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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산업의 기폭제인 언론. 업계의 장수들. 학계의 원로들. 회사의 중진들. 문단의 명사와 예술계의 노장까지. 편집장의 지성과 편집 위원 및 평사원들의 수준이 비례하면 좋은데. 편집장 1인의 독보적인 능력으로 그 광활한 차이를 잡지 같은 상업에서는 충분히(?) 메워지고 어쩌는데. 그렇지 않은 분야가 적지 않다. 그럼 왜 그렇게 분야에 따라 수준과 격차가 비등하지 않은 것일까. 어느 분야는 세계적이고 어떤 분과는 아웃소싱 공법처럼 일정한 체계가 상당량 외부의존적이고. 도대체 왜 그럴까? 어째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초장에 정답 먼저 공개하고 시작하면 답은 그거다. 답은 기본기 때문.
말하자면 그 미심쩍은 이유와 단순한 까닭을 알려면 내가 얼마나 잘 사는가, 동네는 어떻게 돌아가는가, 내 평판은 어쩐가. 내 잔 지식은 어떻고 잔재주는 어느 만큼인가를 파악하는 게 좋다. 굳이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필자가 무슨 나랏일하는 안다박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왕 말 나온 김에 한 수 풀자면 이렇다. 즉 어떤 단위에서 비교적 큰 축에 속하는, 일명 나라로 비유해서 살펴보면 왜 그런지 이해가 쉽다. 어렵지 않다. 차근차근 생각하면 된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상상력보다 지식. 편협한 지식말고 숲을 이루는 요목조목 넓은 지식. 자, 알아보자. 왜 각각 분야가 그렇게나 천차만별인지를. 일단 국가로 비유하자면 개별적으로 거론하기도 벅차고 아는 건 제한적이므로, 따라서 쉽게 말해 잘사는 나라와 덜 잘사는 나라만 살펴보면 된다.
선진국이란 게 뭐겠나. 야구팀으로 치자면 일단 선수층이 두텁다는 것이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1부 리그부터 7부 리그는 물론 전문가와 취미파와 애호가 라는 관중 총량이 듬뿍인 걸 뜻한다. 카테고리의 법칙, 즉 선도브랜드는 자기 브랜드가 아니라 해당 카테고리를 홍보해야 한다 라는 원론적 정의. 만약에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한 국가에서 관중 동원 주요 4 종목이 어떻게 1~4위라면. 만약 그렇다면 그 네 종목끼리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그 가운데 하나가 월등히 혼자만 앞서 나갈 수는 없는 것. 전체 관중과 관심 등 모든 역량의 총량 VS 성적 = (일부분) 비례. 왜 축구하면 유럽과 남미일까? 관중과 관심과 자본 등 전체적인 총량, 질적인 정량 등 뭘로 따져도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 야구? 야구? 전 세계에서 야구를 하는 나라가 몇 곳인데? 정답은 단 몇 개. 단 몇 개 밖에 안된다. 그렇지만 여심은 뻔트라는 말만 들어도 웃지 않으면 거짓말. 어? 뻔트! 물론 가능성은 최소 95퍼센트. 그 이상은 책임지기 싫고. 그건 마치 뭐랄까 그렇다고나 할까? 흡사 상남자들이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어? 솔직하든 뻥이든,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어도 미쳐버린다와 똑같다. 농담이고. 진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아니. 정말로. 여자의 마음치고 뻔트라는 말만 들어도 웃지 않으면. 만약에 그렇다면 그건 덜렁덜렁 고추 달렸다고 봐도 거의 무방하다. 좌우지간 도대체 누가 여자가 청력에 민감하다고 했나? 어떤 미친 양반이, 아 말이 심했다만. 어떤 광인께서 본인이 광마라도 되는 것마냥 여심은 변덕이 심하고, 여자는 듣기 기억력이 뛰어나며 남자는 시각에만 에너지를─쌍소리는 아니지만 여건에 맞춰 격을 살짝 낮춰 말하자면─몰빵한다고 하실까. 대관절 어느 귀인께서, 어? 어디 용안이나 한번 봅시다. 그럴 행운에 당첨된다면 모를까 아 나 이거 정말 눈부시구만 그래. 누가 용왕님이 합궁을 점지해주신 그분의 용안을 보자고 했지, 문어... 넘어가고. 아니 말이야 바른말이지, TV 코미디 프로에서 가발 얘기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정작 누군데. 정작 가발이니 뭐니 얘기하지 말자고 하면서도, 실상 그 얘기를 제일 많이 먼저 나서서 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어? 어쨌든. 수컷보다 암컷이 월등하게 청력이 비상하다고? 우리는, 오빠라는, 말만 들으면 미쳐버린다니까 그러시네들. 저급한 유머는 웬만히 하고. 넘어가서.
그처럼 럭비,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테니스, 골프 등 다 마찬가지. 가령 테니스가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환경에서는 골프와 농구와 야구와 배구를 모두 월드클래스로 띄워주기는 어렵다. 1일 24시간. 1주일은 7일. 12달 하면 1년 365일. 내가 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도 한정되어 있고. 품위 유지비 역시나. 물론 최소값부터 최댓값이 차이 날 수는 있고. 특이 사례도 없지 않고. 그런데 왜 스포츠를 비유했냐. 선진국이란 게 그와 비슷하다는 것. 교과목과 각계 각 분야를 그래프와 도표로 단순화하자면 그렇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인상파 화가들의 점묘화처럼 점 1개 1개들이 모여 군무가 집중되고 일정한 반복과 그림이 보이는 형세고. 덜 잘 사는 나라일수록, 인상파 점묘화를 근사치로 흉내 내는 식. 즉 선진국은 도표와 그래프를 보면 각각 점 1개 1개가 모여 일정 패턴이 선명하고, 후발주자일수록 덜 선명 즉 산만하기도 하고. 그 차이다.
속된 말로 베끼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선수일수록 배끼기를 잘하는 것. 베끼기만 잘하는 걸로 끝이냐 아니냐 그 차이. 베테랑 가수들이 썰 푸는 걸 보시라. 웬만한 중견들 전부 다 따라 한다. 그게 그거. 고등학교 이전까지는 드물겠지만 전문가 과정에 해당하는 대학교 미대 수업만 봐도 걸출한 화가를 똑같이 따라 하는 학습 과정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면서 내 스타일을 찾는 거고. 다만 취미면 몰라도 업자가 되면 얘기는 확 달라지고. 그래서 정통파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니면 모방은 귀신처럼 놀랍도록. 정규적으로 어떻게 어떻게 하자 그러면 벙 찌는 거고. 그 전체적인 분위기가 수준이랄지 관례랄지 그 뭔가가 말랑말랑하지 않으면 너무 앞선 천재는 괴로워지는 거고.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그게 다 기본 때문이다. 기본기라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신출귀몰한 베끼기와 짝퉁 디자인 답습. 그 뛰어난 능력만 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 일류 업계로 진출해도 될 듯한데 거 어째 회식은 우리랑 한단 말이야? 학계에서는 말발만 들어봐도 역량 꽤 괜찮고 인맥도 상당한데, 학생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보아하니 우리 교수님 말씀 듣기로는 여기서 이럴 분이 아니신 거 같은데, 그런데 왜 우리와 함께 하시지?
세계 3대 사이클 대회를 TV로 구경만 해봐도 안다. 아마추어 도로 사이클 대회에 재미삼아 출전만 해 봐도 모를 수 없다. 무엇을? 단거리와 장거리의 차이를. (초)단거리 경기는 그렇다. 마치 동네 가게 오픈발처럼 초반 스타트로 펠로톤(제1 선두 그룹)에 들지 못하면 게임 끝이라고 봐도 된다. 육상 100미터와 비슷. 다만 육상 200미터는 소형차가 초반은 날쌔지만 중형차 대형차가 나중 탄력 받아 꼴찌가 1등으로 골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그래도 그건 대체로 프로 세계. 아마추어 세계에서 (초)단거리 경기는 완벽하게 초반 성적이 끝과 정비례. 관현악단 지휘자도 나이와 곡 길이가 일부분 비례. 즉 마에스트로가 연로해질수록 완전 정비례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관현악 템포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는 것과 비슷. 뭐 아무튼.
그렇지만 장거리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많이 달라진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보다 더 심하게, 아예 시작한 줄도 모른 체 낮잠을 잘지라도. 그래도 나중 거북이처럼 쉬지만 않는다면 뚜벅뚜벅 나아가고 발전하며 전진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 굳이 초중반 시점에서 펠로톤(제1 선두 그룹)에서 뛰쳐나가 브레이크 어웨이(0.5 선두 그룹)으로 모험을 감행하지 않아도 힘 아끼고 정력 배분해서 롱런만 하면 행복을 정복할 수 있단 말이다. 사랑이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이다. 물론 인생의 끝은 죽음이고, 비유의 목적인 국력이라면 대체로 그 종말은 없는 실정. 그런가 안 그런가? 그러므로 라젠드라 시소디어, 잭디시 세스 공동 저작물인 빅 3법칙. 부제는, 왜 모든 시장은 빅 3가 지배하는가. 아주 현명한 천리안으로 아찔하도록 현대인의 지성을 자극하긴 하는데. 그마저도 바쁜 세상에서는 구식이 된 실정. 따라서 업계 2위도 안심할 수 없는 세상. 1위라고 자만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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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의 시초는 1834년 제이콥 퍼킨스의 특허. 실린더식 세탁기는 1851년 제임스 킹, 드럼통 세탁기는 1908년 아버 피셔. 타자기는 1867년. 진공청소기는 1901년 세실 부스 발명, 1907년 제임스 스팽글러가 휴대화, 1908년 윌리엄 후버가 특허권 구매. 경마장은! 경륜장은? 올림픽은! 전자기타 드럼 피아노 같은 악기는 어떤가. 고전음악 고전미술 고전건축 고전조각. 대학교 학과에서 배우는 개론서 저자가 누구냐고. 기본은 알파벳이요 원류는 라틴어 그리스 로마 신화 또 바이블. 왜 필자 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께서 13일에 돌아가셨느지는 모르겠다만. 13인의 배로 133척의 배와 대적하던 사극에 나오는 해전에 왜 하필 13이란 숫자가 우연처럼 등장했는지 누가 리모컨으로 조정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권위적인 국제영화제. 경매 시장의 양대산맥. 세계 3대 순수과학잡지. 라이트 형제. 테슬라. 에디슨. 에스프레소 머신은 1884년 안젤로 모리온도. 전기 주전자 발명자는 1922년 아서 레슬리 라지.
그래서일까? 후발주자권에 보면 어릴 때부터 익히 봐왔던 신문기사 광고와 헤드라인 기타 등등. 세계 최초 어쩌고저쩌고가 유독 많았음. 응용하고 따라하고 본받고 그건 좋은데. 판 다 짜여진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귀감이다만. 왜 누군가는 100퍼센트 번역서만 읽는데. 말은 몰라도 글은 왜 그러냐고. 언론계 글발 역시나 그와 비례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이를 테면 1726년작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걸리버와 소인국. 소인국 언론이 딱 그런 식. 걸리버 인종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빠삭하게 꿰뚫어 보고서 문맥과 논리와 통찰을 매끄럽게 다듬으면 좋은데.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걸리버에 대해 아는 척, 잘난 척, 멋진 척, 가진 척, 이쁜 척 그 척질을 누가 누가 잘하냐.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어떻게 튄다마로 일단 유명해지고 돈방석에 앉고 보냐. (다 그렇단 게 아니라 일부분 과장하자면). 그에 따라 오락산업만 배부르게 되면 민중이 존엄한 인간으로 남을지, 아니면 개 소 말 돼지 곤충처럼 피리 부는 동화에 나오듯 줄을 서서 어떻게 이동할지. 그게 정해지는 식. 과거에는 그랬고 앞으로는 지켜봐야 하고. 일단 신입사원을 뽑을 때랄지 대입 시험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역시나, 보이는 게 외모이자 기교에다 글발 말발이지. 어디 진흙 속의 진주를 뭔 용빼는 재주 있다고 쉽사리 알아보겠나. 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나 되니까, 어? 카페에서 조르쥬 쉐프레를 보면서 캬~ 나중 전설적인 연주자로 대성할 잠재력을 대번에 보자마자 즉각 깨닫는 거지. 그게 그게 그때 당시 이미 그럴 줄 알았다면서 웃고 떠들기는 쉬워도. 그게 그게 실제로 촌스러운 면상 쳐다보며 천재성을 간파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다시 허세지수를 살짝 힘 빼고.
곧 환상교향곡 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일 것이냐, 야생마 유행가처럼 젊음의 행진일 것이냐. 하늘과 땅 차이다. 천지 차이라고. 어? 뭘 잘 알지도 못하고 원리도 모르고, 뿐만 아니라 이치 따지기는 싫지, 내 맘에 들면 객관성이 좋고 내 기분 나쁘면 주관성만 빽빽 우기고 떽떽거리지. 어? 걸리버들이 어떻게 뭔가를 개척하고 무엇을 발명하며 왜 창의적인지. 그건 관심없고. 일단 임시방편으로 걸리버에 대해 구글링 10페이지 간추려서 칼럼 작성해서 퇴근 빨리만 하면 그만이고. 주류 언어 10가지로 구글링하는 걸리버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게 그거다. 딴 건 놀랍도록 뛰어나고 까무러칠 만큼 신선한 발상도 많은데. 그런데 스포츠계에서 신체적 한계, 지식노동에서 역시 두뇌 사고체계의 제한된 범주까지.
이른바 전문 연주자는 단 1일도 연습을 거르지 않고 평생을 사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서민 가정의 사춘기 자녀가 받는 2달 용돈을 1회 입장료로 받는 게 지극히 당연.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차이라는 게 바로 그런 것. 피아노 교습서 하농을 1년 365일 매일 1시간. 악기를 최초로 배울 때 매트로놈과 함께. 잔뻔치 즉 쨉이 나중 일낼 것이기 때문에 줄넘기 1일 무조건 몇 개. 슈팅도 몇 개. 시선 제한시켜 드리블 연습하고. 다른 말로 스트레스 테스트. 상업 제품 출시 전에 다 하는 일들. 상용화 전에 임상실험에서 다 거치는 과정. 어려운 시대상 때문에 번역한 걸 재번역했던 걸로 배우고, 업계 전문가와 학계 원로도 민주주의 정신을 알기는 하는데 수트발 먼저 배우고. 산업 분위기가 그래서 못 따라가는 분야는 딱 정해져 있고.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말라냐 나를 밟고 올라서라냐. 불과 언제 적만 해도 대학교의 토속음악 전공자들은 교수님을 무슨 교주처럼 떠받들었고. (다 그렇단 게 아니라 몇몇 예시가 관례 상 어쨌다는 것). 그런 탑다운 방식은 적지 않았고. 그게 예의에서 적당하면 좋은데, 관례가 이상한 쪽으로 굳어지면 꼭 추문이 발생하고.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최말단 문지기가 쌍욕을 박고 어쩌고. 그게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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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얘기만 나불대면 재미없으니까 이 음악 한번 들어보면 어떨까?
테크닉의 끝판왕 죠르쥬 치프라가 연주하는 프레데릭 쇼팽. 연습곡 10번과 왈츠.
기교를 부릴 상황이 있고, 직구가 아니면 안되는 사랑도 있고. 응? 사랑이 무슨 애들 장난인가?
타임머신을 감안하자면 아직도 업계 학계 보고 듣고 알면 뭐 그냥저냥. 아무튼 오락산업에 대해 썩 맘에 들어하지 않는 대중의 잣대.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는 게 세상사이자 우리네 인생이라지만. 온도계와 시계, 공정성, 불문율, 기준, 철칙, 전체적인 수준이 아쉬운 분야도 없지 않다. 왜 일반인이 옷을 입을 때 대충 입을까? 왜냐, 시간을 아끼려고, 노력 대비 관심 끌기에 무뎌져서, 깔맞춤 대비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여건과 맞지 않아서일 것이다. 세상사에 닳아지니까 귀찮아서 말이다. 그래도 대충 어울리는 조합이 있다. 손쉽게 구색 맞추는 방법이 다 있다. 이를 테면 구두와 양복. 청바지에 대충 위에 뭘 걸쳐보면 흉하지 않으면 되고. 일단 시간을 적게 쓰고 싶으면 검정색과 흰색만 고집해도 괜찮고.
그런데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가. 아마추어가 아니라 업계. 그건 장난이 아닌 전장. 그래서 실내가 아닌 야전, 험난한 전장을 누빈 노장수들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규칙. 그걸 철두철미하게 따라야 할 게 있고, 그 황금비를 깨트리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 일도 있다. 후자는 논외로 치고. 전자에 대해서 말하자면 옷 입을 때 패셔니트타들이 하는 말 가운데 요점은 그거다. 색을 많이 써도 최대 3개까지만 쓰라고. 될 수 있으면 그거 넘어가지 말라고. 왜냐하면 다 그런 이유가 있으니까. 상의 흰색 노란색, 하의 검은색. 그럼 와~ 하면서 입이 떡 벌어지지는 않더라도 그냥 뭐 그냥저냥 무난. 응? 무탈. 무덤덤. 그런데 색상이 4개 5개 6개... 계속 늘어나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괴상해질 가능성은 폭등. 실제 그렇게 해 보면 감당 안된다. 옷 못 입어 꼴 보기 싫은 지름길이 그거다. 허나 그건 아마추어이자 그냥 일상. 옷 입는 거야 교양에 묻어가고, 적당히 중간만 가고 일하는데 지장만 없으면 되고. 그런데 업계? 잡지의 1쪽 TV 화면의 한 장면만 봐도 대번에 느낀다. 아차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무조건 지키지 않으면 안 될 철칙. 예술가처럼 막 그냥 대충 애들처럼 그려서는 절대 절대 절대 안 되는 규율. 그 3색 황금비. 그건 마치 사전적으로 정해진 것. 난 따르지 않을래, 그럼 망하는 것. 그건 OX 문제가 아니라 마치 신부와 신부들러리 같은 것. 병풍이 주인공보다 튀면 그게 어디 보기 좋나. 백댄서가 난리 치면 무대가 뭐가 되나. 장례식장에 왜 하필 튄다마를? 메이저 뉴스만 봐도 뻔하다. 아나운서가 각본을 읽는 동시에, 화면에 써지는 헤드라인. 메이저리그는 빈틈이 없고. 마이너는 마치 시골 시내버스 디자인처럼 촌스럽고. 어려운 거 없이 두꺼운 사전 1권에 나오는 그 황금비만 적용해도. 단지 딱 그거 1개만 적용해도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도록 보여지는 것.
따라서 그 황금비가 안 맞으면 촌스럽고, 딱 딱 알맞으면 고상하고. 촌닭이 미녀가 아닌 데다 글씨까지 못 쓰면.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니다만 남녀노소 동서고금 미는 끌릴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덕목. 그게 겉으로 드러나는 게 다비드 조각상이요 외모요 글씨체이자 문체다. 신화를 묘사한 명화와 조각상이 못생긴 거 본 적 있나? 필자가 알기로는 없다. 있으면 그건 1류가 아닐 테고. 드물게 있긴 하겠지만 일단 그렇다. 겉이 그랬다면, 당연히 속으로 새겨지는 건 민주주의 정신이자, 베끼기와 흉내와 모방과 응용에서 멈춘 아마추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창작이자 내 스타일이고. 때문에 그 황금비가 아쉽고 뭐가 고상한 건지 모르거나, 알아도 선심성을 위해 근사함을 포기하며, 나름 착한 척한다고 자존심마저 내팽개치는 일. 그래서 생긴다. 그래서 생긴다고. 어? 선발&중견주자는 모르겠다만 어디 후발주자권 몇몇 분야를 찬찬히 살펴보면 한마디로 실소가 나올 수도 있다.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어? 수준 좀 높였으면 좋으련만 언제까지 수박 겉 핥기요 남의 다리만 긁으실지. 그 말을 뒤집어보면 그만큼 그래프 기울기가 확연히 바뀌는 잔재미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 괜찮다 괜찮아. 나아지면 된다. 괜찮다 괜찮아. 뭐 안 괜찮다고?
그야 어떻든 그건 그분들 사정이고. 우리 마초는 세계 마초협회에서 한 몫 거들고 상남자 자존심 챙기고 숙녀들 자존감 신경써줘야 하고. 그분들이든 누구든지 면 살려주고, 아부하고, 딸랑딸랑 신부들러리가 우리의 아니 필자의 역할인 것만 같다. 그러다 뭐 가끔 얻어걸리듯 부추기기도 하고 선동도 이따금 재미삼아 하는 거고. 아무리 그렇긴 하다만. 거 어째 거 뭐야. 업계에 따라서는 무슨 아마추어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초보자가 말발인지 글발을 자랑하고. 나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은 말도 안되게 칭송하고, 꼴 보기 싫은 여자 연예인은 험악하게만 헤드라인 뽑고. 어? 그게 뭔가.
그럼 내가 노는 취미는 어디쯤일까? 사이클에서 에이스를 끌어주는 도메스띠끄면 그나마 미덕. 그럼 내가 일하는 업계의 풍향계는 마라톤에서도 에이스를 보조하는 페이스메이커? 그나마 꽤 괜찮은 시장 여건. 그런데 굳이 오면 마다하지 않겠는데 내 인생 여복은? 말해 뭐해! 어? 그럼 재물운이자 재밌는 인생처럼 신나는 환상머신, 미지의 꿈과 달콤한 희망은 우릴 과연 타임머신으로 데려다줄까? 뭐 트러블메이커나 설득하라고? 늬 걱정이나 하시라고? 하여튼 말을 말아야지 말을. 그야 어떻든 부조는 않더라도 제사상이나 망가뜨리지 말자. 나만 미끼 갈아끼우고 어쩌고 매번 꽝인데 친구만 물 반 고기 반이면, 솔직히 배 아프지 왜 아니겠나. 그렇지만 그건 우정. 다른 건 또 다르고. 하여, 환청으로 들리는 말은 그거다. 동냥은 못주나 쪽박이나 깨지 마소. 생맥주 500 cc를 남녀가 서로 확~ 확~ 끼얹은 예전 친구가 딱 그랬다. 남 잘 되는 꼴은 못 보는 심보. 물론 항상 그랬다는 게 아니라 때때로 이따금 어쨌고 친구들이랑 마찰 없지 않고 불협화음에 귀 따갑고. 술값 떼어먹고 어쩌고, 속된 말로 더치페이 하기로 하고 한 친구가 비싼 술값 카드깡! 나중 나 몰라라. 친구들 사이에 그런 일 비일비재. 그러다 깨닫고. 어차피 나이 들면 가족만 남고. 친구 만나는 빈도도 줄어들고. 아마도 그게 다, 다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흑심 때문이다. 비둘기는 콩밭에만, 참새는 방앗간에, 고양이는 생선에만 마음이 있단 말이다. 어쩌면 아닐 수도 있고. 일단 하나 확실한 건 그거다. 우리는, 여자 별로 관심 없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