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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십대 때 무명이란 이름의 농구단에 합류해서 친구들과 했던 게 고작 예선 탈락이었다. 그래도 재밌는 추억이었다. 오히려 우승보다 훨씬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건 그랑프리 트로피를 거머져본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얘긴가? 때로는 건방짐도 필요하다. 또 잘 찾으면 있지 왜 없겠나. 귀동냥이 얼마고 보고 들은 풍월이 얼만데, 나도 다 자동차 경주 우승자의 쇼맨쉽이나 대형 스트라이커의 골 세러모니! 똑같이 따라할 수 있다) 그리고 내게 명성이란 건 먼 세상 얘기였다. 나는 살면서 단 1번쯤 꿈에서도 유명해지고 싶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오직 뻔트 생각뿐이어서?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1.머머할까?
2.머머하자!
3.머머해라!
4.왜 머머하지 않으면 안돼? 안될 게 뭐야!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아니면 말고. 허세. 허풍.
5.페라리 같은 걸 나중 어떻게 타나요, 다 날 쳐다볼 텐데. 그냥 제일 평범한 거, 제일 안튀는 거 타야죠. 허영. 엄살. 우유부단. 공상.
1 ~ 4가 아니라 5번 같은 '머머할까 말까' 망설이는 부류가 어릴 때 어떻게 유명해지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을까, 감히! 있긴 하겠지만 아닌 사람도 있다. 그러다 몽상가에서 사색가로, 사색가에서 플레이보이로, 플레이보이에서 선동가로, 다시 선동가에서 칼럼니스트씩이나 되면 5번 성격의 청년과 숙녀에게 머머해도 된다 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설득! 가능하게 된다.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는 잘난 친구들은 자아가 확고하니까 옆에서 봤을 때 큰 걱정 없다. 인생 선배님께서 주제 넘게 훈육을 남발하지 않아도 된다. 남의 다리 긁는 거야 뭐 그분들 마음이니 관여치 않고. 또 적당히라면 좋을 테고, 요청이 있다면 응하는 게 좋고. 다만 소심하고 순진하며 착하기만 한 순둥이 젊은이들은 그와 약간 다르다. 달리 말하자면 그 흔한 루저들. 나도 딱 그랬으니까. 다양한 조류처럼 성장하는 형식에 따라서 사람을 식물에 빗대어 생각할 수도 있다. 잡초형이냐, 사랑이 꽃 피는 나무냐, 아니면 햇빛 없이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냐. 아, 식충식물도 있겠다. 운명일 수도 있는데 뭐랄까, 대략 자기 살길을 개척해서 잘되면 A요, 보통은 B에, 못되도 C가 가능한 자율적인 식물류가 있는 반면에 매우 값비싼 난초처럼 지극 정성을 기울여야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다. 곧 경주마는 어찌 됐든 중간은 갈 것이다. 그와 달리 야생마의 기질이 다분하다? 그 인생 나중 어떻게 신통방통한 변화무쌍함을 선사할지 모른다. 안 그래도 원래 인생은 모르는 거다. 마치 사랑처럼 말이다. 말 혈통표에서 근교계수를 따져 유전자에 따라 값어치가 천차만별 나뉘는 명마처럼! 그처럼 공해를 견디는 힘이 강한 가로수에 비해 예민한 심성의 소유자 입장에서는 강건한 주관, 능란한 말수, 화려한 변신, 큰 기술이 비교적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OX 문제도 아니고,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모두 일장일단이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면 된다. 단, 난 어디쯤이라는 걸 알면 좋을 테고. 바로 그래서 범인들은 잔기술이 중요하다. 그런데 거기서 또 나뉜다. 또! 그나마 잔기술이나 되는 친구. 아니면 그런 말 듣는 친구.
「어, 걔 착해!」
뭐 야망 없는 어중이떠중이야 그렇다쳐도 크게 된 사람들은 둘 중 하나인 듯 하다. 첫째 행운아, 둘째 유명해지고 싶다는 강력한 성취 욕구. 그래서 그들은 유명해졌다. 또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큰 재주 있는 분들은 그렇다 치고, 내 경우만 보자면 난 아마 아웃사이더에, 방랑자며, 한량 기질이 다분한 것만 같다. 그리고 잔재주 전문가! 왜냐하면 이 때문이다.
첫째, (주위에 능력자도 있었겠지만) 유명해지고 싶다는 말을 한 번도 못들어봤으니까. 기껏 들어본 것 가운데 센 말이래야, 여기서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 있어? 그 정도! 진짜로 잘나가시는 분께서 그런 말씀을 어찌 하시겠냐마는. 왜 그럴까? 혼자 상상 속에서 살았거나, 친구 파도타기가 비리비리했을 테니까. 제비, 파랑새, 박쥐, 족제비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로 찬란한 미래를 꿈꾸는 열망가보다는 거의 다 순 촌닭이나 플레이보이 위주였던 것이다. 평범한 만큼 복 받은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당연히 본인도 마찬가지고.
둘째, 이상하게 자기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철없는 어른이 1명 있는데, 다름 아닌 친구다. 한마디로 걔 착하다. 여자 마음을 잘 몰라서 그렇지, 단지 착한데 착할 뿐. 그게 다다. (진지하게 웃기는 거.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반나절, 일주일 후에 빵 터지는 농담. 고급도 있고 대중개그와 저질도 있다. 그의 인생은 불행했다? 두고 두고 기약없이 웃기는 유머도 있다. 친구가 술 취해서 혀 꼬이고 흐느적거리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아저씨? 바로 나다. 응? 나야 나, 나야 나! 변태야 뭐야.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1년 중 제일 웃긴 순간 탑3에 순조로히 꼽힘)
셋째, 확고한 꿈이 상시 없었기 때문. 혹은 아르바이트 1달. 1년마다 직업 바꾸기. 어려서는 나중 카페 사장이나 술집 사장을 해볼까, 건물주는 어떨까 같은 허황된 공상은 잠깐. 누구나 거쳐가는 거 다 거쳤다. (그렇다고 또 자신있게 이어지는 그런 말을 아낄 줄도 안다. 나는 파란망장한 인생을 살았네, 산전수전 다 겪었네! 참는다는 게 아니라 못하는 부류라는 거다. 물개박수를 유도한다면 몰라도 내 입으로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으니까. 다만 나는 절대 못하지만 굳이 옆에서 한다면야, 사전에 친구의 생각을 읽어서 그걸 제지시킬 수는 없으니까, 어떤 말을 듣고 나서 통쾌히 웃을 수는 있다. 가령, 맥주 500CC를 내가 직접 남에게 끼얹는 일? 스스로는 상상 초월! 그런데 바로 옆에서 발생한다면야 겸연쩍인 쓴웃음.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건 구분하고자 필요 이상으로 솔직해졌다만 할 말은 남았다. 막장 드라마의 현장 요원도 의미 있지만, 그게 더 폼나는 거 아닌가? 작품이 끝나야 비로소 드러나는 그분의 정체! 얘기가 끝나도 오히려 더 비화만 늘어나는 장르는 또 어떻고. 그런데 말하고 나니 그 뭔가가 더 헷갈리네. 어쨌든 한 탁자에서 확─딱 0.2초─확! 오오 아까워 아아 완전 아까워라. 그렇게 맥주가 내쪽으로 튀기는 일은 뭐 그럭저럭 용인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소관이 아닐 뿐. 물론 그게 맥주면 생활 다큐멘터리고, 케첩이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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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그 흔한 격언처럼 대망을 모두에게 권하는 건 아니다. 절대로! 왜냐하면 큰 재주는 타고나고, 보통은 잔재주마저 부러운 게 자연스러운 실정일 테니까. 특히, 썩 잘난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만그만한 대부분의 범인! 그 가운데 태반은 0.5세기를 살아도 거창한 꿈과 특별한 목표가 생기기 쉽지 않다는 데 나는 1장을 걸겠다. 너끈히 1장을 걸겠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자신 있다. 자신만만하다. 내 인생을 걸겠다. 걸라는 거 다 걸겠다. 베팅은 이럴 때 하는 것이다. 배짱 부려도 될만큼 물이 들어왔으니까. 제대로 노를 젓는 일만 남은 순간이다. 그 1장이 세계 2대 미술품 경매 시장의 기록적인 경매가 정도의 1장인지, 써글써글한 중고차 한 대를 간신히 살 정도의 1장인지, 아니면 꼴찌 복권 1장 값인지는 몰라도.
(뭐시여! 단 5일 만에 인생 최대의 목표를 찾았다고? 뭐하시나 1장을 속히 주시지 않고! 이런 호혜성이라면야 부디 참지 마시길. 승자를 위한 게임, 막살지 말자는 의도로 큰소리 친 거니까, 승자의 1장은 정녕 내가 먹기. 자, 누구도 손해 본 사람은 없다. 윈윈!)
인문교양서에서 말하기로 목표는 크고, 구체적이며, 가시적으로 기록화하는 게 좋다고 한다. 단, 욕구가 일관되며 욕망이 지속적이었을 때! 그래서 바깥의 권고안, 나의 한계, 행운의 가능성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1류는 타고난 고급 재능 + 행운이다. 2류는 중급 재능 + 행운. 그리고 삼류는 잔재주 + 행운이고. 먹고 살기 뿐만 아니라 노력은 다 마찬가지고. 물론 '대체로' 그렇다는 뜻이다. 곧 노력과 행운은 1-2-3 모두 공통되기 때문에 간지러운 잔재주만으로 1류가 되는 일! 드물지만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실상 따지고 보면 썩 드문 일도 아니고. 뭐 그건 그렇고. 그래도 일기지만 억지로 결론을 뽑아보자면 이와 같다.
A.평생 놀고 먹기라는 둥, 뻔트마라는 둥, 무슨 3박자라는 둥. 그 얘기를 괜히 일기가 아닌 소설과 칼럼에 남발한 게 아님. 알고보면 다 의미가 있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 행복한 직업, 현재 제일 친한 친구, 사랑하는 애인, 각별히 아끼는 재산 목록 1호─2호─3호! 무인도에 데려가고 싶은 후보 1위─2위─3위. 최근의 특별한 관심사, (어쩜 어리석은) 큰소리 그리고 빈말 등등등. 그 모두가 내일도 그 마음─믿음─애정이 변치 않으리라고 섣불리 단정하지 않아도 되므로, 따라서 미래를 경솔하게 장담하지 말 것. 예측과 희망과 사실, 그 세 가지가 정확히 딱 1개로 부합하는 일. 어쩌면 소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감각적으로 툭툭 시원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런 일이 아니라면, 신중해서 손해볼 건 없다. 당장 예를 들어봐도 된다. 나는 금요일에 친구들과 신나게 밤새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다느니, 세상 모두를 줘도 나는 재미있는 일하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느니. 또 나는 이 사랑을 책임질 수 있다는 둥 뭐라는 둥. 그런 오늘의 호언이 변하느냐, 변치 않느냐! 때로는, 기다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때로는 나중 그 내기를 확인해야 한다는 기억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기 때문.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니까. 밝은 각오, 희망찬 포부, 맑은 희망 등등 다 좋다. 왜 나쁘겠나. 다만 다 똑같은 얘기들, 허접한 예언가에게는 썩 달갑지 않게 들릴 뿐. 차라리 솔직하게 나는 딱 3달 다녀보고 이 회사 계속 다닐까 말까 결정하겠다, 가 훨씬 좋다. 그렇지만 진짜로 그렇게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뻔하고. 자, 그럼 비약의 마법이 효력을 발휘할지 말지 일단 한번 요점을 뽑아볼까? 고로 최선은 모르겠고, <가식은 기본이고 위선은 차선이며 빈말도 예의> 라는 낡아빠진 진부함에게 기발한 새로움을 소개시켜줄 것! 혹시 그 기발한 새로움이...... 에이~ 설마!
B.믿음이라는 것은 최소한 내 책임도 일부 동일하게 병행한다는 것. 그 이치를 전제로 낙관주의자일 것인가, 아니면 비관론을 기본으로 할 것인가는 개인의 자유.
C.살면서 친구든 누구든 얼굴 대 얼굴로 대화할 때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 적어도 그 말을 스스로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본 사람으로써, 평생 단 1번도 내 귀로 그 말을 직접 들어보지 못한 입장에서는, 최소한 그렇게 생각한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어느 지망생들을 우연찮게 만난다면 뭐 식은 죽 먹기겠지만. 그런즉슨 나는 그 말을 일평생 직접 단 1번도 못들어봤다. 본인이 뻔트론의 창시자씩이나 되니까 거울처럼 허접한 친교만 선호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리고 아마도 나는 앞으로도 그 말 만큼은 평생 1번 듣기도 어려울 걸로 예상한다. TV를 틀고 잡지를 펼쳐면 일도 아닐 테지만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듣지도 하지도, 처럼 불문율은 찾고 캐고 파다 보면 어떻게 또 나오게 되구만 그래. (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