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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간혹 보면 인종차별이라는 정의부터 분명치 않다. 개개인이 생각하는 기준도 제각기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남녀 각자 자기 화법만 고집하다 보면 '직접화법 VS 간접화법'의 결과라는 오해가 발생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도 언뜻 비슷하다. 유럽 여기저기서 안녕의 의미로 반갑다, 안녕, 친하자 라는 의미로 동양인에게 하는 인사말. 니 하오(유럽인이 하는 중국어 인사말. 대부분 중국어를 거기까지 밖에 모름)! 
    그런데 화법과 예절과 인습이 전혀 다른 누군가는 '친하자'를 '싸우자'로 인식할 수도 있다. 안녕 = 넌 또 뭐야? 같지 않다. 전혀 다르다. 물론 친하자냐, 아님 약간 비꼬는 뉘앙스냐. 전자가 많을 테고, 후자처럼 조롱꾼이야 조롱꾼 식으로 대처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런데 개인적으로 보기에 후자는 명백한 시간 낭비다. 원론적으로 당사자가 느끼는 기준선은 어디까지나 현지의 문제인 것. 따라서 현지에서 해결할 문제. 다른 말로 관광객은 홈경기가 아니라 쉽게 말해 원정경기이자 적지인 것. 고로 내 생각이 촌스럽고 보수적일지라도 구태여 위험 감수하고 부딪칠 이유가 없음. 따지고 보면 굉장히 위험한 행동 미련한 베팅. (나 같으면 내 귀한 판돈을 그런 데 허비하고 싶지는 않을 듯). 같이 티격태격하는 사람만 손해. 편협한 사고방식 때문에 본인 기분만 꽝됨. 비율은 잘 모르겠다만 만국 공통의 문제다. 곧 인품이 괜찮은 사람은 초면에 실례하지 않을 테고, 인성이 어중간한 사람은 꼬치꼬치 말을 해 줘도 어차피 돌아서면 그뿐일 테고. 여기서 후자를 비툴어진 인성쯤으로 치부할 것인가, 아니면 그걸 꼭 인종차별로 규정지을 것인가. 아마도 인종차별보다는 익숙해져야 할 다양성 아닐까? 강력하지 않은 말 한마디 한마디까지 죄다 족보 따지고 어법 챙겨서, 주류가 비주류를 배려하는 건 사회적 정치적 행동이고. 그럼 비주류는 주류를 위해서 하는 건 뭔가! 개인이야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우물 안 개구리가 갑자기 넓은 무대에 나가면 두드러지는 일종의 민감한 부적응일 수도 있는 문제다. 옷깃만 스쳤는데 성추행이랄 수는 없지 않나. 물론 개중에 빈정대는 아웃사이더도 없을 수 없겠지만. 그렇지만 '친하자 = 싸우자'식처럼 한쪽으로 일반화만 하지 말자는 뜻. 공룡들 틈바구니에 낑긴 새우의 과민한 대처법. (물론 사람 사는 덴 어딜 가나, 까칠한 유형이 있단 얘기). 매끄럽지도 너그럽지도 고상하지도 못한 일이다. 대인배이기를 자처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다양성에 일일이 일희일비하는 건 크게 봤을 때 뭐랄까... 옳지. (딱) 오바다! 말 그대로 과민반응. 
    그걸 굳이 인종차별이라고 느끼시는 분 역시 무의식을 엿보거나, 삶을 되돌아보면, 그럼 똑같은 이치로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 앞장서서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건 역차별이다. 아니 아니. 자기가 먼저 인종차별의 범위를 스스로 자길 포함해서 설정해놓은 상태다. 뭐라고, 아니 어떻게? 나는 대문자 A~Z 국가인으로 오해받으면 기분이 썩 싫지 않고. 별로 언짢치 않고. 나는 소문자 a~z나라인으로 간주받으면 학실히 기분 나뻐블고. 바로 이 논리적 모순점을 스스로 먼저 설정해 놓은 것 아닌가. 정작 본인은 자길 어디계 미국인, 어디계 캐나다인, 어디계 호주인, 혹시 북유럽 사람이세요? ~라고 들으면 당사자 속으로 결코 기분 나쁘지 않거든. 인종차별은 무슨. 본인 먼저 인종차별에 앞장서 놓고서. 역으로 내가 인종차별 받았다? 외국 돌아다니고, 외국어 좀 하고, 말발 좋다고 자랑하는 거야 뭐야. 진짜 진짜 우물 안 개구리는 이거 이거 원 서러워서 살겠나. 어? 아따 시방 그래유 안 그래유? 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지, 몇몇 미꾸라지야 미꾸라지고. 그건 좀 심했다. 속에 쌓인 게 많은지 아닌지는 몰라도 오바다. 대도시면 그나마 낫겠지만 나 행복하기도 바쁜 인생. 뭐 애매한 일들에 일일이 시간 쓸 필요 있나. 구분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듯 그냥 무시하든가. 자국어로 답하든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 안 그러면 괜히 장난을 받아주는 사람만 피곤. 캐나다인 보고 미국 사람이냐. 리버플 팬한테 프랑스인 같이 생겼다며 봉주르 마담~ 꼬몽떼 어쩌고저쩌고. 웨일스 토박이한테 넌 발음이 뭐 그 모양이냐 그게 뭐냐 발음도 세고 영화에서 본 혀 굴리는 발음도 아니고, 너 혹시 말더듬이니? 그러니? 팔은 또 왜 그렇게 짧아? 뭐야 목도 없잖아? 늬가 무슨 외계인이야 뭐야? 지금 장난해? 어? 꺼지긴 누가 꺼져 늬가 꺼져, 너가 썩 꺼지라고! 뉴질랜드인 보고서 어디 촌뜨기 호주 구경은 해 봤냐 어쩌냐. 그거나 그거나. 





    2

    그런데도 일부 비율은 왜 그렇게 이해를 못하실까. 자신의 주관을 결코 양보할 마음은 추호도 없는 비율, 아마도 없지 않다. 그건 그분들 사고방식을 슬쩍 엿보면 답이 나온다. 바로 이렇게. 
    첫째, 겉모습 필요없고 무조건 현지인 취급을 받고 싶은 거다. (그게 나쁜 건 아닌데. 아예 유명하면 그렇게 대우받을 테고, 차림새가 멀끔해도 뭔가 눈치챌지도 모르고, 관광객이랄지 흑인한테 그냥 인사 한마디 건네는 게 무슨 큰 흉인가?). 본인 생각은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데 사람 생각이 어떻게 다 똑같나. 하물며 현지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시끄럽던 빅데이터가 얼만데. 현지인 영주권자건 아니건. 그 사고방식 대로라면 이래야 정상이다. 노랑머리가 아시아 촌동네에 출연하여 "Hola~, Hallo~"를 들으면 짜증 나야 옳다는 이치네. 현지어로 노랑머리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현지어만 고집해야 정상이란 말이군. 그럼 뭘 해, 둘 다 1개 국어 사용자인데 말이 안 통하는데. 개인주의의 변종일까 아닐까. 진짜 인종차별이 뭔지를 모르니까 설마 진자와 가짜부터 구별되지 않는 건 아닐까? 굳이 친한 척하지 말라는 거 아니냔 말이다. 언제 봤다고 친한 척이야, 어? 이거 왜 이래? 뭐가 어쩌고 어째? 뭐 드라마 찍나! 현지인 대우를 해 주지 않으면 그건 먼저 인사한 당사자 의사가 어떻건, 다 조롱으로 본다는 건데... 허허. 쉬운 문제가 아니네.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게 옳고 정상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나머지 십중팔구가 봤을 때 꼬여도 많이 꼬인 거다. 그 논리면 독일 덴마크 사람한테 스페인어로 인사하면 인종차별이잖아? 핀란드 사람한테 포르투갈어로 인사해도 인종차별이란 말 아니냐고. 그 논리대로라면 백인이 아프리카에 갔어, 겉모습 필요 없고 무조건 현지인 취급을 받아야 정당하니까, 아프리카인이 백인한테 영어를 쓰면 안 되는 거구나. 그렇구나. 세계인이 중국인에게 일본어나 한국어로 한마디 인사만 해도, 그래도 인종차별이잖아? 뭐야 이거! 뭔 말만 하면 입만 뻥긋해도 인종차별이잖아? 진짜 그렇잖아? 참고로 인종 전시장이라 불리는 뉴욕 한복판에서 그건 십중팔구 인종차별로 보지 않음. 드라마나 영화에서야 오버하고 과장하는 게 당연하지만. 현실에서 이거 무슨 손만 까딱해도 인종차별?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라고. 
    둘째, 왜냐하면 사고방식 때문.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다? 화자가 설명을 잘못했냐, 아니면 청자가 잘 못 알아들었냐! 십중팔구는 후자가 오바했다 심했다 예민하다 라고 보는 거고. 극소수는 내 기분이 나쁜 원인을 전자 때문이라고 보는 거고. 그렇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우물에서 태평양으로 나오면 일단 마음부터 넓힐 필요가 있지 않을런지. 그게 안된다면 십중팔구는 웃고 있을 때 왜 나만 이해가 안 되는지 뚱한 표정에 인상 쓰고 그렇게 될 테고. 
    국가들을 1개 국가로 단위를 좁혀서 생각해봐도 된다. 수도권 사람이 깡촌에 내려갔어, 누가 봐도 도시인이야 딱 봐도 강남 스타일이라고. 그분들 생각은 그거다. <어디서 오셨소?>는 좋다만 무턱대고 넘겨집어 인사하지 말라는 거다. 그거 아닌가. 너무 까칠하시네. 너무 깍쟁이시구만. 텃새를 스스로 만드시는군. 필자가 매를 벌듯이? 차차 친해지면 화목할지 몰라도, 알고 보니 호인과 친교를 나눠 기분이 좋아질지 몰라도, 일단 기본적으로 짜증지수 상급인 상남자 스타일이구만 그래. 아니면 암컷 싸움닭 유형이든가. 강남 스타일 평판에 해가 되면 해가 됐지 결코 합리적이지도, 타당하지도, 보기에 예쁜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야 개인사니 참견은 안 하겠다만. (이미 들들 볶고 지지고 볶고 까고 발가벗기고 다 해 놓고서? 워──워──워!). 한마디로 객관적으로 보자면 뭐랄까 약간 볼썽사납다고나 할까. 정작 그렇게 놀리고 놀림받아 기분 나빠서 티격태격, 다 끼리끼리 비슷한 사람들끼리 늬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그거잖아? 싸움닭, 하이에나, 똥파리, 막캥이, 꼴통, 쪼다, 찐다...보다 그냥 단순히 촌닭 또는 촌년이기를 바라지만 허허. 쉽지 않네 쉽지 않아. 드문 비율로부터 뭔 소리를 들으면 엮이지 않는 게 상책 아니냔 말이다. 명백한 시간 낭비일 테니까. 
    셋째, 몸짓 손짓 발짓 표정 말. 모두 엄정히 따져 찐따의 조롱. 어린애 때야 애들이니까 일부분 그럴 수 있다지만. 어른이 되어서까지 애들이랑 똑같이? 그건 못 말린다. 가방끈 짧은 현지인 토박이일 수도 있고. 학식 좀 있으면 사이코패스거나. 아니면 외부로부터 유입된 어디 계에서도 성격 변태랄지 그럴 테고. 딱 보면 답 나오네. 결국 만국 공통인 그런 끼리끼리 유형의 소행에 당사자가 트라우마로 피해 봤을 공산이 크다. 대부분 이 셋째 유형이 많을 듯. 교양미 넘치는 숙녀와 조용조용한 정담을 속삭이는 멋쟁이가 주류인 거리에서는 당연히 아닐 테고. 외지인에 대한 조롱마저 평균인 뒷골목에서는 아닐 수도 있고. 남미에서 치안 불안 때문에 현지인조차 접근을 극구 조심하는 지역이 있듯. 그렇듯 대충 상황 보면 다 알지 않나. 집값이 싼 건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체류비에서 숙박비에 좀 더 신경 쓴다면 덜 겪을 일 아니냐고. 
    바로 이 지점에서 촌닭과 뱁새가 갈린다. 평소에는 모른다. 뱁새가 거부이건 평범한 샐러리맨이건. 뱁새는 천생 뱁새다. 일단 속에 쌓인 게 많다. 아울러 서열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냉소주의자에 비관주의자다. 지말이 다 옳다. 중간은 가지만 원래 속마음은 차갑다. 친구, 많지 않다. 의식을 벗겨보면 피해의식이 기저에 존재한다. 두껍게 깔려있을 수도 있고. 때문에 아무 이유 없이 (자기 기준으로) 애매한 말을 듣게 되면 인상이 자동적으로 찡그려진다. 포커페이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부도 승질에 맞지 않는다. 인생 직진이다. 성격 뻔하다. 그러다 인생이 풀리면 괜찮은데 그러면 그나마 나은데. 어중간하다가 울분이 쌓이면 인터넷에서 적극적으로 목청을 높인다. 나이트클럽에서 술값으로 오해가 생기면 뱁새의 행동은 딱 정해져 있다. 일단 세게 나가는 것으로! 현장에서 세게 나가고, 돌아서서 친구한테 그런다.  「쟤들한텐 세게 나가야 돼!」 백화점이 아니라 시장이다. 시네마가 아니라 채널 돌리기다. 시장의 정감, 재밌는 흥정, 유쾌한 농담 따먹기가 아니라. 그게 아니라 시장판 말다툼처럼 마음은 여리디 여린 개구쟁이 골목대장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정신 분석하고 심리학으로 따져서 완벽히 그렇다. 딱 그거다. 사람이 착하고 마음씨 곱고 정의로우며 평판도 좋을지언정. 중간은 가고 뭘로 봐도 나쁘지 않다고 하나. 그러나 양보할 수 없는 생각이 뻣뻣한 그 분과는. 여자면 암컷 싸움닭이요, 남자는 뱁새라는 것. 보면 보인다. 듣고 나니 알겠다. 생각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단 말이다. 난 또 뭔 새로운 원리를 그린 그림과 뜻밖의 푸른 숲 형태인 줄 알았더니 결국 뱁새였어. 이런 젠장. 





    3

    문단 2의 섣부른 결론. 아마도 그보다는 희대의 퍼포먼스일 듯. 즉 지구촌 메소드 연기. 일시적 유행도 아니고 촌스런 현상도 아니고. 뭐랄까 NC 같은 신조어 같지 않은 신조어. 어설픈 동기 부여 강연이랄지 한때 베스트셀러 제목대로, (진짜로) 지도 밖으로 행군했다가는. 만약 그랬다가는 인생 종치기 딱 좋을 흉흉함이 그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짜에 대한 경고. 지구의 역사에서 대멸종 같은 큰 사건이 단 몇 차례 있었듯. 문명 근대사에서 TV 같은 혁신도 딱 몇 번 뿐. 그 가운데 인터넷! 찬란한 풍요로움의 대가는 다름 아니라 어마어마하고 다양다종한 쓰레기와 폐해와 시간 허비와 모순인 것. 요지경 같은 세상사 황당한 일들이 하도 많은데, 알 거 제대로 알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다. 바로 그래서 '니 하우'는 그 초과도 미만도 아닌 힌트일 뿐. 단지 그뿐. 믿음과 소망과 사랑도 좋다만,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이거든. 우리네 인생이란, 막 어젯밤 개꿈처럼 향후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그건 모르는 거니까.
    수다 3시간의 결론은 결국 그것. 대화든 웅변이든 예술이든 결론은 결국 그것. 오직 1번 뿐인 인생,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라. 그러고 살아라. 거절할 거 거절해라.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라, 참아라, 다시 생각해 봐라. 그런데 마침내 듣고야 마는 말은 무엇? 그러게 내가 뭐랬냐 이 년아, 어? 이 썩을 년아! 세상사가 다 뭔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고 싶은 거 하는 우리의 좌충우돌 인생 도전 좋다 그거야, 어? 다 좋다고. 그런데 자꾸자꾸 드물지도 않게 가만 보면 꼭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니까 그게 문제라고. 알면 뭐해, 직접화법과 간접화법이 서로 말이 통하면 뭘하냐고. 나쁜 남자가 뭐 따로 있나. 뭘 좀 아는 남자한테 마음을 줘야지 몸을 주면서, 사랑했으면서, 쌩쑈는 자기가 하고 모텔값도 자기가 데이트 비용도 80퍼센트는 여자가 부담했으면서. 왜 나중 남잘 뭐라 하냐고. 여자가 남잘 실컷 단물 뽑아먹은 거잖나. 둘 다 똑같지 둘 다 똑같아. 그야 어떻든. 대화의 기본 원칙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보다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 주는 것. 그런데 그런가? 그랬더니! 지 할 말만 하고 전화 뚝 끊기. 우리 마누라에요? 왜 청초하고 꿈 많던 숙녀가, 어느 날 보니, 남의 말을 통 듣지 않는 아주 그냥 억척스런 아줌마가 됐겠나. 듣기만 하고 고분고분하며 다정하니 순진하니, 고상하고 우아하며 세련되게. 그처럼 조용조용한 대화와 아찔한 교양미와 함께 상대방 말을 들어주고 들어주고 의중을 간파하고 간파하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속아주고 속아주고. 그랬더니, 어? 어느 날 보니 이거 말이야, 먼저 귀 기울이고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만 했더니 아첨쟁이되기 쉽상이거나. 먼저 귀 기울이며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했더니. 아 글세 그랬더니 어느 날 일기를 쓰다 보니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거나, 인생 뻔해지더란 말씀. 병풍에 신부들러리에 물개 박수. 응애응애 삐악삐악 참새 짹짹. 속고 변하고 당하고 감기고 또 속고. 누가 누굴 어찌 믿나. 하도 우기고 설득하고 빡빡 우기니까 진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가짜. 다 가짜. 다 뻥 몽땅 뻥. 사랑은 개뿔. 그야 어떻든 이 세상에 언어가 그 얼마나 많은데. 어디 여자 말 번역기만 있으란 법 있나. 니 하우? 니 하우? 삐리리릭 삐리리릭~ 통역하면 혹시 이럴지도 모른다는 거다.
    A.좋은 말로 놀림만 받은 걸 다행인 줄 아셔 이 양반아. 행운이 뭐 별건가. 행복이 뭐 그리 멀리 있는 줄 아시나. 잡지 뚜적거리고 지루한 다큐멘터리라도 볼 수 있는 게 어디냐고. 물론 나보다 형씨 형편이 나아도 좀 나으니까 하는 소리라고. 아시겠소? 나도 나도 형씨도 형씨고. 거 너무 고깝게 듣지 마시란 말이요.
    B.만나서 반가워요. 당신을 존중해요. 알고 보면 내가 당신을 존경해야 할지 그걸 누가 알겠어요. 전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랍니다. 오다가다 스쳐지나가는 사이지만. 그래도 우리, 서로 싸우지 맙시다. 쥐락펴락 말려는 드릴께. 선생한테 내가 들려졌다 놔졌다 오징어가 되어 드릴 용의도 충분히 있다고. 하여, 이기고 싶으면 그러슈. 내가 져 드릴께. 네? 최선을 다해서 져 드린다고요. 그러니 날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 그 말이라오. 그런 의미에서 이 전단지 한번 읽어보슈. 그래 주시오. 부탁하오. 간청한단 말이오. 거 꽤 잘생기진 않으셨서도 눈매가 서글서글한 거 보니 왕년에 여자 깨나 울리셨겠구만, 그럼 우린 업계 동료인 거요? 아차~ 치마 입으셨네 치마 입으셨어. 매력이 넘쳐 볼수록 매력이야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이쁜이들은 금새 질려도, 아가씨처럼 매력이 철철 넘치는 숙녀가 진짜지. 우린 고혹적인 숙녀라면 환장한다오. 허허허. 그럼. 그렇고 말고. 어떻게 읽어보니 어떻소. 궁금증일랑 이 쫄따구가 속 시원하게 풀어드릴께. 것도 통쾌하게. 유쾌하도록. 상쾌하게 말이오. 가슴을 뻥 뚫어드린다고요. 허허.
    흠흠. 생각 있으시면 찾아와도 좋소. 멀지도 않아. 하물며 싸. 아니 공짜야. 얼마나 좋아요. 단, 세상에서 제일 비싼 공짜인지 아님 웃음처럼 인생의 축복인지, 거기까지 알려드리지 않을께. 그건 댁이 판단하슈. 다 알면 재미없지. 나도 날로 먹고 이 자리까정 온 건 아니라오. 허허. 나 같은 바보도 한때 착한 척하느라 잘난 척 자성하기에 바뻐서, 중동 연맹 쪽 편을 살짝 들었는지. 아니면 이스라엘을 썩 두둔해 주지 못했는지 몰라도. 알아서 이해하고 가려서 의역하고, 적당히 현명한 상식이 무엇인가 사안을 바로 보기 바라는 의도를 알아주셨으면 하오. 진짜로 말이오. 아, 댁 말고 제 독자님들 말이오. 거 몇 명 안돼, 한 10명 되나? 12명에서 벌써 2명 줄었구만 그래. 그런데 내가 그 얘기를 왜 형씨한테 하고 있죠? 왜인 줄 아쇼? 알긴 어찌 알게소, 형씨가 알겠소 아님 지나가는 동네 똥개가 알겄소. 관심도 없을 테지. 알 게 뭐야. 안 그래유? 어? 내 말이! 아무튼 난 윈윈이기를 바라오. 이기주의의 충돌에 대해서 말이오. 사랑도 다 그런 것 아니겠소? 다만 난 사랑이 아름답단 말은 한 적 없으니까, 나한테 뭐라하진 마셨으면 좋겠소. 허허.
    그럼 이만 각자 갈 길 가십시다 그려. 눈 뜬 채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 하지 않소. 현생이 천국일 수도 아님 지옥일지도 모르니. 행운을 비요 젊은이. 그대 인생에 건투를! 단, 세월이 어찌 그대만 쏘옥 비켜갔냐는 너무 뻔한 아첨만은 남발하지 맙시다 그려. 허허. 너무 그럼 재미없지 않소. 속 보인다구요. 하도 호박이 그냥 막 인생 내내 제 발로 굴러오길래, 난 아마 그게 평생 내내 계속 지속될 줄로만 알았다오. 허허. 뭐야? 아 나 이거 별 무슨 거 참 나, 이거 이거 또 내 자랑이잖아? 또? (절레절레) (절레절레). 아무튼 말 많아 봐야 입만 아프니. 입도 그만 좀 쉬어줘야 하니. 우리 이제 그만 안녕 합시다. 안녕! 다음에 혹시 만나면 아는 체라도 합시다. 우리가 패자부활전에서 만날지 지명방어전에서 만날지, 그건 모르는 거 아니오. 허허허. 허허허허허. 잘사쇼 형씨.
    C.니 하우 = 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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