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67

from 소설 2020. 4. 15. 17:20

    1

    OB는 여성환상 편집장 사라를 피해다니는 중이다. 왜냐하면 보나마나 '벌렁벌렁 대 발딱발딱'같은 제목의 삼류 칼럼 왜 안 쓰냐 라며 잔소리할 게 뻔하기 때문. 왜 아니겠나. 싸구려 스타킹 구멍난 거나 버리던가. 툭하면, 어? 걸핏하면 그저 어떻게 한번 남자 꼬실까 그 궁리. 어? 아무튼~ OB는 동생들한테 커피 잘 사주는 오빠라는 칭찬 더는 듣기 싫었던 것이다. 걔가 걔네들을 모르나? 모를 리가. 너무 잘 알아서 탈이지. 그럼. 당연하지. 어? 고상한 척 도도하게 화장 한 듯 안 한 듯. 근사한 거 좋아하고 나서기는 더 좋아하고. 시간만 나면 남 얘기하기가 취미인데 겉으로는 남 얘기하는 거 싫어한다 그러고. 어? 학교 다닐 때 위선 떨며 착한 척하며 험담 겁나 많이 하고 다녔을 게 뻔해. 응큼한 년. 촌년. 능글맞게 말이야. 유들유들 능글능글. 남자 더럽게 밝히는 년. 지가 무슨 OB 여편네라도 돼?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년. 껄떡이 껄떡이... 쉿! NB가 쓰는 소설 속에서 애첩 단역이라도 어떻게, 좀 한번, 어떻게... 막 그런 쓸데없는 공상이나 하는 년. 미련곰탱이. 남자에 환장한 년. 물론 YB와 그녀 단둘만의 농익은 친분이 더없이 끈끈하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다음으로. 뭐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 마라 편집장? 흑심은 늑대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코끼리에게도 있다. 사심. 군침. 눈독. 개침. 질질. 탐욕. 본능. 시간만 나면 연재소설 마감일 독촉하고. 아직 한참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인사말이야 인사말. 너무 타성에 젖어 권태에 빠진 슬럼프 먼저 알아봐주면 안되나? 지 아쉬울 때만 립서비스에 앙탈에 교태. 여자랑 얘기할 땐 목소리 걸걸. <숙녀를 좋아하거든 여심을 설레게 만들라>라는 명언을 우리가 모르는 거도 아닌데. 남아도는 게 숙녀들의 러브콜이었으니 질릴 때도 됐지. 우리는 여자 보기를 돌맹이 보듯 하거든. 그렇다고 연애라면 아주 신물이 난다는 OB의 간곡한 허풍을 믿어, 말어? 믿거나 말거나! 못 이긴 척 하기 싫은 일하기, 그에 미친듯이 열중하는 인생. 신나게 놀기 좋은 젊음의 호시절을 모른 체 낭비인지 몰입인지 아니면 중독인지 하나도 구분 못하는 삶. 한마디로 그는 더럽게 재미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변화는 절실했고 새로움은 필연이었으니. 달콤한 쾌락을 질릴 때까지 누릴 수 있을 안정기는 대체 언제쯤에나. 새콤하든 행복하든 인생의 모든 존망이 달린 궁핍한 슬럼프를 과연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더럽게 따분한 일상을 탈출할 방안이라고는 떠올려봐야 뭐, 케케묵은 주전 구식 탱탱 묵은 대타 같은 묘수뿐. 허나 알고 보면 죄다 시시할뿐. 인터넷 놀이터에서 솔깃한 제목에 낚이면 한방 된통 먹기 일쑤. 고로 방법은 하나다. 딱 1개. 바로, 떠나는 것. 곧 박혀있는 돌에는 이끼가 돋는다. 청소. 일기. 교육. 독서. 취미. 개편. 이직. 다 그래서 하는 것. 물론 다정한 호시절이라면야 굳이 마케팅 정책진을 개각하지 않아도 됨. 그런데 어디로 떠나지? 오라는 데가 없는데! 누가 아니래. 참 내 뭘 해도 이런 식이지. 
    그래서 OB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집을 나서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핸드폰에 이름이 뜰 텐데 번호만 떴다. 모르는 사람이란 말인데. 누구지? 그는 전화를 받았다. 
   「친구. 잘 살았니?」
   「누구...?」
   「나야. 나라고.」
    그러면서 전화가 끊긴 다음 그의 앞으로 고급 자동차가 한대 오더니 멈췄다. 그건 바로 리무진. 
    조수석 창문이 열리더니 어느 웃는 남자의 얼굴. 낯이 익었다. 옛날 한 반년 함께 일했던 친구. 
    걔가 스타니슬라프로 불러주라 그래서 그렇게 했다. 곧바로 자연스럽게 비서가 내려서 리무진 한쪽 문을 열어주었다. 
    스타니슬라프이 잠깐 얘기 좀 하자 그래서 그는 차에 탔고 그들은 가까운 카페로 갔다. 





    2

    그곳은 가까운 찻집이 아니라 근처 대학교였다. 지방대. 저속한 표현이라 하기 애매하긴 하나 굳이 말하자면 인근 지방 전체에서 넘버 2. 
    그곳에 도착했고 그들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대학교 본관 끝부분 1층 한동을 통채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들리는 음악은 잘은 몰라도 이랬다. 
    Stabat Mater RV 621
    Nisi Dominus RV 608
    Salve Regina RV 616
    그때가 언제였더라 아마 한 17년쯤 됐나? 지금은 모르겠는데 당시 독주하던 세계 게임회사. 그 본사의 외국지사,에서 다시 지방 담당자 면접을 호텔에서 앞두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그걸 포기한 채 걔랑 일하게 됐는데. 걔는 전기회사의 사장. 사무실 직원은 관리자 1명 경리 1명이 전부. 나머지는 전부 아웃소싱. 아무튼 그건 그랬고. 
    그 어떤 이상한 분위기 때문인지 몽롱한 기분 탓인지 그를 오늘 만나고부터 내내 그는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도착한 다음에도 그가 선보여주는 장난감과 아동복과 여러가지 신기한 구경거리들을 보느라 NB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스타니슬라프는 생전 처음보는 유리섬유를 가지고 놀았다. 인공 실처럼 보였다. 반짝이기도 했고 반투명하다가 투명하게도 바뀌고. 색상이 화려했다. 어떻게 보면 상처를 꼬맬 때 쓰는 (상처 아물면 자동으로 녹아없어지는) 의료용 실인 것도 같았다. 그런데 스타니슬라프 말을 듣고 보니 그건 투구갑옷게, 고래, 심해어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한 특수 실이라고 했다. 그걸로 짜여진 옷을 입으면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나 뭐래나. 그런데 그 말을 너무 진지하게 했기 때문일까? 그건 뻥이 아니라 사실인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신기한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털실은 마치 정말로 살아있는 것만 같았고, 따라서 녀석 빛이 밝아지면 NB가 걸친 옷의 색깔을 전부 흡수해버려 그의 옷은 모두 검게 변해버렸다. 베이스 기타처럼 한 4가닥 됐나? 그러다 다시 그 신비로운 털실 빛이 옅어지면 NB가 입고 있는 의상의 색상은 원래대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러면 이건 뭐랄까 그 옛날에는 심복으로 남기를 바랬더니 지금 와서는 NB를 뭐 프랑켄슈타인 실험용 쥐로 생각했을까? 일단 두고 보면 알 테고. 그러면서 스타니슬라프는 그 길다란 실 몇 가닥을 들더니 NB의 몸을 측정하고 있었다. 맞춤복을 만들기 위한 실측 과정으로 보였다. 일종의 뜨개질처럼 신종 기법에 의해 스웨터를 만드는 일인 듯 했다. 
   「그건 뭐 하려고...?」
   「너 줄려고. 잘 어울릴 거 같은데. 무슨 색깔로 해줄까?」
   「」
   「실망할 일 없을 거야. 지분을 투자하란 말도 아니고. 와서 열심히 일하란 말은 더더구나 아니야. 친구. 얼굴만 비춰줘.」
    그러다 갑자기 어느 아동이 나타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스타니슬라프 아들인지 딸인지 아마도 그런 듯. 
    예전에 듣기로 스타니슬라프가 북쪽 대도시에 가서 산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동쪽 대도시에서 산다고 했다. 일은 여기서도 하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한다는 말인데. 그러다 스타니슬라프는 옆 사무실로 이동했다. 거기서 스타니슬라프는 NB에게 놀라운 장난감을 보여주었다. 그건 흡사 그 무언가를 방불케 했다. 바로,
    레고 + 심시티 + 애들 장난감 + 군 고위급 지휘실 전광판(수직) + 전투 작전 상황판(수평) + 신도시 조감도 실사 모형판(비스듬) = 괴상한 가상현실 놀이기구'
    그 다음으로 다시 또 옆 사무실로 스타니슬라프는 이동했다. 
    거기서 어딘가 낯이 익은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고등학교 아니면 중학교 동창으로 보이는데. 대략 말을 나눠보니 학부에서 고급수학을 전공했다나 뭐라나. 자기 말에 따르자면, 자기 이론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동급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통성명을 나누지 않은 녀석이 하는 일이라곤 엑셀 작업일 뿐이었다. 그 다음 갑자기 어딜 가자네, 과연 어디로? 가보면 안다고 했다. 그렇게 자동차로 걸어가다 자동차 뒷부분 쪽에 거의 다 와서 스타니슬라프는 운동화를 땅바닥으로 던졌다. 뒤따라오는 NB보고 챙기라는 뜻인 것 같았다. 즉 스타니슬라프는 실내에서 운동화를 신었고 바깥에 나갈 때는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그렇게 NB는 스타니슬라프의 운동화를 주워서 차 트렁크에 넣었고, 자기가 직접 운전석에 앉았다. 
    스타니슬라프, 이름 모를 남자, NB. 그렇게 3인방은 어딘가로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어느 근사한 식당이었다. 거기서 그들을 기다리는 멋진 남자가 있었다. 
    NB는 단박에 짐작했다. 단숨에 눈치 챌 수밖에. 보아하니 그 정체 모를 멋진 남자는 NB의 전임자인 듯. 
    그래? 말하자면 그 옛날 스타니슬라프가 입버릇처럼 말하기로 심복 심복 그랬는데. 그럼 이번에는 뭐 충복 더블 캐스팅? 무슨 뮤지컬 주연 더블 캐스팅도 아니고 뭐야 그게?! 
    어쨌든 그렇게 4명 남자는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상남자들이라 널찍널찍 앉았다. 그러다 옆 자리에 손님들이 왔다. 곧 있다가 어느 동네 아저씨가 NB 옆자리에(4명 일행 즉 2 : 2 마주보는 상태에서 1명과 NB의 중간에 낑겨) 앉았고. 그래서 어떻게 어떻게 해서 그는 저 끝으로 밀려나게 되었는데. 그러자마자 음식들이 오고 어쩌고. NB는 일어나 걸어서 일행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식사를 진행하는 동안. 아까부터 NB는 내심 생각이 많았다. 복잡했지. 왜일까? 왜겠나! 왜냐, 왜냐하면 그 옛날 겪었던 일들을 또 반복해야 하냐 라는 아찔함 때문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 수 밖에. 만나는 순간부터 거 어째 느낌 세했는데 점점, 점점점, 점점점점점... 계속 어떡하나 이제 정말 어쩌면 좋나 라는 아련함. 그와 동시에 좌표값 암산에 암호학, 각본, 즉흥연기, 변수 등에 관한 공상도 빼놓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 또 어딘가로 이동했다. 근처 공원에 도착해 쉬면서 또 어느 동네 아저씨를 만나 뭔 얘기를 나눴는데 NB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바로 그건 어젯밤 개꿈이었으니까. 





    3

    소동은 크나 열매는 적다. 최근 슬럼프를 겪는 YB 삶의 줄거리. 올드보이 인생 언젠 안 그랬나? 하긴 손에 쥔 핸드폰을 찾는다고 엉덩이만 들썩들썩하지 의욕만 앞서고 성과는 없고. 그럼 NB는 이건 어떨까 라고 생각해봤다. 바로, 무작정 새로운 인생과 신나는 사랑을 기다려볼까? 누가 아나 쾌청한 탐욕과 미완의 신비감을 더없이 만족시켜주는 귀인이 느닷없이 나타날지. 허나 바랄 걸 바라야지. 하오나 시 제목마따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언정 어쩌고저쩌고. 울고 싶을지언정 죽고는 싶지 않은 인간의 운명. 그렇지만 뭔가 있어 라는 불쾌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하고많은 세상사 끊이질 않고. 그래서 최근 월간문학잡지 미스테리아는 격월간으로 바껴 독자를 띄엄띄엄 알더지만, 발행을 두어 번 건너뛰더니 결국 휴면기에 들어갔다. 직원들 역시나 휴직. 사정이 사정이니 만큼. 그렇다고 NB까지 휴업할 수 있나, 안 그래도 업무 공간 미스테리아에다 만들어놨다. 마라는 허락한다는 뉘앙스를 풍겼으나 입장 바꿔 NB가 통보한 셈. 따분함 지루함 지겨움 질리는 심심함과 더럽게 재미없는 일상을 탈출할 뾰족한 묘수가 없으니, 따라서 그는 미스테리아에 출근하기로 했다. 걸리적거리는 여심도 없겠다 군침을 왜 흘려? 한적허니 일하기 딱 좋은 환경. 그렇게 출근한지 2일째.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직원들 일기 훔쳐보기. 
    처음에는 딱 1번만 보려고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처음에는 어떡하다 보게 됐다. 일부러 보려고 했던 게 아니라. 그런데 이게 이게 점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끊을 수 없네? 아닌 게 아니라 절묘한 작전에 따라 겁나게 완벽한 계획으로 그가 말려들 수 밖에 없도록 미리미리 다 사전에 짜여진 게임인 듯 했던 것이다. 딱히 진한 사랑보다 더 정신없는 빠져듦? 자신있게 네 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뭔가 다른 느낌이 있긴 있었다. 아아 터진 자루는 채울 수 없는 것일까? 귀 간지럽기가 끝이 없었으니 고로 그는 날이면 날마다 직원들 일기 훔쳐보는 재미에 출근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4

    2020년 4월 1일 (라파엘로)
    우리 나이 정도 되면 모든 걸 내려놓는 여유를 얻는다고나 할까? 거품 같은 인기 관심도 없고. 여복이 뭐가 중요하나! 숙녀보기를 돌보듯 하는데. 하오나 뻥. 뭘 해도 재미없기 일쑤. 신난다 재밌다 즐겁다 다 뻥. 몽땅 뻥. 도대체 얼마나 칼럼 나부랭이를 더 써대야 팍팍한 먹고살기가 풍요로워질 수 있을지. 그런 고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물론 뻥. 침착한 사색가연하는 태도. 연기이자 허세일 뿐. 차분한 철학자인 척해도 누가 좋아하며 봐줄 사람 하나 없지. 허풍도 골았어. 미소 썩었지. 어쩌다 으쌰으쌰 놀 땐 기분파. 그런데 놀 기회라곤 혼자 놀기가 전부. 생활고에 대한 걱정은 인상파. 문제는 행복한 쾌락마에 대한 막심한 갈망, 그건 언제나 낭만파. 그럼 뭘 해? 그럼 뭘 하냐고. 그래 봤자, 환상문학잡지 편집장 마라는 쉼없이 마감일 독촉을 하질 않나, 여성환상에서는 밀린 원고료 매번 미루지를 않나. 혹시 그년이 떼먹을 생각? 에잇~ 설마! 설마가 사람 잡으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거 정말 촘촘한 재미 꼼꼼한 기쁨을 어디서 사오기라도 해야지 참 나. 난 괜찮아 라며 의연한 척 노래부르기, 춤추기, 놀기, 먹고 마시기. 다 재미없어. 몽땅 재미없다고. 어? 그래서 꼭꼭 숨겨둔 비장의 묘수는, 없다? 있을 리가 없다니까. 그러니까, 됐고. 따라서 나는... 나는... 나는... 혹시 누가 엿볼지 모르니 여기까지. 

    2020년 4월 2일 (체실리아)
    나는 개꿈을 측정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식탐의 측량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신비한 성욕을 실측할 수 없기 때문일까? 뭘 해도 재미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해결사의 필승론을 탐색하는 건 어떨까? 어떻긴 뭘 어때, 해도 별 거 없지. 또 해서 뭐 하게? 참 내 거 별 나 그 증말. 하여튼 정체가 의심스러운 인간. 곧 이 내 의뭉스러움은 자기 자신을 이렇게 호명할 수 있었다. 자기 자랑은 없거나 지겹거나 바닥났으니까. 말하자면 눈 깜짝할 사이에 가상현실혁명과도 같은 문학을 뚝딱 완성하고자 노력하는 문인. 허나 꿈과 달리 대체가능한 칼럼니스트 생활. 싫증난 혼자 놀기 누군 뭐 안 따분하겠나. 보아하니 인생이란 별 거 없다. 단언컨대 인간의 삶을 요약해주는 말이 있다. 그건 뭐냐 하면 이렇다. 바로, 침 없는 꿀벌 없고 가시 없는 장미 없듯, 더티러브 없는 사랑도 없다. 뭐? 뭐라고? 뭐가 어쩌고 어째? 이거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말이야, 말이면 단 줄 알아? 어? 이런, 젠장! 그런 말도 안되는 인생관은 앵무새랑 논쟁하든가 말든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말이야. 
    그러므로 나는,
    야! 너. 그래 너. 어디 옆을 두리번 거려. 너 임마 너. 그래 너. 너가 보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물론 몇몇 의심가는 인물이 있지. 그렇지만 똑 부러지게 누구라고 말은 못하는데. 심증 가나 누구라고 말은 않겠는데 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어? 난 경고했어. 알았어? 알았어 몰랐어? 왜 대답이 없어? 어? 뭐? 조용히 해. 그러니까 누가 내 일기 읽으래?! 뭔 생각해? 어딜 넘봐. 속옷 훔쳐보는 상상했냐? 벌써 다 읽었어? 봤으면 지워. 잊어. 넌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그래? 가. 꺼져. 집에 가서 공갈 젖꼬지나 빨어. 알았어? 알았어 몰랐어?

    2020년 4월 3일 (미카엘라)
    비밀은 없다. 사랑은 잊어먹음. 여복이야 꽝. 호기심 바닥. 상상력 빈곤. 자유와 행복 같은 뻔한 낱말은 그저 고리타분할 뿐. 격한 공감과 진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새빨간 거짓말조차 납득력 하나 없으니까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에 연재할 분량도 빵구남. 사람이 말이야 남자들 허세도 넙죽넙죽 받아주고 숙녀들께 립서비스도 소곤소곤 풀고 그럴 줄 알아야지, 왜 아는 동생들은 모두 다 날 떠나갔을까? 왜긴 왜겠나. 뜸들이기의 명수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퍼진 거지. 그러면 이제 정말 비장의 카드, 특단의 대책을 꺼내들어야 한단 말인가? 과감히? 어? 정말? 내가 괜히 시간끌기의 제왕일 리가 있나. 강력한 한방이 있었으면 이처럼 더럽게 재미없는 노총각 아니 노처녀 인생이 되었을 리가. 능청떨기 마왕 주제에 허풍을 떨어도 납득이 안되기 일쑤. 걸핏하면 뻥. 심심하면 뻥. 그저 하는 일이라곤 오빠~ 오빠~란 말만 들으면 정신이 나가버리지를 않나. 아리따운 애정을 떠올리다 쩔쩔매지를 않나. 보아하니 커피 끊은 것도 그렇고 뭘로 보나 보나마나 늙었네. 뭐? 쟤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고 신난다고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낙엽만 봐도 꺄르륵 꺄르륵. 떨어진 낙옆은 날아가고 떨어진 열매는 나무밑에 있다. 허황된 야망은 기억도 안나고, 아찔한 소망은 소망은! 이런 젠장. 
    그래서 나는... 내가 뭔 말 할려고 했더라?





    5

    2020년 4월 4일 (카타리나)
    겁나게 까마득한 쾌감의 주인공으로 낙찰될 것만 같은 예감. 아찔한 기대. 내가 오빠 이럴려고 만나? 노노노노노노노! 그런 값싼 허영심 말고. 이런 느낌 처음이야. 이런 기분 이제야 알았어. 오빠 내게 정말 무슨 짓을 한 거야? 젠장 꿈 깨자! 치명적 매력을 뽐내는 숙녀 생각 해서 뭘 하게. 보아하니 영보이에서 올드보이로 멋지게 늙어가는 게 남자 인생 정상이자 이상적 궤적인데. 이게 이게 MB(미친놈)처럼 다짜고짜 밑도 끝도 없는 낭만적 환상을 탐구한다면서 변신 기계를 가지고 놀지를 않나, 말 같지도 않은 칼럼들만 골라 쓰지를 않나. 어제는 가만 있는 벌집을 쑤시더니 오늘은 개꿈 꾸며 달콤히 낮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질 않나. 어? 왜 자기만 뭘 해도 재미없냐 따분하냐 지루하냐 그거구만 그래. 허허. 허허허허허. 그렇긴 하다만 뭐 틀린 말도 아니고 누군 뭐 구태여 그런 말 하고 싶어서 하겠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나름 착한 척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때문에 난 그랬다. 보기에 퍽 부담스러운 자기 얼굴은 뻔뻔한 상판떼기요, 반면 타인들의 아름다운 용모는 말 그대로 용안. 하여간에 그놈의 위선과 가식과 허영심. 능청이 능청이 현란한 혀놀림만 놓고 보자면 그야말로 혀 메시인데. 그런데 재물복 성과는? 
    좌우지간 네 얘긴 재미없고 그 인간 얘기 조금만 더 하자면 이래. 그야 어떻든 NB 역시 하는 수 없이 남자. 딱 남자. 완전 상남자. 그러므로 사랑의 흑심은 여지없이 파랑새의 뻔트인 법. 양이 있는 곳에 늑대도 있다. 개뼈다귀 보이면 개는 환장하기 마련.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젠장. 우리는 여자한테 관심 없음. 꼴보기 싫음. 재미없음. 귀찮음. 제발 한번만 만나주라는 간청 수없는 애청,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뿐. 아주 그냥 지겹단 말이다. 말하자면 수캐 암캐가 있으면 강아지도 생긴다지만 OB는 연애에 취미 없음. 전혀. 일절. 사랑론이라면 아주 그냥 진절머리가 날 지경. 쓴물이 다 올라와. 신물나는 수다. 하지만 아마도 그 인간 점잔 뺄 처지가 아닐 텐데? 말만 말만 YB면 뭐 하나, 찬밥 더운밥 가리지 못할 입장인데. 뭐라고? 아니다. 아니야. 진짜 아님. 호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어먹지 않음. 그렇긴 하나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으니. 따라서 뭘로 봐도 이건 모순 천지란 말인데. 쯧쯧! 이걸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어? 넌 뭐야 비켜. 고개 돌려. 뭐? 조용히 해. 넌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그래? 뭐? 마이크 꺼. 
    그래서 나는 

    2020년 4월 5일 (아그네스)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에 주늑든 젊음. 다른 말로 늙음? 보아하니 이제나저제나 희망찬 꿈에 풀베팅할 최적기만 노리다 마침내 언젠가, 신비스런 환상머신에 소망이고 나발이고 다 잊어버리는 인생. 그럼 그것은 정녕 뜨거운 애무에 마음을 녹여버리는 변신기계라도 된단 말인가. 변신은 무슨. 대망에 대한 연패를 만회할 기회는 없음. 왜냐하면 애초에 야망 같은 건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렇다 할 성과없는 낭만적 사색가의 통장 잔고. 지나가버린 허황된 개꿈이 오늘에게 본때를 보여준 결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냐고! 너무 많이 알면 실망할 뿐. 
    이처럼 이 지긋지긋한 공상에 골머리를 앓기만 반복했므로 따라서 나는 드디여 결심을 했다. 정말로? 뻥이다. 한때 허당계 거물 축에도 못 낀 주제에 계획은 무슨. 선물받은 넥타이 매고서 서류 만지작거리는 사무직이 아니라. 마우스나 꼬물꼬물 만지작거리며 인터넷 소문이나 두리번거리다 드물게 낄낄거리며 농땡이치는 푼수. 쪼물딱쪼물딱 아주 그냥 마우스 닳아지겠다 닳아지겠어. 누가 지 꺼 아니랄까 봐! (절레절레) 꼴에 예술한다고 자칭 대중적인 칼럼과 순수문학 연재분 빠트려 슬럼프에 빠져사는 허당. 그러니까 제 말은 어딘가 모르게 흠씻 두들겨맞은 듯 타성에 젖어버린 정체기, NB는 빠져나와야만 했던 것이다. 뭐랄까 코카콜라 광고보다 더 뻔한 사랑의 변심과 인생의 권태로 발생한 반작용 때문이라고나 할까? 재미없음과 심심함을 양쪽에 끼고서 썩은 미소를 짓는 듯한 맷집마저 바닥권이니 이건 뭔가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러므로 소파에 자빠져 TV보며 더럽게 재미없는 멜로드라마 흉보기 정도로는 벙커 탈출은 어림도 없다는 말인데. 그럼 뭘 하나, 그럼 뭘 해. 그래 봐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좋게 보면 성격 좋은 팔색조요 나쁘게 보면 만년 호구 1.5군! 
    그래서 나는,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야! 월급날이니까 어서 퇴근해서 한잔 해야지. 





    6

    YB 아니 올드보이는 사무실에서 어떤 음악을 들을까 선곡 고민을 하고 있었다. 
    A) Handel / 오페라 <아리오단테> - “밤이 지나면 태양이 빛나고”
    B) Haydn  / Hob XVIII:3 - Piano Concerto in F major
    C) Bellini /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 중 1막의 아미나의 카바티나: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
    추억의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톰이 딱 어떤 표정을 지으면 탐스런 사과를 불독이 채가는 것처럼. 
    만화 스머프에서 가가멜이 손이 비비면서 입맛을 다시며 군침 닦자 딱 먹을려던 순간~ 
    그와 같은 표정으로 오늘 쓸 칼럼 주제 정했고, 착상을 다듬어 문학 아이디어를 선명하게 만들 무언가와 어울릴 음악을 막 고르려는데! 
    대뜸 노크도 없이 환상문학잡지 편집장 마라가 찾아왔다. 나만 문을 벌컥 여니? 너도 맥주 벌컥벌컥 마시잖아! 라는 듯이 말이다. 
   「웬일이야 아리따운 숙녀께서? 왜 하필 이 누추한 곳에! 그 귀하신 시간을 할애하시는 영광을 딴놈도 아니고 바로 내게?」
   「너무 길다. 뭔 인사말이 그리도 길어? 그러니까 오빠가 여자가 없는 거야. 알아? 그래서 너한테 숙녀가 안 붙는 거라고.」
   「그만 좀 해 증말. 어?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듣기 싫은 농담 진짜 짜증난다 짜증나. 내 머리 위에서 수증기 부글거르는 거 안 보여? 내 양쪽 귀에서 삑삑삑, 응?」
   「그러지 말고 요 앞 카페에서 분위기 잡고 대화나 하시지? 창밖을 보며 창가에 앉아 창문에 입김을 분 다음 하트도 그리고 그리운 이름을 적는 거지. 설마 흠모하는 얼굴은 다름 아니라, 나?」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카페에 도착. 자리에 앉음. 설명 생략.
    음악은 C.P.E.Bach  / Wq.233 (요즘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음악 트는 카페가 있긴 있나? 거의 없음. 있어도 돈을 못 벎. 어쨌든)
   「카페 이름 A440. 440이 뭘 의미하는지 아니? 저건 말이야 국제표준음 A의 진동수 440헤르츠를 뜻해. 고악기 연주랄지 드물게 430~440 대역도 쓰이기는 하는데 거의 전부 440.」
   「또 아는 척? 그럼 진동수 436과 440헤르츠. 오빠가 구분할 수 있어, 없어? 그것만 말해 봐.」
   「오빤 괜찮다만... 너 애인한테 그렇게 떽떽거리지 마라. 응? 마라.」
   「그걸 왜 오빠가 하라 마라야? 어? 나 마라야. 나 마라라고. 어? 이거 왜 이래? 어머. 어머머머머. 나 좀 봐. 나 원래 이런 여자 아니야 오빠. 어머.」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그러니까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머머. 눈치챘어 오빠? 그런데 뭘!」
   「뭐라고 해야 좋을까... 까먹었어. 내가 이래. 내가 원래 정확한 사람인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절레절레)」
   「어쨌든, 오빠. 저번에 했던 말 기억나?」
   「야, 저기 네 남친 지나간다.」
   「오빠. 맞고 싶어? 내가 참는다. 그럼 내가 참아야지 누가 참어? 응?」
   「그런데 늬가 괜히 왔을 리는 없고. 그 어떤 이익 때문에 움직였니?」
   「우리가 정말 그 정도 사이 밖에 안돼?」
   「어서 꺼내 놔. 흉보(凶報)든 비보(悲報)든 악보(惡報)든. 아마도 희소식이라고 하긴 어중간하고.」
   「뜸들이지 말고 곧장 얘기할께.」
   「뭐? 뜸들여.」
   「싫어.」
   「왜?」
   「왠지 모르게 그래야 오빠 김샐 거 같아서.」
   「너. 남자를 아는 구나!」
   「그럼 오빤 여자 마음 몰라?」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말고. 용건만 말하자.」
   「있잖아. 오빠. 나 발 넓은 거 알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닫지 않는 데가 없다는 거.」
   「인정.」
   「일간지 가제트 알지? 거기 편집장이 오빠한테 러브콜을 보냈어. 나한테 부탁했다고. 오빠 스카웃해주라고.」
   「특별상여금은? 보너스는? 대우는?」
   「일은 꽤 많이 하기를 바라는데, 보수는... 명예직.」
   「뭐? 오빠 나이들다 보니 보수적으로 변했어. 나 진보 안해. 나 돈 싫어하지 않아. 내가 왜? 그렇다고 천박함을 추구한단 말이 아니라, 어? 아니~ 내 말은~」
   「됐어. 알았어. 나 갈께. 오빤 그래서 안되는 거야. 그 양반한테 아는 동생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모델. 배우. 가수. 은행원. 잡지사 경리. 건설회사 경리. 전기회사 경리. 구멍가게 사장 경리. 경리 전문가라 할 수 있지 뭐.」
   「진짜?」
   「사라랑 나랑 오빠랑. 하지만, 의리 없이 우리가 오빨 보낼 수 있나. 못가. 안돼. 그래서 내가 말했어. 직접 들었는데 완곡히 거절하더라고. 알고나 있으시라고.」
   「넌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그래? 숙녀가 다소곳 내숭도 떨줄 알아야지 말이야. 어?」
   「조용히 해. 나 간다.」
    그렇게 그녀는 갔다.
   「야 진짜 가? 정말 가니? 그럴 거면 왜 왔어? 너 나랑 장난해? 뭐 하자는 거야? 야! 야! 경리... 경리는. 어? 마라! 저년이...」





    7

    오늘 NB는 늦잠을 잤다. 아찔한 착상은 못되겠으나 꿈 내용이 싱숭생숭해서 그걸 집에서 노트북에다 기록하고 어쩌고. 그러다 어영부영 해는 중천에 떴다. 그렇게 낮 2시쯤 집을 나섰고. 얼마 후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누구야? UFC 전-챔피언 척 리델이 그를 기다리고 있네? 그가 누군가. 770일 동안 겨우 4차 방어에 성공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그의 이름은, 다시 한번
    'ㅊ ㅓㄱ' + 'ㄹ ㅣ ㄷ ㅔ ㄹ' = 척 리델!
    그는 생각했다. 사인 받을까? 받아서 뭐 하게! 코풀게? 관심 없음. 그런데 왜 여기를? 올 게 왔나? 
   「당신이요?」
   「네?」
   「우리 파이터들을 신나게 험담한 인간이. 그 위인이 바로 당신이냐고 물었소.」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뭐랬더라? UFC 현 미들급 챔피언을 당신이 옛날에 엎어키웠다면서?」
   「형씨. 싸움은 형씨께서 나보다 잘할란가 몰라도 (몸짓) 보아하니 입터는 건 나한테 안 되겠네. 형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시작도 안하고 꼬리 내리란 말이오? 우리는 그럴 수 없소. 남자는 폼. 어? 빈손으로 돌아가면 동료들이 얼마나 날 비웃겠소.」
   「그야 형씨 사정이고. 나야 알 바 아니지. 안 그러요?」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는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어? 뭔 배짱으로 우리들 뒷담화했소?」
   「제가...요? 저 아니라니까요.」
   「아니긴 뭔가 아니야. UFC 전 페더급 챔피언이 불과 3년 전까지 당신 똘만이 생활했었다는 거. 이미 소문 쫙퍼졌소. 아시오? 웬만한 팬들도 상당수 믿는 눈치. 일이 돌아가는 게 장난이 아니란 말이오. 아시겠소? 뿐만 아니라  플라이급도 웬만하면 다 형씨 꼬봉들이었다면서요? 그러게 왜 책임지지도 못한 허풍을 남발하셨소. 그렇다고 내가 형씨와 한판 붙자는 게 아니오. 다만 따질 건 따져야 한다 그 말씀. 그러기야 허지만서두 형씨가, 고집 센 형씨께서 굳이 한판 뜨자면야 뭐 거절하지야 않겠으나. 어찌 그럴 수 있겠소. 안 그렇소?」
   「당신 나 협박하는 거야? 그러고도 당신이 스포츠인이야? 내가 UFC 협회장이든 세계마초협회 실세든 내가 소문 내면 당신 그 바닥 떠야 돼. 알아? 이 바닥 좁은 줄 아요, 모르요?」
   「겁박은 당신이 하고 있구만. 아, 생각났다. 안토니오 반데라스한테 내가 상대도 안된다고 하시지 않았소.」
   「안토니오 반데라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영화배우 아닌가요?」
   「거 사람이 대충 눈치껏 알아들으셔야지 빡빡하게 이러기요? 네?」
   「아, 반다레이 실바를 말씀하시나 보구나.」
   「그렇소.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구만. 흐흠. 아, 또 생각났다. 당신이 말 몇 마디하면 오줌 찔찔 저리며 말 몇 마디 더하면 질질 짜면서 울어버린다면서요? 과연, 누가요? 네? 제발 필살기 딱 하나만 가르쳐주라고~ 가르쳐주라고~ 사정 사정을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라나 뭐래나. 사과하시오 선생. 정중히. 어서. 뭐 하시오? 내 말 못 들었소? 네?」
    어떻게 된 게 바로 그 순간!
    여동생 비비안이 나타났다. 
   「오빠.」
   「」
   「」
   「오빠. 저번에 데이트해준다면서? 왜 약속 안 지켜? 오빠 그런 사람이야. 그래 봤자 난 포기 안해. 오빠가 좋은 걸 어쩌라고!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라. 저번에 완전 재밌었어.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도, 아흐 (몸짓). 그때 재미있었어요 오빠. 완전 흥미진진. 꺄르륵~ (윙크)! 그런데 이분은 누구셔? 웬 깎뚜기! 지가 무슨 세계마초협회 쫄따구야 뭐야. 아님 뭐 버리는 카드? 그러니까 뭐냐고! 」
    그녀가 말 몇마디 하자마자 척 리델은 발바닥에 불이나도록 도망가버렸다. 
    흡사 자기가 좀비라는 듯이. 평범한 좀비 영화에 나오는 그런 좀비가 아니라, 여자에게 약한 좀비. 여자 인간이 뜨면 도망가는 좀비나 된다는 듯이. 
    그때 그는 척 리델이 좀비인 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오빠. 저 사람 누구야? 무섭게 생겼던데. 오빠가 저런 상남자도 다 알아?」
   「그런데 너 방금 전에 했던 말...」
   「아, 제발 한번만 만나달란 말? 뻥인 거 알잖아. 내가 미쳤어 오빠 같은 한량을 좋아하게!」
   「넌 말을 해도 꼭... 좌우지간 왜 이상한 연기를 했냐 그 말이야 내 말은.」
   「저번에 오빠가 부탁했잖아.」
   「내가?」
   「그럼 누가?」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기억나시게 해드려?」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됐고. 나 기분 바꼈어. 어제 소개팅 취소되고. 오늘 딴 친구한테 바람맞고. 오빠나 데리고 카페 데이트나 하려했는데. 아까 그 마초 만나서 분위기 식었다. 나 갈래. 나 간다. 안녕. 다음에 봐 오빠.」
   「뭐야. 정말 가? 그런데 내가 진짜 부탁했니? 그거 하나만 말해주고 가면 안될까.」
    저만치 가던 비비안은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거 뻥이야.」
    쟤 뭐야?
    그는 황당한 마음을 뒤로한 채 사무실로 들어가서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공상을 시작했다. 바로 이렇게. 
    타락을 허락할 것인가, 아니다. 헛된 방황에 순종할 시기인가, 역시 아니다. 그렇다고 값싼 쾌감에 순응? 대답은 생략. 음탕과 동반자일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소심하게 내내 관망만 하자니 액면은 내내 지지부진. 그렇지만 할 말 없다고 하나 일은 할 수밖에. 그래서 집 사무실 집 사무실 왔다 갔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그래 봐야 거기서 거기. 그처럼 열심히 일을 하긴 하는데 진척은 아주 더딤. 때문에 일기장에 험담을 험담을... 거기 보면 말뽄새 장난 아님. 욕심 없다면서 인기 그거 다 거품이라면서 소망도 뒤죽박죽. 말하자면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즉, 왕관을 만드는 일이 그것을 씌울 만한 인물을 찾기보다 쉽다. 그치만 그와 달리 환상머신을 만들기만 하면 대박인데, 애호가는 줄을 설 텐데 발명가는 낮잠만 쿨쿨! (절레절레) 
    자, 그렇다면 말이다 응? 진한 사랑 그 이상 좋을 게 어디 있을까? 없나, 있다. 많나? 적다. 아니다. 모르겠다. 그래서 NB는 따분한 일상 조잡한 운명 허접한 열망에 고분고분 굽히기 싫었으므로, 따라서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되니까 말이다. 자, 딱 나갔어. 나갔다고. 그런데? 그런데는 뭐가 그런데야! 돼지새끼처럼 뭔 맛난 거만 탐내며 향긋한 열매 보며 껄떡거리지를 않나, 걸핏하면 개침 흘리지를 않나. 동네 똥개처럼 어디 멀리도 못가. 그 근방에서 그냥 왔다 갔다. 자유를 찾았는데 찾으면 뭘 해. 금방 심심. 따라서 그는 결심했다. 이건 아니라고. 정말 아니라고. 





    8

    그는 허당계 선두권의 요새로 악명 높은 아지트로 출두할까도 고민해봤다. 하지만 가봐야 잘난 척 허튼소리나 스스로 지껄이든가, 온갖 립서비스와 허풍과 아첨에 휩싸여 헛바람만 들 게 뻔했다. 때문에 안 가는 게 백번 낫다고 결론내렸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팔랑귀 꿈틀꿈틀 솔깃솔깃. 전자와 후자를 반대로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없지 않았으니까. 그럼 뭘 하지? 뭘 하긴 누가 뭘 해! 일단 지켜보는 거지. 그래서 NB는 집에서는 부쩍 잠이 늘었고, 사무실에서는 허구헌 날 맥주를 벌컥벌컥 퍼마셨다. 오빠, 기분 잡쳤어? 라는 말 공상하는 거도 지겨워졌으니까.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워도 불행을 단박에 종식시킬 회심의 한방, 생각날 뻔 말 뻔하다 말았던 것이다. 나름 열일하며 명칼럼 쓰신답시고 허송세월하며 재미없기 일쑤니 안 그러게 생겼나. 부글부글 끓는 냄비 보글보글 더 긇는 커피포트 짜증지수 부글부글. 그걸 타개할 뾰족한 묘책 특단의 비법 어디 없을까? 없다. 있을 턱이 있나. 바랠 걸 바래야지. 개뼉따귀 같은 인생. 꿈에도 상상 못할 환희의 극치 그런 거 다 뻥이다. 몽땅 뻥. 개 뻥. 안 그래도 다 해봐서 안다. 야망? 대망 그거 실현시키면 되지 뭐가 문제야! 허나 그게 말처럼 쉬우면 뭔들 못하겠나. 가만 있어 봐, 나도 얘기 좀 하게. 어? 나도 말 좀 하자! ~라며 치고들어가도 얼마든지 받아줄 친구들 우정도 다 해산됨. 아는 여동생들 역시나 전부 연락 끊김.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아무리 쫓아도 잡히지 않는 그 무엇들의 목록. 많나 적나 몰라도 다 까먹었음. 간구해도 안기길 극구 거부하는 쾌감이 뭔지 일절 관심 없음. 추호도! 홍당무처럼 발가스름 홍조띈 수줍음. 타고난 애교와 자연스러운 내숭. 달콤한 애정. 다음으로 번뜩이는 개침? 짜증남. 관심 없음. 듣기도 싫음. 알 거 없음. 막장드라마에 나오는 뭐, 갈기 갈기 찢어죽이고 싶을 만큼 미우나 차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애증. 얄미운 질투와 상사병 치유사 그런 거 재미 하나도 없음. 이건 아님. 정말 아님. 도대체가 말이야, 어? 
    따라서 그는 일단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집에서 나오자마자 드는 생각은 그랬다. 
    "가긴 어디가 사무실 가서 일이나 해야지." 라고 말이다. 
    그런데 집앞에 웬 떡대 2명이 버티고 서 있는 걸 보고 그는 깜짝 놀랐다. 대번에 그들이 누군지 알아챘기 때문에. 





    9

    집앞에서 그를 기다리 떡대 2명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A) 앤더슨 실바      : 챔피언 기간 2457일. 10차 방어 성공 (미들급) (경기 꽤 재미있음)  
    (B) 조르주 생 피에르: 챔피언 기간 2064일. 9차 방어 성공  (웰터급) (경기 더럽게 재미없음)
   「당신들 누구야? 너네 뭐야? 뭔데 남의 집 앞에서 얼쩡거려. 매운맛 보고 싶어? 따끔한 맛이 뭔지 알아 몰라? 어? 얘네 얘네 뜨거운 맛을 아직 못 보셨군 그래. 썩 꺼져. 저리 가. 가서 찌르러져. 어디서 이것들이 설치긴 설쳐. 어? 쪼그만 게 말이야. 꼭 보면 덩치 크다고 다 그런 건 아닌데, 뭔가 약간 애매하다 싶으면... 여자랑 사랑 잘 못해. 거의 안 그런데 너넨 딱 보니 사랑의 '사'자도 몰라. 알아? 매스컴에서 잘한다 잘한다 추켜세워줬더니 말이야, 어? 뭐? 닥쳐. 너네 좀비야? 왜 말을 못해! 냉큼 꺼져.」
    ~라고 말할 생각도 없진 않았으나. 실상 입으로 나온 말은 그와 달랐다. 
   「누구... 낯이 익은데... 누구시죠? 누굴 찾아오셨는지...」
   「」
   「제가 만약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앤더슨 실바랑 조르주 생 피에르인데. 당신들 한물 가도 옛날에 간 거 알아? 너네 좀비지? 다 알고 있어. 앗! 말이 심했습니다. 그렇다고 형씨들도 너무 저자세 보이면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우리 운동인들끼리 잘 아시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압니다. 그건 그거고. 당신께서 우리 흉봤소?」
   「제가요?」
   「그럼 누굴 말하겠소. 당신이 우리랑 잔뻔치 쉭쉭 단 3방이면 우릴 눕힌다면서요?」
   「제가 언제요?」
   「오리발 내밀지 마소.」
   「전 그런 적이 없으니까 그렇죠.」
   「정말이오? 아닌데. 여기 맞는데. 제대로 찾아 왔는데.」
   「형님들도 참. 제가 그렇게 눈치도 없이 막말하고 그럴 사람인가요? 저 아니에요. 저 아니라구요.」
    그러자 조르주가 앤더슨에게 아이패드를 켜서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그 다음에 NB에게도 뭔가를 보여주었다. 물론 그가 쓴 칼럼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기록한 내용이었다. 
   「이래도 부인하겠소?」
   「아니~ 그게 말이에요~ 그게 그러니까~ 일단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네?」
   「듣고 있잖소. 어서 변명다운 변명을 해보시지 그래.」
   「제촉하지 마쇼. 거 아실만한 분들이...! 당신들은 스포츠 정신도 모르요? 아 그러요? 스포츠맨들이 말이야 기다릴 줄 몰라. 어? 언제부터 이 바닥이 이렇게 예절도 의리도 뭣도 없는 싸구려 뒷골목 난장판인 듯 되었소, 네? 그리고 당신. 너 말고 너. 눈을 왜 그렇게 떠! 어? 두꺼비 눈이야 뭐야? 당신이 개구리야? 당신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 그래? 그리고 너. 넌 가서 그래꼬로만형 레슬러나 키워. 수면제 파이터 별명 창피하지도 않냐. 맨날 지겹디지겨운 경기 짜증나는 스타일. 어? 넌 나한테 걸렸으면 본전도 못 건져. 알아? 야 너. 그리고 너. 너네 학교 어디 나왔어? 말하지 마. 대답 안해도 돼. 왜? 왜냐하면 내가 이미 다 아니까. 내가~ 어? 내가 말이야, 너네 부모님과 형동생 하는 사이야. 알아? 어? 너네 엄마랑 내 이모의 사촌이랑 절친이야. 너네 엄마 스파게티 좋아하시지? 여자들 취향 우리가 모르니. 그리고 너. 너 학교다닐 때 공부 못했지? 말 안 해도 네 심정 다 안다. 늬 마음 형이 다 알아 인마. 어?」
    그런데 왜 NB는 세게 나간 것일까? 평소 같으면 꿈도 못 꿨을 테지만 그는 딱 감이 온 것이다. 걔네들은 좀비라고 말이다. 
   「형씨 말이 너무 깁니다. 정신이 사납소. 좀 짧게 요약해서 설명하주실 수 없소?」
   「누군 뭐 말 짧게 하기 싫어? 어? 그게 다 너네 때문이잖아. 어? 그러게 미리미리 재밌게 살고 즐겁게 웃기고 신나게 경기를 했어야지. 어? 그래, 안 그래? 어? 아 그러냐고 안 그러냐고. 어? 귓구멍 막혔어? 어? 뚫어줘? 어? 그래 말어? 야 너. 그래 너 인마. 여기 너네랑 너 밖에 누가 더 있어. 어?」
   「형씨. 윽박지르는 거 얼마든지 좋은데, 이거 웬만하면 담판 짧게 갑시다. 잘못은 형씨가 했는데 왜 우릴 다그치시냔 말이오.」
   「내가 지금 안 다그치게 생겼어? 어? 그러게,」
    우악스런 걔네 검지로 NB의 입을 막았다.
   「이 말 진짜요? 진짜 그랬어요? 그러니까 왜.」
   「나 아니야. 나 아니라고. 누가 그래?」
   「그럼 여기 증거들은 다 뭐요?」
   「아... 그거... 그거 내 친구가 시켰소. 난 극구 거절했는데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단 말이오.」
   「정말...이오?」
   「친구 누구요?」
   「그게 그러니까.. 조지? 아닌데. 켄트? 걔 싸움 못해. 그럼 델? 걘 평화주의자. 토마스야 먹고살기 바쁘고. 톰은 허당. 닐은 예스맨. 잭은 몽상가. 핀은 협상가.」
   「형씨. 지칩니다. 힘들어요. 몸으로 대화하기를 바라면 말씀하시오.」
   「내가 언제? 가만 있어 봐. (몸짓) (딱) 옳지~! 세바스찬. 걔가 이거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시켰소. 전부 다. 몽땅. 싹 다!」
    그러면서 NB는 전화번호와 사는 집, 직장, 뭐, 뭐, 술꼬장까지 전부 다 가르쳐줬다. 
    그래서 결국 조르주와 앤더슨을 보냈다. 
    그렇게 겨우겨우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는데. 
    그럼 1시간 후 세바스찬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앤더슨 실바랑 조르주 생 피에르을 잘 타이른 건 성공했는데. 
    꼭 뭐 일부러 세바스찬한테 전부 다 뒤집어씌우려고 한 게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네? 그럼 뭐야 이거? 뭐지? 도대체가 뭐냐고. 
    그럼 결국 이건 그가 일전에 썼던 칼럼에 나온 말마따나 그렇게 된 꼴이잖아? 
   구체적으로 나쁜 놈, 지능적으로 더 나쁜 놈. 전자에서 후자 된 거 아니냔 말이다. 





    10

    NB는 생각이 많아졌다. 코너 맥그리거도 한때 잘 타일러서 사람 만들어놓고. 가시내처럼 소심한 프랭키 에드가? 흠씬 뚜들어패서 남자 만들어놓았음. 비토 벨포트? 동네 후배였는데 말발로 걔 울게도 만들었고 바지에 오줌 저리게도 만들었음. 하다 하다 녀석 바지에 똥쌀뻔함. 다시 헛바람 불어넣어서 자존감 두둑히 세워줬음. 게가드 무사시? 꼬마 때 걔도 동네 후배. 우리 아지트에 내 책상 밑면에다 녀석이 하도 코딱지를 묻혀놔서 실신 일보 직전까지 말로 겁박줌. 말로 엄청나게 윽박지르니까 녀석 결국 방귀를 뽕~ 못 참았음. 연타로 여러번 끼었음. 제대로 쫄았음. 아무튼 뭔 누리끼리한 거, 기분 나쁘게 그거 밟고 바나나껍질 밟으면 미끄러지듯이 넘어진 적도 있었음. 그래서 교육 제대로 시킴. 면박먹고 걔 정신차림. 사람됐음. 그러고 나니까 그 후로 승승장구 지금까지 성장함. 옛날엔 정말 코 후비고 막 추접스러웠음. 사춘기 때 댄 헨더슨은 나한테 얻어맞고 쌍코피 흘렸음. BJ 펜은 눈물 콧물까지만 흘렸음. 맥스 할로웨이는 눈물 콧물 오줌까지 쌌음. 앤소니 페티스는 하다 하다 피똥 쌌음. 그럼 말 다 한 거나 마찬가지. 캬~ 말도 마, 말도!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어? 이건 어쩐담! 
    세바스찬이 걔네 떡대 2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NB 앞에서야 슬슬 기었겠으나 걔네가 바보도 아니고 세바스찬 말발이면... 그는 즉각 전화했다. 세바스찬에게 바로 전화한 게 아니라, 세바스찬에 앞서 그래도 UFC 현역 선수 가운데 연락 닫는 동생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말 그대로 그래도 현역. 체급이 뭐였더라, 기억도 안나고. 그 친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예 형님. 형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왜 연락 없으셨습니까? 보고 싶었습니다.」
   「야, 김동현. 야 임마 연락은 늬가 형한테 먼저 해야지. 내가 꼬박꼬박 너한테 문안인사 드리고 안부 여쭙고 그래야 하냐? 어? 이 바닥 언제부터 이렇게 됐냐? 어?」
   「예 형님. 말씀하십시요. 형님 잔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힘이 납니다. 제가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음악은 다름 아니라 형님의 잔소리입니다. 딸랑딸랑~! 오죽하면 음성녹음 파일을 제가 연습경기 직전에 듣고 링에 오르겠습니까. 제 핸드폰에 형님 잔소리 음성 파일만 몇 갠데요. 허허허. 딸랑딸랑~」
   「너 인마. 어? 남자가 입이 너무 가벼워. 넌 말이 너무 많아. 앞으로 1주일 동안 묵언수행해. 너 1주일 동안 말하지 마. 그것도 훈련이야. 스포츠는 뭐다? 정신. 알았어 몰랐어?」
   「네 형님.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저한텐 형님밖에 없습니다.」
   「말하지 말라니까. 누가 대답하랬어. 어? 너 나한테 한번 맞아볼래? 이 자식이...! 저번에 형이 그랬지. 형이 너의 그 퉁거운 목을 꽉 어깨동무해서 움켜쥐며 형이 뭐랬어. 형이 늬한테 싸움진다! ~라고 했던 거. 다 뻥이야. 알아? 어? 뭐 그런 따분한 농담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서 말인데 지금 형이 처한 상황이 장난 아니거든. 너 알지, 걔네 누구드라, 그래. 앤더슨 실바랑 조르주 생 피에르. 너 걔네 알지?」
   「그럼요. 알다마다요.」
   「그래. 대답 잘했어. 이렇게 딱딱 봐서 척하면 척. 아무튼 걔네가 형한테 찾아왔어.」
   「네? 왜요? 걔네가 형님께 왜요?」
   「형이 걔네를 칼럼에서 깠거든. 신나게. 아주 심하게 말이야. 칼럼에서 아주 그냥 혼구녕을 내줬거든. 그런데 지들이 덩치만 크면 뭐 하냐, 속이 좁은데. 어? 완전 밴댕이 소갈딱지. 뿐만 아니라 완전 꼬꼽쟁이 자린고비 스쿠루지. 남자가 그릇이 그렇게 작아서야 쓰겠니? 그러니 삐져서 형한테 찾아온 거지. 늬가 우리 흉봤냐고!」
   「정말입니까 형님?」
   「넌 내가 언제 거짓말한 거 봤냐? 난 살면서 뻥친 적 단 1번도 없어. 알아? 너 형 성격 알지? 형 많이 참고 있다. 너도 많이 참고 있겠지만, 다 알아 임마. 그래도 형은 더 많이 참고 있어. 알아? 내가 얼마나 많이 참는지 아니 모르니? 어? 그런데 뭘? 몰라. 그거 알아서 뭐하게!」
   「네 형님. 존경합니다. 형님. 사랑합니다.」
   「됐어 임마. 애정은 해도 사랑은 여자랑 해라. 형도 여자 좋아한다.」
   「그럼요. 제가 형 모르나요? 형 여자 환장하잖아요.」
   「이 자식이...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 너 자꾸 형한테 깝죽댈래? 그러고 보니 너 형한테 얻어맞은지 좀 됐다? 어?」
   「형님 봐주십시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더 형님께 더욱 충성하겠습니다. 저는 형님의 영원한 보디가드. 허허허.」
   「형이 너 특별히 아끼는 거. 알아 몰라? 형이 지갑 연지 좀 됐으니까 다음에 형이 푸아그라 사줄께. 저번에도 형이 그거 사줬잖아. 캐비어 중의 캐비어 형이 사줬어 안 사줬어.」
   「캐비넷 말씀입니까? 사무기기? 그건 모르겠고. 푸아... 글쎄요. 저번에 형님께서 돼지 간 요리는 사주셨는데요. 맛있었습니다. 저도 돼지 간 좋아합니다.」
   「뭐? 너 이 형의 잔뻔치로 간 얻어맞고 싶어? 그건 그거고. 아 그러니까 너 걔네 이길 수 있겠어?」
   「제가요? 못 이기죠. 그리고 우리는 링이 아니면 붙지를 않아요. 그럼 안되거든요. 차라리 맞고 말죠.」
   「왜 못 이겨?」
   「상대가 안되요. 물론 한물 가긴 했어도 아 얼굴 보면 모르십니까? 무섭게 생겼잖아요. 저도 어디 가도 주먹으로 안 빠지고 웬만해선 안 쪼는데. 그런 얼굴들이 몇 있어요. 딱 보면 쫄 수밖에 없는 얼굴.」
   「안 되는데. 지금 연락닫는 현역이 너 밖에 없는데. 넌 말야, 어? 넌 왜 내게 도움이 안되냐. 늬가 그러고도 내 동생이냐? 어? 너 이 자식 형이 커피 사준 거 다 토해내. 알았어? 다 이럴 때를 위해서 형이 너 밥 사주고 술 먹이고 빵 사주고, 또 뭐 사줬지? 정작 중요한 순간에, 됐다. 내가 너랑 무슨 사랑의 줄다리기를 할 거도 아니고. 아무튼 넌 부업 잘 하고, 운동 열심히 하고. 유튜브 업데이트하는 거 꼬박꼬박하고. 그거나 잘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
   「형님.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 괜찮지. 걔네 꿀밤 몇대면 충분해. 너 형 알지? 너 형 몰라? 늬가 지금 형을 띄엄띄엄 알아? 어?」
   「네 그럼요. 형님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그래. 나중에 통화하자. 끊어. 아니다. 까먹은 게 있다. 형이 너를 위해 특명을 하나 준비했아.」
   「뭡니까 형님.」
   「뭡니까? 너 형한테 따지냐? 어조가 왜 그래? 너 형이랑 통화하기 싫어?」
   「아닙니다 형님. 저는 형님의 특명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쳤는데, 드디여 올 게 왔구나. 라고 생각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형님께 실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요 형님. 부디 넓은 아량으로 선처해주시기 바랍니다. 예 형님. 말씀하십시요. 분부대로 움직이겠습니다.」
   「너 걔 알지. 모기 목소리. 꼴에 지도 연예인이라고 코메디 프로에 기웃기웃 끈질기게 남아있는 애. PD들이 아쉬운 대로 갖다쓴다고 해서 막 좋다고 여자들 둘러쌓여서 히죽히죽 웃기나 하고. 어? 그게 뭐냐? 어? 등치에 안 맞게 말이야. 쫌팽이에다. 뱁새에다. 속좁고. 여자 모르고. 여자들이 싫어하고. 등치는 산만 한데 모기목소리! 남자들이랑도 사이 별로 안 좋아. 너 걔랑 친해져. 아, 이미 친하지? 그럼 걔랑 스파링 뛰어. 그래서 죽사발 만들어줘. 그래서 사람 만들어. 걔 그래야 철들어. 걔 아직 사람이 안됐어. 남자가 말이야, 어? 뭔 말인 줄 알지? 걔 아주 그냥 헬스클럽에서 사는 거 알지? 쇠질 한 6개월 못하게 죽사발 만들어줘. 그래야 철들 거야. 돈도 벌만큼 번 놈이 말이야 남자가 구두쇠가 뭐니 구두쇠가! 걔 별명 몇 개인지 너 알지? 그러니까 주변에 사람이 없지. 있긴 있어. 근데 다 비슷한 애들 밖에 없다는 거. 걔 지갑 연 거 본 적 있다든? 흑심 품을 때나 여자한테 돈 쓰는 거 빼고. 없어. 방송계 소문 쫙 퍼졌어. 연예계 물 더러워지고 있단 말이야. 어? 그래서야 쓰겠니. 그걸 보고 우리가 가만 있어야 쓰겠냐고. 정신차리게 만들어드려.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걱정마십시요.」
   「너 설마 속으로 그런 건 아니지? 아 나 증말 이 꼰대 또 사람 귀찮게 만드네. 진짜 얘 징징대는 투정 들어주는 거 지겹다 지겨워. 지친다 지쳐. 내가 못 살아 정말. 내가 전화번호를 바꾸든가 해야지 증말.」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아닌데 왜 웃어? 웃은 거 보니 진짜네. 어? 솔직히 말해. 솔직히 실토하면 형이 봐줄께.」
   「형님 유도심문에 전 절대 넘어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형님의 찐팬이 저의 본분이고 형님의 광팬이 저의 숙명이자 전 그냥 형이 좋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너 원래 그렇게 말발 좋은 애가 아니었는데. 요즘 학원다니니? 아님 말발 좋아지는 법 뭐 그런 책 사서 독학하니? 얘 옆에 누가 붙었지? 혹시 사기꾼일지 모르니까 조심하고. 나나 되니까 다 늬 걱정하고 그러지, 형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해주냐. 안 그래?」
   「맞습니다 형님. 제 마음 아시지 않습니까. 허허허허허.」
   「그래. 형이 너 때문에 웃는다. 네 덕분에 마음이 놓인다. 형은 너밖에 없어 인마. 알아? 그래 끊어. 들어가.」
   「네 형님. 들어가십시요. 아는 동생들 언제든 대기시키겠습니다. 안 그래도 최근 물색 중인...」
   「쉿! 누가 들어 인마. 넌 말이야 말이 너무 많아. 어? 과잉 충성 형이 썩 반기지 않는다는 거 왜 몰라. 어? 늬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어? 늬가 그래서 안되는 거라고. 야, 끊어.」
    NB는 전화를 끊었다. 그 다음
    곧바로 세바스찬에서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좀비는 여자에게 약하다는 걸 알려줬다. 
    통화내용은 생략하고. 세바스찬은 알아먹었고, 추후 상황 역시 그대로 먹혔다.





    11

    할 말 없고. 잔소리 들을 일 없고. 그렇다고 들썩들썩 으쌰으쌰 놀 일이 있나, 아니면 엉덩이가 간지럽기를 하나. 마누라 엉덩이 토닥거리며 한가하게 시간 보낼 동네 아저씨도 아니고. 
    그래서 그는 하는 수 없이 아지트로 향했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아지트에 도착. 
    Heinrich Proch / 아리아와 변주곡 op.164 “오, 돌아와주오 그대” 
    평소와 달리 음악이 클럽 음악이 아니라는 점. 그 외에 손님이 부쩍 줄어 아는 얼굴이... 거의 없다는 점. 
    그거 빼곤 별달리 이상한 점은 없었다. NB야 기분전환이 목적이므로 구석지에서 조용히 있다 가려고 했다. 
    그런데 저쪽에서 누군가 다가오더니, 에잇 오다 다른 쪽으로 가겠지 했는데 끝까지 다가왔다. 
    알고 봤더니... 저 여인들은 바로 론다 라우지와 요안나 옌드레이첵. 그녀들이 누군가? 
    (A) 론다 라우지        : 챔피언 기간 1074일. 6차 방어 성공 (밴텀급)
    (B) 요안나 옌드레이첵: 챔피언 기간 965일. 5차 방어 성공 (스트로급)
    그런데 내게 왜? 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대번에 직감했다. 얘네도 좀비라는 것을. 재빨리 움직여서 그녀들 뒤통수를 보면 보나마나 666 바코드가 찍혀있겠지. 설마, 피부가 아니라... 어디 속옷 깊숙한 곳에? 알 게 뭐야. 그럼.... 시끄러워. 닥쳐. 좌우지간 유명인 먼발치서 봐도 뭐 그래 너 잘났다 하면 그만. 그분들이 무조건 싫단 말이 아니라, 구경은 구경이고. 차라리 친구랑 늬 까짓 게 뭔데 라는 듯 노는 게 더 재밌긴 재밌으니까. 그런데 놀 친구도 뭣도 없다는 거. 아는 동생들 다 떨어져나갔다는 거. 그걸 얘네 좀비들이 눈치 챘는지 어쨌는지 그녀들이 과감히 여기까지 돌진한 결과. 
    자, 이제 용건을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만 론다도 요안나도 통 말을 안허네?
    그렇다고 NB 성격에 먼저 굽히고 들어가기도 그렇고, 사인 받을 마음도 없고 사진찍기도 싫고. 
    늬들이 언제까지 말을 안하는지 보자 라는 심정. 요컨대 눈치작전 중. 
    거기서 끝났으면 모르는데. 요안나는 NB 옆으로 와 팔짱을 꼈고, 론다는 슬쩍 어깨동무를 했다. 
    그는 여자 팔이 그렇게 묵직하며 그와 동시에 향긋한 숙녀 느낌 때문에 기분은 좋은데 캬, 카리스마 장난 아니었으므로. 고로 그는 완전 쫄고 말았다. 
    그렇게 그녀 즉 좀비들은 NB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12

    그렇게 그녀 즉 좀비들은 NB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건 뭐 반강제적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점. 느낌 세했다. 이 들뜬 기분 과연 어떤 분위기가 펼쳐질 풍경으로 그를 데려갈까? 
    그야 어떻든 NB 생각은 이랬다. 춤꾼 덕분에 나팔 분다, 즉 묻어 가자. 어차피 건수 없는 최근 인생. 엎혀가자고. 숙녀가 나 엎고 싶다는데? 호박이 제 발로 찾아와 안긴다는데, 툭하면 오빠 제발 한번만 만나주세요. 어? 그런 사연들이 정말로 있었는지 없었는지 믿거나 말거나 전성기는 왕년의 허풍담이 되었으니. 따라서 현상황 결코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나 좀비 영화 적어도 한두 번, 많으면 수없이 보셨겠으나. 실제로 좀비를 볼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그런데 멜로드라마 애호가 입장에서야 또 사정 다를 수 있다. 보아하니, 웬만치 능청떨어야 말을 안 허지 참말로 못 들어주겠구만 그래, ~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단 말이다. 하오나 볼 수 있고 식탐 반만족시킬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 발로 어딘가 돌아다닐 수 있다는 데 그 어떤 영광스러움을 느끼니 하는 말인데. 내일은 없는 듯이 그 어떤 유혹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애정. 변함없는 사랑. 영원한 연정. 끝없는 의무방어전? 다음 생에도? (뒷목....)! 날이면 날마다 짜릿한 쾌락마와 달콤한 행복의 회전목마를 탈 줄 알았는데. 마누라 등쌀에 기 못 펴고 사는 남정네도 없지 않으니. 뭐 연재소설은 멈추지 않는 거고. 하여간에 환상은 환상인데 값을 매길 수 없는 환상. ~보다 값싼 쾌락 싸구려 행복을 추구하는 방탕마? 그게 바로 누구라고 꼭 말은 안 하겠음. 장밋빛 인생을 사랑하는 방법이 그렇다는데 왜 말려. 
    그런데 정말 론다랑 요안나는 끝까지 말을 안하네? 
    아하~! 좀비는 말을 할 줄 모른다. 그러니까 좀비지. 
    그럼 엇그제 본 앤더슨 좀비와 조르주 좀비는? 그야 걔네는 인공지능이 업데이트된 거 뿐이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도착한 곳은 바로, 스머프 축제 현장. 
    내 참 그게 말이 돼? 말도 안되는 줄거리 짜증 제대로 나구만 그래. 
    그건 그렇다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좀비들한테 끌려온 당사자 입장은 또 뭐고. 그래도 위악스런 현장도 아닌 데다 상황이 썩 절망적이지도 않았으니, 고로 NB는 적잖이 안심했다. 허나 방심은 금물. 자, 이제 어떻게 되었을까? 





    13

    줄거리 요약 위주로 설명하기로 하자. 그게 좋겠다. 자, 고! 
    축제장에서 론다가 주머니에서 포크를 꺼내 NB 엉덩이를 푹 쑤심. 
    아니 얘네들 좀비라고 봐줬는데 뜻하지 못한 역습이야 뭐야? 그런데 다행 중 불행일까? 포크는 무뎌서 그가 입고 있는 바지 겉면만 살짝 긁혔다. 
    그래도 NB는 론다한테 왜 그랬냐고 따지지 않았다. 물론 론다는 좀비니까 시선이 허공을 보는 듯도 하고, 검지로 코끝을 가리킨 것처럼 뭐 그랬다. 
    좀비가 좀비처럼 행세하지 그럼 캥거루처럼 깡총거리겠나 말처럼 뛰겠나. 아니면 토끼처럼 번식을 번식을 왕창 하겠나. 지들이 뭐 플레이보이야 뭐야? 
    그처럼 공상을 남용하다가 NB는 또 갑자기 기습을 당했다. 이번에는 요안나가 주사기로 그의 다른쪽 엉덩이를 푹 쑤신 것이다. 이년들이...! 
    순간 그는 욱할 뻔하다 말았다. 그런데 차라리 욱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나았을까? 왜냐하면 요안나가 주사기 안에 담긴 액체를 그의 엉덩이에 살며시 주입시켰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는 혼수상태에서 개꿈을 꾼 다음 깨어났다. 
    그곳은 인적이 드문 강변 공원이었다. 
    사람들이야 뭐라고 하든 론다랑 요안나한테 당한 걸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고. 여기가 어디냐고? 
    차라리 그녀들이랑 화끈하게 한판 떠볼 걸 그랬나? 하지만 그래도 NB가 허접하긴 해도 남자인데, 어? 
    이기면 이겨도 문제고, 지면 져서 챙피하고. 그렇지만 실상 경기장에서 연습경기를 한다 쳐도. 어? 
    정정당당히 아마도 질 텐데. 아주 그냥 져도 처참히 깨질 텐데. 그럼 져줬다고 엄살이라도 떨 수 있다지만. 
    나 론다랑 붙어봤다, 요안나가 나한테 차 떼고 포 떼고 핸디캡 적용해서 뜨자고 사정 사정 싹싹 빌길래 내 불쌍해서 봐줬다며 너스레라도 떨 텐데. 
    어디 촌구석에다 떨구어다 놓고 그녀들은 사라지고. 어? 사랑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 뭐? 지금 그 얘기가 아니구나. 어쨌든. 
    그래도 뭐랄까 매번 사무실에서, 무엇에 몰입해야 신나는 신비감을 영접했다고 소문날까, 그런 생각에 골머리를 앓느니. 이 상황도 썩 나쁘진 않았던 것이다. 
    그럼 여기서 끝이냐? 그럴 리가 있나. 
    저 앞에 다비드상과 거의 같은 크기, 아니 아니 한 10배 정도 크기로 동상 2개가 보였다. 
    첫째, 가가멜상
    둘째, 가제트상
    들어갔다. 먼저 가가멜상의 아킬레스건의 문을 열고서. 와, 줄거리를 더 요약하자면 이렇다. 
    (A) 가가멜상: 인간 좀비 현황 작전실 (군작전실을 방불케 할 정도로)
    (B) 가제트상: 동물 좀비 현황 작전실 (NASA 비밀기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그는 혼자 신났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까 전망도 괜찮았고, 최상층에는 침실도 있었다. 그럼 이 침대에서......! 
    이건 뭐 거의 개인 비밀공간이자 스카이라운지였다. 여기가 펜트하우스가 아니면 과연 뭐가 펜트하우스겠나. 
    연분홍색 버튼을 누르니 가가멜 눈에서 레이저도 나갔다. 
    하늘색 버튼을 누르니 가제트 입에서 화염방사기 당연히 나갔다. 
    캬~ 어? 그래서 그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바로, 이게 다 모스맨 연구자 제라드가 꾸민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NB는 곧바로 제라드한테 전화했다.
   「어, 친구. 어디야?」
   「늬가 알아서 뭐하게?」
   「왜 또 그래?」
   「너지?」
   「뭐가?」
   「시치미떼지 마.」
   「그래. 나야. 그럼 나 아닐 줄 알았냐?」
   「또 너냐?」
   「내가 말 했냐 안 했냐. 애들 보낸다고.」
   「하다 하다 너 좀비까지 만들었냐?」
   「왜 내가 못 할 거 같냐? ~라면서 먼저 큰소리치면 꼭 안되길래. 내가 다 미리 비밀 리에 준비해서 완성한 거지. 허허허. 어때, 기대 이상이지? 늬가 환상머신 미완성 때문에 헤매고 있는 동안, 난 이미 성과 톡톡히 거뒀단 말씀. 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
   「괘씸한 녀석.」
   「괘념치 마.」
   「허접한 놈.」
   「허접해도 난 3관왕 넌 무관의 제왕. 제왕? 글쎄요. 허허허허허.」
   「참 너도 못 말리겠다.」
   「그러니까!」
   「그러니까는 뭐가 그러니까?」
   「하여튼 구체적으로 따져 난 중간.」
   「뭐?」
   「난 지능적으로 더 나쁜 놈 아님.」
   「뭐 임마?」
   「그러지 말고. 밖에 봐 봐. 리무진 보내놨어.」
    밖을 보니 정말로 리무진이 대기중이었다. 
    그렇게 그는 모스맨 연구자 제라드의 집으로 이동했다. 
    제라드의 집에 도착해서 특별한 건 없었다. 
    다만, 제라드가 그를 보자마자 막 얼굴을 사정없이 만졌다는 거. 
    NB가 무슨 여자도 아니고 얼굴 부위가 무슨... 그냥 얼굴인데. 아니, 왜?
    왜냐하면 엇그제 NB가 자길 찾아왔기 때문에. 당시 제라드는 NB를 만났을 당시에는 몰랐는데 한 3일 지나서 대충 감 잡았다고 했다. 바로, 진화된 좀비라는 것을.
    결국 그들은 만난지 1달 반쯤 됐는데... 또 좀비가 초정밀 변장한 채 찾아왔을 까봐 미리 조심하는 제라드였던 것이다. 





    14

    동화풍 상상력에 잔뼈가 굵은(?) 그는 환상기계 완성 작업에 드디어 발뺌하기 시작했다. 왜, 대체 왜냐! 누가 알아? 권태로부터의 방패막이라는 신선한 관심사가 새로운 인생을 선사해줄지. 에잇 설마 그럴 리가, 그게 말이나 되니 이 바보야! 라는 핀잔이 정말로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보아하니 세속적인 칼럼과 상업적인 소설 쓰기에 지친 생활, 드디어 엉덩이가 근질근질하긴 한데. 입이 근질근질 할 말 많음과 반대로 말수는 바닥. 말하자면 할 말 떨어진 게 아니라 꿈이 없듯 아예 없으니까. 그렇다면 재미없음의 대항마요 심심함에 대적하는 바람막이는 결국 색다른 쾌락마뿐이란 말인데. 하긴 늑대가 양 싫증날 때 없다. 뭐? 또 그 얘기! 딱 1번 더 들으면 만 번이고 단 1번 더 말하면, 됐다. 됐어. 됐다고 증말. 재차 확인해서 뭐 하나. 그야 어떻든 옆집 과일은 별맛, 옆집 떡은 더 맛있다는데. 남들은 시트콤 추억을 회상하며 타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일상적으로 영화 찍 듯 살 때. NB는 그동안 뭐 했을까? 뭐 하긴 다 커버린 거지. 많이 컸다 라는 말도 다 단역들이나 듣기 좋은 말이고. 좌우지간 공상만 반복되면 생각이 꼬이고. 하여 지금은 행동할 때. 정녕 절실히 원하는 환상의 모험이 있으면 실행하면 그뿐. 그렇다고? 
    그래서 떠오른 명언은 그것. 바로, 개에게는 개뼈다귀를 주라. 하지만 문제는 그는 발동이 걸리는 피동격 스타일이라는 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쩔 수 있나 일이나 해야지. 놀라운 기쁨의 전율, 그거 다 개 풀 뜯어먹는 얘기. 미지의 세계에서 멋진 신비주의자로 활약할 것만 같은 희망의 꿈? 지나가는 동네 똥개도 관심 없음. 새똥이나 안 맞음 다행. 바나나 껍질이나 잘 피해다녀야지 뭐. 내가 재미난 얘기 하나 해드릴께? 들어보면 다 시시함. 아니면 뻥. 자, 그렇다면 NB는 마침내 약 먹을 시간이 되었을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러쿵저러쿵. 기 빨리고 힘 빠지고 퍼지고 지친 거다. 검지를 펴서 귀 옆에 대고 돌리던가 코 끝에 대고 쳐다본든가. 어? 둘 중 하나! 따라서 그는 놀면서 유랑하고 구경하는 여행이 아니라, 쉬면서 예술적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 어느 멋진 호텔로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분명 아실 테지만 혹시라도 모르실지 모르니 하는 말이지만서두, 끝으로 한말씀 드리자면 이렇다. 
    어느 날 NB는 집에서 소파에 자빠져 텔레비전을 보다 마침내 뚜껑이 열기고야 말았다. 
    참다 참다 채널 돌리다 돌리다 더는 못 참겠길래 기어코 그는 일을 내고야 만 것이다. 
    어떻게? 찾아갔다. UFC 역대 최다 방어 기록을 작성했던 플라이급 전챔피너 드미트리우스 존슨. 왜냐, 왠지 걔가 허접해보였으니까. 
    만났다. 물론 당사자를 만나지는 못했고. 매니저가 말해줬다. 찾아올 것 같다면서 언젠가부터 불안불안해 하더니만 결국 도망갔다고. 
    뭐 내빼? 내 이 자식을 그냥...! 인생론 강의하든 세상사 깨우쳐주든 참교육 제대로 시켜줄려고 했더니만 왜 애들이 배울려고를 안해. 라면서 그는 씩씩거리다 돌아갔다. 





    15

    그러면 여기서 끝이냐? 그럴 리가 있나. 
    어느 날 갑자기 NB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만난지 꽤 된 도날드였다. 천재 프로그래머. 그래서 이따금 정보통 역할을 톡톡히 했던 그. 
    NB는 도날드한테 기쁨조로 덕망이 두터웠고, 도날드는 NB에게 첩보 레이더로 신임이 신임이 장난 아니었던 사이. 허나 다른 인생. (농담 삼아 하는 얘기지만 만약 클린... UFO 기밀정보 A급까지 몽땅 풀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말 그대로 농담)
    그래서 왜 갑자기 연락이 온 거지? 라는 의아함을 품은 채 그는 전화를 받았다. 
   「도날드. 웬일이야?」
   「웬일은 무슨. 너 대체 그동안 뭐 하며 살았니?」
   「뭐하긴. 칼럼 쓰고. 놀고. 먹고. 쉬고.」
   「그게 다야?」
   「글쎄...」
   「피해.」
   「어?」
   「당장 피하라고.」
   「」
   「뭔 말인 줄 몰라? 너도 대충 느낌 오잖아.」
   「정말...이야?」
   「장난 아니야.」
   「뻥 아니지?」
   「너 내가 언제 뻥치는 거 봤냐? 너 나 모르니?」
   「나 너 알아.」
   「그럼 피해. 어서 거길 떠.」
   「」
   「귓구멍 막혔냐? 실제상황. 긴급. 특수. 감 안 와?」
   「아니...」
   「쇠 빼.」
   「어? 쇠 빼? 뭔 쇠를 빼?」
   「특수 실리콘 초합금 탄성 반물질로 만든 그거. 귀마개. 너의 의뭉스러운 사고력. 너의 그 얼빵한 정신. 그 허접한 공상이 방해받지 않도록 너가 끼고 있는 그 가상의 귀마개. 그거 당장 빼라고. 야 임마 사이렌이 명화에 보면 귀마개 끼고 있든? 내 말 못 들었어? 또 딴생각하냐? 또?」
   「」
   「당장 떠.」
   「알았어.」
   「핸드폰 버리고. 감지칩 인체에 심어져있을 수도 있으니 탐지기로 확인하고.」
   「알았어.」
   「야 임마! 다시 한번 말하는데, 지금 상황 심각해. 어? 너 존슨 알지? 보리스 존슨.」 
   「자라목 증후군? 아니. 모딜리아니 그림 주인 말하지? 목 짧은 친구. 그래, 기억나.」
   「그래 걔. 걔 내가 미리미리 힌트 줬는데도 불구하고 막 빨빨거리며 돌아댕기기나 하고 툭하면 군침 흘리고. 어? 그게 뭐니? 어? 지가 무슨 용가리 통뼈야 아니면 허당 중의 허당이야. 웬만큼 여자들 뒤꽁무늬 쫓아다니느라 청춘 허비했으면 이제 철들 때도 안 됐니? 어? 웬만큼 눈독들여야 말을 안 하지. 낄 데 안 낄 데 막 들이대고. 낄 때 빠질 때 모른 체 눈치 없고. 어? 걔 허세 장난 아닌 거 너도 알지?! 무슨 007 영화 주연들이 죄다 자기 똘만이 생활 거쳤다는 둥 역대 뽄드걸들이 다들 막 자기 따라다니면서 제발 오빠 한번만 만나주라는 둥. (절레절레) 지가 무슨 보리스 베커 직계 선밴가 후밴가 된다면서 막 친구들한테 테니스채 잡을 줄이나 아냐 면서 거들먹거리더니. 어느 은둔 고수한테 제대로 깨지더니 결국 이길 때까지 승부 결을 보자고 해서, 그 친구 결국 아마 이민갔다지. 아마 그랬을 거야. 들리는 일설에 의하면 막 첩보영화처럼 신분세탁했다는 얘기가 있어. 소문이 자자해 그냥. 절대 뜬소문이 아니야. 결코! 아휴 말도 말어라. 근데 걔 별명인 허세 끝판왕! 그걸 누군가한테 빼았겼다는데 그게 누군지 모르겠다니까. 권위적인 허풍대회 본선 출선권조차 박탈당했데. 뭐 그건 그거고. 지금 현황이 이렇단 말씀. 때문에 너 다음 다보스 포럼에서 연락와도 가지 마. 프리메이슨이랑 일루미나티도 다 탈퇴해. 들어갈 수 있으면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있으란 말야. 알겠어? 개구멍이든 뭐든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고. 어? 안 그래도 빌더버그, 시온파, 장미십자단, 스컬 앤 본즈. 다 명맥 끊겼거나 이어졌어도 물 흐려져서 걸물들은 다 떠났어. 폼잡기 좋아하는 마초 갑부들 잔치된지 옛날이란 말이야. 알겠어? 지금 세상이 그 옛날처럼 극소수 최상위에서 희박하디 희박하게 인맥 타서 입당 신청하고 받아주고 그런 세상이 아니야. 어? 지금은~ 어? 물 반 고기 반인데 누구 하나 입 딱 닫는 드라마에 나오는 '밀본' 막 그런 얘기처럼, 공기와 통념이자 시간같은 이치로 바꼈단 말이라고. 그 옛날 피라미드 최상층 위주에다 모차르트 같은 예술가들 그들 끼리끼리 결성했던 단체가 지금은 그렇게 바뀐 거라고 이 친구야. 알겠어? 뭐 아무튼~ 보리스 얘기하다 모차르트가 왜 나왔지? 왜 갑자기 아마데우스가 툭 튀어나와! 피노키오의 코야 아니면 뭐야. 흐흠. 
    그러니까 말이야, 어? 아 그러니까~ 특A+++ 정보 알려주면 받는 즉시 상황 돌아가는 거 알았어야지. 그게 뭐냔 말이야. 말 들어보니까 날마다 찾아왔다더라. 진짜 웃긴 게 뭔 줄 아니? 은퇴한 거물들만 딱 골라서 보냈대. 도대체 뒤에서 리모콘 누르는 애가 누군지 모르겠어. 
    처음에는 표도르 예멜리야넨코가 왔길래 사인을 부탁한 게 아니라 지가 해줬데, 참 나! 다음 날은 미르코 크로캅이 찾아왔길래 우쭐했데. 또 다음 날은 세미 슐츠. 또 다음 날은 파브리시오 베우둠. 그 정도면 눈치 챘어야지. 바보도 아니고 말이야. 결국 밥 샵한테 묵사발로 당했데. 제대로 때리지도 않았대. 어디 때릴 데가 있어야지. 말로 몇마디 윽박지르니까 바지에 오줌쌌대. 걔가 그 정돈데 넌 얼마큼일 거 같냐? 어? 상황 파악 안돼? 어? 너도 존말로 할 때 내 말 들어. 보리스처럼 개망신 당하지 말고. 알았어? 걔네들 개수작 장난 아니라니까 글쎄. 어?」
   「」
   「어디로 갈 건데? 갈 데는 있어?」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아.」
   「뭐?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우리의 암구호 잊지 않았지?」
   「남자는 나이가 들면 힘이 밑에서 위로 올라오는지 몰라도. 난 아니다. 난 아니야.」
   「너 아직도 햄버거병 못 고쳤다냐? 허언증 안 나았어? 이런 쯧쯧쯧. 지금 이럴 시간 없단 말이야 이 친구야. 어? 암구호 B는? 혹시 까먹었나 싶어서.」
   「빽넘버 1번: 적은 건 적은 거다. 
    2번: 아내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나중 전부 다 알아버렸다. 
    3번: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버릇 못 고치다 낭패를 면치못했다더라. 
    4번: 오빠 달려? 좋은 말로 할 때 오빠 좀 걷자. 누가 좀 나를 살려주세요, 제발 한번 만 봐주란 말씀. 
    5번: 제목은, 탕아 빈손으로 돌아오다. 
    6번: 꼬꼬댁거리기만 하는 암닭은 시끄럽기만 하지 닭알은 안 낳는다. 
    7번......
    그런데 내가 이런 얘길 왜 하는 거지?
    근데 내가 도대체 이걸 왜 해야 하지?
    그런데 내가 대체 이걸 왜 하고 있냐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럼 누구한테 묻냐? 별들에게? 그래. 그러자. 차라리 그게 좋겠다. 나도 벌써 그렇게 점찍었어. 내가 뭐 바보니? 나 바보 아니야.」
   「그래 너 바보 하지 마. 나만 천재 할 테니까.」
   「아니 근데... 가만 있어 봐. 내 심정 너한테 묻지 그럼 누구한테 묻냐? 어? 너 내 친구 맞냐? 어? 이 자식이...」
   「너 질문 까먹었지?」
   「어.」
   「것 봐. 묻지 말라니까.」
   「뭔가 이상한데. 왜 말렸지? 어쩌다 착착 감겨버린 건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늬 마음 다 알아.」
   「안다고? 늬가 뭘 아는데? 늬가 뭘 아냐고.」
   「너 욕구불만이잖아. 많이 참고 있잖아. 난 임마 더 참고 있어. 알아? 이거 왜 이래? 보자 보자 하니까 너도 보리스처럼 되고 싶냐? 좋은 말로 할 때 도망가. 다 이 형이 생각해줘서 하는 소리야 임마. 어? 뭐해 안 뜨고.」
   「알았어. 알았다고.」
   「나중 형이 비둘기 띄울께.」
    그처럼 당분간 그의 정체성은 공상가에서 도망자로 탈바꿈하게 되었던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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