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언제던가 친구랑 어느 후미진 바에 갔던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바텐더한테 물어봤다. 걔가 영문학 전공이라길래. 그런데 무슨 어느 예술가의 초상 몇 페이지도 모르고. 최소한의 꽃말 뜻도 모르고. 게다가 지저스의 러시아어 발성은 물론 렉서스가 지저스 발음 따라하기인지 아닌지도 몰라. (흑백TV 자체가 나쁘단 말이 아니라 짝퉁─가짜─쓰레기─다큐멘터리 채널 안에서의 제한된 삶이란 게 뭐 어떻다는 뜻. 어색한 발음은 말 그대로 불편이랄지 멈칫~하지 않으면 거짓말이니까. 흉내내고 베끼기에서 멈출 건가. 아니면 모방하고 모작 학습도 착실히 거쳐서 내 스타일을 만들건가. 그건 더없이 중요하니까. 전공은 그냥 전공이고 인생도 어찌 될지 모름).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그냥 막 무식이 철철 드러나네? 하긴 드라마나 영화로만 봤지 실제 자기 입으로 어떻게 성스러운 낱말인 동시에 상스러운 욕(!)일 수도 있는 관용어를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입에 담아보지 못했는데? 허허 그럼 말 다 했지. 100퍼센트 원주민 정신. 그럼. 말 다 한 거라고! 여자는 고운 머리카락을 넘겨 이마를 드러내야 어쩐다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명대사를 그녀가 기억한다고? 기억은 해 기억은 한다고. 그런데 멋진 남자 앞에만 가면 긴장 되고, 일기장에 쓰는 화술이라고는 오늘 어떤 얘기를 들었다 누가 나한테 표정이 많다고 했다 머머했다 머머했다 머머했다. 그러니까 기억은 하겠지요. 그처럼 그 당시 나는 반짝반짝 아부하는 딸랑딸랑 소리와 깡통 소리가 진짜로 옆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단골왈,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제 오페라를 봤어요~> 라는 대사를 바리톤처럼 읊어도. 그래도 웃는 게 왠지 어색할지도 모를 그녀. 단지 테너의 목소리에만 꺼뻑 넘어가는 그녀. 그런 숙녀들이 있긴 있을 테니까 그녀들은 그렇게나 만나기를 바란다. 누구를?
첫째, 뭘 좀 아는 남자.
둘째, 말이 통하는 남자,
셋째, 뭐 하나 흠 잡을 것 없는 남자.
단, 그런 남자가 날 추종하며 꽃 들고 기다리고 따라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자긴 입만 열면 백치미면서 왜 내 주위에는 순전히 단춧구멍들 뿐이야, 라면서 투정하는 그녀. 물론 단둘이 있을 땐 그렇게 말해야 정상. 본심이자 솔직한 마음이 그렇지 않으면 비정상. 당연히 난 단지 그녀들 심정과 진심과 사심을 그저 전달했을 뿐. 그렇지만 인지상정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낯선 타인들에게 내가 괜히 미안해.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고. 내 창작이 아니라 듣고 보고 겪은 세상사를 고스란히 전했을 뿐인데. 듣고 공감하며 이해한 내용을, 단지 그녀들의 착한 의식과 서정적인 정서를 그저 그대로 옮겼을 뿐. (물론 그건 남자도 동격! 야 야 떴어 떴어 2시 방향 2시 방향. 뭐 어디 어디? 어...디... 이 자식이...!)
그런데 또 웃긴 게 뭐냐면 그녀들은 단춧구멍 뭐라 뭐라 그랬으면서 못생긴 강사가 떠드는 동기부여 부흥회로 우르르르 몰려가. 허상뿐인 모래성처럼 유명인이 멍청하면 멍청할수록 인기 있어. 못 생기면 못 생길수록 선심성이고. 게다가 그분들이 하는 말이 뭐냐, 자기가 최고래. 심지어 빨빨거리는 동기부여를 듣고보니, 아가씨들 싫어하는 그 뭐야, 유부남의 유들유들함과 한량의 뺀질뺀질함과 그 흔한 동네 아저씨 가운데 어떤 끈적끈적함. 더더군다나 관능적인 마담의 축축한 분위기와 고혹적인 직업 여성의 뭔가를 놔버린 눈빛과도 일맥상통. 아아 (절레절레)! 허당들 얘길 잘 들어보면 내용이 이상해. 브랜드들 발음도 이상해. 유전자는 98퍼센트 일치하겠지만. (그 2퍼센트가 무슨 차이인가를 모르면 유인원─원시인─야만인─식인종─문명인이 어떻게 다른지를 모르게 됨. 구분도 못하고 내 주제도 모르게 됨. 늑대─들개─하이에나─늑대인간─흡혈귀의 차이점을 모른다면 인종차별이든 노예처럼 주종 관계던, 인간 취급을 못 받아도 싼 상황을 감수할 수도 있음. 그럼 금수 취급을 받아도 애교임. 인간의 타고난 사고방식은 절대로 바뀌지 않음. 갓난아기 때 이민을 가건 이민자 가정 2.0~2.5에서 성장한 100퍼센트 원주민이건 미세한 차이가 있음. 씨와 밭 모두 중요하나 피는 속일 수 없고, 씨는 거짓말을 못함. 안 그래도 인간의 말은 대부분 뻥) 뿐만 아니라 저런 어떤 남자는 트럭으로 갖다 줘도 나는 싫다라는 둥 뭐라는 둥. 단짝이랑 그런 주제로 그냥 수시로 수다꽃을 피웠으면서, 어? 또 나중 보면 무섭게 생긴 가죽점퍼한테 넘어가서 미녀와 야수 영화를 찍어. 참 나~ 뭐야 그게? 어? 뭐냐고! 그분들 가운데 훌륭하신 위인들도 부지기수지만, 그녀들 장점도 결코 만만치 않지만. 그렇지만 잠깐 흉보는 시간 좀 갖자면─흉보는 정도는 친함의 척도니까─그녀들도 남자들처럼 일관성과 객관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 오히려 주관이 단단하지 않고 마음이 흔들리고 변하고 쏠리면서 파도처럼 요동친다고. 그녀의 사랑관, 그녀의 전적! 전자와 후자를 사실적으로 비교해 볼까, 비교해보지 말까? 숙녀의 사랑론을 일기장에 쓰는 건 아름다운데, 그런데 가만 보면 일단 말할 때 핸드폰에 글 쓸 때 기초적인 문법부터 틀려. 신조어와 줄임말 그런 게 아니라 기본적인 문법조차 몰라. 헷갈린다고. 그런 말과 속마음은 또 달라. 자기도 자길 잘 모르기 일쑤.
그짝-그녀들의 남자들도 그래. 사정은 비슷비슷. 솔직히 따져서 촌닭&뱁새면서 파랑새&팔색조가 부러우면서 부럽지 않다 그래. 넌 뭐 얼마나 잘났냐 그러면서 제비 친구를 보고서도 그래. <사둔 남 말 하시네. 넌 별로야 내가 최고야! 우리가 최고야! 아니면 모두 최하!>. 무명 뿐만 아니라 유명인도 그래. 독수리─재규어─개구리─치타를 따라하기 바쁘면서, 다비드가 물 반 고기 반인 무대에 또 의젓하게 등장해.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자신감과 자존감도 중요하지만. 그게 아니라 여자들 세계에서 1군-2군의 법칙처럼. 집단주의의 장점도 무수하지만 겉으론 개인주의를 신봉하면서 그런 건 절대로 포기 못해. 뭐를 포기 못하냐고? 구시대적─봉건적─보수적─이기적일 뿐만 아니라 허세지수, 꼰대지수, 수컷의 서열, 특급 자존심, 이기는 비교와 오빠라는 포근함에 미쳐버림과 동시에 지는 비교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으면서 비교 자체가 싫다 하고. 그런 허풍쟁이가 만나는 그녀도 그래. 허영심 지수로 또 어디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해. 터놓고 말해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사랑을 뭘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성잡지2식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그건 사랑보다는 낭만적인 연애 단지 그것뿐이라고. 앞서 열거한 이상적인 남자의 조건인 <첫째─둘째─셋째>. 그거 다 충족되어도 지갑이 텅텅 비면 끝. 딱 끝. 안녕 잘가라. 다시는 보지 말자. 이제 우리는 남남이다. 여자도 그렇고 남자도 그녀의 마음을 보며 플라토닉에 대한 꿈을 키우기는 힘들지 않나. 사랑이란 찐한 사랑이니까. 그러면 사랑은 과연, 있을까? 있겠지 왜 없겠나. 단지 아름답고 고귀하며 꿈결처럼 환상적이기가 다소 어려워서 그렇지. 있다. 있을 것이다. 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진짜로.
2
여자 세계의 이상한 불문율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그녀들 세계에서는 뭔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다른 말로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고. 왜냐하면 우정은 사랑과 똑같은 거니까.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는데 누군가 심하게 뭘 모른 채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한다? 아직 고착화되지 않은 친교를 서투르게 뽐낸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 여자 세계의 1군-2군 법칙처럼 어떤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탄탄한 정치적 과정을 거치고 착실히 입지를 다져야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친한 척이라고? 반응은 이렇다.
「쟤 뭐야~!」
「얘 뭐래~!」
「(말없이 분위기 세~해짐)」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애초에 <알아서 적당히 좀 나대자> 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하던가. 또는 미리미리 친해지던가, 다수의 인정을 받던가. 여자 세계에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의 경우라는 게 있다. 얘들아 우리 친하게 지내자 라는 둥 갑자기 친한 척! 우정은 사랑과 똑같거든요. 사람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불문율 위반이라고. 1군보다 성적 매력이 떨어지지도 않고. 오히려 1군보다 훨씬 착할 수도 있고. 재밌지 않다, 말이 안 통한다, 끌리지 않는다, 그런 말이 아니라고. 그렇게나 고아하고 순진무구한 존재가 동년배 사이에서 첫째 1군인가 2군인가 분간 자체를 꺼려했고, 둘째 동년배 사이에서 5살 같은 행동이 (일부분) 반복됐다는 점. 그거 옐로카드 아닌가. 센터링-코너킥-프리킥으로 최적의 공간에 축구공을 올리면, 기가 막히게 세터가 토스를 하면. 응? 그런데 매번 파울홈런! 그녀들의 불문율은 장난이 아닐 텐데. 응? 그거다. 바로 그거라고. 아닌 게 아니라 바로 그거라니까. 왠지 모르게 싫어도 대부분 그러지 않나.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설사 싫어도 존중이 먼저고, 너는 너 나는 나고. 무엇보다 그녀들은 남자보다 단합이 잘 되지 않냔 말이다. 그러니 불문율 같은 건 응당 지켜야지. 이 역시 당연하게도 흔한 예는 아님. (절반쯤 비슷한 예이긴 한데 기왕 말 나온 김에 언급하자면 이렇다. 선발&중견주자권에서 허접하고 흔하디 흔한 마이너급 정도가 후발주자권에서 위세 부리는 유명세. 그것도 이런 경우와 절반쯤 흡사하다. 인지도와 선호도가 비례하지 않는 쉬운 예.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겉은 어른인데 속은 응애응애라니까. 문화적인 이유 때문에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닌데. 그런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다시 그 위에 하는 놈 있다고. 그래서 틈새시장을 노린 유명인의 멍청한 2세조차 덩달아 유명세를 누리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예도 드물지 않음. 왜 마초들이 TV보며 뭐라뭐라 채널 돌리고 저런 허접한 뭐라뭐라, 다 그러는 이유가 있음. 오락산업의 흥망성쇠로 보자면 예의 찾고 체면 차리며 져주고 그랬다가는 국물도 구경하기 힘든 세상. 그러니까 2류든 3류든 그분들이 그냥 막 아무 데나 막 들이댐. <칼럼: 잘난 척>에서 구분했듯, 왜 능글맞은 얘기를 동네 아저씨가 아무렇지 않게 하시는지 분석했듯. 그처럼 어떤 분들은 '낄끼빠빠'도 없고, 나 먹고 살기 바쁘다면서 막 들이댐. 군침 흘리는 개떼들처럼 막 들이댐. 탐스런 먹잇감을 본 하이에나처럼 부끄러움과 상도덕이고 뭐고 자시고 막 들이댐. 다 차려진 잣치상이건 안 차려진 밥상이건. 숟가락만 들고서 거지처럼 막 들이댐. 생긴 것도 개상에 말상에 동물처럼 생겼고. 설레설레!)
- 얘 얘 우리 친하게 지내자 + OK = 친구!
- 나 너 마음에 들어 +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 우정!
- 낭자 아름답소 나의 구애를 받아주오 + 못이긴 척 승낙 = 사귀기 1일! (아직 사랑까지는 아니고. 시작도 전에 너무 너무 좋아서 어떻게 그 남자를 꼬실까 궁리하는 사랑이 있는 반면. 사귀어 가면서 그 남자를 사랑할 것인가 말 것인가. 판별하는 순박한 연정도 있으니까).
이처럼 만인의 공인과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자연스러운 친교. 곧 궁짝이 맞아야 함.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와 같은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여자 세계에서 누군가 2군이 필요 이상 빨빨거리며 나댄다?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며 설친다? 선을 그을 땐 그어야 한다. 평소에는 다정하고 언제나 착하지만, 냉정할 땐 냉정해야 한다. 십대가 5살처럼 행동해 보시라! 그걸 누가 받아줄까! 소생이? 그대가? 그걸 도대체 누가 받아주냐고. 그걸 받느니 피하는 게 상책.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관습이 어딨나. 「나는 우리 반에서 (그대 이름)가 (1인자 즉 인기반장 이름) 다음으로 제일 웃겨. 걔 빼면 늬가 제일로 재밌어.」 ~라는 평판이 밑바탕이 된다면 그래도 된다. 여자들 세계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누구나 받아준다. 그래도 된다고. (참고로 필자는 중1때의 이 버릇 때문에 초4때 어떤 대가를 치렀음. 허나 치른 건 치른 거고. 우리는 끝까지 간다. 우리는 원래 그러니까. 딴 이유, 뭐가 필요해. 그런데 그 끝이 도대체 어디냐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냥 무턱대고. 어?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다짜고짜 얘들아~ 뭐하자. 막 그냥 얘들아~ 놀자. 얘들아 얘들아~ 뭐뭐하지 않을래? (············분위기 얼음············) 쟤 뭐래~! 쟤 뭐니? 그렇게 된다. 그렇게 된다고.
사적으론 그렇고. 좀 더 넓은 의미로 물이 변한다? 구성원 비율이 심하게 변한다? 넷 중 하나이기 마련.
첫째, 특별한 이탈없이 각자 끼리끼리. (무난)
둘째, 누가 해도 한다. (늬가 하든 내가 하든. 오늘 하던 내일 하던. 적당히 하자...... 라며 제지함)
셋째, 이직. 이사. 탈퇴. 창단. 전업. 전향. 개종. 전근. (깔끔)
넷째, 홍해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처럼 다수는 그녀를 피함. (효과음)
넷째의 경우처럼 피하게 되는 사례 역시 이처럼 구분된다.
- 예1: 인종차별 뭐라고 할 테니까 충고할 수 없을 때. 그럼 끼리끼리 으쌰으쌰 피할 수 밖에.
- 예2: 최고급 사립초등학교 모녀회에 옆문으로 겨우 들어온 사례. 급이 안되거나 품위가 어울리지 않으면 피할 수 밖에. 아님 스스로 중도 이탈. 또는 튕겨나가도록 유도. 애들처럼 눈치 주겠나 어쩌겠나.
- 예3: 1~7리그가 아니라 단위 자체를 옮긴 유학 같은 경우. <친하자 + 노땡큐 = 결렬 / 친해도 되니 + 까짓껏 그러자 = 우정>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물량공세를 펼칠 때. 내가 편입생이니까 친해질려고 술 사고, 밥 사고, 커피 사고 등등. 1번이 아니라 계속 그냥 술 사고, 밥 사고, 커피 사고! 덧치페이랄지 좀 여유있는 친구가 2배 3배 부담하는 일종의 비율이란 게 있는데 그게 무너질 때. 그걸 말로 해주긴 뭐하고. 말을 해 줘서 결과가 좋으면 되는데. 그런데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기도 어렵거니와, 듣는 당사자도 기분이 결코 좋을 리는 없음. 받은 만큼의 반틈 정도를 돌려주기도 옹삭하고 그러기도 싫고. 결론은 피하는 거 밖에 없음.
남자는 선봉을 잡고 주동을 하면, 그걸 봐 준다. 공정한 기회를 주고 평가를 받어서 공인을 받던가 무시 받던가. 여자 세계의 불문율처럼 딱 제지하는 일이 드문 반면 남자 세계에서는 으쌰으쌰해서 다음 날 약속장소에 갔는데, 나 혼자 밖에 없는 일도 있음. 그외, 드물게 남자 세계에서도 홍해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처럼 다수가 소수를 피하는 사례도 있다. 가령,
- 피곤한 스타일. 즉 야 야 떴어 떴어, 딴 데 봐 딴 데 봐, 고개 숙여 고개 숙여 모른 척해 모른 척해!
- 한 단위 안에 이질적인 소수 단위가 함께 있을 때. (큰 예는 TV 뉴스에 나오는 정치 문제. 작은 예는 부대1 안에 부대2가 파견되어 생활하는 경우. 작은 예는 보통 사이가 좋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간혹 최소한의 격의에 대한 생각이 서로 차이가 클 때 발생함. 40~50명 소대 편성 내부반에 타부대 5명이 파견. 그런데 양쪽 주장끼리 늬 공간 내 공간등 사소한 견해 차이가 발생? 5명이 뜨면 홍해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연출됨. 40~50명 소대의 주장 명령에 39명은 따라야 하니까. 농구를 하던 축구를 하던 타부대원이 출연한다? 모세의 기적처럼 홍해가 갈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싹 다 숨어버림. 이렇게 신기한 현상이 발생한 건 A부대 40명의 주장과 B부대 5명의 주장간 불화가 원인. A부대 40명의 주장이 직접이든 아니면 말을 전해들었건. 5명의 주장이 관례 위반에 대해서 40명 주장이든 고위급한테 고급스럽게 넌지시 말하겠나.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긴말 필요 있나. 아니다. 딱 아니다. 당연히 간접화법이 아니라 직설적으로 짧게, 딱! 응? 간결하게! 뭐, 그렇다고? 그렇게 곧 바로 모세의 기적은 현실이 됐다. 여기서 애매한 게 뭐냐면 누가 박힌 돌인가임. 인원으로 보면 다수가 주인이나 주둔지 잔류 기간으로 보면 소수가 주인. 쉽게 말해 A부대 40명, B부대 5명, C부대 1명. 그렇게 각각 소속이 다른 인원이 공동 생활. 당연히 수직적 계급제와 수평적 호형호제 관계가 공존됨. 정체성 기준이 단일되지 않은 사례는 스파르타식 다단계 회사에서도 겪었다. 이를 테면 산전 수전 다 겪었다고 하지만 수박 겉 핥기식이었을 뿐 (겸손한 척)! 넘어가고. 오히려 B부대 5명과 C부대 1명은 만년 붙박이요─B부대원도 은행원처럼 틈틈히 개별 교체되고─A부대는 전체가 6개월~1년 주기로 교체됨. 서술자는 B부대 1인자였지만 말년이기 때문에 주장은 막역한 1달차에게 이임. 더군다나 따돌림 현상이 발생한 후, 본인과 거기 터줏대감이었던 C부대 1명과는 오래 알고 지냈고 친했는데. 그런데 단박에 서먹서먹 못 본 체 자연스럽게 절교하게 됐음. 그 기분도 참으로 기묘하던만. 청량함보다 일종의 더러운 기분. 지식은 알면서 모른 척하면 분별력이 높다는 증명이라도 된다. 변별심에 따라 격조도 높아지고, 안목의 논증도 된다. 비겁쟁이 같은 본 체 만 체도 인생을 알게 되면 다 나름 꼰대지수도 절실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되듯. 허나, 알면서 알은 체하지 않음을 겪어보면 거 참, 기분이 심하게 곤혹스러운 법. (싫증났다 어쩐다 라며 맺고 끊는 깔끔한 이별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으라는 듯 뒷모습이 애매한 사랑의 마지막도 비슷한 얘기) 여자들 편들어주고 어쩌고 그거도 아니고, 참 내. 그게 다 똑-똑-똑 노크 때문에 빚어진 일. 지금껏 노크 없이 문을 벌컥 열었던 전례는 처음. 걔가 서열 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음. 우리 업무공간은 엄연히 군사 금지구역이니만큼, 똑똑똑 노크가 예의였는데 뜬금없이 무례함 발생. 사춘기 애도 아니고, 웃기지도 재밌지도 않은 일화는 그게 다였음. 결론은 이렇다. 이론으로 보든 통계로 보든 A부대 말년 병장의 햄버거병 사례라는 것. 상기 예는 단일 인종권에서 발생한 일로 매우 매우 드문 사례임. 이거 1개 소재만 가지고도 장편소설 하나와 시네마 1편 뚝딱 가능. 이게 만약 단일 인종 100퍼센트가 아니라고 가정해 본다면 그거다. <부커상 문호를 개방하라 개방하라, 콩구르상 우리 주라 우리한테 넘겨라>. 그거다. 딱 그거라고. 진짜로 문호를 개방해보시라, 하루아침에 뭔판되는 거 시간 문제. 그래서 컬러 TV 잔치니 뭐니 시끄럽고. 그래서 다른 프로 종목은 평등한 반면, 간혹 아마추어 펜싱 종목은 텃새가 오진 일도 드물게 발생한게 된다.
(──────잠시 주제를 벗어나서──────소주제: 프로와 아마추어. 프로냐 아마추어냐에 따라 관례가 판이하게 다를 수도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종목에 따라 다르고. 테니스채 VS 벌레 잡는 전기장 테니스채일 수도 있고. 레슬링 VS 프로 레슬링처럼 일종의 롤스로이스 구매허가증이 필요할 수도 있고. 중학교 축구팀이 고등학교 축구팀을 이기기도 하고. 종목에 따라 점수차가 근소하게 나는 종목들이 있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상한 일임에 틀림없다. 스포츠에 철저하고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야 옳은데 뭔가 잘못. 오히려 예술은 선심이요 스포츠는 텃새. 그게 반대로 되어야 정상이거늘. 사교-사랑은 잘 하면서 엄한 걸 반대로. 상업이야 눈먼 돈 가져가기니까 그건 빼고라도. 중견주자에 비해 선발주자권의 어떤 비애도 없을 수가 없다. 99퍼센트를 우리가 다 만들어놨는데. 그런데 가만 보면 점점 갈수록 우리는 신부들러리요 오늘도 물개박수. 국가 위에 있는 유럽연합의 의회 의석 다툼하는 거랑 밥그릇 싸움하는 거. 중견&후발자자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니까 당연할 뿐──────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어쨌든 A부대 말년 병장의 오판. A부대 주장이 그렇게 막무가내인 경우는 당시 경험상 딱 1번 봤음. 분명히 레임덕의 최악 경우임. 이 예시도 말년 병장 사람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그분의 삐딱한 오기, 즉 여자들 불문율 위배처럼 햄버거병이 원인. 연예인병이야 멍석 깔아지고, 과정이자, 광대 본분이며, 자연스런 증상일 뿐. 그런데 이건... 뭐 아무튼 좀 그렇다. 좀 그래. 모래시계형과 고슴도치가 살살 기면서 꼬리치며 굽히고 들어올 때, 아아~ 께름직! 또 그분들이 위에서 권위적으로 꽉꽉 누를 때. 오오~ 쭈삣! 그렇긴 해도 그분들도 나름 사람 좋고 중간은 가고. 하여간에 교육적 드라마나 장르 영화에서라면 이때 기분을 모범적으로 그리겠지만. 하지만 <야 야 떴어 떴어 피해 피해 도망가 도망가>의 주인공이 되고 보니. 정작 걔가 나이고 보니, 것 참 기분 묘하데~! 응? 그걸 딱히 뭐라 설명하기는 애매하고. 당시 사실만 말하자면 우리 5명끼리는 웃고, 좋아했으며, 즐겼다. 아무렇지 않았음. 그 아저씨도 참 유치하지. 아니 어떻게 속좁아도 정도가 있지, 그럴 생각을 했을까. 그러니까 우정은 추접스럽고 사랑은 간지러운 건가. 삥발이 시절 고생했고 군기 센 거 아는데. 당시 우리보다 더 고생한 거도 아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가시내도 아니고(여자 비하에 성차별이 아니라). 수줍은 처녀도 아니고. 유치해도 그렇게 유치했을 수가. 꽉 막히기로 내 친구와 내기해도 될 만한 재목감이었어 그래. 그처럼 우리도 아무렇지 않게 현재를 살았음. 꼭 인터넷에서 여초(여성비율이 압도적) 사이트에 상남자가 출연하면 물고기들이 다들 피하 듯, 스스로 알아서 우릴 특급 조연 만들어주겠다는데? 그런데 우리라고 마다하겠나 거부하겠나. 노땡큐가 아니라 OK였음. 꼬마들처럼 잘 지내봅시다 라면서 협상을 하겠나 어쩌겠나. 그래서 당시 우리도 아무렇지 않게 오늘을 즐겼음. 지금 생각하면 소꿉장난도 아니고, 으으윽 오그라들어. 청춘의 방황을 그린 연애소설과 청소년 드라마? 시시하던가 재미없던가 하찮던가. 어쩌다 재밌기도 하고. 우리는 판타지 영화를 보면 간질간질 가렵던가 쿨쿨 잠을 자던가. 둘 중 하나다. 아니 그걸 어떻게? (절레절레)! 내내 걸어만 다니다 끝나는 영화를 어떻게 꾹 참고 처음부터 끝까지 봐? 여자친구가 혹시라도 물어볼지도 모르니까 집에서 구간 당기기로 본다면 또 모를까. 뭔 생선 같은 놈 나와서 여자랑 연애하는 이야기도 영화라고. ~까지는 아니겠으나. 그러나 우리는 어중간한 거 딱 질색. 부드럽고 포근하며 다정하고 자상한 거? 글쎄요 글쎄요! 로맨틱한 이국적 정서와 고상한 휴가와 세련된 소풍? 우리는 쑥스럽고 겸연쩍은 거 못한다. 우리의 기조는 언제나 으쌰으쌰! 그렇다면 그녀의 귓가에 살살 불어넣었던 그 뭐야, 마음을 녹여주는 듯한 감언이설은 다 뭐냐고? 뭐겠어, 다 뻥이지. 다 뻥! 모두 뻥. 사랑도 뻥 행복도 뻥. 요리하고 집안 일 거드는 게 재밌다고? 먹기도 치우기도 귀찮은데 뭐 미쳤다고 코털을 깎아!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주지 않는 법. 최고로 탐스런 먹잇감이 나타나면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따라서 우리는 대충 살자파. 친구를 만나면 으쌰으쌰. 친한 웨이터 이름은 막살자. 좋아하는 명대사는, 뭐가 어쩌고 어째! 에잇 '우리는'화법도 재미없다 재미없어. 아무튼 농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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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넌 또 뭐야? 가서 번호표 뽑고 기다려.
넌 뭔데? 가서 병아리반에서나 놀아.
뭐 너구리? 꺼져!
얼룩말, 필요없어!
뭐 토끼? 토끼구멍에서 나왔으면 시계 토끼나 찾아가세요, 여기가 어디라고.
어라~ 쥐까지? 쥐구멍에 볕 들 날이나 기다리셔!
그렇다고 기린께서 납시셨네? 서커스단이나 알아봐 인마!
코끼리, 가서 치즈나 더 먹고 와.
눈표범은 어떠냐구요? 넌 가서 골목대장 놀이나 더 해.
바다표범, 넌 부르지도 않았는데 오면 어떡해?
주제 파악 못하는 하마? 어디다 그 못생긴 얼굴을 들이밀어!
뭐 딱따구리는 괜찮지 않냐고, 머리카락 뽑히고 싶어 아님 수염 뽑히고 싶어? 아님 밑에?
두둥~ 미녀 1-2-3-4-5-6-7? 흐흠 보자, 화장발─조명발─사진발─화면발─3미터 밖에서만 이뻐─유행가야 뭐야 3분 보니까 질리네─왕눈이라고 무조건 좋은 줄 아셔, 징그럽잖아 비율이 안 맞다고! 외계인이야 뭐야? 흐흠. 허허. 엄선하고 엄선하고 또 엄선했다라······ 얼굴 고쳤네. 우리 가게 에이스라, 멍청해 착하지 않아 속셈 뻔하잖아 아 글쎄 뒷모습만 이쁘면 뭐하냐고. 애첩으로 이만하면 손색없는 거 아닙니까? 똑같이 생긴 애 오늘 7명에, 비슷하게 생긴 여자는 셀 수 없이 봤어. 뭐 더티러브? 넌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그래...!
~라는 심한 투정과 비꼰 불만을 GIF파일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나올 때 아동의 울분처럼 표현해 봤는데. 그건 일단 그렇다 치고. 인생이란 그 냉소를 어떻게 표출하는가일 수도 있다지만. 그걸 장작으로 쓸까 계단으로 삼을까 그럴 수도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소관이니까, 따라서 응석은 이렇듯 칼럼으로써 월간지 인기 하락시킬 게 아니라 일기장에나 쓰자. 이런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