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49

from 소설 2019. 6. 15. 15:18

    1

    요즘 나는 악몽을 꾸는 게 취미가 되어버렸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고. 일단 최근 꾼 악몽 가운데 기억나는 걸 꼽아보자면 이렇다. 
    A. 옛날 알던 지인들과 카페에서 어떻게 합석. 웬 낯선 남자 1인도 함께. 그런데 대뜸 그분께서 그러시네. 자기가 누구랑 초등학교 동창이라나 뭐래나. 
    B. 액션 장르. 얼렁뚱땅 으쌰으쌰하다 사체를 놓고서 동네에서 왔다 갔다. 그러다 인질극에 엮여서 가담함. 말리다가 더 엮여버림. 세력 다툼 어쩌고저쩌고. 아예 한패로 움직이게 됨. 
    그렇다고 악몽꾸기가 재밌다는 얘긴 아니고. 어쨌든 멜로드라마 보기, 재미없다. TV 채널 돌리기 역시나. 일과표 또한 재미없기는 마찬가지. 할 일도 싫증났고. 그러니 할 말이 있을 턱이 있나. 있는지도 몰랐던 사랑, 차디차게 식었음. 낭만적인 로맨스, 오만정이 다 떨어짐. 적극 환영할 만한 새로운 사랑은 소식이 없고. 약속도 건수도 없는 지지부진한 평일과 주말, 신물이 나도록 지겹다. 바, 나이트클럽, 호프집. 술집에 가 봐야 뻔할 뻔자. 일상은 색다른 뭔가는 없고. 지겹기 짝이 없는 가택감금의 연속. 번뜩이는 군침 만끽하는 상상력도 바닥난지 오래. 사랑할 때는 로맨티스트답게, 그건 남들 얘기. 그럼 내 인생은, 재미없고 심심하기로는 자길 따라올 자가 없다는 건가. 알게 뭐야. 그걸 누가 궁금해 한다고. 관심 종자니 뭐니 신조어도 흥미롭지 않고. 그놈의 사랑이라면 지긋지긋 치가 떨리고. 나무랄 데 엄청 많은 인생, 뭘 해도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에밀리가 속내를 털어놓기를 하나 돈이라도 많기를 하나. 안 그래도, 에밀리는 방학을 즐기겠다며 장기 휴가를 떠났다. 그래서 나는 에밀리의 집에 1주일에 1번씩 왕래하면서 청소나 좀 해 주고 그래야 한다. 뭐 어쩌다 그렇게 됐다. 그분들 좋아하듯 오리발 내밀기 딱 좋을 듯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 유리하면, 여자는 그래요. 
    나 불리하면,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할 말 떨어지면, 남자가 여자 이겨서 뭐하게! 
    마지막 카드 1 사랑. 
    마지막 카드 2 눈물.
    알고 보면...... 말 말자. 우리는 대인배니까. 진짜로? 통과. 
    그래서 나는 오늘 사무실에서 조금 일찍 나서 에밀리의 집으로 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에밀리가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더니 거긴 허허벌판이었다. 
    물론 에밀리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허탕이었다. 난 차인 거다. 또! 





    2

    칼럼니스트를 잠시 쉬고. 나는 카피라이터로 변신했다. 입만 엄청 털어서 이따만한 칼럼 써 봐야 편 당 고료 얼마. 어딘가 모르게 약간 손해 보는 느낌? 물론 보람도 있고 재미도 쏠쏠하지만. 왠지 모르게 타율에 대한 아쉬움과 동경심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 거다. 뿐만 아니라 무당이 제 굿 못 한다고, 어? 사랑에 대해서 아는 척 자랑질에 똑똑한 척 잘난 척 허풍꾼처럼 나불나불 쓰고 또 쓰면 뭐 하나. 사랑을 못 하는데. 팬클럽은 있었던 적도 없고. 추종 세력이 다 웬 말. 그래서 나는 물밑 작업을 딱 한 문장, 또는 두어 문장으로 집약하는 일을 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만든 작품이 무엇인가. 그건 이랬다. 
    <오빠 나 냉동참치 아니다. 그것만 알아둬. 왠지 알아 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육덕녀의 진심과 미심쩍은 호감 정도는 구분하는 놈팡이. 냉동 참치 맛없다는 똘아이. 줘도 안 먹는 돌연변이. 실제로 냉동 참치 재미없는 건 사실. 뭐하러 냉동 참치를? 재미없음. 여자도 그렇듯이 남자에게 최고의 사랑은, 뭐니 뭐니 해도 새로운 사랑. 냉동참치녀는 별로 ~라는 남자의 마음을 종합한 결과 나는 저처럼 카피라이터를 만들어냈다. 과연 그게 어디에 어떻게 씌일지는 모르겠지만. 
    카피라이터의 삶. 하고 보니 괜찮았다. 물론 먹고 살 만한 프리랜서야 그럴 테고. 아등바등 아득바득 전장에서 버텨야 하는 전문가 입장은 다를 테고. 그렇긴 하다만 뭐라고나 할까... 동정을 받기보다 질투를 받는 편이 나을 수도 있는데. 둘 다 안 받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따가운 눈총에 소란스러운 입방정에 호들갑까지 개인의 자유라지만. 알려지면 제약이 따르니까. 뭘 해도 멈칫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어차피 일종의 새장 속의 새, 모종의 벌거벗은 임금님 신세. 그래서 아무도 날 모르는 투명인간처럼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숨어 사는 게 최선일 수도 있다. 단, 돈은 많아야 함. 엄청나도록 겁나게 많다는 전제 하에. 그게 아니면 가난한 삼류 유명세라도 감지덕지던가. 그러지 말고 아예 동정 받든 질시 받든 뭘 해도 무관심에 무반응일 테니, 직업이나 바꿀까? ~라는 생각에 나는 카피라이터 인생으로 접어들었는데. 무슨 그 분야 한 30년 해 보지도 않고서 아는 척 말은 그냥 말만 말만! 
    그래도 일은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AMAZON.COM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는 어느 웹사이트로부터 의뢰를 받아 탄생한 카피라이트. 그건 이랬다. 
    <별로인 남자들만 꼬이는 숙녀는 혹시 파리 끈끈이인 걸까>
    '별로'에 파리 끈끈이녀도 빠지기 섭하다 그거지. 
    아무튼 나는 그렇게 절실했던 품위 유지비를 마련했다. 
    그래서 이제 그걸로 무얼하지 라는 고민만 남은 셈이다. 





    3

    하나. 컴컴한 록카페에서 테슬라의 러브송이 나오는 순간. 록카페는 극장식과 카페와 그렇게 A와 B를 유리벽으로 나눔. 그렇게 A에서 B로 갈려다 유리벽에 쾅. 땡~ 아찔했음. 주위에서 웃고. 
    하나. 고1때 같은 반 단짝이랑 근처에서 놀던 곳. 자주는 아니고 한두 번. 
    하나. 대학교 1학년 때, 중3 때 친했다가 멀어진 친구가 여친이랑 다정하게 걸어오다 만남. 즉 1 대 2로. 자연스럽게 아는 척만 하고 스치듯 헤어짐. 
    하나. 길을 가다 여행 동아리 아는 누나가 카페에서 튀어나옴. 그녀는 치과 간호사 누나. 그래서 하는 말, 제가 여자친구 소개시켜 줄까요? 지금 그 카페에 함께 있다는 뜻. 돌려서 거절. 그 여행 동아리에 누나들이 많았는데 그때 친하게 지낼 걸 그랬나. 그래도 뭔가 막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시절. 지금 생각 같아서는 무조건 응했어야 했는데. (절레절레)
    하나. 길 가던 중 고1 농구단 친구를 만난 곳. 
    하나. 다녔던 외국어 학원들. 악보를 꼬박꼬박 샀던 음악사. 가끔 증명사진 찍으러 들리던 사진관. 문구점에서 계산할 때 고등학교 동창이 거기가 자기 집이라는데, 동창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미안했던 일. 경찰서 정문 옆 담벼락에서 저녁에 키스하던 남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여대생 누나와 부딪힌 거. 
    여기까지. 
    이 모두가 하나같이 회전 반경 단 몇 미터, 몇 십 미터 내에서 발생했던 일. 그런데 알고 보니 거리를 보아하니 약간씩 진행되네? 
    그래서 나는 그곳으로 가 봤다. 좌표 지점과 경우의 수를 면밀히, 정밀하게 기록해서 그걸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하고서.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렇게 도착. 긴말 필요없고. 모험주의자의 환상이고 나발이고. 
    결과만 말하자면 꽝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괜히 고생만 한 거지. 
    웬 운명의 장난. 인생이란 어쩜 허풍꾼의 농담 같은 건가. 
    왕창 벗겨먹고 홀딱 쪽쪽쪽 단물 빨아먹기, 로 무엇이 좋을까나 공상할 걸. 
    먹고사는 일은 어쩌면 나 비위 상하지만 남 비위 맞춰주는 것인데. 그런데 그렇게 평생 살아보니 지겨워졌던 건가. 
    변덕스런 여심의 동향을 파악하는 출중한 기술도 형편없고. 뭐 하나 되는 일은 없고. 재미도 없고. 뭘 하든 싫증은 빠르고. 
    그처럼 찬밥 신세가 된 것 마냥, 숫기 없는 질투심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던 찰나. 문득 전화가 걸려왔다. 
    크리스였다. 
   「친구야. 나 비비안 따먹었어?」
   「뭐? 진짜로? 아니 어떻게! 늬가, 걔를? 정말이야?」
   「아니. 뻥이야!」
   「이 자식이...!」
   「그건 그렇고. 어떻게 사니? 혼자서 뭔 꿍꿍이속인데? 혼자 놀기 지겹지도 않니? 응? 살만해?」
   「뭐 살벌하냐고?」
   「헛. 아주 그냥 살발하다 살발해. 어?」
   「왜, 여자 꼬셔줄까? 말만해. 내가 다 꼬셔줄께. 이 세상 여자들 전부 다 내가 꼬셔줄께. 어? 누구든지. 뭘 바래, 지명방어전? 말만 하시라니까요 말만.」
   「그러지 말고. 넘어 와.」
   「왜, 여자 소개시켜주게?」
   「허걱! 어떻게 알았어?」
   「정말이야? 안 믿어. 내가 널 어떻게 믿니.」
   「참말인가 아닌가는 와 보면 알고. 나 있지, 하루에 딱 1번씩만 거짓말하기로 했다. 그거만 알아둬. 어이 당숙. 어? 친구.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말 알지? 말은 타보고 시험하고, 사람은 사귀어 보고 시험하라? 푸딩의 시험은 먹어 보는 데 있어. 알지? 너도 잘 알지? 그런데 1번 먹어 보니 아직 그 맛을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2번 다음에 3번 4번 이어지는 식이라구. 그게 세상이고 바로 그게 사랑이야. 알겠니? 너 나한테 많이 속았잖아. 그렇다고 그게 매번 공짜일 리 있니? 속는 셈 치고 한 번 와 봐. 와서 놀라지나 말고. 이번엔 진짜로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게 될 테니까 말이야. 어때? 올 꺼야 말 꺼야?」
    고요한 물과 과묵한 사람은 믿을 수 없다. 물론 달변가는 더 못 믿고. 허풍꾼의 농간에는 더 겁나는 농간으로. 그렇다고 호응군을 믿겠나 호사가를 신뢰하겠나. 바람잡이도 재미없고. 호전파의 패기가 사랑인 줄 알았다가 그이는 선동가랑 친해지고 암컷 싸움닭이랑 바람나면 그건 또 뭐고.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남자 말을 어떻게 믿나. 그렇다고 여자 말을 솔직하게 믿으라고? 누굴 바보로 아시나. (똑똑똑 몸짓) 써글써글해도 여자 말 번역기 아직 꽤 쓸 만하다 이 말씀. 응? 즉 믿음이란 부질없는 것. 인생이란 기르던 개에게 뒤꿈치는 물리는 일.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조차 어쩌면 거친 정글의 질서이자 규칙 가운데 일부일지도 모르는 것. 살다 보면 알게 되는 일. 도끼는 그 자루를 빌려준 숲으로 가는 법. 고로 미친개인지 미친년인지, 아님 광마인지 돌아이인지. 사랑인가 정욕인가는 다 보면 보인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세했다. 이번만큼은 크리스에게 두둑한 신뢰감을 실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크리스를 만나러 출발했다. 





    4

    이번 문단은 크리스를 만나러 가는 길. 더하기 이거 저거. 
    나는 그렇게 크리스를 만나러 가면서 그 음악을 들었다. 
    죠반니 파이지엘로 /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에서 2막 로지나의 카바티나 ‘자비로운 하늘이여, 내 마음을 아시는 분’
    여자에게 사랑이란 정신을 바싹,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그런 숙녀와 새로운 사랑을? 생각만 해도 뿌듯. 
    친구 크리스의 빼어난 천재성에 난 기분이 아찔해졌다. 겁쟁이에게 찾아온 낭만적인 즐거움인 거지. 푸하하하하. 
    잃어버린 대망은 기억도 안 나고. 낭만적인 기질 역시 모르겠고. 남성적인 야심마저 관심도 없고.  
    우리에겐 오직  오붓한 육체적 대화 생각뿐. 일단 만나 봐서 괜찮으면 환상적인 분위기 조장하고 그다음에. 
    그런데 그녀가 날 태연히 본척만척하면 어떡하지? 그럴 리는 없지. 그녀는 내게 넘어올 수밖에 없으니까. 호호호. 
    그리고 가는 길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유난히 왼쪽에서 뭔가 나타나서 내게 툭~하니 부딪힌 일들을. 가령, 
    왼쪽 : 1살. 탈장수술 흉터. (대략 1-2살)
    왼쪽 : 2살. 기어다니다 문턱에 왼쪽 눈두덩이 퍼퍽~! (대략 1-2살)
    왼쪽 : 초등학교 2학년이던가. 동네 3 총사에서 2명이 형제, 형제의 아빠는 경찰관. 매일 아침 오토바이로 등교&출근. 오토바이 1대 막대-아빠-다음-다음. 한참 달리다 뒷바퀴 바큇살에 왼쪽 아킬레스건이던가 까임. 
    왼쪽 : 초등학교 5학년. 눈 오는 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역주행 트럭이 왼쪽에서 콰쾅! 쌍코피. 
    왼쪽 : 고등학교 1학년. 농구단 무명을 결성해 주말에 모여 농구하던 시절. 매주 몰몬교 내 농구장에서 모였는데 어느 날 왼쪽 발바닥 부상. (조셉 스미스와 무관. 그냥 농구장 위치 때문)
    왼쪽 : 택시 크레도스 2 고속 주행 중 가드레일에 스파크 파파팍. (나중 신호대기 중인 소나타 3을 퍼퍽) 
    왼쪽 : 흰색 소형차 액센트 접촉사고 왼쪽 후미. (덤프 트럭)
    왼쪽 : 단짝과 동업하던 불행했던 슬럼프. 귀 같이 한쪽만 뚫고, 귀걸이 한쌍 차서 나누고. 난 왼쪽 걘 오른쪽. 
    왼쪽 : 중형차 검정 레간자 정차 중 왼쪽 후미. (길가에 주차시켜 놓고 분식집에 들어가서 포장음식을 가지고 나와 보니 트럭이 박고 뺑소니)
    왼쪽 : 승합차 스타렉스 차량을 후진 중 나무에 후미등 콰광. 
    왼쪽 : 세라토 차량을 대리운전 중. 골목길에서 왼쪽 후미를 트럭이 콰광 후 줄행랑. 
    왼쪽 : 피앙새를 만나던 첫 만남 장소. 게임기를 보는데 왼편에서 피앙세가 걸어와서 짜잔. 
    물론 오른쪽도 있었다.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랑 친했는데. 가끔 군것질하고 어쩌고. 그러던 어느날. 학원샘 누나가 자동차를 구입. 당연히 초보 운전. 피아노 학원 뒷편 교회 주차장까지 함께 가서 딱 차에 탐. 간단히 드라이브나 할 계획으로. 그런데 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회전하다가 오른편 얕은 벽에 쿠쿵. 자동차 이름이 누비라던가 대충 그랬는데 그 차 오른쪽 뒤 타이어 근처가 찌그러짐. 난 조수석에 앉았고 학원샘은 나랑 같은 성씨였고. (피아노 학원을 여럿 다녔는데, 그땐 모차르트 소나타 연습할 때고. 제일 처음 1996년 18일 다음 날인 19일에 등록한 학원샘도 같은  성씨). 그때 만약 내가 덜 순진했다면 뭔가 진도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뺄 수 있었는데. 풋풋한 기억.
    그 외 방파제에서 단짝이랑 걘 킥보드 난 뛰기. 오른쪽이었나 왼쪽이었나 내가 왼쪽이었던 듯. 페니스&질 완전 언발란스 거리녀가 왼쪽에 붙어 걸었고. 검정 바지에 연노란색 재킷이었나. (괜찮은 작품도 있긴 있었지만) 봤던 영화와 읽었던 소설이 삼류였으니 뭐. 교성녀도 왼쪽에. 어떤 성씨의 마지막 떨림녀가 일반인 마지막. 냉동참치 만나는 거도 다 애들 때 얘기지, 그게 뭐 재밌고 자랑스럽다고, 누군 뭐 얼마나 좋아서 그랬나. 그 바보는 마지막 사랑 때문에 헐벗고 만신창이가 되어 뒷골목 매춘부나 만나러 다니고, 집에서 실컷 쉬지 않고 혼자서 마스터베이션이나 끊임없이 하고 또 하고. 그런 인간은 그게 뭐 얼마나 좋아서 그랬겠나. 그런데 여자는?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완전 타율왕이잖아? 그러면서 언제든지 처녀인 척. 뭐야 이거. 안 그래도, 어? 여자 손이 밀걸레야 뭐야 뭘 그렇게 문지르셔? 이제부터 여자 손을 보면 그 생각뿐이 나지 않겠구먼 그래. 여자들 이미지 트레이닝의 최고주자 아니냐고. 이제부터, 
    여자의 손 = 뭐다? 통과! 
    여자의 입 = 뭐다? 잘 아시면서 모른 척!
    남자는 빵처럼 부풀리고 여자는 폭탄세일처럼 축소하고.
    단 3명의 남자랑 사겨봤다는 여자? 30명이랑 했네. 뭐 300명?
    자기 감정에 솔직한 거랑, 남이 들었을 때 불쾌감이 들만한 얘기를 하는 거랑, 그 차이를 모르지 않아야 어른인데. 입바른 얘기하면 뻔히 남 기분 불편할 거 알면서 왜 멍청한 칼럼니스트는 그토록 불쾌한 주제를 생각하는 데 그렇게나 부지런할까. 도대체 왜 거기 그토록 천착하냐고. 왜냐, 안 그럴 수가 없거든. 피리가 그치면 춤도 그친다고, 게으르고 싶어도 풍악이 울리는데 어떻게 칼춤 군무를 멈추냐고. 바로 그 때문. 타인의 치욕, 도덕, 윤리, 염치, 정의, 규약, 질서, 미덕, 모범, 평범, 인습, 교양, 상식, 불문율 그 모든 게 이기주의 앞에서는 모두 무색해지는데? 이미 암컷 싸움닭의 내면을 읽어버렸는데 그 얼굴들을 어떻게 보냔 말이지. 얼굴 대 얼굴로 차마 포커페이스로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 만큼 얼굴이 두껍냐 그거라고. 여자 말 번역기의 설계도와 숙녀라는 환상머신의 인지체계가 도대체 뭔 비밀을 간직했는지, 그걸 알면 판도라의 상자를 저절로 덮게 되는데. 그런데 벌거벗은 임금님을 본 동화(현실?) 속 그분들이 어찌 마음이 편하겠냐 그 말이다. 세상사가 그렇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까지가 속담인데. 그런데 그건 이미 옛날 얘기. 벌써 고리타분한 옛 얘기. 그럼 지금은? 지금은 나는 놈 위에 하는 놈! 물론 그 역도 성립한다. 행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하지 말고, 가진 것을 모두 쓰지 말고, 듣는 것을 모두 믿지 말고, 아는 것을 모두 말하지 말라.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이지 않나. 오락산업 앞에서 누가 할 말 하겠나, 다들 꼬리 흔들거나 발톱 감추느라 정신 없는데. 아니 그런가? 도덕이 있으면 부도덕이 있고, 염치가 있으면 몰염치라고 왜 없겠나. 학식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모르면 화가 없는데. 어른이 된다는 건 온간 잡다한 쓸데없는 잔지식이 머릿속에 가득 쌓인다는 건데. 타고난 천성은 어떨 것이며, 수십 년 관성에 굳어진 행태는 또 어떻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일들 너무나도 많지 않나. 게다가 모순 없는 사람이 어딨나. 심지어 털어서 먼지 나오지 않는 사람이 어딨냐고. 변태성은 수면 아래 잠자고 있다 뿐이지, 길가다 웅성웅성하면 뭔 얘긴가 궁금하고 뭔 장면인가 보고 싶고. 그게 당연한데? 그렇다고 직접경험보다 간접경험을 선호하는 사람이라고 왜 없겠나.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종들을 시켜서 말하게 한다고, 속된 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일. 심심치 않게 있지 않나. 모르는 지식이 단 1도 없는 세상만사 천재인 어른들. 그래도 뭔가 더 알고 싶어하는 그분들께. 그 뭔가 색다른 관점과 참신한 원리를 굳이 들리면 듣겠다, 알려주면 잠깐 짬 내서 귀기울일 용의는 있다. 만약 그랬을 때. 그렇다면 주는 것보다 어떻게 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는 수 없이 의식의 표면만 긁고 간지럽혀서는 의미 없다는 게 어떤 칼럼니스트의 생각일 것이다. 살살 아부하고 슬슬 기분 맞추며 가려운 데 긁어드리는 일. 져 주는 거 못하는 사람이 그게 어디 어른인가. 뻔한 얘기 남 비위 맞추느라 시간 낭비에 어쩌고저쩌고. 나 행복하기도 바쁜 인생인데 남 시간 뺐어서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안 그래도, 땡전 한 푼이 다 뭐야 치를 떨며 혐오했던 빚잔치 인생, 비리비리 지난 과거는 연패밖에 없고 앞날이야 전망 새까만데, 그런데 할 말 못 할 게 뭐냐고. 어차피 시간 지나면 시시콜콜한 추억은 새로운 유행에 밀리는 게 세상사 이치. 그럼 진짜를 논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늙어 죽어 흙으로 돌아갈 몸뚱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효과 때문에 몸뚱이 막 굴리기보다 가짜가 아닌 진짜를 논해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다. 깔깔이 나서고 깐족이께서 말씀하시기를, 야 나랑 한 판 떠? 뜨긴 뭘 떠, 아니 뜰까? 그럴까? 자신의 결점에는 두더쥐가 되고, 남의 결점에는 살쾡이가 된다는데 정말로 그렇다. 뛰는 사슴 보고 잡은 토끼를 놓치지 말라지만, 하이에나가 벌레 먹은 사과를 마다하겠나 똥파리가 탐스런 튤립을 거절하겠나. 양보가 어딨고 예절이 어딨어. 일단 먹고 봐야지. 뭘 해도 껄떡인데? 사랑만 빼았기면 다행이게, 단짝마저 빼았아가는 동성 친구를 보면 속 뒤집어진단 말씀. 우정은 그래도 귀엽지, 임자 있는 남자한테 꼬리치고 유혹하고 유부남 흔들어서 빼았을려고 눈에 쌍불을 켜는 여자. 숙녀여, 잘 아시지 않나요. 그게 여자라는 거.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누가 누가 그렇고 그런지 잘 아시지 않냐구요. 네? 뿐만 아니라 빼았고 빼았기고 지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사디스트 마조히스트 뿐만 아니라, 누가 됐단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아무나 붙잡고 다 싸우는 암컷 싸움닭은. 남자의 호승심에 여자의 승부욕. 남자의 허세와 여자의 허영심. 더더군다나 거꾸로맨과 루저 마인드는 또 어떻고. 이 세상은 순 반칙왕들 뿐이다. 모순 가득한 우리들 뿐이라고. 그래서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그 일을 해야만 한다. 남 귀에서 피가나든 타인의 행복에 흠집이 나든,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썩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이 뭔고 하니, 그건 바로 도둑을 잡는 데 도둑을 풀어놓기. 따라서 공상의 결론은 그것이다. 1인의 사기꾼에는 1인 반의 사기꾼이 필요하다는 것. 어? 미친 교구에는 미친 목사가 있어야 한다. 모기를 장검으로 잡나? 그래 봤자, 어? 있어 봐야 검집만 휘황찬란해 봐야, 정작 검을 뺐더니만 이게 뭐야 이런 젠장, 짜리몽땅한 단검? 에라~ 모르겠다 어쩌고저쩌고. 결론은 그건가?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속물로 살 수 밖에 없단 얘긴데. 이 세상이, 전 아무것도 몰라요 난 사랑을 아직 몰라요, 그러면 어머머 그래요~ 그러세요~ 라면서 호락호락하냔 말이지. 안 그런가? 남녀 공히 똑같이 사람. 인간이라는 존재. 이중성 뿐만 아니라 모순 가득하다는 거. 누가 모르나. 그걸 어찌 모를 수 있냐고. 에잇~ 공상 길어져 봐야 머리만 아프고.
    그렇게 나는 칼럼 주제를 구상하며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대충 내용의 구도를 잡았다. 
    칼럼 제목은 여자 여자. 
    아무튼 여자들 머리끄댕이 잡고 개싸움은 신물나고. 딱 됐고. 좌우지간 육체적 대화의 마지막이 아마 웬만한 남자들 경험자가 많지 않을 정도 피범벅. 비경험자는 경험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 정도가 가능할 줄 모르므로, 고로 대체로 못 믿음. 전문용어로 속칭 떡볶이 경험치를 단 1번도 체득해 보지 못한 남자에겐 여지없이 비현실. 그 양이 양이... 넘어가고. 그렇듯 현실은 그분들께 초현실적. 뻥인 줄 아는데 뻥이 아님. 여자는 괴물이 틀림없다. 매번 맞아도 왼쪽 뺨 왼쪽 광대뼈만 맞았고. 기타 등등 기억은 복잡하기만 하고. 
    대타 JS와 교성녀 SJ가 처음 만난 장소가, 그러고 보니 가출해서 취직한 카페 보헤미아 앞. 처음 만난 날 헤어진 장소는 중학교 때 소풍 갔던 근처 없어진 롤러스케이트장 자리. (지금은 터미널이자 백화점. 그 백화점이 그 백화점이겠네). 물론 남자 세계 불문율처럼 성과 보고에 이어 어쩌고저쩌고 척키 속 뒤집어지고. 그다음 드라마 장르는 바꼈고. 
    같은 성씨 분수녀를 처음 만난 장소는 이사 가기 전 고등학교 앞, 마지막 헤어진 곳은 어린이 공원 옆.
    이사 간 고등학교 근처 군부대는 예전 31사단.
    피앙세랑 같은 성씨 떨림녀를 처음 만난 장소는 행정구역 도 3개가 맞붙어 별칭이 각별한 장터 인근, 마지막 만난 곳은 중학교 근처에서 처음 불량배 학생한테 돈을 빼았겼던 장소 인근. 그 양아치 학생이 오른편에 붙었나 왼편인가 알쏭달쏭 잘 기억나질 않구만. 그 옆에 또 아는 동생이 임신 중절 수술한다면서 같이 가 달라던 병원 근처, 거기 가는 줄 알면 안 따라갔을려나... 모르겠네 모르겠어. 또 그 근처에서 성은 S요 이름이 '동성'인 초등학교 동창과, 중학교 등교길에 매번 90도로 마주쳤던 기찻길. 또 중학교 1학년 2학기 후반이던가 겨울방학이던가. 12월? 1월? 일요일 아침 우리 동네 여자중학교에서 농구하고 난 다음 집으로 귀가하던 중. 턱관절 장애가 갑자기 발생. 그 자리가 당시 시내버스 2번 종점. 그때 이후로 입을 일정 각도 이상 벌리면 쿵-쿵. 이게 키스할 때 꽤 부드럽지 못한 기분일 테지만 뭐 그딴 거 신경쓸 틈이 어딨나. 게다가 사랑하는 숙녀와 아직 키스도 못 해봤는데. 아주 그냥 인생이 일장춘몽, 꿈보다 해몽이구만 그래.





    5

    나는 그렇게 이 생각 저 생각 공상을 거듭하다가, 크리스를 만나기로 한 카페 앞에 도착했다. 아, 카페! 카페에서 처음 만난 여자가... 워──워──워! 여자 얘기라면 아조 그냥 신물이 난다. 식상 진부 싫증 짜증 정말 정말 지겹다. 악마는 모든 것을 알지만, 여자가 칼을 가는 곳은 제외인데. 사랑보다 호기심이 더 많은 처녀들을 망치기도 하는데. 여자 여자. 여자? 에잇 여자. (절레절레)
    아무튼 카페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고. 그렇게 카페에 딱 들어가려던 찰나. 
    뭔가가 오른쪽에서 날 쳤다. 
    알고 보니 그 물체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여자. 그런데 예뻐. 몸매가 몸매가 후덜덜 후들후들 와들와들. 심지어 참해. 딱 내 스타일. 뿐만 아니라 막 괜찮냐 어쩌냐 애교 떨고 어쩌고 꼬리치며 막 딱 한참을 뭐라 하는데. 그런데 난 어쨌겠나. 삐~ 이명이 들리면서 잠시 시간이 멈추어져버린 거지. 난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야말로 아찔한 사랑에 말이다. 
    바로 이 황홀한 첫 만남. 다정한 첫인상. 섹시한 기대감. 
    알고 보니 크리스가 소개해주는 여자가 얘였단 걸 그땐 몰랐다. 
    그럼 이제 기 빨릴 일만 남은 건가? 등골이 오싹, 뒷목이 뻐근, 등짝에 식은땀 쭉. 나중 쌍코피 파팍. 
    그렇다면 정말로 침대에 찍 뻗는 일만 남은 거냐고. 그건 두고 보면 알 테고. 
    나는 카페로 들어가서 크리스를 만났다. 
    그런데 그녀도 크리스한테 인사하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벌써 짜릿한 사랑을 예감한 거지. 
    괜찮아요 미안해요 다친 데 없어요 어쩌고저쩌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는데. 아니 시간이 멈추어버렸는데 아주 그냥 미치는 거지. 아이 좋아라~? 호호호.
    버들은 약하나 다른 나무를 감는다. 그녀는 버들이었고 난 나무였다. 
    그런데 크리스 대신에 날 기다린 건 엔야였다.
    좀 전에 나는 엔야를 크리스로 깜빡 착각한 거였다. 
   「너가 여기 웬일이니?」
   「어 오빠. 왔어? 크리스 오빠 급한 일 있다고 갔어.」
   「갔다고?」
   「응. 뻣뻣한 수컷보단 내가 낫지 않나? 안 그래? 오빠 여자는 말이야, 어? 오빠처럼 순진한 사람은 여자를 조심해야 하는 법이야. 응? 여자는 요물이요 괴물에 마녀라니까 그러시네. 어? 여자는 남자를 속인 직후 가장 상냥한 동물. 물론 옛말이니 지금은 전후좌우도 남녀도 가릴 것 없다고 가정하는 게 속 편하고. 그야 어쨌든 좋은 개는 자기 꼬리를 안으로 감추며, 좋은 여자는 뒤로 물러난 있어. 알겠어, 오빠? 창가 여자는 자신을 값싸게 팔고 싶어한다고. 응? 창가 여자는 길가 뽕나무와 마찬가지란 말이야. 멍청한 년들 주위에 껄떡거리는 날파리들 많으면 좋은 줄 알지. 별로인 늑대들 달고 있으면서 막 자랑스러워하지 왜 안 그러겠어. 아직 어리거든. 완전 애지 뭐. 막 그래. 젊은 여자가 휘파람을 불고 있을 때, 성모 마리아께서 우신단 말이야. 젊은 여자가 휘파람을 불 때 천사는 운다고. 응? 또 뭐가 있지? 여자에 대해서. 또 뭐, 맞다. 자주 웃고 대담한 발걸음으로 걷는 여자는 뭐다? (딱) 매춘부다! 여기서 끝이냐, 아니지 아니지. 많은 사람이 냄새 맡는 장미는 향기를 잃지 않기가 쉬울까 어려울까. 여자의 아름다움은 봄꽃과 같지만, 정조는 하늘의 별과 같다네. 어떻게 헤픈 게 자랑이겠나.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오빠한테 한 숙녀를 소개시켜 줄께. 운명적인 만남인가 아닌가는 두고 보면 알 테고.」
    그렇게 나는 엔야로부터 그녀를 소개받았다. 
    그녀의 이름은 아만다. 방금 카페 문 앞에서 수직으로 부딪힌 여인. 
    난 정작 크리스를 만나러 왔는데 좌우지간 호박이 제 발로 굴러온 건가. 
    그렇게 우리 셋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러던 중 엔야가 아만다에게. 
   「늬가 좋아하는 남자 얘기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니.」
   「야 너는 무슨, 내가 뭐, 그 언, 뭘 아, 그건. 야 넌 뭘 그 내가 언제.」
    그러다 엔야는 우리에게 그랬다.
   「둘이 친하게 지내. 응?」
    아만다는 이제야 안심한다는 듯이,
   「예스~!」
    예스~? 시원스러운 어조가 아니라 절제하는 듯한 어조. 
    우리는 눈이 살짝 마주쳤다. 나는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아, 나는 사랑에 푹 빠져버렸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엔야와 헤어진 채 우리는 밀애 여행을 떠났다. 





    6

    그렇게 어디로 떠날까를 정하지도 않은 채 '야호 바다 보러 가자'라는 듯이 떠났는데. 
    그런데 아만다는 갑자기 드라마처럼 가면을 벗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존나 카리스마 있어. 아 삐───! 존나 멋져. 내가 생각해도 졸라 멋져! 뻑가. 어? 소름! 대박. 장난 아니야. 뻑가.」
    뭐야, 얜 에밀리잖아? 새로운 여자가 얘였어? 실망은 아닌데 실망은 아니었다. 
   「너 에밀리잖아?」
   「그럼. 이제야 알아보시네. 오빠, 잘 지냈어?」
   「」
   「오빠는 내 꺼야. 알아? 오빠는 이제 딴 년 못 만나. 응? 내가 남자들 딱 좋아하는 스타일로 매번 변신해 줄게. 응? 말만 하시라니까요. 매번, 항상, 언제나, 날이면 날마다, 응? 만날 때마다 딴 여자 만나는 기분 느끼게 해 줄 자신 있다니까 그러시네. 응? 오빠. 내가 그러면 좋겠어 안 좋겠어? 응? 말 좀 해 봐 오빠야! 응?」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너 알아서 해. 다만, 여자 말 허트루 듣지 마. 응? 아니 오빠 말.」
    나는 어리둥절함에 할 말을 잃었고. 
    크리스를 만나려다 우연히 마주친 엔야, 다시 엔야가 소개해준 아만다, 또다시 아만다였던 에밀리. 
    그녀는 바쁜 일이 있다면서 저기 저쪽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무슨 동에 번쩍 서에 번쩍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들 바빠? 참 나! 
    에밀리는 갔다. 그렇게 금방 갈 꺼면서 뭐하러. 찐한 키스도 없이 말이야. 
    피상적인 대화도 재미없고. 일생이 외롭고. 남들 다 하는 그런 평범한 데이트도 못 해 봤고. 인생은 꺾였고. 
    거울을 봐도 늙었고. 거울 쳐다보기도 싫고. 사진 찍기처럼 귀찮은 일을 왜 해. 남이야 하던가 말던가. 
    삶의 비밀은 없고. 돈은 더 없고. 뛰어난 솜씨가 어딨어. 빼어난 여자친구와 사귀어본 적이 인생 내내 0인데. 
    남자들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 뻔한데. 같이 걸으면서 모든 늑대의 시선이 나와 함께 걷는 그녀에게 쏠리는 일. 
    그런 느낌 받아본 적이 일생 0인데. 뭘 해도 병풍. 항상 신부들러리. 뼈져리는 패배감이 제일 친한 친구. 
    그렇게 나는 다시 혼자가 됐다. 
    돈 떨어지면 정 떨어지는 것일까. 정 들지도 않았고. 돈은 애초에 없었고. 
    수캐에게 물리건 암캐에게 물리건 물리긴 마찬가지. 할 말도 없고. 할 일은 재미없고.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방울이야 쌍방울이고. 그거 안 달린 남자가 어딨어. 
    요즘 세상 행복한 인생을 위해 숨어서 살기를 염원하는 사람이 어디 흔하냔 말이지. 
    하루는 술꾼 어제는 도박꾼 내일은 예언가? 사실은 난봉꾼. 심지어 비공식. 게다가 아마추어. 사냥꾼이 덫에 걸린 셈이네. 
    인생이 거 어째 죽 쒀서 개 준 기분이지? 아아 뒷목! 
    어떤 개라도 한창 때는 있다지만 이건 뭐 그냥 아주 뭐야, 전성기가 꽃필 뻔 하다가 로맨스를 알지도 못한 채 기나긴 슬럼프. 
    결국 남은 건 썩은 미소. 푼돈 아끼고 뭉칫돈 잃는 셈이지 뭐. 
    덜 익은 감은 떫다고 떫어도 웬만치 떫은 게 아니라고. 
    하여간에 에밀리 그녀. 유별난 질투심 참 지독하네. 그게 다 끔찍한 상상력 때문인가? 공상도 병이군. 불쾌한 상상병. 그러니까 허언증도 여전하시단 얘기일 테고. 더 말해 뭐해. 그녀야 상사병이 걸리던가 말던가. 아름다운 얼굴. 까무러칠 만큼 탄탄한 몸매. 그와 동시에 흥미롭고 신나며 재밌는 숙녀. 그딴 거 다 필요 없고. 사랑에 손해 보고 인생에 개 이득이던가 말던가. 
    그렇게 나는 차에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사무실로 갔다. 
    헨델 / 오페라 <쥴리오 체자레> 중에서 아리아 ‘사랑스러운 희망이여’. 





    7

    흥미로운 전개로 물망에 오를 건수의 부재. 유능한 행복감이 뭔지는 모르겠고. 뜻밖의 행운은 감감무소식이요. 발탁할 만한 기발한 대타 역시 비리비리. 카드 한도는 간당간당. 신동인 줄 알았는데 결국 일하기는 권태 놀기도 바보. 그럼 대안으로 떠오르는 특단의 대책은? 당연히 없지. 있을 턱이 있나. 사리분별 안 되고 세상 물정 재미없고. 이쯤 되면 곤경에 허덕이던 날 구출해 줄 특명을 인공지능 지니가 지령해야 하는데. 녀석도 뭐 별수 없는 거지 뭐. 그러니 어떻게 숙녀의 기대감에 부흥하고, 그녀의 선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겠냐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지. 
    그러다 그는 공상을 그대로 글로 옮겼고. 칼럼 하나 뚝딱 써서 품위 유지비를 챙겼다. 
    내용물은 <칼럼: 여자 여자>였다. 
    뭐 또 여자? 차라리 떠자나! 그런데 어디로? 내 말이! 누가 아니래. 아무리 그래도, 어? 할 일 없으면 주색 할 말 없으면 사랑. 한창나이는 거듭 오지 아니하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없다고, 우리는 달려야 한다. 뭐가 됐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우는 털을 갈아도 성질은 바꾸지 아니하는데, 환상머신이 완성됐던 말던 하던 일 하지 않을 수 있나. 
    그래서 JS가 고른 '바보 짓은 짧을수록 좋다'의 바보짓이 무엇이냐. 하면 그건 뭐였더라? 
    그것은 바로 U2 콘서트 가기였다. 현존하는 가수 가운데 관중 동원력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듯 말 듯한 록밴드. 이름하여 U2. 짜잔~! 
    그는 동네에서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다가 벽보로 공연 소식을 알게 되었다. 
    U2? U2가 누군가. 1집 제목도 왠지 모르게 마음에 쏙 드는, BOY다. 이미 그들은 뭘 해도 전설이었다. 밥을 먹어도, 걸어 다녀도, 오줌을 싸도 전설. 손만 까딱 해도 전설이요, 입만 뻥끗 해도 추문. 뭐? 넘어가고. 말 그대로 아니 말이 필요 없는 밴드. 어? 
    물론 그는 U2를 예전부터 좋아한다랄지 즐겨 듣거나 각별한 애착심 그런 건 없었다. 다만 그 정도 공연이면 볼거리가 풍성하고 관중이 많기 때문에 사람 구경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점. 그게 중요했다. 유수의 관광지까지 굳이 고생 고생해서 갈 필요 없이 손만 까딱하면 TV로 다 볼 수 있지 않나. 인종 전시장이라는 뉴욕 한복판까지 비싼 돈 들여서 가면 물론 좋겠지만, 응? 가까운 동네에 이방인들 자주 보이는 거리에만 가도 색다른 기분 대충 느껴지지 않나. 그거랑 이거랑. 비슷비슷. 안 그래도 일하기야 물론 나름 재밌기도 하고 보람도 있고. 흥미로움이야 여전하긴 하지만. 매번 사무실에서 듣는 음악이라고 해 봐야,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HWV 430.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Oster-Oratorium BWV 249. 음악의 아버지인가 어머니인가 매번 구식 탱탱 묵은 옛 음악 듣기. 최신곡을 모르면 여자를 꼬실 수 없지 않나. 다정한 숙녀가 자긴 아빠 같은 남자가 좋다면 또 몰라도. 뭐 그건 농담이고. 사랑이란, 여자의 환상을 만족시키는 남자를 만났다고 상상해 보는 것일까 아닐까. 또 옆길로 빠지지 말고. 
    뭐 어쨌든 그의 논리는 이랬다. 
    행복과 쾌락은 축복받은 제휴다, 
    그러므로 지고의 행복감이 아직이라면 짜릿한 쾌락마 타기도 잘만 고른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때문에 여러 후보군 가운데 그나마 제일 건전하고, 뭘로 봐도 방탕하지 않고, 어떻게 흠잡을라고 해 봐야 빈틈이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그걸로 U2 공연이 낙점된 점. 게다가 근처. 심지어 콘서트 표값도 싸. 뿐만 아니라 특급 좌석까지 거저. 따라서 이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반드시 가야만 한다. OK~ GO! 
    다소 억지스러운 논리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썩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물론 이런 말 하기엔 뭔지 약간 겸연쩍지만 그래도 기왕 말 나온 김에 살짝만 정직하게 사연을 풀어보자면. 그 뭐야 그게 말이지, 그가 정말로 무대 위에 그 어떤 무언가가 수북이 쌓이는가 '진짜로 그럴까'를 확인하기 위해서? 라는 목적 따윈 추호도 없었다는 점. 그가 만약 뮤지션이라면 속옷 회사 협찬 받을 만한 형편이 어려울 테니까, 하여 짜고 치는 포커처럼 사람 써서 일부러 그거 막 던지라고 작전이라도 짤 깜냥일까. 그러든가 말든가. 어쨌든 그런 진심 간과해도 좋고 아니면 말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뭐? 농담이고. 일단 그랬다. 제일 적게 원하는 사람이 제일 부자다. 자동차는 딱 1대면 충분하다. 없어도 괜찮다. 있어 봐야 귀찮기만 하지. 돈 먹는 하마 밖에 더 되겠나. 그러니까 그분들이 늦출 수 있는 한 최대한 늦추라고 하지. 뭐 그야 어떻든 말이 그렇다는 거고. 넘어가고.
    지엄한 가치에 맞서지 않았고. 자연의 섭리에 숙연했고. 그런데 귀가 몹시 가려운데 누가 자기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있나. ~라면서 뭘 해도 재미없던 찰나. 동네 근처까지 세계적인 록밴드가 제 발로 찾아와 주고. 그런 행운이 어딨나. 옛말에 장맛이 좋아야 국맛이 좋다고 했다. 장맛은 U2 콘서트고 국맛은 내 인생. 생선 맛은 양념에 달렸다. 양념은 U2 콘서트고 생선은 그가 생선인가? 뭔 생선 같은 놈 나와서 사람이랑 연애하는 이야기, 그게 그거? 뭔 뚱딴지 같은 얘기는 재미없고. 꿀벌도 꽃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사교계를 은퇴한 플레이보이 인생에서, 쓸쓸한 난봉꾼 고독한 사냥꾼 외로운 술꾼 처절한 도박꾼,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타이틀은 없고.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 없지 않나. 바로 U2 콘서트 가기. 캬~ 좋네 좋아. 딱 좋아. 어? 딱이다. 표값이 싸니 맞닥드리는 어려움은 없고. 혼자 조용히 갔다 와도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참으로 이색적인 눈총 받기는 다 남의 일이고. 크아~ 좋네 좋아. 딱 좋아. 
    그렇게 그는 공연 날이 되어 U2 콘서트가 열리는 공연장으로 갔다. 





    8

    그는 U2 공연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U2 공연이기는 한데 좀 이상했다. 
    즉 UU라는 밴드와 UZ라는 밴드. 두 밴드의 조인트 공연. 
    UU + UZ = U2. 뭐라고? 1 + 1 판매촉진 마케팅이야 뭐야. 참 나 어쩐지 뭔가 잘 풀린다 그랬다. 그럼 그렇지. 이런 젠장. 또 혼자 원맨쇼 했구먼 그래. 
    그래도 뭐랄까 U3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다행은 무슨. 이제 안 시켜도 남의 다리 긁기야 뭐야. 뭐 언제는 누가 시켜서 그랬나. 누구를 맹비난할 일도 아니잖아. 
    그래도 청춘의 행진은 즐거운 듯 보였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서로 얘기하고 사진 찍고 웃고. 정다운 그녀들. 그래서 그는 또다시 공상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저기 저 생머리 숙녀와 어느 날 문득 사랑에 빠진다면. 만약에 정말로 거짓말처럼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그럼... 흐흐흐! 눈웃음 지으며 싱글벙글 굽실굽실 살랑살랑 딸랑딸랑 반짝반짝 뿌잉뿌잉. 오빠~! 아름다운 모습. 매혹적인 향기. 달콤한 목소리.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남잘 떨리게 만드는 사랑의 예감. 아님 쾌락의 기대감? 그 어떤 새로운 선망과 색다른 동경심까지 덤으로. 부풀어오르는 몽상과 흥분한 감성도 조금. 열망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어떤 다정한 모험심이 자길 이끌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공상도 재미없고. 여긴 본인이 있을 데가 아닌 것 같고. 곧 개가 오줌 누는 동안에 산토끼가 도망간다. 산토끼가 낮잠 자는 동안 거북이는 골인한다. 지금 이 순간도 적은 예뻐지고 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점. 사무실 구석지에 찌그러져서 일이나 하는 수밖에. 그렇게 그는 그곳을 떠나게 됐다. 





    9

    다음 날. 
    사무실에서 TV 보기. 
   「아빠.. 엄마 언제 와?」
   「그걸 왜 나한테 묻니?」
   「그럼 누구한테 물어?」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가 안 보이니까 그러지. 아빠 어른 맞아?」
   「아빠 어른 아니야. 원래 아이가 어른이거든. 걔들도 속 다 있다, 너.」
   「그럼 그 걔들이 나야?」
   「잘 아시네.」
   「잘 아시네, 좋아하시네.」
    TV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뭐, 어? 평상시에는 정맥피가 흐르고 비상시에는 완전 동맥피로 교체되는 신체의 유일한 혈관인. 거 뭐야. 어. 막. 딱 거 나 참 허허. 됐고.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순결한 우아함이 함께 하는 일은 바라지도 않고. 
    그는 그처럼 사무실에 있다 보면 은밀한 당혹감이 엄습해왔다. 바로,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남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라는 남자 세계의 경구가 말이다. 
    보아하니 상쾌한 할 일은 알고 보면 지겨운 일하기. 말하자면 유쾌한 할 말이라고 해 봐야, 그래 봤자 심심하네 재미없네 권태롭네. 기분전환에 따른 환한 미소를 바랄 수도 없고.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오랜만에 릴리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 릴리. 웬일이니?」
   「오빠. 나 지금 들어가.」
   「어딜?」
   「집에.」
   「누구 집에?」
   「누구 집이긴 누구 집이야. 우리 집이지. 그럼 뭐 내가 오빠 집으로 들어가겠니?」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어?」
   「됐고. 끊어.」
   「뭐?」
    전화는 뚝 끊겼다. 
    뭐야 이거? 얜 걜 약 올리려고 전화한 거야 뭐야.
    그런데 잠시 후 아는 동생 이브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나 오늘 약속 취소됐어」
   「아, 그래~?」
   「아휴 느끼해. 느낌 아니다. 기분 꽝이네. 분위기 깨졌어. 끊어.」
    역시나 이번에도 이브의 전화는 뚝 끊겼다. 
    아니 뭐야 이거! 
    잠시 후 제라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 이번에는 안 속는다. 그러면서 그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너라면, 아니 됐다. 말 말자.」
   「왜 말을 하다 말어? 뭔데? 응? 뭔데 그래? 아, 뭐냐니까.」
   「그러니까. 나올 거야 말 꺼야. 어? 그거만 말해.」
   「그거만 말하긴 누가 그거만 말하라는 거야.」
   「누구긴 누구야, 늬가 답해야지.」
   「그러니까 어디로?」
   「어디긴 어디겠니. 릴리랑 이브랑 나랑. 그렇게 셋이 모였는데 뭔가 으쌰으쌰 뭔가 약간 부족하다 그거지. 어딘가 모르게 오늘은 멤바가 많아야 좋을 듯한 뭐 그런 느낌?」
   「그럼 진작 불러야지 너네 정말 이러기야? 어? 우리가 그렇게 뜸 들일 사이니? 어?」
   「그렇지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어? 여긴 너처럼 허접한 허당이 있을 곳이 못 돼. 그렇지만 내가 다 미리 손을 써 놨어. 때문에 뜬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엄한 낭설도 믿지 말고. 입길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어? 무엇보다 도망갈 생각일랑 일절 하지를 말어. 어? 알겠니? 어? 알겠니 모르겠니? 왜 말이 없어?」
   「말할 틈을 안 주는데 그럼 어떡하니? 아무튼 딱 기다리고 있어. 나 지금 곧바로 간다.」
    그렇게 그는 전화를 끊었다. 
    어머머머머. 그런데 걔네들이 어디에 있나를 물어보지 않았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제라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릴리의 전화는 꺼져있었다. 이브라고 전화를 받았겠나. 그럼 그렇지. 
    장밋빛 꿈은 이루어지고 결국 팬지꽃 색상의 쾌감은 충족될까, 아니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기대일까. 기대는 무슨. 
    불행은 내 편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설마 잭팟을 터트리려는 것일까. 그야 뭐 두고 보면 알겠지. 
    그래서 그는 다 잊고 일이나 하기로 했다. 
    일단 음악을 틀고. 
    비발디 / 오페라 <그리셀다>(Griselda) 2막 중에서 아리아 ‘두 줄기 바람이 몰아치고’
    결국 그는 삼류 카피라이터 하나를 만들어냈다. 
    평소 일과인 웹사이트 1,2,3 방문하고 블로그 검색유입어 살피고. 
    그걸로 얼렁뚱땅 만들어낸 카피라이터는 그랬다. 
    <이쁜 게 죄. 못생겨도 죄. 여자의 나이도 죄. 그러나...!> 
    본인도 이런 시시콜콜한 주제 자체도 꺼림칙하고, 논점도 싫지만. 카드값은 밀리고. 
    의뢰한 업체에서 그걸 어디 써먹을지는 몰라도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니 일은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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