촌닭에게, 천재적인 제비에게, 처음 본 신사에게, 친분이 두터운 파랑새에게, 절친한 오리에게 <성격 좋다>라는 말을 듣는 것과 딱히 모나지 않은 우정이므로 <성격 좋다>라는 평판이 발생하는 것. 결코 적은 차이가 아니다. 말하자면 뱁새가 성격 좋다 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 외롭고 계속 외로웠던 꽃의 이상형일 텐데, 들을 수 있지 왜 없겠나! 뱁새가 뭘 좀 아는 오빠 라는 찬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고독하고 또 고독했던 사과의 낭군님으로 딱-인데, 들을 수 있지 왜 없겠나! 하오나 비교적 적게 듣고, 덕망과 로망의 대상이 누구일 것인가를 예상하기는 썩 어렵지 않다. <성격 좋다>라는 말을 듣는 제비와, 모나지 않아 존재감 미미하지만 그 친구 괜찮다 걔 착해 라는 평판의 뱁새. 전자와 후자의 구분, 눈썰미의 차이다.
    따라서 뱁새인가 아닌가에 대한 구분에 대해서조차 급이 나뉠 수 밖에 없다. 일과 우정 그리고 사기꾼과 코끼리의 친교까지. 견적 내고, 즉각 계산기가 머릿속에서 돌아간다. 숙녀의 애교인지, 하급자의 아부인지가. 오다가다 처음 만난 양반한테도 말을 섞으면서 맞받아친다.
   「그건 형씨가 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고...」
   「그건 선상님께서 나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구먼유...」
    응? 그렇지만 사랑은! 저 남자가 설마 나를? 혹시 이건 사랑? 마침내 내가 말이 통하는 남자를 생애 처음으로 만난 거야? 정말로? 진짜로? 내게도 이제 애인이 생겼다고? 나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 이때가 되면 까마귀, 나방, 나비, 꿀벌, 촉새, 갈매기, 백조, 오리, 팔색조, 앵무새, 벌새, 기러기! 구분이 되든 안되든 의미는 없어진다. 평범한 촌닭인 줄 알고 사랑에 빠져 결혼했는데 나중 글쎄 알고 봤더니, 뱁새왕? 그래도 시간은 간다. 최고의 뱁새가 반 세기 지나 둥글둥글해지는 것. 주름살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종 불문, 세대 불문, 나이-성별 불문, 피자 배달원 경험별 분류도 불문이고 뱁새의 영역이 그렇게나 확고부동하다고? 뿐만 아니라 막사는 사람은! 막살자라는 포지셔닝으로 밥 먹고 사는 유명인은 또 얼마나 많은가. 무례한 사람들은 또 어떻고. 뭘 좀 모르는 남자가 태반인데? 우선 내 주변을 돌아보자. 뱁새 중의 뱁새는 누구일까? 무명의 반대편을 둘러보자. '세계적인' 같은 수식어가 붙은 뱁새는 어떡하고. TV만 켜보면 언제 어디서나 비율이 할당된다. 딱 봐도 옳지~, 쟤는 100퍼센트 뱁새! 보아하니 내가 왜 그렇게 껄끄럽고, 그동안 혐오스럽고, 보고 듣기 싫은 이유가 다 그 때문이라고? 설마 나는 남에게 그렇지 않을까! 이제부터 사람이 점점 동물로 보이기 시작하면, 그거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여기까지가 뱁새인가 아닌가, 긴가민가에 대한 부언 설명 끝.
    둘째, 삶의 자세 즉 평소의 마음가짐에 따라 우리는 누구든지, 언제나, 어떻게든지 뱁새&참새일 수 있다는 것.
    칼럼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