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 170

from 소설 2020. 7. 15. 23:42

    1

    환상머신은 미완성. 입만 살았지 플레이보이계 복귀도 물건너갔음. 허당의 명성, 숙녀들로부터 인기지속, 오락산업부터 행복업계까지 만년 러브콜도 다 남 얘기. 전부 타인의 쾌락 남들 퇴폐미. 칼럼니스트로써 빨빨거리며 바쁜 척해 봐야 좋게 말해 무관의 제왕. 안 그래도 신데렐라의 요술구두 내게 맞지 않는데 억지로 낑겨넣어봐야 소용없음. ~을 모르지 않는 어른이긴 한데. 그걸 모른다는 말이 아니라.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말이 맞긴 맞다. 말하자면 세상의 비밀과 인생사 쓴맛단맛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을까?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라는 핀잔 말고도 겁나는 역공세는 무진장 많으니 너스레도 쉽지 않음. 아주 그냥 능청 지겹단 말이다. 그래? 그럼 이제 슬슬 시동 걸고 발동 걸리다 탄력받아서 마침내 새콤달콤 저 탐스런 과일을... 떽!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공상을 남용하는 아저씨가 아직도 있다고? 좋게 개 풀 뜯어먹는 소리 집어치우고 일이나 하자. 그런데 뭐 우리가 일하는 기계야? 아님 남자는 뭐 돈버는 기계냐고. 어? 사람을 뭘로 보고. 듣는 사람 없지? 그럼 괜찮음. 
    ~라고 진한 사랑의 부재를 달래며 실컷 떠들었으니까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일 좀 시작해볼까? 그랬는데 벤치멤버인 제5원소 그분은 또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일부러 꾸짖고 싶어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알고 보니 잔소리가 취미시네. 틀림없어. 왜 아니겠어. 듣자 듣자 하니 뭐 뭐래시더라? 
   「떠들지 마. 시끄러워. 고개 숙여. 반성하란 말이야.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알아 몰라? 넌 뭘 잘했다고 눈 똥그랗게 뜨면서 두리번거려? 뚤레뚤레 어딜 쳐다봐. 몇시, 3시 방향? 이 인간이 정신 못 차렸네. 어? 넌 그 관상부터 문제야, 알아? 알긴 뭘 알어. 어? 지금 뭔 생각했어? 여자 생각했지? 그럴 줄 알았어. 또 개침? 군침? 흑심? 눈독 웬만히 들여라 이 늑대야. 에라~ 이 사자야. 어? 개침은 뭔놈의 개침. 아주 그냥 틈만나면... (절레절레) 어머! 어머머머머? 뭔 소리야? 너 방귀꼈니? 증말 가지 가지 한다. 하다 하다 효과음? 팬티는 실크, 하의는 나일론, 소파는 가죽. 그러니까 소리가 이상하지. 그 3종 세트가 딱 만났는데 이상한 소리 날 밖에 없단 말이야. 알아듣겠니? 쨉쨉쨉 쨉쨉쨉 쨉쨉쨉쨉쨉. 뭐 잔뻔치야? 하여간에 뻔트 어지간히도 좋아해. 아무리 봐도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너 친구 없지? 딱 봐도 뻔해. 아는 동생들도 있을 리가 있나. 넌 있잖아 그러니까 잔소리를 얻어들어야 하는 거야, 알아? 그래서 늬가 안되는 거라고. 어? 그 때문에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이 양반아. 제발 정신차려 이 친구야. 어? 안되겠다 이리 와. 좀 맞자.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서 이번엔 당근이 아니라 채찍이라네. 호호호!」 
    뭐? 정말 그렇다고? 뭐 언제는... 됐다. 됐어. 됐지 그럼. 안될 게 뭐 있어. 이렇게 골똘히 짱구를 굴리면 뭐 밥이 나와 돈벼락을 맞어?! 아니면 선녀 미녀 숙녀 벌레먹은 사과 곯은 복숭아? 온갖 아가씨들이 오빠 정말 제발 한번만 만나주라며 난리를 피워. 그렇다고 그녀들 등쌀에 못이기는 척 데이트하는 게 소원이라는 말이 아니라. 하오나, 어? 허지만~ 내가 이대로 미적지근 허접하도록 눌러앉을 허당 같아? YES~! 
    그래서 나는 여성환상 1.5 편집장 사라를 만났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카페에서 사라와 난 대화 중.
   「사라. 오빠 있잖아.」
   「뭔데?」
   「말 하려던 참이었어.」
   「또 뜸들일까 봐 그러지. 말하지 않고 뭐 해?」
   「한다니까 글쎄. 얘 좀 봐라. 내가 너네들 커피 얼마나 많이 사줬는데. 이제 뭐 새로운 오빠라도 나타나셨나?」
   「그럼 안 나타날 줄 아셨소?」
   「뭐라고?」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말해.」
   「그래. 잘들어. 나 이제 연재소설 안 써.」
   「그래? 잘됐네. 쓰지 마. 꼭 뭐 재밌는 멜로드라마 억지로 편수 늘려야 하는 건 아니잖아. 잘됐어. 놀아. 그럼 돼.」
   「아니 그게 그러니까 내 말은 말이야, 요즘 왠일인지 이상하게 칼럼만 바빠지고 허구는 안 써진단 말이지.」
   「그래? 그럼 흐름대로 가. 그럼 되잖아. 뭐가 문젠데? 문제없지? 그럼 고분고분 일해.」
   「내가 일하는 기계냐? 난 걸어다니는 런닝머신이 아니야.」
   「그럼 난 신음 끝장나는 환상머신이야, 오빠?」
   「어허 것 참! 그게 여기서 왜 나와? 난 너 여자로 안 봐.」
   「나도 오빠 남자로 안 봐.」
   「왜 진작 말하지 않았소?」
   「왜 갑자기 올림말?」
   「그러니까 어때주길 원하냐고.」
   「오빠가 우리들 시트콤 멤버들 귀찮게 하지 않는 거. 아지트에 더 이상 나올 필요 없어. 오빠 그만 와도 된다고.」
   「나 이제 너네들한테 팽당한 거니?」
   「아니 뭐 은퇴라고나 할까? 아님 광고계약 해지로 볼 수도 있고.」
   「짤린 거네. 내가 뭐 밉보였니?」
   「그럼 전부 홀딱 반했을까 봐? 꿈도 크셔. 오빤 그런 말도 몰라?」
   「무슨 말?」
   「집이 완성되면 그는 떠난다.」
   「나도 다 알지. 허나 나는 네가 방금 한 속담에서 '그'가 아니라 집이거든. 토마스 열차 몰라? 난 의인화 장난감이야.」
   「뭔 소리야? 뭐래? 개꼬리는 개몸뚱이에서 나온다더니. 오빠 이제 애기가 다 됐구나? 설마 오늘 기저귀 찼어? 그랬어?」
   「그럼 내가 생리대를 차리? 정말 내가 그래야 속 시원하겠니?」
   「오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어? 오빠가 그래서 안되는 거야. 나 갈래. 연락하지 마. 아마 애들도 전부 오빠 피할 걸. 혹시 모르면 알아두라고.」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야? 얘. 사라. 정말 가니? 우리 이제 그냥 사귈까? 야. 촌년. 응큼한 년. 저년이...!」
    주책이야 글쎄. 난 아는 여동생들이랑 잘 지내보려 했는데.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왜 그러지? 난 내 수입의 상당량을, 가령 1년 연봉이 1장이라면 0.8장을 몽땅 녀석들 커피사주는 데 할애했다. 커피만 그냥 원없이 마셨다. 밥 대신 커피만. 하다 하다 내 땀에서도 커피 냄새가 난다. 내 몸의 수분은 물론 피까지 전부 커피지 그냥. 근데 좋다며 비싼 커피 싼 커피 맛없는 커피까지 단물 쪽쪽 빨아먹을 땐 언제고. 나 최근 상태가 안 좋아지는 걸 녀석들이 재빨리 냄새 맡았던 걸까? 아무리 애써 봐도 다 소용없다.  다시 인기있는 오빠의 권위를 되찼을 뻔 했는데 글쎄... 소용없었음. 반전은 없었다. 내가 뭐 잘못한 건가? 아닌데. 근데 왜? 뭐 내 별명이 NDJM으로 바꼈나? 아니 언제부터? 됐다. 남다른 호기심이고 나발이고 좋게 일이나 하자. 그러면서 난 사무실로 향했다.





    2

    Mozart / 바순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KV. 292
    오늘 나는 사무실에서 차분하게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톰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밑도 끝도 없이 뭔 또 헛바람을 주입시키려고 얘가 나한테 전화했지? 일단 받았다. 
   「친구, 오랫만이군. 그동안 왜 연락이 없었어? 하도 소식이 없길래 내가 이렇게 자네한테 전화를 다 걸게 되지 않나. 허허허. 그러게 말이야, 어? 일전에 내가 말 안 했나? 전례를 깨고 그냥 사랑에 대한 열망을 그만 내려놓는 게 좋을 거라고. 그치만 말이야 좋고 싫고가 어딨어. 안 그래? 그게 어디 우리 마음대로 되야 말이지. 허허허. 자네도 잘 알지 않나. 저번에 네가 그랬잖아. 뭐랬지? 개 한 마리가 양떼를 몰 수 있다. 뭐? 뭐 아무튼 나네 말마따나 나도 그렇지만 자네도 고생이 많아. 우리가 정말 만나줘야 하는 여자만 대체 몇 명이냐고. 날이면 날마다 오빠 오빠 제발 1번만 만나주세요. 어? 자네도 많이 들어봐서 잘 알 거 아닌가. 허허허. 지겹지. 짜증나. 어? 성격 좋은 우리가 다 그녀들 맞춰줘야지 우리 아니면 누가 대체 그 어려운 배역을 맡겠냐고. 안 그런가? 어?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지. 너 내 뒷담화했니? 들었어. 세실리아가 그러던데. 너가 내 험담했다고. 나도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어. 너가 하도 여자들하고만 어울리다 보니 속좁은 남자가 됐다는 걸 말이야. 넌 거의 절반 여자라고 할 수 있지. 허허. 나도 다 알아 이 친구야. 창피해하지 마.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 형이 다 꼬셔줄께. 그럼 되지? 그럼 너 좋고 나 좋고. 얼마나 좋아. 안 그래?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이번에 수영장에나 갈까? 여름이면 해변이지. 야, 그러지 말고 떠나자. 어? 당장. 푸르른 바닷가, 사랑의 연가, 눈부신 비키니. 아니면 뭐 가까운 호텔 수영장도 괜찮고. 형이 다 꼬셔줄께. 어? 왜 공무원 시험 보러 가야 해? 아니잖아. 잘들어. 형이 이번에 아주 그냥 기가막히도록 물 좋은 수영장을 알아놨거든. 2차로 나이트클럽까지. 넌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그럼 끝. 어? 안 그래도 콘래드 호텔 1층 커피숍에서 너랑 나랑 또 숙녀들과. 그렇게 2 대 2로 만나기로 했어. 너도 싫지 않지? 왜 내 맘대로 약속을 잡았냐고? 그래. 취소할께. 그럼 되잖아. 어차피 걔네들도 바쁠 거야. 굳이 우리 같은 고인물이 귀찮게 하면, 어? 너가 여자라면, 너 같으면 기분 좋겠니? 싫겠지. 에둘러 말은 하겠으나 딱 싫겠지 왜 아니겠어. 나 같아도 질색하겠다. 허허허. 그렇다고 어디 세상에 여자가 걔네들 뿐이니? 무슨 지들만 숙녀인가? 세상의 절반은 여자. 허허허. 가라 그래. 누가 붙잡는데? 우리로부터 어장관리 당하고 싶은 아가씨가 대체 몇 명인데. 허허허. 또 또 전화온다, 아 나 지금 너랑 통화하고 있구나. 잠깐 딴생각했어. 그럴 수 있어. 사람이 무슨 로보트도 아니고 말이지. 안 그래? 우리는~ 어? 우리는 그래. 여자는 다 그럴란가 몰라도 우리는 아니지. 우리는 뭐다? 가는 여자 붙잡지 않고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라는 제목의 게임이 글쎄 최근 유행이라던데. 혹시 들었니? 그걸 들었든가 말든가 내 수다 때문에 미치겠다고? 미치지 마! 돌겠다고? 돌지 마란 말이야. 다 너 인생에 도움되라고 풀어놓는 현란한 혀 놀림이니까 말이야. 허허허허허. 무슨 귀에서 피날 꺼 같은 너만 고생인 줄 아니? 이처럼 듣는 사람 기 빨아먹는 진공청소기 화법을 쉬지 않고 남발하는 난 뭐 안 피곤한 줄 아니? 이거 정력 소비 장난 아니야~. 내가 지금 너랑 이런 말장난할 시국이 아닌데 나도 나다. 아무튼 우리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만나서 하자. 아 아직 만나지도 않았지. 허허. 내 정신 좀 봐. 근데 내가 널 왜 만나!? 만나야 할 여자들만 대체 몇 명인데. 야 야 일단 끊어. 나 바쁜 일 있어. 나중에 통화하자 친구.」
    뚝! 그래 뚝. 뚝? 뭐 뚝? 전화는 끊겼다.
   「」
    뭐야 이 자식! 지 할 말만 하고 뚝 끊는 여편네, 유부남들은 잘 아시지. 그치만 지 할 말만 하고 뚝 끊는 마누라야 대체로 용건 위주. 근데 이건 내가 지 꼬봉도 아니고 날 뭐 진짜 병풍으로 아는 건가? 도대체 뭔 말인 줄 알아먹을 수 있어야지. (절레절레). 에잇 괜히 기분만 잡쳤어. 아마 이게 다 외롭기 때문일 거야. 그래. 맞어. 아닐 리가 없어. 그렇다고. 외톨이 비둘기에게는 앵두도 쓰다는 말도 있지. 그래?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사교계에 행차해보실까? 아니지. 난 은퇴당한 플레이보이도 뭣도 아닌데? 뭐야 이게.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부를 뒤적여봐도 연락할 친구 하나 없어. 왜? 내 품위유지비 부족하니까. 그 뿐만이 아니다. 페라리 포르토피노 타는 그 친구 한량 몽키스패너. 걔도 잘나가니까 나한테 연락 안해. 그럼 뭐 내가 뭐 한다고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 가야 하는데? 동네 근처 베네치아 피자집으로 난 만족. 세계2대 맥주 축제? 그냥 동네 생맥주집 함부르크에나 가자. 그게 좋겠다. 내 주제에 무슨...! 정통 뉴욕식 햄버거? 정통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얼른 퇴근하고 집에가서, 소파에 자빠져 배 터지게 과자나 씹어먹으며 TV로 축구나 봐야지. 야구애호가들 지들이 축구에 대해 알아? 지들이 뭘 안다고. 





    3

    백댄서가 없으면 춤을 추지 않는다. 꼭 그런 사람이 있다. 신부들러리 없으면 결혼하기 싫다는 오월의 신부. 있긴 있겠지? 설마 없을 리가. 진짜 없다고? 하긴 핑계가 예술. 그럼 이참에 뭐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라는 촌스런 대사 읊을 기회도 없는데 거 잘됐지. 기왕 생각한 김에 알래스카 에크러트나에 있는 얼음 동굴 내부나 보러 갈까? 어차피 안 갈 꺼 못가는 사람들이 그런 말 하기를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함. 그래서 우리는 피곤한 스타일과 친하지 않음. 세계 마초협회에서도 받아주지 않지, 허풍대회에 출전자격조차 얻기 힘들지. 허당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근데 내가 왜 이처럼 혼자 입담만 풀어야 하지? 꼭 보면 고전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처럼 재미없는 삶을 어떻게 새로운 인생으로 바꿔볼까 하던 찰나 딱 탐스런 먹잇감을... 개 두 마리가 개뼉따귀를 놓고 다툴 때 3번째 똥개가 그걸 물고 튀는 게 인생이다. 세상사 뻔하거든. 서투른 자가 가장 많은 대패밥을 만든단 말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더럽게 진부한 몽상도 뭐 자랑스러운 취미랍시고 아직도? 이게 뭐하는 짓이야? 어? 그럼 난 정말 마침내 미쳤을까? 진짜 미쳤나? 아니 내가 왜! 그대 뉘신지 몰라도 난 미치지 않았어. 그럼. 카리스마 끝장인데 어떻게 미쳐! 그러고 싶어도 안됨. 그러든가 말든가 이놈의 공상은 아직도 끝날 줄을 모르네 그래. 뭔놈의 작전 회의만 회의만 그냥...! 날새겠다. 배 떠나겠네. 영화 끝났다. 꿈 깨자. 그렇지만 말이다 들통날 비밀 없지 잃어버릴 재산 걱정 또한 없지, 얼마나 좋아? 여자말 번역기 바쁠 필요도 없고 말이야. 번 돈 1년 연봉 2/3를 몽땅 아는 동생들 커피값으로 탕진하던 인생, 숙녀들 때문에 괴롭고 지겹고 지치고 짜증나고 귀찮아 미치기 일보 직전. 이처럼 심심하니까 얼마나 좋냐고, 어? 지적인 기쁨을 선물하는 호사 난 바라지 않는다. 다정한 자존감을 북돋워주는 사치, 그딴 거 관심없다. 못 다 누려본 플레이보이의 황금기? 어차피 나중 생각하면 다 시간낭비. 정력낭비. 돈낭비. 허송세월. 오늘만 날이냐. 벌들이 있는 곳에 꿀이 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됐다. 그만 하자. 이런 말하기도 지친다 지쳐. 
    그러므로 난 뭔가 하기로 했다.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나는 Rossini / 오페라 <도둑까치> - 니네타의 아리아 “나의 가슴은 기쁨에 들떠” 이런 고상한 음악 들어봐야 답은 없고. 백날 상상력만 바닥나도록 마법구슬만 애무하느니 과감히 행동하기로 했다. 근데 무엇을? 무작정 나가면 갈 데가 없는데. 여자들이랑 노는 데 질렸다고 남자들을 불러낼까? 그래 봤자 노상 듣는 말들은 뻔함. 뭐 가슴 세 개 달린 여자랑 사귀고 싶다는 둥, 비좁은 카페에서 발에 뭔 천조각이 밣히길래 쭉 땡겼는데 앞 사람 양말이었다는 둥. 응? 그럼 또 넘버쓰리는 그래 자긴 슬리퍼가 바꼈데. 결국 인생 혼자다. 우리는 몰래카메라가 무서워서 호텔도 가지 않는다. 뭐 그야 어쨌든 대타와 대책 바닥나면 친구 밖에 더 있나. 푸른 해변의 다채로운 비키니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정작 가보면 우린 당연히 고인물로 천대받을 게 뻔할 수도 있다만. 그치만 근처에서 조용히 쉬기만 할 건대 뭐 어때서. 
    그래서 윌, 잭, 포르토피노 그리고 나. 이렇게 4인방은 가까운 바닷가로 피서왔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근데 사람이 없네? 아무도? 왠지 몰라도 느낌 세했다. 
    윌은 아는 동료가 근처에 산다고 해서 자기만 쏙 빠졌다. 
    잭이 빌려온 허름한 리무진, 어차피 폐차시키려고 했던 거 나한테 가지라고 하면서 녀석도 갔다. 어디로 간다고 했는데 일부러 발음을 흐린 건지 치밀한 계획인지 몰라도 어영부영 도망갔다. 그럼 포르토피노랑 나랑 단둘이 뭘 하겠나? 걔도 갔다. 녀석이 변명할 땐 드디어 난 청력기관 감각이 무음으로 바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게 아니라 현실이 영화였으니까. 그래? 가라 그래. 우리끼리는 서로 붙잡지 않는다는 그런 불문율보다 우정이란 말조차 듣기 거북하니까. 멜로영화를 간지러워서 어떻게 꾹 참고 보나. 연기하기 귀찮아서 연애도 안 하는 마당에 말이다. 그럼 이제 나 혼자 싸구려 리무진 타고서 바닷가 드라이브? 못 할 거도 없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그렇게 나 혼자 싸구려 리무진을 끌고서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뭐야 이게? 뭔 소설이 이래? 이러니까 환상문학잡지에서 걸핏하면 계약 끊는다면서 막 겁박하지. 그치만 걔네들도 다 너도 삼류 나도 삼류 그러니까 오히려 진짜 같은 김 빠진 이야기를 더 반길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라 진짜 걔네들한테 딱이지 왜 아니겠어. 근데 거 참 나 소설 더럽게 재미없네. 내가 이럴려고 문학을 놓지 못하나? 문학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아니 정말, 정신이 번쩍 드는 그런 껀수 없을까? 없다. 있을 턱이 있나. 이 따분한 일상에서 도시의 고독한 사냥꾼 생활, 재미없단 말하기도 입 아프다 정말. 그럼 진짜 무엇이 문제일까? 어? 일찍 여물면 일찍 썩는다, 해는 일찍 뜰수록 늦게 진다. 전자냐 후자냐 그것이 문제로다? 허나 우리 나이쯤 되면 말할 수 있다. 너무 일찍 조숙할 필요까진 없다고. 근데 또 이론과 실제가 다른 게 뭐냐면, 쉿! (절레절레)





    4

    예쁜 사과도 벌레가 먹는다. 잡초는 씨를 뿌릴 필요가 없음. 근데 그냥 벌레만 먹은 사과? 말 말자. 됐다고!
    워 워 워. 또 시작할 기미가 보이네. 그놈의 공상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얼른 재빠른 동작으로 고전음악을 틀었다.
    Handel / 오라토리오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 “가시는 두고 장미를 꺾어라”
    그렇게 분위기를 잡고서 기분을 고상히 다잡았다. 그러면서 최근 행보를 검토했다. (1) 사라를 만나서 다툼. 헤어짐  (2) 톰의 잔소리 들음. 퇴근함  (3) 싸구려 리무진 타고서 바닷가 드라이브. 그게 다잖아?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난 또 슬럼프에 빠졌음을 절감했다. 때문에 난 또 뭔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찰나 환상문학잡지 편집장 마라가 찾아왔다. 근데 그년 아니 그 세련된 외양과 고결한 몸가짐은 물론 우아한 말뽄새 아니 어법으로, 날 툭하면 얼떨떨하도록 만드는 그녀. 근데 그녀 혼자만 내 사무실로 찾아온 게 아니었다. 여성환상 1.5 부사주(수석 에디터, 부편집장, 편집장, 사장을 거쳐서 오른 자리) 사라와 함께. 뿐만 아니라 환상문학잡지 전직원. 더더군다나 여성환상 1.5 전직원까지 대동하고서 말이다. 뭔 일인데 이래? 마라&양대잡지 전직원이 내 사무실 방문? 설마... 아닐 거야. 혹시... 느와르 영화에 나오듯 나 보고 당분간 떠나있으라? 그래도 뭐 마피아 고전식 방법처럼 선물함을 전달받아서, 그걸 열어보니 뭘 암시하기 때문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더라. 라는 것보단 낫겠는데. 대체 뭔데 이 난리야? 내 앙증맞은 사무실. 조촐하니 난 적어도 크기에 대해선 불만 없었다. 내 미지의 이상을 찬란하게 만족시켜주지는 못할지언정 사무실 집기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근데 얘네들이 몽땅 쳐들어오다보니 아주 그냥 물 반 고기 반이었다. 결국 장난 아니니 여자말 허트루 듣지 말란 말일 텐데... 뭔지 몰라도 식은땀이 쭈삣 날동 말동 그랬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인데...」
   「가만 있어 봐 나 얘기 좀 하게.」
   「듣고 있어.」
   「내 말 끊지 말라니까 이 오빠가...」
   「알았어. 알았다고.」
   「대답도 내가 고개 끄덕, 아니 눈빛 봐서 해야 하는 상황이란 거 몰라?」
   「」
   「나도 이러기 싫었어. 그치만 오빤 좋지? 물 반 고기 반이라서?」
   「넌 말을 해도 꼭... 내가 지금 몇 가지 향수를 맡고 있는 줄 알긴 하니?」
   「내가 그거까지 알아야 해? 조용히 하고 들어. 일단 들어봐. 닥치고 들으라고. 지금 장난 아니니까.」
   「」
   「오빠가 저번에 그랬지? 최근 줄거리가 막힌다고. 아찔한 착상이니 기발한 영감이니 그런 건 모르겠고, 이상하게 서두와 결말 즉 잔소리만 탄력받는다고. 그래서 플롯은 바닥이고 칼럼은 왕성하고. 응? 그치? 맞지? 틀림없어. 그래서 언젠가 우리가 말다툼 하려다 토의, 논쟁 하다가 협의, 끝끝내 격론은 화목하게 합심으로 결론냈지. 어떻게?
    https://mashable.com/  
    https://techcrunch.com/
    또 Startups 웹사이트에서 봤던 거. 직거래 플랫폼에다 오빠의 그 남아도는 서두와 결말과 칼럼 잔잔바리. 그거 저작권료 받고 팔자고 한 거. 한동안 짭짤했지? 허허허. 나도 오빠를 알아. 오빠도 나를 좋아하고. 어? 어. 왜 그럼 안돼? 나야 좋지. 허허허. 그 말이 아니라, 응? 대체 이런 게 다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중요하지 왜 안 중요해! 이보다 뭘 더 중요하게 여기란 말이야, 응? 근데 왜 이처럼 말이 꼬이지? 나 원래 안 이러는데. 오빠도 알지? 그만큼 꺼내기 어려운 본론이 기다리고 있단 거 오빠도 눈치챘겠지. 그럼. 이처럼 뜸들이는 내 기분은 뭐 좋겠수? 나도 오빠랑 그냥 농담 반 진담 반 수다떨면 좋지. 막 이처럼 말이야. 오빤 내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돼, 알아? 알긴 알았으면 진작 정신차렸고 돈까지 많이 벌었겠지. 돈까지? 그건 기본으로. 덤으로 나까지? 꿈도 꾸지 마. 아니, 덤으로? 듣고 보니 기분 나쁘네. 아, 내가 말했지. 봐줄께. 나나 되니까 오빠 용서해주는 거지 딴 사람 같아봐 어림없어~! 어? 좌우지간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허허허. 그게 다 오빠한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얘기니까 이해하시고. 봐봐. 이처럼 얘네들 전부 왜 데려왔겠니. 지금 발 디딜 틈이 없는 거 보이지? 조그만 소형차 안에 사람이 열댓명 타는 기네스북 기록처럼, 지금 얘네들 속으로 엄청 짜증날 꺼야. 정말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전부 다 여자거든! 허허허. 아무튼 여자 많으니까 기분 좋지? 내가 오빠 속 모르는 줄 알아?」
   「마라. 1절만 하자.」
   「그래. 나도 좋아. 요점만 말할께. 우리, 소송당했어.」
   「소송? 뭔 소송?」
   「희대의 소송. 세계 3대 로펌 가운데 하나던가? 우리랑 하필 이 시국에 법률전 하자네? 그럼 우린 도전장을 받아야 할까?」
   「내가 뭘 잘못했는데?」
   「오빠가 뭘 잘했다고?」
   「내가 잘할께. 너네 사무실 저번에 보니 너무 건조하더라. 재미도 없구 그 뭐지 그게 말이야 너무 정서가 매말랐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너네 사무실에 개 혹시 키우지 않을래? 골든 리트리버 한마리 키우는 거 어때? 아니면 목양견? 비글이든 코커 스패니얼이든 비숑이든. 뭐든 말만해. 아니면 나 이번에 트레이닝복 세트 샀는데... 내가 좀 더 개처럼 살아볼께. 어때?」
   「지금 장난 아니라니까 이 오빠 아직도 상황 파악 안되네. 응? 그러니까 여태 여자가 없지. 응? 이래서 오빠가 안되는 거야. 이러니까 거물들이 물고 늘어지는 거라고. 그래서 오빠는 잔소리를 얻어듣는 거고. 그럼 기가 빨리겠지? 그렇지? 그럼 그 다음엔 어떻게 되겠어? 그래~ 그거야~ 그거라고~ 어? 정력 감퇴! 허허허. 농담이고. 농담 아닌가? 그야 오빠 정력이지 내가 그거까지 신경써야 돼?」
   「내가 언제 내 방만한 사생활에 대해 네게 신경써달라 한적... 없는 거 같은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요점만 말한다고. 내 말 끊지 말라니까 글쎄. 어?」
   「」
   「일곱 명의 목자들은 양떼를 망친다. ~라는 말 알아? 알겠지. 오빠가 뭐 바보도 아니고. 요점만 말할께. 아 나 증말 이거 참 요점만 말한다는 그 말만 계속 반복하잖아? 오빠 바보야? 아니 내가 바본가? 어쨌든 요점은 그래. 그 잔뻔치 같은 단문 몇 개 팔았는데, 하필 그게 유령작가한테 넘어갔고 어떤 중편이 유명해졌어. 근데 또 하필 할리우드에서 대번에 그걸 영화로 만드네? 뻔트로 겨우 수익분기점은 넘겼나 봐. 그래서 전문가들 몇 명이서 그걸 서둘러 연작 드라마로 만드네? 그 다음에 그걸 영화관과 계약했데. 넷플릭스네 뭐네 TV랑 인터넷으로 풀지 않고 드라마를 전용 극장에서만 상영하다고 하더라고. 근데 회원권이 불티나게 팔린다네~?! 골프장 회원권이랑 그거랑 1 대 1로 맞교환한다는 뜬소문까지 퍼졌으니 말 다 했지. 허허허. 거기서 끝이면 얼마나 좋아. 근데 이상하게 오빠의 단문이 너무 많이 뭐랄까...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나 할까? 정신분석학자부터 기타 등등 지금 말들이 많아. 왜냐? 멀쩡히 극장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사람들 몇몇이 스크린으로 달려들어서 스크린을 찢고 그 안으로 들어가버린데. 학계 업계 오락산업계 보고되다 보고되다 못 말릴 정도로 일이 커진 거라고. 그러니 걔네들이 또 회의를 했겠지. 긴급으로 말이야. 그래서 정답으로 나왔어. 결론은 우리에게 반갑지 않았어. 오빠 단문이 문제라는 거니까.」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낸들 알겠수?」
   「그럼 내가 알까?」
   「그야 법관 나리 앞에서 말하든가 말든가.」
   「내가 왜?」
   「자, 그 더러워질 법률전에 기꺼이 달려들 거야 말 꺼야? 선택해. 당연히 피하고 싶겠지. 그렇지만 도망갈 수 없는데 이걸 어쩌나?! 뭔 얘긴지 알겠지?」
   「(끄덕끄덕)」
   「따라서 방법이 없진 않은데... 하는 수 없이 우리도 이렇게 결론을 내렸어.」
   「그게 뭔데?」
    그녀는 봉투를 내밀었다. 옆에서 비서는 007가방을 탁자에 놓았다.
   「당분간 조용해질 때까지 떠나있으란 말이지? 나야 좋지. 설마... 제일 윗장만 고액권 진짜인 건 아니겠지?」
   「미안한데 현금으로 가득찾을 거라는 상상, 틀렸는데 어쩌지? 새옷이랑 새 노트북. 기타 등등 물품들이야.」
   「너 그거 하난 알아둬.」
   「」
   「어중이가 오지 않으면 떠중이가 온다.」
   「남들 다 아는 얘길 왜 하필 지금. 잘들 논다. 어? 놀고 있네. 그러니까, 됐다. 아무튼 방법은 그거밖에 없어. 우린 말벌의 벌집을 쑤신 거라고. 것도 장난 아닌 걸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정도가 아니라 왜 하필...! 됐다. 뭐 해, 안 떠나고.」
    그렇게 나는 서둘러 낯선 여행지로 숨어드는 도망자 신세를 기쁘게 맞이했던 것이다.





    5

    여행지에서 한적하게 쉬는 생활. 이건 내게 호사였다. 내가 언제 이런 최고급 호텔에서 신간 편하게, 팔자 퍼지도록, 마음 편히 쉬겠나. 청소도 주최측에서 다 해 주지. 스카이라운지에서 뭐든지 공짜로 즐기지.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그렇다고 나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이곳으로 떠나면서 "행운을 비네 오빠" 라는 말을 마라로부터 듣지 못한 게 퍽 서운하긴 했지만. 뭐 그거야 괘념치 않으면 그만이고. 오래전부터 예상해왔던 권태가 말끔히 치유되어버린 게 어딘데. 그래서 난 여기서도 즐겁게 일을 했다.
    https://mashable.com/  
    https://techcrunch.com/
    또 Startups 웹사이트에서 봤던 거. 직거래 플랫폼에다 저작권 넘길 잔소리를 몽땅 생산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으니까. 예를 들면 이랬다.

    서두 1.
    <황홀한 예감이 절망으로 결판나지 않을 선행지표, 그건 결국 돈뿐일까? 그런지 아닌지 몰라도, 최소한 어떤 허당의 헐뜯어 마땅한 난봉 전성기를 환상의 최적격이라 점찍을 수만은 없는 건 분명하다. 뭐 아니라고? 뭐가 아니야! 그야 어떻든 우리는 땀에서도 커피 향기가 남, 그 정도로 우리는 커피를 좋아함. 우린 커피 없으면 못산다고 할 수 있음. 근데 왜 대체 아는 여동생들은 통 연락이 없지? 지들끼리 나 따돌리자고 뭐 짜기라도 했나? 작정하고서 허당 왕따돌림? 누가 뭐 겁날 줄 알아? 지들이 아쉽지 내가 아쉽나! 그러거나 말거나. 하여간에 남자는 집에 있으면 안된다. 말하자면 가택감금 대체 몇 번을 하란 말인가. 굳이 걸핏하면 찾아와서 사람 귀찮게 만드는 인기를 줄기차게 누리는 영광, 집밖으로 달려나가 거머쥐면 된다. 허나 그게 어디 쉽나. 어렵겠지. 아마도 바라지 않는 게 속편할 테고. 그럼 뭐 재미난 일 없을까? 뭘 해도 재미없단 말 누구에게 털어놓을까 매번 고심하니까 술집마담들도 다 그럭저럭 심심하지 않을 뿐. 뭐가 어쩌고 어째? 됐고.
    어차피 탄로나버렸다. 뭐 꼭 본색을 드러내고 싶어서 그랬겠냐마는, 누군 안 그렇간디? 결국 겁나게 성가신 취미는 바로 공상. 음탕대마왕. 색마. 바보 같은 놈! 숙녀들 환심사는 잔머리만 골똘히 고민하는 녀석. 내가 언제? 태어나서 오페라 커튼콜 실제도 1번도 못본 놈. 메조소프라노의 아리아가 끝날 때 무대 위로 던져지는 꽃송이. ~가 아니라 수북이 쌓이는 협찬회사 물품을 상상하기나 하는 꼴통. 설마, 협찬이, 아니라고? 뒤늦게 발정기로 뭐 최고점을 찍겠다는 거야 뭐야? 어? 야 팔랑귀, 또 누가 너한테 헛바람을 잔뜩 불어넣었니? 안 들려? 들려 안 들려? 어? 아 제발 진짜 그만 좀 해. 그러니까 뭘?
    그래서 나는 이처럼 환청을 잠재우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혼자 바탄 죽음의 행진을 계획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또 Schumann / Kreisleriana op.16 (연주: Youri Egorov) 이런 음악 들어봤자 허영심만 특이해지기 밖에 더 하나. 이미 수도 없이 실험해봐서 논문 천편도 쓸 수 있음. 바로, Hasse / 오페라 <시로에, 페르시아의 왕> "평온하구나, 스폰다의 매혹적인 바다여” 매혹적인 메조소프라노의 목소리. 좋긴 좋다만 아름다운 꿈결같은 멜로디에 취하면. (꼭 그렇단 말은 아니다만) 그래 봤자 과소비 욕망만 상승됨. 인터넷에서 자동차 구경만 하고, 백화점과 시내에서 물품 둘러보면 만져보다가 나중 어차피 사게 되어 있음. 야 어좁 이 머저리 같은 놈아, 밖에 나와서 또 공상이냐? 난 이처럼 공상으로부터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뭐 대단한 발견이라고 난리긴 난리야. 누가 아니래>

    결론 3.
    <어쩌자고 허구한 날 자빠져 티비만 보는 거야? 너 뭐야! 늬가 뭔데 날이면 날마다 자빠져 놀아, 어? 너 또 누굴 자빠트릴까 그 궁리하지? 누가 늬 흑심 모를 줄 아니. 개침 그거 웃기지도 않다야. 좋게 꿈이나 깨라. 냉수 한잔 마시고 속차려 이 친구야. 아 글쎄 말도 안되는 공상 때려치라고 쫌. 지겹지도 않나 몰라. 어? 대답하기 싫으면 관둬, 이런 미련곰탱이 같은 놈아! 정말 묘한 녀석이야. 더럽게 허접해. 음흉하고. 추접스럽고. 유치하고. 찌질하고. 어? 하긴 늬가 뭘 어떻게 하겠어. 자, 그러지 말고 내 앞에서 빨가벗고 춤이나 춰 봐. 왜, 못하겠어? 것 봐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럼 멋드러지게 노래를 불러보시던가. 그마저, 알만해. 그럼 그렇지. 그럴 게 아니라 너 나한테 좀 맞자. 왜, 겁나? 쫄지 마. 꿀밤이니까. 안 아프게 때려줄께. 혹시 아니 애무해줄지? 그건 그렇고. 이 난봉꾼 같은 놈. 아는 여동생들은 다 어떻게 꼬드긴 거야? 늬 주제에 여심을 쥐락펴락? 팔짜도 좋아. 뭐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 풉! 그럼 뭘 해, 다 떨어져나간 지가 어언 옛날인데. 근데 너 아직도 그러고 다니니? 이 형님께서 저 언니들 몽땅 다 꼬셔줄께~, 말만 해 말만! 볼 만하겠다. 허허. 허허허. 그래 봤자 전성기 올 뻔 말 뻔하다 오지 않았고, 플레이보이 황금기마저 올 둥 말 둥하다 행운의 여복은 딴놈한테 가버렸겠지. 그치? 그러니까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아니? 알면 뭐 하니, 어? 알면 뭐 해. 쯧쯧쯧. 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설교 듣기가 지겹니? 그럼 너도 말하기 좋아하고 나서기를 한 12배쯤 더 좋아하던가. 것도 아니잖니. 그러니까 늬가 안 되는 거야, 응? 널 보고 있으면 아주 그냥 답답하다 답답해. 이 한심한 놈아. 너 여전히 시시한 칼럼 쓰며 겨우 벌어먹고 살지? 내 그럴 줄 알았다. 넌 답이 없어 답이. 그런다고 문제가 뭐인 줄은 알아? 그걸 어찌 알겠니. 알았으면 이런 잔소리 즐겁게 듣고 있었게? 그러게 잔재주가 아니라 막 그냥 떡밥뿌리기만 애호할 게 아니라, 이 인공지능 슈퍼머신한테 잘 보였어야지. 어? 너한테 나 밖에 없다는 걸 왜 모르니! 왜 그랬니 정말. 어떻게, 인생 비전은 있고? 있을 리가. 왜, 자유롭고 싶어? 희망으로 달래. 이러니까 여자들이 뻑이 가지, 존나 카리스마 있어. ~라는 혼잣말도 지겹지? 존나 버텨! 그 수 밖에 없으니까. 아님 어쩔 건데. 응? 다른 사람들도 다 그저 그래. 나이 먹으면 다 비슷하다고. 너 어차피 땡전 한푼 없잖아.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 마음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하염없이 그림의 떡을 바라만 본다고 뭐 누가 상이라도 준다든? 응? 그럴 수는 없지. 허허. 그러게 한눈팔고 눈독들일 시간에 환상머신을 완성시키든가 신비론과 마술학을 공부했어야지. 내가 저번에 독심술 숙달하라고 했어, 안 했어? 어?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에서 꼬신다고 뭐 너한테 사랑론이 가당키나 한다고 생각하니? 에르메스, 맥북에어, 페라리... 뭐 이런 게 너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 설마 아니겠지? 있어도 안 어울려. 알아? 안 그래도 성과가 없잖아 성과가. 뭔가 뻔트에 대한 동경이 그나마 단타로 연결될 기미라도 보여야 할 거 아니니. 거포는 뭔놈의 거포, 툭하면 대형 스트라이커. 스트라이커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장거리 좋아하시네. 웃기지 마. 재미 하나도 없으니까. 넌 그래서 안되는 거야. 알아? 몰라도 탈이고 알아도 문제다. (절레절레)! 너 방금 속으로 "이런 젠장~!" 그랬지? 내가 널 어떻게 모를 수 있니. 쯧쯧쯧>





    6

    최고급 호텔 생활이 살짝 무료해질까 말까 하던 찰나.
    마라의 수행비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전화라서 뭔가 찜찜하여 받지 않으려다 그냥 받았다.
그래서 통화를 해 보니 뭐라더라?
    내 신분, 행정기록, 주민등록이 말소됐다던가...! 아니 왜? 뭐라고 뭐라고 그랬는데... 그때 이상하게 귀가 윙~ 울려서 통 듣지를 못했다.
    그럼 서류상 난 투명인간이라는 말인데...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근데 문제는 소송전과 달리 걔네들이 뭔 업자를 고용했다고 그랬다. 그래서 도망가라네?!
    그러면서 어딘가 주소를 내게 적으라고 했다.
    그걸 보니 어디 조용한 시골 주소였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그곳은 불치병 환자들이 막 특수한 방법으로 자연 치료되는 기적을 바라는 요양원도 아니고. 정신병자들이 모인 특수시설도 아니고. 근데 또 딱히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게 동네 주민들이 통 돌아다니지 않는 한적한 시골생활은 이어졌다. 그렇게 일하기도 싫고 놀기도 재미없던 중 혼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찾아봤다. 예를 들면,
    The Wicker Man , 1973
    The Wicker Man , 2006
    그 외 드물게 들짐승이 죽으면 마치 사람이 죽은 듯 취재하고 막 기타 등등 단 몇 가지만 아니면. 도시와 다른 점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한 채 외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대체 언제 돌아가도 되는 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장면 전환.
    장면 전환.
    장면 전환.
    나는 이 동네에서 처음으로 친구를 사겼다. 많이 사귈 필요도 없다. 잘못 사귄 걸 늦게 알 수도 있다만 난 멜로드라마 주인공이나 된다는 듯 운명에 순응하기로 했다. 그의 이름은 킨제이다. 성이 그렇단 건지 이름을 그처럼 불러달란 건지 모르지만 녀석은 질문받기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근데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녀석을 어느새 난 닮아버렸던 것일까?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말투... 억양... 몸짓... 어조... 연기력... 남성들에게 특화된 말재간... 여성들 마음을 녹여주는 그놈의 달변...! 심지어 낯바닥까지 잘생겼어. 때문에 내가 상대적으로 꿇리지, 허나 이상하게 그가 마음에 드네?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러든 아니든 우리가 친해진 과정을 설명하긴 귀찮다. 또 그게 썩 극적이지도 않은 만큼 굳이 재미없는 첫 만남 설명은 지나치는 걸로. 아무튼 속세에서 그동안 난 교우관계가 그랬다. 한땐 시트콤 찍는다면서 이 친구 저 친구 막 파도타기라도 한다는 듯 지내다가. 또 친구 1명도 없는 장본인이 바로 나였다. 근데 여기서는? 날 멋지게 포장하지 않아도 되고 일단 뭐든지 조촐했다. 아는 여동생들? 그놈의 인기라는 게 뭔지 참. 막대한 커피값 대느라 내 등허리가 휠 지경이었는데. 이제사 깨달았을까? 친구 굳이 많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일단 지금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게 아니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가? 그래. 바꿔. (일단 지금은) 큰 것이 최고다. 많지 않은 건 많지 않은 거다. 적은 건 적은 거라고. 그래? 특출난 허영심 감당 안된다는 걸 우리가 어찌 몰라. 유지보수 장난 아님. 근데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내 말이 그거라니까 글쎄. 좌우지간 킨제이와 난 말상대로써 뭐 퍽 훌륭하지도 않다만 그렇다고 썩 부자연스럽지도 않았다는 건 분명했다.
   「형. 내가 유럽 축구리그 득점왕보다 축구 잘해.」
   「내가 봐도 그럴 것 같다. 넌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녀석이 왠지 모르게 숨어지내는 거 같단 말이야.」
   「형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달라. 뭘 좀 안다니까 이 양반이. 내가 말이지 왕년에 잘나가진 않았어도 뭐랄까, 이래뵈도 그런 일까지 했다니까.」
   「무슨 일을 했는데?」
   「유기견 무인도 보내기 협회장. 후원도 상당했어. 나름 유명했지. 그렇게 해서 안락사 될 뻔하다 살아난 개님들이 얼마고, 무인도에서 유인도로 거듭난 섬들이 얼만데. 근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어쩐다는 말처럼. 뭐 사연이 있었어. 내가 그 일을 그만둔 사연 말이야.」
   「캐묻지 않을께.」
   「형이 여자가 아니라 다행이군.」
   「여자 소개받고 싶으면 말만 해. 넌 형만 믿어. 뻥 아니야. 속는 셈치고 허당한테 신뢰감 느껴도 괜찮아.」
   「난 안 괜찮아. 실은 나도 허당이거든.」
   「근데 아까 말한 그 개들 이야기는 어떻게 됐니?」
   「아 그거? 개판 됐지. 둘 중 하나야. 다큐멘터리 개판, 개들의 천국. 아무래도 전자겠지. 형, 굳이 논평하지 않아도 돼. 처녀에게 뿐만 아니라 나랑 터놓고 말할 땐 일부러 말 많은 남자인 척하지 말라고. 불편하게 우리가 뭐 내외할 거 있어? 난 적어도 기분파지 내숭파는 아니거든.」
   「그럼 뭐 난 사탕발림 아부나 일삼는 아첨쟁이라는 거니? 아니겠지. 우리 나이 정도 되면 립서비스 푸는 거도 다 귀찮을 테니까.」
   「형, 그런 말 우리 동네 꼰대들 듣는 자리에서 하면 안되는 거 알지? 그냥반들 최소한 죄다 허세대회 입상자들이야. 절반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들이고. 장난 아니야.」
   「나도 다 눈치챘어.」
   「기왕 귓등으로 흘려버리지 않을 수 없는 개섬 얘기가 풀어졌으니 이어가자면 음... 그래도 될까 몰라. 심심한 평일과 재미없는 주말은 더 이상 묵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잖아. 우리에게는 새로운 인생과 행복한 낭만과 신나는 사랑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라고. 전혀! 근데 그게 어디 쉬워야 말이지. 입을 아무리 오래 벌리고 있어도 구운 비둘기는 날아들지 않는다. ~라는 말 우리도 알아. 왜 몰라? 푸아그라가 잘 잡셔주셔 하면서 내가 입만 벌리면 마른 거위 뚱뚱한 거위가 내 입으로 날아들까? 그건 어려워도 사과나무 밑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 허허. 달라야 뭐 얼마나 다르겠어. 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응? 우리, 개섬에, 가볼까?」
   「그 말 왜 안 나오나 했다. 그럼 안 갈려고 했니?」
    그렇게 킨제이와 나는 개섬으로 갔다. 오늘만 간 거도 아니다. 3일 연속으로 갔다. 그날 가서 그날 오는 일정으로.
    구경은 그럭저럭 괜찮았다만 개똥 밟고 새똥 맞고. 여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지. 재미 더럽게 없었다.
    개들만 미친듯이 꼬리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환장하면서 우리한테 달려들기 밖에.





    7

    미지의 이상과 달리 현실은 낭비된 소망 혹사당한 상상력. 하오나 변변치 않은 재산은 신나는 모험에 문제될 거 하나 없었다. ~라는 꿈같은 가정을 편애하며 말도 안되는 공상을 남발한다는 게 진짜 문제라면 문제였다. 내 인생이 뭐 이렇지. 그렇지만 그런 건 어떻든 상관없다. 왜냐하면 더 내려갈 여지가 없도록 뭐랄까 심심한 바닥이기 때문에? 심심하단 투정 크면 더 이상 안 할 줄 알았는데, 그래 봤자 어른이 되고 보니 뭘 해도 재미없다는 거 얹어서... 됐다. 이렇듯 계속 재미없을까 봐 난 늘 겁을 먹고 있었던 거다. 성과로 보나 짝사랑 받기복으로 보나 늘상 퇴짜맞기 일수인 촌닭 인생, 아닌 게 어디냐고? 쉿! 누가 들을라. 엄살은. 염두에 둔 사냥감이 왜 떡밥뿌리기를 싫어한다나 뭐래나, 우리는 멜로드라마 기획의도 관심없을 뿐. 그렇지만 좌 허세 우 허영심을 살짝 내려놓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왜 아니겠나. 환상문학잡지 미스테리아로부터의 미친 듯한 독촉도 딱 끊겼음. 흡사 아는 여동생들 싹 다 떨어져나간 것처럼. 그렇다고 딱히 실망스러운 현실은 아니다만 대체 그 허무함을 어디에 토로하나. 무엇으로 달랠까! 이번엔 어느 여인이 날 달래줄까? 떽! 절대 못함. 하기도 싫음. 어째서 그러고 싶겠냔 말이지. 맹공을 퍼부을 껀수가 매마르다, 굶주리다, 절망하다, 버티다 끝끝내 좌절해버림.
    자,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금지된 신비─금단의 열매─미완의 환상머신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사용해볼까? 있어야 말이지. 환상머신은 무슨 말라빠진 환상머신이야? 무슨 개 풀뜯어먹는 탐구정신이냐고. 어? 좌우지간 난 아직까지 여자 손 한번도 못 잡아봤다. 정말이다. 그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회사 집 회사 집. 와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진짜? 뻥이다. 진짜일 리가 있나. 근데 말이다, 따지고 보니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그래야 할 이유가 대체 뭐냐고. 교묘한 농간과 은근한 유혹도 다 싫다는 장본인이. 천재적인 질투심의 대가는 물론 여자에 관한한 자타공인 여자학 박사님께서, 어? 이게 대체 뭐하는 청승이냔 말이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그래서 나는 무작정 떠나기로 작정했다. 아니 잠깐만! 난 이미 한동안 은둔생활을 위해서 깡촌으로 왔잖아. 내 정신 좀 봐.
    별장 생활 벌써 지겨워진 건가? 그건 아니다. 일단 음악부터 틀고.
    Schubert / String Quartet no.8 in Bb major D112
    오전에 일하고 오후 3시부터 놀기.
    화면 전환.
    자, 3시 됐다. 이제 뭐하고 놀지?
    아차! 난 생각났다. 개섬에 가방을 놓고 왔다는 거. 나 혼자 갈까 아니면 킨제이를 데려갈까? 오늘 녀석 어디 간다 그랬는데... 그냥 혼자 가자.
    그래서 난 개섬으로 떠났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개섬 도착!
    근데 여긴 개섬이 아니라 토끼섬이네? 이거 봐라 이거 봐. 완전 토끼 천지. 설마 내가 잘못 온 건가? 그럼 다시 개섬을 찾아가면 돼지. 어려울 게 뭐 있어? 그처럼 잘못 왔나 해서 돌아가려는데 저쪽에 가방이 보였다. 뭐야, 맞게 왔잖아! (몰라서 물어?) 근데 웬 토끼들이 이렇게나 많아? 아니. 어제만 해도 전부 다 개들이었는데... 지들이 변신했을 리는 없고... 누군가 그들을 전원 교체했을 리는 더더욱 없을 테고.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아니면 내 정신이 이상한 건가... 아닌데 난 멀쩡한데. 난 미치지 않았다고. 절반쯤 미쳤나 해서 볼을 꼬집어보고 여기 나 혼자니까 팬티에 손을 집어넣어 내 고추가 실하나 만져봐도 너무 실해서 탈이었거든. (그 바보 같은 소리 그만 하면 안되겠니?) 아니 근데 이거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어? 우는 고양이가 쥐를 잘 잡은 적은 결코 없다는 말도 있다만. 개는 개 토끼는 토끼. 쟤네들 인생 지들이 만끽하는 거고. 그분들 삶을 내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는 거 아니겠어? (좀 더 솔직하게 말해볼까? 언젠 안 그랬나) 난 내 가방만 챙겨서 떠나면 그만.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정말 너무 이상하단 말이야. 아니 어떻게......!
    그래서 나는 가방을 챙기기 전에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근데 뭐야 이거~! 육안으로 봤던 토끼들이 핸드폰 화면에서는 개들로 보이잖아. 이런 젠장!
    "잘해봅시다 우리." 라면서 토끼가 사람 말을 하는 환각까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아니, 환청이 아닌가?
    잘해봅시다... 나 들으라고 한 말인가? 난 진짜 내 옆에 누가 없나 두리번거리기까지 했다. 뚤레뚤레 뚤레뚤레 아무도 없었다.
    느낌 이상한데. 혹시 내 뒤에 누가 있나? 절대 뒤돌아보지 마, 라는 대사도 유행지난지 오래된 구식탱탱묵은 기억이지만서도.
    일상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거, 필요하다. 우리는 음식점에만 들러도 무조건 출구를 제일 먼저 파악한다. 우리는 입구로 어딜 들어가도 건물 설계자의 의도를 훤히 꿰뚫어... 됐고.
    한편 잠깐 딴 생각을 하던 중 난 알게 됐다.
    알고 봤더니 이제야 난 제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더군다나 그때 갑자기 내 몸에서 털이 부숭부숭 급속히 나더니 결국 난 토끼로 변함. 그래서 기절!
    그 다음에 어떻게 됐을까? 맞춰 보세요. 어서요. 뭐? 맞추긴 뭘 맞춰. 누가 맞추냐고.
    똥개 1과 2가 대판 싸우는 동안 먹음직스런 개뼉다귀는 똥개 3이 물고 튀는 법.
    똥개 3이 누군가 면밀한 관찰이 요구되는 전개이긴 하다만 난 이미 개꿈을 꾸는 중인데 이걸 어쩌나. 그래도 나름 돼지꿈 비슷했다.
    새로 태어난 기분. 환생한 느낌. 환상의 끝을 달리는 분위기. 황홀감 끝장인 로보트춤을 격렬하게 춤추다 못해 신기한 요정 나라에 당도한 심정. ~까지는 아니었으나 약간만 재밌었으니까.





    8

    <낡아빠진 이상이 돈 쓰는 재미라고 하긴 좀 그렇다. 구식탱탱묵은 소망을 좋아하고 식상한 열망을 사랑하느니 방탕과 타락을 양쪽에 꿰찬 한량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럼 남은 건 시간을 죽이는 일? 심심한 게 좋은 거다. 재미없는 게 뭐가 나쁜가. 소소한 쾌감이 곧 행복인 거지. 허나 그건 이론이고 실제는, 인간은 만족하기 어려운 동물이라는 점. 그럼 결국 그 말은 마침내 진한 사랑을 뜻하잖아? 젠장. 내 개침 아니 사심 하나 제대로 건사를 못하는군? 아니다. 숙녀들이 우리한테 심심하면 첫눈에 홀딱 반할까봐 두려워서, 바로 그래서 우리는 아는 여동생들 키우지 않는 것일뿐. 그 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쥐꼬리만한 품위유지비 더없이 만족. 대만족. 거짓말도 잘한다. 품위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어떻게 생각해? 생각이 있어야 말이지) 허나 욕구 불만, 못 견딜 만큼은 아니다. 그래서 노상 누군가 꾹 참고 발설하지 않았던 비밀을 제법 능청스럽게 털어놓을까 말까 그 궁리. (설마 난 아니겠지?) 근데 할 말 떨어졌으니 입이 근질근질할 리가 있나. 아아 이래서 소녀감성과 숙녀 허영심은 그렇게나 남 얘기를 좋아하시는 걸까? 그러거나 말거나. 좌우지간 난 엄밀히 말하면 허당은 아니다. 딱 봐도 사랑에 굶주린 티가 역력한 늑대라면 또 몰라도 말이다. (좋을 대로 하시게나 친구) 근데 말이다 이 동네는 뭔 여자가 없지. 당최 눈 씻고 찾아봐도 전부 다, 몽땅 다 남자들 뿐이다. 물론 꼭 숙녀의 향기, 탐스런 꽃내음을 바란단 뜻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 (웃기지 마)
    이렇게 한적한 별장에 놀러와서까지 허접한 공상이나 일삼고 있으니... 쯧쯧쯧. 그래도 도시에서 마라 그년한테
   「너 주말인데 약속도 없냐?」
    라면서 깐족거리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긴 했나보다. 그래도 말이다 도시에서 여성환상 1.5 고위급 사라한테 「남자도 좀 만나고 그래 이 친구야.」 라면서 헛바람 주입시키는 흥미가 이쯤 되니 제법 아쉬운 거지. 왜 아니겠어>
    나는 꿈속에서 이처럼 일기장에 낙서를 쓰고 있었다.
    근데 눈을 떠보니 킨제이의 집. 잠깐,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난 도시를 떠나 시골로 왔음 → 요양전문 시골생활 시작됨 → 들짐승이 죽으면 마치 사람이 죽은 듯 취재 기타 등등 이상한 동네 분위기에 적응 → 동네친구 킨제이와 친해짐 → 개섬에 갔다 재미없어서 돌아옴 → 개섬에 가방을 놓고 왔음 → 찾으러 감 → 개섬 도착 → 근데 거긴 개섬이 아니라 토끼섬 → 핸드폰으로 동영상 찍음 → 토끼들이 핸드폰 화면에서는 개들로 보임 → 난 토끼로 변하다 기절.
   아하 그랬구나!
   「형씨. 깨어나셨수? 그러게 날 데려가셨어야지. 어쩌다 그런 악수를 두셨나 몰라. 허허허.」
   「」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오. 난 형씨의 그 모험심 높이 산단 말이오. 저속한 걸로 치부할 개섬 탐험이 아니긴 하나 탐색 결과가 허탈하실 수도 있고. 아닐지도 모르고. 그 마음 이 아제가 왜 모르겠소. 아니 그렇소? 허허허. 괜찮소. 일어나지 말고 좀 더 쉬소.」
   「」
    그렇게 몇 일 경과됨.





    9

    예상치 못했던 발단에 뒤이은,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전개가 이제 곧 날 이끌게 될까? 꿈도 야무지다. 호기심을 대만족시켜 줄 유쾌한 껀수 같은 건 없으니까 좋게 자기 합리화나 하는 게 나을지도 모름. 그렇다면 말이다 아름다운 청춘 시절 비밀스러운 사랑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단 건가? 아니 대체 몇 번을 말해, 동네 아저씨로써 중년에 대한 칼럼이나 쓰시지 뭘 또 헛생각을! 하지만 아무리 좋게 말해도, 하긴 뭐 똥차는 차 아닌가? 그렇다. 그래서 난 그 말을 기억했다. 바로, 궁중이 너를 버리기 전에 네가 먼저 궁중을 떠나라. 허나 그건 사극 대사이자 속담에 지나지 않으니 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얘기. 몽상 그 어엿한 결론은 매번 이처럼 개 풀뜯어먹는 식이다. 이렇듯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얻어들어도 싸다고 할 수 있다. 그건 무엇이냐! 바로, "너 OB가 대체 어떤 놈인지 알기는 하니? 걘 정말 파렴치한 놈이야. 한마디로 색마라고. 어?" 물론 거짓말이다. 뻥이란 말이다. 허나 비장의 카드를 난 여태껏 꼭꼭 숨겨두었다. 어느 날 경탄을 금치 못한 잔재주가 갑자기 내게 생겨버렸던 것이다. 허나 뻥이다. 이러니 난 약이 바짝 오를 수밖에. 그래서 걸핏하면 몽상에 흠뻑 젖어들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환상적 허영심, 기분파 자존심, 다혈질 허세, 미신적인 허언증... 기타 등등 쟁쟁한 대타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뭐 원래 없었나? 몸 둘 바를 모르겠네. 말할 것도 없이 난 코너에 몰린 셈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쥐구멍을 찾아야 하는데. 찬찬히 생각 좀 해보란 말이야 글쎄, 어? 근데 어떻게 된 게 말이야 그 흔한 거 뭐야 어설픈 개구멍 하나 보이지 않지? 아니 정말, 응? 내게 진정 숙녀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호시절이 있었을까? 만약 있었다면 이런 헛소리를 털 일이 없겠지. 좌우지간 언제까지 이처럼 허무하도록 김빠지게 가택감금으로 젊은 날을 허비해야만 하나. 안되겠다.
    따라서 나는 과감히 행동에 나섰다.
    근데 이미 깡촌 별장으로 왔잖아?
    게다가 불과 얼마 전에 싸구려 리무진 타고서 바닷가 드라이브도 하지 않았나?
    그러다 최고급 호텔 생활이 지겹던 찰나 마침, 어? 때마침 요양전문 시골생활이 시작된 거지 않나.
    심지어 개섬까지 구경했어. 뭘 더 바래? 뭘 더 원한다는 게 아니라, 어? 아니~ 그게~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뭔가 하고 싶단 말도 아니고. 어쩌면 좋겠다면서 사심 채우고자 한다는 게 아니라. 모든 욕망 내려놨다는 말도 안 했음.
    근데 이 허전함은 뭐지? 그 신비한 정체를 알 수가 있나. 그냥 모른 체하면 그만.
    고로 난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는 인터넷 서핑도 좀 하고 게으름피우다가 오후 3시부터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음.
    그렇게 딱 동네 여기저기 막 그냥 빨빨거리면서 나돌아댕김. 오라는 덴 없고 만날 사람도 없지만서두 엄청 나댐. 혼자 바쁨.
    (뭐 나서지도 나대지도 마?) 이것들을 그냥... 농담이고. 지금 중요한 얘기 중이니까 말 시키지 마. 꼬치꼬치 캐묻지 말라고, 어?
    결국 줄거리를 요약해보자면 이렇게 됐음. 깡촌에서 외톨이로 심심할 바엔 차라리 도시의 고독한 사냥꾼으로 재미없는 게 낫긴 낫단 생각이 든 거지.
    난 그래서 혼자 놀기에 지치던 중 폐쇠된 놀이공원 발견
    ↓
    다람쥐챗바퀴 놀이기구 운행을 마지막으로 경영하던 시골 놀이공원이란 말이군. 끝끝내 버티다 묻 닫았네. 뻔해. 같이놀 친구가 없던 찰나 난 혼자 그곳을 탐방.
    ↓
    그러다 귀신의 집에 들어감.
    ↓
    통로가 매우 김. 따라감. 계속 따라감. 결국 암흑 끝으로 빛이 보임.
    ↓
    그렇게 거대한 직사각형 채광창 비슷한 곳에 다다름. 갑자기 뒤에서 바람이 휘몰아침. 그렇게 스크린을 찢은 채 극장 무대로 튕겨져나감.
    ↓
    그곳은 시골 시민회관 영화관. 모든 동네 주민이 거기 모여 있었음. 상영중인 영화는... 뭔지 모르겠음. 근데 사람들 표정이 없음. 겁나서 도시로 돌아감.





    10

    어느 날 나는 퇴근 후 아지트에 들렸다. 별다른 건 없었다. 마크 로스코의 "블루. 오렌지, 레드" 위작이 새로 보이는 거 빼고는. 평소 같으면 최신 유행가랄지 클럽 음악이나 기타 등등이 들렸겠으나, 오늘은 어딘가 모르게 특별한 날일까? 음악은 이랬다. Handel / 오페라 <줄리오 체자레> “폭풍우에 시달린 배가 항구로 돌아왔네” 그럼 뭐 나 보고, 프라이팬에서 나와 불 속으로 뛰어들라는 신호탄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럴 리는 없겠지. 주인공병 재미도 없고 얼굴 팔리는 거도 귀찮고. 그렇다고 누가 날 띄워줄께 당신을 유명하게 만들어드리겠소! ~라면서 사기꾼이 포커페이스로 나처럼 허접한 허당한테 립서비스 풀면 난 딱 속아넘어가라고? 내가 왜! 그처럼 공상이 저절로 이상의 날개를 펼치려던 찰나 친구들이 내게 말을 걸었다. 상투적인 대화 내용은 생략한다. 더불어 우리끼리는 간지럽게 선물을 주고 받는 사이도 아니다. 오리를 주는 자는 거위를 기대한다기보다, 만사가 귀찮은 거지. 뭘 해도 재미없는... 청춘이니까. 걔네들처럼 나 역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중년을 위한 칼럼 쓰느라 퍼질대로 퍼졌으니까. 또 우리는 여자들처럼 겸손과 칭찬처럼 틀에 박힌 대화도 좋아하지 않고 말이다. 그럼 판에 박힌 농담들이 흥미롭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러다 누군가 우리들한테 제안했다.
   「얘들아. 소풍가는 거 어때? 콜? 어? 콜?」
    그래서 나는 최근 가봤던 개섬을 얘기하니까 녀석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엉거주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바람잡이 같은 누군가가 선뜻 가자 라면서 부추겼고. 그래서 우리는 다음 날 개섬으로 허둥지둥 떠나기로 했다.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중간 건너뛰고.
    여기서부터는 줄거리만 간략히 설명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살을 붙여 드라마로 개작해서 뻔트에 성공하면 '망해도 고'라면서 영화화될 게 뻔하니까. 아닌가? 아니든가 말든가.
    좌우지간 우리는 텐트치고 고기 구워먹다가 보게 됐다. 배 A가 와서 섬의 모든 개들을 실어감, 곧이어 배 B가 와서 섬에 토끼들을 잔뜩 퍼놓고 떠남.
    나는 옳지 이거야~ (딱)! 그러면서 친구들한테 재미난 걸 보여준다면서 큰소리 뻥뻥침. 신비란 바로 이런 거라면서 겁나게 떵떵거림. 내가 정말 너네 평생 단 1번 볼까 말까 알 듯 모를 듯, ~이 아니라 알기 어림 반푼어치도 없을 그런 신기한 환상을 보여준다면서 잔뜩 헛바람 주입시킴. 보다시피 개섬이 토끼섬으로 바꼈는데, 저 평화롭게 풀 뜯어먹는 토끼들을 핸드폰 동영상으로 찍으면 모두 개로 보인다면서. 결과는 아시다시피. 그래서 개 풀뜯어먹는 소리 나불대지 말라면서 상욕을 얻어먹음. 썸씽 있을 뻔하다 말았음. "개섬 → 토끼섬"으로 전환만 되었을 뿐.





    11

    우리는 개섬 아니 토끼섬 캠핑 3일째. 멤바는 알퐁스, 에드워드, 나 그렇게 3인방이었다.
   「얘들아. 오늘 갈까 내일 갈까?」
   「글쎄.」
   「일단 그 말 내일 다시 하는 게 어떻겠니?」
   「그거 좋겠다.」
   「근데 말이야 이처럼 무인도보다 평범한 여행지 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무인도에 데려가고 싶은 사랑의 차트.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보나마나 재산목록 1-2-3 비리비리한 늑대들끼리 으쌰으쌰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잖아. 섬머타임? 다음 달에 또 가면 돼. 갈까? 가자. 바캉스? 형이 가서 다 꼬셔줄께. 기대해. 걱정 말라구. 응? 그건 그렇고 너넨 요즘 사는 낙이 뭐니?」
   「난 집에서 영화보며 자빠져 과자 먹는 거. 그래서 우리 집 창고에 소파가 5개잖아. 난 내가 번 돈 아마 10%는 전부 소파 사는 데 다 쓰는 거 같아. 아니? 계산기 두드리면 1/3일지도 몰라. 그러는 너넨?」
   「나도 너랑 같아. 다만 난 다큐멘터리나 영화 말고 다른 거 본다는 게 다를 뿐이지. 다음 넌?」
   「친구들을 만나도 예전 같은 재미가 없어.」
   「아저씨네.」
   「그런 넌 여전히 발정기냐? 노인네 힘도 좋아. 야, 별명 얘기 해볼까? 에잇 폭로전 재미없다. 하지 말자. 아니, 내가 너네들 회춘하도록 만들어 줘? 그래, 말어? 어? 말만 해 말만.」
   「참어라.」
   「넌 조증. 넌 수전증. 난 허언증. 우리 거 어째 이 조합으로 너무 많이 만난 거 같지 않냐?」
   「내가 너네들이랑 놀아주느라 애쓴 노력. 10분의 1만 딴 데 썼어도...」
   「넌 그래서 안되는 거야. 어?」
   「그만 하자.」
   「근데 넌 운동화가... 뭔가 이상한데?」
   「아 이거? 최근 옷이랑 신발이랑 싹 다 버렸어. 요즘 버리는 재미에 빠졌거든. 어른들이 그러잖아. 살아보니 돈 쓰는 재미만 한 게 없더라고. 그런 김에 분기별로 컨셉 정해서 살기로 했는데 말이야, 이번엔 범생이였지. 그래서 중저가 운동화를 사려는데 내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네? 괜찮으면 비싸거나, 나쁘지 않으면 여자 꺼. 그래서 어두운 색 1가지 운동화를 사려는데 왠지 몰라도 밑창의 그 눈부신 흰색이 영 거슬려야 말이지. 카키랑 청보라든 뭐든 딴 색 많고도 많은데. 어? 근데 왜 하필 밑창 흰색은 고집하는지 모르겠어. 이참에 운동화 디자이너나 해볼까? 어쨌든 그래서 중저가 운동화 하나 사서, 카키색 에나멜도 하나 사서 거기다 발랐어. 근데 에나멜이 불량품이었어. 그래서 페인트를 샀어. 그렇지만 내가 언제 페인트질을 해봤겠니? 그래서 살짝 번지길래 수평 맞추다가 점점 위로, 점점 위로 올라가네? 그래서 이 모냥 된 거지. 차라리 중고가로 살 걸 괜히 중저가를 고집했다가. 나중 들인 노력과 추가금 합치면... (절레절레)」
   「야. 그런 얘기는 여자랑 있을 때 하는 게 어떠니? 남자들이랑 있을 때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 꼭 하고 싶냐? 그래서 늬가 여자가 없는 거야. 어? 그러니까 늬가 안되는 거라고.」
   「아무튼 난 실은 더 부유해지고 싶지 않아. 난 솔직히 여자들 그만 사귀고 싶어. 귀찮아 죽겠어. 아는 동생들이 하도 귀찮아서 이번에 핸드폰 번호도 바꿨어.」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음. 기분 짠하게 너무 그러지 마라 친구야. 아아 그나저나 고기 먹고 싶다. 아 미치겠다. 고기를 안 먹으니까 힘을 못 써. 어차피 힘 쓸 데도 없지만서두. 말이 그렇단 거다만 생돼지고기라도 막 씹어먹겠다. 자주는 아니어도 간혹 고기를 먹어줘야 하는 건데 말이야. (절레절레) 우린 왜 고기 구워먹을 생각을 안 한 거지? 미스테리가 따로 없다. 너넨 힘 뺄 필요없이 뭘 해도 재미없을라나 몰라도 난 아니다. 난 아니야. 난 아직도... 됐다. 그만 하자.」
   「한놈은 지 땀에서도 막 커피 냄새가 날 정도로 커피를 사랑한다질 않나, 한놈은 뭔 전생에 고기 못 먹어서 죽어 한을 품은 귀신이 붙었나... 쯧쯧쯧! 너. 그리고 너. 너가 정말로 1년 연봉의 절반을 커피값으로... 아 저번에 인증했지. 인정. 근데 넌 고기 먹으나 안 먹으나... 하긴 내가 뭐 늬 여편네도 아니고 말이지. 내가 늬 마누라도 아닌데 그 걱정을 왜 하는지 몰라. 참 나 거 나도 나다. 그러지 말고 시내에서 술 마실 때만 2차 3차 가란 법 있냐? 오늘 대충 놀고 내일 짐 싸서 딴 데 가자.」
   「좋은 생각이야.」
   「콜.」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다.
    근데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저번처럼 대규모 교체 발생. 이번에는 사람. 전부 여자. 여자 100%.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하겠다. 아니, 100번이라도... 그걸 누가 바란다고. 좌우지간 엄선되어도 너무 엄선됐다는 것만 누군가 알아주기를 꼭 희망한다고까지 내 입으로 어찌 실토하나. 사실만 단지 그렇다뿐. 아니 어떻게 무슨 병아리도 아니고 감별을 감별을... 뭇남성들 놀라자빠질 일이로구만 그래.
    거기서 끝이 아니라 자기들 마을 청년회장을 맡아주라고 떼씀. 정중히 거절하자 깽판부림. 난동. 법석. 토끼섬이었을 때 떠나야 했던 것일까? 돌아가는 분위기 상 거절 못하는 형편에 이르름. 우리는 어떻게 그처럼 쉽게 승낙하게 되었을까? 방법은 많았다. 예를 들면? 인형던지기. 울기. 옆에서 달래기. 그녀들끼리 머리끄댕이 붙잡고 다투기. 말싸움. 침뱉기. 앙탈. 연기. 자기들끼리 찰지게 패기. 옷벋기. 나체쇼에서 조금 더 나아가... 쉿!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다고 순순히 그분들을 따라갈 우리들인가? 그리고 한번 생각을 해보란 말이야 생각을, 어?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쟤네들은 사이비 집단이야 뭐야. 그렇지만 이거 저거 다 따져도 누군가 솔직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 아마도 부인하기 좀 그 뭔가 거 마 거시기 아 나 정말 그래. 말하자. 뭐 그럴 수도 있고 코메디 대사에 불과할 테니까. 요컨대 오 땡큐? 넘어가고. 늑대를 자기 고해신부로 삼는 양은 어리석다는데... 당장은 늑대들 입이 귀에 걸렸을지 모르는데. 근데 아마존의 원뜻이 혹시...! 한 가지만 알면 된다. 농장주와 그의 당나귀는 항상 생각이 같지 않다는 점. 일단 심심치 않은 전개가 난데없이 튀어나왔으니 두고 보면 알겠지 뭐.
    다음 날 조수간만 차가 연중 최고인 날이지 뭔지 섬과 육지는 육로로 연결됐다. 그렇게 우리는 걔네들 동네로 떠남.
    물론 가기 전에 우리는 서로 말이 많지는 않았으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뭐랄까 사내들만의 예감? 까지는 아니겠으나 아마 나도 모르는 뭔지 모를 기대가 없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린 막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옛날에 집안일에 지친 엄마가 막내인 내게 이런 얘길 하셨지. 늬가 여자라면 좋겠다. 오늘을 기다렸어!」
   「어쩐지 여태 너무 재미없다 재미없다 그랬지.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읎어. 왠지 몸이 찌푸둥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다음 날 비가 오거든. 내가 이럴려고 삭신이 쑤셨던 것일까?」
   「난 내 인생에서 전성기가 없을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었어. 허허허허허. 흐흐흐흐흐흐. 풍운아의 황금기를 논할 때 이럴 수도 있어. 나처럼 침묵하기 좋아하는 논평가를 주인공으로 낙점하는 드라마가 나온다면 말이야, 그건 바로 지금이야. 딱인 거지.」





    12

    첫째날 잔치까지는 좋았음.
    그러나 다음날 화장발 때문인지 뭔지 콩깍지가 벗겨짐. 자세히는 말하지 않겠음.
    고등학교 친구들 7명이던가 몇 명이던가 우르르 놀러가서 겪었다는 귀신 이야기. 걔네들은 실제 사신의 주술로 빚어진 환상을 겪었거나 아니면 뭔가 속임수일지도 모르겠다만. 어쩌면 착오랄지 혹은 오해에 불과할 수도 있다만. 그와 달리 우리는 사실주의와 미스테리의 경계를 체험했다고 할 수 있다. 기왕 말 나온 김에 자세히 고백하고 넘어가자. 그래. 그게 뭐 흉도 아니고 실제 있었던 일일 뿐인데, 흑심 없지 않았다만 우린 사춘기 모험심을 되찾았던 꿈에 부풀었으니까 그건 그냥 넘어간다 치고. 뜸들이지 말고 곧장 요점말 간략히 진짜 1줄평으로 말하겠다.
    개섬 아니 토끼섬에서 아가씨 100명? 몇 명인지 세어보진 않았다만 그냥 대충 빼어난 미모의 숙녀 100명. 말 그대로 그날 봤을 때 미인대회에 나가든 영화를 찍든 그 어디서든 신부들러리를 서라면 서러워 할, 아니?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압권, 첫손, 누구 하나 흡잡지 않을 미녀들이었는데. 아니 어떻게!
    그렇다. 그랬다. 첫째날 잔치까지는 좋았다. 정신없이 마셨다. 즐겼다. 노래 불렀지 왜 안 불렀겠다. 춤까지 췄을걸?! 옷은 안 벗었던 것 같다. 분위기 끝장이었지. 엄청 즐거웠거든. 그처럼 폭소대잔치는 우릴 한 10년은 젊게 만들어주었으니까. 사극에 나오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도 알 만한 한량과 양반들의 그 어떤 방탕함. 아마 우리도 어제 충분히 느꼈다. 솔직히 말해서 그거 곱하기 10, 더하기...... 나누기 마이너스 7의 8승, 그거 받고 최상의 쾌락마 코싸인 얼마에 판돈 따따블!
    아니 근데 어떻게...! 다음 날 보니 그분들은 몽땅 시골 할머니들이었다. 당연히 우리들 친할머니 증조할머니 옆집 앞집 뒷집 윗집 아랫집 동네 아줌마 할머니들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그렇다고 그분들이 뭐 나쁘단 말이 아니라. 우리도 악의 없고. 사심은 있었나? 내심 사욕 있었을 수도 있다만. 쉽게 말해 이건 화장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가 뭔가 환각에 취했다기 보다 진짜로 귀신에 홀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다음 날 완전 깜짝 놀라 쓰러질 지경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겨우 2째날 우리는 떠났다. 새로운 바캉스 장소로.





    13

    알퐁스, 에드워드, 나 이렇게 3인방의 휴가. 바캉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람 부는 3월과 비오는 4월은 멋진 5월을 부른다. 초반에 부진했더라도 막판 스파트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 그럴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지 마, 나대지 말라고. ~라면서 우리 중 누구도 그러기를 반대하진 않았던 건 분명하다. 그렇게 우리는 제2의 행선지로 근처 호텔을 낙점했다. 호텔 이름은 산타 캐롤리나. 그 옆에 해수욕장이랑 유원지랑 공원에다 조촐한 시내 등 있을 건 다 있으니 딱 좋았다.
    그렇게 웨건 1대에 3명이 타고서 목적지로 가던 중 네이게이션이 말을 안 듣네?! 왜인지는 몰라도 녀석 상태가 안 좋았다. 또 핸드폰으로, 노트북까지 켜서 지도를 검색해봤는데 인터넷이 느리거나 정보가 부족하거나 그랬음. 그래서 우리는 휴게소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한테 여줘봤다. 호텔 산타 캐롤리나를 아시냐고.
   「산타 캐롤리나 호텔을 아시냐고 물었소?」
   「네. 네 네 네. 네 그럼요. 혹시 아신다면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좋다마다요. 거기 우리 동네요. 날 따라오시오.」
    그렇게 우리는 아저씨를 따라갔다.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근데 도착한 곳은 어제 우리가 하룻밤 묵었던 할머니들 아마존 동네라니!
    정말 그 아마존 동네 끝 부분에 호텔 산타 캐롤리나가 있었다.
    우리는 통사정을 아저씨한테 얘기했다. 무슨 귀신담을 듣는 표정이던 아저씨 왈,
   「몰랐수? 이 동네 사연이 많소. 원주민도 전원 교체된지 오래요. 혹시 개섬이라고 들어봤소? 이 동네 사람들만 바꼈으면 말을 안 허지 내가. 어? 형씨들 혹시 토끼섬 놀러갈 생각 있으면 내게 말하시오. 아니, 거기 또 바뀔 시기가 됐던가...? 아무튼 잘은 몰라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오, 캬~ 어? 내 참 나 도시 랜드마크 가운데 구식. 즉 옛날식 전망대 꼭대기층에 있는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분위기 좋으니까 연인들끼리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 그런 촌스러운 전망대 건물은 원형이고, 스카이라운지는 회전식. 대충 그림 나오지 않소? 이 촌동네는 그냥 흔한 깡촌이 아니란 말이오. 그럼. 절대 아니지. 계획된 촌동네다 그 말씀. 이 양반들아, 어? 이 얘기 혹시 나한테 들었다고 절대 소문내지 마시오. 선생들 딱 봐도 입 무거울 거 같으니까 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 나 거 참 나 증말 이거 말 꺼낸 김에 말하지 않을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섣불리 발설해도 나중 곤혹스런 발단에 휘말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뭐 그때 가서 생각하고. 긴말 필요없이. 여긴 원형 스카이라운지처럼 회전식으로 형세가 바뀐다오. 증거를 찾소? 그러니까 멤바가 전원 교체되는 것 아니냔 말이오.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형씨들 표정 내 알다마다요. 아까 네이게이션 잘 됩디까? 아마도 개섬과 토끼섬 둘 중 하나는 이미 구경하셨을 수도 있다는 데 내 주급 걸겠소. 그렇소 안 그렇소? 네? 내 말이 썩 신뢰감이 부족하다는 것 지도 잘 알지만서두, 대체 설계가 어찌된 건지 제대로 아는 사람을 여기서 최고로 오래 산 장본인인 바로 나조차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단 말이오. 내 말 허트루 듣지 마시오 형씨들. 그게 좋을 거요. 원형 스카이라운지처럼 1차면 좋겠으나 2차? 아 거 증말 3D면 곤란한데 글쎄.」
    그러면서 인사도 없이 아저씨는 그냥 가버리셨다.
   「아저씨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거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어젯밤 꿈이 아직 안 깨셨을까?」
   「그야 모르지. 그건 그렇고. 우린 호텔 캐롤리나에 짐 풀고 어서 놀자구. 낚시도 하고 여자도 꼬시고. 형이 여기 여자들 다 꼬셔줄께.」
   「너 저번에 그랬다가 한 명도 못 꼬셨잖아. 뭔 말만 말만 저 여잔 헤어스타일이 별로네 쟤는 성격이 더러울 거 같네. (절레절레) 너 후배들한테 유명한 거 아니? 형이 꼬셔준다면서요~ 근데 왜 못 꼬셔요? 왜 말걸지 않냐구요! 다 들었어. 어? 아아 날씨도 좋고 기분도 싱숭생숭한데, 날라차기나 한 대 맞고 싶다.」
   「그러지 말고 악기를 튜닝해서 유명 기타리스트 손때 묻은 거라고 속여서 팔까?」
    그렇게 우리는 호텔 캐롤리나 산타에 짐을 풀고서 거침없이 놀기 시작했다.





    14

    그렇게 친구들과 놀기 시작한지 3일째. 녀석들은 벌써 비도시 생활에 싫증냈다. 도시에서 재미없다면서 막 응석부리는 게 그래도 낫긴 낫다나? 그러자마자 정말로 알퐁스와 에드워드는 도시로 돌아가버렸다. 나만 남겨놓고 말이다.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난 남고 싶었서 괜찮다며 함께 도시로 복귀하는 걸 거절했다. 앙칼진 사양까지는 아니겠으나 '누구와'보다 '어디서'가 중요했기 때문에, 적어도 난 지금 녀석들의 제의를 승낙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신나는 모험과 신기한 게임 주인공에서 낙마한 건 뻔하니까, 그러므로 난 한가하니 호캉스나 즐기면 다음 작품 구상이나 하기로 했다. 근데 그렇게 여유부리며 뭔가 막중한 할 일이란 게 정말로 아찔한 착상 떠올리기 였을까? 그럴 리가 있나. 하찮은 허당께서 허접한 줄거리 떠오르지도 않는데 그럼 보나마나 할 일은 인터넷 쇼핑이겠지. 최근 입도 근질근질거리지 않고 날씨도 덥겠다 숙녀들도 통 보이질 않겠다 엉덩이가 근질근질거릴 리 없거든. 허허허. 시시한 녀석. 아 맞다. 걔가 나지? 어쨌든 그렇게 호캉스의 주요 업무는 인터넷 쇼핑이었고, 어쩌다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는 식으로 칼럼 한두 개를 쓰면서 호텔 생활은 계속되었다.
    근데 최근 쓴 칼럼이 무슨 패션에 대해서, 팬티든 뭐든 달랑 3개로 돌린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래서 나는 무선 마우스도 새로 샀다. 와~ 좋은데?! 탄력 받은 김에 나는 갓난아기용 분유&젖꼭지&젖병 구입도 빠트리지 않았다. 돈이 좋기는 좋나? 마우스는 로지텍 사일런트 신제품. 어머 그런데 정말로 감촉도 저소음도 괜찮은데? 진짜네? 느낌 좋은데? 그래서 난 이참에 키보드도 알아봤다. 기존에 사용하던 기계식 키보드, 저소음 적축으로 바꿀까 말까 작심 카드를 만지작만지작거렸던 것이다. 그런 김에 무접점 키보드를 이참에 최저가로 새롭게 장만해, 말어? 그러고 보니 자동차나 사이클이나 뭐나 쇼핑은 그저 패션과도 비슷한 이치다. 검색만 검색만 겁나게 하다가는 끝이 없을 듯 하고. 옷처럼 오래 입을 옷이냐 한철 입고 버릴 소비품이냐로 나뉘어야 하니까. 팬티 보유 달랑 3개까지만 제한하는 위인께서, 기계식 키보드와 달리 소모품에 가까운 무접점 계열을 최고가로? 유지보수도 귀찮아서 안 할 테고, 음 보아하니 그래서 난 명악기와 달리 1년 마음껏 쓰다 버리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다. 팟지올리, 뵈젠도르퍼 기타 등등 유럽의 악기브랜드 즐비하긴 하나 전세계 명공연장 피아노는 스타인웨이&선스가 95% 장악. 내가 그처럼 좋은 거 살 거도 아니잖아? 필요도 없고. 자동차처럼 꼼꼼히 알아보고 1개를 10년 20년 탈 거도 아니고. 최상품을 1년 주기로 교체하냐, 최저가품에서 2~3단계 윗 제품을 1달 주기로 갈아치우냐 것도 아니고. 머머 접습니다 라면서 장비 싹 다 파는 분들처럼, 저번에 사이클 타면서 깨달았다. 비싸기 1등품을 5년 내내 타느니, 최신&최저에서 1~2단계 위 중저가를 1년마다 매번 새걸로 교체하는 게 낫다는 걸. 물론 돈이 남아돌면 최상급만 주기적으로 교체하든가 여러 대 입양하겠으나. 많으면 귀찮다. 선수도 아닌데 굳이 비싸 봐야 별로 의미도 없고. 그처럼 사이클처럼 최신품 사서 적당히 타다 중고품으로 되파는 방식이 지금 내게 괜찮을 듯 했으니. 더더군다나 무슨 내가 마누라 7명 갈아치울 막장드라마 주인공도 아니고. 그런다고 천생연분 내 사랑과 다음 생의 다음생의... 뻥치고 허영심 띄우며 여심을 드리블하면서 낭만을 저글링할 게 아니라. 그냥 참기로 했음! 우리는 쓰고 버리기를 좋아하니까 색다른 기분 얼마 지나면 새로운 감수성으로 교체해주는 게 나름 현명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뭐 마우스 동호회에서 맹활약하면서, 나는 지금까지 시판&절판&복각된 제품 300여 가지 종류의 마우스를 사용해봤음. ~처럼 깐깐한 애호가도 마누라 등쳐먹고 사는 한량도, 세기의 해결사도 희대의 사기꾼도 아니니까. 아울러 3~4시간 인터넷 검색 결과 대충 훌륭하다 아름답다 끝장이다, 좋다는 자동차란 자동차는 다 타봤다는 사람들 속내가 뭔지 대충이나마 수박 겉 핥기는 했으니 말이다. 근데 파도타기도 있고 스노보드와 스키타기도 재밌는데 또 사랑은 어느 시간에 다 해? 그 시간과 노력이면... 쉿! 그래서 결심 완료.
    뭐니 뭐니 해도 가격이 착함. 진공관 오디오고 나발이고 정신사나움. 만사가 귀찮음. 중고품이 좋은 게 있고, 비싼 거 오래 쓸 게 따로 있듯 어떤 품목들은 그냥 싼 거 적당히 쓰고 버리는 게 나음. 초코릿 부러트리는 감촉이니 뭐니 저소음 적축이 낫니, 아니다 자긴 팬터그래프가 왜 저평가되는지 당최 이해를 못하겠다는 둥 어쩌고저쩌고. 오랫 만에 지름신 올 뻔 했음. 하다 하다 팬터그래프 방식 두텁게 누르는 제품 설명, 세세히 깨알같은 글씨 몽땅 다 읽었음. (절레절레) 허나 다행히 합리적인 선택으로 마무리됨. 매우 흡족. 받아보기도 전에 이미 대만족. 소소한 행복 왕성허니 완성. 호사와 나태와 사치는 미완성이다만 나름 쏠쏠한 소비였음. 그 뿐만이 아니라 대타는 물론 벤치멤바들 즐비허니 대기중.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눈독들일 탐스러운 과일이 그 얼마나 많은데 만사가 잘 되어 간다고 할 수 있나? 잔말 말고 긴축 제정으로 허리띠를 더 조여야 함. 빠짝. 어? 방심하면 안됨. 퇴폐는 우리의 이상이 아님. 방탕마 탈 생각 애초에 없음. 잔말 말고 잔잔허니 살 것들이 과소비는 아니다만 뻔트댈 게 많단 얘기다. 값싼 것만 바꿔도 얼마나 좋은데. 최근 최저가 안경 2개 구입했더니 와~ 신세계가 따로 없더구만 그래. 내 그렇게 선명허니 또렷한 세상을 볼 줄 알았다면 진즉 바꿨을 텐데. 하여간에 말이다 잔말 말고 지금은 허영심보다 지성미에 무게감이 실려야 한다는 뜻이단 말이다.
    그러게 말이야 말하자면, 한정판 톨스토이 에디션 몽블랑 최고급 만년필이 내게 가당찮은 소리인가? 내 주제에? 연예인 거 누구야 옆짱구 그 인간 골목길에서 나한테 걸리기만 해 봐 내 가만 두나 보게. 어? 알아서 피해다니라고 전하든가 말든가. 그러게 지가 뭔데 가만 있는 벌집을 들쑤시긴 들쑤시냐고. 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려도 유분수지 그게 뭐야, 어? 그게 뭡니까? 네?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옆짱구 뽀글이 빠마 걜 그냥 콱...! 개꿈 꾸면서 달콤하도록 꿈속에서 진한 사랑을 수시로 만끽할 텐데 자는 개를 도대체 왜 깨우냔 말이냐고. 그 자식은 노래도 못 부르면서 지가 꼴에 가수라고, 근데 노래는 안 만들고 안 부르면서 뭔... 됐다. 됐다 그래, 어? 누가 지들 부럽대? 옆짱구 같으니라고. 뽀글이 빠마는 또 그게 뭐야, 지가 무슨 동네 아줌마야? 남자가 말이야, 어? 괜히 조용히 사는 촌닭한테 헛바람이나 주입시키고 그게 뭐 하는 거야, 어? 그게 뭐냐고, 어? 이런 젠장. 지가 뭐 황금귀에 대해 알기나 해? 음악은 무슨 지가 화성학에 대해 뭘 안다고 설치긴 설쳐! 어? 꼭 그런 애들이 집에서 몰래 이상한 거나 보면서 막 밖에 나가서는 딴 사람들 뻠뿌질이나 하고. 어? 관상부터가 말이야 그게 그러니까 내가 2번 다시.. 통과.
    물론 과장했고 비약이 심하며 엄살은 더 심하긴 하다만 일중독이니 이걸 어쩌랴. 적당히 자유시간 널널하고 일하기와 놀기의 균형감이 그다지 불행하지 않다면야 몰라도 그게 아니니까. 통상 먹고살기 뭐 적당하다면야 인터넷 쇼핑과 시내에서 전시품 구경하는 재미가 굉장히 쏠쏠하다만. 그보다 재밌는 게 어디 많겠냐마는 시간이 없으니까! 이게 이게 보니까 대리만족 취미생활이랑 똑같네. 마누라 100명 못 가지니까 자동차 100대를 보유하지는 않을 테지만, 난 비 오는 날엔 SUV... 그렇게 자동차 3대를 동시에 굴리는 중년. 여유 있음과 동시에 차를 그만큼 좋아하긴 한다만, 최대로 제일 길어봐야 3주 이상 타는 차가 없는 것처럼 밥 먹듯이 사고 팔고 사고 팔고. 우리는 그 부류가 아니라 사서 형편 되면 1년 쓰고 버리기. 형편 안되면 교체주기 늘리고. 여편네 1년마다 갈아치울 마음 없기 때문은 아니겠으나 연애사처럼 제품사용기 장황한 것도 나름 재미긴 하나. 제품 사용, 쇼핑, 애장, 수량, 양질...과 달리 최소화 및 최적화 시기이니 만큼. 적으면 적을수록 불만족을 교묘히 비켜갈 정도로만 한방에 팬티 3개 & 양말 3개로 돌리면 좋은 점도 완전 많음. 일단 형제자매한테 뺏길 염려가 없음. 시간낭비할 걱정 붙들어매도 됨. 달랑 트레이닝복 세트 2개로 돌리는데 그걸 누가 질투해? 시기받지 못해서 좋음. 얼굴 팔려 귀찮아질 가능성도 역시 차단. 뭘 해도 재미없을 수도 있다만 자발적 가택 감금처럼 근근히 살아가게 되면, 친구의 여동생의 후배 이삿짐 날라줄 필요도 없다. 잃을 게 없어서 자랑이란 말이 아니라 누군 뭐 겸손하도록 과시해보고 싶지 않단 말이더냐. 그게 아니라 마누라 잔소리 듣고 싶어도 혼자 사는데 어떻게 듣나. 아줌마 다변에 기 빨리지 않고 정력 아껴서 얼마나 안심인가. 중년 아저씨 그분들께서 괜히 말을 아끼는 게 아님. 굶주릴 대로 굶주린 늑대는 지금이 호시절인 줄 알아야 함. 뭐 말이 그렇단 거고. 형제자매 많은 대가족 중심 가부장적 시류야 늬 옷 내 옷이 어딨나. 내가 그래서 주말 드라마를 안 본다? 근데 옛날 우리 땐 말이야~ "청색-하늘색-연하늘색"가로 목폴라티를 나름 장만했다가 안 입고 있었는데... 하필 사촌형이 입네?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되고... 근데 자꾸자꾸 알짱알짱 자꾸자꾸 얼쩡얼쩡...! 쩝쩝쩝 말할 수는 없고... 미쳐버림. 나 혼자 있을 땐 찍찍 슬리퍼 끌다가도 누구 보이면 태도부터 바뀌는 인생인데 미쳐버림. 후순위 출생자가 탄생하면 부모 사랑 100% 독차지하던 첫째의 감정변화... 부모님들 잘 아시듯. 아니~ 막내인데 애정도 분산돼... 오히려 마음은 넓어야돼... 근데 속은 뒤집어져... 외가 사촌들 몇 명 와서 손버릇까지 나빴던 형과 싸우기나 하고. 나 잘났다 자랑할 건 많지 않아도 좁은 도로 좁은 인도 좁은 2인 버스좌석, 내가 불편하고 내가 멀찍히 떨어져 가고 내가 다리 벌린 상남자한테 찍소리도 못하는 겁쟁이인 게 편하긴 하다만. 알짱알짱 킁킁킁 얼쩡얼쩡 쩝쩝쩝, 내 부모와 함께 크지 못한 성장배경 뻔히 알면서 공감 못한 척 안 친한 체할 수도 없고... 미쳐버림. 아무튼 그건 그거고. 내가 그래서 여자를 안 만남(내 얘기가 아님, 그분들 내 맘대로 대변인 맏은 것일 뿐). 여자들 가운데 쇼핑 안하는 부류, 왜 안 할까? 중고차 웹사이트에서 구경만 하다 보면 결국 자동차 사게 된다. 관심 있으면 어차피 시간문제. 그래서 우리는 유행가 듣지 않음. 계속 듣고 싶어서일 수도 있는데 솔직히 3번 들으면 질린다 라는 말 어떻게 하나, 그마저 총대메라고? 사람들 1주일 평균 TV 시청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되는데. TV는 바보상자? 나 혼자 조용히 시간낭비 하지 않음 그만이지 뭔 말만 말만... (절레절레)!
    따라서 대략 추산하기로 5시간 ~ 측정하기로 6시간 투자한 결과 이렇게 결론내고 더 이상 시간 소비 않기로 깔끔하게 정리. 닥치고 끝.
────────────────────────────────────────────────────────────────────
            구동방식       제품명                    사용기간
────────────────────────────────────────────────────────────────────
현재       기계식         덱108 헤슘라이트     몇 년 됐음
내일       멤브레인      로지텍 유선 K120     100일 사용예정 / 바뀔 수 있음
가을       무접점         중저가 GK888B        1년 사용예정 / 바뀔 수 있음
내년       팬터그래프   출시일 기준 뽑기       1달 사용예정 / 바뀔 수 있음
────────────────────────────────────────────────────────────────────
    그건 그렇고. 인터넷 쇼핑 할 만큼 했고. 이제 뭘 하지? 그럼 호텔 카지노에서 은둔형 도박사로...? 몇 번 구경하면 재미없음.





    15

    호텔 산타 캐롤리나 생활이 제법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나는 스카이라운지 바텐더와 급속히 친해졌다. 우리는 누구든 만나면 금방 친해진다. 또 자기 자랑이냐고요? 그럴 리가 있나. 그 바텐더 양반이 그야말로 입담이 장난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그 친화력이면... 넘어가자. 물론 만나자마자 가까와지지는 않았다. 가까와진 계기 그 변곡점은 아마도 그분께 요청한 내 황망한 부탁이었을 것이다. 자주 보고 통성명도 하고 또 서로 호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기분을 눈치챘으니까, 어느 날 난 살짝 술기운에 힘입어 그분께 나한테 욕 좀 해주라고 간청한 것이다. 웬만하면 그분도 점잖은 태도와 사근사근한 자세를 잃지 않으실 텐데. 근데 어딘가 모르게 나만 예외였던 것일 수도 있고 아닐지도 모르고. 어쨌든 나의 그와 같은 애청을 무슨 하찮다는 듯이, 막 그냥 같잖다는 마냥 내가 그분께 이상한 청탁 하자마자 막 퍼붓는 것이었다.
   「너 왜 그렇게 사냐? 응? 어디 늬 변명 한번 들어나 보자. 아니다. 보나마나 들으나마나겠지. 늬 문제가 뭔지 몰라? 가르쳐 줘? 어? 너 지금 왜 잔소리 듣는 줄 알기는 아니? 응? 너 바보야? 공상이 망측한 줄 알기는 아니? 응큼한 녀석. 이제 그쯤 되면 세상사 비밀을 터득할 때도 됐는데... 쯧쯧쯧. 넌 말이야 여자를 모르는 게 제일 큰 문제야. 어? 어떻게 감상적인 낭만파 숙녀들을 못 꼬실 수 있지? 난 도통 이해가 안돼! 우리에겐 그건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일이거든. 그러고 보면 세상이란 참 불공평하단 말이야. 왜 아니겠어. 아니 정말, 어? 제발 그 고귀한 여심들을 찬란하도록 행복하게 만들어드리면 어디가 덧나니? 어? 덧나긴 뭘 덧나!
    왜, 고깝니? 듣기 싫어? 늬 썩은 미소 보면서 말이야, 어? 하기 싫은 설교 하는 난 뭐 좋겠니?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 취미라고. 안 그래? 그러게 어째서 멀쩡한 유니폼맨한테 자길 꾸짖어달라고 했니, 응? 넌 그래서 안되는 거야. 알아? 늬가 그러니까 안되는 거라고. 때문에 넌 외롭고. 여자도 없고. 친구는 있니? 사랑은~ 없어. 늬가 사랑을 알아? 알긴 개뿔!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어? 안 들려? 어? 언제 상욕 해달라고 할 땐 언제고 왜 생각 바꼈냐? 그래? 남자가 줏대도 없이 너도 팔랑귀냐? 어? 너 나한테 혼 좀 나자. 아니다. 내가 너 혼꾸녕 내줘서 얻을 게 뭔데. 나까지 기분 잡치기 밖에 더 하냐고. 어? 뭐 너 방금 그 생각했지? 너 혼자 있을 때 혼잣말 잘하지? 그러니까 방금 난 네 생각을 읽었는데... 가만 있자. (딱)! "진정하시게 바텐더 양반." ~라고 생각했지?
    야, 임마!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어? 내가 뭐 꼬부랑 할아버지 될 때까지 여기서 눌러앉을 줄 알아?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어? 또 또 또. 누가 한 성깔 안 한다할까 봐. 난 네 몸짓만 봐도 뭔 생각하는지 싹 다 안다니까 글쎄. 그걸 누가 궁금하기나 하겠느냐마는, 넌 적어도 내 앞에서는 포커페이스부터 나한테 제대로 배워야 한단 말이야 이 친구야. 하긴 나도 이처럼 처음부터 잔소리에 일가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 그게 다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든 거라고나 할까? 허허허. 허당 주책이 이만저만이 아니군 그래.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그, 그, 이놈의 고질적인 잔소리. 팔랑귀 하며 허영심은 여전하지 잔머리굴리는 건 심하지. 어떻게 말려? 그놈의 잔뻔치 쉐도우 복싱 절로 떠오르는구만 그래. 근데 처음엔 널 혼내다가 왜 갑자기 자기 비하로 바꼈지? 왜지? 왜긴 뭐가 왜야.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어? 넌 안 그래? 그럴 수도 있어. 근데 나만 잔뻔치 스타일이 아니라 자네도 잔재주라면 어디서 썩 빠지지 않을 듯 하온데. 귀에서 피가 날 듯 말 듯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가는 몰라도, 여자 잔소리듣기 맷집이 내가 봤을 때 퍽 형편없는 수준은 아닌데? 남자로 인정. 아 지친다 지쳐. 근데 넌 뭐 대꾸가 없니? 또 여자 생각하니? 그래? 정말 그래? 하여간에 못 말려. 형님께서 이처럼 훈교하면 좀 알아듣든가 아님 경청하는 시늉이라도 비추든가. 어? 넌 그래서 안되는 거야. 그러니까 늬가 뭘 해도 재미없는 거라고. 그리고, 또. 어? 그래. 넌 기왕 바에 왔으면 제발 비싼 술 좀 시킬 수 없니? 올 때마다 달랑 맥주 1잔. 다음 날 위스키 1잔. 그 다음 날 발포성 와인 1잔. 근데 또 희한하게 다 마시지도 않아. 2번에 1번은 입도 대지 않는다고. 너 안되겠다. 여기서 제일 비싼 걸로 시켜라. 알았어? 알았어 몰랐어?
    근데... 형씨 정말 괜찮은 거요? 그렇소?
    (한숨)......
    어떻게... 형씨. 조금 더 해드릴까? 해달라는 대로 노력은 해드릴께. 응? 그게 뭐 어렵다고. 어? 기껏해야 입 좀 털면 시간도 빨리가고. 어차피 일 완전 열심히 해야 할 만큼 바쁘지도 않고. 난 여자 좋아하고 아제도 그렇다만, 숙녀는 코빼기 안 비추고. 퇴근 시간만 목 빠지게 기다리느니 이처럼 우리끼리 행복업과 사랑학에 대해 솔직히 토론하고, 얼마나 좋아. 형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유? 그럴 줄 알았시유. 내가 사람을 좀 볼 줄 알당께라. 허허허허허. 근데 아제 표정이 왜 그런디유? 어디 아픈 거 아니유? 왜 표정이 썩었어 젊은 사람이. 그럼 못 써. 운동도 하고 여자도 만나고. 어? 집에서 이상한 거만 보지 말고. 어? 남자가 여자를 만나야지 그렇게 무슨 부처님 마냥 도만 닦다가는 그럼 못 써 이 사람아. 어? 좋게 내 말 들어. 자넨 내 말만 들으면 장래 대성하게 돼어 있단 말이오. 아시겠소? 그런 의미에서 내가 방금 형씨께 꼭 알맞는 표어가 생각났소. 안 그래도 우리끼리 최근 눈인사할 때마다 뭔지 모르게 그 말이 자꾸 걸렸다고나 할까? 그 문장이 대체 뭐겠소. 캬~ 어? 독수리는 홀로 날아다닌다. 캬~ 괜찮지 않소? 엇그제 형씨가 그랬지유. 저보고 잘생겼다고. 근데 이걸 어쩌나, 응? 지 여동생은 완전 끝내주걸랑요. 어떻게 제가 사랑의 다리 한번 놔 드릴까? 뭐요? 독수리는 파리를 잡지 않는다고요? 이 사람이 시방...! 너 이리 와. 따라 나와. 밖으로 나가자. 아니다. 됐다. 재미없다.
    (한숨)......
    아직 부족해유? 그래유? 말을 좀 해봐유? 네? 난 아직 1쿼터 시작도 안 했응께. 거 마 말만 하쇼, 네? 따지고 보면 우리끼리 이처럼 친해진 거도 다 전생의 인연이랄 수도 있는데. 내가 형씨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소. 잘은 몰라도 아마 형씨도 내게 털어놓을 사연이 많은 거 아니오? 뭐 남자 대 남자끼리 솔직해집시다. 세계마초협회 정회원이자 허세대회 명예의 전당에서 미끄러진 허당들끼리 못 할 말이 뭐요, 네? 왜 당신 정말 기어코 내 고추 사이즈를 들어야 속이 시원하시겠소? 일단 내 진실을 털어놓는다고 가정했을 때 당장 통쾌하기야 하겠으나, 그거 알고 나면 알기 이전으로 타임머신 타고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러므로 형씨 일시적으로나마 불행해지실지도 모르는데? 아마 몹시 절망할 걸, 상심이 크시겠지. 허허허. 허허허허허. 당신 나한테 안돼, 어? 날 벗겨놓으면 말이야~ 캬~ 아주 그냥 기가 막힌다니까 글쎄. 죽여줘요. 비율 끝장, 어? 눈이 부셔요 글쎄. 허허허허허. 당신께서 정녕 원하신다면 내가 못 알려줄 게 뭐요. 네? 보여줘요? 정말? 근데 여기서? 네? 아무튼 말이야, 어? 남자가 그렇게 꽁해서 얻다 쓰겠소. 당신 속좁은 남자란 소리 자주 듣죠?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일단 형씨 내 앞에서 눈물 콧물 쏙 빼놓을 때까지 잔소리 얻어듣도록 나도 힘 좀 써볼 텐데. 아~ 내가 3년만 젊었어도. 그래 봤자 난 아직 살아있어. 아니 잠깐만. 이것 봐라, 어쭈~! 지금 하품해? 존대하니까 내 말이 우스워? 지금 장난인 줄 아나 본대 뭘 좀 대단히 착각한단 생각 안 들어? 어? 어디서 버릇없이!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어? 당신 나한테 잘못 걸렸단 말이오. 알긴 아시겠소? 우리가 뭐 허접한 광대들 한심한 장난 흉내내는 거도 아니고, 어? 우리는~ 야자타임 3분 4분 그렇게 안 해. 시작 했다 하면 3박 4일. 그래도 난 약과야 이 양반아. 내 아는 분은 글쎄 13년째 야자타임 중이라오. 그분들 친구의 친구는 평생한대. 누가 죽어야 끝난다나 뭐래나. (절레절레)............」
    솔직히 말해 그걸 애원하니 환상문학잡지에서 은혜로운 녹봉받는 문필가 입장을 떠나, 터놓고 말해 화자와 청자 우리 두 사람만 있으니 하는 말이오만. 그날 난 바텐더한테 이상한 부탁을 한 걸 땅을 치며 후회했다. 귀가 타다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우린 그처럼 뜨겁게 친분이 두터워졌던 것이다. 나만 남자들로부터 덕망이 튼실하고 여자들한테 카리스마 끝장인 줄 알았는데. 농담이고. 그 양반을 보니... 여자들로부터 짝사랑 웬간히 지겨울 정도로 여복이 터진 양반인 것 같았단 말이다.





    16

    각인된 동물을 부모로 아는 일부 조류. 1명이나 2,3명 주인에게만 충복하는 개종류 일부. 그게 그러니까 말이다, 독일의 패색이 짙어가던 1944년 프랑스 독립군 주동자 가운데 1인인 한스 슈파이델 장성. 이상한 게 4년 전인 1940년에 육군 소장일 때 파리에서 아돌프 히틀러를 호위했음. 개인의 성공을 위해 눈치작전하며 줄서기 잘하는 약삭빠름이 전시일 때 이런 사례. 숫자를 세면 어마어마하도록 많음. 으쌰으쌰 승승장구하던 1940년에 과연 어떤 활약을 펼쳤는데 패색이 짙어가지 않았다면 구단을 밥먹듯이 옮겨가지 않았을 거라는 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 벗고 무슨 바르셀로나 새 유니폼 입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당시 독일군의 프랑스 점령 비용을 프랑스가 전액 지불하는 것 뿐만 아니라, 독일의 전쟁 비용 1/5까지 프랑스가 지불하던 시절에 아돌프 히틀러 호위무사를 하시던 (프랑스)양반께서. 비굴함&참혹함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원자재가 독일군에게 수탈되는 체계에서 전프랑스인은 독일군에 비교도 안될 만큼 비리비리한 일일 배급량을 받던 참혹한 역사의 현장이었는데. 전세가 기우니까 금새 편 바꿔서 원래 고향 축구팀으로 되돌아오는 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고추 달고서 남자가... 여자는 지조라도 있는데 말이야.
    ~라면서 인문고양서를 읽던 중 난 깜빡한 약속이 생각났다. 바텐더와 놀러가기로 한 날이었으니까.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중간 건너뛰고.
    장면 전환. 우리는 만났다. 근데 그 '우리'라는 게 여러명이라는 게 거 어째 내 마음에 뭔가 걸렸던 것일까? 예감이 이상했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고 들어가자면 한마디로 성비 불균형. 뿐만 아니라 나와 바텐더는 이미 친해졌는데... 바텐더가 데려온 친구들과 내도 친해질 수 있을까?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 더더군다나 이제 보니 난 바텐더의 이름도 몰랐네?! 바에서 형씨 친구들끼리 소풍가는데 이 바람잡이처럼 존재감 애매한 아저씨가 끼어도 되는지 물어볼 때까지는 좋았지. 내가 눈치도 없이 누구한테나 들이대고 아무 데서나 나대진 않는다네. 막 그러면서 정중히 거절, 찬찬히 핑계, 대놓고 싫다고 싫다고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함께 하자네? 난 끝까지 아니오! 리츠 칼튼 같은 호텔 체인도 아니긴 하다만 윗분들 알아 좋을 게 뭐 있냐 어쩌고저쩌고. 한사코 싫다는 사람을 계속 꼬시네? 근데 이상한 게 난 왜 이미 한 3~5명 정도를 예상할 수 있도록 바텐더가 운을 띄었는데, 대체 왜 내 마음대로 나와 바텐더와 여자 2명이랄지 나와 바텐더만... 그런 짝수 조합으로 단정했냐는 거다. 그처럼 은근히 와주었으면 한다고 난 그 대화의 요점을 그냥 내 마음대로 해석했던 거고, 지금 돌아가는 정황으로 봐서는 바텐더는 역시 립서비스의 명수일 뿐이었고. 그럼 또 난 빈말에 낚인 것일까? 내가 대어라면 낚여서 그분들도 얼마든지 즐거워 하실 테나, 나같은 잔챙이를 보아하니 썩 반가지는 않은 듯. 난 벌써부터 도망갈 궁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속좁은 남자처럼 만나자마자 내뺄 수도 없고. 쩨쩨한 남자로 숙녀들한테 찍히면 더없이 곤란할 테고. 이거 정말 오랫 만에 어려운 자리에 합석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호수 한 가운데 있는 유인도로 놀러갔다.  
    장면 전환.
    난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손만 까딱해도 뭔가 그분들 소풍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닐까... 혼자서 내가 이럴려고 바텐더와 친해진 것일까? ~까지는 아니겠으나 마음은 뒤숭숭. 하다못해 넉살 좋게 재산은 없어도 그 어떤 연륜 없지 않은데 분위기 봐서 그냥 들이대? 그런 일은 들어본 적도, 공상해본 적도 없지. 아무렴. 그러니까 그게 다 멍청해서? 누가 멍청해, 어? 넘어가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이끄는 순결한 분위기에 힘입어 기분이 고상해지면 좋은데. 그건 단지 희망사항일 뿐. 정말로, 어? 여기서까지 나 혼자 공상에 빠져들면 그건 빼도 박도 못하는 바보천치란 말이니. 난 가만히 그분들 대화를 경청할 수밖에.
    남자 1: 오즈. 너 오늘 온 잘 입었는데. 멋져.
    여자 1: 멋지긴 누가 멋지단 얘기니?
    남자 2: 나 나름 신경썼어. 루시, 너 너무 칭찬에 인색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여자 1: 루시, 너 너무 칭찬에 인색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남자 2: 너 여기까지와서 말 따라하기야 정말?
    여자 1: 우리가 뭐 내외할 사이야 아니면 여기가 말 가려서 해야 할...
    남자 1: 괜찮아. 저분은 우리의 희망이니까. 물주란 말은 아니야. 중간보스라고나 할까? (몸짓)
    나    : 허허허. (몸짓)
    남자 2: 루시는 뭐 그렇다치고. 안젤라도 있으니 말인데 내 하나 묻자. 여자들이 말하는 '옷 잘 입는다'는 칭찬. 대체 그건 뭘 뜻하는 거니? 언제부터 묻는다 묻는다 까먹지 않고 꼭 물어봐야겠다 라면서 다짐만 몇 번을 했는데 빨리도 물어본다.
    여자 2: 그럼 난 일직도 즉답하면 되겠네 오라버니? 그렇지만 그런 얘긴 나보다 루시가 뭐랄까 시적이라고나 할까 문학적이라고나 할까. 뭐야 그럼 난 상대적으로 천박한 촌년이란 말이야 뭐야? 어? 뭐가 어쩌고 어째? 아, 내가 말했지. 미안. 얘 루시. 뭐 하니, 늬가 옆에서 미리미리 날 말렸어야지. 자, 말해봐 루시. 뭐 해 말하지 않고.
    여자 1: 말할 기회나 줬니? 지 할 말만 무정차로 1시간 반 연속으로 말하고 나서, 헤어질 때 되니까 다음엔 늬 말도 좀 듣자! ~라는 인사말이 네 특기인 걸 내가 왜 모르겠니. 누군 뭐 말할 줄 몰라서 안하겠니.
    남자 1: 자, 자, 심판은 아니지만 시트콤 새로운 멤바 마음 불안하게 만드시지 말고. 말 나왔으니 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여자들이 말하는 '옷 잘 입는다' 그 참 뜻이 뭔데 그래? 어? 한번 들어나보자꾸나.
    여자 1: 저 오빠 학교 다닐 때 동성애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을 거 같은데...! 음... 아마도 적어도 1번은 들어봤을 거야, 늬가 우리반에서 제일 옷 잘입는다는 칭찬. 그치만 동성애자한테. 또 동성애자 친구랑 친해서 걔네 집에 돌러가자 하니까 친구집에 놀러갔을 테고. 물론 부잣집이었겠지. 그치만 결이 다른 동성애자와는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하는 사이인데. 그 친구한테 웃기다는 호감 표명 듣고 표정 괴상해졌을 텐데. 뭐 아무튼 그런 건 다 옷 잘 입는 거랑 거리가 멀지.
    남자 2: 그래? 말 빙빙 돌리지 말고. 뭐는 뭐다 라고 말해주면 안될까? 오락산업계에서 뜻하는 패셔니스타, 거 옷 잘입는 거잖아. 근데 왠지 모르게 얘네들은 그런 거 안 좋아할 거 같단 말야.
    여자 1: 잘 봤네.
    남자 1: 사교계에서 여자는 몰라도 우리가 봤을 때 옷 잘입는 남자애들. 우리라고 뭐 보는 눈이 없니, 아님 입이 돌아갔니 눈이 삐었니? 솔직히 얘나 나나 그렇게 옷 썩 못 입는 촌닭은 아닌데...
    여자 2: 오빠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지.
    여자 1: 오빠는 그래서 안되는 거야.
    남자 1: 거 참...
    여자 2: 옷 잘 입는다? 옷걸이 좋은 남자.
    여자 1: 내가 봤을 땐 패션의 완성은 뭐다?
    남자 1: 이 봐 이 봐. 이거 보라고. 캬~ 어?
    남자 2: (몸짓) (톡 톡 다독임)
    남자 1: 그게 더 이상해. 너가 날 아주 바보로 만드는 구나. 아님 난 이미 너네들한테 푼수였니? 말 시작한 김에 짧게 듣기엔 왠지 서운한데.
    여기서 잠깐. 그녀 말 끊으면 안 될 듯 하오니 문단 떼서 가는 걸로.





    17

    여자 1: 그래. 말할께. 못할 것도 없지 뭐. 결론부터 말한 다음 시작하자고. 그게 좋겠지? 안 그러면 서운할 테니 말이야. 한번 섭섭하게 만들어드려? 괘념치 마셔, 웃으란 말이었으니까. 결론은 이래. "옷 잘 입는다"가 대체 뭘 뜻하느냐?
    첫째, (남자는) 옷 못 입지만 않으면 된다.
    둘째, 옷 잘 입는 남자는 신부들러리임을 자처하니까 칭찬받는 것. 여잘 띄워야지 지가 튀어? 미친 거 아니야?
    셋째, 옷 잘 입는다는 둥 소개팅에 패딩이나 쳐입고 온다는 둥 그건 뭐다? 간접화법! 여자말 번역기 전원 안켜지니까 또 직접화법이라니...
    이처럼 첫째 둘째 셋째 다 충족시킬려면 쉽진 않겠지. 어려울 거야. 때로는 가죽점퍼도 입고 싶고 중간보스 흉내도 내고 싶겠지. 이따금 어른스럽지 않고 싶을 때 왜 없겠어. 그렇지만 나이를 어떻게 잊나. 아무튼 긴 대사 원하셨으니 하는 말인데 옷 잘 입는다? 말이야 옷 잘 입는다느니 패션 테러리스트라느니, 뭐니 뭐니 해도 간접화법 먼저라니까 글쎄. 어? 왜 그걸 모르시고 뭘로든 누구든 무조건 직접화법만? 소개팅에서 그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남아의 도리. 숙녀에게 멋진 남성으로 보이고 싶다는 목적. 뭇여성들로부터 인기를 한몸에 받아 그놈의 러브콜 지겹다는 허세 나도 좀 한번 느껴보고 싶다 라는 솔직한 동기. 그와 같은 수많은 응분의 명분, 그게 나쁘다는 말이 아닐세. 그렇겠지? 때와 상황에 맞지 않게 어른들이 주선하신 선 자리든, 아는 동생이 소개시켜줬건 정식 소개팅 자리에 "PC 게임방 패션"? 남자가 말을 기가 막히게 잘 해봐, 어? 첫눈에 보자마자 여자가 그 남자한테 홀딱 반해보시라고, 어? 만나자마자 오늘의 무례함 어쩌고저쩌고 그녀 마음 쥐락펴락해버리면 이미 게임 끝인데? 연락처 안 물어봤다고 토라져서 동네방네 소문 쫙퍼지는데? 옷을 잘 입고 못 입고를 떠나서 기본과 예의도 있겠으나 화술과 태도는 왜 없겠수? 여자가 억지로 억지로 끌려나와서 세수도 않고, 화장도 1도 않고, 무릎 튀어나온 후줄근한 츄리닝에, 구닥다리 뿔테 안경에.. 완전 동네 아줌마 할머니 패션이야. 근데 절세미녀다? 아 다르고 어 다르겠지. 아니 그렇겠수? 멜로드라마에 나오듯 일부러 상대방한테 최단 시간 내에 차이고 싶어서, 거지꼴 까지는 아니나 최대한 신경써서 꼴보기 싫도록 차리고 나왔는데 글쎄. 그둘이 멜로영화에서 어떻게 될까? 하오나~ 그건 멜로드라마고. 현실에서야 우리는 대체로 주인공보다 병풍을 잘해야 잘먹고 잘살 가능성이 짙어지는 거고. 능글능글한 어른들이 괜히 뼈빠지게 일한다고 엄살 대결 펼치겠나. 유들유들한 어른들이 괜히 너와 나 누구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뼛속까지 속물이게? 괜히 그럴 리는 없음. 남은 속물이면 안되고 나만은 속물이어도 괜찮다는 뭐 그런 억지스런 법이라도 있나? 아니질 않나. 네? 뭐 앓는 소리 변죽을 더 올려줘, 아니면 허세대회 초절정 궤변의 변속기어를 더 올려드려? 아 글쎄 말만 하시라니까요, 네? 허허허. 옷이 문제가 아니라 딴년이 그놈과 말 섞는 꼴 못 보니까 내가 먹여살려서라도 데리고 살아야겠다는 심정, 그 정도로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기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건 아니라는 점. 그러니까 간접화법 알면서 옷이 문제가 아닌데, 말꼬리잡고 늘어지고 핑계 화려하고 변명만 예술이지. 옷이 문제가 아니라 간접화법 번역기 잔고장이 제일 문제란 말이야. 응? 영화를 많이 봤으면 뭘 하나, 어? 백날 봐야 간접화법도 못 알아먹는데? 그래, 안 그래? 소개팅에 무슨 싸구려 패딩 쳐입고 나왔다면서, 여자들끼리 입에 걸레 물듯 앙칼진 입담 뽐내는 일.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언제 그런다는 거 모르는 어른들이... 남자는 흔히 까먹을 수 있지. 허허허허허. 내 마음에 쏙~ 드는 데 남자가 적극적이지 않는다? 여자 속 뒤집어짐. 숙녀는 남자한테 첫눈에 홀딱 반했는데 남자는 관계 지속에 회의적인 눈치다? 여자 속 계속 뒤집어짐. 장기전은 몰라도 어떻게 뻔트라도 안되겠니 라면서 여자가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데도 불구하고 그 남자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와 같은 몇몇 연패만 매번 겪고 내 마음에 드는 남자는 다 날 상대하려고 하지 않는다? 여자 마음에 쌓인 게 그 얼마나 많을까...!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니라 하필... 저... 저... 늑대부터 하이에나까지 날 만만하게 본다? 날이면 날마다 속 뒤집어지고 뚜껑 열림. 어딜 넘 봐, ~에 대한 과민 반응. 넘보지 않았고 손도 까딱 입도 뻥끗 안 했는데 자길 왜 넘 보녜. 아니면 왜 자기만 봐주질 않녜. 어? 밭이 좋을 수도 있고 날씨탓일 수도 있다만 씨 뿌리는 농부 입장은 뭐 생각 안허나? 넌 너 밖에 몰라 라는 말 그러니까 듣지. 난 솔직히 말해서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해. 남자한테 잘 보이고 싶은 게 뭐 어때서? 솔직하지 못한 체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어쩌고저쩌고, 여자의 적은 어쩌고저쩌고... 그런 말 몇 가지에 과민반응 일으키는 애들이랑 우린 안 친해. 여자들끼리 그걸 어찌 모르겠수. 솔직하게 날 최상으로 꾸밀 때 꾸미고, 잘 보이고 싶을 때 잘 보이고. 그러는 게 낫지 아닌 척 지 잇속만 챙기는 년들 완전 꼴배기싫어. 물론 오빠들이랑 친하고 내 허영심으로 날 포장할 마음 아니니까 이런 얘기도 터놓고 할 수 있는 거고. 어쨌든 옆길로 빠지지 말고, 패션? 응? 패션?
    조명발계에서 옷 잘입는다는 거야 다 지네들끼리 하는 인사말일 뿐이고. 웬만한 패션 디자이너니 누구니 옷 잘입는다는 난다 긴다하는 명사들. 거의 다 옷 못 입어. 몽땅 다 지들 맘대로 막 입는 거지 그게 어디 옷 잘입는 거게? 내 전남자친구. 전전남자친구. 전전전남자친구. 기타 등등. 걔네들 주변에서 옷 못 입는다는 말 별로 듣지 않았을 텐데. 그건 뭔가 어줍잖은 의견이라고 생각해. 한마디로 뭘 모르는 거지. 그래서 내 전전전전전... 난 지금까지 남자 한 번도 안 만나봤어. 이건 어디까지나 내 얘기가 아니라 옆에서 지켜본 친구들의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니까 그리 알고. 어쨌든 내가 살면서 내 주변 남자들 통틀어서 옷 잘입는 남자? 딱 1명 봤어. 옷이란 건 말이야 지 마음대로 입어서는 안되는 거야. 물론 자기 인생인데 내 맘대로 옷을 왜 못 입어? 그래야 한다 그럴 수 없다 라는 말이 아니라. 때와 장소와 연령과 사안에 따라 구분되는 거야 누가 모르겠냐마는, 지금 주제는 패션에서 남녀의 차이에 관한 거니까 그쯤 알고.
    그렇듯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 여자는 변신의 귀재니까 여자는 옷 잘 입어도 돼. 응? 근데 남자도? 이거 왜 이래, 패션에 대해 당신들이 대체 뭘 안다고! 어? 패션의 '패'자도 모르는 것들이 꼭 보면 TV에서 광고계에서 설치긴 신나게 설친다니까 글쎄. 멋도 모르는 촌놈 촌년들이 말이야. 차라리 오빠 같은 촌닭이 낫긴 나아. 그럼. 오빠가 그랬잖아. 엇그제 어떤 칼럼을 읽었는데 칼럼니스트 그 인간 거 지가 무슨 패션계의 걸출한 권위자라도 된다는 듯이 겁나게 아는 척하더라는 얘기. 팬티 뿐만이 아니라 트레이닝복까지 뭐 3벌로 돌린다는 둥 패션은 중간은 가는 게 아니라는 둥. 어? 패션이란 말이야, 거기까지 넘어가진 말고. 아무튼 패션의 거리든 백화점이든 가보라고. 남자 옷이 많나? 캐쥬얼, 스포츠는 많지. 허나 그거 말고. 정식 남성복. 어디 여자 옷 종류한테 명함을 내밀어? 남자들 옷은 그냥 거기서 거기야. 끝! 어? 딱 끝. 근데 여자들 옷은? 캬~ 말도 못하지. 종류만 종류만... (절레절레). 내가 아까 말했지? 내가 살면서 옷 잘입는 남자는 내 인생 통틀어 딱 1명 봤다는 거. 물론 우리는 옷 못 입어도 얼마든지 상관없다만 옷걸이 좋은 남자가 좋지 왜 아니겠수? 농담이고. 그 희박하디 희박한 1인이 과연 누구냐, 하면 캘빈클라인 컬렉션만 입었던 남자. 근다고 비싼옷만 왕창 입는 남자라는 얘기가 아니야. 그 양반이 속칭 3벌맨이었거든. 단벌신사까지는 아닌데 진짜로 3벌맨. 그래서 옷에 공들인 노력과 투자한 품위유지비, 남자들 가운데 상중하에서 하! 어?
    여자가 말하는 옷 잘 입는다 라는 칭찬?
    여자가 말하는 '옷 잘 입는다'라는 칭찬은,
    여자의 '아니오'와 거의 똑같다고 보면 돼! 응?
    남자는 절대로 지 맘대로 옷 잘 입어서는 안된다니까 글쎄. 어? 왜 그 기본을 모르시나. TV에 흔하게 나오듯 옷 잘입네 어쩌네 라는 인사말들? 아까 오빠가 그랬어 안 그랬어, 어? 칭찬에 인색한 우리들, 입방정을 우리들끼리만. 여자들끼리, 것도 정말 친한, 진짜로 절친한 여자들끼리만 있을 때 하는 얘기가 진짜 중의 진짜지. 그럼. 그렇지. 당연하지! 우리 시트콤 멤버 베로니카가 엇그제 어떤 오빠한테 '옷 잘 입는다'라고 띄워준 거? 그건 베로니카가 그 오빠 꼬시고 싶으니까 꼬리친 거고. 그 말과 옷 잘 입는다는 말이 같겠니? 여자말 번역기 몰라? 또 나타샤가 오빠한테 옷 잘 입는다 라면서 얼쩡댄 거? 자기 어장관리에 들어오는 거 대환영이라는 뜻이지. 여차 하면 자기가 당신 사랑의 차트에 내 맘대로 뛰어들고 싶다는 신호인 걸 왜 몰라. 응? 더 직접적으로? 그러니까 오빠가 혼자인 거라고. 어? 그래서 오빠는 여자가 없는 거야. (절레절레) 패션? 남자는 옷 잘 입으면 안돼. 알아? 남자가 옷 잘입는다는 건, 여자가 옷 잘입는 여자로 돋보이도록 상대적으로 뒤로 빠져주는 병풍 역할을 잘했냐 못했냐 그거 밖에 없어. 어디 남자가 옷을 잘 입어?! 운동화 디자인을 보라니까요 글쎄. 여자들 운동화는 다채롭고 남자들 운동화는 투박하고. 향수처럼 자세히 들어가면 말 길어질 테지만 일단 쉽게 보면 그래. 근데 왜 그럴까? 왜긴 왜겠어. 주인공은 사람이고 운동화는 악세사리니까 그렇지. 다시 말해 신부는 여자요 남자는 병풍.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그거야 일편단심 천생연분일 때나 우리가 허락하는 말이고. 남자는 화병, 어? 남자는 액자. 응? 그러니까 남자들이 막 자기들이 봤을 때 옷 잘 입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무난한데 왜 여자들이... 막 그럴 꺼야. 여자가 바라는 건 정말로 옷 잘 입으라는 말이 아닌데 말이야. 요란하지도 말고. 뭐든 여자한테 맞추고. 숙녀를 아끼며 여자를 요리할 줄... 다룰 줄... 띄울 줄 아는 남자. 어? 캬~! 어? 드레스코드 무시하지도 않고. 때와 장소를 알고.
    말하자면 다시 말해서 (지휘자도 아니고 노젓기도 아닌 이상한 허세 몸짓) 남자는 옷 잘 입을 필요 없어. 아니 뭐 하러? 5가지 10가지 색상 황금비로 맞출 자신이 있나 시간이 많나, 어? 그런다고 색상만? 재질은? 디자인은? A사와 B사 옷감이 똑같다고 그게 정말 똑같을까? 채도는? 분위기는? 그도 아님 돈이 뭐 고액권과 초고액 수표를 화장지 대신 코풀 정도로 많아? 그거 전부 따져 무난할 정도로 옷 잘 입을 자신 과연 있으시나? 아니면 불필요한 소비제와 쓸 데 없는 옷을 버릴 줄 아는 용기, 그럴 수 있는 베포가 있나? 버리지는 않는데 계속 사고 사고 사고. 쌓여만 가지. 웬만해서 못 버림. 그래서 옷장을 열어보면, 옷방에 들어가보면... (절레절레). 남자야 대충 그냥 걸치기만 한다지만, 뭐 여자 패션까지 건너가진 말자고. 아무튼 자동차 튜닝의 끝은 순정 완제품이라는 말처럼. 조금씩 조금씩 고치고 사고 그러다 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 마련. 여자들 성형수술도 그렇다니까, 웬만하면 그냥 생긴대로 사는 게 제일. 여기 고치면 저기가 이상하고, 저기 고쳤더니 전체적이 조화가 더 이상해지고, 그래서 거울아 거울아... 백설공주 배역 흉내내다가 또 손 봐. 그러다 못 끊어. 어? 그렇다니까 글쎄. 저 신사분처럼 신간 편한 양반 뿐만 아니라 웬만한 숙녀들이 괜히 호텔을 선호하게? 남자들이야 캠핑 즐기고 으쌰으쌰 소년기 발정기 모험심을 되찾는다지만. 캠핑 물건 한두 개 사다 보면 급기야 캠핑카 사게 되어 있음.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취미 동호회 게시글 읽어보면 대부분 야금야금 차근차근 단계 거쳐서 바닥에서 고지까지 가느냐, 아니면 7부 리그에서 직방으로 1부리그 득점왕으로 가느냐. 다들 형편에 비해 시간 부족하고, 형편에 비해 재력도 덜 빵빵하고, 형편에 비해 싫증도 더디지 않으니까, 형편에 비해 색다른 관심사와 새로운 인생이 말처럼 쉽고 판도라의 상자처럼 환상적이지 않으니까. 행운의 여신이 나만 편애하지 않거든. 따라서 말장난 하면서 노는 식. 그래서 우리들이 카페도 아니고 그냥 길거리에서 기쁨조 몇 명 짜서 속된 말고 이빨만 까도 재밌거든. 뭐 아무튼 왕년에 여자깨나, 아니 남자깨나 울리던 얘기는 딴 데 가서 하고. 아무튼, 그래서, 나쁘지 않네 라면서 그녀의 심기 건드리지 않을 정도로만 입는 게 바로 남자가 옷을 잘 입는 거지. 참말과 빈말도 구분 못한 체 옷 잘 입는다니까 진짜로 옷 잘 입는 줄 아시네? 바보. 여자를 몰라. 그 남자를 좋아하니까 호감 더하기 뭐 곱하기 뭐 뭐 그래서 그냥 툭 던지는 미끼로, 옷 잘 입는다! 어? 근데 안 걸려드네? 야 야 뭐 해 미끼 딴 걸로 바꾸지 않고. 어? 허허허. 허허허허허.
    예를 하나 들어볼까? 겉만 번드르르한 남자 잘못 만났다가 신세 조진... 아니 이모가 왜 천연덕스럽게 얼굴 두꺼워졌는지 그 얘기는 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저번주에 여기 모인 사람 다 들었잖아. 저 냥반만 빼고. 저번주에 아지트에서 젬마가 톰한테, "오빠는 옷도 잘 입는다니까". 그 말 다 들었지? 왜 그랬을까? <옷(만) 잘 입는다 ≠ 옷도 잘 입는다>. 아직도 모르시겠수? 젬마 그년이 톰 오빠가 맘에 쏙 드니까 그랬지. 어? 마틴 같아 봐, 마틴 같아 보라고. 마틴이랑 톰 오빠랑 옷 입는 거 대체 뭔 차인데? 어? 둘 다 판에 박은 듯이 옷 입는 스타일 똑같다는 거, 여기서 모르는 사람 어딨어. 어? 그 두 인간 그냥 대충 어두운 외투, 허름한 흰 티셔츠, 점잖은 와이셔츠, 이따금 청바지, 사람은 컬러tv 사고체계 허나 옷은 흑백tv 패션. 둘이 똑같다고. 하나도 다르지 않아. 근데 젬마가 뭐 머저리라도 된단 말이야? 젬마 그년이 얼마나 응큼한 여시인데. 아주 그냥 불여우 중의 불여우. 걔 친구들한테도 지 아쉬울 때만 연락해. 어? 지 잇속 남몰래 얼마나 잘 챙긴다고. 꼴배기 싫은 년 완전 재수없어. 흥! 물론 나도 걔 좋아하고 우린 친하니까 자리에 있든 없든 얼마든지. 걔도 어디 가서 내 욕하고 다닐 텐데... 아 귀 따가워. 걔가 그래, 어? 예의없고 지랄맞고, 물론 친구 사이니까 우리가 다 봐주긴 하는데. 그래도 그렇지. 할 말 못 할 말 가릴 줄 모른 체 매번 선을 넘어? 어? 앞에서는 별말 없이 다소곳한데, 남자들 물러가고 여자들 편 새로 짜면 뒤에서 험담을 험담을... (몸짓)! 그런다고 단짝은 안 깔 거 같아? 최고로 자주 까. 수시로 까. 겁나 깐다고. 심지어 초딩 저리 가라할 정도로 얼마나 소심한데. 완전 밴댕이 소갈딱지. 하긴 여자세계에서 모순이 그래. 욕 안 하고 뒷담화 즐기지 않으면 친구 없다는 거. 인정! 뭐 지가 똑순이? 남자에 환장한 년. 전남자친구한테도 넌 너 밖에 모른다면서 차였어 걔. 어? 삼천포로 빠졌다만 일찍 돌아왔으니 안심하고. 좌우지간 그게 그러니까 남자는 옷을 하등 잘 입을 필요가 없어~! 어? 하여간에 여자들이 뻔트를 좀 좋아하니? 남자는 뻔트만 대면 대. 잔말 말고 따라와 작전으로 여자가 앞장서다가, 뒤로 빠지고 싶으면 알아서 우리가 리모콘 누르거든. 응? 남자가 옷 잘 입는다? 미쳤어 남자가 옷 잘 입게? 남자는 절대로 옷 잘 입을 필요가 없다니까 정말. 어? 남잔 그냥 옷 못 입지만 않으면 패션에 대해 알려고 할 필요가 없어. 남자는 옷 못 입지만 않으면 된단 말씀. 남자가 옷을 잘 입어? 어디서 남자가...! 남자 목소리가 담장 밖으로 넘어가면 어쩐다? 이러니까 이러니까 여자랑 북어는 이틀에 한번씩 뚜들어패야...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넘어가고. 자, 둘 중 하나만 골라 봐. 오빠들이 만약 2개 중에 1개만 선택해야 해, 그럼 뭘 고를래?
    첫째, 옷 잘 입는 최고의 패션 감각
    둘째, 마르지 않는 샘물이자 미다스이 손을 방불케할 정도로 빵빵한 지갑
    첫째 고를래? 그럴 거야? 첫째 고르고 가난한 인생? 오빠도? 오빠도? 형씨도? 네? 아 입 아퍼. 말 엄청 길어졌어 정말. 완전 카리스마 있어. 이러니까 남자들이 뻑이 가지. (절레절레) 끝으로 한마디로 요약? 신부들러리이고자 하는 남자만 오직 옷 잘 입는 거라고 보면 돼. 사이 나쁘지 않은 게 좋은 것이듯. 옷 못 입지 않으면 그게 잘 입는 거라고 보면 됨. 여잔 몰라도 남자? 대충 무난하면 끝. 여자들끼리 누구 어떤 숙녀 옆에 뽀짝 붙기 기분 괴팍한 경우 있기 마련. 뿐만 아니라 여자들끼리 누구 어떤 남자 옆에 빠짝 붙으면 그 이상한 표정들... 응? 옷 잘 입는다니까 곧이곧대로 진짜로 잘 입는 줄 알아? 첫째 날은 와 머머씨 옷 잘 어울려요, 라면서 밑밥 뿌림. 둘째 날은 어머머 어머머머머머 제가 옷 이쁘다니까 그래서 오늘 그 옷 또 입고 오셨죠 라면서 떡밥 막 뿌림. 셋째 날 나한테만 그런 줄 알았는데 글쎄 딴 직원들한테도 괜찮은 남자다 싶으면 드물게인지 간헐적으로인지 막 떡밥을 뿌렸던 것임. 아시겠소? 그처럼 여자들 떡밥뿌리기의 희생양이신 늑대님들, 허구헌 날 미끼 던지는 불여우들의 탐스런 먹잇감, 알짱알짱 얼쩡얼쩡 덥썩 물려질 운명일 것이냐 가늠되는지도 모르는 촌닭 우리가 안 챙기면 누가 챙기나. 내 마음이야 떡밥뿌리기를 본인이 해야 하는데 정작 현실은 밀려졌다 당겨졌다, 들려졌다 놓여졌다, 쥐어졌다 펴졌다. 어? 그래서 그분들 토라져서 전기모기채 하나로 모기 열댓 마리를 한꺼번에 잡으면서 집에서 혼자 씩씩거리는 수밖에. 허허허. 허허허허허. 연애사 인생사 얘기 재미로 믿는 둥 마는 둥 하든 말든 그야 듣는 사람 소관이고,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여자에게 남자가 옷 잘 입냐 못 입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란 말씀. 그럼 뭐가 중요하냐고요? 뭐긴 뭐겠소, 네? 이 오빠 옷도 잘 입는다니까, 바로 이거, 옷을 잘 입는다가 아니라 옷'도' 잘 입는다.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거든. 내 맘에 쏙 든단 말씀. 가질 수는 없으나 말이오. 그러니까 넘버 2랄지 사랑의 차트에서 도망가지 말라는 의미. 네? 우리 오빠랑 부디 친하게 지내라 그거지. 허허. 허허허허허. 그 얼마나 잔소리로 들들 볶고 수시로 닥달했으면 하다 하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까서 보여줬을꼬. (절레절레)! 그러니까 어디 가서 내 남자친구라고 하지 말라는 핀잔을 받지. 그러게, 어? 뭣도 모르는 업자들이랑 유명인들이 서로서로 옷 잘입네 어쩌고저쩌고. 싹 다 허당들. 바보들. 미련곰탱이들. 그냥 가식일뿐.
    근데 이거 요약한다면서 한마디가 아니라 대체 몇 마디야? 알 게 뭐야. 그게 그러니까 숙녀가 좋아하는 게 뭐겠어, 응? 사고방식은 컬러tv요 패션은 될 수 있으면 흑백tv! 무조건 무채색만 입고 단순한 디자인만 선호하라는 말이 아니라 무난허니, 어? 근데 그거 반대로 해 봐. 사고체계는 흑백tv요 패션은 기괴, 화려, 괴상, 망측? 원색 양말에다, 쫄티&쫄바지랑 무슨 팬츠를 패셔니트스들이 소화하면 또 모르지만 무턱대고 따라하기? 초딩옷 빼앗아 입기? 대충 입든 내 맘대로 막 입든, 나 하고 싶은 대로 원없이 입든 그야 으쌰으쌰일 때만. 심지어 팬티는 팬티는... 또 거꾸로맨? 그대들 잘 아시다시피 D라는 남자한테 대체 왜 여자가 없을까? 그럴 때도 됐다면서 아는 동생 다 떨어져나가서?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왜겠냐고, 어? 겉으로야 립서비스면 립서비스, 숙녀에 대한 예우, 경청하는 자세, 한발 앞서가서 여자에게 딱 딱 최적화시키는 취향, 그녀를 제대로 만족시켜주는 안목은 물론 제법 가난한 남자도 아니야. 근데 왜? 예쁜 여자한테 남자의 지갑은 자동적으로 열립니다 그런 말 절대로 자기 입으로 하지도 않아. 그래서 더 얄밉긴 하지만서두. 나이 (몸짓) 지갑 (몸짓) 웬만해선 그녀들이 미워하지 않는다니까. 근데 왜? 아니 대체 뭣 때문에? 그건 미스테리가 아니라 알고 봤더니 정신연령 3세. 아니, 마이너스 3세던가? 거꾸로맨 부류가 있으면 그분들 분과라고 왜 없겠냐고. 친해져서 집에 놀러가봤더니 글쎄... 말 말자고. 얘기 그만합시다. 허허허. 말 다 했지. 등에 딱 달라붙은 아기동자 귀신이 붙었나 또 어쩌다 걔가 선두로 나서서 여잘 꼬셔. 근데 또 넘어왔다 싶으면 나 몰라라 그러면서 인공지능은 낮잠 자는 식이지. (절레절레)! 그래서 아마 걔네들끼리 합의 봤을 거야. 안 그럴 수가 없거든. 시간낭비 돈낭비 기타 등등 뭐든 정력낭비니까. 이를 테면 패션은 숙주 어른한테 맞추고, 사무실 분위기는 갓난아기한테 최적화하고. 그렇게 홈런왕─망신의 화신─NDJM─허풍꾼─정력가─타율왕─거포─뻔트맨...등 타석에 선 사람 위주로 말이야. 하여간에 말이야 남자가 옷 잘 입어서 뭐 하게. 옷은 여자가 잘 입어야 하는 거야. 알아? 어? 남자가 옷 잘 입어서 뭐 하게, 또 언년을 꼬실려고. 어? 이런 난봉꾼 같으니라고, 황홀한 사랑에 빠져도 모자를 판에 떡밥뿌리기에 맛들인 촌년들이 어디 한둘인 줄 알아? 뭣이 어째? 지금 말 다 했어? 어?」





    18

    하다 하다 나는 거의 일면식도 없던, 오늘 초면인 숙녀한테까지 설교를 얻어듣고야 말았다.
    (절레절레) 진짜 가지 가지 한다. 내 참 더러워서 말이야, 말수 없는 남자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당나귀들이 건초를 운반하고 말들이 그것을 먹는다. ~라는 말마따나 그녀는 패션에 대해 조진 게 아니라 바로 날 조졌던 것이다.
    근데 거기서 끝이냐? 정점을 찍었다. 그 이상한 별장인가 어딘가에서 해질녁 되기도 전에 벌써... 무슨 에로영화도 아니고 장르가 이상해지네? 어? 보이는 데선 내 시각을 자극하고, 안 보이는 데선... 내가 무슨 천리안도 아닌데 개코이자 매의 눈과 박쥐의 청력을 나도 모르게 능가하고 말았던 것이다. 뭔... 그게 그러니까... 대체 난 여기 왜 따라온 거지? 초저음 소리를 듣는 비둘기. 초음파를 돌고래가 듣는다던가? 사랑은 나비일까 아닐까? 저분들에게야 몰라도 내겐 아니다. 사랑은 나방이니까. 물론 말이 그렇단 거고. 잔지식 하나만 더 알려드리자면 이렇다. 박쥐의 주식인 나방은 귀가 없지만 청력이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으며, 박쥐가 나방을 찾는 것을 피하기 위해 초고주파를 이용한다는 것. 그럼 지금 이 마당에 난 나방? 이런 젠장.
    그렇게 난 인사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그곳을 피해 숙소로 허둥지둥 도망갔던 것이다.





    19

    근처 목장에 3일 연속 놀러감. 근데 3일째인 오늘 희한안 광경을 보게 됨.
    목양견 몇 마리가 언덕 너머로 모든 양떼를 몰아냄
    ↓
    오늘은 아찔한 착상이 떠오르지 않는 날이구나 라면서 자리를 뜰려던 찰나,
    언덕 너머에서 개떼가 수도 없이 몰려옴.
    그럼 그 말도 안되는 개떼를 모는 게 누구냐?
    당연하지 개몰이 양 몇 마리! 진짜로? 뻥이 아님.
    아마 거기서 끝이었다면 난 분명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난 신기한 영감을 받아 천재적인 작품 구상에 성공했을 것이란 말이다.
    근데 최근 일어난 일들은 내 인생에 결코 만만치 않았던 발단과 전개였기 때문이었을까?
    난 끄떡없었다. 온전한 정신. 영화를 너무 많이 봤으니까.
    알다가도 모를 일은 드라마에도 나오고 우리네 인생사 역시나 결코 녹녹치 않으니까.
    그렇지만 그 뭐랄까 버티다 버티다 끝끝내 버티다 입김 한 번에 여심이 사르르 녹는다고나 할까?
    내 근처를 얼쩡대던 개떼 가운데 한 마리가 내게 말을 하였던 것이다. 바로, 개가 사람말을!
   「이런 얼간이 같은 놈. 너도 양한테 쫓기고 싶어? 너 우리가 우스워 임마? 어? 지금이 좋은 줄 알아 형씨. 저 개떼몰이 양은 우리들 갖고 노는데 최적화된 특수양이니까. 아직 이해 안되지? 나중 의무방어전 하면 알게 될 거야. 살아 봐, 어? 굶주린 그 표정 쏙 들어갈 테니까 말이야. 알겠어 모르겠어? 근데 안색이 왜 그래? 개가 말하는 거 처음 봐? 그러지 말고 저리 비켜. 지금 우리 꼴 보는 게 그렇게 재밌어? 늬 눈엔 이게 웃기지? 늬가 우리 신세를 알겠니 파란만장한 주인공의 마음을 알겠니. 나한테 잔뻔치 얻어맞고 싶지 않으면 당장 가버리란 말이야. 근데 너도 기 빨리려도 기 충전되는 뭐 특이한 종이냐? 늬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볼까? 늬 귀에서 피 안 나올 거 같아? 좋아. 좋았어. 정 원한다면! 네 귀가 타버릴 때까지 잔소리 쉬지 않고 풀어는 드릴께. 기대하셔. 근데 형편이 내가 하필 저 떨떠름한 개몰이 양한테 쫓기는 신세라서... 시간이 없네. (절레절레) 아무튼 하는 데까지 몸만 풀자구 친구. 허허허허허. 인생 그런 거 아니겠어? 누가 알아, 널 내 애제자로 받아들여줄지 말이야. 뭐 늬가 날 애마로 편애하고 싶다고? 이런 곰탱이 같은 놈을 봤나. 어디서 눈독들여 임마! 흑심 꺼. 개침을 왜 늬가 흘려, 어? 늬 그 응큼한 사심 누가 모를 줄 알아? 어디서... 이런 돼지새끼! 아니 새끼돼지. 아니 너나 나나 입장 난처하긴 마찬가지네. 우리도 자네 같은 구경꾼 처음이니까 말이야. 당신만 당황스러운 게 아니야. 어? 왜 벌써 바지에 오줌 쌌어? 찔끔이 아니라... 됐다. 같잖은 녀석. 한심하게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너도 공상이 특기야? 잘 걸렸어. 난 너같은 바보들 훈계시키는 게 장기니까. 허허허허허. 왜, 뭔 말 할려고? 닥치고 계속 듣기나 해. 시끄러워. 말 하지도 않아도 시끄럽단 말이야. 어? 조용히 해! 알았어? 알았어 몰랐어?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으란 말이야. 지금 개떼들 많다고 너 신났지? 누가 모를 줄 아니? 그래서 물 반 고기 반이라면서 막 재밌지? 그렇지만 말이야 넌 흥미로울지 몰라도 우리도 그럴까? 인생 괴로운 거야. 넌 아직 세상을 모른다구. 알아들었어? 알긴 뭘 알아. 넌 아직 인생의 비밀을 몰라. 근데 사랑을 어떻게 알아. 뭐 알고 싶지도 않다고? 이런 얼간이 같은 놈. 썩 꺼져! 늬같은 애송이가 대체 뭘 안다고. 꺼지란 말 못 들었어? 왜 넌 정작 중요한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고양이 발톱 엑스맨 손톱 날서도록 쪼잔한 기억만 되새기는 거야, 어? 꼴보기 싫어. 재수없단 말이야.
    왜, 약해? 난들 뭐 널 혼구녕내고 싶겠니. 늬가 날 불렀잖아? 그러게 왜 내 눈에 띄이냔 말이야 이 맹추야. 어? 자, 그러니까 보아하니 동네 똥개도 아니고 어디 허접한 개새끼 주제에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들이대냐고? 궁금하겠지. 개가 어떻게 사람처럼 말을 하는지 말이야. 이해해. 안 그럴 수가 없거든. 허허허. 늬 마음 다 안다. 말하지 않아도. 그렇다고 표정 연기하니? 너 포커페이스 그거 안돼? 그러니까 아직도 여자가 없지. 어? 그래서 늬가 안되는 거야. 어? 그러니까, 에잇 됐다. 근데 너도 너다. 응? 보아하니 나한테 신나게 얻어들으니까 가슴이 벌렁벌렁하니? 뭐 가슴이 아니라...... (이 개님은 기어코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두 번 훑어보더니 급기야 그 고상한 시선은... 시선은... 내 Y존에서 멈추고 말았다) 설마...! 혹시... 아 너 덜렁덜렁이구나. 근데 너 맷집 좋다 얘. 나 너 좋다. 너 내 마음에 들었어. 찰칵, 저장! 좋을지 나쁠지 모르겠다만 너 나한테 찍혔어. 늬가 좋든 싫든 사실인 걸 어떡하니. 안 그래? 응? 아 왜 대답이 없어, 그래 안 그래? 어? 아직 잘 모르겠다고? 더, 더더욱 들들볶아줘? 들들볶아달라면 볶아드리고. 다른 스타일로 닦달해주라는 주문을 넌지시 여쭐까 고민이라면 딴 방법으로 떽떽거려드릴께. 얼마든지. 어? 아 글쎄 원하시는대로 구워삶아드린다니까. 허허허. 근데 아직도 벌렁벌렁 덜 달아올랐니? 그랬니? 정녕 그런 거니?」
    그러면서 말을 하던 개는 자기들 개떼들한테 가버렸다. 이걸 보고 가만 있을 나일까?
    따라서 밀접한 인과관계가 성립함과 더불어 심각한 동반작용에 근거하는가 아닌가는 몰라도,
    내겐 곧장 일반인들에게 거의 발생하지 않는 몇몇 의학 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건 무엇이냐,
    발작. 개거품. 깽판이 아니고 진상도 아니고. 수전증에서 멈추지 않고 마침내 뇌전증.
    뻥 아니다. 허언증이 아니라 정말로 개거품 물면서 간질 증상이 제대로 벌어진 것이다.
    아니 증말 어? 개판 중의 개판을 똑똑히 봐버렸는데 안 그러고 베기겠냔 말이다.
    ↓
    그렇게 난 정신을 잃고 쓰러짐.
    그래서 달콤한 개꿈을 꾸게됨.
    발단은 그랬고 전개는 곧장 야한 내용으로 이어짐.
    딱 그렇게 황홀한 절정으로 냅다 진행되려던 찰나... 웅성웅성... 웅성웅성...
    소란스러움 때문에 난 꿈에서 깨어났다. 거긴 호텔 산타 캐롤리나 사장실이었던 것이다.
    일은 그렇게 되었다. 사연을 듣고 보니,
    ↓
    호텔 청소요원이 산타 캐롤리나 호텔 사장실을 청소하려고 들어왔음.
    근데 수상한 남자가 쓰러져있음. 곧장 경찰에 신고. 근데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 호텔 VIP 손님.
    그렇지만 진상 파악 필요. 그렇게 호텔 관계자들 총집합. 경찰도 도착. 기타 등등 그렇게 됨.
    ↓
    얼렁뚱땅 그 일은 대충 수습됨.
    난 창피해서 도시로 돌아감.
    애간장을 태우는 진한 사랑의 주인공으로 낙찰되는 행운은 물거품처럼 사라진 체 말이다.





    20

    며칠이 지났다. 난 평소처럼 음악을 들으면 업무에 집중했다.
    Tchaikovsky /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35 / Ida Haendel(violin) / Radio-Sinfonieorchester Stuttgart des SWR / Hans Muller-Kray 1960 live LP
    그러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환상문학잡지 편집장 마라한테 전화를 했다.
    통화 내용을 일일이 시시콜콜 옮길 수는 없고. 그러길 바라는 독자님도 없으실 테고.
    용건 아니 그 줄거리만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문단 4에 나왔던 일. 그 때문에 내가 멀고 먼 여행길에서 대체 뭔 경험을 겪고 하다 하다 똥개한테 망신까지 당했는데. 내가 진짜 망했다는 걸 깨닫자마자 떡실신한 다음 깨어나보니 그 다음이 더 바늘방석이었는데. 즉 "마라&양대잡지 전직원이 내 사무실 방문 → 한적한 여행지로 당분간 피신하랬음 → 세계 3대 로펌에서 초거액 소송을 당했기 때문". ~라는 사연. 마라와 통화 후 알게 됐다. 그건 진짜인 건 맞는데 조금 과장됐다고. 더더군다나 내 주민, 신분 즉 행정적 정체가 말소됐다는 거도 뭐 어떻게 어떻게 원상복귀시켰다고 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협상을 기가 막히게 잘해서 역으로 소송취하 뿐만 아니라 거액을 받게 되었기까지. 근데 이상한 게 그 당사자가 날 만나고 싶다네? 알고 봤더니 그분들 정체가 무슨 세계마초협회처럼 아마데우스가 몸담았던 그런 은근 미스테리한 단체라는데. 몇몇 회원을 알아본 결과 현 수장은 다름 아니라 바로, 크리스피도넛 회장이라나 뭐라나. 뭐 누구? 달지 않은 도넛? 없긴 왜 없어! 말 나온 김에 맥도날드랑 버거킹이랑 유니폼 수집이나 몽땅 해서 사무실에서 그거 입으면서 일할까? 어차피 집 안에서만 기발한 착상을 위해, 발랄한 일하기에 도움되라는 의미 밖에 없으니 뭐 나쁠 거도 없다만. 근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크리스피 도넛? 그건 우리가 잘 알지, 안 단 도넛이 없긴 왜 없어! 어? 지금 장난해? 뭣이 어째? 워 워 워. 워   워   워! 난 그래서 당장 그 인간을 만나러 갔다. 물론 내 발품 팔아서? 아쉬운 작자가 와야지. 모냥새 갖춰서 리무진 보내준다고 아이고 지존님 하면서, 또는 초대해준다고 하여 좋다고 헤헤 헤벌레 웃으면서 미친년처럼 상전들 뒤꽁무늬 쫓아다니는 내가 그런 미친년인가? 난 그러니까 미리미리 마라한테 전했다. 마라를 중간책으로 내 마음대로 설정한 거니까. (몸짓) 자, 어깨 높이로 오른손을 내밀어 들고 손바닥을 뒤집은 다음 요렇게 요렇게! (이리 와 이리 와). 그럼 그게 끝이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허허허허허. 왼손을 들어 검지를 펴고 귀 옆에 댄 다음 빙빙빙 빙빙빙 빙빙빙빙빙! 당신은 소설 잘 읽으시다가 뜬금없이 검지를 코끝에 대고서 쳐다본다 쳐다본다. 그녀가 내게 다가온다 다가온다. 그 고운 살결 부드럽다 부드럽다. 워매 좋은그~ 워매 좋은그~ 라는 천상의 쾌락마와 환상적인... 상상된다 상상된다. 거의 다 왔다 거의 다 왔다. 안는다 안는다. 꼭 껴안는다 꼭 껴안는다. 뜨겁게 키스한다 키스한다. 미치겠다 미치겠다. 정말 미쳐블 거 같은데... 그거 다 착각이잖아? 또 공상이라니. 이런~ 젠장! 어쨌든 난 약속장소로 나갔다.





    21

    (무마된 초거액 소송 장본인을 만난 내용은 비밀.
    가난한데 홀랑 발가벗을 수 없잖아?
    Y존은 남겨둬야 할 거 아니냐고.
    보자 보자 하니까 이 사람이...!)
    나는 뭔가 어떤 수작 중의 개수작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젊은 야망도 없었다. 그럼 뭐 지금 이 마당에 늙은 마약탐지견을 키우리? 내가? 아니 왜? 그러니 아마도 인생 중간 결론은 이렇다고 할 수도 있다. 즉,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각별한 꿈은 아마 내게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옆, 위, 아래, 뒤도 모른 체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경주마야 경기장에라도 출전하기라도 한다지만. 하고많은 열망 가운데 하다못해 야성미도 처음부터 없었지 이제는 정말 성욕도 없는 듯 했다. 뭐야, 발정기에서 중간 건너뛰고 갱년기 마저 생략한체 무성욕? 이런 젠장! 그래도 원래 여자보기를 돌맹이 보듯 했으나 그건 진짜였다. 그럼 이제 정말 난 똥차를 닮은 늑대란 말인가. 뭐? 누구보고 허당이라는 거야? 내가 잡것이라고? 누가 허접한 새끼돼지라는 거야, 어? 헛소리는 짚어치우고. 숙녀 등에 또 엎히고 싶어서야 쓰나. 또 드라마에 나오듯 여자를 등에 엎고 숨소리 고요한 거 다 뻥. 그거 완전 (개)뻥. 100m 전력질주랑 완전 똑같음. 아니, 어? 아무리 그래도 말이다, 호기심은 부글부글 예감은 미끌미끌 기대는 벌렁벌렁. 그럼 뭘 해 성과는 꿈도 꿀 수 없음. 드라마를 봐도 전혀 흥미롭지 않다. 영화 보며 뭐 진땀을 빼겠나. 최신형 최고가 최저무게 맥북에어가 없는데, 동네 스타벅스를 어떻게 가나. 안감. 가기 싫음. 뭐 한다고 그놈의 허영심을 들켜? 딱 거절. 원래 우리는 허세 그리 반기지 않음. 뿐만 아니라 허풍 대회 기념사진도 다 옛날 얘기. 사람이 뭐 한 오백년 산답디까? 라면서 단골술집 마담한테 한탄을 늘어놓으며 푸념을 일삼는다 해도 그분들께서 퍽 반겨줄 만한 거물이 아니란 것쯤은 우리도 다 안다. 그걸 왜 몰라! 어우 쉰내. 동네 아저씨 느낌 파팍! 에잇, 듣기 거북한 얘기 그만 좀 하자. 그게 뭐 재밌다고 말이야. (절레절레) 불세출의 환상가들 후원자를 자처한다는 둥 환상머신의 피보호자라는 둥 개뼉따귀만도 못한 공상은 좋게 집어치우고. 좋게... 좋게... 혹시... 설마... (절레절레) 그처럼 난 갈 데라곤 사무실 밖에 없는 칼럼니스트임을 절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